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총론
@p7 @h:차 례@e
제1편 서론
제1절 형법의 기본 개념
I. 형법의 의의
1. 형법의 개념
2. 형법의 범위
II. 형법의 성격
1. 형법의 법체계적 지위
2. 형법의 규범적 성격
III. 형법의 기능
1. 보호적 기능
2. 보장적 기능
3. 사회보호적 기능
제2절 죄형법정주의
I. 죄형 법정주의의 의의
II. 죄형 법정주의의 연혁과 사상적 기초
1. 죄형 법정주의의 연혁
2. 죄형 법정주의의 사상적 기초
III. 죄형법정주의의 현대적 의의
1. 죄형 법정주의의 가치
2. 죄형 법정주의와 법치국가 원리
IV. 죄형 법정주의의 내용
1. 법률주의
2. 소급효금지의 원칙
3. 명확성의 원칙
4.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5. 적정성의 원칙
제3절 형법의 적용 범위
I. 시간적 적용 범위
1. 서론
2. 소급효금지의 원칙
3. 행위 시법주의의 예외
@p8 4. 한시법
II. 장소적 적용범위
1. 입법주의
2. 형법의 태도
III. 인적 적용범위
1. 국내법상의 예외
2. 국제법상의 예외
제4절 형법 이론
I. 형법 이론의 의의
II. 형벌 이론
1. 응보형주의
2. 목적형주의
3. 형법 해석과 형벌의 목적
III. 범죄 이론
1.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의의
2. 양주의의 형법 해석상의 차이
3.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에 대한 비판
IV. 형법 학파의 대립
1. 고전학파
2. 근대학파
3. 고전학파와 근대 학파에 대한 비판
제2편 범죄론
제1장 범죄의 기본 개념
제1절 범죄의 의의와 종류
I. 범죄의 의의
1. 범죄의 개념
2. 범죄의 본질
II. 범죄의 성립조건, 처벌조건, 소추조건
1. 범죄의 성립 조건
2. 범죄의 처벌 조건
3. 범죄의 소추 조건
III. 범죄의 종류
1. 결과범과 형식범
@p9 2. 침해범과 위태범
3. 계속범과 상태범
4. 일반범과 신분범 및 자수범
제2절 행위론
I. 서론
1. 행위론의 의의
2. 행위 개념의 기능
II. 인과적 행위론
1. 인과적 행위론의 내용
2. 인과적 행위론에 대한 비판
III. 목적적 행위론
1. 목적적 행위론의 내용
2. 목적적 행위론에 대한 비판
IV. 사회적 행위론
1. Eb. Schmidt의 사회적 행위론
2. 객관적 사회적 행위론
3. 주관적 사회적 행위론
V. 인격적 행위론
1. 인격적 행위론의 내용
2. 인격적 행위론에 대한 비판
VI. 결론
제3절 행위의 주체
I. 서론
II. 법인의 범죄 능력
1. 법인의 처벌과 법인의 범죄 능력
2. 견해의 대립
3. 비판
III. 법인의 처벌
1. 범죄 능력과 형사책임
2. 법인 처벌의 법적 성질
3. 결론
제2장 구성 요건
제1절 구성 요건 이론
I. 구성 요건의 의의
II. 구성 요건 이론의 발전
@p10 1. Beling의 구성 요건 이론
2.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의 발견
3. 주관적 불법 요소(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의 발견
4. 결론
III. 구성 요건과 위법성
1.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
2. 개방적 구성 요건 이론
IV. 구성 요건의 요소
1. 기술적 구성 요건 요소와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
2.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와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
제2절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
I.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의 의의
II.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론
1. 결과 반가치론
2. 행위 반가치론
III.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의 내용
1. 결과 반가치의 내용
2. 행위 반가치의 내용
제3절 부작위범
I. 부작위의 본질
1. 부작위의 의의
2. 부작위의 행위성
3. 작위와 부작위의 구별
II. 부작위범의 구조
1. 진정 부작위범과 부진정 부작위범
2.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III.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1. 부작위의 동가치성
2. 보증인 지위
3. 행위 정형의 동가성
4. 부진정 부작위범의 처벌
IV. 관련 문제
1. 주관적 구성 요건
2. 부작위범과 공범
제4절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
I. 서론
@p11 1. 인과관계의 의의
2. 인과관계의 본질
II. 인과관계 이론
1. 조건설
2. 원인설
3. 상당인과 관계설
4. 중요설
5. 합법칙적 조건설
6. 인과관계에 관한 기타의 학설
7. 결어
III. 객관적 귀속 이론
1. 객관적 귀속 이론의 의의
2. 객관적 귀속의 기준
3. 객관적 귀속의 구체적 판단 기준
IV. 형법 제17조의 해석
제5절 구성 요건적 고의
I. 서론
1.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
2. 고의의 체계적 지위
II. 고의의 본질
1. 의사설과 인식설
2. 사전 고의와 사후고의
III. 고의의 지적 요소
1. 사실의 인식
2. 의미의 인식
IV. 고의의 종류
1. 확정적 고의
2. 불확정적 고의
제6절 사실의 착오
I. 착오론
1. 착오의 의의
2.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
II. 사실의 착오와 고의
1. 사실의 착오의 의의와 효과
2. 사실의 착오의 중요성
III. 사실의 착오의 한계
@p12 1. 견해의 대립
2. 사실의 착오의 태양
제7절 과실
I. 서론
1. 과실의 의의와 종류
2. 과실범의 구조
II. 과실범의 구성 요건
1. 주의의무위반
2. 결과 발생,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
III. 과실범의 위법성과 책임
1. 과실범의 위법성
2. 과실범의 책임
제8절 결과적 가중범
I. 서론
1. 결과적 가중범의 의의
2. 결과적 가중범과 책임주의
II. 결과적 가중범의 종류
III. 결과적 가중범과 인과관계
1. 인과관계의 요부
2. 인과관계의 범위
3. 중한 결과의 직접 관계
IV.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
1. 과실의 내용
2. 과실의 기준 시기
V. 결과적 가중범의 공범
1.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
2. 결과적 가중범의 교사, 방조
제3장 위법성
제1절 위법성의 이론
I. 위법성의 의의
1. 불법과 위법성
2. 구성 요건 해당성 및 책임과의 관계
II. 위법성의 본질
1. 형식적 위법성론과 실질적 위법성론
2. 비판
@p13 III. 우법성의 평가방법
1. 주관적 위법성론과 객관적 위법성론
2. 비판
IV. 위법성 조각 사유
1. 일원론
2. 다원론
V. 주관적 정당화 요소
1. 주관적 정당화 요소의 요부
2. 주관적 정당화 요소의 내용
3. 주관적 정당화 요소를 결한 경우의 효과
제2절 정당방위
I. 정당방위의 의의
1. 정당방위의 개념
2. 정당방위의 근거
3. 정당방위의 성질
II. 정당방위의 성립 요건
1. 현재의 부당한 침해
2.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
3. 상당한 이유
III. 정당방위의 제한
1. 정당방위의 제한의 의의
2. 정당방위의 제한의 이론적 근거
3. 정당방위의 제한의 유형
IV. 과잉 방위와 오상방위
1. 과잉 방위
2. 오상방위
3. 오상 과잉 방위
제3절 긴급 피난
I. 긴급 피난의 의의와 본질
1. 긴급 피난의 의의
2. 긴급 피난의 본질
3. 위법성 조각의 근거
II. 긴급 피난의 성립 요건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
2.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피난 행위)
3. 상당한 이유
@p14 III. 긴급 피난의 특칙
IV. 과잉 피난과 오상피난
1. 과잉 피난
2. 오상피난
V. 의무의 충돌
1. 의무의 충돌의 의의와 종류
2. 의무의 충돌의 법적 성질
3. 의무의 충돌의 요건
제4절 자구 행위
I. 자구 행위의 의의
1. 자구 행위의 의의
2. 자구 행위의 법적 성질
II. 자구 행위의 성립 요건
1. 법정 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2. 청구권의 실행 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 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
3. 상당한 이유
III. 과잉 자구 행위와 오상 자구 행위
1. 과잉 자구 행위
2. 오상 자구 행위
제5절 피해자의 승낙
I. 서론
1. 피해자의 승낙의 의의
2. 양해와 승낙
II. 양해
1. 양해의 의의
2. 양해의 법적 성격과 유효 요건
III. 피해자의 승낙
1. 승낙의 의의
2. 위법성 조각의 근거
3. 피해자의 승낙의 요건
IV. 추정적 승낙
1. 추정적 승낙의 의의와 성질
2. 추정적 승낙의 종류
3. 추정적 승낙의 요건
제6절 정당행위
I. 정당행위의 의의
@p15 II. 법령에 의한 행위
1.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
2. 징계 행위
3. 현행 범인의 체포
4. 노동쟁의 행위
5. 기타
III. 업무로 인한 행위
1. 의사의 치료 행위
2. 안락사
3. 변호사 또는 성직자의 업무 행위
AV.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1. 사회상규의 의의
2. 사회상규의 판단 기준
3.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제4장
제1절 책임논리
I. 책임의 의의
II. 책임의 근거
1. 도의적 책임론과 사회적 책임론
2. 책임과 자유의사
III. 책임의 본질
1. 심리적 책임론과 규범적 책임론
2. 기능적 책임론
3. 책임의 구성요소
IV. 책임 판단의 대상
1. 행위 책임의 원칙
2. 행위 책임과 인격 책임
제2절 책임능력
I. 책임능력의 정의
1. 책임능력의 개념
2. 책임능력의 본질
3. 책임능력의 규정 방법
II. 책임 무능력자
1. 형사 미성년자
2. 심신 상실자
@p16 III. 한정 책임 능력자
1. 심신미약자
2. 농아자
IV.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의의
1.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의의
2.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가능성의 근거
3.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유형
4. 형법의 규정
제3절 위법성의 인식
I. 위법성의 인식의 의의
1. 위법성의 인식의 개념
2. 위법성의 인식의 대상과 내용
II. 위법성의 인식의 체계적 지위
1. 고의설
2. 책임설
III. 형법 제16조의 해석
1. 견해의 대립
2. 결론
제4절
I. 법률의 착오의 정의와 태양
1. 법률의 착오의 의의
2. 법률의 착오의 태양
II. 위법성 조각 사유의 사전 사실의 착오
1.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의 착오의 의의
2. 견해의 대립
3. 결론
III. 형법 제16조와 정당한 이유
1. 형법 제16조의 해석
2. 정당한 이유
제5절 기대 가능성
I. 서론
1. 기대 가능성의 의의
2. 기대 가능성 이론의 발전
II. 기대 가능성의 체계적 지위
1. 책임론에 있어서의 체계적 지위
2. 기대 가능성 이론의 기능
@p17 III. 기대 가능성의 판단 기준
1. 견해의 대립
2. 비판
IV. 기대 가능성에 대한 착오
V. 기대 불가능성으로 인한 책임 조각 사유
1. 형법상의 책임 조각 사유
2. 강요된 행위
3. 초법규적 책임 조각 사유
제5장 미수론
제1절 미수범
I. 서론
1. 범죄의 실현 단계
2. 미수의 처벌 근거
3. 형법상 미수범의 체계
II. 미수범의 구성 요건
1. 주관적 구성 요건
2. 실행의 착수
3. 범죄의 미완성
III. 미수범의 처벌
IV. 관련 문제
1. 거동범과 미수
2. 부작위범과 미수
3. 결과적 가중범과 미수
제2절 중지미수
I. 중지 미수의 의의
1. 중지 미수의 개념
2. 중지 미수의 법적 성격
II. 중지 미수의 성립 요건
1. 주관적 요건
2. 객관적 요건
III. 중지 미수의 처벌
IV. 관련 문제
1. 예비의 중지
2. 공범과 중도미수
@p18 제3절 불능미수
I. 불능 미수의 의의
1. 불능범과 불능 미수
2. 불능범과 구성 요건의 결함
II. 불능 미수의 성립 요건
1. 실행의 착수
2. 결과 발생의 불가능
3. 위험성
III. 불능 미수의 처벌
IV. 불능 미수와 환각범
제4절 예비죄
I. 예비의 의의
II. 예비죄의 법적 성격
1. 기본 범죄에 대한 관계
2. 예비죄의 실행 행위성
III. 예비죄의 성립 요건
1. 주관적 요건
2. 객관적 요건
IV. 관련 문제
1. 예비죄의 공범
2. 예비죄의 미수와 예비죄의 죄수
제6장 공범론
제1절 공범 이론
I. 공범의 의의
1. 공범과 범죄의 참가 형태
2. 공범의 입법 방식
3. 필요적 공범
II. 정범과 공범의 구별
1. 정범의 개념
2. 정범과 공범의 구별 기준
III. 공범의 종속성
1. 공범 종속 성설과 공범 독립성설
2. 종속성의 정도
3. 공범의 처벌 근거
제2절 간접 정법
I. 간접 정범의 의의
1. 간접 정범의 개념
2. 간접 정범의 본질
II. 간접 정범의 성립 요건
1. 피이용자의 범위
2. 이용행위
III. 간접 정범의 처벌
1. 간접 정범의 처벌
2. 간접 정범의 미수
IV. 관련 문제
1. 간접 정범의 착오
2. 간접 정범의 한계
V. 특수교사, 방조
제3절 공동 정범
I. 공동 정범의 의의와 본질
1. 공동 정범의 의의
2. 공동 정범의 본질
II. 공동 정범의 성립 요건
1. 주관적 요건
2. 객관적 요건
III. 공동 정범의 처벌
1. 공동 정범의 처벌
2. 공동 정범의 신분
3. 공동 정범의 착오
제4절 교사범
I. 교사범의 의의
II. 교사범의 성립 요건
1. 교사범의 교사행위
2. 교사범의 실행행위
III. 교사의 착오
1. 실행 행위의 착오
2. 피교사자에 대한 착오
IV. 교사범의 처벌
V. 관련 문제
1. 교사의 착오
@p20 2. 교사의 미수
제5절 종범
I. 종범의 의의
II. 종범의 성립 요건
1. 종범의 방조 행위
2. 정범의 실행 행위
III. 종범의 처벌
IV. 관련 문제
1. 종범의 착오
2. 종범의 종범, 교사의 종범, 종범의 교사
제6절 공범과 신분
I. 서론
1. 공범의 종속성
2. 신분범의 의의와 종류
II. 형법 제33조 본문의 해석
1. 신분 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의 범위
2. '전 3조를 적용한다'의 의미
3. 신분자가 비신분자에게 가공한 경우
III. 형법 제33조 단서의 해석
1. 공범의 성립과 과형
2. '중한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의 의미
3. 신분자가 비신분자에게 가공한 경우
IV. 관련 문제
1. 소극적 신분과 공범
2. 입법론
제7장 죄수론
제1절 죄수이론
I. 죄수론의 의의
II. 죄수 결정의 기준
1. 견해의 대립
2. 비판
III. 죄수의 처벌
제2절 일죄
I. 서론
@p21 II. 법조 경합
1. 법조 경합의 본질
2. 법조 경합의 태양
3. 법조 경합의 처리
III. 포괄일 죄
1. 포괄일죄의 의의
2. 포괄일죄의 요건
3. 포괄일죄의 처리
제3절 죄수
I. 상상적 경합의 본질
1. 상상적 경합의 본질
2. 상상적 경합의 요건
3. 상상적 경합의 법적 효과
II. 경합범
1. 경합범의 본질
2. 경합범의 요건
3. 경합범의 처분
제3편 형벌론
제1절 형벌의 종류
I. 서론
1. 형벌의 의의
2. 형벌의 종류
II. 사형
1. 사형 제도의 의의
2. 사형 존폐론
3. 사형의 개선
III. 자유형
1. 자유형의 의의
2. 형법상의 자유형
3. 자유형의 개선
IV. 재산형
1. 재산형의 의의
2. 벌금과 과료
3. 몰수
@p22 V. 명예형
1. 명예형의 의의
2. 자격상실
3. 자격정지
제2절 형의 양정
I. 서론
II. 형의 양정의 단계
1. 법정형
2. 처단형
3. 선고형
III. 형의 가중, 감경
1. 형의 가중과 감경
2. 형의 가감례
IV. 양형
1. 양형의 의의
2. 양형의 기준
3. 양형의 조건
V. 형의 면제, 판결 선고전 구금과 판결의 공시
1. 형의 면제
2. 판결 선고전 구금 일수의 통산
3. 판결의 공시
제3절 누범
I. 서론
1. 누범의 의의
2. 누범에 대한 형의 가중과 책임주의
3. 누범에 대한 형사 정책적 대책
II. 누범가중의 요건
1.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
2. 형의 집행종료 또는 면제
3.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
4. 전범의 형집행 종료 또는 면제 후 3년 이내에 범한 죄
III. 누범의 효과
1. 누범의 처벌
2. 소송법적 효과
IV. 판결 선고후의 누범 발각
1. 제도의 취지
@p23 2. 일사 부재리의 원칙과의 관계
제4절 집행 유예, 선고 유예, 가석방
I. 집행 유예
1. 집행 유예의 의의
2. 집행 유예의 연혁과 입법례
3. 집행 유예의 요건
4. 집행 유예의 효과
5. 집행 유예의 실효와 취소
6. 집행 유예와 보호 관찰
II. 선고 유예
1. 선고 유예의 의의
2. 선고 유예의 요건
3. 선고 유예의 효과
4. 선고 유예의 실효
III. 가석방
1. 가석방의 의의
2. 가석방의 요건
3. 가석방의 효과
4. 가석방의 실효와 취소
제5절 형의 시효와 소멸
I. 형의 시효
1. 형의 시효의 의의
2. 시효의 기간
3. 시효의 효과
4. 시효의 정지와 중단
II. 형의 소멸
1. 형의 소멸의 의의
2. 형의 실효
3. 복권
제6절 보안 처분
I. 서론
1. 보안 처분의 의의
2. 보안 처분의 연혁
II. 보안 처분의 종류와 성질
1. 보안 처분의 정당성
2. 보안 처분의 종류
@p24 3. 형벌과 보안 처분의 관계
III. 보호감호
1. 보호감호의 의의
2. 보호감호의 요건
3. 보호감호의 내용
IV. 치료감호
1. 치료감호의 의의
2. 치료감호의 요건
3. 치료감호의 내용
V. 보호 관찰
1. 보호 관찰의 의의
2. 보호 관찰의 적용 범위
3. 보호 관찰의 내용
색인(조문, 사항)
@p3 제1편 서론
제1절 형법의 기본 개념 @t:제1절 형법의@e
I. 형법의 의의
1. 형법의 개념
형법이란 일반적으로 범죄와 형벌의 관계를 규정한 국가법
규범의 총체,
즉 어떤 행위가 범죄이고 그 범죄에 대한 법률효과로 어떤
형벌을 과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법규범을 말한다고 정의되고 있다. (주1:
유기천, 3면;
이형국, 23면; 정성근, 31면; 정영석, 15면; 진계호, 21면;
황산덕, 13면)
그러나 형법을 범죄와 형벌의 관계를 규정한 법규범을
의미한다고 할
때에는 범죄에 대한 형벌 이외의 법률 효과인 보안 처분을
과하는 법규범을
여기에 포함할 수 없게 되므로 형법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사회 보호법에 의하여 범죄에 대한 법률효과는
형벌 이외에
보안 처분을 포함하게 되었다. 따라서 형법이란 범죄와 범죄에
대한
법률효과인 형벌 또는 보안 처분을 규정하는 법범의 총체라고
해야 한다.
(주2: Baumann-Weber, S. 7; Bockelmann-Volk, S. 1; Jescheck,
S. 8;
Maurach-Zipf, S. 2; Otto, S. 2; Welzel, S. 1; Wessels, S. 3)
범죄에 대한
법률효과로 형벌과 보안 처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법이라고
하는 것은
형벌이 전통적이고 주된 법률효과이고, 보안 처분은 형벌을
보완하기 위한
제재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와 형벌(또는 보안 처분)은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개념이다. 즉 범죄는
형벌의
기초이고 형벌은 범죄에 대한 법률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이라는 명칭도 국가에 형법(Strafrecht, droit Penal) 또는
범죄법(criminal law, droit criminel)이라는 용어가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다. 형법이란 범죄와 형벌 가운데 법률효과인 형벌에 중점을
둔 명칭에
지나지 않는다.
@p4 2. 형법의 범위
형법은 협의와 광의의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협의의
형법이란
1953년 9월 18일 법률 제293호로 공포되어 같은 해 10월 3일부터
시행된
형법전을 의미한다. 형법전은 총국과 각칙으로 나누어진다.
총칙에서는
범죄와 형벌의 일반적인 요소를 규정하고, 각칙은 실질적 형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범죄와 이에 대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와 이에 대한 법률효과에 관한 규정은 협의의 형법 이외에도
많은 특별
형법과 행정 형법에 포함되어 있다. 국가보안법, 폭력 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관세법, 도로교통법,
식품위생법,
사회보호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협의의 형법 이외에 이러한
법규를
포함한 모든 형사처벌규정을 광의의 형법이라 하며, 형법학은
이러한
광의의 형법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II. 형법의 성격
1. 형법의 법체계적 지위
형법은 국가의 형벌권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법을
공법과 사법으로
나누는 경우에는 형법은 어떤 기준에 의하더라도 공법에 속함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범죄로 인하여 침해된 이익이 개인적 법익인 경우에도
범죄와
처벌은 국가와 범죄자 사이에 제기되는 공법 관계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법을 입법법과 행정법 및 사법법으로 나눌 때에는 형법은 재판에
적용되는
법이라는 의미에서 사법법이 된다. 따라서 사법법인 형법은
합목적성에
의하여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안정성을 지도 이념으로
한다. 사법법은
다시 실체법과 절차법으로 나눌 수 있다. 형법은 범죄의 요건과
그 범죄에
대한 법률효과를 규정하는 법이므로 사건의 실체에 관하여
적용되는
실체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은 실체 형법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에
관한 절차법인 형사소송법과 구별된다.
2. 형법의 규범적 성격
형법은 규범의 하나이다. 규범이란 존재법칙(Sein)과 구별되는
당위명제(Sollen)를 말한다. 규범으로서의 형법은 다음과 같은
논리 구조를
가진다.
@p5 (1) 가설적 규범: 형법은 일정한 범죄 행위를 조건으로
하여 이에
대한 법률효과를 규정하는 가설적 규범(hypothetische
Norm)이다. 즉
형법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에 처한다.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처한다'라는 가설적 판단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도덕 규범이나
종교
규범이 '사람을 살해하지 말라',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명령적, 단언적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구별된다.
(2) 행위 규범과 재판 규범: 형법은 행위 규범임과 동시에
재판 규범이
된다. 행위 규범과 재판 규범은 규범의 규범의 수명자가
누구인가에 따른
분류이다. 형법은 일정한 금지규범 또는 명령규범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컨대 살인죄는 살인을 금지하는 금지규범을, 퇴거불응죄는
퇴거를
요구하는 명령 규범을 전제로 한다. 형법은 일반 국민에게
일정한 행위를
금지 또는 명령함으로써 행위의 준칙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은 행위 규범(Verhaltensnorm)이라고 할 수 있다.
형법의
수명자는 일반 국민이므로 형법은 동시에 법관에게도 적용된다.
여기서
행위 규범인 형법은 법관의 사법 활동을 규제하는
재판규범(Entscheidungsnorm)으로서의 성질도 가지게 된다.
(3) 평가 규범과 의사 결정 규범: 형법은 평가 규범임과
동시에 의사 결정
규범이 된다. 즉 형법은 일정한 행위를 범죄로 하고 그 범죄에
대하여 형벌
또는 보안 처분을 과하고 있다. 형법은 이에 의하여 일정한
행위가 가치에
반하고 위법하다는 것을 평가한 것이 된다. 여기서 형법은
평가규범 (Bewertungsnorm)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평가 규범인
형법은
일반 국민에게 형법이 무가치하다고 평가한 불법을 결의하여서는
안된다는
의무를 부과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은 의사 결정
규범(Bestimmungsnorm)이 된다.
III. 형법의 기능
형법의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의 기능을 법의 본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보호적 기능. 보장적 기능 이외에 규범적 기능을 들거나(주1:
유기천, 8면;
진계호, 27면), 또는 형법 규범의 논리적 구조의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주1: 정성근, 37면) @p6형벌의 기능을 형법의
기능과
구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범죄에 대한 억압적 예방적 기능은
형법의
본질적 기능이 될 수 없다고 한다.(주2: 정성근, 36면; 정영석,
19면) 그러나
형벌의 기능을 형법의 기능에서 제외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여기서는 형법의 본질적 기능으로서 보호적 기능과 보증적 기능
및 사회
보장적 기능을 들고자 한다.
1. 보호적 기능
형법은 사회질서의 기본 가치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를
형법의
보호적 기능(Schutzfunktion)이라고 한다.
(1) 법익 보호와 사회 윤리적 행위 가치의 보호: 형법의
보호적 기능은
법익의 보호(Rechtsguterschutz)와 사회 윤리적 행위
가치(Sozialethische
Handlungs-werte)의 보호를 내용으로 한다.
1) 법익의 보호: 형법은 법익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다.
법익의 보호는
보호적 기능의 핵심이며, 종래 보호적 기능은 바로 법익 보호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주3: 유기천, 5면; 정영석, 20면; 진계호,
27면) 즉 형법은
인간의 공동생활에 있어서 불가결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벌이라는
보호 수단을 발동한다. 이러한 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가치를
법익이라고
한다. 형법이 보호하는 법익에는 개인적 법익과 사회적 법익 및
국가적
법익이 있다.
2) 사회 윤리적 행위 가치의 보호: 형법은 법익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위의 성질도 형법적 가치판단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형법의
보호적 기능은 사회 윤리적 행위 가치의 보호를 포함한다.(주4:
김일수,
43면; 이형국, 28면) 법익의 보호가 결과에 대한 것이라면 행위
가치의
보호는 행위의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의하여 범죄는 법익
침해와
의무 위반(Pflichtverletzung)의 성질을 가지고, 불법도 또한
결과 불법뿐만
아니라 행위 불법을 포함하게 된다.
(2) 형법과 보충성의 원칙: 형법이 어떤 법익을 보호할
것인가는 사회
윤리적 가치관 (Sozialethische Wertvorstellungen)을 기초로 한
형사 정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형법은 사회생활에 불가결한
법익을 보호하는
것이 형법 이외의 다른 수단에 의해서는 불가능한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적용될 것을 요구한다. @p7이를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주1: Baumann-Weber, S. 29; Maurach-Zipf, S. 24;
Wessel, S. 2;
Arthur Kaufmann, 'Subsidiarit^345^tsprinzip und Strafrecht',
Henkel-FS
S. 102)
형법이 가지는 가지는 보호의 수단이 다른 법률의 그것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형법의 보충성을 부정하는 견해(주2: 유기천,
7면; 진계호,
27면)도 있다. 그러나 형벌 또는 보안 처분은 다른 법률의
수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법률효과이며, 형법의 지나친 확대의 금지가
형사 정책의
영원한 요청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이 바로
비범죄화 (Entkriminalisierung)의 요청이다. 이는 형법의
기능을 사회 존립에
불가결한 사회적 기능의 보호에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비범죄화의
요청은 다원적 가치관을 인정하는 민주 사회에서는 형법의
기능이 헌법
질서가 보장하는 시민의 자유로운 생활에 필요한 전제를
보호하는 데
제한되어야 하고, 국가가 형벌을 수단으로 특정한 종교적,
도덕적 가치관을
강제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생활의 유지에 없어서는 안되는
기능이 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없다는 형법의 탈 윤리화를 요구하게
된다.(주3:
Budolphi, SK Vor *1 Rn. 1; Maihofer, Die deutsche
Strafrechsreform, S.
79; Vogler, 'M^246^glichkeiten und Wege einer
Entkriminalisierung',
ZStW 90, 139)
2. 보장적 기능
형법은 보장적 기능을 가진다. 형법의 보장적 기능이란 형법이
국가의
형벌권의 한계를 명백히 하여 자의적인 형벌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기능을 말한다.
형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보장적 기능을 가진다. 즉 형법은
일반 국민에
대하여는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범죄 이외에는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범죄자로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국민에게 무한한
행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형법은 또한 범죄인에 대하여도
범죄인은
처벌받아야 하지만 형법에 정해진 형벌의 범위에서만 처벌되고
형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법률효과에 의한 전단적인 처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보장적 기능을 가진다. 형법을 범죄인의 마그나
카르타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사회 보장적 기능
형법은 사회에서의 인간의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인간의 공동생활은 사회질서 내지 법질서 유지를 전제로 한다.
@p8형법은
형벌 또는 보안 처분이라는 수단에 의하여 국가나 사회의 질서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를 사회
보호적 기능(Schutz der Gesell-schaft)이라고 할 수 있다.
형법은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인
형벌을 통하여
범죄에 대한 억압적 기능(repressive Funkion)을 수행한다. 이를
형법의
일반 예방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형법은 범죄의 예방이라는
일반
예방적 기능 이외에도 범죄인에게 법을 존중하고 질서에의 길로
복귀하도록
하여 범죄인의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특별 예방의 기능을
가진다. 현대
형법은 특별 예방 사상에 기초를 두고 범죄인의 사회 복귀에
의하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하여 보안처분을 도입하였으며, 이에 의하여 형법의
사회
보호적 기능은 더욱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 보호법에
의하여 보안
처분이 도입된 것도 위험성을 개선하여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h:제2절 죄형법정주의@e
I. 죄형 법정주의의 의의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 (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lege)는 근대 형법의 기본 원리를 죄형 법정주의라고 한다. 어떤
행위가
범죄로 되고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떤 처벌을 할 것인가는 미리
성문의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죄형
법정주의에 의하여
국가는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도 법률이 이를
범죄로
규정하지 아니하는 한 벌할 수 없고, 또 그 범죄에 관하여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는 형벌을 과할 수 없게 된다. 죄형 법정주의는 국가
형벌권의
확장과 자의적 행사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형법의
최고
권리(oberster Grundsatz des strafrechts)이며(주1: Jagusch,
LK 8. Aufl. S.
53. Liszt는 이러한 의미에서 죄형 법정주의를 '범죄인의 마그나
카르타'라고
하였다.(Liszt, Aufs^345^tze und Vortr^345^ge, Bd. 2 S. 80),
형법의 보장적
기능도 이에 의하여 비로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형벌권은 다른 어느 분야와 비교할 수 없이 국민의 자유를
강력히 제한할
수 있는 국가의 권력 수단이다. @p9국가는 이에 의하여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고, 그 자유를 무기에 이르기 까지 제한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강력한 국가 형벌권의 행사가 무제한하게 허용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형벌권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죄형 법정주의이다. 헌법 제12조 1항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 처분 또는
강제
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제13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죄형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1조 1항이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형법의 기본
원리로서의
죄형 법정주의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주1: 김일수,
66면; 유기천,
43면; 정영석, 70면; 황산덕, 24면. 다만 강구진 교수는 이를
형법의 시간적
적용 범위에 관한 규정이지 죄형 법정주의를 선언한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강구진, '죄형 법정주의와 적정 절차의 원칙' (고시 연구,
1983. 5), 26면)
II. 죄형 법정주의의 연혁과 사상적 기초
1. 죄형 법정주의의 연혁
죄형 법정주의는 라틴어인 'nulla poena(nullum crimen) sine
lege'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1801년 독일의 Feuerbach에
의하여
처음으로 사용된 것이며, 죄형 법정주의가 로마법에서 인정된
원칙은
아니다. 구성 요건의 개념이 없었던 로마의 의사 형법하에서
죄형
법정주의가 인정될 여지는 없었으며 소급에 의한 처벌도
허용되었다.(주2:
Stratenwerth, S. 41; Welzel, S. 20)
죄형 법정주의의 시원은 1215년 영국의 Magna Charta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대헌장 제39조는 '어떠한 자유인도
동등한 신분을
가진 자의 적법한 재판이나 국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금되지
아니하며, 재산을 빼앗기거나 법적 보호를 박탈당하지 아니하고,
추방 또는
훼멸되지 아니하며, 폭력이 가해지거나 투옥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Magna Charta의 정신이 17, 18세기에 이르러 자연법 사상과
결부되어
영국에 있어서의 due process of law와 죄형 법정주의의 사상적
기원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Magna Chrta 자체는 절차적 보장에
불과하고 죄형
법정주의의 실체법적 보장을 선언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받고
있다.(주3:
Jescheck, S. 117)
@p10 죄형 법정주의는 근대 계몽주의의 영향 아래 18세기에
제정된 미국
헌법과 프랑스 인권선언에 의하여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1776년 미국의
버지니아 권리 선언 제8조가 '누구든지 국법 또는 재판에 의하지
않고는
자유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 이래, 1787년의 미합중국
헌법
제1조9항이 '어떤 형사 사후법도 제정되어서는 아니한다'라고
선언함에
의하여 죄형법정주의와 그 중요한 파생원리인
형사사후입법금지의 원칙이
확립됨에 이르렀다. 그 후 미국에서는 1791년의 미합중국 헌법
수정
제5조가 법의 적정절차를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하였고, 1794년의
프로이센
일반란트법에 의하여 유추 해석금지의 원칙이 확립되었다. 이
죄형
법정주의의 원칙이 1810년 나폴레옹 형법(code penal) 제4조에
규정되어
형식적 법치국가사상의 승리와 함께 유럽 각국에 파급되었으며,
현재 세계
각국의 헌법 또는 형법에 규정됨으로써 형법의 기본원리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
2. 죄형법정주의의 사상적 기초
죄형 법정주의는 형법학의 산물이 아니라 전체적 형사사법에
대한
반동으로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정치적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근세 자연권적 인권사상 내지 계몽주의 국법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상적 기초는 모든 사람의 자연적이고 불가침한
자유권을
보장하고 시민을 위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모든
사람을 구속하는 이성을 법률에 규정하고, 국가적
자의(Staatswillk^1256^r)를 이성에 반하는 장애로서 제거해야
한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주1: Jescheck, S. 118; Tr^246^ndle. LK *1 Rn.
3) 이러한
계몽주의 사상의 대표적인 학자가 몽테스키외(Montesquieu)라고
한다면.
형벌의 목적과 관련하여 죄형 법정주의의 법리적 기초를 제공한
것은
Feuerbach의 공헌이다.
(1) Montesquieu의 '법의 정신'과 죄형법정주의: 몽테스키외는
그의 저서
'법의 정신'을 통하여 국가권력의 전단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는 국가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의 세 가지 국가
기능으로
분류하고 이를 각각 독립한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분장하게 해야
한다는 3권
분립의 이론을 주장하였다. @p11(주1: Montesquieu는 '법의
정신'에서 '모든
권력을 가진자는 그것을 남용하기 쉽다. 그는 극한까지 그
권력을 행사한다.
권력의 남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권력을
억제하도록
하여야 한다', '국가에는 3종의 권력이 있다. 입법권, 집행권 및
재판권이
그것이다'. '동일한 인간 또는 동일한 집정관에게 입법권,
집행권이
주어지면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재판권이 입법권 및 집행권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아도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재판권이 입법권과 결합하면
시민의 생명
및 자유에 대한 권리는 자의적이며, 재판권이 집행권에 결합하면
재판권은
압제자의 힘을 가진다'고 하였다.(Montesquieu, '법의 정신',
'신상초 역',
159-61면) 그런데 3권 가운데 사법권은 '무'이고 단순히 '법률을
적용하는
기계'에 불과하며(주2: Montesquieu, 전게서, 164면), 법관은
'법을 말하는
입, 그 힘이나 엄격함을 완화할 수 없는 무생물'에 지나지
아니한다.(주3:
Montesquieu, 전게서, 167면) 이와 같이 사법권은 입법기관이
제정한
법률을 적용하는 데 지나지 아니하므로 형사재판에 있어서는
범죄와 형벌의
관계가 미리 법률에 엄격히 규정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고,
여기에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 이론이 죄형 법정주의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이유가 있다.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의 이론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3권을 분리하여야 하고, 어떤 범죄가 처벌되는가는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죄형 법정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적 사상의 기초를 제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2) Feuerbach의 심리 강제설과 죄형 법정주의: Feuerbach는
형벌의
목적이 일반 예방에 있다는 입장에서 심리 강제설(die Theorie
psychologischen Zwangs)을 주장하였다. 즉 그는 언제나
냉철하게 계산하는
이성을 가지고 이익과 불이익을 비교하여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를 회피하는
합리적 인간상을 전제로 하여 형벌 이론을 전개하였다.
Feuerbach는 여기서
형벌의 목적은 범죄를 방지하는 데 있지만 이는 일반 국민에게
범죄를
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쾌락보다는 범죄에 대하여 과하여지는
불쾌의 고통이
더욱 크다는 것을 알게 하는 심리적 강제에 의하여만 달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심리적 강제는 형벌을 법전에 규정하여 두고 이를
집행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얻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Feuerbacg의
심리강제설은
그 당연한 귀결로서 무엇이 범죄이고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떤
형벌이
과하여지는가를 법률에 정할 것을 요청하며, '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lige'는 형법의 최고원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p12 III. 죄형 법정주의의 현대적 의의
1. 죄형 법정주의의 가치
죄형 법정주의는 민주주의적 권력분립 이론과 형벌 이론의로의
심리
강제설을 사상적 기초로 하여 형성된 원칙이었다. 그러나
권력분립
이론이나 심리 강제설은 그 자체가 결함을 가지고 있는
이론이다. 죄형
법정주의가 민주주의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기관만 형법을 제정할
수 있고,
법관은 이러한 형법을 적용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민주주의사상에 중점을
두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권력분립이론은 개인의 자유의
보호에 중점을
둔 나머지 사회의 이익을 소홀히 하고, 범죄의 격증이라는
새로운 사태에
대비한 유효한 사회방위의 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주1:
김기두, '죄형
법정주의' (형사법 강좌 I), 43면; 이용훈(8인 공저), 73면)
이론적인 면에
있어서도 사법권은 무이며 법관은 법을 적용하는 무생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성문법의 완전 무결성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법률
해석을, 법률
해석을 불허하는 개념 법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주2:
유기천, 48면)
이는 또한 죄형 법정주의의 내용이 되는 형벌 불소급의 원칙,
유추 해석
금지의 원칙 및 관습 형법의 배제가 이를 근거로하는 처벌이나
형의 가중에
대하여만 적용되느냐도 설명하지 못한다.(주3: Rudolphi, SK *1
Rn 2) 한편
심리 강제설도 형벌의 본질을 일반 예방에만 둔 과오를 범하였을
뿐
아니라, 인간을 합리적 타산의 동물로만 보고 충동에 의하여
행동하는
범죄인을 보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한다.(주4: 유기천,
49면;
이용훈, 73면; 김기두, 전게논문, 43면)
19세기 말부터 급격한 산업의 발전과 도시화에 따라 실업자가
범람하고
범죄가 급증하게 되자, 합목적적 범죄 대책을 주장하면서 형벌의
개별화와
탄력화에 의한 사회 방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근대학파 내지
신파 사상의
등장으로 죄형 법정주의도 폐지 내지 완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하여 1926년 소련 형법 제16조는 '공산주의 혁명의
목적상
사회에
위험한 행위는 실정법을 떠나서 처단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었다. 1935년
독일 형법 제2조도 '건전한 국민감정(gesundes
Volksempfinden)에 반하는
행위는 법률의 규정이 없어도 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죄형
법정주의를
정면에서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p13그러나 국가 권력 특히
형벌권 행사의
자의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데 이바지한 죄형
법정주의의
역사적 의의는 결코 경시할 수 없다. 죄형 법정주의는
권력분립이나
심리강제설을 초월하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형법해석의 지도원리로 가능하는 것이다. (주1: 정영석, 53면,
59면; 황산덕,
24면; 강구진, 전게논문, 24면; 김기두, 전제논문, 43면) 죄형
법정주의를
부정하였던 독일과 소련 형법이 각각 1946년과 1958년의 형법
개정을
통하여 죄형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확인한 이유도 여기데 있다.
2. 죄형 법정주의와 법치 국가 원리
현대적 의미의 죄형 법정주의는 법치 국가
원리(Rechtsstaatsprinzip)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주2: Jedcheck, S. 118; Maurachp-Zipf, Bd.
1. S. 118;
Rudolphi, SK *1 Rn. 2; Tr^246^ndle, LK Rn. 9) 즉 죄형
법정주의는
범죄인의 마그나 카르타로서 국가의 자의적인 형벌권의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형법에 의한 개인의 자유와 재산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그 구성 요건의 범위와 법적 결과를 행위 이전의 법률에
규정하여 법적
안정성과 법의 예측 가능성(Vorausberechenbarkeit)을
담보함으로써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죄형
법정주의는 국가의 자의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호할 뿐 아니라,
어떤
행위가 처벌되느냐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담보함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을 가지게 된다.
죄형 법정주의를 법치 국가 원리의 파생 원리로 이해할 때
죄형
법정주의는 새로운 내용을 가지게 된다. 법치국가 원리는 법적
안정성을
요구하는 형식적 법치국가 원리와 함께 실질적 법치국가 원리에
의하여 그
내용이 실질적 정의(materielle Gerechtigkeit)에 합치될 것을
요하기
때문이다.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 없다'는 의미에서의
죄형
법정주의는'법률만 있으면 범죄 있고 형벌 있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내용의 법률이라도 있으면 범죄 있고 형벌 있다'는
의미에서의 죄형 법정주의는 실질적 법치국가 원리에 반한다.
현대적 의미의 죄형
법정주의는 단순히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 없다'는 원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실질적 정의에 합치하는 '적정한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 없다'는 원칙을 의미하게 된다. (주3: 강구진,
전게논문, 23면;
심재우, '죄형 법정주의의 현대적 의의'(고시계, 1978. 1),
12면; 이형국,
'죄형 법정주의의 연원'(고시 연구, 1981. 12), 87면) '불법
없으면 형벌
없다'(Keine Strafe ohne Unrecht), @p14'필요 없으면 형벌
없다'(Keine Strafe ohne
Notwendigkeit),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Keine Strafe ohne
Schuld)라는
명제는 모두 이를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대적 의미의 죄형
법정주의는
법관의 자의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호할 뿐 아니라. 입법권의
자의로부터도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IV. 죄형 법정주의의 내용
죄형 법정주의는 일반적으로 #1 법률주의 또는 관습 형법
금지의
원칙(lex scripta), #2 소급효 금지의 원칙(lex praevia), #3
명확성의
원칙(lex certa), #4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lex stricta)을
내용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외에 실질적 법치국가 원리로서의 #5
적정성의
원칙도 죄형 법정주의의 내용이 된다.
1. 법률주의
(1) 법률주의 의의: 범죄와 형벌은 성문의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서 법률이란 국회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한다. 따라서 명령이나 법칙에 의하여 범죄와 형벌을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법률이 형벌만을 규정하고 구성 요건의 세부 사항을
명령에
위임한 백지 형법(Blankettstrafgesetz)이나 법칙의 제정을 명령
또는 조례에
위임하는 것(예컨대 지방자치법 제15조, 제20조)까지 금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다만 이러한 때에도 위임 내지 수권의 범위가 법률에
명백히
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률이 어떤 규범적인 작위 또는 부작위 의무를
부과하거나
금지하지 않는 경우에 세부 사항을 규정한 명령에 위배하였다고
하여도
이를 근거로 처벌할 수는 없게 된다. (주1: 대법원 19898. 8, 88
도
1161(공보 89, 1396))
법률주의(Gesetzlichkeitsprinzip)는 형법 규범은 국민 의사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입법 절차에 따라 제정되어야 한다는 대의 민주주의
사상에 그
근거가 있다.(주2: Jescheck, S. 120)
(2) 관습 형법 금지의 원칙
1) 관습 형법 금지의 원칙의 의의: 법률 주의는 관습 형법의
금지(Verbot
des Gewohnheitsrechts)를 그 내용으로 한다.@p15 관습법이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일반적으로 법으로
인정되어 온
법사회에서의 습관을 의미한다. 관습법은 성뮨으로 제정된 법이
아니므로
그 내용과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범죄와 형벌의 관계가
명시되어야
한다는 죄형 법정주의에 배치된다.
2) 관습 형법 금지의 원칙의 적용 범위: 관습 형법 금지의
원칙은
처벌하거나 형을 가중하는 관습법 (strafbergr^1256^ndendes od.
strafsch^345^rfendes Gewohnheitsrecht)의 금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관습법을 근거로 새로운 구성 요건을 만들거나 기존의 구성
요건을 가중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성문의 형법 규정을 관습법에 의하여 폐지하거나 관습법에
의하여 구성
요건을 축소하거나 형을 감경하는 것은 관습 형법 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관습법에 의한 책임 조각 사유, 인적 처벌 조작
사유 는 물론
관습법에 의한 위법성 조각 사유의 존재도 인정된다. 관습법에
의한 위법성
조작 사유는 실제상으로는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관습법에 의한 징계권의 행사도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된다.(주1: BGHSt. 11, 241)
3) 보충적 관습법: 관습 형법 금지의 원칙은 관습법이 직접
형법의
법원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에 불과하며, 관습법이 형법의
해석에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관습법은
간접적으로는 형법의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보충적
관습법(erg^345^nzendes Gewohnheitsrecht)이라고 한다. 예컨대
부진정
부작위범의 보증인 지위,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대한
책임의 근거,
위법성의 판단은 물론 각칙상 구성 요건의 해석에 있어서도
관습법은
해석의 자료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관습법에 의한
해석이 법적
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성문의 법규정에 의하여
정해진
범위에서 그 규정에 내재하는 의미를 해석하는 데 그쳐야
한다.(주2:
Rudolphi, SK Rn. 18; Sch-Sch-Eser, *1 Rn. 10; Tr^246^ndle,
LK *1 Rn.
27)
2. 소급효 금지의 원칙
(1)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의의: 범죄와 형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일반 원리이다.
이와 같이
형벌 법규는 그 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시행
이전의 행위에까지 소급하여 적용될 수 없다는 원칙을 소급효
금지의
원칙(R^1256^ckwirkungsverbot)이라고 한다. @p16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법적 안정성과 법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는 법치국가
원리에 그
근거가 있다.(주1: Jescheck, S. 123; Rudolphi, SK Rn. 7;
Schmidh^345^user, S. 30) 즉 행위시에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신뢰한
행위자를 처벌하거나 그가 예측한 것보다 불이익한 처벌을
하여서는 법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신뢰와 국민의 행동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법치 국가적 근거 이외에도 소급하여 과하여진 형벌은 책임과
결부된
정당한 형벌이 아니고 예방적 효과도 가질 수 없다는 형벌의
무의미성(Sinnlosigkeit)에서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형사 정책적
근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주2: Eser, I, S. 38; Maurach-Zipf, S.
151;
Sch-Sch-Eser, *2 Rn. 1)
(2)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적용 범위
1) 사후 입법에 의한 처벌의 금지: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사후
입법에
의한 법률의 소급효를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판례의
변경으로
인한 소급 처벌은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판례의
변경으로 인한 소급 처벌은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법률의 착오가 정당한 이유 있는 때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게 됨을 주의하여야 한다.
소급효 금지의 원칙도 행위자에게 불이익한 소급효를 금지하는
데 의의가
있다. 따라서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사후 입법에 의하여 새로운
구성
요건을 제정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구성 요건에 새로운 행위를
포함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즉 행위시에 죄가 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사후
입법에
의하여 처벌받지 아니한다.(주3: 대법원 1966. 10. 10, 66 도
1176(총람 형법
1-25) 사후 입법에 의한 처벌은 각칙상의 구성 요건을 신설 또는
개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총칙 규정을 개정하여 처벌의 범위를 확장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2) 형벌과 보안 처분: 형벌에 대하여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즉 형을 가중하거나 새로운 형을 병과한
법률은 그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것이 자유형이든
벌금형이든 (주4: 따라서 벌금등 임시 조치법에 의하여 법금액이
많아진
때에도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다. 대법원
1960. 11. 16,
4293 형상 445(총람 형법 1-22), 주형이든 부가형이든 묻지
아니한다.
문제는 보안 처분에 대하여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 적용이
적용되느냐에
있다.
독일 형법 제2조 6항은 '보안 처분에 관하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때에는 판결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다수설은
보안 처분에 대하여는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주1: Eser, I, S. 41; Jescheck, S. 124; Maurach-Zipf,
S. 157;
Sch-Sch-Eser, *2 Rn. 42; Wessels, S. 10) @p17보안 처분은
과거의
불법에 대한 책임에 기초하고 있는 제재가 아니라 장래의
위험성으로부터
행위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조치이므로
어떤
조치가 합목적적인가는 행위 이전에 규정되어 있을 필요가 없고
판결시에
결정되면 족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한다.
보안 처분도 범죄에 대한 제재이며(사회 보호법 제5조,
제8조), 자유
제한의 정도에 있어서 형벌 못지 않은 효과가 있으므로 보안
처분에 대하여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면 형벌 불소급의 원칙의
의의는
상실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 원칙은 보안 처분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주2: Rudolphi, SK *2 Rn. 18; Stratenwerth,
S. 43;
Tr^246^ndle, LK *2 Rn. 54) 사회 보호법도 보안 처분에 대하여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주3: 대법원
1982. 2. 9, 81
감도 78(감호 사건 판례집 15); 대법원 1982. 10. 26, 82 감도
2244(감호
사건 판례집 24-1))
3) 소송법 규정: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실체법인 형법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원칙이다. 따라서 절차법인 형사 소송법에 대하여는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헌법 제13조 1항이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1조 1항이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하고 있는 이상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한 실질적 의미의 형법에 대하여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송법 규정이 범죄의 가능성과 관계된 때에도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느냐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친고죄를
비친고죄로 개정하는 경우와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독일의 통설 (주4: Eser, I, S. 40; Maurach-Zipf, S. 152;
Rudolphi, SK *1
Rn. 10; Schmidh^345^user, S. 31; Stratenwerth, S. 43;
Wessels, S. 10) 과
판례는 이러한 경우도 절차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므로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이에 대하여 소송법
규정이라
할지라도 범죄의 가벌성과 처벌 필요성에 관련된 때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소수설 (주5: Jescheck, S. 125; Welzel, S.
24) 도 있다.
생각건대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담보로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그 근거가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예측과 신뢰는 @p18어떤 행위가 처벌되느냐 또 어떤 형으로 처벌
받느냐에
대한 것이지 그 절차에 관한 것은 아니므로 소송법적 규정에
대하여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친고죄를 비친고죄로 개정하거나 공소시효를 연장한
때에 신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신법의 시행 이전에 이미 고소기간이 도과하였거나 공소
시효가
완성된 때에는 이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3. 명확성의 원칙
(1) 명확성의 원칙의 의의 형법은 그 구성요건과 법적 결과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할 때에는
형벌법규의 해석에 대한 법관의 자의가 허용되어 소급효금지의
원칙은
형법의 법률 명확성의 요구(das Gebot der Gesetzesbestimmtheit
des
Strafrechts)에 의하여 보완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명확성의칙
(Bestimmtheitsgrundsatz)은 법률에 범죄와 형벌을 가능한 한
명확하게
확정하여야 법관의 자의를 방지할 수 있고, 국민으로서도 어떤
행위가
형법에서 금지되고 그 행위에 대하여 어떤 형벌이
과하여지는가를 예측하게
되어 규범의 의사 결정 효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데 그 근거가
있다.
Welzel은 죄형 법정주의에 대한 진지한 위험은 유추 해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명확한 형법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주1:
Welzel, S.
23.) 영미에서는 불명확에 의한 무효이론(void for vagueness)이
판례에
의하여 형성되었으며, 우리 대법원도 죄형 법정주의의 내용으로
형벌
법규가 특정될 것을 요한다고 한다.(주2: 대법원 1982. 7. 13,
82 감도
262(82도 1313) (감호 사건 판례집 19),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 제1호는
보호 감호 처분의 요건되는 사실과 그 제재 내용인 보호 감호
처분의
기간을 특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죄형 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명확성의 원칙의 내용: 명확성의 원칙은 형벌 법규의
범죄와 형벌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1) 구성요건의 명확성: 명확성의 원칙은 그핵심이 구성요건에
금지된
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데 있다. 즉 구성요건은 가능한 한
명백하고
확장할 수 없는 개념을 사용하여야 하며, 국민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여야 한다. @p19
불특정되거나
내용 없는 구성 요건은 죄형 법정주의와 일치할 수 없다.
따라서 예컨대 '행실이 불량한 자', '민주주의적 사회 질서의
원칙을
침해한 자' 또는 '공공의 질서에 반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라는
구성
요건이 있는 경우에 이러한 구성 요건은 명확성이 없기 때문에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는 법률이 된다.
명확성의 원칙을 위한 이상은 물론 순수한 기술적 요소만으로
구성
요건을 기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입법 기술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법률을 고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다양한 생활과 개별적인 사건의
특수성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형법의 구성
요건에
있어서 가치 개념을 포함하는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음란 문서라는 구성 요건이 법치
국가적인
구성 요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한 BGH의 판결을
이해할 수
있다.(주1: BGHSt. 23. 40.)
구성 요건이 어느 정도 특정되어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아래의 기준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가) 예견 가능성: 명확성의 원칙은 일반인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가를
예견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한다. 여기의 예견
가능성(Vorhersehbarkeit)이란
특정한 행위가 처벌되는가가 행위 이전에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객관적인 의미로 이해하여야 한다.(주2: Eser, I, S. 36.)
헌법재판소는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주3: 헌법 재판소 1992. 9.
25 결정 89
헌가104(헌재판례집 4, 64))일본의 최고 재판소 판결도
교통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공안 조례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가에 대하여
'통상의 판단
능력을 가진 일반인이 금지된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식별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주4: 일최판
1975. 9. 10(형집
29-8, 489; 판례 백선14))독일의 연방 법원도 '일반인이 특별한
어려움이나
의문 없이 판단할 수 있는 정도'(주5: BGHSt. 18, 359(362))
또는 '국민이
그의 행위가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정도'(주6:
BGHSt. 30, 285.)이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고, 영미의
불명확에 의한 무효 이론도 평균인(average man)또는 보통의
지능을 가진
사람(man of common intelligence)에게 공정한 경고(fair
warnning)를
하였다고 볼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주1:
LaFave-Scott, Criminal
Law, p. 85.)
@p20 그러나 일반인 또는 보통인 이라는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대부분의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는 보통인이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견 가능성의 기준에 의하여는 법률이 적어도
법관에
대하여는 특정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고 할 수 있을 뿐이다.(주2:
Eser, I, S.
35.) 여기서 명확성의 원칙도 다른 기준에 의하여 보충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나) 가치판단: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사법에 대한 믿을 수
있고 확고한
기초(zuverl^345^ssige und feste Grundlage)를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주3:
Sch-Sch-Eser, *1 Rn. 18; Tr^246^ndle, LK *1 Rn. 12.)법률이
가치판단(Wertentscheidung), 즉 구체적인 보호법익 자체를
법관에게
위임한 때에는 그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법률에는 보호의 요소(Elemente des Schutzes), (주4: Jakobs,
4/28.)규범의
목표(Zielrichtung der Norm)(주5: Tr^246^ndle, LK Rn.
13.)또는 형법적
결단(strafrechtliche Entscheidung)이 표현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 (주6:
Jescheck, S. 117; Sch-Sch-Eser, Rn. 22.)그것은 법을 적용하는
기관이
다른 목적을 위하여 자의적으로 법률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주7: Jakobs, 4/24; LaFave-Scott, p. 87.)
독일의 Bayern 헌법 재판소가 공공의 질서를 해한 자를 처벌한
바이에른
법률에 대하여'공공의 질서(^246^ffentliche Ordnung)또는
공공의 안전과
질서는 국가적, 사회적 질서의 총체를 의미하며 형법의 구성
요건 요소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주8: BayVerfGH. 4(1951), II194(Eser, S. 36))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개정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가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집회 및 시위'를 주관하거나 개최한 자를 처벌한
것은 그
행위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주9:
헌법
재판소1992. 1. 28 결정 89헌가 8(헌재 판례집4, 4)
(다) 구체화의 가능성과 비례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용어의 사용이 입법 기술상 불가피한 것인가도 고려
되여야 한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구체화할 수 있는 경우에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해야 한다.(주1: Eser, I, S. 37; Sch-Sch-Eser, Rn. 20.) @p21
뿐만 아니라
위반에 대하여 과하여지는 형벌의 정도와 법의 보호와 침해
사이의 비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보호되는 법익이 민주국가에
있어서
필수적인 기본권인 때에는 그 자유를 보호하는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을 요한다.(주2: LaFave-Scott, p. 88.)
2) 제재의 명확성: 명확성의 원칙은 범죄의 결과, 즉 제재도
명확히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서 형법은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떤 형벌
또는 보안 처분을 과할 것인가도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절대적
형벌을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형사 정책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컨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징역 3년에
처한다고는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형벌은 그 종류와 범위에 의하여
특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벌에 대한 명확성의 원칙은 구성
요건의
명확성의 요구와 같이 엄격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법관에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3) 부정기형의 금지: 형벌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요청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이 부정기형이다.
부정기형(unbestimmte Verurteilung)이란 형의 선고시에
기간을 특정하지
않고 그 기간이 형의 집행 단계에서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부정기형에는
형의 장, 단기가 전혀 특정되지 아니하는 절대적 부정기형과
장기와 단기
또는 그 장기가 법정되어 있는 상대적 부정기형이 있다. 절대적
부정기형은
형법에서도 그 기간이 정하여져 있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부정기형은 형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되므로 죄형 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형벌의 명확성의 요청에 반하는 것은 절대적 부정기형에
한하며,
상대적 부정기형은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
부정기형은 형기를 수형자의 개선, 갱생의 진도에 따르게 하여
교정교육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교육사상이 지배하고 있는 소년범과
상습범에
대하여 형벌의 개별화 사상에 입각하여 널리 인정되고 있는
제도이다.
소년법은 소년형에 대하여 상대적 부정기형을 인정하고
있다.(소년법
제60조)
절대적 부정기형은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지만 보안 처분의
기간은 정기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 @p22보안 처분은 장래의 위험성에 대한
합목적적
처분이므로 위험성이 계속되는 동안 집행할 것을 요하며, 기간의
부정기를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 보호법도 치료감호의 기간에는
제한을 두지
아니하며, 보호감호에 대하여는 최장기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집행
기간의 상한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4.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1)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의 의의: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
해석의 측면에서
유추해석의 금지(Analogieverbot)를 요구한다. 아무리 형벌
법규의 내용이
명백하다 할지라도 그 해석과 적용에 관하여 자의가 허용된다면
형벌
법규의 명확성은 무의미하게 되고 자의에 의한 입법을 허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추해석(Analogie)이란 법률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 그것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사항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법률의 규정이 없는 경우를 보완하기 위한
법관에
의한 법형성 내지 법의 창조를 의미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죄형 법정주의는 새로이 형벌을
과하거나 형을
과중하는 유추해석을 금할 것을 요구한다. 즉 유추해석에 의하여
새로운
구성 요건을 만들거나 기존의 구성 요건에 대한 형을 가중할
수는 없다.
예컨대 전화를 거는 것을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거나,
법률에
규정이 없는 유사한 형벌 특히 부가형을 과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2)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의 적용 범위: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은 범죄와
그 결과에 대한 형벌 법규의 모든 요소에 대하여 적용된다. 즉
그것은
각칙상의 구성 요건뿐만 아니라 총칙 규정에 대하여도 적용되며,
형벌
법규에 규정된 불법과 책임 요소, 인적 처벌 조각 사유와 객관적
처벌 조건,
형벌뿐만 아니라 보안 처분을 포함한 모든 제재에 대하여
유추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추해석의 금지는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것이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유추해석(analogia in
bonam partem)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형벌을
감경하거나
조각하는 사유에 대한 유추해석은 허용된다. 소송법의 규정에
대하여도
원칙적으로 유추해석이 허용된다. (주1: Jescheck, S. 121;
Rudolphi, SK *1
Rn. 27; Sch-Sch-Eser, *1 Rn. 34; tr^246^ndle, LK *1 Rn. 37.)
@p23 (형법 해석의 방법)
법규범은 해석을 필요로 한다. 형법에 있어서도 해석은
허용되며 형법의
적용을 위하여는 해석을 필요로 하게 된다. 추상적인 형법은
해석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 사건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 해석의
방법에는
문리해석, 논리해석 및 목적론적 해석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문리해석: 문리해석이란 법률의 의미를 용어의 의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사기죄의 재물과 강제 집행면 탈죄의
재산은 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의미도 다르다고 하는 것이 문리해석의 방법이다.
문리해석은 형법 해석의 출발점이며, 따라서 용어의 의미는
해석의 기초인
동시에 해석의 한계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2) 논리해석: 논리해석(logisch-systematische Auslegung)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거나 특수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의 체계적 연관에
따라
논리적 의미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사기죄(제347조),
절도죄(제329조) 및 도박죄(제246조)는 모두 재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도박죄의 재물은 동산, 부동산 및 재산상의 이익을
포함하지만,
사기죄에서는 동산, 부동산을 의미하고 절도죄의 재물은
동산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로 논리해석의 결과이다.
3) 목적론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teleologische Auslegung)은
법률의 의미
내용에 상이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 그 규정의 발생사를
고려하여
의미의 목적에 따라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목적론적 해석은
다시 주관적,
역사적 해석 방법과 객관적, 목적적 해석 방법으로 나누어진다.
주관적,
역사적 해석 방법 (subjektiv-historische Auslegungsmethode)은
역사적인 입법자의
의사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제정된 법률은
고유한 생명을
가지며 입법자의 의사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Radbruch가
법률을
항구에서 닻을 올리고 출항하면 스스로 길을 찾아 바다 위를
항해해야 하는
배와 같다고 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객관적,
목적적 해석
방법은 법규의 현재의 의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다. 목적론적
해석의
중심은 이러한 객관적, 목적적 해석 방법에 있으며, 주관적,
역사적 해석은
이를 위한 하나의 자료로서의 기능을 가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형법도 문리해석과 논리해석 및 목적론적 해석의 세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완전한 법률 해석이 가능한 것은 법률 해석에 공통된 일반
원리라고 할 수
있다.(주1: 유기천, 30면)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목적론적
해석은 법률
해석의 왕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주2:
Jescheck, S. 138; Maurach-Zipf, S. 127; Rudolphi, SK *1 Rn.
32;
Schmidh^345^user, S. 37; Sch-Sch-Eser, Rn. 43; Wessels. S.
11.) 법률은
죽어 있는 활자가 아니라 생활 관계와 함께 발전하고 의미 있게
적용해
나가는 살아서 발전하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4 (3) 해석과 유추의 한계: 죄형 법정주의에 의하여
금지되는
유추해석과 허용되는 법률 해석의 한계가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다. 현재
확장해석은 허용되지만 유추해석은 금지된다는 것이 우리 나라의
확립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주1: 유기천, 48면; 이용훈, 75면;
57면; 정영석,
57면; 배종대, 134면; 강구진, 전제논문, 111면) 그러나
확장해석의 개념은
반드시 명백한 것이 아니다.(주2: 확장해석의 예로는 강도죄의
폭행에는
마취약을 먹게 한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확장해석이 아니라 정당한 해석이라고
해야 한다.)
확장해석은 제한 해석에 대한 개념이지만 이러한 분류는 법률
해석의
방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형벌 법규는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확장해석도 형법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주3: 대법원 1978. 9.
26, 75 도
3255(공보 597-11096); 대법원 1991. 4. 23, 90 도 1287(공보
91, 1549)
그러므로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는가 아닌가는 정당한 해석이냐
유추해석이냐의 구별 문제이지 확장해석인가 유추해석인가의
구별 문제는
아니라고 하겠다. 유추해석을 해석이 아닌 법의 창조라고 한다면
그것은
해석과 유추의 구별에 관한 문제이다.
법률은 언어에 의하여만 표현될 수 있다. 따라서 언어는
해석의 자료일
뿐 아니라 언어의 가능한 의미는 법률 해석의 한계가 되어야
한다.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 해석은 국민의 법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석에 의하여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자유로운
법창조이며
유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
법해석은 입법이
해결하여야 할 사항이며, 형법 해석학이 담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주4: Eser, I, S. 42; Rudolphi, SK *1 Rn. 35;
Sch-Sch-Eser,
Rn. 55.)
이에 대하여 언어의 가능한 의미가 명백하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법률의
기본 사항에 따라 허용되는 한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거나(주5:
Stratenwerth, S. 49-50) 또는 법률 규정의 결함이 있을 때에는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도외시할 수 있다는 견해(주6: Jescheck, S.
142)도 있으나,
앞의 견해는 해석의 한계에 대한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후자는
형법의 해석과 입법론을 혼동한 것이라고 하겠다.
요컨대 형벌 법규의 명확성과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법치
국가적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 법률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p25 이러한 의미에서 gasolin car를 기차에 포함한다고 하는
일본의
판례(주1: 일본판 1940. 8. 22)나 화물 자동차를 마차에
해당한다고 한
BGH의 판례(주2: BGHSt. 10, 375.)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5. 적정성의 원칙
(1) 적정성의 원칙의 의의: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는 고전적
의미의 죄형 법정주의는 형식적으로 범죄와 형벌을 법률에
규정하여 인권을
보장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 의미의 죄형
법정주의는
법률의 실질적 내용을 문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가 법률
없이
형벌권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내용의 법률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즉 국가에 의하여 자행되는 법률적
불법(주3:
Radbruch, Rechtsphilosophie, S. 347.)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죄형 법정주의에 의하여
형법의
보장적 기능을 다하기 위하여는 법률의 내용이 정당한 국가의
이상형에
일치하는 적정한 내용이 될 것을 요한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전체적 가치 체계의 근본 규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죄와
형벌을 규정하는
법률의 내용은 이러한 헌법의 가치 체계와 일치하여야 하며,
내용이 적정한
법률이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원칙이 실질적 정의의
요청으로서
죄형 법정주의의 내용이 되지 않을 수 없다.(주4: 강구진,
전게논문, 31면;
심재우 '프랑스 인권선언에 규정된 형사법의 원칙 규범'(현대
형사법론),
26면) 이러한 실질적 의미의 죄형 법정주의가 보장되지 않을
때에는 죄형
법정주의는 그 의의를 상실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주5:
박상기,
36면은 방법의 적합성돠 필요성 및 법익의 비례성 원칙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과잉 금지의 원칙을 들고 있다.)
(2) 적정성의 원칙의 내용: 형벌 법규 내용의 적정성의 원칙은
형벌 법규
적용의 필요성과 죄형의 균형을 그 내용으로 한다.
1) 형벌 법규 적용의 필요성: 형법은 사회에서의 인간의
공동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결한 침해에 제한되어야만 한다. 즉 국가는
형법을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사회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여야
한다. '필요 없으면 형벌 없다'(Keine Strafe ohne
Notwendigkeit),@p26
'불법 없으면 형벌 없다'(Keine Strafe ohne Unrecht)란 명제가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실질적 의미에서의 범죄를 사회적 유해성에 있다고 한다면
사회적
유해성은 범죄와 형벌을 정하는 법률 내용의 한계가 되어야
하며, 따라서
형벌 규범이 사회와 개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본질적인
필요성이 있을
때에만 적용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하겠다.(주1:
Jescheck, S. 22; Maurach-Zipf, S. 162; Schmidh^345^user, S.
38.) 어떤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정치적, 개인적인
가치판단이나 감정에
의하여 감상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보호의
불가결한
필요성에 대한 적정한 교량과 보편 타당한 인식에 기초를 두지
않으면
안된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은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
일처주의의 혼인 제도의 유지 및 가족 생활의 보장을 위하여서나
부부간의
성적 성실 의무의 수호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사회적
해악의 사전 예방을 위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주2: 헌법재판소 1990. 9. 10 결정 89 헌마 82(헌재
판례집 2,
306))
2) 죄형의 균형: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을 요구하는 헌법
질서는
형벌 법규의 내용에 의하여 실질적 정의가 실현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형벌 법규의 내용에 있어서 범죄와 형벌 사이에는 적정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며, 잔학한 형벌을 금지하여야 한다. 범죄에
대하여 균형이
유지되지 아니한 형벌은 죄형 법정주의에 반한다. 예컨대
절도죄에 대하여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을 과하였다면 그러한 형벌은 죄형의
균형이
유지되었다고 할 수 없다. 형벌은 또한 책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책임
없는 형벌은 죄형 법정주의와 일치할 수 없는 가혹한 보복에
지나지
않는다.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라는 명제가 실질적 죄형
법정주의의
내용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 5조의 3
제 2항 제
1호가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 피해자를 치사하고 도주하거나 도주한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살인죄의 경우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하고 가혹한 법정형을 규정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주3: 헌법재판소 1992. 4. 28 결정 90
헌마 24(헌재
판례집 4, 225))
@p27 제3절 형법의 적용범위 @t:제3절 형법적용@e
I. 시간적 적용 범위
1. 서론
(1) 행위시법주의와 재판시법주위: 형법이 어느 때를 표준으로
하여
적용되는가, 즉 어느 때에 행한 범죄에 대하여 형법이
적용되는가의 문제를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라고 한다. 형법도 시행된 때부터 폐지될
때까지
효력을 갖는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문제는 행위시와 재판시의
형벌
법규에 변경이 있는 때이다. 이 경우에 재판시법(신법)을
적용한다면 신법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되며, 행위시법(구법)을 적용할 때에는
구법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형법의 시간적 적용 범위에
관하여도 행위
시법(구법)주의와 재판 시법(신법)주의가 대립될 수 있다. 형법
이외에
법률에는 일반적으로 신법주의가 원칙이 되고 있다. 신법이 보다
진보적인
법률이기 때문이다.(주1: Baumann-Weber, S. 85.) 그러나 형법은
제1조 1항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행위시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다만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행위시법주의와 재판시법주의의
대립은 신,
구법의 형의 경중에 변경이 없는 경우에만 문제되므로 사실상
무의미한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 행위시법주의에 의하여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때에는
신법을 적용해야 하고, (주2: 정성근, 65면; 정영석, 63면;
진계호, 76면.)
재판시법주의 또한 소급효금지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주3:
유기천, 38면.)
(2) 시간적 적용범위의 문제: 형법의 시간적 적용 범위에
관하여는
#1행위시에 처벌 법규가 없던 것이 후에 범죄로 규정된 경우,
#2행위시에
있던 처벌 법규가 후에 폐지된 경우, #3 행위시와 재판시의 처벌
법규에
형의 경중에 변경이 있는 경우라는 세 가지 경우가 특히
문제된다.
@p28 2. 소급효 금지의 원칙
행위시에 처벌 법규가 없던 것을 사후 입법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이 죄형
법정주의의 내용인 소급효 금지의
원칙(R^1256^ckwirkungsverbot)에
위배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다. 형법 제1조 1항은
행위시법주의와 함께 이러한 소급효 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사후 입법에 의한
처벌뿐만
아니라 사후 입법에 의한 형의 가중(r^1256^ckwirkende
Versch^345^rfung)에 대하여도 적용된다.(주1: Baumann-Weber,
S. 85;
Dreher-Tr^246^ndle, *1 Rn. 11a; Jescheck, S. 123; Rudolphi,
SK *2 Rn. 1;
Sch-Sch-Eser, *2 Rn. 3.) 따라서 행위시에 범죄가 아닌 것을
사후 입법에
의하여 범죄로 하거나, 그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 선법이 적용될
수는 없다.
3. 행위시법주의 예외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행위자를 위한 보호
규범(Schutznorm)이다. 따라서
신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 신법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형의 경중에 변화가 있는
때에 경한
법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경한 법 소급의
원칙(R^1256^ckwirkungsgebot
bei Gesetzmilderung)또는 경한 법 우선의 원칙(Vorrang des
mildesten
Gesetzes)이 등장하게 된다.(주2: Baumann-Weber, S. 88;
Jescheck, S. 125;
Maurach-Zipf, S. 155; Rudolphi, SK *2 Rn. 5; Sch-Sch-Eser,
*2 Rn. 16;
Tr^246^ndle, LK *2 Rn. 29.) 이 원칙은 신법의 형이 경한
때뿐만 아니라
처벌 법규가 없어진 때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형법 제 1 조 2
항은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326조 4호는 이에 따라 범죄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는
면소 판결을 하도록 하고 있다.
* 신법적용의 요건
신법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범죄 후 법령의 변경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할 것을 요한다.
1) 범죄 후의 법령 변경: 법령의 변경은 범죄 후에 있어야
한다. 여기서
범죄 후란 행위 종료 후를 의미하며, 결과 발생은 포함하지
않는다 (주3:
유기천, 40면; 이형국, 78면; 정승근, 66면; 정영석, 64면;
황산덕, 31면)
따라서 실행 행위의 도중에 법률의 변경이 있어 실행 행위가 신,
구법에
걸쳐 행하여진 때에는 실행 행위는 신법 시행시에 행하여진
것이므로
당연히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p29대법원은
포괄일죄의
경우에 부칙 제4초의 취지에 비추어 구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있으나, (주1: 대법원 1985. 7. 9, 85도 740(공보 759-1147))
그 후 전원
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신법 시행 이후의 범행이 신법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태도를
변경하였다.(주2: 대법원
1986. 7. 22 전원 합의체 판결 86도 1012(공보 784-1152),
"상습으로 사기의
범죄 행위를 되풀이한 경우에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1984. 1. 1 시행)시행 이후의 범행으로 인하여 취득한
재물의 가액이
위법 제3조 제1항 제3호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그 중
나머지
행위를 포괄시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처단하여야
한다. 형법 부칙 제4조 제1항은 '1개의 죄가 본법시행 전후에
걸쳐서
행하여진 때에는 본법시행 전에 범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부칙은 형법시행에 즈음하여 구형법과의 관계에서 그 적용
범위를
규정한 경과법으로 신, 구형법과의 관계가 아닌 다른 법과의
관계에서는 위
부칙을 적용 또는 유추 적용한 것이 아니다.")부칙 제4조는
형법과 구형법의
적용을 규정한 경과법에 불과하며, 이를 기준으로 언제나 구법이
적용된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법률은 총체적
법률상태
또는 전체로서의 법률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률뿐만 아니라
명령도
포함하며, 반드시 형법의 변경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2) 형의 경중: 신법의 형은 구법보다 경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률의
변경이 있더라도 형의 경중에 변화가 없을 때에는 구법을
적용하여야
한다.(주3: 대법원 1960. 11. 16, 4293 형상 445(총람 형법
1-22)) 형의
경중은 형법 제50조에 의하여 결정된다. 여기의 형은 법정형을
의미하며,
(주4: 대법원 1955. 7. 29, 4288 형상 166(총람 형법 1-9);
대법원 1992. 11.
13, 92도 2194(공보93, 166)) 가중, 감경할 형이 있을 때에는
가중, 감경한
형을 비교하여야 한다. (주5: 대법원 1961. 12. 28, 4293 형상
664(총람 형법
1-35)) 주형뿐만 아니라 부가형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주6:
김일수, 56면; 정성근, 67면; 진계호, 77면; 황산덕, 32면)
동일한 형종,
형기인 경우에도 신법에 경한 선택형이 있는 경우에는 신법이
경하다고
해야 하며, (주7: 대법원 1954. 10. 16, 4287 형상 43(총람 형법
1-6)) 벌금
등 임시 조치법에 의하여 벌금액이 증감된 때에도 형이 변경된
때에
해당한다.(주8: 대법원 1960. 11. 16, 4293 형상 445(supra 3))
범죄 후 여러
차례 법률이 변경되어 행위시법과 재판시법 사이에 중간 시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운데 가장 형이 경한 법률이 적용된다.(주9:
대법원 1962. 5.
17, 61 형상 76(총람 형법 1-23); 대법원 1968. 9. 17, 68 도
914(총람 형법
1-27); 대법원 1968. 12. 3, 68 도 1108(총람 형법 1-28);
대법원 1968. 12.
17, 68 도 1324(총람 형법 1-29))
형법 제1조 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4호에 의하여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 때에는 신법을 적용하여
면소
판결을 해야 한다는 원칙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이
한시법이론이다.
@p30한시법 이론이란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어 미리 폐지가
예상되어 있는
법률에 관하여는 폐지 전의 행위에 대하여 행위시법의 추급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론을 말한다.
4. 한시법
(1) 한시법의 의의
1) 협의의 한시법과 광의의 한시법: 한시법(Zeitgesetz)의
개념에 관하여는
이를 협의로 해석하는 견해와 광의로 해석하는 견해(주1:
유기천, 36면.)가
대립되고 있다. 협의의 한시법이란 형벌법규에 유효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것을 요하지 않고 그 법규의 폐지 전에 정하여지면 족하다.(주2:
Dreher-Tr^246^ndle, *2 Rn. 13a; Sch-Sch-Eser, *2 Rn. 37;
Tr^246^ndle,
LK Rn. 45.) 광의의 한시법은 협의의 한시법 이외에 법령의
내용과 목적이
일시적 사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사실상
제한되지
않을 수 없는 법령, 즉 임시법을 포함한다. 우리 나라에서
한시법이론을
인정하고 있는 견해는 대부분 한시법의 개념을 협의로 파악하고
있다.(주3:
김일수, 57면; 정성근, 70면; 정영석, 66면; 진계호, 79면;
황산덕, 33면;
박상기, 44면; 강구진,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에 관한
고찰"(형사법학의
제문제), 11면.) 그것은 #1 유효기간을 명시하고 있는
형벌법령은 유효기간
이후에도 처벌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사가 명시된 것이므로 그렇지
않은
법령과는 구별해야 하고, #2 일시적이라는 개념도 상대적
개념이므로
일시적 사정에 대응하기 위한 법령인가 아닌가의 구별이
애매하여 법적
안전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독일의
통설은 한시법의 개념을 광의로 해석하고 있다.(주4:
Baumann-Weber, S.
88; Blei, S. 49; Dreher-Tr^246^ndle, Rn. 13a; Jakobs, 4/64;
Jescheck, S.
126; Rudolphi, SK Rn. 15; Sch-Sch-Eser, Rn. 37; Tr^246^ndle,
LK Rn.
45.) 법령의 실질적 의미에 따라 한시법의 개념을 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2) 비판: 한시법이론은 형법 제1조2항의 신법주의 내지
소급효요구에
대한 예의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한시법의 개념도 형법
제1조2항의 취지를 떠나서는 무의미하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한시법의
개념도 형법 제1조 2항의 취지를 떠나서는 무의미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형법 제1조 2항은 신법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행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이므로 죄형 법정주의는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반드시 신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형법 제1조
2항이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한 것은 법규법 본질론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주1: 유기천, 37면.) @p31즉 법령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경하게
되거나 범죄로 되지 아니한 것은 그 행위에 대한 사회윤리적
평가(sozialethische Wertung)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며, 이
범위에서는
신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주2: Stratenwerth, S. 44;
Welzel, S. 25.)
따라서 형법 제1조 제2항은 행위에 대한 사회윤리적 평가가
변화되어 형이
폐지된 때에만 적용된다고 해야 한다. 대법원이 일관하여 형법
제1조 2항의
규정은 법률이념의 변천에 따라 법령이 개폐된 때에만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주3: 대법원 1984.
12. 11, 84
도 413(총람 형법 1-58; 공보 745-184), "형법 제1조 제2항의
규정은
형벌법령 제정의 이유가 된 법률이념의 변천에 따라 과거에
있어서 범죄로
본 행위에 대한 현재의 평가가 달라짐에 따라 이를 범죄로
인정한 그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개폐하였을 경우에 적용되어야 하고 이와 같이 법률이념의
변경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정세의 변천에 따라 그때 그때의 특수한 필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령을 개폐하는 경우에는 이미 그 전에 성립한
위법행위를
현재로서 관찰하여도 행위 당시의 행위로서는 가벌성이 있는
것이어서 그
법령이 개폐되었다 하여도 그에 따른 형이 폐지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모름: 대법원 1963. 1. 31, 62 도 257(총람 형법 1-16)))
한시법 이론과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처벌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사 때문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사회
윤리적
평가가 변경되지 않고 일시적 사정의 변경 때문에 법령이
개폐되었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한시법의 개념에 유효기간이 법률에
명시되어
있을 것을 요할 이유는 없고, 일시적 사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로서 사실상 유효 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법률은
한시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한시법의 개념은 광의로 파악하여야
한다. 다만
한시법은 가벌성의 근거가 일시적 사실의 소멸로 인한 경우에
제한되며,
그것이 법적 확신(Rechts^1256^berzeugung)의 변화에 기인한
것은 여기에
해당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주4: Jescheck, S. 126;
Tr^246^ndle, LK* 2
Rn. 45.)
(2) 한시법의 추급효
1) 견해의 대입: 한시법 가운데 그 유효 기간중의 위반 행위에
대하여
추급효를 인정한다는 명문의 구정을 두고 있을 때에는 문제가
없다.
입법례에 따라 형법에서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는 일반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주5: 독일 형법 제2조 4항은 "일정한 기간 동안 효력을
가진 법률은 그
유효 기간중에 범해진 행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이 실효된 때에도
적용된다.
다만 법률이 다른 구정을 둔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도
있으나 형법에는 이런 규정도 없다. @p32따라서 형벌법규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 한시법이론에 의하여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가) 추급효 부정설: 한시법도 그 유효 기간이 경과하면
당연히 실효되는
것이므로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우리
나라의
다수설(주1: 김일수, 58면; 남홍우, 58면; 이형국, 86면;
정성근, 73면; 진계호,
80면; 차용석, 134면; 박상기 46면; 배종대, 154면. 김종원,
"한시법"(월간고시, 1992. 4), 80면.)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설은 #1 형법
제1조2항이 신법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행위시법주의로 환원하는 예외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고, #2 법률이 실효된 후에 특별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추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실질적 의미에
반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나) 추급효 인정설: 한시법의 유효 기간이 경과된 후에도 그
기간중의
행위에 대하여는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주2: 유기천,
37면; 정영석,
65면; 강구진, 전게논문, 11면.) 이 견해는 #1 한시법은 원래
일정한 기간
동안 국민에게 준수를 요구하는 법이므로 비록 유효 기간이
경과되었다
할지라도 경과 전의 범행은 비난할 가치가 있고, #2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유효기간의 종료가 가까워지면 위반행위가
속출하여도
이를 처벌할 수 없게 되어 법의 실효성을 유지할 수 없음은 몰론
심히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이유로 하고 있다.
(다) 동기설: 법률 변경의 동기를 분석하여 추급효를 인정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동기설(Motiventheorie)에
의하면 법률
변경의 동기가 법적 견해의 변경에 기인한 경우와 단순한 사실
관계의
변화에 기인한 경우를 구별하여, 전자에 있어서는 행위의
가벌성이
소멸되었으므로 처벌할 수 없지만 후자에 있어서는 가벌성이
없어지지
아니하므로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통설이며,
(주3: Rudolphi, SK*2 Rn. 16; Sch-Sch-Eser, Rn. 39; Welzel,
S. 26.
Jescheck, S. 126; Tr^246^ndle, LK* 2 Rn. 44도 한시법의
개념에서 법률
견해의 변경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 있으므로 동기설과 같은
결론이
된다고 하겠다.)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주4: 대법원이
한시법에
대하여 동기설을 취하고 있는 대표적 예로서는 계엄 포고 위반
사건을 들
수 있다. 대법원 1985. 5. 28, 81 도 1045(공보 756-954),
"계엄령의 해제는
사태의 호전에 따른 조치이고 계엄령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조치는 아니므로 계엄이 해제되었다고 하여 엄포고 위반의 죄는
계엄해제
후에도 행위시의 법령에 따라 처벌되어야 하고 계엄의 해제를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와 같이 볼 수 없다."동지:
대법원 1982. 9.
