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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5분후의 세계

Casey,Riley 2023. 2. 23.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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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후의 세계
무라카미 류
    1. 병사들
  정신이 들어 보니 오다기리는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수 있을 것 같은, 숲 속의 
짐승이나 다니는 좁은 길을 휘청거리며 걷고 있었다. 꿈에서 금방 깨어난 것 같기도 
하고 혹은 한밤중에 한번 잠이 깼다가 이제까지 꾸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혹은 
한밤중에 한번 잠이 깼다가 이제까지 꾸고 있었던 꿈 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 같기도 
한 그런 기분이었다. 길은 진창이 되어 있어서 스니커에는 질퍽질퍽하고 더러운 
흙탕물이 스며들어왔다. 지독히 춥다. 의식이 몽롱한 것은 이 추위 탓도 있어,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자신이 걷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 것은 겨우 2,3분 
전이었다. 앞에도 뒤에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다기리의 앞에서 걷고 있는 
것은 커다란 배낭을 걸머진, 체격을 봐서 판단하면 남자인 듯했다. 한 번 이쪽을 돌아 
보았지만 얼굴은 알 수 없었다. 주위가 나뭇잎에 덮여서 어둡기 때문은 아니다. 그 
남자는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남자의 앞에도 또 그 앞에도 거의 같은 간격을 유지한채 사람이 걷고 있었다. 
진창길은 꾸불꾸불하고 양쪽에 크고 작은 덤불이 계속되어 시야가 좁기 때문에, 
도대체 몇 사람의, 아니 몇십 명의 행진인지는 알 수가 없다. 걷고 있는 게 아니라, 
걸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까, 1분 정도 전이었지만, 앞의 앞을 걷고 있던 젊은 
사내가 일본어는 아닌 듯한 말로 뭔가 말하고, 걷는 것을 멈추었다. 앞에 가는 
방독면이 멈추고, 오다기리도 걷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정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르게 그림자처럼 이동해 온 한 사람의 병사가, 최초로 멈춰 선 젊은 
사내의 관자놀이를, 움켜쥔 주먹의 새끼손가락 쪽으로 때렸다. 젊은 사내는 길에서 
1미터 정도 낮은 덤불로 쓰러졌다. 몇 초 후, 병사는 젊은 사내 쪽으로 소총을 
겨누었다. 젊은 사내는 황급하게 일어나서 얻어맞은 관자놀이를 눌러 가며 길로 
돌아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병사는 행진이 재개된 것을 확인하자, 오다기리의 바로 
곁을 빠져나와 후방으로 이동해 갔다.
  자신의 눈이 침침한 것인지, 발연통 같은 것이 어딘가에서 태워지고 있는 것인지, 
안개가 낀 것인지, 매우 가느다란 비가 오고 있는 것인지, 전체가 저녁 무렵처럼 
어둑어둑한 탓도 있어서, 시야는 몽롱했다. 낡고 긁힌 곳투성이의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조금 전 병사의 몸놀림, 이동할 때의 빠른 
스피드는 시야가 나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병사의 몸놀림과 그 
스피드가 너무나 훌륭했었기 때문에, 왜 자신들은 말없이 걸려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멈추거나 하면 얻어맞는 것인가, 도대체 여기는 어디며 자신은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잠시 동안 잊어버렸다.
  지금까지 단 한 번 그런 움직임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옆을 빠져나간 젓이 있어서, 
오다기리는 그걸 생각해 내려 하고 있는 자신을 의식했다. 추위 때문에 이가 딱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깥 온도가 그렇게 낮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상체는 오리털 
재킷으로 지켜지고 있지만, 흙탕물이 스며드는 발끝에서부터 냉기가 몸 전체로 퍼져 
가는 것 같다. 이것은 보통의 추위가 아니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추운 장소, 
추운 계절, 낮은 기온, 그것만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창길로부터도, 양쪽의 
덤불이 하늘을 덮는 나무들로부터도, 흐려 있는 공기로부터도 물리적인 온도와는 다른 
별개의 차가움을 느낀다. 진흙과 물과 식물과 공기를 구성하는 분자나 원자의 형태가 
다른 것 같은, 모든 것이 날카롭게 뾰족해져 있는 것 같은, 그것이 아픔이 아니라 
차가움을 낳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돌연 땅울림과 함께 숲 전체가 흔들려서, 나뭇가지나 잎에 달려 있던 물방울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오다기리는 놀라서 조금 오줌을 지려 버리고 그 자리에 
쭈그려앉을 것같이 되었지만,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오다기리는 머리를 감싸고 
쭈그릴 것같이 되었지만 조금전의 병사의 인상이 그것을 멈추게 했다. 쭈그리고 
앉거나 하면 그 병사가 그림자처럼 나타나서 두들겨 패겠지, 하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병사와 같은 움직임을 과거에 보였던 인물이 문득 
생각났다. 그것은 왕년의 브라질 축구의 명선수 펠레였다. 오다기리가 펠레와 만난 
것은 7, 8년 전이었다. 그 무렵엔 이미 은퇴하고 상당한 세월이 지나서 허리 둘레에도 
살이 붙고, 그저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보통의 흑인 아저씨와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1970년의 월드컵이 화제가 되어, 오다기리가 중학생 시절에 본, 전설로 되어 
있는 슛에 대해 물어 보니, 즐거운 듯 웃고서 그때의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슛해 가는 
동작을 재현해 주었던 것이다. 오다기리를 수비수로 하고 펠레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인팅을 걸어 보였다. 그때, 펠레는 눈앞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움직임 그 자체가 
재빠르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할 수 있는 한 최고로 매끄럽고 부드럽다, 하고 
그때 생각했다. 1미크론도 쓸데없는 움직임이 없다. 그 병사도 마찬가지였다. 
나타나서, 사람을 두들겨 패고 완벽한 댄서와 같았다. 오다기리는 그 움직임에 반해서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동작이 매끄러웠던 것뿐만 아니다. 총을 겨누었을 때, 그 
전신으로부터 의지를 내뿜고 있었다.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쏜다는 의지였다.
  오른쪽의 덤불 방향에서 아지랑이 같은 조금 침침한 공기와 함께 어떤 냄새가 
흘러와 코를 찔렀다. 불꽃놀이를 하고 난 뒤의 뜰의 냄새, 화약의 냄새였다. 숲은 
고요해져 있었다. 벌레도 새도 울지 않았다. 의식이 돌아오고 나서 얼마나 지난 
것일까, 하며 오다기리는 시계를 보려고 왼손을 10센티 정도 움직이다가, 고개 
뒤로부터 등줄기 주위에 공포를 느끼고 그 동작을 중단했다. 어딘가로부터 감시되고 
있어서 쓸데없는 동작을 하면 예의 그 병사가 나타나 얻어맞는다고 하는 확실한 
예감이 있었다. 최면술에라도 걸려 있는 것일까? 서바이벌 게임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째서 저런 무장한 병사가 있는 거냐, 오다기리는 시계를 보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계속 걸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걷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시계를 본다 해도 
어쩔 수 없잖아, 그렇다 해도 이건 저녁 무렵이라 어두운게 아닌걸, 해가 저물었다면 
벌써 밤이 되어 있을 거다, 오다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들려오는 것은 자신의 
숨소리와 스니커가 진창을 걷는 규칙적이고 얼빠진 소리뿐이었다. 철벅, 철벅, 철벅, 
철벅, 철벅, 도대체 얼마만큼의 인간이 이 짐승이나 다니는 좁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이미 스니커에는 질척질척하게 물이 스며들어 맨발로 걷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젖어서 불쾌한 감촉의 발로부터는 냉기가 온몸으로 퍼져서 확실하게 체온을 
빼앗아 갔다. 몸은 벌써 떨리기 시작하고 있었고, 이가 딱딱 소리를 내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의식은 선명했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밖에 없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나는 죽은 것이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다리는 제대로 
있지만, 죽은 녀석이 유령이 되어 다리가 없는 것은 그 녀석이 현세에 나타난 경우다. 
여기는 아무리 보아도 이 세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뭐야, 사후의 세계란 건 역시 
있었던 게 아닌가, 이 길은 어디로 통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재판소 같은 것이 
있어서 거기서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지는 것이겠지, 재판 같은 건 기다릴 것까지도 
없다. 내가 갈 곳은 정해져 있다. 물론 지옥이다. 오다기리는 열네 살 때, 촌수로 
따지면 숙부뻘 되는 키워 준 아버지를 스패너로 반쯤 죽여 놓고 그 집을 뛰쳐나온 
이래, 살인과 강간을 제외한 여러 가지 범죄로 살아왔다. 조직에 가입한 적은 
없었지만 조직을 이용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소년원에 들어가 있을 때 왼쪽 눈이 
실명 직전이 될 정도로 린치를 당하고, 이제 두 번 다시 구속되는 것은 싫다고 
생각했기에 위법 행위의 아슬아슬한 데서 사기나 협가을 하고, 30대 중반에 포르노 
비디오 회사를 차렸다. 그건 몇 년 만에 상당한 돈이 되었다. 펠레와 만난 것도 그 
무렵이다. 그 동안 100명이 넘는 여자들이 끔찍한 짓을 당하는 현장을 계속 보아 
왔다. 불황이 되어 회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망했지만,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 둔 
덕택에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준코 년, 깜짝 놀라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준코란, 회사가 망하고 나서 함께 살기 시작한 스물세 살의 전 포르노 비디오 
배우이다. 그년은 영 같은 걸 좋아했었으니까 말야, 이 이야기를 해 주면 기뻐하겠지, 
지옥에서 준코에게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림 엽서 같은 건 팔고 있지 
않겠지, 자신이 죽었다는 식으로 판단하고서, 번거로운 일에서 벗어난 것 같아 
오다기리는 잠시 원기를 찾았지만, 원래 몽상가는 아니었기에 진짜로 죽은 건지 어떤 
건지, 죽었다면 언제 죽은 건지, 정말, 죽었다고 해서 재판소나 지옥에서 린치가 있는 
건 아닌지 따위를 생각하고 다시 기분이 우울해져 왔다. 그리고, 나는 조깅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고 의식을 잃기 전의 일을 생각해 냈다. 나는 하코네에 있었다. 
미나미하코네의 건평 200평의 주문 건축인 별장은 강간물 비디오로 돈이 풍족할 무렵 
손에 놓었는데, 마침 준코와 놀러 가 있었다. 아침에 목욕을 하고 준코가 만든 베이컨 
에그를 먹고, 그리고 점심나절이 지난때 조깅을 하러 나갔다. 별장 지대를 달리고 
있었다. 달리고 있던때까지밖에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자동차에라도 치인 것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오른쪽 전방에 오랜지색 불길에 싸여서 휘발류의 냄새가 열풍과 
함께 전해왔다. 상당히 멀었기 때문에 행진이 멈추지는 않았지만, 오다기리는 다시 
조금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그리고 거대한 오렌지색 커튼처럼 보이는 불꽃으로 몇 
명인가의 병사들이 달려가는 것을 알았다. 병사들은 정말 매료될 정도로 빠르고 
부드럽게, 덤불 사이를 스케이트로 미끄러지듯이 실루엣이 되어 이동해 갔다. 저 
오렌지의 불꽃은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네이팜탄이다. 
행진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오다기리는 양 손을 살짝 비비면서 어쨌든 견디기로 
작정했다.
  나의 어디에 이만한 체력이 남아 있었던 것일까, 하고 오다기리 스스로도 탄복할 
정도의 행진은 계속되었다. 발에서 최초로 엄지발가락의 감각이 없어지고, 이윽고 
모든 발가락으로 퍼져서, 발끝이 썩은 목재가 된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되었다. 
오르막의 비탈이 되어도 걷는 페이스는 변함없어서 땀으로 셔츠가 흠뻑 젖고, 
내리막이 되면 그것이 차가워져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계속 똑같은 것 같은 숲이 
이어졌고, 고요했다. 쭉 저녁 무렵처럼 몽롱하게 어둑했고, 때때로 화약이나 휘발유의 
냄새가 흘러들었으며, 병사들이 이동하는 것을 몇 번인가 목격했다. 피로가 무릎에 
고여 와서 진창의 얕은 구멍에 발이 빠져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고, 비현실감이 
엄습해 와서 소리를 질러 볼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병사의 시선 
같은 것을 느끼고 참았다. 그 정도로 확실히 타인의 시선을 압력으로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자신이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추위와 피로로 인해 이젠 아무래도 좋다고 
느껴졌을 무렵, 전방이 희마하게 밝아졌다. 터널의 출구와 비슷하게 200미터 정도 
앞이 부자연스럽게 밝아져 있었다. 숲의 일부가 잘려서 밝아진 장소는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게도 인공적이었다. 그 장소가 가까워짐에 따라서 오다기리는 가슴이 뛰었다. 
사후 세계의 재판소는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숲과 그 장소와의 경계는 몇 장이고 겹처진 여러 가지 색깔의 물결 모양 플라스틱 
지붕이었다. 그 지붕 위에는 나뭇가지가 얹혀 위장되고 있었다. 꼭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는 것 같이 길이 점차 넓어 져서,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그 
건너편에는 같은 간격으로 매달린 백열등이 있었다. 인공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 
백열등의 불빛이 플라스틱 지붕을 묘한 색으로 비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길이 부채꼴로 넓어져 가는 데서, 진창은 없어졌다. 흙이 
단단하게 밟혀 다져져 있고, 군데군데 자갈이 깔리고, 일부는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다. 행진해 온 사람들은, 백열등에 비춰진 지하 광장에 모여 있고, 오다기리도 그 
중에 섰였다. 뒤에서 100명 정도가 더 와서, 농구코트 정도의 광장은 인간으로 
메워졌지만,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헛기침을 하는 사람도, 하품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옷이 스치는 희미한 소리와 수백 사람 사람의 호흡만이 백열등이 
비추는 광장에 있어서, 그것이 숨막힐 정도의 긴장을 낳고 있었다. 4분의 1 정도의 
인간이 방독면을 쓰고 있었는데, 낮은 한숨과 함께 될 수 있으면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것을 벗고 있었다. 클래식의, 그것도 최고 수준의 교향악단이 
연주하기 직전과 같았다. 집단을 둘러싼 형태로 병사가 몇 명인가 서 있었다. 헬멧 
때문에 얼굴을 잘 알 수 없었지만, 모두 키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일본인 같았지만, 
텔레비전 같은 데서 본 육상 자위대의 전투복과는 색과 디자인도 달랐다. 움직이지 
않고 서 있을 때라도, 병사들은 의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 장소에는 룰이 있어서 그 
룰이 깨어지면 1밀리그램의 주저도 없이,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장 심플한 방법으로 
실력을 생사한다고 하는 의지였다. 그것은 물결과 같은 공기의 흐름이 되어 광장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그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여자를 빼앗겼다고 
말하며 비수나 식칼이나 목도를 들고 포르느 비디오 회사의 사무실에 행패부리러 온 
마약 중독인 야쿠자(역자주:일본의 조직 폭력배)도 절박한 공기의 파동을 발산하고 
있었지만, 그런 하등한 것이 아니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사후 세계의 군대인지는 모르지만, 저놈들은 철저히 단련되어 있다.
  차렷, 하는 맑은 음성이 광장에 울리고, 앞쪽에 있는 베니어 판을 붙인 작은 방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수백 사람은 일제히 척 몸을 굳히고 똑바로 섰다. 
  남자와 여자로 갈라져라, 여자는 앞을 보고 오른쪽에서부터 3열, 남자는 5열 종대, 
앞쪽의 조사실에 순서대로 들어와, 조사 뒤에는 조사관의 지시가 있다. 명령은 즉시 
전달되어, 베니어 판을 붙인 작은 방을 앞에 두는 형태로 8열의 종대가 생겼다. 
종대라고 해도 뒤 쪽의 공간이 그다지 없기 때문에, 디즈니랜드의 스페이스 
마운틴(역자주:어두운 공간을 청룡열차가 달리는 놀이 기구)이나 하와이의 입국 
관리국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처럼 대열은 몇 겹이고 구불구불했다. 베니어 판을 
붙인 작은 방은 여덟 개가 있고, 오른쪽의 세 개에만 문이 있었다. 작은 방의 조명도 
백열등이고, 간단한 책상과 의자가 있고, 조사관이라고 생각되는 사내들이 앉아 
있었다. 사내들의 모습과 나이는 가지가지였다. 오다기리의 줄은 왼쪽에서 세 
번째였다. 줄의 맨 앞 사람이 각각의 작은 방에 들어가니 여럿의 말하는 소리가 
동시에 광장까지 들려왔다. 
  "미통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먼저 자진 신고하라, 그런다음 검사가 있지만, 먼저 
자진 신고를 하라."
  "미통입니다."
  제일 오른쪽 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여자용의 작은 방에는 문이 있기 때문에 
목소리만 새되게 울린다. 미통? 오다기리는 웃음이 터질 듯했다. 버진 말인가? 그러나 
왜 그런 걸 맨 처음으로 묻는 건가, 마치 내가 하고 있던 비디오 오디션의 맨 처음과 
같지 않은가.
  "미통은 아닙니다."
  "그러면 혼인증을 제출하라."
  "저희 구역에서는 혼인증은 발행되지 않고 있읍니다. 소비에트 21구입니다."
  "그 명칭은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극동구의 3지구입니다."
  "태어난 곳도 같은가?"
  "그렇습니다."
  "니이가타인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 백지에, 주로 현재 니이가타 항만부의 개략도를 그려, 대강이라도 
좋아."
  그런 이야기는 두 번째 방에서도 나오고 있었다.
  "검사는 생략한다. 구역의 이름과 성명과 나이를 말하라."
  "올드 도쿄에서 왔습니다. 시마모리 하쓰미 프랭크라고 합니다. 나이는 마흔아홉이 
됩니다. 준국민 본부 발행의 카드를 가져 왔습니다."
  "질문 이외에는 대답하는 것이 없도록 주의해, 카드는 아직 보이지 않아도 좋아. 
아들과의 대면을 바란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아들의 이름을 말해."
  "시마모리 다쿠로우 휴버트, 또는 프랭크 다쿠로우 휴버트라고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등록은 시마모리 다쿠로우로 되어 있다. 아들은 이제 막 국민으로 등록되었다."
  오른쪽 세 번째 작은 방에서 조사관이 그런 식으로 말하자, 중년의 부인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슬퍼서 울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 울음소리. 오다기리는 
이야기의 내용을 전혀 몰랐다. 단지 사후 세계의 재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오른쪽 네 번째 작은 방에는 문이 없기 때문에 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상에는 타자기 같은 시커먼 기계가 놓여 있었다. 조사관과 조사당하는 인간은 
책상을 사이로 마주 보고 있었다.
  "성명과 구역, 나이를 말하라."
  "중부 DMZ, 야마다 노부오 멘데오, 이십육 세입니다."
  "목소리가 작아, 주위를 봐. 여덟 명이 조사를 받고 있어. 조사관은 네놈이 알고 
있는 대로 전원 준국민이다. 네놈은 비국민인 주제에 들리지 않는 소리를 내는 거냐."
  "실례했습니다."
  하쓰미 프랭크? 야마다 노부오 멘데오? 그러고 보니 순서를 기다리는 무리에도 
혼혈아가 많았다ㅓ. 오다기리는 처음으로 그것을 깨달았다. 행진 중에는 추위와 
피로에다가 방독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기에 다른 인간의 얼굴을 볼 겨를이 
없었다. 슬쩍 주위를 살펴보고 오다기리는 깜짝 놀랐다. 자신을 제외한 거의 전원이 
혼혈이었기 때문이다. 그 혼혈의 인간들이 때때로 이상한 듯한 표정으로 오다기리 
쪽을 보았다.
  "실례했습니다아."
  오른쪽 네 번째 작은 방의 사내는 한층 큰 목소리를 냈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쓸데없이 큰 목소리는 필요없다. 내게 들릴 수 
있을 목소리이면 돼. 다시 한 번 성명과 구역, 나이를 말해, 네놈 혼자 시간을 쓸 
수는 없어."
  "중부 DMZ, 야마다 노부오 멘데오, 이십육 세입니다."
  "한 번만 더 말ㅇㄴ다. 이제 두 번 다시 말하지 않을 거야. 제대로 된 신고를 해, 
네놈들 같은 비국민은 교육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하게 될 경우,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유엔군 포로와 함께 헬리콥터로 돌려 보내진다고 하는 따위의 소문도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없어,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중부 DMZ 따위의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마, 그것은 구역 이름이 아냐, 
네놈들이 이동해 온 곳도 중부 DMZ의 일부가 아닌가."
  "실례했습니다. 구나가노입니다."
  여덟 개의 작은 방에서 일제히 조사라고 불리는 것이 행해지고 있어서 확실히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운전 면허 교부 창구나 시청의 시민과 카운터와 같은 나른한 
분위기는 없다. 질문이 상당히 세부적으로 자세한 데 비해 대화는 무서울 정도로 
신속했다. 질문의 요점이 명확하기 때문이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그렇다 
해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구역, 이름, 나이를 말하라."
  "구오사카, 드세트 다쓰오 헨드레이, 이십일 세입니다."
  "준국민 시험에 지원한다고 서류에 적혀 있군."
  주위를 보니,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웨이스트 백이나 배낭에서, 
될 수 있는 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며, 뭔가 기록 같은 것을 꺼내고 있다. 역시 
사후 세계의 재판소는 아니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죽은 뒤에 뭔가 서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남자용 작은 방의 바로 
한가운데서 조사를 받기 시작한 드세트 다쓰오는 다음과 같은 대화 뒤에, 병사가 아닌 
간수 같은 인간에게 도중에 어딘가로 끌려가 버리고 말았다.
  "눈이 나쁜가? 서류에는 건강이라고 되어 있는데."
  "수면 부족 탓입니다. 준국민의 셸터(역자주:핵전쟁 등에 대비한 대피호)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젯밤 그다지..."
  "동공 검사를 한다."
  " 눈은 나쁘지 않습니다."
  "네놈은 '향현'을 너무 했어, 언더그라운드에 가면 죽도록 '향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조사를 끝낸다"
  오다기리는 왼쪽에서 세 번째 줄에 서 있었다. 여덟 개의 작은 방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시간은 꽤 빨리 지나가서, 순서가 차츰 다가왔다. 오다기리 앞에 줄 서 있는 
것은 아마도 흑인과의 혼혈인 듯한데 귀 뒤쪽에 화상의 흔적 같은 것이 있고, 
엉덩이가 뾰족한 훌륭한 근육을 갖고 있었다. 머리는 짧게 올려 쳤고, 꽤 큰 등가방을 
멨으며, 줄 서 있을 때도 전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다음, 하는 소리가 나자 
그 사내는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등가방을 내리더니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구역, 이름, 나이를 말하라."
  "올드 도쿄, 가즈오, 이십 세에서 삼십 세."
  "일본어는 할 수 있나?"
  "말할 수 있습니다. 읽지는 못해도."
  "구제도의 어디에 살고 있었나?"
  "태어난 곳은 웨스트 봄베이 슬럼입니다만, 여기에 오기 전, LAJ에 있었습니다. 아, 
라틴 아메리카 정션(junction)입니다."
  "등록 카드는 있는가?"
  "없습니다. WBS, 아, 웨스트 봄베이 슬럼은 도시로서의 기능이 없었습니다."
  "이름은 가즈오뿐인가?"
  "슬럼의 교회에서는 에이브러햄이라던가 하는 그런 이름이 붙여 졌었습니다. 저는 
언더그라운드를 동경하고 있었기에 스스로 일본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도, 
사이토라든가 야마다라고는 붙일 수 없었습니다. 가즈오뿐입니다."
  "나이지리아계 얼굴이군."
  "모르겠습니다."
  "이 년 전 봄베이의 봉기에 참가했었나?"
  "했습니다."
  "유엔군의 장갑차를 네 대 파괴했다고 구제도의 준국민 본부로부터 보고를 받았지."
  "정말은 여섯 대입니다."
  "무기는, 드래건(역자주:미국제 대전차 미사일의 일종)인가?"
  "아니오, RPG-7D, 러시아제 대전차포입니다."
  "준국민 등록 시험을 치러 온 것을 환영한다. 등록되면 정식 번호 외에도 이름이 
준비된다."
  "저는 흑인인데도."
  "네놈은 모르는가, 일본국에서는 준국민이든 언더그라운드의 국민이든 어떠한 
으미에 있어서도 차별은 없는 것이다."
  흑인인 가즈오의 모습이 작은  방의 출구로 사라자지, 바로 다음이라고 하는 소리가 
울렸다. 오다기리는 손발의 끝이 떨리기 시작하고, 오줌이 마려운 것을 느꼈다. 앉아, 
조사관은 볼이 홀쭉한 초로의 사내였다. 눈매가 날카롭고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며 
야무졌다. 학자 같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초로라고 판단한 것은 주룸이 많고 
얼굴의 피부가 팽팽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훨씬 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의지가 강해 보이고, 금욕적인 얼굴로, 예를 들면 형사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타입이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하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등밥이도 팔걸이도 없는 
둥근 목제 의자에 앉았다. 대단히 긴장하고 있었다. 이 자리를 잘 모면할 방법은 
없다고 각오를 했지만, 이제 될 대로 돼라 하고 태도를 바꿔 꼬장을 부릴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경찰의 취조 정도라면 상황을 봐가면서 발뺌하는 방법을 생각해 가면 
되지만, 여기선 그런 짓은 허용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림짐작도 되지 
않지만, 이 곳의 조사 방식은 단순하다. 단순한 것일수록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 
눈썹 하나 까딱 안하고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 입힐 수 있다. 조사관도 그런 얼굴을 
하고 있고, 전체가 그런 분위기다. 도망친다면 그 병사가 펠레보다도 빠르게 눈앞에 
나타날 것이고, 첫째, 어디로 도망쳐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안쪽의 출구는 좁은 
통로에 연결되어 있지만 어두워서 앞쪽은 잘 알 수가 없었다.
  "서류를 제출하라."
  조사관은 무슨 더러운 존재처럼 오다기리의 얼굴을 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서류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신분을 증명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해서 오다기리는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운전 면허증을 조사관에게 
내놓았다.
  조사관은 손에 들고 잠시 바라본 후 구리와 비슷한 칙칙한 색의 구식 타자기 같은 
것의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자판을 만지자마자 기계의 내부에서 패널이 나왔다. 
모니터 판으로 되어 있는 듯 조사관의 얼굴이 황색으로 밝아졌다. 액정 패널이었고, 
그것은 오다기리가 본 적도 없는 형태의 컴퓨터였다. 더욱이 코드가 없었다. 책상도 
의자도 작은 방의 벽도 조사관이 입고 있는 사무복 같은 것도 지독히 조잡한 
재질이어서, 그로테스크한 형태의 그 컴퓨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건 뭐야."
  조사관은 눈앞에서 면허증을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운전 면허증입니다."
  "어째서 이런 것을 위조했는가? 다른 서류는 없는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정신이 들어 보니 그 행진에 참가하고 있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여기에 온 것입니다. 그런 사실을 말해 본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직감하고 있었다.
  "그 밖의 서류는 없습니다."
  "너는 어디서 왔어?"
  "국민 병사의 보고에 의하면 돌연 출현했다고 되어 있군. 무얼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단지 행진에 끼여들었기에, 스파이인가 하고 사실을 생각했지만, 유엔군의 
새로운 구상인지도 모른다고 감시하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그런가, 하나는 알았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나는 돌연 여기에 출현한 
것이다.
  "스파이인가?"
  "아닙니다."
  조사관은 책상 서랍을 열고 금속제 쌍안경과 비슷한 형태의 기계를 꺼내어, 
오다기리의 두 눈에 렌즈르르 갖다 대고는, 눈을 감지마, 하고 말했다.
  "동공의 흔들림은 없어, '향현'을 사용한 흔적은 없군, 그 행진의 장소에 숨어 
있었나?"
  "아닙니다."
  "당연해, 숨어 있는 건 불가능하다. 너는 수상한 점이 많아, 이 위조 신분 증명 
카드의 주소 말인데, 그걸 복창해 봐."
  "도쿄 도 신주쿠 구 야라이초 14번지 8호 새털라이트 맨션 808입니다."
  "야라이초. 전쟁 전에는 실재했던 지명이다."
  전쟁 전이라고? 오다기리는 이 장소의 비밀에 조금은 스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다기리는 어떤 일이 생각났다. 지갑에서 1만엔 지폐를 한 장 꺼내 조사관의 눈앞에 
내놓아다. 조사관은 안경을 쓰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앞뒤를 조사하더니 이윽구 
고개를 흔들었다.
  "너는 누구냐? 창(역자주:중국인을 멸시해 부르는 말인 창고로의 첫 음절)과의 
혼혈은 아닌가? 규슈(역자주: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의 큰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의 중국 분구에서 온 것은 아닌가? 이처럼 정교한 지폐는 본 적이 없어."
  조사관은 무언가 알아차린 듯 오다기리의 손목을 가만히 보고 나서 말했다.
  "시계가 오 분 늦고 있어."


    2. 잡거방

  "호텔에 묵으려고 생각했던 거야?"
  몸집이 작고 젊은 혼혈인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조사는 도중에 중단되었다. 
오다기리는 돈이랑 카드류랑 운전 면허증 따위를 지갑째 몰수당하고, 회색의 조잡한 
옷감의 제복을 입은 간수 같은 인간에게 끌려서 이 방으로 왔다. 베니어 판으로 
나뉘어 있는 좁은 통로를 5분 정도 걸려졌다. 그 사이 간수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간수는 왼팔이 어깨부터 없었고, 역시 혼혈로, 얼굴에도 상처가 있었다. 그런 
상처가 무엇에 의해 생겼는지 오다기리는 알 수 없었다. 베어진 상처도 찢어진 상처도 
화상의 흔적도 아니다. 왼쪽 볼 근처였는데, 피부나 살을 잇대어 꿰매 놓았다. 다른 
피부도 그 잇대어 꿰맨 곳으로 땅겨지고 있었다.
  "당신에 대해선 뭐든 다 알고 있어, 당신은 중국인이야, 그래도 나는 당신을 
창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작은 몸집의 그 젊은 혼혈 사내는 분명히 다쓰오라는 이름으로 오다기리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조사를 중단당하고 간수에게 끌려나갔던 자였다. 이방은 틀림없이 
조사할 가치가 없다고 결정된 인간을 모아 놓은 곳이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방이라고 해도베니어 판의 벽과 맨땅과 백열등뿐으로, 네댓 평 정도의 넓이에 
오다기리를 포함해서 일곱 명이 수용되어 있다. 침대는 물론 의자도 테이블도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은 밖에 있어서 문을 열고 30미터 정도 나아간 곳에 있다. 
문에는 자물쇠가 없지만 화장실에 갈 때말고는 누구도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 
무릎을 껴안듯이 하고 땅바닥에 앉아 있다. 문 반대편의 벽 쪽으로 오다기리도 그렇게 
앉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이 상당히 추워져 왔다. 여기서 어떻게 자야 
좋을까, 무엇보다도, 자거나 해도 좋은 것일까, 하고 젖은 신과 양말을 벗고 생각하고 
있자니, 그 자가 옆에 와서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나에겐 중국인 친구가 있는데 창이라고 부르면 그녀석도 화를 냈어, 당신은 
이상해, 얼굴도 좀 이상하고, 복장도 이상하다고, 이런 폭신폭신한 옷을 나는 본 적이 
없어."
  혼혈의 젊은 사내는 오다기리의 오리털 재킷을 살짝 만지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니야, 잡지에서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야, 당신은 짐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네, 호텔에서 묵을 거라고 생각했나? 나도 딱 한 번 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어. 올드 도쿄가 아니라, 오사카의 호텔이긴 해도. 아직 올드 도쿄에 가 
본 적이 없어, 당신은 가 본 적이 있겠지."
  그 젊은 혼혈 사내와 이야기를 해서 정보를 얻는 것이 좋을지 어떨지 오다기리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이 방에 있는 녀석들은 이 자처럼 어쩔 수 없는 놈들뿐이겠지, 
모두 젊지만, 다른 예를 들어 저 목덜미에 화상의 흔적이 있던 흑인과의 혼혈하고 
비교한다면, 얼굴에 야무진 데가 없고 눈이 이상하다. 행진에 참가하고 있던 수백 명 
중에 쓰레기가 이 방에 모여 있는 것이다. 수백 명 중에 쓰레기가 일곱 명이라면 
적은걸, 이 자와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걸까, 태도로 본다면 완벽한 
호모인데. 호모까지 있으니,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역시 사후의 세계는 아닌 것 
같다.
  "오사카의 정션에 있는 호텔에서 말이야, 굉장했어, 당신은 올드 도쿄를 알고 
있으니까 정션이란 게 교차점이 아니라 슬럼이란 걸 알고 있겠지? 나는 몰랐었지, 
지독한 호텔이었어. 물론 물은 나오지 않았고, 내가 자란 곳에는 없는 기묘한 벌레가 
바닥에 기어다니고 있었지."
  오사카라고 하는 것은 오사카를 말하는 걸까? 올드 도쿄라는 것은 어디인가, 여기는 
도대체 어디이고... 오다기리는 그 젊은 혼혈 사내에게 묻고 싶어서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을 자제시키고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길러 와서 그 자신을 지켜 온 
위험에 대한 예고 능력 같은 것이었다. 의식이 돌아오고 나서, 쭉, 그 병사가 
그림자처럼 나타나서 그림자처럼 사라져 간 때를 정점으로 하여, 광장에서의 자사만 
해도, 이곳의 세계는 단순한 원칙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것이 피부를 통해 전해져 
왔다. 야쿠자 조직은 더욱 복잡했다. 돈이나 연줄이 유효했고, 알기 어려운 서열도 
있어서, 시스템을 기억해 두면 꽤 융통성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는 다르다고 
오다기리는 직감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곳의 시스템은 무섭도록 단순해서, 그 틀의 
밖으로 나가면 바로 배제되어 버린다. 즉, 간단히 죽임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행진의 
도중부터 쭉 느꼈던, 날이 선 공기 같은 독특한 차가움의 정체를 조금 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죽음이 가까운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오다기리가 조금도 지껄이질 않아서 젊은 혼혈 사내는 혀를 차고는 옆으로 향하고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백열등에 몇 마리의 벌레가 몰려 있었다. 다리에 깔쭉깔쭉한 
것이 나 있고, 개미에다 잠자리의 날개를 붙인 것 같은, 본 적이 없는 벌레였다. 
백열등의 표면에도 태연하게 달라붙는다. 열에 강한 것이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 귀찮게 말을 걸고 있던 젊은 혼혈 사내가 머리 주위를 나는 
한마리를 손바닥으로 쫓았다. 작은 벌레여서 풍압 때문에 날려 오다기리의 무릎 위에 
떨어져 왔다. 잘 보니 벌레는 꽤 단단한 것 같은 겉껍데기를 가졌으며, 반투명한 
날개와 깔끔깔끔한 다리가 그 속에 꼭 숨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풍압에 날려도 
그 흐름에 거스르거나 하지 않고, 날개를 단단한 겉껍데기의 안쪽에 넣고서, 
무엇인가에 닿고 나서야 자세를 가다듬고 먼저 다리를 내놓은 후, 날개를 내놓고 
있었다. 벌레를 보고 있던 오다기리는 행진의 도중 몇 번이고 있던 땅울림과 
화약냄새를 생각해 내고, 이런 벌레는 불이나 폭풍에 강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갑자기 몇 겹이나 되는 베니어 판을 통해서 희미한 술렁거림이 들려왔다. 상당히 
떨어진 장소에 수천 명의 군중이 모여 있는 것 같은, 그런 술렁거림이었는데 조금 
있자니 그것이 멈추고 부자연스러원, 그리고 완전한 침묵이 있었다. 돌연 
피아노소리가 들려왔다. 베니어 판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인데다 거리가 떨어져 있어 
음량은 작았지만, 오다기리는 소름이 끼쳤다. 클래식 음악으로 곡명은 드뷔시의 
'판화'였다. 오다기리는 음악에 대해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었지만, 준코 이전에 
동거하고 있던 여자가 좋아해서 3년 정도 아침부터 잘 때까지 클래식을 들었었다. 
최초엔 부자의 음악이라고 싫어했지만, 그러는 동안에 어느 사이엔가 좋아하게 된 
자신을 알게 되었다. 드뷔시의 이 곡은 당시 몇십 번이나 들었던 것이지만, 지금 
들려오는 연주는 훌륭한 것이었다. 실제로 연주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라디오인지 레코드인지 볼륨이 낮아서 알 수는 없지만, 마치 소리의 입자가 예쁜 
형태로 공중에 흩어져, 비누 방울이나 무지개처럼 눈에 보이는 것으로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소리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던 것이다.
  "젠장, 또 묘한 콘서트가 시작돼 버렸어, 잘란 체하고, 왜 이런 빌어먹을 클래식을 
들려 주는 거야, 뭐 잘낫다고."
  곁에 있던 젊은 혼혈 사내는 내뱉고 일어나서, 방의 건너편 쪽으로 가 버렸다.
  오다기리는 귀를 귀울였다. 클래식 연주가 이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줄은 이제껏 
인식하지 못했었다. 특별히 그 당시 동거하고 있던 여자를 생각해 낸 것도 아니었는데 
숨가쁠 정도의 요염함을 느꼈다. 단조롭고 규칙적인 행진, 뱃속까지 울리는 땅울림, 
화약냄새, 무기적인 조사, 그리고 맨땅이 그대로 나와 있는 방, 모든 것이 살벌한 
가운데 돌연 들려온 피아노소리는, 마치 반 년간 구치소에 있다가 출소한 직후 실크로 
된 시트가 깔린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손짓하는 여자와 같은 것이었다. 소리의 한알 
한알이 털구멍이나 땀샘으로 스며들어와서, 추위와 피로와 긴장을 풀어 갔고, 
오다기리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 있는 것에 정신이 들었다. 그것이 드뷔시 
때문인지, 연주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음악에 그런 관능적인, 언제나 섹스의 
상대가 되어 주는 예쁜 여자와 같은 힘이 있는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몰랐다.
  "역시 와카마쓰의 피아노는 대단해."
  얼굴을 드니 코가 붉은 백인이 바로 옆에 서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제임스 사와다 해리슨, 잘 부탁해, 자네의 이름은?"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어 왔다. 보기에는 완전한 백인이지만, 이름을 
들으니 혼혈인 것 같았다. 금발에 피부색이 너무 하ㅇ기에 나이를 알 수 없었다. 
오다기리 아키라다, 하고 말하고 손을 내미니, 그 손을 잡고 조금 싫은 얼굴을 했다. 
외국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자연스런 악수였다.
  "그런 뻔한 거짓말은 여기선 하지 않는 편이 좋아, 일본인의 이름 같은 걸 말하면 
지독한 일을 당한다고 들었어, 자네는 아까 와카마쓰의 연주에 감동하고 있었지, 나는 
구시코쿠(역자주:시코쿠는 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의 큰 섬 중 제일 작은 섬)의 
영국구에 있었기 때문에 '항현'에 손댔다가 여기에 집어넣어져 있지만, 정말로 
준국민이 되고 싶어서 여기까지 고생해 온 거야, 너도 그렇지? 중국이면서 준국민이 
되고 싶어하다니 이상하다고 아까부터 쭉 생각하고 있었찌만, 와카마쓰의 피아노를 
듣고 있는 걸 보고 역시 나랑 한패구나 하고 생각했어. 그래서 말이야, 진심으로 
충고하지만 일본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그만두는 게 좋아. 그건 여기선 범죄야, 
중국 분구에서도 이상한 사람으로 통했겠지만, 규슈에서 용케도 왔어, 진짜 이름을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거야 여기선 중국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규슈에서 
왔기 때문에, 정말 진심으로 준국민이 되고 싶다는 거지, 그렇지?"
오다기르는 아아, 그렇긴 한데, 하고 긍정했다. 여기가 어디고, 왜 자신이 말려들어 
버렸는지는 여전히 완전한 수수께끼이지만, 이 이야기를 그들에게 맞추어 보고 정보를 
얻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야, 영국구에 가 본 적은 있어?"
  아니, 하고 오다기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데도 지독하다는 건 알고 있어, 올드 도쿄로 나가는 놈은 많지만, 이야기를 
들은 바에 의하면 슬럼 중에 거리가 점재한다고 말하고 있어, 점재한다고 말한단 
말야, 점재."
  점재라고 말하고 흰 피부의 제임스 사와다 해리슨은 오다기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점재, 점으로서, 또는 흩어져서 뿔뿔이 존재한다는 것, 영국구에서는 오늘날 
일본어 학교가 제로가 되어 버렸어. 삼 년 전, 아니 벌써 사 년 전이 되나, 바보 같은 
영국이 SAS(역자주:영국의 대태러 특수 부대) 일개 중개를 투입하여, 준국민의 게릴라 
본거지라고 착각하고서 일본어 학교를 파괴해 버렸던 거야. 그놈들은 정말로 바보야. 
그런 짓을 하면 언더그라운드의 인기가 점점 오른다는 걸 몰라. 나는 거기서 일본어의 
학습이 스톱되어 버리고 말았어. 그래도 말이야, 알고 있잖아? 점재라는 말도 알고 
있어, 혼자서 쭉 공부를 했던 거야. 너는 보아하니 이미 중년이군. 더구나 중국계지, 
중국계의 비국민은 없다고 곧잘 말들 하지만, 몇 사람이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스탠더드한 중국인가?"
  중국인이 아니야, 하고 오다기리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상대에게서 정보를 얻는 
경우, 이쪽은 될 수 있는 대로 지껄이지 않는 편이 좋다. 게다가 언제나 애매하게 
작고 소곤거리는 소리로 대답할 일이다. 그것은 오다기리의 범죄자로서의 지혜였다.
  "그렇지, 중국 분구에는 일본어를 공부하는 시설이 없지, 그런데, 너는 어디서 그런 
정도의 일본어를 마스터했어? 나는 여기에 오는 동안, 두 사라마의 조사관이 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들었어. 좀 이상한 일본어이긴 해도 인토메이션이랑, 뭔가 
결국 악센트라는 것이겠지만."
  피부가 흰 제임스 사와다 해리슨은 마스터라든가 인토네이션이라고 할 때, 일본인이 
말하는 영어가 아니라 영국인이 하는 영어의 발음이 되었다. 그가 오다기리에 말하고 
있는 것은 그 반대일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본 전체가 혼혈아투성이가 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것과, 그 혼혈아들이, 일본인으로, 아니 그들의 말로 하자면 
준국민이란 것으로 되고 싶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완벽하다고 말하고 있었어, 스파이라고 의심받고 있으니 정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돼. 그래도 나는 네가 스파이가 아니란 걸 알고 있어. 즉, 스파이는 그런 
식으로 와카마쓰의 피아노에 감동할 리가 없는 거야. 너는 어째서 그렇게 감동할 수 
있었을까?"
  오다기리는 이 흰 피부의 제임스 사와다 해리슨이 어떤 역할을 띠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걸어오는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해 보았다. 즉, 오다기리가 스파이인가 
어떤가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고 해도 오다기리로선 어쩔 
수가 없다. 오다기리는 이곳의 시스템이나 룰을 모르는 것이다. 아무튼 조금이라도 
정보를 입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의 피아노는 훌륭했다. 저건 라이브일까? 오다기리는 그렇게 말했다.
  "물린이지, 와카마쓰는 기본적으로 쭉 언더그라운드에 있어. 작년에 저런 형태로 
뉴욕과 런던에서 공연했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를 떠나 버린 것 같은 인상이 있긴 
하지만, 그렇기는 커녕, 너는 몰라? 와카마쓰는 말이야, 자선이라는 명목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공연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정치적인 발언은 일체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규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후에 뉴욕에서도 런던에서도 선언했어. 나는 언제나 
언더그라운드의 국민 게릴라와 같이 있다고. 언더그라운드의 포퓰레이션은 현재 
이십육만이지만, 일본인의 혼이 근절되는 일은 없다, 이 내가 그 증거다. 그렇게 
말해서, 미국인도 영국인도 박수 쳤던 거이야. 그건 모든 미디어에 실렸잖아. 중국 
분구에는 텔리비젼도 신문도 없는 거야? 설마."
  그럼, 지금 일본인은 이십육만명 밖에 없는 거지?
  "아니, 정말 신문도 텔레비전도 없어? 언더그라운드의 일본 국민은 실제로 
이십육만보다 적어, 십일 년 전에 준국민도 국민이 될 수 잇다고 하는 역사적인 
결단을 언더그라운드가 내리고 나서 우리들에게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점멸했잖아. 
점멸했다, 점멸,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 그리고 뭔가가 나타났다가 
가라졌다가 하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하지. 점이라는 말이 좋아서, 나는 점이 포함되는 
숙어를 외웠었어. 점이란 말이지 멋져, 도트와도 포인트와도 스폿과도 뉘앙스가 
달라서 포에틱해. 아아, 그래도 준국민 심사를 받는 무리들은 좋겠다. 와카마쓰의 
연주까지 들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 곡은 뭐라는 곡이었지, 처음 곡, 아름다웠어."
  일본인이 26만 명밖에 없다고 하는 사실에 놀란 오다기리는, 더욱 나지막한 소리로 
드뷔시야 하고 말했다. 응? 하는 얼굴로 사와다가 오다기리를 보았다.
  '판화'라는 곡이야, 그렇게 덧붙이니 사와다의 하얀 안색이 변했다. 너는 누구야, 
하며 오다기리의 눈을 노려보았다.
  "뭐라고? 지금 뭐라고 말했어? 드뷔시라고, 그리고 곡의 타이틀은 '판화'라고? 
판화라면 무슨 그림이겠지. 그건 타이틀이란 건 이상해, 정말 그런 타이틀 곡이 있는 
거야?"
  사와다가 입술 끝에 거품을 물고 지독하게 흥분해 있어서, 오다기리는 자신이 
그에게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 조금 당황해서 설명했다.
  아니, 틀림없어, 그건 드뷔시였어, 그리고 곡은 '판화'야.
  "그럼, 지금 와카마쓰가 치고 있는 곡은 뭐야?"
  오다기리는 귀를 기울여 보았다. 다른 혼혈아도 오다기리와 사와다의 대화에 
주목하고 있어서 방은 조용해져 있었다. 피아노는 예의 개미 몸에 잠자리 날개를 붙인 
것 같은 벌레의 날갯소리보다도 약간 큰 볼륨으로 여기까지 들려왔고 역시 대단히 
맑은 음색이었다. 뭔가 빛을 내는 것으로 눈에 보이는 듯한 소리.
  이것도 같은 곡이야. 분명히 판화는 세 곡으로 나눠져 있어. 첫번째 곡은 
'탑'이던가, 두 번째 곡은 스페인풍의 것으로 아까부터 쭉 울리고 있었어. 타이틀은 
잊어버렸지만 이건 세 번째 곡으로 '빗속의 정원'이던가, 전부 드뷔시 거야.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지?"
  분노로도 불안으로도 보이는 표정으로 사와다는 오다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초리를 오다기리는 본 기억이 있었다. 결코 다 치유된 적이 없는 상처를 가진 자, 
언제나 두려움에 떨며 슬슬 달아나듯 살아온 자, 주위에 구원 같은 건 아무것도 
없었던 자, 적투성이 속에서 자라 온 자, 콤플렉스와 증오만으로 자신을 확인하고 
있는 자, 요컨데, 소년 시절의 자신과 그 한패들이다. 클래식 음악이 상징하는 것에는 
적의밖에 품고 있지 않았다. 어째서 이 녀석처럼 피부가 희고 코가 높으며 금발을 
가진 영국계라고 하는 혼혈아가 예전의 나와 같은 눈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와다나 그 밖의 혼혈 젊은이를 보고, 처음 알아차린 것이지만, 형편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팔꿈치에 구멍 난 셔츠, 누더기 같은 스웨터, 낡고 무거울 듯한 
가죽신, 기운 곳투성이의 블루 진, 뻣뻣한 옷감이라 입으면 편치 않을 것 같은 바지, 
양말을 신지 않은자도 있고, 가방이나 배낭도 마치 할아버지 적부터 사용했던 것같이 
닳아 낡아 빠진 것이었다. 이 녀석들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이 내가 상상도 
못 할 형편없는 환경에서부터 이곳에 와 있는 거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 여자에겐 
꽤나 이유 없이 화를 냈었다. 준코 이전에 3년간 사귀었던 그 여자, 이름이 뭐였더라, 
분명히 료코던가 하는 그런 느낌엉ㅆ다. 고생 모르고 자란 세다가야(역자주:도쿄의 한 
구로 비교적 부유층이 사는 지역)의 아가씨로, 철들 무렵주터 브람스를 들으며 
자랐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서 분노를 느꼈고,그 뒤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어 버렸을 때에, 그런 음악을 어릴적부터 자신의 것으로 해 온 인종에 대해서 
두려움 같은 것을 가졌었던 것이다. 료코라던가 하는 그런 이름의 여자가 단지 
허영으로 클래식을 듣고 있었던 것이라면, 그런 것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모든 것에는 태만하면서, 오다기리의 돈과 성적인 테크닉이 목적이라 함께 살았고, 
쉴새없이 다른 사내가 생겼으며, 플라티나 장신구만이 삶의 보람 같은 여자였지만, 
그녀가 듣는 음악만은 진짜였다.
  "너는 정말 어떤 사람이야?"
  사와다는 노려보는 것을 멈추고, 두려움을 나타내는 간살스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지껄이는 것도 정말 준국민이나, 아니 국민 같은 느낌도 들어, 설마 
스파이 감시관은 아니겠지."
  스파이 감시관이라는 말에, 방 안에 있던 다른 다섯 사람도 움찔하는 얼굴이 
되었다. 사와다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그런 게 아니야, 하고 
말했다. 엉뚱하게 오해를 샀다가는 정보를 입수할 수 없게 된다. 아니야, 하고 다시 
한 번 말하고, 오다기리는 미소지어 보였다. 미소는 생각지도 못한 효과가 있었다. 
사와다는 오다기리가 미소짓는 것을 보고, 일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그 
뒤에 긴장을 풀었다. 방 전체의 긴장이 느슨해졌다. 이 녀석들은 내가 일본인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26만 명밖에 없는 일본인은 아마도 여간한 일이 아니고는 미소짓거나 
하지 않는 것일 거다.
  "그러면, 내가, 아니 제가 준국민이 되고 싶다고 작정한 때의 일을 들어 줄 거야?, 
아니, 들어 주시겠습니까?"
  사와다가 그렇게 말하고 오다기리가 승낙하니, 방 안의 다른 무리도 슬슬 
모여들었다. 최초로 말을 걸어왔던 작은 몸집의 호모도 다가와서, 전원이 오다기리를 
둘러싸듯 앉았다. 사와다는 말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구시코쿠로부터 이른 시기에 손을 떼고 말았기에, 영국구에는 어느 
곳보다도 빨리 슬럼이 생겼고, 지금까지 거기에서 태어난 것은 펑크 록뿐이어었다."
  무릎을 껴안듯이 하고 앉아서, 오다기리의 바로 곁에 어깨가 서로 스칠 정도로 몸을 
가까이 한 사와다가 그렇게 지껄이기 시작하니, 같은 지구 출신자인 것 같은 
주근깨투성이의 마른 혼혈아가 그렇다, 하고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아주 낮은 소리로 
짧게 웃었다. 자기 자신을 조소하는 것 같은 웃음이었다. 
  "나는 제3세대이지만, 보아하니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같다고 생각해."
  제3세대? 오다기리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래, 제2세대일 리는 없어, 나는 스믈하나라서, 영국이 기술이민을 시작했던 것이 
1947년이니까, 나는 제3세대야.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영국이 스스로 시작한 
일이면서도 멋대로 손을 빼는 바람에, 무법 지대 같은 이미지가 최초로 생긴 것도 
영국구라서, 제2의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를 연상하고 있던 나의 부친 같은 사람은 
본국을 저주하기 시작했어. '향현'의 소문도 퍼져 가서 정크나 트랫슈나 가베지, 
핫차이나, 스캔, 여러 가지 칩 록이 유행했을 무렵, 아직 칩 록을 동경하던 하층 
계급이 본국에서 흘러들어왔지. 록 음악 이외의 산업도 없는데 슬럼은 점점 
확장되었어. 본국은 실업자를 쫓아 내기 위해서 특별히 배까지 전세 내어 준비했다니, 
내 양친은 본국이나 미국을 증오하게 되었지. 다른 구역보다도 언더그라운드에의 
동경이 강했다고 생각해."
  영국이 이민? 오다기리는 질문하고 싶은 것을 참고, 그런 건 물론 알고 있다는 
얼굴로 사와다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언더그라운드가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했을 무렵에 나의 아버지 세대는 일본어를 
학습하기 시작했어. 퍼브(역자주:영국풍 선술집)에 텔레비전을 보러 가서, 기록 필름 
같은 것이었지만, 언더그라운드의 병사들이 오사카나 올드 도쿄나 소비에트 구의 
게릴라전에서 유엔군을 해치우는 걸 보고 기뻐했었지. 물론 다케우치 겐지나 다른 
수출 게릴라의 기록 영화도 있었어, 영상에는 영어 자박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 
세대는 일본어를 알고 있는 할머니에게 부탁하기도 해서 몇 개인가의 일본어 학교가 
생겨났지."
  다케우치 겐지라니 누구였지? 하고 오다기리는 물었다. 질문은 하지 않으려고 
작정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참을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아니, 와카마쓰 같은 사람보다 백 배 유명한 일본인이잖아, 쿠바에 수출되어 
영웅이 된 게릴라야."
  아, 그랬었지, 하고 오다기리는 얼버무렸다. 이 나라는 병사를 수출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서의 일은 어디나 같지만, 구시코쿠는 아직도 터널이 없어서 준국민 
본부도 만들 수 없었고, 준국민 본부가 지도하는 일본어 학교도 없었어. 그래서 킹 
오브 리자드가 나와서 예의 사건이 일어났지. 아, 솔틱 비치가 데뷔하고 나서인가, 
펑크의 슈퍼 밴드가 나온 것이니까, 묘한 무리들이 '향현'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있어서 점점 파이스트 콜로니얼에, 별거 아니야, 그저 구시코쿠야, 모이게 되었어. 
로이드 보험 회사 중역의 아들이나 노동당 간부의 아이들이나 은행가의 딸내미들 등 
여럿이었지. 그래서 솔틱 비치가 출현하는 '소시얼'이라는 클럽에서, 어디의, 어느 
곳이었지?"
하고 사와다가 이야기를 중단하니, 주근깨투성이의 마른 녀석이 모나코라고 작은 
소리로 일러 줬다. 
  "그래, 모나코 왕실의 바보 같은 딸하고 잉글랜드 어딘가의 귀족 아들이 
살해되었지, 그것이 언더그라운드의 지시에 의한 것이란 게 되어서, 일본어 학교의 ㄱ 
ㅛ사가, 이 사람들은 비국민이긴해도 국민 의용군 생존자인, 5퍼센트 남은 일본인 
할머니들이었지만 체보당했어. 그래서 데모가 일어나 폭동이 되었지. 하지만 그런 
때에조차 터널이 없다고 해서 언더그라운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구시코쿠는 
언더그라운드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던 거야. 거기에다 본국의 멍청이가 SAS를 
투입해서, 남아 있던 몇 안 되는 비국민인 일본인을 죽여 버렸고 일본어 학교를 
파괴했어. 언더그라운드는 상대가 SAS인지라 침묵하고 있으니 도발하겠지, 그 이 주일 
뒤에."
  십육 일 뒤야, 하고 주근깨투성이의 마른 녀석이 정정했다. 주근깨는, 그날의 일을 
영국구의 비국민은 잊지 않아, 하고 덧붙였다.
  "응, 그랬었어, 십육 일 뒤였어. 언더그라운드가 단 열두 명으로 
세토나이카이(역자주: 혼슈와 시코쿠 사이의 폭이 좁은 바다)를 건너와서, 제3슬럼의 
폴리스 스테이션에 있던 SAS 일개 중대를 전멸시켰던 거야. 전투복에 조그맣게 꿰매 
붙인 일장기를 본 것만으로 경찰은 전원 도망가 버렸고, 구레(역자주:현재 히로시마 
근처의 군항)에 있던 유엔군이 무장 헬리콥터를 출격시켰을 때엔 이미 국민 병사는 
어디에도 없었어, 나는 그때의 신문을 오려 놓은 걸 갖고 있지."
  사와다는 두 군데를 두꺼운 테이프로 때운 누덕누덕한 웨이스트 백에서 그렇게 된 
영자 신문 오린 것을 꺼내어 오다기리에게 보였다. 그건 폭 5센티, 길이 7-8센티의 
기사로 아마도 텔레비전 화면에서 찍은 것이라고 생각되는 선명하지 않은 사진과, 한 
칸의 풍자 만화 같은 것도 있었다. 날짜는 1989년 5월 20일, 신문의 이름은 데일리 
메이커 파이스턴 콜로니얼이었다. 사진은 군복을 입은 인물로 커맨더 오브 
언더그라운드, 야마구치라는 설명이 있었고, 만화는 얼굴을 알 수 없는 몇 사람의 
병사들이 두려워서, SAS라는 헬멧을 쓴 많은 사내들이 달아나는 것이었다. 오다기리가 
신문 오린 것을 가리키며 영어는 잘 못 해, 하고 말하자, 주위를 둘러싼 혼혈아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안심한 듯이 숨을 내뱉었다.
  "...반 세기에 걸쳐서 유엔군과, 유엔군이라 해도 실질적으로는 미국 3군이지만, 
게릴라전을 치러 온 언더그라운드의 병사들에게 있어서, SAS 영국 특수 공수 임무 
부대 따위야 유치원 아이와 같은 것이었겠지, 열두 명의 결사대는 SAS 일개 중대를 
오십 분만에 전멸시켰지만, 커맨더 야마구치는, 열두 명은 너무 많았어, 다서 명이면 
충분했다고 말하고 있다..." 뭐야, 너는 역시 국민 같은 게 아니었지, 사와다가 
그렇게 말하자 오다기리는 왜 그렇게 생각해, 하고 물었다.
  "언더그라운드의 국민은, 아니 준국민만 하더라도 우리들보다 영어를 잘 해."
  오다기리는, 아, 그렇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좀 전의 신문 오린 것을 생각해 
내고 망연히 있었다. 여기는 일본이다. 그리고 이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7만 명으로 
줄어 있고, 지금도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어라? 하고 사와다가 오다기리의 왼쪽 손을 보고 자신의 시계와 비교하고는, 다른 
혼혈아들의 시계도 확인한 뒤 말했다.
  "이상하군, 우리들 시계는 싸구려지만, 준국민 심사에서는 시간에 정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확실하게 디지털로 맞춰 왔어. 우리들보다 당신의 시계는 꼭 오 분 
늦고 있어."

