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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K.롤링][해리포터]제4권-하 -불의 잔

Casey,Riley 2022. 11. 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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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불의 잔 제4권 - 3
조앤 K 롤링

제22장 뜻밖의 시험

"포터! 위즐리! 정신 못 차리니?"
 맥고나걸 교수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마치 매서운  채찍처럼 화요일 변신술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교실을 쨍 하고 울렸다. 해리와 론은 화들짝 놀라면서 번
쩍 고개를 들었다.
 수업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공부는  이미 끝이 났다. 학생들이 기니
피그로 바꾸어 놓았던 뿔닭은 커다란 우리 안에 갇힌 채, 맥고나걸 교수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네빌의 기니피그는 아직까지도  털이 달려 있었다). 학생들은 
칠판에 적힌 숙제를 열심히 받아적고 있는 중이었다(이종 간에 변신을 행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변신부문에 대해서 예를 들어 기술하라).  얼마 있지 않아서 종
이 울릴 것이다. 지금까지 교실 뒤편에서 프레드와 조지 형제의  가짜 요술지팡
이로 열심히 칼싸움을 하고 있던 해리와 론은 문득 자신의 손을 올려다 보았다. 
론은 양철앵무새를, 해리는 고무생선을 들고 있었다.
 "이제 포터와 위즐리가  고맙게도 자기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으
니……." 맥고나걸 교수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해리가 들고 있던 고무  생선의 머리가 똑 부러지면서  소리 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론의 앵무새는 이미 조금 전에 부리가 갈라졌다.
 "여러분 모두에게 알려 줄 게 있어요. 크리스마스 무도회가  곧 열릴 예정이에
요. 트리위저드 시합의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이자, 동시에 외국 손님들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크리스마스 무도회는 4학년 이상 학생들만 참가
할 수 있어요. 물론 여러분이 원한다면 하급생들을 초대할 수는 있지만……."
 라벤더 브라운이 키득키득 웃음 소리를 내자, 패르바티 패틸이  그녀의 옆구리
를 쿡 찔렀다. 하지만 웃지 않으려고 너무 애를 쓴 탓에 패르바티  패틸의 얼굴
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연신 해리를  돌아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런 그들의  행동을 
못 본 척했다. 해리는 방금  전에 맥고나걸 교수가 론과 자신을  호되게 야단친 
것에 비하면 너무 불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참석하려면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만 합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무도회는 크리스마스  날 저녁 8시
에 대연회장에서 시작되어서 자정에 끝날 것입니다. 또한 ……."
 맥고나걸 교수는 일부러 잠시 동안 말을 끊고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는 여러분 모두 ……음  ……머리를 풀어 내리는 것이 
허락될 것입니다."
 맥고나걸 교수는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을 끝냈다. 라벤더  브라운은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황급히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으면서 아까보다 더
욱 심하게 키득거렷다. 이번에는 해리도 왜 웃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맥
고나걸 교수는 언제나 머리를 바싹 틀어올린채, 평생토록 한 번도  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이 호그와트의 학생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행
동 지침을 소홀히 해도 좋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에요. 어떤  식으로든지 그리핀
도르의 학생이 우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나는 몹시 불쾌할 겁니다."
 마침내 수업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우렸다. 학생들은  언제나 그렇
듯이 부산하게 가방을 책이더니 어깨에 걸치고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포터, 괜찮다면 잠깐 이야기 좀  하자꾸나."
 학생들이 떠드는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큰 소리로 해리를 
불렀다. 분명히 목이 떨어진 고무 생선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지레 짐작을 한 
해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선생님 책상을 향해 다가갔다.
 매고나걸 교수는 아이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포터, 챔피언과 그 파트너는……."
 "파트너라뇨?"
 해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의혹에 찬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가 자신을 놀리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
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갈 상대 말이다, 포터." 맥고나걸 쇼수가 쌀쌀맞게 
대답했다. "너의 댄스 파트너."
 해리는 갑자기 뱃속이 꿈틀거리면서 오금이 저리는 것 같았다.
 "댄스 파트너요?" 해리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전 춤추지 않
아요."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야. 넌 춤을 추어야 해. 내가 널 부른것도 그  때문이야. 전통적으로 챔피
언과 그의 파트너가 무도회를 주도하도록 되어 있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의 머리 속에는 불현듯, 높
은 모자와 연미복을 입은 자신이, 페투니아 이모가 부부동반 파티에  갈 때마다 
입곤 하던 나풀나풀한 드레스를 입은 어떤 소녀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그려
졌다.
 "전 춤을 추지 않을래요."
 해리가 고집을 부렸다.
 "이건 전통이야, 넌  호그와트의 챔피언이야. 학교의  대표로서 너에게 주어진 
일을 반드시 해야만 해. 그러니까 너와 함께 무도회에 참석할  파트너를 확실히 
구해 두도록 해라.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전 싫은데……."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해리는 아마 댄스파트너를 구하는 일 정도는 헝가
리의 혼테일과 싸우는 것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하고 나자, 여학생에게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부탁을 
하느니 차라리 용과 한 번 더 싸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호그와트에 남겠다고 
이름을 적는 것은 처음 보았다. 물론 여태까지 해리는 항상 호그와트에 남았다. 
그렇지 않으면 프리벳 가로 돌아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리고 지금까지는 줄곧 해리와 같은 학생들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4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전부 다 학교에 남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해리의 눈에는 그들  모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여학생들은 그랬다. 갑자기 호그와트에 이토록 수
많은 여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뜨이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었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삼삼오오 복도에 모여 선 여
학생들은 서로 소곤대면서 키득거렸다. 그러다가 어쩌다 남학생이  곁으로 지나
가면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날 밤에  입고 갈 
의상에 대해 잔뜩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쟤네들은 왜 떼로 몰려다니는 거지?" 열두어 명의 여학생들이 해리를 힐끔힐
끔 쳐다보면서 킬킬거리고  지나가자, 해리가 론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넌 저 여학생들에게 어떻게 무도회에 가자고 말을 걸 거니?"
 "올가미로 한 명 낚아 올까? 그런데 넌 누구에게 신청할 건지 생각해 봤어?"
 론이 물었지만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자신이 파트너 신청
을 하고 싶은 상대가 누구인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말을 
걸 만한 용기를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초 챙은 해리보다 한 학년이나 위였다. 게다가 초 챙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훌
륭한 퀴디치 선수였으며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최고였다.
 "내 말을 들어봐. 너는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  넌 챔피언이잖아. 게다
가 헝가리의 혼테일과 멋지게 싸워서 이겼고  말이야. 내가 장담하건대, 여자들
은 너와 함께 무도회에 가려고 줄을 설 거야."
 론은 해리의 마음속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최근에 다시  되찾은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보상이라도 하듯이, 론은 전혀 빈정거리는  어조가 아니
었다. 해리가 더욱 깜짝 놀랐던 것은, 론의  말이 과연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
다.
 바로 다음날에 머리가 곱슬거리는 후플푸프의  3학년 여학생이 해리를 찾아와
서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녀는  해리가 
지금까지 말 한 번 제대로 붙여 본 적이 없는 여학생이었다. 해리는  그 문제를 
잠시 생각해 볼 만한 겨를도 없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면서 싫다고 대답해 버
렸다. 그 여학생은 몹시 상심하여 가 버렸다.  그리고 해리는 마법의 역사 시간 
내내 딘과 시무스와 론이 그 여학생을 두고 놀리는 것을 참아야 했다.
 다음날에는 또 다른 두명의 여학생이 해리에게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했
다. 한 명은 2학년생이었으며, 또 다른 한명은(끔찍하게도)  5학년생이었는데 만
약 해리가 거절을 하면 당장 주먹이라도 휘두를 것 같은 기세였다.
 "그래도 그 여자애는 꽤 예쁘던데……."
 간신히 웃음을 멈춘 론이 공정한 평가를 내렸다.
 "나보다 키가 30센티미터는 더 클  거야. 그 여자애와 내가 춤을  춘다고 한번 
상상해봐."
 해리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빅터  크룸에 대해서 
했던 말이 새삼스럽게 머리 속에 떠올랐다. 
 "저 여자애들은 단지 크룸이 유명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야!"
 해리는 자신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요청했던 여학생들 중에서 
과연 자신이 학교 챔피언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상대가 되고 싶어할  여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대단히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만약 초 챙이 자신에게 똑
같은 요청을 했더라도 이렇게 성가신 생각이 들었을까 궁금했다.
 결국 해리는 비록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 무도회 때문에  괴롭기는 하지만,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한 이후로 자신의  처지가 과거보다 분명히 더 나아졌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복도에서 불쾌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아마도 그렇게 된 데에는 케드릭 디고리와 깊은 관계가 있
을 것이라고 해리는 짐작했다. 해리가 용에 대해서 미리 알려 주었던 것에 대한 
보답으로, 케드릭 디고리가 후플푸프 학생들에게 해리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
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는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 라는 글씨가 적혀 있은 배지도 거의 찾아볼 수
가 없었다. 물론 드레이코 말포이는 아직까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타 스키
터의 기사를 외우고 다녓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말포이의 농담에 킬킬거리면서 
장단을 맞추는 아이들이 적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리의  마음을 안심시켰
던 것은, 《예언자 일보》에 해그리드에 관한 기사가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여자는 마법 생물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았어."
 그 학기 마지막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리타 
스키터와의 인터뷰에 대해서 물었을 때, 해그리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이제 해그리드는  학생들에게 스크
루트를 직접 키우게 하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단념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오늘 
수업에서는 단지 책상 뒤에 안전하게 앉아서  스크루트를 길들일 때 사용할 신
선한 먹이를 준비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 여자는 줄곧 너 이야기만 하고  싶어했어, 해리." 해그리드가 나지막이 말
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내가  너를 더즐리 가족으로부터 데리고  왔을 때부터 
난 줄곧 너의 친구였다고 말해  주었지. '지난 4년 동안  해리를 야단쳤던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해리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친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정
말인가요?' 물론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해 주었지. 그러자 리타 스키터는 전
혀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었어. 내  생각엔 그 여자는 내가 너에  대해 욕이라도 
하기를 바라는 눈치였어, 해리."
 "물론 그랬을 거예요. 내가 비극적인 어린 영웅이라는 기사만 계속 쓸 수는 없
을 테니까요. 이제 지겹잖아요."
 해리는 용의 간 덩어리를 커다란 금속 그릇에 넣고 칼을 들어서 좀더 잘게 잘
랐다.
 "해그리드, 그 여자는 새로운 기사 거리를 원하는 거예요. 해리가 정신나간 불
량 소년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여자는 아주 만족스러워 했을 거예요."
 론도 불도마뱀의 알을 깨뜨리면서 현명하게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절대로 그렇지 않을걸!"
 해그리드는 정말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리타 스키터가 그런 말을 듣고 싶었다면, 차라리 스네이프와 인터뷰를 했어야 
하는 건데……. 스네이프라면 언제든지 그 여자에게 나에 관한 좋은  기사 거리
를 제공해 줬을 거야. '포터는 이 학교에 온 첫날부터 규율을 어겼습니다……'"
 해리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스네이프가 그렇게 말했니? 그랬어? 론과 헤르미온느는 깔깔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해그리드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글세……. 네가 약간 규칙을 어
겼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해리, 그래도 괜찮은 거지? 그렇지?"
 "물론이죠, 해그리드."
 해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웃었다.
 "해그리드, 이번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오실 건가요?"
 론이 물었다.
 "그래 한번 들러보기는 하겠지." 해그리드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꽤 멋진 파
티가 될 게다. 해리, 네가 처음  무도회를 주도하겠구나? 그런데 누구를 데리고 
갈 생각이냐?"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해리는 다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해그리드는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주가  되자, 점점 더  분위기가 떠들썩하게 달아올랐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대한 온갖 소문들이  무성하게 떠돌았다. 비록 해리는  그 
중에서 절반도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중에는 예를 들자면, 덤블도어가 로즈
메르타 부인으로부터 800통의 꿀술을 샀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운명의 세 여신'을 초대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해리는 도대체 '운명의 
세 여신'이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한 번도 마법사 
통신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마 WWN(마법사 통신 네트워크)을 
들으면서 성장한 아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주 유명한 음
악밴드인 것 같았다.
 호그와트의 선생님들 중에서  플리트윅 교수 같은  사람들은 학생들의 마음이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을 것을 보고 아예 가르치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수요일 
수업 시간에 플리트윅 교수는 학생들에게 게임을 하면서 즐겁게 놀라고 허락하
고는, 해리를 붙잡고 트리위저드 시합의 첫 번째 시험에서 해리의  소환 마법이 
얼마나 완벽했는지에 대해서 줄곧 떠들었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그렇게 너그럽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이 세상 어떤 
것도 도깨비 반란에 대한 자신의 글을  학생들에게 끝까지 읽히려는 빈스 교수
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사실 빈스 교수 자신의 죽음조차도 계속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의지를 막지 
못했으니까, 크리스마스 무도회 같은 하찮은 일로 그를 움직인다는 것은 애당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참으로 도깨비 반란 같은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
기조차도, 가마솥 두께에 관한 퍼시의 보고서만큼이나 지루하고  단조롭게 들리
도록 만드는 빈스 교수의 재능은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였다.
 맥고나걸 교수와 무디 교수도 종이 울리기 전 마지막 1초까지 수업을 계속 진
행했다. 물론 스네이프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도록 허락하느니, 차
라리 해리를 양자로 삼았을 것이다. 스네이프는 심술궂은 눈초리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보면서 학기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독약 해독제를 직접 시험해 볼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주 나빠, 정말로……. 지난 시간에는  느닷없이 시험을 보더니 이번에는 숙
제를 잔뜩 내줘서 학기말을 망쳐놓고 있잖아."
 그날 밤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에서 론이 투덜거렸다.
 "음……. 그렇다고 별로 긴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안그래?"
 헤르미온느가 《마법의 약》공책에서 고개를 약간 들면서 말했다. 론은 분주하
게 폭탄 카드로 카드 성을 지속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카드가 모
조리 뻥 터지곤 하기 때문에, 머글들의 카드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오락거리였
다.
 "헤르미온느, 지금은 크리스마스야."
 해리가 태평스럽게 말했다.  해리는 지금 벽난로  근처의 안락 의자에  앉아서
《처들리 캐논 팀과의 비행》이라는 책을 열번째 읽고 있었다.
 "해리, 나는 네가 좀더 건설적인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비록 해독
제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말야!"
 헤르미온느가 못마땅한 눈길로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예를 들자면 어떤 거?"
 해리는 여전히 처들리 캐논 팀의 조이  제킨스가 발리캐슬뱃츠의 추격꾼을 향
해 블러저를 한 방 먹이는 장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물었다.
 "그 알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한심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이봐, 헤르미온느 2월 24일까지는 아직 멀었어."
 사실 해리는 첫 번째 시합의 축하 파티 이후로 황금알을 여행 가방 속에 처박
아 놓고 한번도 열어 보지 않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 소름기치는 울부짖음이 무
슨 뜻인가를 알아내기까지는 아직까지도 두 달  하고도 반이나 더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아내려면 몇 주일도 더 걸릴거야! 만약 다른  챔피언들은 전부 
다음 시험이 뭔지 알아냈는데  너만 모르고 있다면  얼마나 한심한 멍청이처럼 
보이겠니!"
 헤르미온느가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둬, 헤르미온느, 해리는 약간의 휴식을 가져야 한다구."
 이렇게 말하면 론이 성의 제일 꼭대기에 마지막  폭탄 카드 두 장을 올려놓은 
순간, 카드가 일제히 뻥 터지면서 그의 눈썹을 새카맣게 태웠다.
 "아주 멋지구나, 론……. 네 양복이랑 참 잘 어울리겠는걸."
 프레드와 조지가 론을 향해 다가오면서 말했다. 그들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가 앉아 있는 책상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론은 눈썹 주위에 흉터가 얼마나 났을까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론, 우리에게 피그위존을 좀 빌려 주지 않을래?"
 조지가 론에게 물었다.
 "그건 안돼. 편지를 전하러 갔거든. 그런데 왜?"
 론이 물었다.
 "조지가 그 부엉이를 무도회에 초대하고 싶다나 봐."
 프레드가 조롱하듯이 말했다.
 "사실은 우리가 편지를 좀 보내고 싶어서 그런다. 이 멍청하고 둔한 얼간아."
 조지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두 사람 다 누구랑 편지 연락을 하고 있는 거야? 응?"
 론이 수상쩍은 듯이 물었다.
 "공연히 이 일에 끼어들기만 해 봐, 론. 당장 네 코를 태워 버릴 테니까." 프레
드가 자신의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흔들어 보였다. "그런데……무도회를 위해 데
이트는 많이 했니?"
 "전혀."
 론이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서둘러 짝을 찾는게 좋을거다. 그렇지 않으면 쓸 만한 여자애들은 다 놓쳐 버
릴 테니까."
 프레드가 론에게 충고했다.
 "형은 누구랑 갈 건데?"
 론이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안젤리나."
 프레드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으스대면서 말했다.
 "뭐라구? 벌써 여학생에게 무도회 신청을 했단 말이야?"
 론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아주 좋은 지적이야." 프레드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휴게실 저편으로 소
리쳤다. "이봐 안젤리나!"
 벽난로 근처에서 앨리샤 스피넷과 수다를 떨고  있던 안젤리나가 고개를 돌렸
다.
 "왜?"
 "나와 함께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지 않겠니?"
 프레드가 부드럽게 제안했다. 안젤리나는 잠시 동안 프레드를 재 보는 것 같았
다.
 "그래, 좋아."
 간단하게 승낙을 한 안젤리나는 다시 앨리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
에 약간 미소를 띤 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희들도 해봐 누워서 떡먹기야." 프레드가 해리와 론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학
교 부엉이를 사용해야겠다. 조지 가자……."
 프레드와 조지는 바쁜 듯이 휴게실에서 나갔다. 
 "우리도 재빨리 뭔가 행동을 취해야만해. 너도 알잖아……. 아무에게나 무도회
에 함께 가자고 신청을 하자 형 말이 맞아  이러다가 끝내 트롤 같은 여학생과 
짝이 될지도 몰라."
 론은 그슬린 눈썹을 문지르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연기가  피어 오르는 폭탄 
카드 성의 잔해 너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했니? 트롤?"
 헤르미온느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음…….  엘루이즈 미드건과 함께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느니 차라리 혼자 가겠어 ."
 론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그애는 요즘 여드름도 많이 나았어 게다가 마음씨가 얼마나 착한데!"
 "코가 휘었잖아."
 론이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래, 알겠다. 결국 기본적으로 너는 아무리 성격이 나쁜 여자라고 해도 겉으
로 보기에 제일 그럴듯한 여자애를 고르겠다는 거구나?"
 헤르미온느가 잔뜩 화가 나서 쏘아 붙였다.
 "음……. 그래 듣고  말이 맞는 것 같다"
 론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난 자러 가겠어."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이 여학생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쿵쿵
거리면서 올라가 버렸다.

 보바통과 덤스트랭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멋진 인상을  심어 주고 싶은 열망
에 사로잡힌 호그와트 교직원들은 , 이번 크리스마스 에 가장 훌륭한 성의 모습
을 보여주기로 단단히 결심한 것 같았다. 학교 내부의 장식이 완성되었을 때 해
리는 지금 까지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대리석 계단 난간에는 영원히 녹지 않는 고드름이 달려  있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항상 대연회장에 설치되었던 열두 개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반짝
이는 가시나무 열매부터 울음 소리를 내는  진짜 황금 부엉이에 이르기까지 온
갖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그리고 갑옷들은 누군가 앞을 지나갈 때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도록 마
법을 걸어 놓았다. 텅 비어 있는 투구 속에서 <오라. 모든 믿는 자들이여!>  와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는 건 참 굉장한 일이었다.  학교 관리인이었던 
필치는 몇 번이나 갑옷 속에서 피브스를 꺼내야만 했다. 피브스는 종종 갑옷 속
에 숨어서 노래가 끊어지는 중간중간마다,  자신이 지어낸 연가를 부르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랑 노래라는 것이 모두 야하기 짝이 없었다.
 해리는 아직까지도 초 챙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리와 론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해리가 지적한 대로, 론은 
설사 파트너가 없다고 해도 해리만큼 창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리는  다른 챔
피언들과 함께 무도회를 주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정 안되면 언제라도 모우닝 머틀이 있어."
 해리가 우울하게 말했다. 모우닝 머틀은 이층 여학생 화장실에  나타나는 유령
이었다.
 "해리, 우리는 이를 악물고 해내야만 해. 오늘 밤 우리가 다시 이 휴게실에 돌
아왔을 때는 반드시 각자 파트너를 구해 오는 거야, 알았지?"
 금요일 아침에 론이 말했다. 론의 목소리는 마치 수비가 철통같은 성을 습격하
기 위해 출정하는 병사처럼 비장했다.
 "어……. 좋아."
 해리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날 하루종일, 
휴식 시간이나 점심 시간, 마법의 역사 교실로 가는 도중에 초 챙을  만날 때마
다, 그녀는 항상 다른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초 챙은 어디든지 혼자 가는 법이 없는걸까?  초챙이 화장실로 들어가는 길목
을 지켰다가 덮칠까? 아니다! 초 챙은 아마 화장실조차도 대여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ahffuirkf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파트너 신청을 하지 않으면, 
분명히 초 챙은 다른 누군가에게 신청을 받을 것이다.
 스네이프의 마법약 시험을 치르면서도 해리는 좀처럼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
었다. 결국 제일 중요한  성분인 위석(胃石)을 집어넣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되면 최하위 점수를 받게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위해서 용기를  끌어 
모으는 일에 너무나 마음이 바빴던 것이다. 마침내 종이 울렸다. 해리는 허겁지
겁 가방을 집어들고 지하교실의 출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저녁 식사 시간에 보자."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인사를  하고 쏜살같이 계단을 뛰어서  올라갔다. 
그저 초 챙에게 조용히 이야기를 좀 하자고 말을 걸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
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
 해리는 초 챙을 찾아서 학생들이 우글거리는  복도를 이러저리 돌아다녔다 그
리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초  챙을 발견 할 수가 있었다. 초  챙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끝내고 교실에서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초 챙…….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지 않을래?"
 초 챙의 주위에 빙 둘러서 있던 여학생들이 일제히 킬킬거리면서 웃기 시작하
자, 몹시 짜증이 난 해리는 함부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 챙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그리고 "좋아"라고 대답
하더니 친구들의 곁을 떠나서 해리의 뒤를 따라왔다.
 해리는 뒤로 돌아서서 초 챙을 마주 바라보았다. 마치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
지기라도 한 듯이 뱃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음……."
 마침내 해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해리는 초 챙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
었다.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했다.  초 챙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가 혀를 제대로 움직이기도 전에 불쑥 말이 먼저 튀어 나왓다.
 "나무도갈래?"
 "뭐라구?"
 초 챙이 의아스러운 듯이 물었다.
 "그러니깐…… 나와 함께 무도회에 가지 않겠니?"
 해리가 간신히 말을 꺼냈다. 왜 하필  이럴 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걸까? 
왜?
 "아하!" 초 챙의 얼굴도 붉게 물들었다. "아, 해리! 정말 미안해,  나는 벌써 다
른 사람과 무도회에 가기로 약속했어." 초 챙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이었다.
 "아!"
 해리는 나지막이 신음 소리를  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뱃속에서 수십 마리의 뱀이 꿈틀거리는 것 같더니, 지금은  갑자기 뱃속이 
텅 비어 버린 것만 같았다.
 "괜찮아. 정말이야."
 해리가 간신히 대답했다.
 "정말 미안해."
 "괜찮다니까."
 해리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서로를 마주 바라보
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럼……."
 마침내 초 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해리가 초 챙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잘 가."
 초 챙의 얼굴을 여전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초 챙은 뒤로  돌아서더니 걸어
가기 시작했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누굴아 같이 가니?"
 "케드릭이야. 케드릭 디고리……."
 초 챙이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대답했다.
 "그렇구나."
 해리는 뱃속이 다시 꽉 찬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묵직한  납 덩어리가 
뱃속에 잔뜩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저녁 생각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 해리는 터덜터덜 걸어서  그리핀도르의 탑으
로 돌아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때마다 초 챙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케드릭이야. 케드릭 디고리……."
 해리는 요즘 들어서 케드릭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던 참  이었다. 케드릭이 
퀴디치 게임에서 자기를 이기고 승리했다는  사실이나, 너무 잘 생기고  인기가 
좋아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총애하는  챔피언이라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릴 정도
였다.
 하지만 이제 해리는 새삼스럽게 케드릭이 기생 오라비처럼 얼굴만 빤질빤질하
지, 달걀 하나 채울 만큼의 머리도 없는 형편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정의 불빛."
 해리가 맥빠진 목소리로 뚱뚱한  여인에게 중얼거렸다. 어제부터 암호가  바뀐 
것이다.
 "그래, 어서 들어와라!"
 뚱뚱한 여인은 새로 장만한 반짝이 머리띠를  똑바로 고쳐 쓰면서 노래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액자를 활짝 열어서 해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들어간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론이 
다 죽어 가는 얼굴로 제일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지니가 앉
아서 론을 달래듯이 나지막이 뭐라고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론?"
 해리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가면서  물었다. 그러자 론이 고개를 들고  해리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론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 떠 올랐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론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무슨 일인데?"
 "음……. 그러니까…… 론은 플뢰르  델라쿠르에게 크리스마스 무되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을 했어."
 지니가 론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지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억지로 
애를 쓰는게 역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니는 폰의 팔을 다정하게 어루만지
고 있었다.
 "네가 뭘 했다구?"
 해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니까!" 론이 다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거기에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내가 미쳤
나봐. 모두들 나를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야! 나는 현관 복도에서 플뢰르 델라쿠
르와 마주쳤어. 플뢰르 케드릭에게  말을 걸려고 거기 서  있었지. 그때 갑자기 
어떤 충동이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만  플뢰르에게 무도회 신청을 해 버
렸어!"
 론은 희미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계속 뭐라
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해리는 론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플뢰르는 나를 마치 해삼이나 뭐 그런거라도 되는 것처럼 물끄러미 바라보았
어. 대답조차 하지 않더라. 그리고 나는 곧…… 제정신을 차리고 쏜살같이 도망
쳤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
 "플뢰르는 벨라의 피가 반쯤 섞여있어." 해리가 론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았
어. 플뢰르의 할머니는 벨라였어. 그러니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장담하
건대 네가 그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 플뢰르는 케드릭 디고리에게 마법을 걸려
고 주문을 발사했을 거야.  하지만 플뢰르는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한 셈이지. 
케드릭은 초 챙과 함께 무도회에 가기로 했거든."
 론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에 내가 초 챙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자고  신청을 했어. 그랬더
니 초 챙이 내게 그렇다고 하더라."
 해리는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갑자기 지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더니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건 정신나간 짓이야. 아직까지도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이제 우리밖
에 없을 거야. 네빌을 제외한다면  말야. 아참! 그런데 네빌이 누구에게  무도회 
신청을 했는지 알아? 헤르미온느야!"
 론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뭐라구?"

 해리는 이 놀라운 소식에 완전히 정신이 팔렸다.
 "정말이야. 내가 들었다니까! 마법의 약 수업이 끝난 후에 네빌이 나한테 알려 
줬어! 네빌은 헤르미온느에게 항상 숙제도  도와주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는 거야. 그런데 헤르미온느는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크리스마
스 무도회에 가기로 했다고 대답했대. 하! 정말 그럴듯한 변명이었지! 헤르미온
느는 네빌과 가고 싶지 않았던 거야……. 정말이야.  누가 네빌과 같이 가고 싶
어하겠어?
 론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감돌면서 웃음이 피어 올랐다.
 "그만 해! 비웃지 말란 말야!"
 지니가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초상화 구멍을  통해 
휴게실로 들어왔다. 
 "왜 너희 둘 다 저녁 식사에 오지 않았니?"
 헤르미온느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면서 물었다.
 "왜냐하면……. 아이 참, 두 사람 다 그만 웃어! 왜냐하면 여기 두사람 모두 여
학생에게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았거든!"
 지니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그말을 듣자 해리와 론이  웃음을 
뚝 그쳤다.
 "정말 고맙구나, 지니."
 론이 비꼬듯이 말했다.
 "얼굴이 아름다운 여학생들은 이미 파트너가 다  정해졌니, 론?" 헤르미온느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엘루이즈 미드건도 이제  꽤 예뻐진 것 같던데, 그
렇지 않니? 그래, 물론 넌 어디선가 네 상대가 될 만한 아주 멋진  여학생을 찾
아낼 거라고 믿어."
 하지만 론은 갑자기 헤르미온느의 전혀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는 듯이 뚫어지
게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 네빌이 옳았어. 너도 여학생이잖아……."
 "오 그래. 아주 잘 봤구나."
 헤르미온느가 차갑게 톡 쏘아붙였다.
 "네가 우리 두 사람 중에 한 명과 같이 무도회에 가면 되겠다!"
 "아니야, 나는 안 돼."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거절했다.
 "이봐, 그러지 마. 우리는 파트너가 필요해. 만약 파트너도 없이 무도회에 간다
면 우리가 얼마나 멍청하게 보이겠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론은 초조하게 말하면서 헤르미온느에게 매달렷다.
 "미안하지만 나는 너희와 함께 갈 수가 없어. 이미 같이 갈 사람이 있다니까."
 헤르미온느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아냐, 거짓말이야! 네빌의 요청을 거절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잖아!"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소리쳤다.
 "아하, 그래?" 헤르미온느의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론! 단지  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3년이나 걸렸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내가 여자라느 걸 절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거라곤 생각하지마!"
 론은 잠시 동안 멍하니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에 다시 씩  웃었
다.
 "좋아, 좋아. 네가 여학생이라는 걸 충분히 알겠어, 됐지?  이제는 우리와 함께 
무도회에 갈 거지?"
 론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벌써 말했잖니!" 헤르미온느는 몹시 화를 냈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가기
로 했다고 말이야!"
 그러더니 헤르미온느는 매서운 바람을 일으키며 여학생 기숙사로 달려가 버렸
다.
 "거짓말이야."
 론이 헤르미온느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야."
 지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굴랑 가는데?"
 론이 날카롭게 물었다.
 "나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거야. 이건  전적으로 헤르미온느의 문제니까  말이
야."
 지니가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맞아. 이건 정말 멍청한 짓이야. 지니, 그렇다면 네가 해리와  같이 가면 되겠
다. 그리고 나는……."
 론은 잔뜩 심술이 난 것 같았다.
 "나도 안 돼." 이번에는 지니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나는…… 나는  네빌
과 함께 무도회에 가기로 했어. 헤르미온느가  거절하자. 네빌이 나에게 신청을 
했거든. 그리고 나는…… 그러니까…… 네빌의 요청을 거절하면  크리스마스 무
도회에 참석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아직 4학년이 아니잖아." 지니는 
무척 상심한 듯이 보였다. "이제 가서 저녁이나 먹어야겠어."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난 지니는 고개를 푹 떨군 채, 초상화 구멍으로 걸어갔다.
 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론이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바로 그 순간 해리는 초상화 구멍을  통해 휴게
실로 들어오는 패르바티와 라벤더의 모습을 보았다. 이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만 할 순간이 된 것이다.
 "여기서 기다려" 해리는 론에게 말한 후에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곧장 패르바티를 향해 다가가서 물었다. "패르바티?  나와 함께 무도회
에 가지 않을래?"
 그러자 패르바티는 미친 듯이  킬킬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해리는  손가락을 
호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패르바티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 좋아." 
 마침내 패르바티는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히면서 대답했다.
 "고마워." 해리는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라벤더, 너는 론과  함께 가지 않겠
니?"
 "라멘더는 시무스와 함께 무도회에 가기로 했어."
 패르바티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더욱 큰소리로 킬킬거렸다. 해
리는 저절로 무거운 한숨이 나왔다.
 "혹시 론과 함께 갈 만한 사람이 없을까?"
 해리는 론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잔뜩 낮추면서 물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어떨까?"
 패르바티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헤르미ㅐ온느는 같이 갈 사람이 있다는 거야."
 해리가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하자, 패르바티는 무척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래 누구?"
 패르바티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건 알수 없지. 그런데 론은 어떻게 하지?"
 해리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글세……. 아마 내 여동생이라면……. 너도 알지? 래번클로의  파드마 말이야. 
네가 좋다면 파드마에게 물어 보겠어."
 패르바티가 천천히 대답했다.
 "좋아. 정말 잘 됐구나. 꼭 나한테 아려 주도록 해. 알았지?"
 해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해리는 다시 론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이번 무도회는 너무나 골치가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디 파드마  패틸의 
코가 매부리코가 아니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제23장 크리스마스 무도회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동안 호그와트의  선생님들은 4학년생들에게 엄청난 양
의 숙제를 내 주었다. 하지만 학기가 끝났을  때, 해리는 도저히 공부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 전까지 일주일 동안에는 다른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리면서 즐겁게 뛰어놀았다. 그리핀도르 탑은 휴가가  시작되기 전만
큼이나 수많은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심지어 그ㅍ리핀도르 탑이  약간 비좁아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것은 기숙사의 학생들이 평상시보다 훨씬 더 야단스럽
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프레드와 조지의 카나리아 크림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휴일이 시
작된 처음 며칠 동안에는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털달린 새로 변신하곤  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은, 다른 사람이 음식을  주면 혹
시 그 속에 카나리아 크림이  들어 있을까 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자 조지는 해리에게, 프레드와 자기가  도 다른 새로운 발명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살짝 알려 주었다. 해리는 앞으로도 프레드와 조지가  주는 과자
는 절대로 받아먹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두들리와 혓바닥 늘리기 태 피사건
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었다.
 호그와트의 성과 땅 위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다. 얼음 생강빵으로  만든 
집처럼 보이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근처에 세워져 있는, 창백한 푸른색의 보바
통 마차는 온통 서리를 맞아서 차갑게 얼어버린 커다란 호박처럼  보였다. 덤스
트랭 배의 둥근 창문도 하얗게 성에가  끼어서 얼음처럼 반짝거렸고 배의 다른 
부분들도 서리를 맞아 하얗게 변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꼬마 집요정들은 기름지
고 따뜻한 스튜와 향긋한 푸딩을  계속 준비하느라고 정신없이 바빴다.  하지만 
플뢰르 델라쿠르는 어디서든지 불평 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그와트의 음식은 너무 기름져용." 어느 날 저녁에  연회장에서 나오던 해리
와 론은 플뢰르 델라쿠르가 툴툴거리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소리를 들었다(론은 
플뢰르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해리의 등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러다강 
내 드레스가 맞지 않겠어용!"
 "와! 그것 참 엄청난 비극이겠군." 플뢰르 델라쿠르가 현관  복도로 나가자, 헤
르미온느가 빈정거렸다. "저 여자애는 자기 몸 생각을 엄청나게 하는 모양이지?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 그런데 너는 누구와 무도회에 갈 거니?"
 론이 몹시 궁금해서 물었다. 지금까지 론은 불쑥불쑥 여러 차례에 걸쳐서 똑같
은 질문을 헤르미온느에게 했다. 헤르미온느가 완전히 방심하고 있을 때 갑자기 
질문을 던져서 무심코 대답을 유도해 내려는 의도였다.
 "너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넌 날 놀릴 거잖니."
 헤르미온느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단호하게 대답했다.
 "위즐리! 농담하지마!"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말포이가 끼
어들었다. "설마 누군가 저 여자애한테 무도회 신청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앞니가 길고 잡종인 저 여자애한테 말야"
 해리와 론은 동시에 휙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말포이
의 어깨 너머로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무디 교수님!"
 말포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주위
를 두리번거리면서 무디를 찾았다. 하지만 무디 교수는 아직까지도 테이블에 앉
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네 꼴은 꼭 겁이 나서 벌벌 떠는 새끼 족제비 같구나, 말포이?"
 헤르미온느가 신랄하게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론과 더불어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헤르미온느, 그런데 네 이가……."
 갑자기 론이 올굴을 찌푸리면서 헤르미온느를 슬쩍 곁눈질 했다.
 "내 이가 어때서?"
 헤르미온느가 론에게 반문했다.
 "글쎄……. 좀 달라졌어……. 지금 처음 알았는데……."
 "물론 좀 달라졌지. 그럼 넌  말포이가 만들어 줬던 그 앞니를  내가 지금까지 
그대로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아니, 그런게 아니야, 말포이가 너한테 마법을 걸기 전과도 좀 달라졌어. 그러
니까 이가 모두…… 똑바르고, 그리고…… 그리고 전처럼 크지도 않아."
 헤르미온느는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해리도  그 사실
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 헤르미온느가 짓고 있는 미소는 분명히 해리가 기
억하고 있던 미소와는 전혀 다른 것이엇다.
 "내가 늘어난 앞니를 줄이기 위해서 폼프리 부인을 찾아갔을  때, 부인은 거울
을 주면서 앞니가 예전과 같은 크기가 됐다고 생각하면 그만 멈추라는 말을 하
라고 했어." 헤르미온느가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했다.  "그래서 나는 그
저…… 폼프리 부인이 조금 더 이빨을  작게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지 그렇
지만 엄마 아빠는 별로 기뻐하지 않으실 거야. 나는 지난 몇 년동안계속 마법으
로 이빨을 작게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모님을 졸랐거든. 하지만 그분
들은 내 치아에 교정기를 끼우고 싶어했지. 너희도 알겠지만 그분들은 치과의사
거든. 치아와 마법이 어떤 관계가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 이런, 저기를 
봐! 피그위존이 돌아왔어!"
 론의 작은 부엉이는 고드름이 매달린 난간 꼭대기에 앉아서 미친 듯이 울어대
고 있었다. 부엉이의 다리에는 커다란 양피지 두루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그 곁
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손가락으로 부엉이를 가리키면서 웃을 터뜨렸다. 3학년 
여학생들은 걸음을 멈추고 재잘재잘 떠들기도 했다.
 "저 조그만 부엉이 좀 봐! 너무 귀엽지 않니?"
 "멍청한 새 새끼 같으니라구! 편지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곧장 가지고 와야지! 
이런 곳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으스대고 있으면 어떡해!"
 론이 씩씩거리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가더니 피그위존을  움켜잡았다. 피구위존
이 부엉부엉 울면서 쓰다듬어 달라는 듯이 론의 주먹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3학년 여학생들은 론이 부엉이를 학대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 꺼져!"
 론이 피구위조을 붙잡고 잇는 주먹을 흔들면서  여학생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
렀다. 피그위존은 하늘 높이 날아갈 때보다도 더욱 행복한 듯이  부엉부엉 울어
댔다.
 "자, 이걸 받아. 해리"
 잔뜩 화가 난 3학년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버리자, 론은 목소리를 잔뜩 낮
추면서 말했다. 해리는 피그위존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시리우스의 답장을 풀었
다. 그런 다음에 편지를 재빨리 호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한시라도 빨리 편
지를 읽기 위해, 해리는 서둘러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갔다.
 휴게실에 모여 있던 학생들은 저마다 분주하게 크리스마스의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눈여겨 볼 만한  틈이 없
었다. 그러므로 론과 해리, 헤르미온느는 사람들과  조금 떨어져서 차츰차츰 눈
이 더 높이 쌓이고 있는 어두운 창가에 앉았다. 해리가 편지를 꺼내서  소리 내
어 읽었다.

 사랑하는 해리에게
 먼저 혼테일을 통과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한다. 불의 잔 속에  네 이름을 
넣은 자가 누구든지 간에 지금은 결코 유쾌한 기분이 아니겠구나! 나는  결막염 
저주를 써보라고 제안할 생각이었다. 용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눈이거든.

 "그게 바로 크룸이 쓴 방법이야!"
 헤르미온느가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네 방법이 훨씬 더 좋았다. 아주 인상적이었단다.
 해리, 그래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너는 겨우 한 가지 시험을  통과한 거야. 너
를 이 시합에 끌어들인 자가 누구이든, 너를 해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앞으로
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단다.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있어라. 특히 우리가 이야기
했던 그 사람이 주위에 있을 때에는 더욱더 말이다. 그리고 항상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거라. 
 앞으로도 계속 연락해 다오. 특별한 일이 생기면 꼭 듣고 싶구나.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꼭 무디 쇼수처럼 말하네."  해리는 편지를 다시 옷  속에 깊숙이 
집어 넣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항상 깨어 있어라!" 시리우스는 내가 눈을 감고 
돌아다니다가 벽에 부딪히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나봐."
 "하지만 그 말이 맞아 해리. 너는 아직까지도 시험이 두 개나 더 남았어. 먼저 
그 황금알을 잘 살펴봐야만 한단 말이야.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연구하기 
시작해야지……."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말했다.
 "헤르미온느, 아직 시간은 많아! 해리, 그러지 말고 우리 체스게임이나 할까?"
 론이 말을 가로챘다.
 "그래, 좋아.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내가  어떻게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겠니? 
이런 곳에서는 황금알을 열고 소리를 들을 수도 없어."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살피면서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헤르미온느는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두  사람이 체
스 게임을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시합은 론이 무모하게 용감한 폰과 아
주 난폭한 비숍을 이용해서 장군을 불렀을 때 절정에 달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해리는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한참  동안이나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왜 갑자기 정신이 들었을까  하고 의아해했다. 그러다가 
문득 커다랗고 툭 불거진 초록색 눈을 가진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자기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지, 거의 코
가 서로 맞닿을 정도였다.
 "도비!" 깜짝 놀란 해리는 소리를 지르면서 황급히 요정으로부터  몸을 피하다
가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질 뻔했다. "그러지 마!"
 "도비는 미안해요! 도비는 그저  해리 포터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선물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해리 포터는 도비에게 가끔
씩 찾아와도 좋다고 말했어요!"
 기다란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서 펄쩍 뒤로  물러난 도비는 걱정스러운 목소
리로 꽥꽥거렸다.
 "그래, 좋아. 하지만 아픙로는 나를 쿡쿡 찌르거나 해서 잠을  깨우도록 해. 이
런 식으로 가만히 내려다보지 말고……."
 해리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면서 대답했다. 차츰차츰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돌
아왔다. 해리는 침대 기둥에 둘러진 커튼을 걷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안경을 
집어들었다. 해리의 고함 소리를 듣고 론과 시무스, 딘과 네빌이 잠에서 깨어났
다. 그들은 모두 졸음에 겨운 눈을 비비면서 부스스한 머리를 커튼 사이로 내밀
고 밖을 내다보았다.
 "누가 공격이라도 했니, 해리?"
 시무스가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도비였어. 다시 자도록 해."
 해리가 미안한 듯이 시무스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우와! 선물이잖아!"
 침대 발치에 잔뜩 쌓여 있는 상자 더미를 발견한 시무스가 소리쳤다.  론과 딘
과 네빌은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선물  상자를 열어보기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도비를 쳐다보았다. 도비는 해리의 침대 옆에 서서 안절
부절못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해리를 화나게 한 것은 아닌가 몹시  걱정하는 기
색이었다. 찻주전자 보온 덮개 위에는  이제 크리스마스 장식물이 매달려  있었
다.
 "도비가 해리 포터에게 선물을 줘도 될까요?"
 도비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물론이지. 그런 건 좋은 일이야."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음……. 
나도 너에게 줄 게 있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해리는 도비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었다. 
하지만 해리는 재빨리 트렁크를  열고 특별히 보푸라기가  많이 일어난 양말을 
꺼냈다. 이 노란 겨자색 양말은 해리의 양말 중에서도 가장 낡고 더러운 것으로 
한때 버논 이모부가 신던 것이었다.
 그 양말이 그렇게 우툴두툴했던 것은 지난 1년 동안 해리가 이 양말을 스니코
스코프를 감싸는 데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스니코스코프에서 벗겨
낸 양말을 도비에게 건네 주면서 말했다. 
 "미안해. 선물을 포장하는 걸 깜박 잊어버렸어."
 하지만 도비는 말할 수 없이 기뻐했다.
 "양말은 도비가 가장 좋아하는 거예요. 몸에 걸치는 것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거
죠!" 도비는 당장 자신의 짝짝이 양말을 벗어 던지고 버논 이모부의  양말을 신
었다. "이제 도비한테는 양말이 일곱 개나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도
비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양쪽 양말을 최대한 높이 끌어당겼다.  양말은 거
의 반바지 밑까지 늘어났다. "상점에서 무슨 실수가 있었나봐요.  해리 포터. 당
신에게 똑같은 양말 두 짝을 뒀잖아요!"
 "오, 세상에……. 해리, 어떻게 지금까지  그걸 모를 수가 있었니?"  론이 침대 
위에서 씩 웃으며 도비의 말에 장단을 맞추었다. 론의 침대 위에는 포장지가 어
지럽게 널려 있었다. "도비,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이리로 와서 이것도 가져가.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이젠 양말을 제대로 신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여
기 네 스웨터도 있어."
 론은 도비에게 이제 막  포장지에서 꺼낸 보라색 양말과  위즐리 부인이 직접 
짠 스웨터를 던져 주었다. 도비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너무 친절하시군요! 도비는 선생님이  위대한 마법사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해리 포터의 가장 친한  친구이니까요. 하지만 도비는 선생님도  해리 
포터처럼 고귀하고 헌신적이고 너그러운 영혼을 가지신 분이라는 걸 미처 몰랐
어요."
 도비는 꽥꽥거리면서 소리쳤다.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인 채, 론을 향
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건 그저 양말일 뿐이야."
 론은 귀까지 새빨개졌지만 도비의 찬사가 별로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와우, 해리!" 해리의 선물을 막 열어본 론이 탄성을 질렀다. 그것은 처들리 캐
논 팀의 모자였다. "너무 멋져!" 론이 모자 속으로 머리를  쑤셔 넣자, 머리카락
이 마구 헝크러졌다.
 도비는 해리에게 작은 선물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바로……  양말이었
다.
 "도비가 직접 만들었어요. 봉급받은 돈으로 실을 샀어요!"
 꼬마 요정은 몹시 기쁜 목소리로 말햇다. 왼쪽 양말은 밝은 붉은색이었고 빗자
루 무늬가 수놓여 있었다. 오른쪽  양말은 초록색이었고 스니치 무늬가  수놓여 
있었다.
 "이건……. 이건 정말……. 정말 고마워, 도비."
 해리가 인사를 하면서 양말을 신어 보았다. 도비의 눈에서 다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 도비는 가야만 해요. 벌써 주방에서는 크리스마스 저녁을 준비하고 있거
든요!"
 론은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작별 인사를 한 후에 도비는 종종걸음으
로 기숙사를 빠져나갔다.
 해리가 받은 다른 선물들은 도비의  짝짝이 양말보다 훨씬 더 훌륭했다.  물론 
더즐리 가족이 보낸 선물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것은 달랑 휴지 조각 한 장이
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형편없는 선물이었다. 해리는 아마 더즐리 가족도 혓
바닥 늘이기 태피를 잊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영국과 아일랜드의 퀴디치  팀》이라는 책을 선물했
다. 론은 불룩한 똥 폭탄 가방을 주었고, 시리우스는 어떤 자물쇠라도 열 수 있
고 어떤 매듭이라도 풀 수 있는 주머니칼을 보냈다. 해그리드는  베르티 보트의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와 개구리 초콜릿, 드루블의 가장 잘 불어지는 풍선 
껌, 피징 위즈비 등을 비롯해서 해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담긴 커다란 
과자 상자를 선물했다.. 물론 위즐리 부인이 늘  보내 오는 선물 꾸러미도 있었
다. 새로 짠 초록 색 스웨터와(이번에는  용의 그림이 수놓여 있었는데, 아마도 
찰리가 혼테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던  것 같았다) 집에서 직접 만든 고
기 파이였다.
 해리와 론은 학생 휴게실에서 헤르미온느를 만난 후에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전  시간 대부분을 그리핀도르 탑  안에서 
보냈다. 학생들은 모두 선물을 살펴보면서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얼마 후에 그들은 연회장으로  돌아가서 성대하게 차려진 점심식사를  먹었다. 
적어도 백 개가 넘는 칠면조 요리와  크리스마스 푸딩 그리고 크립바그의 마법 
크래커가 산더미처럼 나왔다.
 오후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는 운동장으로 나갔다. 덤스트랭과  보바통 학생들
이 성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깊은 굴을 파놓은  것 이외에는 전혀 손대지 않은
채, 하얀 눈은 그대로 높이 쌓여 있었다. 해리와 위즐리는  눈싸움을 했지만, 헤
르미온느는 그냥 곁에서 구경만 했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자, 무도회를 준비
하기 위해 먼저 기숙사로 올라가야겠다고 말했다.
 "뭐라구? 세 시간이나 필요하단 말야?"
 론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끄러미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깐 헤르미온느에게 한눈을 파는  바람에 론은 조지가  던진 커다란 눈뭉치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아야만 했다.
 "도대체 누구랑 가는거야?"
 론은 헤르미온느의 등 뒤에 대고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
는 그저 손을 살짝 흔들고는 성으로 들어가는 돌계단 위로 사라져 버렸다.
 무도회에는 성대한 연회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차를 
마시는 시간이 없었다. 7시가 되어서 목표물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어두
워지자, 학생들은 눈싸움을 그만두고 우르르 휴게실로 몰려갔다. 뚱뚱한 여인은 
아래층에서 올라온 친구 바이올렛과 함께 초상화 액자 속에 앉아 있었다. 둘 다 
잔뜩 술에 취해 있었고 액자 바닥에는 텅 빈 초콜릿 술상자가 뒹굴고 있었다.
 학생들이 '요정의 불빛'이라고 암호를 말하자,  "요강의 물빛이란 말이지, 바로 
그거야!" 하며 뚱뚱한 여인이 킬킬거렸다. 그리고 액자를 열어서 그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돌아온 해리와 론, 시무스,  딘 그리고 네빌은 서둘러 양
복으로 갈아입었다. 모두들 자기의 모습에 무척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론이 가장 심했다. 론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쪽  구석에 세
워진 기다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자꾸만 비추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
도 론의 옷은 여자들이 입는 드레스처럼 보였다. 웃옷을 좀더  남자답게 보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론은 잘라내기 마법을  사용해서 칼라 주름과 소매  주름을 
떼어 내었다.
 마법은 아주 훌륭하게 효력을 발휘해,  적어도 너풀거리는 레이스는 없어졌다. 
하지만 별로 꼼꼼하게 뒤처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학생들이 계단을 내려갈 
때, 론의 소맷단은 가여울 만큼 너덜거리고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너희 두 사람이 어떻게 그 학년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을 차
치했는지 알 수가 없어."
 딘이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동물적인 매력이지."
 론이 소맷단에서 줄줄 풀려 나오는 올을  계속 잡아당기면서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항상 입는 검은색 제복  대신에 온갖 다양한 색깔의  옷을 차려입은 학생들로 
가득한 휴게실은 좀 이상하게 보였다. 패르바티는 계단 끝에서 해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충격적일 만큼 야한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긴 검은 머리를 황금색 실로 
땋아 올린 패르바티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패르바티의 손목에는 황금 
팔찌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해리는 패르바티가 킬킬거리면서 웃지 않는 것을 보
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어…… 정말 멋지다."
 해리가 패르바티를 쳐다보면서 어색하게 칭찬을 했다.
 "고마워." 패르바티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파드마는 현관 복도에서  너
를 기다릴 거야." 패르바티가 론에게 알려 주었다.
 "알았어." 론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헤르미온느는 어디 있지?"
 "해리, 우리도 아래로 내려갈까?"
 패르바티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좋아."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해리는 그냥 휴게실에 남아 있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
을까 생각했다. 프레드는 초상화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해리의  곁을 지나가면서 
눈을 찡끗했다.
 현관 복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모두들 연회장의  문이 활
짝 열리는 8시가 되기를 기다리면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서로  다른 기숙사에서 
파트너를 구한 학생들은 혼잡한 사람들 틈을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상대를 찾으
려고 애를 썼다.
 마침내 패르바티는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 동생 파
드마를 만났다. 패르바티는 파드마를 데리고 해리와 론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안녕."
 파드마가 먼저 인사를 했다. 밝은 청록색 드레스를 입은  파드마는 패르바티만
큼이나 예뻤다. 하지만 파드마는 론의  파트너가 된다는 사실을 그다지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론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파드마의 검은 눈동자가 자꾸
만 너덜거리는 목과 소맷단에 머물렀다.
 "안녕." 론은 파드마가 있는 곳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꾸만 사람들을 돌아보았
다. "이크……."
 론은 살짝 무릎을 굽히면서 해리의 등뒤로 몸을 숨겼다. 플뢰르 델라쿠르가 래
번클로의 퀴디치팀 주장인 로저 데이비스와 함께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은회
색의 얇은 비단옷을 입은 플뢰르 델라쿠르는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
다.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론은 다시 똑바로 서서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렸다.
 "헤르미온느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론이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한 무리의 슬리데린  학생들이 그
들의 지하 휴게실에서 몰려나왔다. 말포이가 앞장을  서고 있었다. 말포이는 칼
라 깃이 높은 검은색 벨벳 양복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해리의 눈에는 마치 교구 
목사처럼 보였다. 연한 분홍색에 주름이 잔뜩 달린 드레스를 입은  팬시 파킨슨
이 말포이 곁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독같이 초록색 옷을 입
고 있었는데, 마치 이끼가 잔뜩  기어 있는 돌멩이 처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파트너를 구하는 일에 실패한 모양이었다. 그 골을 보니까 해리는  무척 고소한 
생각이 들었다.
 육중한 현관문이 열리자,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덤스트랭의 학생들이 
카르카로프 교수와 함께 입장하고 있었다. 빅터 크룸이 제일 앞에 서 있었는데, 
그 옆에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학생이 서 있었다. 해리는 처음 보
는 여학생이었다. 그들 너머로 호그와트 성 바로 앞의 잔디밭이  요정의 불빛으
로 가득 찬 일종의 동굴처럼 변해버린 것이 보였다. 그곳에는 수백 명의 정말로 
살아 있는 요정들이, 마법으로 피워낸 장미꽃 봉오리 속에 앉아  있거나 산타클
로스와 순록처럼 보이는 석상 위를 펄럭거리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챔피언들은 이리로 와요!"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패르바티는 황금 팔찌를 매만지면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해리와 패르바티는 론과 파드마에게 "잠시 후에 보자"라고 인사
를 한 후에 앞으로 걸어 나갔다. 웅성거리면서 복도에 늘어서 있던 학생들이 양
쪽으로 갈라지면서 길을 내 주었다. 붉은 격자무늬의 드레스를 입고  보기 흉한 
엉겅퀴 다발이 테에 둘러져 있는 모자를 쓴 맥고나걸 교수는  챔피언들에게. 다
른 학생들이 모두 연회장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문 한쪽에서 기다리라고 말했
다. 학생들이 전부 자리를 잡고 앉으면, 그  다음에 챔피언들이 줄을 지어서 연
회장 안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플뢰르  델라쿠르와 로저 데이비스는 바로  문 
앞에 서 있었다. 플뢰르와 파트너가 되는 행운을 누린다는 사실에 반쯤 넋이 나
간 데이비스는 단 한 순간도 그녀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케드릭과 
초 챙도 해리와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해리는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으려고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 대신에 크룸과 나란히 서 있는 여학생을 향해 눈길
을 돌렸다. 그 순간 해리의 입이 딱 벌어졌다.
 헤르미온느! 그 여학생은 바로 헤르미온느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녀는 전혀 헤르미온느처럼 보이지 않았다.  머리를 어떻
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평소의 부스스한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매끄럽고 윤기
가 감도는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틀어올려서 머리 뒤로 멋지게 묶고 있었다.헤르
미온느는붉은 빛이 살짝 감도는 푸른색의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몸가짐까지도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어쩌면 그것은  항상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던 스무 권이 넘는 책 보따리가 없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헤르미온느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사실은 약간 기장하고 있는 것 같
았다), 작아진 앞니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훨씬  더 두드러지게 보였다. 해리는 
왜 진작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안녕, 해리!" 헤르미온느가 그들을 응시하면서 인사했다. "안녕, 패르바티!"
 패르바티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헤르미온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비단 패르바티만이 아니었다. 연회장의 문이 열린 그 순
간부터, 도서관까지 졸졸 쫓아다니던 빅터 크룸의 열렬한 팬클럽들은 미움과 질
시가 가득 담긴 눈길을 헤르미온느에게 던지고 있었다.
 말포이와 나란히 연회장으로 들어오던 팬시 파킨슨도 입을 딱  벌렸다. 심지어 
말포이조차도 감히 헤르미온느에게 모욕적인 말을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론은 
바로 헤르미온느의 곁을 지나가면서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학생들이 모두 다 자리에 앉자, 맥고나걸 교수는 챔피언들과  그들의 파트너에
게 한 쌍씩 줄을 지어서  자기 뒤를 따라오라고 말했다. 연회장  안으로 들어간 
그들이 상석에 있는 커다란 둥근 테이블을 향해 걸어가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
람들은 모두 일제히 박수를 쳤다. 둥근 테이블에는 심판들이 앉아 있었다.
 연회장의 벽은 온통 반짝거리는 은빛 성에로 뒤덮여 있었고 반짝반짝 별이 빛
나는 검은 천장에는 겨우살이 가지와 아이비  덩굴로 만든 수백 개의 화환들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커다란 기숙사 테이블은 어디론가 치워지고 그  대신에 열
두어 명씩 앉을 수 있는 수백 개의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등잔이 은은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해리는 발이 걸려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통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패르바
티는 이런 상황을 무척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향해 
여유만만한 미소를 던지면서 해리를 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했던 것이다. 해리는 
마치 패르바티의 뒤를 쫄랑쫄랑 따라가는 전시용 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상
석 테이블 근처까지 걸어갔을 때, 문득 론과  파드마의 모습이 보였다. 론은 눈
을 가늘게 뜨고 헤르미온느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반면에  파드마는 뽀
루퉁한 표정이었다.
 챔피언들이 상석 테이블로 가까이 다가오자, 덤블도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
었다. 하지만 카르카로프는 크룸과 헤르미온느가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론과 거의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밤 커다란 노란색 별이 그려진  밝은 보
라색의 옷을 입고 있던 루도 베그만은  어떤 학생들 못지않게 열광적으로 박수
를 치고 있었다. 항상 입고 다니던 검은색 비단옷 대신에 라벤더 색깔의 하늘거
리는 비단옷으로 바구어 입은 맥심부인은 예의 바르게 박수를 보냈다.  문득 해
리는 크라우치가 그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테이블의 다섯  번째 자리
에는 퍼시 위즐리가 앉아 있었다.
 챔피언들과 파트너가 테이블 앞에 도착하자, 퍼시는 자기 옆의 빈 의자를 잡아
당기면서 해리에게 손짓을 했다. 해리는 재빨리 그 뜻을 알아차리고  퍼시의 옆
자리에 앉았다. 새로 구입한 군청색 양복을 차려입은 퍼시는 어찌나  점잔을 빼
면서 앉아 있었던지, 저런 사람에게는  벌금을 매겼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나는 승진했어, 나는 이제 크라우치 씨의 개인 비서야. 이 자리에도 크라우치 
씨를 대신해서 온 거야."
 미처 해리가 묻기도 전에 퍼시가 먼저 자랑을 늘어놓았다. 퍼시의 목소리는 마
치 자신이 우주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다고 선포하는 것 같았다.
 "크라우치 씨는 어째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죠?"
 해리가 물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내내 가마솥 바닥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싶지
는 않았던 것이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크라우치 씨는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 상당히 나쁜 편
이야. 월드컵 직후부터 계속 그랬어. 그건 놀랄만한 일도 아니지. 그렇게 과로를 
하시니까……. 그분도 이제는 옛날만큼 젊지 않아.  물론 여전히 똑똑하고 여느 
때처럼 위대한 정신을 갖고 계시지만  말이야. 하지만 월드컵은 마법부  전체에 
엄청난 실패를 안겨 주었어. 게다가 크라우치 씨는 블린키인가 뭔가  하는 자기 
꼬마 집요정이 못된 행동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개인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
았어. 당연히 크라우치씨는 즉시  그 집요정을 해고했지만, 글쎄…….  크라우치 
씨는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 내 생각에는 그 꼬마 집요정이 떠난 다음
부터 안락한 집안 살림에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 같아. 그  후에도 우리는 
계속 시합을 준비해야만 했고 월드컵 뒤처리를 해야만 했어. 그  골치아픈 스키
터라는 여자가 여기저기 마구 들쑤시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오,  가엾은 분. 
마땅히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만 해……. 그나마 그분을  대신해서 확실히 
믿고 일을 맡길 사람이 있다는 게 다행이지."
 그 순간 해리는 크라우치가 이제는 퍼시를 '웨더비'라고 부르지나 않는지 묻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지만, 간신히 참았다.
 반짝거리는 황금접시에는 아직까지 아무런 음식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테이블 
위에 작은 메뉴판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해리는 자기 앞에 놓은 메뉴판을 집어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중을 드는 사람의 모습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하지
만 덤블도어는 앞에 놓인 메뉴판을  신중하게 한참 내려다보더니, 접시에  대고 
분명하게 말했다.
 "폭 찹!"
 그러자 접시 위에는 순식간에 폭  찹이 나타났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덤블도어가 음식을 주문하는 광경을 보고 똑같이 자신의 접시를 향해 
음식을 주문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이 새롭고 좀더 복잡한  식사법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상을 차치려변, 틀
림없이 꼬마 집요정들은 더욱 힘들게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헤
르미온느는 S.P.E.W.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빅터 크룸과 대화
하는 데 깊이 빠져들어서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
는 것처럼 보였다.
 문득 해리는 이제까지 한번도  빅터 크룸이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빅터 크룸은 분명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
도 아주 열심히…….
 "음, 우리도 성이 있다. 하지만  호그와트처럼 크거나 아늑하지는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빅터 크룸이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우리 성은 4층인데, 오직 마법
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불을  피운다. 우리 운동장은 이곳보다 훨씬  더 크
다. 비록 겨울에는 낮이 아주  짧기 때문에 별로 운동장을 사용할  기회가 없지
만……. 여름에는 날마다 날아다닌다. 호수와 산 위를……."
 "이런, 이런, 빅터!" 카르카로프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지만, 그 웃음은 결
코 카르카로프의 차가운 눈빛에까지 전해지지는 못했다. "더  이상 말하지 말거
라. 그러다가 네 매력적인 친구에게 우리가 있는 장소를 들키게 될지도 몰라!"
 "이고르, 온통 비밀뿐이로군……. 누가 들으면 손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생
각하겠네."
 덤블도어가 눈을 찡끗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덤블도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개인 영역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가? 아닌
가? 우리는 저마다 자신에게 맡겨진 학문의  전당을 지키려고 열성적으로 노력
하지 않는가? 오직 우리만이 우리 학교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
랑스러워하고 그것을 지킬 권리가 있지 않는가?"
 카르카로프가 누런 이빨을 다 드러내면서 씩 미소를 지었다.
 "오, 이고르. 나는 한번도 내가 호그와트의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다고는 상
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네." 덤블도어가 유쾌하게  말했다. "예를 들어서 바로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네. 욕실로 가는 길을 잘못 들어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생전 처음 보는 요강 항아리가 참으로 웅장하게 진열되어  있었다네. 내
가 좀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다가갔더니  순식간에 방이 사라지더군. 하지만  난 
계속 그 방을 지켜볼 거라네. 어쩌면  그 방은 오직 새벽 5시  30분에만 들어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으면 오직 초승달이 뜰 때에만 나타나는 건지
도 몰라. 혹은 특별히 오줌보가 터질 지경일 때에만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는 일
이지."
 해리는 재빨리 매운 소고기와 야치 요리가 담겨 있는 접시로 시선을 떨구면서 
코를 씰룩거렸다. 퍼시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해리는 덤블도어가 아
주 살짝 눈을 찡끗거리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플뢰르 델라쿠르는 로저 데이비스를 쳐다보면서 호그와트의 실내 장식에 대해 
흠을 잡고 있었다.
 "이겅 아무것도 아니양." 플뢰르는  경멸하듯이 연회장의 반짝거리는  벽을 빙 
둘러보면서 말했다. "보바통 궁전에서능 크리스마스가 되명 연회장 사방에 얼음 
조각을 세워 놓는당구. 물롱 절대로 녹지 아낭……. 그건 마치 다이아몬드로 만
등 조각처럼 방 전체에서 빛을 발하징. 우리  음식응 한 마디롱 굉장행. 그리고 
숲 속의 님프들로 구성된 합창당이 우리가  식사하는 동앙 세레나데를 불러 주
징. 우리 복도에능 이렇겡 보기 흉한 갑옷 따위능 찾아볼 수가 없어. 만약 장난
꾸러기 요정이 보바통에 들어온다명 당장 쫓겨날 거양."  플뢰르는 분개한 듯이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탁 쳤다.
 로저 데이비스는 황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플뢰르  델라쿠르의 모
습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로저 데이비스는 지금 포크가 제대로 입으로 들어가
는지도 분간을 못하고 있었다. 해리는 데이비스가 플뢰르를 바라보는 일에만 너
무 정신이 팔려서 그녀가 하는 말은 한 마디도 귀담아 듣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는 느낌이 들었다.
 "네 말이 모두 맞아." 데이비스는  풀뢰르를 따라 테이블 위를  손바닥으로 탁 
치면서 재빨리 동의했다. "그럼, 그렇구말구."
 해리는 천천히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해그리드는 다른 교직원 책상에  앉아 있
었는데, 흉칙한 갈색 털 양복을 입고 상석 테이블을 열심히 올려다보고 있는 중
이었다. 해그리드가 누군가에게 살짝 손을 흔드는 것을 본 해리는  고개를 돌려
서 옆을 돌아보았다. 맥심 부인이 손을 흔들면서 응답하고 있었다. 맥심 부인의 
손가락에 끼어 있는 오팔 반지가 촛불을 받으며서 반짝거렸다.
 헤르미온느는 이제 크룸에게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도록 가르치고 있었
다. 지금까지 쿠룸은 계속 그녀를 "헬미온" 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또렷하게 자신의 이름을 발음했다.
 "헤-르므-오운-니니."
 "훨씬 비슷해졌어."
 그 순간 해리와 눈이 마주친 헤르미온느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식사가  다 끝
나자. 덤블도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학생들에게 일어서라고 말했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가 요술지팡이를 흔들자, 모든 테이블이 일제히  뒤에 있는 
벽으로 날아가고 텅 빈 마루만이 남았다. 그러자 덤블도어는 오른쪽  벽을 따라
서 무대가 솟아오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드럼과 기타, 루트, 첼로  그리고 백 
파이프 몇대를 무대 위에 설치했다.
 고이어 '운명의 세 여신'이 열광적인 환호성 속에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모두 머리카락을 길게 풀어헤쳤으며, 맵시 있게 뜯어지고 찢어진 검은  옷을 입
고 있었다. 운명의 세 여신이 각자 악기를  집어들었을 때, 구경에 몰두하고 있
던 해리는 다음 순서가 무엇인지조차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등불
이 일제히 꺼지고 다른 테이블에 있던 챔피언들과 파트너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자, 해리는 퍼뜩 깨달았다.
 "어서!" 패르바티가 해리를 향해 속삭였다. "우리가 춤을 출 차례야!"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옷이 발에 걸려서 잠시 비틀거렸다. 운명의 세 여
신은 느리고 애수 어린 곡조를 연주했다. 해리는 어느 누구와도  눈길이 마주치
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환하게 조명이 밝혀진 무대로 나갔다. 시무스와 딘이 해
리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킬킬거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패르바티가 해리의 손
을 확 잡아끌었다. 패르바티는 해리의 한쪽 손을 자신의 허리에 두르고 다른 한
쪽 손은 꼭 붙잡았다.
 해리는 머리 속으로 한 장소를 느리게 빙빙  도는 것도 상상한 것만큼 나쁘지
는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춤을 주도하는 것은 패르바티였다. 해리는 자신을 지
켜보는 사람들 머리 위로 줄곧 시선을 고정했다. 얼마 있지 않아서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무대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챔피언들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자 못했다. 네빌과  지니는 바로 해리의 주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종종 네빌이 발을 밟을 때마다 지니가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보였다.
 덤블도어는 맥심 부인과 왈츠를 추고 있었다. 맥심 부인과 나란히 서 있으니까 
덤블도어는 거의 난쟁이처럼 보였다. 덤블도어의 뾰족한 모자 꼭대기가 겨우 맥
심 부인의 턱에 닿을락말락했다. 하지만 그렇게 덩치 큰 여자치고는  아주 우아
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매드아이 무디는 시니스트라 교수와 함께  볼품없이 절
뚝거리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시니스트라 교수는 무디의 나무 다리를 피하느라
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멋진 양말이구나, 포터."
 해리가 옆을 지나가자, 무디가  걸걸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디의 마법의 눈은 
해리의 옷 속을 환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거요. 꼬마 집요정인 도비가 저를 위해 떠 준 거예요."
 해리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 사람은 너무 소름끼쳐. 저런 눈은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무디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사라지자, 패르바티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백파이프가 떨리는 소리로 마지막 곡조를 연주했다. 운명의 
세 여신이 연주를 마치자, 연회장은 다시 한 번 학생들이 지르는 환호성 소리로 
가득 찼다. 해리는 즉시 패르바티의 손을 놓았다.
 "우리 그만 자리에 앉자."
 "오, 하지만…… 이번 음악은 정말 좋은데!"
 운명의 세 여신이 이번에는 좀더 빠른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패르바티가 아
쉬운 듯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니야. 난 싫어."
 해리는 머리를 흔들면서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패르바티를 데리고  프레드와 
안젤리나의 옆을 지나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프레드와  안젤리나가 어찌나 
열광적으로 춤을 추전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칠가 봐 뒤로 물러나야 
했다. 해리는 론과 파드마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뭘 하고 있는 거야?"
 해리는 자리에 앉아 땅콩 버터 맥주 병을 따면서 론에게 물었다.  하지만 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론의 눈길은 줄곧 근처에서 춤을 추고 있는 헤르미
온느와 크룸을 향하고 있었다. 파드마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한쪽 다리는 운명의 세 여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추어서 계
속 흔들거렸다.
 가끔씩 파드마는 아주 못마땅한 눈길로 론을 바라보았지만, 론은  완전히 그녀
를 무시했다. 패르바티도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해리의 옆자리에 안장T다. 
하지만 몇 분이 채 되지  않아서 보바통의 남학생 한  명이 패르바티에게 춤을 
신청했다. 
 "해리, 그래도 괜찮겠니?"
 패르바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뭘 말이야?"
 초 챙과 케드릭이 춤을 추는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던 해리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오, 아무것도 아니야."
 패르바티는 쌀쌀맞게 쏘아붙이더니 보바통의 남학생과 무대로  가버렸다. 그리
고 음악이 끝난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헤르미온느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빈 자리에 앉았다. 그곳은 조금  전까지 패르
바티가 앉아 있던 자리였다. 춤을 추고 난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약간 불그스름
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안녕."
 해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헤르미온느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론은 한  마디도 하
지 않았다.
 "좀 덥지 않니? 빅터는 마실 것을 가지러 갔어."
 헤르미온느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말했다.
 "믹터라구? 왜 아직 그녀석을 빅키라고 부르지는 않니?"
 론은 당장이라도 덤빌 듯이 헤르미온느를 노려보았다. 
 "너 왜 그러니?"
 헤르미온느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론을 바
라보았다.
 "네가 그 유를 모르겠다면, 나도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론이 차갑게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한참 동안 론은 바라보다가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해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론, 도대체……."
 "그 자식은 덤스트랭 출신이란 말이야!"  론이 거칠게 내뱉었다. "해리와 경쟁
하고 있는 상대라구! 호그와트의 적수란 말이야! 너…… 너는……." 론은 헤르미
온느의 엄청난 범죄 행위를 묘사할 만한 적절한 단어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
다.
 "적과 내통을 하고 있는 거야. 그게 바로 지금 네가 하는 짓 이라구!"
 헤르미온느의 입이 떡 벌어졌다.
 "바보같이 굴지 마!" 잠시 후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적이라니!  솔직히 말해
서 크룸이 여기 온 것을 보고 제일 흥분한 사람이 누구였지? 그의 사인을 받고 
싶어했던 사람이 누구였어? 기숙사에 크룸의 인형을  세워 놓은 사람이 누구였
는지 말해 봐!"
 하지만 론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너희 둘이 도서관에 있을 때,  그 자식이 너한테 파트너가 돼  달라고 신청한 
모양이지?"
 "그래. 그랬어, 그게 뭐 어때서?"
 헤르미온느의 붉은 두 뺨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
 "크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한거니?"
 "아니야. 그렇지 않아. 만약 네가 정말로 알고 싶다면…… 크룸은, 크룸은 나에
게 말을 걸려고 날마다 도서관에  찾아왔었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낸 헤르미온느는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라서 패르
바티가 입고 있는 옷 색깔과 거의 비슷할 정도였다.
 "아하, 그렇군. 그게 그 자식의 숨겨진 꿍꿍이속이었군."
 론이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뻔하잖아. 그 녀석은 카르카로프의 학생이야. 그렇잖아? 그 녀석은 네 주위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어……. 그 녀석은 단지 해리에게 접근하려고 했던 거야. 
해리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고 말이야. 아니면 해리의 약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가이 접근해서……."
 헤르미온느는 마치 론으로부터 뺨이라도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크룸은  해리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어. 단  한마디
도……."
 "그렇다면 크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황금알의 의미를  알아내는 걸 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속셈이었겠지! 너희 두 사람은 그 안락하고 조그마한 도서관 
의자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었을 거야."
 론은 번개처럼 공격의 방향을 바꾸었다.
 "나는 절대로 그 황금알의 의미를 알아내는 걸 도와주지 않았어!  절대로 말이
야.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나도 해리가 이 시합에서  반드시 승
리하기를 바래. 해리도 그걸 알고 있어. 그렇지 않니, 해리?"
 헤르미온느는 머리 끝가지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넌 참 웃기는 방식으로 그걸 보여주고 있구나."
 론이 또다시 빈정거렸다.
 "이 시합은 다른 나라의 마법사들을 사귀고  서로 다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 
열리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이건 이기기 위한 거야!"
 론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제 주위 사람들이 두 사람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론, 나는 헤르미온느가  빅터 크룸과  함께 다닌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아
……."
 해리가 작게 말했다. 하지만 론은 해리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왜 어서 가서 빅키나 찾아보지 그러니? 그 자식은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열
심히 찾아다니고 있을 거야."
 론이 헤르미온느를 흘겨보면서 말했다.
 "자꾸만 빅키라고 하지 마!"
 헤르미온느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폭풍처럼  무대를 가로질러서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론은 분노와 만족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헤르미온느의 뒷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넌 나한테 춤을 추자는 말도 꺼내지 않을 거니?"
 파드마가 론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래."
 론은 여전히 헤르미온느가 사라진 곳을 노려보면서 대답했다.
 "좋아."
 파드마는 톡 쏘아붙이면서 일어나더니 패르바티와 보바통의 남학생이 있는 자
리로 가 버렸다. 보바통의 남학생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또 다른 친구  한 명을 
불러들였다. 그 동작이 너무나 재빨랐기  때문에 해리는 틀림없이 그  남학생이 
소환 마법을 쓴 게 분명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헤르므-오운-니니는 어디 있나?"
 어떤 사람이 헤르미온느를 찾고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빅터 크룸이 땅콩 버터 
맥주 두 잔을 손에 든 채, 그들의 테이블로 찾아온 것이다.
 "몰라." 론이 크룸을 올려다보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걔를 잃어버리기라도 
했어? 그래?"
 "혹시 그녀를 보거든, 내가 맥주를 가져왔다고 전해 달라."
 빅터 크룸은 주위를 돌아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더니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
인 채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빅터 크룸과 친구가 되었니, 론?" 퍼시가 두 손을 비비면서 잔뜩 뽐내는 듯한 
표정으로 불쑥 나타났다. "아주 훌륭하구나! 바로  그게 이 시합의 진정한 목적
이란다. 국제 마법사들의 협력!"
 해리의 소망과는 정반대로 이번에는 퍼시가 파드마의 빈리에 앉았다.  상석 테
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스프라우트 교수와 춤을 추고 있었다. 
루도 베그만은 맥고나걸 교수와 춤을 추고 있었다. 맥심 부인과  해그리드는 무
대를 온통 휘젓고 다니면서 학생 틈바구니에서 왈츠를 추고 있었다. 카르카로프
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두 번째 곡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박수를 쳤다. 해리는 루도 베
그만이 맥고나걸 교수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사람들 틈을 헤집고 걸어가는 것
을 보았다. 그런데 프레드와 조지가 루도 베그만을 따라가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마법부의 고위 관리를 귀찮게 하다
니?" 퍼시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프레드와 조지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존겨
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하지만 루도 베그만은 프레드와 조지를 얼른 떼어버렸다. 그리고  해리를 발견
하자, 반가운 듯이 손을 흔들면서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베그만 씨, 제 동생들이 귀찮게 굴기라도 한 jrt은 아닌가요?"
 퍼시가 즉시 물었다.
 "뭐라구? 오, 아니야, 전혀 아니라네!"  베그만이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자네 
동생들은 나한테 자기네가 만든 가짜 요술 지팡이 얘기를 하더군.  그걸 팔려고 
하는데, 내 조언을 듣고 싶었던 거야. 나는  그들에게 종코의 장난감 가게와 연
결을 해준다고 약속했다네."
 그러나 퍼시는 그 말을 듣고  전혀 기뻐하는 얼굴이 아니엇따. 해리는  퍼시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쏜살같이 위즐리 부인에게  이 이야기를 일러바칠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걸 수도 있었다.
 만약 프레드와 조지가 일반인들에게까지 물건을 팔고 싶어한다면, 최근 들어서 
그들의 계획이 점점 더 원대해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베그만은  해리에게 마
치 무엇인가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퍼시가 앞으로 
나서면서 방해했다. 
 "그런데 베그만 씨, 트리위저드  시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
까? 우리 부처에서는 꽤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의 잔에 착오가 생긴 
건-이 대목에서 퍼시는  해리를 힐끗 쳐다보았다-다소  불행한 일이었지만, 그 
뒤로는 모든 일들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
까?"
 "오, 그 다네. 아주 엄청나게 재미있었지, 그런데 늙은  바티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바티가 오지 못하다니 유감스럽군."
 베그만이 유쾌하게 대답했다.
 "아 크라우치 시는 조만간 쾌차하실 겁니다." 퍼시는 잔뜩 으스대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제가 기꺼이 그분의 빈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물론 무도
회에 참석하는 것만이 제 임무의 전부가 아니죠." 퍼시는 허세를 부리면서 웃었
다. "오 그렇구말구요. 저는 그분이 계시지 않는 동안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일
들을 다 처리해야만 합니다. 혹시 알리 바셔가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몰래 밀수
입하려고 하다가 붙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그 다음에는 또 트란실바
니아 당국을 설득해서 결투를 금지하는  국제법에 서명을 하도록 해야만  했죠. 
그리고 도 새해에는 국제 마법 협력부의 의장과 회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우리 밖으로 나가자. 퍼시에게서 도망치자구."
 론이 작게 해리에게 속삭였다. 해리와  론은 마실 것을 가지러 가는  척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무대 가장자리를 따라서 몰래 현관 복도로 빠져나갔
다.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두 사람이 걸어서 현관 계단을 막 내려갔을 때, 
장미 정원에서는 팔랑거리는 요정의 불빛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장미 정원은 온통 아름다운 장미꽃 덤불과  멋지게 장식된 구불구불한 오솔길
과 커다란 석상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해리는 마치 샘물이 솟아로듯이 퐁퐁거리
는 물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정교한 조각이 아로새겨진  벤치 위
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해리와 론은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따라서  장미 덤불 
사이를 한참 동안 걸어갔다. 하지만 얼마 걷지도 않아서 또다시  불쾌하고 낯익
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째서 이 소동을 피우는지 모르겠군, 이고르."
 "세베루스, 너는 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굴  수는 없어!" 다른 사람이 듣지 못
하도록 잔뜩 낮춘 카르카로프의 목소리는 불안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달 
동안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어. 나는 아주 심각하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단 말이
야. 나는 그걸 부인할 수가 없어……."
 "그럼 달아나도록 해." 스네이프가 단호하게 말했다. "달아나……. 내가 그럴듯
한 핑계를 댈 테니까. 하지만 나는 호그와트에 남을 거야."
 스네이프와 카르카로프가 모퉁이를 돌아섰다. 갑자기 스네이프가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니 근처에 있던 장미꽃 덤불을  힘껏 후려쳤다. 스네이프는 잔뜩  심술이 
난 표정이었다. 꽃봉오리가 가득한 덤불 속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그림자들이 빠져나왔다.
 "포우셋! 래번클로 10점 감점이다!" 스네이프가  재빨리 도망치고 있는 여학생
에게 소리쳤다. "스테빈스! 후플푸프도  10점 감점이다!" 여학생의 뒤를  따라서 
한 남학생이 황급히 달아났다.
 "너희 둘은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길 저쪽에 서 있는 해리와 론을 발견한 스네이프가 물었다. 해리와  론이 거기
에 서 있는 것을 보자 카르카로프가 안절부절못하면서 초조하게 손으로 콧수염
을 어루만지더니 손가락으로 비비 꼬기 시작했다. 해리는 금방 그  사실을 눈치
챘다.
 "그냥 걷고 있었어요. 그게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겠죠?"
 론이 스네이프에게 재빨리 대답했다.
 "그렇다면 계속 걸어라!"
 스네이프가 으르렁거리면서 소리치더니 그들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네이프
의 기다란 검은 망토가 바람에 펄럭였다. 카르카로프는 허둥지둥 스네이프의 뒤
를 쫓아갔다.
 해리와 론은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카르카로프가 그토록 걱정하는 일이 뭘까?"
 론이 궁금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언제부터 스네이프와 카르카로프가 저렇게 가까운 사이가 됐지?"
 해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 두 사람은 커다란 순록  석상 
앞에 도착했다. 순록 석상 위로 물줄기가 높이 솟아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돌로 
만든 벤치 위에는 몸집이 거대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들은 
부드러운 달빛이 비치는 수면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해리의 귀에 
해그리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보는 순간 나는 곧 알아차렸죠."
 해그리드는 이상할 정도로 잔뜩 쉰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 해리와  론은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함부로 낑들어서는 안 될 상황  같은 느
낌이 들었던 것이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근처  장미 덤불 
속에서 반쯤 몸을 숨긴 채 서 있는 플뢰르 델라쿠르와 로저 데이비스의 모습이 
보였다. 해리는 론의 어깨를 탁 치면서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저쪽으로 가면 해그리드의 눈에 띄지  않고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신호였다(플뢰르와 데이비스는 자기들 볼일을 보느라고 한눈을 팔 사이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론은 플뢰르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세차게 머리를 저
었다. 그러더니 순록 석상 밑의 어두운 그늘 속으로 해리를 잡아 끌었다.
 "그런데 뭘 알아차렸다능 거죵, 아그리드?"
 맥심 부인이 낮은 목소리로 애교를 떨면서서 물었다. 해리는 저랟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 사실을 알게되면 해그리드는  굉장히 싫
어할 것이다. 그건 분명한 일이었다. 가능하다면  해리는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
막고 큰 소리로 아무 말이나 중얼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
다. 그 대신에 해리는 순록 석상 등을 기어가는 딱정벌레에게  정신을 집중하려
고 애를 썼다. 하지만 딱정벌레는 해그리드의 다음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
도로 그렇게 흥미로운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알았어요……. 당신이  나와 같다는 사실을…….  당신은 어머니 쪽인가
요? 아니면 아버지 쪽인가요?"
 "나능…… 나능 무슨 말인징 모르겠군요, 아그리드."
 "나는 어머니 쪽이었어요." 해그리드가 조용히 말했다. "그분은 영국에 남아 있
는 마지막 한 사람이었죠. 물론 잘 기억은 나지 않아요……. 곧 떠나셨으니까요. 
내가 세 살 때였어요. 우리 어머니는 사실 보통 어머니들 같은 그런  분은 아니
셨죠. 글쎄……. 그건 그들의 천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요? 그렇지 않나요? 
그 이후로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모르겠어……. 내가  아는 거
라곤 죽었을 거라는 것뿐……."
 맥심 부인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딱정벌레에서 눈을 
돌린 해리는 순록 석상의 뿔 너머로 고개를 내밀면서 귀를  기울였다……. 해리
는 해그리드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한번도 들어 본 적
이 없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떠났을 때, 아버지는 크게  상심하고 말았죠. 우리 아버지는 몸집이 
자그마한 노인이셨죠. 여섯 살이 되자, 나는 벌써 아버지가 성가시게 굴 때마다 
번쩍 들어서 옷장 위에 올려놓을 수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껄껄 웃
곤 하셨죠……." 해그리드의 목소리가 더욱 깊이  잠겼다. 맥심 부인의 눈은 은
빛으로 반짝이는 분수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나를 키웠죠……. 
물론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내가 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였어요. 그 이후로 소
르타가 나를 키웠어요. 덤블도어는 참으로 나에게 신경을 많이 써 주었죠. 도움
도 많이 주고 아주 친절하게 대해 줬어요……."
 해그리드는 얼룩진 비단 손수건을 꺼내더니 코를 흥 풀었다. 
 "어쨌거나…… 내 이야기만 너무 많이 했군요. 당신은 어떤가요? 어느 쪽이 그 
혈통이죠?"
 갑자기 맥심 부인이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좀 춥군용." 날씨가 아무리 춥다고 하더라도 맥심부인의 목소리만큼이나 냉랭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능 가 봐야 하겠어용."
 "네?" 해그리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가지 말아요! 나는 지금까
지 나 같은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정확히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거죵?"
 맥심 부인의 목소리에서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해리는  해그리드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 서서 이를 악문 채, 부디 
대답하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희망이었다.
 "물론 거인 혼혈 말이죠!"
 해그리드가 맥심 부인에게 말했다. 
 "오떻게 감히 그렁 말을!" 맥심 부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맥심 부인의 목소
리는 뱃고동처럼 평화로운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해리의 등 뒤에서 플뢰르와 로
저가 황급히 장미 덤불 밖으로  튀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  평생에 이렇게 
모욕적인 말응 들어 봉 적이 없어용! 거인 혼혈이냐구용? 내가용? 나는……나는 
본래 몸집이 큰 거에용!"
 맥심 부인은 잔뜩 화가 나  쿵쿵거리면서 사라졌다. 맥심 부인이 장미  덤불을 
헤치면서 지나갈 때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요정들이 깜짝 놀라서 하늘로 날아
올랐다.
 해그리드는 여전히 벤치 위에 앉아서 맥심  부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
다. 너무나 어두워서 해그리드의 표정은 살펴 볼  수가 없었다. 잠시 후에 천천
히 자리에서 일어난 해그리드는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이 아니
라 자신의 오두막집이 있는 어둠 속을 향하고 있었다.
 "이리 와." 해리는 한껏  목소리를 낮추면서 작은  목소리로 론에게 속삭였다. 
"그만 가자."
 하지만 론은 꼼짜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래?"
 해리가 론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론은 천천히  해리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론
의 표정은 아주 심각했다.
 "너도 알고 있었니? 해그리드가 거인 혼혈이라는거?"
 론이 정색을 하면서 물었다.
 "아니. 그게 어때서?"
 해리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반문했다. 해리는 그 순간 론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
정을 보고, 자신이 또다시 마법 세계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더즐리 가족 틈에서 자라난 해리는 마법사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알고 있는 
많은 사실들을 너무나 놀랍고 신기한 일로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물론  해가 갈
수록 놀라는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도 친구  중에 한 
사람이 거인 어머니를  두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어떤 마법사도  "그게 어때
서?" 라고 묻지는 않았을 거라는 걸 해리는 알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설명하는 게 좋겠다." 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플뢰르 델라쿠르와 로저 데이비스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좀더 호젓한 숲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해리와  론은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패
르바티와 파드마는 보바통의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여서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다시 크룸과 춤을 추고 있었다. 해리와 론은 무대에
서 제일 멀리 덜어져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거인인 게 뭐 어때서 그래?"
 해리가 론에게 재촉했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들은……." 론은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고  애를썼다. 
"아주 좋지 않아." 론은 모호하게 말을 끝맺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해그리드는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해리는 의아스러운 듯이 물었다.
 "나도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아,  제기랄! 해그리드가 그 사실을 절대로 
비밀로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 나는 항상 해그리드가 어렸을 때  아주 지독한 
탐식 마법에 걸렸거나, 뭐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지.  사실 그런 말은 꺼내고 싶
지도 않았어……."
 론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해그리드의 어머니가 거인이었다고 해서 그게 무슨 문제가 되지?"
 "글세……. 해그리드를 아는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삼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해그리드가 하나도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론은 천천히 말
을 이어나갔다. "하지만……해리. 그들은 아주 사악해. 거인들 말이야. 해그리드
가 말한대로 그게 바로 그들의 천성이야. 마치 트롤과 같지……. 거인들은 그냥 
죽이는 걸 좋아해. 그 사실은 누구나 다 알아. 이제 영국에는 거인이 단 한명도 
남아 있지 않지만 말이야."
 "거인은 어떻게 되었지?"
 "그냥 모두 멸종해 버렸어.  그리고 많은 거인들이  아직도 남아 있을  거라고 
해……. 대부분 깊은 산 속에 숨어서 지내고 있다는 거야……."
 "맥심의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해리는  심판석에 혼자 앉아 있
는 맥심 부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맥심 부인의 얼굴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해그리드가 거인 혼혈이라면  맥심 부인도 틀림없이  그럴 거야. 원래 
덩치가 크다니……. 맥심보다 더 덩치가 큰 동물은 아마도 공룡밖에 없을걸."
 해리와 론은 무도회 내내 한쪽 구석에 앉아서 거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 모두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해리는 초  챙과 케드릭을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무거나 한  방 걷어차
고 싶은 강한 충동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자정이 되자, 운명의 세 여신은 연주를  마쳤다.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면서 입구를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 
무도회가 끝나는 것을 몹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만  자러 
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다. 적어도 해리에게는 오늘 저녁이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현관 복도로 나온 해리와 론은, 덤스트랭의 배로 돌아가는 빅터 크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헤르미온느를 만났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차갑고 냉랭한 표
정으로 론을 한 번 쏘아보더니, 단 한 마디 인사도 없이 대리석  계단으로 올라
가 버렸다. 해리와 론은 재빨리 헤르미온느의 뒤를 따라갔다. 계단을 반쯤 올라
갔을 때, 누군가가 해리의 이름을 불렀다. 
 "이봐, 해리!"
 해리를 부른 사람은 바로 케드릭  디고리였다. 해리는 저 아래쪽 현관  앞에서 
케드릭을 기다리고 있는 초 챙을 볼 수 있었다.
 "왜 그래?"
 해리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계단을 뛰어서  올라오고 있는 케드릭에게 차갑게 
물었다. 하지만 케드릭은 론이 없는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론은 아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더니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내 말을 잘 들어……." 론이 사라지자, 케드릭은 목소리를 낮추면서 속삭였다. 
"네가 나에게 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으니까,  나는 너에게 빚이 있는 셈이야. 
그런데 황금알에 대해서는 뭘 좀 알아냈니? 네  황금알도 뚜껑을 열었을 때 비
명을 질렀니?"
 "그래."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렇다면…… 목욕을 해. 알았지?"
 "뭐라구?"
 "목욕을 하란 말이야. 그리고…… 음…… 그 알도 같이 가져가도록 해. 그러니
까…… 음…… 따뜻한 물 속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란 말이야.  아마도 생각하는 
일에 도움이 될 거야……. 날 믿어."
 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가만히 케드릭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더 말해 준다면, 반장들의  욕실을 사용하라는 거야." 케드릭이 말을 
이어 나갔다. "5층에 있는 마법사 보리스의 조각상에서 왼쪽으로  네 번째 방이
야. 암호는 '어린 소나무'야. 어서 가……. 난 초 챙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해."
 케드릭은 해리를 보고 다시 싱긋 웃더니 초  챙이 기다리는 곳을 향해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해리는  혼자 그리핀도르 탑으로  걸어갓다. 케드릭의 충고는 
참으로 이상했다. 왜 목욕을 하면 그 울부짖는 황금알의 의미를 밝혀 내는 일에 
도움이 되는 걸까? 케드릭이 나를 속이고 하는 걸까? 나를 바보 멍청이처럼 보
이게 해서 초 챙의 환심을 더욱더 사려고 하는 걸까?
 뚱뚱한 여인과 그녀의 친구인 바이올렛은 이제 출입구를 막고 있는 초상화 그
림 속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해리는 뚱뚱한 여인을  깨우기 위해 "요정의 
불빛!" 이라고 고함을 질러야만 했다.  그리고 해리가 시끄럽게 고함을  지르자, 
둥뚱한 여인은 몹시 짜증을 냈다.
 학생 휴게실로 들어간 해리는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있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3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서로를  향해 
악을 쓰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게 그렇게 싫었다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론은 쏘아보면서  소리쳤다. 우아하게 틀어올렸던  헤르미온느의 
머리카락은 이제 길게 풀어헤쳐져 있었으며,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 그래? 그게 뭔데?"
 론이지지 않고 소리쳤다.
 "그러니까 다음 무도회 때에는 다른 사람이  나한테 신청하기 전에 먼저 나한
테 신청하도록 해! 나를 마지막 보루처럼 대하지 말란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싹 돌아서서 여학생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쿵쾅거리며 요란하
게 올라가 버리자, 론은 마치 물 밖으로 나온 금붕어처럼 소리 없이  입만 씰룩
씰룩거렸다. 
 "그래." 론은 갑자기 번개라도 맞은 사람처럼  냅다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래, 
랬군. 뭔가를…… 완전히 착각하고 있어.
 해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론과 다시 말
하는 사이가 된 것이 너무 좋아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
만 론보다는 헤르미온느가 훨씬 더 정곡을 찔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
다.


