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끝은 어디인가
리처드 모리스
차 례
감수사
저자 서문
1 물리학과 우주론의 오늘
1) 물질의 본질
2) 표준모델
3) 빅뱅
4) 인플레이션 우주
2 과학의 미개척 영역
5) 표준모델을 넘어서
6) 보이지 않는 우주
7) 우주에서 가장 먼 곳
3 미개척 영역을 넘어서(과학의 경계영역)
8) 슈퍼스트링(21세기 물리학인가? 중세신학인가?)
9) 우주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4 과학의 한계영역
10) 과학의 끝
11) 물리학과 형이상학
감수사
이 책은 소립자 물리학 이론들을 이용하여 초기 우주의 물리적 상태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물론 초기 우주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 독자들의 수준을 벗어나는 물리학 이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물리학 이론들이 정립되어 감에 따라 초기
우주의 상태가 현재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아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물질의 궁극을 연구하는 소립자 물리학 이론들이 초기
우주를 이해하는 데 이용되고 있어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대다수의 독자들은 우주를 이야기할 때, 방대하고 무한한 공간을 연상하지만,
초기 우주의 크기가 얼마나 작을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빅뱅 우주론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접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 이론은 현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팽창하는 우주를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면 우주의 시간이 막 시작하는 순간일때는 한 점에 모이게
된다. 이때의 점이란 차원이 없는 상태이며, 그 크기도 없다. 즉, 초기 우주의
크기는 보통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립자의 크기보다도 더 작을 수도 있다.
따라서 초기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립자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소립자 물리학의 몇 가지 이론에 대해
형이상학적이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물리학 이론이 지니는 형이상학적
측면을 현재에 와서는 무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소립자 물리학 이론의 여러 부분이 우리 지구내의 실험실 규모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관측들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증명이
이뤄질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하여 형이상학적인
물리학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조금 성급한 감이 있다. 이제는
우주론의 모형으로 대폭발(빅뱅)설이 거의 정설이 되었고,
연속창조설은 사장되어 가고 있다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전문적인 연구에 종사하는 연구자들까지도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상태의 우주를 생각하느냐에 따라 두가지 설을 모두 수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우주에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우주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여러 우주들이 있으며, 이 모두를 통틀어
코스모스라고 부르자고 하였다. 그 코스모스 내의 우주가 생성,
소멸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 우주자체의 상태를 설명하려 했던
호일의 연속창조설과 유사하며, 각 우주는 대폭발설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천문학이나 물리학에서 나온 이론들이 어떤 부분을 설명하는데
모순이 된다고 하여도 또 다른 어떤 부분을
설명하는데 그 이론이 이용될 수 있으므로, 어떤 이론이
쓸모없다 하여 그 이론을 사장시켜 버리는 태도는 좋지 않은
듯하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한 코스모스의 모습이 참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현재까지 이렇게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또한 우리
우주상태를 설명하는 대폭발 이론도 어떤 학자에 따르면
우주초기의 핵융합 과정만을 대폭발, 즉 빅뱅과정으로 이야기하며, 그 이전의
단계를 초팽창, 즉 인플레이션 과정이라고 하여 따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폭발에 의하여 우주가
팽창하였다는 것도 소립자 물리학의 측면에서 보면, 우주의 어떤 시간대의
단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이렇게 보면, 이제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는
학자들이 소립자 물리학 이론들을 왜 그렇게
정교하게 정립하려고 애를 쓰며, 이를 바탕으로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접하면서 감수자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여러 이론들을 간추려 정리할 수 있는
기쁨을 맛보았다.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하여 초기 우주의 상태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진척되었으며 어느 정도 이해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저자 서문
과학의 한계영역 은 국립과학재단의 물리학 프로그램 담당자인 롤프
싱클레어가 기획하고 미국과학진흥협회에서 1968년에 개최한 심포지엄의
제목이었다. 필자는 그 회의에 첨석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그 심포지엄의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들었다. 테이프를 들으면서
필자는 싱클레어가 이른바 과학의 한계영역 과 미개척영역 과 경계영역을
구별지어 놓은 것에 깜짝 놀랐다. 그와같은
용어의 사용에 접하면서 필자가 갑자기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니라 오늘날의 과학이 한가지 방법만이 아닌,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작업은 적어도 어느
특정분야, 예컨대 고에너지 입자물리학,
천체물리학, 그리고 우주론 등의 분야에서 현재 수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일이
항상 그처럼 수행된 것은 아니다. 과거의 과학자들은
비교적 솔직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일에 흔히 만족했던
것이다. 실험이 뒤따르고 가설은 검증되어야 했다. 과학은 새로운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조금씩 진보할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따금씩 중대한 새 사실을 예기치 않게
발견했을 때에야 갑작스럽고도 거대한 도약이 이루어졌다. 오늘날 과학의 진보는
전통적 패턴을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과학의 미개척 영역 중에는 과학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본질적으로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형이상학의 영역이라고 늘상
간주되어 온 분야가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러한 분야도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이론적인 분야의 진보는 너무
빨라져서 실험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리학자들이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론 가운데는 실험적으로 증명하기가
극히 어려운 것들도 있다. 또 어떤 이론들 가운데는
너무 앞질러 나갔기 때문에, 다음 세기중의 어느 시점에야 실험이 가능할 수
있을지를 과학자들도 예측할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어느정도의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들이 몇몇 동료들의 탐구에 의해 무시되는 수가
있으며, 그래서 그들은 몇몇 새로운 이론들을 헛소리라고 부르며, 심지어는
중세의 신학적 활동에 비유하기조차 한다. 노벨상 수상자만큼이나 저명한 과학자
가운데는 정반대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오랫동안 탐구해왔던
모든것의 이론 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즉 다른 모든
물리학의 법칙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이 머잖아
발견될 것이라는 것이다. 독자들은 아마도 이 같은 이론상의
성배를 찾는 작업이 물리학의 미개척 영역중에서 대단히 먼 곳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몇몇 과학자들, 예컨대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은 이미
훨씬 먼 영역, 그곳으로 인도해주는 어떤 이론도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 대한 탐험을 시작했다. 호킹과 그의 몇몇 동료들은 그러한 문제들에 관해
숙고한 결과, 또 다른 우주의 존재와 시공간의
기원이 가능하다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편
다른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에서의 삶과 의식의 역할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또 다른 과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물리적 실재가 아닌, 관측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다른 우주의 특성에 대해 연구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도의 실험적, 이론적 행위가
의미있는 작업이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를 명백히 구분지을 필요가 있다. 즉 다소
전통적인 방식으로 과학의 미개척 영역을 탐구하는 과학적 작업의 종류와 더 먼,
그리하여 마침내는 때때로 거의
형이상학으로 보이게 된 영역에까지 손을 뻗치는 추론 작업의
종류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단적인 분류계획을 제시하는 것은
필자의 의도가 아니다. 필자는 여러 종류의 과학적 연구를 이런 범주, 저런
범주로 구분하는 일에는 관심이 덜하다.
그보다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몇가지 과학적 활동의 독특한 성질에 대해서
토론하고, 지식의 끝은 진정 어디인가를 묻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점에 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소개하지 않겠다. 필자는 얘기가 진행됨에 따라 필자가 사용한
용어를 정의하고, 과학적 미개척 영역 과 한계영역 등에 대해서 예를 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독자는 필자가
사용하는 미개척 영역 , 한계 영역 , 주변 , 경계영역 등의 말이 상호간에
모호할 때가 많다고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이 경우
필자는 부당하게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독자도 마찬가지로
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훌륭하게 구분짓는 일보다는 현재
진행중인 실험적, 이론적 연구를 논의하고, 최근에 이루어진 몇가지 놀랍고
새로운 발견들을 설명하는 일에 필자는 한결 관심이 많다. 미개척 영역 과
한계 영역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그 차이를 구별하는 일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비록 필자가 이
책의 제목을 과학의 한계영역 이라고 붙였지만,
이 책은 거의 물리학과 우주론 분야의 작업만을 배타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제목에 대해서 변명하지는 않겠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장 놀라운 새로운 발견들이 이들 분야에서 이루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학의 한계영역과 맞닥뜨리는 장소는 바로
이곳이다.
1. 물리학과 우주론의 오늘
1) 물질의 본질
과학자들은 자연의 기본적인 단순성 에 대해 종종 이야기 한다. 그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단순한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는다. 과학자들이 관찰하는 물리적 현상이
아주 복잡하더라도, 그들은 자연의 기본 법칙은 그렇지 않다고
그들은 가정한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연이 정말 단순한 것인지 지금
당장은 명확하지는 않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일종의 철학적 편견이라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단순하다라는
생각은 증명되거나 반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가정에 불과하다. 거의 모든 과학 이론의 예측을 검증하는 실험을 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자연이 기본적으로 단순한 지 혹은
복잡한 지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 실험이 고안된 일은 없다. 사실 이러한 관념은
정의하기조차도 쉽지 않다. 단순하다라는 가정은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사실, 어떤 회의론자는
단순한 것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라고 논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회의론자는 또한 과학자들이 단순한 법칙을 찾으려 하는 이유가 사실은 복잡한
원리를 이해할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과학이론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대신 단순화하여 매우 복잡한 실재를
추상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반론이 쉽사리 논박될
수는 없지만 그와같은 생각이 자주 표현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과학이 엄청난 성공을 거둬왔기 때문이다. 단순성의
가정이 철학적으로 의심스런 관념이건 아니건, 이것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은 관념인 것이다. 자연이 단순한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전제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우주의 근원과 진화,
전자같이 작은 대상에서 은하계처럼 큰 것에까지 작용하는 힘의
본질, 그리고 물질의 본질과 같은 문제에 대해 중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단순성의 가정은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자연이 기본적으로 단순하다는 관념은 과학을
거듭된 성공으로 이끌어 왔다. 또한 그것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나중에 오류로 밝혀진 이론들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도록 조장하기도 해왔다. 어떤 생각이 너무나도 복잡하다 는
의심은 종종 과학적 이해를 진전시켜 왔다. 이러한 예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태양과 행성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복잡한 궤도를
돌고 있다는 프톨레미의 천문학 체계가 갈릴레오에게는 너무도
복잡하여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웠던 것이 명백했다. 따라서 그는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닌 태양이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보다 단순한 체계를
옹호하였다.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를 보면 그들이 좀더
단순한 것을 선호하여 복잡한 관념을 거부하는 예를 수없이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거듭 작은 수의
요소들로 문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 잇따른 발견들로 이
요소들은 더욱 많아지게 되고 종국에는 사실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라는 느낌이 확산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좀더 단순하며 새로운 이론이
전개되기 마련이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물질이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지상의 모든 사물은 단지 4개의 원소인 흙, 공기, 불,
물로 구성되었다. 제 5의 원소인 에테르는 소멸하지 않는 신성한 것의
성분이었다. 그러나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이 단순한 생각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지표면에서 발견되는 기본적 물질의 개수가 4개를
훨씬 넘었기 때문이다. 원소 를 더 이상 단순한 성분으로 쪼갤 수 없는
물질로서 계속 정의하려면 그 원소들은 사실 많은 숫자가
있어야 한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모두 92개의
자연상태의 원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철, 은,
니켈, 붕소, 탄소, 황과 같은 고체였다. 수소, 산소, 질소, 염소,
네온같이 몇 개는 기체였으며, 마지막으로 평상 온도와
기압조건에서 액체인 것은 수은과 브롬, 두 개였다. 다양한
화학원소를 발견으로 과학적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결과적인 상황은 거의
만족스럽지 못했다. 4개가 아니라 92개의 기본 물질이
존재한다는 관념은 세계를 불필요하게 복잡한 것으로 만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영국 물리학자인 톰슨, 러더포드, 채드윅이 중요한
새로운 발견을 함으로써 물질은 다시 단순한 것이 되었다. 1897년 톰슨이 전자를
발견하고 뒤이어 1919년 러더포드는 양자를
발견하였다. 1932년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하자 물질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완벽한 것 같아 보였다. 원자들은 작은 핵과 핵주위의
궤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되었다. 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졌다. 결국 92개의 원소는 물질의 기본 구성인자가 아니었다.
대신 단지 3개의 소립자(줄여서 입자라고도 한다.)가 존재하였다. -혹은
물리학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였다. - 예를 들어
수소는 1개의 양성자와 1개의 전자로 이루어진 가장 단순한
원소였다. 산소는 이보다 더 복잡하였는데 8개의 양성자와 8개의 중성자, 그리고
그들 주위를 도는 8개의 전자로 되어 있었다.
우라늄원자는 좀더 복잡하여 92개의 양성자와 음으로 하전된
전자의 개수가 같아야 원자가 전기적으로 중성이 되기 때문에
우라늄원자는 92개의 전자를 갖고 있었다. 결국 모두 330개의
소립자가 있게 되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3개의 기본요소중
하나였다.
늘어나는 소립자들
곧바로 이 단순한 생각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실
중성자가 발견된 1932년, 같은 해에 미국 물리학자 앤더슨은
우주선에서 새로운 소립자인 양전자를 발견하였다. 양전자는
음전하가 아닌 양전하를 띤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전자와
유사하였다. 왜 양전자가 앞서 발견되지 않았는가는 곧 명백해졌다. 양전자는
보통 물질과 만나면 장시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양전자와 전자가 만나면 서로 소멸하고, 그 자리에 감마선이
나타났다. 양전자가 현대에 와서 발견되었더라면 물리학자들은
분명히 반전자 라고 명명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양전자가
전자의 반소립자(줄여서 반입자라고도 한다.)이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는 앞에 붙은 반이라는 말은 반소립자 이름에 항상
붙는다. 양전자는 유일한 예외인데, 그것은 이 이름이 너무 오래
사용되어 바꾸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소립자에
대해 반소립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물리학자들은 알고 있다. 즉, 양성자와
반양성자, 중성자와 반중성자가 존재한다. 물론 우리가
나중에 접하게 되는 모든 소립자는 반소립자파트너를 갖는다.
예를 들어 나는 나중에 반중성미자와 반쿼크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반소립자 -양전자는 그좋은 예이다. - 는 물질의
밀도가 낮은 공간을 주행하거나 다른 반소립자들만 만나게 되는
실험실 장치에 국한될 경우에만 장시간 존재할 수 있다. 어쨌든
소립자와 반소립자가 만나면 즉시 전자와 양전자가 만났을 때처럼 서로
소명한다. 이러한 과정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 = mc2으로 기술된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그리고 c는 광속이다.
물리학자들이 쓰는 측정단위로 질량은 킬로그램으로
측정될 수 있으며, 한편 광속은 초당 3억미터가 된다. 이 경우
에너지는 주울로 나타내는데 1주울은 1와트초로 정의된다.
이는 1식품칼로리(칼로리라는 단어는 실제적으로 두가지 다른 뜻이 있다.
식품칼로리는 소위 큰 칼로리이다. 이는 작은 칼로리의
1000배에 해당한다. 작은 칼로리는 1그램의 물을 섭씨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이다. 두 개의 다른 단어를 사용해 보면
생활이 보다 단순해진다.)의 4000분의 1정도에 해당한다. 1주울은 그리 큰 양은
아니지만 물질이 소멸할 때에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다. 결국 c2,
광속의 제곱은 900경(보다 정확하게는
초의 제곱 당 900경 제곱미터이다.)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 소립자와
반소립자가 서로 만나서 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실제
일어나는 사실이다. 소립자와 반소립자는 이런 방식으로 생성될 수 있는데 그때
필요한 에너지 양은 그 쌍이 소멸하면서 방출되는
양과 같다. 소립자와 반소립자는 생기게 되면 항상 쌍으로
생성된다. 전자나 양전자, 혹은 반중성자, 아니면 어떤 다른
소립자라도 단독으로 생성될 수는 없다. 소립자와 반소립자의 행동양식에
덧붙여야 할 것이 많이 있지만, 나중에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물질의 본질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에 대한
논의 주제로 돌아가고자 한다. 1936년, 양전자가 발견되고 4년이
지난 해에 앤더슨은 또 하나의 새로운 소립자를 발견하였다.
이 소립자는 전자와 비슷하게 똑같은 음전하를 가졌으나, 207배나 무거웠다.
원래 이 새로운 소립자는 뮤중간자(후에 뮤온으로
재분류되어 명명됨)로 불리웠다. 뮤는 그리스 알파벳 글자 중
하나이다.(물리학자들은 수학공식에 그리스문자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가끔 실제보다 난해해 보이기도 하며, 종종
아원자소립자를 표기하는데 그리스문자를 쓴다.) 중간자는
그리스어로 중간 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이것은 새로운 소립자가 전자보다는
크고 양성자나 중성자보다는 작은 질량을 갖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질량이 같으며 전자보다는 1800배나
무겁다. 1936년에 이르러 기본 소립자는 3개에서 전자, 양성자, 중성자, 양전자,
뮤온 등 5개로 늘어났다. 그러는 중에
양전자의 발견으로 다른 반소립자가 또 존재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게
되었다. 덧붙여 아직은 가설적 존재였지만 또 다른
소립자가 있었다. 1930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파울리는 중성미자로 불리는
소립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방사선 붕괴의 골치아픈 어떤 문제가 설명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어 든 알려진 대로 195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중성미자는
발견되었다.
중입자, 중간자, 경입자, 그리고 그 외의 소립자들
기본적인 소립자들이 단지 5개나 6개, 혹은 8개나 10개만 된다 하더라도
물리학자들은 그것 모두를 기본원소로 간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행히도, 해를
거듭하면서 알려진 소립자의 개수는
터무니없이 증가하였다. 1960년까지 수십개의 소립자들이
발견되었다. 1970년대 초까지는 실험에 의해 발견된 기본적인
소립자의 숫자가 수백에 달하였다. 어떤 소립자, 예로 중입자는
중간자나 양성자와 비슷하였으나 더큰 질량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것은 이상한 전하를 띠었다. 중간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는데, 어떤 중입자는 훨씬 가벼운 전자처럼 음전하를 가지고 있거나
양성자의 2배에 해당하는 양전하를 가지고 있었다. 중간자로 알려진 소립자도
수가 많았다. 어떤 중간자, 예로 파이 중간자는 비교적 가벼웠다. 파이 중간자,
다른말로 파이온은 양성자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질량을 가졌다. 한편 다른
중간자는 매우 무거웠으며, 그 중 어떤 것은 양성자나 중성자 질량의 몇배에
해당하는 질량을 가졌다. 1936년 앤더슨이 발견한 소립자는 차츰 중간자로
분류되지 않게 되었다. 뮤온의 특성은 중간자와 아주
달랐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뮤온과 가장 닮은 것은 전자라고
한다. 뮤온은 사실 무거운 전자 의 일종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경입자는 전자, 뮤온, 그리고 그와 관련된 중성미자를 묘사하기
위해 생겨났다. 1962년 중성미자는 전자 중성미자와 뮤온 중성미자, 두 종류로
분류됨이 입증되었다. 이 두 소립자들은 동일하지
않으며 다른 종류의 반응에 참여하였다. 1975년 전자와 비슷한 또 다른 소립자인
타우소립자, 일명 타우온이 발견되었다. 필자가
기술한 대로, 타우 중성미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분명 존재할 거라고 추정되고 있다. 전자와 뮤온은 중성미자와
관련되었으나 타우온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매우
놀라운 것이다. 알려진 경입자는 전자, 뮤온, 타우온과 3종의
중성미자로 6개가 된다. 자연히 6종류의 반소립자가 있게 된다.
즉 양전자, 반뮤온, 반타우온과 3종의 반중성미자, 어쨌든 소립자와 반소립자는
비슷하므로, 물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12개가 아닌
6개의 경입자에 대해 말한다. 물질은 이제 중입자, 중간자,
경입자로 이루어진다. 단지 6개의 경입자라 하더라도 그 각각은
수백가지의 소립자를 갖고 있다. 이는 너무 복잡해 믿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최소한 자연의 법칙이 기본적으로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물리학자라면 어느 누구도 자연이 그처럼
많은 기본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가정적인 많은 원소 소립자들은 물질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험 물리학자를 제외하면 우리 주위의 세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뮤온은 수명이 짧은 소립자인데, 붕괴하여 전자,
중성미자, 반중성미자로 되는데 50만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뮤온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보통의 물질 특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원소 소립자들이 존재함으로써
문제가 복잡해진다면, 그 소립자들의 대다수가 생성 후 극히 짧은 시간내에 다른
소립자로 붕괴된다는 사실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그렇다고 붕괴되어 생성되는
소립자가 원래 소립자보다 더 단순한 것도 아니다. 이것은 소립자들이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붕괴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더욱 명백해진다. 예로, 파이온은
전자와
중성미자, 뮤온과 중성미자로, 혹은 다른 종류의 파이온까지로도
붕괴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원래 파이온이 동시에 이러한 다른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파이온이 알려진 다른 소립자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론적인 근거가 있다. 즉 전자와 중성미자가 그 안에
국한되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8정도
과학자들은 물질의 본질을 실제로 이해하자고 한다면 이러한
무질서에 어떤 질서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많은 소립자가 존재하는지를 설명해줄 이론을
세우기에는 미흡하였다. 아직 소립자들의 행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였다.
그러나 소립자들은 어떤 자연스런 방법에 따라
분류되고 무리지워졌다. 사실 소립자 각각은 독자적인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즉 고유한 질량을 가졌으며, 전기적으로 중성이거나 양 혹은
음으로 하전되었고, 나아가 원소 소립자들 각각은
스핀(회전)으로 알려진 특성을 가졌다. 일상생활의 거시적 세계에서 물체의
스핀과 아원자 소립자의 스핀사이에는 어떤 미묘한 차이가 있다. 두 개념은
비슷한데, 물체가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듯이 소립자가 행동한다 생각해도 별 무리는 없다. 소립자는 다른
특성들도 갖고 있다. 어떤 특성은 이상함 처럼 생소한
이름이 주워졌고, 어떤 특성은 이소스핀 처럼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난해하게 들리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이상한 소립자들은 물리학자들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느리게
붕괴하는 소립자들이었고 이소스핀 은 중성자와 양성자처럼 서로 매우 유사한
소립자들간의 차이를 기술하는 복잡한 방법에
불과하다. 일단 소립자 동물원의 동물(소립자)이 서로 다른 자리를 잡으면, 각기
중요한 특징이 붙여지고 다음 단계를 취할수 있다.
동물들은 일정한 논리적 방법에 따라 추려 무리를 지을 수 있다. 진짜 동물원의
관리인은 사자와 표범이 한가족임을 알수 있고,
침팬지와 오랑우탄을 개코원숭이나 원숭이, 고릴라와 비슷해
보이게 하는 다른 특성들도 있다. 이러한 분류 체계를 발명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임무였으므로 그들은 얼마
안가 그것을 만들어내었다. 이러한 개요는 1961년 고안되었는데,
미국 물리학자 겔만과 이스라엘 물리학자 니만은 각기 중입자와
중간자가 아군으로 무리지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겔만에 의해 8정도로
명명된 이 방법은 곧 성공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이것을 통해 아직 발견되지
않았던 소립자들의 존재가 예측되었고, 곧, 실험을 통해 발견이 이루어졌다.
8정도라는 이름은 흔히
관찰되는 중간자와 중입자를 8개의 군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겔만이 붙인
이름이다. 그는 원래 8정도가 기원전 6세기 부처가 고안한
각성을 얻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어떤
대상들간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즉각 왜
그러한 유사성이 존재하는가를 알고자 했다. 겔만과
니만의 8정도가 잘 맞아들어가는 것이 입증되자, 다음 단계는 왜 그러한가를
밝히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과학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원소 소립자들이 무리짓는다고 결론내리기 위해 어떤
가정이 필요한가를 밝히려 했다. 1964년 겔만과 미국 물리학자
츠바이크는 각기 독립적으로 중입자와 중간자가 그 전에 밝혀진
어떤 소립자와도 유사하지 않은 구성원소들을 가진다고 전제하면
8정도가 설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츠바이크는 이 가설적인
구성원소를 에이스 라고 부르자고 제안하였고, 겔만은 쿼크라고 명명하였다.
쿼크는 독일어로 굳어진 우유를 뜻한다. 하지만 겔만은 이 이름을 제안할 때
치즈를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설에서 마크왕이 아내의 외도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다룬 조이스의 소설 피네건의 경야 의 한
구절인 마크의 세가지 쿼크 에서 인용하였다. 츠바이크와 겔만의 이론에서도
3개의 쿼크가 있었다. 업, 다운, 그리고
스트레인지쿼크로 명명된 이들 쿼크는 존재한다고 알려진 모든
중간자와 중입자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로, 양성자는
1개의 다운 쿼크와 2개의 업 쿼크로 되어 있으며, 양으로 하전된
파이온(파이온은 양이나 음전하를 띨 수도 있고 전기적으로
중성일 수도 있다.)은 하나의 업 쿼크와 반다운 쿼크로 이루어져 있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쿼크도 반소립자를 가지고 있다.
반다운은 다운쿼크의 반소립자이다. 업과 다운은 특별한 뜻이 없다. 그들은
임의대로 붙인 표식에 불과하다. 업과 다운 대신에 하나와 둘, 혹은 알파와
베타, 아니면 조지와 낸시, 트리스탄과 이졸데로 이 두 소립자를 부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제 3의
쿼크는 스트레인지쿼크로 불리는데, 이것은 이상한 소립자의
구성원소중 하나가 되기 때문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 자연히
다운쿼크가 그렇듯 업쿼크, 스트레인지쿼크도 반소립자를 갖는데 반업,
반스트레인지라 불리게 된다. 처음에는, 겔만 자신을 포함한 많은 물리학자들이
쿼크는 실제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소립자가 아니라 유용한 수학적 허구라고
생각했다. 달리 표현하자면, 쿼크 모델은 추상적인 수학적 도식이어서
실험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예측을 가능케는 하지만 실제에 기초를 두지는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겔만이 가끔 지적하듯이 중입자와 중간자는 그들이
마치 정말 쿼크라는 구성원소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어렵게 보인다 할지라도 물리학자들이
이처럼 회의적이었던 이유는 실험적으로 쿼크의 존재를 확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쿼크는 다른 모든 소립자와는 달리 분수의
전하를 띠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포기하기 쉬웠을
것이다. 예로 업쿼크는 +2/3의 전하를, 다운 쿼크와 스트레인지
쿼크는 -1/3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었다.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증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존재하지 않는
도깨비를 증명해 보일 방법은 없다. 잘 해봐야 그것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아마 환각을 본 것이라 간주하는 것이 더
그럴듯하다고 제안할 수 있을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것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실패한다면, 설사 그것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극히 드문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거듭된
실험을 통해서도 현존하는 쿼크를 찾는 데 실패했을 때 아마도
겔만과 그 동료들이 옳았다고 간주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였다. 쿼크는 허구였다. 결국 쿼크는 단독으로가 아닌 중간자와 중입자
내부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 것이 유일한
대안처럼 보였다. 1968년 실행된 한 실험은 결국 불합리해 보이는 이 대안을
인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스탠포드 선형 가속기
센터의 과학자들은 고에너지 전자로
양성자를 때려서 미세한 점 같은 전하들을 양성자 안에서
발견하였다. 결국 쿼크는 명백하게 실재하는 것이었다. 자유 쿼크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쿼크들이 서로 가까이 있을 때는 인력이 매우 약하지만 서로 떨어지려고
당기게 되면 그 인력이 매우 강력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쿼크 중
하나가 양성자 안에서 탈출하려 하면 다른 두 쿼크가 그것을 당겨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양성자(혹은 다른 중입자나 중간자)를 쪼개어 그
구성원소로 나눔으로써 자유쿼크를 생성해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것은 양성자와 다른 소립자를 충돌시킴으로써 시도해
볼수 있다. 하지만 선형가속기 실험에서 사용되었던 것처럼 전자는 원하는
결과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전자는 총알이 버터를
통과해 버리듯이 양성자를 단순히 통과하고 만다. 더 무거운
중입자가 양성자와 충돌해도 자유쿼크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양성자를 쪼개어 새로운 쿼크와 반쿼크를 생성시키려면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에 따른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이렇게 새로
생성된 쿼크들은 서로 결합하여 중입자와 중간자를
형성한다. 최종 결과는 하나의 소립자가 전에 존재했던 곳에
수많은 무거운 소립자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 두 개의 쿼크를 떨어지게 당긴다고 하자. 당길수록 둘
사이의 힘은 더 강해지게 된다. 종국에는 새로운 쿼크-반쿼크 쌍이 생성될 수
있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비되야 한다. 결과적으로 어떤 자유쿼크도 볼 수
없고 단지 더 많은 보통의
소립자만 보게 될 것이다. 새로운 쿼크 - 반쿼크쌍은 결국 그전에 당겼던 바로
그만큼 서로 견고하게 달라붙어 있게 된다. 두 쿼크가 서로 아주 가까워지면
인력은 0에 가까워지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힘은 강력해지는데, 이는 자기력이나
중력과는 전혀 다른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쿼크 사이의 힘과 유사한 경우를
일상세계에서도 볼수 있다. 예를 들면 용수철은 당기지 않으면 힘이 작용하지
않지만, 약간 당기기 시작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려 할 것이고 더욱 늘리게 되면
보다 강한 힘이 작용한다. 자연히 이러한 유사성이
깨지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만일 용수철을 충분히 잡아당기면 종국에는 한
용수철이 두 개의 조각으로 깨진다. 용수철이 한쌍의 쿼크처럼 행동한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대신에
원래 잡아당겼던 것과 같은 한 쌍의 용수철이 남아야 한다.
물질의 구성원소
얼마 있지 않아 2개의 쿼크가 추가로 발견되어 참과 버텀쿼크로 명명되었다.
타우 중성미자가 그랬듯이 과학자들은 버텀쿼크와
쌍이 되는 6번째 톱쿼크가 분명 존재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톱쿼크는 질량이 매우 클것이라 생각되며 실험을 통해 생성해
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업과 다운처럼 참이나 톱, 버텀이라는 이름은 특별한
의미가 없고 임의적인 것이다. 셋 중 어떤 것도 다른 이름으로
불릴수 있었을 것인데, 실제로 새로운 2개쿼크의 이름을 키이츠의(그리스
도자기에 대한 송가)로부터 인용한 진실과 아름다움이라고 하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보다 평범한 이름인
톱과 버텀이 채택되었다. 업, 다운, 스트레인지, 참, 버텀, 톱은 6개 쿼크
맛이라고 말한다. 쿼크맛이 추가로 나중에 발견될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중입자들이나 중간자들이 늘어나듯, 쿼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론적인 근거가 있다.
6개보다 기껏 많아야 8개 혹은 10개로 믿고 있다. 물질의 기본
구성원소는 12가지인 것 같다. (이 장이 씌어진 후에 6가지의
쿼크와 6가지의 경입자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새로운
실험결과가 보고되었다. 마크2검출기 팀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대형전자
양전자충돌장치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보고한 이
결과는 다음장에서 보게 되는 Z소립자의 관찰도 포함하고 있다.
Z가 붕괴하는 방식을 검사하면서, 그들은 오직 3종류의 중성미자(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그리고 타우온 중성미자)만이
존재한다고 추정하였다. 이것은 경입자가 단 6가지만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쿼크와 경입자간의 대칭성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쿼크도 역시 6가지여야 한다. ) 소립자들 사이의 힘을
제외하면 그 외에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스트레인지, 참, 톱, 버텀 쿼크로
구성된 소립자와 뮤온, 타우온, 중성미자는
실험실에서만 볼 수 있으므로 일상 세계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구성원소는 전자와 업쿼크, 다운쿼크 3가지이다. 두 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구성원소이며, 여기에 전자가 있게 되면 알고 있는 모든
원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회의론자들은 12개가 작은
숫자가 아니며 반소립자를 포함하면 24개나 된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개의 소립자들은 12개(반소립자를 포함한 24개)로 대체한다는
것은 발전을 의미한다. 최소한 시작은 되는 것이다.
물질의 구성원소
1장을 요약하면 :
1. 모든 물질은 6가지 쿼크와 6가지 경입자로 구성된다. 따라서
12개의 기본소립자가 있게 된다. (반소립자를 포함하면 24개).
2. 6가지 경입자는 전자, 뮤온, 타우온, 그리고 이들과 관련된
중성미자이다.
3. 6가지 쿼크 맛은 업, 다운, 스트레인지, 참, 버텀, 톱이다.
보통의 물질은 전자와 업, 다운 쿼크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양성자는 1개의 다운과 2개의 업쿼크로 구성되고, 중성자는 2개의 다운과 1개의
업쿼크로 구성된다. 전자와 업, 다운쿼크를 제외한
모든 기본소립자들은 금방 사라지므로 실험 물리학자들만이 그
차이를 알고 있다.
2) 표준모델
물리적 세계와 소립자간 상호작용을 완벽하게 기술하려면,
물질의 구성원소를 열거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단지
그렇게만 한다면 중요한 요소를 빠뜨리게 될 것임으로, 소립자간에 작용하는
힘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알려져 있는 4가지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다. 제 5의 힘이 존재함을 암시하는
약간의 근거가 있긴 하지만 이 책에서 이러한 근거는 논란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제 5의 힘은 아직 그 존재가 입증되지 않고 있다.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중력에 양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는 물질에 대한 논의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하므로 이 제 5의 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중력은 4개의 힘 중에서 가장 약하지만
유일하게 우리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힘이다. 우리는 전자기력 역시 알고 있는데,
이는 원자나 분자를 결합시키고 전자기적 복사인
빛을 생성하는 역할도 한다. 강력과 약력은 반면에 실험실에서만 검출된다.
이들은 본래 중력이나 전자기력보다 훨씬 강력하지만
미치는 범위가 극히 작고 그 효과는 일반적으로 소립자 수준에서만 느낄 수
있다. 범위의 차이는 매우 극적이다. 중력은 수백만에서
수억 광년의 거리에도 영향을 미치며 은하계나 은하계의 집합에도 작용한다.
반면 강력은 10-13센티미터의 거리만 넘어도 0으로
떨어진다. 약력의 강도는 더욱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10-15센티미터만 넘어도 작용하지 않게 된다. 원자핵의 직경은 10-13센티미터
정도이므로, 약력 범위보다 100배 크다. 중력과
마찬가지로, 전자기력은 거시적거리에 작용한다. 중력에 비해
곧바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전자기력은 우리 생물체 사이에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우리들은 번개 때문에 놀라기도 한다.) 전기는 이
전자기력에 의해 생성된다. 미리 언급한 바 있지만 빛은
전자기적 복사의 한 형태이다. 이밖에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전자파도
같은 형태이다. 양으로 하전된 핵이 음으로 하전된
전자를 끌어당기게 하는 것도 전자기력이다. 전자기력은 원자들을 결합시켜
분자를 형성하고, 또한 분자들을 서로 결합하게 한다.
달리 말해 고체 물질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도 전자기력이다.
강력(강 핵력)은 원자핵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서로 결합시키는 힘이다.
이것은 중입자와 중간자에는 작용하지만 경입자에는
작용하지 않는다. 강력은 또한 중간자나 중입자 안에서 쿼크를
결합시킨다. 사실 핵자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쿼크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표현이다. 약력(약 핵력)은 강력에 비해 매우 약하지만 똑같이 중요한데, 이것은
태양 에너지원인 핵반응에 역할을 하므로 적어도 인간에게는 중요하다. 만일 이
약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우주에
별과 항성과 혹성이 있다 하더라도 차고 어둡게 될 것이다. 여러 힘들의 특성이
다음 표에 요약되어 있다. 강도의 단위는
임의적이다. 1의 강도를 중력으로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인데,
이 경우에는 강력이 1039의 강도를 갖는다. 물론 cm"은
센티미터의 약자이다. 똑같이 범위가 무한이면서 전자기력은
중력보다 강도가 1037배 강한데,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이러한 이유는 간단한데, 물질이 전기적으로
중성이라는 것이다. 우주에는 양으로 하전된 소립자의 수만큼
음으로 하전된 소립자가 있다. 어느 한쪽이 극히 일부분이라도
많으면 전자기력이 아주 멀리까지 작용해 중력의 효과를 압도해
버릴 것이다.
생략(P34)
원격작용
뉴턴은 1687년 중력의 법칙을 발표했을 때 원격작용 의 생각에 반대하는
동시대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비판자들은 중력이
어떤 방식으로 전파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 준다면 뉴턴의
이론을 보다 신중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빈공간을 건너서 어떤 힘이
작용한다는 생각은 다른 한편에서는 간단히 부정되었다.
이것은,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지적했듯이 중력을 영원한
기적 처럼 보이게 하였다. 오늘날의 과학자들도 원격 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혐오감을 갖고 있다. 뉴턴의 비판자들처럼 그들도 힘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알고 싶어한다. 다행히도 뉴턴과 그의
동시대인들과는 달리 그들은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의
이론들 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양자장 이론들은 소립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들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성공하였다. 개발된
첫번째 양자장 이론은 양자전기역학, 즉 QED이었다. QED는
전자기력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인데, 과학자들이 개발한 가장
성공적인 이론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 이론에 따른 예측은 실험을 통하여 다른
과학 영역에서는 볼 수 없는 1조분의 1이하의
정확도로 증명되었다. 강력과 약력을 설명하는, QED를 본딴
이론들도 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실제로 전자기력과 약력을 단일한
체계에서 기술하는 양자장 이론도 있다. 중력에 관한 어떤 양자이론이 아직은
없지만, 결국에는 중력도 다른 세 힘과 같은
방식으로 전파된다는 것이 밝혀지리라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마침내 이러한 이론이 발견된다면 뉴턴의 비판자들은 원하던
대답을 얻게 될 것이다. 혹자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이 그 이름으로 보아 복잡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다른 성공적인 과학이론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매우
단순한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 실제로 단지 2개의 가정이 있을 뿐이다.
1.힘은 소립자에 의해 전달된다.