    3. 교정시설

  무섭도록 천장이 낮도, 잡거방과 같은 맨땅이 그대로 드러난 그 방에서 오다기리는 
3일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지냈다라고 하기보다 내버려 둬졌다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최초의 5, 6시간은 5분 늦는다고 말해진 시계를 보고 있었지만, 세 
차례 정도 얕은 잠에 엄습당하고서는, 지면에서 스며들어와 등줄기에 고이는 냉기의 
탓도 있어서, 경과 시간을 알려고 하는 기력이 없어지고 말았다.
  지하이기 때문에 태양은 보이지 않는다. 창이 없는 방에서는 시간 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오다기리는 처음 알았다. 소년원에서도 유치장에서도 
구치소에서도, 작긴 했지만 창문은 제대로 있었다.
  식사는 간수가 운반해 왔다. 그 내용은 유치장의 것과 비슷했다. 보리밥, 싱거운 
된장국, 무 절인 것, 거기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생선 말린 것이 함께 나오는 
때도 있었다. 지독하게 조악한 빵도 한 번 나왔다. 그것과 호박 수프, 모두 식어 
빠졌지만, 그 밖에 아무런 할 일이 없어서 전부 먹었다. 도니장국을 남긴 혼혈아가 한 
사람 있어서, "이건 누구 그릇인가?"하고 간부가 물었는데, 그 라틴계 혼열아가 
접니다, 하고 손을 올렸다. 그 자에겐 그 뒤 두 차례에 걸쳐 식사가 주어지지 않았다.
  도망치려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백열등은 계속 켜진 채여서, 전압이 내려가는지 
가끔 어두워졌다. 소곤소곤하는 혼혈아들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부터, 오다기리는 
좀더 정보를 얻고, 깨어 있는 동안에도 몽롱해져 오는 의식으로 그것을 정리했다. 
틀림없이, 여기는 일본이었다. 죽은 자의 나라, 사후의 세계라고 하는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일본이라는 고유 명사를 갖는 장소인 것임에 틀림이 
없다. 100퍼센트의 일본인은 26만 명밖에 없다. 그들은 국민이라든가 국민 게릴라라고 
불리며,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멋진 일이라고 하는 것처럼, 마치 F1 
레이서와 같은 압도적인 존재이다. 그 밑에 분명한 구별이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준국민이라고 불리는 많은 인간이 있다. 간수와 그 조사관의 거의 모두가 
놀랍게도 준국민이었다. 이 혼혈아들은 비국민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물론 여기서는 
오다기리도 그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1년에 두 번, 준국민 심사라는 것이 
있어서, 지금이 그 시기인 것이었다. 국민은 언더그라운드라고 불리는 곳에 있다. 그 
것은 중부 산맥의 지하, 후지 산의 북쪽이라고 말해지고 있지만, 혼혈아들 중에 
거기에 가 본 적이 있는 자는 하나도 없다. 준국민조차 언더그라운드에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일본은 몇 개인가의 블록으로 나뉘어 있다, 아니, 올드 
도쿄나 구시코쿠 같은 일부 지역에만 도회가 있는 것 같다. 훗카이도와 도호쿠와 
그리고 니이가타에 러시아 구라고 불리는 블록이 있는 것 같지만, 혼혈아들은 그곳에 
대해서 거의 지껄인 것이 없었다. 또 여섯 사람 중에 그 블록에서 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올드 도쿄는 속칭인 것 같다. 유엔의 통치 본부가 있고, 가장 강력한 
미국 3군에 의해 지켜지고 있지만, 인구가 각 블록 중에서 가장 많고 인구 밀도도 
높은 탓에, 크고 작은 여러 슬럼이 있어서, 거대한 범죄 도시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오사카라고 하는 것은 오사카나 고베 근처로, 겉으로는 상업과 무역 지구이지만 
가장 인종이 많고 치안은 올드 도쿄에 못지않을 정도로 나쁜 것 같다. 사와다의 
출신구인 구시코쿠는 중화학과 조선의 공장군이 있었지만 이미 영국이 손을 떼어서 
대량의 실업자가 남아 있다. 중요한 산업은 록 음악뿐으로 전체가 슬럼화되어 있다. 
'향현'이라는 약이 있어서 그것은 최초로 언더그라운드의 오리지널 생산이었지만 
규슈에 있는 중국계 블록에서 유사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일로 중국 분구와 
언더그라운드의 관계가 이전보다도 더욱 악화되었다. 향현이 어떤 약인지는 모른다. 
네덜란드와 스위스에서는 죄가 되지 않는다, 하고 다쓰오라는 호모인 혼혈아는 
말했었다. 코카인보다 열 배 더 흥븐되고 헤로인보다 열 배 더 안락해진다. 다쓰오는 
그런 말도 했었다. 향현에 대해서 지껄이는 것은 다쓰오뿐이어ㅆ. 다른 모두가 향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다쓰오는 점차 외톨이가 되는 일이 많아졌다. 
하긴, 세 번째의 식사가 나올 무렵에는 모두 지쳐 빠져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없게 
되었던 것이지만. 블록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어떤지는 불분명하지만 규슈 남쪽에 
대환락지대가 있다. 혼혈아들 중에 가 본 적이 있는 자는 없었지만 빅뱅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 같은 그 유흥지는 곧잘 화제가 되었다. 모두 빅뱅을 동경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이나 카지노, 요트 선착장, 골프장, 자동차 경주 코스, 그리고 모든 종류의 
매춘부가 세계로부터 모여 있다고 한다. 빅뱅의 이야기를 했을 때, 오다기리가 
언더그라운드는 왜 공격하지 않는 건가? 하고 물어 보았다. 빅뱅의 오너 그룹이 자금 
원조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하고 누군가가 대답했다.
  다섯 번째의 식사가 끝날 무렵에 어째서 나는 미치지 않는 것일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의외로 강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혼자서 쓴웃음을 
짓곤 했다. 식사는 맛대가리 없었지만 힘들지 않았고, 혼혈아들도 전에 사귀고 있던 
야쿠자보다 상대하기 쉬었다. 익숙해질 수 없었던 것은, 추위였다. 바로 죽이지 않는 
것 같다, 하고 긴장이 풀린 때부터 냉기가 맨땅에서부터, 또 베니어 판의 
저쪽으로부터 몸에 스며들어 오는 것을 알았다. 창문이 없는 지하이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필시 해가 저물어 밤이 시작된 것이겠지. 먼저 
귀나 얼굴 전체의 피부나 손이 차가워지고, 다음엔 젖은 채로 마르지 않은 발가락에 
추위가 엄습했다. 물론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지만, 한기는 안개나 연기처럼 떠돌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온도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낮아져 갔다. 동사할 정도의 
기온일 리는 없엇지만, 그래도 얕은 잠에서 깨어나니 몸 전체의 근육이 아프고, 
심장에 반응이 없었다. 몸의, 표면뿐만 아니라 내부가, 즉 세포의 하나하나가 
싸늘해져 있는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뼈까지 싸늘해지면 곤란한걸. 특히 
맨땅에 닿아 있는 허리가 괴로웠다. 다른 혼혈아들은 캔버스 천으로 된 메트리스를 
깔고 있었고, 비닐 배낭을 허리 밑에 대고 있는 자도 있었다. 몇 번째인가 잠이 깼을 
때, 허리를 중심으로 감각이 없어져 있고, 이발이 딱딱 마주치는 것이 멈추질 않았다. 
오다기리는 허리에서 다리까지를 마사지하면서, 자신이 잘도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고, 
괴로울 때 항상 하는 게임을 시작했다. 더욱 지독했던 상황을 떠올려 본다라고 하는 
게임이었다. 이것보다 더욱 지독한 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경험했었어, 하고 
오다기리는 입김을 불어서 따듯하게 한 손으로 힘을 주어 허리를 비비면서 혼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다, 이런 건 아직 괜찮은 편이야,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면, 언제나 조금은 원기를 되찾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저, 소년원의 밤, 린치는 
저녁 식사 후의 정해진 시간에 행해졌다. 때리거나 차거나 하는 것보다 더욱 싫었던 
것은, 울며 용서를 빌면 용서해 준다고 하는 시스템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보스에 대해서 용서해 주세요, 하고 무릎 꿇는 게 아니었어, 무언가 간수나 교관을 
포함한 소년원 전체에 대해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복종하라고 말을 들었었지. 뭔가 
나쁜 짓을 하면, 그렇게 나쁜 짓이 아니라도 정좌를 시키고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설교를 한 그 숙부놈도 마찬가지야. 그 자는 구둣주걱이라든가 골프채 같은 
걸로 내 뺨이나 이마나 턱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반드시 술을 마시며 기다랗게 설교를 
했다. 특별히 내 일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좋았다. 그 설교는 그 자의 취미였던 
것이다. 술냄새 나는 입김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어릴 적 일을,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집 앞을 쓸고 복도를 닦았던 것을 200번 가까이 이야기했다. 그런 일만은 
절대로 싫다고 생각해서 나는 쭉... 추위가 그리워지는 자신을 오다기리는 깨달았다. 
피부의 표면뿐만 아니라, 근육의 심장이나 뼈까지 전해져 오는 이 냉기가 왜 그립게 
생각되는 것일까? 발가락이나 무릎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면서, 오랫동안 떠올리지 
않았던 모친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국민학생이 되자 곧 모친은 집을 
나갔다. 부친은 거의 언제나 그 모친의 욕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버리고 다른 사내와 
함게 가출한 그녀는 인간 쓰레기로 최저의 계집이다, 언젠가 자신도 모친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마음은 편했다. 자신이 그 쓰레기 같은 
여자에게서 태어났다고 하는 것은 잊으려고 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게 잘 될 리가 
없어서, 그 정경이 떠오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실감과 분노가 치밀어올라서, 그런 
때의 해결책은 폭력밖에 없었다. 그 정경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무섭게 추운 
겨울날의, 숙부 집이 아니라 자기의 집의 좁은 침실이었다. 오다기리는 열을 내며 
자고 있어서 지독한 꿈을 꾸었다.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었고, 무서운 것이 쫓아오고 
있었는데, 그래도 울면서 계속 도망치고 있는 굼이었다. 잠을 깨니 바로 곁이 모친의 
손이 있었다. 그 손은 매우 차가워서 기분이 좋ㅇ다. 어째서 이런 장소에서 모친이 
생각나는 것일까, 추위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고 오다기리는 불가사의하게 느꼈다.
  일곱 번재의 식사 뒤에, 다쓰오라고 하는 호모인 혼혈아가 혼자서 간수에게 
끌려갔다가, 사체로 돌아왔다. 관자놀이 근처가 구경이 큰 권총으로 꿰뚫려, 운반되어 
왔을 때는 아직 피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오랫동안 추운 곳에 갇혀 있어서 마비되어 
있던 오다기리의 감각은 갑자기 긴장했지만 혼혈아들은 사체에 익숙해 있는 모양으로, 
떠진 채의 눈이나 뻐끔이 벌어진 상처에는 동요를 보이지 않고, 다음은 자신이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만을 표시했다. 오다기리는 금방 권총을 맞은 사체를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함께 있는 인간들이 익숙해 있는 태도를 나타내면, 쇼크가 작은 것이라는 
걸 알았다. 맨땅에 피를 흘리면서 옆에 누워 있는 사체츤 그 주위로 벌레가 
날아다녀서 낚아올려진 물고기와 비슷했다.
  4,5시간이 지나자, 상처에서 피가 멎은 다쓰오의 사체가 냄새를 내기 시작했다. 
아미루 사체에 익숙해 있다고 해도 아무래도 그 냄새는 견디기 어려운지, 혼혈아들도 
손수건이나 밴드 같은 것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더욱 냄새가 진해져 올 무렵에 여덟 
번째 식사가 나와서, 오다기리도 다른 혼혈아들도 구토를 참으며 그것을 먹었다. 
혼혈아들은 피로와 경계심으로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지만, 얼마 되지 않은 
회화로부터, 이 방에 있는 것 그 자체가 어떤 종류의 테스트로서, 다쓰오는 거기에 
불합격된 것일 거라고 그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다기리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테스트라 해도, 어떻게 해야 합격할 수 있는지 
알고 있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사체에 몰려드는 벌레의 수가 많아져서, 
어떤 종류의 벌레는 코나 입이나 귀나 관자놀이의 상처를 통해 다쓰오의 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갑자기 간수가 나타나서, 놀란 수십 마리의 벌레가 
날아올라, 귀울림과 비슷한 날갯소리를  내고 방 안을 맴돌았다. 벌레도 사체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간수가 말했다.
  밖으로 나와.
  혼혈아들의 이름이 불려 그들은 한 사람씩 방을 나가고, 오다기리만 남는 형태가 
되었다. 간수는 오다기리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단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놈도다.

  20외트 정도의 어두컴컴한 백열등으로 비춰진 맨땅인 지면의 통로를 오다기리들은 
꽤 오랫동안 걸었다. 간수가 선도했고 제일 뒤인 오다기리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물론 달아나려고 하는 자는 없었다. 통로는 폭 1.5미터 정도로 양쪽은 역시 베니어 
판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때때로 십수명의 혼혈아 그룹을 스쳐 지나쳤다. 간수끼리 
스쳐 지나쳐도 인사나 경례도 없었고, 통로상의 모든 인간은 그저 묵묵히 그리고 꽤 
빠른 속도로 걷고 있었다. 이 통로는 그물눈같이 복잡하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통로는 무수하게 가지가 갈라져 있어서 많은 인간의 말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무슨 
기계소리가 나는 장소도 있었다. 아무도 달아나려고 하지 않는 이유다, 하고 
오다기리는 중얼거렸다. 10초면 미아가 되어 버린다.
  도중에 언덕이나 계단도 있어서 그 대부분이 내리막이었지만, 걷는 속도가 이상하게 
빨라서 오다기리는 숨이 차 왔다. 장소에 따라 추워지기도 하고 따뜻한 공기가 
흘러들어오기도 해서 어느 지점을 지나서부터는 내쉬는 숨이 희게 보이지 않게 되고, 
몸에서 땀이 나기 사작했다. 멈춰,
  간수가 오른손을 들어 전원을 멈추게 하고 폭 2미터 정도의 옆길로 들어섰다. 
베니어로 만든 ㅇ은 문이 있어 그것을 열었다. 전에 있던 잡거방처럼 천장이 몹시 
낮은 방이 있었다. 여기에 짐을 놓아, 외투를 입고 있는 자는 벗어.
  거친 숨을 쉬면서 오다기리도 오리털 재킷을 벗었다. 전에 있던 방보다 좁았고, 그 
대신 어른 한 사람이 겨우 잘 수 있는 크기의, 마치 예전의 침대 열차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이층침대가 4개 있었다. 나무 벤치도 2개 있어서 혼혈아들은 사물을 그곳에 
놓았다.
  빨리 해,
  흉터가 있을 뿐 표정이 전혀 없는 간수가 억양이 없는 말투로 그 렇게 말해서 
전원이 황급하게 다시 밖으로 나와 정렬했다.
  됐나,
  왼쪽 뺨에서 입술에 걸쳐 오므라든 상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말투가 되는 것인지, 
또는 여기에선 그렇게 말하도록 정해져 있는 것인지, 몹시 무미건조한 음성과 
말투였다. 그 말투는 듣는 사람을 긴장시킨다. 여기선 쓸데없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최대의 효율로 처리되어 진행되고 있다. 오다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벼운 작업이다. 공장에 들어가면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너희들은 '요'라고 
표시가 있는 라인까지 가서 오 분간 그 작업을 견학하고, 그 뒤에 교대하라."
  30년 전의 NHK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와 말투, 설명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았다.
  "들어가."
  그곳은 백열등이 아니라 형광등으로 비춰지고 있는 공장이었다. 농구 코트를 4개나 
5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넓이로, 컨베이어 벨트 라인이 20개 이상 늘어서 있었고, 
각각에 이,로,하,니,호라는 전광 표시판이 있었다. 오다기리는 다른 혼혈아들과 함께 
'요'라는 표시판의 라인까지 걸어갔다. 컨베이어의 모터소리와 금속을 깎는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퍼졌고, 바닥은 맨땅인 지면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깨끗하게 굳어져 
있었으며, 천장도 잡거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창이 없었다.
  라인에 놓여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직경의 가벼울 것 같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파이프, 그 접속용이라고 생각되는 폭이 넓은 링, 그런 것이었다. 이것은 에어 덕트용 
파이프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다기리는 '요'라고 표시된 전광판에 다가서서 라인을 
향해 섰다. '요'라인에서는 6명이 같은 작업을 하고 있어서 오다기리들은 각각 그 
뒤에 서서 등뒤에서 들여다보았다.
  오다기리의 눈앞에서 회색 작업복의 등을 보이며 파이프 양 끝의 나사 홈을 깎고 
있는 여자였다. 회색의 조잡한 옷감으로 된 바지와 옛날 국민학생이 덧신으로 
사용하던 것과 같은 하얀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머리는 짧게 잘랐고 화장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검은 컨베이어 벨트에는 중앙에 황색 선이 그어져 있었다. 나사 
홈이 모두 파진 파이프는 그 황색 선의 건너편에 놓는다. 나사 홈을 파는 데는 
작업원의 왼쪽에 있는 공작 기계를 사용한다. 파이프를 양 손으로 들고 V자형으로 
파인 대의 위를 미끄러뜨리듯 해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탭(역자주:암나사를 파는 
공구)의 사이에 4센티미터 정도 살짝 밀어넣는다. 양쪽 끝을 그렇게 해서 암나사를 
파고, 깎아 낸 금속의 찌꺼기를 재빨리 닦고, 나사 홈을 점검하고, 황색선 건너편에 
놓는다. 그 반복이다. 파이프는 직경이 12에서 13센티미터, 두께는 2내지 3밀리미터, 
길이는 1미터 정도였다. '요'라인 이외에도 견습생이라고 생각되는 사복의 혼혈아들이 
많이 있었다. 해 본 적은 없지만 정말 견학만으로 할 수 있게 될까, 하고 오다기리는 
20대 전반이라고 생각되는 홀혈 여성의 얼굴과 손 언저리를 번갈아 보았다. 머리는 
검고 눈빛도 갈색이라서 일본인과 비슷한 얼굴 모습이었다. 키도 그렇게 크지 않고 
손가락도 가늘었다. 다른 견습생들을 보니 작업의 순서를 질문하고 선배가 거기에 
친절하게 대답하기도 하고 있었다.
  저, 탭의 구멍에 파이프를 넣을 때 말인데, 살짝 하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세게 
힘을 넣는 건가? 오다기리는 그렇게 물었지만 여성 선배 작업원은 무시했다. 곁의 
혼혈아가, 저는 구시코쿠 블록에서 온 사와다입니다. 작업의 순서를 복창하겠으니 
지도를...하고 직립부동으로 말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았다. 
여자이기 때문에 긴장이 풀린 것이겠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돼, 오다기리는 
사와다와 마찬가지로 직립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저는, 하고 말하다가 멈추었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던 것이다. 예를 들면 올드 도쿄나 오사카라는 등 거짓말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분구라고 말하면 정말로 중국인 취급을 받게 
될 것 같았다. 신주쿠 구 야라이초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규정된 5분이 끝나게 될 것 같아서 초조해하고 있자니 문득 여성 작업원이 
오다기리를 돌아다보았다. 그 얼굴이, 옛날 포르노 비디오가 전성일 무렵에, 가슴과 
엉덩이가 뛰어나게 아름답고 머리가 조금 모자라서 정말로 누구와도 섹스를 해 주었던 
미카코라는 여자와 똑같았기에, 오다기리는 다시 긴장이 풀려 이 밖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기분과 지금까지의 피로 탓도 있어서 그녀의 귓전에다 말했다.
  언니, 미안하지만 말야, 어느 정도 힘으로 파이프를 들이밀어야 좋은지 간단하게 
가르쳐 주지 않을래?
  여성 작업원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오다기리를 보고서 완성시킨 파이프를 잡은 채 
반걸음 내려와, 입술을 떨기 시작했다. 뭐야, 뭘 그렇게 놀라고 있는 거야, 잘못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규정된 5분이 지났기에, 오다기리는 서둘러 장갑을 끼고 
새로 운반되어 온 파이프를 손에 잡고 탭의 구멍에 그 끝을 갖다 대고서 그녀를 
보았다.
  어이 부탁해, 말이 거친 것은 사과할 테니, 살짝 하면 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단숨에 쑥 밀어넣는 거야? 오다기리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양 손을 입에 대고 더욱 
놀란 제스처를 보이며, 겨우 말을 꺼냈다.
  "천천히 밀어넣고, 천천히 빼, 그것뿐이야."
  알았어, 미안해, 오다기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천천히 끼워 넣고 탭의 날이 
부딪히기 시작할 때 움직이지 않도록 힘을 주어서 파이프를 잡고 그 후에 살짝 
뽑는다. 꼼꼼하게 하면 비교적 간단했다. 역시 일본인은 손재주가 좋다고 해야 할까, 
미묘하게 힘을 주는 방식이 특기인가 봐,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일까, 
오다기리는 주위의 혼혈아들이 파이프를 바닥에 떨어뜨린다든지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당신은 누구?"
  여성 직업원이 파이프를 함께 잡는 척하면서 오다기리의 귓전에 그렇게 물어왔다. 
누구냐고? 비국민이야, 나이는 먹었어도, 오다기리가 그렇게 대답했지만, 아니지요? 
하고 그녀는 불안한 듯한 눈이 되었다.
  "당신의 말투는 우리들로선 흉내낼 수 없어, 지금도 말했지요? '나이를 먹었다'고, 
그런 말투는 사전에는 없어, 비국민이라는 건 거짓말, 준국민인 사람도 당신처럼 
스무드하게 꼭 옛날 영화 같은, 왜 있잖아, 검을 가진 사람이 나오는 영화, 당신과 
같은 말투를 하고 있었어, 발음도 말도 억양도 같아."
  그런 건가, 하고 오다기리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생각했다. 아까 나의 너절한 
에도(역자주:도쿄의 옛 이름)내기풍의 말투는 일본어를 학습할 필요가 있는 
혼혈아에겐 무리일지도 몰라. 준코 이전에 사귀던 클래식을 좋아하는 여자가 언젠가 
말했었지, 파리에는 파리의, 런던에는 런던의 독특한 뉘앙스가 있어서 프랑스인이나 
영국인이라도 그 밖의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흉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무언가 대단한 것처럼 말했었지.
  "당신은 감시관인가요?"
  자세히 보니 다리도 길고, 코를 중심으로 주근깨가 있지만 귀여운 여자다, 하고 
오다기리는 불안한 듯한 눈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생각했다.
  그런게 아냐.
  "아냐, 그렇다고 생각해, 하지만 들어 줬으면 좋겠어. 나는 조사관에게도 
의심받았어. 그것은 '향현'을 팔고 있었다든가 '향현'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 때문은 
아니에요. 나는 연구원이었어요. 올드 도쿄의 대학, 대학은 하나밖에 없어요. 거기서 
약화학을 하고 있었어요. 아이덴티피케이션 카드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조사받을 때 
말을 들었어요. 유엔군은 그런 ID 같은 건 얼마든지 인쇄할 수 있어. 하지만 
아니에요. 정말 알아주었으며 하는 것은, 내가 준국민이 되어 싸우고 싶다는 것, 올드 
도쿄의 슬럼에서는 더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썩어 빠졌어요. 언더그라운드는 
쿠바와 캄보디아에서 기적을 일으킨 것만은 아니에요. 소중한 목적을 위해서 싸우고 
있어요."
  오다기리는 당황했다. 이 여자는 분명히 너무 많이 지껄인다. 작업 교대 시간이라고 
해도 여기서 사담이 허용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만둬, 너무 많이 지껄이는 것은 좋지 않잖아? 오다기리는 그렇게 말했지만 여자는 
필사적이었다. 지껄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언더그라운드는 50년대 초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작용을 가진 흥분제나 
안정제를 생산해 왔던 거예요."
  그런 이야기는 멈춰 줘, 오다기리는 작업을 계속하며 말했다. 나는 감시관 같은 게 
아냐, 여기선 사담이 허용되어 있나?
  "들어 주세요, 부탁이에요. 그리고 조사관은 들어 주지 않았어요. '향현'의 
밀매인이었다면 즉시 처형되지 준국민이 될 리가 없어요. 그러니 내가 연구원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밀매인이 아니라는 걸 알겠지요? '청천'이나 '은진'이나 '촉성1''촉성2' 
정도까지는 아직 그저 페니실린에 내성이 생긴 세균용 합성 항생제 개발 중에 생겨난 
것이었어요. 그 세균은 그람 음성균이라 불리는 지독한 악질로서 청천이나 은진이나 
촉성은 그것을 걸러내는 도중에 생겨났어요, 그것뿐이었지만 '촉성3'부터는 
언더그라운드에 생화학 연구소가 생겨서 뇌의 연구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발달했지요. 그것은, 정신약이, 뇌의, 어디에, 작용하는가, 유엔군의 
전쟁병 환자들에게 그것을 사용해서, 주로 도파민 수용체에 대해 분자 레벨에서 걸러 
내는 것이 가능했기에, 뉴로레프틱 계열의 약물이 정말로 도파민 수용체를 
크로즈트한다는 가설을 체크할 수 있는 거에요. '향현'은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을 일만 번 할 정도로 굉장한 향정신성 약물의 기적이라서."
  간수가 입구 근처에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여성 작업원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공장의 소음 때문에 알아듣질 못하겠지만, 그런건 문제가 아니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나도 이여자도 아마 요주의 인물로서 저들의 리스트에 올라가 있겠지. 그 
두 사람이 말을 나눈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여기서는 사담은 할 수 
없으니까 말야.
  제발 부탁이니 멈춰 줘,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소용없는 짓이야, 
오다기리는 안절부절못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알았지요? 나는 연구원이에요. 그래서 잘 알지요. 밀매인이나 상습자는 
이렇게 자세한 걸 알고 있을 리가 없겠지요?"
  간수가 다시 두 사람 늘었고, 그 배후로부터 조사관 한 사람이 나타나서 오다기리와 
여성 작업원을 보고 있었다. 조사관이 뭔가 귀엣말을 했다. 여성 작업원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떨면서 오다기리와 눈이 마누치고 말했다.
  "당신이 내가 연구원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세요."
  그래서 아까부터 말했잖아, 나는 그런 게 아냐, 오다기리는 그렇게 말했고, 간수 두 
사람이 무표정하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본 여성 작업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총살이야."