제24장 리타 스키터의 특종 기사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모두들 늦게 일어났다.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도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다. 학생들이 한가롭게 나누는 대화는 자꾸만  터져 나
오는 누군가의 하품으로 중단되곤 했다.
 헤르미온느의 머리는 다시 평소처럼 부스스하게 변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에
게 크리스마스 무도회를 위해서 손쉽게 윤기  나는 머리 마법약을 상당량 사용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날마다 그렇게 하는 건 너무 귀찮아."
 헤르미온느는 크룩생크의 귀를 부드럽게  긁어 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말다툼을 벌이지 않기로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예의를 지키기는 했지만,  꽤 다정한 태도로 
서로를 대했다.
 론과 해리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맥심 부인과 해그리드의 대화  중에서 엿
들은 내용을 헤르미온느에게 말해 주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해그리드가 거
인 혼혈이라는 얘기를 론 만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난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어. 물론 순수 혈통의 거인은 아니라는 것도 알
고 있었지. 진짜 거인은 키가 거의 6미터가 넘거든. 하지만 솔직히 모두들 거인
에 대해서 과민 반응을 하고  있는 거야. 거인이라고 해서 무시무시한  건 아니
야……. 그건 마치 늑대인간에 대해서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
지라고 할 수 있지. 그냥 고정관념일 뿐이야.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론은 무엇인가 신랄한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또 다른 분란을 불러 일으키게 되자 않을까 애써 참는 듯한 
눈치였다. 헤르미온느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을 때, 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는 방학 첫주 동안에 소홀히 했던 숙제를  슬슬 고민하기 시작해야 할 때
였다. 모두들 크리스마스가 끝나자, 완전히 맥이 빠진 기분이었다.  오직 해리만
이 예외였다. 해리는 또다시 약간씩 초조해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문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나자, 2월  24일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아직까지도 황금 알 속에 담겨 있는  실마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올라갈 때마다 해리는 혹시  이번에는 무슨 의미를 알아
낼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면서 트렁크를 열었다. 해리는 트렁크 속에 들어 
있는 황금알을 꺼내서 주의 깊게 그 소리를 들어보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골똘
히 생각해도 서른 명이 연주하는  톱 소리 이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해리는 이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해리는 황금알을 닫고 세게 흔든 다음, 다시 뚜껑을 열고 혹시  소리가 달라졌
나 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황금알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여전히 마찬가지였
다. 황금알에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울음 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기도 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방바닥에 황금알을 내
던진 적도 있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해리는 케드릭 디고리가 해준 조언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케드릭
에 대한 기분 나쁜 감정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절대로 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만약 케드릭이 정말로 해리를  도와주고 싶었다면, 좀더 자세하
게 설명을 해주었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해리는 케드릭에게 첫 번째 시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런데 케드릭은 고작해야 해리에게 목욕을 하라는  말 한 마디를 하고서 공정한 
거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리는 그런 쓰레기 같은 도움은조금도 필요하지 않
았다. 적어도 초 챙과 함께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 다니는 녀석의  도움은 절대
로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개강 첫날,  해리는 평소처럼 책과 양피지와 깃
펜을 잔뜩 짊어지고 교실로 향했다. 하지만 황금알에 대한 걱정이; 마치 해리를 
항상 따라 다니는 것처럼 그의 뱃속을 무겁게 짓눌렀다.
 호그와트의 운동장에는 아직까지도 하얀 눈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약초학 수
업을 하는 온실 창문에도 얼음이 두껍게 얼어 붙어서 밖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이런 날씨에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그래도 론은 도망치는 스크루트를 쫓아다니거나 혹은 너무나 강력한 폭발
을 일으켜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에 불이 붙거나 어쨌거나 간에, 스크루트가 몸
을 따뜻하게 하는 데에는 꽤 효과적일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에 도착했을 때, 머리를 짧게  깎고 아래
턱이 두드러지게 툭 튀어나온 백발의 늙은 마녀가 문 앞에 떡 버티고 있었다.
 "서둘러라, 5분 전에 종이 울렸어."
 마녀는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면서 힘들게 걸어오는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런데 댁은 누구세요? 해그리드는 어디 있죠?"
 론이 마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내 이름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다. 나는 너희들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을 진행할 임시 교수란다."
 마녀가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그리드는 어디 있죠?"
 해리가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몸이 불편하단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나지막하지만 불쾌한 웃음 소리가 
해리의 귓가에 들렸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드레이코 말포
이와 슬리데린의 다른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오고 있었는데  모두들 아주 신이 
난 표정이었다. 그들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를 보고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아
니었다.
 "이쪽으로 와라."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보바통의 말들이  몸을 떨
고 서 있는 방목장을 빙 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헤르미온느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연신 해그리드의 오
두막을 돌아다보았다. 창문에는  모두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해그리드가 저 
안에 있을까? 혼자서 아픈 몸으로?
 "해그리드는 어디가 아픈 거죠?"
 해리가 재빨리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의 뒤를 쫓아가면서 물었다.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해리가 쓸데없이 참견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퉁명스럽
게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전 알아야만 하겠어요. 해그리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해리가 약간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해리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이글고 거대한  보바통의 말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서 있는 방목장을 지나서, 숲 가장자리에 서 
있는 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그 나무에는 덩치가 크고 아름다운 유니콘이 한 마
리 매여 있었다.
 유니콘을 보자, 여학생들은 일제히 "어머나!" 하면서 탄성을 질렀다.
 "너무나 아름답다! 어떻게 유니콘을 잡았지? 유니콘은 좀처럼 잡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라벤더 브라운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유니콘 때문
에 주위에 쌓여 있는 하얀 눈이 회색처럼 보일 정도였다.
 유니콘은 불안한 듯이 황금 발굽으로 땅을 탕탕  치면서 뿔이 달린 머리를 자
꾸만 뒤로 젖혔다.
 "남학생들은 뒤로 물러서!"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팔을 쭉 뻗더니 해리의 가슴을 세게 쳤다.
 "유니콘은 여자의 손길을 더 좋아한단다. 그러니까 여학생들이 제일 앞에 서도
록…….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거라. 자, 어서. 살살……."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와 여학생들은  천천히 유니콘을 향해 앞으로  걸어갔다. 
남학생들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목장 울타리 옆에 서  있어야만 했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멀리 사라지자마자,  해리는 재발리 론을 향해  돌아섰
다.
 "도대체 해그리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설마…… 스크루트 대문에……."
 "오, 포터! 해그리드는 공격받지 않았어. 그게 네가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말이
야. 해그리드는 너무나 창피해서 그 커다랗고 추악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
는 것뿐이야."
 말포이가 해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해리가 날카롭게 물었다. 말포이는 호주머니 안에 손을 넣더니 반으로 접은 신
문을 꺼냈다.
 "이걸 보렴."
 말포이는 마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포터, 너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기는 정말 싫지만……."
 신문을 낚아챈 해리가 기사를 펼쳐서 읽는 동안, 말포이는 능글맞게 웃고 있었
다. 론과 시무스와 딘과 네빌은 모두 해리의 어깨너머로 그  신문을 들여다보았
다. 신문에는 유독 험상궂게 나온 해그리드의 사진이 커다랗게 박힌  기사가 실
려 있었다.

덤블도어의 엄청난 실수
호그와트 마술 마법 학교의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는
교직원 임명에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조금도 꺼리지 않는다.
-리타 스키터 특파원의 특별 기고
 올해 9월에 알버스 덤블도어는 전직 오러이자 불길한 사건을 즐기기로 악명이 
높은 앨러스터 '매드아이' 무디를 어둠의 방어술 교사로 채용했다.
 알버스 덤블도어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마법부의  많은 사람들은 즉각 의문을 
제기했다. 지가 앞에서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다 공
격하는 무디의 습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매드아이  무디의 경우에는 
덤블도어가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의 교사로 채용한 반인과 비교하면 오히려 
다행스럽고 책임감이 있는 결정인 것처럼 보인다.
 3학년 때 호그와트에서 퇴학을 당한 루베우스 해그리드는 그 이후부터 덤블도
어가 특별히 마련해 준 학교 사냥터지기라는 직위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
난 해에 해그리드는 호그와트 학교 교장에게 알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여, 훌
륭한 자질을 갖춘 수많은 후보자들을 누르고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의 교사
라는 또 다른 직위까지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몸집이 크고 사나운 외모를 지니고 있는 해그리드는 
새로 얻은 권위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강제로 계속해서 끔찍한 동물들을 돌보
도록 위협했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눈이 멀어  있는 동안, 수많은 학생들이 "아
주 무서웠다"고 인정하는 그의 수업시간에는  학생 몇몇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
다.
 "저는 히포그리프로부터 공격을 받았어요. 내 친구 빈센트  크레이브는 플로버
웜에게 심하게 물리기도 했어요." 호그와트의 4학년생인 드레이코  말포이는 이
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해그리드를 증오해요.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위협적인  행동을 그만둘 의도가  전혀 없었다. 지난  달에 
《예언자 일보》의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해그리드는  스스로 '폭탄 고리 
스크루트'라고 명명한, 맨티코어와 불게의 대단히 위험한 교배종인 새로운 동물
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물론 신비한 동물의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로부터 엄격한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자신이 
그런 사소한 규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재미삼아 해봤던 거예요."  해그리드는 서둘러 화제를  바꾸면서 이렇게 
말했다.
 비단 이것만 아니다. 《예언자 일보》는 이제 해그리드가 (항상  그런 척해 왔
던 것처럼) 순수혈통의 마법사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 사실 해그
리드는 순수한 인간도 아니다. 우리 신문만이  독점적으로 알아낸 바에 다르면, 
해그리드의 어머니는 다름아닌 거인  프리드울파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프리드울파의 근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피에 굶주리고 있던 잔인한  거인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그들간의 싸움으로 
인해 스스로 멸종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얼마 남지 않은 거인들은  이름을 말
해서는 안 되는 자의 부하로 합세했으며, 공포스러운 그의 통치 기간 동안 가장 
끔찍한 머글 대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를 섬겼던 수많은 거인들은 어둠의  마법과 
맞서 싸우는 오러에게 살해당했다. 하지만 프리드울파는  그들 중에 없었다. 어
쩌면 외국의 산악 지대에  아직까지도 존재하고 있는  거인들 사회로 도망쳤을 
가능성도 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시간에 해그리드가  보여주었던 괴상한 행동으로 미
루어 생각하건대, 프리드울파의 아들은 다름아닌 어머니의 잔인한  성품을 물려
받은 것 같다.
 참으로 이상한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해그리드는 그 사람을  권좌에서 몰락시
킨 바로 그 소년과 아주 가가운 친분을 유지해 왔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바로 
그 소년 때문에 해그리드의  어머니는 그 사람의  다른 추종자들과 마찬가지로 
몸을 숨겨야만 했던 것이다. 아마도 해리 포터는 이 덩치 큰 친구의  불쾌한 진
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버스 덤블도어는  해리 포터
와 그의 동료 학생들에게 거인 혼혈과 가까이 지내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 확
실히 경고할 의무가 있다.
 《예언자 일보》의 기사를 다 읽고 난 후에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론을 바라
보았다. 론은 입을 딱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지?"
 론이 한숨을 내쉬면서 속삭였다. 하지만 해리의 마음을 괴롭히는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우리 모두 해그리드를 증오하고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해리는 날카로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포이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이 헛소리들은  다 뭐지?"  해리는 손가락으로 크레이브를  가리켰다. 
"플로버웜에게 심하게 물렸다구? 그 벌레는 이빨조차 없어!"
 크레이브는 좋아서 죽겠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저 저능아의 교사 경력을 끝장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말포이가 눈을 번뜩이면서 대답했다.
 "거인 혼혈이라니……. 그런데 난 그가 어렸을 때 스켈레그로를 한 명 다 삼켜 
버려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 뭐야. 어떤 부모도 이 사실을 알면 절대로 좋아하
지 않을 거야……. 부모들은 그 사람이 자기 아이를 잡아먹지나  않을까 걱정하
겠지. 하, 하, 하!"
 "이 자식이!"
 "거기 너희들 뭘 하고 있는거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의 목소리가 남학생들을 향해서 날아왔다.
 이제 여학생들은 유니콘을 빙  둘러싼 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고 있었다. 
마지못해 유니콘을 향해 돌아선 해리는 너무나 화가 치밀어서, 《예언자 일보》
를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이제 남학생들도 들을 수 있도록 커다란 목소리로, 우
니콘이 갖고 있는 많은 마법적인 특성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 여선생님이 계속 남았을면 좋겠어!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이야……. 괴물이 아니라 유니콘 같은 멋진 동물을 돌보는 거……."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패르바티 패틸이 
말했다.
 "해그리드는 어떻게 하란 말이야?"
 계단을 올라가던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해그리드는 어떻게 하느냐구? 그냥 사냥터지기를 하면 되잖아! 안 그래?"
 패르바티가 날카롭게 맞섰다.
 크리스마스 무도회 이후로 패르바티는 해리에게 굉장히 차갑게 굴었다. 해리도 
그 당시에 패르바티에게 좀더 신경을 썼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패르바티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다음 주말  여행 때 
호그스미드에서 보바통 남학생을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녔던 것이다.
 "정말로 유익한 수업이었어. 사실 나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님이 유니콘에 대
해서 알려 준 사실 중에 절반도 채 모르고……."
 헤르미온느가 연회장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이걸 좀 봐!"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코앞에 《예언자 일보》의 기사를  들이 밀면서 버럭 고
함을 질렀다. 신문 기사를 읽고 난 헤르미온느는  기가 막혀서 입을 딱 벌렸다. 
그리고 론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스키터, 그 끔찍한 여자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아냈지? 해그리드가 그 여자에
게 고백했을까?"
 "아니야. 해그리드는 우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안 그래? 내 생각에, 해그리드
가 나에 대해서 나쁜 얘기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까 그 여자가 완전히 돌
아 버린 것 같아. 그래서 해그리드의 뒤를 캐고 다녔을 거야."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다가간 해리는 짜증스럽게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어쩌면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해그리드가 맥심 부인에게 말하는 걸 몰래 엿
들었을지도 몰라."
 헤르미온느는 침착하게 말했다.
 "만약 그랬다며 우리가 정원에서 그 여자를 봤을 거야! 어쨌거나 그 여자는 더 
이상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잖아. 해그리드 말에 따르면, 분명히 덤블도어
가 그녀에게 출입금지 명령을……."
 론이 말했다.
 "어쩌면 투명 망토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지, 덤불 속에  숨어서 다른 사람들
의 말을 엿듣는 건 그 여자에게 딱 어울리는 짓이잖아."
 잔뜩 화가 난 해리가 닭고기 볶음밥을 자기 접시에 탁 덜어  좋으면서 말했다. 
그 바람에 볶음밥이 사방으로 튀었다.
 "네 말은, 너와 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헤르미온느가 비고듯이 말했다.
 "우리는 일부러 엿들으려고 했던게 아니었어!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구! 
멍청하게도 누구나 엿들을 수 있는 장소에서 자기 엄마가 거인이라고 떠들었단 
말이야!"
 론이 몹시 분개하면서 소리쳤다.
 "우리가 해그리드를 찾아가서 만나자."
 해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점술 수업이 끝나고 오늘 저녁에 말이야. 해그리드가 곡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거야……. 너도 해그리드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거지?"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휙 돌아보았다.
 "나느…… 그래. 솔직히 생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하고 나니까, 우리를 가르치는 교수님이 바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어. 하지만 나는 해그리드가 돌아오기를 원해. 물론 원하구 말구!"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사나운 눈초리를  보자, 찔끔하면서 황급히 말을  덧붙였
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날 저녁에 세 사람은 또다시 성을 빠져나가서 해그리드
의 오두막을 향해 꽁꽁 얼어붙은 운동장을 걸어갔다.
 "해그리드, 우리가 왔어요!" 해리가 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문을 열어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아무런 답도 없었다. 팽이 킹킹거리면서 문을  긁어대는 소
리가 들렸지만, 끝내 오두막집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들은 10분이 넘도록 문
을 두드렸다. 론은 심지어 옆으로 창문을 두드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
무런 응답도 없었다.
 "왜 우리를 피하는 거지? 설마 우리가 거인 혼혈이라고 해서 자기를 꺼려한다
고 생각하지믄 않겠지?"
 마침내 포기하고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헤르미온느가 말을 꺼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주일  내내 해그리드
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식사  시간에 교직원 테이블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운동장에서 사냥터지기의 임무를 수행하는 보습도  볼 수가 없었다. 그
리고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계속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진행했다. 말포
이는 기회가 생길때마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해리를 놀렸다. 
 "잡종 친구가 보고 싶니?"
 말포이는 교수님이 가까이 있어서 해리의 앙갚음을  당할 염려가 없다고 생각
될 때마다 추근거렸다.
 "코끼리 인간이 보고 싶나 보지?"
 1월 중순경에는 호그스미드 방문이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자기도 호그
스미드로 가겠다고 말하자, 깜짝 놀랐다. 
 "나는 네가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
을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정말로 그 황금알에  대해서 연구해
야 하잖아."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말했다.
 "나…… 나는 이제 그황금알에 대해 꽤 그럴 듯한 생각이 떠올랐어."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정말이니? 참 훌륭하다!"
 헤르미온느가 몹시 감탄스러워하며 말했다. 해리는 죄책감으로  뱃속이 느글거
렸다. 하지만 잠시 동안 그건 무시하기로  했다. 황금알의 비밀을 알아내기까지
는 아직도 다섯 주나 남아 있었다. 그것은 아주 긴 시간이었다……. 호그스미드
에 가면 어쩌면 해그리드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해그리드를 만난다
면 그를 설득해서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오게 할 수도 있었다.
 토요일이 되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함께 성을 떠나서 차갑고 축축한 운동
장을 가로질러 성문으로 향했다. 그들이 호수 위에 더 있는 덤스트랭의 배를 지
나갈 때, 빅터 크룸이 수영 팬티 이외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갑판 위에 서 있
는 것을 보았다. 빅터 크룸은 비쩍 말라서 뼈가 드러날  정도였지만 평소보다는 
훨씬 더 씩씩하게 보였다. 왜냐하면 뱃전에 올라서서 두 팔을 쭉 뻗고  호수 속
으로 곧장 다이빙을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해! 크룸은 얼어죽을 거야! 지금은 1월이잖아!"
 빅터 크룸의 검은 머리가 호수 한가운데에서  솟았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것
을 지켜보면서 해리가 중얼거렸다.
 "크룸이 있던 곳에 비하면 이곳은 훨씬 덜 춥다는 거야. 아마도 크룸에게는 이 
날씨가 꽤 따뜻하게 느껴질 거야."
 헤르미온느가 아는 척을 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래도 대왕 오징어가 있잖아."
 론의 목소리는 전혀 걱정스러워 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심 기대라고 
있는 것 같앗다. 론의 속셈을 아라차림 헤르미온느가 얼궁르 찌푸렸다.
 "크룸은 아주 착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단  말이야. 크룸은 비
록 덤스트랭 출신이지만, 이곳이 훨씬 더 좋다고 내게 말했어."
 헤르미온느가 빅터 크룸을 두둔하면서  말했다. 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무도회 이후로 론은 지금까지 빅터  크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
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다음날 해리는 론의 침대 밑에서  인형의 팔 
한짝을 발견했었다. 그것은 분명히 불가리아  퀴디치 팀의 선수복을 입고  있던 
그 작은 인형에게서 떼어 낸 것 같았다.
 해리는 혹시 해그리드의 그림자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눈을 부릅
뜨고 질척한 하이 거리를 열심히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해그리드가  어떤 가게 
안에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스리 브룸스틱스로 가자고 
제안했다.
 스리 브룸스틱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 거렸다.  해리는 재
빨리 테이블을 전부 다 살펴보았지만, 그곳에도  해그리드는 없었다. 가슴이 철
렁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바로 가서 
로즈메르타 부인에게 버터 맥주 세 잔을 주문했다.
 해리는 문득 차라리 기숙사에 남아서 황금알이 울부짖는 소리나 들을 걸 그랬
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아직까지도 사무실에 기자  않았나봐?"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작게 
속삭였다. "저길 봐!"
 헤르미온느가 손을 들더니 바 뒤에 걸려 있는 거울을 가리켰다. 그  거울 속에
는 루도 베그만의 모습이 미치고 있었다. 루도 베그만은 한  무리의 도깨비들과 
함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도깨비들에게  아주 낮
은 목소리로 무엇인가 빠르게 지껄이고  잇었는데, 도깨비들은 모두 팔짱을  낀 
채, 윽박지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주말에 루도 베그만이 스리 브룸스틱스에  오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고 해리는 생각했다. 지금은 트리위저드 시합이 열리는 기간도 아니었고 따라서 
심판을 볼 일도 없었다. 
 해리는 유심히 거울을 통해 루도 베그만의 행동을 살펴보았따.  루도 베그만은 
다시 무척이나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은 어둠의 표식이  나타나기 전
날에 숲 속에서 보았을 때  만큼이나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바를 
힐끗 돌아보다가 해리의 모습을 발견하자, 당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만, 잠깐만!"
 해리는 루도 베그만이 도깨비들에게 황급히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 후에 
루도 베그만은 술집을 가로질러서 해리를 향해 부산스럽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
에는 다시 소년과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해리!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혹시 너를 만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 별
일 없니?"
 루도 베그만이 인사를 했다.
 "네, 그럼요. 고맙습니다."
 해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해리, 잠깐 조용히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너희 두 사람은 우리에게 조금
만 시간을 내 주겠니?"
 루도 베그만이 진지하게 물었다.
 "음…… 좋아요."
 론과 헤르미온느는 비어 있는 테이블을 찾아서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루도 베
그만은 해리를 데리고 로즈메르타  부인에게서 제일 멀리  떨어진 바의 끝으로 
걸어갔다.
 "그저 너에게 다시 한 번 축하를 해주고 싶구나. 혼테일과 맞서면서 아주 멋진 
시합을 보여주었어. 해리, 참으로 뛰어난 솜씨였다."
 "고맙습니다."
 해리는 인사를 하면서도 루도 베그만이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말이 이게 다가 
아닐거라고 짐작했다. 그저 축하 인사를  하는 거라면 론과 헤르미온느가  있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도 베그만은 성급히 속마음을 털어놓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해리는 루도 베그만이 다시 바에 걸린  거울을 통해 도깨비를 힐끗힐끗 쳐다보
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도개비들은 까맣고  쭉 찢어진 눈으로 베그만과  해리를 
물끄러미 주시하고 있었다.
 "정말 끔찍한 악몽이야." 해리가  도깨비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루도 베그만은 목소리를 잔뜩 낮추면서 속삭였다. "도깨비의  영어는 너무 형펴
없어……. 마치 퀴디치 월드컵에 참가했던 불가리아인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니
까…….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도깨비말은 단 하나밖에 없잖니. 그건 '블라드바
트' 라는 말인데 '도끼를 집어라'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내가 도깨비
들을 위협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 말은 쓰고 싶지 않아."
 루도 베그만은 짤막하게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그런데 도깨비들이 왜 여기 온 거죠?"
 해리는 도깨비들이 아직까지도 루도 베그만을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음…… 그러니까……." 루도 베그만이 갑자기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도깨비
들은……. 음, 바티 크라우치 씨를 찾고 있어."
 "왜 여기에서 크라우치 씨를 찾는 거죠? 그분은 런던의 마법부에 계시지 않나
요?"
 "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크라우치  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크라우치 씨는 요즘 직장에 나오지 않아. 지금까지 벌써 두 주일이나 결근을 했
단다. 크라우치 씨의 보좌관인 퍼시는 그가 많이 아프대. 어쨌거나 크라우치 씨
가 부엉이를 통해서 퍼시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확실한 모양이야.  하지만 설
마 이 말을 아무에게도 하는 않겠지, 해리? 리타스키터가 계속 여기저기 들쑤시
고 돌아다녀서 말야. 만약 바티가 병이 났다는 걸 아면 그 여자는  불길한 기사
를 써댈 게 분명해.  아마도 버사 조킨스처럼  바티도 사라져 버렸다고  떠들겠
지."
 루도 베그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버사 조킨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나요?"
 해리가 물었다.
 "아니." 루도 베그만의 표정이 다시  딱딱하게 굳어졌다. "물론 나는  사람들을 
시켜서 찾아보고 있어…….(아직도 그 타령이군.  해리는 베그만의 말을 들으면
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야. 버사 조킨스는 알바니아에 도
착한 게 분명 해. 왜냐하면 그곳에서 사촌을  만났거든. 사촌 집에서 나온 버사 
조킨스는 친척 아주머니를 만나겠다고 남쪽으로 내려갔지……. 그러다가 도중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어. 이것 참,  그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렇다고 남자와 눈이 맞아서 달아날 만한 그런  여자도 아
니고 말이야……. 이런! 우리가 왜 도깨비와 버사 조킨스  얘기를 하고 있는 거
지? 사실 나는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루도 베그만은 목소
리를 더욱더 낮추었다. "너의 황금알은 어덯게 되어 가고 있니?"
 "저……. 그럭저럭 잘 되고 있어요."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루도 베그만은 해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
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내 말을 좀 들어 봐라,  해리." 루도 베그만은 여전히  아주 작게 소곤거렸다. 
"나는 이 모든 일을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단다……. 저는  이 시합에 강
제로 던져진 거야. 너는 스스로 지원한 것도 아니었잖니? 그러니까 만약……(이
제 루도 베그만의 목소리가 너무나 작아져서 해리는 귀를 더욱 바싹 갖다 대야
만 했다.) 만약 내가 도와줄 수만  있다면……. 그러니까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
록 약간만……. 사실 나는 네가 좋단다……. 네가  용을 통과한 방법은 정말 끝
내줬어!…… 그러니 언제든 말만 해라."
 해리는 루도 베그만의 퉁퉁하고 불그레한 얼굴과 어린아이처럼 동그랗고 푸른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문제의 실마리는 챔피언이 혼자서 풀도록 되어 있지 않나요?"
 해리는 마법 게임 및 스포츠부의 책임자가 법을 어겼다고 비난하는 것처럼 들
리지 않도록 최대한 태연하게 말하려고 애를 썼다.
 "글세……. 그건  그렇지." 루도  베그만은 성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
만…… 이봐, 해리. 우리 모두 호그와트가 승리 하기를 원하지 않니? 그렇지?"
 "케드릭에게도 도와주겠다고 하셨나요?"
 해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다. 그러진 않았어. 나는…… 뭐라고 말할까, 너에게 호감을 갖고 있단다. 
그래서 너에게 도움을……."
 루도 베그만의 빤질빤질한 얼굴이 약간 찡그려졌다.
 "고맙습니다." 해리가 말을 끊었다. "하지만 저는 거의 황금알의 비밀을 풀었다
고 생각해요. 물론 완전히 풀려면 앞으로 며칠이 더 필요하겠지만 말이요."
 해리는 왜 자신이 루도  베그만의 도움을 완강하게 거절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루도 베그만이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뿐이었다. 어
쩐지 론이나 헤르미온느 혹은 시리우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보다 루도 베그만
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더 속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루도 베그만은 몹시 기분이 상한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프레드와 
조지가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베그만 씨. 한잔 사 드려도 될까요?"
 프레드가 유쾌하게 인사했다.
 "음……. 괜찮다." 루도 베그만은 해리를 향해 마지막으로 아주 실망스러운 눈
길을 던졌다. "아니다. 고맙구나, 얘들아……."
 프레드와 조지는 루도 베그만만큼이나 무척 실망한 기색이었다. 이제  루도 베
그만은 심하게 배신이라도 당한 것 같은 눈빛으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자, 나는 서둘러 가 봐야겠다. 너희들을 만나서 반갑구나. 행운을 빈다, 해리."
 루도 베그만은 종종걸음으로 술집에서 나갔다. 도깨비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
어서더니 그 뒤를 따라갔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베그만이 무슨 소리를 했지?"
 해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론이 다급하게 물었다.
 "황금알에 대해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어."
 해리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는 안 되잖아! 그 사람은 더구나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이면서! 게다
가 너는 이미 그 실마리를 풀었잖아, 그렇지?"
 헤르미온느는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음……. 거의"
 해리가 우물쭈물하면서 간신히 대답했다.
 "만약 베그만이 그런 부정한 짓을 하자고  널 꼬셨다는 사실을 덤블도어가 알
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은 케드릭도 독같이 도와주려고 했을  거
야!"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몹시 분개하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직접 물어봤어."
 해리는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케드릭이 도움을 받든 안 받든 무슨 상관이야?"
 론이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해리도 내심 그 말에 동의했다.
 "저 도깨비들은 별로 친절해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여기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헤르미온느가 버터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물었다.
 "베그만의 말에 따르면, 도깨비들이 크라우치를 찾고 있다는 거야. 크라우치는 
아직까지도 몸이 안 좋아서 직장에도 나오지 않고 있어."
 해리가 설명했다.
 "어쩌면 퍼시가 크라우치에게 몰래 독약을 먹이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다가 크
라우치가 죽게 되면 자신이 국제 마법 협력부 부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
이지."
 론이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정말 웃기는 일이구나. 도깨비들이  크라우치를 찾고 있다니……. 도깨비들은 
대개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 일을 담당하는데 말이야."
 헤르미온느는 론에게 제발 그런 식의 농담 좀 하지 말라는 눈길을 던졌다.
 "크라우치는 여러 나라의 말을  할 줄 알잖아.  어쩌면 통역이 필요한지도  몰
라."
 해리가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저 가엾은 도깨비들을 걱정해 주고 있는 거니? 설마 이번에는 추악한 
도깨비 보호를 위한 모임 따위를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하하하……" 헤르미온느가 한심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었다. "도깨비는 전
혀 보호받을 필요가 없어. 너는 빈스 교수님이 도깨비 반란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셨을 때, 아무것도 듣지 못했니?"
 "아니, 못 들었는데……." 
 론과 해리가 동시에 대답했다.
 "도깨비는 마법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  도깨비는 아주 똑
똑하다구. 자신을 전혀 방어하지 못하는 꼬마 집요정들과는 달라."
 헤르미온느는 버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앗, 이런!" 
 론이 문 쪽을 쳐다보더니 가느다란 신음 소리를 냈다. 리타 스키터가  막 술집
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은 바나나 빛깔의 샛노란 옷을 입고  있었고 기다란 
소톱에는 자극적인 분홍색을 칠했다. 배불뚝이 사진 기사가 리타 스키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마실 것은 산 리타 스키터는 사진 기사와 함께 사람들 
틈을 헤치고 테이블 사이를 걸어갔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가까이 다가오는 리타 스키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잠
시도 쉬지 않고 지껄이고 있는 리타 스키터는 무슨 일인지 무척 만족스러운 모
습이었다.
 "우리와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꺼리는 표정이었지? 안 그래,  보조? 왜 그런다
고 생각해? 어쨌거나 루도 베그만은 한 무리의 도깨비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도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도깨비들을 구경시키고 있다구?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루도 베그만은 항상 거짓말만 하고  다닌다니까. 무언가 짐작 가는
게 없어? 아무래도 좀 뒤를 캐 보는게 좋을 것 같지 않아?  '불명예스러운 전직 
마법 게임과 운동부 부장' 루도 베그만……. 보조, 시작이 아주  멋지잖아? 이제 
이 제목에 걸맞는 기사 거리만 찾아내면 되는 거야."
 "또 누구의 인생을 망치려고 하는 거죠?"
 해리가 리타 스키터를 향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스리브룸스틱스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이 해리의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말을  한 사
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자, 보석이  박힌 안경을 쓰고 있던 리타  스키터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해리! 이렇게 좋을 수가! 이리 와서 우리와 함께……."
 리타 스키터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3미터나 되는 빗자루를 가지고 있어서 당신 곁에 가까이 갈  수가 없군요. 그
런데 해그리드에게 왜 그런 짓을 했죠?"
 해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우리의 독자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 해리, 나는 다만 내 의무를 다한 거
라구……."
 리타 스키터가 아이 펜슬로 진하게 그린 눈썹을 치켜뜨면서 대답했다.
 "해그리드가 거인 혼혈이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죠?" 해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해그리드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요!"
 그 순간 스리 브룸스틱스 전체가 일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로즈메르타 부
인은 꿀술을 채우고 있던 잔이 넘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바 뒤에서 정신없이 바라보고 서 있었다.
 리타 스키터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거의 사라질 듯이  희미해졌다. 하지만 
순식간에 리타 스키터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떠 올랐다.
 "해리, 네가 해그리드에 관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나와 잠깐 이터뷰를 하
지 않겠니? 그 근육 덩어리의 남자에 대해서? 두 사람의 어울리지 않는 우정과 
그 숨은 이유에 대해서 말이야? 그 남자를 네 양부라고 불렀었니?"
 리타 스키터는 악어 가죽 핸드백을 탁 열더니 그 속에서 속기 깃펜을 꺼내 들
었다.
 "이 끔찍한 여자야, 당신은 신문 기사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을 하든 아무렇지
도 않은 거야? 심지어 루도 베그만까지……."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벌떡 이어나더니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헤르미
온느는 마치 수류탄이라도 되는 듯이 버터 맥주 잔을 손에 꼭 들고 있었다.
 "앉아라, 이 조그맣고 멍청한 계집애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일에 함부로 끼
어들지 마." 리타 스키터는  무서운 눈빛으로 헤르미온느를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나는 루도 베그만에 대해서 네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엄청난 사실
을 알고 있어……. 네 머리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만."
 리타 스키터는 헤르미온느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힐끗  쳐다보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가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자, 해리, 론……."
 그들은 서둘러 걸어 나갔다. 스리 브룸스틱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모
습을 힐끗 쳐다보았다. 문가지 걸어간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리타 스키터의 속기 깃펜이 밖에  나와 있었다. 속기 깃펜은 테이블  위에 놓인 
양피지 위에서 바쁘게 앞뒤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네 뒤를 캘 거야, 헤르미온느."
 부지런히 거리를 걸어가면서 론이 걱정스럽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헤르미온느
에게 말했다.
 "어디 한번 해보라고 해! 얼마든지 말이야! 그 여자에게 본 떼를 보여줄 거야! 
조그맣고 멍청한 계집애라구? 내가? 흥, 반드시  이 빛을 갚아주겠어. 처음에는 
핼., 그 다음에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용감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아직까지도  분노로 인
해 가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설마 정말로 리타 스키터의 성질을 건드리려는 건  아니겠지? 헤르미온느, 그
여자는 틀림없이 네 뒤를 캐고 다닐 거야."
 론이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예언자 일보》따위는 읽지도 않아. 나를  궁지에 몰아넣겠다
고 협박할 수 없을걸!"
 헤르미온느가 어찌나 성큼성큼 걸어가는지, 해리와 론은  허겁지겁 따라가기도 
바쁠 지경이었다. 최근에 헤르미온느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해리가  본 것
은 드레이코 말포이의 얼굴을 때렸을 때뿐이었다.
 "해그리드는 더 이상 숨어 있어서는 안 돼! 자신을 망쳐 놓은 저  따위 인간을 
절대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돼!"
 느닷없이 헤르미온느는 마구 달리기  시작하더니, 앞정서서 거리를 지나  날개 
달린 멧돼지가 양쪽에 세워져 있는 학교 정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운동
장을 가로질러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오두막집의 커튼은 여전히 굳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팽
이 짖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문을 마구 두드리면서 고함을 질렀다.
 "이제 그만 해요. 해그리드! 안에 있다는 거 다 알아요! 비록 당신 엄마가 거인
이라 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요. 해그리드! 그 더러운 스키터가 당신에게 이
런 짓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해그리드, 당장 나와요! 당신은 
단지 이렇게……."
 오두막집의 문이 활짝 열렸다. 마구 소리를 지르던 헤르미온느는  갑자기 입을 
딱 다물었다. 헤르미온느의  코앞에 나타난 사람이  해그리드가 아니라, 알버스 
덤블도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잘 있었니?"
 덤블도어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
 "우리는 …… 저 …… 해그리드를 만나려고 찾아왔어요."
 헤르미온느가 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안으로 들어오지 그러니?"
 덤블도어는 눈을 찡끗했다.
 "아……. 네……. 그러죠."
 헤르미온느가 약간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와 론, 해리는 오두
막집으로 들어갔다. 해리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팽이 해리에게 펄쩍 뛰어오르
더니 미친 듯이 짖어대면서 귀를 핥으려고 난리였다. 해리는 팽을  피하면서 주
위를 둘러보았다.
 해그리드는 커다란 머그잔 두 개가 놓여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해그
리드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이제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단정하게  빗으려고 노력
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해그리드의 머리카락은 마치  친친 뒤엉킨 
철사로 만든 가발처럼 보였다. 
 "안녕, 해그리드"
 해리가 먼저 인사를 했다.
 "음."
 해그리드가 약간 고개를 들더니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차가 더 있어야 하겠군."
 오두막집의 문을 닫으면서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리고 지팡이를 꺼내어  한두 
번 휘둘렀더니, 맛있는 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함께 빙빙도는 차  쟁반이 허공에 
나타났다. 덤블도어는 마법을 써서 쟁반을 테이블  위로 조용히 내려놓았다. 모
두들 자리에 앉았다. 한참 동안이나 침묵이 흘렀다.
 "해그리드, 혹시 그레인저 양이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나?" 마침내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덤블도어는 헤르미온느에
게 미소를 던지고 말을 계속이어 나갔다. "문을 거의 부서  버리려고 했던 걸로 
보아서 헤르미온느와 해리, 론은  아직도 자네와 알고  지내고 싶어하는 것  같
군."
 "물론 우리는 여전히 아저씨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해리가  해그리드를 똑
바로 응시하면서 말했다. "다 잊어버려요. 스키터 그 여자가 함부로 지껄인…… 
죄송합니다, 교수님."
 해리는 덤블도어에게 재빨리 덧붙였다.
 "해리, 나는 잠시 귀가 멀었기  때문에 네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구
나."
 알버스 덤블도어가 엄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오두막집의 천장을 바라보
았다.
 "아…… 예." 해리가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저…… 해그리드, 도대
체 어떻게 그런 여자가 쓴 신문 기사 따위에 우리가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검은 딱정벌레 같은 해그리드의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뚝뚝 흘러내리더니 
마구 뒤엉킨 그의 수염 속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해그리드, 내가 지금가지 자네에게 했던 말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가 여기 있
군, 학생 시절부터 자네를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학부모들이 내  앞으로 보내온 
편지를 이미 보여주지 않았나? 그들은 단호하게  만약 내가 자네를 해고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알려 왔다네."
 덤블도어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전부는 아니잖아요. 전부 다 제가 학교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잖아
요."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꺽꺽거렸다.
 "해그리드, 만약 자네가 세상 사람들 모두의 총애를 받고 있는지 묻는 거라면, 
물론 그건 아닐세. 그걸 원한다면 안된 일이지만 자네는 평생토록  이 오두막집
에 갇혀 지내야만 할 거야. 내가 처음 이 학교의 교장이 되고 일주일도 채 지나
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거의 날마다 내 운영방식에 대해 시시콜콜 불평을 늘어
놓는 부엉이를 받았다네. 그때 내가 어떻게 했겠는가? 서재에  틀어박혀서 어느 
누구하고도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가?"
 알버스 덤블도어는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해그리드를 엄격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 선생님은 거인 혼혈이 아니잖아요!"
 해그리드가 다시 꺽꺽거리면서 말했다.
 "내 친척들은 어떤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해그리드! 더즐리 가족을 좀 보라
구요!"
 해리가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아주 좋은 지적이야. 내 동생 애버포스는 염소에게 부적절한 마법을 걸었다는 
죄목으로 기소를 당했었다네.  온통 신문에 나고  난리였지. 하지만 애버포스가 
멀리 도망쳤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어! 애버포스는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평상
시처럼 자기가 맡은 일을 계속 진행했다네! 물론 에버포스가 글씨를 읽을 수 있
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만약 그랬다면 그렇게 당당하게 굴지는 못했을지도 모르
지……."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가 차분하게 말햇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를 가르쳐 주세요, 해그리드. 제발  돌아와요. 우리는 정말
로 해그리드가 보고 싶어요."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해그리드는  터지려고 하는 울음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더욱 많은 눈물들이 해그리드의 뺨을 타고 흐르면서 마구  뒤엉킨 수염 
속으로 줄줄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알버스 덤블도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자네의 사임을 거절하겠네, 해그리드. 월요일에는 다시 학교에 나오기를 
기대하겠어." 덤블도어가 해그리드를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 나갓다. "아침 8시 
30분에 연회장에서 만나도록 하세. 나와 함께 식사를 하도록 하지. 다른 변명은 
하지 말게. 그럼 여러분 모두 안녕."
 덤블도어는 잠시 동안 멈추어 서서 팽의 귀를  긁어 주고는 곧 오두막집을 더
났다. 오두막집의 문이 닫히자, 해그리드는 쓰레기통  뚜껑만한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는 부드럽게 해그리드의 팔을  두드려 주
었다.
 "훌륭한 사람이야, 덤블도어는…….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야."
 마침내 해그리드가 고개를 들었다.  해그리드의 눈은 온통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그런데 이 케이크 한 조각만  먹어도 될까요, 해그리
드?"
 론이 해그리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물론이지, 마음껏 먹어." 해그리드는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았다. "그래,  덤블
도어의 말이…… 옳았어. 그래, 전부 다  맞아……. 나는 정말 멍청이야……. 내
가 이렇게 행동한 걸 알면 우리 늙은 아버지도 부끄러워할 거야……."
 또다시 드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자, 해그리드는 더욱 세차게  눈물을 닦아 
버렸다.
 "너희들에게 우리 늙은  아버지의 사진을 지금가지  한버도 보여주지 않았지? 
나, 여기……"
 해그리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장으로 걸어가더니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해
그리드의 납작한 검은 눈을 꼭 닮은 조그마한 몸집의  마법사 사진을 한 장 꺼
내들었다. 그 마법사는 해그리드의 어깨 위에 안장서 활짝 웃고 있었다. 근처에 
서 있는 사과나무로 미루어 보건대, 해그리드의 키는 거의 2~2.5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앗다. 하지만 아직 수염도 나지 않은 해그리드의 얼굴은  보송보송하고 포
동포동하고 앳되기만 했다. 열한살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호그와트에 막 들어갔을 때 찍은 거야."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좋아했었지……. 내가  마법사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셨거든, 어머니 때문에 말이야……. 물론 나는 절대로 마
법을 잘 하지는 못했어.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학교에서 쫓겨나는 것은 보지 못하
셨어. 내가 2학년 때 아버지는 그만 돌아가셨거든…….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
신 뒤로 나를 유일하게 보살펴 주었던 사람은 오직 덤블도어뿐이었어.  나를 위
해 사냥터지기 일을 구해 주시고……. 덤블도어는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지. 기
회를 한 번 더 주시고……. 덤블도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바로  그런 거
야. 덤블도어는 재능만 있으면 누구든지 호그와트에 받아들이려고 했어. 가족이 
어떤 혈통이든지 간에 사람만 괜찮다고 인정되면……. 맞아, 차므로 덤블도어는 
존경받을 만한 분이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항상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래, 나는 나다,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말
하지 못하고 자신이 마치 그저 몸집이 큰 혈통인 척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 늙
은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지.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마라.  물론 너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자들
이야.' 아버지 말씀이 옳았어. 나는 멍청했어. 나는 더 이상 그녀 때문에 괴로워
하지 않을 거야. 약속하겠어. 몸집이 크다니……. 이제부터 그녀는  그냥 몸집이 
큰 사람으로 내버려두겠어."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어색한 듯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해그리드
와 맥심 부인이 나누었던 이야기를  엿들었다고 해그리드에게 솔직히 털어놓기
보다는 차라리 50마리의 폭탄  꼬리 스크루트들을 이끌고  산책을 나가는 편이 
더 낫겠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
혀 의식하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해리, 너 그거 아니?" 해그리드가 눈을 반짝이면서  아버지 사진에서 눈을 떼
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네 모습은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았어. 엄마 아빠는 다 돌아가시고 너는 너 자신이 호그와트에 전혀 어울리
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기억 나니? 정말로 여기 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잖아……. 하지만 지금은 봐, 해리! 학교 챔피언이 되었잖아!"
 해그리드는 한참 동안이나  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아주 심각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아니, 해리? 나는  제가 이기는 걸 보고 싶어. 정말
이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도록 해……. 그래, 이기기 위해 반드시 순수 혈통
일 필요는 없다는 걸 말이야. 너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둬. 
마법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기꺼이 학교에 받아들이는 덤블도
어가 옳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도록 해. 그래,  네 황금알은 어떻게 되어 가
고 있니, 해리?"
 "그건 아주 잘 되었어요." 해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정말이에
요."
 그 말을 듣자 잔뜩 일그러지고 눈물 젖은 해그리드의 얼굴에 갑자기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역시 우리 해리야. 좋아. 그들에게 보여주도록  해. 해리. 그들에게 본떼를 보
여주란 말이야."
 해그리드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저녁 늦게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해리는 마
음속으로 해그리드의 거칠거칠한 얼굴을 떠올렸다.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반드시 
해리가 승리할 거라고 상상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던 해그리드……. 해리는 해
그리드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날 밤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금알의 울부짖음은  더욱 무겁게 해리의 
마음을 짓눌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해리는 마침내 중대한 결심을 했다. 
자존심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케드릭 디고리의  충고가 과연 맞는 것인지 한번 
알아볼 때가 된 것이다.


제25장 황금알과 눈

 황금알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목욕을 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해리는 한밤중에 그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깊은 밤
이라면 해리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욕실에서 시간을 끌 수가 있었다. 또한 케
드릭에게서 더 이상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해리는 반장
들의 욕실이라는 것도 한번 사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 방은  특별히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방해를 받을 만한 일도 없을 것 같았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이번 계획을 세웠다. 얼마 전에도 한 번 한밤중에 침대에서 
몰래 빠져나와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갔다가 관리인 필치에게 붙잡혔던 적이 있
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그런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투명 망토가 필수적이었다.  그 이외에도 더욱 조심하기  위해서 
해리는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를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그것은 규칙을  어기는 
일에 사용하기에는 가장 유용한 물건이었다.
 호그와트의 비밀지도는 수많은 지름길과 비밀 통로를 포함해서 호그와트 전체
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이름이 붙어 있는 작
은 점이 통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성안에  있는 사람들의 위치를 나타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만약 누군가 욕실로 다가오면 해리는 미리 그  사실을 알고 
대비할 수가 있었다.
 목요일 밤에 해리는 침대에서 살그머니 빠져나와 투명 망토를 입고 계단을 내
려갔다. 그리고 해그리드가 해리에게 용을 보여주었던 바로 그날 밤에  했던 것
처럼, 초상화 구멍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론이 미리 밖에서 기다리
다가 뚱뚱한 여인에게 암호를 불러 주었다.
 "바나나 튀김!"
 초상화가 열리자 해리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재빨리 밖으로 나갔
다. 해리가 론의 곁을 지나갈 때, 기숙사로 올라가던 론이 작게 속삭였다.
 "행운을 빌어!"
 해리는 오늘따라 투명 망토를 뒤집어쓰고 움직이는 것이 무척  불편했다. 무거
운 황금알을 한쪽 팔에 끼고, 다른 한쪽 팔로는 호그와트의 비밀지도를 들고 있
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복도는 텅 비어 있었고 적막이 감
돌았다.
 해리는 얼마큼 갈 때마다 비밀지도를 살펴보며 갔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사람
과 마주치지 않고 무사히 갈 수 있었다.

 마침내 장갑을 바꿔 끼고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는 마법사 술주정뱅이 보
리스의 도상 앞에 도착했을 때,  해리는 케드릭 디고리가 알려 주었던  그 문을 
발견했다. 해리는 그 문으로 걸어가서 암호를 속삭였다.
 "어린 소나무."
 잠시후에 문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살짝 안으로 들어간 해리
는 조용히 문을 닫고 투명 망토를 벗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았
다.
 해리의 머리속에서 즉각 떠오른 생각은, 이 정도 욕실을 사용할 수  있다면 반
장도 해볼 만하겠다는 것이었다. 환하게 빛나는 양초가 가득히 꽃혀  있는 샹들
리에가 은은하게 방을 밝히고 있었다. 방은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
었다. 바닥 한가운데에는 사각형으로 움푹 파인 수영장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는
데, 그 가장자리에는 100개의 황금 수도꼭지가 달려 있었고  각각의 손잡이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또한 다이빙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창문
에는 길고 하얀 린넨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벽에는 황금 액자를 씌운 그림
이 한 점 걸려 있었다. 그것은 바위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금발 머리의 인어 
그림이었다. 인어가 코를 골 때마다 얼굴을 덮고 있는 긴 머리카락이 들썩였다.
 해리는 망토와 황금알과 지도를  내려놓고 두리번 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나는 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너무나  웅장한 욕실이었다
(해리는 황금 수도꼭지를 틀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으로 해리는 케드릭 디고리가 자기를 그저  놀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
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욕실이 황금알의 비밀을 푸는 데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투명  망토와 호그와
트의 비밀 지도와 황금알을 거의 수영장 크기만한 욕조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
고 보풀보풀한 목욕수건을 집어들었다.
 해리는 무릎을 꿇고 황금 수도꼭지  중에서 몇 개를 돌렸다. 순식간에  해리가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여러 종류의 목욕  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한 수도꼭
지에서는 거의 축구공 크기만한 푸른색과 분홍색의 비눗방울이  쏟아져 나왔고, 
도 다른 황금 수도꼭지에서는 해리의 몸도 둥둥 뜨게 할 만한 얼음처럼 하얗고 
진한 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세 번째 황금 수도꼭지에서 진한 향기를 풍기는 보
라색 구름이 수면 위로 뭉실뭉실 쏟아져 내렸다. 해리는 한참동안이나  이 수도
꼭지, 저 수도꼭지를 열었다 잠갔다 하면서 신나게 즐겼다. 특히 황금 수도꼭지
에서 분출된 물과 거품이 수면  위로 멀리 튀어 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깊은 
욕조가 그 크기에 비해서는 놀랄 만큼 짧은 시간에 뜨거운 물과 거품과 비눗방
울로 가득 차게 되자, 해리는 곧 수도꼭지를 모두 잠그고 잠옷과 신발과 가운을 
모두 벗었다. 그런 다음에 천천히 물 속으로 들어갔다.
 욕조가 얼마나 깊은지 발이 거의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였다. 해리는 황금알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욕조 안을 몇 번이나 헤엄치다가 물 속을 걷기도 했다. 알
록달록한 색깔의 연기 구름이 사방에서 피어  오르는 뜨거운 거품 욕조 속에서 
헤엄 치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었지만, 해리의 머리 속에는 깜짝 놀랄 만한 
멋진 생각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깨달음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해리는 팔을 뻗어서 물에 흠뻑 젖은 손으로 황금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
심스럽게 황금알을 열어 보았다. 마치 비명을 지르듯 날카롭게 울부짖는 소리가 
욕실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대리석  벽에 부딪히면서 사방으로 반사되었다. 
하지만 조금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예전과 마찬가지였다. 아니, 벽에 반사되
는 반향 때문에 더욱더 괴상하게 들릴 뿐이었다.
 해리는 다시 황금알을 탁 닫았다. 비명 소리를 듣고 관리인 필치가 찾아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해리는 케드릭 디고리의 속셈이란 혹시  이런 것
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해리는 화들짝 놀라 황금알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면서 물 속에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해리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황금알은 
욕실 바닥을 데구르르 굴러갔다.
 "나 같으면 그 황금알을 물 속에 넣어 보겠어."
 비누 거품을 잔뜩 삼킨 해리는 푸푸거리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몹시 음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 유령이 황금 수도꼭지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
었다. 그 유령은 바로 모우닝 머틀이었다. 대개는 3층  여자 화장실의 S자로 구
부러진 수도관에서 모우닝 머틀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머틀!" 해리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나는…… 나는 지금 아무것도 입지 않았
단 말야!"
 다행스럽게도 비누 거품이 아주 짙었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건 없었다. 하지만 
해리는 어쩐지 모우닝 머틀이  처음부터 어느 황금  수도꼭지에 숨어서 자신의 
모습을 몰래 엿보고 있었을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물 속으로 들어갈 때,  나는 눈을 감았어. 아주  오랫동안 넌 나를 보러 
오지 않았지."
 모우닝 머틀은 두꺼운 안경 너머로 눈을 찡끗하면서 말했다.
 "그래……. 하지만 그건…… 네가 있는 화장실에는 내가  들어가면 안 되잖아? 
안 그래? 거기는 여자화장실이니까 말야."
 해리는 살짝 무릎을 구부려 머리만 남기고 목  아래는 모두 물 속에 잠기도록 
했다. 머틀이 아무것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옛날에는 그런 건 전혀 신경쓰지 않았잖아. 너는 항상  여자 화장실로 찾아오
곤 했는데……."
 모우닝 머틀이 애처롭게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모
우닝 머틀의 화장실이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몰래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걸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헤르미온느가 만든 폴리주스 
마법의 약은 론과 해리를 한 시간  동안 크레이브와 고일의 모습으로 변신시켜 
주었던 것이다. 금지된 마법의 약 덕분에 그들은 슬리데린의 학생  휴게실로 들
어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거길 드나들지 말라고 야단을 맞았어. 그 다음부터는 두 번 다시 가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해리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어느정도 사실이었다. 한
번은 해리가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퍼시에게 발각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오, 알았어……. 그래……. 어쨌거나…… 나 같으면 그 황금알을 물 속에 집어
넣어 보겠어. 케드릭 디고리가 그렇게 했으니까 말이야."
 모우닝 머틀이 침울하게 턱을 꼬집었다.
 "너는 그 애가 하는 것도  몰래 엿봤니? 도대체 너는  뭣 때문에 밤마다 몰래 
여기에 와서 목욕하는 반장들을 엿보는 거야?"
 해리가 언성을 높였다.
 "어쩌다가 있는 일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느 누구에게도 밖으로 나와서 말
을 걸어 본 적이 없어."
 모우닝 머틀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황송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구나. 눈이나 꼭 감고 있어!"
 해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해리는 모우닝 머틀이 안경을 손으로 잘 가리고 있
는지 확인한 다음. 욕조에서  나왔다. 그리고 허리에 수건을  단단히 두른 후에 
욕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황금알을 집어 들었다.
 일단 해리가 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자. 모우닝 머틀은 손가락 사이로 내다보면
서 말했다.
 "어서……. 물 속에서 그걸 열어 봐!"
 해리는 황금알을  거품이 이는  수면 밑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활짝  열었
다……. 이번에는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황금알에서 꼬르륵 꼬르륵 하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물 밖에서는 노래 가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머리도 물 속으로 집어넣어야지!"  머틀은 해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것을 무척 즐기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서!"
 해리는 싶이 숨을 들이마신 후에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품이  가득 차 
있는 대리석 바닥에 앉아서 열려진 황금알에서 들리는 이상한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우리를 찾아오세요.
 우리는 땅 위에서는 노래를 부를 수가 없어요.
 그것을 찾는 동안, 이걸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당신이 가슴 아프게 그리워하는 것을 가질 거예요.
 한 시간 동안 당신은 찾아야만 해요.
 그리고 우리가 가져가는 것을 되찾아야만 해요.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면-앞날은 어두워요.
 너무 늦었어요. 일단 지나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해리는 몸을 일으켜서 거품이 일고  있는 수면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손으로 
눈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을 털었다.
 "들었니?"
 모우닝 머틀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우리를  찾아오세요.' 잠깐만, 다시 
한 번 들어봐야겠어……."
 해리는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황금알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완전히 
암기하기까지 해리는 세 번이나 더 물 속을 들락거려야만 했다. 그런 후에도 해
리는 한참 동안이나 머리를 쥐어짜면서 물 속을 걸어다녔다. 모우닝  머틀은 수
도꼭지 위에 앉아서 그런 해리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땅 위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그런  사람들을 먼저  찾아야겠군……. 
음……, 그런 사람이 누구일까?"
 해리가 천천히 중얼거렸다.
 "너 정말 둔하구나?"
 모우닝 머틀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해리는 폴리주스 마법의 약 때문에 헤
르미온느의 얼굴에 털이 나고 엉덩이에 고양이 꼬리가 달렸던 그날  말고는, 모
우닝 머틀이 이렇게 즐거워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해리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서 욕실을 둘러보았다. 만약 물  속에선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은 물 속에서 살고 있는 생물이라는 뜻일 것이다. 해리는 이 
생각을 모우닝 머틀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모우닝 머틀은  싱글싱글 능글맞게 
웃었다.
 "그래, 그게 바로 케드릭 디고리가 생각했던  거야. 그 애는 아주 오랫동안 그 
말을 혼자 중얼거렸어. 몇 시간  또 몇 시간 동안…….  거의 욕조 안의 거품이 
다 사라질 때까지……."
 모우닝 머틀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물 속이라……. 그런데 머틀……, 대왕 오징어  말고 호수 속에는 또 뭐가 살
고 있지?"
 해리는 느릿느릿 말을 던졌다.
 "오, 호수  속에는  온갖 종류의  생물이  살지. 난  가끔씩  거기로 내려가곤 
해……. 누군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내 화장실로 불쑥 들어와서 물을 내
리거나 할 때, 달리 어쩔 도리가 없으면 말이야."
 모우닝 머틀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해리는 모우닝 머틀이 화장실의 
지저분한 오물과 함께 호수로 연결된 배수구를 따라 내려가는 광경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를썼다.
 "그래, 혹시 거기에는 인간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생물이 없니? 아니, 잠간
만……." 해리의 눈길이  코를 골면서 자고  있는 인어  그림에 가서 멈추었다. 
"머틀, 호수에는 인어들이 살고 있지 않니? 그렇지?"
 "오우, 아주 훌륭한걸." 모우닝 머틀은 또다시  두꺼운 안경 너머로 눈을 찡끗
했다. "케드릭 디고리는 너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어! 인어가 있었는데도 말이
야. 저 인어는 낄낄거리면서 지느러미를 퍼덕였지……."
 모우닝 머틀은 음울한 얼굴에 지극히 혐오스러운 표정을 가득 담고 인어를 획 
둘러보았다.
 "그렇지? 그렇구나." 해리는 몹시 흥분했다. "두번째 시험은 호수로 가서  거기 
살고 있는 인어들을 만나는 거야. 그리고……."
 갑자기 해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을 뜻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에게 
배를 세게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리는 수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은 한번도 수영을  배운 적
이 없었다. 두들리는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배웠다. 하지만 페투니아 이모와 버
논 이모부는 해리에게 수영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 자체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심 언젠가 해리가 물에 빠져 죽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 크기의 수영
장을 두세 번 정도 왔다갔다하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호수는 아주 넓고 
무척 깊었다……. 그리고  인어들은 분명히  호수 바닥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
 "그런데 머틀, 물 속에서 어떻게 숨을 쉬지?"
 해리가 약간 주저하며 물었다.
 "무심한 사람같으니!"
 그 말을 듣자, 모우닝 머틀의 두 눈에  갑자기 눈물이 가득 고였다. 모우닝 머
틀은 옷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울먹였다.
 "뭐가 무심하다는 거야?"
 해리가 어리둥절했다.
 "내 앞에서 숨쉬는 얘기를  꺼내다니!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는데……. 너무나 
오랫동안…… 숨을 쉬어 보지 못했는데……."
 모우닝 머틀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모우닝 머틀의 목소리가 욕실  안에서 메아
리쳤다. 모우닝 머틀은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큰 소리로 코를 풀었다.
 해리는 모우닝 머틀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항상 예민하게 반응했었다는 사
실이 비로소 떠올랐다. 사실 그런 문제를 두고 모우닝 머틀처럼 요란을 떠는 유
령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미안해, 머틀. 일부러 그런 건 절대로 아냐. 나는 그저 잊어버렸던……."
 해리는 다소 짜증 섞인 투로 말했다.
 "오, 그래! 머틀이 죽었다는 건 아주 쉽게 잊어버리지!" 모우닝 머틀이 말을 가
로채면서 퉁퉁 부은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심지어 내가 살아  있을 때도 
아무도 나를 생각해 주지 않았어. 몇 시간이 지나고 또 몇 시간이 지나서 내 시
체를 찾아냈지. 나는 거기  앉아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어.  마침 내 올리브 
혼비가 화장실로 찾아왔지. "너 또 삐쳐서 여기  와 있니, 머틀?" 그 애는 이렇
게 말했지. " '디펫 교수님이 나더러 널 찾아보라고 했어.' 그 다음 순간 올리브 
혼비가 내 시체를 봤지……. 오호, 올리브 혼비는 죽을 때까지 잊어버리지 못할 
거야. 내가 절대로 잊지 못하도록 만들었거든……. 계속 올리브 혼비의 뒤를 따
라다니면서 내가 절대로 잊지 못하도록 만들었거든……. 계속 올리브 혼비의 뒤
를 따라다니면서 자꾸만 그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지. 올리브 혼비의  오빠가 결
혼하던 날도 기억이 나……."
 하지마 해리는 더 이상 모우닝 머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인어의 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가슴 아프게 그리워
하는 것을 가질 거예요.' 그것은 마치 그들이 해리로부터 무엇인가 아주 중요한 
것을 훔칠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해리가 반드시 다시 되찾아야만 할 무엇인
가를……. 도대체 뭘 가져가려는 걸까?
 "물론 올리브 혼비는 마법부에 가서 더  이상 내가 자기를 따라다니지 못하도
록 해달라고 탄원했지. 결국 나는 다시 이리로 돌아와서 내  화장실에서 살아야
만 했어."
 "잘 되었구나." 해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문제의  실마리가 조금 더 풀렸어. 
자, 미안하지만 이제 다시 눈을 감아 줄래? 욕조 밖으로 나갈 거야."
 해리는 거품이 부글거리는 욕조 바닥에서 황금알을 꺼낸 다음, 다시 밖으로 나
갔다. 그리고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 내고 다시 잠옷을 입었다.
 "가끔씩 나를 만나기 위해 화장실로 찾아와 주겠니?"
 해리가 투명 망토를 집어들자, 모우닝 머틀이 애처롭게 물었다.
 "어……. 노력해 보겠어."
 하지만 해리는 마음속으로 성 안의 모든 화장실이 다 폐쇄되기 전에는 절대로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을 다시 찾아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안녕. 잘 가."
 모우닝 머틀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서글프게 인사했다. 해리는 투명  망토를 입
은 후에 모우닝 머틀을 바라보았다. 필치와 노리스 부인의 이름이 적혀 있는 잉
크점은 그들의 사무실 안에서 안전하게 깜박이고 있었으며, 피브스는 트로피 보
관실에서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돌아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해리가 그리핀도르의 탑으로 향하는 첫발을 막 내디뎠을 때, 갑자기 비
밀 지도에 나타난 잉크점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
다.
 밤중에 돌아 다니는 것은 피브스만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잉크점이 지하층 왼
쪽 모퉁이 방 근처에서 깜박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스네이프  교수의 사
무실이었다. 하지만 그 잉크점에는  '세베루스 스네이프'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였다.
 해리는 그 잉크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크라우치는 몸이 불편해서  출근도 못 
하고 크리스마스 무도회에도 나오지 못했다. 그런 그가 새벽  1시에 호그와트로 
몰래 침입해서 도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해리는 스네이프의 방 주위를 서
성거리면서 빙빙돌고 있는 잉크점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해리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호기심이 해리를 이기
고 말았다. 해리는 몸을  돌려서 가장 가까운 계단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크라우치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조사할 작정이었다.
 해리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래도 벽에 걸린  몇 개
의 초상화 속에 들어 있는 얼굴들은  계단 마루가 삐그덕거리고 잠옷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신기하다는 듯이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곤 했다.  하지만 투명 
망토를 걸치고 있는 해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래층 복도에 도착한 해리는 벽에 걸린 양탄자를 옆으로 밀치고 구멍으로 기
어들어갔다. 그리고 좀더 좁은 계단을 따라서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2층 아래로 곧장 내려갈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해리는 계속 호그와트의 비밀지도를 내려다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성격상 
고지식 하고 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크라우치가  이렇게 늦은 밤중에 다른 사람
의 사무실 근처를 몰래 염탐하면서 돌아다닐 것 같지는 않았다.
 바로 그 순간, 계단을 절반 정도  내려갔을 때였다. 크라우치의 이상한 행동에 
온통 정신을 팔고 있던 해리는 자신이  어디를 걷고 있는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그만 갑자기 함정계단에 다리를 빠뜨리고 말았다. 그 계단은  네빌이 항
상 건너뛰는 것을 잊어버리고 빠지는 곳이었다.
 해리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 바람에 조금 전에 욕조에서 나와서 아직까
지도 미끌미끌한 황금알이 해리의 팔에서 쑥 빠져나가고 말았다. 해리는 황급히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황금알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황금알은 드럼을 마구 두드리는 소리처럼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긴 계단을 쿵
쿵거리면서 굴러갔다. 그 순간 투명 망토가 스르르 벗겨지려고 했다. 해리는 재
빨리 투명 망토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만 비밀 지도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비밀 지도는 해리가 있는 곳에서 여섯 계단 아래쪽에 떨어졌다. 해리는 
비밀 지도를 향해 힘껏 손을 뻗어 보았지만 도저히 닿지 않았다.
 구멍을 막고 있는 양탄자를  밀치고 계단 바닥에 쿵  떨어진 황금알은 반으로 
쫙 갈라지면서 아래층 복도 정체가 다 울릴 정도로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기 시
작했다. 해리는 얼른 요술 지팡이를 꺼내서 비밀 지도를 깨끗이  지우려고 버둥
거렸지만, 몇 번이나 헛손질만 했을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투명 망토를 다시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해리는 똑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두려
움으로 눈을 꼭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피브스!"
 그것은 분명히 관리인 필치의 고함소리였다. 곧이어 허둥지둥 요란하게 달려오
는 발 소리와 분노로 격앙된 씩씩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운 곳에서 들렸
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깨울 셈인가? 
피브스, 꼭 잡고말 테다. 꼭 잡을 거야, 꼭……. 어라, 그런데 이게 뭐지?"
 관리인 필치의 발걸음 소리가 뚝  멈추었다. 그런 다음에 금속이 딸깍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비명 소리도 사라졌다. 황금알을 집어든 필치가 알을  닫은 것이
다.
 해리가 가만히 숨을 죽인 채, 조용히 서 있었다. 한쪽 다리는 여전히 함정계단 
속에 꽉 끼어 있었다. 이제 당장이라도 필치는 피브스를 찾으려고  양탄자를 젖
혀 볼 것이다……. 물론 피브스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만약 계단이라도 올라온다면 비밀지도를 발견하게 될 텐데……. 그때는 투명 망
토를 썼든 안 썼든 간에, 비밀 지도 위에 '해리 포터'라고 적힌  점이 정확히 해
리가 서 있는 위치를 알려 줄 것이다.
 "왕금알?" 필치는 계단 끝에 서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오,  귀여운 것! 이리 
오렴!" 노리스 부인이 필치와 함께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건 트리위저드 시합
에서 쓰는 황금알인데! 학교 챔피언의 물건이란 말이야!"
 해리는 당장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심장이 터질 듯이 거세게 박동하면서 킁
킁거렸다.
 "피브스!" 필치가 으르렁거리면서 소리쳤다. "이걸 훔쳤구나!"
  필치는 양탄자를 들치고 통로 속으로  고개를 디밀었다. 해리는 그  흉칙하고 
축 늘어진 얼굴과 툭  튀어나온 흐리멍텅한 눈이  어둡고 텅 비어 있는(필치가 
보기에는) 계단을 올려다보는 것을 보았다.
 "어디 숨었니?" 필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반드시 내가 너를 찾아내고 말 
거다, 피브스……. 트리위저드 시합에 사용하는 물건을  훔쳐서 달아나다니……. 
덤블도어도 이 사실을 알면 당장 너를 여기에서  쫓아낼 거다. 피브스, 이 더럽
고 손버릇 나쁜 장난꾸러기 요정 놈아……."
 필치는 서서히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싹 마른 회색 고양이가 그  뒤를 
찰싹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주인과 똑같은 노리스 부인의 등잔 같은 눈은 곧
장 해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전에도 해리는 종종 투명 망토가  과연 고양이에
게도 효력이 있는지 의문을 품곤 했었는데…….
 긴장과 불안감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죽은 것만 같은 기분으로 해리는, 낡은 플
란넬 잠옷 가운을 입고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필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리고 필사적으로 함정에 걸린 발을  빼내려고 버둥거렸지만, 오히려 좀더  깊이 
빠져 들어갈 뿐이었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필치는 비밀 지도를 발견하
거나 해리와 곧장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필치? 무슨 일이지?"
 해리가 있는 곳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필치는 걸음을 멈추더니 뒤
로 몸을 돌렸다. 계단 밑에는 지금 해리가 처한 상황을 더욱 최악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스네이프였다. 기다란 회색 잠
옷을 입고 있는 스네이프는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피브스입니다. 교수님." 필치가 심술궂게 일러바쳤다. "그놈이 이 황금알을 계
단 밑으로 던졌어요."
 스네이프 교수는 재빨리 계단을 올라오더니 필치  바로 옆에서 걸음을 멈추었
다. 해리는 이를 악 물었다. 터질 듯이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 대문에 당장이라
도 발각이 될 것만 같았다…….
 "피브스?" 스네이프는 필치의 손에 들려  있는 황금알을 노려보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피브스는 내 사무실에 들어올 수가 없는데……."
 "그렇다면 이 황금알이 교수님 사무실에 있었습니까?"
 "물론 아닐세." 스네이프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나는 뭔가 and 떨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고……."
 "예, 교수님. 그게 바로 이 황금알이었습죠!"
 "무슨 일인가 살펴보려고……."
 "피브스가 이걸 던졌다니까요, 교수님!"
 "사무실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횃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고  선반문이 열려 
있었어! 누군가 그 안을 뒤진 거야!"
 "하지만 피브스는 그럴 수가 없는데……."
 "나도 그건 알고 있어 필치!" 스네이프가 다시 면박을 주었다.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풀 수 없는 주문으로 내 사무실을 봉인해  놨단 말이야!" 
스네이프는 투명한 해리 너머로 계단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아래층 
복도를 내려다보았다. "필치, 나와 함께 가서 침입자를 찾아봐야 하겠어."
 "저는…… 그러겠습니다요, 교수님, 하지만……."
 필치는 안타까운 듯이 해리가 서 있는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필치는 피브스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냥 놓쳐 버리는  것이 못내 아쉬운 
기색이었다. 어서 가요, 해리는 마음 속으로 필치에게 부탁했다.  스네이프와 함
께 가버려요……. 어서! 노리스  부인은 필치의 다리 사이에서  빙빙 돌고 있었
다……. 문득 노리스 부인은 냄새를  맡을 수도 있다는생각이 번개처럼  해리의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왜  그토록 진한 향수 냄새가 나는  거품을 욕조에 
가득 채웠었는지 몹시 후회스러웠다.
 "교수님." 필치가 스네이프를 향해 사정하듯이 말했다. "이번에는 교장선생님께
서도 제 말을 들으실 겁니다. 피브스가  학생의 물건을 훔쳤으니까요. 이번에야
말로 그놈을 당장 잡아서 성 밖으로 내던져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랍니다. 그
러니까……."
 "필치, 나는 그 비열한 소리의 요정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아. 내 사무실
은……."
 철컥. 철컥. 철컥.
 갑자기 스네이프가 말을 뚝 끊었다. 스네이프와 필치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
려서 계단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해리는 그들의 머리 사이로 매드아이 무디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디는 언제나처럼 너덜너
덜한 여행용 망토를 잠옷 위에 걸치고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잠옷 파티라도 열렸나?"
 무디가 계단 위쪽을 향해 소리쳤다.
 "스네이프 교수님과 제가 무슨 소리를 들었습니다요, 그 못된 장난꾸러기 요정 
피브스가 늘 하던 대로 물건을 내던졌습니다요.  무디 교수님. 그리고 스네이프 
교수님은 누군가 사무실에 침입을……."
 필치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가만히 입 닥치지 못해!"
 스네이프 교수가 필치에게 나지막이 경고했다. 무디는 계단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왔다. 해리는 무디의 마법의 눈이 스네이프를 지나서  바로 자
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리는 너무나 무서워서 심장이 바싹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무디는 투명 망토 
속을 볼 수 있어……. 매드아이 무디만이 오직 이상한 광경을 분명하게 볼 수가 
있었다. 잠옷을 입고 서 있는 스네이프와 황금알을  들고 서 있는 필치, 그리고 
그들 뒤에서 계단에 발이 빠진 채,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바로 나, 해리.
 무디도 깜짝 놀란 듯이 삐뚤어진 입을 딱 벌렸다. 잠시 동안 무디와 해리는 서
로 눈길을 마주쳤다. 무디는 황급히 입을 다물고 다시 푸른  눈을 스네이프에게 
돌렸다.
 "스네이프, 그런데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가? 누가 자네  사무실에 몰래 침
입했다구?"
 무디가 느릿느릿 물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스네이프가 차갑고 쌀쌀맞게 대답했다.
 "정반대일세. 그건 아주 중요한 일이야.  도대체 누가 자네 사무실에 침입했단 
말인가?"
 무디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학생이겠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의 개인용 선반에서 마법약 성
분이 없어진 적이 있었죠……. 틀림없이 학생들이 제멋대로 마법의 약을 만들려
고 했을 겁니다……."
 스네이프가 내뱉듯이 말했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관자놀이 부근의 혈관이 불끈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마법의 약 성분을 찾으려고 했단 말인가? 혹시 자네 사무실에 달리 
감추어 두는 것은 없는가?"
 무디가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창백한 얼굴이  거의 흙빛
으로 변하면서 관자놀이의 혈관이 더욱 빨리 불끈거리는 것을 보았다.
 "무디, 제가 아무것도 감추는 것이 없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손수 저의 사
무실을 뒤져 보셨으니까 잘 아실 텐데요."
 스네이프는 나지막하지만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스네이프, 그건 오러의 특권이라네. 덤블도어가  나에게 항상 주의 깊게 살펴
보라고 하는……."
 무디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덤블도어는 저를 믿습니다. 덤블도어가 당신에게 내 사무실을 뒤져 보라는 명
령을 했다는 말을 나는 믿을 수가 없어요!"
 스네이프가 이를 악물면서 대답했다.
 "물론 덤블도어는 자네를 믿는다네. 그  사람은 남을 잘 믿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항상 두 번째 기회가 있다고 믿지. 하지만 나는…… 스네이프, 한 마디
만 하지. 없어지지 않는 오점이 있다네. 절대로 없어질 수  없는 오점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무디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갑자기 스네이프가 아주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마치 무언가가 찌르기라도 한 듯이. 오른쪽 손으로 왼쪽 팔뚝을  움켜잡았던 것
이다.
 "그만 자러 가게나, 스네이프."
 무디가 껄껄거리면서 웃었다.
 "당신이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습니다! 해가 진 뒤에는 당신과 마
찬가지로 나도 이 학교를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가 잇단 말입니다!"
 스네이프는 스스로에 대해 화가 난 듯이 팔을 탁 놓으면서 소리쳤다.
 "좋아, 그렇다면 어디 마음대로 돌아다녀  보시지. 나는 언젠가 어두운 복도에
서 자네를 다시 만나게 될 날만을 고대하겠네……." 무디의 목소리는 대단히 위
협적이었다. 온몸에 공포스러운 전율이 흐를 정도였다. "그런데 자네가 뭘 떨어
뜨렸군……."
 해리는 손으로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를 가리키고 있는 무디를  보았다. 스네이
프와 필치가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해리는 더 이상 조심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투명 망토 밑에서 팔을 번쩍 치켜든 해리는 다급하게 무디를 향해 손을 흔들면
서 소리 없이 입을 뻥긋거렸다.
 '그건 제 거예요! 제 거예요!"
 스네이프가 재빨리 비밀 지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네이프의  얼굴에는 이제
야 알겠다는 듯한 무시무시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아씨오 양피지!"
 스네이프의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온 비밀 지도는  허공을 날아서 계단 밑에 
서 있는 무디의 손으로 들어갔다. 
 "내 실수였네. 이건 내 물건이야. 조금 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떨어뜨린 모
양일세."
 무디가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하지만 스네이프의 검은 눈동자는  필치의 팔에 
들린 황금알과 무디의 손에 들린 비밀 지도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오직 
스네이프만이 그 두가지 물건의 의미를 결합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해리는 너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포터."
 스네이프가 마치 신음 소리를 내듯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뭐라고 했나?"
 무디는 차곡차곡 비밀 지도를 접더니 호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런 다음
에 태연하게 물었다.
 "포터!" 스네이프가 고함을 꽥 질렀다. 스네이프느 고개를 휙 돌리더니 정말로 
해리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라도 하듯이  그가 서 있는 바로  그 장소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저 황금알은 포터의 물건입니다. 그 양피지 또한 포터의 것이구요. 
전에도 본 적이 있어서 나는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지금  포터가 여기 있어요! 
투명 망토를 쓴 포터가 말입니다!"
 스네이프는 마치 눈 먼  사람처럼 손을 앞으로 쭉  내밀더니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리는 마치 자기의 냄새라도 맡으려는 것처럼 스네이프의 커다란 콧
구멍이 팽팽하게 커지는 것을 보았다. 계단에 발이 걸린 해리는  스네이프의 손 
끝을 피하려고 몸을 뒤로 한껏  젖혔다. 하지만 이제…… 단 한  걸음만 앞으로 
나오면…….
 "스네이프,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가 얼마나  경솔하게 해리 포터를 의
심했는지 내가 교장에게 말하면 아주 좋아 할 것 같군!"
 무디가 스네이프에게 호통을 쳤다.
 "그게 무슨 뜻이죠?"
 스네이프가 다시 몸을 돌려서 무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앞으로 쭉 뻗은 스네
이프의 손 끝은 거의 해리의 가슴에 닿을락 말락하고 있었다.
 "내 말은 덤블도어도 누가 그 소년을 미워하는지 무척 알고 싶어할 거란 말일
세! 스네이프, 나 또한 무척 관심이 있다네……."
 무디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계단 밑으로 다가왔다. 횃불이 깜박거리면서 무디
의 위협적인 얼굴을 비추었다. 여기저기에 움푹 파인 상처와 코끝에  살점이 떨
어져 나간 부분이 여느 때보다 더욱 깊고 어둡게 보였다.
 스네이프는 가만히 무디를 내려다보았다. 해리는 스네이프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이나 아무도 움직이거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
었다.
 마침내 스네이프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저는 단지……  만약 포터가  또다시 방과후에  이 안을  헤매고 돌아다닌다
면……. 그건 그 아이의 불행한 습관입니다만.  그걸 막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죠."
 스네이프가 억지로 분통을 참으면서 말했다.
 "아, 그랬군. 그러니까 자네도 마음속으로는 포터를 깊이  생각했단 말이군, 그
런가?"
 무디가 부드럽게 말했다. 또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스네이프와 무디는 여
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해리의 몸에서 풍기고 있는 거품 비누 냄새의 근
원지를 찾으려고 계속 필치의 다리  주위를 빙빙 돌고 있던  노리스 부인이 큰 
소리로 야옹 하고 울었다.
 "그만 잠을 자러 가는 게 좋겠군요."
 스네이프가 무디를 쳐다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네가 오늘밤에 한 생각 중에서 제일 좋은 생각일세. 자, 필치. 이제 그 황금
알을 나에게 건네주게."
 무디가 필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건 안 됩니다요! 무디 교수님. 이것은  피브스가 도둑질했다는 명백한 증거
입니다요!"
 필치는 마치 그 황금알이 소중한 자식이라도 되는 듯이 꼭 끌어안았다.
 "그것은 피브스한테서 도둑질을 당한 챔피언의 것이라네. 어서 나에게 넘겨 주
게."
 무디가 근엄하게 말했다. 계단을 내려간 스네이프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무디 옆
을 휙 지나갔다. 필치가 노리스 부인을 쳐다 보면서 쯧쯧 혀를 찼다. 노리스 부
인은 해리가 있는 곳을 계속 노려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돌리고 주인을 따라
갔다. 해리는 숨을 헐떡이면서 스네이프가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를 들엇다.
 "귀여운 것, 신경 쓰지 마라. 내일 아침에 덤블도어를 만날 테니까…… 피브스
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일러바쳐야지……."
 필치는 무디에게 황금알을 건네주더니 노리스  부인에게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사라졌다.
 잠시 후에 문이 꽝 닫혔다. 해리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무디를 내려다보았다. 
무디는 계단 밑에 지팡이를 내려놓고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무디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둔하게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슬아슬했구나, 포터."
 무디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예……. 저…… 고맙습니다."
 해리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이게 뭐냐?"
 무디는 호주머니 속에서 비밀 지도를 꺼내더니 펼쳐 들었다.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예요."
 해리는 무디가 한시라도 빨리 계단에서 자신을 꺼내 주기만을  기다렸다. 함정 
계단에 낀 다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이것은…… 이것은 정말 굉장한 지오야, 포터!"
 무디가 비밀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무디의 마법의  눈이 번
뜩이기 시작했다.
 "네, 무척 쓸모가 있어요. 저…… 무디  교수님, 저를 좀 도와 주세면  안 될까
요?"
 이제 해리의 눈에서 고통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뭐라구? 오! 그래……. 그래, 알겠다. 물론 도와주고말고……."
 무디는 해리의 팔을 잡아서  끌어당겼다. 해리의 다리가 함정계단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해리는 재빨리 한 계단위로 올라섰다.  무디는 아직까지도 비밀 지
도를 살펴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포터……. 혹시 누가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침입했는지 보지 못했지? 그러니까 
이 지도상으로 말이다."
 무디가 천천히 중얼거렸다.
 "음……. 네, 봤어요……. 그 사람은 바로 크라우치 씨였어요."
 해리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마법의 눈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비밀  지도를 샅
샅이 훑어보고 있던 무디는 깜짝 놀랐다.
 "크라우치라구? 그게, 그게 정말이냐, 포터?"
 무디가 다급하게 물었다.
 "확실해요."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성 안에 없는 것 같구나. 크라우치라……. 그것 참 재
미있군……."
 무디의 눈은 여전히 비밀 지도 위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디는 거의 1분 동안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비밀 지도마을 뚫어지게 쳐
다보았다. 해리는 자기가 한 말이 무디에게 대단히 중요한 소식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해리는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감히 그런 
것을 물어봐도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무디는 여전히 약간 두려웠다……. 
하지만 조금 저에 무디는 그토록  엄청난 곤경에 처해 있던  해리를 구해 주지 
않았던가…….
 "너…… 무디 교수님, 어째서 크라우치 씨가 스네이프 교수님의 사무실을 살펴
보고 싶어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계세요?"
 무디의 눈이 비밀 지도를 떠나서 해리에게 고정되었다. 해리의  속마음까지 송
두리째 꿰뚫어보는 듯한 따가운 눈길이었다.  해리는 무디가 지금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혹은 어디까지 말해  주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망설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포터, 사실은 그렇단다." 마침내 무디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늙은 매드아
이가 어둠의 마법사를 잡는 일에 혈안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k는 아무
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다. 바티 크라우치에 비하면 말이다."
 무디는 다시 비밀 지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무디 교수님? 혹시 이 일이 그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어쩌면 크라우치 씨
는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슨 일 말이냐?"
 무디가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날카롭게 물었다. 해리는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라 무척 당황했다. 호그와트 밖에서 해리에게 정보를  알려 주
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인상을 무디에게 심어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되면 
당장 시리우스에게 의심이 돌아갈 것이다.
 "잘 모르겠어요. 그저 최근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그렇지 않은
가요? 그런 기사가 《예언자  일보》에 실리고 있잖아요……. 월드컵이  열렸을 
때 나타났던 어둠의 표식이나 죽음을 먹는 자들 그리고 모든 일들이……."
 해리가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무디의 서로 다른 눈동자가 한꺼번에 휘둥그레
졌다.
 "포터, 너는 꽤 똑똑한 소년이구나,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 최
근에는 더욱더 흥미로운 소문들이 떠돌아 다니고 있단다. 물론 리타  스키터 그 
여자 때문이지만……. 그런 소문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불안에  떨고 
있어." 무디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무디의 마법의  눈은 재빨리 자
시 비밀 지도를 향했다. 삐뚤어진 무디의 입가에 한가닥 비틀린  미소가 떠올랐
다. "오, 내가 가장 증오하는 게 딱 하나 있다면……." 무디는 해리에게 하는 말
이라기 보다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무디의 마법의 눈동자는 비밀 
지도의 왼쪽 구석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건 바로 자유롭게 돌아 다니는 죽음을 
먹는 자란다……."
 해리는 무디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디도 해리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생각으
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포터, 나도 너에게 한 가지 물어 보고 싶은 게 있구나."
 무디가 느닷없이 사무적인 태도로 물었다. 해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드
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무디는 해리에게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를 어디
에서 얻었는지 질문할 것이다. 이 비밀 지도는 대단히 수상한  마법의 물건이었
다. 그리고 이 비밀 지도가 해리의 손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를 한다면, 해
리 자신뿐만 아니라 해리의 아버지와 프레드, 조지, 그리고 지난번 어둠의 마법 
방어술 선생님이었던 루핀 교수까지도 곤경에 처할 것이다.
 "내가 이 지도를 좀 빌려도 되겠니?"
 "네?"
 해리가 입을 딱 벌렸다. 해리는 이 비밀 지도를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무디가 비밀 지도의 출처를  묻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것은 분명히 무디가 해리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다. 
 "그럼요, 괜찮아요."
 "착한 녀석! 이건 내가 아주 잘 쓰겠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줄곧 찾아다니
던 거였어……. 좋다 침대로 가거라, 포터, 어서……."
 무디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함께 계단 위로 올라갔다. 무디는 생전 처
음 보는 귀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여전히 비밀 지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무디의 사무실까지 걸어갔다. 무디는  그 
자리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더니 해리를 바라보았다.
 "너 혹시 오러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니, 포터?"
 "아뇨."
 해리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렴. 그래…….  말이 난 김에 하는  말인데……. 설마 
오늘 밤에 이 황금알을 들고 그저 산책하러 나온 건 아니겠지?"
 무디가 해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실마리를 풀고 있었어요."
 해리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무디는 눈을  찡끗했다. 마법의 눈이 다시 번쩍
거렸다.
 "하긴 한밤중에 산책하는 것만큼 생각하기에 좋은 건 없지. 포터……. 그럼 내
일 아침에 만나도록 하자."
 무디는 다시 비밀 지도를 내려다보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에 문을 
꽝 닫아 버렸다. 
 해리는 스네이프와 크라우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그리핀도르의 탑으
로 걸어갔다. 이 모든 것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호그와트에 들어올 수 있는 크라우치가 왜 병에 걸린 척했을까? 스네이프의 사
무실에 무엇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게다가 무디는 해리가 오러가 되
면 아주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참으로  흥미로운 생각이긴  하지
만…….
 10분 후에 해리는 재빨리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황금알과 투명 망토는  다시 
안전하게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해리는 오러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다른 
오러들은 얼마나 심한 상처를 입었는지 한번 알아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제26장 두 번째 시험

