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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브라이언 펀 스튜디오 다운로드,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진화'에 관한 연구 : 몬스터 애니메이션 < 포켓몬스터 > 와 < 디지몬 > 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by Casey,Riley 2020.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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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진화'에 관한 연구 : 몬스터 애니메이션 < 포켓몬스터 > 와 < 디지몬 > 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목 차 Ⅰ. 서론 Ⅱ. 본론 Ⅲ. 결론 ABSTRACT 초 록 영화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에 있어 장르는 산업적 요구와 관객의 취향이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그리고 하 나의 장르는 특정 유형의 캐릭터, 내러티브, 도상들과 같은 관습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 포켓몬스터 > 와 < 디지몬 > 으로 대표되는 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장르의 관습인 캐릭터의 '진화'에 대해 고찰하였다. < 게게게노 기 타로 > 에서 시작된 요괴 애니메이션은 < 드래곤 볼 > 에서 중요한 변화를 겪으며 그 하위 장르인 몬스터 애니메이션 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 포켓몬스터 > 와 < 디지몬 > 시리즈는 일본 상업 애니메이션의 특정 장르 안에서 캐릭터 자체 의 '진화'를 장르 관습의 요체로 삼아 수많은 캐릭터들을 양산하고 산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몬스터 애니메이션은 이야기 구조보다는 캐릭터성이 극단적으로 강조되는 장르적 특성을 보인다. < 포켓몬스터 > 의 캐릭터들은 하이브리 드형, 뮤턴트-중첩형, 변태형, 단순성체형, 내러티브형, 다중진화의 6가지 방식으로 진화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 디지몬 > 의 경우 진화의 방향이 대부분 인간 병기로서 전투형 사이보그로 진화하는 일관된 경향을 보이며 캐릭터 들 간의 하이브리드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게임과 완구 업계의 산업적 요구가 캐릭터의 수를 엄청나게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탁월한 산업적 전략으로 선택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시각적으로 반 복되는 장르 관습을 극대화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전략 안에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국가 이데올로기나 군국 주의적 욕망이 조금이라도 묻어있다면 이것은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포켓몬 캐릭터의 진화와 디지몬 캐 릭터의 진화는 이데올로기 효과의 측면에서 차이를 갖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이데올로기적 효과에 저항하고 새로운 놀이의 방식을 발견하고 있다. 주제어 : 장르의 진화, 몬스터 애니메이션, 장르 관습, 하이브리드와 뮤턴트, 이데올로기 효과 “말보다는 이미지 속에 더 많은 현실이 있다.” -죠셉 캠벨 - 37 - Ⅰ. 서론 두꺼비 등에 커다란 씨앗이 붙어 있다. 두꺼비와 씨앗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물 체인 하이브리드 몬스터이다. 이 씨앗은 풀이 되고 꽃이 된다.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어린 두꺼비의 모습은 점점 몸집이 커지고 힘이 강해지면서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어른 두꺼비로 변해간다. 포켓몬 스터 캐릭터 중 '이상해씨'의 진화 과정이다. 이상해씨는 이상해풀로, 다시 이상해풀은 이상해꽃으로 진화한다. 그림 1. 이상해씨-이상해풀-이상해꽃 트로트나 일일연속극처럼 대중문화로 소비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들은 그 특유의 장르적 관습 (genre convention)에 기반한 작동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피스크의 말처럼, 관습은 한 문화의 구성원 들이 서로 나눈 기호의 체험에서 유도된 기대들이며 기호들이 지니는 사회적 차원이기 때문이다. 일 본 애니메이션의 변신, 합체, 진화는 오랜 기간 확립된 분명한 장르의 관습이며 TV를 시청하는 어린 관객들이 공유하고 경험하는 기호의 체험이자 반복 학습을 통해 유도된 스펙터클적 기대이다. 그리고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는 문화 현상이기도 하다. 원래 진화는 하나의 장르가 가지는 점진적 변화의 흐름을 의미하지만 이 글에서는 몬스터 애니메이션 장르의 특징적 관습으로 부각되는 구체적인 캐릭 터의 '진화'에 초점을 맞춰 논의해보고자 한다. 장르적 진화 속에서 진행되는 캐릭터의 '진화' 방식과 원리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에서의 장르의 관습은 정치 경제학적 효과를 갖는다. 스튜디오의 재정에 도 움을 주는 경제적인 이익과 함께 변신, 합체, 진화라는 스펙터클의 반복을 통해 어린 관객들을 매혹시 키며 관습의 재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일본 상업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이 보지만 어른들이 만드는 것이고, 일본 사람들이 만들지 만 전 세계의 아이들이 즐겨 보는 것이 일본판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다. 이것은 탁월한 산업적 전략 이자, 천재적 시스템인 동시에 문화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 는 주제이다. 1. 애니메이션 장르의 진화 관습은 기의가 기표를 결정하는 양태로 이것을 알아낸다는 것은 기호를 배운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문화는 기호의 관습화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화가 “어떤 일 을 특정한 방식으로 하는 선호의 집합일 뿐”1)이라는 언어학자 케닐리의 정의에 동의한다면,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관습 자체가 그 매체의 본체 혹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호의 집합이라는 점 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관습을 배우는 것은 다름 아닌 기 호의 의미 작용을 사회적 차원에서 이해한다는 뜻일 것이다. 1) 크리스틴 케닐리, 전소영 역, 2009, p.339 - 38 - 일반적으로 영화의 특정 장르는 자신만의 공식화된 약호와 관습의 체계를 가지며 반복되고 변주 된다. 여기에서 장르의 관습은 특정한 유형의 행위와 캐릭터, 내러티브 유형과 플롯의 구성, 반복적인 도상적 특성들로 드러난다. 그러니까 영화 장르란 특정 내러티브를 가진 한 편의 서부극 영화를 의미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서부극 영화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서부극이라고 말해질 수 있는 장 르적 도상이나 캐릭터, 배경, 플롯의 구성, 내러티브 전략과 같은 영화 관습의 체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영화는 발생 초기부터 과학 기술의 결과였기 때문에 자본과의 밀접한 관련을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르가 진화한다는 점 이다. 진화라는 용어는 찰스 다윈이 종의 진화를 설명하며 사용한 용어지만 프랑스의 영화이론가 앙드 레 바쟁이 미국의 서부극을 분석하면서 처음 영화 이론에 도입한 개념이다. 이후 이 장르의 진화라는 개념은 영화장르 분석에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특히 이러한 장르는 자본의 독립을 기반으로 하는 독립영화 혹은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보여주는 예술 영화나 실험영화보다는 상업적인 주류 영화 들을 분석하는 개념틀로 자리 잡았다. 