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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느 드포르쥬] 파리 뒷골목의 여인들

Casey,Riley 2023. 1. 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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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뒷골목의 여인들

레진느 드포르쥬 
                                                           - 차 례 -





첫 번째  이야기   리용 역의 레오느
두 번째  이야기   쌍드니 거리의 로렌스
세 번째  이야기   크라리지 호델의 노처녀 릴리
네 번째  이야기   쌍슐피스 성당의 류도빈느
다섯 번째 이야기  벨빌 지구의 레오폴디느
여섯 번째 이야기  샤잴 거리의 로라
일곱 번째 이야기  몽마르뜨의 밤의 여인 리즈
여덟 번째 이야기  디드 거리의 여자 리디





첫번째 이야기 - 리용 역의 레오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한 숨가쁜 경련이 그녀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두 사람은 낮게 비명을 지르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단숨에 정상으로 치달았다. 레오느는 시간이 정지해 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관능에 젖은 그녀의 뜨거운 육체는 기차의 진동도 더해져서 아직도 천천히 요동하고 있었다.


파리는 크리스마스 휴가철로 접어들고 있었다. 리용 역 주변은 여행가방이나 배낭, 또는 스키를 둘러맨 사람들로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레오느 일행이 탄 택시가 가까스로 주차를 했다.
레오느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러 떠나는 어머니와 두 아이를 전송나온 것이다.
택시요금을 지불했는 데도 운전수는 짐을 내려줄 생각은 않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큰일났군. 여길 어떻게 빠져 나가지 ? 젠장, 휴가철에는 역에오는 손님을 태우지 않는건데.."
래오느는 듣다 못해 지갑에서 돈을 꺼내 팁을 주었다. 그러자, 운전수의 구겨진 얼굴이 활짝 펴졌다.
"감사합니다 사모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운전수는 재빨리 뒤로 돌아가 짐을 내렸다.
레오느의 어머니가 짐꾼을 찾아 데리고 왔다.
아이들은 따분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난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게다가 침대차에 타기 전에 역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꽤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짐꾼의 뒤를 따라 모두들 엘리배이터로, 윗층으로 올라가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레스토랑의 내부장식 등이 장엄한 바로크 양식이어서 두 아이는 눈을 동그맣게 뜨고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레스토랑은 휘황찬란하게 빚나고 벽면과 천정에는 선명한 색채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진흥색 빌로드의 육중한 색조는 마치 극장과 같은 분위기를 풍겨주고, 반짝반짝 닦아 놓은 은으로 된 웨곤에는 깜짝 놀랄만큼 여러 가지 종류의 케익들이 담겨져 있었다,
아이들은 게익을 보고는 너무나 좋아 탄성을 질러댔다.
웨이터가 편안한 좌석에 그들을 안내하고 메뉴를 내밀었다. 다섯 살인 딸 소피는 똑똑한 말투로 스프는 필요없고 에스카르고가 좋다고 말했다.
"기차에 타면 금방 잘 텐데 그런 소화 안되는 음식은 좋지 않단다."
하고 할머니가 잔소리를 했다.
"괜찮아요 어머니 지금은 휴가잖아요." 하고 레오느가 딸을 감싸 주었다.
소피는 어머니에게 감사의 눈짓을 보냈다. 오빠인 자크는 따듯한 소시지로 결정했는데, "감자를 많이 곁들여서요!" 하고 주문을 달았다.
레오느와 어머니는 좀더 산뜻한 고기 그릴에다 적당한 포도주를 주문했다.
주문을 끝내자, 부탁한 포도주가 먼저 나왔다. 레오느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후유' 하고 한숨을 돌리고 천천히 포도주로 목을 축였다,
그때, 갓 서른이 됐음직한 두 명의 사나이가 무거운 짐을 들고 통로 건너편 좌석에 와서 앉았다. 두 사람 모두 명랑해 보이는 멋진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메뉴를 펼치고는 재빨리 주문을 끝내고, 그리고나서 레오느와 마찬가지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 순간 두 사나이는 동시에 레오느를 보고 한순간 놀라는 표정이 되더니, 정신을 차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레오느도 가볍게 미소로 답했다.
래오느는 하안 피부와 금발의 머리칼이 돋보이도록 헐렁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몸매에 자신이 있었다.
두 사나이에게서 재빨리 얼굴을 돌렸으나 남자들의 시선이 자기에게서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아들인 자크도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 질투가 났는지 엄마는 자기 것이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상한 아저씨들이네. 왜 저렇게 엄마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지 ?"
"그야 물론 우리 엄마가 예쁘니까 그렇지.''
소피가 건방진 말투로 대답하고는, 아무에게도 줄 수 없다는 듯이 레오느에게 바짝 다가 앉았다.
그것을 본 자크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의 목에 팔을 감고 키스를 했다. 레오느는 두 아이를 끌어안고 미소지었다.
"정말로 귀여운 아이들이로군 !" 하고 한 사나이가 레오느의 자리까지 들리도록 큰소리로 말했다.
흔히 있는 수법이지만, 그래도 그 사나이의 목소리는 레오느를 몹시 기분좋게 해주었다.
웨이터가 요리를 가져왔다. 자크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소시지를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하고 소피는 에스카르고를 끄집어내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얼마 동안 아이들은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옆자리의 사나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레오느는 이따끔 얼굴을 들어 옆 테이블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마다 두 명의 사나이 중 어느 쪽인가와 눈이 마주쳐 당황하곤 했다.
차츰 가슴의 고동이 심해져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아... 지금 나 혼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둘 다 매력이 있군. 어느 쪽을 골라야할 지 모르겠어."
"어머나, 나좀 봐. 내가 왜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지? 그런데 왜 나는 저 두 사나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걸까? 아무래도 저들도 나와 마찬가지인 것 같애. 저 두 사나이도 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 어떻게 할까?... 또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을까? .... 전화번호라도 가르쳐주면 좋겠는데...아아, 안타까워라..."
레오느는 공연히 담배를 또 한 대 꺼냈다. 그러자 눈앞에 '확' 하고 불이 켜졌다.
한 사나이가 라이터를 켜 준 것이다.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
웨이터가 접시를 치우고 고기요리를 가져왔다. 그러나, 레오느의 마음의 동요는 전혀 가라앉지를 않아서, 아이들이 뭐라고 물어도 건성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러자 소피가 어머니의 옷소매를 잡아 당기면서 항의했다.
"'엄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레오느는 딸을 다정스럽게 끌어안고는, "너희들이 떠나면 엄마는 혼자서 외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하고 타이르듯이 속삭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머니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세 사람이 바캉스를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고 있는 체를 했다.
과연 자크는 작년과 똑같은 스키 교사 밑에서 레슨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점심 뒤에는 좋아하는 영화구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둥....
또다시 옆좌석의 두 사나이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그녀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레오느가 남자들의 눈매에서 읽은 것은 그녀와 비슷한 부드럽고 투명한 욕망이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눈을 피했다. 그래도 역시 그들 쪽이 마음에 걸려서 가슴의 고동은 한층더 심해졌다.
양손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고 하채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레오느는 자신의 이성이 자기를 어리석은 여자, 머리가 돌아버린 색정광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담배를 한 개피 꺼내서 불을 붙이려고 했으나 잘 켜지지를 않아서 성냥을 세 개나 부러뜨렸다. 그러자 조금 전에 불을 붙여 준 사나이가 재빨리 일어나 라이터 의 불을 내밀었다.
그 사나이의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오느는 그 사나이의 손에 자기 손을 대고 라이터를 조금 들어 올렸다. 그 우연한 접촉에 그녀는 온몸이 금새 뜨겁게 달아 올랐다.
레오느의 거친 숨결에 그만 라이터의 불이 꺼졌다.
"어머, 미안해요 !" 하고 말하면서 레오느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나이의 몸도 굳어 있었다. 그 긴장으로 창백해진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가슴의 고동은 한충더 심해졌다. 사나이는 다시 한번 불을 켰다. 이번에는 레오느도 깊이 들이 빨고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고마워요." 그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니 동행에게 뭐라고 소근거렸다. 그러자 상대방은 레오느를 홀끗 쳐다보고 조금 웃었다.
디저트로 웨곤이 나오자 아이들은 법석을 떨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맛있어 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초코렛으로 만든 무스, 럼주가 들어간 바바로아, 프랑보와즈의 타르트, 카시스의 샤뺏, 초코렛케이크, 차거운 메램그, 에플파이-..."
너무 종류가 많아서 어느 것을 먹을까 망설여졌다. 옆자리의 사나이들은 그 가운데서 서슴지 않고 두 개를 골랐다. 아이들은 부러운 듯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레오느가 케익을 무시하고 커피만을 고르자, 두 사나이는 다이어트를 하는가 보다고 재미있어 했다. 그것은 극히 평범한 대화였으나 레오느는 그 얘기를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곧 역의 플랫폼에서 작별을 고하게 되겠지만, 이 우연한 만남에 의해서 그녀의 마음은 마냥 들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레오느는 계산을 마치자 포터를 불렀다.
그러자 재빨리 남자들도 지불을 끝내고 일어나서 그녀의 짐 운반을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짐만으로도 손이 모자랐기 때문에 그것은 무리였다, 결국 그들은 싱겁게 웃으면서. 단념했다.
"어디까지 가니 ?" 한 사나이가 소피에게 물었다.
''모르진느까지 가요." 소피가 대답했다.
"그래 ? 그것 참 잘됐구나. 우리들도 거기로 가는 길이란다." 두 남자가 입을 모아 말했기 때문에 레오느와 아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어머니만은 불쾌한 얼굴로 딸을 노려 보고 손자들에게도 불만의 눈길을 보냈다.
모두가 타고 갈 침대차에 을라타자 차장이 아이들과 할머니의객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문을 열어 주었다. 아이들은 환성을 지르면서 이리갔다 저리갔다하며 떠들면서 돌아다녔다.
레오느가 통로로 나가자 차량의 저쪽 끝에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두 사나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다가왔다.
그녀는 그들을 본 순간 다시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조금 전보다도 휠씬 강렬한 것이었다. 그때 비로소 래오느는 자기가 두 남자를 양쪽 모두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도 역시 레오느를 동시에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생각이 점점더 그녀를 훙분시켰다.
'난 변태인가봐' 그녀는 당황해하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인걸. 저 남자들은 모르진는가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나는 파리에 혼자 남게 될 테니까."
그때 문득 잿빚으로 가라앉은 을씨년스러운 파리에 혼자 남는다는 생각이 레오느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다.
모두들 스키다 바캉스다 하면서 흰눈이 덮인 마을이나 태양이 찬란하게 내려 쬐는 해안을 향해 여행을 떠나는데 자기 혼자서만 12월의 도시에 덩그라니 남겨지는 것이다.
"부인을 찾고 있었어요. 어떻습니까? 우리들과 함께 삼팬을 한잔 드시지 않으시겠읍니까?"
"그럴 수가 었어요. 시간이 없는 걸요. 곧 열차가 떠날 테니까요.''
"시간이라면 모르진느까지는 층분히 있잖습니까?''
"하지만 나는 가지 않아요. 어머니와 아이들을 전송나온 거예요."
''아무리..." 이번에도 두 사람은 같은 말을 한꺼번에 말했다. 그들은 금방 의기소침해졌다
레오느는 그런 사람의 모습을 보자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명랑한 태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어머, 그런 얼굴들은 하지 마세요. 마치 친구라도 금방 잃은 것 같아 보이네요.''
"그런 것이나 다름없잖습니까?'' 하고 두 사람 가운데 머리칼 색깔이 좀 짙은 쪽이 대답했다.
"함께 떠나시지요." 또 한 남자가 애원하듯이 말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때 파리에 있어 보았자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
"그래요. 우리 함깨 갑시다. 그게 좋겠이요." "안돼요. 그럴 수가 없어요. 회사 일도 있고.."
"회사에는 내일 전화를 걸면 되쟎아요. 아프다고."
소피가 어느 틈엔가 옆에 와서 어른들의 얘기를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과 두 남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나서 어머니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래 엄마, 아저씨들 말이 맞아요. 우리들과 같이 가요''
"내가 떠날 수 없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쟎아. 자, 넌 착한 아이니까 어서 할머니 있는 곳으로 돌아가렴,''
"함깨 가십시다 ! 우리들도 당신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고..."
"휴가 동안 계속 있을 수가 없다면 하루이틀 만이라도 함께 즐깁시다."
"안돼요. 정말 안된다니까요. 게다가 입을 옷도 준비를 안해 왔고...... 이런 모습으로 눈 속을 걸어다닐 수야 없쟎아요.'' 레오느는 그렇게 말하고 자기가 입고 있는 것을 손가락질했다.
까만색의 앓은 팜프스는 튼튼한 스노우 부츠 대용품이 될 수는 없었고, 회색 스타킹도 방수가 된 스키 바지의 대용품이 될 수는 없다. 부드러운 키트 장갑은 눈에 젖는 순간 구멍이 뚫어져 버릴 것이다.
"그런 것쯤은 걱정하지 마십시요. 부족한 것은 우리들이 그쪽에서 사드리면 되니까요."
레오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묵묵히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서 있었다.
격렬하게 끌어안고 애무하고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세 사람의 육제는 뭔가 불가사의한 실로 굳게 묶여진 듯 그렇게 서 있었다.
레오느는 공연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나는 파리에 남아서 도대체 무엇을 한단 말이지 ? 어머니와 아이들로부터 잠시 동안 해방되어 편안히 지내보려는 것 뿐이쟎아. 그렇다면 이 남자들과 함께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지만, 오늘 처음 만난 남자들과 여행을 함께 떠나다니 ! 그건 말도 돼. 그들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이 두 남자가 나하고 섹스를 하고 싶다는 것 정도인데. 내가 왜 이렇게 천박해졌을까? 아아, 점점더 짜증스러워진다. 첫째 어머니는 뭐라고 말할까? 내가 이대로 기차를 내리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그렇게 둔한 사람은 아니라구..... 게다가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들..아아, 지겨워 ! 아예, 이대로 떠나버릴까? 아무래도 안되겠어. 칫솔도 없고 화장품도 었으니.. 내일 아침에는 얼굴이 형편없이 되어버리겠지.. 그렇지만 잘 생긴 남자들이야. 두 사람 모두 큰맘 먹고 그들의 유혹에 몸을 맡겨 버릴까? 나도 그럴 생각을 갖고 있는 김에...... 그럼, 해결된 것 아니야"
"곧 발차하니까 전송하는 분들은 내려 주십시요."
차장이 외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레오느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떨쳐 버리고 두 남자에게 작별을 고하고 어머니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객실로 가서 작별의 키스를 했다.
헤어질 때는 항상 그렇지만, 소피는 조금 눈물을 홀렸다. 그러나 레오느가 키스를 해주자 당장 눈물을 멈추고 웃는 얼굴로 되돌아왔다.
자크는 플랫폼 쪽의 창을 열려고 했으나 추우니까 열지 말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불만을 나타내 보이며 단념했다. 레오느는 다시 한번 키스를 하고는 열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내리자 곧 등뒤에서 차장이 문을 닫았다.
역에서 작별을 하는 것이 레오느는 별로 좋지 않았다. 공연히 울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열차의 출발을 기다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손끌으로 키스를 보내고나서 레오느는 개찰구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문득 쳐다보니까 눈앞 승차구의 발판에 그 사나이들이 서 있었다.
"정말 함깨 갔으면 좋겠는데..'...내일 돌아오면 되쟎습니까?"
레오느는 두 남자 앞에서 멈춰 서자, 그대로 열차에 뛰어오르고 싶다는 충동과 그런 짓을 하면 안된다는 자제의 갈림길에 선 채 몸을 경직시키고 있었다.
"나도 가고는 싶어요. 하지만..."
기차가 덜컹 하고 크게 요동을 치고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기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레오느는 멀리 여행을 떠나는 애인과 작별을 아쉬워하기라도 하듯이 몇 발자국 열차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자, 잡아요 ! "
순간, 레오느는 자신의 몸이 붕 하고 공중에 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두 남자의 억센 팔에 안겨 레오느는 차츰 속도를 더해 가는 열차 속으로 끌어 올려져 있었다,
"어머, 너무해 ! 이건 납치나 마찬가지에요 !"
그러나 그 말과는 정반대로 그녀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고 눈은 반짝반짝 빚났으며 반쯤 열린 입술은 젖어 있었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의 얼굴을 탐욕스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만남에 의해서 성애를 즐기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에 사로잡혀 마침내 이렇게 세 사람만이 있게 된 것이다.
차장이 찾아왔으나 승객이 한 사람 늘어난 것에 대하여 놀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차장이 온 탓으로 모처럼의 분위기가 깨지는 일도 없었다. 게다가 안성마춤으로 빈자리도 있었다. 레오느가 요금을 지불하려고 했으나, 그들은 그것을 말리고 샴펜 값과 함깨 지불을 끌마쳤다.
"우리들의 여행을 위하여 축배를 ! ''
두 사람은 자기 소개를 했다. 제라르와 도미니크.
"저는 레오느에요."
"자, 레오느의 건강을 위해 건배 l '' 세 사람은 건배를 했다.
삼펜은 뜨뜻미지곤했으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통로의 창에 나란히 서서 말 없이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노란 불빚이 새어나오는 창이 늘어선 검은 건물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파리 교외의 쓸쓸한 풍경이었다.
이윽고 제라르가 조용히 레오느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도미니크가 어깨를 껴안았다. 그녀는 조금도 부끄럽지가 않았으며 또 그런 체를 해보일 생각도 없었다. 다만 두 남자의 체온이 천천히 피부로 전해 오는 것을 느끼면서 말할 수 없는 쾌감에 잠겨 있었다.
세 사람은 잠시 그대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쾌락의 시간이 확실한 것으로 굳어져 오는 것을 음미하는데 역시 말은 필요 없었다.
창밖을 흐르는 불빚은 차츰 적어져 가더니 어느새 전원의 어둠 속으로 지워져 갔다.
비어 있는 객실로 들어가자 레오느는 코트를 벗으려고 했다.
그러자 두 사나이가 재빨리 거들어 주었다. 그녀는 그대로 팔을 축 늘어뜨리고 안심하고 맡긴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숨결만이 약간 가빠져 있었다.
도미니크가 그녀를 끌어당겨 얼굴과 목에 애무의 입술을 가져왔다. 그의 몸에 닿자 레오느의 육체도 열을 띄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술을 내밀었다. 깊고 부드러운 최초의 애무가 끝났을때 관능의 물결은 레오느의 의식을 몽롱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제라르가 등뒤에서 꼴어안아 혀끝을 속 깊이까지 집어 넣었다. 그러자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그녀의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제라르가 긴 에무를 계속하고 있는 사이에 도미니크는 레오느의 드레스 지퍼를 내려갔다. 그는 교묘하게 드레스를 벗기기 시작하여 손쉽게 그녀의 발 밑에 드레스를 떨어뜨렸다.
레오느는 드레스에서 결어 나와 레이스로 장식된 회색 실크 슬립 차림이 되었다,
두 남자는 매끄러운 실크 천을 구기면서 앞뒤에서 하반신을 밀어 붙였다. 바지를 통해서 그들의 굳어진 그것을 그녀는 하복부와 엉덩이에 느겼다.
그녀가 몸을 약간 움직이자 그것은 더욱 딱딱해져 가는 것 같았다.
제라르는 애무를 멈추고는 레오느의 슬립 어깨끈을 벗기고 브래지어를 풀었다. 그러자 중량감이 있는 멋진 유방이 나타났다.
제라르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유방을 세차게 빨았다. 그리고는 조금 뒤로 물러나더니 그 보기 좋은 유방을 좀더 잘 보려고 눈의 촛점을 모았다.
열차의 진동으로 탐스러운 유방이 출렁출렁 흔들렸다.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 ! ''
레오느는 제라르의 머리를 끌어 안고 자기 가슴에 갖다댔다. 격정에 사로잡혀 그는 날카롭게 레오느의 젖꼭지를 깨물었다. 레오느가 비명을 질렀다.
"미안해요..... 아파요?,'
"괜찮아요. 그냥 계속해 줘요 ! !'
제라르는 애무를 계속하고 레오느는 헐떡거리면서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도미니크는 제라르의 입술이 왼쪽 유방에서 오른쪽 유방으로 기어 다니며 그 손이 풍요스런 살을 거칠게 주무르는 모습을 꼼짝도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그녀의 땀에 젖은 팬티를 벗기고 구겨진 슬립과 함께 자기 코 끝으로 가져가 그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레오느는 이제는 가터벨트와 스타킹에 팜프스를 걸쳤을 뿐인 모습이 되어, 아직 옷을 입은 두 남자 사이에 서 있었다.
도미니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자신의 그것을 끄집어내서는 레오느를 끌어당겨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레오느는 무의식중에 도망치려고 했으나 젊은 사나이는 우악스럽게 그녀를 붙잡고 더 깊이 침입했다.
그의 싸이즈가 그녀에게 꼭 들어맞는 지 레오느는 지금까지 맛볼 수 없었던 황홀감에 빠져 들어갔다.
"아, 미칠 것같군... 정말 멋져 ! ''
도미니크는 허덕거리면서 말하고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라르의 손과 입술이 그녀의 유방을 한층더 심하게 공격하자, 도미니크의 허리 움직임도 속도를 더해 갔다. 그리고 드디어 도미니크가 그녀의 속에서 폭발한 순간, 레오느도 절정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한 숨가볕 경련이 그녀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러나 레오느에게는 그 쾌감에 한가로히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는 제라르가 도미니크의 몸을 때어 놓고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는 열병에 걸린 듯이 자신의 양복을 난폭하게 벗고 돌진해 들어왔다.
두 사람은 낮게 비명을 지르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단숨에 정상으로 치달렸다.
레오느는 시간이 정지해 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관능에 젖은 그녀의 뜨거운 육채는 기차의 진동도 더해져서 천천히 요동하고 있었다.
"아, 목말라 ! ,'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도미니크가 미지근한 삼펜을 글라스에 따라 주었다. 그녀는 단숨에 들여 마셨다.
도미니크는 젖은 타올로 다정스럽게 그녀의 몸을 닦아 주고 아직 몸에 걸치고 있던 가터벨트와 스타킹을 벗기고는 이번에는 자기도 벌거벗었다.
제라르는 투덜투덜 불만의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레오느와 도미니크가 즐거운 듯이 큰소리로 웃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다,
"자, 삼펜이라도 마셔 !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 테니까 말야."
제라르는 도미니크가 내민 병을 받아들자 나팔을 불었다. 흰거품이 입가에 넘쳐서 목을 타고 홀러 내려 갸슴의 털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리고는 트림을 한 번 하고나서 담배를 꺼내 한 개씩 불을 붙여서 레오느와 도미니크에게 건네주었다.
세 사람은 침대에 누워 다리를 혼들거리면서 몸을 기대고 방심한 것처럼 멍청하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방심상태에서 맨처음에 빠져 나온 것은 도미니크였다. 그는 훌쩍 바닥으로 내려 서더니 레오느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숙련된 뜨거운 혀는 축 늘어져 있는 그녀의 속을 부드럽게, 그러나 집요하게 헤집고 다녔다.
그녀는 젊은 사나이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자신의 하복부에 밀어 붙이면서 이를 물고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제라르의 말랑말랑해진 것을 잡자, 그것은 그녀의 능숙한 손가락 끝에서 조금씩 잠을 깨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라르는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기 것을 그녀의 입에 갖다 댔다. 그녀는 우유를 핥는 새끼 고양이처럼 그것을 빨기 시작했다.
이때 도미니크가 갑자기 그녀의 몸을 침대에서 끌어내려 그녀의양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고 침입해 왔다.
실망한 제라르는 할 수 없이 자기 것을 쥐고 천천히 자위를 시작했다. 몇분이 지났을까? 세 사람은 동시에 세 번째의 절정에 도달했다.
레오느는 뭔가 얘기를 하려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잠시 후, 문득 그녀는 자기 속에 심하게 움직이는 것을 깨닫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할 기력이 없었다. 다시금 잠이 들려는 그녀에게 이번에는 누군가가 뒤에서 들어왔다.
레오느는 아프다는 것을 느낄 사이도 없이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경련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 들어갔다.
이튿날 새벽, 차장이 와서 열차가 얼마 후 모르진느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레오느는 몸의 여기저기가 쑤셔서 이래가지고는 도저히 걸을 수 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그것은 감미로운 고통이었다.
느릿느릿 일어난 그녀는 벽에 붙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를 질렀다.
눈 밑의 기미는 뺨 있는 곳까지 퍼져 있고 입술은 흉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던 것이다. 머리칼은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져 있어서 술주정뱅이 이상이었다.
"이런 꼴로는 밖에 나갈 수가 없겠어요. 이것은 마치...... 을 하고 왔다고 광고하는 거나 같으니까요."
"그 말도 일리가 있군요."
두 남자들은 똑같이 소리를 내서 말하고는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레오느는 어깨를 추슬려 보이고나서 어떻게든 사람들 앞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몸 단장을 시작했다.
두 남자의 얼굴색도 그녀보다 더 났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드레스를 입고 몸단장을 끝내자 두 남자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후회는 하지 않겠지요? 우리들도 처음이었어요, 이런 섹스를 즐긴 것은..."
"나도 그래요." 하고 그녀는 말했으나 약간 창피스러웠다.
도미니크가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다정하게 말했다.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우리는 당신을 본 순간 동시에 반해 버렸으니까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멋진 채험이었어요.''
그녀는 친한 친구나 어린애들에게 하듯이 두 남자의 뺨에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그래요. 정말 멋졌어요 !"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가겠어요?'' 제라르가 재빨리 말했다.
"그건 안돼요. 지금부터 제네바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겠어요.''
그들은 단념을 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설득을 시도했으나 그녀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었다.
"어머니나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망을 좀 봐 줘요. 이런 꼴을 보였다가는 큰일날 테니까요."
제라르가 망을 보는 사이에 레오느는 도미니크와 마지막 포옹을 나누었다,
상냥하고 인정이 있고, 그토록 멋지게 여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남자하고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인생은 조촐하지만 나름대로 완성이 되어 있어서, 그곳에는 더 이상 새로운 러브스토리가 끼어들 장소가 남아 있지 않았다.
제라르가 그녀의 가족은 이미 택시를 타고 떠났다면서 객실로 돌아왔다. 그녀를 위해 택시를 한 대 부탁해 두고 왔다고 했다.
"정말 제네바까지 전송하지 않아도 괜찮겠읍니까?''
"괜찮아요. 나는 그런 식의 작별은 질색이에요."
레오느는 택시를 타고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손을 혼들려고 돌아보니까 자동차 뒤에서 도미니크가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큰소리로 외치는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그녀에게는 대충 짐작
이 갔다.
"당신의 전화번호는?''
레오느는 몸을 바로하고 '피식' 하고 장난스럽게 옷었다. 그리고는 깊숙이 좌석에 몸을 기댔다.
택시 안은 난방이 잘되어 있었다. 창밖에는 이른 아침의 부드러운 빚을 받아 눈덮인 경치가 조용히 빚나고 있었다. 다행히 운전수도 그녀에게 말을 걸어 오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어잿밤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동시에 다시금 그 관능이 그녀의 몸속에서 퍼져나가고, 몸이 쾌적하게 스물거렸다. 그리고 갓 태어났을 때처럼 새로운 자신을 느졌다.
죄악감은 없었다.
레오느는 제네바까지 가는 동안 깊은 잠에 삐져들었다.
그녀의 약간 벌어진 입술에는 은근한 미소가 떠을라 있었다.




두번째 이야기  -  쌍드니 거리의 로렌스



"당신은 내꺼예요. 사랑해요 ! "
어느 사이엔가 그 커다란 손이 그녀의 빽빽히 자란 숲을 더듬어 탐색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다리기 지루하여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그 손가락을 쥐고 자신의 꽃술부분으로 유도했다,
사내의 손가락은 가늘게 움직이기 시작하여 부드러운 질벽에 강한 자극을 더해갔다.