17, 82 도 1847(총람 형법 1-50); 대법원 1982. 10. 26, 82 도
1861(총람 형법
1-51))
@p33 2) 한시법과 추급효: 한시법의 추급효를 부정하는
다수설의 논거는
형법 제1조 2항의 예외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1 형법 제1조2항은 행위시법주의의 원칙을 규정한 동조
1항에 대한
예외 규정이다. 예외 규정의 적용 범위는 이를 인정해야 할
취지에 비추어
해석해야 하며, (주1: 부정론 가운데 이형국, 86면은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할 필요가 있음을 긍정하고 있다.)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반드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형법 제2조4항은
한시법의
추급효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명문의 규정이 없던
때에도
당연히 인정되어 오던 것이다.(주2: Tr^246^ndle, LK*2 Rn. 45.)
#2 죄형
법정주의 특히 추급효 금지의 원칙은 형법상으로는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형사 정책상으로는 사후 입법에 의한 무의미한
형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주3: Baumann-Weber, S. 85;
Maurach-Zipf, S. 151;
Sch-Sch-Eser, * 2 Rn. 1.) 그러나 한시법은 행위시에 이미 처벌
규정이
있었던 경우이므로 그 추급효를 인정한다고 하여 죄형
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수설인 부정설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동기설은 형법 제1조2항이 법률 변경으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신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 행위의 가별성이 소멸되었기
때문이라는
법규범 추급효를 인정할 수 있음을 적절히 지적하였다고 할 수
있다.
동기설에 대하여는 사실 관계의 화와 법적 견해의 변경의 구별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법적 안정성을 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주4:
유기천, 37면;
이형국, 85면; 정성근, 73면; 진계호, 81면; 차용석, 134면;
박상기, 46면;
배종대, 153면; 강구진, 전게논문, 10면.) 그러나 #1 사실
관계의 변화로
법률이 변경되는 때에도 어떤 의미에서건 법적 견해의 변경을
수반되었다
하여도 그것이 사실 관계의 변화에 기인한 때에는 추급효를
인정해야 하고,
#2 법률 변경의 동기가 사실 관계의 변화 때문인가 또는 법적
견해의 변경
때문인가는 법의 해석을 통하여 충분히 구별할 수 있는 문제라
할 것이므로
이러한 비판은 옳다고 할 수 없다.
@p34 판례는 #1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 시행규칙이 동력자원부
장관의
지정을 받아야 할 열사 용기 자재 중 온수 보일러에서 가스용을
제외한다고
규정한 경우, (주1: 대법원 1984. 12. 11, 84 도 413(공보
745-184)) #2 계엄
포고령을 해제한 경우, #3
도로 운송 차량법 시행규칙의 자동차 점검 정비 기간을 길게
개정한 경우,
(주2: 대법원 1980. 7. 20, 79 도 2953(공보 640-13054)) #4
도로교통법의
운전자 준수 사항에서 운전자의 부당 요금 징수를 삭제한 경우,
(주3:
대법원 1987. 3. 10, 86 도 42(공보 87, 685)) #5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에
관한 특별 조치법의 폐지 (주4: 대법원 1988. 3. 22, 87 도
2678(공보 88,
731)) 품질 관리법에 의한 공업 진흥청의 품질검사 지정
상품에서 제외한 것 (주5: 대법원 1989. 4. 25, 88 도 1993(공보
89, 839)) 은
사실 관계의 변화 때문에 형이 폐지된 경우임에 반하여, #1
축산물 가공
처리법 시행규칙이 식육점 경영자가 사전 검사를 받아야 할
대상에서
견육을 판매 목적으로 진열한 행위를 삭제한 경우, (주6: 대법원
1979. 2.
27, 78 도 1690(총람 형법 1-48)) #2 계량법 시행령이 화학용
부피계에
대하여 검정 제도를 폐지한 것, (주7: 대법원 1983. 2. 28, 81
도 165(총람
형법 1-53)) #3 바닥 면적 300평방미터 미만의 종교 집회장이
용도
변경에는 허가를 요하지 않게 하는 것 (주8: 대법원 1992. 11.
27, 91 도
2106(공보 93, 315)) 은 법률 이념의 변경으로 인하여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동기설은 법적 이해의 변경에 의하여 형을 폐지한 경우도
한시법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그 추급효만 제한하는 점에 문제가 있다.
한시법의
개념을 일시적 사실 관계에 대처하기 위하여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법률에 제한할 때에는 그 추급효를 인정하여도 동기설과 결론을
같이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시법의 개념을 일시적 사실 관계에 대처하기
위한
법률에 제한하고 한시법의 추급효는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주9: 정영석, 67면)
형법 개정 법률안 제 2조 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부정설을 입법화하였다.
(3) 백지 형법과 보충 규범의 변경, 폐지
1) 백지 형법의 의의: 백지 형법이란 형벌의 전제가 되는 구성
요건의
전부 또는 일부의 규정을 다른 법률이나 명령 또는 고시등으로
보충해야 할
공백을 가진 형벌 법규를 말한다. @p35예컨대 형법 제112조의
중립 명령
위반죄나 행정 법규 가운데 대부분의 경제 통제 명령이 여기에
해당한다.
백지 형법의 공백을 보충하는 규정을 보충
규범 (Ausf^1256^llungsnorm)이라고 한다.
백지 형법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형벌법규 자체는 그대로 두고
보충
규범만 개폐한 경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이는
보충 규범의
개폐가 형법 제 1조 2항의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폐지된
때에
해당하는 가라는 문제와 법률의 변경에 해당하면 한시법으로서
추급효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2)보충 규범의 개폐와 법률의 변경: 백지 형법에 있어서 보충
규범의
개폐를 법률의 변경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하여도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가)소극설: 보충 규범의 개폐는 형법 제 1조 2항의 법률의
변경에 의한
범죄불구성이 아니라 그 전제인 구성 요건의 내용(행정처분)의
변경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 때에는 형법 제 1조 1항에 의하여
행위시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한다. (주1: 진계호, 82면; 황산덕, 35면)
(나)적극설: 보충 규범의 개폐도 형법 제 1조 2항의 법률의
변경에
해당한다는 견해이다. (주2: 김일수, 60면; 이형국, 87면;
정성근, 76면;
차용석, 137면; 박상기, 48면; 배종대, 158면) 한시법의
추급효를 부정하는
견해가 적극설을 지지하는 경우에는 면소 판결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전면적 면소설이라고도 한다.
(다)절충설: 보충 규범의 개폐가 구성요건 자체를 정하는
법규의 개폐에
해당하는 때에는 법률의 변경이 되지만, 단순히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면에 있어서 법규의 변경에 해당하는 때에는 법률의 변경이
아니라고
한다. (주3: 남홍우, 59면; 강구진, 전게논문, 16면)
생각건대 형법 제 1조 2항의 법률의 변경에서 말하는 법률이란
총체적
법률상태(der gesamte Rechtszustand) (주4: Rudolphi, SK *2
Rn. 8;
Sch-Sch-Eser, Rn. 20; Tr^246^ndle, LK Rn. 3) 또는 전체로서의
법률(Gesetz als Ganzes) (주5: Dreher-Tr^246^ndle, *2 Rn. 8)
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충규법의 개폐도 당연히 형법 제 1조 2항의 법률의
변경으로 인한
범죄 불성립에 해당한다고 해야 한다.
3) 보충 규범의 개폐와 한시법: 백지 형법에 있어서 보충
규범의 개폐를
법률 변경으로 인한 범죄 불성립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그 개폐
전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한시법 이론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해야 한다. @p36한시법의 가장 중요한 예가 바로 백지 형법의
경우이며,
(주1: Dreher-Tr^246^ndle, Rn. 13 b; Jakobs, 4/66;
Sch-Sch-Eser, Rn. 37;
Tr^246^ndle, LK *2 Rn. 47) 한시법의 추급효도 대부분 백지
형법에 관하여
문제되기 때문이다. 한시법의 추급효를 부정하는 견해는 이
경우에 형법 제
1조 2항에 의하여 면소 판결을 해야 한다고 함에 반하여, 협의의
한시법에
대하여만 추급효를 인정하는 견해는 보충 규범에 유효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는 한 추급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주2: 강구진,
전게논문, 18면)
그러나 한시법의 개념을 광의로 해석하는 이상 일시적 사정에
대처하기
위하여 만들어져 사실상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보충 규범이
개폐된
경우에는 한시법으로서 추급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야
한다.
II. 장소적 적용 범위
1. 입법주의
어떤 장소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형법이 적용되는가의
문제를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r^345^umliche Geltung)라고 한다. 장소적 적용
범위에
관한 법률을 국제 형법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이
아니라
국내법인 점에서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형법의 장소적 적용 범위에 관하여는 네 가지 입법주의가
있다.
(1) 속지주의: 속지주의(Territorialit^345^tsprinzip)란
자국의 영역 안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에 대하여 범죄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속지주의는 국가 주권 사상에
일치하고 정의와
소속 경제에 유리한 제도이므로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장소적
적용 범위에 대한 원칙이다. 국외를 운항중인 자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내에서 행한 범죄에 대하여 자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기국주의(Flaggenprinzip)도 속지주의의 특수한 원칙에 속한다.
(주3:
Dreher-Tr^246^ndle, *4 Rn. 2; Jescheck, S. 133;
Sch-Sch-Eser, Vor *3
Rn, 5; Tr^246^ndle, LK Vor *3 Rn. 5; Wessels, S. 14) 다만
속지주의에
의하여는 국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원칙에 의하여 이를 보완하고 있다.
(2) 속인주의: 속인주의(Personalit^345^tsprinzip)란
자국민의 범죄에
대하여는 범죄자의 여하를 불문하고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원칙이다.
자국민의 외국에서 범한 범죄에 대하여도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것을
적극적 속인주의(actives Personalit^345^tsprinzip)라고 하고,
@p37외국에서
자국민의 자국 또는 자국민의 법익에 대한 범죄에 대하여만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소극적 속인주의(passives
Personalit^345^tsprinzip)와 구별하기도
한다. (주1: Sch-Sch-Eser, *7 Rn. 1; Tr^246^ndle, LK *7 Rn.
1; Wessels,
S. 14) 속인주의를 일관할 때에는 자국민은 속지주의에 의하여
외국 형법을
적용받는 외에 자국 형법의 적용도 받게 되어 여행 가방에 자국
형법도
들고 다니는 결과가 된다. (주2: Baumann-Weber, S. 76)
(3) 보호주의: 보호주의(Schutzprinzip)란 자국 또는 자국민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누구에 의하여 어느 곳에서
발생하였는가에
관계없이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원칙이다. 전자를 국가
보호주의 (Staatsschutzprinzip), 후자를 개인
보호주의 (Individualschutzprinzip)라고 한다. 여기서는 형법의
적용이 보호
기능을 수행함에 그치게 되며, (주3: Tr^246^ndle, LK Vor *3
Rn. 6) 입장이
다른 타국과의 사이에 마찰이 생길 수 있다.
(4) 세계주의: 세계주의 (Weltrechtsgrundsatz,
Universalprinzip)란 누가 어디서 누구에게 범한 범죄인가를
불문하고
문명국가에서 인정되는 공통된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원칙을 말한다. 반인도적 범죄에 한 사회 방위의
국제적 연대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2. 형법의 대도
형법은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제2조, 제4조)
속인주의(제3조)와
보호주의(제5조, 제6조)를 가미하고 있다.
(1) 속지주의와 원칙: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된다.(제2조) 여기서 대한민국 영역이라 함은
영토, 영해 및
영공을 포함한다. 북한도 또한 대한민국의 영역에 속한다. (주4:
대법원
1957. 9. 20, 4290 형상 228(총람 형법 2-1)) '죄를 범한'의
의미에 관하여는
실행 행위가 있는 것만을 의미한다는 견해 (주5: 정성근, 83면)
도 있으나,
행위 또는 결과의 어느 것이라도 대한민국의 영역 내에서
발생하면
족하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주6: 이형국, 90면;
정영석, 69면)
형법은 대한민국의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제4조). @p38기국주의를
채택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역 외란 공해와 외국의 영해, 영공을 포함한다.
(2) 속인주의의 가미: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된다.(제3조) 속인주의에 의하여 속지주의를 보충한 것이다.
다만
법규는 시간과 장소를 떠나 타당성을 가질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장소적 제한을 철폐하고 사람에 따라 어떤 종류의 행위든
벌한다는 것은
입법론상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주1: 유기천,
34면)
내국인이라 함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자를 말하고, 범행
당시에
대한민국 국민임을 요한다.
(3) 보호주의: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국기에
관한 죄, 통화에 관한 죄, 유가증권, 우표와 백지에 관한 죄,
문서에 관한
죄중 제225조 내지 제230조, 인장에 관한 죄 중 제238조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된다.(제5조) 또한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제5조에 기재한 이외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형법이 적용된다.(제6조) 다만 이 경우에는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급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는 보호주의에 의하여 속지주의를 보충한 것이다.
(4)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 범죄로 인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제7조)
반드시 감경 또는 면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임의적 감면
사유에
불과하므로 다시 형을 선고하여도 위법이 아니며, (주2: 대법원
1976. 5. 11,
75 도 3784(총람 형법 7-1); 대법원 1979. 4. 10, 78 도
831(총람 형법 7-3);
대법원 1988. 1. 19, 87 도 2287(공보 88, 416) 외국 판결에서
몰수의 선고가
있는 때에는 그 가격을 추징하여야 한다. (주3: 대법원 1977. 5.
24, 77 도
629(총람 형법 7-2)
III. 인적 적용 범위
형법이 어떤 사람에게 적용되는가의 문제를 형법의 인적 적용
범위(pers^246^nliche Geltung)라고 한다. 형법은 시간적,
장소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p39따라서 형법의
인적 적용
범위는 예외적으로 그 적용을 받지 않는 사람의 범위에 관한
문제가 된다.
예외적으로 형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사람에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다.
1. 국내법상의 예외
1) 대통령: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84조)
2) 국회의원: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헌법 제45조)
2. 국제 법상의 예외
1) 치외법권을 가진 자: 국제법상 치외법권을 가지는 외국의
원수와
외교관, 그 가족 및 내국인이 아닌 종자에 대하여는 형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2) 외국의 군대: 대한민국과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외국의
군대에
대하여는 형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한미간의 군대
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에 의하여 공무 집행중의 미군 범죄에
대하여는
형법의 적용이 배제된다.
@h:제4절 형법 이론@e
1. 형법 이론의 의의
형법은 범죄와 형벌(제재)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다. 그러나
무엇을
범죄로 하고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 시대의 인간관과
가치관 및
세계관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게 되며, 형법의 해석과 적용은
물론 그
입법론도 이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형법의
기본 관념에
대한 지도 이념이 되는 법철학적 이론을 형법
이론 (Strafrechtstheorien)이라고 한다. 형법 이론은 각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전제로 형법을 해석, 적용하는 데 기초가 되는 이론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형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 이론은 형법 연구의 출발점임과 동시에 도달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주1: 정영석, 31면)
@p40 형법 이론은 형벌 이론과 범죄 이론을 포함한다. 형벌
이론이
형벌의 본질과 목적 및 그 의미가 무엇인가를 규명하고자 하는
이론임에
대하여, 범죄 이론은 형벌의 전제가 되는 범죄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관한 이론을 말한다. 형벌과 범죄를 논리적으로
연관시켜 형법
이론이 발전된 것은 18세기 계몽주의의 사상적 배경 아래 근대
형법학이
전개되는 것과 때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근대 이전의
형법에
있어서는 형법은 인간의 소박한 생활면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왜
인간을 처벌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러나
계몽주의와 함께 개화된 이성적인 법(Vernunftrecht)은 형사
정책 이론의
재검토를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형법도 또한 신적, 신화적
근거에서
해방되어 인간적 제도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단계에서
인간의 이성이
형벌의 합리적 목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며, 오늘날에
와서는 형법 이론을 떠나서 형법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형벌 이론에는 응보형주의와 목적형주의가 있으며,
목적형주의는 다시
일반 예방주의와 특별 예방주의로 나누어진다.
한편 범죄 이론은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대립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벌 이론과 범죄 이론은 그들 그대로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형법학파의 논쟁을 초래하게 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독일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에 걸친
논쟁을 불러
왔던 고전학파 또는 구파와 근대학파 또는 신파 사이의 논쟁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먼저 형벌 이론과 범죄 이론을 살펴본 후에
형법 학파의
논쟁을 검토하기로 한다.
II. 형벌이론
형벌관을 포기하는 것은 사회의 존립 자체를 포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벌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형벌이 불가결한 제도라는 것만으로 형벌의
정당성과 목적
내지 그 의미와 본질을 설명했다고 할 수는 없다. (주2: 원래
형벌의 의미
또는 목적은 형벌의 본질이나 정당성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형벌의 의미란 형벌이 피고인과 사회에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의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Jescheck, S. 57; Schmidh^345^user, Sinn
der Strafe, S.
40) 그러나 형벌 이론에서 다루는 형벌의 목적은 형벌을 어떻게
과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형벌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목적과 정당성의 근거에 관한 문제를 포함한다 할
것이다.(Maurach-Zipf, S. 70; Otto, S. 15; Welzel, S. 239))
형벌의 목적과
의미는 형법뿐만 아니라 철학과 국법학에서도 오랫 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오던 문제이다. 실로 형벌 이론의 역사는 형법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다. (주1: Jescheck, LK Einleitung, Rn. 28; Maurach-Zipf,
S. 64; Noll, S.
12; Schultz, 1, S. 38)
@p41 1. 응보형주의
(1) 응보형주의의 의의: 응보형주의(Vergeltunstheorie)란
형벌의 본질을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gerechte Vergeltung)에 있다고 하는
사상이다. 즉
범죄는 위법한 악행이므로 범죄를 행한 자에게는 그 범죄 행위에
상응하는
해악을 가하는 것이 바로 형벌이며, 따라서 형벌의 본질은
응보에 있고
형벌의 내용은 악에 대한 보복적 반동으로서의 고통을
의미한다고 한다.
응보형주의는 형벌을 모든 범죄 예방적 목적으로부터 분리하여
범죄에 의한
해악을 형벌에 의하여 응보함에 그 본질이 있다고 보는
것이므로, 형벌은
다른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한다.
(주2: Roxin,
'Sinn und Grenzen staatlicher Strafe', Strafrechtliche
Grundlagenprobleme,
S. 2) 이러한 의미에서 응보형주의를 절대설(absolute
Theorie)이라고도
하며, 그것은 형벌의 목적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형벌의 본질에
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주3: Maurach-Zipf, S. 64) 이는
인간의 자기
결정의 능력을 신뢰하고 국가의 사명을 개인적 자유의 보호에
제한하는
이상주의적,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사상의 산물이기도 하다.
(2) 응보형주의의 내용: 응보형주의는 Kant와 Hegel에 의하여
주장되어
Binding에 의하여 지지된 이론이다.
(가) Kang(정의설): Kant는 형법은 정언명령(kategorischer
Imperativ), 즉
어떤 목적과도 관계 없이 정의의 명령(Gebot der
Gerechtigkeit)이며,
형벌도 정의의 명령이라는 점에 근거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Kant에
의하면 형벌은 범죄인이나 사회에 다른 이익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과하여지는 것이고,
인간은 결코
다른 사람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물권법의 객체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이 형벌은 정의의 명령이기 때문에 Kant는 지구가
종말에
도래하여 국가가 해제되는 경우에도 사형수는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사형을 집행하여야 정의가 실현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간이
지상에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하였다. @p42또한 형벌에 의하여
정의가
실현되기 위하여는 형벌은 동해적 응보일 것을 요한다고 한다.
Kant의 응보형주의는 형벌을 정의 명령으로 파악한 점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법언과 차원을 같이하고 이러한
의미에서 이를
정의설 (Gerechtigkeitstheorie)이라고도 하며, 응보의 기준에
관하여
동해보복론(Lex Talionis)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점에 특색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Hegel(이성적 응보설): Hegel은 변증법적 방법에 의하여
형벌을
이론적, 변증법적 필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Hegel에 의하면
범죄는
법의 침해이므로 이러한 침해가 형벌에 의한 범죄자의 법의
침해의 침해에
의하여 회복된다는 점에 형벌의 본질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벌은 침해의 침해(Verletzung der Verletzung)이며 부정의
부정(Negation
der Neg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Hegel은 형벌은 범죄에 대한 응보로 보는 Kant의 응보형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나, 형벌의 본질을 정의 명령이라고 하지 않고 침해된 법,
즉 국가
존립에 필연적인 이성의 회복에 있다고 보고 따라서 범죄인
역시 이성을
가진 책임 있는 사람으로 취급할 뿐만 아니라, 응보의 기준에
관하여도
반드시 동해보복일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있어서
상당한 제재면
족하다. (등가치응보론)고 하는 점에서 Kant의 응보형주의를
극복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Kant와 Hegel의 형이상학적 응보형주의에 대하여 실정 형법의
구조
분석을 통하여 법률적 응보설을 주장한 사람이 Binding이다.
Binding은
형법과 그 전제되는 규범을 구별하여 범죄는 형법의 위반이
아니라 규범에
위반한 것이며, 형벌은 범죄자를 법의 권위에 복종하도록 하기
위하여
범죄자에게 과하는 응보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Binding을
절대적 형벌 이론의 최후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다. (주1:
Maurach-Zipf, S.
72.)
(3) 응보형주의에 대한 비판
1) 응보형주의의 가치: Kant와 Hegel에 의하여 주장된
응보형주의는
1871년 독일 제국 형법의 형사 정책적 기초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각국의 형법과 형법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응보형주의는 형벌이 해악으로서 유책하게 행하여진 범죄와
일치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책임이 아닌 위험성에 근거를 둔 형사 제재를
부정한다. @p43형벌의 본질에 해악으로서의 성질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형벌의 해악으로서의 성질을 부정하는 것은 형벌의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주1: Jescheck, S. 58. 정성근,
103면; 진계호,
47면은 형벌이 응보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데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응보형주의가
형벌이 범죄, 특히
책임과 일치할 것을 요구함에 의하여 형벌권의 행사를
책임주의에 의하여
제한하고자 한것은 응보형주의가 형법학에 기여한 영원한
공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2: Jescheck, S. 59, LK Einleitung, Rn. 29;
Schultz, S.
42; Welzel, S. 241.)
2) 응보형주의의 비판: 응보형주의에 의하여 제시된
책임주의가 국가의
형벌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여도, 이는
형벌의
목적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오히려 형벌 목적을 제한하는 기능을
가지는 데
그친다고 할 것이며, 또 이에 의하여 형벌의 정당성이 명백히
밝혀지는
것도 아니다.
응보형주의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i) 형벌은 형이상학적 사고의 산물이 아니다. 따라서 국가는
형이상학적인 정의나 윤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악을 응보하는
것이 아니라,
법질서와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벌을 과하는 것이라고
하여야 한다.
(주3: Baumann-Weber, S. 11; Jescheck, S. 58; Sch-Sch-Stree,
Vor * 38
Rn. 1; Schultz, S. 43; Welzel, S. 240; Noll, Die ethische
Begr^1256^ndung
der Strafe, S. 12.)
(ii) 책임주의는 형벌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책임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형벌을 과하여야 하는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응보형주의는 어떤
요건하에서 책임이 국가에게 형벌을 과하게 하는가에 대하여
아무 해답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응보형주의는 형벌권의 내용적
한계를
밝히지 못한다고 하겠다. (주4: Roxin, 3^34^8, a. a. O. S. 3;
Noll,
Strafrecht, S. 17; Stratenwerth, S. 20.)
(iii) 응보형주의는 누구에게 무엇을 응보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형사정책적
결단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단순히 해악에
대하여
해약으로 응보한다는 것은 야만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개인이나
사회에
대하여 아무런 가치도 가질 수 없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주5:
Baumann-Weber, S. 24; Roxin, a. a. O. S. 5.)
2. 목적형주의
목적형주의 (pr^345^ventive Theorie)란 형벌의 의미가 장래의
범죄를
예방하는 데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이다. @p44형벌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상대설 (relative Theorie)이라고도 한다. 목적형주의의 사상적
배경은
인도주의와 사회주의, 합리주의 및 공리주의 사상의 결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목적형주의는 다시 일반예방주의와 특별예방주의로
나누어진다.
(1) 일반 예방주의
1) 일반 예방주의의 의의:
일반 예방주의 (Generalpr^345^ventionstheorie)는 형벌을
사회에 대한 위하적
작용으로 이해하여 형벌의 목적은 일반인, 즉 잠재적
범죄인(potentieller
T^345^ter)의 위하에 의한 범죄 예방에 있다고 한다. 일반
예방은 소극적
일반 예방과 적극적 일반 예방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진다.
소극적
일반 예방(negative Generalpr^345^vention)이 잠재적 범죄인에
대한 위하에
의하여 장래의 범죄를 방지하는 것을 의미함에 반하여, 적극적
일반예방(positive Generalpr^345^vention)은 일반인에게
규범의식을
강화하여 법질서를 준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적 일반
예방 (Integrationsgeneralpr^345^vention)이라고도 한다.
2) 일반 예방주의의 내용
(가) 소극적 일반예방: 일반예방주의의 전통적인 입장은
형벌의 목적을
위하에 의하여 일반인의 범죄를 방지하는 데 있다고 이해하는
소극적 일반
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형벌의 목적이 이러한 의미에서의 일반
예방에
있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는 Beccaria와 Feuerbach이다.
(a) Beccaria: Beccaria는 '범죄와 형벌' (1764)에서 사회
계약 이론에
근거를 두고 계몽주의 형법 사상을 이론적으로 전개한
고전학파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형벌권이란 시민이 사회 계약을
통하여
공탁한 자유의 총화에 근거하여야 하며 이 근거를 초월한
형벌권의 행사는
권력의 남용으로 부정한 것이므로,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는
범죄와 형벌을 사전에 법률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고(죄형
법정주의),
범죄와 형벌 사이에는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며(죄형균형론),
형벌의 목적은
이미 죄를 범한 범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일반인이
또다시 동일한 범죄를 범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b) Feuerbach(심리강제설): 소극적 일반예방이론의 명확한
내용은 19세기
초 독일의 저명한 형법학자인 Feuerbach(1775-1833)에 의하여
완성되었다.
Feuerbach는 Kant학파적 윤리의 영향 아래 소위
심리강제설(Theorie
despsychologischen Zwangs)을 주장하였으며, @p45현재로는 일반
예방론과
Feuerbach의 심리강제설이 동의어로 이해된다고 할 수 있다.
Feuerbach에
의하면 국가의 의무는 범죄를 방지하는 데 있다. 그러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하여는 육체적 강제로 족하지 않고 심리적 강제에 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하여는 범죄를 범한 때에는 이를 행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불이익보다 더 큰 해악이 따른다는 것을 일반인에게 알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범죄와 형벌을 형법전에 규정함에 의하여 심리
강제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죄형 법정주의를 표현하는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 없다' 는 Feuerbach의 명제도 이러한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나) 적극적 일반예방: 현재 일반 예방이론 가운데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적극적 일반 예방이다. 적극적 일반 예방이란
법질서의 존립과
관찰력에 대한 신뢰의 유지와 강화를 의미하므로 형벌은
법질서의
불가침성을 사회에 실증하고 국민의 법에 대한 복종을 강화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고 이해한다. (주1: Roxin, Strafrecht, 3^34^26.)
즉 적극적
일반 예방 이론은 형벌은 법질서의 방어(Verteidigung der
Rechtsordnung)를 사명으로 하며, 형벌에 의하여 범죄자가 범한
불법에
대하여 법을 실현하고 법질서의 불가침성을 사회에 확증하여
잠재적
범죄자의 법침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2:
M^1256^ller-Dietz,
Integrationspr^345^vention und Strafrecht, Jescheck-FSS.
818.) 적극적
일반 예방 이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Jakobs를 들 수
있다.
Jakobs는 형벌의 기능이 규범 침해에 의하여 문제된 규범의
효력을
실증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즉 그에 의하면 규범 침해는 행위에
의한
규범에의 충돌을 의미하고, 형벌은 규범 침해에 대하여
행위자에게
가하여진 대응이며 형벌에 의하여 규범이 유지될 수 있음이
명백하므로,
형벌은 사회적 접촉의 기준으로서의 규범의 유지(Erhaltung der
Norm)를
사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주3: Jakobs, 1^34^10-11.)
3) 일반 예방주의에 대한 비판: 형벌의 의미와 정당성은
형벌의 목적과의
관계에서 찾지 않으면 안된다. 일반 예방 이론이 형벌이
추구하는 목적을
규명하려고 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형벌의
최고의
목적은 법질서의 방어(Verteidigung der Rechtsordnung), 즉
법에 의하여
만들어진 질서와 일반과 개인의 법익을 보호함에 있다고 해야
한다.
법질서의 방어도 일반 예방적 요소라고 보아야 하는 이상 그것이
형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p46뿐만
아니라 일반
예방주의는 형벌을 해악으로 보는 점에서 응보형주의와 결합하여
소위
상대적 응보형주의를 탄생시키게 된다.
그러나 일반 예방 이론도 형벌의 목적과 본질에 관한 타당한
이론이라고
할 수 없다. 일반 예방 이론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i) 일반 예방주의 특히 심리강제설은 범죄를 행함에 있어서
쾌락과
불쾌를 합리적, 타산적으로 교량하는 이성적 인간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범죄는 이익과 불이익에 대한 이성적 계산의
결과라고 할
수 없으며, 범죄인이 범행 후에 처벌받지 않고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에는 형벌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된다.(주1: Jakobs,
1/28;
Welzel, S. 242; Roxin, 3/30, a. a. O. S. 9;
Schmidh^345^user, a. a. O. S.
54.) 적극적 일반 예방 이론도 형벌이 사람의 규범 의식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ii) 일반예방주의는 다른 사람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하여
범인을
처벌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의하면 인간이 왜 다른 사람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받아야 하는가를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주2:
Jakobs, 1/19;
Maurach-Zipf, S. 89; Noll, a. a. O. S. 5; Roxin, 3/31.)
(iii) 일반예방주의에 의하여 다른 사람을 위하하기 위하여는
가능한 한
무거운 형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논리상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는
일반
예방주의가 국가에 의한 폭력을 결과할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주3:
Baumann-Weber, S. 18; Jescheck, S. 67; Roxin, 3/31, a. a. O.
S. 9.)
적극적 예방 이론에 의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형벌로 제한하기
위한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으므로 일반
예방주의도 책임주의에 의하여 제한 받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특별 예방주의
1) 특별 예방주의의 정의: 특별 예방주의
(Spezialpr^345^ventionstheorie)란
형벌의 목적을 범죄인에 대한 위하와 범죄인의 사회복귀 또는
격리를
통하여 그 바로 범죄인이 다시 죄를 범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고 하는
이론이다. 특별 예방주의는 19세기 중엽 이후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재범자가 격증함에 따라 자유의사를 전제로 한 응보형주의의
한계가
나타나게 되고 자연과학의 발달이 형법학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범죄를 빈곤이나 질병과 함께 사회의 3대 악에 속하는 사회적,
병리적
현상으로 파악하는 한편 형벌에 대하서도 자연 과학적 실증적
방법에
의하여 그 본질을 규명하고자 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p47
2) 특별 예방주의의 내용: 특별 예방주의는 이탈리아의
실증주의
학자들에 의하여 주장되어 Liszt의 목적형주의에 의하여 확립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외에 교육형주의와 사회 방위 이론도 특별
예방주의에
속한다.
(가) 이탈리아의 실증주의학파: 특별 예방주의를 주장한
근대학파의
선구자는 이탈리아의 Lombroso와 Ferri 및 Garofalo이다.
(a) Lombroso: Cerare Lobroso(1836--1909)는 그의 저서인
'범죄인론'(1876)에서 범인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범인형을
가지고 있으며
원시시대의 야만인이 가졌던 특징을 격세 유전에 하여 재현한
생래적
범죄인이라는 소위 생래적 범죄인 이론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Lombroso는
범죄는 병현상과 같이 선천적 소질에서 오는 필연적 현상이므로
이에 대한
형벌도 치료적 입장에서 과하여야 하며 응보형이론은
무의미하다고 하여
근대 학파를 개척하였다. Lobroso의 이론은 범죄의 생물학적,
인류학적
연구에 치중한 것이므로 그를 범죄 인류 학파라고도 한다.
(b) Ferri: Enrico Ferri(1856--1929)는 저서인
'범죄사회학'(1880)을 통하여 범죄에는 인류학적 개인적,
지연적, 사회적
원인이 있으나 그 가운데 사회적 원인이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하여는 발생케 한 사회적 원인을 연구하여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하여 범죄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 결과
Ferri가 초안한 1921년의 이탈리아 형법초안(Ferri: 초안)에는
책임과 형벌의
개념이 위험성과 사회 방위 이론에 의하여 대체되었던 것이다.
(c) Garofalo: Raffaele Garofalo(1852-1934)는 범죄를
자연범과
법정범으로 구별하여 범죄의 본질을 자연범에 있다고 하고, 자연
범에
관하여는 범죄의 원인이 범죄인의 성격과 악성에 있으므로 사회
방위의
방법인 형벌도 범죄인의 악성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하여
범죄
심리학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나) Liszt의 목적형주의: 특별 예방주의는 독일의 Franz v.
Liszt(1851--1919)에 의하여 지도된 근대 사회학파에 의하여
전세계에 걸쳐
형법과 형사 정책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Liszt는 범죄란
범죄인의 소질과 환경의 산물이며 범죄인 또한 범죄의 원인이
되므로 범죄에 대한 투쟁의 수단인 형벌은 개개의 범죄인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그는 Jhering의
목적사상의 영향을 받아 1882년의 Marburg강령에서
목적형사상(Zweckgedanke im Strafrecht) 을 주장하였다.
Liszt에 의면
형벌은 맹목적이고 본능적. 충동적인 반작용이 아니라 필요성과
합목적성에 의하여만 정당화된다.(주1: Liszt, 'Der
Zweckgedanke in Stratrecht', Strafrechtliche Aufs^345^tze
und Vortr^345^ge, Bd. 1S. 132.) @p48즉 필요한 형벌만이
정당한 형벌이 될 수 있고, 특별 예방적 관점에서 개개의
범죄인의 재범을 방지하는 데 불가결한 형벌이 필요한 형벌이다.
여기서 Liszt는 범죄인의 성질에 적합한 영향으로서
개선(Besserung)과 위하(Abschreckung) 및
제거(Unsch^345^dlichmachung)라는 세 가지 형벌
목적을 제시하고, 이 작용에 적응한 범죄 인류형에 따라
순간범인(기회범인)에게 위하를 가하고 개선 가능한 상태범인을
개선하고 개선 불가능한 상태범인은 격리를 통하여 사회에서
제거하는 데 형벌의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주2: Liszt, a. a.
O. S. 166.)
Liszt는 1889년 네덜란드의 Hamel과 벨기에의 Prins와 함께
국제 형사 법학 협회(Internationale Kriminalistische
Vereinigung)를 설립하고, 새로운 형사 정책과 형법 개정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이에 의하여 고전학파와 근대학파 사이의 격렬한
논쟁이 야기되었다.
(다) 교육형주의: 독일의 Liepmann과 이탈리아의 Lanza 및
스페인의 Saldana에 의하여 주장된 교육형주의는 Liszt의
목적형주의를 추종하여 근대 학파의 특징을 더욱 뚜렷하게 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a) Liepmann: Liepmann은 범죄인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명제 아래 형벌은 인도적인 교육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형벌은 범인을 선량한 국민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함을 강조함으로써 범죄인의 재범을 방지하는 데
형벌의 목적이 있다고 한 것이 Liepmann의 교육형주의라고 할 수
있다.
(b) Lanza: Lanza는 헌법 국가에 대신하여 교육 국가를
형성하여야 하며 교육 국가에 있어서는 학교에서 이성적 문맹을
퇴치해야 하는 것과 같이 감옥에서는 도덕적 문맹을 퇴치해야
한다고 하여 형벌의 의의가 교육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인도주의의 입장에서 교육형 이론을 전개한 것이 Lanza의
이론이다.
(c) Saldana: Saldana는 생활을 무시한 규범은 공리공론에
불과하고 형벌의 본질은 선이냐 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형벌은
사회에 공헌할 때에 정당성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형벌을
집행함이 유효할 때에는 집행하여야 하지만 집행을 유예함이
유익할 때에는 집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주1:
유기천, 22면.)
@49 (라) 사회 방위 이론: Liszt의 특별 예방주의와 그의 형사
정책은 이탈리아의 Gramatica와 프랑스의 Marc Ancel에 의하여
전개된 사회 방위 이론에 의하여 현재까지 전개되고 있다.(주2:
사회 방위 이론에 대하여는 저자, 보안 처분의 연구, 19--25면
참조.) Gramatica는 1961년에 출판된 '사회방위의 기초'라는
저서를 통하여 책임을 반사회성으로, 범죄 행위를 반사회성의
주관적 징표로, 행위를 기초로 한 형벌을 개별적인 행위자에
적합한 사회 방위의 보안 처분에 의하여 대체할 것을 요구하는
급진적인 사회 방위 이론을 주장하였다.(주3: Gramatica,
rundlagen der Defence Sociale, Deutsche ^1256^bersetzung
Gvon A. Mergen, S. 51.) 이에 반하여 Ancel의 신사회
방위이론은 책임 개념과 책임에 근거를 둔 형벌을
인정하면서도(주4: Marc Ancel, Die neue Sozialverteidgung,
^1256^bersetzt von Melzer, S. 277.), 사회 방위는 자유와
책임에 대한 교육 또는 치료를 의미하며(주5: Ancel, a. a. O.
S. 287.), 형벌도 범죄인에 대한 예방적 조치가 되어야 한다고
하여 형사 사법의 과제가 피고인의 사회 복귀에
있음을 강조한 점에 특색이 있다고 할 수 있다.
3) 특별 예방주의에 대한 비판: 특별 예방주의가 범죄인의
사회 복귀라는
관점에서 형벌의 개별화를 주장한 것은 형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의의와
목적을 지적한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형벌 집행의
목적이 특별
예방에 있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고 하겠다.(주6:
Baumann-Weber, S.
31; Hirsch, LK Vor & 46 Rn. 32; Jakobs, 1/50, Welzel, S.
243.) 그러나
형벌 집행의 목적과 형벌의 목적과는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사 정책의 발달에 따라 특별 예방의 목적이 점차
강조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 예방주의만으로 형벌의 본질과
목적을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Liszt의 형사정책이 보안
처분에
의하여 형법에서 실현됨에 따라 형벌 이론으로서의 특별
예방주의는 더욱
그 근거가 약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별 예방주의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ⅰ) 특별 예방주의를 일관할 때에는 형벌은 보안 처분에
의하여 대체되어야 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형벌을 책임과의
관계를 떠나 행위자의 위험성만을 근거로 과할 때에는 형벌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어지게 되어 국민을 국가의 합목적성 앞에
@p50보호 없이 버려 두게 할 위험이 있다.(주1: Baumann-Weber,
S. 31; Hirsch, LK Vor * 46 Rn. 9; Jakobs, 1/43; Noll, S. 20;
Schultz, S. 42; Welzel, S. 243; Roxin, 1/16. a. a.
O. S. 7; Schmidh^345^user, a. a. O. S. 52.)
(ii) 특별 예방주의에 의하면 범죄를 행한 후에 장기간에 걸쳐
합법적인
생활을 하다가 발각된 기회 범인에 대하여는 그것이 아무리
중죄인
경우라고 할지라도 처벌할 수 없음에 반하여, 경미한 죄를 범한
상태 범인은 언제나 엄벌해야 한다는 심히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주2: Jescheck, S. 243; Roxin, 1/16, a. a. O. S. 7;
Schmidh^345^user, a. a. O. S. 52.)
(iii) 형벌이 범죄인의 사회 복귀를 위한 교육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벌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교육을 위하여
왜 형벌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3: Roxin, 1/7, a. a. O. S. 8.)뿐만 아니라 형벌이 반드시
범죄인의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주4: Jescheck, S. 67.)
3. 형법 해석과 형벌의 목적
응보형주의와 목적형주의, 일반 예방주의와 특별 예방주의는
모두 일면적이고 불충분한 이론에 지나지 않으므로 어느 한
이론에 의하여 형벌의 의미와 목적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결국
이들 이론의 장점을 결합하고 대립을 극복하는 선에서 형벌의
본질이나 목적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를 절충설
또는 결합설 (Vereinigungstheoric)이라고 한다. 이에 의하면
형벌은 본질상 해악에 대한 응보로서의 성질을 가지지만
행위-책임-응보의 원칙에 의하여 그어진 범위 안에서 일반
예방과 특별 예방의 목적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된다. 즉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의 목적은 형벌이 정당한 때에만
달성될 수 있다. 형벌의 종류와 범위가 범죄와 상응할 때에만 그
형벌은 정당한 형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임은 비록
형벌의 유일한 근거는 아니라 할지라도 단순한 형벌의 한계가
아니라 형벌의 전제가 된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은 형벌의
상한을 제한할 뿐이며 하한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형벌의
하한은 일반 방과 특별 방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일반 방과 특별 방은 정당한 응보의 범위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예방의 목적으로 인하여 책임주의가 결코 희생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p51 결합설에 의한
형벌이론의 해결은 우리 나라에서 다수설 (주1: 유기천, 24면;
이형국, 73면; 차용석, 73면; 황산덕, 15면; 배종대, 26면.)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의 통설 (주2:
Baumann-Weber, S. 24; Haft, S. 110; Hirsch, LK Vor *46 Rn.
13; Jescheck, S. 69;
Maurach-Zipf, S. 73; Sch-Sch-Stree, Vor *38 Rn. 3;
Stratenwerth, S. 24; Roxin, 1/53; Schmidhauser, a. a. O. S.
33; Zipf, a. a. O. S. 55.)의 태도이기도 하다.
결합설에 의한 형벌목적의 충돌을 조화하기 위한 이론으로
분배설 (주3: 차용석, 74면; Henkel, Die richting Strafe, S.
23.) 또는 변증법적 결합설(dialektische Vereinigungstheorie)
(주4: Haft, S. lll; Roxin, a. a. O. S. 12.)이 주장되고 있다.
이는 형벌의 목적을 단계별로 구별하여 형벌 예고에 있어서는
일반예방, 형벌선고에 있어서는응보, 형벌 집행에 있어서는
특별예방의 이념이 지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벌을 규정하는
경우나
선고하는 경우에 각 일반예방이나 응보에 특히 중점을 두어야 할
이유는
없다할 것이므로 이러한 이론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III. 범죄 이론
범죄 이론이란 형벌의 기초가 되는 범죄의 본질은 무엇인가.
즉 범죄의
어느면에 중점을 두어 고찰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을 말한다.
이에 관하여는
주관주의와 객관주의가 대립되고 있다.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대립은 형법
해석론을 지도하는 기본 원리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1.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의미
(1) 객관주의 객관주의(Objektivismus)란 형법적 평가의
중점을 범죄의
외부에 나타난 부분, 즉 외부적인 행위와 결과에 두고 형벌의
종류와
경중도 이에 상응하여야 한다는 이론을 말한다. 죄형 법정주의의
원칙상
형벌의 대상은 범죄 사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객관주의는 범죄주의 또는 사실주의라고 하며, 범죄를 현실적
의의에서
평가한다는 점에서 현실주의(Realistik)라고도 한다.
객관주의는 인간의 자유의사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개인주의적
계몽
사상에서 출발한 이론이다. 따라서 이에 의하면 자유의사는
각자에게
평등하므로 형벌은 범죄 사실의 양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형사책임의
기초를 외부적 범죄사실적에 둠으로써 국가의 형벌권을 제한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p52객관주의는
일반적으로
형벌 이론에 있어서 응보형주의 또는 일반 예방주의와
이론적으로 결합되어
고전학파에 의하여 주장되는 이론이다. (주1: 유기천, 15면;
정영석, 48면; 진계호, 52면.)
(2) 주관주의 주관주의(Subjektivismus)는 범죄인은 특수한
성격의 소유자이므로 형벌의 대상은 범죄 사실이 아니라
범죄인이며, 형벌의
종류와 경중도 범죄 사실에 따라 정할 것이 아니라 범죄인의
악성 내지
사회적 위험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주관주의를 범인주의
또는 성격주의라고도 하며, 범죄인의 반사회적 성격을 형벌의
대상으로
하고 범죄는 범죄인의 반사회성에 대한 징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죄 징표주의(Symptomatik)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연 과학적
결정론에 의하여 주장되고 있는 이론이다.
2. 양주의의 형법 해석상의 차이
객관주의는 범죄의 외부적 사실, 즉 행위와 결과라는 객관적
요소에 중점을 두어 형벌을 과하여야 한다는 행위 중심의
사상임에 반하여, 주관주의는 행위자의 인격을 형법적
가치판단의 대상으로 하는 행위자 중심의 사상이다. 즉
객관주의는 행위를 벌함에 대하여 주관주의는 행위자를 벌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대립은 범죄가 성립한
경우에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의 어느면에 중점을 두어
판단할 것인가에 대하여 결론을 달리할 뿐이며,
객관주의라고하여 범죄의 주관적 요소를 무시하고 주관주의가
객관적 요소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고의나 목적과 같은 범죄의 순수한 주관적 요소와
과실범에 있어서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기준에 관한 주관설과
객관설 및 인관관계론과 같은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 또는
위법성 이론에 관하여는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대립이 나타날
수 없다.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대립이 현저히
나타나는
분야는 착오론, 책임론, 미수론, 공범론 및 죄수론이라고 할 수
있다.
(1) 착오론 구성 요건적 사실의 인식과 발생한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사실의 착오에 관하여 객관주의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범위 안에서 주관적 요소를 검토할 뿐이다.
@p53따라서 객관주의는 구체적 부합설 또는
법정적 부합설을 논리적 귀결로 한다. 이에 반하여 행위자의
의사에 중점을
두는 주관주의는 추상적 부화설을 주장할 근거를 가지게 된다.
(2) 책임론 책임의 근거에 관하여 객관주의는 자유의사의
존재를 전제로
한 도의적 책임론을 주장함에 반하여, 주관주의는 결정론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론을 전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책임능력의 본질을
객관주의가
범죄능력으로 이해함에 반하여, 주관주의는 이를 형벌능력 또는
형벌
적응성이라고 설명하게 된다. (주1: 객관주의와 고전학파의
논리적 관련성을 부정하는 견해는 이를 고전학파의 결론으로
이해하고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논리적 귀결은 아니라고 한다.
차용석, 92면.) 책임판단의 대상에 대하여도 객관주의가
행위책임을 주장함에 대하여 주관주의는 성격책임을 주장하게
된다.
(3) 미수론 외부적 결과를 중시하는 객관주의에 의하면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미구를 기수와 구별하는 것은 당연하며 미수의 형을
기수의 형보다
감경할 것을 요구함에 대하여, 주관주의는 미수와 기수는
범죄의사라는
점에서 동일하므로 이를 구별할 필요가 없고 미수의 형도
기수보다 경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하여도 객관주의가
객관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함에 대하여(객관설), 주관주의는
범죄의사의 표동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결정한다.(주관설),
불능법과 불능미수의 구별에 관하여도 객관주의가 위험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객관설 또는 구체적 위험설을 취함에 반하여,
주관주의는 주관설에 의하여 주고나적 위험성도 없을 때에만
불능범 된다고 한다.
(4) 공범론 공동 정범이 무엇을 공동으로 하는가에 관하여
범죄의 정형적 의미를 중시하는 객관주의는 범죄를 공동하여야
한다는 범죄 공동설을 취함에 대하여, 주관주의는 각자의
위험성이 징표되면 족하므로 행위 공동설을 따르게 된다.
협의의 공범인 교사범과 종범에 있어서는 객관주의가 정형적
실행 행위를
요구하여 공범 종속 성실을 취함에 대하여, 주관주의는 교사
또는 방조
행위에 의하여 공범의 위험성은 징표되므로 공범 독립성설을
주장하게
된다. 그 결과 주관주의에 의하면 공범의 미수도 미수범으로
처벌함에
대하여, 객관주의는 이를 예비, 음모에 불과하다고 한다.
(5) 죄수론 죄수를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도 객관주의가 행위
표준설,
@p54법익 표준설 또는 구성 요건 표준설을 주장함에 대하여,
주관주의는
의사 표준설에 의하여 이를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3.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에 대한 비판
역사적으로 객관주의가 개인주의적 계몽 사상에서 국가의
형벌권 발동을 제한하여 인권보장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파생한 것임에 반하여, 주관주의는 전체주의 내지 단체주의
사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기서
객관주의가 보다 철저한 인권 보장을 위한 원칙이며, 이를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 자유주의 범죄론의 과제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주1:
정성근,
112면; 차용석, 91면.) 그러나 객관주의는 개인의 자유보장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사회 방위적 기능을 무시할 염려가 있으며 반대로
주관주의는
개인의 자유 보장을 위협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범죄는
개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의 결합이므로 범죄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가운데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하나는
부당하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주2: 유기천,
18면.) 형법도
원칙적으로는 객관주의에 입각하여 있으면서 주관주의를 고려한
절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형법은 단순한 범의를 벌하지 않고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이는 객관주의적 행위 형법의 태도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예비, 음모를 처벌하는 것은 주관주의 요소를 고려한
것이다.
형법이 미수를 기수와 구별하고 있는 것은 객관주의의
입장이지만 여기서도
형법은 미수를 임의적 감경 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주관주의의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주3: 진계호, 56면은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중한 결과에
예견 가능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주관주의 요소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범죄의 주관적 요건에 관한 문제이며 주관주의와는 관계없는
것이다.) 결국
형법 해석에 있어서 객관주의와 대립은 양 요소를 같이
고려하면서 형법
조항의 규정의 내용과 연혁 및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IV. 형법 학파의 대립
형법 이론과 범죄 이론에 대한 견해의 대립은 형법 학파의
논쟁을 통하여 전개되어 왔다. @p55 그것이 바로 고전학파와
근대 학파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1. 고전학파
고전학파 또는 구파(Klassische Schule)란 19세기 말 이래
독일 형법학에서 근대학과(신파)의 등장에 의하여 종래의 전통적
입장에 서 있는 형법 학파에 대하여 주어진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전학파는 계몽 철학의 개인주의, 자유주의를
사상적 배경으로 하면서 연혁적으로는 형벌 이론에 관한 Kant나
Hegel의 응보형주의와 Beccaria와 Feuerbach의 일반 예방 이론이
범죄 이론인 객관주의와 결합하여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의
이념 아래 형성된 형법 사상을 말한다고 하겠다.
고전학파의 이론적 특징은 #1 인간은 자기의 행동을 완전히
규율할 수 있는 자유인이므로 범죄인도 일반인과 동일한
자유의사를 가지며(비결정론), #2 책임의 근거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자유의사에 있고 범죄인은 범죄를 통하여 도덕적으로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법률상으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며(도의적 책임론), #3 형벌은 해악과 고통을 내용으로 하며
사회 일반인의 범죄를 방지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상대적
응보형주의), #4 형벌은 범죄 행위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므로
부정기형이어서는 안 되며 보안 처분과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2. 근대학파
근대학파 또는 신파(neue Schule)란 19세기 후반 산업 혁명의
결과로 자연과 학이 급속히 발달함에 따라 자연 과학적 방법론에
의하여 형법학을 실증적으로 연구하고자 한 형법 이론을 말한다.
연혁적으로는 Lombroso, Ferri, Garofalo 등의 실증주의
학자들에 의하여 주장되고, Franz v. Liszt의 근대사회학파에
의하여 확립되어, Liepmann과 Lanza에 의하여
교육형이론으로 발전한 형벌 이론의 특별 예방주의가 범죄
이론에 있어서 주관주의와 결합되어 이루어진 형법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와 형벌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중시하였다는
점에서 이를 실증학파 또는 사회 학파라고도 한다.
근대 학파의 이론적 특징은 #1 범죄인은 보통인과는 달리
유전적 또는 후천적으로 육체와 정신이 비정상적인 변태인이고
실정적 심리학의 입증에 의하여 자유의사는 주관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고(결정론), #2 사회적으로 위험성을
가진 범죄인에 대하여는 사회가 항상 자기를 방위, 보호할
필요가 있어 범죄인은 사회 범위 처분을 받아야 하며(성격 책임
내지 사회적 책임론), @p56 #3 형벌은 일반인에 대한 위하보다는
범죄인을 교화, 개선하여 사회에 복귀시킴으로써 범죄를
방지함을 목적으로 하고(특별 예방주의), #4 형벌이 목적형,
교육형이므로 부정기형도 인정되고 형벌과 보안 처분은 성질을
같이한다는 점에 있다.
3. 고전학파와 근대 학파에 대한 비판
형벌 이론에 대한 결합설과 범죄 이론에 있어서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절충은 고전학파와 근대학파 사이의 논쟁에 관하여도
어느 학파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음을 명백하게 하여 주며, (주1: 유기천. 24면.)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 학파의 논쟁은 역사적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하겠다. (주2: Maurach-Zipf, S. 75.) 즉 고전학파는 #1 인간을
자유의사의 주체인 추상적 인격자(Person)로만 보고 인과율에
의하여 지배받고 있는 구체적인 인간(Mensch)을 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2 형벌과 보안 처분의 개념상의 구별을 강조한
나머지 실질적인 동질성을 간과하였다고 할 것이며, 반대로
근대학파는 #1 인간의 면은 강조하였으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격을 보지 못하였고, #2 형벌의 논리적 색채를
무시하고 형벌과 보안 처분을 동일시한 것도 잘못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인간의 자유의사는 자연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도
입증할 필요도 없는 규법적 전제이나, 자유의사를 가진 인간이
동시에 인과율에 의하여 지배받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 학파의 논쟁에
관하여도 고전학파의 이론을 기초로 하면서도 근대 학파의
주장을 고려하여 이를 개혁하였다고 할 수 있는 소위
신고전주의(neoklassischer Verbrechensbegriff)에 의하여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주3: Haft, S. 20; Jescheck,
S. 184.)
=====================================
@p59 제2편 범죄론
제1장 범죄의 기본 개념
제1절 범죄의 의의와 종류 @t:제1절 범죄의 의의@e
I. 범죄의 의의
형법은 범죄와 범죄에 대한 법률효과인 형벌과 보안 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전자가 바로 범죄론의 연구 대상이며, 범죄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은
범죄론의 출발점이 된다.
1. 범죄의 개념
범죄의 개념에 관하여는 형식적 범죄 개념과 실질적 범죄 개념으로
나누어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형식적 범죄 개념: 형식적 범죄 개념(der formale
Verbrechensbegriff)은 범죄를 형벌법규에 의하여 형벌을 과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그것은 형벌을 과하기 위하여 행위가 법률상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가를 문제삼는다. 그런데 범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구성요건
해당성과 위법성 및 책임이 있을 것을 요한다. 여기서 형식적 범죄 개념은
범죄를 구성 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고 책임 있는 행위를 말한다고 하게
된다. 형식적 범죄 개념은 형법 해석과 죄형 법정주의에 의한 형법의
보장적 기능의 기준이 되는 범죄 개념이다. 다만 형식적 범죄 개념에
의하여는 어떤 행위를 범죄로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결점이 지적되고 있다. (주1: Jescheck, S. 44;
Maurach-Zipf, S. 161; Noll, S. 22)
(2) 실질적 범죄개념: 실질적 범죄 개념(der materielle
Verbrechensbegriff)이란 법질서가 어떤 행위를 형벌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는가, 즉 범죄의 실질적 요건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형법은
사회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따라서
형벌은 사회질서를 그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절실한 필요성이 요구될
때에만 적용되어야 한다. @p60실질적 범죄 개념은 범죄란 형벌을 과할
필요 있는 불법(strafw^1256^rdiges Unrecht)일 것을 요하며, (주1: Gallas,
Beitr^345^ge, S. 16; Jescheck, S. 44) 그것은 사회적
유해성(Sozialsch^345^dlichkeit) (주2: Maurach-Zipf, S. 162; Rudolphi, SK
Vor *1 Rn. 1; Roxin, 'Schuld und Verantwortlichkeit als
Systemkategorien', Henkel-FS S. 174) 내지 법익을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주3: 이형국, 연구 98면; 정영석, 75면)
여기서 사회적 유해성이란 사회 공동생활의 존립과 기능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이 단순한 도덕이나 윤리를 강제하는 기능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도 실질적 범죄 개념의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범죄 개념은 입법자에게 어떤 행위를 범죄로 할 것이며 범죄의
한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뿐이며 형법의 해석에 관하여는
간접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이는 형사 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문제이므로 범죄의 형사 정책적 의의라고도 할 수 있다. (주4:
Maurach-Zipf, S. 163) 이러한 의미에서 범죄의 개념은 형식적 범죄개념과
실질적 범죄 개념의 양면에서 검토할 것을 요한다고 하겠다.
2. 범죄의 본질
실질적 범죄 개념인 범죄의 본질에 관하여는 권리 이해설, 법익침해설 및
의무 위반설이 있다. 권리 이해설은 범죄를 개별적인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설명하며, Feuerbach에 의하여 주장된 이론이다. 그러나 권리침해설은
권리침해를 내용으로 하지 않는 범죄를 설명하지 못하고, 권리도 법을
떠나서 인정될 수 없으므로 순환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범죄를 의무위반 (Pflichtverletzung)으로 이해하는 의무위반설도 모든 범죄를
의무위반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종래의
다수설은 범죄의 본질을 법익의 침해 또는 그 위험이 있다고 보는
법익침해설 (주5: 유기천, 6면; 진계호, 92면)을 채택하고 있었다. 법규범의
침해가 법규범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을 침해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법익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법적 평온과 법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형법은 국민에게 법익을 보호할 의무를 과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의 본질을 법익 침해라고 하는 것은
결과반가치 (Erfolgsunwert)만을 고려한 것이다. 범죄는 행위의 객체에 대한
행위실행의 방법과 정도도 문제삼는다. @61즉 결과반가치뿐만 아니라
행위반가치 (Handlungsunwert)도 범죄의 요소가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범죄는 법익 침해임과 동시에 의무 위반이라고 해야 하며, (주1:
Baumann-Weber, S. 96; Jescheck, S. 45, LK Vor *13 Rn. 6-11;
Sch-Sch-Lenckner, Vor *13 Rn. 11; Welzel, S. 5; Wessels, S. 4.) 법익
침해설과 의무 위반설을 결합함에 의하여 범죄의 본질을 파악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주2: 이형국, 연구 100면; 정성근, 119면)
II. 범죄의 성립 조건, 처벌 조건, 소추 조건
1. 범죄의 성립 조건
형식적 범죄 개념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하고 책임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범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구성 요건 해당성과 위법성 및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이를 범죄의 성립 조건이라고 하며,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때에는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1) 구성 요건 해당성: 구성 요건 해당성 (Tatbestandsm^345^ssigkeit)이란
구체적인 사실이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성질을 말한다. 형법 각
본조가 규정하는 구성 요건은 금지된 행위를 추상적, 유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추상적 구성 요건(abstrakter Tatbestand) 또는 법적 구성
요건(gesetzlicher Tatbestand)이라고 한다. 구체적 범죄 사실이 추상적 구성
요건에 해당하면 구성 요건 해당성이 인정되며,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만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반사회적, 반도덕적 행위라
할지라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때는 범죄라 할 수 없다.
(2) 위법성: 위법성 (Rechtswidrigkeit)이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구성 요건은 위법한 행위를 유형적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정당방위에 의하여 사람을 살해한 때에는 구성 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되지 않는다.
(3) 책임: 책임(Schuld)이란 당해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말한다. 객관적으로 구성 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라 할지라도
행위자에게 책임이 없을 때에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p62따라서 형사
미성년자나 심신 상실자의 행위 또는 강요된 행위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범죄의 처벌 조건
처벌 조건 (Strafbarkeitsbedingung)이란 범죄가 성립한 경우에 형벌권의
발생을 위한 필요한 조건을 말한다. 처벌 조건은 범죄의 성립 조건과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처벌 조건은 #1 처벌 조건이 없어 벌할 수 없는
행위도 범죄임에는 틀림없으므로 이에대한 정당방위가 가능하며, #2 처벌
조건에 대한 인식은 고의의 내용이 되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한 착오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고, #3 처벌 조건이 없는 경우에도 공범의 성립이
가능하며, #4 범죄 성립 조건을 결한 경우에는 무죄 판결을 선고함에
반하여 처벌 조건이 없는 때에는 형의 면제 판결을 한다는 점에서 범죄의
성립 조건과 차이를 나타낸다.
처벌 조건에는 객관적 처벌 조건과 인적 처벌 조각사유가 있다.
(1) 객관적 처벌 조건: 범죄의 성부와 관계없이 성립한 범죄에 대한
형벌권의 발생을 좌우하는 외부적, 객관적 사유를 객관적 처벌 조건이라고
한다. 객관적 처벌 조건을 조각하는 사유를 객관적 처벌 조각
사유(sachliche Strafausschliessungsgr^1256^nde)라고 한다. 예컨대 파산
범죄에 있어서 파산의 선고가 확정된 때(파산법 제366조, 제367조) 또는
사전 수뢰죄에 있어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사실(제129조2항)이 여기에
해당한다.
(2) 인적 처벌 조각 사유: 인적 처벌 조각 사유(pers^246^nliche
Strafausschliessungsgr^1256^nde)란 이미 성립한 범죄에 대하여 행위자의
특수한 신분 관계로 인하여 형벌권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형을 면제하는 중지 미수에 있어서 자의로 중지한 자, 친족 상도례에
있어서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등의 신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3. 범죄의 소추 조건
범죄가 성립하고 형벌권이 발생한 경우라도 그 범죄를 소추하기 위하여
소송법상 필요한 조건을 소추 조건 또는 소송
조건 (Prozessvoraussetzung)이라고 한다. 소추 조건은 범죄의 성립이나
형벌권의 발생과 관계없는 소송 제기의 유효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죄의 성립 조건이나 처벌 조건과 구별된다. 따라서 처벌 조건이
없는 경우에는 형면제의 실체 재판을 하여야 하지만,@p63 소송 조건이
결여된 때에는 공소기각 등의 형식 재판을 하게 된다.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소추 조건에는 친고죄와 반의사 불벌죄가 있다.
(1) 친고죄: 친고죄(Antragsdelikte)란 공소 제기를 위하여는 피해자 기타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을 것을 요하는 범죄를 말한다. 고소가 있어야 논할
수 있는 범죄라는 의미에서 이를 정지 조건부 범죄라고 한다. 친고죄를
인정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범죄에 대한 공소 제기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이며(강간죄 등의 성범죄), 다른 하나는 범죄가 경미한 경우(모욕죄)
이다.
(2) 반의사불벌죄: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논할 수 없는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라고 한다.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때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해제 조건부 범죄라고도 한다. 폭행죄나
명예훼손죄가 여기에 해당한다.
III. 범죄의 종류
범죄는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하여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범죄를
죄질의 경중에 따라 중죄, 경죄, 위경죄로 분류하거나(프랑스),
중죄(Verbrechen)와 경죄(Vergehen)로 나누는 입법례도 있으나(독일),
형법은 이러한 분류를 인정하지 않고 범죄라는 단일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범죄를 보호 법익에 따라 나눌 때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 및 국가적 법익에 대한 죄로 분류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총론상 문제되는 범죄의 종류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1. 결과범과 형식범
결과범 (Erfolgsdelikte)이란 구성 요건이 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범죄, 즉 행위뿐만 아니라 결과의 발생도 구성 요건에 속하는 범죄를
말한다.
실질범 (Materialdelikt)이라고도 한다. 살인죄, 상해죄, 강도죄, 손괴죄 등의
대부분의 범죄가 여기에 해당한다. 결과적 가중범도 결과범의 특수한
형태에 속한다. 이에 반하여 구성 요건의 내용이 결과의 발생을 요하지
않고 법에 규정된 행위를 함으로써 충족되는 범위를
거동법 (T^345^tigkeitsdelikte) 또는 형식범 (Formaldelikt)이라고 한다.
@p64예컨데 주거침입죄(제319조), 무고죄(제156조), 위증죄(제152조)등이
거동범에 해당한다. 결과범과 형식범을 구별하는 실익은 결과범에 있어서는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요한다는 점에 있다.
2. 침해범과 위태범
보호 법익의 침해 정도에 따라 범죄는 침해범과 위태범으로 나눌 수
있다. 구성 요건이 법익의 현실적 침해를 요하는 범죄를
침해범(Verletzungsdelikte)이라고 하며, 구성 요건이 전제로 하는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의 야기로 족한 범죄를 위태범 또는
위험범 (Gef^345^hrdungsdelikte)이라고 한다. 예컨대 살인죄, 상해죄는
침해범이며, 유기죄(제271조), 업무 방해죄(제314조), 방화죄(제164조), 통화
위조죄(제207조)는 위험범이다.
위험범은 다시 구체적 위험범과 추상적 위험범으로 구별된다. 법익
침해의 구체적 위험, 즉 현실적 위험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범죄를
구체적 위험범 (konkrete
Gef^345^hrdungsdelikte)이라고 함에 대하여, 법익 침해의 일반적 위험이
있으면 구성 요건이 충족되는 범죄를 추상적 위험범(abstrakte
Gef^345^hrdungsdelikte)이라 한다. 예컨대 현주건조물 방화죄(제164조),
공용 건조물 방화죄(제165조)는 추상적 위험범이고, 자기 소유 건조물
방화죄(제166조2항), 일반 물건 방화죄(제167조)는 구체적 위험 범이다.
구체적 위험범에 있어서는 위험의 발생이 구성 요건 요소이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인식이 고의의 내용이 되고 있음에 반하여, 추상적 위험범에
있어서는 위험이 범죄의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주1: 유기천,
96면; 정영석, 84면) 이에 반하여 위험 인식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견해 (주2: 정성근, 177면)도 있으나,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침해범과 위태범은 모두 결과범에 속한다고 하여 위태범과 형식범을
구별해야 한다는 견해 (주3: 정성근, 177면)도 있다. 그러나 결과범과
형식범, 침해범과 위태범은 구별의 기준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거동범도
침해범이 있을 수 있고,(주4: Noll, S. 59) 추상적 위험범은 대부분 형식범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주5: 유기천, 96면)
@p65 3. 계속범과 상태범
구성 요건적 행위가 시간적 계속을 요하는가에 따라 범죄는 계속범과
상태범으로 구별된다. 계속범(Dauerdelikte)이란 구성 요건적 행위가 위법
상태의 야기뿐만 아니라 시간적 계속을 요하므로 행위의 계속과 위법
상태의 계속이 일치하는 범죄를 말한다. 체포감금죄, 주거침입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반하여 구성 요건적 결과의 발생과 동시에 범죄도 완성되는
범죄를 상태범(Zustandsdelikte) 또는 즉시범이라고 한다. 살인죄, 침해죄,
절도죄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계속범과 상태범의 구별은 공소시효의 기산점과 공범의 성립 시기에
차이를 나타낸다. 즉 공소시효는 범죄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되므로
계속범에 있어서는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가 시효의 기산점이 되며,
계속범에 있어서는 범죄가 기수로 된 이후에도 행위가 계속되는 동안
공범이 성립할 수 있으나 상태범에 있어서는 범죄가 기수로 된 이후에는
공범이 성립할 수 없다.
상태범과 즉시범을 동의어로 파악하지 않고 범죄가 기수로 된 이후에
위법 상태가 계속되느냐에 따라 양자를 구별하는 견해 (주1: 이형국, 74면,
연구 103면; 정성근, 177면; 정영석, 84면; 진계호, 105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별은 형법상 아무런 실익이 없으므로 양자는 동의어로 파악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주2: 유기천, 96면)
4. 일반범과 신분범 및 자수범
정범이 될 수 있는 행위자의 범위에 따라 범죄는 일반범과 신분범 및
자수 범으로 구별될 수 있다.
(1) 일반범: 일반범(Allgemeindelikte)이란 누구나 행위자(정범)가 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구성 요건에 단순히 '--한 자'라고 규정되어 있는
범죄는 모두 일반범이다.
(2) 신분범: 신분범(Sonderdelikte)이란 구성 요건이 행위의 주체에 일정한
신분을 요하는 범죄를 말한다. 여기서 신분이란 범인의 인적 관계인 특수한
지위나 상태를 말한다. 신분범에는 진정 신분범과 부진정 신분범이 있다.
진정 신분범(echte Sonderdelikte)이란 일정한 신분 있는 자에 의하여만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를 말하며, 위증죄(제152조), 수뢰죄(제129조),
횡령죄(제335조)가 여기에 속한다. @p66이에 반하여 부진정 신분(unechte
Sonderdelikte)이란 신분 없는 자에 의하여도 범죄가 성립할 수는 있지만
신분 있는 자가 죄를 범한 때에는 형이 가중되거나 감경되는 범죄를
말한다. 존속 살해죄(제250조2항), 업무상 횡령죄(제356조), 영아
살해죄(제251조)가 여기에 해당된다. 신분범에 있어서 신분 없는 자는 그
죄의 정범이 될 수는 없으나, 공범이 될 수는 있다.
(3) 자수범: 자수범 (eigenh^345^ndige Delikte)이란 행위자가 자신이 직접
실행해야 범할 수 있는 범죄, 즉 구성 요건의 자수에 의한 직접적 실현에
의하여만 범죄의 특수한 행위 반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위증죄(제152조), 준 강간죄(제299조)등이 여기에 속한다. 자수범에 있어서
직접 실행 행위를 하지 않은 자는 정범인 단독 정범, 공동 정범, 간접
정범이 될 수 없을 뿐이며, 협의의 공범이 될 수는 있다.
@h:제2절 행위론@e
I. 서론
1. 행위론의 의의
범죄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하고 유책한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범죄는 먼저 행위의 존재를 요건으로 한다. 그러므로 형법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은 행위이고, 형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행위로서의
성질(Handlungsqualit^345^t)을 가져야 한다. 구성 요건 해당성과 위법성 및
책임은 행위에 귀속된 술어 내지 속성에 지나지 아니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행위론은 범죄론의 바탕이며 출발점이고, (주1: Jescheck, S. 196;
Sch-Sch-Lenckner, Vor *13 Rn. 23; Stratenwerth, S. 60) 형법은 인간의
행위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에서 시작하여야 한다고도 할 수 있다.
행위론이란 범죄론에 대한 체계적 상위 개념으로서 범죄의 모든
발생형태, 즉 작위범과 부작위범, 고의범과 과실범에 보편 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행위 개념은 가능한가, 또 이러한 행위 개념은 존재론적으로
파악해야 하는가 또는 규범적으로 파악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의미한다.
(주2: Wessels, S. 19)
@p67 형벌은 인간의 행위에 대한 제재이며 인간의 개별적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무엇이 행위인가를 규명하는 것은 범죄론의 체계를
위한 전제가 될 뿐만 아니라 법치 국가적 원리에서도 필요하다. 범죄는
행위를 전제로 하므로 구성 요건 이론, 위법성론 및 책임론은 물론
죄수론과 형벌론도 논리적으로 행위론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구성
요건과 불법 이론은 무엇이 행위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가를 설명하지
않는다. 또한 비행위는 처음부터 형법적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무엇이 행위인가는 이론상으로도 흥미있는 문제가 된다. (주1: Jescheck,
'Der strafrechtliche Handlungsbegriff in dogmengeschichtlicher
Entwicklung', Eb. Schmidt-FS 1961, S. 141; Arthur Kaufmann, 'Die
ontologische Strukur der Handlung', H. Mayer-FS 1965, S. 81; Wessels,
S. 20.) 따라서 존재론적 또는 규범적으로 전구성 요건적인 행위 개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2: Maurach-Zipf, S. 184, 202.) 다만 이러한
출발점에서 어떠한 공통된 기본개념으로 행위개념을 파악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게 된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이론이 바로 인과적 행위론, 목적적
행위론, 사회적 행위론 및 인격적 행위론이다.
2. 행위 개념의 기능
형법상의 행위 개념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먼저
행위론이 형법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법에서의 행위론의 기능이 밝혀지면 그러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옳은 행위론 이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3: 이형국, 116면; 심헌섭
'행위론', 형사법 강좌 I, 109면.)
1) 한계 기능: 행위론은 먼저 형법적 의미에서의 행위와 비행위를
구별하여 어떤 의미에서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거동은 행위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한계기능 (Abgrenzungsfunktion) 또는 한계요소(Grenzelement)라고 할 수
있다.
2) 분류기능: 행위 개념은 이러한 한계 기능을 가지는 것만으로 족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형법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인간의 행위, 즉 고의 행위와 과실 행위, 작위와 부작위를 하나의 통일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즉 행위 개념은 '하나'여야 하고
고의행위 개념과 과실 행위 개념, 작위 행위 개념과 부작위 행위 개념이
따로 있어서는 안된다. 이를 분류기능 (Klassifikitionsfunktion) 또는
근본요소(Grundelement)라고 한다.
@p68 3) 종합기능: 행위 개념은 또한 행위- 구성 요건 해당성- 위법성-
책임- 형벌의 순서로 이어지는 일반적 형법체계 안에서 불법과 책임 판단에
결합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결합 기능(Verbindungsfunktion) 또는 결합요소 (Verbindungselement)라고
할 수 있다. (주1: 행위개념의 기능으로 Maihofer는 한계요소, 근본요소 및
결합요소를 들고 있고(Maihofer, 'Der siziale Handlungsbegriff', Eb.
Schmidt-FS S. 159), Stratenwerth 의 설명도 또한 같다 (Stratenwerth,
'Die Bedeutung der finalen Handlungslehre f^1256^r das schweizerische
Strafrecht', SchwZStr 81, 182) 이에 대하여 Jescheck은 한계기능,
분류기능, 정의기능 및 결합 기능을 들고 있다.(Jescheck, S. 197))
II. 인과적 행위론
1. 인과적 행위론의 내용
19세기 이래 급속히 발전한 자연과학의 영향으로 형법에 있어서도 행위는
외적(객관적) 인과 과정과 내적(주관적) 의사라는 상이한 요소에 의하여
구성되어 있다고 보게 되었고, 따라서 행위를 의사에 의하여 외부 세계에
야기된 순수한 인과 과정(Kausalvorgang)으로 이해한 것이 바로 인과적
행위론(kausale Handlungslehre)이다. 여기서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를
'의욕된 신체 활동'(Beling), '유의적 거동에 의한 외계의 변화'(Liszt),
'의욕된 작위 또는 부작위'(Mezger), '의사에 의한 신체적 동작 또는
태도'(정영석)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과적 행위론의 특색은 행위를 일정한 거동의
유의성(Willk^1256^rlichkeit eines bestimmten Verhaltens)으로 족하다고
보는 데 있다. 즉 여기서 의사는 행위를 발생시키는 인과적 요소에 지나지
않고 일정한 목적을 향하여 조종하는 기능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과적 행위론에 의하면 행위는 유의성(Willk^1256^rlichkeit)과
거동성(K^246^rperlichkeit)의 두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의 내용은
행위의론에서는 전혀 의미를 가지지 않고 그것은 책임론에서 문제될
뿐이다. 이러한 행위론은 인간의 의사가 인과적 기능을 가지는 데 그치고
사건의 진행을 조종하는 힘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인과적이며, (주2:
Jescheck, S. 197.) 자연법칙을 형법에 도입하여 인과의 진행과 자연
과학적으로 결합된 결과만으로 구성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자연적인 행위론이라고 볼 수 있다.
@p69 2. 인과적 행위론에 대한 비판
인과적 행위론은 유의성과 거동성을 행위 요소로 보고 의사를 행위에
대한 인과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i) 인과적 행위론은 의사에 의하여 행하여진 모든 거동을 인과의
과정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에 범죄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의사행위(willenshandlung), 즉 고의 행위의 의미를 바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인간의 행위와 자연현상이 의사에 의하여 구별되는 것은 명백하지만,
인간 행위의 특수성은 의사의 인과성(Kausalit^345^t)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인과 과정을 객관적으로 형성하는 목적성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주1: Jescheck, S. 197.) 자연력도 또한 인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과적 행위론은 특히 미수 행위의 개념 결정에 난점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행위가 살인 미수 행위인가 상해 행위인가
또는 폭력행위인가는 행위자의 의사 방향을 떠나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미수에 있어서 의사 내용이 행위의 필수적 요소가
되어 있다면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그 본질이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ii)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의 요소로서 거동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행위
개념에 부작위를 포함할 수 없게 된다. 부작위의 본질은 기대되는 의사
충동을 결하여 인과 과정을 진행시키지 않은 점에 있으며, 신체적
활동이라는 의미에서의 거동성(K^246^rperlichkeit)은 작위와 부작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상위 개념의 요소가 될 수 없다. (주2: Jescheck, S. 197;
Maihofer, Eb. Schmidt-FS S. 159; Sch-Sch-Lenckner, Vor *13 Rn. 27.)
(iii) 인과적 행위론은 그 추상성 때문에 행위와 의미 있는 연관을 결한
결과(예컨대 살인자의 임신)까지도 이론상으로 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어 행위론의 한계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주3: Arthur Kaufmann, H.
Mayer-FS S. 93; Sch-Sch-Lenckner, Rn. 27; Stratenwerth, Strafrecht, S.
61.)
여기서 행위 개념은 인과적으로 파악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p70 III. 목적적 행위론
1. 목적적 행위론의 내용
Welzel이 주장하여 Busch, Niese, Maurach, Stratenwerth 등에 의하여
발전된 목적적 행위론(finale Handlungslehre)은 법규정에 앞서는 사물
논리적 구조가 존재한다는 데서 출발하면서, 정신작용의 진행에 대한 현대
심리학의 인식을 행위론에 적용하여 존재론적 행위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i) 목적적 행위론에 있어서 행위의 핵심은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인과적 진행이 아니라 행위는 본질적으로 목적
활동성 (Zweckt^345^tigkeit)의 작용이라는 데 있다.
Welzel에 의하면 '인간의 행위는 목적 활동성의 작용이다. 행위의
목적성(Finalit^345^t) 또는 목적 접착성(Zweckhaftigkeit)은 인간이 그의
인과적 지식을 기초로 자기의 활동으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일정한 범위에서 예견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하여
계획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은 인과적 예비 지식을 기초로
목표를 향하여 외부적인 인과 과정을 조종하고, 목적적으로 지배, 결정한다.
목적적 활동은 목표에 맞추어 의식적으로 조종되는 작용이다. ' (주1:
Welzel, S. 33. Das neue Bild des Strafrechtssystems, 4. Aufl. S1.) 그런데
'목적적 행위 조종은 두 단계로 나누어져 실행된다. 제1단계에서는
행위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을 선택하여
목표 달성과 결합된 부수적 효과를 고려하고, 제2단계로 행위자는 그의
행위를 현실 세계에 실현시키게 된다. '(주2: Welzel, Strafrecht, S. 34~35,
Das neue Bild, S. 2.) 이것을 목적적 조종의 이상형(das Idealbild der
Finalsteuerung)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같이 목적적 조종에 의하여 실현된
결과만이 목적적으로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행위의 목적성은
바로 행위자의 실현 의사(Verwirklichungswille)를 의미하게 된다.
(ii)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면 고의범에 있어서의 고의는 법적 구성 요건의
실현 의사를 의미하므로 목적성과 고의는 동일시 되지 않을 수 없다. (주3:
Welzel, Das neue Bild, S. 8.) 즉 '객관적 행위는 고의의 목적적 실현이며,
고의는 구성 요건의 실현을 위한 목적적 행위 의사(finaler
Handlungswille)로서 행위의 목적적 요소가 된다.'(주1: Welzel, Strafrecht,
S. 64.) @p71그런데 구성 요건적 행위는 객관적(외적) 요소와 주관적(내적)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고의를 책임 요소로 보는 것은 구성 요건의
전체적 통일성과 주관적 구성 요건을 파괴하는 것이다. 따라서 목적적
행위론에 있어서 고의는 책임 요소가 아니라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된다. (주2: Welzel, Das neue Bild, S. 8.) 또한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불법이라고 한다면 그 행위의 핵심적 내용을 이루고 있는 고의는
마땅히 주관적 불법 요소가 된다. 여기서 Welzel은 고의는 모든 고의범의
주관적 불법 요소라고 하였다. (주3: Welzel, Strafrecht, S. 61.)
(iii) 목적적 행위론은 고의 행위와 함께 과실 행위도 또한 목적적
행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과실 행위가 왜 목적적 행위가 되는가에 대한
이론 구성에 있어서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Welzel은 처음 과실범의 결과는
목적적으로 실현된 것이 아니라 맹목적 인과적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행위
개념은 현실적 목적성 이외에 잠재적 목적성(potentielle Finalit^345^t)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과실 행위를 '잠재적 목적성에 의하여
목적적으로 회피할 수 있었던 인과과정' 이라고 설명하였다. (주4: Welzel,
Strafrecht, S. 129. Stratenwerth는 과실범에 있어서의 목적성은 잠재적
목적성과 현살적 목적성의 2중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다.(Strafrecht,
S67)) 그러나 잠재적 목적성은 사실 개념이 될 수 없으므로 사실 개념인
목적성이 아니라는 Niese의 비판을 받자, (주5: 유기천, 89면) Welzel은 과실
행위의 본질적 요소는 결과가 아니라 행위 수행의 종류와 방법, 즉
주의의무 위반에 있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한다고 하였다.
Welzel에 의하면 '고의범과 과실범의 구성 요건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목적적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고의범의 구성 요건은 그 행위 의사가
사회적으로 소망스럽지 못한 결과의 실현에 있으므로 목적적 행위가 되지만
과실범의 구성 요건은 그러한 결과에 대한 목적적 행위의 실행 방식, 즉
사회 통념상 요구되는 주의를 침해한 행위 수행을 대상으로 한다. 즉
과실범의 구성 요건에 있어서는 목적적 행위의 구체적 수행 또는 조종은
사회적으로 소망스럽지 못한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표준적이고
지도형상적인 사회적 행동과 관련되는 것이다'(주6: Welzel, Strafrecht, S.
130.)라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목적적 행위론은 과실 행위도 목적적
행위이지만 그것은 형법상 의미 있는 결과에 대한 목적적 조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주1: Strtenwerth, a. a. O. S67.)
@p72 2. 목적적 행위론에 대한 비판
목적적 행위론은 20세기의 형법학에 있어서 논쟁의 핵심이 되어 온
이론이다. 목적적 행위론이 비록 행위론으로서는 결정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였다 할지라도 이 이론이 법죄론의 체계에 미친 중대한 영향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주2: 진계호, 40면; 황산덕, 48면 이외에 이건호, 김종원
교수가 목적적 행위론을 취하고 있다.)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여 종래 책임 요소로 인정되어 오던 고의와 과실은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 내지 주관적 불법 요소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에서 분리되어 책임 개념의 중심이 되었으며,
법률의 착오가 책임설에 의하여 해결되게 되었고, 위법성 이론에 있어서도
주관적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일반화되었다. 이와 같이 목적적 행위론이
범죄론에 미친 영향은 종래의 범죄론의 내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주3: Maurach-Zipf, S. 197;
Sch-Sch-Lenckner, Vor *13Rn. 30.) 이러한 결론은 목적적 행위론을
채택하지 않는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4: Jescheck,
S. 192)
그러나 목적적 행위론이 행위론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i) 목적적 행위론은 전통적인 인과적 행위론의 자연주의적, 인과적 행위
개념을 극복함으로써 형법에서 자연주의를 제거하고 존재론적 행위 개념을
규명하는데 그 본래의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목적적 행위론은 인과적
행위론의 유의성을 목적성으로 대체시켰지만 목적적 실현 의사를 목적적
행위의 중추라고 하여, 결국 목적성을 심리적 요소로서의
의사성(Willentlichkeit)과 동일시하였다. 그러나 심리적 요소로서의 의사성도
또한 '심리적 자연주의'의 산물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목적적 행위론은
자연주의적 인과 독단으로 부터는 해방되었지만 동시에 자연주의적
목적독단(Finaldogma)에 빠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5: Maihofer, Eb.
