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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아이디어 정면승부

by Casey,Riley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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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려면 일상의 틀을 깨는 기획이 필요하고 그곳을 낯섦과 탄성으로 채우는 아
이디어가 필요하다. 익숙함이 지루함을 지나 낯섦을 만났을 때 찾아오는 경이로움이 기업으로 고
객을 부르고, 깊은 관찰에서 만들어 낸 편리함은 고객의 필요를 만나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
이다. 고객과 만나는 공간을 제안하는 기업과 브랜드, 접점의 공간을 경험하는 고객. 공간기획자는
이렇게 두 트랙의 고객을 만나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기업의 오너가 다시 찾는 기획자가 되려면,
공간을 경험하는 고객이 다시 오게 만드는 기획자가 되려면 관념의 틀을 깨는 기획, 공간의 지경
을 넓히는 진짜 아이디어와 대안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의 랜드마크를
만들어낸 ‘공간의 마술사 이경희’의 경이로운 생각을 통해 알아보자.

아이디어 정면승부

▣ Short Summary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와 겸손의 아이콘 유재석이 만난다면? 최상의 콜라보가 아닐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고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마무리 방점을 스마트폰이 찍었다면 스티브 잡스 역시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마지막 커튼을 닫은 주연 배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스티브 잡
스의 혁신은 빛이 바래지 않는다. 급부상하고 있는 AI 인공지능도 혁신의 아이콘 안에선 아직은 잡스
만큼의 개가를 이루지 못했기에, 스티브 잡스는 여전히 이 시대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유재석
은 어떤가. 나는 국민 MC 유재석의 태도를 주목해 본다. 나는 잡스의 창의력과 유재석의 태도(이후로
인성이라 표현하겠다)면 못 이룰 게 없다는 이론으로 논문이라도 써야 할 만큼 두 인물을 아끼고 인정
한다.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인성이기에 인성을 뺀 실력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던지는 화두가 하나 있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친구와 실력은 좀 덜하지만 인성
좋은 친구가 있다면 누굴 채용하겠느냐는 질문 말이다. 간혹 싸가지가 좀 없어도 일 잘하는 놈이 최고
지 하는 대표님도 계시다. 하지만 나는 지체 없이 후자를 선택한다. 둘 다 겸비하면 좋겠지만 두 사람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실력은 좀 덜해도 인성 좋은 친구를 택하고 그가 실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더 가치로운 일이라고 주장하는 쪽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것이 갖추어져 있다. 덕분에 똑똑하고 실력 있는 친구들이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더욱 인성이 중요한 시대다. 분야를 막론하고 오래도록 롱런하는 사람은 대부분
실력과 인성을 균형 있게 갖춘 사람이다. 앞에서 거론한 잡스와 유재석 모두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추
었다. 그러나 나는 이 두 사람의 더 큰 장점만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소환했음을 굳이 밝힌다.
내가 지금껏 파트너사에게 인정받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혁신적인
기획으로 큰 성과와 더불어 칭찬을 들을 때마다 칭찬은 직원과 나의 협력사에게 공을 돌림으로써 겸손
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더불어 나를 파트너로 삼아 주고 아낌없이 신뢰해준 고객의 안목을 칭찬해 드
렸다.
그동안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단지 실력만으로 ‘와우’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클라이언트
를 위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했을 때 진짜 ‘와우!’가 쏟아졌다. 일시적인 관계 맺음이
아닌 수년에 걸친 지속 관계 속에서 고객에 대한 헌신을 맛본 이들은 한결같이 내게 도움을 요청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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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다. 지금의 고객을 보면 나를 증명할 수 있다.
인성을 강조해 온 내 삶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은 잡스처럼, 태도는 유재석처럼’을 슬로건으로 하는
‘지니의 창의+인성 스쿨’을 오픈할 예정이다. 나의 아이디어 발상을 비롯해 수많은 포트폴리오는 그저
실력으로 이룬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떠나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고객까지 배려한 사람 중심의 마인
드가 베이스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상대에게 실력으로만 대하지 말고 진심으로 다하길 바라
는 바람이 담긴 이 책을 통해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차례
추천사
Prologue 생각은 잡스처럼 태도는 유재석처럼
PART 1 아이디어를 위한 계획은 책임이다 - Mind-set
01. 노멀을 스페셜로 바꾸는 생각 / 02. 스펀지처럼 흡수하려면?
