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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해 서론

by Casey,Riley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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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1996 년 교양과목 (철학의 이해)의 교재가 처음 개발된 지 4년 만에 다시 새 교재를 내놓는다. 새로 개편하게 된 이유는 지난 교재가 우리 대차 한 학기용 교양과목 교재로서 너무 많은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어서 학생들이 자학자습하기에 많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새 교재는 주제도 많이 줄이고 내용도 같은 주제를 다각적으로 다루어 학생들이 자학자습 하는데 보다 용이하게 꾸몄다. 특히 학생들로 하여금 최대한 흥미와 의욕을 갖고 학습에 임했으면 하는 심정에서, 요즈음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중 문화와 성에 대한 철학적 이해는 물론 구 교재에서 다루지 못했던 동양사상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철학은 어려운 과목이다. 철학 자체가 우리의 삶의 문제에 대한 수많은 선철들의 근원적 숙고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고뇌 또한 함께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렵더라도 감내해야 할 일이 있다. 인간적 삶의 가치나 규범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즉물적인 효율성에로 치우쳐 버린 오늘날. 비록 인문학적 풍토가 쇠
약해지고 철학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는 비아냥까지도 들리긴 하지만, 그 모멸된 현실 속에서 오히려 철학은 제반 사물과 사태의 참된 근원과 의미를 끝없이 따져 묻고 되묻는 진정 가치 있는 지적 영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철학은 인간과 사회, 자연과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호기심, 전적인 해결의지로 가득한 이른바 본원적인 인간의 지적 욕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학습하기가 쉽지 않은 교파이지만 최대한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용을 간추리고 풀어 쓰느라 애썼다. 한두 번 읽고 이해하기 힘들다 포기하지 말고 방송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번 읽고 생각하면 하나하나 문의가 트여 갈 것이다. 그것이 공부하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제Ⅴ부 (그림으로 생각하는 철학의 난문 20제)는 아무리 어려운 주제라도 이것은 한번 생각해 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철학의 문제들을 그림과 함께 간략히 다루어 실었다. 출석수업이나 자학자습시 흥미있게 눈여겨보고 출석수업 강사 선생님과 또는 나름대로 혼자 생각해 보고 따져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아무쪼록 새 교재가 교양과목으로서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대학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읽기 자료)등 인용문의 게재를 흔쾌히 허락해 주신 동아일보사와 동녘, 천지, 서광사 등 여러 출판사에 감사를 드리고, 동양사상을 꼭 다루었으면 하는 공동 저자들의 요망을 받아들여 기꺼이, 제ll부 제3장 (더불어 사는 삶 -동양의 지혜)란 제목의 옥고를 주신 사단법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김흥경 박사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0년 2 월
 지은이
    학습 목표 및 계획
  1. 학습 목표
  우선 '기본 강의'는 해당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 의식 및 관련 주장들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도모하도록 꾸며졌으므로, 학생들은 방송 강의 청취는 물론 반드시 교재를 여러 번 숙독해야 한다. 그런 연 후, '주제 토론'을 통해 그 주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해와 그 주제를 바라보는 비판적 식견을 함양토록 한다. '읽기 자료'는 해당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마친 후 그 내용을 보충하거나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꾸며진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각 장에 공통으로 제시된 이 세 부분의 학습 형식상의 단계별 특성을 고려하여 하나하나 차근차근 학습해 가야 한다. 
  2. 학습 계획
 제 1, 2 강: 서론-철학이란 무엇인가?
 제 3, 4 강: 제 I부 문화와 철학, 1.대중 문화의 철학적 이해
 제 5, 6 강: 2. 정보사회와 사이버 문화
 제 7, 8 강 : 제 II부 인간의 이해, 1. 인간이란 무엇인가?
 제 9, 10 강: 2. 성과 사랑의 철학 
 제 11, 12 강: 3.더불어 사는 삶-동양의 지혜
 제 13 강: 제 III부 논리와 진리, 과학, 1. 논리적 사고와 오류
 제 14, 15 강: 2. 진리와 과학적 지식
 제 16, 17 강: 제 IV부 현실과 역사, 1. 자본주의와 사회 정의
 제 17, 18 강: 2. 민주주의와 공동체
 제 19, 20 강: 3. 역사와 역사철학
    차례
    서론 
  1. 기본강의: 삶의 문제와 철학
 1. 문제 상황과 인간 2
 2. 철학과 개별과학 3
 3. 철학의 위상과 문제 영역 4
 4. 철학의 총체성과 형이상학적 지향 6
 5. 철학과 종교 7
 6.. 철학의 비판적 성격 8
 7 철학과 일상 10
  2. 주제토론: 철학적 비판의 성격과 의미-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1. 토론 과제 13
 2. 기본 내용의 분석 17
 3. 토론-철학적 비판의 성격 20
  3. 읽기자료: 철학의 목적과 가치
 1. 철학이란 무엇인가? 22
 2. 왜 철학을 하는가? 24, 
 3. 철학 연구의 목적 26
 연습문제, 28 .
