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곤충기 1
신기한 쇠똥구리
오쿠모토 다이사부로
* 저자: 오쿠모토 다이사부로
1944 년, 일본 오사카 출생. 사이타마 대학 불문학 교수. 아마추어 곤충학자. 어릴
때부터 곤충 채집을 좋아하였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채집 경험도 많다.
이 책의 제작을 위해 파브르가 살던 남프랑스 각 지방을 여러 차례 답사하기도
했다. '곤충의 우주지'로 제 33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곤충에 관한
저서로 '백충보', '곤충의 춘추', '여름 곤충, 여름 꽃', '진기한 곤충과 기이한
곤충'등이 있다.
(책머리에)
(이 책에 나오는 곤충들 1)
'곤충기'는 프랑스의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가 약 60 년 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하여 쓴 책입니다. 원서는 분량이 많고, 모두 10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특히 재미있고 중요한 부분만을 추려서 고쳐 쓴 것입니다. 총
8권으로 되어 있으며, 마지막 권은 파브르의 전기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곤충 가운데 특정한 지역에만 사는 것에는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또, 파브르가 살던 시대의 프랑스의 여러 가지 풍습과 습관에
관해서도 간혹 설명을 하였습니다. 현대의 곤충학자들의 견해에 대해서도 보충해
두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똥풍뎅이의 생활을 소개하겠습니다. 똥풍뎅이는 풍뎅이의 일종이지만,
소나 양 같은 동물의 배설물을 둥글게 만들어 굴리거나 땅속에 묻습니다. 그것을
자기 자신과 애벌레의 먹이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똥구슬을 데굴데굴 바쁘게 굴리는 똥풍뎅이의 모습을 보고,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을 옮기는 신의 화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벌레의 모습을 돌에 새겨
부적으로 사용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똥구슬을 굴리는 벌레는 프랑스어로 스카라베 사쿠레, 즉 '신성한
갑충'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 외에도 멋진 뿔이 하나 달린 에스파냐뿔똥풍뎅이, 뿔이 세 개
달리고 옻칠을 한 것처럼 검은 광택이 나는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 배가 자수정처럼
빛나는 검보라금풍뎅이 등이 등장하여 똥풍뎅이들의 신기한 생활과 자연 속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보여 줄 것입니다.
1. 아비뇽의 5월
파브르 선생님과 학생들
19세기 중엽의 일이었습니다. 5월의 어느 맑은 날 아침, 남 프랑스 아비뇽 거리의
넓은 광장에 5,6 명의 학생들이 모여 즐거운 듯이 떠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목요일, 프랑스 학교는 휴일입니다. 저마다 등에는 배낭을 메고 각자가 만든
포충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씨도 좋고 해서 지금부터 어디론가 곤충 채집을 하러
나가는 것이겠지요.
일행 가운데 두 명이 배낭에서 상자를 꺼내 속에 든 것을 서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른 동료들이 그들을 둘러쌌습니다.
"뭐야, 호랑나비 아니야?"
"맞아, 너 잡아 본 적이 있니?"
"아니, 없어. 하지만 그것과 이 아폴로붉은점모시나비와 교환하자고? 안 돼, 안
돼. 이건 아버지와 함께 방투산까지 가서 간신히 잡은 거란 말야."
"무슨 소리야? 아폴로붉은 점모시나비는 산에 가면 굉장히 많이 날아다녀. 내가
20 마리나 잡았다고 전번에 말했잖니? 호랑나비가 훨씬 잡기 어려워."
"응, 그건 그렇지만^5,5,5^."
"게다가 이 호랑나비는 새 것이야. 네 아폴로붉은점모시나비는 날개가 좀 헐은
낡은 표본이잖아?"
"그럼 좋아. 자, 바꾸는 거다."
이렇게 말하고 둘은 귀중한 보물을 서로 바꾸었습니다. 호랑나비도
아폴로붉은점모시나비도 없는 다른 학생들은 "멋있다, 좀 보여줘."라고 하면서 새
주인이 뚜껑을 닫으려는 표본 상자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아폴로붉은점모시나비는 흰나비의 일종입니다. 흰 날개에 핏빛의 빨간 무늬를
가진 종류로, 유럽이나 아시아의 높은 산에 사는 유명한 나비입니다. 호랑나비는
황색 바탕에 검고 선명한 줄무늬를 가진 남프랑스의 대표적인 나비입니다.
아이들이 메고 있는 배낭 속에는 공책, 살충용 에테르로 적신 톱밥을 넣은 유리병,
빵, 치즈, 햄, 사과, 양파가 든 도시락 등이 꽉 차 있었습니다. 남프랑스 사람들은
양파를 생것으로 소금을 쳐서 디저트 대신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광장에는 돌이 깔려 있고, 마차와 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은 닳아 있었습니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광장이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집도 전부 회백색의 묵직한 돌로
되어 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 모자를 쓰고 어깨에 뭔가를 멘 남자가 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파브르 선생님?"
학생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도 가까이 오자 씩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 모두들 안녕?"
나이는 서른 살이 조금 넘어 보였습니다. 어깨에 멘 것은 땅을 파는 괭이와
양산이었습니다.
"아니, 요 녀석들! 항상 수업 시작 종을 들으면서 산토끼처럼 뛰어 오더니, 오늘
아침에는 벌써 왔니? 하하하, 이거 대단한데."
이 말은 들은 상습 지각생들도 함께 웃었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하루를 생각하니
지금부터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론 강을 건너 레잔그르 언덕으로
"출발!"
오늘 선생님과 학생들은 론 강을 건너 아비뇽 마을 저편 해안에 보이는 레잔그르
언덕까지 스카라베 사쿠레라는 왕쇠똥구리를 보러 갑니다. 왕쇠똥구리는 갑충의
일종으로 소나 양의 배설물(똥)을 둥글게 굴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 왕쇠똥구리는 풍뎅이의 일종으로 배설물을 먹이로 합니다. 풍뎅이류 가운데는
잎을 먹는 무리도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구슬을 굴리는 종류와 멋진 뿔을 가진
뿔똥풍뎅이와 아름다운 금풍뎅이가 많습니다.
아비뇽은 마을 전체가 큰 돌을 높게 쌓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옛날에
적이 공격해 왔을 때 이 성벽 위에서 활이나 총을 쏘거나 돌을 떨어뜨리면서
싸웠다고 합니다. 그 성문을 나오면 바로 론 강변입니다.
론 강은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강입니다. 5월에 내린 비로 조금 탁한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습니다.
모두들 즐겹게 이야기 하며 풀이 무성한 좁은 길을 걸어가다 보면, 길 양쪽에
산사나무의 빨간꽃, 하얀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어 좋은 향기가 납니다.
갈매기 떼가 강 위를 날아다니며 큰소리로 울고 있습니다. 갈매기들은 지중해에서
알을 낳기 위해 거슬러 온 고기 떼를 쫓아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비교적 북쪽에 있어서 추운 편입니다. 남프랑스에 있는
아비뇽은 파리보다 훨씬 따뜻하지만 겨울이면 '미스트랄'이라는 차고 건조한 북풍이
몹시 심하게 불어 닥칩니다.
그래서 모두들 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특히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욱 봄을 기다립니다.
5월이 되어 산과 들에는 봄이 완연해졌습니다. 파브르 선생님과 학생들은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언덕 기슭의 작은 개울에 떠 있는 부평초 밑에는 도룡뇽과 큰가시고기가 숨어
있을까? 큰가시고기의 수컷의 목에는 혼인색이 나타나 있을까?
* 봄철의 번식기가 되면 큰 가시고기 수컷의 목 부분이 빨갛게 됩니다. 이것을
'혼인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목초지에는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제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저공 비행을
하면서, 공중에서 알을 뿌리듯이 낳는 각다귀를 큰 입으로 잡아 먹을까?
* 각다귀: 밤에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피를 빨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잔그르 언덕위에서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소나 양의 배설물로
만든 둥근 똥구슬을 거꾸로 서서 굴리고 있을까?
이런 생각에 일행들의 발걸음은 자연히 빨라졌습니다.
파브르 선생님과 학생들이 언덕 기슭의 작은 개울물 속을 들여다보니 모든 것이
생각한 그대로였습니다.
큰가시고기의 수컷의 목은 벌써 화려한 빨간 목도리를 걸친 것처럼 혼인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비늘은 잘 닦아서 광택이 나는 것 같습니다.
크고 검은 거머리가 피를 빨려고 가까이 오면 큰가시고기는 등과 가슴에 있는
가시를 용수철처럼 핑 하고 곧게 세웁니다. 그러면 거머리는 겁을 먹고
흐느적흐느적 물풀 속으로 사라집니다.
개울에는 명주우렁이 등 조개류가 한가하게 무리지어 있으며, 물방개와 물방개의
애벌레가 이들의 피를 빨려고 노리고 있습니다.
흐르는 개울을 수영장처럼 큰 수조에 담은, 지붕을 얹은 빨래터가 보입니다.
빨래를 하면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는 마을 아주머니들 곁을 지나면 모두들
일손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봅니다.
자! 레잔그르 언덕 위에 올라왔습니다. 북쪽을 둘러보니 아비뇽 마을이 보입니다.
마을 왼쪽에 검게 보이는 것은 잇사르 숲입니다. 하늘은 푸르게 개었고 공기는
상쾌했습니다. 언덕 위의 초원에는 양 때가 풀을 뜯고 있습니다.
말을 탄 사람이 달리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경마에 대비해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스카라베 사쿠레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축의 배설물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도 너무 오래된 것은 안 됩니다.
"아, 저쪽이다!"
한 학생이 외쳤습니다. 모두들 달려가 보니 풀 위에 큼직한 쇠똥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설물 위에 벌레가 잔뜩 모여 있었습니다.
쇠똥은 벌레의 입장에서 본다면 산처럼 큰 케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곳에서
크고 작은 수백 마리의 벌레들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기어오르거나 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나 허둥거리는 모습이 모두 당황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만일 이 벌레들이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쉬는 시간의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무척 시끄러울 겁니다.
현대의 여러분들은 멋진 뿔을 가진 똥풍뎅이가 이렇게 많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지 모르지만, 옛날에는 자동차나 트럭 대신 마차나 소달구지가 사용되었고, 밭을
일구기 위해서 트랙터 대신 쟁기가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을 끄는 것은 말이나 당나귀, 또는 이들의 잡종인 노새, 그리고 소였습니다.
그 외에 양도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러한 가축의 배설물이 땅에 많이 떨어져
있었고, 이것을 먹는 곤총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동물의 배설물은 곤충에 의해 치워지고, 그 덕분에 풀들이 배설물에
깔려 말라 죽는 일도 없어서 항상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었습니다.
배설물을 먹는 곤충들
똥풍뎅이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지만 특히 열대 지방에 많은 종류가 살고
있습니다. 동물의 종류에 따라 그 배설물을 먹는 똥풍뎅이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즉, 큰 짐승의 배설물에는 큰 똥풍뎅이가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는 코끼리의 배설물을 먹는 남방뿔풍뎅이라는
종류가 몇 종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장수풍뎅이처럼 크고
훨씬 더 둥글며,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묵직한 느낌이 듭니다.
녹색과 븕은 구리빛을 띤 자색금풍뎅이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온대 지방에
사는 똥풍뎅이는 검은색을 띠고 있지만 남미와 아프리카 등 열대 지방에는
붉은색이나 금록색 혹은 청색으로 반짝거리는, 살아 있는 보석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남미의 무지개뿔풍뎅이는 매우 아름다운
종류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에도 꽤 많은 똥풍뎅이가 있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도로 공사용 곡괭이처럼 뾰족하고 튼튼한 뿔을 머리에 달고
있습니다(몸길이: 15--30 밀리).
애기뿔쇠똥구리는 에스파냐뿔똥풍뎅이보다 조금 작지만 뿔과 등의 돌기를 합치면
네 개나 됩니다(몸길이: 15--20 밀리).
들소뿔똥풍뎅이는 프랑스에서는 지중해 연안에만 살고 있는 비교적 작은
종류이지만, 머리 양쪽에 짧은 뿔이 달려 있고 등에도 수평으로 튀어나온 뿔이
있습니다(몸길이: 13--18 밀리).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등에 창처럼 생긴 세 개의 뿔이 나 있고, 온몸에 검은색
에나멜을 칠한 것처럼 광택이 납니다(몸길이: 10--20 밀리).
검정금풍뎅이와 줄금풍뎅이는 자색금풍뎅이를 검게 칠한 것 같은 종류입니다.
(줄금풍뎅이 몸길이: 10 ^36,36^ 25 밀리, 물소뿔똥풍뎅이 몸길이: 13 ^36,36^ 22
밀리, 꼬마쇠똥구리 몸길이: 8--10 밀리)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프랑스의 대표적인 똥풍뎅이는 스카라베사쿠레이겠지요.
프랑스의 똥풍뎅이 중에서도 가장 크며, 둥글고 편평한 몸은 검은 광택을 띠고
있습니다.
머리의 가장자리는 얇고 삽처럼 되어 있으며, 울퉁불퉁한 이가 나 있습니다.
그리고 앞다리에도 톱날 같은 홈이 패어 있어서 배설물을 파거나 자를 때
편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몸길이: 26--40 밀리).
* 파브르 선생님이 연구한 스카라베 사쿠레는 지금은 스카라베 뒤퐁으로 불리고
있는데 프랑스에만 있는 왕쇠똥구리입니다. 이 책에서는 파브르 선생님이 부르던
그대로 '스카라베 사쿠레'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똥풍뎅이들은 모두 냄새를 맡는 능력, 즉 후각이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더듬이를
부채처럼 펼쳐 공기중의 배설물 냄새를 감지하면 먼 곳이라도 붕 하고 날아갑니다.
파브르 선생님 일행이 발견한 쇠똥에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다른 똥풍뎅이들과
섞여 벌써 많이 와 있었고, 옆에서 보고 있는 사이에도 날개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날아왔습니다. 베설물 근처까지 날아오면 풀썩 내려앉아 재빨리 먹이로 기어옵니다.
똥퐁뎅이들은 주로 모래 속에 숨어 있을 때가 많은데, 후각은 잠자고 있을 때도
움직이는지 냄새를 맡으면 모래 속에서 곧장 기어나와 배설물이 있는 곳으로
날아갑니다.
채집가가 아무리 찾아도 똥풍뎅이가 보이지 않을 때, 살짝 풀숲으로 들어가
용변을 보면 옷을 추키는 사이에 벌써 똥풍뎅이가 몇마리나 날아와 있습니다.
똥풍뎅이가 많은 곳에서는 뿡 하고 방귀만 뀌어도 벌써 붕 하는 날개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똥구슬을 만드는 스카라베 사쿠레
스카라베 사쿠레가 어떻게 똥구슬을 만드는지를 잠시 보도록 합시다.
모여든 동료의 수가 많으면 스카라베 사쿠레는 서로 좋은 장소를 차지하려고
싸웁니다. 배설물 더미 위에 갑자기 앞다리를 번쩍 들어 상대를 후려쳐서
넘어뜨립니다. 싸움을 꽤 좋아하는 곤충인 것 같습니다.
소란스런 싸움이 그치면 스카라베 사쿠레들은 각자 가까운 곳에서 구슬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적당한 곳을 골라 톱니 모양의 머리 가장자리와 앞다리를 삽처럼 사용하여 배설물
더미에서 깨끗이 둥글게 도려냅니다. 그리고 앞다리를 능숙하게 놀려서 도려낸 구슬
표면을 다듬습니다. 앞다리의 편평한 부분을 사용해서 찰싹찰싹 두드릴 거라고
생각되지만, 이와는 달리 손바닥에 해당하는 부분을 세워 조금씩 양손으로 힘차게
누르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하는 동안에 스카라베 사쿠레는 자신의 똥구슬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배설물로 만든 구슬 위에서 저쪽편을 향해 꾹꾹, 그리고 이쪽을 향해 꾹꾹, 몸을
바쁘게 놀리며 구슬 표면을 다듬습니다.
그리고 구슬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장소에 그대로 있습니다. 결코 구슬을
데굴데굴 굴리는 일은 없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굴리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이 쇠똥구리가 구슬을
둥글게 하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눈사람을 만들 때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는 달리 이 쇠똥구리는 구슬을 완전히 둥글게 만든 후에
굴리기 시작합니다.
사람들로서는 알맞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렇게 능숙하게 하지 못하겠지만,
스카라베 사쿠레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똥더미에서 훌륭하게 구슬을
도려냅니다. 몇 번이고 연습해서 점점 솜씨가 좋아진 것이 아닙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태어날 때부터 구슬 만들기의 명수인 것입니다.
자, 똥구슬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이 보물을 아무도 없는 곳으로 옮겨 땅속에
파묻어 두고 천천히 먹을 차례입니다.
그런데 스카라베 사쿠레는 도대체 왜 이런 수고를 하면서 식량인 배설물을
구슬처럼 둥글게 만들어서 굴릴까요?
그 첫째 이유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대식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배설물을
발견하면 재빨리 자기 몫을 대량으로 차지해야만 합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뿐만 아니라 다른 똥풍뎅이들도 엄청난 대식가입니다. 왜냐하면
배설물에는 영양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많이 먹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소나 양은
위를 네 개나 가지고 있어서 먹이를 매우 잘 소화하고 흡수합니다. 배설물은 그
찌꺼기이기 때문에 많이 먹지 않으면 영양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많은 먹이를
한꺼번에 빨리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뿔똥풍뎅이류는 배설물 더미 아래에 지하실을 만들어 이 속에 배설물을 계속
옮겨서 어른 주먹 크기만한 분량을 저장합니다. 금풍뎅이는 세로로 가늘고 긴
구멍을 파서 그 속에 소시지처럼 배설물을 채워 넣습니다. 그리고 스카라베
사쿠레는 똥구슬을 멀리 옮긴 뒤 아무도 없는 지하실에 묻어 놓고 먹습니다. 모두들
다른 동물에게 방해받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큰 똥구슬을 멀리 옮기려면 조금씩 안고 날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몇 번 왕복하는 사이에 배설물을 다른 동료들에게 모두 빼앗겨 버리겠지요.
더욱이 배설물 속에 다른 곤충이 알을 낳았다면 자신의 애벌레가 다른 곤충에게
먼저 먹혀 버리고 맙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배설물을 옮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으로 물어 끌고 가거나
앞다리로 안아서 옮기는 것보다 배설물 덩어리를 크고 둥글게 뭉쳐 데굴데굴 굴리는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굴리면서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는 장면은 정말
장관입니다.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뒤를 향해 구슬을 밀어 올립니다.
이 쇠똥구리는 모래땅에 구멍을 파고 똥구슬을 묻어야 되기 때문에 자기 마음에
드는 장소에 도달할 때까지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무턱대고 가려고 합니다.
영차, 영차 하고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밀고 나아갑니다. 길이 울퉁불퉁해도
능숙하게 굴려 갑니다.
두 개의 긴 뒷다리로 구슬을 안듯이 하고, 그 뒷다리 끝부분의 날카로운 발톱을
구슬에 찔러 이 곳을 축으로 삼아 회전시킵니다. 앞다리로는 몸을 지탱함과 동시에
꽤 빠른 속도로 번갈아 땅을 밀며 뒤로 나아갑니다.
뒷다리를 계속 움직이며 찌르는 발톱의 위치를 바꾸기 때문에 땅이 울퉁불퉁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막 비탈길을 비스듬히 오르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아슬아슬하군요.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큰일입니다.
앗, 다리를 헛디뎠습니다! 구슬은 데굴데굴, 저만치 아래쪽까지 굴러
떨어졌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과 함께 뒤집힌 채로 버둥거리다가 이윽고 몸을 일으켜
또다시 구슬을 밀며 비탈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조금만 더^5,5,5^, 하는데 그만 또 굴러 떨어졌습니다. 사람이라면 될
대로 되라고 자포자기 하겠지만 스카라베 사쿠레는 태연합니다. 돌아가면 될 텐데
같은 길을 열 번, 스무 번 계속 다시 오릅니다.
그래서 결국 성공하든가, 혹은 다른 길로 가 버립니다.
친구인가, 도둑인가?
스카라베 사쿠레는 언제나 혼자서만 똥구슬을 굴리는 것은 아닙니다.
한 마리의 스카라베 사쿠레가 힘들여 구슬을 만들어 굴리기 시작하면, 저쪽에서
한창 구슬을 만들던 다른 스카라베 사쿠레가 자기 것을 팽개치고 재빨리 기어와
친절하게 굴리는 것을 도와 줍니다.
두 마리가 힘을 합해 구슬을 굴리는 장면은 협동 정신의 좋은 본보기 같습니다.
"야, 고마워. 힘들 텐데. 나중에 반 줄게."
"무슨 소리니? 피차일반이지, 뭐. 그런 소리 마." 하고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진짜 그럴까요? 어쩌면 이 두 마리는 암컷과 수컷이
아닐까요?
그러나 살펴보니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두 마리 모두 수컷이거나 또는 두 마리
모두 암컷일 떄도 있습니다.
가끔 이런 일도 일어 납니다.
한 마리의 스카라베 사쿠레가 열심히 구슬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다른 스카라베 사쿠레가 날아와 착륙하자마자 얇은 갈색 날개를 딱딱한 딱지날개
밑으로 접고 가까이 와서는 갑자기 앞다리로 팍 하고 구슬 주인을 한 대 갈깁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거꾸로 서서 구슬을 굴리고 있기 때문에 한 대 맞으면 금방
몸이 뒤집혀 버립니다.
"무슨 짓이야!"
구슬 주인이 소리치면서 발버둥을 쳐 몸을 일으켜 세웠을 때는 폭력을 가한 쪽이
오히려 진짜 주인 같은 표정으로 구슬 위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주인은 땅에서 구슬 주위를 맴돌며 도둑놈의 헛점을 찾지만, 상대도 주인의
몸놀림에 따라 움직이며 위에서 '에잇!' 하고 일격을 가해 주인을 다시
쓰러뜨립니다.
진짜 임자는 단념하지 않고 앞다리로 구슬 전체를 굴려 버립니다. 도둑놈은
당황하여 다리를 재빨리 움직이며 구슬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자, 이렇게 되면 어느 쪽이 진짜 주인인지 구별이 안 됩니다. 이제 땅 위에서
격투가 시작됩니다. 앞다리로 서로 치고 받고, 가슴과 가슴을 서로 부딪치기도
합니다. 카사, 카사 하고 갑옷과 투구가 서로 스치는 소리가 납니다.
상대를 거꾸로 뒤집은 쪽이 재빨리 구슬 위에 올라가 진을 치고 조금 전과 똑같은
태세를 갖춥니다.
이런 일을 몇 번이나 되풀이 하는 사이에 구슬을 빼앗긴 쪽이 포기하고는 다시
배설물 더미로 가서 새로운 구슬을 만듭니다.
이긴 쪽은 구슬을 밀고 어디론가 가려고 합니다.
때로는 또 다른 스카라베 사쿠레가 나타나 앞발로 팍 하고 일격을 가하기도
합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남의 것을 훔치기를 좋아하는 곤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동료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구슬을 밀고 가 천천히 먹으려는 것이겠지요.
원래의 주인과 나중에 나타난 스카라베 사쿠레가 별다른 싸움없이 사이좋게
구슬을 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때 주인은 물구나무를 서서 뒤로 구슬을 굴리고, 도와 주는 쪽은 일어선
자세로 구슬을 당깁니다.
그러나 어쨌든 도와 주는 쪽은 별로 신통치 않아 자주 넘어집니다. 두 마리의
스카라베 사쿠레는 서로 호흡이 맞지 않는데도 상관하지 않고 계속 나아갑니다.
그러다가 도와 주려던 쪽이 뻔뻔스럽게도 다리를 움츠려 구슬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구슬과 함께 굴러갑니다.
나중에 자기가 구슬을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몸이 구슬에 깔리든 옆으로 구르든
상관하지 않고 구슬에 딱 달라 붙어 계속 굴러갑니다.
비탈이 심한 곳에서는 두 마리가 힘을 합해 구슬을 위로 밀어 올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 도와 주는 쪽이 모르는 척할 때가 더 많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 '신성한 갑충'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옮기는 데 열중할 무렵, 점심때가 되어 시장해진
파브르 선생님과 학생들은 도시락을 펼쳤습니다. 풀밭에 앉아 잡담을 하거나,
선생님께 질문을 하며 빵, 치즈, 햄, 사과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스카라베 사쿠레의 생활에 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선생님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렇게 만든 똥구슬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확실히 몰라. 물론
자기가 먹겠지만, 그렇다면 알은 어디에 낳고, 깨어난 애벌레는 어떻게 자랄까?
책을 보면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 속에 알을 낳은 뒤 굴려 간다고 씌어 있지만,
구슬을 몇 개나 빼앗어 쪼개 보아도 알이나 애벌레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그러니
모두 잘 찾아보기 바란다. 책에 쓰여 있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지만 자신이 직접
확인 해보고 다른 결과가 나오면 책을 의심할 필요가 있지. 만일 구슬 속에 알이
있다면 저렇게 심하게 굴려도 괜찮을까? 속에 든 알이 죽지는 않은까^5,5,5^?"
학생들은 잡담과 식사도 잠시 잊은 채 듣고 있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생활과 다른 곤충에 대해, 그리고 여러 가지 자연 현상에 대해 우리 인간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사실을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점점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왜 신성한 갑충이란 이름이 붙어 있나요? 똥을 먹는 저런
벌레에^5,5,5^."
베시엘이 물었습니다.
"그것은 고대 이집트 신앙과 관계가 있지. 쇠똥구리류는 아프리카에도 많이
있는데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이 곤충이 바쁘게 똥구슬을 굴리는 것을 보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루 동안 태양을 옮기는 화신이라고 생각했단다. 이 머리
부위의 울퉁불퉁한 것도 태양 광선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지 않니?"
"아, 정말이다!"
그래서 모두들 새삼스럽게 곤충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게다가 이 곤충은 구슬과 함께 땅속에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가 다른 계절에
나오지. 그것을 보고 이집트 사람들은 이 곤충이 일단 죽은 뒤에 다시 되살아나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돌에다 이 곤충의 모습을 새겨 미라의 심장
위에 얹어 놓거나 부적으로 삼았던 거지."
선생님이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홀스 아폴로라는 학자는 이런 이상한 것을 고대 문서에 남겼단다. 물론 몇천 년
전의 일이야."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즉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굴리고, 28일 간 구슬을 땅속에 묻어 둔다는 것입니다. 28일이 달의 공전 주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29일째 되는 날이 이집트 사람들이 생각한 태양과 달이 만나는 날로서, 그 날에
세계가 새롭게 태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29일째에 스카라베 사쿠레는 묻어 둔
똥구슬로 돌아가 땅속에서 구슬을 파내어 구멍을 뚫은 뒤 나일 강에 던집니다.
그러면 구슬 속에서 새로운 스카라베 사쿠레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 스카라베 사쿠레: 별명은 '신성한 갑충'.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신의 화신으로
숭배되었습니다. 몸 전체가 둥글고, 검은 광택이 납니다. 몸길이는 26--40 밀리.
머리의 가장자리는 얇으며 삽처럼 되어 있고, 울퉁불퉁한 이가 나 있습니다. 이
울퉁불퉁한 것을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빛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앞다리도 톱니처럼 되어 있습니다.
"엉터리처럼 들리겠지만 그토록 주의 깊게 스카라베 사쿠레를 보아 온 이집트
사람들의 말이기 때문에 스카라베 사쿠레의 생활을 알기 위한 귀중한 힌트가 될 것
같구나. 적어도 지금의 박물학자나 대학 교수보다 옛날 이집트 학자들이 살아 있는
스카라베 사쿠레를 더 자세히 보았을 테니까."
말을 마친 파브르 선생님은 식사도 잊은 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는 잠시 그대로 두는 편이 좋습니다.
주위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갑자기 크게 화를 내시기 때문에 학생들은 숨을 죽이며
식사를 계속했습니다.
그 날은 모두들 아비뇽 교외의 자연 속에서 오랜만에 태양을 만끽하며 스카라베
사쿠레가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많은 똥풍뎅이와 빨강, 검정이 어우러진 멋진
제복 차림의 개미붙이, 그리고 들국화꽃에 모여드는 작은 비단벌레 등을 채집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 개미붙이: 빨강과 검정이 잘 조화된 아름다운 갑충입니다. 꽃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꿀을 빨러오는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2. 스카라베 사쿠레
(1) 스카라베 사쿠레의 비밀
파브르 선생님의 짖궂은 실험
아비뇽의 학교에서 교사로 있을 떄 파브르 선생님은 여유만 생기면 스카라베
사쿠레와 벌 등을 관찰하러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매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교 수업과 여러 가지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유감스럽게도 학교에서 받는 봉급이 매우 작았기 때문에 대학
졸업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의 개인 교수 노릇도 해야만 했습니다.
바쁜 나날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선생님은 들로 나갔습니다. 이 따금씩 학생을
데리고 갈 때를 빼놓고는 혼자서 나가곤 했습니다. 혼자서 조용히 관찰하고,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중요한 사실을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시끄럽게 떠들면서 관찰하면 그 당시는 즐겁지만 마음이 들뜨게 되어 집중력이
떨어지고 좋은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검고 큰 박쥐우산으로 해를 가리고 곤충들 사이에 앉아서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동안 꺠달은 사실과 떠오른 생각, 그리고 알면 알수록 더
많아지는 의문을 기록합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똥구슬에 두 마리의 스카라베 사쿠레가 붙어 있을 떄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면 스카라베 사쿠레들은 어떻게 할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한
마리가 구슬을 열심히 빚고 또 다른 한 마리가 구슬 위에 있을 때, 선생님은 긴
침으로 구슬을 꿰뚫어 땅속까지 찔러 넣어서 구슬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보았습니다.
똥구슬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게되자 스카라베 사쿠레는 매우 놀란 것 같습니다.
돌이나 풀 뿌리에 걸린 걸까, 하고 생각한 스카라베 사쿠레는 힘껏 다시 밀어
보았습니다. 물론 구슬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조사해 보자.'
스카라베 사쿠레는 두세 번 구슬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위쪽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위쪽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동료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파브르 선생님보다 전에 살았던 에밀 브란샬이라는 유명한 곤충학자의
책에는, 이럴 때 스카라베 사쿠레는 날아가서 동료를 불러와 모두 힘을 합해
도운다고 쓰여 있었고, 사람들도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스카라베
사쿠레는 동료를 부르러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똥구슬을 밀던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 위에 있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할까요?
