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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Casey,Riley 2023. 2. 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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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벙 어 리 삼 룡 이

내가 열 살이 될락말락헌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십사오 년 전 일이 다.
지금은 그곳을 청엽정(靑쭐料) 이라 부르지마는 이때는 연화봉( 蓮花 峰)이라고 이름하였다. 즉 
남대문에서 바로 내다보면은 오정포(쑤正 砲)가 놓척 있는 산등성이가 있으니, 그 산등성이 이쪽
이 연화봉이요, 그 새에 있는 동테가 역시 연화봉이다.
지금은 그곳에 빈민굴이라고 할 수밖에 없이 지저분한 촌락이 생기 고 노동자들밖에 살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으나 그때에는 자기네만은 행새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이라고는 십여 호밖에 있지 않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과 목밭을 하고. 또는 채소를 
심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콩나물을 길러서 생활을 하여 갔었다.
여기에 그증 큰 과목밭을 갖고 그증 여유있는 생활을 하여 가는 사 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
름은 잊어버렸으나 동네 사람들이 부르기 를 오생원이라고 불렀다.
얼굴이 동탕하고 목소리가 마치 여름에 버드나무에 앉아서 길게 목 늘여 우는 매미 소리같이 저
르렁저르렁 하였다.
그는 몹시 부지런한 중년 늙은이로, 아침이면 새벽 일찍이 일어나서 앞뒤로 뒷짐을 지고 돌아다
니며 집안일을 보살피는데, 그 동네에는 그 가 마치 시계와 같아서 그가 일어나는 때가 동네 사
람이 일어나는 때였 다. 만일 그가 아침에 돌아다니며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동네 사람들은 이상
히 여겨 그의 집으로 가본다. 그는 반드시 몸이 불편하여 누워 있 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때는 
일 년 삼백육십 일에 한번 있기가 어려운 일이요, 이태나 삼 년에 한번 있거나 말거나 하였다.
그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는 얼마 되지 아니하나 언제든지 감투를 쓰고 다니므로 동네 사람들
은 양반이라고 불렀고, 또 그 사람도 동네 사람들에게 그리 인심을 잃지 않으려고 섣달이면 북어
쾌 . 김틋을 동네 사람에게 나눠주며, 농사 때에 쓰는 연장도 넉넉히 장만한 후 아무 때 나 동네 
사람들이 쓰게 하므로. 그 동네에서는 가장 인심 후하고 존경 받는 집인 동시에 세력있는 집이다.
그 집에는 삼룡이라는 벙어리 하인 하나가 있으니 키가 본시 크지 못하여 땅딸보이고. 고개가 달
라붙어 몸똥이에 대강이를 갖다가 붙인 것 같다. 거기다가 얼굴이 몹시 얽고 입이 크다. 머리는 
전에 새꼬랑지 같은 것을 주인의 명령으로 깎기는 깎았으나 불밤송이 모양으로 언제 든지 푸하고 
일어섰다. 그래 걸어다니는 것을 보면, 마치 옴두커비가 서서 다니는 것같이 숨 차보이고 더디어 
보인다. 동네 사람들이 부르기 를 삼룡이라 부르는 법이 없고 언제든지 "댕어 리 ", "벙어리 "라
고 하든 지 그렇지 않으면 "앵모","앵모"한다. 그떻지만 삼룡이는 그 소리를 알 지 못한다.
그도 이 집주인이 이리로 이사를 올 때에 데리고 왔으니, 진실하고 층성스러우며 부지런하고 세
차다. 눈치로만 지내가는 벙어리지마는 말 하고 듣는 사람보다 슬기로운 적이 있고 평생 조심성
이 있어서 결코 실 수한 적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을 쓸고. 소와 돼지의 여물을 먹이며, 여름이 내가 열 살이 될락말락한 때이
니까 지금으로부터 십사오 년 전 일이 다.
지금은 그곳을 청엽정(淸葉料)이라 부르지마는 그때는 연화봉(舊花 峰)이라고 이름하였다. 즉 남
대문에서 바로 내다보면은 오정포(fiE 砲)가 놓여 있는 산등성이가 있으니, 그 산등성이 이쪽이 
연화봉이요, 그 새에 있는 동태가 역시 연화봉이다.
지금은 그곳에 빈민굴이라고 할 수밖에 없이 지저분한 촌락이 생기 고 노동자들밖에 살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으나 그때에는 자기네만은 행새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이라고는 십여 호밖에 있지 않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과 목밭을 하고, 또는 채소를 
 

심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콩나물을 길러서 생활을 하여 갔었다.
여기애 그증 큰 과목밭을 갖고 그증 여유있는 생활을 하억 가는 사 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
름은 잊어버렸으나 동네 사람들이 부르기 를 오생원이라고 불렀다.
얼굴이 동탕하고 목소리가 마치 여름에 버드나무에 앉아서 길게 목 늘여 우는 매미 소리같이 저
르렁저르렁 하였다.


면 밭에 풀을 뽑고 나무를 실어들이고 장작을 패며. 겨울이면 눈을 쓸 며, 장 심부름과 진 일 마
른 일 할 것없이 못하는 일이 없다.
그럴수록 이 집 주인은 벙어리를 위해 주며 사랑한다. 혹시 몸이 불 편한 기색이 있으면 쉬게 하
고, 먹고 싶어하는 듯한 것은 먹이고. 입을 때 입히고 잘 때 재운다.
그런데 이 집에는 삼대 독자로 내려오는 아들이 있다. 나이는 열일곱 살이나 아직 열네 살도 되
어 보이지 않고. 너무 귀엽게 기르기 때문에 누구에게든지 버릇이 없고 어리광을 부리며. 사람에
게나 짐승에게 잔 인 포악한 짓을 많이 한다.
동네 사람들은, 후레자식 ! 아비 속상하게 할 자식 ! 저런 자식은 없는 것만 못 해"하고 욕들을 
한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잘못 할 때마다 그의 영감을 보고, 그 자식을 좀 때려 주구
려. 왜 그런 것을 보고 가만두 ?" 하고 자기가 대신 때려 주려고 나서면.
"아뇨. 아직 철이 없어 그렇지. 저도 지각이 나면 그떻지 않을 것이 아뇨."
하고 너그럽게 타이른다. 그러면 마누라는 왜가리처럼 소리를 지르며, "철이 없긴 지금 나이가 몇
이오. 낼 모레면 스무 살이 되는데. 또 며 칠 아니면 장가를 들어서 자식까지 날 것이 그래 가지
고 무엇을 한단 말이오."
하고 들이대며, 자식은 꼭 아버지가 버려 놓았습니다. 자식 귀여운 것만 알았지 버 릇 가르칠 줄
은 모르니까 ...... "
이렇게 싸움만 시작하려 하면 영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그 아들은 더구나 벙어리를 사람으로 알지도 않는다. 말 못하는 벙어 리라고 오고가며 주먹으로 
허구리를 지르기도 하고 발길로 엉덩이를 찬다.
그러면 그 벙어리는.어린 것이 철없이 그러는 것이 도리어 귀엽기도 하고, 또 그 힘없는 팔과 힘
없는 다리로 자기의 무쇠같은 몸을 건드리 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앙증하기도 하여 돌아서서 빙
그레 웃으면서 툭 툭 털고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해 버린다.
어떤 때는 낮잠 자는 벙어리 입에다가 똥을 먹인 일도 있었다. 또 어 떤 때는 자는 벙어리 두 팔 
두 다리를 살며시 동여매고 손가락과 발가 락 사이에 화승불을 붙여 놓아 질겁을 하고 일어나다
가 발버등질을 하 고 죽으려는 사람처럼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이러할 때마다 벙어리의 가슴에는 비분한 마음이 꽉 들어찼다. 그러 나 그는 주인의 아들을 원망
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병신인 것을 원망하 였으며, 주인의 아들을 저주한다는 것보다 이 세상을 
저주하였다.
그러나 그는 결코 눈물을 홀리지 않았다. 그의 눈물은 나오려 할 때 아주 말라붙어 버린 샘물과 
같이 나오려 하나 나오지를 아니하였다. 그 는 주인의 집을 버릴 줄 모르는 개 모양으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은 여 기밖에 없고 자기가 믿을 곳도 여기 있는 사람들밖에 없는 줄 알았다.
여기서 살다가 여기서 죽는 것이 자기의 운명인 줄밖에 알지 못하였다.
자기의 주인 아들이 때리고 지르고 꼬집어 뜯고 모든 방법으로 학대할 지라도 그것이 자기에게 
 