2.이 소립자는 무에서 갑자기 존재로 튀어나올 수 있고, 힘이
전달된 후 사라진다. 두 가정이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차라리 두번째 가정부터 설명하겠다. 이것은 하이젠버그의
불확정성 원리를 설명하는 한 방법에 불과한데, 이는 양자역학의 기본전제 중
하나이다. 양자역학은 모든 아원자소립자의 행동을
기술하는 이론이다. 하이젠버그의 불확정성 원리는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버그의
이름을 따라 붙여졌는데, 소립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운동량이란
질량 곱하기 속도 로 정의된다. 불확정성 이론은 과학자들의
측정계기의 한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 말은 아무리 완벽하고 정확한 장치라
하더라도 위의 두가지 양을 동시에 알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속도(또는 운동량)가 정확하게 측정될수록,
소립자의 위치는 더욱 불확실해지고, 정확한 위치가 알려질수록
속도는 더욱 불확실해진다. 거시적 대상을 취급할 때에는 두가지 양이 동시에
알려질 수 있다. 아니면 최소한,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불확실함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아원자 소립자는 이와는 달리
행동한다. 한가지 양이 완벽하게 정확히 알려지면, 다른 한 가지
양은 측정뿐 아니라 정의조차도 내릴 수 없게 된다. 만일 한
전자의 속도가 절대적 정확도로 알려진다면, 그 위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된다. 이 전자는 우주의 어느 위치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불확정성 원리는 일반적으로 위치와
속도(혹은 위치와 운동량)로 표현되지만, 그 밖의 다른 두 양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 예가 시간과 에너지이다. 만일 우리가 한
소립자의 에너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 에너지 상태로 있는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그 상태로 얼마동안 있었는지를
정확히 안다면 그 에너지에 대한 개념은
흐려지고 만다. 시간과 에너지 사이에 이런 식의 관계가 있다는
생각은 절대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것은 실험실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주 짧은 순간에 레이저 광선의
펄스를 생성해 내면, 그 펄스는 어쩔 수 없이 가지각색의 파장과 에너지를 갖는
광선다발로 이루어진다. 그 에너지를 정확히 측정할 방법은 결코 없는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 사이의 관계는 또 다른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불확정성 원리는
그를 생성할 만한 충분한 에너지가 없음에도 짧은 순간 소립자들이 생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 소립자들은 에너지의 불확실함으로부터 생성된 것이다.
소립자들이 생성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잠깐 빌려온 다음 곧바로 빚을 갚고
다시 사라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소립자들은 계속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상 입자로 불리운다.
가상 입자들도 물질의 소립자들이 쌍으로만 생성될 수 있다는
원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가상 전자 혹은 가상 양성자, 가상
중성미자, 가상 쿼크는 단독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반소립자 파트너를 동반하여 출현한다(하지만, 나중에 단독으로
생성되는 힘의 소립자도 보게 될 것이다.) 소립자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데 알맞은 시각적 방법이 있다. 미국 물리학자 파인만의 이름을 딴
파인만 도식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무 라는 것은 없다. 완벽한 진공일지라도 가상 입자쌍이 끊임없이 생성되었다
소멸된다. 이런 소립자의 존재는 수학적 허구가 아니다. 그들이 직접 관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진짜 실재이다. 그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비롯된 예견들이 고도의
정확도로 실험을 통해 확증되어 왔다. 불확정성 원리는 가상
소립자의 질량과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의 길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음을
함축한다. 가벼운 소립자보다 무거운 소립자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빌려야 하므로, 무거운 소립자가 존재하는 데
허용되는 시간의 길이는 가벼운 소립자보다 짧다. 예를 들면, 가상 전자-반전자
쌍은 함께 소멸되기 전까지 10-21초 동안 존재하게
된다. 이에 반해 가상 양성자-반양성자 쌍은 10-24초가 지나면
사라져 버린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자 같은 물질의 소립자들만
고려하였지만 가상광자, 즉 광 소립자라 해서 생성되지 않으란
법도 없다. 이왕 나왔으니 말인데, 다른 데에서는 전자기파로서
빛을 말하다가 여기서는 빛이 입자라고 한다는 것이 서로
모순되지는 않는다. 사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원자 세계에서
순수한 파동이나 순수한 입자란 없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쿼크와
같은 물질의 소립자도 어떤 때에는 파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광자는 빛의 소립자이며, 빛은 전자기력의 소산이다. 따라서 전자기력이
광자의 생성에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QED는 한 발 더
나아가 광자는 전자기력이다라고 말한다. QED와 다른 양자장 이론에 따르면
힘이란 소립자의 교환을 통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두 개의 하전된 전자는 가상
광자를 주고
받음으로써 서로 반발한다. 한쪽 전자는 하나의 가상 광자를 발산하면서 뒤로
반동한다. 이 광자는 다시 다른 전자에 흡수되면서
반동을 주게 된다. 가상 광자가 소립자-반소립자 쌍의 생성과는
다른 과정으로 생성됨에 주의하라. 힘의 소립자는 단독으로
발산되며 소립자와 반소립자가 동시에 생성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광자의
교환이 어떻게 반발력을 일으키는지 이해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인력은 유사한
방법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면 음으로 하전된 전자와 양으로 하전된 양성자는
역시 광자를 교환함으로써 서로
끌어당긴다. 영국 물리학자 윌킨슨은 이것을 쉽게 설명해주는
알맞은 하나의 비유를 생각해냈다. 얼음이 언 호수위에서 두
사람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고 하자. 이제 그들이 크리스켓 공을 오고 가게
던진다고 생각하자. 두사람이 각기 공을 던지거나
받으면 서로 반발하게 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수 있다.
두사람은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서서 부메랑을 주고 받는 것을 상상해 보라고
윌킨슨은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 부메랑을 상대방으로부터
멀어지게 던진다. 부메랑은 자연히 되돌아와 등을 맞댄 상대방에게 잡히게 된다.
최종 결과는 인력이 존재하여, 두사람이 서로 가깝게 되는 것이다. 어떤
비유라도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위의 경우
인력을 만들 때 광자가 부메랑 같은 행로를 따른다는 가정은
오류일 것이다. 사실은 불확실성 원리에 의해서 아원자 소립자가 따르는 행로란
정의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거시적 세계에서 입자의 교환이 인력을 만들 수
있다는 데 만족한다면, 소립자의 교환도 아원자 세계에서 인력을 생성한다는
생각에 좀더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힘의 통일
양자전기역학은 한사람에 의해 세워진 이론이 아니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 이론의 전개에 공헌하였다. 사실 이것은 정말
가지각색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QED의 기본적인 개념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수립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물리학자들은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아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QED는 선박에 처박히게 되었고, 이론 물리학자들은 보다 다루기 쉬운 문제로
관심을 돌렸다. 1940년대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각기 독립적인 연구를 통하여,
이론상의 곤란을 제거함으로써 QED에
대한 관심을 부활시켰다. 1950년 무렵을 보면 먼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상대성 이론에는 두가지가 있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빠른속도로 여행하는 대상들의 행동을 다루고 있으며,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에 관한 이론이다.)이 있었다. QED라는
전자기 상호작용에 잘 들어맞는 이론이 있었고 또한 이탈리아
물리학자 페르미가 제안한 약력에 관한 이론이 있었다. 하지만
페르미의 이론은 단지 상당한 근사치로만 약력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물리학자들은 강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하기는 1935년에 벌써 일본 물리학자
우가와가 중성자와 양성자 사이의 힘은 중간자를 교환함으로써
발생한다는 이론을 편 바 있지만, 우가와의 이론은 다른
물리학자들이 만족할 정도로 강력을 정확하게 기술하지는 못했다. 4가지 힘에
각각 해당하는 4개의 성공적인 이론이 나왔지만,
환영해야 할 일만은 아니었다. 자연의 법칙이 기본적으로
단순하다면, 모든 힘들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과 약력이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상상하면 우주는 너무 복잡하게 보인다.
우리가 살펴본 대로 중입자와 중간자가 쿼크로 구성된다는 것은 1960년대에
입증되었지만 이것은 바로 힘에 관한 불만족스런
상황을 호전시킬 어떠한 역할도 해내지 못했다. 사실 과학자들은 쿼크간의 힘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으므로 이것은 물질을
더욱 어렵게만 만들었다. 1967년 미국 물리학자 와인버그와
파키스탄 물리학자 살람이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는 이론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안함으로써, 힘들을 통일하려는 첫 번째 시도가 이루어졌다.
와인버그와 살람의 전약이론은 페르미의 이론보다 더 정확하게 약력을
기술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에 QED를
괴롭혔던 것과 유사한 이론적 문제점을 낳았다. 다행히도 197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후프트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전약이론에 따르면 전자기약력은(약력은 전자기력이 같은
상호작용의 다른 측면이라는 의미에서 2개가 아닌 1개의 힘이 된다.) 4개의
소립자에 의해 매개되었다. 이 중 하나는 광자였다. 그리고 다른 나머지는 W와
Z로 표기하였다. W소립자는
2가지였는데 양으로 하전된 W+와 음으로 하전된 W-였다.
Z소립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어서 Z0로 표기하였다. 전약이론은
파문을 일으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새로운 소립자 3개 모두가 1983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셋 모두가 양성자보다 100배 이상 무거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것은 물리학자들이 기대하던
바로 그것이었는데, 이는 약력의 범위가 작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질량이 큰 소립자를 생성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불확정성
원리에 입각하여 더 큰 에너지가 빌려지면 가상 입자가 존재하는 데 허용되는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그런데 소립자의
수명이 매우 짧다면 그것이 사라져 무가 되기 전에 먼 곳까지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광자의 질량은 0이다. 따라서 이것은 매우 긴
시간을 존재할 수 있다. 이로써 전자기력의 범위가 큰
이유가 설명된다. 다시 스케이트 타는 사람의 비유로 돌아간다면 소립자의
질량과 힘의 작용범위간 관계는 좀더 분명해진다.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이 골프공으로 논다고 가정해보자. 공의
질량이 비교적 가벼우므로, 그들은 멀리까지 공을 던질 수 있고,
상당히 먼 거리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이 볼링공을
던진다고 가정해보자. 공이 매우 무거우므로 멀리까지 던질 수
없고 상호작용을 하려면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 만일 그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상대방이 공을 받지 못하고, 얼음 위에 미끄러져
넘어지게 될 것이다.
양자색역학
쿼크간의 힘에 대한 이론적 기술이 개발되었다. 1970년대 중반,
이론물리학자들은 양자색역학(약자로 QCD)이라 불리는 이론을
고안해내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쿼크는 빛의 3원색으로 비유되어 적색, 녹색,
청색인 3가지 다른 색깔 을 갖게 된다. 3가지 쿼크
색깔은 일상세계에서 보는 색깔과는 분명 다르다. 사실 쿼크는
적색, 녹색, 청색에 해당하는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어떤 색깔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쿼크색깔은 쿼크가 갖는 성질의 3가지 붙인 이름에
불과하다. 대신에 예 , 아니오 , 그리고
아마도 라거나 A", "B", "C", 아니면 심지어는 거투르드 ,
앨리스 , 그리고 버지니아 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명백하게 쿼크색깔은
+와 -의 두가지 값만 있는 전기적 하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 두가지는 어떤 의미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양전하와
음전하보다 쿼크가 더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한다 해서 놀랄 것은 없다. 그리고
사실 쿼크는 복잡하게 작용한다. 쿼크간의 힘은
하나가 아니라 8개 조의 소립자를 매개하여 작용한다. 쿼크간에
작용하는 힘을 전달하는 소립자는 글루온이라 불린다. 이렇게
부르는 까닭은 글루온이 쿼크들을 아교처럼 접착시키는 데서
비롯된다. 글루온은 종류가 8가지이지만 그들은 전자기약력을
매개하는 4가지 소립자와 거의 유사하다. 쿼크간의 색력은
중입자와 중간자 사이의 강력을 설명해주는 것으로서, 현재로선
쿼크간의 상호작용으로 생성되는 잔여힘의 일종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나의 양성자와 중성자, 혹은 두 개의 양성자, 또는 두 개의 중성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쿼크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끌어당기게 된다. 중력도 마찬가지로 소립자들의 교환을 통해서
생성된다고 추정된다. 아직 이들 소립자는 실험을 통해 발견되지 않았고,
과학자들도 가까운 장래에 발견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에 대한 이름은 있다. 이 가상입자는 중력자 로
불리운다. 아직은 이것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지만, 만일 존재하지 않을 경우,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4가지 힘 중에서 하나만이 다른 셋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력자가 없다고 가정하면 중력의 원격작용 문제에 다시 부딪히게
되고, 뉴턴과 그 동시대인들 사이의 논쟁이 또다시
재연될 것이다.
표준모델
이제,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1.물질은
6가지 쿼크와 6가지 경입자인 12개의 소립자로 구성된다. 2.강력, 약력,
전자기력, 그리고 중력의 4가지 힘이 존재한다. 강력은
쿼크와 글루온 사이에서 작용하는 색력의 한 양상이다. 경입자는 색깔이
없으므로 이러한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약력과 전자기력은 하나의 이론으로
기술될 수 있다. 이들은 전자기약력을 두가지로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3.힘들은 소립자의 교환에 의해
매개된다. 힘을 매개하는 12가지 소립자는 8개의 글루온, 2개의
W소립자, Z0소립자, 그리고 광자이다. 중력자가 존재하면 13번째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중력에 관한 어떤 양자이론도 없으므로
당분간 이것은 목록에서 빼는 게 좋을 것이다. 위와 같이 요약되는 물질과 힘에
관한 기술을 소위 표준모델이라 부른다. 이 장에서
설명한 대로, 과학자들은 이 표준 모델을 구성하는 이론들 중
어느것이라도 논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이
모델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들이 보기에는 이 모델은 몇가지 중대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로, 표준모델을 구성하는 이론들은 왜 소립자가 질량을
갖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사실 이 이론들의 순수한 형식에서는 질량이 없는
소립자를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 비현실적이다. 전자와 같은 몇몇 소립자는
무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질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성자나 중성자도 그러하고, 힘 소립자 중
어떤것은 매우 큰 질량을 갖는다. 예로서 Z0는 질량이 양성자의 100배, 전자의
180,000배나 된다. 표준모델은 소립자들에 질량을
부여할 수 있게 변형될 수 있는데, 이는 히그르 메커니즘에
의해서이다. 이것은 이를 발견한 영국 물리학자 히그스의 이름을 딴 이론적인
방법이다. 히그스 메커니즘은 발견되지 않은 하나의 장(힘이 공간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 물리학자들은 장의 존재에
관해 말한다.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것이 동어반복이라고
생각하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개념은 매우 유용하다.
장 개념의 역할에 관한 뛰어난 논의들이 아인슈타인과 인펠트의 저서 물리학의
진화 에 실려있다.)의 존재를 가정한다. 전자기력, 약력, 중력, 그리고 색력의
장들과는 달리 히그스 장은 힘을
유발하지 않는다. 히그스 장은 대신에 소립자를 살찌게 함 으로써 질량을 준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수용되었다.
이것은 쿼크, 전자, 뮤온, 타우온, 그리고 W와 Z소립자가 왜
질량을 갖는지에 관해서는 설명하였지만, 반면 중성미자와
글루온은 질량이 없는 것처럼 예측하였다. 색력은 범위가 좁으므로 이것은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좁은 범위의 힘과
관련된 소립자는 일반적으로 매우 무거운
소립자였던 것이다. 히그르 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 자체가
소립자로 나타나야만 한다. 모든 양자 이론은 그런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히그스 소립자의 존재는 아직 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반론은
히그스 메커니즘이 특별한 방법으로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히그스 장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유일한 이유는 표준 모델이
그것없이는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좋은
이론적, 실험적 정당성을 누구나 원할 것이 분명하다. 표준모델에는 또 다른
문제들이 있다. 예를 들면, 쿼크와 경입자가 왜
6종류인가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6가지로 가정했지만 만일 그 이상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즉,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8개의 쿼크와 경입자를 발견하다 하더라도, 표준모델은
이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표준모델은 힘들을
하나로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적으로, 우리는 자연의 힘을
설명하는 이론이 3개가 아니라 하나이기를 바란다. 표준모델은
왜 어떤 힘은 강하고 어떤 힘은 약한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도 사실 힘을
통일시키는 문제의 한 측면이다. 과학자들이 모든 힘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이 문제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모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때문에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다. 물리학 이론에서는 종종
문제가 발생하며, 특히나 과학의 미개척 영역에 놓인 이론은 더욱 그러하다.
문제가 있음으로써 이론적인 고찰과 실험적인 연구가
계속되는 것이다. 과학적 탐구는 문제의 해결로 이루어진다. 문제가
당혹스러울수록 연구성과는 풍부하고, 결과적인 발견도 놀라운
것이 된다. 우리는 앞서 말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세대의 소립자 물리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 없어지게 된다.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없다면 그들은 과학의
미개척 영역을 확장시켜 나아갈수 없기
때문이다.
3) 빅뱅
지구는 하늘의 모든 지점으로부터 떨어지는 복사선으로 균일하게 뒤덮인다. 이
복사선은 강도에 있어서 전혀 차이가 없다. 어디서
측정하든지 밤이나 낮의 어느 시각에서도 그 강도는 똑같다.
방향이 달라도 차이는 없다. 북두칠성 방향에서 오는 복사선은
오리온 혹은 히드라 별자리에서 오는 복사선보다 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전혀 별자리가 아닌 곳에서 오는 것과도 동일하다. 이
복사선은 또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이것은
절대 0도에서 2.7도 높은 온도의 완벽한 흑체(빛을 반사하지 않는 가설적인
복사체)에서 발산하는 복사선과 동일하다. 절대 0도는
있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이다. 이 온도에서는 모든 분자
운동이 정지한다. 이것은 -273도(화씨로는 -460도)와 같다.
편리함을 위해서 과학자들은 이 온도를 0K라 하는데, 여기서 K는 켈빈(19세기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켈빈 Lord Kelvin의 이름에서
따옴)이다. 켈빈(K)과 셀시우스(C)의 온도등급은 동일한데, 단 서로 다른 0점을
갖고 있다. 절대 0도보다 높은 온도를 가진 물체는
모두 다 어떤 종류의 복사선을 방출한다. 사실 이것은 전구가
작동하는 원리이다. 필라멘트가 뜨거워져 높은 온도에 이르면 빛이 발산된다. 찬
물체라도 역시 복사선을 낸다. 자연 상태에서
복사선은 그다지 강하지 않으며 가시광선의 형태로 방출되지도
않는다. 특별히 2.7K의 온도를 갖는 물체는 초단파라고 알려진
파장이 짧은 전파를 방출한다. 자연상태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이 초단파의
강도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측정 가능하고, 또 매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창공을 향해 전파 탐지기를 맞추기만 하면, 그
곳으로 떨어지는 이 초단파를
전기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1964년 독일 물리학자 펜지아스와
미국 전파 천문학자 윌슨이 발견한 2.7K의 우주초단파의 기원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선 어떤 식의 중요한 논쟁도 없었다. 이
우주선의 존재에 관한 오직 하나의 그럴듯한 설명이 제안되었다. 그것은 약
100내지 200억년 전 우주가 탄생한 대폭발(빅뱅)의 저녁 노을이라는 것이다.
초기에 우주는 뜨겁고 압축되어 밝게 달아
오른 상태였다. 그후로 우주는 확장하며 차게 식어왔다. 지금에
와서 우주는 식어서 평균 온도가 2.7K가 되었으며, 시초의 강렬한 복사선은
시들어져 희미한 초단파로 퍼져 있게 되었다. 이
배경복사가 빅뱅이 일어났다는 유일한 증거는 아니다. 사실 배경 초단파가
발견되기 35년전인 1929년 우주의 기원인 빅뱅을
시사하는 첫 번째 발견이 이루어졌다. 그해, 미국 천문학자 허블은 우주가
급격히 팽창하는 상태에 있으며 그 안에 있는 은하계들은 서로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허블은 더 나아가
지구에서 거리가 먼 은하계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후퇴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물론, 허블이 우리 태양계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은 아니다.
은하계들이 지구로부터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 이유는 단지 그들 모두가 서로
멀어지기 때문이었다. 허블이 관찰한 것은 어떤 은하계에서의 천문학자라도
관찰할 수 있는
효과였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비유가 고안되었다. 예를 들면 오븐
위에 건포도가 든 빵 반죽이 있다고 가상해보자. 빵이 구워지면서 반죽은
부풀어오르고 모든 건포도는 서로 멀어진다.
만일 두 개의 건포도가 처음엔 서로 아주 가깝게 있다면, 그들의 후퇴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다. 빵을 굽기 시작할 때 두
건포도가 거의 붙어 있었다면, 다 구워서 오븐에서 꺼낼 때도
그들은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할 것이다. 반면에 건포도가 서로 반대편 위치에
떨어져 있다면, 이와같은 한 쌍의 은하계 처럼,
후퇴속도는 더욱 급격해질 것이다. 이 같은 비유도 역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별히 빵의 변두리처럼 우주가 그 경계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게 되면 안된다. 실제로 우주가 끝나는 점은 없다. 사실 우주의
변두리 라는 개념은 무의미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변두리가 있다면, 그것을
넘으면 무엇이 있게 될 것인가? 다행히 이러한 질문에 내포된 역설을 다룰
필요는 없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논의하게 되면, 우주는
유한하든 무한하든간에 그 경계가 없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적색이동
우주가 팽창한다는 허블의 발견 후 하나의 명백한 결론이
뒤따르게 되었다. 만일 은하계들이 현재 서로 멀어져가고 있다면, 그들이 서로
매우 가까웠을 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때로 생각이 미친다면, 나아가
그때의 그 전을 되돌아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추측컨대, 은하계가 생성되기
전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그때에 물질은 매우 압축된 상태로 존재해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때가
언제인지를 계산할 수 있다면 우주가 탄생한 시간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것은 계산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허블의 위대한 발견이래 반세기가 넘게 지났지만,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에 관해 아직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초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매우 불명확하다. 일련의
가정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는 70억년이고, 또 다른 가정에 의하면 250억년이
되기도 한다. 가장 적절한 추산은 아마 100억년 내지 200억년 사이가 될것으로
보이지만, 상상컨대 얼마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함의 중요한
요인은 은하계간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관련된 문제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측정은 극히 어려우며, 단지 가장 가까운 은하계까지의
거리만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후퇴속도는 상당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팽창속도(결과적으로 우주의 나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계측량인 속도와 거리를 동시에 알아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는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 우주의 나이가 100억년이든 150억년, 혹은 180억년이든,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주의 나이가 얼마이든, 그것이 팽창한다는 역학적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만일 천문학자들이 한 수치가 다른 수치들보다
정확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에도 그들은
단지 그들이 사용해오던 시간 척도를
늘리고 줄이기만 하면 될 것이다. 더욱이 한 은하계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상대적인
거리는 매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로부터 B는 A보다 2배
멀리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우주의 팽창이 거리에 상관없이
균일하다면 - 어느 누구도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를 발견한 적은 없다. -
거리는 적색이동이라 불리는 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거리가 아주 멀지 않으면, 이 두가지 양은 정비례한다. 적색이동이
2배라는 것은 거리도 2배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옆에 있는 은하계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은하계로부터 온 빛은 적색으로 이동한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우리가
살펴본 대로 빛은 전자기파로 되어 있다. 전자기파는 바다의
물결처럼 산가 골이 있는데, 산과 산, 혹은 골과 골 사이의 거리를 파장이라
부른다. 광원(빛의 근원)이 정지상태면, 파장은 일정하다. 하지만 광원이 우리를
향해 움직인다. 또는 우리가 그것을 향해
움직이든지, 단지 상대적 운동만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보라. 이 진행하는
파동의 연달은 산이 다발로 묶인다. 결과적으로 파장이 보다 짧아진다. 반면에
광원이 우리로부터 멀어진다고 상상해 보자. 이 경우, 파동의 연달은 산이 더
멀어지게 됨은 쉽게 알수 있다.
광원의 연달은 산을 방출하므로, 그것은 약간 더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파장은
보다 길어지게 된다. 가시광선 스펙트럼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것은 자색(또는
청색)이며, 가장 긴 것은 적색이다.
우리에게 급격히 다가오는 광원에서 방출된 빛은 따라서 보다 푸른 빛을 띠게
되고, 멀어지는 광원의 것은 보다 붉은색을 띤다.
몇 개의 예외를 제외하면, 우주의 모든 은하계들은 지구로부터
멀어지므로 그 빛이 적색 쪽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먼
은하계로부터 오는 빛일수록 육안(혹은 사진감광판)에 붉게 보이고 가까운
은하계일수록 정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은 그보다
약간 복잡하다. 아주 먼 은하계라고 해서 붉게 보이지는 않는데,
그것은 청색이 적색으로 되면 스펙트럼의 자외선 쪽 광선이
청색으로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 거리의 은하계로부터 오는
빛은 모든 파장으로 구성되며, 이 은하계의 가시적 양상은 좀더
가까운 은하계와 거의 유사하다. 분명히, 물체의 색깔을 봄으로써 적색이동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적색이동은 매우 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다. 모든 화학원소는 그것이 가열되면 어떤 특별한 파장의 빛을 방출한다.
멀리 떨어진 천문학적
물체로부터 온 빛은 그 근원이 뜨거운 항성이거나 달아오른 성간 가스구름이므로
그 물체의 후퇴속도 뿐만 아니라 화학적 조성도
판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얼마만큼의 헬륨이 있는지는, 헬륨
고유의 파장(적색이동된)을 조사함으로써 알아낼수 있다. 시속 50km의 속도로
움직이는 두 대의 자동차를 상상해 보자. 두 대가 모두 50km 떨어진 한 도시에서
출발한다고 하고, 그 다음 둘중
하나는 출발 후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고, 다른 하나는 처음엔 시속 80km로
시작하여 차츰 속도를 줄인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차가 더 오래 운행했을까?
확실한 것은 그 중 하나는 일정속도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속도를 줄인 차는 과거에는 더 빨리 달렸다.
결과적으로 그 차는 더 짧은 시간에 그 거리를 주파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주의 시초 이후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를 계산할
경우 2가지 요소 즉, 현재 팽창하는 속도와 중력이 그 팽창을
저지하는 정도가 이를 좌우한다. 중력의 감속작용 이 크면 클수록 우주의
연령은 짧아진다. 우주에 얼마나 많은 물질이 있는지를
안다면 중력의 감속효과를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주의 물질밀도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의
끝부분에 얘기하겠지만 우주에는 그들이 이해 못하는 종류의
물질도 있는 것 같다. 우주가 어떤 특별한 물질밀도(이것 역시
끝부분에 논의될 것이다.)를 갖는다는 이론적인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우주의 나이를 추정하는 데는 또 다른 불확실함이
개입한다. 어쨌든 빅뱅이후 지나간 시간을 추정하는 하나의 수치를 택하는 것이
유용하다. 그래서 나는 150억년이라는 수치를 택할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이 수치가 오류라고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지금 내가 택한 것보다 훨씬 정확한
추정방법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수치가 나의
수치보다 훨씬 크거나 훨씬 작을 것 같지는 않다. 우주의
나이로서 150억년이라는 수치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관찰결과,
ㅡ그리고 어떤 방사성 원소의 나이 측정과 일치하며, 이 150억년은 또한 매우
오래된 항성들의 나이보다 약간 작다. 그러나 우주의
나이에 대한 추정은 최근에 다시 수정되고 있다. 수정된 수치는
아마 천문학자들이 생각해오던 것보단 작을 것 같다. 어떠한
경우라도 나는 이 수치의 정확도를 애써 변호할 생각은 없으며,
또한 우주의 나이가 몇십억년 크든 적든, 이러한 사실은 다음에
나오는 논의들에 그다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원시헬륨과 중수소
복사선은 적색이동되는 은하계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복사선은 충분한 기간동안 팽창하는 우주를 통해 여행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 배경 초단파를 구성하는 전파도 역시
적색이동된다고 기대할 수 있다. 초단파는 전자기적 복사이므로
빛과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사실 배경 초단파는 150억년 전
빅뱅의 불덩이에서 생긴 빛으로서, 그 이후의 공간을 여행해 왔다. 그것은
우주의 탄생 후 약 150만년이 지나 방출된 빛이다. 그
이전의 우주는 핵과 원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운동하는 자유전자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 전자들은 그들에게 오는 어떤
빛과도 반응하여 흡수하거나 산란시키기도 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재방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일종의 우주 안개가
형성되었다. 이때 우주는 섬광도 있었지만 거의 불투명하였다.
그리고 우주가 팽창하자 온도가 떨어졌다. 에어졸 깡통으로부터
분출된 가스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은 것이 우주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이 가스도 역시 팽창하며 식는데, 결과적으로 깡통은 차게 느껴진다.
우주가 식자 전자는 과다한 에너지를 버리고 원자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주안개도 걷히게 되었다. 우주는
투명해졌고 물질과 복사선은 상대와의 상호작용을 멈추게 되었다. 배경 초단파를
관찰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시초로부터 50만년 후의 시간, 즉 현재 관찰되고 있는
초단파가 마지막으로 물질과
반응한때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가능하면 그 이전의
일까지 알고자 하려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그 이전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이전의 이전은 또 어떻게 되는가?
밝혀진 대로 위에서 기술한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은 있다. 분명히 그 방법은
어떤 종류의 복사선을 관측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어떤 것을 관측하든 간에
우주 안개까지 조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아주 작은 물체를
검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현미경은 항상 빛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예를 들어 전자현미경을 쓸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물질의 소립자를
이용한 일종의 망원경 을 써서 과거 시간을 보려고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보기와는 달리 터무니없는 짓이 아니며, 사실 매우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초기 시간을 조사하기 위한
방법에는 망원경 같은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방법은
우리에게 우주 초기에 일어난 사건들에 관한 추론을 이끌어내게
해준다. 마침 빅뱅에서만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이 우주에는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이 현재 얼마나 존재하는가를
관측함으로써 우주초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특히, 헬륨과
리튬, 그리고 중수소(수소의 한 형태)의 양을
관측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시초로부터 1분 후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우주에는 10개의 수소핵에 대해 1개의 비율로
헬륨핵이 존재한다. 그리고 헬륨핵은 수소핵보다 4배정도 무겁다. 하나의
헬륨핵은 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은 같다는 것을
기억하라)로 되어 있으나 보통의 수소핵은 단 1개의 양성자로 되어 있다. 수소와
헬륨은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이다. 모든 물질(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들을 포함하여)은 우주
불순물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수소와 헬륨은 이렇게 적은
양으로 존재하며, 우주는 무게로 따져 25퍼센트의
헬륨보다는 약간 크고, 75퍼센트의 수소보다는 약간 작다고 말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계뿐만 아니라 다른 은하계에서의 헬륨양도 측정해왔다.
헬륨은 오래된 항성, 비교적 젊은 항성, 성간 가스, 그리고 퀘이사라고 알려진
먼 거리의 천체에서 발견되었다. 헬륨핵은 지구에 떨어지는 우주선(우주 선 은
실제로는 복사선의 일종이 아니라 급격히 움직이는 다양한 소립자들이다.)의
구성성분으로 밝혀졌다. 헬륨은 지역마다 다르게 발견되지는
않는다. 비교적으로 차이가 있더라도 그리 크지 않다. 어떤
곳에서는 약간 많고 어떤 곳에서는 약간 적을 수 있지만 수소핵과 헬륨핵의
비율은 항상 동일하다. 헬륨은 항성에서 생성된다. 사실 수소를 헬륨으로
전환시키는 핵반응은 항성이 대부분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헬륨의 양을 추산해 보면, 전체 헬륨의 몇퍼센트에
불과하다. 우주는 이
수치가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우주가 25퍼센트가 조금 넘는 헬륨을 현재 갖고 있다면 우주의 탄생
즈음에는 25퍼센트 정도의 헬륨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헬륨이 25퍼센트인 상태로 우주가 탄생하였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주의 나이가 채 1분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헬륨이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계산에 따르면 이 시기에는 온도가 너무 높고,
물질의 소립자들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중성자, 양성자 한 쌍이 어느정도 가까이 접근하여
헬륨핵을 형성하더라도, 그 즉시 다른 소립자와 충돌하여 부서지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초기 1분이 지나서야 비로서 헬륨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때에 이르러
우주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결합할 수 있을 정도로 식어갔다. 헬륨을 형성케 한 핵반응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만 계속되었다. 우주가 확장을 계속하자,
소립자들의 평균에너지는 더욱 떨어지게 되고, 물질은 더욱
분산되었다. 우주의 나이가 수분에 이르면서 헬륨 생성은 결국
정지하게 되었다. 관측된 헬륨의 양은 빅뱅이 일어났었다는 견해에 대한
추가적인 확증을 제공하고 또한 우리로 하여금 우주가 생긴 후의 수분 간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빅뱅이 일어났었다는 견해에 관한 한층 강력한 확증을
제공하는 또 다른 근거가 있다. 그것은 수소의 다른 형태인 중수소의 존재이다.
보통의 수소핵은 1개의
양성자로 구성된다. 반면, 중수소에는 1개의 양성자와 1개의
중성자가 서로 결합하여 핵을 이룬다. 중수소는 핵에 중성자가
추가됨에도 화학적 특성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다른 원소가 아니라 수소의 한
형태이다. 중수소핵은 계속 +1의 전하를 띠며, 1개의
전자를 갖는 원자를 형성한다. 중수소의 양은 우리 우주에서 그리 많지 않다.
3천개의 보통 수소에 대해 1개 정도의 중수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중수소가 균일한 양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과학자에게 빅뱅에 대한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헬륨과는 달리 중수소는
항성에서 생성될 수 없다. 중수소의 핵은 비교적 쉽게
부서지며, 항성에서 생성되거나 심지어는 존재할 수도 없다.
항성 속의 높은 온도가 중수소가 생성되자마자 그 핵을
파괴해버리기 때문이다. 중수소가 생길 수 있었던 유일한 조건은 빅뱅이다.
우주는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
아인슈타인이 1915년 제의한 일반 상대성 이론은 매우
성공적이며 확증이 잘된 중력이론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 이론의 예측을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다양한 실험이 있었다. 모든 경우 일반 상대성 이론은
검증을 훌륭하게 통과하였다. 알려진
모든 이론들처럼, 일반 상대성도 극한적인 조건에서는 붕괴되었다.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우주 역사의 초기, 즉 10-43초(이것은 임의의 숫자가 아니다. 그
의미는 나중에 설명될 것이다.) 동안에서는 이 이론이 일어난 사건을 정확히
기술하지 못한다. 오직 양자중력
이론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살펴본 대로 이런 이론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우리에게 우주 전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제공한다고 믿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비록 이
이론이 매우 작은 것이나 아주 초기의
사건을 취급할 경우에는 문제가 생기지만, 우주 그 자체와 같이
아주 큰 것을 취급하게 되면 완벽하게 정확한 결과를 주는 것
같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우주가 가질 수 있는 3가지
형태를 말해준다. 그것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거나, 평탄하다.
하지만 이 이론은 셋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경험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일반 상대성은 우주가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 혹은 평탄한가 하는 문제가
우주가 갖고 있는 물질의 양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해준다. 닫힌
우주는 유한한 것이지만 그 경계를 갖지 않는다. 이것은 구의
표면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런 우주에서 휘어진 공간이 어떻게
보이는지 보여주려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 이론 물리학자라
할지라도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주는 수학적으로
기술될 수 있으므로, 그 특성은 상세히 조사될 수 있다. 이러한
우주를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생각처럼 어렵지는 않다. 특히 휘어진 공간
개념은 그리 난해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의
기하학이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운 유클리드 기하학과 약간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유클리드 기하학에는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은 180도라는 정리가 있는데, 이것은 평면에서 그린
삼각형의 경우라면 옳다. 하지만 지표면 같은 곡면에서 그린
삼각형의 경우엔 이와 다르다. 사실, 지구가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3개의 아주 먼 지점 사이의 각을 측정하여 그 합을
구하면 된다. 그 합은 180도 이상이므로 지표면은 곡면이어야 한다. 3차원의
휘어진 공간에 관한 기하학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공간이 휘어 있다면 3개
은하의 중심을 이은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은
정확히 180도가 아닐 것이다. 물론 이것은 실제로 행할 수 없는
실험이다. 어떻든 우리는 하나의 각만은 측정할 수 있다. 우리가
다른 두 은하계에 가서 나머지 둘을 측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들이
아주 먼 거리에 있지 않으면, 휘어진 공간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우리 우주의 곡률을 측정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계속하기 전에 한가지 점을 명백히 하기 위해 딴
이야기를 조금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닫혀진 우주는
공간이 그 자신에게로 휘어있지 다른 네 번째 공간차원으로
휘어있지는 않다. 상대성 이론에서는 뉴턴물리학처럼 공간이 3개의 차원만
갖는다. 과학자들은 4차원의 시공간에 관해 말한다. 그
이유는 시간을 공간의 3차원으로부터 분리하면 상대성 이론에
관련된 수학공식이 형편없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상대성
이론의 차원은 뉴턴의 차원과 동일하다. 닫혀진 우주가
유한하더라도, 만일 어떤 방향으로 출발하여 오랫동안 여행하면,
결국 원래 출발했던 지점에 다른 방향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 닫혀진 우주는 한바퀴 돌아올 정도로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광선이라도 우주가 붕괴되기 전에 돌아올 수는 없다.
닫혀진 우주는 물질의 평균 밀도가 일정량을 넘는다. 이 밀도는 약 5 곱하기
10-27입방미터 당 킬로그램, 또는 대략 입방야드 당 3개의 수소)으로
추산되었다. 물질 밀도가 이보다 더 크다면, 공간의
평균곡률이 닫힌 우주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 정도로
물질이 있게 되면 또 다른 효과를 낳는다. 그것은 우주의 확장을 종국에는
정지시킬 수 있는 중력의 저지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중력은 작용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한번 발생하면 수축단계가
시작된다. 우주는 점점 작은 부피(닫히 우주는 부피를 갖긴 하지만 그 경계를
갖지는 않는다.)가 되고, 결국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부서져 큰 파국에 이르게
된다. 열린 우주는 좀더 단순하게
기술된다. 공간이 그 자신에게 닫혀있지 않으므로 이 우주는
무한하다. 게다가 물질의 밀도가 팽창을 멈추게 할 정도로
충분하지 못하므로 열린 우주는 영원히 팽창을 계속한다. 중력이 은하계들의
후퇴를 느리게 할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정지시키지는 못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무한한 팽창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러나 이 질문은
팽창 이 무엇을 뜻하는지 상기한다면 즉각 대답할 수 있다.
팽창 하는 우주란 그 안의 은하계들이 서로 멀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히 이런 일은 닫힌 우주와 마찬가지로 열린
우주에서도 일어난다. 팽창하는 무한 우주는 단순히 물질이 좀더 많이 분산된
우주이다. 덧붙여 강조해야 할 2가지 점이 있다. 첫째, 열린 우주는 유한한 수의
은하계가 이미 존재하는 공백으로
팽창하는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기술된 대로 열린 우주는 크기가
무한하고, 물질의 양도 무한하다. 물론 무한한
양이라고 말하는 것은 수학적 추상에 따른 것이다. 우주가 열려
있다고 판정되더라도 우리는 무한의 거리에 있는 은하계를
검출할수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 영향받지도 않는다.
강조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우주가 열려 있든지 닫혀 있든지,
빅뱅은 물질을 이미 존재해 있는 공간으로 집어던지는 폭발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빅뱅은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동시에 이것은
빅뱅에서 나온 초단파 복사선이 모든 방향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이유가 된다. 빅뱅이 일어난 곳은 수억광년
떨어져 있는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 주위의 모든 곳이다.
