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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윈스턴 그룸-포레스트 검프

by Casey,Riley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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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 1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전3권 중 제1권


   윈스턴 그룸 저





   1.

한 가지 말해둘 것이 있다. 바보가 된다는 것은 절대로 초콜렛처럼 달콤한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바보를 비웃고 신경질을 내며 형편없는 대접을
한다. 장애자를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만은 없다. 나는 내가 꽤
재미있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바보였다. 나의 아이큐는 70정도로, 사람들은
그것으로 나를 바보로 규정한다. 그러나 아마 나는 천치나 심지어는
저능아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개인적으로 나는 나 자신을
얼간이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바보는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바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바보를 <몽고증 환자>의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몽고증 환자란, 중국 사람처럼
보이도록 두 눈을 꼭 감고 침을 질질 흘리며 자위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나는 느리다. 나도 그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휠씬 똑똑할 지도 모른다. 내 마음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보고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는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가 있지만 그것을 말로 하거나
글로 쓰려고 노력하면 도통 아무 것도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여러분에게 보여주겠다. 
언젠가 내가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자신의 뜰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한다발의 관목을 심으려 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포레스트, 돈좀 벌어 보겠냐?"
그래서 나는 말했다.
"으응."
그래서 그는 내게 땅을 파는 일을 시켰다. 하루중 가장 더울 때 약 열
수레 가량의 흙을 신바람나게 날랐다. 일을 모두 마쳤을 때 그는 주머니를
뒤져서 1달러 지폐짜리를 꺼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싼 품삯때문에
소동을 벌여야 하는 것이었지만 그러는 대신에 나는 빌어먹을 1달러짜리
지폐를 받아들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고맙습니다" 느니 뭐니하고
입속에서 중얼중얼거리고, 자신을 바보처럼 느끼며 그 돈을 손 안에서
구겨쥐고 거리를 계속 걸어 내려갔다. 
내가 말하는 의미를 알겠는가?
이제 나는 바보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일 지도 모르지만, 나는 바보에 관해서 많은 것을 읽었다.
--도스토--- 에프스키의 바보로부터 리어왕에 나오는 바보, 포크너의
바보, 벤지 심지어는 <앵무새 죽이기>에 나오는 부우레들리까지 모조리
읽었다. ----이제 그는 '진지'한 바보였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의 하나는 <오브 마이스 앤 맨>의 레니이다.
작가들의 대부분은 바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 왜냐하면 그들의
작품에 나오는 바보들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항상 영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그것에 동의한다. 어떤 바보라도 그럴 것이다.
하하----.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엄마는 내게 남북전쟁에서 싸운 네이던 베드포르
포레스트 장군의 이름을 따서 포레스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엄마는
우리들이 항상 포레스트 장군의 가족과 어떻게해서인가 친척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전쟁이 끝난 다음에 쿠 크락스크란<KKK단>을
창단했고 할머니조차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빼 놓고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엄마는 말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말에 나도 동의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그랜드 이그젤티트 피슈포트>라고 하던가
혹은 그가 그 자신을 뭐라고 부르고 있던간에 그는 한때 시내에서
총포상을 경영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내가 12세가량 되었을 때의 일로서, 그곳을 지나갈 때 나는
진열창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그는 그 안에 커다란 교수형 집행인의
올가미를 진열해 놓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을 알아
차리자, 그는 자신의 목에 올가미를 감고서, 마치 목이라도 매달 것 처럼
바짝 조이고는 혓바닥을 쭉 빼물고 나에게 겁을 주려고 했다. 나는 도망을
쳐서 누군가가 경찰을 불러서 그들이 나를 엄마에게 집까지 데려다 줄
때까지 주차장의 자동차들 뒤에 숨어 있었다. 하여간 포레스트 장군이
그밖에 무슨 훌륭한 일을 했든간에 KKK단을 창시한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어떤 바보라도 그런 말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해서 내 이름을 얻었던 것이다.
우리 엄마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직후에 살해당했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전혀
모른다. 그는 부두에서 하역 인부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유나이티드 후루츠' 회사 소속의 화물선의 하나에서 크레인이 바나나를
가득 담은 커다란 그물을 내리고 있을 때, 무엇인가가 고장이 나서 우리
아버지의 위로 떨어져 내렸다. 우리 아버지는 그것에 깔려서 팬케이크처럼
납작해져 버렸다. 언젠가 나는 어떤 사람들이 그 사고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사고는 끔찍한 참사로서, 반 톤이나 되는
바나나가 우리 아버지를 완전히 으깨버렸다고 했다. 나는 바나나푸딩 만을
빼놓고는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바나나푸딩 만은 끔찍히 좋아한다.
엄마는 유나이티드 후루츠 회사로부터 얼마간의 부조금을 받았으며,
우리집에서 하숙을 쳤기 때문에 생활에는 별로 지장이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이 놀려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주로
나를 집안에만 가둬두었다. 여름 날 오후, 못견디게 더울 때, 그녀는 나를
거실에 집어넣고 햇빛을 차단하여 시원하도록 차양을 내리고 내게
라임에이드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곳에 앉아서 특별히 아무런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마치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에게 얘기해주듯 내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으며 또 얘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왜냐 하면 엄마의 목소리는 나로 하여금 진정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내가 자라나기 시작했을 때, 어머니는 밖에 나가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했으나, 그때 그들이 모두 나를 놀려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느 날 어떤 사내아이가 나를 놀려대다가 막대기로
나를 때려 끔찍한 상처 자국을 남겼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어머니는
내게 그 아이들과는 더 이상 함께 놀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계집애들과
놀아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것도 잘 되지를 않았다. 그 이유는
계집애들은 모두 내게서 도망쳐버리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내가 다른 모든 아이들처럼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나를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동안 학교에 다녔을 때 선생님이 찾아와서 엄마에게 다른 학생들과
함께 다니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1학년은 마치게
해주었다. 때때로 나는 선생님이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그곳에 앉혀져서
내 마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도통 알 수가 없었으나, 창
밖에 있는 커다란 늙은 떡갈나무에 앉아있거나 기어오르거나 하고 있는
새들이나 다람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면 선생님이 다가와서 크게 야단을 쳤다. 또 어떤 때는 정말로 이상한
동물이 내게 달려와서 악을 쓰기 시작하고, 그리고는 그녀는 나를 밖으로
나가게하고 복도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게 하기도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나를 쫓아다니거나 나를 비웃을 수 있도록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이외에는 나와 절대로 놀아주지 않았다. ----- 단 한 사람, 제니 커란을
빼놓고는 말이다. 그녀는 최소한 내게서 도망은 치지 않았으며, 이따금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그녀의 옆을 걸어가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다음 해가 되자, 그들은 다른 종류의 학교에 나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 마디로 말하면 그 학교는 을씨년스러웠다. 그곳은 그들이 마치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낼 수 있는 괴상한 아이들을 모조리 모아놓은 것
같았다. 나이는 내 나이 또래와 더 어린 아이부터 16세이나 17세 가량의
커다란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온갖 종류의 지진아와 경련증 환자와
심지어는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 없거나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나는 아마 그 가운데서는 가장 증세가 가벼웠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14세 가량의 덩치도 크고 뚱뚱한 사내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그는 마치 전기의자나 그런 것에 앉아있는 것처럼 경련하게 만드는 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선생님인 미스 마가레트는 그가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는 나에게 항상 함께 따라가라고 명했다.
그러나 그는 어차피 그런 짓을 했다. 나는 그를 못하게 할 방법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변기의 하나에 걸터앉아서 그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교실로 데려 오고는 했다.
나는 그 학교에 5,6년 가량 동안 다녔다, 그러나 그곳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은 손가락을 그림을 그리게하고 조그만 물건들을
만들게했으나 대개는 우리들에게 운동화의 끈을 매는 법이나 음식을
흘리지 않는 법을 가르키거나 했다. 
특별히 이렇다하고 배우는 책도 없었다. ---- 우리들에게 교통 표시를
읽는 방법이나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사이의 차이점같은 것을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말이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은 정말 심각한
바보들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것을 가르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나는 그 학교는 정상인들의 주변에서 우리들을 격리시켜 놓으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누가 한 무리의 정신 지진아들이 자기
주위를 맘대로 쏘다니는 것을 원하겠는가? 나같은 사람조차 그것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내가 13세가 되었을 때, 몇가지 몹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첫째로, 나는 갑자기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6개월 동안에 6인치나
자랐기 때문에 우리 엄마는 노상 내 바지를 늘여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한 나는 너무나 커져 버렸다. 16세가 되었을 때, 나는 키가
6피트 6인치에다 체중이 242파운드나 되었다.
나는 선생님들이 내 체중을 달아주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았다.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음에 일어난 일이 내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나는 바보들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헤 어슬렁어슬렁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자동차가 한 대 내 옆에 다가와서 멈췄다.
어떤 사나이가 나를 불러 세우더니 내 이름을 묻는 것이었다. 
이름을 말해주자 그는 내가 어떤 학교를 다니느냐고 물으면서, 어떻게
너를 보지 못했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바보 학교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자 그는 내게 한 번이라도 미식축구를 해본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의당히 나는 다른 아이들이
미식축구를 하는 것을 많이 보았지만, 아이들이 한 번도 끼어주지를
않았다고 대답을 해야 옳았겠지만, 이미 말한 것처럼, 나는 길다란
대화에는 익숙치가 않아서, 그냥 고개만 젓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신학기가 시작되고 2주일 가량 지난 뒤의 일이었다. 
사나흘이 지났을 때, 그들이 찾아와서 나를 바보 학교에서 꺼내 주었다.
그곳에는 우리 엄마가 있었고, 자동차에 탄 남자와 깡패처럼 보이는 다른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소란을 부릴 경우에 대비해서 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했다. 그들은 내 책상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꺼내서, 갈색 종이 봉지에 집어넣고, 마가레트 선생에게 작별 인사를
하라고 내게 명했다. 그러자 갑자기 놀랍게도 마가레트 선생은 나를 미친
듯이 와락 껴안더니,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나서 나는 모든 다른 바보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침을 흘리고 몸을 경련시키면서 주먹으로 책상을
쾅쾅 두드렸다. 그렇게해서 나는 바보 학교를 하직했다. 
엄마는 자동차의 앞좌석에 그 사나이와 함께 앉아 있었고, 나는 뒷좌석에,
옛날 영화에서 '본서'로 경찰이 범인을 연행해 갈 때처럼 두 명의 깡패
사이에 끼어 앉아 있었다, 물론 우리는 본서로 가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들이 세운 새로운 고등학교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나를 학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교장실로 갔다. 엄마와 나와 사나이는 두
명의 깡패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은
넥타이와 헐렁헐렁한 바지에 얼룩이 있는 늙은 회색 머리의 남자로서,
그는 영락 없이 바보 학교 출신처럼 보였다. 우리들 모두는 의자에
걸터앉았고 그는 학교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설명하고, 내게 여러 가지의
질문을 했다.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으나 그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내가 미식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나도 어느정도 눈치로
때려잡을 수가 있었다.

자동차에 타고있던 사나이는 웰러스라는 이름의 미식축구코치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날 나는 다녀야할 교실같은 곳에는 가지 않았으나 웰러스코치는
나를 데리고 락커룸으로 가서 깡패 하나가 온통 패드와 잡동사니가 달린
미식축구 유니폼과 얼굴이 다치지 않도록 앞에 보호대를 댄 플라스틱
헬멧을 가져다 주었다. 그들이 찾아내지 못한 유일한 장비는 신발로서
내게 맞는 신발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특별한 크기의 신발을
주문할 때까지 나는 옛날의 운동화를 그냥 신을 수 밖에 없었다.
웰레스 코치와 그 깡패들은 내가 혼자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 때까지,
내게 유니폼을 입혀 주었다가는 다시 벗겨내곤 하는 것을 열번이나 스무
번 가량 되풀이했다. 한 가지, 한참 동안 고민했던 것은 서포터 건이었다.
왜냐 하면 나는 그것을 착용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내게 그것을 설명해 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는 하도
답답해서 깡패 하나가 동료를 보고 내가 '멍청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했다. 그리고 그가 내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종류의 일에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탓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감정을 상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그것보다 더 심한
모욕을 당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을 깊이
머리에 새겨 두었다.
잠시 뒤, 학생들이 우루루 락커룸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축구
장비를 꺼내서 착용했다. 그리고나서 우리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고,
웰러스 코치는 선수 전부를 모이게 하고 나를 그들 앞에 세우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시시한 소리를 지껄여 대고 있었는데
그것은 평생에 그 누구도 나를 모르는 사람 앞에 세워놓고 소개를 해준
적이 없기 때문에 절반 쯤은 겁에 질려서 넋이 나가 있었던 탓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몇몇 선수들이 다가와서 악수를 하고 내가 자기네 팀에
들어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것이 끝나고나자 웰러스 코치는 호각을
불었다. 그 호각 소리는 나를 대경실색하게 만들었으나 다른 아이들은
연습을 하기 위해서 운동장으로 흩어져 나갔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을 얘기하자면 한이 없지만 하여간 나는 그렇게해서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웰러스 코치와 깡패 하나가 내가 풀레이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특별히 지도를 해주었다. 미식축구에는 상대방
선수를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들은 그것을 내게
설명해 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우리가 여러 차례 그것을
시도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실망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자신이 어떻게해야 하는 지를 도통 생각해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은 그들이 '방어' 라고 부르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들은 내 앞에 세 명의 선수를 세워 놓고, 나는 그들을
뚫고 들어가 공을 가진 선수를 붙잡도록 되어 있었다. 첫 번째 부분은
누워서 떡먹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다른 선수들의 머리를 밀어서
넘어뜨릴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을 가진 선수를 붙잡는
방법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그들은 나로 하여금 그
감각을 익히게하기 위해서 스무 번 쯤 떡갈나무에 태클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얼마 뒤, 내가 떡갈나무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웠으리라고 추측한
그들은 나를 다시 세 명의 선수와 공을 가진 선수들 앞에 세워놓고, 내가
3명의 선수를 밀어젖힌 다음에 정말로 우왁스럽게 공을 가진 선수에게
덤벼들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그날 오후에 나는 무수히 욕을 얻어
먹었다. 
연습을 끝내고 나는 웰러스 코치를 만나러가서 공을 가진 선수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도저히 그에게 우왁스럽게 덤벼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코치는
그는 축구 유니폼으로 완전히 보호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상처를 입을
염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나는 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가 내게 화를 내고, 또한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경우 모두가 한패가 되어 나를 못살게 굴게 되지 않을까가
두려웠었다. 하여간 짧게 말한다면, 내가 미식축구의 요령을 익히는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한편, 나는 수업 시간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보
학교에서는 우리들은 사실상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으나
이곳에서는 학생들은 공부에 대해서 휠씬 더 진지했다. 어떻게해서인가
그들은 내가 세 시간의 생활 지도 수업을 받도록 해주었다. 그 시간에는
교실에 앉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면 되었다. 그리고 내게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여선생과의 수업이 세 시간이 있었다. 교실에는
우리들 두 사람뿐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친절하고 아름다워서 여러 차례
나는 여선생에 관해서 몹쓸 생각을 하곤 했다. 미스 핸더슨이라는 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 하나의 수업 시간은 점심 시간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모두들 그것을 수업 시간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바보학교에 다닐 때 우리 엄마는 내게 샌드위치와 쿠키와 과일 한 개
----물론 바나나는 아니다--- 를 싸 주었는데, 나는 그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를 갔었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아홉 가지나 열 가지의 음식을
내놓는 학생 식당이 있어서, 매번 나는 무엇을 먹어야할지 마음을
정하는데 애를 먹곤 했다. 누군가가 무엇이라고 일러바친 것이 틀림 없다.
왜냐 하면, 약 일 주일 쯤 지났을 때 웰러스 코치가 내게 다가와서 모든
음식은 '공짜' 니까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집어먹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빌어먹을! 누가 그런줄 알았나!
생활 지도 시간에 누가 있었는지 상상해 보라. 그것은 다름 아닌 제니
커란이었다. 그녀는 복도에서 내게 다가와서 1학년 때의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은 완전히 성장해 있었다. 아름다운 검은
머리칼. 길고 날씬한 다리, 그리고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차마 여기서는
언급할 수 없는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미식축구는 정확히 웰러스 코치의 취향대로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는 많은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으며, 그래서 늘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도 역시 악을 썼다. 그들은 내가 공을 가진
우리 팀 선수를 다른 팀 선수들이 잡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해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공을
라인의 한 중간으로 보낼 때 이외에는 쓸모가 없었다. 코치는 또한 나의
태클에 대해서도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많은 시간을 그 떡갈나무 옆에서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들이 원하는대로 공을 가진 선수에게 우악스럽게
태클을 가할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가 나를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나서 그러한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학생 식당에서 나는 음식을 담아 가지고 제니 커란의 옆자리로 갔다. 나는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지만 그녀는 학교 안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그곳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게 느껴졌다. 대개의 경우, 그녀는 내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몇몇 축구 선수들과 함께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나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최소한 제니 커란은 내가
그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해 주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난 뒤에 나는
어떤 아이가 역시 그곳에 노상 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내게 대해서 신랄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얼간아, 안녕?" 하는 투의 말을 말이다.
이런 일이 한두 주일 계속되었으나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참다 못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얼간이가 아니야."
그러자 그 녀석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제니
커란이 그 녀석에게 조용히 하라고 쏘아붙였으나 그는 우유팩을
집어들더니 우유를 내 무릎에 부어버렸다. 그러자 나는 껑충 뛰어
일어나서 그것이 무서워서 식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2,3일 뒤, 그 녀석이 복도에 있는 내게 다가와서 나를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겠다고 말했다. 나는 하루 종일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지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늦게 체육관으로 향해가고 있으려니까 그곳에 그는 한패거리의
친구들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다른 길로 피해 가려고 했지만
그가 다가와서 어깨를 떠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온갖 욕설을
퍼붓고 나를 '병신'이니 뭐니하면서 내 배에 주먹을 넣었다.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나는 울음을 터트리고 몸을 돌려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와 그의 친구들이 내 뒤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축구 연습장을 가로질러서 체육관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그때 갑자기 나는 웰러스 코치가 외야석에 앉아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쫓아오던 아이들은 결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가
버리고 웰러스 코치는 기묘한 표정을 얼굴에 띄고 당장 유니폼을 갈아입고
오라고 말했다. 잠시 뒤 그는 여러 가지 작전도를 그린 종이쪽지를 들고
락커룸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세 가지의 작전도였다. 그리고는 최선을
다해서 그것들을 외우라고 지시했다.
그날 오후 축구 연습 때, 코치는 모든 선수들을 두 개의 팀으로 늘어서게
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쿼터백이 내게 공을 주었다. 따라서 나는 라인의
오른쪽 끝을 따라서 골포스트까지 달려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수들이
모두들 나를 잡으려고 쫓아오기 시작하자,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뛰었다
----- 나를 따라 잡아서 쓰러뜨릴 때까지 7, 8명이 쫓아왔다. 웰러스
코치는 굉장히 좋아했다. 그는 껑충껑충 뛰면서 소리를 지르고 선수들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우리들은 이전에도 우리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수없이 달리기 시합을 했으나 나는 누가 쫓아올
때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바보가 더 빨리 달리지
않겠는가?
어쨌든간에 나는 그 사건이 있은 뒤에 훨씬 더 인기가 상승하게 되었고,
팀 내의 다른 선수들도 내게 상냥하게 대해주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첫
번째 시합을 가졌고, 나는 죽을 듯이 겁이 났지만 그들은 내게 공을
주었고, 나는 두세 번 골라인을 통과했다. 그 다음부터 사람들은 그렇게
내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그 고등학교는 분명히 나의 인생에 있어서 여러 가지 것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공을 가지고 달리고 싶어하는 곳으로 가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중앙에서처럼 다른 선수들을 떼어놓을 수가 없다고
해서 주로 그들은 사이드로만 달리게 했지만. 깡패 한 사람은 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고등학교 '하프백' 이라고 평했는데, 나는 그가
그 말을 칭찬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편, 나는 미스 핸더슨에게서 읽는 법을 많이 배웠다. 그녀는 내게 <톰
소여>와 지금은 기억할 수 없는 다른 두 권의 책을 주었다. 나는 그 책을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서 모두 끝까지 읽었다. 그러나 그 뒤에 그녀는 내게
시험을 치르게 했으나 화끈한 점수는 받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그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 뒤에 나는 식당에서 제니 커란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으나 오랫동안
그것으로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뒤 봄철의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내게 우유를 쏟아 붓고 나를 쫓아왔던
녀석이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닌가! 그는 막대기를 들고, 나를 '병신' 이니
'바보천치'니하며 내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몇사람의 통행인이 지켜보고 있었고, 잠시 뒤에 제니 커란도 그곳에 왔다.
그때 나는 다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 그러나 그순간 어떤
이유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나는 그냥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
녀석은 막대기를 들어서 그것으로 내 배를 찔러댔다. 그때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그의 팔을 움켜잡은뒤 다른
손으로 머리 꼭대기를 쥐어박았다. 그리고 그 한 방에 그는 끝장이 나고
말았다.
그날 밤 우리 엄마는 그 녀석의 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은 만일 내가 그들의 아들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댔다가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서 나를 정신병원으로 보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사건의 내막을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그녀는 알겠다고 말했으나.
나는 엄마가 심히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는 나에게 너는 몸집이 크기 때문에 자칫하면 누구를 해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각별히 자신의 행동에 조심해야한다고 타일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도 해치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약속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나는 엄마가 자신의 침실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 녀석의 머리 꼭대기를 때린 사건이 내게 한 가지의 교훈을 가져다
주었다면 그것은 나의 축구 기술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튿 날, 나는 웰러스 코치에게 나로 하여금 중앙으로 곧장
달리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오케이를 하자 나는 앞에 아무도 없어질
때까지 4,5명의 수비 선수를 헤치고 달려가서, 그들이 다시 나를 쫓아오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다. 그 해에 나는 주 대표팀의 선수로 선발되었다.
나는 그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내게 두 켤레의 양말과
새로운 셔츠를 생일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돈을 저축해서 주 대표팀
시상식에 갈 때 입을 새 양복을 사 주었다. 난생 처음 가져보는
양복이었다. 엄마는 나를 위해서 넥타이를 매어주고, 나는 새 양복을 입고
집을 떠났다.


   ^co 2.

주 대표팀 선발 축하연은 후로마튼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리게 되어
있었다. 그곳을 웰러스 코치는 '철로가 교차하는 곳'이라고 묘사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상을 받게 된 사람은 이 지역에서 5,6명이었다---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갔다. 그곳까지는 2시간 쯤 걸렸는데, 버스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떠나기 전에 두 컵의 스러피를 마신 나는
후로마튼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바지에다 오줌을 쌀 지경이었다.
버스는 후로마튼 고등학교의 강당에서 멈췄다. 그리고 강당 안에 들어갔을
때, 나와 다른 몇사람은 우선 화장실부터 찾았다. 그러나 간신히 화장실에
들어가서 바지의 지퍼를 내리려고 하자 지퍼가 셔츠 자락에 결려서
열리지를 않았다.
이렇게 한창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라이벌 학교의 친절한 선수 하나가
나가서 웰러스 코치를 찾아 가지고 깡패 두 명과 함께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내 지퍼를 열어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깡패 하나가 바지 앞을
여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찢어 버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웰러스 코치는 양손을 엉덩이 위에 얹고 말했다. 
"자네는 내가 이 소년을 지퍼를 찢어내 가지고 물건을 드러낸 채 식장으로
내보내리라고 생각하나?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리라고
생각하나?"
그리고는 내 쪽으로 돌아서서 말했다.
"포레스트, 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너는 그대로 오줌을 참아야 해. 그
다음에 우리가 지퍼를 열어줄께. 알겠지?"
나는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피곤한 긴
밤이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들이 화장실에서 나와 강당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가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우리들은 모든 사람의 앞에 있는 무대 위의 크고 긴
테이블에 앉혀졌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밤에 대한 최악의 공포는 서서히 실현되어갔다. 강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연설을 하기 위해서 일어서는 것 처럼 생각되었다
--- 심지어는 웨이터들과 수위들까지도. 나는 엄마가 이곳에 함께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엄마 만이 나를 도와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는 집에서 유행성 독감으로 드러누워 있다.
마침내 상이 주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상품은 조그만 황금색의
축구공으로서, 이름이 불려졌을 때, 우리들은 마이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상을 받고,
"감사합니다."
하고 말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누구든 그밖에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모두들 20세기가 모두 지나가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으니까 가능한한 짧게 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이 상을 받고,
"감사합니다"
하고 물러나서, 이윽고 나의 차례가 되었다. 마이크 앞에 선 누군가가 큰
소리로 불렀다.
"포레스트 검프"
검프는 ---만일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나의 성이다. 나는
일어나서 마이크 앞으로 가서 상을 받았다.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고,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누군가가 미리 그들에게 내가 일종의 바보라고 말했기 때문에 특별히
나에게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광경에 너무나 놀라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사람이 조용해지고,
마이크 옆에 있는 사람이 몸을 기울이고 내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한
마디 하라고 권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오줌이 마려워 미치겠어요!"
청중들 모두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이상한
표정으로 마주 보면서 낮은 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헬러스 코치가 연단으로 올라와서 내 팔을 움켜잡고 내 자리 쪽으로
끌고갔다. 나머지 시간 동안 그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으나 축하연이 끝난
뒤에 코치와 깡패들은 다시 화장실로 나를 데리고 가서 바지 지퍼를
찢어냈고 나는 양동이 한 통 쯤 되는 양의 오줌을 누었다!
"검프!"
코치는 내가 소변을 모두 마치고나자 말했다.
"자네는 말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군."

그 이듬 해는 그다지 특기할만한 일이 없는 해였다. 누군가가 주대표팀
시상식에서 바보가 오줌을 누었다는 소문을 퍼트린 것과 수 많은 편지가
미국 전체로부터 날아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 이외에는. 엄마는 그것들을
전부 모아서 스크랩북에 붙여 놓았다. 어느 날 소포가 뉴욕 시에서
왔는데, 그 소포 속에는 뉴욕 양키스 팀의 전 선수가 싸인한 공식
야구공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그때까지 나에게 일어난 일 가운데서
최고의 사건이었다! 나는 그 공을 황금 벽돌처럼 소증하게 다뤘다. 어느
날 뜰에서 토스를 하고 있을 때 커다란 늙은개가 들어와서 공을 공중으로
던졌을 때 그것을 덥썩 깨물어 버렸을 때까지는 말이다. 내게는 항상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어느 날 휄러스 코치가 나를 부르더니 교장실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대학에서 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나와 악수를 나누고,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계속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그들이 나를 계속
지켜보아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모두가 그 사람에 대해서 겁을 집어먹고 있는듯 연상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을 문지르고 그를 "미스터 브라이언트" 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자기를 "베어(곰)"라고 부르라고 말했다. 나는 웃기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면에서 그는 곰과 닮은 면이 있기는 있었다.
휄러스 코치는 내가 그렇게 영리한 학생은 아니라고 지적했으나 곰은 그의
선수들의 대부분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의 공부에 특별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증했다. 일 주일 후, 그들은 내가 전혀 익숙치
못한 온갖 종류의 까다로운 질문을 가지고 나를 테스트했다. 얼마 뒤 나는
싫증을 느끼고 테스트받는 것을 그만둬 버렸다.
이틀 뒤, 곰은 다시 찾아오고 나는 휄러스 코치에게 끌려서 교장실로
갔다. 곰은 실망한 것 처럼 보였으나 그래도 계속 친절했다. 그는 내게
테스트에서 최선을 다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교장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러자 곰은 말했다.
"그렇다면 불행한 일이군요. 왜냐 하면, 그 성적표는 이 소년이 바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 처럼 보이니까요."
교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며, 휄러스 코치는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넣고 그곳에 서서 비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대학 축구선수로서의 장래에 종지부를 찍는 것 처럼
생각되었다.
대학 축구계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저능이라는 사실은
미합중국 육군에는 전혀 아무런 인상도 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고등학교에서의 나의 마지막 해였고, 봄에는 다른 모든 학생은 졸업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연단 위에 나를 앉혀놓고, 차례가 돌아오자 교장은
그들이 내게 '특별한' 학위를 수여하게 되었다고 공표했다. 나는 일어나서
마이크 앞으로 걸어 나갔고, 두 명의 깡패도 일어나서 나와 함께 걸어갔다
----내 생각에는 내가 주 대표팀 시상식에서 한 것과 같은 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우리 엄마는 맨 앞줄에 앉아서 울면서 양손을
쥐어짜고 있었고, 나는 정말로 무엇인가를 성취한 것 같아서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드디어 엄마가 소리치고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한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나에게 지방징병사무소나 그와
유사한 기관에 출두하라고 하는 육군으로부터의 징집 영장이 나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었으나 엄마는 알고 있었다---
그 해는 1968년으로서, 온갖 빌어먹을 놈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엄마는 징집관들에게 건네줄 학교 교장으로부터의 편지를 내게 주었으나
나는 그곳에 가는 길을 잘못해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미치광이같은
광경이었다. 육군 제복을 입은 덩치가 큰 흑인이 사람들에게 고함을
지르면서 그들을 반 단위로 분류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모두 그곳에 서
있으려니까 그는 다가와서 소리쳤다.
"좋다. 너회들 중의 절반은 저쪽으로 가고, 너희들 중의 절반은 이쪽으로
가고, 나머지 절반은 그 자리에 남아 있어라!" 사람들은 여기 저기로 밀려
다니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는 나까지도 저 녀석은 천치라고 추측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나를 어떤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우리들 모두들 줄을 세우고는
입고 있는 옷을 벗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별로 달갑지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없이 그렇게 했다. 그들은
우리들의 모든 곳 ---양쪽 눈, 코, 입, 양쪽 귀--- 을 들여다 보고,
심지어는 성기까지 살펴 보았다.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내게 몸을 구부려
보라고 말하고, 내가 그렇게 하자 누군가가 손가락을 내 항문 속에 쑤셔
넣었다.
이제, 너는 죽었다!
나는 몸을 돌려서 그 놈을 움켜잡고 머리 꼭대기에 한 방 먹였다.
갑자기 방안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와서 내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공격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그들을
집어던지고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일어난 일을
얘기하자 엄마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했으나, "걱정하지 마라, 포레스트,
모든 일이 잘 해결될 거야." 라고 말했다.
그러나 잘 해결되지는 않았다. 다음 주 한 대의 밴이 우리집 앞에 멈춰
서고, 육군의 제복과 반짝이는 헬멧을 착용한 여러 명의 군인이 문으로
다가와서 나를 찾았다. 나는 내 방에 숨어 있었으나 엄마가 올라와서
그들이 나를 징병사무소까지 태워다 주려고 찾아 왔다고 말했다.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그들은 마치 내가 어떤 정신병자나 되는 것처럼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다. 커다란 사무실로 통하는 문이 있고 그곳에는 번쩍이는
군복을 입은 나이가 많은 군인이 있고 그 역시 나를 아주 조심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앉혀놓고 내 앞에서 또 다른
테스트를 했는데, 그것은 대학 축구팀 테스트보다는 훨씬 쉬웠지만 그것
역시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테스트를 끝내자 그들은 나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긴 테이블에 4, 5명의 군인들이 앉아서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내가 받은 테스트의 결과처럼 보이는 것을
돌아가면서 보고 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은 모두 모여서 밀담을 나누고, 그것이 끝나자 그들중의
하나가 서류에 싸인을 하고 내게 건네 주었다. 그것을 갖고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그것을 읽고 머리칼을 잡아당기고 울면서 주님을 찾았다. 왜냐
하면, 그것에는 내가 바보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징병유예처분' 이
되었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일에는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 되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
우리 집에는 전화 회사에서 교환수로 일하고 있는 여자 하숙인이 우리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미스 프렌치였다. 그녀는 참으로 친절한
숙녀로서 거의 남들과는 교제를 하지 않고 살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무덥고 천둥 번개가 치고 있는 어느 날 밤, 내가 그녀의 방 앞을
지나가려는데 문에서 얼굴을 내밀고 말을 거는 것이었다.
"마침 오늘 오후에 맛있는 크림과자를 한 상자 받았는데, 한 개 먹어보지
않을래?"
그래서 나는
"네."
하고 대답하고, 그녀는 자기 방으로 나를 들어오게 했다. 그 크림과자는
방안의 화장대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과자를 한 개 집어 주고는 한 개
더 먹겠느냐고 묻고 손가락으로 침대에 걸터 앉으라고 지시했다. 나는
아마 과자를 열 개나 열 다섯 개는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밖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쳐대고, 커텐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때
미스 프렌치가 나를 떠밀어서 침대 위에 드러눕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너는 그냥 눈을 감고 있으면 되는 거야." 그녀는 말했다,
"아무 것도 걱정할 것 없어."
그리고는 이전에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어떤 일이 내 몸에 일어났다.
나는 그것이 어떤 일인지는 말할 수가 없다.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 엄마가 그것을 알면 나를 죽이러 들테니까.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것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인생관을
갖게 해 주었다고.
문제는 미스 프렌치는 멋지고 친절한 숙녀이기는 하지만, 그날 밤 그녀가
내게 한 것과 같은 행위는 제니 커란이 내게 해주기를 원해 온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나의 상태로서는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전혀 생각해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격다짐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 탓으로 나는 제니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엄마에게 물어 볼 용기를 얻을 수가 있었다. 물론 나는 자신과 그 미스
프렌치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위해서 그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말하고. 제니 커란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튿 날 저녁때 놀랍게도 제니 커란 자신이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녀는 온통 흰 드레스로 차려입고, 머리에는 핑크색 꽃을 한 송이 꽂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꿈꾸어 온 것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그녀는
집안으로 들어오고, 엄마는 그녀를 거실로 안내하고, 아이스크림을
대접하고, 나에게 방에서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쳤다. 나는 제니 커란이 문
앞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내 방에 뛰어들어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방을 나가기 보다는 차라리 5천 명의 사람들이 죽어라 하고 내 뒤를
쫓아오는 쪽을 나는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이층으로 올라와서 내 손을 잡아 끌고 거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는 것이 훨씬 좋았다. 엄마는
우리에게 영화 구경이나 가라고 말하고 집을 나설 때 제니에게 3달러를
주었다. 제니는 그렇게 상냥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쉴새없이 얘기를
하고, 깔깔거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보처럼 빙긋빙긋 웃기만 했다.
극장은 바로 우리 집에서 다섯 블럭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제니가
표사는 곳에 가서 두 장의 표를 사 가지고, 우리는 안에 들어가서 좌석에
앉았다. 그녀는 내게 팝콘을 먹겠느냐고 묻고, 그녀가 그것을 사 가지고
돌아왔을 때,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 영화는 두 사람에 관한 것으로서 보니와 클라이드라고 부르는 남자와
여자가 은행을 터는 얘기였다. 그 이외에도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영화는 온통 죽이고 총을 쏘고 하는 장면뿐이었다.
나에게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서로를 죽이고 총을 쏘고 하는 것이
이상스럽게만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일이 계속 될때마다 큰 소리로
웃었고, 내가 웃을 때마다 제니 커란은 의자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의자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 처럼 보였다. 영화가 절반 쯤 상영되었을 때
그녀는 거의 바닥 근처까지 기어내려가 있었다. 
나는 갑자기 그것을 깨닫고 그녀가 어떻게 하다가 의자 속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래서 나는 얼른 손을 뻗어서 다시 그녀를 제자리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 그녀의 드레스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그녀를 끌어
올리고 있을 때 나는 무엇인가가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밑을 내려다 보았다, 제니 커란의 드레스가 커다랗게 찢겨져 있고
알몸이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알몸을 가려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고, 나를 마구
때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다시 떨어지거나 혹은 드레스가 완전히
벗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녀를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우리 주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웬 소동인가 하고 고개를 돌려
우리 쪽을 살펴보려고 했다. 돌연 웬 남자가 통로를 달려 오더니 제니와
나에게 환한 불을 비추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빛에 노출된 그녀는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고는 벌떡 일어서서 극장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그 다음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두 사람이 다가오더니, 나에게
일어서라고 말하고 나를 끌고 사무실로 데려갔다. 몇분 뒤, 네 명의
경관이 도착해서 함께 가자고 말했다. 그들은 나를 끌고 순찰차로 가서 두
명은 앞좌석에 타고, 두 명은 휄러스 코치의 깡패들이 한 것 처럼
뒷좌석에 나와 함께 올라탔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들은 '본서'로 가는
것이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그들은 나를 어떤 방으로 데리고 가서
종이에다 내 손가락을 한 개씩 눌러대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나를
유치장에 집어넣었다. 그것은 끔찍한 경험이었다. 나는 시종 제니에
대해서 걱정을 했다. 그러나 얼마 뒤에 엄마가 나타났다. 엄마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유치장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다시 내가
곤경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2,3일 뒤, 법정에서 어떤 종류의 의식이 행해졌다. 엄마는 내게 양복을
입혀주고, 나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커다란
가방을 든 수염을 기른 친절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판사에게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지껄여댔고, 그 다음에는 엄마를 포함해서
몇명의 사람들이 또 다시 시시껄렁한 말들을 늘어 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돌아왔다.
수염을 기른 남자가 내 팔을 잡아 끌었기 때문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판사가 내게 어떻게해서 이런 일이 있는가 하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그랬더니 판사가 그 외에 추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오줌이 마려워서 미치겠어요."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곳에 거의 반 나절이나 앉아 있었기 때문에
오줌통이 터지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판사는 커다란 낡은 참나무 책상
뒤에서 몸을 반쯤 내밀고 내가 마치 화성인이나 되는 것 처럼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염을 기른 남자가 목청을 높여서 말을 하고 그 말에 따라서,
판사는 그에게 나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라고 명했다. 수염난 남자는 나를
화장실로 데려다 주었다. 방을 나가면서 고개를 돌려 보니까 불쌍한 우리
엄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것이 보였다.
어쨌든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판사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모든 일이 '매우
특이'하지만, 나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군대같은 곳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판사에게 미합중국 육군은 내가 바보라는 이유로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바로 그날 아침, 대학에서 편지가
와서 내가 그들을 위해서 축구를 해준다면 등록금 면제로 대학을 다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도 얘기했다.
판사는 그것도 또한 이상하게 들린다고 말했으나, 하지만 말썽 많은 내가
이 도시에서 떠나주는 한 그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 날 아침, 나는 짐을 싸 가지고 엄마와 함께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에 올라 탔다. 나는 창문 밖을 내다 보았다.
그곳에는 엄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울고 있었다. 그것은 내게
너무나도 익숙해진 장면이었다. 그것은 나의 기억 속에 영원히 새겨졌다.
어쨌든 시간이 되자 버스는 출발하고 나는 그 도시를 떠났다.

    ^co 3.

우리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브라이언트 코치는 우리가 모두 반바지와
셔츠를 입고 줄지어 있는 체육관으로 나와 연설을 시작했다. 그것은
나같은 얼간이조차도 이 사람이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휄러스 코치가 하는 연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의 연설은 짧아서 좋았지만,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은 연습장으로 나갈 때 제일 끝에 버스에 타는 녀석은 버스가 아니라
브라이언트 코치 자신의 구두를 타고 가게 될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알았습니다. 우리는 그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고, 따라서 번개처럼
우르르 버스를 향해 뛰어갔다.
이 모든 것이 알라바마가 그 어디보다도 더 뜨거울 때인 8월 한달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말하자면 미식축구 헬멧 위에 계란을 깨뜨려 놓을 경우,
10초 이내에 프라이가 되는 때였던 것이다. 물론 정말로 그런 실험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랬다가는 브라이언트 코치의 화를 돋구게 될
테니까. 그 누구도 감히 브라이언트 코치를 화나게 만들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화나면 인생은 어려워진다. 견디기 힘들 만큼
브라이언트 코치는 자기가 데리고 있던 얼간이들을 나에게 보냈다.
그들은 내 숙소가 될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는데, 누군가가 '원숭이
기숙사'라고 부른다는 캠퍼스 안의 멋진 벽돌 건물이 바로 그곳이다. 그
얼간이들은 나를 차에 태우고 그곳까지 데려간 다음, 윗층의 내 방으로
안내한다. 불행히도 겉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정작 안에
들어가 보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에는 오랫 동안 아무도 살지
않던 곳처럼 보였다. 사방이 너무나 지저분했으며, 계단이나 문짝도
멀쩡한 것이 없었다.
방안에는 학생 몇명이 거의 옷을 걸치지 않고 누워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 온도가 화씨 110도는 족히 넘을 것이 때문이었다. 홀에는
신문지 더미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처음에 나는 우리더러 그 신문을
읽으라고 할까봐 겁을 먹었다. 어차피 대학은 대학이니까. 하지만 나는
이내 그 신문지의 용도를 알아차렸다. 사방이 하도 지저분하기 때문에,
걸어다니다가 오물을 밟지 않도록 그 신문지로 덮어두려는 것이었다. 
얼간이들은 나를 내 방으로 데려가며 거기에 내 룸메이트가 있을 거라고
했다. 커티스 뭐라고 하는 이름이었는데, 정작 내가 도착했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내 짐을 풀고 욕실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 욕실은 시골 변두리의 다 쓰러져 가는 주유소
화장실보다 나을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고 나서 그 얼간이들은
가버렸는데, 가기 전에 한 녀석이 나더러 너하고 커티스는 둘 다 지독한
멍청이들이기 때문에 서로 잘 어울릴 거라고 지껄이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고 해서 그 녀석을 뚫어질 듯
째려보았다. 그랬더니 그 녀석은 나더러 바닥에 엎드려서 팔굽혀펴기를
50번 하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나는 몸에 먼지를 묻히지 않으려고 간이침대 위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꿈을 꾸었는데, 날씨가 더우면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집 거실에 앉아 어머니가 타 준 라임수를 마시며 어머니가 들려 주는
이야기를 듣는 꿈이었다.
그때 갑자기 문짝이 부숴지는 소리가 나서, 나는 간이 콩알만 해질만큼
깜짝 놀랐다. 문앞에는 험상궂은 얼굴을 한 녀석이 하나 버티고 서
있었는데, 눈알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고 앞니가 하나도 없으며
콧잔등도 잔뜩 일그러진 몰골이었다. 머리는 마치 전구 소켓에 넣었다
꺼낸 것처럼 빳빳하게 위로 곤두서 있었다. 나는 이 친구가 커티스라는
녀석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는 마치 싸움터에도 나가는 사람처럼 씩씩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것이었다. 그렇게 큰 키는 아니었지만 왠지
아이스박스를 연상케 하는 인상이었다. 그가 맨 처음으로 나에게 내뱉은
말은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이었다. 내가 모빌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그는 그곳을 형편없는 동네라고 깔아뭉개며 자기는 오프에서 왔다고 알려
주는 것이었다. 그곳은 땅콩 버터가 많이 생산되는 곳인데, 만약 내가
땅콩 버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자기 손으로 내 엉덩이에 버터를 처발라
주겠다고 했다. 우리가 하루 종일 나눈 대화라고는 그 정도가 고작이었다.
오후 연습 때의 운동장은 기온이 1만도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브라이언트 코치의 얼간이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훈련시켰다. 나는 혀가 축 늘어져 마치 넥타이처럼 보일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연습을 할려고 애를 썼다. 이윽고 그들은 우리를 두 편으로
나누더니 패스 연습을 시켰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나도 수백 만 가지 미식축구 작전이 담긴 교재를
받아보았다. 휄러스 코치에게 그걸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 것도 하려 하지 말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대학에 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그들이 알아서
가르쳐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때 휄러스 코치의 그 충고를 따르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막심하다. 처음으로 내 차례가 되어 패스를 받기 위해 뛰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서 엉뚱한 곳으로 뛰어갔던 것이다. 대번에 얼간이
대장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며 나에게 뛰어오더니 자기네가 보낸
미식축구 작전 교재를 공부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 저......."
하고 내가 대답을 얼버무리자, 그는 미친 말벌처럼 한참 동안 길길이
날뛰더니 조금 흥분이 가라앉자 운동장을 다섯 바퀴 돌라고 명령했다. 그
동안에 자기는 브라이언트 코치와 함께 내 문제를 상의해 본다는
것이었다.
브라이언트 코치는 무슨 임금님이라도 된 것처럼 높다란 망루 위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운동장을 돌며 흘끗 쳐다보니 얼간이
대장이 그곳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자,
브라이언트 코치는 목을 길게 늘이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마치 그의
뜨거운 시선 때문에 엉덩이에 불이 붙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갑자기 확성기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포레스트 검프, 망루 쪽으로 뛰어와!"
나는 브라이언트 코치와 얼간이 대장이 밑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곳으로 뛰어갈 때면 언제나 차라리 뒤로 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브라이언트 코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가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시늉을 해서,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이어서 그는 다시 한번 자기네가 보내준 교재를 읽어 보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휄러스 코치가 한 말을 설명하려 했지만, 브라이언트 코치는 내 말을
가로막으며 어서 내려가서 패스 받는 연습이나 하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그가 별로 듣고 싶지 않았을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고등학교 때 한
번도 패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모두들 내가 패스를 받는 것이 우리편 골라인이 어느 쪽인지를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거라고 떠들어대곤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브라이언트 코치는 이상하다는 듯 눈을 찡긋거리더니 마치
달이라도 쳐다보는 듯 먼 허공만 바라보는 것이었다. 잠시후 그는 얼간이
대장에게 가서 공을 하나 가져 오라고 일렀다. 공이 도착하자 브라이언트
코치는 나더러 약간 저쪽으로 물러가서 서보라고 하더니, 나에게 공을
던졌다. 그 공은 슬로우 모션을 보는 것처럼 느릿느릿하게 날아왔지만, 내
손가락을 튀기고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브라이언트 코치는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지만, 나는 그가 그리 기분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무언가를 잘못할 때마다 엄마는"포레스트, 조심하지
않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하고 주의를 주곤 했다. 나는
잡혀가지 않으려고 가능한 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애를 썼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이 원숭이 기숙사보다 더 나쁜
곳으로 잡혀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곳에는 정신병원에서도 쫓겨나기 딱 알맞은 녀석들이 많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변기를 뽑아가 버리는 바람에 화장실에 똥을 누러 들어가 보면
구멍 하나만 달랑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녀석들은 변기를 바깥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 위에 쌓아두곤 한다.
어느 날 밤에는 한 덩치 큰 녀석이 라이플 총을 꺼내서는 길 건너편의
서클 회관 유리창을 모조리 박살내 버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대번에
교내 청원경찰들이 달려왔지만, 그 녀석은 어디서 구했는지 커다란 발동기
하나를 창밖으로 집어던져 순찰차 지붕을 망가뜨려 놓았다. 브라이언트
코치는 그 녀석에게 운동장을 구보하는 벌을 내렸다.
커티스와 나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이 외로웠다.
엄마가 보고 싶었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커티스와의 문제는,
내가 그 녀석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그는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섞어서 지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저 뭔가 기분나쁜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짐작할
뿐이다.
커티스에게는 차가 있어서 나를 연습장까지 태워다 주곤 했는데, 어느 날
그를 만나기로 한 곳으로 나가 보니 그는 길거리에서 하수도를 막아 놓은
격자 무늬의 뚜껑을 들여다보며 뭐라고 욕을 퍼붓고 있었다. 보아 하니
타이어가 펑크나서 갈아끼우다가, 실수로 볼트가 떨어져 그 구멍으로
들어가 버린 모양이었다, 거기서 어물거리고 있다가는 연습 시간에 늦기
십상인데, 정말로 그랬다가는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나는 커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머지 세 개의 바퀴에서 너트를 하나씩 빼다가 타이어를 끼우면 되잖아.
그렇게 하면 타이어 네 개 모두 세 개씩의 너트를 가지는 셈이니까
연습장까지는 그럭저럭 갈 수 있지 않겠어?"
커티스는 욕질을 멈추고 나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
"너 엄청난 얼간이인 줄 알았더니, 어디서 그런 좋은 생각이 떠올랐냐?"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얼간이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멍청하지는 않아."
그러자 커티스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스패터를 휘두르며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결국 그 일 때문에 우리 둘 사이는 한층 더
나빠졌다.
그뒤 나는 어딘가 다른 잠자리를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연습이
끝나고나자 원숭이 기숙사의 지하실에 내려가서 밤을 새웠다. 그곳은
윗층의 방들보다 오히려 덜 지저분했고, 전구까지 달려 있었다. 그 다음
날 나는 내 간이침대를 지하실로 옮겼고, 그때부터 내 숙소는 지하실이
되었다.
한편 학교가 개강을 하고 나자 그들은 나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체육학과에는 다른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얼간이
같은 녀석들을 졸업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직원이 하나
있었다. 체육 교육학 같은 강의는 학점을 따기가 굉장히 쉽다고 해서 나도
그 강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영어 과목하나, 과학이나 수학
가운데 하나를 수강해야 했는데, 그런 과목들은 아무나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나중에 나는 미식축구 선수들에게는 유난히 학점을
잘 주는 교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해해 준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과학
분야에는 그런 교수가 한 사람밖에 없었는데, 그 교수가 맡은 과목은
'중간 광학'이라는 것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대학원에서도 물리학을
전공한 학생들이나 듣는 강의였는데, 아무튼 그들은 물리학이라고는 '물'
자도 모르면서 나를 그 강의에 등록시켰다.
영어 과목에서는 상당히 운이 나쁜 편이어서, 그렇게 미식축구 선수들을
잘봐 주는 교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낙제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단 수강 신청을 내놓고, 나중에 가서 대책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중간 광학 강의에서는 무게가 무려 5파운드나 나가고 중국 글자같은
이상한 글들만 잔뜩 쓰인 교재를 주었다. 그러나 나는 매일 밤마다 그
책을 들고 지하실로 내려갔고, 내 침대를 전구 밑으로 옮겼다. 그러고
나서 얼마가 지나자 무슨 까닭인 지는 모르지만 그 이상한 글자들이 점점
말이 되는 소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말이 안 되는 것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런 책을 봐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었지만, 어쨌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책에 나오는 방정식들은
간단한 더하기 빼기만큼이나 쉬워졌다. 호스라는 이름을 가진 그 강의의
담당 교수는 첫 번째 시험이 끝나고 나자 자기 사무실로 나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포레스트군, 솔직하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군. 누가 시험 문제의 답을
자네에게 가르쳐 줬나?"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그는 문제가 쓰인 종이를 한 장 건네주며 풀어
보라고 했다. 내가 문제를 푸는 것을 지켜보던 호스 교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이런, 세상에 이럴 수가!"
하고 소리쳤다.
영어 강의는 또 문제가 달랐다. 미스터 분이라는 이름의 담당 교수는 말이
아주 많고 엄격한 사람이었다. 첫날 수업이 끝날 무렵, 그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의 지금까지의 생애를 간단하게 적어서 제출하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나는 그런 숙제는 딱 질색이었지만, 그래도 밤을 꼬박 새워가며
무엇을 쓸 것인가를 생각했다. 결국 나는 어차피 내가 이 과목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종이를 메꿨다.
며칠 후, 미스터 분은 모든 학생들이 듣는 앞에서 일일이 평가를 해가며
우리가 낸 숙제를 돌려 주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커다란 웃음
거리가 될 것이 틀림 없다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러나 미스터 분은
내가 낸 과제물을 들고는 큰 소리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중간중간에 그 자신은 물론 학생들까지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과제물에다 정신병원에 있을 때의 이야기, 휄러스 코치와 함께
미식축구을 하던 이야기, 전국 미식축구 대회에 참가했던 이야기, 제니
커란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 등등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았다.
내 글을 다 읽은 미스터 분은,
"이 글엔 독창성이 있어! 내가 원하던 글이 바로 이런 글이야."
하고 말했다. 다들 나를 돌아보는 가운데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검프 군, 자네는 문예 창작반에 가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요."
미스터 분은 잠시 주춤하는 것 같더니, 이내 커다란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학생들도 모두 따라 웃었다.
"검프군, 자넨 정말 놀라운 친구야."
그렇게 하여 나는 다시 한번 놀라운 사람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주가 지난 어느 토요일, 첫번째 미식축구 시합이 열렸다, 연습
때 내가 보여준 솜씨는 형편없는 수준에 그쳤으므로, 브라이언트 코치
역시 고등학교 때의 휄러스 코치와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누군가가 내
품에 공을 안겨 주면, 나는 냅다 달리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날 내
달리기 솜씨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어서, 나는 네 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덕분에 우리는 조지아 대학을 35대 3으로 이겼고, 모두들 내
등을 철썩철썩 두들기는 바람에 아파서 혼이 났다. 샤워를 하고 나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는 라디오로 그 경기 중계 방송을
들었다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날 밤 파티가 벌어져 모두들
신나게 놀아댔지만, 나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지하실로
내려가 있었다. 조금 있으니 윗층 어디선가 무슨 음악 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는 나도 모르게 위로 올라가
보았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버바라는 친구가 자기 방에서 하모니카를
불고 있었다. 그는 연습을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서 경기에 나가지 못했고,
따라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어울릴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내가
자기 옆에 앉아서 하모니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자기 침대에
걸터앉아 하모니카를 불었고, 나는 맞은편 침대에 앉아 그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이 지나고 나서, 나는 그 친구에게 나도 그
하모니카를 한번 불어보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선선이 불어
보라고 했고, 나는 그것이 내 인생을 영원히 바꿔 놓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잠시 연습을 해보고 나니, 나는 제법 그럴 듯하게 하모니가를 불 수 있게
되었다. 버바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렇게 아름다운 하모니카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나중에 버바는 나더러 그
하모니가를 가져가라고 했고, 그래서 나는 지하실로 내려와 졸려서
곯아떨어질 때까지 하모니카를 불었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내가 하모니카를 돌려 주려고 버바를
찾아갔더니, 그는 자기는 또 있으니 나더러 가지라는 것이었다. 나는
찢어지게 기분이 좋아서 하모니카를 가지고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는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 더 이상 아는 노래가 없어질 때까지 하루 종일
하모니카를 불었다.
어느덧 해가 서산 너머로 떨어질 무렵에야 나는 원숭이 기숙사를 향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막 캠퍼스의 안뜰을 지나가고 있는데,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포레스트!"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그 자리에 바로 제니 커란이 서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제니 커란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손을 덥썩
움켜쥐며 어제 내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영화에서처럼 정신이 나가거나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했고, 그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자기 입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더러 같이 콜라나 한잔 마시지 않겠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기분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제니 커란과 나란히
앉아 콜라를 마셨고, 그녀는 음악과 연극 강의를 듣고 있는데 나중에
배우나 가수가 될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또 조그만 포크송
밴드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며, 내일 밤 학생 회관에서 연주회가 있는데
와주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때의 내 심정을 솔직히 말하면, 내일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끔찍하기만 할 정도였다.