    4. 전투

  두 사람은 간수에게 선도되어 상당히 오랫동안 통로를 걸었다. 도중에 몇 개인가의 
공장 모퉁이를 지났다. 어느 공장에서도 역시 크고 작은 여러 가지의 파이프가 
제조되고 있었다. 플라스틱제도 있었지만 아무튼 대량의 파이프와 그것들의 접속 
부품, 고정 부품 따위가 생산되고 있었기에, 흡배기, 급배수, 전기 배선 같은 데 
사용되는 것일 거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며칠 전이 되는지 벌써 잊어버렸지만, 
이곳에 수용된 이래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이곳의 넓음을 잘 알았다. 이렇게 넓은 지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의 파이프와 덕트가 필요하다. 이런 장소는 다른 데도 또 
있을 것이고, 언더그라운드인가 하는 것도, 이름으로 본다면 지하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덕트와 파이프가 엄청날 정도로 필요하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이 걷고 있는 통로는 처음은 콘크리트였으나, 이윽고 맨 땅이 되었고 그 
뒤에 꽤 오랫동안 걷자 진창으로 바뀌었다. 그것과 함께 온도가 내려가서, 지상에 
가까이 온 것일 거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앞에 걷고 있는 여성 작업원으로부터는 
등뒤 근육의 경직을 통해서 긴장과 공포가 전해져 왔지만, 바로 총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오다기리는 판단하고 있었다. 걷기 전에 사물을 가져가는 것을 허용받았기 
때문이다. 영화나 텔레비전으로부터의 지식밖에 없지만 총살뿐만 아니라 극형 전에 
사물을 돌려준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어다.
  진창으로부터 다시 마른 지면으로 돌아올 무렵에 오다기리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에 없게 되어 있었다. 몇 번인가 넘어질 뻔해서 눈 앞에 걷고 있는 여자의 
엉덩이에 부딪힐 뻔하게 되었다. 무릎의 감각이 없어서 발목이나 넓적다리에도 피로가 
물질이 되어 고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사람을 걷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들이구나, 다섯 살만 더 먹었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쓰러져 있겠지. 뭐,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자신들에게 들려 주며 쓴웃음을 짓고 피로를 
잊으려고 하고 있을 때, 앞에 가던 여자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페미니즘이 존재하는 
세계의 관습이 아직 남아 있어서 오다기리는 손을 내밀려고 했찌만 2미터 앞쪽 간수의 
눈을 보고 멈추었다. 간수는 왼손이 없고 볼에 상처가 있는 표정은 젊은 여자가 
땅바닥에 쓰러졌는데도 전혀 바뀔 줄을 몰랐다. 자신이 물건이나 벌레가 된 것 같은 
매저키스틱한 두려움과 서로 돕는다는 강제가 없다고 하는 묘한 상쾌함 같은 것이 
오다기리의 마음 속에서 교차했다. 여자가 혼자 일어나 다시 걸어갈 의지를 나타낼 
때까지는 간수는, 너 같은 건 여기서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듯한 눈매로 조용히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40분 정도 걸어서 불가사의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콘크리트로 조잡하게 굳어진 좁은 플랫폼과 같은 것이 있었고, 궤도의 폭이 좁은 
레일이 이쪽까지, 어둠으로 향하는 것처럼 이어져 있었다. 쉬어, 하고 간수가 두 
사람에게 명령하면서 목체의 가늘고 긴 너덜너덜한 벤치를 턱으로 가리켰다. 
주저앉으면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쉬어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오다기리는 여자와 나란히 앉아 허벅지와 아킬레스건과 종아리를 
마사지했다. 여자는 벤치에 앉자마자 구두를 벗고 양말도 벗고 젖어서 더러워진 발을 
닦고 배낭의 주머니에서 고무로 된 작은 공을 두 개 꺼내어 땅에 놓고, 그것을 
발바닥으로 밟으면서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다기리를 보고 이렇게 하면 가장 
호과적으로 피로가 풀린다고 말하고 싶은 듯이 살며시 웃어 보였다. 걷는 것에 
익숙해져 있군, 하고 오다기리는 그녀를 따라서 발바닥 마사지를 시작했다. 원시적인 
플랫폼으로 시선을 옮기며, 쇠퇴해진 유원지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정글 
크루즈라던가, 무선 원더 랜드라던가 하는 조형물 속으로 들어가는 가늘고 긴 탈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패티큐어를 입지 않은 젊은 여자의 다리를 보는 
것은 오랜만인걸, 하고 생각하면서 혼혈아의 가늘고 아름다운 발등을 바라보았다. 
혈관이 들여다보이는 ㅇ은 피부에 시선을 빼앗겨서, 앞으로 이런 피부의 여자와 
알몸으로 침대에 누울 일은 없는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지나, 샷, 하고 공기가 
떨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고 간수가 예의 감정이 없는 목소리와 어조로 말했다.
  "준비하라."
  그것은 여러 가지 물자를 가득 싫은 광차였다. 선두에 가늘고 긴 안테나 같은 것을 
단 동력차가 있고 야전복에 헬멧을 깊게 눌러쓴 병사가 간단한 계기판이 있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각 차량은 커다란 욕조 정도의 용적으로 뚜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고, 그 수는 20량 정도였다. 물자는 골판지 상자에 넣은 것, 금속 상자에 
들어 있는 것, 포장 없이 가득 처넣어져 있는 통조림이나 건조 식품, 한 차량에는 
오다기리가 영화나 텔레비전이나 만화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 기관총의 탄띠가 굵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3량에 한 사람의 간격으로 병사가 타고 있어서, 
기관총이나 소총이나 소형 박격포를 끌어안듯이 하고 몸을 굽히고 있었다. 
  "빨리 올라타."
  광차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속도를 살짝 늦추는 것뿐이었다. 병사 한 사람이 
재빨리 손짓하고 일어서서 그 뒤차량의 화물을 정리하고 두 사람분의 공간을 
만들었다. 먼저 여자가 달리기 시작하고 오다기리도 황급히 뒤를 따랐다. 정글 
크루즈와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광차의 모서리를 붙잡고 오다기리는 올라탔다. 
간수는 혼자 직립부동의 자세로 남아서 지나가는 광차의 병사를 향해 경례 했다. 
병사들은 간수 같은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완전히 그걸 무시했다.
  병사들이 몸을 굽히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광차가 상당한 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거슬러오는 공기가 몸을 자르는 것처럼 차가웠던 것이다. 차바퀴가 무얼로 
만들어져 있는지도 모르지만 궤도차치고는 진동도 소음도 적었다. 광차 그 자체는 
강화 플라스틱 같은 소재로 되어 있고, 오다기리와 여자가 타고 있는 차량에는 낚싯대 
케이스와 비슷한 로켓 발사기가 아무렇게나 실려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두 사람은 몸을 꼭 붙인 형태로 바람을 피해 얼굴을 무릎 사이에 묻었다. 조명은 
200미터에 하나 정도 비율로 60와트 가량의 백열등이 걸려 있을 뿐 나머지는 정말 
암흑이었다. 광차가 계속 달리는 데 따라서 몸이 점점 열을 잃어서, 두껍고 
거칠거칠한 셔츠뿐인 여자가 떨기 시작하여, 오다기리는 오리털 재킷을 반쯤 벗어서 
그녀를 감싸듯이 끌어안아 주었다. 앞으로부터의 바람은 차량 속으로 흘러들어와 젖어 
있는 채로인 발끝이 아플 정도로 차가워져서 필사적으로 발가락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둥안에 감각이 없어져 버렸다. 제기랄, 어디로 가는 걸까, 하고 오다기리는 볼과 
볼을 맞붙인 꼴이 되어 있는 여자의 귓전에다 말했다. 이젠 사담을 교환해도 괜찮아, 
이런 맞바람에선 들리지 않을 것이고 벌을 받는다고 해도 이것보다 나쁜 상황은 
그다지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재킷 따뜻해, 푹신푹신하고, 이런 건 처음이야, 당신은 정말로 누구세요?"
  여자는 갈라지고 차가워진 입술을 떨며 오다기리의 귓전에서 지껄였다. 
꺼칠꺼칠하고 마르고 차라운 입술이 귀에 닿아서, 이렇게 단정한 얼굴을 하고서 이 
정도로 거칠어진 입술을 가진 여자는 전에 있던 세계에서는 없었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내고 바지 주머니에서 멘소래담 립글로스를 
꺼내어, 광차가 백열등 밑을 지나가고 있을 때 어깨에 두르고 있던 손을 여자의 볼에 
대고 이쪽을 향하게 하여 입술에 발라 주었다.
  "지금의 것은 뭐에요? 기분이 좋아요."
  어째서 립글로스도 모르는 거야, 올드 도쿄라는 데는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인가? 
여자의 귀에 입술을 갖다 대고 오다기리는 그렇게 말했다.
  "부자가 있는 거리와 슬럼이 있어요. 슬럼은 세계에서 제일 크고 모든 것이 
부족해요. 언제나 범죄가 일어나요. 나는 LAJ에서 테어났어요."
  LAJ란 건 뭐야?
  "라틴 아메리카 정션, 중남미에서 온 이민이 많이 살고 있어요. 그 밖에도 슬럼은 
많이 있어요. 웨스트 봄베이, 이스트 봄베이, 베이 에어리어, 세인트 크리스토퍼 
차이나타운, 베벌리힐스 포켓, 서던 크로스, 노던 크로스, 그 밖에도 많아요. 슬럼 
안에서도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슬럼끼리 다투는 일도 있어요. 슬럼 
안에서 폭동이 일어나면 유엔군의 전차가 와요. 슬럼은 좁은 골목길로 나뉘어 있어요. 
행복한 사람은 없어요."
  어째서 그런 슬럼이 생긴거야, 하고 오다기리가 말하려고 했을때, 몸이 광차째로 
비틀비틀 흔들리는 것 같은 땅울림이 일어나서 바로 위에 있던 백열등이 흔들리며 
모래가 떨어져 내려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나서 땅울림은 연속해서 일어낫고 탈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인지 광차는 속도를 줄였다.
  "유엔군."
하고 여자가 말했다. 도대체 이 로만스카(역자주:도쿄의 관광지 하코네를 연결하는 
관광 열차)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거야?하고 오다기리는 물었지만 땅울림에 의한 
흔들림이 지독해서 혀를 깨물고 말았다. 준국민 본부의 주변에는, 하고 여자는 머리에 
쏟아져 내리는 모래나 잔돌을 손으로 털어 내면서 말했다.
  "여기저기에 유엔군과의 전선이 있어요. 로만스카라는 건 뭐에요?"
  이차이차(역자주:남녀가 끌어안든지 해서 남 보기 민망스러운 모습)하면서 함께 
여향을 하는 열차를 말하는 거야, 오다기리는 가르쳐 주었다. 
  "뭐라고 말했어요? 이차이차? 어떤 일이에요?"
  여자는 정말 흥미 있다는 듯이 물어왔다. 껴안기도 하고 키스를 하기도 하고 아무튼 
좋아하는 남자와 여자가 몸을 마주치는 것을 말하는 거야, 오다기리는 그렇게 말하니 
여자는 파이프 공장에서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미소를 조금만 보엿다. 그리고 
이차이차이차이차라고 되풀이하곤, 스페인어 같네, 하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미소지었다.
  땅울림은 오랫동안 계속됐고, 광차는 느릿느릿하게 나아갔다. 오다기리도 여자도 
피로해서 꾸벅꾸벅하다가, 차가운 바람이나 떨어져 내리는 작은 돌에 잠을 깨는 것을 
되풀이했다. 그런 와중에도 광차는 오다기리들이 올라탄 플랫폼과 마찬가지인 것 같은 
장소에서 몇 번인가 속도를 줄이고, 새로 몇 사람인가의 인간이 다른 차량으로 올라타 
왔다. 그런 정경을 오다기리는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고 있었다. 여자의 모양 
좋은 코나 립글로스를 발라서 젖어 있는 입술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얼굴을 2센티 
움직여서 키스할만한 기력조차 없었다. 땅울림이 멈추고 잠시 있다가 오다기리는 깊은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일어나, 하고 누군가에게 어깨를 두들겨 맞은 것과, 굉장히 차가운 것이 얼굴이나 
손을 덮고 있다고 하는 지독히 불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깬 것은 거의 동시였다. 
여자도 눈을 뜨고,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별."
  여자가 위를 보고 말해서, 오다기리도 일어나, 그곳이 지하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하늘이 보이고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광차가 정지하고 있는 앞쪽에 뻐끔히 구멍이 
나서, 거기로부터 하늘이 보이는 것이었다. 지독하게 불쾌한 기분도 하늘과 별을 보고 
조금 회복되었다. 광차에서 내려서 병사들을 따라 앞쪽으로 걸었다. 좀 전과 같은 
포격에 의한 것인지, 지주가 부러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낙반의 현장이었다.
  이미 100명 가까운 인간이, 토사를 파서 삼태기에 담아 나르거나, 물을 퍼내거나 
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명은 지면에 눕혀져 있는 몇 개인가의 배터리가 달린 
칸델라뿐이엇, 오다기리는 비틀거리며 토사를 나르는 줄에 가 섰다. 여자는 양동이로 
물을 퍼내는 줄로 돌려졌다. 떨어지는 것은 조금 서운했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1분 한 것만이라도 손발이나 어깨나, 허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의 
중노동이었기 때문이다. 20명 정도의 인간이 삽으로 토사를 파서 삼태기에 넣으면, 
그것을 릴레이처럼 전달해서 차례차례로 곁이 있는 낮고 움푹한 장소에 버려 갔다. 
토사의 삼태기는 지금까지 양 손으로 안고 날랐던 어떤 것보다도 무거웠꼬, 싸늘해진 
허리가 아파서, 다음의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해 두세 걸음 움직인 것뿐인데도 
오다기리는 이를 꽉 악물지 안흥면 안되었다. 움직이고 있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오다기리보다 젊었다. 땅바닥에, 그것도 눕혀져 있는 칸델라의 불빛뿐이어서 주위는 
어두웠지만, 눈이 익숙해짐에 따라서 젊은 혼혈아들의 얼굴이나 몸집이 보이게 
되었다. 추위로 마비되어 있던 감각이 중노동으로 따뜻해져 돌아옴에 따라, 
어디로부터인지 바람에 실려서 부로캐한 냄새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그 잡거방 같은 방에서 다쓰오의 사체에서 나던 냄새와, 화약과 휘발유의 냄새가 
뒤석인 것으로, 맡으면 절대로 사라질 줄을 몰랐다. 의지보다도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감각 기관의 어딘가에 있어서, 그것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오다기리는 알았다. 
그렇게 강한 냄새는 아닌데도 콧속과 관자놀이가 뜨끔뜨끔했다. 죽음에 이르는 위험을 
알려 주는 중요한 신호인 것이다. 10분 정도 삼태를 전달한 것뿐인데도 어깨와 
팔꿈치와 허리와 무릎, 게다가 손가락에 힘을 주기 어렵게 되어져 왔다. 삼태기를 
떨어뜨리거나 쓰러지지 않았던 것은, 다른 혼혈아들도 지독하게 지쳐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두가 오다기리보다 키도 크고 아랫배도 나오지 않은, 튼튼한 
것 같은 몸집을 하고 있었지만, 전원 비실비실해서, 그 중에는 쓰러지는 자도 있었다. 
오다기리는 차가운 토사 위에 눕는 것은 싫었고, 다른 자들도 지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허리나 손발의 아픔도 견딜 수가 있었다. 쓰러진 자가 자기 
힘으로 일어나 줄로 돌아오려고 하면, 예의 병사가 나타나서 물통에서 무엇인가를 
먹여 주었다. 보통의 물인지도 모르지만, 그걸로 작업에 복귀하는 자가 많았다. 
일어나려고 하지 않은 자는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그대로 방치되었다.
  병사들은 어둠에 융합되어 여기저기 숨어서 언제나 이동하고 있었다. 커다른 
나무상자를 둘이서 들고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병사도 있었고,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모습을 나타내는 자도 있었다. 소형 컴퓨터와 통신기를 결합시킨 것 같은 계기를 
향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자도 있었다. 몇 사람인가는 SF영화에서 본 것 같은 
기묘한 형태의 물안경을 쓰고 있었다.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얼굴 전면에 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다기리는 암시 장치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두웠으며, 헬멧은 풀이나 
나뭇잎으로 위장되어 있었고, 얼굴은 페인팅되어 있었지만, 바로 곁에서 본 그들은 
틀림없이 일본인이었다. 
  공장에서 알게된 여자가 쓰러지거나 하지 않고 무사히 일하고 있는지 오다기리는 
이따금 눈으로 좇아서 확인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그런 여유도 없어졌다. 귓볼을 
간지럽혔던 마르고 갈라진 입술의 감촉도 피로와 냉기와 시체냄새와 긴장 탓으로 바로 
사라져 버렸다. 별을 보지도 않게 되고, 별이 보인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저 
쓰러지지 않기 위해, 그런 것에만 집중하고 단순한 작업을 계속했다. 통신기를 갖고 
있던 병사가 일어서서, 오른손을 머리위에서 빙빙 돌렸다. 여기저기 숨어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취하고 그들은 터널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몸을 낮추고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물이 고여 있는 장소를 피해서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병사들은 달렸다. 펠레와 같다. 하고 잠시 오다기리는 그 움직임에 
매료되었다. 혼혈아들도 병사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지만, 어딘가로부터 
'왔다'라고 하는 소리가 나서, 달리고 있떤 자들도 급히 토사 위에 엎드렸다. 
오다기리도 본능적으로 달리고 있다가 될 수 있는 대로 낮게 움푹 파인 곳을 찾아내어 
쓰러지듯 엎드렸다. 움푹한 그곳에는 이미 두사람이 몸을 숨기고 있었기에 오다기리는 
겹처진 형태가 되어 몸을 비벼 대듯 해서 두 사람 사이에 파고들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거대한 스피커의 잡음 같은 소리가 등뒤로부터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와서 
순식간에 머리 위를 지나갔다. 무엇인가를 잡아 찢는 것 같은 그 소리와 그것이 
통과한 후의 공기 진동은 오다기리를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드렸다. 뭐야 지금 것은? 
오다기리는 등줄기가 굳어지는 것을 느끼고 공포심이 자신의 안에서 독립해서 
허둥대기 시작하는 것을 알았다. 위가 제멋대로 경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포심이 
술렁술렁 허둥대기 시작해서, 자신의 몸을 제어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불쑥 
일어서려고 하였다. 그러자 옆에 몸을 엎드린 채로 붙어 있던 흑인 혼혈아가 
끌어안듯이 해서 저지했다. 그는 힘이 세어서 오다기리의 몸을 토사에 밀어붙였다.
  "침착해, 괜찮아, 데코이를 대량으로 뿌리고 있기 때문에 괜찮아."
  대단한 힘으로 오다기리를 토사에 밀어붙인 채 그렇게 말했다. 바로 그 흑인 
혼혈아의 겨드랑이가 얼굴에 닿아 거기서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 강렬한 
겨드랑이냄새가 오다기리의 공포심을 조금 지웠다. 불쾌한 냄새가 자제심과 
연결되었던 것이다. 손을 놔, 이 바보야, 하고 오다기리는 말했다. 난 이제 괜찮아, 
일어나거나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움직이면 유엔군은 여기에 미사일을 쏠거야."
  혼혈아는 토사로 더러워진 얼굴로 말했다. 이가 새하얘서 아직 10대의 끝 무렵이 
아닐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다시 한 번 공기의 진동이 
일어나고 새되고 거대한 소리가 머리 위를 통과했다. F-15E다, 하고 혼혈아가 
중얼거렸다.
  "랜턴(역자주:야간 및 전천후 공격을 가능케 하는 항법 및 목표 포착 장치)을 싣고 
있다. 데코이에게 버텨 달라고 말할 수 밖에 없어."
  오다기리는 다시 등줄기가 근질근질해 오며 침묵을 견딜 수 없어서 데코이, 
데코이라니, 그건 뭐야? 하고 젊은 혼혈아에게 물었다.
  인형이야, 하고 이마를 진흙과 땀으로 빛내며 눈을 크게 뜨고는 대답했다.
  "고무 인형인데 다는 얼마 전에 그 공장에 있었던 적이 있어. 안에는 화학적으로 
열을 가진 작은 장치가 들어 있지.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를 교란시켜. 알았어? 
너는 바보냐? 어째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나직하게 속삭이는 소리로 젊은 혼혈아는 입술을 떨면서 그렇게 말했다. 오다기리는 
공포에 ㅈ디배를 받으려고 하고 있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혼혈아는 이 냉기 속에서도 끊임 없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녀석도 무서운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다기리는 관자놀이와 등줄기에서 폭발할 것 같았던 공포심이 조금 
옅어지는 게 느껴졌다. 움푹한 곳에 나란히 몸을 엎드리고 있던 다른 한 사람의 
사내가 첫 번째 공기 전동 후의 적막감을 견딜 수 없게 되어 돌연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오다기리도 젊은 혼혈아도 아주 조금 얼굴을 들어 그쪽을 보았다. 
오다기리는 자신도 함께 달리고 싶다는 욕구를 필사적으로 억제하고 있었는데, 
푸슛하는 탁한 소리가 나고 달리고 있던 사내의 후두부가 머리털과 함께 터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사내는 먼저 무릎을 꿇고 천천히 앞으로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아, 하고 젊은 혼혈아가 말했다.
  "너도 저렇게 되었을 거야. 국민 게릴라는 2킬로 앞에 있는 동전이라도 쏴서 꿰뚫어 
버린다고 하니까 말이야."
  탄환이 명중한다고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사내의 후두부에 묻혀 있던 작은 화약 
뭉치가 폭발한 것 같았다. 사체의 후두부는 도려 내어져 몽땅 없어졌음에 틀림없었다. 
이윽고 땅울림과 함께 저편의 하늘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아득하게 말어서, 에코를 
지나치게 넣은 전자 드럼이 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땅울림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토사를 뒤흔들고, 그 흔들림은 점차 커졌다. 오랜지 색깔의 빛도 점멸을 되풀이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석양을 향해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보 같은 
놈들이야, 하고 젊은 혼혈아는 하얀 이를 보이곤 무리하게 웃음을 지어 가며 말했다.
  "데코이는 싸구려야, 폭탄은 비싸, 미사일은 더 비싸, 유엔군은 바보라고 세계에 
알리고 있는 것과 같은 거야."
  젊은 혼혈아의 목소리는 땅울림과 소리와 빛이 가까워 옴에 따라서 점차 커졌다. 
오다기리도 자신이 제트 코스터를 탄 젊은 여자처럼 뭔가 외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끝내 땅울림이라기보다 거대한 헤머로 주위 일면에 
일격을 가했다라고 하는 느낌의 직접적인 충격이 닥쳐왔다. 재빨리 귀를 막았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충격이 귀로부터 들어와 일순 의식이 멀어졌다. 눈을 감은 채라면 
그대로 죽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다기리는 스스로 괜찮아, 하고 
중얼거리고는 눈을 떴다. 몸을 몇 센티인가 공중에 뜨고, 괜찮아 하는 소리가 자기 
자신에게 닿지 ㅇ고, 괜찮다라는 의미도 어딘가로 사라져서, 괜찮아 하고 중얼거리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도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시야는 전부 오랜지색으로 되어서 
끝내 저녁노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지금 태양에 의해 태워지고 있다는 의식 속에서 
여러 가지 것이 떨어져 내렸다. 토사, 작은 돌, 나뭇가지, 삼태기와 삽과 양동이의 
파편, 기기에다 사람 몸의 어느 부분과 그 파편, 오다기리의 눈 앞에 살람이 소시지와 
색과 크기가 똑같은, 검게 그을린 다리나 팔리 굴러왔다. 그것은 아직 
빠지직빠지직하고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다. 바비큐에서 지나치게 구운, 지방분이 
많은 소시지 같다고 생각한 순간, 위가 경련을 해서 구토를 했다. 더러워, 하고 젊은 
혼혈아가 말했다.
  "일일이 토하지 마, 이제부터야, 다음은 헬리본(약자주:헬리콥터로 병력을 수송하는 
것)이야."
  "손가락이 너덜너덜해져도 좋으니까 더 깊게 구멍을 파는 거야."
  젊은 혼혈아는 그렇게 말하고, 축축하고 부드러운 토사를 손으로 파기 시작했다. 
오다기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삽이나 야전삽을 대신할 만흔 것을 찾았지만 검게 탄 
몸의 일부분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젊은 혼혈아는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건지, 마치 개가 뼈를 숨길 구멍을 파듯이 토사를 
손으로 긁어 내고 발로도 차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다기리도 그를 따랐다. 토사를 
주위로 긁어 내면서 어이, 하고 오다기리는 젊은 혼혈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아까는 어째서 터널의 반대 방향으로 달린거야, 터널로 피난하면 좋잖아.
  "떠들지 말고 깊게 깊게 파, 더 깊게 파야 돼. 너는 역시 바보다. 터널은 우리들의 
목숨이야. 너는 바보지만 그것보다도 더 바보인 것은 저놈들이다. 저런 바보 같은 
군대들은 없어. 국민 게릴라는 헬리콥터를 전부 격추시켜서 유엔군을 모두 죽일걸."
  그렇다면 어째서 공격해 오는 거지? 손톱 사이로 조그만 모래가 끼여들어서 
아팠지만 오다기리는 계속해서 파고 있었다.
  "너는 누구야? 창인가? 어째서 이런 데 있는 거지. 제기랄, 여기가 스파이 용의자의 
노동 캠프였다는 게 정말이었군. 어째서 내가 이런 데로 돌려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젊은 혼혈아가 땀투성이가 되어 그런 말을 지껄이면서 계속 구멍을 파고 있는데, 
병사가 움푹 팬 땅의 가장자리에 나타나서 무기를 오다기리들의 옆에 던져 넣었다. 
소총 두 자루, 탄창이 들어 있는 캔버스 천으로 된 자루, 수류탄이었다.
  "헬리본이 온다. 충분히 끌어당겨서 쏴. 완전 자동으로는 쏘지마. 세 발씩 연사로 
쏴."
  병사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굉장해, M16 A2야."
  젊은 혼혈아가 즐거운 듯이 사격 자세를 취했다.
  "캐나다군 녀석이었어. 저 말이야, 2월 전에 언더그라운드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국의 취재에 응했어. 요청이 있고 필요가 있다면 세계의 어느 분쟁국에라도 
게릴라 병사를 수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지. 그래서 달려 가격이 떨어졌던 거야. 
최근에는 그때까지 전투는 거의 없었지. 달러가 내려가면 언더그라운드도 이득을 
본다, 금이나 백금으로 바꿔서 모아 두고 있으니까. 미국인은 프라이드가 있어. 정말 
망할 놈의 프리이드다. 하나라도 터널을 파괴하지 않으면 곤란한 거야. 터널, 
그것뿐이야."
  나는, 하고 오다기리가 말을 걸었을 때, '온다'하는 소리가 나고 헬리콥터의 
로터소리가 들려왔다. 총 쏘는 법을 몰라, 하고 오다기리는 젊은 혼혈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장난하지마, 하고 그는 화를 냈다.
  "안전 장치를 세미로 바꿔, 그 후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뿐이야. 내가 쏠 때까지 
절대로 쏘기 시작하지 마. 탄창이 비게 되면 방아쇠의 오른쪽 위에 있는 캐치 버튼을 
눌러 새 탄창을 밀어넣고 보틀캐치를 두르면 다시 쏠 수 있어. 그것보다 아직 흙 속에 
숨어 있는 거야. 미사일이 날라와. 그 뒤에 전투야. 미사일과 30밀리 발칸포에 죽지 
않았을 경우에만이만. 그러나 아까의 국민 게릴라를 봤어. 스팅어(역자주:미국제 
휴대용 대공 미사일)를 갖고 있었어. 저 녀석들은 바주카포로 아파치(역자주:미국제 
대전차 공격용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니까 말야. 스팅어 같은 게 있다면 헬리콥터는 
전부 당하고 말 거야."
  오다기리는 자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총을 잡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주위에 떠도는 휘발류와 화약과 살이 타는 냄새에 익숙해진 탓도 아니었다. 인간의 
몸이 찢어져 파편이 되는 것을 처음 본 쇼크로 신경이 마비된 까닭도 아니었고, 
이제부터 다시 그 땅울림이 시작된다고 하는 공포로 어딘가가 이상하게 된 것도 
아니었다. 오다기리는 무의식 중에 뭔가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것은 보통의 
죽음이라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와 죽음이 자신에게 찾아오는 루트와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죽음에 이어지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 공포라고 하는 
신호가 되어 나타나서, 때로는 신경을 착란시킨다. 그리고 죽음은 좀더 물질적인 
것이다. 제어할 수 없다. 하지만 예를 들어 보다 깊게 구멍을 팔 수 있다면 죽음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오다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엇을 보아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계속 구멍을 팔 일이다, 하고 자신에게 들려 주었다. 헬리콥터의 
로터소리가 거의 모든 방향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눈만을 위로 향해 보니 달빛에 그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게 되었다. 여름밤에 등불에 몰려드는 벌레와 같았다. 몇십 기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V자형의 편대가 급강하를 시작해서, 그것이 시야의 거의 
전역에 펼쳐지고 있었다. 역시 아파치다, 젊은 혼혈아가 중얼거리고 가슴 앞에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하얀 이를 전부 보이며, 국민 게릴라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이건 
무리야, 너무 많아, 하고 잇몸에 거품을 잔뜩 물고 말한 순간, 최초의 편대가 공격해 
왔다. 오다기리들이 숨이 있는 장소에서 몇 킬로인가 떨어진 곳이 넒은 범위로 타올라 
차례차례 높은 불기둥이 서고, 휘발유냄새가 나는 바람이 불어와서 지면은 계속 
흔들렸다. 검붉은 색이 섞인 오렌지및의 두꺼운 융단이, 기복이 있는 삼림 지대에 
갈려 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둠에 녹아들어 있던 거인이 지면을 
짓밟고 붉게 빛을 뿜는 융단을 깔아 가고 있는 거다. 저 적은 제1파에 지나지 
않는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지면이 완전히 불타 파 뒤집혀 간다. 지상에 있는 
생물은 모두 죽을 것이다. 제2파와 제3파가 동시에 급강하해 왔다. 땅울림이 강하게 
오래 계속 되어 휘발유냄사를 품은 바람은, 아직 불길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도 
섬뜩할 만큼 뜨거웠다. 사우나나 스팀보다 뜨거운 열풍이어서 오다기리는 각오를 
했다. 제4파와 제5파가 온다면 이 몸뚱이는 바비큐에서 지나치게 탄 소시지와 같은 게 
되어 버릴 것이다. 젊은 혼혈아는 윗니를 아랫입술을 깨물고 구멍 속에서 태아처럼 
둥글게 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강하게 입술을 깨물고 있기 때문에 피가 배어 
있는데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길이 가까이 다가온 탓으로, 젖어서 더러워진 
그의 검은 피부가 짙은 오랜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추한 것인지 아름다운 것인지 알 
수 없는 얼굴이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이 얼굴로 전에 있던 세계를 
걸어다녔다면 미친놈이라고 여겨지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불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언덕 전체가 그대로 불길로 화해서 밀려 올라가, 지면이 크게 흔들리고 
관자놀이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열풍이 온다고 중얼거리고는 오다기리는 
얼굴을 토사 속에 묻듯이 엎드렸다. 머리카락이 탈 듯한 열풍이 밀려와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렸다. 힐끗 눈을 들었을 때, 불타면서 비실비실 걷고 있는 인간이 보였다. 
의복도 몸도 커다른 불길에 휩싸여, 실루엣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알몸으로 되었고, 
가슴이 부푼 걸로 여자란 걸 알았다. 만일 그 여자였다면,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그렇게 마르고 거칠어지기 쉬운 입술인데도 약용 립글로스를 써 본 것은 단 한 번뿐인 
채로 죽어 버렸다는 게 될걸.
  "온다."
  병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열풍을 꿰뚫고 들어왔다.
  "로켓 발사기를 갖고 있는 자는 프로펠러의 버팀대를 노려라."
  헬리콤터의 폭음이 정면에서 다가왔다. 바로 곁의 토사가 기관포의 탄환에 의해 
물보라처럼 말려 올라가서 불려 날려 갔다. 네이팜탄 몇 발이 앞쪽에서 폭발했다. 그 
땅울림 중에 맥주나 콜라 깡통을 잘 흔들어서 뚜껑을 열 때와 비슷한 소리가 그 
근처에서 들려와, 오다기리는 살짝 2센티만 머리를 들었다. 모든 게릴라 병사가 
일제히 로켓탄을 발사한 것이었다. 맞아 줘, 하고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젊은 
혼혈아가 외쳤다. 한 대라도 남으면 나는 타버릴 거야, 헬리콥터는 피하면서 동시에 
모두 미사일을 쏘아 왔다. 그 중의 한 발이 오다기리들이 숨어 있는 지역의 거의 
중앙에서 폭발했다. 오다기리는 그 유선형의 금속을 분명히 보고 신칸센의 열차 
모양을 연상하고 말았다. 토사에 전신을 묻듯이 하고 몸을 엎드린 오다기리에게 
불길이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꽉 감아도 불길의 덩어리가 바로 옆을 통과하는 
것이 느껴졌다. 눈의 안쪽까지 시뻘건 불길의 색이 되어 버려서 처음엔 눈썹이 다 타 
버린 거라고 착각했다. 지면까지 열을 갖고 있어서 질름질름 격렬하게 계속 흔들렸고 
불에 타들어가는 인간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미 오다기리에게 감정은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양 팔로 올굴과 머리를 감싸고 전신으로 
복부를 보호하듯이 몸을 구부리고 토사 속에 조금이라도 깊게 파고들려고 몸부림치며 
자신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외치고 있었다. 뭔가 외치고 있지 않으면 정신을 잃게 
될 것 같았고, 머리카락이 타는 소리와 냄새가 나서 양 손으로 머리카락을 미친 듯이 
털어 냈지만 그것은 구멍에 불려 날려 온 누군가의 상반신이 불타고 있는 것이었다. 
불길이 토사를 도려 내는 소리, 인간의 상반신이 불타는 소리와 크고 작은 신음, 눈의 
안쪽에서 점멸과 수축을 되풀이하는 빛, 진흙으로 만든 인형처럼 되어 불타는 인간의 
냄새, 전신에 뒤집어써서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열풍, 입과 콧구멍과 귀와 눈에 
토사를 튀겨 넣는 지면의 진동, 모든 것들이 살아남으려고 하는 의지 그 자체를 
비웃듯이 감각을 계속 뒤흔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오는 
외침은 그 비웃음에 지배당하지 않겠다고 하는 오다기리의 본능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젠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떤 것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외치는 것을 멈추고 무언가를 포기하고 미친 짓을 하고 싶어졌다. 일어서서 스스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간다든가 불타는 사체를 알몸으로 끌어안는다는가 젊은 
혼혈아에게 총으로 쏴 달라고 부탁한다든가, 그런 짓을 할 것처럼 되었다. 지지 않을 
거야, 하고 볼을 토사에 비벼 가면서 중얼거려 보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땅울림과 
열풍만으로, 또는 검게 탄 채로 불타는 인간 상반신의 잔상만으로도, 지지 않을 
거야라는 말과 의지를 박살내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타올랐고, 
타오르면 끌 방법도 없이 바로 죽었으며, 뒤에는 재밖에 남지 않았다. 작고 약하며 
부드러운 피부에 싸인 연약한 생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만 주변의 모든 
자극은 있었던 것이다. 배구공이나 농구공이 파열하는 듯한 소리가 멀리서부터 다가와 
통과할 때에 바로 옆의 토사가 튀어올라서 그 충격과 공포에 몸이 공중에 떠올라 혀를 
깨물었다. 단백질이 타는 냄새가 이미 진흙 속에도 스며들어 있어서 오다기리는 다시 
패닉에 휩싸여, 구멍을 나가 달리기 시작하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하는 
강박적인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다. 발광의 유혹은 목 안쪽과 등줄기에 들러붙어서 
오르가슴의 전조와 아주 닮아 있었다. 그것은 제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별도의 작은 
생물이 신경을 절단하고 오다기리를 일으켜 세워 불길 속을 달리게 하려고 하고 
있어서, 대항책은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건 이젠 틀렸나, 오다기리는 
다른 사람 일처럼 그렇게 중얼거렸다. 관자놀이 부근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만져 
보니 출혈하고 있어서 무언가의 파편에 맞은 걸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뛰어나가거나 하지 않을 거야, 하고 자신의 피를 보고 결의했을 때, 혼혈아가 
격렬하게 오다기리의 몸을 흔들었다. 어이, 너, 도망가, 머리를 낮게 하고 여기를 
나가는 거야, 아파치가 떨어져 올 거야, 그렇게 외치고 있어서 오다기리는 몸을 
뒤집어 위를 보았다. 헬리콥터라기보다는 어린이용 텔리비전 만화 영화의 로봇 같은, 
둥그스름한 데가 없는 기체가 불을 뿜어 내면서 낙하해 왔다. 로터가 부러져서 늘어져 
있고 동체의 중앙으로부터 검은 연기를 토하고 있었다. 젊은 혼혈아가 먼저 기기 
시작해 구르면서 구멍을 나갔다. 오다기리도 바로 뒤를 쫓았다. 총을 잡은 채 구르고 
일어서서 몸을 굽힌 채 불길을 피해서 달렸다. 헬리콥터는 처음에는 슬로 모션처럼 
흔들흔들 흔들거리면서 떨어져 와서 지상에서 수미터 뇌는 곳에서 폭발했다. 
오다기리는 폭풍을 그대로 뒤집어써서 몸의 오른쪽 절만의 피부가 벗겨져 주위로 
튀어나갔다. 그 일부가 불타면서 오다기리의 오리털 재킷 소매에 달라붙었다. 검붉게 
된 피부의 파편은 재킷을 태워서 구멍을 내고 연기를 내서 그 구멍으로부터 가느다란 
오리털이 튀어나왔다 오다기리는 잠시 낮은 자세인 채로 달려 깊은 구멍을 찾아 
내서는 굴러 들어갔다. 그 구멍에도 오른손을 목 근처에 대고 왼손을 위로 뻗친 채 양 
무릎을 접어 구부린 모습의 사체가 있어서 타서 번들번들 빛나는 허벅다리를 보고 
다시 조금 토했다. 기분이 나빠서 발을 잡고 밖으로 밀어 내려 하니 잡은 부분의 
피부가 훌떡 벗겨졌다. 구운 생선의 껍질이나 열탕을 끼얹은 토마토의 껍질같이 
간단하게 벗겨져 손 안에 남았다. 다시 위가 경련을 했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도로 
공사와 비슷한 소리가 울려서 엎드린 채 얼굴을 들어 보니 그것은 격추된 헬리콥터의 
조정사였다. 낙하산은 불길이 일으킨 상승기류에 불려서 여간해 내려오지 않았고 
주종사의 기관 단총의 탄환도 바로 떨어졌다. 조종사는 잎을 크게 벌리고 뭔가 외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전혀 지상에 미치지 않았다. 불똥이 불려 올라가 낙하산이 타기 
시작하자 낙하가 빨라졌다. 오다기리가 몸을 엎드리고 있는 구멍에 뛰어들어온 게릴라 
병사가 무표정하게 조종사를 쏘았다. 얼굴의 한가운데 명중해서 몸이 두세 번 
움찔하며 움직이고는 불길 속에 떨어져 가서 먼저 군화부터 타기 시작했다. 헬리본이 
온다, 하고 병사가 오다기리에게 말했다. 그 목소리도, 페인팅을 해서 검게 칠한 
얼굴의 눈 언저리도 아주 새파랗게 젊었다. 외꺼풀의 째진 눈은 젖은 것처럼 빛니고 
입 주위에는 희미한 웃음까지 띠고 있었다. 만일 내가 호모였다면,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참을 수 없었ㅇ지, 총을 꽉 움켜쥐고 있는 오다기리를 보고 헬리본이 오면 
아무튼 끌어당겨서 갈겨 대, 우리들은 옆쪽의 불 속에서부터 파고들어 공격할 거야, 
하고 말했다.
  "아마 일 분이면 끝날 거야."
  타도 괜찮아? 하고 저도 모르게 오다기리는 물었다. 신소재로 된 내화 전투복이야, 
하고 병사는 자랑스러원 듯이 말했다. 이천 도의 고운에서 십이 초 견딜 수 있고 
적외선 센서도 피할 수 있어, 놀랄 만큼 낮은 자세로 구멍을 나갈 때 웃으면서 
돌아보았다.
  "수출도 하고 있어, 한 벌에 사천 달러야."
  병사는 암시 고글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단숨에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오다기리는 
자신이 흥분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혼혈아들이 병사들을 동경하고 있는 기분을 
잘 알게 되었다.
  V자형 헬리콥터 편대가 디시 한 파 나타나서 왼쪽 측면에 일제히 공격을 가한 후, 
두 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다른 종류의 헬리콥터가 강하해 와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잠시 있다 다시 날아올랐다. 오다기리가 숨어 있는 구멍에서는 500미터 정도 떨어진 
부근이었다. 병력 수송용 헬리콥터는 전부 여덟 대, 이런저런 것이 계속 타고 있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깐 헬리본이라는 게 무엇인지 물어 보지 않았군, 하고 
오다기리가 생각했을 때 몇 발의 총성이 났다. 오다기리는 구멍의 모서리에 몸을 착 
붙인 채 비탈을 기어오르는 모습으로 살짝 얼굴을 내밀고는 숨이 막힐 것처럼 되었다. 
.겨우 3미터 앞에 방독면을 뒤집어쓴 사내가 한 사람 허리를 굽힌 채 주위를 살피고 
있는 것이었다. 혀가 목 안에 달라붙어서 숨을 쉴 수 없었고 심장의 고동이 들려왔다. 
사내는 굉장히 작은 기관총을 갖고 있었다. 국민 병사와는 디자인과 색상이 다른 
전투복을 입고 있는 사내는 토사의 좁은 틈으로 엿보고 있는 오다기리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사내는 배를 깔고 엎드리고는 뒤쪽을 향해 따라오라는 식의 신호를 
손의 작은 움직임으로 행했다. 그렇게 하자 그 뒤쪽의 어둠으로부터 수십 명의 같은 
전투복 차림의 사내들이 기어나왔다.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개펄에 올라오는 
물고기 같았다. 오다기리의 위치에선 선두의 방독면을 쓴 사내는 오른쪽 전방에서 
계속 타고 있는 불길 때문에 실루엣이 되어 있었다. 사내가 허리를 구부리고 있던 
탓으로 오다기리가 그 존재를 알게 된 것이었다. 시커먼 위장복이 이 정도로 토사에 
융화된다는 것을 오다기리는 몰랐다. 지금은 바로 저곳에 있는데도 배를 깔고 엎드려 
기어가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모습을 놓쳐 버릴 것 같았다. 오른쪽 전방에서 
커튼처럼 흔들리는 불길에 못미처에, 오다기리가 숨어 있는 구멍보다도 커다랗게 움푹 
파인 데가 있어서, 그곳에선 세 사람인가 네 사람의 혼혈아들이 머리를 내놓고 
방독면의 사내와는 반대 방향으로 총을 겨누고 있었다. 방독면의 사내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며 움푹하게 파인 그곳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천천히 몸을 옆으로 향하게 
하고 가슴 근처에서, 곧잘 자동판매기에서 팔고 있는 술병형 컵술과 비슷한 형태의 
것을 꺼내어 움켜쥐었다. 수류탄이다, 하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총을 
토사 위에 겨눈다든지 하면 등뒤에 있는 개펄의 물고기 같은 사내들이 일제히 
오다기리를 공격할 것이다. 3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사내들과 오다기리는 똑바로 
대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로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심장의 고동이 사내들에게 
전해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오다기리는 무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루엣이 
되어 엎드려 기고 있던 사내는 수류탄에 붙어 있는 둥근 링을 물어서 뽑았다. 희미한 
금속음이 나고 움푹하게 파인 곳 안의 두 사람이 눈치챘을 때는 수류탄이 던져 
넣어졌다. 눈치챈 한 사람이 소총을 연사했지만 그것은 엎드려 기고 있는 사내 
못미처의 토사를 튀겨 올렸을 뿐으로, 이윽고 섬광이 번쩍이고 오다기리는 배를 
울리는 소리와 함게 두 사람의 혼혈아가 움푹하게 파인 곳으로부터 퉁겨져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 모두 배가 찢겨서 창자가 흘러나와 있었다. 창자의 주름까지 
분명히 보였다. 바로 곁에 떨어져서 배를 누르며 신음하는 한 사람을, 수류탄을 던진 
사내가 작은 기관총으로 머리를 쏘아 죽였다. 움푹하게 파인 곳으로부터는 피투성이가 
된 한 사람이 소총을 계속 쏘고 있었고 수류탄의 폭발을 신호로 오다기리의 뒤쪽이나 
왼쪽 후방으로부터 건조한 소총의 연속음이 울려왔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적의 수에 
비해서 너무나 작았고 산발적이어서 미덥지 못했다. 오다기리는 개펄의 물고기 같은 
적이 조금씩 전진해 오는 것을 보고, 구멍의 밑바닥에 있던 공 모양의 수류탄을 
집어서 조금 전에 사내가 한 것처럼 링을 물어 뽑았다. 링을 뽑으니 곤충의 다리와 
비슷한 쇠장식이 퉁겨지듯 튀어올라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폭발하는 게 아닐까, 
하고 등줄기가 얼어붙었지만 표면에 광택이 없는 경식 야구공 정도 크기의 수류탄은 
아직 손 안에 있었다. 엎드려 기는 채로 방향을 바꾸려고 하고 있던 사내의 기관 
단총을 한 손으로 난사하고 있어서 오다기리가 던진 수류탄이 굴러와 허벅지 근처에 
부딪힐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감촉으로 알아차린 사내는 퉁겨지듯 구르려고 했지만 
그 순간에 수류탄이 폭발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사체와 마찬가지로 누더기처럼 사내의 
몸이 찢어지는 것을 오다기리는 마음 속에 그렸던 것이지만, 흩어진 연기의 저편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적은 아무 데도 출혈하고 있지 않았다. 손발도 제대로 있었고 
내장이 튀어나오지도 않았다. 평지에서의 수류탄은 폭풍이 위쪽으로만 방사형으로 
퍼지기 때문에 적이 엎드려 있을 경우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오다기리는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기 때문에, 놀라게 하고 화나게 하는 
효과는 있었다. 직접적으로 죽음이 아주 가까이 닥쳐오면 인간이 격렬하게 화를 
낸다는 것을 오다기리는 처음으로 알았다. 사내는 쥐어뜯듯이 방독면을 벗고 뭔가 큰 
소리로 외치면서 기관 단총을 쏘아 왔다. 갓댐이라거나 퍽유라거나 그런 말이었다. 
ㅇ은 입술이 말려 올라가 흰 이가 그대로 드러났기에 백인이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기관 단총의 총알이 토사를 튀겨 내고 그 때문에 총구멍과 같은 구멍이 
뚫혔다. 사내가 기관 단총의 탄창을 교환하는 짧은 시간을 노리고, 오다기리는 그 
구멍에다 소총을 내밀고 쏘려고 했다. 그러나 안전 장치가 잠겨 있어서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오다기리는 관자놀이가 저려 왔다. 바로 3미터 앞에 있는 사내는 익숙한 
동작으로 탄창을 교환하려 하고 있다. 오다기리는 사내와 눈이 마누치는 것을 느끼고, 
자신이 차고 무거운 안개 같은 것에 휩싸여 가는 것을 알았다. 그 안개에는 달콤한 
냄새가 있어서 코나 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왔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자신이 슬로 
모션의 영상 속에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사내의 움직임도 갑자기 느려져, 
거기있었나, 죽여 줄게, 하는 낮은 음성이 직접 머리에 전해져 왔다. 개새끼, 하고 
오다기리는 큰 소리를 질렀다. 죽음이라는 개념이 달콤한 향기의 안개가 되어 몸 안에 
들어와서, 큰 소리를 질러 그것에 대항하려고 했던 것이다. 안전 장치를 풀어, 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몸 바깥쪽으에서 들려왔다. 정신이 들어 보니 자신이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오다기리는 사내의 얼굴에 소총의 총구를 겨눈 채로 레버를 안전 장치에서 
자동으로 바꾸었다. 그 모든 일들이 1초 안에 일어나서, 적의 기관 단총이 다시 불을 
뿜기 시작하게 전에 오다기리의 소총이 사내의 얼굴에다 완전 자동으로 총알을 
퍼부었다. 반동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고 소리도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3초 만에 
사내의 얼굴은 그냥 고깃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오다기리는 자신이 떠받쳐 잡고 있는 
소총의 끝으로부터 무언가 단단하고 뾰족한 것이 튀어나가 먼저 사내의 이빨과 입에 
맞고 그 뒤에 눈이나 귀나 뺨을 불어 날려 버리고 이마를 머리털과 함께 벗겨 내어 
뼈를 부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몸 안에 들어와 있던 무겁고 축축한 안개 같은 
것이 마치 사정과 같은 느김으로 토해져 나가는 것을 알았다. 오다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탄창을 다 써 버렸다. 무릎에 놓고 있던 새 탄창을 그 혼혈아가 가르쳐 준 
순서로 끼워 넣고 있자니, 개펄의 물고기 같은 적이 이쪽으로 허리를 굽히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대장의 얼굴이 쪼개져 날아가는 것을 보고, 부대 전체가 분노에 휩싸인 
것이겠지. 다가오는 무리로부터는 물론, 그 훨씬 뒤로부터도 소총과 기관총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고 구부린 채로 수류탄을 던지는 병사도 있었다. 이 구멍에 수류탄이 
던져진다면,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구멍은 절구형으로 되어 있어서 바닥에 
떨어진 수류탄이 폭발하면 그대로 폭풍을 뒤집어 쓰게 된다. 오다기리는 미친 듯이 
급하게 가늘고 길고 깊은 구멍을 팠다. 수류탄이 던져지면 차서 이 구멍으로 굴린다. 
그러면 아마도 폭풍은 바로 위로만 분출하게 될 것이다. 오다기리는 그 구멍을 10초도 
걸리지 않고 파 버렸다. 일의 순서를 세워 가며 생각해서 판 것은 아니었다. 아까 
자신이 던진 수류탄이 폭발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영상으로 생각해 내어 그 폭풍이 
미치는 범위를 상상하니 자신이 배가 찢어져 창자가 튀어나오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폭풍을 가둬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미친 듯이 구멍 을 파기 시작하고 있었다.
  개펄의 물고기 같은 적은 허리를 구부리고 전진해 왔기 때문에 혼혈아들의 소총과 
수류탄으로 상당수가 쓰러져 갔지만, 전진해 오는 속도는 빨랐다. 오다기리의 
앞쪽에도 혼혈아들이 다수 숨어 있어서 적의 선두와는 백병전에 가까운 총격전이 되어 
있다. "배를 쏴, 배를 노려!"하는 외침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온다. 적의 선두는 
오다기리로부터 20미터 근처까지 육박해 와 있었다. 적의 총알이 귀의 바로 옆을, 퓽, 
하고 쉿덩어리가 공기를 찢는 소리로 날아오지만 상상력에 의한 공포는 이미 없었다. 
지금의 총알이 얼굴 한가운데 맞았다면, 하고 상상하지 않게 되었다. 오다기리는 눈의 
안쪽이 아프게 될 정도로 집중해서 앞쪽을 노려보고 허리를 구부린 채 이쪽으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향해서 소총을 쏘고 구멍 안에 수류탄이 굴러오지 않는가 
어떤가에 주의를 하고 있었다. 소총은 반자동으로 계속 쏘면서 앞쪽에서 "배를 
노려."라고 외치는 소리가 나는 이유를 오다기리는 알았다. 머리나 얼구이나 목에 
총알을 맞으면 인간은 퉁겨진 것처럼 몸을 젖히고 그대로 쓰러진다. 가슴에 맞으면 
ㅉ은 경련과 함께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겨소 소총이나 기관총이 한순간 난사된다. 
배에 맞으면 그대로 몸이 접혀서 무릎을 꿇는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는 가슴을 
노리면 순간적인 난사를 뒤집어쓸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수류탄이 날아와서 코앞에 
툭 떨어져 멈췄다. 오다기리는 재빨리 구멍 속으로 몸을 들이밀고 얼굴을 토사의 벽에 
밀어붙였다. 진동과 소리, 오른쪽 옆의 토사가 갈라지고, 거기에 집이 있었던 건지, 
빨간 동체와 다리의 개미가 수천마리 기어나오는 것이 아직도 불타고 있는 네이팜탄의 
불길에 비춰져서 보였다. 점토질의 토사가 갈라진 데서 우글거리는 수천 마리의 붉은 
개미는 몸시 징그러웠다. 생리 때의 여성 성기 같은 잔혹하고 처첨한 광경이었다. 
이놈들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내 
자신도 비슷한 처지이다. 무엇이 불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오다기리의 
오른쪽에서 높은 벽처럼 되어 흔들리는 불길의 기세는 약해질 줄 몰랐다. 바람은 
배후로부터 불어서 그 강약에 따라 불길이 비춰 내는 범위와 위치가 변하여 그때마다 
허리를 구부리고 전진해 오는 적의 한 무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 중에는 엎드려 
있는 적도 있었다. 엎드려 있는 적은 겨냥하고 쏘아도 쓰러뜨리기가 어렵다. 허리를 
구부린 자세가 되면 표적은 훨씬 커진다. 반자동으로 해서 서너 발씩 소면 거리가 
짧아서 만드시 몸의 어딘가에 맞는다. 소총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가볍고 반동도 
적고 똑바로 날아가는 것인가, 하고 오다기리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몇 사람을 
죽였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최초의 한 사람은 그 얼굴 전체를 쪼개 버린 
놈이었다. 그 뒤론 모두 같은 복장과 헬멧에 같은 자세였기에 몰랐다. 탄창을 두 번 
교환했다. 남은 건 하나밖에 없다. 수류탄은 아직 세 발 남아 있다. 10명 이상 
쓰러뜨린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것이 전부 착각이었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마도 
머리라든가 심장이겠지만 한 발로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게 되어 주는 놈은 편했다. 
즉사하지 않은 놈이 맞은 곳을 누르고서 구르는 것을 보는 것은 언짢은 일이었다. 
한번은 불길의 흔들림에 밝게 비추어진 녀석을 쏘았더니 반자동의 총알이 사타구니에 
집중되었다. 전투복의 그 부분이 튀어 날아가서 탄환이 살을 찢어 발겨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분명히 보였다. 피와 함께 늘어뜨려진 것을 상상했다. 그 자의 얼굴도 
잘 보였다. 그 자는 마치 따분하고 한가한 대낮의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 쪼그리듯이 천천이 쪼그리고 나서 사타구니에 손을 대고는 바로 다리를 
버둥거리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쪼그리고서 사타구니에 손을 대고 떨어져 내리는 
대량으 ㅣ피와 커다랗게 도려진 그 부분을 알아차리고는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분노라든가 공포라든가 고통이라든가 괴로움이라든가 그런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용서를 비는 것 같은, 자신의 죄와 약함을 인정한 것은, 부끄러움에 범벅이 된 표정을 
하고서, 그 뒤에 아우성을 치면서 땅바닥에 뒹굴었다. 
  때때로 수류탄이나 그것보다 큰 폭발력이 있는 무언가 때문에, 숨어 있는 
구멍으로부터 퉁겨저 날아가는 혼혈아가 있었지만, 적의 전진은 오다기리로부터 
20미터인 데서 멈춰 있었다. 허리를 구부리고 전진하는 자는 없어졌다. 토사의 기복에 
엎드려 기게 되어, 총이나 소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져 왔지만 전투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혼혈아들은 상당히 넓은 지역에 산개해서 숨고, 그 위치를 바꾸거나 하고 
있기 때문에, 적이 숫자와 화력에서 우세해도 돌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다기리는 
소청을 쏘는 것을 멈추고 붉은 개미의 대군 쪽을 보았다. 개미는 솜털이 있는 반점의 
집합이 되어 와글와글 꿈실거리고 있지만, 어디로도 이동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갈라진 틈의 안쪽으로 하얀 좁쌀 같은 것이 보였다. 알일 거라고 오다기리가 생각하고 
있자니, 구멍의 왼쪽 전방으로부터 돌연 누군가가 굴러들어왔다. 오다기리는 재빨리 
소총을 겨누었지만 그것은 백인 혼혈인 아군이었다. 왼쪽 관자놀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M3가 지금 네 대 온다. 헬리콥터에서 내려지는 것을 보았어."
  혼혈아는 오다기리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백인이나 흑인과는 
혼혈이 아니어서 이상한 것이겠지. 게다가 전신이 진흙과 화약 연기로 더러워져 있고, 
일본인은 젊게 보이기 때문에 한순간 국민 병사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쪽에 
숨어 있던 혼혈아들은 뒹굴면서 후퇴하게 시작했다. M3란 뭐야? 하고 오다기리는 
소리쳤다. 보통으로 지껄일 작정이었지만 귀울림이 심해서 결국 소리치는 목소리가 된 
것이다. 빨간 머리의 젊은 혼혈아는 움찔 몸을 떨고, 보병 전투차야, 하고 대답했다.
  "BHP의, 베벌리힐스 포켓의 폭동 때 본 적이 있어. 나는 살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대단한 폭동이라고 말하기에 친구들과 구경하러 갔던 거야. 국민 병사가 중대 규모로 
폭동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고 해서."
  빨간 머리의 혼혈아가 말하고 있는 사이에 800미터 정도 건너편의 실루엣이 된 
기복의 그늘로부터, 먼저, 맨 끝에 독특하게 부풀어 오른 데가 있는 파이프 같은 것이 
보였다. 포신 다음으로, 각이 진 모양의 전체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 실루엣은 바위나 
나무나 지면의 기복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슬럼의 내부가 불타는 것은 아무리 불타도 괜찮았지만, 베벌리힐스 포켓은 
메트로폴리스의 다운타운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유엔군이 충돌해 와서 M3가 여덟 
대 정도 달려왔지. M3 브래들리(역자주:미군의 보병 전투차. 브래들리는 현재 미국이 
사용하고 있는 보병 전투차 M2의 호칭, M3라고 한 것은 작가의 착각인 듯함)라고 
친구가 가르쳐 주었어. 친구는 미사일이라든가 총을 잘 알았었으니까. 화염 방사기와 
미사일과 몇 밀리였더라, 기관포를 싣고 있지. 미사일은 보통은 헬리콥터를 쏘는 
거지만 아마 저녀석은 우리들을 쏠 미사일을 싣고 있는 거겠지. 베벌리힐스 
프켓에서도 그랬었어. 그 미사일에는 유명한 이름이 붙어 있지만 잊어버렸어. 친구는 
알고 있었지만 이젠 물을 수 없어. 베벌리힐스 포켓에서 죽은 거야. 화염 방사기에 
당했어. 나도 화상을 입었지."
  빨간 머리의 혼혈아는 셔츠의 소매를 조금 걷고서 화상의 흔적을 오다기리에게 
보였다. 켈로이드(역자주:keloid. 화상이나 궤양 따위가 아문 뒤에 생기는 게발 
모양의 종양) 때문에 피부가 분홍색으로 부풀어오르거나 옥죄거나 하고 있었다.
  "화염 방사기에 당한 것은 지독한 일이야."
  멀리 모습을 나타낸 네 대의 M3를 보면서 혼혈아는 말했다.
  "어디에 숨어 있어도 불길에 발견되고 말아. 서치라이트처럼 어디까지라도 쫓아와서 
찾아 내. 후퇴하지 않으면 우리들은 전멸할 거야."
  혼혈아는 보병 전투차라고 말했지만 형태는 전차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전방 5미터 
근처에 몸을 엎드리고 있던 적은 허리를 구부리고 M3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적이 
도망간다, 오다기리는 소총 끝으로 혼혈아에게 가리켰다.
  "그렇지 않아. 명령에 의해 물러나는 거야. 저 녀석들이 완전히 물러나면 M3가 
공격을 개시한다. M3의 미사일은 1미터도 오차가 없어.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이 
주위는 불바다가 돼."
  빨간 머리의 혼혈아는 몸을 낮추고 구멍에서 나갔다. 엎드려 가면서 어떻게 된 
거야, 하고 오다기리에게 말을 걸었다.
  "후퇴하지 않으면 죽을 거야."
  앞쪽에서 회색 제복의 혼혈아들이 구멍으로부터 줄줄이 기어나와서 부풀어오른 
토사의 사이를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달리고는 몸을 엎드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어두운 장소를 골라서 달리고 있지만 때때로 왼쪽 불길의 벽이 크게 
흔들려서 그 모습이 떠오르고 만 자는 적의 저격병에 의해 확실하게 쓰러뜨려졌다. 
그래도 수십 명의 혼혈아가 오다기리의 구멍 옆을 통과해 간다. 어떻게 된거야, 빨간 
머리의 혼혈아가 오다기리를 불렀다.
  "나는 이제 간다."
  오다기리는 나는 여기 있겠어, 하고 그 혼혈아에게 말했다. 귀울림이 계속되고 
있어서 다시 큰 소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구멍의 바로 옆을 달려 빠져나가고 있는 
다른 혼혈아도 그 소리에 오다기리 쪽을 돌아보았다. 구멍에 굴러들어와서 잠시 
상황을 살피고 다시 뛰어나가는 혼혈아도 있었다. 빨간 머리의 혼혈아는 어깨에 메고 
있던, 두 개의 긴 통 모양의 무슨 케이스로 보이는 병기를 오다기리에게 내던지고 굿 
럭, 하고 경례하고 나서 자취를 감추었다. 망원경의 케이스 같은 긴 통 모양의 것은 
일회용 로켓 발사기였다. 오다기리가 도망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다른 
혼혈아도 그것과 같은 것을 차례로 구멍에 내던지고 갔다. 일곱 개의 로켓 발사기를 
순서대로 구멍의 벽에 세워 놓으면서, 퇴각을 모르는 용감한 놈이라고 생각하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이젠 달리거나 구르거나 하는 것이 
귀찮아졌을 뿐이야. 죽음을 두려워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만큼의 힘이 
소모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귀울림은 여러 가지 소리가 겹쳐져서 계속 울리고 
있었고, 목과 어깨가 딱딱하게 경직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무릎에 힘을 줄 수 없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어딘가로 설설 기면서 달려갈 
원기 같은 건 없어.
  앞쪽 보병 전투차의 실루엣이 분명히 보이게 되었는데도 몇십 명이나 되는 
혼혈아들이 곤충처럼 튀면서 오다기리가 있는 구멍을 통과해서 후퇴해 갔다. 부상당한 
자도 많이 섞여 있어서 그들은 동료의 어깨를 빌리기도 하고 소총을 지팡이 대신 삼아 
비틀비틀 뛰기도 하고 땅바닥을 기기도 하고 있었지만 낮은 자세를 취하지 않아서 
상당수가 쓰러졌다. 제기랄, 하고 오다기리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기어서 전진하고 있는 인간이 간단히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보는 것은 언짢은 
기분이었다. 이것의 사용법을 가르쳐 줘, 하고 오다기리는 구멍에 굴러들어온 
혼혈아의 팔을 붙잡아서 저지시키고 귓전에다 큰 소리로 물었다.
  "너는 뭐야."
  관자놀이에 피가 스민 붕대를 감고 왼쪽 어깻죽지에서도 피를 흘리고 있는 흑인 
혼혈아는 거친 숨을 쉬면서 오다기리를 보았다. 게릴라 병사 같은 얼굴과 말투를 하고 
있는 주제에 로켓 발사기의 조작법도 모른다니 어떻게 된 거냐, 하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괜찮으니까 가르쳐 줘, 저놈들을 날려 버릴 테니, 오다기리는 로켓 발사기 
하나를 둘러메려고 했지만 너무 짧아서 묘한 모양이 되어 버렸기에 신경질이 나 다시 
큰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짧으면 어께에 둘러멜 수가 없잖아, 흑인 혼혈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 뭐야, M72 LAW(역자주:일회용의 휴대용 대전차 로켓)라면 슬럼의 어린애도 
사용할 수 있어."
  혼혈아가 그렇게 말했을 때 전방의 M3 보병 전투차로부터 불길이 뿜어나왔다. 
푸른빛이 들어 있는 불길은 똑바로 100미터 가까이 뻗쳐서, 정말 서치라이트처럼 
후퇴하고 있던 네 명의 부상자를 포착했다. 가늘고 긴 방사형의 통으로 되어 똑바로 
뻗쳐 간 불길은 부상자를 밝게 비춰낸 게 아니라 그 몸과 의복에 한 번 크게 튀고는 
달라붙었다. 감각이 마비돼서 무엇을 보아도 놀라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오다기리였지만, 불에 타오르는 부상병을 보고 소름이 끼쳐서 헉헉거리다가 구토를 
했다. 나온 것은 시큼한 위액뿐이었지만 가슴과 목구멍의 경련이 멈추지 않았다. 
부상자들은 양 팔을 힘없이 벌리고서 달라붙은 불길로부터 달아나려고 했다. 공기를 
들이마시려 입을 크게 벌리고 있기 때문에 얼굴은 옷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비틀비틀하는 움직임은 뭔가 장난삼아 춤추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검은 실루엣인 
채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쓰러져서 두 팔과 두 다리를 세운 모양으로 다 타 버린 
자도 있었다. 오다기리는 입술의 가장자리로부터 위액을 늘어뜨리면서 개새끼, 개새끼 
하고 중얼거리며 로켓 발사기를 세게 움켜쥐었다.
  "바닥에 핀이 있으니 먼저 뽑아."
  70센티 정도의 로켓 발사기를 자신도 한 개 잡으면서 흑인 혼혈아는 말했다. 피가 
관자놀이로부터 입 안으로 흘러들어서 그것을 세게 뱉어 냈다. 커다란 하얀 이가 
보이고 피가 섞인 침은 개미의 대군 쪽으로 날아갔다.
  "커버를 벗기고 멜빵을 잡아"
  혼혈아는 자신이 해 보이고 오다기리는 거기에 따랐다.
  "후폭풍에 주의해 줘."
  그건 뭐야.
  "뒤로부터 로켓의 분사 가스가 배출되어 구멍의 벽에 닿으면 휩싸여서 끔찍한 일을 
당해. 엎드려 쏠 때는 자신의 발을 태우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안 돼."
  어떻게 겨누는 거야? 하고 오다기리가 물으니 흑인 혼혈아는 다시 크고 흰 이를 
보이며 웃었다.
  "안전 장치를 풀고 그대로 방아쇠의 버튼을 누르면 사요나라야. 로켓은 누가 해도 
날아가."
  내가 말하는 것은 조준하는 거야, 하고 오다기리는 소리쳤다.
  "어이, 형제."
  흑인 혼혈아는 바람에 실려 캐터필러의 소리, 금속적인 마찰음이 들려오게 된 
앞쪽을 보고 피가 계속 떨어지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다른 
혼혈아들은 오다기리가 숨어 있는 구멍을 중심으로 해서 대충 7,8미터의 범위에서 
아직도 괴로운 후퇴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반수가 부상자였다. 
  "이걸로 M3를 해치운다고 하는 것은 커터 나이프를 가지고 사자와 싸우는 것과 같은 
거야. 명중한다면 폭풍으로 옆에 있는 병사는 죽일 수 있지만 앞쪽으로 쏜다면 
M3에게는 방귀 같은 거야. 옆쪽을 쏘기 위해서는 M3가 여기까지 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고, 사실 뒤쪽이라면 이걸로 어떻게 되겠지만 이제 곧 일제히 미사일이 
날아올 것이기 때문에 이 주변은 단지 진흙산이 되어서 모든게 끝나."
  선두의 두 대가 전방 400미터까지 다가왔다. 그 50미터 뒤쪽에 선두의 두 대보다도 
좁은 간격으로 뒤의 두 대가 따르고 있었다. 부상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인가, 또는 
후퇴할 마음이 없는 것인가, 앞쪽에서 기관총과 소총을 계속해서 쏘고 있는 
혼혈아들이 있었다.
  "웨스트 봄베이 친구한테 들었지만, 89년 폭동 때 그 녀석들의 동료는 깊은 구멍을 
파고 M2나 M3와 싸웠대. 로켓을 쏜다 하더라도 정면으로부터라면 M2도 M3도 전혀 
해치울 수 없어. M3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서 어느 구멍의 바로 위에 정지하고 
스로틀(역자주:throttle. 내연 기관의 공기를 통하게 하는 판)을 열고 엔진을 
고속으로 회전시켰다고 해. 구멍 안에 있던 녀석들은 베기가스로 모두 죽었던 것 
같아. 그렇게 죽는 것만은 하고 싶지 않다고 내 친구는 말했었어. 나중에 사체를 보니 
목이나 가슴을 손톱으로 긁어 댄 상처가 있어서, 뭐였지? 옛날 가스실이 있었던 
독일의 수용소가 있잖아. 아우, 아우 뭐였지?"
  아우슈비츠다.
  "그래, 그것과 똑같았다고 말했었어. 그런데 이제 금방일 거야, 미사일이나 모터나, 
당신은 왜 도망치지 않는 거야?"
  지쳤어, 하고 오다기리가 말하니 흑인 혼혈아는 다시 웃었다. 지쳤다, 하고 자신이 
중얼거리고 구멍 벽의 흙을 주먹으로 치며 계속 웃었다. 크고 하얀 이가 아름다웠기에 
오다기리도 웃었다. 웃으니 몸에 무언가가 소생해 왔다. 저놈들은 어째서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데를 공격해 오는 거지?
  "아무것도 없어?"
  흑인 혼혈아는 아직 웃고 있었다. 중요한 건물이나 기지 같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 
있는 것은 부서진 터널뿐이야.
  "터널을 하나 발견하면 유엔군은 터널의 사진을 찍어서 발표한다. 그러면 달러가 
1포인트 높아져. 그것뿐이야. 누구도 이젠 언더그라운드에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 터널뿐이야. 놈들은 벌써 일 년 가까이 터널을 찾아 내질 못하고 있어. 
언젠가 터널의 배기구라고 사진과 비디오를 발표했는데, 그것이 토끼굴이라는 게 
밝혀진 적이 있어서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지."
  오른쪽 전방에서 벽처럼 되어 계속 타고 있는 불길 속에서 연속해서 두 번 폭발이 
일어나더니 불길이 더욱 퍼지고 높아졌다. 불발탄이 있었던 걸까, 하고 흑인 혼혈아가 
중얼거렸을 때 풍향이 조금 바뀌고 M3가 하얀 연기를 토하기 시작했다.
  "연막이다."
  혼혈아가 외쳤다.
  "데코이가 많아서 미사일도 모터도 사용하지 않을 작정이군."
  모터란 뭐냐?
  "박격포야. 바보, 돌격해 올 거야. 나는 후퇴할래, 너는?"
  남는다, 하고 오다기리는 대답했다. 뭐야 너는, 흑인 혼혈아는 이상한 듯이, 그리고 
조금 무서워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오다기리를 보았다.
  "배기 가스를 맡고 죽게 될 거야."
  혼혈아는 그런 말을 남기며 소총을 양 손에 안고 로켓 발사기를 하나 어깨에 
둘러메고 구멍으로부터 굴러나갔다. 연막이 폭 50미터에 걸쳐 떠돌고 있는 앞쪽을 
살피고 나서 살짝 뒤돌아 허리를 굽히고는 달리기 시작하려고 한 순간, 흰 연막의 
저편으로부터 굵은 빗방울이 양철통을 두두릴 때의 소리가 나더니 혼혈아의 등 왼편 
반쪽이 조각조각 찢어졌다. 얼굴을 1센티도 올릴 수 없는 기관총과 기관포의 일제 
사격이 시작되어 연막의 맨 앞이 오다기리가 숨은 구멍까지 스며들었다. 오다기리는 
흰 연기에 휩싸이기 전에 지금 등과 후두부를 기대고 있는 토사의 가장자리에 조각이 
날아온 혼혈아의 어깨 근육 덩어리를 놓았다. 표지였다. 나뭇조각이나 돌을 찾았지만 
나뭇조각은 너무 작았고 돌은 흙으로 더러워져 있어서 표지는 될 수 없었다. 근육의 
파편은 피투성이라 눈에 잘 띄었다. 뼈는 붙어 있지 않았다. 목이 붙어 있는 데서 
팔이 시작되는 근처까지의, 무게로 해서 500그램 정도의 근육 덩어리였다. 부탁해, 
하고 오다기리는 그것을 구멍의 가장자리에 놓고 말했다. 놈들이 오는 것을 알려 줘. 
가능하면 원수를 갚아 줄 테니까. 가능하면이긴 하지만. 구멍의 가장자리에 놓인 
혼혈아의 어깨 근육 덩어리는 바다에서 육지로 기어올라왔을 때의 물고기처럼 보였다. 
금방이라도 움직이기 히작할 것 같았다. 오다기리는 소총에 총검을 끼웠다. 나이프의 
날 밑부분에 붙어 있는 링 모양의 고리를 소총의 총검에 끼웠다. 나이프의 날 
밑부분에 붙어 있는 링 모양의 고리를 소총 끝에 끼우기만 하면 되었다. 나이프의 
바닥에 있는 네모난 구멍이 조준기의 밑에서부터 세워져 있는 쇠장식에 꼭 맞게 
접속됐다. 혼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총검을 장착시키는 것뿐이군, 하고 오다기리가 
쓴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에 주위는 짙은 안개로 덮였다. 무언가 타는 것 같은 역겨운 
냄새가 나는 안개여서 숨쉬기가 괴로워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패닉에 바질 
것같이 되었다. 구멍 위로는 수천 발이나 되는 총알이 날고 있었다. 외치면서 일어나 
달리고 싶다고 하는 발작 같은 욕구에, 그 흑인 혼혈아의 좌반신이 조각나 날아간 
것을 떠올리고, 또 머리 바로 위에 있는 근육 덩어리를 보고 참았다. 오리털 재킷의 
소맷부리로 입을 가볍게 막고 연기가 옅은 부분을 골라서 천천히 조용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문득 눈을 드니 오다기리가 있는 구멍 근처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허리를 
구부린 채 비틀비틀 움직이고 있는 몇 명인가의 혼혈아들이 차례차례 불려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기관포의 탄환은 압도적이었다. 인간이 마치 사탕으로 만들어진 
인형처럼 단숨에 조각조각이 되었다. 
  근육의 작은 파편이 날아와서 오다기리의 얼굴이나 손에 달라붙었다. 수류탄을 
던지려던 혼혈아 한 사람의 상반신이 날아가 버렸다. 오다기리의 발 밑에 손가락이 세 
개 달린 검고 둥근 것이 떨어져 왔다. 농담이 아냐, 하고 내뱉고서 오다기리는 
반대편에 판 구멍으로 수류탄을 차 넣으려고 했지만 찢어진 손과 손바닥의 일부가 
신발에 달라붙고 말았다. 더 발을 뻗쳐서, 다른 한쪽의 발끝으로 진흙을 떨어 내듯이 
해서 구멍에 떨어뜨린 순간에 수류탄은 폭발했다. 생각한 대로 폭풍은 바로 위로 
분출했지만, 오다기리는 무너닌 벽 때문에 몸 전체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바로 
개미굴 근처의 벽이 날아간 듯, 흙에 섞여 있던 개미가 몸 전체에 떨어져 내렸다. 
수천 마리나 되는 개미가 얼굴을 기어다니는 감각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치려고 
했을 때, 머리 뒤로부터의 금속적인 마찰음이 급격히 커졌다. 흰 연기 속에서부터 
떠오르듯이 짙은 녹색의 철판이 시야 전체를 뒤덮었다. 철판 밑에는 희미하게 빛나며 
회전하는 금속의 바퀴가 있었고, 그 뒤에는 달리는 병사의 무리가 뒤따랐다. 병사들은 
거의 전력 질주로 달리고 있었다. M3 보병 전투차라는 것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옛날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전차는 대단히 느렸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손더스 상사(역자주:TV 시리즈 '전투'의 미군 주인공)가 뒤에서 
달려가 전차를 따라잡고, 기어올라 수류탄을 해치에다 던져 넣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M3는 고속 도로를 달리는 트럭 같았다. 저런 것에 로켓을 명중시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오다기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의 절반을 토사에 묻은 
채로 혀와 이를 사용하여 입 안에 들어 있는 개미를 죽이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미친 
듯이 입가심을 하고 손가락으로 입 안을 휘저었을 테지만, 지금은 가 작고 날카로운 
아픔이 자신의 것이라는 실감이 없었다. 아까 수류탄을 처리했을 때 구멍 속에서 몸을 
펴고 비틀었기 때문에 방향을 알 수 없게 되었다. M3는 바로 눈앞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갔다. 연박의 밀도가 짙은 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흑인 
혼혈아의 어깨 근육은 90도의 위치에 있었다. 오다기리는 그 근육 덩어리 쪽으로 
얼굴을 덜렸다. 손발을 접혀 굽히며, 소총을 양손으로 잡고, 반쯤 진흙에 믿힌 채 
태아와 같은 모양으로 구멍의 벽에 기대고 있었다. 이번에 M3가 같은 장소를 
통과한다면 어떻게 할까, 로켓을 쏘기 위해선, 저 속력이라면 M3가 그렇게 빨리 가지 
않는 사이에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 다음도 그렇게 해서 바로 
눈앞을 달려간다고는 할 수 없고,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입 
안의 개미를 깨물어 죽이고, 치통용 물약 같은 맛을 참고 있지니, 돌연 흑인 혼혈아의 
어깨 군육 바로 위에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서 구멍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오다기리는 
일어서지 않고, 그저 양 손으로 잡고 있던 소총을 위로 내밀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헬멧을 뒤집어쓴 병사는 구멍 속으로 내려섰지만 동시에 옆구리를 끝까지 깊숙히 
오다기리의 총검에 찔렸다. 방독면 뒤에서 병사의 놀람과 비명이 새어나왔다. 병사는 
축 늘어뜨린 손끝에 있는 총신이 짧은 기관총을 오다기리에게 겨누려고 했다. 그러나 
고통 때문인지, 그것은 대단히 느린 움직임이 되었다. 오다기리는 소총으로 병사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꼴이 되어 있었지만, 발목을 치듯이 해서 병사를 구멍 속으로 
쓰러뜨리려고 했다. 반쯤 진흙에 묻혀 있었기 대문에 차는 힘이 약해서 병사는 
쓰러지지 않았다. 총에 맞겠다. 오다기리는 상대의 몸을 한번 밀쳐 내듯이 해서 
총검을 뽑고, 바로 이번엔 반동으로 쓰러져 가는 왼쪽 가슴을 노리고 다시 찔렀다. 
총검을 뽑았을 때, 눈물의 형태로 되어 피가 흐르는 것을 알았다. 가슴을 찌른 총검은 
뼈에 닿아서 한번 멈추었다. 오다기리는 자신이 떠받치고 있는 소총의 맨 끝이 역겨운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녹슨 문을 무리하게 열려고 할 때의 소리, 소총을 
손아귀에서 살며시 돌리고, 칼날의 각도를 바꿔 다시 찌르니, 그것은 저항 없이 
끝까지 상대 가슴에 파묻혔다. 이놈, 이놈 하고 낮게 중얼거리며 오다기리는 다시 
소총을 움직여 총검의 끝으로 휘저었다. 힘없이 늘어뜨린 채 경련하듯이 기관 단총이 
2, 3초 발사되었다. 그것은 오다기리의 뺨의 살을 스치고, 토사에 박혀 갔다. 병사는 
선 채로 움직이지 않게 되어, 떠도는 하얀 안개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해서, 
마치 고장난 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목이 바싹바싹 말라 
있어서, 침도 나오지 않았다. 입 안에서 혀가 이 뿌리에 달라붙고, 목구멍도 
끈적끈적해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바싹 마른 잇몸 안쪽 부근에 두세 마리의 
개미가 움직이고 잇어서, 오다기리는 그것을 혀로 찾아 내어 깨물었다. 마비될 것 
같은 산의 체액을 입 안에 발랐다. 서 있는 채로인 병사의 건너편을, 연기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하면서 두 대째의 보병 전투차가 역시 무서운 속도로 통과해 갔다. 그 
뒤, 갑자기 연기가 엷어지고 끊어져서, 흔들리는 불길만이 광원인 이전의 시야로 
돌아왔다. 머리를 구멍의 가장자리로부터 살짝 올려서 보니 흑인 혼혈아의 어깨 근육 
덩어리 반대편에 네 대의 M3의 뒷모습과 그 주위에 몰려 있는 200명 정도의 적의 
병사가 보였다. 오다기리는 추월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열댓 명의 적이 본대에서 
30-40미터 뒤쪽에 흩어져서 구멍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숨이 남아 
있는 혼혈아는 쓰러진 채 기관총 세례를 받았다. 아직 희미하게 연막이 남아 있는 
전선에서는 혼혈아들이 소총과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응전하고 있어서 속도를 늦춘 
M3는 연막 대신에 그쪽을 향해 화염 방사기로 핥고 있었다. 앞으로부터 후퇴해 간 
혼혈아를 합쳐서 몇 사람인가 살아남아 있겠지, 50명도 안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하며 물, 물, 물, 물, 하고 꺼칠꺼칠한 입술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잔적을 체크하는 유엔군 병사는 언젠가 이 구멍을 찾아 낼 것이다. 우뚝 선 채 죽어 
있는 병사는 어깨로부터 위를 구멍에서 보이게 해 주고 있다. 총검은 그의 가슴에 
찔린 채로여서 오다기리는 팔이 저려 와ㅆ. 이미 입 안에 개미는 한 마리도 없었다. 
오다기리는 죽어 있는 유엔군 병사의 배에 한 발을 대고 소총을 당겨 뽑았다. 병사는 
버텨 주던 것을 잃고 덮어씌우듯이 쓰러져 왔다. 오다기리는 목의 갈증을 참을 수 
없어서 병사의 가슴에서 흘러 넘치는 선혈을 아주 조금만 입에 넣었다. 생간의 조각을 
물어 씹는 것처럼 물컹해서 수분을 보급한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목 안의 호흡이 
어려울 정도의 갈증은 잠깐 멈추었다. 이 자는 에이즈는 아니겠지, 이곳의 세계에도 
에이즈란 게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덮치고 있는 시체를 옆으로 치웠을 때, 
구멍의 가장자리에 두명의 유엔군 병사가 오다기리를 내려다 보듯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방독며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 자가 눈을 크게 뜨고서 잽(역자주:Jap. 
서양인들이 일본인을 경멸해서 부르는 말),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방독면을 쓴 자가 
바로 쏘려고 하는 것을 그 자가 막고 동료를 불렀다. 솔저라거나 잽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다기리를 내려다보는 병사가 네 사람이 되었을 때 퓽,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고 굉장한 소리와 섬광이 그 네 사람을 감쌌다. 오다기리는 
반사적으로 눈을 꽉 감았다. 뭔가가 한 사람의 몸에 맞아서 상체가 가루가 되고, 그 
폭풍은 곁에 있던 세 사람도 고개를 젖히고 쓰러지는 모습이 잔상으로 눈 안쪽에서 
보였다. 뭐야 지금 것은? 오다기리는 구명의 벽에 몸을 바싹 붙이고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뭐야 지금 것은? 뭔가가 유엔군 병사의 상체에 맞았다. 굉장한 폭풍이 
일어난 걸 보면 기관총이나 기관포는 아니다. 총알과 같은 속도로 날아온 걸 보면 
수류탄도 아니다. 혼혈아가 모터라고 불렀던 박격포일까, 로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켓이라면 저 망원경 케이스 비슷한 발사기로 발사하니까 크기가 적어도 팔뚝 정도는 
되겠지. 영화에서 본 박격포는 분명히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했었다. 병사의 상체를 
가루로 만든 것은 직선을 그리며 굉장한 속도로 날아와서 먼저 병사의 몸에 
파고들어가서 폭발했다. 이미 오다기리에겐 인간의 몸이 어떤 식으로 날아가는가 하는 
명확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것이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는 소리, 몸에 박혀서 몸을 
찢고 날려 보내는 정도, 섬광, 폭풍의 크기와 방향, 어쨌든 간에,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쏘아 온 것은 적이 아니다. 유엔군 병사가 당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저 녀석들은 그런 총기를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갑자기 오다기리는 그 자신이 
만일 호모였다면 군침을 흘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국민 병사가 말한 것을 생각해 
냈다.
  "헬리본이 오면 아무튼 끌어당겨서 갈겨 대. 우리들은 옆쪽의 불속에서부터 
파고들어 공격할 거야."
  오다기리는 눈을 뜨고 구멍에서 살짝 머리를 내밀었다. 네 명의 적을 날려 보낸 
무엇인가는 옆에서 벽이 되어 계속 타고 있는 불길의 방향으로부터 날아온 것이었다. 
토사의 틈 사이로 눈말을 쳐들고 M3가 지나간 방향을 보았다. 잔적을 체크하고 있던 
병사들이 없어졌다. 쓰러진 것인가, 본대에 합류한 것인가. 전방에서 외치는 소리가 
났다. 혼혈아들의 것이었는데, 그것이 비명인지 환성인지 오다기리로선 알 수가 
없었다. M3는 조금씩 포탑을 회전시키면서 거의 정지하고 모든 화기를 일제히 계속 
쏘고 있었다. 지금의 오다기리의 위치에선 왼쪽 전방의 측면에 솟아 있는 불길 벽의 
일부가 크게 앞으로 무너져 왔다. 밑동까지 다 타 버린 큰 나무가 쓰러져 온 
느낌이었다. 불길이 무너지고 어두운 홈처럼 된 부분으로부터 두 사람의 병사가 돌연 
모습을 나타내더니, 각자 잡고 있는 두꺼운 총신의 기관총 같은 것을 왼쪽의 M3 두 
대에 소아ㅆ. 그것은 어른의 엄지손가락보다 한층 더 크고 땅딸막한 형태를 하고 
있어서 두 대의 M3 뒷부분과 윗부분에 유도되듯이 빨려들어가 각각 연속해서 10발 
정도 명중했다. 굉장해, 하고 오다기리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목의 
갈증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화기는 바로 아까 네 명의 유엔군 병사를 
날려 보낸 것 같은 것이었다. 폭풍과 섬광으로 보자면 수류탄에 가장 가깝다. 그러나 
국민 병사는 그것을 완전 자동으로 발사했다. 마치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불길이 
끊어진 곳에 나타나선 단지 3초 만에 M3를 평범한 고철로 바꿔 버렸다. 정말로, 하고 
오다기리는 감탄을 했다. 몇 오인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트램펄린(trampoline)에서 점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철삿줄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그들은 공중에서 통 모양의 수류탄을 쏘아서 M3와 그 뒷부분으로부터 기어서 
달아나려고 하는, 그을린 갈색 위장복을 입은 유엔군 병사들을 폐품으로 만들었따. 
그때까지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고 있던 유엔군이 단숨에 패닉에 빠진 것을 
오다기리도 알았다. 집이 부서진 개미처럼, 그을린 갈색 위장복은 어디로 도망가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고함을 지르며 남아 있는 두 대의 M3 주위에서 그저 
와글와글하고 우글거리는 것뿐이었다. M3는 포탑을 조금씩 회전시키며 기관총을 
난사하면서 급발진해서 지그재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두 대 모두 급발진했을 때 몇 
사람인가의 병사를 캐터필러에 밀어 넣었다. 불길의 벽은 여기저기에서 무너지고 M3의 
포탑이 그 방향으로 채 돌아가기 전에 국민 병사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와 통 모양의 
수류탄이, 우왕좌왕하는 위장복의 개미들을 정확하게 날려 버렸다. M3는 앞면의 
장갑만을 남긴 채 나머지는 철의 파편이 되어 흩어져서 그것이 원래 어떤 형태를 하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아아, 그거."
  오다기리를 구멍으로부터 꺼내어 소독액과 물을 준 국민 병사가 말했다. 스무 살 
전후라고 생각되는 외꺼푸르이 째진 눈을 가진 청년이었다. M3를 해치운 무기는? 하고 
오다기리는 물었던 것이다.
  "전자 유탄 발사기다."
  키는 오다기리와 거의 같아서 170 정도일까.
  "열여섯 발의 연속 사격이 가능해.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어. 일개 중대를 섬멸할 
수 있지."
  M3가 네 대 모두 고철이 된 뒤에 유엔군 병사들은 깨끗하게 투항했다. 무기를 
버리고 양 손을 든 적을 국민 병사는 용서하고, 거꾸로 발포하려 하던 혼혈아가 몇 
사람인가 개머리판으로 때려눕혔다. 응급 처치를 받은 부상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포로는 눈이 가려지고 어느 방향을 향해서 걷게 되었다. 중상자에겐 들것이 
제공되었고 보행 가능한 자는 눈이 가려진 채 그것을 들고 걸어갔다. 국민병사 두 
사람이 딸려서 포로의 한무리는 바로 어둠으로 사라져 갔다. 저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하고 오다기리는 한 사람의 혼혈아에게 물었다.
  "놈들은 날샐 때까지 비무장 지대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헬리콥터를 타게 돼."
  사지가 멀쩡한 혼혈아는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다. 자력으로 걸을 수 있는 자만 
국민 병사와 함께 터널로 향했다.
  "언더그라운드는 전투 후에는 결코 포로를 죽이지 않는다. 그래서 유엔군은 
조금이라도 전투가 불리해지면 바로 항복해 버려. 단지, 항복 후에 반항하면 부대 
전원이 살해되고 올드 도쿄에 있는 소속 사단이 테러를 당하게 돼."
  터널을 향해서 상당히 먼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오다기리는 30명 정도로 줄어 버린 
혼혈아 중에서 그 립글로스를 칠해 주었던 여자를 찾아보았다. 혼혈아는 거의 모든 
의복이 찢어지고 토사나 피로 검게 더러워져 있어서 ㅂ 번이고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만, 검은 머리와 눈의 그 여자는 없었다. 전선에 남겨진 부상자는 어떻게 되지, 
하고 옆에 걷는 혼혈아에게 물었다. 그 혼혈아는 왼팔을 전투에서 잃고 압박 붕대를 
감고 있었다.
  "남아 있는 것은 내장을 당한 무리인데, 어디로 운반해도 죽어버려. 나라도 
보통때라면 걷지 못해. 지껄이지도 못할 거야. 열두시간을 의식만 분명하게 있을 
거야. 다른 모두도 마찬가지지. 당신은 받지 않았어?"
  무엇을?
  "'향현'말야."
  그러고 보니 양 팔과 한쪽 다리와 턱의 일부분이 없고 턱으로부터는 아직 피가 
스며나오고 있는데도 겨우 남은 왼쪽 어깨의 근육을 동료가 부축해 주어서 한쪽 발로 
팔짝팔짝 뛰면서 나아가고 있는 혼혈아가 한 사람 있었다. '향현'은 굉장한 약인가 
보다. 검은 머리의 여자는 없었지만 감상은 없었다. 단지 터널 안에서 조금 대화를 
하고 립글로스를 발라 준 것뿐이지만, 감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은 관계가 깊지 
않았던 탓은 아니다. 감상이 일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여유가 오다기리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전투가 끝나고 나서도 오다기리는 사고가 회복되지 않고 
플래시백(역자주:flashback. 영화 상영 중에 잠깐 다른 장면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돌아가는 기교)과 같은 이미지로 움직이고 있었다. 폭풍으로 인간이 날아가는 것을 
눈앞에서 본다, 그 폭풍의 방향과 형태, 황급히 미친 듯이 구멍을 판다, 그것과 같은 
느낌으로 오다기리는 지금 걷고 있다. 흩어진 무수한 사체나 인간의 몸의 일부분을 
보았지만, 이젠 구토가 일어나지 않았다. 선도하는 병사가 중형의 사전 같은 것을 
꺼내어 표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잘 보니 표면에 자판이 붙어 있어서 
그것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전자 계산기일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죽은 
자의 숫자라도 계산하고 있는 걸까, 옆에 걷는 빨간 머리의 혼혈아 두 사람이, 
진짜다라든가 굉장해라고 웅성거리고 있다. 저건 뭐야? 하고 오다기리는 두 사람 쪽을 
보았다.
  "터널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DMDG야. 저런 소형의 것은 어디에도 없어."
  DMDG란 뭐야, 하고 오다기리가 또 물었더니 두 사람의 혼혈아는 뭐야, 이 녀석은, 
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제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생각되지만, 스물세 살의 준코에게 
드래건 퀘스트(역자주:일본의 인기 있는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의 상품 이름)란 
뭐야, 하고 물었을 때 그녀가 나타낸 표정과 같았다. 아연한 표정이었다.
  "디지털 통신기야."
  왼쪽 귀에 피가 딱 굳어져 있는 빨간 머리의 혼혈아가 대답했다.
  "천이백 자를 0.7초에 송신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빨간 머리를 하고 허벅다리로부터 밑을 잃어버린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걷고 있었다.
  "세계 제일이야."
  "원 터치로 암호화도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지."
  "유엔군은 송신 속도를 따라올 수 없어."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걸으면서 눈을 빛내며 국민 병사의 통신기의 
훌륭함에 대해서 작은 목소리로 게속 이야기했다. ...언더그라운드를 만든 것은 
외국으로부터 돌아온 부대였다. 그들은 정보전에서 패했다고 하는 반성을 갖고 
있었다. 해군 기술 연구소가 지하로 옮겨졌다. 암시 장치, 온도 센서, 미사일 추적 
장치, 초소형 레이더, 고속 컴퓨터, 전자 공학에서는 어느 나라도 언더그라운드를 
당해 낼 수 없어... 터널의 통로가 보여 왔다. 전에 그 검은 머리의 혼혈 여자와 함께 
내려졌던 장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주위에는 몇 사람의 병사가 경비를 하고 
있었다. 통로는 수직으로 파진 직경 1미터가 조금 넘는 콘크리트 구멍이었는데, 
그것은 토사와 나무와 풀로 한층 더 위장된 토치카와 같은 것으로 덮여 있었다. 그 
작은 구멍으로 먼저 부상당한 혼혈아가 들어갔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오다기리에게 
디지털 통신기를 갖고 있는 키가 큰 게릴라 병사가 와서 말했다. 경비 책임자인것 
같았다.
  "오다기리라고 하는 건 너인가.
  네, 하고 오다기리는 대답했다.
  "스파이로 처형한다."
  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혼혈아도 다른 병사도 전원이 오다기리를 보았다. 오다기리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말을 해도 반드시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하고 생각했다. 쇳덩어리인 보병 전투차를 3초에 파괴해 버리는 
녀석들 이다. 나에겐 무엇이 가능할까, 기다려 주세요, 전투에서 돌아온 게릴라 병사 
한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이 사내는 유엔군과 싸웠습니다. 특수 부대의 대장을 사살했습니다."
  물과 소독액을 주었던 병사였다. 오다기리는 기뻐서 몸이 떨렸다.
  "그 보고는 받았어."
  경비 책임자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 녀석은 스파이다. 준국민 본부가 아니라 지하 사령부로부터의 명령이다."
  지하 사령부라는 말은 주위를 뒤덮고 있는 냉기와 긴장을 한층 더 강하게 했다.
  "이 녀석은 오리털 재킷을 입고 있어. 고어 텍스보다도 이삼 도 온도가 높아. 
유엔군은 이 녀석을 센서로 포착해서 헬리본으로 공격해 온거야."
  경비 책임자는 오다기리가 아니라 게릴라 병사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게릴라 병사는 반론했다.
  "데코이 중에도 그 정도의 온도를 가진 것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사내의 
핀포인트(역자주:레이저 따위로 유도되는 정밀한 폭격 방법)로 F-15E에게 랜턴을 
당했다면 우리들은 전멸했을 겁니다."
  혼혈아들은 터널의 통로 속으로 전원 모습이 사라졌다. 남아 있는 것은 오다기리와 
병사들뿐이었다. 때때로 냉기와 습기를 품은 바람이, 기복이 있는 캄캄한 지면을 건너 
불어온다. 구름이 걸라진 부분으로 별이 점멸하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조금 밝아지기 
시작했다.
  "지하 사령부로부터의 명령이다."
  경비 책임자가 다시 한 번 말하자 게릴라 병사는 입을 다물었다.
  "처형은 사령부로부터의 최총 명령을 기다려 여기서 행한다."
  경비하는 병사를 남겨 놓고 다른 게릴라 병사들도 터널의 통로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다기리를 변호해 주었던 한 사람이 통로로 사라지기 전에 물통에서 물을 
마시게 해 주었다. 착각이다, 하고 그 자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하고, 본 적이 없는 
녹색 상자에 들어 있는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한 개비 권해 주었지만 피우지 
않는다고 오다기리는 거절했다.
  "유감이다. 우리들은 원래 그런 착각은 하지 않아. 너는 잘 싸웠다."
  고마워, 하고 오다기리가 그 자가 통로로 사라져 갈 때 말했다. 별과, 짙은 
회색으로 노을져 가는 동쪽 하늘을 바라고보 있자니 돌연 눈물이 나왔다. 이제부터 
처형된다고 하는 공포 때문은 아니었다. 변해 주었던 스무 살 정도의 그 젊은 게릴라 
병사가 경례하고 떠나갈 때, 왠지 모친을 생각해 내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완진히 
돌연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부친이 말한 것처럼, 모친은 다른 사내가 
생겨서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잔혹하지만 단순하고 애매한 것이 전혀 없는 
세계로 옮겨간 것은 아닐까, 하고 상상해 버린 것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해서 말려들어온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 물을 마시게 해 주었던 게릴라 병사의 얼굴, 그런 얼굴을 한 젊은 
일본인을 오다기리는 알지 못했다. 진지하고 순교적이고 어떤 부분은 굉장히 
노숙했다. 가만히 주시당하고 있으면 이쪽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눈이 빛나고 있었다. 
프라이드로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무얼 위해 생사를 걸고 싸우고 있는가를 알고 있는 
눈이었다. 모친은 인간 쓰레기인 최저의 여자는 아니었다. 처형되기 전에 그렇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으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모친은 그런 눈을 한 사내들에게 
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아버지도 나도 저쪽의 세계에 살고 
있어서 그런 눈을 하고 있는 사내 같은 건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울고 있는 거냐?"
  경비 책임자가 통신기의 자판을 두드리며 오다기리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오다기리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고서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기다려 
말했다.
  아니 뭐.
  "처형이 무서운가?"
  경비 책임자는 오다기리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오다기리가 유엔군을 상대로 
싸운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까 죽을 놈을 잔뜩 보았어, 하고 오다기리는 
말했다.
  별거 아냐, 꽃병이 깨지는 것 같은 거지.
  "너는 어디에서 왔어?"
  오다기리가 하는 말이 경비 책임자의 주의를 끈 모양이었다. 당신이 모르는 
곳으로부터야, 오다기리는 웃기 시작했다. 경비 책임자는 30세 전후였는데, 이상한 
형태의 총을 어깨에 매고 있었다. 단총과 원형의 탄총을 붙인 기관 단총을 합쳐 놓은 
것 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이것이 전자동 유탄 발사기인 것이겠지.
  "여기를 어떻게 생각해?"
  오다기리와 눈을 맞추지 않고 통신기의 액정 패널을 보면서 경비 책임자는 그렇게 
물었다. 어째서 그런 걸 묻는 걸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그게 표정으로 
나타났는지 경비 책임자는 조금 어색한 표정이 되어 푸르게 빛나는 액정 패널을 
가리켰다.
  "처형 전에 그런 질문을 하라는 명령이다. 나도 몰라,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고 오다기리는 대답했다.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었다?"
  묘한 얼굴로 경비 책임자는 되물었다.
  지쳤지만, 그래도 당신은 알지 못하겠지만, 내가 원래 있던 데는 모두 지독하게 
쓸데 없는 참견을 해서 말도 안 되게 시끄럽다.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으면 
위험하니 전차에 다가서지 말라고 하는 방송이 있어. 창으로 손이나 얼굴을 내놓지 
말아라, 하고도 말해. 내버려 둬, 하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자신의 일을 자신이 
마음먹고 자신이 하려고 하면 달라붙어서 주의를 준다. 모두의 공통 목적은 돈밖에 
없지만 누구도 무엇을 사야 좋을지를 알지 못하는 거야. 그래서 모두가 산 것을 산다. 
모두가 탐내는 것을 탐낸다. 어른들이 그러니 어린애나 젊은 녀석들은 절반 이상 미쳐 
버렸어. 언제나 구역질이 나는 게 당연한 세상인데도 토하지 마, 네 뱃속에 집어넣어, 
하고 말을 듣기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이 보통이지. 여기는 달라.
  "잘 모르지만."
  경비 책임자는 계속 액정 패널을 보고 있었다.
  "싸우는 자는 없는 것인가? 올드 도쿄 같은 데는 구십만을 넘는 준국민 게릴라가 
있다고."
  아무도 싸우지 않아, 하고 오다기리는 말했다.
  아니, 당신은 모르겠지만,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전쟁을 한다는 게 아니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야. 누구든 모두가 하라는 대로가 되어 있는 거란 말이야.
  "유엔군에게인가?"
  틀려.
  "누가 하라는 대로 되어 있나?"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에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이는 부모가 말하는 대로 하고 
있고, 부모는 아이가 말하는 대로 하고 있어. 모두가 말하는 대로 되어 있는 것이야. 
결국 혼자서 결단할 수 없고, 무섭기 때문에 주위를 살피면서 남이 하라는 대로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야.
  "반 세기 전의..."
하고 경비 책임자는, 액정 패널에서 오다기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제국군 같군."
  그리고, 액정 패널에 떠오른 문자를 몇 번이고 확인하고 나서, 산개하고 있는 
병사에게 전달했다.
  "이 자의 처형은 중지다."
  따라와, 하고 오다기리를 재촉했다.
  어디로, 하고 오다기리가 물으니, 터널의 통로을 턱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지하 사령부다."