평탄한 우주는 기술하기가 가장 단순하다. 이 우주의 물질 밀도는 임계밀도와
같다. 다른 말로 하면 평탄 우주는 열린 우주와 닫힌 우주의 중간에 있다. 평탄
우주는 공간의 평균 곡률이 0이고,
유클리드 기하학에 따른다. 삼각형 세 각의 합은 180도가 된다.
열린 우주와 같이 평탄 우주도 무한하다. 열린 우주와 다른 점은 팽창이 완전히
정지되지는 않지만 그 속도가 느려져 종국에는 거의 0과 같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세한 차이로 들릴는지 모른다.
하나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수천억년 후의 미래에
한 천문학자가 은하계의 후퇴를 관측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만일 이 먼 미래의 관찰자가 열린 우주에 산다고 하면, 그는
팽창이 늘 일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은하계의 후퇴는
느려지겠지만, 이 효과는 아직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그 천문학자가
평탄한 우주에 산다면, 그는 팽창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닌지 판별할 수 없을
것이다. 평탄한 우주에서는 팽창속도가
완전히 0이 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작아져서
종국에는 가장 정밀한 계기로도 측정할 수 없게 된다.
빅뱅이론의 문제점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매우 인상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우주는 거의
평탄 우주에 가깝다. 관측을 해보면 이 우주의
물질밀도는 임계량의 10분의 1보다는 확실히 크고, 10배보다는
확실히 작다는 것을 알수 있다. 항성들은 임계밀도의 2퍼센트를
차지하며, 항성에 포함되지 않은 질량이 상당량(이 질량의 존재에 관한 근거를
나중에 살펴볼 것이다.)존재한다는 간접적인 근거가 있다. 나아가 10분의 1은
합당한 하한값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물질 밀도는 10배보다 클수 없다. 만일 우주가 더 많은 물질을
갖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확실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양이 10이라는 인수로 임계수치보다 많거나 적다는 발견은
특별히 놀라운 일치로 생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축구팀이 매 게임당 평균 20점의 기록을 갖고
있다면, 마지막 게임에서 획득한 점수는 2점에서 200점 사이라는 발견에
우리들은 그리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의 경우
관찰된 물질 밀도가 임계수치에 가깝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 이유는 실제 밀도와 임계 밀도의 비가 우주의 진화과정 중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불일치가 지금은 10분의 1보다
작다면, 우주의 탄생 1초후에는 1015분의 1보다 작았어야 한다.
열린 우주에서는 실제 밀도와 임계밀도의 비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작아진다. 우주가 팽창하면, 물질은 더욱 분산되고,
은하계 사이를 끌어당기는 중력은 좀더 약해지며,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이
발휘하는 팽창저지효과는 점점 약해진다. 우주가 원래
임계밀도의 95퍼센트 밀도를 가졌다면, 그 비율은 곧 50퍼센트,
25퍼센트, 그리고 10퍼센트등으로 계속 떨어진다. 닫힌 우주에서는 반대의
효과가 일어나는데, 중력은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더 큰
저지력을 발휘한다. 실제 밀도와 임계밀도의 비가 점점 커진다.
우주가 팽창하더라도, 임계밀도 또한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빅뱅 후 1초때 1015분의 1이라는 정밀도로 세밀하게 조정된,
있을 것 같지 않은 한 우주에 존재한다. 사실 이 세밀한 조정은
더 이른 시간에서는 훨씬 더하였다. 1초의 몇분의 1인 때는 1015이 아니라
1050분의 1이었을 것이다. 이 세밀한 조정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우주보다 약간 더 적은
물질을 가진 우주는 항성과 은하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질이 이와같은 비율로 팽창하였기 때문에 중력이 수소와 헬륨을
압축시켜버리지 않고 은하계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임계밀도에 대한 물질 밀도 비율이 1015분의 1을 약간
넘었더라면, 중력은 너무 강력하여 팽창은 정지되고, 생명체가
진화될 새도 없이 우주는 붕괴되어 큰 파국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것이 사실과는 다르며 생명체는 이와는 다른 우주라야 존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1015분의 1이라는 정밀도는 설명되어야 할 문제다. 이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우연의 일치를 믿지 않는다. 한 수치가
임계수치에 가깝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그들은 이것을 우연이라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왜 그와 같은 미세한 조정이
이루어졌는지를 발견하고 나서야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빅뱅
이론은 이러한 미세함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한다. 팽창이 어떠한 비율로
일어나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하나의 결점이다. 비록 이 이론의 예측들이
실험에 의해 반증된 적은 없지만, 이러한 설명 또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이러한 결점은 현저한 것이어서 하나의
이름이 붙여졌을 정도이다. 빅뱅이론의 우주의 물질밀도가
임계밀도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는 난점을 평탄성 문제라
부른다. 이 문제의 해결은 다음 장에서 빅뱅이론의 다른
문제들을 살펴본 후 설명할 것이다.
4) 인플레이션 우주
빅뱅 이론에도 또 다른 중요한 결점이 있다. 이는 지평선 문제로, 우주가 어떤
방향에서 보아도 똑같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창공을 어떤 방향으로 보든지 우리는 거의 같은 수의 은하계를
보게 된다. 분명히 은하계들은 가끔 집단을 이루어 은하단이
되기도 하며, 은하계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넓은 지역 - 공간의 거대한
구멍 - 도 있다. 하지만 더욱 조사를 해보면, 보다 더
균일한 분포가 발견된다. 우주의 이러한 모습은 해변가의 모래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개미들에겐 모래알이 돌맹이처럼 보일
것이지만, 수백미터의 시야를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는 모래사장이 편평하고,
균일하게 보일 것이다. 우주의 균일성은 은하계가
형성되기 전에 나온 배경 초단파 복사선을 조사해 볼 때 더욱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천문학자들이 어느 방향을 조사하든지 이
복사선은 거의 동일하며, 그 강도의 차이도 만분의 1 이하이다.
이러한 균일성이 왜 문제를 일으키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지평선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지평선은 지표면 곡선의 결과인 지평선과는 다르다. 그것은 곡면과 전혀 상관이
없고, 우주가 유한한 기간 동안만 존재함으로써
생긴것이다. 우주가 약 150억 년의 나이를 갖는다고 가정해 보자. 어떠한 고성능
망원경을 만들어도, 우리는 150억 광년 이상 떨어진 공간을 볼수 없다. 여기서
광년의 정의는 광선이 1년동안 가는
거리이다. 우주에 혹시 200억 광년 떨어진 곳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곳의 빛이
우리에게 오는 데는 200억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가
반대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200억 혹은 240억 심지어 300억 광년 떨어져 있는
곳을 볼 수가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가 할수있는
것은 한 방향으로 100억, 120억, 혹은 150억 광년 떨어진 곳을 본 다음, 반대
방향으로 100억, 120억, 150억 광년 떨어진 다른 곳을 보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배경 초단파를 볼때마다, 150억년 전 방출된 어떤 것을 보는
셈이다. 그런 도중에 120억 광년 혹은 그 이상 떨어진 거리의
은하계가 망원경을 통해 보인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서로 지평선 너머에 있는
곳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곳들의 한쪽에 있는
관찰자는 다른 한쪽을 볼 수 없었다. 분명히 이들은 서로 접촉한 적이 없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어떤
신호나 영향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우주의 나이가
150억년이 아니더라도 이 논의에는 변화가 없다. 단지 특수한
숫자만 다를 뿐이다. 창공의 서로 반대편 장소는 우주의 나이가
얼마이든 인과적인 접촉이 불가능해왔다. 하지만 한쪽이 다른
한쪽의 일을 알 수 없으면서도 왜 이들이 비슷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서 초단파
복사선의 균일성이 만분의 1정도로 보장되는 것일까? 이들이
과거에는 보다 가깝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이더라도, 지평선의 거리 또한 지금보다 짧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주의 나이가 8년이었을 때, 지평선은 150억 광년이 아니라
8광년이었다. 평탄성 문제와 지평선 문제 외에도
엄격히 말하면 빅뱅 자체가 갖는 문제는 아니지만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있다. 이것은 우주에서 소립자가 반소립자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반물질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반물질은
반소립자로 구성된다. 반소립자가 소립자처럼 서로 결합하여
원자나 분자를 구성 못할 이유는 없다. 반전자와 반양성자는
이론적으로 한가지만 제외하고 수소원자와 유사한 원자를
구성할 수 있다. 수소원자와 달리 음으로 하전된 핵을 중심으로
양으로 하전된 소립자가 돌게 된다. 마찬가지로 2개의 반양성자와 2개의
반중성자로 헬륨핵을 닮은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2개의 반전자가 추가되면 반헬륨 원자가 만들어진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게 되면 그들을 구성하는 소립자들이
쌍소멸을 하게 된다. 양성자와 반양성자가 쌍소멸하게 되고
중성자와 반중성자도 마찬가지이다. 결과적으로 물질과 반물질은 사라지고
에너지의 폭발이 남는다. 이런 방식의 폭발은 열핵
폭발보다 훨씬 강력하다. 수소폭탄이 터지면 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되지만 이러한 전환은 단지 부분적이며, 많은 양의 물질은
그대로 남는다. 우리 태양계안에 반물질이 없다는 것은 어느정도 확실하다. 만일
있다면 그것은 이따금씩 물질과 접촉하여 확실히 관측할 수 있는 폭발을 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은하계에도 반물질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만일
있다면 성간 분진이나 가스
또는 항성이 서로 충돌하여 엄청난 감마선을 생성했을 것이고,
이것은 지구에서 쉽게 측정되었을 것이다. 상상컨대,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은하계 전체가 반물질로 되어 있을수 있다. 이 경우
천문학자는 물질 은하계와 반물질 은하계가 충돌하는 전례없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반물질에 대한 물질의 분명한
우세도 설명되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이다. 현재 관측되는 모든
물질은 빅뱅의 초기에 에너지로부터 쉽게 생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될 때는 소립자와 반소립자가 동일한 숫자로
생성된다. 우리가 관측하는 물질이 이러한 기원을 갖는다면, 모든 반소립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대통일 이론과 인플레이션 우주
볼테르는 신성 로마제국에 관해 언급하면서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며,
제국도 아니다 고 한적이 있는데, 호킹같은
물리학자는 대통일 이론에 대해 거대하지도 않고, 충분히
통일되지도 않았다 고 지적해왔다. 한편, 내가 아는 바로는 그것이 이론이라는
것을 부정한 사람은 없다. 대통일 이론 이라는 이름
(약자로는 GUT)은 네가지 힘 중 세가지인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통일시키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명백히 이상적인 이론은
중력을 포함하여 4가지 힘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잠정적인 발전 단계가 필요할 것이며, 전약이론은 실제로 통일로 가는 중요한
단계였다. GUTs - 이것은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여러개의 이론이다.-는 2장에서 살펴본 표준모델을
뛰어넘는 시도이다. 아직까지 GUTs중 어느것이 가장 옳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덧붙여 GUTs는 실험에 의해 확증되지
않은 예측을 낳기도 하고, 다른 한편 옳은 것으로 밝혀진 예측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설사 GUTs에 관한 상황이 얼마간 암울하다
해도, 그것은 예상된 것에 불과하다. 과학의 미개척 영역을
확장시키려면, 항상 많은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GUTs는 완전히 길을 잘못 든 것 같지는 않은데,
왜냐하면 그것들은 이미 전술한 바 있는 우주론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암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GUTs의 어느 것도 진짜 성공적인
이론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우주가 왜 그러한
특징을 갖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예로
GUTs는 물질이 반물질보다 우세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물질과
반물질은 빅뱅 때 꼭같은 양으로 생성될 필요는 없다.
1개의 반소립자에 10억 1개 소립자의 비율로 물질과 반물질이
생성될 수도 있었다.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소멸하고, 부수적인
소립자만 남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이 일어났다면, 우주는 지금보다도
20억 배의 소립자와 반소립자를 가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일이 생기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GUTs는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예견을 제시하고 있다. 만일 물질과
반물질이 에너지로부터 서로 다른 양으로 생성될 수 있다면,
일례로 양성자는 양전자와 파이온으로 붕괴할 수 있어야 한다.
물질과 반물질 생성의 비대칭은 X소립자로 알려진 새로운
소립자가 존재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소립자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가까운 장래에
발견될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매우 무거울 것이며, 생성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기존의 어떤 가속기로도 생산해
낼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다. 하지만 X의 존재는 어떤 결과를
통해서건 관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과학자들이 생각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안정돼 있는 양성자도 드물게는 붕괴해야만 한다. 양성자 붕괴를
발견해 내려는 시도가 여러 나라의 수많은
물리학자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성공한 이는 없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그 이론의 예측을 부정한다고
볼수는 없다. 양성자 붕괴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매우 희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이 이 현상을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GUTs의 일부가
배제되더라도 그 나머지까지 부정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상황은 혼란스럽다.
GUTs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예측도 아직 확증되지 않았으며, GUTs중 어느것이
가장 사실과 가까운지도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GUTs는 당분간 잊어버리고, 차라리 네가지 힘들을 하나로
통일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사실 다음 장에서 보게 되겠지만 몇몇 물리학자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인플레이션 우주
그렇지만 GUTs에 관한 연구들은 어느정도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GUTs는 1980년 MIT대학의 물리학자 거스가 제안한 한
이론의 토대를 제공하였는데, 이 이론은 빅뱅이론에
관련된 많은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었다. 거스는 GUTs가 우주
탄생 초기의 급격한 팽창(인플레이션)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초기 우주에 퍼져 있는 양자장이
짧은 기간동안 우주를 급속히 팽창시키는 일종의 반중력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계산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탄생 후 10-35초때 시작하여 약 10-32초가지 지속되었다.
거스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이 짧은 기간에 1050배의 크기로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기간의 마지막엔 양자장에
의한 추진력은 사라지고, 우주는 지금 관찰되고 있는 보다
여유있는 속도로 팽창을 계속하게 되었다. 거스의 인플레이션
우주이론은 지금껏 언급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들어 이 이론이 옳다면 지평선 문제는 없게 된다.
우리가 지금 관찰하는 우주의 모든 지점은 시초후 10-35초까지,
급팽창이 밀어내기까지 서로 접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 이론은 평균 질량밀도가 임계치와 아주 가까워야 한다는 것도 예측하였다.
다른 말로, 이 이론은 우리 우주가 열린 우주와 닫힌 우주 사이의 경계에 매우
가까워야 한다고 예측한다. 이 점을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상기해 보자면,
우주의 질량 밀도가 임계치에 가깝다면, 공간의 평균곡률은 거의 0에
가까워진다. 이것은
인플레이션이 실제 발생했을 경우 우리가 기대하는 바로 그것이며, 이런
급팽창이 공간을 평탄하게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풍선이 아주 크게
부풀어 있고, 이것은 아무리 커져도 터지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자. 이제 풍선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표면은
평탄해질 것이다. 물론 관찰자는 여전히 그것이 하나의
풍선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풍선도 우주처럼
1050배율로 급팽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주는 그
급격한 팽창으로부터 유래된 공간 곡률을 갖는다. 실제로 이
이론이 옳다면, 우주는 거의 평탄하여 그 질량밀도는 임계수치의 10분의 1보다
크고 10배보다 작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임계수치에 가까워야 한다. 사실 이 이론은 질량밀도가 바로
임계수치여야 한다고 예측한다. 보다 실제적으로 얘기하자면
질량밀도가 어떤 과학이론에서도 볼수 없는 소수점 이하의
정밀도로 임계수치에 가까워야 한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지평선과 평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같다. 나아가 이 이론은 GUTs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반물질에 대한 물질의 우세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우리는 왜 반물질로 된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지 않는지, 왜 물질 은하계와 반물질 은하계의 충돌이
관찰되지 않는지 더 이상 놀라워할 필요가 없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문제점
이렇게 많은 설명을 제시하는 이론은 과학자들에게 기쁘게 받아들여졌으리라
생각될 것이다. 실제로 거스이론에 대한 첫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이
이론도 상세히 검토되자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이 옳지 않다는 것은 즉각
명백해졌다. 특히 이 이론은 급팽창이 수많은 분리된 영역,
또는 공간 거품에서 발생했어야 한다고 예측하였다. 이 영역들이 팽창되자
그들은 서로 접촉하게 되었고 하나의 큰 우주로
융합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팽창하는 비누거품이 서로 접촉하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쉽게
상상해 볼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묘사에는 어딘가 잘못된 곳이
분명이 있다. 이 이론은 거품이 결합할 때 영역 벽이 있게 된다고 예측한다.
게다가 계산상 각각의 영역은 현재 관측되는 우주보다 훨씬 작아야만 했다. 또한
천문학자들이 공간을 보기만 하면, 이
영역 벽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이 이론은 얘기한다. 그러나
그들이 볼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다른 물리학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변형된 이론들을 고안해 냄으로써 다행히, 이 문제는 곧
해결되었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로 대치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각각의 영역은 현재
관측되는 우주보다 훨씬 큰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영역 벽은 서로 150억 광년보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 밖에 없고,
결국 볼수 없는 것이 된다.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는 또 다른 변형이론들로
대치되어 왔으므로 자세히 논의하지 않겠다. 후에
이들 중 하나인 혼돈 인플레이션 이론에 관해 좀더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각각의 이론을 상세히 논의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고찰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리학인가 형이상학인가?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물리학의 대부분의 여타 이론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내가 이 말을 하면서 이 이론이 원래 빅뱅이론에
관련된 난점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려는
것은 아니다. 관측된 사실을 설명함에 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론보다 더 나은 이론을 찾으려는 노력이 분명 잘못은 아니다.
우주가 평탄하다는 것과 균일성이 관측된다는 것은 설명을 필요로 하는 물리적
사실이었다. 내가 언급하려는 것은 인플레이션 이론이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경우, 새로운 이론은 실험에 의해 검증될 수 있는 예측을
제시하게 된다. 물리학 역사를 통해 뛰어난 이론 물리학자들은 - 아인슈타인이
좋은 예 - 그들의
이론을 확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실험을 제시하는데 매우
양심적이었다. 그들은 이론을 신중하게 받아들이려면,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는 사정이 이와 다른 것
같다. 원래의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단 하나의 검증 가능한 예측을 제시하였으며,
그 예측마저 오류로 판명되었다. 그 예측이란
관측할 수 있는 현재의 우주보다 더 작은 수많은 영역을 우리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확실히 하자면 이 이론의
새로운 변형은 이 영역이 훨씬 더 커야 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검증
가능한 예측이 결코 아니다. 가장 가까운 영역벽이
단순히 우리가 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는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판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관측된
우주의 어떤 특성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이론은 설명할 목적으로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의
특성을 이만큼 잘 설명할 수 있는 더 나은 다른 이론이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나는
인플레이션 이론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이론은 매우
설득력이 있으며,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것이 표준적인 우주론에 편입된 데에는 그럴 말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현대 물리학과 우주론에서 갈수록 빈번하게
마주치게 된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이론적인
연구가 실험을 앞지르는 추세이다. 새로운 이론들은 실험으로
검증되기에 앞서 점점 더 널리 수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검증이 불가능한 이론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이론적인 연구가 뒤떨어진 실험연구를 훨씬 앞지르는 몇 가지 예를 더 제시하고,
이론적인 열성에 관해 좀더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러나 본론으로 돌아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물리학인가, 아니면 형이상학인가?
무로부터의 창조
우주론 영역에서 최근의 연구들이 지닌 형이상학적 성격은
인플레이션 개념을 수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몇 가지 성찰을
살펴볼때 보다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우주가 무로부터
존재하게 되었다는 가설은 최근 들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
개념은 만일 우주가 역사의 일정 시간에 급팽창을 겪었다면,
우주는 원래 물질과 에너지 없는 공백, 혹은 거의 공백에 가까운 상태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우주는 아주 작고
팽창하는 시공간의 거품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짧은 기간의 급팽창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었다. 우주가 이 시기를
거치는 동안, 물질과 에너지가 급팽창하는
공백을 채우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과정은 우주
시공간에 물질은 양으로, 중력에너지는 음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공식 E = mc2은 물질과 에너지가 동일한 것의 다른
양상에 불과하다고 말해 준다.(물질과 에너지는 둘다 물질에너지 라는 한
단어로 대치할 수 있다.) 따라서 음과 양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 무로부터 엄청난 양의 물질과 에너지가
생성되는 셈이다. 특히 양의 물질과 음의 중력 에너지가 함께
생성되어서 안 될 이유는 없다. 우주의 총에너지가 왜 음이어야
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에너지의 대부분이 중력에너지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성과 혹성, 은하계,
은하단을 모두 지탱하는 중력장의 에너지는 다른 모든 형태의
에너지보다 훨씬 크다. 이것은 중력의 범위가 넓기 문이기도
하다. 중력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우주의 모든 소립자는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을 발휘한다. 반면 예외적인 예로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는
강력한 힘이 작용한다. 전자기력도 또한 범위가 넓기도 하다. 하지만 물질은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자기장은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전자기력은 중력만큼 먼 거리까지 작용하지는 않는다.
중력은 열이나 빛, 화학에너지, 혹은 방사능에 비해 우주적인
관점에서 훨씬 중요하다. 우주에는 핵에너지보다 중력에너지가 더 많다.
거기에다 이 중력에너지는 음이다. 이 거대한 음에너지는
여타 모든 양에너지가 하찮을 정도로 크다. 음(수)의 에너지라는
개념은 처음엔 약간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어떤 조건에서
중력에너지가 0이 되는지 살펴보면 이 개념도 일리가 있어 보일
것이다. 중력에너지가 0이 되는 때는 중력이 작용하는 물체가 서로 어떠한
인력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이다. 예로 지구와 태양의
체계에서 중력에너지는 지구가 더 이상 인력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태양으로부터 멀리 옮겨졌을 때 0이 된다.
이제 지구를 현재의 궤도에서 다른 행성들 사이의 공간으로
옮기려면 많은 에너지(음이 아닌 양의 값인)가 필요하게 됨을 알수 있다.
중력에너지가 0인 지점으로 지구를 옮기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는데, 그러므로 현재 위치의 에너지는 음의 값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음수에다 양수를 더하는 간단한 문제이다.
만일 우리가 모르는 수에다 5를 더해 0이 된다면 원래의 모르는
수는 -5이어야 한다. 같은 식의 논의가 역으로도 가능하다. 우리는 이제 지구가
처음에 아주 멀리 있다고 상상하고, 지구를 태양
주위로 끌어온다고 생각해 보면,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중력 외에 작용하는
힘이 없을 경우 지구와 태양 체계의 총에너지는 항상
0이어야 한다. 이것을 물리학법칙에서는 에너지 보존이라 부른다. 우리가 한
체계에 에너지를 더 하건 빼건 총에너지에는 변화가
없다. 에너지가 한 형태에서 또 다른 것으로 전환되어도
총에너지량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지면,
그 속도는 점점 커진다. 지구는 일정하게 증가하는 운동에너지를 갖게 되지만,
총에너지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중력에너지는 점점 더 음이 된다. 최종적으로
지구의 운동이 느려져서(강력하게 저지하는 로켓이나 이와 유사한 것에 의해)
현재 지구궤도에 자리잡게
된다면, 대부분이 운동에너지는 상실되겠지만 많은 중력에너지가 남게 된다.
그러면 우주의 물질에너지 균형에 기여하는 질량과
중력에너지를 따져보자. 물질은 매우 큰 양수가 되며, 중력에너지는 매우 큰
음수로 기여한다. 이 두값이 정확하게 서로 균형을
이루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수 있다. 1973년
미국 물리학자 트라이언은 우주가 원래는 무로부터 유래한
양자요동이었다고 제안하였다. 트라이언의 매우 추론적인 가설은 하이젠버그의
불확정성 원리에서 한 소립자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작으면 작을수록
존재하는 데 허용되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특히 에너지가 0인 소립자의 경우는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대가 된다. 분명 이러한 소립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광자처럼 질량이 0인 소립자가 있다. 하지만
이 광자가 0에너지를 갖지는 않는다. 사실 0에너지를 갖는다고
하면 모순이 생긴다. 즉 빛은 에너지의 한 형태인데, 이 빛은
광자로 구성되는 것이다.) 존재한다면 그것은 다른 어떤 물질과도 상호작용을 할
수 없는 유령 같은 것이 된다. 반면에 0에너지
우주는 매우 일리 있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맥락에서
보면, 특히 그럴듯해 보인다. 아마 원래 소수의
소립자만을 갖고 있던 우주는 하나의 작은 양자요동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원래의 소립자가 단 둘(한 소립자와 그
반소립자)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변형된 이론도 있다. 양자요동이 인플레이션이
시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면,
우주의 생존도 보장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물질과 에너지는 우주로 퍼부어졌으며, 급팽창하는 공간을 채우게 되었다. 결국
팽창은 누그러지고, 우주는 서서히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하였다. 이 시나리오는
매우 그럴듯하고 설득력 있게 보인다. 그것은 우주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가능성 있는 답을
제시해 준다. 게다가 그것이 필요로 하는 가정은 아주 단순하다.
반면,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과학 으로 불리울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아니면 형이상학적 철학에 가까운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과학영역에서, 이론은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어떠한 실험으로 이 시나리오는 검증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우주가 이런
식으로 시작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실험을 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이것이 다른 우주에서 일어났는지도 알아볼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우주의
물질에너지 양이 실제로 0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대충 비슷한 두 개의 수치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들이 서로 정확히 상쇄하는지 밝힐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예를 들면, 우리가 측정 가능한
정밀도가 10억분의 1일 때, 하나의 수치는 1조이고 또다른 수치가 1조 10이라면
이 둘이 똑같은지 다른지는 말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어떤 조건에서는 우주의 총에너지 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닫힌 우주에서 총에너지
라는 개념은 의미가 없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른 평탄 우주에서는 문제가 보다
단순하다. 물론 우주가 정확히 평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과학과 철학의 차이는 과학적 개념이
경험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반면 철학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요즈음 이 원칙에 위배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20세기 초 철학자들이 맹렬하게 이 원칙을 고수하려 했던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같은 세기 말에
물리학자들은 검증할 수 없는 개념을 그들의 원리에 도입하려
앞다투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탄스러운 상황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사실 나는 그러한 추세를 건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결국 과거의 어떤 사고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우주의 본질에 관한 성찰을 마다하지 않은 점이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성찰하는 데 주저하였다면 그들의 사상이 아직까지
남아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그들처럼 과감한 모험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형이상학이 마치
과학인 양 행세한다면 이는 단지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과학자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거나 검증이
불가능한 개념에 대해 성찰할 때는 그들이 하고 있는 작업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과학적 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꺼이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2. 과학의 미개척 영역
5) 표준모델을 넘어서
1990년대에, 50억달러가 드는 거대한 소립자 가속기가 텍사스에 건설될
예정이다. 아마 그 직경은 53마일이 될 것이다. 연간
유지비로 2억 5천달러가 들며, 전력 소모량만도 3천만 와트에 이를 것이다. 일명
초전도 입자 초충돌 장치, 약자로 SSC는 양성자
직경보다 십만배나 작은 영역의 물질 구조를 조사하기 위해
사용하게 된다. 이 미세한 부분에 대량의 에너지를 집중시킴으로써, SSC는
우주가 생성된 직후의 조건을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집중도는 우주가 탄생한 후 10-16초
후의 조건과 동일할 것이다. SSC에서 초전도 라 함은 2개의
53마일링 안쪽으로 양성자 빔을 꺾어 궤도를 맞추기 위해 초전도 전자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자석은 필요한 전력이 너무 크지 않게 하기 위해
초전도의 특성을 가져야 한다.(초전도체는 전류를 저항없이 흘려보내는 물체를
말한다.) 일단 전류가 흐르면, 이를
유지하기 위한 추가 에너지는 필요없게 된다. 예를 들어 축전지가 일단 초전도
전선의 회로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이 전류는
축전지를 떼어도 계속 흐르게 된다. 텔레비젼 수상기가 초전도
물체로 만들어진다면, 전기 플러그를 뽑아도 브라운관을 통해
에너지가 빛으로 완전히 방출될 때까지 텔레비전은 계속 작동할
것이다. 이러한 원리에 입각해, 구리전선으로 만든 보통의
전자석으로도 SSC와 같은 소립자 가속기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의 문제점은 엄청나다. 즉, 이것을
작동시키는 데는 무려 40억 와트의 전력이 필요하게 된다. 반면 SSC에서는
대부분의 전력이 냉각기를 작동시키는 데 소비되는데, 이는 자석을 물체가
초전도 상태가 되는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SSC는 양성자 빔을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속하는
2개의 링으로 구성되어 초충돌 장치가 된다. 각각의 링은 2피트 직경의 냉각
파이프선으로 구성되며, 그 속에 더 작은
튜브가 있어 양성자 빔이 이를 통과하게 된다. SSC에 주입된
양성자들은 서로 정면 충돌을 하기 전에 링을 3백만회 이상 돌면서 가속된다.
양성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짧은시간 동안 좁은 영역에 집중된 에너지의
크기는 지구상의 모든 발전소의 출력보다 더 크게 된다. 만일 SSC가 1개의
양성자 빔이 정지된 목표를 때리게 구상되었다면 훨씬 더 작은 에너지- 불과
5퍼센트 - 가 방출하게 된다. 왜 이렇게 되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대의
자동차가 서로
충돌한다고 상상해 보라. 그들 중 1대가 정지해 있는 경우라면,
움직이는 자동차의 에너지 대부분은 다른 차를 밀어내는 데
소비되어 버린다. 하지만 2대의 자동차가 정면 충돌을 하면, 둘 다 정지하게 될
것이며 모든 운동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SSC는 분명 경이로운 기술이지만 그
비용이 막대하다. 따라서 회의적인 질문을 듣게 되면 당혹스러울지 모른다.
이런 막대한 지출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양성자를 서로 충돌시키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쓸 필요가
있을까? 소립자 연구를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을까? 지출의 정당화 문제는
끝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능한 답변은 지식 그 자체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두느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 SSC의 실험으로 과학자들이 무엇을 배우든간에, 앞으로
실질적으로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 최초의 소립자 가속기인
사이클로트론은 1929년에 세워졌다. 그 후로 과학자들은 기본
소립자의 행동에 관한 많은 지식을 얻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적용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핵폭탄과 핵력의 개발은 가속기
실험에서 얻은 지식에 의존한 것이 아니었다. 핵물리학과 고에너지 소립자
물리학은 완전히 다른 영역인 것이다. SSC와 같은 값비싼 장치를 세우느냐
마느냐의 결정은 순수한 과학적 관심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신에 관련된 정치적인
문제일 수 있다. SSC의 건립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과거에 미국이
주도하고 있던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 유럽 물리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시작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제네바 근처의 유럽
핵문제 연구센터와 함부르크의 독일 하전입자
가속장치와 같이 야심에 찬 가속기 건립이 이루어져, 그러한
관심은 한층 고조되었다. 만일 서구와 소련의 과학자들이
미국과학자들에게 강력한 경쟁대상이 아니라면, SSC는 다음
세기로 건립이 연기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소립자 물리학 영역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SSC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은 답하기가 훨씬 쉽다. 그 답변은
단호하게 그렇다는 것이다. SSC가 건립되기 전까지는 고에너지
소립자 물리학에서 표준 모델을 넘어선 미개척 분야의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물질의 구조에 더 깊숙히 파고들려면, 그만큼 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충돌하는 소립자
러더포드가 그러한 방법으로 원자의 핵을 발견한 1911년 이후, 물리학자들은
소립자들을 서로 충돌케 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러더포드는 금박지에 알파입자(알파입자는 2개의 중간자와 2개의 양성자로
구성되는데 이것은 헬륨원자의 핵과 동일하다.)를 쏘았다. 그 당시 입자가속기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었고 이 실험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발사체는 방사성
붕괴에서 방출되는 입자들이었다.
러더포드는 붕괴입자로 알려진 알파입자를 사용하였는데, 베타입자(다름아닌
전자)는 너무 가벼웠기 때문이다. 러더포드는 방사성
물질에 의해 알파입자에 부여된 에너지로, 이 입자는 금박지를
구성하는 금원자를 관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과정중에서, 입자의 일부는 비교적 큰 각도로 편향되었지만,
대부분의 입자는 금박지를 정면으로 관통하였다. 러더포드는
원자가 양으로 하전된 아주 작은 물질, 즉 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전의 과학자들이 생각하듯이 원자의
양전하가 원자의 모든 영역에 골고루 퍼져있다면, 편향되는 입자는 관찰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러더포드는 편향된 알파입자가
얼마만큼이었는지에 관한 자료를 원자구조에 관한 세밀한 계산에 이용하였다.
그럼으로써 그는 원자핵이 존재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크기도 계산해 낼 수
있었다. 러더포드시절 이래, 과학장비는
점점 값비싸졌으며, 실험은 더욱 정교해졌지만 기본적 실험 형태는 동일하였다.
예로써 1968년 SLAC에서 시행된 실험은 쿼크의
존재를 발견하였지만, 전과 동일한 원리에 따라 작동되었다. 유일한 차이점은
SLAC실험에서는 보다 높은 에너지로 가속될 수 있게
다른 종류의 발사체를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알파입자가
아니라 전자로 실험하였는데, 전자를 빠른 속도로 가속시키기 위해 길이가
2마일인 가속기 튜브를 사용하였다.
입자와 파동
더욱 깊이 물질을 조사하려면,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이것이 불합리하게 들리지는 않더라도, 좀더 상세히
분석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양자역학이
물질의 본질에 관해 시사하는 바를 어느 정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이 이중성을 갖는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논의를 시작하자. 빛은 광자로
알려진 입자의 흐름, 또는 전자기파의 다발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 이전에는 이러한 사실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
당시는 사물은 입자나 파동 중 어느 하나만으로
구성되며, 동시에 이 두가지로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논리적 결론이 오류임을 알고 있다. 양자역학은
빛과 물질 둘다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고 말해 준다. 수많은
실험은 빛의 입자성과 물질의 파동성을 밝혀주었다. 일례로 전자가 입자처럼
행동하여 형광 스크린을 쳐서 점적을 남기는
실험이 있었던 반면, 다른 실험에서는 전자 빔이 명백히 파동같은 특징을
보였다. 더욱이 빔을 이루는 전자가 파동에서만 적용되는 파장이나 진동수 같은
특성까지도 보였던 것이다. 실제로 단일
입자의 파동성을 보여주는 실험들을 보면, 1974년 비엔나에 있는 오스트리아
대학 원자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동시에 2가지 다른
경로로 단일 중간자를 통과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적이 있다. 확실히
그것은 중간자가 파동처럼 행동해야만 가능한
결과였다. 입자는 갈라진 후 다시 재결합하지 않으나, 파동은 쉽게 재결합할 수
있다. 입자의 파장과 속도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다. 즉 입자가 빨리 움직일수록, 파장은 더욱 짧아진다. 이것은 보다 빨리
움직이는 입자가 자연히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갖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높은 에너지는 항상 짧은 파장에 상응한다.
전자기 복사에서 이것은 사실이다. 높은 에너지의 자외선은 어떠한 가시광선보다
더 짧은 파장을 갖는다. X선과 감마선은 이보다 많은 에너지를 갖는데, 따라서
파장은 더더욱 짧다. 이러한 사실이 극히 중요한 이유는 만일 연구자가 하나의
대상을 보려고 할 경우에, 대상 자체보다 짧은 파장의 조명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는 보통의 광학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즉
바이러스는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보려면 대신에
전자현미경을 사용해야만 한다. 전자가 빨리 운동하면, 그 파장은 짧아지게
되고, 선명한 이미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소규모로 물질의 구조를 세밀히 보려고 할 경우, 입자는 고속으로 가속되어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크고, 값비싼 장비를 세우는 것뿐이다.
더 작은 것들은 그 한계 때문에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메가, 기가, 테라 볼트
충돌하는 입자쌍이 거대한 에너지를 가질 경우, 부가적인 이점이 있다. 즉
충돌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로 새로운 소립자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공식 E= mc2은 물질이 에너지로부터 아무때나 생성될 수 있다고
말해주지만, 자연상태에서 가상이 아닌 실제 입자가 생성되려면, 충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에너지는 시간당 킬로와트, 칼로리 등의 단위로
재지만, 몇 칼로리의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 우습게 들릴
것이다. 그렇게 쓰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관련되는 수치가 귀찮아지게 된다.
고에너지 입자 물리학 영역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단위는 전자볼트이며, 1eV는
1개의 전자를 1볼트전압차가 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량이다. 예를 들면
6eV는 1개의 자가 6V축전지에 연결되는 모터를 통과하면서 소모되는
에너지량이다. 입자가속기는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축전지보다는 훨씬 더
강력하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이 흔히 막대한 숫자의 eV를
사용하는데 놀랄 필요는 없다. 실제로 흔히 쓰이는 3가지 단위가 있다. 첫째,
백만eV인 메가eV(약자로 MeV)가 있고, 십억eV는 기가eV(약자로 GeV)로 쓰인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관용상의
차이가 있는데, 미국에서 GeV를 BeV로 쓰는 반면 유럽에서는
그렇게 쓰지 않는다.(미국에서 billion은 million의 백만배이다.)
마지막으로 1조eV의 단위인 테라eV(약자로 TeV)가 있다. 입자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eV로 잰다면, 그 입자의 질량도 그럴수 있다.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원리가 이것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전자가 0.51MeV(511,000eV)의
질량을 가지며, 양성자와 중성자는 938MeV와 940MeV의 질량을 각각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기본 소립자의 일부는 다른 것보다 더욱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뮤온은 질량이 106MeV(전자의 207배에 해당)이고, 타우온은 1784MeV, 또는
1.78GeV이다. W와 Z입자는 이처럼 정확하게
측정되어 있지 않지만, 대략 W는 80GeV, Z는 90GeV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덧붙여 이 둘은 알려진 소립자 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들이다. Z는
양성자에 비해 거의 백배 정도 더 무겁다. 쿼크는 분리해 낼 수 없으므로 그
질량이 대략적으로 밖에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6개 쿼크의 질량은
5MeV에서 30GeV사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독자들은 이들 수치를 교리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내가 이 책을 쓸때와
출간되는 중에도 위의 추정치는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성미자의 질량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질량이 0이거나 매우
작다(불과 몇eV)는 것뿐이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중성미자의
질량은 0이라고 간주해왔으나, 최근의 이론적, 실험적 연구로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미 서술한 대로
중성미자의 질량이 0이 아니라면, 누구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는
것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새로운 소립자의 발견
매우 무거운 소립자를 발견해 내려 할 경우 강력한 가속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로써 거대한 W와 Z입자는 매우
강력한 가속기가 세워진 후에야 발견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보다 나은 진전을
보고자 한다면 훨씬 더 강력한 가속기(SSC와 같은)가 필요하다. 만일 200GeV의
질량을 가진 소립자를 위해 100GeV의 가속기로 실험을 한다면 결코 발견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소립자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할 경우,
그것은 결코
발견해 낼 수 없다. SSC는 양성자를 40TeV의 에너지로 충돌하게 한다. 이것은
1980년대 말에 가장 강력한 가속기가 만들어낸
에너지보다 10배나 크다. 그러나 SSC를 건설함으로써 40TeV의
질량을 가진 소립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양성자 가속기에서 생성된 총에너지의 단지
일부분만 질량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카고 근처 페르미
국립가속기실험소의 가속기인 테바트론은 총에너지
1.8TeV를 생산해 내지만 소립자 생성에 이용되는 것은 이것의
6분의 1인 0.3TeV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양성자와
반양성자는 쿼크, 반쿼크, 그리고 글루온으로 구성되어 있는 복합 소립자이다.
