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SF장르의 정의
1. 장르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잘 볼 수 있을 것인가 고민되면 '형태와 유통경로'에 따른
장르현상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물론 '액션, 멜로드라마, SF(공상과학), 코미디' 등이 무
엇인지를 잘 안다고 해도 영화의 본질을 꿰뚫어 알거나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영화작품의 종류를 나누어서 보면 영화란 무엇이며 좋은 영화작품이
란 어떤 것인지 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영화학자와 비평가들은 예로부터 영화의
본질을 재음미하고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작품들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려고 장르를
지어 논의해왔다. 그 결과 '장르영화'의 상업적 본질과 역사적 형성과정을 밝혀내기에 이르
렀다.
그러면 도대체 영화에서 장르란 무엇인가, 왜 '장르영화'란 말이 상업성의 대명사가 되었을
까? 우리가 장르라는 말을 많이 하는 곳은 대개 비디오 대여점이다. 코미디니 영화니, 에로
영화니, 액션물이니 하는 것은 관객의 소비자적 취향을 말일 것이다. 이 경우 장르란 영화
의 상품성, 상업적 가치를 나타내는 말이다. 영화는 상업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술적
본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예술적 완성도란 시각에서 볼 때, 장르는 영상·음향 표현방식,
형식적 특징, 작품의 제재나 주제 등의 공통점 등이 있는 영화군을 말한다.
영화는 왜 비슷비슷한 장르로 분류되며, 그렇게 만들어질까.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고급
예술로서 출발하지 않았고, 다수의 대중들을 위한 오락산업으로 출발하였다. 따라서 영화의
대중성과 오락성, 상품성은 처음부터 관객을 이끌어왔던 요소였다. 한 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관객이 많이 몰리게 되고 제작자 내지 감독은 그런 관객의 취향에 맞추어야 또 돈
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비슷비슷한 내용과 형식의 영화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상업적
유행이 바로 '장르영화'를 자꾸 만들어내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2. SF영화란 무엇인가
SF란 무엇인가? SF란 이른바 과학적 허구(Science Fiction)의 약칭이다. 과학적이란 것은
근거 없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요, 허구란 말은 과학적 근거는 있으되 현재로서는 실현 불
가능한 가상이라는 뜻이다. SF영화는 우리말로 하면 공상과학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과학적 기록영화의 단계에서 벗어나 극적 요소가 더해지기 시작한 때부터 극영화로
시작되었다. 과학적 소재와 공상적 줄거리를 가지며 대체로 선과 악의 대립에서 선이 이기
는 것이 주제라고 할 수 있다.
SF영화의 특징은, 세련된 특수효과와 속임수 촬영을 통해서 환상적 색채와 분위기를 만들
어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없고 영화 안에서만 체험 가능한 별다른 세계를 펼쳐 보이는데 있
다. 현실로는 불가능한 인간의 무한한 상상 세계를 그럴듯하게 직접 보여주는 것, 바로 여
기에 SF의 매력이 있다.
SF영화는 영화산업 내의 경제적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발전을 거듭해왔다. 고도의 특수효
과(SFX)와 편집기술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미래사회를 주로 그리고 있다. 거대한 우주 전
함,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로봇, 심지어는 인간처럼 영혼을 지닌 사이보그(복제인가), 번개
같이 날면서 레이저 광선을 쏘아대는 우주 전투기의 치열한 공중전 등등, 갖가지 새롭고 신
기한 볼거리(스펙터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시각매체를 이용하는 영화는 처음에는 현실
을 보여주는 수준이었지만 현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도 진짜처럼 보여주는 마술성도
갖게 되었다.
3. 19세기 SF소설과 20세기 SF영화
SF영화는 오늘날에 와서는 막대한 물량과 최첨단 과학기술의 동원이 가능한 할리우드의
대표격인 상업장르이다. 하지만 원래는 영화의 발상지인 프랑스에서 이미 100년 전에 시도
된 분야로서, 그 기원은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SF영화의 탄
생 배경에는 19세기부터 널리 유행한 SF소설이 있다고 하겠다. 19세기 공상과학소설의 대가
H.G 웰즈, 줄 베르느의 [달세계 탐험] [해저 2만리]등을 따져보면, 후기 빅토리아 중산층의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외계인이나 괴물의 침입을 저지한 것은
인간의 어두운 측면이 교육의 개선과 산업의 발달에 의해 제거될 수 있음을 상징한다는 것
이다.
이런 식으로, SF영화의 가장 일반적인 방향은 자연과학에 대한 인간 이성에의 믿음을 늘
려 가는 것이었다. 인간이 너무 많이 아는 데서 생기는 근본적인 공포 때문에 알려고 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한다. 초기 SF영화에서는 과학을 통해 권선징악이
나 선과 악의 이중성을 묘사함으로써, 인간 내면에 숨겨진 공포를 반영하고 미래에 대한 상
상을 늘려가게 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SF영화는 [스타워즈] 이전"까지만 해도 그리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었다. SF가 각
광을 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그 이유는 SF가 다른 어떤 장르보다 특수효과,
다시 말해 과학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SF영화에서 그럴듯한 눈속임을 원했
고 특수효과는 SF장르와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했다.
Ⅱ. 세계 SF 영화사
<1895년-1899년>
기록에 따르면 영화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오귀스트 /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의 특허를 얻은 것은 1895년이다. 뤼미에르 형제는 이 장치를 이용하여 상영
시간이 1분 정도 되는 아주 짧은 영화들을 다수 제작, 일반에게 유료로 공개하였는데, 이
중에 <도살기계:1895>라는 작품이 있었다. <도살기계>는 사람이 필요 없는 자동화 무인공장
의 출현을 예언하여 세계 최초의 SF영화로 꼽힌다.
이 활동사진은 소시지 그라인더와 비슷하게 생긴 기계장치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그 다
음에 살아있는 돼지 한 마리가 이 기계의 한쪽 끝으로 강제로 떠밀려 들어가고, 잠시 뒤에
반대쪽에서 햄, 베이컨, 소시지 두름 따위가 줄줄이 가공되어 나온다. 당시 이 작품은 희극
적인 내용의 영화로 소개되었지만, 자동기계의 아이디어는 그 뒤 미국과 영국에 많은 아류
작들을 낳았다. 예를 들면 영국 최초의 SF영화로 꼽을 수 있는 <소시지 만들기(Making
Sausages:1897)>나 미국 최초의 SF영화인 <소시지 기계(The Sausage Machine:1897)는 제목
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도살기계>처럼 자동으로 가축을 도살하여 소시지를 만드는 기
계가 주인공이다.
영국의 조지 A.스미스(George A. Smith)가 제작한 <소시지 만들기>에선 살아있는 개와 고
양이가 소시지 원료로 등장하며, '양념'으로 오리 한 마리와 낡아빠진 장화 한 짝이 첨가된
다. 한편 미국의 <소시지 기계>는 제작자가 누구였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당시 사람들
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어서 몇 년 동안이나 필름이 돌아다녔다. 이 작품의 소시지 원료 역
시 살아있는 개인데, 당 이 작품은 단순히 자동기계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당시 미국의 공
장들에 설치되기 시작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풍자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상의 세
'소시지기계' 영화들은 모두 길이가 1분에 지나지 않는 작품들이다.
1902년에 <달여행>을 발표하여 SF영화의 실질적인 원조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조르쥬 멜
리에스는 이미 1897년에 <아메리카의 의사(Chirurgien Americain)>라는 SF영화를 만들었다.
이 2분 짜리 필름은 우스꽝스런 내용이지만 현대에 와서야 가능하게 된 신체 기관의 이식수
술을 예견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주인공 의사에게 두 다리가 없는 걸인이 찾아온다. 그는
걸인에게 싱싱한(?) 다리를 달아주고는, 이왕이면 좀 더 좋은 일을 해주기 위해 흉하게 생
긴 머리와 몸통도 차례차례 잘라낸 뒤 멋진 인물의 것으로 바꿔 달아준다. 멜리에스는 또
같은 1897년에 <어릿광대와 꼭두각시(Gugusse et l'Automate)> 및 <뢴트겐 광선(Les Rayons
Roentgen)>이라는 작품도 만들었다. 앞의 것은 일종의 로봇을 묘사한 것이고 -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펙에 의해 '로봇'이란 말이 처음으로 탄생한 것은 이로부터 20여년 뒤의 일이다 -
뒤의 작품은 당시에 발견된 지 얼마 안 되었던 X선을 풍자한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X선을 비춰주자 골격만이 드러나는데, 그 뼈대가 몸밖으로 걸어나와 버리고 만다. 뼈
없이 육체만 남은 환자는 힘없이 쓰러져버려서 치료비 지불을 거절한다. 의사는 환자와 옥
신각신 하다가 그만 X선 발생기가 폭발하는 바람에 온 몸이 산산조각 나버리고 만다는 이야
기이다. 신비스런 X선에 대해서 두려운 느낌을 떨치지 못했던 당시 사람들의 심정을 잘 표
현한 작품이다.
한편 <소시지 만들기>를 만들었던 영국의 조지 A.스미스도 1897년에 멜리에스의 <뢴트겐
광선>보다 석 달 앞서서 1분 짜리 <X광선 마귀(The X-Ray Fiend)>란 작품을 만들었다. 1898
년에는 멜리에스가 <달로 가는 여행(La Lune un M tre)>을 만들었다. 이 2분 짜리 필름은
영화사상 최초로 우주여행을 암시하는 제목이 붙은 작품이다.
멜리에스는 1899년에도 2편의 SF영화를 만들었다. <자정의 에피소드(Un Bon Lit)>와 <현
자의 돌(La Pierre Philosophale)>이 그것인데, 둘 다 길이는 1분이다. <자정의 에피소드>
는 영어판 제목으로서, 이 작품에는 영화사상 최초로 비정상적으로 커진 괴물곤충이 등장한
다. <현자의 돌>은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발견하려 애썼던 신비의 돌을 의미한다. 이 돌은
비금속을 황금으로 변화시킨다고 여겨졌던 물질이다. 이 영화에서 멜리에스는 직접 연금술
사 역을 맡아서 연기를 했다. 한편 1899년에 미국에서는 2분 길이의 <X광선 거울(The X-Ray
Mirror)>이 발표되었다.
<1900-1901년>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1897년의 <어릿광대와 꼭두각시>에 이어 다시 비슷한 주제를 다룬 <
자동인형 코펠리아>를 1900년에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발명왕' 에디슨이 제작한 <푸줏간의
소동>이 소개되었는데, 1897년에 나왔던 <소시지 기계>의 성공적인 반응에 고무되어 비슷한
아이디어를 1분 짜리 필름으로 구성한 것이었다.
영국의 제임스 A.윌리엄슨은 <불로장수약(The Elixir of Life)>을 감독했다. 당시의 희극
배우였던 샘 달튼(Sam Dalton)이 주연한 이 1분 길이의 영화는 늙은 노인이 불로장수약을
마시고 젊은이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제임스 윌리엄슨은 또한 <놀라운 발모제(The
Marvellous Hair Restorer)>라는 작품도 만들었다. <불로장수약>과 마찬가지로 샘 달튼이
주연했고 길이도 1분이었다. 영국에서는 또한 월터 R.부스(Walter R. Booth)가 <과성숙(過
成熟)된 아이(An Over-Incubated Baby)>를 발표했다. 어떤 여인이 쇠약한 조산아를 안고 한
교수를 찾아온다. 이 교수는 2년 동안의 성장과정을 단 2분만에 이루게 해 주는 인큐베이터
를 갖고 있다고 선전하는 사람이다. 이윽고 아이가 인큐베이터 안으로 들어가고 교수가 조
작을 하는데, 그만 기계가 이상을 일으켜서 아이가 늙은 노인이 되어 나온다는 이야기다.
1900년에는 이상의 작품들밖에도 미국과 프랑스에서 SF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들이 한두 편
씩 발표되었으나, 길이는 한결같이 2분을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
<1902년>
토마스 에디슨은 <20세기의 방랑아(The Twentieth Century Tramp)>라는 1분 짜리 필름을
만들었다. 1900년의 <푸줏간의 소동>과 마찬가지로 에드윈 S.포터가 감독을 했는데, 이즈음
포터는 에디슨의 회사에서 영화 부문을 사실상 혼자 맡다시피 하고 있었다.
세계 SF영화사상 실질적으로 원년으로 꼽히는 해는 1902년이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멜리
에스가 <달여행(Le Voyage dans la Lune)>이라는, 자그마치 21분 길이의 대작(?)을 발표했
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비단 SF영화사적으로서만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까
지의 세계영화사상 신기원을 이룩한 최대 걸작이었다. 기껏해야 2분을 넘지 못했던 다른 영
화들에 비해서 21분이라는 기념비적인 러닝타임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충분히 안고 있었
지만, 내용이나 촬영기법 역시 여타의 필름들에서 접할 수 있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멜리에스는 이미 그때까지 발표했던 소품들을 통해 '트릭영화'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었는
데, 자신의 모든 경험과 인력을 총동원하여 이 대작을 만들었다. 이 영화가 탄생된 배경은
SF문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시는 문학 분야에서도 SF장르가 초창기에 해당하던 시기로
서, 프랑스의 주울 베르느와 영국의 H.G.웰즈가 각각 이 분야의 대표적인 초기 걸작들을 발
표하고 있었다. 멜리에스의 <달여행>에 직접적인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1865년에 베르느가
발표한 소설 <지구에서 달로>와 웰즈가 1901년에 발표한 <달세계 최초의 인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있지만, <달여행>에서 묘사된 우주여행 방법은 거대한 대포를 사용하
는 것이었다. 안에 사람들이 타고 있는 포탄이 박혀서 달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영화사상
길이 전해지고 있는 유명한 장면이다. 아무튼 이러한 방법으로 달에 도착한 사람들은 분화
구 안으로 내려갔다가 달에 거주하는 종족에게 붙잡혀 그들의 왕에게 끌려가는데,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하여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1903년>
1903년에 이루어진 SF영화의 대표적인 업적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10분 길이의 [북극호 항
해기(The Voyage of the Arctic)]를 들 수 있다. 월터 R. 부스(Walter R. Booth)가 감독한
이 작품은 원래 C.J.컷클리페-하인(C.J.Cutcliffe-Hyne)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
로, 그 작품에 등장하는 케틀 선장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케틀 선장 역은 프레드 파렌(Fred
Farren)이 맡았는데, 그는 이미 같은 내용의 연극에서 케틀 선장 역을 연기했으며 그 때의
분장과 의상을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채택했다. 북극호의 선장실에 있던 케틀 선장 앞에 북
극의 여왕 모습이 나타나더니 구원을 요청하며 길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는 선원들을 이끌
고 탐험 길에 나섰다가 도중에 거대한 바다뱀과 마주치지만, 케틀 선장은 권총으로 간단히
물리쳐버린다. 마침내 그들은 북극의 빙원에서 얼음상(像)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악당 천재에 의해 꽁꽁 얼어버린 북극의 여왕이었다. 케틀 선장이 그녀를 녹여주자,
하늘에 오로라가 펼쳐지더니 거대한 악당 천재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입김을 내뿜어 케틀 선
장 일행을 꽁꽁 얼려버린다. 그들은 여왕의 도움으로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며, 그 뒤 계속
해서 악당 천재와 대결을 벌인 끝에 마침내 북극점을 정복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는 '케틀 선장은 어떻게 북극점을 발견하게 되었나'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북극점이 실제로 정복된 것은 1909년 미국의 피어리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1903년에는
이 밖에도 프랑스와 영국에서 각각 1-2분 길이의 SF적인 영화가 제작되었다.
<1904년>
에디슨은 1901년에 만들었던 [푸줏간의 소동]을 좀 더 발전시켜서 4분 길이의 [개 공장
(Dog Factory)]을 발표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개를 집어넣으면 소시지 두름이 되
어 나오는 기계가 주인공이지만, 이 작품에선 그 반대의 과정도 가능한 것으로 묘사하였다.
피아노 크기의 기계에 '개 변환기'라는 큼직한 딱지가 붙어있고, 그 뒤엔 각각 '불독','세
파트' 등등의 꼬리표가 붙은 갖가지 크기의 소시지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그 중에 하나
를 기계에 집어넣자 반대편에서 살아있는 개가 나온다는 황당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에
디슨의 회사에서 영화부문을 맡고 있던 에드윈 S.포터가 감독했다.
프랑스에서는 [달여행]의 조르쥬 멜리에스가 각각 13분 및 25분 길이의, 당시로서는 장편
에 해당되는 영화를 두 편 선보였다. 앞의 것은 장거리 여행수단으로 각광받게 될 자동차의
미래상을 예견한 [파리에서 몬테카를로까지]이고, 뒤의 것은 [달여행]만큼이나 환상적인 모
험극인 [불가능을 넘어선 모험]이다.
앞 영화의 주인공은 파리에 도착하여 매력적인 그곳 사람들과 사귀지만, 다시 몬테카를로
의 도박장으로 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기차를 타고 가면 17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그는 시
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마침 그 때에 자동차 제조업자 한 사람이 나타나
서, 자신이 만든 새로운 차를 타고 가면 단지 세 시간 만에 몬테카를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제목에는 두 시간이라고 되어 있다.)
그들이 탄 차는 알프스의 산봉우리를 넘어가고 하늘을 날고 사람들을 치고 가기도 하면서
갖가지 소동을 일으킨 끝에 마침내 몬테카를로에 도착한다는 줄거리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
은 당시 벨기에의 레오폴드 국왕을 묘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가능을 넘어선 모험]은 처음에 발표되면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환상적인 영화'라는
슬로건을 달고 등장했다. 또 이 영화를 수입한 영국의 흥행업자는 마땅한 제목을 붙이지 못
해서 고민하다가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는데, 나중에 당선된 제목은 [세상 휘젓
기(Whirling the Worlds)]였다.
이 영화에서 멜리에스는 직접 주연배우로 연기했다. 기술자인 주인공은 기차, 자동차, 비
행선, 잠수함 등으로 변환시켜 쓸 수 있는 전천후 탐험차량을 만들어 길을 떠난다. 도중에
사고를 당해 몇 주 동안이나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는 등 험난한 여정을 이어나가다가 알프
스의 융프라우 산에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우주공간까지 계속 비행하다
가 그만 태양과 충돌해버리고 만다. [달여행]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태양 역시
익살스런 표정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데, 이번에는 눈이 아니라 입에 착륙하게 된다. 그들은
태양의 열기를 피해서 풍비박산이 나버린 탐험차량 안의 얼음상자로 피했다가, 잠수함 부분
을 우주로 발사시켜 간신히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당시 이 영화는 대단한 인
기를 끌어 관객들의 열화 같은 성원이 쏟아졌으며, 그 결과 뒷부분에 몇 장면이 추가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상영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났는데, 당시로서는 기념비적인 길이였
다.
이상의 두 영화는 이전의 [달여행]도 마찬가지지만, 환상적인 배경 장면은 모두 그림이었
다. 멜리에스는 이처럼 환상적인 배경 그림을 천재적으로 구사하는 감독으로 명성을 얻었던
것이다.
<1905년>
1905년에는 스페인에서 SF적인 내용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전기호텔]이 바로 그것인데,
미래의 호텔을 묘사한 이 영화의 최초 제작에 얽힌 이야기에는 약간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원래 제작 년도는 1905년으로 알려져있지만, 영어권 언론매체들에서는 1908년 이후부터 소
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자료에서는 미국 사람이 미국에서 감독한 작품으로 소
개하고 있기도 하다.
[전기 호텔]은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세군도 데 초몬(Segundo
de Chomon:1871-1929)이 만든 것으로서, 그는 1907년에 파리에서도 비슷한 영화를 만든 적
이 있기 때문에 이 두 작품에 대한 자료가 나중에 혼선을 빚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호텔, 투숙객은 단추만 누르면 어떤 서비스든지 원하는 대로 받을 수 있다. 목욕
이나 면도까지도 단추만 누르면 기계가 알아서 척척 해준다. 그러나 나중에는 중앙통제장치
에 고장이 나서 한바탕 우스꽝스런 법석이 벌어진다는 줄거리이다. 이 영화의 길이는 8분
정도이며, '누구든 반드시 진보(進步)의 대가는 치러야만 한다'는 교훈을 담은 것으로 평해
진다.
1905년에는 또한 너무나도 유명한 주울 베르느의 걸작 [해저 2만리]가 최초로 영화화되기
에 이르렀다. 사실 이 영화는 현재까지 일종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는데, 프랑스 배급업자에
의해 영국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지만 제작은 미국회사인 <바이오그래프>가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오그래프사의 기록에는 이 작품이 올라가 있지 않다고 한다.
이 영화의 내용은 베르느의 원작과는 꽤 달라서 주인공의 이름은 네모가 아니라 샘 웰러
선장이며, 거대한 바다 괴물이나 바다의 신 넵튠이 나오는 등 과학적 논리에 충실하기보다
는 환상에 가까운 작품이다. 18분 길이이며, 감독이나 주연배우 등이 누구였는지는 알려지
지 않는다.
<1906년>
1906년에 발표된 영화들 중에서 SF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영국에서 제작된 것으
로 6편 정도이며 그밖에 프랑스에서도 2편이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3분 길이의
[환상의 비행선(Le Dirigeable Fantastique)]을 만들었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여행
까지 가능한 비행선을 묘사한 작품이다.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 중 가장 긴 것은 [인형제작자의 딸]로서 길이가 10분이다. 1900년
에 프랑스의 멜리에스가 [자동인형 코펠리아]를 발표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자, 그와 비슷
하게 일종의 로봇을 등장시킨 내용이다. 자동인형 제작자의 딸은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생
긴 인형과 마주치는데, 물론 그건 그녀의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그녀는 인형과 똑
같은 옷을 입고는 몰래 인형을 보관해두었던 상자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하여 인형 대신 왕
궁으로 팔려갔다가 나중에 진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져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는 줄거리
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로봇과 인간이 혼동을 일으킨다는 발상은 그 뒤로도 수 십 년에 걸
쳐 여러 번 채택되었던 아이디어이다.
이 밖에도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로는, 시계바늘을 빨리 돌아가게 해서 시간이 흐르는 속
도를 높인다는 내용의 [시간이 빨리 가게 하는 방법(How to Make Time Fly)], 전천후 만능
자동차를 묘사한 [현대의 해적(The Modern Pirates)], 새처럼 날개를 퍼덕거려 하늘을 나는
비행선을 등장시킨 [공중 탈출(Rescued in Mid-Air)]등이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SF영화사상 아마도 가장 환상적인 우주여행 수단을 등장시킨 작품이
발표되었다. [별나라 여행(Voyage Autour d'une Etoile)]에서는 늙은 천문학자가 평생동안
동경하던 어떤 별로 여행하기 위해 달밤에 거대한 비누거품을 타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간다.
<1907년>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1907년에도 두 편의 SF영화를 선보였다. 주울 베르느의 <해저 2만리
>를 각색한 [바다의 악몽]과 영국까지 해저터널을 뚫는다는 내용의 [영불해저터널]이 그것
이다. 각각 18분 및 20분 길이였다.
미국에서는 인간의 신체 개량을 묘사한 [스키넘 박사(Dr Skinum)], [발모제] 등의 작품이
제작되었으며, 그밖에 당시 재능 있는 만화가였던 J.스튜어트 블랙튼(J.Stuart Blackton)이
뉴욕에서 공동 설립한 합작회사 <바이타그래프(Vitagraph)>에서도 SF적인 영화들을 발표하
기 시작했다. [액체 전기(Liquid Electricity)]는 바이타그래프에서 제작한 최초의 SF로서,
사람에게 뿌리면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액체를 묘사한 것이다. 또 미국 영화 최초로 로봇을
등장시킨 [기계인형], 자기력을 이용해 힘든 노동을 편하게 한다는 [손쉬운 노동(Work Made
Easy)] 역시 바이타그래프의 J.스튜어트 블랙튼이 제작, 감독한 것이다.
당시의 대중들에겐 여전히 신비로운 대상이었던 전기(電氣)를 다룬 [전기 벨트 (La
Ceinture Electrique)], 이미 단골 메뉴로 자리잡은 대머리 치료 발모제 이야기인 [기적의
로션(La Lotion Miraculeuse)] 등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1908년>
만화가 J.스튜어트 블랙튼이 있는 미국의 바이타그래프사는 트릭을 이용한 특수효과와 환
상적인 배경 그림들을 이용해 SF영화들을 전문적으로 제작해나가기 시작했다. '다가올 세기
(世紀)에 새로이 등장할 비행수단을 예측'하여 [비행선(The Airship)]이라는 7분 길이의 작
품도 발표했고, 1907년에 이어 역시 액체 전기를 묘사한 영화 [갈바니 전기액체(Galvanic
Fluid)]도 만들었다. 갈바니는 개구리를 해부하다가 생체 전기를 발견했던 18세기 이태리의
과학자이다.
1905년에 스페인에서 [전기 호텔]을 만들었던 세군도 데 초몬은 프랑스로 와서 자기력을
제재로 삼은 [자기요리(磁氣料理)(La Cuisine Magn tique)]와 [목성 여행 (Voyage la Plan
te Jupiter)]을 만들었다.
한편 1908년은 이중인격을 다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걸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Dr Jekyll and Mr Hyde)]가 최초로 영화화된 해이다. 원작이 1886년에 발표되어 대중적으
로 커다란 인기를 얻은 뒤 연극으로는 수없이 많이 공연되었지만, 영화는 처음으로 나온 것
이다. 미국의 윌리엄 N.셀릭(William N. Selig)이 제작한 이 작품은 16분 길이였으며 원래
연극으로 각색된 대본 하나를 바탕 삼아 4막으로 구성되었다. 실제로 연극무대 장면이 촬영
되었고 막이 바뀔 때마다 커튼이 오르락내리락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10년 전 H.G.웰즈가 출간한 <투명인간>에서 영감을 받은 [투명 액체(The
Invisible Fluid)]도 발표되었다. 물체에다 뿌리면 10분 동안 모습이 사라져버리는 신비의
액체를 발견한 과학자가 등장한다. 영국에서는 [월인(月人), 신붓감을 구하다(When the Man
in the Moon Seeks a Wife)]라는 재미있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국의 영화들 중에서 최초
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또 반중력(反重力)을 다룬 [교수의 반중력 액
체(The Professor's Anti-Gravitational Fluid)]도 영국에서 제작된 것이다. 이 영화에는
제목과는 달리 반중력을 일으키는 가루약이 나온다. 교수가 자신의 발명품을 식탁의 달걀에
다 뿌리자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데, 그 광경을 훔쳐 본 어떤 소년이 그 가루를 훔쳐간다.
프랑스에서는 당시 논란의 대상이었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풍자한 영화도 만들어졌다.
[박사의 실험(The Doctor's Experiment)]에서는 진화가 거꾸로 일어나 사람이 원숭이로 퇴
화된다. 또 멜리에스는 일종의 TV를 예견한 [전기 사진기(La Photographie Electrique
Distance)]를 제작, 감독했다.
이상의 작품들밖에도 로봇을 묘사한 [살아 움직이는 인형(An Animated Doll)]이 - '로봇'
이란 말이 탄생하려면 아직 10년 이상 남아있던 시대이다 - 미국에서, 비행기를 연구하던
어느 학자가 낮잠 자다가 꾸는 꿈을 그린 [나는 법을 배운 사나이(The Man Who Learned to
Fly)]가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1909년>
1909년에 각국에서 발표된 영화들 중 SF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30편이 훨씬 넘는데,
그 대부분이 프랑스와 영국에서 발표된 것이다. 이 즈음엔 이미 SF영화의 전형이라고 할 만
한 몇 가지 제재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투명인간, 비행선, 로봇, 불로 불사약, 미래의
전쟁 등이 주요 테마로 채택되고 있었다.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은 7분 길이의 [놀라운 전자석(The Wonderful Electro-Magnet)]
을 만들었다. 금속뿐만 아니라 사람까지도 끌어당기는 전자석이 등장한다.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비만증의 새로운 치료법을 묘사한 [환상의 수치료(水治療)(Hydroth
rapie Fantastique)]를 제작, 감독, 주연했다. 또 프랑스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던 스페인
출신의 세군도 데 초몬도 [달여행(Voyage dans la Lune)]과 [지저여행(Voyage au Centre de
la Terre)]을 만들었다. 뒤의 작품은 지저여행을 다룬 최초의 영화이다.
미래의 일상생활을 묘사하려고 시도했던 최초의 영화 [다음 세기의 생활(Life in the
Next Century)]도 프랑스 작품이다. 100년 뒤인 서기 2010년의 미래상이 5분 동안 펼쳐지는
데,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난 미래의 인간은 단추만 눌러댄다. 그러면 식사부터 출근까지 모
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모든 자동화 기구
들을 집어던져 버린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생활에는 더 이상 낙이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였다.
미국의 셀릭은 1908년에 이어 또 하나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영화인 [현대의 지킬박사
(A Modern Dr Jekyll)]를 만들었다.
영국에서는 당시의 불안한 국제 정세가 반영된 미래 전쟁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되었다.
[침략 받은 영국(England Invaded)], [침입자(The Invaders)], [침략의 가능성들
(Invasion:Its Possibilities)]등이 그것이다.
독일에서는 지진이 엄습하기 5분전에 경보를 울려주는 장치가 등장하는 [지진경보기(The
Earthquake Alarum)]가 만들어졌고, 덴마크에서도 대머리를 치료하는 발모제 이야기인 [놀
라운 발모제(Den Vidunderlige Haarelixir)]가 제작되었다.
<1910년>
SF영화의 계보는 SF문학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영화와 마찬가지로 문학에서도
'SF'가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로서 구체화된 것은 192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SF문학의
경우는 초창기에 메리 셸리나 H.G.웰즈, 에드가 알란 포우 등 탁월한 작가들이 문학적으로
도 매우 뛰어난 걸작들을 남긴 반면, 초기의 SF영화는 트릭이나 특수효과, 분장 등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눈요깃거리로서 선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물론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아직 탄생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10년도에는 많은 평론가들이 '최초의 SF소설'로 꼽기도 하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
인(Frankenstein)>이 처음으로 영화로 제작되었다. 제작자는 '발명왕'에디슨이었다. 1818년
에 원작소설이 처음 발표된 뒤 90여년만의 일로서,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켄슈타인>은
그 이후 수많은 영화들의 직접적인 소재로 채택되었다. 이 최초의 <프랑켄슈타인> 영화는
16분 길이였는데, 원작을 요약했다기보다는 나름대로 독특한 재해석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시체를 되살린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합성된 괴
물이다.