    5. 언더그라운드
  밖에서는 단지 토사의 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토치가 속으로 들어가 먼저 철제 
계단을 10미터 정도 내려갔다. 거기서부터 구불구불한 폭 1미터 정도의 통로가 
시작되었다. 무서울 정도로 어두운 백열등으로 비춰졌고 도중에 몇 군데나 방화용 
셔터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이상하게 튼튼할 것 같은 강철 문이었는데, 
아마도 출입구가 발견되었을 때 닫히는 것이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한 
사람의 게릴라 병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선도했다. 통로는 약간 경사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아가는 데 따라서 공기가 탁해지기 시작하고 냉기가 옅어져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졸음이 오다기리를 엄습해 왔다. 걸으며 꾸벅구벅하게 되어, 몇 번 인가 
벽에 부딪혀서 졸다가 깼다. 선도하는 병사가 괜찮아? 하고 한 번 돌아보았다. 
오다기리가 끄덕이니 깨끗한 치열과 맑은 테너의 목소리를 가진 병사가 미소지었다. 
어두컴컴한 플랫폼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회색의 제복을 입은 초로의 혼혈아가 
있었지만, 병사는 오다기리를 지키듯이 또는 감시하듯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초로의 
혼혈아는 게릴라 병사에게 직립부동의 경례를 했지만 게릴라 병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했을 뿐이었다. 나무 벤치에 앉는 것이 허용된 오다기리는 앉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잠이 깬 것은 터널 공사 현장에 갈 때 탄 것과 같은 욕조 정도 크기의 광차 
속이었다. 강화 플라스틱이라고 생각되는 바람막이가 달려 있어서 그 안쪽이 
오다기리의 숨결로 희게 김이 서려 있었다. 차 높이가 낮기 때문에 다른 차랑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 누가 타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잠에서 깼을 때 관자놀이가 
아프고 지독하게 목이 말랐는데 놀랍게도 발 밑에 마실 것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마라톤 주자가 달리면서 마시는 것 같은 튜브가 달린 플라스틱 용기로, 기다랗게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그 병사가 자신의 것을 놓아 주고 간 것은 아닐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꺼칠꺼칠하게 말라서 갈라진 입술을 떨면서 천천히 물을 
마셨다. 미지근했지만 관자놀이의 아픔이 조금 사그라졌다. 입술이 아파 주머니 
안에서 립글로스를 꺼내니 기묘한 감촉의 검붉은 것이 함께 나왔다. 타서 그을린 살의 
파편이라고 알게 될 때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육포 같다고 생각하니 내장을 
급격히 휘젓는 듯한 공복이 느껴졌다. 광차에는 간단한 좌석이 붙어 있었다. 그 
밑부분으로부터 그리운 냄새가 떠돌고 있었다. 그것은 두꺼운 종이에 싸인 버터 
비스킷이어서 조금 눅눅하고 밀가루 같았지만, 최초의 한 개를 천천히 먹고 남은 세 
개는 굶주린 야생 동물처럼 목구멍으로 쑤셔 넣었다. 포장지에는 제4종 휴대용 
식량이라고 인쇄되어 있었는데, 그 젊은 병사가 준 것일 거라고 생각하니 다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천장이 낮고 어두컴컴해서 주위의 상황은 전혀 알 수 없는 터널 속을 
광차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달려갔다. 작은 백열등이 뒤로 지나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굉장한 속도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그리고 버터 비스킷을 다 먹고 나서 
일정한 간격으로 천장에 늘어서 있는 그 백열등을 세고 있었지만 43까지 센 데서 다시 
깊은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광차가 완전히 정지했어도 오다기리는 자고 있었다. 일어나, 도착했어, 하고 
누군가가 어깨를 흔들어서 잠을 깼다. 그곳은 창고 옆에 있는 하역장 같은 
곳이었는데, 몇 개로 나누어진 플랫폼은 모두 넓었고 꽤 높은 천장에는 백열등이 
아니라 형광등이 박혀서 작은 화물역과 비슷한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개운 것은 
장교였는데 복장이 달랐다. 야전복이 아닌 제복을 입었고 소총을 어깨에 메고 있지도 
않았다. 딱딱하게 경직된 목덜미와 어깨를 주물러 펴듯이 하면서 오다기리는 차량에서 
내려 병사의 짙은 갈색의 수수한 제복을 보고 이 자들은 야전복 쪽이 어울리는걸, 
하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 누더기가 되어 있는 오리털 재킷에서 피와 화약의 냄새가 
나도 위화감이 없고 불안해지지도 않았다.
  플랫폼을 가로질러 몇 사람인가의 무장한 병사가 서 있는 검문소 같은 곳을 제복의 
장교는 가볍게 손을 든 것만으로 통과했고 오다기리도 뒤를 따랐다. 국제선 공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각 터미널로 향하는 순회 버스나 모노레일이 있는 승강장이 
있어서 여러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제복의 장교 뒤를 따라 그 
승강장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갔다. 물론 국제선 공항과 비교한다면 모든 것이 작고 
좁았다. 색깔도 수수했고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곳은 
언더그라운드의 교통 요지의 하나인 것 같았고, 오다기리는 처음으로 여자와 아이를 
보았다. 여자는 모두 같은 모양으로 머리는 짧고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옅은 화장을 
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 셔츠와 슬랙스, 그 위에 재킷이나 카디건을 입고 있는 자도 
있었다. 아이들은 아마 국민학생일 거라고 생각되는 한 무리를 보았는데 남자는 흰 
셔츠에 밝은 녹색 바지, 여자는 같은 색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로, 전원이 노란 
스카프를 두르고 숄더 백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것들의 소재는 정말 검소했지만 
청결감이 있었다. 양복을 입고 검은 가죽 가방을 든 초로의 신사도 있었고, 기모노 
차림의 노부인도 있었다. 오다기리에겐 의외의 광경이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언더그라운드에선 피가 스민 전투복을 입고 총을 갖고 있을 거다, 하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 장소는 체육관 정도의 넓이로 바닥은 맨콘크리트에, 농구 선수가 마음목고 
점프하면 닿을 것 같은 천장에는 크고 작은 파이프가 가득 들어차 있고 형광등이 
매달려 있었으며, 방사형으로 우윳빛 차량이 발착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차량은 폭이 
좁은 모노레일로 10량 정도가 연결되어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자동으로 운전되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장교에게 재촉당하여 그 하나에 올라탔다.
  전에 오다기리가 있었던 세계의 버스나 전차와 비교하면 길이는 같은 정도이지만, 
폭은 절반 정도로 좌석은 겨우 몇 개밖에 없었다. 차내에도 승강장의 구내에도 
행선지를 나타내는 지도 따위는 전혀 없었다. 오다기리는 좌석에는 앉지 않고 가슴 
높이에 있는 금속 봉을 붙잡고 서 있었지만, 흔들림은 거의 없었고 모노레일은 거의 
직진했다. 창은 작게 끼워 넣는 식이었는데, 유리가 강화 플라스틱인 것 같았다. 
차내는 좌우의 창틀과 천장의 가운데 있는 금속 봉을 제외하고 모두 우윳빛의 같은 
소재로, 오다기리를 여기까지 운반해온 광차와 같은 것이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터널도 비슷한 소재로 전체가 덮여 있었다. 세라믹 계열의 수지일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잠시 달리니 아까의 발착장을 작게 한 것 같은 공간에서 멈춰 
몇 사람인가가 내리고 다시 새로운 승객이 올라탔다. 문은 수동으로 승객 자신이 열고 
닫았다. 발착 공간으로부터는 또 방사형으로 통로가 펼쳐져서 그 안쪽에는 지극히 
인공적인 거리 같은 것이 보였다. 통과할 때에 본 것뿐이어서 잘 알 수 없었지만, 
단순한 쇼핑 몰 같은 것도 있었고 주택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는 것도, 레스토랑 
비슷한 것도 있었다.
  몇 번째인가의 발착 공간에서 중학생처럼 보이는 한 무리가 올라탔다. 전원이 
가벼운 목례를 하고 오다기리와 장교를 둘러싸듯이 봉에 매달렸다. 남자는 열댓 명, 
여자가 세 명 섞여 있었다. 셔츠는 터미널에서 본 국민학생 것 같은 디자인의 
하얀색이었지만 바지와 스커트는 석양의 하늘과 같은 갈색이 섞인 오렌지색이었고 
스카프는 연지색이었다.
  "질문해도 될까요?"
  그 중의 한 사람이 잘 울리는 소리로 오다기리에게 그렇게 물었다. 다른 학생들도 
오다기리를 보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온몸으로부터 피와 땀과 화약의 냄새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게릴라 병사와는 복장이 다르다. 중학생은 이상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하고 장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질문을 한 학생을 제지했다.
  "우리들은 지금 사령부에 가는 길이야. 그는 전선에서 금방 돌아왔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대답하지."
  사령부, 전선, 하는 말을 듣고서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여학생도 생기가 도는 
표정을 나타냈다.
  "어젯밤 CNN에서 터널 세 개가 발견될 것이라는 뉴스를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정말입니까?"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학생이 그렇게 물으니 장교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말투를 
바꾸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CNN이 뭐지?"
  그건 말을 듣고 학생은 아뿔사, 하는 얼굴이 되었다. 다른 동료들로부터도 
바보라든가, 정신 차려라든가, 주의를 받고 있었다.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입니다."
  그래도 어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배웠을 거야. CNN, FDR, IMF, DMZ, CIM, 그런 것들을 약어로 불러서 
그것에 익숙해져 버리면 본래의 의미를 잊어 버릴 수가 있다. 젊은 동안은 반드시 풀 
네임으로 말해. 미군 병사는 OJ라는 약어를 사용한다. OJ가 뭔지 알아?"
  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오렌지 주스를 말하는 거야."
  웃음이 퍼졌다.
  "적이 약어를 쓴다고 해서 우리들도 흉내를 내고 있으면 의미를 잊어버릴 수가 
있어. 유엔군의 공용어는 영어다. 우리들은 그들보다도 영어의 의미를 확식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 거다."
  알았습니다. 하고 몇 사람인가의 학생이 입을 모았다.
  "그리고 또 하나, 말은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그 의미가 미묘하게 
변하기도 해, 예를 들면 지저분한 말로 퍽유라는 것은 알고 있지? 미국인이 서로 욕을 
할 때 쓰는 거야."
  학생들은 서로의 몸을 팔꿈치로 찌르기도 하면서 웃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개방적인 분위기일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몇 년 전부터 퍽이라는 말을 주로 미국 동해안 북부의 흑인들이 멋진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해서 전전에서도 그런 식으로 사용되어지고 있어. 어떤 말이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든지 어떤 말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어가 된다든지 새로운 말이 
태어난다든지 한다. 그런 것에도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돼."
  학생들은 끄덕이고 있다. 이곳은 정말 언더그라운드의 내부일까, 하고 오다기리는 
의외로 생각했다. 마치 엄청나게 학비가 비싼 사립 중학의 스쿨 버스 같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그러면 질문에 대답할까,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가 우리들에 대해서 
진실을 보도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없습니다. 하고 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자랑스러원 듯 미소를 지으며. 뭐야 이 
녀석들은, 하고 오다기리는 자신의 중학생 시절이 생각나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런 
타입의 녀석은 내 반에도 있었다. 학급 위원인가 뭔가 해서 간섭만을 하곤 조금 
겁주면 바로 선생님에게 뛰어가 있는 말 없는 말을 일러바치는 얼빠진 대표 같은 
놈이다. 그런 건 무섭지도 어떻지도 않고 그저 경멸하면 되었다. 하지만, 하고 
오다기리는 '고맙습니다' 하고 장교에게 인사한 학생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생각해ㅆ. 학생들은 이미 오다기리와 장고에게 주의를 하고 있지 않았고 남자는 
새로운 지대공 미사일에 대해서, 여자는 와카마쓰라고 하는 피아니스트에 대해서 각기 
지껄이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그런 얼빠진 녀석들이 아니다.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는 
탓으로 안색은 모두 희지만 살이 붙은 것이 겁쟁이 대표와는 다르다. 신장은 
평균이겠지. 하지만 어깨라든가 엉덩이라든가 다리의 근육이 잘 발달했고 게다가 
야무지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팔다리가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 손목이나 발목이 꽉 
조여져 있다. 전원이 스포츠 대표 선수인 것 같다. 선생님에게 일러바치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삼고 있던 겁쟁이 대표인 학급 위원은 대게 몸집이 이상했다. 캬바레의 
웨이터처럼 엉덩이가 작고 발로 차면 부러질 것 같은 허리를 하고 있든가, 풍선처럼 
몽실몽실한, 야무젠 데가 없는 살의 주인이었다. 양식어라든가 통닭 같은 그런 종류의 
살이었다. 아주 드물게 한 학년에 한 사람이 있을까 말까 하는 비율로 전혀 다른 
타입이었다. 내버려 두어도 공부를 잘 하고 발이 빠르고 불량한 그룹에게도 태연하게 
안녕, 하고 말을 거는 것 같은 녀석이다. 선생님에게 대드는 일도 있고, 농담도 잘 
한다. 그런 녀석은 당할 수가 없었다. 집단으로 달려들어도 결코 굽히지 않고 그 
사이에 이쪽이 비참한 생각에 빠져 버리게 된다. 이 녀석들은, 하고 오다기리는 
다음의 발착 공간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보고 생각했다. 모두 그 당할 수 없는 타입인 
것이다. 중학생입니까? 하고 오다기리는 장교에게 물었다.
  "국민학교 중등부의 학생들이다."
하고 장교는 대답했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잠시 통로를 걷고 나서 이번엔 골프장의 카트와 비슷한 전기 
자동차를 타고 제복 차림의 장교와 병사가 눈에 띄는 경사진 통로를 내려갔다. 그 
형태로 보아 엘리베이터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상자 모양의 탈 것이 10대 정도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장소에 닿았다. 그 중의 하나에 올라타고 장교는 '7'이라고 
표시된 플라스틱 단추를 눌렀다. 단추의 표시는 29까지 있었다. 광타나 모노레일과 
같은 재질의 엘리베이터는 화물용 같은 커다란 것으로서 오다기리들 말고도 다른 한 
사람의 꽤 나이가 든 장교가 타고 있었는데, 그는 '6'이라교 표시된 층에서 내렸다.
  "화학전 훈련의 형편은 어떻습니까?"
하고 오다기를 안내하고 있던 쪽이 노장교에게 물었다.
  "기본적으로..."
  노장교는 무슨 교관인지, 두꺼운 책 두 권과 서류를 넣는 두꺼운 종이 케이스를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다.
  "그런 건 병사가 아냐. 지진이라든가 해일의 피난 훈련과 다름이 없어."
  그렇게 말하고 서로 웃고는 노장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경례나 딱딱한 인사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여기는 사령부의 중추에 가까운 곳이건만 위병이나 보초가 한 
사람도 없다. 기도 세워져 있지 않고 부서를 나타내는 간판도 안내판도 없다.
  '7'이라고 표시된 층에서 내린 오다기리는 통로를 걸어서 어느 방으로 들어가 
거기서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다. 원형의 테이블과 육각의 의자가 있을 뿐인 간소한 
방으로, 테이블 위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국민학교 소학부 6학년 교과서, 표지에는 커다란 고딕체로 '사회'라고 적혀 있었다. 
빨간 일본 종이의 책갈피가 거의 끝쪽 페이지에 끼워져 있ㅇ어서 오다기리는 읽기 
시작했다. 

  ...제9장 현대
  1. 대일본제국의 소멸
  앞장에서 확실하게 된 것처럼 미드웨이에서의 해전, 과달카날섬에서의 전투 뒤, 
대일본제국은 단숨에 파멸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1944년 사이판이 점령되고 
버마(현재의 미얀마)전선에서도 패했습니다. 사이판은 일본 본토(현재의 구훗카이도, 
혼슈, 구시코쿠, 규슈의 네 섬)를 폭격하기 위한 항공 기지가 되어, 당시의 커다른 
도시는 모두 타 버린 벌판이 되었습니다. 군사 시설이나 공장뿐만 아니라 주택지도 
공습을 당해서 많은 일반의 일본인이 죽었던 것입니다.
  1945년 3월에는 오키나와 전장이 되었습니다. 구일본군은 오키나와의 주민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스파이라고 의심해서 죽이거나 했습니다. 5월에는 수도 베를린을 
점령당한 독일이 항복해서,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대일본제국뿐이었습니다. 8월, 
소련이 조약을 깨뜨리고 만주, 가라후토, 지시마 열도에 쳐들어 왔습니다. 8월 6일에 
히로시마(혼슈 서부의 도시, 현재는 없음), 9월에는 나가사키(규슈의 현재 중국구의 
한 도시), 19일에는 고쿠라(규슈의 도시, 현재는 없음), 26일에는 니이가타(현제는 
제3러시아 구의 한 도시), 9월 11에는 마이즈루(혼슈 동해안에 있는 항구, 현재는 
없음)에 원자 폭탄이 투하되어 각각 10만에서 20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당시 
그저 신형 폭탄이라고 불려 원자 폭탄이라는 것은 아무도 몰랐던 것입니다. 
구일본군의 지도자들은 본토 결전의 준비를 계속해서 '의용 병역법' 등의 칙령르 
내놓았습니다. 그것은 소년소녀로부터 노인까지 거의 모든 국민을 병사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가지가지의 특별 공격대가 만들어져서 20세 전후의 젊은이가 자살 
공격으로 많이 죽어 갔습니다.
  11월 3일, 미군은 미나미큐슈에 상륙해 왔습니다. 아이나 노인을 포함한 구일본군은 
잘 싸웠습니다만, 무기, 탄약, 식료품, 의류, 의약품 등 모든 것이 없어서 다음 해 
1946년 2월에 규슈는 점령되고 말았습니다. 3월에는 소련군이 훗카이도에 상륙, 간토 
해안에는 미군이 상륙해 왔습니다. 전투와 공습에 의한 교통이나 운송이나 통신 
따위의, 국가로서의 움직임은 전부 멈추었습니다. 2월, 미군은 도쿄를 점령하고 군의 
지휘자는 체포되어 대일본제국은 소멸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전쟁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보급이나 정보나 과학 기술이 무시되었다는 것, 게다가 더욱이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존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군의 지휘자뿐만 아니라 
일본인 전부가 '무지'했습니다. 전쟁을 하는 상대국의 힘을 모른다, 언어도 모른다, 
문화나 풍습도 모른다, 예를 들면 뉴기니아에선 지금부터 상륙해서 싸운다라고 할 때 
그 지도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생명은 너무나 허술하게 취급되었습니다. 특별 특공대, 
옥쇄, 집단 자살, 반자이(역자주:만세), 돌격 등으로 군인도 일반 국민도 쓸데없이 
생명을 버렸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왜 당시의 일본인은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또 왜 
그렇게까지 '무지'였던 것일까요.
  그것은 그때까지 진짜 민족적인 위기라고 하는 것을 체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위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다른 민족과 싸울 일이 없어서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명이라는 것을 그것을 적극적으로 존중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것이라는 
것도 배울 수 없었습니다.
  만일 본토 결전을 하지 않고 오키나와를 희생한 것만으로 대일본제국이 항복했다면 
일본인은 '무지'인 채로, 생명을 존중할 수 없는 채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희생은 너무나 큰 것이었습니다. 1946년 8월의 일본인구는 그때까지의 
8,000만 명에서 5,000만 명으로 줄었고, 더욱이 12월까지는 소련군의 학살이나 
게릴라전, 기아, 전염병 같은 것으로 2,300만 명이 되었습니다.
  47년 2월의 도후쿠 지방(혼슈 북부의 현재 제2러시아 구)의 소련군과 미군의 전쟁, 
50년 10월의 규슈 서부에서의 중국군과 미군의 전쟁, 거기에 따른 학살, 유엔의 기술 
이민에 반대해서 일어난 각지에서의 게릴라전, 의류와 식료품과 의약품의 결정적인 
결핍 등에 의해 51년 3월에는 일본인의 수가 1,00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고 말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민으로서 일본을 탈출하는 사람도 끊이지 않아서, 더욱 감소해 
가게 됩니다...

  교과서에는 다수의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그 중 한 장을 보고 오다기리는 현기증이 
났다. 그것은 겹쳐진 채로 지평선 저쪽까지 끝없이 계속되는 일본인의 사체로, 
설명에는 '46년 4월 요코하마(현재 구도쿄의 일부)의 전사자'라고 되어 있고, 그 거의 
모두가 알몸이었으며, 마스크를 쓴 미군과 불도저가 찍혀 있었다. 너무나 많은 수에 
처음엔 시체인 것을 몰랐다. 아득하게 벌리까지 뻗친 해안선에 쌓인 
테트라포드(역자주:tetrapod. 콘크리트로 만든, 파도로부터 해안을 보호하기 위한 
블록)와 같았다. ...만일 본토 결전을 하지 않고 오키나와를 희생한 것만으로 
대일본제국이 항복했다면 일본인은 '무지'인 채로, 생명을 존중할 수 없는 채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2. 지하 사령부의 탄생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일본국 지하 사령부는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요. 
구나가노(역자주:나가노는 일본 중부 지방의 지명)에 군부가 만들려고 했던 지하 
대본영이 기초가 되어 있습니다. 단지 군부의 계획은 설계에서부터 매우 허술한 
것이었고, 또 강제로 데려온 조선인을 노무자로 썼기 때문에 기밀의 일부가 스파이를 
통해 미군에게도 새나갔습니다.
  1946년 2월에 천황 폐하를 지하 사령부로 모시려고 하다가 그 도중에 미군 공수 
부대로부터 습격당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폐하는 66년까지 구도쿄의 임시 거처에서 
유엔군의 감시하에 살고 계셨지만 현재는 스위스로 이주하셨습니다. 1944년 11월, 
구일본 육군의 일부 장교단이 버마와 뉴기니아에서 돌아왔습니다. 제 15군과 특설 
18군의 겨우 살아남은 장교단입니다. 인펄 작전(역자주: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은 
괴멸적인 타격을 받았음)에 참가한 31사단의 사카모토 사토루 대령을 중심으로 하는 
장교단은 군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아서 구나가노의 지하 공사 임무로 
돌려졌습니다. 지하 대본영의 공사에는 구해군도 참가하고 있어서 사카모토 대령은 
함정 본부의 나가시마 류이치 소장과 함께 외지에서의 전쟁 체험을 살린 극비의 일본 
방위를 위한 생각을 정리하여 그것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먼저 해군 기술 연구소의 화학 연구부, 전기 연구부, 전파 연구부, 재료 연구부, 
음향 연구부의 기술관을 모아서 육군 장교단과의 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하 대본영과는 별개의 설계도를 기초로 해서 터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물론 작업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나 목재나 철재의 부족, 노동력의 부족, 
게다가 감시하는 현병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이나 민간 기업으로부터도 
협력하는 사람이 나와서 터널은 넓고 깊게 길게 연장되어 갔던 것입니다.
  45년 7월, 해군 기술 연구소의 각 연구부를 지하 터널 안으로 옮길 때 헌병과 
출돌이 일어났습니다. 사카모토 대령은 이때의 전투에서 사망하고 오자와 잇세이 
중령이 그 후의 지휘를 맡았습니다. 오자와 중령은 대일본제국 소멸 후 도후쿠 
전쟁(1947-1949), 니시큐슈 전쟁(1950-1953)에서 소련,중국군을 상대로, 뒤에는 
미군과도 게릴라전을 벌여서 여러 가지 교섭을 유리하게 진행시킨 지도자로서 
유명합니다. 그러나 오자와 중령 이하 지하 터널 안의 국민 병사들은 45년 11월, 46년 
3월의 미군 상륙 후의 비참한 전투를 막지 못해서 쓰라린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을 지하 터널 안에 넣은 것만으로 그 뒤엔 
몇십만이라고 하는 단위로 일본인이 죽어 가는 것을 잠자코 보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터널을 나가서 싸우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제국 육군이 없어진 뒤에도 
터널을 거점으로 게릴라전을 전개해서 국체의 수호에 노력하라."고 하는 제도 방위 
사령관 이시하라 간지(역자주:1880-1949, 관동군 참모로 만주 사변을 주도한 일본의 
우익 군인) 대장의 극비 지령도 전달되어 오자와 중령 이하 국민 병사는 전원 터널 
안에 머물고 그 동안에도 지하 사령부는 깊고 길게 계속 뻗어나갔습니다.

  3.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1946년 8월, 연합국은 제2차 세계 대전이 완전히 끝난 것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었습니다.
  독일은 동서로, 한국은 남북으로 국토와 민족이 분단되어 소련과 미국의 대립은 
점차 심각한 것으로 되어 갔습니다.
  인구가 약 절반으로 되고 국토가 거의 모두가 타 버린 벌판이 되어 버린 
구대일본제국은 미국,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4개국에 분할 통치되고 있었습니다. 즉, 
훗카이도와 도후쿠 지방이 소련, 혼슈의 나머지와 규슈의 대부분이 미국, 시코쿠가 
영구, 그리고 니시큐슈의 권리를 주장해서 중국이 군대를 보내왔습니다. 당시의 
중국에서는 국민정부와 팔로군(뒤에 인민 해방군)의 전투가 다시 시작되고 있어서 
팔로군 세력의 분산을 노린 장개석은 모택동이 니시큐슈에 파병하는 것을 
묵인했습니다. 이것이 뒤에 니시큐슈 전쟁의 원인이 됩니다.
  포츠담 선언을 무시하고 소련은 훗카이도와 도후쿠에 자치구를 만들 준비를 
추진했습니다. 각지에 거대한 수용소와 기갑 부대의 기지를 만들고 본국으로부터의 
이민을 모아서 의사, 농업이나 공업 기술자를 제외한 일본인 남자를 학살하 뒤에 
대규모 공장과 어업 및 수산 가공업을 시작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미국은 거기에 대해서 경고를 되풀이했고, 양자간의 긴장은 높아졌습니다만, 결국 
47년 10월, 미야기 남부(현재 제2러시아 구의 일부)에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지하 
사령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서 게릴라 병사를 파견하여 전차를 사용할 수 없는 
산악전을 전개하였으며, 승패의 분수령이 된 가무로 산지 공방전에서 2개 사단의 
소련군을 포위 격멸하여 전세계에 그 압도적인 힘을 과시했습니다. 열악한 무기와 
적은 탄약, 식품과 의약품의 결핍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전투를 되풀이하고 있던 국민 
게릴라 병사들에게 있어서 미국의 물질적인 원조를 받아서 싸운다는 것은 정말 범에 
날개가 달린 격이었습니다.
  그 3년 후에 일어난 니시큐슈 전쟁에서 국민 게릴라는 중국구의 인민 해방군과 
싸웠읍니다. 전쟁은 일진일퇴의 되풀이가 오래 계속되었습니다만, 장비와 정보와 
보급에서 우세하고 지형을 잘 아는 국민 게릴라가 52년 2월에 대공세로 전환하여 
미국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이 전쟁은 세계의 전사가에 
의해 '최고도의 게릴라전'으로 기록되어 그 뒤의 게릴라 전쟁, 전략, 전술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지하 사령부는 소련이나 중국과 싸웠습니다만, 그것은 미국으로부터 식량이나 
무기를 얻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대일본제국 소멸 후에도 터널은 보다 
넓게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만, 식량이나 물자가 부족하여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에 굴복한 것은 아니었고 지하 사령부는 언제나 미국을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대일본제국이 소멸했을 때 시베리아, 만주, 동남 아시아, 북태평양의 섬들에는 
200만이 넘는 구일본의 병사 군속이 있었습니다. 니시큐슈 전쟁이 끝나려고 할 무렵, 
그 수는 사망하거나 현지에 귀화한 자를 제외하고 절반이 되어 있었고, 지하 사령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의 해외 자유 일본인의 귀국을 요청했습니다. 자유 
일본인의 대부분은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었고, 모국에 돌아가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유엔이 요청을 거절했을 때 지하 사령부는 구도쿄에 
국민 게릴라 병사를 투입하여 통치 본부를 이틀에 걸쳐 점거하고 통치 사령관을 
포로로 해서 요구의 실행을 강요했습니다. 반 년 후, 약 4만 명이 모국의 흙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도후쿠와 니시큐슈에서의 전쟁, 더욱이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난 
한국에서의 전쟁 때문에 각 블록은 군수 물자나 식량의 저장고가 되었고, 군수품의 
생산 조달도 행해져서, 특히 구시코쿠를 중심으로 하는 신공업 지대는 일시적인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지하 사령부는 이 시기에 충분한 식량, 물자 게다가 외화, 
달러를 획득하는 데 성공하여 터널 안에는 병원, 학교, 주택을 비롯해서 각종 
공장이나 연구소도 만들어져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 대표가 '을형'이라고 
불리는 강화 경량 플라스틱, '하호'라는 강화 세라믹, 지하에서 재배 가능한 벼의 
품종 '반딧불 2호', 급속 트랜지스터 등으로, 50년대 후반에는 소규모로나마 수출도 
시작되었습니다.
  한편 미국, 소련, 영국, 중국은 일본 민족의 절멸을 노린 '기술 이민'을 개시,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토에 500만 명이 훨씬 넘는 외국인이 입식해 와서 각 
블록에서 혼혈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갔습니다.
 
  4. 세계와의 관계
  60년대에 들어 세계 경제가 안정되자 가자, 각국의 기술 이민 정책은 벽에 부딪히게 
되어 나쁜 생산성 때문에 자본을 철수하는 기업도 나왔습니다. 미국은 중남미로부터 
불법 입국자나 동유럽으로부터의 망명자를, 영국은 본국의 실업자나 아프리카로부터 
품팔이꾼을 각각 반강제적으로 구일본에 보냈던 것입니다. 61년에 영국은 돌연 
구시코쿠로부터 손을 뗄 것을 결정하여 300만의 이민은 방치되었습니다. 중국구는 
60년대 후반의 문화대혁명에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하여, 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었습니다. 소련은 훗카이도, 도후쿠에 있는 세 개의 블록(당시는 제1-3소련구, 
현제는 제1-3러시아 구)을 소비에트 자치구로서 유엔에 승인을 강요했습니다. 66년에 
자치구로서 인정받았지만 블록 전체가 수용소화되어 생산성은 낮아질 뿐이었습니다. 
구도쿄를 비롯한 구혼슈의 미국 블록에는 소련구에 대항하여 60만이 넘는 군대가 
상주하고 80년대에 들어와 옛 중부 지방에 반도체의 공장군이 생길 때까지 구도쿄 
주변을 제외하고는 제조업이 전혀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이민의 인구만이 들어서 제조업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블록의 도시구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거대한 슬럼이 몇 개나 탄생했습니다. 혼혈화는 한층 더 진행되어 
폭동도 빈발하고 제1차 석유 위기가 있었던 1973년에는 폭동에 의한 각 블록의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넘었다고 말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지하 사령부의 연구실에는, 화학 제품, 신소재, 전자공학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명이나 개발이 연달아서 세계 시장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 외교 
면에서 중남미, 동남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를 깊게 하고 미국이나 소련, 중국과 
같은 대국의 간섭에 괴로워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군사적인 원조를 했습니다.
  다케우치 겐지 대위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국민 게릴라이겠지요. 57년에 
다케우치 대위 이해 여섯 명의 게릴라 병사는 홍콩을 경유해서 쿠바로 가, 쿠바 
동부의 산악 지대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이끄는 반란군에 합류하여 혁명을 도왔습니다. 
혁명의 성공 후에도 다케우치 대위는 쿠바에 남아 농업 계획의 지도에 종사했습니다.
  또 인도차이나에서는,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에 군사 고문단으로서 각각 일개 
중대의 국민 게릴라 부대를 파견하여 대제국주의 전쟁에서 함께 싸웠습니다. 지하 
사령부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서 미국은 국제 여론을 무시하고 전술핵의 사용을 
선언하고는 69년의 테트 공세(역자주:배트남 전쟁에서 1969년의 설날을 전후한 
베트콩측의 대공세)에서 국민 게릴라가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구나가노의 지하에 도합 8회에 걸쳐 소형 핵폭탄을 폭발시켰습니다. 지하 사령부는 
보복으로 일개 대대로 구도쿄를 공격하여 슬럼의 폭동을 지도함과 아울러 핵의 지하 
폭발에 의한 환경 파괴에 대해서 국제 여론에 호소했습니다. 지하 사령부가 전술핵을 
제조했다는 것을 발표하자 그제야 미국은 핵의 지하 폭발을 중지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선진 공업국에서는 석유 위기 뒤에 1980년대에는 중공업으로부터 전자 공학 등을 
응용한 고도의 기술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 흐름에 따라가지 못했던 
소련은 86년부터 정치나 경제 개혁을 진행하고, 언론의 자유화도 진행되었습니다. 
소련이 간섭을 그만둔 동유럽에서는...

  소련의 해체와 그 뒤의 세계 정세가 적혀 있는 데를 오다기리는 뛰어넘었다. 전에 
있던 세계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5. 일본국의 금후
  지금 전세계는 혼란과 방황의 시대에 들어와 있습니다. 무력 분쟁, 내란, 기아, 
환경 파괴, 차별 등 셀 수 없는 문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유엔은 
물론 어느 나라도 다음 세대를 향한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중한 것은 가치관이나 목적 의식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일본국과 
미국의 가장 큰 다른 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을 이어 가는 것, 생존 그 
자체입니다. 우리 일본국이 전쟁을 통해서 배운 것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삶을 
연장해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식품과 공기 물과 무기, 그런 것뿐만이 아닙니다. 
용기와 프라이드가 필요합니다. 우리들은 이 50년 동안 전쟁 노이로제 환자나 
자살자가 한 사람도 없었씁니다. 
  우리들은 세계의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않았던 위기에서 출발하여 지금도 위기 속에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군과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싸움이 
멈추는 일은 절대로 없겠지요.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아직 
내란이나 분쟁에 허덕이고 있는 나라들로부터 우리들은 신뢰받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군사적 능력과 프라이드가 신뢰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느 나라의 도움도 
빌리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어느 나라에도 항복하지 않고, 어느 나라에도 
아첨하지 않고, 어느 나라의 문화도 흉내내지 않고, 모든 결정을 우리들 자신이 
내려서 전세계에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떠한 의미의 차별도 없는 나라는 언더그라운드의 일본뿐이다." 1972년에 지하 
사령부를 방문한, 아인슈타인 박사를 단장으로 하는 국체 시찰단이 발표한 
코멘트입니다. 모든 차별은 용기와 프라이드가 없는 데서, 세계를 향해 용기와 
프라이드를 나타내려고 하는 그러한 의지가 없는 공동체 안에서 결속과 질서를 
부자연스럽게 지키기 위해 태어난 것입니다.
  각 블록에서 살휴ㅐ되어 죽어 간 몇천만이라고 하는 일본인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부터도 이 지하 속에서 세계를 향해 우리들의 용기와 프라이드를 나타내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적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전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과 
언어와 표현으로, 우리들의 용기와 프라이드를 끊임없이 나타낼 것, 그것이 다음 
시대의 살아갈 여러분의 역할 입니다...

  읽기를 마친 오다기리는 잠시 망연히 교과서의 실린 여러 가지 사진이나 도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련 해체, 독립 국가 공동체 창설의 조인식, 베를린 장벽의 붕괴, 
걸프 전쟁 따위의 사진과 함께 몇 사람의 국민 게릴라 장교와 나란히 서서 미소짓고 
있는 흰 수염과 백발의 노인 사진도 있었다. 아인슈타인 박사라고 하는 설명이 들어 
있었다. 도판은 엔화 가격의 변동 상황을 나타낸 꺾은선 그래프나 쟁전 시대의 유럽 
지도 외에 국민 병사가 관여한 국제 분쟁이라는 항목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갔던 것인가, 하고 오다기리는 중얼거렸다. 게릴라의 수출이군, 어째서 나에게 이런 
교과서를 보이거나 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문이 열리고 이마가 약간 
좁은, 40대 후반이라고 생각되는 사내가 나타나서 오다기리의 건너편에 앉았다. 
여기로 안내한 장교와 같은 제복을 입고 테가 둥근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학자 같은 
얼굴이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학자치고는 눈이 매우 날카롭긴 하지만.
  "야마구치다."
  사내는 오다기리의 반응을 살피듯이 천천히 이름을 댔다. 오다기리는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너는 오다기리 아키라로군."
  야마구치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고는 나는 이곳 사령관이다, 하고 덧붙였다. 
사령관? 오다기리는 허리가 의자로부터 떠오를 것 같은 두근거림과, 어째서 그렇게 
높은 녀석이 단지 혼자서 내 앞에 있는 거냐, 하는 의문을 동시에 가졌다.
  "너는 어디에서 왔나?"
  오다기리는 아직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야마구치라고 이름을 댄 사령관에겐 
이상한 자력이 있어서 잠시 있자니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말이 나왔다. 
  내 자신도 잘 모르고, 분명히 설명해도 알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다기리는 그렇게 말한 것이었지만 묘한 느낌이었다. 그런 말투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의바르고 분명한 목소리와 느릿느릿한 어조, 억양이 거의 없다. 자신이 
뭔가 우수한 인간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별개의 세계로부터 왔다. 그렇겠지?"
  야마구치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오다기리는 자신의 눈이 크게 떠지는 것을 알았다.
  "다른 블록이라든가 다른 나라라고 하는 의미가 아니라 별개의 세계다. 틀리나?"
  오다기리는 끄덕였다.
  "전에도 몇 사람인가 온 적이 있었지."
  야마구치가 그렇게 말해서 오다기리가 자신에게 침착해라, 하고 들려 들려 주고 
있지나, 문에서 노크소리가 나고 제복의 여성이 들어왔다. 베이지색 모자, 셔츠, 
스커트, 굽 낮은 검은 가죽 구두, 머리는 짧았고, 손톱도 단정히 다듬어져 있었고, 
화장기는 없었다. '실례합니다.' 하고는 쟁반에서 두 사람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희미하게 비누냄새가 나고 여성 장교는 바로 방을 나갔다. 아주 옛날, 다이에이아 
도에이(역자주:둘 다 일본의 영화 제작사 이름)의 흑백 영화에 나온 것 같은 
얼굴이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저항을 나타냈기 때문에 바로 전원이 사살되었다. 
중국인은 아니고 일본인으로, 묘한 옷을 입고 한 사람은 일부로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모두의 시계는 우리들 것보다 오 분 늦어 있었다고 한다."
  야마쿠치는 원형 테이블의 한쪽을 눌렀다. 잠시 후, 조금 전의 여성이 비닐 봉지를 
가져왔다. 비늘 봉지 안에는 오다기리의 지갑과 그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야마구치는 
봉지를 열고 1만 엔짜리 지폐를 끄집어 내었다.
  "이렇게 정교한 지폐는 본 적이 없어. 일본 은행권이라고 쓰여 있고, 이 인물은 
후쿠자와 유키치(역자주:일본의 개화 사상가. 현재의 1만 엔짜리 지폐에 초상이 
인쇄되어 있음)다. 일만 엔이라고 하는 금액의 지폐 같은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전에 존재한 적도 없어. 또, 이와 같은 것을 위조할 필연성은 전혀 없다. 전에 왔던 
자들 중에도 같은 지폐를 갖고 있던 자들이 있었다. 그ㄷ다면 결론은 하낟, 별개의 
세계가 있다. 그렇지?"
  오다기리는 끄덕였다. 야마구치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담담하게 지껄이고 있다. 
표정이나 말투로부터 생각을 추측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타입이다.
  "너는 흥미 있어. 48인 위원회에서 만나 보자고 해서 내가 대표로 이렇게 말문을 
열고 있는 거다. 너는 전혀 별개의 세계에서 헤매고 있으면서 시끄럽게 굴지도 않고, 
자신을 인정시키려고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네가 바로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과서를 읽었나?"
  오다기리는 다시 끄덕였다.
  "이 방은 지표로부터 이천이백 미터의 깊이에 있다. 우리들이 계속 판 터널은 
굉장한 길이라고 몇백이라고 하는 층으로 나뉘어 있다. 미국은 여덟 번이나 핵을 
폭발시켰다. 자기의 교란이나 자장의 변질도 있었다. 제작년 이학 연구실의 조사 
보고에 의하면 물리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장소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이곳의 
생태계도 지상과는 다르다. 구체적으로 여기밖에 없는 생물도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야마구치의 말투와 목소리에는 절대적인 힘이 있었다. 이렇다면 이젠 죽을 수밖에 
없다, 하고 말한다면 네, 하고 끄덕이고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힘의 배경에 있는 것은 권력이나 계급 같은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과학성이다. 
과학적인 명석함이 공기이 입자가 되어 야마구치를 감싸고 있었다. 이 사람이 말하는 
것에는 제대로 된 근거가 있어서 틀림이 없다고 하는 것은, 눈을 맞으면 차갑다는 
것과 같은 단순한 체험으로서 어떤 바보라도 알 수 있다. 오다기리가 그런 인간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너는 몇 번이고 죽음을 모면했다. 너를 이해할 때 가장 쉬은 것은 네가 스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너는 아무것도 지껄이지 않고 의문 그 자체가 되어 행동했다. 내가 
무얼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겠나?"
  오다기리는 고개를 저었다.
  "죽지 않도록 그것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아니 너를 알고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들이지만, 네가 어디에서 왔으며 그곳이 어떤 세계였는가 
하는 데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하지만 너에게는 흥미가 있지. 그런 거야. 죽지 
않도록 그것만을 생각한다. 즉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가?"
  오다기리는 모릅니다, 하고 다시 고개를 젓고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것이 게릴라의 본질이다."

  여성 장교는 마쓰자와라고 하는 이름이었다. 20대 중반쯤일 것이다. 야마구치와 
마쓰자와 소위와 함께 오다기리는 교과서가 있던 방에서 레스토랑으로 옮겼다. 
엘리베이터 홀로 돌아와 다른 층에 있는 막사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한 다음 골프장의 
카트 비슷한 것과 모노레일을 갈아타고 이 레스토랑까지 온 것이었다. 사령부 안에도 
식당은 있습니다만, 하고 마쓰자와 소위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사령관은 이 가게의 
오므라이스가 마음에 든답니다. 야마구치에게 호위병 같은 것은 딸려 있지 않았다. 
마쓰자와 소위도 야마구치의 말에 따르면 "사내들끼리만 식사를 하는 것은 지저분할 
거다."라고 해서 동석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인사를 하는 장교나 병사는 있었지만 
경례는 없었고, 모노레일 안에서도 이 가게에 들어올 때도 마쓰자와 소위 앞에서도 
야마구치는 극히 보통으로 행동했다. 주위의 사람들도 특별하게 대하질 않고 극히 
자연스러웠다.
  "유엔군과의 전투에 참가했다죠."
  마쓰자와 소위가 오다기리에게 그렇게 물었다. 네, 하고 오다기리는 가볍게 
끄덕이기만 하고 바로 눈을 딴 데로 돌렸다. 제대로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단정한 얼굴이긴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돌아볼 것 같은 아름다움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제복인 탓도 아니고, 마쓰자와 소위의 태도가 무서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성실했기 때문에 역으로 강렬하게 여성을 느끼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화장이나 말투나 하나하나의 제스처에서 여자의 속성과 특성을 강조하거나 
애교를 나타내는 데가 전혀 없어서 얼굴에는 종으로서의 암컷만이 갖는 부드러운 
무언가가, 감촉이나 냄새나 분비물 같은 것을 추상화한 무엇인가가 떠돌고 있었다.
  요기를 날라온 것은 10대 후반의 젊은 여자였다. 마쓰자와 소위와는 얼굴을 아는 
사이인 듯 치킨라이스와 햄버거라이스와 카레라이스를 테이블에 놓으며 공통의 친구인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젊은 웨이트리스는 학교에 다니며 이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다기리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마쓰자와 소위도 젊은 
웨이트리스도 옛날 오다기리가 어릴 적에 본 흑백 영화의 여배우 같았다. 목소리도 
톤도 말투도 평범한 제스처나 걸음거리, 헤어 스타일, 전체의 분위기가 묘하게 
요염하고 에로틱한 것이었다. 이 자들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당신도 섹시한 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는 저쪽 세계의 여성 잡지의 특집 같은 
것과는 완전히 관계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이성에게 자신을 판다고 
하는 개념이 없다., 그러면 거꾸로 암컷으로서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되어 버린다. 
결혼한 뒤에도 침실과 그 외에 장소에서 무리없이 행동거지를 바꿀 수가 있다. 
오다기리는 욕정이 일어날 듯해서 기분을 얼버무리기 위해 야마구치를 향해 말했다.
  저, 질문이 있습니다만.
  "뭐지?"
  야마구치는 식당에 놓여 있던 '헤럴드 트리뷴'을 읽으면서 얼굴만을 오다기리에게로 
돌렸다.
  좀 전의 이야기에서 잘 모르는 데가 있었습니다만 물어도 좋습니까?
  "좋아."
  내가 죽지 않은 것만을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점에서 그것이 게릴라의 본질이라고 한 
이야기 말입니다만, 그러면 예를 들어 게릴라가 적에게 붙잡혀서 정보를 넘겨 주면 
목숨을 건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처형된다고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됩니까?
  오다기리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고 대답하려고 했을 때 야마구치는 테이블의 
치킨라이스를 보고, 뭐야? 하는 소리를 냈다.
  "소위는 카레라이스였지?"
  오다기리의 대화를 중단하고 마쓰자와 소위와 젊은 웨이트리스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오다기리가 햄버거였으니 이건 내 건가?"
  자신의 앞에 놓인 치킨라이스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오므라이스를 주문했엇어."
  젊은 웨이트리스가 앞치마 주머니에서 손을 넣어 메모장을 꺼내고는 어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치킨라이스를 다른 테이블의 손님에게 날라다 주고 주방의 
카운터에 있던 오므라이스를 갖고 와서 야마구치의 눈앞에 놓았다. 실례했습니다, 
전혀 주눅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웨이트리스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오므라이스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하고 말하고는 마쓰자와 소위와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지었다. 야마구치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자, 들지, 하고 스푼을 
싼 종이 냅킨을 벗겼다.
  "아까 자네, 뭔가 질문을 했었지."
  밥에 덮여 있는 계란부침을 자르면서 야마구치는 오다기리를 보았다. 오다기리가 
양식당에 있는 것 같은 그리운 맛의 햄버거를 한 조각 입에 넣은 상태에서 아까의 
질문을 되풀이하려고 급히 목으로 밀어넣고 있지나, 야마구치는 왼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기억하고 있어, 그렇게 서둘러 먹을 필요는 없어."
  야마구치는 계란부침과 함께 밥을 한 입 먹고 나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적에게 붙잡혔을 때의 일이었지.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이 게릴라라면, 
적에게 붙잡였을 경우에 아군을 배신하면서까지라도 정보를 제공하고, 처형을 
모면하여 살아남아야 되지 않을까라고 한 건가?"
  오다기리는 그렇습니다, 하고 소리내어 대답했다. 마쓰자와 소위가 과연, 하는 
얼굴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변함없이 그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표정 하나하나가, 스푼을 잡고 있는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은 손가락 하나하나가 
매력적이고 요염했다. 이런 여자라고 한다면,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공원을 산보하고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버리겠지.
  "그런 짓을 한다면 게릴라가 아닌 게 되어 버려. 그 시점에서 죽어 버린 것과 
다름이 없어."
  그렇게 대답한 뒤에 야마구치는 마쓰자와 소위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소스를 집어 줘."
  야마구치는 계란부침의 표면에 소스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케첩과 비벼서 맛있다는 
듯 두세 입 먹었다.
  "자네가 여기에 오기 전까지 있었던 세계에서는 일본은 이미 싸우고 있지 않았던 
거지?"
  그렇습니다, 오다기리는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그러면 오키나와전과 소련의 참전과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투하까지는 같은 
것이지요?"
  마쓰자와 소위가 그렇게 말해서 오다기리는 끄덕였다. 그녀는 오른손에 스푼을 잡은 
채로, 그럼 시뮬레이션 8번이라고 하는 걸까, 하고 중얼거렸다.
  "그렇다, 시뮬레이션 8번이다. 우리들은 일본이 중국에서 이권을 추구하기 위해 
파병을 하지 않았던 경우로부터 시작해서 규슈가 점령되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한다는 
가정까지 각각 시뮬레이션을 끝내고 있다. 입력한 정보량은 한 시뮬레이션에 대해서 
약 백만 항목이기 때문에 불확정 요소율은 17내지 18퍼센트 정도의 모델 패턴이지만 
자네를 보고 있자니, 역시 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이군. 예측과는 달라."
  야마구치는 다시 우스터 소스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오므라이스를 입으로 가져갔다. 
야마구치도 마쓰자와 소위도 천천히 잘 씹어서 먹는다. 어떤 일입니까, 하고 
오다기리는 물었다. 대답해 준 것은 마쓰자와 소위였다.
  "오키나와를 희생하고 무조건 항복한 경우엔 최종적으로 미국 가치관의 노예 상태가 
된다고 하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경제적인 발전 수준이 몇 단계인가 있습니다만 
결과는 기본적으로 같은 것으로서, 즉 미국인이 갖는 어떤 이상적인 생활 양식을 
도입하여 그것 자체를 이상하다고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 문화적인 위기감은 끝없이 
제로에 근접해 가기 때문에, 예를 들면 일본인만이 갖고 있는 정신성의 좋은 부분을 
미국이 이해하지 않을 수 없는 형태로 발신한다고 하는 가능성은 없어지게 됩니다. 
그렇지요, 미국에서 크게 유행되고 있는 생활 스타일이 그대로 일본에서도 유행된다, 
거기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는 것이지요.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안색을 살피고 미국이 
바랄 것 같은 정책을 펼 수밖에 없게 된다, 외교 면에서는 특히 그 경향이 강해서 
일본의 정치력, 정치적 영향력은 국제적으로 제로, 아니면 마이너스가 됩니다. 
마이너스라고 하는 의미는 일본 외교력의 무능, 외교 정책의 결정력이 없음이 
국제적인 트러블의 원인이 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인이 입고 있는 옷을 입고 십어한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싶어한ㄷ, 미국인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보고 싶어한ㄷ, 미국인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고 싶어한다, 아주 굉장히 극단적으로 말하면 라이로로부터는 영어가 
흘러나오고 거리의 간판도 알파벳만이 되어 버립니다. 사람들은 머리를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의미를 모르는데도 미국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춘다고나 할까요, 
그기고 그것이 이상한 일아록 의식할 수 없을 정도의 노예 상태에 빠지지요, 그렇다 
해도 당신을 보고 있으면 역시 시뮬레이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겠군요. 
당신은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거나 하고 있지 않잖아요."
  마쓰자와 소위가 그렇게 말하고 오다길에게 웃음을 지었다. 아니, 사실은 지금 
당신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하고 오다기리는 말하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마쓰자와 
소위가 요염한 목소리로 성실하게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설명해 주고 있는 동안 
오다기리는 그녀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레스토랑의 다른 손님을 바라보거나 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제의 단순한 테이블과 의자, 장식이 전혀 없고 크림색으로 통일된 
가게 안은 형광등으로 밝혀져서 밝았고, 벽에 붙여진 메뉴에는 우동, 쓰키미 
우동(역자주:달걀을 곁들인 우동)이라는 식으로 시작되어 양식집의 메뉴가 7, 8종류 
이어지고, 카레라이스, 햄버거라이스, 주스, 사이다로 끝나고 있었다. 안쪽의 
테이블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가 있었다. 양복을 입은 오다기리와 거리 동년배의 
사내, 흰 블라우스와 노란색 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묶은 30대 중반의 여자, 중학생 
소년, 국민학생 같은 여자아이. 중학생 소년은 잘 씹어먹어, 하고 모친에게 주의를 
받으며 치킨라이스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지만, 한창 클 때라, 역시 누구보다도 빨리 
먹는 걸 마치고, 양친과 여동생이 카레라이스와 볶음밥을 먹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어머, 하고 모친이 말했다. 너 아직 배고픈 거 아니니? 모친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고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부친이 얼굴을 들고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어 치운 치킨라이스 접시와 소년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뭔가 더 먹을래, 
하고 말했다. 소년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부친은 소년에게 웃어 보였다. 지금이 제일 
배고플 때야, 잔뜩 먹어도 좋아. 쓰키미 우동이든 뭐든 주문하는 게 좋겠다. 소년은 
괜찮아, 하고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또 하나 주문하면 아빠가 쓸 수 있는 
외식권이 줄잖아. 부친과 모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지었다. 그런 데 신경 쓸 거 
없어, 그러니까, 국민학교 저학년 같은 여동생이 오빠, 줄게, 하고 자신이 먹고 있던 
오므라이스를 소년 쪽으로 돌렸다. 여동생은 무릎 위에 낡아 빠진 인형을 놓고 
있었다. 너는 자신의 몫을 전부 먹지 않으면 안 돼, 하고 모친이 소녀에게 말하고 
소년을 위해 쓰키미 우동을 주문했다. 쓰키미 우동이 날라져 와서 소년이 먹기 
시작하자 맛있어, 하고 부친이 물었다. 소년은 기쁜 듯이 끄덕였다.
  오다기리는 눈물을 흘릴 듯이 되어 있는 자신을 알아차렸다. 저 모친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거나 하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 오다기리가 쭉 그것에 굶주리고 
있었던, 거짓 없는 친화력 같은 것이 네 사람의 가족을 감싸고 있었다. 야먀구치와 
마쓰자와 소위는 어떻게 된 걸까, 하는 얼굴을 하고 오다기리를 보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부끄러운 걸 숨기기 위해 다시 질문했다.
  어째서 계속 싸우고 있는 것입니까?
  "이유는 하나야."
  야마구치는 오므라이스를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하나로 충분한 거야. 나의 아버지는 뉴기니아의 전선에서 돌아왔어. 보병 
238연대였지. 아버지를 포함해서 뉴기니아나 과달카날이나 버마에서 싸운 병사들은 
일본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고생했고, 가장 귀중한 정보를 얻은 사람들이야. 
그들은 병사로서 해외와 관계했지. 외교 사절단이나 얼마 안 되는 상사원, 한줌의 
유학생을 제외하고 구체적으로 해외와 관계했던 것은 유사 이래 그들이 최초였던 
거야. 무지했기 때문에 전쟁 범죄도 있었지. 그러나 그들은 전투는 고사하고 
생존조차도 곤란한 상황에서 싸우길 계속했어. 그렇게 해서 그들이 얻은 정보를 
쓸모없게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알겠나,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거야. 그 민족이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소중한 정보를 다음 세대에게 확실하게 전해 주지 않으면 안 돼. 
선택의 여지는 없었어. 그들이 얻은 귀중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계속 
싸울 수밖에 없었던 거야."
  오다기리는 야마구치와 헤어지고 올라탄 모노레일 안에서, 왜 사령관이 직접 만나러 
온 것인지 알지 못하겠는데, 하고 마쓰자와 소위에게 물었다.
  "왜?"
  마쓰자와 소위는 등줄기를 쭉 펴고 모노레일의 손잡이를 잡고 있다. 신장은 160쯤 
될 것이다.
  이곳의 최고 책임자이지? 그런 사람은 굉장히 바쁠 텐데, 오다기리는 변함없이 
마쓰자와 소위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결정은 48인 위원회에서 내리고 실무는 젊은 장교가 처리하기 때문에 잘 틈도 없을 
만큼 바쁘지는 않아요. 게다가 사령관은 아주 호기심이 강해요."
  목소리 그 자체가 다른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지하이기 때문에 울려 버리는 
것인지, 오다기리의 귀가 전투에서 이상하게 된 것인지, 들리는 게 이상했다. 옛날 
영화처럼 구식 마이크나 레코더로 녹음한 것 같은 똑똑하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 
귀에 달라붙는 것 같은 요염함이 있다. 마쓰자와 소위의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씩 기분이 고양된 오다기리는 가장 걱정이 되고 있는 
것을 물었다.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선 좀 쉴 거예요."
  아니, 내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전부 끝나고 나서의 일이야.
  "돌아가는 게 아닐까요?"
  오다기리는 묘하게 들떠 있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 맨땅의 잡거방이나 파이프 
공장이나 무너진 터널의 공사 현장을 떠올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가족 같은 게 기다리고 있겠죠?"
  엣? 하고 오다기리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원래의 세계로 돌려 보내 줄 
작정인 것일까, 조금 김빠진 느낌이 들었다. 비밀을 알아 버린 국외자로서 어딘가에 
감금되어 버릴 것이라고 하는 예감이 있었다. 그러나 터널의 출입구만 빼 놓으면 
이곳은 비밀도 아무것도 아닌 장소인 것이다.
  "당신이 나타난 장소는 거의 정확하게 찾아 낼 수 있을 거예요. 단지, 그 주변에는 
터널의 출구가 없기 때문에 아마 멀리 돌게 되더라도 올드 도쿄를 경유해서 가는 편이 
가깝다고 생각해요. 단지 당신 한 사람을 위해서 안내나 호위를 붙이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때 같이 가게 되겠지요. 올드 도쿄로 정기 잠입할 때 
따라간다든지, 아무튼 지금은 그다지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어째서?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서 양국간의 협력 체제를 강화한다고 하는 성명을 
금방 발표했어요. 미국도 러시아도 우리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고, 각자 내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의 소리를 딴 데로 돌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필사적으로 점수를 
따려고 할 것이니까요. 유엔군의 전개가 늘 거라고 생각해요."