개체 하나하나가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환경에 적응하여 종의 발전을 이루듯이, 한 무리의 영화들은 끝없이 반복과 혁신을 통해 진화하면서 하나의 장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산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업이라는 성격이 강한 상업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예술가 한 사람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대중 관객들의 반응과 취향을 고려하여 만 들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상업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스튜디오의 재 정적인 요구와 대중의 취향을 고려하여 장르를 발달시키는 산업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영화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애니메이션은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의 관습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 략을 구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합체, 변신, 진화와 같은 장르의 관습을 개발하고 지속 하는 것은 상업 애니메이션의 본질적 특성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기법2)이나 뱅크 시스템3)과 같은 장르의 관습을 구축하는 것은 탁월하고도 천재 적인 방법이었다. 어린 관객들이 매 회마다 열광하고 기대하는 로봇의 합체, 마법소녀들의 변신, 몬스 터 캐릭터들의 진화는 관습의 발견이며, 이 관습의 채택은 그것 자체를 스펙터클로 즐기는 어린 관객 들을 길들이고 매혹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2. 장르의 관습 : 변신, 합체, 진화 일본 TV애니메이션의 장르들 중 < 우주소년 아톰 > 과 < 마징가제트 > 에서 시작되는 로봇 메카닉 장 르와 < 요술공주 새리 > 에서 < 달의 요정 세일러문 > 에 이르는 마법소녀 장르, 일본 애니미즘에 기반한 요괴나 괴물이 등장하는 < 게게게노 기타로 > , < 포켓몬스터 > 등의 요괴-몬스터 장르와 같은 애니메이션 장르들은 변신, 합체, 진화를 그 관습으로 확고하게 구축했다. 이 논문에서 위의 장르들을 몸 바꾸기 장르(transforming-body genre) 애니메이션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4) 2) 리미티드 애니메이션(limited animation)은 일본의 데츠카 오사무가 개발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상업 애니메이션의 일반적인 기 법이다. 실사 영화와 같이 1초에 24프레임의 장면을 사용해 부드러운 움직임을 얻는 풀 애니메이션(full animation)과 달리, 1 초에 8-16프레임만을 사용하여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제작 방식이다.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은 노동집약적인 애니메이션 작업 과 정을 획기적으로 줄여 막대한 제작비 절감의 효과를 가져온다. 3) 뱅크 시스템(bank system)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제작 절감 효과보다 더 나아간 것으로 마법소녀들의 변신이나 로봇메커닉 들의 합체, 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진화 장면을 미리 그려놓고 마치 돈을 은행에서 필요할 때마다 찾아 쓰듯이 필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가져다 쓰는 제작 방식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매너리즘적 관습이다. 1회 방영에 수차례 반복적인 사용 이 가능하기 때문에 변신하거나 합체하는 캐릭터가 많을수록 제작비는 절감되고 그 관습 자체가 애니메이션의 핵심적인 스펙 터클이 되는 경우가 많다. 4) 몸바꾸기 장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후속 논문에서 진행하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몸 바 꾸기 장르(transforming-body genre) 애니메이션 연구-합체, 변신, 진화의 장르관습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학술대회(2009년 11월 7일, 이화여자대학교) 발표한 논문으로 학술대회 프로시딩을 참조.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 장르들의 구분 - 39 - 이 몸 바꾸기 장르 애니메이션들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어른으로 자 라나기'이다. 어린이가 어른으로 순식간에 몸이 커지는 시각적 판타지는 쾌감의 원천이다. 이러한 변 신의 기쁨은 매혹의 스펙터클이 되는 동시에 어린 관객들을 유인하는 장르의 관습이자 핵심적 원동력 으로 작용한다. 로봇 메카닉 장르에서는 어린 소년들의 몸이 거대한 로봇에 올라타거나 강철 신체 내 부에 탑재되면서 소년 몸의 기계적 확장을 시각화한다. 연약하고 작은 소년의 몸은 거대한 건드레스 혹은 서양의 철갑옷을 두르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막강한 적과 싸운다. 어린 일본 소년들이 두른 철 갑옷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은 일본 정신이 서양 기술의 옷을 입은 '화혼양재(和魂洋才)5)'라는 근대 화 이데올로기의 이미지적 구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6) 이 뿌리 깊은 이미지는 일본 로봇 메카닉 장 르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또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법소녀물의 경우, 매니큐어를 바르고 옷을 갈아입고(심지어 웨딩드레스로) 특별한 장신구 등을 착용하면서 단지 몇 번의 회전으로 섹시한 팔등신 미인으로 변신 하는 장면은 어린이들의 시각적 쾌락을 넘어 심리적 소망충족의 순간이기도 했다. 몸집이 커지고 힘 이 세지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어른이 되는 것은 모든 소년, 소녀들의 꿈이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 들은 쉽게 장르의 관습이자 강력하게 소통되는 기호가 되었으며 진화의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모티프 가 되었다. 마법소녀 장르와 로봇 메카닉 장르 이후에 등장하는 몬스터 애니메이션인 포켓몬과 디지 몬의 캐릭터 진화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진화 방식은 어른으로 자라나기, 즉 성체 되기이다. 두 번째 특징은 캐릭터가 어른으로 몸집이 자라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힘이나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캐릭터들은 몸이 자라남에 따라 악의 화신인 적과 싸워 대적할 만한 힘을 갖게 되고 여러 가지 초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로봇 메카닉 장르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태운 거 대한 로봇/사이보그들은 그 자체로 유능한 인간병기가 되고(에반게리온) 엄청난 화력과 놀라운 지력 을 발휘하여 지구를 지키는 과업을 훌륭히 수행하는 전사가 된다. 마법소녀 장르의 경우에도 변신이 이루어지면 주인공들은 평범한 소녀에서 마술봉을 가진 초능력자가 된다. 다른 별의 공주로 설정되던 초창기 마법소녀 장르( < 요술공주 새리 > , < 요술천사 꽃분이 > )는 일상의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내 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소녀들의 귀여운 마법과 초능력은 < 달의 요정 세일러 문 > 에 이르면 평범한 소녀들의 스펙터클한 섹슈얼 판타지로 바뀐다. 이러한 선행 장르들의 관습은 포켓몬이나 디지몬의 진 화 관습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인공 아이들의 몸이 직접 로봇이나 마법 소 녀로 변신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머니 괴물이나 디지털 몬스터들이 아이들을 대 신해 진화, 변신하여 적들을 맞아 싸우고 매번 승리하는 것이다. 특히 주인공들이 포켓볼7)이나 디지 바이스8)를 통한 몬스터의 조절과 통제, 진화를 한다는 이야기 전략은 소유욕을 만족시키고 상황을 통 제하는 주인의 쾌락을 선사한다. 