하안 창틀 건너편에 보이는 오패라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8월의 파리는 어디라 할 것 없이 한가롭고 나른한 해질년의 햇빚에 감싸여 있었다.
이제야 시간이 되었구나, 로렌스는 한숨을 내쉬며 책상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더운 하루였다. 엷은 나염 드레스는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완전히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나서 로렌스는 화장을 고치러 화장실로 갔다.
오늘밤엔 잭과 만나기로 했으니 그전에 집에 들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어야지.
거울 속의 소맥 빚깔로 그을린 자신의 얼굴을 향해 그녀는 살짝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름이 되자 한층 밝고 선명해진 금발이 그 아름다운 얼굴을 욘만히 감싸고 있다.
화장백에서 조그만 브러쉬를 끄집어 내어 그녀는 그것을 사용하여 재치있게 굵은 웨이브를 만들었다. 이제 몇시간만 있으면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것만으로도 희미하게 아랫도리가 젖어왔다.
로렌스는 문득 브러쉬질을 멈추고 그 찌르는 듯한 쾌감을 떠올리고 멍하니 거울 속의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왜 좀더 자주 만날 수 없는 걸까? 여느때는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던 점이 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언제라도 그 사람은 부인이라든가 아이들, 그리고 일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내게는 국물 따위의 시간밖에 주지 않는다. 출장 전이라든지 그후, 또는 회의중 휴식시간이라든가. 어느새 3년이나 이
런 생활이 이어지고있었다. 그런데도항상 8월 만큼은 그 사람은 완전히 내 것인데도..."
교외의 시골 레스토랑에 간다든지 마르누 강변 무도회에 참석 한다든지, 주말은 도빌이나 온후르르에서 지내며 폰텐브로우까지 멀리 나가 어두운 숲길을 산책한다든지....-., 그런 것들이 올해는 전부 다 엉망인 것이다. 부인과 아이들 때문에."... 로렌스의 눈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고였다.
"이젠 싫어 ! 더 이상은 싫단 말이야 ! ''
그녀는 그런 자신에게 비참함을 느껴 연인인 잭에게 무작정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거울로부터 시선을 거두어 부러쉬를 쥔 채 자신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오열이 가까스로 진정되자 백에서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끄집어내 썼다.
마침, 그때 마리에페느가 들어왔다.
"안녕, 로렌스 ! !'
로렌스는 변변히 대꾸도 하지 못한 채 황급히 화장실을 빠져 나갔다.
오페라 거리에 면한 회사의 뒷쪽 통로를 통해 나서니 바깥은 아직 후덥지근했다. 멋진 알로하셔츠를 입은 미국인 관광객이 아내의 팔을 잡고 그녀 앞을 지나쳐 갔다.
로렌스는 약간 질투의 기분으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건널 목 신호를 바라보려고 문득 건너편 길을 바라본 로렌스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곳에 잭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신혹가 바뀌기를 초조하게 기다려 종종걸음으로 달려나간 로렌스는 잭의 팔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의 팔안에 안기어 있자니 이제 무엇이든 아무래도 좋을 것처럼 느껴졌다, 엉망이 되어버린 여릅도, 지긋지긋한 더위도, 바로 조금 전까지의 그 슬픔도.."...
"어쩐 일이에요?,,
잭의 눈속을 그녀는 즐거운 듯이 들여다보았다.
"밤까지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빨리 만나고 싶어서.."
그녀는 뭐라고 대꾸하면 좋을 지 몰라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토록 ?''
"그럼. ''
솔직하게 응하는 잭의 팔에 매달리듯이 하여 두 사람은 걷기 시작했다.
"'어때, 이대로 그곳으로 가지."
"그곳요?''
"그래.',
<후후> 가볍게 웃고나서 로렌스는 , "그래요, 좋아요.'' 라고 응했다. 그리고 사내의 욕정을 그쯤 타오르게 할 자신의 육체를 뽐내듯이 바짝 붙여댔다.
그곳은 파레 로와이얄의 뒤편에 있는 조그만 호델이었다. 그앞을 지나더라도 모르고 지나쳐버릴 만큼 눈에 뜨이지 않는 점이 두 사람의 마음에 들었으며 두 사람의 회사에 가깝다는 점도 있어서 자주 이용하고 있었다.
그 호텔은 매우 낡아 삐진 꾀죄죄한 호텔이었다. 계단에 깔린 융단은 올이 탄아 빠져 너덜거렸으며 방으로 안내하는 노파는 인상이 좋지 않았고 게다가 방에 비치되어 있는 타올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그러한 점을 깨닫는 것은 항상 행위가 끝난 후였다.
팁을 받아 쥔 노파가 느릿느릿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 뒤엉켜 침대에 쓰러졌다.
입술이 얽힌채 잭은 초조하게 그녀의 가슴에 손을 집어 넣어 땀이 배인 유방을 움켜쥐었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상체가 가날퍼 보이는 로렌스이지만 가슴의 융기는 탄력이 있고 풍만했다.
잭의 또 한쪽 손은 그녀의 옷단을 걷어 올려 넓적다리 사이를 기어갔다. 속옷을 입고 있지 않은 로렌스의 짙고 무성한 삼각지대가 부드러운 하늘빚 드레스에 감싸이듯이 하여 드러나자, 탄력있는 융기를 입에 머금고 있던 잭은 일순간 가슴의 애무를 잊은 듯 그곳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팬티를 입지 않으면 치한에게 당한단 말이야."
그녀는 '후후'하고 소리를 죽이고 웃으면서 잭의 바지 지퍼를 단숨에 끌어 내렸다.
그리고 뜨겁고 습기찬 갑갑한 곳에 자리잡아 약간 땀이 배어 있던 돌기물을 로렌스는 교묘히 끄집어 내어 손바닥에 감싸 쥐었다.
그동안 그의 손가락이 오로지 그녀의 축축한 구멍 속으로 잠입해 들어가자, 참을 수 없어진 로렌스는 돌기를 쥔 채 앞뒤로 흔들던 자신의 동작을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녀의 손안에서 그것은 때때로 꿈틀꿈틀 고동치고 있었다. 질퍽거리는 점막 안에서 뚜렷한 쾌감이 차분히 확대되어 갔다.
로렌스는 뜨겁게 헐떡이면서 자기도 모르게 하복부를 내밀었다.
잭은 갑자기 로렌스의 하복부에 입맞춤을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녀의 두 다리를 와락 골어당겨 그것을 자신의 어깨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양쪽 넓적다리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펑크빚의 질퍽거리는 곳에 혀끝을 대고 서서히 밀며 넓혀갔다, 로렌스의 유연한 육체는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키며 그 혀를 빨아들이려고 했다. 괴로움에 찬 목소리가 조금씩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로 바뀌어 간다.
잭의 입에서 홀러 나오는 타액으로 홈뻑 젖은 금발의 숲이 빚을 발했다.
서로 뒤엉켜 있는 동안에 어느새 그렇게 되었는 지는 모르지만, 정신이 들자 두 사람의 위치는 바뀌어 있어 로렌스가 잭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잭을 덮어 씌우듯이 하여 꽉 움켜쥐고 있던 것을 자신의 몸안으로 집어 넣었다. 두 사람 모두 온통 젖어 있었으므로 그것은 순조롭게 빨려 들어갔다.
그것이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허리를 꿈틀거리며 그 힘이 넘치는 것을 좀더 깊숙한 곳까지 보내려고 운동의 속도를 더해갔다.
잭도 그 동작을 거들었으므로 그 돌기물은 쑥쑥 뻗어갔다. 잭은 점차 부풀어져 가는 자신을 느끼면서 그녀의 밑에서 참을 수 없게 되어 낮은 신음소리를 내뱉았다.
"당신은 내꺼예요 ! 사랑해요."
로렌스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주변 점막의 진동에 자극되어 금방이라도 사정을 할 것 같이 되어버린 잭은 희미하게 남아있던 의식을 집결시켜 상채를 일으키자, 그대로 로렌스의 날씬한 몸을 일회전시켜 자신이 위로 을라갔다.
어떤 연유에선지, 그는 마지막애는 그런 자세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버릇이 있었다. 실상 그렇다기 보다 스스로 그렇게 정해 버린것 같았다.
이제 몹시 거친 야수로 화한 잭은 단지 무턱대고 돌진을 되풀이했다. 긴 머리카락이 마구 흐뜨러져 거의 얼굴도 볼 수 없게 된 로렌스는 미친 듯이 말도 되지 않는 말을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
잭의 마지막 거친 신음소리가 끝나자마자 뜨거운 물결이 한꺼번에 밀어 닥쳤다. 로렌스는 엉겁결에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커다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잭의 입술이 그 소리를 덮었다. 경련은 언제까지고 이어지는 듯했다. 몸을 비꼬면서 두 사람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듯한 쾌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잭은 그녀 위에 쓰러진 채 잠시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로렌스는 벌어져 있었던 다리를 서서히 오무려 가면서 그 부분에 아직 미미한 경련이 남아 있는 것을 느썼다.
잭은 시들해진 그것을 그녀의 몸속으로부터 빼내어 그녀의 옆에 벌렁 누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벼운 피로감이 기묘한 쾌감을 동반하였고 눈을 감자 이내 잠이 들었다.
먼저 눈을 뜬 것은 로렌스였다. 그녀는 한쪽 팔꿈치를 세워 상체를 절반쯤 쳐들어 잠시 동안 희미폼어둠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잠자는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잭의 숨소리는 낯고 온화했다. 그녀는 사내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넓은 이마 위에 흩뜨러진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해놓자, 조금 벌어져 있는 보기 좋은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방 한쪽 구석에 비데가 설차되어 있었다. 그녀는 어렴풋이 감미로운 욕망의 여운이 남은 부분을 세정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이 홀러 들어가자 기분이 좋았다. 비데의 물소리로 눈을 뜬 듯한 잭이 그녀에게 미소를 띄어 보였다, 그리고 비데 위에서 약간 고개를 숙인 포즈로 씻고 있는 로렌스를 멀거니 바라보고있다.
"싫어요, 이런 거 보지 말아요"
"바보같은 소리, 당신은 언제라도 멋진 걸, 귀여운 내 사랑 ! ''
그리고나서 잠시 천정을 응시하고 있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이 벌떡 일어나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타을을 집어 들고 화장실로 갔다.
몸을 씻고 있는 잭의 뒤로부터 어느새 다가왔는지 로렌스가 달라 붙으며, "정말 좋았어요.'' 라고 속삭였다.
"당신은 최고야.'' 거울 속의 로렌스에게 미소를 띄우면서 잭은 부드럽게 대꾸했다.
"배가 고픈 걸.''
"그래요?''
"어디로 가고 싫어 ?''
"아무 데나 좋아요. 하지만 어디든 테라스가 있는 식당이 시원해서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가기 전에 옷을 갈아 입고 싶으니 집에 들리도록 해요."
두 사람은 상대방 허리에 팔을 두르고 꾀죄죄하고 좁은 계단을 나란히 내려갔다.
'크로즈리 데 리라'는 룩샘부르크 공원 근처에 있는 식당이었다.
두 사람은 예약해 두었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했다. 전화로 부탁해 둔 길거리 테라스 쪽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어깨를 노출시킨 흰색 드레스로 갈아 입은 로렌스는 묘하게 마음이 들떠 있다.
구석자리에 나란히 앉자, 잭의 컷가에 살짝 입을 대고, "오늘 밤은 삼페인으로 해요.'' 라고 속삭였다.
잭은 촉촉히 물기를 머금은 듯한 그녀의 눈동자에 넋을 잃었다.
회사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 바캉스에 가 있는 여자친구에게서 온 그림엽서 이야기, 최근에 본 영화, 그녀는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조금 달콤한 듯한 목소리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이야기하면서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잭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어떤 연유에선지 그날 밤의 잭은 말수가 적었다. 단지 맞장구를 치고 있을 뿐으로 무언가 별개의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요, 기억하고 있어요? 언젠가 당신에게 소개한 미첼말예요."
"응?''
잭은 당황하여 그녀의 말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포켓에서 끄집어 낸 담배갑을 테이블 위에 팽개치면서, "누구?''
"당신, 아까부터 내가 말하고 있는 것 아무 것도 듣고 있지 않았군요?!'
"아니, 그런 것은 아냐.''
잭은 담배를 한 개비 끄집어 내면서 약간 당혹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요?''
잠시 생각에 잠기듯이 묵묵히 있더니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글쎄, 그런 셈이지."
웨이터가 요리 주문을 받으러 왔으므로 이야기는 잠시 증단되었다.
"제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도 있어요?"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는 당황스레 부정했으나 그럼에도 말을 머뭇거렸다.
"당신을 실망시킬 것 같아서 말이야."
"예 ? 무슨 일인데요?''
그는 라이타를 켰다 겠다 하며 아직 생각에 잠겨 있었으나 결심한 듯이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남프랑스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돼."
로렌스는 그 짧은 라이타 소리를 잠시 묵묵히 듣고 있었다.
아까부터 그와 함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즐거워서 견디지 못해 혼자 들떠서 지껄이고 있던 로렌스는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
순식간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져 버렸다,
'하지만 정말 너무해 ! 너무하다구 ! 이럴 수가 있어 ' 이런 행복한 날 밤에 또 부인과 아이들 때문"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게 하다니 ! 진짜 너무 악랄해.."
크게 열려진 녹색 눈이 출렁이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주르륵 하고 커다란 눈물방울이 홀러내렸다.
잭은 당황하여 황급히 삼페인 글라스를 그녀의 손에 쥐어 주며, "자, 이것을 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혀봐." 라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음주 주말에는 다시 파리로 돌아올 수 있을 꺼야. 그때 되면 당신과 함깨 여행을 떠날 수 있을 지도 몰라. 둘만의 바캉스를말이야. ''
"그만둬요 ! ,,
로렌스는 차디차고 고집스러운 목소리로 단호히 내뱉고는 그녀 어깨에 얹혀있던 잭의 손을 난폭하게 뿌리쳤다.
잭은 어쩔 줄 몰라 난처한 얼굴로 로렌스를 쳐다보았다.
"나도 다 안다구요. 이젠 거짓말 그만둬요. 날마다 말뿐이라구요. 당신은 ! 벌써 몇 년 째인 줄 알아요? 둘만의 바캉스라든가, 여행이라든가, 한번이라도 가본 적이 없쟎아요 ! 이젠 싫어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단 말예요 ! 당신 부인과 아이들, 그리고 일, 틈틈이 서둘러 나를 만나...... 어쨌든 이제 지긋지긋해요 ! ,,
로렌스는 자기 자신을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로렌스 ! ''
그는 질린 듯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군."
그것을 듣자 로렌스의 뺨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알고 있어요, 알고 있단 말예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쯤은 ! 매일매일 당신에게 전화가 오지 않나 하고 비참한 마음으로 애타게 기다리는 나 자신에 질력이 났다구요 ! ',
"이런 자리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떠들면 어떻해 ! 창피스러운 줄 알라구.,'
잭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타일렀다. 문득 바라보니 근처 테이블의 노부부가 뭐라고 핏속말을 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으나 로렌스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화나게 한 것은 잭의 태도였다. 그녀의 심정을 이해해 주려고도 하지 않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그녀의 버릇 없는 태도를 비난하듯이 경멸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잭의 그러한 태도를 보자 로렌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잭의 뺨을 냅다 후려치고 싶은 기분을 가까스로 억누르고는 벌떡 일어나서 백을 집어 들었다.
''잭,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요. 당신과는 영원히 작별하겠어요."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내뱉은 로렌스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거드름을 피우며 천천히 테이블을 떠났다.
멍한 표정으로 아직 불을 붙이고 있지 않은 담배를 손가락에 끼운 채, 잭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멍청히 앉아 아까의 노부부는 재미있다는 듯이 로렌스의 뒷모습을 눈길로 쫓고 있었다.
몽파르나스 거리에 이르자 로렌스는 어느쪽으로 갈지 결정을 하지 못해 잠시 멈추어 셨다.
그곳에 젝이 숨을 몰아쉬며 뒤따라와 로렌스의 팔을 거세게 나꿔챘다.
"이봐, 바보같은 짓좀 작작해 ! ,'
"이 손 놔요 ! ''
그녀는 앙칼진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며 힘껏 뿌리치고 몇걸음인가 뒤로 물러섰다.
마침 그때 신호가 바핀 것이 보였으므로 그녀는 재빨리 길을 건녔다.
건너편으로 건너가 조금 걷고나서 슬며시 뒤를 돌아다봤으나 그곳에는 이미 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속 시읜하군,,
하고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그다지 힘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슬픔을 떨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일부러 경쾌한 발걸음으로 라스파이유 거리를 향해 걸었다.
'도무로 갈까, 그렇지 않으면 쿠뽀르가 좋을까......' 로렌스는 오늘밤은 아무래도 이대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날따라 가는 곳마다 만원이었다. 밤이 되고 나서도 더운 탓인지 카페 안보다 테라스 쪽에 사람이 몰려 있다. 여성들은 나름대로의 산뜻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고 동행 사내의 어깨에 다소곳이 기대어 있다.
그녀는 한바퀴 둘러보고 그대로 돌아섰다. 문득 어떤 작은 바아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 바아가 있는 쪽을 향해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이전에 친구들과 몇 번인가 갔던 곳으로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낡아빠진 목각 도어를 밀자, 귀를 찢을 듯한 시끄러운 열대의 리듬이 홀러 넘쳤다.
바아의 주인이 서인도제도 출신인 탓인지 갈색 피부를 지닌 쾌활한 사내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플로어에는 이미 몇쌍의 커플이 몸을 뒤로 젖히며 격렬한 스탭을 밟고 있었다. 땀에 홈뻑 젖어 춤추고 있는 사내들은 화려한 무늬의 알로하 셔츠의 앞부분을 풀어 헤치고 딱 벌어진 앞가슴을 보
이고 있었다.
로렌스는 춤추는 무리를 밀어 해치며 플로어를 가로질러 안쪽 카운터로 다가가 가장자리 자리에 앉아 마실 것을 주문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니 할 일없이 바텐더와 잡담을 하고 있던 옆자리의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 왔다.
로렌스는 약간 몸을 비틀고 그 사내를 품평했으나 이미 상당히 취기가 돌은 듯이 풀어진 눈을, 한 이마가 벗겨진 조금 살이 쩐 중년 사내를 보자, 명확히 거절의 표정을 지어 보이고 다시 플로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로렌스가 바아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몇 명인가의 사내들이 욕망에 번쩍이고 있던 눈으로 그녀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어느 사내도 그녀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와 춤을 추지 않겠옵니까?''
갑자기 바로 옆에서 굵직한 사내의 목소리가 났다.
목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그곳에 장신의 혹인 청년이 서 있었다. 검게 윤이 나는 듯한 칠흑의 피부 탓인지 셔츠의 흰빚이 떠오른 듯이 보였다. 아까까지 밴드의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던 뮤지션 중 한 사람이었다.
로렌스는 사내에게 눈길을 향한 채 내밀어진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몇 명인가의 사내들이 아름다운 금발 여자의 손을 쥐고 플로어로 걸어 나가는 흑인 청년을 질투의 눈길로 쳐다보았다.
곡은 강렬한 열대풍의 리듬이었다. 로렌스는 허리를 격렬히 흔드는 댄스에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상대 사내는 흑인 특유의 리듬 감각으로 모양좋은 히프를 실로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녀는 걸핑하면 리듬에 따르지 못한 채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몇 곡인가 열광적인 룸바가 이어진 후, 갑자기 플로어의 조명이 약해져 상쾌한 블루스로 바뀌었다,
사내의 검은 팔이 그녀의 뭄을 힘껏 꼴어당겼다.
그녀는 그대로 몸을 내맡기고 그의 품에 안겼다.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관능적인 체취가 그녀를 휠감았다.
사내는 춤추면서 그녀의 허벅지에 교묘히 다리를 끼어 왔다. 그 자세로 두 사람은 아주 조금씩 몸을 흔들고 있었다.
사내의 두터운 입술이 로렌스의 목덜미를 천천히 미끌어져 가, 뜨거운 혀가 귀의 뒷부분을 여기저기 핥았다. 숨결이 거칠어져 가자, 그는 꼭 들러붙은 바지 안에서 막 여물어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것을 그녀의 복부에 밀어붙여 왔다. 그것이 힘에 넘쳐 흐르는 것이 명백히 느껴졌다.
술기운을 빌어 로렌스는 결단을 내려서 그위에 손을 대고 바지 위에서 붙잡았다.
그순간 사내는 짧고 낮게 신음했다. 더 이상 계속하고 있으면, 이 사람 바지 안에서 터지는 것이 아널까, 하고 로렌스가 걱정하고 있을 때 돌연 연주되고 있었던 감미로운 블루스의 선율이 끝났다.
테이블에 앉자 그는 코코닛이 들어간 펀치를 주문하고 그녀의 옆자리로 왔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되어 마주보고 앉아 보니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화제가 없었다.
"나는 죠르쥬, 당신은?''
"로렌스."
"멋진 이름이군.''
두 사람은 그대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역시 화제는 끊어 지기 일쭈였다.
새로운 곡이 훌러 나오자 어느 쪽이라 할 것 없이 일어서서 다시 플로어로 나갔다.
"바아가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겠어요?''
"좋아요, 기다리죠."
취기가 돌자 잭을 향한 노여움이 로렌스를 얼마쯤 자포자기로 몰아가고 있었다.
무언가 시큼한 듯한 음탕한 사내의 체취에 감싸여 그는 사내의 목에 팔을 휠감았다.
둘이서 바아를 삐져 나왔을 쯤에 로렌스는 매우 흥분이 고조되어 있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노상 한가운데에서 그녀는 장난스레 한바퀴 회전해 보였다. 속옷을 입지 않은 하복부가, 스커트가 너풀거리며 공중으로 떠오른 순간에 보였다.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사내는 그것을 싱글거리며 바라보았다.
사내의 차는 가게의 바로 근처에 세워져 있었다. 흰빚을 띤 먼지를 뒤집어 쓴 낡아빼진 차였다.
차의 엔진을 걸기 전에 사내는 로렌스의 어깨를 골어 안았다. 검은 피부와는 대조적으로 그 입술의 뒤편은 흰빚을 띤 아름다운 핑크빚이었다.
어느 사이엔가 그 커다란 손이 그녀의 빽빽히 자란 숲을 더듬어 탐색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다리기 지루하여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그 손가락을 쥐고 자신의 꽃술 부분으로 유도했다. 사내의 손가락은 가늘게 움직이기 시작하여 부드러운 질벽에 강한 자극을 가해갔다.
로렌스는 쾌감에 도취된 나머지 훌쩍이면서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머리는 도어에 눌려 사내의 무릎 위에 배를 쑥 내민 듯한 볼품이 되어 있었다.
"좀더 쾌적한 장소로 가지."
좁은 장소에서는 대단한 움직임을 취할 수 없다고 단념했는지 사내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로렌스는 마침 쾌감의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으므로 갑자기 내버려진 것같이 느껴져 약간 불복하려는 듯이 이전 자세로 되돌렸다.
"우리집으로 가지."
그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차는 달려 나가고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도 사내는 재빨리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마치 그것은 그곳이 충분히 젖어 있는 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린 곳은 쌍드니 거리였다, 이 시각이 되면 거의 사람의 왕래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거리의 창녀들이 아직 손님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로렌스는 사내의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그녀들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일대는 잇달아 늘어서 있는 호텔로서 거리의 창녀들이 영업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소인 것 같았다.
"이곳이야.''
하며 사내가 멈춰 선 곳도 그러한호텔 중의 하나였다. 그는 사과하듯이 조그만 목소리로 또 한번 "이곳이야,'' 라고 말하고 그 우중충한 호델을 손가락질했다.
방안은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레코드, 자켓, 포르노 잡지, 현란한 색깔의 양말, 여자 나채 사진, 그는 황급히 그자리에 있던 것을 구석 장롱에 처넣고 있었다.
대충 치우고 그는 플레이어에 은은한 블루스의 곡을 올려 놓았다. 음악이 훌러 나오자 그는 로렌스를 침대로 유혹했다,
'이지 베이비 이지-베이비. 원츄우-러브 미- 나이트 앤트 베이비'
굵고 우수적인 사내의 음성이었다.
"흑인 가수지. 백인이 아무리 흉내를 내더라도 우리 흑인의 영혼을 노래한 블루스는 부를 수 없어..".. ',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동안 그 곡에 귀를 기울이고 있더니 이내 또 그녀를 끌어당겨 앞가슴에 뜨거운 입술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상채를 침대 위에 눕히자 드레스를 벗기기 시작했다. 조명은 어느새 조그마한 파란 스탠드로 바뀌어 있었다.
사내는 그녀의 허벅지를 열어 그 사이에 웅크려 앉더니 두터운 입술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펑크빛 동굴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쾌감으로 인해 허리를 비틀므로 그녀의 몸이 어긋나 버렸는지, 사내는 몇차례고 그녀의 허벅지를 양팔로 꼴어당기고 있었다.
아까부터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젖어 있었던 로렌스는 이내 쾌감의 파도에 빠져 들었다.
방에 하나 밖에 없는 창문 건너편이 희끄무레해지고 있는 것을 보더니 그는 커튼을 치러 갔다.
벌떡 일어선 사내의 그것이 뽑내듯이 높이 튀어 나와 있다. 로렌스는 그것을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침대로 돌아오자 그녀는 아름다운 그것 앞에 무릎을 꿇듯이 하여 그 힘이 넘쳐 흐르는 것을 입에 머금었다. 입에 물고서야 비로소 그것이 생각하고 있었던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았다. 사내가 고조되어 가는 것을 의식하면서 로렌스가 얼굴을 움직이고 있자니 돌연 그가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침대 건너 편으로 밀어 넘어뜨려 침입해 왔다.
그녀는 조금 전 그의 사이즈를 생각해 내고 그것이 돌진해 올 적마다 자신의 점막이 찢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불안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그동안 눈을 감자 하반신이 저려 와 가늘게 전율하기 시작했다.
몸을 뒤로 젖힌 하안 하복부가 커다란 물결에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순간 사내가 묘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금방 미칠 듯한 절정감을 맛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조금 취한 후 사내는 이내 다시 힘을 회복해 갔다. 이번에는 그녀의 등뒤로 돌아가 무릎을 꿇게 하더니 뒤로부터 절반쯤 열려진 하복부로 찔러 넣었다!
로렌스는 몸을 출렁이며 검은 돌기물을 둘러싼 주변을 격하게 진동시키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차례 그 행위가 이어졌는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사내는 그때마다 다른 자세를 취하게 하여 격렬한 쾌감을 느끼게끔 해주었다.
눈을 뜬 것은 오후 세 시가 넘었을 때였다. 퍼뜩 놀라 벌떡 일어났으나 이제와서 회사에 전화를 거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아 내일 아침까지 무언가 좋은 이유를 떠올리기로 했다.
상사인 라엘 씨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으나 도리가 없다.
그때 문득 전날 밤 그토록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여겼던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잭은 어떻게 했을까? 지금쯤 이미 부인이 기다리는 남프랑스로 떠났을까? 그 일을 생각하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나의 존재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좋단 말이지. 잭 ? 언제나 부인일만.."
"샤워를 하지 않겠어 ?''
먼저 일어나 있던 사내가 말을 걸었다. 그녀는 , "아, 응."
하고 대답하자 하기 싫은 생각을 떨쳐버리듯이 기세좋게 침대를 떠났다.
두 사람은 그후 근처 카페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들었다. 두 사람 모두 배가 몹시 고팠으므로 초생달 모양의 큼직한 빵을 네 개인가 다섯 개를 먹어 치웠다.
근처 테이블에 있던 창녀들이 그것을 보고 킬킬거리며 웃었다.
카페를 나서자 사내는 로렌스의 얼굴에 손을 얹어 얼굴을 들여다 보듯이 하여, "또 만날 수 있을까?'' 라고 물었다.
"글쎄요.'' 그녀는 애매한 대답을 남기고 사내와 헤어졌다.
한낮의 햇살은 아직 지독했으나 그녀는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세느강의 수면에는 화려한 빚살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폰 누후 다리를 건너 그랑 조구스탕거리로 들어서자 골목 안이라 그런지 웬지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틴느 거리의 모퉁이까지 온 로렌스는 눈앞의 그림자를 보고 퍼뜩 놀라 멈춰섰다.
그곳에는 눈이 충혈되고 수염이 길게 자란 창백한 얼굴의 잭이 완전히 초췌한 모습으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순간 망설였으나 그의 팔이 로렌스 쪽으로 뻗치자 자기도 모르게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부드러운 온기를 그녀는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로렌스는 서서히 그 확실한 사랑에 물들어 갔다.