    ^co 4.

그때부터 브라이언트 코치와 우리 선수들 사이에는 조그만 비밀이 하나
생겼다. 브라이언트 코치는 우리끼리도 그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게 했다.
그들은 나에게 패스 받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나는 매일같이 연습이
끝나고 나면 얼간이 둘과 쿼터백 하나와 함께 쉴새없이 패스 받는 연습을
했다. 그러고 나면 어찌나 피곤한지 혓바닥이 배꼽까지 늘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럭저럭 패스 볼을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되자. 브라이언트
코치는 내가 우리 팀의 '비밀 병기'가 될 거라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다른 팀 선수들도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 아무도
나에게 볼을 던져 주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브라이언트 코치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린 너의 그 돼지 같은 덩치 --- 6피트 6인치의 키에 240파운드의
체중--- 를 좀 줄여야겠어. 그러고 나면 1백 야드를 9.5초에 달리는 네
모습이 아주 볼 만할 거다."
이제 버바와 나는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는 몇가지 새로운 노래의
하모니카 연주법을 가르쳐 주었고, 수시로 지하실로 내려와 나와 함께
하모니카를 불곤 했다. 그러면서 버바는 자기가 평생을 연습해도 나처럼
하모니카를 잘 불지는 못할 거라고 말하곤 했다. 사실, 나는 만약 그
하모니카가 없었다면 일찌감치 보따리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가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하모니카를 불고 있으면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마치 나의 온몸이 하모니카와 하나가 되어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하모니카를 불 때면 대부분 혀와 입술,
손과 목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아무래도 매일 같이 패스 받는
연습을 하느라 뛰어다니다 보니 혀가 옛날보다 길어져서 하모니카를 부는
데 약간 도움이 된 것 같다.
다음 주 금요일, 나는 버바에게서 빌린 머리 기름과 면도 로션으로 한껏
폼을 내고 학생회관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고, 무대 위에는 제니를 비롯한 서너 명의 밴드가 서 있었다. 제니는
롱 드레스를 입은 채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고, 그밖에도 밴조와
콘트라베이스를 든 친구들이 손가락으로 줄을 튕기고 있었다.
그들의 연주는 대단히 훌륭했고, 제니는 줄곧 객석에 앉아 있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제니 커란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 나는
제니에게 크림과자를 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한 시간 가량 연주를 했는데, 모두들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조안 바에즈와 밥 딜란, 피터, 폴 엔드 메리의 음악을 연주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서 연주를 듣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그들의 연주를 따라 불기 시작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 제니는 '블로잉 더 윈드' 라는 곡을 부르고
있었는데, 내 하모니카 소리를 들은 듯 갑자기 잠시 노래를 멈추었다.
벤조를 연주하던 친구도 손놀림을 멈추었다. 그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제니가 활짝 웃는 얼굴로 그 노래를 다시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때 벤조를 연주하던 친구가 잠시 나 혼자 하모니카를 연주할 기회를
주었는데, 내가 하모니카를 불자 청중들은 하나같이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밴드가 잠시 쉬는 동안 제니는 무대에서 내려와 나에게 다가왔다.
"포레스트, 도대체 하모니카는 어디서 배운 거니?"
어쨌건 그 뒤로 제니는 내가 자기네 밴드와 함께 연주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연주회가 벌어졌는데, 그 덕분에 원정 경기가
없는 날이면 나는 하룻 밤 사이에 25달러를 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천국
같은 나날이 이어졌지만, 어느 날 제니 커란이 벤조를 연주하는 친구와
부둥켜 안고 있는 것을 본 뒤로 천국은 사라져 버렸다. 

불행히도 영어 시간이 항상 그렇게 잘 풀려나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자서전 과제물 사건이 있은지 한 1주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미스터 분은
나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검프 군, 내 생각엔 아무래도 자네가 장난은 그만두고 좀더 심각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쓴 워즈워드에 대한 리포트를 돌려주는
것이었다.
"낭만주의 시대는 '고전적인 똥덩어리' 따위를 추종하지 않았네. 시인
포프나 드리이던도 '똥덩어리'가 아니고 말일세."
그는 그렇게 말하며 리포트를 다시 써오라고 지시했는데, 그제서야 나는
미스터 분은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하긴 어차피 금방 알게 될 걸 뭘. 한편, 그
사이에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무언가 이야기롤 한 것이 틀림 없다. 어느 날
체육학과의 카운셀러가 나를 부르더니, 다른 과에서 나를 봐주기로 했으니
다음 날 아침 의과 대학의 밀리스 박사를 찾아가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 밀리스 박사를 찾아갔을때, 무언가 두툼한 서류뭉치를
뒤적이고 있던 그는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니 몇가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질문이 끝나자 그는 나더러 속옷만 남기고 옷을 모두 벗으라고
했다. 지난번 육군 군의관을 만났을 때를 생각하니 숨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이어서 그는 눈을 비롯한 내 몸 전체를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조그만 고무 망치로 내 무릎을 두들겨 보기도 했다.
이어서 밀리스 박사는 혹시 오후에 하모니카를 가지고 다시 와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하모니카를 잘 분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자기
학생들 앞에서 한곡 연주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내 멍청한 머리로 생각해 봐도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날 오후 의과대학 강의실에는 푸른 앞치마를 두른 학생 1백여명이 모여
있었다. 밀리스 박사는 강단에 의자를 놓고 그 위에 나를 세운 다음, 내
앞에는 주전자와 컵 하나를 놓아두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뭐라고 내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는데,
조금 지나자 나는 그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커다란 목소리로
"특수한 재능을 가진 정신 박약아"
라는 말을 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넥타이를 맬 줄 모르는 사람. 자기 구두끈을 맬 줄 모르는 사람, 여섯 살
내지 열 살 정도의 정신적 능력을 가진 사람, 그리고 ----이 경우에는----
아도니스와도 같은 육신을 가진 사람......"
밀리스 박사는 대단히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돌아보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그러나 그런 사람의 마음 속에 커다란 총명함의
주머니가 깃들어 있는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있는 이 포레스트
군은 자네들이 손도 대지 못할 고난도 수학 방정식을 척척 풀어낼 수
있으며, 리스트나 베토벤처럼 아무런 어려움 없이 복잡한 음계를 읽어낼
수 있다."
그는 다시 한번 '특수한 재능을 가진 정신 박약아'라는 말을 하며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멍청하게 서 있다가, 하모니카를
불어 보라는 말을 기억해내고 하모니카를 꺼내 <퍼프, 신비의 용>이라는
노래를 불었다. 모두들 무슨 벌레라도 쳐다보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고,
연주가 끝나고 나도 박수 한번 치지 않고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내 하모니카 솜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 채 그 강의실을 나와 버렸다. 빌어먹을 녀석들! 

그 무렵 학교에서 일어난 다른 일들 가운데 약간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전국 대학 미식축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오렌지 볼에 출전하게 된 것이고, 두 번째는 제니 커란이 벤조치는 녀석과
부둥켜 안고 있는 것을 목격한 일이다.
그날은 우리가 서클 회관에서 연주를 하기로 되어 있던 날이었다. 그날
오후 우리는 유난히 힘든 훈련을 마친 뒤여서, 나는 개처럼 변기의
물이라도 핥아먹고 싶을 만큼 목이 말랐다. 그러나 원숭이 기숙사
근처에는 대여섯 블록을 가야만 조그만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연습을 마치고 나서 그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라임과 설탕을 좀 사서,
엄마가 만들어 주시곤 하던 라임수를 만들어 먹고 싶었던 것이다. 가게
카운터에는 사팔뜨기 눈을 한 나이든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는데, 내가
마치 좀도둑이라도 되는 듯 유심히 째려 보는 것이었다. 내가 열심히
라임을 찾아 헤매고 있는데, 그 아줌마가"무얼 찾수?"
하고 물어서, 나는
"라임을 좀 사고 싶은데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아줌마는 라임이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라임이 없으면 레몬은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레몬수라도
만들어 먹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가게에는 레몬도 없다고 했다.
레몬은 물론 오렌지니 뭐니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과일을 파는
가게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한 시간 이상이나 가게 안에서 어물쩡거리고 있으니, 아줌마는 한껏
짜증을 내면서 아무 것도 안 사려면 어서 나가라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선반에서 복숭아 통조림 하나와 설탕을 집어들었다. 다른
과일이 아무 것도 없으니 '복숭아수' 라도 만들어 먹으려 했던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목이 말라서 돌아가실 지경이었으니까. 
지하실로 돌아온 나는 칼로 깡통을 딴 다음, 양말에다 복숭아를 집어 넣고
즙을 짜서 컵에 받았다. 그런 다음 설탕과 물을 좀 타서 잘 섞었는데,
정작 그걸 먹어 보니 라임수 비슷한 맛은 하나도 나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양말에서 배어나온 꼬랑내 밖에 나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일곱 시까지 서클 회관으로 나가야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몇몇 친구들이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제니와 벤조 치는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 그들을 찾아보다가 바람이나 좀 씌려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나는 제니의 차를 발견했다. 제니가
도착하기는 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니의 차는 창문이 모두 닫혀 있어서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나는 제니가 차안에 갇혀서 유독 가스인가 뭔가 하는 것에 숨이 막혀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차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문을 열자 불빛이 새어나왔다.
제니는 차안에 있었다. 뒷좌석에 누운 그녀는 드레스 위쪽은 밑으로
내려오고 아래쪽은 위로 올라간 모양을 하고 있었다, 벤조 치는 녀석도
차안에 있었는데, 그는 제니의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나를 본 제니는
깜짝 놀라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는데, 그때 나는 문득 그녀가
'치한을 만난'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벤조 치는 녀석의 셔츠를
붙잡고 ----그 녀석은 그 셔츠밖에 입고 있지 않았다---- 녀석의 궁둥이를
제니에게서 떼어냈다.
글쎄, 아무리 멍청한 바보라도 내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제기랄, 빌어먹을!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가? 벤조 치는 녀석은 나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제니
역시 나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드레스를 위로 끌어올리고 아래로
끌어내리고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급기야 그녀는,
"포레스트, 네가 어쩜 이럴 수가 있니!"
하고 쏘아붙인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벤조 치는 녀석도
자기 벤조를 집어들고 그녀를 따라 가버렸다.
그러고 나자 내가 그 밴드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냥 지하실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지하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버바가 내려와서 내가 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포레스트, 안됐군. 그 친구들, 아마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모양이야."
글쎄, 아마 버바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나 혼자 그런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내가 별로 알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차피 남자라면 때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리라.
내가 미식축구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던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제니가 벤조 치는 녀석과 그 짓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녀는
아마 나하고는 그런 것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정말이지 기분이 엉망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우리 팀이
무패의 전적으로 오렌지 볼에서 전국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에 나가게
되었다. 상대는 네브라스카에서 온 얼간이들이었는데, 우리가 북쪽에서 온
팀과 시합을 할 때면 언제나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했다. 그것은
아무래도 그 녀석들이 깜둥이들을 데리고 오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것
때문에 내 룸메이트인 커티스 같은 친구들은 미리 겁을 집어먹고 쩔쩔
매곤 했다.
그러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깜둥이들은 대부분 백인들보다 나에게 더
잘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는 마이애미에 있는 오렌지 볼로 갔고, 드디어 시합이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다들 상당히 흥분해 있었는데, 락커룸으로
내려온 브라이언트 코치는 별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이기고 싶으면
열심히 뛰라는 등의 몇마디를 했다. 그리고 나서 경기장으로 들어갔더니,
이내 상대편의 선축으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공은 곧장 나를 향해
날아왔고, 간신히 그 공을 잡은 나는 몸무게가 500파운드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깜둥이와 흰둥이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대편 진영으로 곧장 돌격해
들어갔다.
전반전은 내내 그런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하프 타임 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28대 7로 형편 없이 뒤지고 있었고, 우리 선수들은 하나같이
패잔병처럼 기가 죽어 있었다. 탈의실로 들어온 브라이언트 코치는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가로젓더니, 이윽고 분필을 들고
칠판 앞에서 쿼터백인 스네이크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끝나자 브라이언트 코치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복도로 따라 나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포레스트, 이렇게 당하기만 할 수는 없잖나."
브라이언트 코치가 말했다. 그는 얼굴을 어찌나 바짝 들이밀고 있는지
그의 뜨거운 숨결이 내 뺨에 느껴질 정도였다.
"포레스트, 우리는 지금까지 1년 내내 너한테 패스를 주는 비밀 작전을
연습해 왔고, 너는 무척 잘해 주었다. 이제 후반전이 시작되면 우린
네브라스카 얼간이들을 상대로 다시 한번 그 작전을 써먹어야 한다.
놈들은 아마 깜쪽같이 속아서 손도 쓰지 못할 거다. 그러나 모든 것은
너한테 달려 있다, 포레스트. 자, 나가서 미친 호랑이 한마리가 너를
쫓아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뛰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시간이 되어서 다시 운동장으로 나갔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나는 내 어깨에 그런 무거운 짐을
올려놓은 것은 어딘지 부당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때로는 그런 일도 생기는 것을.
우리가 공을 잡고 첫번째 플레이의 후들 때 쿼터백인 스네이크가 이렇게
말했다.
"좋아, 이제부터 우리는 포레스트 작전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는 나를 향해 말했다.
"넌 뒤도 돌아보지 말고 20야드를 뛰어. 그러고 나서 손을 뒤로 뻗으면
공이 네 손에 떨어질 거다."
안 떨어지면 어떡할 뻔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점수차는 졸지에
28대 14로 좁혀졌다.
그때부터 우리는 정말로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브라스카에서 온
깜둥이와 흰둥이들도 그냥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도 나름대로
작전을 구사했는데, 마치 우리가 모두 종이로 만든 허수아비나 되는 듯이
그대로 밀물처럼 돌진해 들어오는 것이 그들의 주요 작전이었다.
내가 패스를 너댓번 정도 더 무사히 받고 나자 스코어는 28대 21이
되었는데, 그랬더니 상대편 선수 두 녀석이 그림자처럼 나만 쫓아다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니 놈들은 우리편의 엔드인 그윈을
쫓아다닐 사람이 없어졌다. 이번에는 그가 스네이크의 패스를 무사히
잡았고, 우리는 15야드 라인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의 필드 골키퍼인
위젤이 골을 성공시키자 이제 스코어는 28대 24가 되었다.
사이드라인에 서 있던 브라이언트 코치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포레스트, 네가 대단한 멍청이란 건 잘 알지만, 우리를 위해서 이번
한번만 정신을 좀 차려다오, 나 개인적으로는 너를 미국 대통령이든 뭐든
네가 원한다면 뭘로든 만들어줄 생각이 있어. 네가 저 공을 들고 한 번만
더 골 라인을 넘어가 준다면 말이다."
그는 내가 마치 강아지라도 되는 듯 내 머리를 두들겼고, 나는 다시
경기로 돌아갔다.
스네이크는 첫 번째 플레이가 시작되자마자 상대편에게 붙잡혀 버렸고,
그러는 사이 시간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두 번째 플레이 때
그는 공을 다른 사람에게 던져 주는 척 페인트 모션을 쓰며 사실은 나에게
공을 넘겨 주었지만, 눈 깜빡할 사이에 2톤이 넘는 네브라스카 얼간이들이
엄청난 기세로 내 몸을 덮쳐 버렸다. 나는 꼼짝도 못하고 자빠진 채 우리
아버지를 덮친 바나나 뭉치의 기세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다시 후들로 돌아갔다.
다시 스네이크가 작전 지시를 했다.
"포레스트, 난 그윈에게 패스를 하는 척하다가 너한테 공을 던질
생각이야. 그러니 너는 죽기 살기로 코너백까지 뛰어간 다음, 거기서 곧장
오른쪽으로 돌면 공이 네 품속으로 떨어질 거다."
스네이크는 마치 호랑이처럼 눈알을 번득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역시 스네이크가 던진 공은 정확하게 내 손아귀에 떨어졌고, 나는 필드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눈앞에 정면으로 골포스트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어디서 뭐가 휙 날아오더니 내 허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내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네브라스카의 모든 깜둥이
흰둥이들이 벌떼처럼 덤벼들어서 나를 덮치더니, 나를 깔아뭉개고 짓밟고
온갖 난리를 피웠다. 제기랄, 이제 몇야드만 더 가면 이길 수 있는데.....
간신히 몸을 일으켜 보니 스네이크가 이미 우리편 선수들을 모두 모아놓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이제 작전 타임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내
위치로 돌아가자마자 스네이크는 공을 던질 채비를 했고, 나는 다시금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은 내 머리보다 20피트는 높게 휙
날아가 버렸다.
나는 스네이크가 이제 불과 2, 3초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정지시키기 위해
일부러 아웃 오브 바운드를 시킨 줄 알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스네이크는
뭔가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아마 그때가 세 번째 플레이여서
한 번의 공격 기회가 더 남아 있는 줄 알았던 모양인데, 사실은 그것이
마지막인 네번째 플레이여서 공격권은 상대편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우리가 그 게임에서 패배를 맛보았음은 물론이다.
어쨌거나 그것은 나에게는 유난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제니 커란이 틀림 없이 그 게임을 지켜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내가
마지막 공을 잡아서 게임에 이겼더라면 그녀가 나를 용서해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브라이언트 코치는 대단히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고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내년이 있잖아."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co 5.

오렌지 볼이 끝난 후, 체육학과에서 첫학기 진급 심사를 한지 얼마 안
되는 무렵이었다. 브라이언트 코치가 부른다는 연락이 와서 그의 사무실에
가보았더니, 그는 무척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포레스트."
브라이언트 코치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나는 네가 영어 과목에서 낙제를 한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중간 광학인가 뭔가 하는 과목에서 네가 어떻게 A 학점을
따냈는지는 아마 죽을 때까지 궁금해 할 것 같구나. 또 하나 궁금한게
있지. 남동부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미식축구 선수로 뽑힌 네가 어떻게
체육교육학에서 F를 맞을 수 있었느냐는 거야."
나는 내 생각을 주절주절 늘어놓아 브라이언트 코치를 성가시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 미식축구
경기장의 양쪽 골포스트 사이의 거리 따위를 외워야 한단 말인가? 어쨌건,
브라이언트 코치는 엄청나게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포레스트, 자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유감스러운지 몰라. 하지만 자네는 이제 더 이상 이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더군." 
나는 두 손을 비틀며 그냥 거기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렸다. 더 이상 미식축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뿐만 아니라 이제 이 학교를 떠나야 하니 더 이상
동료들을 만나지도 못할 것이다. 어쩌면 제니 커란조차 두번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지하실에서도 보따리를 챙겨 나와야 할 것이고, 호스
교수의 말과는 달리 다음 학기에 고급 광학을 배우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브라이언트 코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와 두 팔로 나를
감싸안았다.
"포레스트, 괜찮아. 자네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나는 머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래도 나는 자네를 한 시즌
만이라도 데리고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네. 내가 요구한 것은
그것뿐이었어. 자. 포레스트, 우리는 이제 한 시즌을 마쳤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때 스네이크가 네번째 플레이에서 공을 옆줄 밖으로 던진 것은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고개를 들어 보니, 브라이언트 코치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포레스트, 이 학교에서 미식축구를 한 녀석들 중에 자네 같은 놈은
하나도 없었어. 앞으로도 없을 거야. 자네는 정말 훌륭했네."
그런 다음 브라이언트 코치는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바라보았다.
"행운을 비네, 포레스트 ----자, 이제 자네 그 멍청한 엉덩이를 여기서 좀
치워 주게나."
그렇게 하여 나는 대학을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나는 지하실로 내려가 내 물건을 챙겼다. 버바가 캔맥주 두 개를 들고
내려와 나에게 하나를 건네 주었다. 나는 그때까지 맥주를 마셔본 적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맥주를 즐겨 마시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버바와 함께 원숭이 기숙사에서 걸어나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바깥에는 미식축구 팀 동료들이 모두 나와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스네이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포레스트, 그 패스는 정말 미안했어."
"그래, 스네이크, 괜찮아."
하고 나는 대답했다.
그 다음에는 모두들 차례차례 내 앞으로 다가오며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룸메이트 커티스조차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버바는 버스 터미널까지 짐을 들어다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혼자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연락이나 해." 버바가 말했다. 나는 버스 터미널로 가는 도중에
학생 회관 앞을 지나갔다. 하지만 그때는 금요일 밤이 아니었고, 따라서
제니 커란의 밴드는 그곳에서 연주를 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모빌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늦은 시각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짤렸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괜히 그만큼 마음 아파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집앞에 도착하니 엄마방에 불이 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엄마는 여느 때처럼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오히려
어머니가 나에게 사태를 설명해 주었다. 미합중국 육군에서 벌써 내가
낙제했다는 사실을 알고 신병 모집 센터에 보고하라는 연락을 취해 왔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때 내가 지금 같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난
그때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며칠 후 나는 엄마와 함께 신병 모집
센터로 갔다.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중간에 배가 고프면
먹으라고 도시락을 싸주신 어머니였다. 그곳에는 한 백명 가량 되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고, 너다섯대의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덩치가
커다란 하사관 하나가 뭐라고 고함을 지르며 돌아다녔다. 엄마는 그
하사관을 붙잡고 말했다. 
"당신네가 내 아들을 어떻게 데리고 있으려는지 모르겠군요. 아이는
바보랍니다"
하지만 하사관은 어머니를 돌아보며 이렇게 쏘아붙였다.
"그럼 아주머니 눈에는 다른 녀석들이 모두 아인쉬타인처럼 보입니까?"
그러고는 다시 다른 사람들을 향해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머지 않아 그는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 나는 그가 가리킨 버스에
올랐다.

내가 정신병원에서 나온 이후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고함을 질러댔다.
휄러스 코치가 그랬고, 브라이언트 코치가 그랬으며, 이제 육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것 하나 만은 분명히 말해 두어야겠다. 육군에
있는 놈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더 오랫 동안, 더 크게, 더 심하게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한 번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적이 없었다, 더욱이 그들은
미식축구 코치들처럼 내가 멍청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로지 생리적인 부분뿐인 것 같았는데, 입을 벌릴
때마다 '좇대가리'니 '똥구멍'이니 하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때때로 나는 커티스도 미식축구를 하기
전에 육군에서 복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무튼, 하염 없이 버스를 타고 달린 끝에 우리는 조지아 주
포트베닝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그 동안 줄곧 내 머리 속에는 35대
3이라는 숫자만이 맴돌고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조지아 독스를
물리쳤을 때의 스코어였다. 그곳 막사 역시 원숭이 기숙사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어 보였지만, 음식만은 더욱 형편없었다. 그나마 양은 충분해서
다행이었지만.
그 다음 몇달 동안 내가 들은 소리라고는 서슬이 퍼런 고함 소리밖에
없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사격술과 수류탄 던지는 법과 낮은 포복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런 훈련을 받지 않을 때는 목적지도 없이 정처없이
구보를 하거나 화장실 청소 따위를 해야 했다. 포트 베닝에서 보낸 시간
동안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거기에는 나보다 똑똑한 놈들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는 사실뿐이다.
나는 그곳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에 배치되었다. 아마 내가
사격 연습을 하다가 실수로 급수탑을 쏜 뒤의 일인 것 같다. 주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무도 요리사 노릇을 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누군가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검프, 넌 오늘부터 당장 요리를 시작해."
"무슨 요리를 하라는 거지? " 내가 물었다.
"난 지금까지 한 번도 요리를 해본 적이 없는데."
"없으면 어때?" 누군가가 말했다,
"여긴 어차피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구."
"설마 스튜 정도는 만들 줄 알겠지? "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그건 굉장히 쉽잖아."
"뭘로 만드는데?" 내가 물었다.
"아이스박스하고 식료품실을 한번 뒤져봐." 한 친구가 말했다.
"거기 있는 것들을 몽창 쓸어넣고 끓이면 되는 거야."
"맛이 안좋으면 어떡해?"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런 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너도 지금까지 여기 음식을 먹어 봤을 것
아냐."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스박스와 식료품실에 있는 재료들을 모조리 꺼내기
시작했다. 토마토와 완두콩과 복숭아와 베이컨 통조림 등이 있었고, 쌀과
밀가루 푸대, 감자가 가득 든 자루, 그밖에 나로서는 뭔지도 알 길이 없는
온갖 재료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한데 모아놓고 한
친구에게 물었다.
"이걸 어디에 넣고 요리하지?"
"벽장에 보면 냄비가 몇개 있을 거야."
나는 벽장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하나같이 조그만 냄비밖에 없었다.
2백명의 중대 병력이 먹을 스튜를 끓일 만큼 큰 냄비는 하나도 없었다.
"고참한데 한번 물어 보지 그래?" 누군가가 말했다.
"그는 지금 작전 나가 있어." 다른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럼 나도 모르겠다." 먼젓번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훈련 나간 친구들이 돌아오면 배가 고파 죽을려고 할 걸? 그러니
어떻게든 궁리를 해보라구."
"여기다 하면 어때?" 내가 물었다.
높이는 6피트, 둘레가 5피트나 되는 거대한 드럼통 같은 것이 한쪽
귀퉁이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거? 그건 보일러야. 어떻게 보일러에다 스튜를 끓이니?" "뭐 어때."
내가 말했다.
"아이구, 나는 모르겠다. 내가 너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이 통은 아주 뜨겁잖아. 안에 물도 있고." 내가 말했다.
"니 마음대로 해." 누군가가 말했다.
"우린 다른 음식을 준비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 보일러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통조림을 모두 따고
감자 껍질을 벗겨서 고기니 양파니 당근이니 뭐든지 손에 집히는 대로
쏟아부었다. 케찹을 열병인가 스무병 넣고 겨자도 듬뿍 집어넣었다,
그러고 나서 한 시간쯤 지나니, 제법 스튜 끓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봐, 잘 돼가? " 누군가가 물었다,
"응, 지금 간을 보는 중이야." 내가 대답했다.
보일러 뚜껑을 열어 보니, 국물이 보글보글 끓을 때마다 양파와 감자가
둥둥 떠 다니는 것이 보였다.
"어디 맛 좀 보자." 한 친구가 다가오더니 양철 컵으로 국물을 약간
떠냈다.
"이런, 아직 다 끓으려면 한참 멀었잖아." 그가 말했다. "불을 좀 더 때는
게 좋을 걸? 이제 훈련 나간 친구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구."
그래서 나는 보일러의 화력을 좀더 높였다. 그때 정말로 중대원들이
연병장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조금 있으니 막사에서 샤워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제 곧 저녁 먹을 준비를 하며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이제 정말로 머지 않아 식당으로 몰려오기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스튜는 아직도 다 끓지를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맛을 보았지만,
건데기 중에는 아직 하나도 익지 않지 않은 것들이 씹혔다.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사병들이 식당 안으로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금 보일러의 화력을 높였다.
한 30분 정도가 지나자, 그들은 마치 폭동을 일으킨 죄수들처럼 나이프와
포크로 테이블을 탕탕 내려치며 빨리 밥 내놓으라고 난리를 피웠다.
다급해진 나는 보일러의 화력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내가 초조하게
보일러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상사 하나가 주방
문으로 불쑥 들어오는 것이었다.
"도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거야?"
그가 소리쳤다.
"음식 준비가 아직도 안됐나?"
"이제 거의 다 돼갑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는 순간, 갑자기 보일러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옆구리에서 김이 새나오는가 싶더니 보일러를 지탱하고
있던 다리 하나가 부러졌는지 기우뚱했다.
"저건 뭐야? " 상사가 물었다.
"너, 저 보일러에다 요리를 하고 있는 거야? "
"지금 저녁 거리가 열심히 끓고 있잖습니까? "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상사는 진짜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음 순간 그는
마치 망가진 자동차가 자기를 향해 돌진해오는 것처럼 겁먹은 표정으로
바뀌었고,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보일러가 터져 버렸다.
나는 그 다음부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단지 주방
지붕이 날아가고 식당의 모든 창문과 문짝이 깨진 것올 기억할 뿐이다.
그 바람에 접시를 닦고 있는 녀석이 한쪽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고, 접시를
쌓고 있는 친구는 마치 로켓 맨처럼 공중으로 붕 날아올랐다. 상사와 나는
기적적으로 별로 다친 데가 없었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수류탄이 터지면
다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맞긴 맞는 모양이었다. 그때 내가 머리에 쓰고
있던 커다란 요리사 모자를 제외하고는 우리 둘 다 옷이 완전히
걸레조각으로 변해 버렸고, 온몸에 흠뻑 스튜 국물을 뒤집어썼다. 그래서
우리 꼬락서니는 ----- 글쎄 정확하게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 꼴이 아니었을 것만은 분명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 바깥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던 부대원들 중에도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다들 스튜 국물을 뒤집어썼으니, 저녁 식사가 언제
준비되느냐고 아우성치던 그들의 의문은 해결되었을 것이다.
갑자기 중대장이 허둥지둥 주방으로 뛰어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중대장이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냐구?" 중대장은 상사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다시금
소리를 질렀다.
"크란쯔 상사, 자넨가? "
"검프가...... 보일러에다..... 스튜를......! "
그는 어쩔 줄 몰라서 몇마디 더듬거리더니, 갑자기 벽에 걸려 있던 커다란
식칼을 집어드는 것이었다.
"검프가...... 보일러에다.....스튜를......!"
그는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칼을 들고 나에게 덤벼들었다. 나는 잽싸게
문밖으로 도망쳤지만. 그는 연병장과 장교 식당과 주차장을 지나 끝까지
나를 쫓아오는 것이었다. 내가 남들보다 유일하게 잘할 자신이 있는 게
바로 달리기 아닌가. 결국 나는 상사에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이제 크게
봉변을 당하게 생겼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다음 해 가을의 어느 날 밤이었다. 내무반의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았더니, 귀에 익은 버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발목이 심하게
부러지는 바람에 더 이상 체육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자기도 학교를 그만두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더러 우리
학교가 미시시피에서 온 얼간이들과 시합하는 것을 구경하러 버밍햄으로
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 주 토요일에도 부대에 갇혀 있어야 했다, 보일러가 폭발한
뒤로 나는 근 1년 동안 주말에도 외출을 못하는 신세였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변소 청소를 하면서 라디오로 그 경기 중계방송을 들었다.
3쿼터가 끝날 무렵 스코어는 아주 근접한 차이로 좁혀져 있었는데, 그날은
아무래도 스네이크의 생일날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38대 37로
이기고 있었지만 불과 1분 정도를 남겨놓고 미시시피 얼간이들이
터치다운을 기록해 버렸다. 어느덧 우리에게 마지막 공격 기회가
주어졌는데, 작전 타임조차 한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스네이크가 오렌지 볼에서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그는 내 기도를 완전히 배신해 버리는 듯했다.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갑자기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지는 바람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한참 후에야 조금
조용해져서 자세히 들어 보니, 그 동안 벌어진 상황은 이러했다. 
스네이크가 네 번째 플레이에서 시간을 정지시키기 위해 볼을 아웃오브
바운드 시키는 척하면서, 사실은 커티스에게 볼을 건네준 것이었다.
커티스는 방심한 상대편 진영을 뚫고 마지막 터치다운을 성공시켰고,
덕분에 우리가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고 보면 브라이언트 코치도 그렇게 멍청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는
미시시피의 얼간이들이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두번씩이나 되풀이할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나는 우리 학교가 이겨서 무척 기분이 좋았지만, 만약 제니 커란이 그
경기를 지켜 보았다면 혹시 내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나에게는 그것이 별 의미가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한달 뒤 우리는 배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1년 가까이 마치 로보트처럼
훈련을 받은 우리는, 드디어 1만 마일이나 떨어진 곳으로 실려가게
되었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는 베트남으로 파견된 것이다.
소문으로는 베트남도 작년처럼 지옥 같기만 한 상황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것은 과장이었음이 금방 드러났다.

2월에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남지나해 해안에 있는 퀴논이라는 곳에서
가축용 트럭에 실려 프레이쿠라는 곳으로 옮겨졌다. 그 트럭 여행은 주변
경치가 좋아서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도로 좌우로 바나나나무와
야자나무가 우거져 있고, 논에서는 드문드문 쟁기질을 하고 있는 농부들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등 아주 친절한
모습이었다.
반나절을 달려서 프레이쿠에 도착하고 보니, 그곳은 온통 붉은 흙먼지로
뒤덮인 황무지였다. 마을 외곽에는 알라바마에서 본 것보다도 더 초라한
오두막이 몇채 서 있었고, 어른들은 비쩍 마른 몸집에 이빨이 다 빠져
버린 모습으로, 아이들은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구걸의 손길을 내밀었다. 포대 진지 겸 군단 본부 건물에 도착해 보니, 그
빌어먹을 붉은 흙먼지만 아니라면 그리 나쁘지는 않은 조건인 듯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가지런히 늘어선 깨끗하고 산뜻한 막사와,
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래와 먼지뿐이었다. 언뜻 보면 도무지 전쟁터의
막사 같지가 않았다. 마치 포트베닝으로 돌아와 있는 기분이었다.
고참들 말에 의하면 베트콩들이 새해 명절을 맞이했기 때문에 당분간
전투가 중단되어서 지금은 아주 조용하다고 했다.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던 우리는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그런 평화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우리가 막사를 배정받고 나자, 연대 샤워실로 가서 목욕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샤워실이라고 하는 것이 땅바닥에 커다란 웅덩이를 파고 물탱크
트럭 서너대를 집어넣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군복을 잘 개서 구덩이
가장자리에 놔두고 밑으로 내려가면, 고참들이 물을 끼얹어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벌써 일주일 동안 목욕 한번 못해본 우리에게는 그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다들 몸에서 썩는 냄새가 풀풀 날 지경이었던 것이다. 날이
저물어갈 무렵, 우리가 모두 옷을 벗고 구덩이 속에 들어가 호스를
끌어내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에게 물을 뿌려 주고 있던 고참 하나가
"온다!"
하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다.
구덩이 가장자리에 있던 고참들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가 궁둥이를 드러낸 채 영문을 몰라 서로 얼굴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바로 옆에서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이 들렸다. 그제서야 우리는 깜짝 놀라
미친 듯이 고함을 내지르며 옷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려고 부산을 떨었다.
폭발 때문에 흙덩이가 와르르 쏟아내리자, 누군가가 "제기랄, 또 흙이
묻었잖아!" 하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구덩이 바닥에 납짝
엎드려 사람이라기보다는 벌레에 더욱 가까운 꼴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흙 좀 묻었다고 투덜거린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또 하나의 폭탄이 떨어지면서 구덩이 한쪽 구석에 있던 녀석들의
머리 위로 파편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대번에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와
신음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벌써 피를 흘리며 쓰러진 친구들도
있었다. 구덩이 안이라고 해서 안전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갑자기 구덩이 위에 크란쯔 상사가 나타나 우리더러 빨리 구덩이에서
기어나와 자기를 따라오라고 외쳤다. 폭격이 잠시 뜸해진 사이에 우리는
번개처럼 구덩이에서 기어나왔다. 가장자리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뒤를
돌아보았더니, 하나님 맙소사! 우리에게 호스로 물을 뿌려 주던 고참
너댓명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야말로 사람이라고 하기 힘든 몰골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사람이 죽어 있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세상에 태어난 뒤 그렇게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것은 크란쯔 상사는 자기를 따라서 기어오라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만약 누군가가 그 장면을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면, 정말로 볼 만했을 것이다. 150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이
벌거벗은 채 길게 열을 지어 벌레처럼 땅바닥을 기어가는 꼴이라니! 조금
기어가니 1인용 참호를 일렬로 쭉 파놓은 곳이 나타났다. 크란쯔 상사는
그 참호 하나에 서너명씩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나는 그 참호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차라리 그냥 구덩이 속에 남아 있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호 안은 빗물이 썩어서 퀘퀘한 냄새와 습기가 우리를
질식시키는 것 같았고, 개구리와 굼뱅이와 뱀을 비롯한 온갖 벌레들이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것이었다.
폭격은 밤새도록 계속되었고, 따라서 우리는 그 참호 속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물론 저녁은 먹지 못했다. 날이 밝아오기 직전에야 폭격이
멈추어서, 간신히 우리는 옷을 찾아입고 무기를 챙겨서 공격 준비를
갖추었다.
우리는 모두 비교적 신참들이었기 때문에 고참들도 우리를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어쨌건 우리는 장교 화장실이 있는
남쪽 경계선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곳으로 가보니,
거기는 참호 속보다 더 형편없었다. 폭탄 하나가 정통으로 화장실을
때리는 바람에 5백 파운드에 달하는 장교의 똥들이 온통 그 주변을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아침도, 점심도 먹지 못하고 그곳에서 하루 종일을 죽치고 있어야
했다. 해가 질 무렵, 누군가가 다시 폭격이 시작된다고 해서 우리는
심지어 그 똥구덩이 속에 엎드리기까지 해야 했다. 아, 정말이지 그때
일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드디어 누군가가 우리가 무척 배가 고플
거라는 사실을 기억해낸 듯, C-레이션 박스가 배급되었다, 나에게는
차가운 햄과 계란 몇개가 주어졌는데, 깡통을 보니 1951년에 만들었다는
표시가 쓰여 있었다. 그 동안에도 우리들 사이에는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
누군가는 베트콩이 프레이쿠 마을을 점령했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베트콩이 원자폭탄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의 기를 꺾기 위해서 머지 않아
그걸 사용할 거라고 했으며, 또 누군가는 우리에게 폭격을 퍼붓는 것은
베트콩이 아니라 호주 아니면 네덜란드 아니면 노르웨이 군일 거라고도
했다. 나는 그게 어느 군대이건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빌어먹을 소문
같으니......
어쨌거나 그렇게 첫날이 지나고 나자 우리는 남쪽 경계선 부근을 좀더
사람 사는 곳답게 꾸미기 시작했다. 개인용 참호를 파고, 깡통과 널판지를
이용해서 장교 화장실에서 피어오르는 악취를 막기도 했다.
하지만 공격은 좀처럼 시작되지 않았고, 우리는 베트콩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나는 아무리 베트콩이라지만 변소를 공격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일 밤마다 새벽 서너 시만 되면
어김없이 폭탄이 쏟아졌는데, 드디어 어느날 아침 폭격이 멈추자 군단
참모인 볼스 대령이 우리 중대장에게 기어오더니 밀림 속에 갇혀 있는
다른 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북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잠시 후, 후퍼 중위는 우리에게 이동 준비를 갖추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C-레이션과 수류탄을 주머니에 집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것은 일종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었는데, 수류탄을
먹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C-레이션만 잔뜩 가져가서는 그걸 먹을 기회를
포착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쨌건, 헬리콥터는
우리를 싣고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헬리콥터가 땅에 착륙하기도 전에 제3연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밀림에서는 형형색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지상에서는 맹렬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놈들은
우리 헬리콥터가 착륙하기도 전에 총알 세례를 퍼부었는데, 불행히도 한
대가 총에 맞아 공중에서 불이 붙고 말았다. 그 헬리콥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빤히 보였지만. 우리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나에게는 기관총 탄약수라는 임무가 주어져 있었다. 내가 덩치에 비해 꽤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던 모양이다.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동료 두 녀석이 나더러 자기네 수류탄을 대신 가져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대신 그들은 C-레이션으로 주머니를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선선히 그러겠다고 했다. 별로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게다가
크란쯔 상사는 나더러 10갤론짜리 물통을 들고 가라고 했다. 무게로
따지면 50파운드는 족히 나갈 양이었다. 또 헬리콥터에 오르기 직전에는
다니엘스라는 녀석이 기관총을 받쳐줄 삼각대를 나에게 맡겼다. 자기는
그걸 짊어지고는 도저히 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짐들을 모두 지고
나니, 나는 마치 네브라스카에서 온 미식축구 선수 같은 형색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미식축구 시합에 나가는 길이 아니었다.
우리가 언덕마루에 올라가 찰리 중대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찰리 중대는 그곳에서 베트콩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는지 아니면 베트콩들을 포위하고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성조기]에 실린 뉴스를 보느냐, 자기 눈으로 직접 현장을 목격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정반대로 보일 수 있을 듯했다.
어쨌거나 우리가 그 언덕에 올라갔을 때는 모든 종류의 총알들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고, 사방에서 부상당한 부대원들이 신음을 내뱉거나
울부짖거나 하고 있었으므로, 다른 소리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땅바닥에 그림자처럼 납짝 엎드린 채 탄약과 물통과 삼각대와 나
자신의 사물 등을 지고 찰리 중대가 있는 쪽을 향해 열심히 기어가고
있었다. 내가 막 좁다란 참호 사이를 지나가려고 애를 먹고 있는데, 그
참호 속에 숨어 있던 녀석들이 저희들끼리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멍청이 좀 봐. 꼭 프랑켄쉬타인 같군."
나는 그러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 판에 그런 놀림까지 받자 열이 받쳐서
뭐라고 한마디 대꾸를 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오 하느님 맙소사! 참호
속에 있던 다른 녀석 하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포레스트--- 포레스트 검프!"
세상에, 그 녀석은 다름 아닌 바로 버바였다.
버바의 발목은 미식축구을 할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망가지기는 했지만
미합중국 육군을 위해 지구의 반을 달려오지 못할 만큼 심하게 망가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내가 나의 불쌍한 엉덩이와 온갖 짐들을 끌고
지시받은 곳까지 기어온 다음, 버바는 잠시 폭격이 뜸한 틈을 타서 (아군
비행기가 나타날 때마다 적의 포격은 중단되곤 했다)나에게 뛰어왔고,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버바는 그 동안 자기가 전해 들은 이런저런 소문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제니 커란은 학교를 그만두고 반전 운동인가 뭔가 하는 녀석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것이었고, 커티스는 자신에게 주차 위반 스티커를 발부한 교내
청원경찰을 두들겨 팬 다음 미친 듯이 난동을 부리다가 학교 당국자들이
커다란 그물을 뒤집어 씌운 다음 강제로 마취제를 주사해서 간신히 끌고
갔다는 것이었다. 브라이언트 코치는 커티스에게 그런 소란을 피운 벌로
연습이 끝난 다음 운동장을 50바퀴 더 돌게 했다고 한다.
커티스 녀석, 고소하다!


    ^co 6.