그들이 서로 충돌하면, 한쪽 양성자의 구성원소 모두가 다른 쪽 구성원소 모두와
충돌하지는 않는다. 그와는 달리 충돌은 일반적으로 그들 구성원소 중 단지 2개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쿼크가 반쿼크와 충돌하는 것이다.
약간은 우스꽝스런 비유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배구공이 든 그물망을
돌리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물망이 서로 충돌하면
한쪽 그물망 속의 공들 중 하나가 다른 쪽의 하나와 부딪치게
된다. 배구공의 많은 수는 충돌에 참여하지 않는다. 소립자 생성에 이용되는
에너지의 양은 가속기의 성능뿐만 아니라 생성되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이론적인 계산에 의하면 SSC는 1TeV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히그스입자(만일 존재한다면)와 2TeV에 달하는 질량의 발견되지 않은 쿼크,
그리고 6TeV에 달하는 힘을 운반하는 소립자를 검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SSC에서 행하는 실험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표준모델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발견을
할지 모른다.
고에너지 미개척 영역
물리학자들이 SSC에서 행하는 실험을 계획할 때, 최우선 과제의 하나는 히그스
입자가 존재한다는 근거를 찾는 것이다. 최근에
받아들여진 이론에 따르면, 이 입자의 질량은 5GeV보다 크고 1TeV보다 작아야
한다. SSC는 1TeV 히그스입자를 생성할 능력이 있으므로, 이 소립자가 존재만
한다면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가정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존재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 소립자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다. 예를 들어,
로스 알라모스의 물리학자 캐러더스는 사람들이 고작 시계 태엽을 만들려고
이론에 집착하고 있다. 고 말했다. 미시간 대학 물리학자 벨트만의 말을 빌면,
사실, 현대이론 물리학은 히그스 보손과 같은 너무도 많은 진기한 발명품으로
진공을 계속 채우고 있어서 맑은 밤하늘에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조차도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히그스 보손 은 히그스 입자의 다른 이름이며, 진공에 관한
언급은 히그스 장과 히그스 입자가 물질이 없는 완전한 진공에서도 존재한다는
가정을 암시하고자 함이다.) 물론 히그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그 사실 자체는 중요한 발견이 될 것이다. 만일 히그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그 이론은 반증된 셈이며, 이론
물리학자들은 소립자가 질량을 갖게 되는 다른 메커니즘을
찾아보든지, 그 이론을 변형시키든지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의
부정적인 근거는 때로는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기존의 이론이 만족스럽지
못하므로 새로운 이론적 개념을 찾도록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SSC에서 행하는 실험에서 직면하게 될 두번째 과제는 물질의
기본 구성원소 문제이다. 물론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쿼크와 경입자가 기본 소립자라고 믿고 있지만, 이 가정이
오류라는 것을 보여줄 발견이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에 과학자들은 여러번에 걸쳐서 물질의 기본 구성원소를
발견했다고 생각해왔다. 한때는 원자를 쪼갤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중성자와 양성자가 기본적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에는
물질이 쿼크와 경입자로 이루어졌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 소립자들이 더 작은
구성원소를 갖고 있다면, SSC는 그것을
과학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쿼크와 경입자 안에 소립자가
존재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혀지더라도, 물질의 구성원소에 관한 질문은 여전히
남게 된다. 몇 종류의 쿼크와 경입자가 존재하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왜
6가지만 있어야 하는가? 왜 8개나 10개,
혹은 12개, 심지어는 무한대의 개수이면 안되는가? 쿼크와
경입자는 쌍으로 무리를 지으므로 간혹 패밀리 를 이룬다고들
말한다. 전자와 전자 중성미자가 함께 무리를 이루듯 뮤온과 뮤온 중성미자,
그리고 타우와 타우 중성미자가 각각 무리를 이룬다.
마찬가지로, 업쿼크와 다운쿼크가 서로 쌍을 이루듯 스트레인지
쿼크와 참 쿼크가 쌍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버텀쿼크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탑쿼크와 쌍이 된다. 경입자의 3개 패밀리와 쿼크의 3개 패밀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것이 자연의 기본적인 대칭성의 근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SSC의
실험에서 쿼크나 경입자의
4번째 패밀리가 발견된다면 과학자들은 즉시 다른 쪽의 4번째
패밀리를 찾으려 할 것이다. 만일 4번째 패밀리가 발견된다면
5번째, 6번째 패밀리가 발견될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물리학자들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12개의 기본 소립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가신 일이다. 만일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난다면, 쿼크가 발견되기 전에도 그랬듯이, 늘어만 가는 소립자 문제가 다시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런
식으로 기본 구성원소의 종류가 늘어날 것 같다. CERN과
DESY에서 있었던 실험들은 근거가 간접적이긴 하지만, 제 4의
패밀리가 존재한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아직 4번째 패밀리는
발견되지 않고 있고, 이것의 존재에 대한 논의도 다분히
추론적이다. 게다가 쿼크와 경입자 패밀리가 많아야 4가지라는
점을 암시하는 이론적인 논의가 있다. 이러한 논의는 우주의
팽창이 빅뱅 후 대략 1초가 지나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어서,
소립자 물리학과 우주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의 한 예를 제시하고 있다.
우주의 나이가 대략 1초였을 때, 우주의 팽창 속도는 몇 종류의 중성미자가
존재했는냐에 달려 있었다.
중성미자의 종류가 많을수록, 그만큼 팽창 속도는 빨랐을 것이다. 팽창속도는
다시, 헬륨, 중수소, 그리고 리튬이 생성되는 양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존재하는 이들 물질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몇 종류의 중성미자가 존재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만일
중성미자의 수와 쿼크의 수 사이에 대칭관계가 있다고
가정하면, 존재하는 기본 구성원소의 종류가 몇인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초기 우주에 관한 과학자들의 가정에 중대한
오류가 없다면, 합리적이고 타당한
설명이다. 따라서 나는 이 논의를 단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중성미자는 질량이 극히 작거나 아마 0에 가까울
것이라는데서 시작하자. 이제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라, 한 입자가 질량이 0이면,
그것은 빛의 속도로 진행해야만 한다. 광자는 빛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0인지, 측정하지 못할 정도로 질량이 작은지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필자가 개관하고자 하는 논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성미자가 극미하나마 질량을 가졌더라도, 초기
우주에서는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빠른 운동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 당시 우주는 매우
무거웠고,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도 많았으며, 주어진 에너지로 가벼운 입자는
무거운 것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따라서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입자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고, 보다 가벼운
중성미자는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다음
단계로 살펴볼 것은 이 시기에 우주의 팽창은 급격히 운동하는
입자의 수에 따라 좌우되었다는 점이다. 소립자들은 밖으로 향하는 일종의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팽창속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만일 4가지 혹은 5가지의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가 있었다면, 단지 3가지였을 때
보다 훨씬 팽창속도가 빨랐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팽창속도가 보다 빨랐었다면,
그 효과는 지금까지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헬륨의 양이 더욱 많아졌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 기술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세밀히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당혹감을 느끼지 않도록 나는 계산상 우주에서 양성자에 대한 중성자의
비가 팽창속도에 의존한다고만 말하겠다. 팽창이
급격할수록 그 비율은 더 많은 헬륨이 형성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현재 관측되는 헬륨양을 계산에 넣어보면, 단지 3가지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 많아야 4가지가 존재했었다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관측되는 헬륨의 양은 4가지 중성미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거의 희박함을 시사해 준다. 과학의 문외한에게 이런
논의는 공자의 논어 에 나오는 논법같이 들릴지 모른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소위 연쇄논법으로 여러단계에서
증명 되는 논법이다. 서구인들은 이런 식의 논리에 희의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그들은 연쇄의 고리중 어느 하나라도 오류로
밝혀지면, 전체 논법이 와해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내가 이런 예를
드는 것이 중국 철학을 경시해서는 결코 아니다.
서양철학자들의 논법도 종종 의심스러울 때가 있으며,
서양과학자들도 더러 공공연한 오류를 포함한 논법을 통해 당당한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이와 비슷한 지금까지의 논의가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한다. 과학적 논리는 앞에 서술한 것처럼 종종
사고의 연쇄에 의존한다. 하지만 이것이 공자의 연쇄논법과 다른점은 각 단계가
실험을 통해 검증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각각의 연쇄
고리를 검증한 후 이런 논법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면 그것은 영원한 과학적 도그마로 간직되는 것이 아니라,
실험적으로 검증을 거치게 되는데, 만일 오류가
발견되면, 과학자들은 어떤 연쇄고리가 그들의 생각보다 약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 경우에 있어서는, 단지 3개의 소립자 패밀리(혹은
많아야 4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다음 단계는 SSC의 실험을 통해 소립자가 추가로 더
존재하느냐에 관한 직접, 혹은 간접적인 근거를 찾아봄으로써 이 결론을
검증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근거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그 이론이 확증되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페르미온과 보손
과학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일지라도 힘과 물질이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물질에 관한 가장 명백한 사실은
그것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며, 반면 힘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질과 힘이 둘다 어떤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다면, 왜
그들은 그토록 다를까? 예를 들어, 광자로 이루어진 빛은 전자와 업쿼크와
다운쿼크로 구성되는 테이블 같은 물질 대상과 왜 그렇게 다를까? 답은 힘의
소립자와 물질의 소립자가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것은
질량이나 전하와 관계가 없고, 단지 입자의 스핀에 관계한다. 힘의 입자로
알려진 모든 것은 보손으로 불리운다.
보손은 인도 물리학자 보스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는데, 그것은
어떤 기본단위의 정수배 스핀을 갖는다. 예를 들어 보손은
0스핀이나 1 또는 2의 스핀을 가질 수 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페르미의
이름을 딴 페르미온이라는 물질 소립자는 2분의 1의
정수배 스핀을 갖는다. 즉, 페르미온은 1/2, 3/2, 또는 5/2의 스핀
(당연히 나중 2개는 1과 1/2, , 2와 1/2로 각각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가분수를 즐겨쓴다.)을 가질 수 있다.
페르미온은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따르고, 보손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보손과 페르미온은 서로 다르다. 이 원리는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파울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1/2배수 스핀을
가진 2개의 유사한 입자는 동시에 동일한 장소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로써 한 전자는 또 다른 전자가 차지하는 공간에
끼어들어갈 수 없다. 반면 보손이라면 이것은 아주 쉽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보손은 서로 상대방 위로 장작더미처럼
쌓아올려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이 생성하는 힘은 보다 더 강력해 진다.
페르미온과 보손의 이러한 특성은 일상세계에서
나타나는 물질과 힘의 행동에 잘 부합된다. 하나의 테이블은 또
다른 테이블이 차지하는 공간으로 억지로 들어갈 수 없다. 반면
힘의 경우 이것은 우리가 늘 보는 것이다. 예로써, 두사람이 하나의 줄을 당기면
2배의 힘이 발휘된다. 빛은 2개 빔이 겹치면 2배로
강력한 1개 빔이 된다. 마찬가지로 지구는 달보다 더 많은 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상응하는 더 큰 중력을 발휘한다. 파울리의
배타원리는 왜 1/2배수 스핀을 가진 입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정수스핀을
가진 입자는 그렇지 않은지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예외는 알려진 바
없다.
수지
최근에 몇몇 과학자들은 보손과 페르미온의 차이점이 어떤
경우에는 흐려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그들은
초대칭으로 알려진 어떤 이론적인 개념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오늘날의 물리학자들은 귀여운 별명을 좋아하여 초대칭을 수지로 약하여
부르기도 한다. 초대칭의 기본 개념은 극히 단순하다.
그것은 실제로 2개의 다른 종류의 입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입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초대칭 이론에서는 모든
입자는 스핀과 질량이 다르다는 것 말고는 다 똑같은 또 다른
입자와 쌍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스핀이 1/2인
페르미온은 모두 스핀이 0인 보손과 쌍을 이룬다. 하지만 이
보손은 우리가 전에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아마 실험을 통하여도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소립자일 것이다. 초대칭 이론에서, 1/2스핀 전자는 초대칭
전자 파트너를 갖는다. 마찬가지로
1/2스핀의 쿼크들은 각각 스핀이 없는 초대칭 쿼크와 쌍이 된다. 같은 방식으로,
1의 스핀을 가진 광자는 스핀이 1/2인 초대칭 광자(페르미온의 일종이지만 힘을
전달할 것으로 생각된다.)와 쌍을
이룬다. 교묘히 빠져나가는 히그스 입자까지도 파트너인 1/2스핀 초대칭
히그스입자(히그스입자가 존재한다면 스핀이 0인 보손일
것이다.)를 갖고 있다. 초대칭 입자의 질량이 얼마인지는 실제로
확실하지 않지만, 매우 무거울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 중 몇 개는 기존의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미 발견되었을
것이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초대칭 전자가 존재할 경우, 그 질량이 전자보다
최소한 4만배는 무거워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실험을 통해 입증되지도 않은
초대칭 이론 따위의 이론적 개념을 탐구해야 할 가치가 과연 있는 것인지 묻고
싶어질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조건을 인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대칭 이론에 관한 실험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이론은 다양한 면에서 매우 호소력 있는 개념이다. 첫째로, 원소
소립자들은 가지각색의 대칭성을 보여준다. 전자와 비슷한
소립자들(전자, 뮤온, 타우온)은 각기 상응하는 중성미자가 있다.
쿼크는 쌍으로 존재하며, 각 쌍은 경입자의 쌍과 대응한다. 만일
초대칭이 자연을 올바르게 묘사한 것으로 밝혀지게 되면, 모든것이 매우 호소력
있게 하나로 묶이게 되며, 정수 스핀을 가진 소립자와 2/1 정수 스핀을 가진
소립자 간의 어느 정도 잠정적인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초대칭 이론은 어떤 미학적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그다지 빗나간 생각은 아니다.
과거에도 가장 미학적으로 만족스런 이론이 가장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자연은 대체로 단순하고,
논리적인 형태로 조직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며, 과학의 역사에서 위대한 발견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형태를 인식하여 물리적 현상을 아름다운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이루어졌던 것이다. 예로써, 프톨레미의 체계보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의 체계를
갈릴레오가 옹호할 때나, 상대성 이론의 기초가 되는 개념을
아인슈타인이 발견할 때나 이 미학적인 고려는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한 이론이 아름답다는 것이 곧 필연적으로 참이라는 뜻은 아니다.
수많은 사랑스런 이론들이 보기 흉한 실험적 사실에 의해 반증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미학적 호소력을 가진 이론과
그렇지 못한 이론 중 선택을 해야 한다면 전자를 택하는 것이
오류를 피하는 길이다. 초대칭은 아름다운 개념일 뿐만 아니라
소립자 물리학의 성배라고 할 수 있는 힘들의 통일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8장에서 얘기하겠지만, 물리학자들을 이러한 목적지까지 인도할 수
있게끔 고안된 이론들은 이 초대칭 개념을 적용한 것들이다. 이들 이론 중 어느
것이 참으로 밝혀지게 되면, 물리학자들은 결국 표준 모델이 응하지 못한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초대칭을 적용한 이론은 자연계의
힘들이 왜 서로 다른 강도를 갖는지, 소립자들이 왜 각기 다른
질량을 갖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이들 이론 중
일부는 확실히 기대할 만하다. 자연이 실제로
초대칭적이라는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다면 당연히 이들 이론들은 보다 더
기대할 만할 것이다. 초전도 입자 초충돌장치가 완성되면 이러한 근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어떤 초대칭
글루운(글루운의 초대칭적 파트너)이나 초대칭 쿼크가 질량이 1.5TeV이하라면,
SSC는 이들을 검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로써
다른 초대칭 소립자도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반면에 어떠한 초대칭 입자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물리학자들은
앞장에서 언급하였던 문제, 즉 물리학의 많은 영역에서 이론이
실험을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에 재차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한 이론이 매우 뛰어난 상상적 호소력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수많은 다양한 이론 세계를 고안해 낼 수 있고, 그것들이 설사
그럴듯하고 호소력이 있다 하더라도, 정작 그것들이 실제와 상응하는지는 반드시
실험을 통해 입증돼야 한다.
6) 보이지 않는 우주
우주에 관한 한 가장 명백하면서도 놀라운 사실 중의 하나는
우주가 은하계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항성은 공간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거대한
은하계 안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 은하계와 같은 평균 크기의
나선은하는 약 천억개의 항성을 갖고 있는데, 거대한 원추형은하는 이보다 10배
이상의 항성을 갖는다. 심지어 왜소 은하(우리 은하를 공전하는 대.소 마젤란
성운같은)의 경우에도 수십억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아가 은하 자체가 다시 집단을 이루어 은하단을
이룬다. 전형적인 은하단은 10개에서 100개 정도의
은하들로 구성된다. 예로, 우리 은하(은하수)는 국부 은하군의
일원으로서 같은 일원인 안드로메다와 20개 정도의 은하들로
구성되어 있다. 훨씬 더 큰 은하계 집단도 있는데, 어떤 초은하단은 그 구성원이
천개에 달하는 것도 있다. 어떻게 은하가
생성되었는지 보여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수십억년 전
원시 수소와 헬륨 가스의 밀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지역이
수십만 광년에 걸쳐서 존재했다. 점차 이들 가스구름은 중력의
영향으로 수축하게 되었다. 수억년이 지난 후, 이들은 여러
조각으로 해체되었다. 이 조각들은 훨씬 더 수축되어 이전보다
높은 밀도를 지닌 지역을 형성하였다. 중력이 이들을 더욱
압축시킴에 따라 뜨거워지자, 그 중심에서 핵반응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하나 둘씩 항성들이 존재하여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이
시나리오에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즉 빅뱅 이론에 따르면 이
상황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주의 팽창은 중력이 다시는
끌어당겨 모을 수 없을 정도로 물질을 분산시켜서, 우주는
은하계와 항성이 아닌 희박한 수소와 헬륨 가스로 가득 차 있어야 했다. 은하는
생성에 필요한 물질이 우주 역사의 아주 초기에
압축되었어야만 형성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평균 밀도보다
높은 밀도의 지역이 곧바로 생겨서, 중력이 우주 팽창의 영향을
이겨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관측에 의해 반박된다. 만일 초기
우주가 높은 밀도의 지역을 갖고 있었다면, 평균치
이상의 복사 또한 이 지역으로부터 방출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효과가 지금에 와서 관측되어야 한다. 우주 배경
복사는 사실과는 달리 균일하지 않아야 하고 창공에는 복사가
유난히 뜨거운 점 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단지 배경복사가 방출될 때인, 빅뱅 후 50만년이
지난 때에는 우주의 물질이 아직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 내릴수 밖에 없다. 반면에 우리는 물질이 비교적
빠르게 은하계로 압축되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은하계는 매우 오래된 것이다. 은하계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빅뱅 후 수십억년 이내일 것이라고 모든 근거들은 말해준다. 우리 은하가 항성을
갖게 된 것은 140억년 전으로 우주 자체의
나이(약 150억년)와 거의 비슷하다. 이론상으로 물질은 은하계로
압축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관측된 근거에 따르면 물질은 짧은
시간내에 압축되었는데, 길어야 수십억 년 이내일 것이다.
(수십억년이란 인간의 수명에 비하면 긴 시간이지만 우주의 척도로 보면 매우
짧은 기간이다.) 분명히 여기에는 모순점이 있는데, 이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우주론에서
골치아픈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패러다임도 은하계 형성의 문제에는 별달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같다. 결국 급팽창은 단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되며 은하계의 형성은 훨씬 나중의 시대에 속하는
사건이다. 밝혀진 바대로 인플레이션 패러다임은 생각한 것만큼
그다지 틀린 발상은 아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급팽창 시기가 존재했었다고
가정함으로써 우주에 존재해야 하는 물질의 양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이론은 보기보다는 더
많은 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즉 항성과 은하계에 모아진 밝고, 타오르는
물질이 전체 물질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암흑 물질
천문학자들은 50년 전부터, 그들이 볼 수 없는 어떤 것이 저
멀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주는 망원경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천문학자들이 관측할 수 있는 대상에 중력을 행사함으로써 그 존재가
알려지는 신비한 종류의 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네덜란드 천문학자 오트가 1932년경 최초로 발견하였다.
오트는 우리 은하계의 원반으로부터 멀어져가는 항성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
항성이 원반 위로 오르면, 중력이 작용하여 그들을
끌어내리는데, 결국 그들은 점점 더 느리게 움직이다가 다시
그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이 항성들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면 은하계 원반이 얼마만큼의 질량을 가져야 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오트가 원반에서 관측할 수 있었던 항성들의
질량의 합은 계산으로 추정된 양에 훨씬 못미쳤다.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의 양은
관측된 운동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양의 5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오트는
이러한 불일치가 작은 항성들이 너무
희미하여 볼 수 없어서 생긴 것으로 가정하고 이를 계산에 넣기
위해 그의 공식을 수정하였다. 그러나 이런 불일치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다. 그 후의 연구로 이 희미한 항성들의 숫자가
관측된 효과를 일으키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은하계에
존재하는 성간가스의 존재도 필요한 질량을 채울 수
없었다. 결국 어떠한 것이 이들 항성을 끌어당기고 있었고, 그것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었다. 1933년, 유사한 효과가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의 천문학자 츠비키에 의해 지적되었다. 츠비키는
코마 베레나이시스 성좌에 있는 하나의 큰 은하단을 연구하면서
은하단에 속하는 은하들이 상호간의 중력으로 서로 끌어당기고
있지만, 은하계에서 볼 수 있는 항성에 존재하는 질량은 필요한
양의 단지 일부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츠비키의 말에 따르며
잃어버린 질량 문제가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이제는 잃어버린 질량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암흑 물질이라는 말을 쓴다.
사실 잃어버린 것은 실제로 없으므로 후자의 용어가 더 정확하다. 문제는
찾아내야 할 질량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관측된 중력 효과는 분명 존재하는 물질에 의해
발생되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물질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물질은 종종 암흑
의 물질로 불리는데, 이는 색깔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빛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 물질 로 불리우기도 한다. 암흑 물질의 존재가
알려진 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천문학자들은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을
못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양이 존재하는지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단지 대단히 많은 양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최근의 추산에 따르면, 암흑물질은 우주 질량의 90내지
99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1980년대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은하계 내부와
주위에, 암흑물질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검출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은하계를 포함하여, 은하계들은 보이지
않는 신비한 헤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입증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암흑물질의 존재는 그것의 중력효과로 인해
알려졌다. 이 효과를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 화제에서 잠깐
벗어나, 유사하지만 한결 단순한 태양의 질량을 결정하는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태양의 질량을 모든 것을
고려하여 측정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즉각적으로 어떤 이는
태양의 질량을 재는 것이 결국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태양의 질량을 결정하는 간접적이지만 매우
정확한 방법이 있다. 우리는 단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운동을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만일 태양이 실제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다면 지구나 화성, 금성, 그리고 다른 모든 행성들은 태양의
둘레를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공전할 것이다. 태양이 좀더 가볍다면 그들의
운동은 좀더 느려질 것이다. 태양의 질량을 계산하는 것은 뉴턴 물리학에서는
간단한 문제이다.(뉴턴의 중력법칙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대치되었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정확한 결과를 준다. 이 경우에서도 그렇다.) 모든 은하계가 이런 식으로
질량이 측정된다. 은하계의 항성들은 은하 중심을
돌고 있다. 당연히 한 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매우 길다. 즉,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데 1년이 걸리지만, 태양이 우리
은하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2억 5천만 년이 걸린다. 그러나 원리는 같다.
궤도를 도는 천체를 끌어당기는 중력이 크면 클수록 그 천체의 공전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확실히 태양의 질량은
하나의 비교적 작은 구형 천체에 집중되어 있지만, 한 은하의
질량은 수십억 개의 항성으로 각기 분산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차이가
없다. 뉴턴의 중력법칙에 따르면, 중력질량이 한
점에 집중되어 있든, 큰 부피에 널리 퍼져 있든 어떠한 차이점도 없다. 궤도를
도는 항성의 운동은 그 궤도의 안쪽에 있는 질량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강조해야 할 단어는 안쪽이라는
말인데, 왜냐하면 한 은하의 질량을 계산하는 데 있어 다양한
반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하의 중심에서
가장자리까지 3분의 2지점에 놓인 항성의 운동은 은하계 안쪽
3분의 2의 질량에 의한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이 방법으로 볼 수 있는 은하계
원반의 가장자리 너머에 존재하는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우리는 단지
가스구름같이 은하계의 가장자리 너머에서
공전하는 천체의 속도를 측정하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성운이
은하의 가장자리로부터 다양한 거리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다면, 이 은하의
암흑 헤일로에서의 질량분포를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속도는
적색이동에 관련되어 있으므로 필요한
속도 측정도 쉽게 해낼 수 있다. 우리가 은하계의 가장자리를 보게 되면, 한쪽
가장자리의 항성은 지구에 가까워지게 움직이며 그
반대쪽 가장자리의 항성은 지구로부터 멀어지게 움직인다. 그것은 마치 전축
레코드가 돌아갈 때 양쪽 가장자리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은하계의 경우는 지구에 접근하는 항성으로부터 나온 빛은
청색이동을 보이나, 멀어지는 항성의 빛은 적색이동을 보인다. 당연히 우주
팽창에 따른 적색이동의 양을 계산에 넣어야 하며,
이것은 간단한 문제이다. 은하계의 가장자리에 항성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 우리는 은하계가 보이는 곳의
각도만 재서 필요한 수정을 가하기 위해 삼각법을
이용하면 된다. 이러한 관측이 수행되면, 보이는 은하 원반밖에
존재하는 상당량의 암흑물질이 확인된다. 사실 은하 중심으로부터 멀리 갈수록
더많은 질량이 발견된다. 은하계 안과 밖 모두에서
막대한 양의 보이지 않는 물질이 존재하는 것 같다. 실제로
암흑물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암흑 물질이 아닌 것
암흑물질의 본질에 관한 문제가 광범위하게 논의되어 왔으며,
수많은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논의함에
있어, 먼저 좀더 명백한 것들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분명히 암흑물질이 아닌 것에 관해 먼저 논의하고자 한다.
암흑물질은 성간 티끌이나 성간, 은하간 가스가 아니다. 은하계들은 암흑성운을
가지고 있으며, 은하 안이나 은하들 사이에는 가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티끌이나
가스는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잘 해야 암흑물질의 작은 일부분을 구성할 뿐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티끌은 멀리 있는 항성의 빛을 가리기 때문에
쉽게 볼수 있다. 가스는 복사선을 방출하므로 볼 수 있다. 즉
온도가 낮은 가스는 전파를, 온도가 높은 가스는 자외선이나 X선을 방출한다.
우주는 창공의 각 방향에서 오는 X선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들 X선의
대부분은 가스 성운이 아닌 다른 데에서 나온 것이다. 예로, 새로 형성된 은하의
빛을 내는 핵심부분으로
생각되는 퀘이사가 X선의 일반적 출처이다. 따라서 존재할 수 있는 고온의
가스의 양은 그리 많지 않으며, 결국 암흑물질을 설명할
만큼 충분한 양은 되지 못한다. 만일 우주가 바윗 덩어리나 냉동된 수소의
눈덩이 로 가득 차 있다면, 이것이 암흑물질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일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면, 이런 물질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럴듯한 설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런 설명을 내세운 적은 없다. 한편 어떤 이들은
원래 오트가 제기했다 나중에 포기한 제안을 다시 내놓으려 할지 모른다.
암흑물질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항성들로 구성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암흑물질은 목성처럼
조금만 더 컸더라면 항성이 될 수 있었던 행성들로 구성되는
셈이다. 말하자면 목성은 실패한 항성 이라고 할 수 있다. 목성은 25퍼센트의
헬륨과 75퍼센트의 수소로 구성돼 있으며, 태양의
구성과 실제적으로 같다. 만일 목성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중력이 물질을 그
핵으로 압축하여 태양처럼 핵반응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태양계는 연성 체계가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암흑 물질이 블랙 홀로
구성되어 있을 수 있다. 블랙 홀은 사멸한 항성의 거대한 잔재물로서 중력장이
매우 강하여 아무것도, 심지어 빛까지도, 그것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다.
여기서 블랙 홀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블랙 홀을 둘러싸는 강력한
중력장은 물질을 그 속으로 끌어들이는데, 이때 물질은 가속이 되면서
타오르게 된다. 블랙 홀은 분명 밝게 보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블랙 홀이라고
생각해온 대상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우주에
얼마나 많은 블랙 홀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항성의
형성에 관한 상세한 것은 아직 완벽히 이해되고 있지 않으며,
이것이 이해될 때 까지는, 사멸하면서 블랙 홀이 형성될 정도로 큰 항성이 몇
개나 되는지를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은하계에서
블랙 홀의 숫자는 관측되는 암흑 물질의 양에 비해 충분할 것 같지 않다. 더욱이
우리가 은하를 둘러싸는
헤일로에 수많은 블랙 홀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헤일로에는 항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입자 물질과 비중입자 물질
암흑물질이 목성 같은 어두운 항성이나 블랙 홀로 이루어져
있다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만일 암흑물질이 보통 물질 -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진 물질 - 이라면, 이것 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다. 분명히 블랙
홀로 빠진 물질은 보통 물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블랙 홀은 우리가 살펴온 다른 대상과 유사한
화학적 구성을 가진 거대한 항성으로부터 형성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보통 물질이라고 말해왔지만, 중입자 물질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중입자 물질은 중입자로 구성된 물질이다. 실제로는 이것은 중간자와
양성자를 의미하는데, 왜냐하면 그외 다른
중입자들은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물질이
중입자가 아닌 전자 역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자가 물질의
질량에 기여하는 정도는 매우 작다. 전자는
양성자에 비해 1/1836의 질량을 가진다. 전자는 수소원자 질량의 1/1837을
차지하며, 이것은 헬륨 원자의 약 1/3675에 불과하다.
최근에 와서, 과학자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의 대부분이
비중입자의 것임을 암시하는 강력한 이론적 논거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암흑물질은 결코 양성자와
중성자(그리고 전자)로 구성된 것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아직
실험실에서 조차도 발견되지 않은 신기한 소립자나 아예
소립자 라고 부르기도 적합치 않은 어떤 것으로 이루어졌을지
모른다. 3장에서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헬륨과 중수소의 양은
빅뱅 이론의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관측된
헬륨양이 항성에서 만들 수 있는 양보다 많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중수소는 결코
항성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단지 빅뱅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헬륨을 측정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중성미자가 몇 종류인지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도 보았다.(5장을 참조). 따라서
우리가 중수소양을 재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빅뱅에서
생성된 중수소의 단지 일부분만 현재까지 존재한다. 빅뱅의
불덩이에서 생성된 중수소 핵의 다수가 곧바로 서로 충돌하여
헬륨을 형성하였다. 따라서 현재의 중수소 양은 초기 우주의
물질밀도와 관련되어 있다. 우주의 밀도가 보다 높았다면 충돌
횟수도 그 만큼 잦았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중수소 양을
측정함으로써 과학자들은 거꾸로 과거의 우주밀도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주가 생긴 지 수분이 지났을 때의 밀도를 알면
현재의 밀도 또한 계산해 낼 수 있다. 현재 우주의 중수소 측정에 기초한 계산에
따르면, 중입자 물질의 밀도가 닫힌 우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임계 밀도의
20에서 3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이 계산은 단지 중입자 물질이 얼마나 많은지를
밝혀주는 것에 불과하다. 즉 중수소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며, 이들
소립자는 모두
중입자이다. 비슷한 계산이 헬륨 3과 리튬 7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가능하다.
헬륨 3은 보통 헬륨처럼 4개의 소립자(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핵이 구성되지 않고 2개의 양성자와 1개의
중성자로 핵이 구성된 헬륨이다. 리튬 7은 3개의 양성자와 4개의 중성자로 된
핵을 가진 금속 리튬이다. 이 두 물질은 중수소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존재한다.
즉, 리튬 7은 우주 전체 질량의
100억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양도 측정은 가능하다.
계산을 해보면 중입자 물질의 밀도는 임계밀도의 3내지 12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결과는 중수소 측정에 의한 결과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는데 앞서 나온 20에서
30퍼센트는 단지 상한선을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계산은 1960년대에
처음 이루어졌는데, 그
당시 과학자들은 자연스런 결론으로 받아들였다. 물질밀도가
임계밀도보다 아주 낮다면, 우주는 열린 우주여야 하며, 따라서
그것은 영원히 팽창할 운명이었다. 물질의 비중입자 형태가 있어 우주의 전체
질량에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그때에는
비중입자 물질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후 상황이 많이 변했다.
입자 물리학에서는 실험실에서도 아직 발견된 바 없는 수많은
종류의 소립자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 새로운 이론들이 나왔다. 만일
이런 입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들은 우주 전체 질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더욱이 인플레이션 이론은
전체 질량이 중수소 측정으로 계산한 최대 20내지 40퍼센트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제시하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주의 보다 많은 부분이
비중입자 물질이어야 한다. 실제로 급팽창이
일어났었다면, 우주의 질량 밀도는 임계밀도와 같거나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수치일 것이다. 4장에서 살펴본
대로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가 닫힌 우주와 열린 우주의
경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간신히 열려 있거나, 아니면
닫혀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이더라도 질량 밀도는 그 경계값을
가져야 한다. 인플레이션 우주에서는, 적어도 70퍼센트 이상의
물질이 비중입자 물질이어야 한다. 물론 우주의 비중입자 물질은 사실 90퍼센트,
혹은 그 이상이어야 한다. 우주에서 항성과 다른
타오르는 천체에 존재하는 빛을 내는 질량은 임계밀도의 1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중성미자
1930년 중성미자의 존재가 상정된 이후 약 50년이 지나서
물리학자들은 이 소립자의 질량이 0이며 빛의 속도로 진행한다고 가정하게
되었다. 이 가정을 반증할 만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에 중성미자가 아주 작으나마 질량을
갖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성미자가 우주에 있는 물질의 주요한 형태일 수
있다라는 점이 바로 분명해졌다. 중입자 1개당 약 십억개의
중성미자가 있으므로, 그들이 전자 질량의 일부를 이룬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성미자가 더 많은 질량을 차지하게 된다. 1980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물리학자인 라이네스, 소벨, 그리고 파셥은
중성미자 진동을 관찰하였다고 보고하였다. 한 전자 중성미자가
뮤온 중성미자로 변한 후, 다시 전자 중성미자로 돌아오는 일이
가능할까? 또한 세 물리학자가 관측하였다고 하는 특이한 현상인, 즉 전자
중성미자와 타우 중성미자 사이의 진동 역시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최근에 인정된 이론에 따르면, 중성미자 진동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어야 일어날 수 있다. 라이네스, 소벨, 파셥 실험은
그 질량이 얼마인지를 말해 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것의 질량이 0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실험은
미심쩍은 데가 많은데, 그 적지 않은 원인이 타우 중성미자가 아직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전자 중성미자가 만일 잠시
모습을 감추었다고 하면, 이런 경우 그것은 단지 타우 중성미자로 변형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따라서 이들 실험
물리학자는 그들의 결과가 결정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수가 없었고, 그 결과가
다른 실험들에 의해 확증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였다. 즉각 후속적인 확증 실험이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그 결과는 많은 주목을 끌었는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GUTs에 따르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다른 이유는 한 실험 물리학자의 명성 때문이었다.
1956년 또다른 물리학자 코완과의 공동연구에서
라이네스는 최초로 중성미자의 존재를 보여주는 실험을 해낸 바
있다. 그 존재가 처음 제안된 지 26년만의 일이었다.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지에 관해, 모스크바에 있는 이론 실험 물리학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그들이 전자 중성미자의 질량을 직접적으로 측정했으며,
그것은 14에서 48eV사이였다고 보고함으로써 다시
주목을 끌었다. 소련의 결과는 널리 인정되지 않았다. 그 실험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으며, 측정되었다고 하는 수치는 아주 작은
양이었다. 그럼에도 세계 도처의 이론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의
질량이 함축하는 의미를 캐내려 몰두하였다. 곧바로 그들은 전자 중성미자의
질량이 단 2eV만 되어도, 존재하는 모든 중성미자의
질량의 합은 우주의 모든 중입자 물질의 질량보다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나아가 만일 중성미자의 질량이 14eV에 이른다면, 이
소립자는 우주 질량의 90퍼센트를 차지할 것이었다. 만일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다면, 그것은 빛의 속도로 주행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경우라면 중성미자는 은하단의 중력에 잡힐
정도로 그 속도가 낮춰질 수 있을 것이고, 은하의 주위를 둘러싸는 암흑
헤일로는 쉽게 중성미자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중성미자가 우주
초기의 은하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빅뱅 직후 중력이
중성미자를 무리짓게 하였다면,
보통의 물질은 그 뒤에 중성미자 덩어리에 축적될 수 있었을
것이다. 중력의 끌어당기는 힘으로 그것은 가능하였다. 중성미자는 빛을
방출하지 않으므로 우주 배경 복사의 균일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잠시
동안 은하의 형성이라는 문제는 풀릴 것처럼
보였지만, 얼마되지 않아 곤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다는 실험결과들이 모두 확증된 것이 아니어서
과학자들이 결과들에 점차 회의적이게 되었다.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지,
아닌지는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는 역시 이론적인 난점도 있다. 중성미자는 매우 가벼운
입자이므로, 빅뱅 당시 이용 가능한 에너지로 가속되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출현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중성미자는 우주에 질량을 집중시킬 수 없었고, 오히려 질량의 집중을
붕괴시켰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어떠한 은하
크기의 물질 덩어리라도 형성되려면, 이 중성미자가 그들을
분산시켜 버렸을 것이다. 광속의 10분의 1로 중성미자가 감속된
후에야 비로서 그들은 덩어리로 뭉쳐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계산에 따르면 이런
과정이 일단 발생할 경우, 중성미자는 은하의
초은하단 크기로 질량을 집중시켰을 것이다. 초은하단은 그런 후 각각의 은하로
분할되어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개요는 은하
형성의 톱-다운 시나리오라 불리운다. 먼저 대규모의 질량 집중이 형성된 후,
보다 작은 것들이 뒤따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은하계가 이런 방식으로
생성되었다는 것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따른다. 즉, 은하의 형성에 필요한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이 과정을
끝마치는 데 무려 40억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빅뱅 후
20억년이면 이미 은하계가 존재했다는 근거가 있다. 결국 우리는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다는 가설이 암흑물질의 존재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결론내려야 할 것 같다.