세번째 이야기-크라리지 호텔의 노처녀 릴리



방금 잡지의 기사에서 읽은 것을 실행하려는 듯이 그냥 무턱대고 자기 것을 그녀의 점막 안쪽에 밀어넣는 데만 열중했다. 그래도 릴리가 신음소리를 내기 사작하자 긴장이 풀렸는지 자신의 욕망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바삐 꿈틀꿈틀 움직이는 그의 허리는 젊음이 넘쳐 있어서 기세가 좋았다.


릴리는 오후가 되어 한가해지고 따분해지면 대개는 혼자서 클럽으로 춤을 추러간다.
20년 동안 그 춤추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고, 바꿀 마음도 없었다.
릴리도 이제는 젊지가 않았다. 가슴속에는 시퍼런 멍처럼 잠식해 들어오는 노년기를 맞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50의 고개도 넘었다.
그렇지만, 춤을 출 때나 우연히 만나는 남자들과의 섹스 놀이에 몸을 맞기고 있을 때만은 자신의 나이 따위는 완전히 잊어 버린다. 크라리지 호텔에 있는 클럽은 릴리가 무척 좋아하는 장소였다.
그래서 호델이 폐쇄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나 서운했다. 릴리는 여름 동안 노르망디 해변의 피서지 도빌의 별장에 가 있지만, 그곳에 가 있지 않을 때는 일주일에 두번 가량 크라리지 호텔 클럽에 얼굴을 나타내고 있었다. <쿠포르>, <르와이얄 류>, <바라죠>같은 곳은 품위가 없는 손님이 많았고, <탱고>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클럽이었다.
그러나, 크라리지의 클럽은 손님들도 질이 높아서 안심하고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일류 호델로서 유명한 크라리지가 있는 샹제리제를 향해 차를 달리고 있노라면, 릴리는 언제나 마음이 들떠오는 것이었다. 막연한 기대감이 가슴속 어딘가에서 서서히 꽃피어 오른다. 혼잡한 자동차들 사이를 비집고 길가에 차를 세우고 유연한 발걸음으로 익숙해진 호텔로 향했다.
자동차의 흐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도어보이가 럴리의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인사를 했다. 로비로 들어서자 엘리배이터 보이가 목례를 했다.
그 낯익은 세계를 발견하면 항상 릴리는 마음이 온화해진다.
거울로 치장한 복도는 둔탁하게 은빚으로 빚나고 있어서 마치 감미로운 꿈속으로 그녀를 유혹하고 있는 것 같았다. 릴리는 약간 머리를 기울여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흰드레스가 젊은 여성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날씬한 릴리의 육체의 선을 선명하게 강조하고 있고 금발의 머리칼은 부드럽게 어깨 위에서 물결치고, 부드러움과 감미로움을 담은 커다란 검은 눈동자는조금 젖어 있는 것처럼 빚나고 있었다. 릴리는 만족스럽게 거울속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서 오십시요, 부인.'' 휴대품 보관소에 앉아 있던 죠르제트가 미소로 맞이했다.
"안녕, 죠르제트? 요즘 혈압은 좀 어때요?,'
"네, 여전히 높아요... 부인께서는 어떠세요?,'
"그냥저냥..."
죠르제트는오래 전부터 보관계로 일해왔다. 그녀에게 물어보면 단골손님들의 가십은 언제든지 들을 수가 있었다. 그녀에게 속사정을 털어놓는 사람도 꽤 많았다, 어떤 얘기에도 그녀는 귀를 기울여 주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죠르제트에게는 그런 일밖에는 낙이 없었다.
안쪽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탱고나 폭스트로트나 블루스의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클럽 안에는 푸른 빚이 충만해 있었다,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했다.
릴리는 그때마다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거나 한다. 훤칠한 장신의 거무틱틱한 피부가 정력적인 인상을 주는, 릴리가 좋아하는 탱고의 파트너, 웃고 있는 듯한 밝은 눈을 한 정열적인 룸바의 댄서, 왈츠의 명인인 백발의 퇴역장군, 클럽의 스타인 죠르쥬, 사람들을 잘 웃기는 빅토르, 어떤 여성이든 간에 그와 만나면 그 팔에 안겨 몸을 불태우고 싶어지는 핸섬한 리오델, 돈많은 여자를 물색하고 있는 제비족인 로베르토, 그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지르면 클럽의 종업원이 벌벌떠는 백작부인, 그리고, 멍청하니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무엇엔가에 넋을 잃고있는 여자들.."
등을 웅크리고 테이블의 손님과 얘기를 하고 있던 맴버인 라울이 릴리의 모습을 보고 종종걸음으로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마담 릴리? 건강해 보이는군요. 오늘은 정말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으셨군요. 좌석으로 안내할까요?'' 15년이나 전부터 라울은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사교적인 어조로 집요하게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릴리는 짜증이 나곤 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습관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릴리는 의연한 자세로 언제나 앉는 자리에 앉았다. 중국차를 주문하고는 주위의 남자들과 여자들을 둘러 보았다. 아직 시간이 이른 탓인지 플로어에서 춤을 추고 있는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맥삐진. 선율이 느릿느릿 흐르고 있었다. 별로 새로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음탕한 정사로 나를 유혹해 줄 만한 상대가 오늘은 있을 것 같지가 않군' 그녀는 웃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릴리의 가슴속에는 과거의 불꽃처럼 타오른 정사의 수많은 추억들이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는 당시 풋나기였으나 지금은 대스타가 된 배우도 있었다.
그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의 기억이 돌연 그녀의 내부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릴리는 그 미남 스타와 슬로를 춘 다음, 그에게 이끌려 홀을 나왔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 순간, 그의 손가락은 릴리의 드레스 속으로 미끌어져 들어와 슬립 속의 흰 유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에 릴리는 약간 당황해서 작은 비명소리를 냈다.
그 풍만한 유방 속에 사나이의 손가락이 기어 들어와 둥근 살무 덤은 마치 살아 있는 물건처럼 부풀고 찌부러지고 했다.
유두에 자극이 가해지자 릴리는 눈을 감았다, 그는 빨거나 씹거나 하고 있었는데, 이따금 상처를 입은 야수와 같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욕정을 참지 못해 이를 갈고 있었다.
사나이의 입가에서 홀러 나온 미지근한 액체가 몇줄기 릴리의 창백한 피부위를 훌러 내렸다.
그는 바지 속에서 딱딱해진 것을 릴리의 하복부에 미친 듯이 밀어 붙였다.
릴리가 손을 뻗어서 그의 바지의 지퍼에 손을 댄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그러자 그의 양손에 들려 있던 흰유방이 출렁하고 흔들렸다.
그는 그대로의 자세로 열려진 문의 맞은편을 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린 바로 왼쪽에 사람이 없는 시트 교환실이 있었다.
두 사람은 상체를 서로 껴안은 채 그 방으로 들어갔다. 사나이는 방안 쪽에 있던 다리미질 대에 릴리를 기대놓고 욕정에 불타는 손가락으로 릴리의 드레스 자락을 들치고 짜증스러운 듯이 팬티의 가장자리에 엄지손가락을 집어 넣더니 단숨에 밑으로 끌어 내렸다.
하반신을 그렇게 공략당하자 그녀의 상채가 약간 흔들거렸다. 그녀는 다리미질 대를 붙잡고서 한껏 몸을 뒤로 젖혔다. 길게 뻗은 목덜미는 요염하게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입술의 양쪽 끝은 조금 빨강게 열려 있었다. 앓은 레이스 믿에서 닫혀져 있던 릴리의 하복부의 숲은 사나이의 억센 손가락으로 벌려져 나가 금발의 밀쩡한 덤불 속에서 어두운 장미빚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개의 손가락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릴리는 상채를 비비 꼬면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사나이는 어느 틈에 끄집어 냈는지 자신의 딱딱해진 것을 그 젖은 풀숲의 안쪽에 불쑥 밀어 넣어 왔다. 그 순간, 릴리는 얼굴을 약간 쨍그렸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사나이의 힘이 기세좋게 그녀에게 전해져옴과 동시에 그 격렬한 운동 속에서 두 사람의 본능은 용해되어 완전히 하나로 결합되어갔다.
숨을 헐떡이며 사나이가 움직일 때마다 몸을 지탱하고 있는 다리미질 대가 둔탁하게 비명을 지르고 녹쓴 못을 뿐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릴리는 그 소리가 어딘가 먼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릴리의 맵시있는 히프를 양쪽에서 끌어 안고 그녀의 몸을 엎드리는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낯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뒷쪽에서 그녀의 속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사나이는 거친 동작으로 릴리의 상체를 난폭하게 앞으로 쓸어뜨리고 좀더 깊이 들어오려고 했다. 릴리는 얼굴을 숙이고 다리미질 대에 매달렸다. 그러자 사내는 릴리의 등에 뜨거운 숨을 내뱉으면서 보통때 들으면 얼굴이 붉어질 음탕한 말을 떠들어댔다.
약간의 고통을 느끼고 있던 릴리도 그 사이에 쾌감의 물결이 사내한테서 전해져 오자 자신도 단숨에 몸을 횰들며 절정에 도달했다.
감미로운 피로감에 축 늘어져서 두 사람은 잠시 동안 그대로 두 개의 스푼과 같은 모습으로 포겐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가늘게 실눈을 뜨자 사나이의 얼굴은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었다. 그 그늘진 푸른 눈동자는 약간 충혈되어 있었다.
느릿느릿 릴리에게서 몸을 떼고는 사나이는 잼싸게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가까이에 있던 낡은 거울을 보며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뒤에도 몇번인가 그 미모의 남자와 정사를 계속했는데, 만날 때마다 있는 힘을 다해서 릴리의 뜨거운 몸에 정욕을 분사해 오는 그의 행위는 격렬한 쾌감의 불꽃의 작렬과도 같은 것이었다.
릴리는 그때마다 불타오르고 그때마다 기진맥진해져서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어떤 때는 낭하에서, 또 어떤 때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선채로 섹스를 한 적도 있었다.
호텔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 회의장에 몰래 숨어 들어가서 커다란 초록색 회의용 테이블 밑에 숨어서 섹스를 한 적도 있었다.
릴리는 사나이의 팔 속에서 절정을 느끼면서도, 만일 누가 들어 오면 어쩌나 하고 초조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공포가 오히려 관능의 불꽃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되어, 양다리 사이를 불꽃이 꿰뚫고 돌아다녔다.
여자 친구들한테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게 되면 더욱 자극적이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두래도 그 얘기는 사실인 것 같다고 그때 릴리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남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신인 스타로 얼굴이 팔리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의 일이었다.
릴리는 지금까지도 시트 창고나 텅빈 회의실에서의 정사를 생각하면 수치감으로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그런데도 그때 그가 목쉰소리로 떠들어대던 음탕스런 말들을 생각해 보면 아랫도리가 촉촉히 젖어 오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러한 추억들도 노량게 메마른 낙엽처럼 색깔이 바래 버렸다.
게다가 최근에는 댄스를 하거나 우연히 남녀가 만나는 장소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런 클럽은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았고, 그런 클럽들도 앞으로 얼마나 더 문을 열게 될른지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장소가 지금까지 고독한 사람들, 즉 애인과 헤어진 남자나 남편을 사별한 미망인, 모래를 씹는 듯이 권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부녀,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에 얼마나 많은 위안을 주어왔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한 클럽은 도시라고 하는 사막에 살고 있는 고독한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어 있었다.
잠깐동안의 정사, 혹은 단 한곡의 댄스, 단 한번 남자의 팔에 안겨 플로어를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녀들은 마음의 상처를 잊어버리고 다시금 평안을 되찾을 수가 있었다.
그곳에는 여러 계충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보통때는 근엄해 보이지만, 술을 한잔 마시고 트림을 하고 있는 군인, 애인에게 버림받은 가정부, 자신이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것처럼 느끼고 있는 정년퇴직자, 파리의 화려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올라온 시골사람, 상사의 잔소리에 견디다 못해 화풀이를 하러 온 공무원, 다음 약속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어온 세일즈맨, 시간이 남아 돌아가는 유한마담, 돈많은 여자의 돈을 노리고 있는 화려한 복장의 제비족들, 일주일 내내 일하다가 가까스로 한숨 돌리고 쉬러 오는 상인들, 바가지만을 긁는 아내로부터 도망쳐 온 마음이 약한 남자, 일찍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독신 여성들... 어느 클럽이나 모두 이런 사람들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선원의 무도회), <탱고), <쿠포르>, <택바라죠>, <택쟈바>, <디타히티>, <흑인 무도회>, <이르도>와 같은 클럽에서 불과 한 시간이나 두 시간이라도 낯 모르는 남자의 팔에 안겨서,혹은 조금 전에 알게 된 여자를 안고서, 부드러운 선율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만으로 고민을 잊고 일상 생활의 괴로움이나 번잡한 세상사로부터 해방될 수가 있는 것이다.
경쾌한 밴드 네온이나 감미로운 바이얼린 소리가 홀러 나오기만해도 비참하게 퇴색한 단조로운 나날이 순식간에 선명한 색조를 띄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악단을 반주로 삼은 가수가 자신이 카를로스 카르델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도취해서 탱고를 노래하고 있었다.
노래가 플로어의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지면, 잿빚으로 갈아 앉은 일상생활로부터 도망쳐 온 사람들은 당장 활기를 띄게 된다. 듣고 있는 사이에 눈앞에 남미의 광활한 대초원외 풍경이 떠오른다.
탱고의 여왕, 탱고의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부에이노스아이레스의 번화가를 늠름하게 활보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탱고의 스탭을 밟고 있는 여인들은 적동색의 아르핸티나의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갈채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상체를 뒤로 젖힌다.
이렇게 해서 파리의 고독한 사람들은 한순간의 도취감에 취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다음, 완만한 왈츠가 홀러나오면 플로어의 분위기는 일변한다.
그곳은 우아한 로코코 양식의 궁정의 대무도회장으로 변해 버린다. 그러면 파리의 보잘 것없는 양장점 재봉사도 마치 자기가 비엔나의 무도회장에서 장교한테 청혼을 받은 귀족의 영양이 된 기분으로 황홀해져서 상대방 남성을 쳐다본다.
그리고 또 열대의 강렬한 햇빚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룸바의 리듬,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쟈바, 그리고 파소드브레와 같은 스페인의 춤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인기의 대상은 블루스다. 블르스가 시작되면, 피곤해서 잠시 앉아서 쉬고 있던 사람들도 황급히 자기 주위를 둘러보면서 파트너를 찾는다.
조명이 어두워지면 젊은이도 늙은이도, 춤출 줄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풀로어로 몰려든다.
테이블에 남아 있는 사람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플로어의 사람들은 강바닥의 수초처럼 약간씩 몸을 흔들고 있을 뿐이다.
우선 플로어에는 춤추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서 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까다로운 스탭으로 춤을 추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몇분 후에는 막이 내릴 사건이라 하더라도 여인들은 낯모르는 남성의 팔에 안겨서 상대방의 체온이 자기 몸속으로 전해져 오는 것을 조용히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남성의 팔에 조금씩 힘이 가해지고, 섬뜩한 손가락이 드레스 속을 더듬기 시작한다.귓가에서 남성의 숨결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여인들은 매우 실례라는 듯이 상대방의 몸을 약간 밀어내고, 그리고 내심으로는 만족해 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면 이번에는 어둠속에서 대담해진 여인 쪽에서 몸을 기대고 바지의 지퍼 근처에서 딱딱해진 돌기를 가볍게 건드려 보고 남성의 기분을 확인한다.
그러면 상대방 남성은 좋아서 좀더 딱딱하게 만들어 보인다. 그런데 자칫하면 마침내 자제할 수가 없게 되어 그것이 제멋대로 사정해 버리는 수가 있다. 그러면. 그 남성은 곡이 끝나기도 전에 시침을 뚝 떼고 화장실 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 간다. 댄스가 끝난 뒤, 호델로 가자는 약속이 이루어지는 것은 대개 슬로를 추고 있을 때이다. 상대방의 컷가에 뜨거운 숨결을 뱉아내면서 근처의 호텔 이름을 속삭인다.
황훌경에서 헤매는 상대방은 대답하는 대신에 좀더 강하게 껴안는다.
경험이 풍부한 릴리는 자기 마음에 드는 남성이 있으면, 상대방이 그럴 마음이 없어도 슬로를 추고 있는 동안에 그럴 마음으로 만들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자기가 노린 목표물은 단 한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때로는 상대방 남성으로부터 돈을 요구받은 적도 있었으나, 경제적으로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는 릴리에게는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돈을 지불하는 쪽이 훨씬 속 편하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구태여 연애 같은 연기를.해보일 필요도 없고, "돈을 주겠어요. 그러니까 멋지게 해줘요." 하고 끝나 버린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돈으로 산 남성들 가운데는 과연 그것을 장사 밑천으로 삼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천국으로 올라가는 듯한 도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릴리에게는 성숙한 여성만이 갖는 신비한 매력이 있었고,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해 오는 남자도 적지 않았다. 클럽애는 50세, 60세 정도의 꽤나 멋진 초로의 사나이들도 찾아왔다. 지금까지도 노쇠를 나타내지 않는 릴리의 풍부한 젖가슴, 부드럽게 어깨에서 물결치는 금발, 늘씬하게 뻗은 긴다리 등은 그들의눈에도 릴리는 아직도 충분한 식욕을 돋구는 여성이었다.
잠시 동안의 정사만을 목적으로 릴리가 클럽을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그런 일을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상대와 춤을 추고 있어도 그뒤의 사건을 몽상하는 것이 자극적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이 남자로 할까? 아니면 저쪽에서 나한테 윙크를 보내고 있는 저 남자가 좋을까? 키가 작고 땅딸막한 남자하고 할까? 어떻게 할까? 저 여드름 투성이의 젊은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건너편에서 필사적으로 배를 디밀고 있는 중년남자도 귀여운 편인데 ?'
릴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날의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웬지 모르게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들뜨는 오후였다. 그것은 꽃 축제가 가까이 다가올 무렵이었다.
마침내 회색 집에도 봄 햇살이 비치고 가로수에도 계절의 숨결이 느껴졌다.
값비싼 보르도 포도주로 뺨을 물들인 릴리는 근처의 영화관으로 구경을 갔다. 영화는 멋진 스토리여서 릴리의 마음은 한결더 들떠있었다.
그녀는 그 길로 몽파르나스의 유명한 카페 '쿠포르'로 갔다. 카페는 지하에 클럽이 있었다. 릴리는 그곳에서도 단골손님이었다.
릴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클럽 계단을 내려 갔다. 그런데 일단 훌에 들어가자 그때까지 들떠 있던 기분이 한꺼번에 풀이 죽어버렸다.
그날은 어찌된 일인지 혼자 와 있는 여자 손님들이 눈에 띄게 많았던 것이다.
이제 방금 미용실에 갖다온 것 같은 이상하게 부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한 피곤한 듯한 중년여인의 옆얼굴을 보고 있으려니까 가슴이 꽉 조여드는 듯한 느낌이 들_었다.
고독한 세계에서 빠져 나오지를 못하고 그냥 잠자코 막연하게 뭔가를 기대하며 앉아 있는 여인들.
릴리는 돌연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그녀들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들고 쥐어 흔들고 잠에서 깨어나게 해주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때 그녀는 몇년 전의 어펑 사건을 상기했다. 그녀는 미녀도 아니고 추녀도 아니고 젊지도 않지만 늙지도 않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갈색머리의 여성이었다.
어느날, 릴리는 세면장의 거울 앞에서 분을 바르고 있는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어요?,,
그러자 그녀는 한순간 릴리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다가, 이상스럽게 메마른 목소리로 내밴듯이 말했다.
"달리 할 일이 있어야지요. 이 나이에 여자 혼자서 외출하고 싶어진다면요?"
그 말에는 애처러울 정도의 고뇌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릴리로서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 음울한 기억을 떨쳐 버리듯이 릴리는 손을 흔들어 보이를 부르고는 세리주를 주문했다.
악단이 등장한 탓인지 간신히 홀도 언제나처럼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악단원들은 각기 자신의 악기를 조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귀에 익은 탱고의 곡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남성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일제히 일어나 테이블 사이를 누비며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여인들은 한 사람, 또 한 사람 자리에서 일어나 플로어로 나갔다. 릴리는 몇번이나 권유를 받았으나 어떤 남성에게나, "싫어요 !" 하고 대답했다.
연주가 시작되고나서 곧 춤을 추는 것은 릴리의 취미에 맞지 않았고, 오늘은 어떤 남성이 와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몇 곡인가 홀려 보내며 플로어를 구경하고 있는 편이 좋았다.
'오늘은 정신이 번쩍들 만한 좋은 남자는 한 사람도 없군.' 릴리는 약간 실망을 느끼면서 탁자위의 세리주 글라스에 손을 뻗었다.
"저와 함께 춤을 추시겠옵니까, 마담?,' 그때 뜻하지 않은 방향에서 가까스로 알아들을 수 있는 똑똑하지 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절하려고 생각하면서 상대방 남성의 얼굴을 쳐다본 릴리는 한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곳에는 갓 따온 과일처럼 싱싱한, 여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젊은 청년이 서 있었던 것이다.
릴리의 시선을 받고 그 청년은 부끄러운 듯이 눈길을 돌리고 머뭇머뭇하면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휴가중인 군인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젊은 사나이의 얼굴을 릴리는 눈부신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상냥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을 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기에는 아직 어린 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젊은이였으나, 플로어에 나가자 뜻밖에도 믿음직스럽게 그녀를 리드했다. 릴리는 리드하는 대로 내버려 둔 채 청년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있으려니까, 그 짧은 머리칼에서 산뜻한 삼푸냄새가 풍겨 나왔다. 젊은이의 빠릿빠릿한 리드미컬한 몸의 움직임에 혼들리면서 릴리는 조금씩 손가락을 밑으로 가져 가서 그의 허리 근처를 살며시 애무했다.
그순간 청년이 '획' 하고 몸을 뒤로 뺐기 때문에 릴리는 당황해서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뻔뻔스러운 중년여인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으려니까,
"아닙니다. 약간 간지러워서 그랬읍니다." 하고 피식 웃고나서 황급히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어요 !"
릴리는 안심하고 이번에는 머리칼 속에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그러자 청년은 짧고 만족스러운 듯한 신음소리를 발했다.
곡이 끝나도 두 사람은 테이블로 돌아가지 않고 플로어 옆에 서서 잡담을 나누면서 다음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악단이 교대하자 두 사람은 거기서 나왔다.
릴리는 청년을 자기집으로 안내했다. 보통때는 호텔로 가곤 했는데 자기집으로 남자를 데리고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청년은 당장에 승낙하고 따라왔다.
릴리의 집에 들어서자, 살롱의 혹화스러움에 압도당해서 청년은 처음에는 침착성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두 잔째의 위스키를 마시고나자 약간은 대담해졌는지, 비틀거리며 일어나 릴리를 꼴어안고 붉게 흥조된 얼굴을 가까이 가져 와서 서투른 애무를 시작했다.
릴리 쪽에서 따뜻한 혀를 밀어 넣자 청년은 약간 놀란 듯했으나, 이번에는 자기 쪽에서 혀를 쓰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머뭇거리고 있던 청년의 손이 간신히 릴리의 드레스 지퍼를 찾아냈다. 그러나 브래지어 호크가 좀처림 벗겨지지 않아서 당황하고 있었다,
릴리는 웃으면서 자기 손으로 벗겼다. 그러자 하양게 익은 두 개의 젖무덤을 청년은 살며시 더듬어 올렸다. 그리곤 청년의 바지 지퍼를 열었다.
알몸이 된 청년의 모습은 아직 소년처럼 연약했다. 곱슬곱슬한 붉은 털의 삼각숲 속에서 딱딱해진 핑크빚 돌기가 자랑스럽게 튀어 나와 있었다.
릴리는 중국제의 청색 카페트 위에서 청년의 몸을 쓰러트리고는 입술을 하반신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어미고양이가 새끼고양이를 찾듯이 그 무성한 풀밭 속을 헤치고 들어갔다.
잠시 동안 혀 끝으로 그 민감하고 귀여운 것을 토닥거리고 있다가 대뜸 통채로 입안에 집어 넣었다. 그때 그곳에서 희미하게 갓난애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릴리의 경험이 풍부한 혀가 그것을 통채로 감싸고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것은 심하게 맥박치며 정년은 신음소리를 발했다.
릴리의 입이 심하게 움직임에 따라 그 소리는 한층더 커져 갔다. 조금 전에 릴리의 입안에서 사정을 했는 데도 젊은이의 특권으로 그는 다시 힘을 회복했다.
지금까지 릴리에게 리드당하는 대로 몸을 내맡기고 있던 젊은이가 이번에는 자기 쪽에서 그녀의 위로 올라가 몸을 덮쳐 왔다. 그리고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돌기의 끝으로 릴리의 젖어 있는 균열을 찾아내려고 했으나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팔을 세우고 하반신을 드려다보고 있다가 이번에는 단번에 찾아냈다.
그러나 방금 잡지의 기사에서 읽은 것을 실행하려는 듯이 그냥 무턱대고 자기 것을 그녀의 점막 안쪽에 밀어넣는 데만 열중했다. 그래도 릴리가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긴장이 풀렸는지 자신의 욕망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바삐 꿈틀끌틀 움직이는 그의 허리는 젊음에 넘쳐 있어서 기세가 좋았다. 그러는 사이에 릴리도 하복부가 불타올라서 뜨뜻미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꿀속을 노란 파도가 꿰뚫고 지나갔다.
젊은이의 경련은 젊은 야수처럼 힘차고 사랑스러웠다. 아직도 숨을 가쁘게 쉬면서 조금 전의 경련의 여운의 물결로 이따금 몸을 떨고 있는 청년의 머리를 다정스럽게 양팔로 끌어안고 있으려니까 문득 사랑스러운 생각이 복바쳐 올라와 릴리는 눈물을 홀렸다.
청년은 조금 진정이 되자 검어진 릴리의 유두를 두 개의 손가락으로 쩝어 피아노를 치듯이 애무하고 있다가 연속해서 두 차례 폭발한 탓인지 끄덕끄덕 졸기 시작했다.
릴리는 슬며시 눈물을 닦으면서 아무리 상대가 젊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감동한 것이 몹시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젊은 사나이라면 지금까지 몇번 경험이 있었다.
'이 청년도 틀림없이 잠에서 깨면 돈을 요구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젊은 청년이 무엇이 좋아서 나같은 할머니를 상대하겠는가?'
잠깐동안이라도 자기가 착각을 해서 마음을 움직인 것이 공연히 화가 났다.
'아직 20세도 안된 젊은이가 대낮부터 그런 장소에 찾아왔다면 목적은 단 한가지밖에 없다. 돈많은 여자를 유혹해서 용돈을 벌기위해서 이다. 그런데 나는 바보처럼..'
그때 청년이 눈을 반쯤 떴다. 눈앞에 있는 릴리의 얼굴을 발견하자 웃으면서 손을 뻗어 왔다.
'그래, 돈은 줄 테니 염려마.' 하고 릴리는 내심으로 중얼거리면 서 청년의 팔에 안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기 쪽에서 서비스하는 것은 그만두고 그가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한쪽 손은 유방을 애무하고, 다른 한 손은 릴리의 하반신으로 뻗어갔다. 금발의 삼각지대는 젖어서 황금색으로 빚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의외로 손쉽게 그녀의 속으로 들어왔다. 힘이 팽배한 돌기는 이윽고 완만한 파도를 일으키고 그것이 미친 듯한 경련으로 변하자 럴리는 자신도 모르게 테이블의 다리를 붙잡고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치렁치렁한 아랍풍의 가운에 몸을 감찌고 화장을 한 릴리가 욕실에서 나오자 청년은 이미 옷을 입고 떠날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카페트 위에 던져 두었던 핸드백을 집어 지갑 속에서 몇장의 100프랑짜리 지폐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청년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자 청년은 의아한 듯이 그 돈을 바라보고 있더니 가까스로 그 의미를 깨닫고는 금방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나를 뭘로 취급하는 겁니까?"
"자, 이것으로 담배값이라도 해요.'"
점점 홍분한 청년은 릴리를 차가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말했다.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그것은 내쪽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마침 가진 돈이 없군요.."
그렇게 말하고는 시선을 돌려 릴리의 손에 키스를 하고는 그대로 문쪽으로 달려 갔다.
'이런, 쫓아가서 그 청년에게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군. 그리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황급히 창가로 뛰어 가니까 마침 지하철의 계단쪽으로 사라져 가려고 하는 청년의 뒷모습이 힐끗 보였다.
'' 고마워, 젊은이 !'' 릴리는 넋나간 듯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릴리는 들고 있던 돈을 백에 집어 넣고는 경대 앞에 앉았다, 그곳에는 이미 꿈을 믿을 수도 없게 된 여인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잠시 동안 릴리는 타인과 같은 쌀쌀한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 줄기의 눈물이 주르르 뺨으로 홀러 내려 화장을 한 살갖 위에 흰 꼬리를 그렸다.
눈물이 담긴 눈동자는 거울 속에서 그 눈물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네번째 이야기 - 쌍슐피스 성당의 류도빈느



