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송충이 항아리의 비극
송충이 항아리의 비극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무엇인가, 그건 역시
'송충이 항아리'겠죠. 하긴 이 '송충이 항아리'를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드니까, 그다지 현실적이 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끔찍함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형벌에도 뒤지지 않는다.
먼저 깊이 2.5미터에서 3미터, 직경 2미터 정도의 튼튼한 항아리를
준비한다. 꽤 단단하고, 더구나 어느 정도 무게가 안 나가면 쓸모가
없으니까 주의한다. 안쪽 벽은 가능한 한 미끈미끈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다음 항아리 둘레에 둥그렇게 망루를 세워,
거기에서 항아리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다.
이것으로 제1단계는 완료.
그 다음 노예를 삼천 명 정도 끌어 모은다. 그리고 그들을 항하여
'한 사람당 송충이 열 마리를 잡아올 것. 그렇지 않으면 곤장 백 대!'
하고 명령한다.
노예들은 곤장을 백 대나 맞고서야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까 죽어라고
송충이를 모아 온다. 그렇게 하면 한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채취할 수
있다.
그리고는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항아리에 쏟아 붓는다.
송충이 삼만 마리를 한 곳에 모으면, 웬만한 사건이다. 마치 검은
코울타르가 항아리 속에서 꾸물꾸물 움틀거리는 광경이 된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송충이의 깊이는 대충 2미터 정도.
이것으로 준비는 모두 완료.
나머지는 죄수를 그 안으로 떨어뜨리는 일뿐이다. 그러고는 모두들
항아리 속을 들여다 보며 즐기는 것이다.
항아리 속으로 떨어진 죄수는 벽을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미끈미끈해서 곧장 미끌어 떨어지고, 깡충깡충 뛰어서 숨을 쉬려고
해도 발 밑에 깔려 짓이겨진 송충이 때문에 발이 미끄러워 생각대로
안되고, 그러는 사이에 입 안으로 검은 송충이가 꾸물꾸물 한가득
기어 들어와 결국은 질식사하고 만다.
무섭죠, 이런 형벌?
따끔따끔한 송충이가 입 안 가득 들어오다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구역질이 난다.
이렇게 죽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다. 침대 위에서 평온하게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