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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본)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Casey,Riley 2022. 6.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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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이 책은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오징어 게임〉에 대해 한국의 각계 전문가 7인이 모
여 그 의의를 분석하고 정리한 책이다. 저자들은 창의성, 스토리의 구성, 게임과 세트의 구성, 의상과
세트 디자인, 촬영, 음악, 편집, 마케팅, 유통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오징어 게임〉의 성공
방정식을 풀어내고, 또한 대한민국 특유의 역동성에 기반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저력을 탐색한다.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정길화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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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상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KBS 아메리카 대표를 역임하면서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초로 <굿 닥
터>를 미국 ABC의 2017/2018 시즌으로 리메이크시켰다. 이 드라마는 2021년 9월부터 시즌5가 방송
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미드와 한드, 무엇이 다른가』,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등이,
옮긴 책으로 『넷플릭스 효과』가 있다.

▣ Short Summary
2021년 9월 17일은 한국 드라마, 나아가 한류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 날은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9부작을 전 세계에 론칭한 날이다. 이후 나타난 현상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오징어 게임> 열풍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동영상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flixpatrol)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개봉한 지 4일 만에 국내 드라마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1위와 글
로벌 넷플릭스 순위 2위를 차지하더니, 6일 만인 9월 23일부터 전 세계에서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세
계에서 52일간 1위를 차지함으로써 넷플릭스 사상 최장 1위의 위엄까지 달성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한국 내에서 제작한 오리지널이다. 공개된 이후 꽤 오랫동안 인기가 있
다. 블룸버그는 한국 창작자들이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
다고 평가했고, 영국 BBC도 영어권 국가에서 성공하기 위해 영어로 제작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증
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오징어 게
임〉을 전체적으로 보면 영상의 스펙터클보다는 작품의 깊이와 내면성에 역점을 두는 가운데 치밀한 구
성, 차분한 속도감, 점층적인 몰입 등을 구사하는 느낌을 주는데,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것은 서사의
힘이다. 흔히 내러티브(narrative)로 알려진 서사의 일차적 의미는 ‘사건의 서술’이다. 나아가 ‘일정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의 행동이 전개되는 것’을 말한다. 〈오징어 게임〉은 데스 게임이라는 설정 위
에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배경과 그들의 행위가 엮이면서 치열하게 이야기를 구축해 나가는데, 바로 이
것이 세계적인 공감대와 소구력을 가져오게 한 힘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오징어 게임〉에 대해 한국의 각계 전문가 7인이 모
여 그 의의를 분석하고 정리한 책이다. 저자들은 창의성, 스토리의 구성, 게임과 세트의 구성, 의상과
세트 디자인, 촬영, 음악, 편집, 마케팅, 유통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오징어 게임〉의 성공
방정식을 풀어내고, 대한민국 특유의 역동성에 기반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저력을 탐색한다. 아울러
눈부신 성공의 후폭풍 즉 ‘불공정 계약’에 대한 논의와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모색
하면서, 앞으로 K-콘텐츠 산업은 대대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
과 함께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하는 자본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 차례
머리말 - OTT 시대를 선도하는 킬러 콘텐츠
001 서사적 관점에서 본 <오징어 게임> - 정길화
넷플릭스 52일간 세계 1위의 위엄 / <댈러스>와 <오징어 게임> 그리고 퀄리티 텔레비전 / <오징어 게
임>의 성공 방정식은? / <오징어 게임>의 온상은 한국 사회 / 너무나도 진솔한 ‘저자 직강’ / <오징어
게임> 톺아보기 / <오징어 게임> 참가자가 456명인 이유… 456명을 찾아서 / “이게 머선 129” / 에필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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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002 <오징어 게임> 신드롬 취재기 - 서정민
한국 문화, 주류가 되다 / 믿고 보는 감독, 그러나 아쉬움 반 재미 반 / 호평 일색인 외국과 달리 엇갈
린 국내 반응 / ‘<오징어 게임>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그리고 함께 살자’ / 실재한 참사 다룬 오락물은
어떤 태도로 소비할 것인가 / ‘<오징어 게임>의 빛과 그림자’ / 엄청난 성공의 후폭풍, 불공정 계약 논
란 / K- 콘텐츠는 거대한 흐름이 될 수 있을까?