03. 계획은 책임이다 / 04. 아이디어 잔고를 높여라
05. 비법 노트를 풀어라 / 06.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
07.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라 - 설득의기술 / 08. NO! 대신 대안을 제시하라
09. 아이디어의 최종 목적지는 문제해결력
PART 2 아이디어 실전편
01. 뻔한 것을 경계하라 - 밤부베베 편 / 02.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힘 - 코엑스 치과병원 편
03. 한계와 타협하지 말라 - 경향하우징페어 한화L&C 편
04. 손톱만한 반도체, 거목이되다 - 하이닉스 반도체 편
05. 어벤져스의 힘 - 신세계이마트 편 / 06. 기업의 미션을 승화시켜라 - 스타벅스 편
07.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고객의 마음을 읽는 법 - 삼화페인트 편
08. 기업의 가치를 소름돋게 기억시키는 법 - 아모레퍼시픽 편
09. 자유주제로 채운 1km 호수로드 - 꽃박람회 편 / 10. 라바콘 꽃을담다 - 농협 편
11. 시그니처를 만드는 방법 - 서울시 편 / 12. 고객의 매출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 - JAJU 편
13.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라 - 코엑스 편
PART 3 Idea = I + Dear, 스스로 가치로운 생각
01. 쉬운 말로 말하라 / 02. 호텔과 집의 차이
03. 돈 말고 선택한 경험치 / 04. 고객에게 투자한다
05. 오래가는 파트너의 비밀 / 06.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전환할 때 필요한 것
07. 가치로운 곳에 쓰는 재능이 진짜 가치롭다 / 08. 천직은 천천히 만들어진다
epilogue ‘경희로운 발상’에서 ‘경희’s 뭔들’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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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아이디어 정면승부

PART 1 아이디어를 위한 계획은 책임이다 - Mind-set
노멀을 스페셜로 바꾸는 생각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당연한 이야기란 아이디어 관점에서 보면 그냥 뻔하다
는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은하철도 999는 하늘을 달렸다. 더구나 80년대에 말이다. 주말 아침마다
열광하며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앞을 지켰다. 엄마 잃은 불쌍한 철이나 아름다운 메테르를 보는 재미
도 재미지만 사실 그 시절에 기차가 하늘을, 아니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라니 시대를 앞선 상상력이
지 않은가. 특별하고 싶다면 뻔한 것을 버려야 한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뻔한 것들을 하나씩 뒤집
어 본다면 어떨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곳에 놓일 때 비로소 특별해지는 경험을 한다.
가수 고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을 나는
돛단배… 이 가사라도 흥얼거리면 뇌가 열리려나. 여하튼 상상해야만 이룰 수 있고, 상상하지 않은 것
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누군가가 상상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매일 한 가지씩 뻔
한 것을 뒤집는 훈련을 한다면 우리 뇌는 분명 더 젊어질 것이다.
나는 꽃박람회를 위한 제안 P.T(프레젠테이션)가 있는 날엔 어김없이 꽃무늬 재킷을 입었다.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제안에 맞춰 연출한 나의 복장은 한방에 각인 될 수밖에 없었다. 꽃박람회에 임하는 나만
의 마음가짐으로 갖춰 입은 꽃무늬 재킷은 뻔할 것 같지만, 꽃무늬를 입고 나타난 사람은 나 외에 아
무도 없었다. 이런 연출을 기획하는 것부터가 노멀을 스페셜로 바꾸는 발상이다.
단지 튀는 것과 스페셜한 것은 다르다. 스페셜한 무언가에는 감성, 감동의 아우라가 있다. 튀는 것은
곧 질리지만 스페셜함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다른 누군가 꽃무늬 재킷
을 입고 온 팀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나는 특별하지 못했을 거다. 고객을 처음 만나는 순간은 내가 곧
상품이자 회사의 얼굴이다. 그래서 첫 만남에도 고객과 연관된 컬러 또는 이미지를 갖추는 게 나의 작
은 팁이기도 하다.
버려지던 페인트 붓으로 삼화페인트를 상징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덕분에 다시는 버려지지 않을 작품
으로 살아남아 본사에 걸리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휴지심을 모아 신세계그룹의 엠블럼을 만들었고,
커피 찌꺼기를 모아 샌드아트로 스타벅스의 세이렌 로고를 만들었다. 페인트 붓, 쓰고 난 휴지심, 커피
찌꺼기는 너무도 흔하고 뻔한 소재였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소재를 통한
도전으로 친환경적인 기업의 가치관이 스페셜하게 느껴지도록 기획했던 작업이었다.