그날 밤은 유난히 길고 불편했다. 아군은 그날 밤 비행기를 띄울 수가
없었으므로, 놈들은 저녁 내내 마음 놓고 포탄을 퍼부어댔다. 두 개의
언덕 사이에 조그만 산등성이가 하나 있었는데, 한쪽 언덕은 우리가 다른
한쪽 언덕은 놈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말하자면 그 산등성이를 놓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흙과 먼지뿐인 그
산등성이를 서로 차지하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크란쯔 상사는 벌써 몇번이나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그저 명령받은
대로 움직이기 위해 왔을 뿐이라고. 그러고 나서 이내 크란쯔 상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더러 산등성이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 밑에 기관총을 설치하라는 것이었는데, 그곳은 적군의
총알이 날아오지 않기 때문에 안전할 거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내가 보고
듣는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포함하여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저 산등성이로 내려가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죽으러 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바로 그런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하고 기관총
사수인 본조, 또 한사람의 탄약수 도일, 그리고 다른 두 친구가 참호에서
기어나와 완만한 경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반쯤
내려갔을 때, 베트콩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자기네 기관총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우리는 거의 구르다시피 언덕을 내려가서 재빨리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나는 1미터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 거리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충 1야드하고 비슷하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커다란 나무 근처에 도착했을 때 나는 도일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왼쪽으로 움직이는 게 낫겠는데?"
그러자 도일은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똑바로 노려보더니,
"닥쳐, 포레스트. 거긴 베트콩들이 우글거린단 말야." 하고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그 큰 나무 밑에는 베트콩 예닐곱 명이 모여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도일이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더니 나무를 향해 휙
집어던졌다. 하지만 그 수류탄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터져 버렸다.
본스는 당장 기관총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나하고 다른 두
친구는 정확히 겨냥을 해서 수류탄을 까던졌다. 한 1분쯤 지나고 나니,
사방이 다시 조용해져서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침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서 기관총을 설치한 다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 밤이 완전히 샐 때까지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려왔지만, 우리만 따로
달랑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태양이 떠오를 무렵이 되자 우리는 엄청나게
배가 고프고 피곤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크란쯔 상사가 보낸
전령이 하나 달려오더니, 앞으로 몇분 이내에 아군 비행기가 떠서
산등성이에 있는 베트콩들을 모조리 쓸어 버릴 것이고, 이어서 찰리
중대가 행동을 개시할 거라고 알려 주었다. 조금 있으니 진짜로 비행기가
날아와서 사정없이 폭탄을 퍼부었고, 베트콩들은 완전히 쓸려 버린 것
같았다.
우리는 찰리 중대가 산마루를 타고 등성이로 내려오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산마루 끄트머리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엄청난 화력이 그쪽으로 집중되어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대번에 찰리 중대에는 커다란 혼란이 일어났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울창한 수풀 때문에 베트콩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숲속에
누군가가 있어서 찰리 중대를 향해 총을 쏘아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네덜란드 군이나 노르웨이 군일 지도 몰랐다. 
기관총 사수인 본즈는 초조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미 찰리
중대를 공격하고 있는 베트콩들이 우리 전방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베트콩들이 우리하고 우리 본대
사이에 숨어 있다는 의미였지만, 바꿔 말하면 그것은 우리가 고립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본즈의 말에 의하면 조만간 베트콩들이 찰리
중대를 섬멸하지 못할 경우, 그들은 틀림없이 이쪽을 향해 퇴각할 것이고,
만약 그들이 우리를 발견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었다.
결론은, 더 늦기 전에 위치를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짐을 챙겨서 산마루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일이
갑자기 오른쪽 산등성이 아래를 내려다 보더니, 얼굴이 파랗게 질려
버렸다. 막 버스를 타고 도착한 베트콩 지원 부대가 이빨에까지 무장을 한
채 찰리 중대를 향해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한다면, 재빨리 그 베트콩들을 친구로 사귀어서
다른 일은 모두 잊어 버리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커다란 관목 밑에 몸을 숨기고
놈들이 언덕 꼭대기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뒤 본즈는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해서, 베트콩 열 명이나 열 다섯명
정도가 쓰러져 나뒹굴었다. 그 동안 도일과 나는 다른 두 친구와 함께
정신없이 수류탄을 던졌다. 그때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일이 풀려간
셈이다. 본즈가 탄약이 떨어진 것을 본 나는 새 탄창을 넣어 주었는데,
본즈가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 하는 순간 베트콩의 총알 하나가 정통으로
그의 머리에 명중하여 해골 속에 있던 내용물을 밖으로 꺼내 놓고 말았다.
본즈는 기관총이 마치 자신의 생명이라도 되는 듯 땅바닥에
쓰러져서까지도 총을 꼭 붙잡고 있었지만, 이미 그에게는 더 이상 생명이
붙어 있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일이었지만,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만약 놈들의 손에 생포된다면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다. 나는 도일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이쪽으로 와보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본즈의 손가락에서 기관총을 떼내어 어깨에 메고 도일이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하지만 그때는 도일과 다른 두 친구도 모두 총을 맞은 뒤였다.
다른 두 친구는 이미 숨이 끊어졌지만 도일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마치 무슨 쌀푸대처럼 그를 들처메고 찰리 중대를 향해 수풀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겁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빗발치는 총탄 속을 뚫고 아마 한 20야드 정도는 달린 모양이었다.
달리면서 나는 언제 내 엉덩이에 총알이 박힐 것인가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간신히 대나무 숲을 지나 키작은 잡초들이 우거진 곳으로 나왔을 때,
놀랍게도 그곳에는 베트콩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누워 있는
베트콩, 먼산을 보고 있는 베트콩, 찰리 중대를 향해 총을 쏘고 있는
베트콩......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뒤에도 베트콩, 앞에도 베트콩, 발 밑에도 온통
베트콩뿐이지 않은가. 달리 별 뾰죽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미친 듯이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냅다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 나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지르며 달음질친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한순간 모든 것이 서로 뒤엉켜 뒤죽박죽이 되는가 싶더니,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찰리 중대 한복판에 서 있었다. 모두들 마치 내가
터치다운을 했을 때처럼 내 등을 두들겨 주었다.
아마 베트콩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나를 보고 깜짝 놀라서 순간적으로 숨어
있던 곳으로 꼬리를 숨긴 모양이었다. 어쨌든 내가 도일을 땅바닥에
내려놓으니 의무병이 달려와서 그를 들여다 보았고, 이내 찰리 중대의
지휘관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폄프질 하듯 내 손을 아래 위로 붙잡고
흔들며 마구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물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나, 검프?"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모양이었지만, 그건 나 자신도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냥 얼떨결에 "오줌을 누고 싶은데요" 하고 말해
버렸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중대 지휘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옆에 와있던 크란쯔 상사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크란쯔 상사는 "맙소사 검프, 따라와!" 하고 중얼거리며 나를 나무 뒤로
데리고 갔다.
그날 밤 나는 개인용 참호 속에서 다시 버바를 만나 함께 C-레이션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버바가 준 하모니카를 꺼내 함께 몇곡을
신나게 불었다. 밀림 한복판에서 '오 스잔나'와 '목장의 집' 따위의
노래를 불고 있으니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버바는 자기 어머니가
보내준 조그만 사탕 봉지를 가지고 있어서, 함께 몇개를 나눠 먹기도
했다.
나중에 크란쯔 상사가 오더니 10갤런짜리 물통은 어떡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도일과 기관총을 함께 들고 와야 했기 때문에 물통은 밀림 속에 그냥
놔두었다고 대답했다. 나는 크란쯔 상사가 당장 그곳으로 돌아가서 물통을
찾아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본즈는 죽었고 도일은 부상을 당했으니 나더러 기관총
사수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삼각대와 탄약과 다른 잡동사니들은 누가 들고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크란쯔 상사는 그것까지 내가 다 들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런 일을 할 인원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때 버바가 혹시 자기가 우리 중대로 전입할 수 있으면 자기가 그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란쯔 상사는 한동안 생각을 해보더니 자기가
한번 알아 보겠다고 했다. 어차피 찰리 중대에는 더 이상 화장실을 청소할
병력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버바와 나는 다시 함께
움직이는 사이가 되었다. 그 다음 몇주는 너무나 느리게 흘러갔기 때문에
나는 시간이 멈춰 버린 줄 알았다. 한쪽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다른쪽
언덕으로 내려오고 하는 식이었다. 어떤 때는 언덕 위에 베트콩이
있었지만. 없을 때도 있었다. 크란쯔 상사는 이제 모든 일이 잘 되어서
우리는 곧 미국을 향해 행군하게 된다고 떠벌였다. 베트남을 가로질러
라오스를 지나고,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북극까지 올라갔다가 얼어붙은
바다를 지나 알래스카까지만 가면, 엄마들이 마중을 나와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버바는 그따위 멍청한 이야기에는 귀도 기울이지 말라고 나를 타일렀다.
밀림 속에서는 대단히 원시적인 일들이 이어진다. 똥을 눌 데도 없었고,
잠은 짐승처럼 땅바닥에서 자야 했으며, 자나 깨나 통조림만 먹어야 했고,
목욕 따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으며, 옷은 다 떨어져서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일 주일에 한 통씩 엄마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집에는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내가 떠난 이후로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나도 엄마에게
답장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감히 엄마를 또 다시 훌쩍거리게 만들 소리를
적을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저 나도 잘 지내고 있으며 모두들 우리를
잘 대해 준다고만 쓰곤 했다. 한 번은 제니 커란에게 보내는 편지를
엄마에게 부치며 혹시 그녀의 친척이라도 만나게 되면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로서는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 오지 않았다.
한편 버바와 나는 제대한 후의 계획을 함께 세우기도 했다.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면 새우잡이 배를 한척 구해서 새우나 잡으며 살기로
했다. 버바는 배이유 라 바트레 출신이기 때문에 새우잡이에 대해서는
전문가였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만 있으면 우리는 선장이 되어 일년
내내 배 위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버바는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산했다. 새우 몇 파운드를 잡아야 대출금을
갚을 수 있고, 배의 연료비는 얼마나 들어갈 것이며, 식대는 얼마나 들
것인가를 꼼꼼이 따져본 다음, 남는 돈을 모아두면 나중에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머릿 속으로 새우잡이 배의 키를 잡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려 보았다. 그것보다 더 좋은 상상은, 갑판에 앉아 새우를
먹는 장면이었다. 내가 버바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정신차려, 포레스트. 그렇게 먹어대다가는 집이고 뭐고 아무 것도
남아나지 않겠다. 이익이 나기 전까지는 새우 한마리도 먹으면 안돼."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지. 까짓 새우는 안 먹어도 좋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우리는 진눈깨비나 우박만 빼고는 모든 종류의 비를 다 맞으며
돌아다녔다. 어떤 때는 조그맣고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졌으며, 또 어떤
때는 크고 뚱뚱한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떤 때는 하늘에서 똑바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또 어떤 때는 오히려 땅에서 빗방울이 솟아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비가 어떻게 오건 말건, 우리는 언덕을
오르내리고 베트콩을 찾아 헤매는 등의 일과를 수행해야 했다. 
어느 날, 우리는 드디어 베트콩을 발견했다. 그들은 아마 베트콩 회의라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마치 개미집을 밟았을 때 순식간에 개미들이
사방에서 기어나오는 형국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비행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베트콩을 처음 발견한지 2분이 지나자 다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형편없이 당할 차례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뚫고 몸을 숨길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논을
가로질러야 했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가 터져나왔고,
누군가가
"엎드려!"
하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나도 내 기관총을 옆구리에 끼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몇그루의 야자나무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셈이었는데, 거기까지 살아서 도착한다면 적어도
빗방울은 몇개 피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간신히 엉성한 경계선을 치고 또
하루의 기나긴 밤을 지새울 준비를 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그제서야
버바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상처를 입고 논바닥에 쓰러진 버바를 보았다고 했다. 내가
"빌어먹을!"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옆에서 들은 크란쯔 상사는 "검프,
뛰쳐나갈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마라!" 하고 겁을 주었다.
그런 게 어딨어, 나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기관총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버바를 본 지점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하지만 절반씀
뛰어갔을 때, 나는 하마터면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2소대 녀석 하나를
밟을 뻔했다. 그는 애처러운 눈길로 나를 올려다보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지만, 하는 수 없이 그 친구를 들처업고
번개처럼 우리 진지로 돌아왔다. 그 동안에도 총알은 사정없이 사방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런 짓거리를 해야 한단 말인가? 미식축구를 하느라 뛰어다니는 것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빌어먹을!
나는 그 친구를 내려놓자 마자 다시 뒤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도 다른 부상자와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다시 그 친구를 들쳐
업었지만, 이내 그의 골이 논바닥으로 쏟아져 내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세히 보니 그는 뒷통수가 완전히 날아가고 없었다. 빌어먹을! 그 친구를
도로 내려놓고 다시 한참을 달리다 보니, 드디어 버바가 눈에 띠었다.
그는 가슴에 두 방을 맞은 모양이었다.
"버바, 괜찮을 거야. 내 말 들려? 우린 새우잡이 배를 타야 되잖아." 나는
버바를 업고 진지로 돌아와 그를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버바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와 고름이 내 군복에 잔뜩 묻어 있었다.
버바는 나를 올려다보며 간신히 말했다.
"제기랄! 포레스트, 왜 이래야 하지?"
글쎄,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 있었겠는가?
버바가 다시 힘겹게 입을 열었다.
"포레스트, 하모니카 좀 불어줄 수 있겠어? "
나는 하모니카를 꺼내 아무 곡이나 불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버바는
"포레스트, "스와니 강' 좀 불어줄 수 있어? " 하고 물었다. 나는
"물론이지, 버바" 하고 대답한 다음, 얼른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도 빗방울만큼이나 많은 총탄이 날아오고 있었고, 나는 내가
기관총을 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빌어먹을, 나는 계속해서
스와니 강을 불었다.
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하늘이
핑크빛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의 얼굴이 귀신처럼
보였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베트콩이 갑자기 사격을 멈추었고,
그래서 우리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나는 의무병이 버바에게 주사를
놓으며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고 약속하는 동안, 버바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몇번이고 스와니 강을 되풀이해서 불었다. 버바는 내 다리를 꼭
붙잡고 있었는데, 그의 눈에는 짙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섬뜩한
핑크빛 하늘이 그의 얼굴에서 모든 색깔을 다 빼앗아가 버린 것 같았다.
버바가 뭐라고 말을 하려 했다. 나는 귀를 그의 입에다 바짝 갖다 댔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의무병에게 물어 보았다.
"뭐라고 하는지 들었나?"
의무병이 대답했다.
"집. '집' 이라고 했어."
버바, 그는 죽었다. 거기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밖에 없다.

그날 밤은 내 생애 최악의 시간이었다. 폭풍우가 다시 몰아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원군이 도착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적군과의 거리가 어찌나
가까웠던지, 우리는 베트콩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1소대는 한때 정말로 백병전을 벌이기도 했다.
새벽녁이 되자 아군 비행기가 나타나 네이팜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이 바로 우리 옆에 떨어졌기 때문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더러는 불길에 휩싸인 친구들도 있었고, 다들 공터로 뛰어나와
겁에 질린 채 마구 욕을 퍼부어댔다. 숲에 불이 붙었지만, 비 때문에 금방
꺼져 버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나도 총알을 한방 맞았다. 운이 좋았던 모양인지 총알은
엉덩이에 박혔는데, 나는 언제 맞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끔찍한 상황에 처해 있었고, 그뒤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도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기관총을 내려
놓고 더 이상 쏘지 않았다. 그리고는 나무 뒤로 기어가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울기 시작했다. 버바도 가버렸고, 새우잡이 배도 사라졌다.
버바는 하나 밖에 없는 내 친구였다. 어쩌면 제니 커란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것도 이제 옛날 일이 되어 버렸다. 엄마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죽었을 지도 모른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니
뭐니 하는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한참 후, 지원 병력을 실은 헬리콥터가 도착했고, 베트콩들은 네이팜탄
때문에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같은 편한테 그렇게 무자비하게 네이팜탄을
퍼부울 수 있다면, 자기네들한테는 말해 무엇 하랴 싶었을 것이다.
그들이 부상병들을 데리고 사라지자, 머리칼은 온통 헝클어지고 군복도
여기저기 타다 만 자국이 나 있어서, 마치 포탄 대신 대포로 쏘아진 듯한
모습의 크란쯔 상사가 나타났다.
"검프, 어제는 정말 잘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 한대 피우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담배를 안
피운다고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검프, 넌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놈들 중에 제일 똑똑한 놈은 아니지만,
너야말로 진짜 군인같은 놈이야. 너 같은 놈 백 명만 있으면 좋겠다."
그가 아프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가 다시 말했다.
"검프, 넌 집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너도 알고 있지? "
나는 크란쯔 상사에게 버바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죽었잖아."
하고 대답했다. 나는 내가 버바와 같은 헬리콥터를 탈 수 있느냐고 다시
물어 보았다. 그러자 크란쯔 상사는 그건 안 된다고 대답했다. 버바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제일 나중에 후송된다는 것이었다. 의무병이 놔준
큼직한 주사를 한대 맞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나는 다시금
크란쯔 상사의 팔목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부탁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야겠어요. 버바를 상사님 손으로 직접 헬리콥터에 실어서,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시겠어요? "
"그야 물론이지, 검프."
그가 대답했다.
"우린 그 친구를 일등석에 태워 고향으로 데려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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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 2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전3권 중 제2권


   윈스턴 그룸 저





 포레스트 2

  

나는 다닝의 병원에서 두 달 가까이를 지냈다. 말이 병원이지 사실은 별로
병원답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나마 우리는 모기장이 쳐진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었고 하루에 두번씩 청소를 하는 마루 바닥이 있었으며, 따라서
이전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그 병원에는 나보다 훨씬 더 심한 상처를 입은 친구들도 많았다. 팔과
다리와 손과 발과 또 다른 어디어디가 부러진 친구들도 있었고, 배와
가슴과 얼굴에 총을 맞은 친구들도 있었다. 밤이면 그들이 내지르는
고함과 비명, 엄마를 부르는 소리 등이 합쳐져 흡사 고문실을 연상케
했다.
내 바로 옆 침대에는 댄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타고 있던
탱크가 폭발해 버렸다고 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었고 여기저기 고무관이
끼워진 상태였지만, 나는 단 한번도 그 친구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굉장히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그와, 하루
이틀이 지나자 나는 친구가 되었다. 댄은 코네틱컷 주 출신인데, 육군에
끌려오기 전에는 역사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머리가
좋았기 때문에 육군에서도 그를 장교 학교에 보내 중위 계급장을 달아
주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중위들은 나만큼이나 멍청한 녀석들이었지만, 댄만은
달랐다. 적어도 그는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와 있는지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는 정당한
이유를 위해 잘못된 일을 하고 있거나 혹은 반대로 잘못된 이유 때문에
정당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결국 그는 탱크를 모는 장교가 되었는데,
대부분의 지형이 늪이나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탱크를 몰고 다닐 데가
별로 없는 곳에서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을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댄에게 버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는 아주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 전쟁이 끝날때까지 버바 같은 젊은이가
수없이 생겨날 거라고 한숨을 지었다.
한 1주일 정도가 지나자 나는 비교적 회복이 빠른 환자들이 수용되는 다른
병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매일같이 중환자실의 댄을 찾아가 한동안 그의
침대 옆에 앉아 있곤 했다. 가끔 내가 하모니카를 불어 주면 댄은 무척
좋아했다. 엄마가 오래 전에 보냈다는 허쉬 초콜렛 한 상자가 마침내
병원까지 나를 찾아왔는데, 나는 그 초콜렛을 댄과 나눠 먹고 싶었다.
하지만 댄은 고무관을 통해 몸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는 처지였다.
나는 그때 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이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바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는 따위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댄의
철학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적인 법칙에
따라 통제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어떤 주제에 대한 그의 관점은 굉장히
복잡했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사물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 역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가지 일이 벌어지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일...... 뭐 그런 식이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것들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댄은 그 모든 것이 일종의 법칙의
일부라고 했으며, 우리가 좀더 바람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어떻게 하면 그 법칙에 순응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도 나에게 벌어진 일들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건 그 이후 나는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했고, 엉덩이의 상처도 멋지게 아물었다. 의사는 나더러 '완벽한
궁뎅이'를 가졌다고 했다.
병원에는 휴게실이 하나 있었는데, 달리 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는
심심하면 그 휴게실을 어슬렁거리곤 했다.
어느 날 거기에 가보니 두 녀석이 탁구를 치고 있었다. 잠깐 구경을 하고
있던 나는 나도 한 번 쳐보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그들은 나를 끼워
주었고, 처음에는 몇점을 잃었지만 얼마 안가 그 두 녀석을 모두 이겨
버렸다.
 "덩치는 커다란 녀석이 제법 빠른데?"
한 녀석이 나에게 말했고,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매일 조금씩
탁구를 쳤고, 믿거나 말거나 나중에는 꽤 잘 치게 되었다.
오후에는 댄을 만나러 가곤 했지만 아침에는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병원측에서는 가고 싶으면 외출을 나가도 좋다고 했는데, 매일 나같은
친구들을 싣고 마을로 나가는 버스가 다녔다. 다른 친구들은 다낭 시내를
돌아다니며 가게에서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며 돌아다녔다. 부둣가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생선이나 새우 따위를 파는 조그만 시장이 있었는데, 어느 날 나는
그곳에서 새우를 좀 사서 병원으로 가지고 왔다. 병원 요리사가 그걸 익혀
주었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나는 댄도 그 새우를 좀 먹을 수 있었으면 했는데, 댄은 내가 그걸 잘게
으깨서 고무관 속에 집어넣으면 되지 않겠느냐며 간호사에게 그래도
되는지 물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버바를 생각했다, 그가 이 새우를 먹었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지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새우잡이 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아, 불쌍한 버바. 그 다음 날 나는 댄에게 버바가 왜
죽어야 했는지, 도대체 어떤 망할 놈의 자연 법칙 때문에 버바가 죽어야
했는지를 물어 보았다. 댄은 한동안 내 질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포레스트, 이 세상의 모든 법칙들이 다 우리 마음에 드는 것만 있는 건
아냐. 밀림에서 호랑이가 원숭이를 잡아먹었다고 할 때, 원숭이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호랑이에게는 잘된 일이잖아. 모든 게 그런 식이야."
며칠 후 나는 다시 다낭의 그 시장으로 나갔다. 조그만 베트남 사람이
새우를 잔뜩 갖다놓고 팔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새우를 어디서
잡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뭐라고 중얼리기 시작했다. 영어를
몰랐던 것이다. 내가 마치 인디언처럼 몸짓 발짓으로 한참을 물어 보자,
드디어 내 말을 알아들은 그는 자기를 따라오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처음에는 별로 그럴 마음이 없었는데, 그가 밝은 미소를 짓고 있어서 나도
웃어 보였다.
바닷가에 늘어선 배들을 지나 한 1마일쯤 걷고 나니, 물이 고여 있는
조그만 웅덩이가 하나 나타났다. 그 웅덩이에는 밀물 때마다 바닷물이
흘러들어왔는데, 나를 데려간 베트남 사람은 그곳에다 철사로 된 조그만
그물을 쳐두고 있었다. 그는 바로 그곳에서 새우를 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그물을 붙잡고 손으로 물을 한웅큼 퍼올리자, 거기에만 열마리도
넘는 새우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그가 조그만 봉지에 새우를 담아 주어서
나도 그에게 허쉬 초콜렛을 좀 나눠 주었다. 그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날 밤 야전군 본부 근처에 야외 극장이 설치되었다. 구경을 가보았더니
앞줄에 앉아 있던 몇몇 녀석들이 대판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영화는
끝까지 상영되지도 못하고 끝나 버렸다.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제대하고 나서 할 일이
생각난 것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면 바닷가 근처에 조그만 웅덩이가
있는지 찾아봐서 새우를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버바가 없으니 새우잡이
배를 구할 수 없을 지는 모르지만, 웅덩이와 그물만 있으면 얼마든지
새우를 기를 수 있다. 틀림 없이 버바도 좋아할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매일 아침마다 그 조그만 베트남 사람이 새우를 기르는
웅덩이를 찾아가 보곤 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미스터 치였다. 내가
웅덩이 옆에 앉아 있으면, 그는 어떻게 새우를 기르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는 조그만 뜰채로 아기 새우 몇마리를 잡아서 자기 웅덩이 속에
집어넣는다. 그런 다음 밀물이 들어올 때 음식 찌꺼기를 비롯한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웅덩이 속에 뿌린다. 그러면 플랑크톤인가 뭔가하는 조그만
벌레들이 자라게 되고, 새우는 그것들을 잡아먹으며 점점 더 크고
뚱뚱해지는 것이다. 너무나 간단해서 아이큐가 25만 넘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후 야전군 본부에서 제법 높은 계급장을 단 사람 몇이서 나를
찾아와서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검프 일등병, 자네는 지극히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 공로로 컨그레셔널
명예 훈장을 받게 되었다. 자네는 내일 모레 미국으로 돌아가서 미합중국
대통령 각하로부터 직접 훈장을 수여받게 될 것이다."
그때는 내가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이른 아침이어서, 막
화장실에나 갈까 생각하고 있는 참이었다. 하지만 그 높은 분들은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나는 당장이라도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았지만 그냥 "고맙습니다" 라고만 말한 뒤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무래도 그게 자연 법칙에 순응하는 길인 것 같았다.

그들이 가고난 다음 나는 댄을 만나러 중환자실로 갔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 그의 침대는 비어 있었고 매트리스는 단정하게 접혀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군의관을 만나러 뛰어가 보았지만, 마침 그는 자기
자리에 있지 않았다. 대신 복도에서 간호사 한 사람을 만나서 물어
보았더니, 그냥 "갔어요."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다시금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녀는 "몰라요, 그가
떠날 때는 내 근무 시간이 아니었거든요." 하고 대답했다. 수간호사를
찾아가 다시 물어 보았더니, 그녀는 댄을 좀더 잘 치료하기 위해 미국으로
후송시켰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괜찮으냐고 다시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요. 양쪽 허파에 모두 구멍이 뚫리고, 장이 파열되고, 척추가
부러지고 한쪽 발이 절단되고, 다른 쪽은 다리가 절단되고, 온몸의 절반에
3도 화상을 입은 상태를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면 괜찮은 거죠 뭐."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그곳을 나왔다.
나는 그날 오후에는 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탁구도 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벌써 죽어 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먼저 유족에게 그런 사실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나는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정처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돌맹이와 깡통
나부랭이를 걷어찼다.
내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침대 위에는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나를
찾아온 편지 몇통이 놓여 있었다. 엄마가 보낸 편지에는 우리 집에 불이
나서 모든 것이 홀랑 타버렸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 엄마는 보험 같은
것도 가입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천상 구빈원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미스 프렌치가 고양이에게 목욕을 시킨 다음 헤어드라이어로 고양이
털을 말려 주다가, 고양이와 드라이어에 한꺼번에 불이 붙어서 결국 집
전체가 고스란히 타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마는 이제부터 답장을
'가난한 자매들의 집' 이라는 구빈원으로 보내라고 덧붙이고 있었다. 나는
수많은 눈물들이 우리의 앞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앞으로 배달된 또 한 통의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존경하는 검프 씨, 귀하는 최신형 폰티악 GTO 자동차를 선물받을 분으로
당첨되셨습니다. 동봉한 엽서를 통해,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는 백과사전
한 질과 매년 발행되는 최신 연감을 귀하의 사망 시까지 매년 75달러의
비용으로 구입하겠다고 약속하시면, 당장 자동차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는 그 편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나같은 바보에게 백과사전이
무슨 소용이며, 더군다나 나는 운전도 할 줄 모르지 않는가. 그러나 세
번째 편지는 그런 잡동사니가 아니었다. 발신인 란에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제니 커란. 일반우편' 이라고 씌여 있는 것을 본 순간, 나는
손이 떨려서 봉투를 열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릴 지경이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포레스트에게. 우리 엄마가 네 편지를 너의 엄마에게서 건네 받아서
나에게 전해 주셨어. 네가 그 끔찍하고 부도덕한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안됐더구나'
그녀는 이곳에서 무참한 살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비록 너로서는 어쩔 수 없이, 본의 아니게, 명령을 수행할 수밖에
없겠지만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낄 테지.' 
가만히 읽어 보니 그녀는 깨끗한 옷이나 신선한 음식을 구경할 수 없기
때문에 끔찍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틀 동안이나 장교의 똥덩어리
속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있어야 했다.'고 편지에 쓴 것을 오해한 것
같았다.
 "너한테 그토록 가혹한 일을 하라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나는 그 글을 읽으며 상황을 좀더 잘 설명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제니의 글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그 끔찍하고 비도덕적인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돼지 같은
국수주의자들에게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있어.'
그녀는 그 문제에 대해 한 페이지 이상을 장황하게 늘어 놓았지만,
나로서는 그저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대단히
신중하게 그 편지를 읽었다. 그녀의 손으로 쓰여진 글씨를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릴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넌 그래도 버바를 만났겠지.'
마지막에 가서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게 비참한 상황에서도 친구를 만났으니 얼마나 기쁠까 생각해
본단다.'
제니는 버바에게 꼭 안부를 전해 달라며 편지를 마쳤지만, '추신'이라고
쓰고는 자기가 하버드 대학 근처의 어떤 커피숍에서 일 주일에 이틀씩
연주를 하는 조그만 밴드에서 연주를 하며 조금씩 돈을 벌고 있으니 혹시
지나가는 길이 있으면 꼭 들르라고 덧붙였다. 밴드의 이름은 '깨어진
달걀' 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하버드 대학 근처를 서성거릴
핑겟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나는 조국으로 돌아가 미합중국 대통령에게서 명예훈장을
수여받기 위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옷과 치솔, 그리고
병원에서 지급해준 면도기를 빼고는 챙기고 말고 할 짐도 없었다. 다른
짐은 모두 프레이쿠의 기지에 놔두고 왔던 것이다. 그때 야전군 본부에서
파견된 잘 생긴 육군 중령 한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는, "그따위
잡동사니들은 다 잊어 버려. 오늘 밤 우리는 사이공의 양복쟁이 20명을
동원해서 네가 입을 군복을 맞추고 있어. 네가 파자마차림으로 대통령을
만나도록 할 수는 없잖아."
그 중령은 워싱턴까지 나와 동행하며 내가 먹을 음식, 내가 묵을 숙소,
내가 탈 차량 등을 돌봐 준다고 했다. 물론 대통령을 만나서 어떻게
처신할 지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이름은 구치 중령이었다.
그날 밤 나는 야전군 본부 중대에서 온 친구와 마지막 탁구 시합을
벌였다. 그는 육군 탁구 대회인가 뭔가 하는 데서 우승을 했다는
친구였는데, 자기 라켓을 가죽 케이스 속에 넣어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려 하지 않는 등 어딘지 태도가
좀 이상했다. 그는 나에게 형편없이 깨진 다음, 습도가 높아서 탁구 공이
제대로 튀지를 않는다고 중얼거리며 자기 라켓을 챙겨들고 가버렸다.
하지만 그가 가져온 탁구 공은 그냥 놔두고 갔는데, 덕분에 앞으로 병원
휴게실에서 탁구 공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떠나야 할 아침이 밝자, 간호사 한 사람이 내 이름이 적힌 편지 봉투를
하나 건네 주었다. 열어 보니, 댄이 남긴 편지였다. 정말로 아직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

포레스트에게.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만날 시간이 없어서 무척 아쉬웠어. 의사들이
갑자기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영문도 모르고 이 병원에서 끌려 나가지만,
의사들에게 부탁해서 간신히 너한테 이 편지를 쓸 시간을 허락받았어.
너는 내가 여기 있는 동안 나에게 너무나 잘해 주었거든. 포레스트, 나는
네가 네 인생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칠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혹은 너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지. 너는 이 기회를 잘 포착해야 돼. 절대로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네 눈에는 항상 조그만
불길이 빛나고 있었어. 특히 네가 미소를 지을 때면 그 불은 더욱 밝게
빛나곤 했지. 그때마다 나는 생각하고, 창조하고, 또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 거의 천재에 가까운 능력을 발견하곤 했어.
친구, 이 전쟁은 결코 너를 위한 것이 아니야. 물론 나를 위한 것도
아니지. 나는 머지 않아 네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 네가 무얼 할 것이냐 라는 거지. 나는 네가 바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어쩌면 바보들의 판단 기준으로는 네
능력이 모자란다고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포레스트, 나는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타고 있는 호기심의 불길을 보았어, 포레스트,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너에게 봉사하도록 만들어야 해. 어두운 것,
더러운 것과는 가차없이 맞서 싸우고,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면 안돼,
너는 정말 좋은 놈이야, 포레스트. 너는 너무나도 커다란 가슴을 가진
친구야.
--- 너의 친구, 댄

나는 댄의 편지를 열번인가 스무번 쯤 읽어 보았다. 거기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는
대충 이해할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아차릴 수 없는
단어나 문장 같은 것들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구치 중령이 와서 이제 떠나야 할 시간임을 알려 주었다.
우리는 먼저 사이공으로 가서 20명의 베트남 양복쟁이들이 밤새 만든 새
군복으로 갈아입고, 거기서 곧장 미국으로 날아가게 된다고 했다. 나는
구치 중령에게 댄의 편지를 보여 주며 그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를 물어
보았다. 그는 한참 편지를 들여다 보더니, 내게 돌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글쎄다. 검프. 내가 보기엔 대통령이 너에게 훈장을 걸어줄 때 까불지
말라는 뜻인 것 같은데?"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 상공을 날으는 동안, 구치 중령은 우리가
미국에 도착하면 국민적인 영웅 대접을 받게 될 거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퍼레이드를 지켜볼 것이고, 나는 내 돈을 주고는 음료수
한 잔이나 밥 한 끼 사먹을 수 없을 거라고도 했다. 사람들이 서로 먼저
나에게 사주려고 아우성을 칠 것이기 때문에... 그는 또 육군에서도 나를
데리고 전국을 순회하며 신병 모집이나 공채 판매등의 행사를 벌일
것이라고도 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나는 '임금 대접'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우리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했을 때, 수많은 군중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갖 깃발과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는 비행기 창밖을
내다보며, 구치 중령은 자기도 브라스 밴드까지 나와 우리를 맞아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정말이지 내가 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 들어 있었다.
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군중들은 일제히 우리를 향해 뭐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집어던진 커다란 토마토 하나가
구치 중령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 다음부터는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 벌어졌다. 경찰이 몇명 있기는 했지만 군중들은 그들을 밀치고
우리에게 달려오며 온갖 고함과 욕을 퍼부어대는 것이었다. 시커멓게
턱수염을 기르는 등 가지각색의 모습을 한 2천명 가량의 군중이 일시에
덤벼드는 것을 보니, 나는 버바가 목숨을 잃은 논두렁에서 느낀
것만큼이나 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구치 중령은 얼굴에서 토마토를
닦아내며 근엄하게 행동하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리 그래 봤자 우리
둘이서 2천명이나 되는 군중을, 그것도 무기도 없이 상대하기란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군중들은 마치 무언가 쫓아갈 대상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듯, 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피켓을 휘두르기도 하면서 득달같이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툭하면 사람들을 피해 도망쳐 다니던 어린 시절의 일이
퍼뜩 떠올랐다.
나는 그 넓은 공항 활주로를 거의 한바퀴 돈 다음, 다시 터미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오렌지 볼에서 네브라스카의 얼간이들에게 쫓겨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급기야 나는 화장실 안으로
숨어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변기에 앉아 군중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약 한 시간 가량이 지났다. 내가 로비로 나와 보니,
구치 중령이 한 무더기의 헌병과 경찰에게 둘러싸인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며,
 "빨리 와, 검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를 워싱턴까지 태워갈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어."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민간인들도 많이 타고 있었다, 구치 중령과
나는 앞쪽에 좌석을 차지하고 앉았는데, 비행기가 이륙도 하기전에 근처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구치
중령에게 왜 저러냐고 물어 보았더니, 그는 아마 우리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모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워싱턴에 도착하면 상황이
휠씬 나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나는 그 말이 사실이기를
빌었다. 나같은 저능아도 지금까지는 구치 중령의 말이 하나도 들어맞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워싱턴에 다가가자. 나는 도저히 흥분을 가눌 길이 없었다,
워싱턴 기념관과 국회의사당을 비롯하여 사진으로만 보았던 온갖 건물들이
비행기 창문 밖으로 한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는
육군에서 보내준 승용차를 타고 아주 근사한 호텔로 안내되었다. 그
호텔에는 엘리베이터도 있었고, 짐을 날라 주는 심부름꾼도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엘리베이터를 타 본 적이 없었다. 각자 방을 배정받은
다음, 구치 중령이 내 방으로 건너오더니 아래층에 있는 조그만 빠에
내려가서 한 잔 하자고 했다. 옛날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예쁜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 동부 지방은
캘리포니아보다 휠씬 문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아까와는
사정이 다를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 역시 빗나가고 말았다.
테이블에 앉은 후 구치 중령은 내가 마실 맥주와 자기가 마실 이름도 모를
술을 주문한 다음, 내일 대통령이 훈장을 걸어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구치 중령이 한참 설명을 하고 있는데, 예쁜 아가씨 하나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구치 중령은 그녀를 올려다보더니, 웨이터레스인 줄
알고 술을 좀 더 갖다 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우리를 빤히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들처럼 음탕한 개자식들에게는 술을 갖다 주기는 커녕 침도 뱉어줄
수 없어."
그러더니 그녀는 다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봐, 덩치 큰 얼간이, 오늘은 불쌍한 아기들을 몇명이나 죽였지?"
우리는 그 일이 있은 다음 얼른 객실로 올라왔다. 그리고 룸 서비스로
맥주를 시켜 마시며 구치 중령의 설명을 마저 들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대통령이 살고 있는 백악관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넓직한 잔디밭과 모빌 시청만큼이나 커다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아주 아름다운 집이었다. 육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연신 나에게 악수를
청하며 훌륭한 군인이니 뭐니 떠들어 대는 사이에, 드디어 훈장을 받을
시간이 되었다.
대통령은 텍사스나 그 근처 지방의 말투를 쓰는 덩치가 큰 아저씨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으로 모여들어 있었다. 그중에는 하녀나
청소부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는데, 그들은 이 멋진 장미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같았다.
육군 소속의 장군 하나가 뭐라고 연설을 하기 시작하자, 모두들 신중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침을 먹지 못해서 너무나 배가
고팠고, 그래서 그의 연설을 귀담아 들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한참만에야
그 사람의 연설이 끝나고 나자, 대통령이 나에게 다가와 상자 안에 들어
있던 훈장을 꺼내 내 가슴에 달아 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고, 다른 사람들은 사진을 찍거나 박수를 치는 등 난리를 피웠다.
나는 이제 다 끝났으니 그만 여기서 나갈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대통령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재미있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한참 후 그가 말했다.
 "이보게, 지금 이 꼬르륵 하는 소리가 자네 배에서 나는 건가?"
나는 구치 중령을 힐끗 돌아보았지만, 그는 빳빳한 자세로 눈알을 위로
치켜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예......" 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대통령은 "저런, 이리 오게. 가서 뭘 좀 먹자구."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간 나는 조그맣고 둥그스럼하게 생긴
방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은 웨이터 같은 차림을 한 친구에게 내가 먹을
아침 식사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방안에는 우리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식사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베트콩과 싸우고 있는지 아느냐, 군대에서
처우는 제대로 해주더냐 하는 등의 질문이었다. 내가 그저 고개만 몇번
끄덕이고 말았더니, 잠시 후 대통령은 질문을 그만두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다음, 대통령이 물었다.
 "자네 식사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텔리비전이나 좀 보겠나?"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고, 대통령은 자기 책상 뒤에 있던
텔레비전을 켰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비버리 시골사람들'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대통령은 무척 재미있어 하며 자기는 매일 이
프로그램을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제트로라는 등장인물과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침을 먹고 나자 대통령은 백악관 구경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나는
 "예."
하고 대답했고, 우리는 함께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나가자 사진 기자니
뭐니 하는 작자들이 와르르 몰려들어 우리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대통령은 조그만 벤치에 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여보게, 자네 부상을 입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이걸 좀 보게."
하며 자기 셔츠를 걷어올리더니 배에 나있는 커다란 흉터를 보여 주었다.
무슨 작전에 나갔다 입은 상처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그래, 자네는 어디를 다쳤나?"
하고 물었다. 나는 바지를 내리고 내 상처를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마구 사진을 찍어대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급하게 뛰어오다가 자빠지기도 했다. 나는 얼른 구치
중령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몸을 피했다.
그날 오후 호텔로 돌아온 다음, 갑자기 구치 중령이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더니 신문을 한웅큼 손에 들고 미친 듯이 씩씩거리며 뛰어
들어왔다. 그는 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나에게 욕을 퍼붓기도
했는데, 그가 침대 위에 집어던진 신문의 제1면에는 내 엉덩이가 대문짝만
하게 나와 있었다. 어떤 신문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 보지 못하게 하려고
내 눈 위에다 까만 막대기를 붙여 놓기도 했는데, 그것은 무슨 더러운
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나 하는 짓이었다.
그 사진에는 '장미 정원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대통령과 전쟁 영웅'
이라는 사진 설명이 붙어 있었다. 
 "검프, 이 얼간아!"
구치 중령이 말했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 난 이제 망했어. 진급이고 뭐고 다
끝장이라구."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잘 모르기는 하지만, 옳은 일을 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왕창 스타일을 구긴 다음에도 높은 양반들은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육군 당국은 나를 신병 모집 순회 강연에
내보내기로 결정했고, 구치 중령은 사람을 시켜서 내가 낭독할 연설문을
작성해왔다.
연설문은 대단히 길었지만, '위기의 시대에는 군에 입대하여 조국에
봉사하는 것보다 더 영광스럽고 애국적인 길은 없다' 라는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문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내가 그 연설문을 외울수가
없다는 데 있었다. 머릿 속에서는 줄줄 흘러나오는데, 정작 입으로 말을
하려고 하면 서로 뒤엉켜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구치
중령은 안달이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매일같이 나를 자정이 넘도록
잠도 못자게 하며 그 연설문을 외우라고 닥달했지만, 결국에는 그도 손을
들고 말았다.
 "이래 가지고는 아무래도 안 되겠군."
이윽고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검프, 좋은 생각이 있어. 내가 이 연설문을 좀더 짧게 줄여볼 테니까,
너는 조금만 외워도 되도록 해보자구."
그래서 그는 연설문을 줄이고 줄이고 또 줄였다. 드디어 나는 바보처럼
보이지 않고도 연설문을 만족스러울 만큼 외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할
말은
 "육군에 입대하여 여러분의 자유를 위해 싸우십시오."
라는 것뿐이었으니까.
우리는 어느 조그만 대학에서 첫 번째 강연회를 열었다. 커다란 강당에는
연단이 마련되었고, 취재 기자와 사진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먼저 구치 중령이 일어나서. 원래는 내가 하기로 되어 있던 연설을
대신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최근 콘그레셔널 명예 훈장을 받은 포레스트 검프 일등병을 이
자리에 모셔서 몇말씀 들어 보시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앞으로 나오라는 몸짓을 해보였다. 청중 몇 사람이
치는 박수가 그치자, 나는 고개를 앞으로 쭉 내민 다음 
 "육군에 입대하여 여러분의 자유를 위해 싸우십시오."
하고 말했다.
청중들은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몇마디 더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내가 하도록 되어 있는 말을 다했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청중들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았고, 나도 그들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때 갑자기 앞줄에 앉아 있던 한 친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
나는 제일 먼저 마음 속에 떠오르는 말을 그냥 내뱉었다.
 "개똥 같은 거지요."
구치 중령이 벌떡 일어나더니 마이크를 빼앗으며 나를 밀쳐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기자들은 내가 한 말을 수첩에 휘갈겨 적고 있었고, 사진
기자들은 미친 듯이 사진을 찍고 있었으며, 청중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나는 구치 중령에게 이끌려 그곳을 빠져나온
다음, 자동차를 타고 잽싸게 그 마을을 떠났다. 구치 중령은 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이따금 미친
사람처럼 피식피식 웃음을 짓곤 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가 어느
호텔에서 두 번째 강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전화 벨이 울렸다. 구치
중령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상대방이 줄곧 이야기를
했고, 구치 중령은 열심히 듣고 있다가
 "네, 알았습니다."
하고 말하곤 했는데, 중간중간 나를 노려보는 그의 눈초리가 무척 차갑게
느껴졌다. 이윽고 통화를 마친 그는 자기 구두만 뚫어지게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검프, 이제 다 끝났어. 순회 강연은 모두 취소됐어. 나는 아이슬랜드
기상국으로 발령이 났고, 자네가 어떻게 될 건지는 나도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나는 구치 중령에게 콜라 한잔만 마실 수 없겠느냐고 물어 보았는데, 그는
한 1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금 자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이따금 미친 사람처럼 피식피식 웃음을 짓곤 했다.

그뒤 그들은 나를 포트 딕스로 보내 스팀 히트 중대에 배치시켰다.
나는 하루 종일, 그리고 밤의 절반을 삽으로 보일러 속에 석탄을 퍼넣는
일을 해야 했다. 그래야 막사가 따뜻하게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그곳
중대장은 주변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인 것 같았는데,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 너는 앞으로 2년만 더 있으면 제대를 할 테니 그 동안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만사가 잘 될 거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할려고
마음먹었다.
나는 엄마와 버바와 새우 장사와 하버드에 있다는 제니 커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이따금 탁구를 치기도 했다.
다음 해 어느 봄날이었다. 부대 내에서 탁구 대회가 개최되는데 우승자는
워싱턴으로 가서 전국 육군 탁구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나는 참가 신청서에 내 이름을 적어넣었는데, 나 말고 유일하게
대회에 참가한 친구는 전쟁터에서 손가락 몇개가 날라가 버린 바람에 툭
하면 라켓을 떨어뜨리곤 했으므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이길 수 있었다.
그 다음 주, 나는 워싱턴으로 보내졌고, 부상병들이 시합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월터 리드 병원에서 벌어진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1회전과 2회전은 무난히 이겼는데, 3회전에서 만난 녀석이 요리조리
교묘하게 공을 깎아 치는 바람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결국 나는
세트스코어 4대 2까지 뒤져서 아무래도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내 눈에 휠체어를 타고 시합을 지켜보고 있는 한 부상병의 모습이
들어왔다. 바로 다낭의 병원에서 헤어진 댄 중위가 아니겠는가! 한 세트가
끝나면 잠시 휴식 시간이 있는데, 그때 나는 얼른 댄에게 달려갔다. 그는
두 다리가 모두 절단된 상태였다.
 "포레스트, 다리는 잃었지만 그것 말고는 다 멀쩡해." 댄이 말했다.
얼굴을 칭칭 감고 있던 붕대도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탱크에 불이
붙으면서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어 흉칙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또
휠체어에 달린 기둥에는 아직도 무슨 약병이 매달려 있었고, 그것이
고무관을 통해 댄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 
 "의사들은 이게 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댄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포레스트, 나는 네가 스스로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네가 탁구 치는 모습을 쭉 지켜봤는데, 너는 틀림 없이 저
친구를 이길 수 있어. 왜냐 하면 너는 탁구의 귀신이기 때문이고, 1등을
하도록 운명지워져 있기 때문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경기에 임했다. 그때부터 나는 단 한점도
내주지 않고 그 시합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이어서 결승전에 진출했으며,
결국은 우승을 차지했다.
나는 그곳에서 사흘을 묵었는데, 그 동안 댄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가끔은 댄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그의 휠체어를 밀며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고, 밤에는 옛날에 버바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댄을 위해 하모니카도
불어 주었다. 물론 댄도 역사와 철학 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어느 날 그는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이
우주의 개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종이를 한 장 꺼내 상대성 이론의 공식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대학 시절 중간 광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댄은 그걸 보더니,
 "포레스트, 너는 끊임 없이 나를 놀라게 하는군."
하고 말했다.

내가 다시 포트 딕스로 돌아와 스팀 히트 중대에서 열심히 석탄을
삽질하고 있던 어느 날, 국방성에서 나왔다는 한 친구가 가슴에는 훈장을,
얼굴에는 미소를 가득 띄운 채 나를 찾아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검프 일등병, 자네가 미합중국 탁구 대표 선수로 선발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게 되어 무척 기뻤네. 자네는 곧 중공으로 건너가 중국 사람들과 탁구
시합을 벌이게 될 거야. 이건 대단한 영광일세. 근 25년 동안 우리나라가
중국 사람들과 아무 교류가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건 이 세상의
다른 어떤 시합보다 중요한 탁구 시합인 셈이지. 단순한 탁구 시합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외교라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저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에 지나지 않는데,
그런 나에게 전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이 아닌가.


    ^co 9.

나는 다시금 지구를 반 바퀴 돌아서 중국의 빼이징에 도착했다.
대표팀의 다른 탁구 선수들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착하고 온순한
친구들이었고, 특히 나에게는 모두들 잘해 주었다. 중국 사람들 역시 아주
착해 보였는데, 겉보기에는 같은 동양인이지만 내가 베트남에서 보았던
사람들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옷차림이
깨끗하고 태도도 정중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미국 국무성에서는 우리가 중국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줄 감독관을 한 사람 딸려 보냈는데, 이 친구는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덜 괜찮은 작자였다. 그의 이름은
윌킨스였는데, 얍삽한 콧수염을 기르고 언제나 서류 가방을 들고
다녔으며, 틈만 나면 구두에 광이 나는지, 바지에 주름은 제대로 잡혀
있는지, 셔츠는 깨끗한지 등을 걱정하곤 했다. 아마 그 작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침을 뱉어가며 자기 똥구멍에 광을 낼 것이 틀림없다. 윌킨스는
틈만 나면 나를 참견하곤 했다.
 "검프, 중국 사람들이 자네한테 절을 하면, 자네도 같이 절을 해야해.
검프, 자네는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처신하는 법을 좀 배워야 돼. 검프,
바지에 그 얼룩은 뭐야? 검프, 자네 식탁 예절은 완전히 돼지수준이군
그래."
마지막 언급은 어쩌면 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중국 사람들은 조그만
작대기 두 개로 음식을 집어먹었는데, 나로서는 그걸로 음식을 입에까지
실어나르기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 옷이 온갖 음식자국 때문에
얼룩져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중국 사람 치고 뚱뚱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사람들도 이제 포크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건 우리는 중국 선수들과 탁구 시합을 했고, 그중에는 정말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밤마다 거의 매일같이 저녁 만찬이다 음악회다 하며 우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어느 날 우리는 뻬이징 덕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우리가 그곳으로 가기 위해 호텔 로비로 내려왔을 때, 윌킨스가 또
꼬투리를 잡았다.
 "검프, 자네 아무래도 방으로 올라가서 그 셔츠 좀 갈아입고 와야겠어. 꼭
음식 쟁반 던지기 대회에 나갔다 온 사람 같잖아." 
그러면서 그는 나를 호텔 데스크로 데리고 가더니, 영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에게 중국어로 쪽지를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나더러,
목적지가 뻬이징 덕이라고 적은 그 쪽지를 택시 기사에게 보여 주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먼저 갈 테니 택시 기사한테 그 쪽지를 보여 주면 자넬 그곳으로
데려다줄 거야."
나는 윌킨스가 하는 말을 들으며 내 객실로 올라가 새 셔츠로 갈아
입었다.
호텔 앞에서 택시를 집어타고 한동안 달리다가, 문득 주머니를 뒤져보니
조금 전에 받은 쪽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 쪽지를
아까 입고 있던 지저분한 셔츠에 그냥 넣어두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그때 이미 택시는 시내 한복판으로 한참 들어와 있었고, 기사는
연신 나를 돌아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 줄로
생각하고 몇번이나 "뻬이징 덕, 뻬이징 덕"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그결 못 알아듣는지 손을 내저으며 뻬이징 시내 관광을 시켜 주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 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고, 덕분에 나는
뻬이징 구경을 잘 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기사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
다음, 그가 돌아볼 때 다시 한번 '뻬이징 덕.'하고 말하며 오리 날개 처럼
두 팔을 퍼득거려 보였다. 그러자 갑자기 그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론가 차를 몰고 가는 것이었다. 그가 한 번씩 뒤를
돌아볼 때마다 나는 날개짓 시늉을 해보였다. 다시 한 시간 가량이 지나
그가 차를 세웠을 때, 창밖을 내다본 나는 그가 나를 공항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시간은 이미 너무 늦어 버렸고, 그때까지 저녁도 못먹은 나는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뻬이징 덕에 찾아가는 걸 포기한 나는 정부에서
나눠준 중국 돈을 기사에게 건네주고 차에서 내렸다. 기사는 거스름돈을
내준 다음 차를 몰고 가버렸다. 나는 식당을 찾아들어가 테이블에 앉기는
했지만, 마치 달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아가씨 한 사람이 다가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살펴보며 메뉴판을 건네 주었다. 하지만
글씨가 모두 중국어로 쓰여 있었기 때문에 한참 동안 망설이고 있던 나는
아무거나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행히도 음식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다 먹고나서 계산을 한 다음 거리로 나와 호텔로 돌아갈 길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몇시간 동안 길거리를 헤매던 나를, 누군가가 붙잡더니 어디론가
데려가는 것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내가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덩치 큰 중국인이 하나 있었는대, 그는 마치
옛날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나에게 담배를 권해가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간신히 그곳에서
풀려나왔다. 윌킨스가 감옥까지 나타나서 한 시간 가량이나 이야기를 한
다음에야 그들은 나를 석방시켜준 것이다.
윌킨스는 미친 사람처럼 펄펄 뛰었다.
 "검프, 그들은 너를 스파이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몰라?"
윌킨스가 말했다.
 "너의 이런 행동이 이번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고 있어? 너 미쳤냐?"
나는 윌킨스에게,
 "아뇨, 난 그냥 바보일 뿐이에요."
라고 대답해 주려 했지만 마음을 바꿔 그만두었다. 그 뒤로 윌킨스는
길거리 행상에서 커다란 풍선을 하나 사오더니, 그걸 내 셔츠 단추에
매달아 놓은 것이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아 보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내 옷깃에다 내 이름과 숙소를 적은 쪽지를
붙여두기까지 했다. 그런 꼴이 되고 나니 나 자신이 진짜 바보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중국 사람들은 우리를 버스에 태우고 커다란 강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몰려와서 강물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유인즉슨 중국 사람들의 대장인 마오 주석이 그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마오 주석은 부처님처럼 생긴 뚱뚱하고 덩치가 큰 노인이었는데, 수영
팬티를 입고 있었다. 중국사람들은 마오 주석이 여든의 나이에도 이
강에서 수영을 즐긴다고 떠들어댔다. 그것을 우리에게 구경시켜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드디어 주석이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사진읕 찍기 시작했고, 우리를 데려간 중국인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마오 주석은 한참 헤엄을 치더니, 물속에 멈추어 서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우리도 모두 열심히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한 1분쯤 지나자 주석은 다시 손을 흔들었고, 우리도 다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마오 주석은 세 번째로 다시 손을 흔들었는데,
무심코 화답을 하던 사람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 나는 중국 사람들이 평소에 '소방 훈련'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구경할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황급하게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반대편 강둑에서는 보트가 달려오기 시작했으며, 강둑에 모여 서 있던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자기 머리를 쾅쾅 쥐어박으며 팔짝팔짝 뛰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욕을 한마디 중얼거렸다. 나는 마오 주석이
가라앉은 지점을 정확하게 보았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신발을 벗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중국 사람들을 모두 앞질러서 제일 먼저 사고
지점에 도착한 나는, 얼른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
보트는 연신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 사람들은 뭔가 좋은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흥미진진하게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강물이 하수도에서
흘러나오는 물처럼 뿌옇게 흐려 있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어쨌건
나는 서너번 자맥질을 한 다음에야 그 영감탱이를 물위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몇몇 중국인들이 달려들어 그를 보트 위로 끌어을렸고,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보트를 몰고 강둑으로 가버렸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혼자서 다시 헤엄을 쳐서 강둑으로 기어나와야 했다.
내가 강둑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달려와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내 등을
두둘겼고, 그 다음에는 나를 자기네 어깨에 둘러메고 버스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버스가 다시 도로상으로 나오자, 윌킨스가
내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으며
 "이 멍청아!"
하고 소리쳤다.
 "우리 미국을 위해서는 그 영감탱이가 물에 빠져 죽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게 최선이었다는 걸 몰라? 너 때문에 평생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놓쳤잖아."
그래서 나는 잘은 모르지만 내가 또 사고를 쳤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단지 옳은 일을 할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탁구 시합은 끌났지만 나는 누가 이기고 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마오 주석을 강물에서 끌어낸 이후, 중국 사람들의 국민적
영웅이 되어 있었다.
 "검프."
윌킨스가 말했다.
 "너의 그 멍청한 머리도 도움이 될 때가 있군. 중국인들이 미국과의 외교
관계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 뿐만 아니라 그들은 너를
데리고 뻬이징 시내에서 시가 행진을 할 계획이래. 그러니 이번에는 제발
좀 제대로 처신해야 해."
이틀 후에 진짜로 시가 행진이 벌어졌는데, 정말이지 볼 만했다. 10억
중국 인구가 모조리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서는 내가 지나갈 때마다 일제히
손을 흔들거나 절을 해대는 것이었다. 행진은 중국의 국회의사당 같은
곳인 쿠밍탕까지 이어진다고 했는데, 그곳에서 마오 주석이 직접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주석은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점심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내 자리는 주석 바로 옆에
마련되어 있었다. 한참 점심을 먹다 말고 주석이 나를 향해 말했다.
 "자네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것으로 들었다,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통역이 영어로 옮겨준 그 질문을 받은 나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내 나는 만약 주석이 진짜로 궁금하지 않으면 묻지도 않았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개똥 같은 거지요."
통역이 내 대답을 중국 말로 바꿔서 전해 주자, 마오 주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점점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열심히 아래위로 흔들어대며,
마치 목에 스프링이 달린 인형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람들은
열심히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사진은 나중에 미국의 신문에
실렸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내 대답이 무엇 때문에 그 노인을 그렇게
미소짓게 했는 지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들은 바가 없다.
중국을 떠날 날이 되었다. 호텔에서 나와 보니 수많은 군중들이 나와
환호성을 지르며 우리가 떠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얼핏
군중들 틈에서 조그만 남자아이를 어깨 위에 무등 태우고 있는 중국
여인을 발견했는데, 그 소년은 한눈에 봐도 정신박약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알이 뒤틀리고 혀를 쭉 내민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윌킨스는 자기 허락을 받기 전에는 어떤 중국인과도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내
주머니에는 탁구공 몇개가 들어 있었는데, 나는 그 공 하나를 꺼내 팬으로
X라고 사인을 해서는 소년의 손에 쥐어주었다. 소년이 제일 먼저 한
행동은 그 탁구공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지만, 이내 그는 자기 손으로
내 손가락을 꼭 붙잡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 미소는 점점 얼굴 전체로 퍼져갔다, 그러자 갑자기 소년의 어머니는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더니 뭐라고 지껄이기 시작했는데, 통역은 그 소년이
미소를 짓는 것은 태어나고 나서 처음이라고 그녀의 말을 옮겨 주었다.
나는 소년의 어머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내가 돌아서서 발길을 옮기는 순간 소년이 탁구공을 집어던진 모양인데,
그게 마침 땅바닥을 한번 튕기면서 내 뒷통수에 맞았다. 누군가가 그
장면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은 다시 신문에 실렸다.
'미국 자본주의자들에게 증오를 표시하는 중국 어린이.' 이것이 그 사진에
붙어 있는 설명이었다.
어쨌건 나는 윌킨스에게 이끌려 비행기에 올랐고, 이내 비행기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비행기가 워싱턴에 착륙하기 직전 윌킨스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한 말은 이러했다.
 "검프, 중국 사람의 목숨을 구하면 평생 그 사람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국인의 풍습은 잘 알고 있겠지?"
그는 내 옆자리에 앉은 채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깐죽거리고 있었다. 방금
기내 방송에서는 안전 벨트를 메고 자리에서 일어서지 말라는 주의가
흘러나왔었다. 나는 윌킨스를 힐끗 쳐다보며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찬
방귀를 한방 뀌었다. 마치 전기톱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윌킨스는
눈이 퉁방울만해지더니, 이내 "우왁!" 하고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연신
코앞을 부채질하는 것이었다.
윌킨스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캑캑거리며 기침을 해대자, 예쁘게
생긴 스튜어디스가 무슨 일인가 하고 얼른 뛰어왔다. 나도 얼른 코를
감싸쥐고 부채질을 하며 윌킨스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누가 창문 좀
열어줘요!"
하고 소리쳤다. 윌킨스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범인은 자기가 아니고 나라는
시늉을 해보였지만, 이미 스튜어디스는 생긋 웃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
다음이었다.
한참만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윌킨스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나즈막하게 내뱉었다.
 "검프, 네가 한 행동 중에서 가장 지독한 것이었어." 하지만 나는 그냥
싱긋 웃으며 앞만 바라보았다.