Schmidt-FS S. 160.) 뿐만 아니라 목적적 행위론은 목적성과 고의를
동일시함으로써 이러한 행위 개념은 더 이상 목적적 행위론이 규명하려고
한 존재론적 행위 개념이 될 수 없는 결과가 된다. 무엇이 목적적인가는
법질서의 목표 설정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p73이에
의해서는 목적적 행위론이 형법에서 자연주의를 제거하고 존재론적 행위
개념을 얻고자 한 본래의 의도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ii)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면 행위 의사는 인과적 과정을 계획적으로
조종하는 인자가 된다. 그러나 인간이 모든 활동에 있어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인과적 요소를 계획적으로 조종한다고는 할 수 없다. (주1:
Wessels, S. 22.) 목적적 행위론의 가장 큰 난점은 과실 행위도 목적적 행위
개념에 포함시키는 데 있다. 과실 행위가 목적적 행위인가에 대하여
Wezel은 과실행위도 주의의무에 위반한 실행이라는 점에서 목적적
행위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행위 대행의 조종은 행위 목표와의 관계에서만
목적적 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실범의 그것은 형법상 아무런
중요성도 인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것이다. (주2: Jescheck, Eb.
Schmidt-FS S. 149, Lehrbuch, S. 199; Sch-Sch-Lenchner, Rn. 32.) 다시
말하면 조종 과정의 부주의는 행위의 목적성의 요소가 될 수 없다. 여기서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여서는 고의범과 과실범을 포함한 통일된 행위 개념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3: Bloy, 'Finaler und sozialer
Handlungsbegriff', ZStW 90, 646.)
(iii) 목적적 행위론은 부작위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Welzel은 작위와 함께 부작위도 인간의 목표를 지향하는
의사에 의하여 지배된 독립된 형태로 보고 있다.
Welzel은 잠재적 목적성의 개념을 사용하여 부작위의 행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즉 구체적으로 가능한 잠재적, 목적적인 행위 지배가
무위(Nichtstun)를 부작위로 만들며, 부작위의 구성 요소는 잠재적, 목적적
행위 지배이므로 부작위에는 현실적 의사 활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의사 활동(m^246^glicher Willensakt)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주4:
Welzel, S201.)
Welzel이 과실 행위와 부작위를 모두 목적적 행위라고 할 때 그것은
주관적 목적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성의 징표라고 할 수 있는
실현 의사가 부작위에는 없다. 즉 부작위에는 목표달성을 위한 의사적
활동이나 인과요소에 대한 조종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단지 행위 기대를
다하지 않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를 목적적 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주5:
Jescheck, Eb. Schmidt-FS S. 149; Sch-Sch-Lenckner, Vor *13 Rn. 31.)
결국 목적적 행위론에 의한 존재론적 행위 개념도 형법상 중요한 모든
거동을 포섭할 수 있는 상위개념이 될 수 없다는 결과가 된다.
@p74 IV. 사회적 행위론
인과적 행위론과 목적적 행위론이 사실을 기초로 존재론적인 행위 개념을
파악하려는 것임에 반하여, 존재론적 방법과 규범적 방법을 절충하여 행위
개념을 규명하려는 이론이 사회적 행위론(soziale Handlungslehre)이라고
할 수 있다. (주1: Wessels, S. 22.) 즉 그것은 의사결정과 그 외적 결과
사이에 존재하는 존재론적 소여성을 인정하면서 그것의 사회적
의미내용(sozialer Sinngehalt des Geschehens)에 따라 행위 개념을
판단하려는 이론이다. (주2: Jescheck, Eb. Schmidt-FS S. 142)
엄격하게 볼 때 사회적 행위론은 이를 하나의 통일된 행위론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자에 따라 그 내용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행위론은 다시 객관적 행위 경향에 중점을 두는 견해(Eb. Schmidt,
K. Engish, Maihofer)와 주관적 목표 설정을 중시하는 견해(Jescheck,
wessels) 및 행위의 인격적 구조를 중요시하는 견해(Arthur Kaufmann, E.
A. Wolf)로 나누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론은 모두 행위 개념의
공통된 기준으로 사회성 또는 사회적 중요성을 들고 있는 점에 일치한다.
1. Eb. Schmidt의 사회적 행위론
사회적 행위론의 창시자는 Eb. Schmidt 이다. Eb. Schmidt 의 행위론은
행위가 인간의 사회적 공동체에서만 문제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형법상의 행위 개념도 이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주3: Eb. Schmidt-FS S. 340.) '사회적 환경과 접촉하는
개인의 거동은 이러한 사회적 접촉을 통하여 행의자의 의사나 의견과는
다른 특수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무엇이 행위인가는 객관적,
사회적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인간은 행위에 의하여 사회 공동체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행위는 사회 공동체에 있어서의 '기능적, 사회적
의미 통일체'(funktionale soziale Sinneinheiten)이며, 이는 사회생활에서의
관념, 경험 및 관습에 따라 이해되어야 한다.' (주4: Eb. Schmidt, a. a. O.
S. 341. Eb. Schmidt는 객관적으로 사리에 적합한 의사의 치료행위가 살인
또는 상해 행위가 될 수 없는 것은 사회적 행위론의 결론이라고 한다.(S.
347))
@p75 Eb. Schmidt는 종래의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를 육체 활동으로
설명하려고 한 점에서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고 한다. 구성 요건적 결과가
적극적인 육체 활동에 의하지 않고 이를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때에는
자연적 인과적 행위론은 적용될 기반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주1: Eb.
Schmidt, a. a. O. 341) Eb. Schmidt도 행위의 사회적 의미가 의사를
떠나서는 확정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Eb. Schmidt는 의사는 제한된
의미를 가질 뿐이고, 행위의 의미 내용은 사회적 입장에서 개인의 의사에
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고 한다. (주2: Bloy, ZStW 90, 612.) 여기에 Eb.
Schmidt의 행위론은 Welzel의 행위론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Eb.
Schmidt는 여기서 '행위란 그 결과가 다른 사람의 생활영역에 미치고
규범적 관점에서 사회적 의미 통일체로 나타나는 유의적 행태'라고
정의한다. 유의적 행태를 형법상 의미있는 행위라고 보는 점에서 그의
행위론은 인과적 행위론과 연관을 가진다고 볼 수 있지만, 그가 행위에서
거동성의 요건을 배제하고 행위의 내용으로 사회적 중요성을 요구하여
자연주의적 사고에서 해방되고자 한 것은 사회적 행위론으로서의 특색이
있다.
Eb. Schmidt에 의하여 주장된 사회적 행위론은 일면 K. Engisch화
Maihofer에 의하여 행위의 객관적 경향을, 다른 한편으로는 Jescheck과
Wessels에 의하여 주관적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2. 객관적 사회적 행위론
Eb. Schmidt에 의하여 주장된 사회적 행위론은 K. Engisch에 의하여
지지되어, Engisch는 행위 개념을 행위자 인격의 주관적 제약성에서
해방시켜야 구성 요건적 불법 내용의 객관적 판단에 적합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행위란 '예견할 수 있는 사회적 중요한 결과의 유의적
야기'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주3: K. Engisch, 'Der Finale Handlungsbegriff',
Kohlrausch-FS S. 160; Maihofer, Eb. Schmidt-FS S. 158) 이와 같이 Eb.
Schmidt와 K. Engisch에 의하여 전개된 사회적 행위론은 maihofer에
이르러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심재우, '목적적 행위론과 사회적
행위론' (져스티스, 1975), 125면)
Maihofer도 행위는 사회적 현상으로서 사회적 의미내용과 기능적
목적성에 기초한 목적적 의미를 가지며,@p76 인간거동의 사회적 의미는
사회적 입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행위를 자연 과학적 물리 현상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현상으로 실현된 것임을 발견한 것은 Eb. Schmidt의
위대한 공헌이라고 하였다. (주1: Maihofer, a. a. O, S. 157)
Maihofer는 행위론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행위개념에서
자연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는데 있다고 보았다. (주2: Maihofer, a. a. O.
S. 169) 그런데 인과적 행위론은 자연주의적이고 신체적, 심리적 요소인
거동성과 유위성을 행위의 요소로 보기 때문에 부작위를 형법상의 행위에서
제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목적적 행위론은 인과적 행위론의 심리적
요소인 유의성을 결과의 의욕이라는 심리적 요소인 위사성으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으며, 자연주의적 목적 개념을 그대로 남게 된다. 여기서
Maihofer는 자연주의적 요소인 유의성을 행위 개념에서 완전히 제거하고
오직 의미적 요소에 의하여 행위의 본질을 파악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행위는 '사회적인 인간의 행태'라고 정의한다. (주3: Maihofer, a. a. O. S.
163ff)
Maihofer는 사회적 행위론에서도 사회성의 개념에는 목적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사물의 진행(Laufe
der Dinge)에 대한 지적, 의지적 예견의 능력은 설정된 목표를 향한 작위
또는 부작위의 결과에 대한 목적적 예견과 목적 활동적 조종의 기초가
된다. (주4: Maihofer, S. 170) 이러한 의미에서 Maihofer의 사회적 행위론은
Wlzel의 목적적 행위론과 접근한다. 그러나 Maihofer가 말하는 목적성의
의미는 Wlzel의 그것과는 구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주5: Bloy, ZStW 90,
635)
(i) Welzel에 있어서 목적성은 주관적 목적성을 의미하지만 Maihofer는
객관적 목적성을 말한다. 즉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은 행태의 자연적
효과가 아닌 사회적 효과에 대한 지적, 의지적 예견을 의미하며, 그 사회적
의미는 행위의 효과를 받게 되는 타인의 사회적 입장으로 바꾸어 봄으로써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타인의 관점에서 행태의 사회적 효과를
기능적으로 예견할 능력을 통하여 인간은 그의 행위의 사회적 의미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인간세계의 효과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목적적, 목적
활동적으로 관찰, 지배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의 공동생활에서 그의
행태를 사회적으로 의미있게 예견하고 합목적적으로 지배하게 된다.'(주1:
Maihofer, S. 170) @p77여기서 Maihofer는 '형법적 의미에서의 인간의
행위와 비행위의 한계는 특정인이 예견하고 지배하는 것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인간이 행한 것이고 행할 수 있는 것인가에 있다'고 하였다.
(주2: Maihofer, S. 177)
(ii) Welzel이 사실 세계에서의 현실적 목적성을 목적적 행위라고
보았음에 비하여, Maihofer의 목적성은 잠재적 목적성을 의미한다. 즉
Maihofer에 의하면 '자연적 의미에서 목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직접적
고의의 경우에 인과관계의 착오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할 뿐이다.
오히려 일반적인 경우 특히 과실범에 있어서는 그러한 인간행태를 그의
작품으로 귀속하는 것은 그것이 현실적 목적적으로 완성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유위적 또는 무의적, 의사적 또는 비의사적인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하여 지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고 의지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던
무엇인가를 행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행태는 잠재적 목적으로만
행위 성격을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은 행위자가 그 행태의 결과를 올바로
예견하고 지배하지 못함으로써 일어난 사회적 과오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행태에 공통된 행위의 성질은 현실적 목적성이 아니라 목적적 행위의
존재론적, 논리적 요건인 목적 활동의 가능성, 즉 잠재적 목적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3: Maihofer, S. 173)
Maihofer는 여기서 행위란 '객관적으로 예견 가능한 사회적 결과에 대한
객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일체의 행태'라고 정의하고(주4: Maihofer, S.
178), 행위 개념이 지적으로는 행위 결과에 대한 객관적 예견 가능성 또는
예측 가능성에 의하여, 의지적으로는 인간에 의한 행위의 객관적 지배
가능성 또는 조종 가능성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3. 주관적 사회적 행위론
(1) Jescheck의 이론: Jescheck은 인과적 행위론과 목적적 행위론이
존재론적 방법으로 행위 개념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성과
목적성 및 법적 행위 기대를 포섭하는 평가적인 상위 개념을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Synthese가 바로 사회적 행위론의 의미라고 보았다.@p78
Jescheck은인간이 인과적 과정을 조종하는 능력으로 인하여 특수한 지위를
가지므로 적극적인 인간행태의 존재적인 기초는 목적성에 있다고 한다.
(주1: Jescheck, Lehrbuch, S. 199) 이러한 의미에서 Jescheck의 사회적
행위론은 목적적 행위론에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목적성을 수용하는
이론이다. (주2: Jescheck, Eb. Schmidt-FS S. 150) 그러나 Jescheck은
이러한 목적성이 형법상의 모든 행위에 타당한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고의에 의한 행위에 있어서도 행위는 목적성과 일치하지
않는다. 목적성이라 할지라도 외적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형법상의
행위라고 할 수 없으며, 목적성이 없어도 고의가 있다고 보아야 할
행위(예컨대 자동적, 충동적 행위)도 있다. 목적적 행위론이 과실을 목적적
행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더욱 의문이다.
행위 수행의 조종은 행위 목표와 관련되어야 목적적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실 행위에 있어서 행위목표는 형법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목적성은 또한 부작위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부작위에는
목적성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실현 의사도 없고 의식적 목표 설정이나
인과 요소의 조종도 없다. 따라서 작위와 부작위는 존재론적으로 통일될
수는 없으며 규범의 범위에서만 통일될 수 있다. (주3: Jescheck은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상의 행위 개념을 순수한 법적 개념으로 하였다) 여기서
Jescheck은 이러한 모든 행태의 행위를 포섭할 수 있는 새로운 행위 이론이
바로 사회적 행위론의 의미라고 하고, 행위를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인간의
행태'라고 정의하였다. (주4: Jescheck, Lehrbuch, S. 200) 여기서 행태란
인간에게 요구된 행위 가능성에 대한 대응을 의미하고, 그것이 인간 사이의
역할(mitmemschliche Rolle)로 나타날 때 사회적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사회적 중요성은 목적성의 수행, 목적성의 개입에 의하여 조종할 수
있는 결과의 야기(과실범) 또는 법적인 행위기대(부작위)에 의하여
결정된다. (주5: Jescheck, Eb. Schmidt-FS S. 151) Jescheck은 사회적 행위
개념을 이와 같이 이해할 때 그것은 구체적 내용을 가진 기본 개념이 되며,
그 실질적 내용은 목적성과 인과성 및 행위 기대의 요소로 이루어지고, 이
요소의 상위 개념이 바로 사회적 중요성이라고 하였다.
(2) Wessels의 이론: Wessels도 Jescheck과 같은 입장에서 사회적
행위론을 이해하고 있다. @p79Wessels는 행위 개념을 존재론적 기초에서
출발하면서 그 객관적 의미 내용을 행위자의 주관적 목표 설정과 법률
공동체에서의 규범적 행태 기대를 고려하면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Wessels는 행위를 '인간의 의사에 의하여 지배되거나
지배될 수 있는 사회적 의미있는 행태'라고 정의하였다. (주1: Wessels, S.
22) 여기서 행태란 작위와 부작위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며, 작위와
부작위는 규범적 입장에서 통일될 수 없는 대립 개념이 아니라 의사에 의한
행태의 상이한 발생 행태에 불과하다. 또한 모든 행태는 개별적인 인간이
주위의 관계를 맺고 그가 기도하였거나 원하지 않았던 결과가 사회적인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 때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V. 인위적 행위론
1. 인격적 행위론의 내용
인격적 행위론은 인간이 물질, 생명, 심리와 정신에 의하여 구성된 복합적
존재이므로 인간의 행위도 인간의 복합적 요소를 고려하여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형사책임의 첫단계인 행위는 인간의 거동을 그 인간
자신의 행위로 볼 수 있느냐를 문제삼아야 한다. 그런데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결정적인 기준은 인격에 있고, 인격이라 정신적 자기 의식과 자기
처분의 능력을 의미하며, 이러한 인간의 존재론적 자유가 인간의 윤리론적
책임에 대한 기초가 된다. (주2: Arthur Kaufmann, 'Die ontologische
Struktur der Handlung', Schuld und Strafe, S. 32) 그러므로 행위란
인격의 객관화(주2: Arthur Kaufmann, a. a. O. S. 22) 또는 인격의
발현(주4: 김일구, 114면; Roxin, 'Der Begriff der Handlung in der neueren
deutschen Strafrechtsdogmatik': 김일수 역, 형법학 방법론, 142면)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서 인격적 행위론은 행위란 '인격의 표현으로 의사에
의하여 지배되거나 지배 가능한 인과적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고 의미있는
형성을 말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주5: 강구진, '형법상의 행위론':
고시계, 1984. 5, 119면; Arthur Kaufmann, a. a. O. S. 47)
@p80 2. 인격적 행위론에 대한 비판
인격적 행위론은 행위를 인격의 객관화라고 정의함에 의하여 동물의
행위나 무의식적. 반사적 행위를 행위에서 제외하여 행위 개념의 한계
기능을 다할 뿐만 아니라, 형법적 평가에 앞서는 행위 개념의 실체를
제시하여 결합요소와도 조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격적 행위론이
행위를 인격의 객관화라고 하면서도 인격의 객관하는 사회 생활에 있어서
객관적 의미 내용에 따라 해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점에서(주1:
강구진, 전제논문, 120면; Arthur Kaufmann, a. a. O. S. 145), 인격적
행위론도 사회적 행위론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주2:
이형국, 연구 131면; 심헌섭, 전제논문, 101면) 사회적 행위론에서 말하는
사회적 중요성은 구성 요건적 평가와는 의미를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를
인격의 객관화로 대체하여야 행위개념의 결합기능을 다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행위를 인격의 객관화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거동이
행위라고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으므로 행위 개념의 한계
기능을 다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격적 행위론도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VI. 결론
인과적 행위론과 목적적 행위론이 행위론으로서의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자 존재론적 기초에서 출발하여 규범적 방법으로 행위 개념을
규명한 것이 바로 사회적 행위론이다. 그런데 Maihofer에 의하여 순화된
객관적인 사회적 행위론은 모든 유의적, 의사적 요소를 행위 개념에서
제거하여 형법에서 자연주의적 색채를 뿌리뽑는 데는 공헌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maihofer는 행위에서 의사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한 결과
행위개념의 내용을 공허한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서 범죄론의 초석으로의
행위 개념의 유용성까지 의문시 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주3: Maurach-Zipf, S. 200)
존재론적으로 볼 때 행위 개념은 인간의 내적인 판단 과정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결과로서 외계와 관련을 맺는다. 따라서 형법상의 행위
개념은 심리적, 사회적 소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p81그러나 행위
개념은 형법상의 개념이므로 이러한 존재론적 기초를 고려하면서도 형법
이론의 필요성에 따라 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
주관적 사회적 행위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행위론은 사회적
중요성이라는 가치판단적 방법에 의하여 규범적 행위 개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인과적 행위론과 구별되고, 인간 행태의 목적유형에서 출발하지
않고 인간의 모든 행태가 목적적 조종인 것은 아니라고 하는 점에서 목적적
행위론과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행위론은 인간의 행태가 원칙적으로
목적활동의 수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점에서 목적적 행위론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목적적 행위론을 보완한 행위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를 목적적, 사회적 행위론(final-soziale
Handlungslehre)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목적적, 사회적 행위론에 의하면 행위
개념의 본질적 요소로서 사회성이 요구되며, 상위 개념인 사회성에
목적성과 인과성 및 행위 기대를 포함시킴으로써 행위 개념은 내용 있는
개념이 되고, 행위 개념 속에 고의 행위와 과실 행위, 작위와 부작위가
포함될 수 있게 된다.
@h:제3절 행위의 주체@e
I. 서론
누가 행위의 주체로 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바로 행위의 주체 내지
행위능력의 문제이다. 형법에서 행위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자연인에 한한다.
자연인인 이상 연령이나 책임능력의 유무는 불문하고 형사 미성년자와
정신병자도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자연인 이외에 법인도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있다. 이것이 법인의 범죄 능력에 관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주1: 원래 법인의 범죄 능력의 문제는 행위능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법인의 범죄 능력을 독일에서 행위능력의 문제로
다루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법인의
형사책임과 관련하여 법인의 범죄 능력을 논함에 있어서 행위능력과
책임능력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원칙에 비추어 범죄의 주체와 형벌의 객체는 일치할 것을 요한다.
그런데 법인의 범죄 능력을 부정한다면 법인을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p82여기서 법인의 범죄 능력과 함께 법인의 형사책임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범죄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하고 책임 있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범죄 능력은 행위능력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범죄 능력과 행위능력, 즉
범죄의 주체와 행위의 주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견해(주1: 정영석,
77면; 진계호, 97면)도 있다. 그러나 범죄 능력은 행위능력과 책임능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엄격한 의미에서 양자는 동의어가 아니며(주2: 이형국,
연구 160면), 행위능력과 책임능력은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행위능력이란 불법을 행할 능력을 말하며 책임능력의 유무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II. 법인의 범죄 능력
1. 법인의 처벌과 법인의 범죄 능력
(1) 비교법적 고찰: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대륙
법계와 영미 법계의 태도에 차이가 있다. 범죄의 주체를 윤리적 인격자로
파악하는 대륙에서는 이를 부정함에 반하여, 실용주의적 형법관에 바탕을
두고 있는 영미에서는 법인 단속의 사회적 필요성을 중시하여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륙에서는 로마법이래 '단체는 죄를
범하지 못한다'(Societas delinquere non protest)라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다만 게르만 법과 중세 이탈리아 법에서는 단체 특히 교회의
가벌성이 인정되었으나 18세기와 19세기의 전환기를 지배하던 개인주의의
형법사상은 법인의 범죄 행위능력을 부정하게 하여, Feuerbach가 개인
책임의 원칙에 의하여 단체의 범죄 행위능력을 부정한 이래 현재까지
독일의 통설은 법인은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행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주3:
Jescheck, S. 204; Maurach-Zipf, 1, S. 81; Wessels, S. 24; G^246^hler, 'Die
strafrechtliche Verantwortlichkeit juristischer Personen', ZStW 1978
Sonderheft, S. 100.) 이에 반하여 영국에서는 common law상으로는 법인을
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용되었으나 19세기 이래 1840년의 Rex v.
Birmingham Co. 사건에서 no-feasance(부작위에 의한 공도불수리)의
경우에 법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한 이후 법인의 범죄 능력을 널리 인정하고
있으며(주4: 유기천, 108면 주 215 참조.), 영국의 영향을 받은 미국에서도
'죄를 범한 자'(Any person)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p83 우리 나라에서도 법인의 범죄 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행정 형법의 분야에서 법인 처벌의 폭이
확대되는 경향에 따라 법인의 형사책임과 관련하여 그 범죄 능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다. (주1: 유기천, 108면; 정성근,
139면.)
(2) 법인의 본질과 범죄능력: 법인의 범죄 능력을 부정하는 대륙 법계의
전통은 법인부인설 또는 법인의제설을 배경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법인
부인설은 물론, 법인은 법률의 의제에 의하여 인격이 인정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법인의제설에 의하면 법인의 범죄 능력은 부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Gierke에 의하여 주장된 법인 실재설이 민법에서 통설의 지위를
차지함에 따라 독일에서도 Listz나 M. E. Mayer, Hafter 및 Busch 등이
이러한 관점에서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법인
실재설의 입장을 형법에 일관할 때에는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인의 범죄 능력의 문제는 법인의
본질에 관한 사법상의 이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윤리적,
형사 정책적 고려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주2: Jescheck, S. 204.)
사법상의 법률효과의 귀속과 형법상의 범죄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인의 본질과 범죄 능력은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법인 실재설을 취한다고 하여 반드시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주3: 이형국, 연구 162면;
정성근, 140면; 진계호, 96면.)
비교 법적으로 볼 때 법인 실재설이 지배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법인의
범죄 능력이 부정되고 있음에 반하여, 법인의제설을 취하고 있는
영미에서는 오히려 법인이 범죄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견해의 대립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긍정설과 부정설 및 부분적 긍정설이 그것이다.
(1) 부정설: 법인은 범죄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견해이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통설(주4: 이형국, 연구 167면;
정영석, 78면; 진계호, 96면; 황산덕, 78면; 배종대, 223면.)과 판례(주5:
대법원 1984. 10. 10 전원 합의체 판결, 82 도 2595(공보 741-1816),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이 되는
경우라도 법인은 다만 사법상의 의무 주체가 될 뿐 범죄 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 타인의 사무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 기관의 의사
결정에 따른 대표 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밖에 없어 그 대표 기관은
마땅히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 내용대로 사무를 처리할
임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인이 처리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는 법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그 법인을 대표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자연인인 대표 기관이 바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즉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동지: 대법원 1985. 10. 8, 83 도 1375(공보
765-1501);
대법원 1994. 2. 8, 93 도 1483(공보 94, 1038))가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
@p84 부정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범죄는 자연인의 의사 활동에
따른 행위이므로 의사와 육체가 없는 법인은 이러한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2 법인은 결국 기관인 자연인을 통하여 행위를 하므로 그
자연인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하면 족하고 법인까지 처벌할 필요는 없고, #3
법인을 처벌할 때에는 범죄와 관계없는 자까지 처벌하는 것이 되어 근대
형법의 기본 원칙인 개인 책임과 자기 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되며,
#4 책임은 위법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법인에 관하여는
사회 윤리적 비난이라는 의미에서의 책임 비난을 귀속시킬 수 없고, #5
법인의 인격은 법인의 목적에 의한 제한을 받으므로 범죄를 행하는 것은
법인의 목적범위 안에 속한다고 할 수 없으며, #6 6형이 규정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형벌인 사형과 자유형은 법인에게 집행할 수 없으므로 형법은
자연인만 범죄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7 법인이 기관의
범죄에 의하여 얻은 재산 또는 이익을 박탈해야 한다는 형사 정책적 목적은
형벌 이외의 다른 수단에 의하여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2) 긍정설: 법인의 사회적 활동이 증대함에 따라 반사회적 활동도
격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해야 할 형사 정책적
필요가 있고 이론상 이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우리 나라의
소수설(주1: 김일수, 133면; 정성근, 144면.)의 입장이다
긍정설의 논거는 #1 법인의 범죄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인의제설을
전제로 하는 것이나 법인실재설에 의하면 이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고, #2
법인은 그 기관을 통하여 의사를 형성하고 이에 따라 행위를 할 수 있으며
그 의사는 구성원인 개인의 의사와는 다른 법인의 고유한 의사이고 이를
기관의 행위에 의하여 실현하는 것이므로 법인에게도 의사능력과
행위능력이 있다고 해야 하고, #3 법인의 기관의 행위는 기관의 구성원인
개인의 행위임과 동시에 법인의 행위라는 양면성을 가지므로 법인을
처벌한다고 하여 이중처벌이 되는 것은 아니며, #4 책임능력을 형벌 적응
능력이라고 해석하면 이러한 능력은 법인에게도 있다고 해야 하고, @p85
#5 법인이 사회적 존재로서 활동하는 행위는 법인의 목적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므로 법인도 범죄 행위를 행할 수 있고, #6 재산형과 자격형은
법인에게도 효과적인 형벌이 될 수 있으며 생명형과 자유형에 해당하는
형벌로서 법인의 해산과 업무 정지를 생각할 수 있고, #7 법인은 반사회적
활동으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기 위하여는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있다.
(3) 부분적 긍정설: 형사범에 있어서는 법인의 범죄 능력을 부정하면서
행정법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하는 견해(주1: 유기천, 98면, 108면.) 이다.
행정범에 있어서는 윤리적 요소가 약한 반면 행정적 단속 목적이라는
합목적적, 기술적 요소가 강하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책임능력이나 형벌
체계에 비추어 법인의 범죄 능력은 일반적으로 부정하여야 하지만 법인
처벌의 명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의 행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범죄의 주체가 된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부분적 긍정설의 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주2: 권문택, 형사법 강좌 I, 126면.)
3. 비판
형사범에 대하여만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는 부분적 긍정설에
대하여는 행정범의 개념 자체가 애매하고 행정범을 행정상의 의무 위반에
대하여 형벌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형사범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특히
행정 형법의 특수성이 형법의 기본 원리인 책임주의를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주3: 권문택, 125면.) 독일 질서 위반법(OWiG)
제30조가 법인의 형사책임에 관하여 형벌을 과하지 않고 범칙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4: 독일에서는
여전히 질서 위반범도 법익 침해의 면에서 형사범과 구별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인이 행정범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G^246^hler, a. a. O. S. 103; Maurach-Zipf, S. 181.) 법인 처벌의 명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의 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도 처벌
규정만을 이유로 원래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법인의 행위를 인정할
근거를 제시할 수 없으며, 범죄의 주체와 형사책임의 주체를 혼동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분적 긍정설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법인의 본질과 아무런
논리적 관련이 없다는 점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p86 따라서 이는 법인의
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가, 또 그것이 형법의 책임과 형벌 체계에 일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귀착된다고 하겠다.
(1) 법인의 행위: 법인은 기관인 자연인을 통하여 행위하므로 형법적
평가에서 볼 때에는 자연인의 행위가 있을 뿐이고 법인의 행위란 법적
사유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긍정설은 전통적인 행위 개념에
의하여는 법인의 행위를 인정할 수 없으나 형법상의 행위 개념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구성할 때에는 법인의 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주1:
권문택, 128면; 정성근, 141면.) 이는 사회적 행위론에 의하면 법인의 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행위론이라 하여 의사
관련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사람의 행위가 아닌 것을
형법상의 행위 개념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사회적 행위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법인의 행위능력을 부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2: Jescheck,
S. 204; Wessels, S. 24) 사회적 중요성과 법적 중요성은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법인의 책임능력: 책임을 인격에 대한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라고
이해할 때에는 법인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범죄 능력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하여 긍정설은 책임은 법적, 사회적 책임이며 책임의
윤리적 성격이 법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주3: 김일수, 136면; 정성근, 143면) 그러나 형법상의 책임은 자연적 의사를
가진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단체의 책임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
(3) 법인과 형벌: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형과 자유형을 법인에게 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의문이 없다. 긍정설은 이에 대하여 법인에게는
사형이나 자유형에 해당하는 해산 또는 업무 정지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므로 법인도 자연인과 같이 벌할 수 있다고 한다. (주4: 김일수, 137면;
유기천, 108면; 정성근, 144면.) 그러나 법인의 해산과 영업 정지는 형법이
인정하는 형벌이 아니며, 또 이를 생명형이나 자유형과 같은 성질을 가진
형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인의 범죄 능력을 부정하는 부정설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즉 법인은 처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행위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p87 III. 법인의 처벌
1. 범죄 능력과 형사책임
범죄 능력과 형벌 능력은 일치할 것을 요하는 것이 원칙이다. 형벌은
범죄 행위의 주체에게 그 행위를 이유로 과하는 법률효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종의 행정 형법에서는 행위자 이외의 법인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주1: 조세범 처벌법 제3조, 관세법 제195조 내지 제197조, 대외
무역법 제70조, 증권 거래법 제215조, 선원법 제148조, 하천법 제85조,
항공법 제140조, 수도법 제36조, 마약법 제71조, 약사법 제78조,
문화재보호법 제94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인을 처벌하는 규정은
대부분 양벌 규정의 방식에 의하고 있다.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는
견해에 의하면 법인은 자기 행위에 의하여 당연히 형벌의 객체가 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법인의 범죄 능력을 부정하는 경우에는 법인의 형벌
능력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다시 견해가 대립되지 않을 수 없다.
법인의 형벌 능력도 부정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철저하다고 보는 견해(주2:
이형국, 연구 166면. 다만 이 교수도 법인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의 처벌을 인정하고 있다.)도 있으나, 다수설(주3: 유기천,
108면; 정영석, 80면; 진계호, 98면; 황산덕, 78면.)은 이러한 행정 형법에
대하여는 법인도 형벌 능력을 가진다고 해석하고 있다. 행정 형법은 고유한
형법에 비하여 윤리적 색채가 약하고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합의적적, 요소가 강조되는 것이므로 행정 단속 기타 행정적 필요에 따라
법인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이에 의하면 법인은 범죄
능력은 없지만 형법 능력은 긍정하는 결과가 된다.
2. 법인 처벌의 법적 성질
양벌 규정에 의하여 법인을 처벌하는 경우에 법인의 형사책임의 성질
내지 그 근거가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주4: 권문택
교수는 양벌 규정을 법인의 공범 책임을 근거로 처벌하는 경우(선원법
제148조 2항; 근로기준법 제112조 2항), 법인의 과실 책임을 근거로
처벌하는 취지가 명시된 경우(관세법, 하천법, 항공법, 수도법, 창고업법) 및
그 이외에 아무런 조건이나 면책 사유가 없는 경우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3유형에 관하여만 법인 책임의 본질이 문제된다고 하고
있다.(권문택, 132면) 동지: 이형국, 166면.)
(1) 무과실 책임설: 법인의 처벌 규정은 범죄 주체와 형벌 주체의 동일을
요구하는 형법의 일반 원칙 @p88또는 책임주의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행정 단속의 목적을 위하여 정책상 무과실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견해(주1: 유기천, 108면; 황산덕, 78면; 배종대, 228면.)이다.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2: 대법원 1983. 3. 22. 81 도
2545(공보 704-766), '무역 거래법 제34조의 양벌 규정에 의하여 법인이
처벌받는 경우 범죄의 주관적 구성 요건으로서의 범의는 실지 행위자인 동
법인의 사용인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수입을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 동지: 대법원 1982. 9. 14, 82 도 1493(공보 82, 977);
대법원1990. 10. 12, 도 1219(공보 90, 2333); 대법원 1991. 11. 12, 91 도
801(공보 92, 157); 대법원 1992. 8. 14, 92 도 299(공보 92, 2707)) 자기의
행위와 관계 없이 타인의 행위로 인하여 형벌을 과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넓은 의미의 전가 책임 이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2) 과실 책임설: 법인의 처벌 규정을 종업원의 선임, 감독에 있어서
법인의 과실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다시 #1
법인에게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과실이 추정된다는 과실
추정설, (주3: 진계호, 100면.) #2 법인의 과실은 당연히 의제되는 것이므로
법인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과실의제설, #3 법인의 처벌은 법인 자신의
행위에 기인하는 과실 책임이므로 법인의 과실이 있음을 요한다는
과실책임설(주4: 권운택, 136면; 김일수, 138면; 정성근, 148면; 정영석, 80면.
대법원 1987. 11. 20, 87도 1213호(공보 88, 120) 판결은 미성년자 보호법의
양벌규정에 의한 영업주의 처벌은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로 인한
과실 책임이라는 태도를 취한바 있다.)로 나누어 진다.
3. 결론
과실 책임설 가운데 과실의제설을 주장하는 학자는 우리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과실의제설은 결과적으로는 무과실 책임설과 결론을
같이하는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 법인이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는 일반적으로 과실 책임설을 취하고 있다. 범죄 능력을 가진
법인이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처벌받기 위하여는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의 당연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법상의
행위의 주체는 자연인에 제한되며, 법적 의제에 의하여 법인의 행위 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 법인의 행위 능력을 부정하는 이상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한다고 하여 책임주의가 관철될 수는 없고, 또 이를 필요하다고
해석해야 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행정 형법에서 법인을 처벌하는 특별
규정을 둔 것은 법인 단속과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의
결과이며, 이 경우의 법인의 책임은 무과실 책임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p89 입법론으로는 범죄능력 없는 법인에게 책임을 전제로 하는 형벌을
과하여 책임주의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정책적인
이유로 법인을 처벌한다면 범칙금을 과하는 데 그쳐야 하며 형벌을 과하는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행위의 객체와 보호의 객체'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행위에는 행위의 대상이 있다. 그것은 구성 요건에
기재되어 있는 공격의 객체를 말하며, 감각적으로는 지각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행위의 객체(Handlungsobjekt)라고 한다. 예컨대
살인죄에 있어서 사람, 절도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이 바로 행위의
객체이다.
행위의 객체와 보호의 객체(Schutzobjekt)는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호의 객체란 구성 요건에 의하여 보호되는 가치적, 관념적 대상 즉
법익을 말한다. 여기서 법익이란 형법에 의하여 그 침해가 금지되는 개인과
공동체의 이익 또는 가치를 의미한다. 예컨대 살인죄의 보호 법익은 사람의
생명이며, 절도죄의 보호 법익은 타인의 소유권이다. 행위의 객체는 구성
요건에 기재되어 있는 물적 대상이므로 구성 요건 요소가 됨에 반하여,
보호의 객체는 구성 요건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정신적, 가치적 영역에
속하는 법익의 침해 또는 위험이다. 따라서 행위의 객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범죄자임에 반하여, 보호의 객체는 입법가 또는 법률가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범죄의 본질은 법익의 침해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보호 법익이 없는 범죄는 예상할 수 없으나, 행위의 객체가 없는 범죄는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다중불해산죄(제116조), 단순 도주죄(제145조),
퇴거불응죄(제319조 2항)에는 행위의 객체가 없다.
@p90 제2장 구성 요건
제1절 구성 요건 이론@t:제1절 구성요건이론@e
I. 범죄 요건의 의의
범죄의 성립 조건으로 구성 요건 해당성과 위법성 및 책임의 3단계를
요구하는 전통적인 범죄론의 체계에 있어서 구성 요건의 개념은 형법학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주1: 범죄는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위법, 유책한 행위를 의미하므로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형법적 가치판단은 아무런 뜻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구성
요건 이론은 범죄론의 핵심이 되며, 구성 요건은 위법성과 책임에 대하여도
지도적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성 요건은 형법의 이론 체계에
있어서 지도 형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구성 요건(Tatbestand)이란 형벌을
과하는 근거가 되는 행위 유형을 추상적으로 기술한 것을 말한다. 모든
형법 규정에는 입법자가 공동생활을 위하여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그 침해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기로 한 법규범(금지 또는 요구 규범)이 기초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입법자는 형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사회에서의 행동을
규율하는 많은 규범 가운데 특히 중요한 규범을 선택하여 그 규범의 위반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형법 규정에서 위반 행위를
형성하는 사실을 금지의 자료라고 하며, 구성 요건이란 바로 형법에 규정된
금지의 자료를 의미하는 것이다. 주2: Jescheck, S. 220; Welzel, S. 49.)
형법이 금지의 자료를 기술함에 있어서는 일정한 행위 유형을 정형적으로
기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구성 요건은 구체적인 범죄에 그
특징을 부여하여 다른 범죄와 구별되는 그 범죄의 정형적인 불법 내용을
명백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성 요건의 기능은 금지된
행위의 정형적 불법 내용을 형성하고 특수한 범죄 정형의 형태와 내용이
되는 모든 요소를 결합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성 요건이 추상성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성 요건과 구성 요건 해당성은 구별되어야 한다. 구성 요건은 법률상의
정형적, 추상적 개념임에 대하여, 구성 요건
해당성 (Tatbestandsm^345^ssigkeit)은 어떤 행위(이것을 범죄 구성
사실이라고 한다)가 @p91구성 요건의 범죄 정형적인 기술에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구성 요건 해당성은 범죄 구성 요건에 소전제로써 범죄 구성
사실을 해당시킴으로써 진행되는 논리 과정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주1:
유기천, 113면)
II. 구성 요건 이론의 발전
범죄론 구성을 위한 체계적 이론으로 구성 요건 이론이 처음 소개된 것은
Bering의 '범죄론' (Lecher VomVerstrichen, 1906)이다. 물론 Beling
이전에도 구성 요건이라는 용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개념은현재의
구성 요건 개념과는 다른 것이었다. (주2: 중세 이탈리아에서는 corpus
delicti(증명된 범죄 사실)라는용어가 사용되고 있었으며, 이 corpus delicti가
1796년 Klein에 의하여 구성 요건(Tatbestand)으로 번역되었다.) 즉
구성요건은 범죄 구성 요건 (Verbrechendstatbestand)으로서 형벌을 과하는
데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의 총체를 의미하였으며, 여기에는 형의의 구성
요건뿐만 아니라 위법성과 책임까지도 포함되었다.
1. Beiling의 구성 요건 이론
Beiling은 구성 요건을 전체로서의 범죄가 아니라 입법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불법의 지도 형상적 정형으로 파악하여, 구성 요건을 실정법
상으로 확정된 범죄유형이라고 정의하고, (주3: 구성 요건 이론의 발전에
관하 여는 Maurach-Zip, S. 271-272; Welzel, S. 52-53 참조) 이러한 협의의
구성 요건은 산분된 범죄 구조의 한 구성 요소가 된다고 보았다. Beiling은
범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구성 요건 해당성, 위법성 및 책임의 세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고 하고 구성 요건의 위법성과 책임에 대한 독자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구성 요건 해당성은 가치판단을 포함할 수 없는
몰가치성(Wertfreiheit)이며 또한 모든 주관적 요소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구성 요건 해당성과 위법성 및 책임의 관계에
관하여 Beiling은 구성 요건 해당성은 일정한 행위가 법이 정한 범죄유형에
해당하느냐 않느냐에 대한 사실 판단임에 반하여, 위법성은 순수한 객관적
가치판단이고 책임은 주관적 가치판단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Beiling은 구성 요건 해당성의 확정만으로는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고 구성 요건은 형법상 중요한 행위를 객관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위법성에 대한 객관적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며, @p92따라서 구성 요건을
위법성과 책임 판단에 앞서는 독립된 범죄 요소로 본 점에서 현대적 의미의
구성 요건 이론의 길을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Beiling의 구성
요건 이론 가운데 구성 요건 해당성이 몰 가치적 사실 판단이라고 하는
부분은 M. E. Mayer에 의한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의 발견에 의하여, 또
위법성은 객관적 가치판단이라고 하는 이론은 주관적 불법 요소의 반견과
특히 목적적 행위론의 등장에 의하여 근본적인 재구성이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의 발견
Beiling의 구성 요건 이론에 있어서 구성 요건의 가치 중립성은 구성
요건이 법치 국가적인 정형성의 요구에 따라 가치와 관계 없는 형식적
요소로 이루어진 사실의 기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M.
E. Mayer는 구성 요건에도 규범적인 면이 있음을 발견하고 소위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normative Tatberstandsmerkmale)를 지적하였다. 즉 구성
요건의 내용을 엄밀히 관찰하면 독일 형법 제 154조(위증죄)의 허위의
공술이나 제242조(절도죄)의 타인의 재물과 같은 것은 순전히 규범의
세계에 속하는 개념이며, 따라서 구성 요건을 가치 중립적이라고 한 것은
구성 요건 해당성과 범죄 구성 사실을 혼동하였기 때문이며, 구성 요건
해당성도 어디까지나 가치판단이며 법률 판단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즉
구성 요건 해당성에 대한 판단은 인간의 행위 가운데 형법상으로 중요한
불법인가 또는 적법인가에 대한 판단이며, 구성 요건 해당성이 인정될
때에는 그 행위가 형법상의 가치와 관련된 것임을 확정하는 것이므로 구성
요건은 결코 가치 중립적이 될 수는 없다. (주1: Welzel, S. 53.)
3. 주관적 불법요소(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의 발견 Beiling의 '구성
요건은 모든 주관적 요소로부터 분리되어야 하고 위법성은 순수한 객관적
가치판단이다.'라는 이론도 주관적 불법 요소의 발견과 목적적 행위론의
등장에 의하여 그 타당성을 잃지 않을 수 없었다.
@p93 위법성이 순수한 객관적 가치판단인가에 대하여는 Nagler가 이미
1911년에 객관적인 불법은 개별적인 주관적 경향(subjektive Tendenzen)을
떠나서 의의를 가질 수 없다고 지적하였고, Hegler는 이 이론을 발전시켜
Frank의 규범적 책임론의 영향아래 모든 주관적 요소가 책임에 속할 수
없는 것처럼 객관적인 것만 위법성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고, M. E.
Mayer는 주관적 위법성 조각 사유(subjektive Rechtferigungselemente)의
이론을 전개하여 위법성에도 주관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목적법에 있어서의 목적과 같은 주관적 불법 요소의
발견에 따라 위법성은 객관적 판단이지만 그 판단의 대상에는 주관적
요소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이론이 지배적인 견해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목적적 행위론이 주관적 불법 요소를 일반화하여 주관적 불법
요소는 목적법이나 미수법에 있어서의 고의와 과실범의 과실 자체도 주관적
불법 요소로서 구성 요건 요소에 해당한다고 하여 소위
인적불법론(personale Unrechtslehre)을 주장하자, 이러한 이론은 목적적
행위론을 취하지 않는 학자들에게도 목적적 행위론과 관계없이 받아들여져
현재 통설(주1: Jescheck, S. 192; Samson, SK Vor *32 Rn. 5;
Sch-Sch-LenCkner, Vor *13 Rn. 52; Wessels, S. 9.)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즉 고의법에 있어서 불법은 행위 의사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불법에는 법에 의하여 비난된 의사 활동, 즉 행위 반가치와 법이
금하는 결과의 발생, 즉 결과 반가치가 포함되며, 행위 반가치에 있어서
고의는 불법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4. 결론
요컨대 Beiling에 의하여 순수한 객관적 사실 판단의 문제에 지나지
않았던 구성 요건에 대한 판단은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의 발견에 의하여
규범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고, 구성 요건 해당성은 불법
유형으로서 위법성과 관련을 가진 가치판단 내지 법률 판단의 문제가
되었으며, 구성 요건은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함께 존재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에 이른 것이다.
@p94 III. 구성 요건과 위법성
Beiling과 같이 구성 요건에 대한 판단을 사실 판단으로 볼 때에는 구성
요건 해당성과 위법성은 엄격히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구성 요건이
규범적 요소를 가지는 이상 구성 요건 해당성과 위법성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입법자는 특별히 위험한 위법행위를 정형적인 발생
형태에 따라 구성 요건에 규정하였으며, 이러한 위법행위는 형벌과
결합함으로써 구성 요건에 해당하여 형벌을 과하는 불법(tatbestabdsnabiges
strafbares Unrecht)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 요건 해당성에 의하여
위법성은 징표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 요건 해당성은 행위의
위법성과 실질적 불법성에 대한 종국적 판단이 아니라 일반적. 잠정적
판단에 지나지 않는다. 위법성에 대한 징표는 위법성 조각 사유, 즉 허용
구성 요건(Erlaubnistatbestand) 의 존재에 의하여 제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성 요건 해당성은 불법 요소이지만 그것은 유일한 불법 요소가
아니라 위법성과 함께 불법을 형성하며, 위법성은 구성 요건 해당성 또는
불법 구성 요건(Unrechtstatbestand)(주1: 이러한 의미에서 구성요건은
불법을 기초하는 요소이고 위법성 조각 사유는 불법을 조각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불법 구성 요건(Unrechtstatbestand)은 행위를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 충족되어야 할 모든 요소의 총체를 의미한다고 하여 책임 구성
요소 (Schuldtatbestand)에 대립시킴으로써, 범죄론을 불법과 책임의 2단계로
체계화하는 이론도 그 근거를 여기에 두고 있다.)의 실현과 위법성 조각
사유의 부 존재라는 두 가지 요건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주2:
Wesseks, S. 34.) 위법성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한 소극적
가치판단 또는 반 가치판단(Unwerturteil)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주3: Welzel, S. 51)
구성 요건과 위법성의 관계를 명백히 하기 위하여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과 개방적 구성 요건 이론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Lehre von den negativen
Tatbestandsmerkmales)은 위법성 조각 사유를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로
파악한다. 즉 위법성 조각 사유의 부 존재는 불법 판단에 있어서 불법을
기초하는 적극적 구성 요건 요소의 존재와 같은 의미를 가지며, 따라서
구성 요건과 위법성 조각 사유는 일반적인 금지 규범과 특수한 허용
규범으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p95위법성 조각 사유는 불법을 조각하는
사유로서 금지 규범을 제한할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구성 요건 해당성과
위법성은 전체 구성 요건(Cesamttatbestand)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판단
과정으로 흡수되고, 범죄론은 전체 구성 요건과 책임이라는 2단계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 이론은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의 중간에 위치하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를 사실의 착오로 취급할 수
있는 명쾌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 공헌한 바 있다.
그러나 구성 요건 이론으로서의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주1: Jakobs, 6^34^54; Jescheck, S.
225; Maurach-Zipf, S. 323: Sch-Sch-Lenckner, Vor *13 Rn. 17; Wesscls.
S. 35.)
(i) 위법성 조각 사유는 일반적인 금지에 대한 전체적인 제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고유한 가치 내용을 가지고 개별적인 경우에 금지
규범에 대립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구성 요건과 위법성 조각
사유의 관계는 위법성 조각 사유를 소극적 요소로 구성 요건에 포함시켜서
기교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위법성 조각 사유는
구성 요건 요소가 될 수 없다. 즉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은 위법성
조각 사유의 독자성을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ii)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은 처음부터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와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만 위법성이 조각되는 행위의
가치 차이를 무시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Welzel이 지적한 바와 같이
정당방위에 의하여 사람을 살해 한자를 모기를 죽이는 것과 같이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주2: Welzel, S. 81)
2. 개방적 구성 요건 이론
구성 요건과 위법성의 관계에 관하여 Welzel은 개방적
구성 요건 이론(Lehre von den offenen Tatbestanden)을 전개하고 있다. 즉
Welzel은 구성 요건을 봉쇄적 구성 요건과 개방적 구성 요건으로 분리하여,
봉쇄적 구성 요건(예컨대 살인죄)에 있어서는 구성 요건 자체에서 위법성이
인정되지만 개방적 구성 요건(예컨대 독일 형법 제 240조의 강요 죄, 제
253조의 공갈죄)에 있어서는@p96 구성 요건에서 불법 요소를 완전히
끌어낼 수는 없으므로 위법성은 구성 요건 자체에서 나오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주1: Welzel, S. 82; Maurach-Zipf, S. 355) 따라서 개방적 구성
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 조각 사유가 없다는 것만으로 바로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 요건 밖에 존재하는 별도의 적극적인 위법성
요소에 의하여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방적 구성 요건 이론도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주2: 이형국,
연구 151면; 정성근 223면. Jescheck. S. 222, LK Vor *13 Rn. 43; Samson,
SK Vor *32 Rn. 17; Sch-Sch-Lencker, Vor *13 Rn. 66) 구성요건을 불법
유형으로 이해하는 이상 모든 구성 요건은 봉쇄적이며, 구성 요건이
개방적일 때는 불법 유형으로서의 성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즉 모든 구성
요건은 범죄의 불법 내용을 결정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위법성의
문제는 소극적으로 위법성 조건 사유가 있는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주3: 이러한 의미에서 구성 요건은
위법성의 인식의 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의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구성 요건을 형성하는 요소가 법률에 구체적으로
기술되었느냐 또는 법관이 일반 규정과 사회 상규에 따라 보완하여야
하느냐에 따라 구성 요건과 위법성의 관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없다. 즉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를 규정함에 있어서 규범적 요소를 이용하였거나
일반적으로 상당한 가치 형태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구성 요건을 떠나서
위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IV. 구성 요건의 요소
불법 유형으로서의 구성 요건은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와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구성 요건이 특정범죄의 정형적인 불법
내용을 기술하는 데는 기술적 구성 요건 요소와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를
사용하고 있다.
1. 기술적 구성 요건 요소와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 기술적 구성 요건
요소란 @p97사실 세계에 속하는 사항을 사실적, 대상적으로 기술함으로써
개별적인 경우에 사실 확정에 의하여 그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 구성 요건
요소를 말한다. 예컨대 사실 확정에 의하여 그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 구성
요건 요소를 말한다. 예컨대 살인죄에 있어서 '사람'을 살해하는 자, 또는
절도죄에 있어서 '재물'과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반하여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normative Tatbestandsmerkmale)는 규범의 논리적 판단에
의하여 이해되고 보완적인 가치판단에 의하여 확정될 수 있는 구성 요건
요소를 말한다. 절도죄에 있어서 재물의 타인성, 불법성을 의사, 문서,
공무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술적 구성 요건 요소와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의 한계가 항상
명백한 것은 아니다. 기술적 구성 요건 요소도 어느 정도 규범적 성질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물'과 '사람'은 기술적 구성 요건
요소라고 하지만, 동물이나 부동산이 절도죄의 재물에 해당하는가 또 분만
중의 영아가 사람인가의 문제는 평가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와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Objecktive Tatbestandsmerkmale)란 행위의 외적
발생 형태를 결정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행위의 주체, 행위의
객체, 행위의 태양 및 결과의 발생 등이 속한다. 또 결과범에 있어서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도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에 해당한다. 고의범에
있어서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의 기본적인 의의는 모든 개별적 요소가
구성요건적 고의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있다.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subjektive Tatbestandsmerkmale)란 행위자의 관념 세계에 속하는
심리적, 정신적 구성 요건 사항을 말한다. 목적범이나 경향범에 있어서의
내적 경향은 불법 요소로서의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이다. 따라서 절도죄나
횡령죄의 정형적 불법은 불법령득의 의사(Zueignungsabsicht)가 있어야
실현되며, 사기죄의 불법도 불법이득의 의사(Bereicherungsabsicht)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고의범에 있어서 행위의 불법 내용은 구성요건적
고의를 떠나서 확정될 수 없다. 따라서 고의는 주관적 불법 요소로서 가장
중요한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된다.
@p98 제2절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t:제2절 결과 반가치와@e
1. 결과반가치와 행위반가치의 의의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의 기능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는 현대
형법학에 있어서 불법론의 가장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 (주1: Rudolphi,
'Inhalt und Funktion des Handlungsunwertes im Rahmen der personalen
Unrechtslehre', Maurach-F S. 51; Gallas, 'Zur Struktur des
strafrechtlichen Unrechtsbegriffs', Bockelmann-FS S. 155.) 여기서 결과
반(무)가치론이 불법의 실체가 법익의 침해 또는 그 위험에 있다는 근대
형법의 전통적 입장을 의미함에 반하여, 행위 반(무)가치론은 불법 개념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행위에 대한 부정적 가치 판단에 있다는 견해를
말한다.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를 위법성의 실체에 관한 문제로 이해하는
견해(주2: 정성근, 226면; 정영석, 131면; 차용석, 395면.)도 있다. 결과
반가치와 행위반가치를 실질적 위법성의 내용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 반가치와 행위반가치가 위법성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는 위법성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의 개념에
관한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결과반가치와 행위반가치는 이미 구성 요건
해당성과 관련되는 문제이며, 이에 의하여 무엇이 구성 요건 요소가 될 수
있는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불법론에 대한 논쟁을 행위론의 논리적 귀결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해하는
견해(주3: 심재우, '형법에 있어서 결과 불법과 행위 불법', 고려대 법학
논집(20집), 127면; 장영민,'형법상의 불법 개념', 인하대 사회과학
논문집(1981), 271면)도 있다. 그러나 인적 불법론이 반드시 목적적 행위론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며, (주4: Samson, SK Vor *32 Rn. 5;
Sch-Sch-Lenckner, Vor *13 Rn. 52; Hirsch, 'Der Streit um
Handlungs-und Unrechtslehre'. ZStW 93, 851.)사회적 행위론이 객관적,
인적 불법개념(objektiv-personaler Unrechtsbegriff)과 결합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목적적 행위론을 취하는 경우에 반드시 결과반가치가 불법
개념에 있어서 무의미하다는 결론이 는 것도 아니다. (주5:
Bockelmann-Volk, S. 50; 나오
Maurach-Zipf. s. 209; Gallas, a. a. O. S. 166; Stratenwerth, 'Zur Relevanz
des Erfolgsunwertes im Strafrecht', Schaffstein-FS S. 178.) 이러한
의미에서 불법 개념에 있어서 결과 반가치와 행위반가치의 기능을 결정하는
것은 행위 개념이 아니라 형법 규범의 본질과 구성 요건의 평가에 있다고
해야 한다. (주6: 김일수, '불법 구성 요건에 있어서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 (고시연구, 1987. 11), 18면; Bockelmann-Volk, S. 51; Kraub,
'Erfolgsunwert und Handlungsunwert imUnrecht')
@p99 II. 결과 반가치론과 행위 반가치론
불법론에 있어서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의 기능에 대하여는 불법의
본질이 결과 반가치에 있다는 결과반가치론과 행위 반가치 또는
행위반가치와 결과 반가치에 있다고 보는 행위 반가치론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행위 반가치론은 일원적, 주관적 불법론과 이원적, 인적 불법론으로
나누어진다.
1. 결과 반가치론
(1) 결과 반가치론의 의의와 근거: 범죄를 객관적 측면과 주관적 측면으로
엄격히 분리하여 객관적 측면은 구성 요건 해당성과 위법성의 요소에
속하고, 주관적 측면은 책임요소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고전적 범죄 개념에
의하면 불법은 법익 침해라는 객관적, 외부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의하면 불법은 법익 침해 또는 위험이라는
결과반가치에 그 본질이 있다고 하게 된다. 행위 반가치를 강조하는 인적
불법론의 등장에 따라 이러한 고전적 불법 개념을 결과 반가치론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결과 반가치론은 행위의 태양이나 특수한 주관적
불법요소도 법익의 침해 또는 위험이라는 객관적 요소로 환원하여 행위의
법익침해 또는 위험 성격에 새로운 것을 추가한 때에는 불법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주1: 차용석, 398면.) 결과 반가치론은 불법이란 객관적
평가규범(objektive Bewertungsnorm)에 위반하는 것을 의미하며, 의사 결정
규범은 책임 귀속에 해당한다는 점에 입각하고 있다. (주2: Merzger-Blei,
14. Aufl. S. 98.)
우리 나라에서 결과 반가치론을 주장하는 학자는 #1 행위 반가치론에
의하면 형법의 기능은 사회 윤리적 행위가치(sozialethischer
Handlungswert)의 보호에 있다고 보게 되므로 형법이 윤리화되어 심정
형법화 될 염려가 있고, #2 행위의 사회적 상당성은 실체가 명백하지
못하며, #3 고의를 일반적 불법 요소로 파악할 때에는 위법의 주관화 내지
윤리화를 초래하게 되고, #4 위법성 조각 사유의 일반 원리로 법익 교량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의 목적에 일치하고, #5
과실범의 불법 판단에 있어서도 위법판단의 객관성이 보장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3: 차용석, 400--401면, 405--409면, 414--417면.)
@p100 (2) 결과 반가치론에 대한 비판: 결과 반가치론이 불법을 평가
규범에 대한 위반으로 파악한 것은 형법이 평가규범임과 동시에 의사 결정
규범임을 무시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형법은 법익 보호를 위하여
가치와 반가치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행위할 것을 명령한다. 평가 규범과
의사 결정 규범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형법임에도 불구하고
평가규범에 위반한 것이 불법이고 결정규범은 책임에서만 문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결과 반가치론은 규범위반이
행태반가치(Verhaltensunwert)를 의미하는 것을 무시하고 결과발생만으로
불법을 인정하여, 불법개념을 무제한하게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주1: Hirsch, ZStW 93, 839.)
형법에는 모든 법익 침해와 위험을 처벌하는 일반적 구성 요건이 없다.
오히려 구성 요건에 규정된 특수한 성질의 행위가 불법을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부진정 부작위범의 불법은 보증인에 의하여만 실현될 수
있고, 과실범의 결과 발생도 주의의무에 위반한 때에만 불법하다고 할 수
있다. 사기죄나 공갈죄는 일정한 방법으로 법익을 침해할 때에만 성립한다.
또 결과 반가치론에 의할 때에는 살인죄와 상해치사죄 및 과실 치사죄와
같이 동일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왜 처벌을 달리하는가를 설명할 수
없다. 이는 결과반가치만에 의하여 불법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다고 할 수 있다. 결과 반가치론이 주관적 요소를 예외적으로 불법
요소에 포함시키는 것도 불법은 객관적 요소에 의하여 평가된다는 이론과
일치할 수 없다. (주2: Krauss, ZStW 76, 31.)
인간의 행위는 결과반가치를 야기하기 위한 의사나 결과 회피를 위한
주의의무의 위반 없이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 불법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결과 반가치론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 행위 반가치론
(1) 인적 불법론: 결과 반가치를 강조하는 객관적 불법론에 대항하여
형법에 있어서 불법의 핵심이 행위 반가치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 바로
Welzel의 인적 불법론(personale Unrechtslehre)이다. Welzel의 불법 개념은
목적적 행위의 구조에 기초를 두고 있다. 즉 구성 요건에 규정된 행위는
불법 요소가 되며, 객관적, 주관적 행위 요소는 동시에 불법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행위의 본질은 목적성에 있고 목적성은 고의, 과실에 의하여
표현되므로 그것은 불법 구성 요건의 핵심이 된다. @p101여기서 Welzel은
인적 행위 반가치 가 모든 범죄의 일반적 반가치가 되며, '불법은 행위자와
내용적으로 분리된 결과야기에 의하여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는
행위자의 작품으로서 위법하게 되고, 위법성은 언제나 특정한 행위자의
행위에 대한 부정적 가치판단이므로 불법은 행위자 관련적인
행위불법(t^345^terbezogenes personales Handlungsunrecht)이 된다'(주1:
Wezel, S. 3, S. 62.)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Welzel의 인적 불법론에 의하면 행위 반가치가 불법의 구성적, 제1차적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즉 '고의범에 있어서 법익 침해(결과반가치)는
인적 위법행위(행위 반가치)의 내부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인적 행위
반가치가 모든 범죄의 일반적 반가치임에 반하여,
사태반가치 (Sachverhaltsunwert)는 많은 범죄에 있어서 비독자적 요소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 사태반가치는 결할 수 있지만(불능미수) 행위 반가치
가 없을 수는 없다.'(주2: Welzel, S. 62.) 과실범에 있어서는 결과반가치는
행위 반가치 에 포함되어 행위 반가치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행위 반가치는 결과 반가치의 존재에 의하여 증가될 수 없고 그것이
없다고 하여 감경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행위반가치는 형법적 불법의
기초이며, 결과는 과실행위의 본질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주3: Welzel, S.
136.)는 것이다.
(2) 일원적, 주관적 불법론
1) 일원적, 주관적 불법론의 내용: Welzel의 인적 불법론은 불법에 있어서
인적 행위 반가치를 강조하였어도 결과 반가치를 완전히 배제한 이론은
아니었다. 결과는 고의범에 있어서는 물론 과실범에 있어서도 구성 요건
요소로서 남아 있었다. 그러나 행위 반가치론은 결과를 불법의 세계에서
추방하여 불법을 행위 반가치만으로 근거지우려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결과는 구성 요건 요소가 아니라 객관적 처벌 조건에 불과하다는 Armin
Kaufmann, Zielinski, Horn, L^1256^derssen 등에 의하여 주장된 극단적인
행위 반가치론을 일원적, 주관적 불법론(monistischsubjektive
Unrechtslehre)이라고 한다.
일원적, 주관적 불법론은 법질서가
행위 규범(Verhaltensnorm)에 의하여 인간의 공동생활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이 규범에 위반하는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불법)로
된다는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p102즉 규범의 대상, 형법적 금지의 내용은
행위이다. 따라서 행위 반가치가 불법을 구성하며 이에 의하여 불법이
확정되므로, 불법이란 행위 반가치를 의미하며 불법과 행위 반가치는
동의어에 지나지 않는다. (주1: Armin Kaufmann, 'Zum Stande der Lehre
vom prtsonalen Unrecht', Welzel-FS S. 395; Zielinski, Erfolgs-und
Handlungsunwert im Unrechtsbegriff, S. 128; Horn, Konkrete
Gef^345^hrdungsdelikte, S. 79.) 결과 반가치는 불법을 구성하지 못하며
불법과는 관계없는 우연(Zufall)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수와 미수를 불법의
단계에서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주2: Armin Kaufmann, a. a. O. S.
403; Zielinski, a. a. O. S. 144.) 과실범에 있어서도 결과는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처벌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형벌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주3: Zielinski, a. a. O. S. 217.) 결국 결과 반가치는 객관적 처벌
조건(objektive Bedingung der Strafbarkeit)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한다. (주4: Armin Kaufmann, S. 411; Zielinski, S. 213; Horn, a. a. O. S.
81; L^1256^derssen, 'Die strafrechtsgestaltende Kraft des Beweisrechts',
ZStW 85, 292.)
2) 일원적, 주관적 불법론의 비판: 결과 반가치가 불법에 있어서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일원적, 주관적 불법론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으며,
우리 나라에서 이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도 찾아볼 수 없다. #1 일원적,
주관적 불법론은 규범논리적 측면에서 형법이 행위규범 내지 결정
규범이라는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형법은 결정 규범임과 동시에
평가 규범일 뿐만 아니라, 금지되는 것은 법익 침해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므로 행위가 금지된다고 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법과 무의미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5: Gallas, a. a. O. S. 161; Krauss, ZStW
76, 61.) #2 결과 반가치가 행위 위험의 실현으로서 행위 반가치와 연결되어
있을 때 그 결과는 우연일 수 없다. (주6: 김일수, 전게논문, 20면; 장영민,
전게논문, 228면; Hirsch, ZStW 94, 254; Stratenwerth, a. a. O. S. 184.)
특히 결과 반가치를 불법에서 완전히 추방하여 기수와 미수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형법의 태도와 일치할 수도 없다. 또한 과실범에
있어서 결과를 고려하지 않을 때에는 과실치사와 과실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을 동일하게 처벌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3 결과
반가치를 객관적 처벌 조건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p103객관적 처벌
조건은 형벌권의 발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고,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1:
Bockelmann-Volk, S. 50; Maurach-Zipf, S. 210; Hirsch, ZStW 94, 256;
Krauss, ZStW 76, 62; Stratenwerth, a. a. O. S. 188.)
(3) 이원적, 인적 불법론: 불법은 결과 반가치로서의 법익의 침해 또는
위험과 행위의 주관적, 객관적 측면을 포섭하는 행위 반가치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며,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는 동일한 서열에서 병존하는
불가피한 불법 요소라고 이해하는 견해를 말한다. 우리 나라의 통설(주2:
이형국, 연구260면; 정영석, 132면; 김일수, 전게논문, 22면; 장영민,
전게논문, 230면)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
법익 보호가 형법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결과 반가치를 불법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결과 반가치를 불법에서
추방하는 것은 전통적인 법감정에 반하고 형사 책임의 기본 원칙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형법을 법치국가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심정형법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결과 반가치만으로 불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규범이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형법의 구성 요건이
일정한 행위자의 특정한 행위태양을 처벌하고 있는 이상 행위반가치도
결과반가치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불법 요소가 된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불법은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이원적,
인적 불법론이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Ⅲ.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의 내용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를 독립된 불법요소로 파악하는 경우에도
무엇이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의 내용이 되는가에 대하여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1. 결과 반가치의 내용
통설은 보호 법익에 대한 침해와 위험이 결과 반가치의 내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주3: 이형국, 연구257면; 정성근, 228면; 장영민, 전게논문,
230면; Haft, S. 39; Jescheck, S. 215. LK Rn. 40; Maurach-Zipf, S. 217;
Rudolphi, a. a. O. S. 65; Wessels, S. 4.) 여기서 침해란 현실적으로 발생한
법익의 손상, 즉 보호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가치 상실을 의미하고, 위험은
보호 법익에 대한 침해의 발생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p104 법익 침해와 위험 이외에 미수와 예비를 구별하고 불능미수의 결과
반가치를 설명하기 위하여 법익 평온 상태의 교란을 결과 반가치의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주1: 김일수, 전게논문, 24면.)도 있다. 그러나
법익침해의 위험에 미수범의 결과 반가치를 인정하면서 미수와 예비를
구별하기 위하여 법익 평온 상태의 교란이라는 약한 형태의 결과 반가치를
인정할 필요는 없고, 불능 미수의 위험성도 결과 발생의 구체적 위험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결과 반가치의 내용은 법익 침해와 위험으로
족하다고 생각된다.
2. 행위 반가치의 내용
(1) 주관적 요소: 고의는 규범 명령에 직접 대항하는 행위 의사로서 인적
행위 불법의 핵심이 된다. 따라서 고의는 행위 반가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된다고 해야 한다. (주2: Bocklemann-Volk, S. 53; Jakobs, 6^34^76;
Jescherk, S. 217; Maurach-Zipf, S. 211; Samson, SK Rn. 5;
Sch-Sch-Lenckner, Rn. 55; Welzel, S. 61; Wessels, S. 61; Gallas, a. a. 0.
S. 170; Kaufmann, a. a. O. S. 399; Krauss, ZStW 76, 56; Rudolphi, a. a.
O. S. 54.) 다만 고의는 불법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요소임과
동시에 책임 요소가 되는 2중의 기능을 가진다고 해야 한다. 불법과 책임의
분리는 상이한 대상에 대한 독자적인 가치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실범에 있어서의 과실, 즉 주의의무 위반도 행위 반가치에
속한다. 물론 과실범의 불법 요소는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에 제한되며,
행위자의 주관적 예견 가능성은 책임 요소가 될 뿐이다. 고위, 과실 이외에
목적 또는 경향과 같은 주관적 불법 요소도 당연히 행위 반가치의 내용이
된다. 주관적 불법 요소는 법익 침해를 향한 행위자의 행위 의사를 명백히
하고, 구성 요건에 포함된 외적 행위에 내적 반가치를 연결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3: Jescheck, S. 217.)
(2) 객관적 요소: 행위 반가치를 주관적인
의도 반가치 (Intentionsunwert)라고 이해하여 범행에 나아간 의사 활동만
행위 반가치에 해당한다고 하는 견해(주4: Sch-Sch-Lenckner, Rn. 56.)도
있다. 그러나 행위가 가지는 일반적 위험성과 행위로 인한 위험의 실현은
구별되어야 하므로 행위의 위험성을 규정하는 객관적 요소도 행위 반가치의
내용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는 객관적 행위자 요소와 행위의
태양이 포함된다.
행위자가 의무를 부과하는 객관적 요소에 의하여 일정한 범위의 사람에게
제한되는 경우 이를 객관적 행위자 요소 (objektiv-t^345^terschaftliche
Merkmale)라고 한다. @p105예컨대 부진정 부작위범은 보증인에 의하여만
범하여질 수 있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면 배임죄의, 공무원이
아니면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이 행위의 주체를 결정하는
객관적 행위자 요소는 중요한 불법 요소가 된다. 또한 보호 법익에 대한
침해와 위험 이외에 범죄의 가벌성이 범행 실행의 종류와 방법에 의하여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특수 폭행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한 때에 성립하며, 사기죄는 기만행위에 의하여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고 재물을 교부 받을 것을 요한다. 법익에 대한 침해와 위험이 결과
반가치라고 한다면 행위의 태양은 행위 반가치에 속하지 않을 수 없다.
(주1: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의 기능은 미수 특히 불능 미수와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의 착오의 경우에 문제된다. 미수범에 있어서는 행위
반가치 뿐만 아니라 결과 반가치로서의 위험이 있어야 하며,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의 착오도 결과 반가치와 행위 반가치는 있으나 심정
반가치가 없는 경우이다.)
@h:제3절 부작위범@e
Ⅰ. 부작위의 본질
1. 부작위의 의의
범죄는 보통 적극적인 행위(작위)에 위하여 실행되지만 때로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않는 부작위(Unterlassung)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다.
법규범에는 금지규범(Verbotsnorm)과 명령규범(Gebotsnorm)이 있다. 금지
규범이 작위를 금지함에 반하여, 부작위는 바로 명령 규범에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은 대부분 금지 규범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형법에 명령
규범만을 전제로 하는 부작위의 구성 요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각칙상의 다중북해산죄(제116조)와 퇴거불응죄(제319조2항)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형법에
부작위범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없는 경우에도 대부분의 부작위에 의하여
행하여질 수 있다는 점에는 다툼이 없다.
2. 부작위의 행위성
부작위는 작위와 함께 행위(Handlung)의 두 가지 기본 형태를 이루고
있다. @p106그러나 존재론적 측면에서 부작위는 작위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무(Nichts)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주의적인 인과적
행위론은 부작위에 거동성이 없기 때문에 작위와 부작위를 포함한 상위
개념인 행위 개념을 만들 수 없었다. 목적적 행위론은 부작위를 행위
목표에 대한 수단이라고 설명하여 이를 행위 개념에 포함시키고자 한다.
(주1: G^246^ssel, 'Zur Lehre vom Unterlasssungsdelikt', ZStW 96,
329.)그러나 부작위에는 목적적 행위 지배가 없기 때문에 부작위의 행위성을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여 설명할 수 없다. 행위를 규범적, 법적 개념으로서
'의사에 의하여 지배되거나 지배될 수 있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간의
형태'라고 이해하는 사회적 행위론에 의할 때, 부작위는 법적 행위 기대라는
규범적 가치 판단 요소에 의하여 사회적 중요성을 가지는 인간의 형태가
되어 작위와 함께 행위의 기본 형태를 이루게 된다. 영미에 있어서는 범죄
행위(criminal act)에 작위뿐만 아니라 부작위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주2: Jescheck, 'Die Behandlung der unechten
Unterlassungsdelikte im deutschen und ausl^345^ndischen Strafrecht',
ZStW 77, 119)
작위가 인과의 연관에 대한 적극적인 작용과 조종에 본질을 두고 있음에
반하여, 부작위는 가능하고 기대되는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데 본질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작위는 '단순한 무위'가 아니라 '기대되는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Nichtvornahme einer bestimmten erwarten
Handlung), 즉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것'(etwas Bestimmtes nicht tun)을
의미한다. (주3: Bockelmann-Volk, S. 133; jescheck, S. 556, LK Vor *13
Rn. 85; Otto, S. 127; Rudolphi, SK Vor *13Rn. 1; Sch-Sch-Stree, Vor*13
Rn. 139; Wessels, S. 224.)
3. 작위와 부작위의 구별
직위와 부작위는 대부분의 경우에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행위에 작위와 부작위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형법적 판단의
대상이 작위인가 또는 부작위 인가가 명백하지 않는 때가 있다. 특히
과실범에 있어서 필요한 방어 조치를 취하지 않고 행위한 점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 때에는 작위와 부작위의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
경우에 작위와 부작위를 구별하는 것은 법적 비난의 중요성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할 평가 문제라고 해석하는 견해(주4:
Sch-Sch-Stree, Rn. 158; Wessels, S. 222.)도 있다. 그러나 법적 비난의
중점이 어디에 있는가는 법률 심리의 결과에 의하여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p107이를 처음부터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 감정 판단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작위와 부작위의 구별이 명백하지 않을 때에는 먼저
작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 유책한가를 검토하여 작위만 형법적
평가의 대상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부작위가 문제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생가된다.(주1: Easer, ii, S. 45; Jescheck, S. 545, LK
Rn. 83; Noll, S. 192; Rudolphi, SK Vor *13, Rn. 7) 이러한 의미에서
부작위는 작위에 대하여 보충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II. 부작위범의 구조
1. 진정 부작위범과 부진정 부작위범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범죄를
부작위범 (Unterlassungsdelikt)이라고 한다. 부작위범에는 진정 부작위범과
부진정 부작위범이 있다.
(1) 구별의 기준: 진정 부작위범과 부진정 부작위범을 구별하는 기준에
관하여는 두 가지 입장이 나누어진다.
1) 형식설: 형법이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을 두고 있느냐라는 형식적
기준에 의하여 양자를 구별하는 견해이다. 우리 나라의 통설(주2: 유기천,
117면; 정성근, 535면; 정영석, 103면; 진계호, 144면; 황산덕, 64면; 배종대,
567면.)의 태도이다. 이에 의하면 전정 부작위범(echte
Unterlassungsdelikte)은 구성 요건이 부작위에 의하여만 실현될 수 있는
범죄, 즉 법률에 규정된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을 말한다. 각칙상의
다중불해산죄와 퇴거 불응죄 이외에 전시 군수계약 불이행죄(제103조 1항),
전시 공수계약 불이행죄(제117조 1항)가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하여 부진정
부작위범(unechte Unterlassungsdelikte)은 부작위에 의하여 작위범의 구성
요건을 실현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에컨대 어머니가 영아에게 젖을 주지 아니하여 아사 시키거나, 이미
발생한 화재를 소화하지 아니하여 살인죄 또는 방화죄를 범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2) 실질설: 범죄의 내용과 성질을 검토하여 양자를 실질적 관점에서
구별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독일의 다수설(주3: Bockelmann-Volk, S. 132;
Jescheck, S. 547, LK Rn. 84; Rudolph, SK Rn. 10; Wellels, S. 221)의
입장이다. @p108이에 의하면 진정 부작위범은 구성 요건은 단순한
부작위에 의하여 총족됨에 반하여 부진정 부작위범은 결과의 발생을
요한다고 한다. 즉 진정 부작위범은 순수한 거동범 (T^345^tigkeitsdelikt)에
대응하는 개념이고, 부진정 부작위범은 결과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진정
부작위범은 결과의 발생을 요하지 않으므로 형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만 처벌 할 수 있음에 반하여, 결과의 발생을 요하는 부진정
부작위범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겨우에도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2) 비판: 실질설은 진정 부작위범과 부진정 부작위범의 본질을 규명하여
형법이 진정 부작위범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근거를 명백히 한 점에서
탁월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거동범에 대하여는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 부진정 부작위범은 대부분
결과범이다. 그러나 부진정 부작위범이 결과범 뿐만 아니라 거동범에
대하여도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이유는 없다.(주1: Baumann-Weber, S.
236; Sch-Sch-Stree, Rn. 135; Welzel, S. 203.) 또 형법에 부진정
부작위범의 규정이 없는 것은 그것이 결과범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옳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통설인 형식설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진정 부작위범인가 부진정 부작위범인가를 불문하고 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1) 구성 요건적 상황: 부작위범은 명령 규범이 작위를 요구할 때에만
성립할 수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작위 의무의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사실
관계를 구성 요건적 상황이라고 한다. 부작위범은 먼저 구성요건적 상황이
존재할 것을 요한다. 구성요건적 상황은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2) 부작위: 명령 규범에 의하여 요구되는 행위를 하지 않은 때에만
부작위범이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작위 의무를 다하였지만
효과가 없었을 때에는 적어도 고의에 의한 과실범이 성립할 수 있다.
(3) 행위의 가능성: 일반적인 행위능력은 부작위에 있어서 행위의 개념에
해당한다. @p109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간의
행태라는 의미에서 부작위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행위자가 명령된 행위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개별적
행위능력(individuelle Handlungsf^345^higkeit)은 부작위범의 부성 요건에
속한다. (주1: Jescheck, S. 557, LK *13 Rn. 2; Noll, S. 193; Rundol-phi,
SK Vor *13 Rn. 13; Wessels, S. 224.)그러므로 낙동강에 빠진 사람에
대하여 서울에 있는 사람에게 부작위범의 문제는 일어날 여지가 없다.(주2:
유기천, 119면.)
(부작위범의 위법성과 책임)
1) 부작위범의 위법성: 부작위범에 있어서도 구성요건 해당성이 위법성을
징표한다는 점은 작위범의 경우 와 같다. 따라서 구성요건에 행당하는
부작위의 위법성은 위법성 조각 사유의 존재에 의하여 조각될 수 있다.
부작위범의 위법성 조각 사유와 관련하여 특히 문제되는 것이 의무의
충돌(Pflichtenkollision)이다. 의무의 충돌의 경우에 행위자가 높은 가치의
의무나 같은 가치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부작위에 나간 때에는
부작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 작위의무와 금지의무가 충돌한 경우, 즉
작위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해야 하는 경우에
대하여는 긴급시난의 이론이 적용될 수 있다. (주3: Rudolphi, SK Vor * 13
Rn. 29a; Wellels, S. 233.)
2) 부작위범의 책임: 부작위범의 책임 비난도 작위범의 경우와 같이
책임능력과 위법성의 인식 및 책임조 각사유의 부존재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부작위범에 있어서도 금지의 착오는 책임을 조각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부작위범에 있어서의 기대 가능성은 작위 의무의 범위와
행위능력을 결정하는 자료가 되므로 단순한 책임 조각 사유가 아니라 구성
요건 요소에 해당한다는 견해 (주4: Dreher-Tr^246^ndle, & 13 Rn. 16;
Haft, S. 180; Sch-Sch-Stree, Vor *13 Rn. 155.)도 있다. 그러나 기대
가능성의 기능을 작위범과 부작위범의 경우에 따라 달리 평가해야 할
이유는 없을 뿐만 아니라, 행위가능성과 기대 가능성은 구별해야 하는
것이므로 기대 불가능성은 부작위범에 있어서도 책임 조각 사유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주5: Jescheck, S. 573, LK Vor *13 Rn. 91; Rudolphi,
SK Rn. 31; Wessels, S. 236.)
III.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1. 부작위의 동가치성
진정 부작위범에 관하여는 각칙에서 부작위를 처벌하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진정 부작위범은 작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 요건을 부작위에 의하여 실현하는 것이다. 부진정
부작위범을 부작위에 의한 작위범(Begehungsdelikt durch
Unterlassung)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p110 작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 요건은 금지 규범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명령 규범을
예상한 것은 아니다. 즉 작위범의 규범은 작위를 금지하는 것이며, 부작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의 구성 요건은 규범에 위반한 법익 침해를 처벌하는 것이고
규범에는 금지 규범과 명령 규범이 포함되므로 작위범의 구성 요건에도
금지 규범과 함께 명령 규범이 구체화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주1:
G^246^ssel, ZStW 96, 323; Otto, S. 129.)도 있다. 물론 이 견해에 의하면
부진정 부작위범도 작위범의 구성요건이 예상하고 있는 명령 규범을
침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위범의 구성 요건이 명령 규범을
전제로 하고 부진정 부작위범도 명령 규범을 위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주2: Bau-mann-Weber, S. 197; Jescheck, S. 561;
Sch-Sch-Stree. Rn. 135; Wessels, S. 211.)
금지 규범을 전제로 하여 작위를 금지하는 작위범의 구성요건을 부작위에
의하여 실현하기 위하여는 부작위범의 일반적 구성요건 이외에 부작위가
작위와 같이 평가될 수 있을 것을 요한다. 이것이 바로 부작위의
동가치성(Gleichwertigkeit)내지 동치성(Gleichstellung)의 문제이다.
부작위가 작위와 같이 평가될 수 있기 위하여는, 첫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결과를 방지하지 않은 자가 결과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자, 즉
보증인일 것을 요한다. 모든 사람의 부작위가 작위와 같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보증인의 부작위만 작위와 같이 평가될 수 있다. 형법 제18조가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발생을 방지해야 할 의무 있는 보증인의 부작위라는
것만으로 부작위를 작위와 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를 작위와 같이 평가하기 위하여는, '둘째로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구성 요건의 실행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부진정 부작위범에 특수한 동가치성의 문제로
보증인 지위와 행지 정형의 동가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보증인 지위
(1) 보증인 지위의 의의: 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가 작위와 같이
@p111평가될 수 있기 위하여는 부작위범이 결과의 발생을 방지해야 할
보증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보증인 지위(Garantenstellung)라고
한다. 보증인 지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1법익의 담당자가 위협되는
침해에 대하여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고 #2부작위범에게 그 위험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 즉 작위의무(보증인의무)가 있고, #3부작위범이
이러한 보호 기능에 의하여 법익 침해를 야기할 사태를 지배하고 있을 것을
요한다.(주1: Rudolphi, SK * Rn. 22.) 그러나 보증인 지위를 인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론 작위 의무이며, 보증인 지위가 주로 작위 의무의
문제로 다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작위 의무는 법적 의무일
것을 요하며 단순한 도덕적 의무나 사실상의 가능성으로는 족하지
않다.(주2: Baumann-Weber, S. 242; Bocklmann-Volk, S. 137;
Dreher-Tr^246^ndle, * 13 Rn. 5; Haft, S. 183; Wessels, S. 226; Jescheck,
ZStW 77, 120.)
보증인 지위는 고의에 의한 부진정 부작위범에서만 문제되며 과실범에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과실범에 있어서는 작위 의무와
주의의무가 실질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그 구조에 있어서 진정부 작위범과
일치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주3: Haft, S. 190; Noll, S. 192.)
