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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싱크로니시티

by Casey,Riley 202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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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자보르스키 지음 / 에이지21
이 책은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개인의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리더십이란 유기적이
든 자발적이든 사람들을 한계에서 벗어나게 하는 인간 가능성의 발산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자
신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리더십에 변화가 요구됨을 깨우쳐주고 용기를 준다. 아울러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상태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우리를 이끈다.

싱크로니시티
조셉 자보르스키 지음

▣ 저자 조셉 자보르스키
글로벌 리더십 이니셔티브의 공동 설립자이자 제네론 컨설팅사의 회장이다. 그는 직업인으로서 경력을
변호사로 시작했는데 휴스턴에 본사가 있는 대형 법률회사 ‘브레이스웰 앤 패터슨’에서 국내외 소송 전
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1975년 그는 미국 법정변호사 중 상위 1퍼센트만이 가입 자격을 얻는 미국법정
변호사협회 회원 자격을 얻기도 했다. 1980년 변호사 활동을 접고 공동 리더십 개발을 목표로 하는 비
정부기구 ‘아메리칸 리더십 포럼’을 설립했다. 그의 관심은 리더와 조직이 공동으로 다가올 새로운 미
래를 감지하고 만들어내도록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리더십 개발 연구와 실천에 삶의 많은
부분을 바쳤다. 또한 MIT 조직학습센터의 이사회 멤버이자 특별 회원이기도 하다. 이 책 『싱크로니시
티』는 1996년 톰 브라운 비즈니스 도서 톱10에 선정되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 Short Summary
살다 보면 누구나 그야말로 절묘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순간,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
게 맞아떨어지고 통제는커녕 예상조차 못한 일이 일어나 우리에게 확실한 길을 알려주는 그런 순간을
경험한다. 그런데 그런 순간에 일어나는 제반 상황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격인 단어는 바로 ‘싱크로니
시티(Synchronicity, 공시성)’다. 참고로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싱크로니시티: 비인과적 연관 원
리』에서 공시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둘 혹은 그 이상의 의미심장한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
으로, 여기에는 우연한 가능성, 즉 확률 이상의 무엇인가가 관련되어 있다.’
이 책은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개인의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리더십이란 유기적이
든 자발적이든 사람들을 한계에서 벗어나게 하는 인간 가능성의 발산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자
신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리더십에 변화가 요구됨을 깨우쳐주고 용기를 준다. 아울러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상태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우리를 이끈다.
1부는 ‘여행 준비’에서 시작된다. 진짜가 아니었던 저자의 삶과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명시적으로 다
양한 형태로 나타났던 ‘모험에의 부름’에 관한 내용이다. 2부 ‘문턱을 넘다’는 모험에의 부름에 ‘네!’라
고 대답하는 결정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전심전력을 다해 꿈을 추구하다 보면 우리가 자각하는 의지를
넘어서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또 꿈을 좇아가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자양분을 제공하고 정한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어떤 힘이 펼쳐지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3부에서는
‘영웅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선택한 방향에서 우리의 헌신성을 시험하고, 실패를 통해 배울 기회를 제
공하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시련 등에 대해 다룬다. 4부 ‘선물’은 꿈을 좇아 떠난 뒤 달성한 목표와
그것이 개인과 사회 전체에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여정에서의 변화 등에 대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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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 차례
서문 - 피터 센게
plrlogue - 내 삶의 여정으로 초대
Part 1. 여행 준비
1. 워터게이트 사건
2. 성공한 인생
3. 여행이 시작되다
4. 자유
5. 그랑프리 참관 도전
6. 사랑의 기술
7. 일체감
8. 꿈
9. 카이로
10. 무너지는 경계
Part 2. 문턱을 넘다
11. 헌신의 신비
12. 안내자 : 데이비드 봄과의 만남
13. 공시성 : 1세제곱센티미터의 기회
Part 3. 영웅의 여정
14. 전력 질주의 순간
15. 야외 체험학습 : 대화로 나아가는 관문
16. 대화 : 공동 사고의 힘
17. 교훈 : 함정을 만나다
18. 헌신의 힘
Part 4. 선물
19. 귀환, 그리고 새로운 모험
20. 장(場)을 마련하다
21. 바리케이드 : 장벽으로 가로막힌 세상
22. 뉴프런티어 :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회
23. 가능성의 세계
24. 미래 창조
epilogue - 브레튼우즈와 하다마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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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싱크로니시티
조셉 자보르스키 지음

여행 준비
워터게이트 사건
1973년 10월 당시 나는 서른아홉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전해 9월에 터졌다. 당시 내 관심은 휴스
턴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다국적 법률회사를 세우고, 사업체를 경영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10월
말 닉슨 대통령의 수석보좌관이었던 알렉산더 헤이그 장관이 아버지 레온 자보르스키에게 전화를 해서
특별검사직을 맡아 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대
통령을 법정에 세울 권한을 보장한다는 조건이라면 직무를 맡겠다고 했다. 이후 몇 달 동안 특별검사
직을 수행하면서 아버지는 워터게이트 음모의 경악스러운 면모를 알았고, 그들에게 배운 대로 극비로
아들인 나와 공유했다. 그리고 이것이 나한테는 삶을 바꾼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을 다시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나아가 나는 이를 정치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리더십 전반의 문제라고 보았다.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는 파렴치한 리
더들과 이런 종류의 행동을 자초하는 나태하고 자기중심적인 시민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 깊은 우려와 함께 진정한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정작 나를 괴롭힌 것은 이런 상
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리라는 스스로의 무력감이었다. 과연 어떻게 이런 문제에 대처하고 진정
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렇게 하여 나의 남은 인생을 바칠 중대한 변화를 향한 씨앗은 뿌려졌다.