그뒤 나는 다시 포트 덕스로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스팀 히트 중대로
보내는 대신 조기 제대를 시켜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절차를 밟는데 하루
정도 시간이 결렸고, 그 다음부터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들은
나에게 차비 하라고 약간의 돈을 주었고, 나도 전부터 가지고 있던 돈이
몇푼 있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나는 일단
구빈원 신세를 지고 있는 엄마를 만나 보기 위해서라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새우 장사를 시작하여 내 삶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하버드에
있다는 제니 커란에 대한 생각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일단 버스를
타고 기차 역까지 갔다. 그 동안 줄곧 내가 해야 할 가장 옳은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표를 사야 하는 순간이 되자, 내 입에서는
'보스턴' 이라는 지명이 튀어나왔다. 살다 보면 옳은 일이 내 앞길을
막아서지 않도록 해야 할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co 10.

나는 제니 커란의 사서함 번호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주소는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녀가 '깨어진 달걀' 이라는 밴드와 함께 연주를 하고 있는
장소를 알고 있었다. 호대디 클럽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나는 기차 역에서
그곳까지 걸어갈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내가 호대디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이른
오후여서, 실내에는 술 취한 주정뱅이 두어명 밖에 없었다. 바닥에는 어제
밤에 엎질러진 맥주가 반 인치 정도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카운터 뒤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 보니, 제니와 그녀의 밴드는 아홉 시쯤 되면 나온다고
했다. 여기서 기다려도 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러라고 해서, 나는
느긋하게 신발을 벗고 대여섯 시간을 기다렸다.
얼마 안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대학생처럼
생기기는 했는데, 옷차림을 보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모두들 지저분한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었는데, 남자들은
수염을 기른 채 안경을 썼고 여자들은 당장이라도 까치가 날아오를 듯한
머리 모양을 하고 하고 있었다.
이윽고 밴드가 도착해서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연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서너명 정도가 커다란 악기를 들고 무대 위를 왔다갔다하며
여기저기 전기줄을 연결하는 모양이었다. 그것만 봐도 대학 시절
학생회관에서 하던 연주와는 어딘지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하지만 제니
커란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전기 장치들을 모두 설치하고 나자 그들은 연주를 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꼭 한마디 해두고 싶은 게 있다. 다름이 아니라, 그놈들 정말이지
더럽게도 시끄럽더라는 것이다. 머리 위에는 색색가지 불빛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마치 제트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나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가 대단히 마음에 드는 듯,
연신 고함을 지르며 환호하는 것이었다. 그때 조명이 무대 한쪽을
비추는가 싶더니, 거기에 제니가 나타났다! 그녀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는 많이 변해 있었다. 머리가 엉덩이까지 치렁치렁 드리워 있었고,
실내에서 그것도 밤인데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녀 역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었는데, 셔츠에는 번쩍거리는 반짝이들이 너무 많이
붙어 있어서 꼭 전화 교환기 같아 보였다. 밴드가 다시 연주를 시작했고,
제니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는가 하면, 미친 듯이 팔을 흔들거나 머리칼을 휙휙 돌려대기도
했다.
나는 노래의 가사를 들어 보려고 귀를 세웠지만, 연주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었었다. 깨지는 듯한 드럼 소리와
쿵쾅거리는 피아노 소리, 찢어질 듯한 전자 기타 소리가 어울려 문자
그대로 천정이 들썩거릴 지경이었다. 나는 속으로, 도대체 이게 웬
난리람. 하는 생각을 했다.
잠시 후 휴식 시간이 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뒤로 통하는 문을
향해 가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어떤 녀석이 지키고 서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내 자리로 돌아오자,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들 내 군복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녀석은
"의상이 아주 그럴. 듯한데?" 하고 중얼거렸고, 또 어떤 녀석은 "당장
꺼져!" 하고 소리를 질렀으며, 또 어떤 녀석은 "진짜 군발이야?" 하고
소곤거렸다.
나는 다시금 멍청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산책이나 좀 하며
정신을 가다듬어 볼려고 바깥으로 나왔다. 한30분 정도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돌아와보니, 클럽 문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서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입구로 다가가서 내 짐이 모두 저
안에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려 했지만, 클럽 직원은 막무가내로 차례를
지켜 줄을 서라고 떠미는 것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줄을 서서 한 시간
가량 안에서 들려나오는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떨어진 곳에서 들으니 훨씬 듣기가 좋았다.
나는 무작정 기다리기도 지쳐서 클럽 뒷쪽과 연결된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조그만 계단이 몇개 있어서 거기에 걸터앉아 쓰레기통 사이로
쥐들이 서로 쫓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문득 주머니 속에 하모니카가
있다는 생각이 나서 시간도 때울 겸 그걸 꺼내 불기 시작했다. 클럽
안에서는 아직도 제니의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조금 연습을 해보니 하모니카로 그들의 연주를 따라할 수가
있었다. 혀로 하모니카 구멍을 막았다 땠다 하면 반음을 연주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니 밴드의 연주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다장조로 코드를 잡고 자유자재로
그들의 곡을 따라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연주를 듣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연주를
해보니, 곡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더니, 제니가 나타났다. 조금 전에
다시 휴식 시간이 된 듯 연주가 멈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내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었다.
 "거기 누구에요?"
제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나는 얼른 대답을 했지만, 제니는 골목이 어두워서 잘 안보이는지
문밖으로 고개를 약간 더 내밀고 다시 물었다.
 "거기 하모니카 불고 있는 사람이 누구에요?"
나는 벌떡 일어났다. 순간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나야, 포레스트." 하고 대답했다.
"누구라구요? " 그녀가 다시 물었다.
"포레스트,"
"포레스트? 포레스트 검프!"
갑자기 그녀는 문밖으로 쏟아져나와 내 품에 안겨들었다.
제니와 나는 무대 뒤에 나란히 앉아 그녀가 다시 노래하러 나갈 시간이 될
때까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정을 들어 보니 그녀는 학교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남자 방에서 잠을 자다 들켜서 짤린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퇴교 조치에 해당하는 규칙 위반 행위였다. 같이 퇴학당한 벤조
치는 녀석은 군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캐나다로 도망쳐 버렸고, 따라서
밴드도 깨져 버렸다. 제니는 한동안 캘리포니아에서 머리에 꽃을 꽂고
돌아다녔지만, 허구헌날 돌맹이나 집어던지는 자들이 모두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뒤 그녀는 어떤 남자를 만나 보스턴으로
건너와 평화 행진을 몇 차례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작자는 동성연애자여서
헤어졌다. 그 다음에는 폭탄을 만들어서 건물을 폭파시키겠다고
떠들어대는 아주 심각한 평화 운동가와 함께 살았는데, 그의 뜻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아 결국 그 사람과도 찢어졌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어떤 녀석과 눈이 맞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유부남이었다,
그 다음에 만난 남자는 아주 괜찮은 것 같았지만,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걸려서 제니 자신까지 경찰서 신세를 졌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제니는 이제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깨진 계란' 이라는 이름의 이 밴드를 만났고, 그들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보스턴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는데, 나중에는 뉴욕으로 건너가 앨범을 제작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제니는 지금은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녀석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나더러 오늘 밤 공연이 끝나면 같이 가서 자도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제니에게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 지극히 실망스러웠지만, 달리 갈
곳도 없고 해서 그녀를 따라 가기로 했다.
제니의 지금 남자 친구 이름이 루돌프라고 했다. 그는 몸무게가 한
100파운드 정도 나갈까 말까 한 조그만 녀석이었는데, 우리가 제니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그는 꼭 먼지털이 같은 머리를 하고 목에는 커다란
구슬더미를 잔뜩 건 채 마루바닥에 앉아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루돌프."
제니가 말했다.
"얘는 포레스트라고, 나랑 고향 친구 사이야. 앞으로 당분간 여기서 묵을
거야."
루돌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치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는 교황같은
몸짓으로 점잖게 손을 내저어 보였다.
제니에게는 침대가 하나 밖에 없었지만 바닥에 조그만 요를 하나 깔아
주어서 나는 거기서 잠을 잤다. 군대에서의 잠자리와 별로 다를게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루돌프는 아직도 방 한가운데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나는 제니가 만들어준 아침을 조금 먹은 뒤, 루돌프를
그냥 내버려두고 함께 밖으로 나와 캠브리지를 구경했다. 
제니는 무엇보다도 먼저 내가 새 옷을 사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
사람들은 내가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자기네를 군대에 집어넣으러 온
사람인 줄 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재고 정리 가게를 찾아가 멜빵 바지와
헐렁한 쟈켓 하나를 사서는 그 자리에서 갈아입고 군복은 종이봉지에
담았다.
우리가 하버드 대학 근처를 걸어가고 있는데, 제니는 옛날에 데이트를
즐기던 유부남 대학 교수와 우연히 마주쳤다. 제니는 그를 '썩어빠진
건달' 이라고 부르곤 했지만, 겉으로는 아직도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그 사람 이름은 콰켄부쉬 박사라고 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
순전히 자기 머리로 생각해낸 새 강좌를 하나 개설하게 되었다며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강좌 이름이 '세계 문학에 있어서 바보의 역할' 이라고
했다. 
내가 제목만 들어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포레스트,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내 강의를 들어보게. 아주
재미있을 거야."
제니는 잘들 논다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아파트로 돌아갔을 때, 루돌프는 그때까지도 혼자
마루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는 부엌에 있는 제니를 따라들어가 들릴락
말락 하는 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루돌프가 말을 할 줄 아느냐고.
그러자 제니는 이따금 한마디씩 하기는 한다고 대답했다. 

그날 오후 제니는 나를 데리고 나가서 밴드의 다른 멤버들과 인사를 시켜
주었다. 하모니카를 정말 끝내 주게 분다고 떠벌이면서, 오늘 밤 공연 때
나를 무대 위에 올려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한 녀석이
나에게 제일 잘 부는 노래가 뭐냐고 물어서 '딕시' 라고 했더니, 그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중얼거렸다. 그때 제니가 끼어들어서 "걱정하지
마. 누구든 네 하모니카 연주를 한 번만 들으면 마음에 들어할 거야" 하고
말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그들과 함께 무대에 섰는데, 다들 내 하모니카
소리가 자기네 연주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주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되자, 나는 큰마음을 먹고 콰켄부쉬 박사의 '세계
문학에 있어서 바보의 역할' 이라는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의 이름만
들어서는 나 자신이 제법 중요한 인물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윽고
콰켄부쉬 박사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늘, 이따금 우리 강의를 청강할
손님이 한 분 오셨습니다. 다들 포레스트 검프 씨를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잠깐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바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역사나 문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어렸을 때 여러분 동네에 살던 바보를 한 사람쯤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종종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곤 하던 정신지체아
말입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런 사람들을 이른바 궁중 광대라고 해서,
귀족들에게 재미있는 쇼를 보여 주는 광대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경우 그런 사람들은 진짜 바보이거나 저능아였지만, 더러는 어릿광대나
익살꾼인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의 강의는 한동안 이런 식으로 이어졌는데, 듣고 보니 바보도 전혀
쓸모없는 인간인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댄
같은 친구가 말하는 어떤 목적이 개입되어 있었고,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바로 그 목적이었다. 여기에는 확실히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콰켄부쉬 박사의 강의는 계속 이어졌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일종의 '복선' 장치를 작품 속에 도입하기 위해
바보를 이용하곤 합니다. 바보로 하여금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도록 한
다음, 도가들에게는 그 어리석음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지요.
때로는 섹스피어 같은 위대한 작가들도 바보가 오히려 작품의 주인공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을 묘사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효과적으로 독자들을 각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이쯤 되자 나는 상당히 헷갈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쨌건 콰켄부쉬 박사는 방금 자기가 설명한 대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직접 짧막한 연극을 하나 해보자고 제안했다.
변장한 바보와 광인, 그리고 진짜로 미쳐 버린 왕이 등장하는 [리어왕]의
한 대목을 재연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엘머 해링턴 3세라는
친구에게 광인 톰 오베드람 역을, 루실이라는 여학생에게 바보역을 각각
맡겼다. 호레이스 뭐라고 하는 친구가 미친 리어왕 역할을 맡았는데,
마지막으로 콰켄부쉬 박사는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포레스트, 자네는 글로세스터 백작 역을 하면 어떻겠나?"
콰켄부쉬 교수는 자기가 연극반에서 몇가지 무대 장치를 빌려올 테니,
의상은 각자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래야 한층 실감이 날 거라나?
그리하여 나는 얼떨결에 그 연극 놀음에 휩쓸려들고 말았다. 

한편 우리 밴드 '깨어진 달걀'에 조그만 사건 하나가 일어났다. 뉴욕에서
왔다는 어떤 남자가 우리 연주를 귀담아 듣더니, 우리를 녹음 스튜디오로
데리고 가서 테이프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제니 커란을 비롯한 모든
멤버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욕에서
왔다는 그 사람의 이름은 피볼스타인 씨였다. 그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우리는 야간 야구 경기가 시작된 이래 최고의 히트를 치게
될 거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에게 계약서에 서명만 한
다음부터 부자가 되기를 기다리면 된다고도 했다.
우리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는 조지라는 친구가 나에게 몇가지 건반
누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드럼 주자인 모즈는 드럼 두드리는 법을
조금 가르쳐 주었는데, 하나 둘 배워갈수록 점점 재미가 붙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연습을 했고, 밤이면 그들과 함께 호대디 클럽에서 연주를
했다.
어느 날 오후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제니가 소파에 혼자 앉아
있었다. 루돌프는 어디 갔느냐고 물어 보니, 그녀는 "찢어졌어."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다시 물었더니, 루돌프 역시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별볼일 없는 작자임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밖에 나가서 저녁이나 먹으면서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제니는 저녁을 먹으며 남자라는 족속들에 대한 울분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남자들이란 하나같이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이고 비열한'
인간들이라는 것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잔뜩 흥분해서 지껄여대던 제니는
이윽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제니를 달래 주기 시작했다.
"제니, 그러지 마.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뭘 그래. 그 루돌프라는
친구는 내가봐도 너랑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었어. 며칠 동안이나 꼼짝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녀석하고 뭘 할 수 있겠어?" 그러자 제니는 
"그래, 포레스트,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하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제니는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가 속옷 차림이 되자 나는 소파에 앉아서 못본 체 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녀는 똑바로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포레스트, 난 지금 너랑 같이 자고 싶어."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훅 하고 불기만 했어도 나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완전히 넋이 나간 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내 옆에 앉더니 내 바지속을 더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내 셔츠를 벗기고 여기저기 키스를 하거나 애무를 했다.
처음에는 그러는 그녀가 약간 이상하게 느껴졌다. 비록 그것은 오래
전부터 내가 꿈꿔온 것이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무려면 어떠냐 하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소파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뒹굴고 있었고 옷이 하나 둘
벗겨져 나갔다. 이윽고 내 팬티를 끌어내린 제니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탄식처럼 이렇게 중얼거렸다.
"우와. 도대체 이게 뭐야?"
그러면서 그녀는 옛날에 미스 프렌치가 그랬던 것처럼 내 아랫도리를
끌어안았지만, 미스 프렌치와는 달리 눈을 감고 있으라는 등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날 오후 우리는 내가 꿈속의 꿈에서도 미처 상상해 보지 못한 온갖
짓들을 경험했다. 제니는 지금까지 나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던 나의
갖가지 능력을 일깨워 주었다. 옆으로 하기, 비스듬히 하기, 거꾸로 하기,
밑으로 하기, 길게 하기, 개처럼 하기, 서서 하기, 앉아서 하기, 구부리고
하기, 기대고 하기, 뒤집어져서 하기...... 우리가 그날 해보지 않은 것은
서로 떨어져서 하기 뿐이었다. 우리는 거실 바닥을 뒹굴다가 주방으로
굴러 들어갔는데, 그 동안 가구들이 발에 채이고 의자가 자빠졌으며
커튼이 드리워졌고 양탄자가 둘둘 말려 버렸는가 하면 텔레비전이
쓰러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우리는 싱크대 속에서도 그걸 했는데, 어떻게 했는지는 제발 묻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이윽고 그게 끝나고 나자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던 제니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제기랄, 포레스트! 진작 좀 나타나지, 그 동안 어디 가 있었어?"
나는 대답했다.
"난 항상 네 곁에 있었어."

그뒤로 제니와 나 사이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머지 않아 익숙해졌다. 호대디 클럽에서 공연을 할 때도
제니는 내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내 머리칼을 어루만지거나 내 목덜미를
만져 주었다. 나는 갑자기 온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내
인생이 새롭게 시작된 기분이었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 된
기분이었다.


    ^co 11.

하버드의 콰켄부시 교수님의 수업 시간 중에 우리의 조촐한 연극을 보여줄
날이 다가왔다. 우리가 연기할 장면은 바보같은 리어왕이 황야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늪지던가 들판 같은 곳에서 엄청나게 몰아치는
폭풍을 만나는 바람에 모든 사람이 '헛간' 이라고 부르는 오두막집으로
뛰어 들어가는 대목이었다.
그 헛간 안에는 미치광이 토모베들램이라고 불리우는 사내가 있었는데, 그
배역의 실제 극중 이름은 에드가로서, 사납기 그지없는 오빠에게 겁탈
당한 탓에 미친 사람이 되어 버린 에드가가 그런 모습으로 변장한
것이었다. 그때에 이르러, 왕은 완전히 미친 상태였는데, 에드가도 또한
미친 척하면서 바보 행세를 하고 있었다. 나의 배역은 에드가의 아버지인
글로우세터 백작이었는데, 다른 배역들을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
역할이었다.
콰켄부시 교수는 누더기가 되다 시피한 낡은 담요를 무대 위에 깔고
헛간처럼 보이도록 다른 소품들을 배열했으며, 종이조각들을 끄트머리에
매단 기다란 천들을 날개에 묶은 커다란 선풍기를 돌려서 마치 폭풍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어쨌든 리어왕 역할은 엘머 해링턴
3세가 맡았는데, 황마로 만든 푸대자루에다 머리에는 소쿠리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바보 역할을 맡기로 한 여자아이는 어디선가 바보처럼
분장할 수 있는 소품들을 찾아냈던지, 방울이 달린 작은 모자를 머리에
붙들어 매고, 아랍사람들처럼 앞부분이 구부러져 올라간 신발을 신고
있었다. 토모배들램 역할을 하는 친구는 차고 한 구석에 쑤셔박혀 있던
먼지가 잔뜩한 기름이 잔뜩 낀 천 조각을 찾아내서 얼굴에 검댕을 칠했다.
그들은 모두 연극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그 떼거지들 중에서 가장 멋진 차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제니가 베개 껍데기를 벗겨서 분장 도구를 재봉질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마치 방패 모양의 문장을 달고 있는 것 같았고, 또 테이블 천으로 마치
슈퍼맨이 입고 다니는 것 같은 망토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콰캔부시 교수는 선풍기를 돌리기 시작하면서 미치광이 톰이
자신의 슬픈 사연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대목인 12페이지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불쌍한 톰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지독스런 악마들이 그를 괴롭히고
있나이다" 톰이 말한다. 그러면 리어왕이 말한다. "뭣이라구? 딸이 그를
이곳으로 데려왔단 말인가? 너는 정녕 아무 것도 남길 수 없었는가? 그
모든 것들을 다 줘버렸단 말인가?" 바보가 말한다. "아뇨, 그는 담요
한장은 남겼죠. 우리들은 수치심을 느꼈어요." 언제나 잠시 동안 이런
수작이 오고간 뒤에 바보가 말한다. "이 추운 밤이 우리들 모두를 바보에
미치광이로 만들 것입니다." 이 점은 바보의 말이 옳았다. 바로 이
대목에서 내가 횃불을 들고 헛간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그 횃불은
콰켄부시 교수가 연극학과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바보가 소리친다.
"저길 봐요! 불이 걸어오고 있어요! "
그리고 콰켄부시 교수가 횃불에 불을 붙이면 나는 방안을 가로질러 헛간
안으로 들어간다.
"이건 끔찍한 악마의 장난이야."
토모베들렘이 말한다.
"그는 누구지?" 왕이 소리친다.
그러면 내가 말한다. "거기서 뭐엇들을 하는 거요? 당신들 이름이뭐요?"
미치광이 톰이, "불쌍한 톰이다. 내가 먹고 사는 건 개구리, 두꺼비,
올챙이, 벌레들......"
그가 그따위 말들을 계속 지껄여 대고 나면, 나는 갑자기 왕을 알아본
듯한 동작을 취하며 말한다. 
"세상에! 폐하께서는 더 좋은 친구들이 없으십니까?" 그러면 미치광이
톰이 대답한다,
"어둠의 왕자께서는 신사분이시라오---- 그는 모도라고 하는 사람이고
이쪽은 마후요."
이제 선풍기의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어오기 시작할 즈음, 나는 콰켄부시
교수가 무대 위에 헛간을 지을 때 내 키가 6피트 6인치나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들고 있던 횃불의 끄트머리가
천장을 그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미치광이 톰이 말할 차례다. 그는, "불쌍한 톰은 추운
밤을......"이라는 대사 대신에 "저 횃불 좀 봐!"라고 소리쳤다.
나는 그런 대사가 어디 쯤에 있는 건지 몰라서 대본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엘머 해링턴 3세가 나에게 말했다.
"그 횃불을 보란 말이야, 이 바보야!"
나는 되받아 쳤다.
"난 단 한 번도 내 인생에서 바보짓을 한 적 없어. 바보는 바로 너야!"
그 말을 하고 난 뒤에 헛간 천정이 갑자기 확 타오르기 시작했고, 불꽃이
떨어져 누더기 옷자락에 옮겨붙었다.
"그 빌어먹을 선풍기 좀 꺼요!"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모든 것이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겁에 질린 미치광이 톰은 마구 소리를 질러댔고 리어 왕은 겉옷을 벗은 뒤
둘둘 말아서 미치광이 톰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려고 했다. 
사람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연신 기침을 하며 눈물을 훌쩍였고, 바보
역할을 하던 여자아이는 발작적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이러다 몽땅 죽게 될 거야!"
잠시 동안이지만 정말로 모두 죽게 될 것만 같았다.
나는 내 몸을 비틀며 빌어먹을 망토에 불이 옮겨붙지 않았나 살펴봤다.
그리고나서는 창문을 연 뒤에 바보 여자아이의 허리를 감싸안고 밖으로
뛰었다. 창문의 높이는 2층밖에 안됐지만, 밑에 덤불들은 우리가
뛰어내리자 부러져 나갔다. 마침 점심 시간이었기 때문에 교정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속에 온통 불에 그을린 몰골로
우리가 뛰어 내린 것이다.
열려진 창문에서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밀려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창문
밖으로 콰켄부시 교수가 몸을 내밀더니 주위를 둘러보면서 주먹을
흔들어댔다. 그의 얼굴은 온통 검댕 투성이였다.
"검프! 이 빌어먹을 녀석아, 바보같은 놈! 네 녀석이 모두 물어내야 돼!?"
바보 역할을 하던 여자 아이는 손을 버둥거리며 바닥 위에 드러누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별 탈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교정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아직도 두르고 있던 망토에서는 불길이
미처 꺼지지 않은 채, 달리는 나의 뒤로 연기를 날리고 있었다. 나는
집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다. 아파트에 도착하자 제니가 말했다.
"세상에, 포레스트,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대단했었나보군!"
그러더니 갑자기 아주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봐, 혹시 뭐 타는 냄새 않나?"
그녀가 소리쳤다.
"말하자면 길어."
나의 대답이었다.

어쨌든 그 일이 있고난 이후로 나는 '세계 문학에서의 바보의 역할'에는
더 이상 출석을 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히 배울만큼 배웠으니까.
하지만 매일 밤 제니와 나는 '깨어진 달걀'과 연습을 했고, 하루 종일
사랑을 나누거나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았던 찰스 강변의 강둑으로 소풍을
나가곤 했다. 제니는 '힘차고 빠르게 해주세요'라는 감미로운 노래를
썼고, 나는 5분 정도되는 그 곡을 하모니카로 연주했다.
어느 화창한 여름 날이었다. 우리는 뉴야크로 가서 테이프를 만들어
미스터 피블스타인에게 보냈고 몇 주 뒤에 그에게서 레코드 앨범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로부터 멀지 않은 시간 뒤에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의 마을에 와서 연주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 시작했고
미스터 피블스타인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침대와 화장실이 딸린 버스를
사서 도로를 누비고 다녔다.
그 기간 동안에는 나의 인생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었다. 어느 날 밤, 우리가 호대디 클럽에서 첫 번째 무대를 끝내고
내려온 뒤에, '깨어진 달걀'의 드러머인 모세가 나를 옆으로 불러내더니
말했다.
"포레스트, 자넨 참 괜찮은 친구야.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원하는 건
하모니카를 좀더 그럴듯하게 불었으면 하는 거라구. 뭔가 특별한 수를 써
보게."
내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모세는,
"여기 있네."
라고 말하면서 담배를 한 가치 건네 주었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말하며 어쨌든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러자 모세가 말했다. 
"이건 보통 담배가 아냐. 너의 생각의 수평선을 넓혀줄만한 게 안에 들어
있지."
나는 모세에게 나는 생각의 수평선을 넓힐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는 거의 우기듯이 말했다.
"적어도 시도는 해볼 수 있잖아."
나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한 가치 정도는 전혀 해가 될 게 없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이점 하나만은 말해두고 싶다. 나의
생각의 수평선은 정말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천천히 아래로 처져 내리는가 싶더니 아스라한 장미빛으로
물들어가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무대에서 나는 일생에서 가장 뛰어난
연주를 한 것 같았다. 연주를 하는 동안 나의 귓전에는 수백번이나 연습한
듯한 가락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연주가 끝난 뒤 모세가 다가와서
말했다.
"포레스트, 너도 그 정도면 끝내 준다고 생각했을 거야, 일이 안풀릴 때면
그걸 사용하라구."
정말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세는 그 점에서도 옳은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벌어들인 돈 중에 일부를 그렇고 그런 물건들을 사는 데
썼다. 어떤 때는 하루 온 종일 그것에 취해서 지내곤 했다. 유일한 문제가
있었다면, 그걸 피우고 난 얼마 뒤부터 내가 더 멍청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그들이 '조인트'라고 부르는 그 담배를
한 대 피웠고, 연주할 시간이 될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제니는 한 동안 나의 그런 행동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한 두번은 그걸 피워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포레스트, 너무 심하게 빠져 있다고 생각지 않아?"
"잘 모르겠어." 나는 말했다.
"어느 정도면 너무 심한 거야?"
그러자 제니가 말했다.
"네가 지금하고 있는 딱 그 정도면 너무 심한 거야."
하지만 나는 끊을 생각이 없었다. 어쨌든 그 담배는 나의 근심거리들을
없애주었고, 당시로서는 아무리 피워대도 심할 것 같지가 않았다. 
밤이면 나는 호대디 클럽에서 연주를 하는 사이사이에 무대를 내려와 작은
복도에 앉아 별을 올려다 보곤 했다. 실제로 그것이 별이 아니었을지라도,
어쨌든 나는 별을 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내가 빗속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는데 제니가 다가오더니
말했다. 
"포레스트, 이제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겠어."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걱정 돼, 네가 하는 일이라곤 하루 종일 취헤서 누워있는 것 빼곤
아무 것도 없잖아. 건강에도 좋지 않다구, 네가 잠시 떨어져서 생활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내일 이후로는 예약된 지방 도시 순회공연 일정이
없으니까, 적당한 장소에 가서 휴가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산에
오르는 것도 좋겠지."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했다. 그녀가 하는 말을 내가 모두
알아들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 도시에서 다음 날 밤을 맞이했을 때, 나는 무대 뒤편에 있는 비상구를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나가 조인트를 한 대 피워물었다. 거기에 혼자 앉아
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그때 아가씨 두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들 중에 한 아가씨가 말했다.
"이봐요, 당신 '깨어진 달걀'에서 하모니카 부는 사람 맞죠? "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가씨는 풀쩍 뛰더니 내 무릎위에
올라 앉았다. 다른 아가씨는 씽긋 웃으면서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블라우스를 벗어제쳤다. 그 사이 다른 아가씨는 내 바지의 지퍼를
내리면서 자기 스커트를 들춰올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버둥거리며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무대 쪽의 문이 열리더지 제니가
소리쳤다.
"포레스트, 시간이 됐......."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소리쳤다.
"이런 빌어먹을!"
그리고는 쾅하고 문이 닫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내가 당한 일에 대해
얼마나 상심하고 있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약물에 손대지
않겠다고 맹세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사악한 유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
밴드에서 연주하는 것도 그만둬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나서 나는 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더블백을 뒤져 챙이 없는 낡은 해군 모자를 찾은 뒤
다시 차로 돌아와 그것을 막대기에 걸어서 창문을 통해 밖으로 삐죽
내걸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 머리에 쓴 뒤 차로부터 멀어져 가면서
말했다.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일어나, 이 멍청아, 어서 집으로 들어오라구."
우리는 앉아서 얘기를 나눴다. 다른 사람들은 마약을 피우고 맥주를
마셨지만 나는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들은 내일 해야 할 일에 대해
토론을 하는 중이었다. 미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에게 메달을 수여하는데, 그 자리에서 대규모 시위를 해야하다는
얘기들이었다.
그런데 제니가 갑자기 말했다.
"여기 있는 포레스트가 의회의 명예 메달을 받았다는 거 알아? "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완벽할 정도로 조용해지면서 나를 쳐다보더니
서로를 둘러보았다. 그들 중에 하나가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선물을 보내주신거야!"
다음 날 아침, 내가 소파 위에서 잠을 나고 있는 거실로 제니가 나오더니
말했다.
"포레스트, 오늘 네가 군복을 입고 우리와 함께 갔으면 좋겠어."
내가 까닭을 묻자 그녀는 말했다.
"그렇게하면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모든 고통들을 중단시키는데
뭔가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군복을 입었고, 잠시 후에 제니는 철물점에서 산 사슬 뭉치를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말했다.
"포레스트, 이걸 몸에 둘러."
내가 다시 까닭을 묻자, 그녀는 대답했다.
"그냥 시키는대로 해.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넌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 그렇지?"
그렇게 우리는 길을 나섰다. 군복에 쇠사슬을 두른 나와 제니와 그리고
다른 무리들이었다. 아주 화창한 날이었다. 우리가 의사당 앞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많은 군중들이 모여 있었다. 세계에 있는 모든 텔리비전
카메라와 경찰들이 다 그곳으로 몰려온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경찰관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잠시 후,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함께 모여 무리릎 짓더니 차례로 줄어지어서 한 사람씩 의사당 앞의
계단으로 가까이 다가간 다음, 메달을 받아 목에 거는 게 보였다, 그들
중에 몇몇 친구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몇몇 사람은 절뚝거렸으며,
몇몇은 팔과 다리가 없었다. 몇몇 사람은 메달을 받아 그대로 계단에
내팽개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정말로 소중하게 다루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더니 이제 내 차례가 됐다고 말했다.
제니를 돌아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도 혼자서 그곳으로
올라갔다.
주위는 그냥 조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메가폰에 대고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가 베트남 전쟁의 종결을 지지하는 뜻에서 의회로부터 받은
명예 메달을 반납하러 간다고 소리쳤다. 모든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쳐댔다. 계단 위에 메달을 받기 위해 서있는 대열이 보였다. 그
줄이 끝나는 곳 맨 위에 의사당의 거대한 정문이 보였다. 그 앞에 몇몇
사람들이 서있었다. 경찰 두 명과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당당한 자세를 취하려고 애썼다. 그리고는 메달을
벗어서 잠시 동안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버바와 댄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내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다만 뒤로
물러나면서 있는 힘껏 메달을 위로 던져올렸다. 몇 초나 흘렀을까, 정문
옆에 서있던 양복을 입은 사내 중에 하나가 별안간 나뒹굴었다.
불행하게도 내가 메달을 너무나 멀리던지는 바람에 그 사람의 머리에 맞아
그 꼴을 당하게 된 것이었다.
온통 난장판이 벌어졌다. 경찰들이 군중들 속으로 돌진해 들어갔고,
사람들은 목청껏 소리를 질러댔으며, 최루가스가 터졌다. 갑자기 대여섯명
쯤 되는 경찰들이 나를 덮치더니 경찰봉으로 나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더 많은 경찰들이 몰려왔고 그 다음에 벌어진 일들은 뻔했다.
내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지고 나는 경찰차에 실려 유치장으로 끌려갔다.
나는 밤새도록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 다음날 아침 경찰들이 와서 나를
법정으로 데려갔다. 전에도 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누군가 판사에게
내가,
"위험한 무기인 메달을 남용했고, 체포시에 저항한 죄목"으로 피소 됐다고
말하면서 한 장 남짓한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판사가 말했다. 
"검프씨, 당신이 메달로 미 상원에 소속의 서기의 머리에 부상을 입혔다는
것을 인정합니까?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심 이번에는 뭔가 심각한 곤경에
처했음을 느끼고 있었다.
"검프씨"
판사가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당신처럼 조국을 위해 충성을 다한 사람들이 어쩌다가 그런
무지막지한 패거리들과 어울려 메달까지 내던지게 됐는지 잘모르겠군요.
어쨌든 나는 당신이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는지 관찰해 보도록 30일
간의 정신 감정을 언도합니다"
그 말이 있고나자 경찰들이 와서 나를 유치장으로 다시 데려갔다.
잠시 후에 그들은 나를 버스에 태워서 세인트 엘리자베스 정신 병원으로
호송했다.
드디어 나는 '집어 쳐 넣어진' 것이다.


    ^co 12.

이곳은 심각한 사람들이 오는 정신 병원이다. 그들은 나를 이곳에 온 지
1년 가까이 되가는 프레드라고 하는 친구와 한 방에 쳐넣었다. 그는 즉시
내가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류의 종자들인지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여섯 명을 독살한 사람도 있으며, 자기 어머니의 살점을
짤라서 식육으로 사용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살인 강간범에서부터 자신이
나폴레옹이라거나 스페인의 국왕이라고 주장하는 놈들까지 온갖 종류의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마침내 프레드에게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는 도끼로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그를 한 두
주일 후에 내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내가 그곳에 가게 된지 이틀째 되던
날, 나는 담당의사인 월튼 박사의 사무실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월튼 박사는 여자였다. 그녀는 우선 나에게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나서 신체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테이블에 앉게 한 다음 잉크가 점점이 흩어져 있는 카드들을
보여주며, 무슨 생각이 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계속 '잉크 자국'
이라고 말했다. 이윽고 그녀는 화를 내더니 뭔가 다른 걸 말해보라고
윽박질러댔다. 그래서 나는 말을 꾸며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는 기다란
시험지를 주더니 그걸 채우라는 거였다. 내가 시험을 끝내자 그녀가
말했다.
"옷을 벗어요."
한 두번의 예외를 제외하곤 내가 옷을 벗을 때면 언제나 무언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곤 했었다. 그래서 나는 안벗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말을 기록하더니 내 스스로 벗을 벗지 않으면 옷을
벗겨줄 조수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될지 뻔한 일이었다.
나는 다른 방으로 가서 옷을 벗었다. 내가 알몸이 됐을 때,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위 아래로 나를 훑어보면서 말했다.
"어머나, 세상에, 당신은 남성의 견본을 해도 되겠군요."
어쨌든 그녀는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 그랬던 것 처럼 작은 고무망치로 내
무릎을 두드리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온몸 구석구석을 두드려댔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결코 '몸을 숙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점이 나를
기쁘게 했다. 잠시 후에 그녀는 옷을 입고 병실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 병실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문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안이 들여다
보이는 방앞을 지나게 되었다. 방안에는 작은 아이들이 거지로 모여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앉거나 눕거나 나뒹굴면서 주먹으로 마루바닥을
두르려대기도 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잠시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 아이들을 보자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바보 학교에 다니던 나의 옛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에.
이틀 뒤에, 다시 월튼 박사의 사무실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무실에 가자 그녀는 의사 차림을 한 두 남자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듀크 박사와 얼 박사이며 두 사람 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에서 근무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 사례에
대단히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말도 해 주었다.
듀크 박사와 얼 박사는 나를 자리에 앉히더니 온갖 종류의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고무망치로 내 무릎을 두드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나서 듀크 박사가 말했다.
"여보게, 포레스트, 우리는 자네 테스트 점수를 기록해야 된다네. 이미
수학과 관련된 테스트는 잘 치뤄냈더구만. 그러니 이제 다른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하세."
그리고나서 그들은 시험지란 걸 내놓았다. 처음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잘 치뤄냈다. 만일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면, 난 대충대충 치뤄서 망쳐 버렸을 것이다.
"포레스트." 얼 박사가 말했다.
"이건 주목할만한 현상이야. 자넨 마치 컴퓨터와 같은 두뇌를 가지고
있군. 자네가 어떻게 그렇게 테스트를 잘 치를 수 있는 지 모르겠군. 하긴
애초에 그 때문에 자네가 이곳에 오게 된 건지도 모르지만 말일세. 어쨌든
예전에는 이런 일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네."
"이봐, 조지"
듀크 박사가 말했다.
"이 친구는 정말로 주목할만한 인물일세. 얼마 전부터 난 미항공우주국을
위해 어떤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이런 친구는 휴스턴의
항공우주센터로 보내서 그곳에서 검사를 받도록 해봐야 될 것 같아.
그들이 마침 이런 친구를 찾고 있거든."
세 명의 의사들이 모두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나서는
내가 처음 그 방에 들어갔을 때처럼 고무망치로 무릎을 두드려댔다.
그들은 나를 비행기에 태워서 텍사스 주의 휴스턴으로 보냈다. 낡고
커다란 비행기 안에는 듀크 박사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사슬로 나의 손과 발을 의자에 묶어 놨다는 것만 빼면 여행은 즐거운
것이었다.
"여보게, 포레스트" 듀크 박사가 말했다.
"문제는 이렇다네. 자네는 지금 미 상원의회의 서기에게 메달을 던져서
이런 곤경에 처해 있는 거지. 그런 일이면 10년 동안 옥살이를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자네가 NASA에 있는 친구에게 잘만 협조하면, 자네가 석방될
수 있을 거라고 내가 개인적으로 약속하지. 괜찮지?"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빨리 구속된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제니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독스러울 정도로 그녀가 그리웠다.
나는 휴스턴에 있는 NASA에서 약 한달 정도를 머물렀다. 그들은 나를
관찰하고 실험하고 마치 이러다 쟈니 캬슨 쇼에 나가게 되는 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질문을 퍼부어댔다.
어쨌든 난 아니었다.
어느 날 그들은 나를 커다란 방 안에 앉혀놓더니 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그들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검프" 그들이 말했다.
"우리는 우주 여행을 하는데 자네를 이용하고 싶네. 듀크 박사가
지적한대로 자네의 정신은 마치 컴퓨터와 같아. 차이가 있다면 좀더
낫다는 것뿐이지. 우리가 그 컴퓨터를 제대로 프로그래밍할 수만 있다면,
미국의 우주 계획에 있어서 지극히 중요한 도움을 받게 될 거야. 무슨 할
말 있나?"
나는 잠시 동안 생각을 하다가, 먼저 나의 엄마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층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10년 간을 교도소 안에서 썩으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나는 예스라고 대답했다. 내가 곤경에 처하게 되는 건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나를 우주선에 태워서 지구에서 백만마일
떨어진 곳으로 날려 보낸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달나라에도 사람을
날려보낸 적이 있었지만, 그 일 가지고는 아무런 가치있는 발견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번 계획으로 나를 화성으로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나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이 그 순간에는 진짜
화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게 아니라, 화성까지 날아가는데 어떤 종족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훈련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 이외에도 그들은 여자 한 사람과 원숭이 한 마리를 선발했다. 심술궂어
보이는 표정의 그 여자는 쟈네트 프리치 소령이라고 불리웠는데,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었다. 다만 그 모든
일이 극비리에 진행되었으므로 아무도 그 여자에 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마치 밥그릇을 머리에 뒤집어 쓴것 처럼 보이는 짭은
머리에 키가 작은 편이었는데, 나나 원숭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사실 원숭이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 늙은 암놈 오랑우탕은 이름이
<수>였는데 수마트라의 정글 어디에선가 잡아왔다고 했다. 사실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원숭이들을 잡아다가 우주선에 태워 쏘아올려
봤지만, 숯놈 원숭이보다는 암놈 원숭이가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수가 가장 적격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이 수의 세 번째 우주 여행이 될 예정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난
뒤에 나는 그들이 우주 여행 경험자라곤 원숭이 한 마리 뿐인 대원들을
어떻게 쏘아 올리겠다는 건지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여러분들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어쨌든 우리는 비행 전에 온갖 훈련들을 받았다. 그들은 원자파괴 장치인
사이클로트론 속에 우리를 집어넣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했고, 중력이 없는
작은 방안에 우리를 넣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하루 온종일 그들이 내가
기억할길 원하는 내용들을 머리 속에 암기시켰다. 예컨대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 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방정식이나, 귀환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었다. 그밖에 공통 좌표, 삼각함수, 위상 수학, 4차원
분석, 행렬, 합성로그 등등의 내용이었다.
그들은 그러한 내용들을 컴퓨터에 저장하듯 내 머리 속에 '백업'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제니 커란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냈지만, 모든 편지가
'주소불명'으로 되돌아왔다. 엄마에게도 편지를 보냈는데 그녀는 "불쌍한
엄마를 세상에 혼자 남겨 두고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내용의 장문의 답장을 보내왔다.
나는 엄마에게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는
차마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험 많은 동료가 있으니 무사히 귀환하게 될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그 요란한 날이 다가왔다. 이점을 말해 두고 싶다. 나는 조금도
초조해 하지는 않았다. 반쯤 넋이 나가 있었으므로! 그 실험이 극비이기는
했지만 어떤 틈새론가 언론에 정보가 새어나갔던지 우리의 출발 모습이
TV에 나가게 될 거라고 했다.
그날 아침 누군가 우리에게 신문을 가져다 보여주면서 우리가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알려주었다. 그 신문의 머리기사는 다음과 같았다. 
'여성, 원숭이 그리고 백치...... 차기를 위한 미국 우주 계획의 노력'
'미국 괴상한 대표단을 외계의 혹성으로 파견하다!'
'아가씨, 얼간이, 암고릴라 오늘 출발하다'
그 날짜 뉴야크 포스트에는 이런 기사도 실렸다.
'그들이 올라간다 - 하지만 누가 책임질 것인가? '
그나마 어느 정도 정상적인 제목을 뽑아준 곳은 뉴야크 타임즈가
유일했다.
'다양한 선원들의 새로운 우주 탐사'
평소처럼 우리가 일어난 순간부터 모든 것이 온통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아침을 먹으러 갔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비행이 있는 날에는 아무 것도 먹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그러자 또다른 사람이 말했다.
"아뇨, 먹어도 돼요."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을 때까지 그런 말들이 오고 갔다.
그들은 우리에게 우주복을 입혀서 작은 버스에 태워 발사대로 데려갔다.
수는 우리에 넣어 뒷편에 태웠다. 우주선은 백층 정도의 높이였는데
우리를 잡아 먹기라고 하려는 것처럼 쉭쉭하는 소리를 내며 김을 뿜어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가 타고 갈 캡슐이 있는 곳까지 갔다.
그들은 우리를 안에 밀어넣은 뒤 뒤편에 수를 태웠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기다렸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더 기다렸다.
그동안에도 우주선은 쉭쉭 소리를 내며 김을 뿜어대고 있었다. 누군가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텔리비전으로 우리를 자켜보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저럭 정오가
되었을 때, 누군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올라와서 우주선의 문을 노크하며
말했다. 그들이 우주선을 수리할 때까지 우리의 임무가 일시적으로
취소된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나와 수와 프리치 소령은 모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왔다. 수와 나는 한 시름을 덜었으므로, 우리들 중에서 투덜대며 욕을
한 건 그녀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안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 시간 쯤 후에 누군가가
우리가 대기하면서 막 점심을 먹으려고 하던 방으로 달려와서 말했다.
"지금 당장 우주복을 입어요! 그들이 우주선을 수리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쩌면 기다리다
못해 짜증이 난 텔리비전 시청자들이 전화를 걸어 불평을 늘어놓는
바람에, 무슨 일이 벌어지던 간에 어쨌든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로 결정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태워져 우주선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엘리배이터가 반쯤 올라가는 도중에 누군가가 갑자기 말했다.
"맙소사, 그 빌어먹을 원숭이를 두고 왔어!"
그리고나서 그는 땅 위에 있는 동료들에게 빨리 돌아가서 수를 데려오라고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시 우주선 안에 타고 그들이 수를 데려와서 태우자, 누군가가
백부터 거꾸로 숫자를 세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들 모두는 등받이에
기대어 앉았다. 카운트가 "열"까지 내려왔을 때, 나는 뒤편에 있는 수가
내는 괴상한 신음소리 같은 것을 들었다. 나는 등을 돌리고 자세를 낮춰
뒤를 봤다. 그런데 그곳에 앉아 있는 건 수가 아니었다. 커다란
'숫놈'고릴라가 그곳에 버티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금새라도
자리에서 뛰쳐 일어나려는 것 처럼 이빨로 좌석의 안전 벨트를 자근자근
물어뜯고 있었다!
나는 프리치 소령에게 얘기했고 그녀는 뒤를 보더니 말했다.
"맙소사!"
그리고는 무전기를 켠 뒤 지상의 관제탑에 있는 아무에게나 대고
소리쳤다.
"이것봐요, 실수를 저질렀어요. 숫놈 고릴라를 태웠다구요. 뭔가 제대로
될 때까지 이 일을 연기하자구요."
그러나 우주선은 순식간에 요동을 치며 출발하기 시작했고 관제탑의
무선에선 다음과 같은 소리가 울려나왔다.
"이제부터 그건 당신들 문제요. 우리는 회의 스케쥴이 잡혀있소." 
그리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멀어져 갔다.

   ^co 13.