 "벌써 황금알의 실마리를 풀었다고 말했었잖아!"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제발 목소리 좀 낮춰! 나는 그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뿐이야. 알
겠어?"
 해리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마법 수업 시간에 들어간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는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소환 마법의 반대인 추방 마법을 연습할 예정
이었다. 교실 안에서 물건이 휭휭 날아다니가는 어떤 뜻밖의 사고가  일어날 지
도 모르기 때문에 플리트윅 교수는 모든 학생들에게 연습용으로 푹신푹신한 방
석을 잔뜩 나누어 주었다. 혹시 목표물에 맞더라도 푹신푹신한 방석이라면 아무
도 다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플리트윅 교수의 생각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훌륭했지만 실제로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네빌의 조준은 번번이 빗나가서 
방석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 예를 들면 플리트윅 교수님을 계속해서 교실 저편
으로 날아가도록 만들었다.
 "잠시만 그 황금알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도록 하자. 알았지?" 커다란 캐비닛 위
에 떨어진 플리트윅 교수가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  옆을 붕 하고 
지나가고 있을 때, 해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스네이프와 무디에 대해서 이야
기를 하려던 참이었어……."
 이 수업은 몰래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모두들 너무
나 재미있고 신이 나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해리는 거의 30분에 걸쳐 지난 밤에 겪었던 모험에 대해 자세하
게 이야기를 들려주엇다.
 "스네이프가 무디가 자신의 사무실을 뒤졌다고 말했단 말이야?" 론이 몹시 궁
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지팡이를 휙 휘둘러서 방석을 멀리 날려보낸  론의 눈동
자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허공으로 날아간  방석은 패르바티의 모자를 떨어
뜨렸다). "이런……. 그렇다면 무디가 카르카로프 뿐만 아니라 스네이프도  감시
하고 있단 말이야?"
 "글세……. 덤블도어가 무디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
만 무디가 스네이프를 감시하고 있는 건 분명해." 이렇게 말하면서 해리는 제대
로 살펴보지도 않고 지팡이를 휘둘렸다. 결국 해리의 방석은 책상 위를 탕탕 튀
면서 돌아다녔다. "무디의 말에 따르면,  덤블도어가 스네이프를 이곳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단지 두 번째 기회를 주기 위해서일 뿐이래……."
 "뭐라구?" 갑자기 론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론이 두 번째로  날려보낸 방석은 
빙빙 돌며 허공으로 높이 솟구치더니,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에 가서  부딪힌 
다음 플리트윅 교수의 책상  위로 쿵 하고 떨어졌다.  "해리…… 어쩌면 nael는 
스네이프가 불의 자 속에 네 이름을 넣었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몰라!"
 "오, 론." 헤르미온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리는 
전에도 스네이프가 해리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결국에는 해리의 
목숨을 구해 준 거였잖아. 기억나?
 헤르미온느는 방석 하나를 휙 날려  보냈다. 그 방석은 교실을 가로질러  원래  
목표지점인 상자 안에 정확히 떨어졌다.
 해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채,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가 해리의 목
숨을 한 번 구해 주었던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일은, 
스네이프가 함께 학교를 다녔던 해리의  아버지를 미워했듯이 해리를 노골적으
로 미워한다는 것이었다.
 스네이프는 어떻게 해서든지 해리의 점수를 깎을 기회만 노렸다.  그리고 해리
에게 벌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앗다. 심지어 해리를 정학시켱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무디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신중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바보가 아니야. 덤블도어 교수님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
리를 주려고 하지 않았던 해그리드와 루핀 교수를 믿었고, 그의 판단은 옳았어. 
그런데 왜 스네이프에 대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어? 솔직히…… 
스네이프는 약간……."
 "사악해! 이것 봐. 헤르미온느 그렇지 않다면 왜 어둠의 마법사 수색자들이 스
네이프의 사무실을 뒤지고 다니겠어? 안 그래?"
 론이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 크라우치 씨는 왜 아픈 척하고 잇는 거니? 그것 참 웃기는 일이야. 그
렇지 않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밤 중에도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
이 크리스마스 무도회에도 오지 못하다니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론의 말을 무시하면서 말했다.
 "넌 그 윙키라고 하는 집요정 때문에 무조건 크라우치 씨를 좋아하지 않는 거
야."
 론이 방석을 창문 밖으로 날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무조건 스네이프가  무슨 나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겠지."
 헤르미온느는 이번에도 방석을 정확하게 상자 안으로 날려버렸다.
 "지금이 스네이프의 두 번째 기회라면, 첫 번째 기회때에는  무슨 실수를 저질
렀는지 알고 싶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놀랍게도 해리의 방석이 곧장 교실을  가로질러 날아
가더니 헤르미온느의 방석 위에 정확히 내려 앉았다.

 호그와트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꼭 알려달라는 시리우스의 당부 
때문에, 그날 밤 해리는 갈색 부엉이 편에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는 크리우
치가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침입한 이야기와  무디와 스네이프가 나누었던 대화
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 다음에 해리는 당장 코앞에 들이닥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2월 24일에 어떻게 한 시간 동안  물 밑에서 숨을 쉬는가 하는 것
이었다.
 론은 또다시 소환 마법을 사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해리가 수중 호흡
기에 대해서 설명하자, 론은 도대체 왜 해리가 가장 가까운 머글 마을에서 그것
을 소환해서 쓰려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완전히 김을 빼놓앗다. 우
선 해리가 한 시간 내에 수중 호흡기 작동법을 제대로 터득할 수도 없을뿐더러, 
설사 그렇게 하다고 하더라도 국제 마법사 비밀 법령을 어긴 혐으로 챔피언 자
격을 박탈당할 거라는 것이었다. 수중 호흡기가 호그와트까지 날아오는 동안 단 
한 명의 머글 눈에도 뜨이지 않으리라는 기대는 지나친 희망사항이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네가 잠수함이나 뭐 그런  걸로 변신하는 거야. 
우리가 인간 변신술을 이미 배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6학년이 될 때까지
는 결코 그 마법을 배울 수  없을 거야. 만약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고 마법을 
부리다가는 아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 나도 머리 위에 잠망경이 솟아  있는 꼴로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아. 무
디 앞에서 누군가를 공격하면 어떨까? 혹시  무디가 나를 변신시킬지도 모르잖
아……."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마약 그렇다고 해도 무디는 네가 원하는 대로 변신시켜 주지는 않을 거야. 아
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직접 마법을 쓰는 것 뿐이야."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리하여 해리는 머지않아  도서관이라면 평
생토록 넌더리가 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다시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책더
미 사이에 파묻혔다. 산소가 없더라도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주문을 찾으려
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  그리고 주말 내내 
도서관을 뒤졌지만, 심지어 해리가 맥고나걸 교수에게서 제한 구역의 책을 살펴
볼 수 있는 허가서까지 받아내고 성난  독수리같이 무시무시한 도서관 사서 핀
스 부인에게 도움까지 요청했지만, 한 시간 동안 물 속에서 지내며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주문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예전에도 경험했던 낯익은 고통이  또다시 해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수업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항상 교정 풍경의 일부로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던 호수가 이제는 교실 창가로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해리의  눈길을 강하
게 잡아끌었다. 거대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회색빛 호수의 어두운 심연은  저 하
늘의 달처럼 아득할 정도로 멀게 느껴졌다.
 헝가리의 혼테일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었을 때처럼, 마치 누군가가  시계 바늘
에 마법을 걸어 특별히 빠르게 돌아가도록 해 놓은 듯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갔다. 2월 24일까지는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있
었다.) 이제 닷새 남았다.(서둘러 무엇인가를 알아내야만 했다.) 사흘 남았다.(제
발 뭔가를 알아내야 할 텐데……. 제발… 어떻게 해야하지?)
 시합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해리는 다시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식사 시간에 유일하게 위로가 된  일이라면 시리우스에게 보냈던 갈색 부
엉이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뿐이었다. 해리는 재빨리 양피지를 풀어서 펼쳐 보
았다. 시리우스가 지금껏 보낸 편지 중에서 가장 짤막한 편지였다.

 부엉이 편에 다음 호그스미드로 가는 주말의 날짜를 적어보내라.
 해리는 혹시나 다른 내용이 있을까 싶어서  양피지를 뒤집어 보았지만 깨끗한 
백지였다.
 "다음 다음 주말이야. 여기, 내 깃펜을 써. 그리고 지금 당장 이 부엉이를 돌려
보내."
 해리의 어깨 너머로 편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해리는 시리우스의 편지 뒷장에 황급히 날짜를 쓴 다음 갈색 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동여맸다. 그리고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  부엉이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도대체 뭘 기대했던 것일까?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충고?
 해리는 스네이프와 무디 이야기를 적어 보내는일에  온통 정신이 팔려서 황금
알의 실마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호그스미드로 가는 주말의 날짜를 왜 알려고 하는 걸까?"
 론이 물었다.
 "몰라." 해리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부엉이를 보고 잠시동
안 반짝했던 기쁨도 이내 꺼져 버리고  말았다. "가자…….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이야."
 해그리드가 폭탄 꼬리 스크루트 사건을 만회하려고  하는 건지 혹은 스크루트
가 겨우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
만큼 자기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해그리드가 다시 수업을  맡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유니콘 수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해그리드가 괴물뿐만 아니라  유니콘에 대해서도 대단히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물론 유니콘이 치명적인 어금니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해그리드가 몹시 실망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오늘 해그리드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두 마리의 유니콘 
새끼를 잡아 가지고 왔다. 다 자란 유니콘과는 달리 유니콘 새끼들은 순수한 황
금색이었다. 패르카티와 라벤더는 유니콘 새끼를  보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랏
다. 팬시 파킨슨조차도 좋아하는 기색을 숨기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큰 놈들보다는 찾기가 더 쉽지. 유니콘 새끼들은 약 두  살 정도가 되면 은빛
으로 변하기 시작해. 그리고 네  살 정도부터 뿔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거
야. 완전히 다 자라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는 완전한 순백색을 띠지 않아. 유니
콘은 나이가 어릴수록 사람들을 더 잘 믿고 따른단다……, 그러니까  남자 아이
들이라도 괜찮아. 자, 조금  가까이 다가와라. 원한다면  살짝 만져도 좋아……. 
이 설탕 덩어리를 좀 주렴……."
 해그리드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설명했다. 그러다가 해그리드의  시선이 해리
와 마주쳤다.
 "너 괜찮니, 해리?"
 해그리드가 약간 옆으로 비켜서면서 말했다. 다른 학생들은 두  마리의 유니콘 
새기 주위에 모여 있었다.
 "네."
 해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약간 초조하지?"
 해그리드가 부드러운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네 조금요."
 해리는 약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해리." 갑자기 해그리드가 거대한 손을 들더니 해리의 어깨를 탁 쳤다. 그 바
람에 해리의 무릎이 꺾일 뻔했다. "네가 혼테일과 맞서 싸우는  것을 보기 전까
지는 사실 무척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네가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지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너는 잘할 
거야. 황금알의 실마리는 풀었지? 그렇지?"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는 당장이라도 해그리드에게, 한 시간 동안 호수 바닥에서 수을 쉴 수  있는 방
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고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들끓었다.
 해리는 가만히 고개를 들고 해그리드를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해그리드는 가금
씩 호수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았을까? 호수 속의 생물들을 돌보기 위해서? 어
쨌거나 해그리드는…… 땅 위에 사는 동물들을 다 돌보고 있지 않은가?
 "네가 이길 거야." 해그리드가 큰  소리로 말하면서 해리의 어깨를  다시 툭툭 
쳤다. 해리는 부드러운 땅 속으로 발이 3내지 5센티미터 정도  빠지는 느낌이었
다. "난 알고 있어. 느낄 수 있다구, 해리, 네가 이길 거야."
 해리는 해그리드의 얼굴에  떠오른 그 자신만만하고  행복한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서, 해그리드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억지로 유
니콘 새끼에게 관심이 있는 척하면서 앞으로 나가, 다른 학생들 틈에 섞여서 유
니콘을 어루만졌다.

 두 번째 시험을 치르는 전날 저녁이 되자, 해리는 마치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와서 설사 기적적으로 적당한 주문
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하룻밤 사이에 그 주문을 완전히 익힐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어째서 일이 이 지경까지 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
었을까? 왜 황금알의 실마리를 좀더 서둘러 풀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수
업 시간에 딴 생각을 하면서 정신을 팔았을까? 혹시라도 교수님이 물속에서 숨
을 쉬는 방법에 대해 한 마디 언급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해리는 밖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도서관에 처박
혀서 주문을 찾아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뒤졌다. 책상 위에는 책이 산더미처
럼 쌓여서 서로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물'이라는 단어가 눈
에 뜨일 때마다 해리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곤 했다.  하지만 대개는 '말린 맨드
레이크 잎사귀 230그램에 물 1밀리리터를 넣고…'하는 따위의 문장뿐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될 것 같지가 않아.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말이야. 제일 그럴듯한 마법은 연못이나 웅덩이의  물을 말리는 가뭄 마법인데, 
저 호수를 다 말려 버릴   만큼 엄청난 마법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맞은편 책상에 앉아 있는 론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뭔가가 분명히 있을 거야. 풀  수 없는 시험 문제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헤르미온느가 촛불을 좀더 가까이 끌어당기면서 중얼거렸다. 《잊혀진 옛 마법
과 마술》이라는 글씨가 촘촘하게 박힌 책에  코를 바싹 들이대고 열심히 읽고 
있는 헤르미온느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문제를  냈잖아. 해리, 내일  그냥 호수로 내려가서 물 
속에 머리를 처박고 인어들에게 훔쳐간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당장 내놓으라고 
고함을 지르도록 해. 그래서  인어들이 뭘 던지는지 지켜보자구.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야."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틀림없이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틀림없이 있어야만 해!"
 헤르미온느는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헤르미온느는 도서관에 쓸만한 정보가 없
다는 사실을,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앗다. 지금까지
는 한번도 도서관이 헤르미온느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나는 시리우스처럼  애니마구스가 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해."
 고개를 푹 숙인 채 《유쾌한 속임수 마법》을 읽고 있던 해리가  입을 열엇다. 
애니마구스란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를 의미했다.
 "그래. 그렇게 되면 필요할 때마다 금붕어로 변신할 수 있겠다!"
 론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찬성했다.
 "혹은 개구리로 말이야."
 해리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해리는 무척이나 피곤한 얼굴이었다.
 "네가 애니마구스가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려야 할  거야. 그리고 그 다
음에는 등록도 해야 돼.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잖아. 기억나? 그렇게 되면 너는 
마법 오·남용 관리과에 네가 변신한 동물과 특징을 등록해야 하는  거야. 그걸 
남용할 수 없도록 말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 《불가사의한 마법의 딜레마와 해결책》의 색인을 검토하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 난 그저 농담을 한 것뿐이야, 내일 아침까지 개구리로 변신할 수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
 해리가 지친 듯이 말했다.
 "아, 이 책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세상에 코털이 꼬불꼬불하게 자라나도록 하
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담?"
 헤르미온느는 짜증나는 듯이  《불가사의 한 마법의  딜레마와 해결책》을 탁 
덮었다.
 "난 괜찮을 것 같은데? 화제 거리는 될 거 아냐, 안 그래?"
 갑자기 프레드 위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번
쩍 들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도서관의 책장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형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론이 깜짝 놀란 눈으로 프레드와 조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너희들을 찾고 있었어. 맥고나걸 교수님이 너희 두 사람을 보고 싶어해. 너하
고 헤르미온느 말이야."
 조지가 어개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왜?"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랐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약간 화가 난 것 같더라."
 프레드가 머리를 갸우뚱거리면서 덧붙였다.
 "우리는 너희들을 교수님 방으로 데리고 가야 돼."
 조지가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하면서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론과 헤르미온느를 야단치려 하시는 걸까?  어쩌면 해리 혼자서 풀어
야만 하는 시험 문제를 두 사람이 계속해서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
은 아닐까?
 "나중에 휴게실에서 만나, 가능한 한 책을 많이 가져오도록 해. 알았지?"
 헤르미온느가 론과 함께 일어서면서 해리에게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모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았어."
 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8시가 되자 핀스 부인은 전등을 다 끄고 해리를 도서관 밖으로 몰아냈다. 해리
는 최대한 많은 책을 잔뜩 짊어지고  비틀 거리며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돌아왔
다. 그리고 책상 하나를 구석으로 밀고 가서  계속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괴
짜 마법를 위한  정신나간 마법》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중세 마법  안내
서》에도…….《18세기 마법 모음집》이나 《깊은 바다에 사는 무시무시한 생물
들》《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능력, 그리고 이를 깨달았을 때 할 일》 따위의 책
에는 물에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언급조차도 없었다.
 크룩생크가 해리의 무릎 위로 기어오르더니 갸르릉  거리면서 몸을 둥글게 말
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핀도르 휴게실에 있던 학생들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학생들은 해그리드처럼 유쾌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해리에게 다음날 시험 잘 
보라고 행운을 빌어 주었다. 모두들 해리가 첫 번째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것처
럼 또다시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목구멍에 골프공이 
꽉 틀어박힌 기분이었다. 10시부터 12시까지 해리는 크룩생크와  함께 휴게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더 이상 뒤져 볼 책도 없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는 아
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제 다 끝났어. 나는 할 수 없어.  아침이 되면 호수로 내려가서 심판들에게 
말해야만 해……."
 해리는 혼자 중얼거렸다. 해리는 도저히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 보았다.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루도 베그만과. 
만족스러운 듯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는  카르카로프의 얼굴도 상상해 
보았다. 플뢰르 델라쿠르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난 
그럴 줄 알았어용. 죠 아이는 너무 어리다니까용. 아직  어린 꼬마예용." 해리는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포터는 야비하다! 라는 배지를 꺼내 보이는 말포이의  모
습을 떠올렸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절망하는 해그리드의 얼굴도…….
 크룩생크가 무릎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해리는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약이 오른 크룩생크는 씩씩거리면서 마루 위로 뛰어내리더니 불
쾌한 표정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그런 다음에 젖병을 닦는 솔처럼  생긴 꼬리
를 빳빳이 세우고는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하지만 해리는 벌써 기숙사로 향하
는 계단 위를 올라가고 있었다. 투명 망토를 입고 도서관으로 되돌아가는 거야. 
그리고 도서관에서 밤을 세우는 거야…….
 "루모스!"
 15분 후에 해리는 도서관 문을 살며시 열면서 중얼거렸다. 요술지팡이 끝에 불
이 밝혀지자., 해리는 재빨리 책장으로 다가가서 더 많은 책들을 끄집어냈다. 마
법과 주문에 관한 책. 인어와 바다 괴물에 대한 책, 유명한 마법사와 마녀에 대
한 책, 마법 발명품에 대한 책을 비롯해서 물 속에서 숨을 쉬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마리라도 적혀 있을 것처럼 보이는 책은 닥치는 대로 다 꺼냈다.  해리는 그 
책들을 모두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요술지팡이 끝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한 채 열심히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가끔씩 시계를  살펴보면
서…….
 새벽 1시…….
 새벽 2시…….
 해리가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중얼거렸
기 때문이다.
 다음 책에는 있을 거야. 다음책에는……. 다음 책에는…….
 
 반장들의 욕실에 걸린 그림 속의 인어가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대면서 웃고 있
었다. 해리는 거품이 부글거리는 물 속에서 코르크 마개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
었다.
 인어는 지금 해리의 파이어볼트를 들고 있었다. 인어는 지금  해리의 파이어볼
트를 들고 있었다. 인어는 그 빗자루를 자꾸만 해리의 머리 위로 이리저리 흔들
었다.
 "이리 와서 잡아 봐! 자, 어서! 번쩍 뛰어 보라구!"
 인어가 짖궂게 킬킬거렸다.
 "난 할 수 없어! 그걸 내게 줘!"
 해리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파이어볼트를 잡으려고 애썼다. 물 속으로 가라안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 가면서. 하지만  이어는 빗자루 끝으로 해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장난스럽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파, 그러지 마. 아이쿠!"
 "해리 포터, 일어나세요!"
 "찌르지 마!"
 "도비가 해리 포터에게 할 말이 있어요. 그만 일어나야 해요!"
 해리는 간신히 눈을 떴다. 아직도 여전히 도서관 안이었다. 잠을 자는 동안 해
리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투명 망토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해리의  한쪽 뺨에
는 《요술지팡이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책의 한 페이지가 달라붙어 있
었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해리는 눈부신 아침 햇살에 눈을  깜박거리면서 안
경으 똑바로 고쳐 썼다.
 "해리 포터는 서둘러야만 해요! 10분 후에는……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될 거예
요, 해리 포터!"
 도비가 꽥꽥거리면서 소리쳤다.
 "10분!" 해리는 숨이 탁 막혔다. "10분이라구?"
 해리는 얼른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도비의 말이 맞았다. 지금 시각이 9시 20분
이었다. 해리는 심장이 천근만근 무게로 밑바닥까지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서 서둘러요, 해리 포터! 다른 챔피언들과 함께 호수로 내려가야만 해요!"
 도비가 해리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재촉했다.
 "너무 늦었어, 도비. 나는 시허을 치르지 않을 거야.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해리가 절망적으로 말했다.
 "해리는 시험을 치를 거예요! 도비는 해리가 올바른 책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
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도비가 해리를 위해 대신 그 일을 했어요!"
 꼬마 집요정이 꽥꽥거렸다.
 "뭐라구? 하지만 너는 두 번째 시험이…… 뭔지도 모르잖……."
 해리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도비는 알아요. 해리 포터는 지금 당장 호수로 내려가서  당신의 위지를 찾아
야만 해요."
 "뭘 찾으라구?"
 "인어들로부터 위지를 찾아와야만 해요!"
 "위지가 뭔데?"
 "당신의 위지 말이에요! 당신의 위지는…… 도비에게 스웨터를 준 바로  그 사
람이에요!"
 도비가 짧은 반바지 위에 입고 있는 줄어든 갈색 스웨터를 잡아당기면서 소리
쳤다.
 "뭐라구? 그들이…… 그들이 론을 잡아갔단 말이야?"
 해리가 입을 딱 벌렸다.
 "해리 포터가 제일 가슴 아프게 그리워할 것  말이죠!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
면…….'"
 도비가 발을 동동 굴렀다.
 "'……앞날은 어두워요. 너무 늦었어요. 일단 지나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
을 거예요.' 도비……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해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꼬마 집요정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노래를 중얼거
렸다. 황금알에서 흘러나왔던 노래…….
 "해리 포터는 이걸 먹어야만 해요! 호수로 들어가기 직전에 이걸 먹어요. 아가
미 풀이에요!"
 꼬마 집요정은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반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가
느다란 쥐꼬리를 뭉쳐 놓은 것 같은 청회색이 감도는 것을 꺼냈다.
 "이건 뭐하는 거지?"
 해리가 아가미 풀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풀은 해리 포터가 물 속에서도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줄 거예요!"
 "도비!" 해리가 미친 듯이 물었다. "정말이야? 정말 확실한 거지?"
 해리는 지난번에 도비가 자기를 '돕는'답시고 결국 오른팔의 뼈가 몽땅 없어지
도록 만들었던 사건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도비는 확실해요." 꼬마 집요정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비는 무슨 이야
기를 들었어요. 도비는 꼬마 집요정이에요. 도비는  성을 돌아다니면서 불을 붙
이고 마루를 닦아요. 도비는 교무실에서 맥고나걸 교수와 무디 교수가  다음 번 
시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어요……. 도비는  해리포터의 위지
를 잃어버리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해리의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해리는  투명 망토를 
집어서 가방 속에 쑤셔 넣었다. 그런 다음에 아가미 풀을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
고 바람처럼 도서관을 빠져 나갔다. 도비는 그 뒤를 바싹 따라갔다.
 "도비는 주방에 가야만 해요! 도비는 갈 거예요. 해리 포터, 부디  행운을 빌어
요. 행운을!"
 복도로 나가자, 도비가 안타깝게 소리쳤다.
 "나중에 보자, 도비!"
 전속력으로 복도를 달려간 해리는 한  번에 세 칸씩 계단을 뛰어서  내려갔다. 
현관 입구에는 지각생 몇 명만이 얼쩡거리고 있을 뿐, 모두들 아침 식사를 마치
고 연회장에서 나와 두 번째 시험을  구경하기 위해 육중한 오크문으로 몰려나
가고 있었다. 그들은 허겁지겁 달려나가는 해리의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콜린과 데니스 크리비는 단숨에 돌계단을 내려가 햇빛이 비치는 차가운 운동장
으로 달려나가는 해리를 보자, 쏜살같이 뒤쫓아갔다.
 잔디밭을 쿵쿵거리면서 뛰어가던 해리는, 작년 11월에는 용의 우리  주위에 둥
글게 놓여 있던 관중석이 이번에는 맞은편 둑 위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
다. 관중석은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관중석
을 빽빽하게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해리가 호수 반대편을 돌아서 심판들이 있는  곳으로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을 
때, 잔뜩 흥분한 관중들의 고함 소리가 호수를 가로질려서 울려 퍼졌다. 심판들
은 호수 가장자리에 설치되어 있는 황금 휘장이 둘러진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
다. 케드릭 디고리와 플뢰르 델라쿠르, 빅터  크룸은 심판들 옆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여기…… 왔어요……."
 해리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진흙 웅덩이 앞에 미끄러지듯이 멈춰섰다.  그 바람
에 플뢰르의 옷에 흙탕물이 튀었다.
 "도대체 어딜 갔었던 거니?" 거만하고 불쾌한 목소리가 해리의 귀청을 스쳤다. 
"곧 시험이 시작될 텐데!"
 해리는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리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퍼시 위즐리가  심판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크라우치는 또다시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 자, 퍼시!" 루도 베그만이  달래듯이 말했다. 루도 베그만은  해리를 보자, 
눈에 띌 정도로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해리가 숨 돌릴 틈을  줍시
다!"
 덤블도어도 해리를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카르카로프와  맥심 
부인은 결코 해리를 보고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해리
가 영영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는 것이 씌어져 있었다.
 해리는 무릎을 짚고 허리를 숙인 채,  가쁜 숨을 헐떡거렸다. 날카로운칼로 갈
비뼈를 쑤시는 것처럼 옆구리가 뜨끔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시합을  연기할 만
한 시간이 없었다.
 루도 베그만은 챔피언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3미터 간격을 두고 그들을 호숫가
에 세워 놓았다. 해리는 제일  끝에 서 있었다. 해리의  곁에는 빅터 크룸이 서 
있었는데, 그는 수영복을 입고 손에는 요술지팡이를 든 채 벌써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해리, 괜찮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니?"
 루도 베그만이 크룸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해리를 끌고 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
 "네."
 해리는 숨을 헉헉거리며서 옆구리를  문질렀다. 루도 베그만은 해리의  어깨를 
한 번 굳게 쥐더니 심판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월드컵 때 그랬던 것처럼 요술
지팡이 끝을 목에 갖다대더니 '소노루스!'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루도 베그
만의 목소리가 검은 호수를 가로질러서 멀리 관중석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자, 우리의 챔피언들이 모두  두 번째 시험을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호루라기를 불면 곧바로 시험이 시작될 것입니다. 챔피언들은 정확하게 한 시간 
안에 잃어버린 것을 찾아 와야만 합니다.  지금부터 셋을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차갑고 고요한 허공에 울려 퍼졌다. 관중들은 환호
성과 박수를 치면서 열광했다. 다른  챔피언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해리는 서둘러 신발과 양말을 벗고 호주머니에서 아가미 풀을 한 웅큼 꺼
냈다. 그리고 아가미 풀을 입 속에 집어넣은  다음, 호수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호수의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해리는 차가운 물이  아니라 뜨거운 불 속에 다
리를 집어넣은 것 같았다. 물 속으로 더운  깊이 들어가자, 물을 빨아들인 못이 
무겁게 해리를 짓눌렀다.
 이제 물은 해리의 무릎 높이까지 다다랐다. 감각이 마비된 발은 평평하고 작은 
돌 위에서 자꾸만 미끄러졌다. 해리는  최대한 빠르게 입을 움직이면서  열심히 
아가미 풀을 씹었다. 아가미 풀은 문어 다리처럼 불쾌하게 끈끈했으며 늘겅늘겅 
미끈거렸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허리까지 차  오르자, 해리는 걸음을 멈추고 
아가미 풀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만히 기다렸다.
 해리는 관중의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무런 마법도 부리지  않고 곧장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간 자신의 모습이  틀림없이 가장 멍청하게 보일 거라는 
사실을 해리도 잘 알고 있었다. 물 밖으로 나와 있는 몸의 절반은  온통 소름이 
돋았고, 얼음 같은 물속 에 잠겨 있는 몸의 절반은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잔인한 바람이 해리의 머리카락을 마구 휘날렸다. 해리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
했다. 그리고 애써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려 관중석으로부터 시선을 피했다. 관
중들이 터뜨리는 웃음소리가 더욱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슬리데린의 좌석에서
는 야유와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그 순간, 해리는 갑자기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베개가 입과 코를  꽉 누
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해리는 숨을 쉬려고 버둥거리면서 애를 썼지만 머
리가 핑핑 돌뿐이었다. 폐가 텅 비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양쪽 목에서 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해리는 황급히 두 손으로 목을 만졌다. 해리의 귀 바로 아래쪽에서  커다란 두 
개의 아가미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뻐끔거리고 있었다…….  아가미가 
생겼다! 더 이상 말설일 필요도 없이, 해리는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무 속으로 첨벙 뛰어든 것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처음 들이마시는 순간, 생명의 숨결이 온모메 전해졌다. 
머리는 더 이상 어지럽지 않았다. 또다시  물을 꿀꺽꿀꺽 들이마시자, 부드럽게 
아가미를 통과한 물이 해리의 머리로 산소를 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리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유령처럼 새파랗게 질린 손에는  물갈퀴가 달려 
있었다. 해리는 몸을 비틀어 벌거벗은 발을  내려다보았다. 길게 늘어난 발가락 
사이에도 물갈퀴가 달려 있었다. 마치 고무로 만든 잠수용 오리발을 신은 것 같
았다.
 호수의 물도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할 정도로 시워하고 
가벼운 기분이었다……. 다시 한 번 힘껏 발장구를 친 해리는 물갈퀴가 달린 발
이 어찌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멀리까지 몸을 밀고 가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
을 정도였다. 또한 물 속의 풍경이 너무나 똑똑하게 잘 보였기 때문에  더 이상 
눈을 깜박거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리는 물살을 가르면서  호수 
밑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낯설고 어둡고 뿌연 호수 밑바닥에 도착하자, 무거운 침묵이 해리를 짓눌렀다. 
시야는 아주 흐렸다. 겨우 3미터 전방 정도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
로 물살을 가르면서 헤엄칠 때마다 새로운  광경이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
는 것 같았다. 해리의 눈앞에, 구불거리며 뒤엉킨  검은 물풀 숲과 둥글고 희미
하게 빛나는 돌이 깔린 넓은 진흙 벌판이 펼쳐졌다.
 해리는 호수 한가운데를 향해 좀더  깊이 헤엄쳐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기괴하게 회색빛을 발하는 물 속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물은 점점 더 불투
명해졌다.
 작은 물고기들이 은빛 화살처럼 수식간에 해리의 곁을 휙 스치고 지나갔다. 한
두 번 해리는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가가면, 번번이 커다랗고 시커먼 통나무이거나 혹은 빽빽한 물풀 덩어리였다. 
인어나 론의 흔적은 물론이고, 다른 챔피언들의  모습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고맙게도 대왕 오징어의 모습까지 보이지 않았다.
 저 앞쪽으로 60센티미터 정도 더 싶은 곳에  밝은 초록색 물풀이 드넓게 펼쳐
져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풀이 무성하게 웃자란  잔디밭 같았다.해리는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정면을 살펴보면서 희미한 물 속에서 움직이는 형체를 알아보
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바로 그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뭔가가 해리의 발
목을 꽉 움켜잡았다.
 재빨리 몸을 돌린 해리는 그라인딜로우를 발견했다. 뿔이 달린 이 자그마한 물
귀신은 물풀 사이로 빠끔 고개를 내밀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기다란 
손가락으로 해리의 다리를 꽉 움켜잡고  있었다. 해리는 서둘러 물갈퀴가  달린 
손을 옷속으로 집어넣어서 요술지팡이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요술지팡이를 
잡는 순간, 또 다른 두  마리의 그라인딜로우가 물풀에서 튀어나오더니  해리의 
옷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라인딜로우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해리를  물 밑으로 
끌어당기려고 애를 썼다.
 "레라시오!"
 해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해리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고 
오직 커다란 물거품만이 뻐끔뻐끔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해리의 지팡이는 그라
인딜로우들을 향해 불꽃을 튀기는 대신에 펄펄끓는 물을 발사한 것  같았다. 왜
냐하면 물귀신의 초록색 껍질 위에 뻘건 반점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물귀신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발목을 빼낸 해리는 있는 힘을 다해 재빨리 헤임
을 쳤다. 그리고 가끔씩 어깨 너머로 정신없이 뜨거운 물을 발사했다. 이따금씩 
그라인딜로우가 다시 발목을 붙잡는 느낌이 들 때마다, 해리는 미친  듯이 빌길
질을 했다. 마침내 발에 뿔 달린 머리가 툭 부딪히는 느낌이 들어서  문득 뒤돌
아보니까, 눈을 헤롱헤롱 뜨고 있는 그라인 딜로우 한 마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
었다. 다른 물귀신들은 해리에게 주먹을 흔들면서 위협하더니 다시 물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천천히 밑으로 내려운 해리는  다시 지팡이를 옷 속에  집어 넣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의  깊게 귀
를 기울였다. 물 속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여전히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 뿐이
었다.
 해리는 이제 상당히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
울거리는 물풀 이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이는 것이 없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그 순간 해리는 심장이 완전히 멎어 버리는 것 같았다. 해리는 재빨리 뒤를 돌
아보았다. 모우닝 머틀이 진주가 박힌  두꺼운 안경 너머로 해리를  바라보면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머틀!"
 해리는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또다시 해리의 입에서는 커다란 거품
만이 솟아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모우닝 머틀이 킬킬거리면서 웃었다.
 "너 저기 가려고 하는구나!" 모우닝 머틀이 손으로 호수 저쪽을 가리키면서 말
했다. "하지만 난 너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 난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
거든.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항상 나를 쫓아내……."
 해리는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모우닝 머틀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다시 길
을 떠났다. 이번에는 물풀 속에 숨어 있을 또 다른 그라인딜로우를 피하기 위해 
물풀 위로 좀더 높이 헤엄쳤다.
 해리는 호수 속에서 적어도 20분은 넘게 헤엄을 친 것 같았다. 이제 검은 진흙
이 넓게 깔려 있는 곳이 나타났다. 해리가  물살을 일으키자, 바닥에 깔려 있던 
진흙이 시커멓게 일어났다. 바로 그 순간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인어의 노랫소리
가 들렸다.

 한시간 동안 당신은 찾아야만 해요
 그리고 우리가 가져가는 것을 되찾아야만 해요.

 해리는 더욱 빨리 헤엄치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희뿌연 물 속에  커다란 바
위가 불쑥 솟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위 위에는  인어  그림 그려져 있었다. 
인어들은 창을 들고 대왕오징어처럼 보이는 것을 뒤쫓고 있었다. 해리는  그 바
위를 지나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계속 헤엄쳤다.

 당신의 시간은 벌써 절반이나 지났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지체하지 말아요.
 당신이 찾는 것이 여기에서 죽어 버리지 않도록…….

 깜깜한 어둠 속에서 갑자기 울퉁불퉁한 돌로  만든 동굴빋들이 아련하게 모습
을 드러냈다. 바닷말이 얼룩덜룩 동굴집들을 뒤덮고  있었다. 어두운 창문 여기
저기에서 인어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반장들의 욕실에 걸려 있던 인어 그림
과는 단 한 군데도 닮지 않은 얼굴이었다. 
 인어의 피부는 회색이었으며 길고 짙은 초록색의  머리카락은 마구 풀어 헤쳐
져 있었다. 인어의 눈과 엉성한 이빨은 모두 누런색이었다. 그리고 목에는 조약
돌로 만든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그들은 헤엄을 치면서 지나가는  해리를 힐끗
힐끗 곁눈질하면서 쳐다보았다.
 마침내 인어들 중에서 두 명이 해리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은빛 꼬리
로 물살을 가르며 동굴에서 헤엄쳐 나왔다. 그 인어들은 손에 날카로운 창을 들
고 있었다.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더욱 바르게 헤엄쳤다. 인어들이 살고  있는 동굴집
이 점점 더 많아졌다. 어떤 동굴집 주위에는  물풀로 꾸민 정원이 있었다. 심지
어 애완용 그라인딜로우를 문 앞의 말뚝에 매 놓은 집도 있었다. 이제  온 사방
에서 몰려온 인어들이 신기한 듯이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어들은 아가미와 
물갈퀴가 달린 해리의 손을 가리키면서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모
퉁이를 돌아선 해리는 참으로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수많은 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마을 앞  광장처럼 보이는 장소에 한 무리
의 인어들이 모여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 중앙에서는 인어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면서 시합에 참가한 챔피언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인어 합창단 뒤에는 거
친 조각상 같은 것이 우뚝 솟아올라 있었는데, 그것은 커다란 바위를 잘라서 만
든 거대한 인어상이었다. 그 인어  석상의 꼬리에는 네 사람이 꽁꽁  묶여 있었
다.
 론은 헤르미온느와 초 챙 사이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여덟살도 채 안 되어 보
이는 어린 소녀가 묶여 있었다. 그 소녀의 구름처럼 탐스러운  은빛 머리카락을 
보자, 해리는 아마도  플뢰르 델라쿠르의 여동생이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 사람 모두 아주 깊이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머리는 어깨 위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으며 입에서는 작은 물방울이 계속해서 보글보글 흘러나왔다. 
 해리는 인어들이 당장이라도 창을 들고 자신을 위협할 거라고  예상하면서, 인
질들이 묶여 있는 석상을 향해 빠르게 헤엄쳤다. 하지만 인어들은  아무런 행동
도 취하지 않았다. 인질들을 묶고 있는 밧줄은 물풀로 만든 것이었는데, 두껍고 
미끄러웠으며 아주 튼튼했다.
 그 순간 해리는 시리우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준 주머니칼을  떠올렸다. 
그 주머니칼은 어떤 자물쇠라도 열 수 있고 어떤 매듭이라도 풀 수  있었다. 하
지만 그 주머니칼은 무려 400미터나 떨어져 있는  성안의 가방 속에 얌전히 들
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날카로운 창을 들고 있는 수많은  인어들이 해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리는 재빨리  기다란 초록색 수염을 기르고  목에는 
상어 이빨 목걸이를 두른 키가 2미터 정도 되는 남자 인어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리고 손짓 발짓으로 창을 빌려 달라는 시늉을 했다. 남자 인어는 껄껄 웃으면
서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는 도와줄 수 없어."
 인어는 거칠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 줘요!" 
 해리는 화가 나서 소리쳤지만 해리의 입에서는  거품만 보글보글 솟아날 뿐이
었다. 해리는 인에게서 창을 빼앗으려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얼른 뒤로 물러선 
인어는 여전히 껄껄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리는 물 속을 빙빙 돌면서 안타깝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무엇인가 날카로운 
것을 찾아서…….
 호수 바닥에서 돌이 반짝거렸다. 곧장 바닥으로 내려간 해리는  특히 날카로운 
돌을 하나 집어들고 인어 석상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론을 묶어 놓은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몇 분 동안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겨우 밧줄이 끊어
졌다. 의식을 잃은 론은 호수 바닥에서 몇  센티미터 위로 둥둥 떠올랐다. 그리
고 물살이 흐르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해리는 초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른 챔피언들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
았따. 도대체 그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왜 서둘러 오지 않는 걸까? 해리는 다
시 헤르미온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날카로운 돌로 헤르미온느를 묶
고 있는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장 억센 회색 손들이 해리를 붙잡았다. 대여섯 명의 인어들은 해리를 
헤르미온느에게서 강제로 떼어 놓았다. 그들은 껄껄 웃으면서  초록색 머리카락
을 흔들었다.
 "너는 이미 너의 인질을 구했어. 다른 인질들은 그냥 내버려둬……."
 인어 중에 한 명이 말했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
해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해리의 입에서는 두 개의  커다란 물방울이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네 시험은 네 친구를 구하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다른 인질들은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
 "이 사람도 내 친구야."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해
리의 입에서 거대한 은빛 물방울이 소리없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난 다른 사
람들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초 챙의 머리는 헤르미온느의 어깨에 축 늘어져 있었다. 조그만 은빛  머리 소
녀의 얼굴은 유령처럼 시퍼렇고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해리는 인어와  싸우기 
위해 두 팔을 버둥거렸지만, 인어들은 점점 더 큰 소리로 웃으면서 해리의 등을 
떠밀었다.
 해리는 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대체 다른 챔피언들은 어디 있는  걸
까? 과연 론을 데리고 호수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헤르미온느와 다른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내려올 만한 시간이  있을까? 아니, 호수 밑바닥에 있는  인질들을 
다시 찾을 수나 있을까? 해리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려고 손목 시계
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시계는 고장이 났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해리를 둘러싸고 있던 인어들이 열심히 그의 뒤편을 손으로 가리켰
따. 번쩍 고개를 든 해리의 눈에 케드릭 디고리가 인어 석상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따. 거대한 물방울이 케드릭의  머리 주위를 감사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그의 얼굴은 아주 이상할 정도로 넓적하고 길게 보였다.
 "길을 잃었어!" 케드릭이 입을 벌렸다. 무척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플
뢰르와 크룸도 지금 오고 있어!"
 크게 안도하는 마음으로 해리는 케드릭이 호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초 챙을 풀
어 주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케드릭은 초 챙을 끌어안고 곧장 위로 올라가기 시
작했다. 케드릭과 초 챙의 모습은 이내 사라졌다.
 해리는 어서 빨리 다른 챔피언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플
뢰르와 크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었다. 황금알에
서 흘러나온 노래에 따르면, 한 시간 후에 인질들은 목숨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
다…….
 갑자기 인어들이 시끄럽게 깍깍거리기 시작했다. 해리를 꽉 붙잡고  있던 인어
들도 손을 풀고 뒤를 돌아보았다.  힐끗 고개를 돌린 해리는 무언가  괴물 같은 
것이 물살을 가르면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상어 머
리를 하고 있는 그 괴물이 수영복을 입고 있는 걸로 보아. 그 괴물의 정체는 바
로 빅터 크룸임을 알 수 있었다. 크룸은 아마도 상어로 변신하려고 했으나 제대
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상어인간은 곧장 헤르미온느를  향해 다가가더니 이빨로  그녀를 묶은 밧줄을 
갉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룸의 상어 이빨은,  돌고래보다 작은 물어뜯는 데
는 서툴다는 것이 커다란 단점이었다. 만약 크룸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헤르미
온느의 몸은 절반쯤 잘려 나가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들자, 해리는 쏜살같이 앞으
로 달려가서 크룸의 어깨를 세게 쳤다.
 해리는 서둘러 크룸에 날카로운  돌조각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크룸은 
열심히 헤르미온느의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곧  밧줄이 끊어지자, 크룸은 헤
르미온느의 허리를 끌어 안고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황급히  수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해리는 머리를 쥐어짰다. 플뢰르 델라쿠르가 확실히 온다는 
것을 알 수만 있다면……. 하지만 아직까지도  플뢰르는 나타날 기색이 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단 한 가지 뿐이었다…….
 해리는 크룸이 떨어뜨리고 간 돌을 다시 집어들었다. 하지만 남자 인어들은 론
과 어린 소녀를 둘러싼 채, 계속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리는 품 속에서 요
술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당장 비켜!"
 이번에도 역시 해리의 입에서는  거품만이 부글부글 뿜어져 나왔다.  그렇지만 
해리의 단호한 표정을 보자, 인어들도 그의  뜻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왜냐하
면 갑자기 웃음을 뚝 멈추었기 때문이다.
 인어들의 노란 눈은 해리의 요술지팡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몹시 겁을 
집어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수로는 인어가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해리는 
인어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고 그들의 대왕 오징어만큼이나 마법에 대해서
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셋을 세겠다!"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해리의 입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방울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해리는  손가락을 들어서 의사를  확실히 전달했다. "하
나……."(해리는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둘……." (두 번째 손가락을 접었다)
 갑자기 인어들이 뿔뿔이 도망쳐 버렸다. 해리는 황급히 앞으로  달려가서 여전
히 동상에 묶여 있는 어린 소녀의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소녀가 풀려
나자, 해리는 어린 소녀의 허리를 잡고 론의 목덜미를 움켜쥔 채 위로 솟아오르
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해리는 더 이상 물갈퀴가 달린  손을 휘저
어서 앞으로 헤엄쳐 나갈 수가 없었다. 미친 듯이 두 다리를 버둥거렸지만 론과 
플뢰르의 여동생은 마치 감자를  잔뜩 집어넣은 포다  자루처럼 해리르 자꾸만 
물 밑으로 끌어당겼다…….
 해리는 하늘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머리 우로 보이는 수면이 어두운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아직도 아주 깊은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인어들은 해리와 
함께 물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인어들은 해리 주위를 자유롭게 빙빙 돌면서, 물 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해리
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인어들은 해리를 다시 물 속으로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혹시 사람을 잡아먹는 족속들은 아닐까? 해리
의 다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헤엄을 쳤다. 론과 소녀를  붙잡고 있는 
두 팔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
 해리는 너무나 힘이 들어서 숨을  헐떡거렸다. 다시 양쪽 목에 통증이  느껴졌
다.……. 그리고 너무나 또렷하게 입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을 느낄 수 있었
다……. 이제 어두운 수면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머리 위로 밝은 햇살
을 볼 수가 있었다…….
 해리는 물갈퀴가 달린 발을 더욱 열심히 움직였지만, 어느 한순간 그것이 다시 
평범한 발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이 입으로 쏟아져 들어와 폐를 가
득 채우고 있었다……. 해리는  머리가 핑핑 도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밝은 
햇빛과 신선한 공기는 불과 3미터 위에  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반
드시 가야한다……. 반드시…….
 해리는 어찌나 격렬하게 발장구를 쳤는지, 다리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
다. 머리 속까지 물이 꽉 들어찬 느낌이었다.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
무나 절실하게…… 산소가  필요했다. 하지만 계속  올라가야만 했다.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바로 그 순간, 해리는 머리가 호수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 걱을 느낄  수 있었
다.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물에 흠뻑 젖은 해리의 얼굴을 찌르는 
듯했다. 해리는 마치 이전에는 한  번도 제대로 숨을 쉬어 보지  못한 사람처럼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론과 어린  소녀를 
물 위로 끌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초록색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인어들이 해리
와 함께 수면 위로 불쑥  떠올랐다. 하지만 해리를 빙 둘러싼  인어들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관중석에 있는 군중은 야단법석이었다. 군중은 일제히 고함을 치고  비명을 지
르면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그들은 론과 어린 소녀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잠시 후 두 사람 모두 눈을 떴다. 어린 소녀는 무척 당황해 하고  있었으며 잔
뜩 겁에 질린 듯이 보였다. 하지만 론은 즉시 엄청난 양의 물을 토해 내더니 밝
은 햇빛에 눈을 깜박이면서 해리를 돌아보았다. "온통 젖었군, 그렇지?" 그러다
가 문득 론은 플뢰르의 여동생을 발견했다. "얘는 뭐하러 데리고 왔어?"
 "플뢰르 델라쿠르가 나타나지 않았어. 그냥 호수 밑에 내버려두고  올 수는 없
잖아."
 해리가 씩씩 숨을 몰아쉬면서 대답했다.
 "해리, 이런 멍청이 같으니라구!  설마 그 노래를 진짜로  받아들인 건 아니겠
지? 그래? 덤블도어 교수님이 설마 우리를 물에  빠져 죽도록 그냥 내버려뒀겠
니!"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노래는 ……."
 "그건 단지 너희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어! 
네가 영웅 노릇을 하느라고 저 밑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랬는데!"
 론은 한심하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해리는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었다. 론은 아주 멀쩡했다. 줄곧 잠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저 호수 속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당장이라
도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인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면서도……. 게다가 그 
인어들은 날카로운 창까지 들고 있지 않았던가?
 "자, 어서." 해리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날 좀 도와줘. 이 애는 헤엄을 잘 치지 
못하는 것 같아."
 해리와 론은 플뢰르의 여동생을 데리고 심판들이  지켜보고 서 있는 호숫가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20여 명의 인어들이 마치 호위병처럼 그들을 둘러싼 채, 
소름끼치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따라왔다.
 해리는 호들갑을 떰녀서 헤르미온느와 크룸, 케드릭,  초 챙을 돌보고 있는 폼
프리 부인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두꺼운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덤블도어와 루도 베그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해리와 론이 헤엄을 치면서 다
가오고 있는 호숫가에 서 있었다. 하지만 퍼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들을 맞
이하기 위해 호수 안까지 첨벙거리면서  달려왔다. 그런 퍼시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아주 나이가 어린 꼬마처럼 보였다.
 맥심 부인은 플뢰르 델라쿠르를 달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거의  이성을 
잃다시피 한 플뢰르는 깨물고 할퀴고 하면서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려고 발버
둥을 치고 있었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살아 있니? 다친 건 아니니?"
 "동생은 괜찮아!"
 해리는 플뢰르에게 동생이 무사하다는 말을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나 지
쳐서 단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퍼시는 론을 붙잡더니 호숫가로 끌고 갔다. ("저리 비켜,  퍼시 난 괜찮아!" 론
이 투덜거리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덤블도어와 루도  베그만은 해리를 부
축해 주었다.
 "그라인딜로우들이…… 나를 공격했어……. 오! 가브리엘, 나는  네가…… 네가 
그만……."
 맥심 부인의 손을 뿌리친 플뢰르는 여동생을 꽉 끌어안았다.
 "너희도 이리 오렴."
 폼프리 부인은 다정하게 해리의 손을 잡고  헤르미온느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담요로 숨일 막힐 정도로  몸을 단단히 감싸 준 다음,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오르는 약을 억지로 삼키게 했다. 그 순간  해리의 귀에서 
뜨거운 김이 해어 나왔다.
 "해리, 정말 잘했어! 마침내 해냈구나! 혼자 모든 걸 해결했어!"
 헤르미온느가 감격한 듯이 소리쳤다.
 "그게……."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도비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문
득 카르카로프가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지금까지 심판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심판은 오직 카르
카로프 한 사람뿐이었다. 해리와 론, 플뢰르의 여동생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
고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 심판도 오직 카르카로프뿐이었다.
 "그래, 맞아. 내가 해냈어."
 해리는 일부러 카르카로프의 귀에 들리도록 목청을 높이면서 말했다.
 "네 머리에 딱정벌레가 붙었다. 헤르므-오운-니니."
 빅터 크룸이 불쑥 끼어들었다. 해리는 크룸이 헤르미온느의 관심을  자기 쪽으
로 도리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호수  속에서 헤르미온느를 
구출한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헤르
미온느는 귀찬흔 듯이 머리에 붙은 딱정벌레를 탁탁 털어 버리고 다시 말을 이
어 나갔다.
 "하지만 너는 시간 제한을 어겼어. 해리……. 우리를 찾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
이 걸렸니?"
 "아니야…… 찾는 건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
 해리는 더욱더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제 호수 밖으로 나와서 곰곰이 생
각해 보니까, 조심성 많고 어느  누구보다도 안전을 중시하는 덤블도어가  단지 
챔피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인질이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사실
은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일이었던 것이다. 왜 론을 데리고 그냥 돌아오지 않았
을까? 만약 그랬다면 제일 먼저 돌아왔을 텐데……. 케드릭과 크룸은 다른 인질
들을 걱정하면서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어의 노래를 심각하
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덤블도어는 호숫가에 쭈그리고 안장서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인어와 깊은 대화
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인어는 특히나 사납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여자 인어였다. 
덤블도어는 인어들이 물밖에 있을  때 내는 것과  똑같은 날카롭고 소름끼치는 
소음을 내고 있었다. 인어의 말을 할 줄 아는 것이 분명했다.
 마침내 몸을 일으킨 덤블도어는 동료 심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점수를 
매기기 전에 먼저 잠깐 회의를 열어야 겠습니다." 덤블도어의 요청에 따라 즉시 
심판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폼프리 부인은 퍼시의 손에서 론을 구해 내어  해리와 다른 친구들이 있는 곳
을 데려가더니, 론에게도 똑같이 두꺼운 담묘와 페퍼럽 약을 주었다. 그런 다음
에 폼프리 부인은 다시 플뢰르와 여동생을 데리고 왔다.
 플뢰르는 얼굴과 팔 여기저기에 수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그리고 옷도 너덜너
덜하게 찢겨 있었다. 하지만 조금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폼프리 부인
이 상처를 닦아 주겠다고 하는 것도 거절했다.
 "가브리엘이나 돌봐 주세용."  플뢰르는 이렇게  말하면서 해리를 돌아보았다. 
"네가 내 동생을 구했엉." 플뢰르는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했다. "네  인질도 
아니었는뎅 말이양."
 "그래."
 사실 해리는 세 여자 모두 그냥 석상에 묶여 있도록 내버려두고 나올 걸 그랬
다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플뢰르는 허리를 숙이더니 해리의 양쪽 뺨에  두 번 입을 맞추었다(해리는 얼
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설사 다시 양쪽 귀에서 김이  솟는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너도…… 너도 도와줬엉."
 플뢰르는 다시 론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래, 그래…… 약간이지만……."
 론이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플뢰르를 바라보았다. 플뢰르는 다시 몸을 굽히
더니 론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헤르미온느는 완전히 토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마법에 의해 커다랗게 증폭된  루도 베그만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
다. 모두들 깜짝 놀라서 펄쩍 뛰어올랐다.  관중석에 있던 군중들까지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마침내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인어의 여왕인 머쿠스는 호
수 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챔
피언 각자에게 다음과 같이 점수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플뢰르 델라쿠르
입니다. 플뢰르 양은 거품 머리 마법을 멋지게 사용했지만 목표물을  향해 가는 
도중에 그라인딜로우의 공격을 받고서 인질을 구해 내는 일에 실패했습니다. 그
러므로 우리는 플뢰르 양에게 25점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관중들은 열렬히 박수를 쳤다.
 "나는 0점을 받아양 했엉."
 플뢰르 델라쿠르가 눈부신 머리카락을 찰랑찰랑 흔들면서 목이 메어 말했다.
 "다음은 케드릭 디고리입니다. 케드릭 군 또한 거품 머리  마법을 사용해서 제
일 먼저 인질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비록 한 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을 1분이나 
넘겼지만 말입니다." 후플푸프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
왔다. 해리는 초 챙이 황홀한 표정으로  케드릭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러
므로 케드릭 군에게는 47점을 주겠습니다."
 해리의 심장이 덜컥 무너져 내렸다. 케드릭이 제한 시간보다 늦게 밖으로 나왔
다면, 해리 자신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빅터 크룸은 비록 불완전한 변신술을  사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
으로 인질을 데리고 두 번째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므로 크룸에게는 40점을 주겠
습니다."
 카르카로프는 아주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특별히 요란하게 박수를 
쳤다.
 "해리 포터는 아가미 풀을 아주 훌륭하게 사용했습니다."  루도 베그만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포터 군은 제일  늦게 돌아왔으며 제한 
시간인 한 시간을 훨씬 더 초과했습니다. 하지만 인어 여왕은 우리에게 포터 군
이 제일 먼저 인질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해리 
군이 제일 늦게 돌아왔던 이유는 자신의  인질뿐만 아니라 다른 인질들이 모두 
안전하게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거의 동시에 짜증과 동정심이  절반씩 섞인 표정으로 해리
를 쳐다보았다.
 "심판들 대부분이……." 이 대목에서 루도 베그만은 카르카로프를 아주 못마땅
한 표정으로 흘겨보았다. "이런 행동이야 말로 만점을 받고도 남을 만한 도덕적
이고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포터 군의 점수는  45점입니
다."
 그 순간 해리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케드릭과 동점을 이
루게 된 것이다. 감짝 놀란 론과 헤르미온느는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해리를 바
라보다가 이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다른 관중들과 함께 열렬하게 박
수를 치기 시작했다.
 "해리, 잘 했어!" 론이 환호성보다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결국 너는 바보
짓을 한 게 아니었어! 너는 도덕성을 보여 준 거야!"
 플뢰르도 열심히 박수를 쳤다.  하지만 크룸은 별로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크룸은 헤르미온느에게 다시 말을 걸려고 했지만, 해리와 함께 기뻐하느라고 그
의 말에 귀를 기울일 틈이 없었다.
 "세 번째 마지막 시험은 6월 24일 저녁에 치러질 것입니다." 루도 베그만이 목
소리를 가다듬으면서 말했다. "챔피언들은 정확히 한 달 전에 어떤 시험이 치러
질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챔피언들을 응원하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
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침내 끝났구나! 해리는 머리가 빙빙 도는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폼프리 부인은 챔피언과 인질들을 빨리 성으로  데려가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
히려고 황급히 서둘렀다. 이제 끝났어. 무사히 해낸 거야……. 이제는  6월 24일
까지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성으로 들어가는 돌계단을 올라가면서 해리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다음번에 
호그스미드에 가게 되면 양말을 잔뜩 사서 1년  동안 날마다 도비에게 한 켤레
씩 선물해야지.


 제27장 돌아온 패드풋

 두 번째 시험이 남긴 여파 중에서  가장 좋은 건, 모든 학생들이  호수 밑에서 
벌어졌던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론이 
처음으로 해리와 함께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해리는 론의 상황 설명이  매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약간씩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 론은  가장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쨌거나 
그것은 헤르미온느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론은, 덤블도어가 맥고나걸 
교수의 사무실에서 모든 인질들에게 마법을 걸어서 잠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물
론 덤블도어는 인질들에게 절대로 안전할 것이며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물 위
로 돌아와 있을 거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론은  무시무시한 납치극으로 떠들고 다니기  시작했
다. 우려 50여 명이나 되는  중무장을 한 인어들이 론을 마구  때리면서 밧줄로 
묶으려고 하자, 그는 혼자 몸으로 아무런 무기도 없이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소매 밑에 요술지팡이를 감춰 놓고 있었어." 파드마 패틸을 만나
자, 론은 더욱 신나게 떠들었다. 파드마는 이제 론이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되자, 
론에게 더욱 열렬한 관심을 보이며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기로 결심
한 것 같았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저 멍청한 인어들을 잡아  올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뭘 할 건데? 코 고는 소리라도 들려주려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론을 흘겨보면서 톡 쏘아붙였다. 이번 시험으로 인해  믹터 크룸
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헤르미온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녀
는 계속해서 주위 사람들의 놀림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헤르미온느는 요즘 
들어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헤르미온느가 비꼬듯이 말하자, 론은 그만 귀까지 묽게 물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마법의 잠에 빠졌다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갔다. 
 3월이 되자, 날씨가 차츰차츰 건조해졌다. 하지만  잔인한 바람은 학생들이 운
동장으로 나갈 때마다 손과 얼굴을 칼로 에는 듯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우편물
이 배달되는 것도 자굼나 지연되었다.  부엉이들이 세찬 바람에 날려서  진로를 
잃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해리가 호그스미드로 가는  날짜를 적어서 시리우스에게  보낸 갈색 부엉이는 
깃털이 전부 거꾸로 곤두선 채, 금요일 아침식사 시간에 도착했다. 부엉이는 해
리에게 편지를 전달하자마자 서둘러 부엉이장으로 날아가 버렸다.  해리가 또다
시 심부름을 시켜서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밖으로 나가게 되지나 않을까 두
려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재빨리 시리우스의 답장을 뜯어 보았다. 시리우스의 편지는  이전 편지
만큼이나 짧았다.

 토요일 오후 2시에 호그스미드 거리 제일 끝쪽(더비시와 뱅스를  지나서)에 있
는 계단 울타리로 나오거라, 가능한 한 음식을 많이 가져오렴.

 "하지만 시리우스는 호그스미드에 오면 안 되잖아?"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꼭 올 것 같은데……. 그렇지 않지?"
 헤르미온느가 걱정하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만약 잡히기라도 하면……."
 해리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무사했잖아. 게다가 호그스미드는 더 이상  디멘터들이 우
글거리는 곳도 아니잖아."
 론이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해리는 편지를 접은 
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서 해리는 진심으로 시리우스를  다시 만나 
보고 싶었다. 그러므로 그날 오후의 마지막 수업인 마법의 약  시간에는 평소보
다 훨씬 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은 팬시  파킨슨이 이끄는 슬리데린 기숙사의  여학생 
깡패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는 문 밖에서 머리를 맞대고 모여 서 있었다. 그들
은 해리가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큰 소리로 킬킬거렸다. 해
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 고일의  넓적한 등 너머로 잔뜩 흥
분한 팬시 파킨슨의 돼지 같은 얼굴이 보였다.
 "저기 왔다! 저기 왔어!"
 팬시 파킨슨이 그들을 쳐다보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한  곳에 모여 
있던 슬리데린 아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해리는 팬시 파킨슨의 손에  들려 
있는 잡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잡지는  《마녀 주간지》였다. 잡지 앞장에는 
움직이는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곱슬머리 마녀가 이를 다 드러내 놓고 활짝 웃
으면서 요술지팡이로 커다란 스펀지 케이크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레인저, 여기 너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사가 실렸어. 매우 흥미로울 거야."
 팬시가 큰 소리로 말하면서 들고 있던 잡지를 헤르미온느에게  던졌다. 헤르미
온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잡지를 받아들었다. 바로 그때 교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스네이프가 학생들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헤르미온느와 해리, 론은 평상시처럼 교실  제일 뒤쪽으로 향했다. 스네이프가 
돌아서서 칠판 위에 오늘 만들게 될 마법의 약 성분을 쓰는 틈을  타, 헤르미온
느는 책상 밑에 감춘 잡지를 재빨리 뒤적거렷다. 그리고 마침내  가운데 부분에
서 찾고 있던 기사를 발견했다.

 남몰래 실연당한 해리 포터

 짧은 제목 위에 해리의 컬러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 가
까이 몸을 기울였다.