(2) 체계적 지위: 보증인 지위 또는 그 근거가 되는 작위 의무의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1) 위법성의 요소라는 견해: 종래의 통설은 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의
작위 의무 위반을 위법성의 요소로 이해하고 부작위범의 동가치성은
위법성의 특수성에 있다고 보았다.(주4: 유기천, 120면) 즉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은 위법성을 징표하지 못하며, 구성 요건적 결과를
방지해야 할 법적의무있는 자가 그 의무에 위반하여 부작위를 한 때에
비로소 위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의 동가치성을 위법성에서 구할 때에는 #1부작위범의 본질이
명령기범의 의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령 규범에 위반하지 않은 사람의
부작위도 그것으로 인하여 구성 요건적 결과가 방지되지 않으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 되어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해당성을
부당하게 확대하게 되고, #2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는 작위의무
있는 자가 부작위하였다는 점에서 작위와 동가치성이 인정되는 것이므로
작위 의무 있는 자가 부작위는 작위범에 있어서의 작위와 같이 구성 요건
요소가 된다고 해야 하고, #3구성 요건은 위법성에 대한 징표로서의 기능을
가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p112 부진정 부작위범에 대하여만 작위 의무를
위법성의 요소로 파악하여 구성 요건의 징표적 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범죄론의 체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
2) 보증인설(구성 요건설): 보증인, 즉 작위 의무 있는 자의 부작위를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해당성의 문제로 파악하여 위법성실의 결함을
제거한 것이 바로 Nagler에 의하여 주장된 보증인설(Garantentheorie)이다.
보증인설에 의하면 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를 작위와 같이
평가하기 위하여는 작위 법적으로 보증하는 보증인 지위에 있음을 요하며,
이러한 보증인(Garanten)의 부작위만 작위와 같은 가치를 가질수 있게
되고, 보증인 지위는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요소가 된다.(주1:
Mezge 'Die Unterlassung-sverbrechen in der Darstellung von Nagler',
LK Bd. 1, 8. Aufl. S. 35.) 보증인 지위가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요소가 됨에 의하여 부진정 부작위범이 보증인에 의하여만 범할 수 있는
진정 신분범의 성격을 같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Nagler의 보증인설은
보증인 지위와 그 기초가 되는 보증인 의무(Garantenpflicht)를 모두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요소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위범에 있어서는
법적 의무가 구성 요건 요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위범의 작위 의무를
구성 요건 요소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보증인설도 보증인 지위와 그 기초가 되는 보증인 의무(작위 의무)를
구별하여, 보증인 지위는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 요건 요소이나 보증인
의무는 위법성의 요소라고 해석하게 되었다. 이 견해가 우리 나라에서도
통설(주2: 남홍우, 93면; 정성근, 542면; 정영석, 100면; 차용석, 306면;
황산덕, 70면; 이형국, 410면; 김일수, 588면; 권문택, '보증인설'(고시계,
1976. 11), 17면; 박동희, '부작위범'(고시계, 1976. 11), 26면.)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특히 이분설이라고 분류하는
학자(주3: 정성근, 542면.)도 있다.
(3) 보증인 지위의 발생 근거와 내용
1) 형식설과 기능설: 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는 보증인 지위 특히 작위
의무를 결정하는 가치 기준을 명백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런데 통설은 부진정 부작위범이 작위 의무 있는 자가 주체로 될 수 있는
신분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작위 의무에 관하여는 그 발생
근거만을 문제삼아 법령, 제약, 조리 또는@p113 신행행위에 의하여 작위
의무의 근거가 인정되면 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주1: 유기천, 123면;
정영석, 108면; 진계호, 147면; 황산덕, 70면; 배종대, 571면.) 이를
형식설(formelle Rechtspflichttheorie) 또는 법원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형식설은 #1선행 행위로 인한 작위 의무가 형법의 동가치 판단에 앞서는
조형법적 특수 의무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형식설과 일치할 수
없고(주2: Sch^1256^nemann, 'Verantwortlichkeit f^1256^r Unterlassungen'
ZStW 96, 291.), #2형법적 의무 위반과 부작위와 작위의 동가성은 형법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법적 사고에 예속시킨
것은 부당하다 할 것이며, #3형식설에 의하여는 작위의무의 내용과 한계를
명확하게 정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주4: Bockelmann-Volk, S.
137; Jescheck, S. 562; Noss, S. 195.) 여기서 Armin Kaufmann은 보증인
의무를 실절적 관점에서 판단할 것을 주장하고 이를 법익의 보호 기능에
의한 보증인 의무인 보호 의무(Obhutspflichten)와 위험에 대한 감시 의무에
따른 안전 또는 지배 의무 (Sicherungs-oder Beherschungspflichten)로
분류하였다. 이를 기능설 (Funktionenlehre)이라고 한다. 기능설이 작위
의무의 내용과 한계를 명백히 할 수 있는 형법상의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는
형식설보다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주5: Bockelmann-Volk, S. 138;
Sch^1256^nemann, AStW 96, 293.) 그러나 보증인 의무의 발생 근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능설에 의하여 설명할 경우에는 역시 그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식설과 기능설을 결합하여 보증인
의무를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주6: 김일수, 589면; 박상기,
304면. Baumann-Weber, S. 245; Dreher-Tr^246^ndle, *13 Rn. 5; Haft, S.
184; Jescheck, S. 562, LK *13 Rn. 19; Rudolphi, SK *13 Rn. 25;
Sch-Sch-Stree, *13 Rn. 8.)
2) 작위의무의 발생 근거 작위 의무는 법령, 계약, 조회 및 선행 행위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
(가) 법령에 의한 작위 의무: 작위 의무는 우선 법령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 민법상의 친권지의 보호 의무(민법 제913조)친족간의 부양의무(민법
제974조), 부부간의 양의무(민법부 제826조)등이 여기에 속한다. 법령은
반드시 사법에 한하지 않고, 공법에 의하여도 작위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경찰관 직무 집행법에 의한 경찰관의 보호조치 의무(제4조), 의료법에 의한
의사의 진료와 응급조치 의무(제16조), 도로교통법에 의한 운전자의 구호
의무(제50조)는 공법에 의하여 작위 의무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p114 (나) 계약에 의한 작위 의무: 계약에 의하여 양육 또는 보호의
의무를 지고 있는 경우에도 작위 의무가 발생한다. 고용계약에 의한 보호
의무, 간호사의 환자 간호 의무, 신호수의 직무상의 의무 등이 계약에 의한
작위 의무의 예이다.
(다) 조치에 의한 작위 의무: 통설은 법령이나 계약 이외에도 사회상규
또는 조리에 의하여 작위 의무가 발생하는 것을 인정하고, 동거하는
고용자에 대한 고용주의 보호 의무, 관리자의 위험 발생 방지 의무,
목적물의 하자에 대한 신의칙상의 고지의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주1: 우기천, 124면; 정영석, 109면; 진계호, 148면: 황산덕, 71면) 이에
대하여 작위 의무는 윤리적 의무가 아니라 법적 의무이므로 조회에 의한
작위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작위 의무를 불명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조리에 의한 작위 의무는 사실상 다른 유형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유로
조리에 의한 작위 의무를 부인하는 견해도 있다.(주2: 정성근, 544면;
차용석, 307면.) 생각건대 작위 의무의 발생 근거를 법률, 계약 또는 선행
행위에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작위 의무가 단순한
윤리적, 도덕적 의무에 제한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므로 조리에 의한 작위
의무는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인정해야 한다.
(라) 선행 행위에 의한 작위 의무: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는 그 위험이 구성 요건적 결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할 작위 의무가 있다.(형법 제18조)
따라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피해자를 구조해야
할 보증인이 되고(주3: BGHSt. 7, 287.), 과실로 불을 낸 사람은 소화
조치를 취할 보증인이 되고(주4: 대법원 1978. 9. 26, 78 도 1996(총람 형법
18-3), '폭약을 호송하는 자가 화차 내에서 촛불을 켜 놓은 채 잠자다가
폭약 상자에 불이 붙는 순간 이를 발견하였다면 그 상자를 뒤집는 등
방법으로 쉽게 진화할 수 있는데도 도주하였다면 부작위에
위한 폭발물 파열죄가 성립한다.'), 미성년자를 감금한 자는 탈진 상태에
빠져 있는 피해자를 구조할 보증인이 되며(주5: 대법원 1982. 11. 23, 82 도
2024(공보 697-238), '피고인이 미성년자를 유인하여 포박 감금한 후 단지
그 상태를 유지하였을 뿐인데도 피감금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피고인의 죄책은 소론과 같이 감금 치사죄에만 해당한다 하겠으나 나아가서
감금 상태가 계속된 어느 시점에서 피고인에게 살해의 범의가 생겨 위험
발생을 방지함이 없이 포박 감금 상태에 있던 피감금자를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사망케 하였다면 피고인의 부작위는 살인죄의 구성 요건적
행위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평가 하기에 충분하므로 피고인의 소위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어린 조카를 저수지로
데리고 가서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쪽으로 유인하여 걷게 한 자는 물에 빠진
피해자에 대한 보증인이 된다(주6: 대법원 1992. 2. 11, 91 도 2951(공보 92,
1077))
@p115 3) 보증인 지위의 내용과 한계: 보증인 의무는 그 내용에 따라 보호
의무와 안전 의무로 나눌 수 있다.
(가) 보호 의무에 의한 보증인 지위: 부작위범과 피해자 사이의
보호관계로 인하여 위험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경우가 포함될 수 있다.
(a) 가족적 보호관계: 보증인 의무가 발생하는 가장 강력하고 명백한
근거는 가족과 같은 자연적 결합체이다. 따라서 가족 사이에는 서로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의 생명이나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아들도 또한 아버지의 생명에 대한 보증인이
된다. 부부도 서로 상대방의 위험에 대한 보증인이 된다.
따라서 아버지를 독살하려는 것을 알고 방치한 때에는 살인 방조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고, (주1: BGHSt. 19, 167.) 남편이 자살을 기도하여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방치한 경우에는 자살방조죄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주2: BGHSt. 2, 153은 이 경우에 살인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부부 사이의 보호 의무는 상호간의 신뢰 관계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만 인정된다. 따라서 별거하고 있는 부부 사이에까지 이러한
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
보호 의무의 범위는 구체적 보호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부모는 아이들의
생명, 신체, 재산 관리에 대한 보호 의무를 지지만, 부부 사이의 보호
의무는 상대방의 생명, 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에
제한된다. 그러나 이러한 보증인 지위에서 부부 사이에 상대방의 범죄를
저지해야 할 의무까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3: BGHSt. 6, 332는 부부가
서로 상대방의 범죄 행위를 저지할 보호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비판을 받고 있다.
Dreher-Tr^246^ndle, *13 Rn. 6; Jescheck, S. 568; Rudolphi, SK Rn. 36a;
Sch-Sch-Stree, Rn. 53)
(b) 긴밀한 공동관계: 탐험이나 등산과 같은 위험한 모험을 같이 한
사람사이에도 특수한 신뢰관계가 존재하는 한 보증인지위가 인정된다.
따라서 등반대의 책임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등산을 계속할 수 없는
대원을 보호해야 할 보증인 지위에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 의무는
참여자가 상호간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하는 데 제한된다.
(c) 보호 기능의 인수: 피해자를 사실상 인수하여 피해자와 인수인 사이에
보호 관계가 발생한 때에도 보증인 지위가 인정된다. 보호 기능의 인수는
보통 계약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p116예컨대 수영 교사는 수영을 배우는
학생에 대하여, 위험한 관광의 안내원은 그 관광자에 대하여 보증인이 된다.
이러한 보증인 지위는 계약의 기간이나 효력과는 관계없이 사실상 보호
기능을 인수하고 있는가가 기준이 된다.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도 사실상
보호 기능을 맡고 있으면 보증인 지위에 있을 수 있다. 보호 의무의 범위도
현실적으로 인수한 보호 기능의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유아원의
보모는 유아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 의무를 가질 뿐이다.
보호 기능의 인수가 반드시 계약에 의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으로 보호 기능을 맡은 경우에도 보증인 지위가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보증인 지위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 대한 다른 구조의 가능성이
배제되었거나 새로운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예컨대 의사가 치료를 시작하여 다른 의사를 찾게 할 기회를 없게
하였거나, (주1: BGHSt. 7, 221. BGH는 야간 당직 의사인 피고인이 응급
환자가 있으니 왕진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 단순히 약을 전하여 준
사건에서, 당직 의사인 피고인은 방문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부작위에
의한 과실치사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수술에 의하여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위험을 발생케 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 안전 의무로 인한 보증인 지위: 위험원에 대한 책임도 보증인 지위를
인정할 근거가 된다. 다만 위험원에 대한 안전 의무로 인한 보증인 의무의
범위는 위험원을 통제하는 데 그친다. 이러한 보증인 지위에도 세 가지
경우가 있다.
(a) 선행행위: 선행 행위자는 선행행위(Ingerez, Vorverhalten)로 인한
위험이 구성요건적 결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할 보증인이 된다. 그러나 선행
행위로 인하여 단순히 위험을 야기하였다고 하여 언제나 결과 방지의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보증인 지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선행 행위로 인한 보증인 지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선행 행위는 결과 발생에 대한 직접적이고
상당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칼을 빌려주었다는
것만으로 그 칼을 사용한 범죄에 대한 보증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선행 행위는 객관적으로 의무에 위반했거나 위법한 것임을 요한다. 즉
적법한 선행 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보증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주2: Bockelmann-Volk, S. 141; Dreher-Tr^246^ndle, *13 Rn. 11; Eser, II,
S. 63; Jescheck, S. 565, LK *13 Rn. 33; Rudolphi, SK *13 Rn. 40;
Sch-Sch-Stree, *13 Rn. 35; Sch^1256^nemann, ZStW 96, 296; Wessels, S.
230.) 따라서 정당방위에 의하여 방위한 자에게 선행행위로 인한 작위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주1: BGHSt. 23, 327, '정당방위에 있어서
공격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하여 방위자가 공격자의 생명에 대한 보증인 될
수는 없다.') @p117이에 반하여 선행 행위가 유책한가의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셋째 의무위반은 그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범을 침해한 것이어야
한다. (주2: Jescheck, S. 565.) 따라서 간통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혼소송에서 위증을 방지해야
하는 보증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b) 위험원의 감독: 위험한 물건, 시설, 기계 또는 동물의 소유자와
점유자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위험이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독할 보증인 의무가 있다.
따라서 부동산 또는 건물의 소유자는 구멍을 막고 위험한 계단에 조명을
할 의무가 있고, 건축 공사를 하거나 감독하는 자는 그가 사실상 맡고 있는
지위에 따라 안전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위험한 동물의 소유자, 예컨대
개의 소유자는 그 개에 의하여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보증인 의무가 있다.
위험원에 대한 지배에서 발생하는 보증인 의무의 범위는 위험원의 폐쇄에
제한된다. 즉 타인에게 위험을 가하지 않도록 자기의 지배 범위를 차단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위험원의 지배에서 구조 의무(Rettungspflicht)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c) 타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 제3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 때문에 보증인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타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그 타인이
스스로 책임있게 행위할 수 없고 그에 대한 감독이 법에 의하여 요구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다. 미성년자에 대한 부모의 의무, 학생에 대한
교사의 감독 의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부하 직원의 범죄를 방치한 상관에
대하여도 이에 대한 보증인 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 (주3: Jescheck, LK Rn.
45; Noll. S. 202; G^246^ssel, ZStW 96, 310.) 대법원은 부하 직원의 배임
행위를 방치한 은행 지점장에게도 보증인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
1984. 11. 27, 84도 1906(총람 형법 18-4, 공보 744-106), '형법상 방조는
작위에 의하여 정범의 실행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는 물론 직무상의
의무가 있는 자가 정범의 범죄 행위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방지하여야 할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로 인하여 정범의 실행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에도 성립된다고 할 것이므로 은행 지점장이 정범인
부하 직원들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그들의 은행에 대한 배임 행위를
방치하였다면 배임죄의 방조범이 성립된다.' 동지: 대법원 1985. 11. 26, 85
도 1096(공보 768-175))
감독권에 의한 보증인 의무의 범위는 피감독자의 범죄 행위를 방지하는
데 그치며 피해자를 구조할 의무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p118 3. 행위 정형의 동가성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구성 요건의
실현과 같이 평가될 것을 요한다. 이를 제2의 동가치성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위 정형의 동가성 또는 상응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종래 부작위의 동가치성은 부작위가 작위와 같이 평가될 수 있는
행위라는 강력한 요소가 보임을 요한다고 하거나, (주1: 우기천, 126면.)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구성 요건의 실현과 같을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어야
한다거나, (주2: 진계호, 149면; 차용석, 309면.) 또는 불법과 책임에 있어서
작위에 의한 구성 요건의 실현과 동일시될 것을 요한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주3: 정성근, 550면) 그 결과 작위 의무 위반에 대하여 별도의 벌칙이 있는
경우에는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하지 않고, 따라서 사고 운전자가 도주한
것만으로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주4: 유기천, 126면; 차용석, 309면.)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부작위가 언제
불법이나 위법성 및 책임에 있어서 작위와 같이 평가받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할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는 행위 정형의
동가성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위 정형의 동가성은 부작위에 의한 구성 요건적 결과가 구성 요건에서
요구하는 수단과 방법에 의하여 행하여질 것을 요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주5: 김일수, 598면; 박상기, 305면; 배종대, 575면; 이형국, 414면.)
따라서 살인죄, 상해죄, 손괴죄 또는 방화죄와 같이 결과가 발생하면
처벌되는 범죄에 있어서는 행위 정형의 동가성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구성 요건적 결과가 일정한 방법에 의하여 발생될 것을 요하는
범죄에 있어서는 부작위가 구성 요건이 요구하는 방법에 해당해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범죄의 행위가 부작위에 의하여 충족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결국 각칙상의 개별적인 구성 요건의 해석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겠다.
예컨대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야 성립하며 (제347조), 공갈죄는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을 때에 성립하고(제350조), 특수 폭행죄나 특수 협박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에만
성립된다.(제261조, 제284조) @p119특수한 행위자 요소를 요건으로 하는
범죄, 예컨대 허위 진단서 작성죄(제233조)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의
신분을 가진 자, 형법 제125조의 폭행, 가혹 행위는 인신구속의 직무를
행하는 자만이 부작위범이 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자수범에 있어서는
범죄의 불법 내용이 자수에 의한 실행에 의하여 달성될 수 있는 것이므로
부작위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4. 부진정 부작위범의 처벌
형법은 부진정 부작위범의 처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부진정 부작위범도 작위범과 같이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않은 부진정 부작위범의 책임은 작위범의 경우에
비하여 경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주1: Drucksache, V. 4095, S. 8.),
부작위가 작위와 동가치성이 인정된다 할지라도 대부분의 경우에 그
불법내용 또한 작위범의 경우보다 가볍다고 해야 한다. (주2:
Dreher-Tr^246^ndle, *13 Rn. 20; Jescheck, S. 552, LK Rn. 61;
Sch-Sch-Stree, *13 Rn. 64) 이와 같이 부작위의 행위 반가치가 작위에
비하여 경미한 이상 입법론으로는 부진정 2부작위범의 형을 임의적
감경사유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형법 개정 법률안 제15조는 독일 형법 제13조 2항과 오트스트리아 형법
제35조 5호와 같이 부진정 부작위범의 형을 임의적 감경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IV. 관련 문제
1. 주관적 구성 요건
고의가 구성 요건 실현의 인식과 의사를 의미한다고 고의범에 적용되는
원칙은 부작위범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즉 부작위범에 있어서도 객관적
구성 조건 요소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다만 부작위범에 있어서는
실현 의사에 의하여 행하는 적극적인 작위가 없다는 점에서 고의의 내용도
작위범의 경우와는 다소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1) 부작위범의 주관적 구성 요건: 모든 부작위범의 주관적 구성 요건으로
구성요건적 상황의 존재, 요구되는 행위의 부작위 및 개별적인 행위능력에
대한 인식을 필요로 한다. 결과 방지의 능성에 대한 인식도 고의의 내용이
된다. 다만 이에 대한 인식은 막연하게 알고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2) 부진정 부작위범의 주관적 구성 요건: 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는
구성 요건적 결과와 결과 방지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보증인 지위에 대한 인식도 고의의 내용이 된다. 그러나 보증인 지위의
근거가 되는 보증인 의무는 고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주1: BGHSt. 16,
155, '고의에 의한 부진정 부작위범의 처벌은 행위자가 결과를 방지해야 할
법적 의무(보증인 의무)를 인식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착오는
금지의 착오이다.')@p120 보증인 지위는 부진정 부작위범의 객관적 구성
요건에 속하지만, 그 지위에서 나오는 보증인 의무는 위법성의 요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증인 의무에 대한 착오는 사실의 착오가
아니라 법률의 착오에 지나지 않는다. (주2: 부작위범의 인과관계는 infra
11^34^32. 미수에 관하여는 infra 27^34^42, 43 참조)
2. 부작위범과 공범
(1) 부작위범에 대한 공범: 부작위범에 대하여도 적극적인 작위에 의한
교사와 방조는 가능하다. 여기서 교사란 부작위범에게 구성 요건적
상황(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는 보증인 지위도 포함됨)을 인식하면서
부작위에 나갈 결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부작위 하겠다는
부작위범의 결의를 강화함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교사 또는 방조는 작위에 의한 것이므로 공범에게는 보증인 지위의 문제가
일어날 여지는 없다.
부작위범 사이의 공동 정범은 다수의 부작위범에게 공통된 의무가
부여되어 있고 그 의무를 공동으로 이행할 수 있을 때에는 가능하다.
작위범과 부작위범 사이의 공동 정범도 이론상 가능하다. (주3: Jescheck은
행위 지배설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에는 부작위범을 방조범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한다.) 부작위범을 도구로 이용한 간접정범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보증인 지위에 있는 사람을 협박 또는 기망하여 부작위하게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2) 부작위에 의한 공범: 부작위에 의한 교사는 법률상 불가능하다.
교사는 심리적 영향에 의하여 정범에게 범죄의 결의를 일으킴을 요한다.
그러나 부작위에 의하여는 이와 같은 교사범의 본질적인 성립 요건을
충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작위에 의한 방조는 방조범에게 보증인 의무가 있는 한 가능하다. 이
경우에 정범과 방조범의 한계 문제는 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고의에
의한 작위범의 정범에 대하여 그 행위의 결과를 방지하지 않은 보증인은
일반적으로 방조범의 의미를 가질 뿐이기 때문이다.
제4절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t:제4절 인과관계와@e
I. 서론
1. 인과관계의 의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의하여 결과가 발생할 것을 요하는 모든
범죄(결과범, 침해범)에 있어서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범죄가 기수에 이르게
된다. @p121그러나 이러한 범죄에 있어서도 행위와 결과가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발생한 결과가 행위자의 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일정한 연관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의
근거는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와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형법상의 인과관계(Kausalit^345^t)의 문제는 발생된 결과를
행위자에게 그의 행위로 귀속시키기 위하여는 행위와 결과 사이에 어떠한
연관이 있어야 하느냐의 문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인과관계는 구성 요건의
내용으로서 결과의 발생을 필요로 하는 결과범에 있어서만 문제되는
것이며, 형식범 내지 거동범에 있어서는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인과관계가 형법에 있어서 일반적인 문제로 제기된 것은 독일에 있어서도
19세기 후반기 이후의 일이었다. (주1: 인과관계론의 역사적 발전에
관하여는 Maurach-Zipf, S. 233ff참조) 19세기 초까지는 인과관계가
일반적인 범죄의 요건이 아닌 단순한 살인죄에 관한 부분적 문제로
다루어져 오다가, 1863년 v. Buri에 의하여 비로소 행위를 결정하는 일반적
범죄 징표로서 인과관계의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독일에서 Buri에
의하여 주장된 인과관계론은 Bar(1871)와 Binding(1872)에 의하여 발전되어
인과적 행위론을 기초로 한 인과관계론이 확립되었고, 그의 조건설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학설과 판례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의 범위 문제를 둘러싸고 Kries, R^1256^melin 및
Tr^345^ger 등이 상담인과 관계론을, Mezger가 중요설을 주장하여
장기간에 걸친 논쟁이 뒤따르게 되었고, 최근에는 인과관계의 문제를
객관적 귀속이론(Die Lehre der objektiven Zurechnung)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과범에 있어서 인과관계는 결과 귀속을 위한 중요한 요건이지만 그
유일한 전제는 아니다. 즉 구성 요건적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는 객관적
귀속 가능성(objektive Zurechenbarkeit)의 불가결한 전제에 지나지
아니하며, 인과관계만으로 형사책임이 귀속될 수는 없다. 형법상으로 중요한
인과의 연관이 있는 결과만 객관적으로 귀속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chmidh^345^user, S. 91; Wessels, S. 46) 이와 같이 구성 요건의 실현에
대한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문제와 결과에 대한 객관적 귀속이라는 규범적
문제를 구별하여, 인과관계의 문제를 결과 귀속의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바로 객관적 귀속 이론이다.
@p122 2. 인과관계의 본질
인과관계는 법학 특히 형법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나
자연과학의 분야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문제이다. 형법에서 인과관계를
논함에 있어서는 먼저 그것이 철학이나 자연과학의 인과관계 개념과 공통된
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또는 형법의 특수한 인과 개념을 인정할 수
있느냐를 검토하여야 한다. 논리적, 일반적 인과 개념이 형법에도
타당하다는 이론(주1: 황산덕, 54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설은
형법상의 인과관계를 일반 철학상의 인과 개념이나 자연 과학상의
인과관계와는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주2: 유기천,
141면; 배종대, 230면)
종래의 인과관계 이론에는 인과관계 이론과 객관적 귀속 이론이
포함된다. 전자가 사실적 인과관계를 문제로 하는 데 반하여 후자에
있어서는 법적, 규범적 평가가 문제된다. 그러나 인과관계 이론에선 말하는
인과 개념도 철학상의 인과 개념이나 자연 과학상의 그것과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첫째 형법에는 철학적인 인과 개념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철학에
있어서 결과에 대한 원인은 그것이 존재하면 언제나 그 결과를 발생케 하는
모든 조건의 총체를 의미하며, 따라서 결과에 대한 원인이 되는 모든
조건은 모두 필연적이고 등가적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조건을 분리해서
고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형법에 있어서는 하나의
특정한 조건, 즉 사람의 행위를 추출하여 이 행위와 결과 사이에 그 결과가
행위자에게 그의 행위에 의하여 일어난 것으로 귀속될 수 있는 연관이
있느냐를 검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형법상의 인과관계는 먼저 또는
공동 작용한 다른 원인을 의도적으로 제거하고 행위자의 행위 특히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원인이 되느냐만을 문제로 하는 점에서 철학상의
인과개념과 구별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형법상의 인과관계는 자연 과학상의 인과관계와 또한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과학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귀납적으로 어떤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분석하여, 일정한 소여 원인이 있으면 소여 결과가 나타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과학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실제 상호간의 관계이므로 현실적으로 작용되고 측정할 수 있는
원인만이 문제된다. @p123형법에 자연 과학상의 인과관계를 그대로 적용할
때에는 기계적으로 작용하는 실체가 없는 부작위범에 있어서는 언제나
인과관계를 부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가 된다. 또한 자연과학에 있어서는
자연 법칙적인 필연성이 적용됨에 반하여 형법에 있어서는
보편타당성이라는 가치판단이 문제된다. (주1: 따라서 유기천 교수에
의하면, 예컨대 갑이 을을 살해하기 위하여 대장균을 을에게 먹였지만 실은
대장균이 체내에 침입하여도 보통 사람은 죽지 않으나 을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히 신체가 허약해 있었으므로 그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을이
사망한 경우에는 자연 과학상의 인과관계는 있으나 볍칙상의 인과관계는
없을 수 있다고 한다.(유기천, 142면) 그러나 이 경우에 형법상의
인과관계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인과 관계설을 전제로 한것이다.)
II. 인과관계 이론
인과관계 이론에 대하여는 학설의 대립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립된
여러 학설은 모두 책임주의에 의하여 형사책임을 제한해야 한다는 근본
입장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인과관계에 대한 견해의 대립은
형사책임이라는 결과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공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인과관계에 관한 학설의 대립은 #1인과관계(원인)의 개념
자체를 제한할 것인가, #2원인의 범위를 객관적 귀속에 의하여 수정할
것인가 또는 #3필요한 수정을 책임의 분야에서 할 것인가라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논쟁은 방법의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주2: Maurach-Zipf, S. 238; Wessels, S.
48.) 이러한 전제에서 먼저 인과관계이론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조건설
행위와 결과 사이에 조건적 관계만 있으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견해이다. 조건설(Bedingungstherie)은 행위와 결과 사이에 그 행위가
없었다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관계가 있으면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여기에는 conditio sine qua non(적대적 제약관계)의 공식이
적용된다. 이에 의하면 하나의 결과에 대한 모든 조건은 같은 가치를
가지며, 따라서 조건설을 등가선(^345^quivalenztheorie)이라고도 한다.
조건설은 형법상 중요한 원인과 중요하지 않은 조건을 @p124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행위가 결과에 대한 조건을 이룬 경우에 그 모두가
원인이 된다고 한다. 조건설은 독일의 판례가 일관하여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독일의 BGH는 조건설의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의
특이체질로 인하여 결과가 발생한 경우(주1: BGHSt. 1, 332.)는 물론, 술에
취한 사람에게 오토바이 경주를 제안하여 피해자의 잘못으로 사망하거나,
(주2: BGHSt. 7, 112.) 야간에 제동등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경찰관이
안전 조치를 일찍 제거하여 다른 차와 충돌한 경우(주3: BGHSt. 4, 360.)와
같이 피해자 또는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행위가 개입된 경우에도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판례도 대부분 조건설에 입각하고 있고, (주4: 일최판 1971. 6.
17(형집 25-4, 567; 형법 판례 백선 1-50), 강도 범인이 63세의 여자인
피해자에게 가벼운 폭행을 가하였지만 피해자가 경미한 외인에 의하여도
급성 심장사를 일으킬 수 있을 중증의 심장질환 때문에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 원심이 절중적 상당인과관계설의 입장에서 인과관계를 부인하였지만
최고 재판소는 이를 파기하면서, '피고인의 본건 폭행이 피해자의 무거운
심장 질환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없었다면 치사의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인정되고 또한 피고인의 행위 당시 그러한 특수 사정이 있음을 알지
못하였고 또 치사의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다 할지라도 그 폭행이 그러한
특수 사정과 함께 치사의 결과를 일으켰다고 인정되는 이상 폭행과 치사의
결과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동지: 일대판 대정
12. 7. 14.) 대법원도 한때 이에 동조한 바 있다. (주5: 대법원 1955. 5. 24,
4288 형상 26(총람 형법 17-2); 대법원 1955. 6. 7, 4288 형상 88(총람 형법
17-9))
그러나 조건설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조건설은 그 조건이 없었으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조건은 모드
그 결과에 대한 원인이 된다고 하지만, 논리상 원인과 결과 사이에 인과의
연관이 있는 경우에만 그 원인이 없었다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건설은 인과관계를 직접 구명하지 않고 일단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가설적 사고 과정의 제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방법론상의 잘못을 범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6:
Jescheck, S. 253; Rudolphi, SK Vor *1 Rn. 41; Schmidh^345^user, 2. Aufl.
S. 226; Sch-Sch-Lenckner, Vor *13 Rn. 74; Wessels. S. 47.)
둘째 조건설이 근거로 하고 있는 conditio sine qua non의 공식에 따를
때에는 그 행위가 없었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하여 동시에 같은 방법으로
같은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 @p125즉 가설적 인과관계(hypothetische
Kausalit^345^t)뿐만 아니라, 각개의 조건 자체로도 결과발생이 충분한 여러
조건이 결합하여 결과를 발생케 한 이중적 인과관계(Doppelkausalit^345^t),
예컨대 갑과 을이 독립하여 병이 먹는 음식에 각기 치사량의 독약을 넣어
병을 살해한 때나, 한쪽에서 타고 있는 건물의 다른 부분에 불을 질러 다
태워버린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며,
조건설에 입각하고 있는 독일의 BGH도 이런 경우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주1: BGHSt. 2. 20. BGH는 '유대인이 피해자를 집단 수용소에
수용하는 결과를 가져온 보호 구금을 청구한 때는 그 청구가 없었더라도
다른 경로로 피해자가 집단 수용소에 수용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경우에도 그
결과에 대하여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조건설은 인과관계란 구체적인 인과의
진행 또는 현실적으로 실현된 상황만을 문제로 하여야 한다는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에 있어서 구체적인 인과의 진행만을
문제로 해야 한다면 그것은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순환론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 실현된 인과관계를 기초로 해야 한다고 할
때에는 이미 conditio sine qua non의 공식을 포기한 결과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주2: Jeschech, S. 254.)
셋째 조건설은 논리적 인과 개념을 형법에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인과관계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 설에 의하면 갑의 저격을 받고 을이 경상을 입었으나 치료하는 의사의
과실로 사망한 경우나,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때에도 갑은 기수의 책임을 져야 하고, 나아가서
범죄인을 출산한 부모의 결혼도 그 범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조건설도 조건설에 의하여 정해진 넓은 책임의 기초를 책임의
단계에서 수정을 가함으로써 무제한한 처벌의 확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비판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주3: Rudolphi, SK Vor *1 Rn. 53.)
#1조건설은 무제한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는 결과의
발생만으로 구성 요건적 불법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형법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거나 요구하는
규범이므로 단순히 구성 요건적 불법 결과를 발생케 하였다는 것만으로 이
규범에 대한 침해가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p126 #2명백히
처벌할 수 없는 경우를 책임에 의하여 가벌적 행위로부터 제외케 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갑이 병에 대한 을의 치명적인 타격을
막을 수도 있었지만 고의로 병의 머리를 밀쳐 그의 어깨에 맞게 한 위험
감소(Risikoverringerung)의 경우에도 갑은 고의로 위법, 유책하게 상해의
결과를 일으켰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건설에 의한 무제한한 인과관계의
범위는 규범적 표준에 의하여 구성 요건의 단계에서 제한되지 않는 한 갑은
위의 행위로 인하여 처벌받게 된다. 결국 조건설은 인과관계에 대한 타당한
이론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원인설
원인설(Verursachungstheorie)은 조건설에 의하여 확장된 인과관계의
내부에서 결과의 발생에 대하여 중요한 영향을 준 조건과 단순한 조건을
구별하여 전자를 원인이라 하고, 원인이 될 조건에 대하여만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는 이론이다. 모든 조건을 개별적으로 관찰하여 원인과
조건을 구별한다는 점에서 개별화설(Die individualisierende
Kausalit^345^tstheoric)이라고도 한다.
원인설에는 어떤 기준에서 원인과 조건을 구별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조건 가운데 결과에 대하여 #1 필연적인 것만이 원인이라는
필연조건설(St^1256^bel), #2 최후에 영향을 준 것만이 원인이라는
최종조건설(Ortmann), #3 가장 유력한 작용을 한 것만이 원인이라는
최유력조건설(Birkmeyer), #4 원동력을 준 조건만을 원인이라고 하는 동적
조건설(Kohler), #5결정적 원동력을 준 조건만을 원인이라고 하는 결정적
조건설(Nagler) 등으로 나누어지지만 어느 이론도 인과관계를 만족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컨대 중태에 빠진 환자를 살해한
경우에 필연 조건설에 의하면 인과관계가 없게 되고, 10g이 치사량인
독약을 갑이 3g, 을이 4g, 병이 3g을 가자 독립하여 갑 을 병 순서로
정에게 주어 정을 살해한 때에는 최종 조건설에 의하면 병, 최유력조건설에
의하면 을만 살인기수의 책임을 지게 되는 기이한 결론이 된다.
원인설의 난점은 이론상 원인과 조건을 명백히 구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구별기준으로서 형법에 있어서는 아무런 가치도 가질 수 없는
자연과학적 사고를 무비판하게 도입하였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원인설은
상당인과관계설의 등장과 함께 그 자취를 감추었고 현재 원인설을 주장하는
학자는 찾아볼 수 없다.
@p127 3. 상당인과 관계설
상당인과관계설(Ad^345^quanztheorie)은 조건설에 의한 무제한한
인과관계의 범위를 구성요건의 단계에서 제한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이에
의하면 경험칙상 그 결과를 발생케 한다고 보기에 상당하지 않은 모든
조건은 결과귀속의 기초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비정상적이고 특수한 사정이
연관되어야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비유형적 인과진행은
구성요건의 단계에서 제외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 결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경험칙상 상당한 조건, 즉 결과에 상당한 조건(die dem Erfolg
ad^345^quate Bedingung)만이 원인이 되고 상당한 책임의 기초가 된다고
한다. 상당인과 관계설은 따라서 결과귀속을 위하여 그 행위에 의한
결과발생이 개연적일 것을 요구하며, 행위와 결과 사이의 상당성의 관계는
개연성의 관계를 의미하게 된다.
상당인과 관계설은 다시 상당성의 판단기준을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1주관적 상당인과 관계설은
행위 당시 행위자가 인식하였거나 행위자가 인식할 수 있었던 사정을
기초로 하여 상당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Kries), #2객관적 상당인과
관계설은 행위 당시에 존재한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종합하여 법관이
상당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R^1256^melin) 행위 당시에 존재한
사정을 사후에 판단한다는 의미에서 객관적, 사후적 인과관계설은
행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자가 인식할 수
있었던 사정을 기초로 하여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Tr^345^ger)
상당인과 관계설은 우리 나라의 다수설(주1: 남홍우, 101면; 이건호, 67면;
정창운, 110면; 배종대, 240면; 성시탁, '인과관계' (형사법 강좌 I), 194면;
권문택, '형법상의 인과관계' (고시계, 1972. 8), 77면.)이며 대법원도 또한
상당인과 관계설에 입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안면을 강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주2: 대법원 1956. 7.
13, 4289 형상 129(총람 형법 17-3)) 고혈압 증세가 있는 피해자를 전
도시의 자극에 의하여 사망케 한 경우(주3: 대법원 1967. 2. 28, 67 도
45(총람 형법 17-14), '피고인의 폭행에 의하여 피해자가 그 두부에
외부적인 타박상을 받지 아니하였다 하여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 행위로
지면에 전도케 할 때에 평소부터 고혈압 증세에 있는 피해자가 전도시의
자극에 의하여 뇌출혈을 일으켜서 사망하였을 때에는 폭행과 치사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볼 것이다.')와, 강간을 피하려다가 사망한
경우(주4: 대법원 1968. 5. 21, 68 도 419(총람 형법 301-7))에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상당인과 관계설을 취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p128 그러나 상당인과 관계설도 아래와 같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첫째 상당인과 관계설의 가장 중요한 결점은 상당인과 관계설이 제시하는
상당성 또는 생활 경험이 명백한 기준으로 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우리의 생활경험에 의할 때는 예컨대 자동차에 보이지 않는 결함이
있다거나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상당성의 판단을 개연성의 문제로 이해할 때에는 피유형적인 인과의 진행은
개연성이 없게 되어 모두 인과관계를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상당인과 관계설은 인과관계가 문제되는 경우에 모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뿐이고 그 해석을 위한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주1: Eser, I, S. 60; Stratenwerth, S. 84 )
피해자의 특이체질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에 관하여 대법원은 피해자의
두개골이 얇고 뇌수종을 앓고 있기 때문에 사망한 때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면서도, (주2: 대법원 1978. 11. 18, 78 도 1691(총람 형법 17-32),
'고등학교 교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의 뺨을 때리는 순간 평소의
허약상태에서 온 급격한 뇌압 상승으로 피해자가 뒤로 넘어지면서 사망한
경우 위 사인이 피해자의 두개골이 정상적으로 얇고 뇌수종을 앓고 있었던
데 연유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가 허약함을 알고 있었으나 두뇌에 특별
이상이 있음은 미처 알지 못하였다면 피고인의 소위와 피해자의 사망간에는
인과관계가 없거나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것이다.')
피해자가 고혈압 환자이거나, (주3: 대법원 1970. 9. 22, 70 도 1387(총람
형법 17-21)) 지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사망한 때(주4: 대법원 1979. 10. 10,
79 도 2040(총람 형법 17-33); 대법원 1986. 9. 9, 85 도 2433(공보 86,
1420); 대법원 1989. 10. 13, 89 도 556(공보 89, 1717))에는 상당인과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여 상당인과 관계설에서 말하는 상당성에 명백한
기준이 없음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상당인과 관계설에 있어서도
상당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그러나 R^1256^melin의
객관적 상당인과 관계설은 왜 사회의 일반적 수준이 개인의 형사책임에
영향을 주어야 하느냐를 설명하지 못하며, Kries의 주관적 상당인과
관계설은 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하는가를 설명하지
못하고, 또 Tr^345^ger의 절충적 상당인과 관계설도 왜 가장 우수한 초인을
기준으로 상당성을 판단해야 하는가라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
근본적인 난점이 있다.
둘째 상당인과 관계설이 구성 요건의 단계에서 형사책임의 무제한한
확대를 제한하려고 한 근본취지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인과관계의 부정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점에 체계상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다. @p129구성 요건의 단계에서 책임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책임의
기초가 되는 중요성이지 인과관계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당인과 관계설은 결과 귀속과 인과 관계를 혼동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주1: Jescheck, S. 256; Rudolphi, SK Vor *1 Rn. 55; Wessels,
S. 50.)
셋째 상당인과 관계설은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중한 결과에 대한 형의
가중을 책임주의와 일치하게 하기 위하여 고안된 이론이다. (주2:
Schmidh^345^user, S. 225.) 그러나 형법은 제15조 2항에서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한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이를 예견가능성의 문제로 해결하고
있으므로 형법의 해석상 상당인과 관계설이 필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주3: 박동희, '인과관계'(고시연구, 1976. 5), 48면.)
요컨대 상당인과관계설은 자여법칙적 사고에 의하여 이론에 연막을 쳐서
인과관계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만 하여 실제적인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론이라 할 것이며, 현재 독일에서는 그 지지자를
찾아볼 수 업는 상태에 있다.
4. 중요설
원인설과 상당인과 관계설이 인과관계의 개념 자체를 제한함에 반하여,
중요설(Relevanztherie)은 조건설에 의하여 얻어진 논리적 인과관계를
구체적인 결과발생의 법률적 중요성(rechtliche Relevanz)이라는 규범적
문제와 구별하여 후자는 구체적인 형법상의 구성 요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4: 중요설은 Mezger에 의하여 주장된 이론이다.
Mezger, Lehrbuch, S. 122; Blei, S. 78.) 중요설은 조건설에 의한
인과관계를 상당인과 관계설과 같이 상당성 또는 개연성의 판단에 의하지
않고 구체적인 범죄구성요건의 의의와 목적 및 구성 요건 이론의
일반원칙에 따라 검토하여 결과 귀속의 범위를 결정하자는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는 후술하는 객관적 귀속이론과 태도를 같이한다. 다만 중요설은
결과의 객관적 귀속에 대한 기준으로 구성 요건적 중요성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에 대한 실질적 기준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5:
Jescheck, S. 257; Rudolphi, SK Rn. 56; Sch-Sch-Lenckner, Vor *13 Rn.
20; Wessels, S. 51.)
@p130 5. 합법칙적 조건설
합법칙적 조건설(Die Lehre von der gesetzm^345^ssigen Bedingung)은
조건설이 기초로 하고 있는 conditio sine qua non의 공식에 의하여는
인과관계를 명백히 확정할 수 없으므로 조건설의 결함을 일상적 경험
법칙으로서의 합법칙성에 의하여 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인과관계의 문제는 그 시행위가 없었으면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행위가 우리의 경험칙에 따른
인과법칙(Kausalgesetz)으로 그 결과를 발생케 했느냐가 문제되며, 여기에
합법칙적 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법칙적 조건설은
인과관계를 행위와 결과 사이의 합법칙적 연관의 문제로 이해하고,
조건설에 의한 인과관계는 '행위가 시간적으로 뒤따르는 외계의 변화에
연결되고 행위와 합법칙적으로 결합되어 구성요건적 결과로 실현되었을 때'
에 인정되어야 한다고 한다. 조건설은 종래의 conditio의 공식을 포기하여야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고, 합법칙적 연관에 의하여만 추월적
인과관계(^1256^berholende Kausalit^345^t)와 부작위법의 인과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하면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유무는
다음과 같이 해결된다. (주1: Rudolphi, SK Vor *1 Rn. 44ff;
Sch-Sch-Lenckner, Vor *13 Rn. 77ff; Wessels, S. 48ff 참조.)
1) 피해자의 특이체질: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하여도 결과에 대한 모든
조건은 등가적이다. 행위는 결과에 대한 원인이 되면 족하고 그것이 유일한
원인이거나 주된 원인이 될 것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과에 대하여
다른 조건이 중요한 기여를 하였거나 피해자의 잘못이 결합하여 결과가
발생한 경우(주2: 상당인과관계설을 취하고 있는 대법원도 이러한 경우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 1961. 9. 20. 61 형상 447(총람 형법
17-10), '범인의 상해행위가 피해자의 사상의 단독원인이 아니고 공동
원인의 일을 구성한 경우에 있어서도 범인의 행위와 상해 치사의
결과간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여 상해치사가 성립되므로 피해자가 본건
범행 후 2개월 14일 만에 사망하였고 사망이 충분한 치료를 하지 아니한
소치라 하더라도 본건 범행이 상해치사를 구성하는 데 별 차가 없다.' 이
판결은 합법칙적 조건설과 결론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는 물론,
피해자의 특이체질 또는 상태 때문에 결과가 발생한 때에도 인과관계는
인정된다. 비유형적인 인과의 진행은 인과의 연관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다.
2) 가설적 인과관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구성 요건적 결과와
인과법칙적 연관이 있는 한 @p131그 행위가 없었어도 다른 상황에 의하여
동시에 같은 결과가 발생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적 인과관계의 경우에도
인과관계는 인정된다. 따라서 갑과 을이 몽둥이로 병을 때려 병은 갑이
때린 몽둥이에 맞아서 상처를 입었지만 갑에게 맞지 않았으면 을에게
맞았다고 인정될 경우에도 갑의 행위와 병의 상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과관계는 현실적 조건과 구체적 결과 사이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불법 결과를 보다 빨리
발생케 하였을 때, 예컨대 사형 선고를 받아 집행을 기다리는 사람 또는
불치의 병으로 임종에 임박한 사람을 살해한 경우에도 인과관계는
인정된다.
3) 인과관계의 중단: 결과에 대한 행위의 인과관계는 그 결과가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행위가개입되어 발생하였다고 하여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인과의 연관은 제3자에 의하여 중단될 수 없다. 따라서 갑이
을을 살해하기 위하여 을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을이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교통사로 사망하였거나, 병원에서 치료하는 의사의 과실로 사망한 때에도
합법칙적 연관이 인정된다.(주1: 대법원 1984. 6. 26, 84 도 831(공보
734-1331) 판결은 의사의 수술 지연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4) 추원적 인과관계: 결과가 행위와 분리된 다른 조건에 의하여 실현되어
처음 조건이 결과 발생에 기여하지 못할 경우, 즉 추원적 인과관계에
있어서는 위의 경우와는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갑이 병에게 독약을
먹였으나 약효가 일어나기 전에 을이 병을 사살하였거나, 갑과 을이
독립하여 순차적으로 병에게 치사량의 독약을 먹였으나 병은 을이 준
독약에 의하여 사망한 때에는 갑에 의한 조건은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병의 사망과 인과의 연관이 부정되지 않을 수 없다.
5) 이중적 인과관계: 단독으로도 결과를 야기함에 충분한 수개의 조건이
결합하여 결과를 발생케 한 이중적 인과관계의 경우, 예컨대 갑과 을이
각각 치사량의 독약을 병에게 먹여 병이 사망한 때에는 갑과 을의 행위는
모두 병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6) 중첩적 인과관계: 갑과 을이 단독으로 치사량이 되지 못하는 독약을
병에게 먹여 병이 사망한 중첩적인과관계(kumulative Kasualit^345^t) 또는
누적적 인과관계의 경우에도 갑과 을의 행위는 모두 병의 사망과
인과관계를 가진다. @p132다만 이러한 경우는 후술하는 객관적 귀속이론에
의하여 미수의 책임을 지게 된다.
7) 부작위범의 인과관계: 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는 행위를 하였다면
결과가 방지되었을 때에 발생한 구성요건적 결과와 합법칙적 연관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작위범에 있어서는 작위범과는 달리 현실적인 힘의
작용이 없었으므로 conditio의 공식이 적용될 수 없지만 부작위와 결과발생
사이에 합법칙적 연관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부진정 부작위범은 결과의 발생에 의하여 기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부진정 부작위범은 작위법과는 달리 단순히 구성 요건적 결과를 방지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므로, 과연 부작위범에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부진정 부작위범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종래 형법상의 인과관계를
물리상의 인과관계와 혼동하여 부작위는 무이므로 무에서 유가 발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부작위 자체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결과에
대하여 원인력을 준 부작위 이외의 작위에서 그 원인을 구하려는 이론이
시도되었다. 따라서 #1 Luden은 부작위범의의 결과를 방지해야 할 때에
다른 작위를 하였다는 점에 인과의 요소가 있다고 하였고(타행행위설), #2
Klug , Glaser 및 Merkel은 부작위범에 있어서는 이러한 동시적인 행위가
아니라 그 선행행위(vorangegangene Handlung)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였다.(선행 행위설) 이에 대하여 #3 Buri, Binding에 의하여 주장되어
현재 H. Mayer가 지지하고 있는 간접설(Interferenztheorie)은 범죄를
범하려 는 결의, 즉 결과 발생을 방지하려고 하는 행위 충동을 억제하는
심리 작용에 부작위의 원인력이 있다고 하였고, #4 Bar, Kohler는
부작위범의 인과관계는 결과 방지에 대한 법적 의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법적 인과관계설), 나아가서 #5 Liszt, Beling, Hippel 및 Welzel은
부작위는 자연적 물리적으로 무이기 때문에 작위에 있어서와 같은 결과의
원인이 있을 수 없다고 하여 부작위범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다.(인과관계 부정설)
결과의 현실적인 실현이라는 의미에서의 인과관계는 부작위에 있어서는
물론 부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형법상의 인과관계는 물리적, 자연
과학적인 인과 개념이 아니라 형법상의 개념이므로 부작위 이외에서 원인을
찾지 않더라도 부작위와 결과 사이에 직접 연관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부작위범의 인과관계는 부작위범에게 가능한 행위가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느냐에서 찾아야 한다. 부작위는 단순한 무가 아니라 기대되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은 것이므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였다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면 부작위와 결과 사이에는 합법칙적 연관을
인정할 수 있다.
@p133 6. 인과관계에 관한 기타의 학설
(1) 위험 관계 조건설: 인과관계를 행위와 결과의 관계에서 사회가 행위에
대하여 위험을 느끼느냐의 여부에 의하여 논정하려는 견해이다. 일본의
목야, 우리 나라의 정영석 교수가 취하는 입장이다.(주1: 정영석, 110면) 이
설은 형법에서 인과관계를 논하는 목적과 법익 침해로부터 사회를
방위한다는 형법의 목적에 비추어 조건설에 의한 논리적인 인과 개념을
위험이라는 사회 심리적 요소를 통하여 제한을 가하려는 것이며, 여기서
위험이란 결과 발생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
결과와 행위를 연결시키는 사회 심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위험 관계 조건설은 형법상의 인과관계를 위험이라는 사회 심리적
관점에서 논정하려는 점에서 상당인과관계설과 입장을같이하나,
본질적으로는 수정된 조건설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위험이라는
사회심리적 요소에 의하여 조건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인과관계의 확정을
불명확하게 할뿐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2) 목적설: 유기천 박사가 주장한 이론이다.(주2: 유기천, 151면) 유박사는
형법에 있어서 인과관계 판단의 근본 목적은 기수범에서 미수범을 구별하여
그 책임을 감경하자는 데 있고, 책임감경의 기준은 인과관계의 진행중
우연이라는 요소가 개입하여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함에
있으니 인과관계론은 우연이 무엇인가를 과학적 입장에서 해명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우연이란 입체
심리학(depthpsychology)에서 보면 결코 우연이 아니고 무의식적 동기의
실현에 불과하므로, 첫째 일반 고의범의 경우에는 인과관계의 진행에
있어서 행위자가 기여한 양에 의하여 치명상을 준 경우와 경상밖에 입히지
않은 때룰 구별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행위자가 기여한 심리학적 의미를
형법에 도입하여 그것과 논리적 조건을 가진 모든 결과에 대하여 기수의
책임을 지우고 후자의 경우는 행위자가 기여할 수 없는 우연이므로 미수의
책임밖에 지울 수 없으며, 둘째 과실범과 결과적 가중범에 대하여는 객관적
상당인과관계설이 적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목적설(teleological theory of causation)에 대하여는 객관적이어야 할
인과관계의 판단에 행위자의 무의식 세계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방법론상
의문이 있고, @p134행위자의 심리 분석을 통하여 우연의 요소를
필연화함은 법치주의 형법 이론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가하여지고 있다.(주1: 남홍우, '형법 제17조와 인과관계'(고시계, 1961. 9),
49면: 성시탁, 전게논문, 184면.)
(3) 인과관계 중단론: 인과관계 중단론(Untervrechung des
Kausalzusammenhangs)이란 인과관계가 진행되는 중에 타인의 고의행위나
예기치 못한 우연한 사정이 개입된 경우에는 이에 선행했던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중단된다는 이론을 말한다.
예컨대 갑이 을에게 경상을 입혔을 뿐인데 치료하는 의사의 잘못으로
을이 사망하였거나, 을의 잘못으로 감염되어 사망한 경우 또는 갑이 장전된
총을 방안에 세워 두었는데 병이 그 총으로 을을 사살한 경우에는 갑의
행위와 을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중단된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조건설에 의한 인과관계의 무한한 확대를 제한하기 위하여 제기된
이론으로, Frank에 의하여 제단되어 H. Mayer와 Nauke에 의하여 지지된
바 있는 소급 금지 이론(RegreBverbot)도 내용에 있어서는 이와 동일하다.
그러나 인과관계중단론에 대하여는 인과관계의 문제는 인과관계가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문제이며 존재하지 않는 인과관계는 중단될 수 없고
존재하는 인과관계도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고, 따라서
학설은 물론 판례에 의하여도 전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7. 결어
전통적인 조건설의 난점을 극복하고 인과관계의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
상당인과관계설을 비롯한 모든 이론들이 인과관계와 결과 귀속의 기준을
밝히는 데 모두 실패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것은 이러한 이론들이
인과관계의 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명백한 기준을 찾지 못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인과관계가 존재하는가라는 인과관계의 확정은
조건설에 의하여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조건설도 또한
그 이론상의 결점이 극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과관계에 관한
이론으로는 합법칙적 조건설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주2:
김일수, 153면; 박상기, 106면; 이형국, 132면, '형법상의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고시연구, 1982. 3), 133면; 심현섭' 인과관계 확정과 합법칙적
조건설'(고시연구, 1975. 9), 54면; 정성근,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월간고서, 1988. 7), 26면.) 합법칙적 조건설에 대하여는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합법칙적 내지 자연법칙이 명백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주1: 김일수, 154면; 이형국, 122면, 연구186면) @p35그러나
행위와 결과를 연결하는 자연법칙이 없을 때에는 인과관계는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해야 한다.
합법칙적 조건설은 인과관계의 확정에 관한 이론에 불과하다. 따라서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여 결과귀속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과관계에 있어서는 모든 조건이 동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인과적 동가치가 법적 동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가치를 가지는 인과의 요소는 다시 법적, 규범적 측면에서 귀속의 기준이
검토되어야 한다. (주2: Jakobs, 7^34^29; Jescheck, S. 257; Wessls, S. 51)
합법칙적 조건설이 객관적 귀속이론과 결부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II. 객관걱 귀속이론
1. 객관적 귀속 이론의 의의
객관적 귀속 이론이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결과를 행위자의 행위에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가를 확정하는 이론을 말한다. 인과관계는
발생된 결과를 행위자에게 귀속시키기 위하여 행위와 결과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이다. 그러나 발생된 결과를 행위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는 인과관계가 있는가라는 존재론적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가 정당한 처벌이라는 관점에서 행위자에게 객관적 귀속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행위와 결과 사이에 조건
관계가 있으면 인정된다. 그러나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관계가 법질서에 대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관하여 아무런 해결을 주지 못한다. 여기에 인과관계 이외에
귀속의 기준을 명백히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다.(주1: Jakobs,
'RegreBverbot beim Erfolgsdelikt', ZStW 89, 1)
@p136 2. 객관적 귀속의 기준
객관적 귀속의 기준에 관하여는 회피가능성의 이론과 위험 실현의 이론이
주장되고 있다.
(1) 회피 가능성의 이론: Honig는 결과에 대한 귀속 판단은 결과가 의사
표현이라는 의미에서 인간의 행태와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하며,
자연현상을 목적적으로 지배하는 점에 인간행태의 본질이 있으므로 객관적
목적성은 결과 사이의 목적적 연관을 판단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지배
가능성(Erreichbarkeit) 내지 회피가능성(Abwendbarkeit)이 되어야 하며(주2:
Honig, a. a. O. S. 185), 결과가 의사의 대상으로서 지배 가능할 때에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귀속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행위자가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피하지 아니한 결과를 행위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고(주3: Jakobs, ZStW 89. 3), 회피 가능한 결과는 지배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이를 회피 가능성 또는 지배 가능성의 이론이라고 한다.
(2) 위험실현(중대)의 이론: 인과의 진행에 대한 객관적 합목적성은
구성요건적 법익 침해를 초래하는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위험을
야기하였다는 점에 있다고 하여 Honig의 지배 가능성 이론을
위험원칙(Risikoprinzip)에 환원하여 일반적 귀속 기준을 얻고자 한 것이
Roxin과 Rudolphi, Schmidh^345^user와 Stratenwerth등에 의하여 주장된
위험실현 또는 위험 중대의 이론이다. 위험 실현의 이론은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위험을 야기하거나 위험을 증가한 때에만
그 위험으로 인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귀속할 수 있고, 이에 반하여 법익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지 않거나 허용되는 위험만을 야기한 때에는 결과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주4; Roxin, 'Gendanken zur Problematik
der Zurechnug im Strafrecht', Honig-FS S. 144; Stratenwerth, S. 84.) 즉
행위의 귀속 가능성은 행위에 의한 보호 법익의 위험에 있으므로 행위의
특수한 위험성이 결과로 실현된 경우에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는
것이다.(주5: Rudolphi, a. a. O. S. 81; Scmidh^345^user, S. 91.) 여기서
위험 실현의 이론은 '사람의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결과는 @p137그 행위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위험을 발생 또는 증가시키고 또 그 위험이
구성요건적 결과로 실현된 때에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다' 는 귀속의
기준을 제시하게 된다.(주1: Jexcheck, S. 257; K^1256^, 4^34^45;
Maurach-Zipf, S. 248: Roxin, 11^34^39; Rudolphi, SK Vor * lRn. 57;
Sch-Sch-Lenckner, Vor *13 Rn. 92; Erb. DieZurechnung von Erfolgen im
Stragrecht, JuS 1994, 453.)
(3) 비판: 결과 회피 의무는 인과의 진행을 조종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행위의 조종 가능성은 인격적 행위 불법의 핵심 되는
의미를 가진다. 즉 회피 의무는 회피 가능성을, 회피 가능성은 지배
가능성을 전제로 하므로 회피 가능성 또는 지배 가능성이 귀속의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주2: Eser, I, S. 60; Otto, S. 54.) 회피 가능성의
원칙은 위험 실현의 이론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을 가질 수 있고 위험 실현
이론도 경험칙상 도저히 예견할 수 없는 결과의 귀속을 부정한다. 위험의
창출과 실현 이론은 또한 결과가 침해된 규범의 보호목적의 범위 안에서
발생하였을 것을 요구한다. 객관적 구성 요건은 행위자에 의하여 야기된
결과에 규범의 보호 목적 안에서 허용되지 않는 위험이 실현되었을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주3: K^1256^hl, 4^34^45; Roxin, 11^34^69.) 따라서
객관적 귀속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1 결과가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고
지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2 행위자가 보호 법익에 대한 허용되지
않는 위험을 창출하거나 증가시켰고, #3 허용되지 않는 위험이 구성요건적
결과로 실현되었으며, #4 결과가 침해된 규범의 보호범위 안에서
발생하였을 것을 요한다고 해야 한다.
3. 객관적 지속의 구체적 판단기준
객관적 귀속을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위험의 창출 또는 증가: 행위자는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허용되지
않는 위험을 창출하거나 증가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험감소의 경우나
허용된 위험을 창출한 때에는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
1) 행위자는 그의 행위에 의하여 이미 시작된 인과의 진행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주긴 했지만 그 결과 발생을 약화시키거나 위험의 정도를 감소시킨
위험 감소의 경우에는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 예컨대 피해자의 머리 위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하여지는 순간 그를 밀쳐 어깨에 맡게 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p138 2) 허용되는 위험: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위험이 발생되지 않은
때에는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 예컨대 주인이 뇌우시에 벼락을 맡도록
하인을 숲속으로 보낸 경우 또는 재산상속을 받을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살해하기 위하여 안전도가 낮은 전세기를 타도록 하여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케 한 경우에는 살인의 고의는 인정되어도 허용될 수 없는 위험이 없기
때문에 그 결과는 객관적으로 귀속되지 아니한다.
3) 가설적 인과관계: 결과를 행위자가 야기하지 않았어도 다른 상황에
의하여 같은 시간에 같은 정도는 일어났을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도 객관적
귀속은 인정된다. 가설적인 대체 원인이 자연현상인 경우, 예컨대 행위자가
폭탄으로 비행기를 추락시켰는데 그때 비행기는 기관 고장으로 추락하지
않을 수 없었던 때에도 같다.
(2) 허용되지 않는 위험의 실현: 결과 귀속은 행위자에 의하여 창설되거나
증가된 허용되지 않는 위험이 결과에 실현되었을 것을 전제로 한다.
1) 위험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 행위자가 위험을 창설한 경우에도 결과가
그 위험의 실현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연에 의하여 발생한 때에는
행위자에게 귀속될 수 없다. 따라서 갑이 을을 살해하기 위하여
저격하였으나 을이 병원으로 가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거나 병원에서
화재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와 같이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위험이 아니라
다른 위험이 결과로 실현된 때에는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인과 진행의 위험이 현저히 증가 한때에는 결과가 귀속될 수 있다.
예컨대 갑이 을을 익사시키기 위하여 다리에서 밀어뜨렸는데 을이 교각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경우에는 결과는 갑에게 귀속될 수 있다. 결과에
위험이 실현된 때에도 허용되지 아니한 위험이 실현되지 않으면 결과
귀속이 부정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2) 객관적 지배 가능성: 위험의 실현으로 인한 결과의 발생은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고 지배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살인자가 된 아이의
출산 행위나 살인에 사용한 총기를 제조한 행위와 같이 결과 발생과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행위는 물론, 지나치게 비유형적인 인과진행도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없다. 피해자의 특이체질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
예컨대 정상인이라면 죽지 않았을 폭행에 피해자가 혈우병 또는 혈전증
환자였기 때문에 사망한 때에도 그 결과는 행위에 귀속된다. 이 경우에도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위험이 결과로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행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사망의 결과를 예견할 수 없는 때에는 객관적 예견
가능성이 없는 결과이기 때문에 귀속되지 아니한다.@p139(주1: 대법원 1982.
1. 12, 81 도 1811(공보 82, 236), '고혈압 환자인 피해자가 피고인의 욕설과
폭행으로 충격을 받은 나머지 뇌실질내혈종의 상해를 입은 것이라 할지라도
일반 경험칙상 위와같이 욕설을 하고 피해자의 어깨쭉지를 잡고 조금
걸어가다가 놓아준 데 불과한 정도의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위와 같은
상해를 입을 것이라고는 예견할 수 없다 할 것이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해자가 평소 위와 같이 고혈압 중세로 뇌촐혈을 일으키기 쉬운
체질이어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취지의 욕설과 폭행으로 그와 같은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것임을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실제로 예견하였거나 또는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으니 피고인에게 상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폭행 치상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동지: 대법원
1985. 4. 23, 85 도 203(공보 754-814))
3) 과실범의 결과귀속: 과실범에 있어서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하여도 같은 결과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객관적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적법한 대체 행위에
의하여도 결과발생이 확실한 경우에 결과귀속이 부정된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이 경우에 결과 회피가 개연적이거나 가능한 때에도 귀속이
가능한가에 관하여 Roxin의 위험중대설(Risikoerh^246^hungstheorie)은
행위자가 허용된 위험을 초과하였고 이로 인하여 위험이 증가된 이상
금지된 위험을 창설하여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는 이유로 결과귀속을
긍정한다.(주2: Roxin, 11^34^74) 그러나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지 않는 경우에 결과 귀속을 인정하는 것은 in
dubio pro reo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침해범을 구체적 위험범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주3: Jakobs, 7^34^98;
Sch-Sch-Cramer, * Rn. 171; Wellels, S. 55; Ulsenheimer, Erfolgsrelevante
und erfolgsneutrale Pflichtverletzungen im Rahmen der Fahrl^345^ssigkeitsdelikte, JZ 1969,
364.)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는 중한 결과가 기본 범죄에 의한 범행의 적접적
결과인 때에만 객관적 귀속이 인정될 수 있다.
(3) 규범의 보호범위: 허용되지 않는 위험이 실현되어 결과가 발생한
때에도 구체적인 경우에 구성 요건의 범위나 규범의 보호 목적에 포함되지
않는 때에는 결과가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없다. 따라서 고의의 자손
행위에 관여한 때에는 결과 귀속이 부정된다. 예컨대 갑과 을이 오토바이
경주를 하다가 을이 사고로 사망한 경우, 물에 빠진 갑을 구조하다가 을이
사망한 경우 또는 갑이 교통사고로 을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을이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절하여 사망한 경우가 그것이다. 살인죄 또는
과실치사죄의 보호 목적은 이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조 행위로 인하여 구조자가 스스로 위험에 빠진 경우에도 같다.
@p140예컨대 갑이 방화한 집에 을이 가재도구를 꺼내려고 들어갔다가
불길에 휩싸여 사망한 경우에 그 결과는 갑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양해있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도 고의의 자손 행위와 같이 평가될 수
있는 때에는 결과 귀속이 부정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주1:
김일수, 164면; 신양균, '객관적 귀속에 대한 구체적 검토'(고시계, 1993. 3)
31면; Roxin, 11^34^100.) 예컨대 폭풍이 부는 날 사공인 갑이 위험을
설명하였으나 을의 강요로 강을 건너다가 배가 뒤집혀 을이 사망한 경우나,
술에 취하여 운전할 수 없는 갑에게 을이 운전을 졸라 갑이 운전중 사고로
을이 사망한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구성 요건의 보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결과 귀속의 문제로 해결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IV. 형법 제17조의 해석
형법 제17조는 인과관계에 관하여'어느 행위라도 죄의 요소 되는 위험
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의'죄의 요소 되는 위험 발생'의 의의에
대하여는'구성요건적 사실의 중심이 되는 부분', '구성 요건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결과 발생의 위험' 또는 '구성 요건에 대한 위험 발생' 등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거의 같은 뜻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조건설은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이론적 인과관계만 있으면 죄의 요소되는 위험 발생에
연결이 된다고 보며(주2: 박동희, 전게논문, 48면.), 위험관계 조건설은 구성
요건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결과 발생의 위험이 있는 조건만이 죄의
요소되는 위험 발생에 연결된다고 하고(주3: 정영석, 110면.),
상당인과관계설은 상당한 조건임을 요한다고 하는 것이다.
형법 제17조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확정은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하여
결정하고 그 중요성은 객관적 귀속 이론으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형법 제17조의'어느 행위라도'란 '행위가 시간적으로 뒤따르는
외계의 변화와 연결되고 그 행위와 합법칙적으로 결합되어 구성요건적
효과로 실현되었다 하더라도'를 의미하며, '죄의 요소되는 위험 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그 행위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위험을 발생하였고 그 위험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결과로 실현되지
아니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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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1 제5절 구성 요건적 고의 @t:제5절 구성요건@e
I. 서론
1. 주관적 구성요건 정의
행위자의 정신적, 심리적 측면, 즉 개념 세계에 속하는 상황을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라고 한다.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인가에 대하여 견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주관적 불법 요소 내지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존재한다는데 대하여는 이견이 없다. 목적범에 있어서의
목적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의 범위에
관하여는 고의를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라고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되고 있다. 이것은 고의의 체계적 지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2. 고의의 체계적 지위
(1) 책임요소설: 종래의 인과적 행위론에 의하면 고의범의 구성
요건은'유의적인 결과의 야기'를 의미하였다. 그러므로 구성 요건은 객관적
행위 상황에 제한되어 행위자가 유의적일 것을 요하는 이외에 주관적
구성요건이 존재할 여지가 없었다. 의사의 내용, 즉 고의는 오로지 책임
판단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즉 인과적 행위론에 의하면 고의는 모든
주관적 범죄 요소와 함께 책임요소 또는 책임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주1:
정영석, 176면.)
(2) 구성요건요소설: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면 고의는 객관적 구성 요건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성으로서 행위의 중추를 형성하고 인격적 행위 불법의
핵심을 이룬다. 따라서 고의는 단순한 책임 조건이 아니라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주2: 진계호, 169면; 황산덕, 105면;
Maurach-Zipf, S. 291; Stratenwerth, S. 91; Welzel, S. 64 .)
사회적 행위론에 의하여 행위를 '의사에 의하여 지배되는 법적, 사회적
의미 통일체'라고 이해하는 때에도 고의는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된다.
행위 의사와 행위 불법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므로, 구성 요건적
고의와의 연관을 떠나서는 @p142고의 행위의 불법 내용이 확정될 수 없고
행위의 본래의 의미도 상실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1: 정성근,
245면.)
인과적 행위론자 가운데도 미수범에 있어서는 어떤 구성 요건이
문제되느냐가 고의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구성 요건적
고의가 주관적 불법 요소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학자 (주2: Baumann, 7.
Aufl. S. 291.)도 있다. 그러나 행위가 미수에서 기수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여 고의의 범죄론에서의 위치가 바뀌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고의는 모든 고의범에 있어서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된 다고
보아야 한다.
(3) 고의의 이중기능: 고의가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되었다고 하여
그것이 책임에서는 그 의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님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일의 다수설은 고의가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와 책임 조건으로서의
이중의 기능(Doppelfunktion)을 가진다고 하고 있다. (주3: Eser, I, S. 51;
Jescheck, S. 218; Rudolphi, SK *16 Rn. 3; Sch-SchCramer, *15 Rn. 11;
Wessels, S. 41 .)
형법에는 책임주의가 적용되며 형벌은 책임과 일치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형법이 고의범을 과실범보다 무겁게 벌하는 것은 고의와 과실의
행위 불법이 다를 뿐 아니라 책임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의와 과실은 상이한 행위 형태를 의미함과 동시에 두 개의 상이한
책임형태(Schuldformen)라는 이중의 기능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고의는 불법 구성 요건으로서는 객관적 행위 상황에 대한 지적,
의지적, 실현으로서의 구성요건적 고의가 되며, 책임 조건으로서는 고의에
의하여 법질서에 반하여 잘못 결정하였다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의는 구성 요건의 단계에서는 행위 의사에 의하여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를 실현하였는가를 문제로 하지만, 책임 조건으로서는 왜
그러한 실현 의사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러한 행위자의 의사 결정이
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심정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를 문제로 하는
것이다.
II. 고의의 본질
1. 의사설과 인식설
고의의 본질에 관하여는 원래 의사설(Willenstheorie)과 인식설 또는
표상설 (Vorstellungstheorie)이 대립되고 있었다. @p143의사설은 고의를
구성 요건을 실현하려고 하는 의사라고 이해하여 고의의 의지적 요소를
강조함에 반하여, 인식설은 구성 요건의 내용에 대한 표상 또는 인식만
있으면 고의를 인정하여 그 지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식설을
철저히 할 때에는 인식 있는 과실은 모두 고의에 포함되어 고의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을 수 없고, 한편 의사설에 의하면 의욕 하지 않은
때에는 고의가 없게 되어 고의의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되고 그 결과 미심적
고의를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원래 고의의 본질에 관한 전통적 견해는
의사설이다. 그리고 원시적인 결과 책임에 반기를 들고 고의를 과실로부터
구별한 것도 의사설의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는 인식을
전제로 하므로 인식을 떠난 의사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한편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행위한 경우에 결과에 대한 행위자의
의지적 태도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의의 본질에
대한 의사설과 인식설의 대립은 동일 사실의 일면만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1: 이형국, 214면.) 따라서 고의는
지적 요소와 의지적 요소의 통합이라고 이해하여야 한다. (주2: 대법원도
고의는 지적 요소와 의지적 요소를 요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1)
대법원 1956. 11 . 30, 4289 형상 217(총람 형법 13-6), '형법상의 범위가
있다 함은 자기가 의도한 바 행위에 의하여 범죄 사실이 발생할 것을
인식하면서 그 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면 족하고 동 결과 발생을
희망함을 요하지 않는다.' (2) 대법원 1969. 12. 9, 69도 1761(총람 형법
13-35),
'어로 저지선을 넘어 어로 작업을 하면 납북될 염려와 납북되면 그들의
활동을 찬양할 것을 예견하였다 하더라도 납북되어도 좋다고 하는 생각에서
들어간 것이 아니면 위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 할 수 없다.') 즉
고의는 지적 요소로 불법을 형성하는 요소를 인식할 것을 요하고, 의지적
요소로서 구성요건적 불법을 실현하는 의사 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의는 '객관적 행위 상황을 인식하고 구성 요건을
실현하려는 의사' 또는 간단히 '구성 요건 실현의 인식과 의사'(Wissen und
Wollen der Tatbestandsverwirklichung)라고 정의할 수 있다. (주3: 김일수,
170면; 유기천, 157면; 이형국, 연구 111면; 정영석, 177면; 진계호, 171면;
황산덕, 106면.)이러한 의미에서 형법 제13조가 '죄의 성립 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죄의 성립 요소인
사실을 인식한 것을 고의라고 한 것은 입법론상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형법 개정 법률안 제11조는 고의에 관하여 단순히 '고의가 없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p144 2. 사전 고의와 사후고의
구성요건적 고의는 행위시, 즉 구성 요건을 실행할 때에 있음을 요한다.
따라서 행위자가 행위 이전에 실현 의사를 가지고는 있었으나 행위시에는
인식하지 못한 사전고의(dolus antecedens)는 고의가 아니다. 예컨대 갑이
사냥을 하는 기회에 그의 처 을을 사고를 가장하여 사살하기로
결의하였으나 사냥을 떠나는 전날 밤에 총을 닦다가 오발로 을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갑에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한 이후에 비로소 사실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
사후고의(dolus subsequens)도 형법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III. 고의의 지적 요소
고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행위자가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로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객관적 구성 요건은 기술적 요소와
규범적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고의의 지적 요소도 사실의 인식과
의미의 인식을 구별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 사실의 인식
(1) 구성요건적 사실의 인식: 고의는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에 대한
인식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모든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포함된다.
따라서 구성 요건에 규정되어 있는 행위의 주체(공무원, 의사), 행위의
객체(사람, 재물, 문서)구성요건적 결과(살해, 상해, 생명의 위험)및 행위의
Modalit^345^t(기망, 위조)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 구성 요건에
속하는 사실뿐만 아니라 구성요건적 불법을 형성하는 가중적 구성 요건과
감격적 구성 요건 요소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 따라서 존속
살해죄(제250조 2항)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존속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주1: 대법원 1977. 1. 11, 76 도 3871(총람 형법 13-54), '타인들에게 식도를
휘두르며 무차별 횡포를 부리던 중에 존속까지 식도로 찌르게 된 결과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존속 살해의 범의가 있음을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한 존속 살해 사실을 인정하였음은
잘못이다.') 다만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한 결과적 과중범에 있어서는 중한
결과에 대한 인식을 요하지 않는다.
@p145 고의는 구성요건적 사실의 인식을 내용으로 하므로 단순한
처벌조건 또는 소추 조건에 대한 인식은 고의의 내용이 되지 않는다. 또한
고의는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그 행위의
위법성까지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위법성은 구성 요건의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구성요건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고의와는 분리된 독립한
책임요소이며, 위법성의 인식이 없을 때에는 고의가 조각되는 것이 아니라
고의의 비난 가능성이 문제될 뿐이다.(책임설)
(2) 인과관계의 인식: 결과의 발생을 구성 요건의 내용으로
하는 실질범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인식도 고의의 내용으로 보아 고의는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을 요한다고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구체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완전한 인식을 신이 아닌 인간에게 기대할 수
없는 것이므로 고의의 내용으로 인과관계의 인식은 요하지 않는다는 견해
(주1: 유기천, 162면.) 도 있으나, 다른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와 같이
인과관계의 인식도 고의의 요소가 된다고 해야 한다. (주2: 김일수, 173면;
배종대, 256면; 이형국, 135면; 정영석, 165면.) 인과관계도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의 하나인 이상 이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고의의 내용이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인과관계는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것이므로 대체적으로(in Grundz^156^ge) 그 본질적인 점을 인식하면
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2. 의미의 인식
고의는 일반적으로 구성 요건의 기술적 요소에 표시된 사실을 인식할
것을 요한다. 그러나 구성 요건 가운데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이러한 경우 순수한 사실의 인식만으로는 그 행위의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고 불법 유형적인 성격을 이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에 있어서 고의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지
아니하고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에 포섭되어 있는 사실의 본질적 의미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한다. 예컨대 유가증권 위조죄(제214조)에 있어서의
유가증권의 의미나 절도죄(제329조)에 있어서의 재물의 타인성의 의미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의의 내용으로서의 의미의 인식은 반드시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 구성 요건
요소에서도 요구된다. @p146(주1: 유기천, 162면; Rudolphi, SK *16 Rn. 23;
Sch-Sch-Cramer, Rn. 45; Wessels, S. 71.) 이러한 의미에서 고의의 지적
요소는 행위 상황과 의미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미의 인식은
정확한 법적 평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외한에 의하여 판단된 법적,
사회적 의미 내용, 즉 문외한으로서의 소박한 가치평(Parallelbewertung in
der Laiensph^345^re)면 충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미에 대한 정확한
법적 평가까지 요구할 때에는 오로지 법률가만 고의를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주2: 예컨대 재물의 타인성에 관하여 그 재물이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의 소유라는 것을 인식하면 족하며 그 재물이 어떤 근거로 타인에게
소유권이 있느냐 까지 알 필요는 없다.) 따라서 인식한 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의 착오, 즉 그 사실이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한 것은
고의를 조작하지 않는 포성의 착오(Subsumtionsirstum)로서 현법 제16조에
의하여 해결될 뿐이다.
IV. 고의의 종류
고의는 지적 요소와 구성요건 실현에 대한 행위자의 의사 관련에 따라
확정적 고의와 불확정적 고의로 구별된다. 고의의 종류를 지적 요소와
의지적 요소의 결합에 따라 의도적 고의(Abscicht)와
지적고의(Wissentlichkeit) 및 미필적 고의로 분류하는 견해(주3: 김일수,
180면; 배종대, 257면.)도 있다. 의도적 고의에 있어서는 의사가 중시되고
인식의 정도는 문제되지 않음에 반하여, 지적 고의는 결과 발생이
확실하다고 인식한 경우이고, 미필적 고의는 지적, 의지적 요소가 가장
약화된 형태의 고의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형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태도이며, 독일의 다수설이 고의의 종류를 목적(Absicht), 직접적
고의(direkter Vorsatz) 및 간접적 고의(bedinger Vorsatz)로 나누는 것과
일치한다. (주4: Haft, S. 153; Jescheck, S. 266; Rudolphi, SK *16 Rn. 36ff;
Sch-Sch-Cramer, *15 Rn. 64ff; Schroeder, LK *16 Rn. 76ff) 목적을
고의의 내용에 포함 시킨 이외에는 확정적 고의와 불확정적 고의로
구별하는 통설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1. 확정적 고의
확정적 고의(dolus determinatus)란 구성요건적 결과의 실현을 행위자가
인식하였거나 확실히 예견한 때를 말하며, 직접적 고의(dolus
directus)라고도 한다. 예컨대 사람이 현존하는 건축물에 불을 놓아 그 안에
있던 사람이 수사할 것을 확실히 예견한 때에는 살인의 확정적 고의가
인정된다. 행위자가 그 결과를 희망하였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p147행위의 필적 결과를 예견한 이상 행위 결단에는 이러한 결과의
실현을 위한 의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2. 불확정적 고의
불확정적 고의(dolus indeterminatus)란 구성요건적 결과에 대한 인식
또는 예견이 불명확한 경우를 말하며, 여기에는 미필적고의, 택일적고의 및
개관적 고의가 포함된다.
(1) 미필적 고의
1) 미필적 고의의 의의: 불확정적 고의 가운데 특히 결과의 발생 자체가
불확실한 경우를 미필적고의(Eventualvorsatz, dolus eventualis)라고 한다.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을 확실하게 인식한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예견하고 행위한 경우를 말한다. 미필적 고의는 조건적
고의(bedinger Vorsatz)라고도 한다. 그러나 구성적 고의는 언제나
무조건이어야 하며 내적 결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에서의 조건부
고의는 고의라고 할 수 없으므로 조건부 고의라는 용어는 적절하다고 할수
없다.
미필적 고의는 예컨대 갑이 을을 살해할 의사는 없었으나 을의 반항을
억압하여 재물을 강취하기 위하여 을의 목을 조르면서 이로 인하여 을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계속 목을 졸라 을을 살해한 경우, (주1:
BGHSt. 7, 363)칼로 사람의 가슴을 찔러 그를 살해한 경우, (주2: 대법원
1968. 11. 12, 68 도 (총람 형법 13-26)) 또는 하인이 주인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화가 나서 볏짚을 쌓아 둔 데서 담배를 피우면서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위험한 것은 알았지만 불이 나도 좋다고 생각하고 담배를
피우다가 화재를 낸 경우(주3: 유기천, 163면)에 살인죄 또는 방화적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2)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의 구별: 미필적 고의에 있어서는 이를
인식있는 과실과 어떻게 구별할 것이냐가 특히 문제된다. 미필적 고의에
관하여도 고의의 지적 요소로서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 즉 구성
요건 실현의 구체적 위험성을 인식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따라서 행위자가 행위시에 그 결과가 발생할 수 없다고 믿은 때에는
미필적 고의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 요소에 있어서는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p148 그러므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하여 이러한 지적 요소 이외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것이 어떤 요소인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가) 개연성실: 개연성실 (Wahrsceinlichkeitstheorie)은 행위자가 결과
발생의 개연성을 인식한 때는 미필적 고의이며, 단순한 가능성을 인식한
때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라고 한다. 고의의 본질에 대한 인식설에 입각한
이론이다.
그러나 개연성실에 대해서는 #1 개연성과 가능성을 구별할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이 없으므로 이에 의하여는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을
구별할 수 없다. #2 고의의 지적 요소로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
족하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필적 고의에 대하여만 개연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3 행위자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그 결과를 의욕 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큰 경우에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행위할 수 있는데, 개연성설에
의하면 전자는 인식있는 과실이고 후자는 미필적 고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실제상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을 가져온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예컨대 개연 성설은 희생의 가능성이 희박한 중환자에게 일루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수술을 집도한 의사나 사랑하는 아이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
놓고 화살을 쏘는 Wilhelm Tell에 대하여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은 개연성의 정도가
아닌 의사 관련에 의하여 구별된다.