사내는 자신의 진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비좁아서 답답한 고해실에 쥐소리와 흡사한 금속성의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진바지안에 틀어박혀 있던 것이 여물어 터지듯이 불쑥 튀어 나왔다.
"정말 근사하네요 !"
그녀의 허리를 껴안아 올려 고해대에 앉히자, 그의 약간 젖은 돌기물 끝이 그녀의 갈라진 곳에 알맞게 닿을 수 있는 자세로 되었다.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빨려 들어가듯이 하복부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 왔다. 가벼운 피로를 느끼면서 한가로이 걸어가고 있었다. 쌍슐피스 성당 뒷골목 일대는 류도빈느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쌍제르망 거리의 떠들썩함을 피해 골목길로 들어서자 그 곳에는 의외로 정적이 깔려 있었다.
쌍슐피스 일대는 옛날부터 종교와 문학의 향기가 감도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 씌 색바랜 고서를 창문에 진열하고 있는 헌책방이나 종교관계의 물품을 팔고 있는 점포가 처마를
나란히 맞대고 있어서 향수를 느끼게 했다.
거리 모통이에서 불현듯 나온 사람들은 문단의 중진이거나 신출나기 작가겠지만, 그들은 두꺼운 원고뭉치를 팔에 안고 룩셈부르크 공원 쪽으로 천천히 모습을 감추었다.
종교관계의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십년쯤 전까지는 남의 이목을 끄는 수도복을 걸치고 다니는 수사들이나 수녀들, 그리고 신부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그 판별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계의 여고 기숙사에서 학교를 다니던 류도빈느는 한눈으로 그들을 교구소속 신부인지 예수회 신부인지, 도미니크회 수사인가를 분간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가령 그들의 걸음걸이라든가,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는 그 공허한 시선이라든가, 몸 전채로부터 홀러나오는 듯한 성스러움 등으로 판별이 가능한 것이다.
그들이 성직자인가 아닌가는 그들의 자세로 미루어 알 수가 있었다. 그러한 사람들은 정해놓고 머리를 움츠리고 구부정하게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현저한 쪽은 수녀들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세상의 속죄를 위해 무릎을 끓고 계속해서 기도만 드려왔기에, 수녀들은 상채가 앞으로 굽어 있었다.
그 일대가 어째서 그토록까지 류도빈느를 사로잡았는지 그녀도잘 알 수가 없었다. 세느 강변 거리의 헌책방에 이끌리고 있는 탓도 아니며, 그 앞의 토우르농 거리의 세련된 부띠끄에 마음이 끌려서도 아니었다. 아마 쌍슐피스 거리에 늘어선 낡고 퇴색한 가게 전체로부터 느껴지는, 그 어딘지 모르게 유유자적한 대도시의 중심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듯한 온화한 분위기에 이끌리고 있는 지도 몰랐다.
세느 거리에 면한 로리에의 가게에서 나오면, 류도빈느는 언제나 오른쪽으로 돌아서 쌍슐피스 거리 쪽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그리고 성직자나 수사들의 의복을 취급하고 있는 점포 앞에서 발을 멈추고 윈도우를 웅시하곤 한다.
그곳에 진열된 수단은 어느 것이나 증국의 인민복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금욕적인 것들 뿐이었다.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그 수단들은 혁명가 복장을 연상케했다. 사제가 입는 회색 겉옷은 흥위병의 제복 같았으며, 수사의 수도복은 지급 당장이라되혁명을 일으길것만 같아 보였다. 맞은편 구석에 머리 없는 마네킹을 이용하여 허전한 느낌이 들게 장식되어 있는 것은 감자 주머니 같았다,
류도빈느는 성직자들의 옷올 진열해 놓은 윈도우를 응시하면서 기숙생으로 수도원에 들어가 있던 무렵의 일이 생각났다.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윤곽이 희미해져 버린 먼 옛날의 추억에 지나지 않았다.
겨울 밤, 그녀는 자주 산탄드레 수녀한테 기도문 암송을 강요받곤 했다. 산탄드레 수녀는 류도빈느가 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을 묵묵히 들으면서, 언제나 버릇처럼 서지로 만든 수녀복에 손톱을 문지르곤 했다. 그 미세한 소리가 묘하게 신경을 건드렸다.
윈도우 안쪽에는 흰 블라우스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보니까 수도원 안뜰에 모여 소곤소곤 눈치를 보며 음담패설을 나누던 친구들이 눈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 앞에는 뺏뺏한 펠트로 만든 실내화도 진열되어 있었다. 검정, 회색, 체크무늬의 실내화가 나란히 있었다. 저것은 틀림없이 두터운 면 양말을 신은 수녀들이 사러 올 것이다. 아마 그 옆에 몇 켤레인가 포개진 양말이 그것인 듯 싶었다.
오른쪽 윈도우에는 실내복이 진열되어 있었다. 헐거운 느낌의 회색 모직으로 만든 피레네 산 깊숙한 곳에서나 사람들이 입는 내의 같은 것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느 것을 보더라도 촌스러운 것 뿐이었다.
류도빈느는 잠시 윈도우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어느 것이나 모두 괴상한 느낌이 드는 것들 뿐이었다. 와인 색깔의 내의는 묘하게 에로틱한 느낌이 들었고, 같은 색 계통의 수사의 허리띠 역시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그 중에는 회색의 이중 칼라로 된 채크무늬의 내의도 있었는데, 그것 역시 선명치 않은 디자인을 한 것이었다.
류도빈느는 쿡쿡거리며 그 윈도우를 떠났다.
어쨌든 류도빈느는 한 번도 그 가게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 우중충한 가게에 들어 선 순간, 옷음을 터뜨려 버릴 것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류도빈느는 조금 걷고나서 멈춰 서서는 윈도우에 얼굴을 비추며 머리를 매만졌다. 그리고 다시 유유히 산책을 계속했다.
저쪽 앞 가게에서는 성당에서 사용하는 양초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종교의식을 위한 양초가 진열되어 있었다. 류도빈느는 전에 그 가게에서 꿀 향기가 풍겨 나오는 양초를 산적이 있었다. 그 양초로 불을 켰더니 그리스의 소성당에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윈도우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보면 그 서점의 정치색을 엿볼 수가 있다. 세이라 서점에서는 특히 그 점이 현저했다.
류도빈느는 세이라 서점에서 셀린느가 쓴 '벌레같은 인간은 짓밟아서'의 초판을 구입한 적이 있다. 책값이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어쨌든 그 책을 입수하고 싶었던 것이다.
거리를 비스듬히 가로지르면 맞은편에 알자스 출판사가 있다. 윈도우에는 새로 출간된 신간 서적이 진열되어 있었다.
'에릭왕자', '분홍팔찌', 등의 재판본이 진열되어있었다. 표지가 새롭게 단장되어 있었지만 류도빈느 생각에는 그전의 표지가 훨씬 더 좋다고 생각했다.
에릭왕자]가 그만큼 인기를 얻은 것도 그 삽화 때문이었는데, 삽화는 옛날 그대로였다. 그 그림을 보고 얼마나 한숨을 쉬었던가?
에럭왕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깨 페이지를 넘길 적마다 흥분시키며 몽상에 빠지게 만드는 책이다. 류도빈느는 지금도 처음으로 그 책을 손에 쥐었던 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확실히 여름방학에 사촌 부르타뉴 집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류도빈느는 어느 날 그집 다락방에 숨어 들어가, 그곳에서 낡아 빠진 큼직한 트렁크를 발견했다. 열어 보니 표지가 변색한 노란 얼룩이 빈 책이 나왔다. 류도빈느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그것을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는 동안에 주인공인 에릭왕자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다.
최후에 에릭왕자가 죽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으며, 그 이후 완전히 포로가 되어버려 에릭왕자를 생각만 해도 머릿 속이 멍헤져 오는 것이었다.
류도빈느는 종종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아마 누군가 실제 모델이 있었을 거야. 만일 있다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1940년 6월에 던케르크에서 죽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아직까지 살아 있어서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을까?'
로맨티스트인 류도빈느는 집에 있을 때도 종잡을 수 없는 일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기를 좋아했다. 어머니한태 자주 꾸중을 들었으나 응접실의 긴 의자에 엎드려 책을 한쪽 손에 쥔 채 멍하니 몽상에 잠겨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 때는 어머니가 말을 걸어도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하고 어머니가 질문을 할 때면, 류도빈느는 미소를 띠우며 얼버무렸다.
그러나 만일 그 모델의 인물이 실존한다면, 어딘가 거리 모퉁이에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려 왔다.
문득 현실로 되돌아오자, 류도빈느는 가랑시에르 거리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금더 걸어가자 거무스름하고 육중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곳은 프론출판사였다.
'드골 회고록'으로부터 '젤라드 드 빌리'에의 회고록그까지 광범위하게 출판하고 있는 곳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보지라르 거리가 나온다.
최근에 폐업한 책방 앞에 그림엽서, 인형, 오래된 완구를 너저분하게 늘어 놓은 가게가 있다. 그곳은 불그레한 머리털을 가진 쾌활한 여주인이 경영하고 있는데, 언제 찾아가도 그 여주인은 안면이 있다면서 수다를 떨어서, 무언가 사려고 하다가도 번거로움을 당하지 않을까하고 손님 쪽에서 몸을 도사릴 정도다.
그 앞이 셀비안드니 거리인데, 그 일대는 성당 주변의 옛날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착 가라앉은 느낌이 드는 조용한 곳 이었다.
류도빈느는 그 거리를 매우 좋아했다. 소설무대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제는 잊혀져 있지만, 폴 브루제라는 작가가 즐겨 묘사한 장소이며, 그리고 또 샤토브리앙이 세강 신부님을 만나러 다니던 길이기도 하다.
샤토브리앙의 만년의 작품인 탄세전기그는 세강 신부님과의 대화를 토대로 하여 쓰여진 것이다.
문득 그때 샤토브리앙이 사랑의 비애에 관하여 묘사한 일절이 가슴에 북받쳐 올라왔다.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가, 과거의 관계가 막 끝나고 있는가? 어쨌든 사랑은 퇴색하기 쉬우며 완전히 말라 버리는구나... 사람의 감정이란 것은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작용에 의해서 변하는 법이다. 결국 열에 들뜬 열애의 시기가 권태를 낳으며, 그것이 환상을 지우고 우리의 열정올 빼앗아 간다. 그리고 머리칼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듯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간의 작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때도 있다. 강렬한 마음의 소유자를 상봉하여 사랑을 계속하며, 자연의 작용에 거슬러 불멸의 움직임을 보일 적도 있다..'
류도빈느는 약간 감상적이 되어 사랑의 덧없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발걸음을 멈추자, 이런 의문에 부딪쳤다. "과연 나는 사랑이 식어갈 때, 여유있고 우아하게 그것을 견디어낼 수 있을까?''
류도빈느는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모습도 없는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혀 쌍슐피스 광장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하에 주차를 할 수 있게 되고부터 쌍슐피스 광장은 완전히 다시 태어난 것 같아 보였다. 한쪽 면에 보도블록이 깔려 있고, 분수에는 물의 유희가 넘쳐 훌러 사방으로 부드러운 방수를 계속하고 있었다. 전에는 한층더 아름다운 광장이었던 듯싶다.
마로니에 나무 숲을 올려다 보니, 하안 햇볕이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고 있었다. 아마 지면의 바로 밑에서는 나무 뿌리가 싱싱하게 피어가고 있으리라.
광장에서는 주말이 되면 고서들과 골동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열리곤 한다.
류도빈느도 몇번인가 고서 시장에 들른 적이 있었다. 평상시에는 가라앉은 색조로 둘러싸인 온화한 광장에 현란한 녹색 페인트를 칠한 가건물 서점이 줄지어 있고, 주말이면 시골의 축제날처럼 떠들썩해진다. 젊은 커플들은 팔짱을 끼고 삼삼오오 즐거운 듯이 우연히 얻을 진귀한 물건을 찾으러 온다. 그리고는 사내의 어깨에기댄 채 들뜬 표정으로 골동품들을 바라보곤 한다.
살 생각도 없는 고서를 괜스리 손에 쥐고 책장을 연신 넘기고 있는 사람도 있으며, 색이 바랜 자질구레한 소품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주말의 광장은 종일 화려하고 눈부셨다.
류도빈느는 어렴풋한 가로등 밑으로 광장을 가로질러 카네트 거리 모퉁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그리고 테라스의 구석자리에 앉았다.
앉아 있으려니까 다리는 좀 나른했지만 상쾌한 피로를 느켰다. 근처의 테이블로부터 문학과 출판, 또는 작가에 관한 화제를 갖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아마 바로 근처인 로벨라퐁사의 섭외담당이나 편집자들 일 것이다.
광장의 마로니에 나무숲을 올려다 보고 있는 그녀의 아름답고 로맨틱한 옆모습에 매혹된 듯 보이가 다가오자, 류도빈느는 아이스밀크를 주문했다.
카페 바로 옆에 윈도우만 보이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곳은 어릴적에 엄마한데 이끌려 자주 갔던 가게였다.
크리스마스 때, 그리스도 탄생의 모형을 만들기 위해 점토 인형을 사러 가곤 했다. 지난 해에 망가진 것을 바꾸고 부족한 것을 새로 사기도 했다. 성탄절이 끝나고나면, 인형을 치울 때, 항상 여동생과 서로 장난을 치므로 인형을 몇개인가 깨버리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매년 꾸지람을 들었다.
"내년에는 다시 사 주지 않을 테다 ! "
엄마는 코에 걸린 듯한 앙칼진 목소리로 매년 그렇게 말하면서 꾸짖었다.
"내 말 알았지 ? 류도빈느야, 너도 이젠 어린애가 아니쟎니 !" 이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여동생은 과장되게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러면 엄마는 결국 동생의 끈기에 항복하여 내년에도 다시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 주겠다고 약속을 하곤 했다. 그러면 여동생은 젖은 눈을 반짝이며 이내 싱글거렸다.
그 가게에는 장사에 매우 열성적인 주인이 있었다. 엄마와 류도빈느 일행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어두침침한 구석에서 황급히 뛰어 나왔는데, 어딘지 모르게 음탕스럽고 알랑거리는 듯한 눈을 번쩍이는 기분 나쁜 사내였다.
눈꺼풀 속에 틀어 박힌 가느다란 눈은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소녀가 안쪽 선반에서 이것 저것 고르고 있는 동안, 그 음흉스러운 주인은 그녀들의 어머니를 향해 끈덕지게 핥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류도빈느가 여덟 살 때의 일이었다. 그 가게에서 조그만 포장마차를 한 개 구입한 적이 있다. 포장에는 여기저기 이어서 기운 곳이 있고, 마차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단지와 짚단이 실려 있었으며, 짚시 가족이 그 마차를 타고 있었다.
류도빈느는 그 인형에 넋을 잃은 채, "사달라고 해야지.'' 하고 생각하며 엄마쪽을 돌아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가게 주인이 엄마 몸에 착 달라 붙어서는 엄마 스커트 밑으로 손을 집어 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그다지 싫지도 않은 듯 약간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게 주인은 기름진 얼굴이 상기된 채 엄마 팬티 밑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었다. 앓은 천의 스커트 위로 그의 손가락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양다리를 약간 벌린채 엄마는 꼼짝도 않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포장마차를 류도빈느는 그만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가게 주인은 류도빈느를 보자 쓴 웃음을 지으면서 황급히 손을 엄마 팬티에서 빼내었으며, 엄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엄숙한 표정으로 돌아가 이렇게 말했다.
"조심해야지, 류도빈느 ! ''
그 가게를 나온 뒤에도 류도빈느는 자기 몸에 가게 주인의 손이라도 들어왔던 것처럼 언제까지고 가슴의 고동이 진정되지를 않았다. 그때 산 포장마차는 지금도 그녀의 침실에 장식되어 있다. .쌍슐피스 광장에서는 온화한 햇볕이 기분 좋게 졸고 있었다. 키가 훤칠한 신사가 좁은 어깨를 앞으로 쓰러뜨리 듯이 하여 급히 가로 질러 지나갔다, 어깨를 드러낸 여자들이 깔깔거리면서 지나쳐 갔다.
류도빈느는 깊숙이 카페 의자에 고쳐 앉고는 멍한 시선을 광장에 향하고 있었다. 이렇게하여 엷고 부드러운 햇살에 감싸여 있자니 의식이 풀려 가는 듯한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류도빈느는 그 자세로 어렸을 적의 추억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자신이 다른 사람 눈에 뜨이는 장소에 앉아 있다는 것을 깜빡 잊은채 단정치 못한 포즈로 기지개를 켜고 말았다.
상채를 쑥 내밀었으므로 유방을 쑥 내미는 꼴이 되었으며, 두 다리를 마음껏 폈으므로 실크 드레스가 들어 올려져서 허벅지 위쪽 부분까지 보이고 말았다.
문득 사내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황급히 스커트를 흔들흔들 털듯이 하면서 허벅지를 감췄다. 약간 떨어진 자리에 혼자 앉아 있던 그 젊은 사내가 욕망을 자아내는 듯한 눈길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단정한 용모를 가진 꽤 괜찮은 사내였다, 류도빈느는 자신 쪽에서 사내를 도발시키는 듯한 포즈를 취해 버린 것이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유감이군요, 정말 멋진 경치였는데 말입니다 ! ''
하고 그 사내가 말을 걸어왔는데, 그것은 조롱하고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구별할 수 없는 어조였다.
그리고는 넌즈시 그녀의 낌새를 살피고 있었다.
모처럼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갑자기 조여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녀는 번거로워졌다.
'사내들이란 언제나 여자가 바라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단말야. 가만히 내버려두면 좋을 걸, 저렇게 말을 결어야만 하나."
류도빈느는 시침뗀 옆얼굴을 사내 쪽으로 향하고는, 보이를 불러서 밀크값을 지불했다.
그리고 아직 어느쪽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정하지 못했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게를 나왔다. 그동안 줄곧 사내의 시선이 그녀를 쫓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생로랑 오므 점포를 힐끗 바라보면서 거리의 사내들이 이런 차림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고 언뜻 생각했다. 그 앞을 지나쳐 좀더 걸어가다가 몸을 돌려 신문을 사러 갔다.
드몽드지를 사고나서 그녀는 후회했다. 잉크가 손에 묻어 거무스름해졌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에는 일본인 여승들이 한데 몰려서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류도빈느의 귀에는 마치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처럼 들렸다. 63번 버스가 오자 그 여승들은 모두 거기에 올라탔다.
류도빈느는 마로니에의 우거진 잎사귀를 을려다보며 천천하 광장을 가로지르다가 상냥한 물소리에 이끌리듯이 분수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잠시동안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있었다.
정면의 성당은 아직 개축공사가 끝나지 않은 듯 벌판이 세워져있는 채였다. 이 성당은 다이튼과 더불어 처형대의 이슬로 사라진 갸뮤와 류실 데믈랑이 결혼식을 을렸던 곳이다.
류도빈느는 분수를 떠나 성당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그녀는 파리에 있는 성당이라면 거의 모두 알고 있었다. 성당 앞을 지나치자니 아무래도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녀가 신앙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자주 그런 그녀를 놀려댔으나, 특별히 기도를 하러 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제대 앞에 양초를 켠다든지 하는 것을 좋아했다.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을 갈구하고 있나 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었지만, 평온을 갈구하고 있는 것도, 명상에 잠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성당 안의 독특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인 지도 몰랐다.
높은 계단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라가자, 그녀는 가죽을 씌운 육중한 문짝을 밀었다. 무더운 바깥에서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그안은 서늘했다. 성당 내부는 어습프레했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늘에서 누군가 튀어 나올 것만 같아서 무서워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 보았다.
제대 옆의 소성당에서는 몇몇 신자를 모아놓고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조용조용히 기도문을 외우는 사제의 목소리가 아치형 천정에 은은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녀도 마지막 줄에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때 등 뒤에서 사내의 시선을 느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뒤돌아다 볼 것까지도 없이, 류도빈느는 그것이 아까 카페의 테라스에서 미소를 보내고 있던 젊은 사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카페에서 줄곧 그녀의 뒤를 밟아 따라왔을 것이다. 여느때 같았으면 무시하든지 눈을 홀겨주든지 했겠지만, 한가로이 혼자서 산책하는 것에 싫증나 있던 그녀는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사가 끝나자 신자들은 성당을 떠나가고, 사제도 성서를 겨드랑이에 낀채 성당 안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는 문짝이 낯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히자, 성당 안에는 행하니 아무도 없게 되었다.
바깥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띠모양의 햇볕 속에서 조그만 흰 먼지가 춤추듯이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류도빈느는 신문지를 바닥에 남겨 두고 일어나서는 길고 가느다란 빚의 띠를 따라 제대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주저하는 듯한 발자국소리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류도빈느는 알았다. 그녀는 그대로 조금더 걸어가다가 훽 뒤돌아 보았더니, 그 사내는 깜짝 놀라 발을 멈추었다가는 다시 뒤따라 왔다.
어둑어둑한 성당 안으로 천천히 이쪽을 향해 접근해 오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그때 비로소 류도빈느는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있었다. 금발 머리칼이 이마를 뒤덮고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가죽점퍼에 흰셔츠의 앞을 조금 벌린채 진바지를 입고 있었다. 매우 핸섬한 용모였다.
'저 에릭왕자가 실존한다면 바로 이런 남자가 아닐까? 이 청년이 어쩌면 에릭왕자인 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그녀는 우스쾅스러워져서 자신도 모르게 입가가 벌어져 갔다.
"당신, 웃으니까 소녀 같군요 !''
'또 지껄인다. 모처럼 좋은 기분이 되었는데..잠시나마 묵묵히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가 눈씹을 찡그렸으므로, 상대방도 그녀가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잠시 당황해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녀에게 거의 몸이 서로 닿을 정도로까지 접근해 있는 사내를, 키가 작은 류도빈느가 올려다 보고 있자, 그녀의 뺨을 그의 양손이 부드럽게 감싸고는 입술을 가만히 갖다 대었다. 그녀는 조금씩 업술을 벌려 가면서 짙은 행위로 그를 유혹했다.
뜨겁게 잘 움직이는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오자, 그녀는 옆에 있는 기둥에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사내는 열심히 입술을 물결같이 굽이치게 하면서 신음소리를 내며 빨아들이고 있었다.
하복부가 조금씩 젖어와서 몸을 불태우고 있자, 갑자기 사내 쪽에서 입술을 때어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히더니 그녀를 뚫어질 듯이 응시했다.
불시에 내팽개쳐진 류도빈느는 불복하듯이 입술을 가볍게 벌리고 있으려니까, 사내는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부서지기 쉬운 아름다운 물건에 손을 대기라도 하듯이 조심스레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리 와요 ! '' 하고 사내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낮게 말하고는, 그녀의 어깨를 약간 때밀듯이 하여 소성당 안쪽으로 데리고 갔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막 물으려고 하고 있는데, 사내는 묵묵히 고해실 문을 가리켰다.
그녀가 깜짝 놀라  자리에 멈춰 서 있자, 사내는 그녀의 손목을 꼭 움켜쥐고 세게 당겼다. 고해실 문을 닫자, 그 안은 거의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사내는 맹렬히 달라붙듯이 하여 그녀를 꼼짝 못하게 껴안고는, 앓은 드레스 위로 유방을 움켜 쥐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듯이 드레스를 벗기려고 했으나, 등의 지퍼가 걸려서 좀처럼 잘 벗겨지지가 않았다.
그녀가 팔을 뻗어 거들어주려고 하자, 사내는 참다못해 스커트를 걷어 을렸다. 축축한 손가락은 그녀의 허벅지를 기어 돌아다니더니 팬티의 가장자리로 해서 안으로 쑥 들어왔다.
그리고는 장미빚의 갈라진 곳이 촉촉히 젖어 있는 것을 확인하듯이 도랑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 넣어왔다. 그리고 손등으로 밀어 젖히듯이 팬티를 막 벗기려 했으나, 그녀는 그것을 저지했다.
"싫어요 ! 난 이대로가 좋아요 !'
그 이상 무리하게 강행하려고는 하지 않은 채, 사내는 자신의 진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비좁아서 답답한 고해실에 쥐소리와 흡사한 금속성의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진바지 안에 틀어박혀 있던 것이 여물어 터지듯이 불쑥 튀어 나왔다,
"정말 근사하네요 !" 하고 류도빈느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욕망에 눈을 번뜩이며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를 껴안아 올려 고해대에 앉히자, 그의 약간 젖은 돌기물 끝이 그녀의 갈라진 곳에 알맞게 닿을 수 있는 자세로 되었다.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빨려 들어가듯이 하복부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녀는 그것이 좀더 안까지 쉽사리 들어오도록 고해대의 양쪽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고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그녀를 끌어 안듯이 사내는 격렬히 허리를 굽이쳤다.
좁은 장소이므로 아무래도 여기저기에 부딪쳤는데, 그때마다 사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점차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뱉기 시작하면서 관능의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사내는 지금 운동의 속도를 더해가면서 터지려는 것을 억누르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류도빈느는 문득 그때, 지금 이곳에 사제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의 한쪽 구석에 어른거려서 퍼뜩 놀랐으나, 이내 다시 뜨겁고 거친 파도가 밀어 닥쳐와서 잊어 버렸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진 사내는 낯은 신음소리를 내뱉으면서 최후의 힘을 다해 힘껏 찌르고서 사정을 해댔다. 그녀는 그 감미로운 순간에 황홀해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환희의 신음소리를 지르고있었다. 쾌락듸 파도가 서서히 멀어져 가자, 그녀는 가만히 눈을 뜨고 고해실의 검은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 땀에 흠뻑 젖은 사내는 땀에 젖은 머리칼을 이마에 붙인 채, 그녀의 아랫배 위에서 거의 얼굴을 숙이고 양 팔을 고해대 밑으로 축늘어뜨리고 있었다.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는, 사내가 사정한 것의 냄새가 그 좁은 공간에 충만해 있음을 알았다.
사제가 온다면 이 냄새를 어떻게 생각할까하고 생각하고는, 그녀는 퍼뜩 놀라 상체를 일으켰다. 그 기세로 인해서 사내도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그러나 다리 밑에 홀러 내려져 있던 발이 걸려서 균형을 잃었으나 황급히 몸을 바로 일으켰다.
류도빈느는 사내의 셔츠 가장자리로 젖은 부분을 닦고는, 목덜미와 무릎부위를 아픈 듯이 문지르면서 고해대에서 내려왔다. 사내는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등을 구부리고 진바지에 발을 끼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몸단장을 마치고는 격자 문 사이로 바깥을 엿보았다. 통로에는 사람의 그림자는커녕 개미새끼도 없었으며 촛불의 불꽃은 변함없이 조용히 불타고 있었다.
사내는 가만히 문을 열고 먼저 바깥에 나가서는 그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류도빈느는 홈칫거리며 바깥으로 나왔다.
문득 눈앞을 바라보니, 기둥의 그늘에서 검은 그림자의 사내가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아마 두 사람의 행위를 엿보고 있었음에 틀림없으리라.
성당 안은 다시 조용히 가라앉아 높은 천정 밑의 성역은 경건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서 내쫓기듯이 빠른 걸음으로 성당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실크 드레스는 몹시 구겨져 있었고, 아직도 여기저기에 얼룩이 배어 있었다. 앞서 가던 사내도 몇번이고 머리칼을 손으로 빗으면서 신경을 쓰고 있는 듯했다.
문을 열기 전에 사내가 무언가 생각에 잠기듯이 하며 류도빈느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며 멋적어 하는 듯한 눈길이었다.
문 틈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바깥 광선에 비추어진 그의 얼굴은 류도빈느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젊어 보였다. 그리고 가만히 그녀를 바싹 끌어안고는 그녀의 컷가에 대고 이렇게 9
속삭였다.
"당신 정말 좋았어 !" 그리고나서 사내는 잠시동안 그녀를 부둥켜 안고 있었으나, 돌연, ''메르시 ! ''(고마워) 하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진 '메르시'에, 가슴 사무치는 듯한 울림이 담겨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맑은 물을 떠마시듯이 그녀는 그 말을 가슴속에 소중히 담아 넣었다.
그리고는 얽혀 있던 팔을 다정스레 풀고 그의 담담한 푸른빚 눈동자를 들여다 보면서, '메르시 !' 라고 응답했다.
청년이 성당 문을 열자, 바깥은 눈부신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류도빈느는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아서 잠시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계단 위에서 멍하니 마로니에 나무숲으로 뒤덮인 광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두 사람의 등뒤에서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정오를 알리는 종인 모양이었다.
"저 종소리, 우리의 결혼을 알리고 있는 것 같쟎아?''
사내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듯 한 눈으로 그녀를 돌아다 보고는, 그대로 얼빼진, 눈길로 그녀의 옆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류도빈느는 약간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멍하니 계단 위에 선 채로 그 종소리를 듣고 있었다.
엄숙하고 둔중한 종소리의 울림은 긴 여운을 끌면서 거리 모통이로 사라져 갔다.
조금 전에는 관능에 흔들렸던 육채가 지금은 온화한 안식을 되찾아 충분히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은 안개가 낀 듯이 희미해져 있어서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할 기력이 없었다,
류도빈느는 어딘가 마음의 밑바닥에서는 이 사내에게 이끌리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럼에도 묵묵히 있고 싫었다. 지금 광장 쪽으로 눈을 옮긴 청년은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모른채, 눈부신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그녀 앞에 그냥 서있었다.
류도빈느는 잠시 분수 주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마침내 두 사람은 천켠히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단 밑에서 어색하게 서로 마주 바라보고는,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아듀 ! ''(안녕 ! ) 라고 말했다.
청년은 진바지의 포켓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몽파르나스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데옹 쪽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나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뺨으로 홀러 내리는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쓸어 올리면서 류도빈느는 무언가 이상한 꿈에서 깨어난 듯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등 뒤에서는 샹슐피스 성당의 종소리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울리고 있었다.