"야, 내려와서 도와 줘. 구슬이 꼼짝도 안 해."
그런데 이런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구슬 주인인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
위와 옆을 밀면서 열심히 그 원인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위쪽에서 아무 도움도 주지
않던 동료 스카라베 사쿠레도 그제서야 슬슬 내려옵니다.
"무슨 일이니?" 하고 묻는 것 같습니다.
사실 본심은 '이 구슬 필요 없으면 나 줘.' 하고 말했겠지요.
구슬 위에서 내려온 스카라베 사쿠레도 어떻게 해서든 구슬을 움직이려고 주인과
함께 구슬 주위를 살펴봅니다. 더듬이를 부채처럼 접었다폈다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구슬 아래쪽을 살펴봅니다.
"여기다. 구슬 밑에 뭔가 있어."
두 마리가 각각 구슬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긴 침이 구슬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구슬 밑에 머리를 처박고 조금씩 들어올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침이 빠지지 않으면 뒷다리로 들어올려 보기도 합니다. 두 마리가 작업을
하기 떄문에 구슬이 침에서 빠져 나와 땅에 툭 떨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지만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매우 긴 침을 찔러 보았습니다.
다리를 쭉 펴 보아도 구슬은 침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스카라베 사쿠레는
아까와 같이 구슬 주위를 몇 번이나 돌아 보지만 결국 포기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동료를 불러 오려는 걸까, 하고 한동안 기다려 보았지만 한 마리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다른 두 마리로 실험을 반복해 보았습니다. 긴 침을 찔려 놓고
스카라베 사쿠레가 아무리 노력해도 구슬을 침에서 빼지 못할 때, 구슬 옆에 편평한
돌을 놓아 보았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돌이 있다는 것을 한동안 모르다가 잠시 후 우연히 한 마리가
돌 위에 올라갔을 때 구슬이 등에 닿았습니다. 그러자 스카라베 사쿠레는 돌을
발판으로 삼아 힘껏 발돋움을하여 구슬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구슬은 높이 올라갔지만 침에서 빠지기에는 아직 조금 부족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편평한 돌 하나를 더 얹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돌을 몇 개나 쌓아 올린 끝에 간신히 침에서 구슬을 빼낼 수가
있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발판을 만들어 준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만약 발판을 만들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의 등 위에 올라가
일을 하면 되겠지요. 그러나 스카라베 사쿠레는 그런 것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단지 어떻게 하다보니 등에 구슬이 닿았고, 그래서 밀어 올려 보는 것입니다.
지하실이 만들어지면 이젠 안심
무사히 구슬을 굴려서 이윽고 마음에 드는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주인 스카라베
사쿠레가 거의 혼자서 굴려 와서 이제 구슬을 저장할 구멍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울퉁불퉁하게 홈이 팬 머리와 톱니가 달린 앞다리로 모래땅을 파고 불도저처럼
흙을 앞으로 밀고 갑니다. 구멍은 점점 커져서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멍 속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게 됩니다.
흙을 밖으로 밀고 나올 때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을 힐끔 보며 확인합니다.
이따금씩 구슬을 만져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자, 조금만 더 하면 된다." 하고
중얼거리고는 힘을 내어 또 구멍 속으로 들어 갑니다.
구슬이 굴러갈 때는 구슬에 착 달라붙어 죽은 시늉을 하고 있던 다른 한 마리는
구멍파기도 도와 주지 않습니다.
구멍은 점점 깊고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인은 이제 밖으로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구슬에 붙어 있던 게으름뱅이 동료가 갑자기 구슬에서
내여와 재빨리 구슬을 굴려서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애써 가져온 구슬을 동료, 아니
도둑놈이 훔쳐 가는 것입니다.
주인이 구멍에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어라, 구슬이 없어졌네?'
그런데 주인은 별로 충격을 받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침착하게 재빨리 도둑놈을
뒤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별로 화도 내지 않고 구슬을 다시 빼앗아 조금 전에
파 놓은 구멍으로 가져옵니다.
때로는 주인이 구멍파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도둑놈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구슬을 만든 주인은 얼굴을 한 번 비비고, 더듬이를 펴서 공기중의
냄새를 맡은 다음 붕 하고 날아가 똥 더미에서 또 구슬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성격이 좋거나, 아니면 쉽게 단념하는 곤충이라 하겠습니다.
구슬을 도둑맞지 않았든, 자신이 다른 놈의 구슬을 훔쳤든, 하여간 구멍을 팠다고
가정합시다.
구멍은 파기 쉬운 모래땅에 그다지 깊지 않게 만듭니다. 구멍의 크기는 사람의
주먹만합니다. 구슬을 구멍속에 넣은 뒤 자신도 그 안에 들어가 주위의 흙으로
입구를 막어 버립니다.
자, 이제 안심. 도둑맞을 염려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천천히 먹을 일만 남았습니다. 먹이는 양도 많고, 자신의 몸무게의 4,5배 정도
무겁습니다.
지하의 식당은 포도주를 저장하는 술창고처럼 어둡고 조용하여 아늑한
느낌입니다. 땅속이라 별로 덥지도 않고, 바깥의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귀뚜라미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정도여서 식욕을 돋우는 음악으로 안성맞춤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만족스런 모습을 보면 이 곤충이 콧노래라도 부르고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라고 파브르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아아, 주위에선 모두들 악착같이 일하고 있을 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가.
이것은 파브르 선생님 시대에 인기 있던 유명한 오페라의 한 구절입니다.
똥풍뎅이는 자연의 청소부
어느 날, 파브르 선생님은 스카라베 사쿠레의 식당 천장에 구멍을 뚫어보았습니다.
좁은 집은 구슬 한 개로 꽉 차 있었습니다. 방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큰 식량
덩어리에 스카라베 사쿠레가 달라붙어 식사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한
마리이지만, 두 마리가 먹을 때도 있습니다. 구슬에 착 달라붙어 그대로 구멍 속에
들어온 거겠지요.
똥풍뎅이가 이렇게 큰 똥구슬을 조금씩 먹어 치우는 것을 보면, 똥풍뎅이들은
자연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을 사명이라고 여기고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똥풍뎅이가 많이 있는 목장에 가 보면 오래된 소나 말의 배설물은 없고, 언제나
오늘 배설한 새로운 것들만 있습니다. 오래된 것은 똥풍뎅이들이 전부 처치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만일 배설물이 그대로 있다면 밑에 깔린 풀들은 말라 죽고
맙니다. 그리고 주위는 배설물 투성이가 되겠지요.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도시의 바닥은 똥풍뎅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사람들이 배설물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개의 똥이 만일 그 장소에 계속
말라 붙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것에 비해 자연 상태에서는 똥풍뎅이가 금방
배설물에 달려들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균형을 깨뜨린 것이 바로 오스트레일리아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캥거루가 매우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똥풍뎅이도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소나 양을 넓은 평원에 놓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전체에서 소가 배설하는 똥의 수는 하루에 3억 개에서 4억 개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많은 쇠똥을 오스트레일리아의 똥풍뎅이들이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들은 조상 대대로 캥거루의 딱딱한 똥만 먹었기 때문에 소나 양의 배설물은
입에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똥풍뎅이에게도 식성이 있어서 종류에 따라 먹는 똥이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계속 불어나는 쇠똥이 큰 문제가 될 수밖에요.
목장에는 매일매일 많은 양의 쇠똥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밑에 깔린 목초가
마르고, 소가 먹지 않는 종류의 잡초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25 마리의 쇠똥이면
매년 1 헥타르씩의 목초지가 못쓰게 된다고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전체로 보면
5백만 헥타르의 목초지가 버려지는 셈입니다.
쌓인 배설물 더미에서는 파리가 무더기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파리 중에는
소의 피를 빨아먹을 뿐만 아니라 소에서 소로 전염병을 퍼뜨리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도 큰 문제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목장에는 비가 별로 내리지 않기 때문에
마른 배설물이 작은 가루로 되어 바람에 날려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외국에서 소나 양의 똥을 먹는 똥풍뎅이를
가지고 와서 배설물을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성공하여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가져온 똥풍뎅이들이 지금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얼룩말, 영양 등 수천만 마리의 대형 초식 동물이 사는 아프리카의 대초원이
배설물투성이가 되지 않는 이유는 옛날부터 수많은 종류의 똥풍뎅이류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똥풍뎅이들은 배설물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땅을 파헤치기 때문에 땅속에 산소를
공급해 주기도 합니다. 농부가 괭이로 밭을 일구는 것과 똑같은 일을 똥풍뎅이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다시 땅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12시간 계속되는 식사
식물은 동물의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해서 작은 씨앗으로부터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마치 요술을 부리는 것 같지만, 똥풍뎅이도 이처럼 동물의 배설물을 먹고
작은 알에서 아름다운 색과 신기한 모양의 갑충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매운
신기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뱃속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스카라베 사쿠레를 해부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창자는
놀랍게도 매우 길었습니다. 창자는 뱃속에서 구불구불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긴
창자를 통과하는 동안 소나 양의 네 개의 위와 긴 창자로도 흡수하지 못한 영양분이
완전히 소화, 흡수되는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을 한 번 구멍 속으로
가져가면 밤낮으로 먹고 또 먹고, 계속 먹습니다.
그래서 꽁무니에서는 기름을 먹인 검은 실 같은 것이 구불구불 이어져 나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먹기 시작하면 금방 꽁무니에서 검은 실이 나오고 마지막 한입을
먹고 조금 있으면 검은 실도 나오지 않습니다. 소화력이 매우 뛰어난 곤충입니다.
바람도 없이 더운 어느 날, 파브르 선생님은 한 손에 시계를 들고 아침부터
밤까지 식량을 갉아먹는 한 마리의 스카라베 사쿠레를 관찰해 보았습니다.
아침 8시. 스카라베 사쿠레는 게걸스럽게 구슬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점심, 저녁,
몇 번이나 구멍 속을 들여다 보았지만 스카라베 사쿠레는 같은 장소에서 계속
똥구슬을 먹고 있습니다. 밤 8시가 되어도 똑같이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12시간 동안 스카라베 사쿠레의 식욕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감탄했습니다. 12시간이나 쉬지 않고 먹으면서 동시에 배설을
계속하는 생물이 또 있을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시계를 보면서 배설물의 길이를 재어 보았습니다. 54초마다
배설을 하고, 그 때마다 배설물이 3,4 밀리 길어집니다. 그 실(배설물)을 핀셋으로
자르고 구불구불 굽은 것을 펴서 재어 보니, 12시간 동안 꽁무니에서 나온 배설물의
길이는 전부 2 미터 88센티나 되었습니다.
12시간이 지난 후에도 스카라베 사쿠레는 계속 먹어 치웠기 때문에 실의 길이는
마지막에는 3 미터가 넘는다고 생각해도 좋겠지요.
선생님은 배설물의 지름과 길이를 재어 그 체적을 계산하였습니다. 체적은
스카라베 사쿠레를 물에 넣었을 때의 배수량으로 계산됩니다. 이렇게 재어 본 결과
이 둘의 숫자가 거의 같았습니다.
이 스카라베 사쿠레는 12시간이나 계속된 한 끼의 식사로 자신의 체적과 같은
양의 배설물을 내보낸 것이 됩니다. 즉, 적어도 자신의 몸과 같은 양의 먹이를 먹어
치우는 것입니다. 목장과 초원에 깔린 배설물이 금방 없어지는 이유를 알겠지요?
정말 스카라베 사쿠레의 소화력은 대단합니다.
사육 상자 속의 스카라베 사쿠레
파브르 선생님에게는 학교 일이 있었기 때문에 스카라베 사쿠레를 보러 매일
레잔그르 언덕까지 갈 수는 없었습니다.
알을 어디에 낳을까? 애벌레는 어떤 생활을 할까? 번데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새로 태어난 성충은 어떻게 똥구슬 속에서 나올까?
이런 여러 가지 의문을 풀기 위해 선생님은 스카라베 사쿠레를 집으로 가져와
매일 관찰하기로 하였습니다. 넓고 큰 상자를 만들어 바닥에 모래를 깔고 12 마리의
스카라베 사쿠레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먹이가 문제였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그 당시 아비뇽 마을에 집을 빌려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사는 옆집에는 마구간이 있었고, 조셉이라는 사람이 말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조셉에게 계획을 일러주었습니다.
"뭐라고요? 똥풍뎅이를 키우겠다고요? 정말로?"
조셉은 파브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싱글싱글 웃었습니다.
'소나 말의 똥을 먹는 벌레를 키워서 무얼 한다지? 어쩌면 이 선생님은 나를
놀리고 있을지 몰라^5,5,5^.'
이렇게 의심한 조셉은 바보 취급 당하지 않으려고 선뜻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파브르 선생님이 끈질기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역시 소문대로 이 선생님은
좀 이상해, 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호주머니에서 은화를 꺼내며, 매일 아침 말똥 한 단지에 25상팀,
즉 4분의 1 프랑에 사겠다고 하자 마침내 조셉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의 부인이 선생님께 잔소리를 해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돈이 별로 없던 파브르 선생님 댁의 형편으로 이것은 약간 지나친 지출이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조셉은 말을 돌본 후, 담 너머로 손을 둥글게 말아 입에 대고 큰소리로
파브르 선생님을 불렀습니다.
"여보세요, 파브르 씨!"
그러면 파브르 선생님이 25상팀을 들고 와서 말똥으로 가득찬 단지와 바꿉니다.
조셉과의 거래는 옆집 주인에게는 절대 비밀입니다. 그 이유는 소나 말의
배설물이 밭의 비료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히 시내에서는 흔하지도
않습니다. 옆집의 주인은 정원에 양상추를 재배하고 있었고, 파브르 선생님도 꽃을
기르고 있었기 때문에 비료가 필요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에게 거래 현장을 들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인은 매우 화가
났습니다. 자기 집의 일꾼이 배신했다는 것과 비료로 사용될 말똥이 줄어든 것에
대해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꽃을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스카라베
사쿠레의 연구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났습니다.
"그런 연구는 악마에게나 시키시오!"
주인은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조셉에게도 한 번만 더 그런 짓을 하면 당장
해고시키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래서 스카라베 사쿠레의 먹이를 구할 방법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파브르 선생님이 직접 비닐 봉투를 들고 길에 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노새나
당나귀의 배설물을 채집해 왔습니다.
운이 좋을 때는 아비뇽 시장까지 등에 야채를 싣고 오는 당나귀가 선생님 집
앞에서 선생님에게 따뜻한 배설물을 선물할 때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스카라베 사쿠레의 먹이를 위해 선생님은 분주히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사육상자 속의 스카라베 사쿠레들은 구슬을 만들어 조금 굴리다가는 그냥 팽개쳐
버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스카라베 사쿠레들은 힘이 없어지더니 차례로 죽어
버렸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애벌레를 키우는지에 대한 비밀은 하나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똥구슬 한 개에 1 프랑
연구를 위해서는 스카라베 사쿠레를 잡아 와서 사육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 상태
그대로의 것도 물론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파브르 선생님은 시간이
없었습니다.
'조수가 있으면 좋겠다.'
레잔그르 언덕에 스카라베 사쿠레를 보러 간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때 그 앞으로 어린 학생들이 지나갔습니다. 그날은 학교가 쉬는 목요일이었습니다.
한 손에는 사과를, 다른 손에는 빵을 들고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언덕의 비탈은 가끔 군대의 사격 연습장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흙속에 탄피가
박혀 있습니다. 이 탄피를 파내어 고철상에 팔면 용돈이 생깁니다. 아침부터 열심히
파면 한 사람이 1수 정도는 모을수 있습니다. 1수는 5상팀, 20수가 1 프랑입니다.
5상팀의 동전이 한 개 있으면, 일요일날 교회 앞에 문을 여는 가게에서 큰
박하사탕과자를 두 개 살 수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그 중에서 가장 큰 학생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다른 어린
학생들은 사과를 먹으면서 주위에 몰려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도움이 필요한 이유를
자세히 설멸하고, 실제로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굴리는 것을 보여 준 다음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자, 잘 들어라. 이 벌레가 땅속에 묻은 이렇게 둥글게 생긴 구슬 속에는 흰색
애벌레가 들어 있을 거다. 그 구슬을 가져오면 1 프랑을 주마. 애벌레가 든 구슬
한개에 1 프랑이야. 반짝반짝거리는 동전으로 줄게. 그렇지만 속에 아무것도 없으면
안 된다."
1 프랑이라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을 쳐다보았습니다.
과자를 40개나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선생님은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죽
주머니에서 몇 수를 꺼냈습니다.
"다음주 목요일 이맘때쯤 여기에서 보자 제대로 발견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한
개에 1 프랑을 주겠다."
학생들은 탄피 줍는 것을 그만두고 들판 여기저기에서 스카라베 사쿠레의 구슬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주, 약속한 장소에 가 보니 전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지만
하나같이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발견하지 못했구나."
파브르 선생님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찾아보았지만 속에 애벌레가 들어 있는 똥구슬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주, 또 그 다음주에도 학생들은 약속한 장소로 왔지만 역시 속에 애벌레가
든 구슬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스카라베 사쿠레의 비밀을 캐기 위해서는 시내가 아닌 시골에 살면서
스카라베 사쿠레가 있는 장소에 자주 나가 양 떼와 함께 생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 30 년 만의 해결
퇴직한 파브르 선생님
파브르 선생님이 스카라베 사쿠레를 연구한 지도 어느덧 30 년이 흘렀습니다.
정들었던 학교 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선생님은 오랑주 교외의 세리냥이라는마을
변두리에 넓은 정원이 딸린 집을 구해서 '아르마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르마스는 프로방스 지방의 말로, 작물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황무지'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여러 가지 종류의 식물을 심고 곤충을 옮겨다 기르며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른 일에 방해받지 않고 스카라베 사쿠레의 연구에도 몰두할 수가 있었습니다.
옛날처럼 또다시 사육 상자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시골에 살기 때문에 먹이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집 앞으로 난 길로 노새가 밭일을 하러 다니고, 양 떼가 아침 저녁으로 목장과
축사를 오갑니다. 게다가 옆집 염소는 파브르 선생님의 집 바로 옆에 매여
있습니다. 이런 가축들이 선생님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 줍니다.
그래도 먹이가 모자랄 때는 동네 아이들에게 부탁하면 금방 구해 옵니다.
아이들은 배설물을 발견하면 주위에 있는 낡은 모자라든가 깨진 기와, 굴뚝 파편,
낡은 구두 등에 담아 옵니다. 이런 것도 없을 때는 자기가 쓰로 있던 모자를 뒤집어
소, 양, 노새, 당나귀의 배설물을 담아 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모자에 배설물을 담아 와서 파브르 선생님께 드리고는 모자를 무릎에
탁탁 떨어 다시 머리에 씁니다. 프랑스의 시골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가축과 함께
생활해 왔기 때문에 동물의 배설물을 조금도 더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파브르 선생님도 어릴 때부터 마르바르라는 작은 산 마을의 농가에 살면서, 추운
겨울에는 양을 안고 잠들기도 했고, 비료로 쓰기 위해 가득 쌓아 둔 가축의
배설물들 사이에서 뛰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의 기후는 건조하기 때문에
배설물도 질척거리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먹이를 가져온 아이들에게 상으로 사탕과자를 줍니다. 그리고 나서 그
먹이를 사육 상자 속에 넣고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만들거나 굴리는 것을 보여
줍니다.
아이들은 목장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쇠똥구리를 선생님이 가르쳐 주기
전까지는 이렇게 자세하게 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들 입에 사탕을 하나씩 물고 즐겁게 관찰합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뒤집어지면 와 하고 웃고, 일어나려고 발버둥치며 훅 하고 불어서 쓰러뜨립니다.
이처럼 많은 협력자가 있기 때문에 아비뇽 시내에 살았을 때처럼 스카라베
사쿠레의 먹이 때문에 곤란한 일은 없었습니다.
사육 상자와 목장에서의 관찰
스카라베 사쿠레의 사육상자는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앞면은 넓게 철망을 쳐서
안쪽이 보이도록 했습니다. 뒤쪽은 위, 아래로 나누었습니다. 공간은
1세제곱미터이고, 바닥에는 체로 친 모래를 30센티 두께로 깔아 두었습니다. 뒤쪽
문은 두 개 모두 경첩으로 잇고, 위쪽 문에는 철망을 쳐 두었습니다. 먹이를 주거나
안을 청소하려면 자주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쪽 문은 땅속에 판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을 보기 위한 것입니다.
사육 상자 속에 풍뎅이를 넣어 두면 선생님이 보고 싶을 때 볼수 있어서
연구하기에 좋습니다. 풍뎅이에겐 들판처럼 쾌적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속에서
알을 낳고 애벌레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훌륭해도 이건 파브르 선생님 입장에서 만든 것이므로 스카라베
사쿠레가 들판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는 편이 더욱 좋겠지요.
왜냐하면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반드시 자연 상태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브르 선생님은 가끔씩 양들을 키우고 있는 목장에도 갑니다. 그러나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해서 양 떼들 옆에서 스카라베 사쿠레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파브르 선생님을 도와 준다면^5,5,5^.
이런 조건에 딱 맞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파브르 선생님 집에
자주 들르는 양치기 청년이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 시대의 농부나 양치기 중에는 초등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글을
읽거나 쓰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 청년은 호기심도 많고 글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스카라베 사쿠레, 금풍뎅이, 뿔똥풍뎅이 등의 이름을
가르쳐 주면 흥미를 가지고 금방 외우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로 도와 주기도
합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멍을 파는 여름 무렵, 양치기 청년은 새벽녘에 벌써 목장에
도착해 있습니다. 프랑스는 북쪽에 위치히고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낮이 길어 새벽
3시경에는 어둠이 걷히고 밤 9시까지 밝습니다. 이 청년은 파브르 선생님을 도와
주려고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목장을 돌아다니며 양의 배설물에 날아오는
똥풍뎅이들을 살펴보곤 하였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스카라베 사쿠레의 행동을 여러 가지로 예상하여 이 청년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잔디가 나 있는 곳에 흙이 수북이 쌓여 있으면 청년은 칼
끝으로 파서 스카라베 사쿠레가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내어 파브르 선생님께 알려
줍니다.
이 양치기 청년의 조수는 파로라는 개입니다. 검고 작은 개이지만 매우 영리하여
사람보다 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17 마리의 양들이 여기저기 제멋대로
흩어지면 금방 달려가 원래의 장소로 몰고 옵니다. 이 개가 있는 한 길을
잃어버리는 양은 없겠지요.
파브르 선생님도 이 양치기 청년과 파로라는 개와 함께 시원한 아침 바람이 불
무렵에 목장에 도착하여 태양이 뜨겁게 내리쬘 때까지 관찰 일기를 씁니다.
양치기 청년의 대발견
6월의 어느 일요일, 양치기 청년이 상기된 얼굴로 파브르 선생님 집으로
뛰어들어왔습니다.
"이거^36^예요, 이거. 이 속에 알이 들어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것이었습니다. 끝이 조금 뾰족한 둥근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서양 배처럼 생겼으며 진한 갈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진흙으로 빚어 배 모양의 장난감을 만든 것 같았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의 가족들도 신기한 듯이 모여들었습니다. 눌러보니 단단하고, 예술적이라 할
만큼 멋진 곡선을 가진 물건이었습니다.
이것이 정말로 스카라베 사쿠레가 만든 것일까? 파브르 선생님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그 속에 흰 알이 들어 있어요. 방금 제 눈으로 보았답니다."
양치기 청년이 말했습니다.
"흙이 소복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칼로 파 보았더니 이것과 똑같은 것이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힘을 너무 주어서 칼 끝으로 그 구슬을 깨어 버리고
말았어요. 그 속에 밀알 크기의 흰 알이 보였어요. 그 쇠똥구리의 구슬이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구슬을 쪼개어 볼까? 그런데 구슬이 한
개밖에 없습니다. 구슬을 쪼개면 알이 죽어 버릴지 모릅니다.
지금 이것을 그대로 놔 두고 양치기 청년과 함께 이것을 발견한 장소로 가 보는
것이 좋겠다고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동이 틀 무렵, 양치기 청년은 벌써 양 떼를 몰고 들판에 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일찍 일어나 그 장소로 가 보았습니다. 서양 배 모양을 한
것이 또 발견될까요? 그리고 그 안에 알이 들어 있을까요?
그 곳은 최근에 나무를 베어낸 비탈이었습니다. 시원한 아침나절에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을 찾기 위해 파로에게 양 떼를 맡기고 어제 똥구슬을 발견한 장소로
갔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묻었던 곳은 주위에 흙이 소복이 쌓여 있었으므로 금방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양치기 청년은 거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손에 굳은살이
생겨 피부가 단단하고 장갑 같았습니다. 그래서 땅을 팔 도구가 따로 필요없이
맨손으로 두더지가 땅을 파듯이 쓱쓱 파 나갔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조그만 삽을 청년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자신은
배를 땅에 대고 얼굴을 구멍 가까이에 가져가 안쪽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양치기 청년은 삽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조금씩 파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구멍이 훤하게 뚫렸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 속은 조금 따스했고
축축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집트 왕의 무덤을 파낸 고고학자처럼 파브르 선생님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구슬은 양치기 청년의 말대로 서양 배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양치기 청년이 가져온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스카라베 사쿠레의 육아용 구슬이겠지요. 30 년 전부터 가진 의문이
풀리려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공처럼 동그란 구슬 속에 알을
낳는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육아용 구슬이 뜻밖의 모습을 하고 있을
줄이야^5,5,5^. 파브르 선생님의 흥분된 표정을 보고 양치기 청년도 활짝
웃었습니다.
마침내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이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을 좀더 파서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을 모아 이 꿈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조바심이 났습니다.
또 다른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조금 전에 파낸
것과 똑같은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이 나왔습니다. 더욱이 그 구멍 속에서는 스카라베
사쿠레의 암컷이 구슬을 안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암컷은 구멍에서 나오기 전에
좀더 구슬을 다듬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이것으로써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의 주인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날 아침, 선선할 때 파브르 선생님과 양치기 청년은 집을 계속 파서 서양 배
모양의 똥구슬을 20개나 모았습니다.
양의 배설물이 최고
그 후 7월에서 9월까지 가장 무더운 계절에 파브르 선생님은 매일 목장에 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모두 100개의 구슬을 채집했습니다. 선생님 시대의 목장에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얼마든지 있어서 100개 정도 채집하더라도 스카라베 사쿠레가
멸종될 염려는 없었습니다.
거의 모두 서양 배 모양을 하고 있었고, 동그란 모양을 한 것은 단 한
개뿐이었습니다. 이 정도만 있으면 이제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아비뇽 시내에 살았을 때, 파브르 선생님은 레잔그르 언덕에서는 스카라베
사쿠레의 육아용 구슬을 발견하지 못했고, 또 그것을 기르는 일도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책에 쓰여 있는 대로 스카라베 사쿠레의 육아용 구슬은 동그랗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던 것입니다. 생물의 세계는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불가사의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그 후로 파브르 선생님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실제로 자신의 눈으로 보고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스카라베 사쿠레의
생활을 확인해 나갔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은 흙이 땅 위로 수북이 쌓여 있기 때문에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흙더미 밑에는 스카라베 사쿠레의 몸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짧은 터널이 있고, 다시 옆으로 구멍이 뚫려 스카라베 사쿠레는 그 구석에서 운반해
온 재료를 사용하여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드는 것입니다.
완성된 구슬의 크기는 큰 것이 길이 4.5센티, 너비 3.5센티이며, 특히 작은 것은
길이 3.5센티, 너비 2.8센티였습니다. 표면은 매우 매끈하고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습니다. 갓 만들어진 것은 금방 반죽한 찰흙처럼 부드럽지만, 나중에 마르면
표면은 딱딱해져 손으로 눌러도 흠이 생기지 않습니다. 속까지 딱딱해지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먹기 어렵기 때문에 표면만 딱딱해집니다.
그러면 어미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드는 것일까요?
스카라베 사쿠레는 말, 노새, 소, 양 등 대부분의 가축의 배설물을 먹지만,
애벌레를 키우기 위한 구슬을 만들 때는 매우 까다롭게 재료를 선택합니다.
가축의 배설물 중 가장 영양분이 많은 것은 양의 배설물입니다. 그것도 검은
올리브 열매같이 말라서 목장의 여기저기에 뒹구는 것이 아니고 수분을 조금
포함하여 찰기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식물의 섬유질 성분만 든 파삭파삭한 말의
배설물과는 달리 양의 배설물에는 영양분이 많이 있으므로 분량이 적더라도 자라날
애벌레에게는 충분합니다.
30 년 전, 파브르 선생님이 아비뇽 시내에 살았을 때 사육 상자 속에서 스카라베
사쿠레의 생활을 조사하려던 노력이 실패한 이유도 이제 알 수 있습니다. 그 때는
말과 노새의 배설물만 주었기 때문에 이것이 영양분이 없다는 사실을 안 스카라베
사쿠레는 육아용 구슬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드는 재료로 양의 배설물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파브르 선생님은 사육 상자에서 키우고 있는 스카라베
사쿠레에게 특별히 좋은 양의 배설물을 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스카라베 사쿠레는
사육 상자 속에서도 역시 똥구슬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말의 배설물 가운데 특별히 좋은 곳만 골라 거친 섬유질을 제거하고 준다면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을 만들까요? 다시 말해서 양이 없는 곳이라도 말이 있으면
스카라베 사쿠레가 살아갈 수 있을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이 점에 관해서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조사한 백여 개의 스카라베의 집에서는 애벌레의 먹이로 만들어진 배
모양의 구슬은 모두 양의 배설물로 되어 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이렇게만 쓰고 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알은 어디에
그런데 이처럼 신기하고 아름다운 똥구슬의 어느 부분에 스카라베 사쿠레의 알이
들어 있는 것일까요?
누구나 가장 먼저 생각하는 곳은 둥근 구슬의 한가운데이겠지요. 한가운데는
밖으로부터 충격을 받아도 알에 상처가 생길 염려가 없으며, 안전하고, 온도도 가장
안정되어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마치 과자로 지은 집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어디부터든 마음대로 갉아먹을 수 있겠지요.
물론 파브르 선생님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칼로 구슬을 살짝 잘라
가운데 부분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가운데 부위를 중심으로 더 넓게 파 보아도
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상한데?'
알은 보이지 않고 먹이인 배설물로만 꽉 차 있을 뿐입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스카라베 사쿠레의 알은 어디
있는 것일까요?
