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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26호의 발명[아이작 아시모프]

by Casey,Riley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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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26호의 발명 [아이작 아시모프]


제 1 장 방황하는 로봇
  로봇 제조 회사에서는 그 회사가 생긴이래 가장 큰 소동이 일어났다. 어디서 어떤 착오가 일어났는지 달나라로 보낼 예정이던 한 대의 로봇, AL 26호가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제조비가 엄청나게 많이 먹힌 물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로봇이라는 것은, 다른 물품과는 다르다. 그 자체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물건이며,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 로봇은 달에서 개척기계를 운전할 예정이었다. 그 로봇의 양전자 두뇌는 그런 일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 두뇌는 달에서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극이 강한 지구에서는 그 두뇌가 고장이 나서, 거대한 괴수 한 마리를 들판에 풀어놓은 것처럼 마구 난동을 부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로봇 제조 회사는 큰 소동을 일으켰으며, 정부에서도 각 주에 지극히 간단한 명령을 내려 놓고 있었다.
  '로봇을 시급히 발견해서 체포하라.'
  그 무렵, AL 26호 로봇은 참으로 난처해하고 있었다. 이런 알 수도 없는 묘한
  장소에서 방황하는 일은 로봇의 프로그램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캄캄해야 할 하늘이 푸른 것이다. 어쩐 일일까... 더구나 한들한들하는 녹색의 것을 가득 달고 있는 기둥이 주위에 우뚝우뚝 서 있는데, 이것은 지구의 말로 '숲' 이라는 것일까... 이런 것은 달에 있을 것이 아니었다.
  AL 26호는 방황하고 있는 동안에 때때로 인간을 만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마땅히 입고 있어야 할 우주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AL 26호를 보면 허겁지겁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어떤 한 사나이에 대한 수수께끼는 AL 26호를 보자. 쾅! 하고 한 방 총을 쏜 일이다. 왜 그랬을까... 탄환은 AL 26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며 다음, 총을 가진 사나이도, AL 26호도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열심히 도망쳤다.
  AL 26호는 오랜 동안 여기저기를 방황하다가 포드라는 시가지로부터 3킬로쯤떨어져 있는 숲속에 있는 페잉 영감의 통나무집에 다다랐다.
  이때 페잉 영감은 고장난 전기 소재기를 안고 통나무집 앞에 앉아, 한 손으로드라이버를 들고, 또 한 손에는 마도로스 파이프를 든 채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페잉 영감은 이 통나무집에 있을 때는 이처럼 천하태평으로 더없이 만족하고 있었다. 페잉 영감은 포드 시에 집이 있었지만 그곳에는 아주 욕심장이일 뿐만 아니라, 하루종일 잔소리만 하는 늙은 마누라가 있었다. 그래서 페잉 영감은 집을 떠나 통나무집에서 살며, 취미와 이익되는 일을 겸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페잉 영감의 취미는, 못 쓰게 된 잡동사니 기계들을 산더미처럼 모아다 놓고,이쪽을 저쪽에다 붙이기도 하고, 저쪽을 이쪽에다 붙이기도 하며 수리를 하는 일이었으며, 때로는 기묘하고 엉뚱한 물건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통나무집 주위에 돌담처럼 쌓아놓은 잡동사니 속에 있을 때 페잉 영감은 행복감에 도취하는 것이었다. 가령 지금 무릎 사이에 안고 있는 부서진 전기 소제기만 하더라도 당분간만 어떻게 사용할 수 있도록 수리한다면 얼마간의 용돈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콧노래도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페잉 영감이 문득 눈을 드는 순간, 콧노래는 쑥 들어가고, 그 대신 눈알이 툭 튀어나왔다. 그리고 도망치려고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두 다리는 반란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일어날 수가 없었다.
  AL 26호 로봇은 페잉 영감이 혼쭐이 빠졌건 말건 그런 일에는 아랑곳 없다는 듯이 옆에 와 앉으며 말했다.
  "여보, 다른 사람들은 어째서 도망을 하는 거요?"
  페잉 영감은 뭐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목언저리에 숨이 막혀 헐떡꺼리는 소리만이 나왔다. 따라서 로봇은, 대답을 듣지 못한 채 자기의 말을 계속했다.
  "그 중에는, 나를 총으로 쏜 사람이 있었어요. 3센티쯤 빗나갔지만 나, 파괴될 뻔 했소."
  페잉 영감은 겨우 숨이 뚫린 듯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 그 사람은 아마 미치광이었을 테지. 사람을 나쁘게만은 생각하지 마오."