나의 첫 번째 느낌은 무언가의 밑에 깔려서 짓눌리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나의 아버지가 커다란 바나나 자루 밑에 깔려 넘어졌을
때의 그런 느낌이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고,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이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우주선을 타고
있는 우리들은 그렇게 철통같이 묶여 있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은
온통 푸른 하늘뿐이었다. 우주선은 계속 날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에 몸이 천천히 밑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좀
편안해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프리치 소령이 이제는 안전 벨트의 버클을
풀어도 좋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뭐가 됐든지 간에 우리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야 된다는 말도 했다.
지금 우리는 시속 1만 5천 마일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뒤를
돌아보니 지구가 마치 외계로 멀어져 가는 작은 공처럼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자 커다란 고릴라가 그렁그렁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떫은 표정을
하고 나와 프리치 소령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령은 고릴라가 점심을 먹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면서, 고릴라가 화가 나서 사고를 치기 전에 바나나를
줘서 달래보라고 말했다.
고릴라에게 줄 음식은 작은 가방 안에 포장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바나나와 시리얼 몇 종류, 건포도 등등이 들어 있었다. 나는 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고릴라를 즐겁게 해줄만한 게 뭐가 있을지 뒤적거렸다. 그동안
프리치 소령은 휴스톤의 지상 통제소와 무선으로 교신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통제소 들어라, 이 원숭이에게.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겠다. 이 원숭이는
수가 아니라 다른 숫놈 고릴라다. 이곳에 있는게 몹시도 못마땅한
표정이다. 어쩌면 난폭해질 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응답 메세지가 우리에게 오는 데는 잠시 동안 시간이 걸렸지만,
누군가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쨌든 원숭이는 다 비슷비슷한 것 아니오."
"빌어먹을!"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당신이 이 비좁은 공간에 그 험상궂게 생긴 늙은 고릴라를 타고 있다면,
그런 소리 함부로 지껄여대지 못할 거야."
잠시 후에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일에 대해서 다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겠소.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 모두 웃음거리리가 될 테니까. 누가 되었든지 간에
이제부터 그 고릴라는 수라구. 그놈 다리 사이에 뭐가 달려 있든지 간에
말이야."
프리치 소령이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내 맘대로 저 놈을
꽁꽁 붙들어 묶어두겠습니다. 알겠죠?"
지상 통제소에서는 단 한 마디의 응답만 들려왔다.
"알았다."
사실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우주에서 보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는중력없는 곳에 있었으므로 우주선 안을 둥둥 떠다닐 수 있었다.
또한 해와 달과 별 등의 경치도 볼만했다. 문득 지구에 있는 제니 커란은
어떻게 지낼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계속해서 지구 둘레를 돌았다. 한 시간 남짓한 사이에 밤과 낮이
바뀌었다. 그것은 사물에 대해 색다른 전망을 주는 경험이었다. 내 말
뜻은 우주밖에 머무르고 있다보니 돌아가면, 아니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는 뭘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새우를 키우는
사업을 계속 해야할까? 제니를 다시 찾으러 갈까? '깨진 달걀'에서 다시
연주를 할까? 집에 있는 어머니를 위해 뭔가를 해야할까? 그 모든 것들이
색다르게 생각되었다.
프리치 소령은 틈만 나면 잠깐씩이라도 눈을 붙였다. 하지만 자고 있지
않은 동안에는 늘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고릴라에 대한 잔소리,
지상통제소에서 보내는 명령에 대한 잔소리, 배변과 화장을 할 공간이
없다는 데 대한 잔소리,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내가 음식을
먹는다는 데 대한 잔소리......젠장, 어쨌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거라곤
딱딱한 막대기 같은 농축식품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불평 같은 걸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상에 있는 그들이 기왕이면
예쁜 여자를 뽑든가, 아니면 적어도 잔소리는 없는 여자를 뽑는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만 덧붙여야 겠다, 고릴라도 결코 이상적인 짝꿍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그에게는 바나나를 주어야만 하니까? 별 것 아니라구? 바나나를
움켜쥐고 껍질을 벗기는 것 까지는 좋지만, 그 다음에 그것을 밑으로
내리는 게 문제다, 바나나 알맹이가 빠져나가 우주선안을 둥둥 떠다니기
일쑤이고 그러면 나는 그걸 찾으러 헤매고 다녀야 한다. 겨우겨우
붙잡아서 그걸 고릴라에게 주면, 그 녀석은 그걸 먹는 대신에 짓뭉개서
아무대나 내팽개쳐 버린다. 그러면 나는 그걸 깨끗이 치워야만 한다.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일이다. 고릴라를 혼자 내버려 둘 때면 언제나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이빨을 벅벅 갈아대고 가슴을 쿵쿵 두드려댄다.
그 소리를 잠시 동안 듣고 있으면 곧 미쳐버릴 것만 같다.
마침내 나는 하모니카를 꺼내 짧은 곡을 연주한다. 아마 '목장의 집'을
연주했던 것 같다. 그러면 그 고릴라 녀석은 조금이라도 잠잠해진다.
그러면 나는 '텍사스의 노란 장미'나 '나는 밝은 갈색 머리를 가진 제니를
그리워한다'와 같은 곡을 좀더 연주한다. 그러면 고릴라는 그 자리에 누워
아이처럼 평화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우주선 안에
TV카메라가 있어서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내가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휴스턴에
있는 누군가가 신문을 카메라에 구멍에 대고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신문의
머릿기사는 '백치, 우주 음악을 연주하여 원숭이를 달래다' 였다. 그
다음은 나로서는 몹시도 불만스러운 그렇고 그런 내용들이 이어졌다.
어쨋든 모든 일은 꽤 잘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새로 수라는
이름을 얻은 녀석이 프리치 소령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가 그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수는 그녀를
붙잡으려는 듯 펄쩍 뛰면서 팔을 뻗치곤 했다. 그러면 수는 그 녀석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이 빌어먹을 녀석아, 멀리 떨어져. 손 치우란 말이야!"
그러나 수라는 녀석은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 점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 녀석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서 작은 단지를 들고 비좁은 공간
뒤쪽을 갈라놓은 작은 칸막이 뒤로 가 있는 동안이었다. 갑자기 요란한
소동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칸막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까스로 프리치 소령을 붙잡은 수라는 녀석이 그녀의
우주복을 벗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비명을 질러대면서 무전기의
마이크로 수의 머리를 두드려 댔다. 그러자 뭐가 문제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우주로 나온 지 이틀 사이에 수는 의자에 꽁꽁 묶여 있는
바람에 아무 짓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묶여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 
이제 드디어 그 녀석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나는 황급히
앞으로 달려가 그 녀석을 프리치 소령으로부터 떼어놓았다. 소령은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며, "지저분한 동물 같으니라구" 같은 욕들을 연신
내뱉었다. 일단 자제력을 잃어버리자 프리치 소령은 조종석에 머리를
처박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나는 수를 끌러서 칸막이 뒤로 데리고
갔다.
난 그 녀석이 소변을 볼 수 있는 빈병을 찾아주었다. 그러나 그 녀석은
볼일을 끝낸 뒤에 병을 집어들더니 전등이 깜빡거리는 벽을 향해 그 병을
집어던졌다. 그 녀석의 오줌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우주선 안을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억지로 수를 끌고 억지로 그 녀석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굵직한
오줌 방울 뭉치가 곧장 프리치 소령을 향해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오줌 방울이 그녀의 뒤통수에 부딪힐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수를
놓아준 뒤에 공중에 떠다니는 물건들을 잡으라고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넣어준 채를 가지고 그 오줌 뭉치의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채로 오줌 뭉치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프리치 소령이 뒤로 돌면서
의자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오줌뭉치가 그녀의 얼굴 정면에 부딪혔다.
그녀는 한동안 다시 소리를 지르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수는 이미 조종판
위에 있는 전선들을 붙잡고 쥐어뜯기 시작하고 있었다. 프리치 소령이
비명을 질러댔다.
"저 녀석을 붙잡아! 못하게 하라구!"
그러나 미처 그를 붙잡기도 전에 우주선 안에선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고 수는 천장에서 바닥으로 오락 가락하며
좌충우돌하기 시작했다. 무전기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야?" 라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우주선은 사방으로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수와 프리치 소령은 벽에
부딪혀 콜크 마개처럼 통통 튀고 있었다. 아무 것도 붙잡을 수 없었고,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무전기에서 다시 지상통제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주선의 불안정한 상태를 파악했다. 포레스트, 오른쪽에 있는 예비
컴퓨터에서 D-6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겠나?"
빌어먹을! 이 자식이 지금 농담을 하고 있나! 나는 지금 이곳에서 사나운
고릴라와 한데 어울려 갈피를 못잡고 사방으로 부딪히고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프리치 소령이 너무나 크게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나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녀는 이러다가 곧 우주선이 폭발해서 우리가 불길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통해 가까스로 바깥을 내다볼 수
있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실제로 상황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지구가
우리를 향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가까스로 예비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고, 한
손으로는 벽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D-6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과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주선이
인도양으로 떨어지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었다.
프리치 소령과 수는 그래도 계속 목숨이 붙어 있었다. 프리치 소령이
소리쳤다.
"이봐, 거기서 뭘하고 있는 거야?"
내가 그녀에게 하는 일을 말하자 그녀가 말했다.
"집어치워, 이 멍청아. 이미 인도양은 지나쳐 버렸단 말이야. 한바퀴
돌아서 다시 인도양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든가, 아니면 남태평양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살펴봐."
믿거나 말거나 우주선에 타고 있으면 세상을 한 바퀴 도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프리치 소령은 무전기 마이크에 대고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우리가 남태평양에 가서 떨어질 지도
모르니 가능한한 빨리 우리를 구조하러 오라는 거였다. 나는 미친 듯이
버튼들을 눌러댔고 곧이어 거대한 지구가 휠씬 더 가까워져 있었다.
우리는 프리치 소령의 짐작에 따르면 남아메리카라고 생각되는 지역 위를
날아서 다시 물만 보이는 곳 위를 나르고 있었다. 왼쪽으로 남극이 보였고
앞쪽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가 나타났다.
이제 모든 것이 찜통 속처럼 뜨거워지면서 우주선 밖에서는 괴상망칙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곧이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로 코
앞에 지구가 바싹 다가와 있었다. 프리치 소령이 나에게 소리쳤다.
"파라슈트 레버를 당겨!"
하지만 나는 의자에서 옴짝달짝 할 수 었었다. 그녀는 우주선 천장에 찰싹
달라붙어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시속 1만 마일로 대기권을 통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양 위에 떠 있는 커다란 섬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만일 거기에 부딪히면 우리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갑자기 무언가 '퍽'하는 소리가 나더니 우주선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까닭을 살펴보니 수가 실수로 파라슈트 레버를 건드리는 바람에
우리의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었다. 그 순간 문득 이 모든 소란이 끝나고
나면 저 녀석에게 바나나나 실컷 먹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속도가 떨어진 우주선은 파라슈트에 매달려 날아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땅 위에 떨어질 것 처럼 보였다. 결과는 안좋을 게 뻔했다. 계획에
따르면 우주선은 물에만 떨어지게 되어 있었고, 배가 와서 우리를
건져내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놈에 우주선에 발을 붙인
이후로 도대체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있었던가? 그러니 앞으로 대체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프리치 소령은 마이크를 붙잡고 지상 통제소에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대양 어느 지점엔가 곧 떨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어느 곳이 될 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몇 초 뒤에 응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알 수 없다면 창밖을 한 번 내다보는 게 어떻겠는가?"
그러자 프리치 소령은 무전기를 내려놓고 창밖을 내다보더니 말했다.
"맙소사, 이건 보르네오 근방인데."
하지만 그녀가 지상 통제소에 그 말을 하기도 전에 무전기가 끊어져
버렸다, 이제 우리는 지구에 정말로 가까워져 있었다. 우주선은 여전히
파라슈트에 매달려 떨어지고 있었다. 아래쪽으로는 갈색으로 보이는 작은
호수들을 제외하고는 온통 정글과 산악지대만 보였다. 이제는 그 곳에
있는 호수에 떨어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 셋 --나와 수와
프리치 소령--- 은 모두 창문에 코를 바싹 붙이고 밑을 내려다 보았다.
갑자기 프리치 소령이 악을 써댔다.
"세상에! 여긴 보르네오가 아냐, 빌어먹을 뉴기니아라구! 카고 부족들이
있는 바로 그곳이야!"
수와 나는 열심히 아래만 내려다 보았다, 땅 옆에 있는 호수가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천명 쯤은 될 것 같은 원주민들이 무장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머리카락을 바싹 밀어버리고 풀잎으로 만든 작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창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저들이 무슨 부족이라고 그랬죠?"
내가 말했다.
"카고 부족."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2차 대전 당시에 저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비행기에서 사탕같은
것들을 떨어뜨려 준 적이 있어. 아마 저들은 결코 그결 잊지 않고 있을
거야. 아마 하느님이나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무언가가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우리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을 거라구. 천연
활주로까지 만들어 놓구 말이야, 저기 보여? 검은색으로 둥그런 표시들을
만들어 착륙 지점까지 표시해 놨잖아." 
"내가 보기엔 나를 삶으려는 가마솥처럼 보이는데요." 나는 말했다.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프리치 소령이 잘 모르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정말 저들중에 식인종은 없는 거예요? " 내가 물었다.
"어쨌든 우린 곧 발견 될 거야." 그녀가 말했다.
우주선은 호수에 떨어지며 가볍게 흔들렸다. 우리가 떨어진 직후부터
원주민들은 북을 두드리면서 입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캡슐 안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만,
기계장치는 아직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co 14.

작은 호수에 떨어진 건 그렇게 잘못된 일은 아니었다. 물보라와 한번의
진동만을 일으키고 우리는 다시 지구로 돌아온 것이었다. 모든 것이
정말로 조용하게 느껴졌다. 나와 수와 프리치 소령은 창밖을 빼꼼히
내다보았다.
호수의 기슭에서 10피트쯤 떨어진 곳에 부족들이 둘러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상한대로 그들은 무서운 모습의 원주민들이었는데,
우리들이 누구인지 보려는듯 얼굴을 찡그리고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있었다.
프리치 소령은 우리가 우주선에서 아무 것도 떨어뜨려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기분이 상해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텨왔으므로 이런 상황에서 괜히 잘못 움직여서 곤경에 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원주민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사람 예닐곱 명
정도가 물속으로 뛰어들더니 우리 우주선을 육지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프리치 소령이 여전히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들이
우주선의 문짝을 두들겨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소령이 말했다.
"아무 짓도 하지마."
내가 말했다.
"우리가 그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으면 그들이 화를 낼지도
몰라요."
"그냥 조용히 있기만 해."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이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냥 가 버릴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기다렸지만, 그들은 다시 한 번 우주선을 두드렸다. 내가 말했다.
"문을 두드리는데 대답을 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그러자 소령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 빌어먹을 주둥이 좀 닥치고 가만있어. 저들이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걸
몰라서 그래?"
그런데 갑자기 수가 일어서더니 문을 활짝 열어제쳤다. 오렌지 볼
경기장에서 네브라스카 녀석들과 시합을 할 때 봤던 흑인처럼 무척이나
덩치가 큰 흑인이 밖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코를 뚫고 뼈다귀를 꽂고 있었고, 풀잎으로 만든 치마에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고, 수많은 구슬이 달린 목걸이를 하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할
때 토모배들램이 썼던 누더기 조각과 같은 것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는 우주선 안에서 수가 튀어나오자 몹시도 놀란 모양이었다. 그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정신을 잃고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프리치 소령과
나는 다시 한번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 덩치 큰 흑인이 쓰러지는 것을 본
다른 모든 원주민들이 수풀 뒤로 몸을 숨기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다음
번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기다리면서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모두들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어."
하지만 수는 안에 놓여있던 오줌 병을 집어들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쓰러져
있는 친구가 정신을 차리도록 그의 얼굴에 그 안에 있는 것을 쏟아부었다.
그 친구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잠시 기침을 하다가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가 이미 정신을 완전히 차린 뒤였지만, 수는 내가
병안에 받아놓은 오줌을 계속해서 그의 얼굴에 퍼부어댔다.
그러자 원주민은 수를 다시 알아보고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얼굴을
떨구고는 마치 아랍 사람들처럼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풀 속에
숨어 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천천히 밖으로 나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창을 던질 준비를 했다. 바닥에 엎드려 잠시 절을 하고 있던 원주민이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보더니 나머지 사람들의 하는 모습을 보고는 뭐라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은 일제히 창을
내려놓고 우주선으로 다가와 주위에 둘러서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저 정도면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대하겠군. 밖으로 나가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알려주는 게 좋겠어. 몇 분 안에 NASA사람들이 우리를 데리러 올
테니까 말이야."
잠시 후에 그녀의 말은 내 일생을 통털어 내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재수없는 소리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어쨌든 프리치 소령과 나는 우주선에서 밖으로 걸어나왔다. 모든
원주민들이 "우우" 또는 "아아"하는 소리를 냈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원주민은 우리를 올려다보고는 정말 뭐가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지만, 그러다가는 일어나더니 말했다.
"안녕, 나 좋은 사람. 당신 누구?"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누고나자, 프리치 소령은 그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NASA가 주도하는 다궤도 유사혹성간의 반중력 상태에서 우주 비행 훈련
계획의 참가자"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그 원주민은 우리가 우주인처럼 보였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우리를
멍청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우린 미국인이오."
그러자 갑자기 원주민의 눈빛이 반짝 빛나더니 소리치기 시작했다.
"미국인이다! 유쾌한 친구들이 나타났어!"
"영어할 줄 알아요?" 프리치 소령이 물었다.
"물론 하잖구요." 원주민이 말했다,
"전에 미국도 갔다왔는 걸요. 전쟁 중에 말이오. 전략사령부가 나를
데려가서 어학 훈련을 시켰죠. 그리고는 우리 원주민들을 조직해서
일본군에 대항하는 게릴라전을 벌이라고 나를 다시 이곳으로 보냈죠."
이 말에 수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이런 오지에서 그것도 늙은 원주민이 이처럼 훌륭하게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몹시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물어봤다.
"학교는 어디를 다녔는대요?"
"왜, 있잖소 예일이라구." 그가 말했다,
"옛날부터 '부라부라'하면서 응원했잖아요."
그가 '부라부라' 라고 말하자 다른 모든 원주민들이 그 말을 따라하면서,
늙은 원주민이 손을 흔들어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북을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빅 샘이오." 그가 말했다.
"어쨌든 예일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죠. 내 진짜 이름은
발음하기가 꽤나 힘들어요. 당신들이 여기로 떨어져서 정말 기쁘오. 차 한
잔 하실려우?"
나와 프리치 소령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완전히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러죠, 좋구 말구요."
그러자 프리치 소령이 할 말을 되찾은 듯 예의 그 높은 음조로 말했다.
"혹시 우리가 쓸 수 있는 전화같은 없나요?"
덩치 큰 빅 샘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손을 흔들자 다시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부라부라'라는 구령을 붙이는 사람들의 호위를 받으며
정글안을 가로질러가게 되었다.
그들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짚단으로 헛간 같은 집을 짓고 정글
안에서 작은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빅 샘의 집은 그중에서 가장
컸다. 그는 집 앞에 왕좌처럼 보이는 의자를 내다놓고 있었고, 위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너덧명의 여인들이 그가 시키는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가 그 여자들에게 시킨 일중의 하나는 우리에게 차를 날라다 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그는 두쌍의 커다란 돌을 가리키면서 나와 프리치
소령을 그곳에 앉으라고 했다. 수는 줄곧 내 손을 붙잡고는 우리 뒤를
따라왔다. 빅 샘은 수에게 땅에 앉으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놈 참 끔찍스러운 원숭이요."
빅 샘이 말했다.
"어디서 그놈을 얻었소?"
"이 녀석은 NASA를 위해 일하고 있죠."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그녀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전혀 맘에 드는 눈치가 아니었다. "말할 줄 모르지?"
빅 샘이 말했다.
"뭘 좀 줄까?"
"바나나를 좋아할 것 같군요."
내가 말했다. 빅 샘이 한 여자에게 뭐라고 말하자 곧 수에게 바나나를
가져다 주었다.
"아참, 정말 미안하게 됐소." 빅 샘이 말했다,
"아직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군요."
"미 공군 소속의 쟈네트 프리치 소령입니다. 군번은 04534573번이구요.
그것이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오, 이런, 아주머니" 빅 샘이 말했다.
"당신은 포로로 이곳에 와 있는 게 아니요. 우리는 보잘 것 없는 미개
부족일 뿐이오. 누군가 우리는 석기 시대 이후로 아무런 진보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내 말은 우리가 당신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거란 얘깁니다."
"난 전화를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요."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그렇다면 잘됐소." 빅 샘이 말했다.
"그럼 젊은이, 당신은 이름이 뭐요??"
"제 이름은 포레스트입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남북전쟁 당시의 유명한 장군 나타 배드포드 포레스트의
후손이란 말이오? "
"예."
"이것 참 재미있는 일이군, 포레스트, 학교는 어딜 다녔소? " 
나는 알라바마 대학을 잠시 다녔다는 말을 했다가, 기왕이면 뭔가를
확실해 두는 게 안전할 것 같아서 하버드 대학으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완전히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오, 하버드, 전통의 명문." 빅 샘이 말했다,
"내가 잘 알지. 참 좋은 친구들이었소. 물론 예일에는 댈 게 아니지만."
그리고나서 그는 정말 큰 소리로 껄껄거리며 웃어댔다. 
"정말이지 당신은 하버드 출신 같아 보이는구려."
그가 말했다. 나는 어쨌든 앞으로 골치 아프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빅 샘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원주민 여인들을 시켜서 우리가 머물게 될
곳을 안내해 주었다. 짚단으로 지은 헛간같은 집은 바닥이 더럽고
출입구는 비좁았다. 리어왕의 무대가 되었던 그 헛간이 생각났다. 창을 든
두 명의 덩치 큰 원주민이 출입구에서 경비를 섰다. 다른 원주민들은
밤새도록 북을 두드리면서 '부라부라' 하는 소리를 외쳐댔다. 우리는
입구를 통해서 그들이 거대한 무쇠솥을 걸어놓고 그 밑에 불을 지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집밖으로 나가보려고 했으나 그 두 명의 원주민이 창을 엇갈려 내
앞을 가로막으며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갑자기 우리가 저녁
식사에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자신이 저녁
식사 꺼리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자 바깥의 광경이 음산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북소리가 멈추고 '부라부라'하는 외침 소리도 멈췄다. 밖에서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빅 샘인듯한 사람의 목소리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소리가 잠시 계속되더니 점점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그 이상은 소리를 더 크게 지를 수
없을 정도로 악을 쓰기 시작했다, 이어서 막대기 같은 걸로 사람의 머리를
내려치는 듯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모든 것이 조용해지더니 이어서 북소리와 '부라부라' 하는 외침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가 집 안에 앉아 있는데 빅 샘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안녕들 하시오. 잘들 잤어요?"
"아뇨."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밖에서 그런 소동을 벌여 놓고 우리가 잘 자기를 바란 거예요?"
빅 샘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오, 다시 한번 미안하게 됐소. 하지만 말이오, 우리 부족 사람들은
당신네들이 타고 온 그런 물건이 하늘에서 떨어지면 뭔가 선물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단 말이오. 우리는 1945년 이후로 당신네 같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러 다시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었소. 그런데
당신네들이 아무런 선물도 내놓지 않자 부족 사람들은 자연히 바로
당신네들 자신이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지. 그래서 당신네들을
요리해서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요. 내가 설득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지."
"당신은 지금 헛소리를 하고 있어."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그 반대요."
빅 샘이 말했다.
"우리 부족 사람들은 당신네들 기준으로 소위 '문명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달라요. 인육에 대해서 아주 특별한 식욕을 느낀단 말이오. 특히
하얀 고기는 더욱 그렇지."
"지금 당신네 부족이 식인종이란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빅 샘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끔찍한 일이로군,"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이봐요, 당신은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없을 테니가 여기에 들렸다가 문명
세계로 돌아가라고 말했잖아요. NASA에서 파견한 수색대가 금방이라도
도착할 때가 되었다구요. 나는 당신이 연합국에 참전했던 일원으로서의
위엄을 지켜달라고 요구합니다."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건 지난 밤의 생각이지." 빅 샘이 말했다.
"지금 얘기를 하자구요! "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지금 당장 우리를 석방해 주세요. 우리가 알아서 전화가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로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오"
빅 샘이 말했다.
"우리가 당신네들을 놓아준다고 해도, 정글 안에서 1백야드도 못가서
피그미족들이 당신네들을 덮칠 테니까 말이야."
"피그미라구요?"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피그미 족과 전쟁을 해오고 있지. 누군가가
돼지 한 마리를 훔치면서부터 말이오. 이제 누가 돼지를 훔쳤는지 기억할
수도 없어. 완전히 전설이 되어 버렸단 말이오. 그러나 어쨌든 우리가
기억하는 한에 있어선 피그미들에게 포위되어 그들과 전쟁을 벌여온 게
사실이오."
"그렇다면 이 따위 식인종들과 함께 있느니 피그미 족들에게 잡혀 가는 게
차라리 낫겠군요."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적어도 그들은 식인종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식인종은 아니죠, 부인." 빅 샘이 말했다.
"그냥 머리 가죽을 벗기기만 할 뿐이지."
"빌어먹을." 프리치 소령이 신음하듯 말했다.
"지난 밤에는 말이오" 샘이 말했다.
"난 겨우겨우 당신들을 그 솥단지로부터 구해냈소. 하지만 내가 당신들을
부족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더 보호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오.
그들은 당신들 대신에 무언가 다른 거라도 얻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것
같소."
"그래서요."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뭘 어쩌겠다는 거죠?"
"말하자면 당신네 원숭이 말이오."
샘이 말했다.
"적어도 그놈이라도 잡아 먹어야 직성이 풀릴 거란 말이오."
"그 원숭이는 미합중국의 독점적 재산이에요"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샘이 말했다.
"당신네들 쪽에서도 어떤 외교적인 몸짓을 취할 필요가 있단 말이오."
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잔뜩 찡그린 슬픈 표정으로 문밖을
내다보았다.
"말하자면 당신네들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우리를 위해서 무슨 일인가를
해 줄 수 있을 거란 말이오." 샘이 말했다.
"무슨 일 말이죠?" 프리치 소령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예, 농사일, 건축일 등등. 나는 오랫동안 우리 부족의 무지함을
개선해보려고 노력해왔소.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나의 생각은 벽에
부딪히고 말았소. 만일 우리가 이곳의 비옥한 토지를 우리에게 이익이
되게 개간하도록 약간의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우리
부족의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서도
나름대로 일정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요.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 스스로
이런 낙후된 상태에서 벗어나 경제적 안정을 이룩하고 다른 민족들처럼
문명화된 인종이 될 수 있을 거란 말이오."
"어떤 종류의 농사죠?" 프리치 소령이 물었다,
"목화 재배요, 목화! 환금성 작물의 왕이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신네
나라의 영광을 이룩했던 바로 그 작물 말이오."
"우리에게 목화를 재배해 달라고 기대하다니!" 프리치 소령이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럼, 당신네들은 꼭 해낼 수 있을 거요!" 빅 샘이 말했다.


    ^co 15.

지금 우리는 목화 농사를 짓고 있다. 땅에 이어지는 땅, 그리고 또 땅. 그
땅이 온통 작물들로 뒤덮여 있다. 그것들이 나의 인생에서 어떤 확실한
의미가 있고, 우리가 이곳에 정착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목화를 재배하는 농부가 되고 싶어할 것이다.
정글에서 빅 샘과 식인종들을 만난 그 날 이후로 몇 가지 일들이 더
벌어졌다. 우선은 빅 샘이 우리로 하여금 수를 그의 부족 사람들이
잡아먹도록 내놓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수를 음식으로 먹어치우는 것보다는 목화를 재배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그를 설득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언제나
수에게 밀짚모자와 황마로 만든 푸대자루 같은 옷을 입혀서 목화 농사를
지을 때마다 함께 데리고 다녔다. 우리가 그곳에 머문지 세째 주던가 네째
주가 될 즈음, 빅 샘이 우리의 헛간 같은 오두막으로 오더니 말했다.
"여보게, 포레스트, 자네 체스 둘 줄 아나?"
나는 말했다.
"몰라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아하, 자네는 하버드 출신이라서 공부하는 것만 좋아했나 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체스를 배우게 됐다. 
매일 밤, 목화밭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 빅 샘은 체스판을 들고
찾아왔고, 우리는 불가에 앉아 밤이 이슥하도록 체스를 두었다. 그는
나에게 행마법을 보여준 뒤에, 처음 며칠 간은 전략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그 뒤로 내가 한 두 판을 이기기 시작하자 그는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었다.
얼마후부터 게임을 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빅
샘이 말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바람에 며칠씩이 걸리곤
했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말을 어떻게 두어야할지 연구하다가 이윽고
하나를 조심스립게 움직였다. 그러나 언제나 내가 가까스로 그를 이겼다.
때때로 그는 정말로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막대기로 자신의 발등을
내리치거나 자기 머리를 벽이나 바윗돌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버드 출신치고는 꽤나 체스를 잘두는 편이구만."
그는 그렇게 말하거나 아니면
"여보게, 포레스트, 마지막 수를 왜 그렇게 두었지?" 
라고 물어 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아니면 그저 어깨를
으쓱거려 보이기만 했다. 그런 행동이 빅 샘을 더 화나게 하는
모양이었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이봐, 포레스트, 나는 자네가 이곳에 온 게 정말 기뻐. 나와 체스를 둘
사람이 생겼으니 말일쎄. 물론 내가 국솥으로 들어갈 뻔한 자네를 구해낸
것도 기쁜 일이지. 그냥 뭐 내 얘기는 자네를 딱 한번 만이라도 이겨보고
싶다는 거지 뭐."
그 말을 하고 빅 샘은 손가락을 빨았다. 내가 만일 그로 하여금 한 판을
이기게 해서 그를 만족시켜주는 멍청한 짓을 한다면, 나는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그의 저녁식사 꺼리가 될 것이었다. 내 말 뜻을 이해한다면,
내가 부지런히 체스를 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프리치
소령에게는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날 그녀가 나와 수와 함께
목화밭에서 돌아오고 있는데, 갑자기 덤불 속에서 검은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녀에게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나와 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프리치 소령은 덤불 속으로 걸어가면서
"거기 누구예요? "라고 물어보았다. 갑자기 검은 손이 프리치 소령을
움켜잡더니 덤불 속으로 나꿔챘다. 수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다가 그녀가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수가 먼저 그곳에 도착하고 내가 뒤쫓아서 막 그
장소로 뛰어들려는 순간, 갑자기 수가 나를 멈춰서게 했다.
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보고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을 했다.
우리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기다렸다. 그곳에서는 온갖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수풀이 미친듯이 흔들거렸다. 나는 마침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 깨달았지만, 그곳으로부터 들려오는 프리치 소령의 목소리로
미뤄볼 때, 위험에 처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와 나는 그대로
물러나서 마을로 돌아와 버렸다.
한 시간쯤 후에 프리치 소령과 귓가까지 입이 째지도록 웃음을 짓고 있는
덩치 큰 녀석이 함께 마을로 돌아왔다. 소령이 그의 손을 붙잡고 인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오두막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더니 나에게 말했다.
"포레스트, 그룩과 인사를 나눠." 그녀가 그를 앞으로 내세우면서 말했다.
"안녕." 나는 말했다. 전에 마을 근처에서 본 적이 있는 친구였다.
그룩은 다시 입이 째지도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수는 자기의
볼을 긁어보였다.
"그룩이 나보고 자기가 있는 곳으로 이사하라고 하더군."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 이곳은 우리 셋이 쓰기에는 너무 비좁다고
너도 그랬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포레스트, 누구에게도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안돼, 알았지? "
프리치 소령이 당부를 했다.
내가 그런 말을 사람이 대체 누가 있다고 그녀가 저러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프리치 소령은 자기 짐을 챙겨서
그와 함께 그의 거처로 갔다. 일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 수와 프리치 소령과 나는 매일
목화밭에 나가 일을 했다. 나는 내가 흑인 노예가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밤이면 빅 샘과 체스를 한 판 두고난 뒤, 수와 함께
헛간같은 오두막으로 돌아와 망연히 앉아 있곤 했다.
어느덧 수와 나는 표정과 손짓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한참
후에는 나는 그 녀석의 살아온 내력까지 알 수 있게 됐다. 그 녀석의
인생도 나의 인생만큼이나 기구했다.
그 녀석이 아직 작은 원숭이였을 때였다. 어느 날엔가 수의 엄마와 아빠가
정글을 거닐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그물을 던져 수의 부모들을
잡고 마취를 시켰다고 한다. 수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쫓겨나기
전까지는 그의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얹혀서 그럭저럭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쫓겨난 뒤에는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해야 했다. 그래도 나뭇가지를
타고 다니며 바나나만 먹으면 됐으므로 별 탈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대체 정글 밖의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나무와 나무를 타넘어 정글 끝에 있는
마을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목이 너무 말라서 개울가에 내려가 물을
마시고 있는데, 다른 원숭이 한 마리가 카누에 걸터 앉아서 물을
철썩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수는 그때까지 카누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자리에 앉아서 물끄러미 카누를 지켜보았다.
카누에 있년 원숭이 녀석이 그에게 물방울을 튕겼다. 수는 그 녀석이
자기더러 카누에게 타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원숭이
녀석이 노를 가지고 머리를 쾅하고 때리더니 네 발을 묶었다. 정신을 차린
수가 알게 된 건 자기가 누군가에게 팔려서 파리의 공연장에 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공연장에는 수가 여태까지 본 원숭이 중에서 가장 멋있게 생긴 도리스라고
하는 다른 오랑우탄이 있었다. 잠시 후에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됐다.
공연을 하는 사내는 그들을 끌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고, 우리 안에 함께
갇힌 도리스와 수가 재주를 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어차피 공연이란 게 그렇고 그런 것이었다. 수로서는
그런 짓이 몹시도 당혹스러운 일이었지만, 도리스와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일본에서 공연을 갖게
됐다. 쇼가 진행되는 도중에 한 사내가 다가오더니 도리스를 사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리하여 도리스는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팔려가게 되고, 수
혼자 남는 신세가 됐다.
그 일로 인하여 수의 태도는 돌변하게 되었다. 수는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공연장에 나가게 되면 난폭하게 굴며 으르렁거리다가는, 급기야 똥을
싸서, 오랑우탄이 부리는 재주를 보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입장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의 창살밖으로 그 똥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뒤에 공연을 하는 사내는 수를 NASA의 사람들에게
팔아넘겼고, 그 뒤로 우여곡절 끌에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나는
수의 지금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석은 아직도
도리스를 잃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제니 커란에 대한
그리움을 아직도 느끼고 있었고, 하루라도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데도 의지할 데 었는 이곳에는
그녀석과 나 둘밖에는 없는 것이다.

목화 농사를 짓겠다는 빅 샘의 모험은 그 누구의 상상도 초월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수확된 목화 더미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땅바닥 위에 밀짚으로 초가집 안에 저장했다. 드디어 어느 날엔가
그 목화들을 커다란 바지선에 실어서 피그미의 영토를 지나 그것들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운반하게 될 것이라고 빅 샘이 말했다.
"내가 이미 계산을 다 해뒀지."
빅 샘이 말했다.
"먼저 우리 목화를 공매에 붙여서 돈을 모으자구. 그 다음에는 그 돈으로
우리 부족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거야."
내가 그 물건이 뭐냐고 묻자 그는 만했다.
"어, 구슬이나 장식물 또는 거울 같은 것들이지 뭐. 어쩌면 라디오나
품질이 좋은 쿠바산 담배를 한 상자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술도 한 두
상자 사구."
그것이 우리가 거래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어쨌든 몇 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우리는 그 계절의 마지막 목화를
수확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빅 샘은 피그미의 영토를 지나 도시까지
목화를 날라줄 바지선을 완성해 놓았다. 우리가 길을 떠나기 전날 밤,
마을 사람들은 악령을 쫓고 우리의 장도를 축복하는 성대한 잔치를 열어
주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불가에 둘러앉아 북을 치면서 '부라부라'하는 구호를
외쳐댔다. 또한 그들은 예전의 커다란 솥을 꺼내서 불을 지피며 물을
끓였다. 빅 샘은 그것이 단순히 '상징적인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체스를 두며 앉아 있었다. 그러나 내심 나는 너무나
흥분해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이제 우리는 오래 전에나 가봤던 도시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수도 그 의미를 알고 있는지, 불가에 앉아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팔밑을 긁어대고 있었다. 체스를 한 두판 쯤 두고,
또 다른 판이 막 끝나가려는 순간, 나는 갑자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빅 샘이 장군도 부르지 않고 나를 궁지에 몰아 넣었던 것이다. 그는 활짝
웃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그의 이빨밖에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게 좋을지 아무리 계산해봐도 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더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타오르는 불빛을 받아 밝게 번쩍이고 있는 빅 샘의 이빨에 인상을 쓰고
있는 나의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이 비춰보일 지경이었다. 이윽고 내가
말했다.
"예, 잠깐만요, 나 소변 좀 보고 올께요." 빅 샘이 여전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내가 곤경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대신에, 곤경으로부터 빠져나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는 점을 말해 두고
싶다.

나는 나의 헛간같은 오두막 뒤편으로 가서 소변을 봤다. 그러나
체스판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집안으로 들어가서 수에게 상황이 어떤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그룩의 집으로 오두막으로 찾아가 프리치
소령을 불러냈다.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 나는 그녀에게도 사정을
설명하면서 우리들 모두 국솥에서 산 채로 삶아지기 전에 어디론가 도망을
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우리들 모두는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그룩은 자신은 프리치소령을
사랑(우리가 그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던 간에)하므로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우리들 넷은 기어서 마을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강가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의 카누 한 척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개를
치켜들자 천명에 달하는 그의 부족들과 함께 빅 샘이 실망한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서 있는 것이었다.
"그만 일어서게, 친구." 빅 샘이 말했다.
"자네가 능구렁이 같은 나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 나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그냥 달빛을 받으며 뱃놀이나 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
"그럼."
그는 내 말뜻을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나서 무장한 그의 부하들이
우리를 움켜 잡더니 마을까지 호송했다. 이제 국솥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땅위에 박은 말뚝 위에 묶었다.
이제 거의 가망이 없어 보였다. 
"이봐, 친구" 빅 샘이 말했다.
"사실 이건 불행한 반전이지. 하지만 이렇게 위안을 삼아보게. 적어도
굶주린 입 한 두개 쯤은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고 말이야. 나도 자네에게
이 점을 말해 주지. 자네는 의심의 여지 없이 내가 만난 사람중에 가장
체스를 잘두는 사람이었네. 나는 예일에 다니던 시절에 4년중에 3년을
체스 챔피언으로 군림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부인" 빅 샘이 이번에는 프리치 소령을 보고 말했다.
"그룩과 함께 보낸 당신의 신혼의 단꿈이 여기서 끝을 맺게 되서
유감이오. 하지만 당신도 사정을 이해할 거요."
"난 이해 못해. 당신은 비열한 야만인이야."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당신이 어디를 가든, 당신 자신에 대해 수치심을 느껴야 할 거야!"
"그래도 생각해서 당신의 고기는 그룩과 같은 접시 위에 올려 놓도록
하지." 빅 샘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고기 색깔이 하나는 밝고 하나는 어둡겠지. 나는 허벅지살이나 아니면
가슴살을 먹어야겠군, 어쨌든 맛이 있을 거야."
"이런 야만인, 빌어먹을 자식!"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뭐라고 불러고 좋아." 빅 샘이 말했다.
"자, 이제 향연을 시작하자!"
그들은 우리를 묶은 줄을 풀기 시작하더니 무리를 지어 우리를 붙들고는
솥 앞으로 끌고 갔다. 그들은 먼저 수를 들어 올렸다. 빅 샘이 훌륭한
'양념' 이 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수를 번쩍 치켜들어 막
국솥 안으로 던지려는 순간,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수를 붙잡고 있는
원주민을 맞췄다. 그 녀석은 수에게 깔리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어서
정글 끝에서 화살들이 빗발치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겁에 질렸다.
"피그미다! " 빅 샘이 소리쳤다.
"무장하라!" 모든 사람들이 창과 칼을 찾으러 달려갔다.
프리치 소령과 나와 수와 그룩은 창과 칼이 없었기 문에 그대로 강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10피트도 가기 전에, 나무들 사이에
장치해 놓은 덫에 갑자기 발이 걸려버렸다.
우리는 나무에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대롱대롱 흔들리는 신세가 됐다.
몸안에 피가 머리로 쏠릴 즈음, 웬 조그만 녀석이 나타나더니 덫에 걸려
있는 우리를 보고는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온갖 종류의 야만적인 소리들이
마을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모든 소리들이 잠잠해졌다.
이어서 다른 피그미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더니 우리를 매달고 있는 줄을
잘라서 밑으로 끌어 내린 뒤에 손과 발을 묶고 우리를 다시 마을로 끌고
갔다.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들은 빅 샘과 다른 부족들을 모두
잡아서 손과 발을 묶어놓고 있었다. 마치 마을 사람들을 몽땅 펄펄 끓는
국솥에 집어던지려는 것 처럼 보였다.
"이봐, 친구" 빅 샘이 말했다.
"어쨌든 자네들은 적시에 구출된 셈이지? 그렇지 않나?"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지글지글 끓는 후라이팬에
던져지는 건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나와 우리 부족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해." 빅 샘이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기회를 잡은 거야. 자네가 그 하모니카로 한 두곡쯤
연주를 한다면 아마도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거야. 피그미족의 추장이 미국
음악에 완전히 미쳐 있거든."
"고마워요." 내가 말했다.
"그런 말 말게, 친구." 빅 샘이 말했다. 피그미들이 그를 높이 들어
올렸다가 펄펄 끓는 국솥에 집어던지려는 순간, 그가 갑자기 나에게
소리쳤다.
"기사로 세 번째 신부를 친 다음, 열번째 줄에 있던 차로 일곱 번째 줄에
있던 왕을 잡은 게 내가 자네를 꺾은 방법이었지!"
첨벙하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이어서 꽁꽁 묶여 있는 빅 샘의 부족
사람들이 일제히 '부라부라'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삼라만상이
우리들 모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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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 3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전3권 중 제3권


   윈스턴 그룸 저



  포레스트 3

 16.

빅 샘의 부족들을 모두 요리한 피그미들은 우리를 마치 돼지처럼 기다란
막대기에 끼워 둘러메고 정글 속으로 갔다.
"우리를 어떻게 하려는 것 같아?" 프리치 소령이 내게 외쳤다.
"몰라요, 그리고 관심도 없고." 나는 맞받아 소리쳤다. 그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이 모든 일에 이제 넌더리가 났다. 참는 데도 한도가 있지.
어쨌거나 한 이틀 뒤에 우리는 피그미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정글 안의
공터에는 당연히 아주 조그만 오두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은 공터의 한 가운데에 피그미들이 모여있는 한 오두막 앞에까지
우리를 메고 갔다. 그곳에는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치아가 하나도 없는
자그마한 늙은이가 마치 아기처럼 높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피그미들의 왕쯤 되나보다고 생각했다.
피그미들은 우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결박을 풀어 주었다. 우리는 일어서서
먼지를 털었다. 그러자 피그미들의 왕이 무언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지껄이더니 의자에서 내려와 곧바로 수에게로 가서는 사타구니를 걷어
찼다.
"왜 저러는 거죠?"
나는 프리치 소령과 살면서 약간의 영어를 말할 줄 알게 된 그룩에게
물었다.
"원숭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아보려는 거야." 그룩이 말했다.
그걸 알아보는 데는 좀더 나은 방법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왕은 내게 와서는 또 다시 예의 그 알아듣지 못할 말로
---아마도 피그멜리언인가 뭐 그런 것일 것이다---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는 사타구니를 걷어 채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룩이
말했다.
"왜 그 끔찍한 식인종들과 살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
"우리가 원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고 말해." 프리치 소령이 소리높여
말했다.
"좋은 생각이 있어요." 나는 말했다.
"그에게 우리가 미국의 음악가들이라고 말해요."
그룩이 왕에게 말하자 왕은 우리를 뚫어져라고 보더니 그룩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뭐라는 거야? " 프리치 소령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원숭이가 무슨 악기를 연주하는지 묻는군." 그룩이 말했다.
"창을 연주한다고 말해요."
내가 말했다. 그룩이 그렇게 말하자 피그미들의 왕이 우리의 연주를 듣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나는 하모니카를 꺼내어, '캠프타운의 경주'를 연주했다. 피그미들의 왕이
잠시 귀를 기울여 듣더니 손뻑을 치며 마치 클로그 댄스(나막신 소리에
맞추어 추는 춤) 같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가 연주를 끝내자 그는
프리치 소령과 그룩은 무슨 악기를 다루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룩에게 프리치 소령은 칼을 연주하지만 그룩은 매니저라서 아무런
악기도 다루지 않는다고 말하라고 했다. 
피그미들의 왕은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칼이나 창을 연주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지만 어쨌든 수에게 창을 주고 프리치
소령에게는 칼을 주라고 하면서 어떤 종류의 음악이 나올지 들어보자고
했다.
창과 칼을 손에 쥐자마자 나는 말했다.
"좋아, 지금이야!"
그러자 수가 창으로 피그미의 왕의 머리를 한 대 내리쳤고 프리치 소령은
피그미들을 칼로 위협하며 우리는 정글로 뛰었다. 우리들 뒤를 피그미들이
추격해 왔다.

피그미들은 뒤쪽에서 돌맹이를 던지고 활을 쏘고 블로우건으로 화살을
쏘는 등 온갖 짓을 다 했다. 갑자기 우리 앞에 강둑이 나타나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면서 피그미들과의 거리는 점차 좁혀졌다. 강에 뛰어들어
헤엄쳐 건너려는 순간 강 반대편에서 라이플 총성이 울려 퍼졌다.
피그미들은 이제 우리 바로 뒤에까지 와 있었으나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리자 정글 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우리는 강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야전잠바를 입고 마치 정글의 라마에서 본 듯한 하얀 헬멧을 쓴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카누에 올라 타고 우리 쪽으로 노를 저어 왔다. 그들과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나는 그들중 하나의 헬멧에 NASA라고 찍혀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마침내 구조된 것이었다.
카누가 우리 쪽에 와 닿자 NASA라고 찍힌 헬멧을 쓴 사람이 내려서 우리를
향해 왔다. 그는 수 앞에 서더니 손을 내밀며 "검프 씨이시지요?"라고
말했다.
"멍청한 사람들 같으니라구, 대체 어디갔다 이제 오는 거야?" 프리치
소령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망할놈의 정글에 자그만치 4년 씩이나 갇혀 있었다구!"
"죄송합니다, 소령님."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어쨌거나, 마침내 우리는 죽음보다 고약한 악운에서 구조되었으며 그들은
우리를 카누에 태워 강 하류 쪽으로 노를 저어 가기 시작했다. 우리를
구조해준 사람들 중 하나가 말했다.
"자 여러분, 이제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문명 세계입니다. 아마도
당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잡지사에다 팔아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겁니다."
"카누를 멈추어!"
갑자기 프리치 소령이 외쳤다. 그들은 이상하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으나
카누를 강둑에 갖다 댔다.
"나는 결심했어."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생전 처음 진정으로 나를 이해하는 남자를 만났는데 그를 놓칠수는 없어.
거의 4년 동안 그룩과 나는 이땅에서 행복하게 살아 왔어. 그러므로 나는
그와 함께 이곳에 머물겠어. 우리는 정글로 돌아가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아이도 낳아 영원히 행복하게 살겠다구."
"그렇지만 이 남자는 식인종인데."
구조원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건 댁이 걱정할 일이 아니지."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와 그룩은 카누에서 내려 손에 손을
잡고 다시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정글 속으로 모습을 감추기 전에 프리치
소령이 몸을 돌려 수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카누의 끝 쪽을 바라 보았다. 그곳에 수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앉아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요."
나는 구조원들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뒤쪽으로 가 수의 옆에 앉아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것으로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내 어깨를 잡고 힘차게
포옹을 하고는 배에서 뛰어 내려 강가의 나무 위로 달려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는 덩굴을 잡고 그네를 타듯 정글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NASA 소속의 사나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소? 친구들을 따라 갈 겁니까?"
나는 잠시 정글쪽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니, 아니요."
그리고는 편안하게 자리잡고 앉았다. 그들이 노를 저어가고 있는 동안
잠시 나도 따라가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다른 할 일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나를 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데리고 가면서 나를 위한 성대한
귀국 환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에도 한번, 들은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정말로 워싱턴에 내리자 적어도 백만 명은 되어 보이는 군중들이
나와서 마치 나를 보아 기쁘다는 듯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커다란 까만 승용차의 뒷좌석에 나를 태워 시내로 들어가면서
대통령을 만나러 백악관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 그곳에도 가본 적이
있었지.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 나는 전에 내게 아침 식사를 주고, <비벌리
힐리빌리>를 보게 해준 대통령이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새 대통령이었다. 새 대통령은 머리를 뒤로 싹 빗어 넘기고 통통한 뺨에
마치 피노키오 것 같은 코를 하고 있었다.
"자, 그런데," 대통령이 말했다.
"여행은 즐거웠소?"
대통령 곁에 서 있던 양복 차림의 남자가 몸을 숙여 뭐라고 귓속말을 하자
갑자기 대통령이 말했다.
"아니 내 말은 그 끔찍한 정글에서 탈출을 해서 얼마나 좋으냐는 뜻이오."
양복 입은 남자가 대통령에게 무언가 다시 속삭이자 대통령이 내게
말했다.
"참, 당신의 동료는 어떻게 되었소?"
"수 말인가요?" 내가 말했다.
"그게 그녀의 이름이었던가?"
대통령은 손에 쥔 조그만 카드를 들여다 보았다.
"여기에는 쟈네트 프리치 소령이라고 써 있는데, 그리고 당신을 구조하는
동안 그녀는 식인종에게 끌려 정글 속으로 사라졌다고 되어 있군."
"어디에 그렇게 쓰여있나요?" 내가 물었다.
"바로 여기에." 대통령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은데요." 내가 말했다.
"내가 거짓말쟁이라는 말인가?" 대통령이 말했다.
"그저 일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는 말했다.
"이것 보게." 대통령이 말했다.
"나는 자네의 최고 사령관이야.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나는 말했다.
"그러나 프리치 소령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각하는 이를테면
그저 카드를 보고 읽기만----"
"테이프!" 대통령이 소리 질렀다.
"네?" 나는 말했다.
"아닙니다."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이를테면 이라고 했지 테이프라는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각하."
"테이프!" 대통령이 마구 소리를 질렀다.
"내 앞에서 다시는 그 단어를 쓰지 말라고 했지! 모두들 의리없는
공산주의 돼지새끼들이야."
대통령은 주먹으로 무릎을 내려쳤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듣지 못해.
들었다해도 금방 잊어 버리든지 아니면 극비 사항이지."
"그렇지만, 대통령 각하." 양복 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
"이제 자네까지 나를 거짓말장이라고 하는군." 대통령이 말했다.
"자네는 해고야."
"그렇지만 해고하실 수 없습니다."
양복 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저는 부통령인걸요."
"안됐지만," 대통령이 말했다.
"최고 사령관을 거짓말쟁이라고 떠들고 다닌다면 대통령은 절대로
못해먹을걸."
"그렇겠지요. 옳은 말씀이십니다." 부통령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미안하네." 대통령이 말했다.
"별 말씀을." 부통령이 손장난을 하며 말했다.
"허락하신다면 이제 가서 쉬를 좀 해야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들은 이야기중 가장 그럴듯한 말이로군." 대통령이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자네, 탁구를 치고 마오 주석의 생명을 구해준 바로 그 사람
아닌가?"
나는, "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한 거지? "
나는 말했다. "익사 직전이었으니까요."
그러자 대통령이 말했다.
"구해주는 대신 그대로 물속에 처박았어야 하는건데. 어쨌든 이제는 다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지, 왜냐 하면, 자네가 정글에 있는 동안 그
개새끼가 죽어 버렸거든."
"텔레비전이 있으십니까?" 내가 물었다.
대통령이 웃긴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한대 있기는 한데 요즈음은 잘 보지 않아. 너무 안좋은
뉴스뿐이라서."
"<비벌리의 힐리빌리>를 보시나요?" 내가 물었다.
"아직 할 시간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지금 시간에는 무얼 하지요?" 나는 물었다.
"<사실을 말하자면>이라는 프로인데 별로 재미없어. 헛소리들만 하거든."
그리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제 회의에 들어가보아야할 시간이라서...... 내가 문까지 배웅을
해주지."
현관앞 포치에 다다르자 대통령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이보게, 시계 필요한가? "
내가 말했다, "네?" 그러자 그가 내곁으로 가까이 오더니 팔소매를 걷어
붙였다. 적어도 2,30개의 손목시계가 팔에 채워져 있었다. 
"돈이 없습니다." 나는 말했다.
대통령이 팔소매를 다시 내리고는 내 등을 두드렸다. 
"돈이 생기거든 한번 찾아 오게나. 그때 거래를 해보도록 하지. 좋겠지?"
그가 나와 악수를 하였고 한때의 사진 기자들이 몰려들어 우리의 모습을
찍었으며 그리고 나는 떠났다. 어쨌든 대통령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 말 만은 분명히 할 수 있다.
이제 나는 그들이 나를 어찌할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는데 오랫 동안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잠잠해지기까지 하루이틀이 걸렸으며 그동안 그들은 나를 호텔에
숙박시켰다. 그런데 어느 오후에 몇사람이 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봐, 검프, 공짜 유람은 끝났어. 더 이상은 정부에서 돈을 쓰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 알아서 하게나."
"좋아요."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집에 갈 여비라도 조금 주는게 어때요. 지금은 주머니가 좀
가벼운 상태라서."
"어림 없는 소리, 검프."
그들은 말했다.
"그 메달로 상원의원의 머리를 내리쳐 놓고도 감옥에 가지 않은걸
다행으로 알라구. 그때 자네를 구해준 것 만으로도 우리는 자네에게
커다란 선심을 쓴 거야.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는 손을 뗄 거야."
그래서 나는 호텔에서 나와야만 했다. 꾸려야할 짐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나는 그냥 길거리로 나왔다. 나는 그냥 걷다가
대통령이 사는 백악관 앞을 지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얼굴을 본뜬 고무 가면을 쓰고 무슨 싸인을 들고 몰려
있었다. 나는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면 대통령이
기분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co 17.