트랜드를 가장 먼저 반영한 도시들을 보면 그 많던 텍스트는 사라지고 심플한 아이콘 그래픽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눈은 간사해서 복잡하고 뻔한 정보에는 금방 질려버리고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
다. 그만큼 우리 신체 중 눈의 피로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한데 덕분에 우리 주변을 감싼 시각적인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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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소들이 가장 먼저 진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물을 뒤집어 보는 시각을 갖기 시작하면 주변의 어느
것 하나도 노멀한 게 없다. 자신의 주변이 특별해지면 의욕이 생기고 생기있는 삶, 긍정적인 삶으로
변화한다.
순수예술을 제외한 디자인이나 기획은 어두운 마음에서는 할 수 없는 유일한 종합예술이다. 고객이 존
재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한 어두운 감정으로 좋은 것을 제안할 수 없다. 당신 옆에 고객이 있다면 늘
밝은 에너지를 주는 방송인 유재석처럼 마음을 밝게, 긍정적인 사고와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쯤은 장착
해야 하지 않을까? 고객은 당신의 밝은 에너지만으로도 당신의 고객을 향한 헌신과 실력을 경험하기
전에라도 당신과 함께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노멀을 스페셜로 바꾸는 기술.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기
억하기를.
계획은 책임이다
계획을 세운다고 다 계획이 아니다. 계획은 이루겠다는 약속의 근거다. 약속은 책임이며, 책임지지 않
는 계획은 무의미하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은 껍데기만 흉내 낸 모형 스마트폰에 불과하다. 적어도 실행 가능하도록 계
획된 정도라야 꺼져있는 스마트폰 정도라 말할 수 있겠고 결국 전원과 데이터가 켜져야 실행이 되고
결과를 낸 계획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이룰 수 없는 계획은 공상과 다름없다. 계획한다는 것은 계획한
것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질 것을 고민해야 한다.
신입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보곤 하는데, 간혹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볼 법한 얼
토당토않은 비현실적인 상상도를 도서관이라며, 공원이라며, 계획했다고 스스로 대견한 듯 신나게 이
야기하는 것을 본다. 순전히 이룰 수 없는 것들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물론 계획은 상상으로부터 시작
된다. 그러나 어린 시절 사생대회가 아니고서야 현업에서는 실현 가능 여부에 대한 타당성이 우선이다.
이때 나는 불가능하다며 핀잔을 주기보다, 아이디어를 조금 보태 더 나은 방안을 찾거나 교정해주는
방법으로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도움을 준다. 누군가 열심히 계획을 짜고 있다면 그럴 땐 반드시 물어
라. 책임질 수 있는 계획인지를.
나는 참 무모한 시도를 많이 했었다. 많은 계획 끝에 현실로 풀어낸 것들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대체로
책임질 수 있냐는 물음에 예스라고 대답할 만큼 확신이 있어서였다. 당장 이루지 못한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사장시키지 않고 기억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기회가 온다.
하이닉스 전시관의 결과물 중에는 최종적으로 실현된 것 외에도 무모할 법한 기획안을 많이도 제안했
다. 개중 하나가 인공수족관을 조성하는 것이었는데, 아쿠아리움을 짓고 잠수부를 동원해 수중 쇼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얼마나 무모한가. 그러나 나는 예산안에서 실제로 실현 가능한 규모를 계획했
고 모든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며 시장 조사를 했다.
20mm 두께의 아크릴 성형을 현장에서 부어 만드는 공정에서부터 3톤의 물을 채우는 데 드는 비용과
수압을 계산하는 등 안전에 대한 모든 조사를 꼼꼼히 마치고서야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이 계획을 들은 이들은 무척 놀라워했고 향후 5년 후에나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먼 미
래 이야기라는 피드백이 돌아오긴 했지만 정말 센세이션하다며 만족해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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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또 한 가지 사례는 엘지전자의 전자 쇼 전시관이었는데 흔히 걸어 다니면서 관람해야 하는 전시관에
평면 무빙워크를 설치하려는 계획이었다. 넓은 전시관을 돌다 보면 지치고 힘든 관람객들이 무빙워크
에 가만히 서서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제안했었다. 공항에 있는 무빙워크는 새로울
게 없지만 기대치 않은 곳에 무빙워크가 있을 때 오랜 관람으로 지친 이들이 맞닥뜨릴 특별한 배려를
새로운 경험으로 인식하게 될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계획이었다.