  "그렇군. 그럴지도 모르겠소. 그건 그렇고 당신, 어떻게 된 일이오? 우주복을 입지 않았는데."
  로봇은 딱딱하고 무섭게 생긴 금속성의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는 부드러웠기 때문에 페잉 영감의 몹시 긴장되었던 마음은 다소 누그러졌다.
  "우주복 같은 것, 갖고 있지 않아."
  "갖고 있지 않다면, 어째서 죽지 않지? 이상하군. 이것도 저것도 모두가 이상하기만 하단 말야. 코페르닉스산은 어디요? 달기지는 어디요? 내가 운전하는 개척기계는 어디 있소? 나, 일을 해야 하는데, 나, 일을 하기위해 만들어졌단 말이오."
  페잉 영감은 로봇에 대해 짐작이 갔다. 이 로봇은 달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 지구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페잉 영감은 생각했다. 로봇은 아주 값비싼 것이라고 듣고 있다. 가장 값이 싼 형식의 것이라 하더라도 5만 달러는 나가며, 어떤 것은 몇백 만 달러짜리가 있다지 않는가!
  '그렇다. 로봇 회사에 알리자. 주운 물건에 대한 사례로서 값의 1할만 받는다 해도 굉장한 돈이 될 것 아닌가.'
  페잉 영감의 가슴은 뛰었으며 흥분을 억제하려고 애썼다.
  "로봇, 아니 로봇 씨,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될 수 있소. 여기서 편히 쉬고 있도록 해요. 조금도 사양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니오. 그렇게 하고 있을 수는 없소. 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오. 일을 하게끔 만들어져 있으니까. 내가 쓸모없게 되면 현장의 부장님이 난처해지오."
  그 말은 들은 페잉 영감은 로봇을 속여 볼 생각이 들었다.
  "난 말이지, 당신 부장님과 잘 아는 사이야. 내가 잘 말해 주지. 그러니까 로봇 씨, 걱정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해요. 꾸중을 듣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AL 26호는 본시 이런 상태에서 생각을 하게끔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달과는 다른... 정신 위생상 좋지 않아 보이는 지구의 이상한 환경이 그 양전자두뇌에 영향을 주어, 이상하게 작용된 것이 틀림없었다. 로봇은 엉뚱한 질문을 했다.
  "나의 부장님의 이름을 뭐라고 부르오?"
  당황한 페잉 영감은 아무렇게나 주워섬길 수 밖에 없었다.
  "응, 그건 말야. 바로 그거야. 정부의 비밀이라서 말할 수가 없다, 이 말이야. 간첩이 득실거리고 있는만큼 함부로 말할 수가 없어요."
  "어째서 간첩이 있지?"
  "응, 그건 말야, 나쁜 놈이 달의 개척기지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 만큼 로봇 씨, 당신도 내가 좋다고 할 때까지 이곳에 숨어 있는 편이 좋아요."
  페잉 영감은 진땀을 빼며, 말을 이리저리 둘려댔다. 그러나 로봇은 사명감에 넘치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 떼를 썼다.
  "나, 일을 해야 하겠소. 개발 기계를 갖다 주오."
  "아, 좋아. 좋구말구! 구해다 주구말구. 그러니까 여기에 있도록 해요."
  페잉 영감은 열심히 설득을 하면서도 로봇의 머리가 완고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혀를 찼다. 그런데 로봇은 또 엉뚱한 소리를 했다.
  "구해 오기보다도 당신이 어떻게 만들어 보오. 그렇군. 여기에 기계 부분품이 많이 있군. 이것으로 개척 기계를 만들면 되지 않소? 그리고 일을 시작합시다."
  AL 26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로봇의 머리가 돌아 버렸다 하더라도 아주 좋은 쪽으로 돌아 버려, 천재 이상의 능력을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지구라는 환경이 로봇을 만든 과학자들조차 미처 생각 못했던 작용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로봇의 말에 페잉 영감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한편 냉정하게 생각했다. 폐품을 재생시키는 작업은 자기의 취미일뿐더러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그렇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잡동사니를 둘러본 페잉 영감은 서글픈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나로서는 이 잡동사니로 개척 기계를 만들 수는 없소. 젊은 시절이라면 어떻게 해 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이젠 늙었어. 그런 용기는 없어요."
  AL 26호는 말했다.
  "필요한 재료는 갖추어져 있는 것 같군."