003 세계는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해석했나? - 홍경수
한국 영상 문화의 역사를 새로 쓴 <오징어 게임> / <오징어 게임>은 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을까? / <
오징어 게임>은 ‘K스러움’의 혼합물 / 사회 규범 비평: 왜 한국의 학부모 단체는 잠잠할까? / 페미니즘
비평: 서사의 풍요로움 vs 빈약함 / 신화 이데올로기 비평: 공정하다는 믿음, 과거는 좋았다는 믿음 /
기호학적 비평: 왜 지독하게 폭력적인 영상이 판타지로 느껴질까? / 스타 비평: 누구의 연기가 가장 뛰
어난가? / 영상 리터러시와 플랫폼 자본주의
004 플랫폼 리얼리즘의 세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읽기 - 임종수
<오징어 게임>, 플랫폼 리얼리즘의 미학 / <오징어 게임>, 신자유주의의 플랫폼, 규칙이라는 적 / <오
징어 게임>, 서사극과 낯설게 하기 / <오징어 게임>, 비루함의 게이밍 / 플랫폼 리얼리즘, 서사극적 시
청의 정동 / 디지털 자본주의 품속의 자율예술
005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를 어떻게 바꿀까? - 이성민
<오징어 게임>은 기존의 드라마 한류와 무엇이 다를까? / 아시아 중심의 셀러브리티 한류를 넘어 새로
운 이야기 한류로 / 글로벌 텔레비전 넷플릭스, 영상 생산과 소비를 바꾸다 / 취향 중심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오징어 게임> /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팬덤이 말해주는 것 / 글로벌 미디어스케이
프의 변동과 새로운 시청자의 성장 / 드라마 한류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
006 <오징어 게임>의 경제 효과 1조 원이 말하지 않는 것들 - 김윤지
산업이 된 문화, 숫자가 된 콘텐츠 가치 / 콘텐츠의 경제 효과 추정은 왜 어려울까? / 경제 효과를 이
토록 강조했던 이유 / 그토록 필요하다면, 직접 추정 방식을 만들어보자 / 넷플릭스가 얻은 1조 원+알
파, 시청 1인당 약 8,000원 / 넷플릭스가 발표한 한국 투자의 경제 효과, 접근 방식은 우수했으나 /
생산 유발과 부가 가치 유발 중복 계산, 30퍼센트 이상 부풀린 경제 효과 / 경제 효과 부풀리기의 덫에
서 벗어나는 길 / 이제는 콘텐츠 산업 ‘내부’의 경제성을 이야기할 때 / OTT 등장으로 달라진 제작비
조달 구조, 그 명과 암 / 국내 투자 구조 정착해 콘텐츠 산업의 ‘스마일 커브’ 살려야 / 2012년 <강남
스타일> 1조 원 vs 2021년 <오징어 게임> 1조 원
007 드라마 산업적 관점에서 본 <오징어 게임> - 유건식
최초, 최장 1위, <오징어 게임>의 화려한 등장 /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까지, 10년 사이 달라진 시선
/ 넷플리스와의 조율 / <오징어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오징어 게임>의 성과 / <오징어 게임>
의 한계 /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자들의 공생을 기대하며
008 황동혁 감독 인터뷰 - 서정민
넷플릭스가 공개한 인터뷰 / 한겨레 인터뷰 기사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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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정길화 외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22년 2월 / 302쪽 / 17,000원
서사적 관점에서 본 <오징어 게임> - 정길화
넷플릭스 52일간 세계 1위의 위엄
2021년 9월 17일은 한국 드라마, 나아가 한류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 날은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9부작을 전 세계에 론칭한 날이다. 이후 나타난 현상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오징어 게임> 열풍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동영상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flixpatrol)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개봉한 지 4일 만에 국내 드라마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1위와 글
로벌 넷플릭스 순위 2위를 차지하더니, 6일 만인 9월 23일부터 전 세계에서 1위에 올랐다.
방송 콘텐츠는 시청률이나 시청자 수로 흥행성과 대중성을 평가하고 그 연장선에서 성공 여부를 측정
한다. 이와 달리 영화는 누적 관객 수 또는 박스 오피스의 액면가로 정량적(定量的) 평가를 하거나, 전
문가들이 영화사적 의미나 완성도에 따라 평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정성적(定性的) 평가를 해왔다. 그
런데 OTT 플랫폼은 완전히 새로운 측정 지표의 출현을 가져왔다. 넷플릭스가 사업하는 나라별로 순위
를 매기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를 집계하게 된 것이다. 바로 플릭스패트롤이다.
이 사이트는 전 세계의 VOD, OTT 드라마나 영화의 시청률을 순위로 매겨 점수로 집계하는 사설 웹사
이트다. 플릭스패트롤은 80~90여 개 국가별 가입 가구 수에 따른 차별성을 부여하지 않고 똑같이
10~1점을 배당한다. 1위면 10점, 2위면 9점을 주는 식으로 수치가 나온다. 83개국이면 830점이 만점
이 된다. 물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청했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가가 시청했나’를 집계하는 방
식으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를 서비스한 83개국
모두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자국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발리우드의 나라’ 인도
에서도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었다. <오징어 게임>은 1위에서 물러난 11월 19일 이후에도 톱10을 계
속 유지하다가, 2022년 들어 106일 만에 물러났다. 어떻든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댈러스>와 <오징어 게임> 그리고 퀄리티 텔레비전
40여 년 전 <댈러스>라는 미국 드라마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1982년 이엔 앙은 『댈러스 보기의 즐거
움』이라는 책을 통해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어떻게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까, 그리고 시청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떤 의미들을
도출하는가” 등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당시에는 수용자들을 ‘행위성과 주체성이 결여된 익명
의 군중’으로 여기곤 했는데, 이엔 앙은 이러한 지적 편견에 반대하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이엔 앙이 제기했던 감정적 리얼리즘(emotional realism), 텍스트 중심 연구
에서 수용자 중심 연구로의 전환, 조롱적 시청(ironic viewing), 질적 방법론의 부상 등은 여전히 유효하
다. 13년간 방송된 <댈러스> 시리즈와 9부작을 한 번에 넷플릭스 플랫폼에 론칭한 <오징어 게임>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댈러스> 시리즈는 B2B(기업 간 거래) 방식으로 전 세계 90여
개국에 수출하고 방영해, OTT 방식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다만 『댈러스 보기의 즐거움』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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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문화에 관한 비평은 수용자들이 대중문화와 관계를 맺는 적극적인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엔 앙
의 주장은 이제 보편적인 관점이 되었다.
