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본)나의 어린 왕자
이 책은 300여 개의 언어와 방언으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생텍쥐페리의 작
품 『어린 왕자』를 통해 정여울 작가가 만난 내면 아이 ‘조이’와 성인 자아 ‘루나’의 부담 없고 진
솔한 대화이자 향연이며 끊임없는 성장 스토리다. 이 책은 정여울 작가가 만난 ‘나의 어린 왕자’이
며, 독자만의 ‘나의 어린 왕자’를 만나 치유와 극복의 에너지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친절한
안내서다.
나의 어린 왕자
▣ Short Summary
누구나 한 번쯤은 생텍쥐페리의 동화 같은 소설 『어린 왕자』를 잊고 지내다, 어른이 되어 문득 다시
읽으며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여울 작가는 『어린 왕자』를 읽고 또 읽고 꼭
꼭 씹어서,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내면 아이를 끝내 만났단다. 정여울 작가는 최근 내면 아이의 상처
를 치유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 “우리는 왜 내면 아이와 대화해야 할까요? 그 두려
움을 넘어설 용기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요?” 정여울 작가는 어린 왕자를 통해 내면 아이를 만
나고, 심지어 ‘조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조이’는 이에 화답하듯, 쑥 커버린 성인 자아에게 ‘루나’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이 둘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 나간다. 정여울 작가
는 내면 아이와 대화하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면 아이와 만난다는 것은 최고의 멘토이자 ‘베프’를 늘 가슴 속에 지니고 다니는 기쁨입니다. 어리
다는 이유로,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이 많았지
요. 이제는 내가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내면 아이와
의 대화, 그것은 밝고 좋은 이야기라서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내가 숨기고 억압해 왔던 부
분이 마침내 보이기 시작했기에 느끼는 발견의 기쁨이지요.”
정여울 작가의 신작 『나의 어린 왕자』는 300여 개의 언어와 방언으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어린 왕자』를 통해 정여울 작가가 만난 내면 아이 ‘조이’와 성인 자
아 ‘루나’의 부담 없고 진솔한 대화이자 향연이며 끊임없는 성장 스토리다. 이 책은 정여울 작가가 만
난 ‘나의 어린 왕자’이며, 독자만의 ‘나의 어린 왕자’를 만나 치유와 극복의 에너지를 발견하기를 바라
는 작가의 친절한 안내서다.
▣ 차례
머리말 - 당신의 어린 왕자를 되찾아 드릴게요
프롤로그 - 당신 안의 내면 아이가 아직 울고 있다면
chapter 1 내 안의 어린 왕자와의 첫 만남
chapter 2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때가 언제지?
chapter 3 분노로 가득한 사랑도 끝내 사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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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chapter 4 두렵지 않았던 적이 없어
chapter 5 내가 가장 어여뻤던 시절
chapter 6 너는 안 된다고 규정짓던 사람들
chapter 7 잊을 수 없는 폭력의 기억
chapter 8 내 몸은 왜 내 것이 아니었을까
chapter 9 이제 네 안의 날개를 맘껏 펼치고 날아가!
chapter 10 사랑받지 못한 우리 모두의 내면 아이에게
인터뷰 - 당신의 소중한 내면 아이를 되찾아 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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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나의 어린 왕자
내 안의 어린 왕자와의 첫 만남
루나와 조이, 첫 번째 만남
분명 내가 흘린 눈물인데,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이 있다.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어느 겨울날.
나는 춥고 어두운 골방 안에 난로를 켜놓고 그 불빛에 의지해 『어린 왕자』를 읽다가 갑자기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열네 살 아이가 무에 그리 서러운 일이 많았는지, 거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오래오
래 토해냈다. 내 안에 그토록 많은 눈물이 고여있는지, 그날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나의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가 영원히 지구를 떠나는 장면이 너무 슬퍼서였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런 설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펐지만, 그 이유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내 안의 알 수 없는 눈물은 뚜렷이 해명되지 못한 채 내 안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어른이 되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면 아이(inner child)’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내면 아이는 내게
충격적인 개념이었다. 내 안에 영원히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또 하나의 아이가 있다는 것, 육체적으로
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자라지 않는 부분이 바로 내면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이제는
나를 지킬 수 있게 된 ‘성인 자아’가 ‘내면 아이’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나는 묘한 양가감정에 사로잡혔다.