멜리에스의 <달여행> 이후 주목할만한 SF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온 프랑스에서는 1910년도
에도 7편 가량의 새 작품을 선보였는데, 다음에 그 중의 몇 편을 간단히 소개한다. <비행기
기술자의 비밀(The Aeroplanist's Secret)>은 획기적인 고성능 비행기를 발명한 어떤 기술
자의 이야기다. 그는 동료기술자가 개발한 초경량엔진을 얻으려다 거절당하자, 그 동료의
아내를 협박하여 엔진 설계도를 훔쳐오도록 한다. 그러나 그녀는 설계도를 건네주기 직전
도면의 일부를 고쳐놓고, 그 결과 기술자는 성공적으로 비행기를 이륙시켰다가 갑자기 추락
하여 죽어버리고 만다는 이야기다. <비행기를 탄 도둑(Burglary by Airship)>은 당시의 최
첨단 도둑 이야기다. 주인공은 밑바닥에 커다란 자석을 단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여자가
자고 있는 철제 침대나 금고, 길가는 자전거 등을 마구 끌어당기며, 심지어는 철물점 하나
를 통째로 잡아 올리기도 한다. <스미스 박사의 자동인형(Dr Smith's automaton)>은 로봇이
주제이다. 물론 아직은 '로봇'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전이므로 '로봇'이라는 말은 원작의 어
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당시의 평자들은 이 영화의 주인공에다 '빳빳한 삼베와 용수철로 만
들어진 인간'이라는 표현을 썼다. 스미스 박사가 만든 자동인형을 그의 아들이 부주의하게
작동을 시켜버리고 마는데, 그 인형은 거리로 나가서 사람들을 볼링핀처럼 마구 넘어뜨리며
거침없이 전진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그것을 멈추게 한 것은 높다란 벽이었다. <미래의 경
찰(The Police of the Future)>은 미래의 경찰들이 공중에서 치안 감시 활동을 하게 될 것
이라는 예언을 펴고 있다. 경찰 비행기는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적발된 범죄자들을
모두 집어 올린 뒤(그 중에는 소시지를 훔치던 개도 들어 있다), 하루동안 잡아들인 범죄자
보따리를 경찰서 지붕에 있는 거대한 깔때기로 쏟아 붓는다는 내용이다. 이상의 작품들은
현재 제작자나 감독이 누구였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덴마크에서는 이미 각국에서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었던 스티븐슨의 원작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Den Skaebnesv Angre Opfindelse)>가 제작되었다. 1908년에 미국에서 만들
어졌던 최초 영화판은 대부분 당시 공연되던 연극의 구성을 차용한 반면, 이 작품은 원작에
충실하다는 평을 들었다. 지킬 박사 이야기는 영국에서도 만들어졌다. <인간의 이중성(The
Duality of Man)>이 그것으로, 당시 H.B.어빙(H.B.Irving)에 의해 연극무대에 올려지던 로
맨틱한 내용을 9분 길이의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지킬 박사는 흉폭한 하이
드씨로 변신한 상태에서 장차 장인이 될 사람을 애인의 눈앞에서 죽여버린 뒤 독약을 마시
고 자살한다.
1910년은 76년을 주기로 지구에 접근하는 핼리 혜성이 나타난 해였다. 당시 서구에 인류
멸망의 종말론을 광범위하게 퍼뜨리기도 했던 이 장대한 천문학적 이벤트는 물론 영화제작
자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소재였다. 미국에서 11분 길이의 <혜성(The Comet)>이라는 작품이
발표된 것이다. 이 작품은 핼리 혜성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와 충돌한다는 무시무시한 시나
리오를 다루었는데, 아닌게아니라 지구는 1910년에 핼리 혜성의 꼬리 부분을 실제로 통과하
였다. 그러나 우주공간은 절대진공상태라서 상대적으로 물질의 밀도가 높은 핼리 혜성의 꼬
리 부분이 흐릿하게 드러난 것일 뿐이며, 지구가 그 속으로 통과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
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핼리 혜성의 꼬리 부분에 들어가면 독가스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
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한편 이태리 최초의 우주여행 영화도 이 해에 발표되었다. 15분 길이의 <월면 결혼식(Un
Matrimonio Interplanetario)>은 SF와 로맨스가 멋지게 결합된 한 편의 환상극으로서, 엔리
코 노벨리(Enrico Novelli)가 각본 및 감독을 맡았다. 주인공 알도비노는 사랑에 굶주린 천
문학자인데,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찰하다가 화성의 천문학자 딸인 얄라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무선통신으로 밀어를 주고받은 끝에 결혼하기로 약속하며, 얄라의 아버지도 1년
뒤 달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조건으로 두 사람의 결합을 허락해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마침
내 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글자 그대로 '허니문(honeymoon)'을 즐긴다는 내용이다.
<1911년>
영국의 월터R.부스(Walter R. Booth)는 비행을 다룬 작품을 세 편 연작으로 발표했는데,
1909년에 만든 <비행선파괴자(The Airship Destroyer)>와 1910년의 <공중잠수함(The Aerial
Submarine)>, 그리고 1911년의 <공중의 무정부주의자(The Aerial Anarchists)>가 그것이다.
세 편 모두 월터 부스가 각본 및 감독을 맡았으며, 제작자는 찰스 어반(Charles Urban)이
다.
<공중의 무정부주의자>는 외딴 오두막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이 비행기를 만들고 있는 장면
에서 시작된다. 그 다음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여 목표 지점인 런던으로 향한다. 런
던의 군사 요새와 철교, 성 바오로 대성당 등이 그들이 투하한 폭탄에 의해 박살이 나고 많
은 희생자들이 발생한다. 어떤 교회가 그들의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자, 결혼식을 올리던 신
랑은 차에 올라타 피신한 다음 자신의 비행기를 이륙시켜 공중의 무정부주의자들과 한바탕
공중전을 벌인다. 11분 길이이다.
월터 부스는 이 밖에 일종의 로봇을 등장시킨 <자동 운전사(The Automatic Motorist)>도
1911년에 발표했다. <공중 잠수함>, <공중의 무정부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찰스 어반 제작에
해롤드 바스틱(Harold Bastick)이 촬영을 맡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에서는 오펜바하의 오페라 일부를 각색한 <호프만의 이야기(Hoffmanns
Erzaehlungen)>가 만들어졌는데, 출연배우들은 당시 빈의 연극무대에서 공연되던 같은 작품
의 오페라 출연진들이었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원래 환상과 괴기가 어우러진 작풍
을 지녔던 다재다능한 독일 소설가 호프만의 원작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영화
의 제작/각본/감독자인 안톤 콜름(Anton Kolm)을 비롯한 감독들은(4인이 공동으로 감독한
작품이었다) 중산층의 예술적 관심을 영화로 끌어 모으기 위해 아트필름 운동을 전개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 헝가리는 독립국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오
스트리아와 공동제국(共同帝國)을 이루고 있었다.)
1915년에 <국가의 탄생(Birth of a Nation)을 발표하여 세계영화사상 지대한 영향을 끼쳤
던 미국의 D.W.그리피스(D.W.Griffith)는 1911년에 <발명가의 비밀(The Inventor's
Secret)>이라는 8분 길이의 SF영화를 발표한 바 있다. 원래 그는 떠돌이 유랑극단에 소속
되어 있다가 에디슨 영화회사에 들어가서 배우와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감독이 된 인물로,
1920년대가 되기도 전에 이미 450편 가까운 작품을 감독하여 영화산업 초창기의 대표적인
다작 감독중 하나로 꼽힌다. <발명가의 비밀>은 로봇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서, 소녀 로봇이
실종된 인간 소녀와 혼동된다는 내용이다.
1911년에는 이 밖에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SF적인 내용의 영화들이 여러편 만들어졌다.
<1912년>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1912년에 또다시 33분 길이의 대작을 발표했다. <극지정복(A la
Conqu te du p le)>은 멜리에스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긴 환상모험극으로서 제작, 각본, 감
독, 세트설계, 연기 등을 혼자서 떠맡곤 하던 그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대표적인 작품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즈음 영화관객들은 이미 이런 류의 작품에 더 이상 신선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바다 건너 미국에서 수입된 카우보이와 인디언 액션영화를 더 선호하고 있
었다. 또 그가 장기로 삼던 거대한 세트와 트릭 촬영도 미국의 그린피스가 발전시킨 연출
및 편집 기법의 효과에 맞서기에는 뒤떨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개인적인 기술자 기질을 계
속 고집했던 그는 결국 점점 명성을 잃어갔고, 말년에는 빈곤에 시달리다 1938년에 77세로
작고했다. <극지정복>은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 중국, 일본 등 6개국에서 온 과학자들
이 국제탐사대를 이루어 북극을 정복한다는 내용이다.
에디슨 영화회사에서는 <브럼튼-와트 박사의 연령(年齡)조절기 (Dr Brompton-Watts'
Age-Adjuster)>, <아줌마 얼리기(Freezing Auntie)>, <패트릭은 어떻게 해서 천리안이 되었
나 (How Patrick's Eyes Were Opened)> 등 세 편의 SF영화를 선보였다. <브럼튼-와트 박사
의 연령조절기>는 당시에 이미 많은 영화제작자들이 즐겨 채택하던 회춘(回春) 이야기다.
노부부가 브럼튼 박사를 찾아와 젊어지는 약을 원한다. 먼저 남편이 약을 마시는데 양이 과
다해서 그만 갓난아이로 변해버리고 만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장면으로, 갓난아이가 남
은 약을 마저 마셔버리자 원숭이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다윈의 진화론이 옳다는 증
거가 나타난 장면으로 묘사되고 있다. 박사가 원숭이에게 다른 약을 먹여서 마침내 그는 원
래의 노인 모습으로 돌아오며,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던 부인은 그냥 노인으
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아줌마 얼리기>는 첨단 냉동기술로 벌어지는 소동을
영화로 구성한 것이다. 육류(肉類) 등을 냉동시켜서 장거리 수송하는 방법은 19세기말부터
널리 사용되었으며, 오늘날과 같은 급속냉동법은 2차 대전 때에 개발된 것이다. <아줌마 얼
리기>는 지독한 공처가 남편이 호주에서 새로운 냉동기술법을 배워 온 조카와 작당해서 마
누라를 꽁꽁 얼려버린다는 줄거리다. 두 남자는 성공적으로 일을 마친 뒤 희희낙락해서 축
배를 들지만, 그 사이에 위기를 넘긴 여자가 다시 나타나 유령인 것처럼 위협하자 무릎을
꿇고 싹싹 빈다. <패트릭은 어떻게 해서 천리안이 되었나>는 화상(畵像) 전화의 개념이 등
장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어떤 부자가 새로 개발된 기구의 광고를 보고 견본을 요청한다.
그 장치는 전화기에 부착시키면 통화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부
자는 이 장치로 댄스파티에서 만난 아름다운 숙녀에게 전화를 했다가, 그녀가 트럼프 사기
꾼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곤 당장 그 장치를 구입하여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는다. 이상
의 세 작품은 모두 길이가 5-10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H.V.로레이(H.V.Lawley)가 제작하고 퍼시 스토우(Percy Stow)가 감독한
<전기의족(電氣義足)>이라는 8분 길이의 작품이 발표되었다. 또 미국에서는 루시어스 헨더
슨(Lucius Henderson) 감독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Dr Jekyll and Mr Hyde)>도 만들어졌
다. 이 작품은 15분 길이이다.
<1913년>
1913년에 제작된 SF영화는 단지 두 편만이 기록에 남아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각각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국에서 제작된 60분 길이의 <화성에서 온 메시지(A Message from Mars)>는 원래 연극
으로 공연되던 작품인데, 이것은 근현대에 들어서 극장 무대에 올려진 사실상 최초의 SF연
극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 <화성에서 온 메시지>에는 원작 연극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
했으며, 줄거리도 연극 내용을 그대로 따랐다. 화성인이 지구에 와서 못된 심성을 지닌 사
나이를 교화시킨다는, 종교적인 분위기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각본 및 감독은 J.월렛 월러
(J. Wallet Waller), 제작자는 니콜슨 옴스비-스콧(Nicholson Ormsby-Scott)이다. 이 작품
은 1921년에 미국에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허버트 브레논(Herbert Brenon) 감독에 의해 30분 길이의 <지킬 박사와 하이
드씨(Dr Jekyll and Mr Hyde)>가 만들어졌다. 이 즈음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이야기는 이미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테마가 되어 새삼스레 줄거리를 광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대신
에 이 작품은 주연배우 킹 바곳(King Baggott)의 탁월한 이중연기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
다. 그는 선한 의사와 악마의 심성을 지닌 괴한의 연기를 적절하게 소화해내었다. (1912년
에 제작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에서는 두 사람의 배우가 각각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연
기했다.) 이 작품은 원작소설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따랐지만, 몇몇 장면은 독창적으로 삽입
되었다. 시작 부분에서는 런던 빈민가에서 무료로 의술을 베푸는 지킬 박사의 모습이 등장
하며, 나중에 하이드씨가 죽는 과정도 원작과 좀 다르다.
<1914년>
1914년에 접어들면 40분 이상의 길이를 가진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며, 심지어는 70분 길
이의 장편까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0분 미만의 소품들도 여전히 활발하게
제작되었다.
영국의 로렌스 코웬(Laurence Cowen)이 각본, 감독을 맡고 버트램 벌리(Bertram
Burleigh)가 주연한 <깨어나라!(Wake Up!)>는, 당시 영국사회에 팽배해있던 유럽 제국으로
부터의 침략 위협을 일깨운 수많은 영화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완성되기도 전
에 이미 제 1 차 세계대전은 발발하고 말았다. 가상의 전쟁시나리오를 다룬 내용이며 70분
길이이다. <영국의 골칫거리(England's Menace)> 역시 임박한 전쟁의 위험을 다룬 40분 길
이의 작품이며, <만약 영국이 침략 당한다면(If England Were Invaded)>도 제목 그대로 미
래의 전쟁을 그린 45분 길이의 영화이다. 물론 이 두 편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독일에서는 유태인들 사이에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살아있는 진흙인형 골렘을 주인
공으로 등장시킨 영화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켄슈타인>이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처럼 골렘도 이후 수많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골렘(Der Golem)>은 1580년대
에 프라하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진흙인형을 타이틀로 삼은 55분 길이의 장편영화로
서, 하인리히 갈레엔(Heinrich Galeen)이 감독을 맡았다. 공사장 인부들이 어느 유태교회의
폐허에서 커다란 진흙인형을 발굴해낸다. 그들은 그것을 골동품 업자에게 팔아 넘기고, 그
골동품상은 인형을 되살려내어 하인으로 부린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정확히 100년 뒤의 세상을 예언한 <서기 2014년(In the Year 2014)>이 제작되
었다. 10분 길이의 소품이었는데, 이미 1911년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바 있는 <1백년 뒤
(One Hundred Years After)>와 매우 유사하여 이 작품의 리메이크로 간주되고 있다. 이 작
품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여성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사업 분야에서도 핵심적
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묘사이다. 참고로, 민주적인 선거제도 발전의 모델로 꼽히는 영
국에서도 결혼한 여자가 남성과 동등한 보통선거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1928년부터의 일이
다.
또한 미국에서는 당시로부터 36년 뒤인 1950년대의 미래상을 그린 영화 <바람둥이 퍼시
핌퍼니켈(Percy Pimpernickel, Soubrette)>도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미래상의
특징은 여권(女權)의 신장(伸張)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남녀의 위상이 역전된 듯한 사회 모
습인데, 이는 당시에 일기 시작한 여성참정권의 인정 경향을 비꼬았던 것으로 평해지고 있
다.
<1915-1919년>
1915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영혼이 없는 생명(Life Without Soul)>은 메리 셸리의 유명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최초로 본격적인 장편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은 70분 길이로
서, 1910년에 에디슨이 만들었던 최초의 <프랑켄슈타인> 영화가 단지 16분이었던 것을 감안
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었다. 이 영화는 플로리다, 조지아, 애리조나 및 뉴욕, 대서양 등지
를 옮겨다니며 촬영하는 등 스펙타클한 영상이 많이 삽입되었으며, 타이틀롤도 분장에 의한
눈요깃거리이기보다는 섬세한 연기에 중심을 둔 수작이었다.
<모리스 도넬리의 생환(The Return of Maurice Donnelly)>은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선전영
화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 사나이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기의자에서 처형되지
만, 때마침 발명된 특수한 기계에 의해 생명이 저장되었다가 되살아나 누명도 벗고 아내와
행복한 재회를 한다는 내용이다. 40분 길이의 이 영화는 당시 상업적인 흥행도 되었지만 사
형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홍보영화로 널리 이용되었다.
이 영화를 만들었던 [브로드웨이 스타(Broadway Star)]회사는 그밖에 1차대전에서의 군비
경쟁을 풍자한 40분 길이의 <화성의 앞잡이(Pawns of Mars)>라는 작품도 제작했다. 둘 다
1915년에 발표된 것이다.
<국가의 탄생>으로 세계영화사상 커다란 족적을 남긴 미국의 D.W.그리피스 감독은 1916년
에 75분 길이의 본격 장편영화 <나르는 어뢰(The Flying Torpedo)>를 제작했다. 적의 비행
기를 격추하는 유도미사일은 1909년에 만들어진 월터 부스의 영화 <비행선 파괴자>에서 처
음으로 예언되었는데, 그리피스는 이 개념에다 그 동안 발달한 영화제작기술을 총동원하여
걸작 장편으로 재창조했다. 소설가인 에머슨은 친구의 무선 유도미사일 발명작업을 재정적
으로 후원해주지만, 첫 시제품이 완성되자마자 적국의 스파이에게 강탈당하고 만다. 에머슨
은 하녀 러브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 추적 끝에 미사일을 되찾는데 성공한다. 곧이어 아
시아의 '황인종 군대'가 미국 서해안을 침공해오지만, 이 미사일 덕분에 격퇴된다는 내용이
다. 이 영화의 예측은 나중에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실제로 들어맞고 말았다. 독일군이
V-2 로켓을 만들어 영국 본토를 공습했으며, 일본은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했던 것이다.
1917년에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97분 길이의 <우주선(Himmelskibet)>은 SF영화사상 최초의
우주모험활극, 또는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로 일컬어진다. 스페이스 오페라란 SF
의 하위 장르중 하나로서, 글자 그대로 광활한 우주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신나는 모험
과 사랑과 낭만을 펼치는 내용의 오락 활극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스타워즈(Star Wars)>는
가장 대표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로 꼽을 수 있다.
헝가리에선 1918년에 <마음을 읽는 기계(Leleklato Sugar)>가 만들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는 이 영화를 끝으로 1969년이 될 때까지 SF영화가 제작되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의 프리츠 랑이 각본과 감독을 맡아 1919년에 제작된 <거미(Die Spinnen)>는, 1981년
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를 발표할 때까지 영화사상 가
장 탁월한 모험극으로 꼽히기도 했던 걸작이다. 원래는 4부작으로 계획되었으나 실제로는
제 1부와 2부만 제작되었다. 각각 80분과 97분 길이이다. 스펙타클한 장관과 예측을 불허
하는 돌발상황들로 가득찬 이 작품은 당시 흥행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으나 3,4부는 각
본만 완성된 채 촬영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1920-1929년>
1920년대는 영화사에서 SF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뚜렷하게 자리매김된 시기로 간주된
다. 그리고 SF영화 안에서 유럽과 미국의 차이점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
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등 유럽 각국의 작품들은 SF의 풍부한 가능성을 다양한
형태로 구현시킨 반면에, 미국은 물론 예외는 있었지만 대체로 액션과 멜로드라마로서의 SF
를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전 시대부터 꾸준히 영화로 제작되었던 단골 테마들은 1920년대에도 변함 없이 채택되
었다. 1920년엔 미국에서만도 두 편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제작되었으며, 유태인들에
게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살아있는 인형 <골렘 : 그것은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Der
Golem : Wie Er in die Welt Kam)>도 독일에서 다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숱한 <골렘> 시
리즈들 중에서 가장 빼어난 수작으로 꼽히는데, 파울 베게너가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았
다. 그는 1914년에 만들어진 <골렘>에서도 주연을 맡은 바 있다.
<메트로폴리스>로 SF는 물론 세계영화사상 커다란 족적을 남긴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은
역시 그의 유명한 연작물인 <마부제 박사(Dr Mabuse)> 시리즈의 첫 작품을 1922년에 처음
선보였다. <도박사 마부제 박사(Dr Mabuse,der Spieler)>가 바로 그것이다. 이 연작물은
1930년대를 거쳐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이 작품은 당시의 혼란스런 사상적, 사회 문화적
상황에서 일종의 어두운 유토피아를 묘사한 것으로 평가되며, 천재 악당으로 등장하는 주인
공 마부제 박사는 영화의 캐릭터로서는 드물게 하나의 '문화적 개념'의 지위까지 획득했다.
이를테면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처럼.
1924년에 러시아에서는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앨리타 : 로봇들의 반
란(Aelita : The Revolt of the Robots)>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무성영화시대의 SF중에
서는 최고 걸작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특히 미래를 묘사한 세트 디자인은 이후의 SF영화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1920년대의 업적이 프리츠 랑(Fritz Lang)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라는 데에는 평
자들간에도 거의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26년에 발표된 오리지널 러닝타임 182분의 이 대작
은 1968년에 스탠리 큐브릭이 <2001:우주의 오디세이>를 발표할 때까지는 SF로서 비견할만
한 작품이 없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우선 제작규모면에서 전례 없는 초대작이었다.
세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물론이고, 촬영 작업도 당시 대부분의 영화들이 몇 주만에 끝냈
던 것에 비해 무려 16개월간이나 소요되었다. 출연자가 37,383명에 달했고 제작비는 7백만
마르크를 상회했다. 이 때문에 제작사인 UFA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나중에 다른 회사에
합병되고 말았을 정도였다.
자본가와 노동계급의 갈등을 '사랑'이라는 매개물로 해소한다는, 다소 나이브한 결말로
맺어지는 흠 때문에 H.G.웰즈 같은 사람들은 이 작품에 '가장 바보 같은 영화'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프리츠 랑 자신도 1959년에 '나는 <메트로폴리스>를 싫어한다. 결말이 그렇게
된 것은 잘못이었다. 만든 당시부터 그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메트
로폴리스>는 1984년에 음악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조르지오 모로더가 판권을 사들여 색
채와 음악을 입히고 83분 길이로 재편집하여 새롭게 내놓았다. 이 편집판은 국내에서도 심
심찮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미국의 콜롬비아사가 1928년에 제작한 <배상금(Ransom)>은 과학기술 발전의 부정적인 영
향, 특히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의 파국적인 결과에 대해 고찰한 초창기의 얼마 안
돼는 작품들중 하나이다. 이 영화에서는 치명적인 신경가스의 발명자를 등장시켜 화학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73분 길이이다.
한편 1929년에 영국에서는 <메트로폴리스>를 본뜬 <대역죄(High Treason)>를 내놓았으나,
여러 면에서 졸작이라는 평을 받았을 뿐이다.
<1930-1939년>
1930년대는 SF문학이나 SF영화 모두 혼란스런 시기였다. SF문학은 통속적인 오락활극이거
나 아니면 계몽적인 미래 예측의 내용 위주로 '펄프 매거진(pulp magazine)'이라 불리던 싸
구려 잡지들에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도 질적으로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어
사회 의식의 반영 등 예술미학적인 성취를 다져나간 반면, SF영화는 별다른 조짐이 없이 그
저 오락물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던 때였다. 그런 까닭인지 1930년대의 SF영화는 광기에 찬
천재 과학자나 만화의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1930년에 [폭스]사가 제작한 <그냥 상상해보라(Just Imagine)>는 원래 뮤지컬로 만들어졌
던 영화인데, 이 작품은 25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1980년대의 뉴욕 모형이 유명하다. <메트
로폴리스>의 세트에 비견되곤 하는 이 모형은 매우 정교하고 사실적이라 현대 뉴욕의 모습
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톰 소여의 모험 ]등을 발표하여 미국의 국민 작가로 추앙 받는 마크 트웨인은, 시간여행
을 다룬 SF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장편 [아더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를 남긴 바 있다. 이 소
설은 H.G.웰즈의 [타임머신(1895)]보다 몇 년 앞선 1889년에 발표된 것이다. 19세기말의 미
국 기술자가 어느 날 갑자기 고대 영국의 아더왕 시대에 떨어져 온갖 모험을 겪는다는 이야
기인데, 원래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31년에 <
코네티컷 양키(A Connecticut Yankee)>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앞서 1921년에도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1931년 판은 97분의 길이에 소리도 녹음이 된 본격 장편
영화이다.
1930년대를 풍미한 SF영화의 주인공들 중에 미친 과학자가 많다는 사실은 <프랑켄슈타인
>,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투명인간> 등, 그러한 내용의 원작들이 대거 영화로 제작되었
다는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유니버설]사는 1931년에 <프랑켄슈타인>, 1935년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The Bride of Frankenstein)>, 그리고 1939년에는 <프랑켄슈타인의
아들(Son of Frankenstein)> 등 3부작을 만들었고, [파라마운트]사는 1932년에 <지킬 박사
와 하이드씨(Doctor Jekyll and Mr Hyde)> 및 <잃어버린 영혼의 섬(Island of Lost Souls)>
을 발표했다. <잃어버린 영혼의 섬>은 외딴 섬에서 동물들을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연구에
몰두한 과학자의 이야기다. 또 1933년의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마부제 박사의
유언(Das Testament des Dr Mabuse)>, 1935년의 <하늘의 강탈자(Air Hawks)>, 1936년의 <투
명 광선(The Invisible Ray)> 등등에도 광기에 찬 과학자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밖에 과학자가 아닌 마법사가 나오는 영화도 적지 않다.
1936년의 <플래쉬 고든(Flash Gordon)>, 1937년의 <딕 트레이시(Dick Tracy)>, 그리고
1939년의 <벅 로저스(Buck Rogers)>는 인기 있던 만화 주인공을 영화의 타이틀롤로 삼아 성
공시킨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각각 13부, 15부, 12부로 제작되어 당시 흥행에 커다란 성공
을 거두었던 이 작품들은, 후대에까지 지속적인 영향력을 남겨 1970년대 이후에 다시 영화
나 TV시리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특히 <플래쉬 고든>은 1930-40년대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SF시리즈로 꼽히며 1938년에 <플래쉬 고든의 화성여행(Flash Gordon's Trip to
Mars)>, 그리고 1940년에는 <플래쉬 고든, 우주를 정복하다(Flash Gordon Conquers the
Universe)>라는 후속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1936년에 영국에서 제작된 <다가올 세상(Things to Come)>은 SF영화사를 통틀어 최고 걸
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비록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윌리엄 카메론 멘지스
(William Cameron Menzies)감독은 당대의 어떤 감독들보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찬사
를 들었다. H.G.웰즈의 원작소설 <다가올 세상의 모습(The Shape of Things to Come)>을 바
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원작의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재구성한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줄거리는 제작 시점에서 몇 년 앞인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1970년대의 어느 황폐한 마을의 모습이 등장하고 그 마을에서 벌어지는 권력투
쟁이 묘사된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서기2036년, 앞에서 등장했던 마을이 평화롭고 풍요롭
고 과학기술이 발달된 유토피아로 탈바꿈하여 나타난다. 그러나 그들은 통치자의 오만함과
사람들의 상상력 결핍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좀 더
희망적인 사회를 건설하려 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 우주로 떠난다는 결말로 맺어지고 있
다.
<1940년-1949년>
193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SF문학과 SF영화의 질적 불균형은 1940년대에 접어들어 더
욱 심화되기 시작했다. SF문학은 여러 잡지들을 통해 기법과 내용의 성숙도를 더해갔지만,
SF영화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낭만적인 영웅담, 아니면 괴물이 등장하는 공포물을 기본 줄
기로 삼는 기획의 수준에서 그다지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필 하디(Phil
Hardy)같은 평론가는 1940년대를 SF영화의 암흑기로 보기도 한다. 1940년대의 SF영화에서
눈에 뜨이는 점은,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전시대부터 즐겨 채택되었던 몇몇 연작물들이 계
속 이어졌다는 것과 인기 있는 SF만화 주인공들이 은막에 데뷔했다는 점 정도이다.
1940년에 천연색으로 제작된 <애꾸눈 박사(Dr. Cyclops)>는 광기에 찬 과학자가 등장하는
작품들 중에서 비교적 수작으로 꼽힌다. 페루의 정글 깊숙한 곳에서 비밀 실험에 열중하던
애꾸눈 박사는 인간의 신체 크기를 1/5로 줄이는 기술을 발명해낸다. 이 작품은 1933년에
걸작 <킹콩>을 공동으로 감독했던 어네스트 스코드색(Ernest B. Schoedsack)의 지휘로 만들
어진 것이며,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색채 촬영과 특수효과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인기 있는 주제들의 연작물은 1940년 한해에만도 쏟아지듯 선을 보였다. <플래쉬 고든,
우주를 정복하다(Flash Gordon Conquers the Universe)>, <돌아온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Returns)>, <투명여인(The Invisible Woman)>등은 SF영화의 단골 메뉴들을 재탕한 것이
다. 모두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1941년에는 또 하나의 만화주인공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
캡틴 마블의 모험(The Adventures of Captain Marvel)>은 모두 12부로 제작된 흑백 활극 영
화이다. 또한 <딕 트레이시 대 범죄회사(Dick Tracy versus Crime Inc.)>의 주인공 딕 트레
이시 역시 이미 1930년대에 영화로 선을 보였던 영웅이다.