특히 이엔 앙의 시대에서 달라진 것은 ‘조롱적인 시청법’의 종언이다. 이제 누구도 TV 시청에 대한 부
정적인 인식으로 드라마를 조롱하고 비꼼으로서 자신의 드라마 시청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이 거대한
대중문화 시대에 TV를 보면서 수치심과 즐거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인지 부조화적’ 태도는 불필요해
졌다. 결정적으로 넷플릭스의 랭킹은 자신의 시청 행위가 전 세계에서 공인받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 시대의 시청자는 적극적으로 이를 향수하고 SNS로 공유하거나 밈을 만들어낸다. 이를 ‘주도적
시청법(voluntary viewing)’ 혹은 ‘자기만족적 시청법(complacent viewing)’이라고 명명할 만하다. 시청
자들은 ‘판관의 의자’에서 내려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즐기려 한다.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라는 점에서 <댈러스>에 대한 질문은 <오징어 게임>에도 유의미하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다. 가령 김주옥의 논문「퀄리티 텔레비전: 한류 담론의 확장
혹은 관점의 전환」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한류가 방송 프로그램의 퀄리티 담론 구성에 어떻게 연계되
는지 살펴봄으로써 한류 현상이 한국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논한
다. 이어서 이러한 전환이 콘텐츠의 질적인 가치와 정체성 확립으로 이어질 때 한류 현상의 지속성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문화적 유사성’
이라는 전제 조건을 넘어 인류 보편의 문제를 탐구하는 문화 텍스트로서의 기능을 발견해 가고 있다”
고 설명한 바 있는데, 이는 <오징어 게임>에도 적용된다.
요컨대 요즘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의 ‘자기 주도적 시청법’에 이어, ‘퀄리티 텔레비전’이라는 개념으
로 한류 담론을 확장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아마도 왜 그 드라마를 시청
하는지, 어떠한 기제로 재미를 느끼게 되는지, 다시 말해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의
재현 방식이 될 것이다. 어떤 드라마는 대중에게 외면 받고, 어떤 드라마는 인기를 끌며 세계적인 히
트를 친다. 전 세계가 OTT로 연결되는 시대에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대박 콘텐츠’가 나오면 공명의
파장 속에 드라마의 노하우를 찾으려는 업계와 학계의 소환이 뒤따른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었기에 이와 같은 흥행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즉 성공 방정식에 대해 천착하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온상은 한국 사회
나는 <오징어 게임>이 나온 뒤 초반에는 이를 볼지, 말지 망설였다. 세계 1위라니 올림픽으로 치면 금
메달감인데…, 국민 된 도리(?)로 아니 볼 수는 없고…. 사실 그 얼마 전에 나왔던 장안의 화제작
<D.P.>는 중도에 시청을 포기했다. <D.P.>가 추구하는 극도의 리얼리즘은 왕년의 트라우마를 끊임없
이 소환했고, 그 때문에 드라마 시청을 마무리할 수가 없었다(지금까지도…). 세계적 화제작이 된 <오
징어 게임>도 그런 소지가 다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1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돌연
한 대량 학살극은 충격적이었다. 급기야 페이스북에 이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드라
마를 계속 시청할지, 말지를 곤혹스러워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페친’인 상지대 홍성태 교수의 ‘격려’로 힘을 얻었다. 그는 내 글에 댓글로 “<D.P.>가 ‘현실적 허구성’
으로 우리를 괴롭게 한다면, <오징어 게임>은 ‘허구적 현실성’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사회적 독
해를 하게 되더라도 ‘휴먼 드라마’의 성격이 더 강하다. 또 여기서 나오는 게임들은 한국의 50대 이상
이 유년기에 매일 했던 놀이들인데, 2030 세대나 심지어 외국인들도 좋아할 수 있는 건 이미지와 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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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리가 다 기이한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청이 끝난 후 다시 보니 매우 적확한 진단이
었다.