농협은 꽃 농가의 활성화를 위해 꽃박람회장의 메인 입구에 자리 잡게 되었는데 나는 농협이라는 네이
밍만으로도 뻔한 예상이 되는 그런 뻔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농가의 꽃들을 좀 더 엣지있
게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꽃을 대형 아이스크림콘에 담기로 마음먹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모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한 스푼 크게 뜬 아이스크림이 꽃이라면, 상상만 해도 달콤하지 않은가. 결국 대
형 아이스크림콘을 만들어 꽃을 듬뿍 얹은 모습을 연출해내고야 말았다.
때로는 도로 폭을 벗어날 만큼 엄청난 크기의 스핑크스 조형물을 이동시키느라 새벽 도로를 달려 전시
장에 입성시킨 일은 모험을 예상하고 실행에 옮긴 사례 중 하난데 하나하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
다. 결국 나는 제안한 계획들을 지켜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제작에 참여하고 현장에 세팅함으
로써 고객과의 약속을 지켰던 것들이 결국 성과로 남았다. 반드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라. 약속을
지킴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수월한 방법이다.
아이디어의 최종 목적지는 문제해결력
아이디어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고, 덜어내는 힘이 바로 문제해결의 첫 단추가 된다.
제조와 유통, 반도체, 산업 장비, 베이비-유아 산업 분야, 건축, 그리고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마이스
산업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공간기획자의 경험을 쌓았다. 당연히 프로젝트에
관한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어졌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남들보다는 새로운 것
에 대해 낯섦이 좀 덜하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사업적인 미션을 듣다 보면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
을 풀어놓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도움이 되기도 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인사이트를 얻었다며 감사 인
사와 함께 아이디어 도출 과정을 궁금해 한다. 나도 내 아이디어의 원천을 약 15도쯤 비튼 생각으로
바라보는 시각 아니면 잠재력과 약간의 재능? 뭐 이 정도로 생각했었다.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이
보통 그러하니까. 그런데 근래에 분석해보니 단지 생각만 비틀어서 나온 결과물들은 아니었다.
아이디어가 왜 필요한가? 다양한 필요성을 말할 수 있겠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자신의 프로젝트에서 일그러지고, 빠진 부분을 찾아내면 어떤 문제든 해결해낼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도출에는 거쳐야 할, 그리고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일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프로세싱능력’이다. 자신이 일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먼
저 일의 프로세스를 돌아봐야 한다. 프로젝트마다 거의 공통의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이것을 위해 제
일 먼저 타임 테이블을 짜야 한다. 이 일정에 맞춰 콘셉트를 정하고 자료를 찾으며 종합해보고 실무자
간의 조율과 시뮬레이션을 거치면서 보완을 해야 한다. 일의 처음부터 끝을 연결하는 능력이 바로 가
장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구체화할 수 있는 ‘공감’이다. 공간지각력은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듣
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공감해야 다음 스텝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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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히, 디자이너라면 이런 1차원적인 공간 감각에서 상대의 말을 공간으로 변환하는 조금 차원이 다른 능
력을 요구받게 된다. 공간에 관한 정보가 있어야 그것을 기반으로 상상도 가능한 것이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여러 공간을 경험한 것들을 다시 재조합하면서 더 좋은 공간을 상상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나온다.
세 번째는 보면 기억나게 하는 ‘상징화’이다. 지금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건 그 이미지의
소유자 또는 회사가 상징화를 잘했다는 증거다. 많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 기관, 국가까지도 고민하
는 게 바로 이 상징화이다. 이걸 사람에게 적용하면 ‘퍼스널브랜딩’이 된다. 그런데 공간에서 다루고자
하는 상징화는 또 조금 다르다. 이미 보여진 이미지를 다시 한번 공간으로 상징화하는 것을 2차 상징
화라고 한다. 옥외 간판을 보지 않고도 실내사진 한 장으로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만큼 공간에
녹여진 상징성이 존재한다. 그런 힘을 가진 공간들이 우리 주변에도 꽤 많이 존재하다. 한번 상징화되
고 나면 잊히지 않는 효력을 발휘한다. 내 아이디어가 문제해결력을 갖기 위해서는 잊히지 않는 아이
디어로 상징화돼야 한다.
네 번째는 ‘실용화’이다. 고객이 가진 문제는 결국 매출이라는 거름망에 걸리게 된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실제 구매욕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실재감 있게 구현하는 방법이 아
이디어로 도출되어야 한다. ‘보기에 좋더라, 그럴듯 하더라’가 아닌 궁극적인 목적에 귀결되는 아이디어
여야만 한다.