반감과 쾌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성의 언어, 어른의 언어로는 이렇게 질문했다. 성인 자아가 내면 아
이에게 말을 걸다니,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유치한 것 아닌가. 성인 자아는 이 세상에 힘겹게 적응하며
사느라 바빠 죽겠는데 무슨 내면 아이와 대화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내 안의 내면 아이는 미친 듯이
기뻐했다. 내면 아이는 성인 자아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넌 한 번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지? 넌 어른이 되어 바삐 살아가느라 하루하루 힘들었겠지. 하
지만 난 네가 쳐놓은 마음의 쇠창살 속에 갇혀서 항상 너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 오랫동안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간절히 기다려 온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마치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에게 대뜸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처럼. 이제야 너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
어서 기뻐. 난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거든.”
내 안의 내면 아이의 첫 번째 외침이었다. 난 그 아이가 그렇게 청산유수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낼 줄은 몰랐다. 한 번도 이름 붙여준 적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다. 아주 무뚝뚝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내 안의 성인 자아는 처음으로 얼떨결에 인사를 했다.
“어, 그래. 너구나. 네가 거기 있었구나. 난 네가 아직도 거기 있는지, 몰랐어. 난 이제 너무 세상에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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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든 어른이 되어서, 미처 널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미안하구나. 네가 영원히 사라진 줄로만 알았어. 잘
있었니?”
난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내 안의 내면 아이에게 인사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말했다. “네가 잘 있
지 못한데, 내가 어떻게 잘 있겠니. 너와 난 원래 하나였으니까. 우선 나에게 이름을 붙여줘. 내면 아
이 같은 어려운 단어 말고. 그냥 예쁜 이름을 지어서 붙여줘. 네가 한 번도 되어보지 못한 그런 빛나는
존재의 이름을 붙여줘.”
내가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그런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라니. 이 되바라진 내면 아이의 거침없는 요
구에 나는 화들짝 놀랐지만, 그 말이 맞았다. 난 이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이 아이와 제대로 대
화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디서부터 그런 이름이 튀어나온 것일까. 난 얼떨결에 이렇게 대답
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 조이(Joy), 널 조이라 부를게! 난 조이라는 이름이 예전부터 좋았어. 이름만 들어도 말 그대로
기쁨이 느껴지잖아. 하지만 차마 그 이름이 좋다고 말하지 못했어. 사람들이 나랑 안 어울린다고 할까
봐. 난 우울한 사람이니까. 걸핏하면 슬퍼하는 사람이니까. 환하고, 경쾌하고, 명랑한 ‘조이’라는 이름,
그렇게 가볍게 반짝이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거든.”
어린 왕자 못지않게 아무런 거침없이 사람의 마음에 곧바로 ‘돌직구’를 날리는 내 안의 내면 아이, 조
이는 까르르 웃으며 잘도 조잘거렸다.
“조이, 그 이름 참 좋다. 나도 너에게 기쁨이고 싶어. 하지만 나도 너에게 이름을 불러줘야 우리 둘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넌 항상 슬프다며? 그럼 넌 밤의 사람인 거야? 밤의 사람,
달밤의 사람, 달밤에 어울리는 사람. 응, 그럼 네 이름은 ‘루나(Luna)’로 하자. 루나, 어디 한번 너의
소원을 말해봐.”
“루나, 달밤에 어울리는 이름이라니, 완전 마음에 드는데. 예전에는 제발 이 무서운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게 해달라고 빌었어. 그리고 한때는 깊이 사랑했지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부디 잘 지
내기를 빌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너무 어려운 소원 말고, 너의 이야기를 무진장 솔직하게 쉼 없
이 들려달라고 빌어볼래. 조이, 너의 이야기를 그냥 마음껏 들려줘. 조이, 입이 아플 때까지 한번 신나
게 떠들어 봐.”
“그거야 내가 간절히 원하던 바지. 사실 지금은 그렇게 평생 무뚝뚝했던 루나, 네가 나에게 말을 걸어
준 것만으로도 기뻐. 난 이제 너에게 자꾸만 부탁을 할 거야.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고. 내 별에 두고
온 나만의 새침하고 아름다운 장미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내 소중한 친구 여우를 잃어버린 이야기도.