으레 있는 줄밖에 알지 못하였다. 아픈 것도, 그 아픈 것이 으레 자기에게 돌아을 것이요. 쓰린 
것도 자기가 받지 않 아서는 안 될 것으로 알았다. 그는 이 마땅히 자기가 받아야 할 것을 어 떻
게 해야 면할까 하는 생각을 한번도 하여 본 일이 없었다.
그가 이 집에서 떠나가려거나 또는 그의 생활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는 언제든지 그 주인 아들이 자기를 학대하고 또는 자기를 못 살게 굴 때 그는 자기
의 주먹과 또는 자기의 힘을 생각하여 보았다.
주인 아들이 자기를 때릴 때, 그는 주인 아들 하나쯤은 넉넉히 제지 할 힘이 있는 것을 알았다.
어떠한 때는 아픔과 쓰림이 자기의 몸으로 스미어들 때면 그의 주먹 은 떨리면서 어린 주인의 몸
을 치려 하다가는 그것을 무서운 고통과 함 께 꾹 참았다. 그는 속으로
,아니다. 그는 나의 주인의 아들이다. 그는 나의 어린 주인이다." 하고 참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얼른 잊어버리었다. 그러다가도 동넷집 아이들과 혹시 장난을 하다가 주인 아들
이 울고 들어올 때에는 그는 황소같이 날 뛰면서 주인을 위하여 싸웠다. 그래서 동네에서도 어린
애들이나 장난 꾼들이 벙어리를 무서워하여 감히 덤비지를 못하였다. 그리고 주인 아 들도 위급
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벙어리를 찾았다. 벙어리는 얻어맞으 면서도 기어드는 충견 모양으로 주인
의 아들을 위하여 싫어 하지 않고 힘을 다하였다.

벙어리가 스물세 살이 될 때까지 그는 물론 이성과 접촉할 기회가 없 었다. 동네의 처녀들이 저
를 "벙어 리 ","벙어 리 "하며 괴상한 손짓과 몸 짓으로 놀려먹음을 받을 적에 분하고 골나는 중
에도 느긋한 즐거움을 느끼어 본 일은 있었으나 그가 결코 사랑으로써 어떠한 여자를 대해 본 일
은 없었다.
그러나 정욕을 가진 사람인 벙어리도 그의 피가 차디찰 리는 없었다.
흑 그의 피는 더욱 뜨거웠을는지도 알 수 없었다 뜨껌다 뜨겁다 못하 여 엉기어 버린 엿과 같을
지도 알 수 없었다. 만일 그에게 볕을 주거나 다시 뜨거운 열을 준다면 그의 피는 다시 녹을는지
도 알 수 없었다.
그가 깜박깜박하는 기름 등잔 아래에서 밤이 깊도록 짚신을 삼을 때 이면 남모르는 한숨을 아니 
쉬는 것도 아니지마는, 그는 그것을 곧 억 제할 수 있을 만큼 정욕에 대하여 벌써부터 단념을 하
고 있었다.
마치 언제 폭발이 될는지 알지 못하는 휴화산(休火山)모양으로 그의 가슴속에는 층분한 정열을 
깊이 감추어 놓았으나 그것이 아직 폭발될 시기가 이르지 못한 것이었다. 비록 폭발이 되려고 무
섭게 격동함을 벙 어리 자신도 느끼지 않는 바는 아니지마는 그는 그것을 폭발시킬 조건 을 얻기 
어려웠으며, 또는 자기가 이때까지 능동적으로 그것을 나타낼 수가 없을 만큼 외계의 압축을 받
았으며, 그것으로 인한 이지(理智)가 너무 그에게 자제력을 강대하게 하여 주는 동시에, 또한 너
무 그것을 단념만 하게 하여 주었다.
속으로. "나는 벙어리다"자기가 생각할 때 그는 몹시 원통함을 느끼 는 동시에 말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자유와 똑같은 권리가 없는 줄 알았 다. 그는 이와 같은 생각에서 언제든지 단념 않을래
야 단념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단념이 쌓이고 쌓이어 지금에는 다만 한 개의 기계와 같이 이 집에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기의 천직으로 알고 있을 뿐 이요, 다시는 자기가 살아갈 세상
이 없는 것같이밖에 알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해 가을이다. 주인의 아들이 장가를 들었다. 색시는 신랑보다 두 살 위인 열아홉 살이다. 주인
 

이 본시 자기가 언제든지 문벌이 얕은 것 을 한탄하여 신부를 구할 때에 첫째 조건이 문벌이 높
아야 할 것이었 다. 그러나 문벌이 있는 집에서는 그리 쉽게 색시를 내놀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하는 수 없이 그 어떠한 영락한 양반의 딸을 돈을 주고 사오 다시피 하였으니. 무남 독
녀의 딸을 둔 남촌 어떤 과부를 꿀을 발라서 약혼을 하고 혹시나 무슨 딴소리가 있을까 하여 부
랴부랴 혼줴식을 올 려 버 렸다.
혼인할 때의 비용도 그때 돈으로 삼만 냥을 썼다. 그리고 아들의 처 이천오백 냥씩을 대어주었다.
신부는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견디기도 하 고 또는 금지옥엽같이 기른 
터이라. 구식 가정에서 배울 것 배우고 읽 힐 것 읽혀 못하는 것이 없고. 게다가 본래 인물이라든
지 행동거지에 조금도 구김이 있지 아니하다.
신부가 오자 신랑의 흠절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신부에게 대면 두루미와 까마귀지."
아직도 철딱서니가 없어."
"색시에게 쥐여 지내겠지."
"신랑에겐 과하지. "
동넷집 말 좋아하는 억편네들이 모여 있으면 이렇게 비평들을 한다.
어떠한 남의 걱정 잘하는 마누라님은 간흑 신랑을 보고는 그대로 세워 놓고
, 글쎄. 이제는 어른이 되었으니 셈이 좀 나요. 저러구 어떻게 색시를 거느려 가누 색시방에 들어
가기가 부끄럽지 않남."
하고 들이대다시피 하는 일이 있다.
이럴 적마다 신랑의 마음은 그 말하는 이들이 미웠다. 일부러 자기를 부끄럽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후에 그를 만나면 말도 안하고 인사 도 하지 아니한다.
또 그의 고모되는 이가 와서 자기 조카를 보고, "인제는 어른이야. 너도 그만하면 지각이 날 때가 
되지 않았니. 네 처가 부끄럽지 아니하냐."
하고 타이를 적마다 그의 마음은 말하는 사람이 부끄럽다는 것보다도 자기를 이떻게하게 한 자기 
아내가 더욱 밉살머리스러웠다.
"여편네가 다 무엇이냐 ? 빌어먹을 년이 들어오더니 나를 이렇게 못 살게들 굴지."
혼인한 지 며칠이 못 되어 그는 색시방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집안에 서는 야단이 났다. 마치 돼
지나 말새끼를 혼례시키려는 것같이 신랑을 색시방으로 집어넣으려 하나 막무가내였다.
그럴 때마다 신랑은 손에 닥치는 대로 집어때려서 자기의 외사촌 누 이의 이마를 뚫어서 피까지 
나게 한 일이 있었다.
집안 식구들은 하는 수가 없어 맨나중으로 아버지에게 밀었다. 그러 나 그것도 소용이 없을 뿐더
러 풍꽈를 더 일으키게 하였다. 아버지깨 꾸중을 듣고 들어와서는 다짜고짜로 신부의 머리채를 
줘어잡아 마루 한복판에 태질을 켰다.
그리고는, "이년, 네 집으로 가거라. 보기 싫다. 눈앞에는 보이지도 마라." 하였다. 밥상을 가져오
면 그 밥상이 마당 한복관에서 재주를 넘고, 옷 을 가져오면 그 옷이 쓰레기통으로 나칸다.
이리하여 색시는 시집 오던 날부터 팔자 한탄을 하며 날마다 밤마다 우는 사람이 되었다.
울면은 요사스럽다고 때린다. 또 말이 없으면 빙충맞다고 친다. 이 리하여 그 집에는 평화스러운 
날이 하루도 없었다.
이것을 날마다 보는 사람 가운데 알 수 없는 의혹을 품게 된 사람이 하나 있으니 그는 곧 벙어리 
삼룡이였다.
 