하지만 내가 씨앗이 자랄 환경을 만들고 능력을 키우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성공한 인생 / 여행이 시작되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질 때까지 나는 13년 동안 변호사로 일했고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위
치에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여자 친구 프랜과 결혼해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었다. 우리는 말하자
면 보통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고수익이 보장되는 전문직, 아름다운 동네에 있는 넓
고 안락한 집,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온갖 물건, 건강하고 다재다능한 열한 살 아들 조이, 휴스턴에
있는 많은 친구와 친척, 이는 일종의 그림 같은 생활이었고 그런 생활이 지속되었다.
그런데 1975년 마흔 살에 나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나는 추수감사절 주말에 아버지와 몇몇 동료와
함께 목장에서 사냥을 한 다음 일요일 저녁에 휴스턴으로 돌아왔다. 막 서재로 들어와 소지품을 내려
놓는데 아내 프랜이 들어와서 말했다. “이야기 좀 해요.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내가 자리에 앉자 그
녀가 말했다. “조, 우리 이혼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당시
프랜은 휴스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수업에서 누군가를 만나 사귀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화를
나눈 뒤에 프랜이 말했다. “오늘 밤부터 당신이 집을 나가줬으면 해요.” 그래서 가방을 몇 개 챙겨서
차를 몰고 하워드 존슨 모텔로 갔다. 엄청난 충격으로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그렇게 홀로 있었다. 아내
와 아들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 같던 삶 전체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별거 기간에도 이혼한 다음에도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했지만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이면 혼자였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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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런 시간이면 스스로를 곰곰 들여다보았다. 여러 면에서 내 눈에 보이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
아와 나의 감정과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상실의 고통과 혼란이 내면에서 솟구쳐 나를 휘감곤 했다.
누나 조니가 내가 빠진 고통을 간파했다. 어느 날 일이 끝나고 집에 와보니 조니에게서 작은 소포가
와 있었다. 휴 프레이더가 쓴 『조금만 더 일찍 나를 알았더라면』이라는 제목의 책과 함께 어쩌면 이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누나의 메모가 들어 있었다. 그날 저녁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후 며칠에 걸쳐서 크지 않은 책의 구절구절을 읽고 또 읽었다.
책 내용은 자아 발견을 위한 여행을 시작한 사람의 자아 성찰 내용이었다. 작가는 ‘자신이 누구이며,
여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해답을 얻으려 노
력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아 성찰적인 글쓰기의 위력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글을 씀으
로써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명료하게 파악하고, 그런 통찰을 통해 자기 치유 방법을 찾아내고 있었다.
나도 낱장 메모지에 같은 형식으로 글을 써서 매일 서류철에 보관하기 시작했고, 몇 달 전에 쓴 글을
찾아 다시 읽어보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변해가는 모습, 생활에서 특정 패턴이 나타나
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이런 과정이 혼란스러웠던 마음에 질서를 가져왔고 의식에 일관성을
가지게 했다. 다음에는 노트를 한 권 사서 자아 성찰 내용을 계속 기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나
와의 대화가 더없이 소중해졌다. 혼자 보내는 고독한 시간이 내게 일종의 정화 과정이 되어 주었는데,
일생일대 위기에 직면해 있던 내게는 바로 이런 과정이 절실히 필요했다.
나는 내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으며, 삶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성찰하기 시작했다. 사람
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까지 진정한 삶을 살지도, 고차원적인 삶의 목표를 깊이 생각하지도, 그런 목표
를 향해 과감히 떨쳐 일어나 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
력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가 내게 새로운 삶의 여정이 시작된 시기라는 사실을 깨달
은 것은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여정은 이미 그때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자유
1976년 4월 나는 회사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규모가 커서 해당 사건에만 전력을 쏟아야 하
는 그런 소송이었다. 9월 초 재판이 13주째로 접어들었을 무렵 판사가 7주간의 휴정을 명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지 않은 자유의 몸이 되었고, 무작정 7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정해진 계획 없이 짐도
아주 간소했다. 과거 인상 깊게 읽은 책도 몇 권 챙겼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챙겨간 책이 당시 내 사고
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랑스를 여행하는 내내 나는 성당에 매료되었다. 특히 파리에
서 남서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중세풍의 작은 도시 샤르트르에 있는 대성당에 끌렸다.