다섯번째 이야기 - 벨빌 지구의 레오폴디느



"그렇게 하고 있는 당신, 정말 멋있어요!"
문득 피스톤 운동을 멈춘 샹이, 황홀하게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곧 다시 미친듯이 욕정에 사로잡혀 감미로운 도취경의 정점으로 자꾸만 올라가고 있었다.
억누르기 어려운 욕망이 거칠게 솟아오르자, 샹은 나지막이 신음소리를 질렀다.


밖은 아직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빌라리라의 울타리에는 작은 꽃들이 만발해 있었는데 은빚 아침 이슬에 빚을 발하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깔끔하게 몸치장을 끝낸 레오폴디느는 이른 아침의 싸늘한 바깥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자,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구먼," 하고 하늘을 을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빌라의 문을 닫고 멈춰 서서 엷은 감색 쟈캣을 입고나서, 언제나의 그 방향으로 레오폴디느는 결어가기 시작했다.
거리는 이른 아침의 햇살에 감싸여 있고 주변은 아직도 몹시 조용했다. 그녀의 힐 소리만 인기척도 없는 거리에 짬고 메마른 여운을 남겼다.
만추의 미풍이 그녀의 얼굴에 불어 왔다가는 살며시 지나가 버렸다.
잠시 걸어가자 몇 채쯤 저쪽에 있는 집 뚤에서 여느때처럼 그녀의 발소리를 듣고 베르제의 개가 울타리에서 머리만 내밀고 자꾸만 코를 벌름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발을 잠시 멈추고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별로 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개가 강아지였을 때 이집에서 그 개를 기르기 시작했을 적부터 알고 있었고, 어쩐지 그냥 지나치는 것이 불쌍해 보여서 레오폴디느는 멈춰 셨다.
그렇긴 하지만 그 사건이 일어난 다음부터는 레오폴디느는 한층 더 개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녀와 똑같이 택시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미셈이 차 안에서 자기가 기르던 개한데 습격당해 병원에 실려 갔던 것이다. 그냥 호신용으로 조수석에 세퍼트를 태우고 달리곤 했는데,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는지 별안간 그녀에게 달려들어 코를 물어뜯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르채의 개는 아무리 보아도 그런 맹견 같지는 않았다. 귀를 쫑긋 세우고 까만 코 골을 레오폴디느의 손에 비벼대고 있는 개한테, "자아, 이젠 됐겠지.'' 하고 얘기해 준 다음 그녀는 울타리를 떠났다.
무자이아 거리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홀로 서 있는 가로등 불빚은 아직 켜져 있었고, 가로수 저쪽으로 노란빛을 던져주고 있었다. 그녀는 빌라 르네상스 앞까지 이르자 문득 발을 멈췄다.
그것은 그녀의 친구 코레트의 집이었다. 어쩐지 이미 일어나 있는 모양으로, 2층의 창문에서 불빚이 비치고 있었다.
"저 귀찮은 그녀의 남편이 없다면 코레트에게 커피라도 얻어 마실 수 있을 텐데......."
그녀의 남편인 폴과 레오폴디느는 소꿉친구였다. 어렸을 적에 그녀들의 그룹의 리더였던 탓인지, 폴은 아직도 그런 기분이 가시지 않는 모양으로, 그녀가 코레트와 얘기를 나누고 있어도 곧 두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곤 했다.
역시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레오폴디느는 그대로 지나치기로 했다.
'그래도 그땐 정말 좋았어.....'하고 그녀는 걸으면서 한숨을 터뜨렸다.
그녀들의 그룹은 쇼몬공원의 폭포 근처에 모여 물가의 커다란 돌 위에 각기 제멋대로 포즈를 취하고 걸터앉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조잘대곤 했다. 10여 년 전의 일인 데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이 이상했다,
에가리데 평등 거리는 아직 모두들 잠들어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 앞이 리베르테(자유)의 거리인데, 그녀의 차고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 근처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와 자주 다니던 길이었다. 학교에가는 레오폴디느를 아버지는 다뉴브의 메트로까지 바래다주곤 했던 것이다.
알통이 울퉁불퉁 나온 아버지의 큰손을 꼭 붙잡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파리의 코뮨에 대한 얘기를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듣곤 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언제나 아버지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지만, 모르기는 했어도 이상한 울림을 가진 말이 그녀가 살고 있는 지구의 거리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레오폴디느에게는 즐겁기 그지 없었다.
인쇄공으로 근무하고 있던 아버지는 굉장한 독서가였다. 특히 빅토르 위고에 몰두해 있었다.
그래서 첫딸이 태어나자, 위고의 장녀의 이름을 따서 레오폴디느라고 명명했다!학교에서는 <레오)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녀가 생전 처음 읽은 책도 '레미제라블'과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빅토르 위고의 세계는 그녀에게는 마치 악몽으로 가득찬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칸팡 거리의 도서관에서 장편의 가벼운 읽을거리를 읽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사서로 근무하던 을드미스, 마드모아젤 카이유한테 자주 싫은 소리를 듣곤 했다.
"문학이란 두터운 책이라야 반드시 좋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
지금도 그 째지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귄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어렸을 적의 추억에 젖어 있는 동안에 차고 앞까지 와 있었다, 레오폴디느는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고 차고의 셔터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일에 필요한 물건들이 전부 갖추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다음 자동차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택시는 스무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고 밖에 나오자, 앞 유리창 저쪽에는 이미 새로운 하루의 숨결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어딘가의 집, 안뚤에서 닭이 시간을 알리려고 울어대고 있었다.
그에 어울리 듯 티티새가 따라 울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갖가지 소리들이 들려 오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 젖히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느긋한 지방도시와 같은 랑에 다뉴브 광장을 가로질러 택시를 몰아 그녀는 카페이토르의 가게 앞에 차를 멈췄다.
일을 나가는 날은 언제나 이 카페에 들렸다 가기로 하고 있었다. 그 가게도 역시 추억이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아버지는 그 가게의 주인과 친했고, 레오폴디느는 주인의 아들인 크리스찬과 동급생이었다. 아버지가 주인과 얘기하고 있는 동안, 레오폴디느는 가게 앞에서 크리스찬과 놀고 있었다. 쌍 프랑소와 다시즈 성당에서 첫영성체를 할 때도 그와 함께였다.
좀더 자란 다음에는, 크리스찬에게 있어서 첫사랑의 상대가 된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피에르 쪽을 택했다. 밝은 금발을 가진 피에르는 그즈음 자주 웃기는 짓을 잘해서 우리들을 웃겼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어느날, 그녀는 파란 물처럼 맑은 그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피에르와 약혼한 다음부터는 꿈과 같은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결혼한 지 몇 개월 후에 그녀는 뜻하지 않은 불행을 당하게 되었다.
병역 의무 때문에 알제리에 가 있던 남편 피에르가 시가전의 희생이 되어 죽었던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신부는 미쳐 날뛰었다. 약간의 침착을 되찾은 다음에도, 남편에 대한 추억은 한층더 선명해질 뿐이었고, 아무도 그녀를 위로해 줄 수가 없었다.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로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아내를 혼자 남겨두고 어째서 영웅놀이를 했나요.?,'
아직도 혼자 있을 때 쓸쓸해지면 피에르에게 그렇게 얘기하곤했다.
그렇기는 했지만, 젊어서 미망인이 된 레오폴디느를 주위에 있는 사내들이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그중에서 특히 크리스찬은 한때는 피에르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도무지 그럴 듯한 대답을 얻어 내지 못한 채 드디어 기다림에 지쳐 죠제와 결혼하고 말았다.
지금은 크리스찬도 세 아들의 부친이 되었다, 그중 하나는 피에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을 지어 준 것은 레오폴디느였다.
청소를 막 끝낸 가게 안에 들어서자 안쪽에서 향긋한 커피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봉쥬르, 레오폴디느 !"
카운터의 뒤에서 크리스찬이 말을 걸었다, 감색 행주치마를 두르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털복숭이의 팔뚝을 드러내고 일하고 있던 크리스찬은 그녀가 천천히 카운터로 다가오자 몸을 숙여 키스했다.
"잘 잤어 ? ''
크리스찬은 그녀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며 물었다.
"응.'' 하고 그녀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오늘 아침엔 정말 장미꽃처럼 예쁘게 보이는군 그래."
그렇게 말하고는 크리스찬은 레오폴디느의 목에 코를 비벼대며 그녀의 냄새를 맡아보려고 했다.
"음음.. 좋은 냄새로군..,"
"그만둬요, 간지러워요 ! ''
그녀는 상채를 비틀면서 웃음을 머금고 몸을 피했다. "빨리 커피나 좀 줘요.,'
할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흠칫해 보이고는, 크리스찬은 막 구어낸 크로와산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그녀 앞에 내밀었다. 짙은 커피는 레오폴디느에게 주고, 연한 쪽은 자기 앞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커피잔을 두 개 내놓았다. 두 사람은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뜨겁고 검은 액채를 천천히 마셨다. 그러면서 서로의 눈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렸을 적의 추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어쩐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랜 세월에 걸친 우정이 싹튼 두 사람에게 있어서 이제는 말이 필요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찬에게 걱정거리가 있으면 그녀에게도 그것이 전해졌으며, 크리스찬 쪽에서도 필요한 때는 레오폴디느의 의지가 되어 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만 슬슬 일하러 나가야겠구먼."
그녀가 혼잣말처럼 그렇게 말해도 크리스찬은 아직도 멍청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 대신 당신의 부인한테 키스를 해줘요. 아, 참, 아이들로부터는 뭔가 좋은 소식이라도 있었어요? 그럼."
"내일 또 와, 레오폴디느."
"그럼 내일 또 만나요, 크리스찬."
.뜨거운 커피를 마신 탓인지 밖으로 나서자 머리가 약간 맑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에 올라타자 그녀는 무선 스위치를 넣었다.
"쟈베르 거리 31..".. 자보아 거리 13, 데이드 거리 107, 쌍도니 대로 23, 드피느 거리 20, 테오필 고티에 대로 43, 리네 거리15, 마낭 거리37... ,,
잠이 덜 젠 단조로운 목소리가 호출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마낭 거리 ? 여기서 제일 가깝군 그래 !'
"이쪽은 313호, 여기서 마낭 거리까지는 3분 거리입니다.''
"313혹, 알았다."
하루의 출발이 순조롭게 시작되었으므로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깊이 시트에 고쳐 앉았다.
'35, 37....-. 바로 저기구나 !'
위세가 당당해 보이는 50대 남자가 노상에 서 있었다. 쓰리 피스의 줄무늬 검정 양복을 입고, 끈이 달린 가방을 들고, 불안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급 관리거나 아니면 비지니스맨, 혹시 마피아의 보스일 지도모른다. 저 모습이라면 기차나 비행기의 시간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 거야. 그래, 비행기를 타러 갈 거야.' 그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 남자 앞에 정확히 차를 세웠다,
"313호 차요'''
"네.''
사나이는 허겁지겁 차에 을라 타자마자 빠른 어조로. "오를리 공항 동쪽 입구로 갑시다. l시간 밖에 안 남았소." 하고 말했다.
'잘됐어..... !' 그녀는 싱끗 웃었다.
"1시간입니까? 빠듯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 시간에는 차들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고속으로 달린. 탓인지 공항에 도착한 것은 이륙시간이 20분이나 남아 있었다. 정장을 한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레오폴디느에게 팁을 듬쁘ㄱ 쥐어주고는 뼈른 걸음으로 공항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택시정류장 쪽으로 이동하려고 엔진을 걸고 있을 때, 뒷차창을 똑똑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햇빚에 그을린 사나이가 흰이를 드러내며 그녀에게 웃음을 던지고 있었다.
"샹!" 그녀는 차에서 얼른 내려 그 키 큰 사나이의 품속에 달려들었다.
"오랫만이군요 !"
"자아, 어서 택시를 주차시켜, 그리고 나하고 함께 여행이나 떠나자구.''
"농담하지 마세요 ! 그럴 수가 없어요 ! 어디 가는 길이에요 ? !'
그녀는 기쁜듯이 웃으면서 그의 팔에 매달렸다.
"보르드에 가는 길이야. 그럼, 오늘밤에 식사는 어때 ?!' "좋아요."
그러자 이번에는 목소리를 낯추어 그녀의 귀에 입을 갖다대고 "오랫만에 내 몸을 씻어 주지 않을래 ?'' 하고 속삭였다.
''후후후 ! '' 그녀는 뺨을 붉히며 그의 두툼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문득 그의 손가락이 자캣 위에서 그녀의 젖꼭지를 찾아내려고 했다.
마침 그곳을 지나치던 순찰중인 경찰관이 그 광경을 보고는 씁쓸한 얼굴을 하고 지나갔다,
"저어, 오늘밤은 우리집에서 만나요, 네 ? 괜찮죠? 9시에 기다릴께요."
"좋구말구, 미녀씨 ! 9시에 당신 집으로 갈깨.''
샹은 다시 한번 젖무덤에 손을 대면서 그녀를 껴안고는 키스를 퍼부었다.
택시에 돌아와서도 레오폴디느는 약간 젖은 듯한 눈시울로 오늘밤의 일을 생각하며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머금었다.
샹은 몇해 전에 공항에서 그녀의 택시를 타고 온 손님이었다. 뉴욕에서 방금 도착했다는 것이다.
1월의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는 날, 샹은 햇빚에 그을린 얼굴을 반짝이며 택시에 을라 탔다. 백미러로 보니, 30세를 약간 넘은 이목구비가 또렷한 사나이였다.
두세 마디 얘기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 모두 상대방에 대해서 홍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화술에 말려들어, 핸들을 잡은 채 레오폴디느는 드디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넉살이 좋았는지, 너무 순진하였는 지는 모르지만, 그의 수다에 우중충한 겨울날의 이미지도 단번에 날아가버리고 차내는 곧 유쾌한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그러는 동안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자 그는 재빨리 조수석으로 옮겨 왔다. 레오폴디느는 약간 놀랐지만, 그래도 그의 집앞에 도착했을 때, 커피를 마시고 가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이상하리 만큼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청에 응했다.
그의 집은 사치스러워 보이는 하안 집이었다. <모리토르>라는 문패가 나붙은 빌라였다.
초인종을 누르자 하안 양복을 입은 집사가 나왔다. "어서 오십시요. 지금쯤 돌아오실 줄 알고 기다렸읍니다."
"나 없는 동안에 별일 없었나, 앙리 ''
"네, 주인넘.''
"자아, 어서 들어와요. 당신에게 앙리를 소개하겠소. 그는 나의 부친 대리 겸 비서 겸 지배인이오, 그리고 얘기 상대이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친구인 셈이죠.''
샹은 앙리의 늙은 어깨를 골어안고 유쾌하게 대머리에 키스를했다.
"그만두세요. 주인님. 벌써 30년 전부터 저는 머리에 키스하는 것은 싫다고 말씀드렸쟎습니까?''
"알았네, 알았어. 자아, 불평은 그만 하시고, 우리들에게 커피라도 좀 갖다주지 않겠소?''
약간 어색한 듯이 래오폴디느는 샹의 뒤를 따라 살롱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방을 빙 둘러보다가 주위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호화로운 황금빚 액자에 들어 있는 그림에 매혹되어 버렸다. 마루에도 몇 장의 유명한 그림이 벽에 걸려 있었다.
"나는 화방 같은 일도 하고 있다우.''
언제까지나 쳐다보고 있는 레오폴디느의 등 뒤에서 샹이 말을 걸었다.
여유있게 넓직한 계단을샹은 앞장서서 걸어 을라 갔다. 높은 천정에 매달린 샹데리아를 올려다보며 레오폴디느는 그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자아, 먼저 들어가시지요. 마담.''
약간 웃기는 듯한 몸짓으로 안내했다. 그 방은 언뜻보기에 서재같았다. 벽면은 서가로 되어 있었는데, 금박 글씨가 새겨진 호화로운 책돌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래오폴디느는 한숨 섞인 어조로 한 마디 했다. "우리 아버지가 이걸 보았더라면 틀림없이 부러워했을 거예요."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에서 문득 그런 말이 새어 나왔다. 그 소박한 말에 마음의 감동을 받은 샹은 레오폴디느를 껴안고는 다정스럽게 키스를 했다.
"'자아, 책을 꺼내 보아도 좋습니다. 난 샤워를 좀 하고 나을 테니까요."
노란색 실크 의자에 느긋이 앉아서 부드러운 자켓을 벗고 있을때, 집사인 앙리가 커피 쟁반을 갖고 들어왔다.
앙리는 벽난로불의 상태를 살펴보고는 살며시 발소리를 죽여가며 나가 버렸다.
벽난로의 불꽃이 한들한들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레오폴디느는 슬며시 졸음이 왔다.
"어때요? 좀 지루했지요?"
하안 타올로 만든 실내복을 입고 돌아온 샹은 커피 쟁반을 당기면서 물었다.
"설탕은 몇 개 넣습니까?!'
"한 개요.''
둘은 어깨를 맞대고 벽난로 앞 모피의 깔개 위에서 커피를 마셨다. 말없이 불꽃을 쳐다보고 있자, 또 졸음이오자 레오폴디느는 마침내 그의 무릎을 베개삼아 바닥에 드러누었다.
타다닥 튀는 장작소리가 자장가처럼 기분 좋게 들려왔다.
스웨터 밑을 샹의 손가락이 기어다니더니 그녀의 젖무덤을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그가 하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 두자, 모든 긴장감이 한꺼번에 풀리고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무릎베개를 하고 있던 귀언저리에 있는 그의 다리 사이로 물건이 굳어 있는 듯한 감촉이 전해져 왔다.
그것은 어떤 이상야릇한 쾌감이었다. 그러는 동안 레오폴디느는 그러한 감미로운 욕망에 젖어들면서,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진 그녀는 머리를 약간 들어 올려 그 가늘고 긴것을 살며시 입 속에 집어 넣었다. 그순간, 그는 살며시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뒤로 젖혔다. 따스한 그녀의 입 속에서 그 물건은 지금 당장이라도 녹아 버릴 것만같았다.
그러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부츠를 벗어 던졌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듯 샹은 물끄러미 자기 물건을 쳐다보고 있었다.
"좀 도와주세요 !" 하고 말하면서 레오폴디느는 부츠를 신은 다른 한쪽 발을 샹앞에 내밀었다. 그가 부츠를 벗기고 있는 동안, 레오폴디느는 입고 있던 것을 모두 벗기 시작했다.
브래지어를 벗겨내자 샹은 짤막하게 환성을 질렀다, 가늘고 나긋한 몸매에는 걸맞지 않게, 눈부실 정도로 풍만한 젖가슴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심으로 은근히 그녀가 자만하고 있던 것의 하나였다.
웨스트로부터 스커트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이제는 오직 암록색 스타킹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셔츠를 입고 있지 않아서 수북히 돋아 있는 짙은 숲만이 그녀의 하복부를 덮고 있었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샹은 하얕고 부드러운 커브를 그린 허리의 양쪽에 손을 대고 살며시 끌어당겼다. 그런데 이미 호흡이 흐트러져 있던 그녀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요.'' 하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으므로, 샹은 그녀를 양팔로 안아 올려 방 안쪽으로 데려갔다.
조명이 어두컴컴했던 탓인지, 들어갔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곳에는 대형 침대가 놓여 있었다.
레오폴디느의 하얀 나채는 그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눕혀졌다, 그녀의 촉촉해진 부분에 녹아드는 감촉이 침입해 들어오자, 레오폴디느는 흐느끼는 신음소리를 지르면서 양다리로 그의 허리를 자꾸만 조여들었다.
"그렇게 하고 있는 당신, 정말 멋있어요 !"
문득 피스톤 운동을 멈춘 샹이, 황홀하게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곧 다시 미친듯이 욕정에 사로잡혀 감미로운 도취경의 정점으로 자꾸만 올라가고 있었다. 억누르기 어려운 욕망이 거칠게 솟아오르자, 샹은 나지막히 신음소리를 질렀다.
그순간, 레오폴디느는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온몸을 격렬하게 떨고 있었다. 그것은 긴 꼬리를 골면서 천천히사라져 갔다.
두 사람 모두 힘이 빠져서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렇게 격렬한 섹스는 정말 오랫만이에요 !" 레오폴디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역시 업에 담지는 못했다.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높은 천정을 멍청이 쳐다보고 있다가,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잠에서 깨어보니, 곁에 있는 샹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장난을 쳐보았지만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잠들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잠과 현실 사이를 어렴풋이 왔다갔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그녀의 혀 사용법이 너무나도 교묘헤서 샹은 그만 잠을 깨고 말았다.
샹은 잠시 몽롱한 시선을 벽쪽에 주고 있었지만, 벽난로 위에 놓여진 시계를 보고는, "벌써 대낮이 되었군 !" 하고 중얼댔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에 팔을 휠감고는, "정말 멋있었어요 ! '' 하고 속삭였다.
그녀는 살며시 웃으면서 흐트러진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때 벌떡 침대에서 일어선 샹은, "이제 우리 목욕이나 하고 푸류니에로 생굴이라도 먹으러 갑시다.'' 하고 제안했다.
"배고프쟎소?'' 하고 샹이 덧붙여 말했다.
"배고파요. 하지만 벌써 한낮이라구요." 전 오늘 아침에는 공쳤다구요.''
"괜찮아요. 제가 전세를 낼 테니까요. 당신 택시로 뻐푸류니에에 갑시다 ! ''
"싫어요, 전세 같은 것은요 !" 그녀는 몸을 비틀며 웃었다.
"오늘은 일하지 않고 쉬기로 하겠어요. 그런데 저도 생굴이 먹고 싫어졌으니 어쩌죠?"
두 사람은 잠시 식욕과 성욕에 관한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는 욕실에 들어가서는 커다란 욕조에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푸른 비누거품 속에서 바다표범 숨바꼭질을 하면서 다시 한번 사랑을 나누었다.
결국 레스토랑에 간 것은 오후 2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푸류니에에 도착하자, 어쩐지 샹은 그곳의 단골손님인 것 같았으며, 잘 알고 있는 웨이터장은 두 사람을 위해 이것저것 신경을 써 주었다.
생굴, 성게 등 해산물을 실컷 먹었다.
"우리들은 마치 굶은 사람들 같에요 !" 하고 낄낄대면서 레오폴디느는 샹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레스토랑을 나오자 두 사람은 다시 빌라에  돌아와서, 그날은 심야까지 침대에서 노닥거리며 지냈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더 깊어져 갔다. 어쨌든 레오폴디느에게 있어서는 이제까지 없는 신선한 체험이었다. 때로는 몇 개월씩이나 만나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만날 때마다 둘은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웠다.
아직 젊고 부자이며 매력적인 샹과 같은 남성이 어째서 나 같은 그다지 젊지도 않은 여자에게 홍미를 갖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그것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테크닉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 쪽에서도 이제까지의 정사의 상대를 집까지 데려 온 일이 없었는 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샹만은 예외로 자택에 끌어 들였던것이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샹은 자주, "당신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느긋해져." 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아마 연상의 여인이 갖는 침착한 분위기에 끌린 탓일 것이다.
침대 안에서 두 사람은 그칠 줄 모르는 수다를 떠는 일도 있었다.
"당신은 나의 최초의 여자 택시운전수였다구 ! ''
"어머, 그래요? 당신은 나의 최초의 승객 겸 애인이..." 아니었어요 ! ''
그리고는 둘은 소리를 내어 .옷었다.
그런가하면, 샹은 다른 손님과의 정사는 어떠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으려고 하는 일도 있었다.
"먼저 유혹의 말을 건네는 것은 내쪽이라구요." 하고 레오폴디느가 선뜻 자백하자, 샹은 감탄하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 쪽에서요?,'
"네, 그래요. 하지만 할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내 기분을 알릴 수가 없으니 말예요. 그 다음은 상대방이 결정하는 일만 남게 되죠."
"언제나 그런 식으로 유혹하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이 남성이라면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손님은 좀처럼 없으니까요."
샹이 전혀 진투를 느끼지 않아서 안심했지만, 반면에 레오폴디느는 약간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레오플디느가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차가 정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그랬지만 샹은 약속시간에 항상 늦게 도착했다.
레오폴디느는 서둘러 도어를 열었다. 삼페인 병을 손에 든 샹이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문밖에 서 있었다.
"배고파 죽을 지경이야. 이 집에서는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그래.''
샹은 코를 실룩거리면서 들어오자마자 별안간 그녀를 안아 올리려고 했지만, 실수를 하여 그만 둘이 모두 카페트 위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레오폴디느는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일어서려는 레오폴디느의 허리를 꼴어안고는 그녀의 팬티에 손을 집어 넣으려고 했다.
"좀 참아요. 지금은 안된다구요. 요리가 다 타버리겠어요 ! ''
"당신 쪽이 더 맛있어 보이는데 !"
손을 파닥거리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레오폴디느는 결국 샹의 억센 손에 붙잡혀 쓰러지고 말았다.
"숨을 쉴 수가 없어요 !"
아직도 꿈틀대고 있는 그녀를 짓누르고 있는 샹은 어느새 딱딱해진 물건을 바지 밖으로 꺼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점막이 달아 오르는 듯한 쾌감에 녹아들기 시작했고, 체념한 듯이 눈을 감고 이제는 자기 쪽에서 허리를 물결치듯이 들어 올려주었다.
샹은 몰아치는 돌풍과도 같은 관능의 폭풍우 속에 몸을 내맡기고 격렬하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앞을 다투듯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자, 쾌감의 소용돌이가 두 사람의 몸속을 휘저어 놓았다.
어깨로 숨을 크게 몰아쉬던 샹은 카페트 위에 훌쩍 들어눕더니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먼저 일어난 레오폴디느의 뺨이 장미빚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큰일 났어요 앨 레인지에 사태고기를 집어 넣어둔 걸 깜빡 잊었어요 ! ''
그녀는 팬티를 한 손에 든 채 주방으로 달려 갔다.
".아이구 앨 다행이예요 l 타지 않았어요 !"
레오폴디느의 요리솜씨는 일품이었고, 정말 즐거운 저녁식사를했다. 혼자 식사하는 것에 익숙한 그녀도 역시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앉아 식사하는 것은 정말 기뺐다.
삼페인을 몇 잔이나 마시면서 식사증에도 수다스럽게 떠들어댔다.
그후, 두 사람은 쇼파 쪽으로 자리를 옮겨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하안 커튼이 한들한들 혼들리고 있었다. 이웃집에서는 델레비전을 켜 놓고 있는지 같은 음향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바로 옆집에서는 갑자기 계집아이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집에 있으면 정말 안정된 기분이 들어, 당신이 이집에 애착을 갖는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을 것만 같애.''
그녀는 유리창 저쪽에 늘어선 양아욱꽃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요. 내가 태어난 집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곳에 있으면 이집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잠시 끊겼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이 거리, 이 지구..‥.. 모두가 그래요. 당신은 이해가 안 갈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는 한 그루의 가로수에도, 작은 네거리의 공원에도 혼이 깃들여 있는 것 같은 생각이들어요."
"하지만 그것도 최근에는 도시개발로 인해서 이곳저곳 모두 파헤쳐 놓아 많이 변하고 말았어요. 몽땅 변해버린 지역도 있다구요." 레오폴디느는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달라져 버릴 것이었더라면, 처음부터 좋아하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이건 저만이 느끼는 게 아니에요. 벨빌 지구나 뷰트 쇼몬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모두들 이곳을 아주 좋아해요.''
"커튼 뒤에서 할머니가 들여다보고 있어도 말야?''
갑자기 감성적이 된 레오폴디느에게 원기를 북돋아주려고 샹은 유쾌한 목소리로 놀려댔다.
"네. 그래요."
그녀는 여전히 감회가 깊은 듯 약간 먼 곳에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한참 있다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 시절은 정말 좋았어요.''
"그 시절이라니 ?''
"우리들의 어렸을 적 말이에요. 여름밤에는 어느 집이나 의자를 밖으로 내다놓고서, 이웃집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어요. 요리나 뜨개질을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어른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면서 이집 저집의 뜰을 뛰어다녔어요. 좀더 크게 자란 다음부터는 좋아하는 사람과 집을 몰래 빠져나와서 가까운 공원으로 데이트를 하러 갔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분위기는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어요. 어느 집이나 문을 꼭꼭 잠근 채 시종 텔레비전만 보고 있고, 여름이 되어도 이젠 밖에서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어요. ''
그녀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거리나 광장, 그리고 공원에는 아직도 옛날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곳도 있긴 해요."
"이번에 당신이 좋아하는 그 거리를 함께 산책해 보기로 할까? ''
"네, 좋아요,"
샹이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자, 둘이 그대로 의자 위에 넘어져 갔다.
다음날 아침, 레오폴디느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어잿밤에 옆에서 자고 있던 샹의 모습은 이미 간 곳이 없었다. 즐거웠던 지난밤의 일을 회상해 보면서 기지개를 커다랗게 펴고나서 레오폴디느는 커튼을 열어제쳤다. 하안 햇빚이 살며시 침실에 홀러 들어와서 그녀는 눈이 부셔 가느다랗게 떴다. 그리고는 다시 침대에 돌아와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다음 번에 샹이 집에 찾아오면, 함께 리베르테 광장의 바아에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란 담배연기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천천히 천정으로 피어올라갔다.