세 번째 특징은 변신, 합체, 진화하는 캐릭터들의 수가 장르가 발전하고 진화 할수록 증가하는 경 향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로봇 메카닉 장르에서는 < 다간 > 이나 < 건담 > 시리즈를 지나 < 황금로봇 골드 런 > 에 이르면 적의 로봇까지 종류가 많아지며 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마법소녀 장르도 요술공주 들이 여전사로 바뀌는 장르 내적 진화를 보이면서 그 수가 증가한다. < 달의 요정 세일러 문 > 은 세일 러 비너스, 세일러 머큐리, 세일러 넵튠, 세일러 마스 등과 같이 태양을 도는 행성들의 이름이 붙은 다양한 처녀(더 이상 소녀라 하기 어려운) 전사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변신, 합체 캐릭터들의 수적인 문제는 다음 연구 과제로 기획하고 있다. 5) 화혼은 일본의 전통정신을, 양재는 서양의 기술을 의미하며 이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근대화의 논리였다. 6)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김윤아, 2003, pp.75-79. 7) 포켓몬스터들을 보관하는 볼 8) 디지바이스(digivice)는 주인공들이 디지몬들을 불러내거나 몸을 업그레이드 진화할 때 사용하는 호출기(삐삐)처럼 생긴 작은 기계. - 40 - 증가는 80년대를 전후하여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탈경계, 탈장르, 탈중심의 포스트모던 애니메이션적 현상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현상은 애니메이션이 단순한 한 편 혹은 하나의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넘 어서 완구산업과 같은 캐릭터 산업과 밀접히 연관되고 그 산업적 요구에 부응하여 진화하는 또 하나 의 강력한 장르적 관습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인터넷이 상용화됨으로써 온라인 게임 이 성행하게 되자 포켓몬과 같은 무한하게 증식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캐릭터들끼리의 합체 진화 하는 방식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이윤을 배가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린이를 주 관객층으로 하는 TV시리즈물로 성공을 거둔 포켓몬과 디지몬을 중 심으로 새롭게 각광받는 몬스터 애니메이션에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진화'라는 장르적 관 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상업 애니메이션 장르를 역사적으로 접근한 저서들은 있지만 장르의 진화나 캐릭터의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구한 구체적인 선행 연구는 찾아 보기 어렵다. 포켓몬스터와 디지몬의 이미지에 대한 필자의 연구는 「왜 '포켓몬스터'가 아이들을 미 치게 하는가? 」9)와 「디지몬 연구」10)에서 시작되어 『포켓몬마스터 되기』11)로 이어졌으며, 「요괴 들의 퍼레이드, 죽음의 행진」12) ,「요괴 캐릭터 연구-요괴 이미지의 생성원리를 중심으로」13)가 있다. 이 논문도 요괴 애니메이션 연구의 하위 장르라 보이는 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이미지와 그것의 분석에 대한 일련의 연속적 작업임을 밝혀둔다. Ⅱ. 본론 1. 포켓몬스터의 진화와 그 유형 장르는 스튜디오의 재정과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진화한다.14) 그러나 이는 일방향적인 것은 아니 다.15) 관객의 반응은 익숙한 방식으로 훈련되고 길들여진 것일 수도 있으며, 관객의 취향은 그것을 만 들어낸 사람들에 의해 고도로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 스튜디오의 의도와 관객의 선호 및 취향이 서 로 만나는 지점에서 상업적 성공이 가능한 것이다.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 포켓몬스터 > 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발과 그 폭발적인 인기는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 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9) 김윤아, 「왜 '포켓몬스터'가 아이들을 미치게 하는가? 」, 영상문화 2호, 2000년. 포켓몬스터 캐릭터들의 이미지적 원형을 중국 신화지리지인 『산해경』에서 찾아보고자 한 최초의 시도였다. 10) 김윤아, 「디지몬 연구」, 영상문화 3호, 2001년. 디지몬 캐릭터들의 진화의 방향이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적 기운의 부활 이라는 혐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한 논문. 11) 김윤아, 『포켓몬마스터 되기』, 살림출판사, 2002년. 포켓몬과 디지몬의 서사와 이미지적 분석을 일본 상업 애니메이션의 역 사적 맥락 안에서 비교 분석한 책이다. 12) 김윤아, 「요괴들의 퍼레이드, 죽음의 행진」, 작가세계, 79호, 2008년. 요괴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들이 일본 전통의 백귀야 행도와 관련되어 있으며 그것이 이전의 여러 기능들을 상실하고 즐거운 스펙터클로 그려지는 상황을 분석한 논문이다. 13) 김윤아, 「요괴 캐릭터 연구-요괴 이미지의 생성원리를 중심으로」,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16호, 2009년. 포켓몬과 디지몬을 위 시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이미지의 생성 원리다 하이브리드와 뮤턴트의 두 가지 생성원리를 가진다는 점을 규명한 논 문. 14) 장르의 진화와 장르의 한 관습으로써 캐릭터의 진화는 구별되어야 한다. 원래 장르 애니메이션들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그 자 체로 반복과 변주를 통해 진화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관습을 체계화하고 그 장르를 존속시킨다. 요괴 애니메이션이나 몬스터 애니메이션, 스포츠 애니메이션이나 SF 애니메이션 장르들 모두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특유의 양식, 내러티브, 주제의 맥락에 서 반복되는 관습의 체계들이다. 그러나 캐릭터의 진화는 포켓몬이나 디지몬처럼 캐릭터가 내러티브 내에서 자라나고 모습이 변화한다는 의미에서 애니메이션 내부의 이미지적 진화이다. 그리고 포켓몬과 디지몬에서는 이들 캐릭터가 몸이 자라고 힘이 세지는 것을 스스로 '진화한다'고 표현한다. 애니메이션 장르의 진화와는 다른 의미인, 캐릭터의 외형과 성격이 순차적으로 변 화한다는 의미에서 진화라는 용어를 채택하고자 한다. 15) 최근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스토리텔링 논의는 관객들과의 쌍방향 소통, 상호작용을 가장 중요한 내러티브 전략으 로 꼽고 있다. 디지몬의 경우, 인터넷 게임으로 인기를 얻고 다양한 합체 진화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는 방식을 채택 함에 따라 관객들끼리 정보나 의견 교환, 심지어 어떤 캐릭터가 더 힘이 센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나 댓글 달기 등은 일반적 현상이 되었다. - 41 -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장르의 관습의 하나로서 캐릭터의 진화는 몬스 터 애니메이션의 중요 전략으로 자리 잡았으며, 장르의 관습으로 굳혀진 캐릭터 진화의 유형을 파악 하는 것은 미래의 캐릭터 산업의 성공적 전략 수립에 있어 상업적으로도 유의미한 연구가 될 것이다. 일단 < 포켓몬스터 > 의 캐릭터들은 그 수에 있어 파격적이었다. < 포켓몬스터 > 1편에서 1백 51개의 캐릭터가 선을 보였으며, 이 캐릭터들은 폭발적 인기를 얻음에 따라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이 활 성화되고 여러 버전이 만들어지면서 그 수는 거의 500개에 육박하게 되었다.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지 는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들을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본 원리는 하이브리드와 뮤턴트의 방식이다.16) 그 리고 두 가지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이미지적으로 진화하는 장르적 관습을 가지 며 그 관습은 서론에서 밝힌 3가지 특성을 갖는다. 