구슬을 조심스럽게 조금씩 파다가 선생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알은 똥구슬의 가는
목 부분에 있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곳과 전혀 다는
곳에 알을 낳는 것입니다.
배 모양을 한 구슬의 목 부분에 옴폭한 작은 방이 있고, 그 방의 안쪽 벽은
깨끗이 도배되어 매끌매끌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방의 구석에 타원형의
알이 붙어 있었습니다. 갓 산란된 알은 끈기가 있어 방의 벽에 붙을 수가 있습니다.
똥구슬은 구멍 속에 옆으로 놓여 있기 때문에 알도 수평으로 놓여 있습니다.
흰색인 알은 비교적 크며, 길이가 1센티, 너비는 0.5센티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큰 알을 낳는 곤충은 알을 조금밖에 낳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수백,
수천 개의 알을 낳는 곤충의 알은 매우 작으며, 애벌레는 자라는 도중 많이 죽어
버립니다. 이런 곤충에 비하면 스카라베 사쿠레는 알을 적게 낳고, 또 살아 남아
성충이 될 확률도 높은 곤충이라 하겠습니다.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의 비밀
그런데 스카라베 사쿠레는 왜 이런 모양의 구슬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까요?
'왜?' '어떻게?'
이 두 가지 질문에 매우 간단하게 생각나는 대로 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유명한 학자들조차 스카라베 사쿠레의 생활에 관해,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만들겠지." 라든가, "곤충이라면 이렇게 만들겠지." 라고 추리해서 대답하곤
했습니다.
자연에 관해서는 알면 알수록 '왜, 어떻게'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고 또
두렵기조차 합니다. 만유 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자신을 바닷가 모래밭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에 비교했습니다. 그리고 자연계에는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 사실이
많다는 것을 바닷가의 모래알 수에 비교했습니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모래밭
가운데 한줌의 모래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그 당시 최고의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이고, 또한 철학자였던 뉴턴이 그렇게 말한
것을 듣고 주위 사람들은 겸손하다고 했지만, 누구보다도 자연의 심오함을 안
뉴턴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자연을 관찰하여 알아낸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발견한 사실을 그대로 나열하는 데 그치치 않고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지식이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왜 스카라베 사쿠레가 이렇게 신기한 모양의 구슬을 만드는 것일까를 알아내기
위해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잘못하면 우리들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해석될지
모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먹이인 구슬이
속까지 바싹 말라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먹이가 딱딱해져서 애벌레가
아무리 노력해도 먹을 수 없게 되어 결국은 굶어 죽게 됩니다.
어미가 판 집은 지하 10센티 정도에 있습니다. 남프랑스에서는 7월과 8월에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어 땅 표면을 벽돌처럼 단단하게 구워 버리고, 그 열기는
땅속까지 전해집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판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보면 마치
한중탕처럼 뜨겁습니다.
애벌레가 크게 자라기까지는 3,4주 정도 걸립니다. 먹이는 충분하지만 3,4주 동안
부드러운 상태로 보관되지 않으면 애벌레에게는 큰일입니다. 사실 애벌레 시기에
죽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8월에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을 파 보았을 때, 똥구슬을 먹고 꽤
커진 애벌레가 먹이가 딱딱해져 더 이상 먹지 못하고 죽은 광경을 많이 보았습니다.
먹이인 구슬은 두꺼운 벽이 되어 마치 돌로 지은 감옥 같고, 그 안에서 애벌레가
바싹 말라 죽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구슬이 말라 버리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합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스카라베가 가장 많이 집을 파는 7월의 어느 날 아침, 목장에서
12개의 똥구슬을 캐내어 이것을 마분지로 만든 상자, 전나무로 만든 상자, 양철
상자, 유리병 속에 각각 넣어 두었습니다. 그 때의 방안 온도는 바깥과 같았습니다.
상자를 빈틈없이 막고 연구실의 그늘진 곳에 두었습니다.
어느 정도 지나서 마분지와 전나무 상자 속의 구슬을 쪼개어 보니 알이
쭈그러들거나 애벌레로 깨어났더라도 바로 죽은 상태였습니다. 한편 양철 상자나
유리병 속에 넣어 둔 구슬 속의 알은 별 이상이 없었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도
무사했습니다.
이 두 가지 다른 결론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마분지와 전나무 판자로 만든 상자 속에 넣어 두면 안쪽의
물기가 밖으로 점차 증발되지만 양철이나 유리병 속에서는 물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애벌레의 먹이인 구슬은 항상 땅속의 집에서와 같이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한 것입니다.
그럼, 귀중한 구슬이 마르지 않도록 스카라베 사쿠레는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쓰는
걸까요?
스카라베 사쿠레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넓은 앞다리를 미장이가 벽을 바를 때 사용하는 흙손처럼 사용하여
열심히 구슬 표면을 다듬는 것입니다. 그 결과 구슬의 표면은 반들반들거리고 결이
곱게 됩니다.
표면이 바싹 마른 구슬을 쪼개어 보면 껍질 부분만 깨끗하게 갈라집니다. 마치
호두가 껍질과 알맹이로 나누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들 때 다리로 누르는 힘을 조절하여 바깥쪽에서 몇 밀리 두께로
이런 훌륭한 껍질을 만드는 것입니다.
옛날 프랑스의 시골에서는 무척 더운 여름에 빵이 바싹 말라 버리면 먹기
곤란해지므로 단지 속에 넣고 뚜껑을 덮어 두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도 그것과
똑같은 일을 한 것입니다. 어미가 구슬 표면을 앞다리로 꽉꽉 눌러 껍질을 만들어서
마치 먹이를 단지 속에 넣어 둔 것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가는 목 부분의 중요성
스카라베 사쿠레는 또 하나의 놀랄 만한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배 모양의 구슬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파브르 선생님은 구슬의 가는 부분, 즉 목 부분이 왜 만들어졌는지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이 목 부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 부분에는 스카라베 사쿠레의 알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생물은 알
때부터 호흡을 하므로 항상 공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새의 알 껍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구멍이 나 있어 그 곳으로 공기가 드나듭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알은 가는 목 부분에 있기 때문에, 그 끝에 만들어진
거친부분을 통해 알에까지 공기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만약 알이 구슬 한가운데에 있아면 공기가 안쪽까지 들어오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딱딱한 겉껍질에는 공기가 통하는 구멍도 없고, 껍질 바로 안쪽은 끈적한 배설물이
꽉 차 있기 때문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 입구가 넓은 유리병 속에 양의
배설물을 채워 넣었습니다. 여기에 가는 막대를 찔러 가늘고 긴 구멍을 만든 후
조심스럽게 구슬을 쪼개어 꺼낸 알을 넣었습니다. 끝으로 구멍 입구를 막고 양의
배설물을 위에 더 채운 뒤 가볍게 눌러 두었습니다.
모양은 서양 배와 조금 다르지만 스카라베 사쿠레의 육아용 구슬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그러나 알은 깨어나지도 못하고 죽어 버렸습니다. 실험은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습니다.
역시 공기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지요. 게다가 알이 양의 배설물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바깥의 열이 전해지지 않은 것도 실패의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서양 배는 둥근 공에다가 원통을 붙인 것과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스카라베
사쿠레의 배 모양의 구슬은 먹이가 마르지 않도록 만든 둥근 공과, 안에 든 알을
보호하고 공기와 열이 통하게 만든 원통이 결합된 것입니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스카라베 사쿠레의 구슬은 우리들의 눈에도 매우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보입니다.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드는 법
이제 배 모양의 구슬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처음부터 알아보기로 합시다.
첫째, 재료가 되는 양의 배설물이 있는 장소가 문제입니다. 돌이 별로 없고 파기
쉬운 장소라면 스카라베 사쿠레는 재료를 일부러 먼 곳까지 옮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 때 스카라베 사쿠레는 양의 부드러운 배설물을 큰 덩어리째로, 또는 한
덩어리씩 잘라 구멍 속으로 옮깁니다.
그러나 양의 배설물이 반드시 구멍을 파기 쉬운 장소에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재료를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배설물 더미에서 둥글게 도려내어 마음에 드는
장소까지 굴려서 옮기다 보면, 부드러운 구슬 표면에 모래나 작은 돌들이 박힙니다.
파브르 선생님의 사육 상자 밑에는 체로 친 모래가 깔려 있기 때문에 스카라베
사쿠레는 바로 구멍을 파고 배설물 덩어리를 그 속으로 옮깁니다.
어미가 배설물 덩어리를 땅속으로 옮기는 것을 본 이튿날 아침과 또 그 다음날에
스카라베 사쿠레가 일하는 장소를 들여다보면,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가지고 들어간
배설물 덩어리가 정성스럽게 다듬어져서 멋진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이 되어
있습니다.
이 구슬을 잘 살펴보면 만들어진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바닥에 닿아 있는
부분은 흙이 묻어 있으나 다른 부분은 모두 깨끗이 다듬어져 반질거립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다리로 꾹꾹 눌러 구슬을 만들기 때문에 구슬 아래쪽에는 흙이
박혀 있는 것입니다.
즉,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은 구멍 속에서 데굴데굴 굴려지거나 뒤집히지 않고 한
장소에 고정된 채로 스카라베 사쿠레에 의해 다듬어집니다. 그래서 구슬 바닥
이외의 표면에는 모래알도 박혀 있지않고 매끄럽습니다.
야외에서는 구슬을 어떻게 만들까요? 배설물로 만든 구슬을 멀리서 굴려 오면
표면에 흙이나 모래알이 박힙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이것을 구멍 속으로 운반해
와서 어떻게 할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구슬과 함께 구멍 속에 있는 어미를 잡아 그대로 연구실로
가져왔습니다. 입구가 넓은 유리병 바닥에 체로 친 흙을 넣고, 물기를 조금 준 뒤
살짝 눌러 두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구슬과 스카라베 사쿠레를 넣었습니다.
그러자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 위에 탄 채로 그 구슬을 부수어 구멍을 내거나
자르거나 하였습니다. 귀중한 구슬을 부수다니? 사람에게 잡혔기 때문에 정신이
나간 걸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이 구슬은 배설물 더미에서 다른 곤충들과 섞여 바쁘게
잘라 온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속에 풍뎅이붙이와 쇠똥풍뎅이 등 작은
똥풍뎅이가 섞여 들어올 때도 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이런 똥풍뎅이들을
배설물 속에 같이 넣은 채로 사육용 구슬을 만든다면 이 침입자 풍뎅이들이 귀중한
구슬을 먹어 치워 버릴 것입니다. 따라서 구슬 속에서 깨어난 애벌레의 먹이가
없어지게 되겠지요. 그러므로 어미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을 부수어 자세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을 밖에서만 보고도 안쪽에
쇠똥풍뎅이 등이 들어 있는지 아는 것 같습니다. 안에 다른 풍뎅이가 없다는 확신이
서면 구슬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다듬습니다. 이때 완성된 구슬의 표면은 거칠고,
모래알 등이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힘껏 구슬을 눌러서 목 부분을 만듭니다.
파브르 선생님과 양치기 청년이 들판에서 파낸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은 대체로
이처럼 표면이 거칩니다. 표면이 매끄럽고, 서양 배를 꼭 닮은 멋진 구슬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어둠 속의 예술가
스카라베 사쿠레가 실제로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들고 있는 현장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만드는 곳은 어둠 속이며,
빛이 비치면 작업을 중단하기 때문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확실하게 관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입구가 넓은 유리병의 바닥에 두껍게 흙을 깔고 그 위에 높이 10센티 정도의
삼발이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유리병의 안쪽 벽에 꽉 끼도록 나무판을 둥글게 잘라
삼발이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둥근 나무판에는 스카라베 사쿠레와 구슬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을 뚫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둥근 나무판 위에 가능한 한 두툼하게 흙을 채워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
두면 위쪽의 흙이 나무판에 뚫린 구멍으로 떨어져 내려와 아래쪽에 쌓여 비탈이
생깁니다. 이 비탈을 통해 스카라베 사쿠레가 내려올 것입니다.
끝으로, 마분지를 둥글게 말아 병 전체를 덮어씌웁니다. 이렇게 하면 병 속은
캄캄해집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행동을 보고 싶으면 병을 둥글게 감싼 마분지를
들어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준비를 마친 파브르 선생님은 야외로 나가서, 마침 똥구슬을 구멍 속으로 막
가져가려는 스카라베 사쿠레를 잡았습니다.
어미 스카라베 사쿠레와 구슬을 병의 윗부분에 넣고 둥글게 만 마분지를 덮어씌운
후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의 예상대로라면 다음과 같이 될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멍을 파고 구슬을 그 안에 넣으려 하겠지요. 그래서 땅을
파면 곧 나무판에 부딪칠 것입니다.
돌 등의 장애물을 만나면 주위를 살펴보는 습성대로 나무판 여기저기를 더듬다가
뚫린 구멍을 발견하고, 이 구멍을 통해 비탈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작업을
하겠지요.
이렇게 예상하면서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다음날 아침입니다. 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선생님은 어젯밤에 연구실의 문을 열어 두었습니다. 만일 문을 잠갔다가 아침에
열 때 소리가 나게 되면 스카라베 사쿠레가 일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도 바닥이 부드러운 것으로 바꿔
신었습니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병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을까요?
마분지를 잡고 반쯤 살짝 들어 올렸습니다.
"야! 성공이다, 성공!"
스카라베 사쿠레는 둥근 나무판 아래쪽에 있었습니다.
홈이 팬 앞다리로 한창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빛이 들어와서 놀란 스카라베 사쿠레는 몇 초간 돌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더니, 구슬에서 떨어져 비탈을 올라 나무판의 구멍을 통해 위쪽의 어두운
곳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더 이상 충격을 주면 곤란할 것 같아 스카라베 사쿠레가 만들다
만 구슬의 모양과 구슬이 놓여진 장소, 그리고 구슬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메모하고는 마분지를 덮어 다시 어둡게 해 주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관찰한 것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A라고
합시다.
A: 처음에 완전히 동그랗던 구슬이 지금은 옆에 납작한 접시를 갖다 붙인 것
같은 모양, 또는 찻잔의 실굽(그릇 밑바닥에 둘려 있는 가는 받침) 같은 돌출물이
붙어 있습니다.
저녁 무렵에 다시 스카라베 사쿠레가 든 병으로 살며시 다가가 갑자기 마분지를
들어올려 보았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빛이 비치자 역시 어두운 곳으로 도망갔지만, 이번에는 아침보다 더 천천히
구슬에서 떨어졌습니다. 구슬에 매우 미련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이 관찰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B라 합시다.
B: 스카라베 사쿠레의 일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접시 모양은 점점 더
깊어지고, 가장자리는 길게 늘어 나며 끝부분이 좁아져 서양 배 모양의 목 부분을
닮아 갑니다. 구슬의 위치도, 향하고 있는 방향도 변함없이 처음 그대로입니다.
A와 B에서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앞다리로 조금씩
눌러 구슬의 목 부분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날, 세 번째로 스카라베 사쿠레가 일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니, 배 모양이 거의
완성되어 있습니다. 어제는 목 부분의 입구가 열려 있었지만 지금은 닫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카라베 사쿠레는 벌써 그 안에 알을 낳았을 것입니다. 구슬의 중요한
부분은 완성되었고 이제는 잘 다듬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파브르 선생님은 가장 중요한 것을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접시 모양의
가장자리 부분을 얇게 늘여 목 부분을 만든다는 것은 알아냈지만, 목 부분 안쪽에
있는 작은 방의 벽을 어떻게 매끄럽게 만드는가는 볼 수 없었습니다.
사실 스카라베 사쿠레는 무슨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배설물 더미에서 덩어리를 자르는 데 사용한 톱니 모양의 삽, 즉 자신의 앞다리를
이번에는 흙손처럼 사용해서 벽을 매끄럽게 하는 것이겠지요. 도구는 사용하기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도구는 기술자를 만들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그것을 잘 사용하지 못하면 일을 잘할 수 없다, 즉 기술이
제일이라는 뜻입니다.
곤충은 도구 대신에 자신의 몸을 사용하여 세심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배 모양을 한 목 부분의 끝을 보도록 합시다. 배 모양의 구슬
전체는 깨끗이 잘 다듬어져 있는데 비해 목 부분의 끝은 매끄럽지 않고, 식물의
섬유질 같은 것이 까칠까칠하게 붙어 있어 미완성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 곳은 어미 스카라베 사쿠레가 마지막으로 알을 낳은 후, 그 좁은 입구를
마개로 막은 곳입니다. 마치 병 뚜껑이 없을 때 종이를 말아 병 주둥이 틀어막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왜 매끈매끈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거친 섬유질을 통해 공기가 조금씩 흘러
가도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덕분에 알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조금씩 숨을 쉴
수가 있는 것입니다.
(3) 스카라베 사쿠레 애벌레의 생활
첫식사
파브르 선생님은 야외에서 배 모양의 똥구슬을 채집하거나 사육상자 속에서
스카라베 사쿠레를 키우면서 알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관찰했습니다.
땅속 어두운 방에 놓인 똥구슬 속에서 태양의 열을 받은 알이 깨어나 애벌레가
탄생합니다. 알이 깨어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빠른 것은 5, 6일, 늦은 것은 12일이나 걸립니다. 날씨나 기온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아무튼 알이 깨어나는 시기는 6월이나 7월입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애벌레는 배설물로 이루어진 방의 벽을 갉아 먹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아무 곳이나 먹지는 않습니다. 먹는 장소는 확실히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구슬 목 부분의 얇은 벽을 무심코 먹어 치워 구멍이라도 나게 되면 안전한
보금자리로 바깥의 공기가 들어와 건조해져서 부서지기 쉽겠지요. 애벌레 자신도 그
구멍에서 밖으로 떨어질지 모릅니다. 밖으로 떨어지게 되면 작고 약한 애벌레는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게됩니다.
어떻게 아는지 모르지만, 애벌레는 반드시 자신이 태어난 방의 구석부터 먹기
시작합니다. 다른 부분도 같은 재료로 되어 있어서 똑같은 맛이 날 텐데^5,5,5^.
정말 신기한 능력입니다. 다른 곳을 갉아먹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이렇게 작고 약한
애벌레가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는 타고난 지혜, 즉 본능에 따라 안전한 장소부터 먹고,
며칠 뒤 조금 커지면 이번에는 똥구슬 본체의 둥근 부분을 먹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영양분의 적은 찌꺼기 같은 양의 배설물을 애벌레는 자기 몸 속에서 녹여
필요한 영양분으로 바꿉니다. 금속이나 유리 등을 녹일 때는 '도가니' 라는 뜨거운
화로를 사용하는데 애벌레의 몸속에는 생명의 도가니가 있습니다. 상아처럼 희고
매끄러우며 기름기 있는 애벌레의 몸이 점점 커져 갑니다.
애벌레에게 파먹힌 먹이의 구멍은 점점 커지기 때문에 애벌레는 방 속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가만히 있습니다. 즉, 먹이로 만들어진 집속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 생활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수리의 전문가
파브르 선생님은 애벌레가 어느 정도 커졌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똥구슬에 지름 5
밀리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었습니다. 구멍을 뚫자 선생님이 들여다보기도 전에
애벌레가 먼저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는 듯이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슬에 구멍이 생긴 것을 알아차렸는지 몸을
뒤트는가 싶더니 잠깐 사이에 구멍을 막아 버렸습니다. 애벌레가 있는 방의 내부는
부드럽고 질퍽거리는 상태가 틀림없다고 파브르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애벌레는
몸을 뒤틀어 다른 곳의 질퍽한 재료를 한입 물고는 다시 몸을 원래의 위치로 틀어
그것으로 뚫린 곳을 막는 것이겠지요.
파브르 선생님은 시멘트 같은 것을 조금 파 보았습니다. 애벌레는 또 얼굴을 잠시
내밀고는 다시 몸을 움츠려서 다른 쪽에 있는 갈색 재료를 이용하여 순식간에
구멍을 막아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애벌레를 아까보다 더 자세히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보던 파브르 선생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의 생각이 빗나갔던
것입니다. 누구나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요? 애벌레가 몸을 뒤튼 다음
구멍으로 보인 것이 머리라고 생각 했는데, 무슨 영문인지 그 반대인 꽁무니였던
것입니다.
즉, 애벌레는 구멍이 뚫리지 않은 곳에서 재료를 한입 물고 오는 것이 아니라
꽁무니를 뚫린 구멍에 대고 마치 치약을 짜듯이 배설물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먹이는 물론 배설물까지 100 퍼센트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합리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벌레는 먹이를 수리의 재료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이 먹이를 먹고 소화시킨
배설물로 수리를 하는 것입니다. 애벌레의 부드러운 배설물은 질 좋은 시멘트처럼
구멍을 막는 데 쓰이며, 또 이것은 금방 굳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 자유 자재로 배설할 수 없지만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는 언제든지 마음먹은 대로 배설할 수가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애벌레가
꽁무니에서 배설한 배설물을 몇번이나 치워 버렸지만 그 때마다 애벌레는 계속해서
꽁무니에서 낸 시멘트, 즉 배설물로 도배를 하였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미는 먹이를 먹으면서 거의 동시에 배설물을 계속해서
배설합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크게 감동했듯이 애벌레는 배설의 명수인 것 같습니다.
애벌레의 꽁무니 끝부분을 자세히 보면 마지막 체절이 비스듬하고 그 가장자리가
두툼한 원반처럼 생겼으며, 가운데에 시멘트를 내는 구멍이 단춧구멍처럼 열려
있습니다. 테두리를 한 둥글고 납작한 꽁무니 끝이 미장이의 흙손처럼 되어 있어,
시멘트를 밖으로 배설하여 벽을 보수하는 것입니다.
애벌레의 집인 똥구슬에 틈이 생기면, 애벌레는 꽁무니에서 시멘트를 내어 원반
모양의 납작한 꽁무니로 눌러서 틈을 막습니다. 먼저 이렇게 시멘트로 편평하게 한
다음, 이번에는 몸의 방향을 바꾸어 넓적한 머리로 다시 누르고 입으로 튼튼하게
다듬습니다.
15분 정도 지나면 시멘트는 완전히 굳어서 다른 부분과 전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완벽해집니다. 애벌레는 빨리 건조되는 질 좋은 시멘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바깥쪽에서 보면 갈라진 틈사이로 애벌레가 내민 시멘트가 튀어나와 조금
울퉁불퉁하기도 하지만, 구슬 안쪽 면은 깨끗이 다듬어져 매끈합니다.
또한 애벌레는 더 놀라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들판에서 배 모양의 구슬을 채집하고 있을 때, 땅이 너무 단단하여 무심코 삽에
힘을 주는 바람에 소중한 구슬을 부수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선생님은
부서진 구슬 조각을 모아 그 안에 애벌레를 넣은 후 신문지로 싸 두었습니다.
선생님이 집에 돌아와 신문지를 펴 보았더니, 부서진 구슬 조각들이 비록
삐뚤어지고 이음새가 많긴 했지만 확실히, 그리고 단단하게 수리되어 있었습니다.
애벌레가 시멘트를 사용해서 수리를 한 것입니다. 마치 실수로 깨뜨린 단지를
진흙이나 접착제로 잘 붙인 것 같은 모양입니다.
이 정도라면 안에 있는 애벌레도 안심입니다.
구멍을 막는 이유
애벌레가 이 정도로 교묘하게, 그리고 서둘러 틈을 막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우선, 애벌레는 어둠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빛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여 집에 틈이 생기면 곧장 막아 버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 애벌레의 눈은 매우 작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눈과, 어쩌면 피부로도 빛을
느낄지 모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연구실 창문에 커튼을 쳐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한 뒤 구슬에 구멍을 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구멍을 내자마자 구슬을
깜깜한 상자 속에 놓어 두었습니다. 몇 분이 지나자 구멍은 벌써 막혀졌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애벌레는 구멍난 곳을 확실히 막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애벌레를 구슬 속에서 꺼내어 먹이를 꽉 채운 작은 병 속에 넣고
키워 보기로 했습니다.
꽉 찬 먹이 속에서 애벌레가 들어갈 반원형의 방을 만들었습니다. 반원형의 방은
원래의 구슬을 반으로 자른 크기입니다. 이 속에 애벌레는 넣었더니 잠시 후 구슬
속에 있을 때처럼 자기 주위에 있는 먹이를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애벌레가 매우 재미있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바닥에 만들어 준 것은 반원형이었는데, 애벌레는 이 안에서 둥근 천장을
만들어 전체 모양을 둥글게 했던 것입니다. 그 재료는 물론 자신의
배설물이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매끌매끌한 유리 벽에 애벌레의 몸이 닿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애벌레는 유리 벽에는 시멘트를 바르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집의 일부로
이용합니다. 어쩌면 매끄러운 면은 자신이 다듬은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병 속에서 애벌레를 기르면 애벌레의 둥근 집 일부가 그대로 유리창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관찰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그런데 이 유리창으로는 당연히
빛이 들어갑니다. 애벌레가 커질때까지 밝은 빛이 계속 구슬 집 속으로 비치는데도
애벌레는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꽁무니에서 시멘트를 내어 빛이 들어오는
유리창을 바르는 일도 결코 없습니다. 그러므로 파브르 선생님이 배 모양의 구슬에
구멍을 뚫었을 때, 애벌레가 그토록 서둘러 구멍을 막았던 것은 빛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벌레는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해서 구멍을 막은 것일까요?
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의 연구실과 애벌레가 살고 있는 병 속의
온도는 같았습니다. 게다가 연구실 안의 공기는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바람기도
없었습니다.
결국 애벌레가 무서워했던 것은 빛도 찬 공기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슬
속이 마르는 것이었습니다. 7월의 덥고 건조한 공기가 뚫린 구멍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점점 먹이가 딱딱하게 말라서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구슬 속을 항상 부드럽게 유지하기 위해 애벌레는 구슬 표면에 생긴 틈을
그토록 재빨리 수리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애벌레의 적
파브르 선생님은 또다시 핀셋, 칼, 침 끝으로 구슬에 구멍을 뚫어보았습니다. 역시
애벌레는 금세 수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자연 상태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까요? 설마 파브르 선생님을
비롯한 곤충 생태 연구가들의 짓궂은 실험에 대비해서 애벌레가 이런 훌륭한 수리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실제로 애벌레가 스스로 크는 동안에는 매우 많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먼저, 많은 종류의 똥풍뎅이가 양의 배설물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겠지요. 그리고
어미 스카라베 사쿠레가 거기에 도착해서 배설물을 도려내려고 할 때는 벌써 배설물
속에 작은 똥풍뎅이가 들어 있을 때도 자주 있습니다.
풍뎅이붙이처럼 작은 똥풍뎅이 가운데는 우연히 똥구슬 속에 갇힌 채로 속을
파먹어 연필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내는 것이 있습니다. 또 다른 똥풍뎅이의 알이
스카라베 사쿠레의 구슬 속에 섞여 들어가 있으면 다른 똥풍뎅이의 애벌레가 배
모양의 구슬 속에서 깨어나 몸이 커질 때까지 구슬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웁니다.
그래서 구멍투성이가 된 똥구슬이 발견될 때가 있습니다.
식물이 똥구슬을 상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 땅속에 있는 식물의 뿌리가 구슬
속까지 뻗어나 구슬을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수리의 명수인 애벌레도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또 구슬의 표면이 비늘처럼 조금씩 벗겨져 속에까지 금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건조하기 때문이겠지만, 이 경우에 애벌레는 곧 자신의
시멘트와 흙손으로 구슬 속에서 수리해 버립니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는 희고 통통하며 소화 기관이 거무스름하게 비칩니다.
몸 전체가 새우같이 굽어 있고, 등 부분은 큰 주머니가 달린 것처럼 부풀어
있습니다. 머리는 작고 연한 갈색이며 거친 털이 나 있습니다. 6개의 다리는
풍뎅이류 애벌레의 다리로서는 꽤 길고 튼튼합니다.
애벌레를 똥구슬에서 꺼내어 테이블 위에 놓아 두면 꿈틀거리며 몸을 뒤틀지만
다리로 기어가지는 못합니다. 애벌레 시기에 다리는 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꽁무니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미장이가 사용하는 흙손과 비슷합니다.
애벌레를 해부해 보면, 목 부분에 짧은 식도가 있고, 이것은 곧 바로 위에
이어집니다. 위는 길고 굵은 관처럼 되어 있는데 똑바로 펴 보면 애벌레 몸길이의
3배나 됩니다.
위의 약간 뒤편에는 먹이로 꽉 찬 큰 주머니가 있으며 이것이 또 하나의 위의
역할을 하여 영양분을 완전히 흡수합니다. 애벌레의 등 쪽 주머니에는 이렇게 긴
위장이 꽉 차 있는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는 자신이 사는 집의 안쪽 벽부터 갉아먹으면서 점점
자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벽에 틈이 생기면 배설물로 수리를
합니다. 그럼 수리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이 좁은 밀실 속에 대량으로 쌓이는
자신의 배설물을 어떻게 할까요?
애벌레는 똥구슬의 목 부분부터 갉아먹기 시작하여 앞으로 앞으로, 즉 구슬의
중심부를 향해 갉아먹어 들어갑니다. 그러면 뒤쪽에 빈 자리가 생기게 되고, 그 곳에
배설물을 쌓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알이 있던 방이 가장먼저 애벌레의 배설물로
막혀 버립니다.
지렁이가 땅속에서 흙을 파고 나아가는 것과 같이, 앞에 있는 먹이를 먹어
소화관에서 그 영양분을 완전히 흡수한 후 찌꺼기를 뒤쪽의 꽁무니로 배설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원래는 먹이였던 똥구슬의 목 부분은 차차 배설물로 바뀌어 가고
먹이는 점점 줄어드는 것입니다. 물론 그 사이 애벌레도 더욱 희고 크게
성장합니다.
4, 5주 사이에 애벌레는 거의 다 자라게 됩니다. 그 때 구슬의 내부는 구석
부분이 얇고, 입구가 두꺼운 큰 방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애벌레는 먹는 일을
중단합니다.
이번에는 변신하여 번데기가 될 차례입니다. 자신의 집 내부를 깨끗이 정리하고,
최대한 갉아먹었기 때문에 얇아져 버린 벽을 보강해야 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애벌레는 미리미리 많은 시멘트를 뱃속에
저장해 두는 것입니다.
얇아져 버린 벽을 두세 배로 두껍게 바르기 위해 꽁무니에서 시멘트를 내어
흙손질을 시작합니다.