(나) 가능성설: 가능성설 (Moglichkeotstheorie)은 Schr^246^der와
Schmidh^345^user에 의하여 대표되는 이론으로,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한 때에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주1:
Schmidh^345^user, S. 435; Schr^246^der, 'Aufbau und Grenzen des
Vorsatzbegriffs', Sauer-FS S. 245)고의의 본질에 관한 인식설에 근거를
두고 미필적 고의를 설명하려는 견해이다. Schr^246^der는 고의는 금지된
성질을 인식하면서 행위를 의욕하는 것이며, 행위자가 범위 침해의
가능성을 인식하였을 때에는 금지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가능성의 인식이 있으면 고의가 인정되고 미필적 고의는 위험적
고의(Gef^345^hrdungsvorsatz)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이에 의하면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은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했는가에 따라
구별되지 않을 수 없다. 미필적 고의에 있어서 의지적 요소는 공허한
내용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이유로 한다. 가능성설은 지적 요소에 관하여는
타당한 고의 개념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설도 규범적
측면에서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의 만족할 만한 구별 기준을
제공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p149즉 가능성설도 고의의 의지적 요소를
무시하는 점에서 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에 의하면 인식 있는 과실을
모두 미필적 고의에 포함시키게 되어 인식 있는 과실의 개념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주1: Sch-Sch-Cramer, *15 Rn. 75; Wessels, S. 65;
Roxin, 'Zur Abgrenzung von bedingtem Vorsatz und bewusster
Fahrl^345^ssigkeit', Grundlagenprobleme, S. 216.) 그 결과 위험한 곳에서
추월한 운전사나 위험한 강에서 학생을 수영하게 한 교사에게도 모두
고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 바로 가능성설의 결론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능성설을 취하고 있는 학자는 없다.
(다) 용인설: 용인설 (Einwillingungstheorie, Billigungstheorie)은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승인(zustimmend in
Kaufnehmen)또는 내적으로 용인(innerlich billint)하거나(주2:
Baumann-Weber, S. 402; Maurach-Zipf, s. 302.) 양해(einverstanden)한
때에(주3: Dreher-Tr^246^ndle, *15 Rn. 10.)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음에 반하여, 법익 침해를 내적으로 거부하거나 결과의 불발생을 희망한
때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라고 하는 견해이다. 고의의 의지적 요소에 중점을
두어 결과를 용인한 때에는 결과를 의용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서 용인이란 결과를 목표로
의욕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의 부수 결과로 동의한 것, 즉 함께 의욕하고
시인한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주4: Philipps, 'Dolus eventualis als
Problem der Entscheidung unter Risko', ZStW 85, 28.) 따라서 용인에는
결과가 발생해도 좋다는 내용의 결과에 대한 정서적 심정적 요소가
포함되게 된다. 우리 나라의 통설(주5: 이건호, 174면; 이형국, 138면;
정성근, 195면; 정영석, 169면; 진계호, 189면; 배종대, 262면.)이 취하고 있는
견해이며, 대법원도 '미필적 고의라 함은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결과 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한다'고 판시하여 용인설의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주6: 대법원 1985. 6. 25, 85도 660 (공보 758-1087); 대법원 1987. 1. 20,
85도 221 (공보 796-390); 대법원 1987. 2. 10, 86도 2338 (공보 797-481))
그러나 용인설에 대하여도 #1 고의의 의지적 요소는 결과에 한 실현
의사라는 심리적 현상을 말하며, 용인이라는 정서적 요소 또는 감정적
요소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p150 (주1: Eser, S. 52; Otto, S. 74; Welzel,
S. 69; Kindh^345^user, 'Vorsatz als Zurechnungskriterium', ZStW 96, 23;
Philipps, ZStW 85, 28.) 또 용인과 의사가 일치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용인설이 의사설과 태도를 같이한다고도 볼 수 없다. 예컨대 갑이 을의
사망을 용인하였다는 것은 갑이 을을 살해하려고 하였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는 없다. (주2: Schroeder, LK Rn. 86; Kindh^345^user,
ZStW 96, 23; Weigend, ZStW 93, 663.) #2 행위자가 결과가 발생하여도
좋다고 생각했는가를 증명할 수는 없고, #3 고의의 내용에 용인이라는
감정적 요소를 포함시키는 것은 고의를 구성요건 요소로 파악하는 것과
일치할 수 없으며 고의를 책임요소로 파악한 결과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라) 무관심설: 무관심설 (Gleichg^1256^ltigkeitstheorie)은 행위자가 가능한
부수 결과를 적극적으로 좋아하거나 무관심하게 받아들일 때에는 미필적
고의이며, 부수결과를 원하지 않거나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 때에는
과실이 된다고 한다. (주3: Sch-Sch-Cramer, *15 Rn. 82; Schroeder, LK
*16 Rn. 93.) 결과 발생에 대한 무관심한 심정 반가치가 있어야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1 무관심도 결과에 대한 정서적 요소라는 점에서는 용인과 같은
성질을 가진다고 할 수 있으며, #2 결과에 대한 무관심이 없다고 해도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마) 회피설: 고의는 구성요건의 실현 의사를 의미하므로 법익 침해를
회피할 의사(Vermeidungswille)를 실현한 때에만 고의를 인정할 수 없게
되고, 인식있는 과실을 인정할 근거가 되는 회피 의사는 행위시에 행위자가
가능한 부수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종한 때에만 인정된다는 견해(주4:
Armin Kaufmann, 'Der dolus eventualis im Deliktsaufbau',
Strafrechtsdogmatik zwischen Sein und Wert, S. 67, 71.)이다. Armin
Kaufmann에 의하여 주장된 이론이다. 즉 Kaufmann은 고의의 의지적
요소를 강조하여 행위자가 의욕하지 않은 결과를 가능하다고
생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 방지를 위한 조종적 의사가 반대 행위에
의하여 표현되지 않은 때에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결과 회피 행위는 행위자의 의사에 대한 징표는 될 수 있어도 그
한계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주5: Philipps, ZStW 85, 34;
Weigend, 'Zwischen Vorsatz und Fahrl^345^ssigkeit', ZStW 93, 667.)
결과를 회피하려고 한 경우에도 법익 침해를 결의한 때에는 고의에 의한
행위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 위험설 및 위험 차단설: 위험설(Risikotheorie)은 고의의 대상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아니라 허용되지 않는 위험한 행위이므로
허용되지 않는 위험의 인식 또는 법익 침해에 대한 결단(Entscheidung)이
있을 때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해석하고(주6: Frisch, Vorsatz und Risiko,
S. 111; Roxin, 12/61, Grundlagenprobleme, S. 232; Zielinski, AK *15, 16
Rn. 18; Philipps, ZStW 85, 38.) 위험 차단설은 차단되지 않은
위험(unabgeschirmte Gefahr)을 창출한 경우, @p151즉 행위자의 행위 후에
행운과 우연에 의하여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때에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다. (주1: Herzberg, Die Abgrenzung von Vorsatz und bewusster
Fahrl^345^ssigkeit, JuS 1986, 255, ders, Das Wollen beim Vorsatzdelikt
und dessen Unterscheidung vom bewusst fahrl^345^ssigen Verhalten, JZ
1988, 639) 그러나 위험설은 구성 요건 요소의 인식을 위험의 인식으로
바뀌었을 뿐 가능성설과 내용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가 없고, 위험 차단설은
객관적 요소에 의해서만 고의를 판단함으로써 행위자의 주관적인 의사를
무시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사) 감수설(묵인설): 감수설(Abfindungstheorie) 또는
묵인설 (Hinnahmetheorie)이란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구성 요건
실현의 위험을 감수한 때에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신뢰할 때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고 하여 감수
의사를 미필적 고의의 본질적 요소로 파악하는 견해를 말한다. 감수 의사란
행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구성 요건의 실현을 묵인하고 행위시의
불명확한 상태를 견디기로 결의하였음을 의미한다.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행위 하였다는 행위자의 결단에 미필적 고의의 의지적 요소를
인정하는 견해 (주2: Gallas, Niederschriften, Bd. 12 S. 121; Jescheck, S.
270; Wolf, Gallas-FS S. 205; Philipps, ZStW 85, 38.)라고할 수 있다. 현재
독일의 통설 (주3: Bockelmann-Volk, S. 84; Eser, S. 55; Jescheck, S. 270;
Rudolphi, SK *16 Rn. 43; Stratenwerth, S. 110; Wessels, S. 67; Gallas,
Beitr^345^ge, S. 55.) 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며, 스위스의 판례도 '결과
발생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 그 현실이 가능하다고 진지하게 고려하고
묵인한 때에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이 견해를 취하고 있다.
(주4: Urteil des Schweizerischen Kassationshofes vom 17, Juni 1955)
오스트리아형법 제5조 1항은 미필적 고의에 대한 묵인설의 입장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3) 결어: 고의란 구성요건 실현의 인식과 의사를 의미한다. 미필적 고의도
이러한 고의의 본질과 관련하여 개념 지워져야 한다. 결과의 인식은 결과
발생을 확실히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연성설은 타당하다고 할수 없다. 그런데
결과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는 점에서는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
사이에 차이가 없다. (주5: 김일수, 183면 미필적 고의의 지적 요소로
충분한 가능성의 인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가능성과 개연성은 물론, 단순한
가능성과 충분한 가능성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양자는 의사라는 의지적 고의에 의하여 구별하지 않으면 안된다.
@p152고의를 책임 요소로 파악하는 경우에는 고의의 내용에 위법성의
인식은 물론 정서적, 감정적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용인설은 이러한 범죄
체계와 일치될 수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고의성에 있어서 고의는 행위
반가치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주관적 불법 요소라고 해야 한다.
주관적 불법 요소인 고의에 있어서는 결과의 실현 의사만 문제될 따름이기
때문이다. 행위자가 결과 발생을 용인하였는가는 책임 요소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의 의지적 요소는 행위자가
행위를 결의하였다는 의사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사는 미필적
고의의 경우에 가장 약한 형태로 요구된다. 그것은 행위를 결의함에 의하여
결과 발생을 감수 또는 묵인하였다는 것으로 족하다고 할 수 있다.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행위에 의하여 이를 강화하였을 때에는
행위자의 이성적 대응으로 인하여 의사에 의한 침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1: Wolf, Gallas-FS S. 225.) 다만 결과에 대한 묵인은 결과
발생의 위험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을 전제로 한다. 위험에 대한 고려를
요구하는 점에서 묵인설은 가능성설과 구별된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는 행위자가 #1 법익 침해의 위험성, 즉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였을 뿐만 아니라, #2
구성 요건 실현의 위험을 감수한 경우에 인정된다. 즉 지적 요소로 결과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고, 의지적 요소로 그 위험을
감수한 경우에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다고 신뢰한 경우가 인식 있는
과실이다.
(2) 택일적 고의: 결과 발생은 확정적이나 객체가 택일적이어서 둘 가운데
하나의 결과만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고의를 택일적 고의(dolus
alternativus, alternativer Vorsatz)라고 한다.
예컨대 갑, 을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가는데 갑, 을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맞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pistol을 쏘는 경우, 또는 갑을 살해하거나 중상을
가하기 위하여 pistol을 쏜 경우가 여기게 해당한다. 즉 고의는 두 가지
가능성에 미치지만 하나의 결과만 실현된 경우이다.
택일적 고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대하여도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두 개의 구성 요건에 대하여 모두 처벌해야 하며 따라서 결과가
발생한 범죄의 기수와 @p153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범죄의 미수의 관념적
경합이 성립한다는 견해 (주1: 김일수, 187면; 박상기, 118면; 배종대, 264면;
이형국, 139면) 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객관적으로 실현된 범죄에 의하여
처벌하고 다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범죄가 중한 범죄일 때에만 두 죄의
관념적 경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2: Maurach-Zipf, S.
299; Wessels, S. 69.) 두 개의 범죄가 모두 미수에 그쳤을 때에는 중한
죄의 미수로 처벌하면 족하다.
(3) 개괄적 고의: 결과 자체가 일어나는 것은 확정적이나 그 객체가
불확정한 경우, 즉 객체가 너무 많아서 무엇에 그 결과가 일어날 것인가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를 개괄적 고의(dolus generalis)라고 한다. 예컨대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폭탄을 던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개괄적
고의와 택일적 고의는 결과 발생이 다자택일이냐 양자택일이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고 그 본질이 다른 것은 아니다. 개괄적 고의가 하나의 행위를
구성하는 수개의 부분적 행위를 지배하는 고의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갑이 을을 살해하기 위하여 목을 졸라 을이 가사 상태에
빠지자 갑은 을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죄적을 감추기 위하여 을을 물에
빠뜨렸는데 사실은 을이 익사한 경우를 개괄적 고의의 문제로 다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어디까지나 인과관계의 착오에 관한 문제이다.
@h:제6절 사실의 착오@e
I. 착오론
1. 착오의 의의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실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착오라고 한다.
착오하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적극적
착오와 존재하는 사실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소극적 착오가 있다.
환각범, 불능범 또는 미수범이 이 적극적 착오에 해당한다. 그러나 형법에
있어서 착오론은 착오가 고의 또는 책임을 조각하느냐 아니냐를 문제로
하는 것이므로 소극적 착오로서의 관념과 사실의 불일치만을 문제로 하는
것이다.
@p154 2.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
착오론은 종래 이를 사실의 착오(Tatsachenirrtum)와 법률의
착오(Rechtsirrtum)로 분류하여, 사실의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지만 법률의
구별 기준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예컨대 재물의 타인성에 대한 착오가
법률의 착오인가 또는 사실의 착오인가를 명백히 알 수 없으므로 착오론
자체를 혼란에 빠뜨렸던 것이다. 여기서 독일 형법은 착오를 구성요건의
착오(Tatbestandsirrtum)와 금지의 착오(Verbotsirrtum)로 구별하고, 구성
요건의 착오는 객관적 구성 요건의 요소의 존재에 대한 착오임에 반하여
금지의 착오는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느냐에 대한
착오를 의미한다고 하고 있다.(독일 형법 제16조, 제17조) 형법은 착오를
사실의 착오(제15조)와 법률의 착오(제16조)로 구별하고 있으므로 착오론도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로 구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착오를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로 구별하는 경우에도 사실의 착오는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착오를 의미하고, 법률의 착오는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점에 대한 착오를 의미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주1: 유기천, 237면; 이건호, 251면.) 따라서 형법상의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의 구별은 구성 요건의 착오와 금지의 착오의 구별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II. 사실의 착오와 고의
1. 사실의 착오의 의의와 효과
(1) 사실의 착오의 의의: 사실의 착오는 고의에 필요한 구성 요건적 불법
요소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즉 행위자가 행위시에 법적 구성
요건에 속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것을 사실의 착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는 모든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포함된다. 고의의 대상이
되는 모든 상황에 대한 착오가 사실의 착오인 것이다. 따라서 고의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구성 요건에 포함된 법적 개념이나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를 포함한 모든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의 착오가 사실의 착오로 된다.
@p155그러므로 행위자가 규범적 구성 요건 요소의 의미를 문외한으로서의
소박한 가치 평가의 정도로도 이해하지 못한 때에는 사실의 착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의 착오는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임을
요한다. 따라서 구성요건적 사실에 포함되지 않는 범죄의 동기, 책임능력
또는 처벌 조각 사유에 대한 착오는 사실의 착오가 될 수 없다. (주1:
대법원 1966. 6. 28, 66 도 104 (총람 형법 15-5), '피고인의 위 물건이
본가의 소유물이라는 주장에는 피고인이 그것을 본가의 소유물로
오신하였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는 듯하나 설사 본건 범행이 그러한
오신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오신은 형의 면제 사유에
관한 것으로서 이에 범죄의 구성 요건 사실에 관한 형법 제15조 1항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그 오신은 본건 범죄의 성립이나 처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2) 사실의 착오와 효과: 고의는 모든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에 대한
인식을 요한다. 그런데 사실의 착오는 이러한 인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결한 경우이다. 따라서 사실의 착오는 당연히 고의를 조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실의 착오는 고의론의 이면에 불과하며 고의론의
일반 이론에 의하여 해결하면 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 기본적 구성 요건의 착오: 행위자가 행위시에 기본적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요소를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그를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
진정신분범에 있어서 신분에 대한 착오가 있었던 때에도 같다. 다만 그
착오가 회피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과실범의 구성 요건이 있는 때에는
과실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2) 가중적 구성 요건의 착오: 가중적 구성 요건에 있어서 형을 가중하는
사유를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가중적 구성 요건에 의하여 벌할 수 없고
기본적 구성 요건에 의한 처벌이 가능할 뿐이다. 형법 제15조 1항이
'특별히 중한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보통 살인의
고의로 존속 살해죄를 범한 때에는 보통 살인죄(제250조 1항)가 성립할 뿐이다.
(주2: 대법원 1977. 1. 11, 76 도 3871 (총람 형법 13-54)) 형법 제15조 1항의
규정은 동종의 범죄 사이에 형이 가중된 경우뿐만 아니라 죄질을 같이하는
범죄간에도 널리 적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점유 이탈물
횡령죄(제360조)의 고의로 절도죄를 범한 때에는 점유 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3) 감경적 구성 요건의 착오: 감경적 구성 요건에 있어서 행위자가 형을
감경하는 사유가 있는 것으로 오인한 때에도 감경적 구성 요건에 의하여
벌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촉탁살인의 고의로 보통 살인죄를 범한
때에는 촉탁살인죄(제252조)의 죄책을 지게 된다.@p156 부진정 신준범에서
신분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때에도 같다.
2. 사실의 착오의 중요성
사실의 착오는 고의에 필요한 인식이 없는 경우이므로 고의가 조각된다는
것은 고의론의 일반 이론에 의하여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행위자의 주관적 인식과 객관의 세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오히려 예외에 속하고 엄격하게 볼 때에는 언제나 다소의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인식과 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언제나 고의가
조각된다고 한다면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된다. 여기에
사실의 착오에 관하여 인식과 사실이 어느 정도 부합하여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착오의 중요성 내지 사실의 착오에 대한 한계의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형법 제15조 1항은 '특별히 중한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착오의 중요성은 이론에 의하여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
구성요건적 사실의 착오는 보통 구체적 사실의 착오와 추상적 사실의
착오라는 두 가지 태양으로 나타난다. 구체적 사실의 착오는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과 현실로 발생한 사실이 동일한 구성 요건에 속한 범죄이지만
구체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반하여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과 현실로 발생한 사실이 다른 구성 요건에 속하는 범죄인 때를 추상적
사실의 착오라고 한다.
III. 사실의 착오의 한계
고의가 현실로 발생한 사실과 어느 정도 일치하여야 고의범의 기수로
처벌할 수 있느냐라는 고의화 사실의 부합 문제로서 목적의 착오(객체
착오), 방법의 착오(타격의 착오) 및 인과관계의 착오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견해의 대립
객체의 착오와 방법의 착오에 있어서 고의의 기수 책임을 인정하는
범위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p157 1) 구체적 부합설: 구체적 부합설은 행위자의 인식과 발생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부합하는 경우에 한하여 발생한 사실에 대한 고의를 인정한다.
(주1: 김일수, 211면; 박상기, 132면; 배종대, 272면; 이형국, 149면, 연구
231면; 차용석, 936면.) 이 설에 의하면 구체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
객체의 착오에 관하여는 고의범의 기수를 인정하나, 방법의 착오에
관하여는 인식과 사실이 구체적으로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인식한 사실에
대한 미수와 발생한 사실의 과실범의 상상적 경합이 성립한다고 보며,
추상적 사실의 착오에 관하여는 방법이 착오와 같이 해결한다. 고의는
추상적 구성 요건 요소가 아닌 구성 요건 상황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행위자에 의하여 특정된 객체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구체화설 (Konkretisierungstheorie) 이라고도 하며,
독일의 통설과 판례의 태도이다.
그러나 구체적 부합설에 대하여는 #1 구체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
객체의 착오에 관하여는 고의의 성립을 인정하면서 방법의 착오에 관하여는
이를 부정하는 근거가 명백하지 않고, #2 사람을 살해할 고의로 사람을
살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살인 미수라고 하는 것은 일반인의 법감정에
반하고, #3 고의의 기수 책임을 인정하는 범위가 이론상으로나 실제상으로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서 구체화설이 통설인 독일에서도 Hillenkamp는 생명, 신체, 자유와
같이 개별적 성격이 강한 법익에 있어서 방법의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지만
소유권이나 재산과 같은 대체적 법익에 있어서는 객체의 특성은 고의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주2: Hillenkamp, Die Bedeutung von
Vorsatzkonkretisierungen bei abweichendem Tatverlauf, S. 113, 116.)
Roxin은 행위계획설 (Tatplantheorie)을 주장하고 행위 계획이 구체적인
객체를 전제로 할 때에만 구체화설이 타당하다고 하여(주3: Roxin,
12^34^150.) 구체화설의 결함을 시정하고자 하였다.
2) 추상적 부합설: 추상적 부합설은 행위자에게 범죄를 범할 의사가 있고
그 의사에 기하여 범죄가 발생한 이상 인식과 사실이 추상적으로 일치하는
한도에서 고의범의 기수로 처벌해야 하고, 다만 형법 제15조 1항에 의하여
인식한 사실이 발생한 사실보다 경한 때에는 중한 죄의 고의범의 기수로
논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설은 구체적 사실의 착오에 관하여는 법정적
부합설과 결론을 같이한다. 그러나 추상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는 경한
죄의 기수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에 특색이 있다. @p158즉 추상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 #1 경한 갑죄의 고의로 중한 을죄의 사실을 실현한 경우,
예컨대 재물 손괴의 의사로 살인의 결과를 발생한 경우에는 재물손괴의
기수와 과실치사죄의 상상적 경합이 되고, #2 중한 갑죄의 고의로 경한
을죄의 사실을 실현한 경우, 예컨대 사람을 상해할 의사로 재물을
손괴하였을 때에는 중한 죄의 미수와 경한 죄의 기수가 성립하지만 중한
고의는 경한 고의를 흡수하므로 두 죄의 경합은 성립하지 않고 중한
죄(형법상은 상해미수, 일본 형법상은 손과의 기수)로 처벌해야 한다고
한다.
추상적 부합설은 주관주의 범죄론의 입장에서 범죄는 반사회성의
징표이므로 고의가 어떤 형태의 사실로든지 표현되면 충분하다고 볼 때에만
가능한 이론이다. 그러나 고의는 막연한 범죄의 의사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특정한 범죄에 대한 의사이므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의사를 벌하는 것은
죄형 법적주의에 반한다고 해야 한다. 추상적 부합설리 과거에 합리적
결론을 가져왔던 것은 일본 형법이 과실범을 지나치게 가볍게 처벌하고
상해죄와 손괴죄의 미수를 벌하지 않았던 입법상의 미비에 기인하는
것이며, 과실범을 금고형으로 벌하고 상해죄와 손괴죄의 미수를 처벌하고
있는 형법에서는 근거 없는 이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법정적 부합설: 법정적 부합설은 행위자의 인식과 발생한 사실이
법정적 사실의 범위, 즉 동일한 구성요건 또는 죄질에 속하면 고의가
성립한다고 한다. 이 설은 구체적 사실의 착오에 관하여는 객체의 착오와
방법의 착오를 불문하고 인식한 사실과 발생한 사실이 동일한 구성 요건에
속하므로 결과에 대한 고의의 성립을 인정한다. 그러나 추상적 사실의
착오에 관하여는 구체적 부합설과 같이 인식한 사실의 미수와 발생한
사실의 과실범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고 한다. 고의는 구성 요건 요소에
대한 인식과 의사이고 구성 요건 요소에 대한 착오만 고의를 조각할 수
있는 것이므로 행위자가 구성 요건에 일치하는 유개념을 침해한 때에는
고의의 귀속에 필요한 고의 내용과 결과의 일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우리 나라의 통설(주1: 유기천, 240면; 이건호, 269면; 정성근,
275면; 정영석, 181면; 진계호, 198면; 황산덕, 118면.)의 태도이며, 타당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법정적 부합설에는 구성 요건 부합설과 죄질(법익)부합설이
있다. 구성 요건 부합설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과 발생한 사실이 같은
구성 요건에 속하는 경우에만 발생한 사실에 대한 고의를 인정함에 대하여,
@p159죄질부합설은 양자 사이에 구성 요건이 같은 경우는 물론 죄질이
동일한 경우에도 고의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과
발생한 사실이 구성 요건을 달리한다고 할지라도 죄질을 같이하는 범죄인
때에는 고의의 성립을 부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죄질부합설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주1: 유기천, 242면; 정성근, 275면;
황산덕, 119면.) 따라서 기본적 구성 요건과 가중적 구성 요건 사이에는
물론, 절도죄와 점유 이탈물 횡령죄와 같은 다른 구성 요건 사이에도
고의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2. 사실의 착오의 태양
(1) 목적의 착오 또는 객체의 착오: 목적의 착오(error in object,
Irrtum^1256^ber das Handlungsobjekt)란 행위의 객체(목적)의 성질, 특히
그 동일성에 관하여 착오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1) 구체적 사실의 착오: 인식한 객체와 결과가 발생한 객체가 구성
요건상으로 동가치인 때, 예컨대 전방에 있는 사람이 갑이라고 생각하고
사살하였는데 피해자는 을이었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발생한 결과는
행위자의 행위시의 인식과 부합하고 단순한 동기의 착오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착오는 법률상 의미를 가질 수 없고 고의를 조각하지 않는다.
객체의 착오는 공범 또는 간접정범에 대하여도 고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주2: Jescheck, S. 625; Maurach-Zipf, S. 318; Rudolphi, SK 16/33;
Sch-Sch-Cramer, Vor *25 Rn. 46.)
따라서 예컨대 갑이 을을 교사하여 병을 살해하도록 하였는데 을이
병으로 알고 사살한 사람이 정인 때에도 갑은 살인(기수의)교사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주3: BGHSt. 11, 268, '체포를 면할 목적으로 추적하는
사람을 살해할 것을 공모한 공동 정범의 한 사람이 추적자라고 생각하고
다른 공범자를 저격하여 상해를 입힌 때에는 그 공범자도 살인 미수로
처벌되어야 한다.') 다만 구체적 부합설에 의할 때에는 정범의 객체의
착오가 교사범에 대하여 방법의 착오가 될 수 있다.
2) 추상적 사실의 착오: 인식한 객체와 발생한 객체가 서로 다른 구성
요건에 속하는 경우, 예컨대 개라고 생각하고 사살하였는데 개가 아니라
사람이 사망하였을 때에는 고의로 인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고, 재물
손괴의 미수와 과실치사죄의 관념적 경합이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2) 방법의 착오 또는 타격의 착오: 방법의 착오(aberratio ictus,
Fehlgehen der Tat)란@p160 방법의 잘못으로 행위자가 의도한 객체가 아닌
다른 객체에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갑을 살해할 의사로
갑을 향하여 저격하였는데 갑에게 맞지 않고 그 옆에 있던 을이 맞아
사망한 경우(구체적 사실의 착오), 또는 갑을 향하여 저격하였는데 갑에게
맞지 않고 갑이 데리고 가던 개가 맞아서 죽은 경우(추상적 사실의 착오)가
여기에 해당한다. 방법의 착오는 행위자의 고의가 그가 의도한 객체에
제한되어 있는 경우를 말하고, 행위자가 발생한 결과에 대하여도 미필적
고의를 가진 경우에는 발생한 결과에 대한 고의의 기수를 인정할 수 있음이
당연하다.
1) 추상적 사실의 착오: 추상적 사실의 착오의 경우에는 그 해결이
간단하다. 즉 이 때에는 발생한 결과에 대한 과실법과 인식한 사실의
미수의 관념적 경합이 된다.
2) 구체적 사실의 착오: 구체적 사실의 착오의 경우에도 독일의 통설은
의욕한 침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현실로 발생된 침해의 결과는 의욕한 것이
아니므로 추상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와 같이 갑에 대한 살인 미수와 을에
대한 과실치사의 관념적 경합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한다.(구체적 부합설)
(주1: Drecher-Tr^246^ndle, *16 Rn. 6; Jescheck, S. 281; Maurach-Zipf, S.
318; Rudlophi, SK *16 Rn. 33; Schmidh^345^user, S. 205;
Sch-Sch-Cramer, *15 Rn. 56; Stratenwerth, S. 103; Wessels, S. 74)
살인의 고의는 단순히 어떤 사람이라도 살해하겠다는 고의가 아니라
특정인을 살해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사를 의미하므로 을에 대한 살인이
사람을 살해한다는 일반적 의사에 의하여 보충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그러나 형법 제250조는 행위의 객체가 사람임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지 그 사람이 적이건 친우이건 노인이든 소년이든, 갑이건 을이건 묻지
않고 모두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데 영향이 없으므로, 구성요건적 사실을
인식하고 구성요건적 결과를 실현한 이상 고의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법정적 부합설) (주2: 대법원 1984. 1. 24, 83 도 2813 (공보
724-408), '소위 타격의 착오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행위자의 살인의
범죄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동지: 대법원 1958. 12. 29, 4291 형상
340 (총괄 형법 15-2))
법정적 부합설에 대한 구체적 부합설의 비판은 두 가지 점에 집중되고
있다. 첫째 구체적 부합설은 법정적 부합설이 고의의 사실적 기초를
무시했다고 한다. 즉 사람을 살해할 고의는 특정한 살해할 의사이지 어떤
사람이라도 죽일 의사는 아니며, @p161적을 살해할 의사로 행위자의 처나
아들을 살해한 때에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고의에 사실적 측면이 있다고 하여 평가적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고의의 사실적 기초는 평가의 범위 내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형법은
사람을 살해하는 것을 금지할 뿐이지 그 사람이 누구이며 살해의 동기가
무엇인가는 묻지 않는다. 갑을 살해할 의사로 을을 살해하였거나 갑의
재물을 손괴할 고의로 을의 재물을 손괴한 때에는 고의가 조각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특수한 예외적인 경우를
예상하여 구체적 부합설의 결론을 일반화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 고의를 인정한다고 하여 고의의 사실적 기초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둘째 법정적 부합설은 갑을 살해하려고 하다가 을을 사망케 한 경우에
을에 대한 살인기수를 인정하며 별도로 갑에 대한 살인 기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행위자의 고의가 한 개임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에
의하면 #1 갑을 향하여 발사하여 갑과 을을 사망케 한 경우, #2 갑을
죽이고 을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 #3 갑에게 상처를 입히고 을을 사망케 한
경우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구체적 부합설에 의하면
모든 경우를 논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하다. #1의 경우는
살인과 과실치사의 상상적 경합, #2의 경우는 살인과 과실 상해의 상상적
경합, #3의 경우는 살인 미수와 과실치사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정적 부합설에 의하는 경우에도 이 경우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해야 된다. #1과 #2의 경우는 갑을 살해할 고의로 갑을
살해한 경우이다. 갑이 사망한 이상 법정적 부합설에 의한다고 하여 갑에
대한 살인의 고의를 을에게 전용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1의 경우는
살인죄와 과실치사죄의 상상적 경합이 되고, #2의 경우는 살인과 과실
상해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고 해석하면 족하다. 그러나 법정적 부합설에
의하는 때에 #3의 경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제1설은 갑에 대한 살인 미수와 을에 대한 살인 기수의
상상적 경합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어떻게 두
개의 고의로 나누어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제2설은
갑에 대한 과실치상과 을에 대한 살인 기수의 상상적 경합을 인정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견해도 갑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왜 과실로 변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제3설은 갑에게 상처를 입힌 이상 착오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여 갑에 대한 살인 미수와 을에 대한 과실치사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구체적 부합설과 결론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 견해는 구체적 부합설의 태도이지 법정적 부합설의 입장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법정적 부합설에 의하는 한 을에 대한 살인죄에 갑에
대한 살인미수는 흡수된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갑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은 때에도 법정적 부합설에 의하면 갑에 대한 살인 미수가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을에 대한 살인죄의 성립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
사실의 착오의 경우에도 법정적 부합설이 타당하다고 해야한다.
(3) 인과관계의 착오: 인과관계도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에 해당하므로
고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행위자가 인과관계를 인식할 것을 요한다.
@p162그러나 행위자에게 정확한 인과법칙을 인식하거나 인과의 진행에
대한 법적 판단을 기대할 수는 없다. 여기서도 문외한으로서의 소박한
가치판단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과관계의
착오(Kausalit^345^tsirrtum)에 있어서는 현실로 진행된 인과관계가 예견된
인과의 진행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때에만 사실의 착오가 있는 것이
된다. (주1: Dreher-Tr^246^ndle, *16 Rn. 7; Eser, I, S. 169; Jescheck, S.
280; Maurach-Zipf, S. 317; Sch-Sch-Cramer. *15 Rn. 55; Wessels, S. 76.)
어떤 경우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인식한
인과관계와 현실적인 인과의 진행과의 차이가 일반적인 생활 경험에 의하여
예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고 다른 행위로 평가할 수 없을 때에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며, 따라서 구성요건적 고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해야 한다. (주2: BGHSt. 7, 329.)
예컨대 갑이 살인의 고의로 을의 머리를 도끼로 때렸는데 을은 갑이
예상한 것처럼 두개골 파열로 사망하지 않고 상처의 감염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또는 갑이 을을 익사시키기 위하여 다리에서 을을 강으로 밀어
떨어뜨렸는데 을은 익사하지 않고 교각에 머리를 부딪쳐서 사망한 때에는
인과관계의 착오는 본질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인과관계의 착오의 문제는 결과의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 이후에 검토되는
것으로 결과의 객관적 귀속이 부인될 때에는 객관적 구성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못하므로 인과관계의 착오를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
인과관계는 고의의 대상이 되지만 인과의 과정은 행위자의 주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야기된 결과가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객관적 귀속론의 문제로 해결해야 된다는 견해(주3:
Rudolphi, SK *16 Rn. 31; Schroeder, LK *16 Rn. 29; Triffterer, S. 183.)도
주장되고 있다. 인과관계의 착오가 본질적인 경우는 대부분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는 점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타당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인과관계의 착오는 객관적 귀속이 긍정된 때에 비로소 문제된다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과관계의 착오에 관한 특수한 경우가 개괄적 고의(dolus generalis)의
문제이다. 개괄적 고의의 이론은 결과가 두 개의 부분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져 있는데 행위자는 의욕한 결과가 제 1 행위에 의하여 달성된
것으로 믿었으나 사실은 그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제 2 행위에 의하여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두 개의 행위를 하나의 행위로 보아 전체 행위를
지배하는 개괄적 고의에 의하여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주1:
Welzel, S. 74.) @p163그러나 제1 행위와 제2 행위는 서로 다른 고의로
행하여 진 것이며 사체 유기의 고의를 살인의 고의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개괄적 고의라는 개념을 인정할 수 없다. 여기서 제 1
행위에 의하여 이미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제 2 행위로 나아간 때에는
발생한 결과에 대한 미수범과 과실범의 경합범이 될 뿐이라고 해석하는
견해(주2: 이용식, '소위 개괄적 고의의 형법적 취급', 형사 판례 연구 2,
34면 )도 있다. 제 1 행위에 대하여 제 2 행위의 독립성을 인정해야 하고,
두 개의 행위가 하나의 행위로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그러나
고의 행위에 연결된 자신의 과실 행위에 의하여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과실 행위의 독립성을 강조하여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는
결과까지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는 인과관계의 착오 이론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하며, 다만
인과관계의 착오는 중요하지 아니하므로 고의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주3: (1) 대법원 1988. 6. 28, 88 도 650 (법률 신문
1988. 8. 25),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살해의 의도로 행한 구타 행위에 의하여
직접 사망한 것이 아니라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행한 매장 행위에 의하여
사망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전 과정을 개괄적으로 보면 피해자의 살해라는
처음에 예견된 사실이 결국은 실현된 것으로서 피고인들은 살인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2) BGHSt. 14, 193. 갑이 을의 목을 졸라 을이 의식을 잃자
갑은 을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웅덩이에 버렸는데 을은 이로 인하여 사망한
사건이다. BGH는 '사망의 결과가 피고인이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발생하였지만 예상한 인과의 진행과 현실적인 진행의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며 법적으로 의미가 없다. 행위자가 피해자를 미필적인 살인의 고의로
공격하여 사체라고 생각하고 유기 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도 살인 기수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h:제7절 과실@e
I . 서 론
1. 과실의 의의와 종류
(1) 과실의 의의: 형법상의 행위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인간의
행태'(사회적 행위론)라고 정의할 때 이러한 행위에는 고의 행위와 과실
행위가 포함된다. 고의를 구성 요건의 객관적 요소에 대한 인식 또는
의사를 의미한다고 한다면, 과실(Fahrl^345^ssigkeit^)이란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서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제14조). @p164다시 말하면 주의의무에 위반함으로써 의사에
반하여 구성 요건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실은 고의의 감경된 형태가 아니라 고의와는 전혀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다. (주1: Jescheck, S. 508.)
이와 같이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 형벌이 과하여 지는 범죄가 바로 과실범이다.
그런데 과실범의 불법과 책임 내용은 법질서의 명령을 의사에 의하여가
아니라 부주의에 의하여 위반하는 것이므로 고의범에 비하여 가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과실은 언제나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잇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된다. 형법은 실화(제170조),
과실열수(제181조), 과실 교통 방해(제189조 1항), 과실치사상(제266조,
제267조, 제268조) 및 과실 작물 취득(제364조)의 다섯 가지 죄의 과실범을
벌하고 있다.
(2) 과실의 종류
1) 인식있는 과실과 인식없는 과실: 과실은 구성 요건의 실현이라는
결과에 대한 심리적 관계에 따라 인식 있는 과실과 인식 없는 과실로
구별할 수 있다. 이것이 과실의 종류에 대한 전통적인 구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 제14조가 과실을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라고 하여 인식있는 과실을 포함하지 않은 것처럼 규정한 것은
입법론상 재고를 요한다. 인식없는 과실(unbewusste
Fahrl^345^ssigkeit)이란 행위자가 주의의무를 위반으로 인하여 구성 요건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때를 하며, 인식있는
과실(bewusste Fahrl^345^ssigkeit)은 구성 요건이실현될 수 있음은
인식하였으나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신뢰한
것을 말한다.
인식있는 과실과 인식없는 과실은 형법상 같은 과실로 평가되며 그
불법이나 책임 내용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식있는 과실과
인식없는 과실의 구별은 이러한 구별을 통하여 미필적 고의와의 한계를
명백하게 할 수 있다는데 실익이 있을 뿐이다. (주2: Jescheck, S. 513.)
형법 개정 법률안은 제13조에서 '과실에 의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2) 보통의 과실과 업무상 과실 및 중과실: 형법은 보통의 과실을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과 구별하여 후자를 무겁게 벌하고 있다.@p165
업무상 과실은 보통 과실에 대하여 주의의무가 가중되는 것이 아니라,
주의의무는 동일하지만 예견 의무가 다르기 때문에 책임이 가중되어 형법이
이를 가중하여 벌하는 것이다. (주1: 유기천, 170면 참조.) 여기서 업무라
함은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가지는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의미한다. 중과실이란 주의의무를 현저히 태만히 하는 것, 즉 극히 근소한
주의만 하였더라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이를 예견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중과실이냐 아니냐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 통념을 고려하여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2: 대법원 1980.
10. 14, 79 도 305(총람 형법 171-8), '중과실은 행위자가 근소한 주의를
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이를
예견하지 못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중과실과 경과실의 구별은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 통념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2. 과실범의 구조
(1) 책임요소설: 종래의 인과적 행위론은 과실범의 불법 내용을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에 제한하여, 과실범의 구성 요건으로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 및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만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과실은
고의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주관적 요소로서 책임 형식에 불과하였고
주의의무 위반도 책임 요소로의 의미를 가질 뿐이었다. 그 결과 과실의
기준도 규범적 기준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결정되지 않을 수 없었고, 따라서
행위자는 개인적으로 가능한 것만을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주3:
인과적 행위론을 취하면서도 Frank, Mezger 등과 같이 주의의무의 기준은
사회 통념상 요구되는 평균적인 주의의무라는 점에서 객관적이지만 그러한
주의를 할 능력이 없는 때에는 행위자를 비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관적이라고 하여 이중의 기준을 요구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견해도
과실 기준의 객관화를 책임의 단계로 격하시킨 점에서 인과적 행위론의
범위를 벗어난 수 없다. (Sch-Sch-Cramer, *15 Rn. 116)) 그러나 #1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 그 행위를 구성 요건에 해당하며 위법 하다고 하는
것은 구성요건의 보장적 기능을 해할 뿐만 아니라, 위법성의 본질에도
반한다. 예컨대 열차의 기관사가 굴곡된 선로를 제한 속도로 진행하는데
갑자기 자살 기도자가 뛰어들어 급제동하였으나 미치지 못하여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도 이를 위법하다고 하는 것은 상식상 납득할 수 없다. 과실
없이 발생한 결과는 과실범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2 인과적 행위론은 결과 발생만으로 과실범의 구성 요건에 해당되고
위법성 조각 사유가 없으면 위법하다고 하면서 위법성 조각 사유로
정당방위, 피해자의 승낙 및 허용된 위험(erlaubtes Risiko)을 들고 있었다.
@p166그러나 허용된 위험의 법리는 주의의무의 기준에 불과하므로
주의의무위반, 즉 과실을 책임 형식으로 보는 것은 체계상의 혼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신과실이론: 여기서 과실범에 있어서의 과실, 즉 주의의무 위반은
인과적 행위론이 보는 바와 같이 단순한 책임 요소가 아니라 위법성의
요소라고 이해하는 새로운 과실 이론이 등장하였다. 형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을 침해 또는 위태하게 한 모든 행위가 과실 행위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때, 즉 정상의 주의를 태만히 한 경우에만 과실 행위가 된다.
그러므로 주의만 하였다면 범죄 사실을 인식하였으리라는 가치판단은 과실
행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유한 규범적 요소이다. 따라서 과실 행위에
있어서는 마치 부진정 부작위범에서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위법성이
나타나는 것과 같이 정상의 주의를 태만한다는 일정한 사실관계에서만
위법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1: 유기천 167면; 이건호 239면. 과실범에
있어서 과실이 위법성의 요소가 된다는 이론은 이미 Engisch에 의하여
주장된 바 있다. Engisch는 외적 주의의 결여에 과실 행위의 위법성이
기초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주의의무 위반이 위법성의 요소라는 견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역시 허용된 위험의 이론이다. 이에 의하면 생활
필수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는 필요한 안전 조치를 강구한 이상, 즉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한 이상 허용되며, 따라서 그 행위는 책임 없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실 행위의 본질적인 불법
요소는 결과 반가치가 아니라 행위 반가치에 있고, 따라서 과실은 과실범에
있어서 주관적 위법성의 요소가 된다. 그러나 과실, 즉 주의의무 위반을
과실범의 본질적인 불법 요소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위법성의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성 요건 요소로 파악해야 한다.
(3) 구성 요건 요소설: 과실, 즉 주의의무 위반을 과실범의 구성 요건
요소로 이해한 것은 목적적 행위론의 공헌이다. Welzel에 의하면 과실
행위의 본질적 요소는 결과가 아니라 행위 수행의 방식(Art und Weise des
Handlungsvollzugs), 즉 주의의무 위반에 있다. 고의범의 구성 요건이 행위
의사에 의하여 구성 요건적 결과를 실현하는 행위이라고 한다면 과실범의
구성 요건은 구성요건적 결과에 대한 목적적 행위의 수행방법, 즉 사회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에 있고, 따라서 주의의무 위반은
과실범의 구성 요건 요소이며 위법성의 기초가 된다. (주2: Welzel, S. 130)
이와 같이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면 과실은 과실범에 있어서 구성 요건
요소가 되고 구성 요건 해당성은 위법성을 징표한다는 의미에서 동시에
위법성의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p167 과실을 과실범에 있어서 단순한 책임 요소나 위법성의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성 요건의 단계에서 검토해야 할 구성 요건
요소로 보아야 한다는 목적적 행위론의 결론은 목적적 행위론자 뿐만
아니라 사회적 행위론자와 해위론을 부정하는 학자들에 의하여도
일반적으로 지지되고 있으며, (주1: Jescheck, S. 521; Samson, SK Anh zu
*16 Rn 6; Sch-sch-Cramer, Rn, 122; Stratenwerth, S. 299; Welzel, S.
299; Wessels, S. 203) 이것은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실범과
고의범은 불법 내용에서 구별된다. 그러나 불법의 내용을 이루는 결과
반가치에서 과실범을 고의범과 구별할 수 없으며 그것은 행위 반가치에
의하여만 구별이 가능하다. 과실범의 행위 반가치는 주의의무 위반이다.
그러므로 과실범의 구성 요건은 결과 발생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있으며, 고의가 없다고 하여
바로 과실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과실범의 구성 요건이 충족되어야
과실범이 성립하는 것이다.
(4) 과실의 이중기능: Welzel은 과실을 과실범의 구성 요건 요소로 이해한
결과 과실범에 있어서의 책임에는 위법성의 인식 또는 그 가능성만
남는다고 보았다. 즉 과실은 구성 요건 요소이지 책임 요소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주2: Welzel, S. 130) 그러나 과실이 구성 요건 요소가
되었다고 하여 그것이 책임 요소로서의 의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며, 불법
요소와 책임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3: 과실범에
대하여 과실 요소와 책임 요소로서의 이중 기능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도 다수설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천, 166면, 232면; 배종대, 38면;
이형국, 375면; 김종원, '과실의 구조'(법정, 1969. 8), 9면; 손해목,
'과실범'(고시연구, 1977. 6), 45면; 심재우, '사회적 행위론과 과실범의
체계'(고시연구, 1979. 3), 77면; 정성근, '과실범의 기본구조'(법조, 1973. 8),
16면.) 즉 과실은 고의와 마찬가지로 구성 요건 요소이지만 동시에 책임
요소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는 이중성격(Doppelnatur)을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실이 구성요건요소와 책임 요소로서의 이중성격을 가진다고
하여 그 판단 기준까지 같은 것이 아님은 고의의 경우와 같다. 즉 구성
요건 요소로서의 과실에서는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 태만이 문제됨에
반하여, 책임 요소로서는 행위자의 개인적 능력에 따라 그가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할 수 있었느냐를 문제로 하는 것이다.
@p168 II. 과실범의 구성 요건
과실범의 구성 요건 해당성도 고의범과 마찬가지로 행위 반가치와 결과
반가치에 의하여 결정된다. 고의범의 행위 반가치가 법익의 침해 또는 그
위험에 대한 인식과 의사임에 반하여, 과실범의 행위 반가치는 주의의무
위반, 즉 부주의에 있다. 과실범의 결과 반가치는 고의범의 경우와 같이
결과의 발생과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실범의
구성요건으로는 주의의무위반, 결과발생 및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1. 주의의무 위반
(1) 주의의무의 내용: 주의의무의 내용은 구체적인 행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을 인식(예견)하고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방어조치를 취하는 데 있다. 따라서 주의의무는
예견의무와 결과 회피 의무를 그 내용으로 한다.
(2) 주의의무의 표준: 주의의무 위반을 어떤 표준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냐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문제는 주의의무 위반을 객관적
표준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냐 또는 행위자의 개인적 능력에 따라 결정할
것이냐에 있다.
1) 객관설: 구성 요건 요소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을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이며 통설의 입장(주1: 유기천, 170면; 이건호(공저), 242면;
정성근, 495면; 황산덕, 129면; 이형국, 379면; 박상기, 268면; 배종대, 541면;
정영일, '과실범의 구성요건'(고시계, 1993. 3), 68면.)이다. 주의의무
위반이란 '객관적 주의의무의 침해'(Verletzung der objektiven Sorgfaltspflicht) 또는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주의의 태만'(Vernachl^345^ssigung der im
Verkehr erforderlichen Sorgfalt)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주의의무 위반은
행위자가 가상의 판단에 의하여 보호의 객체가 위험하다고 인식할 수
있었다면 인정된다. 주관적인 예견 가능성의 문제는 구성 요건과는 관계
없고 책임에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한다. 여기서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은 행위자의 위치에 있는 통찰력 있는 사람의 지도형상, 즉 행위자가
소속한 거래 범위의 신중하고 사려깊은 사람의 판단이 기준이 된다. 예컨대
신중한 운전자, 사려깊은 의사 또는 건축사라면 법익 침해의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느냐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p169 다만 주의의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도 행위자가 평균인의
판단을 초과하는 특수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고려해야 한다. (주1:
BGHSt. 14, 52.) 예컨대 어느 교차로가 특히 위험하고 어떤 건물에서
일시에 많은 아동이 뛰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때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는 행위자의 특수지식에 한하고 행위자의
특수 능력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숙련된 운전자가 결과
방지를 위하여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하였는데도 결과가 발생한 때에는 객관설에
의하면 주의의무에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2) 주관설: 구성 요건의 단계에서 이미 행위자 개인에게 가능한
주의의무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개별적 주의의무 위반설(die
Theorie der individuellen Sorgfaltswidrigkeit)이라고 한다. (주2: Jakobs,
9/13; Samson, SK Anh zu *16 Rn. 13; Stratenwerth, S. 295.) 이에 의하면
주의의무 위반은 먼저 행위자가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을
전제로 하므로 오로지 그의 능력과 지식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위자가 평균인 이상의 능력을 가졌으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해야 하며, 그렇게 한다고 하여 능력 있는
사람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3) 비판: 개별적 주의의무 위반설(주관설)의 '당위(Sollen)는
가능성(K^246^nnen)을 전제로 하므로 행위자가 예견 가능한 때에 비로소
주의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근본 명제는 타당하다고 겠다. 그러나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보면 엄격한 것이 아니라 유동적임을 생각할 때, 이는
결국 정책의 문제에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형법의 해석상 의사
기타 일정한 자에게 특별한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객관적, 평균적 표준에 의하여, 정상이 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좀더
노력하도록 하여 보통인의 수준에 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형법의 근본
정신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객관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규범의 예방
기능은 법과 불법을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주의의무 위반이 도로교통법과 같은 특별 법령이나 의술의 일반원칙 또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기술과 같은 경험칙에 의하여 판단된다는 점에서도
객관설이 타당하다고 해야 한다. 형법이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과실, 즉 주의의무 위반은 고의와 마찬가지로 구성 요건 요소와 책임
요소로서의 2중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관적 주의의무는 책임 문제로
고려되지 않을 수 없으며,@p170 이를 구성 요건 해당성의 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은 과실범에 있어서 객관적 귀속의 척도이므로
주의의무 위반은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되어야 하며 따라서 과실범의
구성 요건 요소가 되는 것은 주관적 주의의 위반이라고 해석하는
견해(주1: 김일수, 543면.)도 있다. 그러나 #1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은
고의범의 경우와는 달리 과실범에 있어서 단순한 귀속의 척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위 불법의 핵심이 되며, #2 주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과실범의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3) 허용된 위험의 이론
1) 허용된 위험: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에 기초를 둔 일반적인 위험
금지 (Gef^345^hrdungsverbot)가 오늘날의 기술 사회에서 무제한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일정한 생활 범위에 있어서는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는
위험이라 할지라도 전적으로 금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허용된 위험(erlaubtes Risiko)이라고 한다. 예컨대 현대의 자동차 교통에
있어서 모든 교통 규칙을 준수한 경우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위험은 항상 내포되어 있다. 공장의 운영, 지하자원의 채굴, 건축 및 에너지
자원의 이용 등 여러 분야에서도 사정은 같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이러한
시설과 결합된 사회적 효용성은 필요한 안전 조치를 강구한 이상 그 시설과
전형적으로 결합된 위험은 법질서가 인용할 것을 요구한다. 허용된 위험은
사회 생활상의 필요성과 결합된 사회적 상당성(soziale Ad^345^quanz)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허용된 위험의 이론에 의하여 과실의 범위가 수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론이 없다. 다만 이를 과실범에 있어서 위법성 조각 사유로 보느냐 또는
구성 요건 자체를 조각하는 것으로 볼 것이냐에 대하여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상당하고 따라서 허용된 위험은 사회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가
아니라 구성 요건 해당성 자체를 조각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2: Eser, II, S. 23; Samson, SK Anh zu *16 Rn. 17; Sch-SchCramer,
*15 Rn. 144; Schroeder, LK *16 Rn. 161; Welzel, S. 132.) 이러한
의미에서 허용된 위험의 이론은 객관적 주의의무의 제한원리가 된다고 할
수 있다.
2) 신뢰의 원칙: 허용된 위험의 이론이 적용된 특수한 경우가 독일의
판레에 의하여 확립되어@p171 일본과 우리 나라의 관례에도 일부 열향을
미친 교통 사고에 관한 신뢰의 원칙이다
(가) 신뢰의 원칙의 의의: 신뢰의 원칙 (Vertrauensgrundsatz)이란 스스로
교통 규칙을 준수한 운전자는 다른 교통 관여자가 교통 규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신뢰하면 족하며, 교통 규칙에 위반하여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것
까지 예견하고 이에 대한 방어 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현대 회에서의 도로 교통의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여 운전자에게 다른
사람의 적법한 행위를 신뢰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과실범의 처벌을 완화하고
주의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원활한 교통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
이라고 할 수 있다. (주1: Maurach-G^246^ssel-Zipf, Bd. 2 2. 101;
Sch-Sch-Cramer *14 Rn. 149 )교통 사고에 대한 신뢰의 원칙은 자동차
교통의 양적 증가와 교통 수단의 중요성을 고려 하여 교통 위반에 대한
투쟁과 교통 범죄자 들에 대한 관용이 필요 하다는 이유로 1935년 독일의
관례가 채택한 이래 독일에서 판례와 학설에 의해서 확립되었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물론 일본에서도 도로 교통에 있어서 과실 책임의 한정
원리로 적용되고 있는 원칙이다. 다만 교통 사고와 곤련하여 확립된 이
원칙은 도로 교통의 범위를 초월하여 다수인의 업무 분담이 요구 되는 모든
과실범의 경우에 주의 의무의 한계를 확정하는 원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서 신뢰의 원칟도 '과실범에 있어서 스스로 저겁하게 행위하는
행위자는 다른 관여자의 적절한 행위를 신뢰하면 족하다'는 윈칙으로 정의
되고 있다. (주2: 이형국, 386면, 연구 675면; 정성근, 407면; 차용석, 516면;
배종대, 545면.)
신뢰의 원칙이 주의의무를 제한하는 기능을 가졌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주의의무의 내용 중에서 예견의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뿐이라고 해석하는
견해(주3: 평야, 193면; 서원, 180면)와 결과 회피의무를 제한할 뿐이라고
해석하는 견해(주4: 정성근, 411면) 및 예견의무와 결과회피의무를 모두
제한하는 기능을 가졌다고 해석하는 견해(주5: 이형국, 연구 678면; 차용석,
530면)가 대립되고 있다. 결과 회피의무만을 제한한다는 견해는 이
경우에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예견할 수는 있는 것이므로 신뢰의 원칙은
예견의무가 있는 경우에 결과 회피 의무를 측정하기 위한 기준을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그와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없을 때에는
피고인의 행위는 실질적으로 위험하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예견
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 주의의무는 예견 의무와 결과 예견 의무를
내용으로 하고 신뢰의 원칙은 다른 관여자의 비이성적인 행위를 예견하고
방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이론이므로 주의의무 자체,@p172 즉 예견
의무와 결과 회피 의무를 모두 제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신뢰의 원칙의 적용 범위
(a) 도로 교통과 신뢰의 원칙: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도로 교통의 경우이다. 도로 교통에 있어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자동차 교통의 필요성, 교통 환경의 정비, 교통 교육과
교통 도덕의 보급이 전제 되어야 한다.
대법원이 도로 교통에 있어서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는 범위는 자동차와
자동차의 충돌 사고와 보행자의 사고의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자동차와
자동차 또는 자동차와 자전거의 충돌 사고에 대해서는 신뢰의 원칙이 널리
적용되고 있다 즉 #1 자동차 운전자는 상대방이 차선을 침범하거나 도로의
좌측 부분으로 운행하는 것까지 예상하여 이에 대비할 주의의무는 없고
(주1: 대법원. 1984. 2. 14, 83 도 3086 (공보 725-441); 대법원 1984. 4. 24,
84 도 240 (공보 730-950); 대법원 1992. 7. 28, 92 도 1137(공보 92, 2669))
#2우선권을 가진 차량의 운전자는 상대방 차가 대기할 것을 기대하면
족하고(주2: 대법원 1977. 3. 8, 77 도 409 ( 총람 형법 268-147); 대법원
1984. 4. 24, 84 도 185(공보 730-949); 대법원 1992. 8. 18 92 도 934(공보
92, 2793)) #3진행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는 신호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차가 있음을 예상하여 사고의 발생을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없고 (주3:
대법원 1983. 2. 22 82 도 3071(공보 702-627); 대법원 1990. 2. 9, 89 도
1774(공보 90, 697)) 무모하게 앞지르려는 차를 위하여 서행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주4: 대법원 1984. 5. 29, 84 도 483(공보
733-1227)) 자전거에 대한 관계에서도 자동차 운전자는 #1자동차 전용
도로에 자전거를 탄 사람이 나타날 것을 예견할 수는 없고 수는 없고 (주5:
대법원 1980. 8. 12, 80 도 1446 (총람 형법 268-17.) #2 자전거를 타고 오던
자가 도로를 단하려다가 넘어지거나(주6: 대법원 1983. 2. 8, 82 도
2617(공보 701-540)) 야간에 무등화인 채 차도를 횡단 하리라고 예상할
주의 의무는 없다고 하고 있다. (주7: 대법원 1984. 9. 25 84 도 1695(공보
740-1760)) 이에 반하여 보행자에 대한 사고에 관하여는 대법원이 아직
신뢰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횡단 보도 아닌
곳에서 횡단하는 보행자를 다치게 한 운전자에 대하여 과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8: 대법원 1980. 5. 27, 80 도 842 (총람 형법 268-170))
다만 #1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보행자 충돌 사고에 관하여는@p173 대법원이
일찍이 신뢰의 원칙을 적용한 이외에 (주1: 대법원 1971. 5. 21, 71 도
623(총람 형법 286-87); 대법원 1977. 6. 28. 77 도 403 (총람 형법 268-150))
#2 육교 밑을 횡단하는 보행자를 충격한 운전자의 과실을 부정하고, (주2:
대법원 1985. 9. 10, 84 도 1572(공보 763-1361)) #3 횡단보도의 신호가
적색인 때에는 보행자가 횡단 보도를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여도
좋다고 판시할 뿐만 아니라, (주3: 대법원 1987. 9. 8, 87 도 1332(공보 87,
1599)) #4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보행자를 충격한 운전자의 과실을
부정함으로써(주4: 대법원 1985. 7. 9, 85 도 833(총람 형법 268-227); 대법원
1989. 2. 28, 88 도 1689(공보 89, 566); 대법원 1989. 3. 28, 88 도 1484(공보
89, 706); 대법원 1990. 1. 23, 89 도 1395(공보 90, 585)) 이 원칙의 적용
범위를 현저히 확대하고 있다
신뢰의 원칙은 아직도 발전 단계에 있는 이론이라는 이유로 적용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견해(주5: 이형국, 681면; 차용석, 523면.)
도 있다 그러나 신뢰의 원칙을 아직도 형성 과정에 있는 원칙이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신뢰의 원칙은 사회적 상당성의 사상에 의하여 객관적
주의의무의 한계를 결정하는 허용된 위험의 법리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동차 대 자동차에 대한 사고의 경우뿐만 아니라
보행자에 대한 사고에 대하여도 이 원칙은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
된다.
(b) 적용 범위의 확대: 신뢰의 원칙은 교통사고의 경우 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이나 외과 수술과 같이 다수인의 공동에 의하여 실행되는 모든 형태의
과실범에 대하여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종합병원에서
공동으로 외과 수술을 행하는 의사는 다른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는
것을 신뢰하면 족하며, 다른 의사가 적절하게 행하였는가 또는 검사 결과가
정당한가에 대하여 조사 확인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수 있다.(주6:
Sch-Sch-Cramer *15 Rn. 151; Stratenwerth, Ed. schmidt-FS S. 394, 400;
Schroeder, LK Rn 176; Jacobs 'Regressverbot beim Erfolgsdelikt', ZStW
89, 13.) 수술을 하는 의사는 또한 간호사가 제공하는 수술도구가
정상적으로 소독되었다고 신뢰하여도 좋다.
다만 신뢰의 원칙을 공동 작업에 의한 위험한 업무에 확대함에 있어서는
신뢰를 기초지울 수 있는 분업 관계가 확립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 따라서
의사와 보조사의 관계와 같이 다른 사람에 대한 지휘, 감독 의무가 있는
경우에 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에는 신뢰의 원칙은 제한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격 없는 사람이나 수습중인 사람이 관여한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게 된다. 의사와 환자와의 사이에도 의사가 환자의
적절한 행동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는 의사를 신뢰할 수 밖에
없고,@p174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신뢰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위험방지
분배의 원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다) 신뢰의 원칙의 적용 한계: 신뢰의 원칙은 모든 교통 관여자가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을 신뢰할 수 있는 정상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러한 신뢰 관계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신뢰의 원칙은 적용될 수 없게 된다. 신뢰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a) 상대방의 규칙 위반을 이미 인식한 경우: 교통 관여자가 상대방의
교통 규칙 위반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기대할 수 있었던 때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 예컨대 다른 운전자가 음주운전 하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무모한 보행자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적법행위만을
신뢰할 수 없다.
(b) 상대방의 규칙 준수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상대방이 교통 규칙을 알
수 없거나 따를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도 신뢰의 원칙은 적용 될 수 없다.
예컨대 유아에 대하여는 유아가 성인에 의하여 보호받고 있는 경우
이외에는 적법한 행위만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노인 또는 불구자와 같이
경험상 타인의 정당한 행위만을 기대하기 불확실한 자에 대하여도 신뢰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축제 행렬에 참여한 자에 대하여도 같다. 교통
규칙의 위반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소에서도 신뢰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버스 정류장 또는 국민학교나 유치원 앞과 같은 특수한
장소를 지날 때에는 운전자는 서행하여야 한다. 다만 신뢰의 원칙을
배제하기 워해서는 통계상 사고가 자주 일어 난다는 것만으로는 족하지
않고, 운전자가 이를 예상해야 할 특수한 사정이 있을 것을 요한다. (주1:
Stratenwerth Rn. 174; Schroeder, LK Rn.1157.) 따라서 단순히 사고 다발
지역이라고 하여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c) 운전자가 스스로 교통 규칙을 위반한 경우: 스스로 교통 규칙을
위반한 운전자는 타인에 대하여 적법한 행위를 기대 할 수 없으므로 신뢰의
원칙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예컨대 고속으로 진행하면서 제동 조치를
취하지 못한 운전자는 상대방의 중앙선 침범 또는 추월 방법 위반의 잘못을
들어 신뢰의 원칙을 주장할 수 없다. (주2: 대법원 1973. 1. 16, 72 도
2655(총람 형법 268-123))
그러나 이 경우에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교통 규칙 위반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규칙에 위반하는 행위를 통하여
다른 교통관 여자의 위반 행위를 야기하였거나 @p175이를 인식할 수
있게되어 신뢰의 원칙이 적용될 기초가 상실되었다는 점에 있다. (주1:
Sch-Sch-Cramer Rn. 215; Schroeder, LK Rn.174.) 따라서 운전자에게 규칙
위반이 있다고 하여 언제나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규칙
위반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한하여 이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주2: Stratenwerth, Rn 1161.)
2. 결과 발생, 인과관계 와 객관적 귀속
과실범의 구성 요건으로서 법익의 침해 또는 위험이라는 구성요건적
결과를 필요로 함은 별 문제가 없다. 과실범에 있어서도 결과와 행위자의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행위가 결과에 대한 합법적인
조건이 되는 때에는 결과에 대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주3: 대법원
1970. 9. 22 70 도 1526(총람 형법 268-80), '비록 피고인이 완전한
제동장치를 하지 아니하고 뒷바퀴에 받침돌만 고인 채 경사진 포장
도로상에 세워 둔 3륜 차의 뒷바퀴를 구둣발로 한번 찼다 할지라도 그
행위가 위 차의 후진의 원인이 되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 바퀴를 구둣발로 한 번 찼다는 점과 본건 차의 후진으로
일어난 사고 사이에는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과실범의 결과
귀속을 위하여는 조건적 인과관계로 족하지 않고 결과를 행위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 시킬 수 있는 것이여야 한다. 과실범에 있어서 객관적
귀속의 문제는 결과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는가 또 주의의무
위반으로 침해된 규범이 이러한 결과의 방지를 위한 규범이었는가에 의하여
결정된다.
(1) 주의의무 위반 관련성: 과실범의 결과는 그것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때에만 행위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주의의무에 위반하였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되었다 할지라도
주의의무를 다한 때에도 같은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객관적 귀속이 부정되지 않을 수 없다. (주4: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상당인과 관계를 부정한다. 대법원 1973. 1. 16, 72 도 2655 (총람 형법
268-123)) 이를 주의의무 위반
관련성 (Pflichtwidrigkeitszusammen- hang)이라고 한다. 예컨대 부주의하게
운전한 운전자가 갑자기 차도에 뛰어든 보행자를 충격하여 부상케 하였지만
주의하여 차를 운전하였더라도 같은 결과를 피할 수 없었을 경우에는
주의의무 위반 관련성이 부정된다.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면 결과가 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도에 대하여는 확실성에 가까운 개연성이 있음을 요하며
단순한 가능성으로는 족하지 않다. 따라서 주의를 다하였더라도@p176
발생하였을 것인가가 명백하지 아니할 때에는 in dubio pro reo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주1: Samson, SK Anh zu *16
Rn. 26; Sch-Sch-Cramer, *15 Rn. 170; Wessles, S. 209) 이에 반하여
위험 증대설 (Risikoerh^246^hungslehre)은 행위자가 허용되지 않는 위험을
증가시켜 결과가 발생된 때에는 금지된 위험이 실현되었다는 이유로 객관적
귀속을 인정한다. (주2: Roxin, 11^34^74; Jescheck, S. 528)
(2) 보호목적 관련성: 결과는 규범의 보호범위 안에서 발생해야 한다. 즉
침해된 규범이 발생한 결과를 피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침해된 규범의
보호범위 밖에서 결과가 발생한 때에는 구성요건의 실현이 그 규범의
침해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를 보호목적
관련성 (Schutzzweckzusammenhang) 이라고 한다. 예컨대 운전자가 과속으로
진행하여 일찍 교차로에 도착하였지만, 그 지점에서는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나 사고가 일어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제한 속도를 지켰다면
운전자는 사고 시간에 그 교차로에 도착할 수 없었으므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속도 제한은 운전자가 일정한 장소에
도착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한 규범이 아니므로 발생한 결과는 침해된
규범의 보호 범위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며,따라서 그 결과를 운전자에게
귀속시킬 수 없다.
운전자가 면허 없는 사람에게 자동차를 운전하게 하여 그가 사고를
내었지만 사고 원인이 운전 미숙 때문이 아니라 술에 취하여 운전한 때문인
경우(주3: Sch-Sch-Cramer, *15 Rn. 174)도 같다. 면허 없는 사람에게
자동차를 운전하게 하지 않았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무면허
운전의 금지는 운전 미숙자의 운전을 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발생한 결과는 침해된 규범의 보호 범위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4: 대법원은 운전자가 차주 또는 조수에게 운전케 하여 사고가
일어난 경우에 운전자의 과실과 사고결과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치과의사가 환자의 어금니를 발치하기 위하여 내과 전문의의 심장 기능
검사를 거치지 않고 마취한 끝에 피해자가 사망하였지만 검사를 한
경우에도 발치하지 않을 수 없었던 때(주5: BGHSt. 21, 59)에도 같다. 내과
의사의 검사는 발치를 연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 예견 가능성: 결과와 인과관계의 본질적 요소는 예견 가능하여야
한다. 상해의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지만 사망의 결과는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비록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어도 과실치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p177결과와 인과관계의 예견 가능성은 주의의무 위반에 의한 결과 발생과
함께 결과 불법과 행위 불법을 연결하는 두 개의 요소가 된다. (주1: Eser,
II, S. 22; Jescheck, S. 530.)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객관적 표준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결과에 대한 객관적 예견 가능성은 행위자가 구체적
상황에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느냐의 문제와는 구별된다. 이러한 주관적
예견 가능성은 책임 문제에 속한다.
III. 과실범의 위법성과 책임
1. 과실범의 위법성
과실범에 있어서도 고의범과 같이 구성 요건의 실현으로 인하여 위법성이
징표된다. 그러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과실 행위의 위법성은 위법성 조각
사유에 의하여 조각될 수 있다. 과실범의 위법성 조각 사유로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및 피해자 승낙을 들 수 있다.
예컨대 경찰관이 강도범을 발견하고 경고 발사하였는데 탄환이 범인에게
맞아서 상처를 입힌 때에는 과실범의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고, 의사가
중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과속으로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는 긴급
피난에 의하여 위법성이 각되며, 운동경기를 하다가 상대방에게 과실로
상처를 입힌 때에는 피해자의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사회적 상당성 또는 허용된 위험은 과실범의 위법성 조각
사유가 아니라 구성요건 해당성 자체를 조각한다. 주의의무 위반이
과실범의 구성 요건 요소이기 때문이다.
과실범의 위법성 조각 사유에 있어서는 주관적 정당화 요소(subjektive
Rechtfertigungselemente)의 존재를 요하지 않는다. 주관적 정당화 요소는
행위 불법을 조각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에 불과한다. 그런데 과실범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객관적인 정당한 상황 아래에서 행위하면 그것으로 행위
불법은 조각되기 때문이다.
2. 과실범의 책임
과실범의 책임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의 비난
가능성(Vorwerfbarkeit)이라는 점에서 고의범의 경우와 같다. 따라서
과실범의 책임도 책임능력과 위법성 인식을 전체로 한다. 또한 적법행위의
기대 가능성이 없으면 책임이 조각된다. 과실범의 책임 비난은 행위자가
그의 개인적 능력과 개인적 가능성의 기준에 따라 객관적 주의의무를
인식하고 이에 따라 주의를 다할 수 있었다고 인정될 때 가능하다.
@p178즉 책임 비난은 행위자가 개인적인 능력, 경험과 지식에 따라 주관적
기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과실 결과범에 있어서는 구성요건적
결과와 인과관계를 주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의 주관적 기준은 주의의무의 인식 가능성과
일치한다.
제8절 결과적 가중범@t:제8절 결과적@e
I 서론
1. 결과적 가중범의 의의
결과적 가중범(erfolgsqualifizierte Delikte)이란 고의에 기한 기본 범죄에
의하여 행위자가 예견하지 않았던 중한 결과가 발생한 때에 그 형이
가중되는 범죄를 말한다. 입법례에 따라서는 기본 범죄를 과실범에까지
확대하여 과실범에 대한 결과적 가중범을 인정하는 곳도 있으나, (주1: 독일
형법은 실화 치사죄(제309조)와 과실일수 치사죄(제313조)를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과실범에 대하여는 결과적 가중범을 인정하지 아니하므로
기본 범죄는 고의범에 제한한다. 중한 결과는 대부분 상해(중상해) 또는
사망에 제한되고 있다.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결과적 가중범에는
상해치사죄(제259조), 폭행 치사죄(제262조), 낙태치사상죄(제269조 3항,
제270조 3항), 유기치사상죄(제275조), 체포 감금치사상죄((제281조),
강간치사상죄(제301조), 강도치사상죄(제337조, 제338조), 교통
방해치사상죄(제188조) 등이 있다. 결과적 가중범을 기본 범죄와 관계 없이
같은 결과를 과실로 실현한 경우에 비하여 무겁게 벌하는 이유는 이 경우에
중한 결과는 기본 범죄에 포함되어 있는 전형적 불법이 실현된 것이므로,
고의에 의한 기본 범죄에 의하여 그 범죄에 전형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위험을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발생케 한 것은 순수한 과실범의 경우보다
행위 불법이 무겁다는 점에 있다. (주2: Blei, S. 275; Jakobs, 9^34^34,
Jescheck, S. 515; Otto, S. 159; Rudolphi, SK *18 Rn. 3; Schroeder, LK
*18 Rn. 34; Arthur Kaufmann, Schuldprinzip, S. 242.)
2. 결과적 가중범과 책임주의
(1) 결과 책임 사상의 유물: 형법에는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 (Keine
Strafe ohne Schuld)는 책임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p179따라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어 이를 근거로 한 비난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중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이에 대한 죄책을 지워야 한다는 결과 책임은
책임주의의 원칙과 일치할 수 없다. 종래 결과적 가중범은 고의에 의한
기본 범죄가 있고 이에 의하여 중한 결과가 발생한 이상 기본 범죄와 중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결과에 따라 처벌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책임주의에 대한 예외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는 결과적
가중범을 결과 책임 사상의 유물로 파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독일(주1: BGHSt. 1, 332; 7, 112.)과 일본의 판례(주2: 일죄판 1971. 6.
17(형집 25-4, 567))는 기본 범죄와 중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도
조건설을 취하여 조건 관계만 있으면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한다고
해석하였다. 그 결과 결과적 가중범에 의한 처벌범위가 무제한하게
확대되어, 결과적 가중범은 우리 시대의 치욕이며 무엇에 의하여도
정당화될 수 없는 야만이라는 비판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주3:
Arthur Kaufmann, a. a. O. S. 240.)
(2) 상당인과 관계설의 등장: 결과 책임 사상의 확대를 막기 위하여
인과관계의 측면에서 결과적 가중범의 성립을 제한코자 한 것이 상당인과
관계설이다. 이는 기본 범죄와 중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을
때에만 결과적 가중범의 성립을 인정한다. 그러나 인과관계론에 의하여
중한 결과에 대한 처벌을 제한한다고 하여 그것이 책임주의와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상당인과 관계설도 결과적 가중범을
책임주의의 예외로 보아 결과책임을 인정하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3) 고의와 과실의 결합: 여기서 결과적 가중범에 대하여도 책임주의를
일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게 된다. 그것은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과실이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함에 의하여 결과적 가중범을 책임주의와
조화시키고자 한다. (주4: Dreher-Tr^246^ndle, *18 Rn. 2; Rudolphi, SK
*18 Rn. 1; Schroeder, LK Rn. 34; Geilen, 'Unmittelbarkeit und
Erfolgsqualifizierung', Welzel-FS S. 656) 독일 형법 제18조, 오스트리아
형법 제7조, 노르웨이 형법 제43조, 스페인 형법 제1조 등은 모두 중한
결과에 대하여 최소한 과실이 있을 때에는 중한 결과로 인하여 형을 가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15조 2항도 결과적 가중범에 관하여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한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p180여기서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과실이 있음을
요한다는 의미라는 점에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으며, (주1: 유기천, 160면;
정성근, 520면, 정영석, 186면; 진계호, 204면; 황상덕, 139면; 권문택,
'결과적
가중법'(고시계, 1972. 7), 64면; 박상원 '결과적 가중범'(형사법 강좌 I),
368면.) 형법 개정 법률안 제14조도 '그 결과의 발생에 관하여 과실이 없는
때에는 무거운 범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결과적 가중범은 기본 범죄에 대한 고의와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이 있어야
성립하는 고의와 과실의 결합형식 (VorsatzFahrl^345^ssigkeitskom- bination)이라고 할 수 있
다. (주2:
Jakobs, 9^34^30; Jescheck, S. 515; Schroeder, LK *18 Rn. 31; Welzel, S.
72; Wessels, S. 218.)
(4) 결과적 가중범과 책임주의의 조화: 기본 범죄에 대한 고의와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결과적 가중범과 책임주의와의 조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결과적 가중범에 대야여 과하여지는
형벌은 고의와 과실의 결합 형식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겁다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결과적 가중범의 가중된 형벌은 책임주의와 평등의
원칙에 일치할 수 없으므로 결과적 가중범을 폐지하고 기본범죄의 고의범과
중한 결과의 과실범의 상상적 경합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주3: Lorenzen, Zur Rechtsnatur und verfassungsrechtlichen
Problematik der erfolgsqualizierten Delikte, S. 87ff, S. 164ff; Schubarth,
'Das Problem der erfolgsqualizierten Delikte, ' ZStW 85, 775.) 그러나
기본 범죄의 전형적 위험이 실현되어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결과적 가중범의
불법은 단순한 상상적 경합의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증가한다는 점에서
결과적 가중범을 폐지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여기서 결과적 가중범을
중한 결과에 대하여 인식있는 과실이나, (주4: Arthur Kaufmann,
Schuldprinzip, S. 154. 244) 중과실 또는 경율성(Leichtfertigkeit)이 있는
때에 제한하여야 책임주의와 조화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주5: 조상제,
'결과적 가중범의 제문제', 형사 법학의 현대적 과제, 398면; 허일태,
'결과적
가중범과 책임주의', 김종원 교수 회갑 논문집, 235면.)가 등장하였다.
생각건대 인식있는 과실이 인식없는 과실보다 무거운 불법 내용과 책임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중한 결과에 대하여 중과실을 요구하는 것은
결과적 가중범의 무거운 형벌을 적용하는 범위를 제한하고 책임주의와
조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결과적 가중범을
책임주의와 일치하게 하기 위하여는 구성 요건의 해석 원리로서 객관적
귀속의 기준인 직접성의 원칙 (Unmittelbarkeitsprinzip)을 엄격히
적용하고,@p181 입법론으로는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을 조정하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I. 결과적 가중범의 종류
결과적 가중범에는 진정 결과적 가중범과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 있다.
진정 결과적 가중범(echtes erfolgsqualifiziertes Delikt)이란 고의에 의한
기본 범죄에 기하여 과실로 중한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를 말하며,
상해치사죄를 비롯하여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결과적 가중범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반하여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unechtes
erfolgsqualifiziertes Delikt)이란 중한 결과를 과실로 야기한 경우뿐만
아니라 고의(특히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 발생케 한 경우에도 성립하는
결과적 가중범을 말한다.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은 인정할 것인가 또 이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형법에 있어서 결과적
가중범에 관하여 진정, 부진정의 구별은 필요 없다고 하여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을 인정하지 않는 견해(주1: 정성근, 522면; 황산덕, 141 면; 권문택,
전게논문, 62면.)도 있다. 그러나 #1 중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으면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는 것이므로 여기에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고의가 있는
경우가 제외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으며, #2 기본 범죄가 중한 결과를
발생케 할 위험 이외에 다른 법익에 대한 침해를 불법의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 기본 범죄를 통하여 고의로 중한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를
결과적 가중범에 비하여 무겁게 벌하는 구성 요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때에는 고의있는 경우를 과실범의 경우보다 가볍게 벌하지 않을 수 없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결과적 가중범과 중한 결과에 대한 고의범의
상상적 경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야 한다. (주2:
Dreher-Tr^246^ndle, *18 Rn. 6; Rudolphi, SK *18 Rn. 9;
Sch-Sch-Cramer, *18 Rn. 2; Schroeder, LK *18 Rn. 25.) 형법상의
교통방해치상죄(제188조)와 강간치상죄(제301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교통 방해치상죄와 강간 치상죄 이외에 중상해죄(제258조)도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라고 해야 한다. 중상해 죄는 결과적 가중범이 아니라고
하는 견해(주3: 황산덕, 142면.)도 있으나, #1 중상해죄에 대한 별도의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고, #2 이에 의하면 결과 책임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므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p182 대법원은 강간 치사죄도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라고 해석하고 있다.(주1: 대법원 1990. 5. 8, 90 도 670(공보
90, 1302))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주2: 유기천, 161 면; 진계호,
205 면; 박상기, 284 면; 배종대, 557 면; 이형국, 391 면; 김종원, 각론 상 61
면; 박상원, 전게논문, 380 면)
III. 결과적 가중범과 인과관계
1. 인과관계의 요부
결과적 가중범을 책임주의와 조화시키기 위하여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과실이 있어야 한다고 할지라도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기본 범죄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와 중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결과적 가중범도 중한 결과가 발생하여야 성립하는 결과범이므로 결과
귀속을 위하여 인과관계가 전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여기서 중한 결과는
단순한 처벌 조건이 아니라 구성 요건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중한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와
과실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주3: 유기천, 161 면; 정성근,
520 면; 정영석, 186 면; 황산덕, 139 면; 권문택, 전게논문, 65 면)
2. 인과관계의 범위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중한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는 상당인과 관계를
요한다는 것이 우리 나라의 통설(주4: 남흥우, 179 면; 유기천, 161 면;
정성근, 521 면; 권문택, 전게논문, 65 면; 염정철, "결과적 가중범론"(부산
대학교 법학 연구, 4-2), 78 면)과 판례(주5: 대법원 1956. 7. 13, 4287 형상
129; 대법원 1967. 2. 28, 67 도 45; 대법원 1968. 5. 21, 68 도 419; 대법원
1978. 11. 18, 78 도 1691.)의 태도라고 할 수 잇다. 상당인과 관계설은 바로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중한 결과에 의한 형의 가중을 제한하기 위하여
결과에 상당한 조건에 대하여만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견해이다. 그러나 #1
상당인과 관계설이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형의 가중을 인과관계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은 결과적 가중범을 책임주의의 예외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옳다고 할 수 없고, #2 인과관계만에 의하여 결과 귀속을 제한하는 것은
인과관계가 객관적 귀속의 전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고, #3 형법
제15조 2항이 결과적 가중범에 관하여 중한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 즉
과실을 요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인과관계의 범위를 다시
상당인과 관계설에 의하여 제한할 필요도 없다고 해야 한다. @p183따라서
중한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는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하여 행위가 시간적으로
뒤따르는 외계의 변화에 합법칙적으로 연결되어 구성요건적 결과가
실현되면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본 범죄의 결과 때문에 후에
정한 결과가 발생하였거나 기본 범죄로 인하여 즉시 중한 결과가
발생하였으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3. 중한 결과의 직접 관계
기본 범죄와 중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때에도 중한 결과를
행위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하기 위하여는 지배 가능성의 원칙과 위험
실현의 원칙을 결합한 귀속의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데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기본 범죄는 중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일반적 경향이
있는 범죄에 제한되어 있고, 중한 결과는 기본 범죄에 내포된 전형적인
위험이 실현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는
인과관계 이외에도 기본 범죄에 내포된 전형적인 위험이 실현되어 중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의미에서의 직접성(Unmittelbarkeit)을 필요로
하게된다.(주1: Geilen, Welzel-FS S. 681; Arthur Kaufmann, a. a. O. S.
243; Otto, S. 160; Rudolphi, SK *18 Rn. 3; Sch-Sch-Cramer, Rn. 4;
Schroeder, LK Rn. 17.) 직접성의 원칙은 상해치사죄에 있어서는
상해결과의 치명상을 요구하고, 방화 치사죄의 경우에는 화재 건물 안에
있던 자의 희생에 재한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중한 결과가 제 3자의
행위나 피해자의 행위(예컨대 자살)에 의하여 야기된 때에는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지 아니하고, 피해자의 도망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는
감금치사상이나 강간치사상의 경우와 같이 피해자가 기본범죄 자체를
피하기 위하여 행한 경우에 한하여 행위자에게 귀속할 수 있게 된다.(주2:
대법원 1968. 5. 21, 68 도 419(총람 형법 301-7); 대법원 1978. 7. 11, 78 도
1331(총람 형법 301-16)) 다만 중한 결과는 기본 범죄를 실행하는
행위로부터 직접 발생한 것이면 족하며, 반드시 기본 범죄의 결과에 의하여
발생한 것임을 요하지 아니한다.(주3: 중한 결과가 기본 범죄의 결과에서
직접 발생할 것을 요한다는 견해는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기 위하여 기본
범죄가 기수에 이를 것을 요한다고 한다.(Schroeder, LK *18 Rn. 23))
@p184 IV.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
1. 과실의 내용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중한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과실범에 있어서 주의의무는 예견 의무와 결과 방지 의무를
내용으로 하며, 예견 의무는 예견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예견 가능성은
구성 요건에 관하여는 객관적 예견 가능성, 책임의 단계에서는 주관적 예견
가능성이 문제된다. 그러나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예견 가능성은 중한
결과의 발생에 대한 과실과 동의어에 지나지 않는다. 중한 결과는 기본
범죄에 내포된 전형적 위험을 실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기본 범죄를
범하였다는 점에서 이미 과실의 다른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할 것이며,
과실의 판단은 오로지 예견 가능성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1: Jescheck, S. 235; Sch-Sch-Cramer, *18 Rn. 3; Schroeder, LK *18
Rn. 30)
대법원은 상해치사죄에 관하여 "안면이나 흉부와 같이 인체의 중요한
부위를 강하게 타격하면 이로 인하여 정신의 흥분과 혈압의 항진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주2: 대법원 1981. 3. 10, 80 도 3321(총람 형법 263-5); 대법원 1984.