뜨거운 암흑물질과 차가운 암흑물질
중성미자와 같이 빅뱅에서 빠른속도로 출현한 소립자들은 위의 방식으로
뭉치게 되는데, 이것을 뜨거운 암흑물질이라 한다. 여기서 뜨겁다는 말은 그
당시 우주의 전체적인 온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것은 단순히 그 소립자들이 급격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뜻한다. 반면에 찬 암흑물질은 빅뱅에서 비교적 느린 속도로
출현한 소립자로 이루어진다. 차다는 말 역시 당시
우주의 온도와 무관하며, 뜨거운 물체 속의 분자가 빠른속도로
운동하는 반면, 찬 물체에서는 분자의 운동속도가 보다 느리다는 사실에 비유한
것이다. 찬 암흑물질 소립자는 뜨거운 암흑물질
소립자보다 더 무거울 것인데, 이는 무거운 입자일수록 정지
관성이 크고, 가속시키기 힘들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은 찬 암흑물질을 이루는 소립자를 말할 때 WIMPs, 즉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거대입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WIMPs가
존재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5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아직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소립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론적인 이유들이 있으며, 과학자들은 SSC에 의한 실험에서
이들 중 몇몇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찬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설이 어떤 결론을
가져올지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즉, 우주론자들은 이런 종류의 물질이
현재 관측되는 크기의 은하와 은하단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아내고자
노력해왔다. 어떤 점에서는 찬 암흑물질 가설이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WIMPs는 빅뱅에서 느린속도로 출현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고,
질량을 집중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물질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뭉쳐졌을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질량집중이 이루어졌으며, 그 보다 뒤에 은하단이나 초은하단과
같이 큰 덩어리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이런 버텀-톱
시나리오에서는 은하가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생성된다. 불행히도 뜨거운
암흑물질 가설처럼 찬 암흑물질 이론도 역시 문제가 있다. 이 이론이 기초하고
있는 가정은 적당한 시간에 형성된 적당한
크기의 은하에 관한 예측에는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우주에서
관측되는 큰 규모의 구조에 관해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천문학자들은 은하와 은하단들이 긴 사슬이나 필라멘트 모양으로
집단을 이루고 있으며, 또한 2억 5천만 광년에 걸쳐서
아무 은하도 발견되지 않는 거대한 빈 공간이 있다는 것도
관측해왔다. 그러나 찬 암흑물질 가설은 은하계들이 전 우주를
통해 다소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분포하여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뜨거운
암흑물질 가설이나 찬 암흑물질 가설 모두, 최소한 그 순수한 형태로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것 같지만, 이것이 이 개념들을 완전히 폐기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 시나리오를 약간
변형시키면 수용할 만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러한 변형된
이론을 간략히 설명하겠다. 먼저 뜨거운, 그리고 찬 암흑물질
이론의 대안 한가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그림자 물질
8장에서 나는 슈퍼스트링 이론이라 불리우며 최근에 이론
물리학계에서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일련의 이론들에 관해 논의코자
한다 이들 이론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기술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이론의 일부는
그림자 물질이라는 이상한 물질의 존재를 예측한다는 점만
언급하려는데, 이 물질은 중력을 통해서만 보통 물질과 상호작용을 한다. 이는
그것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빛은 전자기 복사이며,
전자기력을 느끼지 않는 물체는 빛을 방출하거나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자
물질은 볼 수가 없다. 원자와 분자가 서로 결합하는 데에도 전자기력이 역할을
하므로 그림자 물질은
만져질 수도 없다. 만일 어떤 이가 그림자 물질을 잡으려 한다면 그의 손은
그것을 바로 통과해 버릴 것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림자 물질로 된
산을 걷거나 그림자 물질로 된 바다
속에서 있을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설사 그림자 물질이 실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일은 있을 수 없다. 분명히 그림자
물질의 소립자들은 우리들 세계와 유사한 물리법칙에 따라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자 물질로 된 항성이나 행성, 그리고
그림자 물질로 된 유기체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마도 자연의 법칙이
그림자 물질 세계에서는 다를 것이며 이러한 것들은 만들어질 수 없을 것 같다.
만일 그림자 물질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뜨거운, 혹은 찬 암흑 물질에 의해
만들어진 질량 집중과 유사한 소립자 덩어리로 구성될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단지 기이한 가상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이 그림자 물질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면, 이는 그것이 실재라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우주에서 암흑물질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히 알려고 한다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그림자 물질을 논의하는 것이다.
우주 끈
또 하나의 가능성은 암흑물질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우주
끈으로 구성되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주 끈은 그 이름이
비슷하긴 하지만 슈퍼스트링과는 관계가 없으며, GUTs와 초대칭 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생긴 후 10-35초가 지나서 생성되었을지
모르는 시공간 구조의 틈을 말한다. 우주 끈이란 초기 우주의
양자장이 급격한 변화를 거치는 가운데 생성된 하나의
불연속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다이아몬드에 금이 간 것이나
얼어붙은 호수면에 생긴 틈새 같은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오늘날 우주 끈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길고, 필라멘트 모양의
에너지 집중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강조하건대 우주 끈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과학자들은 아직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이
말할수 있는 것은 단지 우주 끈의 존재가 그림자 물질보다는 덜
황당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우주 끈이 존재한다면 분명 매우
거대한 규모일 것이다. 원자 크기의 우주 끈이라도 무게가 십억
톤에 달하며 축구장 길이에 걸쳐 있는 우주 끈이라면 지구의
무게에 달하게 된다. 따라서 우주 끈은 그 거대한 질량으로 물질을 집중시킬 수
있으므로 쉽게 은하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 끈이 오늘날 존재하는 암흑물질을
구성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우주 끈들은 지금에 와서는 증발해
버렸을 것이다. 이론적인 예측에 따르면 우주 끈은 아주 빠르게
진동하면서 그 에너지를 복사해 낸다. 따라서 끈들은 모두
증발하게 되는데 결국 그들은 단지 에너지에 불과하다. 작은
끈일수록 빠르게 소실되며 큰 것일수록 좀더 오래 남는다. 현재
남아있는 우주 끈은 거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은 은하와 은하단이 왜 그러한
형태를 갖는지 설명해 줄 수 있다. 사실, 우주 끈이
존재한다는 가설은 뜨거운 암흑물질 이론을 구해 낼수 있는 것
같다. 만일 우주 초기에 우주 끈이 있었다면 중성미자는 그 주위에 운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성미자 단독으로보다 이 우주 끈에
의해 중력이 추가됨으로써 은하 형성이 보다 빨리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 끈은 은하를 만들어내고, 그 역할이
끝나면 편리하게도 복사되어 사라지게 되므로, 한편으로는 너무 잘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다. 만일 우주 끈의 존재에 관한
어느 정도의 근거가 발견된다면 이 이론에 대한 믿음이 강화될
것이며, 우주 끈이 한때는 많이 존재했었다는 것도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근거를 찾는 것은 생각같이 그리 가망없는 일이
아닐지 모른다. 큰 끈일수록 더 오래 남게 되므로 거대한 끈들은 아직까지도 몇
개 남아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이런 끈이 남아 있다면 그들 존재를
검출해 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도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우주 끈에 의한
중력장은 지나가는 모든 광선을 휘게 할것인데, 이러한 효과는
여러 가지 다른 경우들에서도 관측되어 왔다. 다시 말해 우주끈의 존재는 아마
중력의 렌즈효과를 통해 검출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끈이 지구와 퀘이사나 은하사이에 위치한다면, 퀘이사나
은하로부터 나온 빛은 끈의 양쪽 주위에서 꺾여 지구에 도달할
것이다. 천문학자는 퀘이사나 은하의 영상을 하나가 아닌 둘, 혹은 그 이상으로
관측하게 될 것이다. 우주 끈은 또한 중력 복사선을 방출하게 된다. 이것은
전자기력에 연관된 전자기 복사와 비교될 수 있다. 중력은 전자기력에 비해 훨씬
약하므로 중력파는 빛이나 전자파 같은 전자기복사의 경우보다 약하고
검출하기도 어렵다.
과학자들은 아직 이러한 중력파의 존재를 확증할 수 있는 실험적 방법을 고안해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에 필요한 기술
수준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지속적으로 제안되고 있다.
머지않는 미래에 중력복사가 관측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더욱이 우주 끈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중력파를 간접적으로 검출하는 방법은 이미 고안되어 있다. 특히
계산에 따르면 우주 끈에 의해 만들어진 중력 복사는 펄사의 행동에 관측가능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펄사는 붕괴되고, 급속도로 자전하는 항성으로 전자파 혹은 다른 복사선을
방출하는데, 동일한 간격의 펄스를 내게 된다. 펄사는
자전하기 때문에, 탐조들의 빔이 정지해 있는 대상을 스쳐지나듯 펄사가
방출하는 복사빔은 지구를 쓸고 지나간다. 우주 끈에서
나온 중력복사는 이런 펄스의 간격을 불규칙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책을 쓸
때까지는 아직 실험 기술이 이러한 불규칙성을 검출할
정도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충분히
향상되면 당연히 이 실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암흑물질은 정말 존재하는가?
그렇다. 암흑물질은 정말 존재한다. 이것은 확실히 입증된
것이다. 빛을 내지 않는 질량은 우주의 도처에서 관측되고 있다.
사실, 적어도 90퍼센트의 은하질량이 암흑헤일로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혀져 있다. 반면에 비중입자 암흑물질은 정말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은 간단히 답할 수가 없는데, 이는
암흑물질로 알려진 것 중 최소한 일부는 중입자 물질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은 희미한 항성이나 목성같은 실패한
항성들, 블랙 홀, 심지어는 실패한 은하로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실패한 은하란 중력으로 밀집되어 있으면서도, 항성을
형성하지 못한 중입자의 거대한 덩어리일 것이다. - 하지만 이러한 실패한
은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주에서
빛을 내는 물질의 밀도는 임계밀도의 1퍼센트 정도이다. 중입자로 된 암흑물질은
이것의 10배이다. 그렇지만 중수소, 헬륨 3과
리튬 7의 측정량에 기초한 이론적인 논의가 옳다면 전체 중입자
암흑물질은 임계밀도의 10배 이상을 넘지 못한다. 비중입자
암흑물질의 존재를 믿는 까닭은 오직 한 가지 이유에서 인데,
그것은 인플레이션 이론에 의해 이것의 존재가 예측된다는 것이다. 만일
인플레이션 패러다임이 옳다면, 우주의 질량 밀도는
임계밀도와 근접해진다. 중입자 물질의 밀도는 이에 훨씬 못
미치므로 우주는 대부분 비중입자 물질이었다는 것이 된다. 여기서, 다시한번
인플레이션 패러다임이 아직까지 실험을 통해 확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은 표준 우주론의
일부가 되었지만 이를 지지할 만한 관측상의 근거가 거의, 혹은
전혀 없다. 그러나 이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실험적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만 빼고는 아주 그럴듯하고, 다양한
현상들을 모두 설명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처럼 수많은 우주의 관측 결과를 설명해 내는 이론이 이것말고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가 생긴 지 10-35초 지나
급팽창의 시기가 있었다는 잠정적인 가정을 함으로써 오류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느 누구도 이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이런
급팽창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적어도 90퍼센트의 우주질량이
친숙한 중입자 물질이 아닌 어떤 다른 물질형태로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릴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이 물질이 어떠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우리는 어느정도 확신을 갖고서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7) 우주에서 가장 먼 것
만일 우주 끈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주에서 돌아다니며 서로 교차하고,
꼬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그것은 닫힌 고리를 형성하여 은하들이 형성될 수
있는 중력의 씨앗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것은 에너지를 모두 복사해 버리고 사라진 것이다. 이는
은하형성에 관한 여러개의 시나리오 가운데 한가지이다. 또 다른 이론에 따르면,
우주 끈은 물질을 분해시킬 정도로 엄청난
폭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다. 이 폭발은 가스 거품을 팽창시켜 이들이
충돌하면서 은하가 형성되었다. 이 이론은 1985년 프린스턴 대학의 물리학자
위튼이 우주 끈은 마치 초전도체와 같이
작용한다고 가정한 데서 시작되었다. 위튼의 이론에 따르면 아원자 소립자는
우주 끈에 들어가 있는 경우 그 특성이 변한다. 특히
어떤 소립자는 이러한 조건에서 질량이 없게 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들 소립자를 생성하는 데는 에너지가 거의, 혹은
전혀 필요없게 된다. 만일 전자나 반전자와 같은 하전된 소립자
쌍이 우주 끈 안에서 생성되고 이 소립자가 질량을 갖지 않을 경우 아주 작은
에너지로 이들을 광속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없는 입자는 광속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와 양전자가 우주 끈의 고리 주위에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면 전자나 양전자가 단독으로 움직일 때보다
2배의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이는 양전하가 한 방향으로 진행하며 생성된
전류는 음전하가 그 반대방향으로 진행하여 생긴 전류와
같기 때문이다. 이것은 음수를 뺀 것은 양수를 합한 것과 같다.
(예를 들어, -5를 빼는 것은 +5를 더하는 것과 같다.)는 산술적
원칙이나 영어문법에 있어 이중부정은 긍정과 같다는 법칙에 비유될 수 있다.
일단 이러한 전류가 한번 형성되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에너지는 더 이상
필요없다. 우주 끈의 고리는 위튼의
이론에 따르면 초전도체 물질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주 끈
안에 초전도체 전류가 흐르게 되면, 끈 주위 공간에 전자기장이
생성될 것이다. 이들 장은 전자기 복사처럼 끈으로부터 나오게
된다. 프린스턴 대학의 오스트리커, 그의 제자 톰슨과 위튼의
공동연구에서 개발된 이론에 따르면 위의 사실은 은하계의 형성에 잘
들어맞는다. 우주 끈으로부터 나온 전자기파는 수소와
헬륨가스와 상호작용을 하여 우주에 가득 차 팽창하는 뜨거운
가스거품을 형성하게 하고, 은하는 이 거품들이 서로 교차할 때
생겨났다는 것이다. 강조해야 할 것은 이 생각이 옳다면 이런
사건은 극히 거대한 규모로 일어났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태양의
1조배나 되는 질량을 갖는 은하들이 수없이 많으며, 수백만 광년의 거리에 걸쳐
이들 사이에 공백이 있다는 사실이 관측돼 왔기
때문이다. 만일 오스트리커-위튼-톰슨 이론이 옳다면 이러한 공백 하나 하나는
우주 끈의 초전도 고리 하나 하나에 의해 형성되었을 것이다. 이 이론이
은하뿐만 아니라 공백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이
이론이 옳다는 보장을 주지는 못한다. 공백은 또 다른 방식으로도 쉽게 만들어질
수 있으며, 그 규모도 지금처럼 거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우주가 휴식기에 있을
때에도 공백은 계속 팽창하였는데, 한때는 그것이 지금의 것보다 상당히 작았을
것이다. 물질밀도가 높고 낮음의 변동을 하는 가운데
공백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즉, 은하단이 물질밀도가 특별히
높은 곳에서 형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면, 물질밀도가 유난히
낮았던 지역에서는 공백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만일 오스트리커,
위튼, 톰슨 이론이 옳다면, 은하계가 형성되는 기간의 우주에서는 반드시 자장이
존재했어야만 한다. 우주 끈 속에 있는 입자들에
자력이 작용할 때에만 비로소 우주 끈에 초전도 전류가 형성될 수 있었다. 이
이론은 이런 자장이 어디서 나왔는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런 장이 거기에 있었다고 가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이론이 옳다면 초전도 우주 끈은 수십억 년 전에
증발했다 하더라도 오늘날에 와서도 아직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초전도 전류가 최고에 달하였을 때 우주 끈은 대량의 복사선을
방출하였을 것이며, 이 복사는 오늘날 X선의 형태로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주에는 X선을 방출하는 천체가 수없이 많으므로
과학자들은 어떤 X선 출처라도 그러한 복사선을 방출할 수 있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이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은하계
안에서 발견되는 자장과 관계가 있다.
이들 은하간 자장은 이 이론에 요구되는 원시 자장에 상관없이,
우주 초기의 자장이 있었든 없었든 간에 존재하였을 것이다.
자전하는 은하는 일종의 은하발전기 효과를 통해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장의 세기는 지구의 것의 약 백만배에 가깝다. 만일 초전도 우주 끈이 오늘날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러한 은하간
자장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이들 장은 폭발을 일으킬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전자파가 방출될 것이며,
이것은 검출이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주에는 수많은
전자파의 출처가 있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이 하나의 전자파 출처를
발견해냈지만, 그것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설명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초전도 우주 끈이 존재했다는 가능성은
고려되어야 한다. 항성이나 은하에서 나온 빛처럼 특별한
출처로부터 나온 전자파는 일반적으로 그 출처에 따른 하나의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면 차가운 가스의 존재는 그것이 어떤
특이한 파장의 전자파를 방출함으로써 증명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새로운
전자파의 출처가 발견되면 그것이 유사한 종류의
천체에서 나온 것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가 있다. 만일 유사한
천체의 것이 아니라면 초전도 우주 끈 같은 다른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우주 끈의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기
전까지는 이것의 존재에 기초한 이론들은 다분히 추론적인
것으로만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주 끈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으로선 이것은 하나의 유행 같은 생각에 불과하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런 추론적인 것을 추구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론적인 생각을 장난삼아 해보는
가운데 매우 중대한 발견이 이루어지곤 했었다. 더욱이
다소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생각이더라도, 과학의 지평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확실히 입증된 사실과 과학적 추론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주
끈이 존재한다는 근거가 앞으로 발견되지 않거나, 아예 그 존재가 잊혀질 수도
있다. 과학도 그 나름의 유행이 있어, 많은 것들이
나중에는 유행처럼 사라져 버린다.
구형 벽
우주 끈과 같은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공간에 난 틈새 같은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이들 틈새는 아마 우주에
존재했던 양자장이 급작스런 변화를 거치는 동안에 출현하였을
것이다. 최근에 와서 과학자들은 상 전이라 불리우는 이런 변화가 우주가 생긴
지 1초도 되기 훨씬 전에 일어났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우주 끈의 개념은
사실 인플레이션 우주 패러다임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며 인플레이션은 빅뱅 후 10 - 30초만에
끝난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상 전이는 결국 하나의 극적인
사건으로 급팽창 시기의 와중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상전이라는 것이 그 후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히그스장 같은 양자장은 급팽창이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하여, 그것이 끝난
후에까지 남아 있기도 한다. 1988년 시카고 대학의 슈람과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의 힐, 그리고 플로리다 대학의 프라이는 하나의 후기 상전이가 실제로
빅뱅 후 백만년이 지나 발생했다고 제안하였다. 슈람과 그 동료들은 전자
중성미자가 쉽게 0.01eV의 질량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작은 양은
측정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중성미자가 그 정도의 질량이나마 갖게 된다면
물리학에서의 중대한 문제 하나가 깨끗이 해결될 수 있다.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중성미자의 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보다 작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중성미자가 약간의 질량을 갖는다면 해결될 수 있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만일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다면, 그것은 한 종류의 중성미자에서 다른 것으로
진동할 수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전자 중성미자로 검출된 실험결과는
기대되는 결과보다 낮은 수치일 수 있게 된다. 즉 전자 중성미자는 뮤온
중성미자 같은 것으로 진동하여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다면 그것은
히그스메커니즘과 비슷한 과정을 통하여 질량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만, 이 메커니즘이 왜 그렇게 일찍 우주의 시초에 중성미자에게
질량을 부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이런 일은 우주가 생긴지 약 백만년 전후쯤에서 일어났을 것같다. 슈람,
힐, 그리고 프라이에 따르면, 그 당시 상 전이가
일어나면서 히그스 장 같은 양자장이 전에는 질량이 없던
소립자에게 질량을 부여하고는 곧장 얼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 전이가 있었다면, 급팽창 기간에 생겨났을지도 모르는 틈새와 유사한
시공간의 틈새 가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 시공간의 벌어진 틈은 우주 끈처럼
1차원적일 수도 있다. 그것은 또한 점 같은 것(거대한 질량의
입자처럼)이나 2차원적인 영역 벽일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벌어진 틈들은
모두 다 급팽창 기간에 생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기 단극이라 불리우는
입자들은 고립된 자극처럼 행동하는데
이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급팽창에 의해 이들도 우주에서 모습을 감추었기
때문이다. 4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영역 벽 또한 같은
운명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우주의 어딘가에 조금은 남아 있을
것이지만,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이다. 우주 끈 역시
관찰이 불가능한 곳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이로써 우주 끈이
존재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는 암흑물질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만일 우주
끈이 급팽창이 끝난 후 만들어졌다면, 은하의 형성을
설명하기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자기 단극과
영역벽은 훨씬 앞서 생기고 우주 끈만 늦게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우주 끈 이론을 신중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분명 해결되어야 한다. 후기 상 전이를
가정한다면 이런 유의 난점은 피할 수 있다. 급팽창이 끝난 후
생성된 시공간 틈새라도 현재 느린속도로 팽창하는 우주에까지
있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우주 지평에서 사라지지 않아도 된다. 슈람, 힐,
그리고 라이에 의하면 후기 상 전이는 나중에 붕괴하여 은하형성의 기원이 되는
영역벽의 생성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역 벽은 앞서 살펴본
우주 끈과는 아주 다르다.
우주 끈은 원자핵의 직경보다도 작은 미시적 구조이지만 후기
상전이 이론의 영역벽은 사실 매우 큰 구조인 것이다. 히그스같은 장에 의해
생성된 중성미자 질량의 크기에 달려 있지만 영역 벽은 수백만 광년에 달하는
규모일 수 있다. 당연히 영역 벽은 우주
끈같이 막대한 질량 밀도를 갖지 않으며, 아마 수소나 헬륨과
비슷한 정도의 질량 밀도를 보일 것이다. 영역 벽이 생성되어
은하가 형성되는 데에 이르는 두가지 길이 있다. 먼저 하나의 벽이 밀어내는
반중력 을 주위 물질에 작용한다. 따라서 한 쌍의
벽사이의 물질은 압축되게 된다. 우주 끈 이론에서 폭발한 것이
서로 붙어 은하가 형성되었다고 하듯이 비슷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압축된 물질의 두 거품이 서로 접근하여
서로 교차되는 곳에 은하가 생성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은하형성의 또 다른 방법은 영역벽이 딱딱하고 견고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따른 결과이다. 영역벽 안에서 변형이 일어나서 구형 벽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영역 벽 거품은 그 주위의 물질에 중력을
행사하여 우주 끈의 고리처럼 은하를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후기 상전이 이론은 매우 추론적이다.
아직까지는 중성미자가 실제로 질량을 갖는다는 근거도 없으며
상전이라는 사건이 일어났었다는 단서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이론은 경쟁이 되는 여타 이론에 비해 어느정도
유리한 점을 갖고 있다. 이 이론이 좋다고 한다면 은하형성이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완료되기 때문이다. 여타 이론들에서
보게되는 은하형성이 관측보다는 훨씬 느린 속도로 이루어지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슈람, 힐, 프라이 이론은 또한
우주배경복사의 균일성에 관련된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후기
상전이는 이 복사선이 방출된 후 일어난 일인 것이다. 따라서
영역 벽, 혹은 구형 벽이 배경복사의 균일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이것은 지금에 와서 관측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이론은
우주 초기에 밀도가 불규칙하였다는 데에 기초한
이론들에 비해 이점을 갖고 있다. 앞서 보았듯이 이러한 밀도의
높고 낮음이 매우 뚜렷하였다면, 그 효과를 지금에 와서도
관측할 수 있어야 한다. 배경복사가 방출되기 전 우주의 불규칙한 밀도는 배경
복사 그 자체의 불균일성을 만들어냈어야 할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아직
우주에서 영역 벽이나 구형 벽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실이 후기 상 전이 이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즉
후기 상전이가 일어나고 수십억년이 지나면서 영역
벽이나 그 잔존물이 사라져 버렸다고 가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의 존재에 의존하는 이론이라면 다소
회의를 불러 일으킬 수 있겠지만, 그 대상이 사라진 후에라도 이 이론이 검증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 이론은 우주의 거대한
규모 구조에 관해 수량적인 예측을 해낼수 있다. 예로써, 이 이론이 우주 공백의
존재를 실제 관측과 거의 같게 예측하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우리는 이 이론을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일 관측 기술이 정밀해져 현재보다 더 미세한 관측을 통해 우주
배경 복사의 불균일성을 밝혀낼 수 있게 된다면, 이
경우 역시 이 이론의 확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즉 이 이론은 배경 복사의
작은 불균일성을 예측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후기 상 전이 이론이 은하 형성의
표준 모델에 대한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이론이 모종의 문제들을 피할 수 있으며, 특히 그럴듯한 설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옳다고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다. 최근의 상황을 요약해 보기 위해 프린스턴 대학의 천문학자 피블스가
<사이언스 뉴스>지에서 후기 상 전이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인용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 피블스는 1989년 4월 29일자
<사이언스 뉴스>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정신나간 짓이 필요할는지 모른다. 은하와 은하단의 형성에 관한
표준모델 중 어느것도 모든 자료와 잘 들어맞는 것은 없다. 이는 우리가 자료를
다룸에 있어 어떤 중요한 요소를 빠트리고
있거나, 후기 상 전이와 같은 중대한 사건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이론의 가능성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지금 우리는
좌절감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거대 중력체
갈릴레오가 처음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 이래 천문학자들은 항상 가능한 더
먼 곳을 보려고 시도해왔다. 다른 과학자들처럼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고 그들은 노력해왔다. 자신들의 관측기술을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그들은 우주의 대규모 구조에 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다. 더욱더 먼 곳을 볼수록 그들은 새로운 천문학적 대상과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더욱 먼 과거와
조우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금 천문학자들이 백억 광년 떨어져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으로부터 백억 광년
전의 우주를 보는 셈이다. 새로운 전자 기술의 개발로 이런 일이 가능했으며,
천문학자들은 허블의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관측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천문학자들은 더 이상 가시광선을 이용한
광학 망원경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각 부분을
이용하여, 전자파, 적외선, 자외선, 그리고 X선 띠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또한 사진 건판을 노출시키기 위해
망원경을 사용할 때도 직접 육안으로 건판을 검사하지 않아도 된다. 즉, 레이져
스캔기구를 이용하여 사진 건판에 들어 있는
정보를 즉각 읽어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그들은 아예 사진
건판을 쓰지 않고, 대신 현대식 전자기구를 쓰기도 한다. 이러한
발전은 허블 시대에 멀리 있는 은하의 적색이동을 재기 위해
원시적인 방법을 썼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획기적인 것이다. 그
당시에는 한 은하의 적색이동을 재기 위한 노출시간이 며칠씩
걸렸다. 천체 카메라의 셔터는 낮에는 닫히고, 다시 다음날
저녁에는 열렸다. 당연히 망원경의 방향이 전날 밤과 정확히
맞아야 하므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고, 이런 일을 며칠 밤동안
작업이 끝날 때가지 해야 했던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더욱 먼
거리를 보려고 하는 동안, 한편으로는 가까운 곳의 은하에 관한
자료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몇몇 천문학자는 이런
가까운 은하의 적색이동과 그 거리 사이의 상관도가 예상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동료들은
보다 심오한 질문에 몰두한 나머지 이런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것을 지적한 사람들도 복잡한 문제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불일치가 생긴
이유는 단지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간주하였다. 또 다른 설명이
가능한데, 즉 은하들이 단순히 일반적인 우주 팽창을 따르지
않으며 그 자신의 특수한 운동을 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기서 특수하다는 것은 이상하다 거나 신기하다 는 뜻이 아니라
특이한 , 혹은 특별하다 는 의미로 쓰고 있다. 은하의
특수한 운동은 은하 주위에 물질이 집중해 있어서 중력의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함으로써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수한 운동의 예는 국부 은하군에서 볼 수 있다. 이 은하단 내의 몇몇 은하들은
우리 은하에서 후퇴하기 보다는 오히려 근접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국부 은하군 내의 은하들이 중력으로 서로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중력이 국부 은하군을
결합시키고 있다는 것은 곧 알게 되었지만, 은하단의 구성원
대부분에서 집중된 물질에 의한 대규모 은하 운동은 분명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29년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발표한 이래
40년이 넘도록 이러한 문제는 무시되어 왔다. 결국
특수한 운동 문제가 1970년대 초에 검토될 때에도 천문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운동은 미세한 것이라고 결론지어버렸다.
그러나 이 운동이 매우 큰 규모라면 근거리의 많은 은하들은
적색이동이 아니라 청색이동을 보일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못했으므로 결국 우주의 팽창에는 별다른 불규칙성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일치된 의견은 과학의 도그마로 굳어지기
전에 뒤집혔다. 1975년 워싱턴의 카네기 연구소
천문학자인 루빈과 포드는 멀리 있는 은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은하가 초속
500km의 속도로 특수한 운동을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속도는 다른 천문학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컸으므로 널리 인정되지 못했다. 루빈과 포드의 측정
결과는 우리 은하(은하수)의 반대방향에 있으면서 지구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기준이 되는
은하에 달려 있다고 지적되었다. 비판적인 논의에 따르면 우리
은하는 어떤 쪽에서 보면 다가오기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거리 측정의
오류에서 비롯된 하나의 환상이라고 한다. 루빈과
포드가 선택한 측정기준이 적당한 것인지 아닌지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1977년 우리 은하가 특수한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모든 사람이 정당한 것으로 생각하는 기준인 우주
배경복사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특수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우주 초단파가 창공의 한쪽에서는 적색이동을 보이고 다른 쪽에서는 청색이동을
보인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우리 은하가 실제로 특수한 운동을 한다는 결론을
피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
실제로 관측된 자료에 의하면 전체 국부 은하군은 초속 600km에 가까운 속도로
특이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충분히 결론내릴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결과는 루빈과 포드의 연구에 대한
비판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초단파 배경복사의 불균일성을
측정해 본 결과 우리 은하는 이 두사람이 지적했던 방향과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따라서 루빈과 포드는
그들의 생각을 해명해야 할 입장에 서게 되었다. 우주 배경복사는 빅뱅에서
방출된 것이므로 우주 전체에 대해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어서
천문학자들은 국부 은하군의 특수 운동이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 질량 집중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다른 원인은 있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은하는 다름아닌 중력 -일례로 폭발하는 우주 끈은 특수한 운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에 의해서 움직이게 되었겠지만 이러한 사건은 수십억년 전에
이미 일어났어야 하며, 그 결과로 특수한 운동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부 은하군의 특수한 운동에
관한 유일한 논리적인 설명은 거대 중력체가 국부 은하군 은하들에 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가설적인 거대 중력체가 정확히
얼마나 멀리에 있는지 확신하고 있지 못하다.
천구의 어떤 곳에도 이러한 질량의 거대 집중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반면 어떤 주어진 거리에 얼마만큼의 질량이 있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은 간단하다. 뉴턴의 중력법칙에 따라 집중된 질량이 3천만
광년 떨어져 있다면, 관측되는 특수한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수백개 은하에 해당하는 질량이 되어야 한다. 만일 질량
집중이 3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면 그것은 수만 개의 은하에 해당하는 질량을
갖게 된다.
유출 운동
거대 중력체를 발견하는 일은 손쉬운 작업으로서, 천문학자들은 단지 국부
은하군이 움직이는 방향을 결정하여 망원경을 그
방향으로 맞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불행히도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천문학 사진을 조사하여 은하단과 초은하단을
골라내는 것은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들의 질량이
얼마인지를 추측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국부 은하군 단독의
운동을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거대 중력체의 정확한 방향을 찾을 수 없다. 사실
국부 은하군의 운동은 처녀자리에 있는 은하단의
중력에 의해서도 영향받는데, 이것이 거대 중력체라고
천문학자들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거대 중력체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다른 은하 집단의 운동을 측정해야 한다. 이것을
마치고, 어떤 집단적인 운동이 검출되며, 그제야 거대 중력체가 있을만한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달리
말하면 하나의 은하나 몇몇 은하의 움직임은 의미가 없으며,
수백개의 은하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였을 때에야 비로소 그
중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1987년, 7인의 사무라이(7인의
사무라이란 버스타인, 데이비스, 드레슬러, 파버, 린든-벨,
테를레비치와 웨그너를 말한다.)로 알려진 몇몇 천문학자들은
약 400여개의 은하를 대상으로 특수한 운동과 그 거리에 관한
5년간의 연구를 완료하였다. 그들이 연구에 포함시킨 은하들은
밝고, 다소 균일하게 분포하는 타원형 은하로서 천구의 다양한
방향에서 선택되었다. 이런 일정한 형태의 밝은 은하들을
관측함으로써 그들은 자료의 편차를 줄이려고 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국부
은하군의 운동이 소규모 효과가 아님이 밝혀졌다. 7인의 사무라이에 따르면,
최소한 2개의 초은하단을 포함한, 국소 우주의 거대한 부분이 거대
중력체(아직은 발견되지 않은)를 향하여 빠른 속도의 유출운동을 하고 있었다.
국부 은하군과, 처녀 자리의
은하단, 그리고 히드라-켄타우루스와 파보-인두스 지역의 2개
초은하단이 어떤 거대한 질량의 중력 영향을 받고 있었다. 관측
자료들을 분석함에 따라, 전체적인 윤곽이 분명해졌다. 우주에서
우리 은하 주위의 은하들은 거대 중력체를 향한 유출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 중력체의 질량은 태양보다 5 곱하기 1016배 크고, 보통
은하의 수만 배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그 위치는
은하수(우리 은하)로부터 4억 광년 떨어져 있었다. 유출 운동의
속도는 우리 은하주위에서는 대략 초속 600km였다. 거대 중력체와 근접한
곳에서는 이 속도가 초속 1000km이상이 되었다. 지금은
거대 중력체가 존재한다는 데에는 일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그것의 정확한 위치에 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어떤 이는
그것이 하나의 거대한 은하들의 초은하단이며 - 운이 나쁜 나머지 - 성간 티끌
때문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관측된 유출 운동이 하나의 거대 중력체가 아닌
여러개의 작은 은하단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우주에 존재하는 공백도 하나의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공백은 중력의 부재 현상을 만들어 반대 방향으로의 유출운동을
일으킬 수 있다. 거대 중력체는 우주 끈의 고리일 수도 있다.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의 물리학자인 호프만과 주렉은 태양의 1013배의
질량을 가지며 직경이 33만 광년인 우주 끈 고리라면
관측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87년
영국의 <네이처>지가 발행한 한 논문에서 캔자스 대학의 멜롯과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쉐러는 우주 끈은 대규모 유출 운동이나
관측된 은하단 사이의 상관 관계, 어느 것 하나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논박하였다. 거대 중력체는 하나의 암흑물질 덩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가설에는 관련된 문제들이 있다.
이들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출운동의 존재가 차가운 암흑물질 이론 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산에 따르면 찬
암흑물질이 우주 질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은하 형성의
시발점을 제공한다는 것이 사실일 경우, 그것은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해야만 하고 관측된 규모의 유출 운동은 불가능하게 된다.
유출운동의 존재는 뜨거운 암흑물질 이론 과는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이 이론에 따르면 은하단을
만드는 물질 집중이 은하형성 이전에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써 이 이론은 자체
내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출 운동에 관한 의문점들이 몇 있다. 예로 거대 중력체가 초단파 배경복사의
관점에서 보면 정지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유출운동 자체의 크기나 의미에 관해 어느 정도의
논란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만일 우리가 은하의 특수한 운동의 크기를 재려면, 그것이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데서 비롯된 한
결과인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러한 측정은 대단히 어렵다.
( 이 책이 편집될 때, 7인의 사무라이 중 몇몇이 거대 중력체의
보다 정밀한 위치를 밝혀냈다고 발표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그것의 중심은
은하수로부터 1억 5천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그 범위는 약 3억 광년에 이른다고
한다.)
우주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것
멀리 있는 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대개 연구 대상이
지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밝히지 않는다. 만일 그것을 밝힌다면,
그들은 단지 논쟁에 말려들기만 할 뿐이다. 우주에서의 거리에 관한 불일치는
너무나도 많다. 다행히도 멀리 있는 천체의 위치를 기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천체의 적색이동으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만일 하나의
천체가 0에 가까운 적색이동을 보인다면 이는 그것이 발하는 빛이 아주 적은
양만
이동된다는 뜻이고, 따라서 그것은 비교적 지구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 만일 한
천체가 1이라는 적색이동을 갖는다면 이것은 그
천체가 방출하는 빛의 파장이 100퍼센트 늘어나도록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간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파장은 2배가 된다. 1이라는
적색이동은 따라서 아주 먼 거리에 상응한다. 간단한 계산으로 이 정도로 파장이
길어진 빛은 우주가 지금보다 절반의 나이일 때
방출된 것이 된다. 우주의 나이가 150억 년이라 한다면, 1의
적색이동을 보이는 은하는 70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게 된다.
우리가 더욱더 멀리(따라서 더욱더 오래된)까지 볼수록, 적색
이동은 급격히 증가한다. 만일 빅뱅의 시작까지 볼 수 있다면, 이 경우의
적색이동은 무한대가 될 것이다. 가장 크게 관측된
적색이동이라도 무한대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까지 가장 멀리 있는 천체로
알려진 것은 1982년 발견된 3.78의 적색이동을 가진
퀘이사이다. 이 퀘이사는 광속의 90퍼센트보다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다. 그것으로부터 방출되어 지구에 도달한 빛은 우주의 나이가 약
30억년이었을 때 나온 것이 된다. 퀘이사는 나이 어린 은하가 발광하는 핵심으로
생각되는 밝은 천체이다. 그들이 이러한 엄청난 양의 빛을 생성하므로 다른
천체(예를 들면 보통의 은하)가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퀘이사는
일반적으로 1에서
3까지의 적색이동으로 발견된다. 적색이동이 2.5정도 이하로 가면 그 수가
급격히 줄고 3.5이상이 되면 거의 없게 된다. 현대
망원경은 적색이동이 약 5일때까지 볼 수 있어서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3.5의 한계 적색이동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관측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물론 3.78의 적색이동은 3.5와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3.78의 적색이동 퀘이사의 발견은 그러한 관념을 깨는 데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86년 8월과 1987년 9월 사이에 갑자기 4이상의
적색이동을 가진 새로운 퀘이사가
7개나 발견되었다. 그들 중 하나는 1987년 10월에 케임브리지
대학의 와렌과 휴윗, 그리고 어윈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적색이동이 4.43이었다. 수주 후에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2명의 대학원생 디킨슨과 매카시가 적색이동 4.4의 퀘이사를
발견하였다. 케임브리지와 버클리에서 그들은 이러한 발견을 하는 가운데 우주의
초기 시간에까지 되돌아간 셈이었다.