애벌레가 미장 공사를 마치고 시멘트가 굳어지면 벽은 아주 매끄럽게 됩니다.
또한 손가락으로 퉁기거나 작은 돌로 쳐도 꿈쩍하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애벌레는 껍질을 벗고 번데기가 되어 안심하고 잘 수가 있는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 번데기의 아름다움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균형 잡힌
몸과 맑은 황색을 띤 반투명의 멋진 색채가 마치 호박이나 토파즈 등의 보석을 깎아
만든 장신구 같습니다. 똥구슬 속에서 배설물을 먹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몸에는
단 한 점의 얼룩도 없습니다.
앞다리는 모두 가지런히 가슴위에 접어 두었고, 나중에 딱지날개가 될 부분은
깊은 홈이 팬 띠모양으로 앞쪽에 접혀 있으며, 등과 배 부분을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마치 삼베에 둘러싸인 이집트의 미라처럼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스카라베 사쿠레를 태양신의 화신으로 숭배했습니다.
그리고 후세에 홀스 아폴로라는 학자가 이에 관해 써 놓은 문서 속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구슬을 굴린 후 땅속에 그 구슬을 묻고
거기에 28일간 숨어 있다. 28일은 달의 공전기간이며 그 사이 스카라베 사쿠레의
새끼는 생명을 얻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29일째, 즉 달과 태양이 만나고, 또 세계가
새로 탄생하는 날에 스카라베 사쿠레는 묻어 둔 구슬로 돌아가 구슬에 구멍을 낸
다음 물속에 던진다. 이 속에서 생물이 태어난다. 이것이 새로운 스카라베
사쿠레이다.
달의 공전, 달과 태양과의 만남, 새로 탄생하는 세계 등 이집트의 천문학을 모르는
현대인에게는 이해가 잘 안 되는 수수께끼 같은 말이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파브르 선생님은 스카라베 사쿠레에 관한 것을 알면 알수록 홀스 아폴로가
스카라베 사쿠레를 잘 관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스카라베 사쿠레의 번데기 기간은 평균 28일이며, 또 번데기가 다 자라서
딱딱한 구슬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이 필요합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홀스 아폴로의 말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곤충의 변태를 몰랐다. 그래서 구슬 속의 애벌레를 썩은 것에서
생기는 구더기라고 생각할 뿐 이것이 스카라베 사쿠레로 된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옛날 사람들에게 있어서 스카라베 사쿠레의 새끼가 생명을 얻을 때라는 것은 성충의
모습이 밖에서 비쳐 보이는 형태, 즉 번데기가 된 때를 가리키는 것이다. 28일은
번데기로 있는 날짜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운 것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모아 둔 기록에
의하면, 스카라베 사쿠레의 번데기 기간은 가장 긴 것이 33일, 가장 짧은 것이
21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8일째에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되는 것이 가장
많았습니다.
28일, 즉 4주, 스카라베 사쿠레는 홀스 아폴로가 말한 대로 달이 차고 기우는
것에 의해 날짜를 계산하는 음력으로 한 달 사이에 성충이 되는 것입니다.
구슬로부터의 탈출
번데기가 된 후 4주 정도가 지나면 스카라베 사쿠레는 껍질을 벗습니다. 단, 아직
원래의 검은색을 띠지는 않습니다. 머리, 다리, 등은 짙은 붉은색이며, 배는 희고,
딱지날개도 연한 황색이 감도는 흰색을 하고 있습니다.
붉은색과 흰색은 교회 신부님의 옷을 연상케 합니다. 정말 '성스러운 갑충'인
것입니다.
이 의상이 점점 검은색으로 바뀌어 나중에는 새카맣고 딱딱한 갑옷이 됩니다.
이렇게 되는 데는 다시 4주 정도가 걸립니다. 배 모양의 구슬 속 어두운 곳에서
이렇게 변신하는 것입니다.
성충의 모양새를 갖춘 스카라베 사쿠레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부의 적으로부터 애벌레를 보호해 준 딱딱한 배 모양의 구슬은,
이번에는 어이없게도 스카라베 사쿠레를 가두는 성이 되어 버립니다.
찌는 듯한 더위로 인해 바싹 마른 구슬로부터 어떻게 밖으로 탈출해야 될까요?
밖은 건조하고 푹푹찌는 8월의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스카라베 사쿠레가 구슬 속에서 완전히 성충의 모습을 갖추고
이제 막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구슬을 몇 개 채집하여 상자에 넣고 건조한 상태대로
두어 보았습니다.
어느 날, 속에서 바삭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가 밖으로
나오려고 구슬 안쪽을 갉는 소리입니다. 그대로 2,3일이 지났지만, 구슬의 표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스카라베 사쿠레의 탈출을 돕기 위해 칼로 두 개의 구멍을 뚫어
주었습니다. 이 구멍을 집중적으로 갉으면 밖으로 나올수 있겠지요.
그런데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구멍을 조금 뚫어 주어도 다른 구슬 속에 든 스카라베 사쿠레와 똑같이 일은
조금도 진척되지 않습니다. 좀 잔인하지만 구멍이 뚫린 구슬을 그대로 방치해
두었습니다.
2주 정도 지나자 모든 구슬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딱딱한 구슬
속에 갇힌 스카라베 사쿠레들은 힘이 빠져 죽어 버린 것입니다.
도대체 구슬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파브르 선생님은
구슬을 쪼개보았습니다. 속에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벽을 긁어 생긴 부스러기가
콩알만큼 있을 뿐이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머리에 달린 울퉁붙퉁한 삽과 강한 앞발로 열심히 긁었지만
겨우 이 정도밖에 긁어 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구슬은 단단했습니다.
한편 똑같은 조건의 구슬을 물에 적신 삼베로 싼 후 이 상자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물기가 완전히 구슬 속까지 스며들었을 무렵에 삼베를 벗기고 상자의
뚜껑을 닫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탁 하고 벽이 쪼개어지며 구멍이 뚫린 곳으로 스카라베 사쿠레가
기어 나왔습니다.
한곳을 계속 갉아 구멍을 내고 나오는 스카라베 사쿠레도 있습니다. 벽이 물에
젖어 부드럽게 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단단한 구슬 속에 있더라도 나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불과 두세 방울의 물이 스카라베 사쿠레의 탈출을 도운 셈입니다.
홀스 아폴로 말이 옳았습니다. 물론 어미가 구슬을 물 속에 던지지는 않습니다.
수분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이거나 또는 나일 강의 범람에 의한 것입니다. 땅을 흠뻑
적신 물이 빠져 나가면 여기 저기서 많은 스카라베 사쿠레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천재
프랑스도 이집트와 똑같습니다.
8월이 되면 불구덩이 같은 땅속 구멍에서 똥구슬이 바싹 말라 딱딱해집니다.
그런데 9월이 되어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스카라베 사쿠레들은 땅속에서 하나
둘 기어나와 목장을 분주하게 돌아다닙니다. 마치 5월에 자신들의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5,5,5^.
8월의 무더운 어느 날, 파브르 선생님은 기르고 있던 스카라베 사쿠레가 밖으로
나가려고 구슬 속에서 바삭바삭 벽을 긁고 있다는 것을 알고 구슬을 쪼개
주었습니다. 그리고 신선한 먹이를 듬뿍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굶었기 때문에 무척
배가 고플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스카라베 사쿠레는 먹이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사육 상자의 철망에 기어올라 햇빛을 쬐며 기분이 좋은지 그대로 있었습니다.
한동안 이렇게 있다가 이윽고 먹이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즉시 완벽한 구슬을 만들었습니다.
구슬에서 막 나온 스카라베 사쿠레는 아직 풋내기이기 때문에 구슬을 잘 만들지
못할 거라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연습에 의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이라든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도 아닙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구슬을 만드는
법에 관해 이리저리 궁리하는 기색도 없이 곧장 일에 착수하여 완벽한 구슬을
만듭니다.
구멍을 파기 위한 도구는 앞다리와 머리에 붙은 울퉁불퉁한 삽입니다. 머리로
파낸 흙을 등에 업고 구멍 입구에서 10센티 정도 떨어진 곳으로 버리러 갑니다.
똑같은 일을 몇 시간 동안이나 계속 반복하여 지하 식당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구슬을 구멍 속에 밀어 넣고 입구를 막으면 일은 끝이 납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과 풍족한 먹이가 자신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역시 천재입니다.
3. 큰가슴쇠똥구리
스카라베 사쿠레의 얌전한 친척
쇠똥구리류는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에 무려 100종류나 있지만 대부분은 아프리카
산입니다.
이들 모두 머리 부분은 울퉁불퉁하고 앞다리는 역시 톱니처럼 되어 있습니다.
긴 다리는 약간 굽어 있고, 끝부분에 발톱이 나 있어서 똥구슬을 굴리기에
알맞습니다.
남프랑스에는 세 종류의 쇠똥구리가 있다고 파브르 선생님은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스카라베 사쿠레이고 나머지는 별쇠똥구리와 큰가슴쇠똥구리입니다.
나머지 두 종류 가운데 별쇠똥구리는 지중해 연안의 따뜻한 곳에만 살고 있으므로
파브르 선생님이 살고 있는 내륙 지방에서 발견되는 것은 큰가슴쇠똥구리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선생님의 집 부근, 즉 세리냥 마을 주위에는 이 쇠똥구리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들판에서는 관찰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렵게 잡은 것을 사육
상자 속에 넣고 조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큰가슴쇠똥구리의 모습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목처럼 보이는 앞가슴 부분의 폭이
넓습니다. 또 앞가슴 등판에는 오목하게 흠이 패어 있고, 딱지날개에 세로로 줄이 나
있는 것이 스카라베 사쿠레와 다른 점입니다.
그러나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구별이 잘 안 될 정도로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겉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에 생활 방식도 아마 똑같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육 상자 속에 큰가슴쇠똥구리를 넣어 키울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스카라베 사쿠레에 비해 큰가슴쇠똥구리가 실로 얌전하다는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처럼 이리저리 살살 기어 돌아다니거나 똥구슬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일이 없습니다. 또 스카라베 사쿠레처럼 배설물 더미만 보이면 금방 구슬을
만들어 굴리다가 잠시 후 질린 듯이 구슬을 버리는 경우도 없습니다. 겉모양은
닮았지만 성질은 상당히 다릅니다.
큰가슴쇠똥구리는 천천히 양의 배설물에 다가가 질이 좋은 부분을 골라 둥글게
도려냅니다. 그리고 앞다리로 꾹꾹 누르면서 표면을 다듬어 아주 동그란 구슬을
먼저 만듭니다.
똥구슬이 만들어지면 큰가슴쇠똥구리도 스카라베 사쿠레와 똑같이 뒤로 구슬을
굴립니다. 물구나무를 서서 뒷다리로 구슬을 안습니다. 그리고 앞다리로 왼쪽,
오른쪽 땅을 박차며 집을 만들 장소까지 운반해 갑니다.
사육 상자 속에는 구슬이 두 개
파브르 선생님은 구슬을 운반해 가는 큰가슴쇠똥구리 암컷을 구슬과 함께 집어
올려 축축한 모래를 깔아 둔 화분 속에 넣고 유리판으로 덮었습니다.
그러자 큰가슴쇠똥구리는 곧 모래를 파고 구슬과 함께 그 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3, 4일이 지나도 큰가슴쇠똥구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모래 속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파브르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모래를 파 보니 넓은 집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처음 가지고 들어간 똥구슬은 없어지고, 그 대신 모양도
다듬질도 스카라베 사쿠레가 만든 것과 닮은 서양 배 모양의 구슬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두 개나 있었습니다.
모래가 든 화분을 몇 개 더 파 보니 어떤 화분에는 둥근 구슬이 한 개, 배 모양의
구슬이 한 개, 또 어떤 화분에는 둥근 구슬과 반달 모양의 구슬이 각각 하나씩 들어
있었습니다.
큰가슴쇠똥구리는 굴려 온 똥구슬을 지하실 속에서 반으로 잘라 각각을 배 모양의
육아용 집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구슬의 목 부분을 만드는 방법도 스카라베 사쿠레의 경우와 같고, 단지 구슬
크기가 조금 작을 뿐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 속에는 배 모양의 구슬이 항상 한 개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브르 선생님이 기른 큰가슴쇠똥구리의 집에서는 대체로 두 개의 구슬이
발견됩니다.
어쩌면 세 개를 만드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고 파브르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큰가슴쇠똥구리를 사육 상자 속에서만 관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알려진 바로는 남프랑스의 큰가슴쇠똥구리도 배모양의 구슬을 한
개밖에 만들지 않았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의 사육 상자 속에서는 들판에서보다 재료가 풍부했기 때문에 두
개나 만든 것이 아닐까요?
4. 넓적쇠똥구리
배설물 냄새를 금방 알아채다.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똥풍뎅이를 연구한 학자의 책을 읽어 보면, 아프리카에는
실제로 많은 똥풍뎅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자가 울부짖는 으스스한 밤에 자동차에 싣고 온 코끼리의 배설물을 삽으로 떠서
땅에 뿌리면 수천 마리의 똥풍뎅이가 날아드는데, 이 때의 날개 소리는 정말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코끼리의 배설물 더미가 순식간에 즐어들어 바닥에만
얇게 깔려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똥풍뎅이들은 어둠 속을 후각에 의존해 날아오는 것입니다. 장수풍뎅이처럼 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작거나 중간 크기의 똥풍뎅이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붕붕거리며 날아다니고, 금속처럼 반짝거려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넓적쇠똥구리류입니다. 몸이 넓적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들은 수가 엄청나게 많아서, 순식간에 배설물 더미를 처리해 버립니다.
프랑스에서도 지중해 연안 지방은 건조한 기후와 풍경으로 볼 때 유럽이라기보다
오히려 북아프리카의 연속인 듯한 느낌입니다. 아주 먼 옛날, 자동차 대신 가축이
끄는 달구지가 엄청나게 많았을때는 그 가축의 배설물에 수많은 똥풍뎅이가
날아왔습니다.
파브르 선생님 시대에는 프랑스에도 넓적쇠똥구리가 무척 많았습니다. 살짝
다가가 손으로 잡으면 한 번에 몇 마리나 잡힐 정도였습니다.
이 넓적쇠똥구리는 몸의 겨드랑이 부분이 쏙 들어가 있고 그 부분에서 뒷날개가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동작이 매우 민첩하여 순식간에
어디론가 날아가 보이지 않거나, 배설물 밑으로 파고 들어가 모습을 감춥니다.
프랑스에는 네 종류의 넓적쇠똥구리가 살고 있습니다. 모두 매우 작은 종류로서
몸길이는 스카라베 사쿠레 절반 이하인 0.7--1.5센티 정도입니다. 체적으로는 8분의
1정도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모습은 스카라베 사쿠레의 축소판 같습니다.
몸이 작아서 많은 먹이가 필요없기 때문에 그 수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네 종류의 넓적쇠똥구리 중에 파브르 선생님이 연구한 것은 손쉽게 여러 마리를
구할 수 있는 몹스넓적쇠똥구리와 곰보넓적쇠똥구리였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이 두 종류에 관한 것입니다.
단, 이 두 종류 모두 이름이 길기 때문에 넓적쇠똥구리로 하겠습니다.
넓적쇠똥구리는 모습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도 스카라베 사쿠레와 매우
비슷합니다.
대체로 생활 방식이 비슷한 곤충들은 먹이 쟁탈전의 경쟁자가 되기 때문에,
환경이 아주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장소에서 살지 않고 각각 떨어져서
삽니다.
그러나 스카라베 사쿠레와 넓적쇠똥구리는 몸의 크기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넓적쇠똥구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파리처럼 매우 잘 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설물의 냄새를 탐지하면 붕 하고 날아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라면 곧 똥구슬을
만들어 멀리까지 굴려서 가겠지만 이 곤충은 그 자리에서 먹기 시작합니다.
넓적쇠똥구리가 구슬을 굴리는 것은 육아용 구슬을 만들 때뿐인 것 갔습니다.
오늘날의 곤충학 책을 읽으면 넓적쇠똥구리는 구슬을 만들 때 암컷과 수컷이
협력한다고 쓰여 있지만, 파브르 선생님은 암컷 한 마리가 구슬을 굴린다고
했습니다.
넓적쇠똥구리의 경우도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기서는 파브르 선생님이 관찰한 넓적쇠똥구리의 행동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참새 알을 꼭 닮은 육아용 구슬
넓적쇠똥구리의 암컷은 깊이 7, 8센티 정도의 구멍을 파고 그 안에 굴려 온
구슬을 넣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굴리고 있는 구슬 속에는 알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집으로 구슬을 옮긴 후 알을 낳는 것입니다. 집은 구슬을 넣어도 충분히
여유가 있을 정도로 넓게 만듭니다.
삽으로 흙을 파고 집 천장을 들어내어 안을 들여다보면 바쁘게 일하고 있는
암컷이 보입니다. 그리고 집 가운데에는 암컷이 만든 구슬이 놓여 있습니다. 그
모양이나 크기가 마치 참새나 십자매의 알과 똑같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경우, 육아용 구슬은 서양 배 모양을 하고 있고 크기도 컸지만,
몸이 작은 넓적쇠똥구리의 경우는 구슬도 이렇게 작습니다.
이 알 모양의 구슬도 굴려서 만든 것이 아니라 지하의 집 속에서 손으로 반죽해서
만든 것입니다.
알이 어디에 들어 있는가도 스카라베 사쿠레의 경우를 참고로 예상하면 됩니다.
아마 구슬의 뾰족한 부분이겠지요.
파브르 선생님은 알이 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칼 끝으로 도려내었습니다.
역시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구슬의 뾰족한 부분은 얇은 벽과 식물성 섬유로 차
있어서 공기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었으며, 알을 위한 방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서양 배 모양과 알 모양. 겉보기는 달라도 양쪽 모두 스카라베 사쿠레의 관찰에서
보았듯이 알과 애벌레를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넓적쇠똥구리는 6월에 알을 낳으며, 일주일도 안 되어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납니다.
이 넓적쇠똥구리의 애벌레도 역시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희고 살이 통통하게 찐 벌레로 몸이 'U'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등에 주머니를 업고 있습니다. 들어 있는 그 속에 꾸불꾸불한 긴 소화관에서
양이나 소의 위장으로도 흡수하지 못한 배설물 속의 영양분을 완전히 흡수해
버립니다.
비스듬히 자른 것처럼 되어 있는 꽁무니 끝부분은 벽을 바르는 흙손의 역할을
합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똥구슬에 구멍을 뚫어 보았더니 애벌레는 배설물을 내어 꽁무니
끝으로 수리를 하였습니다. 이런 행동은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와 똑같습니다.
선생님이 사육 상자 속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넓적쇠똥구리의 애벌레 시기는
17--25일, 번데기 시기는 15--20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번데기에서 갓 나온 성충의
머리, 등, 다리는 적갈색이고, 앞날개와 배는 흰색이었지만 이것이 점차 검고
딱딱하게 변합니다.
성충은 그대로 8월의 고온과 건조로 딱딱해진 똥구슬 속에 들어있다가, 9월에
내리는 비가 대지에 스며들어 구슬을 부드럽게 해주면 이것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구슬을 지키는 어미
파브르 선생님은 넓적쇠똥구리로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어미가 지하의 집 속에서 구슬을 만들어 막 알을 낳으려고 할 때, 또는 알을 낳고
나서 마지막 손질을 하려고 할 때 잡아서 구슬과 함께 흙을 많이 담은 화분 안에
넣어 두었습니다.
어미는 잠시 후 구멍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흙을 조금 파서 구슬을 당겨 넣고, 또 조금씩 파서 당겨 넣고, 하는 식으로 구슬을
항상 가까이에 두고 구멍파기를 계속하여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그 때 선생님이 화분을 들어 에잇, 하고 거꾸로 뒤집었습니다.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습니다. 엉망진창이 된 집 속에서 어미를 꺼내 다시 흙
위에 놓아 두었습니다.
몇 시간 후 어미는 대지진의 충격에서 회복되어 구슬과 함께 다시 땅속에
들어가기 시작했습ㄴ다.
어미가 간신히 집을 완성했을 때 선생님은 또다시 화분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집을 지으면 다시 화분을 뒤집었습니다.
선생님은 이틀 동안 같은 넓적쇠똥구리에게 네 번이나 이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넓적쇠똥구리는 집이 부서져도 여전히 새롭게 짓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몇 번이나 같은 실험을 반복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넓적쇠똥구리는 힘이
다할 때까지 소중한 구슬을 껴안고 구멍을 파 집을 지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이런 실험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너무 심하다고요? 그러나 이
넓적쇠똥구리의 성질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실험이었습니다.
어미는 아직 알을 낳지 않은 미완성의 똥구슬을 지키기 위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입니다. 매우 주의 깊고, 또 영리합니다. 선생님이 몇 번이나 심하게
다루었는데도 그 때마다 새로 구멍을 파고 집을 지었습니다.
아무도 이처럼 열성인 어미를 방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대단한 어미입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그 모성애에 감동한 사람이 질릴 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알을 낳고 집 속에서의 작업을 완전히 끝마친 어미가 땅 위로 나왔습니다.
이 때, 이 어미를 잡고 땅속에 묻은 구슬을 파내어 조금 전에 실험한 것처럼 화분
안의 흙 위에 놓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리 구슬 속에 알이 들어 있습니다. 한여름의 태양이 15분
정도만 내리쬐면 구슬 속의 알은 말라서 죽게 되겠지요. 급히 구멍을 파고 구슬을
땅속에 묻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때 어미는 어떻게 할까요?
게 왠일입니까? 어미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화분 안을 빙글빙글 돌며 밖으로
도망가려고만 합니다. 어미에게 있어서의 역할은 모두 끝난 것입니다.
어미로서의 할 일이 순서대로 끝나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곤충이 가진 본능입니다. 본능은 아직 알을 낳지 않은 구슬에게는 계속
집착하지만, 일단 알을 낳은 뒤에는 구슬 속에서 알이 타든 뜨거워지든 전혀
무관심한 것입니다.
5. 꼬마쇠똥구리
원기 왕성한 곤충
동물들 가운에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새들 중에는
이런 습성을 가진 것이 비교적 많지만, 뱀이나 개구리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곤충류도 수컷은 물론 암컷조차 알만 낳고는 자식을 돌보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예를 들면 배추흰나비는 배추잎에 알을 낳은 뒤 곧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배추잎을 와작와작 먹어 치우는 굼벵이를 보고도 배추흰나비는 그것이 자신의
새끼인 줄을 전혀 모르는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곤충은 이처럼 알만 낳고는 어디론가 가 버리지만, 그 중에는 갓
태어난 새끼를 위해 정성껏 먹이와 집을 마련해 주는 종류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벌 종류입니다.
벌은 꿀과 꽃가루를 모아다가 태어난 새끼에게 주기도 하고, 굼벵이나 거미를
마취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새끼들을 위해 저장해 두기도 합니다.
집도 확실히 준비해 둡니다. 그러나 그것은 암벌이 하는 일이며, 수벌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컷은 짝짓기를 마친 후 곧 죽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새끼를 돌보는 일에 있어서는 수벌조차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곤충류는 전부 다 그럴까요? 아닙니다. 똥풍뎅이 가운데는 수컷도
새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종류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의 제9장에
등장하는 금풍뎅이류입니다.
꼬마쇠똥구리는 프랑스의 똥풍뎅이 가운데 가장 작은 종류이며, 뒷다리가 매우
길고 몸에는 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건조하고 딱딱한 흙에 살며 양의 배설물을
좋아합니다. 또한 매우 민첩해서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면 갑자기 날개 소리를 내며
도망갑니다.
콩알만한 크기의 이 똥풍뎅이는 구슬을 굴릴 때 쌕쌕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다가
뒤집어지기도 하고, 언덕길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매우 끈기 있는 곤충이어서 한번 방향을 정하면 도중에 바꾸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그래서 라트레유라는 곤충학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라는
인물의 이름을 따서 이 곤층의 학명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시시포스는 코린트라는 나라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신들 가운데 으뜸인 제우스
신을 몇 번이나 속인 벌로써 큰 바윗덩어리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시시포스가 바윗덩어리를 산꼭대기에 간신히 밀어 올리면
바윗덩어리는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시시포스는 몇 번이고, 아니 영원히 이 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이 시시포스의 신화가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도 오랫동안 가난 속에서 고생만 하다가 이제 생활이 조금 윤택해졌다고
생각되었을 때 갑자기 가족에게 불행이 닥쳤습니다. 그것은 마치 험난한 언덕길을
올라가자마자 아래로 굴러떨러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인생을 돌이켜 볼 때, 이
고통받는 시시포스가 선생님 자신과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똥풍뎅이 시시포스는 이 일을 별로 힘들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만든 똥구슬을 즐겁게, 열심히 굴리고 있습니다.
벌레 찾기의 명수
그런데 이 꼬마 쇠똥구리는 파브르 선생님이 살고 있는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종류였기 때문에 열심히 채집하려 다녔지만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 파브르
선생님에게 매우 쓸 만한 조수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바로 선생님의 아들인
폴이었습니다.
그 때 일곱 살이었던 폴은 파브르 선생님이 들로 채집을 하려 나가면 항상 따라
나가 곤충을 찾아 주곤 했습니다. 매미, 메뚜기, 귀뚜라미, 그리고 특히 좋아하는
똥풍뎅이에 관해서는 매우 잘알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눈과 귀가 밝아서 곤충의
울음 소리를 듣고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거나, 잎사귀 뒤쪽에 숨어 있는 곤충을 찾아
주기도 합니다. 몸이 작아서 어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살펴보기도 합니다.
매우 고마운 조수였습니다.
폴은 자신의 사육 상자에 스카라베 사쿠레를 기르기도 하고, 콩을 뿌려 그 뿌리가
어떻게 뻗어나가는가를 살펴보거나, 도토리를 심어 작은 손수건 크기의 수풀을
만들기도 합니다. 폴처럼 어릴 때부터 동물과 식물을 실제로 주의 깊게 관찰하면
자연에 대한 감각이 매우 뛰어나게 됩니다.
4월도 끝나 가던 어느 날, 파브르 선생님은 아침 일찍 폴을 데리고
꼬마쇠똥구리를 채집하러 먼 길을 떠났습니다. 오래 전부터 폴과 약속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이른 아침에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배가 고파지면 나무 그늘에 앉아 쉬면서 먹을 생각으로 빵과 사과를 가져갔습니다.
조금 지나면 5월, 이제 곧 꼬마쇠똥구리가 모습을 드러낼 때 입니다. 양 떼가
풀을 뜯어먹던 들판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에 의해 겉부분은
딱딱하게 말랐어도 안은 아직 부드러운 양의 배설물을 손에 들고 둥근 빵을
쪼개듯이 하나씩 쪼개 보았습니다.
물기가 적은 양의 배설물은 작게 덩어리져 있어 더럽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이
가운데 틀림없이 꼬마쇠똥구리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꼬마쇠똥구리들은 저녁
무렵에 양 떼가 다시 와서 새로운 배설물을 떨어뜨릴 때까지 이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에 파브르 선생님이 우연히 발견한 이 채집법을 폴에게 가르쳐 주자 폴은
금방 배워 신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아빠! 여기 또 있어요!" 하고 외쳤습니다.
관찰에 필요한 만큼의 꼬마쇠똥구리가 금세 모였습니다. 정확하게 암수 6쌍을
잡았습니다.
꼬마쇠똥구리를 사육하는 데에는 사육 상자가 필요 없습니다. 몸이 매우 작기
때문에 접시 위에 모래를 깔고 그 위에 종 모양의 철망을 덮어 주면 됩니다. 그리고
가끔 양의 배설물을 주면 활발하게 생활합니다. 별로 수고스럽지도 않아 사육하기가
무척 쉬운 똥풍뎅이입니다.
부부가 협력해서
5월 초순경, 꼬마쇠똥구리는 양의 배설물이 많이 떨어져 있는 곳에서 짝짓기를
합니다. 그리고 암컷과 수컷은 열심히 힘을 합해서 육아용 구슬을 만들 재료를 날라
와 땅속 집에 넣어 둡니다. 모든 일은 암컷과 수컷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톱니처럼 울퉁불퉁한 앞다리와 머리 앞부분에 달린 삽으로 배설물을 둥글게
오려냅니다. 그리고는 암수가 힘을 합쳐 재료를 단단하게 다듬어서 완두콩 크기의
구슬을 만듭니다.
구슬이 완성되면 이번에는 두 마리가 함께 구슬을 굴리기 시작합니다. 암컷은
수컷보다 몸이 조금 크고, 늘 앞장서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암컷은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굴리고, 수컷은 뒤어서 밀어줍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경우도 이처럼 두 마리가 밀거나 당기는 일이 있었지만, 그
때에는 한쪽이 도둑놈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꼬마쇠똥구리의 경우는
암컷과 수컷, 즉 부부가 협력하여 자식들을 위해 먹이를 운반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무작정 똑바로 나갑니다. 길이 아무리 험해도 곧장 돌진합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철망을 덮어 두자 이 철망 위로 구슬을 굴리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은 아무리 해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암컷은 뒷다리를 철망의
그물코에 걸어 몸을 고정시킨 후 소중한 구슬을 자기 쪽으로 당기려고 애씁니다.
"아, 헛수고하는구나."
보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집니다. 수컷은 발을 디딜 곳이 없어서
구슬에 매달린 채로 발버둥칩니다. 구슬과 수컷은 허공에 뜬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구슬과 수컷이 함께 아래로 뚝 떨어집니다. 암컷은 위쪽에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36^예요?' 하고 묻기라도 하듯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곧 내려와서 구슬을 안고는
또다시 철망 위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몇 번씩 올라가도 떨어지고 하는 사이에 방향이 바뀌어 철망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 버립니다.
평지라 해도 구슬을 굴리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작은 돌멩이도 이
곤충에게는 큰 바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무거운 똥구슬이 돌멩이 위로 올라갔다
데구르르 굴러갑니다. 그러면 미는 쪽과 당기는 쪽이 함께 뒤집어져 바둥바둥 거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꼬마 쇠똥구리 부부에게는 별일 아닙니다. 금방
다시 일어나 힘차게 구슬을 굴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고생스럽게 구슬을 굴리면 한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구슬이 구르는
사이에 단단하게 뭉쳐지고, 표면에 흙이 묻어서 곰팡이가 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두 마리의 곤충은 이렇게 몇 시간이나 구슬을 굴리는 것입니다.