네가 그렇게 좋아했지만 이제는 까맣게 잊어버린 어린 왕자처럼.”
내 안의 내면 아이의 서글픈 고백에 가슴이 저려 왔다. 나에게도 나만의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한때는 너무나 사랑했던 이야기 속의 어린 왕자, 그 이야기가 도저히 머나먼 나라 프랑스의 비행
기 조종사가 쓴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완전히 내 이야기’ 같았던 그 시절의 나를 영원
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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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그제야 내가 미처 다 흘리지 못했던 내면 아이의 눈물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열네 살의 겨울
밤. 일부러 형광등이나 스탠드를 켜지 않고, 빨간 난롯불에 의지해 바닥에 웅크린 채 『어린 왕자』를
읽었던 내 안의 내면 아이. 나는 그 아이를 잃어버릴까 봐 그토록 서럽게 울었던 것이다. 입시 지옥의
광풍에 휘말려, 온갖 입학과 면접과 취업의 스트레스에 찌들어, 사람을 사랑하고 헤어지고 아파하는
그 모든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에 휩쓸려, 나는 내 안의 어린 왕자를 잃어버렸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난로 불빛에 의지해 고요히 나만의 어린 왕자를 어여삐 쓰다듬던 열네 살의 나
를 간절히 되찾고 싶다는 것을. 그 후로 나는 가끔 내 안의 내면 아이를 불러 안부를 묻곤 했다.
“조이, 있잖아. 사실 난 네가 너무 그리워. 난 어른이 되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거든. 하지
만 난 아무래도 널 되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뻔한 어른이 되어버렸거든. 너를 보면 한없이 부끄러
워져. 이제 지금의 내 모습엔 그 시절 어린 왕자 같은 순수함이 전혀 없어.”
내가 돌보고 보살펴야 했던 내 안의 내면 아이, 조이는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도리어 나를 걱정했다.
“난 네 안에 어쩔 수 없이 갇혀 있던 것이지 결코 사라진 게 아니야. 난 항상 너를 향해 힘찬 응원을
보내고 있었는걸. 네가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해내도, 어른들만 할 수 있는 멋진 일들을 해내도, 네 안의
어린아이는 죽지 않아. 어린 왕자가 지구를 떠났지만 사하라 사막의 어느 모래 언덕 위에서 반짝이는
별로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그 순간 나는 내면 아이가 ‘뭔가 모자란, 덜 자란, 가르침이 필요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면 아이는 내가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내 안의 소중한 잠재력이며, 어린 왕자처럼 해맑고 여리면서
도 당차고 사랑스러운 내 안의 가장 환한 빛이었다.
이제야 그 이해할 수 없던 눈물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는 그때 막 어른이 되
려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내 몸은 더 이상 어린이의 몸이 아니었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사춘기
같은 거추장스러운 통과 의례 따위는 재빨리 건너뛰고 싶었다. 어느 날은 못 견디게 어른이 되고 싶었
고, 어느 날은 결코 어른 같은 건 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내 안의 어린 왕자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어른이 되면 내 안의 어린 왕자, 내 안의 그토록 아름다운 내면 아이와
끝내 작별할까 봐 미치도록 두려웠던 것이다.
어린 왕자의 말
“저…나 양 한 마리만 그려줘.”
“응?”
“양 한 마리만 그려주라니까….”
나는 그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주위를 잘 살펴보았다. 이제 보니
아주 신기하게 생긴 조그만 아이가 나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 물론 그는 내
가 그린 이 그림보다도 훨씬 매력적인 소년이다. 하지만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여섯 살 때 이미 어른
들의 잔소리 때문에 화가의 꿈을 포기한 후, 나는 뱃속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하는 보아뱀을 혼자
그린 것 빼고는 제대로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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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난데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아이를 나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여러분은 내가 지금 사
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외딴곳에 홀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런데 이 아이는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고, 피곤하거나 배고프거나 목마르거나 무서워서 죽겠다는
얼굴도 아니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아이 같은 기
색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잠시 후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너는 뭘 하는 거니?”
그러자 그는 매우 중요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아까와 같은 부탁을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부탁할게… 나 양 한 마리만 그려줘.”