 참고문헌 30
    제 I부 문화와 철학
  제 1장 대중 문화의 철학적 이해
  1. 기본강의: 대중 매체, 문화 산업 그리고 소비 사회
 1. 대중 문화는 저질일까? .36
 2. 대중 문화의 두 얼굴 38
 2.1 대중 매체의 순기능과 역기능 38
 2.2 문화 산업에 대한 찬반론 41
 2.3 소비 사회와 대중 문화 42
 3. 감성과 이성의 종합 
  2. 주제토론: 대중 음악, 지배인가 저항인가?
 1. 토론 과제 45
 2.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47
 2.1 왜 스타에게 열광하는가? 47
 2.2 대중 음악과 이데올로기 48
 2.3 상품미와 개인의 정체성 49
  3. 읽기자료: 대중 음악의 역사
 1. 서양 대중 음악의 역사 50
 2. 우리 나라 대중 음악의 역사 53
  연습문제, 56
  참고문헌, 57
    제2장 정보 사회와 사이버 문화
  1. 기본강의: 정보 사회와 사이버 문화의 두 얼굴
 1. 정보 사회는 장밋빛일까? 60
 2. 정보 사죄, 사이버 문화, 사이보그 62.
 2.1 정보 사회 62
 2.2 사이버 문화 65
 2.3 사이보그 66
 3. 정보 사회의 전망 68
  2. 주제토론: 기계가 사람을 지배할 수 있을까? -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1. 토론 과제 70
 2. 기본 논증과 비판: 사람과 기계 71
 2.1 환각 체험 71
2.2 사람과 기계의 관계 73
  3. 읽기자료: 토플러의 '제 3의 물결'
 1. 새로운 종합 75
 2. 지적 환경 76
 3. 정신적 대혼란 77
 4. 국가의 붕괴 78
 5. 미래의 퍼스낼리티 78
  연습문제 80
  참고문헌 81
    제 II부 인간의 이해
  제 1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1. 기본강의: 인간 본성의 제 문제
 1. 인간 이해의 중대성 86
 2. 인간의 합리적, 사회적 본성 87
 2.1 고전 고대 사상 87
 2.2 근세 이성주의 89
 2.3 공리주의 90
 2.4. 마르크스주의 91
 3. 인간의 충동적, 이기적 본성 93
 3.1 동물적 존재로서의 인간 93
 3.2 홉스 94
 3.3 프로이트 95
 4.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현대 97
  2. 주제토론: 인간성은 자유인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가?
 1. 토론 과제 98
 2. 기본 논증과 비판 100
 2.1 내용 분석  100
 2.2 비판과 토론 101
  3. 읽기자료1: 인간성의 그늘-증오
 1. '합리적인 이성' 명분 속 깊숙이 도사린 편견 107
 2. 선입관, 혐오감, 분노 억압된 감정에서 싹터 108
 3. 증오의 피해자가 가해자 되는 경우 많아 110
 4. 영원히 근절시킬 수 없는 '사회의 그림자' 110
  3. 읽기 자료2: 순자-예를 배워야 사람이 된다.
  연습문제 115 
  참고문헌 116
  제2장 성과 사랑의 철학
  1. 기본강의: 성, 사랑, 페미니즘
 1. 성과 사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120
 2. 성 담론의 어제와 오늘 122
 2.1 성 122
 2.2 사랑 124
 2.3 페미니즘 126
 3. 인정과 무시 127
  2. 주제토론: 나의 성 의식은 어떠한가?
 1. 토론 과제 129
 2. 논증과 비판 130
 2.1 대학생들의 성 의식 분석 130
 2.2 나의 성 의식 분석 132
  3. 읽기자료: 사랑, 결흔, 가족
  연습문제 139
  참고문헌 140
  제3장 더불어 사는 삶-동양의 지혜
  1 .기본강의: 도덕 정신과 자유의 추구
 1. 문제 제기 144
 2. 문제의 분석 - 유가와 도가 146
 2.1 도덕적 삶이 좋은 이유 - 유가의 입장 146
 2.2 도덕적 삶을 비판하는 이유 - 도가의 입장 149
 3. 종합 고찰: 동양의 참 지혜 153
  2. 주제토론: 도덕인가 자유인가?