구슬이 단단해졌다고 생각되면 암컷은 마지막으로 구멍을 파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습니다. 그 사이에 수컷은 구슬 옆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구슬을
지킵니다.
암컷이 집을 만들 장소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수컷은 뒷다리를 높이
쳐들고 다리 사이에 구슬을 끼워 마치 곡예를 하듯이 빙빙 돌려 봅니다.
이렇게 안쪽으로 약간 굽은 긴 다리로 구슬을 돌리며 구슬이 제대로 뭉쳐졌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아주 율동적으로 능숙하게 돌립니다.
"제가 이 둥근 빵을 만들었어요. 자식을 위해 이렇게 멋지게 만들었습니다.
어때요?" 하고 누군가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윽고 암컷이 구슬을 묻을 장소를 결정했습니다. 얕게 구멍을 판 후 구슬을 그
구멍 속으로 끌고 갑니다. 암컷이 앞다리와 머리 앞부분으로 땅을 파는 사이에
수컷은 구슬을 꽉 껴안고 놓지 않습니다.
구멍은 마침내 구슬이 들어갈 정도로 커졌습니다. 암컷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구슬을 자신의 몸 위로 끌어당깁니다.
암컷은 이 구슬이 항상 자기 몸에 닿아야 안심이 되고 또 용기가 나서 구멍을 더
잘 파게 되는 것입니다. 구슬을 그대로 놔 두면 다른 똥풍뎅이나 파리가 날아와
가로채거나 알을 낳아 버릴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암컷이 구멍을 파면서 구슬을 밑에서 당기면 수컷은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위에서 구슬을 살짝 밀어 줍니다. 구멍은 점점 더 깊어지고 그 안으로
구슬이 들어갑니다.
이윽고 꼬마쇠똥구리 부부는 구슬과 함께 구멍 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춥니다.
구멍 속에서 하는 일은 다른 똥풍뎅이들과 같겠지요.
반나절 정도 지나자 수컷만 밖으로 기어 나와 입구 주위의 모래 위에 가만히
있습니다. 지금 암컷이 지하의 집 속에서 하고 있는 일은 수컷이 도울 수 없나
봅니다.
다음날, 암컷이 구멍에서 기어 나왔습니다. 그러자 푹 쉬면서 암컷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수컷이 허겁지겁 다가가 "야, 수고했다." 라고 말하듯이 암컷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나서 암컷과 수컷이 함께 먹이가 있는 배설물 더미로 가 식사를 하고는
또다시 둘이서 구슬을 만들어 힘들게 운반하여 다른 새로운 구멍 속에 넣습니다.
이 얼마나 부부^36^애가 넘치는 곤충입니까? 파브르 선생님은 이들의 행동에
적잖이 감동했습니다.
작은 예술품
자, 이제 슬슬 꼬마쇠똥구리의 집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구멍은 매우 얕습니다.
구멍의 폭도 암컷이 구슬을 안고 겨우 들어갈 정도입니다. 이렇게 집이 작기 때문에
암컷이 속에서 작업을 할 때 수컷은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겠지요.
구멍 속에는 구슬이 딱 한 개 있습니다. 구슬은 매우 작고, 마치 스카라베
사쿠레가 만든 구슬의 축소판 같습니다.
특히 표면은 깨끗하고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고, 그 곡선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똥풍뎅이류가 만드는 구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배 모양의 구슬은 늘 깨끗하지만은 않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검은
입자가 구슬 안쪽에서 밀려 나옵니다. 그래서 매끄럽던 구슬 표면은 완전히
지저분해지고 맙니다. 마치 버섯이나 곰팡이가 핀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왜 구슬
속에서 나올까요?
애벌레의 생활을 조사해 보면 그 이유룰 알게 됩니다. 꼬마 쇠똥구리의 애벌레도
스카라베 사쿠레와 같이 자기 몸속에 시멘트를 저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이 애벌레의 경우는 구슬 속이 좁기 때문인지 어떤지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나중에 구슬의 안쪽 벽을 바르기 위한 시멘트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구슬
밖으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작은 배 모양의 구슬은 매우 얕은 곳에 묻혀 있습니다. 몹시 무더운 여름에는
구슬 속까지 뜨거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사실 이 곤충은 성장이 매우 빨라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4월과 5월, 아직 선선할 때 배 모양의 구슬이 만들어지고,
7월 초순에는 구슬속에 든 애벌레가 벌써 성충이 되어 구슬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성충이 되어 밖으로 나온 꼬마쇠똥구리는 더운 여름 동안 배설물 더미 속에
들어가 열기를 피합니다. 그리고 짧은 가을을 즐긴 뒤 땅속에 들어가 겨울을
납니다. 암수 두 마리가 함께 구슬을 굴리는 것은 이듬해 봄부터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종 모양의 철망 속에 넣고 키운 6쌍의 암수는 배 모양의 구슬을
모두 57개나 만들었습니다. 한 쌍이 평균 아홉 개의 구멍과 아홉 개의 구슬을 만든
셈이 됩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이렇게 많은 구슬을 만들지 못합니다. 꼬마쇠똥구리는 역시
수컷이 도와 주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수의 구슬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파브르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암컷이 혼자서 똥구슬을 만들고, 옮기고, 또 구멍을 파려면
힘도 들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만큼 구슬도 적게 만들 수밖에 없겠지요.
6. 에스파냐뿔똥풍뎅이
멋진 뿔을 가진 똥풍뎅이
높은 산에 자리잡은 목장에 가 보면 멋진 뿔이 하나 달린 뿔똥풍뎅이가 소의
배설물을 모으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라는 종류로서,
우리 나라의 뿔똥풍뎅이에 해당합니다. 에스파냐는 스페인을 뜻하며, 스페인에 이
똥풍뎅이가 매우 많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이것은 뿔똥풍뎅이보다는 조금 크며,
매우 멋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갑충의 수컷이 가진 뿔의 크기는 대체로 몸 크기에 비례합니다. 애벌레 시기에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자라 몸이 큰 것은 뿔도 잘 발달되어 크고, 몸이 작은
것은 뿔도 빈약합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다리는 짧고 굵으며, 지금까지 살펴본 스카라베와
넓적쇠똥구리, 꼬마쇠똥구리와 비교해 볼 때 몸의 형태가 완전히 다르고 둔해
보입니다. 이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육아용 구슬을 만들까요?
이 뿔똥풍뎅이는 낮 동안은 땅속에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밖으로 나와서 먹이를
찾습니다. 배설물 더미를 발견하면 그 바로 밑에 구멍을 팝니다. 먹이가 곧 지붕인
셈입니다. 구멍의 크기는 작은 사과가 들어갈 정도입니다.
구멍을 다 파면 다시 위로 올라가 배설물울 조금씩조금씩 안고 운반합니다.
이것을 그대로 구멍 속에 저장했다가 게걸스럽게 전부 먹어 치워 버리는 엄청난
대식가입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지붕, 즉 구멍 위쪽에 먹이가 있는 동안은 이 구멍 속에서
계속 먹이를 먹으며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먹이가 완전히 없어지면
다시 밖으로 나가 먹이를 찾아서 다시 그 밑에 구멍을 파고 생활합니다.
이처럼 구슬을 굴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둔해 보이는 짧은 다리만으로도 충분한
것입니다.
좋은 방은 새끼에게
에스파냐뿔똥풍뎅이가 알을 낳는 시기는 5월에서 늦어도 6월입니다. 자신이 먹을
배설물은 아무것이나 상관없지만, 애벌레를 위해서는 말이나 노새의 배설물보다
영양분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양의 배설물 덩어리를 찾습니다. 가능한 한 커다란
배설물 덩어리를 조금씩 운반해 와서 전부 구멍 속에 넣어 둡니다.
또 새끼를 위해서 20센티 정도의 깊은 구멍을 팝니다. 파낸 흙이 입구에 수북이
쌓여 있기 때문에 밖에서 보아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 구멍은 식사할 때
사용하는 작은 집보다 훨씬 깊을 뿐만 아니라 넓고 정성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들판에서 직접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하루 종일 밖에서 곤충을
관찰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파브르 선생님은 곤충의 생활을 집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사육 상자 속에서 키우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배설물을 어떻게 구멍 안으로 넣을까요?
저녁 무렵, 땅거미가 깔렸을 때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구멍에서 나와 새끼의
먹이를 찾기 시작합니다. 먹이인 양의 배설물은 파브르 선생님이 벌써 준비해
두었습니다. 뿔똥풍뎅이는 천천히 먹이로 다가가 머리에 달린 삽으로 배설물의 굳은
껍질을 벗기고 부드러운 안쪽의 것을 파내어 앞다리로 조금 움켜잡습니다.
그리고는 뒷걸음질쳐서 구멍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가 약 2분 후에 다시 기어
나옵니다.
겁이 많기 때문에 더듬이를 펴서 주위를 경계합니다. 조금이라도 놀라면 금방
다리를 움츠리고 죽는 시늉을 합니다. 그러나 한동안 그대로 두면 슬슬 다리가
움직이고, 그 다음에는 더듬이를 펴서 또 조금 전처럼 움직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이 뿔똥풍뎅이의 구멍과 배설물 사이를 7, 8센티 정도 떨어뜨려
두었습니다. 사실 이 뿔똥풍뎅이는 집 천장에 먹이가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배설물 바로 밑에 집을 짓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관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배설물을 집 천장 위쪽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놓아 둔 것입니다.
뿔똥풍뎅이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이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물론 선생님도 숨을
죽이고 조용하게 관찰합니다. 뿔똥풍뎅이는 먹이를 한아름씩 집 속으로 옮기는 일을
쉬지 않고 끈기 있게 계속합니다.
작업은 밤새도록 계속된 것 같습니다. 다음날엔 배설물 더미가 완전히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제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먹이를 충분히 모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한동안 그냥 두었습니다. 배설물, 즉 먹이를 구멍 속에 넣은
뿔똥풍뎅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일주일 정도 지난 후 파브르 선생님은 사육 상자 속의 흙을 파 보았습니다.
그것은 들판에서 만든 집과 똑같았습니다. 꽤 넓은 방의 천장은 낮고
울퉁불퉁하지만 바닥은 매끄러웠습니다. 넓은 방의 구석에는 둥근 구멍이 뚫려 지하
통로가 되어 있습니다. 이 구멍을 따라가면 땅 위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축축한 흙 속에 만들어진 벽은 뿔똥풍뎅이가 다리로 열심히 다졌기 때문에
선생님이 위에서 파도 쉽게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했습니다.
보통 이 뿔똥풍뎅이는 자신이 먹이를 먹기 위해서는 허름한 방밖에 만들지 않지만
자식을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튼튼한 방을 만드는 것입니다.
들에서 알을 낳기 위해 만든 집을 파 보면, 멋지게 만들어진 넗은 방 속에 암 수
두 마리가 함께 있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암컷과 수컷이 협력하여 멋진 방을
만드는 것입니다.
먹이를 집 속에 넣을 때에도 수컷이 암컷을 도와 줄 것이라고 파브르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매우 힘들고 수고스러운 일도 두 마리가 힘을 합치면 빨리 끝낼 수
있습니다.
방 속에 먹이가 가득 차게 되면 수컷은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혼자
남은 암컷이 나머지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사육 상자와는 따로 화분 속에 넣고 기르던 암수 한 쌍을 관찰했을 때에는 두
마리가 함께 지하에 방을 만들어 양의 배설물을 계속 운반하였습니다. 그리고 10일
후에 수컷만이 구멍에서 기어나와 화분을 덮은 유리 뚜껑의 아래쪽에서 가만히 쉬고
있었습니다. 암컷이 하고 있는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지하의 방에서
기어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좁은 화분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배설물
조각에 가만히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 뿔똥풍뎅이는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캄캄한 곳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가 봅니다. 그러나 수컷은 암컷이 작업을 하고 있는 3개월 동안은
땅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밝은 바깥 세상에서 있는 것입니다. 암컷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매우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크고 둥근 빵
그러면 구멍속에 채워진 먹이는 어떤 상태일까요? 배설물 조각들이 적당히 쌓여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운반된 배설물 조각들은 빵 덩어리로 반죽되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방을 가득 채워 어미가 그 주위를 겨우 돌 정도만의 공간만 남아
있습니다.
마치 특별한 요리 같은 이 귀중한 먹이는 별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칠면조의 알처럼 둥근 것, 양파같이 타원형을 한 것, 그리고 완전히 동그란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것은 둥글고 윗부분이 부풀어올라 프로방스 지방의 농부들이 먹는 빵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매끄럽게 다듬어져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입니다.
어미는 조금씩 가져온 배설물을 모아서 잘 반죽하여 덩어리를 만듭니다. 사육
상자 속에서 암컷이 배설물을 반죽하여 큰 빵을 만들었을 때, 파브르 선생님은 빵과
어미를 구멍에서 꺼내어 연구실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구멍의 크기와 비슷한 지름 12센티 정도의 유리병에 넣었습니다. 병의
바닥에는 축축한 흙을 얇게 깔고 그 위에 빵을 놓았습니다. 병은 빵으로 꽉
찼습니다.
빛이 조금만 비쳐도 이 뿔똥풍뎅이는 놀라서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분지를 말아 병에 씌었습니다. 이 원통형의 마분지를 살짝 들어올리면 언제든지
일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동작은 스카라베 사쿠레보다 둔하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쉽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이런 실험용 병을 12개나 만들어 큰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습니다. 그 덕분에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큰 빵은 특별히 정해진 모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표면은 한결같이
매끄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굴려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 빵 모양의 덩어리는 매우 무겁고 방에 거의 꽉 차기 때문에 뿔똥풍데이의
힘으로는 굴릴 수도 없습니다.
어미는 큰 빵 위에 올라타고 여기저기 만져 보거나 톡톡 쳐 보기도 하면서
튀어나온 곳을 편평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뒤집어서 굴리려고 노력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열심히 계속해서 반죽한 다음 일주일 동안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빵이 적당히 단단해질 정도로 반죽되면 큰 덩어리로 만들어 화분의 한쪽 구석에
모아 둡니다. 반죽 덩어리가 클수록 빵이 발효되기 위해 필요한 열이 잘
보존됩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도 빵을 발효시킬 때와 똑같이 반죽해 놓습니다.
이 뿔똥풍뎅이는 모아 온 조각들을 먼저 하나의 덩어리로 만듭니다. 그리고
정성들여 둥근 빵 모양으로 만들고는 효모균에 의해 빵이 발효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면 빵 맛이 좋아지고 표면을 다듬기도 쉬워지며 적당히 단단해지는 것입니다.
뿔똥풍뎅이는 마치 빵을 만드는 사람처럼 이러한 화학적 변화가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뿔똥풍뎅이로서는 길게 느껴지겠지만 어미는 꾹
참고 기다립니다.
화학적 변화가 끝나 둥근 빵이 충분히 부풀어오르면 뿔똥풍뎅이는 큰 덩어리를
작게 자릅니다.
머리에 달린 삽과 톱니처럼 생긴 앞다리를 잘 사용하여 정해진 크기로 빵을 잘라
낸 뒤 그것을 둥글게 만듭니다.
이 뿔똥풍뎅이는 짧고 둔하게 보이는 다리로 잘라 낸 덩어리를 누르거나 다듬어서
둥글게 만듭니다. 아직 모가 나 있는 빵 위를 오르내리며 부위에 따라 힘을
조절하여 조금씩 둥근 모양을 만들어 갑니다.
이런 작업을 한 지 하루 정도 지나면 모난 곳은 없어지고 큰 포도 모양의 둥근
구슬이 됩니다. 별로 여유가 없는 좁은 방에서 다리만 이용하여 이런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 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끈기 있게 구슬을 다듬습니다.
구슬의 여기저기를 누르고 손질하여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곳이 없도록 일을
계속합니다.
알 모양의 캡슐
거의 이틀째 되는 날에는 구슬이 완성되고, 암컷은 구슬 위로 올라가 윗부분을
꾹꾹 눌러 오목한 단지 모양으로 만든 다음 그 속에 알을 낳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단지 모양의 입구를 좁혀 들어가 알 위에 둥근 천장을
만듭니다. 어미는 구슬 주위를 천천히 돌면서 재료를 조금 뜯어 가지고 구슬 위로
올라갑니다. 잠시 후 둥근 천장이 완성됩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실수로 힘을 너무 주어 꽉 누르기라도 하면 얇은
천장 밑에 있는 알이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암컷은 이따금 일손을 멈추고 알이 든
방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핍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어간다고 판단되면 암컷은 또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구슬의
옆면을 조금씩 갉아 내어 위쪽으로 가져가 붙입니다. 처음에 동그랗던 구슬은 점점
위쪽이 뾰족한 알 모양이 됩니다. 이렇게 하는 데에만 24시간이나 걸립니다.
알 모양의 구슬이 완성되면 암컷은 큰 빵(배설물)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다시
빵 덩어리를 자릅니다. 이것도 똑같이 다듬어 육아용 구슬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알 모양의 캡슐'이라고 합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큰 빵에서 네 개 정도의 캡슐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알낳기와 캡슐 만들기가 끝나면 암컷은 자신이 만든 알모양의 캡슐 주위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계속 지킵니다.
3개월 동안 지켜 주다.
6월 말경에 알 모양의 캡슐이 완성되고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집 입구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또 사람에게 밟혀
발견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나 파브르 선생님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뿔똥풍뎅이의
집을 찾았습니다. 어미뿔똥풍뎅이는 집 속의 캡슐 옆에서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캡슐 속에는 꽤 크게 자란 희고 윤기 있는 애벌레가 있었습니다.
9월에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땅 속의 집에서 어미가 기어나옵니다. 그 때에는
애벌레도 완전히 자라 번데기 시기를 거쳐 성충이 되어 있습니다. 어미와 다 자란
자식이 같은 집 속에서 만나는 것은 곤충의 세계에서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어미는
자식들이 캡슐 속에서 밖으로 나오기 위해 껍질 안쪽을 긁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밤 이슬과 비를 맞아 부드러워진 캡슐을 부수고 나오는 것도 보았겠지요.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양의 배설물이 많아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에 어미와 자식들은 땅 속의 집에서 들판으로 함께 나오는 것입니다.
이제 종이로 덮어씌워 둔 유리병 속의 어미와 알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각각의 유리병에는 알 모양의 캡슐이 서너 개씩 빽빽하게 놓여 있습니다. 어미가
겨우 움직일 만한 좁은 공간만 남아 있습니다.
처음에 넣어 준 크고 둥큰 빵(배설물)은 이제 없습니다.
어미는 각각의 캡슐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만져 봅니다. 캡슐 속에든 애벌레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어미가 다리로 만지거나, 점검하거나, 고치는 부분은
우리의 눈으로 볼 때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금이 갔거나,
면이 고르지 못하거나, 공기가 들어와 마르기 쉬운 곳이 있으면 확실히 고쳐 둡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어미를 잡으면 꽁무니 근처의 딱지날개를 비벼 '끼이, 끼이'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것은 마치 "방해하지 마세요." 하고 부탁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이처럼 정성들여 알 모양의 캡슐을 돌보거나 꾸벅꾸벅 조는 사이에 3개월이
지나고 애벌레는 점점 커집니다.
어미의 정성
구슬을 굴리는 똥풍뎅이, 즉 스카라베 사쿠레라든가 넓적쇠똥구리는 자기가 만든
구멍 속에 배 모양의 구슬을 한 개밖에 넣지 않습니다. 그 재료는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굴려 온 것이기 때문에 양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배설물 더미 밑으로 넓게 구멍을 파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지만, 구슬을 굴리는 똥풍뎅이는 구슬 한 개에 구멍 한 개씩을
파야 됩니다. 따라서 배 모양의 구슬이 완성되면 지하실에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배설물을 찾아 또 다른 곳에 집을 만들고 배 모양의 구슬을
빛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구슬을 굴리는 어미 똥풍뎅이는 계속 구슬을 지키고 있을 수가 없으므로,
처음에는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구슬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이 가거나 비늘처럼
표면이 벗겨지거나 부풀기도 합니다. 표면에 곰팡이가 피어 흉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이 가서 속이 마를 위험이 있으면, 이미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구슬 속에
있는 애벌레가 자신의 시멘트로 보수 공사를 하는 것입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경우는 다릅니다. 어미가 구슬 옆에서 계속 지키고 있기
때문에 금이 가는 일이 없습니다. 만약 금이 생기면 어미가 금방 수리를 합니다.
곰팡이가 생겨도 재빨리 다리로 없애 버립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관찰한 수십 개의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캡슐은 어미의 정성으로
모두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미가 지키고 있는 캡슐을 빼앗아 유리병이나 양철통 속에 넣어 두면
상태가 금방 나빠지고 맙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같은 어미가 만든 세 개의 캡슐 가운데 두 개를 빼앗아 양철통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러자 불과 2, 3일 사이에 두 개 모두 더럼고 이상한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두 개는 빼앗기고 나머지 한 개만 지키고 있던 에스파냐뿔똥풍뎅이에게 이 곰팡이
핀 캡슐을 되돌려 준 뒤 종이로 병을 덮어 씌웠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살펴보니 곰팡이는 완전히 없어 지고 원래대로 표면이 매끄러운 캡슐이 되었습니다.
확대경으로 살펴보아도 곰팡이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미가 완전히
없애 준 것입니다.
더 심한 실험도 해 보았습니다. 즉, 칼로 캡슐 벽을 조금 부수어 밖에서 안이
보이도록 해 보았습니다. 알은 바깥 공기에 닿으면 말라서 죽게 됩니다.
이 캡슐을 어미에게 돌려주고 종이를 덮어씌워 어둡게 해 두자, 어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부서진 파편을 모아서 원래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재료가 모자라면 다른 부분을 조금 떼어다 붙입니다.
잠깐 사이에 금이 간 곳은 완벽하게 수리되어 칼 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실험을 계속했습니다. 실험은 한 번으로 불충분하기 때문에 몇 번
되풀이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번에는 어미가 가지고 있던 모든 캡슐에 알이
보이도록 크게 흠을 내었습니다. 그러자 어미는 또 순식간에 모두 고쳐 놓았습니다.
그런데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알을 몇 개나 낳을까요?
지금까지 선생님이 발견한 바로는 네 개가 최고였습니다. 선생님은 세 개, 두 개
그리고 한 개만 낳을 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캡슐의 수는 방의 넓이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캡슐 서너 개로 구멍이 꽉 찹니다. 나중에
구멍을 넓힐 수는 없겠지요.
이번에는 병 속에서 네 개째의 캡슐을 막 만들고 난 어미로부터 캡슐을 모두
빼앗았습니다. 병 속은 물론 텅 비었습니다. 둥근 빵은 이제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 대신 선생님이 칼 끝으로 반죽한 양의 배설물(빵) 덩어리를 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미는 선생님이 준 빵 덩어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또다시 캡슐을 만들어
알을 낳았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세 개의 캡슐을 더 만들었습니다. 아까 만든 것과
합쳐 전부 일곱 개가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만들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준 재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어미는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습니다. 아마 어미의 몸 속에는 더 이상 알이 없었나 봅니다.
그러나 들판에서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사품을 구별하는 능력
선생님은 이번엔 유사품을 만들어 한 번 더 실험해 보았습니다.
칼 끝으로 반죽한 재료로 에스파냐뿔똥풍뎅이가 만든 것과 똑같은 모양의 캡슐을
만들었습니다. 거의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잘 다듬어서 다른 캡슐과 섞어 병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 병 속의 흙을 파 본 파브르 선생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유사품 캡슐 위에 올라가 단지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에는 캡슐 속에 알을 낳고 입구를 막았습니다.
이렇게 비슷하게 잘 만들었는데도 이 뿔똥풍뎅이는 그 속에 알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조금도 주저 없이 알이 들어 있지 않은 캡슐로
가서 알을 낳을 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완성된 캡슐에 구멍을 내는 일은 켤코 없는데, 어떻게 알이 없는 지를 알고
구멍을 내었을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몇 번씩이나 실험을 반복해 보았으나 결과는 항상 같았습니다.
어미는 파브르 선생님이 만든 것과 자신이 만든 캡슐을 정확히 구분합니다. 그리고
유사품은 또 다른 알을 낳기 위해 사용합니다.
배가 고파서인지 선생님이 만든 유사품을 뿔똥풍뎅이가 먹어 치운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사람이 만든 캡슐에는 뭔가 결점이 있는 것일까요? 칼 끝으로는 반죽이 제대로 안
되어 적당히 단단하지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반죽하는 방법이 틀린 것일까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 파브르 선생님은 이번에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만든 똥구슬 가운데 에스파냐뿔똥풍뎅이가 만든 구슬과 크기가
똑같은 것을 골라 병 속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러자 스카라베 사쿠레가 만든 구슬도 파브르 선생님이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처리되었습니다. 즉, 단지 모양으로 바꾸어 알을 낳거나, 어미가 먹어 버린
것입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진짜와 가짜를 눈으로 보아 구별하는 것일까요? 그러나 이
뿔똥풍뎅이는 항상 어두운 지하에서 살기 때문에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겠지요.
그러면 냄새일까요? 아닙니다. 왜냐하면 가짜도 진짜처럼 역시 양의 배설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맛이 다르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더듬이로 만져서 확인하는 걸까요? 아니면 다리로 만져 느낌으로 아는 걸까요? 둘
다 아닌 것 같습니다. 청각은 어떨까요? 물론 애벌레가 캡슐 속에서 자라
움직이거나 갉거나 하면 소리가 나겠지만 지금 들어 있는 것은 알뿐입니다.
그렇다면 알이 소리를 내는 것일까요?
암컷의 구별 능령에 관해서는 단지 신기하다고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적게 낳아 소중히 키운다.
알을 많이 낳는 곤충의 경우, 어미는 보통 새끼를 돌보지 않고 내버려둡니다.
그래서 몇 마리만 제대로 자라고 나머지 몇백 마리는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알 시기에 천적에게 많이 잡아먹히고, 알에서 깨어난 작은 애벌레도 다른 곤충에게
잡아먹힙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알을 서너 개만 낳습니다. 이 이상은 거의 낳지 않고
어미가 알을 지키며 소중히 키웁니다. 이런 방법으로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알을
많이 낳는 곤충과 마찬가지로 살아 남는 것입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 암컷은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거나, 새로운 배설물을 먹지도
않고 자식을 키우기 위해 지하에 있는 캡슐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미는 캡슐에 난 곰팡이를 없애고, 금이 간 곳을 메우고, 다른 곤충의 해를 막는
일을 합니다. 알이 든 캡슐에 해를 입히는 곤충으로는 응에, 반날개, 그리고 다른
똥풍뎅이류입니다.
이윽고 9월이 되면 어미는 자식과 함께 땅 위로 나옵니다. 그후로 자식에게 더
이상 도움을 줄 필요가 없어진 어미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알을 낳을 시기가 되면 갑자기 캡슐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평상시에는 먹이를 구멍 속에 넣고 먹기만 할 뿐 특별히 반죽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식을 키울 때가 되면 갑자기 구슬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다리는 캡슐을 만드는 데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끈기 있게
만듭니다.
한 마리의 곤충의 습성이 이렇게 갑자기 바뀔 수 있을까, 어떻게해서 이렇게
어려운 캡슐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누구나 궁금해하겠지요. 그러나 애벌레가 먹기
좋도록 먹이를 항상 부드러운 상태로 두기 위해서는 둥글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가 캡슐을 만들지 못했다면 벌써 멸종되었겠지요.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6월에 집을 만듭니다. 가장 더운 8월에는 땅속에 있는 집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이런 알 모양의 캡슐이 아니면 먹이가 속까지
건조해져서 애벌레가 먹을 수 없게 되므로 에스파냐뿔똥풍뎅이도 스카라베
사쿠레처럼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육아용 구슬은 알 모양이지만 각각 조금씩 틀리며 그
중에는 동그란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넓적쇠똥구리가 만든 것과 비슷하나 그것보다
조금 크며, 올빼미나 수리부엉이의 알을 닮았습니다.
표면은 다리로 눌러서 단단하며 흙이 조금 묻어 있습니다. 캡슐의 뾰족한 부분에
짧은 지푸라기 같은 거친 섬유가 있습니다. 암컷은 둥근 구슬을 단지 모양으로
만들어 윗부분에 알을 낳고는 입구를 막습니다. 가장 끝부분은 공기가 통하도록
거친 섬유로 되어 있습니다.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날 때까지는 15--20일 정도 걸립니다. 그 사이에 알은
주위를 둘러싼 벽으로부터 수분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다른 곤충의 경우, 알에서 갓
태어난 애벌레는 마치 좁쌀처럼 작지만 이 뿔똥풍뎅이는 태어날 때부터 꽤 크고
튼튼한 상태로 구슬 속에서 움직이거나 빙빙 돌기도 합니다. 몸은 희고, 머리는 조금
단단하며 연한 황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 뿔똥풍뎅이 애벌레의 꽁무니도 미장이의 흙손처럼 생겼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처럼 이 애벌레도 벽에 금이 가면 꽁무니에서 시멘트를 배설하여 잘
수리할 수 있습니다.
애벌레의 첫 먹이
애벌레는 처음에 무엇을 먹을까요? 알이 든 방의 벽엔 항상 축축하고 녹색을 띤
약간 녹은 버터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린 애벌레를 위해 어미가 특별히
만들어 놓은 먹이라고 파브르 선생님은 지금까지 생각했습니다. 어미가 입으로 한
번 씹어서 그 곳에 발라 둔 것이라고 추측한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관찰하는 동안 어미가 무엇인가를 바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관찰 시간이 좋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병 속을 관찰하기
위해서 둥글게 만 종이를 위로 들어올리면 어미는 작업을 중단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로는 언재까지나 비밀을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어미의
위 속에 준비된 특별한 젖 같은 것이 갓 깨어난 애벌레에게 필요한지 어떤지를 다른
방법으로 알아 보아야 합니다.
먼저 사육 상자 속에서 스카라베 사쿠레가 굴리던 구슬을 꺼내어 아무 부위나
껍질을 적당히 벗기고 여기에 연필 뒷부분을 쿡 꽂았습니다. 구슬에는 깊이 1센티
정도의 구멍이 났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그 구멍에 갓 깨어나서 아무것도 못 먹는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애벌레를 넣어 보았습니다.