이렇게 정주행을 재개했지만 계속해서 한국 사회의 가혹한 현실을 끊임없이 떠올려야 했다. 이런 드라
마를 만들어내는 ‘온상’ 혹은 ‘태반(胎盤)’은 결국 한국 사회의 ‘헬현상화’ 또는 ‘흑화(黑化)’일 것이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재구성한다. ‘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이라는 옛말이 있다고 하더니,
한국 사회의 불행은 콘텐츠 제작자의 행복인가. 그럼에도 이를 세계인이 공감하는 스토리로 만들어낸
것은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오징어 게임>의 선풍과 함께 외신들의 보도도 늘어났다. 해외 언론들은 먼저 한국 콘텐츠의 저
력과 성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 타임스》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넷
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대표 사례로 제시하며,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을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특히 한국이 ‘문화적 거물(Cultural Juggernaut)’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런 뉴스 사이사이에 간혹 <오징어 게임>에서 묘사하는 한국의 현실에 주목하는 기사도 출몰했다.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에서 오는 리얼리티 때문인지 <오징어 게임>의 배경적 서사, 즉 한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 실업, 개인 부채 등 한국의 현실 문제를 드라마와 연결하는 보도였다. 가령 ‘한국 자
본주의의 실패(《가디언》) ’ 등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경험하고
인식한 한국적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리얼하게 반영하고 투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한국의 문제만인 듯 몰고 가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처
사일 뿐 아니라 마치 자신들은 그런 현상이나 문제가 없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을 무대로 한국의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룸으로써
세계인의 호응을 얻었다. 이들 기사는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반대로 해석하
면 드라마의 세팅과 묘사가 너무나 그럴싸한 바람에 이 작품의 풍자성을 망각하거나 고의로 외면한 것
일까. 황동혁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처음 <오징어 게임>을 만들 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긴 했습니다. ‘가장 한국
적인 게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해왔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방탄소년단도, 싸
이의 <강남 스타일>도 그랬습니다. 저 역시 이 게임이 단순한 한국의 옛날 놀이지만 세계적으로 어떤
소구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고 넷플릭스와 작업했죠.” 시작하기 전에 이미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었고, 세계적인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 대목은 눈길을 끈다. 작품의 배경인 신자유주의
의 모순이 이미 도도한 세계적인 현상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리얼리즘의 세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읽기 ­ 임종수
<오징어 게임>, 플랫폼 리얼리즘의 미학
<오징어 게임>은 대한민국에서나 전 세계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우리의 미학적 즐거움에 어떤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방송의 일방적이고 동시적인 힘이 구현해내던 ‘텔레비전 리
얼리즘’이 아닌 ‘플랫폼 리얼리즘’이라 일컬을 수 있는 세계이다. 플랫폼 리얼리즘 개념은 검증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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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할 가설이지만, 동시성의 방송이 제공하던 지배적 감각과 본질적으로 다른 <오징어 게임>에서의 리얼
리즘을 해명해야 하는 이 시대에 제기해 봄직한 개념이다. 사실 근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은 시청자의 삶과 텔레비전 속 세계가 동기화되는 텔레비전 특유의 ‘현재성
(nowness)’이 없거나 매우 미약하다. 대신 수많은 관련 뉴스와 비평, 블로그, 유튜브 영상, 그런 작업
물을 실어나르며 퍼져 나가는 SNS 바이럴 등 미디어와 미디어를 넘나드는 확산성(spreadability)이 어
떤 공통의 리얼리즘을 실현시킨다. 이는 넷플릭스가 수용자 개개인의 미학적 취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어떤 창발(emergence)에 이르러 (공통) 문화를 형성함을 의미한
다. 과거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그리고 마블의 MCU 시리즈 등이 그랬듯이, 그런 문화는 어떤
세계 또는 세계관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지배적 미학은 OTT의 복잡계 네트워크적 특성이 발현된 우발성(contingency)으로 풀이된다. 우발성은
완전한 질서와 완전한 무질서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계에서의 운동 법칙(흔히 멱함수, 프랙탈, 패턴 등
으로 알려진)을 일컫는 용어이다. 21세기 미디어는 효과나 태도, 시청률과 같은 행동과학이 아니라 이
같은 우발성, 그러니까 창발, 패턴, 정동 등을 아우르는 복잡계 이론의 영역이다. 넷플릭스 같은 인공
지능 미디어는 대량 생산 체계의 채널처럼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의 네
트워크로 수용자마다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어떤 공통의 미학적 경험을 구성해낸다.
복잡계 이론은 세계를 어떤 개체의 힘과 영향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어떤 이상하고 놀라운 물리 법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속성의 작용으로 파악한다. 개체가 사람이
나 사물 또는 조직, 기관이라면, 속성은 사람의 성격, 평판, 태도, 취향, 관심, 사물의 작용 능력, 조직
의 기능 등을 뜻한다. 속성은 계의 ‘되먹임’과 ‘창발’ 과정을 통해 발현되고, 개체는 그런 속성을 수행
하는 행위자이다. 그렇게 보면, 넷플릭스 복잡계는 개별 행위자(이용자)의 수많은 콘텐츠 선택과 시청,
추천의 되먹임 과정에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대중적 관심(어떤 속성)을 창발시킨 셈이다.
결국 플랫폼 리얼리즘은 넷플릭스는 물론 각종 SNS, 올드 미디어에서의 뉴스, 비평, 구전 등 이기적인
개체들의 자기활동이 나비효과나 반딧불이의 집단 발화처럼 어떤 미적 상태에 이르는 창발의 결과이다.
그런데 그것은 설명 가능하지 예측 가능하지 않다.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의 크기나 제작자의 명성에서
대중적 반응을 일정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넷플릭스 같은 OTT는 한 국가 내 단일 문화 시장에서 소
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 대중매체 시대보다 훨씬 더 예측하기 힘들다.
만약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선택과 시청을 관통하는 수많은 되먹임 과정에서 복잡계가 행위자와
행위자 간의 ‘연결된 취향’을 발견할 때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크게 히트를 친 것은 다른 넷플릭
스 오리지널과 비교해 전 세계 누구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차이를 보이는, 인간과 문화,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속성이 발견되어서일 것이다. 이 글은 그것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야기 형식에서 그 같은 속성은 전형적인 텔레비전 드라마와 다른 서사극(epic) 형식에서 잘 발현된
다. 서사극은 현실 재현을 목적으로 했던 예술론에 반기를 들고 무대가 결코 현실과 같거나 그것을 압
도할 수 없다는 주장에서 성장한 극 형식이다. 현실과 무대를 혼동한다면 예술은 쉽사리 선전선동이
될 것이다. 그래서 서사극이 채택한 것은 현실과 무대의 분리, 그를 통한 현실에 대한 성찰, 관찰자로
서 관객이다. 서사극은 감정보다 결정, 경험보다 지식, 암시보다 주장, 결과보다 과정, 불변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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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이 아닌 변화하는 인간, 사건의 직선적 진행이 아닌 곡선적 진행, 그대로의 세계가 아닌 되어가고 있
는 세계, 책임져야 하는 임무가 아닌 강제되는 임무, 본능이 아닌 이성 등을 강조한다. 서사극의 이런
특징은 자연주의를 넘어선 사실주의 극예술 또는 예술의 정치적 모더니즘의 기획으로 분류된다.