그들은 내게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들 중 하나가 내가
호텔을 나서기 전에 1달러를 주었다. 나는 전화를 발견하자마자 내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엄마가 머물고 있는 구빈원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수녀가, "검프부인은 이제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느냐고 내가 묻자 수녀는,
"몰라요. 어떤 개신교 신자하고 떠나 버렸어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엄마가 누군가와
달아나 더 이상 구빈원에서 살고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엄마를 찾기는
해야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엄마는 틀림 없이 내가 집을 떠난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야단법석을 떨
테니까 말이다.
비가 왔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어느 집 차양 아래 서 있는데 누군가가
나와서 나에게 꺼지라고 했다. 나는 흠뻑 젖어 추위에 떨면서 워싱턴의
어떤 관공서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커다란 쓰레기비닐이 인도 중앙에 나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내가 가까이 가자 그것은 마치 안에
무엇이라도 있는 듯 조금 움직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발끝으로
그것을 조금 건드려 보았다. 갑자기 쓰레기비닐이 4피트나 뒤로
물러나면서 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리 가지 못해!" 하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 안에 누구지?"
그러자 목소리가 대꾸했다.
"이건 내 환기통이야. 너는 다른데 가서 찾아봐."
"무슨 소리야?" 내가 말했다.
"내 환기통이라구." 목소리가 말했다.
"내 환기통에서 비켜."
"무슨 환기통?" 내가 물었다.
갑자기 비닐을 조금 올리며 어떤 남자의 머리가 나타나더니 마치 내가
멍청이라도 되는 것처럼 올려다 보는 것이었다. 
"이 동네에 처음이야?" 그가 물었다.
"그런 편이지." 나는 대답했다.
"비를 피하려는 중이야."
비닐 아래의 그 남자는 매우 궁색해 보였으며 반쯤 까진 머리에 몇 달쯤
면도도 안한듯 보였으며 눈은 잔뜩 충혈되어 있었고 이빨도 거의 빠지고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말했다.
"글쎄, 잠시 동안 만이라면 괜찮겠지, 자 여기."
그는 접혀진 쓰레기비닐을 내게 내밀었다.
"이걸로 뭘 어쩌라고? " 내가 물었다.
"펼쳐서 그 아래로 들어가란 말이야, 이 바보야. 비를 피하려는 중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다시 비닐을 뒤집어 썼다.
글쎄, 그가 하란대로 했더니, 솔직히 말해 괜찮았다. 환기통 위로 뜨거운
공기가 나와 비닐안은 따뜻하고 아늑했으며 비도 가려 주었다. 우리는
비닐을 둘러쓰고 환기통 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잠시 뒤에 그가 내게
말했다.
"그런데 이름이 뭐지?"
"포레스트." 내가 말했다.
"그래? 포레스트란 사람을 전에 알았었지. 오래 전에."
"당신 이름이 뭐야?" 나는 물었다.
"댄." 그가 대답했다.
"댄? 댄 --- 이봐, 잠깐." 내가 말했다. 나는 쓰레기 비닐을 벗어
버리고는 그 남자의 것을 벗겨 보았다, 그였다! 다리가 없이 그는
롤러스케이트의 바퀴를 바닥에 단 조그만 나무수레에 앉아 있었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그러나 그였다. 바로 댄
소위였다!

육군병원에서 퇴원하고 그는 코네티컷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역사를
가르치고자 했다. 그러나 역사과목은 빈 자리가 없어 그는 수학을 맡게
되었다. 그는 수학을 싫어했으며 게다가 교실마저 2층에 위치하고 있어
다리가 없는 그로서는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그의 아내는
뉴욕에 살고 있는 TV제작자와 눈이 맞아 그에게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이혼 소송을 걸어왔다.
그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직장에서 쫓겨 났으며 얼마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도둑이 들어 모든 것을 훔쳐갔으며 병원에서 준 인조 다리는
크기가 맞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후 몇년간을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부랑자처럼
생활했다고 한다. 매달 장애연금을 받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는
그것을 다른 부랑자들에게 주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모르겠어, 포레스트." 그는 말했다.
"그저 죽을 날 만을 기다리며 사는거지 뭐."
댄은 내게 몇달러를 주면서 모퉁이 가게에 가서 레드 대거포도주 두 병을
사 오라고 했다. 나는 포도주는 한 병만 사고 남은 돈으로 샌드위치를
하나 샀다.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 이 친구야."
댄이 포도주를 반 병이나 비우고는 말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봐."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중국에 가서 탁구를 친 이야기, 제니
커란을 다시 만난 이야기. 깨어진 달걀이라는 밴드의 일원으로 평화
시위에서 연주를 하다가 메달을 집어 던져 감옥에 갔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래, 그건 나도 생각나. 그때 나는 아직도 병원에 있었지. 직접
갈까하는 생각도 하긴 했었어. 그렇지만 나는 메달을 집어 던지기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야. 이것좀 봐." 그는 말했다, 그가 쟈켓의 단추를 열자
셔츠에 달려있는 메달들 --- 명예 전상장, 은성훈장등--- 적어도 열 두어
개는 되는 메달들이 보였다.
"이것들은 내게 무언가를 상기시켜 주지." 그는 말했다.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 물론 전쟁을 상기시켜주지만 그건
일부분에 불과해, 포레스트, 나는 잃은 것이 많아. 내 다리 이상의 그
무엇, 굳이 말한다면 내 영혼, 또는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내
영혼이 있었던 자리는 이제 텅 비어 메달들만 달려있을 뿐이야."
"그렇지만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연의 법칙'은 어떻게 된거야?"
나는 그에게 물었다.
"모든 일은 '계획되어' 있으며 우리는 단지 그 틀에 맞추어진 것 뿐이라는
것 말이야? "
"개똥같은 소리!" 그는 말했다,
"그건 그저 철학적인 헛소리에 불과해."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나는 그것을 지표로 삼아 살았는걸.
나는 '물결'따라 살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어. 옳은 일을 하면서
말이야."
"글쎄, 너 한테는 그 개똥 철학이 잘 맞는가 보지, 포레스트. 나도
처음에는 제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나 나를 봐, 나를 좀
보라구." 그는 말했다.
"내가 어디에 쓸모가 있나. 나는 그저 다리 없는 병신일 뿐이야, 떠돌이
알콜 중독자, 35살된 부랑자라구."
"그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어." 내가 말했다.
"그래? 얼마나 더?" 그는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나는 내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신병원에 갇혔다가 로켓트에 태워져 쏘아
올려졌다가 식인종 부락에 불시착한 이야기와 수와 프리치 소령과
피그미들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다.
"세상에 맙소사! 포레스트, 이 친구야. 정말 대단한 모험을 했군."
댄이 말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쓰레기비닐을 뒤집어 쓰고 나와 함께 환기통 위에
앉아있게 된 거지?"
"모르겠어."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오래있을 생각은 아니야."
"어쩔려구? "
"이 비가 멈추면" 나는 말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제니 커란을 찾아가 볼 생각이야."
"어디에 있는데? "
"몰라."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알아 낼 거야."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가 말했다.
나는 댄을 돌아다 보았다. 덥수룩한 수염 뒤로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그라는 느낌이 들었으나 아무렴 어떠랴. 

비가 그치지 않았으므로 댄과 나는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간이 숙박소로
갔다. 댄은 우리의 저녁값으로 한 사람당 50센트와 침대 사용료로
한사람당 25센트씩을 냈다. 설교인가 무언가를 들으면 저녁은 공짜로 먹을
수 있었지만 댄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세상이 이렇고 저렇다 라고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비를 맞으며 자겠느라고 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댄이 꾸어준 1달러를 가지고 나는 전에 깨어진 달걀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모스에게 보스톤으로 전화를 했다. 그는 아직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으며 내 전화를 받고는 무척 놀라워 했다.
"포레스트 ---믿을 수가 없군!" 모스가 말했다.
"영영 사라져 버린줄 알았지."
깨어진 달걀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고 그는 말했다. 피블스타인씨가
그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던 돈은 무슨 비용으론가 한푼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고 두 번째 레코드를 낸 이후로는 더 이상 아무도 계약을
하자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모스의 말로는 사람들이 새로운 종류의 음악을--- 롤링 스톤즈인가
이글스인가 뭐 그런 사람들의 음악을--- 들으며 깨어진 달걀의 부원들은
대부분 어디론가 떠나 진짜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다.
제니에 관해서는 오랫 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모스는 말했다. 내가
체포되었던 그 워싱턴의 평화 시위에 갔다가 그녀는 그 후로 몇달을
깨어진 달걀과 함께 지냈으나 무언가 예전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번은
무대 위에서 울음을 터뜨려 연주로 대신 해야만 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보드카를 마셔대고 공연에 늦게 나타나는 등 그들이 이제는
그녀에게 뭐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먼저 그만두어 버렸다고
모스는 이야기 해주었다.
자기 생각에는 그녀의 그런 행동이 나 때문인 것 같았으나 그녀는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고 모스는 말했다. 몇주일 후에 그녀는 시카고로
간다며 보스톤을 떠났고 그 이후로 5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그녀의 연락처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녀가 떠나기 전에
주고간 전화번호가 아직 있을 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 놓고 잠시 찾아 보더니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것 외에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에게 잘있으라고 하고 혹시 보스톤에 갈 일이 있으면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하모니카 불어?" 모스가 물었다.
"그래, 가끔." 나는 말했다.

나는 댄에게 가서 다시 1달러를 꾸어서 시카고로 전화를 했다.
"제니 커란이라 제니?"
어떤 남자가 말했다.
"아, 그래. 기억이 나는군. 멋진 몸매를 갖고 있었지. 한참 되었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압니까?"
"이곳을 떠나면서 인디아나폴리스로 간다고 했었는데. 알게 뭐요?
템퍼러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었지 아마."
"어디요?"
"템퍼러. 타이어 공장 말이오. 자동차용 타이어를 만드는."
나는 그 남자에게 고맙다고 하고는 댄에게 돌아가 이야기했다.
"글쎄."
댄이 말했다.
"인디아나폴리스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가을에 볼만한 곳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어."
우리는 처음에는 히치하이킹을 하여 워싱턴을 벗어나려 했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남자가 벽돌을 실은 트럭에 우리를 태워 시
경계까지는 데려다 주었으나 그 이후로는 아무도 우리를 태워주려하지
않았다. 우리의 꼴이 워낙 꼴볼견이라---- 자그마한 바퀴 달린 나무수레에
앉아있는 댄과 그 곁에 선 커다란 내 모습이 이상해서 그랬던 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댄이 돈은 충분하니 버스를 타고 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돈을 쓴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는 않았으나 그가 가고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를 워싱턴 밖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인디아나폴리스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댄을 내
옆자리에 앉히고 그의 자그마한 나무수레를 윗 선반에 올려 놓았다. 가는
동안 내내 그는 레드 대거 포도주를 마셔대며 세상이 얼마나 똥같은 지를
이야기했다. 어쩌면 그가 옳을 지도 모른다. 나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그저 멍청이에 불과하니까.

버스는 우리를 인디아나폴리스 한가운데에다 내려 놓았다. 댄과 내가
길거리에 서서 앞으로 어떻게해야 할지 궁리하고 있는데 경찰이 오더니,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지 말아." 하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댄이 어떤 사람에게 템퍼러 타이어 회사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도시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얼마를 그렇게가자 더 이상 인도가 없어 댄이 나무수레를 밀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쪽 겨드랑이에 그를 들고 다른 한쪽에는
나무수레를 끼운 채 계속해서 나아갔다.
정오쯤 되었을 때, <템퍼러 타이어>라는 커다란 싸인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댄이 자기는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여
내가 혼자서 안으로 들어가니 어떤 여자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제니 커란을 만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 여자는 명부를 들쳐 보더니
제니가 '리트레이드' 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곳은 직원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거기에 서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여자가 말했다.
"잠시 후면 점심 시간이니까 건물 옆쪽으로 가 보지 그래요. 아마도 점심
먹으러 나올 거예요."
그래서 나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무리들 틈에 혼자서 나무 아래로
걸어가 종이 봉투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는 제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바닥에 앉아있는 그녀의 뒤로 살그머니 걸어갔다. 그리고는 말했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네."
그녀는 올려다 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똑바로 앞만 쳐다보면서 말했다.
"포레스트, 너구나!"

    ^co 18.

그것은 내 생애에 가장 행복한 재회였다고 말할 수 있다. 제니는 울면서
나를 끌어 안았고 나도 똑같이 했다, 옆의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서 있었다. 제니는 3시간만 있으면 일이 끝난다고 하면서 나와
댄에게 길 건너 술집에 가서 맥주라든가 무얼 마시면서 자기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나서 함께 집에 가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술집에 갔고 댄은 레드 대거가 없었기 때문에 리플 포도주를
마셨는데, 댄을 리플이 더 좋은 '향기' 가 있어 좋다고 했다. 
술집에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화살 던지기를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탁자에 앉아 팔씨름도 했다, 아마도 술집에서 가장 팔씨름을
잘하는 듯한 덩치가 큰 남자가 있었는데 가끔씩 누군가가 와서 도전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는 것이었다. 내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한 번에
5달러나 10달러의 돈이 오고 갔다. 얼마 뒤에 댄이 내게 귀속말을 했다.
"포레스트, 저기 덩치 큰 놈하고 팔씨름해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모르겠다고 하자 댄이 말했다.
"자 여기 5달러가 있는데 네가 이기는 쪽에 걸겠어."
그래서 나는 그 남자에게 가서 말했다.
"당신하고 팔씨름을 한번 해볼 수 있을까요?"
그는 나를 올려다 보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래서 나는 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움켜 잡았다. 누군가가
"시작!"
이라고 하면서 팔씨름이 시작되었다. 상대방은 마치 복숭아씨를 누려는
강아지처럼 낑낑거리고 힘을 썼으나 10초 만에 나는 그의 팔을 탁자 위에
눕혀 버렸다, 팔씨름에서 그를 이긴 것이었다. 
모두들 우리 주위로 몰려와 영차영차 응원을 했는데 나는 댄이 소리를
질러가며 나를 응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진 사람은 기분은 좋지 않았으나 내게 5달러를 주고는 탁자에서 일어났다.
"팔 뒤꿈치가 미끄러졌어." 그는 말했다.
"그러나 다음 번에는 내가 이길 수 있어. 알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댄이 앉아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에게 돈을 주었다. "포레스트"
그가 말했다.
"아주 쉽게 돈 버는 방법을 발견한 것 같은데."
나는 댄에게 달걀조림이 먹고싶은데 25센트만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게 1달러를 주며 말했다.
"먹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다 먹어, 포레스트. 이제 우리는 부자가 될
거야."

일을 끝내고 제니가 술집으로 와서 우리를 그녀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템퍼러 타이어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아파트는 동물 인형같은 것들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으며,
침실 문에는 색색의 구슬로 만든 줄들이 달려 있었다. 우리는 식료품점에
가서 닭을 사 가지고 왔으며 제니가 나와 댄을 위하여 저녁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제니에게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그녀는 특히나 프리치 소령에 대해 궁금해 했는데 소령이 식인종과 함께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저으기 안심하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지난
몇년간 그녀의 삶 역시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깨어진 달걀에서 나와 제니는 평화시위에서 만난 어떤 여자와 시카고로
갔다고 했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여러번 유치장에 잡혀
들어 갔으며 제니는 마침내 법정에 출두하는 일에 넌더리가 났으며 게다가
전과가 많아지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녀는 15명 가량의 사람들과 함께 어떤 집에 살고 있었는데
그리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속옷들도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변기의 물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들이
살고있는 곳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한 남자와 아파트를 얻어
나가기로 결정했는데 그것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레스트."
그녀는 말했다.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왜냐
하면, 내 마음 속에는 네가 자리잡고 있었거든."
그녀는 자기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어 내가 어디에 잡혀 있는지 우리
엄마에게 물어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엄마는 우리 집이 다 불에
타 버리고 우리 엄마는 구빈원에 살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는데
제니가 그 편지를 받았을 때는 이미 우리 엄마는 개신교 신자와 함께
구빈원을 떠나 버린 다음이었던 것이다.
제니는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에 타이어 회사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자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인디아나폴리스로 온 것이었다. 그때
쯤에 내가 로켓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갈 거라는 사실을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으나 휴스턴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내 우주선이 충돌하는 것을 '공포에 질려' 텔리비전을 통해
보면서 내가 죽었으리라고 단념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타이어 만드는 일로 시간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끌어 안았고 우리는 얼마 동안을 그냥 그렇게 있었다. 댄이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가 화장실 안으로
사라지자 제니가 어떻게 소변을 보는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내게
물었다. 나는,
"아니, 전에도 하는걸 보았는데 혼자 할수 있어." 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두 베트남전 때문에 이 꼴이 된 거라구."
그 말에 대해서 뭐라고 이의를 제기할 것이 없었다. 다리 없는 남자가
자기 모자에다 쉬를 해서 변기에다 부어 버리는 것은 슬프고도 유감스러운
장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셋은 제니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제니는 응접실 한쪽 구석에
댄을 위해 자그마한 매트리스를 깔아 주었고, 화장실 바닥에는 그가
모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 단지를 하나 갖다 놓았다. 매일 아침 그녀는
타이어 회사로 나가고 댄과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며 있다가 제니의 직장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술집에 가서 제니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우리가 그렇게 살기 시작한 첫째 주에 팔씨름에서 내게 졌던 그 남자가
5달러를 다시 딸 기회를 달라고 하기에 기회를 주었다. 그는 두세번
시도를 해보았으나 결국은 25달러를 잃었으며,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도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어서 한두 달이 지나자 그 동네뿐만 아니라 주위의 작은
마을들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댄과 나는 일 주일에 150에서
200달러는 너끈히 벌었다, 그견. 무척이나 신이 나는 일이었다. 
게다가 술집 주인은 전국적인 대회를 열어 TV방송국에서도 찾아오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일이 생기기 전에 내 인생을 확실하게 바꾸어
놓을 다른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하와이안 셔츠에 흰 양복을 입고 목에 금붙이를 주렁주렁 매단
한 남자가 술집에 들어왔다. 내가 팔씨름을 하고 있는 동안 바에 앉아
있던 그는 팔씨름이 끝나자 우리 탁자로 와서 앉았다.
"나는 마이크요."
그가 말했다.
"당신에 관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지."
댄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느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여기 이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세다는 얘기를 들었지."
"그래서?" 댄이 말하자 그가 말했다.
"여기서 째째하게 동전푼이나 만지지 말고 훨씬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가 가지고 있다고."
"어떻게?" 댄이 말했다
"레슬링을 하는 거지." 마이크가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개미오줌같은 시시한 것이 아니라 정말 레슬링 말이야. 수백
수천의 유료 입장객 앞에서 링 안에서 하는 거야."
"누구와 레슬링을 하는데?" 댄이 물었다.
"누가 되었건" 마이크가 말했다.
"프로레슬러들---- 마스크 쓴 마블, 무적의 헐크, 매력적인 죠지, 더러운
맥스와인 등 고르기만 하라구. 잘하는 친구들은 1년에 10만에서
20만달러까지 벌어 들인다구. 우리가 이 친구를 잘 다듬어 내보내면 돼.
잡는 기술이라거나 하는 재주들을 가르치는 거야. 금방 스타가 될 것이
틀림 없어, 모두에게 돈을 산더미처럼 벌어 들이게 해줄 거야."
댄이 나를 보고는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포레스트?"
"몰라." 내가 말했다.
"나는 고향에 돌아가서 새우사업이나 해볼까 생각중이었어."
"새우라고!" 마이크가 말했다.
"이 친구야, 이걸하면 새우잡는 것보다 50배는 더 돈을 벌 수 있어.
평생을 할 필요도 없고. 그저 몇년만 하면 평생을 놀고 먹을 돈을 모을수
있다구."
"제니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이봐." 마이크가 말했다.
"난 지금 일생일대의 기회를 주려고 이곳에 온 거야. 싫다면 싫다고 그래.
아무 말 않고 돌아갈 테니까."
"아니, 아니야." 댄이 말했다. 그리고는 내게 몸을 돌렸다.
"들어봐, 포레스트. 그럴듯 하지 않아? 내 생각에는 새우사업을 시작할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은걸? "
"이렇게 하지." 마이크가 말했다.
"자네 친구도 함께 갈 수 있어. 매니저를 하면 되니까. 언제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둘 수도 있어. 어때? "
나는 일이분 가량 생각해 보았다.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러나 이런 경우
항상 무슨 책략이 있게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입을 벌려, 
"좋아."
라고 운명의 말을 내뱉었다.

자아, 그렇게하여 나는 프로 레슬러가 되었다. 마이크는 인디아나폴리스
중심가의 체육관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매일 댄과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가 레슬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아무도 다치지는 않으면서 관중들이 보기에는 정말로
다치는 것 같아야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온갖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목누르기, 휘두르다 던지기,
보스턴 크랩, 말뚝박기, 팔 비틀어 꺾기 등을 배웠다. 또한 그들은 댄에게
어떻게 심판에게 소리지르고 외쳐 효과적으로 관중들을 선동할 수
있는지까지 가르쳐 주었다.
제니는 내가 다칠 지도 모른다며 레슬링에 뛰어든 것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겼다. 내가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고, 그저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그녀는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하러 하는 거지?"
좋은 질문이었으나 나는 대답할만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돈을 벌게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루는 그들이 나에게 '배치기'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건 내가 허공을
날아 누군가의 위로 떨어지는 것으로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가 몸을 굴려
옆으로 비켜나고 나는 바닥에 배부터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계속 망치기만 했다. 두세 번인가를 바닥에
있는 사람이 몸을 굴려 피하기도 전에 그 위로 떨어진 것이었다. 
마침내 마이크가 링으로 올라와서 말했다.
"맙소사, 포레스트, 도대체 뭐야. 멍청인가? 그렇게하면 밑에 사람이
다치잖아 황소만큼이나 큰 몸집으로 그렇게 깔아뭉개면!"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래, 나는 멍청이야,"
그러자 마이크가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자 댄이 마이크더러 잠깐 가까이 오라고 해서는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
했다. 그러자 마이크가 말했다.
"세상에! 지금 농담하는거지?"
댄이 고개를 저었다. 마이크가 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말했다.
"글쎄, 세상에는 별의 별 놈이 다 있다니까."
어쨌든, 한 시간 쯤 뒤에 마이크가 사무실에서 뛰어 나오더니 나와 댄이
있는 링으로 달려왔다.
"됐어!"
그가 소리쳤다.
"됐다니 뭐가? "
댄이 물었다.
"이름 말이야! 포레스트가 링에서 사용할 이름이 방금 떠올랐단 말이야."
"무슨 이름을 쓸 건데?" 댄이 물었다.
"던스(열등생, 저능아)!" 마이크가 말했다.
"기저귀를 채우고 머리에는 커다란 고깔 모자를 씌우는 거야. 관중들이
좋아할걸."
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
그가 말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걸. 그를 바보로 만들려고 그러는 것처럼
들리는데."
"관중용일 뿐이야." 마이크가 말했다.
"남보다 튀어야 하잖아, 대 스타들은 모두 다그렇게 한다구. <던스>보다
더 좋은 이름 아는 것 있어?"
"스페이스맨이라고 하면 어떨까?" 댄이 말했다. "그럴듯 하잖아. 프라스틱
헬멧을 쓰고 안테나라도 달면 될 것 같은데."
"스페이스맨은 벌써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야," 마이크가
말했다.
"여하튼 그 이름은 마음에 안 들어."
댄이 말했다, 그가 나를 보고 물었다.
"포레스트, 네 생각은 어때? "
"난 상관 없어." 내가 말했다.

일은 그렇게 된 것이었다, 여러 달 동안의 훈련을 거쳐 마침내 나는
레슬러로서 데뷔하게 되었다. 경기 전날 마이크가 기저귀와 커다란 검정색
고깔 모자가 들어있는 상자를 가지고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일 12시까지 체육관으로 오라고 말했다. 내 첫 번째 레슬링 경기가
열릴 먼시까지 함께 차를 타고 가자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제니가 일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기저귀를 하고 고깔 모자를 쓰고는 응접실로 나왔다, 댄은 나무수레위에
올라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제니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들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포레스트! 대체 그게 뭐야?" 제니가 말했다.
"그의 의상이야." 댄이 말했다.
"바보처럼 보이잖아." 제니가 말했다.
"이렇게 생각해 봐." 댄이 말했다.
"그러니까 그가 무슨 연극을 하는 거라고 말이야."
"그래도 바보처럼 보이기는 마찬가지야." 제니가 말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어. 저렇게 입고 관중들 앞에 나서게 하다니."
"돈을 벌기 위해서야." 댄이 말했다,
"<야채>라는 이름의 레슬러가 있는데 그는 순무 이파리 모양의 옷을 입고
머리에는 속을 파낸 수박을 뒤집어 쓴다구, 보기 위해서 수박에 조그만
구멍을 내어 놓고 말이야. 또 다른 어떤 레슬러는 <요정>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등에다는 날개를 달았고 가늘고 긴 막대기를 들고
나타나지. 적어도 300파운드는 되는 사람인데 볼만 하다구."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건 관심 없어."
제니가 말했다.
"이건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포레스트, 가서 당장 그 옷을 벗어."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내 의상을 벗었다. 제니가 옳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먹고 살아야 하는걸. 어쨌거나 내가 내일 저녁
먼시에서 레슬링할 녀석의 의상만큼이나 보기 흉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터드>라고 자신을 부르는데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착용하는데 마치
똥덩어리같은 색이었다. 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날지는 다가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co 19.

먼시에서 열리는 시합은 내가 터드에게 묵사발이 되는 것으로 각본이 되어
있었다.
먼시로 가면서 마이크가 그같은 사실을 내게 이야기 해주었다. 터드가
나보다 '선배'이기 때문에 이겨야 하는 것이고 나는 이번이 첫경기이기
때문에 지게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마이크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처음부터 숨기는 것 없이, 그래서 내가 무슨 유감이라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건 말도 안돼." 제니가 말했다.
"<터드>한테 지게 되어있다는 말이야?"
"누가 져주어야 이길 수 있는 실력인가보지."
댄이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말했다.
"명심해, 포레스트" 마이크가 말했다.
"그저 쇼니까. 너무 흥분하지 말고 아무도 다치면 안되고 터드가
이겨야만해."
마침내 우리는 먼시에 도착하였는데 레슬링 장소는 커다란 경기장이었다.
야채와 <짐승>간의 레슬링 경기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짐승은 원숭이처럼
털복숭이였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는 야채가 쓰고 있는 속빈
수박을 벗겨서는 관중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야채의 머리통을
잡아서는 링포스트에다 갖다 박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그는 야채의 손을
물어 버렸다. 나는 야채가 가엾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라고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허리춤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어 짐승의
눈에다 비벼버린 것이었다.
짐승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문질러가며 비틀거리면서 링위를 헤메고
다녔다. 야채가 등뒤에서 그의 엉덩이를 걷어 찼다. 그리고는 로프쪽으로
집어 던져 꼼짝 못하게 로프로 묶어 버렸다. 그러더니 마구 두들겨 주는
것이었다.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으며 종이컵 같은 것을 그에게 집어
던지자 그는 손가락으로 상스러운 ---욕을 관중에게 했다. 결과가
궁금해지는데 마이크가 나와 댄에게 와서는 다음 차례가 나와 터드의
경기이니 탈의실로 가 내 의상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저귀를 입고 고깔 모자를 썼을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던스, 준비 되었나?"
그래서 댄이,
"되었소." 하고 대답하자,
"다음 차례요. 나오시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탈의실에서
나왔다.
댄이 나무수레를 밀어가며 내 뒤를 따르는 가운데 통로를 걸어나가니
터드가 이미 링에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터드는 관중을 향해 갖가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링을 돌고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스를 입은
꼴이 말도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링으로 올라갔다. 심판이 우리를
불러모아 말했다. "좋아, 경기는 깨끗하게 하는거야. 눈을 찌른다거나
벨트 아래를 찬다거나 물거나 할퀴거나 그런 짓은 안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 - 어." 라고 했고 터드는 나를 노려 보았다.
공이 울리자 나와 터드는 서로를 빙빙 돌았다. 터드가 앞으로 달려들며
발을 걸려 하였으나 내가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그의 어깨를 움켜잡고는 로프로 집어 던졌다. 그때서야 나는 그가
잡히지 않으려고 무슨 미끄러운 것을 몸에 발랐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그의 허리를 끌어 안았으나 그는 마치 뱀장어처럼 잘도 빠져
나갔다. 나는 그의 팔을 잡았으나 그는 이번에도 싹 빠져 나가면서 나를
비웃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 배를 머리로 박으려고 달려 들었다. 그러나, 내가 살짝
옆으로 비키자 터드는 로프 사이를 빠져 나가 관중석 앞줄로 떨어졌다. 
모두들 야유를 하고 휘파람을 불어 댔다. 그는 다시 링으로 기어
올라왔는데 접는 의자를 하나 들고 있었다. 그는 그 의자를 든 채 나를
쫓기 시작했다. 방어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는 도망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터드가 의자를 내 등을 내리쳤다. 그건 정말 말도 못하게 아팠다.
나는 그에게서 의자를 빼앗으려 했으나 오히려 의자로 머리를 얻어 맞았을
뿐이다. 나는 꼼짝 없이 코너에 갇히고 말았다.
그때, 그가 내 정강이를 걷어 찼다. 몸을 굽혀 정강이를 잡는 순간에 그가
다른 쪽 정강이를 또 걷어찼다.
링가에 앉아있던 댄이 터드의 의자를 빼앗으라고 심판에게 소리를 질러
댔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터드로부터 네다섯 번 의자로 얻어 맞은 나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터드가 내 위에 올라 타더니 머리카락을 움켜
잡아내 머리를 바닥에다 대고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팔을 잡아
손가락을 비틀었다. 나는 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뭐야?"
그러자 댄이 로프 사이로 링 안으로 들어오려 했으나 마이크가 일어서더니
댄의 셔츠자락을 잡아 당겼다. 그때 갑자기 공이 울리고 나는 내 코너로
갔다.
"이봐" 내가 말했다.
"저 개자식이 날 죽이려고 해. 의자로 내 머리를 치는 것 봤지? 나도
어떻게 해야겠어."
"어떻게 하는게 아니라 지면 되는 거야." 마이크가 말했다.
"너를 다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래도 기분 나빠." 내가 말했다.
"그냥 그렇게 몇분만 더 견디다가 그가 이기도록 해줘." 마이크가 말했다.
"명심해, 여기 와서 짐으로 해서 너는 500달러를 버는 거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란 말이야."
"또 한 번만 의자로 쳤다가는 내가 어떻게 할지 나도 몰라." 나는 말했다.
관중석을 보니 제니가 기분이 상하고 창피한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이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다시 공이 울렸고, 나는 다시 경기에 임했다. 터드가 내 머리칼을
움켜쥐려고 했으나 내가 쳐버리자 마치 팽이처럼 돌며 로프에 부딪쳐
버렸다. 나는 그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리려 했는데 그의 몸뚱이가
미끄러져 떨어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신음하며 엉덩이를 문질러대면서 투덜거렸다. 다음 순간 그의
매니저가 그에게 끝에 고무가 달린 '플러머스 헬퍼'를 쥐어 주었고 그는
그것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빼앗아 무릎에 대고
둘로 꺽어 버리고는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이크가 고개를
젓는 것이 보였고 그래서 나는 오히려 터드가 내 팔을 잡아 비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개새끼가 내 팔을 거의 부러뜨릴 뻔했다. 그리고는 나를 캔버스 바닥에
밀어 붙이더니 팔뒤꿈치로 뒤통수를 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저쪽에서
마이크가 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터드는 내게서 조금 떨어지더니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는 다시 의자를
들어 여덟번 아홉번씩 내 머리를 후려쳤다. 그리고는 마침내 내 등을
무릎으로 찍어 눌렀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가 내 머리에 앉자 심판이 카운트를 하였고
경기는 끝났다. 터드가 일어나 나를 내려다보더니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것은 끔찍했으며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나는 울기
시작했으며 멈출 수가 없었다.
터드가 의기양양하게 링을 도는 동안 댄이 올라와 몸을 굴려 옆에 와서는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 주었다. 언제 왔는지 제니 역시 올라와 있었다.
그녀는 나를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으며 관중들은 환호하고 소리를 지르며
링안으로 이것저것을 집어 던졌다,
"자, 나가자." 댄이 말했다. 내가 일어서자 터드가 혀를 내밀고는
조롱하는 표정을 해 보였다.
"이름값을 하는군." 제니가 우리와 함께 링에서 내려 가면서 말했다.
"창피한 줄 알아."
우리 둘다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내 생애 그렇게 치욕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인디아나폴리스로 돌아가는 길은 내내 불편했다. 댄과 제니는 입을 꼭
다물고 있었고, 상처투성이로 뒷자리에 앉은 나는 여기저기 쑤셔대어 말이
아니었다.
"아주 멋진 연기였어, 포레스트." 마이크가 말했다.
"특히 마지막의 우는 모양은! 관중들이 열광을 하더군."
"그건 연기가 아니었어." 댄이 말했다.
"쳇" 마이크가 말했다.
"이봐--- 누군가는 지게 되어 있는 거야. 이러면 어때. 다음 번에는
포레스트가 이기게 해줄께. 그럼 되겠지?"
"'다음번'이 아예 없어야해요." 제니가 말했다.
"오늘 밤 수입은 좋았잖아 안 그래?"
마이크가 말했다.
"그렇게 얻어맞고 500달러면 좋은 벌이도 아니죠," 제니가 말했다.
"이번이 처음 경기였잖아. 이렇게 하지. 다음 번에는 600달러 줄께."
"1,200달러로 하지." 댄이 말했다.
"900달러." 마이크가 말했다.
"기저귀와 고깔모자 대신 수영복을 입히면 어때요?" 제니가 말했다.
"관중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마이크가 말했다.
"그건 매력의 하나라구."
"당신같으면 그렇게 입겠어?" 댄이 물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쟎아." 마이크가 말했다.
"당신은 입이 있어도 할 말 없어."
댄이 말했다.
어쨌든 마이크는 약속은 지켰다. 다음번에 나는 <파리 인간>이라는 자와
레슬링을 했다. 그는 마치 파리처럼 뾰족한 모양의 의상을 입고 얼굴에는
툭 튀어나온 눈을 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나는 그를 이리저리 내팽개친 끝에 이기고 900달러를 챙겼다. 더군다나
관중들은 미친 듯이 열광하며, "던스! 던스!"를 외쳐댔다. 기분이
괜찮았다.
다음에는 요정과 한판 붙었는데 그들은 내가 마술 지팡이로 그의 머리를
후려쳐 지팡이를 부러뜨리도록 해주었다. 그 이후로 여러 명과 경기를
하여 댄과 나는 새우 사업을 하는데 쓸 돈으로 5천 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도 해야만 하겠다. 내가 관중들에게 상당히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내게 편지를 보내오고 기념품으로 내 것과
똑같은 고깔모자를 팔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링에 올라가 보면 관중석에
50에서 100명이 고깔모자를 쓰고 앉아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내 이름을
불러대는 것이다. 그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한편, 나와 제니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레슬링을 하는 것만 빼고는. 매일
저녁 그녀가 집에 돌아오면 우리는 저녁을 해먹고는 응접실에 나와 제니와
댄 이렇게 모여 앉아 새우사업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버바의 고향인 라 바터항으로 가서 멕시코만 어딘가에 늪지를 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물과 자그마한 노젓는 배, 그리고 새우가 자라는
동안 필요한 먹이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댄은 첫
수확이 있기까지 살 집이 있어야 할 테고 식료품 따위를 살 돈도 있어야
하고 또한 우리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파는 길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러면 첫해에는 5천 달러 쯤은 필요할 것이라고 그는 계산했다. 그
이후로는 새우가 수입원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내 문제는 제니였다. 그녀는 이미 5천 달러는 모았으니 짐 싸들고
가자는 것이었다. 글쎄,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정말로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아직 떠날 준비가 안 되었던 것이다. 사실 오렌지
볼 풋볼 경기 때 나는 내가 무언가 성취했다고 느꼈었다. 중공에서 탁구
시합을 했을 때도 조금 그런 기분을 느꼈지만 그저 몇주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주 토요일이면. 나는 링위에서 환호하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는 것이다. 멍청이이건 아니건 상관하지 않고.
내가 100달러 지폐를 잔뜩 몸에다 붙이고 링에 들어선 그로스 포인트
그라인더를 묵사발을 만들었을 때 관중들이 얼마나 열광했던지......!
그리고 <아마리요 출신의 무서운 앨>을 보스톤 크랩으로 꼼짝 못하게
하고는 동부지역 챔피언 벨트를 따내었다. 그 다음에 나는 400파운드나
나가는 몸에 표범 가죽 옷을 입고 딱딱한 종이 곤봉을 든 거인 주노와
한판 겨루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일을 끝내고 돌아온 제니가 말했다.
"포레스트, 우리 이야기 좀 해야겠어."
우리는 밖으로 나가 시내까지 걸어갔다. 제니가 앉을만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는 말했다.
"포레스트, 이제 레슬링은 할만큼 한 것 같다고 생각지 않아?"
"무슨 소리야?" 나는 알면서도 물었다.
"내 말은 말이야...... 우리는 거의 1만 달러나 모았어, 우리가 새우
사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할 거라고 댄이 생각했던 금액보다 두 배나 많은
액수야. 그리고 나는 왜 네가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바보같은 짓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구."
"바보같은 짓을 하는게 아니야."
나는 말했다.
"내 팬들을 생각해야 해. 난 유명인사란 말이야. 그냥 그만둘 수가 없어."
"헛소리 말아." 제니가 말했다.
"대체 무얼 '팬' 이라고 부르는 거며 '유명인사' 라니 무슨 뜻이야? 그런
헛수작을 돈까지 내가면서 보러 오는 것을 보면 머리가 돈 사람들이지, 다
큰 어른들이 팬티 차림으로 올라가 마치 서로를 죽이기라도 할 듯이 쇼를
하는 꼴이라니...... 그리고 도대체 <야채>니 <터드>니 그런 이름을
붙이는건 또 뭐고, 너도 <던스>라고 하고!"
"그게 어째서?" 내가 물었다.
"내 기분이 어떻겠어?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던스>로 널리 알려지고 매주
링위에 올라가 쇼나 하니...... 그리고 이제는 텔리비전에까지!"
"텔리비전 출연료는 따로 더 받잖아." 내가 말했다.
"그까짓 출연료!" 제니가 말했다.
"우리는 출연료까지 받아 모아야 할 필요는 없어."
"돈 더 받는 것 싫어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내가 말했다.
"그렇게 절실한 것은 아니잖아."
제니가 말햇다.
"나는 말이야, 조용한 곳에 가서 너는 존경받을만한 직업을 ---- 말하자면
새우 사업같은--- 갖고 우리 자그마한 집이라도 마련하여 정원도 꾸미고
개를 기른다거나 아니면 아이들이라도 키우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는 거야.
나도 깨어진 달걀에 있을때 인기도 얻어 보았지만 그래 봤자 한낱
물거품일 뿐이야. 나는 행복하지 않았어. 나는 35살이나 되었다구. 이제는
자리를 잡고......."
"이봐."
내가 말했다.
"그만둘지 아닐 지는 내가 결정해야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 평생 할 것은
아니야. 적당한 때까지 만이지."
"나도 평생을 기다리지는 않겠어."
제니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진정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co 20.

그 뒤로 두 번의 시합을 했는데 당연히 두번 다 이겼다, 그런데 하루는
마이크가 댄과 나를 사무실로 부르더니 말하는 것이었다.
"이봐, 이번 주에는 교수님과 시합을 할 거야."
"그게 누군데?" 댄이 물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자인데."
마이크가 말했다.
"거기서 상당히 센 측에 들지. 서부 지역의 2인자야."
"이의 없어." 내가 말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또 있는데 말이야." 마이크가 말했다.
"이번에는 네가 지는거야, 포레스트."
"진다고?" 내가 말했다.
"그래, 지는 거야." 마이크가 말했다.
"이봐, 지난 몇달간 계속 이기기만 했잖아,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끔씩 지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
"왜 그래야 한다는 거지?"
"그야 간단하지, 사람들은 약자 편이거든. 그래야 다음 번에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나는 싫어." 내가 말했다.
"얼마 줄 건데?" 댄이 물었다.
"2천 달러."
"나는 싫어." 내가 다시 말했다.
"2천 달러면 많은 돈이야." 댄이 말했다.
"그래도 나는 싫어." 내가 말했다.

그러나 그러기로 했다.
제니가 요즈음 좀 이상했으나 나는 그녀가 불안하거나 뭐 그래서 그러는가
보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집에 오더니
말했다.
"포레스트, 나는 지금 로프 끝에 매달려 있어. 제발 이번에는 하지말아."
"해야 해." 내가 말했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내가 질 거야."
"진다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마이크가 내게 설명해 준 것 처럼
그녀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빌어먹을! 포레스트,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
"내 인생이야." 나는 말했다 ---- 그것이 무슨 뜻이던간에.
어쨌든 한 이틀 쯤 후 댄이 어딘가를 다녀 와서는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고
했다.
"포레스트, 우리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했어."
나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 생각에는" 댄이 말했다.
"이 일에서 곧 손을 떼는게 좋을 것 같아. 제니가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우 사업을 시작하려면 빨리 시작해야 할 것 같아. 그러나."
그가 말했다.
"돈을 싹 긁어 모으고 손 떼는 방법을 알았어."
"어떻게 하는데?" 내가 물었다.
"시내의 어떤 작자하고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내기 도박을 운영하고
있거든. 그런데 이번 토요일에 네가 교수한테 질 거라는 말이 쫙 퍼져
있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런데 만일 네가 이긴다면?"
"이긴다고? "
"뒤통수를 치는 거지 뭐."
"그랬다가는 마이크가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내가 말했다.
"마이크 따위는 잊어 버려." 댄이 말했다.
"이것봐, 이렇게 하는 거야. 네가 이긴다는 쪽에 1만 달러를 거는거야.
2대 1이니까, 네가 이기면 우리는 2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되는 거야."
"그렇지만 그랬다가는 큰일 날걸."
내가 말했다.
"2만 달러를 쥐는 즉시 뜨는 거야."
댄이 말했다.
"2만 달러로 무얼 할 수 있는지 알아? 근사하게 새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쓰고도 남을 만큼 돈을 갖게 되는 거야. 언제건
레슬링은 그만 두어야 하잖아."
글쎄, 매니저인 댄이 그렇게 말하는데야, 그리고 제니도 레슬링을 그만
두라고 했고 2만 달러면 상당한 금액이 아닌가.
"어떻게 생각해?" 댄이 말했다.
"좋아"
나는 말했다.
"좋아."
교수와 레슬링하는 날이 되었다. 경기는 포트 웨인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마이크가 우리를 데리러 와서는 바깥에서 경적을 울려댔다. 나는
제니에게 준비 되었냐고 물었다.
"나는 가지 않겠어." 그녀가 말했다.
"텔리비전으로 보겠어."
"그렇지만 가야 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댄에게 설명을 해주라고 했다.
댄이 제니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내가 교수를 이기고나서
인디아나폴리스로 우리를 태워다 줄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니가 꼭
가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우린 둘 다 운전을 못하잖아." 그가 말했다.
"경기장 바로 바깥에 빠른 차를 대기시켜 놓았다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이곳으로 돌아와 내기에서 이긴 돈 2만 달러를 찾아 가지고 떠나야
한단 말이야."
"나는 그런 계획에는 참여하기 싫어." 제니가 말했다,
"그렇지만 2만 달러야." 내가 말했다.
"그래, 그리고 부정한 돈이고." 그녀가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것도 정직하지 못한 짓이었잖아." 댄이 말했다,
"이기고 지는 것이 미리 다 짜여져 있었으니까 말이야"
"나는 가담하지 않겠어." 제니가 말했다. 마이크가 다시 경적을 울려댔다.
댄이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가야해. 경기가 끝나면 여기서 다시 만나지 뭐---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간에 말이야."
"부끄러운줄 알아." 제니가 말했다.
"우리가 주머니에 2만 달러를 넣어 가지고 오면 그런 소리 못할걸." 댄이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길을 나섰다.

포트 웨인으로 가는 동안 나는 내가 마이크를 속인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져
별로 입을 열지 않았다. 나에게 상당히 잘해주었는데, 하지만 댄이
설명해준 것 처럼 나도 그가 돈을 많이 벌도록 해주었으니 말하자면
피차일반인 셈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이미 첫 번째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거인 주노가
요정한테 꼼짝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난장이 여자들의
태그매치가 계속되었다. 우리는 탈의실로 갔으며 나는 기저귀와
고깔모자를 착용했다. 댄이 누군가에게 택시 회사로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해서 내 시합이 끝날때쯤 해서 택시 한대를 경기장 밖에 대기시켜
놓으라고 말했다.
나갈 시간이 되었다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교수의 경기가
그날의 메인 이벤트였다.
링으로 나가 보니 상대는 이미 링 위에 을라와 있었다. 교수는 작고
약하게 생겼으며 턱수염을 길렀고 검은 가운에 안경을 끼고 사각모를 쓰고
있었다. 전혀 교수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그에게 사각모를 먹여 주어야겠다고 결정하였다. 내가 링
위로 오르자 아나운서가 말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러자 사람들이 우우--- 거리기 시작했다. 아나운서가 계속해서 말했다.
"오늘 밤의 메인 이벤트는 북미프로레슬러연합 소속의 최고의 선수들의
경기입니다. 교수 대 던스!"
이때 쯤에는 관중들의 야유와 환호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사람들이 좋아서
그러는지 화가 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교수는 안경과 모자와 가운을 벗고는 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야단이라도 치는 듯 손가락질을 해댔다. 나는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빠져 나가며 계속해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었다.
한 일이분 가량 이렇게 계속되다가 그가 실수를 했다, 그가 내 뒤로 돌아
엉덩이를 걷어 차려는 순간 내가 그의 팔을 잡아 로프 쪽으로 휙 던져
버렸다. 그는 마치 새총알처럼 로프에서 튕겨져 나왔다. 나는 발을 걸었고
그는 그대로 나가 떨어지는 듯 했으나 내가 덮치기 직전에 재빨리 빠져
나가 코너로 가더니 커다란 자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마치 내 엉덩이를 때리기라도 할 듯이 자로 손을 탁탁치면서
다가왔다. 그러나 내가 그를 잡은 순간. 그가 마치 눈을 파 내기라도 할
듯 내 눈을 쑤시는 것이었다. 정말 아팠다. 앞을 보려고 애쓰며
비틀거리고 있는데 그가 뒤로 와서는 내 기저귀에 무엇인가를 집어
넣었다, 무엇인지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개미였다! 그가 어디서 개미를 가지고 왔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나를 물어대기 시작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댄이 그를 끝장내라고 외쳐대고 있었지만 팬티 속에 개미가 있을 때는
그것이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공이 울리고 1회전이 끝나 내 코너로
돌아갔다. 댄이 어떻게든 개미를 꺼내려고 노력했다.
"비겁한 놈 같으니라구!" 내가 말했다.
"끝장 내 버려!"
댄이 말했다.
"우리 계획을 망쳐서는 안돼!"
2회전이 시작되자 교수가 나를 놀리며 다가섰다. 그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나는 그를 움켜잡고 머리 위로 올려 빙빙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가 어지러워할 때까지 충분히 돌리느라 4,50번을 돌고나서 있는 힘을
다해 로프 너머 관중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는 관중석의 다섯 번째 줄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의 무릎 위로 떨어졌으며 할머니는 우산을
들어 그를 내리쳤다.
문제는 나까지 어지러워졌다는데 있었다, 사방이 빙빙 돌았으나 나는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교수로 말하자면 그는 이제
끝난 거니까 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건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거의 어지럼증이 가라 앉았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내 발목을 잡는
것이었다. 내려다 보았더니 그놈의 교수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할머니의 털실을 가지고 내 발목부터 감기 시작하였다. 나는 빠져
나오려고 했으나 교수가 실을 갖고 나를 빙빙돌면서 마치 미이라처럼 나를
감아가는 것이었다. 곧 나는 손발이 꽁꽁 묶인 채 꼼짝달짝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교수는 동작을 멈추더니 털실로 예쁘게 매듭을 짓고는 내
앞에 서서 마치 마술사가 무슨 마술이라도 성공적으로 끝낸 것처럼 허리
숙여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어슬렁거리며 코너 쪽으로 가더니 무슨 사전처럼 보이는 커다란
책을 가지고 와서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책으로
내 머리를 치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열 번인가 열 두 번쯤 얻어맞고 나는
쓰러졌다. 나는 그가 내 어깨를 찍어 누르며 경기에 이기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무기력하게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와 댄이 링으로 올라와 털실을 풀고는 나를 일으켜 주었다.
"멋졌어! " 마이크가 말했다.
"너무 멋있었어. 아주 멋지게 해냈어."
"입 닥쳐!" 댄이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 말했다.
"잘했어, 교수한테 당하다니 자알했다구."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으며 다시는 레슬링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실한 일이었다. 
우리는 도망갈 택시가 필요없게 되었으므로 마이크의 차를 타고
인디아나폴리스로 돌아왔다. 오는 동안 그는 그런 식으로 교수에게 진
것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그리고 다음 번에는 내가 이길 차례이며 수천
달러를 벌 수 있을 거라 내내 떠들어댔다. 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마이크가
우리에게 주기로 한 2천 달러가 든 봉투를 댄에게 건네 주었다.
"받지 마" 내가 말했다.
"뭐라구? " 마이크가 말했다.
"이봐!" 나는 말했다.
"할 이야기가 있어." 댄이 말을 가로 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느냐 하면, 더 이상 레슬링을 안하겠다는 거야."
"농담이겠지? " 마이크가 말했다.
"농담 아니야." 댄이 말했다.
"왜 그러는거야?" 마이크가 물었다.
"포레스트, 왜 그래?"
내가 무어라고 하기도 전에 댄이 말했다.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마이크가 말했다.
"글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우선 오늘 밤은 푹 자도록 해.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올테니까 이야기 해 보자구, 좋지?"
"좋아." 댄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마이크가 떠나고
나서 나는 말했다.
"그 돈을 받는게 아니었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것뿐인걸."
그가 말했다.
모두 다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그의 말이 정확했다는 것을 몇분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파트에 들어가 보니 제니도 떠나고 없었다. 깨끗한 침대보와 수건
그리고 그릇 몇가지만 남겨두고 제니는 짐을 꾸려 떠나고 없었다.
응접실의 탁자 위에 편지가 있었다. 댄이 먼저 발견해서는 큰 소리로 내게
읽어 주었다.