 1. 토론 과제 154
 2. 기본 논증과 비판 156
  3. 읽기자료: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
  연습문제 163
  참고문헌 164
    제 III부 논리적 사고와 오류
  제7장 논리적 사고와 오류
  1. 기본강의: 논증과 오류
 1. 논증의 의미 170
 1.1 논리학의 과제 170
 1.2 논증의 구조 - 전제와 결론 171
 1.3 연역과 귀납 173
 1.4 논증의 의의 173
  2. 오류의 유형 175
 2.1 오류의 정의와 분류 175
 2.2 형식적인 오류 176
 2.3 비형식적인 오류 1 - 자료적 오류 177
 2.4. 비형식적인 오류 2 - 심리적 오류 179
 2.5 비형식적인 오류 3 - 언어적 오류 181
   2. 주제토론: 논증의 구조 분석과 평가
 1. 토론 과제 182
 2. 논증의 분석과 평가 183
 2.1 논증 구조 분석-(문제 1) 183
 2.2 논증 평가하기-(문제 2) 185
  3. 읽기자료: 의미와 정의
 1. 주장의 불명료성의 원인-애매성과 모호성 187
 2. 의미의 종류 189
 3. 정의 190
  연습문제 192 
  참고문헌 193
  제 2장 진리와 과학적 지식
  1. 기본강의: 진리의 의미와 과학적 지식의 본질
 1. 삶 지식, 진리 196
 2. 대응설 197
 2.1 감각적 경험과 이성적 직관 197
 2.2 대응설 비판 198
 3. 정합설 200
 3.1 논리적 무모순성과 연역의 보편성 200
 3.2 정합설 비판 201
 4. 비판적 보완 202
 4.1 정합설의 비판적 보완: 감각적 경험과 명증적 직관 202
 4.2 대응설의 비판적 보완: 귀납법과 자연의 제일성 203
 5. 종합: 과학적 지식의 성격 206
 6. 근세 인식론 207
  2. 주제토론: 과학적 확실성의 근거는 무엇인가? 귀납주의와 반증주의
 1. 토론 과제 208
 2. 기본 논증과 비판 210
 2.1 제시문 요약 210
 2.2 기본 내용의 분석 110
 2.3 비 판 212
  3. 읽기자료: 생의 철학과 실용주의의 진리관
 1. 생의 철학과 해석학 214 
 2. 불확정성 원리와 실용주의 216
  연습문제, 217
  참고문헌, 218
    제 IV부 현실과 역사
  제1장 자본주의와 사회정의
  1. 기본강의: 자본주의의 새로운 전개-신자유주의
 1. 문제의 제기 224
 2. 문제의 분석 227
 2.1 분배 정의 227
 2.2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230
 2.3 시장과 인간의 소외 232
 3. 종합적 고찰
  2. 주제토론: 분배와 사회 정의
 1. 토론 과제 235
 2. 기본 논증과 비판 236
 2.1 신자유주의의 분배관 236
 2.2 신자유주의의 분배관 비판 238
 2.3 사회 정의를 위안 모색 239
  3. 읽기자료: 자유와 소비
 1. 상품 소비가 주는 자유 2341
 2. 타인의 인정을 통한 자아 실현
 3. 상품 소비 사회에서의 자아 실연의 한계
  연습문제, 244
  참고문언, 245
  제 2장 민주주의와 공동체
  1. 기본강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1. 문제의 제기 250
 2. 문제의 분석 252
 2.1 자유 민주주의 252
 2.2 시장 경계와 민주주의 253
 2.3 민주주의와 공동체 256
 3. 종합적 고찰 257
  2. 주제토론: 시장은 민주적인가?
 1. 토론 과제 259
 2. 기본 논증과 비판 261
 2.1 자본주의 시장 사회 261
 2.2 자유 민주주의의 문제점 263
 2.3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과제 264
  3. 읽기자료: 민주주의의 역사
 1. 민주주의 사상의 정성
 2. 민주주의의 발전
 3. 민주주의의 전환
  연습문제 270
  참고문헌 271
  제 3장 역사와 역사철학
  1. 기본강의: 역사의 법칙성에 관한 주장들
 1. 역사와 역사 의식 274
 2. 플라톤의 역사철학 276
 2.1 이상 국가의 구조 276
 2.2 이상 국가의 화해 277
 2.3 정치 체제 변화와 본성론 279
 3 헤겔의 역사철학 280
 3.1 진리의 총체성과 변증법 280
 3.2 세계 정신과 역사 281
 3.3 역사의 목적과 국가 282
 3.4 비판적 고찰 283
 4. 마르크스의 역사 철학 284
 4.1 역사적 유물론 284
 4.2 생산 양식과 속사 변화의 원리 286
 4.3 세계사의 유물론적 해석 287
 4.4 비판적 고찰 288
  2. 주제토론: 과연 역사의 법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가?
 1. 토론과제 290
 2. 기본 논증과 비판 .