 남다른 소년 해리 포터,
 그러나 그도 보통의 청춘남녀가 겪는 고통을 겪고 있다.
 -리타 스키터 기자
 부모의 비극적인 사망 이후로 줄곧  사랑에 굻주려 있던 열  네 살 소년 해리 
포터는, 호그와트에서 만난 여자 친구인 머글 태생의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로부
터 참다운 위안을 찾았다고 생각해 왔다. 부모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상실감으
로 이미 한 차례 폭풍우를 겪은 해리 포터는, 자기 인생에서 머지않아  또 다른 
감정적인 시련을 맞게 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평범하지만 야심 많은 여학생 그레인저 양은 유명한 마법사에 대한 특별한 취
향이 있는 듯, 해리 하나만으로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호그와트에 불가리아의 수색꾼이며 지난 퀴디치  월드컵의 영웅인 빅터 크룸이 
도착 하자, 그레인저 양은 두  소년 모두의 애정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교활한 그레인저 양에게 홀딱 빠져 버린  빅터 크룸은, 여름 방학이 되
면 불가리아로 찾아오라고 이미  그녀를 초대해 놓은 상태.  그리고 '다른 어떤 
여학생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하지만 이 불행한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레인저의 타고난 매력때
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 애는 정말 못생겼어요."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4학년 여학생 팬시 파킨슨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랑의 묘약은 아주 잘 만들 거예요. 머리는 꽤 좋거든
요. 바로 그게 그 애가 쓴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사랑의 묘약은 호그와트에서 금지된 사항이다. 알버스 덤블도어는 틀림없
이 이 주장에 대해 조사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해리  포터가 잘되기
를 비는 사람들은, 다음 번에는 좀더 가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기를 바랄 것이
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리타 스키터의 성미를  건드리지 말랬잖아! 그 여자는 
너를 일종의…… 홍등가의 여자처럼 그려놨어!"
 정신없이 기사를 읽고 있는  헤르미온느에게 론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에서 깨어나면서 코웃음을 쳤다.
 "홍등가의 여자라구?"
 헤르미온느가 론을 쳐다보면서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
음을 애써 참으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론이 다른 데로 고개를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론의 얼굴은 귀까지 빨갛게 물들
었다.
 "만약 리타가 할 수 있는 짓이 고작해야 이런 것뿐이라면 정말 실망스러워. 낡
은 쓰레기야."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킥킥거리면서 《마녀 주간지》를  비어있는 옆자리에 던
져 놓았다. 그리고는 슬리데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을  힐끗 넘겨다 보았다. 
그들은 모두 교실 반대편에서 헤르미온느와 해리가  그 기사를 보고 잔뜩 약이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느  그들을 
향해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헤르미온느와 해리, 론은 머리를 좋게하는 마법의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 웃긴다. 리타 스키터가 어떻게 알았지?"
 10분 가량 지난 후에  헤르미온느가 풍뎅이가 담긴 절구  위로 공이를 치켜든 
채, 불쑥 말을 꺼냈다.
 "도대체 뭘 알았다는 거야? 네가 정말로 사랑의 묘약을 만든 건 아니겠지? 안 
그래?"
 론이 재빨리 물었다.
 "한심한 소리 좀 하지 마." 헤르미온느는 다시 풍뎅이를 빻기 시작했다. "내 말
은 그게 아니라…… 빅터가 나한테 여름  방학 때 불가리아로 놀러오라는 말을 
한 걸 리타가 어떻게 알았는냐는 거야."
 그 순간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그리고 론의 눈길을 애써 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라구?"
 론이 쿵 소리를 내면서 공이를 떨어뜨렸다.
 "빅터가 호수에서 나를 끌어낸 직후에 나한테 묻더라. 물론  상어 머리를 벗어
던진 후에 말이야. 폼프리 부인이 담요를 갖다 준 다음에 크룸이 나를 심판석에
서 약간 떡어진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말했어. 여름 방학 동안에 특별히  할 일
이 없다면…… 한 번 오지 않겠느냐고……."
 헤르미온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다시 공이를 집어든 론이 절구통에서 거의  15센티미터나 떨어진 책상위를 쿵
쿵 내려치면서 물었다. 론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
던 것이다.
 "그리고 빅터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결코 없었다고 말
했어. 하지만 리타 스키터가 어떻게  크룸의 말을 들었을까? 리타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 혹시 있었던게 아닐까? 어쩌면 투명 망토를 입고 나타났었는지도 
몰라. 두 번째 시험을 구경하려고 몰래 운동장으로 들어왔는지도……."
 말을 이어가는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어찌나 빨갛게 달아올랐는지 해리는 그녀
의 몸에서 후끈후끈한 열기를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넌 뭐라고 그랬는데?"
 론은 어찌나 세게 공이를 내려쳤는지, 책상 위에 움푹 파인 자국이 생겼다.
 "음, 그때 나는 어와  해리가 무사한지 어떤지  알아보느라 너무 정신이  없어
서……."
 "틀림없이 사교 생활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그레인저 양." 얼음처
럼 차가운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리는  바람에 세 명 모두 소
스라치게 놀랐다. "내 수업시간에는 그런 문제를 논의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
지 않을 수 없군. 그리핀도르 10점 감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떠드는 동안 스네이프가 몰래 그들의  책상으로 다가
왔던 것이다.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그들을 돌아보았다. 말포이는 기회
를 놓치지 않고 해리를 향해 포터는 야비하다!라는 배지를 비추었다.
 "아하……. 책상 밑에서  잡지책까지 읽고  계셨군?" 스네이프가 《마녀  주간
지》를 확 잡아채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리핀도르에게 다시 10점 감점……. 하
지만 물론……." 리타 스키터의 기사를 발견하자, 스네이프의 검은 눈동자가 차
갑게 번뜩였다. "포터는 자신이 나온 기사를 오려 두고 싶겠지……."
 슬리데린의 웃음 소리가 침침한 지하 교실을 가득 채웠다.  스네이프의 가느다
란 입술에 기분 나쁜 미소가 어렸다. 스네이프는 해리르 자극하기  위해 기사를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남몰래 실연당한 해리 포터……. 오! 이런, 이런, 포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
냐? 남다른 소년 해리 포터, 그러나……."
 해리는 얼굴이 화끈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스네이프는  슬리데린 학생
들이 실컷 비웃을 수 있도록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기다렸
다. 스네이프가 읽어주는 리타 스키터의 기사는 열 배나 더 치욕적이고 기분 나
브게 들렸다.
 "해리 포터가 잘되기를 비는 사람들은, 다음 번에는 좀더  가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너무나 감동적이로군."
 스네이프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잡지를  둘둘 말았다. 슬리데린 학생들의  웃음 
소리는 도무지 그칠 줄을 몰랐다.
 "자, 나는 너희 세 사람을 각자  떼어 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너희들이 복잡한 연애 생활보다는 마법의  약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지 않겠
니? 위즐리, 너는 이 자리에  그냥 앉거라 그레인저 양은  저쪽으로 가. 파킨슨 
양 옆자리에……. 그리고 포터, 너는……  내 책상 바로 앞자리다.  어서 움직여
라."
 잔뜩 화가 난 해리는 마법의 약 재료와 가방을  큰 냄비 안에 던져 넣은 후에 
지하 교실의 제일 앞쪽에 놓여 있는 책상으로 냄비를 끌고 갔다. 그  뒤를 따라
온 스네이프는 교탁에 앉아서 해리가 냄비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꺼
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절대로 스네이프를 쳐다보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  해리는 다시 풍뎅이를 열
심히 짓이기기 시작했다. 그 벌레 한 마리 한 마리가 스네이프의 얼굴이라고 상
상하면서…….
 "이런 모든 언론의 관심이 이미 지나치게 커져 있는 네 머리통을 더욱 부풀려 
놓은 것 같구나."
 교실의 학생들이 다시 조용해지자, 스네이프는  냉정하게 말했다. 해리는 아무
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지금 해리를 화나게 만들어, 수업이 끝나기 
전에 그리핀도르에게서 적어도 50점 이상 빼앗을  수 있는 핑계를 찾고 싶어하
는 것이 분명했다.
 "너는 아마도 마법 세계 전체가 너에게 깊은 감명을 받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모양이구나." 스네이프는 계속 해서 말했다.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어
찌나 나지막했던지, 해리 이외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이미 풍
뎅이는 고운 가루가 되었지만, 해리는 여전히 벌레를 빻고 있었다). "하지만  나
는 제 사진이  신문에 얼마나 자주  실리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내겐  포
터……, 너는 그저 항상 규칙을 우습게 여기는 못된 꼬마에 불과하단 말이다."
 해리는 풍뎅이를 빻아서 만든 가루를 냄비 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생각 뿌
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마구 치밀어 오르는 분노 때문에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
었지만 해리는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마치 스네이프가 하는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포터, 너에게 분명히 경고하겠다. 만약 한  번만 더 내 사무실에 침입한 것이 
들통나는 날이면, 그때는 네가…… 아무리 유명인사라고 하더라도……."
 스네이프는 더욱 나지막하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교수님 사무실 근처에도 가지 않았어요!"
 스네이프의 말이 들리지 않는 척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해리는 버럭 소시를 질
렀다.
 "거짓말하지 마라! 오소리 가죽과 아가미 풀. 두  가지 모두 내 개인 사물함에 
있던 거야. 그리고 나는 누가 그걸 훔쳤는지 알고 있다."
 스네이프가 해리를 노려보면서 속삭였다. 한없이 어두운 스네이프의 검은 눈동
자가 해리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는 고개를 들고 스네이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절대로 눈을  깜박이거나 
죄를 지은 듯한 표정을 보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실 두 가지 모두  해리가 훔
친 것은 아니었다. 오소리 가죽은  그들이 2학년 때 헤르미온느가 훔친  것이었
다.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것이다. 그때도 스네이프는 해리
를 의심하기는 했지만, 절대로  그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아가미 풀은 
도비가 훔친 게 분명했다.
 "저는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군요."
 해리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네가 한밤중에 숙소에서 나와서 내 사무실에 침입했잫아! 난 알고 있어, 포터! 
아마 매드아이 무디도 네 팬클럽에 가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로 너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어! 한 번만 더 밤중에 내  사무실로 기어들어 오면, 너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게다!"
 "알았어요! 만약 거기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면, 그땐 교수님 말씀을 
명심하죠."
 해리가 생각 뿌리로 고개를  돌리면서 냉정하게 대답했다. 스네이프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스네이프는 검은 옷자락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동안 해리
는 스네이프가 요술지팡이를 꺼내서 자신에게 저주를 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닐
까 생각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아주 투명한 약인 담긴 작은 크리스탈 병을 꺼
냈다. 해리는 그 병을 바라보았다.
 "포터, 이게 뭔지 아니?"
 스네이프의 차가운 눈빛이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아뇨."
 이번에는 정말로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건 베리타세룸이다. 진실의 마법약이지. 어찌나  강력한지 단 세 방울만 먹
으면, 너는 학생들이 모두 듣는 앞에서 너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 다  털어 놓
게 될 게다." 스네이프는 악의 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이 약의 사
용은 마법부의 엄격한 지침에 따란 통제되고 있지, 하지만 만약 네가 저녁 식사 
때 먹는 호박 주스에 이 약을 흘리지도 모르겠구나." 스네이프는 크리스탈 병을 
살짝 흔들었다. "그렇게 되면, 포터……. 만약 그렇게 되면 네가 내 사무실에 들
어왔는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게 되겠지."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생각 뿌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칼
을 집어들고 잘게 썰기 시작했다. 진실의 마법약이라는 말조차 듣고  싶지 않았
다. 스네이프가 그 약을 자기에게 먹이는 것은 더구나 참을 수 없었다. 만약 그 
약을 먹었을 때, 자기의 입에서 쏟아져 나올 말들을 생각하면……. 해리는 부르
르 온몸이 떨리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러 사람들이…… 우선  헤르미온느와 
도비부터 …… 곤경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외에도 숨기고  있는 사람들
이 얼마나 많은가……. 시리우스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과(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뱃속이 뒤틀렸다) 초 챙에 대한 자신의 감정…….
 해리는 잘게 썬 생강 뿌리도 냄비 안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이제부터 
무디를 본받아서 휴대용 물병에 담긴 것만 마셔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 바
로 그때 누군가 지하 교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스네이프가 평소와 같이 대답했다.
 문이 열리자, 학생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카르카로프교수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모든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는 가운데  카르카로프가 스네이프
의 책상으로 곧장 걸어갔다. 그는 몹시 불안한 듯이 염소 수염을 손가락으로 비
비 꼬고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하지."
 카르카로프가 스네이프를 쳐다보면서 불쑥 말을 꺼냈다. 그는 마치  자신이 하
는 말을 아무도 듣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입술을 거의 벌리지 않고 중얼거렸다. 
마치 형편없는 복화술사가 말하는 것 같았다. 해리는 계속 생각  뿌리를 내려다
보면서 그들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카르카로프. 수업이 끝난 후에 대화를 나누는 게 좋겠네."
 스네이프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카르카로프는  스네이프의 말
을 가로막았다.
 "나는 지금 이야기를 하고 싶네. 자네가 날 피할 수 없을 때 말이야. 세베루스, 
자네는 줄곧 나를 피하고 있지 않은가?"
 "수업이 끝난 후에 보자구."
 스네이프가 딱 잘라 말했다.  아르마딜로의 담즙을 충분히 넣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량컴을 드는 척하면서, 해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카르카로프는 굉장히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스네이프는  단단히 화가 난 표정
이었다.
 카르카로프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스네이프의 책상 뒤에서 서성거렸다. 수업이 
끝난 후에 스네이프가 살짝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지키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해리는 카르키로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기 불과 2분 전에  아르마딜로의 담즙이 들어 있는 병을 
일부러 넘어뜨렸다. 그걸 핑계로 다른 학생들이 우르르 교실에서 빠져나가는 동
안, 마루를 닦는 척하며 냄비 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을 
속셈이었다.
 "뭐가 그렇게 급하다는 거지?"
 스네이프가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 때문이라네." 카르카로프가 말했다. 냄비  너머로 살그머니 고개를 내민 
해리는 카르카로프가 왼쪽 옷소매를 걷어 올려서 스네이프에게 팔 안쪽을 보여
주는 것을 보았다. "어떤가? 자네도 봤는가? 지금까지 이렇게 선명했던 적은 없
었어.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카르카로프는 여전히 입술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쓰고 있었다.
 "당장 치워!"
 스네이프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날카로운 검은  눈으로 황급히 교실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자네는 이미 눈치챘을 텐데……."
 카르카로프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문제라면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카르카로프!" 스네이프가 딱 
잘라 말했다. "포터! 너는 뭘 하고 있는 거냐?"
 "아르마딜로의 담즙을 닦고 있어요. 교수님."
 해리는 태연하게 몸을 일으키면서 손에 들고 있던 더러운  걸레를 보여주었다. 
카르카로프는 휙 돌아서더니 성큼성큼 교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는  화가 나
면서도 무척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두운 지하 교실에서, 더구나 잔뜩 성이 난 스네이프와 단 둘이 남아 있고 싶
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해리도 서둘러 가방 안에 책과 마법의 약 
재료들을 주워 담고 최대한 빨리 교실을 벗어났다. 한시바삐 론과 헤르미온느에
게 방금들은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었다.
 
 다음날 정오에 성을 떠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은빛 햇살이 힘없이 내리비
치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날씨는 눈에 띄일 정도로 따뜻해져서 호그스
미드에 도착할 무렵이 되자 그들은 망토를 벗어서 어깨에 걸쳐야만  했다. 시리
우스가 가져오라고 부탁했던 음식은 해리의  가방안에 잔뜩 들어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닭다리 열두  쪽과 커다란 빵 한덩어리  그리고 호박 주스가 
담긴 음료수 병 하나를 슬쩍해서 가져 온 것이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우선 도비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글래드래그스 마
법사 옷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요란하고 화려한 양말
을 고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는 반짝이는 금별과  은별무늬가 박
힌 양말과 발냄새가 너무 심하며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양말도 있었다. 잠시 
후에 그들은 더비시와 뱅스 가게를 지나서 마을 변두리를 향해 하이 거리를 올
라갔다.
  해리는 지금까지 이쪽으로는 한 번도 와 본적이 없었다.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따라서 한참을 걸어가니까 호그스미드를  빙 둘러싸고 있는  거친 황야 지대가 
나타났다. 이곳에는 아주 넓은 정원이 딸린 집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그들은 호
그스미드 위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는 산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서자,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계단 울타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계단의 제일 꼭대기에는 모집이 아주 크고 털이 북실북실한 검은 개
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에 신문을 물고 있는 그 개의 모습은  어쩐지 낯
이 익었다…….
 "시리우스, 안녕!"
 검은 개 앞에 도착한 해리는 먼저 인사를 했다. 해리의 가방에  코를 들이대고 
킁킁 열심히 냄새를 맡던 검은  개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리고  뒤돌아서더니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위가 많은 산 밑까지는 야트막한 관목이 자라는 
벌판이 이어지고 있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계단 울타리를 넘어서 검은 
개의 뒤를 따라갔다. 
 시리우스는 바로 산 밑까지 그들을 인도했다. 그곳은 온통 둥근 바위와 자갈들
이 깔려 있었다. 네 발로 걸어가는 시리우스는 아주 손쉽게 지나갈 수 있었지만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이내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리우스를 따라서 좀더 높은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시리우스의 살랑
거리는 꼬리를 쫓아서 그렇게 거의 30분 가량 따가운 햇빛을  받으며, 가파르고 
구불구불하고 자갈이 깔린 언덕길을 올라가자,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해리
는 어깨에 둘러메고 있는 무거운 가방 끈이 실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시리우스가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시리우스가 없어진 곳으로 
다가가자, 바위 사이로 약간 벌어진 틈이 보였다.  간신히 그 틈으로 들어간 해
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서늘하고 어둠침침한 동굴을 발견하고는 동굴 깊숙이 걸
어 들어갔다. 동굴 끝에는 커다란 히포그리프 한  마리가, 단단한 바위에 매 놓
으 밧줄에 묶여 있었다.
 몸의 절반은 말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다른  절반은 거대한 독수리 모양을 하
고 있는 벅빅은 그들을 보자 날카로운 오렌지색 눈을 번뜩였다. 세 사람은 일제
히 허리를 숙이면서 벅빅에게 인사를 했다. 한참 동안이나 거만하게  그들을 쳐
다본던 벅빅은 비늘이 덮여 있는  무릎을 굽혔다.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깃털로 덮여 있는 벅빅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검은 개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검은  개가 해리의 
대부로 모습을 바꾸었다.
 시리우스는 너덜너덜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아즈카반에서 도망
쳤을 때 입고 있던 바로 그 옷이었다. 지난 번에 벽난로 속에서  나타났을 때보
다 더욱 길게 자란 검은 머리카락은 엉망으로 뒤엉킨 채 산발이 되어 있었으며, 
얼굴도 야위어서 아주 홀쭉했다.
 "닭고기로구나!"
 시리우스는 입에 물고 있던 오래된 《예언자  일보》를 동굴 바닥으로 내던지
면서 잔뜩 쉰 목소리로 외쳤다.
 해리는 서둘러 가방을 열고 닭다리와 빵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시리우스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보따리를 풀어헤친 시리우스는 닭다리 하나를 움켜쥐고 동굴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이빨로 커다란 살점을 덥석 물어뜯었다. "그동안 주로 생쥐를 
잡아먹고 살았어. 호그스미드에서는 음식을 많이 훔칠  수가 없거든. 다른 사람
들의 주의를 끌면 안 되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해리를 보고 씩 웃었다. 하지만 해리는 마지못해 미소를 지을 뿐이
었다. 
 "여기에서 뭘 하고 계셨어요, 시리우스?"
 해리가 물었다.
 "대부로서 내 의무를 다하고  있었지." 시리우스가 굶주린  개처럼 닭뼈다귀를 
뜯어먹으면서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길을  잃어버린 아주 사랑스러운 
개인 척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자, 좀더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너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단다. 지난번에 보낸 너의 편지는 …….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일이 점점 더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나는 매번 누군가가 보고 버린 신문을  주워오곤 하는
데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면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더구나."
 시리우스가 동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누렇게  변색된 《예언자 일보》를 턱으
로 가리켰다. 론은 그 신물을 집어 들어서  펼쳐 보았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시리우스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만약 붙잡히기라도 하면요?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요?"
 "이 근처에서 내가 아는 애니마구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너희 세 사람과 덤
블도어뿐이야."
 시리우스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해서 닭다리를 뜯어먹었다. 론은 해리를 쿡
쿡 찌르더니 신문을 건네주었다. 신문은 두장뿐이었다. 한 장에는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 의문의 병을 앓다'라는 제목이  실려 있었고, 다른 한  장에는 '마법부 
소속 마녀 아직도 실종 중-현 마법부 장관도 개인적인 관련이 있어'라는 제목이 
실려있었다.
 해리는 크라우치에 관한 기사를 살펴보았다. 몇 구절은 뛰어 넘어지만 대략 이
런 내용이었다.

 11월 이후로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보
인다……. 마법 질병과 상해를 다루는 성 뭉고 병원은 여기에 대해 언급을 회피
했다…… 마법부에서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를 거
부…….

 "이 기사를 보면, 마치 크라우치가 죽어가고 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다면 크라우치는 절대로 그정도는 아니에요."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저희 형은 크라우치의 개인 보좌관이에요. 그런데 형은 크라우치가 과로 때문
에 아픈 거래요."
 론이 시리우스에게 알려 주었다.
 "내가 지난번에 가까운 거리에서  봤을 때에도 크라우치는  정말 아픈 것처럼 
보였어요. 내 이름이 불의 잔에서 나왔던 바로 그날 밤에도……."
 해리가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말했다.
 "윙키를 해고하더니 천벌을 받은 거야. 그렇지 않니? 장담하건대 그 사람은 지
금쯤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 거야. 윙키가 곁에서 돌봐 주는  것이 얼
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겠지."
 헤르미온느가 적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시리우스가 던진 
닭뼈다귀를 우두둑 씹어먹고 있는 벅빅을 쓰다듬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꼬마 집요정들 문제에 대해 너무 집착하고 있다니까요."
 론이 못마땅한 시선을 헤르미온느에게 던지면서  시리우스에게 속삭였다 하지
만 시리우스는 헤르미온느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크라우치가 꼬마 집요정을 해고했다구?"
 "그래요, 퀴디치 월드컵 때요."
 해리는 어둠이 표식이 나타났던  것과 해리의 요술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던 
윙키를 발견한 것, 그리고 크라우치가 얼마나 분노했던가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 
주었다. 해리가 이야기를  끝내자, 시리우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동굴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이 일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너희들은  제일 처음 일등석에서 
그 고마 지뵤정을 보았어. 그 꼬마 집요정은 크라우치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 
그렇지?"
 잠시 후에 시리우스가 새로운 닭다리를 집어 들면서 말했다.
 "맞아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크라우치는 시합에 나타나지 않았지?"
 "그래요, 저는 크라우치가 너무 바쁜 모양이라고 생각했죠."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시리우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동굴 안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해리, 일등석에서 떠나기 전에  네 호주머니 속에 요술지팡이가  들어 있는지 
살펴봤니?"
 "음……." 해리는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아니요. 숲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요술지팡이를 써야 할 일이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안에는 만능 망원경밖에 들어 있지 않았어요." 해리는  시리우스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어둠의 표식을 불러낸 사람이 일등석에서  제 요술지팡이를 훔쳤다는 말씀인
가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시리우스가 해리를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그렇지만 윙키는 요술지팡이를 훔치지 않았어요!"
 헤르미온느가 반박하면서 소리쳤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비단 꼬마 집요정만이 아니야. 해리 네  뒤에 또 누
가 앉아 있었지?"
 시리우스는 눈썹을 찡그린 채, 계속해서 서성거렸다.
 "여러 사람들이 있었어요. 불가리아 장관들과 코넬리우스 퍼지……. 그리고 말
포이 가족……."
 해리가 기억을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말포이 가족! 루시우스 말포이가 틀림없어요!"
 갑자기 론이 소리쳤다.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질렀던지 론의 목소리가 동굴 전체
에 울려 퍼졌다. 벅빅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발딱 치켜들었다.
 "또 다른 사람은?"
 "없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아니야. 또 있었어. 루도 베그만 씨가 있었잖아."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기억을 일깨워 주었다.
 "오, 그래……."
 "나는 베그만이 윔본 와스프 팀의 몰이꾼이었다느 사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몰
라. 그 사람은 어떻지?"
 시리우스가 여전히 동굴 안을 걸어다니면서 물었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트리위저드 시합 중에 계속해서 저를  도와주겠다고 했었
어요."
 "그랬단 말이니?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시리우스가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그저 제가 좋아서 그런다고 했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음."
 시리우스는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어둠의 표식이 나타나기 직전에 숲속에서 그  사람을 봤어요." 헤르미
온느가 시리우스에게 말하고는, 해리와 론을 돌아보았다. "기억나지 않니?"
 "그래, 하지만 베그만은 숲속에 계속 머물러  있지는 않았어. 안 그래? 우리가 
소동이 일어났다는 말을 하자마자 당장 캠프장으로 달려갔잖아."
 론이 말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이 어디로 순간이동을  했는지 네가 어떻게 
알 수 있냐구?"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헛소리 좀 그만 해. 그렇다면 너는 루도 베그만이  어둠의 표식을 불러냈다고 
생각하는 거야?"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윙키보다는 오히려 그 사람이 더욱 의심스럽지."
 헤르미온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말했죠? 헤르미온느는…… 꼬마 집요정이라면 그저……."
 론이 시리우스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길을 던졌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손을 들
어서 론의 입을 막았다.
 "어둠의 표식이 나타나고 꼬마 집요정이 해리의 요술지팡이를 든 채 발견되었
을 때, 크라우치는 어떻게 행동했지?"
 "덤불 속을 자세히 조사했어요. 하지마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해리가 말했다.
 "물론 그랬겠지. 그 사람은 자신의 꼬마 집요정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사
실을 반드시 확인하고 싶었겠지……. 그런  다음에 꼬마 집요정을 해고해  버렸
니?"
 시리우스가 여전히 서성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네. 그 꼬마 집요정을 해고해 버렸어요. 단지  텐트에 남아 있지 않고…… 돌
아다녔다고 해서……."
 헤르미온느가 몹시 흥분해서 말했다.
 "헤르미온느. 제발 꼬마 집요정 생각 좀 그만 할 수 없니?"
 론이 짜증스렁누 듯이 소리를 질렀다.
 "론, 헤르미온느는 너보다 크라우치를 더욱 잘 파악하고 있어." 시리우스는 고
개를 가로저었다. "만약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자신과 동
등한 사람이 아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잘 살펴보면 된단
다."
 시리우스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수염이 텁수룩하게 자란 얼굴을 손바닥
으로 문질렀다.
 "그 동안 줄곧 바티 크라우치는 없었어……. 그 사람은  일부러 꼬마 집요정에
게 퀴디치 월드컵의 관람석을  지키고 있으라는 명령까지  내려 놓고는 경기를 
구경하러 나타나지도 않았단 말이야. 또 트리위저드 시합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애를 쓰더니 갑자기 이 시합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그것은 전혀 
크라우치답지 않은 행동이야. 만약에 단지 몸이 아프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한 번
이라도 일을 쉰 적이 있었다면 나는 벅빅을 잡아먹겠어."
 "혹시 크라우치를 잘 아시나요?"
 해리가 물었다. 갑자기 시리우스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시리우스는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 밤처럼 아주 무시무시하고 사납게 모였다. 
그때 해리는 시리우스가 살인자라고 믿고 있었다.
 "아주 잘 알고 있지. 나를 아즈카반으로 보내라고 명령을 내린 사람이 바로 크
라우치야. 단 한 번의 재판도 없이 말이지."
 시리우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뭐라구요?"
 론과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소리쳤다.
 "농담이겠죠!"
 해리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정말이란다." 시리우스는 다시 닭다리를 덥석 깨물었다. "크라우치는 예
전에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 부장이었단다. 너희들은 몰랐니?"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람은 차기 마법부 장관으로 첫 번째 물망에 올랐었지." 시리우스가 말했
다. "바티 크라우치. 그 사람은 위대한 마법사였어. 아주  강력한 마법의힘을 갖
고 있었고 권력에 굶주려 있었지. 오, 물론 볼드모트의 협력자는 결코 아니었단
다." 해리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알아차린 시리우스가  재빨리 이렇게 덧붙였
다. "아니야, 바티 크라우치는  항상 어둠의 마법에  대해서 공공연히 반대하고 
다녔지. 하지만 그때는 어둠의 마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너희
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게다……. 너희들은 너무 어리니까……."
 "저희 아빠도 퀴디치 월드컵 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를 한번 믿어 보세
요. 손해 볼 일은 없잖아요?"
 론은 약간 자존심이 상해서 말했다. 시리우스의 야윈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
랐다.
 "좋다. 너희들을 믿어 보지……." 시리우스는 다시 동굴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
했다. "지금 볼드모트의 힘이 아주 강력하다고  한번 상상해 보거라. 누가 볼드
모트의 협력자인지, 누가 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고 누가 그 사람의  편이 아
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볼드모트가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서 본인 스스로
도 어쩔 수 없이 끔찍한 짓을  저지르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과 친구까지도 모두 두려워하게 될  게다. 매
주 더 많은 죽음과 더 많은 실종과 더 많은 고문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혼란에 빠진 마법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머글들에게 이 모든 사실들을 
숨기는 데에만 급급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머글들도 죽어간다. 온 사
방에 공포가 가득 차게 되고…… 두려움과…… 혼돈이…… 바로 옛날이 그랬단
다."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시리우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래, 그런 시절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였고  또한 어떤 사람들
에게는 최악의 시간이었지. 처음에 크라우치의 방침은…… 제법  괜찮았던 모양
이야……. 나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그 사람은 마법부 내에서 승승장
구했어. 그리고 볼드모트의 협력자들에겐 아주 가혹한 처분을  내리라고 명령하
기 시작했지. 오러들에게는 새로운 권한이 주어졌지. 예를 들자면 생포하기보다
는 죽일 수 있는 권한 같은 것 말이야. 재판도 없이 디멘트들의 손으로 곧장 넘
겨진 사람은 비단 나 한사람만이 아니었어. 크라우치는 폭력과 싸우기  위해 폭
력을 사용했지. 그리고 용의자에게 용서할 수 없는 저주를 내리는  것을 합법화
했단다. 크라우치는 점점 어둠의 마법사만큼이나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람이 되
어 갔어. 물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올바르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가 마법부 장관이 되어야만  한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마법사도 많았지. 마침내  볼드모트가 사라졌을 때, 크라우
치가 마법부 장관 자리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어.  하지만 아주 
불행한 일이 벌어졌지……."
 시리우스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크라우치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 죽음을 먹는 자 무리와  함께 붙잡혔던 거야. 
그들은 아즈카반에서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었지.  틀림없이 볼드
모트를 찾아서 다시 힘을 되찾게 하려고 했었어."
 "크라우치의 아들이 붙잡혔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입을 딱 벌렸다.
 "그래. 늙은 바티로서는  불쾌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지.  사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좀 있어야 했는데 말이야. 가끔씩이라도 좀  일찍 퇴근해
서 자기 아들에게 환심을 가져주고 했어야 되는거 아니야?"
 벅빅에게 닭뼈다귀를 휙  던진 시리우스는 이제  털썩 주저앉아서 빵덩어리를 
집어들더니 절반을 뚝 떼어 마치 늑대처럼 덥석덥석 뜯어먹기 시작했다.
 "크라우치의 아들이 죽음을 먹는 자였나요?"
 해리가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그 아이가 아즈카반으로  끌려왔을 때, 나도 그 감옥에 있
었어.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은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야. 내가 목숨을 걸고 장담하지만, 그 아이와 함께 붙잡힌 사람들은 분명
히 죽음을 먹는 자들이었어. 하지만 어쩌면 그 아이는 우연히 때를 잘못 만나서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 윙키라는 그 꼬마 집요정처럼 말이야."
 시리우스가 빵을 입 속으로 쑤셔 넣으면서 대답했다.
 "크라우치는 자기 아들을 구해 내려고 했었나요?"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시리우스는 마치 개가 짖는 것 같은 이상
한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크라우치가 자기 아들을 구해? 헤르미온느, 그래도 너만은 그 사람에 대해 제
대로 파악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크라우치는 자신의 명망에 해를  입힐 만
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가차없이 없애 버리는 사람이야. 그 사람은  마법부 장
관이 되기 위해 평생을 바쳤어. 너는 그 사람이 단지 어둠의 표식과  자신을 연
관시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헌신적인 꼬마 집요정을  해고나는 걸 봤잖니? 그
걸 보고도 크라우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니?  크라우치가 갖고 있는 부성애
라는 건 고작해야 아들에게 한 번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
었어. 결과적으로 그 재판은 크라우치에게 자신이 얼마나 아들을 증오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기회만 제공한 셈이 되었지만 말이야……. 그 사람은  재판이 끝
나자마자 곧장 아들을 아즈카반으로 보냈어."
 "자기 아들을 디멘터에게 조냈단 말인가요?"
 해리가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바로 그랬단다." 시리우스는 이제 전혀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나는 디멘터
들이 그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을 봤어. 내가 감금되어 있던 감방의  창살 너머
로 그들을 지켜봤지. 그 아이는 겨우 열아홉 살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았어. 그 
아이는 내가 있던 감방 근처에  수감되었는데, 밤마다 엄마를 찾으면서  비명을 
질렀지. 그리고 며칠 후에는 조용해졌어……. 그래, 결국에는 모두들 조용해지기 
마련이지……. 꿈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만 제외하면……."
 잠시동안 시리우스의 눈빛이 죽은 사람처럼 멍하니  초점을 일헝T다. 마치 눈
동자의 망막이 닫혀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아이는 아직까지도 아즈카반에 있나요?"
 해리가 물었다.
 "아니야. 아니, 이제는 거기 없어. 감옥으로 끌려온 지 1년 만에 죽었거든."
 시리우스가 힘없이 말했다.
 "죽었어요?"
 "그 아이뿐만이 아니야." 시리우스가 신랄하게 말했다. "그곳으로 끌려갔던  대
부분의 사람들은 이내 미쳐버리거나혹은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었지. 
더 이상 살고 싶은 의지를 잃어버린 거야. 죽음이 다가올 때마다 항상  알 수가 
있었어. 왜냐하면 미리  죽음을 감지한  디멘터들이 마구 흥분하면서  날뛰었거
든……. 그 아이는 감옥에 도착했을 때부터 몸이  상당히 아픈 것 같았어. 크라
우치는 마법부의 고위 인사였기 때문에 아들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도록 아즈
카반을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지. 그게 내가 바티 크라우치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어. 크라우치가 아내를 거의 안고 가다시피 하면서 내 감방 앞을 지나
갔거든. 아들처럼 그렇게 기운을 잃어버린 거지.  크라우치는 아들의 시신을 찾
으러 오지도 않았어. 디멘터들은 크라우치의 아들을  그냥 숲속에 묻었어. 나는 
직접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
 먹다 남은 빵을 옆으로 휙 던진 시리우스는  호박 주스 병을 집어들더니 단숨
에 마셔 버렸다.
 "그렇게 해서 늙은 크라우치는 모든 걸 잃었어 마침내 모든 걸 이루었다고 생
각한 바로 그 순간에  말이야." 시리우스는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한 때에는 
차기 마법부 장관으로 지목되었던 영웅이……. 이제는 아들을 잃고 부인도 잃고 
가문의 명예마저도 더럽히게 된 거지.  감옥에서 탈출한 후에 나는  크라우치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일단 아들이 죽자, 사람들은 그 아들에 
대해서 동정심을 갖게 된 거야. 그리고 왜 그렇게 훌륭한 가문의 촉망받는 젊으
니이가 그토록 나쁜 길로 빠져들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  그리고 아
버지가 너무 아들을 돌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지. 결국 코넬리우스  퍼지 씨
가 마법부 장관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크라우치는 국제 마법 협력부라는 
한직으로 밀려났어."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해리는  퀴디치 월드컵 때,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한 
꼬마 집요정을 숲속에서 발견하고는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눈을 부
라리던 크라우치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둠의  표식 밑에서 발견된 윙키에  대해 
크라우치가 그토록 과민 반응을 보였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
다. 윙키의 모습은 그의 아들과 옛날의 추문과 마법부에서 실추된  자신의 명성
을 다시 떠올리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무디는 크라우치가 어둠의 마법사를 붙잡는 일에 집착한다고 말했어요."
 해리가 시리우스에게 말했다.
 "그래, 그 일에 크라우치가 가의 광적인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말은 나도 들었
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 사람은 아직까지도 죽음을 먹는 자들을 더 많이 체
포하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거야."
 시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우치는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몰래 침입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론은 의기양양하게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래, 하지만 그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시리우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당연한 일이에요!"
 론이 몹시 흥분하여 떠들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신중하게 고개를  가로저었
다.
 "내 말을 좀 들어보렴. 만약 크라우치가 스네이프를 조사하고 싶었다면, 왜 트
리위저드시합에 심판을 보러 나오지 않았겠니?  그거야말로 호그와트를 정기적
으로 방문하고 스네이프를 감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구실이 될 텐데 말이야."
 "그렇다면 아저씨는 스네이프가 이 일에 무슨  관련이 잇을 수도 있다고 생각
하는 건가요?"
 해리가 묻자. 미처 시리우스가  대답하기도 전에 헤르미온느가 불쑥  끼어들었
다.
 "이봐, 난 네가 하는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덤블 도어 교수님은 스네이
프를 믿고 있는데……."
 "헤르미온느, 제발 좀 가만히 있을 수 없니? 덤블도어가 얼마나 현명하고 모든 
일들을 훌륭하게 처리하는지는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똑똑한 어둠의 마법사조차도 덤블도어를 속일 수 없다는 건 아냐."
 론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왜 해리가 1학년 때, 스네이프가 해리의 목숨을  구했겠어? 왜 그냥 
해리가 죽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느냔 말이야?"
 "모르지. 어쩌면  덤블도어가…… 당장  스네이프를  내좇을 거라고  생각해서
……."
 "시리우스,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리가 일부러 큰 소리로 물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시리우스의  대답을 듣기 
위해 말다툼을 멈추었다.
 "나는 두 사람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시리우스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번갈
아 가면서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스네이프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사
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왜 덤블도어가 그런 사람을 채용했는지 몹시 이상하
다고 생각했지. 스네이프는 항상 어둠의 마법에  매혹되어 있었거든.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일들 때문에 아주 유명했지. 스네이프는 머리카락에 항상 끈적끈적
하고 번지르르한 기름이 끼어  있는 소녀이었어." 시리우스가  한숨을 내쉬면서 
덧붙였다. 해리와 론은 서로 얼굴을 마주 바라보면서 씩 웃었다.
 "스네이프는 신입생 때부터 7학년생들보다도 더 많은 저주를  알고 있었지. 게
다가 슬리데린의 깡패들과 한패가 되었는데. 나중에 그들 대부분이 죽음을 먹는 
자들이 되었단다."
 시리우스는 손가락을 들어서 하나 하나 이름을 꼽기 시작했다. 
 "로시에르와 윌크스…… 그들은 볼드모트가 몰락하기  전 해에 오러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 레스트랭 부부, 결혼한 부부였는데 지금은 아즈카반에  있어. 애
버리……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애버리는 임페리우스  저주 때문에 어쩔 수 없
이 그런 짓을 했다고 변명하면서도  교묘히 곤경을 벗어났다고 하더군.  그들을 
제외하고도 슬리데린 출신 중에서 어둠을 먹는자가 된 사람이 아주  많아. 하지
만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스네이프는 기금까지 한 번도 어둠을  먹는 자라는 
죄목으로 기소를 당해 본 적이 없어.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아직까지
도 수많은 어둠을 먹는 자들이  잡히지 않고 있으니까……. 게다가  스네이프는 
무척 교활하고 영리해서 곤경을 살살 피해 다니고도 남을 만한 인간이야."
 "스네이프와 카르카로프는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았어요. 하지만 스네이프는 그
걸 비밀로 하고 싶어하더군요."
 론이 말했다.
 "그래요. 어제 마법의 약 시간에  카르카로프가 나타났을 때, 스네이프의 표정
을 아저씨도 보셨어야 했는데! 카르카로프는 스네이프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했
지만, 스네이프가 항상 자기를 피해 다닌다고  말했어요. 카르카로프는 무척 걱
정스러운 일이 있는지 자신의 팔뚝에 뭔가를 스네이프에게  보여줬어요. 하지만 
전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해리가 재빨리 덧붙였다.
 "팔뚝에 있는 뭔가를 스네이프에게 보여주었단 말이냐?" 시리우스는 어리둥절
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더러운 머리카락을 벅벅 긁더니  다시 어깨
를 으쓱거리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도대체 그게  뭔지 나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카르카로프가 그토록 걱정하면서 스네이프에게 대답을 들으려고 찾아왔
다면……."
 시리우스는 동굴 천장을 노려보면서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덤블도어가 스네이프를 믿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야. 물론 다른 사람들
이 기피하거나 못 미더워하는  사람들을 덤블도어가 종종  믿고 너그럽게 받아 
준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만약 스네이프가 정말로 볼드모트 편
에 가담한 적이 있다면 아무리 덤블도어라고  해도 그런 자를 호그와트의 선생
으로까지 채용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다면 어째서 무디와  크라우치가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을 했을까요?"
 론이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글쎄……. 솔직히 매드아이라면 호그와트에 도착하자마자 능히 모든 선생들의 
사무실을 샅샅이 뒤지고도 남을 만한 위인이야. 무디 그 사람은 어둠의 마법 방
어술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지. 이 세상에 무디가 신뢰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사실 무디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별로 놀랄 만한 것
도 아니지.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무디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언제나 사로잡으려고 노력
했지. 무디는 좀 거칠기는 해도 절대로 죽음을 먹는 자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타
락하지는 않았어. 그러나 크라우치는…… 그 사람은  좀 달라……. 과연 정말로 
병이 났을까? 만약 그렇다면  왜 병든 몸을 이끌고  굳이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을까? 만약 병이 난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
이 일어난 것일까? 퀴디치 월드컵이 열렸을 때 일등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
할 만큼,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을 
봐야 할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시리우스는 동굴 천장을 노려보면서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벅빅은 혹시라도 더 남아 있는 닭뼈다귀가 없을까 싶어서 돌 틈을 열심히 뒤적
거리고 있었다.
 "네 형이 크라우치의 개인 보좌관이라고 했지?  혹시 형에게 연락해서 최근에 
크라우치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겠니?"
 시리우스가 론에게 말했다.
 "한 번 물어볼게요. 하지만 크라우치가 무엇인가 부정한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듯한 인상을 풍기면 안 될 거예요. 퍼시형은 크라우치를 숭배하고 있거든요."
 론은 어쩐지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물어보면서 혹시 버사 조킨스에 대해서도  뭔가 알아낸 것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해라."
 시리우스가 조킨스의 실종 기사가 실린 《예언자 일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베그만은 그 사건에 대해서  아직까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하던데
요."
 해리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여기에 실린  기사에도 베그만의  말이 인용되어  있구나." 시리우스가
《예언자 일보》를 훑어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버사의  기억력이 얼마나 나
쁜지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들어 놓았군. 글쎄……, 어쩌면 버사가 내가 알고 지
내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버사는 전혀 
기억력이 나쁘지 않았어. 오히려 그 반대였지. 약간 희미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떠도는 소문을 기억하는 일에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말썽을 
일으키는 일도 많았지. 그 여자는 언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그때
를 몰랐으니까 말이야. 아마 마법부 내에서도 약간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었을 
거야……. 어쩌면 베그만이 이렇게 오랫동안 버사를 열심히 찾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도……."
 시리우스는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지금이 몇 시지?"
 해리는 시계를 내려다보며 그제서야 호수 속에 들어갔을 때, 시계가 멈춰 버렸
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3시 30분이에요."
 헤르미온느가 정확한 시각을 알려 주었다.
 "너희들은 그만 학교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시리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내 말을 잘 들어라……. 나는 너희들이 나를 만나기 위해 몰래 학교에서 
빠져나오거나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생기면  내게 편
지를 보내서 즉시 알려주거라. 하지만 허락없이 호그와트를 빠져나와서는 안 된
다. 누군가 너를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말이다."
 시리우스는 특히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저를 공격하지 않았어요. 불을 내뿜는  용과 그라인딜로우 
몇 마리만 제외하면 말이죠."
 해리는 농담삼아 말했지만, 시리우스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어쨌거나 무사히 트리위저드 시합이 끝나야만 다
시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6월까지는 어쩔 수 없지. 그리
고 이걸 잊지 말거라. 너희들끼리  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나를 '스누플즈'라고 
부르거라. 알았지?" 빈 봉지와  병을 해리에게 건네준 시리우스는  벅빅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마을 근처까지 너희들을  데려다 주지. 다른 
신문도 좀 뒤져 보는게 좋을 테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동굴을 나서기 직전에 다시 커다란 검은 개로 변신했다. 그들은 시
리우스와 함께 걸어서 산을 내려갔다. 자갈이 깔린 길을 지나 울타리 계단이 있
는 곳에 도착하자, 시리우스는 아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한 번씩  머리를 쓰다듬
도록 기다렸다가 다시 몸을 돌려서 마을 변두리로 달려갔다.
 호그스미드로 돌아간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다시 호그와트를 향해  출발했
다.
 "퍼시가 크라우치에 대한 사실을  다 알게 되면 놀랄까?  어쩌면 전혀 개의치 
않을지도 몰라. 그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크라우치를 존경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래, 퍼시는 법을  사랑하니까……. 퍼시라면 크라우치가  자기 아들을 위해서 
법을 어기는 것을 거부했다고 말하겠지."
 성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론이 말했다.
 "그래도 퍼시는 가족을 절대로 디멘터에게 던져 버리지는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거야 알  수 없지.  만약 우리가  자신이 출세에  지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면……. 너희들도 아다시피 퍼시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거든."
 론이 고개를 떨구면서 말했다. 그들은 돌계단을 지나서 현관 복도로 들어갔다. 
이미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는 연회장  쪽에서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
왔다.
 "불쌍한 스누플즈. 나이도 많은데……. 해리, 스누플즈는 너를 정말로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쥐를 잡아먹으며 목숨을 이어 가는 걸 한 번 상상해 봐."
 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제28장 크라우치의 광기

 일요일 아침에 식사를 마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퍼시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서둘러 부엉이장으로 흘러갔다. 시리우스가 시킨 대로  최근에 크라우치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우편물을 배달하는 임무를 해드위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해드위그가 너
무나 오랫동안 아무런 일거리도 맡지못했기 때문이다. 해드위그가  부엉이장 창
문 너머로 멀리 사라지자, 그들은 도비에게 새로 산 양말을 선물하기 위해 주방
으로 내려갔다.
 꼬마 집요정들은 아주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고마 집요정들은  또다시 굽실
굽실 절을 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차를 준비하느라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도비
는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감동받아서 거의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리 포터는 도비에게 너무 잘해 줘요!"
 도비는 툭 불거진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커다란 눈물 방울을 닦으면서 꽥꽥거
렸다.
 "도비, 너야말로 그 아기미 풀로 내 목숨을 구했어. 네가 나를 구한 거야."
 해리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초콜릿을 뿌린 이 슈크리믈 좀더 먹으면 안 될까?"
 활짝 웃으면서 연신 절을 하는 꼬마 집요정들을 빙 둘러보면서 론이 말했다.
 "너 방금 아침 먹었잖아!"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벌써 네 명의 꼬마  집요정들이 슈크
림이 잔뜩 담긴 커다란 은쟁반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스누플즈에게 보낼 음식도 좀 챙겨 가면 어떨까?"
 해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야." 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쳤다. "피그에게도 뭔
가 할 일을 주도록 해야지. 혹시  남는 음식이 있으면 우리에게 좀 줄  수 없겠
니?"
 론이 빙 둘러선 꼬마 집요정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꼬마 집요정들은 아주 신이 
나서 꾸벅꾸벅 절을 하더니 재빨리 더욱  많은 음식을 가져오기 위해 주방으로 
달려갔다.
 "도비, 그런데 윙키는 지금 어디에 있지?"
 헤르미온느가 주위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윙키는 바로 저기 벽난로 근처에 있어요."
 도비가 귀를 축 늘어뜨리면서 힘없이 대답했다.
 "오, 이런!"
 윙키를 발견한 헤르미온느가 가느다란 신음 소리를 냈다. 해리도  얼른 고개를 
돌려서 벽난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윙키는 지난번과 똑같은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몸이 더럽혀져도 전혀 상관하지 않기 때문인지, 연
기에 검게 그슬린 벽돌과 잘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윙키의 옷은 너덜너덜하
고 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윙키는 버터 맥주병을 손에 든 채, 멍하니 모닥불을 응시하며 의자  위에서 조
금씩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이 지켜보고 있는  동안, 윙키는 큰 소리로 딸꾹
질을 했다.
 "이제는 하루에 맥주를 여섯병이나 마시고 있어요."
 도비가 조심스럽게 해리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저건 별로 독한 술이 아니야."
 해리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꼬마 집요정에게는 아주 독한 술이에요."
 도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대답했다. 윙키가 도다시 딸꾹질을 했다. 슈
크림을 들고 온 꼬마  집요정들은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윙키를 흘겨보더니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돌아갔다.
 "윙키는 점점 더 야위어 가고 있어요,  해리 포터. 윙키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
어해요. 윙키는 아직까지도  크라우치 씨가 자기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도비가 
아무리 말해도 윙키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새로운 주인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
아요."
 도비가 걱정스럽게 속삭였다.
 "안녕, 윙키, 요즘은 크라우치 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 안 그래? 가끔씩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으로 여기 오던 것도 그만두었으니까 말이야."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오른 해리는 윙키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숙이고 말을 걸
었다.
 그러자 윙키의 눈이 깜박거렸다. 커다란 눈동자가 해리를 향하고 있었다. 윙키
는 다시 약간씩 몸을 흔들면서 입을 열었다.
 "주……주인님이…… 딸꾹…… 그만두셨다구요?"
 "그래."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첫번째 시험 이후로 크라우치 씨를 
한 번도 보지 못했어. 《예언자 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면 몸이 아프다고 하던
데……."
 윙키는 좀더 몸을 세게 흔들면서 해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주잉님이…… 딸꾹…… 아프시다구요?"
 윙키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는 잘 몰라."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덧붙였다.
 "주인님은…… 딸꾹…… 윙키가 필요하신  거예요! 꼬마 집요정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주인님은…… 딸꾹…… 혼자서  그 모든 일들을……  딸꾹…… 처리할 
수가 없어요……."
 "윙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혼자서 집안일을 처리해 나가고 있어."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반박했다.
 "윙키는…… 딸꾹…… 주인님을 위해서……  딸꾹…… 그저 집안  일만 한 게 
아니라구요! 주인님은…… 딸꾹…… 윙키에게 딸꾹…… 제일 중요한 일을  맡겼
어요. 가장…… 딸꾹…… 비밀스러운 일을……."
 잔뜩 화가 난 윙키가 꽥꽥거리면서 소리쳤다. 그리고 훨씬 더 몸을  심하게 흔
들면서 이미 얼룩이 잔뜩 묻은 블라우스에 또다시 맥주를 흘렸다.
 "뭐라구?"
 해리가 재빨리 물었지만, 윙키는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면서 버터  맥주를 질질 
흘렸다.
 "윙키는…… 딸꾹…… 주인님의 비밀을 지켜야만 해요." 윙키가 반항적인 태도
로 말했다. 그리고 몸을 아주 심하게 흔들면서 사팔뜨기가 된 눈으로 해리를 흘
겨보았다. "당신은…… 딸꾹…… 남의 일을 캐고 다니는 군. 그래."
 "윙키는 해리 포터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못써! 해리 포터는  용감하고 고귀
해. 해리 포터는 남의 뒤를 캐지 않아!"
 도비가 마구 화를 내면서 윙키를 향해 소리쳤다.
 "우리 주인님의…… 딸꾹…… 사생활과  비밀을…… 딸꾹…… 캐묻고  있잖아! 
윙키는 좋은  꼬마 집요정이야,  윙키는…… 딸꾹……   비밀을 지켜. 사람들이 
…… 딸꾹 아무리 캐묻고…… 딸꾹…… 알아내려고 해도……."
 윙키의 눈이 스르르 감기더니 갑자기 의자 위에서  벽난로 쪽으로 툭 굴러 떨
어졌다. 그런 다음에 윙키는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면서  잠이 들었다. 텅 빈 버
터 맥주병은 돌바닥 위를 따라서 데구루루 굴러갔다.
 그러자 대여섯 명의 꼬마 집요정들이 역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황급
히 달려 나왔다. 그 중에서 한 명은 얼른 맥주병을 지어 들었으며 다른 꼬마 집
요정들은 밑단에 깔끔하게 주름이  잡힌 체크 무늬의  커다란 식탁보로 윙키를 
덮어 버렸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윙키의 행동을  보고 저희들 
모두를 판단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옆에 서 있던 한 꼬마 집요정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꼬마 집요
정의 얼굴에는 정말로 부끄러워서 견딜 수 가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윙키는 단지 슬픈 거야! 왜 너희들은 윙키를 위로하려고 하지  않고 감추려고
만 하는 거니?"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부디 저희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가씨. 하지만 꼬마 집요정은 해야 할 일이 
있고 섬겨야 할 주인이 있는 이상, 슬퍼할 권리가 없습니다."
 꼬마 집요정이 다시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이런, 세상에! 너희들 모두 내 말을 좀 들어 봐! 너희들에게도 마법사들만큼이
나 불행을 느낄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너희들에게도 임금을 받고 휴일을  갖고 
좋은 옷을 입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단 말이야! 너희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할 필요는 없어! 도비를 보란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꼬마 집요정들을 둘러보면서 소리쳤다.
 "아가씨, 도비는 이 일에서 빼 주세요."
 도비가 잔뜩 겁먹은 듯이 중얼거렸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꼬마 집요정들의 얼굴에서  다정한 미소가 일제히 싹 사
라졌다. 갑자기 그들은 헤르미온느가 지극히 위험한 정신병자라도  되는 것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여기 음식을 갖고 왔어요!" 꼬마 집요정 하나가 해리의 팔꿈치 밑에서 소리치
며 해리의 팔에 커다란 햄 한 덩어리와 열  두개의 케이크 그리고 약간의 과일
을 안겨 주었다. "잘 가세요!"
 꼬마 집요정들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빙 둘러싸더니 수많은  작은 손바닥
으로  그들의 등을 조금씩 떠밀며 주방에서 몰아내기 시작했다.
 "양말 고마워요, 해리 포터!"
 도비가 벽난로 근처에서 서글픈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비의 발치에는 식탁보로 
뒤덮인 윙키가 드러누워 있었다.
 "헤르미온느 너는 입을 좀 다물고 있으면 어디가 덧나니? 이제 꼬마 집요정들
은 우리가 찾아오는 걸 좋아하지 않을  거야! 윙키에게 크라우치에 대한 걸  더 
알아낼 수도 없게 되었잖아!"
 주방 문이 쾅 닫히자, 론이 성질을 부렸다. 
 "그러셔? 너는 마치 그 일에  크게 관심이라도 있는 거처럼 말하는구나!  너는 
그저 먹을 것 때문에 주방에 내려가는 거잖아!"
 헤르미온느가 콧방귀를 뀌면서 소리쳤다.
 그날 오후는 무척 짜증스러웠다. 해리는 줄곧 학생 휴게실에서 숙제를 하는 동
안 내내 서로 으르렁거리는 론과 헤르미온느 때문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저녁에는 시리우스에게 보낼 음식을  가지고 혼자 부엉이장으로 올라갔
다.
 피그위존은 핸 함덩어리를 산까지 나르기에는 너무 몸집이 작았다.  그래서 해
리는 학교 외양간 부엉이 두 마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부엉이들은 어스름한 
저녁 무렵에 출발했다. 커다란 보따리를 양쪽으로 들고 날아가는 부엉이들의 모
습은 상당히 엉거주춤해 보였다.
 해리는 창틀에 몸을 기대고 어두운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금지된  숲속의 나
무 꼭대기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와 덤스트랭배의 돛이 팔랑거리는 소리가 들렸
다. 수리 부엉이 한 마리가 해그리드의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연기를 
뚫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 부엉이는  성을 향해 높이 솟아오르더니  부엉이장을 
한 바퀴 맴돌고는 그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무든 아래를 내려다본 해리는 오두막집 앞마당을  기운차게 파고 있는 해그리
드를 발견했다. 도대체 해그리드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
마도 새로운 야채밭을 만드는 모양이었다.
 해리가 그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을 때, 보바통의 마차에서 맥심 부인이 
나오더니 해그리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맥심 부인은 해그리드에게 말을 걸
려고 애를 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삽에 몸을 기대고 선 해그리드는 별로 이야
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맥심 부인이  금방 마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또다시 론과 헤르미온느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해리
는 도저히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해리는  어둠의 장
막이 완전히 드리워질 때까지 해그리드가  땅을 파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점차 
부엉이들이 하나 둘씩 깨어나더니 순식간에 밤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시간이 되자, 론과 헤르미온느의 불화도 다소 수그러들었다.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헤르미온느가 꼬마 집요정들을 모욕했기  때문에 그리핀
도르 식탁에는 형편없는 식사가 올라올 거라는 론의 불길한 예언이 어긋났다는 
사실이었다. 베이컨과 달걀 그리고 훈제 연어는 평소처럼 꽤 맛있었다.
 잠시 후에 우편 배달 부엉이가 도착했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잔뜩 기대에 찬 
눈길로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무엇인가를 무척 고대하는 듯한 눈치였다.
 "퍼시는 아직 답장을 보낼 시간이 없을 거야. 우리가 헤드위그를 보낸 게 바로 
어제였잖아."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아니야. 그걸 기다리는 게 아니야. 사실은 《예언자  일보》를 구독 신청했어.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번번이 슬리데린 아이들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 지
긋지긋해서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정말 좋은 생각이야!" 이제 해리도 기대에 가득 찬 눈길로 부엉이를 바라보았
다. "이봐,  헤르미온느, 내  생각에는 마침내  너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  같은
데……."
 회색 부엉이가 곧장 헤르미온느의 접시 위에 내려앉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
를 따라서 네 마리의 외양간 부엉이와 갈색 부엉이  그리고 새끼 부엉이 한 마
리가 날개를 접으면서 내려앉았다.
 "도대체 구독 신청을 얼마나 많이 한 거야?"
 해리는 부엉이의 발톱에 걸려서 엎질러지기 직전인 헤르미온느의 컵을 재빨리 
움켜잡았다. 그 부엉이들은 서로 제일 먼저 편지를 전달하려고 번잡스럽게 몸을 
부대끼면서 헤르미온느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헤르미온느는 회색 부엉이가 가지고  온 편
지를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오. 이런!" 헤르미온느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면
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론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물었다.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헤르미온느는 회색 부엉이가 가지고  온 편
지를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오, 이런!" 헤르미온느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면
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론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물었다.
 "세상에! 정말…… 기가 막혀서……."
 헤르미온느는 들고 있던 편지를 해리에게  던졌다. 그 편지는 손으로 쓴  것이 
아니라 《예언자 일보》에서 활자를 오려 내어 붙인 것이었다.

 너는 사악한 여자야 해리 포터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 당장 너네 머글들
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다른 편지들도 다 똑같아!" 차례차례 편지를 열어 본 헤르미온느가 기가 막히
다는 듯이 말했다. "'해리 포터는 너 같은 여자보다  훨씬 나아…….' '너는 개구
리 알과 함께 끓는 물 속에 풍덩 들어가야 마땅해…….' 오, 세상에!"
 헤르미온느가 마지막 편지 봉투를 열자, 강한 석유 냄새가 풍기는 연한 초록색
의 액체가 그녀의 손등 위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헤르미온느의 손등에는 노랗고 
커다란 종기가 생기면서 툭툭 불거지기 시작했다.
 "부보투버 고름 원액이야!"
 론이 재빨리 봉투를 집어 들어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아야!"
 휴지로 손등에 묻은 고름을 닦아 내던 헤르미온느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고통스러운 종기로 다닥다닥 뒤덮인  헤르미온느의 손가
락은 마치 굵은 매듭이 진 장갑을 끼고 있는 것처럼 보일정도였다.
 "어서 병동으로 가는 게 좋겠다. 스프라우트 고수님께는 우리가 말씀을 드리도
록 할게……."
 헤르미온느 앞에 내려앉았던 부엉이들이 모두 떠나자, 해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두 손을 싸매고 허둥지둥 연회장에서  달려나가는 헤르미
온느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론이 투덜거렸다. "리타 스키터를  화나게 하지 말
랬잖아. 이것 좀 봐……."
 론은 헤르미온느가 두고 간 편지들 중에 하나를 집어 들고 큰  소리로 읽었다. 
"'나는 《마녀 주간지》에서 네가 어떻게 해리 포터를 가지고 놀았는지 읽었다. 
그 소년은 네가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힘든 시련을 겪었어. 나는 가장 커다란 
봉투가 눈에 뜨이는 대로, 당장 다음 우편으로 너에게 온갖 저주를 다  써서 보
낼 작정이다.' 이런 세상에!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네 걱정은 하지 말고 자기 몸
이나 잘 돌보는 게 좋겠어."
 헤르미온느는 약초학 시간이 끝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온실에서 나온  후 신
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듣기 위해 걸어가던 해리와 론은, 성의 돌계단을 내려
가고 있는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과 맞닥뜨렸다. 팬시 파킨슨은 그들의 등 뒤
에서 슬리데린의 여학생 깡패들과 뭐라고 속닥거리며 연신  킬킬거리고 있었다. 
해리를 발견한 팬시가 큰 소리로 말했다.
 "포터, 네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면서?  그런데 아침 식사 시간에는  왜 그렇게 
소란을 피웠니?"
 해리는 일부러 팬시 파킨슨의 말을 듣지 못한 척했다. 《마녀 주간지》에 실린 
기사가 얼마나 커다란 소동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알고 좋아하는 꼴을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수업 시간에 유니콘에 관한 공부는 모두 끝났다고 말했던 해그리드는 발
치에 뚜껑이 열린 나무 상자를 잔뜩 쌓아 놓고 오두막집 앞에서 학생들을 기다
리고 있었다. 나무 상자를 보자,  해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또다시 
스크루트를 부화시킨 건 아니겠지?
 하지만 해리가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상자 안을 들여다보자, 주둥이가 길고 털
이 북실북실한 검은 동물 여러  마리가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앞발은 
마치 삽처럼 아주 신기하게 넒적했다. 검은 동물들은 갑자기 모든시선이 자신들
에게 쏠리자, 약간 어리둥절한 듯이 눈을 깜박이면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이건 니플러야." 그 자리에 빙 둘러 서 있는  학생들을 쳐다 보면서 해그리드
가 말했다. "대부분 광산 아래에서  발견되곤 하지.반짝거리는 물건을 좋아하거
든……. 자, 어서 한 번 살펴 보거라."
 갑자기 니플러 중에서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오르더니 팬시 파킨슨의 손목에 차
고 있던 시계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팬시 파킨슨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얼른 뒤로 물러났다.
 "보물을 찾는 데에는 아주 유용한 동물이지." 해그리드가  만족스러운 듯이 말
했다. "오늘은 좀 재미있는 일을 해볼 생각이란다, 저기 보이니?"
 해그리드가 막 갈아엎은 듯한 넓은 공터를 가리켰다. 부엉이장  창문에서 해리
가 내려다보았을 때, 해그리드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던 바로 그 장소였다.
 "내가 저곳에 금화를 좀 묻어 놓았단다. 금화를 가장 잘 찾아내는 니플러를 고
른 사람에게는 푸짐한 상을 주겠다. 값비싼 장신구들은 모두 풀어 놓고 각자 니
플러 한 마리씩을 고르거라. 준비가 끝나면 니플러를 풀어주도록 해."
 해리는 시계를 벗어서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사실 그  시계는 습관적으로
차고 다니는 것일 뿐, 더 이상 작동은 되지 않았다.
 해리는 상자 속에 들어 있던니플러 중에서 한 마리를 골랐다. 그  녀석은 해리
의 귀에 긴 주둥이를 갖다 대고는 열심히 코를 킁킁거렸다. 정말이지 꼭 끌어안
고 싶을 만큼 귀여운 동물이었다. 
 "잠깐만 기다려라."해그리드가 상자 안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여기  니플러 
한 마리가 남았는걸…….누가 빠졌지? 헤르미온느는 어디 있니?" 
 "병동에 갔어요."
 론이 대답했다.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팬시 파킨슨이 유심히 귀를  기울이면서 듣
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들었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중에서 이렇게 재미있고 쉬운 수업
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니플러들은 마치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단단한 
땅을 여기저기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잠시 후에 니플러들은 자기를  풀어 준 학생이 기다리는  곳으로 재빨리 다시 
돌아오더니 손바닥에 금화를 뱉어 놓았다. 특히 론의 니플러는 재주가  아주 뛰
어나서 금방 많은 금화를 모았다.
 "애완용으로 이 동물을 좀 살 수 있나요, 해그리드?"
 잔뜩 신이 난 론이 물었다. 론의 니플러는 옷에 흙을 튀기면서 다시 땅굴을 파
고 들어갔다.
 "네 엄마가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게다,  론. 이 니프러들은 집을 무너뜨릴 수
도 있기 때문이야. 이제 거의 다 찾은 것 같구나."
 해그리드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해그리드는 니플러들이 계속해서 들락날락 거
리는 공터를 한 바퀴 빙 돌았다.
 "나는 겨우 금화 백개밖에   안 묻었거든. 오, 저기 오는군.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는 잔디밭을 지나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손에 두
껍게 붕대를 감고 있는 헤르미온느는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팬시 파킨슨
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르미온느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희들이 얼마나 잘 찾았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해그리드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자기의  동전을 세도록 해!  금화를 슬쩍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고일!" 해그리드는 검은 딱정벌레처럼 생긴 눈을 가늘게 뜨
면서 경고했다.
 "이건 레프러칸 요정의 금화야. 몇 시간 후에는 저절로 사라질 게다."
 해그리드의 말을 듣자, 고일은 전혀 내키지 안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호주머니 
속의 금화를 꺼 놓았다. 결국 론의 니플러가  제일 훌륭한 것으로 판정났다. 해
그리드는 론에게 커다란 허니듀크 초콜릿을 상으로 주었다.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운동장에 울려 퍼지자 다른  학생들은 모두 성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뒤에 남아서  해그리드가 니플러들
을 다시 상자 속으로 집어넣는 것을 도와주었다. 해리는 맥심  부인이 보바통의 
마차 창문 너머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헤르미온느, 네 손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해그리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그날 아침에 받은  그 증
오 가득한 편지들과 부보투버 고름이 가득 들어 있던 봉투에 대해 얘기해 주었
다.
 "아하! 그런 건 조금도 걱정하지 마라. 나도  리타 스키터가 우리 엄마에 대한 
기사를 쓴 이후에 그런 편지를 받았었단다.  '너는 괴물이다. 당장 없어져라. 너
의 엄마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네게 조금이라도 체면이 있다면  당장 호수 
속에 빠져 버려라' 라는 등……."
 해그리드가 헤르미온느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헤르미온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말이야. 헤르미온느. 그 사람들은 다 바보 멍청이야.  앞으로는 절대로 편지
를 열어 보지 말거라. 곧장 불 속에 던져넣어버려."
 해그리드는 니플러가 들어 있는 상자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오두막집 담 옆에 
쌓아 놓았다.
 "너는 정말 재미있는 수업을 놓쳤어."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리가 헤르미온
느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니플러들은 정말 귀엽지? 그렇지 않니, 론?"
 하지만 론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해그리드가 준 초콜릿만을 노려보고 있었
다. 론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 그래? 맛이 이상하니?"
 해리가 물었다.
 "아니야." 론이 짤막하게 말했다. "그런데 너는 왜 나에게 그 황금에 대해서 말
하지 않았니?"
 "무슨 황금?"
 해리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퀴디치 월드컵 때 너한테 주었던 그 황금 말이야. 내가  만능 망원경 값
으로 너한테 그 레프러칸 황금을 줬잖아. 일등 관람석에서…… . 그게 사라졌다
고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니?"
 론이 불마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해서 잠시동안 기억을 더듬어야만 했다.
 "아……." 마침내 기억이 떠오르자, 해리가 말했다. "글쎄, 잘 모르겠어……. 그
게 없어진 것도 몰랐는걸. 그 당시에 나는 요술지팡이 때문에 정신이 온통 팔려 
있어서 말이야."
 현관 복도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간 그들은 점심  식사가 마련되어 있는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너는 참 좋겠구나." 모두들 자리에  앉아서 막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을 
먹으려고 하는데, 론이 불쑥 입을 열었다.  "호주머니에 잔뜩 들어 있던 갈레온
이 몽땅 없어졌는데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부자니까 말이야."
 "이봐, 론! 그날 밤에 나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우리 
모두 그랬잖아. 기억 안 나?"
 해리가 간신히 화를 참으면서 말했다.
 "나는 레프러칸 황금이 사라지는 것인 줄 몰랐어. 그런 줄도 모르고 너에게 값
을 지불했다고 생각했지. 너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 처들리 캐논  팀의 모자를 
나한테 주지 말았어야 했어."
 론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만 잊어버려, 알았어?"
 론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가난한 게 싫어."
 론은 포크를 들고 구운 감자를  꽉 찍어 올리더니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서로 얼굴을 마주 처다보았다. 두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
던 것이다.
 "이건 다 헛소리야. 프레드와 조지 형이 돈을 벌려고 그렇게 애쓰는 것도 어쩌
면 당연한 일이야.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 니플러  한 마리만 가질 수 
있다면……."
 론은 여전히 감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 크리스마스 때 네가 무슨 선물을 받을지 알겠구나."
 헤르미온느가 명랑하게 말했다. 하지만 론이  여전히 우울해 하자, 헤르미온느
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 론!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일도 있어 적어도 네 손가락에는 종기가 잔뜩 
나지는 않았잖아."
 사실 헤르미온느의 손가락은 뻣뻣하고 팽팽하게 부어 올랐기 때문에 나이프나 
포크를 쥐고 움직이기가 몹시 힘들었다.
 "나는 스키터, 그 여자가 싫어!"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반
드시 이 빚을 갚아 주겠어!"