4.4(혹은 4.43)의 적색이동은 빅뱅후 20억 년도 채 되기 전의
시간에 상응한다. 다른 천문학자들은 정상 은하를 대상으로 하여 거의 비슷한
발견을 한 경우도 있었다. 1983년 뉴저지의
벨 연구소의 타이슨과 스와이처는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한계
지점에 있는 천체연구에 착수하였다. 장시간의 사진 노출과 고도의 영상처리
기술을 이용하여 그들은 새로운 한계에 도전하였다.
그들은 4미터 망원경을 이용하여 관측하였는데, 혼돈스럽지 않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비교적 밝은 항성이나 은하가 드문 지역을 선택하였다. 1988년에
이르러 타이슨과 스와이처는 그들의 연구를 완결하면서, 매우 푸른색으로 보이며
극히 높은 적색이동을 가진 약 2만 5천개의 밝고 부시시한 천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빛의 적색이동 현상은 천체가 붉은색으로 보인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 천체가 청색으로 보인 이유는
자외선이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끝인 청색으로 적색이동했기
때문이다.) 밝은 천체의 적색이동은 그 범위가 0.7에서
3사이였는데, 이는 그들 대부분이 오직 퀘이사만이 발견되는
거리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청색의 부시시한 천체들 이 이렇게 높은
적색이동을 갖고 있으므로 타이슨과 스와이처는
그들이 신생 은하들일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당연히 이 두
천문학자는 이런 결론에 절대적인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부시시한 천체는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그들의 구조를 상세히
밝혀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적어도 은하들이었다는 결론만은 정당한
것이었다. 타이슨에 따르면 이 발견은 은하 형성과 진화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준 것이다. 청색의 천체 수가 적색이동 3 이상부터 갑자기 감소하기
때문에, 은하 형성은 대략 적색이동
4에서 시작하며, 항성 형성은 적색 이동 1에까지 계속된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 퀘이사는 적색이동 4.4나
그 이상에서도 존재하며, 가장 일찍 생긴 은하는 적색이동 4쯤에서 항성 원반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소견은 은하 형성에 관한 차가운 암흑물질 이론에 문제점을
안겨준다. 차가운 암흑물질 모델에서는 은하계에서 항성이 생기기 시작하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즉, 이 이론에 따르면 처음으로 생긴 질량 집중은 난쟁이
은하의 크기를 가졌을 것이라고 한다. 보다 큰 은하는 더 나중의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항성의 형성은 중력이 원시
수소와 헬륨 가스를 은하 크기의 천체로 모은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해 보면
관측된 결과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위에서 설명한 정도의 적색이동을 가진 은하나 퀘이사가 있을
정도로 은하가 이 이론의 예측보다 상당한 시간 전부터 존재한
셈이 된다. 만일 보다 더 먼 천체 - 예로써 5 이상의 적색이동을 가진 천체 - 가
발견된다면 은하 형성에 관한 차가운 암흑물질
이론은 완전히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많은 점에서 이 이론은 지금까지
제안된 것 중에서 가장 유력한 이론이었지만, 아마도
천문학자들과 우주론자들은 은하가 보다 빨리 형성되었을 것으로 예측하는 다른
대안 이론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모순되는 결과들
이 장과 앞 장에서 나는 우주에서의 암흑물질의 존재에 관한
언급을 여러 차례 해왔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중 대부분은 비중입자 물질이어야 한다. 즉 그것은 작으나마 일정 질량을
갖는 중성미자이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대상(우주 끈 같은)이나
소립자(WIMPs같은)로 구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비중입자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는 단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우주의 물질밀도가 임계밀도와 같아야 한다는
인플레이션(급팽창)이론에 의한 예측, 바로
그것이다. 만일 급팽창이 없었다고 하면 뜨겁거나 찬 암흑물질이며, 우주 끈,
구형 벽 따위의 존재를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인플레이션 우주 패러다임이 오류라면 물질밀도는 간단하게
임계밀도의 10분의 1이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은하의 헤일로에
있는 암흑물질은 쉽게 중입자 물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은 어둠침침한 항성, 혹은 목성 크기의
천체로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급팽창이 실제로
일어났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 관측근거가 있는 것인지 검토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급팽창 이론은 매우
그럴듯하며 많은 것들을 설명해 낸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현재로서는 제시할 수 있는 근거들이 다소 모순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은하들의 운동을 관측함으로써 그들의 전체 질량을
추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계산을 해보면 은하단들에
존재하는 질량은 우주를 닫히게 하는 데 필요한 양의 10내지
30퍼센트 정도이다. 전체 질량밀도가 임계치에 근접하게 되려면
은하단들 사이의 공간에 암흑물질이 있으면 된다. 이것이 사실인 경우
암흑물질은 은하들처럼 집단을 이루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집단을 이룬다면 이들은 은하들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바꿔 말하면 비중입자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전
우주에 걸쳐 균일한 분포를 이룰 것이다. 이런 상황은 암흑물질이 바다이고
은하의 물질 집중은 수면 위로 돌출한 섬의 모습으로 비유될 수 있다. 비중입자
암흑물질이 이런 방식으로
분포한다면, 계산상으로 그것은 차가운 암흑물질이어야만 한다.
중성미자는 이와는 달리 집단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보아온 것처럼 차가운 암흑물질 이론은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그것이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만일 그것이 좋은 것이라면
해결되어야 할 심각한 문제들이 놓여 있는 셈이다.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다른 종류의 근거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천문학자들이 만일 우주의 나이를
정확히 결정할 수 있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양은 그 나이와 관계되어
있으므로, 그들은
물질밀도가 임계치에 가까운 것인지 아닌지를 밝혀줄 근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물질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주의 팽창은 더욱더 빨리 감속한다. 임계밀도를 가진
우주라면 물질이 더 적은 경우에 비해 중력효과가 더 크므로 과거에는
팽창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다.
이것은 임계밀도 우주가 더욱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초기에 더욱
빠른 팽창을 함으로써 현재의 상태에까지 이르는 데 보다 짧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계산에 따르면, 위에서 말한
임계밀도의 10내지 30퍼센트의 낮은 물질밀도를 가진 우주에 비해, 임계밀도
우주는 그것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더 짧은 나이를
갖는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이 실제 우주가 지금까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내면 임계 밀도 우주의 나이를 계산해 낼 수 있게
된다. 그런 후 이 이론치를 여러 관측 결과와 대조해 볼 수 있게 된다. 불행히도
과학자들은 팽창속도가 정확히 얼마인지를 모르고 있다. 은하 사이의 거리가
불확실하다는 것이 중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기껏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임계밀도 우주라면 70억 년에서 150억 년 사이쯤
될것이며, 보다 낮은 밀도의 우주일 경우 100억 년과 250억 년
사이가 된다는 것뿐이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관측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항성은 150억 년의 나이를 갖는다고 한다. 이 수치는 우리가 항성
형성이 우주의 나이가 10억년(이것은 우주론 척도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다.)일 때 시작되었다고 가정하면, 임계 밀도 우주의 나이가 160억
년이라는 수치와 가까스로 들어맞는다. 만일 팽창 속도의 측정이 바뀌어 160억
년이라는 상한선이 더 낮아지면, 이것은 하나의 모순된 상황이 될 것이다.
항성의 나이 계산이
잘못되었든지 급팽창 우주론의 중요한 예측이 틀린 것이든지 둘 중 어느 하나일
것이다. 1988년 하와이 대학 천문학자 툴리는 이러한 모순 상황을 가리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툴리의 연구는 컴퓨터 모델과 멀리 있는 은하의 이미 아려진
후퇴속도에 기초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우주팽창은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믿고 있는 것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은하 주위에 있는 은하 집단의 중력이
하나의 방해가 되어 기존의 많은 추산에
오류를 낳게 하고 있다고 한다. 툴리의 결과가 옳다면 임계밀도
우주의 나이는 겨우 70억에서 100억 년 사이가 된다. 보다 낮은
물질밀도의 우주는 이보다 50퍼센트 더 길게 된다. 따라서 만일
비중입자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툴리의 결과에 따른 불일치는
훨씬 작아진다.
공간 곡률의 측정
우리는 급팽창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서둘러 결론내려서는
안된다. 반면에 프린스턴 대학의 천문학 팀은 인플레이션 우주
이론의 예측, 즉 물질밀도가 임계치에 근접한다는 것이 좋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를 얻어냈다. 두 천문학자 로우와 스필러는
물질 밀도를 직접적으로 재려 하지 않았다. 분명히 이것은
불가능한데, 그 이유는 과학자들이 우주에 있는 비중입자
물질(만일 존재한다면)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며, 또한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확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려는 것은 가망없는 일이다. 하지만 가능한게
있다면 그들 현상의 결과를 관측하여 간접적으로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물질밀도는 공간의 평균 곡률에 관련되어 있으며, 이것은 다시
일정 거리 안에서 볼 수 있는 은하의 숫자와 관련되어 있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 그 이치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지구의 북극에
서서 모든 방향으로 12500마일 떨어져 있는 가상의 원형 평면을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원의 면적은 약 4억 9천만 평방 마일이 된다. 반면에 지구표면을
따라 같은 거리인 12500마일 떨어진 지표면 위의 면적은 겨우 2억 평방 마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2차원 평면의 원이 지구 곡면에 가깝게
휘어지면 그 면적은 점점 감소하여 지구 곡면과 거의 같아지면
앞서 말한 2억 평방 마일이 되는 것이다. 곡률은 우주의 3차원
공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곡률이 크면 클수록
그 속에 있는 은하의 수는 작아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은하가 균일하게
공간에 분포하고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은하는 균일하게
분포하진 않는다. 그들은 은하단이라는 집단을
이루며 은하단들 사이의 공간도 일정하지 않다. 사실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그 평균값을 계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연구
대상인 공간의 체적이 충분히 크다면, 평균치를
이용하여 불규칙성에서 기인하는 오류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1986년 완결된
로우와 스필러의 연구에서는 일정 체적의 공간에서 관측되는 은하의 개수가
측정되었다. 그들은 평균 공간 곡률을
계산하기 위해 선택된 여러 지역에서 단위 체적당 은하 개수를
구하였다. 최종적으로 평균 공간 곡률을 이용하여 평균 질량
밀도를 계산해 내었다. 그들이 구한 우주의 질량 밀도는 대략
임계치의 60에서 120퍼센트 사이였다. 여러 가지 불분명한 관측
결과들 때문에 보다 정밀한 값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 결과는 질량 밀도가
임계치일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우주이론의 예측을 확증한 것으로 보였다. 앞서
보았듯이, 급팽창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 오직 중입자 물질로만 구성된 우주는
로우와 스필러의 결과에 벗어나는 임계치의 10내지 30퍼센트에 해당하는 질량
밀도를 갖는다.
급팽창은 정말 있었던 일일까?
대부분의 천문학자들과 천체물리학자들은 정말 있었던 것으로
믿고 싶어한다. 이 이론은 매우 많은 것을 설명해 내므로 그들은 이것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만일 이 이론이 오류라고
밝혀진다면, 원래의 빅뱅 이론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급팽창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더욱더
믿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제와서는 이러한
급팽창이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라면, 우주 초기에 관한 어떤 특별한
가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수많은 다양한 장이 이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거스의 이론에서는 히그스입자와 연관된 장에서의 상
전이에 의해 급팽창 개념이
도출되었지만, 이제는 히그스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지더라도, 이것이 급팽창 패러다임에 치명적인 일은 아닌
것같다. 결국 이 이론은 실험과 관측에 의한 검증에만 따를
것이지만 이와 관련된 상황이 다소 애매한 상태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항성의 나이를 결정하는 문제와 툴리의 결과를 함께 고려하면 급팽창이
실제로 없었든지, 아니면 적어도 우주가 임계치의 밀도를 가져야 한다는 예측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로우와 스필러의 연구는 질량밀도 자체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좀더 신빙성 있는 것이지만, 그들의 결과도 역시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다. 여러 요인들이 그들의 결과에 오류를 생기게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은하의 진화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공간 저 멀리까지 보면서, 그들은
동시에 과거의 모습을 보지만 어느 누구도 실제로 과거의 은하가 지금보다 더
밝거나, 더 어두웠는지, 아니면 지금과 똑같은 정도의 밝기를 가졌는지
확신하지는 못한다. 은하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어두워져 사멸할 수도
있을 것이며, 반면 중력에 의해 보다 큰 은하가 더 작은 은하를 흡수해 버려
점점 더 밝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중 어느 한 쪽이 더 우세하다면 우주 질량
밀도의 최종 수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급팽창이란 실제 있었던
사건일까? 당분간 우리는 그것이 실제로 있었다는 결론에 동의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우주의 나이와 암흑물질에
관련된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우주 패러다임을 지지하는 근거는 확고히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급팽창이 있었을 것으로 믿는 까닭은 대개 이론적인
이유에서이다.
최근의 뉴스 속보
이 책이 편집되는 중에 일련의 새롭고도 놀라운 발견들이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 발견들은 우주론의 눈에 띄는 문제 중 어느 하나도
말끔히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상황이 그 전보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도 이러한 새로운
소견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빅뱅이 매우매우 서서히 폭발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1989년, 우주 배경 복사를 인공위성에서 측정한 결과,
나중에 은하와 은하단으로 진화해 갈 초기 우주에서의 불균일한
물질 분포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1989년 말과 1990년
초에 발표된 또 다른 발견은 현재의 우주가 매우 불균일한 질량
분포를 보이며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1989년 11월 18일, 나사의 우주 배경 복사 실험 위성이
발사되었다. 인공위성에서 우주 배경 복사를 측정함으로써, 과학자들은 그
이전에는 엄두도 못낸 빅뱅 후 1년이라는 멀고 먼 과거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얻어낸 결과는 단지 완벽한 정도로 균일하다는 것이었다. 배경 복사에는
밝은 점이나 여타
어떤 종류의 편차도 없었다. 이것은 초기 우주의 질량 밀도가
완벽하게 균일하였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질량 분포에서
조금이라도 불균일함이 있었다면, 이는 배경 복사에 이에 상응하는 불균일한
소견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 1992년 6월 COBE위성은 우주 배경 복사의
불균일함을 관측해 내었다. ) COBE위성이 발사되기 바로 전에 매사추세츠의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켈러와 후크러는
지구로부터 2억 내지 3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대한 은하
집중, 이른바 거대 벽 을 발견했다고 발표하였다. 거대 벽은
그들에 따르면 길이가 5억 광년, 폭이 2억 광년으로 그 두께는 1500만 광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겔러와 후크러가 그들의 결과를
발표한 거의 같은 시각에 미국과 영국에 있는 두 팀의 천문학자들은 과거
7년간의 자료를 서로 교환하였다. 두 팀의 소견은 1990년 초에 보고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거대 벽은 우주에 있는 수많은 거대한 덩어리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얼마만큼 빨리 우주가 팽창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
덩어리는 대략 4억 내지 8억 광년의 거리를 두고 널려져 있다고
하였다. 그들의 분포는 매우 규칙적이어서 우주는 벌집 모양으로 보일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구조가 있다는 것은 COBE위성에서 얻어낸 발견과 모순된다.
캘리포니아 대학 천문학자 쿠에 따르면, 이러한 구조가 존재할 경우 본래의
불균일성 은 빅뱅 후 1초도
되기 훨씬 전에 우주에 나타났을 것이라 한다. 그러나
COBE결과는 아직까지 어떠한 불균일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
3. 미개척 영역을 넘어서
8) 슈퍼스트링
슈퍼스트링 이론은 20세기에 우연히 발견된 일종의 21세기
물리학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프린스턴 대학 물리학자 위튼은
아무도 그것을 의도적으로 고안하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행운이었다. 고 말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슈퍼스트링 이론의 발견을 20세기
초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의 발견에 견주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모든 기본 소립자들의 상호작용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오랫동안 찾고자 했던 모든 것의 이론 으로서
다른 물리학 법칙의 전제가 되는 이론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1장과 2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립자 상호작용의 표준 모델은
반박할 만한 실험 자료가 없다는 의미에서 완벽한 이론 체계이다. 하지만, 또한
이미 지적했듯이 이론 물리학자들은 이 모델에 결코 만족해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왜 3가지(혹은 4가지)의 쿼크와
경입자가 있는지, 또한 왜 각 쿼크와 경입자가 그 나름의 질량을 갖는지, 왜
특별한 크기의 음전하, 양전하가 있는지, 왜 4가지 힘이 있는지, 왜 이 힘들의
크기가 그렇게 차이를 보이는지를 설명해 줄 이론을 원한다. 이런 질문들이나
기본 소립자와 힘들의 어떤 다른 특성가지를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의 이론 이 되지는 못한다. 결국 하나의
모든 것의 이론 이 발견되더라도, 아직도 물리학자들이 해야 할 작업은 수없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모든 것이
기초할 자연의 기본법칙을 더 이상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어떤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법칙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이런 것이 있을 수 없으므로 과학자들은 결코 모든 것의
이론을 찾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텍사스 대학의
이론 물리학자 휠러는 필자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어떠한 마술
같은 방정식이 있다는 것에 나는 동의할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은 특히
슈퍼스트링 이론에 회의를 표시해왔다. 예를
들어 노벨상 수상자인 글래쇼와 그의 하버드 대학 동료인
긴스파그는 슈퍼스트링 이론을 중세 신학에 비유하였다.
슈퍼스트링에 관한 사고는 미래의 중세 신학자들이 지휘하는
신학교의 교과목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암흑시대 이래 처음으로 우리는 과학을
신앙으로 대치함으로써 우리의 고귀한 탐구가
끝장나는 것을 보게 될지 모른다.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파인만도 그 특유의 맹렬한 태도로 비슷한 의견을 표시한 적이
있다. 파인만의 말의 빌면 슈퍼스트링 이론은 무의미한 것 이었다. 과학의
역사에서 새로운 이론이 회의적으로 취급된 경우는 셀 수
없이 허다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바로는 한 새로운 이론이
반대자에게 이처럼 심한 경멸을 불러일으키고, 지지자에게 극적인 흥분을 일으킨
적은 결코 없었다. 슈퍼스트링 이론은 그것의
진리나 오류여부에 상관없이 분명 주목할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어떤
이에게는 모든 것 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반면 다른 이들에게는 일종의 중세 신학처럼
취급된 과학 이론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점 소립자
슈퍼스트링 이론의 지지자들이 왜 그렇게 흥분하였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소립자 상호작용에 관한 종래의 이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QED(여기서 QED란 전기적으로 하전된 입자가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게 하는
힘을 설명하는 이론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같은 매우 성공적이며, 확실히 입증된 이론에서도 말썽이 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이론들이 기본 구성 입자들을 마치 수학적인 점처럼
취급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차원이 없는 점이란
하나의 수학적 추상에 불과하다. 기본 구성 소립자들이 이러한
특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트링 이론이 출현하기 전까지 물리학자들은 기본 소립자들이
마치 차원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관점에서
이론작업을 계속해온 것이다. 왜냐하면 달리 생각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전자의
예를 들어보자. 먼저 하나의 전자란 아주 미세한 구형체라고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의 모양이 다른 형태라 해도
다음의 논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일단 전자가 구형의 모양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하나의 의문이 생기는데, 이는 전자의 형태가 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며, 달리 말하면 그것이 완벽하게 견고한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물리학자들은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어느
한 쪽의 답변도 곤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일상 세계에서 보면
완벽하게 견고한 물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나의 골프 공이라
할지라도 딱딱하고 견고하게 만져지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골프 채로 골프 공을 쳤을 경우 공의 모든 부분이 즉각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 공은 충격을 받은 부분이 먼저 변형되는데,
달리 말하면 골프 채로 친 부분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며 공의 나머지 부분은
충격파가 거기까지 파급된 후에야 움직이게 된다. 육안으로는 공의 모든 부분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속 카메라를 이용하면 보다 복잡한
모습을 볼수 있게 된다. 사실 자연계에서 완벽한 고체란 있을 수 없다. 하나의
골프 공이 완벽한 고체라 가정할 경우, 공의 모든
부분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해야 하며, 따라서 충격파는 무한대의 속도로
전파되어야 한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위배되는데, 즉
어떠한 신호나 인과적인 영향도 빛의 속도보다는 빠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리학에서 가장 훌륭하게 입증된 것 중 하나인 상대성 이론을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골프 공이나
가설적인 구형 전자는 완벽한 고체일 수 없다. 만일 전자가 고체가 아니라면
골프공이 변형된 방식으로 전자도 변형이 가능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가정은 한편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만일 전자가 변형될 수 있다면, 이
경우 실험에서 관측 가능한 효과를 만들어 내겠지만, 이러한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 더욱이 만일
우리가 한 전자를 구부리거나 펼 수 있다면, 그것을 잡아당겨
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조각은 자연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전자를 차원이 없는 점으로 보는 관점 역시
곤란한 점이 생기는데, 그러나 이 경우 해결할 방법, 혹은 최소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전자가 수학적인 점이라는 가정은 전자가 무한의 질량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을
재표준화라 부른다. 전자는 하전된 입자이기 때문에 하나의
점전자는 무한의 질량을 가지게 된다. 왜 이렇게 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한
전자가 여러 개의 조각으로 분해된다고 상상해 보자. 이제 전자기 법칙에 따라
같은 전하끼리는 서로 밀어내고 다른
전하끼리는 서로 끌어당길 것이다. 따라서 여러개의 음전하의 전자 조각사이에는
반발력이 있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들 조각이 서로 가까울수록 이 힘은 더욱
강해진다. 거리가 0이 되면 하나의 점에 압축된 여러개의 전자조각에 생기는
힘은 무한대가 된다. 당연히 무한대의 반발력을 견뎌내려면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며, 한 전자가 무한대의 에너지를 갖는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무한대의 질량을 가져야 함을 뜻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공식
E= mc2의 귀결인 것이다.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전자는 물론
무한대의 에너지나 무한대의 질량을 갖지 않는다. 사실 전자의
질량은 상당한 정확도로 측정되어 있는데 0.51MeV, 또는
9 곱하기 10-28그램에 불과하다. QED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란 차원이 없는 점으로 취급한다. 첫눈에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전제에
입각한 이론이 그렇게 성공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하지만 이 이론은 어느 누구도 전자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본적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어려움에서 구제될 수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무것도 아닌 무라는 것은 없으며 빈 공간은 실제 비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하나의 전자는 항상 그것을 가리며, 그것의 질량을 우리가 알지
못하게 막는 수많은 가상 소립자의
구름에 싸여 있어야 한다. 재표준화는 무한대의 질량과 QED에서 나타나는
무한대의 다른 양들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수학적인
기법이다. 이 기법을 적용하면 가상 소립자의 구름에 연관된
무한대의 에너지를 전자의 무한대에너지에서 뺄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 유한한 값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과학이론에서
무한대라는 숫자가 나타나면, 이것은 일반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하나의 신호이다. 즉 그 이론은 다른 것에 의해
반박될 수도 있고, 애초의 가정에 무언가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론의
전제를 바꾸어 무한대의 양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그 이론은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수학적으로
의문시되는 재표준화 기법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
줄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른다. 놀랍게도 이 기법은 매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준다. QED가 재표준화되면, 그것은
물리학 영역에서는 드물 정도로 매우 높은 정확도로 실험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
예측을 제공한다. 재표준화된 QED는 원자 핵의
크기보다 작은 차원에까지도 정확도를 유지하며, 그것의 예측은
10억 분의 1보다 더 나은 정밀도로 확증되었다. 표준모델을
구성하는 두 개의 이론 모두가 재표준화될 수 있다. 즉 이 기법은
전약이론(이것은 QED를 구성한다.)과 양자색역학(QCD)에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QCD와 전약이론은 강력과 약력, 그리고 전자기력이라는
자연계의 4개의 힘 중 3개를 통합하는 GUTs와
결합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GUTs가 있으면 어느 누구도 이들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더욱이 GUTs의 예측은 아직도 실험에 의해 검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세계가 점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비실제적인 가정은 생각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중력에 관한 설명
만일 GUTs의 어느 하나가 결국 확증된다면, 이것은 중대한
진전인 셈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할지라도 이론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만족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GUTs가 모든 것 을
설명할 수는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많은 변수들
- 입자의 질량 등 - 이 실험에 의해 결정되어야만 한다. 더욱이
두개의 상호작용, 즉 결합된 강-약-전자기력과 중력과의
상호작용은 아직도 연구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이상적으로는
4개의 힘 모두가 1가지 힘의 각기 다른 양상으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불행히도 중력을 다른 3가지 힘과 결합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중력에 관한 양자 이론이 가능한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만일 중력자로 알려진 가설적인 소립자에 의해 중력이 전달되는 것으로
가정하게 되면, 이론적으로 무의미한
결과만 나올 뿐이다. 중력의 경우에도 재표준화 작업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양자장 이론들 - QED, 전약 이론, QCD, 그리고 GUTs- 처럼 양자중력
이론은 무한대 수치가 나오지만,
다른 이론에서와는 달리 재표준화가 불가능하여 곤란한 것이다. 이 무한대의
수치를 제거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러한 곤란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중력은 다른 3가지 힘과는 달리
좀더 복잡하다. 일반 상대성이론이 옳다면 - 이
이론이 옳다는 실험적 근거는 충분하다. - 중력 에너지의 생성은 추가적인 어떤
힘을 만들어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중력이 작용할 경우 중력장은 그 자신에게 또한 인력을
발휘한다. 이것은 양자장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중력자가 힘을
전달하는 다른 소립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말이 된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광자의 경우 다른
전자기력이나 광자의 존재는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하나의 중력자는 다른 중력자와 상호작용을 하며 중력자를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중력체와도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학적으로
다루는 데 곤란함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는
어떠한 초재표준화 기법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결국 물리학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두 이론, 즉 양자역학과 일반 상대성
이론이 서로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리학자들은 이 두가지 이론이 모두 옳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이 둘을 어떻게 결합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한물 간 이론
이론의 주류에서 작업하는 물리학자들이 4개의 힘을 통일하는
문제와 양자중력 이론에 고심하는 와중에 소수의 과학자들은
대부분이 기대할 게 없을 것으로 생각한 개념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아가 이들
개념은 세밀히 검토한 결과 아주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여졌다. 예를 들어 이들
이론의 일부는 공간이라는 것이 3차원이 아니라 25차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1968년, CERN의
물리학자 베네치아노는 하드론(하드론은 강력을 받게 되는
소립자로서, 중입자와 중간자를 함께 지칭하는 말이다.)의 어떤
특성을 기술하는 것으로 여겨진 하나의 수학공식을 발견하였다.
베네치아노의 모델은 어떤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다른 한편 그것은
일종의 수학적 모순을 갖고 있었다. 차츰 이러한 모순은
제거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
아니었다. 그것은 이론의 공식을 4차원(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차원을 더한 것)이 아닌 26차원(공간 25차원과 시간의 차원을 더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아직 관측된 적이 없는 22개의 추가적인
차원이 있다면 그의 이론은 잘 들어맞았던
것이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개념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수학적
모순을 허용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물리학자들은 항상 전자를 택해왔다. 결국 그들은 과학이 종종
상식에 반하는 사실을 발견해온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또한
수학적 모순이 있게 되면 자연이 어떤 이론에도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불가능 을 믿는 것이 더 속편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추가적인
차원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명확치 않았다. 단지 3개의 공간 차원만이 일상세계에서 관찰되는 것이다.
더욱이 공간이 3개보다 더 많은 차원을 갖는다면, 중력이 관찰되는 것과는 다른
형태로 작용하게 된다고 수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공간의 차원이
2에서 4, 4에서 더 많은
차원으로 점점 높아가면, 태양계의 행성은 태양 주위의 궤도를
안정되게 운행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은 대담하게도 베네치아노의 이론을 더욱 깊이 연구하여 그것의
비밀을 캐내려 하였다. 급기야는 1970년, 일본계 미국인
물리학자 남부에 의해 베네치아노가 발견한 수학공식이 난해한
방식으로나마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공식은
하드론이 점 소립자가 아니라 26차원 시공간에서 진동하는 1차원 끈이라는
가정을 함으로써 도출될 수 있었다. 남부의 끈
이론(그것은 아직 슈퍼스트링 이론이라고 볼 수 없었다.)은 어느
정도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곧장 볼품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추가적인 차원이 관찰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의 모순 또한 가지고 있었다. 남부의 이론은 일반적인
하드론에 관한 이론으로 고안되었지만, 그것은 힘과
관련된 소립자 보손만을 기술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광자나 중성자, 혹은
페르미온 같은 다른 소립자들에는 적용할 수가
없었다. 끈 이론에 관한 관심은 곧장 묻혀버리고 말았다. 하드론이 끈이 아닌
쿼크로 구성되었다는 개념이 훨씬 가망이 있어 보였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관심을 QCD의 개발에로 돌렸고, 끈 이론은
한물 간 이론이 되었다. 페르미온의 행동이 10차원 이론으로
기술될 수 있다고 밝혀졌을 때에도 끈 이론에 관한 관심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추가적인 차원의 의미는 아직도 설명되지 않고 있었으며 또
다른 난점들도 남아 있었다. 예로써 이 이론은
스핀-1과 스핀-2 보존의 존재가 필요하였지만 그들은 이 이론이 설명하려 하는
페르미온이라기보다는 광자나 중력자인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소립자를 끈으로
보는 이런 개념은 언뜻 보기엔
난해했지만 결국 실패작이라는 게 드러난 것으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생각하였다.
슈퍼스트링과 중력
몇몇 과학자들은 그래도 끈 이론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였다. 1974년 프랑스
물리학자 쉐르크와 캘리포니아 기술공학 연구소의 슈워츠는 위에서 말한
부수적인 2가지 소립자의 존재가 끈 이론의 결함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소득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만일 끈을
길이가 10-33센티미터의 극히 미세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이론은 중력과 나머지
3가지 힘을 통일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그 이론은 중력의 강도를 정확하게 예측하였으며, 스핀-2의 중력자는
기형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발표되어도 끈 이론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 않았다. 반대로 더욱 감소해 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표준모델을 구성하는 이론들이 실험자료를
충분히 설명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롭고 받아들이기
생소한 개념을 탐구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1970년대 말 소립자가
끈이라는 개념은 거의 잊혀져 갔다. 그런 후 1984년
갑작스럽게도 상황이 뒤바뀌었다. 그 해에 슈워츠와 그린은 초대칭 개념과
결합된 한 특별한 끈 이론이 기형이라고 일컫는 - 초기 끈 이론에서부터
문제거리였던 - 수학적 모순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남부의 이론과는 달리 슈워츠와 그린의 이론은 슈퍼스트링
이론이었다. 이 이름은 원래 초대칭 끈 이론을
줄여 쓴 것이다. 초대칭이란 앞서 5장에서 지적했다시피
자연계에서 소립자가 두 종류씩이 아니라 한 종류로 존재한다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즉 다른 2개가 실제로는 하나로서, 이 2개는 서로
초대칭의 관계라는 것이다. 초대칭 이론에 따르면 페르미온과 보손은 같은
부류로서 각각의 페르미온은 하나의 보손 파트너 를 갖는다. 초대칭 개념은
매우 호소력 있는 것인데, 왜냐하면 어떤
이론이라도 이 개념에 적용되면 보다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수학 개념 그 이상이다. 초대칭을 도입함으로써 여러 힘들을 통일할 수
있게 되었다. 초대칭의 귀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초대칭적인 모든 이론은
자동적으로 중력(여기서 어떤
기술적인 문제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단지 국소적 초대칭만
중력을 포함하며, 보다 덜 엄격한 조건의 전체적
초대칭은 중력을 포함하지 않는다.)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초대칭 이론이 잘 들어맞지는 않는다. 사실 1984년에
슈워츠와 그린이 그들의 결과를 발표할 때, 다른 이론
물리학자들은 또 다른 초대칭 이론인 초중력 이론이 관측된 실험 사실과는 다른
예측을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초중력은 마찬가지로 다차원이론(가장
잘 알려진 초중력 개정 이론에서는
11개의 시공간차원이다.)이지만 소립자들을 수학적 점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슈퍼스트링 이론과 다르다. 슈워츠와 그린이
그들의 논문을 발표했을 때, 그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세계 도처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슈퍼스트링 이론의 개념을 익히려고
모여들었다. 불과 수년 사이에 슈퍼스트링은 최신 이론 연구의
주요한 초점이 되었다. 이는 단지 슈워츠와 그린이 몇몇 수학적
기형을 제거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슈퍼스트링 이론에
대해 관심이 다시 모아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
하나는 표준 모델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었던 점이다. 점점 더 많은
물리학자들이 표준 모델이 충분한 설명을 주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힘의 통일 개념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더불어 경쟁이 되고 있는 초중력이론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추가적인 차원
슈퍼스트링 이론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또 하나의 요인은
1920년대에 있었던 이론 작업의 재발견이었다. 그 당시 폴란드
물리학자 칼루차는 추가적인 공간차원이 힘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스웨덴 물리학자 클라인은 이런 추가적인 차원이
그들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감지될 수 없을 정도로 말아올려지거나 간결해질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간결화 개념은 생각과는 달리
생소하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어느 누구라도 언제든지 한 차원을
간결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생활 주변에서
이렇게 차원을 말아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장의 종이를 가지고, 그것을
말아서 원통으로 만들 수 있으며, 계속해서 그 원통을 더욱 말아서 빽빽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2차원의 종이평면은 하나의 차원이 간결화된
셈이고, 그러는 동안에 원통의
직경은 계속하여 더욱 작아지는 과정을 밟게 된다. 물론 간결화된 종이와
간결화된 공간 차원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종이를
말아올리는 경우 그 원통 직경이 얼마까지 줄어들 수 있는지 사실 의심스럽다.
그러나 슈퍼스트링 이론의 추가적인 차원은 약
10-33센티미터 크기까지 말아올릴 수 있는데, 이 정도라면 대략
하나의 끈 크기에 해당한다. 10-33센티미터라는 수치는
10-13센티미터 정도인 원자핵 직경보다 약 1029배 더 작다. 이런
정도의 간격으로 물질을 계측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너무
엄청나게 되므로 슈퍼스트링이나 간결화된 차원은 둘다 직접적으로 측정될 수
없다는 게 명백하다. 만일 우리가 태양계 크기의 입자 가속기를 세운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해서 생긴 에너지는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론적으로 슈퍼스트링은 열린 것일
수도, 닫힌 것일 수도 있다. 열린 끈은 자유로운 끝을
가지며 그렇지 않은 것들은 닫힌 끈 고리가 된다. 남부 이론에서의 끈은 열린
것이었다. 현대 이론에서는 위의 두 가지 종류가 모두 가능하지만, 슈퍼스트링이
닫힌 고리일 것이라는 쪽이 한결 더
나은 결과를 줄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래 남부의 끈 이론은
26차원을 갖지만, 요즈음의 모든 슈퍼스트링 이론은
10차원이다. 이론 자체 내의 모순을 피하기 위해서는 10차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무한대 문제와 기타 난제들
만일 슈퍼스트링 이론이 옳다면 물질의 기본 구성원소는 점
소립자가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아주 미세하나마 유한한 크기를 갖는다. 이러한
사실은 양자장 이론에서 골칫거리였던 무한대
수치가 슈퍼스트링 이론에서는 없을 것이며 수학적으로 의심스러운 재표준화
기법이 필요치 않다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불행히도
어느 누구도 슈퍼스트링 이론이 무한대 수치를 포함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 못하다. 한 이론이 단순한 가정 - 소립자들이
기본적으로 진동하는 끈이라는 개념은 분명 단순하다. - 에 기초할 경우, 자세히
조사해 보면 그것은 수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것일 수 있다. 슈퍼스트링 이론은
사실 너무 복잡하여 관련된 방정식에
대해 정확한 해법이 발견되어 있지 않다. 이론 물리학자는 그러나 정확한 해법이
가까운 장래에 구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슈퍼스트링
이론에 관한 연구는 주로 섭동
이론으로 알려진 순차적인 근사치 계산 과정에 의존하고 있다.
섭동이론이 적용되면 순차적으로 1차 근사치를 구하고, 그 다음
2차 근사치, 그리고 3차 등등으로 진행된다. 이러는 동안 무한대
수치가 포함되지 않은 슈퍼스트링 이론의 근사치가 구해지지만
항상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섭동 이론에서는 정확한 답에 점점 더 가까운
근사치를 구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정확한 답 그
자체에는 도달할 수 없다. 정확한 답을 구하려면 무한대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대 수치가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은 기대를 갖게 한다.
다른 이론들에서는 이와는 상황이
달라서 무한대 수치가 다시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특별한 문제가
제거된다 해서 슈퍼스트링 이론을 무조건
성공이라고 결론지어서는 안된다. 슈퍼스트링 이론은 그것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은 매우 곤란한 것이어서
해결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을 취급하는 방법을 찾는데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
슈퍼스트링 이론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앞으로 발견될 것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론들은 다른 것들보다 더
유력해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도 실제로 어떤 것이 가장 옳은
것인지 모른다. 사실 우리가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서 슈퍼스트링
이론의 개수는 6개에서 수천개 사이가 될 수 있다. 6개의 일관된 10차원 이론이
이미 발견되어 있으며, 10차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시공간 4차원을 뺀 6개의 추가적인 공간 차원이 어떻게
간결화되느냐에 따라 이들 6개의 이론들은 각각 수많은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만일 추가적인 차원이 단 하나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한가지 방법만으로도 그것을 말아올릴 수 있다.
6개인 경우에는 이와는 달리 가능성이 많아진다. 6개의 간결화된 차원은 수많은
형태로 말아올릴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수많은
다양한 기하학 중에서 어떤 것이 실제 물리적 세계와 가장 잘
상응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와 관련하여 과학자들은 왜 6개의 차원이 다른
4개와 달리 간결화되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문제는 왜 6개 차원이 간결화되느냐에 있지 않고,
우리가 익숙한 4개 차원은 왜 간결화되지 않느냐에 있다.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물리학에서의 다른 이론과 마찬가지로
슈퍼스트링 이론은 공간과 시간 개념을 써서 공식화된다. 공간과 시간은 결국
우리들 세계의 기초적인 요소이다. 아무도 그들에
의존하지 않고 하나의 이론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는 없다.