서사극은 2013년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면서 전 세계 각기 다른 수용자들에게 일괄 출시
로 몰아 보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극 형식이다. 넷플릭스는 그런 극 형식과 그것을
담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텔레비전의 미래(the future of television)’라고 보았다. 텔레비전의 미래는 그
저 그런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그것은 플랫폼으로서 넷플릭스가 서사극 형식을 통해 평균적인 정
서가 아니라 가입자의 취향에 따라 모두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 확고한 선언이다. <오징어 게임>의 황
동혁 감독이 전해 들었다는 “이상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은 사실 맞는 말이다.
서사극은 평균율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극 형식이다. 서사극은 시청자와
동떨어진 시공간, 서사극을 규정하는(그리고 이 글에서 중요하게 다루게 될) 결정적인 특성으로서 낯
설게 하기(alienation) 장치, 어느 한 곳으로 치닫는 정서, 그리고 ‘어딘가로 갔다 오는’ 이야기로 설명
된다. 이는 시공간적으로 ‘이곳’의 현실과 동기화된 드라마와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국경도 인종도,
성이나 학력 등 맥락적인 지표와 무관하게 취향에 따라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극 형식이다. 이 글에
서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플랫폼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인식 지평을 구하고자 한다.
<오징어 게임>, 신자유주의의 플랫폼, 규칙이라는 적
다른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은 재미있다. 그 재미의 결은 한마디로 단순한 이야기와 그에 반하는 복
잡한 구도에 있다. <오징어 게임>의 이야기는 회사에서 제시하는 게임에서 살아남는 것이기 때문에 무
척 단순하다. 이는 이야기 줄기를 따라가는 시청자를 편안하게 한다. 하지만 각 인물들은 복수의 서사
집단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 성기훈을 중심으로 오일남과 조상우, 알리 집단, 양아치 장덕수
와 그 부하 그리고 한미녀 집단, 북한 이탈 주민 새벽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지영이 집단 등인데, 이
런 서사 집단의 인물들은 어느 누구도 가볍지 않은 사연으로 서로를 얽어매고 있다. 그 중 성기훈과
그 주면 인물들을 온갖 복선과 암시를 풀어놓는다.
그런데 각 인물들은 사연과 캐릭터성을 강렬하게 떠올리는 순간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이로써 수용
자들은 깊은 감정 이입에서 충격과 공포를 경험한다. 할리우드를 포함해 전 세계 어떤 콘텐츠에서도
익히 경험하기 힘든 강렬한 리얼리티다. 어쨌거나 이는 중심적인 큰 이야기 줄기와 주변적인 이야기
줄기가 서로 얽혀 있는 보다 진화된 미니시리즈다. 그리고 지금의 넷플릭스 서사극이 일반적으로 따르
는 공식에 근거한 이야기 서술 방식이다. 인물들이 펼치는 이 단순한 이야기의 무대는 신자유주의 시
대를 상징하는 ‘플랫폼’이다. 신자유주의는 넷플릭스가 드라마는 물론 다양한 다큐멘터리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주제이다.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이래 미국과 영국,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의 변화를
가리킨다. 즉 강력한 사적 소유와 자유 시장, 자유 무역의 체제 하에서 창의적 자유와 기술이 인간의
복리를 가장 잘 성장시킬 것이라고 믿는 정치경제적 실천 관행이다.
21세기에 이르러 신자유주의는 노동, 정치, 종교, 교육, 가정, 그 외 많은 삶의 영역들을 주도하는 빅
테크 기업의 플랫폼으로 응집된다. 플랫폼은 특정한 규칙과 기준으로 세팅된 연결된 공간에서 핵심적
인 수단과 서비스를 제공해 상호 의존적인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교환을 촉진함으로써 어떤 가치를
창출한다. 그리고 플랫폼은 공급체인 안의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재화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제조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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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나 서비스 소프트웨어와 달리 ‘연결을 통한 교환’을 그 특징으로 한다. 기업은 물론 학교, 교회, 소비
공간, 이동체, 미디어 등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데, 그들이 쏟아내는 행동
데이터로 파악ㆍ분석ㆍ분류ㆍ활용되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바로 이 사회의 플랫폼에 관한 이야기다. 이 플랫폼은 무한 경쟁에서 밀려난 루저들
이 모여 게임을 벌이는 공간이다. ‘회사’인 플랫폼은 참가자의 빈궁한 상황에 대한 정보는 물론 그 빈
궁함을 해소할 자본마저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처음부터 플랫폼의 ‘규칙’에 수
세적일 수밖에 없다. 규칙은 <오징어 게임> 속 일상 세계든 섬 속 게임의 세계든 그 모든 것을 관통하
는 주제 의식이다. 게임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사회가 약속한 규칙에서 탈락한 이들이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의 알고리즘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끼게 된다. 게임 세계는 이 같은 규칙이 지배하
는 몽환적 공간이다. 똑같은 트레이닝복에 이름을 대신하는 번호, 지하 벙크의 켜켜이 쌓인 침대, 형형
색색의 이동 구조물, 가면 도형에 따라 각기 다른 임무를 부여받은 진행자들 등은 그곳이 규칙으로 빼
곡한 플랫폼 세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디지털 자본주의 품 속의 자율예술
<오징어 게임>은 각각의 등장인물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서적 감정 이입을 유도하지만, 궁극
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처절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지적, 지각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대한민국을 넘고 인종과 성, 나이를 넘어 이 시대의 누구라도 소통 가능한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이나 깐부 오일남, 새벽에게 감정 이입하지만, 그런
처지와 상황에 가슴 아프게 공감하기보다 살아남기의 세계를 더 생각하게 된다.