 2.1 포퍼의 비판적 합리주의 291
 2.2 점진적 사회 공학 292
 2.3 비판적 토론 292
  3. 읽기자료: 포스트 모더니즘의 역사 이해 - 
 1. 모던과 포스트 모던 294
 2 푸코의 입장 295
 2.1 역사의 불연속성 295
 2.2 역사의 거부 297
 2.3 니체적 관점 298
 2.4 비판적 고찰 298
  연습문제 300 
  참고문헌 301
    제 V부 그림으로 생각하는 철학의 난문 20제
  1. 철학 여러 가지 정의들: 철학은 사장님? 교통순경? 노동자? .304
  2. 동기주의와 결과주의: 왜 착하게 살아야지? 306
  3. 윤리 상대주의: 윤리는 상대적인가? 객관적인가? 308
  4. 역사 헤겔의 정신사관: 역사는 자유 의식의 진보이다. 310
  5. 철인왕과 민주주의: 플라톤과 포퍼 312
  6. 사르트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314
  7. 은총 신앙과 자력 신앙: 구원은 안에 있는가 밖에서 오는가? 316
  8. 신성과 세속의 딜레마: 종교적 포용성과 배타성 318
  9. 욕망의 좌절과 광신: 광신의 심리학적 분석 320
  10. 무한 경쟁과 무한 사랑: 오늘날의 문명적 정황과 종교 322
  11. 사고의 원리: 시간성을 배재하는 고정의 원리 324
  12. 추상과 직관: 강물은 흘러갑니다. 326
  13. 모순율: '다' 가있어야 사고가 성립한다. 
  14. 관념론과 실재론: 그것은 관념일 뿐이야
  15. 칸트의 구성설적 진리관: 인간이 자연의 입법자? 332
  17. 인식과 관심: 노파인가 아름다운 처녀인가? 334
  17. 존재론의 문제: 도사님과의 대화(1) 336
  18. 현존과 본질: 사람인지 누가 몰라? 338
  19 무의 문제: 도사님과의 대화(2) 340
  20. 우연과 필연: 모든 것은 인과의 사슬에 묶여 있는가? 342
 @p1
    철학이란 무엇인가?
  개관
  철학은 자연 및 환경 세계 속에서 인간이 부딪지는 여러 문제 상황들을 근원에서 바라보고 그 해결을 위한 총체적 관점을 획득하고자 하는 지적 노력과 그 소산을 통칭한다. 그러나 제반 문제 영역에서 개별과학적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는 오늘날, 철학이 설자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개별과학이 분화되고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총체적, 종합적, 근본적 관점은 더더욱 요구된다. 개별과학들 일반의 문제는 자치하고 그 각각의 그 성과들이 최대한 조화롭게 모아지려면 그것들 모두를 바라보고 조율하는 눈과 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총체적 관점의 획득으로서 오늘날에도 견지되고 견지되어야 할 철학함의 근거이다.
  물론 삶의 문제 상황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하는 문화 양태에 철학만이 있는 건 아니다. 종교도 그러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종교는 지정의를 총망라한 촉은 그 너머의 '믿음' 내지 '깨달음'을 통해 문제 해결에로 다가서고자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철학과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요컨대 철학은 인간의 욕망 중 가장 본질적이고도 근원적인 욕망 즉 지적욕망의 반영인 한, 모든 것에 대한 모든 의문의 해결 즉 사물과 사태에 관한 총체적 관점의 획득에로 끊임없이 육박하고자 한다. 철학이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적 지향을 가질 수밖에 기는 이유도 그곳에 있다.
  철학은 불확실한 문제 상황에 대하여 추측, 믿음, 감정에 의한 대응이 아닌 객관적 인식과 이성적 분별에 의한 대응을 강조한다. 이것이 철학의 비판적 성격이다. 이때 비판이란 단순히 사물과 사태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냉철하게 지적으로 따져 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철학은 근본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한다. 이런 점에서 종교적 대응 방식과 비교하여 철학적 대응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미 완결적이며 신중하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온 분과 역자를 문제에 대한 도전과 응전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면 그 무엇보다도 냉철한 이성과 보편 타당한 방식에 기초한 철학적 대응이 얼마나 삶의 문제 해결에 있어 불가결하고도 신뢰할 만한 가장 견고한 중심 기반이 되어 왔는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철학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 상황에 대한 인간의 지적 대응에 제어 이성의 역할에 대한 확고하고도 분명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종교는 삶의 가치를 믿음을 통해 완성하고자 하나, 철학은 그것을 냉철한 지성으로 탐구하고 인식하며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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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은 위와 같은 학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험적 일상의 자원에서도 이미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복잡한 일상의 삶의 문제들 속에서 우리들의 삶의 보존과 향상을 위해 금령이 궁리하고 끝없이 고민하고 결단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과정 속에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경험하는, 문제들에 대한 총체적인 파악, 그 해결을 위한 합리적 노력 그리고 객관적 사실을 중시하는 비판적, 반성적 태도 등은 모두 이른바 철학이란 이름으로 묶여질 수 있는 지적활동들인 것이다.