1939년에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와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를 동시에 선보였던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은 1941년에는 <지킬 박사
와 하이드씨(Dr. Jekyll and Mr. Hyde)>를 감독했다. 앞의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그의 최고걸작 중 하나로 꼽히며,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등장하는 숱한 영화들 중
에서 단연 돋보이는 몇 안돼는 작품에 속한다. 유명한 여자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이 작품은 우리 나라에 1961년도에 수입, 개봉되었다.
1942년에는 미국 [유니버설]사에서 <프랑켄슈타인의 유령(The Ghost of Frankenstein)>과
<투명간첩(Invisible Agent)>을 제작했다. 1943년에 이르러 또 하나의 유명한 만화주인공이
스크린에 등장한다. 미국 [콜럼비아(Columbia)]사에서 <배트맨(Batman>을 15부작 흑백영화
로 만든 것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배트맨>시리즈는 1980년대 후반 들어 전혀 새로운 성격
으로 다시 선보인 바 있다. 1949년에는 이 영화의 후속편인 <배트맨과 로빈(Batman and
Robin)>이 만들어졌다. 한편 [유니버설]사는 1942년에 이어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을 만
나다(Frankenstein Meets the Wolf Man)>를 제작했다. 이 영화의 각본은 SF작가로도 활동하
던 커트 시오드맥(Curt Siodmak)이 썼다. 1944년에 제작된 <프랑켄슈타인의 집(House of
Frankenstein)>과 <투명인간의 복수(The Invisible Man's Revenge)>등은 전시대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주제들의 변함없는 인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SF영화사상 가장 인기 있는 만화주인공 중의 하나인 <슈퍼맨(Superman)>이 극영화로 처음
제작된 것은 1948년이다. [콜롬비아]사가 15부작 흑백 영화로 만들었다. '슈퍼맨'은 그 뒤
1950년대 초, 1970년대 말,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도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1949년에 영국에서는 <완전한 여인(The Perfect Woman)>이라는 작품이 발표되었다. 일종
의 코미디로 제작된 이 영화는 어떤 과학자가 자신의 조카딸을 모델로 삼아 완벽한 여성 로
봇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1950년-1954년>
1950년대에 SF문학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질적인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문학
분야에서 축적된 역량은 영화 부문에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끼쳐, 1950년대에는 시대를 초월
하는 명작으로 평가받는 SF영화들이 상당수 제작되기에 이른다.
1951년에 발표된 <지구가 멈춘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은 미국의 [20세기폭
스]사에서 만든 92분 길이의 흑백 영화이다. 명장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가 감독했으
며 1950년대 미국 SF영화의 최고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어느 날 우주에서 비행접시가 날아
와 워싱턴 DC에착륙하더니(이 비행접시를 제작하는데 10만 달러 가까이 들였다고 한다), 그
안에서 우주인과 로봇이 나와 지구인들에게 핵무기 실험을 중단하라고 경고한다. 원래 이
작품은 SF작가 해리 베이츠(Harry Bates)의 단편소설 <지배자에게 고하는 작별(Farewell to
the Master)>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예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환생을 은유 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괴물(The Thing)> 역시 SF작가이자 잡지편집자였던 존 캠벨(John W.Campbell)의 원작단
편 <거기 누구냐?(Who Goes There?)>를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크리스천 니비(Christian
Nyby)가 감독하고 [윈체스터 영화사(Winchster Pictures)]의 하워드 혹스(Howard Hawks)가
흑백으로 제작하여 1951년에 발표하였다. 특히 이 작품은 제작자인 하워드 혹스가 사실상
감독 노릇까지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과학자와 군인들로 구성된 일단의 탐험대가 남
극으로 파견되어, 빙하 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채로 발견된 정체불명의 외계우주선을 조사한
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탐사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괴물체로 탈바꿈한다. 이 작품은 SF공
포영화중에서 수작 중의 수작으로 꼽히며, <쥬라기공원>의 작가이자 그 자신 영화감독이기
도 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일찍이 이 작품을 일컬어 'SF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이란 찬사를
보낸 바도 있다. 또한 이 작품은 1982년에 존 카펜터(John Carpenter)감독에 의해 같은 제
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1953년에 발표된 <로봇 괴물(Robot Monster)>은 'SF영화사상 최고의 졸작'이라는 흥미로
운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작품이다. 고릴라의 몸체에다 로봇의 머리가 달린 괴물이 등장하
는 이 영화는, 당시 SF영화로서 갖게되는 모든 케케묵은 상투성들을 골고루 지닌 '가장 유
명한 엉터리영화'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필 터커(Phil Tucker)가 제작과 감독을 겸하면
서 흑백으로 만들었다.
H.G.웰즈(Herbert George Wells)의 유명한 SF소설인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
은 1938년 10월 30일에 오손 웰즈(Orson Welles)가 라디오방송을 하면서 청취자들로 하여금
실제상황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커다란 소동을 일으켰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1953년에 미국의 조지 팰(George Pal)이 바이런 해스킨(Byron Haskin)감독에게 메가폰을 잡
도록 하고 천연색으로 제작한 것이다. 조지 팰은 원작의 무대인 1890년의 런던을 1953년의
캘리포니아로 바꾸었으며 그 밖에도 원작의 몇몇 부분을 손질했다. 극적인 구성도 뛰어났던
이 작품은 탁월한 특수효과로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괴물(monster)영화 시리즈인 <고질라(Godzilla)>가 처음 제작된 것
은 1954년의 일이다. <고질라>는 적어도 15차례 이상 영화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사상 가
장 인기 있는 괴물로 꼽힌다. 거대한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제작할 경우 대개 서양에서는
인형이나 기계장치를 쓰지만, 일본에서는 사람이 <고질라>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연기했다.
특히 이 첫 번째 <고질라>를 직접 연기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제작자 토모유끼 다나까이다.
원자폭탄의 폭발로 잠을 깬 400피트 키의 거대한 공룡 고질라가 일본에 상륙하여 난동을 부
리자, 정부는 온갖 무기들을 총동원하여 대항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다가 마침내 과학
자들의 힘을 빌려 퇴치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고질라> 시리즈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
지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놈들이다!(Them!)>는 '1950년대 미국 최고의 SF영화' 반열에 올라있는 수작이다. 거대한
개미떼가 타이틀롤로 등장하며 1954년에 미국의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사에서 고
든 더글라스(Gorden Douglas)에게 감독을 맡겨 흑백으로 제작했다. 당시 제작사는 이 영화
의 흥행성공을 확신하고 촬영도중에 내용을 극비에 붙였다고 하며, 심지어 포스터에조차 뚜
렷한 암시를 넣지 않았다. 세미다큐멘터리 스타일로 편집된 색다른 구성이었으며, 이 영화
의 성공 이후 1950년대 후반까지 여러 편의 아류작, 모방작들이 뒤따랐다. 우리 나라에는 <
방사능 X>라는 제목으로 1958년도에 수입, 개봉되었다.
1954년에 [월트디즈니(Walt Disney)]사는 프랑스 SF의 선구자 주울 베르느(Jules Verne)
의 <해저 2만 마일(20,000 Leagues Under the Sea)>을 2시간이 넘는 천연색 시네마스코프
극영화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오스카상의 특수효과와 미술감독 부문을 수상했으며, 월트디
즈니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배급회사 [부에나 비스타(Buena Vista)]로 배급된 첫 번째 영화
였다. 월트디즈니가 제작한 여러 모험영화들 중에서 최고로 꼽히기도 한다. 1958년에 우리
나라에서도 개봉되었다.
<1955년-1959년>
1956년의 [이 지구라는 섬 This Island Earth]은 당시 SF영화의 주류나 마찬가지든 괴물
외계인 일색에서 탈피하여 진지하고 사색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는 1950년대 들어 질적 성숙기에 접어든 SF문학의 영향에 힘입은 바가 큰데, 이 작품에는
지구인 과학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우호적인 외계인이라든가,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가능
성 등이 등장한다. 조셉 뉴만(Joseph Newman)이 감독했고 유니버설사가 천연색으로 제작했
다. SF작가 레이먼드 존스(Raymond F. Jones)가 1952년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을 바탕
으로 만든 것이다. [우주수폭전(宇宙水爆戰)]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해에 우리 나라에도 수
입, 개봉되었다.
1956년에 미국의 메트로-골드윈-마이어(MGM:Metro-Goldwyn-Mayer)사가 제작한 [금지된 행
성 Forbidden Planet]은 SF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흔히 셰익스피어의 [폭
풍우 The Tempest]를 SF로 각색한 것으로 알려지는 이 작품은, 외딴 행성에 자기만의 왕국
을 구축한 어느 과학자를 등장시켜 변태적인 인간 심리가 가져온 가공할만한 결과를 묘사하
고 있다. 프레드 윌콕스(Fred M. Wilcox)가 감독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 '로비
(Robby)'는 SF영화사상 최초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로봇이며, 나중에 다른 작품에도 출연
하기에 이른다. 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되었으며, 현재 국내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
다.
잭 피니(Jack Finney)의 장편소설 [신체강탈자 The Body Snatcher]는 이제껏 세 차례에
걸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세 편 모두다 비범한 수작들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
장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 1956년도에 돈 시겔(Don Siegel)감독에 의해 흑백 시네마스코프로
처음 만들어진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이다. 우주에서 날아
온 정체불명의 씨앗이 사람들을 하나 둘 변화시키면서 자기 세력을 넓혀나간다는 내용인데,
당시 미국에서 맹목적인 빨갱이 사냥으로 문화예술인들까지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매카시즘
을 풍자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조지 오웰의 원작소설로 유명한 [1984]도 1956년에
마이클 앤더슨(Michael Anderson)감독에 의해 영국에서 흑백영화로 만들어졌다.
1957년에 유니버설사에서 제작한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The Incredible Shrinking
Man)]는 단순한 특수효과들의 모음 이상의 평가를 받는 수작이다. 제목 그대로 어떤 사나이
가 한없이 작아진다는 내용인데, 냉전 시대에 영웅으로 군림하려는 미국의 역할을 풍자했다
는 평도 있다. 잭 아놀드(Jack Arnold)가 감독한 81분 길이의 흑백영화이다. 과학실험 도중
에 발생한 돌발사고로 끔찍한 모습의 파리인간이 되어버린 과학자를 묘사한 [파리 The Fly]
는 1958년에 20세기폭스사에서 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되었다. 제작자인 커트 노이만
(KurtNeumann)이 감독도 겸했는데, 그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를 투자했고 각본
도 특별히 제임스 클라벨(James Clavell)을 고용해서 쓰도록 맡겼다. 클라벨은 1970년대 후
반에 베스트셀러 소설 [쇼군 Shogun]을 쓴 사람이다. 이 최초의 [파리]는 1986년에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가 리메이크한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59년에는 주울 베르느의 걸작소설 중 하나인 [지저여행 Journey to the Centre of the
Earth]이 처음 영화로 제작되었다. 20세기폭스사에서 제작하고 헨리 레빈(Henry Levin)이
감독을 맡았으며,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다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이지만 특수효과는
좀 엉성한 편이다.
1950년대 최고의 반전(反戰)영화로 꼽히는 [해변에서 On the Beach(1959)]는 스탠리 크래
머(Stanley Kramer)가 제작과 감독을 맡았다. 서기 1964년에 핵전쟁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
든 나라가 멸망하고 오로지 호주만이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그러나 호주에도 죽음의 방사능
바람이 점점 밀려들고 있었다. 홀로 남은 잠수함의 선장과 선원들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신되
는 구조전파신호를 포착하고 생존자를 발견하는 희망에 차서 찾아가 보지만, 바람에 흔들리
는 창문 손잡이가 전신기 키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할 뿐이다.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
앤소니 퍼킨스 등의 잘 알려진 유명배우가 출연한 흑백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62년에 [그
날이 오면]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수입, 개봉되었다.
<1960년-1965년>
1950년대가 SF영화의 '부활기'였다면, 1960년대는 '질적 성숙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60년대엔 유럽에서 예술적 가치가 돋보이는 수작들이 비중 있는 감독들
에 의해 여러 편 제작되었고, 미국에서도 SF영화사에서는 물론, 세계영화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대작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SF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그보다 훨씬
뒤인 1970년대 후반에서야 비로소 터져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 이후 1980년대부터 SF가 흥
행을 보장하는 달러박스로 각광받게 된 토대는 이미 1960년대에 착실하게 다져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1959년의 [해변에서]가 거둔 성공은 비중 있는 감독이나 배우들로 하여금 SF
라는 장르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다.
1960년 한 해 동안에 세계 각국에서는 수많은 SF영화들이 제작, 발표되었다. 미국은 물론
이고 영국, 서독, 프랑스, 멕시코, 일본, 스웨덴,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동독, 이태리 등
지에서 수십 편의 SF영화가 쏟아졌다. 특히 일본과 멕시코에서는 연작물 형태로 한 해 동안
에 3-6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선을 보였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공포의 소상점(小商店) The Little Shop of Horrors(1960)]은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는 단 이틀만에 촬영을 끝마친 기록을 갖고
있는데, 그처럼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영화 중에서는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SF공
포영화사상 가장 웃기는 영화'라는 찬사도 아울러 받는 블랙코미디이다. 감독 겸 배우이기
도 한 로저 코먼(Roger Corman)의 작품이며, 그가 감독한 작품들 중에서는 최고중의 하나로
꼽힌다. 잭 니콜슨이 메조키스트로 출연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원래 70분 길이의 흑백영
화로 만들어졌지만, 근년에 들어 컴퓨터로 색상을 입힌 필름도 나왔다. 또한 이 영화의 성
공에 힘입어 원작이 뮤지컬로 각색되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기 시작했고, 1986년에는 다
시 그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1986년판은 우리 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었던 거장 프리츠 랑은 1960년에 서독, 프랑스, 이태리 합작으로
[마부제 박사의 천 개의 눈 Die Tausend Augen des Dr Mabuse]을 만들었다. 그 동안 독일을
떠나 미국에서 활동했던 프리츠 랑이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1920-30년대에 두 편을 만들고
중단했던 [마부제 박사] 시리즈를 이은 것이다. 이 시리즈는 196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다.
또한 H.G.웰즈의 소설로 너무나도 유명한 [타임머신 The Time Machine]이 영화로 제작된
것도 1960년의 일이다. 이미 탁월한 SF영화를 여러 편 발표하여 명성을 날리고있던 미국의
조지 팰이 제작, 감독했다.
현재까지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 제작되고있는 [007:제임스 본드 James Bond]시리즈의 첫
작품은 1962년에 흑백영화로 처음 발표되었다. 테렌스 영이 감독하여 영국에서 제작된 [닥
터 노 Doctor No]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숀 코네리가 주연을 맡았
다.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행 성공을 거두어 숱한 모방작이나 아류작들이 뒤따랐
으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화사상 가장 생명이 긴 시리즈물의 하나가 되었다. 오늘날
[007]시리즈는 '테크노-드릴러 Techno-Thriller'의 한 전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1963년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그 유명한 [새 The Birds]가 발표되었다. 이 영화를
SF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론의 여지가 많지만, 그 이후의 SF영화들에 끼친
엄청난 영향을 고려해보면 SF영화사에서 반드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다. 잘 알
려져 있다시피 새떼들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설정이며, 이후 새떼가 아닌 벌떼의 습격 등으
로 변용 되어 많은 아류작들이 탄생했다. 미국유니버설사에서 제작했으며 119분 길이이다.
스탠리 큐브릭감독의 걸작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혹은 나는 어떻게 해서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나 Docto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는 1964년에 발표되었다. 원래 큐브릭감독은 이 작품을 진지한 드라마로 구성할
생각이었지만, '돌발적인 핵전쟁'이란 상황은 결국 블랙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이 영화는 반전반핵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 중
에서는 SF영화사상 최고 작의 반열에 올라있다. 광신적인 군인에 의해 미-소 간에 예기치않
았던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며, 피터 셀러스가 1인 3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것으로
도 유명하다. 94분 길이의 흑백영화이며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1965년에 프랑스의 장 뤽 고다르는 프랑스-이태리 합작으로 제작된 [알파빌 Alphaville]
의 감독을 맡았다. 고다르는 프랑스 전위영화의 한 갈래인 이른바 '누벨바그'의 기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경찰관이 컴퓨터와 대결한다는 줄거리지만 전반적으
로 상당히 난해한 내용이다. 원래는 [타잔 대 IBM Tarzan versus IBM]이라는 제목이었으며,
뛰어난 독창성 등으로 SF영화사상 고전 중의 하나로 꼽힌다.
<1966년-1970년>
미국의 래이 브래드버리 Ray Bradbury는 환상과 SF가 기묘하게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세계
로 SF문학계에서 매우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특히 중장편보다 단편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발표한 [화성연대기 The Martian
Chronicles]나 [무언가 불길한 것이 이리로 오고 있다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등
몇 안되는 장편소설들은 거의 모두가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그의 첫 장편소설인 [화씨 451 Fahrenheit 451]은 1953년에 발표된 것으로, 책을 모두 불
태워 없애버리는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를 묘사하여 정보 통제와 대중우민화(大衆愚民化)의
불길한 가능성을 섬뜩하게 예견한 고전이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 중 하나인 프랑소와
트뤼포 Francois Truffaut가 1966년에 발표한 자신의 첫 칼라영화가 바로 [화씨 451]이다.
제목은 종이가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온도를 의미한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에 따
라 다양하게 개진되는데, 원작의 뉘앙스를 살리지 못했다는 중평이 많은 편이다. 112분의
길이이며 제작은 영국에서 했다.
SF하면 흔히 우주여행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1966년에 미국의 20세기 폭스사가 제작한
[환상 여행 Fantastic Voyage]은 인간의 몸 속을 우주여행하듯 탐험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
했다. 일단의 사람들이 탐사선을 탄 채 아주 조그맣게 축소되어 어떤 과학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 질병을 치료하려 한다. 그러나 환자의 신체는 그들을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로
인식하여 면역 체계를 총동원하여 그들을 제거하려 한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는 [마이크
로 결사대]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으며 비디오로도 나와 있다. 스티븐 보이드와 라 랴 웰치
등이 주연했으며, 당시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의 특수효과가 동원되었다. 각본은 나중에
저명한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손질하여 소설로 발표하기도 했다. 아시모프는 1987년에
두뇌 속을 여행하는 내용인 속편 소설도 발표했으나, 이것은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는 않
았다.
1967년에 프랑스와 이태리 합작으로 제작된 로저 바딤 Roger Vadim 감독의 [바바렐라
Barbarella]는 주연인 제인 폰다의 섹스 어필로 유명한 작품이다. 41세기의 미래가 배경으
로 등장하며 원래 1960년대 전반을 풍미했던 프랑스의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성
인들을 위한 환타지로 흔히 언급되곤 하는 작품이다.
한국 최초의 본격 SF영화라 할 수 있는 [대괴수 용가리]와 [왕마귀]가 개봉된 것이 1967
년의 일이다. [대괴수 용가리]는 극동 필름에서 김기덕 감독의 지휘로 제작하였으며 내용은
사실상 반공선전물이었다. 판문점 부근에서 나타난 용가리가 '자유의 집'을 박살내고 남쪽
으로 내려와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주연인 용가리의 모습은 당시 일본에서 커다란 인
기를 끌던 영화의 괴물 '고질라'와 상당히 흡사하며, 단지 꼬리가 좀 더 길다. 이 작품은
촬영을 비롯한 몇 부분에서 일본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왕마귀]는 100% 한국의 기
술로만 제작된 SF영화이다. 권혁진 감독의 [왕마귀]에는 남궁원, 김희갑 등 당시 국내의 저
명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1968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찰리 Charly]는 정박아가 수술 실험의 대상이 되어 천재로 변
했다가 다시 정박아로 되돌아간다는 내용의 매우 감동적인 작품이다. 영화의 원작인 다니엘
키이즈 Daniel Keyes의 소설 [알제논에게 바치는 꽃다발 Flowers for Algernon] 역시 미국
의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수작이며 이웃 일본에서는 번역소설 중에서 손꼽히는 스테디셀
러이다. 주인공인 [찰리]역은 클리프 로버트슨 Cliff Robertson이 맡았으며, 그는 이 타이
틀롤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 피츠버그의 소규모 독립 제작사에서 1968년에 흑백으로 만든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은 SF공포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좀비'라고
불리는 일종의 강시들이 등장하며 나중에 이 작품의 아류작, 모방작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쏟아져나왔다. 조지 로메로 George Romero가 감독과 촬영을 겸했으며, 나중에는 색채를 입
힌 필름도 나왔다.
국내에 [행성탈출]이란 제목으로 TV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되었던 [원숭이 행성 Planet
of the Apes]은 1968년에 미국에서 제작되었으며 원작소설은 프랑스의 피에르 불르 Pierre
Boulle가 집필한 것이다.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이 영화는 당시 흥행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
두어 속편이 4부까지 이어졌고 TV연속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우주선이 조난하여 우주를 떠돈
끝에 원숭이들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어떤 행성에 불시착하는데, 알고보니 그곳은 지구였
다라는 내용이다. 분장과 구성 등이 탁월하며 문명 비판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는 걸작이다.
1960년대에 발표된 SF영화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하나를 고른다면, 아마 절대다수의
평론가들이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 2001-A Space Odyssey]를 꼽을 것이다. 제작, 감독,
각본을 스탠리 큐브릭이 맡았으며, 특히 각본은 세계적인 SF작가 아서 클라크 Arthur
C.Clarke가 함께 작업했다. 그는 이 영화의 원작인 단편 [파수 The Sentinel]의 작가이며
나중에 영화의 소설판도 내었다. 이 영화에 쏟아지는 찬사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특수효과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월리 비버스 Wally
Veevers와 더글러스 트럼볼 Douglas Trumball이 담당했던 특수효과는 무중력상태를 과학적
논리에서 어긋남이 없이 화면에 고스란히 실현시켰다. 더구나 이 작품이 아직 인간이 달에
도달하기도 전에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영화에서 느껴지는 리얼리티는 대단한 것이
다. 또한 이 작품은 기존의 SF영화들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심오하고 웅장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원시인간이 최초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우주
로 진출한 미래까지, 인류의 문명진화사를 어떤 외계 지성의 개입에 의한 결과로 보는 시각
이 진지한 SF적 감성을 지닌 독자라면 깊숙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 클래식 고전들을 배경음악으로 채택한 것 역시 돋보이는 부분이다. 오늘날 이 작품
은 SF영화의 테두리를 넘어서 세계 영화사상 10대 명작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 고전으
로 평가받고 있다.
[투사 Gladiatorerna]는 1969년에 스웨덴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감독은 피터 와트킨스
Peter Watkins인데 그는 1965년에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빈 [전쟁 게임 The War
Game]이란 TV극을 만들어 커다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 작품은 '너무나 사실적'이
라 하여 BBC에서 방송을 금지해버렸다. [투사]에서는 전쟁이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연례 '평
화 게임'으로 대체된 미래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사랑스런 꼬마자동차 The Love Bug]는 월트디즈니가 제작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둔 가족
영화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폭스바겐 자동차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후속
편이 여럿 제작되었으며 독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영화 시리즈가 생겨나는 등 숱한 아류작들
을 낳았다. 로버트 스티븐슨이 감독했다.
소설 [쥬라기공원] 등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있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소설
[안드로메다 균주(菌株) The Andromeda Strain]는 1969년 출간 당시 대단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듬해인 1970년에 Robert Wise가 제작, 감독하여 영화로도 선을 보였다. 인공위
성이 지구에 추락하면서 정체불명의 외계물질이 묻어와 무서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내용이
다.
독일 SF영화사상 손꼽히는 수작중의 하나인 [대혼란 Der Grosse Verhau]은 서기 2034년의
미래를 그린 희극으로서, 일곱 번의 은하혁명이 실패로 돌아가고 부질없는 여섯 번의 전쟁
을 치른 미래의 은하계가 대혼란에 빠진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Alexander Kluge가 제작과
감독을 맡고 Wolfgang Mai와 함께 각본도 썼다.
[스타워즈]를 낳은 할리우드의 귀재 조지 루카스 George Lucas는 UCLA 영화학과 재학시절
[THX 2238 4EB]라는 20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작품을 1970년에 [THX 1138]이라
는 장편으로 재제작하여 자신의 첫 데뷔작품으로 발표했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담
은 내용이며, 로버트 듀발이 타이틀롤을 맡아 연기했다. 오늘날엔 컬트 SF영화의 하나로 자
리잡은 작품이다.
<1971년-1974년>
스탠리 큐브릭은 1971년에 {시계장치의 오렌지 A Clock Orange}를 발표했다. 노벨상 후보
로 여러 차례 거론되곤 하는 영국의 작가 안소니 버제스 Anthony Burgess의 원작소설을 영
화화 한 이 작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묘사와 강렬한 문제제기로 인해 오늘날 달리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유명한 걸작으로 전해지고 있다. 폭행, 강간, 가택침입, 살인 등을 일
삼는 주인공은 경찰에 체포된 뒤 정부에 의해 '인간성 순화 프로그램'의 대상이 된다. 그러
나 그 방법은 '악행의 시도->심리적 고통'이라는 일종의 강제적인 조건반사작용을 심는 것
일 뿐, 주인공 스스로가 '사회규범 준수의 당위성'을 이성적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석방
된 뒤 주인공은 이전에 자신이 피해를 입혔던 사람들에게 갖가지 보복을 당하지만 속수무책
일 뿐이고, 결국은 고층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다가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다. 한
편 그에게 가해진 비인간적인 조치는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어 결국 그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작품은 강렬하게 대비되는 묘사로'조직이나 정치권력에 의한
인간성 말살은 정당한가'라는 문제제기를 매우 심도 깊게 펼치고 있으며, 감독인 스탠리 큐
브릭이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에서 보여준 SF적 감수성 못지 않게 사회를 보는 시각에서
도 근원적인 통찰력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영화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말콤 맥
도웰의 연기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잔혹한 묘사로 인해 제작국인 영국에서조차 상영이 금지
된 바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현재까지 극장이나 기타 매체를 통한 공식적인 감상의 기회
가 없었다. 다만 원작소설은 <조직과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되어 있다. 음악은
신디사이저를 사용한 전자음악의 초창기 대가 중 하나로 꼽히는 월터 카를로스 Walter
Carlos가 맡았는데, 그는 그 뒤 성전환수술을 하여 오늘날 웬디 카를로스 Wendy Carlo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TV를 통해 여러차례 소개되었던 {오메가맨 The Omega Man}은 SF의 주요장르 중 하나
인 이른바 '재앙이후 post-catastrophe'를 다룬 내용이다. 찰턴 헤스턴 Charlton Heston이
타이틀롤을 맡아, 치명적인 질병으로 온 인류가 멸망한 뒤 소수의 생존자들과 함께 돌연변
이인간들과 맞서 힘겨운 생존투쟁을 벌인다. 이 작품은 SF작가 리차드 매터슨 Richard
Matheson의 원작소설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보리스 사갈
Boris Sagal감독에 의해 98분 길이로 제작되어 1971년에 발표했다. 전반적인 작품 수준이
원작소설에 못 미친다는 중평이다.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더글라스 트럼벌 Douglas Trumbull은
1971년에 {침묵의 질주 Silent Running}라는 걸작 SF영화를 감독, 발표했다. 핵전쟁 뒤 인
류에게 남겨진 유일한 식물 표본은 토성 궤도의 우주정거장에 있는 것뿐이다. 주인공은 지
구로부터 날아온 명령을 거부하고 인류를 위한 제 2의 기회를 기대하며 자신의 우주농장을
아득한 우주공간으로 쏘아보낸다.
{솔라리스 Solaris(1971)}는 흔히 서방의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와 비견되어 소련 SF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기도 하는 작품이다.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Andrei Tarkovsky
가 감독한 167분 길이의 긴 영화로서, 원작은 폴란드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Stanislaw
Lem이 1961년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국내에도 번역, 소개되어 있
다. 우주 저편의 행성 솔라리스로 파견된 주인공은 기지 안에서 계속 수수께끼같은 일들을
접하게된다. 특히 자신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과거의 인물들이 실체로 나타나 함께 생활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심리적 혼돈이 극에 달하고 만다. 마침내는 솔라리스 자체가 이방
인들의 의식세계를 탐색하여 반응한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주인공은 자신의
삶의 정체성 등에 대한 고민에 깊숙히 침잠하게 된 뒤이다.
1960년대를 풍미한 '반문화 counter-culture'의 기수 중 하나인 미국소설가 커트 보네거
트 2세 Kurt Vonnegut, Jr.의 대표작인 {제5도살장 Slaughterhouse-Five(1969)}은 1972년에
영화로 발표되었다. 조지 로이 힐 George Roy Hill이 감독했으며, 평균적인 미국인을 주인
공으로 설정하여 블랙코미디의 기법으로 완곡하게 풀어나간 반전 메시지의 작품이다. 원작
소설의 작가인 보네거트는 2차대전 당시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드레스덴에 수용되어 있다
가 연합군 측의 엄청난 폭격과 대학살을 직접 경험한 바 있는데, 이 작품에는 그러한 작가
의 체험이 투영되어 있다. 주인공은 '트랄파마도어'라는 별에서 온 외계인들에게 잡혀가 동
물원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1973년에 발표되어 전 일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일본출판사상 유례없는 해프닝
을 일으켰던 고마쓰 사쿄 小松左京의 장편소설 {일본침몰 日本沈沒}은 수백만 부의 판매실
적을 올리면서 즉각 영화제작에 착수, 같은 해에 극장에서도 선을 보였다. 그러나 원작이
파국적 재난에 대한 개인 및 집단의 심리묘사는 물론, 지진학이나 지구물리학 이론의 구사
에도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는 반면 영화는 실망스런수준에 그치고 있다. 원작소설의 한국어
번역판은 1970년대 이래 4-5종 이상이 나온 바 있다.
우디 알렌 Woody Allen이 감독하고 출연한 88분 길이의 {슬리퍼 Sleeper(1973)}는 그의
독특한 미래관을 담고있는 희극이다. 서기 2173년의 경찰국가를 배경으로 알렌이 무능한 로
봇역을 연기한다.