그렇게 예쁘고 유순하고 그렇게 얌전한. 벙어리의 눈으로 보아서는 감히 손도 대지 못할 만큼 선
녀같은 색시를 때리는 것은 자기의 생각 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의심이다.
보기에도 황흘하고 건드리기도 황송할 만큼 숭고한 여자를 그렇게 학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세상
에 있지 못할 일이다. 자기는 주인 새서방 에게 개나 돼지같이 얻어맞는 것이 마땅한 이상으로 
마땅하지마는, 선 녀와 짐승의 차가 있는 색시와 자기가 똑같이 얻어맞는 것은 너무 무서 운 일
이다. 어린 주인이 천벌이나 받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였다.
어떠한 달밤, 사면은 고요적막하고 별들은 드문드문 눈들만 깜박이 며 반달이 공중에 뚜렷이 달
려 있어 수은으로 세상을 깨끗하게 닦아 낸 듯이 청명한데. 삼룡이는 검둥개 등을 쓰다듬으며 바
깥 마당 멍석 위에 비슷이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하여 보았다.
주인 색시를 생각하면 공중에 있는 달보다도 더 곱고 별들보다도 더 깨끗하였다. 주인 색시를 생
각하면 달이 보이고 별이 보이었다. 삼라 만상을 씻어내는 은빛보다도 더 횐 달이나 별의 광채보
다도 그의 마음 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듯하였다. 마치 달이나 별이 땅에 떨어져 주인 새아씨가 
된 것도 같고, 주인 새아씨가 하늘에 올라가면 달이 되고 별 이 될 것 같았다.
더구나 자기를 어린 주인이 때리고 꼬집을 때 감히 입 벌려 말은 하 지 못하나 측은하고 불쌍히 
여기는 정이 그의 두 눈에 나타나는 것을 다시 생각할 때 그는 부들부들한 개 등을 어루만지면서 
감격을 느끼었 다. 개는 꼬리를 치며 자기를 귀여워하는 줄 알고 벙어리의 손을 찮았 다.
삼룡이의 마음은 주인 아씨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또는그 를 위하여서는 자기의 목숨이
라도 아끼지 않겠다는 의분에 넘치었다.
그것은 마치 살구를 보면 입 속에 침이 도는 것같이 본능적으로 느끼어 지는 감정이었다.

새댁이 온 뒤에 다른 사람들은 자유로운 안 출입을 금하였으나 벙어 리는 마치 개가 맘대로 안에 
출입할 수 있는 것같이 아무 의심없이 출 입할 수가 있었다.
하루는 어린 주인이 먹지 않던 술이 잔뜩 취하여 무지한 놈에게 맞아 서 길에 자빠진 것을 업어
다가 안으로 들여다 눕힌 일이 있었다. 그때 에 아무도 안에 있지 않고 다만 새색시 혼자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 다가 이 꼴을 보고 벙어리의 층성된 마음이 고마워서, 그후에 쓰던 비 단 헝겊 
조각으로 부시 쌈지 하나를 만들어 준 일이 있었다.
이것이 새서방님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색시는 어떤 날 밤 자던 몸 으로 마당 복판에 머리를 푼 
채 내동댕이가 쳐졌다. 그리고 온몸에 피 가 맺히도록 얻어맞았다.
이것을 본 벙어리는 또다시 의분의 마음이 뻗쳐 올라왔다. 그래서 미 친 사차와 같이 뛰어들어가 
새서방님을 내어던지고 새색시를 둘러 메 었다. 그리고는 나는 수리와 같이 바깥사랑 주인 영감 
있는 곳으로 뛰 어가 그 앞에 내려놓고 손짓과 몸짓을 열 번 스무 번 거푸하며 하소연 하였다.
그 이튿날 아침에 그는 주인 새서방에게 물푸레로 얼굴을 몹시 얻어 맞아서 한쪽 뺨이 눈을 얼러
서 피가 나고 주먹같이 부었다. 그 때릴 적 에 새서방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 흉칙한 벙어리 
같으니, 내 여편네를 건드려 ! "
하고 부시 쌈지를 빼앗아 갈가리 찢어 뒷간에 던졌다.
"그러고 이놈아 ! 인제는 주인도 몰라보고 막 친다. 이런 것은 죽여 야 해 !"
하고 채찍으로 그의 뒷덜미를 갈겨서 그 자리에 쓰러지게 하였다.
벙어리는 다만 두 손으로 빌 뿐이었다. 말도 못하고 고개를 몇 백번 코가 땅에 닿도록 그저 용서
해 달라고 빌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의 가 슴에는 비로소 숨겨 있던 정의감이 머리를 들기 시작
하였다. 그는 그 아픈 것을 참아가면서도 북받치는 분노(심술)을 억제하였다.
 

그때부터 벙어리는 안방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더욱 벙어리로 하여금 
궁금증이 나게 하였다. 그 궁금증이라는 것 이 묘하게 빛이 변하여 주인 아씨를 뵈옵고 싶은 감
정으로 변하였다, 뵈옵지 못하므로 가슴이 타올랐다. 몹시 애상(哀傷)의 정서가 그의 가 슴을 저
리게 하였다. 한번이라도 아씨를 뵈올 수가 있으면 하는 마음이 나더니 그의 마음의 넋은 느끼기
를 시작하였다. 센티멘틀한 가운데에 서 느끼는 그 무슨 정서는 그에게 생명같은 희열을 주었다. 
그것과 자 기의 목숨이라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때는 그대로 대강이로 담을 뚫고 들어
가고 싶도록 주인 아씨를 뵈옵고 싶은 것을 꾹 참을 때 도 있었다.
그후부터는 밥을 잘 먹을 수가 없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틈 만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주인이 전보다 많은 밥과 음식을 주고 더 편하게 하여 주었으나 그것 이 싫었다. 그는 밤에 잠을 
자지않고 집 가장자리로 돌아다녔다.