여섯번쩨 - 이야기 샤젤 거리의 로라



"좀더 세게 ! 좀더 빨리 ! ,'로라의 목소리는 한충더 높아졌다. 모리스는 더이상 계속하멱. 로라의 점막을 찢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고 격정스러울 정도로 거칠게 찔러댔다. 하지만 그래도 로라는 계속 이렇게 소근거리고 있었다. ''좀더 세게 ! 조더 !,' 그의 물건에는 다시 힘이 넘쳐 흐르고 있었고 급속히 고조되어 갔다. 하반신에 달아오르는 감각이 치달았고 드디어 두 사람은 쾌락의 클라이맥스에 달했다.


담청색 자양화의 커다란 꽃송이가 유리그릇 속에 아무렇게나 장식되어 있었다. 무더운 하루를 마치고 이 가게에 들어서면, 로라는 언제나 안심이 되었다.
8월의 탁하고 견디기 어려운 도시의 떠들썩한 소란도 <부디밴>에 있으면 마치 거짓말 같이 싹 가신다.
벽에는 가느다란 담장이 덩굴이 얽혀 있는 무늬가 새겨져 있고, 안뚤의 분수에서는 한가로이 물소리만 들려온다. 그날 밤도 몇 쌍의 남녀가 부디밴에서 어깨를 맞대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연인, 모리스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벽에 기대어 분수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로라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느때처럼 두 사람의 테이블에 로제 샹페인 병을 가져오자, 모리스는 로라의 잔에 가득 따랐다. 잔을 천천히 혼들면서 로라는 가게 안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엷은 색조로 통일된 이 가게의 장식이 로라에게는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모리스가 그 가게를 단골로 삼은 이유는, 요리가 맛있고 디저트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대체 오늘밤의 모리스는 왜 저럴까?' 무슨 말을 해도 건성으로 듣고, 초조한 모습으로 홍분된 가운데 계속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하고 물어도, 무표정하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누가 혹시 그의 마음에 상처를 줄 얘기라도 했단 말인가?' 로라는 점점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두루 생각해 봐도 하나도 짐작이 가는 데가 없었다.
분수 있는 쪽에 시선을 향한 채 여전히 모리스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여름 밤인데 도대체 왜 그럴까?' 멍청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모리스는 그녀의 잔에 또 삼페인을 따라 주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자주 끊기곤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 겨우 두 잔째의 삼패인을 마시고 난 모리스는 , "그런데 오늘은 뭘하고 지냈지 ?" 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눈 깊숙한 곳에서는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오늘? 아침엔 테리니의 풀장에 갔었고, 그 다음에는.. 낮에는 샹젤리제의 냉방이 잘 되어있는 영화관에 가 있었어요.''
'냉방이 잘되어 있는'이라는 말을 로라는 일부러 강조해서 말하하자, 모리스는 약간 웃고 있었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 보여서, 로라는 서둘러, "자기는 뭘하고 지냈어요?'' 하고 물었다.
가을 시즌에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기로 되어있는 모리스는, 화랑에 들러 주최자와 타협을 했다고 짤막히 대답했다, 이번의 개인전은 그에게는 처음 있는 대대적인 것이었으므로, 오픈할 때까지는 염려되는 일이 산적해 있었다.
파리에서 전시회가 끌나면 그 다음에는 런던, 뭔헨, 뉴욕에서 잇달아 열기로 되어 있어,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파리에서는 성공적인 개인전이 되기를 원했다. 타협이 끝난 다음, 모리스는 곧장 루불 미술관까지 걸어 갔다 왔다고 했다.
거장들의 작품들을 접함으로써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교훈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원대로 되었나요?"
"그것이 잘 안되었어 !" 하고 일부러 우스운 제스처를 섞어 모리스가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괜히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때든 항상 자신에 넘쳐 있던 그에게 남의 재능을 인정한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고, 하물며 자기 작품을 이러쿵저러쿵 말하
는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예전의 모리스의 표정으로 되돌아와서, 로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때 갑자기 테이블 아래서 모리스가 로라의 양다리를 자기 다리 사이에 끼웠다. 스커트의 깃이 들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로라는 남의 눈을 꺼려 약간 부끄러운 듯 머리를 숙였다.
그의 양무릎에는 서서히 힘이 가해졌고, 그녀를 힘주어 조여왔다, 그렇게 자유를 뺏긴 채 오직 그이의 것이라고 느끼는 것은 로라에게는 몹시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의 약간 촉촉해진 손가락은 그녀의 보드라운 살갖 위를 살며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녀가 모리스와 알게 된 것은 3년 전의 일이었다.
친구의 파티에서 소개받은 모리스는 과연 예술가답게 까다로운 얼굴을 한 키가 훤칠한 청년이었다. 그날 이래로 거의 매일 같이 만나고 있지만, 둘은 동거하고 있지는 않았다. 로라에게는 그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모리스 쪽에서는 동거를 바라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여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듯이, 로라도 그의 곁에서 살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를 자기 혼자서만 차지하고 싶었고, 자신도 그만의 것으로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제까지 전혀 모르던 세계를 그녀에게 가르쳐준 것도 모리스였다. 로라는 스물다섯 살이 되어 비로소 젖어드는 관능의 물결을 알게 되었고, 여인의 기쁨을 배웠던 것이다.
감미로운 신음으로 도취경의 포로가 된 로라는, 이제는 이미 그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되었지만, 그만한 관능적인 쾌감은 다른 사나이한테서는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리스와 알고 지낸 다음부터는 다른 사나이에게는 마음이 동하지 않게 되었으며, 지금 사귀고 있는 보이프랜드는 오직 모리스 한 사람 뿐이었다.
그런데 남자들을 거부하고 있는 여자일수록 남자들의 눈에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꼭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로라는 남자들의 시선을 모으는 일이 많았다. 거리를 지나갈 때나 레스토랑에 앉아 있을 때에도 그랬다.
"저쪽 저 사나이를 좀 봐, 로라.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저 사나이, 그 시선만으로도 자기한테 당장 달려들 것 같쟎아, 저 사나이라면 아마 틀림없이 여자를 포옹하는 방식이 능숙할 지도 몰라.'' 라고 하면서 모리스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옷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바아의 카운터에 앉아 있는데, 문득 그녀의 귀에 대고 이런 말을 속삭였다.
"이봐, 로라, 좀더 스커트를 들어올려 봐. 저기 저쪽에 있는 사나이가 쳐다보고 있으니까 말야. 아까부터 목을 길게 빼고서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목이 뻑적지근할 거야. 너무 불쌍하쟎아? 인심 좋게 보여주는 게 어때 ?"
순진하게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이 로라로서는 기뻣고, 그리고 때로는 장난기로 일부러 짓굿게 스커트를 들어올려 보이기도 했다.
그럴 때면 모리스는 만족스러운 듯이 그녀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디스코장에 갔을 때도 다른 사나이들로부터 댄스의 권유를 받으면, 모리스는 억지로 로라의 등을 떠밀어 플로어에 내보내곤 했다.
별로 상대의 사나이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지만, 모리스가 시키는 대로 몇 곡 추고 돌아오면, 자리에 앉아 있던 그는 재빨리 서둘러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어땠어, 로라? 저녀석의 페니스를 빳빳하게 만들었어 ? 아니라고는 대답하지 못할 걸? 그런데 저녀석 말이야, 완전히 얼이 빠져 홍분해 있더라구."
"그런데 그녀석이 자기의 그곳을 만졌어 ? 그렇지 ? 자기는 몸둘 바를 몰라하며 당황하고 있던데 ?"
땀을 닦고 있던 로라는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소리쳤다.
"이젠 그만 좀 해요. 그런 당치도 않은 말은 ! 당신은 참으로 천박스럽군요 ! 또 그런 소리를 하기만 해봐요 ! 좋아요, 난 혼자 먼저 돌아갈 거예요 ! ''
그러면 모리스는 웃으면서 오히려 더 놀려대는 것이었다.
"자기도 다 알고 있으면서, 자기도 사실은 이런 얘기를 좋아하지 ? 안 그래 ?"
이렇게 나오면 로라로서도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망설여지게 된다.
실제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 다른 남자의 팔에 안겨 춤을 추고 있으면 어쩐지 가습이 두근거리는 음란스런 느낌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분명하다. 하치만 그것을 자신이 인정하는 일은 부끄
러웠다.
"너무 그런 말을 하면,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될지도 몰라요 ! 그리고 당신은 마치 내가 부정한 짓이라도 저지르기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아요 !"
"부정한 짓이라니 ? 자기는 너무 즉홍적으로 과장하기를 좋아하는군 그래. 나도 동의했고, 내가 있는 곳에서 자기가 바람을 피운다면 그게 왜 나쁘냐구?''
"당신이 보고 있는 앞에서요?"
''웅, 그래. 내가 있는 앞에서 말야."
로라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의 눈에서 감춰진 뜻을 캐내려 하고 있을 때,문득 모리스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웃음이 멈춰지지 않는다는 듯이 어깨를 들먹이고 있었지만,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자, 우리 이젠 이런 얘기는 그만하기로 하지, 자기는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니까."
그리고 곧 화제를 바꾸어버렸지만, 로라는 웬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그리고 어째서 모리스는 즐겨 그런 화제를 꺼내곤 하는지 모르겠다. 몇 번씩이나 생각해 봐도, 그녀로서는 그것이 몹시 <음란스런 짓)처럼 생각되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로라는, 자기 쪽에서 먼저 그런 화제를 꺼내 본 적이 있다. 자신으로서도 어째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어, 모리스, 내가 당신 눈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안기어 있어도 당신은 정말 태연할 수 있겠어"?" 로라는 약간 음란스런 목소리로 결심이라도 한 듯이 말을 꺼냈다.
그러자 모리스는 놀란 듯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으며, 그리고 갑자기 즐거운 듯이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어떨까? 한번 해보시지 그래. 난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
가슴의 고동이 격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럼...". 하고 로라는 단단히 결심을 한듯이 내뱉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럼, 어디서 ? 언제 ? 어떻게 하란 말이지 ? 자아, 빨리 말을 꺼내보라구.' 하고 로라는 자신을 부추기고 있었지만, 역시 부끄러워서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런 자신에게 초조감을 느껴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아랫배에서 뭔지 모르게 뜨거운 물결이 치밀어 올라서 자꾸만 가슴과 어깨와 얼굴에 번져 갔다.
"얼굴이 빨개진 당신은 정말 매력적이야." 완전히 반해 버린 듯 넋을 잃은 채 이렇게 말하고는, 모리스는 키스했다.
자기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연인에게 점점더 초조해하면서 로라는 입을 삐죽 내밀고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더 이상 그런 소리 계속하면 당장이라도 당신에게 덤벼들고 말거예요 ?"
로라는 유방이 무겁게 긴장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의자 위에서 약간 상체를 돌이켰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모리스의 친구인 뉴욕 주재 화가와 함께 세 사람이 식사하러 간 일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세 사람이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문득 모리스가 베르사이유 궁전 근처에서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랑의 집>이 있다는 말을 꺼냈다. 그곳에 출입하고 있는 손님은 작가, 저널리스트, 여배우, 패션 관계의 사람들로, 그들은 자기 걸프렌드를 데리고 가기도 하고, 때로는 매춘 여성을 데리고 가서 그 <사랑의 집>에서 스와핑(부부 교환 파티)을 한다는 것이다.
흥미를 느낀 로라는 몸을 쑥 내밀고 듣고 있다가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그 여자들 서로 이해하고 있어요?''
"물론이지 !"
모리스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꾸했다.
그때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모리스의 친구인 화가가 한 마디했다.
"자네도 가 보면 좋겠구먼 그래, 로라하고 말야. 그러면 로라도 좀더 자유분방해질 수 있을 테니까.''
모리스는 로라의 어깨에 팔을 돌려 살며시 껴안았다.
"그래, 나도 가볼 생각일세."
로라는 모리스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지만, 그의 친구가 자기가 앉아 있는 면전에서 태연히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몹시 화가났다.
하지만 두 사내들은 벌써 다른 화제로 옮겨가 있었다, 모리스가 열중하는 화제라면 물론 그림 얘기였다. 두 사람은 로라가 알지도 못하는 화가들 얘기를 주로 화제로 올리고 있었다.
그날밤, 좀 일찍 돌아온 두 사람은 전에 없이 격렬하게 사랑을 불태웠다. 너무나 거칠게 그녀의 몸을 공격해 왔기 때문에 로라는 모리스가 자기를 학대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
<부디발>을 나서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여름밤의 희미한 어둠도 이미 완전히 어둠속에 감싸여 있었다. 두 사람은 팔짱을 낀채 주차해 둔 자동차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브로뉴의 숲을 따라 차를 달리고 있는데, 그곳에는 연인끼리의 밀애를 하러 온 자동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고, 거리의 여자들과 교섭을 벌리고 있었다.
로라는 줄지어 서 있는 차들 옆을 힐끗 곁눈질로 쳐다보고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랄한 욕을 내뱉고 말았다.
모리스는 잠자코 그것을 듣고 있었지만, 조금 뒤에 달래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자기도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이 말이 묘하게 위압적이어서 그녀도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로라가 입을 다물고 있자 이번에는 모리스 쪽에서 걱정이 되어 한 마디했다.
"자아, 이제부터 샹페레 문에 있는 조용하고 시원한 가게에 들어가서 우리 한잔 하자구.''
로라도 그대로 집에 돌아가는 것보다는 어딘가에 들렸다 가고 싶었으므로, 고개를 크게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그 술집에서 삼페인을 몇 잔이나 마셨는지 로라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 늦은 시각이라서 손님도 별로 없었다. 약간 취한 눈을 그에게 향하고서 이런 음산한 곳에서 얼른 나가자고 말하자, 모리스는 로라의 팔을 잡았다.
몽소공원 옆을 달려나와 차는 샹젤리제 거리에 들어섰다. 차가 미끄러지듯이 멎은 다음에도, 로라는 뺨이 달아오른 재 좌석에 그냥 앉아 있자, 먼저 내린 모리스가 도어를 열어 주었다. "자아, 어서 내려." 그녀는 약간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려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한산한 주택지였다. 사치스러운 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중 한채는 어쩐지 공사중인 모양으로, 외곽만 지어져 있었는데, 아직 내부공사는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 그곳만이 유난히 눈에 돋보였다. 앞장서 가던 모리스는 로라가 따라오기를 기다렸다가 그중 한채의 집을 말없이 가리켰다.
때마침 그때 그 집에서 한쌍의 커플이 나오고, 다른 커플이 들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멈춰 서서 잠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던 로라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갔다.
그녀는 당황하여 모리스의 팔을 잡아꼴며 뒷걸음질 쳤다,
"'싫어요 ! 난 가지 않을 거예요 ! 저런 곳엔 가고 싶지 않아요 !"
모리스는 난처해진 얼굴로 그러는 로라를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그런 억지를 쓰지 말라구. 자기도 은근히 가보고 싶으면서 !"
이것은 바로 적중한 말이었지만, 그녀로서는 자신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싫었다.
"정 당신이 들어가 보고 싶다면, 나도 들어가 줄께요 !" 그렇게 말을 내뱉고 보니, 로라는 묘하게 용기가 솟아올랐다. 이번엔 자기가 앞장서서 어두컴컴한 입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모리스는 어이없는 얼굴로 그녀 뒤를 따랐다. 좁다란 복도에 들어서자 벽면에서 축축한 나무 냄새가 물씬 풍겼다. 지나치는 사나이들은 장미빚으로 뺨이 물든 로라에게 시선을 멈추고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때 마침 저쪽에서 걸어오던 사나이들의 그룹 속에서 낯익은 얼굴을 알아낸 로라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오랫만이군요, 폴 !" 상대방은 난처한 듯이 꾸물대며 시선을 피하고는 변변히 대답도 못한 채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버렸다. 등뒤에서 그런 광경을 모두 보고 있던 모리스는 큰소리로 웃어 댔다.
"이봐, 이런 곳에서는 아는 사람과 만나도 모른체해야 하는거야 ! "
이머, 왜 그래요? 그래야만 하는 법이라도 있나요? 난 몰랐다구요. 그런 것 난 아무래도 좋아요 ! 로라는 새침하니 언제까지나 투덜대고 있었다.
'사내들이란 자기들 자신이 열중하면서도 그런 책임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군요. 그래요. 정말 비겁해요. 남자들이란 !'
"'자, 이젠 적당히 기분전환을 하라구. 로라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면 성난 암코양이 같다니까 !"
입구에는 그집 여주인 같아 보이는 검정 드레스를 입은 뚱뚱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모리스가 그 여인과 교섭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로라는 한쪽 구석에 있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방에는 지저분한 얼룩진 푸른 꽃무늬의 벽지가 발라져 있었는데, 군데군데 종이가 벗겨져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거울도 틀이 퇴색되어 벗겨져 있었다. 안쪽에는 프라고날의 복제가 장식되어 있었지만, 그것 역시 지독한 모습이었다. 세바스토폴 대로의 길거리에서 싸구려로 팔고있는 야하게 돋보이는 나부상이었다.
그 옆에는 먼지 투성이인 타페스트리가 걸려 있었는데, 그 수렵도도 완전히 퇴색되어 있었다.
입구의 도어 위에 뭔가 벗겨낸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십자가를 걸었던 자국이었다. 아마 그집을 사들였을 때, 이집 입구에서 분주하게 사람들을 응대하고 있던 그 여주인이 그런 것은 <사랑의 집>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뜯어낸 것 이리라.
로라는 그 뚱뚱보 마담이 투덜대며 십자가를 뜯어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문득 이상스런 생각이 들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딱딱한 장의자는 난잡하게 아무렇게나 놓여 있고, 모두가 가능한 한 다른 사람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어색한 표정을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먼지 투성이인 천정에는 음산한 전둥이 하나 켜져 있었는데 주위를 쓸쓸하게 회색빚으로 비춰주고 있었다.
<그렇구나 ! 매음굴이란 이런 곳이로구나. 마치 시골 치과의원의 대합실 같애. 하지만 치과의원이라면 대개 몇권의 잡지쯤은 놓아두는데 여긴 그것도 없어 !>
이제는 배짱이 두둑해진 로라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멋적은 얼굴을 하고 모리스가 되돌아왔기 때문에 로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은 좁은 계단을 올라가 윗층으로 안내되었다.
복도에서 지나친 사람들은 차츰 옷을 입은 사람이 적어졌다. 여인들은 예뺐지만, 남자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로라는 생각했다.
여주인이 안내해 준 방은 마치 갱의실 같았다. 방금 벗어 놓은 것 같은 가지각색의 옷이 벽에 아무렇게나 결려 있었다. 입구 가까이에서 작달막한 젊은 사나이가 열에 들떠 춤을 추듯이 서둘러 옷을 벗고 있었는데, 그 사나이가 남의 양말과 헛갈리지 않도록 자기 구두속에 제대로 채워넣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로라는 자신도 모르게 쿡쿡 웃었다.
"마치 축구선수 같군요." 하고 속삭이듯이 모리스의 귀에 대고 말했다.
이미 모리스는 전라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다. 로라의 허리를 끌어 안고서 어서 옷을 벗으라고 독촉했다. 로라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심한 듯이 드레스를 벗기 시작했다. 햐안 레이스의 허리띠를 풀려고 하자 모리스가 곁에서 그걸 제지했다.
"그대로가 자기에겐 더 어울려 ! ''
몹시 무더운 밤인 데도 덜덜 떨고 있는 로라의 어깨를 껴안고서 "사랑해 ! '' 하고 모리스가 속삭였다.
진홍빚 빌로드의 문을 열자, 파란 담배연기가 자욱한 속에서 몇몇 쌍의 남녀의 그림자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다지 밝지 않은 스탠드가 한구석에 놓여 있었고, 중앙쪽에 나지막한 대형침대가 놓여 있었다. 가구다운 집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로라는 연인의 등에 달라붙어 두려움에 가득 차 침대 쪽을 들여다보았더니, 그 위에서 몇 쌍의 남녀가 엉켜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중앙의 젊은 여자는 천천히 허리를 꿈틀대고 있었는데, 역시 다른 사나이가 그녀 몸위에 붙어서 덥쳐 누르고 있었다. 그 곁에서는 그다지 젊어 보이지 않는 여인이 야릇한 신음소리를 지르고, 사내들은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술잔을 한 손에 들고 침대 끌에 앉아 있는 사내들은 곁에 있는 여자의 유방을 주무르거나 숲이 있는 부분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런 광경이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는 추잡스럽지 않은 것을 의아스럽게 생각하면서 로라는 연인의 등뒤에 숨박꼭질하듯이 숨어서 물끄러미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러자 문득 모리스가 로라의 몸을 침대 쪽으로 밀쳤다. 균형을 잃은 그녀는 침대 위에 쓰러졌지만 연인의 손에 달라 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거의 동시에 모리스도 함께 쓰러졌는데, 아래에 깔린 로라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빠고 살며시 키스를 하면서 속삭였다. "이 새침데기 ! 당신 역시 이런 곳에 와 보고 싶었으면서 ?''
그러자 로라는 약간 얼굴을 붉혔다. 격렬한 숨결에 의해서 살며시 흔들리고 있는 로라의 하안 가습의 젖무덤을 모리스는 거칠게 움켜 쥐면서 그녀가 닫아버린 다리를 벌리게 했다. 그러자 가까이에 있던 사내가 그녀의 허벅다리를 손가락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는 사내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로라는 전에 없이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졌다. 상채를 일으킨 모리스가 로라 속에 찔러 넣으려고 하자, 다른 사나이가 그녀의 유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가까이에서는 여자의 울부짖는 신음소리가 차츰 높아지고 있었다. 그녀도 지금 자제할 수 없는 쾌락의 물결에 휩찌이기 시작했다. 로라도 어느새 역시 흐느끼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기다란 머리칼 속에 절반쯤 얼굴을 감춘 로라가 문득 괴로운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리자, 그순간 모리스도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리스가 몸을 때자 금새 다른 남자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로라는 깜짝 놀라 모리스를 여기 있으라는 듯이 손을 꼭 붙잡았다. "안심해 ! 내가 여기 있으니까 !" 안심시키려는 듯 모리스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
아까부터 로라에게 눈독을 들이고 기다리고 있던 그 사나이는 별안간 그녀 속으로 물건을 밀어넣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비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그러는 동안 서서히 사나이와의 쾌락에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다음 남자는 익숙한 혀로 로라를 충분히 달아오르게 한 다음, 천천히 물건을 밀어넣어 왔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살며시 아랫입술이 떨려 오는 것을 느졌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몇 명의 사나이에게 안겼는지 모른다. 로라는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로라의 뜨거운 살결에 저려 오는 감촉을 남기고 물러나곤 했다. 때때로 사나이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정말 멋진 여자야 ! ''
"사랑의 행위가 정말 훌륭했어 ! 당신은 정말 멋진 여자야 ! ,'
"반응이 매우 좋더라고."
그녀는 그러한 말들이 들려을 적마다 약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쩐지 모리스는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았지만, 의식이 몽롱해진 그녀에게는 분명히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은 느릿느릿 홀러가고 있었고, 응축된 쾌락의 물결은 그녀의 하안 나채를 충만케 해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연인의 목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모리스가 자기를 안고 있었고, 향료가 들어 있는 미지근한 욕조에 담그려 하고 있었다.
욕조의 거품 속에 몸을 담구자, 그녀는 온몸의 힘이 쑥 빠져 축늘어졌다.
두 여성에게 양 겨드랑이를 부축받아 안기듯이 욕조를 나서자, 모리스가 재빨리 타올로 몸을 닦아 주고나서 드레스를 입혀 주었다.
목이 마르다고 로라가 말하자, 모리스가 삼패인을 주문해 주었다.
연거푸 세 잔이나 들이켰더니 어쩐지 머리가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잔을 손에 든 채,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로라에게 가까이에 있던 금발의 여자가 미소를 던져 왔다.
"당신은 참 멋지군요 ! ''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로라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로라는 그녀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밖은 여전히 한증탕처럼 무더웠다.
두 사람은 말없이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공사중인 건물 앞에 멈춰선 로라를 끌어안고 모리스는 살며시 키스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키스에 응하려고 하지 않았다.
"화났어 ?"
로라는 잠시 말이 없었지만 별안간 목에 달라 붙으면서 말했다. "저를 꼭 껴안아줘요 !"
"아니, 여기서 ?"
"네, 그래요. 지금 당장?''
그러자 모리스는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로라의 손을 잡고는 그 공사중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지러운 바닥에 로라를 눕히고 모리스는 드레스의 밑자락을 살며시 들추어 을렸다. 그리고는 팬틱에 손을 대어 단번에 끌어 내리고는 그녀의 허벅다리를 벌렸다.
길게 뻗은 허벅지의 뜨거운 살갖에 혀를 대고서 두루 핥다가 마침내 모리스는 그 중심에 얼굴을 파묻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 어서 해줘요" 로라가 흐느끼듯이 신음소리로 그를 유혹했다.
모리스는 고양된 감촉을 혀 끝으로 확인하고나서 그녀 속으로 밀어넣었다.
"좀더 세게 ! 좀더" 로라가 이렇게 지껄일 적마다 모리스는 피스톤 운동에 속도를 더해 갔다.
"좀더 세게 ! 좀더 빨리 !" 로라의 목소리는 한층더 높아졌다.
모리스는 더이상 계속하면 로라의 점막을 찢어 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스러울 정도로 거칠게 찔러댔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계속 이렇게 소근거리고 있었다.
"좀더 세게 l 좀더 !" 격렬하게 아랫배를 움직이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쌀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로라는 큰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모리스는 당황하여 입술로 그것을 봉했다.
그의 물건에는 다시 힘이 넘쳐 흐르고 있었고, 급속히 고조되어갔다.
하반신에 달아오르는 감각이 치달았고, 드디어 두 사람은 쾌락의 클라이맥스에 달했다.
두 사람 모두 홍건하게 땀에 젖은 채, 온몸의 여기저기서 찌를듯이 쭈셔오는 것도 잊고 잠시 그대로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팬티를 입고 겨우 일어나 보니, 두 사람 모두 먼지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서로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면서 먼지를 털어주었다. 어둠 저쪽에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공구들이 희미하게 빚나고 있었다.
파리의 거리는 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으며, 교차하며 달리는 자동차도 거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아까 지나간 관능적 폭풍의 여운을 만끽하면서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귀로에 올랐다.
그날밤 이후로, 로라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고 모리스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러했다.
로라는 그날까지 그렇게 관능적인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은 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밤의 체험으로, 다른 남자한테서도 똑같은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모리스 이상의 남자가 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다른 남자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로라 주위에 있는 사내들 중에는 상당히 욕망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내도 많이 있었다. 때로는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이제까지의 로라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완전히 주채성을 잃고 그가 말하는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의견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기분을 이것저것 염려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로라를 모리스는 약간 난처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놀란 눈으로 바라볼 때도 있었다. 로라는 이전보다 휠씬 더 생기있고 매력적인 여성이 되었으며, 그녀도 그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 무더운 여름밤의 추억은 언제까지나 로라의 가슴속에서 선명하게 숨쉬고 있었다.