플랫폼 리얼리즘의 이 같은 특성은 발터 벤야민이 말한 기술 복제 시대의 미디어 기능 전환 논리와 그
맥이 닿아 있다. 미디어 기능 전환은 기술 복제 시대의 문화 산업을 허위의식의 생산 기지로 보았던
시각을 배제하고, 오히려 그것의 전복 가능성을 일컫는 말이다. 나치가 미디어를 통한 공감의 카타르
시스로 대중을 통제했던 정치의 예술화는 수용자가 흔히 ‘아우라’라 일컫는 현재성과 원본성을 느끼도
록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디어의 대량 복제는 사실 문화의 절대적 지위를 해체해 그
카리스마를 녹이고, 그것이 인위적 세계라는 지각된 감정을 고양시킬 수 있다. 기술 복제 시대 예술에
서 아우라를 찾는 것은 무지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사극은 아우라를 내려놓은 이야기를 통해 어떤 지각된 감정을 읽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조금만 꼼꼼
히 들여다보면, 서사극 또한 자본주의의 일반적 법칙이나 욕망 안에 있기 때문에 미디어의 기능 전환
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 <오징어 게임>이 남긴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의 서사 또한 넷
플릭스라는 자본의 기획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일관되게 강조하고, OTT의 일반적인 성격으로 볼
때 당연하기도 한 ‘창작의 자유’는 한편으로 미디어의 기능 전환이라는 면을 엿보이지만, 그 역시도 신
자유주의가 기획한 한 부문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했던 자율예술이 21세기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러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문화활동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이 글은 <오징어 게임>을 가지고 전통적인 텔레비전 리얼리즘과 다른 플랫폼 리얼리즘에 대해 말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서사극적 적용과 해석이 작가의 연출 의도, 넷플릭스의 선택 의도와 일치하는
지는 알 수 없다. 비평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영역이니 답이 복수로 존재한다고 해도 탓할 일은 아니
다. 문제는 설명의 타당성일 것이다. 넷플릭스가 식별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VOD 비즈니스를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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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화해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평균적인 정서가 아닌 감정의 우발성을 인정하는 복잡계 미디어와
서사극 탐구는 하나의 대안적 설명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로부터 시작한 스트리밍 서비스
의 서사극적 시청이 몰고 올 새로운 리얼리즘의 경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오징어 게임>의 경제 효과 1조 원이 말하지 않는 것들 - 김윤지
산업이 된 문화, 숫자가 된 콘텐츠 가치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언론에는 이와 관련한 기사가 넘쳐났다. 전 세계 넷플
릭스 시청 1위라는 영광스런 기록과 함께 이 드라마에 나온 게임들을 즐기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국뽕’을 고취하는 기사들도 더해졌다.
이윽고 이렇게 큰 성공을 거뒀으니 수익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
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넷플릭스라는 해외 OTT에 IP를 통째로 넘긴 탓에 국내 제작사는 달랑 제작비
만 받았고, 모든 수익은 넷플릭스가 거둔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들은 앞다퉈 허탈감을 이야
기했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미국 ‘왕서방’이 벌었다며 아쉬워했다. 조금 더 나아간 언론들은 넷
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으로 거둔 수익을 나름대로 추정하기도 했다.
언론의 이런 반응은 국내 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둘 때마다 마치 루틴처럼 나타나는 현상들이
다. 언론들은 국내 콘텐츠의 큰 성공에 박수 치며 온 국민의 자부심을 잔뜩 고양시키다가, 그 성공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인지 궁금해한다. 숫자가 크면 그래서 더 대단하다 놀라워하고, 이런저런 원인으로
숫자가 작으면 안타깝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훈계한다. 우리 사회가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나 경제적 효
과에 관심을 가지는 관행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 가치의 중요성이 대
두된 시점과 맞물린다고 생각하면, 대략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이후 자리 잡게 된 현상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문화’를 ‘돈’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은 흔하지 않았다.
특히 IMF 구제금융 이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가 ‘문화 산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면서, 문화도
‘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 한 계기가 되었다. 한 부문이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당연히 투자
에 대한 기대 수익을 산출할 수 있어야 했다. 이때부터 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촉발하기 시작했다. “영화 한 편 잘 만들면 자동차 150만 대 수출을 넘어선다”와 같은 담론들이 등장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화 산업에 벤처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영화로 수익을 거
둔 뉴스들도 하나둘 소개되었다. 사람들 머릿속에 문화에 ‘투자’하면 경제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성공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언론의 전형적인 반응 형태도 만들어졌다. 뜨거운 해외 반응 소개, 대
견함, 자부심에 이어 경제적 가치로 넘어가는 것이 하나의 과정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경제적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을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터라 그 가치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강남 스타일> 경제 효과 1조 원 이상”이라는 형태로 사태는 늘 정리되곤 했다.