너무나 갑자기 엄청난 일을 당하게 되면 함부로 거절할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죽음의 위협에 처한 나는 정말 엉뚱한 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어
쩔 수 없이 주머니에서 종이와 만년필을 꺼냈다. 그러나 내가 배운 것은 고작 지리, 역사, 산수, 문법
따위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기분이 나빠진 목소리로) 난 그림을 잘 못 그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또 속삭였다.
“괜찮아. 양 한 마리만 그려주면 돼.”
나는 양을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었기에, 내가 그릴 수 있는 두 가지 그림 중 하나를 그려주었다. 뱃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 말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놀랍게도 이렇게 말했다.
“아니, 아니! 보아뱀 뱃속의 코끼리는 싫어. 보아뱀은 너무 위험해. 그리고 코끼리는 너무 부담스러워.
내가 사는 곳은 정말 작은 곳이야. 난 양을 갖고 싶다니까. 나, 양 한 마리만 그려줘.”
그래서 나는 양을 그려주었다.
아직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우리 안의 내면 아이는 아직도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서 남몰래 울고
있습니다. 당신 안에는 햇빛 아이와 그림자 아이가 있습니다. 그림자 아이는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울고 있고, 햇빛 아이는 우리 안에 미처 날개를 펴지 못한 눈부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요. 햇빛 아이
와 그림자 아이는 본래 하나였습니다. 당신 안에서 울고 있을지도 모를 내면 아이에게 별명을 붙여주
고, 그 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면 어떨까요.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도록, 아주 쉽고 친근한 별명을
붙여주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때가 언제지?
괜찮은 척했지만 실은 괜찮지 않았어
조이는 그날 이후로 루나에게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온다.
조이: 루나, 왜 너는 우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는 그렇게 어두운 기억밖에 없어?
루나: 물론 아니지.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대체로 우울한 사람이라는 생각
이 들어. 상처를 많이 극복했다고 믿었는데 어떤 날은 와르르 무너져 버려.
조이: 어떤 날?
루나: 누구랑 제일 친하냐는 질문을 받은 날. 누구나 가장 친한 친구는 있다고들 하잖아. 그런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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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평생 좋은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었어.
조이: 너에겐 좋은 친구가 이미 있잖아. 그들이 편하지 않아?
루나: 조이, 너도 아는구나. 내 멋진 친구들. 그런데 그게 문제야. 분명 좋은 친구는 맞는데, 내가 편하
게 느끼지를 못하는 거. 그 친구들은 참 좋은 사람들인데, 나는 아주 친한 친구 앞에서도 편안함을 느
끼지 못해. 그들이 날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 앞에서는 나에게 방긋방긋 웃어주고, 뒤돌
아서면 날 싫어할 것 같아.
조이: 루나, 혹시 그 일 때문이야?
루나: 무슨 일?
조이: 어렸을 때, 친구에게 배신당했던 일. 네가 제일 좋아했던 친구가 네 등 뒤에서 널 욕했잖아. 네
가 없는 줄 알고.
루나: 아, 그랬지. 어쩌면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자신감이 없어진 것 같아. 저 사람이 앞에서는
친절한데, 뒤에서는 내 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나 참 바보 같지?
조이: 아니. 누구라도 그런 일을 당하면 상처받았을 거야. 넌 상처받을 자격이 있어.
루나: 상처받을 자격이 있다니. 그 말 참 좋다. 난 상처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나 봐. 난 소심하
고, 너무 자주 상처받고, 그런 성격이 문제라고 생각했으니까.
조이: 아무도 상처주지 않는데 혼자 상처받을 수는 없잖아. 루나 너도 그렇지만 어른들은 참 이상해.
자꾸만 스스로를 찌르고 할퀴잖아.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는 일을 좀 멈추면 좋겠어.
루나: 조이, 넌 역시 조이라는 그 이름에 어울리게 밝아서 참 좋다. 원래 내면 아이에게 성인 자아가
위로를 해줘야 하는데. 우린 왜 반대지? 네가 나를 위로하고 있잖아.
조이: 어른인 네가 나보다 더 나약하고 불쌍하니까 그렇지. 넌 네가 원하는 것을 다 가졌는데도 항상
불행하잖아. 루나 넌 참 이상해. 멀쩡한 자신을 매일 할퀴고 있어.
루나: 그런가?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졌나? 난 결점투성이인데.