하루는 주인 새서방님이 술이 취하여 들어오더니 집안이 수선수선 하여지며 계집 하인이 약을 사
러 갔다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 계집 하 인을 붙잡았다. 그리고 무엇이냐고 물었다.
계집 하인은 한 주먹을 뒤통수에 대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둘째손가 락을 내밀었다. 그것은 그 집
주인은 엄지손가락이요, 둘째손가락은 새 서방님이라는 뜻이요, 주먹을 뒤통수에 대는 것은 여편
네라는 뜻이요, 얼굴을 문지르는 것은 예쁘다는 뜻으로 벙어리에게 쓰는 암호다 그런 뒤에 다시 
혀를 내밀고 눈을 뒤집어쓰는 형상을 하고 두 팔을 착 벌리고 뒤로 자빠지는 꼴을 보이니, 그것
은 사람이 죽게 되었거나 잃을 적에 하는 말 대신의 손짓이다.
벙어리는 눈을 크게 뜨고 계집 하인에게 한 발짝 가까이 들어서며 놀 라는 듯이 한참이나 있었
다.
그의 가슴은 무섭게 격동하였다. 자기의 그리운 주인 아씨가 죽었다 는 말이나 아닌가, 그는 두 
주먹을 마주치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자기 방에 무엇을 생각하는 것처럼 두어 시간이나 두 
눈만 껌벅껌벅하 고 앉았었다.
그는 밤이 깊어갈수록 궁금증 나는 사람처럼 일어섰다 앉았다 하더 니 두시나 되어서 바깥으로 
나가서 뒤로 돌아갔다.
그는 도둑놈처럼 조심스럽게 바로 건넌방 뒤 미닫이 앞 담에 서서 주 저주저하더니 담을 넘었다. 
가까이 창 앞에 서서 문 틈으로 안을 살피 다가 그는 진저리를 치며 물러섰다.
어두운 밤에 그의 손과 발이 마치 그 뒤에 서 있는 감나무 잎같이 떨 리더니 그대로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갔을 때, 그의 팔에는 주인 아씨가 한 손에 길다란 명주 수건을 들고서 한 팔로 벙어리
의 가슴을 밀치며 뻗딩기었다. 벙어리는 다만 눈이 뚱그래서 "에혜 "소리만 지르고 그 수 건을 렛
으려 애쓸 뿐이다, 집안이 야단났다.
"집안이 망했군 ! "
"어디 사내가 없어서 벙어리를 ! "
"어떻든 알 수 없는 일이야 ! "
하는 소리가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수군댄다

그 이튿날 아침에 벙어리는 온몸이 짓이긴 것이 되어 마당에 거꾸러 져 입에서 피를 토하며 신음
하고 있었다, 그 곁에서는 새서방이 쇠줄 몽둥이를 들고서 문초를 한다.
"이놈 !"
 

하고는, 음란한 흉내는 모조리 하여 건넌방을 가리킨다. 그러나 벙어 리는 손을 내저을 뿐이다. 
또 몽등이에는 살점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피가 홀렀다, 벙어리는 타들어가는 목으로 소리도 못 
내며 고개만 내젓는다, 그는 피를 토하며 거꾸러지며 이마를 땅에 비비며 고개를 내흔든다. 땅에
는 꾀가 스며든다. 새서방은 채찍 끝에 납 뭉치를 달아서 가슴을 흄쳐 갈 겼다가 힘껏 잡아 뿜았
다. 벙어리는 즈대도 거것쿄!,며 말이 없었다.
새서방은 그래도 시원치 못하였다. 그는 벙어리가 새로 갈아놓은 낫 을 들고 달려왔다. 그는 그 
시퍼렇게 날선 낫을 번쩍 들었다. 그래서 벙어리를 찌르려 할 제 벙어리는 한 팔로 그것을 받았
고. 집안 사람들 은 달려들었다, 벙어리는 낫을 뿌리쳐 저리로 배던졌다.
주인은 집안이 망하였다고 사랑에 누워서 모든 일을 들은 체 만 체 문을 닫고 나오지를 아니하
며, 집안에서는 색시를 쫓는다고 야단이다.
그날 저녁에 벙어리는 다시 끌려나왔다. 그때에는 주인 새서방이 그의 입던 옷과 신을 주며 눈을 
부릅뜨고 손을 멀리 가리키며, "가 ! 인제는 우리집에 있지 못한다."
하였다. 이 소리를 듣는 벙어리는 기가 막혔다. 그에제는 이 집 외에 다른 집이 없다. 살 곳이 없
었다. 자기는 언제든지 이 집에서 살고 이 집에서 죽을 줄밖에 몰랐다. 그는 새서방님의 다리를 
끼어안고 애걸하 였다. 말도 못하는 것을 몸짓과 표정으로 간곡한 뜻을 표하였다. 그러 나 새서방
님은 발길로 지르고 사람을 불렀다.
"이놈을 좀 내쫓아라. "
벙어리는 죽은 개 모양으로 끌려나갔다. 그리고 대갈빼기를 개천 구 석에 들이박히면서 나가 곤
드라졌다가 일어서서 다시 들어오려 할 때 에는 벌써 문이 닫혀 있었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그
의 마음으로는 주 인 영감을 찾았으나 부를 수가 없었다. 그가 날마다 열고 날마다 닫던 문이 자
기가 지금은 열려고 하나 자기를 내어쫓고 열리지를 않는다. 자 기가 건사하고 자기가 거두던 모
든 것이 오늘에는 자기의 말을 듣지 않 는다. 어 려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성과 힘과 뜻을 다하
여 충성스럽게 일한 값이 오늘에는 이것이다.
그는 비로소 믿고 바라던 모든 것이 자기의 원수갈 것을 알았다. 그 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자
기도 또한 없어지는 것이 나을 것을 알았 다.
그날 저녁 밤은 깊었는데 멀리서 닭이 우는 소리와 라께 개 짖는 소 리만이 들린다. 난데없는 화
염이 벙어리 있던 오생원 집을 에워쌌다.
그 불을 미리 놓으려고 준비하여 놓았는지 집 가장자리로 쪽 돌아가며 흩어놓은 풀에 모조리 달
라붙어 공중에서 내려다보면은 집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일 듯이 타오른다.
불은 마치 피묻은 살을 맛있게 잘라먹는 요마(妖魔)의 헛바닥처럼 날름날름 집 한 채를 삽시간에 
먹어버리었다. 이와 같은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
라 낮에 이 집 을 쫓겨난 삼룡이다. 그는 먼저 사랑에 가서 문을 캐뜨리고 주인을 업 어다가 밭 
가운데 놓고 다시 들어가려 할 제 _1의 얼굴과 등과 다리가 불에 데어 쭈그러드는 것을 알지 못
하였다.
그는 건넌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색시는 없었다. 다시 안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또 없고 
새서방이 그의 팔에 매달리어 구원하기를 애원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뿌리겼다. 다시 서까래
에 불이 붙어 시뻘겋게 타면서 그의 머리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몰랐다.
부엌으로 가보았다. 거기서 나오다가 문설주가 떨어지며 왼팔이 부러 졌다. 그러나 그것도 몰랐
다. 그는 다시 광으로 가보았다. 거기도 없었 다. 그는 다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그때야 그는 색
시가 타죽으려고 이불을 쓰고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색시를 안았다. 그리고는 길 을 찾았
 

다. 그러나 나갈 곳이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지붕으로 올 라갔다. 그는 비로소 자기의 몸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여태까지 맛보지 못한 즐거운 쾌감을 자기의 가
슴에 느끼 는 것을 알았다. 색시를 자기 가슴에 안았을 때 그는 이제 처음으로 살 아난 듯하였다. 
그가 자기의 목숨이 다한 줄 알았을 때. 그 색시를 내 려놓을 때에는 그는 벌써 목숨이 끊어진 
뒤였다. 집은 모조리 타고 벙 어리는 색시를 무릎에 뉘고 있었다.
그의 울분은 그 불과 함께 사라졌을는지 ! 평화롭고 행복스러운 웃 음이 그의 입 가장자리에 엷
게 나타났을 뿐이다.