사랑하는 포레스트 (이렇게 시작되었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 너한테 내 감정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자기는
별로 관심도 없어 보였어, 오늘 밤 자기가 하려는 일은 특히나 더 나빠.
왜냐 하면, 정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고 그런 너와 더 이상 함께 있을
수가 없어.
어쩌면 내 잘못, 얼마만큼은 내 잘못일 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도 이제는
어디 한군데 정착하고 싶어. 집도 하나 장만하고 가정을 이루어 교회도
가고 말이야. 포레스트, 1학년 때 너를 처음 만난 이후 --- 벌써 거의
30년이나 되었지 --- 나는 네가 크고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계속
보아왔어. 그리고 네가 보스톤에 왔을 때 나는 내가 정말로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었지.
그러다가, 네가 마약을 피우고 프로빈스타운의 계집애들과 어울려 다녔지.
그 이후에도 나는 항상 너를 그리워했어. 그래서 자기가 평화시위때
워싱턴에 와서 나를 찾아준 것이 기뻤어, 그러나 네가 우주선을 탔다가
불시착하여 거의 4년간이나 정글에서 보내게 되었고 어쩌면 나도 변한 것
같아. 나는 이제는 전 처럼 낙천적이지 않아. 이제는 그냥 평범하게 살게
되도 만족할 것 같아. 그래서 그런 생활을 찾아 떠나야만겠어.
사랑하는 포레스트, 너도 어딘가 변했어, 너도 어떻게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왜냐 하면, 너는 항상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같은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나는 지금 울고 있어.
그러나 지금 헤어져야만 해. 나를 찾으려 하지는 말아. 행운을 빌어, 내
사랑----
안녕.

사랑하는 제니

댄이 편지를 건네 주었으나 나는 그냥 바닥에 떨어지도록 내 버려두고
그대로 서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바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co 21.

그 이후 나는 풀이 죽어 지냈다.
댄과 나는 그날 저녁은 아파트에서 지냈으나 다음 날 아침 떠날 차비를
했다. 왜냐 하면, 더 이상 인디아나폴리스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댄이 내게 오더니 말했다.
"여기 있어, 포레스트. 이 돈 받아."
그리고는 교수와 레슬링한 댓가로 마이크가 준 2천 달러를 내밀었다.
"됐어." 내가 말했다.
"받는 것이 좋을걸." 댄이 말했다.
"가진 거라고는 이것 뿐이니까."
"네가 가져."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절반이라도 가져." 그는 말했다.
"이봐,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할 거야. 네가 원하는 곳에 가려면 돈이
있어야지."
"나와 함께 가지 않을거야." 내가 물었다.
"그럴 수 없어 포레스트." 그가 말했다.
"이미 너한테 해를 끼칠만큼 끼친 것 같아, 지난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네 돈을 다 내기에 걸게하고. 제니가 견디지 못하고 떠날 지경에
이르기까지 레슬링을 계속하도록 만들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거야. 그리고 네가 교수에게 진 것은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야, 너는 할 수 있는만큼 했어, 모든 것은 내 탓이야. 내가
부족해서야."
"아니야, 댄. 네 잘못도 아니야." 내가 말했다.
"내가 바람이 들어서였어. 던스가 되어서는 남들이 추켜세워주고
환호하니까 무슨 감투나 쓴 것 처럼 정신을 못차리고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이유야 어쨌든간에"
댄이 말했다.
"더 이상 너를 쫓아 다니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인 것 같아. 너는 이제 다른
일을 해야지. 나는 잊어 버리고 네 뜻을 펴 보도록 해."
나는 댄과 오랫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댄은 옷가지 따위를 꾸렸고 나는 그가 층계를
내려가도록 도와 주었다. 그가 무릎 위에 옷가지를 올려 놓고 나무수레를
밀어가며 길을 따라 내려가던 모습이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

나는 버스 터미널로 가서 모빌행 표를 한 장 끊었다. 이틀 밤낮을 가는
여행이었다. 버스는 루이빌, 내쉬빌, 버밍햄을 경유하여 모빌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굴러가는 버스에 앉아있는 나는 한심스러운 멍청이였다.
우리는 밤에 루이빌을 통과했고 그 다음 날 내쉬빌에 멈추었다.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3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시내를
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아이스티를 한 잔
사서 먹고는 거리를 따라 내려갔다. 어떤 호텔 앞에 '환영 그랜매스터
초청 체스 토니먼트' 라는 싸인이 걸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정글에 있는 동안 빅 샘과 체스를 많이 두어 보았던 관계로 나는 호기심이
동하여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연회장에서 체스 시합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사람들이 잔뜩 모여 구경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장료
5달러' 라는 싸인이 있기에, 내 돈을 그런데 쓰고 싶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깐 문틈으로 들여다보고는 물러나서 로비에 가 앉았다. 맞은 편 의자에
자그마한 노인이 하나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 양복에 각반을 하고
나비넥타이를 메고 있었으며 언짢은듯 잔뜩 쪼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앞에는 탁자 위에 체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앉아 있노라니 그는 가끔씩 말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아마도 혼자
체스를 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버스가 떠날 시간은 아직도 한 시간이나
있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체스 상대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는 나를 한 번 올려다 보더니 그냥 체스판으로 시선을 돌려 버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에 거의 30분이나 체스판을 들여다 보고 있던 노인이 백의 비숍을
흑7번에 옮겨다 놓고는 손을 떼려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실례합니다."
라고 말했다. 노인은 마치 바늘 위에 앉기라도 한 것 처럼 펄쩍 뛰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두면" 내가 말했다.
"기사와 여왕을 잃게 되요. 그럼 지는 거예요."
그는 비숍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체스판을 한참 들여다 보더니 다시
제자리에 옮겨 놓고는 내게 말했다.
"어쩌면 자네의 말이 옳을 지도 모르겠소."
그는 다시 체스판을 들여다 보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제 버스를 타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악 가려는데 노인이 말했다.
"실례지만, 상당히 수를 잘 보았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이보시오, 전에도 체스를 많이 두어본 사람같은데 여기 앉아서 나와 이
판을 두어보지 않겠소? 지금 그대로의 백을 맡아서 말이요."
"안 됩니다."
나는 버스를 타러 가야하기 때문에 안되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일듯말듯하게 손으로 작별을 고했고 나는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다.
도착해 보니 망할놈의 버스는 이미 떠나 버리고 없었고, 다음 차는
내일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아무 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이제
하루의 시간이 있었으므로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아직도 노인이
혼자서 체스를 두고 있었는데 이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가까이 가자
노인은 나를 올려다 보더니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내가 맡은 백은 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다. 졸의 반 이상이 잡혔고 비숍은 하나만 남아
있었으며 성장은 하나도 없었고 여왕도 곧 잡힐 차례였다. 거의 한 시간을
두고서야 서로 엇비슷해졌는데 노인은 내 판이 개선될 때마다 툴툴거리며
고개를 흔들어대곤 했다. 마침내 그 앞에 미끼를 놓았더니 그가 걸려
들었고 세 수 뒤에 장군을 부를 수가 있었다.
"이렇게 되다니!" 그가 말했다.
"대체 당신은 누구요?"
내가 이름을 말하자 그가 말했다.
"아니 내 말은 어디에서 체스를 두었느냐 이거요. 당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내가 뉴기니에서 체스를 배웠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맙소사! 그렇다면 지역시합 같은 데도 나가본 적이 없다는 말이요? "
내가 고개를 젓자 그가 말했다.
"당신이 알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 국제 고수요. 그리고 당신이 좀
전에 끝낸 체스는 절대로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당신이 날
전멸시킨거요."
나는 그에게 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회장에서 시합을 하지 않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아, 나는 일찌감치 두었지. 나는 거의 80이 다 되었기 때문에 노인부에서
둔거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시합이 훨씬 흥미진진하지 -
그들은 훨씬 날카롭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가려고 일어섰다. 그런데
그가 말했다.
"저녁은 먹었소?"
나는 몇시간 전에 샌드위치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내가 저녁을 대접하면 어떻겠소? 훌륭한 게임을 한 댓가로 말이오."
나는 좋다고 말했고 우리는 호텔의 식당으로 갔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미스터 트리블이었다.
"이봐요."
트리블 씨가 저녁을 먹으면서 말했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몇번 더 두어봐야 하긴 하겠지만 조금 전의
게임이 완전 요행수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체스의
천재중 하나요, 내가 스폰서가 되어줄 테니 토너먼트 한두개쯤 참가해
보는게 어떻겠소?"
나는 지금 고향으로 돌아가 새우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고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포레스트, 이것이야말로 당신 일생일대의 기회일 수 있소. 체스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단 말이오."
그는 나더러 밤에 잘 생각해 보고 아침에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와 트리블 씨는 악수를 하고 헤어져 나는 거리로 나왔다. 
나는 한참 돌아다녔지만 내쉬빌에는 그다지 볼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
나는 공원의 벤치에 가 앉았다. 나는 쉽지는 않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머릿속은 제니와 지금 그녀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찾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나를 잊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인디아나폴리스에서 완전히 바보짓을 했다는 것을 똑똑히 깨닫고 있었다.
아마도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그 옳은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내
말은 별로 가진 돈도 없이 새우 사업을 해보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트리블씨 말로는 체스로 돈을 벌 수가 있다니 말이다.
그러나, 고향에 가서 새우 사업을 시작하는 것 외에 무언가를 할 때마다
마치 내 엉덩이를 뜨거운 물 속에 집어 넣는 것 같으니 ---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또 다시 궁리하고 앉아있는 것이다.
별로 오래 궁리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다가오더니 무얼하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앉아서 생각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무도 밤에 공원에
앉아 생각할 수 없다고 하면서 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리를 따라
내려가는데 경찰이 따라 오는 것이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얼마를 그렇게 가다가 골목이 있길래 들어 가서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다리를 쉬고 있었다. 1분이나 앉아 있었을까 그 경찰이 가까이
오더니 나를 보았다.
"이봐요." 그가 말했다.
"거기서 나와요."
내가 큰길로 나가자 그가 말했다.
"거기서 뭘 하는 겁니까? "
나는 말했다.
"아무 것두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럴줄 알았지. 부랑인으로 체포하겠소."
그는 나를 유치장에 가두었다. 그러더니 아침이 되자 원한다면 전화 한
통화는 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화할만한 사람이라고는
트리블 씨 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전화했다. 30분 쯤 뒤에 그가
경찰서에 나타나 나를 유치장에서 꺼내 주었다.
그리고는 호텔에서 푸짐한 아침식사를 사주고는 말했다.
"이봐, 다음 주에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리는 지역간 선수권전에 참가해
보지 않겠나? 상금이 1만 달러야. 내가 필요한 돈은 다 대줄께. 이기게
되면 상금을 반으로 나누고. 내가 보기에 도박을 해볼만 할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도 상당히 큰 즐거움이 될 거야. 내가 자네의 코치겸
고문이 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하나? "
아직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시도해 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얼마 동안만 해보겠다고 말했다. 새우 사업을
시작할만한 돈을 모을 때까지 만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와 트리블 씨는
악수를 하고 동업자가 되었다.

로스앤젤레스는 볼만한 도시였다. 우리는 일 주일 전에 그곳에 도착했으며
트리블 씨가 거의 하루종일 나를 가르쳤으나 얼마 지나자 그는 고개를
젓고는 전혀 나를 코치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왜냐 하면, 내가 이미
'책에 나와 있는 기법은 모두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구경을 다녔다.
트리블 씨는 나를 디즈니랜드에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을 태워 주었으며
영화촬영소도 구경시켜 주었다. 그곳에서는 이런저런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으며 모두들 바삐 뛰어다니면서, "데이크 원," 혹은 "컷" 혹은 "액션"
같은 말을 외쳐댔다. 서부 영화를 찍는 것을 보았는데 어떤 남자가
열번씩이나 유리창 밖으로 던져지는 것이었다. 제대로 할 때까지 하느라고
말이다.
어쨌든, 우리가 거기 서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오더니
말했다.
"실례합니다만 배우인가요?"
내가 "네?" 라고 말했고 트리블 씨는,
"아니, 우리는 체스 선수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가 말했다.
"참 유감이군요. 왜냐 하면 여기 이 커다란 친구가 내가 찍고 있는 영화에
적격인데 말입니다."
그러더니 나에게 돌아서서 내 팔을 만져보고는 말했다.
"이런, 정말로 크고 강하군. 정말 연기를 하지 않습니까? "
"한번 했었어요." 나는 말했다,
"정말! 그 남자가 말했다.
"어떤 것이었습니까?"
"리어왕."
"아 그랬습니까? " 그가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회원증은 있습니까?"
"뭐요?" 
"연예인협회 회원증같은 ---- 아니 상관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 것 쯤이야 금방 만들 수 있으니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여태까지
어디에 숨어 있었냐는 거요. 내 말은 자신을 한 번 보란 말이오. 크고
강하고 과묵한 형 --- 바로 또 하나의 죤 웨인이란 말이요."
"죤 웨인과는 비교도 안되지." 트리블 씨가 불쾌한듯 말했다.
"그는 국제수준의 체스 선수요."
"금상첨화로군요." 그가 말했다.
"똑똑하고 크고 강하고 과묵하다, 이건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생긴만큼 똑똑하지 않아요."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상관 없다고 했다. 왜냐 하면 배우들은 똑똑하거나 혹은 정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저 앞에 나서서 대본대로만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내 이름은 펠더입니다." 그는 말했다.
"영화를 만들지요. 당신을 스크린 테스트를 해보았으면 좋겠는데."
"그는 내일 체스 시합을 해야 해요."
트리블 씨가 말했다.
"연기라거나 스크린 테스트를 할 시간이 없소."
"그렇지만 어떻게 잠시 짬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잖아요. 트리블씨, 당신도 같이 오지 그래요. 스크린
테스트 좀 해보게 말입니다."
"노력해 보겠소." 트리블 씨가 말했다.
"가지, 포레스트. 할 일이 남았어."
"나중에 봅시다." 펠더가 말했다.
"잊지 말고."
우리는 그곳을 떠났다.

    ^co 22.

다음 날 아침, 체스 대회가 비벌리힐즈 호텔에서 열렸다. 나와 미스터
트리블은 일찍 그곳에 가서, 그는 그날 열리는 시합에 참가 신청을 냈다.
근본적으로, 시합은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 지역의 챔피언이고
또한 어딘가의 대학 교수라고 하는 첫번째 상대를 완파하는 데는 약7분
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그 상대를 이긴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뭐니뭐니해도 나는 대학 교수를 이겼으니까.
다음 상대는 17세짜리 꼬마였다. 이번에도 30분 이내에 해치웠다. 그는
발끈하고 성을 내더니 고함을 치고 울기 시작했다. 결국은 그의 엄마가
대회장에서 그를 끌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날과 다음 날에 걸쳐서 나는 여러종류의 사람들과 시합을 했으나, 그들
모두를 굉장히 빠른 시간안에 격파해 버렸다. 그것은 내게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빅 샘을 상대로 체스를 둘 때 체스판을
비울 경우 말을 딴곳에 옮겨 놓거나 혹은 속이거나 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화장실이나 다른 곳에를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슨 일이 있어도 죽치고
앉아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결승까지 진출했을 때는 하루 동안의 휴식이 있었다. 내가
미스터 트리블과 함께 호텔로 돌아와보니까 영화 감독이라는 미스터
펠더로부터 메세지가 와 있었다.
메세지에는 '금일 오후에 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주시오, 내일 오전의
스크린 테스트에 대해서 의논합시다.' 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의
전화번호가 쓰여있었다.
"이보게 포레스트."
미스터 트리블이 말했다.
"나는 영화에 관해서는 백지인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말했으나 사실을 말하자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신바람나는 일
처럼 들렸다. 재수가 좋으면 라쿠엘 웰치나 그런 육체파 배우를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긴 한 번 해보았자 손해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
미스터 트리블은 말했다.
"전화를 걸어서 면담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겠네."
그래서 그는 미스터 펠더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우리들이 언제 어디로
가야하는 가를 묻고 있었으나 갑자기 그는 수화기를 손바닥으로 가리더니,
난데 없이, "포레스트, 자네 수영할 줄 아나?" 하고 묻는 것이었다.
내가 "할 줄 알아요." 하고 대답하니까 그는 전화에 대고, "네, 할 줄
안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난 뒤에 그들이 무엇때문에 내가 수영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싶어 하느냐고 물으니까 미스터 트리블은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내일 그곳에 가보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우리가 찾아간 촬영 장소는 그전 것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정문에서
경비원이 우리들을 스크린 테스트가 행해지고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미스터 펠더는 그곳에서 정말로 라쿠엘 웰치처럼 보이는 여배우와
말다툼을 벌리고 있었으나 나를 보고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띄는
것이었다.
"아아, 포레스트." 그는 외쳤다.
"참 잘와 주었네. 지금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저문을 나가서
분장실과 의상실로 가보라는 것일세. 담당자들이 일을 끝내면 다시 이리로
돌려보내 줄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 문을 통해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두 명의 여자가 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자아, 옷을 몽땅 벗어요!" 하고 말했다. 또 벗어! 그러나 이번에는 나는
시키는대로 했다. 옷을 몽땅 벗고나니까, 또 한 여자가 비늘같은 것이
잔뜩 달리고, 물갈퀴 모양의 손과 발이 붙은 커다란 고무로 만든 의상을
내게 주고 날더러 입어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의상 속에 나를
집어넣는 데는 우리들 세 사람의 노력이 필요했고 한 시간 가량 씨름을 한
뒤에야 가까스로 그것을 입을 수가 있었다.
그것이 끝나자 그들은 내게 분장실로 가라고 지시했다. 분장실에 갔더니
나를 의자에 앉히고,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가 머리에 커다란 고무
마스크를 씌우기 시작하고, 그것을 의상에 끼워넣더니 그 접촉부분 위에
페인트 칠을 하는 것이었다. 그 일이 끝나자 그들은 영화 세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나는 물갈퀴 모양의 발때문에 잘 걸을 수가 없었고, 물갈퀴 모양의
손때문에 문을 잘 열 수가 없었으나 이럭저럭 세트를 찾아갈 수가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는 자신이 커다란 호수와 모든 종류의 바나나 나무와
열대지방의 수목처럼 보이는 것이 우거져있는 야외에 나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스터 펠더도 그곳에 있었는데, 그는 나를 보자 뛸듯이
기뻐하면서 소리치는 것이었다. "환상적이야 베이비! 자네는 그 배역에
완벽하게 들어맞는군!"
"그것이 무슨 배역인데요?"
내가 묻자 그는, "아아, 내가 말해주지 않았던가? 나는 지금 <검은
산호초에서 온 괴물>을 재영화화하고 있다네." 하고 말했다.
나같은 바보라도 그가 내게 연기하기를 원하고 있는 배역이 무엇인가는
추측할 수가 있었다.
미스터 펠더는 그가 조금 전에 말다툼을 벌리고 있던 여자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포레스트." 하고 그는 말했다.
"라쿠엘 웰치를 소개하겠네."
나는 깜짝 놀라서 자빠질뻔했다! 라쿠엘 웰치의 실물이 그곳에 서 있었다.
가슴이 깊이 패여진 가운을 걸치고서 말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마스크를 통해서 말했다. 그러나 라쿠엘 웰치는 말벌처럼 화가
잔뜩나서 미스터 펠더를 돌아보았다.
"대체 저 사람이 뭐라고 말하는 거예요? 내 젖가슴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천만에 베이비, 그런게 아니라니까," 미스터 펠더는 말했다.
"그는 그냥 당신을 만나서 반갑다고 말한 것 뿐이라구. 그가 쓰고 있는
마스크 때문에 당신이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거야."
나는 그녀와 악수를 하기 위해서 물갈퀴손을 내밀었으나 그녀는 1피트
가량 쩡층뛰어서 물러나며 말했다.
"어머 징그러워! 이 빌어먹을 물건을 치워버리지 못하겠어요!"
좌우간 미스터 펠더는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고 설명해 주었다 ----
라쿠엘 웰치는 물에 빠져서 버둥대다가 기절을 하고만다. 그러면 그녀의
밑에서 내가 떠올라와서 그녀를 구해가지고 물밖으로 그녀를 안고 나온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고 너무나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나를 내려놓아줘! 살려줘요!
강간하려고해요!" 하는 그런 시시한 줄거리다.
"그러나" 하고 미스터 펠더는 말했다. 나는 그녀를 내려놓지 않는다. 왜냐
하면 어떤 악당들이 우리들을 쫓아 오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내려놓지 않고 그녀를 정글 속으로 안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우리들은 그 장면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번째 연기를
했을 때 나는 꽤나 잘 해냈다고 생각했다. 비록 라쿠엘 웰치가, "나를
내려놓아라! 살려줘요, 경찰!"운운 하고 악을 써댄다 해도 실제로 품안에
그녀를 끌어안는다는 것은 정말로 꿈만 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스터 펠더는 연기가 시원치 않다고 하면서 우리들에게 처음부터
다시 해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도 별로 신통치가 않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똑같은 장면을 열몇 번 가량을 되풀이 해야만 했다. 다시 하라고
말할때마다 라쿠엘 웰치는 미스터 펠더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대들고
저주를 퍼부었으나 그는 "뷰티플 베이비, 뷰티플!" 운운만 계속 늘어놓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 자신은 심각한 문제를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5시간
동안, 그 괴물의 의상을 내리다지로 입고 있었고, 또 불행하게도 그
의상에는 오줌을 눌 구멍이나 지퍼도 달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당장이라도 오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줌이
마렵다고는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왜냐 하면 이것은 진짜로 영화를
찍는 것이고, 그래서 그 누구도 나 때문에 화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나는 다음번에
물속에 들어갔을 때, 그냥 옷을 입은 채로 오줌을 싸기로 결심을 했다.
물속에 오줌을 싸 보았자 내 다리로 흘러내려가거나 잘하면 산호초 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미스터 펠더가 외쳤다.
"액션!"
그리고 나는 물속으로 들어가서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라쿠엘 웰치는
물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다가 기절을 했다. 그리고 나는 물속으로 다이빙해
들어가 그녀를 구해내 가지고 호수가로 안고 나왔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주먹으로 치기 시작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살려줘요! 살인자! 나를 내려 놓으라구!"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것을 중단하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냄새지?"
미스터 펠더가 고함을 질렀다.
"컷트!"
그리고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지금 당신 뭐라고 말했지 베이비?
그런 말은 대본에 없는데."
그러자 라쿠엘 웰치가 말했다,
"대본 좋아하시네! 여기서 뭔가 고약한 냄새가 난단 말이예요!"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내쪽을 보고 말했다.
"이봐, 당신 -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오줌을 싼 것 아니예요?"
나는 너무나도 곤혹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잠시
동안 그녀를 끌어안은채 우둑허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는 얼른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천만에 말씀."
그것은 내 평생에 있어서 첫 번째로 한 거짓말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오줌을 싼 것이 분명해요." 그녀는 말했다.
"왜냐 하면 나는 냄새를 맡아보면 그것이 오줌이라는 것을 금방 아니까!
그리고 그것은 나는 아니라구요! 그렇다면 그건 틀림없이 당신이라구!
어떻게 감히 내게다 오줌을 쌀 수 있지, 이 덩치만 크고 쓸모 없는
인간아!"
그리고는 주먹으로 나를 치면서 악을 쓰기 시작했다.
"빨리 나를 내려놓지 못하겠어!" 그리고 "내게서 떨어지란 말이야!"
그러나 나는 장면이 시작된 줄 알고 그녀를 안고 정글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스터 펠더가 소리쳤다.
"액션!" 
카메라는 다시 한 번 돌기 시작하고, 라쿠엘 웰치는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지함으로 나를 때리고 할퀴고 악을 써댔다. 미스터 펠더는
카메라 옆에서 고함을 질렀다.
"바로 그거야, 베이비 ---- 환상적이구만! 계속해!"
나는 미스터 트리블도 역시 그 곳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애써 딴전을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정글 속으로 몇발자국 들어갔을 때, 나는 일단 걸음을 멈추고 미스터
펠더가 전에도 그랬던 것 처럼 그 장면에서 "컷트!" 하고 고함을
치지않을까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나 그는 야만인처럼 주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면서 연기를 계속하라는 몸짓을 하며 외쳐댔다. 
"완벽해! 베이비!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던 연기야! 그녀를 계속
정글속으로 안고 들어가라구!"
라쿠엘 웰치는 아직도 나를 할퀴고, 주먹질을 하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내게서 떨어지지 못하겠어. 이 더러운 짐승놈!"이니 뭐니하고.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키는대로 계속 걸어갔다.
그런데 돌연 그녀는 찢어지는 것 같은 새된 소리를 질렀다.
"오오, 맙소사! 내옷!"
그때까지 나는 모르고 있었으나 밑을 내려다보니까, 오는 도중에 옷이
덤불에라도 걸려서 올이 풀려 나갔는지 라쿠엘 웰치는 내품안에서
발가벗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아니, 이럴 수가!" 그리고 몸을 돌려서 다시 정글 밖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악을 써댔다.
"안돼! 안돼! 이 병신아!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그곳으로 돌아 갈 수가
있겠어!"
나는 그녀에게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느냐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숨어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걸어서 정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난데 없이 나무들 사이에서 커다란 물체가 나타나더니
덩굴을 타고 우리들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 물체는 일단
우리들의 머리위를 스쳐 지나갔는데, 나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원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그녀석은 다시 날아 돌아와서 덩굴을 놓고
우리들의 코 앞에 내려섰다. 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다름 아닌 옛 친구 수였던 것이다!

라쿠엘 웰치는 또 다시 소리를 치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는 내
다리를 붙잡고, 포옹을 했다. 나는 괴물의 의상을 입은 나를 그가 어떻게
알아보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만에야 라쿠엘 웰치는 입을 열었다.
"당신 이 빌어먹을 놈의 비비를 알고 있어?"
"그 친구는 비비가 아니라구요." 나는 항의했다.
"그는 오랑우탄이고, 이름은 수라고 하지요."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좋아요. 만일 이것이 숫컷이라면 이름이 어떻게 수가 되죠?"
"그것도 얘기를 하자면 긴 사연이 있지요."
어쨌든 라쿠엘 웰치는 양손으로 알몸을 가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수가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바나나 나무에서 커다란 잎을
두개 뜯어가지고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부분적으로나마 가렸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우리는 정글 세트를 가로질러서 타잔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또 다른 세트로 들어갔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는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뉴기니아의 피그미 족으로부터
구출된 지 얼마 뒤에 백인 사냥꾼들이 찾아와서 수를 붙잡아 가지고,
로스앤젤레스로 데려와서 어떤 동물 조련가에게 팔아먹고, 그들은
그때부터 그를 영화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우리들은 라쿠엘 웰치가 비명을 지르고 욕을 퍼붓고 있기 때문에 -
"당신은 내가 옷을 사 입을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줄 책임이 있다구."-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비록 촬영 세트이기는
하지만, 나는 정글속의 어디에서 옷을 구할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계속 앞쪽으로 결어
나갔다.
아니나 다르까. 어떤 일이 일어나기는 일어났다. 우리는 갑자기 커다란
울타리에 부딪친 것이다. 그때 나는 울타리의 너머 쪽에는 옷을 구할 수
있을 만한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수가 울타리의 허술한 곳을
찾아내 가지고 우리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판자를 들어주었다.
그러나 나는 울타리의 반대편으로 나가자마자 발을 디딜만한 곳이 아무
것도 없어서 나와 라쿠엘은 그 언덕의 사면을 곤두박질을 쳐서 내려갔다.
우리들은 언덕의 기슭까지 데굴데굴 굴려서 내려갔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까 놀랍게도 커다란 도로의 가장자리에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아아, 하느님 맙소사!"
라쿠엘 웰치가 소리를 질렀다.
"우리들은 산타 모니카 고속도로 위에 있다구!"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그곳에서는 수가 언덕의 사면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한참 뒤에 무사히 우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서고, 우리들 세 명은 그 곳에 모여 섰다. 라쿠엘 웰치는 알몸을
가리기 위해서 바나나 잎을 바쁘게 아래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물었다. 자동차가 쌩쌩 옆을 지나쳐갔다. 비록 우리들의 모습이
괴상하게 보이기는 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들에게 조그만 주의도
기울여 주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 줄 책임이 있다구!" 그녀는 비난했다.
"나는 우선 옷부터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어디서요?"
"아무데서나!" 그녀는 악을 썼다. 그래서 우리는 산타 모니카 고속도로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 우리들은 어떤 언덕 위에 커다란 흰글자로 '헐리우드'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라쿠엘 웰치가 말했다.
"우선 이 빌어먹을 놈의 고속도로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돼. 그리고는 옷을
살 수 있는 로데오 드라이브로 가지않으면 안 된다구."
그녀는 알몸을 가리기 위해서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자동차가 앞쪽에서 다가올 때마다 그녀는 바나나 잎을 앞으로
가져가야했고, 자동차가 뒤에서 달려올 때는 궁둥이를 가리기 위해서 뒤로
가져가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오고가는 자동차로 붐비는
고속도로에서 그것은 참으로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부채를 사용해서
춤을 추는 누드 댄서처럼 보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저 재수없는 원숭이는 우리를 꼭 이렇게 따라와야만 하지?" 
라쿠엘 웰치가 불평을 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괴상망칙하게 보일 텐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나, 뒤를 돌아다 보았다. 수는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이전에 라쿠엘 웰치를 만난 일이
없었지만, 그는 감정이 상했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쨌든 우리들은 계속 걸어갔고, 사람들은 아직 아무도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마침내 우리들은 사람들로 붐비는 넓은 거리에
다달았다. 그러나 라쿠엘 웰치가 말했다. "이럴 수가 있담 ---- 여기는
선셋 대로잖아! 벌건 대낮에 선셋 대로를 벌고벗고 결어가다니 대체
사람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좋지!"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말하는 뜻을 가까스로 알 수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다행이었다, 나는 아무도 나를 알아 볼 수 없는 괴물의 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 설사 내가 라쿠엘 웰치하고 같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들은 교차점에 도달했다. 거리의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을 때,
우리들 세 명은 거리를 횡단했다. 라쿠엘 웰치는 바쁘게 부채춤을 추었고,
그녀는 마치 무대 위에 선 것 처럼 자동차에 탄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평생 이런 창피한 꼴을 당해보기는 처음이라구!"
그녀는 낮은 소리로 내뱉았다.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어디 옷만 구해입어 봐라. 당신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놓을 데니까, 이 덩치 큰 병신아!"
교통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차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일부가 경적을
울려대면서 손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마도 라쿠엘 웰치라는 것을 알아
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거리를 건너갔을 때, 몇대의 차는 방향을
바꿔서 우리들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윌셔 대로에 도달했을 즈음에는
우리들은 상당한 군중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집과
상점에서 나와, 우리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의 행렬같았다---- 그리고 라쿠엘 웰치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었다.
"당신은 이 고장에서 다시는 일을 할 수가 없을 거야!"
그녀는 군중들에게 웃어 보이면서 내게 말했다. 그녀의 이빨은 앙다물어져
있었다.
조금더 멀리 갔을 때, 그녀는 말했다.
"아아--- 드디어 --- 여기가 로데오 드라이브로라구."
나는 길모퉁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여자의 옷가게가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 치고, 그곳을 손가락질 해 보였다. 그러나 라쿠엘
웰치는 말하는 것이었다.
"안돼 --- 저곳은 포파갈로의 부띠끄라구. 요즘에 포파갈로의 옷을 입는
사람은 죽은 사람들 뿐이라구."
그래서 우리들은 한참을 더 걸어갔다. 그제서야 그녀가 말했다. 
"저기 --- 저기 지안니의 부띠끄가 보이지 --- 저 집에는 몇벌 쓸만한
옷들이 걸려있을 거야."
우리들은 그 양장점 안으로 들어갔다.
문 옆에는 조그만 콧수염을 기르고, 흰 양복에 손수건을 윗주머니에 꽂은
판매원이 서 있었다. 그는 우리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우리들을 아주
조심스러운 눈으로 살펴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인?" 그는 물었다,
"옷을 사려고 왔어요." 라쿠엘 웰치는 말했다.
"어떤 옷을 원하십니까?" 판매원은 말했다.
"아무 것이나, 멍청한 사람 같으니라구---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아?"
그러자 판매원은 옷들이 걸려있는 진열장을 가리키고 저곳에 그녀의
사이즈에 맞는 옷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라쿠엘 웰치는
그곳으로 가서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사분들께도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겠습니까?"
판매원은 나와 수를 향해서 물었다,
"우리들은 그냥 그녀와 함께 온 것 뿐입니다." 나는 말하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군중들은 상점 바깥에 몰려서서 유리창에 코를 들이대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라쿠엘 웰치는 일곱여덟 벌 가량의 옷을 골라서 뒷쪽으로 가서 입어보고
있었다. 한참 있다가 그녀는 뒷쪽에서 나타나서 말했다. 
"이봐요 이 옷, 어때요?" 그것은 많은 벨트와 고리장식이 달린 갈색
비슷하게 보이는 드레스로서 가슴팍이 깊이 파여있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아가씨."
판매원은 말했다.
"어딘지 모르지만 ---- 당신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데요" 그래서 그녀는
뒷쪽으로 가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러자 판매원이 말했다.
"아아, 멋있습니다! 정말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럼 이걸 사겠어요." 하고 라쿠엘 웰치가 말하자 판매원이 물었다.
"좋습니다--- 옷값은 어떻게 지불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녀가 반문했다.
"그러니까 현금이냐 수표냐 신용카드냐 그겁니다."
"이봐요. 얼간이 양반--- 당신은 그와 같은 것을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도 모르겠어요? 도대체 내가 그 빌어먹을 것을 어디에
집어넣고 다닌다고 생각하나요?"
"제발, --- 쌍소리는 쓰지 맙시다" 판매원이 점잖게 타일렀다.
"나는 라쿠엘 웰치예요."
그녀는 판매원에게 화가 발끈나서 말했다.
"나중에 당신에게 옷값을 지불하라고 누군가 다른 사람을 보내겠어요."
"죄송합니다만, 아가씨." 하고 그는 말했다.
"우리들은 그런 식으로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라쿠엘 웰치란 말이예요!" 그녀는 악을 썼다.
"나를 보고도 몰라 보겠어요?"
"내말 들어요, 아가씨." 하고 판매원은 가당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곳에 찾아오는 여자들의 절반 이상은 자기가 라쿠엘 웰치나
파라파센트나 소피아 로렌이나 누구라고 말한다구요. 당신은 신분증같은
것을 갖고 있나요?"
"신분증!" 하고 그녀는 고함을 질렀다.
"당신은 내가 어디에 신분증을 넣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신분증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고, 현금도 없다면 --- 옷도 팔 수가
없습니다." 판매원은 딱 잘라 말했다.
"내가 누군지 증명해 보여주겠어." 라쿠엘 웰치는 말하고, 갑자기
드레스의 앞쪽을 끌어내렸다.
"빌어먹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렇게 큰 유방을 가진 여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그녀는 악을 썼다. 상점 밖에서는 구경꾼들이 미친듯이 유리창을 두들기며
고함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판매원은 조그만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경비원으로 보이는 몸집이 큰 사나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말했다.
"이제 그만 됐소. 당신들을 모두 체포하겠소. 조용히들 따라오시오.
공연한 말썽을 피우고 싶지 않거든"

    ^co 23.

이렇게해서 나는 또 다시 감방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 경비원이 우리들을 체포한 직후에 두 대의 경관을 가득 태운 자동차가
상점 앞에 와서 멋고, 경관 하나가 판매원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그래,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소?"
"이 여자가 자기가 라쿠엘 웰치라고 우겨대고 있습니다"
판매원은 말했다. "여기서 바나나의 잎을 두르고 나타나서, 옷을 산다고
해놓고는 돈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이들 두 명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그들도 수상쩍게 보입니다." 
"나는 라쿠엘 웰치라구요!"
그는 소리쳤다.
"그렇겠지, 아가씨."
하고 경관은 손가락질했다.
"그리고."
경관의 우두머리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서 나와 수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우리들은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 괴물 의상을 입고 있는거요?" 하고 그는 물었다.
"그렇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그러면 저 사람은 어떻게 된 거요?" 그는 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 생각에는 저것은 진짜하고 꼭같은 의상같아 보이는데."
"그것은 의상이 아닙니다."
나는 말했다.
"그는 순종 오랑우탄입니다."
"정말이요?"
경관은 말했다.
"그럼, 좋은 얘기가 있으니까 들어보시오. 경찰서에도 영화를 만드는
친구가 하나있는데, 그 친구가 아마 당신들을 찍고 싶어할게요. 그러니
당신도 함께 갑시다--- 그리고 갑자기 움직이거나 하지 마시요.
위험하니까,"
어쨌든 미스터 트리블이 찾아와서 다시 나를 보석으로 빼내 줘야만 했다.
그리고 미스터 펠더는 라쿠엘 웰치를 빼내기 위해서 일대 소대의
변호사들과 함께 나타났다. 그녀는 그때는 이미 히스테릭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당신 어디 두고 보자구!"
그녀는 그들이 석방할 때 나를 향해서 악을 썼다.
"내가 나가기만 하면, 당신은 악몽속에서 잠든 하인역 조차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 테니까!"
그녀의 말은 아마 옳을 것이다. 모든 상황을 살펴볼 때, 나의
영화계에서의 출세는 물건너간 것 같았다.
"이런 것이 인생일세, 친구--- 하지만 언젠가 시간을 봐서 점심이나 함께
하세."
미스터 펠더는 경찰서를 나가면서 내게 말했다.
"그 괴물 의상은 나중에 호텔로 사람을 보내서 가져 가겠네."
"자, 가지 포레스트."
미스터 트리블은 말했다.
"자네와 나에게는 또 다른 큰 사업이 남아있지 않은가."
호텔로 돌아오자 미스터 트리블과 나와 수는 우리 방에 앉아서 회의를
열었다.
"수가 여기에 있으면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일세."
미스터 트리블은 말했다.
"우리가 그를 이 방에 데리고 오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나? 뒷문으로 해서
비상 계단으로 숨어 올라와야 했네. 오랑우탄과 함께 여행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세. 우리는 그런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네."
나는 그에게 수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말했다.
정글에서 여러 차례 내 목숨을 구해준 사실로 얘기했다. 
"물론 나는 자네의 감정을 모르는 바는 아닐세."
하고 그는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나도 기꺼이 노력을 해보겠네. 하지만 그도 예절바르게
행동해 주지 않으면 안돼. 그렇지 않으면 틀림 없이 우리들 모두가 곤경에
빠져들게 될 것일세."
"수는 잘 해낼 겁니다."
나는 말하고 수는 원숭이처럼 히죽이 웃으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여하튼 다음 날은 나와 <정직한 이반>으로 알려진 세계 선수권 보유자
이반 페트로키비치와의 사이에 체스 결승전이 열렸다. 미스터 트리블은
나를 양복점으로 데리고 가서 턱시도를 빌려입게 했다. 그만큼 결승전은
중대한 사교적인 행사였고, 유명 인사들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승자에게는 만 달러의 상금을 주어지게 되어 있고, 그 절반의 돈만
있으면 새우 양식사업을 시작하는데 충분하기 때문에 나는 어떤 실수도
해서는 안 되었다.
하여간 우리들은 체스 시합이 열리는 커다란 홀로 들어갔는데 그 곳에는
약 천명 가량의 사람들이 빽빽히 앉아 있었고, 테이블에는 이미 <정직한
이반>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나를 무하메드 알리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정직한 이반>은 프랑켄슈타인 괴물처럼 넓은 이마를 가진, 덩치가 큰
러시아인으로서 바이얼린 연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고 길다란
머리칼을 갖고 있었다. 내가 단 위로 올라가서 자리에 앉자 그는 나를
보고 뭔가 투덜거리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
"시합을 시작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운명의 일전은 시작되었다.
<정직한 이반>이 백팀을 가졌기 때문에 그가 선수를 잡고 "폰지아니
오프닝"이라고 불리우는 수를 썼다.
나도 "레티 오프닝"을 사용해서 첫수를 두었다. 모든 것은 스무스하게
진행되어갔다. 우리 두 사람은 각기 두수씩을 더두었다. 그러자<정직한
이반>은 포크비어 잼빗으로 알려진 수를 써서, 그의 기사를 움직여서 나의
성장을 잡을 수 있는 가를 타진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오는 것을 알고, 노스 아크 트랩이라고 불리우는 수를
써서 오히려 그의 기사를 잡아버렸다. <정직한 이반>은 별로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으나 타랴슈 드리트의 수를 써서 나의 비숍을
위협함으로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여왕의 인디안 디펜스로 응수했고,
그것은 그에게 셰베니겐 배리에이션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그것은
나에게 베노니 카운터 수를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정직한 이반>은 얼마간 좌절감을 느낀 것 처럼 보였는데, 그는
손가락들을 비틀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는 한참있다가 프라이드
리버 어랙이라고하는 절망적인 수를 시도해 왔으나 나는 알렉키네의
디펜스로 방어했고, 그는 움직임을 딱 멈춰 버렸다.
그것은 얼마동안 교착상태에 빠질 것 처럼 보였지만, <정직한 이반>은
호프만 매누버를 써서 탈출해 나갔다! 나는 미스터 트리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내게 희미하게 웃어 보이고 입술과 입을 움직여서
"지금이다!"하는 형태를 지어 보였다.
나는 그가 말하는 뜻을 알고 있었다.
정글에서 "빅 샘"이 나에게 가르쳐 준 두 가지 정도의 트릭이 있는데,
그것은 책에도 나와 있지가 않은 것으로서 지금이 그것을 사용할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 그것은 "코코닛 잼빗"의 "쿡킹 풋
배리에이션"으로서, 나는 여왕을 미끼로 이용해서 상대가 여왕을 잡기위해
자신의 기사를 위험에 빠뜨리도록 유인했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정직한 이반>은 그것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덥석 여왕을 잡아먹고 오히려 내가 곤경에
빠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라스 헛 프로이 라고 불리우는 수를 썼는데,
그것은 그를 속이기 위해서 나의 마지막 성장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나의 성장과 또 다른
비숍까지 잡아먹고, 패트로프 첵크로 나를 끝내버릴 준비를 갖추었다.
그때 나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서 피그미 드리트로 역습을 시도했다.
피그미 드리트는 "빅 샘"의 특기중의 하나로서 그는 내게 그것을 속속들이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기습적인 전술로서 몇개의 다른 말들을
미끼로 사용하는 것인데 만일 상대가 '피그미 드리트'의 말려 든다면 그는
보따리를 싸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작전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만일 이것이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면, 내게는 더 이상 뾰죽한 수가 없기
때문에 손을 털고 일어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정직한
이반>은 두어번 입속으로 뭔가 투덜거리고는 스퀘어 에이트로 옮기기
위해서 기사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그가 '피그미 드리트'의 수에
속아넘어 갔다는 것을 의미하고 두 번만 더 두면 체크를 부르고, 그는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수도 쓸 수 없는 속수무책의 상태에 빠질 것이었다.
그러나, <정직한 이반>은 뭔가 위험한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기사를 스퀘어 화이브로부터 스퀘어 에이트로로 옮기려고 하다가
다시 돌아갔다가 하기를 열 번 가량 되풀이했으나 절대로 말에서 손을
떼지는 않았다. 손을 떼기만 하면, 그 말을 쓴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관중들은 모두들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흥분하고 긴장이
되어서 당장이라도 오줌을 쌀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미스터 트리블을 보았다. 그는 마치 기도라도 하는 것
처럼 눈알을 굴려 천정을 올려다 보고 있었고, <정직한 이반>과 함께 온
사람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직한 이반>은 말을 들어서 두세번 더 스퀘어 에이트에 가져갔으나 항상
스퀘어 화이브에 다시 갖다놓았다. 마침내 그는 무슨 결단을 내린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 번 말을 집어들고 스퀘어 에이트 위에서 맴돌게
했다. 그때 나는 숨을 죽이고 홀안은 무덤처럼 고요했다. <정직한 이반>은
아직도 말을 들고 망설이고 있었고 내 가슴은 마치 북을 치는 것 처럼
쿵쿵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는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
아닌가 --- 그 다음에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하여간 나는
너무나도 흥분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돌연 나는 누군가가 침대 시트를
절반으로 찢는 소리와 같은 커다란 구린 방귀를 뀌고 말았던 것이다.
<정직한 이반>은 얼굴에 경악의 표정을 띄고, 갑자기 말을 떨어 뜨리고는
양손을 들어서, "어이쿠!" 하고 코를 막았다. 우리들 주위에서 있던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고 중얼중얼거리면서 손수건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나는 토마토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소동이 다시 갈아앉자. 나는 체스판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정직한 이반>은 그의 기사를 스퀘어 에이트에다 내려놓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서 나의 기사로 그것을 잡아먹고, 그 다음에 그의 졸들 두
개와 여왕과 마지막으로 왕을 차례로 잡고. 체크메이트! 나는 우승을
따내고 우승상금 5천 달러를 손에 넣은 것이다. '피그미 드리트'는 다시
한 번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한편, <정직한 이반>은 커다란 제스처로 항의를 하고, 그와 함께 온
사람은 즉각 나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를 제기했다.
대회의 주최자는 규칙집을 들쳐서 다음과 같은 규정을 찾아냈다.
"선수는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 선수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게하는
행위를 고의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미스터 트리블은 달려가서 항의했다. "우리 선수가 한 행위를 고의적으로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데요. 그것은 일종의
본의아닌 자연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자 대회 주최자는 다시 규칙집을 부지런히 들치더니 다음과 같은
규정을 찾아냈다.
"선수는 상대방 선수에게 무례하거나 불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보세요." 하고 미스터 트리블을 반박했다.
"당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방귀를 뀌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이
없단말이요? 포레스트는 방귀를 악의가 있어서 뀐 것은 아닙니다. 그는
그곳에 오랫 동안 앉아 있었으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나도 모르겠습니다."
주최자는 말했다.
"내가 보기로는 그의 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그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는 줄 수 있지 않습니까?"
주최자는 잠시 동안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글쎄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종류의 일을 용납할 수가 없으니까, 그는 방귀를
억제하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오. 아시겠습니까?"
따라서 나는 다시 시합을 끝내도록 허용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그때 돌연 홀의 뒷쪽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어떤 여자가
비단찢어지는 듯한 쇠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던 것이다.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니까 수가 샹데리아 위에 올라타고 내쪽으로 날아 오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샹데리아가 내 머리 위까지 왔을 때, 수는 체스판 위로 뛰어 내려서
말들을 사방팔방으로 흐트러 놓았다.
<정직한 이반>은 의자에 앉은채로 뒤로 벌렁 넘어졌고, 넘어지면서
보석상을 위한 선전을 하러 온 것 같은 뚱뚱한 여자의 드레스를 절반으로
쭉 찢어놓았다. 그녀는 주먹을 휘둘러대고 비명을 지르다가 주최자의
콧등에 주먹을 한방 먹이고, 수는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공황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발을 구르고 넘어지고 하면서
경찰을 부르라고 악을 써댔다.
미스터 트리블은 내 팔을 움켜잡고 말했다.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세, 포레스트. 자네는 이미 이 고장의 경찰을
보기싫도록 만나 보았으니까."
그 말은 나로서도 부인할 수 없었다.
우리는 무사히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미스터 트리블은 또 다시 회의를
열어야겠다고 말했다.
"포레스트."
그는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체스 시합으로 재미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네. 자네는 환상적으로 체스를 둘 수가 있지. 그러나 다른 일들이
너무나 복잡하게 꼬여든다는 말일세. 오늘 오후에 일어난 일만 해도
그렇지. 그런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날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 역시 굉장히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을 얘기해줘야겠네. 자네는 참으로
좋은 청년이야 포레스트. 자네를 이곳 캘리포니아에 그냥 남겨두고 나
혼자서만은 떠날 수가 없네. 따라서 나는 자네와 수가 알라바마든 어디든
자네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수배를 해줄 생각일세. 나도 물론
자네가 새우 양식 사업을 시작할 밑천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런데 자네의 승리 수당은 내가 쓴 모든 경비를 제외하면 5천 달러가
약간 모자라게 남게되네."
미스터 트리블은 내게 봉투를 건네주었다. 봉투 안을 들여다 보니까 백
달러 지폐가 한 뭉치 들어 있었다.
"자네의 사업이 성공하기를 비네." 하고 그는 격려해 주었다.
미스터 트리블은 전화로 택시를 불러서 우리들을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는 또한 수를 나무상자에 넣어서 화물칸에 타고갈 수 있도록
해주고 내가 화물칸에 이따금 찾아가서 음식과 물을 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나무상자를 가져와서 수를 그 속에 집어넣고 그것을
들고갔다.
"행운을 비네, 포레스트." 미스터 트리블은 말하고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여기 내 명함이 있네 - 그러니 계속 연락을 취하고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게나 알겠지?" 나는 명함을 받아넣고, 다시 한 번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와 헤어지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왜냐 하면
미스터 트리블은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고, 내가 그를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기차 안의 내 좌석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미스터
트리블은 아직도 플랫폼에 서 있었다. 기차가 출발할때, 그는 내게 손을
들어보이고, 작별의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해서 나는 다시 그 고장을 떠났다. 그날 밤 나는 오랫 동안 내
머리에는 수많은 꿈들로 꽉 차 있었다 ---- 다시 고향으로 우리
엄마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옛 친구 버바와 새우양식 사업에
대해서, 그리고 물론 제니 커란에 대해서, 그리고 이 세상의 다른
무엇보다도 나는 그러한 바보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다.

    ^co 24.