일곱번째 이야기-몽마르뜨의 밤의 여인 리즈



늦은 밤에 거리를 배회하면 자신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울타리 넘어로 보게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그것은 리즈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리즈는 이와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순간 핑더의 감미로운 입술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가만히 눈을 감고 시키는 대로 따랐다. 핑더는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며 그녀의 매끈한 살결을 어루만졌고 유두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계속 될 때마다 리즈는 상체를 뒤틀며 낯은 비명을 질렀다.


바람이 거세지고 있었다. 리즈는 코트 깃을 세우고 한겨울의 밤 하늘을 쳐다보았다. 밤이 깊어서인지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드물었다.
그러나 피가르 광장 가까이의 작고 현란한 네온싸인이 비치는 문들이 줄을 선 부근에서는 아직도 홍청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리즈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술에 취한 증년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리즈에게 눈길을 멈추고 잠깐동안 그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그는 흐릿한 눈빚으로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뭔가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급한 발걸음으로 그자리를 떠났다.
리즈는 좌우로 어깨가 흔들거리며 비틀거리는 남자의 뒷모습에 미소를 띄우며, 별반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변함없이 유유히 걷고 있었다. 얼어붙은 거리에는 리즈의 구듯소리만이 둔탁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앞에서 오고 있던 키가 큰 남자는 리즈를 스쳐지나가며 가만히 그녀의 뒷모습을 훔쳐 보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것도 피가르와 같은 번화가를, 멋진 갈색의 모피코트를 입은 미모의 여자가 훌로 걷고 있다는 사실을 의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웬지 그녀는 뒷골목에서 서성대며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리즈는 이런 식으로 남자와 마주치는 일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불량스런 사람들은 추잡한 말들을 내뱉으며, 음침한 눈빚으로, 노골적으로 유혹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
한밤중에 리즈가 산책을 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살며시 침대를 빠져나와 이렇듯 홀로 거리를 배회하는 시간이란 말하자면 리즈만의 비밀의 시간이었다. 이러한 비밀은 어떤 것 보다도 즐거운 것이었다.
늦은 밤에 거리를 배회하면 자신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울타리 넘어로 보게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그것은 리즈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첫째, 남자는 밤에 훌로 걸어다니길 좋아하면서 여자는 어째서 혼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그러나 리즈가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게 된 데에는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도 분명히 느끼지는 못하였다. 어느 잠 못 이루는 밤에 문득 침실의 창문을 열었을 때, 밖은 온통 몽롱하고 푸른 안개에 쌓여 있었다. 어둠의 심연으로부터 서서히 그녀의 마음속과도 같은 바람이 얼굴에 세차게 불어왔다. 그녀는 잠시 동안 그대로 창가에 서서 밤거리를 내다보았다. 먼 곳에서는 아직도 황혼의 빚이 지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리즈는 서둘러서 부드럽게 말아올린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후,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죽음같은 정적이 감도는 밤 거리에는 가로수 잎새만이 나지막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날 기분으로는 왼쪽이 되든 오른쪽이 되든 상관없었다. 아무 바아에나 들어가 보고 싶기도 하였고, 우연히 지나가다마주친 남자와 친해지고도 싶었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거기에서도 그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은 그녀가 단지 산책을 즐기기 위해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리즈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날 산책에 어울리는 밤은 아니었다. 해가 지고난 이후의 추위는 혹독했고, 잠시 걸어가고 있는 사이에도 오후부터 내린 눈 때문에 아직 길위의 여기저기에는 눈 녹은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반드시 고양이를 밖으로 내보내야 오래 살 수 있다고 하는 밤이었다. 광장을 가로질러 프로소 거리까지 갔을 때, 우연히 바아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기다란 유리창의 앓은 커텐 너머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내부는 넓었다. 기역자 형의 긴 카운터가 있었고 거기에는 진한 루즈를 바른, 아마도 이 가게의 마담인 듯한 뚱뚱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리즈 쪽을 쳐다보며 그녀는 아마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같이 온 사람도 없이 혼자서 들어왔을까 하는 생각으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후에 그녀는 가까이 있는 여자와 말하기 시작했다. 리즈가 카운터 끝자리에 앉았을 때 마지못해 주문을 했다. 아마도 여자손님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리즈가 그러한 일에 조금도 개의치않교 차분한 모양으로 가게 안을 둘러본 다음 가게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쳐다보 자 마담은 리즈가 혼자서 외출하는데 익숙한 여자라고 생각하며 간신히 마음을 놓았다.
리즈는 주문한 포르투갈산 보드카를 기다리며 그녀들 쪽으로 미소지었다. 문앞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은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깊게 패인, 그것도 몹시 짧은 원피스를 입고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러나 추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옆에 있는 친구와 떠들어대는 사람도 있었고, 부자유스러울 정도로 소리 높여 웃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곳에서도, 이런 시간이 되면 지나가는 행인의 발길도 거의 끊기고 손님도 없었다.
리즈는 입술을 붉은 액체로 적셨다. 그러자 달콤한 향내가 그녀의 코에 스며들었다.
몸이 조금 녹자 리즈는 코트를 벗었다. 코트 속에는 몸에 꽉 달라붙는 검정 캐시미어 드레스를 입었다. 검정옷을 입을 때, 그녀의 탄력적인 몸매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드레스 밑단이 양쪽으로 터져 있어서 그녀가 다리를 꼬면 아름다운 각선미가 선명하게 노출됐다, 어느때와 다름없이 심이 들어간 회색빚 스타킹을 신고 있었으며 그것은 검정드레스를 한층더 받쳐 주었다.
요즈음의 패션에서는 합리성이 앞서는 탓에 팬티스타킹은 거의 신지 않았다.
여태까지도 심이 들어가는 스타킹이나 거터벨트 등울 사용하는 것은 창녀와 같이 색정광들이 즐기는 품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리즈는 값싼 나일론스타킹은 즐겨 신지 않았으며 그가 신은 스타킹은 실크 감촉이 좋았다.
아직도 차가운 핸드백을 열고 리즈는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옆자리에 앉은 여자에게도 담배를 권했다. 그녀는 턱을 괴고 앉아 마담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담뺏갑에서 한 개피를 뿐아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 고마워요" 라고 말했다.
리즈가 자그마한 라이타로 불을 붙이자 또한번 고맙다는 것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나란히 의자에 걸터앉아 말없이 각각 생각에 잠겼다.
옆자리에 있는 여자는 가게를 둘러보더니 남자가 한 사람도 없는 것을 보고, "오늘은 정말 장사가 형편없군.'' 하고 마담에게 말했다.
그런 후 다음 번에는 혼자서 신통치 않다며 중얼거렸다. 리즈는 옆에 앉은 여자 쪽으로 몸을 돌려, "몇 시까지 하실 거죠?'" 라고 물었다.
그녀는 급한 사람처럼 미소를 띄우며, ''정해져 있지 않아요. 세 시까지도 하고, 네 시 가깝게 하기도하구요...... 가능한 한 손님이 한 사람도 없을 때까지요. 또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도 했구요''. 아무런 꺼리김도 없이 자신의 <장사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그녀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리즈는 별 생각없이 말을 풀어 놓은 것이다. 이런 식의 말은 조금 전 피카르 광장까지 타고 왔던 택시 속에서 운전사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었다.
"아, 참 ! 당신도 뭔가를 좀 마시지 않을래요?''
라고 리즈가 묻자 그녀는 즉시 <삼페인 !>이라고 대답했다.
리즈는 카운터 안에서 컵을 씻고 있던 마담에게 쌈페인과 포르트 한 잔을 청했다.
슬그머니 옆에 앉은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밝은 꽃무늬 브라우스를 입은 젊은 여자였다. 화장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옆모습이 상당히 아름다웠다. 흑인계인 듯했으나 피부는 갈색이며 검고 큰눈을 가진 매우 정열적인 여자로 보였다. 열어 젖힌 가슴 사이로 마치 터질 듯하게 풍만한 가슴이 드러나 있었으며, 나머지 다른 것들을 봐도 뭐든지 부자연스럽게 큰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자 ! 건배 !" 삼페인 잔을 높이 쳐들고 그들은 서로의 잔을 부딪쳤다.
"저는 펑더라고 해요. 쿠바 태생이구요. 잘 부탁해요."
"전 리즈, 파리 토박이지요."
막상 말을 시작하기는 하였지만 그후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은 채 눈앞에 쭉 늘어선 술병들을 바라보며 다시 침묵에 잠겼다, 얼마 후 핑더가 다시 말을 꺼냈다,
"누구를 기다리시나요? 이 근처에서는 못뵙던 얼굴이에요. 당신과 같은 사람이 이런 곳에 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죠. 그렇지만.. 만일 원하신다면, 동성을 원하시나요? 나는 아무래도 좋아요. 싫으시다면, 다른 남자를 구해드리죠. 소개해 드릴깨요. 멋진 쿠바 남자를 말이에요. 당신과 같은 멋진 여자라면 적은 돈을 받아도 반드시 올 거에요."
리즈는 소리내어 웃으며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는 의아한 얼굴을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렇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관리인이 좋은 주소를 가르쳐주겠데요? 그것도 매조키즘을 말이에요? 채찍을 때리고 싶나요? 하지만 매조키즘으로는 할 수 없어요. 당신은 비틀거리는 개를 시헙해 보고 싶지 않나요? 친구인 아프드가 그것을 위해 훈련시킨 매조를 사육한답니다. 그것도 흥미가 없으신가요? 다른것을...."
"별로요. 아무 것도.."
리즈가 또다시 웃으면서 말했을 때 핑더는 갑자기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렇다면 왜 여기에 오셨죠?"
창녀들만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진 이런 곳에 리즈와 같은 여자가 혼자 왔다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평더는 의구심에 가득찬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가까이에서 갑자기, "저널리스트인가봐 !" 하며 나지막하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리즈가 단혹하게 머리를 흔들자 핑더는 약간 안심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갑자기 홍미를 잃어버렸고 입구 쪽으로 눈을 돌리고 다시 침묵을 지켰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는 리즈에게 핑더가 돌아왔다.
그녀는 흔들거리며 저쪽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별안간 뒤에서 리즈를 꽉 껴안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리즈는 이와같은 제험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순간 핑더의 감미로운 입술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가만히 눈을 감고 시키는대로 따랐다. 펑더는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며 그녀의 매끈매끈한 살결을 어루만졌고 유두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계속될 때마다 리즈는 상채를 뒤틀며 낯은 비명을 질렀다,
"당신은 무척 근사해요.''
쾌락이 느껴져 오고 있는 리즈 컷가에 그녀는 몇 번이나 그렇게 되풀이했다. 감미로운 숨소리가 터져 나오자, 그녀는 더욱더 강렬하게 리즈의 몸을 탐닉했다. 아름다운 열매와 같이 자그마한 리즈의 유두는 한 떨기 장미빚을 띠고 있었다.
두 사람이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도 가게에는 아직까지도 손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펑더와 함께 일하는 여자가 무대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가운데서 혼자 추던 여자가 리즈의 손을 잡아 끌며 유혹했다.
그녀의 팔에 휠감긴 채 천천히 스탭을 밟고 있을 때, 핑더는 화가난 듯이 혼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런 후, 그녀는 이번에는 자신이 리즈의 어깨를 껴안고 몸을 살짝 굽히며 리즈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가 남자였다면 리즈는 순식간에 넋을 빼앗겼을 법한 손의 교묘한 사용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자아, 모두들 끌내 주게 해봅시다 ! ''
드디어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마담은 소리쳤다. 듣고 있던 여자들은 모두 '캬 캬 ,하는 환혹성을 내지르며 각자 농담 한 마디씩을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마치 여학생같은 순진하고 천진스러운 표정이었다.
특수한 영업을 하며 사는 여자들이라고는 보여지지 않았다, 그런 속에 존재하는 리즈 자신도 그들과 동업자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부도덕하고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고 있는 창부가 되고 싶다 는 생각이었을 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리즈가 꼭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여자라면 누구든지 마음 한 구석에 한 번쯤 창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러한 것을 문학작품 속에서는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어도 현재로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리즈도 막연하게나마 그러한 상상에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들의 모양새를 봐서는 아무래도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처럼 느껴졌고, 어쩌면 회의나 전시회가 파리에서 개최되어 그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마담이 지시를 하자 여자들은 춤을 중단하고 그들 쪽으로 왔다. 순식간에 여학생 같던 표정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그들은 각각 가슴을 내밀고 허리를 잘룩거리며 요염한 눈매로 남자들을 쳐다보았다. 또다시 문이 열리고 계속해서 두 남자가 들어왔다.
영업이 시작되고 혼잡해지자 리즈는 계산을 끌내고 손님과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는 펑더에게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가게를 나오려던 찰나였다. 그러자 그녀가 입구까지 쫓아 나와서, "잘 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리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또, 오세요."
리즈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며 그녀는 자그마하게 속삭였다. 밖으로 나왔을 때, 추위는 점점더 심해졌다. 그녀는 크트와 같은 색깔의 가죽 핸드백을 들고서 크리스 광장 쪽으로 걸어나왔다.
화려한 금딱지가 붙은 제복을 입은 남자가 가게 앞에서 안내장을 나눠주다가 리즈에게 미소를 보냈다. 리즈는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아직도 환하게 밝은 가게 앞을 통과하여 지나갔다.
조금 전에 마신 몇 잔의 포르트 탓인지 아직 몸에 온기가 남아 있어서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는 않았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샤클레 쪽으로 결어갔다. 정말이지 몽마르뜨는 오래간 만이었다.
그녀는 때르뜨 광장 근처까지 결어보기도 했다. 죠셈 드 메스드 거리의 오른쪽을 돌아, 르비키를 지나 왼쪽으로 돌았다. 번화가를 벗어나자 처음과 같은 무서운 고요만이 남았다. 가끔 무슨 소린가가 들리는가 했더니 들개가 짖고다니는 소리였다. 차가운 밤하늘에 기우는 하얀 달이 내려왔다.
리조는 달빚 속에 감금당할 것 같은 고독을 느꼈다. 때르뜨 광장을 걷고 있을 때 불현듯 과거의 추이 되살아났다.
그녀는 빨리 추억의 장소에 갔다. 블리야르 거리는 어둠을 향해 죽은 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어띤 신성한 샹소에 들어가는 것 마냥 발소리 조차 내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아름다와 보이던 어느 봄날 밤에 이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야외 정사의 쾌감을 알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눈에 이상하게 비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벌벌떨며 오로지 그것에만 신경을 썼지만 반면에 그의 강인한 리더에 이끌리는 동안 다시 황홀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대지 위에 짓눌린 리조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애숭이의 하얀 나체에서 정열을 일으켜 세우고 그에게 매달렸던 것이다. 비록 어깨와 등같은 곳에는 아직 소녀와 같은 연약함이 남아 있었지만 작은 점막 속에만은 성숙함이 흐르고 있었다, 뻗어있던 곧은 양다리는 흥분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조금씩 열리고 가슴속에 아름답게 남겨진 추억이 되었고 때때로 그녀를 노스탤지어의 꿈속에 빠져들게 했다.
그 이후, 그에게는 한 번도 소식이 없었고 파리에 있다는 것조차 분명치 않았다.
추억의 파문 속에서 맴돌고 있던 리조는 서서히 추억의 장소를 더듬어 나가고 있었다.
그때 리즈의 컷전에 그가 속삭이던 감미로운 음성이 그녀의 가슴 밑바닥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음성을 들으면서 리즈는 꿈속에서 그의 목에 매달리며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이미 먼 옛날의 일이었다.
잠시 후에도 그녀는 다시 때르뜨 광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언제나 마찬가지로 그곳은 시끄럽고 복잡하고 화려한 파라솔이나 고양이 그림들이 널려 있었기 때문에 같은 장소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연기가 자욱하게 낀 사이로 서서히 밤도 새벽으로 걸쳐 있었고 흥청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넘쳐 홀렀다. 어쩌된 일인지 그곳은 야간에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죄다 모이는 장소인 것 같았고 간혹 여자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그녀 혼자서 사람들 틈사이에 와서 카운터 좌석에 앉아도 혼자라는 이유 때문에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없었다.
가까운 나이트클럽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나 창부 또한 밤 늦도록 일하는 레스토랑 종업원, 몹시 취해 괴성을 지르며 지나가는 여자 손님 등, 그들은 각자각자의 생각대로 좋은 쪽에 따라 한 손에 잔을 들고 지껄여대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무리 속에는 수염을 깎아 프르스름한 자욱들이 남아있는 게이도 섞여 있었다. 나이먹은 연예인들도 있었지만 어쩌면 그들은 춥고 어두운 방에 혼자 돌아가 견더내는 것이 어려워 비록 명색뿐인 순간의 우정일지라도 그것을 구하기 위하여 이곳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리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담배연기, 잔을 부딪치는 소리, 커다란 웃음소리, 감상적이 된 리즈는 작은 마음이 빚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보드카를 주문한 후 자리를 가운데 테이블 빈자리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
정면의 문쪽에 시선을 향하게 되자 겉보기에 게이같은 남자가 핑크빚 털장식을 머리에 감아을린 모습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서 그는 리즈 앞자리에 앉았고 '휴-휴' 하고 숨을 쉬더니 안면이 있는 종업원이 돌아가자 팔을 붙잡으면서 말을 꺼냈다.
"쳐요. 심하게는 하지 말구요, 나를 속이려고 하는 남자가 있어요. 에잇 ! 짐승.''
말하는 도중에 머리의 털 장식이 리즈 앞에서 팔랑팔랑대며 흔들어대고 있었지만, 거기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미 지쳤기 때문에 여기저기 깃털이 끊어지고 빠져버린 사람들 같았다.
"이 힐로 말하자면 첫 발로도 뛰어나갈 수 있죠 !"
라마 잔을 나르던 웨이터는 어깨를 가볍게 움직이며, "자아, 자리잡아요. 쿤치타 !" 라고 말했다,
군치타를 부르던 게이는 아직도 이것저것을 하며 손가락을 핀처럼 세우고 라마 잔을 채워 건배하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리즈는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 불현듯 그 남자가, ''좋습니까?'' 라고 말하며 그녀의 담배갑에 손을 댔다.
리즈는, '.물론이죠'' 라고 말하며 라이타도 빌려 주었다.
전홍의 실로짠망토를 걸치고 같은색의 굽높은구두를신고 있는 그 남자는 수염이 꽂꽂하게 서서 조금 우수팡스러워 보였지만 우수에 젖은 촉촉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리조는 어쨌든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여기에는 자주 오시나요?'' 라고묻고 난후, 그것이 지나친 질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리즈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당신은 겉보기와는 다른 사람이군요. 처음이 아니죠?'' 리조는 애매모혹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구를 기다리시나요? 아닌가요? 그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친구인가요? 집에 돌아가야 될 것 같아요. 남편과 아이들, 일상적인 일, 이 모두가 다 대단했던 날이 있었어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뭔가 막연하게 불안해지고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워진답니다. 낯모르는 사람과 함깨 얘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구요.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에요. 언제나 뭔가 불안하구....살아있다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져요."
뭔가 먼 곳을 응시하는 눈빚으로 그는 쉴 새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술잔을 쥔 리즈의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러한 나 역시 이렇게 결혼해서 두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어요. 믿을 수 없겠지만 그무렵 나는 공산당 당원이었어요. 물론 데모에도 참가하고 유인물도 배포했지요. 저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활동은 끌만 같아요. 하지만 정치활동을 통해 좌절을 맛보면서도 이런 길에 들어서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그것과 이것과는 달라요. 하지만 내가 이 길에 들어선 건, 열한 살인가 열두 살 때였어요. 놀랍죠? 누나는 희고 부드러운 래이스가 달린 속옷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느날 누나가 외출한 사이 살며시 그것을 가져다가 살에 갖다 대었어요...". 그순간 황훌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썼죠. 그때부터 몰래 가터 벨트를 걸치고 스타킹을 신고 다니게 되었죠. 그 이후로는 병적으로 되었어요. 그럴수록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잘못된 방향의 인간으로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려웠지요. 그래서 전에 함께 당원 활동을 한 여자와 결혼을 했고 그것은 내 일생에 있어서 대단한 결심이었어요. '남자'로 되어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겉으로 보기에는 당연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수리공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게 되었지만 생활은 무척 어렵답니다."
리즈는 막힘없이 계속되는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했지만 차츰차츰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졸음이 밀려왔다.
"결혼하고 난 뒤 아내는 완전히 변해버렸어요. 심지어는 값 싼 속옷조차도 몸에 걸치지 않았고 루즈도 바르지 않았어요. 모양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죠."
"나 역시 그렇게 되어 옛날의 취미 따위는 거의 잊어버리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날, 백화점 매장에서 무척이나 근사한 란제리를 보게 되었는데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어요. 그것은 검정 실크로 된 것이었는데 어두운 회색의 레이스를 가슴과 옷단 둘레에 치장한 것이었어요. 레이스의 모양은 자그마한 장미꽃 같았죠. 그 앞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지만 그것은 볼수록 근사한 란제리였어요. 결국 나는 여점원의 웃음거리가 될 것을 각오하고 그것을 사고 말았어요. 비밀스럽게 포장한 것을 껴안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급히 들어가 화장실에서 서둘러 옷을 입었어요. 실의 감촉, 레이스의 색감, 비빌 때마다 나는 소리.... 뭐든지 다 황홀하게 하는 것들이었어요. 그후 또다시 길거리 쇼읜도우에서 근사한 란제리를 보았고 도저히 억누를 수 없어 다시 사고 말았어요. 사들인 것은 집에 몰래 숨겨두었는데 면으로 된 속옷조차 사지 않는 아내는 그것을 보고는 기절초풍하며 바르르 치를 떨었어요. 게다가 아이들까지 그러한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그리고 나서는 데모나 유인물을 배포하는 일에 거의 참여할 수 없었고, 집회에도, 참석할 수 없었어요. 아내는 변함없이 활동을 계속해 나가며 나를 힐책하기 시작했고, 집에서도 싸움이 그치는 날이 없었어요. 사소한 일에도 아내는 감정을 앞세우고나 역시 그랬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그것은 매일 연속이었어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어요. 정말로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쓸쓸하고 외로운 일이예요.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할 한창 때에 돌연히 불화가 닥쳐왔으니..."
"스스로 나빴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비밀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일은 쉽지 않아요.."
그는 자신의 얘기 속에 완전히 취해버린 것 같았고 멍한 시선을 허공에 맡겨버린 그는 리즈쪽을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눈을 감자, 잠이 밀려왔고 리즈는 카운터에서 손님과 농담하며 웃고 있는 웨이터를 부르고 보드카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웨이터가 물러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는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어느 날, 집에서 도망쳐 나와버렸어요.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기겠어요."
그는 '홍'하며 스스로를 비옷듯 자조 띈 미소를 짓고 난 후 아무말 없이 리즈의 담뺏갑에서 담배 한 개피를 뽑아 들었다,
"부인이나 아이들 생각이 나지 않으세요?''
하며 이번에는 리즈가 묻자, 조금은 후회한다고 응수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즉시,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며 다시 침묵 속에 빠져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리즈의 눈을 노려보면서, ." 잃어버린 과거를, 죄다 잊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대강 나와 비숫한 과거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같다고 할 수 있겠죠?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현재의 이러한 생활로 인해 그들 모두는 희생되었다고 생각하떤, 더이상 배겨 날 수 없을 정도로 후회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이제는 더이상 분별없이 행동하지는 않아요." 그는 갑자기 기운이 었는 듯 원기라도 돋구듯이, "라마를, 쇼울쥬 ! '' 라고 크게 소리질렀다.
시계를 보니 이곳에 들어온 지 3시간이 넘었다. 리즈는 남아있는 보드카를 비우고 웨이타를 불러 계산을 끌냈다. 훌짝훌짝 라마를 마셔버린 남자는 리즈를 붙잡아두기 위하여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지만 그러한 수법도 얼마 못가서 바닥이 나 버렸다.
그런 후 그는 다시 아까와 같이 우수에 찬 표정이 되어 담배 끄트머리 붉은 부분을 꼼짝하지 않고 쳐다보며 다시 자신의 생각 속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옆에 앉은 백발의 노인은 불과 얼마전에 알게된 여자 쪽으로 몸을 구부리며 뭔가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카운터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몇 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아까보다 더 혼잡하였다.
리조가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입구에서 체격이 큰 어떤 남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그녀를 유혹하려 했지만, 리즈는 옷으며 그곳을 통과해서 문쪽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남자는 작은 소리로 혼자 욕설을 퍼붓는 듯하였다.
길을 온통 얼음판이었고 하안 달빚에 반사되고 있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에 주의를 기울이며 걸어갔다. 삐에르 교회 근처에 빈택시가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교회 쪽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깥공기 탓인지 조금 전까지의 졸음은 사라졌지만 아까 그 남자의 독백만은 이상하게 귓전에 뺌듬며 떠나지를 않았다.
지규까지 그녀는 웬지 모르게 게이에 대해 비정상적인 인간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져왔다. 그들의 야하고 현란스러운 차림새를 보는 것만으로도 미친 사람이라고 단정적으로 생각되었다. 언젠가 여자친구와 함깨 아르카쟈르에서 쇼를 보았을 때 거기에 출연한 게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성에게도 홍미가 있읍니까?'" 라고 리즈가 묻자 그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에요. '' 라고 말하며, 자신의 아랫부분을 리즈를 향해 갖다대곤 괴상한 짓거리를 해댄 적이 있다. 거기에서도 그녀는 화장을 한 남자의 얼굴이 아무래도 기분에 썩 내키지 않았고 도대체 호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이의 휘감기는 팔을 뿌리치고 도망쳐 나와 버렸다. 재빨리 눈치를 챈 화장한 남자는 드레스에게 말을 걸었고 그녀는 더욱더 불쾌한 기분을 느꼈었다,
그러나 오늘밤 그 게이의 독백은 리즈마저도 비록 막연하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서히 추억의 흐름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그의 표정에서 위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커브길을 따라 회색의 돌담길을 걸어가노라면 샹 삐에르 교회가 보였다. 리즈는 교회 앞에 줄을 지어 서 있는 빈차들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내리는 눈이 리즈의 머리 위에서 서서히 춤추며 흐트러져 내리고 있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어둠의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하안 눈발이 수 없이 내려와 겹쳐지거나, 쌓이거나, 흩어지면서 서서히 불어오고 있었다.