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하고 확 속으로 내던질 제 머슴들의 콧소리는 허연 겨가루가 켜켜이 앉
은 방앗간 속에서 청승스럽게 들려 나온다.
볼 볼 깔, 구슬이 되었다가 은가루가 되고 댓줄기같이 뻗치었다가 다 시 쾅 쾅 쏟아져 청룡이 되
고 백룡이 되어 용솟음쳐 흐르는 물이 저쪽 산모퉁이를 십 리나 두고 돌고 다시 이쪽 들 복판을 
오 리쯤 께뚫은 뒤 에 이방원(李芳源)이가 사는 동네 앞 기슭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위에 물레방
아 하나가 놓여 있다.
물레방아를 들여다보면 동북간으로 큼직한 마을이 있으니 이 마을에 서 가장 부자요, 가장 세력
이 있는 사람은 그 이름을 신치규(申治圭)라 고 부른다. 이방원이라는 사람은 그 집의 막실(幕室)
살이를 하여 가며 그의 땅을 경작하여 자기 아내와 두 사람이 그날그날 지내간다.
어떤 가을 밤, 유난히 밝은 달이 고요한 이 촌을 한적하게 비칠 때 그 물레방앗간 옆에 어떤 여
자 하나와 어떤 남자 하나가 서서 이야기를 하 는 소리가 들리었다.
그 여자는 방원의 아내로 지금 나이가 스물두 살. 한창 정열에 타는 가슴으로 가장 행복스러울 
나이의 젊은 여자요, 그 남자는 오십이 반이 넘어 인생으로서 살아을 길을 다 살고서 거의거의 
쇠멸의 구렁텅이를 향해 가는 늙은이다.
그의 말소리는 마치 그 여자를 달래는 것같이, "얘. 내 말이 조금도 그를 것이 없지 ? 쉰네 할멈
에게서도 자세한 말 을 들었을 테지만 너 생각해 보아라. 네가 허락만 하면 무엇이든지 네 가 하
고 싶다는 것을 전부 해줄 테갇 말야. 그까짓 방원이 녀석하고 네 가 몇백 년 살아야 언제든지 
막실 구석을 면하지 못할 테니.... . 허허, 사람이란 젊어서 호강해 보지 못하면 평생 한 번 해 보
지 못하고 죽을 것이 아니냐. 내가 말하는 것이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느니라. 대강 네 말을 쉰네 
할멈에게서 듣기는 들었으나 그래도 네게 한 번 바로 대고 듣는 것만 못해서 이리로 만나자고 한 
것이다. 네 마음은 어떠냐 ? 어 디, 허허, 내 앞이라고 조금도 어떻게 알지 말고 이야기해 봐 
응?" 이 늙은이는 두말할 것 없이 신치규다. 그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방원 의 계집을 들여다보며. 
한 손으로 등을 두드린다.
새침한 얼굴이 파르족족하고 길다란 눈썹과 검푸른 두 눈 가장자리 에 예쁜 입, 뾰로통한 뺨이며 
콧날이 오똑한 데다가 후리후리한 키에 떡 벌어진 엉덩이가 아무리 보더라도 무섭게 이지적(理知
的)인 동시에 또는 창부형(娼婦型)으로 생긴 것이다.
계집은 아무 말이 없이 서서 짐짓 부끄러운 태를 지으며 매혹적인 웃 음을 생긋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웃음이 얼마나 짐승같은 신치규의 만족을 사게 되었으며. 또는 마음을 충동시켰는지 
희끗희끗한 수염이 거의 계집의 뺨에 닿도록 더 가까이 와서, "응, 왜 대답이 없니 ? 부끄러워서 
그러니 ? 그떻게 부끄러워할 일 은 아닌데."
하고 계집의 손을 잡으며, 손도 이렇게 예쁜 줄을 이제까지 몰랐구나. 참 분결 같다. 이렇게 얌전
히 생긴 애가 방원같은 천한 놈의 계집이 되어 일굉생을 그대로 쩍 는다는 것은 너무 가엾고 아
 

깝지 않으냐 ? 애."
계집은 몸을 돌리려고 하지도 않고. 영감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며, 눈으로 땅만 내려다보고 섰다
가 가까스로 입을 메는 듯하더니, "제 말야 모두 틴네 할멈이 여쭈었지요. 저에게는 너무 분수에 
과한 말씀이니까요.
"온. 천만의 소리를 다 하는구나 그게 무슨 소리냐 ? 너도 아다시피 내가 너를 장난삼아 그러는 
것도 아니겠고. 후사(後關)가 없어 그러는 것이니까 네가 내 아들이나 하나 나주렴, 그러면 내 것
이 모두 네 것이 되지 않갰니 ? 자아, 그러지 말고 오늘 허락을 하렴. 그러면 내일이라 도 방원이
란 놈을 내쫓고 너를 불러 들일 테니."
"어떻게 내쫓을 수가 있에요 ? "
"허어, 그게 그리 어려울 게 뭐 있니...... 내가 나가라는데 제가 안 나가고 배길 줄 아니?"
그렇지만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 "
"무엇 ? 그런 생각을 하니까 네가 이 모양으로 이때까지 있었지. 어 떻단 말이냐 ? 그런 것은 조
금도 염려하지 말구, 자아 또 네 서방에게 들킬라. 어서 들어가자."
먼저 들어가세요."
"왜 ?
"남이 보면 수상히 알게요."
"뭘. 나하고 가는데 수상히 알 게 뭐야.... . 어서 가자." 계집은 천천히 두어 걸음 따라가다가
"영감 !"
하고 머츰하고 서 있다.
왜 그러니 ?"
계집은 다시 말없이 서 있다가, "아니예요. "하고, 먼저 들어가세요."
하고 돌아선다. 영감이 간이 달아서 계집의 손을 잡으며, "가자, 집으로 들어가자."
그의 가슴은 두근거리는지 숨소리가 잦아진다. 계집은 손을 빼려고 하며, "점장으신 어른이 이게 
무슨 짓이예요."
하면서도 그 몸짓에는 모든 것을 허락한다는 뜻이 보였다. 영감은 계집 의 몸을 끌어 안더니 방
앗간 뒤로 돌아섰다. 계집은 영감 가슴에 안겨 정욕이 가득찬 눈으로 그를 보면서.
"영감."
말 한 마디 하고 침 한번 삼키었다.
"영감이 거짓말은 안하시지요 ? "
"아니."
그의 말은 떨리었다, 계집은 영감의 팔을 한 손으로 잡고 또 한 손으 로는 방앗간 속을 가리켰다.
"저리로 들어가세요."
영감과 계집은 방앗간에서 이삼십 분 후에 다시 나왔다.

사흘이 지난 뒤에 신치규는 방원이를 자기집 사랑 마루 앞으로 불렀 다
. 애."
방원은 상전이라 고개를 숙이고, 예."
공손하게 대답을 하였다.
점잔과 주짜를 빼면서 신치규는 말을 커내었다. 방원의 가슴은 이 "마는"이라는 말 뒤에 이어질 
말을 미리 깨달은 듯이 온몸의 피가 가슴 으로 모여드는 듯하더니 다시 터럭이라는 터럭은 전부 
 