드디어 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기차는 오전 3시 경에 모빌역에 도착하고 사람들은 상자에 든 수를
화물칸에서 내려주었다. 그리고 기차는 우리들을 플랫폼에 남겨둔채
떠나갔다. 역의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몇사람과 역사의 밴치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사람을 빼 놓고는 우리들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수와 나는 다운타운으로 걸어가서, 마침내 버려진 건물에서 잠을
잘 곳을 찾아냈다.
이튿 날 아침, 나는 부두가로 가서 수가 먹을 바나나를 사고, 간이
식당에서 옥수수와 달걀과 베이컨과 팬케이크로 푸짐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엄마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난한 자매들의 집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가는 도중에 옛날에
우리집이 서 있던 곳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잡초가 우거지고 불에 탄
목재들이 흐트러져 있는 빈 들판 밖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을 보는 것은 매우 기묘한 느낌으로서 우리들은 계속 걸어갔다.
가난한 자매들의 집에 다다르자 나는 수녀들을 놀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수를 뜰에서 기다리게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 엄마의 소재를 물었다.
원장 수녀는 더할 수 없이 친절했다. 그녀는 엄마가 신교도와 함께 떠나
버렸다는 것을 빼 놓고는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으나
엄마가 오후에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자주 나가서 앉아있던 공원에 가서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나는 수를 데리고 공원에를
가 보았다.
공원의 밴치에는 몇사람의 부인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그중의 한 부인에게 내가 누구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자 그녀는 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잘 하면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나 그녀는 엄마가 공원의 반대편 지구에 있는 어떤 세탁 공장에서
바지를 다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얘기만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나와 수는 그곳으로 달려가서 세탁소에서 땀을 흘리며 바지를
다리고 있는 불쌍한 엄마를 찾아냈다. 나를 보자, 엄마는 하던 일을 모두
팽개치고 내 품 안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꼭같이, 울면서 양손을 비비꼬았다.
선량한 우리 엄마. 
"오오, 포레스트."
그녀는 흐느끼면서 말했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네가
떠난 다음부터 매일 밤 울면서 잠이 들었단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도 나를 놀라게 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신교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 비열한 인간!" 
엄마는 말했다.
"신교도와 함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 깨달아야했지. 한달도
채 못되어서, 그놈은 나를 버리고 열여섯 살짜리 계집애를 끌어
들이더구나 ---그 인간은 거의 60세가 가까웠는데 말이다. 내 말을
명심해라. 신교도는 도덕이고 뭐고 없다는 것을."
바로 그때, 세탁공장 안에서 커다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디스, 당신 누군가의 바지에다 다리미를 그냥 얹어놓고 간 것
아니야?"
"아이쿠, 맙소사!"
엄마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공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돌연 커다란
연기기둥이 창문을 통해서 뿜어나오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고, 욕질을 하고 저주의 말을 퍼부어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엄마가
커다란 체격의 추한 대머리 사나이에게 끌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사나이는 어머니에게 소리치면서 거칠게 떠밀었다.
"나가! 썩 나가!"
그는 악을 썼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바지를 몇벌째 태워먹는 거야!"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나는 그 사나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우리 엄마에게서 손을 떼주었으면 좋겠는데요."
"당신은 대체 누구야?"
그는 물었다.
"포레스트 검프요."
내가 대답하자 그는 말했다.
"당신도 여기를 나가라구. 그리고 나갈 때는 당신의 엄마도 데리고 가는
거야. 그 여자는 더 이상 여기서 일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당신, 우리 엄마에게 그런 투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내가 말하자 그 녀석이 마주 대들었다.
"그래? 네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그래서 나는 그에게 그것을 보여 주었다.
첫 번째로, 나는 그를 붙잡아서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그 다음에는 그들이
옷을 세탁하는 커다란 대형 세탁기가 있는 곳으로 들고가서 뚜껑을 열고
그를 그 속에다 집어넣고 다시 뚜쩡을 닫고 "회전"이라고 쓴 다이얼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그를 보았을 때 그는 "린스"를 향해서 회전하고
있었다.
엄마는 소리를 내서 울면서 손수건으로 연상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오오, 포레스트 이제 나는 일자리를 잃어버렸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모든 것이 잘 될 거예요. 왜냐 하면, 내게는 계획이 있으니까요."
"네가 어떻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거냐, 포레스트?" 그녀는 말했다.
"너는 바보가 아니냐? 어떻게 불쌍한 바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거야?"
"두고 기다려 보세요."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여하튼 나는 고향으로 돌아온 첫날부터 첫 출발을
멋지게 장식한 것이 기뻤다.
우리들은 세탁공장을 나와서, 엄마가 기거하고 있는 하숙집 쪽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수를 소개시켜 주었고, 엄마는 최소한
내가 어떤 종류의 친구를 갖게된 것을 기뻐했다 ---- 비록 그 친구가
원숭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엄마와 나는 하숙집에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그녀는 수에게
부엌에서 오렌지를 가져다주었다. 그 뒤에 나하고 수는 버바의 가족이
살고있는 바이유 라 바틀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예상한대로 내가 마지막으로 본 엄마는 우리가 떠날때 하숙집의
포치에 서서 눈물을 닦으며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생활비와 집세를 위해서 엄마에게 5천 달러의 절반을 주고
왔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버스가 바이유 라 바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버바의 집을 찾는데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밤 8시 경이었으나 내가 문을 두드리자 노인이 한
사람 나타나서 무슨 일로 찾느냐고 물었다. 나는 노인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버바를 미식축구 선수 시절과 군대시절부터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은 얼마간 불안해하는 모습이었으나 그래도 나를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나는 이 고장 사람들이 수와 같은 오랑우탄을 본 적이 없을 테니까,
그에게 마당에 머물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어쨌든간에 그 노인은 버바의 아버지로서, 내게 아이스티를 한 잔 권하고,
수많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버바에 관해서 얘기를 듣고 싶어하고,
그가 어떻게 죽었는 가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해서, 나는 최선을 다해서
버바의 얘기를 해주었다. 
끝에 가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년 동안, 내게 궁금한 것이 한가지 있었다네. 포레스트--- 자네는
버바가 무엇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총에 맞아서 죽었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으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내가 물어보는 의미는 그것이 아닐세. 내가 묻고 있는 것은 왜?
무엇을 위해서 죽었느냐는 거지, 우리는 왜 그곳에 가서 싸워야 했지?"
나는 잠시 동안 생각했다.
"글쎄요, 우리는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우리들은 시키는대로 행동했을 뿐입니다만."
그러자 노인은 말했다.
"그래, 자네는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한 일이?
모든 젊은이들이 그런 식으로 전사한 것이?"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보세요, 나는 한낱 바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시겠어요? 그러나
노인장이 나의 진짜 의견을 듣고 싶다면, 나는 그것이 모두 아무 쓸모없는
짓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버바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일세."
그래서 나는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나와 버바의 새우 양식업을
시작하는 계획에 관해서 얘기하고, 내가 어떻게 병원에 있을때 동양인을
만났으며 그가 새우를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경위등을 얘기했다.
그러자노인은 깊은 흥미를 나타내 보이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때
갑자기 마당에서 요란스럽게 꽥꽥거리는 비명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우리 닭을 잡아 먹으려고 하고 있어!"
버바의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더니 문있는대로 달려가서 문 뒤에 있는 총을
집어들고 포치로 나갔다.
"노인장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나는 말하고 노인에게 우리가 보지 못하도록 숨어있기는 하지만, 수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버바의 아버지는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손전등을 들고 나와서, 뜰안을
여기저기 비쳐보았다. 그는 커다란 나무밑을 비쳐보고, 그 밑에 염소가
땅을 파고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나무 위를 비쳐보았다 ---- 그곳에는
죽을 것 처럼 겁을 집어먹은 수가 나무가지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저 염소가 가끔 이런 짓을 하고는 한다니까."
버바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곳에서 썩 물러나지 못할까!"
그는 소리치고 막대기를 염소에게 던졌다. 염소가 도망치고나자, 수가
나무에서 내려오고 우리는 그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저것은 무슨 짐승인가?"
버바의 아버지가 물었다.
"그는 오랑우탄입니다."
"고릴라처럼 보이는데, 안그런가?"
"조금은 닮았죠" 나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릴라는 아닙니다."
어쨌든 버바의 아버지는 그날 밤은 그곳에서 자도록 하라고 말해 주었고,
아침이 되자, 그는 우리들에게 근처를 안내하고, 새우 양식업을
시작할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강어귀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개구리와 찌르라기와 심지어는 물고기가
이따금 물 위로 뛰어오르는 소리조차 들을 수가 있었다. 그곳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장소였다. 그때, 그자리에서 나는 이곳에서는 어떤 말썽거리에도
휘말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마음을 굳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들은 일찍 일어났고, 버바의 아버지는 집에서
만든 소시지와 신선한 달걀 비스켓 당밀등의 푸짐한 아침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그리고는 나와 수를 작은 배에 태우고 바이유로 삿대질을 해서
내려갔다. 주위는 조용하고 강물 위에는 약간의 안개가 끼어있었다.
이따금씩 커다란 새가 푸드득하고 소택지에서 날라올라가고는 했다.
"자아 여기가 바닷물이 역류해 올라오는 곳일세."
그리고 그는 습지대의 한가운데 있는 늪을 가리켰다.
"저곳에는 몇개의 상당히 큰 연못들이 있다네. 자네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을 나더러하라고 한다면 나는 저곳에서 시작하겠네."
그는 늪속으로 배를 장대로 밀고 들어갔다.
"자네도 저곳이 보이지?"
그는 말했다.
"저기 조그만 언덕이 있는곳에 작은 오두막집의 지붕을 볼 수가 있을
것이네."
노인은 계속했다.
"저 집에는 톰 르파르지에가 살고 있었지. 그러나 그는 4,5년에 세상을
떴다네. 지금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지. 자네가 원한다면 저 집을 약간
수리해서 그곳에서 살 수가 있을 것일세. 마지막으로 내가 들여다 보았을
때 두 척의 보트가 둑 위에 올려져 있더군. 아마 별로 쓸모가 없을테지만,
뱃밥으로 틀어막으면 물에는 뜰 것일세." 
그는 더 안쪽으로 배를 장대로 밀고들어가면서 말했다.
"톰 영감은 연못에 이르기까지 소택지 위에 판자길을 깔아놓고 왕래를
하고 있었다네. 그곳에서 낚시도 하고 오리를 쏘고는 했지. 자네도 그것을
다시 만들 수가 있겠지. 이곳에서는 그것이 있어야만 왕래가 편리하니깐."
하여간 그것은 내게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버바의 아버지는
그 늪들과 강어귀 등에 새끼 새우를 풀어넣고, 그곳에 그물을 둘러쳐
놓으면 바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의 경험에
의하면 목화씨 깻묵으로 만든 먹이를 먹는데, 그것은 값이 저렴해서
좋다는 말을 해주었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연못들을 그물로 둘러치고, 기거할
수가 있도록 작은 오두막을 수리하고, 땅콩버터나 젤리나 빵이나 그런
종류의 보급품을 사들이는 일이었다. 그렇게만 하면 우리들은 새우를
양식하는 사업을 시작할 준비를 모두 마치는 셈이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바로 그날 일을 시작하기로했다. 버바의 아버지는 나를
집으로 데리고가고 우리들은 함께 시내로 나가서 보급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배를 마련할 때까지 자기 보트를 써도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와 수는 생전 처음으로 조그만 낚시 오두막에서
밤을 보냈다. 밤중에 비가 내려서, 지붕이 온통 샜으나 나는 신경도
쓰지않았다. 이튿 날 아침 나는 지붕에 올라 가서 당장 그것을 고쳤다.
일을 제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거의 한달이 걸렸다---- 오두막을 쓸만하게
수리하고, 보트를 손질하고, 소택지에 판자길을 가설하고, 연못에 하나에
그물을 둘러치는 일이었다. 드디어, 우리들이 새우새끼를 집어넣을 준비가
완료된 날이 찾아왔다. 새우 그물을 사다가, 나와 수는 배를 타고 나가서
하루종일이 걸려서 연못 주위에 그물을 쳐놓았다. 밤이 되자 우리들은
미끼 연못에 넣어놓은 약 50파운드 가량의 새우를 건져다가 연못속에 쏟아
부었다. 새우 새끼들은 찰싹 소리를 내면서 사방을 헤엄쳐 다니며 물 위로
뛰어올랐다. 그것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광경이였다.
다음 날 아침, 우리들은 면화씨 깻묵먹이를 5백파운드 가량 사다가 그
가운데 백 파운드를 새우들에게 먹이기 위해서 연못속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에 또 다른 연못에 그물을 설치했다. 우리들은 그
작업을 여름내내, 그리고 가을내내, 겨울내내, 봄내내 계속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들은 네 개의 연못에서 양식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모든 것은 장미빛으로 보였다. 밤에는 나는 오두막 집의 포치에
나와앉아서 하모니카를 불었고, 토요일 밤이면 나는 시내로 나가서 맥주를
여섯깡통 사다가 수와 나는 술에 취하고는 했다. 마침내 나는 어느
장소엔가 소속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되고, 정직한 하루의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새우 수확을 하게되면 그것을 팔아 가지고, 제니를 다시
찾는 노력은 계속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를 찾아내서
아직도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어떤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co 25.

우리들이 첫 번째 새우 수확을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한
것은 6월의 어느 맑게 개인 날이었다. 나와 수는 해가 떠오르는 것과 함께
일어나서 연못으로 가서 양쪽에서 그물을 잡아 당겼으나 조금 올라 오다가
무엇에 걸린 것처럼 끄덕도 하지 않았다. 수는 처음에는 늦췄다가 다시
끌어당기고 나도 똑같이 하다가, 그 다음에 둘이서 동시에 끌어당겼다.
그때 우리들은 그물이 무엇인가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
그물이 새우로 가득찼기 때문에 우리 힘으로는 끌어올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녁 때까지 우리들은 약 3백파운드의 새우를 끌어올리고, 밤에는
갖가지의 크기별로 분류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들은 새우를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그것들을 우리들의 조그만 보트에 실었다. 무게가 어찌나
무거웠는지 하마터면 바이유 라 바틀에 가는 도중 배가 뒤집힐뻔 했다.
그곳에는 해산물 가공공장에 있었는데 수와 나는 새우 바구니를 부두에서
공장의 계량실까지 운반해 갔다. 모든 계산이 끝났을때, 우리들은
865달러의 수표를 받아쥐었다! 그것은 깨어진 달걀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한
이래 내가 처음으로 벌어들인 정직한 돈이었다.
거의 2주일 동안 매일, 수와 나는 새우를 수확해 가지고 가공 공장으로
운반해 갔다. 그것이 마침내 끝났을 때 우리들은 합계 9,700달러 26센트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새우 양식업은 성공한 것이다! 정말이지, 그것은
행복한 날이었다. 우리는 새우를 한 바구니 담아 가지고 버바의
아버지에게 가져갔다. 그는 정말로 기뻐하며, 우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버바도 이곳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와 수는 축하를 하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모빌로 갔다.
첫 번째로 내가 한 것은 하숙집으로 엄마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내가
사업에 관해서 얘기를 했을대, 그녀는 언제나처럼 다시 눈물을 흘렸다.
"오오, 포레스트."
엄마는 말했다.
"나는 내가 너무나 자랑스럽구나 ---- 지진아인데도 그처럼 훌륭하게 일을
해내다니."
어쨌든 나는 엄마에게 나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그 계획이라는 것은 다음
해에는 새우를 양식하는 연못을 세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돈을 관리하고 우리들의 경비 지출을 감독할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있는데, 엄마가 그 일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네 말은 내가 바이유 라 바틀까지 그 먼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거냐?"
엄마는 말했다.
"그곳까지 가서 대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지?"
"돈을 세는 일이예요."
하고 나는 말했다.
그 다음에 수와 나는 시내의 번화가로 가서 멋진 식사를 했다. 우선
부두로가서 수를 위해서 바나나를 잔뜩 사고, 그 다음에는 내 자신을
위해서 으깬 감자와 완두콩이 곁들인 제일 큰 비프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어딘가 술집으로 가서 맥주를 마셔야겠다고 마음먹고
부둣가의 어떤 어두운 술집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나는 어떤 사람이
욕설을 하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처럼 오랜 세월이 흘러갔는 데도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가 있었다. 나는 술집 문으로 고개를 디밀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니나다를까, 그것은 대학에 함께 다니던 커티스였다!
커티스는 나를 보더니 나를 '상머저리' 니 '치사한 녀석' 이니 '오라질놈'
이니 그가 생각해낼 수 있는 온갖 지저분한 이름으로 불러대면서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커티스는 대학을 나온 뒤에 프로
미식축구 선수가 되어서 '워싱턴 래드스킨스' 에서 선수생활을 했는데
파티 석상에서 구단주의 마누라와 싸우고 공개 이적 선수 명단에
올려졌다. 2,3년 동안 몇곳의 프로 팀에서 뛰었으나 끝내는 부두에서 하역
인부로 전락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 직업이 그가 대학에서
받은 교육의 양을 생각하면 가장 적합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커티스는 내게 맥주를 대접해 주었고, 우리들은 옛날의 일들을
얘기했다. '스네이크'는 미네소타 바이킹스와의 시합에서 하프타임 때
폴란드산 보드가를 한 병 몽땅 마시고 곤드레만드레가 되었을 때까지
'그린 베이 팩거즈' 의 쿼터백을 맡고 있었다. 그 다음에 그는
'로스앤젤스 램스' 와의 시합의 써드쿼터에서 '자유의 여신상' 플레이를
지시할 때까지 '뉴욕 자이언트'에서 선수로 뛰었다. 자이언트의 코치는
1831년 이래 프로 미식축구에서는 누구도 '자유의 연신상'플레이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 지금 와서 스네이크가 무엇때문에 그것을 지시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은 전혀 '자유의 여신상' 플레이가 아니었다고
커티스는 말했다.
커티스에 따르면 스네이크는 마약으로 머리가 멍해진 나머지 전방 패스를
하기위해 후퇴했을 때, 공을 던지는 것을 완전히 잊어 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우연히 레프트 앤드가 진상을 알아차리고 그의 뒤로 달려가서 슬쩍
공을 낚아채가지고 달려갔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 스네이크는 조지아 주의
어느 시골의 시시한 팀에서 코치 조수로 일하고 있다고 커티스는 말했다,
거나하게 취했을 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커티스에게 얘기를 했다.
"나하고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나?"
커티스는 욕을 하고 소리를 질렀으나. 1, 2분 뒤에는 내가 그에게 무슨
일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는 가를 물어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새우
양식업에 관해서 얘기를 해주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시 욕설과 고함을 되풀이했으나 그가 얘기하고 있는 것의 요점은
결국 "예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그해 여름과 가을과 다음 해의 봄까지 우리들은 열심히
일을했다. 나하고 수 엄마하고 커티스 --- 그리고 심지어 나는 버바의
아버지까지 고용했다. 그해 우리들은 거의 3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으며
더욱 더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모든 일이 더 이상 잘 되어 나갈 수는
없었다 ---- 엄마는 거의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어느 날 우리들은
커티스가 한 번 미소를 짓는 것까지 볼 수가 있었다---- 그는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자 미소를 멈추고 다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무조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제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는 그 일에 관해서 무엇인가 손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날은 마침 일요일이었다. 나는 외출복을 차려입고 모빌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곳에 도착하자 곧장 제니의 어머니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내가 문을 두드렸을 때 집안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내가 누구라는 것을 밝히자 그녀는 말했다. 
"포레스트 검프라고! 이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군. 자아 들어와요,
들어와!"
그래서 우리들은 잠시 동안 그곳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엄마의 안부를 묻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물었다. 인사치례가
끝나고나자 나는 제니에 대해서 물었다.
"아아 제니 말이지? 요즘에는 그 아이에게서 거의 소식을 듣고 있지
못해."
커란 부인은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들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어디엔가 살고 있을거야."
"그녀는 룸메이트하고 함께 있나 보지요?"
"룸메이트라니? 자네는 아직 모르고 있나보군, 포레스트?"
그녀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제니는 결혼을 했다네."
"결혼을 해요?" 나는 놀라서 말했다.
"아마 2, 3년은 됐지. 그 아이는 인디아나 주에 살고 있었어. 그 후에
워싱턴으로 갔을 거야. 그 다음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 아이가 결혼을
했다고 하는 엽서를 보내 왔다는 것 뿐이지. 그리고는 두 사람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어디른가 이사를 갔다더군. 그 아이에게서 연락이 오거든
특별히 전해달라고 부탁할 말이라도 있나?"
"아닙니다. 부인." 나는 얼른 대답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혹시 연락이 오거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하더라고만 전해주세요."
"그렇게 하겠네." 커란 부인이 말했다.
"자네가 이렇게 찾아와 주어 고맙네."
그런 소식에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만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전혀 그런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가슴이 마구 뛰고, 손이 차거워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때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버바가 죽고난 뒤에 했던 것
처럼 어딘가로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겠다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어떤집의 뒷뜰에서 덤불을 발견하고, 그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쭈그리고 앉았다. 나는 그곳에서 엄지손가락까지
빨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갓난애가 아니고서는 그런 짓을 하면
바보천치라는 말을 듣는다고 엄마에게 꾸중을 들은 다음부터는 오랫 동안
그런 짓올 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얼마 동안이나 그곳에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있었는지 모른다. 아마 하루 온종일과 밤중까지 그렇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제니를 비난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바보다. 많은 사람들은 두고두고 그녀가
바보와 결혼했다고 말할 것이다, 진짜 바보와 결혼을 하면 어떤 운명이
그들에게 찾아올 지 상상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서글픈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나는 어찌된 일인지 제니와 내가 언젠가는 함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그녀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것은 마치 나의 일부분이 죽어버린 것
같았고, 다시는 이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결혼한다는 것은 도망치는 것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한다는 것은 매우 진지한 일인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얼마 동안
울기도 했지만, 그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날 오후 늦게 나는 덤불 속에서 기어 나와서 바이유 라 바틀로
돌아갔다. 나는 누구에게도 그날 일어난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아무런 도움도 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못근처에는 그물을
꿰맨다든가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수 없이 많이 내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밖으로 나가 그런 일들을 처리했다. 일들을 끝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때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새우 양식업에만 전념해야겠다고. 그것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사업에만 전념을 했다. 그 해에 우리는 경비를 제하고 7만
5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한 사업이 계속 확장되어서, 내가 운영하는
것을 도와줄 더많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내가 고용한 한
사람은 대학 선수시절의 쿼터백인 스네이크였다. 그는 지방팀의 코치
조수라는 현재의 직업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커티스와 함께 망을 끌어올리는 일과 배수로를 만드는 일의 책임을
맡겼다.
그 다음에는 고등학교 시절의 휄러스 코치가 은퇴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도 일자리를 주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은퇴한 깡패 두 명도 보트와
선창에서 일을 했다.
이내 신문이 우리들의 사업이 번창한다는 것을 알고, "지방에서 사업에
성공한 청년"이라는 시리즈의 기사를 쓰기 위해서 기자를 파견해서 나와
인터뷰를 하게했다. 그 기사는 다음 주 일요판에 실렸는데 나와 엄마와
수의 사진이 곁들여져 있었다. 그리고 기사의 제목은 <공인된 바보가
새로운 해양사업으로 떼돈을 벌다>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엄마는 나를 붙들어놓고, 우리가 너무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경리장부와 재정 문제에 대해서 엄마에게 어떤 종류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는 미스터 트리블과 접촉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왜냐 하면 그는 은퇴하기 전에 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전화를 걸자 무척이나 기뻐하며, 다음
비행기로 내려오겠노라고 말해 주었다.
이곳에 온지 일 주일이 되었을 때, 미스터 트리볼은 조용히 앉아서 얘기를
좀 하자고 내게 말했다.
"포레스트."
그는 심각하게 말했다.
"자네가 이곳에서 이룩해 놓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세. 하지만
자네는 이제 진지하게 재정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필요가 있는 단계에 와
있네."
나는 그것이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물었다.
"재투자지! 사업의 다각화지! 내 말을 잘들어 보게. 내가 보기에는 다음
사업년도에는 자네는 약 19만 달러의 이익을 내게 될 것일세. 그 다음
년도에는 이익은 아마 25만 달러 가까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이익금을 자네는 반드시 재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세청이 세금으로 그 돈을 몽땅 가져가 버린다네. 재투자야말로 미국인의
사업에 있어서의 핵심일세!"
그래서 우리들은 그의 충고대로 했다.
미스터 트리블과 그 분야의 모든 책임을 맡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몇 개의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하나는 <검프 새우 주식회사> 다른 하나는 <수
게맛살 유한회사> 또 하나는 <맘마 가제 찜 공사> 였다.
그래서 25만 달러가 50만 달러가 되고, 그 다음해에는 백만 달러가 되는
식으로 불어나갔다. 그리고 4년 뒤에는 우리는 년간 5백만 달러의 이익을
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거의 3백 명에 달하는 종업원을 갖게 되었다.
그 가운데는 고생고생하던 <더 터드>와 <더 베지터블>도 끼어 있었는데,
그들은 창고에서 상자를 싣는 일을 맡고 있었다. 우리는 댄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는 조그만 흔적도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악전고투하고 있던 프로모터인 마이크를
찾아내서 그에게 선전과 광고일을 맡겼다. 미스터 트리블의 권유로
마이크는 심지어 라쿠엘 웰치를 우리 회사의 텔리비전 광고의 모델로
쓰기까지 했다---- 그들은 그녀에게 게처럼 보이게하는 의상을 입히고,
그녀는 춤을 추고 돌아다니면서 "수 회사의 게를 먹어보기 전에는 게를
먹어 보았다고 할 수가 없다구요!" 아무튼 우리는 최고의 호경기를
구가했다. 우리는 수많은 냉장트럭과 수많은 새우와 굴, 그리고 어선을
소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식품가공 공장을 가지고 있었고,
사무실, 빌딩을 세우고 있었다.
콘도미니엄과 쇼핑센터과 석유와 가스 회사와 같은 부동산에도 수없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우리는 하버드 대학의 영어교수인 퀘큰부슈
교수도 고용했다. 그는 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파면을 당했는데,
우리는 그를 맘마 가제찜 공장의 조리사로 고용했다. 또한 나의 명예훈장
여행 뒤에 육군에서 떨려난 구치 중령도 고용했다. 미스터 트리블은 그를
'비밀 활동'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엄마는 우리들이 살 커다란 집을 짓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같은
대기업의 사장이 오두막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옳지가 않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수가 오두막 집에 계속 머물면서 일을 감독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매일 나는 변호사나 되는 것 처럼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다녔다. 나는 항상 회의같은 것에 참석해서, 피그미 족이 말하는 것
같은 시시껄렁한 얘기를 듣고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반드시 "미스터 검프' 라고 부르고 있다.
모빌시에서는 나에게 행운의 열쇠를 주고, 병원과 교향악단의 이사직을
떠맡겼다.
그리고는 어느 날, 어떤 사람들이 사무실로 나를 찾아와서, 나더러 합중국
상원의원에 출마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야말로 최적격자입니다!"
그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그는 멋진 양복에 시거를 피우고 있었다.
"베어 브라이언트 밑에서 뛴 미식축구의 스타 선수, 전쟁영웅, 유명한
우주비행사,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합니까?"
그는 물었다. 미스터 크렉스톤이라는 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이보시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바보일 뿐입니다,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어요."
"그렇다면 더욱 완벽합니다!"
미스터 크렉스톤은 말했다.
"내 말을 잘 들어 보세요. 우리는 지금 당신과 같은 선량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대지의 소금같은 사람이 말입니다. 대지의 소금!"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항상 나를 트러블에 몰아 넣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권하는 많은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에게 그 얘기를 했을 때
엄마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이 아들이 합중국
상원 의원이 되는 것을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들이 상원 의원에 입후보한다는 것을 발표하는 날이
찾아왔다. 미스터 크랙스톤과 다른 당간부들은 모빌에서 강당을 빌리고 내
연설을 듣기위해서 50센트씩을 내고 들어온 군중들 앞에 있는 연단 위로
나를 끌어냈다. 그들은 장황한 연설들을 늘어놓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친애하는 미국 시민 여러분!"
하고 나는 시작했다. 미스터 크렉스톤과 간부들은 내게 연설문을 써주고,
나중에는 청증들로부터 질문이 있을 예정이었다. TV카메라는 돌아가기
시작하고, 프래시가 팡팡 터지고 기자들은 수첩에다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다. 나는 연설문을 읽어나갔는데 그것은 그다지 길지는 않았고,
별로 의미도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나는
한낱 바보에 불과했다.
연설을 끝내자 신문사에서 나온 여기자가 일어나서 그녀의 수첩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들은 현재 핵 전쟁의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녀는 말했다.
"경제는 파란에 빠져있으며, 우리 미국은 전세계로부터 욕을 얻어 먹고
있으며, 우리들의 도시는 불법이 판을 치고 있으며, 사람들은 매일
굶주림에 시다리고 있으며, 종교는 우리들의 가정으로부터 사라져
버렸으며, 탐욕과 허영이 도처에 팽배해 있으며, 우리 농부들은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외국인들은 우리 미국으로 침입해 들어와서
우리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부패했고, 갓난애들은
빈민가에서 죽어가고 있고, 세금은 불공평하고 우리들의 학교는 혼란속에
빠져있고,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전염병과 전쟁은 우리들 머리 위를 마치
구름처럼 뒤덮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감안해 볼 때,"
하고 그녀는 숨을 돌리면서 물었다.
"당신의 생각으로는, 지금 이순간 어떤 것이 가장 시급한 잇슈라고
생각하십니까?"
강당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해졌다.
"나는 오줌이 마려워 죽겠습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군중들은 미쳐 날뛰었다! 사람들은 큰 소리로 외치고,
고함을 지르고, 공중에 손을 흔들어댔다. 강당 뒷쪽에서 누군가가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고, 곧 강당 전체가 그 구호에 동참했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하고 그들은 악을 써댔다.
우리 엄마는 연단의 내 뒤에 앉아있었는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더니 마이크 앞에서 나를 끌어냈다. 
"너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알아야한다!"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아닙니다. 아니예요!"
미스터 크렉스톤이 말했다.
"그건 완벽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합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선거운동의 슬로건이 될 것입니다!"
"무엇이 슬로건이라구요?" 하고 엄마가 물었다.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미스터 크렉스톤이 말했다.
"저 군중들의 환호성을 들어보십시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보통 사람들과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전혀 납득을 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선거 구호를 사용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 생전에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반박했다.
"이것은 저속하고 불쾌하고---- 또 그 뭐라더라?"
"이것은 심볼입니다."
미스터 크렉스톤은 말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광고판과 프랭카드와 범퍼 스티커를 만들게
됩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광고를 내보낼 것입니다. 이것은 천재적인
착상입니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는 정부의 탄압의 굴레를 벗기를
원하는 민중의 소리입니다---- 이 나라의 잘못된 모든 것을 소변으로
흘려내보내고 싶다고 하는 상징적인 말입니다..... 이것은 좌절과 해방이
임박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뭐라구요!" 엄마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당신 제정신인가요?"
"포레스트," 미스터 크렉스톤은 말했다.
"당신은 워싱턴에 이미 절반 쯤은 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말인 것 처럼 생각되었다. 선거 운동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라는 슬로건은 그 시대의 격언이
되었다.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그리고 자동차에서, 버스에서 그 구호를
외쳐댔다. 텔리비전 해설자와 신문의 칼럼니스트들은 대중들에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해설해 주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목사들은 강단에서 그것을 외쳐댔고,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그것을
합창했다. 나는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한 후보자처럼 보이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에게 대항해서 출마한 입후보자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그 자신의 슬로건을 이렇게 만들었을 정도다.
"나 역시 오줌이 마렵다!"
그리고 그 구호를 전 주안에 돌아가면서 붙였다.
그러나, 애당초 내가 두려워했던 대로, 나의 선거 운동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나는 오줌이 마렵다' 라는 구호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대방송국의
주목을 끌게 되었고, 즉각 <워싱턴 포스트> 지와 <뉴욕 타임즈> 지는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서 특집 기자들을 파견했다. 그들은 내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은 참으로 친절했고 우정에 넘쳐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그들은 나의 과거를 들춰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미국내의 모든
신문의 1면에 나의 과거가 일제히 실렸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후보자, 파란만장한 과거를 갖다' 기사의 제목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첫 째로, 그들은 내가 대학 1학년 때, 성적 불량으로 퇴학당했다고 쓰고
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은 경관이 영화관에서 나를 체포한 제니와 나와의
사건을 들춰냈다. 다음에는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존슨 대통령에게
궁둥이를 들어낸 내 사진을 실었다. 그들은 보스턴에서의 깨어진 달걀과
지내던 때의 생활을 물어보고 다녔고, 내가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고, 또한 하버드 대학에서 "방화 사건" 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언급했다.
최악의 것은---- 그들이 미국회의사당에서 훈장을 집어던진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과 판사에 의해서 정신병원행의 언도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나의 고난에 찬 과거를 모두 알아냈고,
<더 던스>라고 불리운 사실도 알아냈다. 그들은 심지어 '교수'에 의해서
내가 포박당하는 사진까지도 실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몇 사람의
'익명의 제보자'가 헐리우드의 유명한 여배우와의 섹스 스캔들에 내가
관여되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장 효력을 나타냈다. 미스터 크렉스톤은 비명을 지르면서
선거운동 본부로 뛰어들어왔다. 
"우리는 망했다! 우리는 배신당했다!" 운운 하는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끝난 일이었다. 나는 선거운동에서 사퇴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이튿날 엄마와 나와 미스터 트리블은 회의를 갖기
위해서 모였다.
"포레스트," 하고 미스터 트리블은 말했다.
"당분간은 죽었소 하고 엎드려지내는 것이 자네에게는 좋을 것 같군."
나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올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밖에도, 이전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내 마음을 괴롭혀온 다른 문제들이
있었다.
새우 양식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일을 무척이나 즐겼었다.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서 연못으로 가서 그물을 치고, 다음에는 새우를
수확하고, 밤에는 밤대로 나와 수는 낚시 오두막의 포치에 앉아서
하모니카를 불고, 토요일 날 밤에는 맥주를 사다가 마시고 골아떨어지고는
했었던 것이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나는 사람들이 도통 알 수도 없는 음식을
대접하고, 커다란 귀걸이를 한 여자들이 득실거리는 각종 파티에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루 종일 전화기는 그칠새 없이 울려 대고, 사람들은
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 보기를 원하고 있었다. 상원에
갔다면, 아마 그것은 훨씬 더 나빠졌을 것이다.
지금에는 나는 자신의 시간이라고는 가져보지를 못한다. 그리고 웬일인지
모든 일이 나를 빗겨 지나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거울을
들여다 보면,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어나고, 머리칼은 가장자리에 흰 것이
많아지고, 옛날처럼 왕성한 에너지도 갖고 있지 못하다. 나는 모든 일이
사업위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나자신은 한 곳에서
헛바퀴를 돌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느껴진다.
아주 오래 전에 나와 버바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 계획은 지금 우리들의
무모하기 짝이 없던 꿈보다도 휠씬 커다란 사업으로 성장해 있다.
그러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이것은 내가 오렌지 보울에서 네브라스카
대학 팀과 미식축구 시합을 하던 때의 절반 만큼도 재미가 없는 일이다.
또한 깨어진 달걀과 함께 공짜 기차를 타고 하모니카를 불며 보스턴으로
가던 때보다도 재미가 없고, 존슨 대통령과 <더 비벌리의 힐리빌리>를
구경하던 것 보다도 재미가 없다. 그리고 나는 역시 제니 커란이 이런
일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 일에 대해서는 어떤 일도
해줄 수가 없으니까 그 일은 잊어 버리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는 내가 예측한대로
울고불고 불평을 늘어놓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지만 미스터 트리블은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 주었다.
"자네가 장기간의 휴가를 얻었다고 모든 사람에게 얘기해 주겠네,
포레스트."
그는 말했다. 그리고 물론 사업에 있어서의 자네 몫은, "자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여기 있을 것일세."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며칠 뒤의 어느 날 아침, 나는 약간의 현찰을
꺼내가지고, 옷가지 몇개를 군대용 백에 집어넣은 다음 공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엄마와 미스터 트리블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고용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곳에는 마이크와 곽캔뷰슈 교수와 <터드>와 <더
베지터블스>와 <스네이크>와 휄러스 코치와 그의 깡패들과 버바의 아버지
등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오두막으로 가서 수를 만났다.
수는 내 손을 꽉 웅켜잡고는 한손으로 가방을 들고 문밖으로 들고 나갔다.
우리들은 작은 보트에 타고 바이유 라 바틀로 저어갔다. 그곳에서 모빌로
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매표구의 부인이 물었다. 
"어디로 가세요?"
그래서 나는 고개를 으쓱 들어보였다. 그러니까 그녀가 말했다. 
"왜 사반나에 가지 않는 건가요? 나도 그곳에서 한때 살았었는데 참으로
좋은 고장이더군요."
그래서 우리들은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co 26.

우리는 사반나에서 버스를 내렸다. 그곳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수와 나는
터미널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처마 밑으로 나왔다. 이제부터 무얼 할
것인 지를 생각해야 했다.
아무런 계획도 떠오르지 않았다. 커피를 다 마신 나는 무심코 하모니카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서너곡을 계속 불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 한
사람이 커피를 다 마신 종이컵 속에 25센트짜리 동전을 하나 던지고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후에도 계속 하모니카를 불었더니, 한참 후에는
종이컵 속에 수북하게 동전이 쌓였다. 비가 그친 다음 수와 함께 한참
걷다 보니, 마을 한복판에 있는 공원이 나왔다. 나는 벤치에 앉아 다시
하모니카를 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동전을 던져 주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이 무렵이 되었을 때, 나는 거의 5달러나 되는 돈을 벌었다.
우리는 그날 밤 공원 벤치 위에서 잠을 잤다. 맑게 개인 하늘에 별과 달이
총총히 떠있어서 아주 보기가 좋았다. 아침이 되자 그럭저럭 배를 채운
다음, 산책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즈음에 나는 다시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다. 그날은 8달러를 벌었고, 그 다음 날은 9달러를 벌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나자, 꽤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돈을
가지고 조그만 악기점을 찾아갔다. 매일 똑같은 C 코드로 하모니카를
불려니 너무 단조로운 것 같아서, G 코드를 연주할수 있는 하모니카를
하나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가게 한쪽 구석에서 나는 중고 키보드 하나를 발견했다. 옛날에
'깨어진 달걀' 에서 조지가 나에게 몇가지 코드를 가르쳐준 것과 거의
비슷한 종류의 키보드였다.
값이 얼마냐고 물어 보니, 원래는 2백달러인데 나한테는 조금 깍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키보드를 샀고, 가게 주인은 키보드를
치면서 하모니카도 불 수 있는 받침대를 하나 끼워 주었다. 그렇게 되니
우리의 인기가 조금 더 좋아져서, 다음 주에는 하루 수입이 10달러에 달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다시 악기점을 찾아가서 이번에는 중고 드럼을 하나
샀다.
며칠 연습을 하고 나니 그럭저럭 박자를 맞춰 두드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는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종이컵도 과감하게 버리고 멋진 양철
컵도 하나 샀다.
내가 연주를 하는 동안 수는 그 컵을 들고 구경꾼 사이를 돌아다녔다.
비교적 수입이 짭짤했다. 나는 '그들이 딕시를 데려간 날 밤' 에서부터
'낮게 휘둘러, 사랑스런 채리어트' 에 이르기까지, 곡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음악을 연주했다. 조그만 하숙집도 하나 구해서 수와 함께 그곳에
머물며 식사도 직접 만들어 먹었다.
어느 날 아침, 내가 수와 함께 공원으로 나가고 있는데,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사반나에는 비가 자주 오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막 어떤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는데, 나는 문득 굉장히 눈에 익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인도에 양복을 입은 남자 하나가 우산을 쓰고 서 있었는데, 그 사람 바로
앞에는 커다란 쓰레기 봉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그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쓴 채 비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
봉지 속에서 손이 두 개 나와 신사의 구두를 닦고 있는 것뿐이었다.
나는 길을 건너가서 좀더 자세히 살펴 보았다. 쓰레기 봉지에서 휠체어의
바퀴 두 개가 조금씩 빠져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얼른 그곳으로 다가가, 쓰레기 봉지를 획 걷어올렸다. 
역시 댄이었다. 그가 먹고 살기 위해 구두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그 봉지 도로 씌우지 못해?"
댄이 말했다.
"비에 흠뻑 젖고 있잖아."
그러면서 댄은 수를 쳐다보았다.
"드디어 결혼을 한 모양이군."
"숫놈이야" 내가 말했다.
"기억나지? 왜 내가 하늘에 올라갔을 때 데리고 갔던."
"이봐, 구두 안 닦을 거야?" 양복쟁이가 말했다.
"저리 꺼져." 댄이 쏘아붙였다.
"네 녀석 발바닥을 물어뜯어 놓기 전에." 양복쟁이는 우리를 힐끔
쳐다보며 가버렸다. 
"여기서 뭘 하고 있어, 댄?" 내가 물었다.
"네가 보기엔 뭘 하고 있는 것 같나?"
댄이 되물었다.
"난 공산주의자가 되었어."
"우리가 전쟁터에서 맞서 사우던 놈들 말야?"
"천만에, 그놈들은 엉터리 공산주의자고, 나는 진짜라구, 마르크스, 레닌,
트로츠키.....이름은 들어봤나?"
"그럼 뭣 때문에 구두를 닦고 있어?" 내가 물었다. "제국주의자 놈들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기 위해서지."
댄이 대답했다.
"나는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은 놈들 치고 제대로 된 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 그러니 내가 구두를 많이 닦으면 닦을수록 더 많은 놈들을
자포자기 상태로 만들 수 있단 말야."
"글쎄,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갑자기 댄은 구두솔을 집어던지더니 휠체어를 굴려 비를 피하기 위해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
"이런 빌어먹을, 포레스트! 난 공산주의자가 아니야."
댄이 말했다.
"나같은 놈을 원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구."
"그럴 리가 있나, 댄." 내가 말했다.
"너는 언제나 나에게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은 뭐든지
될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
"아직도 그 개똥 같은 소리를 믿나?" 댄이 물었다.
"난 라쿠엘 웰치의 발가벗은 궁뎅이까지 봤는 걸." 내가 말했다.
"정말이야?" 댄이 물었다.
"그래, 어떻게 생겼든?"

그뒤로 댄과 수와 나는 팀을 이루었다. 댄은 우리 하숙집에서 묵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피워서, 밤에는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쓰고 한데서 잠을
잤다. 그러면서 그것을 "인격 수양"이라고 불렀다.
그는 인디아나폴리스를 떠난 후로 어떻게 살아왔는 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개 경주장에서 레슬링 사업을 하다가 가진 돈을 다 털려 버렸고, 그나마
남은 돈으로는 술을 마셔 버렸다. 그 다음에는 어떤 자동차 정비소에
취직을 했는데, 그것은 그가 조그만 휠체어를 타고 차 밑에서 일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 계속 기름 방울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난 다리도 없는 주정뱅이 불구자지만. 쉴새 없이 더러운 기름 방울이
떨어지는 건 못참겠더라구."
그런 다음 그는 워싱턴으로 갔다. 워싱턴은 우리 같은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위해 기념관을 세우는 등 많은 신경을 써주는 곳이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댄의 과거를 알게 된 사람들이 그에게 연설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댄은 연설 직전의 리셉션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외워 두었던 원고를 모조리 까먹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성경책을
들고 연단으로 올라가 창세기를 끝까지 낭독한 다음, 민수기를 읽으려
하자 사람들이 마이크를 끄고 쫓아내 버렸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잠시 구걸을 하며 거지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근엄하지가 못한'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나는 댄에게 트리블 씨와 체스를 둔 것, 새우 장사를 해서 꽤 돈을 벌었던
것, 상원의원에 출마했던 것 등을 이야기했지만. 댄은 그런 것들보다는
라쿠엘 웰치에게 훨씬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 여자 젖가슴이 진짜 같더나?"
그럭저럭 사반나에서도 한 달 가량이 지난 모양이다. 그 동안 꽤 잘 지낸
것 같다. 나는 열심히 1인조 악단으로 연주를 했고, 수는 구경꾼들에게서
돈을 걷었으며, 댄은 구경꾼들의 구두를 닦아 주었다. 어느날 신문사에서
나왔다는 친구가 사진을 찍어가더니, 다음 날 1면에 우리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는 '공공 공원을 배회하는 부랑자들'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내가 연주를 하면서 슬슬 찰레스턴으로 올라가 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조그만 남자 아이가 하나 드럼 앞에 서서는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차를 타고 뉴올리언즈로' 라는 곡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그 꼬마는 웃지도 않고, 꼼짝도 하지 않고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 속에는 무언가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고, 그걸 보니 뭔가 생각이 날듯 말듯 삼삼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구경꾼들 뒤편에 한 아주머니가 서
있었는데, 나는 그녀를 보는 순간 기절을 할 뻔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제니 커란이 거기 서 있는 것이었다.
파마를 해서 머리를 약간 말아 올려서 나이가 좀 든 것 같기는 했지만,
그건 틀림 없는 제니 커란, 바로 그녀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하모니카 음을 하나 빼먹긴 했지만 간신히 연주를
마쳤다. 그러자 제니는 꼬마의 손을 잡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 포레스트,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넌 줄 알았어. 세상에서 너만큼
하모니카를 잘 부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여기서 뭘 하고 있어?" 내가 물었다.
"우린 여기서 살아." 그녀가 대답했다.
"도널드는 타일 회사의 영업과장이거든. 앞으로 한 3년쯤 여기서 살게 될
것 같아." 내가 연주를 멈추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져 갔다.
제니는 내 옆에 앉았다. 꼬마는 수와 함께 놀고 있었는데, 수가
재주넘기를 해서 꼬마를 웃기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됐어?" 제니가 물었다.
"엄마 편지를 받아 보니 넌 베이유 라 바트레에서 새우 장사로 백만장자가
되었다고 하던데."
"얘기하자면 길어." 내가 말했다.
"설마 또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포레스트?"
"천만에, 이번엔 그렇지 않아" 내가 말했다.
"넌 어때? 잘 지내니?"
"뭐 대충." 제니가 대답했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걸 얻은 것 같아."
"재는 니 아들이니?" 내가 물었다.
"응. 귀엽지 않니?"
"그래, 귀엽구나. 이름이 뭐니?"
"포레스트."
"뭐?"
나는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 이름을 따서 니 아들 이름을 지었단 말야?"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제니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쨌거나
반은 네 아들이기도 하니까."
"반이 어떻다고?"
"재는 네 아들이야. 포레스트."
"내 뭐라구?"
"네 아들. 꼬마 포레스트."
나는 이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수 때문에 깔깔대고 박수를 쳐대는
꼬마를 바라보았다. 
"너한테 얘기를 해야 된다는 생각도 해보았어." 제니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인디아나폴리스를 떠날 때 이미 임신을 하고 있었잖니.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넌 언제나 너
자신을 '저능아'니 뭐니 하고 불렀잖아. 나는 그저 그 아기를 잘 기르고
싶었어. 더러는 이 아기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걱정도 했지." 
"바보가 될까봐 걱정했다는 거야?"
"그래,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 제니가 말했다.
"하지만 포레스트, 재를 좀 봐. 너도 알 수 있겠지? 걔는 전혀 바보가
아니야. 요정만큼이나 똑똑하지. 금년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작년에는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어. 믿을 수 있겠니?"
"내 아들이 틀림 없어?" 내가 물었다.
"그건 물어볼 것도 없어." 제니가 말했다.
"걔도 이담에 커서 미식축구 선수나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대."
나는 다시 한 번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주 튼튼하고 잘 생긴 아이였다.
맑은 눈빛에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 아이는 이제 수와
함께 땅바닥에서 삼목 놓기를 하고 있었다.
"음..... "
내가 약간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희......."
"도널드 말이니?" 제니가 말했다.
"그이는 너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라. 내가 인디아나폴리스를 떠난 다음에
그를 만났잖아. 그때 나는 다시 무대에나 설까 어쩔까 하고 있었는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구. 그이는 아주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나랑
꼬마 포레스트를 잘 보살펴줘. 집도 사고 자동차도 두대 있어. 토요일마다
바닷가나 시골 같은 곳으로 놀러가곤 해.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고.
도널드는 꼬마 포레스트를 대학에 보내야 된다며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어."
"잠깐 만나 봐도 될까? 그러니까 한 1,2분만?"
"물론이지." 제니는 그렇게 대답하며 소년을 불렀다.
"포레스트." 제니가 말했다.
"또 한 사람의 포레스트를 소개해 줄께. 엄마 옛날 친구야. 이 분 이름을
따서 네 이름을 지었단다."
소년은 다가와서 내 옆에 걸터앉았다.
"아저씨 원숭이, 참 재밌네요."
"저건 원숭이가 아니라 오랑우탄이야." 내가 말했다.
"저놈 이름은 수라고 한단다."
"'놈' 이라면서 어떻게 이름이 수에요?"
나는 그 말만 들어도 내 아들이 결코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엄마 얘기를 들으니 너는 커서 미식축구 선수나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며?"
"그럼요, 꼭 그렇게 될 거에요." 소년이 대답했다.
"아저씨도 미식축구이나 우주 비행사에 대해서 아는 게 있으세요?"
"그럼, 있지." 내가 말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너희 아빠한테 물어 보렴. 틀림없이 아빠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실 거다."
그러자 소년은 잠시 나를 껴안아 주었다. 한껏 힘을 준 다정스러운 포옹은
아니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수와 함께 좀더 놀고 싶어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서 뛰어내렸다. 수는 소년이 컵을 향해
동전을 던지면 중간에서 자기가 나꿔채는 놀이를 하자고 했다. 
다시 제니가 다가와 내 옆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
다리를 톡톡 두들겼다.
"가끔은 그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 제니가 말했다.
"우린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서로 알았으니,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나무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제니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고,
아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가슴 저미는 그 무엇이 드러나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어." 제니는 그렇게 말하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뭘?"
"바보라는 것." 제니가 말했다. 그녀의 입술이 심하게 떨렸다.
"바보가 아닌 사람은 누구지?"
제니는 그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벤치에서 일어나 꼬마 포레스트를
부르더니, 그의 손을 잡고 걸어가 버렸다.
수가 다가와 내 발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땅바닥에다 삼목 놓기 말판을
그렸다. 내가 오른쪽 위편에 X를 놓았더니 수는 한가운데다 0를 놓았다.
아무도 이길 수 없는 판이었다.
그뒤 나는 몇가지 조치를 취했다. 먼저 트리블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우 장사에서 나오는 내 수익금 가운데 10퍼센트는 우리 엄마에게, 또
10퍼센트는 버바의 아버지에게, 그리고 나머지는 꼬마 포레스트를 위해
제니에게 주라고 부탁했다.
저녁을 먹고 난 다음 나는 밤새도록 앉아서 생각을 해보았다. 비록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어쨌건 나는 생각을 할려고 애썼다.
내가 한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제니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의' 아들을 키우고 있다. 어쩌면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두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단지 내가 바보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을 살다 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그런 일 가운데 하나였다. 또한 나는 꼬마
포레스트를 위해서도 그가 제니랑 또 그녀의 남편이랑 같이 사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꼬마포레스트에게 훌륭한
가정에서,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 꼬마 포레스트는
정신박약아 아빠를 두었다는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며칠 후, 나는 수와 댄을 데리고 사반나를 떠났다. 우리는 찰레스턴을
통해 리치몬드로, 거기서 아틀란타로, 다시 챠타구나와 맴피스와 내쉬빌을
거쳐 드디어 뉴올리언즈에 도착했다.
뉴올리언즈에서는 누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 셋은 잭슨
스퀘어에서 각자 할 일을 하며, 또 다른 떠돌이들이 각자 자기네 재주
부리는 것을 구경하며, 우리의 삶을 살았다.
나는 양 옆으로 조그만 보조 의자가 달린 자전거를 한 대 샀다. 일요일이
되면 그 자전거에 수와 댄을 태우고 강으로 메기 낚시를 한다.
제니에게서는 한달에 한번 쯤 편지가 오고, 가끔 꼬마 포레스트의 사진도
끼어온다. 지난 번에는 조그만 미식축구 유니폼을 입은 포레스트의 사진을
받았다.
이곳에는 스트립 바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하나 있는데, 우리는 가끔
만나서 엉덩이를 맞댄다. 그녀의 이름은 완다이다. 나와 수와 댄은 툭하면
프렌치 쿼터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그곳에는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우리 말고도 좀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러시아 혁명 때
살아남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날, 그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 하나가 찾아와 나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본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뛰어난
일인조 밴드라는 것이었다. 그는 내 인생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더니, 그는 절반도 듣지 않고는
그냥 가버렸다. 아무도 그따위 소리를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사로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꼭 이야기해 두고 싶다. 가끔 밤중에 별을 올려다 보면, 또
그냥 그렇게 펼쳐져 있는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여러분은 아마 내가 아무
것도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처럼 꿈을 꾼다. 그것도 자주.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 지를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나는 마흔 살,
쉰 살, 예순 살이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어쩌면 나는 바보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든 올바른 일을 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해도 나는
안다. 돌아보면 언제나, 적어도 지겨운 삶을 살아 오지는 않았다는 것을.
여러분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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