  이곳의 주민들은 어떻게 각각의 모노레일의 승강장이나 행선지나 통로나 자신의 
주택을 구별하는 것일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모노레일의 작은 창으로부터 본 
밖의 모습도, 모노레일 그 자체나 통로도, 통로의 양쪽이나 한쪽에 늘어선 크고 작은 
방도, 여기저기에 있는 광장 같은 공간도 색의 통일되어 있어서 오다기리에겐 전부 
같아 보였다. 사령부 주위와 엘리베이터 홀만이 조금 다른 구조로 되어 있을 뿐, 
표시도 통로의 이름을 나타내는 안내판 같은 것도 전혀 없고, 혼자서 내던져진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미아가 될 것이다. 아까부터 오다기리는 같은 데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쓰자와 소위가 걷고 있는 페이스는 상당히 빠르다. 샤워를 
하고 식사를 했기 때문에 전투와 그 후의 이동으로 경직되어 있던 근육이 풀어져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기온의 탓도 있는 것이겠지, 오다기리는 레스토랑을 나올 때 오리털 
재킷을 벗었다. 이제까지의 어떤 장소보다도 따뜻하고, 뭔가 동력을 사용해서 환기를 
하고 있을 터인데 적당하게 습기도 있고 이상한 냄새도 없다. 통로는 골프장의 카트와 
같은 4인승 전기 자동차가 충분히 엇갈릴 정도의 수미터의 폭이었다. 재질은 지면도 
벽도 바닥도 전부 같았다. 광택이나 질감이나 그 위를 걷는 감촉으로부터 강화 
플라스틱일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모노레일은 표면이 세라믹 수지같은 
것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그렇다 해도,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천장이 낮고, 통로도 좁고, 무엇보다도 
먼저 하늘이 보이지 않고 경치를 바라볼 수 없는데도 그다지 압박감이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 언젠가 영화에서 본 잠수함이나 우주선의 내부는 주위의 벽에 압박되어 
숨이 막혀서, 보고 있으면 폐소 공포증에 걸릴 것 같았다. 지평선이나 바람에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다, 눈 밑에 펼쳐진 골짜기나 저편에 이어져 있는 선들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해방된다. 숲이 필요하다, 하고 곧잘 말을 한다. 화단이나 
정원수가 있는 공원이나 가로수가 마음에 윤기를 주는 것이라고. 그런 걸 말한다면 이 
언더그라운드는 노이로제 환자나 정신병자의 소굴이 되어 버릴 것이다.
  "잠깐 쉬어 갑시다."
  마쓰자와 소위가 말해서 두 사람은 광장 같은 공간에 있는 플라스틱 벤치에 앉았다. 
역의 매점과 비슷한, 잡화나 담배나 과자나 음료수를 팔고 있는 스탠드가 있어서 
마쓰자와 소위는 오렌지 주스를 사다 주었다. 오렌지 주스는 캔으로, 미국제였다. 
물론 광장이라고해도 단지 넓은 것뿐, 분수나 조각이 있고 비둘기가 있다는 그런 것은 
아니다. 가로세로 각각 10미터 정도의 공간에 벤치가 놓여 있을 뿐이다. 
국민학생이라고 생각되는 소년이 세 사람, 축구공으로 리프팅을 하며 놀고 있다. 세 
사람 모두 볼 컨트롤을 놀랄 정도로 잘했다. 다른 벤치에는 양복을 입은 노인이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양복은 꽤 낡아 빠졌지만 감색 코듀로이였고, 안에는 
회색 셔츠, 바지는 짙은 갈색이었다. 멋쟁이 할아버지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저쪽의 세계에서 이런 것은 화려한 스카프를 감고 베레모를 쓰고 파이프인가 뭔가를 
물고 있는 것이지만, 그런 눈꼴사나움은 없었다. 주는 인상이 매우 성실했다. 단지 
노인에겐 오른쪽 팔이 없었다.
  마쓰자와 소위가 꼬고 앉은 다리에 눈길이 가고 말았다. 스타킹을 신고 있지 
않았다. 종아리가 멋진 커브를 그리고 야무진 발목을 지나 평범한 검은 가죽 구두에 
빨려들어가 있는 다리, 묘하게 가슴이 뛰어서 오다기리는 말을 걸기로 했다. 특별히 
데이트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잠자코 있자니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저 할아버지 말인데, 오다기리가 그렇게 말하니 마쓰자와 소위는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멋쟁이로군.
  "저 사람은 도후쿠 전쟁 때 싸운 유명한 군인이에요."
  어째서 멋쟁이라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말투였다. 말을 잘못했다고 오다기리는 
반성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무래도좋은 수다를 떠는 습관이 없는 것이다. 뭔가 말하고 싶은 거나 듣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정확하게 말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데서는 복장 같은 건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병사는 언제나 복장에 신경을 쓰고 제대로 청결하게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돼요. 
불결하고 칠칠치 못한 병사는 그것만으로도 실격이죠."
  오다기리는 당신 같은 건 실격이야, 하는 말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낙심했다. 
마쓰자와 소위는 엄격한 말을 조금 지나치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장난스런 웃음을 입술 
끝에 떠올렸다.
  "예전엔 모든 것이 모자라서 모두 지독한 꼴을 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예전과 
비교하면 편해졌지만, 군사비의 비율은 오르긴 해도 내려가진 않기 때문에 물론 
사치는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우리들은 모두 제대로 된 복장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멋을 부린다는 것은 아니에요. 여기는 언제나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으면."
  그게 진짜 멋이라는 거야,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소년들의 공이 굴러와 
마쓰자와 소위가 집어서 던져 주니, 이마와 가슴과 허벅다리의 순사로 멋진 트래핑을 
해서 공을 착 멈추고는 감사합니다, 하고 쩌렁쩌렁한 소리로 인사를 했다. 잘 한ㄷ, 
하고 오다기리는 중얼거렸다.
  "여기에선 축구장을 만들 수 없어요."
  소년들을 눈으로 좇으면서 마쓰자와 소위가 말했다.
  "야구장도 무리이고 커다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만들 수가 없어요. 그래도 
수영장이나 작은 러닝 서킷이나 그다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기라면 할 수 
있어요. 수영이라든가 육상의 장거리는 강해요. 때때로 아시아나 중남미의 대회에 
초대되어 굉장한 기록을 내는 일은 있지만 올림픽에는 나갈 수 없어요. 그래도 
마라톤은 항상 일본이 세계 제일이라고 전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어요. 선수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모두 필사적으로 연습해요. 유도, 검도나 스모(역자주:일본식 
씨름)보다 축구나 수영이나 육상이나 사격을 하고 싶어해요. 자신들의 힘을 세계에 
나타낼 수 있겠지요?"
  소위도 뭔가 스포츠를? 오다기리는 처음으로 '소위'라고 불렀다.
  "저는 허들과 포환던지기를 했었어요."
  포환던지기? 오다기리는 큰 소리를 내었다. 예상 밖이지요, 하는 듯이 마쓰자와 
소위는 웃고서 팔은 꽤 굵어요, 하고 제복의 소매를 걷어올려 보였다.
  "그렇지요?"
  오다기리는 고개를 저었다. 결코 굵지는 않았다. 희고 엷은 피부위에 푸른 혈관과 
보다라울 것 같은 솜털이 희미하게 보였다. 바다 저쪽의 파도 같은 희고 아름다운 
팔의 건너편에 리프팅을 계속하고 있는 소년들과 신문을 읽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오다기리는 막혀 있는 좁은 공간이면서도 압박감이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 부모님이에요, 이쪽은 오다기리 상, 사령부의 손님이에요. 며칠 묵게 될 것 
같아요."
안내된 곳은 마쓰자와 소위의 자택이었다. 공장이나 사무소나 상점 같은 구역을 
빠져나와 꽤 오래 걸은 뒤에 아주 똑같은 폭의 가늘고 긴 출입구가 늘어서 있는 
곳으로 나왔다. 주택가답게 과연 문에는 '토-325' 같은 표지가 있었고, 작은 문패도 
걸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5평 정도의 세로로 긴 공간이 있었고, 그것이 마쓰자와 
집의 전부였다. 신발은 벗지 않았다. 벽 쪽에 폭이 좁은 접는 식의 삼층침대가 
있었다. 테이블도 의자도 전부 접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붙박이 선반에는 전화와 
텔레베전, 색다른 형태의 컴퓨터, 엄청난 수의 콤팩트 디스크, 책, 아마도 스위스인 
듯 호수를 배경으로 한 천황 일가의 사진 같은 것들이 늘어서 있었다.
  "잠깐 실례해요."
  마쓰자와 소위는 그렇게 말하고 막다른 주방 쪽으로 가서 아코디언식의 커튼을 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을 끝냈다. 붙박이식으로 되어 있는 벽장에 제복을 걸고 오다기리의 
오리털 재킷도 받아서 함께 넣었다.
  마쓰자와 소위의 부친은 악수를 한 다음 오다기리에게 의자를 권하고 도대체 어떤 
자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팔꿈치에 바대를 댄 갈색 스웨터와, 같은 색 
계열인 두꺼운 옷감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키가 크다. 회색의 머리가 이마에 
늘어뜨려져 있고 그 아래의 눈은 날카롭고 입가와 턱이 의지의 강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전혀 진정할 수 없었다. 마쓰자와 소위는 엷은 분홍 스웨터와 
감색 슬랙스를 입고, 주방에 서 있는 모친의 손 언저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모친은 머리를 올려서 플라스틱 장식으로 묶고 있었다. 딸보다 10센티 
키가 작고 손등과 볼이 볼록했다. 주방은 어른 두 사람이 서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열원은 전기 같았다. 환풍기가 붙어 있지만 크기에 비해서 
소리는 조용했다.
  "아야코."
  부친이 불렀다. 소위가 네, 하고 돌아보았다. 부친은 오다기리와 딸을 견주어 
보면서 설마, 하고 말했다.
  "설마, 이 사람이 너의."
  아니에요, 소위는 무언가 요리가 들어 있어서 김이 나고 있는 냄비를 들고 와 
테이블에 놓고 오다기리 옆 의자에 앉았다.
  "말했잖아요? 사령부의 손님이에요. 제가 요 이틀간 일이 적었기 때문에 데리고 온 
것뿐이에요."
  소위는 그렇게 말하고 냄비의 내용물을 작은 수프 접시에 따라서 테이블에 
늘어놓아ㅆ. 모친이 밥과 배추절임을 쟁반에 담아 날라와서 갑자기 식사가 
시작되었다. 오다기리는 시계를 보았다. 오후 6시가 지났다. 현관문에는 작은 창으로 
보이는 밖의 통로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밤이 연출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방에서 
잠이 들 때까지 도대체 무얼 하며 보내야 할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네 사람이 
지낼 공간으로는 너무 좁다. 먼저 나는 어디서 자야 할까, 침대는 세 개밖에 없다. 
설마 갑자기 양친과 함께 식사를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오다기리 군이라고 했던가."
  부친은 아직 식사에 손을 대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고 오다기리를 보고 있었다. 
들겠습니다, 하고 말하고 마쓰자와 소위는 먹기 시작했다. 수프 접시에 들어 있는 
것은 닥고기와 야채의 스튜였다. 모친은 자, 여보, 드세요, 하고 재촉했지만 부친은 
그것을 무시했다.
  "자네는 어떤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건가? 제복도 입고 있지 않고 사령부의 
손님이라니 알 수가 없군. 일본인이 아닌가?"
  일이 묘하게 되어 버렸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스튜에선 좋은 냄새가 나고 
있지만, 부친은 아무래도 기분이 나쁘다. 딸이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내를 데리고 
왔으니 그것도 당연하겠지. 저는 일본인입니다, 하고 오다기리는 대답했다.
  "과연, 얼굴이나 말은 일본인이다. 그러나 몸에 살이 너무 쪄 있어. 아직 제대할 
나이도 아닐 터인데."
  오다기리는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마쓰자와 소위가 말리고 실례예요, 아버지, 
하고 조용하게 말했다.
  "뭐가 실례야. 난 아직 네가 말하는 대로 할 나이는 아냐. 어찌된 셈이냐.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왔다고 생각했더니만 어느 부대인지도 알지 못하는 사내를 끌고 오고."
  정말 옛날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오즈 아스지로(역자주:일본의 저명한 영화 
감독, 그의 대표작의 하나인 '도쿄 이야기'의 일부를 연상하고 있는 것임)던가, 그런 
영화다. 부친은 식사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 스웨터는 상당히 낡은 것으로 
여기저기에 꿰맨 흔적이 있었다. 저, 갑자기 와서 죄송하니까 여기가 아니라 어딘가 
다른 데서, 하고 오다기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을 때 전화가 울리고 소위가 전화를 
받았다. 자, 여보, 식기 전에 잡수세요, 하고 모친이 부친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하고 오다기리에게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아닙니다, 하고 오다기리가 고개를 저었다. 
정체도 모르는 녀석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할 것 없어, 하고 부친이 큰소리를 냈다. 
조용히 해 주세요, 안 들리잖아요, 중요한 전화예요, 하고 마쓰자와 소위가 아주 작은 
수화기를 쥔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친은 팔짱을 끼고 김이 나지 않게 되어 
버린 수프 접시를 노려보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좁은 곳입니다만 푹 쉬어도 
좋아요, 모친이 오다기리에게 작은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호텔 같은게 아니니까 당신 
기분을 돌리세요, 요전에도 프랑스 텔레비전의 사람의 묵게 했었잖아요. 그런 말을 
듣고 부친은 그건 일종의 외교였다며 뚱하니 팔장을 풀지 않았다. 
  "정말이지, 두 번이나 설명을 물어 봤지 뭐예요."
  마쓰자와 소위는 오다기리를 보았다.
  "내일 출발하기로 되었어요. 내일 와카마쓰가 콘서트를 위해 올드 도쿄에 가게 되어 
있어요. 소총 분대가 호위로 동행할 거니까 당신도 함께 가는 거예요."
  잘 됐어요, 생각보다 출발이 빨라서, 하고 오다기리에게 웃음을 던지고 마쓰자와 
소위는 스튜에 들어 있는 닭뼈에 붙은 살코기를 씹었다.
  "이야코."
  부친으 표정을 바꾸고 팔짱을 풀었다.
  "이 사람은 내일 소총 분대의 호위가 딸려서 와카마쓰와 함께 올드 도쿄로 가는 
거지?"
  마쓰자와 소위가 뼈 부분을 집고 닭고기를 씹어면서 끄덕이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부친은 커다란 손을 들고 제지했다.
  "말하지 않아도 좋아. 알겠다. 나의 오해였어."
  그리고 오다기리 쪽을 바라보고 깊숙히 머리를 숙였다.
  "미안하네, 자네가 비밀 임무를 띠고 있는 것 정도는 눈치챘어야 했어. 나도 삼십 
년 군대에 있던 인간이야. 특무의 사정도 알고 있어. 정말 실례했네."
  그런 것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다기리는 그렇게 말했고 마쓰자와 소위는 
착각해 주어서 잘 됐군요, 하는 식으로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 뒤에 부친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아마도 두병만 남아 있을 게야, 하고 스스로 주방에 가서 
작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가져오고 모친에게 스튜를 다시 데워 오도록 말하고 
오다기리와 건배했다. '사쿠라'라는 상표의 병맥주는 맛이 짙고 알코올 도수도 높아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런 말을 하자, 부친은 기뻐서 세계 제일의 맥주라며 
몇 번이고 건배를 거듭했다. 후지 산의 지하수를 사용해서 순수한 독일식으로 만들고 
있는 거야, 올드 도쿄의 암시장에서는 한 병에 십 달러에 팔리고 있대, 유엔군 
녀석들조차 이걸 마시면 다른 건 마실 수 없게 된다고 하지, 미국 맥주는 지독해, 
아무런 맛도 없어, 쓴 오줌 같은 거야, 그런 형편없는 맥주를 고맙게 마시고 있는 
녀석들에게 일본이 질 리가 없어. 부친은 오다기리가 터널 복구 공사 현장에서 전투에 
참가했던 것을 알고서 더욱 흥분하여, 맥주는 큰 병으로 한 병 마신 것뿐인데도 볼을 
붉게 물들이고 자신의 과거 체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몇 번이고 
되풀이되었던 듯 식사를 마친 모친과 딸은 또 시작이라는 듯이 얼굴을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니시큐슈 전쟁은 팔로군과의 싸움이었는데, 놈들은 로스케(역자주:러시아인을 
비하해 부르는 말)나 양키보다 몇십 배 상대하기에 벅찼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 
당시는 놈들 쪽이 게릴라전에 있어서는 우위였는지도 몰라. 나는 전쟁 끝 무렵에 
니시큐슈에 갔지, 실전은 처음이었지만 굉장한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 반나절 
만에 한 사람의 게릴라 병사가 되었던 것이야. 그 무렵엔 이미 팔로군을 운젠 쪽으로 
몰아 붙였었기 때문에 토벌 작전에 참가했지. 놈들은 강했지만 게릴라전은 지형을 
모르고선 이길 수가 없으니까 말야. 두 번 교전하고 백병전이 되었을 때, 내 자신이 
다시 태어난 것을 알았던 거야. 훈련에선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슬로 
모션이라는 게 있지? 저편의 숲으로부터 AK(역자주:동구권의 주력 소총)를 가진 
팔로군이, 놈들은 AK를 56식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사슴처럼 도약 전진으로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이 보였어. 나는 쓰러진 나무의 그늘에 엎드려 있었는데, AK의 총알 
때문에 썩은 나무의 껍질이 버석버석 벗겨졌어. 그건 정말 굉장한 돌격이었지. 하지만 
팔로군은 우리가 매복하고 있는 것을 몰랐어. 나는 위장 헬멧을 쓴 채 슬쩍 얼굴을 
들고 적을 지켜보았지. 완전히 노출된 채 이빨까지 잘 보이게 될 정도로 적이 
접근했을 때, 알겠나, 당신아리면 알겠지만, 나는 돌연히 자신 이외의 모든 곳에서 
시간이 천천히 가게 되어 버린 것을 의식했어. 슬로 모션이야, 이쪽을 향해 오는 
팔로군은 마치 움직임을 멈춰 버려서,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인형처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지. 나는 굴러가서 인형을 쏘았어. 푹, 푹, 푹, 마치 
거짓말처럼 전부 명중이야. 백병전이 되었어 그건 변하지 않았어. 적은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고 나는 보통으로 움직여서 나이프로 목이나 신장을 찔러 가는 것만으로 
좋았어. 쓱, 쓱, 쓱, 쓱, 쓱, 그렇개 해서 나는 자신이 게릴라가 된 순간을 체험한 
거야. 양키는 형편없었어. 해병대와 운젠의 비국민촌을 포위하고 있을 때였지. 
당신이나 아야코는 유엔군밖에 모르지만, 그 무렵엔 지금의 백 배 정도 숫자의 
비국민촌이 있었던 거야. 놈들은 혼이나 마음은 물론, 이미 외모까지 일본인이 아닌 
게 되어 있었어. 국민 의용대의 생존자로, 누더기를 입고 골짜기 사이의 마을에 숨어 
살며 감자나 호박을 기르고 있었지. 정말로 거지나 유령이야. 지금도 꽤 남아 있지만 
절대로 그놈들을 신용해선 안 돼. 일본어를 말하지만 그놈들은 목숨만 살 수 있다면 
어디에라도 혼과 마음을 팔기 때문에. 니시큐슈에선 전부 팔로군이 기르고 있었어. 
알겠나, 당신도 만일 특무로 비국민촌에 갈 일이 있다면 놈들을 바로 죽이지 않으면 
안 돼. 살려 줘, 살려 줘, 하고 일본어로 말하기 때문에 방심했다간 식칼이나 낫으로 
살해되어 목을 팔로군에게 갖다 바치게 되는 거야. 우리들은 반드시 놈들을 
몰살했었지. 그런 비국민촌을 양키 해병대와 함께 멀리서 포위한 채 감시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야. 한 사람의 젊은, 젊다고 해도 나이는 나와 같은 정도였지만, 
백인이었지. 라디오를 듣고 있는 거야, 이어폰으로. 이어폰이라고 해도 소리는 
희미하게 새는 것이지. 우리 소대의 소대장이 뛰어가서 그놈을 두들겨 팼어. 그리고 
소대장은 유창한 영어로, 백인 꼬마는 어딘가의 촌놈이었는지 멍청하고 형편없는 
영어로 지껄였기에 나는 자랑스런 기분이 되었던 거야. 소대장은 다음에 그런 짓을 
하면 죽일 거야, 하고 말했어. 해병대의 상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 부대가 
전멸할지도 모를 터무니없는 짓이었으니까. 그러자 그 백인 꼬마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어폰을 뽑았던 거야. 커다란 소리로 라디오가 울리기 시작했어. 불량배의 반항하는 
속셈이었겠지. 해병대의 상괸이 달려오는 것보다 빠르게 소대장은 나이프로 흰 목을 
찢었어...
  부친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모친과 딸이 차를 마시며 듣고 있는 광경은 이상한 
모습이었다. 오다기리는 몇 번이나 기분이 나빠졌다. 부친의 무용담은 두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지루한 이야기를 듣게 해서 미안하네."
  이렇게 유쾌한 밤은 오랜만이야, 하며 기분 좋게 부친이 침대를 스스로 조립해서 
자기 시작한 후 마쓰자와 소위는 잠깐 밖으로 나갑시다, 하고 오다기리에게 권했다. 
갔다 와요, 하고 모친은, 그것이 없어지는 것은 절대로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되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을 전송했다. 어두컴컴하게 되어 있는 통로를 걸었다. 
통핸인이 적은 탓인지 희미하게 낮은 땅울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거대한 
환기 장치일 것이다. 오다기리는 위 주위에 무거운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쓰자와 
소위의 부친이 한 이야기 탓이었다.
  "어미니는요, 제가 집을 나올 때 이런 식으로 새로운 아들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하는 거예요."
  일순 오다기리는 마쓰자와 소위와 결혼하게 되어 여러 가지 준비가 진행되어 가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나 곧,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은 말하자면 엘리트뿐인 것이다. 만일 지금 같은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한다면,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나는 어느 편인가 하면 그 비국민촌에 감자나 호박을 기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외동딸인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오다기리는 그렇게 물었다. 모처럼 
마쓰자와 소위와 함께 있으니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오빠가 있었지만 전사했어요."
  뭔가 물어선 안 될 것을 물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바람처럼 빨리 움직이고 불길 
속에서 튀어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보병 전투차 네 대를 고철로 만든 게릴라 병사들을 
보았기에 그들은 불사신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어 버렸다.
  "저는 지금 스물여덟 살이에요."
  뒷짐을 지고 비닐 샌들의 굽을 통로의 플라스틱 지면에 울리게 하면서 마쓰자와 
소위는 말했다. 분홍색 스웨터는 그다지 좋은 소재는 아니었다. 몇 년이나 입고 
있었던 듯 여기저기가 닳아 떨어져 있었다. 짜 넣은 데가 얇게 되어 버린 부분에서는 
몸의 라인이 비쳐 보였다. 분명히 아름다운 알몸일 거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스물여덟로는 보이지 않아, 그렇게 말하자, 그렇지 않아요, 하고 마쓰자와 소위는 
고개를 저었다.
  "옜날에 여성 병사는 아주 적었어요. 우리 어머니도 전투에 휩쓸리게 되었던 일이 
있었고 물론 소총도 쏠 수 있지만, 병사는 아니에요. 지금은 달라요. 많은 여성 
병사가 있어요. 48인 위원회는 여성 병사가 직접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지 어떤지를 
아직 결론 내리지 않고 있어요. 연구원이나 기술자나 의사가 된 여성도 늘어나서 요 
몇 년 사이 출산율이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2025년까지 
언더그라운드는 내버려 둬도 멸망해 버린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낮에 오렌지 주스를 마시던 광장보다도 두 배 이상 넓은 
공간으로 플라스틱제 블록을 모아서 무대 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미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마쓰자와 소위는 몇 사람인가 아는 사람에게 인사했다. 스피커가 
장치되어 있었다. CD의 데크를 조작하고 있는 것은 열대여섯 살 정도의 젊은 
사내였다. 아마 고등학생일 것이다.
  이윽고 오다기리가 저쪽 세계에서 들어 왔던 어떤 음악과도 다른 이상한 비트와 
멜로디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하얀 발레 의상으로 몸을 감싼 소녀가 무대에 
나타났다. 손장단 같은 것은 절대로 맞출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비트가 먼저 
진행되고 클라리넷과 오보에와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만드는 불엽화음에 가까운 
하모니가 되풀이되었으며, 그것들의 배후로부터 코란(역자주:이슬람교의 경전)과 
비슷한 금속적인 높은 음성의 노래도 따랐다. 와카마쓰의 신작이라고 마쓰자와 소위가 
가르쳐 주었다. 피아니스트로서 클래식을 연주하는 것만은 아니군, 하고 오다기리가 
생각하고 있자니 그 때까지 무대 중앙에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서 있던 소녀가 마치 
새가 날개짓하듯이 양 손을 펼치더니 그대로 다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움직임의 
시작과 끝은 스무드했고, 움직임 그 자체의 소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소녀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스트로보가 점멸하고 한순간에 그림자가 생겼다. 사라져 간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소녀는 맨발을 높게 차 올리고 정점으로부터 천천히 
발끝을 내려 부대와 수평의 위치에서 다시 정지시켰다. 그리고 복잡한 비트가 있는 
한순간을 포착하여 소녀가 손발을 그대로 한 채로 왼쪽 다리를 축으로 회전하기 
시작했을 때 오다기리는 등줄기에 무언가가 스쳐 가는 것을 느끼고 굉장해, 하고 
소리를 질렀다. 바로 옆에 마쓰자와 소위가 있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잘보니 
소녀의 전신은 뭔가 잔혹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단련되어 있었다. 그녀는 세계적인 
댄서예요, 하고 마쓰자와 소위가 귓전에 입을 가까이 하고 가르쳐 주었다. 그런 
정도는 나도 알아, 하고 호통치게 될 것 같았다. 소녀의 춤에 빨려들어 좋은 기분이 
되어 있었는데 현실로 되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관객은 아주 
조용해졌다. 몸을 회전시킨 뒤 소녀는 어떤 작은 동작의 반복으로 옮겨갔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그 속도가 달랐다. 처음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두 
번째는 스케이트 선수처럼 미끄러지듯 천천히 손발을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음악에 
맞춘다기보다 복잡한 비트가 있는 순간을 포착해서 행해지고 있었다. 미묘한 변화를 
섞으면서 그 반복이 계속되어 가는 사이에 광장의 공기가 긴장되어 가는 것을 알았다. 
변화라고 해도 때때로 손바닥을 팔랑거리듯 흔들거나 발의 움직임을 갑자기 멈춰 
보이거나 어깨를 한순간 떨게 하거나 하는 정도이지만, 그 타이밍은 면밀하게 
계산되어 있어서 광장에서는 소리나지 않는 술렁거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긴장이 
흥분으로 변해 가는 것을 오다기리도 알았다. 땀이 소녀의 이마에 빛나기 시작하고 
그녀가 춤을 계속하면서 관객을 둘러보고 미소를 떠올렸을 때 록 콘서트에서와 같은 
환성이 울렸고 휘파람소리가 났다. 소녀가 극대로 긴장한 채 춤추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 전해져 왔다. 댄서에 이 정도의 힘이 있는 것이라는 걸 오다기리는 몰랐다. 
광장의 막힌 공간에서 그 소녀만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또 소녀의 춤만을 집중해서 
보고 있자니, 강화 플라스틱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이 녹기 시작하여 
어디까지라도 넓어져 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어느 틈엔가 오다기리는 
관자놀이와 겨드랑이 밑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분이 매우 고양되어 와서 여기가 
어디인지 같은 것조차 애매하게 되어 왔다. 어째서 이렇게 굉장한 춤을 단지 수십 
명의 관객 앞에서 출 수 있는 것일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아마도 이들은 
자신들이 대단한 민족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마쓰자와 소위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 소녀는 언더그라운드에 사는 일본인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물론 즐기면서 댄스의 훈련을 자신에게 부과해 왔다. 저쪽 세계의 
봉오도리(역자주:일본의 명절인 오봉 때 추는 민속춤), 아와오도리(역자주:지금의 
도쿠시마 현을 중심으로 여름 축제 때 추는 민속 춤)라든가 향토 예능이라고 말해지는 
것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댄스다. ...적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전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과 언어와 표현으로, 우리들의 용기와프라이드를 끊임없이 나타낼 것, 
그것이 다음 시대를 살아갈 여러분의 역할입니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들은, 예를 들면 비국민촌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감자나 호박을 키우면서 
살기 위해 적에게 몸을 파는 것 같은 무리를 몰살시켜도 용서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하고 무엇인가에 대해서 공포감을 가졌다. 무엇에 대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저건요, 와카마쓰가 언제나 제창하고 있는 아시아 폴리 리듬이라고 하는 비트에 
맞춰서 노(역자주:일본의 전통 가면극)와 클래식 발레를 결합시킨 저 댄서의 득특한 
것이에요. 그녀말고도 우수한 댄서가 많이 있어요."
  아아, 댄스는 알기 쉬우니까 말이지, 그런 걸 이야기하면서 마쓰자와 집에 돌아와 
바닥에 모포를 깔고 자려던 오다기리는 어두운 방구석에 정좌하고 있는 모친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모친은 벽의 구석에 조그맣게 만들어진 불단을 향해서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로 독경을 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거기에 있는 것을 이식하지 
못했던 정말 조그만 불단을 보면서 마쓰자와 소위는 말했다.
  "오빠예요. 어머니는 지금도 모두가 잠든 뒤에 독경을 하는 거예요. 하룻밤도 거른 
적이 없어요."
  긴 하루여서 몸은 노곤하게 지쳐 있었지만, 모친의 독경이 도중에 흐느끼는 것으로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저주를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오다기리는 여간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6. 올드 도쿄
  마쓰자와 소위는 역까지 바래다 ㅈ었다. 바로 2년 전에 개통한 새로운 터널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저도 아직 타 본적이 없어요."
  차량은 가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을 수 있었고 모두 여섯 사람이 탈 수 있었다. 
선두 차량은 유선형으로 마치 제트 코스터 같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와카마쓰와 
소총 분대의 미즈노라는 이름의 소위에게 소개되었다. 와카마쓰는 오다기리와 악수할 
때 일어서기만하고 그 다음엔 쭉 벤치에 앉아서 헤드폰 세트를 쓰고 무릎에 놓은 소형 
신시사이저를 계속 치고 있었다. 아이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고 
모친이 갓난애를 어르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훨씬 아니가 들고 까다로울 것 같은 
인물을 상상하고 있었지만 달랐다. 나이는 오다길와 같은 정도였는데, 병사들이 바로 
옆에 앉아 손 언저리를 들여다본다든지 해도 아무 말도 않았고, 헤드폰 세트를 빌려 
주어 소리를 들려 주기도 하고 있었다. 와카마쓰는 분명이 런던이나 뉴욕에서도 
공연을 한 세계적인 음악가일 뿐인데 어째서 무장 병사의 호위가 필요한 것인가, 하고 
어젯밤 마쓰자와 소위에게 물었었다. 웨스트 봄베이 슬럼의 한가운데서 콘서트를 열기 
때문에 유엔군이 콘서트의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반 년 전부터 준비가 진행되어 여기저기에서, 해외에서도 관객이 모여 있다. 
중지할 수는 없고 와카마쓰도 하고 싶어하고 있다고, 그녀는 가르쳐 주었다. 
소총분대의 분대장은 턱수염을 기른 가슴팍이 두꺼운 중사였다. 자신은 호위 임무의 
지휘관으로서 동항하고 있는 거다, 하고 미즈노 소위는 오다기리에게 설명했다. 
미즈노 소위도 오다기리를 특수 임무를 띠고 올드 도쿄에 잠입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총 분대는 미즈노 소위, 다케히라라는 이름인 것 같은 
중사를 포함헤서 아홉 명으로, 모두 야전복으로 몸을 감싸고 완전 무장하고 있었다. 
중사는 로켓 발사기, 소총, 전자동 유탄 발사기를 세 자루나 어깨에 메고 있었고, 
미즈노 소위는 소총 외에도 총신을 짧게 한 산탄총을 허리의 케이스에 넣고 있었다. 
미즈노라는 소위는 아직 20대 전반일 것이다. 붙임성 있는 표정을 가끔 보이지만 
몸집은 마치 축구의 미드필더였다.
  차량을 점검하고 있던 그을린 갈색 제복의 계원이 준비 완료의 신호를 하자 미즈노 
소위 이하 병사들은 눈 깜작할 사이에 정렬을 마치고 차례차례 올라탔다. 오다기리는 
마쓰자와 소위와 악수를 교환했다. 무언가 가념품 같은 것을 선물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거꾸로 마쓰자와 소위가 워크맨 정도 크기의 본 적도 없는 기계를 
주었다. 카메라 촬영에 사용하는 노출계와 비슷한 거였다.
  "디지털 표시의 자력계예요. 터널 공사에 사용하는 것을 빌려 왔어요. 조금 
복잡하고 정교한 자석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온(on)으로 하고 검은 단추를 누르면 
숫자가 나오니까 돌아갈 장소를 찾을 때 사용하세요. 보통은 높아도 2.5나 2.7 
정도이지만 그 장소는 아마 엄청난 숫자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오다기리는 와카마쓰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안전 베릍가 달려 있었다. 마쓰자와 
소위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제트 코스터와 비슷한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빠르군."
  와카마쓰가 말을 걸어왔다. 차량 안은 좁아서 신시사이저를 무릎에 놓을 수가 
없었다.
  "두 시간이면 도착할 것 같군. 이제까지의 절반이야"
  와카마쓰는 소곤소곤하게 낮고 불명료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병사들은 모두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쉴 수 있을 때 쉬어 두는 습관이 베어 있는 것이겠지. 터널의 내부는 
역시 어둡다 단지 일정한 간격으로 천장에 있는 조명은 백열등이 아니라 
형광등이었다.
  "졸리면 졸립다고 말해. 말 걸지 않을 테니."
  머리가 짧고 흔한 흰 와이셔츠와 검은 브이네크의 스웨터, 작업복처럼 주머니가 
많이 달려 있는 카키색 바지, 목이 긴 구두, 어단지 외로운 것 같고 언제나 먼 데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눈이 인상에 남지만 음악가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인가 하면, 
병사 같았다.
  졸리지 않으니 괜찮아, 하니 와카마쓰는 잘 됐어, 하고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는 잘 잠들기 때문에 이야기가 계속 무르익어도 만일 내가 자고 싶어지면 
이야기는 거기까지 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걸 듣고 오다기리는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하나하나 세세한 일을 확인하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와카마쓰는 무표정하게 밀폐식 바람막이 
유리를 통해 어두운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얘기는 사령부로부터 들었어. 별개의 세계로부터 왔다고?"
  오다기리는 끄덕였다.
  "나도 48인 위원회에 들어 있어. 그래서 일단 여러 가지 정보는 들어와. 자네가 
있던 세계에도 모차르트는 있었나?"
  있었습니다, 하고 오다기리는 대답했다.
  "그런가."
  와카마쓰는 시선을 어두은 밖으로부터 바로 앞좌석에 놓여 있는 신시사이저로 
옮겼다.
  "내 음악을 들었으면 좋았을걸."
  들었습니다, 하고 말하니 와카마쓰는 놀란 것 같았다.
  "어디서?"
  오다기리가 장소와 상황을 설명하자, 그래서 어땠어? 하고 몸을 비틀어 상체를 쑥 
내밀었다. 오다기리가 장소와 상황을 설명하자, 그래서 어땠어? 하고 몸을 비틀어 
상체를 쑥 내밀었다. 
  그런 드뷔시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오다기리는 정직하게 말했다. 소리가 번쩍번쩍 
빛나서 눈에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덧붙이니 와카마쓰는 정말? 정말? 정말? 
하고 몇 번이나 확인하고는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그건 정말 기쁘군. 연주할 때도 작곡할 때도 생각하는 건 좀 전에 자네가 말해 준 
것처럼, 무언가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사물로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음과 그것의 이어짐을 만들고 싶다고 하는 거야. 알고 있어? 우리 아버지는 
기술자였지. 터널을 만들고 있었어. 아직 살아 있지만, 어릴 적에 가끔 나에게 현장을 
보여 줬어. 지금은 이 터널도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지만 옛날에 착암기뿐이었고, 더 
옛날에는 인력으로 팠던 것 같아. 착암과 폭파라는 기본은 변하지 않았지만, 암반을 
폭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정사각형으로 구멍을 뚫자면, 폭파공은 좌우 대칭의 
아름다운 배열로 늘어서 있지. 심발혈이라든가 관혈이라든가 답혈, 스케혈, 그 배열이 
마치 DNA의 모델처럼 아름다워. 연약한 지반인 경우에는 토사를 지탱할 버팀흙이 
필요해. 나무를 사용한 버팀흙의 모양 또한 그것만으로도 일종의 건축 같아. 강재를 
사용한 아치형 버팀흙의 형태도 아름답고, 혁명적인 발명이 된 을형 플라스틱만 
하더라도 버팀흙의 재료로 개발되었던 것이야. 요컨대 여분의 것도 모자라는 것도 
아무것도 없어, 하고 아버지가 곧잘 말했었지. 좋은 터널은 인간이 판 것이 아니라 
훨씬 전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보여, 나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지. 알기 쉬운 
것은 모차르트이지. 그것도 20번부터 27번까지의 피아노 콘체르토야. 여분도 부족도 
없어. 특별히 모차르트가 만든 게 아니라 그저 모차르트는 어디선가로부터 찾아온 
것뿐이라는 느낌이 들어. 피아노를 시작하고서 바로 모차르트를 듣고 이런 게 있다면 
이젠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거애. 이런 것이 
있는데 어째서 새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고 절망하지 않는 음악가가 있다면 그건 
뻔뻔스러운 놈이야, 완벽이라는 개념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 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모두가 거기서 멈춰 있었다면 우리들은 드뷔시도 베르디도 바그너도 들을 수 
없었겠지. 그랬었지, 작년이었나, 프랑스 영화 감독인 고다르라는 사람이 
언더그라운드에 와서 다큐멘터리를 찍어 갔었어. 매우 과학적이고 유럽 그 자체와 
같은 사람으로, 자신은 물건을 만든다든지 표현하낟든지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영상을 
조합하고 있는 것뿐이다, 하고 말했었어. 조합이라고, 아주 알기 쉽지, 나도 
동감이야. 폭파공의 배열도 버팀흙의 형태도 조합이야. 조합하는 방식이라면 무한에 
가깝도록 존재하겠지. 모차르트와 다른 조합도 있을지 몰라. 단순한 조합으로부터 
조심조심 출발해서 조금씩 그 조합이 복잡해져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든지 발상이 
순간적으로 떠오른다든지 그런 게 아냐. 예전에 아버지가 하고 있던 일과 
마찬가지였어. 지질과 터널의 길이와 크기를 생각하고 몇백 번 몇천 번 계산자를 
사용해 가정법과 소거법으로 수학을 풀듯이 무언가를 명확하게 해 가, 그런 작업을 할 
때는 쾌감도 흥분도 없어. M16으로 적을 저격하는 쪽이 일만 배 재미있어. 그렇개 
해서 어떤 때까 다가와. ㅁ을 수 없는 순간이야. 마치 그때까지 물결 하나 일지 
않았던 조용한 호수에서 공룡이 나타나듯이 음악이 출현해. 만들어 낸다든지 완성되는 
것이 아냐. 돌연 눈앞에 쭉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 때때로 모습을 나타내는 것처럼 
출현하는 것이야. 나무저니는 머신이 되어 형태를 부여해 주는 것을 족해. 대단한 
것은 그 출현의 순간뿐이야.스릴리 있어. 나도 당당한 병사이긴 하지만 M16 이건 AK건 
좋아 전자동으로 쏘아서 상대의 머리가 멜론처럼 날아갈 때 뭔가 있지, 굉장한 게 
있어 그것보다 굉장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아. 그래도 그 출현해 오는 순간이라고 하는 
것은 스릴에 넘쳐 있어. 좋은 승부일지도 모르지, 전쟁과."
  끄덕이면서 오다기리는 듣고 있었다. 와카마쓰가 이야기하는 것은 절반 정도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와카마쓰는 특별히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 내 얘기만 
지껄여 버리면 어쨌든 시원하다,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꼼꼼하게 말을 
선택하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알기 쉽게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을 오다기리는 알았다. 
틀림없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이 자가 그 드뷔시를 연주하고 저 발레를 위한 
복잡하기 짝이 없는 비트의 음악을 만들었던 것이다. 개성이 강한 영적인 형태로 
전달될 리가 없다. 이 자 안에 타인에게 없는 제작 공장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 아직 형체가 없는 것에 형체를 부여하려고 하는 의지, 
오다기리에게 그 의지가, 빛나고 번쩍이는 것으로서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바로 
와카마쓰가 연주하는 드뷔시의 음이 빛의 입자로서 눈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콘서트에선 신곡을 연주할 거니까, 꼭 들었으면 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에 비트를 붙였어. 연주는 한 시간 걸려. 기승전결도 아무것도 없어. 
크레셴도야. 치밀하고 압도적으로 거대한 크레셴도, 꽤 대단할 거야, 아마도."
  그것만을 이야기하고 잠시 후 와카마쓰는 잠들어 버렸다. 같은 간격으로 형광등이 
밝혀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올 뿐으로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다기리도 
좁은 좌석에서 몸을 차량의 벽 쪽에 기대고 눈을 감았지만 마쓰자와 소위가 머리에 
떠올라 잘 수가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제스처나 얼굴의 표정까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조금 놀랐다.
  그 하얀 팔, 어두컴컴한 밤이 연출된 플라스틱 통로를 나란히 걸었던 때의 
샌들소리, 비닐 샌들의 끝으로 조금 엿보이던 페디큐어를 칠하지 않은 발톱, 
불가사의한 곡선이라고 생각한 종아리, 분홍빛 스웨터를 통해서 희미하게 실루엣으로 
되어 보였던 등의 멋진 라인, 그것들은 모두 2,000미터 지하에 있어서 오다기리를 
감상의 소용돌이로 삼켜 버렸다. 주머니에서 자력계를 꺼내어 스위치를 넣고 검은 
단추를 눌러 보았다. 2.473308이라고 하는 숫자가 나왔다. 오다기리는 그 액정 
표시판을 오랫동안 주시하고 있었다.
  와카마쓰에게 팔을 찔려 눈을 떴을 때, 그 기묘한 분위기의 플랫폼에는 이미 
병사들이 총을 들고 경계 태세로 정렬해 있었다. 미즈노 소위의 부대와는 별개로 20명 
가까운 병사들이 있어서 모두 같이 완전 무장으로 플랫폼에 서 있었다. 역의 경호 
부대이겠지, 바깥쪽으로부터 바람막이가 열리고 와카마쓰에 이어 내리니 한 사람의 
병사가 방독면을 건네 주었다. 천천히 들어마시고 가하게 뱉어 낸다. 신시사이저를 
어깨에 멘 와카마쓰가 그렇게 가르쳐 주었다. 고무 냄새와 감촉, 시야가 좁아져서 
숨소리가 증폭돼 들려왔다. 오다기리들이 타고 온 제트 코스터와 비슷한 차량에는 
나무나 금속의 상자가 쌓여 있었다. 장갑을 끼며 미즈노 소위가 다가왔다.
  "미나미후지에 간다고 했지."
  오다기리는 시인했다.
  "콘서트 후에 우리들이 동행할 거야. 콘서트까지 같이 있어 줘."
  그걸 듣고 와카마쓰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잘 됐어, 굉장한 크레셴도를 들을 
수 있게 돼서.
  플랫폼의 공기는 써늘하고 축축했다. 콘크리트 바닥이 젖어 있었다. 마쓰자와 
소위의 모친이 밤 사이에 스니커를 빨아서 말려 주었다. 금방 빤 마른 신발이 이만큼 
쾌적한 것일 줄은 오다기리는 알지 못했다.
  잠시 걷고 있는 동안에 형광등이 백열등으로 바뀌고, 방독면의 시야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분명하지 않았지만, 무언가의 터였던 것 같은 넓은 장소로 나왔다. 더 
걸어가니 바닥의 여기저기가 미끈미끈해 왔다. 기름이 흘러 있는 건가, 이끼가 껴 
있는 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엉거주춤하게 걷게 되었다. 그것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지, 뒤에서 걷고 있는 와카마쓰가 말을 건네왔다.
  "특별히 화학 병기로 습격당한 건 아니야. 아주 예전의 지하 공장이라서 가스가 
조금 발생하고 있을 뿐이야."
  천장은 높아ㅈ다 낮아졌다. 하며 여러 가지가 매달려 있었고 여기저기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와카마쓰와 오다기리를 사이에 두고 앞뒤에 있는 병사들은 소리를 내지 
않고 걸었다. 발걸음소리는 물론 어깨에 여러 화기를 늘어뜨리고 있는데도 그것들이 
스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전투복의 천이 맞스치는 소리만이 정말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중사가 선두에 서고 맨 끝에 미즈노 소위가 있어서, 걷는 속도는 무섭도록 
빨랐다. 오다기리는 따라가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과 동시에 때때로 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오른쪽으로 거대한 탱크가 늘어서 있고 구불구불한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었다. 단지 탱크도 파이프도 지독한 피부병처럼 녹으로 덮여 찢어져 
일그러지고 비틀어져서 겹쳐 쌓여 있었다. 물이 괴어 있는 지면에 굴러다니는 
파이프의 위나 찢어진 탱크의 바닥에 쥐가 무리 지어 우글우글 움직이고 있었다. 
오다기리들을 발견하고 몇천명의 갓난아이가 일제히 밀크롤 빨고 있는 것 같은 언짢은 
소리를 냈고, 겹쳐 쌓인 파이프의 산이 무너져 녹슨 금속이 서로 부딪쳐서 바닥에 
구르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런 엄청난 무리로부터는 
도망칠 수가 없다, 오다기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나 미즈노 소위가 멈춰 서고 한 
사람의 병사에게 뭔가 신호를 했다. 엎드려, 섬광탄이다, 와카마쓰가 오다기리의 
어깨를 눌렀다. 신시사이저를 몸의 왼쪽 옆에 놓고 먼저 와카마쓰가 엎드렸고 
오다기리도 이어서 엎드렸다. 왜 장갑을 빌리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했다. 지면의 
감촉은 섬뜩한 것이었다. 이끼 위에 곰팡이가 슬고 더욱이 그것을 이끼가 뒤덮어서 
전체가 썩어 있는 것 같은 감촉. 바로 옆에 두꺼운 천의 모자가 달린 파카를 입고 
있는 와카마쓰가 있었다. 눈의 위치가 낮아져서 쥐의 윤곽이 보다 분명해졌다. 표면에 
무수한 혹이 있어서 뻣뻣한 짧은 털이 난 양탄자가 이쪽으로 전진해 오는 것 같았다. 
비가 떨어지는 수면같이 뾰족한 꼬리가 물결치고 백열등에 비춰져서 이빨이 빛났다. 
눈을 감아, 하고 와카마쓰가 귓전에 소리를 질렀고, 병사는 ㅂ 미터 앞에 다가온 
쥐떼의 코앞에 섬광탄을 쏘았다. 화약냄새가 나고 오다기리의 눈 안쪽이 밝은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한순간 모든 감각을 잃었지만 바로 일어나, 갈 거야, 하고 
팔을 잡혀서 일어났다. 섬광탄의 파편이 물 웅덩이에 떠서 푸시시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다. 쥐는 페닉에 빠져서 뒤엉켜 도망가고 있었다. 몇 마린가 비실비실 
다가왔기에, 작은 토끼만한 그 쥐를 병사는 군화로 차 날려 버렸다. 