캐릭터 진화의 가장 기본은 '성체 되기'라고 할 수 있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통, 큰 눈과 짧은 다리를 지닌 어린 캐릭터는 진화함에 따라 뿔이 돋아나거나 신체의 일부가 뾰족해지기도 하고 몸집이 커지면서 팔 다리가 길어지는 성체로 자라난다. 그리고 기능이나 능력의 증가가 외양으로 표현되거나 온순했던 성격이 거칠어지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캐릭터화된다. 아이들은 맘에 드는 다양한 포 켓몬들을 자신의 취향대로 소유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 소유욕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 포켓몬스터 >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프라모델과 같은 완구나 카드, 온라인 게임, 책과 여러 장난감 등으로 제작되면서 인기몰이를 하였다. 포켓몬과 디지몬의 진화 전략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 포켓몬스터 > 의 캐릭터들은 자연계에 존재 하는 수수께끼의 생명체로 설정되었지만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가령, 피카츄는 지우의 피카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수많은 피카츄가 존재한다. 지우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포켓몬 피카츄인 것 이다. 이처럼 다수다양성을 기본으로 하는 포켓몬은 영구적 진화를 한다. 한번 진화한 포켓몬은 다시 이전의 어린 포켓몬으로 돌아올 수 없다. 그러나 진화는 포켓몬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치 피터 팬과 같이 어른이 되기 싫은 아이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도 하다. 반면, 각각의 디지몬은 자연계의 생명체가 아니라 디지털 몬스터, 즉 컴퓨터 합성으로 이루어진 인공 생명체이며 자기복제나 증식을 하지 않는 한 유일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진화는 포켓몬 처럼 영구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진화한다. 캐릭터가 어떤 단계에 이 르면 그 자리에서 진화를 하고 전투의 양상과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진화가 이루어진다. 주인공 소년 소녀들은 짝패를 이루는 디지몬과 일대일의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포켓몬과 달리 디지몬들은 자신들 의 진화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신, 전투가 끝나면 성체가 되었던 디지몬들은 다시 이전의 모 습으로 돌아간다. 또한 디지몬 캐릭터의 진화는 성체가 될 뿐 아니라 대부분이 전투형 사이보그로 진 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디지몬이 싸우는 다마고치에서 유래하고 게임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애니 메이션이라는 상업적 요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포켓몬의 진화 유형은 하이브리드형 진화, 뮤턴트-중첩형 진화, 변태형 진화, 단순 성체형 진화, 내러티브형 진화, 다중진화의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분류는 크게 하이브리드와 뮤턴트라 는 요괴 이미지 생성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여 1백 51개의 1차 포켓몬 캐릭터들을 유형화하여 도출해 낸 구분이다. 1) 하이브리드형 진화 요괴나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캐릭터 생성의 원리는 크게 하이브리드적 원리와 뮤턴트적 원리, 두 가지 방식이 지배적이다. 동물과 식물의 하이브리드, 여러 가지 동물들의 하이브리드, 산 것과 죽은 16) 김윤아, 2009 참조. - 42 - 것의 하이브리드 등의 방식이 하이브리드적 생성원리라 할 수 있고 신체의 기형, 중첩이나 생략 등의 방식이 뮤턴트적 생성원리이다.17) 이 이미지 생성의 원리는 무궁무진한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캐릭 터의 수는 원하는 만큼 늘릴 수가 있다. 캐릭터에 의해 극대화되는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요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한편의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많은 문화적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이브리드형 진화는 < 그림 1 > 의 이상해씨-이상해풀-이상해꽃의 진화처럼 동물과 식물의 결합이 있다. 동물과 식물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이상해씨가 이상해풀로 몸이 커지고 등에 달린 씨가 풀로 자 라나면서 1단계 진화를 한다. 그리고 그 풀이 꽃으로 바뀌고 몸집이 더 커지면서 성체의 두꺼비가 되 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의 하이브리드이자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성체되기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 다. 또 < 그림 2 > 에서 보듯이 꼬부기의 진화는 기본적으로 성체가 되면서 힘이 세지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 장르 진화의 관습을 바탕으로 거북이와 대포의 하이브리드인 거북왕으로 진화한다. 생물 과 무생물, 즉 생명체인 거북이와 생명이 없는 무기인 대포의 결합을 보여준다. 그림 2. 꼬부기-어니부기-거북왕 그림 3. 파이리-리자드-리자몽 파이리는 꼬리에 불을 단 용으로 인상을 쓴 사춘기의 반항적인 눈을 가진 리자드로 진화하고 리 자몽이라는 어른용으로 자라난다. < 그림 3 > 에서 보듯이 이들은 용이라는 상상적 동물과 불의 하이브 리드인데 성체인 리자몽은 입에서도 불을 뿜는다. 꼬부기와 같이 동글동글하던 어린 아이의 얼굴이 성체가 되며 험상궂고 길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남자 아이들이 로봇에 올라탐으로써 몸이 커지고 힘 이 세어지는 경험과 여자 아이들이 팔등신의 미녀 전사로 변신하는 장면은 포켓몬의 진화에 와서 그 젠더적 차이를 무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포켓몬 캐릭터는 탈젠더적인 존재로서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던 장르의 젠더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늘씬한 팔등신 미녀가 세일러복을 입거나 심지어 웨딩드레스로 갈아입는 가부장적 연애와 결혼에 관한 변신 판타지를 시각적 매혹으로 제시하는 젠더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장르 컨벤션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다. 그림 4. 뚜벅초-냄새꼬-라플라시아 그림 5. 모다피-우츠동-우츠보트 < 그림 4 > 의 뚜벅초와 < 그림 5 > 의 모다피는 동물과 식물의 하이브리드 이미지이다. 포켓몬 도 감18)에 의하면 뚜벅초는 하룻밤에 110m를 걸어간다고 한다. 이 뚜벅초는 향기가 아닌 냄새를 풍기는 17) 김윤아, 앞의 논문 참조. 또 이와 관련한 들뢰즈의 '다수다양성' 개념과 포스트 N세대 어린 아이들이 포켓몬에 열광하는 현상 을 분석한 내용은 김윤아, 2002, pp.29-38 참조. 18) 포켓몬 도감은 각각의 포켓몬들의 특기나 진화 단계, 게임을 할 때 에너지의 크기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을 적어놓은 일종 의 포켓몬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그것을 사전삼아 각각의 캐릭터의 특성과 성질을 파악한다. - 43 - 사춘기 아이같은 냄새꼬가 되었다가 큰 꽃을 피우는 성체 라플라시아로 진화한다. 풀이 꽃이 된다는 점에서 이상해씨와 비슷한 유형의 진화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다피의 경우도 걸어 다니는 식물이 점차 성체가 되면서 입이 커지고 이빨이 돋아나는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달리기를 하는 듯한 모다피의 운동성은 성체인 우츠보트가 되면 다리는 사라지고 다 자란 식물처럼 정착하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2) 뮤턴트-중첩형 진화 돌연변이나 기형적인 신체를 가진 뮤턴트 몬스터들도 진화한다. 뮤턴트 캐릭터들의 생성 원리는 신체 일부의 과장이나 중첩, 삭제나 생략의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포켓몬 캐릭터 중 뮤턴트들의 진화 는 중첩의 이미지들이 대부분이다. 