아직까지 많은 이론 물리학자들은 슈퍼스트링 이론의 경우 이러한 원칙이 틀린
것으로 의심해왔다. 그들이 지적하는 것은 공간과
시간이 슈퍼스트링 이론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점인데, 이것은
앞뒤가 뒤바뀐 셈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 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과학자들은
슈퍼스트링 이론이 결국 시공간에 관한 기존의 개념을 바꾸어
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슈퍼스트링 이론은 보다
실질적인 문제를 또한 갖고 있다. 이것은 다른 이론에 관한
논의에서 이미 접해 본 문제와 비슷하다. 슈퍼스트링 이론은
수학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그것으로부터 특이한
예측을 거의 도출하지 못했는데, 그나마 구해 낸 예측도 관측된
사실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 슈퍼스트링이란 10차원에서 진동하는 어떤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진동의 다양한 수준은 각각 다른
소립자와 상응한다. 특히 가장 낮은 에너지의 진동은 질량 0의
입자에 대응한다. 그 다음으로 낮은 에너지 수준은 1019MeV의
질량을 가진 소립자여야 하는데, 이 수치는 양성자 질량의 약
1019배이며, 먼지 하나 정도의 질량에 해당할 정도이다. 광자나
글루온, 중성미자 같은 소립자는 0에 가까운 질량을 갖지만 다른 것들은 그렇지
않다. 질량을 갖는 것 중에 슈퍼스트링 이론이
예측하는 1019GeV소립자에 해당하는 것은 없다. 이 정도의 크기는 너무도 큰
값이다. 슈퍼스트링 이론가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슈퍼스트링 이론이
좀더 연구되면 작은 수정을 통해 결국 적절한 질량값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1019GeV의 질량을 가진 소립자가 발견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기존의 입자 가속기가 그렇게 큰 소립자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은 10-33센티미터 크기의 물질 구조를 탐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관측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예측을 하는 이론이라면 이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만일 슈퍼스트링
이론이 옳은 것이고, 기본 구성
소립자의 질량이 1019GeV의 일정한 배수가 되게 하려면 1GeV도 채 못되는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이보다 훨씬 가벼운 전자로
구성된 거시적 세계를 대상으로 고도의 정밀도로 교정된 10차
이론을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10차원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원래 슈퍼스트링 이론은 10차원
시공간으로 공식화되었지만, 최근의 결과에 따르면 절대적으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사실 위튼 같은 사람은 슈퍼스트링
이론을 평범한 4차원으로 공식화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위튼의 이론에서는
추가적인 6개 차원은 있지만, 그들은 공간의 특성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4차원 이론에서 6개의 추가적인 차원이
실제로 무엇인지는 아직 상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이론이 어떤 종류의 추가적인 6개 변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4개의 차원으로 공식화된 이론이 10개 차원을
필요로 하는 이론과 반드시 다를 필요는 없다. 두가지 공식은
겉모양이 다를 뿐이지 서로 같은 이론일 것 같다. 당연히 여기에는 개념상의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는 과학자들이 슈퍼스트링 이론이 어떻게 논리적으로
공식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간과 시간은
과연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후에야 해결될 것 같다.
이론과 실험
분명한 게 있다면 인간의 사고는 원대하고 공상적인 이론 체계를 세울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이론적인 공상의 일부는 사실
의심스러운 것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예를 점성술과 같은 사이비 과학으로부터
철학 영역에서의 과도한 형이상학적 억측, 그리고
과학 자체 내에서의 탈선에 이르기까지 인간활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 공상의 이론적인
비약을 막기 위해 실험이라는 것에 의존한다. 예를 들면 19세기 물리학자들은
빛이 빈공간을 통해 전파될 수 없으며,
그것이 전파되기 위해서는 에테르로 불리우는 어떤 매질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과학자들은 그들이 생각이 우스꽝스러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존재하지 않는 에테르에 관한 이론 작업을
해나갔던 것이다. 이를 주도하던 한 물리학자의 말을 빌면, 빛을
내는 에테르라는 것은 보거나 느낄 수 없으며, 그 밀도는 입방
밀리미터 당 천 톤이었고 빛의 속도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러한 개념은
아인슈타인이 에테르의 개념은 쓸모없는 것 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낸 후에야
비로소 모습을 감추었다. 그 후로도 수많은
공상적인 개념들이 실험에 의해 뒤집히고, 때로는 확증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대개 화학에서의 진전이 따르게 되는데,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적인 개념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라도 그들은 더 나은 이론을 찾아
나서는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슈퍼스트링 이론은
아직 실험 결과와 맞닿지 않고 있다. 또한 남은 20세기 안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 이론은 기존의 이론에 비해
너무도 새롭고, 생소하며 수학적으로는 너무 복잡하다. 이 이론의 예측을
가늠하기 위해 사용된 소립자의 질량이 실은 기껏해야
아직은 발견되지 않은 고도의 정밀도 교정의 결과라는 사실도 문제 해결에 더
이상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지금으로부터 10년이나 수십 년 후, 그
동안 여러 세대의 물리학자들이 하나의 이론적인 괴물을 쫓아온 것이라고
밝혀지게 될 위험이 실제로
있다는 것이다. 파인만이 지적하듯이 슈퍼스트링 이론은 단지
무의미한 것 에 불과하다고 밝혀질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슈퍼스트링 이론은 이론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사실상 그들 중 뛰어난 사람들은 거의가
슈퍼스트링 이론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글래쇼나 파인만같이
몇몇은 슈퍼스트링 이론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들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모든 가능한 생각을 검토해왔지만 4개의 힘을 1개의 이론으로
통일하는 그럴듯한 방법을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힘들의 통일은 이론 물리학자들에게 성배와 같은
것이 되고 있다. 이 목표는 달성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일
달성된다면 자연의 기본적인 원칙에 관한
과학적 이해는 엄청나게 깊고 풍부해질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와인버그는
현재 물리학자들 사이의 공통된 생각을 표현한 적이
있다. 와인버그는 슈퍼스트링 이론이 나중에 좋은 것으로 판명될지 어떨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말하기를 슈퍼스트링 이론이 좋은 개념이 될 수
있느냐는 그것으로부터 무엇이 도출되어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 이론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신나간 짓
일지 모른다고 그는 덧붙인다. 계속해서 그는 결국 물리학자들이 물리적 실제와
상응하는 해석을 발견하는 데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물 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흥미로운 연구 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9) 우주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우주가 어디로부터 왔느냐는 질문에는 두 가지 관례적인 답변이 있다. 신이
우주를 창조하였다는 것과 창조란 없었으며 우주란
그전부터 늘 그렇듯 존재해왔다는 것, 이 두 가지 견해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플라톤은 대화편 에서 창조 신화에 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 물리학자들은 두 가지
견해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종교적
신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과학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유대교도나 기독교도일 수 있으며, 그 외에
불가지론자나 무신론자들도 끼여 있다. 우주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다소 불만족스럽게 생각되는 이유는
과학자들이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신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이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말은 황금이 노란 이유는 신이 그런 색깔을 허락했기 때문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당연히 신(신이 존재한다면)은 그런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과학적
설명에 속하지 않는 것이다. 신이 허락했느냐에 상관없이 황금은 황금색을
띠는데, 이는 황금이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반사하고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게
하는 물리적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창조란 없었으며 우주는 영원히 존속한다는 개념이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식의 답변에는
더더욱 곤란함을 느낀다. 적어도 그들은 이론적으로나 과학적인
추론의 측면에서 좀더 그럴듯한 개념을 세우려 한다. 결국
빅뱅이라는 사건이 분명 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우주가 항상 존재하였다고 주장하려면 빅뱅이 발생하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해 내야만 한다. 혹자는 이런
우주의 기원이라는 문제가 과학이 아닌 형이상학, 혹은 신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사실 한때는 이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빅뱅 후 처음 수초 동안의 상황에
관해서는 어느 것 하나도 확실히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우주의 기원이라는
개념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우주의
기원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여겨져왔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그러한 태도에
변화가 생겼는데, 이는 물리학자들이 빅뱅 후 처음 1초가 채 되기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 오늘날 관측할 수 있는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특히 많은 과학자들이 빅뱅 후 10-35초 만에 시작된 급팽창이
우주에 지금도 관측할 수 있는 어떤 특징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전에 언급했듯이
일종의 급팽창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패러다임은 너무도 성공적이어서 그것이 완전히 틀렸다고 상상하기는
매우 힘들다. 사실 과학자들이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성공에 너무 고무된 나머지 우주의
기원까지를 이해하려 한다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 몇몇
물리학자들은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에
관해서 탐구하려고 한다. 나는 이 책에서 때때로 과학의 미개척
영역과 경계 영역에 관해 이야기해왔는데, 이때 미개척 영역이라는 말은 비교적
입증이 잘된 이론으로부터 진척된 연구들을 가리킨다. 일례로 확증이 잘된 빅뱅
이론에 근거한 이론적 연구는 미개척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주 패러다임의 경우는 그럴듯 하지만
조금은 덜 확증된 것이어서 과학의 경계 영역에
가까이 놓여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계속하자면 우주의 기원에 관한 추론은
이따금씩 과학의 경계 영역마저 뛰어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과학자들은 그들을 안내해 줄 어떠한 이론도 없는 사고
영역을 탐험하고 있는 셈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하여 빅뱅
시작에까지 우주의 팽창을 거슬러 올라가면,
시초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특이점이라 불리우는 하나의
수학적 점으로 압축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달리 말해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0의 시간에는 0이라는 공간
차원을 가지며, 물질 밀도는 무한대가 된다. 더욱이 이러한 결론은 어떤
방법으로도 피할 수가 없다. 1960년대에 영국 물리학자 호킹과 펠로스는
일반상대성 이론이 완전히 옳은
것이라면 초기의 특이점이 존재했었다는 결론을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일련의 정리들을 제시하였다. 우주의 시초에 물질 밀도는 실제로 무한대였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모든 과학 이론들은 그 나름의 한계를 갖는다. 어떤 이론이건
그 이론이 붕괴하는
극한적인 조건이 있게 되며, 거기에서는 무한대 수치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는데,
일반적으로 이것은 상황이 이론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징후로서 받아들여진다.
특이점이라는 예측은 다른 말로 바꾸어
이제는 우리가 일반 상대성 이론이 더 이상 소용없는 영역에까지 와있다는
하나의 신호일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 놀랄 필요는 전혀 없다. 결국 빅뱅의
초기에는 물질이 매우 높은 밀도로 압축된
상태에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양자 효과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술하려고 한다면 양자중력에 관한 이론이
있어야 하겠지만 우리가 알기로는 아직 양자중력이론이라는 것은 나와 있지
않다. 많은 물리학자들은 슈퍼스트링 이론이 그것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슈퍼스트링 이론은 아직 연구의 초기
단계에 있다. 지금으로서는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의 각각
행동을 예견하는 것 조차도 어려운 형편이다. 하물며 빅 뱅 초기 단계에
슈퍼스트링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예견이
가능하고서도 수십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빅뱅 초기
단계를 기술하는 데 표준모델을 이용할 수는 없다. 표준 모델은 중력이 무시될
수 있을 때 잘 들어맞는데, 이런 조건의
예로는 항성의 내부나 고에너지 입자가속기를 들수 있겠다. 이런 경우에는
중력의 강도가 매우 약해서 이것의 영향은 거의 무시할 만한다. 하지만 빅뱅의
초기단계에서는 입자들이 사실 너무 가깝게 있어 그들의 중력 상호작용은 중요한
것이었다. 계산을 해보면
처음 10-43초 동안에는 중력의 크기가 다른 3가지 힘의 합과 같은 정도로
컸었다. 결국 우리가 우주의 기원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알려진 모든
물리학 법칙은 붕괴되어 버린다는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 처음 10-43초 동안에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 표준
모델 둘다 적용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상황은 추론의 장애는 되지 않았다. 최근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이론적 장벽을 우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우주가 어디에서
왔는지, 시간의 시작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문제들 따위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우주의 기원에 관한 이론
우주의 기원에 관해서는 수많은 이론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형태로 분류해 볼수 있다. 첫째, 우주는 영원
불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작과 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호킹의 말처럼
우주는 유한할지라도 그 경계가 없을지 모른다. 그것은
허상의 시간 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둘째, 미시적
양자요동으로서 우주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마치 가상 입자가
그렇듯이 아무것도 없는 무로부터 갑자기 우주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의 우주는 그 전에 존재했던 우주에서 양자
요동으로 생겨났다. 이것은 2번의 한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우주가 끝없이 그 자신을 재생해 낸다는 점이
다르다.
경계가 없다는 것.
우주가 유한하지만 그 경계 또한 없다는 개념은 호킹과
캘리포니아 대학 물리학자 하틀의 공동연구에서 나왔다. 이 제안
- 호킹은 그것은 완성된 이론이라기보다는 단지 하나의 제안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 은 호킹의 저서 <시간의 역사>에 기술되어 있다.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이 책에서 그 이론에 관한 호킹의
설명이 다소 혼돈스럽다고 본다. 그것은 호킹과 하틀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를
이해했다고 생각될 즈음에 가서는 더욱이
허상의 시각 이라는 개념은 문외한들로 하여금 다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호킹이
허상 이라는 말을 보통의 어의로 쓴 것인지 수학적인 개념으로
허수를 의미한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킹-하틀
가설에 관한 나의 설명은 호킹의 책에서의 설명과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호킹은 나름대로 충분히 명백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그것을 혼돈스럽다고 본다. 호킹은 우리가
만일 우주가 어떤 특별한 시각에 창조되었다고 상상하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주가 만일 초기에
무한대 밀도의 특이점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다른 어떤
특별한 초기 상태였을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 법칙은 왜 그것이
그러한 상태에 있었고 다른 어떤 상태는 아닌가를 말해주지
않는다. 물리학 법칙은 단지 우주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관해서만 말해 줄 뿐이다. 많은 물리학자들처럼 호킹과 하틀도 물리학
법칙이 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가능하다면 우주의
시작이 없다고 가정하고 초기 상태 문제를 피해 나가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것처럼 시간이 무한대의 과거까지 뒤로 펼쳐져 있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실제로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경우에도 우주가 왜 어떤
특별한 시간에 어떤 특별한 특성을 갖고 있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부딪히게 된다. 어떤 것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이 오늘날의 상태가 되기 위해 과거에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전히 궁금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호킹과 하틀은 초기 조건 문제를 제쳐두고, 대신에 양자역학이
시간과 공간의 본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질문을 하였다.
그들은 우주의 나이가 매우 어렸을 때는 공간이 매우 압축되어
있어 하이젠버그의 불확정성 원리에 연관된 양자 불확정성이
공간과 시간의 차별성을 없애버렸을지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간다면, 시간은 공간화 된다는 것이다. 우주는 더 이상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을 갖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그것은 일종의 4차원 공간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4차원 공간은 그 자신에 대해
휘어 있어 한계나 경계가 없는 닫힌 표면을 형성할 수 있다. 이것은 2차원
표면이 자신에 대해 휘어 있는 하나의 구형에 비유될 수 있으며, 또한 닫힌
우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닫힌
우주와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아인슈타인의 닫힌 우주는 공간 차원이
단지 3개이다. 닫힌 우주에서는 3개의 공간차원이
서로에 대해 닫혀 있지만, 시간은 직선과 같은 것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아인슈타인은 이런 우주를 하나의 원통으로 비유한 적이 있다.) 호킹과
하틀의 우주는 이와는 달리 3개가 아닌 4개의
차원이 그 자신에 대해 닫혀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리가
아주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는 더 이상 어떤 시간이 있지 않고 단지
4개의 공간같은 차원만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간은 더 이상 시간의 특성을 갖지 않음으로써 우주는 시작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사실과도 상충되지 않으며,
또한 그것은 인플레이션 패러다임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아마도 급팽창이 시작된 순간부터 비로소 시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호킹 - 하틀의 우주는 시작이 없을뿐더러 또한
끝도 없다. 시작 때와 같은 현상이
벌어짐으로써 먼 미래의 시간에도 경계가 없게 된다. 위의 제안이 옳다면,
우주는 닫힌 우주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주는 팽창이
급기야는 정지될 정도의 질량 밀도를 가질 것이다. 결국 우주는
압축되어 양자 효과가 다시 중요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시간 차원은 따라서
공간같은 특성을 갖게 되고, 우주는 한계나 경계를 갖지 않는 4개의 공간 차원을
또다시 갖게 된다. 그 후로는
무슨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 후 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을 지칭한 표현이지만 시간이라고 하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호킹의 말을 빌면 빅뱅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은 최후의
수축 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묻는 것은
마치 북극으로부터 1마일 북쪽에 있는 지점을 묻는 것과 같다.
무로부터 나온 유
호킹 자신도 지적하다시피 공간과 시간이 경계가 없고
유한하다는 개념은 단지 하나의 제안으로서 여타의 원리로부터
추론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리낌없이 우주가 시작될 수 있었던 또
다른 그럴듯한 방법이 있는지 물을 수 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단순한 것 중의 하나는 가상
입자가 빈 공간에서 생성되듯이 우주도 하나의 양자 요동으로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성 시나리오는 1973년 물리학자
트라이언이 제안한 것인데, 이미 2장에서 급팽창 우주론과
관련하여 설명하였던 내용이다. 하지만 트라이언의 가설은 실제로 급팽창
우주론과는 별개의 것이다. 그 기본 개념은 우주의 총
물질에너지량이 0(총중력 에너지가 음수라는 것을 기억하라)이라면 하이젠버그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그 우주는 무한대의 시간에
걸쳐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급팽창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옳은 것이다. 트라이언 개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변형이 있다. 예를 들자면, 1978년 4명의 벨기에 물리학자인
브로우트, 엥그레르, 군치히, 그리고 스핀델은 우주가 각각
1019GeV의 질량을 갖는 입자 - 입자 쌍의 생성과 함께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일단 이러한 거대 입자 쌍이 존재하게 되면, 물질의 다른 입자들의
생성 또한 자극을 받게 된다. 아마 이런
과정은 급팽창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되어, 급팽창하는 우주가
물질과 에너지로 꽉 차 있게 한다. 1981년, 록펠러 대학의 물리학자 파겔스와
에르캐츠는 우주의 시작이 한 쌍의 입자 생성이 아니라 공간차원의 급작스런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제안하였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공간 -원래는 물질이
없었던 - 은 시초에 수많은 차원을 갖고 있었다. 우주는 이런 공간의 양자
에너지 상태가
변화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파겔스와 에르캐츠는 말한다. 그들의 가설에서는
그런 시공간이 갑자기 슈퍼스트링 이론의 10차원으로 결정화 되었다고 한다.
1983년에 빌렌켄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우주의 모태가 되는 원시 혼돈이 심지어 확정된 차원조차도 갖지 않았었다고
주장하였다. 빌렌켄의 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의
차원이라는 것은 단지 우주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다. 어떤 면에서 이런 모든 이론들은 고대 중동 지역의 수많은 다양한
문화에서 발견되는 한 창조 신화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 신화에서 세계는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형태 없는 혼돈으로부터 생성되었다. 이런
신화의 반향은 창세기 1장 2절에서도 찾아볼수 있는 바 그리고
땅은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 라고 씌어 있다. 당연히 나는
창세기 저자나 고대 신화의 작가가 현대 물리학에
어떤 예고를 준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시
혼돈으로부터 우주가 생성되었다는 개념이 오늘날에 와서 갑자기 재출현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스스로 재생하는 우주
위에서 개관해 본 이론은 매우 추론적이다. 이들 이론은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주가 무로부터 튀어나왔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도 않으며
우주가 이런 식으로 존재하게 될 수 있다는 설명도 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물리학 법칙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우주가 이런 식으로 생성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실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이들 개념들이 모두 다 본질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자면 우리는
우주의 기원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으므로 어느 누구도
이런 식으로 우주가 생성되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일단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게 되면 조금 더 나아가
얼마나 우주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도 어떤 저항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단지 하나만일까? 아니면 많은 우주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도 본질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만일 하나의 우주가 생성될 수 있다면, 이러한 사건이
여러번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주 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칭하여 사용되므로 많은 수의 우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게 들린다. 따라서 앞으로 어의상의 난점을 피하기 위해 좀 새로운
정의를 끌어다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나는 우주라는 용어를 하나의
스스로 에워싼
시공간 영역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것이다. 만일 모든 실재를
구성하는 우주들의 총체적 조화를 기술하는 단어를 써야 할
경우에는 대신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만일 우주의 생성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2가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 한 우주는 기존의
우주 시공간과 전혀 관련없이 생성될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새로운 우주가
기존의 우주 빈 공간에 생성될 수도
있다. 달리 말하면 우주가 그 자신을 재생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가 각기
격리된 공간에서 생성되어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다면 우리는 우리 우주이외의
우주가 과연 있는지 없는지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있다 하더라도 어디에 있는지 말할 수 없다.
어디에 라는 말은 결국 시공간의 위치를 지칭하는 것이지만, 이들 우주의
시공간은 우리 우주와 아무런 연결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심지어 이런 우주의 존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철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인지 질문해 볼 수도 있다. 만일
어떤 것이 원칙적으로 관측된 적이 없을 때, 그것이 존재한다 고 말할 수
있을까? 우주가 그들 자신을 재생하며, 그들은 기존의
우주에서 양자 요동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개념은 관측이 가능한
결과를 제시하기 때문에 보다 더 결실이 있는 가설이다. 여기서는 우주가
생성되는 것을 관측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재생하는 우주는 아마도 닫힌 우주일 것이다. 적어도 기존의
우주에 무한대의 열린 우주가 생긴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주가 재생해 낼 수 있다면, 우리 우주안에서 우주가
생성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우주안에서
생성된 우주가 급팽창하여 결국 우리를 덮치게 되지는 않을까?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우주가 그 안에서 보아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면, 그밖에서 보면 그것은 하나의 블랙홀과 흡사한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닫힌 우주는 거대한
질량으로 압축되고 그 중력이 강하여 어떤 것도, 심지어 빛조차도, 그것으로부터
탈출할 수 없는 블랙 홀과 매우 비슷하다. 따라서
어떤 것도 하나의 닫힌 우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만일 우리
우주가 닫혀 있다면 우리는 우리 우주를 좀더 큰 우주에 있는
하나의 블랙 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좀더 큰 우주라는
것은 또 다른 더 큰 우주안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
주가 그들 자신을 재생하더라도 새로이 생성된 우주가 반드시 그 부모 우주안에
있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우리 우주에서 생성된 한 우주는 위축되어 우리
시공간으로부터 사라질 수도 있다. 짧은 순간 동안 웜홀이라 불리우는 가느다란
나선형 시공간은 2개의
우주를 연결시키고 나서 곧장 증발해 버릴 수도 있다. 스스로
재생하는 우주의 개념은 소련 물리학자 린데가 그의 혼돈
인플레이션 우주론에서 연구해온 개념이다. 린데는 기존의
인플레이션 이론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급팽창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수많은 스스로 재생하는 우주가 생기게 된다고 보았다. 이들 우주 가운데 몇몇은
급팽창 과정이 끝이 없어 이러한 환상에 가까운 속도가 영원히 계속된다. 다른
우주에서는 우리 우주처럼 팽창 속도가 감소되어 오늘날 천문학자들이 관측할 수
있는 보다 한가한 정도의 속도로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새로운 급팽창
우주는 항상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우주 안에서 생성되고 있다.
생성이 이루어진 후, 그들은 분리되어 나와서 새로운 우주의
탄생이 이어지게 된다. 린데의 시나리오에서 몇몇 우주는 급기야는 수축단계에
접어들어 결국 압착되어 큰 파국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다른 우주는 재생해 낼 수 있어서, 코스모스는 영원히
지속된다. 우리의 우주는 영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코스모스는
영원히 지속된다. 우리의 우주는 영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코스모스는 영원할 것이다. 린데의 이론은 또 다른 흥미있는 점이 있다. 즉
물리학 법칙, 혹은 심지어 공간의 차원까지도 모든
우주에서 동일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음 세대의
우주가 그들의 부모를 닮게 하는 유전 암호 같은 것이 있을
법하다.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돌연변이 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우주는 생명체의 탄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전혀
다른 물리학 법칙이 적용되는 한 우주의 돌연변이 후손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유의 추론이 실제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사실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물리학자들이
만일 슈퍼스트링 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였는데, 그 슈퍼스트링 이론이 모든
물리 법칙을 훌륭하게 결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해
보자. 설사 이런 경우에도 슈퍼스트링 이론은 모든 것의
이론 일 수가 있다. 단지 수많은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나아가 각기 다른 가능성들이 각각의 우주에서 실현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만한 또 하나의 가능성은 공상 과학
소설 같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일 우주들이
미세한 양자 요동으로 시작되었다면, 하나의 발전된
기술에 의해 새로운 우주가 창조되는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가 이런 식으로 생겨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즉 우리가 사는 우주가 몇몇 대학원생의
실험결과로 생긴 것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조차 없는 꼴이 된다.
당연히 이것은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대실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 상대성 원리를 발표할 때,
그는 중력과 공간 곡률을 기술한 공식을 제시하였다. 처음에 그는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이론에 몰두하고 있었으며 우주의 구조에 관한 의미는
나중에 가서야 연구되었다. 그 이론이 발표된 후 아인슈타인은 전체 우주를
기술하는 자신의 공식에 대해 해답을 구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는 자신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이러한
결과를 얻어낸 것이 1916년이었으므로, 그때까지만 해도 팽창하는 우주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을 때였다. 그 당시까지는 우주가 정적인 상태에 있다고 여겨져
왔었다. 또한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인 은하수가 우주라고 믿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정지 상태 우주에 상응하는 해답을 구해야 한다고 믿었으므로 그는 자신의
이론을 결정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얼마있지 않아 한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는 자신의 이론이 우주 상수라 부르는
수치를 도입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는데, 이 수치는 음수, 양수, 혹은
0일수 있었다. 상수가 적정값을 가지면서 정지 상태
우주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주 상수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가정은 우주에
존재하는 반중력의 밀어내는 힘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힘은 아주
멀리까지도 중력의 끌어당기는 힘에 대항하여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었다.
이러한 힘은 발견된 적이 없었지만, 이것에 대한 어떠한 반론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 이론은 공간이 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으며 이 휜 공간이란 여지껏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1917년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관한 자신의 개념을 기술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우주는 닫혀 있으며 유한하다고 그는 제안하였다. 나아가
반중력이 존재함으로써 우주는 항상
동일한 차원을 유지한다고 하였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2가지
점에서 오류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우주가 정지 상태라는
가정이 커다란 잘못임이 증명되었다. 다른 과학자들은 곧바로
아인슈타인의 우주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우주 상수와 중력은 우주의
차원이 정밀하게 들어맞을 때에만 서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주가 조금이라도 팽창한다면, 중력은 그만큼 약해지게
되고, 밀어내는 힘이 점차 우세해져서 우주는 점점 더
커져갈 것이다. 반면에 아주 조금이라도 우주가 수축한다면 중력은 증가하여
수축은 계속되고, 물질이 점차 압축되어 갈수록 중력은 커져만 갈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중심을
잡고 있는 연필과 비슷하였다. 즉 그것은 이쪽저쪽으로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정지 상태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발표된 지 12년 후, 결국 우주가 정지상태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29년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
상수를 도입한 것이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큰 실수 라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과학자들은 그것이 전적으로
실수였다고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이 상수가
아인슈타인의 공식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은
만일 상수가 완전히 0이라면 이는 놀라운 일이 되므로 보다 확실한 설명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 상수의 도입은 여타 물리학 이론에서도 볼
수 있다. 여러 이론들을 수학적으로 다루다 보면 적분 상수로 불리우는 어떤
상수들과 종종 마주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과학자들은 이들을 도입하게 된다.
사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이들 상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류가 될 수 있다.
즉
이들 상수를 허용하면 이론이 일반화될 수 있지만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특수한 경우에만 국한하여 이론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우주 상수의 측정
선험적인 측면에서 우주 상수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 따로
떼어낼 수 없다. 나아가 그것은 측정을 통하여 0으로 밝혀진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0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리학은
하나의 경험 과학이며, 이러한 물리학적 수치는 따라서 실험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이는 우주의 아주 먼 곳으로부터 퍼진
미세한 크기의 끌어당기는 힘이나 밀어내는 힘(이들은 상수가
음이냐 양이냐에 따라 결정된다.)을 측정하기 위해 어떤 장치를
세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멀리 있는 천체로부터의 중력은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며, 우주 상수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만일 0이 아닌 우주 상수라면 그것은 분명 먼 곳의
은하운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양의 상수라면 밀어내는 힘에
의해 은하들은 서로 더욱 멀어질 것이고, 만일 음의 상수라면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우주의 팽창은 그 속도가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이들 효과는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에 의한 중력 효과와는 구별이 될
것이다. 이는 음의 상수의 경우라도 틀림이 없는데
우주 상수에 따른 힘은 거리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 두가지 힘은 우주의
팽창에 대해 서로 다른 종류의 제동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지적해왔듯이, 천문학자들이 수십 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찰하는 것은 또 한편으론 수십억 년 전의 과거를 보는 셈이다.
따라서 그들은 과거 우주의 팽창속도와 오늘날의
팽창속도를 비교하여 중력이 단독으로 그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지 판별해 낼 수
있다. 은하 연구가 백억 광년이나 떨어진 천체에까지 진행이 되어왔지만 우주
상수가 존재한다는 근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만일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너무도 작아서 과거 백억 광년 동안 거의 구별이 안 될 정도밖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10120의 불일치
그렇다면 문제 거리를 그대로 두고 우주 상수가 0이며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부터 상수가 없어졌다고 결론짓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주 상수가 실제로는 커다란 수치여야 한다는
이론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그러한 결론은 쉽사리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상
우주 상수는 매우 큰 값이며, 따라서 밀어내는 힘 또한 매우 크다. 그러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전체
우주 크기에 비해 먼 옛날의 우주 모습은 한낱 원자의 직경보다
작은 공 안에 쭈그러들어 있는 상태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QED나 QCD와 같은 양자장 이론을 믿는다면 빈 공간이란 결코 실제로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들끓는 활동으로
가득차 있다. 비어 있는 진공이란 양자장으로 차 있으며,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파괴되는 엄청난 양의 가상 소립자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활동에 관련된 에너지가 있게 된다.
계산을 해보면 이런 진공의 자기 에너지는 엄청난 양이 된다.
에너지와 질량은 등가물이므로 이 에너지는 엄청난 중력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사실 이 진공 에너지는 우주 상수와 관련된 일종의 힘을
생성해야 한다. 그것은 중력의 특성을 갖지만 비어 있는
공간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중력과는 달리 거리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나아가
- 이것은 우주론자들을 좌절케 하고 있다. - 이
힘은 관측을 통해 얻어낸 최대치 힘보다 10120배나 커야 한다. 진공 에너지는
결국 너무 큰 우주 상수를 만듦으로써 먼 옛날의 우주가 미시적인 차원 이상으로
팽창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많은
것들이 이론적인 진공의 에너지 밀도에 기여한다. 표준 모델을
구성하는 이론들에 의해 예측되는 가상 입자들이 그 중 하나이며, 가설적인
히그스 입자와 연관된 장들은 그 보다 더 큰 몫을
할것이다. 또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기본 소립자들이 존재한다면, 그들 역시
얼마간 기여를 할 것이다. 더 많은 수의 입자가
발견되고 가상 입자들이 생성되면 이들 각각은 진공에너지를 보다 더 증가시키게
된다. 미래에 어떤 입자들이 발견될 것인지, 표준
모델이 어떤 형태로 변형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진공
에너지는 그 최소값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값을 계산할
수가 없다. 이 최소 추정치만 하여도 관측을 통해 발견되는 최대 수치의 힘보다
최소한 10120배에 달한다. 강력과 쿼크에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양자 입자와 장들을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이 이론값은
너무도 엄청나다. 입자들 중 쿼크와 글루온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진공 에너지 밀도는 1041배 정도이다. 이 수치가
10120보다는 더 낫게 들릴는지 모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론과 관측 사이에
어떠한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 유가 아니라 무인가?
당연히 이런 불일치를 교정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실제로 1988년 하버드 대학 물리학자 콜먼은 <왜 유가 아니라
무인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여 이론 물리학계에 분발을
촉구하였다. 이 논문에서 콜먼은 왜 우주 상수가 0이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가설을 제안하였다. 비록 콜먼의 생각이
단지 하나의 추측에 불과하였지만, 그것은 최소한 무가 보다 먼저 존재하였다는
그럴듯한 설명을 제공하였다. 콜먼의 추측을
설명하기 전에 화제에서 약간 벗어나 스티븐 호킹의 최근 생각에 관해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호킹의 책
<시간의 역사>는 초고가 완성된 1985년경까지의 그의 연구를
포함하였다. 따라서 그보다 최근의 이론 작업에 관한 언급은
나와있지 않다. 이 연구의 일부는 이 장의 앞에서 논의한 재생하는 우주 개념과
관련된다. 특히 호킹은 새로 생성된 아기 우주와 우리 우주를 연결하는 윔홀의
효과에 관해 이론적으로 탐구하였다.
원칙적으로 이들 웜홀은 어떤 정도의 크기도 될 수 있다. 하지만
10-33센티미터보다 훨씬 더 큰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이
10-33센티미터의 크기란 양성자 직경보다 약 1020배 더 작은 값이다. 우리가
슈퍼스트링(윔홀 크기와 비슷하다)을 볼 수 없듯이 이런
윔홀 또한 관측할 수 없으나, 만일 이 웜홀을 볼 수 있다면
그럴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은 순간이다. 윔홀이 존재하기
시작하여 다시 사라지는 데에는 불과 10-4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윔홀이라 해서 관측 가능한 효과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호킹에 따르면
이런 효과는 실제로 극적일 수 있다. 호킹은 우리 우주로부터 전자와 같은
하나의 입자가 이러한 윔홀로
사라지고, 반면에 동일한 입자가 또 다른 우주로부터 나타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웜홀로부터 동일한 입자가 나와야 하는 것은
질량과 전하의 보존이라는 기본 물리법칙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는 어떤 근거가
없다면 우리는 이 법칙이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가
서로 연결되든 안되든 간에 관측될 것으로 가정한다. 어떤
경우라도 하나의 전자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모습이
관측된 적은 없다. 호킹은 우리의 우주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윔홀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끊임없이 우리가 전혀 본 적이 없는
윔홀 속으로 빠져들고 다른 우주로부터의 입자들 또한 같은 과정을 밟는다.
당연히 우리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소립자들은 이들 다른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한 전자의 퀘적은(엄격히
말해서 하이젠버그의 불확정성 원리는 하나의 궤적 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자의 외견상의 움직임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전자가 교류
우주의 파트너와 자리를 바꾸는 경우에도 변함이 없는데, 이는
에너지와 운동량의 보존 법칙 때문이다. 이러한 입자 교환이 어떤 관측 효과도
주지 않는다면 이는 무의미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물리학은 볼 수 있는 현상이나 측정할 수 있는 효과를 다루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킹은 이러한 교환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반대로 그는 그러한 교환이
전자 질량의 측정이나 다른 입자의 질량 측정에 영향을 준다고
추정한다. 나아가 호킹은 만일 입자들이 웜홀로 사라지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면, 그들은 같은 우주에 계속 남아 있는 경우보다 더 무거운 질량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웜홀 교환은
입자의 전하에도 비슷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를
끌어낸 다음 호킹은 더 나아가 웜홀이 모든 입자의 질량에도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그는 이들 웜홀이 한 입자가 다른 입자들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과정에도 관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예를 들면 만일 한 전자와 가상 광자가 웜홀로 함께
사라진다면 그 효과는 마치 (힘을 전달하는) 광자가 전자에 흡수된 것같이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에서 호킹의 이론은 문제가 생기는데, 왜냐하면, 계산에
따르면 웜홀은 광자보다 1020배 무거운 질량을
갖는 입자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환상적이며
매력적인 호킹의 가설은 결국 터무니없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 결국 물리학자들은 이런 결론으로 말미암아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슈퍼스트링 이론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양성자보다 1029배 무거운 질량의 입자를
예측하고 있다는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우주 상수를 다루고 있는 과학자들은
이론적인 예측보다 무려 10120배나 작은 상수 값에
곤혹스러워하는 마당에 1020의 불일치는 그리 겁낼만한 문제거리는 아닌 것
같다. 물론 그 이론이 보다 신중하게 검토되려면 이런
불일치가 제거되어야 하며, 지금 이 문제는 세계 각 대학의
물리학자들이 시도하고는 있지만 아직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그 이론이 보다 합당한 결과를 줄 수 있게 이론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만일 입자들이 호킹의
설명처럼 질량이나 전하와 같은 특성을 갖게 되더라도, 이들
특성이 각기 다른 우주에서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이들 질량과 전하같은
자연의 상수 는 각각 다른 우주에서 제각기 다른
값일 수 있다. 전자의 질량은 그것이 윔홀로 드나들면서 생긴
것이지만, 그 질량은 전자가 어떤 다른 곳에서 나타날 때는 다른 값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이들 모두가
너무도 추론적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실제로
웜홀이나 교류 우주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입자들이 한
우주에서 다른 우주로 여행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옳다는 것이 판명된다면 어떤 수량이
우주마다 제각기 다르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콜먼이
지적하듯이, 이들 모두가 옳은 것으로 밝혀지면,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게 된다. 특히 질량이나 전하 같은 자연
상수가 제각기 다른 값을 갖는다면, 우주 상수라고 우주마다
제각기 다른 값을 갖지 말아야 할 이유 또한 없게 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윔홀 효과로 인해 어떤 우주는 아주 큰 우주 상수를 가지며 다른
우주는 매우 작거나 0의 상수를 갖는다. 게다가
콜먼의 계산에 따르면, 아마도 0이라는 우주 상수를 갖는 경우가 다른 어떤
상수를 갖는 경우보다 가능성이 높다. 우리 우주가
미세한 공으로 쭈그러들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운명을
경험한 우주는 거의 없기 때문이며, 마찬가지로 진공 에너지가
극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공간이 구멍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암흑물질
위에서 논의한 개념들이 거친 추론의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국에는
이들 개념이 폐기될는지도 모를 일이다.(그리고 아마도 보다 더 거친 개념으로
대치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이 장을 마치기 전보다 실제적인 주제인 암흑물질의 성질에 관한 문제로
돌아가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일 것 같다. 암흑 물질 문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천문학적 관측에 의해 우주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질량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이 얼마만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둘째, 그럴듯해
보이는 인플레이션 우주 패러다임에 따른다면, 우주의 질량 밀도는 임계값에
아주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셋째, 항성이나 은하의 형태로
존재하는 빛을 내는 물질은 임계값의 단지 1퍼센트에 불과하다.
어두운 항성이나 목성 크기의 천체 등등의 다른 종류의 중입자
물질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중입자 물질은 임계 밀도의 약
1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넷째, 결과적으로 우주 질량의 90퍼센트는 빅뱅 이래
잔존한 외래의 입자나 질량을 운반하는 중성미자, 혹은 우주 끈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추정된다. 이제 네 번째 항목의
가정이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가정해보자. 암흑 물질이 존재하지 않거나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작은 양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러한 경우라면 암흑 물질은 어떤 것이 될까?