  지하 공장을 빠져나와 완만한 경사인 오르막의 통로에 들어섰을 때, 미즈노 소위는 
방독면을 벗도록 허가했다. 그 통로의 입구엔 병사가 두 사람 보초를 서고 있었고, 벽 
쪽의 위장된 스위치로 조명을 켰다. 백열등이 아니라 볼펜 정도의 작은 형광등이었다. 
창백하고 약한 불빛에 떠오른 통로는 도중부터 차츰 좁아져 가 이윽고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큼 좁아져서 두세 방향으로 가지치듯이 되었다. 천장도 바닥도 양쪽 벽도 
콘크리트로 두껍게 발라져 있고 도중 몇 군데인가 회핵의 금속으로 된 튼튼한 문이 
있어서, 마치 대규모 핵대피호의 내부 같았다. 오다기리는 쥐떼로부터 피한 다음에 
와카마쓰가 이야기해 준 것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올드 도쿄의 지하가 어떻게 
되어 있고 무엇이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어. 점령 이전에도 
지하철이 있었고, 미군 상륙 작전에는 무계획하게 지하호가 파였어며, 점령 후 한때는 
소련의 핵에 대비해 통신 케이블 같은 것은 전부 지하로 매설해서 몇 개인가 지하 
공장도 만들어졌지만, 그런 것은 슬럼이 생기고 나선 방치되었어. 그래서 지금은 몇 
개인가의 층으로 나누어진 미로로 되어 있지. 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살고 
있는데, 믿기지 않지만 인간도 있어. 슬럼의 길 위에도 수많은 부랑자가 있지만 
지하에 있는 무리는 이건 굉장해,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몰라. 퇴화하고 있는 
거야. 물론 시력은 잃어버렸고 말을 할 수 없어. 난 한 번 본 적이 있지. 공격성은 
없고 바닥에 떨어진 나무늘보처럼 흐물흐물하게 설설 기며 살아 있긴 하지만, 빛을 
싫어하는 것처럼 불빛을 갖다 대면 무서워하며 소리를 지르는 거야. 그런 목소리가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건 그때까지 상상한 적도 없었어. 그 소리를 들은 후 몇십 
번이나 꿈 속에 나타나서 가위눌렸었지.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아. 퇴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어. 진화하는 것에 의지가 필요한지 어떤지 알 수 없고, 진화의 
가치도 한마디로는 말할 수 없지만 퇴화는 지독해. 사는 의지를 뿌리째 빼앗아 버릴 
것 같은 소리였어. 공포라기보다 부끄러움 같은 것투성이인 소리여서 쥐 우는 소리 
쪽이 훨씬 나아... 그 터널 복구 공사 현장에서의 전투 때 사타구니가 뚫린 적의 
병사가 역시 부끄러움투성이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던 것을 오다기리는 떠올렸다.
  줄기가 갈라지는 것을 되풀이하는 좁은 통로를 계속 걸은 뒤, 길고 긴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올라가서 철문을 열 때, 병사가 모두 나갈 자세를 취했다. 벽에 
바짝 달라붙어 언제라도 쏠 수 있도록 각자의 총을 가슴 앞에서 겨누고 안전 장치를 
풀었다. 중사가 머저 소형 계산기 같은 것을 꺼내어 숫자가 적힌 단추를 누르니 잠금 
장치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2센티 정도 열었다. 중사는 건너편을 확인하고는 
미즈노 소위와 신호를 교환한 뒤에 무거운 듯한 문을 완전히 열었다. 중사는 문의 
그늘에서 반쯤 구부리고 소총을 밖을 향해 내밀고 있었다. 한 사람 두 사람 병사가 
몸을 낮게 하고 밖으로 나갔다. 올드 도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절대로 
방심하지 마, 하고 와카마쓰가 그렇게 말을 건넸다. 와카마쓰에 이어서 오다기리도 
밖으로 나왔다. 반쯤 부서진 빌딩의 지하는 천장이 반쯤 함몰되고 철근 다발이 꺾여서 
오다기리는 그 건너편으로 오랜만에 밝은 하늘을 보았다. 콘크리트 파편에 차단되고 
주변의 빌딩에 둘러싸여 스모그 같은 것으로 흐려져 있었지만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기와와 자갈 더미 속을 병사들은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달리기 시작했다. 항상 
중사가 선두에 가서 안전을 확인하고 다음 두 사람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순서대로 전진해 가 최후에 와카마쓰와 오다기리와 미즈노 소위가 따랐다. 기와와 
자갈 더미를 뛰어올라 1층으로 나왔다. 뻥 뚫린 벽에는 몇 개인가 포탄의 흔적이 
있었다. 프런트 카운터인 것 같은 가늘고 긴 대가 있었고 담쟁이가 늘어져 있는 
각충에는 작게 구분된 방이 있었다. 아마 원래는 호텔이었던 것이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지만 유리나 타일의 파편 이외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1층의 플로어를 가로 질러 회전문의 지주만이 남아 있는 입구로 향했을 때, 콘크리트 
그늘에 주저앉아 있는 한 사람의 사내를 발견했다. 사내는 나이도 국적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말라 있었고 분명히 미쳐 있었다. 누구에겐가 얻어맞은 직후인 듯 
앞니가 전부 부러져 아직 피가 입에서 떨어지고 있었지만, 병사를 보아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손에 든 커터 나이프 같은 걸로 자신의 머리를 잘라 짧은 털이 손에서 
흘러 떨어지는 것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주뿐인 회전문을 지나니 원래는 
호텔의 입구였으리라고 생각되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옆으로 넘어져 전체가 검게 탄 
대형 버스가 있었고, 그 곁에 몇 명의 소년들이 모닥불을 둘러싸고 있었다. 모두 
거칠거칠한 옷감의 오버코트와 누덕누덕한 청바지와 스니커, 15-16세의 흑인과 백인, 
그 부랑자의 이를 부러뜨린 녀석들일 것이다. 몸이 제일 커다란 리더 같은 흑인이 
작고 하얀 것을 집어 높에 쳐들고 웃고 있었다. 병사들을 발견하고는 팝 스타를 
발견한 여학생과 같은 환성을 지르고 가까이 오려고 했다. 병사들이 총을 겨누고 
제지하자 실제로 총에 맞은 것처럼 흡칫하여 반사적으로 멈추더니, 곧 양 손을 높게 
들었다. 쏘지 마, 쏘지 마, 하고 형편없는 발음의 영어로 외치고 있었다. 자주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일 거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경고를 무시하면 총을 맞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알고 있는 자의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뭘 하고 있어, 하고 
중사가 영어로 물었다. 리더인 흑인이 양 손을 든 채로 영어는 몰라, 하고 고개를 
저었다. 한 사람의 병사가 스페인어로 같은 걸 묻고 그 대답을 통역했다. 불을 피우고 
시시한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가 출입 금지 지역인 줄은 알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준국민 본부의 놈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하고 미즈노 소위가 
내뱉늣이 말을 했다. 보초를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인가, 좋아, 저놈들에게 총살이라고 
전해. 병사가 스페인어로 전달하니 소년들은 눈을 크게 뜨고 양손을 든 채로 무언가 
입을 모아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노, 노, 노, 하고 중얼거리며 울기 시작하는 자도 
있었다. 오다기리는 다른 모두보다 한층 몸이 작은 회색 머리의 백인 소년을 
주시했다. 그 소년만은 소리도 내지 않고 울지도 않고 엷은 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볼이 홀쭉하게 여위었고 눈만이 이상하게 크다. 눈동자도 어두운 회갈색이었다. 불량 
소년에겐 어느 그룹이라도 마찬가지로 단순한 힘의 관계가 작용하고 있어서 
그룹내에서의 자신의 처지에 대응하는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취하게 되는 것이다. 
오다기리는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은 다른 녀석들에게 언제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래서 압도적인 강자가 나타나 동료들을 패닉에 빠져 울부짖는 것을 보고 즐기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저 회색 머리의 꼬마는 기지가 있다. 저런 태도의 녀석은 
1, 2년 괴롭힘을 당해도 복종하지 않고 몸이 커지고 나서 복수할 수 있다는 기대를 쭉 
갖고 있고, 그럴 마음만 있다면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도 영리하고 잔인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 녀석만이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문제가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패닉에 빠져서는 살아날 가망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즈노 소위는 병사에게 명령했다. 소년들의 양 손을 머리 뒤에서 깍지 끼게 하고 
회전문을 향해 총으로 몰아세워, 부서져 떨어진 벽 앞에 등지고 서게 했다. 두사람의 
백인 소년은 그것만으로도 오줌을 지렸다. 병사가 세 사람,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소총을 겨누고 있어따. 언제 쏘는 걸가, 하는 공포가 흠칫흠칫하게 소년들의 등을 
경련시키고 있었다. 그 회색 머리 소년이 무언가 말했다. 지독한 발음으로 단어를 
꿰어 맞춘 것뿐이지만 영어였다. 호텔, 부랑자, 많이, 미친 사내, 많이, 부랑자, 
도망쳤다, 많이, 부랑자, 도망쳤다. 이상하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한 사람의 
소년이 혈색을 잃고 쓰러졌다. 이윽고 미즈노 소위는 어쩐 일인가, 하고 중얼거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끄집어 내어 리더인 듯한 흑인 소년에게 건네 주고 절대로 여기에 
들어오지 마, 하고 통역시키고는 풀어 주었다. 소년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받고 눈물을 닦으면서 감사의 말 같은 것을 되풀이하며 쓰러져 있는 동료를 
안아 일으키더니 황급히 멀어져 갔다. 미즈노 소위가 처음부터 위협할 뿐인 
작전이었던 건지, 저 회색 머리 소년이 말한 것이 총살의 의미를 배앗았던 건지, 
그것은 오다기로선 알 수 없었다. 떠나가는 회색 머리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동류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소년은 오다기리에게 가볍게 미소지었다.
  소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 C-83 통로를 봉쇄하도록 전달해, 하고 
미즈노 소위가 중사에게 명령했다. 중사의 가슴의 주머니에서 통신기를 꺼내어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다른 두 사람의 병사는 모닥불에 토사를 끼얹고 군화로 짓밟고 
있었다. 콘서트에 출연할 때는 언제나 이런 식인 것인가, 하고 오다기리는 
와카마쓰에게 물었다.
  "올드 도쿄만이야. 런던 쪽이 여기보다 일만 배 안전해."
  오텔 입구에서 양쪽으로 빌딩이 있는 좁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벽이 몸을 착 
붙이듯이 하고 어두컴컴한 그림자의 부분을 나아갔다. 좌우의 빌딩 유리창은 전부 
깨졌으며 건물 전체에서 곰팡이와 부서진 시멘트의 건조한 냄새가 떠돌았고, 사람의 
기척이 전혀 없었다. 휴지나 쓰레기나 담배꽁초나 개똥이나 나뭇조각조차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바닥에 있는 것은 유리의 파편과 콘크리트 조각과 자갈 더미에서 피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철근 다발뿐이었다. 막다른 곳에, 깨어진 깔쭉깔쭉한 유리창이 
석양을 반사시키고 있는 거대한 빌딩이 보였다. 그 빌딩의 2층에 일장기를 단 봉이 
내밀어져 있었다. 준국민 본부인가, 하고 와카마쓰가 중얼거렸다. 미즈노 소위는 
고개를 저으며 바보들이,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바보들이, 일장기를 보아란듯이 해 
놓는다고 뭐가 돼, 웨스트 봄베이는 몇 번이고 왔지만 이곳의 준국민 녀석들은 
최저야.
  "조직으로서는 가장 크지 않을까."
  와카마쓰가 말하자 미즈노 소위가 끄덕였다.
  "게다가 가장 오래 되었어. 그런 조직이 쓸모없게 돼. 위협해도 칭찬해도 소용없고, 
뭘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아. 무엇보다도 저 일장기는 치수가 엉터리야."
  미즈노 소위 가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웃었다. 두 
사람이 대등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다기리로선 의외였다. 와카마쓰는 젊게 보이지만 
아마도 30대 후반으로, 언더그라운드가 세계에 자랑하는 음악가이다. 미즈노 소위는 
12세 이상 연하일 것이다. 그러나 경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걸으면서 그것을 슬쩍 
와카마쓰에게 물으니 당연한 말을 묻는군, 하는 느낌으로 대답했다. 경어에는 책임의 
소재를 애매하게 하는 데가 있고, 전달의 속도도 떨어져.

  일장기 밑에는 몇백 명의 사람들이 와카마쓰와 병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장기의 
작은 깃발을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 대부분은 혼혈아였지만 그 중에는 휠체어를 탄 
일본인 얼굴의 노인이 몇 사람인가 있었다. 주름에 가려질 것 같은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와카마쓰와 병사들은 그 노인들의 앞에 가서 말을 건네고 손을 
잡았다. 전투복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소총이나 기관 단총을 어깨에 메고 가슴의 
주머니 근처에 수류탄을 달고 있는 젊은 혼혈아도 많이 있었다. 흰 천에 먹으로 쓰인 
것이지만 글자체가 이상했다. 외국인이 필사적으로 쓴 것 같은 한자였다. 오다기리도 
너나 할것없이 악수를 요청받았다. 휠체어의 노인들은 눈물을 흘리고 힘껏 끄덕이며 
손을 잠아 왔다. 가 본 적은 없지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브라질인가의 일본계 
이민 사회라는 게 이런 느낌인지도 모르겠는걸. 사람들은 만세를 되풀이했다. 그런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슬럼의 주민들이 있었다. 멍한 눈의 사내들, 젖먹이를 안고 
지쳐 빠진 여자들, 맨발의 아이들, 죽은 듯이 꿈쩍도 않는 여인들. 준국민 본부 빌딩 
도로를 끼고 건너편에는 함석이나 나뭇조각으로 만들어진 작은 집이 밀집해 있었다. 
오다기리는 그 회색 머리의 소년을 찾아보았지만 모두 같은 얼굴로 보여서 단념했다.
  "경비는 충분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준국민 등록자 모두를 동원해서 경계를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말씀드린다고 한다면 일부의 연락 통보밖에 받지 
못한데다가 아무래도 콘서트장 주위의 경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넓은 웨스트 봄베이 
전역을 출입 금지로 하고 완전하게 경비를 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일본계인 듯한 얼굴의 노인이 미즈노 소위를 향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변명하고 
있었다. 빌딩 2층의 홀 같은 장소는 창에서 석양이 들고 있는데다 깨진 유리를 두꺼운 
비늘로 막고 안에는 많은 석유 스토브를 켜 놓았기 때문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더웠다. 홀에는 관계자인 것을 나타내는 카드를 목에 건, 뭔지 알 수 없는 인간이 
많이 있어서 차나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여기저기 모여서 함께 떠들고 있었다. 미즈노 
소위의 사문을 받고 있는 준국민 본부의 경비 책임자는 큰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 말씀드린다면 유엔군은 콘서트의 중지를 요청하고 있지만 만일 콘서트가 
예정대로 강행된다면, 단지 해외에서의 VIP 손님이 많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경비를 
한다고 하는 통보를 조금 전에 받았습니다. 노던 크로서, 서던 크로스, 베벌리힐스 
포켓의 각 본부로부터 중대 규모의 보병 전투차와 장갑 트럭, 방수차 같은 것이 
집결을 끝내고 대기 중이라는 보고도 받았습니다. 다른 지구에서도 도보나 자동차로 
구민들이 몇만이라는 단위로 이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우선 이스트 봄베이로부터의 
무허가 보트는 접안시키지 않도록 수배를 하기도 하고, 고수 부지의 원래 골프 코스 
근처에 최근 갑작스레 늘어난 들개를 잡자고 하는 슬럼 정화 위원회의 통고도 
내놓아서 모든 준국민을 총둥원하고 있는 것입니다만, 모두가 와카마쓰 선생님의 
연주를 들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서..."
  홀은 원래 있던 칸막이가 전부 치워져 있었고 삼면이 유리와 비닐을 바른 창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여기저기 찢어져 들떠 있는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다. 써서 낡아 
빠진 소파 세트나 파이프 의자, 거기에 접는 식의 나무의자까지 준비되어 있었지만, 
인간의 수 쪽이 많아서 앉을 수 없는 사람들은 소파를 둘러싸듯이 몰려 있고 석유 
스토브 위의 주잔자와 냄비가 내는 증기와 담배 연기가 전체의 공기를 뿌옇게 탁하게 
하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미즈노 소위나 다른 병사들과 함께 방의 구석에 있었다. 
파이프 의자에 앉은 경비 책임자는 미즈노 소위 이하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꼴이 되어 
있었다. 와카마쓰는 모자 달린 파카와 와이셔츠를 벗고 티셔츠 바람이 되어 거의 
중앙의 소파 세트에서 밴드의 멤버인 듯한 흑인들과 함께 어울려 악보를 나누어 주고 
무언가 큰 소리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와카마쓰의 바로 뒤에는 아까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소개된 파울로라는 이름의 매니저가 서서 와카마쓰에게 무언가 말을 
걸려고 몰려온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지금은 연주의 상의를 하고 있으니 
인사는 뒤에 해 주세요, 하고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웃음을 띠며 와카마쓰를 지키고 
있었다. 파울로라는 사내는 30세 전후인 금발의 동유럽 사람으로서 올드 도쿄에서의 
와카마쓰 대리인이라는 것이었다. 소매나 기장의 치수가 맞지 않은 형편없는 소재의 
흐늘흐늘한 양복을 입고 있었고, 줄이 간 검은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 와카마쓰를 
둘러싼 사람 울타리의 곁에는 저널리스트라고 생각되는 한 무리와 비디오카메라를 
둘러멘 TV 취재팀이 세 팀 정도 있었다. 그 건너편 벽 쪽에는 커다란 종이에 그려진 
무대의 도면을 보면서 의논을 계속하는, 조명이나 음향의 스텝인 듯한 무리가 있었다. 
가슴엔 훈장을 매단 노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둥글개 모여 있고, 무기를 철렁철렁 
스치게 하면서 담배를 꼬나 문 혼혈아들이 돌아다니고, 가슴을 깊게 파고 붉고 검은 
금실을 넣은 드레스나 깃과 소매에 모피를 단 희고 검은 원피스를 입고 화려한 화장을 
한 정체불명의 여자들이 나도, 하는 얼굴로 맥주로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누가 
데려왔는지 알 수 없는 지저분한 모습의 아이들이 콜라를 마시려 하다가는 준국민 
혼혈아에게 쫓겨나고 있었다. 콜라나 맥주를 왜건(역자주:음식을 나르는 손수레)에 
싣고 모두에게 권하며 돌아다니는 간호사 같은 모습을 한 젊은 혼혈 여자들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어린애나 갓난아이의 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이렇게 홀에 관계자 
전원을 모이게 할 게 아니라 와카마쓰와 밴드 멤버만이라도 다른 방을 대기실로 
준비하면 좋을 텐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지만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를 정리해 
보니 이 지구에서는 이정도의 대규모 콘서트가 행해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노하우가 없어서 모두가 당황하고 있는 것이었다. 미즈노 소위의 사문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경우에 따라선 경비 책임자의 지위에서 해임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노인은, 파이프 의자에서 엉거주춤한 채 눈을 크게 뜨고 입술 언저리에서 개거품을 
물고는 더욱 큰 소리를 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와카마쓰 
선생이 영국이나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나서 실로 처음으로 올드 도쿄에서 하시게 
되는 것으로, 그것이 이 웨스트 봄베이라고 장소가 정해지고 나서 연 수백 시간의 
미팅을 거듭하여 경비 방법 등을 협의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준국민만의 것이라면 
하다못해 주최가 저희들만으로 행해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훨씬 더 쉬웠으리라 
생각되지만, 슬럼 정화 위원회, 유엔군 출입 기자나 그 밖의 각국 보도 기관, 
아시아,아프리카 위원회, 웨스트 봄베이 인권 위원회, 행정 보건 조합, 이 지구에 
있는 거의 모든 단체가 공동 주최로 참가해 와서, 저희들에게 그들을 컨트롤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시 설명드리자면."
  이젠 됐어, 미즈노 소위는 노인을 의자에 앉히고 사문을 끝내려고 했다. 알았다. 
여기서 지금 네 녀석의 변명을 들어 봐야 별수 없지. 이제 그만둬, 그리고 
말씀드린다든가 설명드린다든가는 도대체 누가 사용하기 시작한 거야. 그런 묘한 
일본어는 금지해, 네놈은 누구로부터 허가를 받는다든지 누군가로부터 의뢰받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자신의 의지와 책임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겠지? 말합니다, 
설명합니다로 충분하지 않은가, 미즈노 소위는 불쾌한 듯이 노인을 향해서 말했다. 
노인은 얼굴 전체와 목덜밀에 흠뻑 땀을 흘렸고, 머리털이 나기 시작한 부분부터 
머리의 염색약이 검은 즙이 되어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준국민 본부의 간부에서 
파면되면 여러 가지 이득이 없어지는 것이겠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시 무언가 말을 
꺼낼 듯했지만 조용히 해, 하는 일갈을 당하고는 울기 시작할 것 같은 얼굴로 어깨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왜 이렇게 더운가, 게다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다. 미즈노 
소위가 중사들에게 그렇게 투덜대고 있을 때, 흐늘흐늘한 양복을 입은 파울로가 
부자연스럽게 웃는 얼굴로 나타나 아직 시간은 많이 있으니 와카마쓰를 삼십 분 정도 
빌려도 좋을까요? 하고 놀라울 정도로 유창한 일본어로 물었다. 뭐라고? 미즈노 
소위가 화를 누르는 목소리로 돌아보았다.
  "아니, 여기선 혼잡해서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실은 이스트 봄베이 쪽에서 
기업가 연맹의 총수분들이 지금 오셨습니다. 차로 겨우 오 분 거리라서 그들의 
클럽하우스에 꼭 모셔가서 쉬시게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일부러 
와카마쓰에게 선물도 가져와 주셨습니다."
  파울로 등뒤에 열두세 명의 사내들이 서 있었다. 모두 왼손에 코트를 들고 양복을 
입고 있었다. 키가 컸다. 소위님, 이스트 봄베이의 제빵 공장, 제과 공장, 제약 
공장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엄청난 기부를 하셨습니다. 검은 
즙이 이마에서 관자놀이로 흐르기 시작한 노인이 파이프 의자에서 일어나 양복의 
사내들을 소개했다. 감색이나 갈색이나 검은색의 캐시미어 양복과 코트를 입고 
이탈리아제 구두를 신고 있는 사내들은, 미즈노 소위에게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미즈노 소위는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당황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무리야,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중동이나 중남미인가, 어느 쪽으로도 볼 수 있는 얼굴 
생김새이지만 직종은 분명했다. 불량배의 특징인 만국 공통인 것과 마찬가지로 
동업자는 금방 아는 것이다. 양복 차림의 사내들은 오다기리가 예전에 실컷 어울렸던 
무리들과 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야쿠자였다.
  "소위, 이것 좀 봐 줘."
  와카마쓰가 사람들을 헤치고 미즈노 소위와 파울로 사이에 서서 가늘고 긴 검은색 
하드 케이스를 들고 있었다. 홀의 인간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알고 싶어하며 
모여들었다. TV 취재팀은 와카마쓰를 둘러싼 사람들을 밀어 내어 조명을 달고 비디오 
카메라를 돌려서 긴 막대 끝에 붙은 마이크를 내밀고 있었다. 와카마쓰가 케이스를 
여니 주위로부터 환성이 일어났다.
  "휀다의 94년 모델인 전기 피아노다. 그들은 일부러 오늘을 위해 주문해서 가져와 
준 거야."
  사람들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와카마쓰는 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지만 
무리도 아니었다. 언더그라운데에는 피아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와카마쓰는 어릴 때 일 주일에 한 번밖에 진짜 피아노를 칠 수가 없었고, 종이에 
그려진 건반으로 손가락을 놀리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 상황은 계속되고 
있어서 재능이 넘치는 와카마쓰의 제자들도 소리가 나는 피아노에 정말 굶주려 있는 
것이었따. 경비 책임자인 노인과 파울로가 박수를 치기 시작해 그것은 홀 전체로 퍼져 
갔다. 와카마쓰 자신도 박수에 가담하고 양복 차림의 사내들 쪽을 향해 한 사람 한 
사람과 감사를 담은 아굿를 시작했다. 텔레비전의 조명과 카메라가 그것을 좇고 
있었다. 스틸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뜨리는 자도 있었다.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은 
병사들과 오다기리뿐이었다. 미즈노 소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와카마쓰는 
언더그라운드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이런 형태로박에 콘서트를 열지 못하므로, 위대한 
재능을 부자유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은 언더그라운드의 가장 약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이스트 봄베이에 있는 저 사람들의 클럽하우스를 아십니까? 나는 딱 한 번 
초대됐던 적이 있습니다. 믿을 수 없어요. 강아리고는 해도 특별한 보트가 있어요. 
자동차째로 건널 수 있는 마치 빌딩 같은 보트로 안에는 텔레비전과 오디오와 바가 
있어서 밤중에 강을 달리면 양쪽의 야경이 보입니다. 그 보트가 있기 때문에 다리가 
막혀 있어도 관계없어요. 클럽하우스는 문에서 현관까지 오십 미터나 되고 앞뜰에는 
클래식 연주회를 할 수 있도록 무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미즈노 소위는 곤란해하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그 형편없이 좁았던 마쓰자와 소위의 
주택을 생각해 냈다. 언더그라운드가 결코 갖지 못한 것이 언더그라운드의 영웅을 
초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와카마쓰와 악수를 나누면서 양복 차림의 사내들은 
텔레비전을 향해 손을 올리기도 하고, 서로 무언가 중얼거리고도 하며 히쭉히쭉 웃고 
있었다. 복장도 헤어 스타일도 훌륭한 것이었지만 모두 이빨이 더러웠다. 드문드문 
빠진 것도 있었고 표면도 황색이나 갈색으로 더러워져 있었으며 잇몸 색도 극단적으로 
나빴다. 게다가 눈이 언제나 젖어 있고 흰자위는 충혈이 눈에 띄었다. 마약을 
사용하고 있는 증거다. '향현'이라고하는 것이 아니겠지. '향현'은 동공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코카인, 암페타민, 헤로인, 그런 오서독스한 것이다. 자, 와카마쓰, 
바깥에 있는 벤트레를 타고 클럽하우스에 가자, 하고 파울로가 외쳐서 다시 커다란 
박수가 홀 전체에 메아리쳤다. 와카마쓰가 괜찮을까? 하는 듯이 미즈노 소위를 
보았다. 미즈노 소위도 판단할 수 없다는 듯, 도움을 청하는 것 같은 눈초리로 
오다기리를 보았다. 오다기리는 고개를 저었다. 와카마쓰를 가게해서는 안 돼, 놈들이 
무얼 할지 알 수 없어, 오다기리는 눈으로 그렇게 전달했다.
  "와카마쓰가 이 장소를 벗어나는 것을 허가할 수 없어."
  미즈노 소위가 그렇게 말하자 주위로부터 일제히 비난의 야유가 일어났다. 가슴에 
CNN이라는 배지를 단 TV 취재팀이 미즈노 소위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소위, 
왜 그래? 아직 콘서트까지는 시간이 있어, 와카마쓰가 쭈그리고 앉아 전기 파이노를 
손가락으로 만지며 물었다. 미즈노 소위는 다시 오다기리를 보았다. 오다기리는 
와카마쓰에게 말했다. 저놈들은 갱에다 마약 중독자야, 관계해선 안 돼, 준 것이니까 
피아노는 받아 두면 돼, 하지만 사귀어선 안 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모처럼 호의를 갖고 초대해 준 건데. 무슨 증거라도 있어?"
  파울로가 안색을 바꾸며 오다기리에게 들이댔다. 와카마쓰는 가만히 오다기리를 
보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두세 번 끄덕여 보였다. 저놈들은 음악과는 관계가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야. 와카마쓰를 인질로 해서 '향현'의 제조법을 알아 낼 
작정인지도 몰라. 뭐든 좋으니까 와카마쓰의 음악에 대한 감상을 물어 봐.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저놈들은 같은 인간은 어디든지 있어. 근본부터 썩어 있는 거야. 저 
눈과 이빨을 봐. 오다기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양복 차림의 사내들을 손가락질하며 
커다란 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파울로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책임자인 노인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오다기리를 주시했다. 주위는 고요하게 되고 양복 차림의 사내들 중에 
일본어를 아는 자가 작은 소리로 그들의 말로 통역하여 몇 사람인가는 눈썹을 
찡그렸고 뺨이 붉게 물들어 왔다. 더욱 화를 내,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화를 내게 하면 이 녀석들은 본성을 드러낸다. 저 눈과 이빨을 봐,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지만 마약을 십 년이나 계속 사용하면 저렇게 돼,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리로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 여자든 아이든 죽일 거야, 자신의 모친이라도 
죽이겠지. 저 녀석들의 모친도 같을지 몰라. 모친도 다시 그 모친도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언제나 마약을 사용해서 머리가 이상해져 있어. 오다기리가 모친의 말을 
꺼내자 사내들의 몇 사람인가가 눈빛을 바꿨고, 모다를 쓴 사내가 제자하려고 하는 
것을 뿌리치고 한 사람의 젊은 녀석이 튀어나와 권총을 뽑았다. 비명이 일어나고 
주위의 무리들은 바닥에 엎드렸다. 권총은 오다기리의 얼굴을 노리고 있었지만, 병사 
한 사람이 바람처럼 움직여 순식간에 손목을 비틀어 올렸다. 사내들은 몇 사람인가가 
더 권총을 겨누었지만 모자를 쓴 리더인 듯한 사내가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느 큰 
소리를 지르고 부하들을 제지했다. 병사들이 모두 소총을 겨눴고, 미즈노 소위의 
단총은 모자를 쓴 사내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휠체어의 노인과 무기를 
가진 혼혈아와 한 사람의 카메라맨 이외에는 모두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분명히 
오다기리는 평소라면 허용되지 않을 말을 했다. 그러나 빵이나 사탕을 만들고 있을 
뿐인 기업가였다면 아무리 화가 나도 권총을 휘두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자를 쓴 
사내는 파울로를 가리키며 무언가 말하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는 쫓아 내듯이 부하들을 홀에서 나가게 하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자신도 천천히 나갔다. 망연히 서 있는 파울로의 뺨을 와카마쓰가 
손바닥으로 때렸다. 너는 저놈들한테서 얼마 받았어? 그런 말을 듣고 파울로는 외치기 
시작했다. 주먹을 움켜쥐고 관자놀이를 떨며 침을 튀기면서 외쳤다. 와카마쓰를 향해 
말하려는 심산이었겠지만, 눈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잽놈, 너는 야만인이야, 
나에게 돈을 주지 않아, 십달러도 준 적이 없어, 너는 노란 원숭이야, 전세계의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가, 네가 유럽 음악을 알 리도 없어. 너의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은 제3세계의 굶주린 꼬마들과 하층 계급의 쓰레기뿐이야. 잽이 
유럽 것을 안다니, 말이 되는가... 와카마쓰는 계속 외치고 있는 파울로를 무시하고 
전기 피아노를 안고 소파를 돌아와 멤버와의 상의를 재개했다. 파울로에게 주의하고 
있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홀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의 떠들썩함이 돌아왔다. 
누구나 큰 목소리로 일제히 이야기하고 혼혈아들은 꼬나 문 담배로 무언가를 쏴 
죽이는 흉내를 내며 떠들었다. 화려한 화장을 한 여자들은 맥주로 병나불을 불며 
교성을 질렀고, 간호사 같은 흰 제복의 젊은 여자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와카마쓰를 
멀리서 주시했으며, 경비책임자인 노인은 계속 흘러내리는 검은 땀을 닦았다. 그런 
모습을 비디오카메라가 모니터에 비춰 내었고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리고 누군가가 
석유 스토브 위의 주전자를 둘러엎고는 비명을 질렀다. 외치는 것을 멈춘 파울로는 
어깨를 떨어뜨리고 와카마쓰고 옥상에 가 보자고 권유했다. 아마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거다. 이런 장소는 질색이야.

  옥상은 난간도 없고 여기저기 콘크리트가 함몰되어 있었지만 웨스트 봄베이 전체를 
바라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병사를 홀에 남겨놓고 중사를 포함한 미즈노 소위 이하 
일곱 명이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멀리서 흐르는 강 쪽에서 
불어왔는데, 더운 홀에서 답답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웨스트 봄베이는 버려진 스포츠 시설에 생긴 슬럼이었다. 유엔군 병사나 직원을 
위해 미국의 석유 회사가 주요 스폰서가 되어 건설되고 있었지만, 오일 쇼크가 일어나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고 다른 스폰서를 찾기 전에, 주로 아시아로부터의 기술 
이민으로 실업 중인 사람들이 가건물을 세우고 눌러살게 되어 버렸다. 테니스장이나 
골프장, 수영장 같은 것은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군과 경찰이 경호하는 중에 그 
시설들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치안은 급격하게 악화되어 이윽고 몇 번이나 
폭동이 일어나 유엔은 전면적인 폐쇄를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테니스장과 골프장, 
공원이나 주차장에는 판잣집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골프장의 건너편은 강이었는데 
다리가 하나만 걸려 있었고 뱃머리와 상갑판과 선교의 일부를 남기고 커다란 배가 몇 
척인가 가라앉아 있었다. 아라 강이나 스미다 강일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먼 
곳은 스모그로 흐려져 있어서 자세한 지형은 알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매립 같은 건 
행해지지 않았을 것이기에 오다기리가 알고 있는 도쿄와는 풍경이 전혀 다를 
것이었다. 강의 건너편이 이스트 봄베이라고 불리는 지구로, 공장이나 주택이나 
가건물이 밀집해 있었고 높은 빌딩은 없었다.
  좀 전의 중사가 곁에 와서 담배를 권해 주었다. 피우지 않아, 하면서 오다기리는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지만, 중사는 다케히라라고 해, 하고 이름을 대고 순서대로 다른 
다섯 사람의 병사를 불러 소개해 주었다. 경기관총을 가진 니가타, 저격용 소총을 
가진 저격병인 구리하라, 단발의 유탄 발사기를 총신 밑에 장착한 M16을 갖고 쥐떼에 
섬광탄을 쏘았던 야마나카, 스페인어를 말하는 고바야시, 오다기리를 겨눈 권총을 
손목을 비틀어 떨어뜨리게 한 미야시타, 중사는 20대 후반, 다른 다섯 사람의 병사는 
모두 아직 스무 살 안팎이었다. 소위를 포함해서 이 일곱 사람으로 미나미후지의 
정찰을 하게 되어 있다, 하고 다케히라 중사가 말했다. 아홉 명이면 움직임이 좋지 
않게 돼. 남은 두 사람은 새로 도착하는 분대와 합세하여 와카마쓰의 호위를 
담당한다. 다케히라 중사는 콘서트회장이 되어있는 육상 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가늘고 긴 탑 같은 빌딩을 가리키며 이 지구가 봄베이라고 불리게 된 유래를 이야기해 
주었다.
  "저 탑 같은 빌딩은 각 시설에서 행해지고 있는 경기의 진행이나 결과를 종합하는 
컨토롤 타워였어. 미국은 여기서 올림픽이라도 하려고 했는지도 몰라. 지금 와선 
웃음거리뿐이긴 하지만. 아시아계의 난민이 모이기 시작해서 경비하는 자들과의 작은 
충돌이 시작되었어. 유엔군 녀석들은 테니스장에 돌을 던졌다는 것만으로 아시아인을 
태연히 죽였대. 우리들과 계속 싸우느라 히스테리가 되었으니까 말야, 그 
녀석들은..."
  중사가 그렇게 말하자 병사들이 웃었다. 중사는 맛있는 듯 담배를 피우며 계속했다. 
  "그 동안 아시아계 이외의, 훨씬 공격적이고 무기를 숨겨 갖고 있는 놈들이 이주해 
와서, 주로 중남미와 러시아지만, 유엔군과의 사이에서 보복전이 시작된 거야. 
로스케는 하는 짓이 집요하기 때문에 높은 놈을 죽여서 사체를 저 컨트롤 타워의 
옥상으로 날렸던거야. 일부러 귀를 자른다든지, 얼굴의 가죽을 벗긴다든지 말야, 
까마귀가 그 사체에 몰려들었고, 그것이 봄베이의 유명한 장소 같다고 해서, 무슨 
장소였더라."
  팔시입니다, 하고 고바야시가 가르쳐 주었다. 팔시의 장사터, 대머리 독수리에게 
사체를 먹이는 조장으로 유명합니다.
  "그래, 그것 같다고 해서 인도 사람이나 파키스탄 사람이 봄베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거야."
  콘서트회장인 육상 경기장은 400미터 트랙과 메인 스탠드의 절반이 완성된 데서 
공사가 정지된 것 같았다. 원반던지기나 포환던지기, 장대높이뛰기나 높이뛰기 같은 
필드 경기용 공간은 흙이 파헤쳐져 있을 뿐으로,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니 장방형이나 
원호나 삼각형이 땅에 그린 그림처럼 거칠어진 땅에 늘어서 있어서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밀집한 가건물과 반쯤 부서진 빌딩과 기와와 자갈더미 속에서 갑자기 기하의 
도형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절반이 되어 버린 메인 스탠드도 바깥벽은 
너덜너덜하게 무너져 있었다. 하지만 콘서트를 위해 자갈 더미는 깨끗하게 치워졌고 
VIP석이 들어설 거야, 하고 곁에 온 소위가 가르쳐 주었다. 그 메인 스탠드를 마주 
바라보는 형태로 필드 중앙에 무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악기는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대량의 타악기, 신시사이저와 전기피아노, 아직 관객이 들어와 있지 않은 회장을 
걸어다니고 있는 것은 경비를 담당한 준국민인 혼혈아들일 것이다. 육상 경기장의 
옆에는 실내 수영장이 있고 반대편에는 실내 경기장이 있지만, 양쪽 모두 지붕의 
대부분이 날아가서 내부도 파괴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오랜 옛날의 유적처럼 
보였다. 실내 경기장 쪽은 모스크의 첨탑이나 어떤 종류의 고둥과 비슷한, 기묘한 
형태의 지붕이 반으로 찢어진 모양이 되어 있었다. 건축 도중에 방치되어 용접이 모두 
끝나지 않아서 그 자체의 무게로 지붕의 반족이 바깥쪽을 향해 벗겨지고 말았고, 
더욱이 포탄이 여기저기를 날려 보냈을 것이다. 지붕의 남아 있는 반쪽도 안쪽을 향해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포탄의 흔적으로 울퉁불퉁하게 된 내부에는 관객석과 농구 
코트 같은 것도 보였지만, 플라스틱제 의자는 대부분이 부서지고 마룻바닥도 철저하게 
벗겨져 있었다. 겨우 농구의 링과 보드가 이사한 꼴로 기울어져 남아 있어서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대 유적의 틈으로 뭔가 묘하게 현대적인 것이, 예를 들면 풀 
깎는 기계나 재봉틀이나 전화 같은 것이 그 일부로서 전시되어 있는 그런 느낌인지도 
모른다. 실내 수영장 쪽은 금속의 지붕이 포탄으로 찢겨서 내부에 떨어져, 녹색의 
끈적끈적한 물이 괴어 있는 수영장을 찌르고 있었다. 50미터의 경기용과 다이빙용 
수영장이 있었는데, 녹으로 덮인 지붕은 그 양쪽에 걸쳐 찌르는 형태로 커다랗게 
천천히 흔들렸다. 믿기지 않게도 다이빙용 수영장에 낚싯줄을 늘어뜨리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개구리를 낚고 있는 거야, 하고 소위가 가르쳐 주었다. 누군가가 풀어 놓은 
거겠지만, 개구리가 폭동 중에 저 강에 수영장까지 이동하는 것을 상상하면 즐겁긴 
해. 미즈노 소위 이하 중사나 병사들은 담배를 피우고는 무기를 점검하거나 뭔가 
농담을 말하며 웃거나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다기리에겐 그들이 고독하고 외로운 
듯이 보였다. 이런 장소의 질색이야, 소위는 홀을 나올 때 그렇게 말했다. 분명히 
병사들에게 그런 장소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장만이 어울린다는 게 아니라 단순한 
원칙, 예를 들면 생존이라든가 파괴라든가 살인이라든가 그런 것에 따라 행동하는 
편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언더그라운드가 전쟁 
상태에서 벗어난다면 그들은 무얼 하고 살아갈 것인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그들이 책상을 늘어놓고 일을 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고, 전원이 피아니스트가 될 
리도 없다.
  "과연 특무로군."
  생각난 듯이 미즈노 소위가 오다기리에게 말했다. 아니, 실은 나는, 하고 
오다기리는 말을 건넸지만 미즈노 소위는 오른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말하지 마, 나는 잘 모르지만 들을 필요는 없어. 실제로 특무라면 질문은 허용되지 
않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흥미가 없기 때문이야. 그것보다, 아까는 도움이 되었어."
  오다기리는 뺨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차가운 바람이나 석양의 탓이 아니라 
부끄러움 탓이었다. 조금 전엔 중사가 다른 병사를 소개해 주었다. 젊은 병사들과 
악수를 한 것만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반가움에 사로잡혔다.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무렵이었을까, 정말 짧은 시기였지만 비슷한 것 같은 분위기의 친구들이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잘 기억하고 있다. 우선 어른에 가까운 체격과 체력이 있었으며 세상의 
구조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알았고, 어른이 된 자신을 마음 속에 그릴 필요는 아직 
없었고, 여자의 나체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에스컬레이트해 가는 것이 즐거워서 모친의 일도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 꽤 오랫동안 
그 시기의 일을 잊고 있었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봐."
  미즈노 소위가 골프장과 공원 쪽을 가리켰다.
  "들개를 죽이고 있어. 개가 뭘 한다고 저러는 거야. 외국 손님이나 보도진을 개가 
물까 봐 걱정하고 있는 걸까."
  여럿이서 개를 몰아 대고 소총으로 사살하고 있는 것은 준국민인 혼혈아들뿐만은 
아니었다. 경관 같은 제복을 입은 한 무리도 섞여 있었다. 슬럼 정화 위원회라든가 
환경 보건 조합이 고용하고 있는 자경단이야, 하고 미즈노 소위가 내뱉듯이 말했다. 
한 마리의 개를 열댓 명이 쫓아다니다 가건물의 그늘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쏘았다. 
전원이 일제히 소총을 쏘기 때문에 아무리 커다란 개라도 조각조각으로 찢어져 
버렸다. 주민들은 유탄에 맞지 않도록 멀리서 멈칫멈칫 바라보고 개가 자신들 쪽으로 
도망쳐 오지 않도록 막대나 나뭇조각을 휘둘렀고 처형이 끝나면 찢어진 고기를 줍자고 
외치는 소리를 지르며 몰려들었다. 기르던 개가 살해된 것인지, 부서진 개의 머리를 
안고서 울고 있는 사람도 몇 사람 있었다. 그런 인간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들개가 위험할 리가 없어. 인간 쪽이 위험해. 회장에는 일만 명밖에 들어갈 수 
없지. 몇만 명이 모일지 알 수가 없는 거야. 저 육상 경기장은 지면보다 낮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밀려들어온다면 말릴 수가 없어."
  보고 있자니 이스트 봄베이로부터 굉장한 수의 관중이 다리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육상 경기장이나 실내 수영장이나 실내 경기장 주위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리는 이미 사람과 차와 자전거로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막혀 있어서 
건너편 강기슭으로부터 보트를 타고 오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금 전의 일인데."
  미즈노 소위는 강과 들개 사냥으로부터 오다기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사내들을 욕했었지?"
  오다기리는 끄덕였다.
  "우리들도 곧잘 해."
  오다기리는 엣? 하는 소리를 냈다.
  "지치면 그 테크닉을 사용해, 오다기리는 저 녀석들을 화나게 하기 위해서 욕을 
했지만 우리들은 자신의 어쩔 수 없는 피로를 눈가림할 때 하는 거야. 수색을 나갈 
때는 잠을 못 자는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에 '향현'을 사용할 때도 있어. 벤제드린 
같은 것과 비교하면 '향현'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효력이 있지만, 그래도 약효가 
끊어질 때는 괴롭지. 예를 들면 '향현'의 효력이 끊어질 때와, 전투때 사용하는 
아드레날린의 약효가 전투가 끝나고 빠져나갈 때와, 삼사 일 자지 못한 때가 겹친 
적도 있어. 그런 상태에서 게다가 아군이 지독하게 당해서 몇 사람이고 전사하고 
부상자도 저쪽에서 신음하고 자신도 어딘가에 부상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때, 그런 
때가 있는 거야. 얼굴을 드는 것도 손가락을 일 센티 움직일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때야."
  어느 틈엔가 중사나 병사가 미즈노 소위 주위에 모여 있었다. 나가타와 미야시타는 
끄덕이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는 사관 학교에서 선배로부터 배웠지만 아무튼 누군가를, 누구라도 좋아, 
철저하게 나쁘게 말하는 거야. 때려 죽인다든지 갈기갈기 찢어 버린다든지 하는 그런 
정도가 아냐."
  양쪽 눈과 입 안과 배 한가운데와 불알과 정강이에 녹슨 침을 박아 버릴 거야라든가 
하는 그런 것이에요. 웃으면서 구리하라가 말하니 그 밖의 모두도 끄덕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 녀석이 그렇게 되는 꼴을 상상하는 거야. 여자라든가 친구라든가 
가족인 쪽이 효과가 있는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손가락을 움직일 정도의 힘이 
어디에선가 솟아나와. 몇 번이고 했었지. 지금 이렇게 말하자니 언짢은 느낌이야. 
그래서 그런 방법뿐만 아니라 뭔가 없을까, 하고 항상 생각하는 거야. 그러나 뭘 
시도해 봐도 소용없었고, 그런 때에는 이미 그런 이외의 생각할 수 없어. 그래도 
정말로 그 밖에 뭔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 그 밖에 뭔가, 예를 들면 
와카마쓰의..."
  미즈노 소위가 거기까지 말하고는 어떤 것을 알아차리고 얼굴빛을 바꾸며 일어섰다. 
그 시선의 끝에 M3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와 장갑 트럭과 방수차가 보였다. 들개 
사냥이 일어나고 있었다. 공원 건너편에 있는 유원지터를 향해 전진해 오고 있었다.
  "유엔군이야, 간다."
  병사들은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실내 경기장의 절반이 찢긴 고둥 같은 형태의 
지붕 저편에서 태양이 지려 하고 있었다. 

    7. 폭동
  병사들과 함께 홀로 돌아오니 바로 와카마쓰가 밴드가 멤버와 함께 무대로 향할 
때였다. 미즈노 소위와 오다기리를 보고, 어디에 갔었어, 하고 말했다. 무대에 오를 
거야. 와카마쓰는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무대 의상이라 해도 병사들의 
웃옷과 같은 야전복이었다. 옷깃 언저리에 조그맣게 일장기가 달려 있었고, 
저팬(Japan)이 아니라 니폰(Nippon)이라고 수놓아져 있었다. 와카마쓰는 국민 게릴라 
병사와 같은 복장으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CNN의 배지를 단 TV취재팀이 무대로 향하는 
와카마쓰를 둘러싸고 쫓아가고 있었다. 와카마쓰는 반드시 지하 일본국의 프라이드와 
용기를 전세계에 나타낼 것이다. 적도 알 수 ㅇ있는 방법으로, 전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과 언어와 표현으로.
  준국민 본부의 총책임자가 몇 사람의 부하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몸집이 큰 사내로 
갈색 제복의 앞단추가 뜯어질 것 같았다. 혈색을 잃고 있었다.
  "소위, 유엔군이 왔어. 믿을 수 없는 숫자야. 저건 경비의 범위를 넘는 게 아닐까. 
이제 곧 경기장에 도착하겠지만 보고에 의하면 M3가 십수량, 장갑 트럭이 이십여 대, 
독일제 장륜 장갑차(역자주:타이어가 달린 장갑차)도 열 대, 이건 기갑 부대야. 
준국민 부대도 안색이 변해 있지만 더욱 위험한 것은 정화 위원회의 자경단인데, 그 
무리들 중에는  M3를 본 것만으로 신경이 곤두서서 수류탄을 던지려고 하는 자가 있기 
때문에."
  자경단의 무장해제는? 하고 미즈노 소위가 물었다.
  "그런 일은 할 수 없어."
  땀을 흠뻑 흘린 총책임자가 대답했다.
  "우리들만으로 콘서트를 하고 있는 건 아냐. 게다가 현실의 문제로서 녀석들을 
무장해제해 버리면 이스트 봄베이에서 밀려들어오는 군중에게 대항할 수 없을 거야. 
알고 있겠지만 이스트 봄베이의 녀석들 쪽이 성질이 나빠. 거의 무기를 갖고 있고, 
알고 있나, 이스트 봄베이에는 비공식 병기의 비밀 공장이 백 개도 넘어. 저 녀석들 
중에는 어쨌든 폭동을 일으키고 싶어서 나온 놈이 있어. 폭동이 취미이고 사는 
보람이라는 녀석들이 잔득 있어. 무장하지 않고, 그런 놈들을 상대할 수는 없을 
거야."
  총책임자는 땀을 닦고 뻔질나게 담배를 피우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육상 경기장을 향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이제 곧 장내에 관객이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홀의 입구에서 준국민인 혼혈아가 
얼굴을 내밀고 소리쳤다.
  "와 주세요, 유엔군이 도착했습니다. 경기장을 포위하고 있어요."
  총책임자가 창 밖을 보았다. 비닐이 쳐져 있는 창의 건너편, 육상 경기장 옆에 M3와 
장갑 트럭, 거기다 앞면에 불도저와 같은 클리닝 블레이드를 붙인 색다른 형태의 
장갑차가 같은 간격으로 1열 종대를 만들었고, 트럭으로부터는 병사들이 계속해서 
뛰어내려 정렬을 시작하고 있었다. UR416이다, 하고 다케히라 중사가 색다른 형태의 
장갑차를 보고 중얼거렸다.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군.
  "유엔군의 경비 지휘관이 총책임자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을 전해 왔습니다. 빨리 
와 주세요."
  혼혈아가 긴장된 표정으로 그렇게 외쳐서 총책임자는 가자, 하고 미즈노 소위에게 
말하고 홀을 나갔다. 미즈노 소위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무기를 다케히라 중사에게 
맡겼다. 교섭하러 가니 창으로부터 엄호해, 신호를 하면 내 무기를 가지고 합류해, 
그런 명령을 중사에게 남기고 따라와, 하고 오다기리에게 신호를 했다. 