국내에 {최후의 수호자}라는 제목의 비디오로 나와있는 {소일렌트 그린 Soylent Green}은
인구폭발의 불길한 가능성을 묘사한 작품이다. SF작가 해리 해리슨 Harry Harrison의 소설
<좁다, 좁아 Make Room,Make Room(1966)>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리차드 플레이처
Richard Fleischer가 감독했고 찰턴 헤스턴이 주연을 맡아 1973년에 발표되었다. 서기 2022
년의 뉴욕, 넘쳐나는 인구로 사람들은 집이 없어 건물의 계단에서 숙식하며 과일같은 고급
음식은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주인공은 어떤 살인사건을 수사하다가 그 즈음 새롭게 각광받
게 된 대체식량 '소일렌트 그린'에 의혹을 갖게 되고, 갖가지 방해를 무릅쓰고 외롭게 추적
을 계속한 결과 끔찍한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율 브린너 Yul Brynner가 로봇으로 등장하는 {웨스트월드 Westworld(1973)}는 오늘날 베
스트셀러 작가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 Michael Crichton이 각본을 쓰고 직접
감독한 작품이다. 미래의 세계, 친구와 함께 휴양지로 놀러간 주인공은 옛 서부와 똑같이
꾸며진 '웨스트월드'에서 안전하게 프로그램된 로봇 총잡이들과 결투를 벌인다. 그러나 돌
발적으로 발생한 기계이상으로 인해 그들의 휴가는 순식간에 악몽으로 바뀌고만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는 오늘날 SF장르에선 수작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며, 그
의 대중작가적 역량이 영화 부문에서도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엑스칼리버 Excalibur(1981)}의 존 부어맨 John Boorman이 각본을 쓰고 감독, 제작하여
1973년에 발표한 {자도즈 Zardoz}는 숀 코네리 Sean Connery가 주연한 미래 배경의 영화이
다. 서기 2293년, 일단의 지능인 집단이 문명과 기술의 발전을 통제하면서 영원한 젊음을
구가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무사안일과 권태의 딜레마에 빠진다. '야만인' 코네리가 그들의
사회에 들어가 파문을 일으킨다. 독특한 구성과 묘사가 눈에 뜨이지만 작품평은 사람에 따
라 엇갈리는 편이다. 이 영화는 국내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오늘날 B급 SF및 공포영화의 대가로 꼽히는 존 카펜터 John Carpenter감독은 1974년에 발
표한 {어두운 별 Dark Star}로 데뷔했다. 이 영화는 6만불의 제작비만을 들인 것으로도 유
명한데, 그 때문에 탁월한 작품성이 더 돋보이는 영화이다. 우주여행의 고독함을 희극적으
로 묘사하여 컬트영화의 반열에 올라 있다.
수많은 '프랑켄슈타인'영화들 중에서 비교적 수작으로 꼽히는 {젊은 프랑켄슈타인 Young
Frankenstein}은 1974년에 멜 브룩스 Mel Brooks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108분 길이의 흑
백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진 와일더 Gene Wilder, 피터 보일 Peter Boyle, 진 해크만 Gene
Hackman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의 일부 세트는 1931년에 제작된 제임스 웨일 James Whale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에서 사용되었던 것을 썼으며, 그 밖의 세트디자인도
최대한 초창기 작품의 분위기를 반영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원작의 패로디(parody)
라기보다는 혼성모방(pastiche)에 가깝다는 평이다.
<1975년-1978년>
{소년과 개 A Boy and His Dog}는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은 장르의 걸작 중
하나이다. 미국의 저명한 SF작가 할란 엘리슨 Harlan Ellison의 동명 중편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어졌으며, 핵전쟁 이후의 페허를 배경으로 삼는 이른바 '재앙이후
post-catastrophe' 주제의 영화이다. 단편소설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올린 할란 엘리
슨은 1960년대 이후를 풍미했던 '뉴웨이브 SF'의 기수 중 하나이다. 떠돌이 소년과 텔레파
시 능력을 지닌 개가 주인공이며, L.Q.존스 L.Q.Jones의 감독 데뷔작이다. 1975년에 발표된
이 영화는 탁월한 작품성과 독특한 구성으로 오늘날 컬트영화의 반열에 올라 있다.
{록키 호러 픽처 쇼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는 흔히 말하는 '컬트 영화'의 대표
적인 본보기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처음 극장 개봉에서는 신통찮은 반응을 얻었으
나 곧이어 미국 각 지방의 심야극장들에서 서서히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일어나기 시작,
마침내 '가장 성공한 컬트영화'로 일컬어지기에 이른다.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등장인물과 같은 복장을 하고 극장에 들어오며, 영화장
면과 같은 상황을 객석에서도 연출하곤 한다. 이를테면 비가 오는 장면에서는 물을 뿌리고,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도 따라서 하는 식이다. 이처럼 영화관람 자체를 하나의 퍼
포먼스처럼 꾸미는 것이 이 영화에서 특징적으로 비롯된 대표적인 '컬트현상'중 하나이다.
결혼을 약속한 두 남녀가 밤길을 여행하던 중 차가 고장나서 어떤 기괴한 성에 들어가 도움
을 청하게 된다. 그러나 그 성에는 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종의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두
남녀는 성의 주인인 성도착자(性倒錯者)에게 밤새 농락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끝에 아침을
맞으면서 겨우 빠져나온다는 줄거리이다. 원래 런던에서 공연하던 뮤지컬이며, 그 당시부터
주연을 맡았던 팀 커리 Tim Curry의 연기가 매우 돋보인다. 제작(영국), 발표된 것이 1975
년이지만 외국에서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의 극장에
서 이 영화의 상영을 종결하기로 결정하자 펑크족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던 장면은 국내 외
신란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짐 샤만 Jim Sharman이 감독했다.
{도망자 로간 Rogan's Run(1976)}은 윌리엄 F.놀란 William F.Nolan과 조지 클레이튼 존
슨 George Clayton Johnson이 1967년에 발표한 동명 SF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며, 영
화에 이어 TV연속극으로도 만들어져 1977-78년에 방송되었다. 이 연속극은 우리나라 TV에서
도 방영되어 한때 인기를 끈 바 있다. 서기 2274년, 모두들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듯 하지
만 나이가 서른에 이르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다시말해서 모두 죽음을 당한다는 뜻이다.
로간은 이에 반발하여 탈출한 뒤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마이클 앤더슨 Michael Anderson
이 감독했고 마이클 요크 Michael York가 주연했다.
유명한 팝 가수 데이빗 보위 David Bowie가 타이틀롤을 맡아 훌륭한 외계인 연기를 보여
준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The Man Who Fell to Earth}도 1976년 작품이다. 미국작가 월터
테비스 Walter Tevis의 같은 제목의 원작소설을 영국에서 영화로 만든 것이다. 어느 외계인
(화성인으로 암시된다) 한 명이 지구에 온다. 그는 처음에는 안식처를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지구인들에 의해 자아를 상실하고 만다. 자신의 고향별보다 무거운 지구의 중력에
고통스러워하듯 지구인들의 감정의 중력에도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매우 독특한 개성을 지
닌 데이빗 보위의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더할나위없는 적역으로 등장하며, 그의 연기와 각
본 및 감독의 편집 등 3박자가 훌륭하게 어우러진 걸작으로 꼽힌다. 니콜라스 로그 Nicolas
Roeg가 감독했고 폴 메이어스버그 Paul Mayersberg가 각본을 썼다. 138분 길이이다.
{카프리콘 1호 Capricorn One(1977)}는 좀 색다른 작품이다. 인류 최초의 화성행 유인우
주선이 발사되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널리 보도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속임수였고, 우주비행사들은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감금되어 살해당할 위기
에 처한다. 피터 하이엄스 Peter Hyams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이 작품은 독특한 설정과 긴
박감 넘치는 구성, 그리고 '가짜 화성착륙'장면 등 흥미로운 요소가 적잖은 수작으로 꼽힌
다. 피터 하이엄스는 1984년에 {2010:우주의 오디세이II}의 감독도 맡았다.
1977년에 발표되어 오늘날 'SF팬들을 위한 꿈의 영화'로 불리는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은 아마도 스티븐스필버그 Steven Spielberg감독의 최고 걸
작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그가 직접 각본도 쓴 이 영화의 제목은 원래 UFO와의 직접 접촉
을 의미하는 전문용어로서, 실제로는 공식 확인된 사례가 전무하다. 주인공은 UFO가 출몰하
는 사건을 겪은 뒤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암시에 시달려 기행을 거듭한 끝에 가
정이 파탄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은 계속되어 결국 '미지의 목적지'
로 길을 떠나지만, 그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UFO와의 접촉을 준비하고 있던 정부 당국에 붙
잡혀 강제로 격리될지경에 처한다. 다큐멘터리식으로 편집된 전개와 후반부에 마침내 모습
을 드러내는 UFO의 눈부신 빛의 잔치, 탄탄한 구성 및 설정과 설득력있는 묘사 등등이 이
작품을 움직일 수 없는 고전의 지위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흥행에도 크게 성공하여
역대 SF영화흥행사에서 상위를 점하고 있으나, 1980년대 초 국내 극장개봉에서는 반응이 매
우 저조했다. 현재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악마의 씨앗 Demon Seed(1977)}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 미국의 작가
딘 쿤츠 Dean R.Koontz가 1973년에 발표했던 같은 제목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오늘
날엔 SF영화의 전형적인 제재 중 하나로 자리잡은 '괴물 컴퓨터' 이야기로서, 천재 과학자
가 만든 전지전능의 컴퓨터가 인간 여성을 취하여 자신의 후계자를 얻는다는 줄거리이다.
과학적인 논리성이 좀 결여되어 있는 결말이지만 섬세한 연출로 비교적 무리없이 소화해내
고 있다. 국내에도 비디오 및 원작소설이 나와 있다.
세계 SF영화사, 아니 세계영화사는 1977년에 이르러 확연한 질적 변화를 겪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단 한 편의 영화, {스타워즈 Star Wars}로 인하여, 오늘날 이미 전설이 된
이 작품은 헐리우드 자본들로 하여금 그전까지는 결코 본격 흥행장르로 대접하지 않았던 SF
를 새롭게 재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또한 엄청난 제작비와 현란한 특수효과를 흥행
의 필수 내지는 기본조건으로 삼지않을 수 없게 된 사실상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걸작이다. 조지 루카스 George Lucas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국내에도 방영되었던 TV연속극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 {우주전함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는 1978년에 발표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애초에 이 작품의 제목이 '스타 월즈
Star Worlds'였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원작 TV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괄목할 만한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리차드 A.콜라 Richard A.Colla가 감독했는데, 그는 1974년에 TV용
SF영화인 {전자인간 퀘스터 The Questor Tapes}라는 상당히 뛰어난 작품을 감독한 바 있다.
{코마 Coma(1978)}는 '메디칼 드릴러'의 귀재인 로빈 쿡 Robin Cook의 소설을 역시 베스
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이 감독한 영화이다. 크라이튼이 감독데뷰작으로 성공했던
{웨스트월드 Westworld(1973)}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작품이며, 각본도 직접 썼다. 원작
소설과 영화비디오 둘 다 국내에 나와 있다.
1956년에 발표되었던 고전명작인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은 1978년에 필립 카우프만 Philip Kaufman 감독이 리메이크하여 발표했다. 끔찍하고 혐오
스런 장면들을 별로 구사하지 않고도 공포의 극단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며, 특히 라스트
신의 충격적인 반전이 인상적이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도달하여 한 마을 사람들 모두의 심
신을 바꾸어나간다는 줄거리이다. 내용에 함축되어 있는 깊고 다양한 은유를 1956년 작품에
못지않게 잘 소화하고 있다. 이 영화는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으며 원작소설(잭 피니
Jack Finney가 1955년에 발표한 <신체강탈자 The Body Snatchers>)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1930-50년대에 만화, 만화영화, TV연속극 및 영화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슈퍼맨
Superman-The Movie}은 1978년에 다시 극장판 영화로 만들어졌다. 고전적인 감각으로 구성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어서, 이후에 후속편이 몇 편 더 제작되었다.
{오멘 The Omen(1976)}을 감독했던 리차드 도너 Richard Donner가 감독을 맡았으며, 타이틀
롤의 크리스토퍼 리브 Christopher Reeve 외에 진 해크만 Gene Hackman, 말론 브란도
Marlon Brando등 중량급 헐리우드 스타들이 다수 출연했다.
<1979년-1980년>
1979년에 발표된 영화들 중에는 대중들의 호응에 힘입어 나중에 연작물로 계속 이어지는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에일리언 Alien}을 비롯하여 {매드맥스 Mad Max}, {스타트렉 Star
Trek - The Motion Picture} 등이 연작영화 시리즈의 제 1 편으로 이 해에 선보인 작품들이
다.
SF영화사상 아마도 가장 끔찍한 외계인이 등장하는 {에일리언}은 오늘날 이미 공포SF의
고전이 되어버린 탁월한 작품이다. 1930년대 말에 미국의 SF작가 A.E.반 보그트 A.E.Van
Vogt가발표했던 중편 <주홍빛의 불협화음 Discord in Scarlet>에 등장하는 악마같은 외계인
에다 20세기 초반에 이른바 '코스믹호러 cosmic-horror'로 필명을 떨쳤던 공포소설가 H.P.
러브크래프트 H.P.Lovecraft의 분위기를 섞어 스위스 출신의 화가 H.R.기거 H.R.Giger가 창
조해 낸 괴물'에일리언'은, 거의 완숙한 단계에 이른 헐리우드의 특수효과에 힘입어 놀라우
리만치 생생하고 독창적인 괴물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또한 {에일리언}의 여주인공 역을 맡
은 시고니 위버 Sigourney Weaver의 강렬한 인상은 '에일리언'의 상징성과 더불어 '여성'으
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어, 나중에 이 영화가 페미니즘의 주요 텍스트 중 하나로 언급되는 계
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호주의 조지 밀러 George Miller 감독은 {매드맥스}로 혜성처럼 나타나 놀라운 스타일리
스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까운 미래에 폭주족들과 전쟁을 벌이는 한 경찰출신 사나이를
타이틀롤로 삼은 이 영화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구성과 철저한 묘사로 영화미학의 독특한
진수를 선보였다. 또한 나중에 이어지는 후속편들도 탁월한 연출 솜씨를 담고 있다.
{스타트렉}은 원래 1966년부터 미국 NBC-TV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TV연속극이다. 이 연속
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고정팬들을 생성해내면서 마침내 영어사전에 '트레키
Trekkie'라는 단어를 새로 올리도록 만들었다. '트레키'란 다름아닌 '광적인 스타트렉 팬'
을 의미하는 말이다. TV연속극 {스타트렉}은 팬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제작비를
감당못해 종영되었으나, 1970년대 후반에 이르자 영화기획자들은 '트레키'들의 수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77년에 발표되어 공전의 성공을 거둔 {스타
워즈}는 {스타트렉}의 판권소유자인 파라마운트사를 적잖게 고무시켰다. 그리하여 {사운드
오브 뮤직(1965)}, {웨스트사이드 스토리(1961)}등의 명작은 물론, {안드로메다 균주
(1970)}, {지구가 멈춘 날(1951)}등의 걸작 SF영화들도 감독한 바 있는 거장 로버트 와이즈
Robert Wise가 메가폰을 잡고, 옛날의 {스타트렉} 배역들이 그대로 출연한 영화 {스타트렉}
이 발표된 것이다. 아득한 우주 저편에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습격자가 우주의 방어선들을
무차별 파괴하며 지구로 접근한다. 커크선장 일행이 출동하여 조사한 결과 그것은 놀랍게도
먼 옛날 지구에서 쏘아보낸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임이 밝혀진다. 그 탐사선은 고도의 기계지
성과 조우했다가 스스로 진화하여 다시 제 주인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먼 옛날
의 구식 전파신호에만 반응하려 할 뿐 다른 모든 자극을 적대적으로만 받아들인다. '트레키
'들의 반응은 역시 성공적이어서 이후 {스타트렉} 영화시리즈는 6편이 넘도록 계속 이어지
고 새로운 TV시리즈도 만들어졌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편도 극장개봉이 되지 않고 라
이선스 비디오로만 나와있다.
{스타워즈}의 천문학적인 성공에 고무받은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월트 디즈니도 그
중에 하나여서, 1979년에 내놓은 {블랙홀 The Black Hole}이 바로 그들의 야심에 찬 결과물
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나름대로 특수효과 등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전반적인 작품성은
{스타워즈}에 비길 수준이 못 되었고, 결국 흥행도 실패로 돌아갔다. 미친 과학자가 로봇
친위대를 거느리고 거대한 우주선을 장악한 채 블랙홀로 돌진한다는 내용이며, 개리 넬슨
Gary Nelson이 감독했다.
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를 묘사하여 반핵 메시지를담은 {차이나 신드롬 The China
Syndrome(1979)}은 발표 몇 주일 뒤에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스리마일 섬에서 실제로 핵발
전소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SF영화에서 곧장 사실(史實)영화로 바뀌어버린 경우이다. 제
임스 브리지스 James Bridges가 감독했고 제인 폰다 Jane Fonda, 잭 레먼 Jack Lemmon, 마
이클 더글라스 Michael Douglas등이 출연했다. 우리나라에는 '대륙의 폭풍'이라는 기묘한
제목으로 80년대 말에 TV에서 방영되었다.
커다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코스로 곧장 날아온다는 설정은 예전부터 즐겨 채택되던
고전적인 제재이다. {미티어 Meteor(1979)}는 이러한 배경설정 아래 미-소간의 냉전 분위기
를 협력으로 유도하는 내용이며, 숀 코네리 Sean Connery, 나탈리 우드 Natalie Wood, 칼
말덴 Karl Malden, 헨리 폰다 Henry Fonda등이 출연했다. 1940년대 후반부터 영화감독을 하
며 1972년에 {포세이돈 어드벤쳐 The Poseidon Adventure}를 감독하기도 했던 로널드 니임
Ronald Neame 감독의 작품이다.
인류를 말살시킨 뒤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려는 악당이 우주공간에서 미국우주군과 광선총
으로 '우주전쟁'을벌인다. '007'시리즈의 하나로 1979년에 발표된 {문레이커 Moonraker}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사실 '007'시리즈는 SF로 분류되기는 해도 엄밀히 따지면 '테크노드릴
러 techno-thriller'에 속하는데, {문레이커}에는 우주왕복선이나 우주전쟁 장면이 나와서
제법 SF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제임스 본드 역은 로저 무어 Roger Moore가 연기했고,
감독은 '007'시리즈의 단골인 루이스 길버트 Lewis Gilbert가 맡았다.
소련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Andrei Tarkovsky 감독은 {솔라리스 (1971)}에 이어
다시 {스토커 Stalker(1979)}라는 SF영화를 발표했다. 소련의 대표적인 SF작가인 보리스
Boris, 아르까지 Arkady 스뜨루가츠끼 Strugatsky 형제의 소설 <노변의 피크닉 Roadside
Picnic>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시나리오도 스뜨루가츠끼 형제가 직접 썼다. 신비스런 금
지구역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 작가와 과학자와 그들의 안내자인 사냥꾼을 등장시켜 타
르코프스키 특유의 철학적 사색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월트 디즈니사에서 1979년에 발표한 {우주인과 아아더왕 The Spaceman and King Arthur}
은 미국의 '국민 작가' 마크트웨인의 소설 <아아더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 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를 각색한 것으로, 글자 그대로 우주비행사가 고대 영국의
아아더왕 시대에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마크 트웨인의 원작은 19세기말의 미국 기술자가 아
아더왕 시대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러스 메이베리 Russ Mayberry가 감독했으며,
{미확인비행괴짜 Unidentified Flying Oddball}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있다. {변신 상태
Altered States(1980)}는 국내에 TV로만 소개(1988년1월)되었으나 과학자의 학문적 열정과
휴머니즘을 심도깊고 균형잡히게 묘사한 수작이다. 5년 뒤인 1985년에 {거미여인의 키스
Kiss of the Spider Woman}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는 윌리엄 허트 William
Hurt가 주연했는데, {변신 상태}는 그의 본격적인 데뷔작이다. 켄 러셀 Ken Russell이 감독
했다.
1980년에 발표된 {제국의 역습 The Empire Strikes Back(1980)}은 {스타 워즈}의 2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아 1편 못지않은 탁월한 작품성으로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 1983년에 발
표된 3부 {제다이의 귀환 Return of the Jedi}과 함께 영화사상 가장 성공한 연작물을 이루
었다. 어빈 케쉬너 Irvin Kershner가 감독했으며, {제다이의 귀환}은 리차드 마퀀드
Richard Marquand가 감독했다.
깔끔한 구성이 돋보이는 {마지막 카운트다운 The Final Countdown(1980)}은 시간여행의
파라독스를 다룬 흥미로운 작품이다. 태평양을 순항중이던 거대한 항공모함이 갑자기 2차대
전 발발 직전의 시간대로 날아간다. 주로 TV극을 많이 연출했고 그 밖에 {다미엔-오멘 II
Damien-Omen II(1978)}를 감독했던 돈 테일러 Don Taylor 감독의 작품이며, 커크 더글러스
Kirk Douglas, 마틴 쉰 Martin Sheen등이 출연했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초능력자 집단을 등장시킨 {스캐너즈 Scanners(1980)}는 캐나다 출신의 감독 데이빗 크로
넨버그 David Cronenberg의 작품으로, 전편에 넘쳐나는 아이디어가 영화의 묘미를 더하고
있다. '고전은 못 되지만 썩 괜찮은 영화'라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플래쉬 고든 Flash Gordon(1980)}은 1930년대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특히 인기높
은 팝그룹 <퀸>이 맡은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마이클 호지스 Michael Hodges가 감독했다.
스탠리 도넨 Stanley Donen 감독의 {새턴 3 Saturn 3(1980)}는 고립된 우주정거장에서 미
친 과학자가 로봇을 통해 동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커크 더글러스
Kirk Douglas, 파라 파셋 Farrah Fawcett, 하비 케이텔 Harvey Keitel이 주연했다. 도넨 감
독은 {싱잉 인더 레인(1952)}, {샤레이드 Charade(1963)}등의 명작을 감독한 바 있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연출력은 다소 미흡한 편이다.
<1981년-1983년>
컬트영화로 꼽히는 {다크스타 Dark Star(1974)}를 통해 SF장르의 재능있는 감독으로 인정
받고 있던 존 카펜터 John Carpenter는 1981년에 {뉴욕탈출 Escape from New York}을 발표
했다. 1997년의 뉴욕시, 중심가인 맨하탄은 무법천지가 되어 정부에서도 손을 못 대고 있는
데, 그만 요인이 납치되어 그곳에 갇히고 만다. 커트 러셀 Kurt Russell이 주연한 이 근미
래 배경의 활극은 {커트 러셀의 코브라 22시}라는 제목으로 라이선스 비디오가 나와있다.
{1광년 밖 Light Years Away(1981)}은 프랑스-스위스합작으로서 알랭 태너Alain Tanner가
감독한 수작이다. 그는 1976년에 {서기 2000년에 스물다섯이 될 요나 Jonas Qui Aura 25
ans en l'An 2000}라는 작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1광년 밖}은 서기 2000년을 배경으로 요
나인 듯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 작품과의 어떤 연계성을 암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서기 2000년에 스물다섯이 될 요나}는 1960년대의 급진적인 젊은이들을 묘사하고 있
다. {1광년 밖}은 스스로 날 수 있는 이카루스가 되고자 연구에 몰두하는 노인과 그곳에 떠
돌이로 흘러들어와 함께 일하게 되는 젊은이가 주인공이며, 시적인 환상과 유머로 가득 찬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TV로 방영된 바 있다.
'재앙 이후 Post-catastrophe'를 다룬 탁월한 작품 {매드 맥스 II Mad Max II}도 1981년
에 발표되었다. 1편 {매드 맥스}에 이어 멜 깁슨 Mel Gibson이 타이틀롤을 맡아 황폐한 미
래 세계의 고독한 영웅을 연기한다. {매드 맥스} 시리즈는 단순히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했
다는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서 매우 탁월한 독창적 스타일 창조의 좋은 본보기이다. 1편에
이어 조지 밀러 George Miller가 감독하고 호주에서 제작했으며, {도로의 전사 The Road
Warrior}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저명한 작가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의 장편소설 {생존자들의 비망록 Memoirs of a
Survivor}이 영화로 제작되어 발표된 것은 1981년의 일이다. 가까운 미래에 붕괴되어가는
도시를 한 여성의 시점에서 묘사한 것인데, 영화로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줄
리 크리스티 Julie Christie가 주연했고 데이빗 글래드웰 David Gladwell이 감독한 영국 영
화이다. 1974년에 영국에서 처음 발표된 원작소설은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있다.
서부극의 고전 {하이눈 High Noon(1952)}을 SF로 리메이크했다는 평이 늘 따라다니는 영
화 {아웃랜드 Outland(1981)}는 피터 하이엄스 Peter Hyams 감독의 작품이다. {007}시리즈
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친숙한 숀 코네리 Sean Connery가 우주정거장의 보안관 역을 맡아
악당들과 대결을 벌인다. 하이엄스 감독은 {카프리콘 1호(1977)} 등의 작품으로 SF물에 재
능을 인정받은 바 있으며, {아웃랜드}에서도 돋보이는 특수효과와 촬영 등으로 SF적 분위기
를 충실하게 연출해냈다.
독특한 작품세계로 오늘날 적잖은 찬미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테리 길리엄 Terry Gilliam
감독의 {타임 밴디트 Time Bandits(1981)}는 비록 한 소년과 난쟁이 무리들이 이끌어가는
모험 이야기지만 결코 아동물은 아니다. 시공을 넘나드는 환상과 모험, 유머로 가득찬 이
작품은 영국의 저명한 작가 C.S.루이스 C.S.Lewis의 연작소설 {나르니아 Narnia 연대기}의
일부를 원용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비디오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있다.
1982년에는 SF영화사상 주요하게 언급되는 걸작들이 대거 발표되었다. {블레이드 런너
Blade Runner}와 {ET}, 그리고 {비디오드롬 Videodrome},{트론 Tron},{괴물 The Thing} 등
이 모두 이 해에 나온 영화들이다.
{안드로이드 Android(1982)}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만든 수작으로 꼽힌다. 우주정거장
에서 광기에 찬 과학자가 완벽한 인조인간을 만드려고 애쓰는데, 악당들이 그 곳에 도착하
면서 일이 복잡하게 틀어지기 시작한다. 클라우스 킨스키 Klaus Kinski가 광기에 찬 과학자
역을 맡아 호연했으며, 아론 립스타트 Aaron Lipstadt가 감독했다.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감독의 {블레이드 런너 Blade Runner}는 오늘날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걸작이다. 미국의 SF작가 필립 K.딕 Philip K.Dick의 장편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1968)}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발표하던 해에 딕이 작고하면서 그에게 바치는 영화로 헌정되기도 했다. 주인공은
탈출한 안드로이드들을 찾아 처분하는 임무를 맡는다. 마지막 부분에서 인조인간 로이 역을
맡은 러트거 하우어 Rutger Hauer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블레이드 런너}는 포스트모
던 SF영화로서, 또 '사이버펑크 cyberpunk' 영화의 전형적인 예로서 많은 평론가들이 중요
하게 언급하는 걸작이다. 1982년 발표당시엔 흥행을 의식한 제작자의 영향으로 해피엔딩식
결말로 편집되었는데, 10년 뒤인 1992년에 스콧 감독이 '감독편집판 director's cut'을 다
시 내놓았다. 영화와 원작소설 모두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다.
{E.T.The Extra-Terrestrial(1982)}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감독이 엄청난 흥행작이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미국잡지 버라이어티 Variety에서 평한대로 '디즈니가 만들
지 않은 최고의 디즈니 영화'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지구에 홀로 남은 외계인이 어린이
들과 친구가 되어 감동적인 우정을 맺는 내용이다. {ET}는 1990년에 버라이어티 지가 집계
한 역대 SF영화 흥행순위 1위에 올랐다. 2위는 {스타워즈(1977)} 였다.
크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가 제작,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은 {파이어폭스
Firefox(1982)}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소련에서 최첨단 신무기를 탈취해오는 내용의 스릴
러이다. 생각만으로 조종되는 전투기가 등장하여 긴박감넘치는 공중전을 연출한다.
{액체 하늘 Liquid Sky(1982)}은 외계인의 시각으로 뉴욕의 전위예술가 사회를 묘사한 이
색 수작이다. 사람들이 섹스를 하는 동안에 생성되는 특수한 종류의 화학물질을 외계인이
필요로 한다는 설정 아래, SF적인 정서보다는 섹스, 약물, 펑크, 록뮤직 등이 혼합된 뉴웨
이브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내용이 펼쳐진다. 러시아 이민 출신인 슬라바 추커만 Slava
Tsukerman이 제작, 감독하고 시나리오도 공동 집필했다.
1951년의 고전 걸작을 리메이크한 {괴물 The Thing(1982)}은 {뉴욕 탈출(1981)}과 마찬가
지로 존 카펜터가 감독하고 커트 러셀이 주연했다. 저명한 SF편집자이자 작가였던 존 W.캠
벨 John W.Campbell의 원작 {거기 누구냐? Who Goes There?}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1951년
판보다 원작소설에 더 가깝다. 얼음 속에서 발견된 외계 생물이 고립된 극지방의 관측기지
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이 작품은 공포SF영화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축에 속하
는, 매우 극한적인 묘사와 상황설정을 담고 있다.
{트론 Tron(1982)}은 컴퓨터 그래픽이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PC가 대중적으로 보급
되기 시작한 80년대 초에 발표되어 적절한 시의성을 지니면서 컴퓨터 대중사회의 미래를 상
징적으로 묘사했다. 주인공은 컴퓨터 내부의 기하학적 세계에 들어가 색다른 모험을 벌인
다. 스티븐 리스버거 Steven Lisberger가 감독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 감독의 대표적 중 하나로 꼽히는 {비디오드롬
(1982)}은 영상매체의 중독성을 공포스럽게 묘사한 걸작이다. 유선방송 회사의 사장인 주인
공은 좀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찾다가 어떤 음모에 말려들게 되고, 현실과 환상이 뒤범벅
된 가운데 고통스런 대결을 벌여 승리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비디오에 중독되어 불행
한 종말을 맞는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한 {레온}과 {그랑 블루}, {아틀란티스}, {니키타} 등으로 오늘날
프랑스의 1급 흥행감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뤽 베송 Luc Besson의 데뷰작 {마지막 전투
Le Dernier Combat(1983)}는 폐허가 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이기적인 생존권 투쟁을 벌이
는 사나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흑백필름에 대사가 없는 이색적인 작품이다.