  그러나 페잉 영감은 자기의 잡동사니들을 이리저리 관찰하며 비로소 보물처럼 생각해오던 그것들이 아주 형편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정말 쓸모 없는 것들만 모아다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한편 서글프기도 했다. 부서져서 못쓰게 된 라디오와 텔레비젼의 부속품들... 문짝이 떨어져 나간 냉장고, 빨갛게 녹슨 자동차 엔진, 납작해진 가스 전지, 얽혀 있는 전기줄, 고물상들도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 물건들 뿐이었다.
  "이런데도 재료가 갖추어져 있다구?"
  페잉 영감은 어처구니가 없어 로봇을 쳐다보았다.

제 2 화 현장으로 급행하라
  로봇 제조 회사는 페잉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장거리 전화를 받았다. 회사의 총지배인 토오프 씨는 혼란된 머리를 아직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보다도 머릿속은 더욱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지난 주, AL 26호 로봇이 행방불명된 이래, 하루에 평균 14회나... 그것도 각기 다른 14개의 주에서, 로봇을 발견했다는 통보가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로봇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소 마음 놓이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로봇은 본시, 인간에게 해를 끼치도록 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달에서의 작업용 로봇이 지구의 환경 속에서 양전자 두뇌가 다르게 작용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흉포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겁을 먹고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페잉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로봇 발견의 통보가 들어온 것이었다.
  '이번엔 진짜로군.'
  총지배인 토오프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장난으로 걸어온 전화도 아니고, 잘못 알고 통보해 온 전화도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로봇의 제조 프레이트를 읽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AL 26호라는 형식 번호를, 전화를 한 사람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토오프 씨는 머리가 혼란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받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난 다음에도 멍청하게 앉아 있다가 행동을 시작했다. 한편, 페잉 영감은 일부러 전화를 했는데도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건성으로 대답을 한 로봇 제조 회사측에 불만이 갔다. 그러나, 필시 전화를 믿지 않고 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자, 이럴 때 누구나 생각하는 일을 페잉 영감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카메라로 실물을 찍어 사진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또 회사측이 사례금을 현금으로 눈앞에 내어놓기 전에는 절대로 로봇을 내주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이때 AL 26호는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페잉 영감의 잡동사니를 약 50미터 사방의 넓이로 벌려놓고, 그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서서 진공관과 톱니바퀴 철판과 동선 등, 그 밖의 여러 가지 물건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페잉 영감은 그러한 모습을 촬영하기 ? 해 카메라를 들고, 땅을 기어서 로봇에게 다가갔다. 바로 이때 거리에 사는 쿠퍼 씨가 찾아왔다. 쿠퍼 씨는 자기집의 전기 요리 기계가 고장이 나서 페잉 영감에게 보아달라고 부탁하러 오는 길이었다. 그의 요리 기계는 빵이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튕겨져 나오곤 했다. 쿠퍼 씨는 태평한 마음으로 천천히 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뒤의 그의 행동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각 학교의 육상 경기 코치들이 부러워할 만큼 무섭게 달리고 또 달려 그곳을 떠난 것이다. 쿠퍼 씨는 보안관 사운더스의 사무실로 뛰어들어 벽에 부딪치게 되어서야 멎었는데, 그때까지 그의 달리는 속도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쿠퍼 씨는 조금이라도 빨리 사정을 이야기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를 않았다. 잠시 후 마음이 좀 갈아앉자, 그는 떠듬떠듬 말하기 시작했다.
  "도, 도깨비... 키, 키가 2미터... 페잉 영감의 통나무집... 아, 도, 도깨비..."
  쿠퍼 씨의 보고를 정리하면 대강 다음과 같다. 키가 2미터 내지 3미터나 되는 거대한 금속으로 만든 괴물이 페잉 영감의 통나무집 밖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는 쉬고 있었다. 페잉 영감은 비참하게도 피투성이의 시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목격자인 쿠퍼 씨도 1센티 앞까지 괴물의 손이 뻗쳐 왔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단숨에 달려온 것이다. 사운더스 보안관은 긴장했다.
  "그건, 로봇 회사에서 도망쳐 나온 이미 수배중인,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 입니다. 총을 쏠 수 있는 남자들을 모아, 임시 보안관 배지를 달게 해야겠소. 그리고 페잉 영감의 부인한테 가서, 이 비극적인 소식을 되도록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그럴싸하게 알려야 하겠군."