이 구슬에는 어미가 입으로 한 번 씹고 토해 낸 것, 또는 벽에서 스며나온 질척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애벌레는 태연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알 시기에 살던
방에서 나왔어도 여전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처음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고, 뿔똥풍뎅이 알의 방에 있는
질척한 크림 같은 것은 단순히 벽에서 스며나온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갓
태어난 애벌레가 먹기에는 좋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되었는데^5,5,5^
이번 실험에 사용된 갓 깨어난 애벌레는 천장이 뚫린 구슬 속에 들어 있습니다.
천장이 없어서 안이 밝을 뿐만 아니라 밖에서 공기가 들어와 점점 건조해질지도
모릅니다.
애벌레는 어떤 방법으로 뚫린 천장을 고칠까요? 아직 뱃속에는 배설물인 시멘트가
없기 때문에 꽁무니 끝으로 천장을 바를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갓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애벌레는 다리와 튼튼한 어금니가 있는
입으로 방의 벽을 갉아 조각을 만들어서 천장의 구멍 주위에 하나씩 쌓아 갑니다.
아주 능숙한 솜씨로 작은 조각들을 이용하여 천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조금만 숨을 내쉬어도 쌓은 천장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습니다.
애벌레는 그 밑에서 먹이를 먹고 시멘트를 저장해 두었다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천장을 바르는 것이겠지요.
이 어린 애벌레는 잠시 그대로 두고, 좀더 큰 다른 애벌레를 살펴보기로 할까요?
칼 끝으로 알 모양의 캡슐 읫부분을 부수어 작은 구멍을 내었습니다. 그러자
애벌레는 매우 걱정스러운 듯이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부서진 곳을
살펴봅니다. '큰일났다. 어쩌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 속에서 한
번 빙글 돌아 역시 꽁무니 끝부분의 흙손을 구멍 가장자리에 대고는 시멘트를 내어
구멍을 막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배설된 시멘트는 너무 부드러워 구멍을 막지도 못하고 아래로
흘러내렸습니다.
갓 태어난 어린 애벌레는 주위의 벽에서 능숙하게 조각을 뜯어내어 구멍난 천장을
막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조금 더 커진 애벌레는 더 이상 이런 공사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어렸을 때 하던 방법을 떠올리면 될 텐데도 몸이 커지고 나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곤충은 어느 시기까지는 간단히 할 수 있던 일도 조금 지나면 완전히
잊어버립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애벌레의 능력이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
애벌레는 어릴 떄 할 수 있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시멘트가 조금씩 굳어 갔기 때문에 반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천장에 난
구멍을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파브르 선생님은 이럴 때 어미가 애벌레를 돕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알이 있는 캡슐에 구멍이 생기면 어미가 서둘러 구멍을 수리한다는
사실은 관찰을 통해 알았지만 크게 자란 애벌레를 위해서도 어미가 도와 줄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이 실험을 하기 위해 들판에서 캡슐을 채집해 왔습니다. 작은
돌이 많이 섞인 땅속에서 채집한 것이라 표면이 울퉁불퉁하였습니다. 철분이 많이
포함된 붉은 모래 속에 묻혔던 것은 표면이 붉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캡슐 두 개를 구해서 위쪽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애벌레는 항상 하던 것처럼
열심히 구멍을 막으려 하였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그 가운데 하나를 화분 속에 넣고 위에 유리판을 덮은 뒤
관찰하였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전부터 어미가 자신의 캡슐을 지키고 있는 병
속에 넣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새로운 캡슐은 어미에게 있어서는 다른
뿔똥풍뎅이의 자식인 셈입니다.
선생님은 30분 정도 지난 후에 병을 덮어씌운 마분지를 걷어내었습니다. 어미는
선생님이 넣어 둔 캡슐위에 올라가 매우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빛이 비치면 항상 굴러 떨어지듯 재빨리 내려와 그늘로 숨지만, 지금은
달아나지도 않고 열심히 수리를 합니다.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어미는 붉은 껍질을 갉아 내어 뚫어진 곳을 막고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도 어미의 재빠른 행동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어미는 서둘러 구멍을 막아 애벌레를 보호한 뒤 그 날, 그리고 다음날까지 하루
종일 캡슐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리 끝을 빗질하듯이 열심히
움직여 표면을 매끄럽게 합니다.
이렇게 해서, 처음 가지고 왔을 때에는 금이 가고 지저분하던 캡슐이 병 속에서는
어미가 만든 다른 캡슐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캡슐로 바뀌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미가
다른 뿔똥풍뎅이의 자식도 똑같이 돌보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한편 어미가 없는
화분 속에 넣어 둔 캡슐 속의 애벌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애벌레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었습니다. 꽤나 굳지 않는 시멘트를
무턱대고 배설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이 실험을 시작했는데 애벌레는 오후가
되어서야 간신히 구멍을 막았습니다. 그나마 완성된 모양은 꽤 엉성하였습니다.
이처럼 어미가 도와 주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어미
파브르 선생님은 또 하나의 캡슐을 병 속에 넣어 보았습니다.
이 캡슐의 위쪽에는 지름 2.5 밀리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앞에서
실험했을 때 보다 훨씬 더 큰 구멍이라 틀림없이 수리하기도 어렵겠지요.
생각대로 캡슐 속의 살찐 애벌레는 미친 듯이 꽁무니에서 시멘트를 배설하지만
제대로 구멍을 막지 못했습니다. 캡슐 위에 있던 어미가 구멍 언저리에서 위로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요람 옆에서 지켜보는 유모 같습니다.
그리고는 어미도 쉬지 않고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구멍을 막는 작업을 합니다.
구멍 주위를 다리로 긁어 필요한 재료를 모으로 있습니다.
이번에 사용한 캡슐의 표면은 말라서 꽤 단단했지만, 어미는 애벌레가 배설한
시멘트와 자신이 다리로 긁어 낸 것을 먼저 섞은 후 이것을 구멍 주위에 조금씩
쌓아 올려 구멍을 막습니다. 이 일을 하는 데 반나절이나 걸렸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이번에는 부드러운 캡슐을 골라 속에 든 애벌레가 조금 보일
만큼 벽에서 떼어 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미는 떨어져 나온 곳을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을 병 속에 넣자 역시 예상한 대로 잠깐 하이에 원상태로 깨끗이 수리되고
흠집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네 번째, 다섯 번째의 캡슐을 사용하여 어미를 조금씩 쉬게 하면서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어미가 열심히 다듬어 말끔해진 캡슐로 유리병 속이 꽉 차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파브르 선생님은 실험을 계속했습니다.
캡슐은 전부 12개나 되었습니다. 그 중 10개는 이 어미가 만든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칼로 흠을 내어 어미에게 준 것입니다. 하지만 10개 모두 어미에 의해
깨끗이 수리되었습니다.
병이 좀더 크다면 이 실험을 더 계속할 수가 있겠지요. 암컷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열성은 이렇게 많은 캡슐을 수리한 후에도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실험은 이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유리병은 바닥이 좁기 때문에 캡슐 세 개로도 바닥이 꽉 찹니다. 그러므로 나머지
캡슐은 점점 위로 쌓여 올라갑니다. 12개를 넣으면 4층이 되는 것입니다. 나중엔
어미가 캡슐 사이를 돌아 다니는 것이 매우 힘이 들 정도로 미로가 되어 버립니다.
유리병 속에 든 캡슐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어미는 바닥에 가만히 있습니다.
이 때 구멍을 낸 캡슐을 위쪽에 놓아 봅니다. 둥글게 만 마분지로 유리병을 덮어
어둡게 한 후 몇 분 뒤에 다시 열어 보면, 암컷은 캡슐과 캡슐 사이의 구멍을 통해
위로 올라가 구멍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바닥에 있으면서 어떻게 위쪽의 일을 알 수 있을까요? 캡슐 속의 애벌레가 곤경에
빠졌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갓난아이는 무슨 일이 있으면 갑자기 '응애' 하고 울지만 이 애벌레는 소리를
내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암컷은 캡슐 속에서 애벌레가 괴로워하면
금방 그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실험한 이 암컷은 처음에는 자신의 캡슐을 두 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계속해서 병 속에 캡슐을 넣어 나중에는 전부 12개나
되었습니다. 이 중 10개는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다른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암컷이 만든 캡슐입니다. 그래도 이 어미는 아무런 차별 없이 돌보아 주는
것입니다. 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부 자신의 캡슐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일까요?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애벌레도 등에 큰 주머니를 달고 있기 때문에 다른
똥풍뎅이류의 애벌레와 모습이 비슷합니다. 애벌레는 1개월에서 1개월 반 정도에
걸쳐 성장을 계속합니다.
7월 말경에 애벌레는 캡슐 속에서 번데기로 됩니다. 몸 색깔은 호박색입니다.
머리, 뿔, 앞가슴, 다리는 점점 붉은색으로 변해 갑니다. 앞날개만 아직 연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번데기 상태로 1개월이 지나 8월 말경이 되면 번데기에서 성충이 되어 나옵니다.
갓 성충이 된 스카라베 사쿠레처럼 머리와 앞가슴, 다리는 갈색이며 몸통과
앞날개는 상아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2주일이 더 지나면 전부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멋진 갑옷을 입은
갑충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제 땅 위로 나와도 됩니다.
9월이 되면 가을비가 내립니다. 단단하던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구슬도 땅속에
스며든 빗물을 흡수하여 부드러워져서 이것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암컷은 큰 배설물 덩어리를 땅 속의 방에 넣고 빵을 만든어 전부 자식을 위한
캡슐을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지금까지 거의 4개월동안 어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맛있는 먹이가 눈앞에 얼마든지 있으므로 먹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나 어미는 결코 먹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먹게 되면 그만큼
애벌레의 먹이가 줄어들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므로 암컷은 꽤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생활하는 셈입니다.
일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배가 고픈 것도 잊어버린 암컷은 항상 어두운 방 속에서
알 모양의 캡슐을 다듬고 있습니다. 더듬이로 두드려 보며 캡슐 속에 든 애벌레의
발육 상태를 살피거나, 상태가 놓지 않은 곳을 수리합니다.
크기와 모양이 올빼미의 알을 쏙 빼어 닮은 아름다운 캡슐은 속에 든 애벌레가
번데기로 되고, 또 번데기가 성충으로 되어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 매우
청결하고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어미가 끊임없이 표면을 다듬어 준 결과입니다.
이제 곧 10월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사육 상자 속에 가을비 대신 물을 조금
뿌려 주었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부드러워진 캡슐을 깨고 모래 속에서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성충들이 차례로 기어 나옵니다.
어미와 새로운 성충이 함께 밖으로 기어 나와 파브르 선생님이 구멍 입구에
준비해 둔 먹이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배고픔마저 잊고 자식을 위해 정성을 쏟던 어미는
이렇게 성충이 되어 밖으로 나온 자식에게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어미와 자식은 각각 독립된 자신의 생활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넓은
들판과 목장에는 소와 양 떼가 있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들은 더듬이를 최대로
펼쳐서 냄새를 맡고는 밀려오는 어둠 속으로 먹이를 찾아 날아갑니다.
7. 애기뿔쇠똥구리
넓은 방에 많은 캡슐
애기뿔쇠똥구리는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일종입니다. 몸은
에스파냐뿔똥풍뎅이만큼 크지는 않지만 멋진 뿔 한 개가 머리에 있고, 앞가슴은
보기 좋게 패여 있어서, 에스파냐뿔똥풍뎅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멋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살고 있는 프로방스 지방은 이 애기뿔쇠똥구리가 살기에는 조금
건조하기 때문에 많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목초지와 소의 배설물이 좀더 많은 곳을
이 애기뿔쇠똥구리는 좋아합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딸 아그라에가 툴롱이라는 지방에서 부쳐 준 애기뿔쇠똥구리
암수 여섯 쌍을 길렀습니다.
아그라에는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 4월에 목장으로 나가 양산 끝으로 소의
배설물을 헤집으면서 열심히 찾아 선생님께 부쳐 주었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여섯 쌍의 애기뿔쇠똥구리를 작년에 에스파냐뿔똥풍뎅이를 키웠던 사육
상자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옆집에서 소를 키우고 있으므로 애기뿔쇠똥구리의 먹이
걱정은 없습니다. 모래를 깔아 놓은 사육 상자에 먹이 덩어리를 넣어 주자
애기뿔쇠똥구리는 곧 그 밑으로 파고들어갔습니다.
6월 중순경, 이제 곧 새끼를 키울 준비를 할 거라고 생각한 파브르 선생님은
애기뿔쇠똥구리의 집을 파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흙속에는 넓은 방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와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집은 이것과 비교한다면 초라하고 작아
보입니다.
천장의 높이는 5, 6센티이지만 바닥의 넓이는 15센티 이상이나 됩니다. 넓은 방
못지않게 만들어 놓은 빵도 매우 커서 사람 손바닥만합니다.
또한 모양도 다양합니다. 알 모양, 끝이 무딘 별 모양, 그리고 고양이의 혀처럼
가늘고 긴 것도 있습니다.
완성된 빵 옆에는 반드시 암컷과 수컷이 함께 있었습니다. 암컷과 수컷이 이처럼
계속 함께 있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수컷은 암컷과 함께 구멍을 파고, 이 구멍
입구에서 먹이를 조금씩조금씩 운반하는 것을 돕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빵 반죽하는 일을 도와 주는 것입니다.
애기뿔쇠똥구리의 수컷은 꼬마쇠똥구리 수컷보다 훨씬 오랫동안 암컷을 도와 주는
것 같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에 만든 애기뿔쇠똥구리의 방을
부수고, 힘들여 만든 큰 빵덩어리를 빼앗는 대신 새로운 배설물을 넣어 주었습니다.
자, 이제 암컷과 수컷은 어떻게 할까요?
1개월이 지난 7월 중순경에 한 번 더 집을 파 보니 지하의 방은 처음과 같이
깨끗이 고쳐져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닥 전체와 벽의 일부에 마른 배설물이
솜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설물 덩어리는 벌써 몇 개의 육아용 캡슐로 변해
있었습니다. 암컷과 수컷이 서로 힘을 합해서 만들었겠지요.
파브르 선생님이 흙을 파기 시작하자 빛을 받은 수컷은 도망가려고 했지만 암컷은
각오라도 한 듯 소중한 캡슐 위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구슬 수가 매우 적은 것에 비해 애기뿔쇠똥구리가 만든 구슬 수가 많은 것에
놀랐습니다. 방안에는 알 모양을 한 캡슐이 무려 여덟 개나 늘어서 있었습니다.
방은 원래 넓었지만 여러 개의 캡슐로 꽉 차 있어서 두 마리의 암수가 발붙일
장소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13개의 알
구멍을 파거나 지하에 만든 집 속으로 먹이를 넣을 때 수컷이 도와 준다는 것은
확실해 졌습니다. 그렇다면 암컷이 크고 둥근 빵 덩어리에서 애벌레 한 마리분의
양만큼 잘라 캡슐을 만들 때도 수컷이 함께 돕고, 또 그 구슬을 계속 돌보기도 하는
것일까요? 캡슐에 금이 갔을 때 수컷도 수리를 할 수 있을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이런 것을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한 쌍의 애기뿔쇠똥구리를
유리병 속에 넣고 길러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둥글게 만 마분지로 병을
덮어씌웠습니다. 애기뿔쇠똥구리의 행동이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 이 마분지를
들러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잠시 후 병을 덮어씌운 마분지를 갑자기 들어올려 병 속을 보니, 수컷도 암컷과
똑같이 캡슐 위에 있습니다. 암컷은 빛이 비쳐도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구슬을
다듬거나, 속에 든 애벌레의 상태를 살펴 돌보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컷은
갑자기 병 속이 밝아지자 금방 구슬에서 떨어져 몸을 움츠리고 그늘 속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겁쟁이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구슬 속에 든 자식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적어서일까요? 아무튼 집 속에서 수컷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기란 매우
힘이 듭니다.
그러나 수컷도 알 모양의 캡슐 위에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암컷을 돕고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캡슐에 생긴 틈을 수리하고, 곰팡이를 제거하고, 벽을 다듬고,
벽 속의 애벌레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암컷과 같이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애기뿔쇠똥구리가 이처럼 많은 자식을 낳은 것을 보면 아마도 수컷의 도움이 매우
컸겠지요.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육아용 캡슐은 많을 때는 네 개, 적을 때는 두 개밖에
없었지만 애기뿔쇠똥구리의 경우는 많을 때는 여덟 개의 캡슐이 있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두 배 이상이나 됩니다.
그러나 암컷과 수컷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자식을 위한 먹이가 부족하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경우, 파브르 선생님이 살고 있는 세리냥 근처에서는 양의
배설물을 사용해서 육아용 캡슐을 만듭니다. 양은 매우 질 좋은 배설물을 남기지만
소에 비해서는 몸집이 작아 그만큼 배설물의 양도 적습니다. 그러므로 양의
배설물로는 애벌레 두세 마리분의 식량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애기뿔쇠똥구리는 소의 배설물을 이용합니다. 소는 몸집도 크고
배설물의 양도 많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가져와도 금방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애기뿔쇠똥구리는 넓은 방을 만들어 그 속에 많은 양의 배설물을 저장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가 이미 완성한 알 모양의 캡슐을 빼앗고 그 대신 다른
배설물을 주었을 때의 실험에서, 에스파냐뿔똥풍뎅이는 조건만 좋으면 캡슐을 일곱
개까지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애기뿔쇠똥구리로
똑같은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알을 몇 개까지나 낳을까요?
이 실험을 위해서는 암컷이 캡슐을 만들 때마다 빼앗아 숨겨 버리고 단 한 개만
남겨 둡니다. 전부 빼앗아 버리면 낙심하여 캡슐만들기를 그만둘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암컷이 처음에 준비한 큰 빵이 없어지면, 선생님은 대신 주걱으로 반죽한
덩어리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암컷이 만든 캡슐을 가능한 한 다 빼앗아 다른 곳에
두었습니다.
엄컷은 그 후로 5, 6주일 동안 캡슐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곧 없어져 버리는
이상한 방에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윽고 가장 더운 8월이 되자 파브르 선생님이 아무리 재료를 많이 가져다 주어도
암컷은 더 이상 캡슐을 만들지 않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지친 듯
힘이 없어 보입니다. 이제부터 선선해지는 9월까지는 캡슐 만들기를 중단하고
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암컷은 열심히 일하여 파브르 선생님에게 13개의 캡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13개라는 것은 뿔똥풍뎅이 종류가 만든 육아용 구슬의 수로서는 들어
본 적이 없는 대단한 신기록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뿔똥풍뎅이류는 재료가 없어 캡슐 만들기를 중단할 뿐인지 아직
뱃속에는 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들판에서도 방이 더 넓고 재료가
많이 있다면 몇 개 정도의 캡슐을 더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8. 들소뿔똥풍뎅이
땅딸막한 똥풍뎅이
들소뿔똥풍뎅이라는 똥풍뎅이가 있습니다. 몸의 크기는 에스파냐뿔똥풍뎅이만큼
크지는 않지만 굵고 짧으며, 들소와 같은 뿔을 가졌고 납작한 모양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 애기뿔쇠똥구리 등의 뿔똥풍뎅이류와는 조금 다른
종류입니다.
선생님은 옛날 코르시카 섬의 아작시오라는 곳에서 이 들소뿔똥풍뎅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그 섬의 중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해안에는 아름다운
조개와 식물도 많았습니다. 선생님은 그 섬에서 많은 신기한 생물들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들소뿔똥풍뎅이의 몸은 에스파냐뿔똥풍뎅이 종류와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습성도
에스파냐뿔똥풍뎅이와 비슷한지 알아보기 위해 파브르 선생님은 몽펠리에에서 부쳐
온 암수 한 쌍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들소뿔똥풍뎅이는 선생님이 살던 지방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생활 방식은 에스파냐뿔똥풍뎅이류보다는 다음 장에서 설명할 금풍뎅이류에 더
가까웠습니다.
이 들소뿔똥풍뎅이는 금풍뎅이처럼 관 모양의 집 속에 소시지처럼 배설물을
저장하며, 수컷도 암컷을 도와 집을 만듭니다.
6월 중순경, 파브르 선생님은 들소뿔똥풍뎅이의 집을 파 보았습니다. 양의 배설물
더미 밑에 사람 손가락 크기 정도로 곧게 뻗은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의
아래쪽은 장갑처럼 다섯 개의 가지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구멍 속에는 양의
배설물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금풍뎅이가 만든 소시지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짧고, 속에 든 내용물의
양도 적습니다. 단지 집 속에 먹이가 아무렇게나 저장되어 있을 뿐입니다. 구멍마다
맨 밑에는 알을 위한 방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알은 희고, 작은 체구의 어미에 비해
좀 큰 편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구멍이 다섯 개로 갈라져 나누어지기 시작하는 곳에 암컷과
수컷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구멍을 파서 갑자기 환해지자 두
마리 모두 깜짝 놀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요?
암컷과 수컷은 힘을 합쳐 다섯 개의 작은 방에 먹이를 저장한 것입니다. 장갑의
손목 부위에 해당하는 구멍 입구의 배설물 더미에서 조금씩 계속해서 먹이를 가져와
아래쪽에 있는 다섯 개의 방에 넣어 두는 것입니다. 한 마리가 몇 번이나 구멍
아래쪽에서 땅으로 올라와 재료를 조금씩 떼어 다리로 안고 내려오면, 다른 한
마리가 이것을 받아 알 위에 올려놓을 거리고 선생님은 상상했습니다.
장갑의 손목 부위에 해당하는 구멍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안쪽
벽에는 1 밀리 이상의 두께로 배설물이 발라져 있습니다. 여러 번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발라 둔 것입니다. 배설물을 시멘트처럼
튼튼하게 발라 두었기 때문에 손목 부위에 해당하는 구멍은 장갑에서 손가락을
빼듯이 쏙 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알프스 지역에서는 집의 남쪽 벽에 쇠똥을 처발라 말린 후 연료로 사용합니다.
아프리카의 케냐에서도 소의 배설물을 말려 연료로 사용합니다.
들소뿔똥풍뎅이도 뭔가 이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암컷이 소시지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을 때, 여유가 있는 수컷은 세로로 곧게 뻗은 구멍의 벽을
열심히 바르는 것이겠지요.
애벌레 상태로 1 년
파브르 선생님 때문에 잠시 일손을 멈추었던 암컷과 수컷은 다시 일을
계속했습니다. 7월 중순경에 한 번 더 파 보니, 새로운 소시지가 세 개나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전부 여덟 개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파브르 선생님은, 한 마리는 지상에서, 그리고 다른 한 마리는 집
속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들소뿔똥풍뎅이는 에스파냐뿔똥풍뎅이와 비슷하지만 에스파냐뿔똥풍뎅이처럼
땅속에서 자식과 만나 함께 땅 위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들소뿔똥풍뎅이의 애벌레도 다른 똥풍뎅이의 에벌레와 같이 몸이 'U'자 모양으로
굽어 있고 등에는 주머니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방에 금이 생기면 그 주머니
속에 든 시멘트로 금방 막아 버립니다.
8월이 되면 애벌레는 소시지 끝부분을 거의 다 먹어 치우고, 등에 달린
주머니에서 시멘트를 내어 몸을 둥글게 들러쌉니다. 이 둥근 껍질은 버찌만하며
매우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마치 사람이 만든 훌륭한 공예품 같습니다.
애벌레는 이렇게 만든 껍질 안에서 겨울을 납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봄이 되면
멋진 성충이 되어 나올 거라는 기대로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7월 말까지도 아직 애벌레 상태였습니다. 즉, 다른 똥풍뎅이는
몇주일 만에 번데기로 되는데 비해 이 들소뿔똥풍뎅이는 번데기로 되는데 1 년이나
걸리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성장이 더딘지는 알 수 없지만 들판에서도 아마 이처럼 시간이
걸리겠지요.
여름이 끝날 무렵, 이윽고 번데기에서 성충이 된 들소뿔똥풍뎅이는 아직 그대로
껍질 속에 숨어 있습니다. 9월에 가을비가 내려 껍질을 촉촉히 적시면 부드러워진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와 비로소 성충으로서 생활하는 것입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 검은 옻을 칠한 듯 멋진 이 들소뿔똥풍뎅이는 또 지하로
파고들어가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다시 땅 위로 나타나 2 년째의 생활에
들어갑니다. 들소뿔똥풍뎅이는 곤충으로서는 장수를 누리는 편입니다.
9. 금풍뎅이
부지런한 곤충들
스카라베 사쿠레, 에스파냐뿔똥풍뎅이와는 다른 똥풍뎅이로서 금풍뎅이가
있습니다.
이 종류는 전세계에 약 200여 종 있으며 우리 나라에도 금풍뎅이와
보라금풍뎅이라는 매우 아름다운 종류가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살고 있던 지방에는 모두 네 종류의 금풍뎅이가 있습니다. 그 중
매끈금풍뎅이와 녹색금풍뎅이는 보기 드물지만 줄금풍뎅이와 검정금풍뎅이는 많이
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주로 이 두 종류의 금풍뎅이에 관해서 연구했습니다. 따라서 이
장에서의 금풍뎅이란 줄금풍뎅이와 검정금풍뎅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 등은 검은색이지만, 뒤집어 보면 줄금풍뎅이는 배 부분이 자수정 빛을
띠며, 검정금풍뎅이는 붉고 아름다운 색을 띱니다. 선생님은 이 두 종류의
금풍뎅이를 사육 상자 속에 넣고 관찰 해 보았습니다.
먼저 두 종류룰 12 마리 정도 잡아 왔습니다. 지금부터 금풍뎅이의 구멍 파는
솜씨를 보려는 것입니다. 사육 상자를 깨끗이 청소하고 그 안에 흙을 넣었습니다.
해질 무렵에 파브르 선생님은 노새가 집 앞에 배설한 배설물 더미를 그대로
금풍뎅이에게 주었습니다. 큰 바구니로 하나쯤 되는 분량입니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노새의 배설물 더미는 흙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상자 속의 금풍뎅이들이 모두 같을 정도로 일했다고 하면, 한 마리가
어림잡아 10세제곱센티의 배설물을 흙 속에 묻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것도 2,
30센티의 깊은 구멍을 파서 그 속에 옮긴 것입니다.
두 종류 모두, 몸길이가 작은 것은 1센티 남짓, 큰 것이라도 2센티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저장한 배설물의 양도, 집의 깊이도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키의 30배나 되는 구멍을 파서 그 속에 뭔가를 가득 채워 넣는
셈입니다. 곡괭이와 삽을 동원해 3, 4일은 걸려야 마칠 수 있는 대공사이겠지요.
그것을 이 금풍뎅이들은 자신의 다리만을 사용해서 하룻밤 만에 해치우는 것입니다.
정말 놀랄 만한 솜씨를 가진 구멍파기의 명수가 아닙니까?.
이렇게 많은 식량을 쌓아 두고 나면 금풍뎅이들은 얼마 동안 지하에서 느긋하게
생활할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날씨가 좋고 아름다운 노을이 비치면 들판의 금풍뎅이들은 지하에서 나와 날개를
붕붕거리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 양 떼들이 지나가는 길로 또다시 배설물 더미를
찾아 떠납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기르고 있던 사육 상자 속의 금풍뎅이들도 철망을 기어 올라
붕붕거리며 날아오르려다가 망에 부딪쳐서 밑으로 떨어지곤 합니다. 사육 상자 속은
저녁때가 되면 무척 혼란스러워집니다.
낮에는 흙 속에 들어가 있던 금풍뎅이들이 저녁때가 되면 들뜨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파브르 선생님은 식량을 전날처럼 그야말로 산더미같이 많이 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금풍뎅이들은 밤새도록 다시 어제처럼 대공사를 하는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역시 흙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배설물 더미는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금풍뎅이는 일 잘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이 벌레들이 많이 있는 지방에서는
배설물이 길바닥에 깔려서 곤란을 겪는 일이 없습니다. 환경 위생을 위해서 이
벌레는 매우 큰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녁때 날씨가 좋으면 이 곤충들은 새로운 배설물을 흙 속에 채워 넣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이 채워 넣어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금풍뎅이는 그 중에서 아주 조금만 먹을 뿐 나머지는 모두 그대로 놓아 둡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키우던 사육장 속에도, 곤충들이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로지
채워 넣고 싶다는 욕심으로 흙 속에 배설물을 채워 넣어 흙이 불룩하게 솟아오른
곳이 있습니다. 사육 상자의 흙을 파 보면 금풍뎅이의 보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물론, 금풍뎅이가 이렇게 흙 속에 채워 넣은 것이 헛된 것은 아닙니다. 채워
넣어진 배설물 덩어리는 그 곳에 뿌리 내리고 있는 식물의 양분이 됩니다. 그리고
크게 자란 식물을 양들이 와서 즐겁게 먹습니다. 양들은 또다시 배설하고, 그것을
금풍뎅이가 먹고, 그 양들을 인간이 먹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하나 헛된 것이 없습니다.
단지, 금풍뎅이는 신선한 배설물이라면 흙 속으로 가지고 들어가지만 비에 씻겨
양분이 없어진 배설물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금풍뎅이의 일기 예보
금풍뎅이는 목초지의 배설물을 깨끗이 청소할 뿐만 아니라 일기 예보도 할 수
있습니다. 시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금풍뎅이 무리가 저녁때쯤부터 땅에
닿을락말락할 정도로 붕붕 날아다니면 그 다음날은 틀림없이 날씨가 좋다는
것입니다.
금풍뎅이가 땅속에서 나오는 것은 해가 질 때쯤입니다. 어둑어둑해 바람이 없고
조용한 맑은 저녁이면 금풍뎅이들은 식량을 찾으러 땅속에서 나와 낮게
날아다니다가 배설물을 보면 땅 위에 곤두박질 치듯이 뚝 떨어집니다. 그리고
나서는 배설물 더미 속으로 숨어들어 하룻밤 내내 구멍 파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금풍뎅이가 이렇게 날아디니는 날은 바람 한 점 없이 무더운 날로 정해져
있습니다. 바람이 쌩쌩 불거나 비가 내리면 금풍뎅이는 활동하지 않습니다.
땅속에는 며칠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저장된 먹이가 충분하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은 날까지 무리해서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날씨와 금풍뎅이의 행동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관찰 예를 세 가지
들고 있습니다.
(예 1) 아주 맑은 날 저녁, 금풍뎅이는 밖으로 날아가고 싶어서 상자 속에서
아우성치고 있다. 다음날은 생각대로 멋진 날씨이다. 그러나 이 정도라면 인간들도
예상할 수 있다.
(예 2) 똑같이 매우 좋은 날씨이다. 인간이라면, 내일도 틀림없이 좋은 날씨가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금풍뎅이는 땅속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인간과 금풍뎅이 중
어느 쪽이 정확할까?