다섯 번째는 고객의 목적을 최우선으로 두는 ‘지향성’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우리는 순수 예술가가
아니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가이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여
야 한다. 고객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당장 버려야 한다. ‘아, 이거 너무 좋은데 왜 이걸 몰라보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의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만의 스타일이었거나, 설득력이 부
족했거나, 이때 이 아이디어가 어디를 향해야 되는지 되새겨야 한다. 물론 고객이다. 무조건.
나의 주목받는 아이디어들은 이렇게 생겨났다. 주목받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는 위의 다섯 가
지 모두가 균형을 이뤘을 때 나온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새로운 생각을 덧붙이는 것보다는 주어진 미
션 자체부터 연구해야 한다. 그러면 바로 무엇이 문제인지가 드러난다. 덜어내는 힘이 바로 문제해결
의 첫 단추가 된다. 왜 아픈지 먼저 생각해보면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PART2 아이디어 실전편
기업의 가치를 소름 돋게 기억시키는 법 - 아모레퍼시픽 편
‘아모레퍼시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이미 대중 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를 가진 기
업이 우리에게 일관된 이미지를 주는 이유는 모든 작업이 통상 매뉴얼을 기반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미션도 주어진다. 어떤 가이드나 매뉴얼도 없이 자유 소재와 자유주제로 기업의
가치를 담아낼 것! 막막해도 이렇게 막막할 수가 없지만 솔직히 나는 자유주제를 가장 선호하고 즐기
는 편이다. 이렇게 믿고 맡기는 작업일 경우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냈던 때문일까. 규정이 없는 자유
제안인 경우 고객이 거는 기대감과 신뢰 덕에 긴장도 되지만 무한 책임도 져야 하는 짜릿한 부담감이
있다.
내가 접한 아모레퍼시픽의 첫 만남은 화장품 박람회에서였다. 수많은 월드 브랜드들이 참가하는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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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품 박람회라서 식상함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고민 끝에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아모레퍼시픽의 순수
함을 담아내기 위한 소재 조사다. 내츄럴한 바디감과 톤 앤 매너를 위해 선택한 소재는 자작나무 원자
재와 지관, 그리고 지판, LED다.
페인트나 어떤 마감도 덧바르지 않은 뽀얗고 고운 자작나무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 절대 마감을 자작
나무로 정했다. 켜켜이 쌓인 자작나무 단면 그대로도 충분히 훌륭한 소재다. 지관은 휴지심 같은 종이
관을 말하는데 실제 적용한 것은 휴지 심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카페트 같은 것을 돌돌 말 때 쓰고 남
은 대형 종이 지관을 소환하기로 했다. 그리고 평소 마트에 쌓여있는 종이 박스 단면에 켜켜이 쌓아서
골판지 같은 골지 느낌의 텍스처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매끈한 종이 면보다 종이 박스 단면의 골진
느낌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상상해보라.
흔하디흔한 지관과 지판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비쥬얼을 선보이리라 맘먹고 그 흔한 소재로 어떻게
조합되어 비쥬얼 라이징 해지는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 흔한 소재로 반전의 느낌을 살
린 이 구조물은 또 다른 이슈로 어필되었다. 뻔한 박람회에서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국내
업계는 물론 해외 브랜드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디자이너라면 이런 우를 범할 때가 종종 있는데 먼저 종이와 펜부터 들고 그려가는 과정이다. 그리려
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공간을 그릴 때는 먼저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떠오른
공간을 말로 표현해가는 것이 더 좋다. 의미와 스토리텔링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나와 같
은 시인이 되어 보자. 마치 시인이 되어 읊조리듯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떠올려보자. 자, 반전
의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자.
어릴 적 어둑해진 누런 들녘 위로 반딧불이가 난다. 옹기종기 붙어있는 지붕 위로 밥 짓는 냄새가 피
어나고 들녘에 집마다 하나 둘 불이 들어온다. 산등성이 언저리에는 해가 누웠다. 해지는 산 등 너머
아래 대들보가 치켜든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져 따스함이 올라온다. 대문은 한껏 열어젖혀 누구
라도 반긴다. 한발만 내디디면 너른 들녘, 비탈에서 미끄럼을 타던 어릴 적 민둥산은 어느새 숲으로
채워져 어린 시절 썰매놀이 하던 추억만 풋풋하게 남았다. 자, 여기까지 상상했다. 이제 실물로 담아낼
차례다.