 다음 주에도 증오의 편지는 계속해서 헤르미온느 앞으로 배달되었다.  비록 헤
르미온느는 해그리드의 충고에 따라 그 편지를 뜯어 보지도 않았지만,  몇 명의 
극성스러운 사람들은 호울러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터진 호
울러는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온갖 욕설
을 퍼부었다.
 이제 《마녀 주간지》를 읽어 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해리와 크룸과 헤르
미온느의 삼각 관계에 대해서 상세히 알게 되었다. 해리는 사람들에게 헤르미온
느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아니라고 해명을 하는 일에 그만 신물이 날 지경이었
다.
 "금방 수그러들 거야.  우리가 그냥 무시하기만  하면……. 지ㅁ난번에 리타가 
나에 대해 쓴 기사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곧 싫증을 냈잖아."
 해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헤르미온느를 위로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 여자가 사적인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우리 운동장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에 헤르미온느는 무디 교수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기 
위해 늦게까지 교실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한시라도  빨리 교실
을 벗어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무디가 주문 반사라는 아주 거친  시험을 보았
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해리는  귀비틀기 주문
이라는 아주 나븐 경우에 걸려서  두 손으로 귀를 감싼 채,  교실에서 나가야만 
했다.
 "그래, 리타는 투명 망토를 사용하지 않은 게 분명해!" 5분 후에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현관 복도에 있는 해리와 론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자신
의 말을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귀를 감싸고 있는 해리의  손을 끌어내렸
다. "무디는 두 번째 시험 때 심판석이나 호수 근처 그 어디에서도 리타의 모습
을 보지 못했다는 거야!"
 "헤르미온느, 이제 그만 그 일은 잊어버리라고  그렇게 충고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타령이니?"
 론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싫어! 나는 어떻게 해서 그 여자가 나와 빅터의 대화를  엿들었는지 알아내고 
말겠어! 그리고 해그리드의 엄마에 대해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고집을 부렸다.
 "어쩌면 너에게 벌레를 붙였는지도 몰라."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벌레?" 론은 어리둥절해했다. "뭐라구? 그렇다면 벼룩이나  뭐 그런걸 붙였단 
말이야?"
 해리는 머글들이 사용하는 도청 장치나 몰래 카메라 같은 장비에 대해서 설명
하기 시작했다. 론은 넋을 잃고 그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
는 해리의 이야기를 도중에 가로막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호그와트의 역사》를 끝내 읽어 보지 않을 작정이니?"
 "그럴 필요가 뭐 있어?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고 있잖아.  우리는 그저 너
한테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데……."
 론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머글들이 마법을 대신해서 사용하는 그  모든 대용물…… 전기, 컴퓨터, 레이
더, 그런 것들은 모두 호그와트 근처에 오면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말아. 공중
에 너무나 강력한 마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야. 리타는 마법을  사용ㅎ서 우리
의 대화를 엿들은 게 분명해. 아마도 틀림없이……. 그게 어떤 마법인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오, 그게 만약 불법적인 거라면, 나는 그 여자를 당장……."
 "아직도 우리에게 고민 거리가 부족하단 말이니?  그래서 이제는 리타 스키터
를 상대로 피의 복수까지 시작해야 한다는 거야?"
 론이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도 하지 않았어! 나는 혼자서 이 일을 해결할 거야!"
 헤르미온느는 날카롭게 쏘아붙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리석 계단을 씩씩
하게 올라갔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틀림없이  도서관으로 갈 거라고 확신했
다.
 "헤르미온느가 '나는 리타 스키터를 증오한다!' 라는 글씨가 적힌 배지를 한 상
자 가지고 돌아올 거야. 나랑 내기할래?"
 론이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리타 스키터에게 복수하는 걸  도와달라고 
해리와 론에게 부탁하지 않았고, 두 사람도 그 사실을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
각했다. 왜냐하면 부활절 휴가 전가지 날마다 숙제가 점점 더  많아졌기 때문이
다.
 해리는 솔직히 헤르미온느가 해야 할 일을 다  하면서 도청 마법술에 대한 연
구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리는 그  모든 숙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날마다 파김치가 될 지경이었다. 물론 시리우스를 위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산속의 동굴로 음식을 보내는 일도 빠뜨리지 않고  있었다. 음식을 
먹지 못하고 계속 굶주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해리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다. 해리는 음식을 보내면서, 평상시대로 일상적인 일 외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
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도 퍼시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은 편지도  함께 
보냈다.
 헤드위그는 부활절 휴가가 끝나 갈 때쯤에서야 돌아왔다. 퍼시의  편지는 위즐
리 부인이 보낸 부활절 달걀 보따리에 동봉되어 있었다. 해리와 론이 받은 달걀
들은 거의 용의 알 만큼이나 컸으며 집에서 만든 태피도 잔득 들어  있었다. 하
지만 헤르미온느의 달걀은 보통 달걀보다도 훨씬 작았다. 
 "론, 혹시 너희 엄마도 《마녀 주간지》를 읽으신 건 아니겠지?"
 헤르미온느가 힘없이 물었다.
 "아니, 사실은 읽었어. 요리법 때문에 그 잡지를 보시거든."
 입에 태필를 잔뜩 문 채, 론이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시선을 떨구고 자신의 
조그마한 달걀을 서글픈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퍼시의 답장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읽어보지 않을래?
 해리가 재빨리 헤르미온느에게 말을 걸었다. 퍼시의 편지는 짧고 신경질적이었
다.
 《예언자 일보》 기자에게 항상 말했던 것처럼  크라우치 씨는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을 취하고 계신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부엉이를 통해 지시  사항을 보내 
오고 있어. 물론 직접 그분을 뵌 적은 없지만 설마 내가 직속  상관의 글씨체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가라앉히는 일이 아니더라도 지금 나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아. 그러니까 제발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두 번 다시 나
를 괴롭히지 말아라.
 즐거운 부활절이 되기를.
 평소라면 여름 학기의 시작은 곧 해리에게 있어서 마지막 퀴디치 시합에 대비
하기 위한 힘든 훈련의 시작을  의미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트리위저드 
시합의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뭘 어떻
게 해야만 하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마침내 5월 마지막 주가 되었을 때, 변신술 수업이 끝나자 맥고나걸 교수가 해
리를 불렀다.
 "포터, 오늘 밤 9시에  퀴디치 운동장으로 내려오너라.  베그만 씨가 그곳에서 
챔피언들에게 세 번째 시험에 대해 알려줄 예정이다."
 그날 밤 8시 30분이 되자,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그리핀도르  탑에 남겨두
고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 복도를 지나가고 있을  때, 해리는 후플푸프 학생 휴
게실에서 나오는 케드릭과 마주쳤다.
 "어떤 문제가 나올 것 같니?"
 케드릭이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해리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안개가 잔득 
끼어 있는 어둠 속으로 나갔다.
 "플뢰르는 계속해서 땅 밑으로 굴을 파는 공부를 하고 있어. 보물을 찾는 문제
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렇다면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해리는 자신을 대신해서 그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니플러 한 마리만 해그리드
에게 부탁하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어둠이 깔린 잔디밭을 지나서 퀴디치 경기장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관중석 사이로 나 있는 입구를 지나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케드릭이 우뚝 발길을 멈추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퀴디치 경기장은 더 
이상 평평하고 부드러운 잔디밭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이곳에 온통 사방으로 꼬
불꼬불하게 미로처럼 뻗어 있는 길고 낮은 담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울타리야!"
 허리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땅 위를 살펴보던 해리가 말했다.
 "어이, 이봐!"
 갑자기 쾌활한 목소리가 들렷다. 루도 베그만은 크룸과 플뢰르와  함께 운동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해리와 케드릭은 울타리를 넘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해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플뢰르는 환한 미소를 던졌다. 해리가 호수에서 그녀
의 여동생을 구한 다음부터 해리를 대하는플뢰르의 태도는 180도로 달라졌다.
 "자, 어떤가요?" 해리와 케드릭이 마지막  울타리를 넘었을 때, 루도 베그만이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아주 멋지게  자라고 있죠? 이제 한 달만  더 있으면 
해그리드는 이것들을 6미터 높이 정도까지 자라나게 할 겁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루도 베그만은 해리와 케드릭의  얼굴에 떠오른 떨떠름한 
표정을 보자, 활짝 웃으면서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일단 트리위저드 시합이 끝나면 여러분의  퀴디치 경기장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테니까 말이죠! 자, 우리가 여기에서 뭘 만들고 있는지 짐작이 가나요?"
 한참동안이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미로요."
 빅터 크룸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았어요! 미로입니다. 세 번째 시험은 아주 간단합니다. 미로의  중앙에 트리
위저드 컵이 놓여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그 컵을 만지는 사람이 만점을 
받게 되는 거죠."
 루도 베그만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명 우리능 그저 미로를 통과하기망 하면 되나용?"
 플뢰르가 물었다.
 "물론 장애물이 있죠." 루도 베그만은  신이 나서 설명했다. "해그리드가  여러 
생물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챔피언들이 반드시 깨뜨려야  할 주문도 
설치될 예정이죠……. 여러분도 아다시피 뭐 그런  종류의 것들 말입니다. 우선 
점수가 가장 좋은 챔피언들이 제일 먼저 미로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 루
도 베그만은 해리와 케드릭을 바라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다음에 
크룸 군이 들어가고…… 그 이후에 델라쿠르 양의 차례가 되겠군요.  하지만 여
러분 모두 얼마나 훌륭하게  장애물들을 통과하는가에 다라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겁니다. 아주 재미있겠죠? 그렇죠?"
 해그리드가 이런 시험을 위해서  어떤 종류의 생물들을 준비  할 것인지 뻔히 
알고 있는 해리는 전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예의상 다른 챔피언들
과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좋습니다……. 혹시 다른 질문이 없다면, 이제는  성으로 돌아갑시다. 날
씨가 좀 쌀쌀하군요……."
 루도 베그만이 어깨를 움츠리면서 말했다. 챔피언들이 점점 자라나고  있는 미
로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루도 베그만이  서둘러 해리 곁으로 다가왔다.
해리는 마음속으로 루도 베그만이 또다시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하려는 모양이
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크룸이 해리의 어깨를 툭 쳤다.
 "나와 잠깐 이야기를 좀 할 수 있나?"
 "그래 좋아."
 사실 해리는 크룸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나와 함께 걷겠나?"
 "좋아."
 호기심이 생긴 해리는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루도 베그만은 약간 당황했다.
 "해리, 내가 기다려 줄까? 어때?"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베그만 씨.  성으로 돌아가는 길 정도는  저 혼자서도 
찾을 수 있어요. 어쨌거나 고맙습니다."
 해리는 애써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해리와 크룸은 나란히 경기장을 떠났다. 하지만 크룸은 덤스트랭의  배로 향하
지 않았다. 그 대신에 숲을 향해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니?"
 해그리드의 오두막과 불빛이 새 나오는 보바통의 마차를 지나가자,  해리가 궁
금하여 물었다.
 "누가 들으면 안 된다."
 빅터 크룸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마침내 한적한 운동장 가장자리를 지나 보바통의  말들을 가둬 놓은 방목장으
로 향하는 좁은 오솔길로 접어들었을 때, 크룸은 나무 그늘 밑에서 걸음을 멈추
고 해리를 향해 돌아섰다.
 "나는 알고 싶다." 크룸이 몹시 언짢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와 헤르미-
오운-니니 사이를……."
 빅터 크룸의 비밀스러운 태도를 보고 무엇인가  대단히 심각하고 중요한 이야
기일 거라고 잔뜩 기대했던 해리는 깜짝 놀라서 멀뚱히 크룸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해리가 대답했지만, 크룸은 여전히 해리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해리는 새
삼스럽게 크룸이 얼마나 키가 크고 날렵한 체격을 가졌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그저 친구야. 헤르미온느는 한 번도 내 여자 친구였던 적이 없었고 지
금도 마찬가지야. 그건 모두 다 스키터, 그 여자가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구."
 "헤르미-오운-니니는 네 이야기를 자주한다."
 빅터 크룸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그렇겠지. 우리는 친구니까……."
 해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해리는 자신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퀴디치 
선수인 빅터 크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도통 믿어지지 않았
다. 열여덟 살이나 된 크룸이 마치 자신과 동등한 진짜 연적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너는 절대로…… 너는 절대로……."
 "아니야."
 해리는 아주 확고하게 대답했다. 비로소 빅터  크룸은 약간 안심하는 듯 했다. 
빅터 크룸은 잠시 해리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아주 잘 난다. 첫벌째 시험을 치면서 다 보았다."
 "고마워." 해리는 빙그레 웃었다. 갑자기 자신이 훨씬 더 키가 커진 것 같았다. 
"나는 퀴디치 월드컵 때 너를 봤어. 렁스키 페인트, 너는 정말……."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크룸이 서  있는 뒤쪽 숲속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한 번 
숲속에 숨어 본 경험이 있는 해리는 본능적으로 크룸의 팔을 붙잡고 앞으로 잡
아당겼다.
 "저게 뭐냐?"
 해리는 어떤 물체가 움직인 듯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
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옷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서 요술지팡이를 찾았다. 그때 
한 남자가 우람한 떡갈나무 뒤에서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처음에 해리는  그 사
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사람은 바로……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였다.
 크라우치는 마치 며칠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여행을 한 사람처럼  보였다. 옷
의 무릎 부분이 다 해지고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수염을 깎지  않은 얼굴에는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이 나 있었으며 극심한  피로로 인해 창백하게 질려 있었
다. 언제나 단정했던 머리와 콧수염도 너무 길고 지저분하게 자라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상한 겉모습도 크라우치의 행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혼자 중얼중얼거리고 손짓 발짓을  하는 크라우치의 모습은  오직 자기 눈에만 
보이는 누군가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해리는 문득 언제인가 더즐리 가족과 쇼핑을 갔을 때 봤던 늙
은 부랑자가 생각났다. 그 남자도 허공을 쳐다보면서 정신없이 중얼거리고 있었
는데, 페투니아 이모는 황급히 두들리의 손을 잡고 그 남자를 피해 길 건너편으
로 달려갔었다. 그리고 버논 이모부는 가족들을 붙잡고 자기라면 거지나 부랑자
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장황설을 늘어 놓은 적이 있었다.
 "저 사람은 심판이 아닌가?" 빅터 크룸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크라우치를 쳐
다보면서 말했다. "너희 마법부에 있지 않나?"
 해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약간 망설이다가 크라우치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해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크라우치는 옆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웨더비, 그 일이 끝나면 덤블도어에게 부엉이를 보내서 이  시합에 참가할 덤
스트랭 학생들의 숫자를 정확히 알려 주도록 하게. 카르카로프가 방금  전에 열
두 명이 참가할 거라는 소식을 보냈다네……."
 "크라우치 씨?"
 해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크라우치는 해리의 말을 전혀 듣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에는 맥심 부인에게 부엉이를 보내게. 시합이 열리는 곳으로 데리고 
갈 학생 수를 미리 정하고 싶어했거든. 이제 카르카로프 학생들은 모두 열두 명
으로 확정되었으니까…….  어서 그  일을 하게,  웨더비.  알겠나? 알겠나?  어
서……."
 크라우치가 눈을 부릅뜨면서 소리쳤다. 크라우치는 잠시 멍하니 나무를 노려보
면서 입 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비틀거리면서 숲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힘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크라우치 씨. 괜찮으세요?
 해리가 큰 소리로 물었다. 크라우치의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크룸을 쳐다보았다. 해리를 따라 숲속까지 들어온 크룸은 크라우
치를 내려다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나도 모르겠어. 이봐, 크룸. 어서 가서 누군가를 데려오는 게 좋겠어."
 해리가 크룸에게 말했다.
 "덤블도어!" 갑자기 크라우치가 입을  딱 벌렸다. 크라우치는  손을 앞으로 쭉 
뻗더니 해리의 옷을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 해리를 점점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하지만 크라우치의 눈길은 여전히 해리의  머리를 지나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꼭…… 만나야 해…… 덤블도어를……."
 "좋아요. 크라우치 씨, 일어날 수만 있으면…… 우리는 저기……."
 해리가 크라우치를 부축하면서 말했다.
 "나는…… 바보 같은 짓을 했어……." 크라우치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크
라우치는 완전히 미쳐 버린 것 같았다.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크라우치의 두 눈
은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으며 턱에는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것이 크라우치에게는  엄청난 고통인 것처럼  보였다. "말을…… 
해야만 되는데……. 덤블도어……."
 "크라우치 씨, 일어나세요." 해리가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일어
나세요. 덤블도어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데려다 드리겠어요."
 크라우치의 눈이 천천히 해리를 향해 움직였다.
 "너는…… 누구냐?"
 크라우치가 희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는 이 학교의 학생이에요."
 해리는 도와달라는 뜻으로 크룸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크룸은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으로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있었다.
 "너는…… 아니지? 그…… 사람의?"
 크라우치가 맥없이 입술을 늘어뜨리면서 중얼거렸다.
 "아니에요."
 해리는 지금 크라우치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
다.
 "그렇다면 덤블도어의?"
 "맞아요."
 해리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크라우치는 해리에게  더욱 
바싹 매달렸다. 해리는 자신의 옷자락을  굳게 움켜쥐고 있는 크라우치의  손을 
풀려고 애를 썼지만 손아귀의 힘이 너무나 강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경고해……. 덤블도어……."
 "이 손을 놓으면 덤블도어 선생님을 모셔  오겠어요. 크라우치 씨, 저를 놔 주
세요. 제가 모시고 오겠다니까요……." 
 해리가 난처해 하며 말했다.
 "고맙네, 웨더비 그 일이 끝나면 나는 차를 한  잔 마시고 싶군. 내 아내와 아
들이 곧 도착할 거야. 우리는  오늘 밤에 퍼지씨 부부와 함께  음악회에 가기로 
했거든."
 크라우치는 다시 나무를 쳐다보면서 태연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해리가 옆
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리는  어찌나 놀랐던
지 어느 사이에 크라우치가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는 것
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 최근에 우리 아들은 열두 개의  O.W.L.을 통과했다네. 대부분 만족스러
운 점수였지. 그래, 정말 고마워. 그래 솔직히 말해서 아주 자랑스럽다네. 자, 이
제 나에게 앤도란 장관이 보낸 전갈을 좀 가져다 주겠나? 잠깐 답장을 써 보낼 
틈이 있을 것 같군……."
 "여기에서 이 사람을 지키고 있어! 내가 덤블도어를 데리고 다시 돌아올게. 내
가 더 빠를 거야. 나는 덤블도어의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해리가 빅터 크룸을 쳐다보면서 소리쳤다.
 "이 사람은 미쳤다."
 빅터 크룸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크라우치를 내려다보았다.  크라우치는 자신이 
퍼시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나무를 향해 여전히 지껄이고 있었다.
 "잠깐만 이 사람 곁에 있어."
 해리는 몸을 막 일으키려고 했지만 해리보다 크라우치의 동작이 조금 더 빨랐
다. 크라우치는 갑자기 해리의 무릎을 거세게 끌어안더니 다시 바닥에 주저앉혔
다.
 "제발 날…… 두고…… 가지 마!" 크라우치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크라우치의 눈이 다시 휘둥그레졌다.
 "나는…… 도망쳤어. 경고를 해야만 해……. 말해야만 해……. 덤블도어를 만나
서…… 내 잘못…… 내 모든 잘못을…… 버사…… 죽었어……. 그건 모두 내 잘
못…… 내 아들…… 내 탓이야……. 덤블도어에게 말해야…… 해리 포터…… 어
둠의 주인이…… 더 강해졌다고…… 해리 포터……."
 "크라우치 씨, 저를 놓아주시면 덤블도어 선생님을 모셔 오도록 하겠어요!" 해
리는 소리를 지르면서 짜증스럽게 크룸을 돌아보았다. "나를 좀 도와줘! 어서!"
 빅터 크룸은 몹시 불안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크라우
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기에서 이 사람을 지키고 있어. 덤블도어 선생님을 모시고 다시 돌아올게."
 해리는 크라우치의 손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서둘러, 알았지?"
 빅터 크룸이 해리의 등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해리는 숲을  지나서 어두운 
운동장을 쏜살같이 가로질러 달려갔다. 운동장은 벌써 텅 비어 있었다. 루도 베
그만이나 케드릭, 플뢰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해리는 돌계단을 정신없이 
올라갔다. 그리고 오크로 만든 현관문을 밀치고 이층을 향해 대리석  계단을 성
큼성큼 뛰어갔다.
 5분 가량 지난 후에 해리는 텅 빈 복도의 중간에 서 있는 이무기 석상을 향해
서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
 "레몬 방울!"
 해리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외쳤다.  그것은 덤블도어의 사무실로 향하는  비밀 
계단의 암호였다. 아니, 적어도 2년 전에는 그랬었다. 하지만 암호가  바뀐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이무기  석상이 살아 움직여  얼른 옆으로 비켜서기는커녕, 
꼼짝도 하지 않고 해리를 심술궂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움직여!" 해리가 안타깝게 소리쳤다. "어서!"
 하지만 호그와트에서 아무리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고 해도 꿈쩍이라도 하
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해리는 발버둥을 쳐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
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줄 모르고 어두운  복도를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다. 어쩌면 덤블도어가 교무실에 있지 않을까?
 해리는 있는 힘을 다해 계단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포터!"
 해리는 걸음을 딱 멈추고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이무기 석상 뒤에  감춰진 
비밀 계단에서 스네이프가 막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스네이프의 등  뒤에 있는 
돌벽이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닫히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손짓을  하면서 해리를 
불렀다.
 "저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만나야 해요! 크라우치 씨가…… 나타났어요……. 숲
속에 있는데…… 지금…… 원하고 있어요!"
 해리는 황급히 다시 복도를 달려와서 스네이프 앞에 미끄러지듯 멈추어 섰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냐?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스네이프의 검은 눈동자가 사납게 번뜩였다.
 "크라우치 씨 말이에요! 마법부에서 일하시는 그  사람을 만났어요! 병이 나셨
거나 뭐 그런 것 같아요. 숲속에 있어요.  그 사람이 덤블도어 교수님을 만나고 
싶어해요. 어서 암호를 가르쳐 주세요."
 해리는 애타게 소리를 질렀다.
 "교장 선생님은 무척바쁘시단다, 포터."
 스네이프는 얇은 입술을 치켜 올리면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덤블도어 선생님을당장 만나야만 해요!"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내 말을 듣지 못했니, 포터!"
 해리는 스네이프가 이런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리
가 그토록 애타게 부탁하는 것을 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즐거운 
모양이었다.
 "보세요." 해리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크라우치 씨는 지금  상태
가 좋지 않아요.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정신이 나갔다구요. 그 사람은 경고
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갑자기 스네이프의 등 뒤에서 돌벽이 스르르 갈라지더니 비밀 통로가 다시 열
렸다. 그곳에는 기다란 초록색  가운을 입은 덤블도어가 서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약간 의아한 표정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덤블도어가 해리와 스네이프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교수님!" 해리는 스네이프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재빨리  앞으로 다가서면
서 말했다. "크라우치 씨가 저기 있어요. 저기 숲속에 말이죠. 그분은 지금 교수
님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해요!"
 해리는 덤블도어가 이것저것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덤
블도어는 단 1초도 낭비하지 않았다.
 "길을 안내해라."
 덤블도어는 스네이프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즉시 해리의 뒤를  따라서 부지
런히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스네이프는 자신과 똑같이 추악하게 생긴 이무
기 석상 옆에 멍하니 서 있었다.
 "해리, 그런데 크라우치 씨가 뭐라고 말했니?"
 황급히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면서 덤블도어가 물었다.
 "교수님께 경고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무언가 아주 끔찍한 일을 했다구
요……. 아들이야기도 했어요……. 버사 조킨스에 대한 것도……. 그리고 볼드모
트에 대해서도……. 볼드모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말을……."
 "그렇구나."
 덤블도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덤블도어는 더욱  걸음을 재촉하면
서 칠흑 같은 어둠으로 둘러싸인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 사람은 정상이 아닌 것 같았어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마치 퍼시 위즐리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태
도가 돌변하더니 선생님을 꼭 만나야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빅터 크룸에
게 크라우치 씨를 잘 지켜보라고 한 후에 달려왔어요."
 부지런히 덤블도어를 따라가면서 해리가 말했다.
 "그랬니?" 덤블도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묻더니  더욱더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해리는 덤블도어를 쫓아가기  위해 종종걸음을 칠 수밖에  없었
다. "혹시라도 누구 다른 사람이 크라우치 씨를 보지는 않았니?"
 "아니에요. 크룸과 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베그만 씨가 세 번째 시험
에 대해서 막 이야기를  끝낸 다음이었죠. 우리는 뒤에  남아 있었는데, 갑자기 
크라우치 씨가 숲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어요."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어디 있니?"
 보바통의 마차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덤블도어가 물었다.
 "저 너머예요."
 해리는 덤블도어 앞에서 걸어가면서 우거진 나무 사이로 난 길을 안내했다. 크
라우치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는 분명히 이 길을 기억
하고 있었다. 보바통의 마차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는데……. 분명히 이 근처 어
디쯤이었는데……."
 "루모스!"
 덤블도어가 주문을 외우자 요술지팡이에서 불빛이 흘러나왔다.  가느다란 빛줄
기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비추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의 두 
발이 보였따.
 해리와 덤블도어는 서둘러 그곳으로  뛰어갔다. 크룸은 숲속에 벌렁  나자빠져 
있었다. 전혀 의식이 없는 것 같았다. 크라우치의 모습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
다. 덤블동어는 크룸을 향해 몸을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한쪽 눈꺼풀을  뒤집어 
보았다.
 "기절했구나."
 덤블도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날카롭게 둘러보는 덤
블도어의 반달 안경이 요술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반사되어서 반짝거렸
다.
 "제가 가서 누구를 데려올까요? 폼프리 부인이라도?"
 해리가 물었다.
 "아니다. 여기에서 꼼짝도 하지 말거라."
 덤블도어가 재빨리 말했다. 그리고는 요술지팡이를 번쩍 들어서 해그리드의 오
두막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요술지팡이 끝에서 무엇인가 은빛으로 반
짝거리는 것이 튀어나오더니 유령 새처럼  나무들 사이를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빠져 나갔다.
 덤블도어는 다시 허리를 숙이고 요술지팡이 끝을 크룸에게 갖다대면서 주문을 
외웠다.
 "에너바이트!"
 빅터 크룸이 눈을 반짝 떴다. 하지만  여전히 몽롱한 상태였다. 덤블도어를 보
자 크룸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덤블도어는  크룸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만
히 드러누워 있으라고 말했다. 
 "나를 공격했다!" 크룸이 손으로 머리를  문지르면서 중얼거렸다. "그 늙은 미
치광이가 나를 공격했다! 나는 포터가 가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사
람이 뒤에서 공격했다!"
 "이대로 가만히 누워 있거라."
 덤블도어가 온화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그때 천둥처럼 쿵쿵 울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해그리드가 팽을 데리고 숨을 헐떡이면서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님! 해리! 도대체…… 무슨?"
 해그리드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소리쳤다.
 "해그리드, 자네가 카르카로프 교수를 좀  모셔 와야겠네. 조금 전에 카르카로
프 교수의  학생이 공격을  당했어. 그  다음엔 미안하지만  무디 교수님을  좀
……."
 덤블도어가 해그리드에게 지시했다.
 "그럴 필요 없네, 덤블도어."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걸걸하게 쉰 목소리가 들
렸다. "난 여기 있네."  요술지팡이로 환하게 불을  밝힌 무디가 막대기에 몸을 
기댄 채, 절뚝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망할 놈의 다리!" 무디가 욕설을 퍼부었다. "이 다리만 아니었다면 좀더 빨리 
올 수 있었을 거야…… 무슨 일인가?  스네이프가 크라우치 어쩌구저쩌구 하면
서 떠들던데……."
 "크라우치요?"
 해그리드가 어리둥절해하며 반문했다.
 "해그리드! 어서 카르카로프를!"
 덤블도어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아, 네……. 당장 갑다옵죠. 교수님……."
 해그리드는 황급히 몸을 돌리더니  어두운 숲속으로 사라졌다. 팽은  부지런히 
해그리드의 뒤를 다라갔다. 
 "바티 크라우치가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은 크라우치의 행
방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일세."
 덤블도어가 무디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가 찾아보지."
 무디는 재빨리 요술지팡이를 꺼내 들고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숲속으로 들어갔
다. 
 잠시 후에 해그리드와 팽이 돌아오는 발소리가 들릴 때까지,  덤블도어와 해리
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서 있었다. 반지르르한 은색 털코트를  걸친 카르카로프
는 몹시 놀란 듯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요?"
 땅 위에 쓰러져 있는 크룸과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덤블도어와 해리를 보자, 
카르카로프가 부르짖었다.
 "나는 공격을 당했다. 크라우치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나를……."
 몸을 일으킨 크룸이 머리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크라우치가 너를 공격했단 말이냐? 크라우치가 너를 공격했어! 트리위저드 심
판이?"
 "이고르."
 덤블도어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카르카로프는 은색 털코트를  바싹 
여미면서 고개를 높이 치켜들었다. 갑자기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배반이야!" 카르카로프가 덤블도어를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건 비
열한 음모야! 덤블도어, 당신과 당신네 마법부가 거짓 속임수로 나를 꼬셔서 이
곳까지 불러냈어! 이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야! 처음에는 나이도 안 되는 포터를 
시합에 슬쩍 집어넣더니 이제는 당신 마법부  친구 중에 하나가 우리 챔피언을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다니! 나는 이  모든 일에서 이중 거래와 부패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 덤블도어,  당신은 국제 마법사들 사이에서  더욱 가까운 유대를 
갖자느니, 과거의 인연을  다시 맺자느니, 해묵은  불화는 그만 잊어버리자느니 
하면서 잘도 떠들어대더니만…… 이게 바로 당신에 대한 나의 생각이야!"
 카르카로프는 덤블도어의 발 밑에 침을 탁 뱉었다. 그러자 미처 말릴  틈도 없
이 해그리드가 카르카로프의 목덜미를 꽉 움켜잡고 번쩍 들어올리더니 옆에 서 
있는 나무에 쾅 박아버렸다.
 "당장 사과드려!"
 해그리드가 윽박지르며 소리쳤다. 해그리드의 거대한 손아귀에 목이 짓눌린 카
르카로프는 숨이 막혀서 입을 딱 벌렸다. 그의 발은 허공에서  버둥거리고 있었
다.
 "해그리드, 안 돼!"
 덤블도어가 눈을 번뜩이면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해그리드는 카르카로프를 나
무에 바싹 붙여 놓고 있던 손을 탁 놓아버렸다. 나무 몸통을 따라  주르르 미끄
러지면서 내려온 카르카로프가 나무 뿌리에 쿵 하고 부딪히자, 잔가지와 잎사귀
들이 우수수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해그리드, 미안하지만 해리를 성까지 데려다 주도록 하게."
 덤블도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그리드는 숨을  헐떡이면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길로 카르카로프를 노려보았다.
 "전 여기 남아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교장 선생니……."
 "해그리드, 자네는 해리를  데리고 학교로  돌아가라니까." 덤블도어가 엄격한 
목소리로 다시 명령했다. "당장 그리핀도르탑으로  해리를 데기고 가게나. 그리
고 해리, 나는 제가 절대로 기숙사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네가 어떤 일
을 하고 싶더라도 말이다. 부엉이를 보내거나 하는 일은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해라. 내 말을 알아들었지?"
 "네……."
 해리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덤블도어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덤블도어 교수님은 
내가 시리우스에게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해 당장 피그위존을 날려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교장 선생님, 그렇다면 팽을 두고  가겠습니다." 해그리드가 카르카로프를 위
협적인 눈길로 노려보면서 말했다. 카르카로프는  아직도 나무 밑에 길게  뻗어 
있었다. 카르카로프의 매끄러운 털코트는 나무 뿌리에 뒤엉켜서 엉망이 되었다. 
"팽, 너는 여기 있어. 가자, 해리."
 해리와 해그리드는 묵묵히 보바통의 마차를 지나 성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두 사람이  호숫가를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을 
때, 해그리드가 부르르 치를 떨면서 말했다.
 "어떻게 감히 덤블도어 교수님을 비난할  수가! 마치 덤블도어 교수님이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것처럼, 너를 일부러 이 시합에  집어넣기라도 한 것처럼! 세
상에! 요즘처럼 걱정을 많이 하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너도 그래!"
 해그리드가 갑자기 해리에게 버럭 화를 냈다. 해리는 어리둥절하여 해그리드를 
올려다봤다.
 "도대체 그 시건방진 크룸과 뭐하러 쏘다니고 있었니? 그 애는 덤스트랭 출신
이야, 해리! 걔가 너한테 뭔가 마법을  걸 수도 있었어, 그렇지? 무디  교수님이 
너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시지 않았단 말이니? 만약  그 애가 너를 꼬셔서 거
기까지 일부러 데리고 간 거라면 한번 상상해 봐라!"
 "크룸은 좋은 애예요!" 현관 복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던 해리가 불쑥 말했
다. "크룸은 내게 마법을  걸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요. 그저…… 헤르미온느에 
대해 물어보려고……."
 "그렇다면 헤르미온느에게도 한마디 해주는 게 좋겠군. 그런  외국인들과는 가
까이 하지 않을수록 너에게 더 좋은 거야. 그들은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해그리드는 잔뜩 화가 나서 계단을 쿵쿵거리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아저씨는 맥심 부인과 잘 지내시잖아요."
 "내 앞에서 그 여자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라!" 잠시동안 해그리드는 겁에 질린 
듯한 기색을 보였다. "이제 그 여자의 속셈을 똑똑히 알았다! 그 여자는 나에게 
환심을 사려고 그랬던 거야! 세 번째 시험에 어떤 생물이 나올지 알아내려고 말
이야! 알겠니? 하! 어떻게 그런 자들을 믿는단 말이냐!"
 해그리드가 어찌나 퉁명스럽고  기분 나빠하던지 해리는  뚱뚱한 여인 앞에서 
헤어질 때가 되자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질 정도였다. 초상화 구멍을  통해 휴
게실로 들어간 해리는 곧장 론과 헤르미온느가 앉아 있는 구석 자리로 가서 지
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해리포터와 불의잔 
제4권의 4

조앤 k 롤링


제29장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정리해 보는 게 좋겠어. 크라우치가 빅터를 공격했거나 아니면 빅터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두 사람을 공격한 것이 틀림없을거야."
헤르미온느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크라우치가 분명해. 그러니까 덤블도어와 해리가 도착했을 때, 어디론가 사라진 거야. 크라우치는 재빨리 달아나고 있었겠지."
론이 투덜거리면서 밝혔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크라우치는 거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어. 그런 상태로는 순간이동이나 다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
해리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호그와트 내에서는 순간이동을 할 수가 없어, 아직도 몇 번이나 더 말해야 알아듣겠니?"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퉁명스럽게 면박을 주었다.
"좋아,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크룸이 크라우치를 공격한 거야. 아니, 잠깐만.. 내 말을 조금만 더 들어봐. 그런 다음에 자기 자신에게 기절 마법을 쓴 거지!"
론이 흥분하면서 말했다.
"그런데 크라우치 씨가 증발해 버렸단 말이니? 그래?"
헤르미온느가 비꼬았다.
"아, 그건..."
새벽에 어슴푸레 밝아 오자,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서둘러 기숙사를 빠져나와서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에 세 사람은 창문 너머로 안개가 잔뜩 낀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사람 모두 눈이 푸석푸석하고 안색이 창백했다. 한밤중까지 크라우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이다.
"해리, 다시한번 자세히 얘기해봐, 크라우치가 분명히 뭐라고 말했니?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이미 말한 대로 무슨 뜻인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처음에는 덤블도어에게 뭔가 경고를 하고 싶다고말했어. 버사 조킨스에 대해서도 분명히 언급을 했는데 아마도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계속해서 그 일이 자기 잘못이라고 중얼거렸지... 자기 아들 얘기도 했어."
해리가 대답했다.
"그래, 그건 크라우치의 잘못이었어."
헤르미온느가 냉정하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크라우치는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어느 때에는 아내와 아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퍼시에게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 지시를 내리기도 했어.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서도 무엇인가 말했다고 한 것 같은데?"
론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벌써 사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야."
해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네가 말한 대로 크라우치는 제 정신이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그 말의 절반 정도는 그저 헛소리였을 거야..."
론은 짐짓 아무럿지도 않은 듯이 씩씩하게 말했다.
"볼드모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에는 말짱한 제 정신이었어." 론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것을 무시하면서 해리는 말했다.
"두 단어 이상을 연결해서 말하는 걸 무척이나 힘들어 했어. 하지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았어. 덤블도어를 만나고 싶다고 계속 말했으니까 말이야."
해리는 창문에서 등을 돌려 서까래를 올려다 보았다. 수 많은 횃대의 절반 정도가 텅 비어 있었다. 이따금씩 끊이지 않고 부엉이들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는데, 모두 밤사냥에서 잡은 생쥐를 입에 물고 있었다.
"만약 스네이프가 나를 가로막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제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을 거야, '교장선생님은 무척 바쁘시단다. 포터... 도대체 무슨 헛소리냐?' 어째서 스네이프는 그냥 길을 비켜 주지 않았을까?"
해리가 짜증스러운 듯이 말했다.
"어쩌면 네가 덤블도어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았는지도 몰라! 어쩌면... 아니, 잠깐만... 스네이프가 얼마나 빨리 숲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니? 혹시 너와 덤블도어보다 먼저 숲에 도착한 건 아닐까? 두 사람을 앞질러서 갈 수도 있잖아."
론이 재빨리 말했다.
"박쥐나 뭐 그런 걸로 변신하기 전에는 절대로 그럴 수 없어."
해리가 대답했다.
"스네이프라면 충분히 그런 일을 하고도 남을 것 같아..."
론이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먼저 무디 교수님을 만나 보는게 좋겠어. 크라우치를 찾았는지 알아봐야 하잖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무디가 비밀 지도를 가지고 나왔다면 크라우치가 어디 있는지 쉽게 찾았을 텐데..."
해리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크라우치가 이미 학교 밖으로 나가지만 않았다면 분명히 그랬겠지. 비밀 지도에는... 학교 내부만 나타나잖아."
론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쉿!"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해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건 협박 편지야. 그러니까 어쩌면 아주 곤란한 지경에 빠질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되도록 점잖게 썼잖아. 지금은 더럽게 굴어야 할 때야. 그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그 사람도 마법부에서 자기가 저지른 짓을 알게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거야."
"내가 한 번 더 말하지만 그 편지를 보낸다면 그건 명백한 협박이야!"
"그래 하지만 너도 우리가 두둑이 돈을 받게 되면 불평하지는 않겠지, 그렇지?"
마침내 부엉이장이 활짝 열렸다. 부엉이장의 문턱을 넘어오던 프레즈와 조지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보자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에서 뭘하는 거야?"
론과 프레드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편지를 보내려고..."
해리와 조지가 어색한 목소리로 똑같이 대답했다.
"뭐라구? 이 시간에?"
이번에는 헤르미온느와 프레드가 합창을 했다.
"좋아. 너희들이 우리가 뭘 하는지 묻지 않는다면, 우리도 너희들이 하는 일을 묻지 않겠어."
프레드가 씩 웃으면서 제안했다. 프레드의 손에는 봉인된 봉투가 들려 있었다. 해리는 슬쩍 넘겨다보려고 했지만, 고의인지 우연인지는 몰라도 프레드가 봉투에 적힌 이름을 손으로 가려 버렸다.
"좋아, 이제 그만 비켜 주시지."
프레드는 조롱하듯이 꾸벅 절을 하면서 문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론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는 거야?"
론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그순간 프레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해리는 조지가 프레드를 힐끗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조지는 곧 론을 향해 싱글거리면서 말했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그냥 농담한거야."
조지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 같지 않은걸?"
론은 좀처럼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바라 보았다.
"내가 전에도 경고한 적 있지, 론. 그냥 생긴대로 살아가고 싶으면 공연히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란 말이야. 도대체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형들이 누군가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다면 그건 바로 내 문제이기도 해. 조지 형 말이 맞아. 결국 형들은 그것 때문에 아주 심각한 곤경에 빠질 거야."
론이 말했다.
"내가 말했지, 그냥 농담이라고 말이야."
조지는 프레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그의 손에서 편지를 빼앗았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외양간 부엉이의 발에 편지를 매기 시작했다.
"론, 너는 어째서 점점 우리의 친애하는 형님과 비슷해지기 시각하는 것 같니?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너야말로 반장이 되겠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론이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조지는 외양간 부엉이를 창가로 데려가더니 하늘로 휙 날려 보냈다.
"좋아, 그럼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 지 묻고 다니지마!. 나중에 보자"
조지는 뒤로 돌아서더니 론을 쳐다보면서 씩 웃었다. 잠시 후에 조지와 프레드는 부엉이장에 나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프레드와 조지가 이 모든 일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크라우치와 그 밖의 다른 일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소곤거렸다.
"아니야, 그렇게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었다면 분명히 누군가와 상의했을거야. 덤블도어에게 말을 했겠지."
해리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론은 못내 불안한 표정이었다.
"왜 그래?"
헤르미온느가 론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냥... 나는 잘 모르겠어, 과연 형들이 그렇게 할까? 형들은... 요즘 돈 버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거든. 형들하고 어울릴 때 그 사실을 알아차렸어. 그러니까 그때 말이야, 너도 알잖아..."
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서로 말 안하고 지낼 때 말이지" 해리가 론은 대신해서 말했다. "그래 하지만 협박편지라니..."
"형들은 장난감 가게를 차리려는 생각을 갖고있어. 나는 그저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형들은 그게 진심이었어, 정말로 장난감 가게를 차리고 싶어해. 형들은 장난감 가게를 시작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지만 아빠는 형들을 도와 줄 수 없거든."
"그렇구나,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법을 어기는 짓을 하지는 않을거야,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의 얼굴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난 모르겠어, 사실 형들은 규칙을 어기는 일 따위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잖아? 안그래?"
론은 아주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이건 법이야, 이건 시시한 학교 규칙 따위가 아니라구... 협박 편지를 보낸다면 구류 이상의 아주 심한 벌을 받게 될 텐데! 론... 어쩌면 퍼시에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
헤르미온느는 덜컥 겁이 난 것 같았다.
"정신나갔어?"
론이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펴시에게 말을 하라구? 퍼시는 아마도 당장 크라우치처럼 형들을 잡아넣을 걸?"
론은 한참동안이나 프레드와 조지의 부엉이가 날아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만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무디 교수님을 찾아기가에는 시간이 너무 이를까?"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면서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럴거야, 만약 우리가 이른 새벽부터 무디교수님을 깨우면 아마도 교수님은 당장 문 밖으로 우리를 날려 보낼걸? 무디 교수님이 잠자고 있는 틈을 타서 습격하러 온 줄 알고 말이야. 그러니까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자."
해라가 말했다.
마법의 역사 시간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느리게 지나갔다.
해리는 자꾸만 론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고장난 시계를 결국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론의 시계가 어찌나 느릿느릿 움직이던지 해리는 그 시계마저도 고장이 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해리와 론은 둘다 무척 피곤했기 때문에 책상에 머리를 들이박고 꾸벅 졸았다. 심지어 헤르미온느조차도 늘 빼놓지 않고 하던 필기도 하지 않고 손으로 턱을 괸채, 초점이 없는 흐릿한 눈으로 빈스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서둘러 교실에서 빠져나온 그들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로 향했다. 그리고 막 복도로 걸어나오는 무디 교수를 발견했다. 무다 교수도 그들만큼이나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상적인 눈의 눈꺼풀이 축 처져서 평소보다 더욱더 얼굴이 비뚤어진 것처럼 보였다.
"무디 교수님?"
해리가 와글거리는 학생들 사이를 뚫고 무디에게 다가가 이사했다.
"잘 있었니, 포터?"
무디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무디의 마법의 눈은 복도를 지나가고 있던 두 명의 1학년생들을 줄곧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잔뜩 겁을 집어먹고 종종걸음을 치면서 도망쳤다. 마법의 눈은 무디의 뒤통수까지 돌아가서 모퉁이를 돌아서는 두 명의 1학년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무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리 오너라."
무디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에게 비어 있는 교실로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뒤따라 들어오더니 교실 문을 닫았다.
"찾았나요, 크라우치 씨를?"
해리가 거두절미하고 다짜고짜 물었다.
"아니다."
책상 앞으로 다가간 무디는 조용히 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희미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나무 다리를 쭉 뻗더니 휴대용 물병을 꺼냈다.
"비밀지도를 사용해 보셨나요?"
해리가 물었다.
"물론이지, 포터, 나도 네 흉내를 내서 사무실에 있는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를 숲까지 불러왔단다. 하지만 크라우치는 어디에도 없었어."
무디는 후대용 물병에 담긴 것을 한모금 들이켰다.
"그렇다면 순간이동을 한건가요?"
론이 잔뜩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론, 여기서는 순간이동을 할 수가 없다고 몇 번 말했니?"
헤르미온느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혹시 크라우치 씨가 사라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나요? 교수님?"
헤르미온느에게 쏠린 무디의 마법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장차 오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여기 또 한명 있구나, 그레인저, 생각하는 것이 아주 정확해."
무디의 칭찬을 들은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투명 인간이 된 것도 아니에요. 그 비밀 지도에는 투명인간도 나타나거든요. 결국 크라우치 씨는 학교를 빠져나간 거군요."
해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기 혼자 힘으로 나갔을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 사람을 끌고 간 것일까?"
헤르미온느가 열성적으로 말했다.
"그래, 누군가가 그랬을 수도 있어. 크라우치 씨를 빗자루에 태우고 날아가 버린 거야. 그렇지 않나요. 교수님?"
론은 재빨리 기대에 가득 찬 눈길을 무디에게 던졌다. 론도 무디로부터 장차 오러가 될 만한 재목감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납치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무디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호그스미드의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론이 물었다.
"어딘가에 있겠지." 무디가 대답했다. 
"우리가 지금 확실히 알고 있는 단 한가지 사실은 크라우치가 이곳에 없다는 것뿐이야."
무디는 얼굴의 상처가 쫙 늘어나고 일그러진 입술사이로 이빨이 빠져 버린 자리가 다 드러날 정도로 크게 하품을 했다.
그런 후에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덤블도어에게서 너희 세 사람이 탐정놀이를 즐긴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너희들이 크라우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이제부터는 마법부에서 크라우치의 행방을 수색할 거야, 덤블도어가 보고를 했으니까... 포터, 너는 세 번째 시험에 정신을 집중토록 해라."
"네?" 해리는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들었다, "아, 네..."
지난밤에 빅터 크룸과 함께 경기장에서 떠난온 이후로는 미로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시험은 네가 아주 딱 들어맞는 것일지도 몰라. 덤블도어의 말을 들으니까, 너는 옛날부터 그런 문제를 잘 해결했다고 하더구나. 1학년 때는 마법사의 돌을 지키는 장애물들을 뚫고 지나갔다면서?"
무디는 상처 자국이 나고 우둘투둘한 턱을 긁으면서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도와주었어요. 저와 헤르미온느가 도와주었죠."
론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래, 이번에도 해리가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렴. 만약 해리가 이기지 못한다면 나는 무척 놀랄 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경계를 늦추면 안돼. 포터. 언제나 깨어 있도록 하거라."
무디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무디는 다시 휴대용 물병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무디의 마법의 눈이 창문을 향해 빙그르르 돌아갔다. 창 밖으로는 덤스트랭 배의 돛대가 보였다.
"너희 두 사람은(무디의 정상적인 눈이 론과 헤르미온느를 향했다) 반드시 포터 옆에 꼭 붙어 있거라, 알았지? 나도 항상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감시하는 눈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다음날 시리우스는 부엉이를 돌려보냈다. '예언자 일보'를 부리 사이에 문 황갈색 부엉이가 헤르미온느 앞에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해리의 부엉이도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날아들었다. 신문을 펼쳐든 헤르미온느는 처음 몇 장을 훑어 보았다.
"하! 이 여자는 크라우치에 관한 건 감도 못 잡았군!"
헤르미온느는 신문을 내려놓은 후에 시리우스의 답장을 읽고 있는 론과 해리를 향해 다가갔다. 세 사람은 시리우스가 지난밤에 일어난 수수께끼 같은 사건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는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해리... 빅터 크룸과 함께 숲속을 거닐면서 노닥거리다니 도대체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다음 답장에는 앞으로 어느 누구와도 밤중에 산책을 나가지 않겠다는 맹세를 적어 보내렴. 
호그와트에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 있단다. 그 사람들이 크라우치와 덤블도어가 만나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 분명해. 어쩌면 너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마터면 너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
네 이름이 불의 잔에서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란다. 만약 누군가가 너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거야. 론과 헤르미온느와 항상 붙어 다니도록 하거라. 수업이 끝난 후에도 그리핀도르 탑을 떠나지 말고 세 번째 시험에 대비해서 열심히 훈련을 하도록 해. 기절 마법과 무장 해제 마법을 연습하거라. 몇 가지 주문도 절대로 빠뜨려서는 안된다. 크라우치에 대해서는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단다. 항상 자중하면서 네 자신을 돌아보도록 해라. 네가 다시는 규율을 어기고 허튼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어 보내기를 고대하고 있겠다.
시리우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규율을 어기지 말라고 훈계를 하는 거지? 자기가 학교에 다닐 때는 온갖 말썽을 다 부려놓고서!"
시리우스의 편지를 접어서 옷 속에 집어넣은 해리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투덜거렸다.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잖아! 무디와 해그리드 역시 그런 말을 했잖아, 그러니까 그분들 말씀을 잘 듣도록 해!"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쏘아보면서 야단쳤다.
"한 해가 다 지나가도록 아무도 나를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어. 어느 누구도 나에게 무슨 짓을 한 적이 없잖아."
해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 이름을 불의 잔에 집어넣은 것 이외에는 말이지, 해리, 그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는 데에는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거야, 스누플즈의 말이 맞아, 어저면 그들은 적당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 어쩌면 이번 시험이 그들이 노리는 기회인지도 모르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좋아, 스누플즈가 옳다고 하자. 누군가 크라우치를 납치하기 위해 쿠룸을 공격해서 기절시켰어. 그래, 그들은 바로 우리 근처의 나무 뒤에 숨어 있었겠지. 안 그래? 그런데 내가 멀리 떠나갈 때까지 그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기다렸어, 그렇지? 그래도 내가 그들의 목표물처럼 보인단 말이야? 그래?"
해리가 짜증을 내면서 소리쳤다.
"숲속에서 너를 살해하면, 도저히 우연한 사고처럼 보이게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시험을 치르다가 죽게 되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크룸에겐 전혀 개의치 않고 공격했어, 그렇지? 왜 그들은 동시에 나를 공격해서 깨끗하게 해치우지 않았을까? 마치 나와 크룸이 결투 같은 걸 하다가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해리는 마치 따지기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나도 도무지 이해가 안돼. 해리. 내가 아는 것은 계속해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야. 어쩐지 기분이 나빠... 무디의 말이 맞아. 스누플즈의 말도 맞아. 너는 세 번째 시험에 대비하는 훈련을 해야만 돼. 지금부터 당장 말이야. 그리고 스누플즈에게 답장을 써서 다시는 몰래 혼자 빠져 나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헤르미온느가 체념한 듯이 말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 안에서 갇혀 지내야만 하는 해리에게는 호그와트의 운동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몇일동안 해리는 자유 시간을 온통 헤르미온느와 론과 함께 도서관에서 주문을 찾으면서 보냈다. 혹은 빈 교실로 몰래 들어가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해리는 특별히 기절 마법을 익히는 일에 모든 정신을 쏟았다. 기절 마법은 해리가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이 주문을 연습하려면 론과 헤르미온느의 절대적인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노리스 부인을 납치해서 데리고 오면 안 될까?"
월요일 점심 시간에 마법 교실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있던 론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론은 벌써 오십번째 기절을 했다가 방금 전에 깨어난 상태였다. 해리의 연습 상대였던 론은 기절 마법을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고양이를 잠깐 기절시키도록 하자. 아니면 도비를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도비는 너를 돕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거야. 해리. 물론 내가 불평이나 뭐 그런 걸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 론이 등을 문지르면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이거야, 원... 온몸이 쑤셔서...!"
헤르미온느가 추방 마법을 연습할 때 사용했던 방석 더미를 다시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서 신경질을 부렸다. 그 방석은 플리트윅이 캐비닛 속에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뒤로 잘 쓰러지려고 노력해 봐!"
"일단 기절 마법에 걸리면 조준이 잘 되지 않는단 말이야. 헤르미온느! 그런데 왜 너는 차례가 안 돌아오는 거지?"
론이 화를 내면서 물었다.
"글세... 어쨌거나 해리는 이제 기절 마법을 어느 정도 연습한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말했다. "그리고 무장해제 마법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그 마법은 벌써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던 거니까... 오늘 저녁부터는 이 주문들 중에서 몇 가지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어. 나는 이게 그럴듯해 보여, 장애 마법, 너를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천천히 움직이도록 만드는 거야. 해리, 이것부터 시작해 보자."
헤르미온느가 도서관에서 뽑아온 마법 목록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때 종이 울렸다. 세 사람은 서둘러 흩어진 방석을 다시 플리트윅의 캐비닛 속에 집어 넣고 교실을 나갔다.
"저녁 식사 때 보자."
헤르미온느는 산술점 수업을 들으러 가고, 해리와 론은 점술수업을 위해 북쪽 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높은 창문을 통해 눈부신 황금빛 햇살이 복도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은 마치 에나멜을 칠해 놓은 듯이 푸른빛으로 반짝거렸다.
"트릴로니 교수님이 있는 교실은 펄펄 끓고 있을 거야. 절대로 벽난로 불을 끄는 법이 없으니까 말이야."
은빛 사다리와 뚜껑문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론이 불만을 터뜨렸다. 과연 론의 말이 적중했다. 희미하게 불이 밝혀진 교실은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뜨거웠다. 향수 냄새가 풍기는 벽난로의 불은 오늘따라 더욱 짙은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 자리로 걸어가던 해리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램프에 걸린 숄을 풀기위해 다른 쪽을 바라보는사이에, 해리는 커튼을 아주 조금 젖히고 무명 덮개가 씌워진 팔걸이 의자를 뒤로 약간 밀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바람이 해리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한 기분이었다.
"여러분"
트릴로니가 교탁 앞에 놓여 있는 날개 달린 의자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트릴로니는 이상할 정도로 커다란 눈을 반짝이면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모두 둘러보았다..
"우리는 이제 점성술 공부를 거의 다 끝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화성의 영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화성은 대단히 흥미로운 자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전부 이쪽을 쳐다보면 불빛을 희미하게 하겠습니다..."
트릴로니가 요술지팡이를 흔들자 저절로 램프가 꺼졌다. 이제 벽난로만이 교실을 비추고 있는 유일한 불빛이었다. 트릴로니는 허리를 숙이더니 의자 밑에서 커다란 유리 반구 안에 태양계를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모형을 꺼냈다.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형이었다. 아홉개의 행성들과 활활 타오르는 태양 주위에는 제각기 달들이 반짝이면서 돌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별들이 유리반구 속의 허공에 떠 있었다.
해리는 트릴로니 교수가 화성과 해왕성이 만들어 낸 환상적인 각도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짙은 향기가 해리를 엄습했다. 창가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해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커튼 뒤의 어딘가에서 벌레가 부드럽게 붕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서히 해리의 눈꺼풀이 감기기 시작했다...
수리 부엉이의 등에 올라탄 해리는 맑고 투명한 하늘을 가로질러, 언덕 위에 우뚝 세워진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낡은 저택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수리 부엉이가 낡은 저택을 향해 서서히 하강하자. 상쾌한 바람이 해리의 얼굴을 스치면서 지나갔다. 마침내 그들은 깨진 유리창을 통해서 어두운 집의 이층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들은 복도를 따라 제일 끝방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문으로 들어가자 나무판자를 덧댄 창문이 있는 어두운 방이 나타났다.
해리는 수리 부엉이 등에서 내렸다... 해리가 지켜보는 동안, 수리 부엉이는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방 안을 가로 질러서 의자가 놓여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 의자는 등이 돌려져 있었다. 의자의 양쪽에눈 두 개의 검은 형체가 있었는데 두 개 모두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나는 거대한 뱀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었다...
키가 작고 머리가 벗겨지고 축축한 눈동자에 코가 뾰족한 남자... 그 남자는 벽난로 깔개 위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해리는 그 남자가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는 운이 좋았다. 웜테일. 너는 참으로 행운아다. 네가 저지른 멍청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잘못된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 자는 죽었다."
부엉이가 내려앉은 의자 깊숙한 곳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인님! 주인님, 저는... 저는 너무나 기쁩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해서..."
웜테일이 입을 딱 벌렸다.
"내기니."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이어 나갔다. "너는 운이 없구나, 결국 웜테일을 너에게 먹이로 주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절대로 걱정하지 말거라... 아직도 해리포터가 남아 있단다..."
그러자 뱀이 좌우로 머리를 흔들면서 쉭쉭거렸다. 해리는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자, 웜테일, 앞으로 너의 실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차가운 목소리가 웜테일을 향해 말했다.
"주인님, 제발... 이렇게 빕니다."
의자 깊숙한 곳에서 요술지팡이 끝이 툭 튀어나오더니 웜테일을 향했다. 
"크루시오!"
차가운 목소리가 주문을 외우면서 중얼거렸다. 웜테일은 마치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불에 타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또 질렀다. 그 처절한 비명 소리가 해리의 귀를 가득 채웠다. 또다시 해리는 이마의 상처가 칼로 찌르는 듯이 날카롭게 쑤셔오기 시작했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명을 질렀다. 볼드모트는 분명히 해리의 비명을 듣게 될 것이다. 해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해리! 해리!"
해리는 번쩍 눈을 떴다. 해리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채,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마의 상처가 아직 까지도 강렬한 고통으로 인해 화끈거렸기 때문에 해리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고통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해리를 빙 둘러싸고 서 있었다. 론은 잔뜩 겁에 질려 해리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괜찮니?"
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괜찮을 리가 없지! 포터, 그게 뭐였니? 전조? 환영? 도대체 뭘 보았지?"
트릴로니 교수는 완전히 흥분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트릴로니 교수의 커다란 눈동자가 해리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해리는 천천히 머리를 흔들면서 거짓말을 했다. 간신히 일어나 앉은 해리는 여전히 몸을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저 뒤쪽 어두운 구석을 힐끗힐끗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볼드모트의 목소리가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들렸었다.
"너는 이마에 난 네 상처를 움켜쥐고 있었어!. 너는 상처를 움켜쥔 채, 교실바닥을 뒹굴었단 말이다! 자, 어서! 포터,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한 경험이 아주 풍부하단다."
트릴로니 교수가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아무래도 병동에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두통이 아주 심하거든요."
해리는 트릴로니 교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런! 너는 틀림없이 내 방에 흐르는 비상한 통찰력의 파동에 의해 자극을 받은 거란 말이다! 지금 내 방을 나간다면 네가 평생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단 말이다!"
트릴로니 교수가 안타까운 듯이 소리쳤다.
"저는 두통약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학생들은 모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중에 보자."
해리는 론에게 나지막이 인사를 한 후에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커다란 호의를 무시당한 사람처럼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있는 트릴로니 교수를 무시한 채 뚜껑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은빛 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간 해리는 병동으로 가지 않았다. 병동에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리우스는 상처가 다시 아프기 시작하면 어떻게 하라고 알려 준 적이 있었다.
해리는 시리우스의 충고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곧장 덤블도어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해리는 꿈 속에서 보았던 광경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프리벳 가에서 해리를 잠에서 깨어나도록 만들었던 꿈처럼 아주 생생하고 선명했다... 해리는 그 광경을 똑똑히 기억하기 위해서 머리 속으로 하나 하나 다시 그려 보았다. 볼드모트가 웜테일에게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수리 부엉이는 그 실수가 만회되었다는 좋은 소식을 가지고 볼트모트를 찾아갔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웜테일은 뱀의 먹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해리, 해리가 뱀의 먹이가 될 것이다. 
해리는 아무 생각없이 덤블도어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비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무기 석상을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문득 정신이 들어 눈을 깜박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다시 뒤돌아서 간 해리는 이무기 석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제서야 해리는 자신이 여전히 암호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몬 방울?"
해리는 시험삼아 자신이 알고 있던 암호를 불러보았다. 그러나 이무기 석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좋아."
해리는 이무기 석상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진주 방울. 지팡이 사탕. 피징 위즈비. 드루블즈의 풍선껌. 베르티 보츠의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 오, 안 돼. 덤블도어는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 그냥 열려라, 그런 안되겠니?" 해리는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는 정말로 덤블도어 교수님을 만나야 한단 말이야. 아주 긴급한 일이야!"
하지만 이무기 석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이무기 석상을 발로 힘껏 걷어찼지만, 발가락만 아플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개구리 초콜릿!" 잔뜩 약이오른 해리는 아픈 발을 움켜쥐면서 닥치는 대로 지껄였다. "사탕 펜! 바퀴벌레 과자!"
갑자기 이무기 석상이 살아 움직이더니 펄쩍 옆으로 비켜섰다. 해리는 깜짝 놀라면서 눈을 깜박거렸다. 
"바퀴벌레 과자?"
해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난 그저 농담으로 말한 건데..."
열린 벽 사이로 서둘러 들어간 해리는 나선형의 돌계단에 올라섰다. 해리의 등 뒤에서 벽이 쿵 닫히더니 계단은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놋쇠로 만든 고리가 달린 윤이 나는 박달나무 문 앞까지 해리를 데려다 주었다. 
덤블도어의 사무실 안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저절로 움직이는 계단에서 내려온 해리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덤블도어, 나는 미안하지만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네! 전혀 연관성이 없단 말이야! 루도 베그만은 버사가 분명히 길을 잃어버렸을 거라고 말하고 있네. 나도 우리 생각대로라면 이미 지금쯤 버사를 찾아냈어야 했다는 건 인정하는 바일세. 하지만 더러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찾을 수가 없어. 덤블도어, 그런 증거는 전혀 없단 말이야. 버사의 실종과 바티 크라우치의 실종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그것은 마법부의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의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바티 크라우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건가, 장관?"
무디가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앨러스터, 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네. 하나는 크라우치가 마침내 이성을 잃고 - 이 점에 대해서는 자네도 동의할 거라고 믿네만, 그 사람의 개인적인 과거를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 미쳐서 어딘가를 방황하고 돌아다닌다는 걸세."
퍼지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코넬리우스, 만약 그렇다면 크라우치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방황을 하고 다니는 모양이군."
"글쎄... 만약 그렇지 않다면... 크라우치가 사라진 곳을 조사하기 전까지 나는 일단 판단을 보류하겠네." 퍼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보바통 마차 근처라고 말했던가? 덤블도어, 자네는 그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나?"
"아주 능력 있는 교장이라고 생각하네. 춤 솜씨 또한 뛰어나지."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덤블도어, 이러지 말게! 자네는 해그리드 때문에 그 여자를 너무 좋게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들 모두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고 판명된 건 하나도 없다네. 그래, 자네는 해그리드가 전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괴물에 대한... 해그리드의 병적인 집착을 보면..."
코넬리우스가 버럭 화를 냈다. 
"나는 해그리드만큼이나 맥심 부인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네. 난 어쩌면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네, 코넬리우스."
덤블도어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식의 논쟁은 그만두는 게 어떤가?"
무디가 소리쳤다. 
"그래, 그래, 좋아. 그렇다면 운동장으로 내려가 보도록 하지."
코넬리우스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건 안 되겠군. 덤블도어, 포터가 자네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네. 지금 문 밖에 와 있다네."
무디가 마법의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제30장 
펜시브
갑자기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렸다. 
"안녕, 포터. 어서 들어오너라."
무디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해리는 천천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덤블도어의 사무실에는 전에도 한번 들어와 본 적이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아주 아름다운 둥근 방이었으며 벽에는 호그와트 역대 교장들의 초상화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가슴을 들썩거리면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덤블도어의 책상 옆에 서 있었다. 그는 평소처럼 가느다란 줄무늬 망토를 걸치고 있었으며 손에는 연한 초록색 중절모를 들고 있었다. 
"해리! 어떻게 지냈느냐?"
퍼지가 해리를 향해 다가오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잘 지냈어요."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우리는 방금 지난밤에 크라우치 씨가 운동장에 나타났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제일 먼저 크라우치 씨를 발견한 사람이 바로 너라면서? 그게 정말이니?"
퍼지는 마치 확인이라도 하듯이 정면으로 해리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네."
해리는 그들이 주고받은 말을 밖에서 듣지 못한 척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맥심 부인의 모습은 저혀 보지 못했어요. 사실 맥심 부인 같은 사람은 몸을 숨기는 게 무척 어려울 거예요. 안 그런가요?"
퍼지의 등 뒤에 서 있던 덤블도어가 눈을 찡끗하면서 해리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그래, 그건 그렇구나. 으음... 해리,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잠깐 운동장을 둘러봐야겠다. 그러니까 너는... 그냥 교실로 돌아가는 것이..."
퍼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저는 교수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해리는 덤블도어를 쳐다보면서 재빨리 말했다. 덤블도어는 마치 탐색이라도 하듯이 해리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기다리거라, 해리." 덤블도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운동장을 조사하는 일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게다."
세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해리의 곁을 지나서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잠시 후에 아래층 복도에서 무디의 나무 다리가 또각또각 걸어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해리는 천천히 덤블도어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안녕, 퍽스."
해리가 다정하게 인사했다. 덤블도어 교수의 불사조인 퍽스는 문 뒤에 있는 황금 횃대에 앉아 있었다. 백조만한 크기에 진홍색과 황금색의 화려한 깃털이 달린 이 새는 기다란 꼬리를 흔들면서 유순하게 눈을 깜박거렸다. 
해리는 덤블도어의 책상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몇 분 동안 액자 속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역대 교장들의 초상화를 지켜보면서, 조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제 이마의 상처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지만, 해리는 손가락으로 상처를 문질러 보았다. 일단 덤블도어의 사무실에 들어오자 해리는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에는 다시 덤블도어를 만나서 꿈에 대해 죄다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해리는 고개를 들고 책상 뒤편의 벽을 올려다보았다. 여기저기를 기운 누덕누덕한 마법의 모자가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은으로 만든 멋진 칼이 유리 상자에 담겨 있었는데, 손잡이 부분에는 커다란 루비가 박혀 있었다. 
해리는 자신이 2학년 때 마법의 모자 속에서 꺼냈던 바로 그 칼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원래 그 칼은 해리가 속해 있는 기숙사의 설립자인 고드릭 그리핀도르의 것이었다. 해리는 실낱 같은 희망조차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던 순간에, 저 칼이 얼마나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던가를 떠올리면서 묵묵히 그 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해리는 문득 유리 상자 위에서 하얗게 반짝거리는 빛의 반점이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을 찾아보았다. 해리의 등뒤에 있는 검은 캐비닛 사이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하얀 은색 물체가 보였다. 캐비닛의 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해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힐끗 퍽스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캐비닛의 문을 열었다. 캐비닛 안에는 얄팍한 돌로 만든 대야가 놓여 있었다. 대야의 가장자리에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해리가 알지 못하는 고대 룬 문자와 상징인 것 같았다. 반짝거리는 은색 빛줄기는 바로 그 대야에 담긴 내용물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물질은 해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것과도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 액체인지 기체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는 그 물질은 반짝반짝 빛나는 은색이었는데,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표면은 마치 바람에 일렁이는 수면처럼 굽이치다가 또다시 구름처럼 부드럽게 흩어지거나 소용돌이치곤 했다. 그것은 액체로 만든 빛이나 혹은 고체로 만든 바람 같았다. 해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해리는 그 물체를 손으로 직접 만져서 어떤 느낌인지 알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물질에 손을 집어넣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는 거의 4년에 걸친 마법 세계의 경험을 통해서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해리는 옷 속에서 요술지팡이를 꺼내 들고 초조한 얼굴로 사무실을 한번 쓱 둘러본 다음, 대야 속에 담긴 물질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해리는 신중하게 요술지팡이를 그 속에 살짝 담갔다. 은색 물질의 표면이 아주 빠르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해리는 자신의 머리를 캐비닛 속에 집어넣고 허리를 숙였다. 은빛이 감도는 물질은 점차 투명하게 변하더니 마침내 유리처럼 되었다. 해리는 돌로 만든 대야의 바닥이 보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그 신비한 물질의 수면 아래서는 돌바닥 대신에 거대한 방이 보였다. 해리는 마치 천장에 뚫린 둥근 창문을 통해 방 안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방은 몹시 어둠침침했다. 해리는 아마도 지하실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창문은 하나도 없고 호그와트의 벽에 꽂혀 있는 것과 같은 횃불만이 주위를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리는 투명한 물질에 거의 코 끝이 닿을락말락 할 정도로 바싹 얼굴을 갖다댔다. 마녀와 마법사들이 방을 빙 돌아가면서 층층이 배열되어 있는 의자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방 한복판에는 빈 의자가 한 개 놓여 있었는데, 어쩐지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의자 팔걸이에는 굵은 쇠사슬이 달려 있는 것이, 아마도 의자에 앉은 사람을 묶어 놓는 모양이었다.   
여기가 어디일까? 호그와트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성에서 이런 장소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더구나 대야 바닥에 비친 그 이상한 방에 가득 모여 있는 사람들은 주로 어른들이었는데, 호그와트에 이렇게 많은 교수들이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해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들의 뾰족한 모자꼭대기 뿐이었지만, 모두들 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듯이 보였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하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대야는 둥글지만 그 안에 비친 방의 모습은 사각형이었다. 그러므로 방의 구석진 자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볼 수가 없었다. 해리는 좀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머리를 잔뜩 숙인 채,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해리의 코 끝이 그 이상한 물질에 살짝 닿았다. 그러자 덤블도어의 사무실이 크게 요동을 치더니, 해리는 대야에 있는 물질 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거꾸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해리의 머리는 단단한 돌바닥에 부딪히지 않았다. 해리는 무엇인가 얼음처럼 차갑고 어두운 공간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강력한 소용돌이처럼 해리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갑자기 해리는 대야 안에 나타났던 그 방의 제일 뒤쪽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맨 뒷줄의 의자는 다른 의자들보다 위로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해리는 고개를 들어서 높은 돌천장을 바라보았지만, 자신이 방금 전까지 들여다보고 있던 둥근 천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시커멓고 단단한 돌뿐이었다. 
해리는 숨을 헐떡이면서 재빨리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 방에 있는 마법사와 마녀들(적어도 2백 명은 되는 것 같았다)은 아무도 해리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방금 열네 살 짜리 소년이 천장에서 뚝 떨어졌다는 사실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얼떨결에 옆자리에 앉아 있는 마법사를 향해 고개를 돌린 해리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조용한 방이 진동할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바로 오른쪽 자리에 알버스 덤블도어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교수님!"
해리는 목이 졸린 사람처럼 꺽꺽거리면서 간신히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저는 그저 캐비닛 안에 있는 그 대야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제가... 제가 지금 어디 있는거죠?"
하지만 덤블도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서 해리를 쳐다보거나 하지도 않았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전혀 보지 못한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다른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한쪽 구석을 열심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구석에는 문이 달려 있었다.
해리는 어안이 벙벙해서 힐끗 덤블도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침묵을 지키면서 한 곳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을 빙 돌아본 후에 다시 덤블도어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전에도 한 번 해리는 아무도 자신의 모습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곳에 가 본 적이 있었다. 그때 해리는 마법에 걸린 일기장을 통해서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곧장 빨려 들어갔던 것이다... 해리가 무엇인가 완전히 착각한 게 아니라면, 이제 그와 비슷한 일이 또다시 일어난 것이다...
해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오른손을 들어 덤블도어의 눈앞에 대고 열심히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해리를 돌아보기는커녕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모든 상황이 확실해진 것 같았다. 덤블도어가 이렇게까지 해리를 모른 척 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해리는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덤블도어는 현재의 덤블도어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닌 것 같았다... 해리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덤블도어도 현재의 덤블도어처럼 새하얗게 머리가 세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어디일까? 여기 모여 있는 마법사들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해리는 좀더 주의 깊게 방을 둘러보았다. 대야에 비친 광경을 쳐다보고 있을 때 상상했던 것처럼, 이 방은 지하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곳은 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하 감옥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방에는 어전지 냉랭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으며, 벽에는 그림이나 장식품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단지 방을 빙 둘러싸면서 계단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의자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 의자들은 어느 방향에서나 쇠사슬이 달린 의자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해리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누군가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지하실의 구석에 있는 문이 열리더니 세 사람이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한 사람과 두 명의 디멘터가 들어오고 있었다. 디멘터들은 그 사람을 양쪽에서 붙잡고 있었다.
갑자기 해리의 뱃속이 싸늘하게 차가워졌다. 키가 크고 두건을 얼굴까지 푹 눌러쓴 디멘터들은 방 한가운데에 있는 의자를 향해 천천히 미끄러지듯 다가갔다. 그들은 다 썩어 문드러진 손으로 그 사람의 팔을 양쪽에서 붙잡고 있었다. 디멘터들 사이에 서 있는 그 사람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해리는 그 사람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기억 속의 디멘터들이 해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그들의 무시무시한 힘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디멘터들이 그 남자를 쇠사슬이 달린 의자에 앉히고 다시 방에서 나가자,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몸을 약간 움찔했다.
잠시 후에 문이 닫히고 디멘터들도 사라졌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카르카로프였다. 
덤블도어와는 달리 카르카로프는 훨씬 더 젊어 보였다. 카르카로프의 머리카락과 콧수염은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반들반들한 털코트가 아니라 다 낡아서 너덜너덜하고 해진 옷을 입고 있었다. 카르카로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해리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갑자기 의자의 쇠사슬이 황금빛으로 변하면서 스르르 카르카로프의 팔 위로 기어 오르더니 그의 온몸을 꽁꽁 묶어 버렸다. 
"이고르 카르카로프."
날카로운 목소리가 해리의 왼쪽 귓전을 때렸다. 해리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크라우치가 당당한 태도로 우뚝 서서 카르카로프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라우치의 머리카락은 아직도 새카맣고 얼굴에는 주름살도 없었으며 체격은 단단하고 날렵한 인상을 주었다.
"너는 마법부에 증언을 하기 위해 아즈카반에서 이곳까지 호송되었다. 너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카르카로프는 의자에 묶인 채로 최대한 허리를 쭉 폈다. 
"그렇습니다."
카르카로프의 목소리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지만, 여전히 살살 비위를 맞추는 듯한 매끄러운 어조는 변함이 없었다. 
"저는 마법부에 유용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법부가 어둠의 주인의 마지막 남은 추종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힘이 닿는 한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마법사와 마녀는 흥미로운 눈길로 카르카로프를 자세히 뜯어보고 있었으며, 다른 마법사와 마녀는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냈다. 바로 그 때 덤블도어의 옆자리에서 귀에 익은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더러운 놈."
해리는 앞으로 몸을 쑥 내밀고 덤블도어의 옆자리를 넘겨다 보았다. 그곳에는 매드아이 무디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무디의 모습은 눈에 뜨일 정도로 확연하게 달랐다. 지금처럼 마법의 눈이 아니라 정상적인 두 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카르카로프를 응시하고 있는 무디의 두 눈은 온통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크라우치는 저 녀석을 풀어 줄 생각이야." 무디는 목소리를 낮추고 덤블도어에게 속삭였다. "저 녀석과 거래를 한 거야. 나는 무려 6개월이나 고생하면서 저 녀석을 추적했는데, 크라우치는 새로운 명단만 얻어 내면 저 녀석을 풀어 줄 작정을 하고 있으니... 만약 나라면 정보만 들은 후에 저 녀석을 당장 디멘터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던져 버릴 텐데 말이야."
덤블도어는 무디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는 듯 길고 구부러진 코로 나지막이 콧소리를 냈다. 
"맞아! 그래, 내가 잊고 있었네... 자네는 디멘터들을 좋아하지 않지, 알버스?"
무디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 미안하지만 난 싫어해. 오래 전부터 마법부가 그런 생물과 결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해왔어."
덤블도어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저런 비열한 녀석은..."
무디가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카르카로프, 너는 분명히 어둠의 주인을 추종하는 자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어서 그 이름을 말하라."
크라우치가 카르카로프를 노려보면서 재촉했다. 
"당신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자는 항상 철저한 비밀 속에서 행동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우리, 그러니까 그의 추종자... 이제 저는 그런 자들과 어울렸던 것에 대하여 마음속 깊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카르카로프가 허둥지둥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찰떡궁합이었지."
무디가 빈정거리면서 사나운 눈빛으로 카르카로프를 노려보았다. 
"우리는 절대로... 우리 동지들의 이름을 전부 알지 못했습니다. 오직 그 자만이 정확히 알고 있었을 뿐..."
"그것 참 현명한 행동이군. 카르카로프, 자네 같은 자들이 다른 추종자를 모두 밀고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겠지."
무디가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너는 우리에게 몇 사람의 이름을 알려 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크라우치가 날카롭게 추궁했다. 
"예, 그랬습니다. 그들은 추종자 중에서도 특별히 아주 중요한 인물들입니다. 제 눈으로 직접 그의 명령을 실행하는 것으로 보았죠. 저는 진심으로 그를 완전히 부인합니다. 후회와 자책감이 저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증거로써 이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카르카로프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말했다. 
"그 이름은?" 
크라우치가 예리하게 질문을 던졌다.
"안토닌 돌로호브가 있습니다. 저... 저는 돌로호브가 수많은 머글들과... 그리고 어둠의 주인을 추종하지 않는 자들을 고문하는 걸 보았습니다."
카르카로프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돌로호브가 고문하는 것을 도와주었겠지."
무디가 잔뜩 얼굴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우리는 이미 돌로호브를 붙잡았다. 돌로호브는 네가 잡힌 직후에 곧바로 체포되었다."
크라우치가 냉정하게 말했다. 
"정말입니까?" 카르카로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 말을 들으니까 정말 기... 기쁘군요!"
하지만 카르카로프의 표정은 전혀 기뻐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해리는 아마도 그 소식이 카르카로프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카르카로프가 알고 있는 이름 중에 하나가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자들은?"
크라우치가 차갑게 질문을 던졌다. 
"예... 로시에르가 있습니다. 에반 로시에르... "
카르카로프가 서둘러 고백했다. 
"로시에르는 죽었다. 로시에르도 네가 잡힌 이후에 곧 붙잡혔다. 하지만 로시에르는 순순히 체포되기보다는 차라리 싸우는 편을 선택했지. 그래서 저항하던 끝에 죽임을 당했다."
크라우치가 카르카로프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도 좀 당했지."
무디가 덤블도어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말을 듣고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무디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디는 살점이 뭉텅 떨어져 나간 자신의 코 끝을 덤블도어에게 보여 주고 있었다. 
"로... 로시에르는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은 것입니다!"
이제 카르카로프의 목소리는 거의 광적으로 들렸다. 카르카로프는 자신의 정보가 마법부에 하나도 쓸모없게 되지나 않을까 싶어서 몹시 초조해 하고 있었다. 해리는 카르카로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르카로프의 눈은 자꾸만 구석에 있는 문으로 쏠렸다. 
디멘터들은 저 문 뒤에서 조용히 카르카로프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또 다른 이름은?"
크라우치가 다시 물었다. 
"있습니다!" 
카르카로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트래버스가 있습니다. 트래버스는 맥키논스 가족을 살해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뮬시버... 그는 임페리우스 저주의 전문가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도록 강요했습니다! 록우드, 그는 스파이입니다. 마법부 내에 있으면서 이름을 말해서는 안되는 그 자에게 정보를 빼돌렸습니다!"
이번에는 카르카로프가 제대로 적중을 한 것이 분명했다. 카르카로프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록우드?" 크라우치가 앞에 앉아 있던 한 마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마녀는 양피지에 무엇인가를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미스터리 부의 어거스투스 록우드 말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록우드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마법부의 안과 밖,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는 조직망을 이용했습니다."
카르카로프가 열심히 말했다. 
"하지만 트래버스와 뮬시버는 이미 붙잡았다. 잘했다, 카르카로프. 네가 알고 있는 것이 그게 전부라면 너는 우리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다시 아즈카반으로 돌아가서..."
크라우치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아닙니다!" 카르카로프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주십시오. 한 명이 더 있습니다!"
해리는 횃불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카르카로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르카로프의 백지장 같은 피부는 새까만 머리카락이나 콧수염과 더욱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스네이프!" 카르카로프가 고함을 질렀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스네이프는 재판을 통해 무죄를 인정받았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스네이프의 무죄를 보증해 주었다."
크라우치가 냉정하게 선언했다. 
"아닙니다! 분명합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죽음을 먹는 자입니다!"
카르카로프가 애타게 소리를 질렀다. 카르카로프를 묶고 있던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증언했습니다."
덤블도어가 벌떡 일어났다. 덤블도어는 주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침착하게 설명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정말로 죽음을 먹는 자였습니다. 하지만 볼드모트 경이 몰락하기 이전에 우리편으로 합세해서 우리를 위해 스파이 노릇을 했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극히 위태로운 것을 무릅쓰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니듯이, 스네이프도 더 이상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닙니다."
해리는 얼른 고개를 돌려서 매드아이 무디를 쳐다보았다. 무디는 덤블도어의 등 뒤에서 못내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 알았다, 카르카로프." 크라우치가 차갑게 말했다. "너는 우리를 도와주었다. 그러므로 너의 사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 얼마 동안 아즈카반에 머물러야 하겠지만..."
크라우치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문득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하실이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지면서 모든 것들이 희미하게 변하고 있었다. 해리는 겨우 자신의 몸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모두 짙은 어둠속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때 지하실이 다시 나타났다. 해리는 아까와는 다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제일 높은 뒷자리였지만, 이번에는 크라우치의 왼쪽 자리였다. 지하실의 분위기는 조금 전과 상당히 달랐다. 마법사와 마녀들은 상당히 여유가 있었으며, 심지어 유쾌해 보이기까지 했다. 
지하실 벽을 따라 빙 둘러앉아 있는 마법사와 마녀들은 흥미로운 운동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처럼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다. 문득 해리의 눈에 좌석 중간 정도에 앉아 있는 한 마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짧은 금발 머리에 짙은 붉은색 옷을 입고 선명한 초록색 깃펜을 쪽쪽 빨고 있는 그 여자는 분명히 젊은 시절의 리타 스키터였다. 
해리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덤블도어는 다른 옷을 입고 해리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크라우치는 훨씬 더 피곤하고 날카롭고 수척해 보였다... 해리는 비로소 알아차렸다. 이것은 아까와는 다른 날의... 다른 재판에 대한 기억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루도 베그만이 방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 사람은 늙고 초라한 모습의 루도 베그만이 아니었다. 퀴디치 선수로 한창 이름을 날리던 전성기 때의 루도 베그만이 분명했다. 루도 베그만의 코는 아직도 부러지지 않은 채 멀쩡했고 훤칠한 키에 늘씬하고 단단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루도 베그만은 다소 초조한 모습으로 쇠사슬이 달린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의자는 카르카로프에게 그랬던 것처럼 루도 베그만을 쇠사슬로 묶지는 않았다. 그 사실에 크게 용기를 얻은 듯이, 루도 베그만은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을 빙 둘러보았다. 그리고 심지어 몇 명에게 손을 흔들면서 미소를 던지기까지 했다. 
"루도 베그만, 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활동에 연루되어 있다는 고발에 답변하기 위해서 여기 마법사 법정에 불려 나왔다." 크라우치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불리한 증언을 들었고, 이제 판결을 내리려고 하는 중이다. 우리가 판결을 선언하기 전에, 달리 증언할 말이 없는가?"
그 순간 해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루도 베그만이 죽음을 먹는 자라는 거야?
"저는 단지..." 루도 베그만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 저도 제가 좀 멍청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두 명의 마법사들이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크라우치는 그들과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반대로, 크라우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냉혹함과 혐오감이 가득 담겨 있는 표정으로 루도 베그만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네 입에서 그보다 맞는 말은 나온 적이 없을 게다. 이 녀석아. 네놈이 처음부터 항상 멍청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나는 블러저에 얻어맞은 충격 때문에 네놈 머리가 어떻게 된 줄 알았을 게다..."
해리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덤덤한 목소리로 덤블도어에게 속삭였다. 해리가 뒤를 돌아보자, 역시 무디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루도빅 베그만, 너는 볼드모트 경의 추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다가 체포되었다. 그러므로 아즈카반에 투옥할 것을..."
크라우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방청석에서 성난 고함 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몇 명의 마법사와 마녀들은 머리를 흔들면서 심지어 크라우치를 향해 주먹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록우드 노인은 제 아버지의 친구분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그 사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우리편을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록우드는 적당한 때가 되면 마법부에 자리를 구해 주겠다고 계속 말했습니다. 일단... 제가 하고 있는 퀴디치 선수 생활이 끝나면 말이죠. 아실 겁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저도 평생 동안 블러저에 얻어맞으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루도 베그만은 동그랗고 푸른 눈을 크게 뜨면서 웅성거리는 방청객들을 향해 열심히 호소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이 재판을 투표에 부치도록 하겠다."
크라우치가 루도 베그만을 노려보면서 냉정하게 말했다. 크라우치는 지하실 오른쪽을 향해 돌아섰다. 
"배심원 여러분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먼저 루도 베그만을 투옥하는 일에 찬성하시는 분..."
해리는 흥미롭게 재판 광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하실 벽을 따라 빙 둘러앉아 있던 마법사와 마녀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배심원석에 앉아 있던 마법사 중 한 사람이 벌떡 일어섰다. 
"하실 말씀이라도?"
크라우치가 물었다.
"우리는 지난 토요일에 벌어진 터키와의 퀴디치 시합에서 베그만 씨가 영국을 위해 보여주었던 그 눈부신 활약에 대해 먼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 마법사는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말했다. 크라우치는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이제 지하실은 환호성으로 떠나갈 것 같았다. 루도 베그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사람들을 향해 공손히 절을 했다.
"야비한 놈."
크라우치는 투덜거리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크라우치는 지하실에서 걸어나가는 루도 베그만을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면서 덤블도어에게 한 마디 내뱉었다. 
"록우드는 정말로 저 녀석에게 일자리를 얻어주었다네... 루도 베그만이 우리와 합세하는 그날이 마법부의 초상날이 되겠군..."
지하실이 점차 희미하게 사라지더니 곧이어 다시 나타났다. 해리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해리와 덤블도어는 여전히 크라우치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지하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다만 크라우치 옆에 앉아 있는 연약하고 가냘픈 한 마녀의 흐느낌만이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 마녀는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는데, 해리는 손수건을 움켜쥐고 있는 마녀의 손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리는 고개를 들고 크라우치를 올려다보았다. 크라우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수척하고 늙어 보였다. 관자놀이에는 핏줄이 새파랗게 돋아 있었다.
"그들을 데리고 들어오도록!"
크라우치의 목소리가 조용한 지하실의 정적을 깨면서 울려퍼졌다. 구석에 있는 문이 다시 열리면서 이번에는 여섯 명의 디멘터들이 네 사람을 끌고 지하실로 들어왔다. 해리는 무리를 지어 들어온 사람들이 크라우치를 응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몇 명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디멘터들은 지하실 바닥에 놓여 있는, 쇠사슬이 달린 네 개의 의자에 네 사람을 제각기 앉혔다. 그 중에서 땅딸막한 남자가 크라우치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좀더 날씬하고 신경질적으로 생긴 남자는 방청객들 사이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굵고 매끄러운 검은 머리카락에 쌍꺼풀이 유난히 두꺼운 여자는 쇠사슬이 달린 의자가 마치 왕좌라도 되는 것처럼 거만한 태도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십대 후반의 소년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화석처럼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밀짚 같은 금발이 주근깨가 박힌 소년의 우윳빛 얼굴을 거의 뒤덮고 있었다. 크라우치의 옆에 앉아 있던 가냘픈 마녀는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몸을 가늘게 떨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침내 크라우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명의 죄인들을 쳐다보는 크라우치의 얼굴에는 오직 증오와 미움만이 가득 차 있었다. 
"너희들은 우리의 판결을 받기 위해 여기 마법사 법정에 불려 나왔다." 크라우치가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너무나 끔직한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 밀짚 같은 금발을 가진 소년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제발..."
"이 법정에서도 그와 같은 범죄는 거의 들어 본 바가 없다."
크라우치는 아들의 목소리를 지우려는 듯이 더욱 큰 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는 이미 너희들이 지은 죄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네 사람은 오러인 프랭크 롱바텀을 사로잡아서 그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너희들은 프랭크 롱바텀을 통해 너희들의 주인인 추방된 그 사람의 현재 소재를 알아내려는 의도에서..."
"아버지,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어요! 저는 아니에요. 맹세해요. 아버지, 저를 디멘터에게 보내지 마세요..."
쇠사슬에 묶인 소년이 애처롭게 부르짖었다.
"너희들은 프랭크 롱바텀의 아내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사용한 혐의로 다시 한 번 기소를 당했다." 크라우치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너희들이 원하는 정보를 롱바텀이 주지 않자,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다. 너희들은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자의 힘을 되찾아서 그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을 때 너희들이 누렸던 그 난폭한 삶을 또다시 누릴 계획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나는 배심원들에게 요청하노니..."
"어머니!" 소년이 애처롭게 부르짖자, 크라우치의 옆에 앉아 있던 가냘픈 체구의 마녀가 어깨를 심하게 들썩거리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어머니, 아버지께 말해 주세요. 어머니, 저는 하지 않았어요. 그건 제가 아니에요!"
"이제 나는 배심원들에게 요청하노니..." 크라우치는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외쳤다. "저와 마찬가지로 저 사람들의 범죄가 아즈카반에서 종신형을 당하기에 충분하다고 믿는 분들은 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지하실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마법사와 마녀들은 일제히 손을 들었다. 지하실 벽을 따라 빙 둘러앉아 있던 방청객들은 루도 베그만의 재판이 벌어졌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잔혹한 승리감이 떠올라 있었다. 소년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안 돼요! 어머니, 안 돼요! 저는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어요! 저는 결코 하지 않았어요!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저를 그곳에 보내지 마세요! 제발 아버지께, 아버지께 말해 주세요!"
잠시 후에 문이 열리고 디멘터들이 미끄러지듯이 방으로 들어왔다. 소년과 함께 끌려온 세 사람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의 주인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크라우치! 우리를 아즈카반으로 던져넣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분은 다시 부활해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다른 어떤 추종자보다도 우리에게 더욱 커다란 보상을 내릴 것이다! 오직 우리만이 충성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오직 우리만이 그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두껍게 쌍꺼풀이 진 마녀가 크라우치를 노려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소년은 디멘터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반항했다. 하지만 해리의 눈에도 벌써 디멘터의 차갑고 무시무시한 힘이 그 소년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그 마녀가 지하실 밖으로 끌려나간 후에도 소년이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자, 방청객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몇 명의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나는 당신의 아들이에요! 당신의 아들이란 말이에요!"
소년은 크라우치를 향해 울부짖었다.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 갑자기 크라우치가 두 눈을 부릅뜨더니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내겐 아들이 없다!"
크라우치의 옆에 앉아 있던 가냘픈 몸매의 마녀가 헉 하고 숨을 몰아쉬더니 그대로 의자 위에서 축 늘어지고 말았다.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기절을 한 것이다. 하지만 크라우치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저 사람들을 데리고 어서 가! 당장 데리고 꺼져! 거기에서 평생 동안 썩으라고 해!"
크라우치가 디멘터들에게 호통을 쳤다. 크라우치의 입에서 마구 침이 튀었다. 
"아버지! 아버지! 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에요! 아버지, 제발..."
"해리, 이제 내 사무실로 돌아올 시간이 된 것 같구나."
해리의 귓가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양쪽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오른쪽에는 디멘터들에게 끌려가는 크라우치의 아들을 바라보는 알버스 덤블도어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해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알버스 덤블도어가 서 있었다. 
"가자."
왼쪽에 있는 덤블도어가 해리의 팔꿈치를 잡았다. 해리는 허공으로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주위의 풍경이 점점 사라졌다. 한 순간 모든 것들이 어둡게 변하면서 해리는 천천히 공중돌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해리의 발이 평평한 바닥에 닿았다. 눈부신 햇살이 환하게 비치고 있는 덤블도어의 사무실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캐비닛 속의 대야는 여전히 해리의 눈앞에서 유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알버스 덤블도어가 해리의 곁에 서 있었다. 
"교수님,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캐비닛 문이 조금 열려 있어서..." 
해리가 더듬더듬 변명을 늘어놓았다. 
"충분히 이해한다."
덤블도어는 얄팍한 돌로 만든 대야를 번쩍 들어서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 당기더니 그 앞에 앉았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쳐다보면서 맞은편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해리는 물끄러미 대야를 응시하면서 의자에 앉았다. 대야에 담겨 있는 물질은 다시 원래대로 은빛이 감도는 하얀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계속 소용돌이치면서 출렁거렸다. 
"이게 뭐죠?"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것 말이냐? 이건 펜시브라고 하는 거란다. 너도 분명히 그런 기분을 알고 있을 게다. 머리 속에 너무나 많은 생각과 기억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네..."
솔직히 해리는 그런 종류의 기분을 느껴 봤던 적이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덤블도어는 손을 들어 돌로 만든 대야를 가리켰다. "나는 펜시브를 사용한단다. 그저 머리 속에서 넘쳐나는 생각들을 빨아들인 다음에 이 대야에 쏟아붓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한가할 때 다시 들여다보는 거지.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 놓으면 어떤 사건의 유형이나 연관성을 파악하기가 훨씬 더 쉬워지거든."
"그러니까... 저것이 교수님의 생각들이란 말씀인가요?"
해리는 대야에서 출렁거리고 있는 하얀 물질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렇단다." 덤블도어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너에게 보여주마."
덤블도어는 옷 속에서 요술 지팡이를 꺼내더니 관자놀이 근처의 은빛 머리카락 속으로 요술지팡이 끝을 갖다댔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가 요술지팡이를 뗐을 때, 그 끝에는 은빛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해리는 금방 그 반짝거리는 실이 펜시브에 담겨 있는 그 은빛이 감도는 하얀 물질과 똑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덤블도어는 이 새로운 생각을 대야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해리는 놀랍게도 자신의 얼굴이 대야의 수면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광경을 보았다. 
덤블도어는 마치 사금을 고르는 사람이 금 조각을 찾아서 모래를 거르듯이 손으로 펜시브의 양쪽을 붙잡고 흔들었다. 해리는 자신의 얼굴이 점차 스네이프의 얼굴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카르카로프의 것도... 이전보다 더욱 강력하고 분명하게..."
스네이프는 입을 뻐끔거리면서 천장을 향해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펜시브를 사용하면 별다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나 혼자 충분히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단다." 덤블도어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너무 신경쓰지 말거라."
덤블도어는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아직까지도 대야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스네이프의 얼굴을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퍼지 씨가 도착하기 직전에 나는 펜시브를 사용하고 있었단다. 그러다가 너무 급하게 치우느라 캐비닛의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것이 틀림없어. 그러니까 네 관심을 끌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지."
"정말 죄송해요." 
해리가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 덤블도어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호기심은 죄가 아니란다. 하지만 호기심과 함께 조심하는 법도 배워야만 하지... 그래, 그렇고말고..."
살짝 눈살을 찌푸리면서 덤블도어는 요술 지팡이 끝으로 대야에 담긴 생각을 휘저었다. 즉시 한 사람이 대야 밖으로 솟아 올랐다. 열여섯 살 정도의 통통하고 인상이 험악한 소녀였다. 그 소녀는 발을 여전히 대야 안에 담근 채, 천천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리나 덤블도어 교수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침내 그 소녀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소녀의 목소리도 스네이프의 목소리처럼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마치 돌로 만든 대야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덤블도어 교수님, 그 애가 저에게 마법을 걸었어요. 저는 그저 놀리기만 했는데 말이죠. 저는 지난 목요일에 온실 뒤에서 그 애가 플로렌스에게 키스하는 것을 보았다고만 말했는데..."
"하지만 버사..." 덤블도어는 조용히 빙글빙글 돌고 있는 소녀를 올려다보면서 서글픈 듯이 말했다. "처음부터 왜 그 애의 뒤를 밟았던 거니?"
"버사? 이 사람이... 바로 버사 조킨스?"
해리가 소녀를 바라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덤블도어는 다시 대야에 담긴 생각을 휘저었다. 버사는 대야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대야 속에 담긴 물질은 다시 은빛이 감도는 하얀 색으로 변했다. "이게 바로 내가 기억하는 학창시절의 버사란다."
펜시브가 발산하는 은빛이 덤블도어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해리는 갑자기 덤블도어가 엄청나게 늙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덤블도어의 나이가 꽤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노인이라는 생각은 아직까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자, 해리. 내 생각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전에 먼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서 말해보렴."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네." 해리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교수님, 조금 전에 점술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저... 제가 그만 깜박 졸았거든요."
이 대목에서 해리는 혹시라도 어떤 질책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단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이해할 수 있단다. 계속해 보렴."
"그런데 꿈을 꾸었어요. 볼드모트 경에 관한 꿈을... 그 사람은 웜테일을 고문하고 있었어요... 웜테일이 누군지는 아시죠?"
해리가 덤블도어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알고 있단다. 어서 계속 하거라."
덤블도어가 즉시 대답했다. 
"볼드모트는 수리 부엉이한테서 편지를 전달받았어요. 그리고 웜테일이 저질렀던 커다란 실수가 잘 해결되었다고 하면서, 뭐 그런 비슷한 말을 했어요. 누군가 죽었다는 말도 했고요. 그 사람은 웜테일에게 뱀의 먹이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어요. 그 사람의 의자 곁에는 뱀이 한 마리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리고 그 대신에 저를 뱀의 먹이로 주겠다고 말했어요. 그런 다음에 웜테일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내렸죠. 그 순간 제 이마의 상처가 쑤시기 시작했어요." 해리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상처가 너무나 아파서 그만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어요."
하지만 덤블도어는 가만히 해리를 쳐다보기만 했다. 
"저... 그게 다예요."
해리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그래, 알겠구나. 알겠어. 올 여름에 꿈을 꾸다가 깬 것 말고 또다시 네 상처에 통증을 느낀 적이 있었니?"
덤블도어가 신중한 태도로 물었다.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여름 방학 때 꿈을 꾸다가 깨어난 것을 어떻게 알고 계시죠?"
해리는 깜짝 놀랐다.       
"시리우스와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은 너뿐만이 아니란다." 덤블도어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나 또한 작년에 시리우스가 호그와트를 떠난 이후로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었지. 시리우스가 머무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로 산중턱에 있는 동굴을 마련해 준 것도 바로 나란다."
자리에서 일어난 덤블도어는 책상 주위를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관자놀이에 요술지팡이 끝을 갖다대고 반짝거리는 은빛 생각을 연신 끄집어 내어 펜시브에 덜어 놓았다. 펜시브 안으로 들어간 생각들은 너무나 순식간에 서로 뒤섞여 버렸기 때문에 해리는 어떤 것도 분명하게 파악할 수가 없었다. 단지 온갖 색깔들이 마구 뒤엉킨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교수님?"
몇 분이 흐른 후에,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덤블도어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해리를 쳐다보았다. 
"미안하구나."
조용히 사과를 한 후에 덤블도어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교수님은... 그러니까 교수님은 혹시 제 상처가 왜 아픈지 아세요?"
"한 가지는 설명할 수 있단다. 물론 추론에 불과하지만... 내 생각엔 네 이마에 난 상처는 볼드모트가 가까운 곳에 있을 때 혹은 그가 특별히 강력한 증오를 느낄 때 통증을 느끼는 것 같구나."
덤블도어는 한참 동안이나 해리를 응시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왜?"
"너와 볼드모트는 실패한 저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야. 그건 평범한 상처가 아니란다."
덤블도어가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교수님은... 그 꿈이... 정말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럴 수도 있지. 아마 그럴 거라고 말하고 싶구나. 그런데 해리... 너는 볼드모트를 보았니?"
덤블도어가 해리를 쳐다보았다.
"아뇨. 그저 볼드모트가 앉아 있는 의자의 뒷모습만 봤어요. 하지만 눈에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어야만 하는 게 아닌가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 사람은 몸이 없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어떻게 해서 요술지팡이를 집어들 수가 있었을까요?"
해리가 천천히 물었다.
"정말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덤블도어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덤블도어와 해리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덤블도어는 방 저편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이따금씩 관자놀이에 요술지팡이를 갖다대고 또 다른 반짝거리는 은빛 생각을 꺼낸 후에 펜시브 안에서 들끓고 있는 물질 속에다가 덧붙였다. 
"교수님, 그런데 볼드모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마침내 해리가 입을 열었다.
"볼드모트?"
덤블도어가 펜시브 너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덤블도어만의 아주 독특하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이었다. 그런 시선을 받을 때마다 항상 해리는 무디의 마법의 눈으로도 보지 못하는 자신의 머리 속을 덤블도어가 환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해리, 이번에도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구나."
덤블도어가 다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덤블도어의 모습이 훨씬 더 늙고 피곤해 보였다. 
"볼드모트가 세력을 떨쳤던 시기에는 특히 실종 사건이 많이 일어났단다. 버사 조킨스는 볼드모트가 분명히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 장소에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어. 그리고 크라우치도 사라졌지. 바로 우리 운동장에서... 그리고 세 번째 실종 사건이 있었단다. 유감스럽게도 마법부에서는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머글들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지. 그 사람의 이름은 프랭크 브라이스인데, 볼드모트의 아버지가 성장한 그 마을에서 살고 있었어. 그런데 지난 8월 이후로 갑자기 그의 모습이 사라졌단다. 마법부의 동료들과는 달리 나는 머글 신문을 읽고 있지."
덤블도어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내 판단에는 이런 실종 사건들은 모두 밀접한 연관이 있어. 물론 네가 내 사무실 밖에서 조금 전에 들었던 것처럼 마법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만..."
해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에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덤블도어는 이따금씩 생각들을 꺼내고 있었다. 해리는 이제 그만 가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호기심이 자꾸만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교수님?"
해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그러니, 해리?"
덤블도어는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펜시브에서 봤던... 그 법정에서의 일에 대해서..."
"그러렴. 지금까지 나는 수없이 많은 재판에 참석했었지. 하지만 어떤 재판은 아주 선명하게 머리 속에서 떠오르곤 하는구나. 요즘 같은 때에는 더구나..."
덤블도어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교수님이... 교수님이 저를 발견하셨던 그 재판 광경이 기억나세요? 크라우치 씨의 아들이 나왔던 그 재판... 그런데... 거기에서 말했던 희생자들이... 네빌의 부모님인가요?"
덤블도어는 해리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네빌이 왜 자신이 할머니 손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지 않았니?"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네빌과 거의 4년이 넘게 알고 지냈으면서도 어째서 그 일에 대해 한번도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그래, 그 사람들이 바로 네빌의 부모님이란다. 네빌의 아버지 프랭크 롱바텀은 무디 교수와 같은 오러였단다. 볼드모트가 완전히 힘을 잃어버리게 되자, 그의 추종자들이 프랭크와 그의 아내를 붙잡아서 고문했지. 볼드모트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말야."
덤블도어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네빌의 부모님은 죽임을 당했나요?"
해리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아니란다." 덤블도어는 해리가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비통하고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롱바텀 부부는 그만 미치고 말았단다. 두 사람 모두 마법 질병과 상해를 치료하는 성 뭉고 병원에 있지. 아마도 방학이면 네빌이 할머니와 함께 그 곳을 방문하고 있을 게다. 비록 롱바텀 부부는 네빌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말이다."
해리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전혀 몰랐다... 전혀... 4년이 지나도록 관심조차 없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롱바텀 부부를 좋아했지. 그 불행한 사건은 볼드모트가 힘을 잃어버린 후에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안전하다고 방심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었어. 그래서 이 사건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분노를 불러일으켰지. 마법부는 그런 잔인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을 당장 잡아내라는 강한 압력을 받았단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롱바텀 부부의 증언은... 그들의 정신 상태를 고려할 때... 전혀 신빙성이 없었어."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렇다면 크라우치 씨의 아들이 그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해리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다."
덤블도어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리는 펜시브 안에서 마구 소용돌이치는 생각들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한참 동안이나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해리의 마음속에서 두 가지 질문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범죄와 관련이 있는 질문이었다...
"저..." 마침내 해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베그만 씨는..."
"그 이후로는 어둠의 마법과 관련된 어떤 행위로도 기소된 적이 없단다."
덤블도어가 대답했다. 
"그렇군요." 해리가 다시 펜시브를 내려다보면서 재빨리 대답했다. 이제 덤블도어가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을 집어넣지 않자, 그 내용물은 점차 느릿느릿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그때 펜시브가 해리를 대신해서 질문을 하려는 듯이, 수면위에 스네이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것을 힐끗 바라본 덤블도어는 다시 해리에게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도 역시 마찬가지란다."
해리는 덤블도어의 푸른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오랫동안 알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던 질문이 해리의 입에서 저절로 툭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스네이프 교수님이 정말로 볼드모트를 더 이상 추종하지 않는지 어떻게 알죠?"
덤블도어는 한참 동안 해리를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해리, 그것은 나와 스네이프 교수 사이의 문제란다."
이제 정말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해리는 깨달았다. 덤블도어의 표정이 비록 화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단호함이 어려 있었다.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덤블도어도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해리가 문 앞에 섰을 때, 덤블도어가 다시 신중하게 말했다. 
"해리, 네빌의 부모님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다오. 네빌은 자기가 원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단다."
"네, 교수님."
해리는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에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덤블도어가 한마디 덧붙였다. 해리는 다시 몸을 돌려서 덤블도어를 쳐다보았다. 덤블도어는 펜시브 옆에 서 있었다. 반짝거리는 은색 불빛에 반사된 덤블도어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늙고 피곤해 보였다. 덤블도어는 한참 동안 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다정하게 말했다. 
"세 번째 시험에서 행운을 빈다."
 