12. 11, 84 도 2183(공보 745-188))
2. 과실의 기준 시기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은 기본 범죄, 즉 기본적
구성 요건의 실행시에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강간을 한 후에 살해의
고의가 생겨 사람을 살해하거나, 그 후의 새로운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별개의 살인죄 또는 과실치사죄가 성립하며 결과적
가중범(강간치사죄)은 성립하지 않는다.
V. 결과적 가중범의 공범
1.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도 공범의 성립은 가능하다.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에 대하여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부정하는 견해는 결과적 가중범이
고의범과 과실범의 결합 형식이므로 @p185기본 범죄인 고의범의
공동정범과 중한 결과인 과실범의 동시범이 되며, 따라서 기본 범죄에 대한
공동정범의 각자가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공동의 과실이 있는 때에만 결과적
가중범의 죄책을 진다고 한다.(주1: Dreher-Tr^246^ndle, *18 Rn. 3;
Jescheck, S. 614; Rudolphi, SK *18 Rn. 6; Sch-Sch-Cramer, Rn. 7;
Schroeder, LK Rn. 36) 그러나 과실범의 공동 정범이 가능하다는 견해에
의할지라도 그것은 주의의무를 공동으로 위반하였을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공동의 과실이 있는 때에만 공동 정범이 성립한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과실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가 기본
범죄를 공동으로 범한 때에는 과실 없는 자는 기본 범죄에 대하여만
공동정범이 되고, 공동 정범의 전원이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과실이 있는
때에만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이 된다. 대법원은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
정범은 기본범죄를 공동으로 할 의사가 있으면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주2: 대법원 1978. 1. 17, 77 도 2193(총람 형법 259-17) "결과적
가중범인 상해 치사죄의 공동 정범은 죽일 의사는 없이 폭행 기타의 신체
침해 행위를 공동으로 할 의사가 있으면 성립되고 결과를 공동으로 할
의사는 필요 없다.)
공동 정범의 각자가 중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을 요한다고 해야 한다.
다만 상해의 공동 정범 가운데 1인이 살인의 고의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강간의 공동 정범 가운데 1인이 강간의 기회에 피해자를 상해한 때에도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고의 없는 공동정범이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을
때에는 결과적 가중범인 상해치사죄(주3: 대법원 1984. 10. 5, 84도
1544(공보 741-1814)) 또는 강간치사죄(주4: 대법원 1984. 2. 14, 83도
3120(공보 726-549); 대법원 1967. 7. 25, 67도 827.)의 죄책을 지게된다.
2. 결과적 가중범의 교사, 방조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교사 또는 방조도 가능하다. 그러나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교사 또는 방조가 되기 위하여는 기본범죄에 대한 교사 또는
방조 이외에 교사범 또는 종범에게도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 정범이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고의를 가졌거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주5: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에 관하여는 infra 27/44-45
참조.)
@p186 제3장 위법성
제1절 위법성의 이론@t:제1절 위법성의@e
I. 위법성의 의의
1. 불법과 위법성
범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먼저 구성 요건 해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전체 법률 질서의 가치 평가에 의하여
실질적 불법 요소가 확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적법한가 위종국적 판단은 위법성의 단계에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위법성의 문제는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위법성이 위법성 조각 사유에 의하여 조각되는 가라는 소극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즉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위법하다. 이와 같이 위법성 문제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유형적 위법성만 문제되는 것이며, 범죄 유형적 위법성은 구성 요건
해당성에 의하여 징표되기 때문이다.
위법성 (Rechtswidrigkeit)과 불법(Unrecht)은 통상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양자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위법성이 규범과 행위의
충돌을 의미함에 반하여, 불법은 행위에 의하여 실현되고 법에 의하여
부정적으로 평가된 반가치(Unwert)자체를 말한다.(주1: 이러한 반가치가
구성 요건에 규정된 것이 바로 불법이라고 할 수 있다.(Jescheck, S. 215))
위법성은 순수한 관계(reine Relation)임에 대하여 불법은 위법한
실체(etwas Substantielles), 즉 위법한 행위 자체이다. 불법이
주어(Substantivum)라면 위법성은 술어(Pr^345^dikat)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불법은 위법한 행위방법 그 자체이며 위법성은 불법의 성질, 즉
법질서에 대한 위반을 의미한다.(주2: Welzel, S. 52.) 따라서 불법은 양과
질을 가지며 양적, 질적으로 다를 수 있지만,@p187 위법성은 언제나
단일하며 동일하다.(주1: Sch-Sch-Lenckner, Vor *13 Rn. 51.) 예컨대
살인이 상해보다 더 위법하고 과실치사가 살인보다 덜 위법한 것은 아니다.
Welzel이 불법은 형법상의 불법, 민법상의 불법과 행정법상의 불법에
따라 구별되지만 위법성은 전체 법률 질서에 비추어 내리는 판단이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내용을 가지며, (주2: Welzel, S. 52. Stratenwerth는
형법에 있어서는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성만 문제되므로 Welzel의
견해는 부당하다고 한다. 정당방위에 있어서는 공격자의 불법보다
피공격자의 방위권이 문제되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민법상의 위법을
형법상의 위법성과 같이 볼 수 없다는 것이다.(주3: Stratenwerth, S. 75)
따라서 과실로 인한 재물손괴는 처벌되지 않지만 이에 대한 정당방위는
가능하다고 한 것은 이러한 의미해서 이해될 수 있다.
2. 구성 요건 해당성 및 책임과의 관계
위법성은 구성 요건 해당성과 구별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과도
구별된다.
(1) 위법성과 구성 요건 해당성: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개별적인
경우에 구성 요건의 기초가 되고 있는 금지 또는 요구 규범과 허용
규범(Erlaubniss^345^tze)의 충돌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즉
불법 구성 요건은 법익 침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허용 구성
요건 (Erlaubnistatbest^345^nde)과 대립된다.(주3: Wessels, S. 80) 따라서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와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만 위법성이 없는
행위는 구별되어야 한다.
(2) 위법성과 책임: 범죄는 행위와 행위자에 대항
반가치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행위 판단(구성요건적 불법)과 행위자
판단(책임)의 엄격한 분리에 현대형 법학의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주4:
Malgrace-Zipf. S. 324.) 위법성판단은 행위의 소극적 성질에 대한 것이며
인격 판단이 아니다. 따라서 그것은 어디까지나 객관적 판단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법은 누구에게나 같은 것을 요구하고 그 침해는 언제나 같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규범의 명령에 대한 개인적 능력은 책임
판단에서 비로소 문제된다. 그러나 위법성의 객관적 성질은 그 평가 방법에
있어서의 객관성을 의미할 뿐이며, 객관적 요소만 위법성 판단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기의 객관적이란
보편타당성 (Allgemeing^1256^ltigkeit) (주5: Jescheck, S. 219.) 또는 일반적
가치판단(allgemeines Werturteil) (주1: Welzel, S. 51.)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p188 즉 위법성은 행위자의 동기 형성의 가치 또는 반가치와
관계없이 일반적 기준에 의하여 확정되어야 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위법성 판단은 객관적이지만 위법성 판단의 대상은 행위 반가치와
결과 반가치를 포함하며, 여기의 행위 반가치에는 의사 방향에 대한 주관적
요소가 포함된다. 그러나 위법성 판단의 대상이 되는 주관적 요소는 책임
판단에 있어서의 그것과 반드시 그 의미가 같은 것은 아니다. 즉 위법성
판단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무엇을 의욕하고 실현 하였느냐가 문제되지만,
책임 판단에서는 행위 의사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져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또 이를 비난할 수 있느냐를 문제로 하는 것이다.
범죄론에서 위법성과 책임을 엄격히 구별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실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 위법한 행위에 있어서 위법성은 객관적
가치판단이기 때문에 그 행위의 공범에게도 위법한 것이 되고 위배하지
않은 행위에 공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으나, 책임은 주관적 가치 판단이기
때문에 책임의 유무는 공범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주2: 이러한
구별은 물론 형법이 공범의 종속 형식에 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수 있다. 유기천, 173면 참조.) #2 위법성이 조각되는
행위에 대하여는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당방위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책임은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고
행위에까지는 미치지 못하므로 책임이 조각되는 행위에 대하여도
정당방위가 가능하다.
II. 위법성의 본질
1. 형식적 위법성론과 실질적 위법성론
위법성의 본질에 관하여는 형식적 위법성론과 실질적 위법성론이
대립되고 있다.
(1) 형식적 위법성론: 형식적 위법성론(formelle Rechtswidrigkeit)은
위법성을 규범에 대한 위반으로 이해한다. 입법자는 사회에서의 인간의
공동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구속력 있는 행동 규정을 제정하며, 이것이
법규범(Rechtsnorm)이다. 런데 법규범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금지 또는 요구 규범을 전제로 한다. 형식적 위법성론은 위법성의 본질은
법규범에 규정된 작위 또는 부작위 의무의 침해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형식적 위법성론에 의하면 위법성의 내용이 공허하게 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p189즉 Maurach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형식적으로 위법하게 되므로, 형식적 위법성은 법적 구성 요건의
충족과 같은 의미를 가질 뿐이다.(주1: Maurach-Zipf, S. 327. Maurach는
실질적 위법성도 위법성 조각 사유가 없는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2) 실질적 위법성론: 실질적 위법성론(materielle Rechtswidrigkeit)은
위법성이 행위와 규법 사이의 단순한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용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실질적 위법성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대하여는 다시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Feuerbach는 위법성의 본질을 권리의
침해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권리의 침해를 내용으로 하지 않는
범죄를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권리도 법을 떠나서 있을 수는 없으므로
순환론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Liszt는 위법성의 본질을 법익(Rechtsgut)의
침해에 있다고 보았으며, Jescheck도 위법성은 실질적으로 규범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의 침해를 의미하며, 여기서의 침해는 자연적 의미에서의
행위의 객체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법규범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이념적
가치에 대한 위반 행위를 의미한다고 하였다.(주2: Jescheck, S. 210.) 이에
대하여 실질적 위법성에 규범적 요소를 가미하여 위법성은 문화 규범(M. E.
Mayer), 조리(용천), 또는 공서 양속(목야)에 위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견해가 있다. 우리 나라의 통설은 형법 제20조가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위법성
조각 사유가 사회상규라고 하는 사회 규범에서 유래하였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실질적 위법성은 바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을 의미하고,
(주3: 유기천, 175면; 정영석, 117면; 남홍우, "위법성의 이론"(형사법 강좌
I), 206면.) 이는 Welzel의 사회적 상당성(soziale Ad^345^quanz)의 이론(주4:
Welzel의 사회적 상당성의 이론은 그러나 위법성의 이론이 아니라 불법에
관한 이론임을 주의하여야 한다. 즉 그것은 이미 사회생활의 완전한 질서가
되어 버린 행위는 그것이 형법상 보호된 법익의 위험과 결부된 경우에도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여서는 안된다는 이론이다.(Welzel, S. 55ff))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 비판
그러면 근본적으로 형식적 위법성과 실질적 위법성을 구별할 실익이
있는가, 또 실질적 위법성은 과연 위법성의 본질에 관한 이론인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p190 Jescheck은 실질적 위법성론이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중대한 현실적 의의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주1: Jescheck, S. 210-211) 즉
첫째 실질적 위법성은 입법자가 형벌 구성 요건을 제정하는 지침이 되고
형벌 집행기관의 지도 이념이 될 뿐 아니라, 실질적 위법성의 관점에서
불법을 경중에 따라 구별하고 그 정도의 차이를 양형에서 고려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하여 구성 요건도 그 기초가 된 목적과 가치 이념에 따라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실질적 위법성의 또하나의 또하나의 중요한
결론은 이에 의하여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법률에 따른 이익
교량에 의하여 형법 규범의 기초가 되어 있는 목표와 가치가 다른 정당한
이익을 위하여 희생되어야 하는 때에는 위법성 조각 사유(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형식적 위법성론에 의한다고 하여 위법성 조각 사유가 반드시
법률에 규정된 위법성 조각 사유에 제한되는 것은 아니며, 실질적
위법성론도 위법성을 법률 외적 기준에 의하여 결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는
형식적으로는 위법하지만 실질적으로 위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로도 위법한 것이 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실질적 위법성의
내용에 관한 학설은 위법성과 불법을 혼동한 데에 기인한 것이며, 위법성은
순수한 관계이고 불법은 위법성의 실질이므로 위법성의 내용적 의의는
위법성이 아니라 불법(Unrecht)에 대한 이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주2:
유기천, 175면) 따라서 형식적 위법성과 실질적 위법성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고 논쟁의 실익도 없는 문제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III. 위법성의 평가 방법
1. 주관적 위법성론과 객관적 위법성론
위법성의 평가 방법에 관하여는 주관적 위법성론과 객관적 위법성론이
대립되고 있다.
(1) 객관적 위법성론: 객관적 위법성론(objektive Rechtswidrigkeit)은
법규범을 그것에 의하여 행위의 위법성을 측정하는 평가
규범(Bewertungsnorm)에 불과하다고 본다. 즉 법은 이에 의하여 적법한
행위와 위법한 행위가 구별되는 가치판단의 총체에 지나지 않는다.@p191
그런데 모든 법규범은 인간의 행위를 사회질서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객관적 평가 규범이다. 법은 개인에 대한 명령을 포함하지
않으며, 따라서 '비인간적인 당위 '라고 할 수 있다. 당위는 주어진 사실에
대한 법칙의 적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신병자의 행위도 법규범에 의하여
법익 침해로 평가되는 한 비록 행위자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지라도
위법성은 인정된다. 법의 의사 결정 규범으로서의 성질은 책임 단계에서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 위법성론에 따르면 법규범은
간접적인 의미에서만 의사 결정 규범이며 위법성에 관하여는 평가 규범일
뿐이고, 위법성은 바로 객관적인 평가 규범에 대한 위반이라고 한다.
(2) 주관적 위법성론: 주관적 위법성론(subjektive Rechtswidrigkeit)은
Merkel에 의하여 주장되어 Ferneck, Dohna 등에 의하여 발전되어 20세기
초까지 지배하던 이론이다. 이에 의하면 위법성은 단순한 객관적 평가
규범에 대한 주소 없는 위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명령의 형태로 나타나는 의사 결정
규범(Bestimmungsnorm)에 대한 위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법규범은
평가 규범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의사 결정 규범이기도 하다. 따라서 책임
무능력자의 행위는 행위로서의 성질이 없고 법규의 수명자의 행위만 법적인
의미에서의 행위이며 평가의 객체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주관적
위법성론에 의하면 명령을 받을 능력이 있는, 즉 책임능력 있는 자만
규범의 수명자가 되고 이러한 사람에 대하여만 규범 명령의 위반이
위법하게 되며, 책임 무능력자는 규범의 수면자가 될 수 없어 명령에
위반할 수도 없고 위법하게 행위할 수도 없게 된다. 그 결과 위법성 판단과
책임 판단은 결합하여 귀책 가능성이 위법성의 본질이 되고 만다.
2. 비판
주관적 위법성론에 대하여는 규범이 평가 규범인 동시에 의사 결정
규범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양자의
관계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법규범이 의사
결정 규범으로서 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선행하여 명령할 사실의
가치를 긍정하거나, 금지할 사실의 가치를 부정하는 평가 규범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즉 형법은 근본적으로 평가 규범이며 의사 결정 규범은 이로부터 파생하는
성질에 불과하다고 하겠다.@p192 따라서 규범 명령과 내용적으로 관련을
가지는 모든 사람이 규범의 수명자가 될 수 있고, 규범의 수명자의 연령,
정신 상태, 인식 능력은 여기서는 고려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신병자나 형사
미성년자도 규범의 수명자가 될 수 있고 위법하게 행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람에 대한 보안 처분도 형법상의 제재로서 가능할 수 있게 된다.
형법이 의사 결정 규범이라는 사실은 행위 의사가 행위의 위법성의 핵심이
된다는 데에 의의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객관적 위법성론이
타당하며, (주1: 유기천, 177면; 정영석, 121면; 남홍우, 전제논문, 204면)
위법성은 객관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IV. 위법성 조각 사유
구성 요건 해당성은 위법성의 징표(Indiz der Rectswidrigkeit)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금지 규범이나 명령 규범은
구체적인 경우의 대립 규범으로서 허용 규범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위법성 조각 사유이다. 그러므로 구성 요건과 위법성 조각 사유는 원칙과
예외의 관계에 있으며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하겠다.(주2: Jescheck, S. 290; Sch-Sch-Lenchkner,
Vor *32 Rn. 4; Wessels, S. 80)
1. 일원론
일원론(monistische Theorie)은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의 기초가 되는
통일된 기본 원리가 존재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목적설과 이익 교량설이
있다.
(1) 목적설: 목적설(Zweck theorie)은 Dohna에 의하여 주장되어 Ed.
Schmidt가 발전시킨 이론으로,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국가
공동생활에 있어서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인 때에는 위법하지
않으며, 그것이 바로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의 기본 원리라고 한다.@p193
Sauer가 침해보다 많은 이익의 원리(mehr Nutzen als Schaden Prinzip)에
의하여 국가 사회에 미치는 손해보다 큰 이념적, 문화적 이익을 가져오는
행위는 적법하다고 한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목적설이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를 통일적으로 파악하고 특히 주관적
정당화 요소를 인정할 기초를 마련한 점은 이해할 수 있으나, 목적설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비판이 가하여지고 있다. 즉 #1 목적설은 "정당한 것은
정당하다"는 동어반복에 불과하며 무엇이 정당한가를 설명하지 못하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의 해석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2 목적설은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를 포괄하여 모순 없이 설명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그
내용이 너무나 형식적이고 막연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3 목적설은 국가적 입장에 지나치게 치중하여 위법성 조각 사유를
설명하려고 한 단점이 있다.
사회 상당성설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윤리적
질서, 즉 사회적 상당성이 위법성 조각 사유의 일반 원리라고 한다.(주1:
황산덕 교수는 "사회질서 전체의 입장에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는
법질서의 입장에서도 적법벅인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리하여
사회적 상당성은 모든 질서에 있어서 최후 궁극의 이념이다"라고 하여 사회
상당성설을 주장한다.(황산덕, 154면)) 사회 상당설도 넓은 의미에서는
목적설에 속하는 이론이라 하겠다. 그러나 사회 상당설에 대하여도 사회
상당설은 목적설과 그 내용에 있어서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주2:
목적설이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이라고 할 때에는 행위의
상당성도 고려하는 것이며 사회적 상당성도 복적의 상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손해목, "초법규적 정당화 원리"(현대형사법론), 85면;
차용석, "위법성 제거 사유의 일반 원리"(월간고시, 1981. 1), 20면.) 사회적
상당성의 개념 자체가 반드시 명백한 것이고 긴급행위의 경우를 사회적
상당성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주3:
Maurach-Zipf, S. 332.)
(2) 이익 형량설: 이익 형량설 (Interessenabw^345^gungstheorie)은 가치
형량(Wertabw^345^gung) 또는 이익과 반대 이익의 사회적으로 정당한
조정이라는 근본이념에 입각하여 이익의 형량에 의하여 경미한 이익을
희생하고 우월한 이익을 유지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한다. 이익 형량설은
형법의 기능이 법익의 보호에 있다는 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우월한 법익의
보호는 적법하다는 법익 형량설 (G^1256^terabw^345^gungstheorie)에서
발전된 이론이다. 법익 형량은 위법성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유일한 요소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관계 이익의 형량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를 우초적 이익의 원칙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p194 특히 정당방위와 피해자의 승낙은 이익 형량에
의하여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이 아니며, 이익 형량설에 의하면 이를 위법성
조각 사유에서 재외해야 한다는 결과가 된다.
2. 다원론
다원론(pluralistische Theorie)은 하나의 통일된 원리에 의하여 모든
이질적인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일의적, 획일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고 이를
하나의 원리에 의하여 무리하게 설명하는 것은 공허한 내용의
추상화(Abstraktion)에 불과하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는 복수의 원리에
의하여 개별적인 위법성 조각 사유에 따라 그 원리를 규명하거나, 위법성
조각 사유를 형태별로 분류하여 그 형태에 적응하는 원리를 결합하려는
이론이다.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를 하나의 통일 원리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은 불명확한 추상적 개념을 만드는 의미밖에 없으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의 일반 원리는 다원론에 의하여 설명되어야 한다.(주1: Jescheck, S.
292; Maurach-Zipf, S. 333; Samson, SK Vor *32 Rn. 22;
Schmidh^345^user, S. 134; Sch-Sch-Lenckner, Vor *32 Rn. 6;
Stratenwerth, S. 121)
다원론의 대표적인 이론이 Mezger에 의해하여 주장된 이분설이다.
Mezger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일반 원리를 이익 결여의 원칙(Prinzip des
mangelnden Interesses) 또는 불법 결여의 원칙(Prinzip des mangelnden
Unrechts)과 우월적 이익의 원칙(Prinzip des ^1256^berwiegenden
Interesses) 또는 우월적 법의 원칙(Prinzip des ^1256^berwiegenden
Rechts)으로 분류하고, 전자에는 피해자의 승낙과 추정적 승낙이 포함되며
그 이외의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는 후자에 속한다고 하였다.(주2:
Mezger-Blei, S. 122; Blei, S. 118.) 이익결여의 윈칙이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더라도 보호해야 할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며, 우월적 이익의 원칙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부터 보호해 할 이익은 있지만 가치적으로 우월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희생하지 않을 수 없을 때에는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이익 결여의 원칙과 우월적 이익의
원칙이라는 일반 원리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 견해로 되어 있다.(주3:
유기천, 177면; 이형국, 165면.) 그러나 이러한 가치 형량은 행위의 효과라는
결과분법만을 고려하는 것이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에 있어서는 행위
불법으로서의 목적사상도 이익 흠결의 원칙이나 우월적 이익의 원칙과
결합되어 있다고 하겠다.(주1: Jescheck, S. 292; Sch-Sch-Lenckner, Vor
*32 Rn. 7.) @p195이러한 일반 원리하에서 개별적인 위법성 조각 사유에
따라 그 가운데 어느 원리를 특히 중시하거나, 그 결합에 의하여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V. 주관적 정당화 요소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객관적
요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고 정당화 상황을 인식하고 이에 기하여
행위 하였을 것을 요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정당방위 긴급피난 및 자구
행위에 있어서의 방위 의사, 피난 의사 또는 자구 의사와 피해자의 승낙에
있어서 승낙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인정하기 위한 주관적 측면을 주관적 정당화
요소(subjektive Rechtfertigungselement)라고 한다. 주관적 정당화 요소에
관하여는 그 요부와 내용은 물론, 이를 결한 경우의 효과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1. 주관적 정당화 요소의 요부
위법성 조각 사유에 있어서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필요한가에 관하여는
필요설과 불요설이 대립되고 있다.
불요설은 개관적 위법성론의 입장에서 객관적 구성 요건 요소의 실현에
의하여 금지가 충족되는 것과 같이 허용 규범에도 주관적 정당화 요소는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주2: 차용석, 596면.) 이에 의하면 정당방위에 있어서
방위 행위란 객관적으로 방위에 필요한 행위를 의미하며 방위 의사를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주3: Spendel, LK *32 Rn. 144.) 불법의 실체가
결과 반가치에 있다고 해석하는 결과 반가치론에 의하여도 같은 결과가
된다. 이에 반하여 필요설은 #1 형법이 위법성 조각 사유에 관하여
방위하기 위한 행위(제21조), 피난하기 위한 행위(제22조), 피하기 위한
행위(제23조) 또는 승낙에 의한 행위(24조)라고 규정한 것은 주관적 정당화
요소를 명문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2 인적 불법론에 의할
때에는 결과 반가치뿐만 아니라 행위 반가치도 조각되어야 정당화 될 수
있고 행위 반가치는 주관적 의사에 의하여만 조각될 수 있는 것이므로
@p196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필요하다고 해석하고 있다.(주1: Haft, S. 75;
Hirsch, LK Vor *32 Rn. 51; Jescheck, S. 295; Maurach-Zipf, S. 337;
Samson, SK Vor *32 Rn. 42; Sch-Sch-Lenckner, Vor *32 Rn. 13;
Triffterer, S. 208.)
생각건대 위법성의 객관적 판단은 평가 방법에 있어서의 객관성을
의미하는데 불과하며, 행위 반가치를 조각하기 위하여는 고의에 반대되는
주관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에 있어서도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에
있어서도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필요하다는 통설(주2: 김일수, 262면;
유기천, 183면; 이형국, 159면, 연구 261면; 정성근, 262면; 정영석, 139면;
황산덕, 160면; 박상기, 150면; 배종대, 311면.)이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주관적 정당화 요소의 내용
주관적 정당화 요소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그 내용이 무엇인가에 관하여는
다시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주관적 정당화 요소는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객관적 상황을 인식하는
정당화 고의(Rechtfertigungsvorsatz)를 의미하며, 더 이상의 목적이나
동기를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견해(주3: 이형국, 159면, 연구
261면; Stratenwerth, S. 150; Loos, "Zum Inhalt der subjektiven
Rechtfertigungselemente", Oehler-FS S. 235.)가 있다. 주관적 정당화
요소는 고의를 조각하는 것이면 족하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이에 의하면
정당화 상황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주관적 정당화 요소는 정당화 목적 또는 동기일 것을 요한다는 견해(주4:
Hirsch, LK Rn. 53.)와 정당화 상황의 인식과 함께 정당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주5: 김일수, 263면; Dreher-Tr^246^ndle, *32 Rn. 13;
Jescheck, S. 294; Samson, SK Rn. 23.)도 있다. 전자는 정당화 상황의
인식은 정당화 목적의 독자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해석함에 반하여, 후자는
그것이 주관적 정당화 요소의 기본 요소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주관적 정당화 요소는 고의범에 있어서 고의에 대응하는 것이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의 객관적 요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이외의 어떤 목적 또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인
위법성 조각 사유에 따라서 결론을 달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6: Haft,
S. 76; Sch-Sch-Lenckner, Rn. 16; Triffterer, S. 208.) 따라서 피해자의
승낙에 있어서는 정당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족함에 반하여,
정당방위, 긴급 피난 또는 자구 행위에 있어서 필요한 방위 의사, 피난 의사
또는 자구 의사는 정당화 목적을 요한다고 해야 된다.@p197 물론 이
경우에도 정당화 목적이 유일한 동기가 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의 객관적 요건에 대한 양심에 따른
심사(gewissenhafte Pr^136^fung) 또는 의무합치적 심사도 추정적인
승낙이나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 사유에 있어서는 주관적 정당화
요소에 해당한다고 해야 한다. (주1: Jescheck, S. 297; Sch-Sch-Lenckner,
Rn. 19.)
3. 주관적 정당화 요소를 결한 경우의 효과
주관적 정당화 요소의 불요설에 의하면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없는
경우에도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없는 경우를 있는 경우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필요하다는
견해에 의할 때에도 객관적인 정당화 상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없는 경우의 효과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불능 미수범설은 결과 반가치가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불능 미수의
규정이 유추 적용되거나, 불능 미수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주2: 김일수,
265면; 이형국, 160면, 연구 262면; 정성근, 363면; 박상기, 161면.) 이
경우에도 결과를 포함한 구성 요건은 실현되었지만 그 결과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정당화 상황으로 인하여 법질서에 의하여 부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결과 반가치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주3: Jescheck, S. 296;
Samson, SK Rn. 42; Sch-Sch-Lenckner, Rn. 15; Stratenwerth, S. 151;
Wessels, S. 81.) 그러나 이 이론은 #1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수에 불과하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고, #2 위법성 조각 사유는
모든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이 충족된 때에만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객관적인 정당화 상황이 존재한다고 하여 결과 반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해야 되고, #3 침해 행위가 과실 행위이거나 미수에 그친 때에는
과실범의 미수 또는 미수범의 미수에 해당하게 되어 해결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주4: Dreher-Tr^246^ndle, *32 Rn.
13; Haft, S. 76; Hirsch, LK Vor *32 Rn. 59; Maurach-Zipf, S. 339;
Triffterer, S. 209; Frisch, "Grund-und Grenzprobleme des sog.
subjektiven Rechtfertigungselements", Lackner-FS S. 139; Gallas, "Zur
Struktur des strafrechtlichen Unrechtsbegriffs", Bockelman-FS S. 173.)
따라서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없는 때에는 기수가 된다고 해석하는
견해(기수범설)가 타당하다고 해야 한다.
@p198 @h:제2절 정당 방위@e
I. 정당 방위의 의의
1. 정당 방위의 개념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정당 방위(Notwehr)라고 한다. 긴급 피난, 자구
행위와 함께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하나이다(제21조).
정당 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이므로 불법 대
법(Recht gegen Unrecht)의 관계이며,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 없다'(Das
Recht braucht dem Unrecht nicht zu weichen)는 명제가 기본 사상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주1: Jescheck, S. 301; Maurach-Zipf, S. 342;
Samson, SK *32 Rn. 2; Schmidh^345^user, S. 147; Sch-Sch-Lenckner,
*32 Rn. 1)
2. 정당 방위의 근거
정당 방위를 인정함으로써 개인이 불법에 대하여 법이 허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근거는 자기 보호의 원리(Schutzprinzip) 와 법수호의
원리 (Rechtsbew^345^hrungsprinzip)에 있다고 할 수 있다.(주2: Roxin,
'Sozialethische Einschr^345^nkungen des Notwehrrechts', ZStW 93, 70)
(1) 자기 보호의 원리: 정당 방위는 개인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는 타인의
위법한 침해로부터 스스로 방위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자기 보호의 원리에서
유래하는 권리이다. 로마법 이래 정당 방위를 인간의 고유권(Urreche)이라고
하여 더 이상의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연법상의 권리로 인정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당 방위가 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하여 인정된다는 근거에서 정당
방위는 위법한 침해로부터 개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허용될 뿐이며,
국가적, 사회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 방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2) 법수호의 원리: 정당 방위는 사회권적 측면에서 피침해자의 자기
방위가 동시에 일반적인 평화 질서 내지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인정되고 있다.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는
것이 바로 법질서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p199 법수호의 원리가 정당 방위의 근거가 됨에 의하여 법수호의 이익이
없는 때에는 정당 방위를 부정해야 한다는 정당 방위의 제한의 문제가
제기된다. 종래 자유주의 사상에 입각하고 있던 형법에서는 정당 방위의
개인권적 성질이 중요시되었으나, 최근 사회권적 측면에서 정당 방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정당 방위의 중심 문제가 되고 있다.
3. 정당 방위의 성질 정당방위는 위법성 조각 사유이다. 따라서
정당방위에 의하여 행위한 자는 적법하게 행위한 것이 된다. 위법성 조각
사유로서의 정당 방위는 이익형량의 사상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 아닌
점에서 긴급 피난과 구별된다. 정당방위에 있어서는 침해된 법익과 방위된
법익 사이의 균형을 요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I. 정당 방위의 성립 요건
정당 방위는 #1 현재에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2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 #3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구비되어야 성립한다.
1. 현재의 부당한 침해
정당 방위는 정당 방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바로 정당 방위 상황(Notwehrlage)이다.
(1)침해: 침해가 있어야 한다.
1)침해의 의의: 침해(Angriff)란 법질서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에 대한
사람에 의한 공격 또는 그 위험을 의미한다.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에 대한 공격인 한, 그 침해가 목적에 의하거나 고의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을 요하지 아니하나. 과실에 의하거나 책임 없는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공격도 여기의 침해에 해당한다.
2) 사람의 침해: 공격자의 침해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침해는 반드시 사람에 의하여 행하여졌음을 요하고 물건이나
동물, 예컨대 개에 의한 침해는 여기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동물에 의한 침해가 사람에 의하여 사족된 때에는 동물을 도구로 이용한
사람에 의한 침해이므로 정당 방위가 가능하다.(주1: 유기천, 180면; 정영석,
126면; 이형국, 176면; 박상기, 164면; 배종대, 309면)
@p200 3) 부작위에 의한 침해: 침해는 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반드시 적극적인 작위임을 요하지 않는다. 부작위에 의한
침해도 가능하다.(주2: Jescheck, S. 304; K^1256^hl, 7/29; Maurach-Zipf, S.
344; Roxin, 15/11; Samson, SK *32 Rn. 16; Spendel, LK *32 Rn. 46;
Wessels, S. 93.
유기천 교수께서는 부작위에 의한 침해에 대하여는 자력구제가 가능할
뿐이라고 하신다(179면). 그러나 자력구재의 요건은 정당 방위와 다르다.)
다만 부작위에 의한 침해는 부작위범의 구조에 따라 보증인
지위(작위의무)가 인정되는 때에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는 정당 방위가 있을 수 없다.
각투자 사이의 싸움에 있어서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싸움에 있어서는 공격과 방어가 교차되기 때문에 한편의 행위만을
부당한 침해라고 하고 다른 한편의 행위는 방위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주3: 대법원은 종래 싸움에
있어서는 정당 방위를 원칙적으로 부인하였다. 대법원 판결 가운데는
싸움의 경우에 정당 방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로 침해가 아니라고 하는
판결도 있다. 대법원 1960. 2. 17, 4292 형상 860(총람 형법 21-12); 대법원
1960. 9. 7. 4293 형상 411(총람 형법 21-13); 대법원 1984. 5.22. 83 도
3020(공보 732-1163)) 그러나 싸움에 있어서 공격과 방어가 교차되었다고
하여 침해가 없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싸움에서 공격과 방어는 모두
부당한 침해이지 부당한 침해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싸움에
있어서 정당 방위가 가능한가는 부당한 침해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방위 행위인가 또 정당 방위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인가(정당
방위의 한계)에 의하여 결정될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2) 현재의 침해: 침해가 현재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과거의 침해(주4:
대법원 1959. 7. 24, 4291 형상556(총람 형법 21-17), '쟁투하다가 패주하는
피해자를 추격하여 그가 소지하였던 식도를 탈취하여 그를 찔러 죽인
행위는 정당 방위라 할 수 없다.')나 장래에 나타날 침해에 대하여는 정당
방위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어젯밤에 도둑을 맞았는데 그 도둑을 다음날
길에서 만나 이를 구타한 때에는 정당 방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1) 현재의 침해의 의의: 현재의 침해란 법익에 대한 침해가 급박한
상태에 있거나 바로 발생하였거나 아직 계속되고 있는 것을 말한다.
계속범에 있어서는 위법 상태가 계속되는 한 침해도 계속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위법 상태가 제거되어야 침해가 종료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p201 2) 현재의 침해의 범위: 현재의 침해라고 하기 위하여 그 침해
행위가 반드시 실행에 착수되어 미수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공격자가 아직 실행에 착수하지 않은 때에도 방어를 지체함으로써
방어의 기회가 어려워지는 때에는 현재의 침해가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가 이미 형식적인 기수에 달한 후라 할지라도 법익
침해가 현장에서 계속되는 상태에 있으면 현재의 침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절도의 현행 범인을 추격하여 도품을 탈취하는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주1: K^1256^hl. 7/46; Roxin 15/27; Samson, SK *32 Rn. 11;
Schmidh^345^user, S. 150; Sch-Sch-Lenckner, Rn. 15.)
대법원은 의붓 아버지의 강간 행위에 의하여 정조를 유린당한 후
계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받아 온 피고인이 그의 남자 친구와 공모하여
범행읗 준비하고 의붓 아버지가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식칼로 심장을
찔러 살해한 행위는 사회 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하여 정당 방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주2: 대법원 1992. 12. 22. 92 도 2540(공보 93,
657))
그러나 이 경우에 현재의 침해가 있다고 볼 것인가도 의문이다.
3) 판단의 기준: 현재의 침해가 있느냐의 여부는 피침해자의 주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침해는 급박한 침해가 이루어진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며 방어
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장래의 침해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방어 조치를 취한 때에도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정당방위가 가능하다.(주3: 유기천, 181면)
(3) 부당한 침해: 침해는 부당해야 한다. 여기서 부당이라 함은 위법함을
말한다. 객관적으로 법질서를 침해하는 모든 행위는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주4: Jescheck, S.306; Schmidh^345^user. S. 150.) 그러나 여기의
위법은 형법상의 불법 개념뿐만 아니라 법질서 전체에 반하는 일반적인
위법 개념을 의미한다. 따라서 침해가 반드시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일어나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한 결과 불법도 여기에 포함된다. 부당한
침해인 이상 그것이 유책하게 이루어진 것임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모자, 정신병자 또는 유아의 침해에 대하여도 정당방위가 가능하다.
그러나 침해 자체가 법규범에 의하여 허용된 것일 때에는 그 침해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정당방위, @p202긴급 피난 또는 징계권자의
징계 행위에 의한 침해에 대하여는 정당방위가 허용될 수 없다.
2.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1) 법익의 범위: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모든 법익은 정당방위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다. 생명, 신체, 명예(주1: 언어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하여
정당방위가 가능한가 라는 문제가 명예훼손 또는 욕설이 현재의 침해로 볼
수 있느냐와 관련하여 제기된 바 있으나 대법원은 이를 부정하였다. 대법원
1957. 5. 10, 4290 형상 73(총람 형법 21-9), "노상에서 종놈, 개새끼 같은
놈이라는 욕설을 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급박 부당한 침해라 할 구 없으니
그 욕설을 한 자에 재하여 가래로 흉부를 1회 구타하여 상해를 입힌 본건에
있어서 이를 정당방위로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재산, 주거권 등
형법상의 법익은 물론 가족 관계(주2: 대법원 1974. 5. 14, 73 도 2401(총람
형법 21-39), "타인이 보는 자리에서 자식으로부터 인륜상 용납할 수 없는
폭언과 함께 폭행을 가하려는 피해자를 1회 구타한 것이 지면에 넘어져서
머리 부분에 상처를 입은 결과로 사망에 이르렀다 하여도 이는 아버지의
신체와 신분에 대한 현재의 부강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아버지로서는 아들에게 일격을 가하지 아니할 수 없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애정 관계와 같이 형법상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정당방위도 가능하다. 따라서 부부 사이의 성관계를
엿보는 자에 대한 정당방위도 성립될 수 있다.
형법은 타인의 법익도 피공격자의 법익과 동일시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도 가능하다. 이러한 정당방위를 긴급
구조라고 한다. 타인의 법익이라 함은 자기 이외의 자연인, 법인 또는
국가의 모든 법익을 총칭하는 것이다.
2) 국가적 사회적 법익: 문제는 국가 또는 사회적 법익도 여기의 법익에
포함될 수 있느냐에 있다. 정당방위는 원래 타인의 위법한 침해로부터
개인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하여 인정된 것이지 공공의 질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먼저 국가라 할지라도 국가의 개인적 법익이 문제되는
경우, 예컨대 국가 소유의 건물 또는 물건에 대한 방화, 절도, 손과에
대하여 정당방위가 가능하다는 점은 별다른 이론이 없다. 그러나
전체로서의 질서 내지 공공의 질서의 유지는 국가의 사명이지 개안의
정당방위에 의하여 방어할 성질의 법익이 아니다. 따라서 국가적 법익이나
사회적 법익은 원칙적으로 정당방위에 의하여 보호될 수 없다.@p203
그러므로 예컨대 운전 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음란한 서화를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폭행을 한 때에는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주1: BGHSt. 5, 245, 피고인이 '죄 많은 여인'(S^1256^nderrin)이라는
음란한
영상 상영을 막기 위하여 영화관에 질식탄을 터트려 약 15분 동안 상영하지
못하게 한 사건에 관하여, BGH는 "공공의 질서나 도덕과 같은 일반의
법익에는 정당방위가 있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국가의 존재에 관한 명백하고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여 국가가 그
기관에 의하여 스스로 보호조치를 취할 수 없는 이유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국가적 법익도 정당방위에 의하여 방어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주2: Jescheck, S. 305; Maurach-Zipf, S. 346; Roxin, 15/139;
Samson, SK Rn. 18; Sch-Sch-Lenckner, Rn. 6)
(2) 방어하기 위한 행위: 방어 방위에는 먼저
방어 의사(Verteidigungswille)가 있어야 한다. 방어 의사는 정당방위에
있어서의 주관적 정당화 요소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 의사는 그것이 방위
행위의 동기가 되거나 유일한 요소가 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증오,
분노, 복수와 같은 다른 동기가 함께 작용한 때에도 방위 의사가 주된
기능을 하는 한 정당방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싸움에 있어서는
공경 의사와 방어 의사가 교차하는 경우이므로 방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3: 대법원이 싸움에 관하여 대부분 방위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정당 방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 대법원 1968. 12. 24, 68 도
1229(총람 형법 21-36), "피고인은 피고인으로부터 뺨을 한 차례 얻어맞은
갑으로부터 손톱 깎기 칼에 찔려 파열상을 입게 되자 이에 격분하여 길이
약 20 센티미터의 과도를 가지고 갑의 복부를 찌른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소위는 갑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상대방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 행위라고는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 방위도
성립되지 아니한다." 동지: 대법원 1971. 4. 30, 71 도 527(총람 형법 21-33);
대법원 1977. 4. 12, 77 도 611(총람 형법 21-40); 대법원 1984. 1. 24, 83 도
1873(공보 724-403)) 다만 싸움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정당방위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일방이 싸움을
중지하였거나 싸움에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공격이 있는
때에는 이에 대하여 정당방위가 가능하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주4:
대법원도 싸움의 경우라도 일정한 때에는 정당방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1) 대법원 1957. 3. 8. 4290 형상 18(총람 형법 21-6), "싸움이 중지된
후에 다시 피해자들이 도발한 별개의 가해 행위를 방위하기 위하여 단도로
상대방의 복부에 자상을 입힌 행위에 대하여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한
것은 정당하다."
(2) 대법원 1968. 5. 7, 68 도 370(총람 형법 21-23), "싸움을 함에 있어서
격투자의 행위는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공격을 함과 동시에 방어를 하는
것이므로 그 중 일방 당사자의 행위만을 부당한 침해라고 하고, 다른
당사자의 행위만을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격투를 하는 자 중의 한 사람의 공격이 그 격투에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여 살인 의 흉기 등을 사용하여 온 경우에는 이는 역시
부당한 침해라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도 정당방위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방위에 있어서 그 타인의 의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p204 방어 행위에는 침해에 대한 순수한 방어적 방위인 보호 방위와
반대 공격에 의한 방위인 공격 범위(Trotzwehr)가 포함된다. 그리고 방위
행위는 그 성질상 침해자의 법익에 대한 반격에 제한된다. 다만 제 3자에
대한 반격도 그것이 공격자에 대한 방위의 한 부분이 되는 한도 안에서는
정당방위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상당한 이유
상당한 이유라 함은 침해에 대한 방위가 사회상규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를 넘지 아니하고 당연시되는 것을 말한다. 정당방위는 개인의 법익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법질서의 유지를 위하여도 인정되는 것이므로 긴급
피난의 경우와는 달리 반드시 다른 피난 방법이 없었을 것(보충성의
원리)을 요하지 아니하고, 침해된 법익이 방위된 법익을 가치 관계에서
초과하지 않을 것(균형성의 원리)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정당방위에
있어서 상당한 이유라 함은 방위의 필요성(Erforderlichkeit)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주1: 김일 수, 285면; 이형국, 180면, 연구 302면; 정성근,
336면은 방위의 필요성 이외에 정당방위의 제한을 상당한 이유의 내용으로
들고 있다.)
방위의 필요성은 침해의 즉각적인 배제가 확실히 기대되고 위험의 제거가
보장되는 때에 인정된다.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공격자에게
피해가 적은 방법을 선택하였을 것을 요한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에는 보다 큰 피해를 절취하는 것을 보고 절도범을 사살하는 것은
상당하다고 할 수 없지만, 폭행에 의하여 지갑을 강취하는 강도범을 사살할
때에는 상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방어 행위가 방어를 위한
적합한 수단이고 그것이 공격자에게 상대적으로 경미한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방어의 필요성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당한
이유가 있느냐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정당방위는 침해 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 행위의 완급과 방위 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방위 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p205(주1:
대법원 1984. 4. 24, 84 도 242(공보 730-951); 대법원 1966. 3. 16, 66 도
63(총람 형법 21-21)) 따라서 강제 추행범의 혀를 깨물어 혀절단상을 입힌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한다.(주2: 대법원 1989. 8. 8, 89 도
358(공보 857-1388), "갑과 을이 인적이 드문 심야에 혼자 귀가 중인
병녀에게 뒤에서 느닷없이 달려들어 양팔을 붙잡고 어두운 골목길로 끌고
들어가 담벽에 쓰러트린 후 갑이 음부를 만지며 반항하는 병녀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차고 억지로 키스를 함으로 병녀가 정조와 신체를 지키려는
일념에서 엉겁결에 갑의 혀를 깨물어 설정단상을 입혔다면 병녀의 범행은
자기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고 한 행위로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및 수단,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이다.")
III. 정당방위의 제한
1. 정당방위의 제한의 의의
정당방위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전체로서의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구체적인 경우에 이러한 기초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는 때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없게 된다. 정당방위의 기초가 개인의
권리 보호에 있다는 보호 원리에 의하면 정당방위는 고정적이고 비탄력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당방위에 있어서 법수호의 원리가
독자적 의미를 가지게 되자 이에 의하여 정당방위에 의한 보호의 범위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주3: Jescheck, S. 302; Krause, "Zur
Problematik der Notwehr", Bruns-FS S. 76; Roxin, "Sozialethische
Einschr^345^nkungen des Notwehrrechts". ZStW 93, 76.) 즉 법수호의
원리에 의하여 제시되는 것이 바로 정당방위의 제한이다. 종래 정당방위는
형법 총론에서 가장 다툼이 없고 완전히 해명된 분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정당방위의 제한이 문제됨에 따라 정당방위의 기능에 대한 논쟁은
형법학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점으로 재연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정당방위의 사회 윤리적 제한은 정당방위의 핵심적인 논점 내지 정당방위
자체의 문제점이 되었고, 정당방위의 역사는 사회 윤리적 근거에 입각한
정당방위 제한의 역사(주4: Jescheck, S. 309; Sch-Sch-Lenckner, *32 Rn.
43; Bockelmann, "Notwehr gegen verschudete angriffe", honig-FS S. 19;
hassemer, "^1256^ber die Zuknft des Notwehrrechts", Bockelmann-FS S.
228.)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당방위 이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2. 정당방위의 제한의 이론적 근거
정당방위의 제한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제한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이유도
타당해야 하며,@p206 법적 안정성과 명확성의 요구에 합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정당 방위의 제한에 대한 이론적 근거로는 권리 남용의
이론, 상당성의 원칙이론, 기대 가능성 이론 및 정당 방위의 기본 원리에서
찾는 견해 등이 주장되고 있다.
권리 남용 이론은 정당 방위의 제한을 권리 남용의 금지라는 일반적
원칙에 유래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방어 행위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주1: Dreher-Tr^246^ndle, *32Rn. 18; Maurach-Zipf, S.
351; Weseeles, S. 97.)그러나 정당 방위의 제한을 권리의 행사라는
주관적인 측면에서만 보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상당성의 원칙
이론은 정당 방위의 제한을 과잉 금지에서 유래하는 비열성 또는 상당성의
원칙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2: Eser, I, S. 89; Otto, S. 103;
Spendel, LK *32 Rn. 314.) 그러나 정당 방위에 있어서는 이익 수량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이에 의하여는 정당방위의 제한이 명확하게 확정될
수 없다는 기대 가능성의 이론에 대하여도(주3: Henkel, 'Zumutbarkeit und
Unzumutbarkeit als regulatives Rechtsprinzip', Mezger-FSS. 272~275.)
이는 책임 조각 사유의 기본 원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무시했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정당방위의 제한은 정당방위의 기본 원리 내지 정당방위의
규범적, 형사 정책적 기초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4: Jecheck, S. 310; K^1256^hl, 7/164; Samson, SK, Rn. 47;
Sch-Sch-Lenckner, Rn. 47; Krause, Bruns-FS. 82; Roxin, 15/53, ZStW
93, 78.)
정당방위가 자기사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방위의 근거가 보호
원리와 법수호의 원리에 있는 이상 법질서를 방어할 이익이 없는 때에
정당방위가 제한되는 것이 당연하다. 정당방위 제한의 범위를 명백하게
하여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정당방위의 제한의 근거를
정당방위의 기본 이상인 법질서 수호라는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정당방위의 제한의 유형
정당방위의 제한은 #1 책임 없는 자의 침해에 대한 범위, #2 보증 관계에
있는 자에 의한 침해의 범위, #3 극히 경미한 침해에 대한 방위 및 #4
자초위난에 대한 방위의 경우에 문제된다.
(1) 책임 없는 자의 침해에 대한 방위: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으면 족하며 침해 있는 자에 의한 침해를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아, 정신병자, 주정자 또는 금지의 착오에 의하여 행위한 자의
공격에 대하여는 정당방위가 전면적으로 금지되거나, 공격을 회피할 수
없는 때에만 정당방위를 허용하여 정당방위가 제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p207책임 없는 자의 공격은 침해 또는 부당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때에는 이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허용되지 않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제한의 근거를 정당방위의 기본 원리에 있다고 보는
이상 책임없는 자의 침해에 있어서는 법수호의 이익이 현저히 약화되어
침해의 법익을 피할 수 없는 때가 아니면 정당방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
(2) 보증 관계에 있는 자의 침해에 대한 방위: 부부나 부자 관계와 같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도 정당방위의 성립이 제한된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 술취한 남편의 폭행을 막기 위하여 우산으로 남편을 찔러
살해한 처는 그것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확실한 수단인 때에도
정당방위가 되지 않는다.(주1: BGH, NJW, 69, 802(Eser, S. 97)) 이 경우에
생명을 침해하는 방어 행위는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허용된다. 여기서
정당방위를 제한하는 인적 관계는 부진정 부작위범의 보증인 지위와 같은
긴밀한 가족 관계에서만 인정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보증 관계에 있는 자의 침해에 대하여 정당방위가 제한되는 이유에
대하여 공격자에 대한 보증 지위의 존재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견해(주2:
Dreher-Tr^246^ndle, Rn. 19; Jakobs, 12/57; Otto, S. 103.)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정당방위가 제한되는 이유도 공격자에 대한 관계에서 행위자에게
과하여지고 있는 특수한 보호 의무 때문에 법질서 수호의 이익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주3: Roxin, 15/81, a. a. O. S. 102;
Sch-Sch-Lenckner, Rn. 53.) 공격자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는 때에는
법수호의 원칙은 사회적으로 제약된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감소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3) 극히 경미한 침해에 대한 방위: 정당방위는 부정 대 정의 관계이므로
침해와 방어에 의하여 위협되는 법익 사이의 균형이나 비례는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미한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보다 높은 가치의 법익을
침해한 때에도 정당방위가 성립한다. 그러나 침해가 경미한 때에는
법수호의 이익은 감소될 수 있고, 구체적인 법익 침해의 정도를 무시하는
것은 형사 정책상으로도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침해가 극히
경미한 경우에도 정당방위는 제한된다고 해야 한다.(주4:
Dreher-Tr^246^ndle, Rn. 20; Haft, S. 74; Jescheck, S. 279; Krause,
Bruns-FS S. 87; Roxin, a. a. O, S. 94; Samson, SK Rn. 46; Spendel, LK
Rn. 318.)그러나 모든 경미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p208 정당방위의 제한이 문제되는 것은 법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 경우, 즉 불균형이 심하고 참을 수 없고 특별하고 극단적인
경우에 한한다.
(4) 도발된 침해에 대한 방위
1) 도발된 침해와 정당방위: 도발 또는 유발된(Provokation)에 대하여
정당방위가 허용될 것인가는 정당방위의 제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도발된 침해에 대하여 정당방위가 허용된다는 견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주1: Bockelmann, Honig-FS S. 31; Hassemer,
Bockelmann-FS S. 243.) 그러나 도발된 침해에 대하여 정당방위가
허용되지 않거나 또는 제한된다고 해야 한다. 다만 도발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가 일체 혀용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가, (주2: 유기천, 180aus;
이형국, 연구 197면; 정영석, 138면; 차용석, 584면.) 또는 이를 목적 또는
고의에 의한 도발과 유책한 도발에 의한 침해로 구별하여 판단해야 할
것인가(주3: 정성근, 264면; 황산덕, 158면; 김일수, 282면; 박상기, 174면;
양화식, 정당방위의 사회 윤리적 한계에 관한 연구, 78면.) 에 관하여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관례는 언쟁중 싸우다가 상해를 입힌 행위는 서로 상대방의 상해 행위를
유발한 것이고, (주4: 대법원 1984. 6. 26, 83 도 3090(총람 형법 21-51))
일련의 상호 쟁투중에 이루어진 구타 행위는 서로 상대방의 폭력행위를
유발한 것이라는 이유(주5: 대법원 1986. 12. 23, 86 도 1491(총람 형법
21-57))로 도발된 침해에 대하여는 정당방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2) 목적에 의한 도발: 목적에 의한
도발 (Absichtsprovokation)이란 정당방위 상황을 이용하여 공격자를 침해할
목적으로 공격을 유발한 경우를 말한다. 통설은 목적에 의한 도발의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주6: 유기천, 180면; 이형국,
연구 297면; 정성근, 264면; 정영석, 138면; 차용석, 584면; 황산덕, 158면;
김일수, 282면; 박상기, 173면.) 다만 정당방위가 허용될 수 없는 근거에
관하여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정당방위의 성립을 부정하는 근거로 목적에 의한 도발의 경우에는 침해가
없거나(주7: 유기천 180면; 이형국, 297면.) 또는 방어 의사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주8: Blei, 16. Aufl. S. 129.)이라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도발된 침해라고 하여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으며,
위법한 침해를 알면서 이를 방위하기 위하여 행위한 때에는 방어 의사를
인정해야 하므로 방위 의사를 부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목적에 의한 도발의 경우에 정당방위를 부정하기 위한 이론으로 원인에
있어서 위법한 행위(actio illicita in causa)의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주1:
Bertel, 'Notwehr gegen verschuldete Angriffe', ZStW 84, 25;
Dreher-Tr^246^ndle, Rn. 24; Eser, I, S. 113; Sch-Sch-Lenckner, Rn.
61.)도 있다.@p209 도발된 침해의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성립하여
방위행위는 적법하지만 원인 행위인 도발 행위가 위법하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발 행위와 도발된 침해에 대한 방어를
하나의 행위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적법한 행위(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위법한 원인 때문에 적법한 행위가 위법하게 된다는 이론은
모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2: Bockelmann, Honig-FS S. 26; Roxin,
a. a. O. S. 91; Samson, SK Rn. 52; Spendel, LK *32 Rn. 291; Wessels,
S. 98.)
목적에 의하여 도발된 침해에 대하여 정당방위의 성립을 부정하는 근거도
정당방위의 기본 사상으로서의 법수호라는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주3:
Bockelmann, Honig-FS S. 30; Roxin, a. a. O. S. 94; Samson, SK Rn. 53.)
즉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목적에 의한 도발의 경우에는 행위자에 의하여 야기된 상황 때문에
법질서를 방위해야 할 필요성이 없으므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
3) 책임 있는 도발: 침해에 대하여 방위자에게 책임 있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정당방위는 인정된다고 해야 된다. (주4: Dreher-Tr^246^ndle,
Rn. 24; Eser, I, S. 114; Jescheck, S. 310; Maurach-Zipf, S. 357; Roxin,
15/64ff. a. a. O, S. 87.) 다만 이 경우의 정당방위는 공격을 회피할 수
없거나 다른 방법에 의하여는 방어할 수 없는 경우에 제한된다. 책임 있는
도발로 인한 침해에 있어서는 법질서 수호의 이익이 현저히 감소된다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도발이라고 하기 위하여 도발 행위가 어떤 성질을 가져야
하는가에 관하여 독일의 관례는 도발 행위가 사회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einsozialethisch miBbilligendes Vorverhalten)일 것을 요한다고
함에 반하여, (주5: BGHSt. 27, 336.) 통설은 사회윤리적 가치
위반(sozialethische Wertwidrigkeit)으로 족하지 않고 법적으로 위법할 것을
요한다고 해석하고 있다.(주6: Bertel, ZStW 84, 20; Maurach-Zipf, S. 357;
Roxin, 15/67, a. a. O. S. 91; Sch-Sch-Lenckner, Rn. 59.) 생각건대
정당방위의 제한에 위법한 행위일 것을 요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법한 행위와 사회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행위의 개념도 반드시
명백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도발 행위는 위법하거나 사회
윤리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행위일 것을 요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주1: Samson, SK Rn. 54; Spendel, LK Rn. 306.) @p210따라서
사회 윤리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인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침해가 유발된
경우라 할지라도 정당방위는 제한될 여지가 없게 된다.(주2:
Dreher-Tr^246^ndle, Rn. 25; K^1256^hl, 7/215; Wessels, S. 98.) 예컨대
정치 집회에서 상대방을 공격한 자는 이로 인하여 유발된 공격에 대하여
정당방위를 할 수 있다. 또한 침해를 유발한 행위는 이로 인한 침해를
예견할 수 있는 것임을 요한다.(주3: Eser, S. 113; Spendel, LK Rn. 288.)
즉 침해는 도발행위의 예견할 수 있는 결과여야 한다.
Ⅳ. 과잉 방위와 오상 방위
1. 과잉 방위
(1) 어의: 방위 행위가 상당성의 정도를 넘은 때에 이를 과잉
방위(Notwehrexzess)라고 한다. 즉 방위 행위의 상당성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주4: 대법원 1985. 9. 10, 85 도 1370(공보 763-1371), `이유 없이
집단 구타를 당하게 된 피고인이 더 이상 도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하여 곡괭이 자루를 마구 휘두른 결과 그중 1명을 사망케 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것은 반격적인 행위를 하려던 것이 그 정도가
지나친 행위를 한 것이 명백하므로 과잉 방위에 해당한다.') 과잉 방위를
초과 부분에 대한 의사의 유무에 따라 고의의 과잉 방위와 과실의 과잉
방위로 나누어, 과실이 있는 경우는 과실범이 성립할 뿐이라는 견해(주5:
차용석, 600면.)도 있다. 그러나 정당방위에 있어서 상당한 이유는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상당성의 초과를 인식하였는가의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주6: 정성근, 338면.)
한편 과잉 방위를 방위의 범위의 초과와 시간적 범위의 초과로 나누어
전자를 질적 과잉 방위, 후자를 양적 과잉 방위라고 구별하는 견해(주7:
정성근, 339면.)도 있다. 이는 독일에서의 내적 과잉 방위와 외적 과잉
방위의 구별과 일치한다. 그러나 외적 과잉 방위는 원래 오상방위에
해당하는 것이며, (주8: Baumann-Weber, S. 311; Dreher-Tr^246^ndle, *32
Rn. 20; Eser, I, S. 116; Spendel, LK *33 Rn. 30.)그것이 연속될 일련의
행위라고 할 수 있을 때에만 과잉 방위가 될 수 있다.
(2) 법적 성질: 과잉 방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고 책임을 감소, 소멸할
뿐이라고 해야 한다. (주9: Blei, S. 185; Dreher-Tr^246^ndle, *33 Rn. 3;
Lackner, S. 138; Maurach-Zipf, S. 361; Wessels, S. 99.) 따라서 행위자가
그 과잉 행위에 대하여 과실이 가볍거나 또는 전혀 과실이 없는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제21조 2항)
@p211 이에 대하여 과잉 방위의 경우에 책임과 함께 위법성도 감소,
소멸한다고 해석하는 견해(주1: 정성근, 342면; 차용석, 605면.)가 있다. 이는
과잉 방위를 책임감소, 소멸 사유로 해석한다면 #1 오상방위에 비하여 과잉
방위를 감경, 면제할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2 책임 감소에 방어 사유를
필요하다고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과잉 방위를
책임 감소, 소멸 사유라고 해석한다고 하여 이를 오상방위보다 가볍게
말한다고 할 수 없으며, 방위 의사는 책임 감소의 기초인 불법의 감소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주2: Jescheck, S. 442; Rudolphi, SK *33 Rn.
1; Roxin, `^1256^ber den Notwehrexzess', Schaffstein-FS S. 114.)
과잉 방위의 경우에도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황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제21조 3항)
이러한 상황에서는 적법행위의 기대 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행위자가 허용된 방위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넘은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법, 유책하게 공격을 도모한
때에는 제21조 3항의 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
2. 오상방위
(1) 어의: 객관적으로 정당방위의 요건이 구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있는 것으로 오신하고 방위에 나간 경우를
오상방위 (Putativnotwehr)라고 한다. 즉 정당방위 상황에 관하여 착오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을이 갑을 시험하기 위하여 장난감 pistol로
돈을 내라고 위협하였는데 갑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을을 사살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오상방위는 정당방위 상황이 없는 경우라는 점에서
상당한 이유 이외의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는 과잉 방위와 구별된다.
여기서 오상방위에 대하여도 제21조 3항이 적용되는가가 문제된다. 그러나
형법이 과잉 방위의 경우에만 이를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오상방위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주3:
Eser, I, S. 116; Jescheck, S. 444; Rudolphi, SK *33 Rn. 2; Stratenwerth,
S. 14; Welzel, S. 89.)
(2) 법적 성질: 오상방위도 정당방위가 아니므로 위법성은 조각되지
않는다. 다만 이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처벌 문제는 이러한 착오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p212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관한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효과에 있어서는 사실의 착오와 같이
취급해야 할 것이다.(제한적 책임설)
3. 오상 과잉 방위
오상 과잉 방위 (Putativnotwehrexzess)란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고 오인하고 상당성을 넘는 방어행위를 한 경우, 즉 오상
범위와 과잉 범위가 결합된 경우를 말한다. 오상 과잉 방위의 처리에
관하여는 이를 오상 방위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엄격 책임설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견해(주1: 정성근, 352면.)와 과잉성을 인식한 협의의 오상
방위는 과잉 방위로, 착오로 그 정도를 초월한 광의의 오상 방위는 오상
방위와 같이 처리하자는 견해(주2: 차용석, 625면.)가 있으나, 오상 과잉
방위도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오상방위의 예에 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오상방위의 예에 따라 제한적
책임설에 의하여 과실의 책임과 형벌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오상
과잉 방위의 경우에 대하여 다시 제21조 3항을 적용할 것인가에 있다. 이
경우에 오상에 대하여 과실이 있는 때에는 형법 제 21조 3항이 적용될 수
없지만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동조가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견해(주3:
Dreher-Tr^246^ndle, *32 Rn. 27; udolphi, SK *33 Rn. 6;
Sch-Sch-Lenckner, *33 Rn. 9; Spendel, LK *33 Rn. 32.)도 있으나, 동항을
과잉 방위에 대하여만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의 규정에 비추어
이를 다시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
@h:제3절 긴급피난@e
I. 긴급 피난의 의의와 본질
1. 긴급 피난의 의의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긴급 피난(Notstand)이라고
한다.(제22조 1항) 긴급피난은 정당 방위와 같이 긴급 행위로서
처벌되지 않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그 법적 성격에 있어서는
정당방위와 구별되지 않으면 안 된다.@p213 정당방위는
어디까지나 위법한 침해에 대한 정당한 반격이므로 부정 대 정의
관계이며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불법을
부정하여 법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정당방위가
법질서를 보호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 반하여, 긴급 피난은 위법하지 않은 침해에 대하여
일정한 한도에서
피난하는 것을 법이 허용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정 대 정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긴급 피난은 정당한 제3자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한 가치의 재분배가 전체 법질서에 의하여
허용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2. 긴급 피난의 본질
정당방위가 위법성 조각 사유라는 점에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긴급 피난의 성질에 관하여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입법례도 그 태도를 달리한다.
1871년의 독일 형법은 긴급 피난을 면책적 긴급
피난(entschuldigender Notstand)으로 규정하고 있었고(제52조,
제54조), 현행 오스트리아 형법 제10조도 이를 책임 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본질적으로 우월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가벼운 법익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제국 법원은 1927. 3. 11의 판결에
의하여 임부의 생명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낙태 수술을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고, (주1: RG.
61. 241.) 이러한 태도는 연방 법원의 판결에서도 유지되어
왔다. 여기서 현행 독일 형법은 1975년의 형법 개정을 통하여
긴급 피난을 면책적 긴급 피난과 정당화 긴급
피난(rechtfertigender Notstand)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스위스 형법 제34조와 일본 형법 제37조, 일본 개정
형법초안 제15조는 긴급 피난을 위법성 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의 태도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형법이 긴급 피난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에 따라
긴급 피난의 본질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
형법(주2: Foregger-Serini, S. 54; Triffterer, S. 228.)이나
스위스 형법의 해석(주3: Noll, S. 108; Stratenwerth,
Schweizerisches Strafrecht, S. 199.)에 있어서도 긴급피난이
위법성 조각 사유와 책임 조각 사유로서의 이중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형법에
있어서도 긴급 피난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문제삼아야 할 이유가 있다.
(1)견해의 대립: 긴급 피난의 본질에 관하여는 긴급 피난을
위법성 조각 사유나@p214 책임 조각 사유의 하나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단일성(Einheitstheorie)과 긴급 피난에는 위법성 조각
사유인 긴급 피난과 책임 조각 사유인 긴급 피난이 포함된다는
이분설이 대립되고 있다.
1) 단일설: 단일설은 다시 책임 조각설과 책임성 조각설로
나눌 수 있다. 긴급 피난은 적법행위도 위법행위도 아닌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해당한다는 사상도 있으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 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주1: 정성근, 275면; 차용석,
568면은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의 이론에 해당하는 방임
행위설을 위법성 조각설로 분류하고 있다.)
가) 책임 조각설: 긴급 피난에 해당하는 행위는 적법한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지만 자기 유지의
본능으로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책임이
조각된다고 해석하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 견해는 #1 형법
제22조가 타인의 법익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긴급 피난도
인정하고 있는데 타인의 법익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피난 행위가 책임이 조각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으며, #2 긴급
피난은 인간의 자기 보존적 본능에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익 형량을 이유로 하는 제도라는 것을 무시하였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나) 기법성 조각설: 긴급 피난은 이익 형량설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라고 해석하는 견해이다. 즉,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이로
인하여 보호받는 이익과 침해된 이익을 교량하여 보호받을
이익의 우월성이 인정되는 때에는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통설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주2: 남홍우(8인공저),
183면; 유기천, 187면, 이형국, 321면; 정영석, 132면; 박상기,
181면.) 위법성 조각설에 대하여는 #1 자기에게 닥친 불법하지
아니한 위난을 타인에게 전가시켜 같은 가치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사회 윤리적 규범에 반하는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해야
하며, (주3: 진제호, 238면; 차용석, 568면.) #2
생명과 생명, 신체와 신체의 법익이 충돌하는 경우와 같이 이익
형량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는 경우에도 긴급 피난을 위법성
조각 사유로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4: 손해목, "긴급 피난"(고시연구, 1988. 5),
15면.)
2) 이분설: 긴급 피난을 위법성 조각 사유인 긴급 피난과 책임
조각 사유인 긴급 피난으로 나누는 견해이며,
차별설 (Differenzierungstheorie) 이라고도 한다.@p215 그러나
위법성 조각 사유와 책임 조각 사유를 어떤 기준에 의하여
구별한 것인가에 관하여 이분설은 다시 아래의 두 가지 태도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긴급 피난을 사물에 대한 긴급 피난과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긴급으로 구별하여, 전자는 위법성 조각 사유라고
해석하는 견해(주1: 진재호, 238면; 황산덕, 168면.)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도 #1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난에 있어서도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난 또는 신체에
대한 가벼운 위난과 중대한 위난이 충돌하는 때에는 이익교량이
가능하므로 이를 책임 조각 사유로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2 사물에 대한 긴급 피난에 있어서도 법익이 같은 가치인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2: 정성근, 227면; 손해묵, 전게논문, 17면.)
둘째는 긴급 피난을 우월적 이익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와
법익동가치인 경우로 구별하여, 전자는 위법성 조각 사유인 긴급
피난이고 후자는 책임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견해(주3: 김일수, 288면; 정성근, 277면;
차용석, 577면; 배종대, 330면; 손해목, 전게논문, 17면)이다.
독일 형법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며, 이 견해 역시 독일의 통설에
시사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긴급 피난에 있어서
상당한 이유에는 우월적 이익의 원칙과 법익동가치가 포함되며,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책임이 조각되는 경우에도
형법 제22조가 적용된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견해도 #1 긴급 피난으로 인하여 책임이 조각되는가는
책임 조각 사유의 일반원리에 의하여 해결해야 햐며, #2
제22조의 상당한 이유가 기대 불가능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2) 비판: 긴급 피난의 본질에 관하여 책임 조각설을 취하는
학자는 현재 보이지 않고, 사물에 대한 긴급 피난과 생명,
신체에 대한 긴급 피난으로 구분하는 이분설도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여기서는 통설인 위법성 조각설과 긴급
피난을 우월적 이익인가 법익동가치인가에 따라
구별하는 이분설 중에서 어떤 견해가 타당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i) 긴급 피난에 책임 조각 사유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이분설은 다수의 이익이 충돌하여 하나만을 보유하는 모든
경우가 긴급 피난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출발한 것이나, 이는
형법의 태도와 일치된다고 할 수 없다. 이익이 충돌하는 모든
경우가 긴급 피난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형법 제22조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긴급 피난이기 때문이다.
@p216 (ii) 위법성 조각설도 면책적 긴급 피난에 해당하는
경우가 초법규적 책임 조각 사유로 책임이 조각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분설에 의하면 면책적 긴급
피난도 제22조의 적용을 받게 되며, 따라서 제22조의 상당한
이유는 이익 교량과 기대 불가능성을 포함하는 개념이 된다고
한다.(주1: 김일수, 288면; 손해목, 전게논문, 17면.) 형법은
상당한 이유를 긴급 피난 이외에도 정당방위와 자구 행위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상당한 이유가 긴급 행위인
위법성 조각 사유의 요건으로서 주로 이익 교량의 사상을 표현한
것이고, 책임 조각 사유인 기대 불가능성을 포함하는 개념이
아님을 명백히 해준다. 이분설의 논리를 일관하는 때에는
정당방위나 자구 행위도 책임 조각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iii) 이분설은 면책적 긴급 피난과 강요된 행위를 구별하고
있다. (주2: 김일수, 396면; 정성근, 385면; 차용석, 819면.)
면책적 긴급 피난은 같은 가치의 이익 쪼는 이익 교량이
불가능한 경우임에 반하여, 강요된 행위에 있어서는 균형 유지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요된 행위도 이분설에서
말하는 면책적 긴급 피난의 특수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주3:
Bockeimann-Volk, S. 129; Hirsch, LK *35 Rn. 25; Wessels, S.
123) 책임 조각 사유의 기본 원리는 기대 불가능성이다.
입법례에 따라서는 면책적 긴급 피난에도 이익 교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오스트리아 형법 제10조) 그러나 형법 제12조는
이러한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분설을 유지하기 위하여 책임
조각 사유인 긴급 피난에 이익 교량을 요구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해야 한다.
요컨대 기대 불가능성이 없는 때에는 초법규적 책임 조각
사유에 해당하여 책임이 조각되는 것이지 긴급 피난이기 때문에
책임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상당한 이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여 상당한 이유의 개념을
확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긴급 피난은 위법성 조각 사유이며 책임 조각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긴급피난의 본질에 관하여는 위법성
조각설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위법성 조각의 근거
긴급 피난이 위법성을 조각하는 근거는 이익 교량의
원칙 (Interesseabw^345^gungsgrundsatz)과 목적설에 있다.(주1:
독일 형법 제34조의 위법성 조각 긴급 피난도 이익 교량설과
목적설의 표현이라고 해석되고 있다.(Esser, I, S. 124; Samson,
SK *34 Rn. 3; Schmidh^345ser, S. 140; Sch-Sch-Lenckner, *34
Rn. 1))@p217 이익 교량의 원칙은 법익 균형의 원칙에서
유리하며, 그것은 보다 가치 있는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되는 긴급 피난 행위는 합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익 사이의 추상적인 서열 관계만으로는 합법성에 대한
충분한 기준이 될 수 없고, 법익의 위계질서도 이익 균형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려에서 모든 이익을 교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익 교량의 원칙이다. 이에 반하여
목적설(Zwecktheorie)은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은
위법하지 않다는 것으로 긴급 피난이 피난을 위한 상당한 수단인
때에는 위법성을 조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II. 긴급 피난의 성립 요건
긴급 피난은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이
있을 것,
#2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일 것, #3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이
구비되어야 성립한다.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긴급 피난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것은
자기 또는 타인의 모든 법익이다.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모든
이익에
대하여 긴급 피난이 가능하며, 반드시 그것이 형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임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 피난도
허용된다. 또한 법익에는 생명, 신체, 자유, 명예, 재산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모든 법익이 포함된다. 정당방위의 경우와 달리 개인적
법익에
한하지 않고 국가적 법익에 대한 긴급 피난도 가능하다. (주2:
Eser, I, S.
125; K^1256^hl, 8/26; Maurach-Zipf, S. 366;
Schmidh^345^user, S. 140;
Sch-Sch-Lenckner, *34 Rn. 11; Wessels, S. 87.)
다만 긴급피난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은 보호의 필요성과
보호의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법익의 주체가 적법하게 포기한 법익은 보호의
필요가
없고, 법에 의하여 박탈된 이익은 보호의 가치가 없다.(주3:
Wessels, S. 87)
@p218 (2) 현재의 위난: 현재의 위난이 있어야 한다. 법익에
대한 위난은
그 침해가 확실하거나 개연적이면 인정된다.
1) 현재의 위난의 의의: 현재의 위난이란 그 침해가 즉시 또는
곧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미 침해가 증대할 때에는
현재의 위난이
된다. 위난이 오래 전에 발생한 때에도 계속
위난(Dauergefahr)은 현재의
위난이 된다. 현재의 위난이 있느냐는 긴급 피난자의 주관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즉 구체적
상황과 그
상황에서 발생할 위험을 행위자가 속한 사회의 이성적, 관찰자의
판단에
의하여 결정하며, 여기에는 일반적 생활 경험과 행위자의 특수
지식이
고려되어야 한다.(주1: Schmidh^345^ user, S. 140;
Sch-Sch-Lenckner, *34
Rn. 14; Wessels, S. 87.)
2) 위난의 원인: 현재의 위난만 있으면 족하고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 현재의 위난이 위법한 때에는 정당방위에 의하여
방위할 수
있지만 긴급 피난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난의 원인은 묻지
않는다.
그것이 사람의 행위에 의하건 또는 자연 사실이건 불문하다.
3) 자호위난: 현재의 위난이 피난자의 유채한 사유로 발생한
때에는 긴급
피난을 할 수 없다는 견해(주2: 유기천, 188면.)도 있으나, 피난
상황에
대하여 책임이 없을 것이 긴급 피난의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위난이 책임있는 사유로 발생한 때에도 상당성이 인정되는 한
긴급 피난은
가능하다고 해야 한다.(주3: 김일수, 295면; 배종대, 334면;
이형국, 185면.)
따라서 예컨대 임부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험을 유채하게
야기한 때에도
긴급 피난으로서의 낙태는 가능하다. 다만 자초 위난을
이익고량의 요소로
고려하는 것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목적 또는
고의에 의한
자초 위난에 대하여는 긴급 피난이 허용되지 않는다.
2.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피난 행위)
피난 행위란 현재의 위난을 모면하기 위한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행위자는 피난의사(Rettungswille)를 가지고 행동할 것을
요한다. 즉
행위자는 현재의 위난을 인식하고 적어도 보다 높은 가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행위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난 의사가 유일한
동기가 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p219 객관적으로는 현재의 위난이
있어도 피난
의사 없이 행하여진 행위는 긴급 피난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피난 의사는
긴급 피난에 있어서 주관적 정당화 요소(subjektives
Rechtfertigungselement)가 된다.
3. 상당한 이유
상당한 이유라 함은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상규당
당연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정당방위가 부정 대 정의 관계인 데
반하여 긴급
피난은 정대 정의 관계이므로 긴급 피난에 있어서의 상당한
이유는
정당방위에 비하여 엄격한 요건이 요구되고 있다. 긴급 피난의
상당한
이유는 보충성의 원리와 균형성의 원리 및 적합성의 원리를 그
내용으로
한다.
(1) 보충성의 원리: 긴급피난은 피난 행위에 의하지 않고는
달리 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을 요한다. 즉 피난 행위가 위난에 빠져 있는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한다. 이를
보충성(Subsidiarit^345^t)의
원리하고 한다. 따라서 달리 회피할 여유가 있을 때에는 긴급
피난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피난 방법도 피해자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경미한
방법을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상대적 최소 피난의
원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운전 면허 없는 의사가 응급 환자에게 가기 위하여
택시를 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할 경우나 환자의
생명을
구조할 의사를 부르기 위하여 담을 넘어 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대문을 부순
경우에는 긴급 피난이 될 수 없다.
(2) 균형성의 원리: 긴급 피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본질적으로 우월(wesentich ^1256^berwiegend)하여야
한다. 이를
균형성의 원리라고 본다. 보호되는 이익과 침해된 이익이 같을
때에도 우리
나라의 통설은 상당성을 인정하고 있다.(주1: 남홍우, 187면;
정영석, 136면;
황산덕, 166면.) 그러나 균형성의 원리는 우월적 이익의 원칙을
의미하며
같은 이익 사이에는 이러한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때에는
위법성을 조각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주2: 김일수, 291면;
박상기
183면; 배종대, 341면; 이형국, 186면.) 균형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종래의
법익 균형론은 포괄적인 이익 균형의 원칙에 의하여 대체되어야
하므로
관계 법익뿐만 아니라 위험의 정도와 보호의 가치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1) 법익의 가치: 이익 교량에 있어서는 관계된 법익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p220 그것은 법질서가 추상적인 법익에
대하여
부여한 가치가 기준이 되며 법이 법익 침해에 대하여 마련한
형량은 법익의
중요성에 대한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다.(주1: Samson, SK
*34 Rn.
39; Schmidh^345^user, S. 141; Sch-Sch-Lenckner, *34 Rn. 32
Rn. 22;
Wessels, S. 89) 예컨대 임부의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을
보호하기 위한
낙태(주2: 대법원도 이러한 경우에 긴급 피난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 1976. 7. 13, 75도 1205(총람 형법 22-6),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현저할 뿐더러 기형아 내지 불구아를 출산할
가능성마저도 없지 않다는 판단하에 부득이 취하게 된 산부인과
의사의
낙태 수술 행위는 정당행위 내지 긴급 피난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 환자의 생명을 구조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위반은 이러한
의미에서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긴급 피난에 의하여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이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하면 사람의 생명을 침해한 때에 균형성의
원리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문제된다. 사람의 생명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앞으로의 존속
기간이나 수에 관계없이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다. 즉
생명은
교량할 수 있는 법익이 아니므로 긴급 피난에 의하여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주3: Jescheck, S. 324;
Samson, SK
*34 Rn. 49; Sch-Sch-Lenckner, Rn. 23; Wessels, S. 90.)
따라서 다수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소수인을 살해하는 것은 긴급 피난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표류중인 선원이 아사를 면하기
위하여 선원을
살해한 경우는 긴급 피난에 의하여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유일한
예외가 태아를 살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사람을 살해한 때에는 기대 가능성의 유무에 따라 책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위험의 정도: 법익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 침해의 정도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생명과 신체는 태산보다 우월한
법익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불이 붙고 있는 집의 소유자가 불을 끄기
위하여
길을 막고 있는 사람을 밀어서 넘어뜨려 경미한 상처를 입히는
것은
상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4: Jescheck, S. 324;
Samson, SK *34
Rn. 49; Schmidh^345^user, S. 142; Stratenwerth S.
143.)죄질을 같이하는
법익 사이에서는 그 법익에 대한 위험의 정도(량)가 결정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주5: 인천지법 1968. 8. 11, 65 고 3832(총람 형법
22-3), '피고인 등이
제방을 잘라서 수문을 유실시킨 행위는 피고인 등의 재산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행하여진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위 제방 및
수문의 시가는 약 25만원임에 비하여 위 해수로 인하여 피해
당하는 피고인
등과 그 밖의 그 곳 주민들의 경작지를 합하면 약 20여 만평
정도이니 그
행위로 인해 생긴 피해는 예상되었던 피고인 등과 그 밖의
주민들의 현저한
재산상의 해에 비해 극히 적은 것을 인정할 수 있고 또 수문 옆
제방을
짜른 것도 위 피해를 위해서 가장 적당한 방법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본건 피고인 등의 행위는 위 20만평의 경작자인 피고인 등과
주민들의
재산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이다.')
@p221 3) 보호의 가치: 이익 교량의 기준은 보호 법익의 절대적
가치보다는 구체적인 생활 상황에 있어서 보호할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법익의 위계 이외에 위협되는 손해와 필요한
침해의 범위,
구조의 기회와 그 가능성의 정도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재물을 손괴하고
있는 정신병 환자를 일시 감금하는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주1: BGHSt. 13, 197.)
(2) 적합성의 원리: 피난 행위는 위난을 피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어야
한다. 이를 적합성의 원리 또는 실질적 상당성의 원리라고
한다.(주2:
유기천, 190면.) 즉 긴급 피난은 서로 충돌하는 이익을 침해에
의하여
피난하는 것이 적절하고 가치 있고 정의의 이념에 의하여
허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주3: Eser, I, S. 128: Jescheck, S. 326.)
1) 사회윤리적 적합성: 피난 행위는 사회 윤리적으로 적합한
행위가
아니면 안 된다. 예컨대 중병에 걸려 수혈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을
구조하기 위하여 승인을 받지 않고 강제 채혈을 하거나, 살아
있는 사람의
기관을 분리하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으므로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주4: 이러한 경우를
포유성의 원리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견해(Samson, SK *34 Rn. 51;
Sch-Sch-Lenckner, Rn. 46)도 있다. 그것이 유일한 수단인
경우에도 이런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충성의 원리와는 구별해야
한다.
인간의 자유로운 자기 결정권은 보장되어야 하며, 인간이 타인을
위하여
희생하는 것은 도덕적인 자기 결정에 의하여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2)법적 절차: 법익에 대한 위난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때에는 법적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피난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당하게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하여
위증을
교사하거나, 석방되기 위하여 도주하는 것은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어
긴급 피난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는 적당한 이익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법에 의한 절차에 제한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p222 III. 긴급 피난 특칙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게는 긴급 피난이
허용되지
않는다.(제22조 2항) 여기에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란 군인,
경찰관, 소방관, 의사 등과 같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마땅히 일정한
위난을 감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를 말한다. 법이 이러한 자의
이익보다는 부과된 의무를 더 중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군인,
경찰관 또는 소방관은 그가 감수해야 할 위험을 초과하지 않는
한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타인의 법익을 침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특별한
의무 때문에 일반인과 같은 조건에서 긴급 피난을 하는 것을
금할 뿐이지
긴급 피난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의무를 가진
자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위난을 구하기 위하여 긴급 피난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수해야 할 의무의 범위를 넘는 자기의 위난에
대하여도
긴급 피난은 가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V. 과잉 피난과 오상피난
1. 과잉 피난
피난 행위가 상당성을 결한 경우를 과잉 피난
(Notstandsexzess)이라고
하며, 이는 위법성을 조각하지 않는다.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을 뿐이다.(제22조 3항, 제21조 2항) 이 때에도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제22조 3항)
2. 오상피난
객관적으로 긴급 피난의 요건인 사실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존재한다고 오신하고 피난 행위를 한 경우를
오상피난 (Putativnotstand)이라고 한다. 오상피난은 과잉
피난이 아니므로
위법성을 조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상피난도 오상방위와
마찬가지로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한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효과에 있어서는
사실의
착오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것도 오상방위의 경우와 같다.