누런 들녘은 박스 단면을 활용한 지판으로 모내기하듯 켜켜이 모로 세워서 심었다. 가로로 심긴 박스
의 다른 면은 볏단이라도 쌓은 듯 가지런하다. 날아오르는 반딧불이는 LED 전구를 둥근 지관에 끼워
깜박깜박 랜덤하게 조절했다. 자연스럽게 굴곡진 지형을 자작나무 슬로프로 비탈지게 표현하자 구조는
앞뒤가 반전되어 앞동산과 동산 아래 집 한 채의 열린 대문이 보인다. 이것이 마치 대들보로 들어 올
려진 집 같기도 하고 아래를 떠받들고 있는 기둥 아래는 가진 지관을 활용해 연탄아궁이 같은 감성을
연출했다. 밥 짓는 냄새는 지판의 구수한 종이 냄새가 누룽지 같은 향재로 흡사한 기분마저 든다. 민
둥산 같았던 동산 위에 사람들의 손길이 더해져 약속의 숲을 이뤘다. 누런 들녘이 푸른빛으로 물들었
다.
아이디어는 스케치와 동시에 즉석에서 그려지기도 하고 여러 루트를 통해 오기 때문에 무엇이 정석이
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스토리가 있으면 맥락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
고 싶다. 그러니 생각하며 떠올리며 키워드를 메모하고 스토리로 연결하면서 포인트를 연결하면 맥락
이 흐트러지지 않고 오랫동안 소름 돋게 각인시킬 수 있다. 새로운 스토리가 세상에 없던 판을 만든다

-8-

아이디어 정면 승부

는 것을 기억하라. 나는 디자이너로 살면서 내게 이런 기회를 준 고객, 결국 이러한 자유 제안을 흔쾌
히 받아들인 고객의 마인드를 더욱 높이 사며 특별히 감사한 마음이다.
나는 이렇게 시인도 되고 연출가도 되고 감독도 하는 퍼포머로 작업을 마쳤다. 반응이 뜨거웠다. 나는
애초부터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재료로 재활용되도록 설계했다. 그래서 3회에 걸쳐 놀라게 할 계
획을 준비해두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두 번째부터는 식상하기 때문이다. 뒤이은 화장품 박람회와 친
환경 박람회에도 이 소재와 구조는 다시 재활용되었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심겨진
약속의 숲이 되어 대미를 장식했다.
때로는 말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으로 완성되는 경우가 있다. 친환경 박람회로 이어진 아모레퍼시픽의
사회적 약속에 동참하기로 한 관람객이 그들도 나무 심기라는 약속을 통해 친환경의 완결판 숲을 완성
하게 된 사례다.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서 기업의 가치를 형상화 시키는 방법이다. 그동안 당신이 제공
한 결과물이 고객의 인상에 얼마나 오래 남아있는지 한번 떠올려보자. 당신의 서비스가 누군가의 인상
에 훅! 가서 꽂히는 가치 있는 일로 기억되기를.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라 - 코엑스 편
컨벤션의 메카, 코엑스의 겨울은 언제나 행사로 북적였다. 2009년의 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관
광공사와 코엑스, 서울시 3개 기관이 컨벤션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기 위한 공간을 발 벗고 찾
아 나서게 되었다. 코엑스는 몇 년 치 사용예약이 이미 마감될 만큼 일반의 시간보다 앞서간다. 그러
니 코엑스 공간 전체를 샅샅이 뒤져도 마땅한 공간이 남아있을 리가 만무했다. 겨우 눈에 들어온 공간
은 영동대로 변을 낀, 그러니까 코엑스의 동쪽 로비뿐이었다.
“정말 가능할까요?” 컨벤션 담당자는 코엑스 로비로 향하는 동안,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내게 너무
어려운 숙제를 드리는 것 같다며,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으니 현장을 보고 가능할 것 같은지 봐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이 아니면 대안이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설렘과 긴장감으로 현장을 둘러보
았다. 습관처럼 현장 사진을 찍는데 햇살 한 점 없어 보기만 해도 춥고 을씨년스러웠다. 한파로 나뒹
구는 낙엽과 흔들리는 나무가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오는 통유리에 차가운 대리석 바닥, 층고는 높고
조도는 썩 밝지 않으며 난방효율조차 떨어지는 이곳.
주 출입구 한편에 자리한 자투리 공간이라 건물의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로비이긴 하지만 썰렁함
을 채울 금속 조형물 하나가 자리하고 있을 만큼 사람들의 발길도 뜸한 곳이다. 게다가 주변엔 위아래
로 오가는 육중한 에스컬레이터와 비정형으로 굴곡진 매스감 때문에 정육면체의 공간일 때와는 다른
특별한 공간지각 능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건물 로비라는 생각을 지우고 따스한 봄날
의 연회장으로 착각하도록 변신시켜야 한다고 혼자 되뇌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공간을 재해석해야만
하는 미션이다.