여덟번째 이야기 - 디드 거리의 여자 리디



자신의 배로 그를 자극하며 '자아 !'하고 그를 유혹했다,
그녀의 팬티를 벗겼을 때 거기 음침한 곳에는 빨간 장미꽃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포근하게 숨쉬는 것 같은 감촉으로 샹의 혀는 물결치고 구비쳐 오르며 진동했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급격하게 절정에 오르고 있었다. 유연해진 그녀의 하채에 샹은 자신있게 도달하려는 순간 그녀는 매몰차게도 그를 거부했다. 어둠이 밀려드는 복도를 향해 그녀는 재삐르게 걷고 있었다, 서류를 옆에 끼고, 턱을 약간 쳐든 상태에서 똑바로 정면을 향하고있었다.
수수한 색깔의 셔츠에는 커다란 알이 박힌 진주가 붙어 있었고, 그녀가 걸을 때마다 가지런히 빗겨진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암녹색의 눈동자는 그녀의 표정을 더욱 엄격하게 만들었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가 스치듯이 복도를 빼져나갈 때 샹의 가슴은 격렬하게 뛰었다. 그 보다 몇 살 연상인 여자, 그녀가 예민한 구두소리를 울리며 복도를 지나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무척이나 강하고 교만한 여자라고 느껴졌지만 그래도 그녀에게선 어떤 강한 매력이 흐르고 있었다. 어쩐지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일 것 같았지만 그녀의 이름도, 어느 부서에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병역을 끝마친 샹은 얼마 전부터 성의 장관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신입사원인 그에게 과중한 직무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다지 일에 쫓기지는 않았다.
그날도 오전 근무를 끝마치고, 회전의자를 창문 쪽으로 향하게 해놓고는 마주보이는 튜일리 공원 쪽을 가물가물한 의식속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는 강한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고목들은 흔들리며 가지가 휘어져 있었다. 창문 밑으로 보이는 세느강은 희미한 빚을 머금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릴 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뇌리에 떠나지 않는 생각 속에 잠겨 있었다. 수화기를 들자 생판 모르는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억양은 세지 않았지만 남성적인 목소리였다.
"장관에게 보고드릴 서류가 있어요. 곧 가지고 와 주세요." 마치 강요하는 듯한 건방진 말투로 말했기 때문에 샹은 조금 화가 났다.
"전부 다 말입니까?'' 라고 그가 되묻자
"네, 전부요." 하는 사무적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메모지에 그녀의 이름을 적으며 어떤 여자인지, 아마도 일밖에는 모르고 재미라고는 도대체 없는 여자일 것이라고 샹은 나름대로 냉각했다.
리디는 별관 자료실의 실장이었다. 그녀의 사무실 앞에 다다르자 조금전 목소리의 주인공이 방안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통화가 끌나기를 기다렸다가 노크를 하자 얼마 후,
"들어오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여는 순간, 샹은 소스리치게 놀라 움츠렸다. 거기에는 바로 남모르게 그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던, 다름 아닌 그녀가 회색의 옷을 입고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당황해하며 머뭇거리자 그녀는 다시 한번. 선채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했다.
머뭇머뭇하며 들어온 샹을 그녀는 빤히 쳐다보며, "자아, 이것이 제가 말한 서류에요." 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며 까만 표지로 철을 한 서류를 가볍게 던졌다,
서류를 받아쥔 샹은 아직도 뭔가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것을 보고하고 여기로 다시 오세요" 라며 거의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자 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다시 그녀의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리디는 회색빚 핸드백을 손에 들고 이미 외출 준비를 끝낸 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브로뉴 숲에 식사하러 가요. 자 이리로 오세요."
자신의 기분을 들여다보인 것 같은 생각에 당황한 샹은 혼자 속으로 중얼중얼거렸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서서 걸어 나갔다.
주차장에서 흰색 차가 나오자마자 그녀는 재빠르게 운전석에 올라탔다. 샹의 존재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듯 그에게는 한 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 등을 쭉 펴고 핸들을 쥐고 있는 리디의 모습은 과연 숱한 부하 남자사원을 거느릴만한 여자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녀의 옆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성숙한 여자의 향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이따금씩 팔에 찬 작은 손목시계를 쳐다보면서 느릿느릿하고 나가지 않는 차의 속력에 짜증을 냈다.
옆차에 탄 중년남자는 제념한 듯한 얼굴을 하고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스카프 자락을 펄럭이며 보도를 건너고 있는 아가씨를 쳐다 보고 있었다.
차는 더딘 속도로 에트와르까지 계속되었다,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침묵은 계속되었다. 더이상 그것을 참을 수 없었던 샹은 몇번이나 그녀에게 말을 붙이려 하였지만 그녀는 변변히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럭저럭 있는데 이번에는 그녀쪽에서 간단간단한 질문을 던져왔는데 그것은 대부분 그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그 중에는 몹시 무례한 질문도 섞여 있었고 그때마다 샹의 얼굴은 붉어지는 것같았다.
브로뉴 숲 근처에 이르자 리디의 표정도 어느 정도 온화해졌다. 차는 마로니에 나무 아래로 원만하게 질주하고 있었다. 폭포 근처에 차늘 세우고 두 사람은 식사를 하기 전에 근방을 산책했다.
잔디를 향해 내뿜고 있는 폭포의 물보라는 반짝반짝 빚나고 희미한 무지개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몇 쌍의 커플은 서로 어깨를 기대고 눈부신 빚에 반사되고 있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디의 이름으로 레스토랑은 미리 예약되어 있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 그곳에 얼굴이 알려져 있는 것 같았고 종업원들은 모두 그녀에게 정중한 인사를 했다. 자리에 앉자 지배인이 정중하게 메뉴를 갖고 왔다. 그녀는 샹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데꺽 메
뉴를 선택했다.
"삼페인 좋아하시나요.'' 라고 그녀가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즉시 삼페인을 주문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리디는 말조차 많지 않았다.


그곳은 매우 쾌적하였고, 물줄기는 매우 거세었다. 그는 몇 번이나 그 안에 들어가려 했지만 즉시 그녀에게 압도당하고 말았다. 어쩔 도리없이 그는 그녀의 손안에서 놀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불현듯 말을 그치고 샹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당신의 피부는 마치 젊은 여자처럼 보드라워요.'' 라고 말했다.
그때 그는 부끄러워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식사가 끝나고 브랜디와 담배가 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테이블 밑으로 리디의 다리가 그에게 느껴져 왔다. 샹은 발그레하게 뺨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마음 한편에서는 그러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곳에서 더구나 사람들의 시선이 집증되는 곳에서 그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취한 척하며 그녀에게, ''이렇게 좋은 날에는 일할 맛이 나지 않아요. 우리집에 가지 않을래요. '' 하고 유혹했다.
그녀에게서 별다른 저항은 느껴지지 않았다.
위에트에 있는 그너의 아파트는 어딘지 모르게 그녀와 닮아 있었다. 어두운 색조를 이용하여 실내장식을 했지만, 마찬가지로 거기에서도 관능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실내에 커텐을 통해 한 가닥의 가느다란 빚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는 웃옷을 벗은 채, 긴 의자에 누워 있었다.
스커트를 건어 을리고 핑크색에 검은 수를 놓은 가터 벨트와 회색 스타킹을 벗었다. 그녀의 육감적인 다리가 드러나보였다. 그러한 광경을 보고 있을 때 그의 가슴은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고, 자신의 그것은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딱딱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의자의 끌에 걸터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사는 순간 그녀는 화가난 듯 샹을 저지했다.
"누가 앉아도 좋다고 했어요! 거기에 무릎끓고 앉아요 !"
그것은 거의 명령에 가까운 히스테리칼한 목소리였다. 깜짝 놀란 샹은 조금 어정쩡해하며 당황해서 서 있었다. "그래요. 거기에 앉아요." 그녀는 혼자인 것처럼 그렇게 하며 그의 눈앞에서 조금씩 양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뒤에 손을 대고 자신의 배로 그를 자극하며 "자아!" 하고 그즐 유혹했다.
그녀의 팬티를 벗겼을 때 거기에는 음침한 장미꽃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샹은 그녀의 촉촉한 작은 입술에 힘껏 입맞추었다. 그녀는 기기에서도 그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혀를 거부했지만 이윽고 그것은 낯은 신음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포근하게 숨쉬는 것같은 감촉으로 샹의 혀는 물결치고 구비쳐 오르며 진동했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 보다 빨리 절정에 오르고 있었다.
유연해진 그너의 하체에 자신있게 도달하려고 하는 샹에게 그녀는 거칠게 그를 내몰며 이번에는, "당신이 벗어요,' 하고 말하는듯 손으로 지시했다.이제 겨우 내 차례인데, 하며 샹은 서둘러 옷을 벗어 여기저기 아부 데나 던져버렸다. 그때 그녀는 기가 막힐 정도의 냉정한 말로, "벗은 옷들을 깔끔하게 의자에 정돈할 수 없어요." 라고 소리쳤다. 그 말을 듣자, 그의 그것은 순식간에 작아져 버리고 말았다.
겁내는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그에게 리디는 교묘한 손놀림을 펴기 시작하며 다리 사이에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하안손의 움직임이 차츰차츰 빨라지게 되자 그의 그곳은 이 다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샹은 다시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휘감겼다, 그녀의 부드러운 어깨를 감싸 안는 순간 그는 짜릿한 통증을 느졌다.
"내 명령대로만 해요 ! 이 이상은 바라지 말아요." 여자에게 한 대 얻어맞았다는 안타까움과 수치심으로 샹의 눈에는 통한의 눈물이 순식간에 넘쳤다. 그러나 묘하게도 그의 감정에 비해 하체는 이상하리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어쩔 도리가 없어 결정적인 포즈를 취하고 그녀의 눈앞에서 큰소리를 내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래요. 그대로가 좋아요." 탄성을 질러대는 그의 귓가에 그녀는 그렇게 속삭였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샹을 붐러 세우.고 연한 핑크빚 천을 건네 주었다. 그것은 조금 전까지 그녀가 몸에 건치고 있던 팬티였다.
"여기에서는 여자의 속옷을 입는 것이 취미에요. 그렇지요. 당신은 별로 흥미가 없으신가요.?"
집에 돌아와서 샹은 그 부드러운 감촉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직도 조금 전의 그 괘감의 여운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거울 앞에서 그녀의 냄새가 배어있는 팬티를 몸에 걸쳐 보았다. 그러나 그의 몸은 마비될 것만 같았고 알 수 없는 쾌감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날부터 샹의 비밀 생활이 시작되었다. 표면적으로 변한 것은 없었지만 그는 여자 팬티를 입고 출근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노예처럼 여주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로지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가 연락하는 것은 금지되었다. 어떠한 굴욕도 이제 그에게는끝없는 쾌락이었다,
어느날 아침, 그녀의 사무실에 불려갔다가 서류 사이에 끼어 있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샹은 서둘러 자신의 책상에 돌아와 뛰는 가슴을 억누르고 편지지 봉투를 뜯었다.
< 빠른 시일 안에 당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찾아내겠어요 여기에 씌여진 내 명령을 잘 읽고 내 말대로 따라 하세요. 우선 당신은 일주일 간의 결근계를 제출하세요. 이유는 뭐든지 자신에게 맞추세요. 그것을 내고 난 뒤 당신은 집에 가지 말고 내가 여기에 지정하는 장소, 즉 아드레스헤로 가서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세요 거기는 디드로 통하는 골목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집이에요. 그집에 정각 2시까지 도착하세요 초인종을 누르면 심부름하는 사람이 나올 거예요. 내가 없는 동안 그
녀가 시키는 대로만 따르세요. 나는 저녁에 갈거예요. 내가 안으로 들어가면 언제나처럼 무릎을 꿇고 당신의 여왕을 맞이해 주세요. 추신, 이 편지는 읽고난 후 즉시 찢어서 태워버리세요.>
다 읽고 난 후, 샹은 머리를 싸댔다. 이제까지는 퇴근 이후나 휴일에 만나왔는데 갑작스럽게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더구나 얼마 전에 장관이 해외에서 귀국했기 때문에 비서실은 무척이나 바빴었다.
샹은 턱을 핀 채 잠깐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어딘가 멀리서 규칙적인 타이프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운 시일 내에 그것도 소문도 없이, 그의 머릿속에는 여왕의 위치에 있는 저만큼 높은 그녀가 노예처럼 무릎꿇고 있는 자기 앞에서 쾌락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녹아내릴 것만 같은 감미로운 상상 속에 샹은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그는 그녀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나서 재틸이를 손으로 집어 갔다놓은 후 라이타를 켰다. 편지는 조각조각 푸른 불꽃 속으로 타들어 갔고 재털이에는 검은 재만이 남았다.
디드로 통하는 몽빠르나스는 뒷쪽에 있는 조용한 길가에 있었다. 오래된 건물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있었고 그 속에는 아담한 정원이 있는 돌로 된 집들이 몇 채 나란히 줄지워져 있었다. 가까운 곳에 번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그녀의 독특한 연출이란 생각이 들었다.
길에는 들쑥날쑥한 돌들이 깔려 있었는데 그것은 여가저기에 깔려 있어 걷기가 몹시 불편했다. 당황한 샹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균형을 잃어버렸지만, 간신히 한 쪽 발을 따라서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러한 찰나에 발목을 삔 샹은 거기에 웅크리고 주저앉았다. 발목을 주무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츰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그는 그대로 그녀의 비밀의 집에 가지말고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발을 삐게되는 전혀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연히 골목길 깊숙이로 눈을 돌렸을 때 거기에는 확실히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높은 담에 둘러싸인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장소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샹도 그집이 보이자 여러번 숨을 들어마시고는 비틀비틀 걸어 나왔다. 우연히 시계를 쳐다보았을 때 시간은 약속시간의 5분을 더 경과하고 있었다. 샹은 발의 통증조차 잊어버리고 뛰어갔다.
진한 녹색으로 칠해 진 낯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몇 번 초인종을 눌렀을 때 간신히 문 뒷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문이 열리자 거기에는 침착하게 느껴지는 중년의 부인이 서 있었다.
샹의 모습을 보자 살피는 듯 한 번 슬쩍 보고 말았지만, 그런 그녀의 눈은 작게 빚나고 있었고 어딘지 모르게 의식 저변에 악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만 했다, 샹이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는 난폭하게 문을 닫아 버렸다,
안에 들어와보니 집은 밖에서 보기보다 한층 넓은 집이었다. 집은 약간 어두웠다. 서재도 응접실도 모두 넓었다. 푸른색 조명이 천정에 걸려 있었다.
여자가 산다기 보다는 남자의 서재와 같은 분위기로 서가에는 고전 책들이 줄줄이 꽃혀 있었고 벽에는 훌륭한 미술품들이 걸려 있었다. 입구 가까이에는 바르츄스의 데생이 몇 개, 그옆에는 여우 드본드 드 브라이를 그린 화가 핸리 버터이유, 레우뷔스의 수채화, 베이컨의 파스델화, 그리고 작은 액자에 들어있는 귀스타브 모올, 그밖에도 18세기의 감미로운 화풍의 작품 등 누구나 놀랄 만한 것들이 수집되어 세세한 곳까지 액자가 놓여져 있었다. 집안에 있는 미술품을 보고 있을 때 일하는 사람이 불렀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것은 묘하면서도 위압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안내된 방에는 작은 장롱과 한 대의 테이블 그리고 의자만이 있는 뎅그렁한 곳이었다. 안에 작은 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데 대충 그것은 목욕탕인 것 같았다.  전제는 하얗게 통일되어 있었다, 불안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고 있는 샹은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뚫어져라 보고 있던 일하는 여자가 몹시 냉담한 말로, "여기에서 옷을 벗으세요." 라고 말했다.
그것은 지나치게 당돌한 것이었으므로 샹은 생각도 하지 않고 팔짱을 끼며 '싫어요' 라고 머리를 흔들었다.
"저는 마담이 시키신 대로 모든 것을 전한 것뿐이에요."
이런 식으로 그녀는 샹의 반응을 엿보면서 뚫어져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자아, 벗으세요. 그건 저에게 주시구요.''
그녀가 보고, 있는 앞에서 옷을 벗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니 몸 속에서는 열불이 나서 계속 주저하고 있었다. 그녀는 또 다시 '어서요'하며 재촉하는 눈으로 샹을 보았다. 마침내 샹은 결심을 하고, 얼굴을 붉히면서 셔츠의 맨 윗단추에 손을 얹었다. 그때부터는 이미 무의식 상태에서 한시라도 빨리 그러한 행위를 끝내고 싶었다. 샹이 벗은 옷을 마룻바닥에 던져놓을 때마다 그녀는 줄곧 들떠서 그것을 집어 들었다. 마지막에는 신발마저도 덜컥 집어서 독차지하고 말았다. 문이 닫혀졌고 밖에서 열쇠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샹은 조금 전 테이블 위에 있던 편지봉투를 뜯었다. 향수냄새가 물씬 풍기는, 언제나 그녀가 사용하던 편지지가 사르르 마루에 떨어졌다.
<다알링 ! 예상대로 오셨군요. 이 집은 사도 공주가 비밀파티를 열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집이에요. 진위야 어떻든 간에 사도공주 이름앞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사용하면 되지 않겠어요. 현대와 같이 모든 것이 대중적인 시대에는 비밀스러움과 열광적인 파티의 장소, 왜냐하면 시대가 흐르면 알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과거의 영화나 귀족적인 취미는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즐리엣(이 이름이 일하는 사람의 본명이에요)에게 전한 말처럼 입고 있던 옷은 전부 벗었는지요. 그리고 장롱의 첫번째 서랍을 열면 거기에 당신이 입을 옷이 들어 있을 거에요. 우리의 열광적인 파티에 어울리는 새로운 옷을 다 입으면 벨을 누르고 줄리앳을 불러서 그녀에게 보여주도록 하세요. 오늘은 머리모양에 약간 변화를 주세요 앞머리를 눈썹까지 잘라주세요. 목욕탕 거울 앞에 필요한 것들이 있을 것에요. 자 ! 이제 시작하시죠. 당신의 여주인으로부터>
그는 잠시 동안 편지지에 스며든 향기 때문에 머리가 멍해졌다. 그것은 그가 서투른 신분에 있으면서 여주인에게 벌을 받고, 그후 여주인은 다시 온순해져 끌어안고 있는 리디의 향기였다. 편지를 다 읽고난후 샹은 리디의 명령에 따르기 시작했다. 장롱 속에는 속내의와 진한 빨강의 에나멜로 된 높은 구두가 들어 있었다. 진분홍 리본으로 장식된 코르셋, 잘려전 팬티, 가는 실로 된 검은 스타킹, 가터 벨트, 어느 것이나 다 사치스러운 재료를 사용한 것들이었다. 마치 요염하게 피어난 꽃과 같은 하나하나의 물건들을 샹은 황홀한 시선을 보내며 하나하나씩 손에 집어들었다.
샤워를 한 후 몸이 장미빚으로 상기된 샹은 목욕탕 거울 앞에서 코르셋을 입었다. 등 뒤를 끈으로 꽉 죄이고, 앞에 줄줄이 늘어서있는 작은 단추들을 재웠다. 그런 후, 그의 아래는 진홍의 레이스로 장식하였다. 레이스 안으로부터 힘이 넘치기 시작한 그의 그것은 비스듬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살며시 붉은 꽃안에 손을 넣고 그것을 밑부분부터 쥐고 서서히 애무를 시작했다.
스타킹을 손에 끼고 잠시 동안 그것을 가지고 놀았다. 그런 후 선에 댄싱이 가지 않도록 주의해서 스타킹을 신었다. 공교롭게도 코르셋과 스타킹만을 신고 있었고 그 사이에 노출된 아랫 부분은 한층 에로틱하게 보였다. 그녀가 말한대로 면도한 부분은 아직도 푸르스름한 자욱이 남아 있었다. 팬티를 입지 않은 그대로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 두려웠다. 붉은색 구두는 그에게 꼭 맞는 사이즈였다.
자신의 모습이 비춰진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는 불룩해져있는 팬티 위로 가만히 손을 갖다됐다. 손에는 강한 전율이 느껴져왔다. 손가락을 움직이자 그것은 차츰 탄력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팬티 옆으로 돌출해 나왔다. 그는 그것을 쥐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안에서 그것은 살며시 꿈틀거리기 시작하며 단단하게 되면서 거울을 향해 그 마지막 힘을 쏟았다. 그리고 이제 힘이 빠진 그것을 쥐고 있는 채로 그는 잠시동안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문쪽에서 인기척을 느낀 샹은 당황하여 바닥에 떨어진 지저분한 것을 닦았다. 아직 리디가 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명령 이외의 짓을 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했다. 그녀의 명령대로 벨을 누르자 줄리엣이 즉시 들어왔다. 아무래도 문 바로 뒤에 있었던 것 같았다.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뭔가 유심히 살피는 듯한 눈초리로 샹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샹은 무심코 눈을 내리깔았다.
"이리로 오세요. 보여줄 것이 있어요."
그녀는 일부러 몰인정하기로 작정 한 듯 사무적인 말투였다. 거기에서도 그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고는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왔다.
"자, 저쪽을 향해요.'' 그리고는 난폭하게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런 후, 묶여 있는 그의 코르셋의 띠를 풀어버렸다. ''더욱 조이기 위해서예요.''
심하게 조이는 정도를 지나 고통스러울 지경이었지만 그녀는 더욱 세차게 조였다. 그리고 혼자인 것처럼, "여자아이의 사이즈인 데도, 이 사람은 아직도 크단 말이야 ! '' 라고 말하여 아직도 뭔가 작은 소리로 투덜대고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요. '' 라고 호소해도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풀 수 있겠죠.'' 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 후 이번에는 그의 등 가운데를 세차게 누르면서 자신쪽을 향하게 했다. 색기가 어린 그녀의 시선은 틈새를 통해 보이는 팬티에 불거져나온 부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뜻밖에, "이것, 좋아요," 라고 말했다.
줄리엣이 물러가기를 기다리며 그는 긴 의자에 엎드렸다. 거기에 있던 잡지를 대충대충 건성으로 넘기고 있었다. 거기에는 흑인 여자와 금발의 여자 등 미인들의 사진이 있었다. 인정을 구하고 있는 듯한 네 명의 여자, 긴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신발을 흔들고 서있는 여자도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것의 대부분은 여장을 한 남자들이었다,
서서히 리디가 돌아을 시간이 되었지만 그녀는 꽤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집안은 조용한 고요에 쌓여 있었다. 그는 등을 기대고 머리를 눕히며 약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내 참 기가 막혀서 ! 주인에제 인사도 안해요!" 그녀의 독특한 억양은 아니었지만 냉램한 . 놔소리를 듣고서 샹은 깜짝놈라 일어나서 그녀의 발믿에 엎드렸다. 그녀는 쏘아보는 듯한 모습으로 샹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하이힐의 뾰족한 앞굽으로 샹의 겨드랑이를 둑툭 차며, "이제 일어나요 !" 하고 소리쳤다. 그런 후 자신이 명령한 것을 그가 몸에 걸치고 있는 지를 하나씩 하나씩 검사하는 것처럼 뚫어지게 그를 쳐다보고 있다가, "날 따라와요. !" 하고 명령했다.
거기는 조금 전에 지나져왔턴 약간 어두운 넓직한 곳이었다, 안에 있는 난로에는 아직까지 붉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탁!'하며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바닥에 깔려진 적황색의 모피 위에서 불꽃의 환영이 하늘하늘 어른거리고 있었다.
하늘색의 실내복으로 같아 입은 리디는 난로 않에 있는 가죽으로 된 긴 의자에 깊숙이 앉아 있었다. 슬립 사이로, 그녀의 하얀 다리가 드러나 보이고, 난로의 불꽃이 어른거림에따라 그녀의 매끄
러운 살결에 얼룩이 지고 있었다.
"훌륭해요. 이쪽으로 와요."
언제까지나 서 있게 했던 것이 너무 지나치다 싶었는지 그녀는 쉰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기다란 실내복의 옷자락을 젖히고 샹은 그녀의 넓적다리 사이에 머리를 들이 밀었다.
"더 빨리요 !" 재촉하듯이 그녀는 애를 태우며 샹의 머리를 그녀의 부드러운 부분으로 인도했다.
세차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몇 차례 거듭하자 그녀는 허리를 꿈틀거리며  탄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성숙한 하얀 다리는 격렬하게 물결치고, 그녀의 깊숙한 그곳은 뜨겁게 적셔져갔다. 그러나 절정에 다다르려고 하는 순간, 그녀는 샹을 밀어내 버리고 자기 혼자 의자에서 내려오며 몸을 비틀며 뒤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 모습은 자신의 노예와 쾌락을 나누어 갖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렴 보였다.
잠시 후에, 그녀는 평상시와 같은 교만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솟아없는 샹의 그것이 작은 펜티 밑에서 이상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을 비 웃는 듯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샹은 얼굴을 붉히면서 옆으로 돌출해 나온 것을 무리하게 억지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리디는, "저쪽의 목욕탕으로 가세요." 라고 말하며 마치 그러한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듯한 태도로 얼굴을 외면해 버렸다.
그녀가 냉정해지면 냉정해질수록 그의 욕정은 한층 격별하게 불타올랐다. 샹은 목욕탕으로 뛰어들어가 통증이 전해져 올 정도로격렬한 관능의 파도에 몸을 내맡겼다. 굴욕과 수치심도 없이 얼굴은 상기되었고 거을 앞에서 녹초가 되어 기댄 채 매달려 있는 샹의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홀러내리고. 잠시 동안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다알링 !" 갑작스럽게 날카로운 목소리가 서쪽 방에 서 들려왔다. 샹은 당황하여 눈물을 닦고 즉시 방으로돌아왔다. 그녀는여왕과 같이 모피 한 가운데에 한쪽 팔꿈치를 세우고 우아하게 누워서, 막대기로 난로 안을 휘젖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명령하기를 매일밤, 그녀의 그것을 생각하며 기도하라고 말했다. 그는 명령을 지키겠다고 약속하였지만 만약 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의 마음에 들지않는다면.....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에도 붐구하고 긴장한 나머지 그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제 물러 가요."
조금도 안색이 변하지 않은 채 그에게 등 을 돌리면서 리디는 그렇게 말했다. 오늘밤 안에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샹은 실망의 빛을 역력하게 드러내며 자기방으로 돌아왔다, 줄리옛이 담요와 식사를 가져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난 후 그녀는 밖에서 문을 잠그고 말았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샹은 몽롱한 의식속에서 눈을 떴다. 거기에는 줄리엣이 서 있었다.
"일을 해야돼요. 마담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안고 있던 물건들을 재빠르게 테이블 위에 나열시키고 있었다. 흰색레이스로장식된 코르셋, 끈없는 브레지어, 흰색 꿰티, 엷은 회색 스타킹, 앞이 뾰족한 에나멜 구두, 그리고 면도 기구. "수염을 깎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팔의 털을 깍는 것이 좋겠다고 했어요." 라며 리디가 한 말을 전했다.
샹은 침대에 걸터 앉아 희고 부드러운 물건들을 황훌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것이나 값비싼 것들로 흥미로은 것 들이었다.
그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한후 팔의 털을 제거하고 돌아왔은 때 가버렸다고 생각한 줄리옛이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큼지막한 목욕 수건을 펼쳐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얹다. 리디의 침실은 아직 어두웠다. 줄리엣은 곧바로 방안으로 들어 가서 힘차게 커튼을 열었다. 침대 속에서 가느다랗게 눈을 뜬 리디의 모습은 눈부셨다,
"몇 시에요?"
"8시에요. 마담. 아가씨를 모시고 왔어요."
샹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끓었다."됐어요. 일어나요. 내게 보여줘봐요. 이리와 앉아요. 한바퀴 돌아봐요. 그래요. 훌륭한 실루엣이에요. 역시 당신에게는 흰색이 잘 어울려요, 당신도 훌륭하다고 생각하나요. 자아, 이젠 좋아요. 이쪽으로 오세요.."
나무로 된 대형의 침대로 샹은 천천히 가고 있었다.
열려진 커튼 사이 로 이른 아침의 찬탄한 빚이 방안에 채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등에 쿠션을 받치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순간 그녀의 그 모습을 본 샹은 문득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에는 확실히 노화가 찾아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연 그대로인 그녀의 모습 앞에서 뒷걸음치지 않았다.
오히려 다정한 기분이 밀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언제나 도도하게 여왕처럼 군림하던 그녀의 내면 속에 있는 "무력함'을 울타리 사이에서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가 그녀에게 빠질 수 있었던 것도 비밀스럽게 감추어진 그녀의 그 무력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아 !"라고 하며 그녀는 샹에게 팔을 내밀었다. 지저분해진 시트 안으로 들어가자 밤의 기억이 그를 포근하게 감쌌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려 살며시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창 저편에서는 낙엽이 소리없이 대지 위를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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