이때의 1조 원은 정밀한 추정으로 탄생한 숫자가 아니었다.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의미의 상징적인 숫
자였다. 가치 추정에 공인된 방식도 없었고, 직접 추산을 하기도 어려워 ‘우리가 감히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크다’는 의미에서 “1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측들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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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콘텐츠의 경제 효과 추정은 왜 어려울까?
일반적인 제조업 상품이라면 경제학에서는 ‘산업 연관 분석’이라는 방식을 통해 특정 상품의 경제 효과
를 추정한다. 산업 연관 분석은 산업 간의 투입과 산출이 상호 의존 관계가 있다고 보고, 특정 산업이
유발하는 생산, 고용, 소득 등 국민경제의 다양한 파급 효과를 추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과자
가 큰 인기를 끌어 그 과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면, ① 과자 생산을 늘리기 위한 본원적 생산 요소,
즉 노동과 자본, 밀가루와 같은 중간재 투입 증가분을 더하고, ② 과자 생산의 연관 산업, 예컨대 과자
를 운반하는 데 쓰인 운송 증가량, 판매하는 데 투여된 서비스 증가량 등을 더한 뒤, ③ 연관 산업에서
늘어난 본원적 생산 요소와 중간재 등을 생산하기 위해 발생한 연쇄적 파급 효과를 모두 더해 산출하
는 것이다. 이렇게 산출된 경제 효과는 보통 생산 유발 효과, 고용 유발 효과 등으로 표현한다. 1조 원
생산 유발 효과, 10만 명 고용 유발 효과 등과 같은 형태이다.
그런데 <강남 스타일>이나 <오징어 게임>과 같이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은 문화 상품의 효과를 이 방
식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 이 콘텐츠들은 예전처럼 CD나 테이프, DVD 등을 통해 유통하는 것이 아니
어서 상품의 본원적 생산 요소 중 증가분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디지털 음원의 다운로
드가 늘거나 영화 스트리밍 횟수가 늘어났다 하더라도 한 번 만든 파일을 추가 생산하는 데 더 들어가
는 비용이 거의 없다. 이렇게 추가로 늘어나는 생산이 없으면 산업 연관에 대한 계산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또 연관 효과가 세계적으로 파급되는 상황이라 우리나라 산업 연관표를 차용하기도 어렵다. 산
업 연관표는 기본적으로 한 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연관 산업끼리의 유발 관계를 계산하는 것이라, 해
외에서 발생하는 유발 효과는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은 원래 추가 생산이라는 개념이 없는 재화라는 특징도 있다. 그래서 보통
영화는 관객 수에 티켓 가격을 곱한 매출액으로 해당 상품의 수익성을 이야기하곤 했다. 드라마라면
해외에 판매된 금액을 더해 수출액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은 단순히
‘상품’만이 아니라 ‘문화’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단순히 매출액과 판매액만으로 경제 효과가 한정되
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다. 문화 상품은 고유의 판매액과 같은 ‘직접 경제 효과’보다 이 상품의 인기로
다른 상품의 소비를 유발하거나 다른 행위를 유발하는 ‘간접 경제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한국 라면을 먹고 싶고, 한국 사람
들처럼 옷을 입고 살고, 한국 소주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과 같
은 효과들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단순한 상품은 해낼 수 없는 ‘문화’의 영향이다.
넷플릭스가 얻은 1조 원+알파, 시청 1인당 약 8,000원
9부작인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편당 28억 원씩 전체 약 254억 원(2,140만 달러)으로 알려져 있
다. 국내 제작사는 제작 뒤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넷플릭스에 IP 등을 모두 넘기는 계약을 한 탓에 제
작비만큼만 수익을 거두었다. 국내에 유입된 금액은 254억 원뿐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블룸버그는
2021년 10월 16일 넷플릭스가 직접 추정한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가치가 8억 9,110만 달러(한화
로 1조 원)가 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 2,140만 달러의 42배에 달
하는 가치였고, 넷플릭스가 내부적으로 개별 작품의 성과를 평가할 때 쓰는 지표인 ‘임팩트 밸류
(impact value)’로 산출한 수치라는 넷플릭스의 내부 문건을 분석한 결과였다.
안타깝게도 넷플릭스는 임팩트 밸류를 어떤 방식으로 집계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자료는 <
오징어 게임>을 공개한 지 23일을 돌파하는 시점에 이 작품을 2분 이상 시청한 사람이 1억 3,2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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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오징어 게임>을 보기 시작한 시청자 가운데 89퍼센트는 에피소드를 적어
도 한 개 이상 봤고, 시청자 가운데 66퍼센트는 첫 공개 후 23일 안에 9회까지 모두 ‘정주행’을 마쳤
다는 내용 정도가 있을 뿐이다. 아마도 넷플릭스는 단순히 시청자 수뿐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얼마나
오래 보았는지, 해당 콘텐츠로 신규 가입자가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 이렇게 늘어난 가입자들의 데이
터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해 경제 가치를 산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2021년 3분기에 전 세계 유료 가입자가 440만 명이나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는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세가 매우 가팔랐지만, 2021년 들어서는 이 추세가 줄어 2분기에 150
만 명밖에 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디즈니 플러스 등 막강한 OTT 경쟁자들이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
된 탓이다. 이러던 중 2021년 9월 <오징어 게임>이 출시되면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가입자
가 크게 늘었다. 2021년 3분기 넷플릭스 글로벌 신규 가입자의 46퍼센트가 아시아 태평양 가입자들이
었다. 힘겨워하던 넷플릭스를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닌 셈
이다.