코엑스에 컨벤션을 유치하겠다고 초청된 인사들에게 가장 멋진 공간을 선뵈어야 할 텐데 장소는 고갈
되어 겨우 찾아낸 로비에서 ‘과연 코엑스라야 한다’라는 공감과 확신을 줄 첫인상을 책임질 임무가 너
무도 막중했다. 채택된 장소의 특성상 나는 당연히 이번 행사의 칼자루를 쥔 사람이 되었고 주최 측
세 그룹의 담당자 모두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초대해놓고 로비에서 ‘이게 뭐냐?’라는 말이 나왔다간
큰일이지 않은가. 나는 어떤 일이든 목숨 걸고 임하는 모드가 장착된 사람인지라 그 어느 때보다 스스
로 더 비장하게 임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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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현장이 가진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멋짐도, 아름다움도 염두에 두는 것
이다. 몇 명을 초대하고 어떻게 세팅할지는 기본, 가장 급선무는 이 썰렁한 공간을 어떻게 따스하게
바꿀 것였다. 우선 봄날이 연상될 만큼 따스함을 느끼게 해야 하니 옐로우 톤의 소재를 기본색으로 채
택하기로 했다. 아이보리의 따스한 카페트로 회색빛 대리석을 덮어 베이스를 정돈했다. 그러나 유리면
을 차단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불투명한 소재로 차단할 경우 억지스러운 가벽 느낌을 지울 수 없으
니 이럴 땐 실루엣이 비치는 샤 천을 활용하되 색을 옐로우로 채택했다. 샤 천은 한복 소재로 여러 겹
겹쳤을 때 느껴지는 중첩의 자연스러움으로 연출했다.
거기에 업라이트 조명을 쏘게 되면 파티장의 화려함을 더할 수 있는 연출이 된다. 머리 위로 솟은 에
스컬레이터의 육중함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서너 가지 파스텔 톤의 한복지를 사용해 내리 걸었다. 창밖
의 을씨년스러운 계절이 가려진 동시에 답답함은 해소하고 은은한 겹 구조 마감으로 주변이 정리되었
다면 다음은 포인트가 될 디테일 하나에 집중했다. 왜냐면 지금까지의 세팅은 분위기를 잡는 베이스에
불과하다. 분위기 자체는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요것
좀 봐’ 하는 포인트가 있어야 공간을 향한 전반적인 감탄사가 나오는 법이다.

하얀 원형 테이블에 손수 노란 한복 천을 잘라 러너를 만들었다. 옐로우 톤 위에 얹어질 포인트로 갈
색 항아리 뚜껑을 뒤집어 놓았다. 그리곤 높고 낮은 노란 초 세 개와 솔방울을 얹었다. 어김없이 놓이
던 테이블 위의 뻔한 꽃장식을 과감히 버리고 나니 뒤집힌 항아리 뚜껑에 더욱 눈길이 간다. 뒤집어
놓은 항아리 뚜껑에 노란 초 세 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단아함으로 데코레이션을 완성시켰다. 때
로는 색다른 오브제 하나가 공간을 한층 더 새롭게 만드는 포인트가 된다는 걸 잊지 말자. 고객이 사
소한 디테일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건 순전히 당신의 역량에 달려있다.
이후로 이 후미진 공간은 다양한 시도들로 채워지면서 버려진 공간에서 쓸모있는 공간으로 변모해갔다.
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일, 그것은 어쩌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내는 것
과 같다. 길을 내고 나면 많은 이들이 수월하게 그 길을 따라간다.

PART 3 Idea = I + Dear, 스스로 가치로운 생각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전환할 때 필요한 것
인생의 절반을 공간을 다루는 일로 보내온 나는 늘 변화를 위한 이런저런 구상을 하게 된다. 아이 방
을 보며 문득 ‘아이 공간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라 구상하던 중 11살 아들과 모처럼 함께 이야기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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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눌 기회가 생겼다. 불을 끈 덕분에 달빛에 훤해진 천장을 향해 두 팔을 휘저으며 설명하는 아들에게서
새로운 사업의 비전을 발견했다.