  심부름하는 사람이 페잉 영감의 부인을 찾아갔다가 돌아왔다. 그의 보고에 의하면, 그 부인은 소식을 듣자, 남편의 생명 보험 증서를 찾아 내서 확인하는 일부터 했고, 그리고는 그 보험액을 배로 하지 않은 페잉 영감의 머리가 얼마나 나쁜가를 투덜거렸고, 그리고 나서야 옛부터 모든 과부들이 그랬듯이 애꿇는 듯한 처량한 울음을 터뜨리며 슬픔을 참지못해 했다는 것이었다. 한편, 페잉영감은 자기가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통나무 집 안에 임시로 설치한 사진 현상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점잖게 무엇인가 조립하고 있는 AL 26호와 이야기라도 하려고 로봇 곁으로 갔다. 그러나 페잉 영감은 이때 식민지 시대의 유물인 구식 총에서부터 보안관의 기관총에 이르기까지, 각종의 무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이 평화로운 지역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한편 로봇 회사의 총지배인 토오프 씨를 선두로, 대여섯 명의 로봇 기술자가 페잉이라는 사람이 보았다는 로봇을 만나 보려는 생각으로, 시속 2백 킬로의 스피드로 행길을 마구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페잉 영감은, 그런 상황은 짐작도 못하고 태평하게 AL 26호를 흥미로운 듯이 바라다보고 있었다 확실이 바라다볼 만한 값어치는 있었다. 지금까지 페잉 영감은, 몇 번인가 사람들이 놀랄 만한 장치를 이 잡동사니로써 만든 일이 있었다. 그러나 AL 26호는 그 이상의, 아니 페잉 영감의 제작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거창한, 그리고 괴기하면서도 근사한 대장치를 제작중이었다. 페잉 영감은 깜짝 놀라, 그리고 어이가 없어 눈을 왕방울처럼 떴다. 만일 페잉 영감이 젖소였다면 그 젖은 너무나 심한 놀라움에 말라붙어 몇 년 동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대장치의 주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지난 날 중고품 트렉터의 일부였음직한 쇳덩어리였다. 녹이 슨 그 쉿덩어리에는 옛 성터의 성벽에 얽혀 있는 담쟁이 덩굴처럼 전기줄이 얽혀 있었다. 또한 차바퀴와 진공관 등, 밖에 알 수도 없는 기계 부속품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지 않는가... 그리고 맨꼭대기에는 불길한 새처럼, 타서 그을린 나팔 같은 것이 달랑 놓여 있었다. 페잉 영감은, 그 나팔 같은 것에 흥미를 느끼고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보다 굉상하지 않은 물건도 뜻하지 않게 폭발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보슈, 로봇 씨. 대체 이건 뭐란 말이오?"
  "개척 기계요. 광선을 이용하는."
  "흠... 작동이 되오?"
  "물론이오. 그렇지만 하나만 더 필요한 것이 있소. 회중전등이 있어야 하겠는데."
  페잉 영감은 통나무집 안에서 회중전등을 갖다 주었다.
  "음, 이것으로 완성이오. 시운전을 합시다."
  "아, 잠깐만 기다리시오."
  페잉 영감은 어차피 로봇의 공상적인 개척놀음이란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조심을 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근처에 있는 숲속으로 피해가서 견학을 하기로 했다.

제 3 화 잊혀진 기억
  보안관이 이끄는 무기를 든 사람들은 개척시대의 선조의 피를 되살려, 그러나 두려운 얼굴들로 통나무집으로 접근해 갔다. 그리고 통나무집이 멀리 바라다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 보안관은 목에 걸려 있는 것 같은 뭔가 큰 덩어리를 세 번에 나누어 삼겼다.
  "정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어요."
  보안관은 나무 그늘에서 전방을 관찰했다. 그러자, 거대한 금속의 괴물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괴물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치를 비틀어 돌리고 있었다. 그 광경에 정신이 팔려서 옆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가 로봇을 관찰하고 있는 페잉 영감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있었다. 사운더스 보안관은 공터로 한 걸음 나가, 일제 사격의 명령을 내리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로봇이 먼저, 금속의 손가락으로 자기가 조립한 장치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가 있지만, 확실한 것만을 종합해서 말한다면 대강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즉, 다음 순간 이상한 장치가 활동을 일으켰음은 틀림없다. 순시간에 일흔 다섯 그루의 수목과 두 채의 집과 세 마리의 암소와 댓그빌산의 윗부분의 4분의 3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보안관의 입은 딱 벌어진 채 닫혀질 줄을 몰랐으며, 사격 명령도 그 밖의 명령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장한 사람들은 기겁초풍을 해서 마치 혜성이 날듯이 무서운 속력으로 저마다 뿔뿔이 도망쳐 갔다. 맹렬한 속력으로 현장으로 달려오고 있던 토오프 씨와 로봇 기술자 일행은, 숲속에서 도망중인 부보안관 ? 다리 제이크와 맞부딪쳤다. 이때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우선 토오프 씨가 물었다.