조이: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 그리고 네 곁에는 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것 말
고 뭘 더 바라는 거야?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그런 걸로 널 만족시킬 수 있어?
루나: 그렇게 많은 걸 바라진 않아. 물론 예전에는 나도 바랐어. 더 좋은 집, 더 많은 통장 잔고, 더
뛰어난 무언가를 항상 바랐어. 하지만 요즘은 더 소박한 꿈을 꿔. 더 많은 걸 바랄수록 삶이 더 피곤해
진다는 것을 알았거든. 요즘 나의 소원은 이거야. 조이 너처럼 밝아지고 싶어. 내 안에 너처럼 환하고
해맑은 존재가 있다는 게 아주 큰 힘이 돼. 너와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게 힘이 나.
조이: 그것 참 반가운 소리다. 네가 나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기 시작했다니! 하하! 칭찬은 항상 기분
좋아. 다시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어린 시절 그 친구는 왜 너를 욕한 거야?
루나: 어른들이 나와 친구를 자꾸 비교하니까. 그게 싫었던 것 같아. 나의 성적이 조금 더 좋고, 내가
좀 더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이 그 친구에게는 스트레스였어. 난 내가 뭘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는데, 그 친구는 내가 가진 걸 항상 질투했어. 그런데 나도 그 친구를 부러워하긴 했어. 그 애는 친
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고, 반장도 여러 번 하고, 한 마디로 카리스마 있었어. 난 그 친구가 부럽긴
했지만 뒤에서 욕하진 않았거든. 그 친구를 많이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그 친구가 나를 욕한 건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좋아하는데, 어떻게 뒤에서 험담을 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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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조이: 그 애가 널 괴롭히니까, 너도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버렸구나.
루나: 아마 그랬던 것 같아. 하지만 이야기하다 보니까 부끄럽네.
조이: 뭐가?
루나: 그 친구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욕을 했다고 해서, 그 친구를 그토록 좋아했던 마음이
사라졌다는 게. 내 사랑은 참 얄팍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이: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나도 사랑해야 하는 거야?
루나: 진짜 사랑이라면. 사랑이 깊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조이: 폭포수처럼, 소나기처럼, 그냥 그렇게 제 마음대로 흐르는 게 사랑 아니고?
루나: 조이, 너 벌써 사랑을 아는구나? 넌 어린 왕자처럼 작고 여리기만 한 줄 알았더니.
조이: 어린 왕자야말로 사랑을 알잖아. 네가 그 사람과 보낸 시간만큼, 루나 너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잖아. 그 사람이 네 시에 온다고 하면 세 시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는 게 사랑이잖아. 넌 사실 누
군가를 만나기로 하면 그 전날부터, 아니 만남의 약속을 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설레는 사람이잖아.
루나: 그래, 생각해 보니 그렇네. 그 친구 때문에 설렜던 순간이 기억나지 않아. 아주 어린 시절엔 설
렜는데. 그 아이가 내 욕을 하고 다니는 걸 알고 나서부턴 설레지 않았어. 무섭고 두려웠어. 그 아이를
매일 보는 것이. 같이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꼭 사랑하는 건 아니야. 어떤 시간을 보냈는가가 중요하
지. 그 아이에게 왜 너는 내 욕을 하고 다니니, 당당하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친한 척, 좋아하는
척, 괜찮은 척했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고 어른들이 그랬으니까. 집으로 가는 버스도 같았
고, 사는 동네도 같고, 부모님들도 서로 자주 보았으니까. 친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
조이: 행복한 척, 친한 척, 괜찮은 척하면서 넌 어른이 된 거구나. 난 그런 거 못 하는데. 난 지금 너
무 속상해서 울고 싶어. 좀 울어도 돼?
루나: 그럼, 내 앞에서는 얼마든지 울어도 돼. 조이, 솔직한 네 모습이 난 부럽다.
조이: 넌 원래 언제 어디서나 잘 울 줄 아는 애였어. 친구가 널 욕하는 거 알게 된 날, 학교 화장실에
서 많이 울었지? 너무 오래 울어서 쉬는 시간 다 끝나고 수업 시간 종 치고도 못 들어갈 뻔했잖아.
루나: 그랬지. 세상에서 너와 나만 아는 이야기구나. 아직 그건 아무한테도 이야기한 적이 없어.