그날 오후 늦게 성당 주위를 서성이며 나는 자유의 2가지 개념을 생각했다. 2가지 모두 7주간의 여행
에서 내내 느꼈던 것이다. 첫 번째는 ‘벗어나는 자유’, 말하자면 환경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자유였다.
내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생존 투쟁을 벌이던 과거 15년 동안 내가 주로 느낀 것이 바로 순응하는 삶에
서 벗어나고픈 욕구였다. 하지만 이즈음 또 다른 개념의 자유가 깊은 심연에서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
르기 시작했다. 전심전력을 다해 삶의 목표를 좇아가는 자유, 동시에 통제하거나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고’ 삶의 창조적 기운이 나를 통과하여 움직이도록 내버려두는 자유였다. 샤르트르에서의 경험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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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의 내면에서 발견한 각종 억압 요소, 특히 두려움을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랑의 기술
이번 유럽 여행 도중 결혼이 사실상 와해되기 직전까지 내가 아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이유는 뭘
까 생각하며 읽고 또 읽었던 책이 바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었다. 그의 논지는 인간 실존
문제에서 유일하게 만족스러운 해답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사랑하는 것이 하나의 기술이
며 사랑의 이론뿐만 아니라 실천까지 숙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체감
재판을 끝낸 다음, 나는 티턴 산맥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3일째 되던 날 아침 캠프에서 멀지 않은 개
울로 낚시를 하러 갔다. 걸어가는 데 갑자기 족제비 한 마리가 눈 속에서 튀어나왔다. 족제비는 검은
색에 가까운 진한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녀석의 출현에 나는 가던 길을 멈췄다. 우리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시간이 기분에는 몇 분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마
1분도 채 안 되었을 것이다. 녀석이 몸을 돌려 가는가 싶더니 다시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한참 나를 쳐다보고는 일종의 ‘쇼’를 시작했다.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크게 공중제비를 돌고
다시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이거 어때?’ 하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녀석은 내 앞에서 같은 곡예를 서
너 번 보여주었고 곡예가 끝나면 항상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곡예를 한
대가로 칭찬이라도 구하는 모양새였다. 처음에 나는 목석마냥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녀
석의 곡예가 반복되자 마지막에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녀석과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
는 꽤 오래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족제비와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족제비와 나는 그렇게 몇 분 동안 의사소통을 했다. 그리고 나는 일종의 시간을 초월한 느낌을, 우주
만물과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이후 족제비와의 조
우에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
이 걸렸다. 훗날 알고 보니 표면상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족제비와의
조우가 가르쳐준 것은 하나가 되는 느낌, 즉 일체감이라는 경험의 중요성이었다.

이어지는 몇 달에 걸쳐서 나는 족제비와 마주친 경험을 계속해서 반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우
주의 조직 원리는 ‘관련성(relatedness)’이며, 이것이 ‘객관성 실재성(thingness, 사물성)’보다 근본적이
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리더십을 고민하면서 빠뜨린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도 새록새록 들
었다. 우리는 항상 리더가 하는 행동, 그들의 리더십 스타일과 작용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리더십
의 존재 방식이라는 측면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유럽 여행 도중 『사랑의 기술』을 읽은 경험은 프롬의 다음 책 『소유나 존재냐』로 나를 이끌었다. 프
롬의 논지는 책의 서문에 나오는 다음 2개의 인용 문구로 요약된다. ‘① 행함을 위한 도(道)는 존재 방
식이다 - 노자. ②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존재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몇 주
뒤 리더십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있을 무렵 우편으로 짤막한 에세이가 실린 소책자가 하나 배달
되었다. 37쪽 분량의 얇은 소책자의 저자는 로버트 그린리프였고, 제목은 『리더로서의 하인』이라고 되
어 있었다. 하인처럼 사람들을 섬기는 지도자, 즉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개념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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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후 나는 1977년 초에 다시 산으
로 갔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내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심사숙고하기 위해서였다.
산을 떠날 무렵 나는 ‘서번트 리더십’을 육성할 조직 만들기에 필요한 기본 윤곽을 잡은 상태였다. 말
하자면 훗날 ‘아메리칸 리더십 포럼(American Leadership Forum, ALF)’이라 부르게 되는 조직의 대체
적인 구상을 마친 것이었다. 이 구상은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로, 특히 공동체나 지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청년층 리더들의 결합을 장려할 생각이었다. 즉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다원화된 사
회에서 공적 책임 의식을 고양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을 키워줄 생각이었다.