존 배드햄 John Badham감독은 1983년에 {블루 선더 Blue Thunder}와 {전쟁게임 War
Games} 두 편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둘 다 테크노스릴러의 수작으로 꼽힌다. {블루 선더}에
서는 최첨단 헬리콥터가 등장하고, {전쟁 게임}에서는 한 소년이 컴퓨터와 전 세계의 운명
이 걸린 게임을 벌인다. 깔끔하고 탄탄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브레인스톰 Brainstorm(1983)}은 SF영화의 특수효과 담당자로 명성을 날리던 더글라스
트럼벌 Douglas Trumbull이 {침묵의 질주(1971)}에 이어 오랫만에 감독한 작품이다. 명여우
나탈리 우드 Natalie Wood가 출연하다가 제작기간중에 사망하는 바람에 뒷부분 편집이 일부
바뀌었다. 주인공은 인간의 주관적인 시각정보를 기록,전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여 위
험을 무릅쓰고 사후세계까지 관찰하고자 시도한다. 이 작품은 브루스 조엘 루빈 Bruce Joel
Rubin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그는 사후세계에 대해 일관된 관심을 보여 나중에
{사랑과 영혼 Ghost(1990)} 및 {야곱의 사다리 Jacob's Ladder(1990)}의 각본을 쓰기도 했
다.
서구에서 인기높은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 Stephen King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데
드존 The Dead Zone(1983)}은 사고로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께어난 주인공의 이야기
다. 그는 미래와 과거를 투시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니게 되지만, 악당 정치인의 음모를 막
기위해 살신성인하고 만다.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감독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작품 {브레인
스톰}과 {데드존}은 모두 크리스토퍼 워큰 Christopher Walken이 주연했다.
<1984년-1985년>
{8차원 세계로의 모험(1984)}은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으나 서구에서는 '컬트'현상
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이다. 신경외과 의사이자 물리학자이자 록 뮤지션이기도 한 주인공
이 지구에 침입한 외계인을 무찌른다는 내용으로, 전개가 산만하고 연출과 촬영도 어설프다
는 평을 들었지만 SF영화팬들에게서는 열광적인 컬트 붐을 일으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7년에 <로보캅 Robo Cop>으로 명성을 얻게 되는 피터 웰러 Peter Weller가 주연했으며,
W.D.리히터 W.D.Richter가 감독했다.
흑인을 외계인으로 등장시켜 독특한 알레고리를 제공한 존 세일즈감독의 {외계에서 온 형
제}는 20만불 이하의 적은 예산으로 완성시킨 수작이다. 조 모튼이 타이틀롤을 맡아 뉴욕에
흑인의 모습으로 떨어진 외계인 연기를 했다. 그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으면서 많은 사
람들을 만나며, 이전에 역시 흑인의 모습으로 미국에 왔다가 노예가 되었던 외계인들의 목
소리를 듣는다. 세일즈 감독은 이 영화에 주인공을 쫓는 외계인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유명하며, 또한 자신이 감독하는 작품에는 반드시 출연하는 것으
로도 알려져 있다.
프랭크 허버트 Frank Herbert의 대하장편소설 {듄 Dune}이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1984년의 일이다. 원래 이 소설은 20여년 동안에 걸쳐 전부 6권으로 발표된 방대한 저작이
며, SF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영화 {듄}의 결과는 한 마디로 실
망스런 것이었다. 물론 {이레이저헤드 Eraserhead(1978)}와 {엘레판트맨The Elephant
Man(1980)}으로 주목받은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감독의 작품이고 캐스트도 화려했던만
큼 형편없는 졸작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SF영화팬들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
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 린치 감독이 제작자인 로렌티스 Raffaella
De Laurentiis로부터 이 작품의 감독 제의를 받았을때, '쥰(June)'이라고 잘못 알아들었노
라고 밝혔던 점이다. 린치 감독은 SF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해가 깊지 못했던 것이다.
사막으로 뒤덮인 행성 '듄'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대서사시를 담은 이 영화는, 중세와 아
라비아풍의 분위기가 교묘하게 뒤섞인 원작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재현시켰으나 '신토불이'
라고 표현할 수 있는 원작의 생태학적 메시지는 살리지 못했다. {듄}에는 린치 감독의 작품
에 단골로 등장하는 카일 맥라클렌 Kyle MacLachlan을 비롯하여 스팅 Sting, 션 영 Sean
Young, 막스 폰 시도 Max Von Sydow, 딘 스톡웰 Dean Stockwell등이 출연했다. 브라이언 이
노 Brian Eno와 그룹 토토가 맡은 음악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듄}은 원작
소설의 1권과 2권의 일부 내용만을 담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사구(砂丘)}라는 제목으로
라이선스 비디오 및 LD가 나와있으며, 원작소설도 1-4권까지는 번역, 출판되었다.
국내에 TV로 소개된 바 있는 {아이스맨 Iceman(1984)}은 빙하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이
다시 살아난다는 내용이다. 존 론 John Lone이 타이틀롤을 맡아 연구 대상으로서 힘겨운 삶
을 이어가다 죽음으로 자유를 찾는 원시인 역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프레드 셰피시 Fred
Schepisi 감독의 작품이며, 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감동적인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
작이다.
{최후의 우주전사 The Last Starfighter(1984)}는 청소년용이란 딱지가 붙긴 하지만 깔끔
하게 잘 만든 오락물로 평가받는다. 비디오게임에 능한 주인공 소년이 외계인의 초청을 받
아 우주전쟁 한 복판으로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닉 캐슬 Nick Castle이 감독했고 랜스 게스
트 Lance Guest, 댄 오헐리 Dan O'Herlihy, 로버트 프레스톤 Robert Preston이 주연했다.
{1984}는 1956년에 이어 1984년에 다시 만들어졌다. 둘 다 영국에서 제작된 것이다. 현대
문학의 고전인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으로서, 존 허트 John
Hurt가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 Winston Smith역을 맡았다. 헐리우드의 이름난 배우였던 리차
드 버튼 Richard Burton이 주인공을 재교육시키는 '빅 브라더 The Big Brother'의 하수인으
로 나오는데, 이 영화는 그의 마지막 출연작이기도 하다. 마이클 래드포드 Michael Radford
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난해한 컬트영화로 꼽히는 알렉스 콕스 Alex Cox감독의 {리포 맨 Repo Man}은 삭막한 대
도시(LA)의 젊은 펑크족이 겪는 초현실적인 환상극이다. 제목은 납부금이 밀린 보험가입자
의 자동차를 차압하는 사람을 뜻한다. 주인공(에밀리오 에스테베스 Emilio Estevez가 연기)
은 리포맨이 되는 과정에서 온갖 기이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만난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전
달하기 곤란한 복합적 이미지를 담고있는 걸작이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내용을 담은 {스타맨 Starman(1984)}은 지구에 왔다가 생명의 소중함
을 일깨워주고 가는 외계인을 묘사한 작품이다. SF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존 카펜터 John
Carpenter가 감독했으며, 그가 1982년에 발표했던 끔찍한 외계인 영화 {괴물 The Thing}과
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우주로 날아간 보이저 2호의 '초청'으로 외계인이 지구에
온 뒤, 죽은 젊은 남자의 몸을 빌어 나타난다. 그는 남자의 아내였던 여인과 함께 정부의
추격대에 쫓기면서도 분노하거나 발달된 문명의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는 마침내 동료들
과의 약속지점에 도달하여 여인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고향별로 돌아간다. 제프 브리지스
Jeff Bridges와 카렌 알렌 Karen Allen이 주연했다. 1986년에는 이 영화로부터 11년이 흐른
뒤를 묘사한 TV연속극이 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었다.
{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1984)}는 박진감 넘치는 묘사와 강렬한 메시지가 어우러진,
흔치않은 걸작이다. 오늘날엔 이 영화의 후편인 {터미네이터 2 The Terminator 2:Judgment
Day(1991)}가 훨씬 더 유명하지만, 사실 {터미네이터}에 비하면 오히려 허술한 구석이 없지
않다. {터미네이터}는 또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Arnold Schwarzenegger가 저돌적인 액션배우
로서의 이미지를 굳힌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미래에서 파견된 무
자비한 살인로봇으로 나와, 더 이상의 적역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딱 들어맞는 이미지를
형상화시켰다. 슈워제네거와 함께 린다 해밀턴, 마이클 빈이 주연했으며, 이 작품과 후편
모두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한 것이다.
1984년에는 피터 하이엄스가 각본, 감독, 촬영, 제작을 도맡은 {2010}이 발표되었다. 그
러나 이 영화는 비교적 잘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편인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감독의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 2001:A Space Odyssey(1968)}의 후광이 너무나 컸
던 탓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두 작품 다 영국의 세계적인 SF작가 아서 C.클
라크 Arthur C.Clarke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만든 것이나, {2001}의 경우 원작은 단편이
었고 소설 {2001}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클라크가 소설로 각색한 것이다. 반면에 {2010}은
클라크가 198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2010:오디세이 II}를 영화로 만들었다.
흥행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3편까지 제작이 이어졌고,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엔 아들과
어머니의 키스 장면때문에 심의 과정에서 말도 많았던 영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는 1985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구성 자체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의 과
거로 날아간다는 단순한 설정이다. 로버트 제메키스가 감독했고 마이클 J.폭스 Michael
J.Fox와 크리스토퍼 로이드 Christopher Lloyd가 주연했다.
테리 길리엄 Terry Gilliam 감독의 {브라질 Brazil(1985)}은 오늘날 최고의 SF컬트영화중
하나로 꼽힌다. {1984}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현
실에서 몸부림치는 가련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꿈에서 보았던 여인을 만나 낭만적인 구
원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조나단 프라이스 Jonathan Pyrce가 주연을 맡아 희극적
인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으며, 비록 조연이긴 하지만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 Robert De
Niro가 출연한 본격 SF영화라는 점도 흥미롭다. 마지막 장면의 반전이 충격적이다. 우리나
라에는 {여인의 음모}라는 불가사의한 제목으로 라이선스 비디오가 나와 있다.
외계인 덕에 회춘의 기쁨을 누리는 노인들이 등장하는 {코쿤Cocoon(1985)}은 {E.T.}나
{스타맨}처럼 1980년대 들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 '우호적인 외계인'주제의 영화이다. 이
러한 현상은 데탕트 분위기가 조성된 국제정세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 후반에
발표된 {스타워즈}만 해도 악의 무리들은 공산국가의 인민복을 연상시키는 제복을 입고 있
었지만, 1980년대 초에 {E.T.}가 발표되어 천문학적인 흥행수입을 올린 뒤, 영화에서 묘사
되는 외계인의 모습도 급속도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흥행을 노리고 만든 대중용
영화들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코쿤}은 론 하워드 Ron Howard감독의 작품이며, 돈 아미치 Don Ameche, 제시카 탠디
Jessica Tandy 등의 노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외계인들이 먼 옛날에 지구에 왔다가 동료
들을 고치 안에 넣어 남겨두고 떠났는데, 그들이 다시 돌아와 고치를 거두어들이다가 지구
인에게 들킨다.
평론서 {아웃사이더}로 유명한 영국의 저술가 콜린 윌슨 Colin Wilson은 SF소설도 여럿
발표했는데, 그 중에 하나인 {우주흡혈귀 The Space Vampires(1976)}가 토브 후퍼 Tobe
Hooper감독에 의해 1985년에 {라이프포스 Lifeforce}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후퍼 감
독은 공포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컬트의 고전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The Texas Chainsaw
Massacre(1974)}로 유명해진 인물인데, {라이프포스}에도 그 특유의 끔찍한 분위기가 잘 나
타나 있다. 내용은 원작과 영화제목을 합친 그대로이다.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 흡혈귀처럼
인간의 혼을 빨아먹고, 이러한 현상은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계속 전염된다.
<1985년-1990년>
{매드 맥스 선더돔 Mad Max Beyond Thunderdome(1985)}은 1, 2부에 이어 일관되게 이어지
는 어두운 미래의 삽화이다. 조지 밀러 George Miller감독의 오락성을 중시하면서도 독특한
스타일의 품격을 지키는 깔끔한 연출력은 변함이 없다. 시리즈의 고독한 영웅 멜 깁슨과 함
께 {선더돔}에는 미국의 인기 팝가수 티나 터너가 주제가도 부르고 주연으로 출연도 했다.
{매드 맥스} 시리즈는 매우 통렬한 현대 문명 비판이지만, 1, 2, 3부로 계속 이어지면서 희
미하게나마 재건, 또는 부활이 암시된다.
{스타체이서:오린의 전설 Starchaser:The Legend of Orin(1985)}은 재미교포 스티븐 한
Steven Han이 제작, 감독한 3차원 입체 만화영화이다. 오린이라는 젊은 주인공이 스타워즈
식의 모험과 낭만을 펼친다는 100분 길이의 스페이스 오페라이다.
1970년대의 끄트머리에 SF영화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에일리언
Alien(1979)}은 1986년에 2부 {Aliens}가 만들어졌다. 1편의 감독은 리들리 스콧이었지만,
2편은 상대적으로 흥행성을 강조하는 제임스 카메론 James Cameron 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
작자는 게일 앤 허드 Gale Anne Hurd였는데, 이 두 사람은 부부사이로 2년 전인 1984년에
역시 각각 감독, 제작을 맡고 각본은 같이 써서 {터미네이터}를 크게 성공시킨 바 있다. 당
시 그들의 나이는 약관의 20대 후반이었다. 그들이 {에일리언2}에 발탁된 것은 이처럼 {터
미네이터}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다.
1958년 작품의 리메이크인 {파리 The Fly(1986)}는 독특한 개성파인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가 감독했다. 실험 도중에 파리의 몸체와 합성이 되어버린 가련한 과학자
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제프 골드블럼 Jeff Goldblum 은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솔라리스 Solaris(1971)}와 {스토커 Stalker(1979)} 등의 SF물도
만들었던 소련 출신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Andrei Tarkovsky는 서방으로 이주한 뒤 1986
년에 스웨덴에서 {희생 The Sacrifice}을 만들었다. 가상의 제3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설
정하여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최근에 국내에서도 극장 개봉되어 당초의 예
상을 깨고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바 있다. 앞의 두 작품에 비하면 SF물로서의 성격은 약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No.5 파괴작전}이라는 제목으로 라이선스 비디오가 나와있는 {쇼트 서킷
Short Circuit}은 과학적인 논리성은 떨어지지만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로봇이 등장하여 인
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쇠덩어리 로봇이 벼락을 맞은 뒤 놀라운 만능로봇으로 변신한다.
1977년의 인기작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Saturday Night Fever}와 테크노드릴러 {블루
선더 Blue Thunder(1983)}를 감독했던 존 배드햄 John Badham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그는 '가장 웃기는 경찰드릴러'라는 평을 듣는 걸작 {스테이크아웃 Stakeout(1987)}을 감독
하기도 했다.
귀엽고 깜찍한 우주선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 {건전지 없음}은 1987년에 발표되었다. 미국
도시 서민들의 애환에 장난감같은 외계인 우주선이 개입한다. 감독은 매튜 로빈스이다.
{이너스페이스(1987)}는 1966년에 제작되었던 {환상여행 Fantastic Voyage}처럼 인간이
조그맣게 축소되어서 다른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다룬 것이다. 조 단테 Joe
Dante가 감독했으며, 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헐리우드영화답게 SFX나 유머 등이 현대 감각
에 맞는 오락성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을 {환상여행}의 리메이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같
은 구성을 다룬 영화가 20년의 차이로 어떻게 달리 표현되었는가를 여러모로 비교해보면 흥
미롭다. (참고로 {환상여행}은 <바디캡슐>이란 제목으로 라이선스판 비디오가 나와있다.)
{이너스페이스}의 감독 조 단테는 {그렘린 Gremlins} 1, 2편(1984, 1990)을 감독하기도 한
사람이다.
근육질의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역시 강인한 완력을 지닌 외계인과 자존심을 건 한판
을 벌이는 {프레데터 Predator(1987)}는 배우 아놀드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인상을 준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외계인의 위장술이 돋보이고, 그 외에는 정글의 게릴라전이나 다름
없는 내용이지만 연출은 비교적 탄탄하다. 존 맥티어난 John McTiernan은 {프레데터} 이후
에 {다이하드 Die Hard(1988)}, {붉은 10월호 The Hunt for Red October(1990)},{라스트 액
션 히어로 The Last Action Hero(1993)}를 감독했다.
{프로젝트 X Project X(1987)}는 소년티가 채 가시지 않은 매튜 브로드릭 Matthew
Broderick이 주연으로 나와 군사실험용 소모품의 운명을 맞은 침팬지를 구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감독인 조나단 카플란 Jonathan Kaplan은 1988년에 성폭력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
친 수작 {피고인 The Accused}을 감독하게 되는데, {프로젝트 X} 역시 강렬한 반전 의식이
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SF액션물의 수작 중 하나로 꼽히는 {로보캅 RoboCop(1987)}은 나중에 시리즈로 이어지면
서 지나친 폭력을 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던 작품이다. 범법자들에게 사살되었던 경찰
이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 눈부신 활약을 보이지만 차츰 자신의 원래 모습이 무언지 고민하
게 된다. 감독인 폴 베호벤 Paul Verhoeven은 원래 네덜란드 출신으로서, {로보캅}이 출세
작이 되어 헐리우드에 자리를 잡고 나중에 {토탈 리콜 ToTal Recall(1990)} 등의 대작을 감
독하게 된다.
{스페이스볼스 Spaceballs(1987)}는 희극에 일가견이 있는 멜 브룩스 Mel Brooks가 제작,
감독하고 각본도 공동으로 썼으며 출연도 했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를 노골적으로 패로디
한 코미디로서, 끊임없이 황당한 장면 연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펑크 cyberpunk'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아키라 Akira}는 1988년에 일본
에서 만들어진 만화영화로서, 우리나라 청소년층에서도 적잖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인 오토모 가츠히로는 원래 만화가로서 자신이 그렸던 원작을 탁월한 영상으로 재구성
했다. 제3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미래의 동경을 배경으로 일단의 젊은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며, 인간의 잠재적인 초능력을 제재로 삼고 있다. 음향 및 음악의 입체녹음
이 매우 뛰어나다.
1988년에는 시리즈물의 2탄, 또는 2부가 되는 작품들이 다수 발표되었다. {코쿤 II
Cocoon:The Return}, {플라이 II The Fly II}, {쇼트 서킷 II Short circuit 2}등이 그것이
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대부분 1편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1988-1989년 사이에 발표된 몇몇 영화들은 이른바 '해양 SF물' 붐을 일으켰는데, 1988년
에 발표된 {딮식스 Deepstar Six}와 1989년에 만들어진 {어비스 The Abyss}및 {레비아탄
Leviathan}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어비스}가 그 중에서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딮식스}는 졸작이란 딱지가 붙어있다. {어비스}는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2}의 제임스
카메론(감독)-게일 앤 허드(제작) 커플이 만든 또 하나의 대작이지만, 반응은 예상보다 저
조했다.
팀 버튼 Tim Burton감독의 {배트맨 Batman}은 독특한 연출과 엄청난 흥행으로 화제가 되
었던 작품이다. 1940년대의 인기 만화 및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감독의 창조적인 재
해석이 수많은 평론가들의 관심을 끌어 텍스트로 즐겨 인용되고 있다. 배트맨 역의 마이클
키튼 Michael Keaton과 조커 Joker역의 잭 니콜슨 Jack Nicholson의 훌륭한 연기도 돋보인
다.
의미심장한 메타포어가 담겨있는 샘 레이미 Sam Raimi감독의 {다크맨 Darkman(1990)}은
지적인 오락물로 손색이 없는 깔끔한 수작이다. 악당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과학자가 마
침내 복수에 성공하지만 이미 그는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
다. 나중에 {쉰들러 리스트(1993)}의 쉰들러 역으로 성가를 높이게 되는 리암 니슨 Liam
Neeson이 주연했다.
프랑스의 중견 명감독인 끌로드 샤브롤 Claude Chabrol은 1990년에 서독, 이태리, 프랑스
합작으로 {닥터 M Dr.M}을 만들었다.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이 만들었던 {마부제 박사
Dr.Mabuse(1922, 1961, 1964)}의 현대판을 시도한 것으로서, 알란 베이츠 Alan Bates가 광
기에 찬 마르스펠트 박사 Dr.Marsfeldt역을 맡고 제니퍼 빌스 Jennifer Beals가 죽음을 몰
고 다니는 의문의 여인 역을 연기했다.
캐나다의 저명한 소설가인 마가렛 애트우드 Margaret Atwood의 동명 SF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하녀이야기 The Handmaid's Tale(1990)}는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디스토피아 영화이
다. 환경오염으로 임신능력을 지닌 여성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미국은 전체주의 통제사회가
된 가운데 가임여성들은 국가의 관리와 통제하에 놓인다. 감독인 폴커 슐렌도르프 Volker
Schl ndorff는 1979년에 독일의 작가 귄터 그라스 G nter Grass의 소설 {양철북 The Tin
Drum}을 영화로 만들기도 한 사람이다.
서독에서 만든 {문 44 Moon 44}는 헐리우드 못지않은 박진감과 탄탄한 연출력을 보여준
다. 범죄인들이 수용된 외계 광산에 경찰이 위장 전입하여 수사를 벌인다는 내용으로서, 헬
리콥터를 이용한 추격장면이 일품이다. 롤랜드 에머리히가 감독했다.
{토탈 리콜 Total Recall(1990)}은 과학적 논리성은 엉성하지만 뛰어난 오락활극적 요소
와 그에 못지않은 메시지로 관객과 평론가들에게서 공히 적잖은 관심을 끈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주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액션과 모험, 그리고 컴퓨터그래픽이 제공하는
SFX가 눈요기거리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 identity을 찾아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자신도 모르게 획일적 삶에 매몰되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원래 이 작
품은 미국의 SF작가 필립 K.딕이 1966년에 발표했던 단편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를 원작으로 삼아 만든 것이다.
감독인 폴 베호벤은 {로보캅}으로 명성을 얻은 뒤 이 작품으로 일약 주가를 올렸고, 역시
이 작품에 아놀드의 가짜 아내로 출연한 샤론 스톤 Sharon Stone을 {원초적 본능 Basic
Instinct(1992)}에 다시 출연시켜 요염한 악녀의 이미지를 가진 스타로 만들었다.
Ⅲ. SF와 특수효과
1. SF와 SFX 그리고 FX
우리주변에 늘 들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많은 약어들을 접하지만 거의 대부분 전문적인 용
어에서 쓰이는 것들이다. 편의상 요약하거나 정리되어진 단어들은 그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만 알 수 있다. 영화의 장르도 또한, 알듯 모를 듯 예외가 아닐 수 없다. 영화를 즐기는 관
객 대부분 할리우드의 상업영화에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돈벌이 영화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물론, 그것은 단연코 통쾌스러운 액션물이나 공상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영화기술의 메카. 할리우드에서는 새로운 영화 기술을 사용할 영화로
SF를 많이 선호하였으며, 그래서 그들의 영화 시장은 새로운 기술이 자연스럽게 요구되어고
호기심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제 관객들은 SF 영화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
해하고 엔만큼의 지식도 갖추게 되어있다. SF과학영화(Science Fiction)로 인하여 알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과 대리 체험을 느끼며 상상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다.
(1). SF
과학영화(Science Fiction or Film)는 또한 세부적으로 나누어지기 마련이다. 미래나 과
거로 설정되는 소재는 미래영화(Future Film)라 하여 공상의 세계를 폭 넓게 표현한다. 현
실과 다른 신비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환상영화(Fantagy Film)를 들 수 있다. 우주
개척이나 외계인이 등장하는 우주영화(Space Movie)는 현실(realities)감을 부여하기 위하
여 많은 효과를 올렸다. 공포 영화(Horror Movie)는 심리를 자극하여 특정 피조물의 등장으
로 과학적 접근을 해오고 있다. 그 외 수많은 소재로 등장하는 과학영화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계속적인 유형의 장르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실험의 실수로 생겨난 사건을
표현한다든지 바닷속 새로운 세계,4차원의 가상의 세계, 또는 로봇이 등장하는 소재, 전설
을 표현하는 등등 장르를 나누기 힘든 것까지 거의 과학적 근거에 둔 영화들은 과학영화
(Science Film)로 SF영화라 한다.
(2). SFX
특수효과는 영화의 시각적 만족도를 높여 가며 상당히 발전되어 왔다. 앞으로도 더욱 발
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그야 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분야다. 비록 최첨단적인 방
법과 과거의 원시적인 방법이 섞여 표현하기도 하지만 시각적인 효과는 요즘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 훌륭한 시각효과를 표현 할 수 있었던 것은 고정된 시야의 프레임이기 때문에 가능
했다. 관객은 어떻게 찍었던 사각에 비쳐지는 영상의 빛을 보고 즐기면 된다. 그 현란한 빛
속에서 현실과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SFX 다. SFX는 Special Effects 라는 단
어를 합쳐서 편의상 붙여 발음하다가 생겨난 신조어이다. 물 건너에 있는 코큰(?)사람들은
일상 생활언어 에서 붙여 발음하거나 생략하는 습관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대
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래서 이것을 특수효과 또는 특효라고 우리는 쓴다. SF/X는 각각 전
문 분야로 나누어져 고유의 기술을 갖는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의 긴밀한 유대로 인하여
훌륭한 효과를 창출한다.
(3). FX
특수효과라는 말은 같은데 왜 여러 종류의 문자를 쓸까? 그런 의문은 당연할 것이다. 그
것은 생각하는 범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수효과는 1902년에 멜리어스때부
터 존재해 왔었다. 지금은 100여년에 걸쳐 온 것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일반적이지 않은 특
별 고안된 방법으로 관객에게 놀라움을 주기 위한 기술로 특수효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
어에서 결과, 효과, 느낌을 EFFECT 라 한다. 그것에 S가 붙음으로써 EFFECTS(에펙츠)가 된
다. 복수가 되면서 좀더 넓은 의미로 특별한 효과란 뜻을 갖게 된다. Effect는 어느 한가지
상황을 표현하고 특수효과란 의미가 없지만 Effects는 여러 효과들이 뭉쳐서 의미를 부여하
므로 영상작업의 결과로는 특수한 효과로 보일 수밖에 없다. EFFECTS 라는 단어를 빨리 발
음하거나 붙여 발음하면 에펙스라 발음이 될 것이다. 그것을 다시 알파벳으로 쓰면 FX라는
글자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특수효과의 전문성을 표현하는 단어로 FX를 많이 사용하고 있
으며 SFX는 최첨단이라는 의미의 특수효과로 많이 쓰이는 편이다.
특수효과(Special Effect / SFX)란?
말 그대로 영화를 위한 특수한 효과를 특수효과라고 부르는데 SFX라는 단어 또한 Special
Effects의 줄여진 장난기 있는 이름일 뿐, 사전에도 없고 어원이 밝혀진 적도 없다.
영화의 탄생 이후 영화는 다른 예술 매체보다는 상업적인 목적 아래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최초의 영화를 대했던 관객의 심리는 호기심이었고, 영화는 그 존재만으로도 관객의
호기심 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의 호기심이 몰고 온 기대감
은 더 이상 활동사진이라는 단순한 움직임에는 만족 할 수 없었고 좀 더 새로운 볼거리를
원하게 되었다. 그런 결과로 편집을 이용한 영화가 관객의 잠깐 적인 호기심을 채워 주었지
만, 관객의 바램을 완벽히 충족시키기 위해선 상상을 담아내는 그릇 을 찾을 수밖에 없었
다. 이것이 바로 특수효과 발생의 계기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최초의 특수효과 영화는,
1900년에 멜리에스가 합성화면(superimposition)을 이용해 만든, <고무머리의 사나이>라는
작품이었다. 이중노출을 이용해 머리를 크게 부풀리는 단순한 합성이 그 효시로, 그 이후로
여러 영화와 감독, 그리고 특수효과 종사자들로 인해 영화의 특수효과는 계속적인 발전을
거두었고, 지금까지도 관객들로 하여금 극장 안을 감탄으로 메우게 만들고 있으며, 그 행진
은 관객과 영화가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2.특수효과의 종류
(1). 특수 분장(Special Make-up)
1908년 <지킬박사와 하이드> 이후로 시작된 특수분장은 지금은 장르를 초월해 다양한 영
화에 널리 쓰이고 있는, 영화효과의 고전적인 분야이다. 더 나은 효과를 위한 특수분장사의
모색은 자연히 과거보다 월등한 재료들을 만들어 냈는데, 그런 결과로 과거에 비교해 지금
의 특수분장사 들은 미술적인 재능뿐 아니라 화학재료의 이해 및 그 응용 적인 방법까지도
터득해야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특수분장 재료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변형 물과 보
강제로 나뉘는데, 변형 물이란 신체에 부착시키기 위한 물질을 말하는 것으로 그것을 만들
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 그에 관계되는 대표적인 재료 몇 가지를 소개한다.
고무나무의 가지에서 추출된 흰 빛깔의 액체를 농축하여 만드는 라텍스(latex)라는 탄력성
있는 제품과 바다의 암갈색 해초에서 추출하는 아교성 (gelatinous) 물질인 알긴산(alginic
acid)의 염제로 주로 치과에서 사용하는 알지네이트(alginate), 석고 및 다양한 플라스틱
재료들이 그것이다. 위의 재료를 이용하면 배우가 얼굴에 쓰는, 일명 '데드 마스크(dead
mask)라는 얼굴 본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최종 변형물이며, 보강제란 최종적인 변형물에 그
럴듯한 효과를 가미하기 위한 털이나 스킨용 화학물질, 채색작업 등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
하는 요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취약적 인 곳을 위장하기 위한 하나의 위장도구라고 할
수 있다.