    1. 기본강의 삶의 문제와 철학
  1. 문제 상황과 인간
  인간은 자연과 사회라는 환경 세계 속에서 회피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 상황에 항상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한 인간의 대응방식은, 여타 생물과는 달리, 이성적이고 창조적인 특성을 갖는다. 여타 생물들의 환경에 대한 대응 방식은 본능에 구비된 방식에 한정되어 있으나, 인간은 본능 이외에 원리적인 생각과 판단 즉 이성적 사고를 통해 제반 문제 상황에 대처한다. 요컨대 인간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문제를 신적 존재와 같이 완전무결하게 해결해 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해서 동물적 존재와도 같이 단지 본능적 적응 구조 속에다 내맡겨 버릴 수도 없는 이른바 중간적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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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또는 지혜는 바로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응하고자 하는 중간적 존재로서 인간의 이성적 노력의 결과로 주어진 것이다. 즉. 지식은 환경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삶의 보존을 위한 근원적이고도 본질적인 방편이다. 아마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제도 결핍도 얼었을 타락 이전의 완전한 인간인 경우라면 그저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그의 은총과 사랑 안에 거하기만 하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문제에 대한 주체적인 해결을 욕구하며
고뇌에 찬 역경을 거듭해 온 인간 지성의 역사는 기독교적으로는 타락과 더불어 시작된 것이라고도 하겠다. 이렇게 보면 항상 문제 상황에 던져져 있는 인간에게 지식 또는 지혜에 대한 사랑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특성상 근원적이고도 필연적인 것이다. 따라서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그리스 말에서 유래된 철학의 어원적 정의가 그대로 보존되는 한, 철학 역시 인간에게 근원적이고도 필연적 인 것이다.
  2. 철학과 개별과학
  그러나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고 지혜에 대한 사랑은 필연적이므로 철학 또한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지적 작업 일반을 통틀어 철학이라고 불렀던 고전 그리스 시대에서나 타당한 일로 보인다. 왜냐하면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되었던 인간의 다양하고도 많은 문제들에 대한 지적 노력들은 오늘날 다양하게 분화된 각각의 개별 과학적 문제 영역에서 개별과학들 나름의 '지혜에 대한 사랑' 들로 대체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19세기 후반 이후 특히 심리학, 물리학, 생물학 등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괄목할만한 개별과학적 성과들은, 주로 인간과 우주에 관한 형이상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성립되었던 전통적인 지식 체계 내지 세계관을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하여 형이상학의 폐기 또는 철학 자체의 정체성 위기까지 운위되기도 하였고, 논리실증주의라는 일부 철학적 분파에서는 철학의 영역을 개별과학이 사용하는 언어 내지 개념의 명료성을 뒷받침해 주기 위한 언어 분석 내지 논리학의 영역에 국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지혜에 대한 사랑으로서 철학의 위상이 견지되어 오고 견지되어야 할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철학과 개별과학 간의 관계 속에서 그 까닭을 더듬어보면, 그것은 비록 개별과학적 노력이 모두 인간 삶의 보존과 향상을 위한 지혜에 대한사랑이자 이성적 작업이라 할지라도, 그 방법이나 전제 목적, 결과들이 언제나 인간 삶의 보존을 위한 지혜와 지식으로 조화롭게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오늘날 분화되고 발달한 개별과학들이 이룩한 성과들 중에는 서로 갈등을 빚거나 상호 상충하기까지 하는 경우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를 들어, 오늘날 식량 위기라는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에 대해 유전공학은 유전자 조작에 의한 종자 개량을 통해 그 해결책을 도모하려고 하는 반면, 생태학은 그 해결책이란 오히려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서 장기적으로는 인간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경제학은 식량 위기는 식량 자체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타의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초래되는 것이므로 사회 과학적인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예로, 오늘날 정신분석학, 행동주의심리학, 생리심리학 등은 다 같이 인간 심리를 연구 대상으로 하지만, 연구 결과의 상이성 이전에 처음부터 심리 현상 자체에 대한 견해를 달리하며 그에 따라 연구방법론 또한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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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와 같은 개별과학들 간의 갈등 내지 차이들은 인간 삶의 보존과 향상을 위한 또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키게 되고. 그 문제는 종국적으로 개별과학적 영역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분석 그리고 총체적이고도 유기적인 종합을 동시에 요구하게 된다. 사실상 철학의 위기가 운위될 시기에 제기된 앞에서의 논리 실증주의적 입장조차도, 구체적인 개별과학적 영역들 사이에서 노정된 제반 개념 사용상의 혼란과 갈등, 불명료성을 근본적이고도 일반적인 관점에서 비판하고 극복하려 했다는 점에서, 개별과학에 관한 총체적 비판이라는 전통적인 철학의 위상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요컨대 근본적인 분석과 비판 그리고 총체적인 관점의 획득은 개별과학과 관련하여 철학적 탐문의 근원적 필요성을 말해 주는 것이자 근본학으로서 철학의 본질적인 성격인 것이다.