조이: 왜 그렇게 많이 울었어?
루나: 일단은 충격을 받았어. 나는 그 친구를 아주 많이 좋아했는데, 그 친구는 날 질투하고, 헐뜯고
다른 사람 앞에서 욕했으니까. 그런데 울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난 이제 친구가 없구나. 사실
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거든.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가장 많이 봐왔던 그 친구가 전부
였어. 그 유일한 친구가 내 성적이나 피아노 연주 실력이나 어른들이 날 칭찬하는 것 때문에 질투하고
싫어한다면, 나는 이제 이 세상에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울었어. 왜 난 이
렇게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지? 소설이나 영화 속의 수많은 베스트 프렌드 이야기처럼, 교과서 속 오
성과 한음처럼, 난 그렇게 격의 없는 친구를 간절히 원하는데, 왜 노력해도 잘 안되는 것일까. 난 왜
이렇게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사람일까. 나에게 무슨 결격 사유가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울었어.
조이: 지독하게 외로워서 운 거구나. 너를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서 운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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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루나: 응,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는 게 어처구니없기도 해. 열네 살이었거든. 그런데
그 친구가 날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것을 안 건 꽤 오래전부터였어.
조이: 사실 난, 친구가 없어도 괜찮아.
루나: 조이, 진심이야?
조이: 그럼, 난 아닌 척하는 말은 전혀 못 하는걸. 난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밖에 못 하잖아. 생각
해 봐, 루나. 너의 문제는 친구가 없는 게 아니야. 넌 너 자신과도 친구가 되지 못했잖아. 넌 너의 편
이 아니잖아.
루나: 내가 나의 편이 아니라니, 그거 너무 아프다.
조이: 그 친구에게 말하지 그랬어. 왜 너를 욕하냐고. 그게 어려우면 친구인 척하지라도 말지. 애쓰느
라 더 진을 빼버렸잖아. 친구인 척하지 않아도 돼. 너를 괴롭히는 사람을 애써 친구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필요가 없어. 그 시간에 어린 왕자처럼 홀로 여행을 떠나. 네가 사는 곳만이 전부가 아니니
까. 네가 사는 행성만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친구는 머나먼 곳에서도 찾을 수 있어. 어린 왕자는 다른
별에 사는 비행기 조종사 아저씨랑 친구가 되었잖아. 인간이 아닌 여우와도 친구가 되었잖아.
루나: 정말 그렇네. 난 멀리 떠나 친구를 찾을 용기가 없었구나. 난 그 친구를 밀어낼 용기도, 부정할
용기도 없었던 거였어. 조이, 그런데 너는 친구가 누구니?
조이: 내 유일한 친구는 너야. 바보, 그것도 몰랐어? 하지만 루나, 나는 너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나는 어린 왕자의 별이 남모르게 나에게만 윙크해 주는 것처럼, 기뻐. 그냥 무
작정 기뻐.
루나: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기뻐? 넌 정말 욕심이 없구나. 내가 한때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는 거네. 넌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내 모습이기도 하니까.
조이: 그럼, 난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기뻐. 놀자고 해주면 더 기쁘지. 어린 날의 어느
심심한 오후처럼, 조이야, 노올자, 이렇게!
루나: 그래그래, 조이야 놀자. 오늘은 그냥 놀자. 오늘같이 날씨도 흐리고 몸도 피곤한 날엔, 일하기가
더 힘들어.
조이: 놀자가 아니고 노올자라고 해야 좀 더 놀 맛이 나지. 조이야, 노올자!
루나: 조이야, 노올자. 그래, 노올자 할 때 ‘올’에 악센트를 줘야겠구나! 그런데 뭘 하고 놀아야 하지?
노는 법을 잊었나 봐.
조이는 한숨을 푹 쉬었다.
조이: 넌 정말 바보구나. 어른이 되면 저절로 너처럼 바보가 되는 거니? 노는 데 무슨 ‘법’이 필요해.
방법도 도구도 필요 없어. 장난감도 필요 없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놓아버려. 지금 네가 이
순간 제일 하고 싶은 걸 해봐.
루나: 푸르른 들판으로 나가서, 무작정 뛰고 싶어. 운동 부족으로 몸이 엉망이지만. 뛸 수 있는 체력도
안 되지만.
