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분쿄구 센고쿠와 고양이 피터

분쿄구 센고쿠와 고양이 피터

미타카의 다세대 주택에서 이 년을 지내다가, 분쿄(文京)구의 
센고쿠(千石)라는 곳으로 이사했다. 코이시가와(小石川) 식물원 
근처이다. 어때서 교외로부터 단숨에 도심으로 돌아왔는가 하면,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스물 두 살에다 아직 학생이었기에 
마누라집에 빌붙어 살기로 한 것이다.

장인댁은 이불 가게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트럭을 빌려 이사를 
했다. 이사라고 해 봤자 짐이라곤 책과 옷과 고양이 정도밖에 없다.
고양이는 이름이 피터라고 하는 페르시아와 얼룩 고양이 사이의 
혼혈로, 개처럼 커다란 숫코양이였다.

사실은 이불 가게에서는 고양이를 기를 수 없으니까 데리고 와서는 
안된다는 언질을 들었지만, 도저히 두고 올 수가 없어서 결국은 
데리고 오고 말았다.
마누라의 아버지는 한동안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머잖아─나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단념해 주었다.
하여튼 무슨 일이든지 쉽사리 단념을 하는 사람이라, 그 점에 
대해서는 아주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고양이 피터는 끝내 도심지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가장 난처한 일은 주위의 상점에서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날치기해 
오는 것이었다.

물론 당사자에게 죄의식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미타카의 숲 속에서 두더지를 잡기도 하고, 새를 
쫓아다니기도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뭔가 있으면 취한다. 당연한 일이다.

허나 고양이에게 있어선 당연한 일일지라도, 나로서는 눈치도 
보이고 속수무책이다. 그러는 사이에 고양이도 점점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된 모양인지, 신경성 만성 설사에 걸리고 말았다. 
결국 피터를 시골에 있는 친구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 이후 한번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전해 들은 얘기에 의하면 
근처에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간 채 집에는 거의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살아 있다면 열 셋이나 열 네 살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