(2). 에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
animation과 electronic의 합성어인 에니메트로닉스는 동작을 만들기 위한 전기/전자 제
어 방법이다. 20세기 초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펙이 '로봇(robot)' 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
고, 그 이후 간단한 제어를 통해 기계를 조작하고자 하는 욕구는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 공
학, 제조 등의 각 방면에 널리 퍼져나갔고, 영화는 그 상상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결정적 단
서를 제공해 주었다.1924년 러시아 작가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원작 소설<앨리타:로봇들의
반란(Aelita:The revolt of the Robots)>이 영화화되면서 로봇의 제어를 할 수 있게 되었는
데, 고작 와이어와 케이블을 수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게 전부였다. 그 후 1933년에 <킹콩>
을 스톱모션(stop-motion)기법에 의해 만들어 낸 이후 다양한 기술의 개발로 스테핑 모터,
서브 모터를 이용한 동작 장치 및 실린더의 솔노레이든벨브 조절로 대형 모형을 간편히 움
직이는 등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최근에는 <트루라이즈>등에서 모션 컨트롤 (Motion
Control System)이라는 방식이 영화에도 적용되었는데, 무거운 해리어기를 간단히 움직이며
정확히 계산된 움직임을 유도해 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점은 장비 측면에서 볼 수 도 있
지만 넓은 의미에 있어 애니메트로닉스의 범주에 속한 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특수 분
장된 조형물 안에 전자회로를 구성시켜 리모트컨트롤(Remote Control)로 튀어나온 입을 움
직인 다든지 하는 여러 방안들이 강구되어 불가능의 영역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3). 컴퓨터그래픽스 (Computer Graphics)
흔히 CG라고 부르는 컴퓨터그래픽의 개념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컴퓨터그래픽이란 컴
퓨터를 사용하여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든 기술을 말한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컴
퓨터그래픽이라는 것이 꼭 현란한 액션물이나 모험물등 에서 등장하는 장면에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보여주기 힘든 부분을 컴퓨터의 지원으로 가능한 작업이라고 이해하
면 될 것이다.<터미네이터2>,<쥬라기공원>,<트루라이즈>,<다이하드3>,<저지드레드>,<브레이
브 하트>등 많은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다. 다이하드에서의 자동차와 맞부
딪히는 브루스 윌리스 , 터미네이터에서 보여지는 액체크롬과 같은 변형구조물이 다양한 형
태로 변하는 것 등을 볼 수 있다. <브레이브하트>, <스타워즈>에서의 대규모 전투씬 등에서
는 많은 엑스트라가 필요한데, 근래에는 디지털로 복제해냄으로써 많은 인원이 사실상 필요
없음을 여러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은 <토이스토리>와 같은 애니메이션 형
태의 작업을 띨 수 있지만, 다른 분야를 접목하여 사용함으로써 응용될 수 있다. 특히, 컴
퓨터그래픽은 영상합성이라는 측면과 같이 이야기되어질 수 있다. 특히, 영화뿐만 아니라
광고와 애니메이션에서도 여러 가지의 형태로 사용되어 진다.
컴퓨터그래픽이 사용된 작업기술로는 오브젝트를 모델링, 텍스쳐링, 렌더링, 그리고 움직임
을 주는 애니메이션 등이 기초적이며, 모핑기술, 시간에 따라 물체의 크기와 위치가 다양하
게 변하는 파티클시스템, 자연의 무질서 형상과 같은 장면을 만들 수 있는 프렉탈 모델링,
Rotoscope장치를 사용하여 운동 상태를 촬영한 필름을 그대로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바꾸
는 Rotoscoping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간단하게 위의 기술들을 언급하자면,
- Modeling/Animation/Rendering
컴퓨터가 기본이 되는 작업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과정이 된다. 앞으로 설명이 이어지
겠지만 영화상에서 사용되는 배경 및 인물, 소품에 대한 제작을 위해서 수치데이터를 이용
하여 형상을 완성(modeling)하는 단계를 포함하며 물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
(animation)은 물체의 특성에 따라서 여러 가지 특성을 넣을 수 있는데, Computer에서 생성
된 모든 애니메이션이 현실감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법칙들,
예를 들어서 물리법칙으로 포함되어져서 만들어져야 하며, 좀더 정확한 동작을 생성하기 위
해서 엄청난 계산 량에 의해서 결과물의 출력 속도가 떨어지므로 이러한 단점을 감안하여
응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나와있으며, 이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이론들이 존재한다. 움직임에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동학(kinematics)과
역학(dynamics)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 중에서 IK(inverse kinematics)로 대표되는 법칙은
원래 로봇 공학(robotics)에서 많이 응용되는 것으로, 관절들로 연결되어진 물체가 움직일
때 기준이 되는 위치에서 물체의 끝을 나타내는 관계를 각도로 구하는 수학적인 방법을 의
미한다. 역학은 움직임의 속도와 가속도가 관계되는 방법으로서 움직임의 속력과 힘을 표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물체의 외형과 움직임에 대한 작업이 끝나면, 빛을 따라서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raytracing)을 이용해서 현실감 있는 장면을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데, 결과물과 합성시에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조명과의
관계를 기록하여 컴퓨터 작업에 활용하여야 한다.
- Metamorphosis-Morphing/Warphing
과거의 형상변형(Metamorphosis)은 특수분장을 이용하여 단계별 촬영을 한 후에 디졸브로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Morphing이나 Warphing은 A에서 A'나 B로의 형상변화를 말한다. 이러
한 작업들을 과거의 방식으로 행하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좌표 값을 변화시킴으로써 다
양하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픽셀수가 많아지는 이러한 작업들은 디지털 영상기술의 압축
기법 등의 발전으로 인 하여 가능하여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터미네이터2>에서 보듯이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액체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면서
동작까지 자유자재로 변하면서 달리기까지 하는, 즉 카메라 이동이나 물체의 회전, 스케일
의 변화 등을 수반하는 3차원 Morphing을 보여주고 있다.
- Particle system
물체의 크기, 위치 등 그 위상이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물체들을 모델링하는 기법
으로 안개나 구름, 불, 담배연기, 나무나 숲, 불꽃, 비나리는 영상 등을 제작하는데 사용한
다. 이 시스템은 2차원의 점이 모여 운동하는 물체가 되는 것으로 입자의 성질, 특히 크기
를 어떻게 설정하는 가에 따라 그 점들이 최종 우리들에게 보여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설정된 입자의 위치변화와 속도, 색깔, 소멸시간 등의 변화규칙에 의해 여러 가지의 형태로
보여질 수 있다. <쥬라기공원> 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일행의 차를 습격하는 순간의 비 내
리는 장면, <다이하드3>에서 터널 속에서 무서운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마치 구름덩어리처
럼 보이는 물결장면 등에서 예를 찾을 수있다.
- Fractal modeling
자연의 무질서 현상과 같은 장면. 즉, 작은 단위를 이용해서 큰 물체를 만드는 방식을 이
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짧은 해안선도 길다란 해변의 풍경을 만들 수 있듯이 비슷한
작은 단위를 반복해서 그림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수학 방정식과 같은 계산 방법
들도 컴퓨터의 기술 에 의하여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 Rotoscoping/Poster effect
Rotoscope장치를 사용하여 운동 상태를 촬영한 필름을 그대로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바
꾸는 작업을 Rotoscoping이라고 한다. 주인공의 이미지를 색의 배치에 의해 부각시키는 것
을 포스터효과라고 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응용할 수 있다. <포카혼타스
>가 그런 예로 들 수 있다.
- Motion Capture Device
연기자(컨셉에 부합되는 사람이나 동물, 관절의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만든 기계 등)가 액
션을 취할 때 각 관절 부위의 3차원 위치 데이터(3D Position Data)를 추출해 가는 장비이
다.
모션 캡쳐(Motion Capture) 할 수 있는 장비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마그네틱
와이어 방식, 둘째 리플렉터 방식, 셋째 푸펫(Puppet)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각각에 대
한 장점 및 단점에 대해서는 계속되는 연재에 다루어질 것이며, 움직임을 원활하고 쉽게 처
리하기 위한 도구로 개발되었다. 지난 SIGGRAPH '97에서도 모션 캡쳐와 애니메이터에 대한
비교에 대한 코스가 있을 정도로 보편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분야로 자리를 잡았다. 모션 캡
쳐에 대한 예로 나이키사 의 광고로 가상 안드레와 마이클 잭슨의 뮤직 비디오를 볼 수 있
었다. 예로써 <터미네이터2>에서 불 속에서 걸어나오는 액체크롬 T_1000을 예로 들 수 있
다. 또 애니마트로닉스와 연관되는 푸펫(Puppet)을 이용하여 스피시즈의 마지막 장면에 대
한 작업도 이루어졌는데 그 외에 많은 예가 있다.
-영상합성
영상합성의 시작은 경제성에서 출발한다. 과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메리포핀스> 등
의 영화에서는 로케이션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손쉬운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매트 페
인팅' 이라는 기법이 쓰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겠다.
최초의 매트 페인팅은 노오만(Norman)이라는 사람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초기의 방법은 대
상물과 카메라 사이에 그림이 그려진 유리판을 넣어 찍는 정도였다. 크게 영상합성 분야의
대표적인 것으로 매트합성을 들 수 있는데 그 종류에 따라 분류하면, 고정 매트와 이동 매
트로 나뉘는데, 우선 고정매트는 다시 '카메라 매트합성'과 '밀착인화 방식의 매트합성'으
로 나뉜다. 다음으로 이동메트에도 여러 기법들이 존재하는데 첫째로 '자기매트 기법'은 대
상물과 배경을 찍기 위해 바이팩 방식의 카메라에 담아내는 기법이며, 둘째로 '색채 기법'
은 우리가 알고있는 블루 스크린과 그린스크린 그리고 엘로우스크린으로 다시 나뉘는데, 합
성에 있어 필름의 색분해를 이용해 자연스런 합성화면을 유도해내는 방법이다. 대상이나 배
경에 따라 세 가지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최근의 <트루라이즈>나<져지드레드>는 그린스
크린을 쓴 색차기법의 좋은 예이다. 셋째로 핸드 드로우 이동매트가 있는데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셀 애니메이션 자체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과 트레싱을 거
쳐 이용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이외에 들 수 있는 이동메트 기법으로 자외선 기법 및
적외선 기법이 있다. 영상 합성 분야는 차후 연재될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
자 대표적인 매트 기법만을 열거해 보았다. 설명만으론 다소 어려우며 이해를 많이 요하는
분야인 만큼, 되도록 알기 쉬운 글과 영화 자료로 다시 찾겠다.
-미니어처(모형제작)
1968년 특수효과에 커다란 획을 그은 작품이 등장하게 되는데, 다름 아닌 스탠리 큐브릭
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히, 모형제작에서는 기존의 작품
들과는 질적으로 차별되는 업적을 이루어내었다. 모형제작은 정교함과 실제성을 중요시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되어진다. 크기의 정도를 따지자면 일반적
으로 미니어처에는 1/24 이하의 것은 잘 쓰지 않는다. 미니어처가 작아지면 고속전문용 촬
영기가 필요하여 뿐 아니라 미니어처 제작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짝하는데 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크기와 똑같은 대형부터 스타워즈의 소형전투기인 Land Speed 처럼 성냥갑 만한 것
등 천차만별이지만, 모형제작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그에 맞는 공식을 가지고 크기를 설정
한 후 제작에 들어가는 게 원칙이다. 보통 실물크기를 카메라로 찍었을 경우 가장 사실 감
을 주며, 기계제어로 움직이는 작은 카메라가 사용된 경우에는 모형의 크기도 그에 따라 작
아진다. 촬영 또한 그 실체 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촬영은 대개가 고속촬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고속 촬영된 필름은 정상속도로 영사하면 느리게 움직이는 모
형의 모습은 일반촬영보다 무게 감이 실리기 때문에 질량의 느낌을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제작에 쓰는 재료로는 주로 FRP와 PVC같은 플라스틱류를 주로 사용하며,
그 외에도 가벼운 금속물질이나 스펀지 같은 재료가 쓰인다. 모형동작에 있어서 과거에는
부분적인 움직임의 촬영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기법인 스톱모션 기법을 주로 썼지만, 최근의
모형 움직임은 리모콘으로 컨트롤되는 모션컨트롤(motion control)기법이 컴퓨터와 병행해
서 쓰여지고 있으며 다른 특수효과와 마찬가지로 보다 사실적이고 동적인 효과를 위해 다양
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공특수효과 (Pyrotechnic)
화공 특수효과는 위험 물질을 다루어야 하는 특성에 따라 신중한 방법이 고려된다.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폭약, 휘발성 가솔린, 총기 등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 시
각 효과용으로 특별히 고안하여 사용하기도 한다.1920년대 초 영화에서 총격씬이 나오는 장
면에선 실제 탄알을 쓰기도 했지만 배우의 안전문제로 총구에 석고가루나 분필가루를 분사
하여 탄알이 발사되는 착시효과를 내었다.1940년대 들어와서 작은 캡슐에 마그네슘 화약을
넣는 스킵(Skip)이라는 것이 고안되어 배우를 향해 총을 발사해도 안전하도록 사용하는 방
법이 활용화 되었다. 때에 따라선 끝이 오그라든 공포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폭파
장면에선 효과맨이 멋진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마그네슘 화약을 땅에 묻고 그 위에 밀가루를
덮어 폭파시킬 때 분사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또, 불꽃화염장면에서는 가솔린을 비닐 팩
에 담아 스킵에 전원을 넣어 폭파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폭파효과를 이용해 미니어처 모형
을 폭파시킨 후 CG로 덧작업을 해서 훨씬 실감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화공효과는 직감이 아니라 정확한 지식과 치밀한 계산 아래 이루어지는 전문
작업이기 때문에 폭발물에 대한 사전 지식과 다룰 수 있는 자격증을 가져야하며, 근래에는
비, 바람, 눈, 스모그 같은 자연적인 현상까지도 다루는 능력이 요구된다.
<특집> 미니어처
미니어쳐미니어처miniature [min(i) t r,-t u r/-nj t ] : n. 1[물건의] 소형모형, 축소물
2.미세화, 세밀 초상화3.미세화법
adj. 소규모의, 소형의
흔히 미니어처 또는 미니어츄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지만, 유독
영화에서는 축소 자체의 이미지보다는 실제 크기의 이미지를 대신하여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에 그 차이점이 있다. 당연히 그런 시도와 더불어 다양한 기법들이 그에 추가되는데 조명
이나 안개 효과 등의 장식적 기법과 특수 카메라를 이용해 프레임의 속도를 늘리는 기능적
기법으로 양분되어 설명할 수 있다.
장식적 기법이란, 미니어처가 가진 궁극적인 목적 즉, 축소된 모형을 실제의 것으로 인식
하게끔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조명은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로 모형의 질감과 입
체감을 나타내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조명 외에 주로 쓰이는 것으로는
연기효과인데 간단한 예로, 'Cloud Tank'라는 것이 있는데 이 것은 거대한 상자 속에 특수
고안된 연기를 발생시킨 후 조명을 함께 이용해 교묘히 구름효과를 내는 것이다. 영화 <탑
건 TopGun>에서 마하로 나는 팬텀기를 자유자재의 카메라 워크로 담아냈던 것도 실은 그 대
부분을 이 상자에서 축소된 모형을 직접 손으로 움직여 특수 카메라로 담아냈던 것이다. 이
외에 박물관 복도를 온몸에 불을 붙인 채 무섭게 질주하던 괴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레
릭>의 효과는 아이러니 하게도 물 속에서 촬영되었는데, 큰 유리 어항에 물을 채우고 드라
이 아이스 같은 화학물질을 모형에 삽입하면 물과 접촉을 하면서 불의 모양과 흡사한 희석
작 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움직임을 필름에 담은 후 간단한 그래픽 작업을 거쳐 불에 휩
싸인 괴물의 모습을 실제 불 속에서 태우지 않고도 쉽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
한, 그.럴.싸. 한. 효과를 위해서 말이다.
기능적 기법의 주된 목적 또한 장식적 기법과 마찬가지로 실제처럼 보이기 위한 것에 있
다. 기능적 기법에 사용되는 기술로 대표되는 것은 프레임 수에 제한을 가해 영상에 대한
관객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쉽게 말해, 고속 촬영용 전문카메라를 이용해 모
형의 운동성을 담는데 있어서 중량감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축소모형은 실제와 비교해 크기 뿐 아니라 무게 또한 다르기 때문에 대기에서의
움직임 또한 중력과 기압의 지배를 받는 것에서 실제와는 차이를 가진다. 대기의 중력을 바
꿀 수만 있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이지만 제작가가 뉴튼 이상의 물리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다른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자구책이 바로 촬영시 프레임 수를 늘려 실제만큼의
중량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흔히 슬로우 모션이라 불리는- 프레임 수를 늘리게 되면, 평균 프레임보다
더 무거운 중량감을 갖게 되는데 관객들은 이것을 프레임에 담긴 대상물의 무게감으로 인지
하게 된다. 또 다른 기능적 기법은 카메라 앵글의 변화로, 광각렌즈를 사용해 실제보다 훨
씬 거대해 보이는 효과를 이루어낸다. 좋은 예로 팀 버튼의 <배트맨 BatMan>을 보면 거대한
고담시의 미니어처에 어둡고 웅장한 이미지를 담기 위해 조명과 카메라 위치를 앙각으로 잡
고 앵글은 광각으로 설정해 실제 미니어처보다 훨씬 거대하고 높게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것
들은 어디까지나 미니어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주변환경의 설정일 뿐이며 실제 미니
어처를 제작하는 것은 오히려 재료나 상대적 축적, 가공기법(레이저 커팅/핀 라우팅 기법/
스텐다드 기법) 같은 미술과 공학적인 면이 훨씬 강하다. 이런 것들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
은 이 글의 취지상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미니어츄어의 쓰임에 따른 몇 가지 방식을 통해
영화 속 미니어츄어 사용을 알아보기로 한다. 그 속에서 CG와 함께 사용된 예를 찾아보기도
할 것이다.
정적 방식 (고전적 방식)
우선 초창기 영화에서 그 출발점을 찾아보면 데이빗 W 그리피스의 <인톨러런스
Intolerance> 가 있는데 지금 그 당시의 세트 규모를 봐도 가히 놀랄만한 장관이다. 그리피
스는 무성영화 시대 에 스펙터클한 영화를 제작한 거장감독의 한 명이지만, 막대한 제작비
를 들인 인톨러런스가 흥행 을 거두지 못하자 채플린에게 구걸까지 하다 비참한 삶을 마감
한다. 만약 그 당시에 지금의 기술 이 있었다면 인톨러런스는 막대한 세트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제작을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의 영화 중 그런 제작 방식을 가진 대표적 영화
가 <배트맨>시리즈와 <허드서커 대리인 The Hudsucker Proxy>이다. 그 둘은 각각 고담과 뉴
욕이라는 도시를 표현하는데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실제 한 명의 미니어츄어 슈퍼바이저
가 각각 참가했다.) 이 영화에서 제작된 미니어처 의 크기는 20미터가 넘어간다. 실제의 크
기가 그의 몇 십배 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그리피스의 참패는 면한 셈이다.
혹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한 35미터 정도로 하면 더 쉽지 않을까요?"
그건 카메라의 초점심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으며, 보통 미니어처를 사용할 때 1/24 이하의 규격을 사용하게 되면 실제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크기에 따라 미니어처 또한 거대화되는 게 보편적이다. 이러한 제작방식은 CG
기법이 활성화된 요즘도 계속 사용되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실감을 이루어내는 것에 있
다.
동적 방식 (근대적 방식)
동적인 방식이라 굳이 명명한 것은 미니어처가 움직임을 갖게된 것을 주목시키기 위해서
이다. 이것은 건물보다는 자체의 고유한 동작을 가진 물체를 그 대상으로 삼는데, 우주선,
비행기, 괴물 등의 쉽게 접할 수 없는 대상물이나 제작비의 절감을 위한 폭파신에서 주로
사용되어지는 물체를 소형화 시키는게 일반적이다. 역시 특수효과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큐브릭은 <2001:A Space Odyssey>에서 놀랄만한 미니어처 기술을 보여주는데,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은; 원래 이 작품은 원작이 따로 없는 상태에서 큐브릭이 SF문단의 거
장인 아서 C 클ㄹ을 찾아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할 것을 제안하였고 그에 고무되어 클ㄹ
은 영화개봉 후에 같은 내용의 동명소설을 발표했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아톰><밀림
의 왕자 레오>로 우리에게 알려진 일본의 만화가 오자와 데사무에게 큐브릭이 이 영화의 프
로덕션 디자인을 맡아주길 원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이 영화에 쓰인 다양한 미니어처들이 대단히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가지고 우주공
간 을 선두 주자로 누비자, 마치 땅 투기라도 하듯 <StarWars>의 제국전함(imperial star
destroyer) 도<StarTrack>의 엔터프라이즈호도 뒤늦게 우주를 독점하기 시작했다. 더 빨라
진 속도로 말이다.
<콘 에어ConAir>의 거대한 수송기가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간판을 부순다면 그 견적은 얼마
가 나올까? 영화의 제작단계에서 각 미니어처 프로덕션에 사용될 모형을 주문하게 되는데
이 영화의 수송기와 라스베가스 카지노 간판모형은 각각 다른 곳에서 제작되어 촬영장에 모
이게 된다. 물론 동일한 축소규격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간판은 눈에 띄지 않게 절단하고
그곳에 스파크가 일어나 게 장치를 가한 뒤 케이블로 메어있는 수송기를 아래로 보내게 되
면 고속 촬영한 필름의 결과는 실제의 수송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보여주게 된다.
합성 방식 (현대적 방식)
CG가 가미된 혹은 CG만으로 제작되는 미니어처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미니어처 기법이
되어 버렸다. 최근의 다양한 영화에서 사용되는 CG를 이용한 미니어처의 예를 들어보자.
<배트맨과 로빈 BatMan & Robin>은 예측 시뮬레이션(Previsualization)이라는 기법을 사전
에 이용해 영화를 만들어냈는데, 이 예측 시뮬레이션이란 영화의 제작 시에 미리 컴퓨터를
이용해서 모든 과정을 CG로 사전 제작하는 것으로, 미니어처에 있어선 그 치수와 위치를 적
용시켜 적절한 지 살펴보고 그 결과에 따라 더 좋은 카메라 구도와 정확한 크기를 얻어내
결과적으로 실제적 기간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담시의 높은 건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실제 미니어처와 CG를 합성하는 기술을 보이는데,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건물의 높이에는
제한이 따르기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그 제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니어처 세트에 CG
로 만든 3D건물을 보충시켜 구상 에 두었던 높이를 이룩할 수 있었다.
<스피드2 Speed2>에선 한 가지 유람선을 위해 세 가지 각기 다른 버전의 배를 사용했는데,
뱃머리 부분만을 만든 것과 전체적인 배의 크기를 축소한 것 그리고, ILM이 CG로 제작한 디
지털 배가 그것이다. 이 배들은 각각 다양한 장면을 위해 가능하게 되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속도를 줄이며 항구도시를 부수는 장면에서 세 가지의 다른 포맷의 촬영이 함께 이
루어진다.
제작방법은, 우선 도시를 관통하게 레일을 설치하고 그 예정된 경로로 미니어처 배를 끌
어당긴 다. 가까운 접사를 촬영할 때는 뱃머리만을 화면상에서 보여주게 되는데 실제로도
뱃머리 부분만 을 제작해 촬영을 한 것이다. 하지만 CG는 어디에 쓰였을까? 그것은 여간해
선 찾기가 힘이 든다. 필자도 몇 번을 반복해 영상을 봐야했는데 그 원인은 교묘한 편집에
있었다. 하지만 도시의 건물을 부수고 진입한 배의 전체 모습을 부감으로 잡는 장면에서 CG
와 실사의 합성 장면이 만들어지는데 뱃머리는 실제 미니어츄어를 사용하고 전체 배의 90%
가 되는 뒷부분은 CG를 이용해 제작되어진 것이다.
이 CG로 만든 배는 너무나 정교해서 모델러 전체의 모습뿐 아니라 창문에 비치는 정교한
반사광과 심지어 소화전의 경고단추와 경고문을 그려 넣을 정도의 노력이 담겨졌는데 이런
정교한 세부묘사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전체 배를 render함에 있어 높은 quality를 보장
해 주어야한다. 스피드에서는 Renderman이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디지털 배를 제작하였는
데 이 제작을 맡은 ILM도 CG와 실사의 합성에서는 여간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
다. 배와 카 메라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ILM은 배뿐만이 아니라 바닷물과 물보라, 거품, 화염, 연기 등도 CG로 만들었는데
Dynamation 의Particle System과 함께 Renderman을 사용했다. 이미 <트위스터 Twister>에서
다이나메이션 의 기술을 익힌 ILM은 바닷물의 render하기 위해 두 가지의 프로그램을 이용
했다.
<콘에어>에선 좀 더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CG를 사용하곤 했다. 특히
C-123기 의 엔진이 손상되면서 뻗어 나오는 연기는 여러 문제점들을 야기하면서도 효과를
냈던 부분이 다. 그러나 실제 비행기가 만들어낸 어떤 샷은 꼬리를 길게 끄는 연기를 얻어
내지 못해서 David Wainstain이 Power Animator의 파티클 시스템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며,
효과를 위해 일반적인 파 티클 에미터를 사용했다. 파티클 시스템으로 만들 때 일어나는 문
제점 중의 하나가 입자들이 때 때로 군집상태를 벗어나려고 하고, 마치 목화뭉치처럼 끝나
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Alias/ Wavefront의 각 파티클이 다른 것에 대한 상대적인 위
치를 계산해내는 '디퓨전(Diffusion)'이라는 함수를 사용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냈다.
중요한 점은 기존의 툴이 지닌 파티클시스템이 완벽 히 그 기능을 대체해 낼 수 없다는 점
이다. 파티클시스템이 사용되는 그 환경과 경우에 따라 그 대로 툴을 이용할 수 있고, 어떤
경우는 더 힘들게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 주지할 점이 라고 본다.
또 다른 장면에서도 영상합성장면을 언급할 수 있다. C-123이 코브라 헬리콥터에 의해 가로
막히고 불이나게 될 때에 큰 손상을 입는 장면에서 비행기를 쫓아내는 배우들의 클로즈 샷
을 효과적으로 잡아내기 위해 실제 코브라 헬리콥터가 40*80피트의 블루 스크린(Blue
screen) 앞에 크레인 에 의지하여 촬영하였다. 그리고 2차원의 사진이 Computer Film
Company로 옮겨져 사막 속의 배경으로 합성되었다.
콘에어의 시퀀스를 통해 많은 부분의 C-123 비행기의 비행필름 장면을 얻어냈으나, Dream
Quest의 미니어처 샵은 다양한 복사를 제공했다는 점도 언급 할 만 하다. Mike Stuart가 말
하기를 모션 컨트롤 시스템에 대해서 15분의 1로 축소된 C-123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것은
7피트의 날개길이를 지닌 것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스미스소니언에서 얻어낸 도면과 군사잡
지에서 관련된 사진들을 얻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자료들이 그들의 모델을 만들어내
기에 충분한 정보가 되지는 못했다. 결국 몇 년이 지나 필름에서 사용된 비행기는 여기저기
에 조금씩 수정되었다. 그런 미묘한 차이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제5원소>의 예를 들어보자. 그림1은 뉴욕의 설정샷이다. 이것은 Kevin Mack과 Wayne
Haag 에 의한 디지털 매트 페인팅이 사용되었다. 그것은 육지로 둘러싸인 자유의 여신상,
혼잡한 우주 공항, 그리고 알아볼 수는 있으나 크게 변한 맨해튼의 지평선이 드러나 보인
다. 코믹 일러스트레이터 쟝 끌로드 메지에르(Jean-Claude Mezieres)의 미술제작에 기초한
씬이 반영된 장면이다.
영화의 도시의 또 다른 넓은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Thai chef는 브룩클린 이웃들을 통해
그의 가정용 운반 부엌(간이식당)을 항해하면서 보여지고 있다. 풀 사이즈 크기의 세트로
촬영된 나는 간이식당은 동선에 배치되어 있고, 수동으로 지주축선상으로 회전하고 있다.
그리고 유도된 회전 성 데이터는 시각효과팀이 전경과 투사도의 기평면으로 미니어처를 지
나가도록 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디지털 매트 페인팅 배경으로도 가능하게 했음
을 알 수 있다.
또 Niels Nielsen의 감독하에 만들어진 광대한 미니어처를 통해 현실화된 맨해튼 거리 신
이다. 미니어처 제작자들이 디지털도메인(Digital Domain) 무대에서 모션 컨트롤 촬영을 위
한 준비로써 고층건물을 마치 뉴욕건물의 패턴처럼 자세히 최종적인 손질을 하고 있다.
개퍼 George Ball이 도시 세트에서 작업중이다. 미니어처로 건설된 도시의 지하층 부분
을 보여주고 있다. 미니어처 제작자와 무대담당 은 도시의 낮은 지역으로 택시들이 내려오
는 신을 찍기 위해 23세기 지하의 차들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가 Tannia Montero가 지하세
트중의 하나를 손질하는 것을 끝마치는데 몰두하고 있다.
Leeloo(Milla Jovovich)가 조심스럽게 건물 턱을 걸어오는 장면이다. Leeloo가 서있는
전경은 세트로써 미니어처 구성으로 되어있고, 뒷배경은 매트페인팅 기법으로 처리되었다.
배경의 도시의 거주자들은 그린스크린보다는 비디오테입상에 저장된 인물로써 사이즈를 줄
이고 샷안으로 삽입되었다는 것이 조금 특이한 점이다.
경찰들과 보호경계병으로부터 코너에 몰린 Leeloo가 공중 교통의 가로지르는 형태의
층을 통해 건물턱으로부터 아래로 급강하 다이빙하는 장면이다.