거꾸로 일어서 는 듯하였다.
"오늘부터는 우리 집에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내 집에 있지 말고 다 른 곳에 좋은 곳을 찾아가 
보아라."
아무 조건이 없다. 또는 이곳에서도 할 말이 없다. 죽으라고 하면 죽 는 시능이라도 해야 하는 것
이다. 주인은 돈 가지고 사람을 사고 팥 수 도 있는 것이다.
방원은 가슴이 답답하였다. 자기 혼잣몸 같으면, 어디 가서 어떻게 빌어 먹더라도 살 수가 있지마
는 사랑하는 아내를 구해 갈 길이 막연하 다, 그는 고개를 굽히고 나증에는 마음을 굽히어 사정
도 하여 보고. 애 걸도 하여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일이다. 주인의 마음은 쇠나 돌 보다도 
더 굳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자기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아내 더러 안주인 마님께 사정을 
좀 하여 얼마간이라도 더 있게 해달라고 하 여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방원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도리 어, ?그러면 어떻게 한단 말이오. 이제부터는 나를 어떻게 먹여 살릴 테 요 ?
"너는 그렇게 먹고 살 수가 없을까 봐 겁이 나니 ?"
겁이 나지 않고, 생각을 해 보구려 인제는 꼼짝할 수 없이 죽지 않 았소 ?
"죽어 ?"
"그럼 임자가 나를 데리고 이곳까지 올 때에 무엇이라고 하였소. 어 떻게 해서든지 너 하나야 먹
여 살리지 못하겠느냐고 하셨지요 ?" "그래."
"그래 얼마나 나를 잘 먹여 살리고 나를 호강시켰소 ? 이때까지 이태 나 되도록 끌고 돌아다닌다
는 것이 남의 집 행랑이었지요." "애, 그것을 네가 모르고 하는 말이냐 ? 내가 하려고 하지 않아
서 그 렇게 된 것이냐 ? 차차 살아가는 동안에 무슨 일이든지 생기겠지. 설사 요대로 늙어 죽기
야 하겠니 ?"
"듣기 싫소 ! 뿔 떨어지면 구워 먹지 어느 천년에."
방원이는 가뜩이나 내쫓기고 화가 나는데 계집까지 그러하니까 속에 서 열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이 육시를 하고도 남을 년 ! 왜 남의 마음을 글컹거리니 ?" ?왜 사람에게 욕을 해 ! "
"이년아. 욕 좀 하면 어떠냐 ?"
"왜 욕을 해 ! "
계집의 얼굴이 노래지며 대든다.
"이년이 발악인가 ? "
"누가 발악이야, 계집년 하나 건사 못하는 위인이 계집 보고 욕만 하 고, 한게 뭐야 ? 그래 은가
락지 은비녀나 한 벌 사주어 보았어 ? 내가 임자 하자고 하는 대로 하지 않은 것이 없지 ?"
"이년아, 은가락지 은비녀가 그렇게도 갖고 싶으냐 ? 더러운 년아." "무엇이 더러워 ? 너는 얼마
나 정한 놈이냐 ! "
계집의 입 속에서 "놈"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년 보게 ! 누구더러 놈이래."
하고 손길이 계집의 낭자를 후려 잡더니 그대로 집어 들고 주먹으로 등 줄기를 후리었다.
이 주릿대를 안길 년 ! "
발길이 엉덩이를 두어 번 지르니까 계집은 그대로 거꾸러졌다가 다 시 일어났다. 풀어혜뜨린 머
리가 치렁치렁 끌리고 씰룩한 눈에는 독기 가 섞이었다.
"왜 사람을 치니 ? 이놈 ! 죽여라 죽여, 어디 죽여 보아라, 이놈 나 죽고 너 죽자 !"
하고 달려드는 계집을 후려쳐서 거꾸려뜨리고서, "이년이 죽으려고 기를 쓰나 ! "
 

방원이가 계집을 치는 것은 그것이 주먹을 가지고 하는 일종의 농담 이다. 그는 주먹이나 발길이 
계집의 몸에 닿을 때 거기에 얻어맞는 계 집의 살이 아픈 것보다 더 찌르르하게 가슴 복판을 찌
르는 아픔을 방월 은 깨닫는 것이다. 홧김에 계집을 치는 것이 실상은 자기의 마음을 자 기의 이
빨로 물어뜯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때리는 그에게는 몹 시 애처로움이 있고, 불쌍함이 있
는 것이디. 그러나 자기의 화풀이를 받아 주는 사람은 아직까지도 계집밖에는 없었다. 제일 만만
하다는 것 보다도 가장 마음 놓고 화풀이할 수 있음이다. 싸움 한 뒤 하루가 못되 어 두 사람이 
베개를 나란히 하고 서로 꼭 끼고 잘 때에는 그렇게 고맙 고 그렇게 감격이 일어나는 위안이 또
다시 없음이다. 계집을 치고 화풀 이를 하고 난 뒤에 다시 가슴을 에는 듯한 후회와 더 뜨거운 
포옹으로 위로를 받을 그때에는 두 사람 아니라 방월에게는 이만큼 힘 있고 뜨거 운 믿음이 또다
시 없는 까닭이다.
계집은 일부러 소리를 높여서 꺼이커이 운다.
온 마을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으나
"응, 또 사랑 싸움을 하는군 ! "
하고 도리어 그 싸움을 부러워하였다. 옆집 젊은 것이 와서 싱글벙글 웃으며 들여다보며
"인제 고만두라구."
하며 말리는 시농을 한다. 동네 아이들만 마당앞에 죽 늘어서서 눈들이 뚱그래지며 구경을 한다.
그날 저녁에 방원이는 술이 얼근하여 들어왔다. 아까 계집을 차던 마 음은 어느덧 풀어지고 술로 
흥분된 마음에 그는 계집의 품이 몹시 그리 워져서 자기 아내에게 사과할 마음까지 생기었다. 본
시 사람이 좋고 마 음이 약하고 다정한 그는 무식하게 자라난 까닭에 무지한 짓을 하기는 하나 
그것은 결코 그의 성격을 말하는 무지함이 아니다.
그는 비척거리면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게슴츠레하게 풀린 눈을 스 르르 내리감고 혼잣소리로.
"빌어먹을 놈 ! 나가라면 나가지 무서운가 ? 제 집 아니면 살 곳이 없는 줄 아는 게로군 ! 흥, 되
지 않게 다 무엇이냐 ? 돈만 있으면 제일 이냐 ? 이놈, 네가 그러다가는 이 주먹 맛을 언제든지 
볼라. 그대로 곱 게 뒈질 줄 아니."
하고 개천 하나를 건너 뛴 후에, "돈 ! 돈이 무엇이냐 ?"
한참 생각하다가, 에후."
한숨을 쉬고 나서, "돈이 사람을 죽이는구나 ! 돈 ! 돈 ! 흥,`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 고 사람 났
니 ? "
또 징검다리를 비척비척 건넌 뒤에
"고 배라먹을 년이 왜 고떻게 포달을 부려서 장부의 마음을 긁어 놓 아 !"
그의 목소리에는 말할 수 없이 다정한 맛이 있었다. 그는 자기 계집 올 생각하면 모든 불평이 스
러지는 듯이. 숙였던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보면서, "허어, 저도 고생은 고생이지."
하고 다시 고개를 숙인 후, "내가 너무 해, 너무 그럴 게 아닌데."
그는 자기 집에 와서 문고리를 붙잡고 흔들면서, "얘 ! 자니 ! 자?"
그러나 대답이 없고 캄캄하다.
"이년이 어디를 갔어 ! "
그는 문짝을 깨어져라 하고 닫은 후에 다시 길거리로 나와 그 옆집으 로 가서.
"여보 아주머니 ! 우리 집 색시 어디 갔는지 보았소 ?" 밥들을 먹은 옆에 집 내외는, "어디서 또 
취했소그려 ! 애 어머니가 아까 머리단장을 하더니 저 방 아께로 갑디다."
"방아께로.
 