  오다기리는 육상 경기장 안에 만들어져 있는 무대의 위에 있었다. 무대는 철골로 
조립되었고, 두꺼운 나무판을 붙인 위에 검은 천이 깔려 있었다. 장식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버려진 스포츠 시설이라고 하는 장소가 단순한 조명으로 
극적인 효과를 낳고 있었다. 스트로보나 스폿처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 같은 
건 없었다. 10킬로와트의 조명등이 다섯 개, 무대 뒤쪽 세 군데와 앞쪽 두 군데에 
있을 뿐이었다. 청충이 들어오기 전에 어두컴컴한 가운데 조명 테스트가 있었다. 
조명등의 빛은 모든 방향으로 새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떠오르게 했다. 반쯤 부서진 
빌딩과 컨트롤 타워, 그 깔쭉깔쭉하게 부서진 유리가 불규칙하게 빛을 반사하여 
인접한 실내 경기장의 기울어진 금속 지붕이 마치 거대한 새의 날개처럼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실내 수영장의 녹색의 탁한 수면에 닿은 빛은 묘한 색으로 변하여 
흔들렸고, 경기장을 둘러싼 장갑차 무리와 총을 겨눈 유엔군 병사들은 전체의 긴장을 
높였다. 그 더욱 바깥쪽에 가득 밀집해 서 있는 작은 가건물에서 흘러나온 약한 붉은 
빛은 어디까지라도 이어지는 촛불의 일루미네이션 같았다. 와카마쓰는 조명 테스트에 
만족하고 지금은 무대의 구석에서 컴퓨터 기사와 신시사이저 조작의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조명도 무대의 구조도 악기나 마이크 같은 기재도 오다기리의 눈에는 소박한 
것으로 보였지만, 스피커만은 특별했다. 와카마쓰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는 미국의 
오디오 메이커 사장이 자사의 제품을 대량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DOSE라고 커다랗게 
메이커의 이름이 들어간 가늘고 긴 원통형의 초저음용 스피커가 바닥과 무대의 빈 
공간에 놓이고 무대 뒤쪽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크고 작은 검은 상자가 쌓아올려져 
있었다. 오늘밤 연주의 테마인 '크레셴도'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출력이 필요한 거야, 
하고 와카마쓰는 설명했고, 맥시멈의 절반으로 테스트된 그 음은 실제로 굉장한 
것이었다. 공기가 떨리고 몸이 일순 떠오르며 내장이 흔들렸다. 유엔군 병사들 중에는 
무슨 불의 공격인가 하고 착각하여 바닥에 엎드린 자도 있었다.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새들이 실내 수영장에서 날아가고, 놀란 들개가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 인간의 귀와 
심장의 허용 한도에 아슬아슬한 볼륨인 거야, 하고 와카마쓰는 자신의 장난감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무대 구석에는 미즈노 소위 이하 일곱 명의 국민 병사들이 경계에 임하고 있었다. 
좀 전에 미즈노 소위는 전투뿐만 아니라 교섭능력이 국민 게릴라 장교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나타냈다. 준국민 본부의 총책임자와 정화 위원회, 환경 보건 
조합의 대표자, 그리고 유엔군의 경비 지휘관은 전체의 지휘권을 놓고 대립했다. 정화 
위원회의 대표자가 스페인어밖에 말하지 못한다든지, 준국민 본부의 총책임자는 
어려운 교섭을 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이 없다든지, 이스트 봄베이의 대표가 교섭에 
무리하게 참가하려고 해서 유엔군 병사들로부터 위협 사격을 받는다든지 하는 혼란이 
계속되었다. 미즈노 소위가 준국민 본부 빌딩으로부터 모습을 나타내자 유엔군에게 
긴장이 감돌았다. 미즈노 소위는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교섭에 
참가한다는 허가를 얻고는 훌륭한 영어로 제안을 시작했다. 전체의 지휘권은 설정하지 
않는다. 국민 게릴라라는 무대에서 와카마쓰의 안전을 확포하고 유엔군은 장갑차로 
이미 포위하고 있는 콘서트회장의 안팎을 경비한다. 경기장 바깥쪽 5미터에 라인을 
만들고 회장에의 불법적인 입장을 막는다. 준국민 본부와 정화 위원회의 부대는 각자 
골프장, 유원지의 넓은 범위에 라인을 만들고, 이스트 봄베이로부터의 침입자에 
대처한다. 특히, 잔교에는 병력을 집중한다. 국민 게릴라를 제외한 각각의 대표는 
컨트롤 타워의 맨 위층에서 전체 상황에 대해 개별적으로 지휘한다. 지휘권은 
독립되어 있지만 다리의 방비에 대해서만 삼자는 유엔군 장교의 지휘에 의한 특별 
부대를 편성해서 이것에 임한다. 다리의 방비에는 장갑차가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는 컨트롤타워로 모아져서 공개된다. 모든 병사에 대해서 전기 충격의 
사용은 사전에 허가된다. 다른 총기에 대해서는 컨트롤 타워로부터의 허가를 기다리게 
되지만, 무대의 국민 게릴라 병사, VIP석을 경비하는 유엔군 병사, 다리를 지키는 
특별 부대에 대해서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 우선한다... 그 경비 계획은 채댁되었다. 
다음으로 또 하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었다. 준국민 본부가 준비하여 
부대의 뒷벽에 늘어뜨리려고 한 일장기에 대해서 유엔군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준국민 본부는 '비원'이라는 말을 쓰며 양보하지 않아서 양자는 대립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즈노 소위는 준국민 본부의 총책임자를 설득했다. "국기는 
소중하지만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 구군부가 군기를 지키기 위해 병사를 희생한다고 
하는 잘못을 계속 범한 것을 잊었는가. 와카마쓰의 안전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일장기가 없어도 와카마쓰가 일본인이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미즈노 
소위가 교섭에 참가한 지 3분 만에 모든 것이 깨끗하게 되었다. 유엔군의 지휘관인 
해병대 소령이 가려고 하는 미즈노 소위를 불러 세우고, 실례지만 나이는 몇인가, 
하고 물었다. 당신보다는 젊소, 하고 미즈노 소위가 대답했다.
  해가 완전히 저문 경기장 바깥에 설치된 다섯 군데의 출입문이 열리고 청중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중은 출입문에서 몸수색을 받고 나서 입장을 허가받았다. 먼저 
구시코쿠로부터 전세 버스를 타고 온 수백 명의 혼혈아들이 맨 앞줄을 확보하려고 
전력 질주로 밀려들어왔다. 무대 앞쪽 20미터 되는 곳에 반원형으로 깊게 도량이 파여 
있고,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셰퍼드를 앞세운 유엔군 병사가 소총을 겨누고 경비에 
임하고 있었다. 도량과 철조망 사이의 공간에는 휠체어의 장애자나 노인이 초대되어 
있었다. 노인들이 이 스피커 소리에 견딜 수 있을까, 하고 오다기리가 묻자 몰라, 내 
책임이 아냐, 하고 와카마쓰는 대답했다. 와카마쓰는 무대 옆에서 심호흡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파이프 의자의 등받이나 악기 케이스를 봉고 대신으로 
두드려서 달아오른 기분을 억제하려고 하는 여섯 명의 
퍼커셔니스트(역자주:percussionist. 타악기 연주자)가 있었고, 또 그 뒤쪽에는 
미즈노 소위가 부하를 모아 놓고 긴급시의 탈출 경로와 방법에 대한 최종적인 확인을 
끝내려고 하고 있었다. 일반 관객에겐 의자가 없었다. 넓이뛰기용 모래밭이나 투척 
경기의 발판, 그리고 트럭의 바깥 바퀴의 자국이 바닥에 층을 지케 한 것이 남아 
있어서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거기에 걸려 넘어지는 관객이 꽤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로 관객은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반원형으로 둘러쳐진 철조망으로부터 방사형으로 
로프가 두줄씩 늘어져 있고, 3미터 간격으로 유엔군 병사가 서 있었다. 철조망 
바깥쪽에는 빈틈없이 말뚝이 박히고 역시 로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뒤로부터 밀려서 
앞에 있는 관객이 철조망에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철조망과 말뚝 사이에도 
유엔군 병사가 스크럼을 짜듯이 벽을 만들고 서 있었다. 그래도 개장한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연주 시작까지는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도, 몇 군데선가 싸움이 
일어났고 제일 앞줄의 관객들은 조금씩 밀려서 말뚝이 복부를 압박해 와 울기 
시작하는 여성도 있었다. 싸움이 일어나면 병사가 로프를 넘어 달려가 단단한 고무로 
된 경찰봉으로 쌍방을 두들겨 패고, 저항하는 자에겐 마취 스프레이로 의식을 빼앗고 
회장 밖으로 끌고 갔다. 비디오카메라는 전부 다섯 대 있었다. 무대 정면의 회장의 
거의 중앙에 한 대, 철골로 짠 3미터 정도 높이의 발판 위에 놓여 있았다. 그 
주위에는 역시 로프가 쳐져 있었고, 유엔군 병사 세 사람이 양 옆과 뒤를 경계하고 
있었다. 무대에 휴대용으로 두대, 휠체어의 노인들이 있는 공간의 크레인 위에 한 대, 
컨트롤 타워에 한 대. 오다기리는 와카마쓰를 둘러싼 TV 취재팀의 모니터에, 
착륙하려고 하는 헬리콥터가 비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경기장 바로 뒤쪽의 
준국민 본부 빌딩 앞 근처에서 프로펠러소리가 실제로 들려왔다. CNN 배지를 단 
은발의 사내가 헬리콥터에서 내려오는 특별 초대자나 VIP를 소개하고 있었다. 최초의 
대형 헬리콥터에는 구시코쿠의 영국구로부터의 유명한 칩 록, 정크 록 그룹과 그 
애인들, 그들과 상대하고 있어서 본국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나 배우나 시인이나 영화 
감독. 다음의 헬리콥터에는 이탈리아와 독일로부터의 클래식 음악 관계자, 연주가, 
성악가. 그 다음 헬리콥터에는 기업가나 유엔의 관계자도 타고 있다고 은발의 사내는 
큰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개막 10분 전에는 회장이 사람으로 메워져 러시 아워 때의 전차처럼 꼼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각 출입문으로는 그래도 아직 사람들이 밀려들고 있었다. 입장권을 
갖고 있지 않은 근처 슬럼의 아이들이 보병 전투차의 옆을 빠져나가려고 하다가 
유엔군 병사에게 잡혀 얻어맞고,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경기장 바깥벽을 향해 달려가려고 하고 있었다. 미즈노 소위가 갖고 있는 무전기에는 
여기저기의 경비 부대로부터의 연락이 들어왔다. 다리는 이미 20분 전부터 봉쇄되어 
있었지만,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은 늘어날 뿐이어서 상당수가 강으로 떨어졌다. 빈약한 
나무로 된 잔교가 늘어선 강기슭에도 무허가 보트가 계속 밀려와 전혀 수습할 수 
없다, 하는 고함소리가 일본어와 스페인어와 영어로 들려왔다. 골프장과 공원과 
유원지의 작은 가건물의 주민들은 높은 장소를 찾아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무 위, 
유원지에 남아 있는 관람차의 기둥, 부근 빌딩의 옥상, 실내 경기장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반쯤 부서진 지붕에 올라가려고 하는 무리가 있어서 핸드 스피커로 몇 
번이나 경고했어도 듣지 않았다. 지붕이 부러지면 회장 쪽으로 넘어져 올 위험성도 
있었기 때문에 유엔군 병사에게 위협 사격의 허가가 내려졌다. 개막 전의 총소리에 
한순간 회장은 고요해 졌지만 곧바로 노호와 환성과 술렁거림과 웃음소리와 비명이 
다시 일어났다. 1분 전에 미즈노 소위가 와카마쓰를 불러 탈출 경로를 최종 확인했다. 
아마 이미 후발의 호위 부대가 준국민 본부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내가 신호를 하면 
연주를 중단하고 준국민 본부로 가서 호위 부대와 합류해 줘. 통로는 A-21을 사용해. 
분명히 유엔군이 추격해 오겠지만 상대하지 마. 그 때문에 준국민 병사의 정예를 
배치하고 있어. 우리들도 바로 뒤를 따르겠지만 다른 통로를 사용할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신호가 있으면 연주를 중단해 줘. 와카마쓰는 끄덕이고 말했다. 알고 있어. 
곡의 마지막 부분은 전부 컴퓨터가 연주할 것이기 때문에 괜찮아.
  와카마쓰가 무대에 모습을 보이고 L자형으로 배치된 전기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드니 환성과 박수와 휘파람 소리로 회장 전체가 
흔들렸다. 오다기리는 스피커소리의 직격을 피하기 위해 미즈노 소위 등과 함께 
무대의 제일 끝에 있었다. 그래도 최초의 음이 흘러나오니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시작된 그 도입부는 회장에 가득 차 있던 대환성을 단숨에 
가라앉혔다. 한덩어리가 되어 흔들리고 있던 1만 명의 소리가 하늘로 사라지고 
얼어붙은 것 같았다. 네 가지 소리의 현이 천천히 낮게 이상하게 긴 음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오다기리에게 와카마쓰의 말이 다시 상기되었다. 독일제국이 붕괴를 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멀리에서 포성이 들리는 가밋슈의 산장에서 이 곡을 작곡하고 
있는 모습이 나에게는 보여. 바로 노르망디 해안에서 드뷔시가 '바다'의 모티브를 
떠올렸던 것처럼, 영화의 한 장면인 듯 정말 생생하게 보이는 것야. 자신의 늙음과 제 
3제국의 종말이 겹쳐져서 배토벤이나 바그너의 선율을 획으로 하여 정말과 미의 
결정인 변주곡을 작곡했어. 나는 그것을 소절 단위로 조각내어 도입부를 만들었지만, 
그것은 아마도 영원히 끝나지 않는 아름다운 귀울림과 같은 것이 될 거야. 듣는 
사람이 무언가 다른 것에의 굶주림을 분명이 느낄 수 있도록, 출구를 발견하고 싶어서 
발광할 것 같은 어두운 동굴로 끌어들여, 누구도 꼼짝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둡고 
축축한 죽음의 냄새가 나는 동굴로, 들어가면 끝이야, 발을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숨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지. 그리고 동굴 쪽이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숨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지. 그리고 동굴 쪽이 움직이기 시작해. 에스컬레이터처럼 점점 듣는 
사람을 어둠으로 운반해 가. 동굴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거대한 동물에게 
먹혀 버린 것과 같은 거야. 어떤 의지의 힘을 차츰 강하게 느끼게 될 것이고 동굴 
출구의 어떤 것이 그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눈치챘을 때 사람들은 공포를 잊고 
달리기 시작해. 의자의 형태는 분명하지 않아. 돌연 발끝에 차가운 감촉이 스치지. 
출구로 통하는 것, 의지의 정체와 스쳤다고 느끼지, 그것은 아주 작지만 미칠 듯이 
거친 큰 강으로 이어지는 물의 흐름이야. 그 물의 흐름 그 자체가 동굴을 지배하고 
있는 의지의 힘의 구체화인 거지. 그리고 그 물의 흐름이란 물론 비트를 말하는 거야. 
그 귀울림은 거대한 원통형 초저음 스피커로부터 땅울림 같은 소리고 커져 거의 
견디기 어렵게 느껴질 정도까지 되었다. 그것도 소리가 시끄럽다든가 하모니가 
불쾌하다든가 기분 좋게 듣고 있는데 도중에 소리가 끊어졌다가 선율이 단조로워 
따분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위험한 균형의 세 가지 소리의 현의 울림에, 
그것과도 분명히 구분하기 어렵도록 음량이나 음색이나 음의 고저에 손을 대어 가만히 
불협화음이 되어 음이 더해진다. 그 음을 눈치채기 시작한 순간에는 최초의 세 가지 
소리가 이미 변화하고 있어서 새로운 균형이 생겨나 있다. 균형이라고 해도 그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실내 경기장에서 지금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이 흔들리고 있는 어떤 
종류의 고둥과 비슷한 금속 지붕 같은 것이다. 거대한 원통형의 스피커로부터 땅울림 
같은 소리도 지진의 전조처럼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아직 앞을 볼 수 
없는 젖먹이가 바로 곁에서 잠자는 모친의 숨소리를 듣듯이, 단속적으로 와닿는 
순간에는 사라져 버리는 섬세함으로 울리고 있었다. 아무도 이 소리의 이어짐과 
겹침으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기분이 편안해지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릴 일도 없다. 그런데도 자신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릴 듯한, 그 안에 
녹아들고 싶어질 듯한 쾌락이 있어서 이미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이 음 속에 
있었는지 모르게 된다. 소리가 털구멍이나 땀샘으로부터 몸으로 스며들어 와서 그것이 
잠시 이물로서 신경이나 세포를 술렁거리게 하고, 그러는 동안 채액과 동화하여 의존 
상태를 강요하고 쾌감과, 이것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공포가 생겨나면 다시 
피부를 빠져나와 몸밖으로 나간다. 도웁부는 그렇게 해서 영원히 이어지는가, 하고 
생각되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누구든지 비가 떨어져 내리난가, 하고 
착각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손가락 끝으로 낮게 잘게 새겨지는 봉고의 음이었다. 
오다기리는 무대의 옆에 있어서 퍼커셔니스트가 언제 두드리기 시작할 것인지 
주의하며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봉고의 음이라는 걸 알았지만, 청중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손바닥을 위로 향해 받친 자도 있었고, 유엔군 병사조차 위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전기적으로 만들어진 베이스의 음이 슬픈 틋 험한 
싱커페이션(역자주:syncopation. 당김음. 리듬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강약을 바꾸거나 
악센트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새겨 나갔고 돌연 비트가 일제히 일어났다. 마치 
최초부터 거기에 있던 것에 갑자기 조명이 비쳐진 것처럼 폴리리듬의 폭풍이 
시작되었다. 청중은 모두 악몽으로부터 깨어난 듯한 얼굴이 되었다. 환성을 지르고 
손을 흔들고 웃고 춤추기 시작하는 자도 있었다. 미국인일 것이다, 유엔군 병사가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무대 쪽을 바라보고 휘파람을 불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쾌활한 라틴 비트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긴장이 갑자가 풀어져서 뒤쪽의 
청중이 될 수 있는 대로 앞으로 가고 싶다고 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비디오카메라가 
그 위에 올려져 있는 회장 중앙의 발판에 인파가 부딪혔다. 카메라맨이 큰 소리로 
화를 냈고 유엔군 병사가 눈치채고서 인파를 밀어붙였다. 신나는 기분이 되어 버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행실 바르게 해야 한다는 느낌이 있다. 병사 중에도 고ㅘ객 중에도 
웃는 얼굴이 있었다. VIP석에서는 뮤지션의 애인들이 긴 팔 다리를 움직여서 모피 
코트를 벗고 머리를 출렁거리며 색시한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기분 좋아, 하는 코에 
걸린 달콤한 음성이 들려올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비트였던 것이다. 봉고, 
콩가, 드럼 카우벨, 그것들을 여섯 명의 흑인이 두드리고 있었는데, 오다기리의 바로 
옆에 있던 다케히라 중사가 묘한 리듬이군, 하고 말했다. '향현'을 사용하고 약이 
듣기 시작해 올 때의 느낌과 비슷한 퍼커션 그 자체는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야, 
타악기만의 리허설 때 와카마쓰는 그렇게 설명해 주었다. 
아프로큐반(역자주:AfroCuban, 라틴 아메리카 음악에 공통된 아프리카계 리듬. 룸바, 
삼바 등)의 폴리리듬을 즉흥 없이 좀더 추상화시켜 두드려 줘. 굉장히 기분이 좋을 
거야. 100비트의, 그리고 또 뒤에서 들어가는 패턴도 정확하게 반복될 것니까. 
델리킷하고 정확한 싱커페이션은 아무리 반복되어도 질리지 않아. 백치적인 디스코 
댄스에 익숙한 하등한 귀의 소유자라도 그것은 바로 몸으로 알 수 있는 거야. 뇌 
내부에 대사 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도 갓난애도, 아니 조금 재주라도 부릴 수 
있는 종류라면 개도 알지 몰라. 결국 포인트는 대사 물질이야, 나는 언더그라운드의 
생화학 연구실에서 사 년간 실험에 참가했었어, 세계 제일의 연구실이었으니까. 그걸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주 기분 좋은 채 교감 신경이 자기 제어를 잃어 간다고 하는 
것이야. 선율, 음색, 하모니, 비트라고 하는 지금까지의 요소를 조합해서 쓴 
것만으로, 흥분한다고 하는 단순한 것이 아냐. 부두(역자주:카브리 해의 아이티를 
중심으로 한 주술적인 민간 신앙)의 입신 상태와도 달라, 착란도 아냐, 단지 압도적인 
쾌감이 있어서 그것이 자신보다 무한히 커져 가는 것뿐이야. 그 후 구체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 일어난 비트는 천천히 증폭되어 가속되어 
간다. 템포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리듬 키프(keep) 중에 발생하는 싱커페이션의 
간격이 조금씩 짧아지는 것이다. 연주할 때도 춤출 때도 싱커페이션은 주선율인 
비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을 캐치하듯이 해서 발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캐치한 포인트를 패턴화해서 되풀이하는 동안 더욱 싱커페이트한 포인트를 잡아 내 
그것도 패턴화해 버리면 최초의 주선율인 비트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것이 좋은 기분을 낳는 것이지만, 와카마쓰는 신시사이저로 폴리리듬의 빈틈을 
메우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한에 가까운 긴 주기를 가진 폴리리듬을 암세포가 
조금씩 파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좋은 기분이 천천히 다른 것으로 변해 가는 
것이지만, 그런데 눈치채는 자는 아무도 없다. 대사 물질이 늘어져 흐른다든지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든지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향현'과 비슷하군, 하고 구리하라나 
고바야시가 수군대고 있었다. 그래도 '향현'은 훨씬 스무드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꺼칠꺼칠하고 뾰족한 것 같다. 음량은 천천히 정말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커져 
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진행해 가는 크레셴도, 이것은 멈추는 것도 
역행하는 것도 어쩌면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여기저기에서 
술렁거림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패닉의 싹이 텄다. 흑인 퍼커셔니스트들은 웃으며 
춤을 추고 땀투성이가 되어 연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섭게 긴 주기의 리듬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와카마쓰는 이미 기계적인 연주로 이행하고 있었다. 연주 
중의 번득임, 괜찮은 고안, 고양된 기분이 행하는 페이크(역자주:fake. 재즈의 즉흥 
연주), 청중과의 일치감이 만들어 내는 친화적인 브레이크,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압도적인 폴리리듬의 폭풍은 모든 즉흥성에 대한 증오와 경멸로서 성립하고 
있었다. 핀포인트의 타이밍으로 대사 물질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즉흥성이 철저하게 
배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와카마쓰는 폴리리듬의 모든 빈틈이란 빈틈에 암세포를 
심는 데 성공했다. 단지 음량이 커져 간다고 하는 의미가 아니라 암세포는 증식되어 
간다. 어쿠스틱한 타악기 음과 신시사이저 음의 균형이 변화하는 것도 아니다. 리듬의 
빈틈에 메워진 전기음의 음색과 음계와 선율과 템포와 하모니가, 그것을 듣는 사람 
안으로 들어가 증식해 가는 것이었다. 타악기라는 물고기 안에 있던 작은 알을 함께 
먹은 것 같은 것으로, 알은 이윽고 커져 둥근 머리와 가늘고 긴 꼬리를 가진 기생충이 
되어 위벽을 찌르고 희미한 아픔을 느끼게 하지만, 물기기의 맛과 만복감에 취해 
아무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기생충은 모든 장기와 혈관을 따라 헤엄쳐 
가서 모든점막에 궤양을 만든다. 이윽고 뇌를 침범하기 시작하여 거기서 사람은 겨우 
눈치채지만, 설령 수술을 해도 때가 늦어서 정자의 현미경 사진과 비슷한 기생충이 눈 
속에서 기어나와 그저 너무나 공포스러워 비명을 지르게 된다. 연주가 시작되어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했는지 이젠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VIP석의 손발이 긴 
여자들 속에서 눈이 돌아간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아무도 웃는 자는 없었다. 
춤을 추고 있는 무리는 많았지만 그들의 땀은 차게 식어 있을 것이었다. 차가운 땀을 
흘리며 춤추는 인간들을 비웃듯이 음은 더욱 커져 갔다. 분위기를 느끼는 개들도 
진정할 수 없게 되어 스피커를 향해 짖든지 흰 숨을 토하면서, 춤추는 무대 쪽으로 
접근하여 제일 앞줄의 목책을 부수려고 하는 군중에게 질려서 목줄을 잡고 있는 
유엔군 병사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기분이 나빠져 출구로 가려고 휠체어를 
움직이고 있던 노인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려고 하는 셰퍼드도 있었다. 
와카마쓰도 묘한 곡을 만들었곤, 하고 국민 병사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음이 크다면 여유 있게 다리에까지 들릴 것이다. 다리에서 전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스트 봄베이의 놈들은 바주카포까지 갖고 있는 것 같다. M3가 지원하러 간다고 
한다. 그걸 듣고 다케히라 중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돌파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야. 와카마쓰의 연주를 듣고 있지나 나도 왠지 로켓탄을 쏘고 싶어졌어. 경기장 
바깥 둘레에서 M3와 장갑 트럭이 이동을 시작한 것이 무대에서도 보였다. 그날 밤, 
네이팜탄의 불길에 떠올랐던 특징 있는 포탑이, 반쯤 무너진 벽의 건너편에서 
반전하여 다리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장갑트럭에 허둥지둥 
올라타고 있었다. 경기장의 바깥 둘레를 호위하는 경비 라인이 짧은 순간이지만 
흐트러졌다. 아이들이 빌딩의 그늘에서 나타나 그 미미한 빈틈을 뚫고 경기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100명을 넘는 아이들의 반수가, 눈치채고 달려온 유엔군 병사에게 
쫓겨 흩어졌지만, 절반은 벽에 도달하여 기어올라 철조망을 절단하고 회장으로 
차례차례 뛰어내렸다. 아이들은 모두 뻣뻣하고 두꺼운 오버코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오다기리는 그 회색 머리의 소년을 찾아보았지만, 얼굴을 구분하기에는 조금 멀었다. 
아이들의 숫자는 겨우 50-60명이었지만 회장은 벽에까지 가득 사람들로 메워져 
있었기에 그들은 밀집한 군중 위에 뛰어내린 것이 되어, 머리를 차인 한 사내가 미친 
듯 화를 내고 어깨 주위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작은 다리를 잡아 벽으로 내동댕이쳤다. 
겨우 6,7세의 작은 여자아이여서 벽의 뾰족한 돌 때문에 볼에 상처를 입고 울음을 
터뜨렸다. 내동댕이친 사내는 주위의 비난을 뒤접어썼고 두 사람의 흑인이 사내를 
두들겨 팼다. 한 사람이 사내를 등뒤에서 잡고 다른 한 사람이 배와 얼굴을 때렸다. 
주위의 인간들은 두 사람의 흑인을 응원했다. 사내가 그 장소에 주저앉으니 그 주위에 
뒤섞여 있던 아이들이 모여 왔다. 사람들을 밀어 내고 쓰러진 사내를 둘러쌌다.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15-16세의 소년이 걷어찼다. 스니커의 발끝은 사내의 눈에 
맞았다. 연이어 아이들이 나타나서 기묘한 짓을 시작했다. 눈을 움켜쥐고 쓰러진 채로 
있는 사내의 몸 위에서 뜀뛰기 시작했던 것이다. 수직으로 뛰어올라 사내의 몸 위로 
내려왔다. 곧 사내의 몸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은 환성을 지르고 소용돌이가 
되어 뛰어오르는 것을 계속했다. 그것이 바로 팀바레스와 카우벨의 반복 악절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주위에 전염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점프를 되풀이한다고 
하는 단순한 춤은 싱커페이션을 몸으로 포착하는 데 딱 맞았다. 땅을 차고 뛰어오르는 
시간, 몸이 상승하는 순간, 최고점, 낙하해 가는 순간, 착지, 그 어느 것인가가 
폴리리듬중의 싱커페이트하는 음과 겹치기만 하면 좋은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흥분 
물질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점프하는 사람의 물결이 다단한 속도로 퍼져 가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던 사내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VIP석의 손발이 긴 여자들이 그 흉내를 시작하자 제일 앞줄의 청중이 그것을 보고 
뛰어오르기 시작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회장 전체가 도약의 물결도 덮여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회장 중앙의 발판에 올라가 있는 카메라맨이 화를 내며 뭔가 
외치고 있지만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뭐야 이건, 하고 미즈노 소위가 
일어섰지만 와카마쓰는 오른손을 빙글빙글 돌리며 도약의 물결을 더욱 부추겼다.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점프를 멈추지 않았다. 뛰는 타이밍이 어긋나서 발을 밟힌 
사람이 균형을 잃었다. 그렇게 해서 도약의 물결이 여기저기서 크게 흔들리며 
움직이고 제지에 나선 유엔군 병사도 사람들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 호위가 
없어진 비디오카메라의 발판을 군중이 둘러쌌다. 발판을 구성하고 있는 쇠파이프를 
잡고 흔들면서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위험을 느끼고 기사는 달아나려고 했다. 
카메라맨은 무사히 바닥에 내려섰지만 기재를 안은 두 사람의 조수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고 동시에 발판이 앞으로 밀려 넘어졌다. 밀려온 발판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었지만 도약의 물결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전진했다. 제일 앞줄의 군중을 
막고 있었던 나무와 로프의 목책이 기울기 시작해 스크럼을 짜고 있던 유엔군 
병사들이 한 걸음 물러나 착검했다. 지휘관인 듯한 한 사람이 무전기에 뭔가 호통을 
되쏘아붙이고 있었다. 총검을 보고도 도약의 물결은 가라앉지 않았다. 먼저, 뒤에 
있는 인간들에겐 병사의 스크럼이 잘 보이지 않았고, 앞쪽이 어떻게 되어도 관계가 
없었다. 몇 사람인가의 병사가 하늘을 향해 소총을 겨누고 위협 사격을 했다. 그러나 
그 음은 스피커에 지워져, 총구로부터의 불꽃도 흥분해 버린 군중에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혹시 관객 전원을 총검으로 죽이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병사들의 얼굴에 나타나서, 지휘관은 무전기에 대고 호통을 계속했고 준국민 본부의 
간부 한 사람이 와카마쓰에게 연주의 중지를 요청했지만 무시되었다. 전원을 끄려고 
하는 놈이 있으면 사살해, 하고 와카마쓰는 미즈노 소위 쪽을 향해 외쳤다. 미즈노 
소위는 후발 부대와 합류할 예정인 두 사람의 병사와 함께 와카마쓰에게 다가갔다. 
귓전에다 고함쳤다. 이제 충분해, 와카마쓰, 이젠 됐어, 철수할 거야. 와카마쓰는 
땀투성이의 얼굴로 끄덕이고 스위치 하나를 온으로 했다. 와카마쓰는 
신시사이저로부터 떨어졌지만 컴퓨터는 연주를 계속하고 있었다. 와다기리는 회장을 
되돌아보았다. 병사의 스크럼이 무너져 도약의 물결은 철조망의 일부 지주를 
넘어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1분만 지나면 무대까지 밀려들어올 것이다. 군중은 
와카마쓰가 없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철조망의 지주에 무딪히거나 
넘어지거나 착검한 유엔군 병사와 몸싸움을 하거나 해서 피를 흘리는 자가 많이 
있었지만 아무도 뛰는 것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이젠 자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휠체어의 노인들이 앞을 다투어 달아나려고 하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쳐 몇 사람인가가 도랑에 떨어졌다. 붉은 흙의 도랑 속에서 휠체어의 바퀴가 
빙글빙글 돌고, 내팽개쳐진 노인이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VIP인 청중들은 
헬리콥터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회장을 나와 오다기리가 먼 곳을 돌아보았을 때, 
저편의 다리 쪽에서 두 번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났다. 와카마쓰는 이미 준국민 본부 
앞에 정렬하고 있던 분대와 합류하여 빌딩 계곡 사이의 조용한 무인의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8. 비국민촌
  "신발도 그것으로 갈아신어 줘."
  다케히라 중사가 오다기리에게 몇 켤레의 군화를 들고 와서 말했다. 군화라기보다 
실용품 가게에 있는 트래킹 슈즈에 가까웠다. 오다기리는 작은 백열등이 달려 있을 
뿐인 어두컴컴한 지하의 플랫폼위에서 위장복으로 막 갈아입었다. 야전복도 군화도 
신품은 아니었다. 조금 큰 것을 골라, 산 속의 밤은 꽤 추우니까, 신문지라든가 
천조각을 끼워 두면 좋아. 그런 말을 들으며 오다기리는 군화를 골라 끈을 묶고 
눈앞에 있는 모든 군화에 달려 있는 검은 줄을 발견했다. 이곳은 일단 전선이기 
때문에 신품은 없어, 전사자의 것이지만 신품 같은 걸 신으면 물집이 생겨서 하루도 
걷지 못해. 다케히라 중사는 벤치에 앉아 있는 오다기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턱수염을 
만지며 웃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지쳐 있었다. 차량 안에서 잘 수 없었던 것이다. 
차량은 제트 코스터와 비슷한 최신형이 아니라 그 혼혈의 여자에게 립글로스를 발라 
주었을 때 탔던 좁은 구형이었다. 그러나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은 차량이 구식이고 
좌석이 좁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콘서트회장을 나와서 컴컴한 빌딩의 계곡 사이를 
병사들과 함께 달렸다. 미즈노 소위는 오다기리를 위해 짧은 휴식을 두 번 취해 
주었다. 폭음이나 총성이 멀리서 들리고 컴퓨터는 아직 연주를 계속하고 있어서 
사람들의 환성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폭동인지 전투인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옆동네의 봉오리 같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상당한 거리를 달려서 통로의 
출입구에 닿았을 때, 병사들은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땀 한 방울 흘리고 있지 
않았지만 오다기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질 것처럼 되었다. 그 정도로 피로했는데도 
차량 안에서 잠들지 못했던 것은 역시 와카마쓰의 콘서트 탓이었다. 바로 뒤에 미즈노 
소위가 타고 있지 않았다면 가령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차량 속에서라도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주를 듣고 있을 때는 
무대의 옆에 있었으므로 흥분해 가는 청중을 보고 있어서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슬럼을 빠져나올 때도 모두를 따라서 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차량에 올라타고 
그것이 달리기 시작하고나서 이상을 의식했다. 신경이 부글거리고 혈액이 끓어올라 
뭔가 소리지르고 말 것 같았다. 몸은 축 처져서 잠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신경은 
긴장과 흥분으로 파열될 듯한 만큼 고양되어 맨정신으로 있어서, 절실하게 여자가 
그리웠다. 눈을 감고 신경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 터널 복구 공사 전투 때의 
불타는 시체라든가 튀어 날아가는 얼굴의 살이라든가 비어져 나온 검붉은 내장이 
머리에 떠올라서 심장은 마치 전력 질주를 한 뒤처럼 격렬하고 빠르게 계속 
두근거리고 있었다. 목적지의 플랫폼에 도착했을 때, 미즈노 소위로부터 야전복과 
배낭을 건네 받고 설명을 들었다.
  "지금부터 당신을 데리고 정찰에 출동한다. 이틀간의 예정이야. 유엔군과의 접촉도 
예상된다. 가노 강을 따라 오토기 산의 산정까지 올라 옆의 미노 산에 신설된 유엔군 
통신 시설의 수비 상황을 정찰한다. 또 하나, 오토기 산의 북쪽에 있는 히노네 마을의 
상황을 살핀다. 히노네 마을의 북쪽 이 킬로 지점의 포인트에서 당신을 보내고 그걸로 
임무는 끝이다. 우리들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고 다른 루트로 지하 사령부로 
돌아간다."
  히노네 마을이라는 것은 마쓰자와 소위의 부친이 이야기했던 그 비국민촌의 하나인 
것 같았다. 언더그라운드가 정확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오다기리로선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물눈처럼 퍼져 있는 터널의 말단이 유엔군과의 전선이 되어 있는 것 정도는 
알았다. 올드 도쿄나 구오사카, 그리고 구니이가타와 같은 곳에는 직통의 간선 터널이 
있지만 그 이외의 말단 터널 출입구는 언더그라운드와의 유엔군 쌍방에게 있어서 
사활을 건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오다기리, 당신은 대단한 짐이야."
  오다기리는 미즈노 소위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병사들은 오다기리가 특무, 즉 
언더그라운드 쪽의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산 속으로 잠입하는 스파이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다기리가 
어딘가로 돌아가는 거다, 하고 알고 있었다. 누구도 그 일에 대해서 물으려고 하지 
않았다. 흥미가 없다기보다 그런 한가한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철저하게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피로의 조짐 같은 건 결코 보이지 않고, 
온화한 인상마저 주지만 그들은 항상 체력이나 집중력의 한계에서 행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병사들은 아주 드물게 섬뜩할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적이 있었다. 슬럼을 
달리고 있다가 어떤 소리에 멈추고 주위를 눈으로 살필 때, 또는 플랫폼에 도착하여 
짧은 휴게 시간에 벤치에 앉을 때, 그럴 때 오다기리에게 병사의 전 신경과 긴장과 
이완이 무언가 구체적인 것으로서 전해져 왔다. 그들의 뇌세포가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전기의 스파크 같은 긴장의 소리, 그리고 팽팽하게 긴당되어 있던 현의 
느슨해지는 것 같은 이완의 소리, 그런 인간이 자신의 임무와 생존 이외에 타인의 일 
같은 것에 흥미를 가질 리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오다기리는 미움받고 있지는 
않았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 작전상, 목적지까지는 적과 맞부딪치는 걸 피해서 우회로를 
택하지만, 그곳이 적과의 경합 지역인 것에는 변함이 없어. 짐이라고 하는 의미를 알 
수 있겠어?"
  내가 병사로서의 훈련을 받지 않았고 만족하게 총도 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오다기리가 그렇게 대답하니 바보, 당신에게 총 같은 걸 맡길 수 있을까? 하고 
다케히라 중사가 웃었다. 미즈노 소위가 오다기리에게 브리핑하는 동안 다른 병사들은 
얼굴에 가로줄 무늬의 위장을 칠하고 그것을 서로확인하고 있었다.
  "당신을 전력에는 넣고 있지 않아. 당신도 자신이 전력이 될 거라든가 하는 생각은 
일체 버려 줘. 터널 복구 공사 전투는 들어TWl만 경합 지역의 정찰과 비교하면 그런 
전투는 그저 주먹 싸움과 같은거야. 당신이 길에서 미끄러져 골짜기에 떨어진다, 아니 
작은 가지를 밟는 것만으로 충분해, 그 소리로 분대가 전멸하는 경우가 있어. 내가 
말하는 걸 알겠나?"
  오다기리는 끄덕였다. 만족하게 싸울 수 없다고 하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다기리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분대에 있어서 중대한 위협이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아주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 줄 테니 결코 잊어선 안돼."
  위장복과 군화로 갈아입고 미즈노 소위는 알기 쉽게 차근차근히 걷는 법부터 가르쳐 
주었다. 오다기리는 자신이 저능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런 무리들 속에 
들어가면 실제로 그럴 것이다.
  "언제나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행동한다. 당신의 몸은 나야. 내가 당신의 앞을 
걷는다. 나를 항상 보고 있어. 멈추면 멈추고 걷기 시작하면 걷고 엎드리면 엎드린다. 
내 발자국을 따라 밟듯이 걸어. 그래도 낮에는 삼 미터 이상은 접근하지 마. 밤의 
덤불에서는 이 미터 뒤에 따라와. 경합 지역에서는 적에게 먼저 발견됐다간 거의 
끝장이야. 당신이 부주의로 묘한 움직임을 한다든지 소리를 낸다든지 하지 않는 한 
우리들은 실수를 하지 않아. 만일 적과 조우한 경우에도 저쪽이 눈치채지 못할 때는 
전투를 피한다. 그럴 때는 절대로 움직이지마. 소리를 내도 그걸로 끝장이야. 하지만 
공포로 눈을 감아선 안 돼. 나를 보고 있지 않으면 안 돼.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 
절대로 나쁜 상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최악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거나 해선 
안 돼. 적에게 둘러싸여 몇 시간이고 그대로 숨을 죽이고 숨어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경우, 전투가 되어 막다른 곳에 몰린 것 같은 경우, 부상당한 경우, 절대로 나쁜 
상상을 해서는 안 돼. 괜찮다, 하고 자신에게 암시를 거는 거야. 그리고 부상을 
당했어도 결코 죽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실제로 머리와 심장 이외라면 총을 맞아도 
인간은 죽지 않아. 두 발이 떨어져 나가도 우리들이 제대로 목적지까지 날라다 줄 
테니 안심해."
  그렇게 말하고 미즈노 소위는 웃었다. 얼마나 알기 쉬운 설명인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거의 모든 인생 상담의 대답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병사들에게 더욱 자세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지도를 내보이면서 실제의 임무를 
설명한 뒤 미즈노 소위는 다케히라 중사와 고바야시가 갖고 있는 디지털 통신기에 
복잡한 숫자를 몇 번이고 입력시켜 어떤 숫자를 모두에게 기억시켰다. 터널 출입구의 
위치에 관한 것일 거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그 경비나 위장법은 물론이고 
발견되었을 경우의 자폭 장치도 포함해서, 기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방법이 
취해지고 있을 것이었다. 목적지인 히노네 마을은 터널의 발단이 점재하는 구역에 
있기 때문에 유엔군에 있어서도 언더그라운드에 있어서도 중요했다. 미즈노 소위의 
설명에 의하면 예전부터 히노네 마을은 양쪽 군의 역학 관계에 대응하여 어느 쪽에도 
붙었다. 새로운 통신 시설이 생겨 전개하는 부대가 늘었기 때문에 현재는 유엔군 쪽에 
붙어 있다고 예상되지만 확증은 없었다. 통신 시설이 새롭게 되기 전에는 물이나 
식량, 게다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정보를 언더그라운드 쪽에 제공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오다기리는 가방과 주머니의 내용물을 확인하면서 그곳에는 어떤 인간이 살고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면 싫다는 생각에, 어째서 
자신은 이제까지 그런 비국민촌의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곁에서 통신기에 입력을 계속하고 있는 고바야시에게 물었다. 나는 왜 
비국민촌으로부터의 스파이라고 의심받지 않았던 것일까? 고바야시는 통신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얼굴이 달라."
  곳곳에 두꺼운 철문이 있는 어떤 좁고 긴 통로를 꽤 오래 걸었다. 다케히라 중사가 
마지막 문의 자물쇠를 열고 안쪽으로 천천히 여니 바깥의 냉기가 느껴졌다. 
꺾어지면서 위로 뻗어 있는 승강로와 쇠사다리가 있었다. 먼저 다케히라 중사와 
나가타가 밖으로 나가 잠시 있다가 손으로 올라와, 하는 신호를 보냈다.
  밖으로 나온 순간에 밤의 숲냄새와 냉기가 오다기리를 감쌌다. 말없이 곧바로 
이동이 개시되었다. 모두가 위장된 챙 없는 모자를 쓰고 있었고, 헬멧은 갖고 있지 
않았다. 선두의 두 사람과 미즈노 소위, 그리고 제일 후미의 미야시타가 기묘한 
형태의 고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걷는 속도는 놀랍게 느렸다. 오다기리는 말 들은 
대로 미즈노 소위의 2미터 뒤를 따라갔다. 덤불과 나무의 틈으로 초생달이 보였다. 그 
약하고 창백한 빛으로 희미하게 주위가 보일 뿐이었다. 미즈노 소위는 주의 깊게 
나뭇가지를 젖히고 구부리고서 발끝으로 바닥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오다기리는 그 동작을 흉내내면서 따라갔지만, 20미터도 가기 전에 허리와 다리가 
지쳐 왔다. 짐이라는 말이 되살아났다. 슬로 모션처럼 걷는 것이 이렇게 체력을 
소모할 줄은 알지 못했다. 숨이 거칠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덜미나 
겨드랑이에서 흠뻑 땀을 흘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5분도 안 돼서 다리의 근육이 
경련하여 쓰러져 비탈을 굴러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불안해졌다. 지껄일 수가 
없기 때문에 불안은 증폭되었다. 가르쳐 준 것처럼 자신에게 암시를 걸었다. 어떻게 
되겠지, 그 동안 이렇게 걷는 범에도 익숙해질지 몰라, 저 녀석들도 인간이야, 이런 
꼴로 영원히 계속 걸을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렇게 자신에게 들려 주었다. 이동을 
개시하고 나서 잠시는 완만한 내리막 경사였지만 바로 급한 오르막이 되었다. 미즈노 
소위는 나뭇가지를 잡든다든기 하지 않고 거의 기는 것 같은 모습으로 나아갔다. 
허리가 아파졌지만 내리막보다 편하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부드럽고 축축한 
바닥에 발끝을 살짝 딛고 신중하게 몸을 일으킨 후에 겨우 잠깐 동안이지만 쉬었다. 
내리막이라면 항상 몸을 지탱하고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도 암시한 대로는 되지 않아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어렵게 되어 
왔다. 어느 정도 나아간 걸까, 1킬로 정도 걸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10미터도 
나아가지 않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허리에 두른 주머니 달린 벨트나 등에 맨 배낭이 
점차 무겁게 느껴져 왔다. 오다기리의 배낭은 다른 모두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됐지만 
어깨에 파고들어서 내팽개쳐 버리고 싶어졌다. 소총 같은 걸 메고 있었다면 훨씬 
비참하게 되어 있었겠지, 주위를 볼 여유도 없어져 왔다. 앞쪽의 미즈노 소위의 등과 
다리만을 지켜보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했다. 이 다리의 근육의 
아픔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경사가 조금 완만하게 되어 이윽고 
다시 내리막이 되었다. 살짝 땅에 대고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천천히 발끝의 
엄지발가락이 붙어 있는 데까지 땅을 밟는다. 잘 보니 미즈노 소위는 그런 식으로 
걷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그것을 따랐다. 자신이 악어라든가 나무늘보라든가 그런 
동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스무드해서 다리 근육의 
필요없는 긴장이 없어지게 된 것을 알았다. 발바닥 전체로 땅에 닿으면 반드시 
고엽이나 작은 가지나 돌맹이를 밟아 버린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그것들을 발끝으로 
제거하듯이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빙판 길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뼛주뼛 걷는 것과 
비슷해서 허벅지와 장딴지에 부자연스런 힘이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발꿈치로 살짝 
땅에 닿으면 바닥이 부드럽기 때문에 마른 낙엽도 소리를 내지 않고 눌러 버릴 수가 
있다. 이렇게 걷는 식의 요령이라면 그것도 가르쳐 줘,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지만, 
미즈노 소위 몸의 작은 움직임이 이제까지는 보지 못한 것이었다고 알아차렸다. 
초생달 빛만으로 눈이 익숙해져 왔던 것이다. 갑자기 미즈노 소위의 왼손이 올라갔다. 
멈추라는 신호였다. 미즈노 소위가 천천히 허리를 굽히고 소리 없이 산탄총을 겨누는 
것이 보였다. 오다기리도 허리를 굽히고 주위에 귀기울였다. 오른쪽 깊숙한 데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기척이 분명이 전해져 왔다. 낮이었다면 결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고엽이 밟혀서 부서지고 낮은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그 
희미한 소리는 숲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는 것 같았다. 미즈노 소위는 잠시 그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이윽고 정지 신호를 풀고 이동을 재개했다. 5,6보 나아가서 오른손으로 
옆을 가리켰다. 동물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형태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너구리나 
여우였을 것이다. 도망가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는 병사들을 보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는 붉게 빛나는 눈을 
등에 느끼면서 오다기리는 자신들이 밤의 숲에 녹아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이제 두 시간이면 새벽이야."
  커다란 바위 그늘에 병사들을 집합시키고 미즈노 소위가 말했다. 시계를 보았다. 
2시간 계속 걸은 것이 된다. 비탈의 아래쪽에서 개울소리가 났다. 구리하라와 
야마나카가 각각 바위의 반대편에서 주의를 경계하고, 나가타는 두꺼운 고무 판초를 
두 장 합쳐서 파이프 같은 것을 집어넣고 몇 사람이 몸을 구부리고 들어갈 수 있는 
간단한 텐트를 만들었다. 경계하는 두 사람을 남기고 장비를 내려놓고 전원이 그 안에 
들어갔다. 다케히라 중사가 비닐 주머니에 들어 있는 지도를 중앙에 놓고 판초가 
빈틈없이 전체를 덮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라이트를 켰다. 볼펜 정도의 가늘고 
긴 통이었는데, 가운데를 접으니 푸른 형광이 비쳤다. 얇은 상자 모양의 케이스를 
열고 나침반을 꺼내어 지도 위에 놓고 그 자석의 침에 맞추어 지도의 방향을 
바꾸었다. 디지털 통신기의 자판을 두드리면서 미즈노 소위와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시간과 방향을 의미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되는 숫자를 주고받는 걸로 
일관해서 오다기리론선 이야기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미즈노 소위가 최후로 
말한 것만 이해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고 그 뒤 잠시 쉰다. 오다기리도 배낭에서 
진공 팩 같은 식량 봉지를 끄집어 내었다. 네 사람이 경계를 서고 그 동안 네 사람이 
먹고 선잠을 잔다. 경계를 설 필요가 없으니 푹 자, 하고 오다기리는 미즈노 
소위로부터 말을 들었다. 텐트에 있는 것은 미즈노 소위와 오다기리, 그리고 다케히라 
중사와 나가타였다. 나가타가 4인분의 봉지에 들어 있는 식량을 먼저 모았다. 물통의 
바닥에 붙어 있는 알루마이트 용기에 반쯤 물을 넣고 식량 봉지를 거기에 담근 후 
추잉 검 비슷한 희고 얄팍한 것을 뚝 잘라서 역시 물 속에 넣었다. 1분이 지나기 전에 
용기의 안쪽에 물방울이 생겼고 나가타는 플라스틱 접시를 준비하여 끓는 중에도 솜씨 
있게 봉지를 끄집어 내어 모두에게 김이 오르는 찰팥밥을 나누어 주었다. 돼지고기가 
들어 있는 색다른 찰팥밥이었지만 결코 맛이 나쁘지는 않았다. 은 물은 버려지지 않고 
차가 되었다. 천천히 50번 이상 씹어먹어, 하고 미즈노 소위로부터 말을 듣고, 알고 
있어, 하고 오다기리는 불복하듯이 대답했다. 찰팥밥은 잘 씹어먹는 것이라고 정해져 
있잖아, 그렇게 말하니 다케히라 중사와 나가타가 작은 소리로 웃었다. 세 사람이 
오다기리를 보고 있었다. 맛은 어때? 하고 묻고 싶은 것이겠지. 지금까지 먹어 본 
찰팥밥 중에서 제일 맛있어, 하고 말하니 미즈노 소위가 만족한 듯이 끄덕였다. 또 한 
봉지 먹고 싶을 정도야, 오다기리가 그렇게 덧붙이니 그만둬, 하고 나가타가 고개를 
저었다. 배가 잔뜩 부르면 안 돼, 위장에 총을 맞았을 때 먹은 것이 흩날려서 죽어.
  깊은 잠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새 있어서 새들의 우는 소리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오고 텐트 안의 인간이 교대하고 있었다. 자고 있는 몸에 닿지 않도록 살짝 텐트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네 사람은 모두 한 번 눈을 뜨고 오다기리라는 걸 확인하고 
다시 잠들었다. 아직 이슬이 떨어지는 숲으로 소리를 내지 않으며 나올 작정이었지만 
바위 끝과 뒤쪽의 덤불에 있는 세사람은 이쪽에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지면에 몸을 
구부리고 가만히 았자니 와, 하고 미즈노 소위가 손을 움직였다. 미즈노 소위는 
쌍안경으로 주위를 보면서 다케히라 중사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것이 미노 산이고 그 오른쪽이 오토기 산이야."
  미즈노 소위가 오다기리에게 가리킨 쪽에 산 두 개가 보였다. 그 앞에도 낮은 산이 
있고 그 뒤에도 줄줄이 좀 높은 산들이 있었고, 그것들 모두의 뒤쪽에 정상 부근이 
눈으로 덮인 후지 산이 있었다. 틀림없어,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주위의 다른 
경치는 무엇 하나 본 적이 없는 것이었지만, 후지 산이 보이는 모습이 별장에서와 
비슷했다. 오다기리는 이 세계에 빠져들게 된 포인트에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 단지 
그걸로는 아무런 감장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쳐 있어서 어딘가가 마비되어 있을 
거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미즈노 소위와 다케히라 중사는 지도를 몇 번이고 
체크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이곳이 최고의 야영지인 것을 
오다기리도 알았다. 삼면이 울창한 덤불로 둘러싸여 있고 머리 위에는 높은 가지가 
많은 나무가 어거져 있으며 전면에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바위 그늘에 몸을 숨기면 
어느 방향으로부터 가령 헬리콥터가 몇 미터까지 접근해 와도 특별한 장치라도 
사용하지 않는 한 육안으로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두 사람의 옆에서 살며시 고개를 들어 앞쪽을 바라보니 바로 밑에 인간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짐승이 다니는 길이 있는 것이 나무 가지와 잎 틈새로 
보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두 사람은 짐승이 다니는 그 길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짐승이 다니는 
길의 아래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새소리 때문에 분명하지 
않지만, 도착했을 때 여울물소리가 들렸었다. 개울과 나란한 형태로 지프차만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비포장의 길이 있는 것 같다. 미노 산의 산정에도 그 길은 이어져 
있지만 미노 산을 둘러싼 형태인 그 길의 안쪽이 유엔군의 활동 지역인 듯하다. 활동 
지역의 바깥이라고 해도 짐승이 다니는 길을 가면 적과 마주칠 가능성이 생기지만 
터널 출입구로부터 이미 충분히 떨어져 있고, 무엇보다도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개울을 건너 길을 횡단하여 오토기 산에 오르는 것은 유엔군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소위는 그런 결론을 내리고 다케히라 중사도 동의했다. 미노산은 다른 
산과 다른 점이 없고 뭔가 시설이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걸 말하자 
위장되어 있는 거야, 하고 다케히라 중사가 짧게 내뱉듯이 말했다. 오토기 산의 
산정에서 적외선으로 감시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가르쳐 준 미즈노 소위의 얼굴에도 
식사 때와는 분명이 다른 긴장이 스치고 있었다.

  머리 위를 덮고 있는 나뭇가지와 잎을 통해서 늦가을의 햇살이 오다기리의 발 밑을 
비추고 있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레이스 커튼 너머로 비치는 것처럼 추상적인 모양이 
되어 와 닿는 빛. 발 밑의 지면은 모두 낙엽과 나뭇가지가 덮고 있었다. 왼쪽 
아래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지만 개울의 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다기리가 미즈노 소위의 등을 보며 걷고 있는, 짐승이 다니는 길은 국민학생의 
소풍이나 가족의 하이킹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길이라기보다는 비탈에 희미하게 층이 
져 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고, 고엽이 몇 겹이고 덮여 있는 그 아래쪽은 부엽토로 
되어 있어서 걷는걸 잘못하면 바로 미끄러질 뻔하게 된다. 게다가 그 폭은 겨우 한쪽 
발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그래도 머리를 낮게 하고 허리를 굽히고, 덤불을 
젖히면서 나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편했다. 그러나 군데군데 길은 크게 패어 있기도 
했고, 커다란 넘어진 나무나 바위나 가지가 무성환 관목으로 막혀 있을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은 본대보다 빨리 걸어서 굽어진 곳이나 덤불이 없어져 시야가 양호한 
장소에서 멈췄다. 상당히 앞에 가는 일도 있지만, 미즈노 소위 쪽에서 나가타가 
보이지 않게 되는 일은 없었다. 오다기리의 뒤를 따라오는 구리하라, 야마나카, 
고바야시 세 사람은 때때로 오른쪽의 덤불과 왼쪽 아래의 개울 쪽으로 흩어졌다. 제일 
걷는 미야시타는 열댓 발자국마다 멈추어 뒤쪽을 돌아보고 귀를 기울이며 뭔가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은 없는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한 번 개울 쪽에서 사슴의 
작은 무리가 뛰어올라와 전원이 그 자리에 엎드려 총을 겨눈 적이 있었다. 
엎드린다기보다 소리 없이 바닥에 달라붙는다고 하는 느낌이어서 사슴과 오다기리만이 
망연히 서 있었다. 눈앞에 미즈노 소위의 동작이 너무나도 빠르고 스무드했기 때문에 
오다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엎드릴 타이밍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얼빠진 움직임으로 슬슬 웅크리는 오다기리를 눈치채고, 새끼 사슴도 끼여 있던 
사슴의 무리는 다시 개울이 있는 쪽으로 점프를 하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만일 
오다기리가 없었다면 사슴은 그곳에 인간이 엎드려 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병사들 사이를 걸어갔을지도 몰랐다. 전원이 엎드렸을 때오다기리에겐 그들이 사라져 
버린 것처럼 비쳤다. 그때까지 서 있었던 인간이 바닥에 엎드려 시야에서 사라진다고 
하는 의미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덤불이나 고엽이나 땅바닥과 머리 위의 수풀이 
만드는 기묘한 모양의 빛과 그림자와 동화해버렸던 것이었다. 소총만이 고엽 속에서 
내밀어져 있어서 기묘한 니끔이 들었다. 수만 년 전의 지층 속에서 나온 볼트라든가 
빙산 덩어리에서 발견된 만년필이라든가 그런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슴이 
사라져서 일어선 미즈노 소위는 오다기리를 향해 입술의 가장자리를 찡긋하며 웃는 
얼굴을 지었다. 사슴이어서 잘 됐어, 하는 웃는 얼굴이었다.
  50분 정도 걷고 5분의 휴식을 취했다. 분대는 그것을 두 번 되풀이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경치의 숲을 걷고 있었다. 저 어둠 속에서의 이동보다 20배 정도 
편하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오다기리에겐 주위를 경계할 필요와 
능력이 없었다. 단지 미즈노 소위의 움직임을 보면서 3미터 뒤쪽에서 발뒤꿈치로 먼저 
땅에 닿고 천천히 발끝을 내려놓는다고 하는 기본을 지키고, 될 수 있는 대로 
소리내지 않고 왼쪽 아래의 개울 쪽으로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도록 걸어가기만 하면 
좋았던 것이다. 어젯밤은 긴장하고 있었다. 긴장은 피로를 배가한다. 다리나 허리에 
아픔이 남아 있었고 항상 목이 말랐지만 지금은 훨씬 편했다. 최초의 휴식 때 미즈노 
소위가 몇 종류인가의 알략을 주었다. 비타민제였다. 두 번째에는 두 알의 얼음사탕을 
주었다. 걸으면서 얼음사탕을 빨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오다기리는 언제 두 개째의 
얼음사탕을 입에 넣을까, 하고 생각하고 단지 그것만으로도 즐겁게 되어 왔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정말 대단하군, 하고 병사들을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종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올림픽 같은 데 나간다면 모두 깜짝 놀라지 않을까, 무슨 종목이 좋을까, 하고 
오다기리가 생각하고 있을 때 앞쪽의 나가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미즈노 소위는 뒤에 따라오는 병사에게 정지를 명하고 나가타 쪽을 향해 달렸다. 
앞쪽에서 나가타가 무엇인가 보고하고 있었다. 다케히라 중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미즈노 소위가 와, 하는 신호를 보내왔다. 
  나가타가 선도해서 잠시 나아가니 관목이 내밀어져 있어서 그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 
모퉁이의 앞쪽에 세 사람의 인간이 있었다 누덕누덕한 외투를 입은 사내와 두 사람의 
젊은 여자, 여자는 두 사람 모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다기리가 
전에 있던 세게에서 곧잘 필리핀이나 태국의 여자가 온천장 캬바레에서 입고 있는 
것처럼 붉은색과 옥색의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히노네 마을 사람입니다."
  다케히라 중사가 말했다. 오다기리는 그 누덕누덕한 외투를 입은 사내를 보고 출발 
전에 고바야시가 "얼굴이 달라."하고 말했던 의미를 알았다. 사내는 전혀 나이를 알 
수가 없었다. 20대처럼 50대처럼도 보였다. 눈은 내리깐 채로 결코 이쪽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머리는 텁수룩하고 색도 옷감도 알 수 없는, 사료인가 뭔가의 포대를 
이어 맞춰서 만든 것 같은 외투의 밑에는 아주 더러워진 잠방이 비슷한 바지를 입고 
진흙과 구별이 되지 않는 맨발에 고무 샌들을 신고 있었다. 아래를 향한 그 얼굴은 
오다기리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아주 옛날의, 예를 들면 
메이지(역자주:1868년에서 1912년까지) 초기에 외국인이 찍은 사진 속의 일본인과 
조금 닮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옛날 일본인 농민과는 눈초리가 달랐다. 막다른 
곳까지 몰려서 어쩔 줄 모르는 쥐처럼 두려워하고 부끄러움이 가득 찬 눈이었다. 
오다기리는 와카마쓰가 지하 공장에 사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인간들의 이야기를 할 
때 사용한 말을 생각해 냈다. 와카마쓰는 '퇴화'라고 말했던 것이다.
  "지금부터 유엔군 장교에게 인사하러 간다고 합니다."
  인사인가, 하고 미즈노 소위는 두 사람의 여자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 장교의 명령으로 건너편 길을 사용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길을 
경비하고 있는 병사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노 산의 기슭까지 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 길을 지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의 여자는 형편없는 소재와 디자인의 원피스 위에 짚이나 어쩌면 한지로 
만들어진 건 아닐까, 할 정도의 짧은 판초 같은 것을 걸쳤고 입술에 색이 없었다. 
추운 것이겠지만 언제나 그런 상태로있기 때문에 체념해 버렸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추워, 하고 호소하여 뭔가 따뜻한 의류나 마실 것 같은 걸 받아 본적이, 
태어나서 한번도 없을 것이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역시 맨발에 고무 샌들을 신고 
있지만 흙과 먼지로 더러워진 발에 빨간 페디큐어가 발라져 있어서 그것이 왠지 
잔혹한 느낌을 주었다. 두 사람 모두 똑같이 머리는 끈적끈적하게 목에 달라붙고 
피부도 그을린 것처럼 더러워져 있었지만, 옥색 원피스의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오다기리는 생각지 않게 숨을 삼키고 말했다. 째진 눈을 크게 뜨고 공포 때문에 
속눈썹을 떨고 있었다. 미간에 희미하게 주름이 생기고 아랫입술을 이빨로 깨물고 
있었다. 흠칫할 것 같은 아름다운 여자였다. 여러 헥타르의 토지를 마르게 하고 그 
양분을 모두 빼앗아 한 그루의 특별한 식물이 자라는 것처럼 다른 인간의 부의 
에너지를 모두 흡수해서 그 눈이랑 입술이랑 턱이나 q로의 선이 만들어진 것 같은 
그런 얼굴의 여자였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가하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유엔군의 병력이나 장비의 배치를 물어 보았나? 하고 미즈노 소위가 다케히라 
중사에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하고 다케히라 중사가 대답했다.
  "미노 산의 통신 기지에 작은 대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중박격포라고 
생각됩니다. 도로 두 군데의 정션에 기관총 탑재한 지프가 두 대씩, 장갑차는 없는 것 
같습니다. 뭐, 전차나 M3가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길은 아니니까요. 헬리콥터는 
때때로 오는 것 같습니다만, 아파치는 아는 것 같습니다. 보급용이겠지요."
  다케히라 중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어 자신의 머리에 
대고 어떻게 할까요? 하는 듯이 미즈노 소위를 보았다. 사살할까요? 하는 의미일 
것이다. 미즈노 소위는 고개를 저었다. 너, 이 여자 두 사람을 어떻게 할 작정이야, 
하고 불쾌한 듯이 얼굴이 되어 있는 구리하라가 누더기 외투의 사내에게 말했다. 붉은 
원피스의 여자는 입을 칠칠치 못하게 벌리고 자신의 발 밑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옥색 원피스의 여자는 눈을 올려 병사를 둘러보고 있었다. 구리하라는 이 
여자가 유엔군 장교에게 뭔가 당하는 것을 상상한 것일 거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오다기리도 역겨워졌다. 구리하라, 조용히 해, 하고 미즈노 소위가 구리하라를 
제지하고 다케히라 중사와 작은 소리로 상담을 시작했을 때,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와 
같은 눈의 사내가 돌연 소리를 냈다. 뭔가 말하지 않으면 살해당한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오늘밤 유야를 하니까 꼭 돌아와 주세요. 단쿠자의 단입니다."
  사내는 낮고 똑똑지 못한 소리로 기분 나쁠 정도로 매끄럽게 지껄였다. 유야? 뭐야, 
그것은, 하는 표정의 병사들에게 미즈노 소위가 노다, 하고 돌아보며 가르쳐 주었다. 
이들은 노를 하고 있는 거야. 웅야라고 쓰고 유야라고 읽는 곡이 있어. 그것의 
'단자쿠의 단'일 것이야.
  "좋은 노멘(역자주:노를 연기할 때 쓰는 가면)이 생겼습니다. 모두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미국놈에게 인사하러 가는 것분입니다. 이 여자들에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고부즈키의 여자니까 신경쓰지 말아 주세요."
  사내는 누구의 눈도 보지 않고 병사들의 가슴을 향해 이야기했으며, 지껄이고 있는 
사이에도 항상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가게 해, 하고 미즈노 소위가 말해서 병사들은 
길을 열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사내는 감사의 말을 하면서 두 
사람의 여자를 데리고 지나가려고 했다. 어이, 하고 미즈노 소위가 불러 세우고 
말했다.
  "오늘밤 노의 무대에는 꼭 얼굴을 내밀 테니까, 기다려 줘."
  "고부즈키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고부즈키라고 쓰는 거야. 마을의 방침에 
반항하거나 마을을 떠난 자의 가족이 그 대상이 돼. 언제나 다섯 가족의 고부즈키 
가족이 있어서 새로운 대상이 결정되면 그때까지 가장 잘 견딘 가족이 고부즈키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 가장 손에 넣기 어려운 의복에서 차별당하는 듯해. 그 밖에는 저런 
식으로 그 딸이나 아이들한테까지 지독한 처사를 하지."
  그런 것을 오다기리에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은 나가타였다. 히노네 마을의 세 
사람을 지나가게 하고 충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분대는 달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는 것도 개의치 않고 계속 달려서 오다기리는 숨이 가빠지고 몇 번이고 
넘어질 뻔하게 되어 토할 듯한 것을 참았다. 그렇게 해서 히노네 마을 방향으로 30분 
가깝게 달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숨을 돌린 다음에 오른쪽 위의 덤불 쪽이 아니라 
왼쪽 아래의 개울을 향해 천천히 비탈을 내려가 바로 밑에 개울이 보이는 관목의 짙은 
수풀이 숨었다. 그 장소도 삼면이 바위로 둘러싸여 있고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을 
정도로 머리 위는 나뭇가지와 잎으로 덮여 있었다. 고바야시와 미야시타가 좌우를, 
구리하라와 야마나카가 앞뒤를 경계하고 미즈노 소위와 다케히라 중사는 마을 사람과 
접촉한 일로 부득이하게 작전을 변경하게 되어 지도를 펼치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금 전엔 어째서 그렇게 굉장한 기세로 달렸던 것일까, 하고 겨우 구역질이 
가라앉은 오다기리는 나가타에게 물었다. 나가타는 귓전에 입을 갖다 대고 작은 
소리로 예상외의 일이 일어났을 경우, 가능한 한 곳에서 이탈하지 않으면 안 돼, 하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들이 엘리트여서 저들을 차별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오다기리가 말했을 때, 히노네 마을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들은 차별하지 않아, 나가타는 물통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스파이가 가장 무섭기 때문에 터널에 들이는 인간의 체크는 엄격하게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내부에는 차별이 없어 예전의 피차별부락(역자주:과거에는 부락이라고 
하는 특정한 장소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일본 사회에 존재했었음) 출신자도 꽤 
있고, 초기 터널 공사에 참가했던 관계로 한국인 2세나 3세도 많아. 야마나카는 
분명히 어머니 쪽의 할아버지가 중국인이야. 당신도 알 거야. 부상해서 물을 마시고 
싶을 때 마시게 해 주는 자에게 정말 감사해, 그 자가 나이프를 들고 달려들어 다리 
같은 걸 자르려고 한다면 가령 부모라도 적이야. 바깥은 적투성이라고 하는 때에 차별 
같은 걸하고 있을 여유가 있을까. 그 반대야. 엘리트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저 
히노네 마을 같은 무리들이야. 저 녀석들의 할아버지들은 옛날의 재향 군인회나 국민 
의용대 간부의 생존자가 많아. 옛 왕족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들었잖아? 
노를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노라고 하는 것은 아주 옛날의 
귀족이나 무사들의 것이었지. 녀석들은 그 밖에도 이 주변에 떨어져 있는 막대 같은 
걸로 총검술을 하기도 하고, 쓰레기 같은 화지(역자주:우리의 한지에 해당하는 일본 
종이)를 만들어서 단가(역자주:5,7조를 기조로 한 일본 고유의 시가)를 짓는다든지 
하고 있는 거야. 나도 한 번 가 본 적이 있지만 일본의 전통을 지키는 히노네 마을에 
어서 오세요, 하고 말하는 거야. 믿을 수 있어? 딸을 유엔군에 파는 것 같은 짓을 
하는 주제에 일본의 전통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렇더라도 저 녀석들과 접촉해서 
이 작전은 어려워졌어. 전투는 피할 수 없어. 당신도 각오하는 편이 좋을걸. 소위의 
작전이 틀렸던 건 아냐. 누구라도 같은 작전을 세웠을 거야."
  왜 그녀석들을 죽이지 않았지? 나라면 죽였을 거야.
  "죽이는 것은 누구라도 생각하지. 좀 전에 소위가 말하고 있었던 것은 세 사람이 
미끼라고 하는 거야. 머리가 좋은 특수 부대의 지휘관이 있는 것 같다고 소위는 
생각하고 있어. 마을 사람을 삼 일에 한 번이라거나 그런 정도의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부르고 있어. 여자가 필요하다든가 명목은 뭐라도 좋아. 시간을 엄수하도록, 개울가의 
길이 아니라 저 짐승이 다니는 길을 통해 오도록 시키지. 저 짐승이 다니는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이 포인트인 거야. 만일 정해진 시간에 오지 않는다면 공격용 헬리콥터를 
불러서 이 일대의 숲을 태워 버리지. 유엔군은 한 사람의 병사도 사용하지 않고 
개울로부터 이쪽을 편히 커버할 수 있는 거야. 죽이면 히노네 마을도 완전히 우리들의 
적이 될 것이고, 훌륭한 수단이야."
  그래도 그 세 사람은 지껄였잖아?
  "물론이지, 그러나 적은 갈피를 못 잡고 의심하지. 왜 이 녀석들을 죽이지 
않았을까. 이 녀석들이 정말은 언더그라운드 편에 붙어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로 
적은 있는 걸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정말로 여덟 명뿐일까? 소위는 한술 
더 떠서 히노네 마을에 간다고 말했어. 그것이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공격용 
헬리콥터 같은 건 출동시킬 수 없어. 스팅어를 휴대한 중대가 숲 속에 있는 터널 
진지에서 매복하고 있을지도 몰라. 이미 히노네 마을이 언더그라운드에게 점령되어 
버렸다고 하는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 대응이 늦어지지."
  그렇다면, 괜찮잖아.
  "괜찮을 리가 없어. 먼저 경계가 엄중해져. 개울을 건너 이쪽으로정찰대를 내보내. 
지원군을 부를지도 몰라. 게다가."
  게다가 뭐야, 하고 오다기리가 물으니 나가타는 우울한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포위하려고 하겠지."