“아들! 엄마가 네 방을 좀 꾸며주고 싶은데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아들은 진심으로 진지하게 그
리고 신이 나서 자기가 가지고 싶은 방을 설명했다. “어, 우선 내 방에 보이는 모든 걸 치워주세요. 벽
장 같은 데다가 다 집어넣어서 깨끗했으면 좋겠어요.” ‘아, 너 심플한 거 좋아하는 애였어?’ “그리고 이
층침대를 만들어고요. 대신 매트 좀 깔아주세요. 아 참, 2층에 올라가는 사다리는 없어도 돼요, 왜냐면
책상 밟고 올라갈 거니깐. 1층 한쪽을 책상으로 하면 딱 좋아!” 막 그러기에 되물었다. “바닥에 매트를
깔면 책상 의자가 끼어서 너무 불편할 것 같은데?”
아들은 그럼 의자 대신 그네를 침대 프레임에 걸자고 했다. 이때 두 번째 놀랐다. 아파트 천장엔 그네
를 매달 수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의자 대신 그네라는 발상은 너무 대견했다. 한술 더 떠서 아빠
방과 자기 방을 바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우리들의 집 구조상 보통은 아빠 서재가 우선권이 있다고
여기고 그 영역까지 침범하지 못하는 암묵적인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아들의 자존감은 무척이나 높았
다. 그 이유가 그럴듯했고, 나는 납득이 됐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학교개선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아 말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환경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아이들이 12년을 보내는 학교는 전국 어디나 똑같다. 교문, 복도, 교실, 운동장. 다른
것은 담장의 높낮이뿐이다. 검색창에 아이 방 인테리어를 검색하면 대부분 이케아 가구 일색이다. 인
스턴트 가구. 획일적인 가구를 들이고서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길 요구하는 게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이 들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한다며 하는 일들이 정말로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꿈꾸는 아이,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서 엄마가 선호하는 스타일로 잔뜩 꾸며놓고 스스로 만족
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 방은 사용 주체인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 보이지 않는 숨은 공간은 아이들이
상상 속에서 더 잘 찾아낸다. 그 숨은 공간 안에서 아이의 꿈이 자란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려면 물어보고 들어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귀 기울이니 아이의 상상력이 폭발한다. 이야기의 끝에서
구상 중인 사업의 비전과 확신이 명료해지는 걸 느꼈다. 사업적으로 큰 영감을 얻었고 나는 그것을 현
실로 실현시키기로 했다. 듣기 전에는 원하는 것을 모르고, 원하는 것이 실현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묵
은 것이다.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지우고, 사용
자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공감하며 듣는 것이다.
가치로운 곳에 쓰는 재능이 진짜 가치롭다
웬만한 분야의 공간을 거의 다루어 보고 나니, 나는 가진 재능을 보다 가치로운 곳에 사용하고 싶었다.
사람에게는 재능과 달란트가 있다. 재능은 내가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도구 정도로 볼 수 있고, 남을
위해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달란트다.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이 달란트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이야, 어서 와!>라는 아이공간개선 프로젝트다.
첫 번째 대상자인 지민이의 방을 꾸미는 것으로 시작됐다. 아이의 사소한 바람들까지 모두 공간에 녹
여내는데 중점을 두었다.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그동안 그렸던
그림들, 앞으로 그릴 그림들을 넣어 걸 수 있는 액자를 걸었다. 아이만의 생각과 취향이 담긴 아카이
브가 될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벽면에 전신거울을 배치했다. 문을 열어 놓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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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거울을 통해 지민이와 엄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볼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침실
은 아이가 좋아하는 색으로 꾸몄고 암벽등반과 철봉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한 기구로 설치했다. 높은 조
절이 가능한 책상, 한 눈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한 책장에 천정을 빙두른 선반
엔 아이가 만든 레고 작품들을 올려두게 했다.
부모가 아니라 아이와의 상담에 더 중점을 두었고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시켰다. 자신의 요구를 떠올리
고 표현했다는 점은 아이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의 퍼스널리티가 고스란히 담긴
자기 방을 통해 전보다 더 그림을 좋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방을 완
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창의력과 개성이 표출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시공 이후로 지금까지
지민이는 건축가의 꿈을 지속하고 있다. 아이의 꿈을 응원하며 지민이의 가족은 틈틈이 건축여행을 다
닌다고 한다. 공간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는 공간
은 그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해지는 공간, 자신만의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아이는 자신이 만든 자기 방을 자랑스러워한다. 자랑스럽게 친구들을 초대하고, 여기저기 숨은 공간들
을 설명하며 행복해한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서 들어 주고 실현시켜 준 부모는 아이에게 무한의 신
뢰와 존경을 받는다. 내가 가진 재능이 달란트로 변해 가는 것을 경험한다. 나의 달란트가 조금씩 더
가치로워지기를 바라며 <아이야, 어서 와!>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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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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