@p223 V. 의무의 충돌
1. 의무의 충돌의 의의와 종류
(1) 의무의 충돌의 의의: 의무의
충돌 (Pflichtenkollision)이란 둘 이상의 의무가 서로 충돌하여
행위자가
하나의 의무만을 이행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서 다른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어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아버지가 물에
빠진 두
명의 아들 중에서 한 아이를 구하다가 다른 아이를 익사하게 한
경우, 또는
불이 난 집에 갇혀 있는 동생과 아버지 중에서 동생을 구하다가
아버지를
구하지 못하여 사망하게 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부작위의무와 부작위의무가
충돌하는
때에는 의무의 충돌에 해당할 수 없다. 행위자는 둘 이상의
부작위의무를
동시에 이행할 수 있으므로 의무의 충돌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작위 의무와 작위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가 의무의 충돌이 된다는
점에도
의문이 없다. 그러나, 의무의 충돌을 이 경우에 제한할
것인가(주1: 김일수,
37면.) 또는 작위 의무와 부작위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에도
의무의 충돌에
해당하는가(주2: 남흥우(8인공저), 192면; 이형국, 연구 339면;
정성근, 290면;
진계호, 245면; 차용석, 481면; 박상기, 287면; 박재윤, '의무의
충돌'(고시계,
1976. 7), 36면; 손해목, '의무의 충돌'(월간 고시, 1988. 7),
36면.)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작위 의무와 부작위 의무가 충돌하여
작위범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는 긴급피난의 경우와 달리 판단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긴급피난의 요건이 구비되었는가를 검토하면 족하다고
생각된다.
(주3: Baumann-Weber, S. 353; Eser, I, S. 130; Haft, S. 143;
Hirsch, LK
Vor *32 Rn. 76; Jakobs, 15^34^8; Jescheck, S.328; Rudolphi,
SK *34 Rn.
57; Sch-Sch-Lenckner, Vor *32 Rn. 71; Stratenwerth, Rn.
472.) 따라서,
의무의 충돌이 위법성 또는 책임을 조각할 것인가는 부작위범의
경우에만
문제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2) 의무의 충돌의 종류: 의무의 충돌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논리적 충돌과 실질적 충돌: 논리적 충돌(logische
Pflichtenkollision)이란 법규 사이에 모순이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도출되는
법의무가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타인의
물건을 맡고
있던 자가 그 물건이 범죄 실행에 사용될 것을 알고 소유자에게
반환하는
것과 같이 민법상의 의무와 형법상의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
또는 전염병
예방법에 따른 의사의 신고 의무와 형법상의 비밀 유지 의무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한다.@p224 이에 반하여 실질적 충돌(materielle
Pflichtenkollision)은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규 자체와 관계없이
행위자의
일신적 사정에 따라 둘 이상의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를 말한다.
의무의
충돌은 실질적 충돌의 경우를 말한다. 논리적 충돌의 경우에는
하나의
의무가 다른 의무를 제한하고 있을 뿐이며 의무가 충돌하는 것은
아니므로
의무의 충돌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1:
Sch-Sch-Lenckner, Rn. 72.)
2) 해결할 수 있는 충돌과 해결할 수 없는 충돌: 해결할 수
있는
충돌(I^246^sbare Kollision)이란 적법행위인가 위법행위인가를
행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충돌을 의미함에 반하여, 해결할 수 없는
충돌(unl^246^sbare Kollision)은 행위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의 충돌을 말한다. 전자는 의무 사이의 형량이 가능한
경우를 의미함에
반하여, 후자는 형량이 불가능한 경우의 충돌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해야 할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가 바로 해결할 수 없는 충돌에 해당한다.
해결할 수 있는 충돌과 해결할 수 없는 충돌을 식별하는
실익은 전자의
경우에는 위법성의 조각과 책임 조각이 모두 문제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책임 조각만 문제되는 점에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주2:
정성근,
290면; 차용석, 482면; 박재윤, 전게논문, 34면.)도 있다.
그러나 해결할 수
없는 충돌의 경우에도 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경우에는
동가치의 의무의 충돌과 해결할 수 없는 의무의 충돌 사이에
차이가
없으므로 양자를 구별할 실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주3:
김일수, 333면;
이형국, '의무의 충돌에 대한 고찰'(현대 형사법론), 74면.)
2. 의무의 충돌의 법적 성질
형법에는 의무의 충돌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 그러나,
의무의 충돌이
책임조각 사유일 뿐만 아니라 일정한 요건 아래 위법성 또는
불법을
조각한다는 점에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문제는 높은 가치의
의무를
이행하거나 특히 충돌하는 의무가 같은 가치를 가진 경우에
의무의 충돌이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될 수 있는가, 또 이 경우에 위법성 조각
사유로서의
의무의 충돌의 성질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라는 점에 있다.
의무의 충돌은 위법성 조각 사유가 아니라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해당한다는 견해(주4: Arthur Kaufmann, 'Rechtsfreier Raum und
eigenverantwortliche Entscheidung', Maurach-FS S. 337; Blei,
S. 188.)가
있다.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rechtsfreier Raum)이란 법이
적법인가
위법인가의@p225 평가를 하지 아니하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판단하도록 방임한 분야를 말하며,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금지된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허용된 것도 아닌 것이
된다.
자살이나 적응 규정에 의한 낙태의 경우뿐만 아니라, 동가치
또는 평가할
수 없는 이익이 충돌하거나 의무의 충돌의 경우가 바로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법과 불법이 대립
개념이라고
하여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논리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살이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속한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 나,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구성 요건에 앞서 있는
문제에
지나지 않으며, 어떤 행위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법적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임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낙태는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허용되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의무의
충돌의 경우에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이상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라고 할 수는 없게 된다. (주1:
Hirsch,
'Strafrecht und rechtsfreier Raum', Bockelmann-FS S. 105, LK
Rn. 17;
Dreher-Tr^246^ndle, Vor *32 Rn. 11.)
(1) 견해의 대립: 의무의 충돌이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되는
경우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의무의 충돌을 긴급
피난의 일종
또는 긴급 피난의 특수한 경우(주2: 이형국, 연구 345면,
전게논문, 70면;
정성근, 288면; 정영석, 148면; 진계호, 245면; 박재윤,
전게논문, 33면.)로
파악하여 긴급 피난의 법리에 따라 이해하면서 의무의 충돌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특수성을 인정하려고 하는 견해와 이를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독립된 위법성 조각 사유로 파악하는 견해(주3:
김일수,
332면; 차용석, 482면; 황산덕, 152면.) 및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로
설명하는 견해(주4: 손해목, 전게논문(월간 고시, 1988. 8),
116면.)가
그것이다. 의무의 충돌을 독립된 위법성 조각 사유로 파악하는
견해는
의무의 충돌과 법익의 충돌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함에
반하여,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이해하는 견해는 형법에 의무의
충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2) 비판: 의무의 충돌은 원래 긴급 피난을 책임 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던 독일 형법하에서 초법규적 긴급 피난의 하나로 취급되던
것이었다.
그러나 정당행위라는 일반적 위법성 조각 사유를 명문으로
규정하여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도 형법상의 위법성 조각 사유로 하고
있는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의무의
충돌을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의무의
충돌을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속하는 독립된 위법성
조각
사유로 @p226파악할 것인가를 명백히 하기 위하여는 의무의
충돌과 긴급
피난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긴급 피난과 의무의 충돌 사이에는 #1 긴급 피난이 현재의
위난을
요건으로 함에 반하여 의무의 충돌은 반드시 이를 요하는 것이
아니고, #2
긴급 피난에 있어서는 위난의 원인이 문제되지 않음에 반하여
의무의
충돌은 법적 의무가 충돌하였음을 요하고, #3 긴급 피난에
있어서는
피난자가 피난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님에 반하여 의무의
충돌에
있어서는 의무의 이행이 강제되며, #4 피난 행위가 주로
작위임에 반하여
의무 불이행 행위는 부작위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주1:
Maurach-Zipf,
S. 379; Rudolphi, SK Rn. 58; Sch-Sch-Lenckner, Rn. 73.)
그러나 의무의
충돌도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긴급 상황에 있을 것을 요한다는
점에서
긴급 피난과 차이가 없고, 의무의 충돌은 이익의 충돌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긴급 피난과 의무의 충돌은 같은 성질을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2: Mangakis, 'Pflichtenkollision als
Grenzsituation des
Strafrechts', ZStW 84, 456; Stratenwerth, Rn.468.) 따라서
의무의 충돌은
긴급 피난의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의무의 충돌에 있어서 긴급 피난의 경우와 같은 기준의 이익
교량이
가능한가도 문제된다. 긴급 피난에 있어서 피난되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이 같은 가치인 때에도 이익의 균형을 인정하거나, 같은
가치 또는
해결할 수 없는 의무가 충돌되는 경우에는 책임이 조각될
뿐이라고
해석하는 때에는 긴급 피난과 의무의 충돌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가치의 의무가 충돌하는 때에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하는
때에는 의무의 충돌은 긴급 피난과 구별된다고 해야 한다. (주3:
Hirsch, LK
Rn. 75; Maurach-Zipf, S. 379.) 높은 가치의 의무를 이행한
때에는 긴급
피난에 해당하지만 같은 가치의 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견해(주4: Baumann-Weber, S. 353;
Maurach-Zipf,
S. 379; Rudolphi, SK Rn.58.)는 이러한 의미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의 충돌을 긴급 피난의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그 구조적 특수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경우를
설명하기 위하여 이를 정당행위에 속한다고 해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의무의 충돌의 요건
의무의 충돌이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p227 (1) 의무의 충돌: 둘 이상의 의무가 충돌하여야 한다.
충돌이란
하나의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다른 의무의 이행이 필연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하나의 의무를 이행한 후에 다른 의무를 행할
수 있을
때에는 의무의 충돌이라고 할 수 없다. 의무의 충돌이 형벌
법규에
해당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충돌하는 의무는 모두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이루어진 법적 의무일 것을 요하며, 단순한 도덕적,
종교적 의무로는
족하지 않다. (주1: 김일수, 원론 611면; 남흥우(8인공저),
192면; 이형국,
연구 326면; 정성근, 290면; 정영석, 148면; 차용석, 483면;
박재윤, 전게논문,
35면.) 도덕적,종교적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 의무가
제정법상의 의무일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관습법상 인정되는
의무 또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서 도출되는 의무도 여기에 포함된다.
행위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의무의 충돌이 발생한
경우에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다수설은 행위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충돌 상태를 야기한 때에는 위법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주2:
김일수, 334면; 남흥우(8인공저), 193면; 이형국, 연구 328면;
정성근, 290면;
박재윤, 전게논문, 35면; 손해목, 전게논문(8), 115면.) 다만
경미한 과실의
경우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견해(주3: 김일수,
334면; 이형국,
연구 328면.)도 있다. 이에 반하여 의무의 충돌 상태에 있었던
이상 그
원인은 묻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하는 견해(주4: 차용석,
484면.)도
있다. 생각건대 의무의 충돌이 긴급 피난 이론에 의하여
위법성을 조각하는
이상 이익의 교량이 인정되면 족하며 충돌의 원인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다.
(2) 상당한 이유: 의무의 충돌은 긴급 피난 이론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행위자가 충돌하는 의무의 하나를 이행하였어야
하며, 그
의무의 이행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을 요한다. 따라서 의무의
충돌이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보충성과 균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문제는
어떤 경우에
균형성이 인정될 것인가에 있다.
1) 높은 가치와 낮은 가치의 의무의 충돌: 높은 가치의 의무와
낮은
가치의 의무가 충돌한 경우에 높은 가치의 의무를 이행하고 낮은
가치의
의무를 태만히 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따라서 의사가
중환자와
경환자를 동시에 돌보아야 할 경우에 중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경환자를
돌보지 않은 때에도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p228높은 가치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법질서의 목적과 합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무의
형량 (Pflichtenabw^345^gung)은 의무와 관련된 법익의 추상적인
가치
관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호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의미를
가지는 다른 이익, 특히 위험의 정도와 행위자의 목적 및 의무에
대한
일반인의 가치관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주1: Hirsch, LK
Rn. 78;
Jescheck, S. 329; Sch-Sch-Lenckner, Rn. 72; Stratenwerth,
Rn. 454;
Wessels, S. 284.) 다만 높은 가치의 의무와 낮은 가치의 의무가
충돌한
경우에도 이행한 의무가 높은 가치이면 족하며 긴급 피난의
경우와 같이
본질적으로 우월할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의무의 충돌에
있어서는 원래
행위 강제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2: Hirsch, LK Rn.
78.)
2) 같은 가치의 의무의 충돌: 같은 가치의 의무가 충돌하여
하나의
의무만 이행한 때에 위법성이 조각될 것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예컨대 갑 법원과 을 법원으로부터 같은 시간에 증인으로
소환 받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침해되는 법익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의무가 충돌한 경우에도 같다. 물에 빠진
두 아들
중에서 한 아이만을 구하거나, 병원을 찾아온 두 환자 중에서 한
사람만을
구한 경우가 그것이다. 이를 책임 조각 사유로 해석하는 견해는
법은 같은
가치의 의무 가운데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으므로 어떤 의무의
침해도
정당화될 수 없고 책임이 조각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주3:
정성근,
291면; 차용석, 484면; 손해목, 전게논문(8), 114면.) 법이
불가능한 것을
강요할 수 없고 어느 의무를 이행하는가는 행위자가 선택할 수
있을
뿐이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하는 견해(주4:
김일수, 원론
612면; 남흥우(8인공저), 193면; 이형국, 연구 334면.)도
유력하다. 이에
반하여 같은 가치의 의무가 충돌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만
해결할 수
없는 의무가 충돌한 때에는 책임이 조각된다고 해석하는
견해(주5: 박재윤,
전게논문, 36면.)도 있다.
생각건대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에도 적법한 행위가 존재해야
하며, 법은
불법의 단계에서 무엇이 정당한 행위인가를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가능한 행위가 모두 위법 하다고 하는 것은 법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야 한다. 같은 가치의 의무나 해결할 수 없는
의무가
충돌한 경우에 행위자의 책임 의식과 양심에 따른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므로 법질서도 이를 사회적으로 정당한 행위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p229 따라서 같은 가치의 의무가 충돌한
경우는 물론
해결할 수 없는 의무의 충돌의 경우에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주1: Mangakis, ZStW 84, 464-5; Rudolphi, SK
Rn. 59.)
(3) 주관적 정당화 사유: 의무의 충돌이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행위자에게 의무의 충돌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높은 가치
또는 적어도 같은 가치의 의무의 하나를 이행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무의 충돌에 있어서도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필요하다.
행위자가 이행할 의무를 선택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는
문제되지 않는다.
@h:제4절 자구행위@e
I. 자구 행위의 의의
1. 자구 행위의 의의
자구 행위(Selbsthife)란 권리자가 그 권리를 침해당한 때에
공권력의
발동에 의하지 않고 자력에 의하여 그 권리를 구제,실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민법상의 자력구제(민법제209조)와 같은 뜻이다.
자구 행위는 원시 형법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주2:
황산덕, 170면)
국가권력이 확립되지 않았던 원시시대에는 권리가 침해된 때에
피해자는
자신의 실력으로 그 구제를 도모하지 않을 수 없었고, 따라서
자구 행위가
권리 행사의 상용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확립되고
법적 구제
절차가 정비됨에 따라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는 공권력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로마법에서도 이미 자력에 의한 권력의 실행은 자기
방어로서만
허용되며 방위가 아닌 공격으로 행해지는 것은 금지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고, 근대 법치국가에서는 민사상의 청구권을 사력에
의하여
실행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법적 구제
수단이
정비되어 있다 하더라고 현실적으로 국가기관에 의한 구제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법적
절차에 의한 구제를 적시에 청구할 수 없고 @p230이를 지체한
때에는
공권력에 의한 청구권의 실현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도
사인의 자력구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은 불법에 편드는
결과가 되어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반하게 된다.
예컨대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니 않고 외국으로 도주하기
위하여
비행기를 타는 것을 발견한 채권자가 채무자를 체포하거나,
(주1: RG. 69,
308)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고 도주하는 손님을 붙잡아 그 대금을
받거나,
이름과 주소를 알 수 없는 절도범이 도품을 가지고 가는 것을
길에서
발견한 피해자가 장물을 탈환하는 것은 일정한 한계 안에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형법 제23조는 '법정 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존하기 불능한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 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 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긴급 행위의
하나로
자구 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2. 자구 행위의 법적 성질
자구 행위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의 태도와는 달리
독일
형법이나 일본 형법을 비롯한 대부분의 입법례는 형법에 의한
자구 행위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독일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19세기 말경 자구 행위
이론이
전개된 이래 민법상의 자구 구제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자구
행위를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주2: Jescheck, S. 357; Maurach-Zipf, S. 397;
Welzel, S.
93.) 다만 자구 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정당방위와 긴급
피난 이외에
이익 교량에 입각한 초법적 위법성 조각 사유'(주3: Blei. S.
136;
Liszt-Schmidt, Lehrbuch, S.211; Mezger-Blei, Strafrecht, I.
S. 135)'예외적
강제권의 하나인 위법성 조각 사유'(주4: Welzel, S. 93)'긴급한
경우의 권리
추구 행위'(주5: Schmidh^345^user, 2. Aufl, S. 324) 또는
'국가권력적
입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주6: Maurach-Aipf, S.
397)로서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견해들은 자구
행위를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인정하고 긴급 상태에서
국가권력을 대행하는
데 그 특색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7: 이러한
견해들은
결국 자구 행위의 성질에 관하여 긴급행위하는데 중점을 둘
것인가 또는
권리 행사가 국가권력을 대행한다는데 점에 중점을 둘 것인가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통설은 자구행위를
엄격한 요건아래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된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자구 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p231근거에 대하여 이를 정당 행위의 일종이라고 보는
견해(목촌, 소야)와 긴급 행위의 일종으로서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라고
이해하는 견해(단승, 목야, 평야, 식송)가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자구 행위
그 자체는 물론 위법성을 조각하는 범위와 한계가 형법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이해하는 것이
다수설의
태도라 할 수 있다. (주1: 고교민웅. '자구 행위' (형법 강좌
2), 192면;
대호방웅, '자구 행위'(형법노쟁점), 54면.) 일본의 판례는 종래
자구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엄격한 입장을 취하였으나, 최고 재판소는 그
태도를
완화하여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자구 행위의 적법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주2: 일최판 1955. 11. 11(형집 9-2, 2438;
형법 판례
백선 1. 80).)
형법 제23조가 자구 행위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이상 이러한
입법례와는 달리 형법상의 자구 행위를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라고 할
수는 없다. 즉 자구 행위는 정당방위나 긴급 피난과 함께
위법성을
조각하는 긴급 행위의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3:
남홍우(8인공저),
165면; 유기천, 202면; 이형국, 192면, 연구 349면; 정성근,
349면; 정영석,
138면; 황산덕, 171면; 박상기, 191면; 배종대, 346면.) 긴급
행위로서의 자구
행위는 불법한 침해에 대한 자기 보존 행위이므로 부정 대 정의
관계이며,
이점에서 자구 행위는 정대 정의 관계인 긴급 피난과 구별된다.
또한
정당방위와 긴급 피난이 현재의 위난에 대한 사법적 긴급
행위임에 대하여,
가구 행위는 현재의 침해를 피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이미
침해된
청구권을 구조하기 위한 사후적 긴급 행위이다. 자구 행위가
긴급 행위의
하나로서 위법성을 조각하는 근거는 긴급 상태에서 사인이
국가권력을
대행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법치국가에 있어서 침해된
권리의 보전은
국가권력, 즉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며 따라서 권리의
보전은
국가권력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을 행사할 여유가
없어 이에
의하여는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예외적인
긴급
상태에 있어서는 개인에게 국가권력을 대행할 권리가 부여되며,
이러한
국가권력의 대해이라는 근거에 의하여 자구 행위는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할
수 있다. (주4: 이형국, 192면, 연구 350면; 황산덕, 170면;
박상기, 191면;
배종대, 346면.)
II. 자구 행위의 성립 요건
자구 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1 법정 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가능할 경우일 것, #2 청구권의 실행 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
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일 것. #3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p232 1. 법정 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1) 청구권: 청구권이 있어야 한다. 자구 행위의 보호 대상은
청구권이다.
따라서 청구권이 없을 때에는 자구 행위도 있을 수 없다.
1) 청구권의 범위: 청구권은 그 권원이 채권인가 물권인가를
묻지 않는다.
이를 재산상의 청구권에 제한하여야 한다는 견해(주1: 정영석,
139면)도
있다. 그러나 청구권은 반드시 실체법상의 전형적인 권리에
한하지 않으며
유체 재산권,친목권,상속권 등의 절대권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주2: 남홍우(8인공저), 166면; 유기천, 202면; 김일수,
302면; 이 형국,
193면; 박상기, 191면; 권문택, '자구 행위'(형사법 강좌 I),
280면; 정성근,
'자구 행위'(고시계, 1983.7), 56면)
다만 자구 행위에 의하여 보호되는 청구권은 보전할 수 있는
권리임을
요한다. 따라서 원상 회복이 불가능한 권리는 여기의 청구권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3: 정영석, 139면; 권분택, 전게논문, 281면; 이형국
'자구
행위'(고시 연구, 1980.8), 54면; 정성근, 전게논문, 57면)
그러므로 한 번
침해되면 원상 회복이 어려운 생명, 신체, 자유, 정조,
명예(주4: 대법원
1969. 12. 30. 69도 2138(총람. 형법 23-4),'피해자가 다른
친구들 앞에서
피고인의 전과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기 때문에
동인을
구타하였다 하더라도 그 소행은 자구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등의
권리는 여기의 청구권에 포함될 수 없다.
2) 자기의 청구권: 청구권은 자기의 청구권임을 요한다.
그러므로 타인의
청구권을 위한 구제 행위(Fremdhife)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청구권자로부터 자구행위의 실행을 위임받는 자는 자구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예컨대 Hotel의 주인이 사람을 시켜 숙박비를 내지 않고
도주하는
투숙객을 붙잡아 돈을 받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2) 청구권에 대한 침해: 청구권에 대한 침해가 있어야 한다.
청구권에
대한 침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력을 행사한 때에는 자구
행위가 될 수
없다.
1) 불법한 침해: 침해는 불법한 침해를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적법한 행위에 대하여는 자구 행위를 할 수 없다. 법정 절차에
의한
권리주체는 불법한 침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구 행위는 정당방위와 같이 부정 대 정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한 침해라 할지라도 자구 행위는 과거의 침해에 대하여만
가능하다.
@p233현재의 침해에 대하여는 정당방위가 성립한다. 자구 행위를
사후
구제 행위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정당방위와의 한계: 아래의 두 가지 경우에 정당방위인가
또는 자구
행위인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가) 절취 재물의 탈환: 절도 범인을 현장에서부터 추적하여
재물을
탈환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이 때 폭력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도
폭행죄
또는 협박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 경우 재물의 탈환 행위를
자구
행위라고 하는 견해(주1: 남홍우(8인공저), 170면; 정영석,
126면; 권문택,
전게논문, 286면)도 있다. 그러나 범죄가 형식적으로 기수에
달한 때에도
법익 침해가 현장에서 계속되는 상태에 있으면 현재의 침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정당방위가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2:
유기천,
203면; 황산덕, 157면; 배종대, 348면; 이형국, 193면; 정성근,
전게논문,
58면.) 자구 행위와 정당방위에서 요구되는 상당성의 정도는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범인이 재물을 가지고
가는 것을
사후에 길에서 본 피해자가 재물을 탈환하는 대에는 자구 행위가
성립한다.
(나) 부작위에 의한 침해: 부작위에 의한 침해,
예컨대 퇴거불응자에 대한 강제 퇴거 행위가 정당방위인가 또는
자구 행위
인가도 문제된다. 부작위에 의한 침해에 대하여는 자구 행위만
가능하다는
견해(주3: 유기천, 179면)도 있으나, 정당방위에 있어서의
침해를 적극적
침해에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 할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성립한다는 통설의 태도(주4: 남홍우(8인공저), 170면; 이건호,
121면;
정영석, 127면; 황산덕, 171면; 김일수, 304면; 배종대, 348면;
권문택,
전게논문, 286면.)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법정 절차에 의한 청구권 보전의 불가능: 법정 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여야 한다. 자구 행위는
청구권의
보전이 불가능한 긴급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이를 자구 행위의
보충성이라고 할 수 있다.
1) 법정 절차: 청구권을 보전하는 법정 절차는 통상
민사소송법상의
가압류, 가처분 등의 보전 절차를 의미한다. 그러나 반드시
이러한 재판상의
절차에 의한 구제에 재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기타 기관에 의한 구제 절차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주5: 경찰에 의한 구제를 기다릴 수 없는 때에는 자구 행위의
범위로
경찰에 의한 구제가 불가능한 범위까지 미칠 수는 없다. BGHSt.
17.328(330). 피고인이 창녀와 10마르크를 지불하고 동침하기로
약정하고 그
돈을 지불하였으나 성교 직전에 창녀가 10마르크를 더 내지
않으면 성교에
응할 수 없다고 거절하자 피고인은 흥분한 나머지 창녀의 머리
카락을 잡고
이미 지불한 돈은 반환받은 사건으로, 원심은 피고인을 강요죄에
의하여
처벌하였다. BGH는 '자구 행위는 관헌에 의한 구제를 적시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 여기에 관헌에 의한 구조의 대행은
경찰 또는
법원에 의한 구조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 행위는 관헌에 의한
구조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p234 2) 청구권 보전의 불가능: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한다. 법정 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침해가
아무리 중대한 것이라고 하여도 자구 행위는 인정될 수 없다.
법정 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란 장소 또는 시간
관계로
공적 구제를 강구할 여우가 없고, 채무자가 도하는 경우와 같이
후일에
공적 수단에 의하더라도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할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1 따라서 가옥 명도 청구, 토지 상환 청구 또는 점유
사용권을
회복하기 위한 자구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주1: 대법원
1970. 7. 21.
70도 996(총람 형법 23-5); 대법원 1985. 7. 9. 85 도 707(공보
759-1145).)
이러한 때에는 법정 절차에 의한 청구권의 보전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볼 수
없기 대문이다. #2 채무자가 도주하려는 경우에도 청구권의
보전이
불가능한 시간적으로 급박한 사정이 있는 때에만 자구 행위가
허용된다.
그러므로 예컨대 외국으로 출국하는 채무자를 잡는 것은 자구
행위가 될 수
있지만, 도주하기 위하여 부동산을 처분하였다는 것만으로 법정
절차에
의한 청구권을 보전할 수는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주2:
대법원 1966. 7. 26. 66 도 469(총람 형법 23-3), '갑이 유일한
재산인
가옥을 방매하고 그 대금을 받은 즉시 부산 방면으로 떠나려는
급박한 순간에
있어서 각 채권자가 자기들의 채권을 그때에 추심하지 아니하면
앞으로
영구히 추심할 기회를 얻기 어려우므로 부득이 갑이 가옥 대금을
받은
현장에서 피고인 등이 각자의 채권을 추심한 것으로서 이는
자구행위이니
죄가 성립되니 아니하며 운운하나 이는 독자적 견해로서 이를
채용할 수
없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자구 행위의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남홍우, 167면 참조)) #3 권리행사를 위하여 폭행,
협박, 절취,
편취 또는 강취하는 경우가 자구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거나 또는
이를 자구 행위의 문제로 다루는 견해(주3: 유기천, 204면;
황산덕, 171면;
권문택, 전게논문, 286면)도 있다. 그러나 자구 행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하고 있지 않는 독일이나 일본 형법의 경우와
달리, 법정
절차에 의한 청구권의 보전이 불가능할 것을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법정 절차에 의한 청구권의 보전이
불가능하지
않는 한 권리 행사라는 이유만으로 자구 행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고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뿐이다. 대법원도 이러한 경우에는 권리의 행사가
사회상규에
적합하였느냐의 여부에 따라 위법성을 판단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p235(주1: 대법원 1980. 11. 25, 79도 2565(총람 형법 351-34),
'피고인
등이 비료를 매수하여 시비한 결과 딸기 묘목 또는 사과나무
묘목이
고사하자 그 비료를 생산한 회사에게 손해 배상을 요구하면서
사장 이하
간부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응접 탁자 등을 들었다 놓았다 하거나
현수막을
만들어 보이면서 시위를 할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 하였다
하여도 이는
손해 배상 청구권에 기한 것으로서 그 방법이 사회 통념상
인용된 범위를
이탈한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우므로 공갈 및 공갈 미수의
죄책을 인정할
수 없다.')
2. 청구권의 실행 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인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
(1) 청구권의 실행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인란: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법정 절차에
의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없으면 자구 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의 보전은 불가능하여도 청구권에
대하여
충분한 물적 담보나 인적 담보가 확보되어 있는 때에는 청구권의
실현이
가능하므로 자구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청구권의
실행은 반드시
불가능한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실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현저히
곤란해지는 경우에는 자구 행위는 가능하다.
(2) 자구 의사: 행위자는 청구권의 실행 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인란을
피하기 위한 의사로 행동할 것을 요한다. 따라서 청구권의 보전
또는
실현이 가능할 것을 알면서 자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복구는 될
수 있어도
자구 행위는 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구 의사는 자구
행위의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된다. 청구권의 실행 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
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임을 요하므로, 단순히 입증의 인란을 피하기 위한
자구 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자구 행위의 수단에는 물건의 탈환, 파괴,
손리, 의무자
체포 또는 저항의 제거 등이 포함된다.
3. 상당한 이유
자구 행위는 청구권의 보전을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다. 상당성은 사회상규에 비추어 당연시되는 것을 말한다.
자구 행위에
있어서의 상당한 이유는 정당방위와 긴급 피난의 상당성과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다.
자구 행위는 법적 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때에만 허용된다는 점에서 보충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자구
행위는
정당방위와 같은 부정 대 정의 관계이므로 엄격한 법익 사이의
균형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p236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이라는 의미에서의 실질적 상당성의 원칙은 자구 행위에
있어서도 요구된다. 그러므로 자구 행위 자체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거나 사회윤리에 반할 때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자구 행위는 또한 어디까지나 보전 수단이지 이행 수단이
아니다. 따라서 청구권을 보전하는 범위를 벗어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이행을 받는 것은 자구 행위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없다. (주1: BGHSt. 17, 87. 피고인은 Rigina-Stuben이라는
술집 주인으로 G라는 손님에게 20마르크 이상의 술값을 받을
것이 있었다. 어느 날 피고인은 길에서 G를 만나자, 동행하던
O와 함께 G의 팔을 잡고 O가 G의 주머니를 뒤져 15마르크를
찾아서 피고인에게 주어 피고인이 가져온 사건이다. 원심은
피고인을 노상 강도죄로 처벌하였다. BGH는 '자구 행위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도 그 행위는 피고인을 위한 채권의 보전에
제한되어야 하며 집행에 위한 만족을 얻어 행위권에 의하여
처분권을 확보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않는다. 물건 또는 금전의
독자적인 영득은 자구 행위권에 위하여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66.7.26 도
469도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의
소유물에 대한
탈환은 자구 행위에 의하여도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III. 과잉 자구 행위와 오상 자구 행위
1. 과잉 자구 행위
자구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를 과잉 자구 행위라고 한다.
자구
행위의 성립 요건인 상당성을 초과하였으므로 과잉 자구 행위는
자구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위법성은 조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법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감격될 수 있으므 형법은 과잉 자구 행위에
대하여는
형을 감격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3조 2항).
정당방위나
긴급 피난의 경우와는 달리 자구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21조
3항을
준용되지 않는다.
2. 오상 자구 행위
자구 행위의 요건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존재한다고
오인하고 자구 행위를 행한 때를 오상 자구
행위(Putativselbsthilfe)라고
한다. 오상자구행위는 위법성을 조각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는
위법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이므로 법적 효과에 있어서는 사실의
착오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제한적 책임설). 즉 오상자구행위는
구성요건적 고의를
조각하지 않지만 오인에 과실이 있으면 과실범으로 처벌될 수
있을 뿐이고
과실이 없으면 고의범으로 벌할 수 없다.
@p237 제5절 피해자의 승낙 @t:제5절 피해자의@e
I. 서론
1. 피해자의 승낙의 의의
피해자의 승낙(Einwilligung des Verletzten)이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자기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 제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승낙은 로마법 이래 위법상 조각 사유로 인정되어
왔다.
로마법에서는 '승낙이 있으면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volenti
non fit
injuria)는 법언에 의하여, 모든 시민은 자신의 생활 범위에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인격권의 침해에 대한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하는
힘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근대 형법학의 발전 과정에 따라
피해자의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하느냐에 대하여도 입장의 변화를 보여 온
것은
사실이다.
자연법론은 범죄의 본질을 포기할 수 있는 권리의 침해에
있다고
보았으므로 법질서가 피해자에게 법질서의 보호를 포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경우에는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하였다(Kleinschrod, Klein,
Feuerbach). 한편 역사법학파는 형법을 공동 사회를 위하여
기여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승낙은 원칙적으로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사회법 학파는 범죄의 본질이 이익 침해에 있다고
보았으므로
피해자의 이익이 없어진 때에는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위법성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1: Jescheck, S. 338.) 이러한
논쟁의 과정을
거쳐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자기 보존과 함께 자기 처분도
하나의
정당화 원리로 인정되어, 피해자 승낙을 모두 위법성 조각
사유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가 되었다.
2. 양해와 승낙
1953년 Geerds는 피해자의 승낙을 구성요건 해당성을 조각하는
양해(Einverst^345^ndnis)와 위법성을 조각하는
승낙(Enwilligung)으로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p238이 이론이 현재까지 우리
나라(주1:
남홍우(8인공저), 159면; 유기천, 198면; 이형국, 200면, 연구
350면; 황산덕,
172면; 장영민, '피해자의 승낙'(고시계, 1994. 11), 66면 이하;
최우찬,
'피해자의 승낙'(고시계, 1990. 10), 109면))와 독인(주2: Eser,
I, S. 85;
Jescheck, S. 334; Sch-Sch-Lenckner, Vor *32 Rn. 29;
Stratenwerth, S.
124; Wessels, S. 102)에서 통설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최근
피해자의 승낙을 모두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법익 침해의 문제로
파악하는
승낙도 양해와 마찬가지로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는
사유이므로 양해와
승낙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주3:
김일수, 240면,
한국 형법 1540 면. 배종대, 356면; 박상기, 194면은 양해와
승낙의 구별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의 승낙을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이해하는 점에
특색이
있다.) 처분할 수 있는 법익을 보호하는 형법 규정의 본질을
법익 소지자의
법익에 대한 자율적 지배에 있으므로 승낙은 법익 침해 자체의
문제이고 그
정당화의 문제는 아니며, 따라서 피해자의 승낙이 있는 때에는
법익 침해는
있어도 불법구성요건적 법익 침해는 없으므로 결과반가치가
탈락하여 구성
요건 자체가 배제된다는 것이다. (주4: Maurach-Zipf, l, S.
220;
Schmidh^345^user, S. 111; Horn, SK *226a Rn. 2; Samson, SK
Vor *32
Rn. 64.) 그러나 신체의 완전성, 명예 또는 개인의 비밀과 같은
일정한
법익은 처분권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의 생활 이익으로
보호하며 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 된다. 이 경우에 처분권자의 승낙은
일정한 요건
아래 위법성이 조각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불과하며, 따라서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는 양해와 구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양해는 구성요건 배제사용이라는 점에서 피해자의
승낙과 범죄
체계에서 구별될 뿐만 아니라 그 요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II. 양해
1. 양해의 의의
구성요건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때에만 실현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그 법익의 침해에 동의한 때에는
구성 요건
자체가 조각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타인이 재물의 취거에 동의하면
절취라고 할
수 없으며(제329조), @p239강간죄 또는 강제취행죄는 부녀가
간음 또는
취행에 동의하면 강간 또는 강제추행이라고 할 수 없고(제297조,
제298조),
주거 침입죄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침입할 것을 요하므로
거주권자의
동의가 있을 때에는 침입이라고 할 수 없다(제319조). 각 칙상의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는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범죄에
있어서는 범죄의 불법상황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데 있고
피해자가
동의한 때에는 범죄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동의가
구성요건해당성 자체를 조각하는 경우를 양해라고 한다.
2. 양해의 법적 성격과 유효 요건
(1) 양해의 법적 성격: 양해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양해를 순수한 사실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 독일의
다수설(주1: Bockelmann-Volk, S.102; Welzel, S.95l Wessels,
S.103.)의
태도이다. 이에 의하면 양해를 하는 데는 피해자의 자연적
의사능력이
있으면 족하고, 피해자에게 행위능력 또는 판단 능력이 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 양해는 또한 내적 동의로 족하며, 그것이 표시되거나
행위자가 이를
인식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양해의 요건은 피해자의
승낙과 같이
일반적인 원칙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구성
요건의 내용과
기능, 그 보호 법익의 본질에 의하여 좌우되는 구성 요건 요소의
해석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주2: 이형국, 199면, 연구 359면,
'피해자의
승낙'(고시계 1980. 9), 61면; 정성근, 302면; 심헌섭, '양해,
승낙, 추정적
승낙'(고시계 1977. 2), 81면;최우찬, 전게논문, 107면.) 구성
요건의 기능과
법익의 본질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양해의 유효 요건: 개인의 자유에 관한 죄(예컨대 간용죄,
감금죄)
또는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와 관련된 절도죄에 있어서는
양해에
자연적 의사능력이 있으면 족하고 특별한 판단 능력을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거침입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행위능력 또는 판단
능력이 있어야
양해가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양해의 표시 여부도 구성 요건에 따라 다르다. 강도죄에
있어서는 묵시의
동의로도 족하지만, (주3: 대법원 1985, 11, 28, 85 도
1487(공보 768-170),
'피고인이 동거중인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가는 것을
피해자가
현장을 목격하고도 만류하지 아니하였다면 피해자가 이를
허용하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이는 절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배임죄에
있어서는 그 표시를 필요로 한다. @p240의사의 하도 절도죄나
주거 침입죄에 있어서는 영향이 없지만, 강제취행 죄에서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III. 피해자의 승낙
1. 승낙의 의의
형법 각칙의 규정 가운데 그 보호 법익을 피해자가 처분할
수는 있지만,
구성요건적 행위의 불법 내용이 단순히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데 본질이
있는 것이 생활에서 중요성을 가지는 범죄가 있다. 이러한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법익 침해에 대한 동의를 피해자의 승낙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체의 완전성, 재산 또는 명예와 같은 법익에 대한 침해를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법익은 권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의 생활 이익으로 보호받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제3자에게
이러한
법익의 침해에 동의한 때에도 그 권리자의 의사만이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법익의 포기와 결합된 불이익을 수반하지 않고 법익의 소지자가
그 침해를
승낙하였다는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위법성을 조각하게 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위법성 조각의 사유
피해자의 승낙이 기법성을 조각하는 근거에 대하여도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1) 법률 행위설: 법률 행위설
(Rechtsgesch^345^ftstheorie)은 피해자의
승낙이 법률행위이므로 승낙은 행위자에게 침해의 권리를
부여하고, 따라서
그 권리의 행사는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법률
행위설은
형법과 민법의 목적이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1: Jescheck, S.339.)
(2) 이익 포기설:
이익 포기설 (Interessenpreisgabetheorie)은 피해자의 승낙을
법익 소지자의
이익 포기의 징표로 보고, 처분권을 가진 피해자가 피해자가
보호받은
이익을 스스로 포기한 때에는 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 구성
요건에 의하여 개개의 실체적 법익뿐만 아니라, 그 주체의
처분권 한도
보호되어 있으므로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보호의 객체가 일부
탈락한다는
견해(주1: 박상기, 196면, 이를 권리 보호
포기설 (Rechtsschutzverzichtstheorie) 이라고도 한다.)도
여기에
해당한다.@p241 이에 따르면 승낙은 패해자가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형법의
보호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의 통설(주2: K^1256^hl,
9^34^23;
Sch-Sch-LencKner, Vor *32 Rn. 33; Welzel, S.95; Wessels, S.
104.)과
판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익 포기설은 주관적인 이익의 포기가
왜 국가의
객관적 이익 보호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고, 개인적 법익 가운데
어떤
법익(생명)에 대하여는 승낙에 의하여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고
어떤
법익(신체)에 대하여는 위법성 조각을 제한해야 하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주3: Jescheck, S.339.)
(3) 법률 정책설: 법률 정책설(rechtspolitische Theorie)은
피해자의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은 법률 정책적 고려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한다. (주4: 이형국, 201면, 연구 363면; 정성근 396면; 십현섭,
전게논문,
84면; 최우찬, 전게논문, 112면) 즉 개인의 방해받지 않는
자유의 행사는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로 인정되어야
하므로, 법익의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이익과 교량하여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침해에 대하여 피해자가 승낙하였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다. 이익 교량설 (Interssenabw^345^gungstherie) 이라고도
한다. 피해자의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하는 근거를 설명하는데 가장 적절한
견해라고
생각된다.
(4)상당설: 피해자의 승낙이 사회질서 전체의 이념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는 견해(주5: 진계호,
254면;
황산덕, 176면)이다. 그러나 상당설은 그 의미를 다른 원리에
의하여
보충하지 않으면 너무나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3. 피해자의 승낙의 요건
피해자의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1) 법익 주체의 승낙: 승낙을 하는 사람은 법익의 소지자가
아니면
안된다. 따라서 피해자의 승낙은 상해죄, 재산죄, 명예에 관한
죄 및 업무와
신용에 관한 죄 등과 같이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에 대하여만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다.@p242 타인의 법익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승낙할 수 없다,
다만 처분권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국가적 또는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는 승낙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
(2) 처분할 수 있는 법익에 대한 승낙: 법익의 주체는 법익에
대한
처분권한 (Dispositionsbefugnis)을 가져야 한다. 처분할 수
있는 법익이냐에
대하여 문제되는 것이 사람의 생명과 신체이다.
1) 생명: 생명은 개인적 법익이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가치와
비대체적인 절대성을 가진 법익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처분할 수
있는
법익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살인에 대한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으며,
승낙에 의한 살인이나 낙태는 최소한 승낙에 의한
살인죄(제252조), 또는
승낙에 의한 낙태죄(제269조2항)에 의하여 처벌받지 않을 수
없다.
2) 신체: 신체에 대하여도 같은 문제가 일어난다. 신체의
완전성은 생명과
같이 사람이 사회에서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 형법 제226조의 a는 상해죄에 관하여 '승낙에 의한 상해는
그것이
사회 상규에 위배될 때에는 위법하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형법
제24조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상해죄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법률의 규정이
없어도 처분할 수 없는 자의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으므로 상해죄에
관하여는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독일 형법 제226조의 a와 같이
해석해야
할 것이다. (주1: 김일수, 248면; 유기천, 201면; 정성근,
399면; 정영석,
149면, 박상기, 198면; 배종대, 357면) 신체에 대한 처분
가능성은
사회상규적,윤리적인 한계에 의하여 제한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된 때에는
위법하다는 것은
상해죄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범죄에도 모두
적용되는
일반 원칙이라고 보는 견해(주2: 남홍우(8인공저), 155면;
정영석, 149면;
황산덕, 176면; 이형국, 203면; 장영민, 전게논문, 73면;
최우찬, 전게논문,
115면)도 있으며, 판례도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주3:
대법원 1985. 12.
10, 85 도 1892(공보 769-280) '형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피해자의 승낙은 개인적 법익을 훼손하는 경우에
법률상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의 승낙을 말할 뿐만 아니라 그 승낙이
논리적,
도덕적으로 사회 상규에 반하는 것이 아니어야한다.') 그러나
사회상규에
의한 제한은 상해죄에 대하여만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주1: Eser, I, S.89; Jescheck, S. 340; Samson, SK.
Vor *32 Rn.
78; ch-Sch-Lenchkner, Vor *32 Rn. 36; Stratenwerth, S. 374.)
@p243형법이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상당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승낙에 의한 행위를 벌할 수
없으며,
따라서 사회 상규를 이유로 승낙에 의한 행위를 벌할 수 없으며,
따라서
사회 상규를 이유로 승낙에 희한 행위를 위법 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법익
자체가 사회상규적 제약하에 처분할 수 있는 법익이어야 하며,
그것은
상해죄에 있어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승낙에 의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었다고 하기 위하여는 행위 자체가 사회상규에
반할 것을
요하며 승낙이 사회상규에 반한다는 것, 즉 비도덕적 동기에
의하여
승낙하였다는 것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하였다는
것은 행위에 의하여 기도한 목적에 따라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병역을 피하기 위한 상해, 보험 사기를 위한 상해,
베니스의
상인에서의 사이록의 행위 등은 법 전체의 정신을 파괴하려는
목적에서
행한 것이므로 위법한 것이고, 따라서 피해자의 승낙은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3) 승낙: 승낙은 의미를 이해할 능력이 있는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승낙이란 단순한 방임 또는 수인만으로
족하지
아니하고 침해에 대한 의식적이고 자의에 의한 동의가 있음을
요하기
때문이다.
1) 승낙 능력: 피해자의 승낙 능력은 민법상의 행위 능력과
구별되며
형법의 독자적인 기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것은
피해자가
법익의 의미와 그 침해의 결과를 인식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연적 통찰 능력과 판단 능력이 있으면 족하다. 형법은 일정한
경우에
합법하게 승낙할 수 있는 연령을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간음에
있어서는
13세(제305조), 아동 배혹사죄에 있어서는 16세(제274조), 약취,
수인에
있어서의 미성년(제287조)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때에는 13세,
16세 미만
또는 미성년자에게 승낙의 능력이 없음은 물론이다. 피해자의
자연적 판단
능력에 의하여 구체적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때에는 설명
의무(Aufkl^345^rungspflicht)가 요구된다. 특히 의사의 치료
행위의 경우에
그러하다. (주2: BGHSt. 11, 111)
2) 자유의사에 의한 승낙: 승낙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기망, 착오, 강제 등 하자 있는 의사 또는 의사의
결함상태에서 이루어진 승낙은 승낙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서
승낙은
양해와 그 성질을 달리한다.@p244 다만 단순한 동기의
착오만으로는
승낙의 효과를 부정하는 데 족하지 않다.
3) 승낙의 표시: 승낙이 외부에 표시되어야 한느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1 의사방향설 (Willensrichtungstheorie)은
피해자가
내적으로 동의하면 족하며 그것이 외적으로 표시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2 의사표시설 (Willenserkl^345^rungstheorie)은
승낙이
있었다는 것을 행위자에게 표시할 것을 요한다고 한다. #3
절충설(vermittenlnde Theorie)은 승낙은 표시될 것을 요하지만
반드시
민법상의 법률 행위에 의한 의사표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되면 족하다고 한다.
(주1:
김일수, 242면; 이형국, 202면, 연구365면; 정성근, 397면;
박상기, 199면;
배종대, 359면) 법적 안전성의 관점에서 형법적 보호의 포기는
적어도
인지할 수 있도록 표현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절충설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4) 승낙의 시기: 승낙은 법익 침해 이전에 표시되어야 하며
법익
침해시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후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하지
않는다. 다만 승낙은 언제나 자유로이 철회할 수 있다. 따라서
사후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하지 않는다. 다만 승낙은 언제나 자유로이 철회할
수 있다.
(4) 주관적 위법성 조각 사유: 행위자는 승낙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을 요한다. 그러나 행위자가 승낙으로 인하여 행위 하였을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위자가
이를 알지
못하고 행위 하였을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피해자가 승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행위자가 승낙이
있는 것으로
오인한 때에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의 착오가
문제된다.
IV. 추정적 승낙
1. 추정적 승낙의 의의와 성질
(1) 의의: 추정적 승낙(mutmaBliche
Einwilligung)이란 피해자의 승낙이 없거나 피해자 또는 그
대리인이
부재중이거나 의식이 없어 필요한 때에 승낙을 받을 수 없지만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승낙이 확실히 기대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추정적
승낙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2) 성질: 추정적 승낙의 성질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p245 1) 긴급 피난설: 추정적 승낙을 조급 피난의 일종으로
보거나, 긴급
피난의 원리에 따라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주1:
Bockelmann-Volk, S.105;
Welzel, S.92)이다. 그러나 추정적 승낙은 타인의 위난을
피난하기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이익의 충돌이 없는 경우에 행위자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므로 긴급 피난과는 성질을
달리한다고
해야 한다.
2) 승낙 대장설: 추정적 승낙은 피해자의 승낙의 대용물이라고
하여
현실적 승낙이 있는 경우와 같이 보는 견해(주2: 박상기, 200면;
배종대,
361면)이다. 그러나 승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경우와
같다고 보는
데는 논리의 비약이 있다고 해야 한다.
3) 사무관리설: 추정적 승낙은 민법의 사무 관리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주3: Baumann-Weber, S.332;Noll,
S.119)이다.
그러나 추정적 승낙의 모든 경우가 민법상의 사무 관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위법성 조각 사유의 근거를 민법 이론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4) 상당설: 추정적 승낙에 의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주4: 진계호, 263면)이다. 그러나
상당성은
지나치게 애매한 개념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5) 이원설: 추정적 승낙의 유형에 따라 긴급 피난과
사회상당성 또는
자율의 원리와 허용된 위험의 원리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하는
견해(주5: 정성근, 402면)이다. 그러나 추정적 승낙이라는
하나의 제도를
통일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찬성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6) 독자적 위법성 조각 사유설: 추정적 승낙은 피해자의 승낙
가능성과
연관된 또는 긴급 피난과 피해자의 승낙의 중간에 위치하는
독자적 구조를
가진 위법성 조각 사유라는 견해(주6: 이형국, 205면, 연구
370면; 차용석,
667면)이다. 추정적 승낙은 객관적인 이익 교량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가상적 의사에 근거를 두면서, 그 의사의
판단에 있어서는
객관적 이성이 보조 수단이 되는 제도하는 점에서 독자적인
위법성 조각
사유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추정적 승낙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하는 견해(주1: 김일수,
309면)도 같은
태도라고 할 수 있다.
@p246 2. 추정적 승낙의 유형
추정적 승낙은 그 내용에 따라 두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피해자의 이익을 위하여 법익을 침해한 경우: 행위자가
피해자의
이익을 위하여 법익을 침해함으로서 보다 높은 가치의 이익을
구조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의사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중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처가 부재중인 부에게 온 편지를 남편의 일을 처리하기 위하여
개봉하는
경우 또는 비어 있는 이웃집의 고장난 수도를 고치기 위하여
침입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이익의 교량이
문제된다는
점에서 긴급 피난의 경우와 유사한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추정적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은 법익의 주체의
추정적
의사와 일치한다는 데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긴급 피난의
경우와는
구별된다.
(2) 피해자의 승낙이 추정되는 경우: 행위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
하였지만 피해자의 승낙이 추정되는 경우이다. 예컨대 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친한 친구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경우 또는 가정부가
주인의 헌
옷을 걸인에게 주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는
법익 보호의
이익이 적거나 피해자와 행위자의 관계 때문에 피해자의 승낙이
추정되는
것이며 긴급 피난과는 전혀 그 근거를 달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추정적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은
그것이 피해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피해자의 가상적
의사에
합치된다는 점에 중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주2: Jescheck,
S.347;
K^1256^hl, 9^34^47; Maurach-Zipf, S. 384; Samson, SK vor *32
Rn. 85.)
3. 추정적 승낙의 요건
추정적 승낙이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1) 법익 주체의 처분할 수 있는 법익: 추정적 승낙도 처분할
수 있는
법익에 대하여만 가능하고, 법익의 주체가 그 결과에 대한
통찰과 판단
능력을 가질 것을 필요로 한다. (주1: Jescheck, S. 349;
Maurach-Zipf, S.
385.) @p247다만 의식 없는 환자에 대한 의사의 수술은 그
상황에 대한
의사의 설명에 의하여 환자가 동의할 것을 예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추정은 행위시에 하여야 한다.
행위자가
추정적 승낙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도 승낙의 경우와 같다.
(2) 승낙의 불가능: 피해자가 승낙을 바로 얻을 수 없을 것을
요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승낙을 얻는데 위험이 따르는 것에 불과한
때에는
피해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옳다고 해야 한다.
(3) 승낙의 기대: 피해자의 승낙이 확실히 기대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승낙을 할 것인가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승낙의 추정은 주관적 의미의 추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객관적
추정이다.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사가 있는 경우에도 추정적 승낙이
가능한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1 피해자에게 이익이 되는 한
추정적
승낙을 인정하는 견해(주2: 백남억, 103면) #2피해자의 의사와
이익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상당성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한다는
견해(주3: 황산덕, 178면)가 으나 #3 피해자가 반대 의사를
명백히 한
때에는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4: 심헌섭,
전개논문,
92면; 이형국, 207면, 전개논문(고시 연구, 1980. 9),
77면.)추정적 승낙은
행위자가 피해자의 결정적 자유를 대리하는 제도이고 법익
주체의 의사는
비록 비합리적인 때에도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 양심에 따른 심사: 추정적 승낙은 행위자의 모든 사정에
대한 양심에
따른 심사(gewissenhafte Prufung)를 전제로 한다. 행위자가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아니한 때에는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양심에 따른 심사는 추정적 승낙에 있어서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된다.
@p248 @h:제6절 정당행위@e
I. 정당행위의 의의
형법 제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하지
아니하는
행위의 예시에 지나지 않으므로 형법은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에
우선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반적 위법성 조각 사유 내지 위법성 조각
사유의
근본원리로서 사회상규에 위배하지 않는 행위를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주1: 남홍우(8인공저), 154면: 유기천, 195면: 정영석,
143면; 황산덕,
151면; 박상기, 152면; 손해목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원리'(형사법 강좌 I),
312면) 이와 같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국가적,
사회적으로
정당시되는 행위를 정당 행위라고 한다. 여기서 사회상규라 함은
국가
질서의 존엄성을 기초로 한 국민 일반의 건전한 도의감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주2: 대법원 1956. 4. 6 4289 형상 42(총람 형법 20-18))
위법성은
법질서 전체와 불법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단일개념이다.
그러므로
위법성조각사유도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여기에는
법질서 통일성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민법과 공법같은 다른
법분야에서 적법한 행위는 형법상으로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게
된다.
위법성 판단의 지도원리도 사회의 외적 상황의 변천과 지배적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는 실정법
뿐만 아니라
국제법이나 습관법은 물론 그 사회에서 최고의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초법률적인 법이라고 할 자연법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다. 종래
독일
형법을 비롯한 대부분의 입법례가 형법에 위법성 조각 사유를
모두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아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인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를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초법규적 위법성조각사유를 일반적
위법성 조각
사유로 형법에 규정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즉 형법 제21조
내지 제24조에
규정되지 아니한 행위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며, 이로 인하여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는 형법상의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되었다. @p249(주1: 황산덕, 156면; 이형국,1 66면,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제문제'(고시연구, 1982. 7), 44면. 형법 제 2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1 사회상규에 위배하지 않는 행위 이외에 초법규적
긴급 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유기천, 194면), #2 사회상규란 위법성
조각 사유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므로 아직도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견해(손해목,' 초법규적 정당화 원리'(현대
형사법론),
82면)도 있다. 그러나 사회상규란 개념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위법성 조각 사유의
모든 근거를 결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므로 형법
제20조가 바로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를 법규적 위법성 조각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I. 법령에 의한 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라 함은 법령의 근거에 의하여 권리 또는
의무로서
행하여지는 행위를 말한다. 법령에 의한 행위는 이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여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때에도 위법성이 조각된다.
위법성이 법질서
전체와의 관계에서 내려지는 가치판단이므로 형법 이외의 법령에
의하여
적법한 행위는 형법상으로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령에 의한 행위라 할지라도 사회상규에 비추어 권리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 법령에 의한 행위로는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 징계 행위, 현행 범인의 체포 및 노동쟁의행위
등을 들 수
있다.
1.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는 법령(법령을 근거로 한 행정
명령을
포함한다) (주2: 대법원 1971. 6. 22, 71 도 928(총람 형법
20-37))에 근거를
가진 경우와 상관의 명령에 의한 행위가 있을 수 있다.
(1) 법령에 의한 직무 집행 행위: 공무원이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직무를 수행하는 행위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예컨대
집달관의
민사상의 강제 집행, 검사 또는 사법 경찰관의 긴급 구속(형소법
제206조),
압수, 수색, 검증(동법 제215조) 등의 강제처분, 세법상의
강제처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때에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가 근거로 한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그 행위가 공무원의 직무
범위 안에
속하고 정규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질 것을 요한다.(주3: 대법원
1951. 4. 5,
4283 형상 11(총람 형법 20-5)) @p250직무 범위에 속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 직무가 공무원의 담당 사무일 뿐만 아니라 그 담당
지역안에서
행하여지지 않으면 안된다. 공무 집행 행위로 인한 개인의
법익의 침해가
그 필요성과 상당성에 의하여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은 법치국가
원리의
당연한 요구이다. (주1: Jescheck, S.352; Sch-Sch-Lenckner,
Vor *32 Rn.
84) 따라서 직무 집행 행위가 남용된 때에는 위법 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주2: 대법원 1971. 3. 9 70 도 2406(총람 형법
13-41),'법정 절차 없이
피의자를 이른바 경찰서 보호실에 구금한 경우에는 직무상의
권능을 행사할
법정 조건을 구비하지 않았음에도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불법
감금한
것이므로 법령에 의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2) 상관의 명령에 의한 행위: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는 공무원 스스로가 직접 법령에 의하여 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관의 명령에 의하여 행하는 때도 있다. 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의한 행위는 위법성을 조각한다. 그러나 명령에 의한 직무 집행
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명령 자체가 적법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상관의 명령에 구속력이 있을 때에는 명령 자체가 위법한 때에도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 의무가 법질서에 대한 복종 의무보다 중요한
경우에는
업무의 충돌에 의하여 부하의 행위는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견해도 있다.
(주3: Jecheck, S. 355: Schmidh^345^user, S. 169;
Sch-Sch-Lenckner, Vor
*32 Rn. 88. a) 그러나 부하를 이용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명령이
적법하게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통설(주4: 유기천 192면; 정영석, 143면;
황산덕,
148면; 배종대, 287면)과 판례(주5: 대법원 1961. 4. 15, 920
형상 201(총람
형법 20-13))는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의한 부하의 행위는
위법성을
조각하지 아니하고, 다만 절대적 구속력을 가진 명령의 경우는
책임이
조각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구속력 없는 위법한
명령에 복종한
행위는 위법성은 물론 책임도 조각되지 아니한다. 상관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범죄를 저지르라는 지시는 직무상의 명령이 아니므로
이에 대하여
부하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 (주6: 대법원 1955. 1. 28, 4387
형상 230(총람
형법 20-7),'군인이라 하더라도 상관의 불법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없는
것이므로 상관의 명령에 따라 범죄 행위를 하였다 하여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2. 징계 행위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민법 제 915조), 각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할 때에는
학생에게 징계
또는 처벌을 할 수 있다(교육법 제76조). 소년원장 또는 소년
감별 소장은
수용된 소년이 규율을 위반한 때에는 훈계,근신의 징계를 할 수
있다(소년원법 제15조).
@p251 징계권자의 징계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러나
징계권의 행사는 무제한하게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징계권의 행사가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그것이 객관적으로 충분한 징계 사유가 있는 때에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한 정도에 그쳐야 하며, 주관적으로는
교육의 의사에
의하여 지배된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러므로 징계권의 행사라
할지라도 #1
그 방법이 지나치게 가혹한 경우,(주1: 대법원 1969 .2. 4, 68
도 1793(총람
형법 20-26), '4세인 아들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닭장에
가두고
전신을 구타한 것은 친권자의 징계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징계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정도에 이른
경우(주2: 대법원
1978. 3. 14, 78도 203(총람 형법 257-20), '교육자로서
피교육자인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징계 행위인양 주장하나 대나무 막대기로 나이 어린
피해자의
전신을 구타하여 상해까지 입힌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
제재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가 되어 정당한 징계 행위로 볼 수 없다.')
#3
징계권자의 성욕을 만족하기 위한 행위 (주3: BGHSt. 13, 138,
'위탁한
소녀의 옷을 벗기고 채찍질한 자는 교육목적 이외에 성적 욕망이
함께
작용한 음란 행위이다.') 또는 #4 징계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징계권을
행사한 때(주4: 대법원 1980. 9. 9, 80 도 762(총람 형법
20-56). '교사가
피해자인 학생이 자기에게 욕설을 한 것으로 오인하고 그 진상을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구타하여 상해를 입혔다면 이는 그 학생을
훈계하기
위한 일이라 하더라도 징계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에는
징계권의
행사라고 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
친권자의 징계 행위로서 체벌이 허용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통설은 교사의 징계 행위로서 체벌에 대하여도 같은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주5: 유기천, 192면; 이형국, 269면; 정성근, 320면;
정영석, 144면;
황산덕, 149면.) 대법원도 교사의 체벌이 징계권의 행사로서
허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다.(주6: 대법원 1976. 4. 27, 75 도 115(총람 형법
20-45),
'중학교 교장 직무 대리자가 훈계의 목적으로 교칙 위반
학생에게 뺨을 몇
차례 때린 정도는 감호 교육상의 견지에서 볼 때 징계의
방법으로서 사회
관념상 비난의 대상이 될 만큼 사회상규를 벗어난 것으로는 볼
수 없어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교사의 징계법의
행사로서 체벌이
허용되느냐에 대하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종하는 헌법
정신과 교육의
목적에 비추어 의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법 제 76조의
징계 또는
처벌에는 동법 시행령 제77조와의 관계에 비추어 체벌이
포함되지
아니하며, 따라서 정당방위 또는 긴급 피난과 같은 다른 위법성
조각
사유에@p252 해당하지 않는 한 징계권의 행사로서 교사의
폭행이나 상해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주1: 동지: 김일수, 323면;
배종대, 288면.)
3. 현행 범인의 체포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의하여 현행 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인이 현행 범인을 체포하는 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국가가 사인에게 형사 소추를 가능하게 하는
공적
기능을 위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주2: Jescheck, S. 357)
그러나 현행
범인의 체포로 인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직접 체포에
필요한 행위,
즉 협박, 체포 또는 도주의 저지 등에 제한된다. 현행 범인에
대한 살인이나
상해(주3: Maurach-Zipf, S.396; Sch-Sch-Lenckner, Vor *32
Rn.82.) 또는
현행 범인을 체포하기 위하여 타인의 주거에 침입하는 것은
위법성을
조각하지 아니한다. 현행 범인을 체포하기 위하여 사인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아니한다.
4. 노동쟁의 행위
헌법은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 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으며(헌법 제33조), 이에 의하여 노동쟁의 조정법은
동맹파업,
태업 등 쟁의행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법에 의하여
허용된
쟁의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주4: 대법원 1947. 11. 25,
4280 형상
116(총람 형법 20-7), '동맹 파업이 일종의 위력임은 틀림없으나
근로조건의
개선 및 기타 노동자의 정당한 이익의 주장을 목적으로 하는
부득이한 동맹
파업은 위법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쟁의행위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함으로써 그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경우에만 인정한다. 그러므로 계급주의를 표방하거나 그 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쟁의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때에도 쟁의행위로서 폭력이나 파괴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사업장
등의 안전 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 운영을 정지, 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노동쟁의 조정법 제13조 1항. 3항). 판례도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하여는 #1 쟁의행위가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2 쟁의행위의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하여야
하며, #3 쟁의 행위의 방법과 태양이 폭력 또는 파괴 행위를
수반하거나
기타 고도의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주1: 대법원 1992. 9. 22, 92 도 1855(공보 92,
3407).)
@p253 따라서 쟁의 행위시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파괴 행위를 한
경우,
(주2: 대법원 1990. 5. 15, 90 도 357(공보 90, 1306).)
직장이나 사업장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여 관리직 사원을 출입하지 못하게 한
경우(주3:
대법원 1991. 6. 11, 91 도 383(공보 91, 1959).)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연
월차 휴가를 사용하는 때에도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아닌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주4: 대법원 1991. 1. 29, 90 도
2852(공보 91,
907); 대법원 1991. 12. 24, 91 도 2323(공보 92, 719).)
5. 기타
모자 보건법에 의한 임신중절 수술(모자 보건법 제 41조),
승마
투표권(한국 마사회법 제 38조)과 법률상 인정된 복권의 발행,
정신병자의
감호등도 법령에 의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III. 업무로 인한 행위
업무란 사람이 사회 생활상의 지위에 의하여 계속, 반복의
의사로 행하는
사무를 말한다. 이러한 업무에 의한 행위가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때에는
법령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지만, 가사
법령에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업무의 내용이 사회 윤리상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업무로 인한 행위의 대표적인 예는
의사의 치료
행위이지만 변호사의 변론이나 성직자의 종교상의 행위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여기서 치료 행위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이
안락사의
문제이다.
1. 의사의 치료 행위
의사의 치료 행위는 그것으로 인하여 환자의 신체를 상하게
하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구성 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정당 행위로서의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것이 통설(주5: 남홍우(8인공저), 154면; 유기천,
193면; 정성근,
323면 정영석, 145면; 진계호, 205면; 황산덕, 170면; 배종대,
291면.)의
입장이다. 여기서 치료 행위란 주관적으로 치료의 목적을 가지고
객관적으로는 의술의 법칙에 맞추어 행하여지는 신체 침해
행위를 말한다.
@p254대법원도 의사의 치료 행위는 그 수단과 방법이 현대
의술에
적합하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주1:
대법원 1978. 11. 14, 78 도 2388(총람 형법 20-52), '의사가
인공 분만기인
샥손을 사용하면 통상 약간의 상해 정도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상해가
있다 하여 샥손을 거칠고 심하게 사용한 결과라고는 보기 어려워
의사의
정당 업무의 범위를 넘는 위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 동지:
대법원 1976. 6.
8, 76 도 144(총람 형법 20-46).)
그러나 의사의 치료 행위를 정당한 업무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한다.
(i) 의사의 치료 행위가 정당한 업무 행위로 인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 할 때에는 환자의 신체를 의사의 업무 행위의 객체로
취급함에 그치고
환자의 의사는 문제삼지 아니하므로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독일의 판례는 치료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
또는
추정적 승낙에 의하여만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고,(주2:
BGHSt. 11, 111; 12, 379.)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하는 견해(주3: 박상기, 155면.)가
있다. 판례도
최근 치료 행위가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의사가 자궁외 임신을 하고 있는 임부를 자궁근종으로 오진하고
자궁 적출
수술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수술을 한 경우에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주4: 대법원 1993. 7. 27, 92 도 2345(공보 93,
2469)) 그러므로
치료 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는 것은 환자의
승낙이
없는 때에만 실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라고 하여
환자의
의사에 반한 치료를 강요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
상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강요죄 또는 감금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주5: 유기천, 193면.)
(ii) 의사의 치료 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것은 그것이
상해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1 성공한 치료
행위는
건강을 침해하거나 악화시킨 것이 아니라 이를 개선하고
회복시킨 것이므로
상해라고 할 수 없다. 치료 행위는 개별적인 행위를 분리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 통일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환자의 승낙 유무나 의술에
적합하였느냐를 불문하고 상해죄의 객관적 구성 요건을 결한다.
#2 실패한 치료 행위에 대하여 결과 불법을 부정할 수는 없다.
@p255 그러나 의사에게 치료의 의사가 있고 의술의 법칙에
적합한 때에는 행위 불법을 결하게 된다. 치료 의사에 의한 치료
행위는 고의가 없고, 의술의 법칙에 적합한 치료 행위는 주의
의무에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1:
Maurace-Schroeder, S. 86; Schmidh^345^user, S, 110;
Sch-Sch-Eser, *223 Rn. 32ff. Welzel, S. 289.) #3 이에 반하여
의술의 법칙에 반하고 실패된 치료 행위는 상해죄 또는
과실상해죄의 구성요건 해당성과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다. 이
때에는 정당한 업무 행위가 될 수 없고 따라서 업무 행위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의사의 치료 행위는 구성요건 해당성의 문제이며,
(주2: 김일수, 327면; 이형국, 170면.) 업무로 인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2. 안락사
빈사의 중환자에게 그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안락사(Euthanasie, Sterbehilfe)가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느냐가 문제된다. 생명을 단축시키지 않고 고통을 제거하는
것은 허용될 뿐만 아니라 의사의 의무에 일치한다고
할 것이므로 살인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문제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안락사가 허용될 수 있느냐에
있다. 생명을 단축시키는 안락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다는 견해,(주3: 황산덕, 150면.) 고통 제거의 부수
효과로서 생명이 단축된 때에만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주4:
최우찬, '안락사와 존엄사'(고시게, 1989. 2), 42면.)도 있으나,
통설(주5: 유기천, 194면; 이형국, 276면; 정성근, 406면;
진계호, 262면; 차용석)은 그 동기와 고의의 내용이 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해진 때에는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해석한다.
다만 통설에 의하는 경우에도 안락사가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1 환자가 불치의 병으로 사기에 임박하였을 것, #2
환자의 고통이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할 것, #3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할 것, #4 환자의 의식이
명료한 때에는 본인의 진지한 촉탁 또는 승낙이 있을 것, #5
원칙적으로 의사에 의하여 시행되고 그 방법이 윤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을 것을 요한다고 한다. (주1:
일명고옥고판 1962. 12. 22(형법판례백선 1, 68).)
@p256 생각건대 일정한 요건 아래 위법성이 조각되는 안락사는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생명 단축이 고통
제거의 부수적 결과로 발생하는 간접적 안락사에 제한되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직접적,적극적 안락사 (direktive-aktive Euthanasie)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주2: 박상기, 160면; 배종대, 293면.)
이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남용의 위험이 따를 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절대적 보호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변호사 또는 성직자의 업무 행위
변호사의 변론은 정당한 업무 행위에 속한다. 따라서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의 필요상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적시하여도 명예훼손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변호사가
변호하는 피고인을 위하여 법정 외에서 신문기자에게 진범은
갑이다라고 발언한 것은 정당한 업무 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주3: 일최판 197. 3. 2
3(형법 판례 백선 1, 62).)
성직자가 고해성사로 범인 또는 비밀을 알고 이를 고발하지
않거나 묵시하는 것은 정당행위로 위법성을 조각한다. 그러나 이
범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범인을 은닉하거나 도피케 하는 것은 업무 행위의
범위를 넘는
것이므로 위법 하다고 할 것이다. (주4: 대법원 1983. 3. 8, 82
도 3248(공보
703-696), '성직자라 하여 초법규적인 존재일 수는 없으며
성직자의
직무상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한다 하여 그에
적법성이 부여되는
것은 그것이 성직자의 행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직무로 인한
행위에 정당
적법성을 인정하기 때문인 바 사제가 죄지은 자를 능동적으로
고발하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은신처 마련, 도피자금 제공 등
범인을
적극적으로 은닉 도피케 한 행위는 사제의 정당한 직무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IV.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1. 사회상규의 의미
형법 제20조가 '기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은 사회상규가 바로 위법성 조각 사유의 일반적 기준이
된다는
것을 명문화한 것이다.@p257 즉 행위가 일응 구성 요건에
해당하고
개별적인 위법성 조각 사유의 하나에 속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사회상규란 국가 질서의 존엄성을 기초로 한 국민 일반의 건전한
도의감
또는 공정하게 사유하는 일반인의 건전한 윤리 감정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사회상규가 일반인의 건전한 도의감 또는 사회윤리를 의미하는
개념이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윤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상규와 유사한 개념으로 사회적 상당성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 상당성 (soziale Ad^345^quanz)의 이론이란 전적으로
정상적이고
역사적으로 형성된 공동생활의 사회질서의 범위에 속하는 행위,
즉 우리의
사회생활에 결부되어 전적으로 정상적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
행동은 불법의
영역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Welzel에 의하면
사회적
상당성은 사회적 행위자유의 범위에 포함된 행위를 의미하며,
사회생활의
질서를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만 구성 요건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주1: Welzel, S. 56-57.)
이와 같이
구성 요건은 형벌에 의하여 처벌받는 불법의 유형이고 사회적
상당성은
법적 규범 내용에 의하여 구성 요건을 보완하는 가치 체계이므로
사회적
상당성 있는 행위는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게 된다.
(주2:
Jescheck, S. 27, LK Vor *13 Rn.45; Maurach-Zipf, S. 213.)
그러나 사회상규와 사회적 상당성의 개념은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적 상당성이 구성요건 조각 사유임에 반하여 사회상규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일반 원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상당성이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정상적인 행위의 형태를 의미함에 반하여, 사회상규란
일반적인
행위 형태와 일치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만
사회
윤리적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 해야 한다.
2. 사회상규의 판단 기준
사회상규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법익 교량과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
이외에 사회적 상당성을 드는 견해(주3: 진계호, 225면; 황산덕,
151면.)가
있으며, 판례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란 초법규적 이익
교량의
원칙이나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에 관한 원칙 또는@p258 사회적
상당성의
원칙에 의하여 도출된 개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주1: 대법원
1971. 6. 22,
71 도 827(총람 형법 20-36).) 그러나 사회상규와 사회적
상당성은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사회적 상당성을 사회상규의 판단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여기서 사회상규의 판단 기준으로는
법익의 균형과
목적과 수단의 상당성을 들 수 있게 된다.
법익의 균형성, 즉 보호 이익과 침해 이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은
결과반가치의 측면에서 사회상규에 위배되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침해가 중대한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없게 된다. 행위의 측면에서 사회상규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다. 따라서 사회상규에
위배되는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먼저 목적과 동기를 고려해야 한다. 즉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법질서의
정신이나
사회윤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목적과
동기의 정당성과
함께 수단의 적합성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수단의 적합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행위의 긴급성과 보충성을 참작하여야 한다.@p259
판례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하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다. #1 상대방의 도발이나 폭행
또는 강제
행위를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저항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강제 연행을 모면하기 위하여
소극적으로
상대방을 밀어붙이거나, (주1: 대법원 1982. 2. 23, 81 도
2958(공보
679-400), '강제 연행을 모면하기 위하여 팔꿈치를 뿌리치면서
가슴을 잡고
벽에 밀어붙인 행위는 소극적인 저항으로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동지: 대법원 1983. 4. 1 2, 83 도 327(공보
705-859); 대법원 1983.
5. 24, 83 도 942(공보 708-1045); 대법원 1990. 1. 23, 89 도
1328(공보 90,
584).) 상대방의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극적으로
저항하거나,(주2: 대법원 1984. 9. 11, 84 도 1440(총람 형법
20-74); 대법원
1985. 10. 8, 85 도 1915(총람 형법 20-79); 대법원 1986. 6.
10, 86 도
400(총람 형법 20-82); 대법원 1986. 10. 14, 86 도 435(총람
형법 20-87);
대법원 1987. 4. 14, 87 도 339(총람 형법 20-91); 대법원 1992.
3. 1 0, 92 도
37(공보 919-1342).) 채무 변제를 요구하며 행패를 부리는
피해자를
뿌리치는 행위(주3: 대법원 1985. 11. 12, 85 도 1978(총람 형법
20-81).)
또는 택시 운전사가 멱살을 잡고 흔드는 피해자의 손을 뿌리치고
택시를
출발하는 행위(주4: 대법원 1989. 11. 14, 89 도 1426(공보
863-70).)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속한다. #2 징계권 없는 자의
징계
행위도 객관적으로 징계의 행위를 벗어나지 아니하고 주관적으로
교육의
목적으로 행한 때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실행하기 위한 행위도 그것이 사회상규에 벗어나는
정도에 이르지
않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요구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하거나, (주5:
대법원 1985.
11. 9, 71 도 1629(총람 형법 350-27).)구속시키겠다고 하는
경우(주6: 대법원
1977. 6. 7, 77 도 1107(총람 형법 350-30).)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
@p260 제4장 책임론
@h:제1절 책임이론@e
I. 책임의 의의
위법성은 행위와 법질서의 권위를 말한다. 따라서 위법성
이론은 행위가
어떤 전제에서 법질서를 침해하는가에 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행위자의 개인적 특수성은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도 책임이 없으면
범죄가 되지
않는다. 특히 형벌에는'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Schuldprinzip)가
적용되고 있다. 책임이란 위법한 행위에 대하여 행위자를
개인적으로
비난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를 말한다. 그런데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를
규범에 따라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의사이므로, 책임 판단의
대상은 의사와
의사에 의하여 실현된 행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임은 의사
책임이며,
의사 형성의 비난 가능성(Vorwerfbarkeit der Willensbildung)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주1: Jescheck, S. 363; Rudolphi, SK Vor *19 Rn.
1;
Schmidh^345^user, S. 185; Welzel, S. 139.) 이와 같이 통설은
책임을 비난
가능성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주2: 책임을 비난가능설이라고
정의하는
통설에 대하여 Lenckner는 비난 가능성은 책임의 결과이지 책임
그 자체가
아니라고 하여 양자를 구별하고 있다. 즉 책임이 있는 경우에
비난
가능성이 있지만, 비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책임과 비난 가능성은 불법과 위법성의
관계와 같고,
책임은 실체이지만 비난 가능성은 순수한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Sch-Sch-Lenckner, Vor * 13 Rn. 114; Lenckner, Strafe, Schuld
und
Schuldf^345^higkeit, S. 39.) 즉 책임 판단의 의하여
행위자에게 그가 합법을
결의하여 행동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결의하고
위법하게
행위 하였다는 것에 대하여 비난이 가하여지게 된다. 형법에
있어서
행위자의 책임 문제는 행위의 위법성이 확정된 후에 비로소
제기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책임 없는 불법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불법 없는
형사책임은 생각할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책임은 그 기초로서
불법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
@p261 책임이란 넓은 의미에 있어서는 도덕적 책임 또는 윤리적
책임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지만, 형사 책임은 어디까지나 법적
책임(Rechtsschluld)이며 도덕적,윤리적 책임과는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책임은 법규범에 대한 것이고 비난의 대상은 법 의식의
결여에 있다.
형법이 보호하는 금지 규범과 요구 규범은 도덕 규범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형법 규범은 도덕 규범과 서로 독립된 것이고,
도덕 규범과
일치하지 않는 때에는 구속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형사책임은
법적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하며 그 행위의 도덕적 성질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형사책임은 도덕적 책임과 같이 개인의 내적
양심(Gewissen)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법에
대립되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도덕적,종교적 또는 정치적
소신 때문에
법에 반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한 행위를 해야 할 권리 또는
의무가
있다고 믿고 행위한 확신범 (^1256^berzeugungst^345^ter)에
대하여도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형사책임은 법적 책임이면서도 민사 책임과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 (주1:
형사책임과 민사 책임의 차이에 대하여는 유기천, 208면 참조.)
형사책임과
민사 책임은 #1 민사 책임이 사인 사이의 손해의 공평한 보상을
목적으로
함에 반하여 형사책임은 국가적 제재에 의하여 행위자를 벌함에
그 본질이
있고, #2 민사 책임에는 위험 책임의 원리와 무과실 책임이
인정되지만(민사
책임의 객관화 현상) 형사 책임에는 책임의무의 관철이
요청되며(형사
책임의 객관화 현상), #3 민사 책임에서는 고의와 과실성의
경중을 묻지
아니하나 형사책임은 원칙적으로 고의만을 벌하고 과실은
예외적으로 또는
가볍게 벌하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형사책임과
민사 책임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책임 개념의 충돌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 따라서 형법상의 책임론에 있어서는 이러한 구별이
별다른
의의를 가질 수 없게 된다.
II. 책임의 근거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의 원칙은 인간의 결정의
자유 (Entscheidungsfreiheit)를 논리적 전제로 한다. 달리
행위할 능력이
있는 때에만 범죄에의 충동을 억제하지 않고 위법한 행위를 한
데 대하여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책임과
자유의사 (Willensfreiheit)와의 관계가 문제된다. 인간이 과연
자기의 행위를
지배할 수 있는 의사의 자유를 가졌느냐라는 철학적 문제와
관련하여@p262
책임의 근거가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도의적 책임론과 사회적
책임론이
대립되고 있다.
1. 도의적 책임론과 사회적 책임론
(1) 도의적 책임론: 도의적 책임론(moralische Schuld)은
책임의 근거를
자유의사에 두고, 책임은 자유의사를 가진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적법한 행위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법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행위자에게 윤리적 비난을 가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행위자에게
자기의 행위를 지배할 수 있는 자유의사가 없으면 책임도 없고,
자유의사가
없는 자는 책임 무능력자로서 이에 대하여 형벌을 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책임 능력은 범죄능력을 의미하며 일반인에게 과하는 형벌과
책임무능력자에 대한 보안처분은 질적 차이를 가지게 되고,
책임은 행위에
포함된 범위에서만 문제되어 행위 책임의 원리가 지배하게 된다.
도의적
책임론은 자유의사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고전학파(구파)의
책임이론이고
행위자보다 행위에 중점을 두는 객관주의의 책임이론이며,
형벌을 도의적
비난에 근거한 응보를 이해하는 응보형주의의 책임론이다.
(2) 사회적 책임론: 사회적 책임론(soziale
Verantwortlichkeit)은 인과적
결정론의 입장에서 도의적 책임론이 형사책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자유의사는 하나의 주관적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인간의
자유의사를
부정한다. 즉 범죄는 행위자의 소질과 환경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행위자에게 도의적 비난을 가하는 것은 넌센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적 책임론에 의하면 책임의 근거는 행위자의 반사회적
성격에 있으므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책임 무능력자에 대하여도 사회 방위의
보안 처분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책임 능력은 형벌 능력을 의미하고 형벌과
보안
처분은 사회방위의 수단인 점에서 동일하며 다만 양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책임의 근거가 행위자의 반사회적 성격에 있기 때문에 책임론은
반사회적
성격의 징표를 문제로 하며, 여기에 성격책임의
원리 (Charakterschuldprinzip)가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론은
근대학파(신파)의 형법이론에 기초가 되어 있는 책임이론이며,
범죄론에
있어서의 주관주의와 형벌론에 있어서의 목적형주의와 결합된
책임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p263 2. 책임과 자유의사
인간에게 자유의사가 있는가 또 인간의 자유의사가 책임의
근거로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비결정론 (Indeterminismus)과 결정론
(Determinismus) 사이의
장기간에 걸친 철학적 논쟁은 적어도 형사책임에 관하여는
극복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형법상의 책임개념은 전통적인 비결정론이나
극단적인
결정론과는 일치할 수는 없다. (주1: Jescheck, S. 369;
Maurach-Zipf, S.
469; Roxin, 19^34^38; Sch-Sch-Lenckner, Vor * 13 Rn. 109;
Wessels, S.
111.) 인간의 절대적인 자유의사를 인정하는 정통적인
비결정론(주2: BGH는
비결정론의 입장에서 인간의 자유의사를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BGHSt. 2, 200,'인간은 자유롭고 책임 있는 도덕적 자기결정이
가능하고
법에 따르고 불법에 반대하며 법적 당위규범에 따라 그의 행위를
적응시키고 법적 금지를 회피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다.')은 인간의 행위가 행위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하여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질이나 환경과 같은 인과법칙에
의하여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또한 극단적인 결정론도 인간이
본능의
메커니즘에 묶여 있는 동물과는 달리 정신적, 심리적 통제기구인
자아를
가지고 자신에 의하여 설정된 의미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점에
근본적인 난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행동은 충동에
의하여 제약되고
특정한 행위를 하게 하는 인과적 요소에 의하여 야기된다는
사실을 인식케
한 것이 결정론의 공헌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범위 안에서 충동에 의한 행위의 가치와 반가치를 판단하고 그의
의사를
얻어진 가치관념에 따라 적극적으로 조종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비결정론의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결정론과
비결정론이
모두 일면적 진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의사를 둘러싼
결정론과 비결정론 사이의 형사책임에 대한 논쟁은 근본적으로
규범학인
형법상의 책임의 근거에 대하여 자유의사가 존재하는가 또
인간의
자유의사를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존재론 측면에 치중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존재론적으로는 증명될 수 없는 자유의사의
문제가
규범상으로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의사형성의 기초가
되는
심리과정은 혈압이나 호흡과 같이 자연규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위는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충동을
조절하고
의미내용과 가치와 규범에 따라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p264 다시 말하면 소질이나 환경과
같이
인간의 행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결정력과 행위결의의
사이에는 인격적
결단작용(personaler Entscheidungsakt)이 개입한다. 그리고
책임은 바로
인간이 그의 소질과 환경에 의하여 제약된 충동을 통제하고,
사회 윤리적
규범과 가치관념에 따라 결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하는
것이다. (주1: Eser, I, S. 139; Jescheck, S. 369; K^1256^hl,
10^34^14;
Wessels, S. 111.) 이러한 의미에서 책임과 책임주의는 인간의
자유의사를
전제로 한다는 대명제는 타당하지만 자유의사는 이러한 한계를
가진
개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책임의 본질
책임은 비난 가능성(Vorwerfbarkeit)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의 본질에
대한 통설의 결론은 책임 이론의 역사적 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책임의 본질에 관하여는 종래 심리적 책임론과 규범적 책임론이
대립되고
있었다.