앞의 그림처럼 하강의 첫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그린스크린 상황에서 높은 세트로부터
20피트의 에어백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맨인불랙>을 예로 들어 단순한 기술적인 언급보다는 CG작업으로 결정하여 실행으로 옮기
는데 어떠한 고민들을 했는지 이야기를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Redgick 시퀀스의 경우
CG와 영화촬영 사이의 연결에 관한 좋은 예라고 John Berton감독이 이야기한다. 전경에서
Kay가 Redgick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배경에서 주변에 도마뱀 같은 창조물이 붙잡히고 때려
눕히는 것을 윌 스미스(Will smith)에게 영화 스크랩에서는 나와있었다. 그래서 감독에게
있어서 첫 질문은 "어떻게 우리가 그것을 하느냐?"였다. 윌 스미스의 모든 CG복제를 만들어
내든지(왜냐하면 좀 더 안정적이고 제어를 할 수 있게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아니면 블루
스크린으로 합성하는 선택에 서게 된 것이다. Glenn sylvester는 배경에 초점이 나간 채로,
전경에 CG대역 캐릭터로 윌과 촉수의 움직임을 주었다. 이것 때문에 Barry에게 갔다. Barry
는 실제로 배경이 아웃포커스를 원하지 않았다. Barry는 윌과 촉수 사이에 모든 풀 액션을
원했다. 그것들은 감독과 스텝들에게 어렵게 했다. 왜냐하면 그들도 CG의 윌 스미스를 가져
올 수 있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블루 스크린 앞에 철사 장비를 사용해
담기로 결정했다. 좀 더 어려운 부분은 CG대역으로 채우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막상 영화로 보았을 때, 굉장한 물리적 배우 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그들은 블루 스
크린에서 그가 신을 연기하기를 원했다. 결국, 이러한 소망대로 블루 스크린 촬영동안 인형
조작자의 힘을 빌리게 되었고, 원하던 장면을 위해 합성하게 된 것이다.
<타이타닉>의 경우를 들어보자. 타이타닉의 인기에 의해서 그 제작 과정 또한 여기저기에
많이 다루어졌다. 제작 과정 중에서 대부분이 모형의 제작과 영상 합성에 의해 이루어졌는
데, 여기 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한 모션 캡쳐도 한몫 하게 된다.
타이타닉은 제임스 카메론이 실제 타이타닉의 수중촬영장면부터 시작된다. 12번의 잠수와
1.1 백만 파운드의 수압을 이겨낼 수 있는 특수장비를 이용해서 내부 전경을 찍게되고, 그
장면은 1/20로 축소하여 침몰된 타이타닉의 모형을 만들고서 녹슨 타이타닉과 해저의 바닥
을 표현하고 찍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이 모형을 2.43m상에 거꾸로 매달고, 1/20로 축소한
잠수정을 만들어서, 물론 이것도 뒤집어서 모션 컨트롤러에 부착하고 침몰된 타이타닉을 따
라 움직이도록 조정하게 된다.
적절한 조명을 사용하고 연기를 가미한 장면을 촬영하고 수중 장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서 부유물도 가미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영상합성 담당자는 다른 두 위치에서 촬영된 촬영물
과 네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이용해서, 입자와 색이 전체 신에서 이질감을 주지 않고 실제
촬영한 장면과의 조화를 위해서 이미지를 처리한다. 앞으로 계속 설명이 되겠지만 모형의
제작과 영상합성은 실제 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두 기법의 조화로운 사용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배의 모형 제작에 관한 이야기인데, 타이타닉이 아주 다양한 배율로 축
소되어 만들어 져서 사용되었는데 25피트의 모델을 만들어서 실제 장면과의 테스트로 했으
며 1/20의 축소 모형 의 타이타닉을 만들어서 원상태의 배의 모형을 촬영하게 된다. 이 축
소 모형은 원래 설계도에 근거해서 옛날 모형 그대로를 재현하는데 애를 쓰고 50여명의 모
델 제작자들에 의해서 갑판의 제작과 세밀한 부분의 표현에 참여하게 된다. 한 예로 44피트
짜리 모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5개월 이 걸렸다.
이제 타이타닉에서 모형과 영상합성의 내용을 다루게 되는데 대작을 만들기 위한 세심함
과 새로운 기술에 놀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작업은 1-2년 전에 타이타닉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기술이다.
우선 영상합성을 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사용된 두 가지 기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
다. 그 첫째가 그린 스크린을 이용한 모션컨트롤이며, 또한 가지가 모션 캡쳐(capture) 데
이터를 활용 한 방법을 들 수 있다. 그린 스크린을 이용함으로 해서 나중에 초록색에 해당
하는 비트를 제거하고 모션 컨트롤에 의해서 원하는 동작을 수없이 똑같이 반복함으로써 실
사와 일치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모션 캡쳐 시스템은 기존의 2D 이미지의 합성과는 달
리 모션을 연기하는 연기자에 그 시대의 의상을 입히고 더 많은 마커를 달고서 데이터를 추
출하여 영화의 요소에 사용된다. 모션 캡쳐는 갑판을 산책하는 수백 명의 승객을 표현하는
데 귀중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고 어머니가 이이를 안아 올리는 장면은 감동을 주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위 방법들이 미니어처와 어떻게 합성이 이루어지는지를 보자. 첫
번째로 타이타닉의 처녀 출항 장면에서 보여지는 것들이다. 타이타닉의 모형촬영과 함께 후
반 작업에서 출렁이는 물의 표현,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그리고 새들의 표현들이 가미되
며, 모션 캡쳐와 그린 스크린 상에서 촬영된 승객의 배치, 스틸사진으로부터 추출된 이미지
와 그린 스크린상의군중의 복제로 이루어지는 장면이다.(그림12 참조)
그러한 또 다른 예로 일등 항해사와 선장이 선교에서 타이타닉의 갑판을 내려다보는 장면
또한 모형과 모션 캡쳐에 의해 생성된 사람들의 배치로 이루어진 장면이다. 모션 컨트롤이
가미되어진 장면으로 아주 정성 들여 만든 장면으로 Jack Dawson과 Fabrizio De Rossi가 뱃
머리에 서있는 장면으로 시작되면서 카메라가 두 인물을 비추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나아가
는 웅장한 타이타닉의 앞 갑판과 선교를 지나서 갑판전체를 롱 샷으로 잡는 장면은 모션 컨
트롤 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그린 스크린의 배경으로 촬영하여 배의 움직임과 일치시키면
서 합성하게 되며 카메라가 멀어지면서 애니메이터와 디지털 합성자는 진짜 배우의 모습과
컴퓨터에 생성된 배우 사이를 모핑하여 처리하고 컴퓨터로 생성한 선원과 승객의 배치로 이
루어졌다. Jack과 Rose가 배의 선두에서 키스하는 장면 역시 그린 스크린과 모션 컨트롤이
사용되었으며, 두 연인의 키스장면이 과거에서 현대의 장면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장면은
자연스러운 전환을 위해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와 모형의 동작이 매 프레임마다 정렬되고 일
치되게 촬영이 이루어져야 하며, 디지털 아티스트에 의해서 서서히 변환을 이루어 처리한
다.
타이타닉이 두 동강이가 나서 침몰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처음에 이야기한 모형 외
에 실제 물에서 상당히 큰 모형을 직접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실제 크기의 1/6이나 1/4로 축
소된 모형을 물에 띄어서 사용할 만한 탱크가 없어서 디지털도메인에 의해서 액션의 사막지
역에 탱크를 건설하였다. 탱크 이외에 각 부분의 모형도 만들어졌다. 선교에서 뱃머리까지
1/6로 축소된 모형, 배의 중간부터 배 첫 부분까지 1/8로 축소된 모형으로 이 모형은 두동
강이 날 부분을 포함한다. 1/4로 축소된 굴뚝을 만들어서 물 속으로 넘어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이 모든 모형들은 구조적 내구성과 정확성에 신경을 집중하여 만들어졌
다.
각각의 모형들을 제작하고 제작한 모형들을 접합하게 된다. 경첩을 다는 것 같이 일단 부
서질 배의 중간 부분을 연결하고서 수압 핀을 활성화하여 백 두동강이 나는 장면을 찍는데
두동강이가 나는 장면에서는 상당량의 수증기와 불꽃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 또 한번의
작업을 통해서 배선을 연결하고 불꽃이 일어나도록(그림15 참조) 촬영한다. 두 촬영장면은
여러 대의 카메라에 녹화를 하고 그 장면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장면을 활용하게 된다. 배가
두동강이가 나서 배의 앞부분은 물 속으로 침몰하고 배의 끝부분이 몰 밖으로 나오게 되고
거대한 프로펠러도 나오게 된다. 1/8로 축소된 모형에 기중기 장치를 달고 배의 뒷부분이
들어 올려져서 기울어진다. 그림에서는 조난자와 구조보트들은 멕시코에 있는 실내 탱크에
서 촬영된 장면과 합성된 장면이다. 부서지는 선상에서도 컴퓨터에서 만든 사람을 이용해서
카메론은 모형으로 찍는 장면에서 클로즈업을 할 수 있었는데 기존에 이러한 장면 멀리서만
가능한 장면이었다.
배가 갈라지는 부분은 모델만을 이용한 촬영만으로 자세한 표현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따라서 세심한 표현을 위해서 사진작업과 디지털 작업으로 갈라지는 부분과 조난자, 멀리
보이는 별빛들을 표현한다.
두 부분으로 완전히 동강이 나고 후미 부분이 완전히 올라가서 수직으로 서게되고 물 속
으로 급격히 들어가는 장면에서 1/8로 축소된 모형을 액션탱크에서 기중기를 이용하여 매달
아 놓고 활용을 한다. 선미에 사람들이 모이고 Rose는 Jack의 도움을 받아서 후미의 난간에
올라타는 장면에서 Rose와 Jack의 클로즈업장면은 Rosarito studio의 그린 스크린 상에서
촬영되었다. 그 밑의 장면들은 스턴트맨과 더 많은 디지털 사람으로 갑판상의 사진들을 구
성하고 합성한다. 또 침몰하는 모형은 거품을 일으키는 기계와 공기 모터를 이용해서 탱크
의 표면에 물거품 을 일으키도록 방출된다
또한 이 장면에서 1/8로 축소한 모형을 가지고서 침몰장면을 나타낼 수 있길 바랬지만
Jack과 Rose 향해 물이 솟아오르는 장면을 실험 삼아서 해 본 결과 비율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4로 축소한 모형에서 다시 촬영하게 되었다. 그림20은 주인공을 대신한 스턴트맨
을 촬영한 장면을 컴퓨터로 주인공 얼굴로 다시 합성한 장면이다.
맺으면서
CG와 미니어처가 어떠한 형태로 접목되어 영화 속에서 사용되었는지를 알아보았다. 또한
모션컨트롤 기법과 캡쳐기법, 매트 페인팅등의 고전적 기법에서부터 타이타닉에서 사용한
방법에 이르기까지의 영상합성의 적용을 알아보았다. 아직까지도 현란한 기법의 과다한 사
용보다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하더라도 영화 안에 얼마나 적절하게 사용하고, 효과적으로 녹
여내는지가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다음호에서는 CG가 어떻게 영화의 제작현장의 과정 속에
서 참여되고 토론이 되어 결과물로까지 나오게 되는지 그 흐름을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호
에 만나기를 기대하며......
<디지털, 컴퓨터 애니메이션 그리고 자연의 미학>
20세기를 마지막 몇 개월 남겨놓은 지금 드디어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데에 누구나 의견을 같이 한다.팬들은 애니메이션이 새 천년을 대표하는 예술형식이라고 믿
는다. 가장 회의적인 반대론자 조차도 컴퓨터 그래픽(CG)이 유행처럼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증거를 찾는다. 완전 컴퓨터로 제작한 3편의 작품이 박스오피스에 올
랐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Toy Story,1995)와 '벅스라이프'(Bug's Life,1998), 그리고 PDI
의 '개미'(Antz.1998). 이 외에도 CG 작품이 몇 가지 더 제작 중이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단편 두 작품이 아카데미 최고 애니메이션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
'(1998)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바니'(Bunny,1998). 최초의 디지털 오페라인 클레이셔
발작의 'Monsters of Grace'(1999)는 주요 공연예술무대를 순회하고 비평가의 칭송을 받았
다. '타이타닉'과 'Phantom Menace'같은 영화에서도 특수효과상과 대중의 관심은 계속 CG효
과에 쏠렸다. 학교와 대학에서는 디지털 아트 전공학과가 신설되고 있다. 실시간 애니메이
션으로 가득찬 컴퓨터게임은 이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짧은 몇 십 년
사이에 새로운 예술형식이 하찮은 픽셀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슈퍼스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몇 가지 어려운 질문에는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특수효과가 금
전적인 성공이라는 주장과 새로운 예술형식이라는 주장이 그 것이다.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
직을 맡을 자질이 있는지 결정하기 전에 우선 그에게 부끄러운 비밀이 없는지 조사하는 것
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군사목적으로 시작한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정말 예술이라 부를 만
큼 되었는가? 또는 예술에 대한 예전의 관념이 이제 더 이상 존중되지도 않고 아무 것도 아
니라고 치부할 만큼 그렇게 세상이 변했는가? 웹을 드나들거나 인터넷 주식시장에서 도박을
하는 것조차 오늘날에는 예술이라 할만한 자격이 있는가? 만일 CG효과가 완전한 예술형식을
구성한다면 이 분야는 어째서 정통방식으로 교육받은 애니메이터들을 그렇게 찾는가? 결국
컴퓨터 생성 화상의 형식적 미학이란 무엇인가? 이 마지막 질문에 우리의 주제가 될 것이나
그 전에 우선 다른 점들을 짚어보기로 하겠다.1980년대 말에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가 갑
자기 대규모로 구축이 되어 예술계 학문기관들이 최초로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
다른 예술매체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컴퓨터 그래픽이 할 수 있겠는가?" 라고 물었다. 이 질
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CG는 영화나 사진같이 이미 정립된 예술형식 속에 나란히 들 수 있
을 것이다. 그 시절에 예술계와 예술역사에서의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란 자기권리를 위해 투
쟁하던 여성 참정권자와 같은 입장이었다.(미국에서 여성의 권리는 아직도 완전히 쟁취되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 사람들은 단지 기존 예술부문에 컴퓨터가 부가적인 요소로 더해져서
21세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컴퓨터 예술 활동가들은 독립적인 컴퓨터예술
부문을 설립하고 별도의 예산을 따내고자 싸웠다. 우리는 CG의 독자성이 무엇인지 설명하려
고 하였으나 컴퓨터 생성 화상이 자꾸 다른 예술형식에(그리고 과학, 특히 프로그래밍에)
흡수돼 사라졌기 때문에 이 질문에 답하기가 불가능했다.CG연합회는 절망스러울 정도로 이
해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컴퓨터예술이 독자적으로서야 하긴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기에는 너무 일렀다. 어떤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차별화 시
켜야 한다는 점은 이전부터 새로운 예술분야가 늘 겪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만 보더라
도 그렇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세트 앞에 설치하고 배우들이 자기차례가 되면 들어왔다 나
갔다 하면서 찍었다. 초기 영화는 자신만의 두드러진 미학 요소는 없이 그저 연극무대를 녹
화한 것이 불과했다. 그러나 머지 않아 사람들은 카메라를 움직일 수 있음을 발견했다. 영
화는 곧 클로즈업, 팬(카메라이동), 달리(이동식 카메라대), 줌, 스크린플레이(영화대본),
야외촬영 같은 자기만의 언어를 발전 시켰고 자기역사와 박스오피스, 영화비평가, 영화팬을
갖게 되었다. 컴퓨터예술도 언젠가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그 얄미운 CG가
다른 예술까지 완전히 망쳐놓았다고 말한다. 사실 이 사람들은 컴퓨터가 건드리는 것은 전
부 엉망이 된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그래픽 디자인과 책상에서 이루어지는 인
쇄혁명을 생각해 보라. 컴퓨터가 순식간에 만드는 로고들이 등장하자 기존의 활판인쇄 개념
은 전부 사라졌다. 디지털이 쏟아내는 새로운 인쇄폰트의 쇄도로 활판인쇄의 형태와 아름다
운 활자체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이 무너졌다. 그러면 종이는 어떻게 됐나? www와 전자상거
래가 나무를 베어낼 필요성을 종식시켰다. 책과 신문은 이제 그만. 손에는 마우스(또는 채
널조절기)만 있으면 된다. 종이에서 잉크까지 인쇄와 관련된 모든 예술은 컴퓨터와 깜박거
리는 TV수상기 같은 스크린에 의해 멸망할 것으로 보였다. 만일, 컴퓨터를 두려워한다면 인
쇄는 비주얼에 대한 컴퓨터의 악영향 중 한 예일 뿐이었다. 비슷한 현상이 영화에도 일어났
다. 보다 현실적인 3D 모델링, 렌더링, 물리적 바탕의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컴
퓨터 애니메이션 장면들이 특수효과의 바다에 커다란 자취를 남기게 되었다. 영화'어비스'
에 나오는 물고기 비슷한 연체동물이 촬영상의 속임수라거나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티라노
사우루스 렉스를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모형이라고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구식 수공
모형제작업자들은 대부분 CG에 자기 일을 뺏길까 두려워했다. 안됐지만 그렇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점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군사목적의 뿌리를 이미 오래 전에 완전히 탈피했
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미 확립되어 있던 정통 예술형식을 대체하고 심각하게 위협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분명히 그 자체만으로 예술형식으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것은 그렇다 치
고 그러면 끝은 어디인가? 금세기의 가장 저급한 예술형태 즉 진부한 TV광고조차 컴퓨터 그
래픽 덕분에 웹에 배너로 재탄생하고 있다. CG가 침투하거나 영원히 바꾸지 못할 비주얼 분
야가 있을까? CG옹호자들은 "영상을 만들면서 어떤 예술형태에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단언할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CG는 의심할 여지없이 독자적인 매체일 뿐이다. 그 것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보라. 픽셀(Pixel), 스플라인(splines), 계수
(coefficients), IK(inverse kinematics), 텍스처맵(texture map)은 어떻게 되는가? 그러나
CG를 자기만의 위상을 가진 독립체로 분류하고 정의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비록, CG가 카
멜레온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픽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컴퓨터가 문제다. 컴퓨
터는 다목적용 기계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예술의 특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아마 어떤 업무든 컴퓨터를 통하면 더 잘 되고 더 넓어질 수 있다. 마
치 회로판이 세탁기부터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집안 구석구석 모든 가정용품에 파고든 것처
럼 그렇게 CG라는 균은 모든 비주얼 예술형태에 감염되어 왔다. CG가 아직 침투하지 못한
사진예술같은 분야는 소멸지경에 있다는 점이 하나의 슬픈 진실이다. 또하나의 진실은 CG를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CG가 예술인지 아닌지 누가 정말 관심을 갖겠는가? 필자
야 관심이 있다. 또 관심 있어하는 CG분야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아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왜? 예술은 제국이 멸망해도 남기 때문이다. 예술은 한 민
족과 한 시대의 역사를 말해주는 유일한 것일 수도 있다. 예술은 한 문명의 가장 심오한 믿
음을 구현시킨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조상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동굴시대 사람들과 그들
이 동물을 사냥하여 먹고살던 생활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비록 예술이 사랑만큼이나 정의하
기 어려운 것이기는 해도 최소한 예술은 흔하지 않고 심오하고 영속적이라는 것에는 우리가
의견을 같이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예술은 평범한 것과 구별되며 많은 테스트를 거
쳐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림에도 불구하고 전혀 새로운 예술형태를 시작하기가 그렇게 어려
운 이유가 설명된다.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는 우리 시대와 문화를 견디고 살아남을 것인
가? 만일 현재에서 한 발 물러나 아주 먼 별에서 내려다본다면 지구상의 사람들이 지금 무
엇을 하고 있고 그것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어떻게 동화되어 가는지 알 수 있을 것이
다. 국경이 그려졌다 지워졌다 하는 것, 건축양식과 제국이 흥망성쇠 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콘택트"가 그토록 아름답게 묘사했듯이 화상과 음성의 낮선 네트워크가 저
바깥 우주까지 뻗어나가는 해일로(halo)로 변환되어 지구가 반짝거리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오락과 통신매체가 우리 지구문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는
것이 분명해 진다. 우리 영화 속의 스토리와 무비스타들을 둘러싼 이야기들과 특수효과에
대한 매력이 바로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시대가 이어지는 한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
과의 미래는 보장된다. 불행히도 지구로 다시 내려오면 세상은 사뭇 달라 보인다. 우리의
풋내기 예술형태는 아주 먼길을 걸어 왔음에도 아직 보기보다 훨씬 연약하다. 금세기 초에
만들어진 영화는 필름보관상자 속에서 노후화 되고 기록에서도 사라진다. 디지털 포맷은 발
전하다 쓰러진다. 비록 우리의 능력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디지털 매
체를 수세기에 걸쳐 잘 보관시킬 방법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CG프로세스조차도 어려
움에 처해있다. 우수한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훈련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아마 결코 끝이 없을 것이다. 값비싼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진입에 실패한다. 예산이 깎인
다. 소프트웨어가 점진적으로 개발된다. 신기술이 발명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륜이 쌓여 가
는 동안에도 최고급품질의 결과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새로운 특수효과는 한 두 번 반복
사용하면 신기움이 퇴색한다. 예술은 기술로 권위가 떨어지고 꿈은 읽어 버린다. 무엇을 할
때나 단축되는 것이 더 많아져야 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진다. 시간 단축, 자금 단축, 연
구단축, 새로움 단축, 대본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상관없이 신기술 업적이 특수효과 제작
을 정당화시키는 경향이었다."TRON"이 가장 좋은 본보기다."TRON"은 실패했다고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과 업계에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했다. 한 예로 단편영화"바니"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Chris Wedge가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최첨단 실험이 CG특수효과의 생명이다. 이전에
는 볼 수 없었고 인간의 눈으로는 보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지던 것들을 우리 눈앞에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에 대한 의문이 다시 등장하고 우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 다행히도 대단한 실험들이 진행 중이고 CG영화는 바로 지금 순간에도 진보
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자금이 걸려있을 경우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나쁜 점은 사
람들의 기대가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저 특수효과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마술을 원한다. 영화가 우리에게 자신의 마음속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만들거나 반대로 평범
한 이 세상 밖으로 우리의 삶이 결코 다시는 똑같지 않을 곳으로 데려다주기를 바란다. 대
중의 열망은 대단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그 압박은 더 좋든 나쁘든 간에 CG특수효과의 미래
를 보여 준다.박스오피스에 한번 크게 실패하면 그 분야의 다른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제한
시킬 수 있다. 이제는 무엇이 컴퓨터 그래픽을 독특한 예술형태로 만드는지 명확히 규명하
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한 답이 있다면 우리는 모든 면에
서 한발 진보하게 될 것이다. 좋은 점은 우리가 이제 무엇이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독특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CG 미
학은 CG를 다른 예술과 차별화 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바로 그 품질에 대한 히든카드이다.
즉 CG는 CG자체가 바로 모션픽쳐인 양 위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의
특수효과, 분장, 스턴트, 미니어처, 모션컨트롤, 매트페인팅, 화공효과, 합성사진촬영, 클
레이 애니메이션, 픽셀레이션, 시각효과등등의 다른 기술과 거의 완벽하게 결합될 수 있다.
이런 위장능력으로 인해 컴퓨터 그래픽은 다른 형태의 특수효과도 모두 확대 발전시킬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불가능한 상황도 대중이 100% 진실로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눈은 수십만 시간을 TV,영화, 전자오락 및 기타매체를 보아 왔다. 우리는 돈
을 지불하는 만큼 완전한 확신을 갖고싶어 한다. 환상이 사실이기를 바라지만 마술사가 마
술을 어떻게 부리는지는 상상할 수 없다. 다행히 컴퓨터 그래픽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
공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전통적인 모션픽쳐 기술에 포괄되지 않고 순수한 CG영화나 CG
단편으로 독립하면 CG미학은 어떻게 되는가? 눈이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전문적으로 훈련
받지 않았다 해도 대단히 실제적인 3차원 영상 속에서 완전히 현실로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인가는 알아차린다. 내가 볼 때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렌더러(renderer)로 만들어진 '바
니'조차도 때때로 허점이 드러난다. 눈은 '바니'와 그녀의 집이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본다. 실체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타이밍, 체중, 성격 면에서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바니'의 털은 진짜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머리는
이 모든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벅스라이프도 마찬가지다.'바니'처럼 Pixar의 영화는 배경,
사물 등 스크린에 나타나는 모든 것이 완전히 3D CG라는 점에서 가장 순수하다. 매트페인팅
도 하지 않았고 영화적인 눈속임도 없다. 곤충들은 귀엽고 매우 진짜 같다. 꼭두각시인형도
아니고 사진으로 촬영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머리는 이 사실들을 꿰뚫어본다. 마지막
의문은 이미 반쯤은 답이 나오긴 했지만 어째서 정통교육을 받은 애니메이터들이 CG에 그토
록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한 가지 답은 분명하다. 정통교육을 받은 애니메이터들은 환상
속의 인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훈련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다리 가진 인간의 동작의 한
계 때문에 가장 훌륭한 모션캡쳐 기술이 실패해도 정통교육을 받은 애니메이터들은 등장인
물이 다리가 10개이든 머리가 3개이든 그 인물의 행위를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다. 조금은
불분명한 설명이기는 하지만 CG에 정통교육을 받은 애니메이터가 꼭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과학자 다음으로 자연계를 가장 정확히 관찰한다는 점이다. 정통교육을 받은 애니메이터는
생명체의 환상에 극단적인 포커스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형태, 동작, 감정까지도 프
레임 당 단 몇 줄로 함축 표현되어야 한다. 이런 관찰과 기록 능력을 익히려면 수년이 걸리
겠지만 이것이 곧 CG의 미래가 나아갈 길이다. 아무도 본적이 없는 더욱 환상적인 세계를
창조하려고 한다면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무엇을 참조해야 하는가? 답은 자연이다. 사람들
이 이제껏 본 것보다 보아야할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아주 작은 박테리아 세계를 확대해 볼
수 있는 새로운 렌즈, 머나먼 은하계를 면밀히 탐사할 수 있는 망원경, 적외선 파장을 잡을
수 있는 필름, 화산이나 바다 속 또는 화성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로봇 등 우리는 아주
극단적인 도구의 도움을 받는다. 우리는 피조물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우리의 정신은 새로
운 스토리를 창조한다. 2000년을 지나는 동안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특수효과를 통해 만들지
못하는 것은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멋지고 이상적인 세계에 스스로 매료되어
있는 동안 우리는 영감의 원천을 파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술과 마술이 희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자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술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와 자연과의 거리는 더 멀어진다. 기록조차도 없는 종들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공해는 태양과 물을 오염시키고 도시의 불빛은 별빛을 퇴색시킨다. 눈으로 보는 것에
대한 인간의 관찰력과 감수성은 컴퓨터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단 한가지다. 그래서 우리
CG가 시험을 거치는 동안 잘 견뎌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전진하자. 그러나 우리가 "예
술형태"라고 존경 어린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자연의 끝없는 신비에 경이
와 존경심을 갖고 겸손하게 나아가자.
<현대영화와 CG와의 관계>
영화에 CG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상상해본다.
" 오늘은 영화 한편을 봤다. 제목은<벤허13탄> 으로 주연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맡았
는데,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거라곤, 노를 저을 때 울퉁불퉁 솟아나는 팔 근육뿐이었다. 옛
날의 찰톤 헤스톤은 그나마 발음이나 정확했었는데 ...... 참, 동시상영으로 <바람도 함께
사라지다>를 했는데 과거 비비안리의 작품을 패러디한 졸작이었다.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이
었는데, 마을 전체가 불에 타는 장면을 찍기 위해 불을 질렀다가 불씨가 그만 뒷산에 옮아
붙어 유타국립공원을 다 태워버려 현재 재판에 구류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화
재장면만은 압권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CG가 없는 현대영화를 가정한 과장된 일기이지만, 그만큼 현대영화에 있
어 CG 의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영화에서 보여지는 대부분의 CG기술은
특수효과와 눈에 보이지 않는 긴요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데, 구태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고 말한 건, 영화의 특성상 특수효과라는 분야는 최종적인 결과물에서는 쓰이지 않은 것처
럼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CG는 특수효과 분야 중에서도 뒤늦게 등장한 때문인지, 그 쓰임을 금방 읽어
낼수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영화의 CG에도 완벽한 특수효과를 위한 노력이 강구되
고 있는데, 흔히Hyper-Realism이라고 불리는 이 시도는 디지틀도메인(D2)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영화를 꼽자면, 론 하워드의 <아폴로 13호>와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을 들 수 있다. 사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 영상을 이루기 위한 이 시도가 장차 미래영화에서
CG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건 아닐까 가늠해본다. 언젠가는 배우도 없고, 카메라도 없이
사무실에서 한편의 영화가 나오지는 않을까? ......조금은 끔찍한 일이다.
여러분들은, "과연 CG가 다른 특수효과의 영역과 어떤 관련이 있기에,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았는가 "라고 질문할 지 모른다. 또한, "CG기술이 어느 영역에서나 같은 방식으로 사
용되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도 이야기할 지 모른다. 물론 우리의 영화 환경만을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영화가 살아남기 위해선 대외경쟁력을 높여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특수효과의 개발과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접근방법들이 개발되어 야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그런 시점에서 본다면, 다
른 영역을 이해하지 않고서 CG 하나만을 알고 있다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을 보는 것이
되어버린다. 사실, CG와 특수효과의 관계가 무엇이다라고 정확히 구분 짓기는 어렵다. 다
만, 컴퓨터를 사용하여 우리들이 원하는 여러 가지 영상을 창조해낸다는 개념으로 볼 때,
CG는 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 영화를 만들어내기 CG와 특수효과는 어떤 것이 우위에
있고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공생하는 평행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글의 목적은 그런 평행적 동맹관계에 있는 두 분야를 하나로 이어주는 연
결점을 영화 속에서 찾아 보다 깊은 이해를 돕고자 함이다. 이번 글이 첫회이니만큼, CG계
통의 지식은 어느 정도 갖추었지만, 특수효과에 대해서는 그 자료 의 부족으로 지식적 체계
를 갖추기 힘들었던 여러분들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분야에 따른 분류 및 역할에 대한 정의
를 내려 이해를 돕고자 했다. 물론 앞으로의 모색은, 여러분들로 하여금 특수효과와 컴퓨터
및 CG와의 상관관계에 관해 상세하면서 흥미로운 접근을 꾀할 생각이고, 앞장에서 나열된
특수효과의 각 분야를 매월 한가지씩 선정, 그것이 어떻게 컴퓨터와 연계되어 영화에서 쓰
여지고 있는가를 여러 영화의 장면을 예로 들면서 풀어갈 것이다.