1989년 3월, <물리학의 오늘>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슈바르츠쉴트는 이러한 질문에 가능한 답변을 제시하였다. 아마도 비중입자
암흑물질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우주 상수는 너무
작아서 측정이 되지 않지만, 반면에 암흑 물질의 효과와 비슷할 만큼의 크기는
될 것이다. 우주 상수를 만들어낸
진공에너지 밀도는 그에 상응하는 질량을 가질 것이다. 아마도
암흑 물질 은 실제로는 에너지인 것 같다. 우주 상수가 0이 아닌 우주는 상수가
0인 우주와 비교하여 하나의 중요한 관점에서
다르다고 슈바르츠쉴트는 지적한다. 빅뱅 이후 지나간 시간이 좀더 길다는
것이다. 즉 우주상수의 힘은 중력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주의 팽창을 제동 시켜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우주의 나이는 100억년이나 150억 년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볼수
있으며, 천문학자들은 가장 오래된 것으로 관측되는 항성의 나이가 왜 우주의
나이와 같거나 심지어 더 많은가 하는 문제에 더 이상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4. 과학의 주변과 한계 영역
10) 과학의 끝
우주의 기원에 관한 슈퍼스트링 이론은 과학의 경계 영역에서
가장 멀리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말고 아직 더 살펴보아야 할 주제가 남아
있는데 이는 과학의 주변과 한계 영역이다. 내가
주변이라고 말할 때, 나는 경험적 관찰보다는 그러기를 바라는
희망적인 생각에 더욱 의존하는 과학 가설이나 사이비 과학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주제가 어느 정도 흥미로운 것일지 모르나 이 책에서 다룰
생각은 없다. 나는 이 책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과학만을 다루려고 한다.
과학의 주변 영역에서 발견되는 개념은 이런 순수한 과학의 특성을 갖지 않는다.
주변에 속하는 개념들에 관한 논의는 저자의 다른 책 <우주의 본모습을
찾아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과학의 한계영역에 속하는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 개념은 크게 2가지 범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먼저 특성상 과학적이라기 보다는 철학적인 면이 강한
추론의 범주가 있으며, 다른 하나는 확고한 이론적 혹은 실험적
확증이 없는 추론이다. 후자에 속하는 사고나 개념에는 종종
건전한 과학적 동기가 있으므로, 이들은 사이비 과학과는 구별이 된다. 사실
우주의 기원에 관한 일부 이론들은 이들 범주에
속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과학의 경계 영역과 한계영역의 구분이 불분명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무엇이 진리인지를 발견하려고 한다면 먼저
무엇이 진리일 수 있는지 판별해 낼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이 의식적으로 지적영역을 제한하기만 하면 과학은 진보가
있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물리학자들은 어떤
이론들이 기존의 물리 법칙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라도 다름아닌
바로 그 불일치를 보여주기 위해 제안을 하기도 한다.
타키온
타키온은 미국 물리학자 파인버그가 제안한 가설적 존재인데,
이에 따르면 광속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입자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0이 아닌 입자는 어느 것도
광속으로 가속될 수 없다. 이 이론은 어떠한
입자라도 아주 빠른 속도로 가속되면 그것의 질량 또한 점차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자가 점점 무거워질수록 그것을
가속시키기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일정속도를 가속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갈수록 더 커지고 급기야는 광속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무한대가 되어 버린다. 당연히 파인버그는
아인슈타인 이론의 이러한 측면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점점 가속이 되어 광속의 벽 을 지나쳐 가속된 것을 가리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타키온이라고 하는 광속보다 빠른 입자가
관찰하고 있는 우리 편을 보아도 동일한 벽을 갖게 된다고
가정하면 그것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달리 말하자면 타키온은 원래부터 광속보다 빠른
속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타키온의 개념은 우선 어느 정도의
이론적인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들을 검출하기 위한 시도(타키온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움직인다는 사실에 따라 그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가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그러한 관심은 시들해지고 말았다. 지금에 와서는 어떤 이론이
타키온의 존재를 예측할 경우(슈퍼스트링 이론들 중 일부가 그러하다.)이는
하나의 심각한 결함으로 간주된다. 광속보다 빠른 입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개념은
처음에는 흥미롭게 비쳐졌다. 그런 후 그것은 검증을 통해 결국 폐기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파인버그의 논리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거나 실험적으로 타키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사실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하기란 불가능하다.
타키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이유는 그들 존재에 대한 가설이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아무런 의미 있는 귀결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타키온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어떤 현상도
관측되지 않았으며, 그것이 반드시 존재할 필요가 있는 그럴듯한 이론 개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바꾸어 말하면 타키온의 개념은 빗나간 착상이었는데,
왜냐하면 그러한 가설은 기존의 어떠한
이론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문제점까지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만일 타키온이 실재하는
것이라고 밝혀졌더라면 과학자들은 시간을 거슬러 거꾸로 움직이는 입자들을
다루어야 했을 것이며 미래에 의해 과거가 어떻게
영향받을 수 있는지 설명해야 했을 것이다. 분명히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광속보다 빠른 입자는 어떤 관찰자에게는 시간을 역행하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파인버그의 가설이
어리석은 것이었다고 결론지어서는 안된다. 만일 그 개념을 탐구해 보지 않았던
들 슈퍼스트링 이론에서 그것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 당황하였을 것이며, 상대성
이론에서 빛의 장벽 이라는 뜻이 그리 잘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이와
비슷하게 기이하지만
사실이거나 매우 유망한 것으로 밝혀진 다른 개념들이 있다. 만일 과학자들이
신기하게 보이는 개념들을 검토하려 하지 않았다면,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에서의 연구는 진척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기이한 개념들
물리학자들이 과학의 한계영역을 설명해 내려 한다면, 그들은
주류 과학의 연구활동과는 사뭇 다른 방식의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과학의 한계영역을 탐구하는 것은 물리적 실체가 어떤
것일수 있는지를 발견해 내려는 시도이자 그것이 어떤 것인지
밝혀내려는 것은 아니다. 주류 과학과 미개척 영역의 과학은 알고 있는 세계에
관한 해석을 찾는 것이며 이에 반하여 한계 영역의
과학은 가능성이 있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계 영역을 탐구하는 과학자는 파인버그가 그랬듯이 종종 잘 알려진
물리학적 내용과 일치하는 현상을 발견해 내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수축하는 우주에서 시간이
거꾸로 흐를 수는 없는지(팽창하는 우주에서 시간이 좋게 흐른다면 그 반대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혹은 무한대의 많은 수로 교류
우주가 존재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양전자는 시간에 역행하여
거꾸로 움직이는 전자가 아닌지 따위의 질문을 해왔다. 그 중에서 양전자가
거꾸로 움직이는 전자라면 우리가 우주에서 알고 있는
전자는 오직 한 가지 종류뿐이게 된다. 우리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 많은
입자들이 이런 식으로 과거가 현재로 움직이는 동일한 입자들일 수도 있다. 이런
개념들은 가끔 정신나간 생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허용된 다른 생각들이 그렇듯이 기이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정신나간 일련의 개념들에는 가상 입자의
존재나 빛이 중력에 의해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생각 그리고 블랙 홀 같은 천체가
존재한다는 생각들이 포함된다. 이들 개념이
지금에 와서는 낯익은 것이 되었지만, 그들이 처음 제안되었을
당시에는 믿기 힘든 것이었다. 원자가 아원자 구성입자로
구성되었다거나 우주가 팽창한다는 개념들조차도 한때는 기이하게 보였었다.
과학적 진보는 종종 상식적인 개념을 기꺼이
포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훌륭한 과학자라면 뿌리깊은 편견을
기꺼이 버릴 수 있어야 하며 그는 우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그는 또한
물리법칙이 허용하는 것 중 기이한 현상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물어야 하며 실체가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겉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관해 숙고해 보아야 한다.
블랙 홀, 웜홀, 그리고 시간 여행
이들 개념을 염두에 두고서, 나는 아마 십중팔구 사실이
아니지만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한 이론을 설명해 보겠다.
엄격히 말해 우리는 결코 그것을 하나의 이론 이라고 부를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문명에서는
가능해질 것을 충분히 고려한 물리학 법칙에 근거한 탐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이론을 개발한 물리학자들 자신도 아무리
고도의 기술 문명일지라도 종종 공상 과학 소설가들이 이야기하는 2가지 것, 즉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항성간을 여행하는 것과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여행은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의 물리학자 모리스, 손,
그리고 유어체버가 개발한 그 이론을 설명하기 전에 한때는 상당한 관심을
끌다가 나중에는 폐기된 몇 가지 개념을 배경삼아
이야기하고 싶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블랙 홀은 2가지
중요한 특징을 갖는데, 이는 소위 사건의 지평선과 특이점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하나의 구형 표면으로서 그것을 통해 물체가
여행할 때 한쪽방향만 허용된다. 한 대상이 - 그것이 물질이건
빛이건 상관없이 - 밖에서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지만, 일단 사건의 지평선 안에 들어오면
중력에 의해 그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없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과 같다. 사건의 지평선은 실제의 물질
존재가 아니라 가상적인 수학적 표면이다. 블랙 홀의 거대한
중력을 생성하는 모든 물질은 특이점이라 부르는 지점에 집중해
있는데, 이것은 블랙 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그
안의 물질은 무한대의 밀도로 존재한다. 이러한 무한대 밀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중대한 이유가 있다.
물리학자들이 만일 양자중력 이론을 갖고 있다면 블랙 홀
내부조건에 이 이론을 적용하여 특이점이 어느 정도 희석되어
밀도가 매우 높기는 하지만 무한대는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설사
특이점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 말해 주는 차원이 없는 점은 아니더라도 그것은
매우 작은 것 같다. 블랙 홀 안의 물질이 중력에 의해서 원자 직경보다도 훨씬
작은 체적 안에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나아가 블랙 홀로
유입되는 모든 물질은 특이점의 중력에 의해 잡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만일 한 우주 비행사가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여
생존하려 해도 그는 결국 자신의 우주선이 특이점으로
빨려들어가지 못하게 할 수가 없다. 적어도 블랙 홀이 회전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그의 운명이다. 하지만 블랙 홀이 회전하지
않는다는 가정은 실제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있는데,
왜냐하면 우주의 모든 대상은 실제로 어떤 스핀을 각기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다른 혹성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며 태양 또한 다른 항성들처럼 자전하고, 전체
은하계들 역시 자전하고 있다. 항성의 붕괴로 형성된 블랙 홀만이 유독 전혀
스핀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1960년대에 블랙 홀 구조에 관한 수학적 이론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물리학자들은 회전하는 블랙홀의 특이점은 하나의 점이 아니라
고리의 형태를 갖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아가
어떤 이론적 계산에 따르면 만일 어떤
대상(예를 들어 한 우주선)이 특이점을 향해 들어가면, 그것은
특이점을 빗나가 전에 알지 못한 공간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결과가 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블랙 홀의 내부와 다른 우주, 혹은 우리
우주의 먼 지역을 연결하는 웜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웜홀은 우리
우주의 어떤 시간대와도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이들 결과는 광속보다 빠르게
우주의 다른 지역으로 가는 여행이나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 여행을 위해 블랙 홀을 거치는 여행이 이론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생각은 공상 과학 소설가들에 의해 널리
이용되었지만, 곧바로 그것은 결코
실행될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사실, 이런 생각에는 적어도
대여섯 가지의 오류가 있다. 블랙 홀의 사건의 지평선에 근접한
우주 비행사는 그것의 엄청난 중력에 의해 즉사해 버릴 것이다.
이는 그가 사건의 지평선을 건너기도 전의 일이다. 우주선과
비행사는 분해되어 중력에 흡수될 것이다. 만일 우주 비행사가
가까스로 블랙 홀 속으로의 여행에 성공하고 또한 웜홀을 통한
여행도 해냈다고 하더라도 그는 단지 또 다른 블랙 홀에 들어가게 될 뿐이다.
설사 이것을 피해서 블랙 홀이 아닌 어떤 곳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왕복여행이란 불가능하다. 그는 우리가 있는 우주의
원래 자리로 돌아오려고 해도 그의 위치는 원래 그가 들어온 블랙 홀 안이 되며
탈출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블랙 홀이 시공간의 다른 지역으로의 관문이라는
생각에는 여러 가지
이론적인 난점이 있다. 블랙 홀을 연결한다고 하는 웜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문제이다. 몇몇 물리학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하는 수학적인 추상은 의문스럽다고 한다. 비록 이 웜홀이 형성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주 비행사가 통과할 만큼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는다. 계산에 의하면 웜홀은 생성되자마자 바로
닫혀버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웜홀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열린
상태로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시공간 여행을 위해 사용될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웜홀 안의 복사는 너무 강렬하여 그것을
통과하는 모든 존재를 즉사 시켜버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개념이 역설적이다. 이런 웜홀여행이 가능하다면 우주
비행사는 과거로 여행할 수 있으며, 또한 과거의 지구에서 어린
아이인 자신이나 그가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부모를 죽일수가 있는 것이다.
슈바르츠쉴트 웜홀
블랙 홀을 서로 연결하는 웜홀만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랙 홀이 없는 시공간의 다른 지역을 서로 연결하는
웜홀도 일반상대성 이론은 허용하고 있다. 이들은 소위
슈바르츠쉴트 웜홀이라 일컫는데, 아인슈타인 이론이 발표된 직후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해 중요한 공헌을 한 독일 물리학자
슈바르츠쉴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웜홀의 존재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허용된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는
슈바르츠쉴트가 아니라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플람이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
이론이 슈바르쉴트 웜홀의 존재를 허용한다해서,
그것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타키온의 존재를 들 수가 있는데, 이것은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는 허용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실제로 슈바르츠쉴트의 웜홀은 거의 확실히 존재하지 않는다.
계산에 따르면 이것이 오늘날 존재한다면 우주는 가능성이 희박한 하나의 병적인
상태로 생성되었어야 한다. 특히 초기 우주는
수많은 특이점을 가졌어야 한다. 슈바르츠쉴트 웜홀이 자연계에
존재하더라도 항성간 여행이나 과거, 혹은 미래로의 여행에 이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웜홀 여행의 아이디어를 우리가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양자 바다에서의 낚시
1988년, 모리스, 손, 여체버는 물리학 평론지의 한 논문에서
고도의 기술문명이라면 양자 혼돈으로부터 미세한 슈바르츠쉴트
웜홀을 낚아내어 그것을 거시적 차원으로 확대시켜 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만일 이것이 이루어져 이들 웜홀이
유지될 수 있다면 결국 윔홀을 통한 여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3명의 저자들은
말한다. 과학자들은 아직 잘 들어맞는 양자중력 이론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줄곧 극미 수준의 공간 구조를
설명할수 있는 이론을 찾고 있다. 그들 대다수는 10-33센티미터
차원에서라면 가상 입자의 생성에 관여하는 양자 요동과 대략
흡사한 시공간요동이 분명 존재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극미 수준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거시적 세계에서 처럼 매끄러운 형태를 띠지는 않을 것 같다.
만일 과학자들이 10-33센티미터, 혹은 그 이하 차원의 대상을 볼 수 있다면
그들은 일종의 거품 같은 모양의
시공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무로부터 나와
존재하게 되고 팽창, 수축하며 기묘한 형태로 변형되어 다시
사라지는 미세한 시공간 교량과 웜홀의 회오리 덩어리처럼 보일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시공간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만
매끄럽게 보일 뿐 사실은 폭풍 속의 바다와 같다고 생각한다.
모리스, 손, 그리고 여체버는 고도 문명 세대에서는 이러한 양자의 바다로부터
웜홀을 낚아내어 거시적 차원으로 확대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것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물리법칙 또한 없다. 따라서 그들은 이 슈바르츠쉴트 웜홀이
시공간 여행에 이용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게 된다. 이 웜홀은
블랙 홀과 관련이 없으므로 플람과 슈바르츠쉴트가 기술한 것과
유사하다. 위의 세 물리학자들은 이런 웜홀을 통한 여행이 쉽지
않음을 곧 발견하였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이 윔홀은 입방
인치당 1027파운드의 압력을 지탱할 수 있는 색다른 물질 이나
색다른 장 에 의해서만 열릴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그들은
이와 같은 장은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 만일
이러한 거시적인 웜홀이 생성될 수 있다면, 그것은 여행에
이용하기에는 너무도 불안정할 것이다. 반면에 색다른 장은 보통의 물질과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시공간 여행을 불가능하게 방해할
것이다. <미국 물리학 저널>지에서 모리스와 손이 결론내리듯이 딸기잼처럼
만들어버리는 이런 장을 통해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웜홀을 통한 과거로의 여행의 경우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라 하겠다.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위의 저자들은 횡단할 수 있는 웜홀의 개념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모리스와 손은 말한다. 이
어려운 난제를 지금으로서는 반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다. 즉,
우리는 횡단할 수 있는 시공간 웜홀의 존재를 배제할 수 없다.
시공간 여행에 이용되는 웜홀이라는 말은 과학이라기보다는
공상과학처럼 들린다. 실제로 이 이론이 처음 등장한 것도 과학
저널이 아니라 공상 과학 소설에서였다. 칼 세이건은 자신의 소설 <접촉>에서 한
물리학자에게 후세대인은 광속보다 빨리 항성간을 여행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있다. 세이건은 그 이론의 일부를
상세히 그의 책에 삽입하였다. 그 이론에 공상 과학적 측면이
있다고 해서 그 개념을 탐구하는 것이 과학적 목적에 벗어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그 이론의 세 주창자들은 전에는
모르고 있던 어떤 진리를 발견코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물리 법칙이 어떤 종류의 현상을 허용하는지 입증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제기한 질문은 공상이 아닌 실제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1) 물리학과 형이상학
만일 과학자들이 증명될 수 없는 어떤 철학적 전제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연 세계에서 관측되는 현상들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그들이 불변하는 것인 물리학 법칙
같은 것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전혀 물리학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과학적
사고방식은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하여 그것이
그렇게 분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늘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연은 수많은 변량들로 가득차 있다. 태양은 매일 같은
시각에 뜨지 않으며 조수 간만의 시각이나 높이 역시 날마다
틀리다. 그것이 절대불변의 중력법칙의 작용 때문이라는 개념은
사실 미묘하고 궤변적이다. 물리학자와 우주론자가 우주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그
외의 다른 철학적 가정들도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우주 공간에서 우리가
있는 곳의 물리법칙이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에서도 똑같아야 한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이것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천체 물리학 같은 것은 있을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우주 진화에 관해 이야기할 경우, 우리는 지금과
똑같은 물리 법칙이 수십억 년 전에도 똑같이 장이나
입자들의 행동을 결정하였다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것이 옳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 또한 없다. 빅뱅이나 급팽창이라는
것이 없었다거나 자연의 법칙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을 몰라서 이들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고 상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은
상상해 볼 수는 있는 것이지만 호소력이 없다. 만일 법칙이라는 것이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변한다면 우리는 자연의 법칙 에 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인식하는 자연의 법칙이 다른 장소나 다른 시간에서 작용하는
법칙과 같은 것이라는 개념은 비록 증명될 수는 없지만 여러 부수적인 혜택을
준다. 이런 가정을 받아들임으로써 현재
우주에서 우리가 관측하고 있는 현상에 관한 설명과 일치하며,
또한 예측력이 있는 이론들이 생겨날 수 있게 된다. 달리 말하면 이런
기본적이며 철학적인 가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의미 있는
과학이론이 탄생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또한 단순성이라는
철학적 가정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뉴턴 시대 이래 하나의 현상에 관한 수많은
다양한 설명이 있을 때, 그중 가장 단순한 것이 항상 옳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태양 중심의 태양계 이론인 코페르니쿠스
이론이 지구 중심의 프톨레미 이론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은 수세기 전에
판명되었다. 만일
과학자들이 알렉산더 시대의 프톨레미처럼 태양이 정지해 있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가정한다면 다른 행성들의 운동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태양을 중심에 두는 것이 훨씬 단순하였다.
마찬가지로 90여개의 화학 원소가 물질의 기본 구성원소가
되기에는 너무 많다는 생각은 물리학자들로 하여금 원자의
구성체인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를 발견하게 하였다. 아원자 세계가
수백개의 기본 입자로 구성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인하여 쿼크가 발견되고 힘의 통일 이론이 연구되었다. 우리는 자연의
기본 구조가 단순해야만 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가정은
분명 잘 들어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단순한 이론일지라도 그것이 수학적으로는 매우 복잡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일반 상대성 이론은 소수의 단순한
전제에 기초하고 있지만 그 이론이 제안된 이래 70년이 지나서야 풀린 아주
복잡한 방정식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슈퍼스트링
이론은 앞서 살펴본 대로 기본 구성입자가 본질적으로 진동하는
고리라는 단순한 개념에 기초하지만 물리학자들이 가까운 미래에도 해결을
기대하지 못할 정도의 복잡한 방정식을 갖는다. 단순한
전제가 가끔은 가공할 만한 수학적 난점을 가져오지만, 복잡한
가정은 이보다 훨씬 더 나쁜 이론을 낳는다. 대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기 십상이다. 단순성의 가정이 없으면 물리학을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인간 중심의 원리
나는 자연 법칙의 단순성과 불변성이라는 가정을 상세히 논의할 생각은 없다.
이 주제는 수없이 많은 다른 저자들이 다루어
왔으므로 여기에서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 내가 그것에 관해
언급하는 목적은 단지 철학적 개념이 과학적 사고에 하나의 역할을 하며 종종
과학적 논의에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일례로 앞에서 살펴본 대로 물리학자들은 과거 시간으로의 여행
가능성에 관해 논의할 때 인과율의 위반을 이야기하며,
타키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로서 인과율의 위반을 지적한다.
인과율의 개념은 철학적인 것이지 과학적인 것은 아니며, 우리는 과학이
기초하는 철학적 가정으로서 그것을 받아들인다.
최근에 와서 물리학자들의 흥미를 끌며 결과적으로는 한편 악명이 높은 또 다른
철학적 개념이 나왔다. 인간 중심의 원리로 알려진 이 개념은 철학자들에게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취급받는 모욕을
당했다. 작고한 하인츠 파겔스는 이 개념을 경험 과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기이며 우주적 자아도취 라고 평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이 원리가
실제적인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보았다.
사실 영국 천문학자인 배로와 미국 물리학자 티플러는 그들의 책
<인간중심의 우주론 원리>에서 인간 중심이론 과학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용되어 왔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우주에 관한 사실 중 가장 명백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우주가 지능이 있는 관측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주에는 서로 다른
여러 형태의 지능 생물이 있을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수많은 항성들 중에는
우리와 다른 생물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명백하다. 즉 우주는 적어도 인류라는 지능
생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물체를 가진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다. 아마도 물리학 법칙이나 자연의 상수들이
지금과 약간 달라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중력은 실제보다 다소 강해도
될것이며 강.약력 또한 약간 약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전자의
질량이나 전하가 실제보다 약간 크거나 양성자의 질량이 실제보다 다소 작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 변화 중 어느 하나라도
이루어진다면 우주의 생명체는 거의 확실하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모종의 신비한 원리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생명체는 일련의 놀라운 우연의 일치인 것이다. 탄소나 산소같이
생명체의 기본이 되는 원소의 존재는 오직 기대치 않은 행운으로 밖에 달리
이야기할 수가 없다. 이들 원소는 탄소와 베릴리움 원자핵이 우연하게도 적절한
에너지 준위를 갖지 않았다면
충분한 양만큼 생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각각 6개의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는 탄소 원자는 헬륨핵(각각 2개의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짐)으로부터 합성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불안정한 형태의
베릴리움(4개의 양성자와 4개의 중성자를 가짐)이 존재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원자나 원자핵은
에너지 양을 임의대로 가질수 없다. 원자와 핵 모두 수많은 다양한 에너지
준위를 갖는다. 그들은 임의의 양만큼의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없으며 하나의 혀용된 에너지 준위에서 또 다른 준위로의
양자 도약만 가능하다. 에너지 준위는 핵반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베릴리움이 정확하게 적절한
에너지 준위를 갖지 않는다면 2개의 헬륨핵이 합쳐져 하나의
베릴리움으로 형성되는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이러한 준위가
존재함으로써 2개의 헬륨핵은 서로 친화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탄소핵 역시
헬륨과 베릴리움으로부터의 탄소형성을 촉진시키는 데필요한 적절한 에너지
준위를 정확히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탄소는 그래도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많은 양으로 존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우주에 지금보다
훨씬 적은 양의 탄소가 존재한다면 산소 역시 많은 양으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각각 8개의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산소는 탄소와 헬륨 핵이 결합하여 생성된다. 여기에서 회의론자가 있다며 이
같은 논의가 생명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으며 단지 인간이 얼마만큼 맹목적인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할는지 모른다. 생명체가 왜 탄소와
산소로부터만 생겨나야 하는가? 분명 다른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만일 생명체가 우주의 다른 어떤 곳에도 존재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우리와 비슷해야만 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알기로는 우리와
다른 어떤 생명체가
적색 거성의 표면에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탄소와
산소의 생성에 관한 분석은 생명체 존재의 희박한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논의의 첫 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탄소를 기초로 한
생명체가 얼마나 가능성이 없는가를 보여준 후라면 다른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망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을 간단히 보여줄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생명체건 항성이 존재해야만 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항성이 없다면 빛이나 열도 없을 것이며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에너지 흐름도 거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생명체는 거의 확실히 수소 이외의 원자가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우주의 생명체가 물질과 잘 결합하지 않는 양성자나
중성자, 전자로 구성되거나 수소가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항성이나 원자가 존재하지 않는 우주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우주에서는 중성자와 양성자의질량은 거의
같으며 중성자가 0.1퍼센트 정도 무겁다. 만일 이런
질량의 차이가 조금이라도 더 작다면 빅뱅 초기에 중성자는
양성자로 붕괴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우주를 갖게 되었을 것이며, 중성자와 양성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비유로
존재하였을 것이다. 만일 양성자가 약간 더
무겁다면 양성자는 중성자와 양전자로 붕괴할 수 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우주에는 양성자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전자와 양전자가 쌍소멸함으로써 전자 역시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우주에서는 거의 중성자로만 공간이 채워질 것이다. 만일
4가지 힘 중의 어느 하나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예로 강력이 단
5퍼센트만 약해진다면 강력은 중성자와 양성자를 서로 결합시키기에 충분치
못하므로 중수소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중수소의
형성은 항성이 수소를 헬륨으로 전환시키는 연쇄 반응의
첫단계이다. 중수소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항성은 빛을 내지 못하게 된다. 만일
강력이 몇 퍼센트 더 강해진다면, 그 결과는 더욱
나쁜(최소한 우리의 관점에서)것이 된다. 이 경우 디-양성자라
불리우는 입자를 생성해 낼 수 있는데 이것은 2개의 양성자가 서로 결합한
것이다. 우리 우주에서는 강력이 똑같이 양으로 하전된 2개 양성자의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겨내지 못하므로 디-양성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디-양성자가 존재한다면 항성은 우리 우주에서
처럼 지속적이며 서서히 수소를 연소시키지 못한다. 이와는 반대로 집중된
수소가스는 무제한의 핵폭발을 일으키고 항성은 형성되기도 전에 폭발해 버릴
것이다. 나아가 수소는 쉽사리 핵반응을 일으켜 우주는 오늘날 거의 전체가
헬륨으로 차 있을 것이다. 약력이나
전자기력, 또는 중력의 강도에 만일 작으나마 변화가 있더라도
역시 우주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된다. 원자가 없는
우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공간이 중성자 혹은 단지 수소나 헬륨으로만
가득 찬 공간을 상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항성이
형성되지 않건, 생명체가 진화되기 전에 급히 연소해 버리는 우주 역시 생각할
수 있다. 아예 차원이 적절치 않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우주도 상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간이 2차원인데
생명체가 생성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동물들은 한쪽
끝에서 다른 쪽으로 통하는 소화기관을 가질 수가 없다. 이러한
통로는 2차원에서는 그 개체를 2개로 나누어 버린다. 만일 공간이 4차원이라면
안정된 행성궤도는 불가능해진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나타내보면 행성은 태양을
나선형으로 돌게 된다.
인간중심 원리의 강약
우리가 이렇게 있을 법하지 않는 한 우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인간 중심의 원리는 이런 질문을 다루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그것은 2가지 형태로 말할 수 있다. 약한 인간
중심의 원리는 영국 물리학자 카터의 다음과 같은 제안이다. 즉 우리가
관측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관측자로 존재한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만일 우주가 지금과 같은
특성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서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약한 인간 중심의 원리는 동어반복처럼 들린다. 결국 우주가
지금과 같은 특성을 갖지 않는다면 여기서 이 문제를 논의할(혹은 약한 인간
중심의 원리를 제기할)사람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회의론자들이 생각하듯 공허한 내용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100억, 혹은 150억
년을 지나온 우주의 한
시대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생명체가 진화하는 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첫
단계는 생물체가 기초로 하는 원소들의 합성인데 이들은 대부분
빅뱅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다.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극히 일부분만 우주
초기에 일어난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대부분의
원소들은 항성의 내부에서 발생한 핵반응에서 생성될 수 있었다. 우주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항성에는 수소와 헬륨 이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수억 년이
지난 후에야 보다 무거운 원소이면서 생명체에 필요한 탄소, 수소, 질소 들이
거대한 항성 내부에서
생성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 항성은 폭발하여 원소들은 공간에
분산되었다. 결국 2세대의 항성이 형성되었고 이들 원소는 새로운 항성과 그
주위에 형성된 행성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수십억 년이 걸렸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였다.
생명체가 생성되기 전에 새로 형성된 행성은 차가워져야만 했다. 생명체가
드디어 존재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것은 아직 진화되기
전이었다. 우리 우주보다 더 젊은 우주에도 지능을 가진 관측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약한 인간 중심 원리는
이런식의 논의에 기초로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기이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접할 수
있는 다른 과학적 원리와는 사실상 매우 다르다. 파겔스에 따르면 이런 차이는
아주 뚜렷하다고 한다. 파겔스는 약한 인간 중심
원리가 반증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과학적 원리가 아니라고
논박한다. 파겔스는 이러한 비판을 가할 때 1934년 과학철학자
포퍼가 제안한 개념을 원용하였다. 포퍼의 개념에 따르면 과학적 가설은 반드시
반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오류라고 밝혀질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은 존재한다. 는 명제가 사실이건
아니건 그것은 반증해낼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 가설이 아니다.
반면에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그 예측이 실험을 통해 검증될 수
있으므로 과학적인 것이다. 한 이론의 예측이 실험에
의해 논박된다면 그 이론은 반증되었다고 말해진다. 포퍼의 검증은 어떤 가설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와 무관하다는 점을 주목하라.
그것은 단지 무엇이 과학적인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정의일
뿐이다. 이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약한 인간 중심의 원리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수 밖에 없다고 파겔스는 지적한다. 이를 반박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 점에 관해 우리는 파겔스에 동의해야만 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
원리가 무슨 쓸모가 있는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것은 일부의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듯 유용한 개념일지 모르고, 혹은 파겔스 같은 비판자들이
말하듯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즉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원리에 불과할
수도 있으며, 우주적 자아도취 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이 원리가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한다면, 우주의 연령이 지금과 같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그것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진다. 약한 인간
중심의 원리가 문제거리라면 강한 인간중심 원리는 보다 더 심각해진다. 강한
인간 중심 원리를 카터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즉 우주는 그 안의 어떤
곳에 관측자의 생성을 허용해야만 한다. 달리 말하면 생명체 생성의 잠재력을
갖지 않은 우주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약한 인간
중심원리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파겔스의 견해에 동의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한 원리의 경우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게 보인다. 강한 인간 중심원리는 확실히 너무
많은 형이상학적, 혹은 신학적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그것은
어떤식으로든 과학적인 것 으로 생각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왜 관측자를
생성해 내는 잠재력을 가진 우주만이 존재할 수 있느냐고 묻게 되면, 아마 2가지
답변만이 가능할 것이다. 창조자가 우주를 생명체가 살 수 있게 설계하였든지,
아니면 우주의 진화로 생성된 관측자가 우주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데
관여하든지 둘 중
하나이다. 첫번째 가능성은 곧 신의 존재에 관한 논의의 한 형태가 된다. 이런
논의는 한때는 상당히 대중적인 것이었는데 신의
존재가 자연 세계의 신비에 의해 드러난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이런 식의 논의는 오늘날에도 가끔 접하게 되기는 하지만
신학자들에 의해 더 이상 널리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많은
신학자들은 그것이 18세기 독일 철학자 칸트에 의해 분쇄되었다고 간주한다.
두번째 가능성은 의식을 가진 관측자가 우주를 존재케 하는 데 어느 정도
관여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주의 기본 실체는 정신이며 물리적 세계는
기본적으로 덜 실제적이라는
이상주의(관념론)의 철학적 교리가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이상주의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내가 말하려는 이상주의는 그 어느 것에도
적합치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강한 원리에 대한 이런 해석은 일종의
초이상주의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결국
그것은 의식이 물질보다 더 실제적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물질을
생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까지 의미하게 된다. 강한
원리를 해석하는 데 제 3의 가능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만일 코스모스가
관찰자의 생성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우리가 고쳐
말한다면 강한 원리는 무한대로 많은 우주가 있어서 그 중
일부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해석을 다른 둘보다 더 싫어한다는 사실을
말해 두고 싶다. 그것은 여러 개의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비과학적인(반증할 수 없기 때문) 가정을 취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의상을 입게
된다. 신이 우주를 설계하였다는 개념 역시
과학적이지 못하지만, 최소한 그것은 우리가 철학적 편견에 따라 믿건 안 믿건,
이치에 닿는 직선적인 개념인 것이다.
물리학과 형이상학
과학자들 중에는 철학을 경멸하는 것으로 평판이 나 있는 사람이 많다. 이런
평판이 어떤 때는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영국 실험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포드는 당대의 철학을
난방용 증기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은 물론 러더포드가
안락의자에 앉아서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 실험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러더포드의 태도는 맹종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정당화되었다. 그는 철학자들이 명제나 경험 과학의 논리 같은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던 20세기 초에 자신의 가장 중대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반면에 러더포드 시대의 물리학자들은 수많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있었다. 더욱이 그것은 상당히 직선적인
함축을 가진 지식이었다. 예를 들자면 러더포드가 원자핵을
발견하였을 때,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쏭달쏭하지는 않았다.
실험을 통해 원자의 양전하가 핵 이라 불리우는 원자 중심의 아주 작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에 와서는
문제가 판이하게 다르다. 형이상학적인 질문에 대면하지 않고서
물리학의 미개척 영역을 연구한다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시작되기 전의 시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 따위를 스스로 하고 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주에 시초라는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
이전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우주 그 자체와 함께 존재하게
되었을까? 다른 우주 라는 것이 관측되지 않는다면
그것의 논리적인 의미는 정확히 무엇일까?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 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를 연결하는 웜홀을 볼 수
없는데도 우리는 호킹이 설명하듯 이 웜홀을
통과함으로써 질량을 획득하는 입자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 관측할 수 없는
어떤 것에 관해 언급하는 일이 의미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이비 설명에 불과한
것인가? 또한 관측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게 축약된 부수적 차원의 존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일까? 만일 그것이 일부 슈퍼스트링 이론가들이 제안하듯 실재의 차원이
아니라면 그것은 무슨 쓸모가 있는가? 마지막으로 검증되지 않은, 혹은 검증될
수도 없는 이론이 아무도 해석할 수 없는 수학적 변수들을 갖고 있다면, 그런
것이 어떻게 물리적
실제에 관한 우리의 개념에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은 모두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중대한 질문으로서
이론과 실험사이의 틈을 분리시키는 것도 있다. 우주론 영역에서 우리는 우주의
주요한 특징을 설명해 주는 매우 그럴듯한 인플레이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은 검증할 수 있는 예측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만일 포퍼의
검증
가능성이란 범주를 적용한다면 그것은 과학적 이기 힘들다.
입자물리학의 영역에서는 보다 더 극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수의 뛰어난
물리학자들은 아직 단 하나의 검증 가능한 예측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슈퍼스트링 이론에 몰두하고 있다.
그것을 도대체
과학 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글래쇼가 말한 대로 그것은 중세 신학에
가까운 것인가? 한때 러더포드는 철학을 난방용
증기 라고 부를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는 물리학과 형이상학의 경계가 애매해져 버렸다.
다른 시대에는 형이상학으로 생각되던 질문들이 우주의 기원에
관한 논의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물리학자들은 한때는 과학보다는 철학에 속했던
인간 중심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부 각광받는 이론들이 제안되면 검증 불가능한 결론을
내놓게 되었고, 19세기 철학자들이 줄곧 제안하였던 형이상학
체계와 비슷한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일부 저명한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물리학이 실험적 기초에서 벗어나 과학이
아닌 어떤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느껴왔다. 앞서
살펴본 대로 슈퍼스트링 이론의 비판자들은 검증할수 없는 개념을 끝도 없이
추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들을 맹렬하게 비난해 왔다.
물리학의 미래
나는 어느 쪽의 사람들이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우리
시대에서는 물리학이 좀더 덜 경험에 기초하게 되고, 사고가 때로는 형이상학적
특성을 띠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같다.
수행가능한 실험에는 한계가 있고 건립할 수 있는 가속기의 크기 또한 현실적인
제약이 있으며, 어느 정부라도 가속기 건립에
무한정의 지원을 하려 하지는 않는다. 실험을 통해 물질구조 속을 더욱 깊숙이
탐색하려는 시도는 실험장치가 한계에 도달하면
언젠가는 멈춰 서게 되는데, 단지 이론만이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시대에는 자연 세계에 관한 연구가 철학의
일부였었다. 우리는 플라톤의 대화속에서 우주론상의 질문을
발견할 수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서는 수많은 자연
현상에 관한 분석을 보게 된다. 따라서 갈릴레오의 책을 읽고 그가 자신의
이론과 실험 결과에 흡족해 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교리와 또한 계속 싸워야 했던 것이다. 수
세기가 지나 과학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었고 철학은 축소되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과학자들은 예전에는 완전히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생각되던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 아무것도 없는 무로부터
창조가 가능할까? 등의 질문을
물리학자들은 하게 되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무엇을 추론해 낼 수
있는지 묻기 위해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 중심
이론까지 제기하였다. 물리학 영역에서만 이러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지 과학영역에서 과학자들은 정신이란 무엇인가? 자유 의지란
어떤 것인가? 등등의 질문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의식의 특성을 고찰하면서 인조 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아마
이런 식의 진전은 불가피한 것 같다. 답이 있을 수도
혹은 없을 수도 있지만, 어떤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인류는 계속 질문을
해대고 있다. 물리학과 우주론 영역에서 일부 과학자들이 그런 질문들과
씨름하고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처드 라이트] 깜둥이 소년 (0) | 2023.01.17 |
---|---|
[리처드 리키, 로저 르윈] 제6의 멸종 (0) | 2023.01.17 |
[린 헤어 사전트] 돌아온 히스클리프 (0) | 2023.01.17 |
[마르틴 콜랭] 인간과 욕망 (0) | 2023.01.17 |
[마빈 헤리스] 작은인간 (0) | 2023.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