제31장
세 번째 시험
"덤블도어도 그 사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론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면서 물었다. 해리는 펜시브에서 보았던 광경과 덤블도어가 말해 준 것들을 거의 다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들려주었다. 물론 시리우스에게 연락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덤블도어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당장 부엉이를 보내서 소식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날 밤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또다시 학생 휴게실에 앉아서 늦은 시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는 해리의 머리 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스럽게 꼬이고 말았다. 해리는 덤블도어가 머리 속이 생각으로 가득 찼을 때에는 가끔씩 덜어 내는 것이 편하다고 말한 의미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론은 휴게실 벽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따뜻한 저녁이었지만, 론은 어쩐지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덤블도어가 스네이프를 믿는단 말이야? 스네이프가 죽음을 먹는 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로 그를 믿는단 말이야?"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그래."
해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짤막하게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거의 10분 동안이나 입을 열지 않았다.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싸고 앉아서 묵묵히 자신의 무릎만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생각이 많으면 펜시브 하나 정도는 거뜬히 채우고도 남겠다고 생각했다. 
"리타 그키터."
헤르미온느가 뜬금없이 중얼거렸다. 
"넌 어떻게 이런 순간에 그 여자 걱정을 할 수가 있니?"
론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헤르미온느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 걱정을 하는 게 아니야. 나는 그저... 생각하고 있었어... 그 여자가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내게 했던 말 기억나? '나는 루도 베그만에 대해서 네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엄청난 사실을 알고 있어...'라고 말이야. 그건 분명히 뼈가 있는 말이었어. 안 그래? 그 여자는 베그만의 재판을 취재했고 그 사람이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 그리고 윙키도 알고 있었던 거야. 기억하고 있지? '베그만 씨는 나쁜 마법사예요! 아주 나쁜 마법사예요!' 베그만이 풀려났을 때, 머리 끝까지 화가 난 크라우치 씨는 집에 가서 그 이야기를 했었는지도 몰라."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 베그만이 고의로 정보를 넘긴 것은 아니었잖아?"
론이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대답을 하는 대산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데 퍼지는 크라우치를 공격한 사람이 맥심 부인이라고 의심했단 말이지?"
론이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다시 물었다. 
"그래. 하지만 단지 크라우치가 보바통의 마차 근처에서 없어졌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거였어."
해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생각해 봐. 그 여자는 거인족 혈통이 분명해! 물론 자신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론이 천천히 말했다.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건 너무 당연해!"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면서 날카롭게 소리쳤다. "리타가 해그리드의 어머니에 대해 알아냈을 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 번 생각해 봐! 또 퍼지도 그저 거인 혼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여자를 의심하고 있잖아! 그런 편견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진실을 말했을 때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익히 알고 있다면, 내가 맥심 부인이라도 원래부터 몸집이 큰 것 뿐이라고 우겼을 거야."
문득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바라보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오늘은 연습을 하나도 안 했잖아!" 헤르미온느는 거의 기절할 듯이 놀랐다. "장애 마법을 연습했어야 하는데! 내일은 정말로 그 주문을 끝내야만 해! 자, 해리. 넌 그만 자는 게 좋겠다."
해리와 론은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해리는 잠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네빌의 침대를 힐끗 쳐다보았다. 덤블도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네빌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안경을 벗고 네 기둥이 달린 침대로 올라간 해리는, 만약 부모님이 아직까지 살아 계시면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번 상상해 보았다. 해리는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동정을 사곤 했다. 하지만 네빌이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해리는 어쩐지 네빌에게 좀더 잘 대해 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어둠 속에 누워 있던 해리는 갑자기 롱바텀 부부를 고문한 사람들에게 격렬한 분노와 증오심을 느꼈다. 크라우치의 아들과 공범자들이 디멘터에 의해 법정에서 나갈 때, 야유와 고함을 지르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해리는 그들의 기분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애처롭게 비명을 지르던 소년의 우유처럼 새하얀 얼굴이 떠오르면서, 1년 후에 죽었다는 말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쳤다. 
볼드모트! 이런 비극은 모두 다 볼드모트 때문에 비롯되었다. 해리는 어둠에 잠긴 천장을 노려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모든 게 볼드모트 때문이야... 그 사람이 바로 모든 가정을 처참하게 파괴하고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의 인생을 망쳐놓은 장본인이었다.

사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학기말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해리의 세 번째 시합이 벌어지는 날이 바로 학기말 시험이 끝나는 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를 돕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난 이제부터 혼자 연습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빨리 시험 공부를 하도록 해."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학기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마. 적어도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에서는 최고 점수를 받겠지. 사실 수업 시간만으로는 이 모든 주문들을 절대로 다 배우지 못했을 거야."
헤르미온느는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했다. 
"나중에 우리가 오러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좋은 훈련을 하는 셈이잖아."
론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리고 교실 안으로 날아 들어온 말벌 한 마리에게 장애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말벌은 허공에서 죽은 듯이 딱 멈춰섰다. 
6월이 되자, 성의 분위기는 다시 약간 들뜨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세 번째 시합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세 번째 시합은 학기가 끝나기 일주일 전에 벌어질 예정이었다. 해리는 틈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주문을 연습했다. 다른 어떤 시합보다도 이번 시합에 훨씬 더 자신감이 들었다. 분명히 아주 힘들고 위험한 시합이 되겠지만, 역시 무디의 말이 옳았다. 해리는 지금까지 무시무시한 괴물과 마법의 장애물들을 간신히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미리 통지를 받고 대비할 만한 여유도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에게 점심 시간에 변신술 교실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빈 교실을 찾아 학교 안을 헤매고 다니는 일에 완전히 지쳐버렸던 것이다. 해리는 곧 공격을 가해 오는 상대방을 저지하고 느리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장애 마법을 터득했고, 앞길을 가로막는 단단한 물체를 폭파시킬 수 있는 진압 마법도 익혔다. 또한 헤르미온느가 발견한 또 하나의 유용한 마법으로, 요술지팡이 끝을 항상 북쪽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미로 안에서 올바른 방향을 알 수 있는 나침반 마법도 배웠다. 
하지만 방어벽 마법을 완전히 익히는 일에는 아직까지도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주위에 둘러쳐서 약한 저주를 막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엿가락 다리 마법을 명중시켜서 단번에 해리의 방어벽을 깨뜨려 버렸다. 그 덕분에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엿가락 다리 마법을 푸는 주문을 찾아낼 때까지, 약 10분동안이나 흐느적거리면서 교실을 돌아다녀야만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아주 잘했어. 이 중에서 몇 개는 반드시 쓸모가 있을 거야." 
헤르미온느는 배워야 할 마법이 적힌 목록을 들여다보면서 해리를 격려했다. 그리고 이미 배운 마법에는 가위표를 했다. 
"이리 와서 저것 좀 봐. 말포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창가에 서서 고개를 내밀고 운동장을 쳐다보던 론이 말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도 창문으로 다가가서 운동장을 쳐다보았다.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이 나무 그늘 밑에 서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능글맞게 씩 웃으면서 망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말포이는 손에 든 뭔가를 입에 갖다대고 열심히 지껄이고 있었다. 
"마치 무전기를 쓰고 있는 것 같은데..."
해리가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그런 물건들은 호그와트 안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이리 와, 해리." 헤르미온느는 퉁명스럽게 한 마디 내뱉더니 창문에서 휙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교실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다시 한 번 방어벽 마법을 연습하자."

시리우스는 날마다 부엉이를 날려보냈다. 시리우스 역시 헤르미온느처럼, 다른 일들을 걱정하기에 앞서서 우선 해리가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는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 편지를 보낼 때마다 호그와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은 전혀 해리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며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매번 강조했다. 

 만약 볼드모트가 정말로 다시 강해지고 있다면, 내가 제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너의 안전이다. 네가 덤블도어의 보호 하에 있는 한, 볼드모트는 절대로 너에게 손을 댈 수가 없어. 그렇지만 위험한 짓은 하지 말거라. 안전하게 미로를 통과하는 일만 생각하도록 해. 그런 다음 다른 문제로 관심을 돌리도록 하자.

6월 24일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해리의 신경도 점차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첫번째 시험이나 두 번째 시험을 치를 때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우선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 시합준비를 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또한 이것은 트리위저드 시합의 마지막 장애물이었다. 잘하든 못하든 간에, 마침내 시합은 끝날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해리에게는 엄청난 위안이 되었다. 

세 번째 시험을 치르는 날이 되자, 아침 식사를 하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은 몹시 시끌벅적했다. 우편 배달 부엉이가 해리에게 행운을 비는 카드를 전해 주었다. 그것은 시리우스가 보낸 카드였는데, 반으로 접힌 양피지 조각 위에 진흙을 묻힌 개의 발자국 하나가 턱 하니 찍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것만으로도 무척 고마웠다. 끽끽거리는 부엉이 한 마리가 평상시처럼 헤르미온느에게 <예언자 일보>를 갖다 주었다. 신문을 펼쳐 들고 앞면을 살펴보던 헤르미온느는 갑자기 입 안에 있던 호박 주스를 푸 뿜어내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해리와 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신문을 치워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론이 먼저 신문을 움켜잡았다. 
"이럴 수는 없어! 오늘만은 안 돼! 주책맞은 노파 같으니라구!" 얼른 머릿기사를 훑어본 론이 버럭 화를 내었다. 
"왜 그래? 또 리타 스키터야?"
해리가 물었다. 
"아니야." 론은 헤르미온느와 똑같이 허둥지둥 신문을 치우려고 했다. 
"나에 대한 기사가 실렸구나? 그렇지?"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니야."
하지만 론의 목소리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 해리가 미처 신문을 보여 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드레이코 말포이가 연회장 저편에 있는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봐, 포터! 포터! 네 머리는 어떠냐? 오늘 기분은 괜찮아? 설마 우리에게 미친 듯이 덤벼드는 건 아니겠지?"
말포이의 손에는 <예언자 일보>가 들려 있었다. 슬리데린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킬킬거리면서 해리의 반응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어디 좀 보여줘. 이리 달란 말이야."
해리가 론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론은 좀처럼 내키지 않아 망설이다가 신문을 넘겨 주었다. 신문을 펼쳐든 해리는 굵은 활자로 된 제목 밑에 실린 자신의 사진을 발견했다. 

정신 이상 징후를 보이는 위험한 해리 포터!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를 몰락시켰던 소년이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보이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다
-리타 스키터 특파원
최근에 벌어진 깜짝 놀랄 만한 사건들은 해리 포터의 이상한 행동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포터가 트리위저드 시합과 같은 치열한 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호그와트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예언자 일보>가 독점으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포터는 정기적으로 학교에서 정신이상 징후를 보이며, 종종 이마에 난 상처(그 사람이 해리를 죽이려고 했을 때 남긴 저주의 유물)의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예언자 일보>의 리포터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지난 월요일, 점술 수업이 진행되던 도중에 포터는 너무나 상처가 쑤신 나머지 수업에 계속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교실을 뛰쳐나갔다는 것이다.
마법 질병과 상해를 위한 성 뭉고 병원의 최고 권위자는, 포터의 두뇌가 그 사람이 가한 공격으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처가 계속 아프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잡은 혼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아픈 척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관심을 호소하는 것이죠."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예언자 일보>는 호그와트의 교장인 알버스 덤블도어가 그동안 조심스럽게 감추고 있었던, 해리 포터에 관한 또다른 불길한 사실을 공개하는 바이다.
"포터는 뱀의 말을 할 수 있어요." 호그와트 4학년생인 드레이코 말포이는 이렇게 진실을 밝히고 있다. "2년 전에 많은 학생들이 공격을 당했었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터가 그 일의 배후에 있다고 생각해요. 결투 클럽에서 몹시 화가 난 해리가 뱀을 조종해서 다른 친구를 공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모두들 입을 다물어야 했어요. 게다가 포터는 늑대인간이나 거인들과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포터는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거예요."
뱀의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뱀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으로, 이 능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둠의 마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시대의 가장 유명한 '뱀의 말을 하는 자'는 다름 아닌 바로 그 사람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어둠의 마법 방어 연맹의 한 간부는, 뱀의 말을 할 줄 아는 마법사라면 "누구든지 다 조사 대상에 올려야 하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뱀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의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종 뱀은 어둠의 마법 중에서도 가장 나쁜 마법에 이용되었으며, 역사적으로도 사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늑대인간이나 거인과 같은 그런 사악한 생물들과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없이 폭력을 좋아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알버스 덤블도어는 이런 소년을 과연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도록 허락해도 되는지 심각하게 재고해야만 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포터가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필사적으로 승리하려는 욕심 때문에 어둠의 마법을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트리위저드 시합의 세 번째 시험은 바로 오늘 저녁에 치러질 예정이다.

"좀 과장이 심하군. 그렇지?"
해리는 신문을 접으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슬리데린 테이블에서는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기괴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뱀처럼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해리를 놀리고 있었다. 
"점술 수업 시간에 네 상처가 아팠다는 사실을 그 여자가 어떻게 알았을까?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없었잖아. 그러니까... 엿들을 수도 없었을 텐데..." 
론이 이상해했다. 
"창문이 열려 있었어. 내가 답답해서 조금 열어 두었거든."
해리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는 북쪽 탑 꼭대기에 있었잖아! 네 목소리가 저 아래 운동장까지 들릴 수는 없어!"
헤르미온느가 한심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좋아. 그 여자가 사용하는 도청 방법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너잖아! 그러니까 그 여자가 어떻게 했는지 네가 한번 설명해 봐!"
해리가 짜증스럽게 쏘아붙였다. 
"나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야!" 헤르미온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나는... 아직..."
갑자기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마치 꿈을 꾸듯이 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헤르미온느는 천천히 손을 들더니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너 괜찮니?"
론이 걱정스럽게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래."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다시 머리카락을 헤집더니 손을 입에 갖다대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전기에 대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해리와 론은 황당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헤르미온느는 허공을 응시하면서 중얼거렸다. "이제야 알 것 같아... 왜 아무도 볼 수 없었는지... 심지어 무디까지도... 어떻게 해서 창문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하지만 그 여자는 허가를 받지 않았을 거야... 분명히 허가를 받지 않았어... 이제 드디어 그 여자를 잡은 것 같아! 잠깐 도서관에 좀 다녀올게! 확인 좀 해야겠어!"
그 말을 남긴 채, 헤르미온느는 가방을 움켜쥐고 쌩 하니 연회장에서 나가 버렸다. 
"이봐!" 론이 헤르미온느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10분 후에는 마법의 역사 시험을 치러야 한단 말이야! 제기랄!" 론이 해리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시험에 늦을지도 모르는데 헤르미온느가 저러는 걸 보면, 리타 스키터가 정말 밉긴 미운가 봐. 그런데 해리, 넌 시험시간에 뭘 할 거니? 다시 책이나 읽을래?"
트리위저드 챔피언인 해리는 모든 학기말 시험을 면제받았다. 그러므로 지금까지는 시험이 있을 때마다 뒷자리에 앉아서 세 번째 시험을 위한 새로운 주문을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지 뭐."
해리가 론을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맥고나걸 교수가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걸어오고 있었다. 
"포터, 챔피언들은 아침 식사 후에 옆방에 모이기로 했단다."
"하지만 시험은 오늘 밤이잖아요!"
혹시 시간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슴이 덜컹한 해리는 그만 스크램블드 에그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포터, 나도 잘 알고 있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우리는 챔피언들 가족이 마지막 시합을 관람할 수 있도록 모두 초대했단다. 그래서 가족을 맞이할 시간을 주는 거야."
그 말을 마친 후에 맥고나걸 교수는 곧 가 버렸다. 해리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맥고나걸 교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교수님은 설마 더즐리 가족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해리는 갑자기 멍해져서 론에게 말했다. 
"몰라. 해리, 난 서둘러야겠어. 빈스 교수님 시험에 늦겠어. 나중에 보자."
텅빈 연회장에 혼자 덩그러니 남은 해리는 천천히 아침 식사를 끝마쳤다. 래번 클로 테이블에서 일어난 플뢰르 델라쿠르가 케드릭과 함께 옆방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빅터 크룸이 구부정한 걸음걸이로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해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 방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해리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어쨌거나 목숨을 걸고 싸우는 해리를 보기 위해 찾아올 만한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새로운 주문이나 더 찾아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해리가 막 일어서는 순간, 옆방 문이 여리며서 케드릭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해리! 어서 들어와. 다들 너를 기다리고 있어!"
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알지도 못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즐리 가족이 호그와트까지 찾아왔을 리는 만무했다. 연회장을 가로질러 걸어간 해리는 문을 열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케드릭과 그의 부모님은 바로 문 근처에 서 있었다. 빅터 크룸은 한쪽 구석에 앉아서 검은 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불가리아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빅터 크룸의 구부러진 코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방 맞은 편에서는 플뢰르가 불어로 어머니에게 재잘재잘 떠들어대고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플뢰르의 여동생 가브리엘은 해리를 보자 손을 흔들었다. 해리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다가 해리는 문득 벽난로 앞에 서 있는 위즐리 부인과 빌을 발견했다. 위즐리 부인과 빌은 해리에게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깜짝 놀랐지!"
위즐리 부인이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해리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해리, 우리는 너를 보러 왔단다!"
위즐리 부인은 허리를 숙여 해리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너 괜찮니?" 빌은 씩 웃으면서 해리와 악수를 나누었다. "찰리도 오고 싶어했지만 시간을 낼 수가 없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네가 혼테일과 멋지게 싸웠다고 말하더라."
해리는 플뢰르 델라쿠르가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자꾸만 빌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플뢰르 델라쿠르는 기다란 머리카락이나 송곳니 귀고리에 전혀 아무런 거부감도 없는 것이 확실했다. 
"정말 고마워요. 저는 잠시 동안 다른 생각을 했어요. 혹시 더즐리 가족이..."
해리가 위즐리 부인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음."
위즐리 부인은 입술을 오므리면서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위즐리 부인은 항상 해리 앞에서 더즐리 가족에 대해 험담하는 것을 삼가고 있었다. 하지만 더즐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위즐리 부인의 눈은 분노로 차갑게 번뜩이곤 했다. 
"여기 돌아오니까 정말 좋구나!"
빌이 천천히 방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뚱뚱한 여인의 친구인 바이올렛이 액자 안에서 빌에게 눈을 찡긋 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와 보는 거야. 그 미친 기사는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니? 캐도간 경 말이야."
"오, 그럼요."
작년에 뚱뚱한 여인 대신 그리핀도르 기숙사 입구를 지키던 캐도간 경을 잊어버렸을 리 없었다. 
"뚱뚱한 여인도?"
빌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그 여자는 내가 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있었단다. 어느날 밤 새벽 4시에 기숙사로 들어가려고 하자, 나를 호되게 야단쳤었지."
위즐리 부인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런데 엄마는 새벽 4시까지 기숙사 밖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죠?"
빌이 새삼스럽게 놀란 눈으로 위즐리 부인을 바라보았다. 
"네 아버지와 난 밤마다 산책을 즐겼단다. 그러다가 네 아버지는 그 당시의 기숙사 관리인이었던 아폴리온 프링글에게 붙잡히기도 했었지. 지금도 그 때의 상처가 남아 있단다."
위즐리 부인은 눈을 찡긋 하면서 씩 웃었다. 
"우리 한 바퀴 돌아볼까, 해리?"
빌이 해리의 어깨를 툭 치면서 제안했다. 
"네, 좋아요."
해리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문을 막 지나치는 순간, 에이머스 디고리가 고개를 돌렸다. 
"너로구나." 에이머스 디고리는 해리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우리 케드릭이 네 점수를 따라잡아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겠구나. 그렇지?"
"네?"
해리가 반문했다. 
"그냥 못 들은 척 해. 우리 아빠는 트리위저드 시합에 대한 리타 스키터의 기사가 나간 후에 잔뜩 화가 나 있어. 그 여자가 마치 네가 호그와트의 유일한 챔피언인 양 기사를 썼기 때문이지."
케드릭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나지막이 해리에게 속삭였다. 
"저 녀석은 기사를 바로잡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에이머스 디고리가 해리의 귀에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떠들었다. 해리는 위즐리 부인과 빌과 함께 이제 막 문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래... 저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라. 케드릭, 넌 전에도 저 녀석을 이긴 적이 있잖니?"
"에이머스, 리타 스키터는 말썽을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그런 기사를 쓴 거라구요. 당신은 마법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위즐리 부인이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에이머스 디고리는 씩씩거리면서 뭔가 한 마디 쏘아 붙이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에이머스 디고리의 아내가 팔을 붙잡으면서 말리자, 그는 어깨를 약간 으쓱거리더니 다시 뒤로 돌아섰다. 
빌과 위즐리 부인과 함께 아침 햇살이 내리비치는 운동장을 산책하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다. 해리는 두 사람에게 보바통의 마차와 덤스트랭의 배를 보여주었다. 위즐리 부인은 되받아치는 나무를 보고는, 자기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없었다며 커다란 호기심을 보였다. 그리고 해그리드 이전에 사냥터 지기로 근무했던 '오그'라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즐거워했다. 
"퍼시 형은 어떻게 지내요?"
온실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해리가 질문을 던졌다. 
"별로 좋지 않아."
빌이 대답했다. 
"몹시 당황하고 있단다." 위즐리 부인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면서 한껏 목소리를 낮췄다. "마법부에서는 크라우치 씨의 실종 사건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아. 하지만 퍼시를 계속 소환해서 크라우치 씨가 보내는 편지에 대해 이것저것 조사를 하고 있어. 그 편지는 진짜 크라우치 씨의 편지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 일 때문에 퍼시는 심한 압박을 받고 있어. 심지어 마법부는 오늘 밤에 퍼시가 크라우치 씨를 대신해서 심판을 보는 일조차 허락하지 않았지.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직접 심판을 볼 거야."
그들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엄마! 빌!"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있던 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쳤다. "여기에서 뭘 하시는 거예요?"
"해리가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는 걸 지켜보기 위해 왔단다! 솔직히 말해서 집안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멋진 기회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 시험은 어땠니?"
위즐리 부인이 명랑하게 물었다. 
"저... 괜찮았어요. 사실 도깨비 반란자들의 이름을 모두 다 기억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름 몇 개는 지어내야만 했죠. 그래도 상관없어요. 도깨비들의 이름은 하나같이 수염난 보드로드나 지저분한 우르그와 같은, 뭐 그런 것들이니까요.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론은 코니쉬 파스티(양념을 한 야채와 고기를 넣은 콘웰 지방의 파이 요리:역주)를 입에 잔뜩 쑤셔 넣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위즐리 부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에 프레드와 조지 그리고 지니도 그들 옆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해리는 마치 다시 버로우로 돌아간 것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 헤르미온느가 식사 도중에 불쑥 나타기 전까지는 리타 스키터에 관한 일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였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드디어 리타 스키터에 대해 뭔가 실마리를 잡은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넌 우리에게 말해 주기로..."
헤르미온느는 위즐리 부인을 힐끗 쳐다보더니, 해리에게 경고하듯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잘 있었니, 헤르미온느?"
위즐리 부인이 평소와 달리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반가운 미소를 지으려던 헤르미온느는 위즐리 부인의 냉랭한 표정에 그만 멈칫하고 말았다.
"위즐리 아주머니, 설마 리타 스키터가 <마녀 주간지>에 쓴 그 쓰레기 같은 기사를 믿으시는 건 아니겠죠? 우린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
해리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 물론이지! 당연히 믿지 않았단다!"
위즐리 부인이 황급히 변명했다. 그 후로는 헤르미온느를 대하는 위즐리 부인의 태도도 눈에 뜨일 정도로 다정하게 변했다. 
오후에 해리와 빌, 위즐리 부인은 성을 빙 둘러보면서 오랫동안 산책을 즐겼다. 그리고 저녁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상석에는 루도 베그만과 코넬리우스 퍼지가 함께 앉아 있었다. 루도 베그만은 무척 유쾌한 표정이었지만, 맥심 부인 옆자리에 앉아 있는 코넬리우스 퍼지는 딱딱한 얼굴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맥심 부인은 앞에 놓인 음식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해리는 어쩐지 부인의 눈이 붉게 충혈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해그리드는 계속해서 테이블 너머로 맥심 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만찬에는 평소보다 한두 가지 요리가 더 추가되었다. 하지만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한 해리는 별로 많이 먹지 못했다. 마법의 천장이 푸른색에서 짙은 보라색으로 바뀌자, 덤블도어가 교직원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연회장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신사 숙녀 여러분, 5분 후에 트리위저드 시합의 마지막 시험을 위해 퀴디치 운동장으로 내려가 주시기 바랍니다. 챔피언들은 지금 바로 베그만 씨를 따라서 운동장으로 가십시오."
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핀도르의 모든 학생들이 해리를 위해 박수를 쳤다. 위즐리 가족들과 헤르미온느는 한 마음으로 해리의 행운을 빌어 주었다. 해리는 케드릭과 플뢰르, 빅터와 함께 연회장을 나섰다. 
"기분은 괜찮니, 해리? 자신 있니?"
그들이 돌계단을 지나서 운동장으로 막 들어섰을 때, 루도 베그만이 물었다. 
"전 괜찮아요."
해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약간 초조하고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연습했던 주문들과 마법들을 떠올리자 훨씬 더 마음이 편해졌다. 해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공부한 내용들을 계속 머리 속에 되새겼다. 
잠시 후에 그들은 퀴디치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이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6미터 높이의 산울타리가 빙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들 앞에는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입구 안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통로는 아주 어둡고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 
5분 후에 관중석은 수많은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찼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좌석을 찾아서 우르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학생들의 발소리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퍼졌다. 
이제 하늘은 맑고 짙은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초저녁 별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그리드와 무디 교수, 맥고나걸 교수, 플리트윅 교수가 퀴디치 경기장으로 들어오더니 루도 베그만과 챔피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모자에 번쩍번쩍 빛나는 커다랗고 붉은 별을 달고 있었는데, 오직 해그리드만이 두더지 가죽 조끼의 등판에 별을 달고 있었다. 
"우리는 미로 바깥에서 경비를 서고 있을 거예요." 맥고나걸 교수가 네 명의 챔피언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만약 어려운 일이 생겨서 구조를 받고 싶다면, 하늘로 불꽃을 쏘아 올리도록 해요. 그럼 우리 중에 한 사람이 당장 달려가서 구해 줄 테니까... 알겠어요?"
챔피언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서 가세요!"
루도 베그만이 네 명의 구조반을 향해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행운을 빈다, 해리."
해그리드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네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더니 미로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루도 베그만은 다시 요술 지팡이를 목에 갖다대고 중얼거렸다. 
"소노루스!"
그러자 마법으로 증폭된 루도 베그만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트리위저드 시합의 마지막 시험이 곧 시작됩니다! 먼저 현재까지의 점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1등은 호그와트의 케드릭 디고리 군과 해리 포터 군입니다. 두 사람은 85점으로 동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오자, 금지된 숲에서 새들이 어두운 밤 하늘로 퍼드득 날아올랐다. "2등은 80점을 기록하고 있는 덤스트랭의 빅터 크룸 군입니다." 또다시 갈채가 터졌다. "3등은 보바통의 플뢰르 델라쿠르 양입니다!"
바로 그 순간 해리는 관중석 중간쯤에서 플뢰르 델라쿠르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위즐리 부인과 론, 헤르미온느의 모습을 발견했다. 해리가 그들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자, 그들도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좋습니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출발합니다. 해리와 케드릭!" 루도 베그만이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셋... 둘... 하나."
루도 베그만이 짧게 호루라기를 불었다. 헤리와 케드릭은 재빨리 미로 속으로 들어갔다. 
하늘 높이 치솟은 산울타리는 통로 위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산울타리가 너무 높고 빽빽하기 때문인지 혹은 어떤 마법의 힘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밖에서 들리던 관중들의 요란한 함성 소리는 미로 속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싹 사라졌다. 
해리는 마치 다시 물 밑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꺼내 들고 주문을 외웠다. 
"루모스!"
해리의 등 뒤에서 케드릭도 똑같은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50미터 가량 걸어가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잘 가."
해리는 케드릭을 향해 손을 흔든 후에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 케드릭은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해리는 루도 베그만이 두 번째로 부는 호루라기 소리를 들었다. 빅터 크룸이 미로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해리는 더욱 빨리 발걸음을 재촉했다. 해리가 선택한 길은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것 같았다.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간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고 가능한 한 멀리까지 내다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루도 베그만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이제 네 명의 챔피언 모두 미로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해리는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어쩐지 누군가가 해리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하늘은 점점 더 짙은 군청색으로 물들었으며, 미로도 더욱 어둠침침하게 변했다. 마침내 해리는 두 번째 갈림길에 도착했다. 
"방향을 가르쳐다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중얼거렸다. 요술지팡이는 한 바퀴 빙 돌더니 오른쪽에 있는 단단한 산울타리를 가리켰다. 그 방향이 북쪽이라는 뜻이었다. 해리는 미로의 중앙을 찾아 가려면 북서쪽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일단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가 가능한 빨리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길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선 해리는 여전히 순탄하게 쭉 뻗어 있는 길을 발견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아무런 장애물도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해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금쯤이면 분명히 뭔가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미로는 마치 해리를 방심하도록 만들기 위한 속셈인 것 같았다. 
바로 그때 해리의 등 뒤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면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재빨리 요술지팡이를 빼들고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불빛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케드릭이었다. 케드릭은 이제 막 오른쪽 모퉁이를 황급히 돌아서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케드릭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케드릭이 입고 있는 옷의 소매단에서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해그리드의 폭탄 꼬리 스크루트야! 정말 엄청나게 커. 간신히 빠져나왔어!"
케드릭이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곧 다른 길로 모습을 감추었다. 스크루트와 멀리 떨어지려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해리는 다시 종종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곧바로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해리는 끔찍한 것으로 보았다. 디멘터가 해리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모습을... 키가 3.5미터나 되는 디멘터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썩어 문드러지고 딱지가 덕지덕지 내려앉은 손을 쭉 내밀면서 전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리가 있는 곳을 감지하곤 곧장 빠른 속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디멘터의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싸늘한 냉기가 몸속 깊은 곳까지 스멀스멀 파고들었다. 하지만 해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해리는 가장 행복한 광경을 애써 머리 속에 그렸다. 무사히 미로를 통과한 후에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모든 정신을 거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요술지팡이를 들고 소리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은빛 숫사슴이 튀어나오더니 디멘터를 향해 달려갔다. 디멘터는 옷자락을 밟고 비틀거리다가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해리는 지금까지 비틀거리면서 쓰러지는 디멘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기다려!" 해리는 고함을 지르면서 은빛 패트로누스의 뒤를 따라갔다. "저건 보가트야! 리디큘러스!"
뭔가 갈라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디멘터의 형상을 한 보가트가 연기와 함께 펑 하고 터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은빛 숫사슴도 사라지고 말았다. 해리는 내심 숫사슴이 곁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길동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해리는 또다시 요술지팡이를 높이 치켜든 채, 귀를 쫑긋 세우고 가능한 빨리 앞으로 나갔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두 번이나 막다른 골목이 길을 가로막았다. 나침반 마법을 써서 방향을 확인한 해리는 동쪽으로 너무 많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리는 길을 되돌아가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바로 앞에 이상한 황금빛 안개 같은 것이 나타났다. 
해리는 요술지팡이 불빛을 비추면서 조심스럽게 안개를 향해 다가갔다. 이것도 마법의 일종인 것 같았다. 해리는 과연 이 안개를 날려 버릴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레덕토!"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주문을 외웠다. 해리가 쏘아 올린 주문은 곧장 안개를 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안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곧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압 마법은 단단한 물체에나 사용하는 주문이었던 것이다. 저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 번 시험해 볼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안개를 피해서 빙 돌아갈까?
해리가 잠시 망설이고 있을 때,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플뢰르?"
해리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다시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해리는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플뢰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날카로운 비명 소리는 저 앞쪽 어딘가에서 들린 것 같았다. 해리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마법의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졌다. 해리는 머리를 밑으로 한 채, 땅바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해리의 안경은 당장이라도 끝없는 하늘로 굴러 떨어질 것처럼 코 끝에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해리는 안경을 꼭 움켜쥔 채, 겁에 질려서 한참 동안이나 꼼짝도 하지 못했다. 마치 거꾸로 뒤집어진 잔디밭에 발바닥이 딱 붙어 버린 것 같았다. 머리 밑으로는 별들이 총총하게 박혀 있는 검은 하늘이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한발이라도 움직였다가는 당장 땅에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하늘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침착하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하자!
해리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온몸의 피가 몽땅 머리로 쏠렸다. 
생각하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 해리가 연습했던 주문 중에서 갑자기 거꾸로 뒤바뀐 하늘과 땅에 대처할 수 있는 주문은 없었다. 그래, 용기를 내서 걸음을 옮기는 거야! 관자놀이의 맥박이 쿵쿵 뛰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걸음을 옮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불꽃을 쏘아 올려서 구조를 받을 것인가? 만약 구조를 받는다면, 해리는 시험에서 탈락하고 마는 것이다. 
해리는 머리 밑으로 무한히 펼쳐진 공간을 보지 않기 위해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풀이 나 있는 천장에서 힘껏 오른발을 떼었다. 순식간에 세상은 다시 똑바로 되었다. 해리는 힘없이 무릎을 꺾으면서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땅 위로 푹 쓰러졌다. 잠시 동안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의 맥이 탁 풀린 것이다. 해리는 계속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둘러 앞으로 달려갔다. 해리는 어깨 너머로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황금빛 안개가 달빛을 받으면서 무심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두 갈래 길에 도달한 해리는 신중하게 땅바닥을 살펴보면서 플뢰르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조금 전에 비명을 지른 사람은 플뢰르가 분명했다. 그런데 무엇을 만난 것일까? 플뢰르는 무사할까? 하지만 플뢰르가 불꽃을 쏘아 올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혼자 힘으로 곤경에서 무사히 빠져나간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릴 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험에 빠진 것일까?
해리는 점점 더 불안한 기분을 느끼면서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챔피언이 한 명 탈락했구나... 
트리위저드 우승컵은 분명히 이 근처 어딘가에 있다. 그리고 플뢰르는 더 이상 승산이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우승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해리가 우승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챔피언으로 선발된 이후 처음으로, 다른 학생들 앞에서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눈앞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해리는 대략 10분 동안 걸어갔지만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번번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곤 했다. 두 번이나 똑같은 길로 잘못 들어선 끝에, 해리는 마침내 새로운 길을 찾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요술지팡이의 불빛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산울타리 담장 위에 일렁이는 해리의 그림자가 비쳤다. 또 다른 모퉁이를 돌아선 해리는 그만 폭탄 꼬리 스크루트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케드릭의 말이 맞았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는 정말 엄청나게 컸다. 거의 3미터 길이로 자란 폭탄 꼬리 스크루트는 마치 거대한 전갈처럼 보였다. 침이 달린 기다란 꼬리는 등 위로 바싹 말려져 있었으며 두꺼운 비늘 갑옷은 해리의 요술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받으면서 번쩍거렸다. 
"스투페파이!"
해리는 재빨리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면서 기절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기절 주문은 스크루트의 갑옷에 맞고 다시 튀어나왔다. 해리는 재빨리 목을 움츠렸지만, 희미하게 머리카락이 타는 냄새가 났다. 머리 끝을 살짝 그슬린 것이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는 꼬리 끝에서 불덩이를 발사했다. 그리고 맹렬한 기세로 해리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임페디멘타!"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면서 힘껏 소리쳤다. 장애 마법 주문 역시 스크루트의 갑옷에 맞고 튀어나왔다. 해리는 비틀거리면서 뒤로 몇 발 물러서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폭탄꼬리 스크루트는 무서운 속도로 해리를 덮쳤다. 
"임페디멘타!"
스크루트는 해리와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딱 멈춰섰다. 단단한 껍질로 뒤덮여 있지 않은 아랫배가 바로 스크루트의 약점이었고, 해리는 바로 그곳에 장애 마법 주문을 명중시킨 것이다. 숨을 헐떡이면서 스크루트로부터 벗어난 해리는 얼른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장애 마법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주문이 아니었다. 언제 다시 스크루트가 꼬리를 휘두르면서 공격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왼쪽 길로 들어선 해리는 또다시 막다른 골목과 부딪히게 되었다. 다시 오른쪽으로 들어섰지만 역시 막다른 골목이었다. 해리는 잠시 동안 걸음을 멈춘 채,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해리의 가슴은 마치 방망이질을 하듯이 쿵쿵거렸다. 해리는 다시 나침반 마법을 써서 방향을 바로잡은 후에,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서쪽으로 짐작되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몇 분 동안 해리는 그 길을 열심히 달려갔다. 그때 문득 산울타리 너머에서 누군가 해리와 나란히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어섰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케드릭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크루시오!"
바로 그 순간 해리는 빅터 크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갑자기 케드릭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설마! 무서운 생각이 든 해리는 케드릭이 있는 통로로 넘어가는 길을 찾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길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해리는 다시 진압 마법을 사용했다. 그다지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산울타리에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렸다. 해리는 구멍 속으로 다리를 집어넣고 빽빽하게 자라난 가지와 덤불들을 마구 걷어찼다. 
마침내 가지가 부러지면서 산울타리에 구멍이 뚫렸다. 해리는 옷이 찢어지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고 몸을 버둥거리면서 구멍 속으로 들어가, 재빨리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땅바닥에 쓰러진 케드릭이 몸을 비비꼬면서 씰룩씰룩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빅터 크룸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케드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멍에서 빠져나온 해리는 재빨리 빅터 크룸을 향해 요술지팡이를 겨누었다. 바로 그 순간 빅터 크룸이 고개를 들었다. 빅터 크룸은 빙글 돌아서더니 황급히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스투페파이!"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기절 마법은 빅터 크룸의 등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빅터 크룸은 죽은 듯이 그 자리에 딱 멈춰 서더니 앞으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잔디밭에 얼굴을 파묻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허겁지겁 케드릭에게 달려갔다. 케드릭은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경련은 간신히 멈춘 것 같았다. 
"괜찮니?"
해리가 케드릭의 팔을 붙잡으면서 물었다. 
"그래." 케드릭은 여전히 숨을 헐떡거렸다. "그래...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몰래 내 뒤로 다가와서는... 빅터 크룸의 발 소리를 듣고 뒤로 돌아섰을 때... 요술지팡이를 나에게 겨누고..."
케드릭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아직까지도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부들부들 온몸을 떨고 있었다. 케드릭과 해리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빅터 크룸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믿을 수가 없어. 꽤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해리가 빅터 크룸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조금 전에 플뢰르가 비명 지르는 소리 들었니?"
해리가 물었다. 
"응. 혹시 빅터 크룸이 플뢰르도 공격한 게 아닐까?"
케드릭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빅터 크룸을 노려보았다. 
"모르겠어."
해리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이대로 놔두고 가도 될까?"
케드릭은 다시 해리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아니야. 아무래도 불꽃을 쏘아야만 할 것 같아. 구조반이 와서 빅터 크룸을 데리고 가겠지. 그렇지 않으면 스크루트에게 잡아먹힐지도 몰라."
"그런 꼴을 당해도 싼 녀석이야."
케드릭은 화가 나서 투덜거렸지만 곧바로 요술지팡이를 높이 들어올리더니 허공으로 불꽃을 쏘아 올렸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불꽃은 빅터 크룸이 쓰러져 있는 곳을 표시하고 있었다. 
얼마 동안 해리와 케드릭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침내 케드릭이 머뭇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저... 이제 우리는 가는 게 좋겠어..."
"뭐라구? 아... 그래... 맞아."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해리와 케드릭은 힘을 모아서 빅터 크룸과 싸웠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경쟁자라는 사실이 다시 해리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어두운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해리는 왼쪽으로, 케드릭은 오른쪽으로 갈라졌다. 곧이어 케드릭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해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나침반 마법을 쓰면서 걸어갔다. 이제 해리와 케드릭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하지만 조금 전에 목격한 빅터 크룸의 행동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무디의 말에 따르면,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사람에게 사용하는 행위는 아즈카반에서 종신형을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빅터 크룸이 그런 야비한 방법까지 사용하면서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차지하려고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해리는 다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는 경욱 점점 더 많아졌다. 하지만 통로가 어두워질수록 해리는 미로의 중심부를 향해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다랗게 곧장 뻗어 있는 길을 달려가던 해리는 또다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요술지팡이 불빛을 비추자, 참으로 이상한 생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오직 <괴물들에 대한 괴물책>에서 그림으로나 보았던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스핑크스였다. 거대한 사자의 몸뚱이를 가진 스핑크스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발과 끝에 갈색 털이 나 있는 길고 노란 꼬리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스핑크스의 머리는 여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스핑크스는 아몬드처럼 생긴 갸름한 눈을 돌리더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한 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스핑크스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이 몸을 웅크리지는 않았다. 그 대신에 길을 가로막은 채, 옆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어슬렁거렸다. 잠시 후에 스핑크스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깊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이제 거의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가장 빠른 지름길은 내 앞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길을 좀 비켜주시겠어요?"
해리는 조심조심하며 부탁했다. 하지만 스핑크스가 무슨 대답을 할 것인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그건 안 된다." 스핑크스는 잠시도 쉬지 않고 서성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수수께끼를 풀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 된다. 대답을 해서 맞추면 너를 그냥 통과시켜 주겠지만, 맞추지 못하면 너를 공격할 것이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겠다면, 네가 그대로 돌아가도록 내버려두마."  
해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런 일을 잘 하는 사람은 해리가 아니라 헤르미온느였다. 해리는 신중하게 모든 가능성에 대해 궁리해 보았다. 만약 수수께끼가 너무 어려우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스핑크스를 피해 달아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로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다. 
"좋아요. 무슨 수수께끼인지 들어볼까요?"
마침내 해리가 결심한 듯 말했다. 스핑크스는 길 중간에 턱 버티고 앉아서 시를 외우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아가는 자를 생각하라. 
그는 비밀을 다루고 거짓말 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두 번째, 고치는 것의 마지막, 중간의 중간, 끝의 끝은 무엇인지 말하라. 
마지막으로 찾기 어려운 말을 찾으려고 할 때 종종내는 소리를 말하라. 
이제 그 답을 다 엮어서 이 질문에 대답하라. 그대가 입을 맞추고 싶지 않은 이 동물은 과연 무엇인가?

해리는 입을 딱 벌렸다.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을까요? 좀더 천천히요."
해리는 스핑크스를 향해 정중하게 부탁했다. 스핑크스는 눈을 꿈벅거리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시를 외웠다. 
"앞선 질문의 해답을 다 합치면 내가 입을 맞추고 싶지 않은 동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나요?"
해리가 물어보았다. 하지만 스핑크스는 그저 수수께끼 같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해리는 그 미소를 '그렇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입을 맞추고 싶지 않은 동물은 아주 많았다. 당장 해리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동물은 폭탄 꼬리 스크루트였다. 하지만 어쩐지 그것은 정답이 아닐 것 같았다. 해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실마리를 풀어 보려고 애를 썼다...
"신분을 위장하고 살아가는 자." 해리는 초롱초롱한 눈길로 스핑크스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 그렇다면 사기꾼인데... 아니, 아직 답을 말한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스파이? 아무래도 다시 그 시를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 다음 구절을 다시 한 번 말해 주실래요?"
스핑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구절을 읊어주었다. 
"고치는 것(mend)의 마지막?" 해리는 그 시를 되풀이하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어... 모르겠는걸? 중간의 중간, 끝의 끝이라... 중간(middle)과 끝(end)... 중간의 중간은... 그러니까 dd... 끝 중의 끝도... 역시 d가 되는구나. 그래, 알겠어. 두 번째 시의 비밀은 바로 'd'라는 글자야." 해리는 너무나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제일 마지막 구절을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을까요?"
스핑크스는 마지막 구절을 다시 말해 주었다.
"찾기 어려운 말을 찾으려고 할 때 종종 내는 소리라... 어... 그건... 어... 잠깐 기다려요. '어'그래요! '어(er)'소리예요! 그리고 d와 er를 합치면 더(der)가 되네."
스핑크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파이... 더... 스파이... 더... 스파이더..."
해리는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입을 맞추고 싶지 않은 동물은... 그래, 스파이더! 거미예요!"
스핑크스는 활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리를 한 번 쭉 펴더니 해리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 주었다. 
"고마워요!"
해리는 자신의 명석한 두뇌에 대해 스스로 놀라면서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제 목표 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분명했다.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요술지팡이는 해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더 이상 끔찍한 장애물을 만나지 않는 한, 어쩌면 우승컵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해리는 목표 지점을 향해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또다시 갈림길에서 길을 선택해야만 했다. 
"방향을 가르쳐다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요술지팡이는 한 바퀴 빙글 돌더니 오른쪽 길을 가리켰다. 쏜살같이 뛰어가던 해리의 눈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순간 어떤 그림자가 맞은편 통로에서 불쑥 나타났다. 
케드릭이 먼저 우승컵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케드릭은 젖먹던 힘을 다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다. 해리는 절대로 케드릭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케드릭은 해리보다 훨씬 키가 컸으며 다리도 더 길었다. 
그때 해리는 왼쪽에서 거대한 어떤 물체가 산울타리 위로 기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해리가 서 있는 통로와 교차되는 다른 통로를 따라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케드릭은 그것과 거의 충돌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케드릭은 온통 우승컵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아직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케드릭! 왼쪽을 봐!"
해리는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케드릭은 그 거대한 물체와 부딪히려는 순간, 힐끗 고개를 돌려서 그것을 쳐다보았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비틀거리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해리는 케드릭의 요술지팡이가 손에서 멀리 튕겨 나가는 것을 보았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거대한 거미가 슬금슬금 다가가더니 케드릭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스투페파이!"
해리는 큰 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주문은 북실북실하게 털이 난 거미의 검은 몸뚱이에 명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진 정도의 효과밖에 나지 않았다. 거미는 잠시 몸을 움찔하더니 허둥지둥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해리를 향해 곧장 달려오기 시작했다. 
"스투페파이! 임페디멘타! 스투페파이!"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거미는 너무나 몸집이 거대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주문을 쏘아댈수록 더욱 화만 돋우게 될 뿐이었다. 공포에 질린 해리는 번뜩이는 여덟 개의 검은 눈과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집게발을 힐끗 쳐다보았다. 
거미는 앞발로 해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해리는 미친 듯이 버둥거리면서 거미를 발로 걷어차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거미가 집게발로 해리의 발을 꼭 쥐자, 참기 어려운 고통이 느껴졌다. 
"스투페파이!"
케드릭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케드릭의 주문 또한 해리의 주문처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간신히 요술지팡이를 치켜든 해리는 또다시 집게발을 쫙 벌리고 달려드는 거미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엑스펠리아르무스!"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무장 해제 마법을 당한 거미는 해리를 탁 놓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바람에 해리는 4미터 높이에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이미 부상을 당한 해리의 다리가 땅바닥에 세차게 부딪혔다. 미처 아프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해리는 스크루트에게 했던 것처럼 거미의 아랫배를 향해 요술지팡이를 겨누었다. 그리고 목청이 터질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스투페파이!"
그와 동시에 케드릭도 똑같이 주문을 쏘았다. 두 사람의 주문이 합쳐지자, 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이 이루어졌다. 거미는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더니 근처 산울타리에 납작하게 붙어서 털이 북실북실한 다리를 마구 휘저었다. 
"해리! 괜찮니? 거미에게 물렸니?"
케드릭이 큰 소리로 해리의 이름을 불렀다. 
"아니야."
해리가 숨을 헐떡이면서 대답했다. 해리는 붉은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는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거미의 집게발에 베인 깊고 커다란 상처가 보였다. 해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했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면서 말을 듣지 않았다. 간신히 산울타리에 몸을 기대고 선 채, 해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케드릭은 트리위저드 우승컵으로부터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우뚝 서 있었다.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케드릭의 등 뒤에서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드릭은 꼼짝도 하지 않고 다만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에 케드릭은 힐끗 고개를 돌리더니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쳐다보았다. 해리는 케드릭의 얼굴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우승컵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케드릭은 다시 산울타리를 붙잡고 위태롭게 서 있는 해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땅이 꺼질 정도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저 우승컵은 네가 가지도록 해. 네가 우승자가 되어야만 해. 너는 두 번이나 내 목숨을 구해 주었잖니."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시합의 우승자가 될 수는 없어."
해리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꾸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리는 참을 수 없이 아팠으며, 거미를 물리치기 위해 정신없이 싸우는 통에 온몸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무진 고생 끝에 결국 케드릭에게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빼앗기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초 챙을 빼앗겼던 것처럼...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먼저 잡는 사람이 점수를 얻는 거야. 그리고 그건 바로 너잖아.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이 다리로 너와 경주를 해서 이길 수가 없어."
케드릭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거미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니야."
케드릭이 말했다. 
"제발 고상한 척 좀 하지마. 그냥 우승컵을 잡으란 말이야. 그래야 우리 모두 이 미로에서 나갈 수 있잖아."
해리가 신경질을 내면서 소리쳤다. 케드릭은 산울타리를 꼭 붙잡고 있는 해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네가 용에 대해서 미리 말해 주었잖아. 네가 그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첫번째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했을 거야."
케드릭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사실 나도 도움을 받아서 알아내었던 거야. 게다가 너도 황금알에 대해서 나에게 알려 주었잖아. 우리는 서로 비긴 거야."
해리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리고 다리에 흐르는 피를 옷으로 닦아내었다. 
"황금알에 대해 도움을 받았던 건 나도 역시 마찬가지야."
케드릭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도 우린 비겼어."
해리는 아주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 보았다. 다리에 약간 힘을 주자,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후들거렸다. 거미가 해리를 놓아 주었을 때, 땅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발목을 삔 것 같았다. 
"두 번째 시험에서 너는 좀더 나은 점수를 얻을 수도 있었어. 하지만 인질들이 모두 구출될 때까지 너 혼자 뒤에 남아 있었잖아. 그게 올바른 일이었어. 나도 그랬어야 했는데..."
케드릭은 계속 고집을 부리면서 조금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건 그 노래를 진짜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큼 멍청한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야! 당장 우승컵을 차지해!"
해리가 신랄한 목소리로 외쳤다. 
"싫어!"
케드릭이 거칠게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그는 뒤엉킨 거미의 다리를 넘어서 해리에게 걸어갔다. 해리는 케드릭을 빤히 노려보았다. 케드릭은 대단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백 년 동안 후플푸프 기숙사가 한 번도 누려 보지 못한 엄청난 영광을 외면하고 돌아선 것이다. 
"어서 가!"
케드릭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결연하게 말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온갖 고심을 다한 흔적이 역력했지만 팔짱을 낀 채, 턱 버티고 서 있는 케드릭의 얼굴은 아주 의연했다. 케드릭은 우승컵을 해리에게 양보하겠다고 굳게 결심한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케드릭과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해리의 머리 속에는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들고 미로를 빠져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해리는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번쩍 손에 들고 우뚝 서 있었다... 관중들이 일제히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감탄하고 있는 초 챙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잠시 후에 영상들이 흐릿하게 사라지더니 결의에 가득 차 있는 케드릭의 그늘진 얼굴이 나타났다. 
"우리 함께 하자." 
해리는 케드릭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뭐라구?"
"우리가 동시에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잡는 거야. 그래도 호그와트가 우승을 하는 거잖아. 우리는 동점이 되는 거야."
케드릭은 해리를 빤히 바라보더니 슬그머니 팔짱을 풀었다. 
"너... 진심이니?"
"그래, 정말이야. 결국 우리는 서로를 도와주었잖아. 안 그래? 그리고 우린 함께 여기까지 왔어. 그러니까 우승도 함께 하는 거야."
해리가 케드릭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잠시 동안 케드릭은 자신의 귀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활짝 미소를 지었다. 
"네 말이 맞아. 이리로 와."
케드릭은 해리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부축했다. 그리고 해리와 함께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놓여 있는 단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마침내 두 사람은 트리위저드 우승컵 바로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번쩍이는 우승컵의 손잡이를 잡기 위해 둘 다 손을 내밀었다. 
"셋을 세면 잡는 거야, 알았지?" 해리가 케드릭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케드릭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해리와 케드릭은 동시에 트리위저드 우승컵의 손잡이를 잡았다. 
갑자기 해리는 몸의 중심이 앞으로 확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발이 땅바닥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잡고 있는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트리위저드 우승컵은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해리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케드릭 역시 해리와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제32장
살과 피와 뼈
마침내 해리는 발이 땅바닥에 닿는 것을 느꼈다. 상처입은 다리가 힘없이 꺾이면서 해리는 그만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손에서 떨어졌다. 해리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여기가 어디지?"
해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케드릭은 고개를 저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해리가 일어날 수 있도록 팔을 부축해 주었다. 두 사람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호그와트 운동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몇 킬로미터, 어쩌면 거의 수백 킬로미터나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 온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호그와트 성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조차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풀이 무성하게 뒤덮인 어두운 공동묘지였다. 오른쪽에는 커다란 주목나무 너머로 교회의 검은 그림자가 뚜렷하게 보였다. 왼족에는 나지막한 언덕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 언덕 위에는 웅장하고 오래된 저택이 한 채 자리잡고 있었다. 
케드릭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시 해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혹시 이 우승컵이 포트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니?"
"전혀... 그런데 이것도 시험의 일부일까?"
해리는 공동묘지를 빙 둘러보았다. 온 세상은 마치 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리고 약간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도 모르겠어. 요술지팡이를 빼지 않을래?"
케드릭은 불안한 눈으로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래."
해리는 케드릭이 먼저 그런 제안을 한 것에 대해 은근히 기뻐하면서 대답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요술지팡이를 빼들었다. 해리는 계속 주위를 경계하면서 두리번거렸다. 또다시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오고 있어."
갑자기 케드릭이 초조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짙은 어둠 속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검은 그림자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람은 공동묘지의 무덤들 사이를 지나서 그들을 향해 곧장 걸어오고 있었다. 비록 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걸음걸이와 두 팔의 모양으로 미루어 볼 때, 뭔가를 품에 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가 작달막한 그 사람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두건이 달린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들 사이의 거리가 더욱 좁혀졌다. 해리는 그 사람이 갓난 아기 같은 것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 아기가 아니라 그냥 옷꾸러미일까?
해리는 천천히 요술지팡이를 내리면서 케드릭을 힐끗 돌아보았다. 케드릭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해리를 마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서서히 접근하고 있는 검은 그림자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마침내 그 사람은 커다란 대리석 묘비가 우뚝 솟아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과 겨우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잠시동안 해리와 케드릭과 키가 작달막한 그 사람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바로 그 순간, 해리의 이마에 나 있는 흉터가 느닷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고통이었다. 해리는 도저히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 요술 지팡이를 툭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무릎이 저절로 꺾였다. 땅바닥으로 쓰러진 해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머리가 둘로 쪼개지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다른 한놈은 죽여라!"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목소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아바다 케다브라!"
해리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초록빛 섬광이 번쩍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뭔가 육중한 것이 쿵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마의 통증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차츰차츰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무슨 광경을 보게 될까? 해리는 몹시 두려워하면서 쿡쿡 쑤시는 눈을 조심스럽게 떠 보았다. 
케드릭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케드릭은 이미 죽은 것 같았다. 
짧은 몇 초의 순간이, 마치 영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해리는 케드릭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릅뜨고 있는 회색 눈은 버려진 흉가의 창문처럼 공허하고 생기가 없었다. 절반 가량 벌어진 입은 당장이라도 처절한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이 머리 속으로 받아들여 지기도 전에, 무감각한 마비 상태에서 미처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누군가 해리의 몸을 잡아 일으켰다. 
망토를 걸친 작달막한 체구의 남자가 품에 안고 있던 것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요술 지팡이에 불을 밝혔다. 그리고 해리를 끌고 대리석 묘비까지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깜박이는 요술지팡이의 불빛을 통해,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읽을 수 있었다. 
톰 리들
그 사람이 강제로 해리를 돌아서게 하는 바람에 해리는 그만 묘비에 등을 쾅 부딪히고 말았다. 망토를 입은 사람은 튼튼한 밧줄을 꺼내더니 목부터 발목까지 해리를 묘비에 단단히 묶기 시작했다. 해리는 어두운 두건 깊숙한 곳에서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해리가 마구 발버둥을 치면서 반항하자, 그 사람은 손바닥으로 해리를 세게 내리쳤다. 
그 순간, 해리는 그 사람의 손가락이 네 개 밖에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로소 해리는 두건을 쓴 그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 사람은 바로 웜테일이었다. 
"당신은!"
해리가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이미 해리의 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버린 웜테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밧줄이 단단하게 묶여 있는지 다시 한 번 분주하게 확인할 뿐이었다. 매듭을 더듬고 있는 웜테일의 손가락은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해리가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묘비에 단단히 묶여 있는 걸 확인하자, 웜테일은 망토 안에서 검은 천을 꺼내더니 해리의 입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한 마디 말도 없이 휙 돌아서서 허둥지둥 사라지고 말았다. 
해리는 희미한 신음 소리조차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웜테일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볼 수도 없었다. 묘비에 꽁꽁 묶여 있어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리는 오직 정면만 바라볼 수 있었다. 
케드릭의 시신은 6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었다. 그 너머에는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별빛을 받으면서 반짝이고 있었다. 해리의 요술지팡이는 바로 케드릭의 발치에 떨어져 있었다. 해리가 갓난 아기라고 생각했던 그 옷꾸러미는 무덤 근처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옷꾸러미가 움찔움찔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해리는 가만히 옷꾸러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또다시 이마의 흉터에 무서운 통증이 엄습했다. 갑자기 해리는 옷꾸러미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절대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옷꾸러미는 절대로 풀어지면 안 된다... 
문득 해리의 발 밑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뱀이 수풀을 헤치면서 기어오고 있었다. 뱀은 해리가 묶여 있는 묘비 주위를 빙빙 돌았다. 또다시 웜테일이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운 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웜테일은 뭔가 아주 육중한 물건을 힘들게 끌고 오는 모양이었다. 
마침내 웜테일이 해리의 시야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웜테일은 돌로 만든 커다란 가마솥을 무덤 근처까지 끌고 오고 있었다. 커다란 가마솥 안에는 물처럼 보이는 것이 가득 들어 있어서 가마솥이 흔들릴 때마다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로 만든 그 커다란 가마솥은 지금까지 해리가 사용해 본 어떤 솥보다도 컸다. 어른이 들어가서 앉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자 옷꾸러미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더욱 심하게 움찔거렸다. 마치 옷꾸러미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웜테일은 가마솥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요술지팡이로 정신없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별안간 가마솥 밑에서 거센 불길이 타올랐다. 거대한 뱀은 어둠 속으로 스르르 모습을 감추었다. 
가마솥에 담긴 액체는 금방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거품을 낼 뿐만 아니라 마치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탁탁 맹렬하게 불꽃을 튀겼다. 자욱한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르면서, 불길을 살펴보고 있는 웜테일의 모습을 흐릿하게 가렸다. 옷꾸러미는 잔뜩 안달이 난 듯이 더욱 초조하게 버둥거렸다. 해리는 또다시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 
"서둘러라!"
이제 가마솥 안의 액체는 작은 불꽃을 튀기면서 환하게 빛났다. 마치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박아 놓은 것 같았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주인님."
"자... 어서!"
차가운 목소리가 웜테일을 재촉했다. 웜테일이 땅바닥에 놓여 있던 옷꾸러미를 풀자, 그 속에 싸여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해리는 마구 비명을 질렀지만, 입을 틀어막고 있는 천뭉치 때문에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웜테일이 지옥의 문을 열고 어떤 아주 추악하고 미끌미끌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를 꺼내 보여준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욱 끔찍했다. 수백 배는 더... 
웜테일이 꺼낸 그것은 몸을 잔뜩 웅크린 갓난 아기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렇게 전혀 아기같이 생기지 않은 아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저 검붉은 살덩어리에 불과했다. 머리카락은 한 올도 없었으며 온몸에는 오톨도톨한 비늘이 잔뜩 덮여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의 팔과 다리는 가늘고 흐늘흐늘했으며, 마치 납작한 뱀의 머리처럼 생긴 그것의 얼굴에는(이 세상의 그 어떤 아이도 그런 얼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번뜩이는 빨간 눈동자가 달려 있었다. 
그것은 혼자 힘으로는 거의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것이 가느다란 팔을 내밀어 웜테일의 목에 걸자, 웜테일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들어올렸다. 그 바람에 두건이 뒤로 벗겨지고 말았다. 해리는 역겨워하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난 웜테일의 창백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웜테일은 그것을 안고 가마솥의 가장자리까지 걸어갔다. 
잠시동안 해리는 가마솥 안에서 끓어오르는 불꽃에 환하게 비추어진 그 사악하고 납작한 얼굴을 보았다. 웜테일은 품에 안고 있던 그것을 가마솥 안으로 천천히 집어넣었다. 쉿 소리와 함께 그것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해리는 그 조그마한 몸뚱이가 퉁 하고 가마솥 바닥에 부드럽게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 가마솥에 빠져 죽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거야. 
해리는 마음 속으로 간절하게 생각했다. 이제 이마의 흉터는 불로 지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확확 쑤셨다. 
제발... 그냥 빠져 죽도록 가만히 내버려둬!
마침내 웜테일이 입을 열었다. 웜테일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무나 겁에 질린 나머지, 웜테일은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웜테일은 두 눈을 꼭 감고 천천히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어둠을 향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바쳐진 아버지의 뼈여, 당신의 아들을 새롭게 하라!"
갑자기 해리의 발 밑에 있던 무덤이 쩍 갈라졌다. 공포에 질린 해리는 웜테일이 말을 마치자마자 고운 뼛가루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뼛가루는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더니 가마솥 안으로 사르르 떨어졌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수면이 갈라지면서 쉿쉿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타닥타닥 사방으로 불꽃을 내뿜으면서 독약처럼 보이는 파란색으로 변했다. 
이제 웜테일은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웜테일은 망토 안에서 길고 가느다란 단검을 꺼냈다. 은으로 만든 단검이 번쩍이는 빛을 뿌렸다. 무슨 일인지 웜테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마구 흐느끼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웜테일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종의... 살을... 기... 기꺼이... 바치나니... 그대의 주인을... 다시... 살아나게 하라!"
웜테일은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손가락 한 개가 없는 바로 그 손이었다. 웜테일은 왼손으로 단검을 단단히 움켜쥐고 허공으로 높이 치켜들었다. 
해리는 그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웜테일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깨닫고 두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어둠을 가르는 비명소리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해리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웜테일은 비틀거리며 땅바닥으로 쿵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입에서 고통으로 가득 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뭔가 가마솥 안으로 풍덩 떨어지는 역겨운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가마솥에 담긴 액체는 이제 빨갛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빛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꼭 감고 있던 해리의 눈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웜테일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극심한 고통을 참기 위해 신음소리를 내었다. 문득 웜테일의 가쁜 숨결이 해리의 얼굴에 와 닿았다. 어느 틈에 웜테일이 해리의 눈앞에 서 있었다. 
"강... 강제로 빼앗은... 원수의 피... 그대는 그대의 적을... 부활하게 하리라!"
해리는 마구 발버둥쳤지만, 웜테일의 행동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해리는 밧줄을 풀기 위해 애를 쓰면서 절망적으로 고개를 늘어뜨렸다. 문득 웜테일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단검을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날카로운 칼날이 오른팔의 안쪽 부분을 깊숙히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찢어진 소맷자락 밑으로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여전히 고통으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던 웜테일은 호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유리병을 꺼내더니 해리의 상처에 대고 흘러내리는 피를 받았다. 
웜테일은 해리의 피가 담긴 유리병을 들고 휘청거리면서 가마솥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가마솥에 붉은 피를 부었다. 가마솥에 담긴 액체가 즉시 하얀색으로 변하더니 눈부시게 빛났다. 
마침내 일을 모두 끝낸 웜테일은 가마솥 옆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피가 철철 흐르는 잘린 팔뚝을 움켜쥔 채, 숨을 헐떡거리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마솥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불꽃을 온 사방으로 튀기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빛이 눈부실 정도로 밝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모두 검은색 융단같이 보일 정도였다.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빠져 죽어라. 
해리는 마음속으로 애타게 소리를 질렀다. 
일이 잘못되는 거야...
갑자기 사방으로 튀어오르던 불꽃이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 대신에 가마솥에서 하얀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 올랐다. 해리의 시야는 수증기로 인해 완전히 가려지고 말았다. 웜테일도... 케드릭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허공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증기뿐이었다. 
일이 잘못된 거야... 
해리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가마솥에 빠져 죽었을 거야. 제발... 제발 죽어라...
그 순간 해리는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버릴 정도로 엄청난 공포가 밀려들었다. 
키가 훌쭉하고 해골처럼 앙상한 체구의 한 남자가 가마솥에서 천천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에게 옷을 입혀라."
자욱한 수증기 너머로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웜테일은 여전히 잘려 나간 팔뚝을 움켜잡은 채, 애처롭게 흐느끼고 있었다. 웜테일은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은 옷을 집어 들어 가마솥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한 개뿐인 손을 움직여 주인에게 옷을 입혀 주었다. 
바싹 마른 체격의 남자가 가마솥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무서운 눈길로 해리를 노려보면서... 해리는 그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지난 3년 동안 해리의 악몽 속에서 불쑥불쑥 나타났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크고 번뜩이는 새빨간 눈, 뱀처럼 구멍만 뻥 뚫린 납작한 코, 해골보다 더욱 창백한 얼굴...
마침내 볼드모트 경이 부활한 것이다. 