"네."
"빌어먹을 년 ! 방아께로는 뭘 먹으로 갔누 !"
다시 혼자 방아를 향하여 가면서 혼자 증얼거린다.
그는 방앗간을 막 뒤로 돌아서자 신치규와 자기 아내가 방앗간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아 !"
그는 너무 뜻밖의 일이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한참이나 멀거니 서서 보기만 하였다.
그의 눈에서는 쌍심지가 거꾸로 섰다. 열이 올라와서 마치 주흥을 칠 한 듯이 그의 눈은 붉어지
고 번개같은 광채가 번뜩거리었다.
그는 한참이나 사지를 떨었다. 두 이가 서로 맞춰서 달그락달그락 하 여졌다.
그의 주먹은 부서질 것같이 단단히 쥐어졌다.
계집과 신치규는 방원이 와 선 것을 보고서 처음에는 조금 간담이 서 늘하였으나 다시 태연하게 
내려앉았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매 할 대로 하라는 뜻이다.
방원은 달려들어서 계집의 팔목을 잡았다.그리고 이를 악물고 부르 르 떨었다.
"나는 네가 이럴 줄은 몰랐다."
계집은, "묄 이럴 줄을 몰라 ?"
하며 파란 눈을 흘겨보더니, "나중에는 별꼴을 브 보겠네. 으례 그럴 줄을 인제 알았나 ? 놔요 ! 
왜 남의 팔을 잡고 요 모양이야. 오늘부터는 나를 당신이 그리 함부로 하지는 못해요 ! 더러운 녀
석 같으니 ! 계집이 싫다고 그러면 국으로 물러갈 일이지. 이게 무슨 사내답지 못한 일이야 ! 놔
요 !" 팔을 뿌리켰으나 분노가 전신에 가득 찬 그는 그렇게 쉽게 손을 놓지 않았다.
"애 ! 네가 이것이 정말이냐 ?"
"정말이 아니구, 비싼 밥 먹고 거짓말할까 ?"
"네가 참으로 환장을 했구나. "
"아니. 누구더러 환장을 했대 ? 온 기가 막혀 죽겠지 ! 놔요 ! 놔 ! 왜 추근추근하게 이 모양이야 
? 놔."
하고서 힘껏 뿌리치는 바람에 계집의 손이 쑥 빠지었다. 계집은 손목을 주무르면서 암상맞게 돌
아섰다.
이때까지 이 꼴을 멀쩍이 서서 보고 있던 신치규는 두어 발자국 나서 더니 기침 한 번을 서투르
게 하고서, "애 ! 네가 술이 취했으면 일찍 들어가 자든지 할 것이지 웬 짓이 냐 ? 네 눈깔에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단 말이냐 ? 너희 연놈이 싸 우는 것은 너희 연놈이 얼마든지 가서 할 
일이지 여기 누가 있는지 없 는지 눈깔에 보이는 것이 없어 ?"
"엣 괘썸한 놈 ! "
눈깔을 부라리었다. 방원은 한참이나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생각 대로 하면 한 주먹에 때려 눕
힐 것이지마는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아카까지의 상전이라는 관념이 남아 있었다.
번갯불같이 그 관념이 그의 입과 팔을 얽어 놓았다. 어려서부터 오늘 날까지 남을 섬겨 보기만 
한 그의 마음은 상전이라면 모두 두려워하는 성질이 깊이깊이 뿌리를 박아 놓았다. 그러나 오늘
부터는 신치규가 자 기의 상전도 아니요. 자기가 신치규의 종도 아니다. 다만 똑같은 사람 으로 
서로 마주 섰을 뿐이다. 아니다, 지금부터는 치규도 방원의 원수 였다. 그의 간을 씹어 먹어도 오
히려 나머지 한이 있는 원수다.
신치규는 똑바로 쳐다보는 방원을 마주 쳐다보며.
"똑바로 쳐다보면 어썰 테냐 ? 온, 세상이 망할려니까 별 해괴한 일 이 다 많거든. 어째 이놈아 
 

!"
"이놈아 ?"
방원은 한 걸음 들어섰다. 나무같이 힘센 다리가 성큼 하고 나설 때 신치규는 머리끝이 으쓱하였
다. 쇠몽둥이같은 주먹이 쑥 앞으로 닥칠 때 그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네 입에서 이놈이라는 소리가 나오니 ? 이 사지를 찢어 발겨도 오히 려 시원치 못할 놈아. 네가 
내 계집을 빼앗으려고 오늘 날더러 나가라 고 그랬지 ? "
"어 허, 이거 그놈이 눈깔이 HN1었군 얘 나는 먼저 들어가겠다. 너는 네 서방하구 나중 들어오너
라."
신치규는 형세가 위험하니까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려고 돌아서서 들 어가려했다. 방원은 돌아서
는 신 치규의 멱살을 잔뜩 쥐어 한팔로 바싹 치켜 들고, "이놈 어디를 가 ? 네가 이때까지 맛을 
몰랐구나 !"
하며 한 번 집어쳐 땅바닥에다가 태질을 한 뒤에 그대로 타고 앉아서 목줄띠를 누르니까, 마치 
뱀이 개구리 잡아 먹을 적 모양으로 랙객 소 리가 나며 말 한마디 못한다.
"이놈. 너 죽고 나 죽으면 고만 아니냐 ?"
하고 방원은 주먹으로 사정없이 닥치는 대로 들이댄다. 나중에는 주먹 이 부족하여 옆에 있는 모
루돌엥이를 집어서 죽어라 하고 내리친다. 그 의 팔, 그의 몸에 끓어 오르는 분노가 극도에 달하
자 사람의 가슴 속에 본능적으로 숨어 있는 잔인성이 조금도 남지 않고 그대로 나타났다. 그 의 
눈은 마치 펄떡펄떡 뛰는 미끼를 가로채고 앉은 승냥이나 이리와 같 이 뜨거운 피를 보고야 만족
하다는 듯이 무섭게 번쩍거렸다. 그에게는 초자연(超自然)의 무서운 힘이 그의 팔과 다리에 올라
왔다.
이 꼴을 보는 계집은 무서웠다. 끔꺽끔찍한 일이 목전에 생길 것이 다. 그의 맥이 풀린 다리는 마
음대로 놓여지지 않았다.
"아 ! 사람 살류 ! 사람 살류 ! "
적적한 밤중 쓸쓸한 마을에는 처참한 여자 목소리가 으스스하게 울 리었다. 이 소리를 들은 방원
은 더욱 힘을 주어서 눈을 딱 감고 죽어라 내리 짓찧었다. 뼈가 돌에 맞는 소리가, 살이 얼크러지
는 소리와 함께 퍽퍽하였다. 피묻은 돌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갈갈이 찢긴 옷에는 살점 이 묻었다.
동네펀 쪽에서는 수군수군하더니 구두소리가 냐며 칼소리가 덜거덕 거리었다. 방원의 머리에는 
번갯불같이 무엇이 보이었다. 그는 손에 주먹을 쥔 채 잠깐 정신을 차려 그 쪽으로 귀를 기울였
다.
"순검."
그는 신치규의 배를 타고 앉아서 순검의 구두소리를 듣자 비로소 자 기가 무슨 짓을 하였는지 깨
달았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일어났다. 그리고는 옆에 서서 벌벌 떠는 계집에 게로 갔다.
"얘 ! 가자 ! 도망가자 ! 너한고 나하고 같이 가자 ! 자, 어서 어 서 !" 계집은 자기에게 또 무슨 
일이 있을까 해 겁내어 도망하려 한 다. 방원은 계집을 따라가며, 얘 ! 얘 ! 네가 이렇게도 나를 
몰라주니 ?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 는지 알지도 못하니 ? 자 ! 어서 도망가자. 어서 어서, 뒤에
서 순검이 쫓아온다."
계집은 그대로 서서 종종걸음을 치며, "싫소 ! 임자나 가구려 ! 나는 싫어요. 싫어."
가자 ! 응 ! 가 !"
그는 미친 사람처럼 계집의 팔을 붙잡고 끌었다. 그때 누구인지 그의 두팔을 마치 형틀에 매다는 
 

것같이 꽉 뒤로 끼어안는 사람이 있었다.
"이놈아 ! 어디를 가 ?"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는 온몸에 맥이 풀리어 그대로 뒤로 자빠지
려 할 때 어느덧 널판같은 주먹이 그의 뺨을 사정없이 갈겼다.
"정신차려 !
"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숙여지고 말소리가 공손하여졌다.
땅바닥에서는 신치규가 꿈지럭거리며 이리저리 윙군다. 청승스러운 비 명(悲鳴)이 들린다. 방원은 
포승 지인 채, 계집은 그대로 주재소로 끌려가고. 신치규는 머슴들이 업어들였다.