나는 기본 구상을 마친 ALF의 아이디어를 혼자서만 품고 있었다. 1년 뒤에 고객이자 친구인 톰 팻초
(환경 전문 기업인 브라우닝 페리스 인더스트리 설립자)가 나를 찾아왔다.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휴
스턴에 설립 예정인 임원 연수센터라는 본인의 꿈을 이야기하고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톰이 자기 꿈을
이야기하고 나니 나도 용기가 생겨 그에게 내 꿈을 이야기해도 되겠구나 싶어 그동안 준비한 계획안을
복사해서 톰에게 주었고 톰은 집으로 가져가서 검토하기로 했다.
며칠 뒤에 톰이 와서 검토 의견을 알려주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드네. 그런데
자네 계획안을 보니, 자네는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운영 책임자 자리는 다른 내부인에게 맡기겠다
고 하는데, 이건 자네의 꿈일세. 꿈이 현실이 되도록 실행하는 사람은 자네여야 해. 지금 다니는 법률
회사도 그만두고 변호사 일도 접고 자네가 가진 에너지와 시간을 전부를 바쳐야 할 거야. 아니면 실현
은 무리라고 봐야지.” 그의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하지만 나는 톰에게 시기가 좋지 않다며 지금은 힘
들겠다고 말했다. 톰이 그런 나를 보더니 말했다. “언제든 준비가 되면 알려주게. 나도 돕겠네.”

문턱을 넘다
안내자 - 데이비드 봄과의 만남
1980년 7월 27일 일요일이었다. 나는 1주일 전에 법률회사를 그만두었고, 내가 설립하기로 마음먹은
새로운 기구의 철학적 토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글을 쓰고 생각하며 씨름하고 있었다. 특히 중
요한 새로운 리더십 커리큘럼을 어떻게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날 나는 샤워를 한 다음 《선데이 타
임즈》지를 휙휙 넘겨보는데, 교육면에 ‘우주의 협력 방법’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 옆에
는 런던 대학 버크벡 칼리지 이론물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봄의 사진이 게재되어 있었다.
기사는 봄의 신작 『전체와 접힌 질서』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이론을 설명했다. ‘접힌 질서’에 관한 봄
의 이론은 무척 전문적이어서 기사 내용 중에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
자면 나는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 무엇보다 봄의 이론은 내가 찾고 있던 해답이었다. 갑자기 이 사람
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는 계속해서 다음의 내용을 이야기했다.
‘봄이 주장한 비국소성(non-locality, 초공간성이라고 하기도 함)과 물리적 현상과 의식을 구별하지 않
고 하나로 보는 관점 때문에 일부 초심리학자는 그의 이론에 의존하여 텔레파시, 예지, 염력 같은 현
상을 설명하려 한다. 봄은 이런 시도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확고하게 중립을 지키고 있다.
‘접힌 질서’는 일상적인 사고와 지각을 넘어서는 심층 차원의 실재이며, 기존 과학 이론에서 말하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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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든 실재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봄의 표현에 따르면 기존 과학 이론에서 말하는 실재는 ‘명시적인 질서’
에 속한다. ‘접힌 질서’에서는 존재의 총체가 시공간에 존재하는 개별 ‘조각들’ 안에 접혀 들어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개별 조각이란 하나의 물체일 수도 있고, 사고 혹은 사건일 수도 있다. 이처럼 우주 안
의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모두가 단일 연속체의 부분이기 때문이다.
봄은 분리를 지향하는 현재의 흐름은 주어-동사-목적어라는 우리의 문법 구조 안에 깊이 각인되어 있
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다른 개인 혹은 집단을 우리와 구별되는 ‘타자(他者)’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
는데, 이는 분리 지향이 개인적인 수준과 사회적인 수준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
리고 이런 분리 지향이 결국 우리를 고립으로, 이기주의로, 전쟁으로 끌고 간다고 주장했다.’
빙고! 정말 맞는 말이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동안 느끼고 꿈꾸고 생각하던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 커리큘럼의 근본 토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여기저기에 몇 번의
전화를 한 뒤에 봄의 자택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가 수화기 너머에 있었
다.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한 다음 그를 꼭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
는 다음날 오후를 나와 함께 보내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 봄과의 만남은 모험이 펼쳐지는 동안 내가
경험하게 될 수많은 ‘예측 가능한 기적’ 중에 하나였다. 그날 나는 봄의 사무실에 있었고 4시간이 넘도
록 그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대화가 진행되는 내내 나는 녹음기로 대화를 녹음했다. 우리는 물리학
과 철학 원리의 결합과 이것이 나의 꿈인 리더십 포럼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이야기했다.