금풍뎅이가 정확했다. 금풍뎅이의 예상대로 그 날 밤 사이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예 3)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날씨였다. 따뜻한 남풍이 불고,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한 줄기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금풍뎅이의 생각은 그
반대이다. 사육 상자 속을 붕붕거리며 날고 있다. 그리고 역시 금풍뎅이의 일기
예보가 정확했다. 비구름은 사라지고 다음날은 아주 멋진 날씨였다.
아마도 금풍뎅이는 기압의 변화를 느끼고 있는 듯하다. 금방이라도 폭풍이 몰아쳐
올 듯 무더운 날 저녁, 이 벌레는 평상시보다 훨씬 시끄럽게 법석을 떨더니
다음날은 천둥 번개가 쳤던 것이다.
3개월 동안 파브르 선생님은 이런 관찰을 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대개 위의
기록과 같았습니다. 그 날 저녁때의 하늘이 어떤 상태이든 이 벌레는 그 다음날의
날씨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금풍뎅이는 뛰어난 일기 예보관인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예가 있습니다.
1894 년 11월 12일, 13일, 14일의 3일 간은 매우 무더운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3일 동안 금풍뎅이들은 사육 상자 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법석을 피웠습니다.
미친 듯이 철망에 기어 올라 붕붕거리며 날다가는 또다시 철망에 부딪쳐서
떨어지기를 되풀이했습니다.
평상시라면 이런 밤중엔 조용하게 있을 텐데, 지금은 불안한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초조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14일에는 남풍이 불기 시작하며 비가 올 것처럼 날씨가 흐렸습니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달을 가려 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밤이 깊어 감에 따라 조금
전까지 미친 듯이 날뛰던 금풍뎅이들은 완전히 조용해졌습니다. 바람도 딱
멈추었습니다.
잿빛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지겨울 정도로 계속 내려
18일이 되어서야 겨우 그쳤습니다. 12일부터 쭉 소동을 피우던 금풍뎅이는 이런
큰비가 내리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분명히 그런 것 같습니다.
언제나 비가 내릴 것 같으면 이 벌레들은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벌레들이
그렇게 흥분해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뭔가 이상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나중에 신문을 읽고서 파브르 선생님은 역시 그랬그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12일에, 일찍이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강한 태풍이 북프랑스를 강타한
것이었습니다. 이 태풍 속에 있는 강력한 저기압을 멀리 떨어져 있는 남프랑스의
금풍뎅이가 느끼고 그런 소란을 피웠던 것입니다.
만약 벌레들의 소동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면 신문을 읽기 전에 벌레들의
행동으로부터 12일의 이 태풍을 예측할 수 있었겠지요.
금풍뎅이의 대소동과 북프랑스의 태풍은 우연히 일치한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확실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명백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참고
자료가 부족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애벌레를 위한 집짓기
9월에서 10월에 걸쳐 내리는 가을비는 스카라베 사쿠레가 배 모양의 구슬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것을 도와 줍니다.
줄금풍뎅이와 검정금풍뎅이는 땅속에 새끼들의 방을 짓습니다. 그런데 땅속 집은
깊이가 30센티 정도밖에 되지 않아 '땅파기벌레' 라고도 불리는 이 금풍뎅이에게는
비교적 간단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성충이 겨울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파는 구멍은 땅파기라는 별명에
걸맞게 매우 깊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파기 쉬운 모래땅에서 깊이 1 미터나 되는
금풍뎅이의 집을 두세 개 파낸 일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깊은 구멍도 있는 것
같습니다. 추위가 심할 때는 땅 위에 내리는 서리의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구멍을
깊이 파들어가는 것입니다.
새끼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성충의 겨울나기 구멍에 비해서 얕은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기 떄문이겠지요. 4, 5주일 동안에 많은 새끼들을 위해서 구멍을 파고, 식량을
저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들판에서든 사육 상자 속에서든 금풍뎅이의 집은 언제나 배설물 더미 밑에 지어져
있기 떄문에 밖에서 보면 집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 배설물을 치워
보면 집의 입구가 있습니다. 포도주 병 주둥이 정도의 크기로 뚫린 둥근
구멍입니다. 파기 쉬운 곳이라면 집은 수직으로 뚫려 있습니다. 그러나 흙 속에
돌이나 나무 뿌리가 있으면 그것을 비켜 가기 위해서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굽어져 있습니다. 구멍은 곧게 나지 않아도 괜찮은 듯합니다.
우물처럼 생긴 금풍뎅이의 집에는 스카라베 사쿠레와 뿔똥풍뎅이처럼 넓은
작업장은 없고 밑에서 20센티 정도까지 배설물 소시지가 채워져 있습니다.
이 소시지의 가장 밑부분은 시험관 끝처럼 둥근 데 반해 위는 조금 움푹 들어가
있습니다. 금풍뎅이가 중심 부분을 열심히 강하게 누르기 때문입니다.
이 소시지를 꺼내어 보면 옆으로 줄무늬가 보입니다. 배설물 더미에서 가지고 와
한 층씩 순서대로 쌓고 밟았기 때문입니다.
이 금풍뎅이가 배설물 더미 밑에 구멍을 파고 그 곳에서 직접 재료를 얻는 것은
매우 편리한 생활 방식입니다. 이 소시지가 몇 층 정도 되는지를 세어 보면,
금풍뎅이가 배설물을 가지러 수십 번 정도 왕복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그
때마다 멀리까지 간다면 그야말로 굉장히 힘든 일이 되겠지요.
이렇게 많은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풍뎅이가 애벌레를 위해 집을 지을 때에
는 말이나 노새의 큰 배설물 밑을 파게 되는 것입니다. 양의 배설물처럼 양이
적어서는 안 됩니다. 양만 많다면 맛은 어떻든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시험삼아 사육 상자 속에 양의 배설물을 잔뜩 넣어 주었더니 그대로
그것을 사용했습니다.
이 소시지의 가장 밑부분에 알이 들어 있는 방이 있습니다. 그것은 도토리가
들어갈 정도의 작고 둥근 구덩이입니다.
알도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방의 벽은 얇고 공기가 잘 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쪽은 초록색을 띤 걸쭉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주위의
배설물에서 스며나온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 둥근 방 속에는 희고 가는 타원형의
알이 들어 있습니다.
알의 크기는 줄금풍뎅이 경우, 너비는 4 밀리, 길이는 8 밀리 정도입니다.
검정금픙뎅이의 알은 이보다 조금 작습니다.
소시지 요리사 금풍뎅이
금풍뎅이가 애벌레를 위해서 만든 소시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 형태는 스카라베 사쿠레나 뿔똥풍뎅이가 만든 육아용 구슬과는 전혀 다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적은 양의 재료에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가능한 한 내용물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둥글게 만듭니다.
그런데 금풍뎅이는 모양새야 어찌 됐든 배설물을 집 속에 가득 채워 넣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하여 가늘고 긴 구멍 속에 차곡차곡 채워진 식량은 바깥쪽에 껍질 같은
것이 없습니다. 땅속에 껍질을 벗긴 소시지가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배
모양의 구슬과는 달리 내용물까지 말라 버리겠지요.
어째서 이와 같이 만들까요?
금풍뎅이가 집을 짓는 시기를 생각해 봅시다.
스카라베 사쿠레는 땅이 매우 메말라 있을 한 여름에 집을 짓습니다. 그런데
금풍뎅이는 10월, 즉 땅에 비가 스며들어 썰렁해지는 가을에 집을 짓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 계속 비가 내립니다. 만약 금풍뎅이의 애벌레가
스카라베 사쿠레의 애벌레처럼 구슬 속에 틀어박혀 있다면 비에 완전히 젖어버린
구슬은 언제까지나 물기를 가지고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식량에 곰팡이가 생겨 못 먹게 되겠지요. 따라서, 금풍뎅이는 마르기
쉬운 대롱 모양으로 식량을 쌓는 것입니다.
즉, 금풍뎅이는 가을에 식량을 저장하기 때문에, 습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겠지요. 둥근 모양과 대롱 모양에 들어갈 수 있는 분량은 같더라도, 대롱 모양
쪽의 표면적이 훨씬 크기 때문에 쉽게 마릅니다.
이제 소시지 만드는 과정을 살펴봅시다.
사육 상자는 앞 판자를 떼어 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깊은 구멍을 파는
금풍뎅이의 습성을 고려해서 만든 것입니다. 금풍뎅이가 땅속에 집을 지었을 때쯤
되어 선생님은 앞쪽 판자를 떼고 조심조심 흙을 파들어갔습니다. 집 속으로 갑자기
빛이 들어가면 놀란 금풍뎅이들은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집 속에는 언제나 두 마리의 금풍뎅이가 있었습니다. 수컷이 암컷을 도와 주고
있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수컷은 구멍의 맨 아래쪽에서 3센티 정도 쌓아 올린 소시지 위에 있다 수컷은
위에서 옮겨 온 재료를 그 강한 뒷다리로 열심히 밟고 있다.
암컷은 집의 입구 근처에 있다. 지붕이 되어 주는 배설물 더미에서 조그마한
덩어리를 뗴어 내어 앞다리로 안고 있다. 가운뎃 다리와 뒷다리로 벽을 버텨 몸을
지탱하면서 그 덩어리를 지금 막 밑으로 내리려는 중이다. 구멍 밑에 작은 방을
만들고 그 속에 알을 낳은 암컷은 식량을 쌓는 일을 수컷에게 맡긴다. 그리고
자신은 배설물 더미에서 한 덩어리씩 떼어서 수컷에게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파브르 선생님은 여러 개의 집을 파 보면서 그 집의 구조와 소시지 만드는 방법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처음에 금풍뎅이는 가늘고 긴 구멍을 파고 그 밑에 얕은 주머니를 만듭니다.
이렇게 큰 입을 벌린 주머니 속에 잘게 부수어 넣은 배설물은 애벌레를 위한
것입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먹기 쉽도록 이렇게 잘게 부수어 두는
것이겠지요.
그리고는 두 마리가 힘을 모아 벽을 바르고, 알의 방을 만듭니다. 암컷이 알을
낳는 동안 수컷은 옆으로 비켜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머니를 닮은 이 방의 천장에 뚜껑을 만들어 씌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암컷이 혼자 하고, 수컷은 재료를 건네줄 뿐입니다. 마침내 다리로 밟아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지붕이 두껍고 튼튼하게 되면 지금까지 옆에 비켜서 있던 수컷은
그제서야 비로소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힘껏 밟아 다집니다.
줄금풍뎅이의 경우는 수컷 쪽이 훨씬 큽니다. 이 금풍뎅이를 손으로 잡으면
다리를 세차게 버둥거려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나갑니다.
다리에는 강한 톱니 같은 것이 달려 있고, 힘이 세기 때문에 따가워서 도저히
잡고 있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힘이 먹이를 다져 넣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금풍뎅이는 배설물을 시멘트처럼 사용해서 방 안쪽 벽을 바릅니다. 그것은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스며드는 물기로부터 애벌레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먼저, 구멍 안쪽에 시멘트를 바르고 나서 배설물을 쌓습니다.
시멘트 바르는 일은 배설물 소시지가 길어짐에 따라 조금씩 행해집니다.
암컷은 위에서 충분히 내려 보낸 재료를 수컷이 열심히 밟고 있는 동안에 벽을
바릅니다.
두 마리의 금풍뎅이가 힘을 모아 애벌레가 먹을 만큼 충분한 길이의 소시지를
만듭니다.
우물 위쪽은 텅텅 비고 벽도 바르지 않습니다. 금풍뎅이의 집은 마치 중간까지
배설물이 채워진 시험관 같습니다.
게다가 금풍뎅이의 경우는 입구에 뚜껑을 씌우지 않습니다. 말이나 노새의 큰
배설물이 지붕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가을과 겨울에 걸쳐 비가 자주 내리면 위의 흙이 무너져서 입구는 자연적으로
막히게 되는 것입니다.
추위를 이기는 애벌레들
금풍뎅이의 알이 깨어나기 시작하는 것은 10월 초부터입니다. 깨어나기까지
필요한 기간은 1, 2주입니다.
이 애벌레는 성장이 매우 빠르고, 몸의 모양이 다른 똥풍뎅이와 조금 다릅니다.
몸은 역시 'U'자로 굽어 있지만 등에 주머니가 없습니다. 즉, 몸 속에 수리용
시멘트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소시지의 어딘가에 구멍이 뚫어져도 그 구멍을
급하게 막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금풍뎅이의 애벌레는 비록 배설물 속에서 살지만 그 몸은 희고 부드럽게
반들반들거리며 매우 청결합니다. 애벌레는 왕성한 식욕으로 계속 먹어 치우는
동시에 자신의 배설물은 깔개처럼 바닥에 깔아 갑니다.
애벌레는 위로 올라가며 먹어 치우는데, 벽 주위로는 매우 두껍게 남기고
있습니다. 식량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많이 남겨도 상관 없는 것입니다.
주어진 소시지의 양은 스카라베 사쿠레 애벌레의 식량에 비해 약 12배나 됩니다.
이것을 전부 먹어 치우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먹다 남긴 두꺼운 벽 부분이
겨울의 추위로부터 이 애벌레를 보호하게 됩니다.
아직 비교적 따뜻한 동안에 애벌레는 자신의 보금자리인 우물 속을 위아래로
왔다갔다합니다. 음식을 먹는 속도는 점차 느려집니다. 그리고 5, 6주쯤 지나 추위가
닥쳐오면 애벌레는 드디어 겨울잠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먼저, 애벌레는 원통형의 구멍 아래쪽에 자신의 배설물을 깔고, 그 곳에 둥근
구덩이를 팝니다. 바닥을 꽁무니 끝으로 매끈하게 다듬고 아치 형의 천장을
만듭니다. 마치 껍질 속에 들어 있는 모양새로 꾸벅꾸벅 조는 것입니다.
12월이면 애벌레는 완전히 자랍니다. 보통은 이쯤에서 번데기가 되지만 이 벌레는
번데기보다는 애벌레 상태가 겨울의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애벌레 상태 그대로 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애벌레의 피부는 희고 매끄러우며, 뒷부분의 반 정도는 위장 속에 들어 있는
내용물 때문에 조금 검게 보입니다. 그리고 등 쪽에 털이 드문드문 나 있는데,
이것은 집 속에서 움직일 때에 사용하는 것이겠지요.
머리는 작고 엷은 황색을 띠며, 큰턱은 강하고 끝이 갈색입니다. 여섯 개의 다리
중 가장 뒤쪽의 한 쌍은 매우 짧고, 게다가 위쪽으로 휘어서 등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미금풍뎅이는 뒷다리가 가장 힘이 세고 튼튼합니다. 그러나 애벌레는 뒷다리가
매우 약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듯합니다.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고, 이윽고
다 자랐을 때에는 반대로 이 뒷다리가 가장 튼튼하고 강해져서 배설물을 밟는데
도움이 되지만 애벌레 시절에는 이렇게 약한 것입니다.
그런데 애벌레는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낼까요?
파브르 선생님이 사육 상자에서 금풍뎅이를 관찰한 1895 년은 특히 추운
해였습니다. 1월과 2월에는 기온이 영하 10 도 이하로 떨어져 밖에 놓아 둔 사육
상자 속의 흙이 딱딱하게 얼어 붙었습니다. 곡괭이를 사용해서 그것을 무리하게
파내면 엉망이 되어 버릴 것 같아 파브르 선생님은 봄까지 계속 건드리지 않고 놓아
두었습니다.
3월 초에 사육 상자를 살펴보았습니다. 흙은 벌써 녹아서 부드럽게 되어 파기
쉬웠습니다. 선생님이 조심조심 파 보니 걱정했던대로 금풍뎅이의 성충들은 전부
죽어 버렸습니다.
4, 5월이 되면 이 금풍뎅이들은 애벌레보다 한발 앞서 밖으로 나와 배설물을 채워
넣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육 상자의 위쪽 흙이 두텁지 않았기 때문에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죽어 버린 듯합니다.
실제로는 1 미터 정도까지 깊이 들어가고 싶은데 흙이 30센티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죽어 버린 것이겠지요. 정말 가엾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애벌레는 이 추위 속에서도 살아 있었습니다.
사육 상자 속에는 그 밖에도 11월에 만들어진 소시지가 있고, 그 속에는 알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매우 신선하게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겨울의 추위 속에서 이 알이 아직도
살아 있을까요?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의 식량이 될 소시지는 갈색으로 변했고 곰팡이도 피어
있었습니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것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유리병 속에 옮겨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알은 무사히 깨어나 애벌레가 되고, 이윽고 그 식량을 먹기 시작하여 5월
초에는 지난해 가을에 깨어난 애벌레와 거의 비슷하게 컸습니다.
1 년의 생활사를 마치고
이 재미있는 관찰을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로, 금풍뎅이는 9월경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지만 가장 늦은 11월에 태어난
알은 그 상태로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면 애벌레가 되어 성장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늦게 태어나는 애벌레도 5월까지는 다른 애벌레들과 같은 크기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금풍뎅이가 만드는 소시지는 한겨울에는 거의 얼어붙지만 온도를
전달하기 어려운 재료로 만들어진 집 속은 영하 몇십 도나 되는 바깥보다 나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온도는 꽤 내려가겠지요. 그러나 애벌레도 알도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얼음이 녹을 무렵이면 발육을 계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충은 애벌레만큼 추위에 강하지 않습니다. 몸의 구조가 바뀌어 추위에 대한
저항력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1895 년 겨울, 파브르 선생님은 꽤 여러 종류의 똥풍뎅이를 사육 상자 속에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쪽에 살면서 추위에도 강한 금풍뎅이와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성충은 전부 죽어 버린 것에 반해, 남쪽을 훨씬 좋아하는
스카라베 사쿠레와 에스파냐뿔똥풍뎅이 등은 의외로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봄이
되면 다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이런 똥풍뎅이들은 금풍뎅이만큼 땅속 깊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갑자기
닥쳐온 혹독한 추위에 대한 저항력을 지녔을지도 모릅니다.
4월 초의 어느 따뜻한 날에, 소시지 밑에서 꼼짝 않고 있던 애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식욕도 되살아났지만 이전처럼 그렇게 와작와작 먹어 치우는
일은 없습니다. 그 곳에는 애벌레의 배설물이 쿠션처럼 쌓여 있고, 가운데는 움푹
패였으며 그 안쪽은 깨끗합니다. 남은 배설물로 위쪽에 튼튼한 뚜껑을 만들면
애벌레는 뱃 속의 것을 모두 배설하고 이 곳에 틀어박혀서 번데기가 됩니다.
처음에 흰색이었던 번데기는 점점 갈색으로 변해 갑니다. 그 때가 정확히 5월
초순경입니다. 4, 5주 정도 지나면 이 번데기는 껍질을 벗고 비로소 성충이 되는
것입니다.
날개와 배는 희고, 머리와 등은 벌써 검은색이 되어 있습니다. 그 후 배와 날개도
점점 색깔이 진해져 6월 말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풍뎅이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흙 속에서 나와 힘차게 붕붕거리며 배설물을 가져오기 위해
날아갑니다.
단, 알 상태로 겨울을 넘기고 봄에 애벌레가 된 것은 번데기 상태로 여름을
넘깁니다. 그리고 9월에야 겨우 성충이 되어 일찍 태어난 동료들을 따라잡는
것입니다.
10.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
소 머리에 사람 몸을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긴 뿔을 세 개나 가진 매우 멋진 갑충입니다. 몸은
옻칠을 한 듯 번쩍번쩍 광택이 납니다.
이 금풍뎅이에게는 '미노타우로스 티포에우스' 라는 학명이 붙어있습니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미노타우로스란, 머리는 소이고 몸은 사람인 괴물입니다. 지중해에 있는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은 한 번 들어가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궁을 만들게 하고 그 속에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어 놓았습니다. '타우로스' 는 수소를 가리키며,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스 왕의 수소' 라는 의미입니다.
아테네에서는 매년 일곱 명씩의 소년, 소녀를 미노타우로스에게 산 채로 제물로
바치고 있었습니다.
영웅 테세우스는 그 소년, 소녀들 틈에 숨어서 크레타 섬에 들어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괴물을 무찔렀습니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건네주었고, 테세우스는 그 실을 풀면서
미궁 속으로 들어가 괴물을 물리친 후 실을 따라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을 '아리아드네의 실' 이라고도 말하게 되었습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모래흙을 좋아합니다. 양의 배설물을 이용하며, 그것이
없으면 토끼의 배설물이라도 괜찮습니다. 토끼는 한 곳에 배설을 하기 때문에
배설물의 크기는 작아도 모으면 충분한 양이 됩니다. 물론, 토끼의 배설물은 그다지
영양가 있는 음식은 아니므로 새끼의 먹이로는 반드시 양의 배설물을 사용합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집 위로는 흙이 솟아올라 있기 때문에 위치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더위로 딱딱하게 마른 흙이 가을비로 부드러워질 무렵에 이 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가 땅속에서 나와 몇 주일 동안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은 후에 구멍을 판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겨울 식량을 저장하기
시작합니다. 그 보금자리 속을 살펴봅시다.
가을에 만들어진 집의 지름은 사람 손가락 굵기 정도이고, 깊이는 20센티 정도
우물처럼 생긴 구멍입니다. 이 집도 역시 돌이나 나무뿌리가 없다면 밑으로 곧장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멍 밑에는 언제나 한 마리씩만 살고 있습니다. 아직 암컷이 알을
낳을 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가늘고 긴 구멍 속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금풍뎅이의 집과는 달리 위쪽까지
양의 배설물로 꽉 차 있습니다. 전부 밖으로 꺼내보면 많을 때에는 양손에 가득 찰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양의 배설물을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가 어떻게 모으는가
봅시다.
우선 배설물이 많이 있는 곳에 우물 모양의 집을 만듭니다. 그리고는 동글동글한
올리브 열매 같은 양의 배설물을 한 개씩 천천히 굴려 집의 입구까지 옮긴 뒤 안에
채워 넣는 것입니다. 특히 밤 동안에 식량 모으는 일을 많이 합니다.
차츰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얕은 구멍으로는 지금부터 닥칠 추위를
도저히 견뎌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11월 말에는 딱딱하게 마른 양의 배설물을 잘게
부수어서 구멍 밑에 깔아 놓습니다. 이것이 혹독한 추위를 막는 이불이 되는
것입니다.
입구에 흙더미를 잔뜩 쌓아 놓은 집이 있습니다. 그 흙더미 밑에서는 1 미터
이상이나 깊게 파 놓은 집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집을 파 보면 밑에는 혹독한
추위를 피해 암컷이 혼자서 꼼짝 않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월 초가 되면 수컷과 암컷이 힘을 합해 집을 팝니다. 그 전까지 각각 따로 살던
수컷과 암컷은 이제부터 긴 시간 동안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암컷과 수컷의 만남
가을에서 겨울까지 암컷도 수컷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3월이 되면 암컷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수컷이 다섯 배 정도 많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암컷과 수컷이 언제 만나는지를 관찰해 보았습니다. 이 때
선생님이 판 집은 호미로도 간단히 팔 수 있을 만큼 얕은 것이었습니다. 암컷은
틀림없이 훨씬 더 깊은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선생님은 아들 폴의 도움을 받아
삽으로 더욱 깊게 파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역시 수컷과 같은 정도의 수만큼 암컷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암컷은 좋은 장소를 골라 열심히 깊은 우물을 파고 있었던
것입니다.
암컷 중 빠른 것은 지난해 늦가을부터, 늦은 것은 올해 초봄부터 혼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수컷들이 이 깊은 집 속으로 암컷을 만나러 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마리가 올 때도 있습니다. 그 때는 수컷끼리
격투를 벌입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그 생김새만큼이나 순한 곤충이기 때문에, 다리를 걸어
밀거나 세 개의 창으로 상대를 뒤집어 버리는 정도이겠지요. 패한 쪽은 살금살금
도망가 버립니다. 승리한 쪽이 암컷과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데 이렇게 짝짓기를 한 수컷과 암컷은 상대를 확실히 구별할 수 있을까요?
암컷은 오랫동안 구멍 속에서 일을 하지만 수컷은 밖으로 식량을 구하러 나가거나
돌아 다니는 일이 많습니다. 바로 옆에 다른 집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량을
찾으러 나갔던 수컷이 잘못하여 다른 집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까요?
파브르 선생님은 이것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 때마침 구멍을 파고 있는 두 쌍의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를 잡았습니다. 그
중 한 쌍의 날개 끝에 침 끝으로 표시를 하고, 모래를 40센티 두께로 깔아 놓은
사육 상자 속에 적당히 놓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식량으로 양의 배설물 한 덩어리를
넣어 준 다음 큰 화분으로 덮어씌워 캄캄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 두면
차분해지고 도망칠 염려도 없겠지요.
다음날 살펴보았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장소에는 두 개의 집이
있었고, 표시를 해 둔 것들과 표시를 하지 않은 것들끼리 본래대로 짝을 짓고 사는
것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두세 번정도 더 같은 실험을 해 보았지만, 금풍뎅이
부부는 언제나 변함없이 처음에 짝짓기한 상대와 함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또다시 다섯 번이나 더 같은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잘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에는 한 마리씩 다른 집을 지었습니다. 다른 날 밤에는
한 집에 수컷이 두 마리, 혹은 암컷이 두 마리가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너무 실험을 자주 해서 금풍뎅이들도 뭐가 뭔지 모르게 된 걸까요? 그러나 여러
번 실험을 반복해서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기 전에는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서로
구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구별하는 걸까요? 얼굴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냄새일까요? 날개와 다리를
비벼서 내는 소리일까요? 그러나 우리의 귀로 듣는 한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별다른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왜 구멍을 깊게 팔까?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가 어떤 식으로 집을 짓고 새끼들을 키우는지를 조사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얕은 곳에 지어진 스카라베 사쿠레의 집과는 달리 이것은 아래를
향해 똑바로 파 내려간 우물과 같습니다. 따라서 파브르 선생님도 삽으로 몇
시간이나 땀흘려 파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를 연구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것은
세리냥에서 산지 30 년 정도 지난 후 부터의 일입니다. 지금은 선생님도 여든 살이
넘었기 때문에 옛날과 같이 삽으로 깊은 구멍을 파는 일은 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주위에는 열심히 도와 주는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5월의 어느 날, 선생님은 아침 일찍 폴에게 말했습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집을 파고 싶은데 도와 주지 않겠니?"
"네, 도와 드리겠어요."
꼬마쇠똥구리를 찾을 때 활약해 주었던 폴도 지금은 벌써 멋진 청년이 되어
있습니다.
둘이서 삽을 메고 나가려고 하자 선생님의 부인이 말했습니다.
"내가 옆에서 지켜봐 주겠어요. 남자들보다는 내가 훨씬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어요."
"그럼 서둘러서 준비를 해요."
부인이 크고 검은 모자를 쓰고 막 나가려 할 때, 손자들도 열심히 관찰하겠다면서
따라 나섰습니다. 순식간에 가족 소풍이 되어 버렸습니다. 두더지의 무덤과 같은
흙더미를 삽으로 부수어 보니 집 입구가 비어 있었습니다. 구멍이 부서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표시로서 긴 동심초를 꽂아 넣었습니다. 위쪽의 흙을 치우면서
파들어가는 것에 맞추어 등심초를 구멍 속으로 점점 깊게 꽂아 넣는 것입니다.
이 곳은 찰흙이 조금 섞인 모래땅이라서 매우 부드럽고 파기 쉽지만 우리가 쓰는
일상 도구로는 깊게 파기 어렵습니다. 구멍 주위를 넓게 파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집 주위를 지름 2 미터 정도까지 넓게 파헤쳤고, 등심초는
50센티나 들어갔습니다. 구멍이 좁아서 나중엔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흙을 파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멍이 아직도 깊습니다.
그렇게 고생하여 150센티나 팠을 때 등심초가 무엇인가에 막힌 듯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집 바닥에 도달한 것입니다.
삽을 치우고 작은 주걱으로 조금씩 파 들어갔습니다. 마침내 두 마리의 벌레가
발견되었습니다. 구멍파기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왜 이처럼 깊은 구멍이 필요할까요?
집을 파 보았을 때 수컷이 먼저 발견되었고, 바닥 쪽에서 암컷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마도 암컷이 우물을 점점 깊게 파들어가고, 수컷은 암컷이 파낸 흙을 세 개의
뿔이 달린 어깨에 짊어지고 밖으로 나르는 듯합니다.
그리고 구멍파기가 끝나면 암컷이 소시지 형태의 과자를 만들고 수컷은 암컷의
조수가 되어 밖에서 재료를 운반해 오는 것입니다.
힘들게 파낸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집 속에는 사람 손가락 크기 정도의
소시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잘게 부서진 양의 배설물로서 몇 층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그럼, 알은 어디에 있을까요?
금풍뎅이의 경우에는 소시지 끝부분의 방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곳을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상히 여긴 선생님이 소시지 밑의 모래
속을 찾아보니 바로 그 곳에 알이 있었습니다. 갓 태어난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애벌레는 모래를 헤치고 먹이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는 것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애벌레가 알에서 깨어나 커가는 것을 보기 위해 집과 같은
크기의 유리관 속에 축축한 모래를 넣고 밑바닥에 알을 놓은 다음 먹이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물에 적신 솜으로 유리관 입구를 막았습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집에는 습기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애벌레가 깨어나는
6월은 한여름이기 때문에 그 작은 소시지가 만약 지하 2, 30 센티의 깊이에 있지
않으면 완전히 바싹 말라서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립니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쬘
때는 더욱 깊고, 차갑고, 습기가 많은 곳에 집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열심히 1 미터 이상 깊게 파는 것입니다.
배설물을 먹는 똥풍뎅이들은 모두 먹이가 마르지 않도록 신경을 씁니다.
금풍뎅이는 노새의 커다란 배설물 밑에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게다가 그 때는
가을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입니다. 소시지는 굵고 많기 때문에 속 부분은 언제나
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의 경우는 얕은 집에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듭니다. 이러한 형태로
두면 속까지 마를 염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뿔똥풍뎅이의 알 모양의 캡슐도 역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꼬마쇠똥구리도 배 모양의 구슬을 만들었습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만 더운 계절에 소시지 모양의 집을 만드므로 식량이 마르지
않도록 깊이깊이 구멍을 파는 것입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가 집을 깊이 파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똥풍뎅이들은 아직 끈적끈적하고 부드러우며 신선한 배설물을 재료로 이용합니다.