신체 이미지의 삭제나 생략, 축소 또한 요괴 캐릭터의 생성원리에 속하지만 뮤턴트형 포켓몬 캐릭터들의 진화는 중첩, 다수화 등으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림 6. 알통몬-근육몬-괴력몬 그림 7. 식스테일-나인테일 < 그림 6 > 의 알통몬은 힘이 세지고 몸이 커진 근육몬으로, 다시 근육몬은 팔이 4개로 늘어난 괴력 몬으로 진화한다. 과장과 중첩의 이미지는 능력의 강화를 의미한다. 가령 다리수가 늘어나는 것은 질 주 속도가 증가하는 것, 입이 복수화되는 것은 삼키는 능력이 과장되는 것, 머리의 복수화는 지혜와 이성적 능력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괴력몬의 4개의 팔은 그 이름처럼 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 미라 할 수 있다. 성체가 진화하는 방향이 신체 일부의 중첩으로 형성되는 캐릭터로는 < 그림 7 > 의 식스테일과 나인테일도 대표적이다. 식스테일은 본래 구미호(나인테일)에서 파생된 캐릭터이다. 구미호 는 동아시아 이미지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산해경』에 등장하는 신이적 존재이다. 꼬리가 중 첩되는 극단적 이미지인 구미호가 되려면 꼬리가 6개인 어린 시절을 지내야 한다는 자연스러운 발상 에서 역으로 생겨난 캐릭터로 보인다. 나인테일이 아름다운 성체의 모습을 지닌 반면 식스테일은 동 글동글한 얼굴과 꼬리를 지녀 더 앳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래 < 그림 8 > 의 포니타-날쌩마나 < 그림 9 > 의 두두-두트리오의 진화 또한 강화와 중첩의 이미지 라 할 수 있다. 불처럼 타오르는 갈기를 가진 망아지가 더 화려하고 크고 더 많은 불꽃 갈기를 지닌 날쌘 말로 진화한다. 두두와 두트리오는 구미호처럼『산해경』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이다. 두두는 '유' 혹은 '창부'라는 머리가 둘 달린 새의 이미지와 흡사하고 두트리오는 머리가 셋 달린 '기여'와 유사한 이미지이다. 그림 8. 포니타-날쌩마 그림 9. 두두-두트리오 - 44 - 3) 변태형 진화 곤충 포켓몬들은 실제 곤충들처럼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하고 나비가 되는 변태 과정을 통해 진 화한다. 캐터피는 단데기로 다시 버터플로 진화한다. 이러한 진화는 하이브리드나 뮤턴트형와 같은 요 괴나 몬스터의 진화라기보다는 자연계의 곤충들의 변태를 진화의 과정으로 보여주고 있어 어린이들에 게 교육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포켓몬 캐릭터의 진 화과정을 통해 곤충들의 변태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캐터피 이외의 말벌 포켓몬인 독침봉도 뿔충이와 딱충이의 순서로 변태형 진화를 하고 있다. 그림 10. 캐터피-단데기-버터플 그림 11. 뿔충이-딱충이-독침봉 4) 단순 성체형 진화 하이브리드나 뮤턴트적 속성은 강하지 않지만 성체로 진화하는 포켓몬들이 있다. 개구리와 올챙 이의 변태 과정을 캐릭터화한 < 그림 12 > 의 발챙이-강챙이-수륙챙이는 붙여진 이름이 흥미롭다. 뒷다리 가 먼저 나오는 개구리로 변화하는 특징을 잡아 발챙이라 이름 지었고 사춘기 소년 같은 강챙이 시절 을 지나 물과 육지에서 활동한다는 의미에서 수륙챙이라 명명했다. < 그림 13 > 의 고오스, 고스트, 팬텀 은 유령의 이미지를 몬스터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러한 진화 과정을 거치는 캐릭터들은 수륙챙이와 팬텀과 같이 성체로 진화한 모습은 대개 의인화된 경향이 있다. 의인화된 캐릭터는 어린이들에게 동 질감과 친근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캐릭터 친화성을 높인다고 여겨진다. 그림 12. 발챙이-강챙이-수륙챙이 그림 13. 고오스-고스트-팬텀 니드런은 포켓몬 캐릭터 중 드물게 암수가 따로 진화하는 포켓몬이다. 수컷인 니드런은 니드리노-니 드킹으로 진화하고 암컷은 니드리나-니드퀸으로 진화한다. 그림 14. 니드런(수)-니드리노-니드킹 그림 15. 니드런(암)-니드리나-니드퀸 - 45 - < 그림 16 > 은 도감 상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켓몬' 중 최면 포켓몬으로 분류되는 케이시-후딘-윤 겔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잠자던 예언자 에드가 케이시와 초능력으로 숟가락을 휘게 만들었던 유리 겔라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 케이시는 잠을 자는 듯 눈을 감고 있고 윤겔라는 숟가락을 들고 있다. 캐릭터의 창조에 있어 적절한 이름을 명명하는 것도 성공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이런 특별한 포켓몬들도 성체되기의 원칙은 고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6. 케이시-후딘-윤겔라 5) 내러티브형 진화 우스꽝스러운 야돈의 진화는 간단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야돈은 주로 낮 동안에 꼬리를 물에 담그 고 잠을 자는 포켓몬스터이다. 스스로 일어나는 법이 없는 야돈은 어느 날 이빨달린 소라가 꼬리를 깨물 어서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소라를 꼬리에 달고 직립을 하게 된 야돈이 야도란으로 진화한 것이다. 완전히 한 몸이 된 것은 아니지만 야돈과 소라의 하이브리드적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이 와 같이 짤막한 에피소드형 이야기가 내러티브가 빈곤해 질 수 있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주된 단점을 보완하며 진화의 내러티브로 기능하고 있다. 그림 17. 야돈-야도란-야도킹 그림 18. 고라파덕-골덕 애니메이터가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 그림 18 > 의 고라파덕은 늘 두통에 시달려 서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고 흔드는 집오리이다. 두통이 심해지면 염력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골덕으로 진화한다. 6) 다중 진화 그림 19. 이브이-쥬피썬더, 샤미드, 부스터 - 46 - 이브이는 전기포켓몬에 속하는 포켓몬으로 각각 다른 세 종류의 포켓몬으로 진화한다. 번개의 돌 을 이용해 진화하면 피카츄, 라이츄와 같은 전기 포켓몬의 일종인 쥬피썬더로 진화하고, 물의 돌을 써 서 진화하면 도마뱀의 망토와 물고기의 꼬리를 지닌 물포켓몬의 일종인 샤미드, 불의 돌을 사용하면 탐스러운 갈기와 털을 가진 부스터로 다중 진화한다. 연금술에서 찾아내야하는 궁극적인 물질이 '현자의 돌'이다. 현자의 돌은 어떤 금속이든 금으로 바꿔주는 물질로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현자의 돌에서 영감을 얻은 듯 한 번개의 돌, 물의 돌, 불의 돌이라는 설정도 왜 포켓몬 캐릭터가 다른 이미지로 바뀌는지에 대해 설명 을 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포켓몬 골드버전 게임에서 이러한 캐릭터 진화의 방식은 극대화되는데 친숙도를 올리고 아침에 진화하면 에브이, 밤에 진화하면 블래키, 장소에 따라 눈 내리는 마을 얼음 돌 근처에서 진화하면 글 레이시아, 꽃마을 숲에 있는 이끼 돌 근처에서 진화하면 리피아로 각각 진화한다. 이 다중진화의 방식 은 한 마리의 포켓몬이 여러 마리의 포켓몬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2. 디지몬의 진화 1) 전투형 사이보그 되기 디지몬의 진화는 포켓몬의 진화보다 한층 복잡하고 이미지적 유사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리 고 디지몬 버전에 따라 같은 디지몬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어둠의 힘에 영향을 받는 디지몬은 '암흑 진화'를 하여 사악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처음부터 디지몬들은 주인의 성향에 따라 선한 디지몬과 악한 디지몬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포켓몬처럼 한 명의 주인공이 여러 개의 포켓몬 스터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주인공이 하나의 디지몬과 짝패를 이루는 설정이다. 그 리고 그 디지몬은 주인공의 소환과 필요에 따라 여러 단계의 진화를 한다. 또, 하나의 디지몬이 버전에 따라 다르게 진화하기도 한다. < 디지몬 어드벤쳐 > 에서 아구몬은 아 구몬-그레이몬-메탈그레이몬-워그레이몬으로 진화한다. 후속 버전인 < 디지몬 세이버즈 > 에서는 아구몬지오그레이몬-라이즈그레이몬-샤인그레이몬의 순으로 진화하게 되는 식이다. 