  3. 철학의 위상과 문제 영역
  오늘날 분화된 개별과학적 학문 세계 속에서 철학이 자리하는 위치는 바로 그와 같은 총체적이고도 근원적인 관점에 대한 불가피한 요구 위에 서 있다. 요컨대 철학은 '제반 환경 세계 속에서 인간 삶의 보존과 향상을 위해 우리의 문제 상황을 구성하는 인간 자신 및 세계를 포함한 제반 문제에 대해,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동시에 보다 근원적인 관점에서 그 답변을 획득하고자 하는 이성적인 노력이자 그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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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철학은 오늘날 개별과학의 분화와 발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대되고 있는 개별과학들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관점의 필요성으로 인하여 여전히 만학의 기초로서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지혜에 대한사랑'으로서 고전적인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과연 철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러한 위상에 걸 맞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일까? 철학의 위상이 개별과학들의 성과와 방법, 전제, 목적 등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비판이라고 한다면, 철학자는 개별과학 전체를 꿰뚫어보듯 다 섭렵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우선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철학에 대한 그와 같은 요구는 가능한 것도 아니고 적절한 것도 아니다. 철학이 개별과학을 총체적으로 문제삼는다 할 때, 그것은 이미 개별과학의 산술적 종합이 아닌 개별과학 일반의 성격, 전제, 방법, 가치 등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따져 묻는다는 것을 뜻한다. 즉 철학은 개별과학들이 다루는 구체적인 하나 하나의 대상, 방법, 목적 등에 관심 갖기보다는 학문 일반의 구조상 그것들을 대상 일반, 방법 일반, 목적 일반으로 묶어 근원적이고도 총체적인 차원에서 그것들의 구조 전제, 근거, 본질 등을 비판적으로 따져 묻는다. 이에 따라 철학은 존재 세계, 대상 일반에 대한 근원적, 반성적 고찰로서의 존재론, 지식의 근거와 방법 일반에 대한 근원적, 반성적 고찰로서의 인식론, 인간 삶의 목적 및 가치 일반적, 반성적 고찰로서의 가치론이라는 분과 영역을 갖는다. 이 밖에 인간의 지적 사고 일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의 형식적 절차와 규범에 대한 고찰로서의 논리학 또한 철학의 한 영역으로 추가할 수 있겠다.
  실제로 철학사를 뒤돌아 살펴보더라도 전통적으로 철학은 학문 세계 속에서 개별과학들의 구체적인 문제 영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개별적인 문제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포괄하고 총체적으로 근거 지우는 근본적이고도 독립적인 그 나름의 고유의 문제 영역을 탐문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존재, 사유, 진리, 이성, 행복, 선과 악, 인간성, 세계, 영혼, 욕망, 가치 있는 삶이라는 주제들은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개별과학적인 탐구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것들을 포괄하면서 동시에 넘어서는 철학 고유의 중심적인 주제로 변함 없이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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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주제들을 철학의 분과 영역과 관련시켜 본다면 존재, 세계, 영혼등은 존재론 내지 형이상학의 주제로서 이른바 일원론과 다원론, 유물론과 유심론, 생기론과 기계론, 결정론과 비결정론 등이 그것과 관련한 대표적인 논의 영역이고, 사유, 진리, 이성 등은 인식론(부분적으로 논리학)의 주제로서 이른바 합리론과 경험론, 정합설과 대응설, 현상학과 해석학, 분석철학과 과 학철학 등은 그것과 관련한 대표적인 논의 영역이다. 그리고 인간성, 행복, 선과 악, 욕망, 가치 있는 삶 등은 가치론의 주제로서 이른바 인간본성론, 윤리학, 사회철학, 역사철학, 종교철학, 미학 등이 그것과 관련한 대표적인 논의 영역들이라 하겠다.