석 달이 지났다. 상해죄(傷害罪)로 감옥에서 복역을 하던 방원은 만 기가 되어 출옥을 하였다. 그
러나 신치규는 아무 일없이 자기 집에서 치료하고 방원의 계집을 데려다 산다. 신치규는 온몸이 
나은 뒤에 홀로 생각하였다.
"죽는 줄만 알았더니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으니 !"
하고 얼굴에 흠이 진 곳을 만져 보며, "오히려 그놈이 그렇게 한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지, 얼굴이 
아프기 는 좀 하였으나 ! 허어."
"어떻게 그놈을 떼어 버릴까 하고 그렇지 않아도 걱정을 하던 차에 잘 되었지. 그놈 한 십 년 감
옥에서 콩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방원은 감옥에서 생각하기를 나가기만 하면 년놈을 죽여 버리
고 제 가 죽든지 요절을 내리라 하였다.
집에서 내쫓기고 계집까지 빼앗기고, 그것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리었다. 그것이 모두 
자기의 돈 없는 탓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분한 생각이 났다.
"에 더러운 년 ! "
그는 흥바지에 쇠사슬을 차고서 일을 할 때에도 가끔 침을 땅에다 뱉 으면서 혼자 중얼거리었다.
"사람이 이러고서야 살아서 무엇하나. 멀쩡한 놈이 계집 빼앗기고 생으로 콩밥까지 먹으니......"
그가 감옥에서 나올 때에는 감옥소를 다시 한 번 둘러보고, 내가 여 기서 마지막으로 목숨을 잃
어버리든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내 손으로 내 목을 찔러 죽든지 무슨 요절을 날 것을 생각하고 
다시 온몸에 힘을 주고 쏠쓸한 웃음을 웃었다.
그는 이백 리나 되는 길을 걸어 계집이 사는 촌에를 왔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아는 체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그를 보고 피해 
갔다.
마치 문등병자나 마찬가지 대우를 하였다. 감옥에서 나온 뒤로부터 는 더욱 세상이 차디차졌다. 
자기가 상상하던 것보다도 더 무정하여졌 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밤이 될 때까지 그 근처 산속으
로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깊은 밤에 촌으로 내려왔다. 그는 그 방앗간을 다시 지나갔 다. 석달 전 생각이 났다. 
자기가 여기서 잡혀 갔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때 일을 생각하고 몸서리를 친 후에 다시 그전 집
을 찾아갔다. 날이 몹시 추워지고 눈이 쌓였다. 입은 옷은 가을에 입고 감옥에 들어갔던 그것이므
로 살을 에는 듯하였으나 그는 분한 생각과 흥분된 마음에 그 것도 몰랐다.
"년놈을 모두 처치를 해 버려?"
혼자 속으로 궁리를 하다가, "그렇지, 그까짓 것들은 살려 두어야 쓸데없는 인생들이야."하면서 옆
구리에 지른 기름한 단도를 다시 만져보았다. 그는 감격스런 마음으 로 그것을 쓰다듬었다. 그는 
 

신치규의 집 울을 넘어 들어갔다. 그의 발 은 전에 다닐 적같이 익숙하였다. 그는 사랑을 엿보고 
다시 뒤로 돌아 서 건넌방 창 밑에 와 섰다. 귀를 기울였으나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손에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는 일부러 뒤창문을 달각달각 흔들었 다.
"그 뉘 ?"
하고 계집의 머리가 쏙 나오며 문이 열리었다. 그는 얼른 비켜섰다. 문 은 다시 닫혀지고 계집은 
들어갔다.
방원의 마음은 이상하게 동요가 되었다. 예쁜 계집의 목소리가 오래 간만에 귀에 들릴 때 마치 
자기가 감옥에서 꿈을 꿀 적 모양으로 요염 하고도 황홀하게 그의 마음을 꾀는 것 같았다. 그는 
꿈속에서 다시 만 난 것같고 오래간만에 그를 만나 보매. 모든 결심은 얼음같이 녹는 듯 하였다. 
그래도 계집이 설마 나를 영영 잊어 버리랴 하고 옛날의 정리 를 생각할 때 그것이 거짓말이 아
니고 무엇이냐는 생각이 났다 아무리 자기를 감옥에까지 가게 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감히 칼을 
들 어 죽이려는 용기가 단번에 나지 않아서 주저하기 시작하였다.
"아니다 다시 한번만 물어보자 ! "
그는 들었던 칼을 다시 집고 생각하였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 그럴리가 없댜."
그는 반신반의하였다.
"그렇다. 한 번만 다시 물어 보고 죽이든 살리든 하자 ! " 그는 다시 문을 달각달각하였다. 계집
은 이번에도 다시 문을 열고 사 면을 둘러보더니 헌 짚신짝을 신고 나왔다.
"뉘요 !"
그가 방원이 서 있는 집 모퉁이를 돌아서려 할 때.
"내다 I"
하고 입을 틀어 막고 칼을 가슴에 대었다.
"떠들면 죽어 !"
방원은 계집의 입을 수건으로 결박한 후 들쳐 업고서 번개같이 달음 질쳤다.
그는 어느결에 계집을 업어다가 물레방아 앞에 내려 놓은 후 결박을 풀었다. 한숨을 쉬었다.
"나를 모르겠니 ?"
캄캄한 그믐밤에 얼굴을 바짝 계집의 코 앞에 들이댔다. 계집은 얼굴 을 자세히 보더니.
"아."
소리를 지르더니 뒤로 물러섰다.
조금도 놀랄 것이 없다. 오늘 네가 내 말을 들으면 살려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이거야 ?"
하고 시퍼런 칼을 들이대었다. 계집은 다시 태연하게
"말요 ? 임자의 말을 들으렬 것 같으면 벌써 들었지요. 이때까지 있 겠소 ? 임자도 나의 마음을 
알지요.임자와 나와 이 년 전에 이곳으로 도망해 올 적에도 전 남편이 나를 죽이겠다고 허리를 
찔러 그 홈이 있 는 것을 날마다 밤에 당신이 어루만졌지요. 내가 그까짓 칼쯤을 무서워 서 나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단 말이오 ? 헝, 이게 무슨 비겁한 짓이오.
사내 자식이. 자 ! 찌르려거든 찔러봐아, 자, 자., 계집은 두 가슴을 벌리고 대들었다. 방원은 너무 
계집의 태도가 대담 하므로 들었던 칼이 도리어 움찔할 만큼 기가 막혔다. 그는 무의식 증 에, "
정말이냐 ?"
하고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섰다.
"정말이 아니고 ! 내가 비록 여자지마는 당신같이 겁쟁이는 아니라 오 ! 이것이 도무지 무엇이오 
 

?"
계집은 그래도 두려웠던지 방원의 손에 든 칼을 뿌리쳐 땅에 떨어뜨 리었다. 이 칼이 땅에 떨어
지자 방원은 이때까지 용사와 같이 보이던 계집이 몹시 비겁스럽고 더러워 보이어 다시 칼을 들
고 덤비었다.
에잇 ! 간사한 년 ! 어쩔 테냐 ? 나하고 당장 멀리 가지 않을 테? ? 자아 가자 !"
그는 눈물어린 눈으로 타일러 보기도 하고 간청도 하여 보았다.
"자아, 어서 옛날과 같이 나하고 멀리멀리 도망을 가자, 나는 참으로 내 칼로 너를 죽일 수는 없
다 !"
계집의 눈에는 독이 올라왔다. 광채가 어두운 밤에 번개같이 번쩍거 리며, "싫어요. 나는 죽으면 
죽었지 가기는 싫어요. 이제 나는 고만 그렇게 구차하고 천한 생활을 다시 하기는 싫어요. 고만 
물렸어요." "너의 입으로 정말 그런 말이 나오느냐. 너는 나를 우리 고향에 다시 돌아 가지도 못
하게 만들어 놓고, 나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한 후 에 또 나중에는 세상에서 지옥이라고 하
는 감옥소에까지 가게 했지 ! 그러고도 나의 맨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테냐 ?" "나는 언
제든지 당신 손에 죽을 것까지도 알고 있소 ! 자 ! 오늘 죽 으나 언제 죽으나 언제든지 죽기는 
일반. 이렇게 된 이상 어서 죽이시 오."
"정말이냐 ? 정말이야 ?"

"정말이오 !"
계집은 결심한 뜻을 나타내었다. 방원의 손은 떨리었다. 그리고 그 는 눈을 감고, "에, 여우같은 
년 !"
하고 칼 끝을 계집의 옆구리를 향하여 힘껏 밀었다. 계집은 이를 악물 고=
"사람 죽인다 !"
소리 한 번에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칼자루를 든 손이 피가 몰리는 바람에 우루루 떨리더니 피
가 새어 나왔다. 방원은 그 칼을 빼어들더니 계집 위에 거꾸러져서 가슴을 찌르고 절명하여 버리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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