1. 심리적 책임론과 규범적 책임론
(1) 심리적 책임론: 심리적 책임론(psychologischer
Schuldbegriff)은
책임을 결과에 대한 행위자의 심리적 관계로 이해하여 고의 또는
과실만
있으면 책임 조건은 구비되고, 따라서 결과에 대한 인식과
의사인 고의와
이를 인식 또는 의욕하지 않은 과실이 바로 책임이라고 한다.
19세기에
지배하고 있던 책임 이론이다. 심리적 책임론이 책임의 본질을
고의 또는
과실이라고 한 것은 당시의 범죄론 체계의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범죄를 내적 요소 또는 주관적 요소와 외적 요소 또는 객관적
요소로
분리하여, 모든 객관적, 외적 요소는 위법성에 속하고 주관적,
내적 요소는
책임에 해당한다고 이해한 초기의 범죄론에 의하면 결과에 대한
행위자의
심리적 관계인 고의, 과실이 책임의 본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심리적 책임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한 책임
이론이라고
할 수 없다.
#1 심리적 책임론은 어떤 심리적 관계가 형법상 중요하며 왜
책임의
본질이 되고 그것이 없으면 책임이 조각되느냐에 대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즉 심리적 책임 개념은 실질적 책임 개념이 될
수
없다.(주2: Lenckner, a. a. O. S. 42.) #2 심리적 책임론에
의하면 고의 또는
과실만 있으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p265따라서 이
이론에
의할 때에는 고의를 가지고 행위 하였으므로 결과에 대한 심리적
관계는
인정되지만 책임능력이 없거나 책임조각사유에 의하여 책임을
부정해야
하는 경우를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주1: Jescheck, S, 378:
Wessels, S, 114)
#3 인식 없는 과실에 있어서는 결과에 대한 행위자의 심리적
관계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심리적 책임론에 의하면 인식 없는 과실의
경우에는
책임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2) 규범적 책임론: 규범적 책임론(normative Schuldehre)은
책임을
심리적 사실 관계로 보지 않고 평가적 가치 한계로 이해한다.
규범적
책임론은 Frank 의 '책임 개념의 재구성'(^1256^ber den Aufbau
des
Schuldbegriffes, 1907) 에 의하여 처음 전개된 이론이다. Frank
에 의하면
책임의 구성 요소는 행위자의 감정 세계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결과
사이의 심리적 결합(psychologischer Nexus)이 아니라 행위자가
법에 따를
것이 요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에 위배하여 행위
하였다는 환경의
평가에 있다. 따라서 책임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불법의 비난
가능성이다.
이러한 규범적 평가는 고의와 과실에 의한 행위에 대하여 모두
가능하다.
고의 행위에 있어서는 법에 반하는 것을 인식하면서 법의 요구를
거부하였다는 점에서, 과실 행위에 있어서는 부주의로
사회생활의 요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서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다는 것이다.
Frank에 의하여
주장된 규범적 책임론이 전통적인 책임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질시킴으로써
책임은 주관적, 심리적 과정에서 객관적 가치판단이 되었고 비난
가능성이
책임의 중심 개념으로 등장하였다. 규범적 책임론은 현재 책임
이론을
지배하는 통설이 되었다.
2. 기능적 책임론
(1) 기능적 책임론의 의의: 기능적
책임론(funktionnaler Schuldbegriff)이란 책임의 내용은 형벌의
목적, 특히
일반 예방의 목적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임
이론이다.
예방적 책임론(pr^345^ventive Schuldlehre)이라고도 한다.
통설인 규범적
책임론에 의하면 책임은 행위자가 달리 행위할 수 있다는 것, 즉
자유의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 사람이 위법행위를 하였다는
점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개별적인 행위자가
행위시에 달리
행위할 수 있었는가를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행위자 개인이
달리 행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처벌하지 않는
것도 옳다고
할 수 없다. @p266여기서 기능적 책임론은 책임은 형벌 목적과
관련하여
기능적으로 이해할 때에만 형법상의 중요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형법 체계와 형사 정책, 따라서 책임과 예방의 결합을 처음
시도한 학자는
Roxin이었다. 그는 책임은 예방의 상호 제한적 기능을
인정하였다. (주1:
Roxin, Zur Problematik des chuldstrafrechts, ZStw 96, 641,
654. ) 그러나
Roxin은 자유의사는 그것이 증명될 수 없는 경우에도 형법이
규범적으로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고 책임개념은 순수한 예방 형법의 과도한
개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함으로써 전통적인 책임 개념과
책임 원칙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주2: Roxin, Strafrecht, 19^34^39, 41. )
책임 개념의 내용이 일반 예방의 목적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여
전통적인 책임 개념을 형사 정책적인 목적에 의하여 대체시킨
극단적인
기능적 책임론을 전개한 학자는 Jakobs이다. Jakobs에 의하면
목적만이
책임 개념에 내용을 부여할 수 있으며 이러한 목적은 법신뢰를
실현하는
내용의 적극적 일반 예방이므로 책임을 결정하는 목적은 범죄에
의하여
파괴된 질서 신뢰의 안정이며 책임과 형별은 규범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주3: Jakobs, 17^34^18ff, 22.) 결국
책임과 형벌은
범죄 행위에 직면한 일반인의 자기 안정
필요성 (Selbststabilisierungsbed^1256^rfnisse)의 표현이며,
형벌은 개인의
규범 일치와 일반인의 규범 신뢰를 위한 것이므로 행위자에 대한
형벌
필요성도 일반 예방적, 기능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능적
책임론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주4: Streng, Schuld ohne Freiheit, ZStW
101, 273,
288.)
(2) 기능적 책임론에 대한 비판: 기능적 책임론에 대하여는 이
이론이
형법과 형사 정책의 관계를 혼동함으로써 책임 주의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주5: Roxin, 19^34^32, 33:
Sch^1256^nemann,
Entwicklung der Schuldlehre in Deutschland, in Strafrecht
und
Kriminalpolitik in Japan und Deutschland, S. 157.) 즉 첫째,
기능적
책임론은 책임개념을 예방에 의하여 대체함으로써 일반예방에
대한
관계에서 책임주의가 가지고 있는 제한적 기능을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예방의 관점에서 치료될 수 없는 중한
정신병자에게
책임을 인정하고 법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우범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p267책임 개념이
예방의 목적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책임주의는 헌법적 서열을 가진 행위자를 위한 보호 규범이므로
기교적인
이론에 의하여 침해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둘째, 기능적
책임론에 의하는
경우에도 무엇이 질서에 대한 신뢰를 안정시키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을 수 없다. 이는 결국 책임 개념을 입법자나 법관의 재량에
맡겨 범죄의
성립 여부를 불명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기능적
책임론도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3. 책임의 구성 요소
책임이 행위자에 대한 반가치판단이며 비난 가능성이라고 하는
규범적
책임론에 의하는 경우에도 책임이 어떤 요소로 구성되어
있느냐에 대하여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1) 복학적 책임 개념: Frank가 책임 개념의 중심을 비난
가능성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는 고의나 과실의 위치에 대하여 별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즉 Frank에 의하면 고의와 과실은
책임이
아니지만 비난 판단의 대상이 된 행위의 형태였다. 따라서
고의와 과실은
비난 가능성이라는 복합 개념의 한 요소가 되며, 책임은
책임능력, 고의
또는 과실 및 기대 가능성(Zumubarkeit), 즉 책임조각사유의
부존재라는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책임을 복합적인 여러
요건으로
결합된 범죄 요소라고 보는 입장을 복합적 책임 개념(komplexer
Schuldbegriff)이라고 하며, Mezger 에 의하여 대표된
견해이기도 하다.
이에 의하면 책임이란 비난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에 대한
행위자의 심리적
관계이며, 따라서 책임 개념은 예컨대 고의범에서는 행위에 대한
인식과
의욕이라는 심리적 요소와 이에 대한 규범적인 비난 가능성이
결합된
복합적 책임 개념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2) 순수한 규범적 책임 개념: 전통적인 규범적 책임론의
복합적 책임
개념은 목적적 행위론에 의하여 고의와 같은 행위의 심리적
요소가
책임에서 제거되고 순수한 규범적 책임 개념(rein normativer
Schuldbegriff)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즉 Welzel은 복합적
책임 개념에
의하여는 순수한 가치판단으로서의 책임을 파악할 수 없다고
하였다.
책임은 심리적 활동의 비난 가능성이지 심리적 요소 자체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객체의 평가(Wertung des Objekts)와
평가의
객체(Objekts der Wertung)는 구별되어야 하며,@p268 책임은
객체의
평가이지 평가되는 객체가 아니다. 따라서 책임 개념은 모든
심리적 요소가
제거된 순수한 평가의 문제가 되며, 이리하여 고의는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로서 올바른 위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주1: Welzel, S.
140.) 이러한
순수한 규범적 책임 개념은 책임능력과 위법성의 인식 및 기대
가능성을
책임의 구성 요소로 보게 된다.
(3) 고의, 과실의 이중 기능: 순수한 규범적 책임 이론에
의하면 위법성
판단과 책임 판단의 대상은 동일하다. 즉 판단의 대상인 행위
의식을
위법성에서는 금지된 것인가, 책임에서는 비난 가능한가를
판단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책임이 평가의 객체인 행위 의식을
잃어버리자
책임 개념은 규범적 연결점을 상실하고, 고유한 대상이 없는
책임 판단은
위법성 판단에 대하여 독자적인 법적 판단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주2: Gallas, Zum gegenw^345^rtigen Stand der
Lehre von
Verbrechen, Beitr^345^ge zur Verbrechenslehre, S. 56:
Sch-Sch-Lenckner,
Vor *13 Rn.115.) 여기서 책임 개념도 독자적인 평가의 객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책임 판단의 대상은 결의에 의하여 행위로
발전하는 법적으로
비난받는 심정(Gesinnung)에 의한 행위이며, 따라서 책임은 행위
속에
나타나는 심정으로 인한 행위의 비난 가능성을 의미하고 심정은
비난
가능성의 기초가 된다. 그러므로 고의는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이지만
그것이 책임 요소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구성 요건
요소인
동시에 책임 요소가 되는 이중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주3:
Jescheck, S.
378: Lenckner, a. a. O. S.44; Sch-Sch-Lenckner, Vor *13 Rn.
115:
Wessels, S. 119.) 책임은 불법을 전제로 하고 항상 불법과
관계를 맺을 뿐
아니라 불법의 경중은 책임의 경중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주관적 불법
요소인 고의는 동시에 책임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임 개념은 책임능력과 위법성의 인식 및 책임
형식으로서의 고의 또는 과실과 책임 조각 사유의 부존재라는
요소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IV. 책임 판단의 대상
1. 행위 책임의 원칙
형법은 행위 형법(Tatstrafrecht)이며 행위자 형법이 아니다.
행위자는
그가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처벌받는 것이지, @p269그의 상태
때문에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즉 책임 판단의 대상은 구체적인
행위이며, 따라서
형사책임은 개별적 행위 책임(Einzeltatschuld)이지 인격 책임
또는 행위자
책임 (Pers^246^nlichkeits-oder T^345^terschuld)이 될 수는
없다. 물론
행위가 행위자와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그 인격의 일면이며,
따라서 행위가
인격의 전체 구조와 관련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책임은
행위자의
현재의 상태 또는 또는 현재에 이른 과정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비난이다. 이와 같이 책임을
개별적인 행위
책임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주1:
책임의 대상이
행위 책임이냐 행위자 책임 또는 인격 책임이냐에 대한 논쟁의
실질적
가치는 별로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행위 책임을 부정하거나 이에
대체되는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행위자 책임론을 주장하는 견해는 없기
때문이다.
행위 책임론을 주장한 Mezger도 책임은 행위 책임이라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Maurach-Zipf, S.491).) 책임은 행위 책임을 의미하며
성격 책임이나
인격 책임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 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주2: Jescheck, S.380.) #1 책임 비난의 기초가 되는 불법은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생활 태도가 아니라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부작위하는데
있는 것이므로 책임 판단의 대상도 행위여야 한다. #2 현행
형사소송법
아래에서는 피고인의 생활사를 심층 심리와 연관하여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격에 대한 조사는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결과가 될 뿐이다. 그것은 정의
개념이나
피고인의 사회 복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3 행위
책임은 법치
국가적 이념에서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을 과할 것을 요구하는
응보형의
이념(책임주의)과도 일치한다.
2. 행위 책임과 인격 책임
문제는 이러한 개별적인 행위 책임이 특수한 경우에 행위자
책임(인격
책임 또는 행상 책임)에 의하여 보충될 수 있는가라는 점에
있다.
Welzel은 책임이 원칙적으로 행위 책임이라고 하면서도
개별적인 행위
책임은 구체적인 경우에 인격 구조의 불완전이나 성격 결함에
기초하는
행위자 책임이 될 수 있다고 하며, (주3: Welzel, S. 150)
Jescheck도 책임
개념의 핵심은 행위 책임이지만 형법은 행위자 책임도 고려하고
있으므로
행위 책임과 행위자 책임의 결합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행위자
책임을
고려한 형법 규정으로 금지의 착오의 회피 가능성, 누법가중,
양형에 관한
규정,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와 인식 없는 과실의 경우를
들고
있다.(주1: Jescheck, S. 381.)
@p270 행위자 책임과 관련하여 검토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론이
바로
Merzger와 Bockelmann에 의하여 주장된 인격적
책임론 (Lebensf^1256^hrungsschuld)이다.(주2: Mezger에 의하여
주장된
행상책임론 (Lebensf^1256^hrungsschuld)을 일본의 단등에
의하여 주장된
인격적 책임론과 구별하는 학자도 있으나(정영석, 156면),
인격적 책임론은
Mezger, Bockelmann의 견해가 일본에 도입되어 발전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천, 22-25면 참조).) Mezger는 상습범에 대한 형의
가중은
행위자의 인격 책임에 의하여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여 인격적
책임론을
전개하였다. 즉 '형벌은 분리된 개별적 행위에 대하여만
과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의 본질과 관계된다. 독일 형법 제20조 a의 규정은
행위
책임과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사책임은 개별적인 행위
책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인격 책임이다.'(주3: Mezger, 'Die
Straftat als
Ganzes', ZStW 57, 688.) Bockelmann도 책임은 행위 책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행위는 행위자의 행위이고 인격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주4: Bockelmann-Volk, S. 238.) 요컨대 인격적
책임론은
형사책임은 행위 책임이지만 행위는 인격과의 연관을 떠나
분리된 행위가
될 수는 없으므로 책임도 전체적인 인격 책임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격적 책임론도 책임을 인격 책임으로 이해할 때에는
행위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인격 형성도 책임의 대상에 포함되어
위험성이
책임에 포함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역시 이러한 인격도
현재의
형사소송 절차에서는 확정될 수 없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주5: Eser, I, S. 142; Rudolphi, SK
Vor *19 Rn.
3; Sch-Sch-Lenckner, Vor *13 Rn. 106.) 이러한 의미에서
상습범에 대하여
형의 가중을 규정한 현행형법의 규정은 책임과 개념을 혼동한
것으로서
책임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형법 개정 법률안도 이러한 이유에서 상습범에 대한 형의 가중
규정을
폐지하였다. 사회 보호법에 의하여 상습범에 대한 보안
처분으로서의
보호감호를 도입한 이상 상습범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여야 할
형사
정책상의 이유도 없다고 해야 한다.
@p271 @h:제2절 책임능력@e
I. 책임 능력의 의의
1. 책임능력의 개념
책임은 심리적 사실 관계가 아니라 평가적 가치 관계이다. 즉
행위자가
법에 따라 행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충동을 억제하지
않고
위법하게 행위 하였다는 규범적 평가, 다시 말하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불법의 비난 가능성에 책임의 본질이 있다. 따라서 행위자에게
적법하게
행위할 수 있는 능력, 즉 책임능력이 없을 때에는 책임도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임은 책임능력을 논리적 전제로
하며,
책임능력은 귀착 능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책임의 전제로서의 책임능력은 법규범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을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책임능력은 인간이 그가 행위한 것과
다르게 행위할
수 있었는가, 즉 인간의 자유의사를 긍정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와 직접
관련을 갖게 된다. 자유 없는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상
당연하다. 그런데 자연 과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자유의사를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종래 인간에게 자유의사가 있었느냐에 대한
결정론과
비결정론 사이의 무익한 논쟁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법적
가치의
평가는 자연과학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입증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자유의사가 엄격한 의미에서 증명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법은 그 시대의 문화가 요구하는 가치관을 기초로 인간의 책임을
결정하기
위한 규범적 귀책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형법은 이와 같이
규범적
관점에서 인간에게 환경과 소질에 의하여 제약된 충동을
통제하고 사회
윤리적 규범과 가치관에 따라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이러한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주1: Lenckner, Strafe, Schuld und Schuldf^345^higkeit,
S.95; Rudolphi,
SK *20 Rn. 4a.) 이러한 의미에서 형법은 상대적 비결정론에
입각하고
있고, 책임능력은 바로 형법이 전제로 하고 있는 '자유로운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p272(주1: 대법원
1968. 4. 30,
68도400(총람 형법 10-28), '형법 제10조에서 말하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은
자유의사를 전제로 한 의사 결정의 능력에 관한 것으로서 그
능력의 유무와
정도는 감정 사항에 속하는 사실 문제라 할지라도 그 능력에
관한 특정된
사실이 심신 미약에 해당되는 여부는 법률문제에 속하는
것이다.')
2. 책임능력의 본질
책임능력의 본질에 관하여는 도의적 책임론과 사회적 책임론
사이에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도의적 책임론은 책임능력을 행위의
시비와 선악을
변별하여 이에 따라 의사를 결정할 능력으로서 범죄 능력을
의미한다고
보는데 반하여, 사회적 책임론은 책임능력을 사회 방위 처분인
형벌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해하여 형벌 능력 또는 형벌
적응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책임능력을 형벌 능력이라고 이해할
때에는
책임능력은 형벌을 과할 때 존재하면 충분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형법이
왜 심신 상실자나 14세 미만자를 형벌 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명정대취자는 책임 능력자가 되고 상습범은
오히려 책임
무능력자가 되는 기이한 결과를 가져온다. (주2: 유기천, 215면)
따라서
책임능력을 형벌 능력이라고 하는 사회적 책임론은 우리 형법의
태도와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형법은 구성 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를 한 자는
일반적으로
책임능력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형법이 책임능력을
적극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책임능력이 없거나 그 능력이 감격된
예외적인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책임능력의 규정 방법
형법이 책임능력을 규정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생물학적 방법과
생리적 또는 규범적 방법 및 생물학적, 심리적(혼합적) 방법이
그것이다.
1) 생물학적 방법: 형법이 행위자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기술하고 그러한
상태가 있으면 바로 책임능력이 없다고 하는 방법이다. 프랑스
형법 제
64조는 생물학적 방법에 의하여 책임 무능력을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Durham Rule(주3: Durham v. United States, 94 US App. D.C.
228, 214 F
2d. 862(1954). 영미에서는 Insanity에 대한 기준으로 전통적인
M'Naghten
Rules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1954년 columbia의 Court of
Appeals는
M'Naghten Rules의 적용을 거부하고 '피고인의 위법행위가
정신병 또는
정신장애의 결과일 때에는 책임 없다' 라는 Durham Rule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Durham Rule은 배심원에게 무엇이 정신병의 결과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며, 그 병의 효과가 형법에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는 점에 난점이 있다고 한다(LaFave and Scott,
Criminal Law,
p.289).)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p273 그러나 순수한
생물학적
방법은 정신병학적인 진단으로부터 직접 책임능력 또는 책임
무능력에 대한
결론을 끌어내고 그 생물학적 요소가 구체적인 행위에 어떤
의미를
가졌느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책임의 본질에 반한다는
결점이
있다.
2) 심리적 또는 규범적 방법: 책임이란 달리 행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비난이므로 행위자가 어떤 이유에서인가를 불문하고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규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심리학적, 규범적
방법도 정신의학의 현실과 과학적 지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신
현상의 하나의 징후에 지나지 않는 인식 능력에만 의존한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할 수 없고, 행위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초를
법관에게 맡김으로써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결점을
가진다.
3) 혼합적 또는 결합적 방법: 행위자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책임 무능력의
생물학적 기초로 규정하고 이러한 생물학적 요소가 행위자의
변별과 판단
능력에 영향을 미쳤느냐라는 심리적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생물학적,심리적 방법이라고도 한다. 독일 형법과 스위스
형법(주1: 독일
형법 제20조는 '행위시에 병적 정신장애, 심한 의식장애 또는
정신박약,
기타 중대한 정신이상으로 행위의 불법을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에 따라
행위할 능력이 없는 자는 책임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위스
형법
제10조도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중대한 의식장애로 불법을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에 따라 행위할 수 없는 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및 미국의 모범형 법전(주2: Model Penal Code *4. 01(1)
의 규정은
아래와 같다. A person is not responsible for criminal
conduct if at the
time of such conduct as a result of mental desease or defect
he lacks
substantial capacity either to appreciate the
criminality(wrongfulness) of
his conduct or to conform his conduct to the requirements of
law.)을
비롯한 대부분의 형법이 혼합적 방법에 의하여 책임 무능력을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110조의 규정도 이 방법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주7:
대법원 1992. 8. 18, 92 도 1425(공보 92, 2805).) 생물학적
방법의 결함을
보완한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p274 II 책임 무능력자
1. 형사 미성년자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형벌에 처하지 아니한다(제
9조). 형법은
14세 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개인적인 지적,도덕적 또는
성격적인 발육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절대적 책임 무능력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형사
미성년자에 대하여는 순수한 생물학적 방법이 적용된다.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는 위법한 행위를 비난하기에 필요한 정도로 성숙하지
못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형사 미성년자의 행위는 책임이 조각된다. 따라서
형사
미성년자에게 책임능력을 전제로 한 형벌을 과할 수는 없지만,
(주1: 형사
미성년자에 대하여는 형벌뿐만 아니라 책임능력을 전제로 하지
않는 보안
처분도 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형법 제 9조의 논리적 귀결이
아니라
보안 처분에 관한 규정의 해석의 결과이다(Sch-Sch-Lenckner,
*19 Rn. 4).
사회보호법은 심신장애자와 중독자에 대하여만 치료감호를
인정하고
있다(동법 제8조 1항).)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2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과
장래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2세 이상의
소년에
대하여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년법 제4조
1항 2호,3호,
제32조)
14세 이상의 소년에게는 책임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14세
이상의
소년도 소년법에 의하여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여기서 소년이란
20세
미만자를 말한다. 소년이 법정형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에는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장기와 단기를 정한
부정기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넘지
못한다(소년법 제60조
1항). 이 경우에 소년의 특성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동 조 2항). 다만 형의 집행유예, 형의 선고
유예를 선고할
때에는 정기형을 선고한다(동 조 3항). 또한 소년 가운데 죄를
범한 때에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는 사형 또는 무기형을 과할 수 없다.
즉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것인 때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동
법 제
59조).
2. 심신 상실자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제10조의 1항).
@p275 (1) 심신 상실의 요건: 심신장애자에 대한 형법의 규정은
혼합적
방법, 즉 생물학적, 심리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심신
상실로
인한 책임 무능력자가 되기 위하여는 두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즉 첫째
심신장애라는 생물학적 기초가 존재해야 하며, 둘째 이러한
생물학적
기초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심리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1) 생물학적 요소: '심신장애'가 있을 것을 요한다. 책임
무능력의
생물학적 기초로서 독일 형법은 병적 심신장애, 심한 의식장애
또는
정신박약, 기타 중대한 정신이상, 스위스 형법은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중대한 의식장애를 열거하고 있음에 반하여, 우리 형법은 단순히
심신장애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법에 있어서의
심신장애도
정신장애 또는 정신 기능의 장애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은
정신병(병적
정신장애),정신박약,중대한 의식장애와 정신병질을 그 내용으로
한다고
이해하여야 한다.
병적 정신장애(정신병)란 정신적 의미연관이 의미와 관계없는
신체적,병적
과정에 의하여 파괴된 경우를 망한다. 여기에는 진행성 뇌연화,
노인성
치매, 뇌 손상에 의한 창상성 정신병, 음주 및 약품에 의한 중독
등과 같은
뇌조직적 원인에 기인한 외인성 정신병과 정신분열증(주1:
대법원 1980. 5.
27, 80 도 656(총람 형법10-48), '편집형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기의 행동을
알 때도 있고 모를 때도 있으나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없는 것이
특징이고
또 사물을 변별하고 그에 따라서 자신의 의사 결정을 하거나
자기의 의지를
제어할 능력이 없으므로 심신 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동지: 대법원 1991. 5. 28, 91 도 636(공보 91, 1830).),
조울증, 전간(주2:
대법원 1969. 8. 26, 69 도 1121(총람 형법 10-22).)과 같이
정신 기능의
변화만을 가져오는 내인성 정신병이 포함된다. 정신박약이란
백치,치매와
같이 증명할 수 있는 원인이 없는 선천적 지능 박약을 의미한다.
의식장애란 자기 의식과 외계 의식 사이의 정상적인 연관의
단절을 말하며,
정신병질은 감정,의사 또는 성격장애를 의미한다. 다만
의식장애와
정신병질은 그 정도가 심하여 병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때에만
심신장애가 될 수 있다. 명정이 병적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주3: 대법원 1969. 3.
31, 69 도
232(총람 형법 10-19), '범행 당시 술에 만취되어 정신이
없었다는 주장은
단순한 범의의 부인이 아니라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가 되는
사실을 주장한 것이므로 판결 이유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여야
한다.'
동지: 대법원 1969. 7. 29, 69 도 916(총람 형법 10-20); 대법원
1974. 1. 15,
73 도 2622(총람 형법 10-41).) 명정(주취)은 성질상으로는
의식장애의
대표적인 경우이지만, (주1: Jescheck, S. 396; Maurach-Zipf,
S. 479;
Sch-Sch-Lenckner, *20 Rn. 16.)@p276 음주에 의한 뇌조직의
영향에
치중할 때에는 병적 정신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외인성
정신병의
경우로 다루어지기도 한다.(주2: Rudolphi, SK *20Rn. 7.)
명정으로 인하여
행위자가 규범에 따른 행위를 결정할 능력이 없을 정도에 이른
때에는
책임능력이 없다고 해야 한다.
알콜의 효과는 구체적인 경우에 개별적인 행위자의 인격과
실행된
행위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알콜의
수치가 심신
장애의 판단에 대한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BGH는
알콜
수치가 일반적으로 혈액 1밀리미터에 대하여 3밀리그램 또는 그
이상인
때에는 책임능력이 없고, 2밀리그램부터는 심신 미약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음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알콜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혈액 1밀리미터에 알콜이 2 내지
2^3^5밀리그램일 때에도
심신 상실이 될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술에 강한 사람에게는
4밀리그램인
때에도 책임 능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3:
Sch-Sch-Lenckner, *20Rn.
17참조.)
주취로 인하여 반드시 의식 없는 상태에 이를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의식을 잃어버린 때에는 이미 행위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책임능력은
행위능력과는 구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신 상실의 생물학적 요소인 심신장애가 있느냐에 대한
판단은 현대
정신의학 특히 정신병학과 심리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생물학적 기초의 존부를 확정하기 위하여 법관은 전문가의
감정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심신장애의 판단을 위하여는 반드시
전문가의
감정을 요하느냐에 있다. 전문가의 감정을 거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
행위의 전후 사정이나 목격자의 증언 등을 참작하여
판단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위법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주4: 대법원 1984. 5.
22, 84 도
545(공보 732-1170), '심신장애의 여부는 기록에 나타난 제반
자료와
공판정에서의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도
무방하다.' 동지:
대법원 1971. 3. 23. 71 도 212(총람 형법 10-32); 대법원 1984.
4. 24, 84 도
527(공보 730-953).)
2) 심리적 요소: '사실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 이
없어야 한다. 심신 상실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심신장애라는
생물학적
기초가 있는 것만으로는 족하지 않다. @p277나아가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자' 란
영미의
M'Naghten Rules의 선악판단 또는 독일 형법의 불법을 인식할
능력이
없는 자와 같은 지적 무능력에 관한 규정이다. 물론 형법의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자'의 의미를 M'Naghten Rules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주1: 유기천, 219면) M'Naghten Rules(주2:
M'Naghten Case는
환상(delution)을 가진 정신병자인 Daniel M'Naghten이 1984년
Robert
Peel을 살해하려다가 그의 비서 Edward Drummond를 사살한
사건이다.
법정에서 M'Naghten은 자신은 정신이상이며 살해 행위를 한 것은
그의
delution때문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배심원은 이
주장을
인정하여 M'Naghten은 책임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여기서 확립된 원칙이 바로 M'Naghten Rules이며, 이 원칙은 그
후 약
100년간 영미에 있어서 형사책임의 기본 원칙이 되었다.
M'Naghten
Rules에서는 '피고인이 정신병에 의한 의식장애로 인하여 그가
하고 있는
행위의 의미와 성질을 알지 못하였거나 또는 그가 하고 있는
것이 악이라는
것을 모른 때에는 책임능력이 없다'는 기준이 적용되었다.)에
의하면 행위의
성질과 의미를 인식하고 선악을 판단할 수 없을 것을 요하지만,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란 일반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M'Naghten
Rules에
있어서도 행위의 의미와 성질을 인식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악임을
인식한다는 것과 동의어에 지나지 않고, 여기서 악이라는 것도
도덕적 악이
아니라 불법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주3: LaFave and
Scott, ibid.
pp. 277-278.) 결국 독일 형법상의 불법을 인식할 능력과 같은
뜻이 된다.
도덕적인 악은 범죄와는 관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형법에
있어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일반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범죄에 관하여는 법과 불법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과
같은 의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불법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됨으로써 범죄 능력과 관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을 변별할 능력은 반드시 행위자의 기억 능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범행 전후의 사정을 비교적
사리에 맞도록
기억한다고 하여 반드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주4: 대법원 1969. 10. 14, 69 도 1265(총람
형법 10-24);
대법원 1985. 5. 28, 85 도 361(공보 756-970).) @p278그러나
범행 당시의
사정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있었느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주1:
대법원
1975. 11. 25, 75 도 2782(총람 형법 10-48), '피고인이 범행
당시의 일을
비교적 자세하게 진술하고 참고인의 진술도 이에 일치하면
피고인이 범행시
심신 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동지: 대법원 1978. 1.
31, 77 도
3428(총람 형법 10-43).)
(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란
의지적
무능력을 말하며, 사물을 변별하고 이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능력, 즉 조종
능력을 의미한다. 의지적 무능력에 관하여 영미에서는 저항할 수
없는
행동의 법칙(주2: Irresistable Impulse Rule은 '정신병으로
인하여 그의
행위를 통제할 수 없었을 때에는 형사책임 없다.' 는 윈칙이다.
의지적
무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M'Naghten Rules의 지적
무능력을 보완한
것이다.)에 의하여 전통적인 M'Naghten Rules을 보충하여
오다가, Model
Penal Code가 M'Naghten Rules과 Irresistible Impulse Rules을
결합하여
'행위의 불법을 인식하고 그의 행위를 법의 요구에 따르게 할
능력'이라고
규정하기에 이르렀으며, 독일 형법 제20조는 '인식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을 인식할 능력이 있거나
불법을
인식하였다고 하여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행위 시의
범행의 계획성과 숙련성 또는 행위 후의 죄의 기억 능력만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3:
Sch-Sch-Lenckner, *20Rn. 30.)
(다) 판단의 기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은 행위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능력은 구체적인
위법한 구성
요건의 실현과의 관계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범죄와의
관계를
떠난 일반적 책임능력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은 분리될 수 있고, 관념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여러
범죄 가운데 한 범죄에 대하여만 책임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주4: BGHSt.
14, 116.)
심신 상실의 생물학적 기초로서 행위자가 심신장애 상황에
있었느냐는
전문가의 도움에 의하여 확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있었느냐는 어디까지나
법관이
결정해야 할 법적,규범적 문제에 속한다. 그러므로 법관이
감정인의 감정을
기초로 하여 그대로 판단하는가 @p279또는 다른 판단을 하느냐는
법관의
재량에 속한다.(주1: 대법원 1976. 8. 24, 76도 944(총람 형법
10-44), '범행
당시의 피고인의 정신 상태는 심신 상실의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인의 감정서를 배척하고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 및
태도와 기록에 나타난 모든 자료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건 범행
당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 능력 내지는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 하였음은 옳고, 위와 같이 판단함에
있어서 감정인의
환문을 하지 아니하였다 해도 위법이 아니다.'동지: 대법원
1994. 5. 13. 94
도 581(공보 94, 970).)
물론 감정인이 책임 능력의 규범적 문제에 대하여 감정서에
자신의
입장을 기술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재
내용이
사물의 변별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의 판단에 있어서 결정적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사의 감정서에 심신 상실이라는 기재가
있다고 하여
법적, 규범적 관점에서 다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감정서의
기재대로 심신
상실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때도 있다.
(주2: 대법원
1979. 5. 29, 78 도 3230(총람 형법 10-49).)
그리고 이러한 능력의 판단에 있어서는 평균인의 일반적
능력이 기준이
된다. (주3: Rodolphi, SK 20장 Rn.25.)
(2) 심신 상실의 효과: 심신 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즉 심신
상실자는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책임이 조각되는 것이다. 다만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의 상태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제10조 3항). 이것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문제이다.
심신 상실자, 즉 책임 무능력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지만 보안
처분의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보호법은
심신장애자로서 형법
제10조 1항의 규정에 의하여 벌할 수 없는 자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치료감호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사회 보호법 제8조 1항 1호).
III. 한정 책임 능력자
1. 심신미약자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제10조 2항). 한정 책임 능력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심신미약자이다. 한정 책임 능력자(verminderte
Schuldf^345^higkeit)이란 책임능력과 책임 무능력 사이의 중간
형태가
아니다. 한정 책임 능력자도 책임 능력자이다. 다만 한정 책임
능력자는
규범에 따라 행위하는 것이 극히 곤란하기 때문에 책임이
감경되어 형을
감경하는 것일 뿐이다.
@p280 (1) 심신미약의 요건: 심신미약의 요건에 관하여도
형법은
혼합적(생물학적, 심리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 생물학적 요소: 심신미약의 생물학적 기초는 심신 상실의
경우와 같이
심신장애이다. 다만 심신장애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는 할 수
있다.(주1:
대법원 1984. 2. 28, 83 도 3007(공보 727-646).) 그러나 순수한
정신병은
책임능력을 배제하기 때문에 심신미약의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 경미한 뇌마미,정신분열증 또는 간질에
대하여 한정
책임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심신장애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책임 무능력으로 될 수 있는 정신 질병, 노이로제 또는
충동장애의 경우가 되지 않을 수 없다.
2) 심리적 요소: 심신미약의 심리적 요소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할 것을 요한다. 이러한 능력이
미약한가의
여부도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심신 상실의
경우와
같다. 그 판단에 있어서 전문가의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주2: 대법원 1971. 7. 27, 71 도 987(총람 형법 10-34). )
결국은 법관이
판단해야 할 법률문제이다.
(2) 심신미약의 효과: 심신 미약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심신 미약
상태에 있는 행위자의 책임이 같은 행위를 책임능력 상태에서
행한 때에
비하여 감경되므로 형을 감경하도록 한 것이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이론은 한정 책임능력에 관하여도 적용된다.
심신미약자에 대하여는 형벌 이외에 보안 처분이 과하여질 수
있다. 즉
심신장애자로서 형이 감경되는 자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되는
죄를
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치료감호에
처한다(사회
보호법 제8조 1항 1호).
2. 농아자
농아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제11조). 농아자라 함은
청각과 발음
기능에 장애가 있는 자, 즉 농자인 동시에 아자인 자를 말한다.
청각 기능과
발음 기능의 장애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불문한다.
농아학교의 발달에
의하여 농아자 가운데@p281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통상인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정
책임
능력자로 규정하여 형을 감경하도록 한 것은 입법론상 문제가
있다. (주1:
유기천, 221면) 형법 제11조의 규정은 삭제하고, 일반적인
심신살실이나
심신미약의 규정에 의하여 처리하면 족할 것이다. 형법 개정
법률안은
농아자를 한정 책임 능력자로 한 규정을 폐지하였다.
IV.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1.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의의
(1) 의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actio libera in
causa)란 행위자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자기를 심신장애(심신장애 또는 심신
미약)의
상태에 빠지게 한 후 이러한 상태에서 범죄를 실행한 것을
말한다. 예컨대
사람을 상해할 목적으로 음주, 대취하여 그 상태에서 타인에게
상해를
가하는 경우(고의) 또는 자동차를 운전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고의 또는 과실로 음주하여 대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과실)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불법의
실행은 책임 무능력(또는 한정 책임능력)의 상태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결정적인 원인이 책임능력 상태에서 행위자에 의하여
자유롭게(von
T^345^ter frei)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우를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고 한다.
(2)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와 책임주의: 책임능력은
행위시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즉 행위자는 행위시에 책임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행위와 책임의 동시 존재의 원칙'이라고 하며, 행위와
책임의
동시존재는 책임주의 형법의 발전과정에서 확립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를 원인행위와 실행행위로
분리하여
검토할 때, 책임능력 결함상태에서의 실행행위에 책임이 없고
원인설정
행위만으로는 구성요건적 행위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벌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일어난다. 그러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책임능력 결함상태를 만든 점에서
단순히
책임능력 상태에서 범죄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와는
구별하여야 한다.
@p282 일찍이 중세 교회법에서 취침중에 유아를 압사시킨
어머니의
형사책임이 논의된 이래, Feuerbach, Liszt, Binding, Beling 및
Mayer 등을
통하여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가벌성을 인정하는 것이
지배적
견해가 되었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독일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그것을 관습법상 발전된
원칙(Jescheck,
S.401: K^1256^hl, 11/10; Wessels, S. 116.)으로 이해하고
있다.
형법 제10조 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가별성을 입법론적으로 해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가벌성에
대한 이론상의
근거에 대하여 견해가 일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관하여는 그 가벌성의 근거와 실행의 착수
시기를 명백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는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와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가 있으므로 실행의 착수 시기는 이러한 유형에 따라
검토하기로 한다.
2.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가벌성의 근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현재 그
가벌성을 인정하는 데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가벌성의 근거를 어디서 찾을 것이냐에
대하여는 그
책임의 근거를 원인설정 행위에서 구하는 견해와 실행 행위에서
찾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이를 원인설정 행위에서 구하는 견해는
다시
원인설정 행위 자체를 실행 행위로 보고 원인설정 행위 자체에서
가벌성을
찾는 견해와 원인 설정 행위는 실행 행위가 될 수 없지만 원인
설정 행위와
실행 행위의 불가분적 관련에서 책임의 근거를 구하는 견해로
나누어진다.
(1) 원인 설정 행위에 책임의 근거를 인정하는 견해
1) 원인 행위를 실행 행위로 보는 견해: 행위와 책임의 동시
존재의
원칙을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대하여도 유지하기
위하여는 책임
무능력 상태에서의 실행 행위는 경우에 따라 책임이 없거나
행위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원인 행위 자체를 실행 행위로 보지 않으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된다.@p283
여기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자신을 도구로 이용하는
간접정범(주1:
Welzel, S. 156, Maurach도 이러한 의미에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행위와 책임의 동시 존재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한다(Maurach-Zipf, S. 486).)이므로, 원인 행위에 기인한
결과에 지나지
아니하고, 따라서 원인 행위가 책임능력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상
벌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나라의 다수설(주2: 백남억, 178면;
이건호(8인공저),
216면; 정영석, 161면; 진계호, 281면; 김일수, 363면; 권문택,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고시계, 1970. 1), 20면; 손해목,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고시계, 1969. 3), 69면.)의 입장이었다. 즉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자기의 책임 없는 상태를 도구로 이용한 점에서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는 간접정범과 그 이론 구성을 같이하므로 원인 설정
행위시에 책임
능력이 있고 그 결과를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는 경우에 그
결과를
야기한 데 대한 책임 비난이 가하여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설의 견해에 대하여는 두 가지 비판이
제기된다.
(i)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간접정범과 그 이론
구성이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다. 간접정범은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않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는 경우를
말하며 그
도구가 반드시 책임 능력의 결함과 관련될 필요는 없지만,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그 도구가 반드시 자기의 책임능력의 결함과
관련되어야
하고 이에 관련된 이상 그것이 책임 무능력인가 한정 책임
능력인가를
불문한다. (이형국,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고시계,
1980. 11), 15면.)
그러나 한정 책임 능력자를 이용한 간접정범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형법은 공범의 종속형식에 관하여 제한적 종속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책임 무능력자에 대한 교사 또는 방조는 생명 있는 도구로
이용하여 자기
자신의 범죄를 수행한 경우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공범이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형법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를 책임능력과 같이
규정하고
간접정범은 공범과 함께 규정한 이유도 여기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대하여 간접정범의 이론이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ii)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관하여 원인 설정 행위를
실행 행위
또는 실행의 착수 행위로 볼 수 없다. 실행 행위 또는 실행의
착수 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구성 요건의 정형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원인 설정
행위는 어떤 의미에서도 실행 행위의 정형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살인의 의사로 음주하였다고 하여 원인 설정
행위인 음주
행위를 살인 행위 또는 그 일부라고 할 수는 없다.@p284 따라서
간접
정범이론을 원용하여 원인 설정 행위가 실행행위 또는 그 착수
행위이기
때문에 원인 행위에 책임의 근거가 있어서 가벌성이 인정된다는
이론은
타당하지 않다.
2) 원인 행위와 실행 행위의 불가분적 관련에서 책임의 근거를
인정하는
견해: 원인 설정 행위는 실행 행위 또는 그 착수 행위가 될 수
없지만
책임능력 없는 상태에서의 실행 행위와 불가분의 연관을 갖는
것이므로
원인 설정 행위에 책임 비난의 근거가 있다는 이론이다. 즉 책임
비난의
근거는 책임 무능력 상태에서 실행된 구성 요건의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가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책임 없이 범죄를
행하게 한 원인
행위에 있지만,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실행되는 결함
상태가 유책한
원인 행위와 불가분의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를 처벌하는 것이
사리에
합당하다는 것이다. (주1: Jescheck, S. 402.) 이 이론에 의하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행위와 책임의 동시 존재의 원칙'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와 책임의 동시 존재의 원칙은 반드시 엄격히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이 원칙에
대한 예외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법 제10조는 행위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이론에 의하여 비난받지 않는 한 행위시에 책임
무능력(또는 한정
책임능력) 상태에 있는 자는 책임 없다(또는 감경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독일의 통설(주2: Eser, I, S. 176; Jescheck, S.
401; Rudolphi,
SK *20 Rn.28; Sch-Sch-Lenckner, *20 Rn. 34; Stratenwerth,
S.166.)이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가벌성을 인정하는데 가장
적절한
이론이라고 생각된다. (주3: 정성근, 445면; 이형국, 225면,
전게논문, 18면.)
(2)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의 실행 행위에 책임의 근거를
인정하는 견해:
현대 심리학의 입장에서 실행 행위는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보고 실행 행위에서 가벌성의 근거를 찾는 견해이다.
유기천
교수가 주장하신 이론이다. 즉 '현대심리학상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는
일도양단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반무의식상태(penumbra
situation)하에
있음이 밝혀진 이상 원인 행위가 일방 예비 단계에 불과한
것임을
인정하면서, 타방 무의식 상태에서 행한 실행 행위를 긍정할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원인 행위인 예비
단계로부터
실행 행위의 단계로 돌입하는 것이 반무의식적 상태에서
행하여지는
것이므로, 여기에 원인 행위와 결과간에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며
반무의식적 실현이 있을 때에 범죄의 실행 행위는 시작된다.
@p285이
경우에 범죄의 실행 행위시에는 그 행위가 반무의식적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한 그 주관적 요소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주1:
유기천,
138면, 140면.) 이와 같이 실행 행위를 반무의식 상태의
행위라고 이해하면
행위와 책임이 전체의 행위 과정에 유지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주2: 남홍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법정,
1975. 10),
77면.) 그러나 반무의식적 상태에서의 행위를 원인 행위와 실행
행위의 중간
행위가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면 이러한 중간 행위를 설명하기
곤란하고,
(주3: 손해목, 전게논문, 170면.) 나아가서 반무의식적
상태에서의 행위라는
개념을 인정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책임능력이 인정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3) 결어: 요컨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실행 행위는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의 행위이지만 그 책임 비난은 원인 행위에 있고
원인 행위와
실행 행위 사이의 불가분적 연관으로 인하여 행위와 책임의 동시
존재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가벌성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유형
(1) 고의에 위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1) 의의: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행위자가
책임능력(한정 책임능력)상태를 고의로 야기하고 이 때 이미
책임
무능력(안정 책임능력) 상태에서 행할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실행에
대한 고의를 가진 경우를 말한다. 즉 책임능력 결함 상태의
야기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실행에 대하여 모두 고의가 있는
경우이다. (주4:
Eser, I, S.177; Jescheck, S. 42; Rudolphi, SK *20 Rn. 30;
Schmidh^345^user, S.196; Sch-Sch-Lenckner, *20 Rn. 35;
Stratenwerth, S.
166.)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
행할 행위에 대한 고의만 있으면 족하며, 따라서 책임능력 결함
상태를
과실로 야기한 때에도 고의범이 설립한다는 견해(주5:
Maurach-Zipf, S.
486; Welzel, S. 156.)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구성요건적 고의는
그 고의를
실현할 결의가 없으면 형법상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 의하여 행위자가 그의 고의를 현실화하고 그 결의를
확인하는
것임을 간과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갑이 을을
살해할@p286 고의를 가졌으나 과실로 음주하여 책임 무능력
상태에서 을을
살해한 때에는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고의는
반드시
확정적 고의임을 요하지 않고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 그러나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 범할 범죄에 대한 고의는 특정범죄 또는 적어도
일정한
종류의 범죄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형법상의 고의는 구성
요건과 관련된
것임을 요하기 때문이다.
2) 실행의 착수 시기: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있어서는 특히 실행의 착수 시기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문제된다.
실행의 착수에 관한 문제는 고의에 의한 부작위범(omissio
libera in
causa)에 있어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는
원인 행위와
실행 행위를 구태여 구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열차의 운전수가
고의로 기차를 충돌시키기 위하여 대취하고 잠드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수설은 원인 행위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실행의 착수 시기는 객관적인 구성 요건의 정형을 떠나서는
논증하기
어려우므로 음주 행위를 살해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의 행위는 책임능력이 없지만 원인 행위와의 불가분의
연관이 있기
때문에 행위와 책임의 동시 존재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원인
행위를
근거로 가벌성을 인정할 수 있는 이상,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의 행위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1: 박상기,
216면; 배종대,
386면; 이형국, 226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있어서는 행위가
아니라 책임 있는 행위자를 범죄로 인도하는 취종과정(책임의
근거)만
앞으로 당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2: Stratenwerth, S.
166.)
(2)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1) 의의: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행위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책임 무능력(또는 한정 책임능력)상태를 야기하고
이러한
상태에서 특정한 과실범의 구성 요건을 실현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 설립한다. 예컨대 자동차를 운전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고의 또는 과실로 음주하여 대취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 행할 범죄에 대한
고의가
있었지만 그 상태를 과실로 야기한 때에도 과실로 인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가 된다. (주3: 일최판 1951. 1. 17(형집 5-1, 20,
형법 판례
백선 1, 106). 피고인이 모 음식점에서 여급 A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가까이하는 것을 A가 거절하자 칼로 찔러 A를 살해한
사건이다.
최고 재판소는 무죄 판결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피고인과
같이
다량으로 음주할 때는 병적 명정에 빠져 심신 상실 상태에서
타인에게
범죄의 해악을 미치게 할 위험한 소질을 가진 자는 항상 이러한
심신
상실의 원인이 되는 음주를 억제 또는 제한하는 등 위험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주의할 의무가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원판결이 인정한바와 같이 본건 살인의 소위는 피고인의
심신상실시의
소위이지만 피고인이 이미 이러한 소질을 자각하고 있었고 본건
사전의
음주에 대한 주의 의무를 태만히 한 것이라면 피고인은
과실치사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p287 2) 실행의 착수 시기: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있어서는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의 구성요건적 행위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하는 견해도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실행의
착수 시기는 원인 행위시에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1:
유기천,
139면.) 따라서 예컨대 취침 중에 유아를 질식케 한 어머니는
침대에 누울
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통상의
전형적인
과실 행위에 불과하고, 반드시 이를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고 할 필요는 없다. (주2: Jescheck, S.403.)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있어서도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의
구성요건적
행위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술을 마시는 것은
아직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사람을 사망케 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과실범에 있어서 실행의 착수 시기를 논할 실익은 없다.
과실범의
미수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4. 형법의 규정
1) 제 10조 3항의 적용 범위: 형법 제 10조 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의 상태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법 제10조 3항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첫째 행위자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할 것을 요한다.
여기서 위험의
발생을 예견한다 함은 책임능력 결함 상태에서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범죄를 행할 것을 인식한 경우(고의)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을
예견한
경우(과실)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둘째로는 심신장애
상태를
자의로 야기한 자가 아니면 안된다. 심신장애 상태를 자의로
야기하였다는
의미에 관하여도 고의범과 과실범의 두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는
견해(주3:
이형국, 전게논문, 21면.)도 있으나, 과실로 심신장애 상태를
초래한 자는
자의로 심신장애 상태를 야기하였다고 볼 수 없다.
@p288그러므로 형법은
고의로 심신장애 상태를 야기하여 고의 또는 과실범의 구성
요건을 실현할
때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주1: 정영석, 161면; 남흥우, 전게논문, 75면; 손해목,
전게논문,
70면은 형법이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형법의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과실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때에도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이론이
적용된다는 데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주2: 대법원 1992. 7. 28, 92도
999(공보 92, 2698).)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이론은 원래 과실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를 중심으로 발전된 것이기 때문이다. 형법 개정 법률안
제21조 3항은
'스스로 정신장애의 상태를 일으켜 고의 또는 과실로 행위한
자에 대하여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효과: 형법 제10조 3항은
명문으로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심신 상실(책임 무능력)의 경우뿐만 아니라 심신
미약(한정
책임능력)의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심신 미약 상태를 자초하여 죄를 범하는 경우와 단순히
심신 미약
상태에서 죄를 범하는 것은 구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대하여는 책임 무능력 상태에서의
행위일지라도
처벌되고, 한정 책임능력 상태에서의 행위라고 형이 감경되지
아니한다.
========================================
제3절 위법성의 인식@t:제3절 위법성의@e
I. 위법성의 인식의 의의
1. 위법성의 인식의 개념
위법성의 인식(das Bewusstsein der Rechtswidrigkeit)은 책임 비난의
핵심이다. 위법성의 인식이 있어야 법규범을 알면서도 범죄를 결의하였다는
법감정의 결여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근거로 행위자를 비난하게
되기 때문이다.
@p289 위법성의 인식이란 행위자의 행위가 공동사회의 질서에 반하고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행위자는 자신의
행위가 일반의 이익 또는 공동생활에 불가결한 규범에 반한다고 인식하였을
때에 위법성의 인식을 갖게 되며, 이러한 인식은 법이 보호하는 법익을
침해하거나 법이 보호해야 할 공동사회의 가치를 침해하였다는 관념에서
생긴다. 이러한 공동사회의 가치 위반 (Gemeinschaftswertwidrigkeit) 또는
법가치위반 (Rechtswertwidrigkeit)이 바로 위법성의 인식의 기초가 된다.
(주1: Eser, I, S. 145; Schmidh^345^user, S. 212; Sch-Sch-Cramer, *17 Rn.
6.) 위법성의 인식은 사회 윤리적 가치 위반 또는 반도덕성의 인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반도덕성은 법이 보호하는 최소한도의 윤리의
범위를 넘는 것이므로 법규범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적,도덕적 또는 정치적 확신에 의하여 자기에게 법규범을 침해할
의무가 있다고 믿고 죄를 범한 확신범 또는 양신범도 그가 침해한 규범이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범임을 인식한 이상 위법성의 인식을 가졌다고
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행위자가 침해한 규범이 무효라고 믿은 때에는
법률의 착오가 문제될 수 있다.
2. 위법성의 인식의 대상과 내용
위법성의 인식은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다는 인식을 의미하며, 가벌성의
인식이나 금지하고 있는 구체적인 법규정의 인식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주2: 대법원 1987. 3. 24, 86 도 2673(공보 800-758), '범죄의 성립에
있어서 위법의 인식은 그 범죄 사실이 사회 정의와 조리에 어긋나는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서 족하고 구체적인 해당 법조문까지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 설사 형법상의 허위 공문서 작성죄에 해당되는 줄 몰랐다고
가정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 만으로서는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동지: 대법원 1961. 2. 24, 4293 형상 937(총람 형법 13-10).) 정확한
법률 지식은 극소수의 법률가에게만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법성의 인식은 구체적인 법규정에 위반한다는 인식이 아니라, 무엇인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인식, 즉 법적 가치 위반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행위자가 행위의 실질적 가치 위반을 인식한 이상
침해된 규범이 형법 규범인가 민법 규범인가, 또는 행정 규범으로
인식하였는가는 위법성의 인식에 관하여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법성의 인식은 그의 행위가 구체적인 법규정은 명백하지
않더라도 어떤 법규정이라도 위반하였다는 인식으로 족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위법성의 인식은 문제된 범죄 종류의 특수한 불법내용을 인식할
것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구성 요건과 관련을 가질 것을 요한다. @p290즉
위법성의 인식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형법의 구체적인 금지 또는 명령을
위반한 구체적인 인식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행위자가 행위를 통하여
수개의 구성 요건을 실현한 때에는 모든 구성 요건의 실질적 불법 내용에
대한 위법성의 인식이 있을 것을 요한다. 따라서 수리가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있을 때에는 물론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을 때에도 위법성의
인식은 분리될 수 있다. (주1: Jakobs, 19^34^27; Roxin, 21^34^16.) 이를
위법성 인식의 분리 가능성의 원칙(Grundsatz der Teilbarkeit des
Unrechtsbewusstseins)이라고 한다. 행위자가 가중적 구성 요건을 실현한
때에는 위법성의 인식은 기본적 구성 요건의 반가치를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고 가중적 구성 요건의 특수한 가치 위반도 인식할 것을 요한다.
(주2: Rudolphi, SK *17 Rn. 8; Sch-Sch-Cramer, *17 Rn. 6.) 행위자는
대부분의 경우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살인죄.절도죄.방화죄와 같이 그 행위가 금지되어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을 때에는 행위자가 그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위법성은 반드시 확정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가 그 행위의 위법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법에 위반할
가능성을 수인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를 미필적 위법성의 인식(bedingtes
Unrechtsbewusstsein)이라고 할 수 있다. 위법성의 인식은 또한 반드시
행위시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의
심층에서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현실화되지 못한 불법의 인식으로 족하다.
따라서 형동범죄에 대하여도 위법성의 인식을 인정할 수 있다.
II. 위법성의 인식의 체계적 지위
위법성의 인식을 책임 요소로 인정하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책임의 구조에 있어서 위법성의 인식이 어떤 지위를 가지느냐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고의설과 책임설의 대립이 그것이다. 위법성의
인식의 지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는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경우인
법률의 착오에 대한 법률상의 효과에 관하여 결론을 달리하게 된다. 고의와
위법성의 인식의 관계에 관하여 종래에는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
는 법언에 의하여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위법성
인식 불요설도 주장된 바 있었다.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경우라도 고의에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는 책임설과 결론을 같이하지만, @p291위법성 인식
불요설이란 위법성의 인식 또는 그 가능성은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이론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법성의 인식 또는 그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도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위법성 인식 불요설을 주장하고 있는 학자는 없다. 여기서
고의와 위법성의 인식과의 관계에 관하여는 고의설과 책임설을 중심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1. 고의설
고의설(Vorsatztheorie)은 고의를 구성 요건 실현의 인식과 의사를
의미하는 구성요건적 고의와 위법성의 인식을 포함하는 책임 요소라고
한다. 따라서 이에 의하면 위법성의 인식은 행위 상황의 인식과 함께
고의의 구성 요소가 되며 위법성의 인식이 없으면 고의가 조각되고 다만
이를 회피할 수 있었을 때에는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는 때에만
과실범으로 처벌될 수 있을 뿐이다. 인과적 행위론의 이론적 귀결이며
종래의 통설의 입장이었다. 대법원도 고의설에 입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1: 대법원은 법률의 착오가 고의(범의)를 조각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1)
대법원 1970. 9. 22, 70 도 1206(총람 형법 16-16), '민사소송법 기타 공법의
해석을 잘못하여 가압류의 효력이 없어진 것으로 착오하였거나 또는 봉인
등을 손상 또는 효력을 해할 권리가 있다고 오산한 경우에는 형벌 법규의
무지와 구별되어 범의를 조각한다고 해석할 것이다.'(2) 대법원 1974. 11. 22,
74 도 2676(총람 형법 16-21), '주민 등록지를 이전한 이상 향토 예비군
설치법 제3조 4항, 동법 시행령 제2조 1항 4호에 의하여 대원 신고를
하여야 할 것이기는 하나 이미 같은 주소에 대원 신고가 되어 있었으므로
재차 동일 주소에 대원 신고(주소 이동)를 하지 아니하였음이 향토 예비군
설치법 제15조 6항에 말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오인한데서 나온
행위였다면 이는 법률의 착오가 범의를 조각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고의설에는 엄격고의설과 제한적 고의설이 있다.
1) 엄격 고의설: 고의설의 기본 입장을 제한 없이 적용하여 고의에는
범죄 사실의 인식 이외에 현실적인 위법성의 인식을 필요로 한다는 견해를
엄격 고의설(die strenge Vorsatztheorie)이라고 한다. 엄격 고의설은
위법성의 인식이 없으면 고의를 부인하게 되므로 이에 의하면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 구성 요건의 착오와 금지의 착오의 구별은 없어지고
모든 착오를 같은 기준에 의하여 처리하는 점에서 이론의 명확성을 가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의설에 의하면 행위자가 구성 요건을 실현할 때에
현실적인 위법성을 인식하여야 고의범이 성립하지만, 대부분의 중범죄는
흥분된 감정 상태나 순간적인 격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행위시에 그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할 수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엄격고의설에 의하면 이러한 모든 행위가 과실범으로 처벌될
수 있을 뿐이며, @p292특히 확신범 (^1256^berzeugungst^345^ter) 또는
상습범에 대하여는 법률 배반적인 기본 태도로 인하여 위법성의 인식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고의범에 의하여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된다.
더욱이 일반적인 과실범의 구성 요건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는 법률이
특별히 과실범의 구성 요건을 마련한 경우에만 처벌되며, 과실범의 처벌
규정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엄격
고의설은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때에는 과실범의 처벌 규정이 없으면 벌할
수 없고, 처벌할 수 있는 경우에도 과실범의 경한 형벌에 의하여 벌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형사 정책적 결함을 나타내게 된다. (주1:
Maurach-Zipf, S. 505; Wessels, S. 130.)
2) 제한적 고의설: 제한적 고의설(eingeschr^345^nkte Vorsatztheorie)은
고의설의 형사 정책적 결함을 시정하기 위하여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의
구성 요소이지만, 고의의 구성 요소가 되는 위법성의 인식은 반드시 현실적,
심리적 인식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가능성으로 족하다고 설명한다.
가능성설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제한적 고의설에 대하여도 위법성 인식
결함의 회피 가능성이라는 과실적 요소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위법성의
인식을 의미하는 고의와 동일시하여, 본질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고의와
과실을 결합하려고 한 점에 논리적인 잘못이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여기서 제한적 고의설 가운데는 중대하고 특히 비난할 수 있는 정도의
회피가능성은 고의와 동일시 할 수 있고, 따라서 법률
맹목성(Rechtsblindheit) 또는 법률 배반성(Rechtsfeindschaft)에 의하여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고의의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법률 배반성이라는 개념도 명백한 기준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고의설이 가지는 형사 정책적 결함을 시정하는 것은 고의설의
이론적 출발점을 포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해야 한다.
2. 책임설
(1) 책임설의 내용: 책임설(Schuldtheorie)은 위법성의 인식을 고의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고의와 분리된 독립한 책임 요소로 이해한다. 책임설에
의하면 고의는 행위에 대한 조종인자로서 주관적 구성요건에 속하고,
책임론에서는 간접적인 관련밖에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고의는 잠재적
위법성의 인식이라는 평가적 요소나 현실적 위법성의 인식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다. @p293책임의 본질은 비난 가능성이며 위법성의
인식은 행위자가 구체적인 경우에 그의 행위가 위법함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었는가에 대한 판단문제이므로, 그것은 비난 가능성의 구성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즉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와는 분리된 책임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때에는 금지의 착오(Vermeidbarkeit)로서
고의를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조각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위법성의 착오에 대한 법적 효과는 착오의 회피 가능성(Vermeidbarkeit)에
의하여 좌우된다. 즉 금지의 착오는 고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착오가
회피불가능할 때에는 책임을 조각하지만 회피가능할 때에는 책임을 감경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2) 독일 판례의 변천: 참고로 법률의 착오에 관한 독일 판례의 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의 Reichsgericht는 사실의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지만 법률의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지 않으며, 비형벌
법규의 착오는 사실의 착오이므로 고의를 조각하지만 형사법의 착오는
법률의 착오이므로 고의를 조각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형법의 기초가
되어 있는 금지와 명령은 누구나 알고 있고 알 수 있는 것이므로 형법에
대한 착오에는 항상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고, 비형벌법규에 관해서만 그
인식 또는 인식 가능성이 문제된다는 것을 이유로 하였다. 그러나 형법의
금지는 일반적 도덕관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합목적성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형법을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전제가 반드시
타당할 수는 없다. 비형사법의 착오는 사실의 착오와 같다는 논리도 그
착오가 형벌법규의 착오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지만, 이러한 구별이
이론상 가능한 것도 아니다.
종래의 Reichsgericht의 판례를 근본적으로 변경한 것이 바로 1952. 3.
18의 연방법원 대형사부 판결이었다. (주1: BGHSt. 2, 194. 변호사인
피고인이 변론의 보수를 약정하지 않고 W부인의 형사사건을 수인한 후 그
제 1회 기일에 W에게 내일 아침까지 50DM을 지불하지 않으면
변호인으로서 변론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하여 W가 그 돈을 지불하자,
피고인은 다시 같은 방법으로 W가 400DM의 보수를 지불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케 한 사건이다. 원심은 피고인이 독일 형법 제 240조의
강요죄를 범한 것으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피고인은 자기가 그러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었으므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상고하였다. 이 사건을 BGH의 형사
제2부로부터 송부받은 대형사부는 '형법 제 240조의 경우에 행위자는
위법성이 포함되지 아니한 형법 제 240조 1항의 행위상황을 인식해야 하며,
그 이외에 강요로 인하여 불법을 행한다는 것을 인식하였거나, 필요한
양심의 긴장을 다한 때에는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고 판시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이 판결에서 BGH는 '#1 책임은 비난
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책임 비난의 내적 근거에는 행위자가 위법성을 인식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p294따라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던 때에는 책임을
조각하지 않을 수 없다. #2 그러나 행위자가 양심의
긴장(Gesinnungsanspannung)을 하였다면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때에는 금지의 착오는 책임을 조각하지 않으며, 양심의 긴장을
다하지 아니한 정도에 따라 책임이 감경될 수 있을 뿐이다' 라고 하여
책임설의 입장을 명백히 하였다. BGH의 이 판결은 현대 독일 형법사에
있어서 전환점을 이룬 가장 획기적인 판결로 평가되고 있으며, (주1:
Jescheck, S. 406.) 그 후 책임설은 BGH의 일관된 판례에 의하여
채택되었고 학설상으로도 통설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현행 독일
형법은 책임설의 입장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2: 독일 형법 제17조
금지의 착오는 '행위자가 행위시에 불법을 행한다는 인식을 결한 경우에는
그가 이러한 착오를 회피할 수 없었던 때에는 책임을 조각한다. 행위자가
그 착오를 회피할 수 있었던 때에는 제 49조 1항에 의하여 형이 감경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엄격 책임설과 제한적 책임설: 책임설은 위법성 조각 사유의 존재에
대한 착오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다시 엄격
책임설과 제한적 책임설로 나누어진다.
1) 엄격 책임설: 엄격 책임설(strenge Schuldtheorie)은 대부분의
목적적행위론자(Welzel, Maurach, Armin Kaufmann)에 의하여 주장된
이론으로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에 대한 착오를 법률의 착오라고 한다. 즉
행위자가 그의 행위를 일반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였거나, 위법성
조각 사유의 존재, 종류 및 범위에 관한 착오로 간접적으로 허용된다고
오인했는가를 묻지 아니하고 모두 법률의 착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 제한적 책임설: 제한적 책임설(eingeschr^345^nkte Schuldtheorie)은
위법성 조각 사유의 착오를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와
그 범위나 한계에 대한 착오로 나누어 이를 달리 취급한다. 즉 인정된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는 법적 효과에 있어서 사실의
착오와 동일하지만 인정된 위법성 조각 사유의 법적 한계와 인정되지 않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대한 착오는 법률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한다.
III. 형법 제 16조의 해석
형법 제16조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p295여기에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다.'는 것은 반드시 형벌 법규의 착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위법성의 착오를 의미한다고 해석되며, 따라서 형법
제16조는 엄격히 말하여 위법성의 착오에 관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법 제16조는 단순히 위법성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정당한 이유가 없을 때에는
고의범으로 처벌해야 할 것인가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명백한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
1. 견해의 대립
형법 제16조가 위법성의 인식이 고의의 구성 요소인가 또는 책임
요소인가에 대하여 명백한 태도를 밝히지 않은 결과 형법 제16조의 해석에
관하여는 학설이 대립되고 있다. 즉 #1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의 구성
요소이므로 위법성의 인식이 없으면 고의가 조각되어 고의범으로 벌할 수
없고, 다만 과실로 인하여 위법성의 인식이 없을 때에는 과실범의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과실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고의설)(주1:
정영석, 190면; 정창운 233면.), #2 형법 제16조는 M. E. Mayer의
가능성설(M^246^glichkeitsheorie) 을 합법화한 것이므로, 위법성의 인식이
불가능하였다면 책임(고의)이 조각되고 위법성의 인식이 결여가 과실에
의한 때에는 고의범으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견해(가능성설)(주2: 유기천,
228면, 230면.) 및 #3 위법성의 인식이 없다고 하여 당연히 고의범의 성립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고 오직 위법성의 인식은 과오 없이하지 못한 때, 즉
위법성의 불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고의범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견해(책임설)(주3: 이건호(8인공저), 237면; 정성근, 456면; 진계호,
294면; 황산덕, 205면; 이형국, 233면; 김일수, 380면; 배종대, 390면.)가
그것이다.
2. 결론
형법 제16조가 고의설과 책임설에 관하여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아니한
이상 형법 제16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결국 이론에 의하여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고의설은 현실적인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경우에는
모두 과실범으로 처벌하거나 처벌하지 못하는 형사 정책상의 결함을 면할
수 없다. @p296가능성설은 실제에 있어서 책임설과 같은 결론을
가져오지만 전통적인 고의설에 입각하여 법률의 착오에 관하여만 서로
모순되는 고의와 과실을 같이 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난점이
있다. 따라서 형법 제16조를 반드시 고의설 또는 가능설에 입각하여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형법 제16조의
해석에 있어서는 책임설에 따라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고의와는 분리된 책임 요소이므로 위법성의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는
것이 아니고 그 불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만 책임을 조각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라 함은 위법성의 착오의
불가피성(Unvermeidbarkeit))을 의미한다.
제4절 법률의 착오 @t:제4절 법률착오@e
I. 법률의 착오의 의의와 태양
1. 법률의 착오의 의의
법률의 착오란 책임 비난에 필요한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경우, 즉
사실의 인식은 있으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때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행위자가 무엇을 하는가는 인식하였으나 그것이 허용된다고 오인한 경우가
바로 법률의 착오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법률의 착오는 위법성에 대한
착오(Irrtum ^1256^ber die Rechtswidrigkeit) 또는 금지의
착오(Verbotsirrtum)라고 할 수 있다. 형법은 제15조와 제16조에서 착오를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로 구별하고 있지만, 사실의 착오는 구성요건적
사실의 착오를 의미하며 법률의 착오가 위법성의 착오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주1: 유기천, 237면; 정영석, 284면; 박상기, 224면;
배종대, 393면.)
2. 법률의 착오의 태양
법률의 착오는 근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직접적 착오: 행위자가 그의 행위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금지
규범을 인식하지 못하여 그 행위가 허용된다고 오인한 경우를 직접적
착오(direkter Irrtum)라고 한다. 이러한 착오는 행위자가 금지 규범을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p297금지 규범은 인식하였으나 그 규범의 효력이
없다고 오인하였거나 또는 규범을 잘못 해석하여 그 행위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오인한 경우에 발생한다.
1) 법률의 부지: 행위자가 금지 규범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를 법률의
부지라고 한다. 법률의 부지가 법률의 착오에 해당되느냐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대법원은 법률의 착오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주1: (1) 대법원 1985. 4. 9,
85 도 25(공보 753-764),'형법 제 16조에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행위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유흥 접객업소의 업주가
경찰 당국의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만 18세 이상의 고등학생이 아닌
미성년자는 출입이 허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더라도 이는 미성년자 보호법
규정을 알지 못한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해당하고 특히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그릇 인정한 경우는
아니므로 비록 경찰 당국이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하여 이를 법률의
착오에 기인한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2) 대법원 1991. 10. 11, 91 도
1566(공보 91, 2761), '형법 제16조에 의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경우란
단순한 법률의 부지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행위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인식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지이므로, 피고인이 자신이 행위가
건축법상의 가 대상인 줄을 몰랐다는 사정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고 특히 법률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그릇 인식한 경우가 아니어서 이를 법률의 착오에 기인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동지: 대법원 1961. 10. 5, 4294 형상 208(총람 형법
16-8); 대법원 1979. 6. 26, 79 도 1308(총람 형법 16-26); 대법원 1980. 2.
12, 79 도 285(총람 형법 16-28); 대법원 1984. 2. 28, 83 도 2985(공보
727-645); 대법원 1990. 1. 23, 89 도 1476(공보 90, 585).) 그러나 위법성의
인식이 형법 규정에 대한 인식까지 요구한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고
할지라도 금지 규범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와 그건이 허용된다고 오인한
경우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며(주2: Jescheck, S. 410; Sch-Sch-Cramer,
*17 Rn. 10.), 법률의 착오는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행위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오인한 경우에 제한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금지
규범을 인식하지 못한 때에도 당연히 법률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주3: 김일수, 376면; 박상기, 227면; 배종대, 393면; 이형국, 235면;
허일태,'법률의 부지의 효력', 형사 판례 연구 1, 48면.)
2) 효력의 착오: 효력의
착오(G^1256^ltigkeitsirrtum)는 행위자가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정을
잘못 판단하여 그 규정이 무효라고 오인한 때를 말한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법률의 착오라고 할 수 있다.
3) 포섭의 착오: 구성요건적 사실이 어떤 법률적 의미를 가지느냐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킨 때를 포섭의 착오(Subsumtionsirrtum)라고 한다.
@p298포섭의 착오도 법률의 착오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포섭의
착오가 법률의 착오로 되기 위하여는 행위자가 포섭의 착오로 인하여 그의
행위가 허용된다고 인식하였는가, 다시 말하면 위법성의 인식을
결하였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2) 간접적 착오: 간접적 착오(indirecter Irrtum)란 행위자가 금지된 것은
인식하였으나 구체적인 경우에 위법성 조각 사유의 법적 한계를
오해하였거나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하여 위법성을
조각하는 반대 규범이 존재하는 것으로 착오한 때를 말한다. 위법성 조각
사유의 착오라고도 할 수 있다. 위법성 조각 사유의 착오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 즉 허용 구성 요건의
착오 (Erlaubnistatbestandsirrtum)와 위법성 조각 사유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착오(Erlaubnisirrtum)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정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법적 한계를 오인하였거나, 법질서에
의하여 인정되지 않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한다고 착오한 때, 즉
위법성 조각 사유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착오가 간접적 금지의 착오로서
법률의 착오의 일반 원리에 의하여 처리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의문이 없다. 문제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다.
II.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의 착오
1.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의 착오의 의의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란 행위자가 그 요건의 존재하면
위법성이 조각되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오인한 경우, 즉 위법성 조각 사유의
객관적 요건 내지 그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를 말한다. 허용 구성 요건의
착오라고도 한다. 오상방위, 오상피난, 오상자구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착오는 법률의 착오와 사실의 착오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독립된
형태의 착오로 이해되고 있다. (주1: Jescheck, S. 416; Lackner, S. 111;
Wessels, S. 134) 즉 착오가 법규의 기술적 또는 규범적 요건에 대한
것이므로 구조에 있어서는 사실의 착오와 유사하다. 그러나 구성요건적
사실의 인식에 대한 착오가 아니라, 금지규범이 예외적으로 허용규범에
의하여 후퇴한다고 오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결과에 있어서는 법률의
착오와 접근한다.
@p299 2. 견해의 대립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이를
구성요건적 사실의 착오로 취급할 것인가 또는 금지의 착오로 처리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1) 엄격 책임설: 엄격 책임설(die strenge Schuldtheorie)은 허용 구성
요건의 착오를 포함한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의 착오를 금지의 착오라고
해석한다. (주1: 정성근, 347면; 진계호, 295면.) 독일에서 주로 목적적
행위론 자들이 취하고 있는 견해(주2: Brockelmann-Volk, S. 122;
Schroeder, LK * 16 Rn. 52; Welzel, S. 164.)이다. 그러나 이 견해는 #1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의 착오가 평가의 착오가 아니라 사실 관계의
착오(Sachverhaltsirrtum)라는 특수성을 무시하였고, #2 엄격 책임설에
의하여 적으로 오인하고 아군을 폭격한 조종사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감정에 반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주3: Dreher-Tr^246^ndle, *16
Rn. 24; Jescheck, S. 417; Sch-Sch-Cramer, *16 Rn. 15.) 이 경우에
행위자는 법에 따라 행위하였으며, 객관적으로 위법한 점은 상황을 잘못
평가한 데에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주4: K^1256^hl, 13^34^72, 75.)
(2)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die Lehre von den negativen
Tatbestandsmerkmalen)에 의하면 위법성 조각 사유의 요건은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가 되므로 위법성을 조각하는 행위 상황에 대한 착오는
구성요건적 착오가 되고 따라서 고의를 조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론도 #1 위법성의 독자성을 부정하고 구성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
행위와 구성 요건에 해당되지만 위법성이 조각되는 행위의 가치 차이를
무시한 점에 근본적인 난점이 있을 뿐 아니라, #2 고의의 내용으로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인식까지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고, #3 지적,의미적으로 구성 요건을 실현한 이상
고의를 조각한다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 제한적 책임설: 제한적
책임설 (eingeschr^345^nkte Schuldtheorie)은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가 구성요건적 착오는 아니지만 구성 요건적 착오와의
구조적 유사성을 근거로 구성 요건적 착오의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견해는 소극적 구성 요건 요소 이론과 이론적 구성은 달리하지만
그 효과에 있어서는 같은 결론을 가'온다. 즉 제한적 책임설에 의하여도
허용 구성 요건에 대한 @p300회피할 수 있는 착오는 고의범으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과실범의 처벌 규정이 있는 때에만 과실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제한적 책임설은 다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견해로 나누어진다.
1) 구성요건적 착오의 규정을 유사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 이 견해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의 착오에 관하여 구성 요건적 착오에 관한
규정이 직접 적용될 수는 없지만 구성 요건 요소와 허용 구성 요건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없고, 이 경우에는 고의의 본질이 되는 행위자의
구성요건적 불법을 실현하려는 결단이 없으므로 행위 불법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에 구성요건적 착오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고의를 조각한다고
해석한다. (주1: 김일수, 237면.) 그러나 고의범의 행위반가치가
의도반가치에만 있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구성요건적 고의가
조각된다고 할 때에는 이에 대한 공범의 성립도 불가능하여 처벌의 결함을
초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법효과제한적 책임설: 법효과제한적 책임설(die
rechtsfolgeneinschr^345^nkende Schuldtheorie)은 허용 구성 요건의 착오가
고의를 조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의책임과 고의형벌을 조각하여 법효과에
있어서 구성요건적 착오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의
통설(주2: Dreher-Tr^246^ndle, *16 Rn. 27; Haft, S. 262; Jescheck, S. 418;
Lackner, S. 112; Wessels, S. 137; Gallas, 'Zur Struktur des
strafrechtlichen Unwertsbegriffs', Bockelmann-FS S. 171.)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며, 우리 나라의 다수설(주3: 이형국, 155면; 박상기, 234면; 배종대,
397면.)이라고 할 수 있다.
3. 결론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을 오인한 자에 대한 비난은 법이 요구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에 있을 뿐이고 법배반적 심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즉 행위자가 인정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한다는 적법 의식을
가지고 법에 따라 합법하게 행위 한다고 믿고 있는 경우에는 고의범에
있어서 전형적인 법공동체의 가치 관념에 대한 배반이 없다.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는 구성 요건을 인식하였다는 점에서 순수한
사실의 착오는 아니다. 그러나 그 착오가 단순히 적법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법적, 사회적 의미의 내용과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법률의 착오와
구별된다. 그리고 이 경우에 회피할 수 있는 착오에 대한 책임이 질적으로
과실 책임과 일치하는 이상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는
법적 효과에 있어서 사실의 착오와 같이 취급하는 것이 옳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p301고의범에 대한 무거운 형벌은 책임 관계에 있어서도 그
행위의 법적, 사회적 의미의 내용을 인식한 자에 대해서만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률효과에 있어서는
사실의 착오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제한적 책임설(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III. 형법 제16조와 정당한 이유
1. 형법 제16조의 해석
형법 제16조는'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책임설에 의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형법 제16조에 의하여 위법성의 착오는
그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조각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때에는 책임이 조각되지 않고 고의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므로 형법
제16조의 해석에 있어서는 여기의 정당한 이유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문제가 된다.
2. 정당한 이유
법률의 착오가 책임을 조각하느냐는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느냐에
의하여 결정된다. 착오에 대한 정당한 이유는 그 착오를 회피할 수
없었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정당한 이유의 판단은
회피가능성(Vermeidbarkeit)의 판단문제에 귀착한다. 착오의 회피 가능성은
구체적인 위법성의 인식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위법성을 인식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능력을 다하지 아니하여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책임을 조각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착오의 회피
가능성의 판단 기준으로 BGH는 양심의 긴장(Gewissensanspannung)을
들고 있다. 즉 양심의 긴장을 다하였으면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의 착오는 회피 가능하며, 양심의 긴장 정도는 행위 상황과 행위자의
생활과 직업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였다. (주1: BGFSt. 2, 201.) 그러나
법규범은 도덕적 평가 규범이 아니므로 양심의 긴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률의 착오를 비난할 수는 없다. @p302다시 말하면 양심은
위법성을 인식하는 근원이 아니라 인식 과정에 있어서의 동기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위법성 인식의 판단은 양심이 아니라 지적 인식
능력(Intellektuelle Erkenntniskr^345^fte)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주1:
Rudolphi, SK *17 Rn.32; Sch-Sch-Cramer, * 17 Rn.16.)
법률의 착오에 대한 회피 가능성의 판단은 과실범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위반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는 견해(주2: Eser, I, S. 149;
Stratenwerth, S. 177.)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회피 가능성과 과실의
판단 기준은 같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주3: Jescheck, S. 412;
Rudolphi, SK *17 Rn. 30a) 다만 행위가 단순한 법률 위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도덕 질서에 중대한 침해가 될 때에는 법률의 착오는 회피
가능하다고 해야 한다. (주4: 대법원 1979. 8. 28, 79 도 1671(총람 형법
16-27), '사람이 죽으면 으레 당국에 신고한 연후에 그 시체를 매장하여야
함은 일반 상식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몰랐다고 변소한다 하여 이를
위법행위를 합법 행위로 오인하였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행위가 도덕 질서와 직접적 관계를 가지지 않은 때에도 행위자에게는
법규정을 조사하고 확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직업상 필요한
교육을 받지 아니하여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그 착오는 회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운전자가 변경된 교통법규를 모르고 있었다고
하여 그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 행위자가 알고
있는 규정의 유효성에 대하여 임의로 자기에게 유리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에는 전문가나 관계 기관에 조회할 의무가 있다.
전문가나 권한 있는 기관의 조언에 의하여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책임을 조각한다. 예컨대 변호사에게 확인하거나, (주5: 대법원 1976. 1. 13,
74 도 3680(총람 형법 16-24),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긴급 명령 공포
당시 기업 사채의 정의에 대한 해석이 용이치 않았던 사정하에서 겨우
국문을 해석할 수 있는 60세 부녀자인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사채 신고
권유를 받았지만 지상에 보도된 내용을 검토하고 관할 공무원과 자기
소송을 위임했던 변호사에게 문의 확인한 바 채권이 이미 소멸되었다고
믿고 신고치 않은 경우에는 이를 벌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담당 공무원의
말을 믿었거나, (주6: 대법원 1992. 5. 22, 91 도 2525(공보 92, 2055),
'행정청의 허가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지 아니하여 처벌
대상의 행위를 한 경우라도,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허가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잘못 알려주어 이를 믿었기 때문에 허가를 받지 아니한 것이라면
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착오를 일으킨 데 대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 군대에서 상사의
허가를 받은 경우(주7: 대법원 1971. 10 . 12, 71 도 1356(총람 형법
16-17).)가 여기에 해당한다. @p303스스로의 사고에 의한 위법성의 판단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행위자가 법률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그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판례는 #1 군복무를 필한 동복동생 이름으로 해병대에 지원 입대하여
복무하다가 휴가를 받아 귀대하지 않은 경우, (주1: 대법원 1974. 7. 23, 74
도 1399(총람 형법 16-20).) #2 국민학교 교장이 교과 식물을 비치하기
위하여 학교 화단에 양귀비 종자를 식재한 경우, (주2: 대법원 1972. 3. 31,
72 도 64(총람 형법 16-18).) #3 교통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한국
교통사고 상담 센터의 직원이 피해자의 위임으로 사고 회사와의 사이에
화해의 중재나 알선을 한 경우(주3: 대법원 1975. 3. 25, 74 도 2882(총람
형법 16-22).)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것이
정당한 이유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의 사고에 의하여 위법성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때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법원의 판결을 신뢰한 경우이다.
행위자의 행위가 행위시의 판례에 의하여 처벌되지 않을 때에는 이를
근거로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자가 처벌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이
판례의 실질적 정당성까지 심사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를 합법이라고 판시하는 일관된 판례 때문에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자는 책임이 조각된다고 해야 한다. 행위자가 위법성을
착오한 이상 그의 행위를 정당화한 일관된 판례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같다. (주4: Eser, I, S. 149; Rudolphi, SK *17 Rn. 37; Sch-Sch-Cramer,
*18 Rn. 18.) 서로 모순되는 판결이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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