공시성 - 1세제곱센티미터의 기회
봄을 만나고 몇 주 뒤 나는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때 우리는 시카고 오헤어 공항
에서 인파로 붐비는 통로를 급히 내달리고 있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이리저
리 사람들을 피해가면서 조이와 나란히 달려가는데 맞은편에서 무척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우리 쪽으
로 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서로의 거리가 1미터쯤 되었을 무렵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정말 매력적이었고, 나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여자가 스쳐 지나가는 동안 나는 여자를
따라 몸을 돌리면서 속으로만 생각했다. “저 여자를 잡아야 되는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그녀가 나를 지나쳐 걸어가는 동안 나는 그녀 쪽을 돌아보면서 그냥 거기에 서 있었다. 한참 앞으로
내달린 다음에야 내가 없다는 것을 알고 급히 돌아온 조이가 팔을 잡아당겼다. “아빠, 여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어요. 가요!” “조이, 넌 어서 가서 비행기를 타라. 나는 다음 비행기를
타마. 어떻게든 널 찾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메리칸에어라인 게이트에서 그녀를 찾아냈는데 댈러스행 비행기에 막 오르려던 참이었다.
나는 잽싸게 뛰어가서 게이트 직원에게 표를 내밀고 있는 그녀를 뒤로 끌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할 말이 있어서요. 이쪽으로 좀 와주세요.” 그녀가 입구에서 한 걸음 빠져나와
이동 트랩 쪽으로 왔다. 나는 그녀가 뭐라고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대뜸 물었다. “결혼하셨는지 알고 싶
습니다.” 그녀가 나를 보더니 대답했다. “아니오, 당신은요?” 다소 당황한 내가 말을 더듬었다. “아아!
물론 안 했지요. 그러니까 저는 런던에 삽니다. 우리가 만난 적이 없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연락할 수 있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녀
가 나를 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명함을 꺼내 집 전화번호를 적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건네주면서 말했
다. “런던 얘기를 들려주세요.” 그녀인 메이비스 웹스터는 댈러스 근처 소도시에서 텔레비전 쇼를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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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하고 진행하는 재원이었다. 나를 만난 그날 메이비스는 ABC 방송사 시카고 지부의 제의를 받고 인터
뷰를 하러 갔었다. 참고로 시카고로 출발하기 전날 밤에 그녀는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남자를 만나리라는 꿈을 꾸었고, 실제 그렇게 되리라는 강한 예감을 받았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시카
고에 머무는 동안 그녀는 여러 친구를 만나고 파티에도 두 번이나 참석했다. 매번 남자를 만날 때마다
혹시 이 사람일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시카고에서 보내는 마지막 저녁, 비행기를 타러 떠나기 전 메
이비스는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속상하다고 푸념을 했다. 그리
고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내가 그녀의 팔을 잡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2주 뒤 우리는 댈러스에서 점심을 같이했고, 희망과 꿈을 이야기했다. 메이비스는 의사가 되
어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각지에서 선교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이
야기했다. 나는 ALF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신기한 우리의 만남과 예리한 직관과 직감이라는 메이
비스의 특별한 능력도 이야기했다. 나는 메이비스가 내과의사가 되어 꿈을 이룰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메이비스가 휴스턴으로 이사를 왔고 1년 여 뒤에 우리는 결혼했다. 리더십 포럼을
만드는 초기 단계는 참여할 이사들을 모으고 커리큘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런 작업 때문에 나는
전국을 돌아다녀야 했는데, 메이비스는 이런 여행을 나와 함께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좇기로 마음먹은 직후, 내 삶에 봄과 메이비스가 등장한 방식에도 많은 생
각을 했다. 당시에는 이런 우연의 일치에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특히 봄이
가르쳐준 관점에서는 놀랄 일도 아니었다. “뭐가 놀라워! 본질적으로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서 상황이
돌아가는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이잖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단계에서 나는 공시성을 다룬
자료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제는 고전으로 꼽히는 칼 융의 『싱크로니시티: 비인과적
연관 원리』가 맨 먼저였다. 융은 공시성을 ‘둘 혹은 그 이상의 사건의 의미 있는 동시 발생’이라고 정
의하면서 ‘그 안에는 우연한 가능성, 즉 확률 이상의 무엇인가가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영웅의 여정
전력 질주의 순간
봄과의 대화를 나눈 이후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당장 가장 절박한 문제를 생각하면서 길을 걷고 있었
다. 당장 나한테는 리더십 포럼의 커리큘럼 짜는 문제를 전문적으로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내
가 왜 발걸음을 멈추고 신문 가판대에 놓인 잡지를 집어 들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다. 내가 우
연찮게 집어 든 잡지는 《U.S.뉴스&월드 리포트》였는데, 표지에 실린 ‘미국 리더십 문제의 해결책’이
라는 제목이 나를 보면서 어서 읽어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잡지를 펼치고 톰 크로닌이 쓴 문제의
기사를 찾았다. 작가는 두 페이지에 걸쳐서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여러 원칙을 나열하고 있었다.