제33장 
죽음을 먹는 자들
볼드모트는 천천히 눈길을 돌리더니 자신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볼드모트의 손은 마치 하얗고 커다란 거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볼드모트는 길고 창백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과 팔과 얼굴을 어루만졌다. 고양이 눈처럼 동공이 세로로 쭉 찢어진 새빨간 눈은 어둠 속에서 더욱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볼드모트는 두 손을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구부려 보았다. 
이윽고 볼드모트의 얼굴에 황홀하고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이 떠올랐다. 볼드모트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줄줄 흘리면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웜테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시 스르르 나타나 쉿쉿 소리를 내면서 해리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는 거대한 뱀에게도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볼드모트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기다란 손가락을 호주머니 속에 찔러 넣더니, 요술지팡이를 꺼내들어 잠시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졌다. 
갑자기 볼드모트가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려 웜테일을 겨냥했다. 웜테일의 몸이 허공으로 붕 뜨더니 해리가 묶여 있는 비석에 쾅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땅바닥에 쓰러진 웜테일은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볼드모트는 다시 새빨간 두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날카롭고 차갑고 전혀 유쾌하지 않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제 웜테일의 옷은 온통 붉은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주인님..."
잘린 팔뚝의 끝을 옷자락으로 감싸고 있던 웜테일이 숨막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팔을 내밀어라."
볼드모트가 태연하게 말했다. 
"오, 주인님... 감사합니다. 주인님..."
웜테일은 피가 철철 흐르는 팔뚝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다시 소름끼치는 웃음을 터뜨렸다. 
"웜테일, 다른 팔을 내밀어라."
"주인님, 제발... 제발..."
볼드모트는 허리를 숙이더니 웜테일의 왼쪽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웜테일의 소맷자락을 팔꿈치까지 말아올렸다. 해리는 웜테일의 팔뚝에 해골 모양의 선홍색 문신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해골의 입에서는 뱀 한 마리가 마치 혓바닥처럼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퀴디치 월드컵이 끝났을 때, 어두운 밤하늘에 나타났던 바로 그 어둠의 표식이었다. 볼드모트는 이제 목놓아 통곡하는 웜테일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 문신만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다시 돌아왔다." 볼드모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모두들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곧 알게 될 테니까..."
볼드모트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웜테일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세게 눌렀다. 
해리의 이마에 난 흉터가 다시 칼로 찌르는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웜테일도 몹시 고통스러워 하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에 볼드모트가 웜테일의 문신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해리는 그 문신이 새까맣게 변해 버린 것을 보았다. 
볼드모트의 얼굴에 잔인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볼드모트는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운 후, 고개를 돌려 어두운 공동 묘지를 빙 둘러보았다. 
"이것을 느끼고 다시 돌아올 만큼 용기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볼드모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차갑게 번뜩이는 볼드모트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것을 모르는 척할 만큼 어리석은 자들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볼드모트는 줄곧 공동묘지를 둘러보면서 이리저리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볼드모트는 다시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뱀처럼 차가운 볼드모트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해리 포터, 지금 너는 죽은 내 아버지의 유골 위에 서 있다." 볼드모트가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속삭였다. "멍청한 머글이었지... 꼭 네 엄마처럼 말이야. 하지만 두 사람 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다. 안 그런가? 네 엄마는 어린 너를 지키려고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나는 내 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죽은 그 자의 뼈가 얼마나 유용한지 알았다..."
볼드모트는 다시 냉혹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계속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커다란 뱀은 수풀 속을 빙빙 돌아다니고 있었다. 
"포터, 언덕 위에 있는 저 집이 보이느냐? 리들 하우스... 내 아버지가 살았던 곳이다. 이 마을에서 살았던 내 어머니 마녀는 아버지와 사랑에 빠졌지. 하지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밝히자, 아버지는 그만 어머니를 버리고 말았어... 그는 마법을 좋아하지 않았지. 내 아버지는 말이야..."
볼드모트는 쩍 갈라진 무덤을 힐끗 쳐다보았다.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의 머글 부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를 낳다가 그만 죽고 말았지. 나는 머글들의 고아원에서 자라나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아버지를 찾겠다고 맹세했지... 그리고 그 자에게 복수를 했어... 나에게 톰 리들이라는 이름을 물려준 그 멍청이에게..."
볼드모트는 여전히 서성거리면서 새빨간 눈으로 공동묘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잘 들어라, 나의 가족사를..." 볼드모트가 음산하게 말했다. "이런! 내가 좀 감상적이 되었군... 하지만 보아라, 해리! 나의 진정한 가족들이 돌아오고 있다..."
갑자기 망토 자락이 펄럭이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무덤들 사이사이, 주목나무 너머 그늘진 곳곳마다 마법사들이 뿅 하고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두건을 눌러쓴 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들은 볼드모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볼드모트는 아무 말없이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 한 명이 털썩 무릎을 꿇더니 볼드모트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주인님... 주인님..."
그는 볼드모트의 검은 옷자락에 입을 맞추면서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그의 뒤를 이어서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그들은 차례대로 무릎을 꿇고 다가오더니 볼드모트의 옷자락에 입을 맞추고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톰 리들의 무덤과 해리, 볼드모트, 웜테일을 빙 둘러싼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웜테일은 아직까지도 꿈틀꿈틀 경련을 일으키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더욱 많은 동지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지, 드문드문 빈 자리를 남겨 두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볼드모트가 두건을 쓴 얼굴들을 한 번 빙 둘러보자,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커다란 원을 따라 파르르 동요가 일었다. 마치 원을 그리고 서 있던 사람들이 부르르 몸을 떨기라도 한 것처럼... 
"잘 왔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여!" 볼드모트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13년... 무려 13년만에 다시 만나는구나. 하지만 그대들은 마치 어제의 일인 양 나의 부름에 즉각 응답해 주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어둠의 표식 아래 굳게 결속되어 있구나! 과연 그런가?"
볼드모트는 그 끔찍한 얼굴을 휙 돌리더니 쭉 찢어진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킁킁 냄새를 맡았다. 
"죄악의 냄새가 난다." 볼드모트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죄악의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는구나."
또다시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던 어둠을 먹는 자들 사이에서 파르르 동요가 일어났다. 마치 원을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 모두 흠칫 뒤로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감히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신속하게 나타난 걸 보니까, 그대들 모두 건강하고 멀쩡하다는 걸 알겠노라! 마법의 힘도... 예전 그대로인 것 같구나... 그러므로 나는 스스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째서 이 멀쩡한 마법사 무리들이 한 번도 자기들의 주인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영원한 충성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주인을?"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웜테일 이외에는 감히 몸을 움직이려는 사람조차 없었다. 웜테일은 여전히 땅바닥에 쓰러진 채,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팔을 움켜잡고 울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대답해 보았다." 볼드모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들은 내가 완전히 끝났다고 믿은 거라고,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슬그머니 나의 적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너무나 무지하고 순진했으며 잠시 나쁜 마법에 걸렸던 거라고 핑계를 대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또다시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어떻게 내가 다시 부활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오래 전부터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 내가 어떤 과정을 밟아 왔는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 내가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던 그 시절에, 나의 무한한 힘의 증거를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던 자들이?"
볼드모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죽음을 먹는 자들을 빙 둘러 보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볼드모트의 시선을 느끼자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또다시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아마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볼드모트 경까지도 없애 버릴 수 있는 힘이... 이제 그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평민들의 우상이자 더러운 혈통과 머글들의 수호자인 알버스 덤블도어에게?"
덤블도어의 이름이 나오자, 원을 그리고 서 있던 사람들이 움찔 몸을 움츠렸다. 그 중에 몇 명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다... 솔직히 실망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갑자기 원을 그리고 서 있던 무리 속에서 한 사람이 불쑥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볼드모트의 발 밑에 털썩 쓰러졌다. 
"주인님!" 그는 애타게 부르짖으면서 볼드모트에게 매달렸다. "주인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를 용서해 주십시오!"
볼드모트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크루시오!"
갑자기 땅바닥에 꿇어앉아서 애원하던 죽음을 먹는 자가 온몸을 마구 비틀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 비명소리가 분명히 근처 마을까지 다 들릴 거라고 생각했다. 
경찰이라도 와라... 
해리는 간절히 소망했다...
아무라도... 제발...
잠시 후에 볼드모트는 다시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고문을 받은 죽음을 먹는 자는 땅바닥에 벌렁 쓰러져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일어나거라, 애버리." 볼드모트가 그 마법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일어나거라. 나에게 용서를 구했느냐? 나는 용서하지 못한다. 잊지도 못한다.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나는 너를 용서하기 전에 그 13년이라는 세월에 대해 대가를 치르기를 원한다. 여기 있는 웜테일은 이미 그 대가를 치렀다. 그렇지 않느냐, 웜테일?"
볼드모트는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웜테일을 내려다보았다. 
"너는 나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너의 옛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 대가로 혹독한 고통을 치렀다. 웜테일, 너는 그걸 알고 있느냐?"
"예, 주인님. 제발, 주인님... 제발..."
웜테일은 울먹이면서 간절하게 애원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다시 몸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볼드모트는 땅바닥에 쓰러져서 흐느끼고 있는 웜테일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별로 쓸모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녀석이지만, 너는 나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볼드모트 경은 경을 도와주는 자에게 상을 내린다..."
볼드모트는 다시 요술 지팡이를 들어 올려 허공에 대고 한바퀴 휘둘렀다. 그러자 요술 지팡이 끝에서 은을 녹인 반짝이는 액체처럼 보이는 것이 한 가닥 흘러나왔다. 아무런 형체도 없었던 그것은 곧 구불구불 휘어지더니 사람의 손 모양이 되었다. 반짝거리는 그 손은 마치 달빛처럼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서는 피가 흐르는 웜테일의 손목에 저절로 찰싹 달라붙었다. 
갑자기 웜테일의 흐느끼는 소리가 뚝 그쳤다. 웜테일은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은빛 손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감쪽같이 웜테일의 팔뚝에 붙어서, 마치 휘황찬란한 장갑을 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웜테일은 은빛으로 빛나는 손가락들을 살짝 구부려 보았다. 그리고 부르르 몸을 떨면서 땅바닥에 떨어진 작은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웜테일의 손에서 나뭇가지가 바스러졌다. 
"주인님." 웜테일은 몹시 감격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주인님... 정말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웜테일은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볼드모트의 옷자락에 입을 맞추었다. 
"웜테일, 이제부터 두 번 다시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라."
볼드모트가 차갑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절대로! 나의 주인님..."
웜테일은 벌떡 일어나서 원을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 틈에 가서 섰다. 웜테일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눈물에 젖어서 번들번들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새로 생긴 강력한 손을 신기한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볼드모트는 웜테일의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루시우스, 나의 교활한 친구." 볼드모트는 그의 앞에 우뚝 멈춰 서더니 작게 속삭였다. "그대가 옛날 습성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비록 세상에는 아주 존경할 만할 얼굴을 내비치고 있지만 말이다. 그대는 아직도 머글들을 고문하는 일에 앞장설 준비가 되어 있겠지? 하지만 루시우스, 너는 한 번도 나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퀴디치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너의 활약은 꽤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너의 힘을 차라리 네 주인을 찾아서 돕는 일에 써야 하지 않았을까?"
"주인님, 저는 항상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주인님으로부터 어떤 징표라도 있었다면, 주인님이 어디에 있다는 소문이라도 들었다면, 저는 당장 주인님 곁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그 무엇도 저를 막지 못했을 겁니다."
두건 밑에서 루시우스 말포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 나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가 어둠의 표식을 하늘에 쏘아 올렸을 때, 너 또한 도망치지 않았느냐?"
볼드모트가 느릿느릿 중얼거렸다. 루시우스는 갑자기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 나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루시우스... 너는 나를 실망시켰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큰 충성을 바치기를 기대하겠다."
"물론입니다, 주인님. 물론입니다... 정말 자비로우십니다. 고맙습니다."
볼드모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텅 빈 자리를 보고,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루시우스와 다음 사람 사이에 두 명은 충분히 설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남아 있었다. 
"여기에는 레스트랭 부부가 서 있어야 한다." 볼드모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즈카반에 갇혀 있다. 그들은 나를 부인하느니 차라리 아즈카반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아즈카반의 문이 활짝 열리는 날, 레스트랭 부부는 상상을 초월한 영광을 누릴 것이다. 디멘터들도 우리편이 될 것이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우리와 같은 부류인 것이다... 우리는 멀리 추방된 거인족들도 다시 부를 것이다... 나는 나의 충성스러운 모든 종족을 불러 모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마법 생물 군단을..."
볼드모트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 앞을 아무런 말도 없이 휙 지나갔다. 
잠시 후에 볼드모트는 어떤 자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맥네어... 지금은 마법부에서 위험한 생물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웜테일이 말하던데? 머지않아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제물들을 갖게 될 것이다, 맥네어. 볼드모트 경이 그 제물을 마련해 주겠다..."
"고맙습니다. 주인님... 고맙습니다."
맥네어가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여기는..." 볼드모트는 덩치가 커다란 두 명의 마법사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들도 역시 두건을 눌러 쓰고 있었다. "크레이브로군... 이번에는 더 잘 할 수 있겠지? 안 그런가, 크레이브? 자네, 고일도?"
두 사람은 우물쭈물 대답하면서 엉거주춤하게 절을 했다. 
"예, 주인님..."
"물론입니다, 주인님..."
"너도 마찬가지다, 놋."
볼드모트가 고일의 그림자에 가려 구부정하게 서 있는 사람 앞을 지나가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주인님, 당신 앞에 굴복합니다. 저는... 당신의 가장 충실한..."
"그만! 그만 해라!"
볼드모트는 제일 넓게 비어 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볼드모트는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새빨간 눈으로 그 빈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볼드모트의 눈에는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자리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여섯 명이나 비었군. 세 명은 나를 섬기다가 죽었지. 한 명은 너무나 겁이 나서 돌아오지 못했고... 그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녀석은 내 곁을 영원히 떠났지... 그는 당연히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나의 가장 충실한 종으로 남았던 한 사람... 그는 벌써 돌아와서 나를 섬기고 있다."
갑자기 죽음을 먹는 자들이 동요를 일으켰다. 해리는 그들이 가면 너머로 서로 눈길을 주고받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충실한 종은 지금 호그와트에 있다. 그리고 그의 노력으로 우리의 어린 친구가 오늘밤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원을 그리면서 서 있던 어둠을 먹는 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해리에게 쏠리자, 볼드모트는 입술이 거의 없는 입을 말아 올리면서 씩 미소를 지었다. 
"친절하게도 해리 포터는 나의 부활 파티에 참석해 주었다. 그러므로 포터를 나의 영예로운 손님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한참 동안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때 웜테일의 오른쪽에 서 있던 죽음을 먹는 자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가면 밑에서 루시우스 말포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인님, 저희들은 간절히 알고 싶습니다... 부디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이런 일을 이루셨는지... 이런 기적을... 어떻게 해서 저희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실 수 있었는지..."
"아, 거기에는 참으로 기나긴 사연이 있다, 루시우스." 볼드모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바로 여기 있는 나의 어린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가 이 어린 친구에게서... 끝난다."
볼드모트는 천천히 해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원을 그리고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커다란 뱀은 계속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물론 그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년이 나를 몰락시켰다고 그들이 말한다는 사실을..."
볼드모트는 나지막이 말했다. 볼드모트의 새빨간 눈이 해리를 향하자, 이마의 흉터가 맹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해리는 도저히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서 비명을 질렀다. 
"그대들은 모두 내가 나의 힘과 육체를 잃어버린 그날 밤에 이 소년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년의 어미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솔직히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보호막을 이 소년에게 씌워주었던 것이다.... 나는 이 녀석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가 없었다."
볼드모트는 길고 하얀 손가락 하나를 해리의 뺨 가까이 들어 올렸다. 
"이 소년의 어미는 자신을 희생하고, 그 흔적을 이 소년에게 남겼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마법이다. 나는 그 마법을 기억하고 있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나는 어리석게도 나는 그 마법을 간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더 이상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이제는 이 소년을 만질 수 있으니까..."
길고 하얀 손가락 끝이 뺨에 닿자 진저리나는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머리가 펑 폭발할 것만 같았다. 볼드모트는 해리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웃더니 손가락을 치우고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연설을 계속했다. 
"나의 동지들이여! 그것은 나의 계산 착오였다. 솔직히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바이다. 한 여자의 어리석은 희생 때문에 나의 저주는 반사되고 말았다. 오히려 그 저주는 다시 나에게 되돌아왔던 것이다. 아아... 나의 동지들이여!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는 고통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내 육체로부터 이탈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영혼보다도, 가장 비천한 유령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살아 있었다.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불멸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내가... 너희들은 죽음을 정복하려고 했던 나의 목표를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나는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 애를 썼던 그 동안의 노력을 시험해 본 셈이다. 그리고 나의 시도 중에서 한두 가지는 효과가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마땅히 죽었어야 할 저주를 받고도 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미미한 존재처럼 아무런 힘도 없게 되었다. 심지어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땅한 수단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육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마법은 모두 반드시 요술지팡이를 사용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잠도 자지 않고 끊임없이, 순간 순간 오직 나 자신을 존재하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만을 기억할 뿐이다... 나는 아주 멀리 떨어진 어느 숲속에 은둔했다. 그리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반드시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들 가운데 한 명이 나를 찾으려고 할 거라고... 그들 중에 한 명이 나를 찾아내어 내가 할 수 없는 마법을 대신 이루어 줄 거라고... 그리하여 내 몸을 다시 되찾아 줄 거라고... 하지만 나의 기다림은 헛된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 원을 그리고 서 있던 죽음을 먹는 자들은 또다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볼드모트는 말을 멈추고 잠시 동안 무시무시한 침묵이 감돌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나에게 남아 있는 힘은 딱 한 가지 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육신에 기생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감히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오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나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동물의 몸에 기생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 뱀이었지. 하지만 나의 처지는 순수한 영혼 상태일 때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었다. 동물의 몸으로는 마법을 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기생하는 동물들은 생명이 단축되었다. 어느 놈도 오랫동안 버티지 못했지..."
볼드모트는 싸늘한 눈빛으로 해리를 노려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4년 전에... 나는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수단을 거의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젊고 멍청하고 잘 속아 넘어가는 한 마법사가 내가 은둔하고 있는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나와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오! 그는 내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바로 그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왜냐하면 그는 바로 덤블도어의 학교에 근무하는 교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쉽사리 나의 의지에 따라 주었다. 그는 나를 데리고 다시 이 나라로 돌아왔다. 한참 동안이나 나는 그의 몸에 붙어 살면서 그가 나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면밀히 감독했다. 하지만... 하지만 나의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나는 마법사의 돌을 훔치지 못했다. 나느 영원한 생명을 손에 넣지 못했다. 나는 방해를 받았다. 해리 포터에게 다시 한 번 훼방을 당한 것이다! 해리 포터에게..."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주목나무에 매달린 이파리조차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가면 너머에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볼드모트와 해리를 응시했다. 
"내가 그의 몸을 떠나자, 그 종은 이내 죽어 버렸다. 나는 다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허약한 존재가 되었다."
볼드모트는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나는 멀리 떨어진 나의 은신처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대들에게 솔직히 말하겠다. 그 당시에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나의 힘을 되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 두려웠다... 그렇다! 아마도 그 시기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을 것이다... 나는 또 다른 마법사의 몸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조차 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서 나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한두 명 정도는 있을 거라는 희망조차도 완전히 포기하고 말았다..."
원을 그린 채 서 있던 가면을 쓴 마법사들 가운데 한두 사람은 마음이 찔리는지 몸을 약간 움직였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로 그때, 불과 몇 달 전에, 내가 거의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있을 무렵,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났다... 한 종이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바로 여기 서 있는 웜테일은 법의 심판을 피해 죽은 척 위장하고 살아가다가, 한때 친구라고 여겼던 자들에게 신분이 들통나자, 자기 주인에게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한 것이다. 웜테일은 오래 전부터 내가 숨어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던 나라로 나를 찾아왔다. 물론 웜테일은 마주치는 쥐들의 도움을 받았지... 웜테일은 아주 흥미롭게도 쥐들과 친화력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안 그런가, 웜테일? 그 조그맣고 더러운 웜테일의 친구들은 알바니아 숲속 깊숙한 곳에 모두들 무서워서 피하는 장소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곳에서는 쥐들처럼 조그마한 짐승은 갑자기 엄습하는 검은 그림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고 말이다..."
볼드모트는 힐끗 고개를 돌려 웜테일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가 나를 찾아오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렇지 않나, 웜테일? 어느 날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웜테일은 나의 은신처가 있다고 짐작되는 바로 그 숲 근처까지 와서는 그만 어리석게도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법부의 마녀인 버사 조킨스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볼드모트와 눈길이 마주치자, 웜테일은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다음부터 운명은 볼드모트 경의 편이 되었다. 어쩌면 그 일로 인해 웜테일은 끝장이 날 수도 있었다. 웜테일과 더불어 내가 다시 힘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도... 하지만 웜테일은, 참으로 그에게서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여, 버사 조킨스에게 함께 밤산책을 나가자고 설득한 다음, 그녀에게 마법을 걸어 버린 것이었다. 웜테일은 버사 조킨스를 끌고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우리의 모든 일을 망쳐 버릴 수도 있었던 버사 조킨스는 오히려 내가 꿈도 꾸지 못했던 놀라운 선물을 안겨 주었다. 왜냐하면 약간의 설득 끝에 버사 조킨스는 나의 충실한 정보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버사 조킨스는 올해 호그와트에서 트리위저드 시합이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나와 연락이 닿기만 하면, 나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를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밖에도 버사 조킨스는 많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당시 버사 조킨스는 기억력 마법에 걸려 있었지. 나는 버사 조킨스에게 걸려 있는 기억력 마법을 깨뜨리기 위해 아주 강력한 마법을 써야만 했다. 그러므로 버사 조킨스로부터 모든 필요한 정보를 다 빼내고 나자, 그녀의 몸과 정신은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고 말았다. 더 이상 써먹을 데도 없었고 그 몸을 차지할 수도 없었으므로, 나느 그 여자를 제거해 버렸지."
볼드모트는 냉혹하고 무자비한 새빨간 눈을 번뜩이면서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웜테일의 몸 또한 내가 차지하기에는 부적당했다. 모두들 웜테일이 죽은 줄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누군가의 눈에 발각되면 지나친 관심을 끌게 될 염려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웜테일은 내가 필요로 하는 육신을 가진 종이었다. 비록 웜테일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마법사라고 해도, 내가 내리는 지시에 따라 행동할 수는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일시적으로 육체를 갖게 되었다. 물론 보잘것없는 육체였지만... 진정한 부활을 위해 필수적인 재료들이 마련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육체를... 내가 직접 고안한 한두 개의 주문과... 나의 사랑스러운 내기니의 도움으로..."
볼드모트의 새빨간 눈길이 커다란 뱀에게 가 닿았다. 그 뱀은 여전히 묘비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고 있었다. 
"유니콘의 피를 섞어 만든 약과 내기니가 제공하는 뱀의 독으로,  곧 나는 거의 인간의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할 수 있을만한 힘도 갖게 되었지.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마법사의 돌을 훔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덤블도어가 틀림없이 그 돌을 없애 버렸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유한한 생명이나마 다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물론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기 전에 말이다. 나는 눈높이를 낮추었다... 우선 나의 옛 육신과 옛 힘을 다시 되찾기로 결심했다. 이 일을 행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강력한 성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 오늘 밤 나를 되살린 마법의 약은 오래된 어둠의 마법 중의 일부였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는 이미 내 수중에 들와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웜테일? 바로 종이 바친 살 말이다..."
볼드모트는 잠시 웜테일을 쳐다본 후에 말을 이었다. 
"내 아버지의 뼈를 구하기 위해 당연히 우리는 그가 묻혀 있는 이곳으로 와야만 했다. 하지만 적의 피는... 웜테일은 나에게 아무 마법사나 이용하자고 졸랐다. 나를 증오했던 마법사 중에 아무나 말이다. 그 중에 많은 자들이 아직까지도 나를 미워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반드시 누구의 피를 사용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몰락하기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나는 바로 해리 포터의 피를 원했다. 13년 전에 나의 모든 힘을 빼앗아 간 포터의 피를 원했다. 왜냐하면 포터의 어미가 그에게 준 보호의 힘이 아직까지도 남아서 내 핏속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볼드모트는 고개를 돌리더니 새빨간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묘비에 꽁꽁 묶여 있는 해리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해리 포터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해리 포터는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보호를 받고 있었다. 오래 전에 덤블도어는 해리 포터의 장래를 계획하면서 아주 안전한 방법을 고안해 내었던 것이다. 덤블도어는 고대의 마법을 사용해서 해리 포터가 친척들의 보호 하에 있는 한, 그 누구도 포터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나조차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친척들과 함께 있는 한, 해리 포터는 절대적으로 안전했다. 그리고... 퀴디치 월드컵이 열렸다. 나는 덤블도어나 친척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는 해리 포터를 둘러싼 보호막이 좀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부의 마법사들이 우글거리는 그곳에서 해리 포터를 납치하기에는 난 힘이 아직 부족했다. 얼마 후에 이 소년은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머글을 사랑하는 그 멍청이의 매부리코 앞을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 그러데 내가 어떻게 해서 해리 포터를 이곳으로 데려올 수 있었을까?"
볼드모트의 얼굴에 냉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물론 나는 버사 조킨스의 정보를 이용했다. 나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를 호그와트에 침투시킨 것이다. 나의 충실한 종은 이 소년의 이름을 불의 잔 속에 넣었다. 그리고 이 소년이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확실히 우승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서 제일 먼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잡도록 조처를 취해 놓았다. 그 우승컵은 이미 죽음을 먹는 자가 포트키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덤블도어의 어떤 보호나 조처에도 불구하고 해리 포터를 곧장 내 품으로 오게 할 수 있었다. 나는 해리 포터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 그리하여 바로 이 자리에 해리 포터가 있게 된 것이다... 너희들 모두가 나를 몰락시켰다고 믿었던 바로 그 소년이.."
볼드모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와 해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는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주문을 외웠다. 
"크루시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고통이 해리를 엄습했다. 해리는 마치 뼛속까지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이마의 흉터를 따라 머리가 두 조각으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 해리의 눈동자는 미친 듯이 빙빙 돌았다. 그만 끝내고 싶었다... 모든 걸 잊은 채... 죽고 싶었다...
그 순간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해리는 볼드모트 아버지의 묘비에 꽁꽁 묶인 채 축 늘어졌다. 희뿌연 안개 같은 것 너머로 번뜩이는 새빨간 눈동자가 보였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제 이 소년이 나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추측이었는지 똑똑히 깨달았을 것이다."
볼드모트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과거에 해리 포터가 나의 저주를 피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못박아 두고 싶다. 그러므로 너희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바로 이 자리에서 해리 포터를 죽임으로써 나의 힘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지금은 그를 도와줄 덤블도어도 없고 그를 위해 대신 죽어 줄 어미도 없다. 하지만 나는 해리 포터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우리 두 사람 중에서 어는 누가 더 강한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히기 위해, 나는 해리 포터에게 나와 대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내기니, 조금만 더 기다려라."
볼드모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자, 커다란 뱀은 풀숲을 헤치면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지켜보고 서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이제 해리 포터를 풀어 주거라, 웜테일. 그리고 그의 요술지팡이를 돌려주도록 해라."

제34장 
대결
웜테일은 천천히 해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해리는 몸을 묶고 있는 밧줄이 풀어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지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 모았다. 웜테일은 새로 생긴 은손을 들어 올려 해리의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던 천뭉치를 꺼냈다. 그리고 해리를 묘비에 묶어 놓았던 밧줄을 단번에 끊어 버렸다. 
도망 치는 게 어떨까? 어쩌면 아주 잠깐 동안 이런 생각이 해리의 머리 속을 스치면서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해리는 풀이 무성하게 자란 무덤 위에 간신히 서 있었다. 상처를 입은 다리가 마구 후들거렸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지금 이곳에 없는 다른 동료들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해리와 볼드모트를 중심으로 더욱 빽빽하게 원을 좁히기 시작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만든 원 밖으로 걸어나간 웜테일은 케드릭의 시체가 쓰러져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해리의 요술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서둘러 해리를 향해 다가와 해리의 손에 거칠게 요술지팡이를 쥐어 주었다. 해리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잠시 후에 웜테일은 다시 죽음을 먹는 자들 사이로 되돌아 갔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해리와 볼드모트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결투를 하는 건지 배웠겠지, 해리 포터?"
볼드모트가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 볼드모트의 새빨간 두눈이 어둠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 말을 듣자, 문득 해리 포터는 2년 전에 호그와트에서 아주 잠깐 참가했던 결투 클럽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 당시에 해리가 배운 것은 오직 무장 해제 마법뿐이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하지만 설사 그 마법의 주문을 외워서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를 빼앗을 수 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최소한 서른 명이 넘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해리는 이런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사용하는 마법에 대해서는 전혀 배운 적이 없었다. 다만 무디가 항상 경고했던 바로 그것을 이제 곧 자신이 당하게 될 거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아바다 케다브라 저주. 볼드모트의 말이 옳았다. 이번에는 해리를 위해 대신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어머니도 없다... 지금 이 순간 해리는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가 없다...
"해리, 먼저 서로 인사를 하자." 볼드모트가 살짝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뱀 같이 생긴 얼굴을 여전히 꼿꼿하게 치켜세운 채, 해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 품위있는 행동을 보여라... 덤블도어는 네가 예의바르게 행동하기를 원할 게다... 해리, 죽음에게 인사를 해라."
죽음을 먹는 자들이 다시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입술이 없는 볼드모트의 입가에도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해리는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볼드모트의 손에 놀아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절대로 볼드모트에게 그런 만족감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인사를 하라고 말했다."
볼드모트가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리면서 중얼거렸다. 그 순간 해리는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그를 거칠게 앞으로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리가 저절로 숙여지는 것을 느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더욱 큰 소리로 신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좋아." 볼드모트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볼드모트가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해리를 짓누르는 힘도 사라졌다. 
"이제 남자답게 나와 맞서라. 똑바로 당당하게 서서... 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볼드모트의 새빨간 눈이 해리를 향하고 있었다. 
"자, 이제 결투를 시작하자."
볼드모트가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리면서 소리쳤다. 미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뭔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해리는 다시 크루시아투스 저주에 적중당하고 말았다. 온몸을 몽땅 불태우는 것 같은 강렬한 고통이 해리를 휘감았다. 해리는 더 이상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얗게 달아오른 뜨거운 칼날이 살갗을 갈가리 찢어발기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는 극심한 고통으로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해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소리로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고통이 사라졌다. 해리는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간신히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웜테일이 자신의 손목이 잘려나갔을 때 그랬던 것처럼, 해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해리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죽음을 먹는 자들 쪽으로 비틀거리면서 다가갔다. 그러자 그들은 해리를 다시 볼드모트 쪽으로 떠밀었다. 
"잠시 휴식 시간이다." 볼드모트는 쭉 찢어진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말했다. "잠시 쉬도록 하지... 해리, 고통스럽지 않느냐? 또다시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는 않겠지?"
하지만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도 곧 케드릭처럼 죽게 될 것이다... 무자비한 새빨간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는 비참하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해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결코 볼드모트의 장단에 놀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볼드모트에게 복종하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로 애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시 그런 고통을 당하고 싶으냐고 네게 물었다." 볼드모트는 해리를 노려보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대답하라! 임페리오!"
해리는 머리 속에서 생각이란 생각은 싹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 그것은 너무나 달콤한 축복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 마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저 싫다고 말해라...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고... 그저 한 마디만 대답하라...
대답하지 않겠어! 보다 강한 목소리가 해리의 머리 속 어딘가에서 들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을 거야!
그저 싫다고 말해라... 
나는 대답하지 않을 거야. 나는 말하지 않을 거야...
그저 싫다고 말해라...
"대답하지 않겠어!"
해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해리의 목소리가 어두운 공동묘지에 울려 퍼졌다. 느닷없이 차가운 물을 흠뻑 뒤집어쓴 것처럼, 꿈결 같은 기분이 순식간에 싹 사라졌다. 그 대신에 크루시아투스 저주로 인한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해리는자신이 어디 있으며,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또렷하게 떠올랐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볼드모트가 음산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갑자기 죽음을 먹는 자들이 웃음을 뚝 그쳤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느냐? 해리, 네가 죽기 전에 아무래도 복종의 미덕을 가르쳐야겠구나... 고통을 좀더 당해야겠느냐?"
볼드모트는 다시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리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퀴디치 훈련을 통해 얻은 유연성을 발휘해서 해리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볼드모트 아버지의 대리석 묘비 뒤로 굴러갔다. 주문이 빗나가면서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 우리는 지금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차갑고 냉정한 볼드모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다시 요란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나를 피해 숨을 수는 없다. 벌써 우리의 결투에 싫증이 난 것이냐? 이제 그만 내가 끝내 주기를 원하는 것이냐, 해리? 나와라, 해리... 나와서 승부를 벌이자... 곧 끝날 것이다... 아무런 고통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한 번도 죽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해리는 대리석 묘비 뒤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 볼드모트가 더욱 더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해리는 이제 남은 길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두려움이나 이성조차도 뛰어넘는 것이었다. 숨바꼭질을 하는 철부지 어린 아이처럼 이대로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죽임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볼드모트의 발 밑에 무릎을 꿇은 채 죽지는 않을 것이다. 아버지처럼 똑바로 서서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비록 어떤 방어도 불가능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나를 지키다가 죽을 것이다...
볼드모트의 뱀 같은 얼굴이 묘비 위로 나타나기 전에, 해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단단히 움켜쥐고 앞으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묘비 뒤에서 걸어나와 볼드모트와 정면으로 맞섰다. 볼드모트도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해리가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소리치는 순간, 볼드모트도 동시에 외쳤다. 
"아바다 케다브라!"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초록색 불빛이 발사되는 것과 동시에 해리의 요술지팡이에서도 붉은색 불빛이 발사되었다. 두 불빛은 중간에서 마주쳤다. 갑자기 해리의 요술지팡이가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부르르 진동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꽉 움켜잡았다. 아니, 요술지팡이를 놓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광선이 두 요술지팡이를 서로 연결하고 있었다. 그것은 붉은색도, 초록색도 아닌 밝고 진한 황금색 광선이었다. 넋이 나간 눈길로 광선을 바라보던 해리는 문득 볼드모트의 길고 하얀 손가락도 마구 떨리면서 진동하는 요술지팡이를 꽉 움켜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 너무나 뜻밖에도 - 해리는 두 발이 땅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해리와 볼드모트 둘 다 허공으로 둥둥 떠올랐다. 두 사람의 요술지팡이는 아직도 번쩍거리는 황금광선으로 굳게 연결되어 있었다. 볼드모트 아버지의 무덤에서 번쩍 위로 들어 올려진 두 사람은 무덤이 없는 넓은 공터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마구 아우성을 치면서 볼드모트에게 빨리 명령을 내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쫓아온 그들은 다시 원을 그리며 빙 둘러섰다. 커다란 뱀도 죽음을 먹는 자들의 뒤를 바싹 따르고 있었다. 몇 명의 마법사들은 이미 요술지팡이를 빼어 들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해리와 볼드모트를 연결하고 있던 황금빛이 갈라지면서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수천 개의 둥근 광선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요술지팡이는 여전히 굳게 연결되어 있었다. 수천 개의 황금빛 광선은 서로 얼기설기 엮이더니 두 사람을 둥근 돔 모양의 그물망 혹은 광선 우리 같은 것 속에 가두어 버렸다. 황금빛 광선 밖에서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자칼처럼 빙빙 맴돌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아무 짓도 하지 마라!"
볼드모트가 죽음을 먹는 자들을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 볼드모트는 새빨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볼드모트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경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볼드모트는 해리의 요술지팡이와 굳게 연결되어 있는 황금빛 광선을 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해리는 두 손으로 요술지팡이를 더욱 세게 붙잡았다. 황금빛 광선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가 명령을내리기 전에는 아무 짓도 하지 마라!"
볼드모트는 다급하게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소리쳤다. 그 순간 이 세상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소리가 허공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해리와 볼드모트를 둘러싸고 있는 광선들이 일제히 진동하면서 내는 소리였다. 해리는 전에 이런 소리를 딱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불사조의 노래였다. 
그것은 해리에게는 희망의 소리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반가운 소리... 그 노랫소리는 밖에서가 아니라 바로 해리의 마음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해리와 덤블도어를 서로 연결하는 소리였다. 그것은 마치 친구가 해리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 같았다...
연결을 끊지 말아라.
"알고 있어요." 해리는 그 노랫소리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결을 끊으면 안 된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해리가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상황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해리의 요술지팡이가 더욱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리와 볼드모트 사이의 광선도 점차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마치 두 요술지팡이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실을 타고 커다란 빛의 구슬들이 미끄러지듯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빛의 구슬이 천천히 해리를 향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해리는 굳게 잡고 있는 요술지팡이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 황금빛 광선은 볼드모트로부터 해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해리는 자신의 요술지팡이가 분노로 인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제일 앞에 오던 빛의 구슬이 해리의 요술지팡이 끝까지 다가왔다. 요술지팡이가 어찌나 뜨겁게 달아올랐던지 해리는 이대로 불타 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빛의 구슬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수록, 해리의 요술지팡이도 더욱 심하게 떨렸다. 어쩌면 빛의 구슬과 맞닿는 순간, 요술지팡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해리의 손에서 요술지팡이가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해리는 온통 정신을 집중해서 볼드모트 쪽으로 빛의 구슬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불사조의 노래가 해리의 귓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해리를 향해 다가오던 빛의 구슬들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그 자리에서 파르르 진동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천천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진동하는 것은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였다... 볼드모트는 경악하다 못해 거의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빛의 구슬 중에 하나가 불드모트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몇 센티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파르르 진동하고 있었다. 해리는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해리는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 쪽으로 빛의 구슬을 밀어내는 일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해리는 지금까지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지금처럼 온 힘을 기울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빛의 구슬이 황금 실을 따라 움직였다... 잠시 동안 파르르 진동을 하더니... 마침내 빛의 구슬은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 끝에 가 닿았다. 
갑자기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가 고통에 가득 찬 비명 소리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볼드모트는 새빨간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아마도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요술지팡이 끝에서 짙은 연기로 만들어진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가 사라졌다... 볼드모트가 웜테일에게 만들어 주었던 그 손의 유령이었다... 더욱 처절한 비명 소리와 더불어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훨씬 더 커다란 무언가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단단하고 짙은 회색빛 연기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것은 사람의 머리 모양이 되더니... 가슴과 팔이 생기고... 잠시 후에는 케드릭 디고리의 흉상이 되었다. 
해리가 일생에 딱 한 번 너무나 커다란 충격을 받아 요술지팡이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해리는 본능적으로 요술지팡이를 더욱 세게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에, 황금빛 실은 여전히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해리는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똑똑히 쳐다보았다. 케드릭 디고리의 짙은 회색 유령(과연 유령일까? 그렇게 부르기에는 너무나 단단하게 보였다)이 마치 아주 비좁은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애를 쓰듯이 몸 전체를 서서히 빼내고 있었다...
마침내 케드릭의 형상이 땅바닥을 딛고 우뚝 섰다. 케드릭의 유령은 황금빛 실을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꼭 잡아, 해리."
케드릭의 유령이 해리를 격려하면서 말했다. 그 목소리는 어쩐지 아주 먼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해리는 다시 눈길을 돌려서 볼드모트를 쳐다보았다. 부릅뜨고 있던 볼드모트의 새빨간 눈은 여전히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볼드모트도 역시 해리처럼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아주 희미하게... 해리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황금빛 돔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아우성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에서 또다시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끝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툭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머리모양을 한 짙은 그림자가 떠오르더니 재빨리 팔과 가슴이 만들어졌다... 오래 전에 해리가 꿈속에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 노인이 케드릭과 똑같이 요술지팡이 끝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유령인지 그림자인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은 케드릭 옆으로 걸어가더니 우뚝 섰다. 그리고 짚고 다니는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약간 놀란 표정으로 해리와 볼드모트와 황금빛 돔과 서로 연결된 요술지팡이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저 자가 정말로 마법사였단 말인가?" 노인이 깜짝 놀란 눈빛으로 볼드모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 자가 나를 죽였어... 이봐, 저 자와 싸워..."
하지만 벌써 또 다른 머리가 나타나고 있었다... 연기로 만든 회색 동상과 비슷한 그것은 어떤 여자의 머리였다... 두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요술지팡이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해리는, 다른 유령들처럼 땅바닥 위로 내려오더니 똑바로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버사 조킨스의 형상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요술지팡이를 놓으면 안 돼!" 그 여자가 소리를 질렀다. 케드릭의 목소리처럼 버사 조킨스의 목소리 또한 먼 곳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해리, 저 자에게 당하지 마! 요술지팡이를 놓지 마!"
버사 조킨스와 다른 두 명의 형상은 황금 그물망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한편 죽음을 먹는 자들은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볼드모트의 희생자들은 결투하고 있는 두 사람 주위를 빙빙 돌면서, 해리에게는 격려의 말을 중얼거렸으며 볼드모트에게는 해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어떤 말을 마구 쏘아대었다. 
이제 또 다른 머리가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서서히 피어 오륵 시작했다. 해리는 그 머리를 보자마자,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깨달았다... 마치 케드릭이 요술지팡이 끝에서 나타나는 순간부터 이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해리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막 모습을 드러낸 그 여자는 해리가 오늘밤에 어느 누구보다도 더욱 간절하게 생각한 바로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길게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젊은 여자의 형상은 버사가 그랬던 것처럼 땅 위로 내려오더니 똑바로 서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미친 듯이 두 팔을 덜덜 떨면서 어머니 유령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네 아버지가 오실 거다..." 그 여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너를 보고 싶어하신단다... 괜찮을 거야... 계속 버티거라..."
그리고 아버지가 나타났다... 제일 먼저 아버지의 머리가 나타나고 그 다음에 몸이 나타났다... 호리호리하게 키가 크고 해리처럼 머리가 헝클어진 남자였다.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피어난 제임스 포터의 형상은 땅바닥으로 내려가더니 아내처럼 똑바로 섰다. 
잠시 후에 제임스 포터의 형상이 해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숙여 해리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목소리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먼 곳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주 나지막하게 속삭였기 때문에 볼드모트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볼드모트는 지금 자신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희생자들 때문에 얼굴이 납빛으로 질려 있었다... 그는 이 유령들을 몹시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두 개의 요술지팡이를 연결하고 있는 빛이 끊어지면 우리는 아주 잠깐 동안만 머무를 수 있단다... 하지만 너에게 시간을 벌어 주도록 해보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포트키를 붙잡아야만 한다. 포트키는 다시 너를 호그와트로 돌려보내 줄 거야... 내 말을 알아듣겠니, 해리?"
"알겠어요."
해리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간신히 대답했다. 이제 손가락 사이로 자꾸만 미끄러지고 빠져나가는 요술지팡이를 잡기 위해 해리는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었다. 
"해리... 내 시신을 갖고 가 주겠니? 내 시신을 우리 부모님께 전해 줘."
케드릭의 형상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래."
해리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면서 간신히 요술지팡이를 붙잡고 있었다. 
"지금이다. 뛸 준비를 해... 바로 지금이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소곤거렸다. 
"지금이에요!"
해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어쨌거나 더 이상 한 순간도 요술지팡이를 붙잡고 있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해리가 온 힘을 다해 손목을 비틀면서 요술지팡이를 위로 잡아당기자, 황금실이 뚝 끊어졌다. 동시에 광선 그물망과 불사조의 노래도 사라졌다. 하지만 볼드모트의 희생자들의 형상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일제히 볼드모트 주위로 몰려들었다. 볼드모트가 해리를 보지 못하도록 시야를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젖먹던 힘을 다해 쏜살같이 달렸다. 얼이 빠진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죽음을 먹는 자 두 명을 쓰러뜨리면서 달려나간 해리는 묘비들 사이를 요리조리 도망쳤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해리를 추격하면서 주문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빗나간 주문이 묘비에 펑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주문과 무덤들을 살짝살짝 피하면서 케드릭의 시체를 향해 돌진했다. 더 이상 다리의 통증조차도 느낄 수가 없었다. 모든 신경은 오직 해리가 반드시 해내야만 할 일에 집중되어 있었다.
"저 놈을 기절시켜 버려!"
볼드모트가 사나운 기세로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케드릭의 시신으로부터 3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도달했을 때, 해리는 붉은 불꽃을 피하기 위해 대리석 천사 뒤로 휙 몸을 날렸다. 주문에 맞은 천사의 날개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요술지팡이를 단단히 움켜잡은 해리는 천사 뒤에서 쏜살같이 뛰어 나갔다. 
"임페디멘타!"
해리는 미친 듯이 달려오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향해 요술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소리쳤다. 해리는 아마도 그들 중에 한 명 정도는 명중시킨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뒤를 돌아볼 만한 시간이 없었다. 해리는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더욱 많은 요술지팡이들이 해리를 향해 불꽃을 발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재빨리 바닥에 엎드렸다. 수많은 불꽃이 해리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해리는 힘껏 손을 뻗어서 케드릭의 팔을 붙잡았다. 
"비켜서라! 저 놈은 내가 죽이겠다! 저 놈은 내 거야!"
볼드모트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면서 부르짖었다. 해리는 케드릭의 팔목을 더욱 세게 잡았다. 이제 묘비 하나만이 해리와 볼드모트 사이를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끌고 가기에는 케드릭의 몸이 너무나 무거웠고, 트리위저드 우승컵은 해리의 손이 채 닿지 않는 곳에 떨어져 있었다. 
볼드모트의 새빨간 눈이 어둠 속에서 활활 타올랐다. 볼드모트의 입술이 위로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해리는 볼드모트가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리는 것을 보았다. 
"아씨오!"
해리는 요술지팡이로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겨냥하면서 소리쳤다.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더니 해리를 향해 곧장 날아오기 시작했다. 해리는 재빨리 손을 뻗어서 트리위저드 우승컵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해리는 배꼽 근처가 확 잡아당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포트키가 작동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와 동시에 분노로 가득 찬 볼드모트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세찬 바람이 불면서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포트키는 해리를 데리고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케드릭도 함께... 그들은 호그와트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제35장
베리타세룸
해리는 얼굴을 잔디밭에 묻으면서 쾅 하고 납작하게 떨어졌다. 싱그러운 풀냄새가 해리의 코를 가득 메웠다. 포트키로 이동하던 중에도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던 해리는 여전히 눈을 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온몸의 기운이 죄다 빠져 버린 것 같아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어찌나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던지 해리가 엎드리고 있는 땅바닥이 배의 갑판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해리는 양쪽 손에 잡고 있던 것을 다시 한 번 꼭 쥐어 보았다. 매끄럽고 차가운 트리위저드 우승컵과 케드릭의 시체가 느껴졌다. 마치 두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놓쳐 버린다면 다시 머리 한 구석에서 어른거리고 있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아서 지칠 대로 지쳐 버린 해리는 풀냄새를 맡으면서 땅바닥 위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누군가가 다가와서 도움을 주기만을... 어떤 일이 일어나기만을... 그 동안에도 해리는 줄곧 이마의 흉터에서 통증을 느꼈다...
갑자기 주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귀가 먹먹하고 혼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방에서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와 서성거리는 발소리,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해리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마치 그것이 지나가는 악몽이라도 되는 듯이...
그 순간 누군가의 손길이 해리를 와락 움켜잡았다. 그 사람은 해리를 똑바로 뒤집으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해리! 해리!"
해리는 부스스 눈을 떴다. 
별이 총총 빛나는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덤블도어가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불안한 눈길로 해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가 해리와 덤블도어를 빽빽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오기 위해 서로의 어깨를 밀치면서 웅성거렸다. 해리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이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해리가 쓰러져 있는 곳은 구불구불한 미로가 설치되어 있던 운동장이었다. 해리는 높이 솟아 있는 관중석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면서 관중석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하늘에는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해리는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하지만 케드릭의 손목을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덤블도어의 손목을 붙잡았다. 덤블도어의 얼굴이 두 개로 보이면서 마구 출렁거렸다. 
"그 자가 돌아왔어요. 그 자가... 볼드모트가..."
해리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창백하게 질린 코넬리우스 퍼지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오, 세상에... 디고리!" 코넬리우스 퍼지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덤블도어, 이 애가 죽었소."
그의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그들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던 어두운 그림자들이 뒤를 돌아보면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큰 소리로 그 말을 따라 외쳤다. 
"죽었대!"
"죽었대!"
"케드릭 디고리가 죽었대!"
그것은 다시 비명 소리가 되어서 어두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해리, 케드릭을 그만 놓아 주거라."
해리는 문득 코넬리우스 퍼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축 늘어진 케드릭의 시신에서 억지로 해리의 손을 떼어 내려고 하는 손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해리는 케드릭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여전히 몽롱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덤블도어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해리, 이제 너는 케드릭을 구해 줄 수 없어. 모든 게 끝났다. 그만 놓아 주거라."
"케드릭은 간절하게 원했어요... 제가 다시 자기를 데리고 돌아가 주기를..." 해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처럼 여겨졌다. "케드릭은 자기를 부모님께 데려가 달라고 했어요."      
"이제 됐다, 해리... 케드릭을 놓아 주렴..."
덤블도어가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해리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나이가 많고 호리호리한 덤블도어의 몸 어디에서 그런 기운이 나오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해리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머리가 쾅쾅 울렸다. 부상당한 다리는 더 이상 몸을 지탱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들을 빙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해리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오려고 앞사람을 마구 파고들었다. 
"무슨 일이지?"
"해리는 어떻게 된 거야?"
"디고리가 죽었대!"
그들은 서로를 밀치면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해리는 병동으로 가야만 합니다! 해리는 부상을 당했어요. 덤블도어, 디고리의 부모님이... 지금 그분들이 이곳에 있네. 관중석에..."
코넬리우스 퍼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해리를 데리고 가겠네, 덤블도어. 내게 맡기게!"
"아니, 내가 직접 데리고 가는 게..."
"덤블도어, 에이머스 디고리가 달려오고 있네... 이리로 오고 있단 말이야... 자네가 직접 저들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저들이 보기 전에..."
"해리, 거기 가만히 있거라."
여학생들은 발작적으로 흐느끼면서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해리의 눈앞이 이상하게 흐릿했다...
"이제 됐다. 녀석, 내가 너를 데리고 가마... 자, 어서 가자... 병동으로..."
"덤블도어 교수님이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해리가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망치로 두들기는 듯한 이마의 통증 때문에, 해리는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눈앞이 점점 더 뿌옇게 흐려졌다. 
"너는 누워야만 한다... 자, 가자..."
해리보다 훨씬 크고 힘센 어떤 사람이 그를 반쯤은 잡아끌고 반쯤은 들고 가다시피 하면서 겁에 질린 군중 사이를 헤치고 나갔다. 해리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고함을 치면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해리를 부축한 그 사람은 군중을 밀치면서 성으로 돌아갔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호수와 덤스트랭의 배를 지나가는 동안, 해리는 함께 걸어가는 사람의 거친 숨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냐, 해리?"
마침내 그 사람이 해리를 돌계단 위로 끌어올리면서 물었다. 
철컥. 철컥. 철컥.
그 사람은 바로 매드아이 무디였다.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포트키였어요." 해리는 현관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서 대답했다. "저와 케드릭을 공동묘지로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볼드모트가 그곳에 있었어요... 볼드모트 경이..."
철컥. 철컥. 철컥. 
그들은 천천히 대리석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거기에 어둠의 주인이 있었단 말이냐?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케드릭을 죽였어요... 그들이 케드릭을 죽였어요."
"그런 다음에는?"
철컥. 철컥. 철컥.
그들은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약을 만들었어요... 그 사람의 몸을 다시 부활시키는 약이요..."
"어둠의 주인이 몸을 되찾았느냐? 다시 돌아왔느냐?"
"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이 찾아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결투를 벌였어요..."
"네가 어둠의 주인과 결투를 벌였다구?"
"도망쳤어요... 그런데 저의 요술지팡이가... 뭔가 이상한 일을 벌였어요... 엄마와 아빠도 보았죠... 그 사람의 요술지팡이에서 나왔어요..."
"해리, 여기다. 여기, 앉아라... 이제 괜찮을 거다... 이걸 마셔라..."
해리는 열쇠가 열쇠 구멍에 들어가 찰칵 소리를 내는 걸 들었다. 그리고 해리의 손에 컵이 쥐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걸 마셔라... 훨씬 기분이 나아질 거야... 자, 어서... 해리, 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겠다..."
무디는 해리가 컵에 담긴 것을 다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해리는 캑캑 기침을 했다. 강한 후추향 때문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차츰차츰 무디의 사무실이 또렷하게 보였다. 무디의 모습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무디의 얼굴은 코넬리우스 퍼지만큼이나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무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 볼드모트가 돌아왔단 말이냐? 확실히 돌아왔느냐?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그 사람의 아버지의 무덤과 웜테일과 저의 몸에서 각각 필요한 재료를 얻었어요." 해리가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머리가 점점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이마의 흉터도 그다지 쑤시지 않았다. 비록 사무실의 내부가 어두컴컴하긴 했지만, 무디의 얼굴만큼은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해리는 저 멀리 퀴디치 운동장에서 나는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를 아련히 들을 수 있었다. 
"어둠의 주인이 너의 몸에서 무엇을 가져갔느냐?"
무디가 다급하게 물었다. 
"피요."
해리가 팔을 들어올리면서 대답했다. 웜테일의 칼에 찔린 소맷자락이 쭉 찢어져 있었다. 
무디는 길고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어떻게 되었는냐? 그들이 돌아왔느냐?"
"네. 꽤 많은 자들이..."
"볼드모트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더냐?" 무디가 조용히 물었다. "그들을 용서하더냐?"
갑자기 해리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어째서 덤블도어 교수에게 그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조금 전에 덤블도어 교수를 만났을 때, 곧바로 그 얘기를 했어야만 했는데...
"호그와트에 죽음을 먹는 자가 있어요! 여기에 죽음을 먹는 자가 있다구요! 그 자가 제 이름을 불의 잔에 넣었어요. 그리고 제가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조처를 취했어요."
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무디는 다시 해리를 의자에 주저앉혔다. 
"나는 그 죽음을 먹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무디가 어쩐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르카로프인가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죠? 잡았나요? 벌써 가두어 놓았나요?"
해리는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카르카로프?" 무디는 이상하게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오늘 밤에 카르카로프는 멀리 도망쳤단다. 팔뚝에 새겨진 어둠의 표식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걸 느끼고 말이야. 그는 어둠의 주인의 충성스러운 추종자들을 너무나 많이 밀고했기 때문에 감히 그들을 만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 하지만 얼마나 멀리 도망칠 수 있을지 의심스럽군. 어둠의 주인은 적들을 추적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단다..."
"카르카로프가 달아났다구요? 도망쳤단 말인가요? 그렇다면... 그 사람이 불의 잔에 제 이름을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요?"
"아니야. 카르카로프가 그런 게 아니야. 바로 내가 그랬다."
무디가 싸늘한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그 순간 해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교수님이 그랬을 리가 없어요... 그럴 수는 없어요..."
"틀림없이 내가 그랬다."
무디는 해리를 노려보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빙빙 돌아가던 무디의 마법의 눈이 문에 고정되었다. 해리는 무디가 혹시라도 사무실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무디가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니 해리에게 겨누었다. 
"볼드모트가 그들을 용서했단 말이냐? 자유롭게 풀려난 죽음을 먹는 자들을? 어둠의 주인을 배신하고 아즈카반을 피해 도망친 자들을?"
"뭐라구요?"
해리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해리는 무디가 자신을 향해 겨누고 있는 요술지팡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야. 이건 장난이야. 무디는 지금 약간 심한 장난을 치고 있어. 그래,  장난이어야만 해.
"지금 너에게 묻고 있다." 무디가 냉혹하게 호통쳤다. "단 한번도 자기들의 주인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그 인간 쓰레기들을 볼드모트가 용서했는지 아닌지를 말이다. 어둠의 주인을 위해 용감하게 아즈카반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던 그 비겁한 배신자들을... 퀴디치 월드컵에서 가면을 쓰고 날뛰다가 내가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리자 허겁지겁 도망치고 말았던 그 허약하고 무가치한 쓰레기들을..."
"교수님이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렸다구요?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해리, 내가 분명히 말했다. 분명히 너에게 말했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게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죽음을 먹는 자라고... 나의 주인이 가장 절실하게 그들을 필요로 할 때, 그들은 나의 주인에게 등을 돌렸다. 나는 어둠의 주인이 그들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어둠의 주인이 그들을 고문할 거라고... 해리, 제발 볼드모트가 그들을 혼내 주었다고 말해라..." 갑자기 무디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미소를 지었다. "어둠의 주인께서 오직 나, 나 한 사람만이 변함없이 충성을 바쳤노라고 그들에게 말했다고 말이다... 어둠의 주인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것을 갖다 드리기 위해 어떤 위험도 무릅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바로 너를 말이다..."
"그럴 리가 없어요... 어떻게 교수님이 그럴 수가..."
"또 다른 학교가 있는 것처럼 꾸며서 네 이름을 불의 잔 속에 집어넣은 사람이 누구일 것 같으냐? 바로 나다. 너를 해치려고 하거나 혹은 이 시합에서 네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 같은 자들에게 겁을 주어서 멀리 쫓아 버린 사람이 누구일 것 같으냐? 바로 나다. 너에게 미리 용을 보여주도록 해그리드를 부추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 바로 나다. 네가 용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깨닫도록 도와주었던 사람은? 바로 나란 말이다."
이제 무디의 마법의 눈은 더 이상 문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마법의 눈은 해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삐뚤어진 무디의 입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넓게 벌어져 있었다. 
"해리,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런 의심도 불러 일으키지 않으면서 네가 이 시험을 통과하도록 도와주는 일 말이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꾀를 다 쥐어짜야만 했지. 네가 성공하는 데 내가 도와주었다는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만약 네가 모든 시험을 너무나 쉽게 통과한다면, 덤블도어가 의심을 하게 될지도 모르거든. 오히려 처음에는 다른 챔피언들과 엇비슷한 정도의 성적을 거두는 편이 훨씬 더 나았지. 일단 네가 미로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그때는 내가 다른 챔피언들을 제거하고 너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물들을 치워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테니까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멍청한 네 머리와도 싸워야 했지.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우리가 실패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었다. 포터, 나는 줄곧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황금알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너에게 또 다른 힌트를 주어야만 했다."
"당신이 알려 준 게 아니에요." 해리가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건 케드릭이 알려 준 거라구요!"
"물 속에서 황금알을 열어 보라고 케드릭에게 말해 준 사람이 누굴 것 같으냐? 내가 그랬다. 나는 틀림없이 그 아이가 너에게 그 정보를 알려 줄 거라고 믿었지. 포터, 원래 품성이 바른 사람은 조종하기가 더 쉬운 법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케드릭은 분명히 용에 대해서 알려 준 너에게 빚을 갚고 싶어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내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터, 너는 여전히 실패할 것만 같았어. 나는 줄곧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도서관에서 보내는 그 많은 시간들을... 나는 너에게 필요한 그 책이 바로 네 기숙사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느냐? 나는 일찍부터 그 책을 네 기숙사에 슬쩍 넣어 두었다. 롱바텀, 그 녀석에게 주었던 바로 그 책 말이다. 기억나지 않느냐? <지중해의 신비한 수초들과 그 특성>. 그 책 속에는 네가 아가미풀에 대해서 알아야 할 모든 내용이 다 적혀 있었다. 나는 네가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다닐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렇다면 롱바텀은 즉시 대답해 주었을 게다.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는 그러지 않았어... 너는 잘난 자존심과 독립심으로 내가 어렵게 추진한 모든 일들을 몽땅 망쳐 놓을 뻔했지."
무디는 차가운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해리는 입을 딱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내가 어떻게 했겠니? 또 다른 순진한 상대를 이용해서 너에게 정보를 주도록 했지. 너는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도비라고 하는 꼬마 집요정이 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는 말을 했었어. 나는 세탁물을 가져 가라고 그 꼬마 집요정을 교무실로 불렀지. 그리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맥고나걸 교수와 떠들었다. 누가 인질이 될 것인지, 과연 포터가 아가미풀을 사용할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말이야. 과연 너의 꼬마 집요정은 곧장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달려갔지. 그리고 너를 찾기 위해 황급히 나서더군..."
무디의 요술지팡이는 여전히 해리의 심장을 곧장 겨냥하고 있었다. 그런데 벽에 걸려 있던 적을 비추는 거울 속에서 희뿌연 영상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디는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영상을 볼 수가 없었다. 
"포터, 너는 호수 속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머물렀어. 나는 네가 그만 물에 빠져 죽은 줄 알았지. 하지만 너의 어리석은 행동을 고귀한 행동으로 착각한 덤블도어는 너에게 최고 점수를 주었어. 그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물론 너는 오늘 밤 미로 속에서 응당 겪었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시험을 치렀다."
무디는 잠시도 해리에게서 눈길을 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미로 주위를 순찰하고 다니는 동안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들을 모두 볼 수가 있었지. 그리고 마법을 써서 네 길을 방해하는 수많은 방해물들을 없애 버릴 수 있었다. 나는 미로 안을 지나가던 플뢰르 델라쿠르에게 기절 마법을 쏘았다. 그리고 빅터 크룸에게 임페리우스 마법을 걸어서 디고리를 끝장내도록 했지. 반드시 네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야."
해리는 가만히 무디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무디는 바로... 덤블도어의 오랜 친구가 아닌가? 게다가 유명한 오러인 그가... 죽음을 먹는 자들을 수없이 체포했던 사람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적을 비추는 거울에 나타났던 희뿌연 영상이 점점 더 뚜렷하게 변하더니 이제는 거의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해리는 무디의 어깨 너머로 세 사람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무디는 거울에 비친 영상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디의 마법의 눈은 오직 해리에게 똑바로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포터, 어둠의 주인이 어쩌다가 너를 죽이지 못했는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어둠의 주인은 분명히 너를 죽이고 싶어하셨다." 무디가 소름이 오싹 끼치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약 내가 어둠의 주인 대신 너를 해치운다면... 그리고 어둠의 주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에게 얼마나 엄청난 보상을 내려 주실까? 너도 한번 상상해 보거라. 나는 이미 어둠의 주인에게 너를 주었다. 어둠의 주인이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도 간절히 필요로 했던 것을... 그리고 이제 나는 어둠의 주인을 대신해서 너를 죽이는 것이다. 나는 다른 어떤 죽음을 먹는 자들보다도 훨씬 큰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나는 어둠의 주인이 가장 총애하는 종이 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추종자... 아들보다도 더욱 가까운..."
무디의 정상적인 눈은 앞으로 툭 튀어나올 지경으로 불거졌으며, 마법의 눈은 한 순간도 해리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사무실의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라도 결코 무디의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디의 공격을 막아 낼 틈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어둠의 주인과 나는 아주 공통점이 많지."
무디가 말을 계속했다.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해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무디의 표정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우리 두 사람 모두 아주 실망스러운 아버지를 두었지... 참으로 실망스러운 아버지를... 게다가 우리 두 사람 모두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는 수치를 당해야만 했어. 하지만 우리 두 사람 모두 똑같은 기쁨을 누렸지... 아주 커다란 기쁨을... 어둠의 질서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는 기쁨을!"
"미쳤군요. 당신은 미쳤어요!"
해리가 불쑥 소리를 질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미쳤다구?" 무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제 곧 알게 될 게다. 과연 누가 미쳤는지! 마침내 어둠의 주인께서 돌아오셨으니까! 그리고 어둠의 주인 곁에는 내가 있다! 해리 포터, 어둠의 주인이 돌아오셨다. 너는 결코 어둠의 주인을 끝장낼 수 없었어. 그리고 이제... 내가 너를 끝장낼 것이다!"
무디는 고함이라도 지르려는 듯 입을 딱 벌리면서 요술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해리는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요술지팡이를 찾았다. 
"스투페파이!"
갑자기 붉은 섬광이 번쩍거렸다. 해리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쩍 하고 뭔가 갈라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디의 사무실 문이 산산조각으로 폭파되었다. 
무디는 그만 사무실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해리는 여전히 무디가 서 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마법의 거울 속에서, 몹시 긴장하고 있는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와 스네이프 교수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를 발견했다. 
해리는 재빨리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세 사람이 문가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덤블도어가 요술지팡이를 앞으로 내민 채, 제일 먼저 걸어오고 있었다. 
그 순간 해리는 왜 다른 사람들이 '볼드모트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마법사가 바로 덤블도어'라고 말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매드아이 무디를 노려보고 있는 덤블도어의 표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너그러운 미소는 종적을 감추었으며, 안경 너머에서 반짝이는 두 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덤블도어의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살 하나하나마다 차가운 분노가 어려 있었다. 그리고 덤블도어의 몸 전체에서 강렬한 기운이 발산되고 있었다. 마치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기를 내뿜고 있는 것처럼...
뚜벅뚜벅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온 덤블도어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무디의 몸 밑으로 발을 집어넣어서 툭 걷어찼다. 무디의 몸이 뒤집어지면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덤블도어의 뒤를 따라 들어온 스네이프는 아직도 자신의 얼굴이 비추이고 있는 마법의 거울을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곧장 해리에게 달려왔다. 
"포터, 나와 함께 가자. 어서 가자... 병동으로..."
맥고나걸 교수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맥고나걸 교수의 얇은 입술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실룩거리고 있었다. 
"아니오."
덤블도어가 날카롭게 말했다. 
"덤블도어, 포터는 당장 가야만 해요. 이 몰골을 좀 보세요. 오늘 밤에 포터는 고통을 충분히 겪을 만큼 겪었어요."
"미네르바, 해리가 이곳에 남아 있도록 하시오. 해리도 알아야만 하니까 말이오. 지금 벌어진 일들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오. 그래야만 상처도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거요. 해리는 오늘 밤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소. 그 혹독한 시련 속으로 해리를 밀어 넣은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알아야만 하오. 그리고 왜 그랬는지 그 이유도 말이오."
덤블도어가 단호하게 맥고나걸 교수의 말을 잘랐다. 
"무디 교수님이, 어떻게 무디 교수님이 그럴 수가 있죠?"
해리는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앨러스터 무디가 아니란다."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너는 앨러스터 무디를 몰라. 진짜 무디라면 오늘 밤 그 일이 벌어진 직후에 너를 내 눈앞에서 데려 가지는 않았을 게다. 이 사람이 너를 데리고 사라진 순간, 나는 깨달았지. 그래서 곧 뒤쫓아 온 거야."
덤블도어는 허리를 숙여 축 늘어져 있는 가짜 무디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무디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휴대용 물병과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덤블도어는 몸을 일으키더니 맥고나걸 교수와 스네이프를 향해 빙 돌아섰다. 
"세베루스, 자네가 가지고 있는 진실의 마법약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을 갖고 오게. 그리고 주방으로 내려가서 윙키라는 꼬마 집요정을 불러오게나. 미네르바, 미안하지만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가면, 호박밭에 커다란 검은 개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요. 검은 개를 데리고 내 사무실로 가시오. 그리고 그 개에게 내가 곧 돌아올 거라고 말한 후에, 당신은 다시 이곳으로 와 주시오."
스네이프와 맥고나걸은 덤블도어의 지시가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즉시 뒤로 돌아서더니 밖으로 나갔다. 
덤블도어는 일곱 개의 자물쇠가 달린 트렁크가 놓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첫번째 자물쇠에 열쇠를 꽂고 트렁크를 열었다. 그 안에는 마법서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덤블도어는 트렁크를 닫고 다시 두 번째 자물쇠에 두 번째 열쇠를 꽂았다. 그리고 다시 트렁크를 열자, 잔뜩 들어 있던 마법서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부서진 스니코스코프와 양피지, 깃펜 그리고 은빛 투명 망토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해리는 놀라움에 가득 찬 눈길로 덤블도어가 차례차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 자물쇠를 열었다가 다시 닫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럴 때마다 트렁크 속에는 다른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마침내 덤블도어가 일곱 번째 자물쇠에 열쇠를 꽂았다. 그리고 트렁크를 열었다. 그 순간 해리는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해리는 트렁크 속에 구덩이나 지하실 같은 장소가 있는 것을 보았다. 깊이가 3미터 가량 되는 구덩이 속에는 진짜 매드아이 무디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무디는 뼈만 앙상할 정도로 바싹 말라 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굶주린 것 같았다. 무디의 나무 다리는 어디론가 없어졌으며, 마법의 눈이 달려 있어야 할 눈구멍은 뻥 뚫려 있었다. 그리고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잘려 나가 있었다. 해리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얼이 빠져서, 트렁크 구덩이 속에서 잠들어 있는 무디와 사무실 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무디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덤블도어는 트렁크 속으로 들어가더니, 구덩이 바닥으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그리고 잠이 든 무디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기절했군. 임페리우스 저주에 의해 조종을 당했어. 아주 숨이 약한데..." 덤블도어가 무디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말했다. "물론 무디를 계속 살려 둘 필요가 있었겠지. 해리, 그 가짜 무디의 망토를 이리 던져라. 무디의 몸이 아주 싸늘하구나. 아무래도 폼프리 부인에게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다지 위급한 상태가 아닌 것 같구나."
해리가 재빨리 망토를 던져 주자, 덤블도어는 무디의 몸을 망토로 잘 덮어 주었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는 구덩이에서 올라오더니 다시 트렁크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용 물병을 집어 들어 마개를 열고 거꾸로 뒤집었다. 마룻바닥 위에 걸쭉하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쏟아졌다. 
"폴리주스 마법의 약이구나,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너도 이게 얼마나 영리하고 단순한 방법이었는지 알겠지. 무디는 자신의 휴대용 물병에 담긴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어. 무디의 그런 버릇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 물론 이 가짜 무디는 마법의 약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 진짜 무디를 줄곧 옆에 데리고 있어야만 했단다."
덤블도어가 트렁크 속에 들어 있는 무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가짜 무디는 지난 1년 동안 계속 무디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거야. 저기 머리카락이 들쭉날쭉한 것이 보이지? 하지만 오늘 밤에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우리의 가짜 무디께서 매시간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깜박 잊어버리고 하지 않은 것 같구나. 어디... 곧 알게 되겠지."
덤블도어는 책상 앞에 놓여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는 가짜 무디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해리도 가만히 가짜 무디를 쳐다보았다. 몇 분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상처 자국이 점차 사라지고 피부가 매끈하게 변했다. 살점이 뭉텅 떨어져 나간 코도 적당한 크기로 줄어들면서 완전한 제모습을 되찾았다. 희끗희끗하고 기다란 머리카락도 바싹 짧아지면서 밀짚 같은 색깔로 변했다. 갑자기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로 만든 의족이 떨어져 나가고 정상적인 다리가 자라났다. 잠시 후에는 마법의 눈이 얼굴에서 툭 튀어나오면서 진짜 눈이 자리를 잡았다. 사무실 마룻바닥을 따라 데구르르 굴러간 눈알은 계속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았다. 
해리는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살짝 주근깨가 박힌 창백한 얼굴에 금빛 더벅머리를 한 청년이었다. 해리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덤블도어의 펜시브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 크라우치에게 계속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디멘터들에게 억지로 끌려 나가던 모습... 하지만 지금 그의 눈가에는 주름이 잡혀 있었으며,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복도에서 황급히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스네이프가 윙키를 데리고 돌아오고 있었고, 맥고나걸 교수도 바로 그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크라우치!" 스네이프가 문가에 우뚝 멈추어 서서 소리쳤다. "바티 크라우치!"
"하느님 맙소사!"
맥고나걸 교수도 마치 얼어붙은 듯이 걸음을 멈추고 마룻바닥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더럽고 지저분한 옷차림을 한 윙키가 스네이프의 다리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윙키는 입을 딱 벌리면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바티 주인님! 바티 주인님! 여기에서 뭘 하시는 거예요?" 윙키는 젊은 남자의 품으로 쏜살같이 뛰어들었다. "당신이 그를 죽였군요! 당신이 그를 죽였어요! 당신이 주인님의 아들을 죽였어요!"
"단지 기절한 것뿐이란다, 윙키." 덤블도어가 윙키를 달래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잠깐만 옆으로 비키렴. 세베루스, 약을 갖고 왔는가?"
스네이프는 덤블도어에게 투명한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스네이프가 마법의 약 수업 시간에 해리에게 먹이겠다고 위협했던 바로 그 베리타세룸이었다. 덤블도어는 마룻바닥에 쓰러진 사람 위로 허리를 숙이더니, 마법의 거울이 걸려 있는 벽에 몸을 기대고 앉도록 일으켜 세웠다. 마법의 거울 속에 비친 덤블도어와 스네이프 그리고 맥고나걸의 영상이 아직까지도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윙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마룻바닥에 꿇어앉았다. 덤블도어는 기절한 사람의 입을 강제로 벌리더니 진실의 약을 세 방울 떨어뜨렸다. 그리고 요술지팡이를 그 사람의 가슴에 겨누면서 주문을 외웠다.
"에너바이트!"
크라우치의 아들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축 늘어져 있었으며, 시선은 아주 몽롱했다. 덤블도어는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내 말이 들리나?"
덤블도어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네."
그 남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에게 솔직히 말해 주었으면 좋겠네." 덤블도어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무슨 수로 아즈카반에서 도망을 쳤나?"
크라우치는 깊고 떨리는 한숨을 내쉬더니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나를 꺼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죠. 그래서 아버지에게 마지막 은혜를 베풀어서 부디 나를 구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아들은 사랑하지 않았지만 아내는 사랑했던 아버지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두 분은 나를 만나기 위해 아즈카반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들어 있는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내게 주었습니다. 또한 어머니는 내 머리카락이 들어간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마셨죠. 그래서 우리는 서로 모습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윙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세차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바티 주인님.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마세요. 아버님이 곤란한 처지에 놓일 거예요!"
하지만 크라우치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똑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디멘터들은 앞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건강한 한 사람과 죽어가는 한 사람이 아즈카반으로 들어왔다가, 똑같이 건강한 한 사람과 죽어가는 한 사람이 아즈카반을 떠났다는 사실만 감지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아버지는 혹시라도 다른 죄수들이 문 틈으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볼 경우에 대비해 나를 어머니의 모습으로 바꾸었던 것입니다. 얼마 후에 어머니는 아즈카반에서 죽었습니다. 하지만 긑까지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마시는 걸 잊어버리지 않았죠. 결국 어머니는 내 모습을 한 채, 내 이름이 적힌 묘비 밑에 묻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가 바로 나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크라우치의 눈꺼풀이 다시 파르르 떨렸다. 
"그래서 자네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군. 자네의 아버지는 그 다음에 어떻게 했나?"
덤블도어가 조용히 물었다. 
"일부러 어머니가 죽은 척 꾸몄습니다. 조촐하고 조용한 장례식을 치렀죠. 하지만 그 무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꼬마 집요정은 충실하게 나를 간호해 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언제나 엄격하게 통제를 당해야만 했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복종시키기 위해 수많은 주문을 사용했습니다. 마침내 나의 힘이 모두 회복되었을 때, 나는 오직 어둠의 주인을 찾으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나의 주인을 섬기고 싶은 마음 이외에는..."
"자네 아버지는 어떤 식으로 자네를 통제했지?"
덤블도어가 물었다. 
"임페리우스 저주를 썼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지배 하에 놓여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밤이나 낮이나 투명 망토를 입고 있어야만 했죠. 내 옆에는 항상 꼬마 집요정이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그 꼬마 집요정은 나의 감시자이자 시종이었습니다. 꼬마 집요정은 내 처지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가끔씩 나에게 선심을 쓰도록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착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이죠."
가짜 무디가 몽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바티 주인님, 바티 주인님. 이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야 했어요. 이제 우리는 큰일났어요..."
윙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면서 흐느꼈다. 
"네가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냐? 네 아버지와 꼬마 집요정 이외에는 아무도 몰랐느냐?"
덤블도어의 눈길이 크라우치를 향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버사 조킨스라는 마녀가 아버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서류를 들고 우리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집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윙키는 그 마녀를 거실로 안내한 후에 내가 있는 부엌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버사 조킨스는 우연히 윙키와 내가 서로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조사를 하기 시작했죠. 마침내 버사 조킨스는 어떤 사람이 투명 망토를 쓰고 숨어 있다는 추측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마녀는 정확한 증거를 들이대면서 추궁했습니다. 아버지는 버사 조킨스에게 아주 강력한 기억력 마법을 걸어서 그녀가 알아낸 사실을 모두 잊어버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어찌나 강력한 마법이었던지, 아버지는 그 사건 때문에 버사 조킨스의 기억력이 완전히 손상되었다고 말했죠."
크라우치가 다시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 대답했다. 
"도대체 그 여자는 왜 우리 주인님의 사생활을 캐고 돌아다녔던 거죠? 왜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었던 거죠?"
윙키는 서러운 듯이 흐느끼면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퀴디치 월드컵에 대해서 말해 보게."
덤블도어가 말했다. 
"윙키가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죠.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몇 달이 걸렸습니다. 나는 몇 년 동안이나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퀴디치 시합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윙키는 내가 퀴디치 월드컵을 구경할 수 있도록 보내 달라고 졸랐죠. 투명 망토를 쓰고 시합을 관람하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설득했습니다. 딱 한 번만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시게 해 달라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그걸 원했을 거라고 애원했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나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이었지, 평생 동안 집 안에 갇힌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죠. 결국 아버지는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크라우치는 여전히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우리는 아주 조심스럽게 계획을 짰습니다. 아버지는 아침 일찍 나와 윙키를 데리고 일등석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윙키는 아버지 대신 자리를 지키는 거라고 둘러댔습니다. 아버지의 자리에는 물론 투명 망토를 입은 내가 앉아 있었죠.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일등석을 떠난 후에 우리도 경기장을 빠져나오기로 했습니다. 윙키는 혼자인 것처럼 보일 것이고,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윙키는 나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임페리우스 저주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때때로 거의 나 자신을 되찾기도 했죠.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 아버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등석에 있을 때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마치 깊은 잠에서 확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퀴디치 월드컵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도중에 문득 나는 군중들 속에 있는 나 자신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한 소년의 호주머니에서 비어져 나온 요술지팡이를 보았습니다. 아즈카반에 들어간 이후로 나는 요술지팡이를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그 요술지팡이를 몰래 훔쳤죠. 하지만 윙키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윙키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니까요."
"바티 주인님, 어떻게 그럴 수가!"
윙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윙키의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요술지팡이로 무슨 짓을 했지?"
"퀴디치 월드컵이 끝난 후에 우리는 텐트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의 소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아즈카반에 들어간 적이 없는 자들, 나의 주인을 위해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았던 자들... 그들은 나의 주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들은 나처럼 노예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얼마든지 어둠의 주인을 찾아나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머글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을 뿐이었죠. 그런데... 그들의 목소리가 나의 정신을 일깨웠습니다. 나의 머리 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맑아졌습니다. 나는 몹시 화가 났죠. 나의 품 속에는 요술 지팡이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둠의 주인을 배신한 그들을 공격하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아버지는 머글들을 구하기 위해 텐트를 떠나고 없었습니다. 윙키는 내가 그토록 분노하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렸죠. 윙키는 나와 자신을 서로 연결하는 마법의 끈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나를 끌고 텐트 밖으로 나와서 숲으로 들어갔죠. 죽음을 먹는 자들을 피하기 위해서... 하지만 나는 윙키를 막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나는 다시 캠프장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을 만나서... 어둠의 주인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고 그들의 불충에 대해 벌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훔친 요술지팡이를 사용해서 하늘에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렸습니다."
문득 해리는 숲속에서 윙키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 윙키는 몹시 힘들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비로소 해리는 어째서 꼬마 집요정이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법부의 마법사들이 도착하자, 그들은 사방으로 기절 마법을 쏘았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윙키와 내가 서 있는 나무 사이로 날아와, 윙키와 나를 연결하고 있던 마법의 끈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 순간 윙키와 나는 기절하고 말았죠."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윙키가 발견되었을 때, 아버지는 분명히 내가 근처에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윙키가 쓰러져 있던 덤불 속을 샅샅이 수색한 끝에, 내가 그곳에 쓰러져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아버지는 마법부의 직원들이 숲속에서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다시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어서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아버지는 몹시 화를 내면서 윙키를 해고하고 말았습니다. 윙키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거죠. 윙키는 내가 요술지팡이를 가질 수 있도록 틈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도망칠 기회까지 줄 뻔했으니까요."
크라우치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윙키는 그 말을 듣자, 다시 절망적으로 통곡했다. 
"이제 집에는 아버지와 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바로 그때..." 갑자기 넋이 나간 듯한 크라우치의 얼굴에 이상야릇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어둠의 주인이 나를 찾아오셨습니다. 어느 날 밤에 나의 주인이... 웜테일의 품에 안겨서 우리집으로 오셨습니다. 웜테일은 주인을 따르는 종이었습니다. 어둠의 주인은 내가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겁니다. 어둠의 주인은 알바니아에서 버사 조킨스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버사 조킨스를 고문했던 겁니다. 그 마녀는 많은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트리위저드 시합이 다시 열릴 예정이라는 것과, 늙은 오러인 무디가 호그와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었죠. 어둠의 주인은 아버지가 그 여자에게 걸어 놓았던 기억력 마법이 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고문했습니다. 마침내 버사 조킨스는 내가 아즈카반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둠의 주인을 찾아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가 나를 집에 가두어 놓고 있다는 사실도 말했습니다. 나의 주인은 내가 아직까지도 충실한 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어쩌면 모든 종들 중에서 가장 충실한 종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의 주인은 버사 조킨스가 알려 준 정보를 바탕으로 한 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둠의 주인은 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자정이 가까울 무렵, 직접 우리집을 방문한 겁니다. 아버지가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 열어 주었죠."
마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크라우치의 얼굴 가득히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화석처럼 굳어진 윙키의 갈색 눈동자가 손가락 사이로 보였다. 윙키는 너무나 겁에 질려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나의 주인에 의해서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습니다. 이제 조종당하고 감금당한 것은 바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나의 주인은 아버지가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 다니도록 했습니다. 마침내 저주에서 해방된 나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잃어버리고 있었던 나 자신을 다시 되찾은 것입니다."
"볼드모트 경이 너에게 무엇을 요구했나?"
덤블도어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둠의 주인은 나에게 어떤 위험이라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었습니다. 물론 나는 어둠의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둠의 주인을 섬기고 어둠의 주인에게 인정받는 것은 나의 꿈이자 나의 가장 커다란 야망이었으니까... 나의 주인은 충성스러운 종 한 사람이 호그와트로 몰래 잠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해리 포터가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도록 유인하고 계속 감시할 수 있는 사람이... 해리 포터가 반드시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차지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고 마법을 걸어서 그 우승컵이 포트키로 작동하도록 만들어 놓을 사람이 말입니다. 가장 먼저 우승컵을 붙잡는 사람은 곧장 나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앨러스터 무디가 필요했겠지."
덤블도어가 크라우치의 말을 가로챘다. 덤블도어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지만, 푸른 눈동자는 분노로 무시무시하게 번뜩였다. 
"웜테일과 내가 그 일을 했습니다. 우리는 먼저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무디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무디는 격렬하게 반항했습니다. 그래서 시끄러운 소동이 일어난 거죠. 우리는 간신히 무디를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법의 트렁크 가운데 한 칸에 무디를 강제로 집어넣었습니다. 나는 무디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서 폴리주스 마법의 약 속에 넣었고요.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마시자, 나는 무디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무디에게서 마법의 눈과 나무 다리를 빼앗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동을 목격한 머글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서 위즐리가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아서 위즐리를 만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모두 끝낸 다음이었습니다. 나느 쓰레기통이 마당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서 위즐리에게 어떤 침입자들이 마당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으며, 그들이 쓰레기통을 폭파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후에 나는 무디의 옷과 어둠의 탐지기들을 챙겨서 트렁크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물론 무디도 그 트렁크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호그와트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나는 무디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어 놓고 계속 살려 주었습니다. 무디에게 물어서 그의 과거나 습관을 알아내야 했으니까요. 덤블도어의 눈까지 완벽하게 속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한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무디의 머리카락도 필요했구요. 다른 재료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지하 사무실에서 오소리 가죽을 훔쳤습니다. 그런데 마법의 약 교수가 자기 사무실로 들어온 나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재빨리 그 방을 수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핑계를 댔죠."
"네가 무디를 공격한 후에 웜테일은 어떻게 되었지?"
덤블도어의 두 눈이 크라우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웜테일은 어둠의 주인을 돌보고 우리 아버지를 감시하기 위해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네 아버지는 도망쳤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얼마 후부터 아버지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임페리우스 저주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아버지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릴 때도 있었습니다. 문득문득 제정신을 차렸던 것입니다. 결국 나의 주인은 더 이상 아버지를 집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강제로 병이 났다는 편지를 써서 마법부로 보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웜테일이 그만 아버지를 감시하는 임무를 소홀히 했습니다. 아버지가 도망을 친 겁니다. 어둠의 주인은 아버지가 호그와트로 가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아버지는 덤블도어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작정이었습니다. 아즈카반에서 나를 몰래 빼돌린 사실까지도 인정할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어둠의 주인은 나에게 아버지가 도망쳤다는 전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아버지를 막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감시를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나는 해리 포터에게 얻은 지도를 사용했죠. 하마터면 그 지도 때문에 모든 일을 망쳐 버릴 뻔한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도라니? 무슨 지도 말이냐?"
덤블도어가 재빨리 물었다. 
"포터가 가지고 있던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 말입니다. 포터는 그 비밀 지도에 내 이름이 나타난 것을 보았습니다. 어느날 밤에 스네이프의 사무실에서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훔치고 있던 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하지만 포터는 그것이 나의 아버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 나는 이름이 똑같았으니까요.그날 밤에 나는 포터에게서 그 비밀 지도를 얻었습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어둠의 마법사들을 증오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포터는 아버지가 스네이프의 뒤를 쫓고 있다고 믿었죠. 일주일 동안 나는 끈질기게 아버지가 호그와트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어느 날 저녁에 아버지가 호그와트 교정으로 들어왔다는 표시가 비밀 지도에 나타났습니다. 나는 투명 망토를 걸치고 아버지를 만나러 내려갔습니다. 아버지는 숲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포터와 크룸이 나타났습니다. 나는 모습을 감추고 적당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어둠의 주인이 포터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해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포터가 덤블도어에게 달려가는 것으로 보고 나는 재빨리 크룸을 기절시켰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아... 안 돼요! 바티 주인님, 바티 주인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윙키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울부짖었다. 
"너는 네 아버지를 죽였다. 그 시체는 어떻게 했는가?"
덤블도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추궁했다. 
"숲으로 끌고 가서 투명 망톨로 덮어 놓았습니다. 비밀 지도는 계속 갖고 있었죠. 그래서 포터가 성으로 들어가서 스네이프를 만나는 것을 지켜 보았습니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포터가 덤블도어를 데리고 성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느 재빨리 숲 밖으로 나가서 한 바퀴 빙 돌고 와서는 일부러 그들과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스네이프로부터 무슨 소동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달려왔던 거라고 덤블도어에게 말했습니다. 덤블도어는 나에게 아버지를 찾아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다시 아버지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비밀 지도를 확인했습니다.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숲에서 떠났을 때, 나는 아버지의 시체를 변신시켰습니다. 아버지는 즉시 뼈다귀로 변했습니다. 나는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도록 다시 투명 망토를 입고 그 뼈다귀를 땅 속 깊이 묻었습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 앞에 새로 파헤쳐 놓은 땅 속에 말입니다."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윙키의 애절한 울음 소리만이 잠시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밤에..."
잠시 후에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나는 저녁 식사 전에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미로 속에 갖다 놓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바티 크라우치가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법을 걸어서 우승컵이 포트키가 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둠의 주인이 세운 계획이 모두 이루어지게 된 것이죠. 어둠의 주인은 다시 힘을 되찾았습니다. 난 이제 다른 마법사들이 꿈도 꾸지 못할 영광을 얻게 될 겁니다."
또다시 크라우치의 얼굴에 넋이 나간 미소가 활짝 피어 올랐다. 갑자기 크라우치의 머리가 어깨 위로 푹 쓰러졌다. 윙키는 크라우치를 바라보면서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제36장 
덤블도어의 사람들
덤블도어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한참 동안이나 혐오스러운 눈길로 바티 크라우치를 쳐다보았다. 덤블도어가 또다시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요술지팡이 끝에서 기다란 밧줄이 흘러나오더니 저절로 바티 크라우치를 꽁꽁 묶었다. 
"미네르바, 내가 해리를 데리고 위층에 가 있는 동안 여기를 좀 지켜 주시겠소?"
덤블도어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돌아서면서 물었다. 
"물론이죠."
맥고나걸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바티 크라우치를 바라보고 있는 맥고나걸 교수의 얼굴에는 역겨운 표정이 역력하게 드러나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당장이라도 토할 것처럼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하지만 바티 크라우치를 향해 요술지팡이를 똑바로 겨누고 있는 맥고나걸 교수의 손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세베루스, 폼프리 부인에게 당장 이곳으로 내려오라고 전하게. 앨러스터 무디를 병동으로 데리고 가야만 해. 그런 다음에 운동장으로 내려가서 코넬리우스 퍼지를 찾아보게. 코넬리우스 퍼지를 만나면 즉시 이 사무실로 모셔 오게나. 분명히 그는 직접 크라우치를 심문하고 싶어 할 거야. 어쩌면 그가 나를 만나고 싶어할 지도 모르겠군. 난 30분 후에 병동에 있을 예정이라고 전해 주게."
스네이프는 아무 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해리?"
덤블도어가 다정하게 해리를 불렀다. 자리에서 일어난 해리는 다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크라우치의 고백을 듣고 있는 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다리의 통증이 다시 몰려 왔다. 
해리의 몸이 심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덤블도어는 해리의 팔을 부축하더니 어두운 복도로 나갔다. 
"해리, 먼저 내 사무실로 올라가자꾸나."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덤블도어가 차분하게 말했다. "시리우스가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다."
해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무감각하고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해리는 조금도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상태인 것이 기뻤다. 지금 해리는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처음 만졌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 중 단 한가지라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해리는 머리 속에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사진처럼 선명하고 뚜렷한 기억을 자세히 되새기고 싶지 않았다. 마법의 트렁크 속에 들어 있던 매드아이 무디... 잘려 나간 팔뚝을 움켜쥔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웜테일... 무럭무럭 김이 피어나는 가마솥 안에서 다시 부활한 볼드모트... 케드릭... 죽음을 당한...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하던 케드릭...
"저... 교수님. 그런데 케드릭의 부모님은 어디에 계신가요?"
해리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분들은 지금 스프라우트 교수님과 함께 계신다."
덤블도어가 착잡하게 대답했다. 바티 크라우치를 심문하는 내내 냉정하기만 했던 덤블도어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약간 떨렸다. 
"스프라우트 교수님은 케드릭이 있던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이기 때문에 그분들을 제일 잘 아시지."
마침내 두 사람은 이무기 석상 앞에 도착했다. 덤블도어가 암호를 말하자, 이무기 석상이 옆으로 펄쩍 움직였다. 덤블도어와 해리는 저절로 움직이는 계단을 타고 박달나무로 만든 문 앞까지 올라갔다. 
덤블도어는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해리는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리우스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시리우스의 얼굴은 처음 아즈카반에서 도망쳤을 때처럼 몹시 창백하고 바싹 야위었다. 시리우스는 재빨리 방을 가로질러서 해리에게 달려왔다. 
"해리, 너 괜찮니? 나는 짐작하고 있었단다.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시리우스는 해리가 책상 앞에 놓여 있는 의자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부축을 해주었다. 해리는 시리우스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시리우스가 더욱 다급하게 물었다. 
덤블도어는 시리우스에게 바티 크라우치가 말했던 모든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하지만 해리의 귀에는 한 마디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미 녹초가 되어 버린 몸의 뼈마디 하나 하나마다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몇 시간동안 가만히 앉아 있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아무런 생각이나 느낌을 가질 필요도 없이 잠에 곯아 떨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불사조가 부드럽게 날개를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횃대에서 내려온 불사조 퍽스는 사무실을 가로질러 날아와 해리의 무릎 위에 내려앉았다. 
"너로구나, 퍽스."
해리가 불사조를 쳐다보면서 힘없이 말했다. 해리는 불사조의 아름다운 진홍색과 황금색 깃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퍽스는 평화로워 보이는 눈을 깜박이면서 물끄러미 해리를 올려다보았다. 해리는 퍽스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점차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덤블도어는 이야기를 끝마친 후 해리의 맞은편에 놓여 있는 책상 앞에 앉았다. 해리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덤블도어의 시선을 자꾸만 피했다. 이제부터 덤블도어는 질문을 할 것이다... 모든 일을 다시 기억하도록 만들 것이다...
"해리, 나는 네가 미로 속에서 포트키를 잡은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만 한다."
마침내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아침까지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요, 덤블도어? 해리는 잠을 자야만 합니다. 해리가 편안하게 쉬도록 해야 한다구요."
시리우스가 해리의 어깨 위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감사의 마음이 솟구쳤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시리우스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해리를 향해 몸을 바싹 기울였다. 마지못해 해리는 고개를 들고 덤블도어의 푸른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너에게 마법을 걸어서 오늘 밤은 그냥 편안히 잠들게 하고, 내일 아침에 얘기하도록 하는 게 너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게다."
덤블도어가 작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단다. 고통을 피하기만 한다면, 네가 마침내 그 고통을 느껴야 할 때에는 오히려 더욱 힘들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너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용기를 보여주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네가 그 용기를 발휘하기를 원한단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우리에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 순간 불사조가 달콤하고 떨리는 울음 소리를 내었다. 불사조의 울음 소리가 해리의 고막에 와 닿았다. 갑자기 해리는 뜨거운 액체 한 방울이 목줄기를 타고 뱃속까지 흘러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몸이 점차 따뜻해지면서 저절로 기운이 솟았다. 
해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 밤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마치 사진처럼 선명하게 해리의 눈앞에 떠올랐다... 해리는 볼드모트를 부활시킨 마법의 약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불꽃을 온 사방으로 튀기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광경을 보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무덤 사이 사이에서 나타났던 장면도 보았다... 케드릭의 시체가 트리위저드 우승컵 근처에 쓰러져 있던 모습도 보았다...
해리의 어깨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던 시리우스는 한두 번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조용히 손을 들어서 시리우스의 말을 막았다. 해리는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말문을 열고 나니까 점점 더 말하는 것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음이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무엇인가 해로운 것이 해리의 몸 속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이야기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를 끝내고 나자,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그래서 웜테일은 단검을 휘둘러서 저의 오른팔을 찔렀..."
"뭐야?"
갑자기 시리우스가 해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럭 고함을 질렀다. 덤블도어는 해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자리에서 후닥닥 일어서서 황급히 다가오더니 해리에게 팔을 내밀어 보라고 말했다. 해리는 옷이 찢어지고 상처가 난 팔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볼드모트는 일부러 다른 사람의 피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제 피를 사용하면 자기가 훨씬 더 강해질 거라고 말했어요."
해리가 덤블도어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볼드모트는... 저... 저의 어머니가 제게 남긴 보호의 힘을 자기도 갖게 될 거라고 했죠. 볼드모트의 말이 맞았어요. 볼드모트는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고 저를 만질 수가 있었어요. 볼드모트는 직접 저의 얼굴을 만지기도 했어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해리는 덤블도어의 눈이 승리감으로 번뜩이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잘못 본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덤블도어가 다시 책상 앞으로 걸어가서 자리에 앉았을 때, 그의 얼굴은 지금까지 해리가 보았던 대로 몹시 피곤하고 늙어 보였기 때문이다. 
"잘 알겠다." 덤블도어가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볼드모트는 특별한 장애물 하나를 뛰어넘었구나. 해리, 어서 계속하거라."
해리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볼드모트가 가마솥에서 걸어나왔던 장면을 설명한 후에,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뭐라고 연설했는지 기억이 나는 대로 모두 들려주었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해리의 밧줄을 풀고 요술지팡이를 돌려주면서 결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금빛 광선이 해리의 요술지팡이와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를 연결한 대목에 이르자, 그는 목구멍이 꽉 막혀서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열려고 몇 번이나 노력했지만,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나왔던 것들에 대한 기억이 홍수처럼 해리의 머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해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케드릭... 낯선 노인과 버사 조킨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갑자기 시리우스가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을 때, 해리는 몹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두 개의 요술지팡이가 연결되었다는 거야?" 해리를 응시하고 있던 시리우스의 시선이 다시 덤블도어에게로 향했다. "왜 그런 거죠?"
해리도 궁금하다는 듯이 덤블도어를 쳐다보았다. 덤블도어는 잠시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꼼작없이 붙잡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프리오리 인칸타템이야."
덤블도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덤블도어의 시선이 해리의 시선과 서로 교차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상호 이해의 불꽃이 오고가는 것 같았다. 
"역주문 효과 말인가요?"
시리우스가 날카롭게 말했다.
"바로 그렇다네. 해리의 요술지팡이와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는 똑같은 심을 가지고 있다네. 두 개의 요술지팡이 모두 똑같은 불사조의 꼬리 깃털이 들어가 있지.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이 불사조라네."
덤블도어는 손을 들어 해리의 무릎 위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진홍색과 황금색의 불사조를 가리켰다.
"제 요술지팡이의 깃털이 퍽스의 것이란 말인가요?"
해리는 깜짝 놀라면서 덤블도어에게 물었다.        
"그렇단다, 해리. 4년 전에 너는 올리밴더 씨의 가게에서 그 요술지팡이를 구입했지. 네가 문을 나서자마자, 올리밴더 씨는 네가 그 두 번째 요술지팡이를 샀다고 곧장 내게 편지를 보냈단다."
"이 요술지팡이가 형제 요술지팡이를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죠?"
시리우스가 물었다. 
"서로 잘 싸울 수가 없게 된다네." 덤블도어가 말했다. "만약 요술지팡이의 주인들이 강제로 두 요술지팡이에게 싸움을 붙인다면... 아주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난다네. 요술지팡이 중에 하나가 다른 요술지팡이에게, 자신이 행했던 마법들을 토해 내는 것이지. 거꾸로... 우선 가장 최근에 행했던 마법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차례 차례 모든 마법을 되풀이한다네."
덤블도어느 해리를 쳐다보면서 과연 그랬는지 물어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해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케드릭의 형상도 다시 나타났어야 하는데..."
덤블도어가 해리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해리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디고리가 다시 살아났단 말인가요?"
시리우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떤 마법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다네. 기껏해야 일종의 반향 같은 것이지. 살아 있는 케드릭의 형상이 요술지팡이에서 흘러나왔을 거야. 내 말이 맞니, 해리?"
덤블도어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케드릭이 나타나서 저에게 말했어요. 그러니까... 케드릭의 유령이... 아니, 그게 뭐든지 간에 저에게 말했어요."
갑자기 해리의 몸이 다시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메아리란다. 케드릭의 모습과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지. 내 생각엔, 다른 형체들도 나타났을 것 같은데... 최근에 볼드모트의 요술지팡이로 희생을 당했던 자들이..."
덤블도어가 침착하게 설명했다. 
"어떤 노인이 있었어요. 버사 조킨스도 있었고, 그리고..."
해리는 여전히 목구멍이 죄어드는 것 같았다. 
"네 부모님도?"
덤블도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해리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 시리우스는 해리의 어깨를 아플 정도로 꽉 움켜잡았다. 
덤블도어는 말을 계속했다.
"그 요술지팡이가 저지른 가장 최근의 살인부터 거꾸로 나오는 거야. 물론 네가 요술지팡이의 연결을 더욱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면, 좀더 많은 희생자들이 나왔을 거란다. 잘 했다, 해리. 그런데 희생자의 메아리들... 혹은 그림자들이라고 할까... 어쨌거나 그들은 무슨 행동을 했니?"
해리는 요술지팡이에서 나온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황금 그물망 언저리를 돌았는지, 볼드모트가 그들을 보면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제임스 포터가 해리에게 어떻게 하라고 일러 주었는지, 케드릭이 어떤 마지막 요청을 했는지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 대목에 이르자, 해리는 도저히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힐끗 고개를 돌리자, 시리우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해리는 불사조 퍽스가 무릎에서 내려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사조는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마룻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머리를 해리의 상처입은 다리 위에 올려 놓았다. 불사조의 눈에서 진주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며 거미가 남긴 상처에 떨어졌다. 그 순간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상처가 아물면서 다리의 부상은 씻은 듯이 나았다. 
불사조는 날갯짓을 하면서 푸드득 날아오르더니 다시 문 옆의 횃대에 내려앉았다. 
"다시 한 번 말해 주고 싶구나."
덤블도어는 불사조를 힐끗 쳐다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해리, 오늘 밤에 너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커다란 용기를 보여주었단다. 너는 전력을 다해 볼드모트와 싸우다가 죽은 사람들과 똑같은 용기를 보여주었어. 어른 마법사들이나 감당할 만한 무거운 짐을 너도 충분히 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거지. 이제 나와 함께 병동으로 가자. 오늘 밤에는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잠자는 마법의 약을 먹고 푹 쉬어야 하니까... 시리우스, 해리와 함께 있어 주겠나?"
시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벌떡 일어서더니 커다란 검은 개로 변신했다. 해리와 덤블도어와 검은 개로 변신한 시리우스는 함게 사무실을 나가서 병동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덤블도어가 병동의 문을 열었다. 해리는 위즐리 부인과 빌, 론, 헤르미온느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은 폼프리 부인을 둘러싸고, 해리가 어디에 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질문 공세를 펴고 있던 모양이었다. 
해리와 덤블도어 그리고 검은 개가 병동으로 들어서자, 모두들 일제히 고개를 휙 돌렸다. 위즐리 부인은 비명이라도 지를 듯이 입을 딱 벌렸지만,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허둥지둥 해리에게 달려왔다. 
"해리! 오, 해리!"
하지만 덤블도어가 재빨리 위즐리 부인 앞을 가로막았다. 
"몰리." 덤블도어가 한 손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잠깐만 내 말을 들어 주시오. 해리는 오늘 밤에 아주 끔직한 시련을 겪었소. 그리고 방금 전에 내게 이야기하느라고 또다시 그 기억을 떠올려야만 했소. 지금 이 애에게 필요한 건 조용히 안정을 취하며 잠을 푹 자는 것이오. 만약 해리가 여러분과 함께 있고 싶어한다면, 그건 좋소." 덤블도어는 잠시 동안 론과 헤르미온느와 빌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해리가 대답할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해리를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더구나 오늘 밤에는 절대 안 될 일이오."
위즐리 부인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즐리 부인의 얼굴을 몹시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론과 헤르미온느와 빌이 시끄럽게 떠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들을 돌아보면서 야단을 쳤다. 
"너희들도 들었지? 조용히 해야 한단다!"
"교장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건..."
폼프리 부인은 아주 난처한 눈빛으로 시리우스가 변신한 검은 개를 쳐다보았다. 
"이 개는 해리 곁에 머물러 있을 겁니다." 덤블도어는 단호한 태도로 딱 잘라 말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검은 개는 훈련이 아주 잘 되어 있답니다. 해리, 어서 침대에 누우렴."
해리는 다른 사람들의 질문 공세를 막아 준 덤블도어에게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그들이 옆에 있는 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또다시 비참한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퍼지를 만나는 대로 다시 돌아오겠다, 해리." 덤블도어는 다정한 눈빛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까지, 너는 내일도 여기 있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덤블도어는 서둘러 병동을 떠났다. 폼프리 부인은 해리를 가까운 침대로 데려갔다. 병실 제일 끝에 진짜 무디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디의 나무다리와 마법의 눈은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무디 교수님은 괜찮아요?"
해리가 조심스럽게 무디의 안부를 물었다. 
"그래, 곧 좋아질 거란다."
폼프리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폼프리 부인은 해리에게 잠옷을 내주고는 침대 주위에 칸막이를 쳤다. 재빨리 옷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해리는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론과 헤르미온느, 빌, 위즐리 부인, 검은 개는 칸막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제각기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잔뜩 겁에 질려 있던 론과 헤르미온느는 어쩐지 두려운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아. 그저 피곤할 뿐이야."
해리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괜히 침대 커버만 만지작거리고 있던 위즐리 부인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부산하게 사무실로 달려 간 폼프리 부인은 자주색 약이 담긴 작은 병과 잔을 갖고 돌아왔다.
"해리, 이걸 다 마셔야 한다. 꿈도 꾸지 않고 푹 자게 해주는 약이란다."
폼프리 부인이 다정하게 말했다. 해리는 잠자는 마법의 약을 잔에 부어서 몇 번에 걸쳐 나누어 마셨다. 즉시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몽롱하게 보였다. 병동을 밝히고 있는 등불들이 침대를 둘러싸고 있는 칸막이 너머에서 다정하게 깜박거리는 것 같았다. 따뜻한 깃털 이불 속으로 해리의 몸이 한없이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약을 다 마시기도 전에, 지칠 대로 지친 해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만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문득 잠에서 깨어난 해리는 온몸이 너무나 나른했기 때문에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대로 다시 잠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병동은 여전히 희미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아직도 한밤중인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별로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않으면, 해리가 잠을 깰 거야!"
"도대체 왜 고함을 지르는 거죠? 또다시 무슨 일이 벌어질 리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
해리는 살며시 두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해리의 안경을 벗겨서 치워 놓았기 때문에 제일 가까이 있는 위즐리 부인과 빌의 모습만 어렴풋이 구별할 수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벌떡 일어나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건 코넬리우스 퍼지의 목소리야." 위즐리 부인이 속삭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미네르바 맥고나걸의 목소린데...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말다툼을 하는 걸까?"
이제 해리의 귀에도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병동으로 다가오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요, 미네르바."
코넬리우스 퍼지가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절대로 그것을 성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덤블도어가 아는 날이면..."
해리는 병동의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해리는 몸을 일으키고 앉은 후에 안경을 찾아서 썼다. 하지만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빌이 칸막이를 젖히자, 모두들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다.
코넬리우스 퍼지가 병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고 있었다. 스네이프와 맥고나걸 교수가 그 뒤를 바싹 따라오고 있었다. 
"덤블도어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코넬리우스 퍼지가 위즐리 부인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여긴 안 계세요. 장관님, 여기는 병동이에요. 좀 조용히 하셔야..."
위즐리 부인이 잔뜩 화가 나서 대답했다. 바로 그 순간 문이 다시 열리더니 덤블도어가 재빨리 병실로 들어섰다. 
"무슨 일입니까? 왜 여기에서 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겁니까? 미네르바, 솔직히 당신에게 놀랐소. 분명히 바티 크라우치를 지키고 있으라고 말했는데..."
덤블도어가 코넬리우스 퍼지와 맥고나걸 교수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날카롭게 물었다. 
"이제는 더 이상 크라우치를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어요! 덤블도어 교수님! 퍼지 장관님께서 이미 다 알아서 처리하셨으니까요!"
맥고나걸 교수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가 지금처럼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맥고나걸 교수의 뺨은 빨갛게 달아올랐으며, 두 손은 불끈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분노로 부들부들 온몸을 떨었다. 
스네이프가 조근조근 설명했다. 
"퍼지 장관님을 만난 자리에서, 오늘 밤 사건을 주동한 죽음을 먹는 자를 우리가 붙잡았다고 보고드렸습니다. 그러자 퍼지 장관님은 자신의 개인적인 안전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디멘터 한 명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오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리고 바티 크라우치가 잡혀 있는 사무실로 디멘터를 데리고 들어오더니..."
"덤블도어 교수님, 저는 교장 선생님이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어요! 저는 퍼지 장관님에게 교장 선생님은 디멘터가 이 성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가 씩씩거리면서 소리쳤다. 
"그게 잘못이란 거요?" 코넬리우스 퍼지가 호통을 쳤다. 해리는 지금처럼 심하게 화를 내는 코넬리우스 퍼지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마법부 장관으로서, 지극히 위험한 자를 만날 때, 경호원을 데리고 갈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내가 결정할 소관이란 말이오..."
하지만 코넬리우스 퍼지의 목소리는 이내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순간..." 맥고나걸 교수는 온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크라우치에게 허리를 숙이더니... 그리고... 그리고..."
그 순간 해리는 뱃속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을 받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는 굳이 말을 다 끝낼 필요가 없었다. 디멘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멘터는 바티 크라우치에게 죽음의 입맞춤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입을 통해서 크라우치의 영혼을 빨아들인 것이다. 이제 크라우치는 차라리 죽은 것보다 못한 상태가 되었다. 
"어느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크라우치가 받은 처벌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소! 크라우치는 벌써 몇 사람이나 죽인 게 분명하지 않소!"
코넬리우스 퍼지가 발끈 화를 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증언도 할 수가 없게 되었군, 코넬리우스. 어째서 그 사람들을 죽였는지 증언할 수가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네."
덤블도어는 마치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코넬리우스 퍼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왜 크라우치가 그들을 죽였냐구?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나? 안 그런가? 크라우치는 미쳤어. 마구 날뛰는 정신병자였단 말야! 미네르바와 세베루스가 나에게 들려 준 이야기에 따르면, 크라우치는 마치 이 모든 일들을 그 사람의 지시에 따라서 한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더군!"
코넬리우스 퍼지가 거칠게 소리쳤다. 
"코넬리우스, 분명히 볼드모트 경이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네." 덤블도어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그들의 죽음은 볼드모트가 다시 완전한 힘을 되찾기 위해 세웠던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었네. 그 계획은 성공을 거두었지. 볼드모트는 원래의 몸을 되찾았으니까."
코넬리우스 퍼지는 마치 누군가에게 한 방 얻어맞은 듯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방금 들었던 이야기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덤블도어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덤블도어를 노려보면서 갑자기 기가 막히다는 듯이 푸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 사람이... 돌아왔단 말인가? 터무니없는 소리! 이보게, 덤블도어..."
"미네르바와 세베루스가 자네에게 말한 대로, 우리는 바티 크라우치의 진술을 들었네. 베리타세룸을 마신 후에 바티 크라우치는 무슨 수로 아즈카반에서 도망쳤는지 솔직하게 털어 놓았어. 그리고 버사 조킨스를 통해 크라우치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볼드모트가 어떻게 해서 그를 아버지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는지 고백했다네. 물론 볼드모트가 해리 포터를 사로잡을 수 있도록 어떤 술책을 부렸는가에 대한 것도... 이미 말한 대로 그들의 계획은 성공했다네. 크라우치는 볼드모트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준 거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이것 보게, 덤블도어." 코넬리우스 퍼지가 입을 열었다. 해리는 코넬리우스 퍼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설마... 설마 그 이야기를 정말로 믿는 것은 아니겠지? 그 사람이 돌아왔다는 말을? 이봐요, 이봐... 분명히 크라우치는 그 사람의 지시를 받아서 움직였다고 믿었을 거야. 하지만 덤블도어, 그런 정신 이상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다니..."
"오늘 밤에 해리는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붙잡자마자, 곧장 볼드모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네." 덤블도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볼드모트 경이 다시 부활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어. 내 사무실로 잠깐 올라오면, 모두 다 설명해 주겠네."
해리 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린 덤블도어는 해리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보았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오늘 밤에 해리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허락할 수가 없군."
코넬리우스 퍼지는 입가에 여전히 기묘한 웃음을 떠올리면서 해리를 힐끗 돌아보았다. 
"자네는... 음... 그러니까 해리의 말까지 귀담아 들을 생각인가, 덤블도어?"
코넬리우스 퍼지의 시선이 다시 덤블도어에게 향했다. 잠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무거운 침묵은 이내 시리우스로 인해 깨어지고 말았다. 시리우스는 사나운 기세로 으르렁거렸다. 검은 털을 빳빳하게 곤두세운 채, 코넬리우스 퍼지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었다. 
"물론, 나느 해리의 말을 믿네. 나는 크라우치의 고백도 들었고, 해리에게서 트리위저드 우승컵에 손을 갖다 댄 이후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들었네. 두 사람의 진술은 서로 정확하게 들어맞았어. 그리고 지난 여름에 버사 조킨스가 실종된 이후로 계속 일어났던 일련의 이상한 사건들도 모두 의문이 풀렸네."
이제 덤블도어의 눈은 분노로 번뜩이고 있었다. 하지만 코넬리우스 퍼지의 입가에 떠오른 기묘한 미소는 좀처럼 사라질 줄을 몰랐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또다시 이상야릇한 눈길로 해리를 힐끗 돌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는 미친 살인자와 한 꼬마의 말만 듣고 볼드모트 경이 다시 돌아왔다고 믿는 모양이군... 하지만 저 꼬마도 정신이... 글쎄..."
그 순간 해리는 코넬리우스 퍼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퍼지 장관님도 리타 스키터의 기사를 읽으셨군요."
해리가 침착하게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 위즐리 부인 그리고 빌은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들은 해리가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넬리우스 퍼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내 고집스럽고 완강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랬다면 어쩔 건가? 자네가 저 소년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비밀로 감추고 있었다는 걸 내가 알았다면? 심지어 저 소년은 뱀의 말까지 할 줄 안다면서? 그 밖에도 아주 재미있는 소문들이 떠돌고 있던데..."
코넬리우스 퍼지는 덤블도어를 노려보면서 완강하게 말했다. 
"가끔씩 해리가 이마의 흉터에서 통증을 느끼는 걸 말하는 모양이군."
덤블도어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자네도 해리가 머리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건가? 그건 도대체 뭐지? 두통인가? 악몽? 그게 아니라면 환각?"
코넬리우스 퍼지가 단호하게 따졌다. 
"코넬리우스! 내 말을 똑똑히 듣게나." 덤블도어는 코넬리우스 퍼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 순간 덤블도어의 몸에서, 그가 젊은 크라우치를 기절시켰을 때 해리가 느꼈던 것과 똑같은 저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해리는 당신이나 나처럼 말짱하네. 해리의 이마에 나 있는 흉터는 정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다만 볼드모트 경이 가까운 곳에 있거나 혹은 특별히 살기를 느낄 때, 상처가 쿡쿡 쑤시는 것 뿐일세."
코넬리우스 퍼지는 덤블도어 앞에서 반 걸음 가량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조금도 기가 꺾인 것 같지 않았다. 
"미안하네, 덤블도어. 하지만 나는 비상벨처럼 미리 위험을 감지해서 알려 주는 흉터 마법이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
"저는 볼드모트가 부활하는 걸 직접 봤어요!" 해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해리는 다시 침대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위즐리 부인이 강제로 해리를 붙잡았다. "저는 두 눈으로 죽음을 먹는 자들을 똑똑히 보았어요! 그 이름도 말할 수 있어요! 루시우스 말포이!"
갑자기 스네이프가 움찔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해리는 스네이프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스네이프는 슬그머니 코넬리우스 퍼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루시우스 말포이는 아무런 혐의가 없어! 말포이가는 아주 전통있는 가문이야. 게다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엄청난 기부금을 내는데..."
코넬리우스 퍼지는 노골적으로 화를 내었다. 
"맥네어!"
해리는 계속 죽음을 먹는 자들의 이름을 외쳤다. 
"그 사람도 결백해! 지금은 마법부를 위해서 일하고 있단 말이야!"
"애버리! 놋! 크레이브! 고일!"
"너는 그저 13년 전에 이미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니라는 무죄 판정을 받아서 석방된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읊어대고 있을 뿐이야! 과거의 재판 기록에서 그 이름들을 보았겠지! 덤블도어, 작년 말부터 이 아이의 머리 속에는 온갖 해괴한 생각들이 가득 차 있네. 이 아이가 하는 말은 날이 갈수록 가관이야. 그런데 자네는 그걸 더욱 부추기고 있으니... 덤블도어, 이 아이는 뱀의 말을 할 수 있단 말일세. 그런데 자네는 이 아이의 말을 믿는다는 건가?"
코넬리우스 퍼지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정말 멍청하군요! 케드릭 디고리! 크라우치 씨! 이 사람들의 죽음은 절대로 정신병자가 제멋대로 저지른 소행이 아니에요!"
맥고나걸 교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는 증거도 없지 않소!" 코넬리우스 퍼지는 조금도 지려고 하지 않고 더욱 목청을 높였다. 코넬리우스 퍼지의 얼굴은 거의 보랏빛으로 변했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들 모두 우리가 지난 13년 동안에 이루어 놓았던 모든 업적들을 단번에 무너뜨리기로 작정한 사람들 같소!"
그 순간 해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까지 해리는 언제나 코넬리우스 퍼지가 약간 호통을 잘 치고 허세를 부리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마음씨가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금 해리의 눈앞에 서 있는 땅딸막하고 분노에 가득 찬 이 마법사는, 안락하고 질서정연한 세계에 무서운 혼란이 일어날까 봐서 명백한 진실을 막무가내로 부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볼드모트는 부활했네!" 덤블도어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퍼지, 만약 자네가 그 사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즉시 필요한 조처를 취한다면 우리는 이제라도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걸세. 우선 가장 시급하고 우선적인 일은 아즈카반을 지배하고 있는 디멘터들을 내보내는 일이네."
"터무니없는 소리! 디멘터들을 아즈카반에서 내보내라구? 그런 주장을 한다면, 나는 당장 마법부에서 쫓겨날 거야! 그나마 디멘터들이 아즈카반을 지키고 있는 줄 알기 때문에 우리 중에서 절반은 밤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고 있단 말이야!"
코넬리우스 퍼지는 버럭 고함을 지르면서 단번에 덤블도어의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자고 있네. 코넬리우스, 당신이 볼드모트 경의 가장 위험스러운 추종자들에게 마법 생물 관리를 맡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세. 그들은 언제든지 볼드모트가 부르기만 하면, 즉시 달려가서 합세할 자들이야!" 덤블도어가 경고했다. "퍼지, 자네는 그들이 자네에게 언제까지나 충실할 거라고 믿는가? 자네보다는 볼드모트가 그들에게 더욱 많은 힘과 더욱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어! 디멘터가 볼드모트의 뒤를 따르고 옛 추종자들이 다시 어둠의 주인에게 돌아간 뒤에, 볼드모트가 13년전과 똑같은 힘을 되찾는 걸 막으려 한다면, 그땐 너무 힘이 들 걸세!"
코넬리우스 퍼지는 너무나 화가 나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잠시 입을 열었다가 그냥 다물어 버렸다.
"두 번째로 자네가 즉각 해야 할 일은 거인족에게 외교 특사를 보내는 일일세."
덤블도어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코넬리우스 퍼지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거인족에게 특사를 보내란 말인가? 이건 또 무슨 정신나간 소린가?"
다시 할 말을 찾았다는 듯이 코넬리우스 퍼지가 날카롭게 외쳤다. 
"너무 늦기 전에 거인족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도록 하라는 말일세. 만약 그렇지 않으면 볼드모트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직 자신만이 거인족의 권리와 자유를 찾아 줄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라고 거인들을 설득할 게 분명해!"
"서...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코넬리우스 퍼지는 기가 막힌 듯이 입을 딱 벌렸다. "만약 마법 사회에 내가 거인족과 접촉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덤블도어... 그렇게 되면 내 경력은 끝장이야. 사람들은 거인족을 증오한단 말일세."
코넬리우스 퍼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주춤주춤 물러났다. 
"코넬리우스, 자넨 눈이 멀었어!" 덤블도어는 이제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덤블도어의 몸에서 발산되는 기운이 어찌나 강력했던지 거의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였다. "자네가 차지하고 있는 그 직책에 대한 애착 때문에! 자넨 항상 소위 그 순수한 혈통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어! 그래서 정말로 중요한 건 어떤 신분으로 태어나는가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단 말일세! 하지만 이제 방금 그 어떤 가문보다도 유서깊고 순수한 혈통을 지닌 명문가의 단 하나 남은 후손을 당신의 그 잘난 디멘터가 송두리째 파괴시키고 말았네! 그 젊은이가 어떤 인생을 살게 되었는지 자네도 한 번 보게나! 나는 자네에게 분명히 말하겠네. 어서 내가 제안한 그 조처들을 취하도록 하게나. 만약 그렇게 한다면 자넨 마법부 내에서나 밖에서나, 역대 마법부 장관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용기 있는 장관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이대로 포기한다면, 역사는 자넬 비겁하게 뒤로 물러나서 볼드모트에게 우리가 애써 재건하고 있는 이 세계를 파괴할 수 있도록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한 인물로 기억할 걸세!"
덤블도어의 눈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미쳤군. 정신이 나갔어..."
코넬리우스 퍼지는 계속 뒷걸음질을 치면서 중얼거렸다.
잠시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품프리 부인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해리의 침대맡에서 얼어붙은 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해리는 벌떡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조용히 서 있던 위즐리 부인이 재빨리 해리의 어깨를 손으로 눌렀다. 빌과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매서운 눈초리로 코넬리우스 퍼지를 노려 보고 있었다.
"코넬리우스, 만약 자네가 끝까지 계속 모르는 척하겠다면... 우리는 이제 갈림길에 온 것 같네." 덤블도어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자넨 자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게나.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겠네."
덤블도어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 코넬리우스 퍼지를 협박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단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을 담담하게 선언하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코넬리우스 퍼지는 덤블도어가 요술지팡이를 치켜들고 덤벼들기라도 한 것처럼 벌컥 화를 내었다.
"이보게, 덤블도어. 나는 항상 자넬 존중하면서 자율적인 지도권을 보장해 주었네. 나는 자네에게 많은 존경심을 갖고 있었어. 때때로 자네 결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두었네. 자네가 늑대인간을 고용하거나 해그리드를 데리고 있거나 혹은 마법부와 한 마디 의논도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내용을 제멋대로 정하는 일 따위를 너그럽게 허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하지만 자네가 나를 방해하려고 한다면..."
코넬리우스 퍼지는 위협적으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내가 방해하려고 하는 단 한 사람은 바로 볼드모트 경이야. 만약 자네도 볼드모트를 반대한다면... 코넬리우스, 우리는 여전히 같은 편일세."
덤블도어가 조용하게 말했다. 그 말에 코넬리우스 퍼지는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중산모를 빙빙 돌리면서 병실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마침내 코넬리우스 퍼지가 애원하듯이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부활하다니... 덤블도어,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갑자기 스네이프가 덤블도어 앞을 지나가 성큼성큼 코넬리우스 퍼지를 향해 다가갔다.
스네이프는 왼쪽 소맷자락을 위로 걷어 올리더니 코넬리우스 퍼지의 코앞에 바싹 들이대었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몹시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여기를 보십시오." 스네이프가 팔뚝을 내밀면서 거칠게 말했다. "바로 여기를 말입니다. 이건 바로 어둠의 표식입니다. 지금은 비록 조금 흐려졌지만, 한 시간 전에는 까맣게 타올랐을 정도로 아주 선명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표식을 확인할 수는 있을 겁니다. 어둠의 주인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는 모두 이러한 낙인을 찍었습니다. 어둠의 표식을... 이건 서로를 구별하기 위한 방법이자, 볼드모트가 우리를 부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죠. 만약 볼드모트가 어떤 죽음을 먹는 자의 팔에 찍힌 이 표식을 만지면, 우리는 즉시 순간이동을 해서 그 사람의 곁으로 가야만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어둠의 표식은 점점 더 선명해졌습니다. 카르카로프의 팔뚝에 찍혀 있던 것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밤에 카르카로프가 왜 도망을 쳤다고 생각합니까? 우리 두 사람은 어둠의 표식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것을 느끼고, 마침내 그 사람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카르카로프는 볼드모트의 복수가 두려웠던 것입니다. 카르카로프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너무나 많이 밀고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결코 환영받을 수 없을테니까요."
코넬리우스 퍼지는 주춤주춤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스네이프의 말을 단 한 마디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스네이프의 팔에 찍힌 추악한 문신을 보고는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덤블도어, 당신과 당신의 교수들이 지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네. 하지만 나는 이제 충분히 들었어. 더 이상 들을 말도 없네. 내일 다시 연락하리다. 그리고 이 학교의 운영 방침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을 하겠네. 나는 지금 당장 마법부로 돌아가야만 해."
코넬리우스 퍼지는 덤블도어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중얼거렸다. 거의 병실 문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코넬리우스 퍼지가 문득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다시 빙글 뒤로 돌아서더니 병실을 가로지르면서 저벅저벅 걸어갔다.
마침내 코넬리우스 퍼지는 해리의 침대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네 상금이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호주머니 속에서 커다란 금화 주머니를 꺼내더니 해리의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트리위저드 시합의 우승자에게 주는 1000갈레온이다. 당연히 성대한 축하 파티를 열어야만 하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상황으로는 어려울 것 같구나..."
코넬리우스 퍼지는 다시 중산모를 머리에 쓰고 병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잠시 후에 병실 문이 쾅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닫혔다. 코넬리우스 퍼지가 사라지자마자, 덤블도어는 진지한 눈길로 해리의 침대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할 일이 있소." 덤블도어가 신중하게 말했다. "몰리... 내가 당신과 아서를 믿어도 되겠소?"
"물론이에요." 위즐리 부인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우리는 코넬리우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아서가 계속 마법부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던 것도... 남편이 머글들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죠. 퍼지는 아서가 마법사로서 응당 가져야 할 자부심이 없다고 생각해요."
위즐리 부인은 입술까지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표정은 아주 단호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서에게 편지를 보내야만 하겠소. 진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즉시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하오. 아서는 마법부 내에서 코넬리우스처럼 편협한 사고를 지니지 않은 사람들과도 접촉하기 쉬운 위치에 있잖소."
덤블도어가 위즐리 부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제가 아빠에게 가겠어요. 지금 당장 가죠."
빌이 벌떡 일어섰다.
"훌륭하구나.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말씀드리거라. 조만간 내가 직접 아버지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겠다는 말씀도 전하거라. 하지만 아주 신중하게 행동하셔야 할 거야. 만약 내가 마법부의 일에 간섭하고 있다고 퍼지가 생각하게 된다면..."
덤블도어가 빌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제게 맡기세요."
빌을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빌은 해리의 어깨를 툭 치더니 어머니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런 다음에 망토를 집어 들고 재빨리 병실을 나갔다. 
"미네르바." 덤블도어가 맥고나걸 교수를 향해 돌아섰다. "가능한 빨리 해그리드를 내 사무실로 불러 주시오. 즉시 해그리드를 만나야겠소. 그리고 맥심 부인도 불러주시오. 부인이 동의하신다면 말이오."
맥고나걸 교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도 없이 병실을 떠났다. 
"폼프리 부인... 미안하지만 무디 교수의 사무실에 좀 갔다 오겠소? 그곳에 가면 몹시 슬퍼하고 있는 윙키라는 꼬마 집요정을 만날 수 있을 거요. 그 요정을 달래서 다시 주방으로 데리고 가 주시오. 아마도 도비가 우리를 대신해서 그 요정을 잘 보살펴 줄 거요."
"잘... 잘 알겠어요."
폼프리 부인은 몹시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를 떠났다.
덤블도어는 병실의 문이 닫힌 후에도 폼프리 부인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덤블도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드디어 우리 중의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순간이 되었군. 시리우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나."
커다란 검은 개는 덤블도어의 얼굴을 잠깐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위즐리 부인은 비명을 지르면서 침대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시리우스 블랙!"
위즐리 부인이 손가락으로시리우스를 가리키면서 날카롭게 소리쳤다.
"엄마, 조용히 좀 해요! 괜찮단 말이에요!"
론이 퉁명스럽게 면박을 주었다.
스네이프는 비록 소리를 지르거나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서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표정으로 시리우스를 노려보았다.
"이 자는!" 스네이프가 차가운 눈길로 시리우스를 쳐다보면서 으르렁거렸다. "도대체 여기에서 뭘 하는 거죠?"
시리우스도 스네이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두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딱 마주쳤다. 시리우스도 온통 혐오감이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내 초대를 받아서 이곳으로 온 거라네." 덤블도어는 두사람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세베루스, 자네처럼 말이네... 나는 두 사람을 모두 신뢰하고 있다네. 이제 두 사람 모두 해묵은 미움은 그만 잊어버리도록 하게. 마침내 서로 신뢰해야 할 때가 온 거야."
해리는 덤블도어가 거의 기적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리우스와 스네이프는 여전히 미움과 증오가 가득 담긴 눈길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잠시 동안이라도 노골적인 적대감만 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그런 대로 만족할 걸세." 덤블도어가 약간 짜증스럽게 말했다. "서로 악수를 하게. 시리우스... 스네이프... 이제 두 사람은 같은 편이야. 시간이 별로 없다네. 진실을 알고 있는 우리 몇 사람조차도 협력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아무런 희망도 없네."
아주 천천히 (하지만 여전히 상대방이 잘못되기만을 바라는 듯한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시리우스와 스네이프는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마지못해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주 재빨리 돌아섰다.
덤블도어가 다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말했다.
"계속 그렇게만 지낸다면 됐네. 지금부터 두 사람에게 각자 해야 할 일을 맡기겠네. 퍼지가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짐작은 되지만, 어쨌거나 퍼지의 태도에 따라서 모든 것들이 완전히 달라질 걸세. 시리우스, 자네는 즉시 길을 떠나도록 하게. 옛 동료 리무스 루핀과 아라벨라 피그, 먼던구스 플레쳐에게 어서 경고를 해야 해. 한동안 루핀 곁에서 조용히 숨어 지내도록 하게.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거야. 나중에 내가 다시 연락을 하겠네."
"하지만..."
해리가 불쑥 말을 꺼냈다. 해리는 시리우스가 조금만 더 곁에 머물러 있기를 원했다. 이렇게 빨리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금방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해리. 약속하겠어. 하지만 지금은 아주 바쁜 일이 있단다. 나는 서둘러 그 일을 처리해야만 해. 이해할 수 있겠지?"
시리우스는 따뜻한 애정이 담긴 눈길로 가만히 해리를 바라 보았다.
"그래요." 해리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알겠어요... 물론이죠."
시리우스는 해리의 손을 살짝 잡았다가 다시 놓았다. 그리고 덤블도어를 쳐다보면서 까딱 머리를 숙이더니 순식간에 검은 개로 변신했다.
검은 개는 병실의 문을 향해 달려가 앞발로 손잡이를 돌렸다. 해리는 검은 개가 사라지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세베루스... 내가 자네에게 어떤 부탁을 하려는지 자네는 알고 있을 거라고 믿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각오가 되었다면 말이네..."
덤블도어는 천천히 스네이프를 향해 돌아섰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스네이프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스네이프의 얼굴은 어쩐지 평소보다도 더욱 창백하게 보였으면, 차갑고 검은 눈동자는 이상할 정도로 번뜩이고 있었다.
"행운을 비네."
덤블도어가 아무런 말도 없이 시리우스의 뒤를 따라나가는 스네이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덤블도어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구나. 디고리 부부를 만나야 하니까... 해리, 남은 약을 마저 마시도록 해라. 나중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마."
덤블도어마저 나가자, 해리는 털썩 베개 위로 쓰러졌다.
헤르미온느와 론 그리고 위즐리 부인은 한결같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이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먼저 입을 열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해리, 남은 약을 마저 마시도록 해라." 마침내 위즐리 부인이 약병과 잔을 집어 들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랫동안 푹 자려무나. 뭔가 다른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떻겠니? 이 상금으로 뭘 살지 생각하는 게 좋겠구나!"
위즐리 부인은 해리의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황금 꾸러미를 가리켰다.
"하지만 저는 그 금화를 받고 싶지 않아요. 아주머니가 가지세요. 아무나 가지라고 하세요. 저는 그걸 받아서는 안 돼요. 그건 케드릭 거예요."
해리가 무감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로를 빠져나온 이후로 줄곧 해리가 애써 피하려고 했던 생각들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었다. 눈시울이 점차 뜨거워지더니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해리는 눈을 깜박이면서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
"해리,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다."
위즐리 부인이 해리를 위로했다.
"제가 케드릭에게 함께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잡자고 말했어요."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목구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었다. 해리는 론이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지않기 바랬다.
위즐리 부인은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약을 내려놓더니 해리에게 다가와 두 팔로 해리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해리는 한 번도 이렇게 누군가의 품에 다정히 안겨 본 기억이 없었다.
위즐리 부인의 품에 안기자, 해리는 지난 밤에 보았던 모든 일들이 한순간에 머리 위로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의 얼굴... 아버지의 목소리...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케드릭의 시신... 이 모든 것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머리 속에서 어지럽게 빙빙 맴돌았다. 마침내 해리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면서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려고 하는 비탄에 찬 울부짖음과 싸워야만 했다.
갑자기 뭔가를 탁 내리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위즐리 부인과 해리는 얼른 몸을 떼었다. 뭔가를 손에 꼭 잡고 있는 헤르미온느가 창가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죄송해요."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 약을 먹어라."
위즐리 부인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재빨리 말했다. 해리는 단숨에 약을 들이켰다. 
순식간에 효력이 나타났다. 저항할 수 없는 무거운 잠의 파도가 해리를 덮쳤다. 베개 위로 털썩 쓰러진 해리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제37장
딱정벌레의 비밀
한달이 흐른 후에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해리의 머리 속에는 거의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너무나 많은 일을 겪은 나머지 머리가 더 이상 기억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괴로웠던 일은... 바로 다음날 아침에 디고리 부부를 만난 것이었다. 
디고리 부부는 지나간 일로 해리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리가 케드릭의 시신을 가지고 돌아온 것에 대해 무척 고맙게 여겼다. 해리를 만나는 동안 에이머스 디고리는 계속 흐느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디고리 부인은 이제 눈물을 흘릴 만한 기력조차 없는 것 같았다. 
해리는 케드릭이 어떻게 죽었는지 디고리 부부에게 들려주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순간이 별로 고통스럽지는 않았겠구나. 어쨌거나 에이머스... 케드릭은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승리한 후에 죽었잖아요. 분명히 행복했을 거예요."
디고리 부인이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부디 몸조심 하거라."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디고리 부인이 해리를 가만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해리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금화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이걸 받으세요. 우승 상금은 원래 케드릭이 받아야 할 것이었어요. 케드릭이 제일 먼저 결승점에 도착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받으세요."
해리가 금화 주머니를 내밀면서 말했다. 하지만 디고리 부인은 한사코 금화 주머니를 떠밀었다.
"아니다. 그건 네 것이야. 나는... 받을 수 없단다... 네가 간직하렴."