  "페잉이라는 사람의 통나무집은 어딥니까?"
  키다리 제이크가 대답했다.
  "내가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곧바로 가면 됩니다."
  그리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뺑소니쳤다. 그리고는 어느 사이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 페잉 영감은 어찌되었는가, 페잉 영감이 정신이 들어 살펴보니 높은 나무의 맨 꼭대기에 걸려 있었다. 땅 위의 무장 경찰대는 평면의 방향으로 쫓겨갔지만, 나무 위의 페잉 영감에게는 같은 힘이 수직으로 작용한 모양이다. 어쨌든, 50미터나 위로 올라가 있었다. 나무를 타고 올랐는지, 폭풍에 날렸는지는 그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페잉 영감은 그런 일을 생각하기보다는 더 심각하게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어쨌든 로봇 때문에 그의 재산은 크게 손해를 본 것이다. 그리고 이 근처의 풍경과 지형마저 뒤바뀌고만 것이다. 시가지에서는 꽤 시끄러운 문제가 되겠지. 또 마누라는 재산에 대해서 악담을 퍼부으며 못 살게 굴 것이다. 마누라가 싸움을 걸어올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그건 무서운 일이다. 이 사건에 자기가 관련이 됐다는 증거는 없애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페잉 영감은 고함을 쳤다.
  "여보슈. 로봇 씨! 모두가 당신 때문이오! 그런 장치는 곧 부숴 버리시오! 난 모르는 일이란 말요! 당신도, 모두 깨끗이 잊어버려요. 알겠소! 무엇 하나라도 말하면 안 된단 말이요. 모든 것을 잊어버려야 해요? 개척 기계를 두들겨 부수시오! 어서 빨리!"
  그런데 로봇은, 본시 인간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이 로봇 제조에 관한 원칙이다. 그러므로 가령,
  "딴 인간을 해치워라."
  하는 명령을 내리다 해도, 고장난 로봇이 아닌 이상, 그런 명령에는 복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는 명령이라면 로봇은 무슨 일에나 인간의 명령에 따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AL 26호는 일부러 제작한 새로운 개척 기계를 주저하지 않고 급히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체하는 일이 거의 끝났을 때 토오프 일행이 도착했다.
  "오, 말?사람들이 왔다!"
  나무 꼭대기에 있던 페잉 영감은 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서둘러 내려오다가 그만 실수해서 거꾸로 떨어져 내렸다. 페잉 영감은 미지의 세계로 영원한 길을 떠나게 되고 말았다. 로봇 기사 와일드 박사는, 총지배인 토오프 씨에게 말했다.
  "뭔가 로봇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토오프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습니다. AL 26호는 모든 기억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필시 어떤 사람한테서 잊어버리라는 명령을 받은 게 틀림없습니다."
  "나는 기술자로서 이 파괴된 잡동사니의 산더미를 보고는 아쉬운 마음 누를 수 없습니다. 자, 보십시요. 산의 윗부분을 4분의 3이나 한꺼번에 날려보낸 굉장한 성능을 가진 개척 기계를 이 잡동사니로써 어떻게 만들었단 말입니까? 그러나 로봇에게 두번 다시 만들게 할 수는 없을겁니다. 이 에너지의 비밀을 우리들이 알게 된다면, 원자력 이후의 일대발견으로 온 세계가 들끓게 될 것입니다. 여하튼 원자력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장치에 굉장한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로봇의 머리가 이상해져서, 우연하게 만들어 낸 장치는 잡동사니를 조립하고 거기에다... 자, 이겁니다."
  와일드 박사는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밀어 보였다. 그것은 회중전등용의 두 개의 건전지였다. AL 26호가 만든 새로운 에너지의 장치는 이상과 같은 경위로써 상실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어쩌면 우리들이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바로 손 닿는 데에 숨겨져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그것은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여러분이 이런 일을 뭔가 예를 드는 일로, 또는 교훈적인 이야기로 받아드린다 해도 무방하지만 사실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AL 26호 로봇은 지금, 과거의 일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어쩌면 이젠, 기계로서의 수명이 다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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