나는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날아갔다. 크로닌이 스프링스 근처 콜로라도 대학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틀
뒤 나는 크로닌의 집에서 나의 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1시간 반 동안 열심히 경청했다. 그
리고 이렇게 말했다. “저를 포함시켜주세요. 제가 당신이 구상하는 포럼의 첫 번째 이사가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당신이 만나야 할 사람은 존 가드너입니다. 리더십 분야로 치면 이 나라에서 가장 관록 있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로닌은 직접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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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이틀 뒤에 나는 가드너의 사무실로 갔고, 그에게 나의 꿈과 생각을 말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
리더니 문서 몇 개를 후루룩 넘기면서 훑어보았다. 찾던 문서를 발견한 다음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
렸다. 그러고는 문서를 던져주면서 말했다. “자, 이걸 읽어보세요.” 그것은 그가 아스펜연구소 소장 조
슬레이터에게 쓴 8페이지짜리 편지였다. 편지는 기본적으로 내가 방금 그에게 말한 기본 요점을 이야
기하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들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자보르스키 씨, 이제 아시겠
지요. 제가 당신이 말하는 내용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제가 당신을 돕고 싶어 한다는 것도요.”
그는 다음에 내가 만나야 할 사람으로 할런 클리블랜드를 지목했다. 할런 클리블랜드는 NATO 대사와
하와이 대학 학장을 역임했고, 오늘날 리더십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사상가이자 실천가였다.
가드너는 전화를 해서 그와의 약속을 잡아주었다. 그날 저녁 나는 미니애폴리스로 향했다.
클리블랜드도 참여 의사를 밝혔고 우리 프로그램 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었다. 그는 걸출한 리더십 학자
인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를 소개해주었다. 번스도 내가 구상하는 프로그램을 환영하면서 기꺼이 서명
을 해주었다. 번스는 나를 워렌 배니스에게로 이끌었다. 워렌 베니스는 로자베스 모스 캔터와 톰 브래
들리를 소개해주었다. 그들 모두가 포럼에 찬성하면서 이사가 되겠다는 서명을 해주었다. 이 여정을
마쳤을 즈음 나는 리더십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사상가, 학자, 실천가의 서명을 받아냈다.
초창기 워렌 베니스와 톰 크로닌, 할런 클리블랜드는 커리큘럼 개발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리
고 할런과 그가 이끄는 프로그램 위원회는 미국 리더들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8가지로 정리하여 제
시했다. ‘① 자기 인식 결여. ② 리더십 자체 속성에 올바른 인식 결여. ③ 상호 연관이라는 개념보다는
오히려 분리라는 개념에 관심 집중. ④ 세계와 미국의 상호 의존성에 무지, 즉 세계는 하나라는 인식
결여. ⑤ 가치에 무관심. ‘왜?’,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 망각. ⑥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법, ‘사회라는
건축물’을 꼼꼼히 분석하는 방법, 새로운 일을 도모할 조직을 만드는 방법 등 이 모든 것에 무지. ⑦
이해관계자의 결합과 상호 관련성, 다원주의의 함의, 책임자 부재로 모든 리더가 전체 상황에 부분적
으로 책임이 있다는 사실 인식 결여. ⑧ 정황과 외부 환경에 충분한 자각 부족, 무엇이든 행동에 책임
을 진다는 인식 결여.’ 이상 8가지는 우리 프로그램의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야외 체험학습 - 대화로 나아가는 관문
ALF 커리큘럼은 시범 운영을 통한 테스트를 거쳐 1983년에 완료되었다. 전체 1년 과정에서 20일 정
도가 직접 만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회원들이 야외 체험학습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서로 안면을 트도록 하는 오리엔테이션을 포함해서다. 커리큘럼을 전체적으로 보면 체험이나 실습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리더십 실천’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회원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리더십을 배우는 과정이다. 참
고로 1년에 걸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회원들의 내면 여행을 목적으로 한다. 회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3단계로 구성된 내면의 변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① 분리 혹은 출발,
② 시련, 실패, 성공(여기에는 극한의 고난이 포함된다), ③ 사회로의 귀환 및 재통합.’
대화 - 공동 사고의 힘
인간에게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상당한 암묵적 지식이 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말로 표현되는 것
이상을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창조하려면 이런 드러나지 않는 지식에 접근해야 한
다. 모두가 원하는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하고 그런 지식에 다가갈 방법은 무엇인가?
1983년 무렵 봄은 공동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문제를 탐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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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이후 10여 년에 걸친 연구 결과 공동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전체 과정을 이해하는 데 상
당한 진전을 보았고, 봄은 이런 전체 과정을 간단히 ‘대화(dialogue)’라고 불렀다. 봄은 대화를 초전도
상태에 비유했다. “초전도 상태에서 아주 낮은 온도로 냉각된 전자들은 개개의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통
일성을 가진 전체로 움직인다. 전자들은 저항을 발생시키지 않고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장애물 주위를 흘러간다. 하지만 고온에서는 전자들이 분리된 독립체처럼 움직인다. 뿔
뿔이 흩어져서 통일성 없는 흐름을 보이며 힘도 상실한다.” 대화에서 목표는 개체들이 새로운 차원으
로 관계를 맺게 하는 특수한 환경, 즉 개체들이 초전도 상태에서 전자들처럼 높은 에너지와 지적 능력
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창조하는 것이다.