넷플릭스 나름의 복잡한 계산 방식이 따로 있겠지만, 단순하게 넷플릭스가 발표한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가치(8억 9,110만 달러)를 추정 당시 시청자 수(1억 3,200만 명)로 나누면 시청 1인당 평균 가
치는 6.8달러, 한화로 약 8,000원 정도가 된다. 넷플릭스의 월정액이 8.99~17.99달러라는 점에 비춰
보면 제법 타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즉,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 내에서 성공적인 시리즈에 대한
시청자 한 명의 가치를 대략 6.8달러라고 역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시청자 수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므로 넷플릭스에 경제적 가치를 계속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강남 스타일> 1조 원 vs 2021년 <오징어 게임> 1조 원
과거 TV를 통해 보던 드라마와 형태도 분량도 비슷해 보이지만 <오징어 게임>의 경제 가치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과거에는 상품 자체로 올릴 수 있는 수익이 높지 않아 외부 경제 효과에 초점을 두어
설명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콘텐츠는 OTT라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제공됨에 따라 사업자에게 엄
청난 경제 가치를 안겨주는 상품이 되었다. 2021년 넷플릭스가 추정한 <오징어 게임> 경제 효과 1조
원과 2012년 싸이의 히트곡 <강남 스타일>의 경제 효과 1조 원은 수치는 비슷해 보여도 전혀 차원이
다른 개념이라는 이야기다. 가치는 이렇게 상승했지만 그 상품의 가치를 온전히 우리가 거둘 수 있는
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때문에 OTT 시대에 맞춰 우리 산업 구조도 다시 재편해야 한다.
지금은 제작 능력을 통해 세계에 우리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이지만, 조금 더
성공이 쌓이면 안타까움이 늘어갈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획, 투자, 제작, 마케팅, 유통
까지 수행하는 역량을 모두 갖출 수 있어야 산업의 가치를 키워 나갈 수 있고, 이런 역량을 갖추고 있
어야 글로벌 OTT와의 교섭도 대등해진다. 어려운 길이겠지만 놓치고 갈 수는 없다.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았다면, 그런 성공의 준비를 갖추지 못했던 우리 탓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산업적 관점에서 본 <오징어 게임> - 유건식
<오징어 게임>의 한계
<오징어 게임>은 엄청난 성공을 했음에도 씁쓸한 구석이 있다. 바로 드라마를 기획한 황동혁 감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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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제작한 싸이런픽쳐스는 저작권이 없어 이를 통한 추가 사업을 할 수도 없고, 추가 수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ㆍTV 스튜디오가 감독, 작가, 배우와 수익금의 일부를 나눠 갖는 백엔드
(Back End) 계약을 체결한다. 일반적으로 러닝 개런티라고 알려진 방식으로, 작품의 흥행 성적에 따라
출연료를 더 지급하는 제도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많은 돈을
미리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수익을 모두 갖는 대신, 실패하더라도 그
책임을 개별 제작자들에게 지우지 않고 넷플릭스가 떠안겠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영화나 TV 프로그램
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모델이 넷플릭스와 협력하는 제작자들에게 이득이 되지만,
<오징어 게임>처럼 큰 성공을 거둘 때는 그 결실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라도 저작물을 재사용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작가에게 지급하는데, 이를
리지듀얼(Residuals)이라고 한다. 2007년 미국작가조합이 파업을 하면서 얻은 결과로, 작가들이 인터
넷 저작물에 대한 관할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고예산 SVOD(예약 주문형 비디오)는 2017년 저작물
부터 미국과 해외에서 재사용하면 최저 기준에 따라 고정된 리지듀얼을 작가에게 지급하는데, 고예산
SVOD의 재사용료는 최저 기준과 가입자 수, 서비스 연합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그리고 뉴미디어
프로그램을 전통 미디어(극장, 지상파 TV, 베이직 케이블 TV, 유료 DVD 등)에서 재사용하면, 기존 미
디어의 리지듀얼을 적용받는다. 또한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처럼 글로벌로 유통하는
경우 재사용에 대한 미국 내 리지듀얼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지급한다.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자들의 공생을 기대하며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한국 내에서 제작한 오리지널이다. 2021년 9월 17일 공개된 이후 꽤 오
랫동안 인기가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창작자들이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
작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고, 영국 BBC도 영어권 국가에서 성공하기 위해 영어로 제작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기념비적인 작품
이다. 넷플릭스 홍보 홈페이지에 보면 넷플릭스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새
로운 관점을 접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그 하나의 역
할을 <오징어 게임>이 충실히 수행해냈다. 앞으로 넷플릭스는 이러한 성과와 더불어 저작권 문제나
망 이용료 등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면서 창작자들과 윈윈하는 관계를 지속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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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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