Ⅳ. 다시 보는 SF - 블레이드러너 분석
(1). 사회적 배경
1982년,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와 동시에 개봉돼 흥행
경쟁을 벌이다가 일주일만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 당시 미국사회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로 힘든 경제상황이었다. 관객들은 어둡고 암울한 <블레이드 러너>의 디스토피아보다
는 현실도피적인 <ET>의 유토피아를 선택했다.
(2). 영화속 시대 배경 - 포스트모던 사회의 징후
서기 2019년 로스앤젤레스. 어둡고 황량한 도시, 햇빛도 나무도 산도 바다도 없고 보이는
것이라곤 빌딩숲과 치솟아 오르는 불길,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선, 빌딩 위의 거대한 네온
간판들, 그리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 이것이 3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인한 이 영화의 배
경이다. 이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혼합되어 있다. 포스트모던 사회의 징후를 보여주는 공간
의 혼성모방과 시간의 정신분열현상이 그려지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이주해온 다양한 인종
들, 코카콜라와 일본 여자의 광고판, 용의 현상을 한 네온사인, 바로크 시대의 건물,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이러한 로스앤젤레스 모습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혼성모방으로 채워
져 있다. 미국의 도시를 잠식해버린 일본문화는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그려내는 암울한 미래
의 또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25살에 늙은이가 되어버린 세바스찬은 발전의 속도가 가속화
해 시간과 공간의 압축현상이 일어나는 후기 산업사회와 닮아 있다. 복제인간 레플리컨트의
시간은 과거도 미래도 없고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 시간의 연속성을 경험할 수 없고, 따
라서 '나'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없는 레플리컨트의 상태는 정신분열증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라는 슬로건으로 만들어진 레플리컨트는 진짜와 가짜, 현실과 상상, 원본과 카피
의 구분이 없어지는 단계로 진입하는데, 이것은 장 보드리야르의 모조 품(simulacra)과 원
본 없는 복제(simulation)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2019년의 LA에는 동물 또한 멸종되고
없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은 인조 부엉이와 인조 뱀, 종이로 접힌 닭, 꿈속에 나오는 거
미와 유니콘, 네온사인의 용뿐이다. 감독은 햇빛이 차단되고 동물이 멸종되고 인간마저 살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된 미래의 LA를 통해 날카로운 문명 비판을 하고 있다.
(3). 성경의 세계와 연관성,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천사들이 떨어지고 벼락이 온 천지를 용의 불로 태워 버린다". 이것은 로이의 대사이자
성경의 한 구절이다. 2019년 LA의 전경이 펼쳐지는 영화의 첫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자. 햇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하고 어두운 빌딩숲에서는 불기둥이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하
늘에서 벼락이 친다. 그리고 고층빌딩 옥상에는 용의 모습이 새겨진 네온간판이 보인다. 그
리고 그 도시에 우주선을 타고 복제인간 네명이 내려와 잠입한다. 말하자면, 2019년 LA는
성경에서의 종말을 나타내는 세계이다. 그러면 그 암울한 세계에 떨어진 복제인간들은 천사
일까? 아니면 재림한 예수일까? 아닌게 아니라 로이는 예수님의 이미지와 겹쳐 있다. 자신
의 동료를 죽인 덱커드를 용서하고 못에 찔린 손으로 덱커드를 끌어올리는 로이. 알몸으로
고개를 숙인 채 죽어간 그의 모습. 그것을 보며 인간의 죄를 대신 사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무리가 아니리라.
그러나 그가 전적으로 예수님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생명을 달라며 자
신의 창조주 타이렐을 찾아간다. 타이렐의 빌딩은 다른 인간들이 사는 곳보다 훨씬 높은
곳, 햇빛이 비치는 밝은 세계이다. 마치 창조주의 세계, 마치 천국과 같다. 그러나 촛불이
켜져있고 성당과도 같이 엄숙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곳에서 주교처럼 하얀 가운을 걸친 타이
렐은 주식을 팔아 돈을 불릴 생각에 골몰해 있다. 그곳에서 로이는 타이렐의 눈을 찔러 그
를 살해한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던 것처럼, 그는 타이렐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그를 살해한다. 오이디푸스와는 달리 자신의 눈이 아니라 아버지의 눈을 찔러서
살해한다. 로이에게 있어서는 창조주의 세계마저도 유토피아가 아니라, 오히려 절망을 만들
어내는 디스토피아의 세계인 것이다. 이렇게 미래의 세계는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
의 모습을 드러낸다. 유토피아의 상징이 되는 유니콘은 덱커드의 꿈속에서만, 혹은 종이로
형상화된 가상의 모습으로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4). 지극히 보수적인 여성상
성의 정치성에 관한 한 현저하게 억압적인 가치를 내포한다. 덱커드가 사살하게되는 2명
의 여성 복제인간들은 전통적인 여성상을 훼손 타락시킨 인물로 제시된다. 조라는 온몸에
뱀을 칭칭 감고 남성을 유혹하는 매춘부이며 노골적으로 덱커드를 조롱하기도 한다. 또 다
른 핑크 블론디 머리 스타일의 프리스는 작두 같은 것으로 덱커드의 목을 자르려 하는 격투
장면에서 마치 남성을 거세시키려는 인물로 상징화하고 있다.
이와 반면 멋있는 여자 레이첼은 모든 남성의 요구에 고분고분하고 그들의 명령에 순종하
는 그래서 남성의 환타지를 자극, 충족시켜주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녀는 덱커드가 필
요로 할 때 그의 곁에서 항상 도움을 주며 심지어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다른 복제인
간을 죽이기도 한다. 순종적인 레이첼과 다른 여성 복제인간들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설
정, 심지어 남성에게 위협적이고 도전적이기 때문에 결국 살해되고 만다. 대신에 봉건적인
여성 레이첼은 자신의 짝을 구하고 낭만적인 희열감과 행복을 만끽하는 아름다운 커플로 나
타난다.
(5). 종이 접기와 유니콘의 의미
블레이드 러너인 덱커드 주위를 맴도는 형사 개프가 등장한다. 형사 개프는 늘 종이 접기
를 한다. 자신이 머물렀던 곳에 그 종이 접기로써 흔적을 남긴다. 영화의 시작부분에서는
사람을 접었었고, 중간쯤 그 사이보그들이 머물렀던 여관에서는 새(학)를,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유니콘을 접었다. 인간은 무엇인가 생산하면서, 창조하면서 발전해왔다. 이 영
화에서 보여지는 우리의 미래는 우주 식민지를 갖고 있고, 넥서스6이라는 복제인간이 만들
어지는 세계이다. 어두컴컴한 도시, 거대한 굴뚝에서 솟구치는 불기둥들이 보여지는 공장지
대 같은 곳에서 인간은 종이 접기로 무언가 만들듯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듯이, 복제인간
을 만든다.
사람을 접은 것은 또다른 인간, 복제인간을 의미한다. 새를 접었던 것은 복제인간들의 살
고싶다는 희망을 새처럼 날아가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비닐옷을 입
고 허우적거리며 유리창을 뚫고가다 쓰러지는 조라의 모습은 처절한 비상의 날갯짓을 하는
한마다 작은 새를 연상시킨다. 자유를 향한 비상. 그러나 그녀의 눈에 보이지 않는 벽으로
존재하는 겹겹의 유리문 사이에서 쓰러지고 만다. 마지막 유니콘은 몇 가지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영화의 중간에 덱커드가 꿈, 혹은 환상으로 유니콘이 달려가는 장면과
연관된다는 것이다. 즉, 그 형사는 덱커드의 기억 속에 있는 유니콘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덱커드 기억 속의 유니콘 역시 이식된 기억인지, 아닌지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또 한가
지는 '유니콘'에 대한 우리들 보통의 개념과 연관지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을 통해 영화의 전반적인 침울한 분위기에서 어떤 희망, 인간의 희
망,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의미를 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레이첼이 유니콘을 발로 쓰러뜨리는 것은 그녀를 단지 레플리컨트로 본 타이렐 주식
회사로부터의 그녀의 탈출을 의미하는 것 일수도 있다.
(6). 끝나지 않는 꿈, 유토피아를 찾아
영화의 마지막은 레이첼을 죽여야 하는 임무를 저버린 덱커드가 레이첼을 데리고 어딘가
로 떠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자신이 인간인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하는 덱커드가 레이
첼에게 과연 미래란 존재하는지, 덱커드마저 복제인간이라면 그들의 수명은 언제까지인지
그런 암울한 질문은 여기서 던지지 말자. 다만, 누군들 영원히 살겠는가 라는 덱커드 동료
의 마지막 말을 한번만 되새겨보자. 영원을 살 수 없으면서 영원을 꿈꾸듯,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살 수 밖에 없는게 우리네 인간들 아닌가. 그러기에 덱커드와 레이첼은
결코 닿을 수 없을지 모르는 유토피아를 향해 탈출한 것이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공존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유토피아를 꿈꾸며 만들어냈던 모든
문명의 이기들로 인해 만들어진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모습. 그러나 그 디스토피아의 세계에
서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는 또다른 유토피아에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7).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4년뿐인 자신들의 목숨을 연장시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지구로 잠입했던 복제인간들
은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죽어간다. 복제인간 조라는 자유를 향한 처절한 날갯짓을 하며 죽
어간다. 신부의 면사포를 쓰고 로이를 기다리던 복제인간 프리스는 덱커드의 총을 맞아 발
버둥치며 죽어간다. 그리고 최신형 복제인간으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까지도 이식된 것임을 알고는 절망하며 눈물을 흘리는 레이첼.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을 보여주며 발버둥치는 그들 앞에서 인간은 선, 복제인간은 악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결국 타고난 수명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눈물을 흘리는 로이의 모습은, 삶에
의 집착이라는 생명체의 가장 원초적 욕망을 담아내고 있다. 생명을 잃어 가는 자만큼 생명
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망치는 덱커드에게 "쉽게 포기하면 죽여
버린다"고 외치는 로이의 절규는 그에게 생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절박한 소망인가를 단적으
로 보여준다.
로이는 죽어가면서 말한다. 『나는 당신네 인간은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아왔어. 오리온좌
의 옆에서 불에 타던 전함. 탄호이저 게이트 근방에서 어둠속을 가로지르는 C-빔의 불빛도
보았어. 모든 그 순간들은 시간속에서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
이야.』 복제인간 로이가 가지고 있는 기억 속에는, 나약한 인간이 웅크리고있는 썩어 가는
지구에서는 상상 조차할 수 없었던 드넓은 세계와 충만한 자연의 빛이 있다. 로이의 기억은
20세기에 인간이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과 기억,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빗물 속에서 고개를
떨구며 죽어간 로이의 모습 위로 자유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하늘을 향해 비상한다. 인간보
다 더 인간답게. 만들어질 때의 모토답게 복제인간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
고 죽어간다.
(8). 4종류의 다른 버전
① 미국 스닉 프리뷰판(1982년, 1991년에 아주 소량이 출시되었음)
② 미국 극장판(1982년)
③ 유럽 : LD판(잔인한 장면이 더 많음)
④ 감독판(1992년)
Ⅴ. SF의 신경향
SF영화는 당대의 역사,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한다. SF 영화 내에서 보여지는 상상
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공간, 미래 세계나 외계는 표면적으로는 탈현실적이거나 초역사화 된
것처럼 보이나 대부분의 SF영화들은 당대 사회의 은유로도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의
우화적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것은 당대의 민감한 현실 문제를 상업 영화의 장르 공식 안에
서 다루고자 하는 감독의 전략일 수도 있고, 원작 SF문학의 문명 비판적 시각이 영화에 영
향을 준 결과일 수도 있다. 다른 그 어떤 장르에 비해서 SF는 인간의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가장 민감하게 인간 사회의 모습과 인간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SF에 대한 그룹 발
표의 가장 마지막 코너인 여기에서는 SF의 새로운 경향을 5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보기로 하
겠다.
1. 가상공간 & 현실
최근에는 컴퓨터 통신에 의한 가상 공간 사이버 세계를 다양하게 상상해 그려내는 영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우주 밖으로 쏠리던 인간의 관심이 점점 기계 속으로 그러나 우주보다
더 무한한 세계로 넓혀지고 있는 것이다. 가상 세계에 대해서 다룬 영화로 특히 우리가 주
목해 볼만한 영화로는 다크 시티와 매트릭스가 있다.
매트릭스-주인공 앤더슨은 장래가 보장된 거대 기업의 프로그래머와 사이버 스페이스를
누비고 다니는 해커로써의 두 개의 삶을 가지고 있다. 항상 뭔가를 갈구하던 그는 자신의
의문을 풀어줄 전설적인 해커 모피스와 연결이 되고 그때부터 이상한 능력과 모습을 가진
요원들의 집요한 추격과 모피스로부터의 신세계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의 안락
한 삶보다는 진실을 알기를 원했던 그에게 모피스와 그의 동료들은 그에게 진실을 알려준
다. 현재는 2019년이고, 인간은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에 의해 양육된다. 인간의 생체에너지
를 기계의 동력원으로 쓰기 위해서, 기계는 매트릭스라는 가상 공간에다 인간들의 정신을
가두어놓고 자신들의 양분으로 양육하고 있는 것이다. 모피스와 그의 동료들은 기계에 대항
하여 매트릭스와 현실을 오가며, 투쟁하는 중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예언자 오라클이 예언
한 매트릭스를 조종할 수 있는 자인 네오로 지목하여 데려온 것이다.
만화적 상상력, 비디오게임의 첨단 시뮬레이션, 저패니메이션까지 아우르는 풍부한 볼거
리, 특수효과 비용만 2000만불.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 후, 인간들은 인공 두뇌 개발에 성공
하고 끝없이 신의 영역에 도전해 가는 천장부지의 인간들. 하지만 그들이 쌓는 바벨탑은
AI(인공두뇌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 현실. 매트릭스에 의해 무너져내린다. 총 제작비 8천
만불, 특수 효과 비용만 2천만불. 영화 (매트릭스)에는 최첨단 미래 사회의 정사진이 현란
한 특수 효과에 의해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 터미네이터를 능가하는 몰핑 기법으로 창조
해낸 사이보그, 매트릭스의 사이버 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의 모탈리스트를 닮은 순찰병
기, 광케이블을 이용한 공간 이동, 쿠사나기(일본 애니메이션 공각 기동대의 인용)가 살아
난 듯한 미래 여전사. 눈앞이 아찔할 만큼 현란한 2199년 미래 사회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그려지는 가상세계란 기계가 인간을 양육, 그들에게서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한 양
분을 얻기 위해 인간에게 주입하는 매트릭스를 지칭한다.
다크시티-아침에 눈을 뜬 존은 아무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아 혼란스러워하지만 이내 연쇄
살인범으로몰려 경찰에 쫓기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슈리버 박사의 도움으로 증발한 기
억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던 그는 외계인들의 가공할만한 음모를 알게 된다.
감독인 알렉스 프로야스는 "비현실적인 이미지와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SF의 황당한 상상
력을 변호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의 시각을 바꾸어줄 리얼리티가 존재해야 한다"고
하였다. 94년 크로우에 대한 KS성이자 타크시티에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방인이 자정
이면 시간을 정지시켜 사람들을 잠들게 하고 도시 모습까지 바꾸면서 사람들의 기억을 훔쳐
낸다. 그것이 멸종 위기에 처한 자신들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맞서는 전사는
기억을 반쯤만 잃어버린 대신 이방인의염력을 얻은 존 머독. 영화는 인간의 정체성을 흔드
는 외계인의 존재와 영웅주의, 미래의 어두운 미래의 그림자를 화려한 시각효과를 살려 적
절히 배치하고 뒤섞어 SF의 고전이 2001년 오딧세이, 메트로폴리스처럼 인간의 상상력을 현
실처럼 창조했다.
타크시티에서의 가상 세계란 외계인에 의해서 창조된 새로운 공간이다. 단일한 기억 체계
를 가지고 그 많은 수가 단 한가지 기억만을 공유하고 사는 외계인들은 각 객체마다 서로
다른 추억과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서 탐구하고 그 결과를 자신들의 존속을
위해서 쓰고 싶어하여 우주공간에 어떤 도시를 만들어서 인간들을 거기에 가두어 놓고 밤마
다 기억을 바꾸고 새로운 기억을 주입시켜서 그 기억에 따라 인간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2. 복합 장르
(1). 무협 SF-중화영웅
여느 홍콩 영화가 그러듯이 내용은 그렇게 주목할 만한게 전혀 없지만 비교적 고전(?)적
인 모습을 보이는 무협이라는 장르와 미래의 것을 그린다는 느낌이 강한 SF라는 장르가 새
롭게 만난 영화라고 할 수이다. 단순히 무협 영화에 SF적 요소만을 살짝 가미했다고만은 볼
수 없는 눈 여겨 볼만한 영화이다.
얼마 안나온 격투장면이지만 사부와 일본무사 무적의 대결 마지막의 영웅(정이건)과 무적
의 대결이 볼만하다. 사부와 무적의 대결은 비가 오는 가운데 벌어진 물의 대결로 검기로
물의 장벽을 만들고 서로 물세례로 공격한다. 이런 장면들은 고전적인 무협영화에서도 나오
지만 역시나 SF적 요소가 섞여서 그런지 독특한 맛이 있다. 마지막의 영웅과 무적의 대결은
환상적인 만화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렸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여신상을 배경으로한 불의
대결이다. 독백과 같은 대화나 겹쳐 나타나는 화면 등의 구성도 뛰어났다.
(2). 호러 SF-이벤트 호라이즌
엄청난 과학 실험의 결과로 '지옥'에 갔다 온 후 우주를 떠돈다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 차원 이동선의 이름으로 주인공 일행들이 이 우주선을 조사하러 가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을 그린 영화이다. 이 세상에는 과연 선과 악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가? 이벤트 호라
이즌의 주된 주제는 마치 악은 이렇다 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호러물을 에
스에프 적인 요소와 결합시킨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 우리에게 미스터리, 즉 호기심이라는
것은 꼭 알아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에서는 일깨워 주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는 굉장히 강한 컬트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 영화가 도대체 무얼 말하는
지 확실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단지, 여러 명의 군인과 과학자가 이벤트호라이즌이라는 우주선을 찾기 위해 떠난 후 벌
어지는 일들일 뿐이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가? 이벤트 호라이즌을 만든 박사는 악마로 돌
변하지만, 결국 죽고 만다. 호라이즌 호를 찾으러 간 군인들 중 3명만이 살아 돌아온다. 그
중간에서 나도는, 상대성 이론이라든지 그 외의 물리학적 이론은, 그리 큰 호소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각적인 요소로 그 내면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관객이 애를 쓸
필요가 없게 만든다. 영화를 만든 감독은, 여기서 성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뭘? 작가 자
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했으
니 말이다. 여타의 기존 에스에프와는 상당히 다르다. 어찌 보면,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
스 오딧세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길 지도 모른다.
사실 이 영화는 호러영화치고는 잔인하기만 할뿐이지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고 SF라고 하
기에는 중간에 상대성 이론이라든지 물리학적 여러 이론들이 등장하지만 그다지 큰 호소력
을 주지 못했다. 감독은 관객의 감각을 움직이게 하지는 못했지만 작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
는 바를 모두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감각적인 화면에 전율하
도록 하는데는 성공했다. 사실 이 영화는 에스에프라기 보다는 호러다. 우주선 자체에 생명
을 가지게 된 이벤트 호라이즌 호에서 일어나는 살인극들. 인간이 서로를 어떠한 환각 속에
서 인지하지 못한 채 죽일 수도 있다는 인간 내면의 이중적인 사고를 그리기도 한다. 이 영
화가 잘 만들어졌다고는 말하기 힘드나 우선 호러SF라는 새로운 장르로써 관객의 시선을 잡
았다는 데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3). 스릴러 SF-가타카
유전자 조작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SF영화로 곧 다가올 미래를 섬뜩하게 예언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서스펜스, 미스터리, 긴박감 그리고 사랑에서 휴머니즘까지 엮어 내고 있다. 영
화 '가타카'의 주된 소재는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한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전자에 의해 삶이 결정되는 가까운 어느 미래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가까
운 미래에는 이런 식의 사회규범이 정해지고, 이 규범에 의해 삶이 결정되어질 것이라는 가
정하에 이야기가 진행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빈센트'라는 인물은 이런 시대에 태어난, 열
성 유전자를 지닌 자이다. 즉, 높은 지위에도 오를 수 없으며, 그의 꿈인 '우주여행'조차
할 수 없는 자이다. 한마디로 '부적격자'. 하지만, 그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우성
의 유전자를 가진 다른 이의 행세를 하는 '빌린자'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철저한 준비 단
계를 거쳐, 자신의 꿈에 목숨을 건다. 단지, 우주여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타카'는 '빈센트'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운명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자
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열성유전자'임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최선
을 다하기에, 목적을 이루는 그의 모습과 희망이라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꿈
'이 가장 중요하며, 그건, 그 어떤 우성 유전자 보다 더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4). SF 어드벤처-로스트 인 스페이스
타이틀부터 현란하기 그지없는 특수효과의 만찬입니다. 이 영화에는 우리가 SF에 대해 갖
고있는 거의 모든 컨셉트가 다 담겨 있습니다. 외계인, 우주여행, 시간여행, 외계 괴물, 외
계 애완동물(?), 로봇, 로봇의 반란, 낯선 우주, 미래세계, 미래의 문화, 미친 과학자, 돌
연변이 외계인-인간 괴물, 똑똑하고 이쁘고 젊은 여성(?), 터프한 우주비행사, 천재소년,
우주미아, 근사한(?) 우주선, 환상적인 워프 항법, 초광속 우주여행 등등. 일반적인 주류
영화에서 관찰되는 극적 구조 역시 거의 모두 담고 있습니다. 로맨스, 부모자식 갈등, 추적
과 도피, 미지의 공포, 유머, 미스터리, 퍼즐 풀기, 가족애, 살신성인 등. 모든 SF 영화가
미래의 사회는 디스토피아라고 외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우리의 그런 고정관념을 깨주려 노
력한다. 우정을 로보트에게 가르칠 수 있고 윤리적 가치관의 손상및 파괴없이 우리가 꿈꾸
는 고도의 문명 사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예를 보여주고 있다.
(5)코미디 SF-맨인 블랙
지구상의 국가중 '미국'을 중심으로 생각할때 수많은 여타 국가에서 그곳으로 이민과 정
치적 망명을 시도한다. 전 우주의 별들중 '지구'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수많은 여타 행성
에서 이곳으로 이민과 정치적 망명을 시도할거다. 베일속에 가려진 MiB는 그런 업무를 처리
하고 정리한다. 어느날 '흉폭하고 파괴적인' 바퀴벌레 외계인이 지구에 침입해 정치적 망
명중인 모 행성의 왕자를 죽이고 '은하계'를 빼앗는다. 그 왕자의 고향은 함대를 끌고쳐들
어와 MiB에 은하계를 요구하고, 내주지 않으면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라한다..
수많은 외계적 농담과 아이디어로 가득찬 이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을 법한 소재들을
잘 버무리지 못해 '웬만큼' 재미있게 된 정도로 만족할 소품이 되었다. 계속 때려부수는 영
화도 아니고, 시종일관 흘러 넘치는 개그의 연속도 못되며, 주인공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대
결물조차 되지 않았다. 평작보다 약간 나은 수준 정도에 머무르게 된거다. 다른 장르와 결
합하게 되었을 때 흔히 저질 코메디 극으로 변하는 거에 비해서 맨 인 블랙의 코메디는 상
당히 유쾌한 수준이라고하겠다.
2. 인간의 심리, 의학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SF영화의 경향은 메카니즘이나 우리가 미래에 누리게 될 여러 가
지 과학의 발전상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을 살펴보자면 인간의 심리와 의학에
관련된 부분이 많이 다뤄지고 있다. 예를들면, 인간이 우주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의
정체성의 혼란이라든가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인간이 탄생되는 식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영화이다. 이런 식의 스토리는 미래세계에 대해서 더욱더 많은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우리
들에게 와닿을 것이며, 제작자들은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적으로 이런 종류의 영화가 나올 것이다.
가타카 '부적격자' 빈센트 프리만. 그가 꾸미는 미래 사회에 대한 반란. 인간의 성공과
실패가 유전인자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21세기 가까운 미래,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의 가장
우수한 인력으로 손꼽히고 있는 제롬 머로우, 큰 키에 잘생긴 외모, 우주 과학에 대한 탁월
한 지식과 냉철함, 그리고 완벽한 우성인자를 갖추고 있는 그는 토성 비행을 할 수 있게 된
다.
가타카의 미래에선 취직을 하기 위해서 이력서나 면접이 사실 필료없다. 대신 면접시 악
수나 문을 열었을 때 남긴 피부의 세포를 분석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또 배
우자를 고를 때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낭비가 될지도 모르는 시간을 투자해 사귈 필요
가 없다. 그럴듯한 상대를 만나 키스라도 했다면 유전자 분석창구에 가서 입술에 남겨진 타
액이나 세표의 분석을 의뢰하면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알아 낼 수 있기 때문
이다.
가타카의 미래에서는 이전의 예들과 달리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빅 브라더나 컨트
롤러로 대표되는 전체가 아니라 바로 개인 자신의 최고에 대한 욕망과 그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과학의 발전이라는 점이다. 모든 것이 우리 욕심대로 최상에 가까워 질 수 있다면 우
리는 과연 그 선택을 거부할 자유를 행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영화가 묻는 질문이다.
그러한 선택은 욕망에 너무나도 나약한 인간에게는 어렵고 그러기에 가타카 같은 사회가 태
어나는 것이다. 근시, 탈모증, 심장 질환, 기타 질병의 소질은 물론 성별, 머리색, 피부색,
이런 모든 것을 사전에 버리고 취할 수 있는 유전과학의 시대가 온다면 그런 선택권을 행사
안하는 자유를 고집할 부모는 몇 명이나 되며 그런 자유를 지켜야 하는 기준이나 동기는 도
대체 무엇일까.
이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은 억압을 가하는 전체를 파악하고 그 전체에 대항해서 싸
우는 것보다 몇 배 힘든 일이다.
콘택트
칼 세이건의 과학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로버트 제메키스가 연출한 콘택트는 서양 SF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임과 동시에 과학이 인류문명에서 차지하느 모습과 그의 본역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다소 철학적인 영화이다.
지구가 보이고 토성, 금성, 화성 등의 여러 행성들, 그 행성들을 감싸안고 있는 태양계,
그 태양계를 포함한 또 다른 은하, 그 은하의 은하...
첫 장면에서 우리는 인간이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또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은 이 우주에 있는 티끌의 억분의 일도 안되는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 것
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결국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가...
이 영화에서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부분도 보여진다. 이 영화에서처럼 한 고아신
자가 우주선을 만들어서 외계인과 접촉하는 것은 신에 대한 도전이요 불경이라고 광분하
서 우주선을 폭파시키는 것은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이 신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의미하는 신은 한
계가 많은 인간이 신이라고 부르는 허상을 만든 것에 불과할 것이다. 참된 신은 함부로 규
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엘리와 존스의 갈등으로 의인화된 과학과 신앙간의 갈등은 외계인과 신을 동일시하는 어
정쩡한 합일점에서 그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이 영화가 말하는 신
앙과 과학의 대치점이 과연 정확히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하기 힘든 것이다.
철저히 증거를 통해서 검증된 사실만을 믿을 수 있다는 엘리는 이런 말을 한다. 전지전능
하신 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하고는 자신의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옳은 것인가 아니면
소외당해온 인간들이 의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신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럴
때 매튜 맥커너히는 신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주인공에게 그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보라고 한다. 이는 증거가 있고 증거를 통해서만 즉 현상적인
것으로만 진실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증
명할 수 없다고해서 그 마음이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콘택트에서는 다소 불안정하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현재 인간의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
다. 미래는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어떤 면에서 SF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큰 무기는 미래에 대한 비전뿐만이 아니라 현재를
우화적으로 풍자한다는 것이다.
4. 게임의 요소를 담고 있는 영화
이제 영화는 단순히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타워즈의 캐릭
터들이 인형으로 나오는 것 대신 현재는 게임의 주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요즘 게임방이나
오락실에 가면 영화와 관련된 게임들이 많이 나왔다. 그것은 영화가 대형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 개봉한 작품들을 보면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비슷하거나, 상황설정 등이
매우 유사하다. 또한 게임들이 에니매이션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애니메이션
을 영화화한 영화들에서 게임의 요소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세대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5. 디스토피아
디스토피아적인 주제는 SF영화에서 많이 다뤄졌고,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
안감 등을 주제로한 영화가 많이 나왔다.
세기말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상상, 혼돈, 불안, 종말, 암전...
세기말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1999년이 된다는 것은 또다른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이기
도 하지만 한 세기의 끝을 의미하기도 한다.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세기말을
두려워 하기도 한다. 휴거등 인류의 종말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 때문.
먼 미래로 여겨졌던, 왠지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1000년. 하지만 1999년은 시작됐
다. 맣은 영화속에서 미래는 핑크빛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어둡고 우울하고, 그리고 범죄와
혼란으로 가득찬 세기말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터미네이터]는 컴퓨터와 인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 미래를 보여주며[코드명 J]는 방송
전파와 정보 네트워크가 미래사회를 디스토피아로 몰고 간다. 방송전파와 정보 네트워크 등
은 전 세계인의 절반 가량을 죽음으로 내몰만한 신종 질병 NAS(신경 저하 증후군- 현재의
전자파 증후군의 후손쯤 되는 질병)을 발생시킨다. [코드명J]는 이 위력적인 지령의 치료약
을 둘러싼 권력집단의 이기심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에어리언,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가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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