  미즈노 소위는 전원을 집합시키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상류를 정찰하고 온 야마나카의 보고에 의하면 통신 기지에서 트럭 네 대가 
출발하여 육군 부대가 도로에 집결을 시작하고 있다. 도로를 점령하고 증원군을 
기다리면서 이 숲 뒤쪽에 전개해서 우리들을 포위하고 개울 쪽으로 몰아넣어 도로와 
숲으로부터 협공하는 작전을 취하겠지. 증원군의 도착은 빠르면 한 시간 후, 늦어도 
두 시간 후, 어느 쪽이든 철수하기엔 늦었고 밤까지 기다릴 여유도 없어. 결론은 
하나야. 지금 바로 세 팀으로 나뉘의 적의 집결 지점 정면을 돌파한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분대는 이미 미즈노 소위의 작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뉘어 이동을 시작했다. 오다기리는 미즈노 소위, 구리하라, 
야마나카와 함께 돌파 지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야마나카는 적의 병력을 중대 
규모라고 보고하고 있었다. 약 200명이다. 그것이 둘로 나뉘어 있었다. 미노 산에 
오르는 길 입구, 그곳에서 2킬로 정도 떨어진 히노네 마을 가까이에 있는 삼거리에 
경계의 거점이 있어서 기관총을 탑재한 지프와 각각의 배후의 경사면에도 기관총 
진지가 있을 거라고 예상된다. 미즈노 소위 이하, 네 명이 돌파할 것은 삼거리에 
설치된 거점이었다. 병력은 약 130명, 우선 좌우에서 다케히라 중사와 나가타가 
로켓과 유탄 발사기로 지프와 기관총 진지를 두드린다. 그 다음에 네 명이 
튀어나간다. 미노 산에 오르는 길 입구로부터 증원군을 고바야시와 미야시타가 사전에 
설치한 크레모아로 막는다. 크레모아란 것은 야간의 습격에 대비하거나 매복에 잘 
사용되는 지향성이 있는 대인지뢰로서, 형태는 얄팍한 콤팩트 스피커와 아주 
비슷하지만 발목에 걸리도록 낮게 친 철사나 전기 충격으로 폭파시키면 약 700개의 
베어링이 튀어나간다. 60도 각도에서 직선 거리로 100미터, 폭 50미터, 높이 20미터 
범위 안의 모든 것을 날려 보낼 수가 있다. 고바야시와 미야시타는 크레모아를 
폭발시킨 후 교전을 피해서 오토기 산 정상에 올라 적외선 카메라로 미노 산의 통신 
기지를 정찰한다. 세 그룹의 합류 장소는 오토기 산 북쪽 경사면에 있는 암반이다. 
그곳에서는 거의 바로 밑으로 히노네 마을을 내려다볼 수가 있다. 다케히라 중사와 
나가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미야시타와 고바야시는 개울가 덤불 
속을 몇 초씩 걸려서 한 걸음씩 나아가며 하류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부탁해, 하고 
야마나카가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야시타와 고바야시가 크레모아로 
매복에 실패한다면 분대는 분명이 전멸한다.
  미즈노 소위, 오다기리, 야마나카, 구리하라 네 사람은 개울에서 3미터 들어간 
관목숲 속을 거의 기듯이 나아가고 있었다. 겹처진 가지 잎의 건너편에는 기울기 
시작한 x태양을 반사하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개울의 표면과 건너 기슭의 도로가 
보였다. 큰 소리로 부르면 들릴 간격으로 병사들이 도로를 따라 배치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가슴 앞에 총을 들고, 천천히 걸어다니며 이 편의 개울 시슭을 
보고 있었다. 미즈노 소위가 구리하라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그 도로상의 적병을 
눈으로 가리키면서, 십 초에 몇 명 쓰러뜨릴 수 있어? 하고 물었다. 구리하라는 
저격용 소총을 만지고 나서, 양 손의 손가락을 일곱 개 보이고, 다시 한 번 도로 위를 
확인하고, 그것을 여덟 개로 늘렸다. 오다기리는 미즈노 소위에게서 받은 얼음사탕의 
나머지를, 이 관목 사이를 나아가기 시작했을 때 꺼내어, 입에 넣으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적병의 모습이 보여 먹는 것을 멈추었다. 그것이 지금 오른손 안에서 녹으려고 
하고 있었다. 돌파 지점에 도착하면 오다기리에게도 총과 수류탄이 건네지도록 되어 
있었다. 이래선 안 돼, 하고 오다기리는 배를 깔고 천천히 팔다리를 움직이며 
생각했다. 이렇게 끈적끈적하면 방아쇠를 잘 당길 수도 없고, 수류탄 같은 건 손에 
달라붙어 버려 큰일날 거야. 손바닥 한가운데 절반 크기로 된 얼음사탕이 남아서, 
먼저 그것을 입에 넣었다. 단맛이, 입안뿐만 아니라 전신으로 퍼져 가는 듯한 느낌이 
되었다. 얼음사탕은 혀로 굴려져서 천천히 녹아 갔다. 그 단맛이 입의 점막에서 
신경과 세포를 통해 폐나 페니스나 무릎이나 발끝까지 운반되어 스며드는 것을 
알았다. 이 덤불 속을 나아가기 시작하고 나서 미즈노 소위들의 전 신경이 
긴장되었고, 그것이 무언가 구체적인 것으로서 오다기리에게도 전달되어 왔다. 특히 
적병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나서는 공기의 성분이 변화한 것 같았다. 실제로 눈의 
표면이 마르는 느낌이 들었고, 빨아들이는 공기의 입자에 돌연 가시가 생긴 것처럼 
목이나 폐가 까칠까칠했다.
  얼음사탕의 달콤함이 그런 공기 속에서 두드러졌고, 오다기리는 손바닥이 진흙으로 
더러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핥았다. 그것은 정말로, 몸이 외부로부터 
두드러지고, 녹아 버릴 것 같은 달콤함이었다. 전신에 달콤한 맛이 퍼져 가는 이 
느낌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문득 생각되어져, 소름이 
끼쳤다. 자신의 몸이 폭풍으로 세로로 찢어지는 것이 눈에 떠올라 갑자기 절규를 하게 
될 것처럼 되었다. 잇몸에 무섭도록 차가운 것이 쑤시고, 입 전체가 떨리기 시작한 
것을 알았다. 이변이 전달된 것일 것이다. 바로 앞을 가던 미즈노 소위가 슬쩍 
오다기리를 돌아보았다. 오다기리의 표정을 보고 놀란다기보다도 슬픈 듯한 눈이 되어 
허리에 찬 나이프로 손을 뻗치려고 했다. 오다기리는 그만둬, 괜찮아, 하고 오른손을 
들고, 공포의 이미지를 떨쳐 내기 위해 어떤 정경을 떠올렸다. 그것은 눈을 위로 하고 
이쪽을 주시하며 부끄러운 듯 미소짓던 그 하노네 마을의 아름다은 여자의 
얼굴이었다.
  미즈노 소위가 시계를 보고 나서 30초 뒤에, 마주 보듯이 삼거리에 멈춰 있었던 두 
대의 지프가 각각 다른 소리를 내며 불타올랐다. 지프와 그 운전병은 불길 속에서 
검은 실루엣이 되었다. 그것이 마치 필름의 네거 영상과 같다고 오다기리가 을 잃고 
있는 동안에, 덤불에서 미즈노 소위가 개울의 바위가 많은 곳으로 튀어나와, 계속 
이어서 유탄 발사기를 쏘았다. 구리하라는 관목에서 총신이 긴 총을 내밀고, 하나, 
둘, 셋, 넷, 하고 큰 소리로 세면서 도로를 따라 두 사람씩 서 있는 적병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여섯 사람째가 엎드리니 젠장, 하고 외치고는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를 쓰러뜨리고 나서, 저격총을 돌격총으로 바꾸고 개울로 튀어나갔다. 지프가 
타오르는 것을 본 적병은 뒤쪽 산의 경사면으로 오르려고 달아났다. 그 집단을 향해 
흰 연기를 뿜으며 유탄이 같은 간격으로 옆으로 퍼져 가며 빨려들어갔다. 다음 순간 
소총이나 군복, 헬멧이나 살의 파편이 무서운 기세로 튀어 흩어졌다. 야마나카는 
허리춤에서 경기관총을 쏘면서, 개울을 다 건녀라고 하고 있었다. 불길과 연기의 
건너편에서 짧은 간격의 연속음이 들려와 개울물이 튀어올랐다. 구리하라를 흉내내어 
오다기리도 개울물 속에 멈을 엎드렸다. 전혀 차가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미 개울 
기슭의 좌우에서 로켓과 유탄이 발사되어, 불길 건너편의 기관총이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을 멈처었다. 미즈노 소위는 왼편 도로에 눈길을 주었다. 구리하라가 놓친 한 
사람이 미노 산 쪽으로 달아나는 중이었다. 미즈노 소위가 유탄을 곡사로 쏘아 
쓰러뜨리려고 총구를 비스듬하게 위로 향했을 때, 개울에서 몸을 일으킨 구리하라가 
마술처럼 빨리 저격총으로 바꾸고 겨누어 쏘았다. 멀리 버려진 담배 정도로 작게 되어 
있었던 적의 병사는 총성 후 한 호흡 늦게 쓰러졌다. 그 쓰러진 병사를 깔아 뭉개듯이 
지프와 트럭이 나타났다. 덤불에서 다케히라 중사와 나가타가 튀어나와 개울 조금 
앞에 몸을 굽히고 주위를 한순간 훑어보고 나서 이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직 
계속 타고 있는 지프 쪽으로 전원이 달리고 있었다. 미즈노 소위는 불타는 지프의 
건너편 산에 또다시 유탄 두 발을 쏘았다. 오다기리는 그 3미터 뒤를 달리고 
있었지만, 아직 한 발도 총을 쏘지 않고 있었다. 머리를 낮게 하고 달리면서 어떻게 
총을 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잘못했다간 앞에 가튼 미즈노 소위의 등을 쏘아 버릴 
위험이었다. 미즈노 소위는 때때로 럭비 선수가 태클을 피하듯이 달리는 코스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프가 불길을 뿜어 내고 전투가 시작되어 가솔린과 
초연의 냄새가 돌풍과 함께 몸을 둘러싸고 관자놀이를 조였고, 불길 뒤쪽에서 검은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는 것을 보고 덤불에서 튀어나갔을 때, 자신이 지금 총을 잡고 
있다는 것조차 사실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모래 연기를 피워 올리며 하류의 개울가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지프의 기관총탄이 발 밑에 닿기 시작해서 미즈노 소위는 
오른쪽으로 점푸한 채 개울가의 바위가 많은 곳에 엎드렸다. 오다기리도 바로 그 뒤에 
엎드렸지만 자갈에 얼굴이 닿기 직전, 기관총탄이 퉁겨 낸 작은 덜이 이마를 스쳤다. 
당했다,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피가 어깨를 적시고 눈으로 스며들어왔다. 맞은 
것은 돌이야, 일어서, 여기에 있다간 당해, 구리하라가 귓전에 고함을 치고 깃을 
움켜쥐어 오다기리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미즈노 소위가 화난 듯한 얼굴로 달리며 
다가오는 지프 쪽을 보았을 때, 크레모아의 폭발음이 들렸다. 먼 산기슭 전체가 
술렁술렁 떨리고 잘게 찢어진 나뭇가지나 잎사귀가 흙먼지와 함께 날아올라 지프와 
트럭이 각각 한 대씩 옆으로 넘어져 불타고 있었다. 너무 가까워, 지프도 트럭도 한 
대 남아 있어, 하고 구리하라가 외쳤다. 지프와 트럭이 불타오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두 개의 그림자가 개울을 건너 길을 횡단하려는 것이 보였다. 불타오르는 지프의 옆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일어난 폭풍으로 한 사람이 날아갔다. 누구야, 하고 
미즈노 소위가 고함을 쳤다. 고바야시입니다, 미야시타는 산에 들어갔습니다, 하고 
구리하라가 대답했다. 옆으로 넘어져 불타는 차량에 길이 막힌 상태가 되었지만, 
살아남은 적은 이윽고 태세를 정비하여 추격해 올 것이다. 선두를 달리는 야마나카는 
이제 곧 길에 도달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가타와 미즈노 소위가 각각 한 발씩 유탄을 
쏘았다. 전원이 다시 불타는 지프 쪽으로 달리고 있을 때, 양 손을 든 몇 사람의 
유엔군 병사가 누더기가 된 군복의 소매를 흔들면서 바로 오다기리의 정면에 
나타났다. 미즈노 소위가 해치워, 하고 외쳤다. 오다기리는 피로 더러워진 눈 주위를 
소매로 닦고 나서 다른 병사를 흉내내어 소총을 허리춤에서 쏘았다. 조장간이 어느 
사이엔가 전자동으로 되어 있어서 실탄은 몇 초만에 떨어졌지만, 한 발도 맞지 않아서 
투항병 머리 위의 덤불이 튀어나간 것뿐이었다.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나는 유엔군 
병사를 야마나카가 지근거리에서 경기관총으로 갈겨 버렸다. 양 손을 든 채 거의 
전원이 뒤로 날아가 벼렸지만, 허리를 맞은 한 사람은 무대에서 절규하는 록 가수처럼 
몸을 한 번 비틀고 나서격하게 앞으로 굽어져 접힌 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뭔가 
무거운 것이 공기를 찢어 가르며 떨어져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엎드려, 하고 미즈노 
소위가 큰 소리를 지른 것과 거의 동시에 오다기리의 왼쪽 10미터의 땅바닥이 들쳐져 
올라가고 구리하라의 몸이 비스듬하게 위로 들어올려지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왼족에도 언짢은 소리를 내며 포탄이 낙하하여 오다기리의 몸에는 자갈과 함께 떨리는 
배에 잔돌이 박혀 왔다. 귀가 마비되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탁한 오렌지색의 
반점이 붙어 있었다. 핀트가 맞지 않는 슬로 모션 같은 시야 속에 미즈노 소위가 
구리하라를 질질 글고 길을 횡단하려는 것이 보였다. 중박격포는 겹쳐 쓰러진 적의 
사체나 개울물이나 돌과 바위나 관목의 두꺼운 가지나 고철이 된 지프나 풀과 진흙을 
하늘 높이 날아올렸다. 오다기리는 자신도 모르는 말을 외치면서 미즈노 소위의 뒤를 
쫓았다. 몸을 낮게 하여 달리고 금속이 공기를 찢어 가르는 소리를 느끼며 엎드렸다. 
그것을 되풀이하고 있는 사이에 현실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포탄의 파편이 야전복의 
허벅지 부분을 찢어 놓아 살이 2센티 정도 도려 내어져 피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바지를 
적시면서 발목까지 흘렀지만 아픔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삼거리는 중박격포에 
지배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들어올려지는 개울 바닥과 자갈이 많은 개울가와 지면의 
틈새를 몇 초 달리고선 엎드렸다. 게릴라 병사는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 구리하라를 
끌고 가는 미즈노 소위가 삼거리에서 벗어나라는 신호를 했을 때, 쇳덩이가 된 트럭 
뒤쪽의 덤불에서 돌연 기관총이 발사되어 바로 그 앞에 있던 야마나카가 쓰러졌다. 
다케히라 중사가 일어서서 로켓을 쏘았다. 흰 연기를 토하며 유선형의 로켓이 덤불로 
빨려들어갔다. 불을 뿜고 있던 총구가 섬광에 싸인 것과 동시에 포탄이 다케히라 
중사의 오른쪽 옆에서 폭발했다. 다케히라 중사는 엎드리려고 했지만 몸 오른쪽의 
피부와 살과 뼈가 모두 벗겨져서 자갈 위를 몇 차례인가 굴렀다. 나가타가 달려가 
남아 있는 두 정의 로켓 발사기를 둥에 풀어 내어 자신의 어깨에 메었다. 미즈노 
소위가 오다기리의 발 밑을 가리켰다. 아마나카가 가슴을 검붉게 물들이고 눈을 뜬 
채로 위를 향해 넘어져 있고 곁에는 경기관 총이 구르고 있었다. 오다기리는 그것을 
집어올려 야마나카의 허리띠를 나이프로 잘라 탄창을 어깨에 메고 미즈노 소위의 뒤를 
쫓았다. 삼거리를 벗어나 완만한 비탈이 올라 덤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무렵, 
포격은 멈추었지만, 그것은 후속의 적이 추격해 오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즈노 
소위는 삼거리에서 히노네 마을 방향으로 더 물러나, 구리하라를 끌면서 덤불의 
틈새에 잠복해 갔다. 오다기리와 나가타도 뒤를 따랐다. 야마나카가 갖고 있던 
경기관총은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지만 총신에 열이 나고 있어서, 덤불 사이를 오를 
때에 한 번, 노칠된 허벅지에 그것이 스쳐 오다기리는 균형을 잃고 나가타에게 
부딪히게 될 뻔했다. 덤불을 수십 미터 오른 데서 미즈노 소위는 구리하라에게 응급 
조치를 하고 나가타에게 크레모아 두 개를 설치하도록 지시하고 오다기리에겐 구멍을 
파라고 말했다. 구리하라의 찢어진 배에서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내장이 밀려나와 
피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오토기 산의 북쪽 경사면으로 돌아 들어간 형태가 되어, 
무성한 나무가 머리 위를 덮고 있기 때문에 햇빛은 전혀 비치지 않았다. 피도 상처도 
내장도 검게 보였다. 미즈노 소위는 구리하라의 배낭을 살짝 풀고 안에서 판초를 
꺼내어 그것을 베개 대신으로 했다.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머리 밑이 
아니라 고개 밑에 넣었다. 통 모양의 용기에서 회색 알략을 꺼내어 구리하라의 입에 
밀어넣었다. 쇼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던 구리하라는 미즈노 소위로부터 
귓전에서 무슨 말인가 듣고 알약을 깨물어 부쉈다. '향현'이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나가타는 배낭에서 평평한 정사각형의 주머니를 끄집어 내어 크레모아를 
설치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제인 단행본 정도 크기의 본체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접는 
식의 다리를 세우고 각도를 정해 지면에 꽂아 고정시키는 그 작업을 두 곳에서 행한 
뒤, 가느다란 전선의 끝에 달려 있는 성냥개비 크기의 기구를 각각의 본체 상부에 
꽂아 놓고 나가타는 미즈노 소위 쪽을 보았다. 구리하라의 복부에 물통의 물로 적신 
흰 헝겊을 살짝 덮고 있던 미즈노 소위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스위치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나가타는 끄덕이고 오다기리 쪽으로 전선을 
끌어당겼다. 구리하라의 배에 느슨하게 붕대가 감겨 있었다. 나가타가 다가와서 접힌 
살색의 헝겊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가제 부분을 상처에 대고 묶어, 하고 말을 건냈다. 
가제에는 약품이 발라져 있는 듯 소독약냄새가 났다. 무덤을 파는 것은 좋은 기분이 
아니군, 작은 목소리로 오다기리가 말하니, 바보, 이건 셸터야, 하고 나가타가 
중얼거리는 소리로 대답했다. 내장이 튀어나와 있었다. 저런데도 살아날 수 있을까, 
오다기리는 붕대 감기를 끝내고서 물었다. 나가타는 파낸 흙을 아래쪽 경사면을 향해 
쌓아올려 굳히고 있었다. 철쭉과 비슷한 관목이 쌓아올린 흙과 셸터 그 자체를 감추는 
모양이 되어 있었다. 나가타가 새로 굳힌 흙에 고엽을 씌우면서 오다기리 쪽을 보았을 
때, 경사면의 위쪽에서 박격포탄이 폭발하여 땅울림이 전해져 왔다. 서둘러서 또 
하나의 셸터를 파, 포격이 끝나면 적이 올라올 거야, '향현'이 듣기 시작하면서 
구리하라는 의식이 있는 한 저격을 계속했다. 세 사람이 구리하라를 셸터에 눕히는 
동안에도 바닥은 계속 흔들렸다. 왜, 위쪽만 노리고 있는 거야? 오다기리가 작은 
소리로 물으니, 우리가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줄로 알고 있어, 하고 미즈노 
소위가 대답했다. 이젠 지껄이지 마, 하고 말하고 구리하라가 있는 또 하나의 셸터를 
보았다. 미즈노 소위는 돌격초에 총검을 장착하고 있었다. 오다기리도 소총에 총검을 
끼웠다. 구리하라가 희미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일으켜 옆으로 허리를 기대듯이 
셸터에 기대어 소총을 겨누었다. 10미터 정도 떨어진 두 개의 셸터에 기대어 소총을 
겨누었다. 10미터 정도 떨어진 두 개의 셸터에 미즈노 소위와 오다기리, 구리하라와 
나가타가 각각 들어 있었다.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도 폭발이 일어나 오다기리들의 
위에도 흙이 떨어져 왔지만, 그것을 마지막으로 포격은 딱 멈췄다. 주위는 언짢은 
조용함에 싸여 있었다. 포격 전에는 새 우는 소리가 가끔 들렸지만 그것도 들리지 
않았다. 미즈노 소위는 대형 호치키스와 비슷한 크레모아의 기폭장치를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가느다란 전선이 늘어져 있는 그 장치에서 정면으로 오다기리가 시선을 
옮겼을 땐, 덤불 건너편의 바닥에 무수한 군화가 늘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희미한 
웅성거림이 들렸는가 생각했더니, 군화의 대열은 일제히 옆으로 퍼져 이윽고 거의 
눈에 보이는 범위의 경사면에 전역에 걸쳐서 덤불을 헤치며 적이 모습을 나타냈다. 
3,4미터 간격으로 옆으로 전개하여 주위를 돌아보면서 발 밑에도 주의하며 천천히 
경사면을 올라왔다. 5미터 정도 전진한 데서 다음 부대가 나타났다. 서로 다른 2열 
횡대의 대형이었다. 좌우로 어느 정도 퍼져 있는 것인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 선두가 
20미터 정도 한층 더 다가왔을 때, 미즈노 소위를 보고 나가타가 끄덕였다. 바로 
호치키스를 찍는 것처럼 미즈노 소위와 나가타가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레버를 
눌렀다. 폭발음과 섬광, 중앙에서 바깥쪽을 향해 덤불이 날아가고 나무가 쓰러져 
줍혀지는 것이 한순간 플래시처럼 눈에 들어온 뒤, 후폭풍의 연기로 일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가타는 정면을 향해 경기관총을 단속적으로 쏘기 시작하고 
있었다. 연기가 걷히고 부채꼴로 모든 것이 날아간 것을 보고 굉장해, 하고 
오다기리는 소리를 지르며 삼연발로 정면을 향해 쏘았다. 적의 병사도 관목도 나무도 
그 주변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두 군데의 폭발 지점에서 20미터 정도의 
범위는 마치 좌우 대칭으로 산불이나 쥐불을 놓은 후처럼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건너편에 검게 그을린 나무와 인간의 파편과 조각조각이 된 관목이 뭉개져서 겹쳐져 
있었고, 한층 더 건너편에는 부상당한 병사들의 비명과 신음소리가 총격음이 섞여서 
옛날의 스테레오처럼 좌우 양 끝에서 들려왔다. 찢어진 몸의 부분이 멀리 나뭇가지로 
날려가 매달려 있었다. 허리만이 잘린 가지에 있어서 복숭아 같다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정면의 적은 혼란에 빠져서 나가타의 기총 소사로 바닥에서 꼼짝 못 하고 
있었다. 등을 보이고 덤불에서 달아나려고 하다간 구리하라에 의해 정확하게 
쓰러뜨려졌다. 두 번 이쪽으로 수류탄을 던져 왔지만 경사면의 밑으로부터는 도달할 
리가 없었다. 미즈노 소위는 유탄 발사기를 세 번 연속 발사 하고 그것이 작은 폭발 
후에 흰 연기를 내뿜는 것을 확인하고서 가자, 하고 오다기리에게 말하고 셸터에서 
튀어나와 뒤쪽 덤불로 뛰어들어갔다. 오다기리도 뒤를 따랐는데, 덤불에 들어가기 
직전에 돌아보니 나가타가 경기관총을 계속 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덤불을 
뛰어올라가고 있자니, 한 번 그 소리가 끊어지고 바로 다시 들려왔다. 지금 쏘고 있는 
것은 구리하라겠지, 하고 생각했다. 구리하라는 어느 때가 올 때까지 저 셸터에 남을 
것이다. 바로 위로 뒤어올라가서는 오른쪽으로 달리는 움직임을 미즈노 소위는 되풀이 
했다. 오다기리는 바로 뒤를 쫓고 있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숨쉬기가 괴로워졌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왼쪽 허벅지의 상처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미즈노 소위는 결코 
돌아보지 않았다. 농담이 아냐,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이 자는 종결 지점까지 
이렇게 계속 달릴 작정일까. 오다기리는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했다. 미즈노 소위의 
등이. 밀집한 관목 사이에서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뒤에서 나가타가 뒤쫓아왔다. 
나가타는 정확하게 미즈노 소위가 달린 흔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오다기리를 추월해 
갈 때 '향현'을 먹어, 하며 가늘고 긴 플라스틱 통을 건넸다. 뚜껑을 열고 회색의 
알약을 한 개 입에 털어 넣고 깨물어 부쉈다. 형편없는 맛이었지만 참고 삼켰다. 
달리면서였기 때문에 두 번 혀를 깨물었다. 나가타를 놓칠 수는 없어, 여기서 심장이 
파열하는 것과 나가타를 놓쳐서 미아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고 자신에게 들려 
주었다. 어느 사이엔가 경기관총의 소리는 끊어져 있었지만 오다기리는 그걸 의식하지 
못했고 구리하라도 일도 이미 머릿속에 없었다. 차츰 무릎에 힘이 없어져 갔다. 
나무와 관목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하는 나가타와 거리도 확실하게 멀어져 갔다. 
어떻게 저 자들은 덤불의 가지에도 거의 스치지 않고 머리를 낮게 하고 발소리도 없이 
경사면을 뛰어올라갈 수가 있는 걸까. 오다기리는 현기증이 나고 무릎이 몇 번이고 
덜컥 부러질 것처럼 되더니 이윽고 경사면을 오를 기력이 없어졌다. 자신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단지 오른쪽 오른쪽으로 달리게 되었다. 어깨가 아래위로 격하게 
움직이고 토해 내는 흰 입김으로 시야가 흐려졌다. 달리는 것을 멈추면 야마나카나 
다케히라 중사나 구리하라처럼 되어 버린다고 하는 공포만으로 오다기리는 발을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구리하라의 찢어진 배에서 비어져 나와 있던 검붉은 
덩어리가 머릿속 가득 퍼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경사면을 거부했다. 
무의식적으로 반은 비슬거리며 게속 경사면을 거부했다. 이번엔 경사면을 거꾸로 
내려가기 시작하겠지. 꽤 오래 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다. 그것을 뇌가 아니라 
허벅지의 근육과 심장과 폐가 생각해 내고 있었다. 그것을 놓쳐 버리면 주위가 모두 
구리하라의 찢어진 배에서 비어져 나온 검붉은 덩어리와 같은 것으로 덮이고 말았다. 
정말로 소중한 것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려, 최후에는 이젠 두 
번 다시 만질 수 없는 곳에까지 멀어져 버린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데도 그것이 
무서워서 계속 쫓아가고 있던 무렵의 일, 누군가가 등을 가볍게 만지는 것만으로도 
울기 시작할 것 같은데도, 아무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 무엇인가를 계속 
쫓던 무렵의 일, 게다가 결코 따라잡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어린애였지만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어른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것이 분했었다. 가늘고 짧은 팔과 
다리는 단지 약함의 상징에 지나지 않아서 정말로 조금씩밖에 커지지 않았다. 그 무렵 
소중했던 그 인간에게 나는 쓸모가 있는가, 내가 필요한가, 하고 몇 번이고 물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인간은 필요하다, 하고 줄곧 말해 온 주제에 눈앞에서 없어져 
버렸다.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도 필요시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달리고 있을 리가 없다. 오다기리는 어디에서부터인가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분노가, 몸에서 비어져 나온 내장을 찢어 잘라 낸 나이프와 같은 
것으로서, 날카로운 금속의 선단처럼 눈에 보이는 것으로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농담이 아냐, 하고 중얼거리고 경사면을 몇 걸음 달려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 
페이스를 늦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힘껏 내뱉으며 다시 경사면으로 향했다. 
미즈노 소위나 나가타와 같은 움직임을 되풀이했다. 무언가 묘한 냄새가 떠돌았다. 
그것이 고기만 먹는 외국인의 겨드랑이 냄새는 아닌가, 하고 눈치챘을 때 돌연 덤불이 
갈라지고 눈앞에 오다기리보다 머리 둘 정도 키가 큰 적이 나타났다. 적은 무언가 
외치려고 파란 눈을 크게 떴따. 부딪칠 듯한 기세로 달려온 오다기리는 상대의 품으로 
뛰어든 모양이 되어, 그대로 살짝 팔을 내민 것만으로 총검은 적의 왼쪽 가슴에 
박혔다. 겨다랑이에서 시큼한 냄새를 내는 푸른 눈의 큰 사내는 이빨 사이로 분홍색의 
ㅎ ㅕ를 길게 늘어뜨리고 흇, 하고 풍선에서 공기가 새는 듯한 숨을 토하며 쓰러져 
왔지만, 오다기리는 몸을 피해 바닥에 넘어뜨렸다. 꼴 좀 봐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왼발로 가슴을 밟고 총검을 배려고 했다. 정면의 덤불로부터 희미한 영어의 
술렁거림이 들려왔다. 총검이 빠지지 않았다. 마치 바위 틈에 끼인 것 같았다. 영어의 
술렁거림은 차츰 커져 우유나 버터 비슷한 체취가 바람과 함께 도달했다. 찌른채로 
도망칠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적은 아주 똑같은 소총을 갖고 있지 안ㅎ다. 
마치 케이크를 찌른 나이프였다. 소총을 잡기 위해 손가락을 벌리려고 하니 닿은 
순간에 적의 목 근육이 경련하고 매달린 혀가 움직였다. 오다기리는 심장이 얼어붙을 
듯한 느낌이 들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적은 소총을 꽉 붙잡고 있어서 빼앗을 수가 
없었다. 역시 찌른 총검을 빼려고 다시 상대의 가슴을 두 발로 밟고 총을 잡아당기고 
있자니, 덤불에서 줄줄이 적병이 나타났다. 오다기리는 무나 감자를 뽑는 듯한 
모양이어서, 십수명의 적은 아연히 그 것을 바라보다 총을 겨누는 것이 한발 늦었다. 
오다기리, 엎드려, 하는 미즈노 소위의 목소리가 나고 오다기리가 적을 끌어안듯이 
머리를 낮춘 것과 동시에 산탄총의 둔한 발사음이 연속해서 울렸다. 고개를 살짝 들어 
보니 거의 모든 적이 관목 위로 날려 갔고 남은 한 사람의 목을 나가타의 총검이 찢어 
놓고 있는 중이었다. 머리가 뻐끔히 갈라져 분출하는 피로부터 나가타는 몸을 
멀리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미즈노 소위가 말하고 적을 찌른 채로인 오다기리의 
소총을 한 방 쏘았다. 용수철로 퉁긴 것처럼 총검은 간단히 빠졌다. 소총을 건네면서 
눈을 바라보고 '향현'이 듣고 있군, 하고 미즈노 소위가 말했다. 구린내 나는 
놈이었어, 하고 오다기리가 말했을 때엔 이미 두 사람은 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다기리도 뒤를 쫓았다. 세계의 끝이라도 달려갈 듯한 기분이었다.

  미야시타는 왼쪽 어깨를 부상당했다. 왼쪽 어깨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이 늘어져 
있었다. 미즈노 소위에게 암시용 고글을 조금 크게 한 것 같은 적외선 카메라를 
건네려고 했다. 특수한 비디오테이프는 언더그라운드에 돌아가지 않으면 꺼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갖고 있지, 하고 말하고 미즈노 소위는 눈밑의 
히노네 마을을 계속 감시했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나서 이 벼랑 중턱에 선반처럼 
삐죽 나온 바위의 갈라진 틈새에 닿았다. 미야시타가 과일을 씹으면서 기다리고 
있다가 세 사람이 다가가자 믿을 수 없을 만한. 재빠름으로 소총을 겨누었다. 소총 
분대 중에서도 가장 젊은 병사였다. 크레모아의 설치 장소가 그곳밖에 없었다. 지프와 
트럭의 거리도 생각한 것보다 떨어져 있었다. 고바야시는 수류탄에 죽었다. 통신 
기지는 적외선으로 정찰했지만 육안으로는 군사 위성과의 직결형인지, 통상의 3차원 
레이더인지는 판별할 수 없었다, 하고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미즈노 소위는 
끄덕이면서 잠자코 듣고는 그 뒤 미야시타의 어깨 부상을 살펴보았다. 고바야시를 
죽인 수류탄의 파편이 쇄골과 견갑골의 일부를 부숴 놓았다. 미야시타가 자신이 한 
응급 붕대는 그대로 두고 삼각건과 새 붕대로 팔이 가슴 앞에 오도록 묶었다. 이렇게 
하면 팔뒤꿈치로부터 앞쪽을 사용할 수 있어, 하고 미즈노 소위는 말했다. 총을 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나가타는 팔의 상처에 자신이 응급 처치를 한 뒤, 히노네 마을로 
정찰을 떠났다. 갈라진 틈새로 소나무가 자라난, 삐죽 나온 바위의 바로 밑에 히노네 
마을이 있었다. '향현'이 약효를 발휘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달빛에 떠오른 마을이 
마치 클래식한 그림처럼 보였다. 오다기리는 목도 마르지 않았고 피로도 느끼지 
않았다. 낮에 삼거리를 돌파할 때에 건넜던 개울이 마을의 바로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었다. 단층 건물이 스무 채 가량 무질서하게 점재해 있었다. 지붕은 기와가 아니라 
초가 지붕이었고, 집이라기보다는 오두막이었다. 전기가 없는 탓인지, 각각의 
오두막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어두웠다. 개울에는 간단한 나무다리가 두 군데 걸려 
있었다. 지붕이 없는 정사각형의 무대 같은 것이 두 개 있었다. 복싱의 링 정도의 
넓이로 두 개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지주가 부러져 크게 기울어 
있었다. 연결 복도도 무대도 비바람을 맞아서 마루가 여기저기 빠지고 손잡이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오랫동안 보수를 되풀이해 왔을 것이다. 크기도 색도 나무의 
종류도 고르지 않은 판자나 각목으로 조각조각 보강되어서 노의 무대로는 보이지 
않았다. 마을 뒤쪽의 남쪽  경사면에는 작게 구획된 발이 있었다. 초생달의 창백한 
빛으로 어렴풋하게 비춰지고 있었지만 무엇을 경작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경사면의 북쪽에 있는 움푹한 곳에 거의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의 오두막이 다섯 채, 
같은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창고 같은 것인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지만, 그 중 한채에서 한 번 사람이 출입을 해서 그곳이 
'고부즈키'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오두막이란 것을 알았다. 거의 햇빛이 들지 않는 
장소에 있었고, 변소는 밖에 두 개만 있었다. 거의 햇빛이 들지 않는 장소에 있었고, 
변소는 밖에 두 개만 있었다. 지붕은 함석 지붕이었고 창문이 없었다. 같은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고 산울타리도 담도 뜰도 없었다. 마치 수용소였다. 다른 보통의 
오두막에는 절반으로 자른 대나무를 연결한 간단한 수도가 개울의 상류 쪽에서부터 
이어져서 각 집으로 들어가 있지만, 그 다섯 채에는 없었다. 창문이 없는 저 
오두막에서,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섬뜩할 정도로 예쁜 그 여자는 태어나서 
자랐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왜 이 마을을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고 
오다기리는 이상해했다. 나가타가 정찰에서 돌아와 미즈노 소위와의 대화를 듣고 그 
이유를 알았다. 마을 사람들은 전투에 휩쓸린다든가, 재해나 흉작으로 위기에 빠지면 
에전부터 터널의 출입구를 찾아 내어 유엔군에게 통보했던 것 같다. 유엔군이 
매복하고 있는 기척은 마을에도 그 주위에도 없었다, 하고 나가타는 보고했다. 누구도 
우리들이 저 마을에 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미즈노 소위는 말했다.
  "미야시타는 마을 북쪽의 예의 포인트에서 대기해,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을에는 오지 
마, 우리들이 이십이시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F-11통로로 들어가, 지하 사령부에는 
F-07에서 F-12까지의 통로를 잠시 봉쇄하도록 말해 줘."
  그리고 오다기리 쪽을 향했다.
  "함께 가 줘, 두 사람으론 놈을 위압할 수 없어."

  어둡고 삐죽한 바위에서 내려워 덤불을 신중하게 내려가서 짐승이 다니는 길로부터 
히노네 마을로 연결되는 비포장 도로로 나아갔다. 개울에 가까이 감에 따라서 부엌 
쓰레기의 냄새, 썩은 야채의 냄새가 떠돌았다. 미즈노 소위를 선두로 마을로 
들어갔다. 앞쪽 오두막의 문으로 아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세 사람을 알아차리고 
무언가 말했다. 아이를 밀어젖히듯 하며 사내가 나타났다. 미즈노 소위는 이리 와, 
하고 소리를 내어 사내를 불렀다. 낮에 짐승이 다니는 길에서 만났던 사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옷감으로 된 누덕누덕한 셔츠와 잠방이 같은 바지, 그 
위에 솜을 넣은 것과 비슷한 하오리(역자주:일본 옷의 위에 입는 짧은 겉옷)를 걸치고 
있었지만, 놀랍도록 두꺼운 화지, 하지만 재료도 제조법도 조약한데다가 비를 맞아 
전체가 보풀이 일어서 여러 가지 것으로 몇 겹이고 더러워져 있었다. 도중에 사내는 
오두막 쪽을 돌아다보고 입구에 아이와 여자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안에 
들어가 있어, 하고 손짓을 했다. 머리에는 수건 비슷한 것을 감고 있었지만, 여기저기 
찢어져 검게 되어 있어서 비듬투성이의 텁수룩한 머리와 구분이 되지 안ㅎ다. 나이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쪽으로 다가올 때의 걸음거리가 이상했다. 무릎을 그다지 
굽히지 않고 바닥을 문지르듯이 걸었다. 뼈의 병이나, 그렇지 않으면 고무 샌들의 
끈이 끊어질 듯하기 때문이겠지,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노를 보러 왔다, 하고 
미즈노 소위는 사내에게 말했다. 나가타와 오다기리는 가슴 앞에 총을 겨누고 있었고, 
세 사람 모두 야전복이 피와 진흙투성이였다. 사내는 결코 얼굴을 들려고 하지 
않았다. 어깨를 떨어뜨리고 양손을 늘어뜨리고 때때로 양 옆을 훔쳐보는 듯한 동작을 
했다. 몸에서는 때와 비듬과 먼지가 섞인 지독한 냄새가 났다. 안내해, 하고 미즈노 
소위가 산탄총을 뽑으니 사내는 잠자코 달빛이 비치는 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고무 
샌들이 얼뜬 소리를 울리고 사내는 몇 번이나 멈춰서 양 무릎에 손을 대었다. 사내는 
걸으면서 때때로 좌우의 오두막에 눈길을 주고 작고 낮은 소리로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모두 언제나 나만 그런 일 어떻게 하면 
뭐든지 나만이 아니라 도모가치는 미국놈의 버터를 버터를 버터를 받아 왔는데도 
저것은 도대체 왜 야베시로는 밤에 고부즈키와 변소에 가는 주제에 나 같은 건 모두가 
무릎이 아픈 것을 알고 있는 주제에 변소도 가지 못할 정도인데도 나는 무릎이 아픈 
것을 알고 있는 주제에 도모가치는 버터를 받아 와 그것을 된장에 넣어서 먹고 무릎이 
나았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나만은 왜 어쩐일로 계란도 변소의 종이도 나만 낮도 밤도 
어떤 연유로 나만인가, 사내는 추인지 양 손으로 어깨를 껴안듯이 하고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오두막의 입구와 창으로부터 치열이 고르지 
않은 남자와 여자가 이쪽을 엿보고 있다가 오다기리와 나가타에게 들키자 당황하며 
숨었다. 손잡이가 없는, 재목을 몇개 걸쳐 놓은 것뿐인 다리 앞에서, 가까운 
오두막으로부터 한 사람의 어린애가 튀어나왔다. 이어서 목의 임파선이 크게 부어오른 
여자가 나타나 어린애를 끌고 들어가려고 걷기 시작했지만, 오다길와 나가타를 번갈아 
보고는 멈춰 섰다. 여자의 왼쪽 목은 거기에 또 하나의 얼굴이 붙어 있는 듯이 부어 
있었다. 체격으로 보아 5, 6세라고 생각되는, 성별을 알 수 없는 까까머리 어린애는 
모두와 같은 화지로 된 옷을 입었고 맨발이었다. 울고 싶은 것인지 웃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입을 크게 일그러뜨리고 오른손을 미즈노 소위에게 내밀었다. 
버터, 버터, 하고 입을 일그러뜨리고 크고 불명료한 목소리를 내며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잇던 사내가, 어린애를 향해 쭈그리고, 샌들로 맨발을 짓밟았다. 어린애의 
발등은 부어 있어서 발톱이 없었다. 어린애는 밑을 쳐다보고 이를 악물었고, 체중을 
더 실으려 하던 사내의 옆구리를 미즈노 소위가 산탄총으로 가볍게 찔렀다. 서둘러 
줘. 목이 부은 여자가 이름을 불러서, 어린애는 한쪽 발을 끌면서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저 녀석들은 캐러멜이라든가 껌이라든가 초콜릿을 뭐든지 전부 버터라고 
부르고 있어, 걸으면서 나가타가 가르쳐 주었다. 노의 무대가 보여 왔다. 옆에서 보니 
목재만이 아니라 함석이나 녹슨 철이나 뭔가 낡은 자동차의 부품 같은 것으로도 
보강이 되풀이되었고, 네 귀퉁이에는 비닐로 된 벚꽃의 가지가 동여매어져 있었다. 
사내는 노 무대의 옆집을 손으로 가리켰다. 다른 오두막의 두 배 이상의 크기로, 
입구에는 칸델라와 비슷한 등불이 있었고, 이미 세 사람의 사내가 늘어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중앙의 덩치 큰 사내가 안내해 온 사내를 향해, 돌아가, 하는 듯이 턱을 
움직였다. 덩치 큰 사내는 두꺼운 옷감의 살색 내복 위에 갈색 계열의 체크 무늬 
양복을 입고 있었다. 오늘은 노를 하지 않아, 양복의 사내가 미즈노 소위에게 말했다. 
위는 양복이었지만 아래는 모두와 같은 살색의 잠방이 비슷한 바지였다. 지금 일이 
있어서 좀 바빠. 그걸 듣고 미즈노 소위는 끄덕이고 좀 쉬게 해줘, 하고 말하며 세 
명의 사내를 차례로 보았다. 양복에서 오드콜로뉴의 향기가 났다.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것은 아라미스의 향기여서 미군 장교에게서 받았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따뜻한 식사와 물을 먹고 싶다, 사례는 할 거야, 미즈노 소위는 나가타가 갖고 있던 
것을 양복 입은 사내에게 내밀었다. 응급 처치 세트, 얼음사탕이 들어 있는 봉지, 
고무로 된 판초 두 장, 그것들을 양복의 사내는 오랫동안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고, 
닭이 먹고 싶겠지? 하고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응? 닭이 먹고 싶겠지, 닭 말이야, 
닭고기, 닭이 먹고 싶지 않나, 하고 몇 번이고 되풀이하고선 손에 든 선물과 미즈노 
소위와 나가타, 그리고 옆에 있는 마을 사내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미즈노 소위가 
배낭에서 단삼 건전지를 여섯 개 꺼내 양복의 사내가 갖고 있는 선물 위에 놓았다. 
닭은 영양이 있으니까 말야, 양복의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바로 절반으로 자른 대나무를 이어 놓은 수도가 있어서 커다란 통에 물이 졸졸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그 옆에는 아궁이가 있어서 바닥에 된장국 같은 것이 아주 조금 
남아 있는 냄비가 걸려 있고, 불은 꺼져서 잉걸불만이 때때로 불티를 날리고 있었다. 
꽤 넓은 봉당을 둘러보고 오다기리는 숨을 삼켰다. 감자를 넣은 바구니, 쟁기와 낫과 
괭이 등의 농구가 있는 벽 쪽의 닭장 바로 옆에 낮에 짐승이 다니는 길에서 만났던 두 
사람의 여자가 정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여자는 낮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머리와 피부가 깨끗하게 되어 있었다. 그 한편의 여자는 무서울 정도로 살이 희고 
무릎 밑부분만이 흙으로 검게 더러워져 있었다. 돗자리를 깐 중앙에 
이로리(역자주:마룻바닥을 사각형으로 도려 파고 방한이나 취사용으로 불을 피우는 
화로 비슷한 장치)가 있는 방에 올라가도록 권유받았지만, 군화를 벗고 싶지 
않았는지, 미즈노 소위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방구석에 노파와 여자와 네 사람의 
어린애가 둘러앉아서 뭔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양복의 사내가 닭을 
잡아, 하고 말하자 여자와 노파가 일어섰다. 노파가 냄비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여자는 닭을 한 마리 골라 목을 비틀어 피를 빼고 털을 뜯기 시작했다. 바로 
곁에 정좌하고 있는 두 사람의 여자 쪽에도 닭의 피가 튀어 발가락이 더러워졌지만 두 
사람은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다기리가 앉아 있는 장소에서 그 살결이 흰 
여자의 겹쳐진 발끝이 보였다. 닭의 피는 바닥에 닿아 있는 발가락과 그 틈새를 
적시고 검게 굳어진 흙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로리 바로 옆에는 낮에 짐승이 다니는 
길에서 여자들과 함께 있었던 쥐 같은 눈을 한 사내가 눈꼬리에서 피를 흘리며 역시 
정좌한 채로 앉아 있었다. 양복의 사내는 돗자리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이거 
알아? 하고 미즈노 소위에게 손바닥을 보였다. 작은 금속이 네 개 놓여 있었다. 
귀걸이였다. 이 녀석들이, 하고 양복의 사내는 봉당의 여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미국놈이 귀에다 달아 준 것이야, 금이겠지? 양복의 사내는 미즈노 소위에게 손바닥을 
한층 더 가까이 했다. 미즈노 소위가 오다기리를 보았다. 18금이다, 오다기리는 
구역질을 참으면서 말했다. 네 개의 귀걸이는 침 부분이 검게 되어 있었다. 귀에서 
쥐어뜯은 것이었다. 18금이란 뭐야, 금과는 다른 것인가? 양복의 사내는 화난 듯이 큰 
소리를 내고 오다기리가 금이다, 하고 말하니 납득하고 끄덕였다. 이걸 봐 줘, 이런 
것을 이 녀석들은 감추고 있었던 거야, 양복의 사내는 수첩 정도 크기의 얄팍한 
라디오를 치켜들었다. 스위치를 넣고 튜너인 다이얼을 빙글빙글 돌렸다. FEN(Far 
Easten Network)과 똑같은 영어 방송, 러시아어 노래, 록 음악, 스페인어의 무슨 
스포츠 중계 비슷한 것, 일본어도 들려왔다. 언더그라운드로부터의 것이었다. 
한순간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여성이 뉴스를 방송하고 있어서 오다기리는 마쓰자와 
소위가 생각났다. '향현'의 탓도 있는 것일까, 그 강화 플라스틱에 둘러싸인 공간이 
몹시 그립게 생각되어 왔다. 이런 것은 없는가? 응? 이런 것은 없는가? 양복의 사내는 
미즈노 소위의 눈앞에서 몇 번이고 라디오를 흔들어 보았다. 미즈노 소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가, 없는가, 이것은 좋아, 이런 것이 있으면 말야, 응? 이런 것이 있으면 
말야, 양복의 사내는 큰 소리로 그렇게 계속 말하고 봉당에 정좌하고 있는 두 사람의 
여자를 가리켰다. 라디오는 갖고 있지 않아, 하고 미즈노 소위가 말했다. 삶은 닭을 
먹고 물통에 물을 넣은 다음 미즈노 소위가 사례를 하고 일어서려 하니 양복의 사내가 
안쪽의 방에서 노멘을 갖고 왔다. 미즈노 소위는 손에 들고 노녀(역자주:노멘의 
일종)로군 하고 말했지만, 오다기리는 그런 노멘은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아프리카나 
발리 섬의 가면 같았다. 눈동자 부분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눈 가장자리가 
전부 도려 내어져 있었고, 무슨 과실즙을 짜서 발랐는지 전체가 아주 짙은 
보랏ㅂ이었으며, 게다가 번질번질 빛나고 있었다. 돌연 안쪽의 방에 있는 커다른 낡은 
와다이코(역자주:일본식 북)가 울리기 시작해서, 오다기리는 저도 모르게 방어를 위한 
태세를 갖추고 말았다. 양복의 사내가 가면을 얼굴에 쓰고 으르렁거리는 
소리(역자주:노의 독특한 발성법에 의한 것임)를 내면서 돗자리를 사뿐사뿐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오다기리는 양복의 사내의 무서울 정도로 느린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랫배를 울리는 단조로운 북소리, 검게 더러워진 발톱은 돗자리를 기듯이 
했고, 사내는 신음소리를 내며 손발을 앞과 옆으로 움직이다가 이윽고 어린아이를 
껴안은 듯한 움직임이 되었다. 미즈노 소위도 나가타도 그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왼손을 안쪽으로 굽히고서 어린아이를 어르는 듯한 연기를 했지만, 움직임이 몹시 
작고 게다가 이상하게 천천히 하고 있어서 무언가가 플래시백해 왔다. 그런 움직임을 
실제로 하고 있던 가까운 인간을 떠올리고 마는 것이었다. 볼이 들어갔고 반쯤 입을 
벌린 보랏빛 가면이 누군가의 얼굴을 생각나게 해 준다. 그 가면은 아무와도 닮아 
있지 않은데도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말게 된다. 어린아이를 어른후 실은 그 
어린아이가 환상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연기가 있었고, 다음으로는 오른손으로 눈 
근처까지 올리고 몸 전체를 아래위로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오다기리는 한순간 
그곳에 정말 나이든 여자가 있어서 울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단순하고 
완만하며 균형이 무너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가면이 상상을 강요해 오는 것이었다.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게 되고, 그런 상처를 갖고 있는 것은 너뿐이 아닌 것이다, 하는 
말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러나게 된 상처가 완만한 움직임에 감정 
이입을 해 가는 동안에 차츰 애매한 것으로 되어 갔다. 상처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져서 
모든 사람의 것이 되고 중화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가자, 오다기리는 미즈노 소위에게 
말했다. 양복의 사내는 가면 밑의 얼굴에 흠뻑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런 것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아,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오다기리들이 나갈 때도 여자는 봉당이 
정좌한채로 결코 얼굴을 들지 않았다. 양복의 사내는 부하 두 사람을 데리고도 
도중까지 전송하러 왔다. 미즈노 쇠위는 감자도 잘 됐잖아, 하고 물었고, 사내들은 
끄덕였다. 그것 이외의 대화는 없었고, 이번엔 무대에서 노를 봐 줘, 하고 말하고는 
조금 전의 움푹한 땅의 고부즈키의 오두막이 보이는 부근에서 세 사람의 사내들은 
돌아갔다. 세 사람은 여자의 귀에서 빼앗은 귀걸이의 이야기를 하면서 멀어져 갔다. 
저 녀석들은 다음에 인사하러 보낼 때 미국놈이 화를 내는 건 아닐까? 모처럼 준 
귀걸이가 없으면 화를 내는 건 아닐까? 당분간 다른 여자를 대신 인사하러 보내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그래도 미국놈은 바보니까 바로 잊을지도 몰라. 미즈노 소위도 
나가타도 한마디도 지껄이지 않고 걸었다. 왼쪽에 개울이 있고 그 건너편의 움푹한 
땅에 고부즈키의 오두막이 늘어서 있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오두막의 문이 열리고 
여자가 나왔다. 오두막은 움푹한 땅에 있기 때문에 안이 조금 보였다. 등유의 빈 드럼 
같은 간단한 풍로에 장작이 타고 있어서 그것이 유일한 등블과 같았다. 마루에 아이가 
자고 있었다. 그 옆에 부친인 듯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양철 세숫대야에 물을 
길으러 온 것이었다. 문은 곧 닫혔다. 아이는 병일 것이다. 함석으로 둘러싼 변소를 
보고 오다기리는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바로 돌아올 거야, 하고 말하고 개울을 뛰어 
건넜다. 닭을 너무 많이 먹어서야, 하고 미즈노 소위가 말했다. 빨리 하지 않으면 
먼저 가 버릴 거야, 하고 나가타가 웃었다. 개울과 오두막을 비교해 보고 큰비가 
내리면 어떻게 할까,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이걸로는 바로 물이 잠겨 버리고 
만다. 가까이서 보니 각각의 오두막은 3평 정도의 넓이밖에 없었다. 오두막 하나에서 
뭔가 비명과 비슷한 소리가 나고 바로 멈췄다. 아이가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일 거라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변소의 함석은 이중으로 붙여지고 가느다란 나무로 고정되어 
있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지독한 냄새, 판자를 걸쳐놓고 가운데 둥근 구멍을 뚫어 
놓은 것뿐이었다. 바지를 내릴 때, 허벅지의 상처에 붙어 있던 바지의 헝검을 떼어 
내게 되어 아파, 하고 저도 모르게 소리가 났다. 다시 어딘가의 오두막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의 방향으로 보아 그 병든 아이가 있던 오두막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열을 내리게 하기 위해 차가운 개울물이 필요한 것일 거다. 오다기리가 
일어서려고 할 때 폭발음이 나고 함석으로 둘러싼 것이 흔들리고 모래와 잔돌이 
부딪혀 격렬하게 비가 떨어져 내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서둘러 바지를 올리고 벨트롤 
조이면서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오다기리를 본 여자가 비명을 지르고 오두막이 
아니라 마을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개울을 건너 둑을 뛰어오르니 나가타와 
미즈노 소위가 하늘을 향해 쓰러져 있었다. 나가타는 얼굴도 몸도 갈기갈기 찢어졌고 
미즈노 소위는 눈을 당했다. 오른쪽 안구가 튀어나와 광대뼈 위에 시신경으로 매달려 
있었다. 오다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앙에 양복의 사내가 있었다. 미즈노 소위가 의식을 되찾았다. 나가타, 
나가타, 하고 중얼거려서 오다기리는 귓전에다 나가타는 죽었어, 하고 말했다. 가르쳐 
줘, 어떻게 해야 좋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아? 마을의 무리는 양복의 사내를 선두로 
천천히 이쪽을 향해 오다가 오다기리의 모습을 보고 멈추었다. 로켓은 사용할 수 
있어? 미즈노 소위가 물어서 오다기리는 아아, 하고 끄덕였다. 로켓 발사기를 
잡으려고 나가타의 어깨에 손을 대니 야전복이 날아갔기 때문에 피투성이의 살을 
스치고 말았다.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가슴으로부터 찢어져 버려, 오다기리는 토했다. 
피로 끈적끈적한 손을 바지에 닦고 두 정의 로켓 발사기를 가지고 미즈노 소위 곁으로 
돌아왔다. 이너 튜브를 끌어 내, 조준기를 봐, 숫자가 쓰여 있어, 노리는 것은 노 
무대야, 놈들을 죽일 필요는 없어, 겁만 주는 거야, 제일 위에 오십이라는 숫자가 
있으니까 그것보다 조금 위를 노 무대의 밑 지주에 맞춰서 쏘아, 그 녀석은 분명히 
안전 장치를 누르면서 쏘라고 말해었지, 오다기리는 터널 복구 공사 현장의 전투를 
떠올렸다. 오다기리가 발사기를 겨누니 마을 사람들은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조준기의 숫자를 잘 알 수 없었다. 탄두가 달린 로켓을 쏘았다기보다도 통 모양으로 
된 둥지 안에 숨어 있던 끈적끈적한 생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로켓은 노부대를 
빗나가 그 앞의 바위에 맞았다. 틀렸다, 하고 오다기리가 중얼거렸을 때, 나무로 된 
무대는 삽시간에 오랜지색 불길과 흰 빛에 휩싸였다. 비닐로 된 벚꽃이 불길이 
비춰지며 날아올랐고 몇 사람인가의 마을 사람이 불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구르고 
있었다. 다른 무리들은 남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해치웠어, 하고 오다기리가 뛰어 
다가가니 나는 어떻게 되어 있어? 하고 미즈노 소위가 물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수류탄은 뒤에서 폭발했어. 그 녀석의 노 북소리를 신호로, 그 
여자가."
  그런 건 말 안 해도 돼, 하고 오다기리는 귓전에 말했다. 오른쪽 눈이 튀어나와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 줘.
  "안구는 건드리지 마. 아래에 살짝 가제를 깔고 그 위를 다시 가제로 덮어 줘, 양쪽 
눈 모두. 그리고 가제가 떨어지지 않도록 수건을 대고 그것을 붕대로 고정해, 할 수 
있겠어?"
  이젠 지껄이지 마, 하고 오다기리는 말했다. 해 볼께, 시선경 끝에서 안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가제를 꺼내어 양 손으로 안구밑에 접어넣으려고 했다. 가제아 안구에 
닿으면 미즈노 소위의 몸이 흠칫하고 경련했다. 티끌이 들어가기만해도 아픈데,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틀렸어."
  미즈노 소위의 몸 전체가 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 줘. 내가 낫게 해 줄게.
  "모르핀을 놓아 줘. 가슴의 주머니에 들어 있어."
  오다기리는 미즈노 소위의 가슴 주머니를 찾아서 플라스틱으로 된 가늘고 긴 
직사각형의 케이스를 꺼내서 열고 주사기를 꺼내어 바늘 끝의 캡을 벗겼다. 전부 
놓아도 돼? 하고 물으니 미즈노 소위는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끄덕이고 빨리 
해 줘, 하고 목청을 높였다.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오다기리는 플라스틱제의 
가느다란 주사기를 잡고 생각했다. 요령은 마약과 같을 거다, 하고 팔이 아니라 피나 
진흙으로 더러워지지 않은 어깨에 깊게 찌르고 펌프를 눌렀다. 몇 초 만에 미즈노 
소위의 표정이 바뀌었다.
  "유엔군이 올 거야."
  말하지 마, 하고 오다기리는 말하고 가제를 안구 밑에 밀어 넣었다. 마을의 남쪽, 
개울의 하류 쪽에 비치 보였다. 지프의 헤드라이트일 것이다. 또 한 장의 가재를 조금 
넓게 해서 양 눈 위에 덮고 수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예비의 군복을 청검으로 
찢어서 얼굴의 위쪽 절반을 감쌌다. 마을 사람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미즈노 소위가 
다시 무언가 말하려고 해서 오다기리는 그 입을 가볍게 눌렀다. 말하지 마, 내가 구해 
줄게, 얼굴을 덮은 야전복의 조각을 압박 붕대로 먼저 이마에서 머리 뒤로 묶고, 
다음에 머리에서 턱으로 묶었다. 설 수 있어? 오다기리는 미즈노 소위의 머리를 
지탱하면서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몸을 받쳤다. 지프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미즈노 소위는 일어섰다. 오다기리는 어깨를 받쳐 주고 자동 유탄 발사기와 
소총을 자신이 가졌다. 어둠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살아남을 거야, 하고 오다기리는 
생각했다. 나도 죽지 않을 거고, 이 녀석도 죽게 하지는 않아.
  "지금 몇 시야?"
하고 미즈노 소위가 물었다. 오다기리는 아홉시 십삼분이야, 하고 대답하고 나서 
시계를 5분 빠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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