디지몬 시리즈는 < 디지몬 어드벤쳐 > , < 파워 디지몬 > , < 디지몬 테이머즈 > , < 디지몬 프론티어 > , < 디지몬 세이버즈 > 총 5차례에 걸쳐 제작되었으며 번외전으로 < 디지몬 제볼루션 > 이 있다. 1기 < 디지 몬 어드벤쳐 > 는 < 그림 19 > 에서 < 그림 26 > 까지 제시된 캐릭터들의 기본적인 진화가 이루어진다. 2기 < 파워디지몬 > 은 디지몬 진화과정을 더 강화하면서 진화에 필요한 디지바이스19)의 중요성이 증가한다. 3기 < 디지몬 테이머즈 > 는 카드를 이용해 진화하는 특성을 보이며, 4기 < 디지몬 프론티어 > 는 사람이 디지몬으로 변하기도 한다. 2006년에 만들어진 5기 디지몬 시리즈인 < 디지몬 세이버즈 > 는 앞 버전에 서 최종 진화를 한 캐릭터들 간 죠그레스 진화를 하여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냈다. 일단 < 디지몬 어드벤처 > 의 진화는 포켓몬 진화가 2-3단계인 것에 비해 5-6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진화의 과정도 유년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완전체, 궁극체로 진화한다. 성숙기의 디지몬들이 각 짝 패 주인공들과 함께 다니며 필요에 따라 완전체로, 궁극체로 혹은 절대 완전체로 일시적으로 진화하 여 적과 전투를 치른다. 이들이 전투형 사이보그로 자라나는 내러티브상의 당위는 디지몬 월드를 구 하고 동시에 인간 세계를 지키기 위한 전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켓몬처럼 단순히 힘 19) 디지바이스는 사람의 마음이 가진 힘을 디지몬에게 전달해 진화시키는 아이템으로 디지털 월드로 가는 길을 만들거나 어둠 의 힘을 물리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 < 디지몬 어드벤처 > 와 < 파워 디지몬 > 에서 주로 사용됨. - 47 - 이 세지고 어른의 몸을 지니는 수준이 아니라 디지몬들은 악의 세력과 싸우는 전투 병기로 자라난다. 그림 20. 깜몬-코로몬-아구몬-그레이몬-메탈그레이몬-워그레이몬 < 그림 20 > 에서 보듯이 동그란 인형의 얼굴과 같은 깜몬은 분홍색의 코로몬으로 자라고, 코로몬은 공룡의 모습을 한 아구몬이 된다. 이들 간의 이미지적 유사성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아구몬은 몸집이 커지도 투구를 장착하면서 그레이몬이 된다. 그레이몬이 무기를 들고 몸집이 커지면서 메탈그레이몬 으로 진화하고, 메탈그레이몬은 인간의 형상을 한 절대완전체 워그레이몬으로 진화한다. 동글동글한 깜몬과 최종진화체인 워그레이몬을 비교하면 이들의 진화에는 아무런 이미지적 연관성이나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그림 21. 푸니몬-뿔몬-파피몬-가루몬-워가루몬-메탈가루몬 < 그림 21 > 의 뿔이 셋이나 솟은 모습의 푸니몬이 뿔 하나를 가진 뿔몬으로 진화하고 뿔 달린 강 아지 모습의 파피몬이 된다. 발톱이 뾰족하고 온 몸이 예각으로 이루어진 성체가 된 가루몬은 개의 신체를 가졌지만 다음 단계에서 직립하는 인간의 형상으로 진화한다. 인간 병기 워가루몬은 다시 날개 달린 사이보그 개 모습의 절대완전체 메탈가루몬으로 진화한다. 제 5기 시리즈인 < 디지몬 세이버스 > 에서는, 절대완전체인 워그레이몬과 메탈가루몬이 죠그레스20) 진 화를 하여 오메가몬으로 최종 진화하게 된다. 인간과 동물, 기계의 완전한 유기적 결합체인 최종 병기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다. 그림 22. 뽀글몬-모티몬-덴타몬-캅테리몬-아트라캅테리몬 곤충 이미지의 캅테리몬과 아트라캅테리몬도 전투형 사이보그 진화를 잘 보여주는 디지몬이다. 유년기인 뽀글몬과 성장기의 모티몬 단계를 지나 성숙기의 덴타몬은 눈이 커다란 파리나 딱정벌레의 20) 죠그레스는 joint+progress의 합성어로 성숙기 이상의 포켓몬들만이 할 수 있는 합체 진화이다. - 48 - 모습이지만 한 단계 진화한 캅테리몬은 4개의 잠자리 날개와 4개의 손을 가진 뮤턴트-중첩형 사이보 그이다. 궁극체인 아트라캅테리몬은 장수하늘소와 같이 머리의 전면에 큰 뿔을 가지고 있는 이미지이 다. 포켓몬의 진화 중 변태형 진화와 같이 곤충들의 변태 과정을 응용한 이미지 진화와는 거리가 멀 고 오히려 금속의 텐타몬이 곤충이미지의 캅테리몬으로, 다시 잠자리 날개를 가진 캅테리몬이 금속의 전투형 사이보그가 되는 과정은 어떤 계통이나 원리를 따른다기보다는 연속성 없는 변신의 과정을 보 여준다. 힘이 세지고 더 많은 무기를 장착하고 금속성의 살벌한 전투 로봇으로 변해가면서 공격성과 폭력성이 증대되는 이미지가 강화된다. 이러한 내재된 푹력성과 공격성은 강력한 기계몸의 이미지로 구현되고 그 강력한 사이보그적 기계몸은 어린 관객들이 동일시하는 어린 주인공에 의해 통제된다. 케빈 레빈스와 레스 레비도우에 따르면, “사이보그 자아는 기계 같은 자아 속에서 표출되는 편집증 적 합리성을 통해, 전능한 자기 통제의 환상과 필멸의 존재들의 감정적, 육체적 한계에 저항하는 두려움 과 공격성을 결합시키는 특징을 갖는다”21)고 설명한다. 이런 유아적인 전능성 환상을 충족시키는 사이보 그라는 존재는 세계를 통제하고 역사적 힘을 동결하고 필요하다면 그 힘을 습격하여 파괴할 환상을 품는 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합리적 통제를 유지한다는 이름으로 불안을 억제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레빈스와 레비도우의 논의에 동의하지만, 디지몬의 사이보그 진화에서는 어린이들이 동일시하는 사이보그 자아는 육체적 한계에 저항하는 두려움보다는 사이보그의 보다 강력하고 죽지 않는 강철의 어른 몸에 대한 열망이 더 커 보인다. 더욱이 초자아의 발달이 완전히 내재화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일수록 순화되지 않은 리비도의 공격성은 강렬하다고 할 수 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소망충족적인 환상이 일시적으로 성취되고 그 순간을 스펙터클화하는 것은 디지몬 진화의 이미지적 핵심이다. 작은 몸이 순식간에 크고 강한 기계 신체로 확장되면서 그 몸에 대한 아이의 전능한 통제 를 시각화하는 로봇 메카닉 장르의 '합체'라는 장르 관습이 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진화 방식으 로 그대로 담지 되면서 전투형 사이보그인 디지몬을 원하는 대로 불러내고 전투에 활용하는 통제와 조절의 쾌락은 어린이 관객이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매혹의 원천인 것이다. 그림 23. 피치몬-둥실몬-쉬라몬-원뽈몬-쥬드몬 또한 레빈스와 레비도우는 컴퓨터 전자 게임은 불안의 지배와 전능성 환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하고, 불안과 통제의 과정은 '완전한 지배'를 달성한다는 강박적 임무를 지니고 있는 컴퓨터-비디 오 미시세계에 의해 적극적으로 구조화된다고 설명한다. 디지몬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인기를 쓸었지만 컴퓨터 게임으로 더욱 인기를 끌었고 캐릭터의 진화는 게임의 진행이나 심화 단계에 따라 더욱 더 정교하고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전투 게임의 심리적 차원은 의심할 바 없이 군사 게임의 사 이보그 논리에 상응한다. 무기 체계와의 병행도 심화된다. 디지몬 캐릭터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진화 는 새로운 무기의 장착과 관련 있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무기는 점점 더 강력한 캐릭터를 만든다. 진 화를 거듭할수록 그들의 몸은 강력한 병기가 되어 가는 것이다. < 그림 23 > 의 완전체 원뿔몬이 진화한 궁극체 쥬드몬은 무시무시한 쇠망치를 한 손에 쥐고 등에는 대포를 부착하는 등 강력한 무기 장착의 이미지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21) 케빈 로빈스와 레스 레비도우, 1997, p.268. - 49 - 특히 비디오 게임은 불안이나 강박과 같은 내적인 위협들을 투사하고 관리하는 정신역학의 과정 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게임 구조에 내몰리는 놀이를 하는 사람은 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신을 혹 은 가족이나 전 우주를 언제나 지켜내야 한다. 지구를 지키고 인간 세계를 수호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컴퓨터 게임의 전투 놀이는 삶과 죽음의 강박적이고 즐거운 수행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게이머의 근원적 불안은 상상적인 놀이에 의해서 결코 제거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디지몬의 진화가 전투를 재밌는 것으로 경험하게하고 반복하여 학습하고 연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위험한 이데올로기 의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늘 경계해야할 것이다. 그림 24. 