조이: 넌 뭐가 이렇게 안 되는 게 많니? 체력이 안 된다, 준비가 안 되었다, 그럴 기분이 아니다, 너무
안 되는 게 많아. 그게 어른이 되는 거야? 안 되는 게 너무 많아서 결국 원래 하고 싶은 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되는 것?
- 10 -
나의 어린 왕자
루나: 푸하하. 뭔가 찔리는 느낌인걸. 그래, 난 그냥 지금 일단 마음껏 뛰고 싶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
면서. 머리카락 마구 휘날리면서. 무작정 뛰고 싶어.
조이: 그래, 나가자. 들판으로.
루나: 그런데, 어느 들판?
조이: 바보, 어디든 네가 기쁘고 신나는 곳이 있으면 돼. 그곳이 들판이야.
루나: 그래, 일단 나가 보자! 조이!
조이: 일단 뛰어, 루나!
루나: 들판으로 나가려면 일단 운동복과 신발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
조이: 이런, 참! 그러다가 날 새겠어. 그냥 뛰자니까! 무조건 나가! 그렇지 않으면 네 변덕스러움과 게
으름이 뛰고 싶은 마음을 이겨버릴 거니까. 무조건 뛰자!
루나: 조이는 날 너무 잘 알아. 그래, 무작정 뛰자! 아, 잠깐만 기다려. 신발이라도 좀 신고!
조이: 난 이미 들판을 뛰고 있어! 넌 항상 느리더라! 생각 좀 그만해. 몸을 움직여!
루나: 조이는 너무 빨라. 넌 가벼워서 좋겠다! 티 없이 해맑아서 좋겠다! 어린 왕자처럼. 피터팬처럼.
뽀로로처럼.
조이: 은유도 이제 그만! 판단도 그만! 비교도 그만! 어서 뛰어! 달리라고!
루나: 알았어! 미치도록 숨이 차지만 정말 기분이 좋아졌어. 내가 나의 진짜 친구가 되는 기분이야.
어린 왕자의 말
내가 소행성 B612에 대해 이렇게 시시콜콜 이야기하고 그 번호까지 알려주는 것은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사랑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말하면 그들은 가장 본질적인 것에 대
해 물어보는 법이 없다. “그 애 목소리는 어떻니? 그 앤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지는 않
니?” 이런 걸 물어보는 어른들은 결코 없다. 그 대신 “그 앤 몇 살이니? 형제는 몇이고? 몸무게는? 아
버지 수입은 어느 정도야?” 이런 식의 질문만 해댄다. 그래야만 어른들은 그 아이를 속속들이 잘 알게
된다고 믿는다.
만일 어른들에게 “장밋빛 벽돌로 지은 아름다운 집을 봤어요. 창에는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
가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지 그려내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
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아, 참 좋은 집이구나!” 하고 감탄한다.
그러니 여러분이 “어린 왕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그가 멋있었고, 잘 웃었고, 양을 원했다는 것이다. 양
을 원한 것을 보면 그가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냐.”라고 말한다면, 어른들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여러분을 어린애로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그가 살고 있던 별은 소행성 B612다.”라고 말한
다면 어른들은 금세 인정해 주고, 질문을 해대며 여러분을 귀찮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이런
식이다. 하지만 어른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에게 항상 너그러워야 한다.
하지만 인생을 이해하는 우리에게는 숫자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옛
날이야기처럼 이렇게 시작하고 싶었다.
“옛날에 자신보다 조금 더 클까 말까 한 작은 별에서 사는 어린 왕자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친구가 필
요했습니다.” 인생을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이 말이 훨씬 그럴듯하게 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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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어린 시절엔 이런 말에 상처받곤 했습니다. “옆집 애는 이런 걸 잘한다던데, 왜 너는 이걸 못하니?”
“왜 말대답을 또박또박 하니?” “어린애는 몰라도 돼. 저리 가!” “지긋지긋하게 말을 안 듣는구나!” 이런
말에 상처 받은 내 안의 내면 아이를 꼭 껴안아 주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고 싶습니다. “너는 소
중한 존재야. 너는 이해받고, 사랑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 늦지 않았습니다. 성인 자아가 내면
아이를 껴안아 준다면, 우리는 반드시 치유되고,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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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