말년에 봄이 진행한 대화에 관한 연구와 성과를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명료하게
설명한 대화의 원칙이 우리 포럼 프로그램의 모든 단계에서 시종일관 작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회
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안면을 트는 오리엔테이션, 야외 체험, 중간 묵상, 기수별로 진행하는
힘든 프로젝트, 졸업식, 졸업 뒤의 기수별 묵상 시간에서 봄이 말한 대화 원칙은 늘 작동하고 있었다.
특히 야외 체험을 통한 경험의 공유와 깊은 신뢰 덕분에 회원들은 어떤 조건에서도 쉽게 봄이 말하는
대화를 시작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선물
귀환, 그리고 새로운 모험
1988년 2월 어느 저녁 나는 휴스턴 문화회관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회원 한 명
이 노먼 던컨을 초대해 로열 더치 셸 그룹에서 활용하는 시나리오 기획 과정을 설명하도록 했는데, 노
먼은 셸 그룹은 일반적인 예측에 의존하지 않고, ‘의사결정 시나리오’라는 것을 활용하여 미래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기획은 계획 수립이 아니라 경영진이 이를 통해서 기업 환경과 세계에 대
한 그들의 멘탈 모델(mental model, 심성 모형)을 개혁하는 방법이다. 셸 그룹에서 시나리오 기획은
학습 조직을 유발하는 동인이기도 하다. 전문 직업을 통해 탄생한 시나리오는 세상을 보는 다른 방식
을 관리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아주 귀중한 것을 선물한다. 바로 현실을 ‘재인식하는’ 능력이다. 이런 능
력이 있으면 개인의 정신의 한계를 넘어 현실을 통찰하고 올바른 미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노먼에 따르면 런던에 있는 시나리오 기획팀에는 경제학, 사회정치학, 에너지, 환경, 기술 관련 전문가
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셸 그룹 내의 최고위 관리자 50여 명과 정치, 과학, 교육, 기업, 경제, 기술,
종교, 예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저명한 사상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진행한다.
그리고 3년마다 이런 정보를 종합하여 2개 혹은 그 이상의 시나리오로 만들어낸다. 그날 저녁 노먼은
런던의 시나리오 팀에 합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소지품을 챙겨 떠나는데
도 나는 잠시 그대로 앉아서 방금 들은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보았다. 그러고는 노먼에게 다가가
서 오늘 발표 내용이 무척 흥미진진했으며 전략기획팀의 일원으로 선발되었다니 정말 존경스럽다는 이
야기를 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도 꼭 그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로부터 열 달 뒤인 1988년 12월 어느 날 아침 나는 로열 더치 셸 그룹의 뉴욕 지부 대표 레나타 카
를린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는 일주일 뒤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카를린은 런던에 있는 시나리오 기획
팀장으로 4년 동안 일할 의향이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는 먼저 그녀의 제안에 많이 놀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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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서 우리는 상세한 이야기를 나눴고 내가 일주일 뒤에 확답을 주겠다
고 했다. 그날 저녁 메이비스와 나는 아이들을 재운 다음 대화를 시작했다. 당시 우리가 처한 상황은
복잡했다. 메이비스는 베일러 의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레지던트 일을 무척 좋아했다.
그런 메이비스가 레지던트 과정을 중단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메이비스
에게 카를린의 제안을 이야기하는 내 심정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에 메이비스가 ‘다 안
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순간 당황한 나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러자 메
이비스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내가 그랬잖아요! 기억나요? 세인트폴 대성당 앞에서?”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5년 전에 메이비스와 나는 런던으로 여행을 갔었다. 그때 나는
과거 내가 자주 다니던 곳으로 그녀를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녀와 나는 세인트폴 대성당으로 갔고, 대성당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 그녀가 걸음을 멈추더니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조셉,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 가족은 런던으로 이사를 오게 될 거예요. 당신은 다
국적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거예요.” 당시 나는 리더십 포럼 하트퍼드 지부 설립으로 바
빴고 그녀의 말이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튼 세인트폴 대성당 앞에서 했던 말을 상기시킨 다음부터는 메이비스가 대화를 이끌었다. 메이비
스는 런던에 가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고 했다. 메이비스는 지금 ALF는 초창기 시작 단계를 넘어 본
격적인 운영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나는 때가 되면 운영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을 영입해서 ALF를 맡기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는 지금 이 일은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좋은 기회이며, 어떻게 보면 이 모두가 더 큰 계획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하여 결국 로열 더치 셸 그룹의 시나리오 기획팀에서 일하기 위해 1990년 4월 런던으로 갔다.