뇨키몬-어니몬-피요몬-버드라몬-가루다몬 위의 < 그림 24 > 의 뇨키몬은 씨앗의 모습에서 양파와 같은 어니몬으로 진화하고 다시 피요몬으로 진화해 불새와 같은 버드라몬을 거쳐 사이보그의 형상을 한 가루다몬으로 최종 진화한다. 마찬가지로 진화의 과정을 보면 식물에서 동물로 진화하면서 종국에는 인간 형상의 사이보그 전사 디지몬이 된 다. 동물, 식물, 인간의 요소들이 하나로 하이브리드된 존재는 말 그대로 디지털 몬스터인 것이다. 그림 25. 유라몬-시드몬-팔몬-니드몬-릴리몬 이러한 하이브리드 패턴은 < 그림 25 > 의 유라몬에서도 유사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인공 생명체 유라몬이 싹이 난 식물처럼 보이는 씨드몬으로 진화하고 식물과 동물이 하이브리드 된 마치 예쁜 옷을 입은 여자 아이 같은 모습의 팔몬으로 진화한다. 여자 아이 같은 느낌은 각지지 않은 크고 동그란 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팔몬은 온 몸이 가시로 뒤덮인 전투하는 선인장 니드몬으로 진 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릴리몬이라는 궁극체 디지몬이 된다. < 그림 24 > 의 어니몬이나 피요몬의 짝패 주인공이 한소라라는 여자아이이고 < 그림 25 > 팔몬의 짝패 주인공 역시 이미나라는 여자아이로 설정 되어 있다. 그래서 진화의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모습이 여성적이라는 특성을 부여하며 릴리몬의 경우 는 무기를 장착한 메탈릭한 전투형 사이보그라기보다는 특이하게 꽃의 요정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예외적인 진화를 보여준다. 금속성의 전투형 사이보그들로 진화하는 일반적인 모습과 다르게 시각적 다양성과 소녀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여성 캐릭터 전략으로 보인다. 페미니스트 다너 해러웨이는 사이보그에서 미래의 젠더 비전을 찾기도 한다. 그녀는 사이보그를 “인공두뇌 유기체이며, 기계와 유기체의 잡종교배이며, 사회적 실재임과 동시에 허구의 산물”22)로 파 악한다. 또한 전복적인 포스트 젠더적 존재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릴리몬은 전투형 사이보그임에도 불 22) 다너 해러웨이, 1997, p.148. - 50 - 구하고 두드러지게 여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메탈릭한 전투형 사이보그 형상이 아니라는 점은 그 것이 반-사이보그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오해할 여지를 주지만 그 본질은 전투를 수행하는 사이보그일 뿐이다. 중성적인 캐릭터가 대부분인 포켓몬과 다른 디지몬의 젠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네 발이 달린 동물이나 곤충은 남성적인 것으로 풀이나 꽃과 같은 식물의 이미지는 여성 적인 성격이 더 강하게 진화하는 이미지로 느껴진다. 디지몬 캐릭터 생산은 대개 동물-곤충-사이보그 의 남성적 이미지로 진화하지만 릴리몬처럼 식물-꽃-요정의 여성적 이미지로 진화하는 이미지 젠더적 경향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몬의 사이보그 캐릭터들은 해러웨이의 지적처럼 전복 적인 포스트 젠더적인 존재들이라기보다는 젠더 전략을 이미지 생산에 이용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천사형 디지몬 사이보그이다. 디지몬의 가장 어린 멤버들이 소유하고 있는 < 그림 26 > 의 귀가 날개 같은 파닥몬과 < 그림 27 > 의 역시 귀가 커다란 가트몬이 천사형 사이보그로 진화한 다. 그림 26. 포요몬-토코몬-파닥몬-엔젤몬-홀리엔젤몬 그림 27. 야옹몬-플로트몬-가트몬-엔젤우몬 천사형 사이보그도 남성적인 모습을 가진 홀리엔젤몬과 여성적인 외양을 가진 엔젤우몬으로 각기 진화한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본질은 전투형 사이보그인데 모습은 우아하고 성스러운 엔젤 의 형상을 하고 있다. 특히 홀리엔젤몬은 건담이나 에반게리온과 같은 거대 로봇메커닉의 외양을 계 승하고 있는 듯하고, 엔젤우몬은 팔등신 미녀 전사로 변신하는 네오 마법소녀들의 후손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어린 디지몬들이 궁극체 천사형 디지몬으로의 진화하는 모습은 흡사 어린 소년들이 거대 로봇에 올라타서 사이보그가 되거나, 어린 소녀가 몇 번의 회전으로 변신하여 팔등신 미녀 전사가 되 는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의 진화는 전투형 인간 병기 디지몬 전사로 자라나는 환 상을 반복 강박적으로 수행하면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의 확고한 장르적 관 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사이보그 진화의 이데올로기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문」에서 포스트젠더적인 존재인 사이보그가 '군국주의와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서자'23)라는 점이 사이보그 논의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이보그가 - 51 - 인간형 병기라는 점에서 군국주의와의 관련을 부정할 수는 없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청 일전쟁(1894), 러일전쟁(1904), 제1차 세계대전(1914)까지 10년 주기로 선제공격과 선전포고를 하며 큰 전쟁을 일으켰고 이후 거의 5년마다 만주사변(1931), 중일전쟁(1936), 제2차 세계대전(1939), 태평양전쟁 (1941)을 일으켰다. 근대 일본은 전쟁과 함께 성장, 발전해 온 전쟁국가로 규정할 수 있다.24) 더구나 일본은 화혼양재(和魂洋才)의 근대화 논리를 내재화하고 있다. 마음은 일본풍으로 그러나 생활양식이 나 사상은 서양식으로 이상화하는 것이 화혼양재라는 일본 정신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매우 예외적으로 정복 없이, 게다가 외국인과 분리된 형태로 외국의 사상이나 문물만이 추상화된 형태로 들어왔다고 한다. 즉, 경계심이나 공포의 감각이 전혀 없는 상태로 선진문 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역사적 조건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25) 일본인의 왕성한 호기심, 이문화 수용에 대한 거부감의 부재, 자연주의에의 회귀정서 등이 떠받치고 있는 것이 화혼양재의 일 본적 가치이고 정신인 것이다.26) 이러한 점을 종합해볼 때, 인간과 동물, 기계가 하나의 몸을 갖고 전투형 사이보그, 인간 병기가 된다는 디지몬의 진화 규칙은, 섬이라는 특성으로 국경이 부재하고, 정복이 된 적이 없이 선진적 이문 화를 수용할 수 있었으며, 모든 것에 신이 깃들인다는 애니미즘이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자아와 피아 의 경계가 모호하고 집단주의 문화가 중시되는 여러 일본적 요인들을 배경으로 배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적 발전주의를 지향한 일본의 역사적 행보와 화혼양재라는 일본 근대화의 정신과 깊은 관련이 있는 시각적 결정판이 디지몬의 전투형 사이보그로 자라나는 진화의 규칙이라는 분석을 가능 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무비판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의 시각적 쾌락을 불러오고 즐거이 수용 되고 꾸준히 학습되는 일본 상업 애니메이션의 인기 프로그램인 것이다. 매그너몬 번개드라몬 오메가몬 황제드라몬-드래곤모드 / 팔라디모드 그림 28. 전투형 사이보그 디지몬들 < 그림 28 > 의 극단적으로 과장되게 그려진 번쩍이는 전투형 사이보그 디지몬들을 찬찬히 살펴보 면 이것이 단순한 아이들의 장난감일 뿐이라고 순진하게 바라보기는 힘들어진다. 저 메카닉을 보고 있으면 일본의 군국주의와 재무장하려는 정치적 움직임, 영광스러웠던 과거의 전쟁을 추억하는 일본 사회의 저변을 흐르는 무의식이 징후적으로 읽히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디지몬의 캐릭터 진화 는 더 정치한 이데올로기적 해석이 필요하다. 게임에서 이기듯이 디지몬들에게 대리전쟁을 시키고 승리하는 연습을 통해 여러 사악한 디지몬을 죽이고 그들의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은 마치 군사 훈련의 시뮬레이션과 유사하다. 전 세계의 아이들 이 그런 게임에 흠뻑 빠져 있다. 억압된 욕망과 불안은 신무기로 무장한 전쟁병기 몬스터의 형태로 23) 다너 해러웨이, 앞의 글, p.151. 24) 이성환(2005)은 책날개에 '특정 국가를 두고 전쟁국가라고 부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전쟁과 일본의 이미지를 연결하는 것도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전쟁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상대가 있는 국가적 행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25) 김필동, 2005, p.33. 