그런데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오래 되어 마른 양의 배설물을 사용합니다.
그것이 지하 깊숙한 곳에서 습기를 흡수하여 애벌레의 입에 딱 맞는 맛있는 빵이
되는 것입니다.
유리관 속에서 기르기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생활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집에서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깊은 구멍을 파는 금풍뎅이를 어떤 방법으로
키우며 관찰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렇다, 그것을 사용해 보자.'
파브르 선생님에게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오래 전에 선생님은 꼭두서니의 뿌리에서 염료를 추출하기 위한 연구를 했고,
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기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실험 도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길이가 1 미터, 두께가 3센티인 긴 유리관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세우면 지하에 똑바로 판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집 대신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먼저, 유리관의 한쪽 끝에 코르크마게를 끼우고 부드러운 모래와 차진 흙을
섞어서 그 속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큰 화분 속에 대나무 세 개를 꽂아서 그 위를
끈으로 묶은 뒤 유리관이 쓰러지지 않도록 버텨 놓았습니다. 유리관 위로는 밑에
구멍이 뚫린 화분을 씌우고 유리관 높이까지 흙을 넣은 뒤 그 위에 종 모양의
유리를 덮었습니다. 금풍뎅이가 도망가지 않도록 막는 동시에 수분이 증발하여 흙이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유리관의 지름은 금풍뎅이 집의 약 두 배입니다. 만약 금풍뎅이가 밑에서
똑바로 판다면 유리관을 따라 몇 밀리 간격으로 모래 벽이 생기겠지요. 그러나
이쪽저쪽으로 유리관에 부딪쳐서 유리관 속에 창문이 몇 개나 생겼습니다.
금풍뎅이는 원래 빛을 싫어하기 떄문에 유리관 주위를 두꺼운 종이로 감쌌습니다.
이 종이를 벗기면 창문을 통해 금풍뎅이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유리관의 가장 위쪽 몇 센티는 흙을 넣지 않았습니다. 그 곳은 유리라서 미끄럽기
때문에 가는 철망을 넣어 금풍뎅이가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겨울 동안 난로 옆에서 이 장치를 고안해 냈습니다. 팔짱을 끼고
장작 더미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종이 위에 설계를 하거나 실험 장치를
생각하고 있으면 마음은 젊은이들처럼 두근두근거립니다. 선생님은 빨리 봄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3월이 되자 선생님은 야외에서 한 쌍의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를 잡아 이 장치
속에 넣었습니다. 장소를 갑자기 옮겨서인지 처음에는 약간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잠시 후 금풍뎅이들은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을 이 장치 속에서 계속했습니다.
금풍뎅이가 만든 유리관 속의 창은 흙을 옮김에 따라 위치가 달라집니다.
금풍뎅이 부부가 각각 하는 일은 이전부터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엄컷이 밑에서 머리와 다리로 열심히 파낸 흙을 수컷이 한 덩어리씩 모아 세 개의
뿔이 나 있는 등으로 밀며 위로 점점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유리관은 너무 굵어서 속이 잘 보이지 않기 떄문에 더 가는 유리관을
연구실에 매달고 흙을 20센티 정도 깔아 놓은 뒤, 새롭게 채집해 온 두 마리의
금풍뎅이를 놓아 주었습니다.
암컷이 열심히 땅을 파는 동안에 수컷은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암컷이 파낸 흙이 쌓이면 수컷이 다가와서 조금씩 그것을 자신의 배 밑에 모읍니다.
수컷은 그것을 뒷다리로 밟아서 구슬 모양으로 만든 다음, 몸의 방향을 바꾸어서
세 개의 뿔로 그것을 들어올렸습니다. 마치 코끼리가 상아와 코를 사용해 재목을
나르는 것과 같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일부러 차진 흙을 깔아 놓았기 때문에 그 흙 덩어리가 유리 벽에
닿으면 곧바로 달라붙어서 벌레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수컷은 이렇게 유리관을 타고
올라가 흙 덩어리를 구멍의 출구 바로 앞에 놓습니다. 그것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유리관에 걸쳐 있습니다.
수컷은 밑으로 다시 돌아가서 두 번째의 흙 덩어리를 운반합니다. 그것은 첫
번째의 흙에 붙어서 하나가 됩니다. 거기에 세 번째로 날라 온 흙 덩어리를 합쳐서
자신의 몸보다 큰 덩어리를 한 번에 힘껏 밖으로 밀어냅니다.
그러나 유리관 속을 오르내리는 일은 야외의 흙 속과는 달리 매우 힘들기 때문에
수컷은 차츰 귀찮아하는 듯합니다. 열심히 일해도 효과가 별로 없자 수컷은
도망치려고 합니다. 그래서 파브르 선생님은 '수고가 많구나.' 하며 금풍뎅이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한편, 조건이 좋은 큰 유리관에서는 일하기가 쉬운지 집이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3월 말에 파기 시작하여 4월 중순에 완성되었습니다. 파는 데에 2, 3주
걸린 셈입니다.
일에만 열중하다.
유리관 속에서 키운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가 2, 3주 안에 구멍을 다 판 것은,
유리관 밑의 코르크 마개에 부딪쳐서 그 이상 팔 수 없기도 했거니와 계절이 벌써
늦었기 때문에 서두른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들에서의 구멍파기는 한 달 이상 걸리지 않을까, 하고 파브르 선생님은
추측했습니다. 게다가 들에서는 지난 해 12월경부터 구멍을 파기 시작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2월 말엔 벌써 일이 상당히 진전되어 입구 주위에 흙이
꽤많이 쌓인 집도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 조금만 지나면 1 미터 50센티 이상의 깊은
구멍이 되겠지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금풍뎅이 부부는 무엇을 먹고 살까요? 실은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암컷은 구멍 밑을 잠시라도 떠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수컷만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흙을 나르고 있습니다. 밑에서 계속 흙을 밀어올리기 때문에
공사가 한창인 집의 입구는 언제나 흙 덩어리로 막혀 있습니다.
일하는 도중에 혹시 먹이를 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파브르 선생님은 양의
배설물을 유리관 위의 화분 속에 적당히 넣어 두었습니다. 밤 동안에 수컷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있으면 배설물을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도 먹은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역시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입니다.
프로방스 지방의 농부들은 하루에 네 번이나 식사를 합니다. 농부들은 매우 일찍
일어납니다. 동이 틀 무렵에는 벌써 잠자리에서 일어나 빵과 물을 가지고 나갑니다.
9시쯤 되면 이번엔 부인들이 수프와 소금에 절인 올리브, 술안주, 포도주, 그리고
다른 음식들을 가지고 밭으로 나갑니다.
오후 2시쯤에는 나무 그늘 밑에서 아몬드와 치즈를 꺼내 먹습니다. 그리고 더운
여름철에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일을 하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가서 튀긴
감자와 양파,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를 먹습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밭을 갈고 일을 할
때에는 네 번 정도 식사를 하지 않으면 배가 고파서 힘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파브르 선생님이 말한 대로 곤충의 세계에는 정말 놀라운 일들이 무척
많습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한 달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이 세 개의
뿔을 가진 금풍뎅이는 정말 놀라운 일을 하는 것입니다.
자, 이제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집이 거의 완성된 듯합니다. 수컷이 밝은
바깥으로 나와서 서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애벌레의 먹이가 될 배설물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파브르 선생님은 양의 배설물 12개를 주워 와서 3개씩 놓아
주었습니다.
저녁때 수컷이 구멍 속에서 나와 둥근 배설물을 머리로 굴리며 옮겨 갔습니다.
밖에 나가서 먹이를 모으는 일은 언제나 수컷이 합니다. 암컷은 집 속에서 수컷이
구해 온 것을 가공합니다.
암컷의 일은 시간이 걸리는 듯하고, 수컷이 날라 오는 배설물의 양은 아주
조금씩입니다. 수컷은 4월 13일에 처음으로 밖에 나와 그로부터 열흘 동안에
23개의 배설물을 구멍에 옮겨 넣습니다. 하루에 평균 두 개씩 옮긴 셈입니다.
애벌레 한 마리의 식량으로 열흘 동안 두 다스쯤의 배설물을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수컷은 배설물의 가장 긴 부분이 집의 지름보다 조금 큰 것을 선택합니다.
앞다리로 끌고, 머리로 밀거나 굴리면서 집 입구 쪽으로 운반해 옵니다. 그리고
배설물을 다리로 안 듯이 하여 구멍 속으로 살살 들어갑니다. 배설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입니다.
구멍 아래쪽에 가까워지면 배설물을 조금 세워서 넣습니다. 그렇게 하면 긴
배설물은 천천히 잘 들어갑니다.
식량을 몇 개 가지고 들어온 수컷은 그 자리에서 잘게 부숩니다. 그 때 뿔이
도움이 됩니다. 양쪽의 두 개가 길고 가운데의 한 개가 짧기 때문에 양의 배설물이
뿔 사이로 알맞게 들어가는 것입니다.
네 개의 뒷다리로 벽을 버티고 세 개의 뿔 사이에 둥근 배설물을 끼운 뒤 톱과
같은 앞다리로 잘게 부숩니다. 이 부스러기들은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암컷에게로
떨어집니다.
암컷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모아 그것을 더욱 잘게 부순 뒤
부드러운 부분은 가늘고 긴 빵의 중간에, 딱딱한 부분은 빵의 바깥쪽에 채웁니다.
앞다리를 능숙하게 사용하여 배설물 가루를 채워 넣고 그 위를 다리로 밟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포도주 만드는 사람이 포도를 발로 밟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두 마리가 열흘 정도 힘을 모아 열심히 일하면 겨우 가늘즐고 긴 대롱
모양의 빵이 만들어집니다. 수컷이 가루를 나르고, 암컷이 그것을 반죽하는
것입니다.
4월 24일이 되자, 안에서의 일이 모두 끝나고 수컷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금은
종 모양의 유리 뚜껑 밑을 이리저리 걷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파브르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도망치기 바쁘더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집 속으로 도망치려고
하지도 않고, 옆에 있는 배설물을 먹을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기어
올라와서는 밖으로 나가려고만 합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가엾은 생각에 놓아 주려고 하다가, 그렇게 해서는 실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바꿔 이 수컷을 넓은 사육 상자 속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수컷은 뒤집혀진 채 다리를 위로 향하고 죽어 있었습니다.
금풍뎅이는 자신의 일을 모두 마치고 죽어 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연구실에서만의 일이 아닙니다. 5월에 밖에서 죽어 있는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수컷을 파브르 선생님은 자주 보아 왔습니다. 야외에서는
보통 4월 말이 되면 수컷이 한 마리씩 집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는 곧 죽어
버리는 것입니다.
6월 초에 파브르 선생님은 사육 상자의 흙을 모두 파 보았습니다. 처음엔 15
마리의 수컷을 넣어 두었는데 지금은 한 마리만 살아 남았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죽은 것입니다.
암컷은 모두 살아 있습니다. 수컷들은 오랜 시간 동안 흙을 운반하고, 배설물을
모아서 잘게 부순 다음 이것으로 자신의 일은 전부 끝났다고 안심하며 집 밖으로
나와서 죽어 버리는 것입니다.
제2의 관찰 장치
유리관을 대나무 세 개로 받친 관찰 장치는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에게는 살기
어려운 장소였는지도 모릅니다. 유리관의 밑바닥에는 애벌레를 위해 만든 소시지가
딱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장치로는 무리입니다. 암컷과 수컷 두 마리가 겨우 한
개의 집밖에 만들지 못한다면 금풍뎅이의 수가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전에 들소뿔똥풍뎅이를 길렀을 때에는 세로로 곧게 뻗은 구멍
밑에 또 몇 개로 갈라진 구멍이 만들어져 그 안에 알이 한 개씩 들어 있었습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도 혹시 그런 집을 만든다면 이 유리관은 너무 좁다.' 하고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들판에 있는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집을 잘 파 보면 역시 몇 개로 가지가
갈라진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단지, 깊은 곳에 만들어진 집을 부수지 않고 파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 수를 정확히 셀 수 없을 뿐입니다.
'가능한 한 들판과 같은 상태의 관찰 장치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선생님은 설계도를 그려서 목수인 마리우스에게 부탁했습니다. 마리우스는 앞을
잘 못 보는 장님이지만, 손바닥에 그림을 그려주면서 자세히 설명하면 무엇이든지
훌륭하게 만들어 줍니다.
새로운 관찰 장치는 두꺼운 나무판으로 만든 빈 사각 기둥으로 길이가 1 미터
40센티나 됩니다. 세 개의 판은 못으로 고정시키고 한 개의 판만 나사로 고정시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 이 사각 기둥의 안쪽 면은 각각
10센티이며, 아래쪽으로는 3분의 1정도를 큰 화분의 흙 속에 묻어 두었습니다. 열려
있는 위쪽 입구에는 종 모양의 철망을 덮어 두었고 바닥에는 구멍을 뚫은 넓은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이 사각 기둥 속에 모래를 섞은 흙을 채우고, 위쪽의 화분에도 몇 센티 두께로
같은 흙을 넣었습니다.
속이 너무 건조해지지 않도록 물을 뿌리고 아래쪽의 화분에도 물을 부었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이런 장치를 두 개 주문했던 것입니다. 사실 10개 정도
필요했지만^5,5,5^.
12월 중순경, 이 두 개의 장치에 각각 암컷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를 한 마리씩
넣어 겨울 동안 온실 속에서 길렀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추위가 풀릴 무렵인 2월 중순경에 파브르 선생님은 들판에서 수컷
두 마리를 잡아 각각의 장치에 한 마리씩 넣었습니다.
각각의 장치 속에 든 한 쌍의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점점 구멍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진행되는 상황은 집 밖으로 파내어진 흙의 양으로 잘 알 수
있습니다.
이틀 후에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가 파낸 흙이 입구 주위에 지름 20센티 정도로
쌓였습니다. 그리고 양의 배설물도 12개 정도 구멍 속에 넣어 둔 것 같습니다. 일은
3개월 이상이나 계속됩니다.
6월이 가까워 오면 수컷은 자기의 목숨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기라도 한
듯 지금보다 두 배의 일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의 배설물을 너무 많이
가져와 암컷의 일을 방해하게 되어, 남은 것을 다시 밖으로 밀어내기도 합니다.
6월 1일, 하나의 장치속에 들어 있는 양의 배설물 수는 239개나 되었습니다.
그래서 파브르 선생님은 애벌레가 잘 자랄 것이라고 기뻐하였는데 어느 날,
생각지도 않던 일이 생겼습니다. 암컷이 집 밖으로 나와 죽어 버린 것입니다.
암컷과 수컷은 결코 지하의 집 속에서는 죽지 않습니다.
나무판을 떼어 낸 파브르 선생님은 사각 기둥 속의 작은 방을 살펴보았습니다.
건조하지도 않고, 파브르 선생님이 계획한 대로 기둥 속의 상태는 좋았습니다.
수컷은 안쪽에서 아직 살아 있었고, 옮겨진 배설물은 전혀 가공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암컷은 알을 낳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컷도
배설물을 잘게 부수는 일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구멍의 깊이는 1 미터 40센티쯤 되었습니다. 그리고 맨
아래쪽 판까지 가서 필사적으로 물어뜯은 흔적이 있습니다. 암컷은 좀더 깊이 파고
싶었는데 여기서 힘이 다하여 실망한 나머지 위로 올라와 죽어 버린 것 같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관찰했던 1906 년의 봄은 날씨가 매우 나빴습니다. 3월 22일과
23일에 이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큰 눈이 내려 무척 추웠습니다. 게다가 그 후에는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졌습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암컷은 이런 날씨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애벌레를 위해 점점 더 깊게 구멍을 파려고 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한 개의 장치 속에서도 처음에는 암수 한 쌍이 힘을 합해 구멍을 팠지만
이틀째에는 파브르 선생님도 놀랄 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왠일인지 암컷이 구멍에서
기어 나와 다시는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파브르 선생님은 밖으로 기어 나온 암컷을 일곱 번이나 구멍 속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암컷은 다시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암컷과 수컷이 계속 함께 생활합니다. 그러므로 상대를
신중히 고르겠지요. 나중에 넣어 준 수컷이 이 암컷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파브르 선생님은 수컷을 바꿔 보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상대가
마음에 들었는지 상태가 훨씬 좋아 보였습니다. 계속해서 구멍 입구에 흙이 수북이
쌓였고 먹이도 많이 저장되었습니다.
6월 2일에 집 속의 양의 배설물 수는 전부 225개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수컷은 힘이 다해 죽어 버렸지만 암컷은 혼자서 남은 일을 계속했습니다.
암컷은 혼자서 30개나 되는 양의 배설물을 더 운반했습니다. 그래서 전부
255개의 양의 배설물이 저장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날씨가 무더워지자 암컷은 이제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집 속에서 에스파냐뿔똥풍뎅이의 어미처럼 자식을 돌보고
있겠지요.
새로운 성충이 탄생하기까지
첫 번째 관찰 장치를 이용하여 조사한 것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의 알의 기간은 약 4주입니다.
(2) 애벌레는 다른 똥풍뎅이와는 달리 등에 주머니가 없고, 뒷다리는
금풍뎅이처럼 퇴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3) 8월 말에 꽤 몸이 커진 애벌레는 구멍 바닥의 모래 속에 홈을 파 자신의
시멘트(배설물)로 벽을 바르고 그 안에서 번데기가 됩니다.
(4) 수컷이 될 번데기에는 세 개의 뿔 모양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5) 9월 말에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태어납니다.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5개월
정도 걸립니다.
두 번째 관찰 장치 속에서 255개의 배설물을 채운 암컷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가을비가 내리는 10월 무렵, 파브르 선생님이 관찰 장치의 뚜껑을 열고 구멍을 파
보니 구멍 위쪽에 암컷이 죽어 있었습니다. 몸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으로 보아
훨씬 전에 죽은 것 같습니다.
맨 아래쪽, 즉 화분 속에 묻힌 부분에는 여덟 개의 소시지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세로로 곧게 뻗은 가운데 구멍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즉, 이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여덟 마리의 자식을 키울 준비를 끝낸 상태였습니다. 다만,
장치 속에 든 애벌레의 발육은 들판에서의 경우보다 훨씬 늦어집니다.
들판에서는 가을이 되면 어미가 새로 성충이 된 새끼들과 함께 밖으로 나옵니다.
새로 태어난 성충들은 양들이 있는 목장에서 가을볕을 쬐며 맛있는 진수성찬을
배가 부르도록 먹고, 자신의 가정을 만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가는
것입니다.
(곤충이란 무엇인가? 1.)
날개는 4개, 다리는 6개
(프랑스에서 본 곤충)
프랑스에서 스카라베 사쿠레를 찾아 헤맨 지 3 년째였습니다. 론 강이 지중해로
흘러 들어가는 해안의 모래밭에서 많은 스카라베 사쿠레를 발견했습니다.
비닐 봉투에 담아 온 양의 배설물을 꺼내 모래 위에 한동안 그대로 두면 붕 하고
큰 날개 소리를 내며 검고 둥근 바둑돌에 날개가 달린 것 같은 곤충이 한 마리
날아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입니다.
급정거를 하지 못하고 배설물 부근에 툭 하며 처박히듯 착륙합니다. 그리고는
배설물이 있는 곳으로 재빨리 다가옵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곤충기'에 쓴 내용
그대로입니다.
그 사이에 두세 마리가 또 날아왔습니다. 꽤 먼 거리에서 배설물의 냄새를 맡고
날아오는 것 같습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들은 배설물 더미에 올라가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머리에 달린 울퉁불퉁한 삽으로 먹이를 자르기 시작합니다. 보고 있는
사이에 구슬이 깨끗이 도려내어졌습니다. 대단한 솜씨입니다.
그리고 물구나무서기를 한 상태로 모래 위에 있는 똥구슬을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꽤 빠른 속도로 굴리고 있었습니다. "야, 힘내라!" 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파삭파삭한 모래 위를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면서 똥구슬을 굴리는 장면은 매우
유쾌하고 또한 신기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것을 묵묵히 괸찰한 파브르 선생님과,
스카라베 사쿠레를 신성한 갑충이라고 숭배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기분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곤충의 일종인 똥풍뎅이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요? 원래
곤충이란 무엇일까요?
(몸을 비교해 보면)
어떤 곤충을 알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여러분은 어떤 곤충의 이름을 말합니까?
잠자리, 나비, 장수풍뎅이, 벌, 파리, 매미, 메뚜기 등 여러 가지 곤충의 이름을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곤충의 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본 적이 있습니까? 여기서는 여러
가지 곤충의 몸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먼저 날개입니다. 아래의 그림을 봐 주세요.
날개라 하더라도 곤충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장수풍뎅이의 앞날개는 매우
단단하여 몸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고, 나비의 날개는 아름다운 비늘이 나 있습니다.
잠자리나 벌, 파리의 날개는 투명합니다.
다음에는 입을 살펴봅시다.
나비나 매미의 입은 좁은 관으로 되어 있어서 나무 즙이나 꽃의 꿀을 빨아먹을 수
있습니다. 잠자리, 벌, 메뚜기의 입은 단단한 먹이를 갉아먹을 수 있게 되어 있고,
파리의 입은 먹이를 핥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리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메뚜기의 뒷다리는 길고 튼튼하여 멀리까지 점프를 할 수가 있습니다.
장수풍뎅이의 다리에는 튼튼한 가시가 나 있어서, 나무줄기나 철망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게 움켜잡을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몸 부위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왜 곤충이라는 하나의 집단에
넣었을까요? 이들 곤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날개의 수를 봅시다.
모두 네 개가 있습니다. 파리의 경우는 두 개밖에 없지만, 이것은 옛날에는 네 개
모두 있었으나 뒷날개 두 개가 퇴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리의 수는 어떨까요? 모두 여섯 개입니다.
이외에 또 어떤 곳이 같을까요?
몸이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확실히 나누어져 있습니다. 곤충과 매우
비슷한 '벌레', 예를 들어 지네, 거미와 비교해 보면 곤충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지구상의 성공자)
곤충류는 지구상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들판뿐만 아니라 집 안에도 있습니다.
북극이나 남극, 고산 지방처럼 추운 곳과 사막처럼 건조한 곳에도 살고 있습니다.
인간들도 어느 곳에서나 살고 있기 때문에 곤충과 인간은 지구상에서 보기 드문
성공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인간은 단 한 종류의 동물입니다. 인간이 속한 포유류 전체는 약 5천
종류밖에 되지 않습니다. 조류는 약 2 만 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곤충의 종류 수에 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00 만
종에서 200 만 종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끊임없이 신종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곤충의 다리와 그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곤충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봅시다.
땅강아지의 앞다리는 흙을 팔 수 있도록 변형되어 있습니다. 사마귀의 앞다리는
먹이를 한 번 곽 움켜잡으면 절대로 놓지 않습니다. 물방개의 뒷다리는 헤엄을 잘
칠 수 있도록 변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쇠똥구리의 앞다리는 편평하고 톱니처럼
되어 있어 배설물 덩어리를 도려내거나 세게 누를 수 있습니다.
이들의 다리는 모두 인간의 도구와 비교할 수가 있습니다. 즉, 땅강아지의
앞다리는 포클레인의 삽처럼 되어 있고, 사마귀의 앞다리는 풀을 베는 낫과 같은
무기이며 물방개의 뒷다리는 보트의 노와 같고, 쇠똥구리의 앞다리는 톱니와 흙손을
겸한 것 같습니다.
인간은 일의 필요성에 맞추어 도구를 개발해 왔습니다. 그런데 곤충은 생활해
가면서 상황에 맞추어 편리하도록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 온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과 곤충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방법은 서로 달라도 오랜
기간 동안 생활해 온 결과, 양쪽 모두 지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생물이 된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와 스카라베 뒤퐁
스카라베 사쿠레의 학명은 '스카라바이우스 사케르(Scarabeus sacer)' 라고
합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라는 라틴어의 학명을 프랑스어로 고친 것입니다.
스카라베 사쿠레란 '신성한 갑충' 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1823 년(파브르 선생님이 태어난 때와 우연히 일치하는 해)에 독일 사람인
피셔가 프랑스에서 잡은 스카라베 사쿠레를 자세히 조사한 바가 있습니다.
그 결과 이것이 이집트에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 있는 것을 신종이라 하여 새로 '스카라바이우스 뒤퐁(스카라베
뒤퐁)'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두 종류를 나란히 놓고보면 스카라베 뒤퐁이 조금 작고, 머리에 난 톱니
모양도 다릅니다.
파브르 선생님이 관찰한 '스카라베 사쿠레'는 실제로는 '스카라베 뒤퐁' 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오랫동안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여전히 스카라베
사쿠레라고 불려 왔습니다.
이 책에서도 파브르 선생님이 부르던 그대로 스카라베 사쿠레, 즉 신성한
갑충이라는 뜻의 좋은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진짜 스카라베 사쿠레는 이집트와 아라비아 반도에 있고, 프랑스에는 론 강의
하구와 코르시카 섬에 조금 있을 뿐입니다.
똥풍뎅이와 그 밖의 풍뎅이류
풍뎅이류룰 그 먹이에 따라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즉, 식물의 잎을 먹는 종류(식엽류)와 배설물을 먹는 종류(식분류)로 구분됩니다.
장수풍뎅이를 비롯한 보통 풍뎅이류는 식물의 잎을 먹는 식엽류에 속합니다.
그리고 똥풍뎅이들은 모두 풍뎅이과의 식분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스카라베 사쿠레, 큰가슴쇠똥구리, 별쇠똥구리는 쇠똥구리 아과에
속합니다.
아과는 과보다 더 작게 나누는 방법의 일종입니다.
에스파냐뿔똥풍뎅이와 애기뿔쇠똥구리는 뿔똥풍뎅이 아과에 속하며, 또
금풍뎅이와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는 모두 금풍뎅이 아과로 분류됩니다.
이들 풍뎅이의 모양을 보면 그 생활 방식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배설물을 먹는 것의 앞다리는 배설물을 잘 자를 수 있도록 톱니처럼 울퉁불퉁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뒤로 똥구슬을 굴리는 종류는 모두 뒷다리가 길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풍뎅이과에는 이 밖에도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똥풍뎅이 찾는 법과 사육법
6월경, 산에 있는 목장에 가봅시다. 파브르 선생님과 학생들이 레잔그르 언덕에서
스카라베 사쿠레를 발견한 것처럼 여러 가지 똥풍뎅이가 발견될지 모릅니다.
핀셋으로 소의 배설물을 조금씩 헤집어 보면, 먼저 붉은 자색이나 금록색으로
빛나는 쇠똥구리와 굼풍뎅이가 발견됩니다. "배설물 속에 이렇게 멋진 곤충이
있다니!" 하고 놀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보다는 작지만 가늘고 긴 뿔을 한 개 가진 뿔똥풍뎅이와 말똥구리류가
당황하여 구석으로 숨으려고 합니다.
배설물을 뒤집거나 배설물 아래쪽을 파 보면 다른 뿔똥풍뎅이 종류가 보입니다.
뿔똥풍뎅이류를 기르기 위해 필요한 배설물은 비닐 봉투에 넣어 가져오면 됩니다.
이렇게 가져온 배설물은 냉동해 두면 며칠 동안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파브르의 생애)
(어린 시절)
1823 년: 12월 27일, 남프랑스 르에르그 산지의 생레옹 마을에서 태어남. 세
살부터 여섯 살 때까지 할아버지 댁에서 자람.
1830 년(6세): 생레옹으로 돌아와 초등 학교에 입학.
1833 년(9세): 가족 모두가 로데즈로 이사.
1837 년(13세): 가족들과 툴루즈로 이사. 에스킬 신학교에 입학. 라틴어,
그리스어를 공부함.
1838 년(14세): 몽펠리에 시로 이사. 레몬을 팔거나 철도 노동자로 일함.
(카르팡트라스 시절)
1839 년(15세): 아비뇽 사범학교의 부속 중학교에 장학생으로 수석 입학.
1840 년(16세): 3 년 과정인 학업을 2 년에 끝냄.
1842 년(18세): 사범부속학교를 졸업. 카르팡트라스 초등 학교 선생님이 됨.
미장이꽃벌에 관심을 가짐.
1844 년(20세): 마리와 결혼. 수학, 물리, 화학 등을 혼자서 공부하여 학사 학위를
얻음.
(코르시카 시절)
1849--1853 년(25세^36,36^29세): 코르시카 섬의 아작시오라는 곳에서 중학교
선생님이 됨. 박물학 연구를 시작함. 섬에 식물 채집을 하러 온 박물학자 르키앙과
모칸당통을 만남.
(아비뇽 시절)
1853 년(29세): 아비뇽으로 돌아와 중학교 교편 생활을 함.
1854 년(30세): 박물학 학사 학위를 얻음. 레옹 뒤프르가 쓴 비단벌레노래기벌에
관한 논문을 읽고 곤충의 생태 연구를 결심.
1856 년(32세): 혹노래기벌에 관한 연구로 프랑스 학사원 상을 받음.
1859 년(35세): 다윈이 '종의 기원' 속에서 파브르를 '최고의 관찰자'라고 칭찬함.
1861 년(37세): 꼭두서니의 염료인 알리자린 채취 방법을 발표함. 르키앙
박물관장을 맡음.
1865 년(41세): 방투 산에서 조난을 당함. 과학 도서인 '하늘', '천지'를 출간함.
1868 년(44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여.
(오랑주 시절)
1870 년(46세): 영국의 경제학자 밀의 도움으로 오랑주로 이사.
1871 년(47세): 과학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곤충을 관찰하며 생활함.
1877 년(53세): 가장 사랑하던 아들 쥘의 죽음을 애도하여 3종류의 신종 벌에게
쥘의 이름을 붙임.
(아르마스 시절)
1879 년(55세): 4월 3일, '곤충기' 제1권을 출간함. 그 후 대체로 3 년 1권씩
출간.
1885 년(61세): 부인 마리가 죽음. 버섯 수묵화를 그리기 시작.
1887 년(63세): 조세핀과 재혼.
1907 년(83세): '곤충기' 제10권을 완성.
1908 년(84세): 시인인 미스트랄의 노력으로 연금을 받게 됨.
1909 년(85세): '곤충기' 제11권을 쓰기 시작했으나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짐.
1910 년(86세): 4월 3일, 파브르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아르마스에 모여 축하를
함. '곤충기'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됨.
1915 년(91세): 10월 11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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