그리고 런던으로 이사해서 2년쯤 되었을 무렵 모임에 가다가 호텔 복도에서 메이비스와 마주쳤는데,
그녀는 나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셸에서 당신 임무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보스턴
에서 살게 될 거예요.” 물론 보스턴에서 산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도 없었다. 우리 계획은 휴스턴으
로 돌아가서 떠나온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셸 근무를 마치고 거의 3년이 되어 가
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보스턴 북쪽 해변에 있는 집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한편 ALF 마지막 몇 달 동안 지부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우리의 포럼이 훌륭하게 굴러가고 있고 축하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리더십 포럼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 다음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고참 회원과의 만남에서 우리 작업의 중요한 성과를 목격했는데, 바로 결속력이었다. 이들은 성장 배
경과 현재 몸담고 있는 분야 등을 고려할 때 이질성이 높은 집단인데도 보기 드물게 높은 결속력을 보
여주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하나 된 그들의 정신을 느낄 수가 있었다. 때로는 잭 캠프, 워렌 베
니스, 존 가드너 같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회원들과의 대화에 함께하기도 했다. 대화가 끝
난 뒤에 그들은 하나같이 회원들의 높은 결속력과 애정이 인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결속과 애정
은 지금도 ALF의 중요한 특성이며, ALF는 내가 떠난 뒤에도 오래도록 번성하고 있다.
미래 창조
셸 그룹에서 일을 시작하려고 런던에 도착한 1990년, 나는 이미 시나리오 기획 공정에 관하여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은 뒤였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데이비드 봄이 10여 년 전에 설명한 양자물리
학 관점에서 본 우주의 핵심 내용과 셸의 시나리오 기획의 긴밀한 연관성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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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다. 당시 나는 셸 시나리오 공정이 새로운 현실 출현에 앞서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고 실현하도록 돕는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사실 셸의 시나리오 공정은 세상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
작한 현실을 지적하고 알려주었다. 시나리오들은 셸의 관리자들이 새로운 현실이 등장하자마자 거의
즉각적으로 이에 반응하고 대처할 수 있게 도우면서 셸 내부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시나리오의 이
런 접근법은 인간은 방어적이라는, 말하자면 우리는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므로 통제 영역 밖의 힘에
‘반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전제에 뿌리박고 있다.
이 책을 쓰는 주된 목적은 이와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만약 개인과 조직이 미래가 도달했
을 때 거기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적인 자세로 체념보다 가능성을 생각하며 움직인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세상에는 하나로 연결된
전체, 즉 ‘접힌 질서’가 있다. 바로 이 ‘접힌 질서’로부터 별개로 보이는 사건들이 생겨난다. ‘접힌 상태’
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글리세린 속의 잉크 방울처럼 모든 인간은 접힌 상태에서 끊임없이 펼쳐
지고, 드러난 세계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분리되지 않는 전체의 일부다.
우리가 개인으로 그리고 집단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는 마음을 열고, 즉 펼쳐지
는 ‘접힌 질서’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기를 희망하는 꿈, 비전,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이다. 부버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정신과 행동으로 …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을 말이다.
시나리오를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갖는다. 우리 시대에 적합하고도 필요한 이야
기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새로운 현실을 감지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역사학자 토
머스 베리는 ‘우리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심정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십을 보는 전통적인 견해는 지위에서 나오는 힘과 눈에 띄는 성과를 중시한다. 하지만 진정한 리
더십은 펼쳐지는 미래를 끊임없이 배우고 더욱 효율적으로 참여할 영역을 창조하는 것이다. 진정한 리
더는 이처럼 ‘예측 가능한 기적’이 우연이라고 느낄 만큼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장과 실제로 일어
나는 장을 마련해준다. 펼쳐지는 미래를 발견하고 참여하는 능력은 우리의 행동보다 존재 방식, 성격
과 의식을 통틀어 말하는 존재 방식과 관련이 깊다. 리더십이란 우리와 주위 사람이 ‘실재’에 대한 이
해를 심화시키고 미래를 공유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서서히 창조해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리더십의 심층적인 영역으로, 세상에 무엇이 출현하기를 바라는가를 함께 ‘귀 기울여 듣고’ 대담하게
나서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모든 경험과 비범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나는 ‘예측 가능한 기적’을 일으키는 리더십
은 행동보다 존재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우리의 인격 및 내면의 활동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 근본적으로 열려 있고 서로 연결된 존재 상태에 있을 때 우리는 예리한 자각 상태에서
1세제곱센티미터의 기회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는, 바렐라가 말한 사무라이 전사와 같다.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는 의식적인 추론 과정 없이 전광석화처럼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바로 이
런 순간에 우리의 자유와 운명이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는 살아갈 미래를 창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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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니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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