  요컨대 철학의 문제 영역을 개별과학과 관련하여 규정한다면 그것은 곧 개별과학적 영역 일반의 문제 내지 그들간의 관계에서 파생하는 문제 등 개별과학적 영역에서 다루어지기 힘든 그러나 개별과학 일반의 존립 근거 및 의미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총체적인 고찰과 비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전통적인 철학자들의 견해는 물론 현대 영미 분석철학의 태두 러셀까지도 여전히 '철학은 제 과학의 기본 개념을 명확하게 하며 상이한 제 과학을 종합하여 세계에 대한 하나의 종합적 견지를 가지는 지식'이라고 말하고 있고, 분트 또한 철학은 '특수과학에서 얻은 인식을 모순 없는 체계로 통일해 과학에서 사용되는 인식 일반의 방법과 그 가정을 그 원리에 귀속시킬 수 있는 보편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곧 개별과학에 대한 총체적 비판으로서의 철학의 본질적인 위상이, 인간의 지성사가 지속되는 한, 결코 흔들림 없이 보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4. 철학의 총체성과 형이상학적 지향
  그러나 앞에서의 관점은 철학을 주로 개별과학과의 관계 속에서 해명하고자 한 것으로서, 개별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철학은 과연 필요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소극적 차원의 설명이라 하겠다. 총체적 관점의 획득으로 표징되어 온 철학의 고전적 특성은 오히려 철학의 정체성의 위기와 관련한 오늘날의 개별 과학 및 영미 분석철학적 경향에 구애 없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로부터 연원하는 보다 적극적이고도 고유한 위상과 필연적인 운명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철학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물과 사태에 대한 총체적 인식과 의미를 간취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원적이고도 근본적인 지적 욕망 그 자체를 반영한다. 다시 말해, 모든 것에 대한 모든  
의문을 넘어서서 그 모든 것에 관한 총체적, 통일적 인식에로 육박하고자 하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끝없는 그 욕망이야말로, 왜 철학이 총체성과 필연적으로 관계되는지를 보여 주는 근거이자 철학함을 이끌어 가는 본원적 원동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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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러한 철학적 갈구는 우리로 하여금 사물과 사태에 대한 수많은 개별과학적 성과들과 그 성과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지나 그것들을 종합하고 비판해 가면서 종국적이고도 필연적으로 우리를 형이상학에로 다가서게 한다. 즉 고갈되지 않는 인간의 지적 욕망은 철학으로 하여금 사물과 사태의 총체적 근원과 본질에 대한 형이상학적 물음으로까지 다가서지 않으면 안되게 만드는 필연적 근거이다. 다시 말해 형이상학은 철학이 종국적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는 이성적 사유의 극한에서 성립하는 것이자, 그러한 지적 갈구의 극한조차 넘어서고자 하는 마르지 않는 사색의 원천이자 기반이다. 어떠한 종류의 지적 제한도 인간의 철학 정신을 가로막지 못한다. 철학은 하물며 철학의 부정조차도 넘어서 버리는 끝없는 지적 욕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5. 철학과 종교
  삶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 대응 방식이 지식이고 삶의 문제의 전 영역이 근본적으로 총체적인 내적 연관을 갖는 것이라면, 사물과 사태의 진상에 대한 총체적 인식과 실천은 인간에게 숙명적인 것이다. 이러한, 철학의 발걸음 또한 숙명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숙명적인 발걸음을 계속해온 철학적 탐문은 그와 같은 총체적 진상에 도달했는가? 철학의 역사가 존재하고 아직도 철학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은 진리를 향한 철학의 행보가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특히 총체적 관점의 획득이라는 철학의 특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는 형이상학적 탐문조차 철학의 도정을 끝내기는커녕 또 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이기 일쑤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들은 때때로 진리란 존재하는 것인지, 그것은 과연 도달할 수 있는 것인지, 혹시 아예 진리란 없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철학은 무의미한 헛수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의문을 품곤 한다.
  그러나 삶의 문제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해결을 추구하면서도 철학 내지 형이상학과 전혀 다른 이른바 신앙의 방식으로 확고부동한 답변을 제시하는 또 다른 문화 양태가 있다. 그것이 곧 종교이다. 사실상 종교는 우주와 인간의 근원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저 죽음의 공포 및 소소한 도덕적 자책이 가져다 주는 괴로움에 이르기까지 삶의 영역 전반에 관한 근원적이고도 총체적인 답변을 제시해 준다. 이러한 한, 종교나 철학 모두 당면한 문제 상황에 대한 인간의 고유하고도 본질적인 고도의 문화적 대응 양태로서 공통점을 갖는다. 실제로 당면한 삶의 근본적인 문제 상황에 대해 기독교의 예수는 철학자와 마찬가지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불교의 석가모니 또한 역시 참된 실재, 진리로서 불성에 대한깨달음을 통해 모든 고통과 윤회 전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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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렇다면 철학과 종교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고,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우선 앞의 인용 예에서만 보더라도, 예수와 석가모니가 말하는 진리는 이성적인 숙고를 통해 얻어지는 철학적 진리와는 다른 의미의 진리이다. 그것은 오히려 이성이 좌초하고 합리성이 두절된 지점에서 지정의를 총망라한 저 이성 너머로의 총체적 비약, 이른바 믿음 또는 깨달음을 통해서 얻어지는 진리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으로 논증될 수도 없고 보편적으로 설명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종교적인 신앙에로 다가서는 이유는 문제 상황 자체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도 그렇다고 회피하거나 포기할 수도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다.
  6. 철학의 비판적 성격
  그러나 종교라는 이름으로 제시된 이른바 수많은 진리들이 인간의 삶의 보존과 향상을 담보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간을 미혹스런 질곡 속에 빠뜨린 경우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발견한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이른바 종교적 믿음이 원천적으로 이성을 넘어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종교적 진리와 이른바 광신적 미망을 원리적으로 구분하기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기독교도 성립 당시에는 일부 사람들만의 사교적 신앙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훗날 고등 종교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도 그들이 표방한 믿음에 대한 원리적 검증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만 현세에서의 전개 과정에서 드러난 역사적 사실이 그렇게 말해줄 뿐이다.