26) 김필동, 위의 책, p.35. - 52 - 귀환한다. 엑스브이몬이 파일드라몬으로 파일드라몬은 황제드라몬으로 진화를 한다. 어린이 관객은 애 니메이션에서 기본적인 사항들을 학습하고 컴퓨터 게임을 한다. 디지몬들은 지금도 초절정의 진화를 거듭하고 새로운 메카닉으로 창조되고 있다.27) 황제드라몬의 드래곤 모드와 오메가몬이 죠그레스 합 체한 진화체가 < 그림 28 > 에서 보이는 황제드라몬-팔라디 모드가 된다. 그리고 그 진화의 방향은 더 화력이 세고 전투 능력이 배가되는 전투형 사이보그 디지몬이다. 금속성의 느낌이 주는 매끈함과 날 렵함은 분명 시각적 쾌락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철로 된 날카로운 발톱과 흉기와 같은 뾰족한 강 철 갑옷들과 과장된 날개와 꼬리, 더듬이 등 영광스러웠던 전쟁의 기억을 환기시키고 향수를 불러일 으킬 뿐 아니라 미래의 전쟁 병기들을 미리 호명하는 듯해서 보고 있으면 저절로 우려의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28) Ⅲ. 결론 진화와 디지몬의 진화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그것이 가지는 이데올로기 효과까지 살펴보았다. 포 켓몬스터에서는 캐릭터 진화는 크게 하이브리드와 뮤턴트라는 생성원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더 세분 하여보면, 하이브리드형 진화, 뮤턴트-중첩형 진화, 변태형 진화, 단순 성체형 진화, 내러티브형 진화, 다중진화 등의 6가지 진화의 패턴이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밝혀보았다. 이러한 몬스터 애니메이션 장르 의 주된 관습으로 자리 잡은 캐릭터 '진화'의 전략은 캐릭터의 다양성을 극대화하려는 스튜디오의 산 업적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관객성의 측면에서도 몸이 자라나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도록 진화하는 캐릭터들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주체로서 어린 관객들의 취향과 선호를 만족시키고 그들의 쾌락을 충족시켜주는 성공적 전략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사랑과 용기, 우정과 지식, 희망이나 성실은 디지몬 주인공들이 하나씩 부여받은 각자의 문장이 다. 이것은 그들이 디지몬을 이용해 적과 싸워 이겨야하는 근거이며 소명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가치들 이다. 어린이들이 배워야하는 그 가치들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디 지몬의 진화는 전투형 사이보그로 자라나는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적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이 진화의 방향에서 일본 TV 상업 애니메이션의 무의식을 관통하는 관념들이 징후적으로 포착되기 때문이다. 반복하지만 어른들이 만들고 아이들이 보는 것이고, 일본이 만들고 전 세계가 보 는 것이다. 일본 사회의 숨겨진 욕망과 재무장의 의지는 분명히 문화적 인덱스로 작용하고 징후적 독 해를 필요로 한다. 물론 문화제국주의가 경직된 일방향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쌍방향의 작용-반작 용이 있지만 익숙하고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하기까지 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에 조금이 라도 불순한 의도들이 묻어온다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미 TV시리즈 애니메이션과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막대한 분량의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영역에서 이미 헤게모니를 27) < 디지몬 세이버즈 > 까지 몇몇 디지몬들의 진화를 정리해보았다. 이런 진화 관계를 학습하고 습득하는 것은 인터넷 포털에서 묻고 질문하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게이머들은 디지몬 게임을 하는데 필요한 팁이나 많은 정보들을 공유한다. 뿔뿔몬-톱니몬-가드로몬-안드로몬 얍실몬-에렉몬-레오몬-화이트레오몬 퍼그몬-울퉁몬-아이스몬-운석몬 길몬-그라우몬-메가로그라우몬-듀크몬 테리어몬-가르고몬-레피드몬-세인트가르고몬 레나몬-구미호몬-도사몬-샤크라몬 임프몬-데블몬-스컬사탄몬-베르제브몬 브이몬-엑스브이몬-파일드라몬-황제드라몬 에렉몬-레오몬-화이트레오몬-샤벨레오몬 톱니몬-가드로몬-안드로몬-하이안드로몬 28) 최근 일본에서 대표적인 로봇 메카닉 건담을 실제로 제작하기로 하였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 53 - 장악한 주류이기 때문이다. 연구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말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캐릭터 진화의 방향이 지닌 이데올로기적 효과에 대한 우려가 깊어질 즈음, 고민에 대답이라도 하듯 2009년 3월 어 느 봄날 생각지도 않았던 메일이 한 통 날아들었다.『포켓몬 마스터 되기』라는 책을 본 어린 독자에 게서 포켓몬과 디지몬에 관해 조목조목 비판적으로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29)한 후, 다음 문장 으로 끝맺어지는 장문의 메일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수용을 넘어서 창조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저희 세대) 아이들은 그저 포켓몬의 이름을 암기하고 빵 스티커를 모으는 정도로 팬 생활을 끝내고는 했었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여 애니메이션을 패러디라는 이름으로 재창작하여 스스로 창작, 소비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하고 있습니다.) 군국주의의 독은 아이들의 재창조로 인해서 정화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 다. 진선여고 3학년 허다운 '문화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장'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지혜롭고 능동적인 관객과 소통하는 순간 이었다. 편지의 내용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감지되는 군국주의의 독이 아이들의 재창조로 정화 된다면 그것이 바로 순기능을 하는 관객의 힘일 것이기 때문이다. 장르가 끝없이 반복되면서도 오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그것이 다양하게 변주되기 때문이다. 그 변주는 혁신의 다른 말이며, 조금씩 새 롭게 바뀌며 진화하는 장르는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어린 독자의 현명하고 진지한 편지에서 내 관점 에서는 군국주의의 독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백신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 이를 만들어 종이 살아남고 진화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건강한 관객의 피 드백은 이런 비판적 읽기와 서로 다른 다양한 관점에서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래서 여전히 나는 디지몬의 이데올로기적 방향성을 가진 진화보다는 포켓몬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더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주장하고 또 지지하고 싶다. 능동적인 어린 관객에게 왜 그것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되었기를 희망한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성공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통해 그 산업적 요구와 관객의 쾌락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 의를 찾고자 한다. 이 논문의 미흡한 부분들은 연속적인 일련의 연구 과제로 남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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