다음날 저녁에 해리는 다시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갔다. 헤르미온느와 론의 말로는, 덤블도어가 그날 아침 식사 시간에 전교생에게 주의를 준 모양이었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아무도 미로 속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묻거나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랬기 때문인지, 해리는 복도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슬슬 피하면서 외면하는 것을 느꼈다. 어떤 학생들은 해리가 지나갈 때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수군거렸다. 
해리는 아마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난번에 리타 스키터가 썼던 기사 내용을 그대로 믿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 기사에는 해리가 정신적으로 몹시 불안정하고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적혀 있었다. 어쩌면 학생들은 케드릭의 죽음에 대해 나름대로 각본을 짜고 있을지도 몰랐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있으면서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좋았다. 혹은 체스를 두면서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을 때가 좋았다. 마치 그들 세 사람은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말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는 경지까지 도달한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호그와트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징조나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를 확실히 알기 전에 공연히 다가올 일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지나간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입에 올린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위즐리 부인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덤블도어를 만났다고, 론이 해리에게 말했던 것이다.
"엄마는 교장 선생님께 이번 여름 방학에는 네가 곧바로 우리집으로 오면 안 되는지 물었어.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네가 더즐리 가족 곁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어. 최소한 처음 며칠만이라도 말이야."
론이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왜?"
해리가 물었다. 
"엄마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 론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믿어야만 하겠지? 그렇지?"
론과 헤르미온느를 제외하고 해리가 유일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해그리드였다. 더 이상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이 없었으므로 그 수업 시간은 자유였다. 
그들은 목요일 오후의 빈 수업 시간을 이용해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을 방문했다.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이었다. 오두막집 가까이 다가가자, 팽이 펄쩍 뛰어나오면서 그들을 맞이했다. 팽은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면서 왕왕 짖어대었다. 
"누구세요?" 해그리드가 큰 소리로 외치면서 문을 나왔다. "해리!"
해그리드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한 팔로 해리를 끌어안으면서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 놓았다. 
"만나서 반갑구나, 친구! 정말 반가워!"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들어간 해리와 친구들은 벽난로 앞에 있던 나무 탁자 위에 거의 양동이만큼이나 커다란 컵 두 개와 받침 접시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올림프와 커피를 한 잔 했단다. 올림프는 조금 전에 돌아갔어."
해그리드가 서랍장 쪽으로 가면서 말했다. 
"그 사람이 누구죠?"
론이 물었다. 
"물론 맥심 부인이지!"
해그리드가 겸연쩍어하며 대답했다. 
"두 분은 화해하셨군요! 그렇죠?"
론이 눈빛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도통 모르겠구나."
해그리드는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서랍장에서 몇 개의 컵을 더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차와 살짝 구운 부드러운 쿠키 한 접시를 차려 놓았다. 그런 다음에 해그리드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딱정벌레 같은 검은 눈으로 해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너 괜찮니?"
해그리드가 불쑥 물었다.
"괜찮아요."
해리가 대답했다. 
"아니야. 넌 괜찮지 않아.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곧 좋아질 거란다."
하지만 해리는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돌아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해그리드가 불쑥 말을 던졌다.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마치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해그리드를 쳐다보았다. "그래...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어. 해리, 그는 조용히 은신처에 숨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언젠가 그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단다... 그리고 이제 일어난 거야. 우리는 그가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어쨌든 그게 덤블도어 교수님의 계획이란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참 위대한 분이야. 그런 분이 우리 곁에 있는 한,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
해그리드는 세 사람의 얼굴에 회의적인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자, 송충이 같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걱정이나 하면서 앉아 있는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어. 그 일이 닥치면 용감하게 맞서 싸우면 되는 거야. 덤블도어 교수님은... 해리, 네가 어떻게 했는지 말씀해 주셨어."
해그리드는 다정한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면서 가슴을 쭉 폈다. 
"너는 네 아버지처럼 행동한 거야... 너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큰 칭찬은 없다고 생각해."
비로소 해리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요즘 들어서 해리가 웃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뭘 부탁하셨어요, 해그리드? 맥고나걸 교수님을 보내서 아저씨와 맥심 부인을 불렀잖아요... 그날 밤에 말이에요."
해리가 물었다. 
"여름 방학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을 주셨단다. 하지만 그건 비밀이야. 나는 그 이야기를 절대로 말할 수 없어. 너희한테도 안 돼. 올림프... 그러니까 맥심 부인이 나와 함께 가게 될 것 같거든..."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볼드모트와 관련이 있는 일인가요?"
해리가 그 이름을 말하자, 해그리드는 몸을 움찔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해그리드는 모호하게 대답하면서 말꼬리를 돌렸다. "이제부터... 나와 함께 마지막 남은 스크루트를 보러 가지 않을래? 아니다, 농담이다. 농담이었다니까!"
해그리드는 세 사람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보자, 황급히 손을 내저으면서 변명했다.

프리벳 가로 돌아가기 전날에 기숙사에서 트렁크를 싸는 해리의 마음은 몹시 무거웠다. 해리는 어쩐지 종강 연회에 참석하는 것이 두렵기만 했다. 물론 평소라면 호그와트 기숙사들 사이의 대항전에서 승자를 발표하는 아주 즐거운 자리였을 것이다.
해리는 병동에서 퇴원한 이후부터 줄곧 연회장으로 내려가는 것을 기피하고 있었다. 식사를 할 때에도 다른 친구들의 호기심이 어린 시선을 피하기 위해 연회장이 텅 비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들어가곤 했다. 
연회장으로 들어간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즉시 종강 연회 때마다 연회장을 화려하게 꾸며 놓았던 실내 장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년 같으면 우승을 차지한 기숙사를 상징하는 색깔로 연회장이 온통 치장되어 있었겠지만, 오늘 밤에는 교직원들의 상석 뒤에 검은 휘장이 드리워져 있을 뿐이었다. 해리는 그것이 케드릭에 대한 조의의 표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교직원 테이블에는 진짜 매드아이 무디가 앉아 있었다. 무디의 나무 다리와 마법의 눈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무디는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펄쩍 뛰곤 했다.
해리는 그런 무디를 비난할 수가 없었다. 적의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무디의 두려움은, 트렁크 속에서 열 달 동안이나 감금되는 지독한 경험을 겪은 이후로 당연히 더욱 커졌을 것이다. 카르카로프 교수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다른 그리핀도르 학생들과 함께 자리에 앉은 해리는 어쩐지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 카르카로프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 볼드모트에게 붙잡히지는 않았을까?
맥심 부인은 종강 연회에 참석했다. 맥심 부인은 해그리드의 옆자리에 앉아서 뭔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이블 저편에는 맥고나걸 교수 옆자리에 스네이프가 앉아 있었다. 
해리가 고개를 들고 스네이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스네이프의 시선도 한참 동안 해리에게 머물렀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네이프는 이전보다도 훨씬 더 심술맞고 불쾌하게 보일 뿐이었다. 스네이프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해리는 스네이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볼드모트가 돌아온 그날 밤에 덤블도어의 명령에 따라 스네이프가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 왜... 왜... 덤블도어는 스네이프가 정말로 우리편이라고 그토록 굳게 믿는 것일까?
스네이프는 첩자였다. 해리가 우연히 보았던 펜시브 속에서, 덤블도어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엄청난 신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볼드모트의 밑으로 들어가서 첩자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스네이프는 다시 그 일을 맡게 된 것일까? 혹시 죽음을 먹는 자들과 다시 접촉을 한 것은 아닐까? 마치 진짜로 덤블도어의 편에 섰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척하면서? 마치 볼드모트처럼, 스네이프도 적당한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척하면서?
마침내 교직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덤블도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리의 생각은 뚝 중단되었다. 지금까지도 다른 종강 연회가 열렸을 때에 비해 훨씬 조용했던 연회장은 그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또다시 한 학년이 끝났습니다."
덤블도어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한 채, 후플푸프 기숙사 테이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덤블도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부터 후플푸프 기숙사 테이블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후플푸프 학생들은 연회장에 참석한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슬프고 비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 밤에는 여러분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습니다." 덤블도어가 다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일 먼저 아주 훌륭한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지금 저기 저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했습니다." 덤블도어는 손을 들어 후플푸프 테이블을 가리켰다. "우리와 함께 이 연회를 즐기면서 말입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케드릭 디고리를 위해 잔을 높이 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은 일제히 덤블도어의 지시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엄숙하고 비장한 목소리로 커다랗게 소리쳤다. 
"케드릭 디고리를 위하여!"
해리는 연회자에 모여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초 챙의 모습을 발견했다. 초 챙의 얼굴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해리는 그만 테이블 위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잠시 후에 학생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케드릭은 언제나 모범적으로 행동했으며, 후플푸프 기숙사를 빛낸 자랑스러운 학생이었습니다." 덤블도어는 연회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케드릭은 착하고 신의 있는 친구였으며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케드릭은 정정당당한 시합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케드릭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나, 모르고 있었던 사람 모두에게 그의 죽음은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 모두가 케드릭의 죽음에 대해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리는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덤블도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덤블도어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케드릭 디고리는 볼드모트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순간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통 공포와 의혹에 가득 찬 눈길로 덤블도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은 채, 사람들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연회장이 다시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마법부는 내가 지금 여러분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 중에서도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경악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떤 분들은 볼드모트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한 어떤 분들은 내가 여러분처럼 아직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어떤 경우라도 거짓보다는 진실이 더 낫다고 믿습니다. 또한 케드릭 디고리 군이 우연한 사고나 혹은 어떤 실책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거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그것은 그의 죽음에 대한 모독이라고 믿습니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덤블도어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온몸이 마비라도 된 것 처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지만 해리는 슬리데린 기숙사 테이블에 앉아 있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은밀하게 속삭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리는 역겨움과 뜨거운 분노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다시 덤블도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케드릭의 죽음과 더불어 반드시 언급해야 할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덤블도어가 계속했다. "그 사람은 물론 해리 포터입니다."
연회장이 또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몇 명의 학생들이 고개를 돌려서 해리를 힐끗 돌아보고는 다시 덤블도어를 바라보았다. 
"해리 포터는 볼드모트로부터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더구나 그는 케드릭의 시신을 다시 호그와트로 가지고 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위험을 무릅썼습니다. 해리 포터가 보여준 용기는 그간 볼드모트와 용감하게 맞서 싸웠던 극소수의 마법사들이 보여준 용기를 방불케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자리를 빌려, 해리 포터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덤블도어는 엄숙한 태도로 해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덤블도어를 따라서 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케드릭의 이름을 외친 것처럼 해리의 이름을 외쳤다. 
그들은 다시 해리를 위해 건배했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사람들 사이로 해리는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 그리고 슬리데린의 많은 학생들이 끝까지 자리에 버티고 앉아서 잔에는 손도 대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마법의 눈을 갖고 있지 않았던 덤블도어는 해리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었으므로 그들의 행동을 볼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시 자리에 앉자, 덤블도어는 연설을 계속했다. 
"트리위저드 시합의 목적은 마법사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증진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볼드모트의 부활로 인하여 이러한 결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덤블도어는 맥심 부인과 해그리드를 슬쩍 바라보더니 플뢰르 델라쿠르와 보바통의 다른 학생들 그리고 슬리데린 테이블에 앉아 있는 빅터 크룸과 덤스트랭의 다른 학생들까지 한 번 쭉 둘러보았다.  
해리는 거의 겁에 질린 듯이 팽팽하게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는 빅터 크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덤블도어가 당장이라도 뭔가 심한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연회장에 앉아 있는 모든 손님들께서..."
덤블도어의 시선이 잠시 덤스트랭 학생들에게 머물렀다. 
"호그와트에 다시 찾아오고 싶다면 언제라도 우리는 기꺼이 환영할 것입니다. 볼드모트가 돌아온 이 마당에 우리는 오직 하나로 단결할수록 더욱 강해질 수 있고 흩어지면 흩어질 수록 더욱 약해질 것입니다. 
볼드모트는 사람들 사이에 불신과 적의를 퍼뜨리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보다 강한 우정과 신뢰를 보일 때에만 그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가 똑같고 우리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언어와 관습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제 우리 모두 힘들고 어두운 시기를 맞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디 이런 나의 생각이 한낱 망령된 착각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 중에서 몇 사람은 이미 볼드모트의 손에 의해 직접 고통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또한 몹시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많은 가정들이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한 학생이 우리의 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덤블도어는 엄숙한 목소리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케드릭을 기억하십시오. 부디 기억하십시오. 만약 여러분이 올바른 길과 쉬운 길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닥친다면, 선량하고 친절하고 용감한 한 소년이 단지 볼드모트의 앞길에 우연히 잘못 들어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일을 당했는지 기억하십시오. 케드릭 디고리를 기억하십시오."

해리는 이미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있었다. 헤드위그가 들어간 새장은 트렁크 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현관에서 다른 4학년생들과 함께 어서 마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마차를 타고 호그스미드 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여전히 아름답고 청명한 여름날이었다. 오늘 저녁쯤엔 프리벳 가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지금 프리벳 가는 무척 덥고 녹음도 울창하겠지. 화단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도 해리의 기분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애리!"
갑자기 해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힐끗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플뢰르 델라쿠르가 성으로 들어오는 돌계단을 따라 성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플뢰르 델라쿠르의 등 뒤로 운동장 저편에서 해그리드가 맥심 부인을 도와 두 마리의 거대한 말에 마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능 아마 공 다시 만나겡 될 거양. 나능 영어 실력을 늘이기 위행 여기에서 일자리릉 구할 거양."
플뢰르 델라쿠르는 해리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불쑥 손을 내밀었다. 
"벌써 아주 훌륭한데 뭘 그래."
론이 이상하게 숨이 막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플뢰르 델라쿠르가 론을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짓자, 헤르미온느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안녕, 애리. 너희드를 만나서 증말 즐거웠엉!"
플뢰르 델라쿠르가 천천히 돌아서면서 말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치고 있었다. 플뢰르 델라쿠르가 눈부신 은빛 머리카락을 나풀거리면서 맥심 부인을 향해 잔디밭을 달려가는 모습을 보자, 울적했던 해리의 기분도 약간 좋아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덤스트랭 학생들은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지? 카르카로프도 없이 배를 조정할 수 있을까?"
론이 물었다. 
"카르카로프는 조청하지 않았타." 갑자기 그들의 등 뒤에서 굵고 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카로프는 선실에 있었타. 배를 조청하는 일은 우리가 다 했타." 빅터 크룸이 헤르미온느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잠칸 이야기 좀 할 수 있을카?"
빅터 크룸이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음... 그래... 좋아."
헤르미온느는 약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빅터 크룸을 따라 학생들 틈을 헤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서둘러야 할 거야! 몇 분 후에 마차가 도착할 테니까 말이야."
론이 헤르미온느의 등 뒤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마차가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일은 모두 해리에게 맡기고, 몇 분 동안 론은 목을 있는 대로 길게 빼면서 웅성거리는 학생들 사이로 빅터 크룸과 헤르미온느가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금방 현관으로 들어왔다. 론은 재빨리 헤르미온느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표정은 무덤덤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디고리를 좋아했타." 빅터 크룸이 불쑥 해리에게 말했다. "디고리는 항상 나에게 친절했타. 언제나. 내가 카르카로프와 함께 온 덤스트랭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빅터 크룸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아직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 오시지 않았니?"
해리가 빅터 크룸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빅터 크룸은 잠시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플뢰르 델라쿠르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빅터 크룸은 해리와 악수를 나눈 후에 다시 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론도 빅터 크룸과 악수를 나누었다.
론은 마음속에서 뭔가 격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빅터 크룸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론은 몹시 다급했던지 그의 입에서 엉겁결에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사인 좀 해줄래?"
헤르미온느는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서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저만치에서 말이 끌지 않고 저절로 움직이는 마차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빅터 크룸은 약간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론이 내민 양피지 조각에 기꺼이 사인을 해 주었다. 

킹스 크로스역으로 돌아가는 길의 날씨는 지난 9월에 호그와트에 도착했을 때의 날씨와 영 딴판이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간신히 객실 한 칸을 잡을 수 있었다. 
피그위존은 계속 시끄럽게 울어대었기 때문에 론은 다시 예복으로 덮어씌워 버렸다. 헤드위그는 날개 밑에 머리를 파묻고 끄덕끄덕 졸고 있었다. 크룩생크는 털이 북실북실한 커다란 붉은색 방석처럼 몸을 둥그렇게 만 채 좌석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남쪽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홀가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리는 종강 연회에서 덤블도어가 했던 연설 덕분에 꽉 막혀 있던 가슴이 어느 정도 뚫린 기분이었다. 이제 지나간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덤블도어가 볼드모트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에 대해 한창 떠들던 세 사람은 음식을 파는 마녀가 수레를 끌고 지나가자 잠시 동안 이야기를 중단했다. 
헤르미온느는 벌떡 일어나더니 수레를 끌고 있는 마녀를 향해 다가가서 <예언자 일보>를 구입했다. 헤르미온느는 가방 안에 거스름 돈을 다시 집어넣고 <예언자 일보>를 펼쳐 들었다. 
해리는 <예언자 일보>에 실린 기사를 읽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난처한 표정으로 신문을 바라보았다. 해리의 표정을 재빨리 읽은 헤르미온느가 태연히 말했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실리지 않았어.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 해리. 하지만 정말로 아무런 기사도 실리지 않았는걸. 나는 날마다 신문을 자세히 읽어 보았어. 세 번째 시험이 열렸던 다음날 아주 짧은 기사 몇 줄이 실렸을 뿐이야. 네가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이겼다는 내용이었어. 케드릭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어. 다른 이야기도 전혀 없었고... 아마도 퍼지가 언론에게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명령했나 봐."
"하지만 리타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어. 더구나 이런 기사 거리를 말이야."
해리가 말했다. 
"오, 리타 스키터는 세 번째 시합 이후로 그 어떤 기사도 쓰지 않았어." 헤르미온느가 이상하게도 무척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참 동안 리타 스키터는 아무런 기사도 쓰지 못할 거야. 내가 자기 비밀을 누설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이제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론이 물었다. 
"나는 교정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리타 스키터가 도대체 무슨 수로 사람들의 개인적인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지 알아냈어."
헤르미온느는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털어놓았다. 사실 해리는 지난 며칠 동안 헤르미온느가 뭔가 말하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간신히 참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했는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냈니?"
해리와 론이 거의 동시에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며 물었다. 
"글쎄... 사실 내게 실마리를 주었던 사람은 바로 너였어, 해리."
헤르미온느가 활짝 웃었다. 
"내가? 어떻게?"
무슨 영문인지 몰랐던 해리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도청 장치 말이야."
헤르미온느는 아주 신이 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장치들은... 호그와트에서 쓸 수 없다고 분명히 네 입으로..."
"물론 전자 도청 장치는 아니었지."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아니야. 그러니까 리타 스키터는..."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승리감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마법부에 등록되지 않은 애니마구스였어. 그러니까 리타 스키터는... 변신을 할 수 있었던 거야."
헤르미온느는 가방을 열더니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 유리병은 마개로 단단하게 봉인되어 있었다.
"바로 딱정벌레로 말이지."
"웃기지 마. 그럴 수가... 그럴 리가 없어..."
론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정말이야."   
헤르미온느는 두 사람의 코앞에 유리병을 들이대더니 야단스럽게 흔들었다. 해리와 론은 물끄러미 유리병을 바라보았다. 유리병 속에는 작은 나뭇가지와 나뭇잎 몇 장이 들어 있었는데, 커다랗고 통통한 딱정벌레 한 마리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지금 농담하는 거지?"
론은 얼른 헤르미온느의 손에서 유리병을 받아 들었다. 론이 투명한 유리병을 눈 높이까지 들어올리면서 중얼거렸다. 
"절대로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는 병동에서 이 여자를 잡았어. 이 딱정벌레는 병동의 창틀 위를 살금살금 기어가고 있었지. 자세히 살펴봐. 딱정벌레 더듬이 주위에 그 여자가 쓰고 있던 안경과 똑같은 모양의 무늬를 볼 수 있을 거야."
과연 그 딱정벌레의 더듬이 주위에는 안경 무늬가 선명하게 나 있었다. 문득 해리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해그리드가 맥심 부인에게 자신의 엄마에 대해 고백하던 그날 밤에도 딱정벌레가 석상 위를 기어가고 있었어!"
크리스마스 무도회가 열리던 날 밤에 순록 석상 등을 기어가던 딱정벌레! 바로 그 딱정벌레가 리타 스키터였단 말인가?
"바로 그거야. 빅터 크룸과 내가 호숫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도 그 딱정벌레가 있었어. 빅터 크룸이 내 머리에 붙어 있던 딱정벌레를 떼어 주었지. 네 흉터에 통증을 느끼던 그 점술 수업 시간에도 리타는 분명히 창틀 위에 앉아 있었을 거야. 결국 리타 스키터는 지난 1년 내내 기사거리를 찾아서 붕붕거리고 날아다닌 셈이지."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세 번째 시험을 앞두고 말포이가 나무 그늘 밑에서 혼자 열심히 지껄였을 때에도..."
비로소 론이 이해가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변신한 리타 스키터를 손에 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야. 물론 말포이는 이 딱정벌레가 리타 스키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 이런 방법으로 리타 스키터는 슬리데린 학생들과 멋진 인터뷰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거야. 그 애들은 우리와 해그리드에 대해서 끔찍한 기사 거리만 제공할 수 있으면, 그 여자가 어떤 불법적인 짓을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어."
헤르미온느는 론의 손에서 다시 유리병을 받아 들더니 딱정벌레를 향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딱정벌레는 화가 난 듯이 붕붕거리면서 유리병에 달라붙었다. 
"리타 스키터에게 말했어. 런던으로 돌아가면 놓아 주겠다고 말이야. 나는 이 유리병에 깨뜨릴 수 없는 마법을 걸어 놓았기 때문에 리타 스키터는 다시는 변신을 할 수가 없어. 그리고 리타 스키터에게 앞으로 1년 동안 그 속기 깃펜은 그냥 간직하고만 있으라고 말했어. 과연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지독한 거짓말을 쓰는 그 버릇을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 지켜보겠다고 말이야."
헤르미온느는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딱정벌레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갑자기 객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주 똑똑하군, 그레인저."
드레이코 말포이가 떡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크레이브와 고일도 그 뒤에 서 있었다. 세 사람 모두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거만하고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말포이는 천천히 객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입가에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을 둘러보았다. 
"결국 너는 가련한 한 기자를 붙잡았고, 포터는 다시 덤블도어가 가장 총애하는 소년이 되었군... 정말 잘했어. 아주 훌륭한 거래야."
말포이는 더욱 능글맞게 웃었다. 크레이브와 고일도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말아야 하겠지? 일어나지도 않은 것처럼 하는 게 좋겠지?"
말포이가 세 사람을 둘러보면서 느물느물하게 말했다. 
"꺼져!"
해리가 말포이를 노려보면서 외쳤다. 해리는 덤블도어가 케드릭에 대해 연설을 하는 동안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뭐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본 이후로 말포이와 가까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해리는 귓속이 웅웅거리면서 마구 울리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요술지팡이를 움켜잡았다. 
"포터, 너는 잘못된 편에 선 거야! 나는 경고했어! 나는 분명히 너에게 친구를 좀더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말했어! 기억하고 있니? 우리가 처음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났을 때? 그때 나는 이 따위 인간 쓰레기들하고는 어울리지 말라고 충고했어." 말포이가 론과 헤르미온느를 향해 고갯짓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 포터! 어둠의 주인이 부활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쟤들이 제일 먼저 갈 거야! 머글 혼혈들과 머글 애호가들이 첫번째 희생물이지! 아니, 두번째라고 해야겠군. 디고리가 첫번째였으..."
그 순간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어떤 사람이 객실 안에서 폭죽을 한 상자 터뜨린 것처럼 사방에서 눈부신 마법의 불꽃이 번쩍였다. 
해리는 눈부신 불꽃 때문에 눈이 멀 지경이었다. 연달아 들리는 굉음 때문에 귀가 아주 먹먹했다. 해리는 눈을 깜박이면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말포이, 크레이브, 고일, 세 사람은 모두 의식을 잃어버린 채 바닥에 털썩 쓰러져 있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세 사람의 발치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들 모두 제각기 다른 주문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주문을 쏜 사람은 비단 그들 세 사람만이 아니었다. 
"세 녀석이 무슨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지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지."
프레드가 고일을 타 넘고 객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태평스럽게 말했다. 프레드는 손에 요술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조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지는 일부러 말포이를 발로 짓밟으면서 프레드의 뒤를 따라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주 재밌군. 그런데 누가 퍼넌쿨러스 마법을 썼지?"
조지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크레이브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나야."
해리가 말했다. 
"참 이상하군. 나는 엿가락 다리 마법을 썼는데... 마치 이 두 가지 마법은 서로 섞어서 사용하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군. 이 녀석은 얼굴에 온통 작은 촉수가 돋아났잖아. 음... 이대로 세 녀석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지. 이 녀석들이 있으면, 미관상 보기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조지가 명랑하게 말했다. 론과 해리, 조지는, 의식을 잃고 열차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세 사람 모두 온갖 종류가 뒤섞인 주문을 동시에 맞는 바람에 더욱 심각한 상태가 된 것 같았다)을 발로 굴리면서 객실 밖으로 밀어 버렸다. 
조지는 재빨리 객실의 문을 쾅 닫았다. 
"폭발카드 놀이 할 사람?"
프레드가 카드 한 벌을 꺼내면서 말했다. 그들은 빙 둘러앉아서 카드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다섯 번째 게임을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 해리는 힐끗 고개를 돌려서 조지와 프레드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두 사람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제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게 어때, 형?"
해리가 조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뭘?"
조지가 카드를 뒤적거리면서 반문했다. 
"형들은 누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있었던 거야?"
"아, 그거 말이야?"
어쩐지 조지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별 거 아니야. 게다가 전혀 중요한 일도 아니었어. 어쨌거나 지금은 아니야."
프레드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제는 그만 포기했어."
조지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하지만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무슨 일인지 끈질기게 물어보았다. 
"좋아, 좋아. 만약 너희들이 정말로 알고 싶다면... 그건 바로 루도 베그만이었어."
마침내 프레드가 입을 열었다.
"베그만? 그렇다면... 베그만이 이 일에 관련이..."
해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야. 그런 일이 아니야. 그 사람은 정말 멍청해. 그럴 만한 머리도 없어."
조지가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인데?"
론이 재빨리 물었다. 
"우리가 퀴디치 월드컵에서 그 사람과 내기를 했던 거 기억하고 있지? 아일랜드가 승리를 거두지만, 크룸이 스니치를 잡을 거라고 했던 것 말이야."
프레드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응, 알고 있어."
해리와 론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그 사기꾼이 우리에게 아일랜드팀의 마스코트인 레프러칸 요정이 뿌렸던 금화를 우리에게 주었어."
"정말?"
"정말이라니까! 당연히 그 돈은 곧 사라지고 말았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구! 다음날 아침이 되니까..."
프레드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그렇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말하자, 조지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우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베그만에게 편지를 써서 뭔가 실수가 있었다고 알려 주기만 하면 금방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베그만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어. 우리가 보낸 편지를 그냥 묵살해 버린 거야. 우리는 호그와트에서 계속 그 문제에 대해 베그만과 의논하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베그만은 항상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우리를 피했지."
"결국에는 아주 험악하게 나오더군. 도박을 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어리다고 하면서... 우리에게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거야."
프레드가 투덜거렸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에 우리가 걸었던 돈만이라도 돌려 달라고 부탁했어."
조지가 잔뜩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설마 그것조차도 거절했단 말이야?"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그래! 거절했어!"
프레드가 말했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형들이 애써 모았던 돈 전부잖아!"
론이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내가 다 설명할게. 물론 우리는 결국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냈어. 리 조던의 아버지도 베그만에게 돈을 한 푼도 받아내지 못해서 고생하고 있었지. 사실 베그만은 도깨비 때문에 커다란 곤경에 처해 있었던 거야. 도깨비들에게 금화를 엄청 빌렸거든. 퀴디치 월드컵이 끝난 후에 도깨비 갱단이 베그만을 붙잡았어. 도깨비들은 베그만을 숲속으로 끌고 가서 가지고 있던 금화를 몽땅 빼앗았어. 하지만 그걸로도 베그만이 진 빚을 죄다 갚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베그만을 감시하기 위해 호그와트까지 쫓아왔던 거야. 베그만은 도박으로 전재산을 다 날린 채 빈털터리 신세가 되고 말았지. 단돈 2갈레온이 없었다니까... 그런데 그 멍청이가 어떻게 해서 빚을 갚았는지 알아?"
조지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갚았는데?"
해리가 물었다. 
"베그만은 너에게 내기를 걸었어. 네가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이긴다는 쪽에 엄청난 돈을 걸었지. 물론 도깨비들을 상대로 말이야."
프레드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그래서 계속 내가 이기도록 도와주려고 했던 거구나! 어쨌거나 내가 이겼잖아? 그렇다면 베그만은 형들에게 금화를 돌려줄 수 있었겠네?"
"전혀." 조지는 완강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도깨비들은 베그만만큼이나 치사했어. 도깨비들은 네가 디고리와 비겼다고 말했어. 베그만은 네가 단독으로 우승할 거라는 쪽에 내기를 걸었던 거야. 결국 베그만은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지. 세 번째 시합이 끝나자마자, 베그만은 당장 도망을 치고 말았어."
조지는 땅이 푹 꺼질 정도로 무거운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카드를 돌리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아주 즐겁게 흘러갔다. 해리는 이대로 여름 방학이 다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킹스 크로스 역에 영원히 도착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해리가 지난 1년 동안 힘들게 배운 것처럼, 좋지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마침내 9와 4분의 3번 승강장에 도착한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열차 통로는 요란한 소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것은 학생들이 짐을 내릴 때마다 항상 되풀이되는 일이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통로에 쓰러져 있는 말포이와 고일, 크레이브를 피하면서 짐을 운반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프레드 형, 조지 형... 잠깐만 기다려."
쌍둥이들은 즉시 뒤를 돌아보았다. 해리는 트렁크를 열더니 트리위저드 상금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꺼냈다. 
"이걸 받아."
해리는 조지의 손에 돈 주머니를 쥐어 주었다. 
"뭐라구?"
프레드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물었다. 
"이걸 받으라구. 나는 이 돈을 갖고 싶지 않아."
해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제정신이니?"
조지는 한사코 해리에게 돈 주머니를 되돌려 주었다. 
"아니, 난 멀쩡해. 그러니까 이걸 받아. 이 돈을 발명하는 데 써. 이건 장난감 가게를 위한 돈이야."
해리는 다시 돈 주머니를 내밀었다. 
"쟤가 미쳤나 봐."
프레드가 거의 경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잘 들어. 형들이 이 돈을 받지 않으면, 나는 이걸 시궁창에 던져 버릴 거야. 나는 이 돈을 받고 싶지 않아. 필요도 없어. 하지만 나는 한바탕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 우리 모두 활짝 웃을 수만 있으면... 나는 머지않아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훨씬 더 웃음이 필요하게 될 거라는 느낌이 들어."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해리, 여기에는 1000갈레온이 들었단 말이야."
조지는 손으로 돈 주머니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래. 그 돈이라면 얼마나 많은 카나리아 크림을 만들 수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봐, 형."
해리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쌍둥이들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해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다만 아주머니에게 이 돈이 어디에서 났는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주머니도 더 이상 형들이 마법부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해리..."
프레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불쑥 앞으로 내밀었다.
"부탁이야, 형! 이걸 받아. 그렇지 않으면 주문을 쏘겠어. 이제 나는 제법 쓸 만한 주문들을 많이 알고 있단 말이야. 그리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이 돈으로 론에게 다른 예복 정장을 한 벌 사 주고... 형들이 선물했다고 말해줘."
해리는 아주 단호했다. 그는 쌍둥이 형제가 미처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을 성큼 타 넘더니 객실에서 나가 버렸다. 아직도 열차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저주를 맞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킹스 크로스 역 개찰구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논 이모부의 모습이 보였다. 위즐리 부인은 버논 이모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해리를 품에 꼭 끌어안으면서 재빨리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여름 방학이 좀 지나고 나면, 아무래도 교장 선생님이 너를 우리집으로 보내 줄 것 같구나. 해리, 계속 연락하자꾸나."
"해리, 잘 가."
론이 해리의 등을 탁 치면서 인사했다. 
"안녕, 해리!"
헤르미온느는 작별 인사를 하더니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했다.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뺨에 입을 맞추었던 것이다.
"해리, 고마워"
조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프레드는 해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열심히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해리는 그들을 향해 눈을 한 번 찡긋한 후에 버논 이모부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버논 이모부의 뒤를 따라 조용히 킹스 크로스 역에서 빠져나갔다. 더 이상 걱정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더즐리네 자동차 뒷좌석에 올라타면서 해리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해그리드의 말대로 어차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이야... 그리고 그 일이 닥치면,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거야.

<해리포터와 불의 잔> 끝
제5권에서 계속됩니다.

옮긴이의 말
현대의 성배
최인자(문학평론가)    

불의 잔! 마침내 불의 잔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불의 잔을 가만히 응시한다. 불의 잔은 새로운 신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나는 신화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마법의 세계가 막을 올리는 것이다. 조앤 롤링은 '불의 잔'을 통해 온갖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신비와 감동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그야말로 '현대의 성배'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는 빛과 어둠이 골고루 스며들어 있다. 가뭄이 심할수록 한 모금의 물이 더욱 소중한 것처럼, 해리 포터는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미로를 헤쳐 나가면서 용기와 지혜의 물줄기로 애타는 듯한 갈증을 시원하게 적신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조차도 무심코 지나갈 수 없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후반부로 갈 수록 그 의미가 증폭되면서 거미줄처럼 촘촘한 의미망을 형성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이른바 '동화'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인해 문학성에 대한 시비 또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해리 포터를 진정한 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가?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조앤 롤링은 영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출판문학상 중에 하나인 위트브레드 상을 놓고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셔머스 히니와 경합을 벌인 끝에 안타깝게도 간발의 차로 수상을 놓쳤지만, 아마도 제 4권이 미리 출간되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것은 해리 포터 시리즈가 <톰 소여의 모험>이나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시공을 초월하여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영원한 명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명한 반증이다.
조앤 롤링은 마크 트웨인이나 키플링처럼 전형의 창조와 묘사, 치밀하고 황홀한 구성을 바탕으로 작품의 환상적인 구조를 지탱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조앤 롤링의 손끝에서 현대 문학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해리 포터는 그야말로 현대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성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마치 시계의 초침처럼 정확하고 완벽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출간되었던 작품들이 스토리 중심의 얼개를 가지고 있었다면, 제 4권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성격을 불어넣으면서 그 형식과 내용을 더욱 확장시킨다.
"전편들에 비해 분량이 거의 두 배나 되고 가장 쓰기 힘들었던 작품"이라는 조앤 롤링의 고백대로, 이 책은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한 저자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만만찮은 분량으로 인해 모두 네 권으로 출간된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처음에 우리는 이 책을 집어 드는 순간, 일반 소설을 압도하는 그 엄청난 분량으로 인해 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동안 독자들은 순식간에 호그와트의 세계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 상반된 갈등으로 인해 몹시 고민하게 될 것이다. 먼저 이 책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싶어서 빨리 속독을 하고 싶은 욕망과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기 위해 천천히 정독하고 싶은 욕망이 서로 엇갈릴 것이다. 이보다 더 행복한 고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런 문제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조앤 롤링은 이미 절묘하게 완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사건들을 적절히 안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해리 포터 제 5권은 도대체 언제 나올 것인가?)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외적인 흥미에 치중하던 조앤 롤링의 작품 세계가 내적인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의 성격이 너무나 섬세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해리 포터 매니아라면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개성과 거미줄처럼 깔린 복선을 느긋한 마음으로 음미하면서 그 재미와 깊이에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얽힌 실타래가 한꺼번에 풀려 나가는 가슴 떨리는 재미와 감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모두 7권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 시리즈의 반환점을 이루고 있는 '불의 잔'은 전체 작품의 방향과 형태를 잡아 주는 매우 중요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불의 잔'은 빛과 어둠의 세계를 동시에 담아 내고 있다. 확고한 규범과 질서를 가지고 있는 '밝은' 호그와트와, 위험과 무질서가 지배하는 '어두운' 리들 하우스가 한꺼번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해리 포터는 빛과 어둠의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해리 포터를 읽으면서 빛과 어둠의 양면성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개학이 되어서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간 해리는 덤블도어로부터 올해에는 퀴디치 게임이 열리지 않는 대신에 트리위저드 시합을 개최하게 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세 차례에 걸쳐서 진행되는 트리위저드 시합은 챔피언들의 용기와 미덕 그리고 지혜를 시험하는 무대이다. 해리는 헝가리의 혼테일과 싸우면서 용기를 익히고 인어들에게 사로잡힌 인질을 구출하면서 미덕을 쌓는다.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지키는 스핑크스와 지혜의 대결을 벌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마지막 4권으로 오면서, 마치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이 모든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역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좀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책읽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 소설의 전반부가 늘어진다거나 전편에 비해 흥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것은 흙 속에 파묻힌 보석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내버리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출간 즉시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장 유명한 인물로 떠오를 수 있었던 해리 포터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해리 포터가 우리의 내면 속에 깃들어 있는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설가들은 작품을 쓰면서 소설 속의 주인공을 위대한 영웅으로 포장한다. 그것은 소설 속의 주인공과 작가 자신을 동일시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천박한 영웅들(혹은 작가자신)은 모든 난관을 혼자의 힘으로 헤쳐 나가면서 정상에 다다른다. 결국 그런 영웅들은 우리가 도저히 접근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가 된다. 그러나 해리 포터의 경우에는 전혀 다르다. 해리 포터는 위대한 마법사의 재능을 타고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완전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해리 포터는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온갖 역경을 헤쳐 나간다. 결국 그 '불완전함'이 해리 포터를 더욱 '완전'하게 만들면서 우리의 사랑을 듬뿍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해리 포터는 동양의 고유한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지, 덕, 체를 한몸에 아우르는 진정한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하지만 그 영웅은 결코 자만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해리 포터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서사적 가치는 이러한 경로를 거치면서 초개인적이고 초시간적인 타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해리 포터는 신의 신탁을 받아서 최정상에 우뚝 선 '강요된' 영웅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웅의 길로 접어든다. 물론 그 길에는 가슴 벅찬 감동과 용기, 그리고 희망이 깔려 있다. 
해리 포터의 책장을 여는 순간, 우리는 전혀 새로운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 사이에 우리 모두는 또 다른 해리 포터가 되어 있는 것이다. 현대 문명을 지배하는 디지털이나 영상 매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문자의 힘으로 우리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것 자체가 놀라운 마법의 힘이 아닐까!  
자, 우리 모두 위태로운 갈림길에 서 있는 해리 포터의 새로운 출발을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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