  이것은 이제 인간 삶의 과정에서 주어지는 수많은 불확실한 문제 상황에 대하여 추측, 믿음, 감정에 의한 대응에 앞서, 객관적 인식과 이성적 분별을 가능케 하는 비판적 인식을 통한 철학적 대응이 왜 기본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이때 비판적 인식이란 단순히 사물과 사태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냉철하게 지적으로 따져 묻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철학은 근본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한다. 이런 점에서 종교적 대응 방식과 비교하여 철학적 대응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미완결적이며 신중하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온 삶과 역사를 문제에 대한 도전과 응전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면 그 무엇보다도 냉철한 이성과 보편타당
한 방식에 기초한 철학적 대응이 얼마나삶의 문제 해결에 있어 불가결하고도 신뢰할 만한 가장 견고한 중심 기반이 되어 왔는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철학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 상황에 대한 인간의 지적 대응에 있어 이성의 역할에 대한 확고하고도 분명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요컨대 종교는 삶의 가치를 믿음을 통해 완성하고자 하나, 철학은 그것을 냉철한 지성으로 탐구하고 인식하떠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p9
  그렇다고 철학이 종교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는 신앙을 통해 문제의 종결을 추구하지만, 철학은 다만 인간 이성의 한계 내에서 이성의 눈으로 인간의 문제 상황을 구성하는 제반 사물과 사태를 냉철하게 직시하는 자리에 서있을 뿐이다. 물론 그 직시의 극단에서 어떤 철학은 종교적 비약에로 결단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대응의 시작일 뿐 철학 자체의 의미를 무화시키지 않는다. 철학은 학문의 차원에서건 삶의 지혜의 차원에서건 확실성을 향한 비약이라기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줄기찬 대결이자 끝없이 되묻고 되묻는 반성적 비판 그리고 형성의 작업인 것이다.
  (그림설명) 1797 년 다비드 작 '소크라테스의 죽음'. 독배를 들기 전의 소크라테스의 의연한 모습과 제자들의 비탄에 찬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독배를 들기 전의 대화는 파이돈 편에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p10
  이렇게 보면 플라톤 시대에 토론되었던 것과 똑같은 문제가 오늘날에도 중요한 철학적 문제로 토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완전히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문제조차 철학사에선 다시 나타나고 다시 토론되고 다시 답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슬리크는 "항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철학자가 하는 일의 특징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른바 시대와 장소를 관통하는 보편적 진리를 추구한다는 철학 자체가 역설적으로 철학사라는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그 전개를 계속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이 때문에 야스퍼스는 철학이란 언제나 '길 위에 있는 것'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러 또한 '영원히 만족할 만한 철학 체계는 없다 하더라도 철학적 욕구는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진정 철학사란 불후, 불멸의 진리라는 철학의 목표에 미달한 실패의 문서들이 쌓여 있는 서고가 아니라 그 시대의 문제를 그 시대의 조건에서 그 시대의 지성들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고통스럽게 육박하여 이루어 낸 살아 있는 그림들이 진열된 '지성의 회랑'인 것이다.
  7. 철학과 일상
  학문 세계에서 철학의 위상이 그러하듯, 일상의 생활 속에서 철학함의 의미 또한 중차대하다. 왜냐하면 일상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둘러싼 제반 문제들에 대해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으로 숙고하고 그것에 바탕하여 합리적으로 대응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응은 당면한 구체적 문제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끔 우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의 삶을 영위하다가도 그러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뒤돌아보면서 그렇게 사는 우리들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목적 등을 되물어 본다. 그리고 나아가 고단한 삶의 과정 속에서 좌절과 희망을 함께 겪으면서 인생과 사회 그리고 역사와 종교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까지도 던져 본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살까? 나는 왜 끝없이 시기와 질투에 시달릴까? 남부럽지 않은 삶은 무엇일까? 돈과 명예를 얻으면 행복할까? 행복은 무엇일까? 왜 불행이 끝이 없을까? 선과 악이란 무엇일까? 정의란 무엇일까? 인생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일까? 과연 내세는 있을까?
 @p11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 자문해 보는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과 회의 과정을 통해 우리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으로 되짚어 보면서 삶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종종 일상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하여 그 해결을 모색하면서도 상식적인 수준의 적당한 해결이 기대만큼 두루 만족을 가져다 주지 못하거나 예기치 않게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 우리들은 그 문제에 대해 보다 넓은 관점에서 따져 보고 되짚어 보면서 보다 철저하고도 보다 명확한 해결을 욕구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들은 상직적으로 너무나도 당연하고 단순한 것으로 생각했던 문제들이 처음 생각과 달리 아주 광범위하고 복잡한 문제요 인을 갖는 것임을 알아차리기도 하고, 또 반대로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하다가 문제가 엉클어져 무엇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을 때 문제의 원점으로 돌아가 근본적으로 되물어 보면 간단한 데에 답이 있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의 삶 속에서 단순한 문제이건 복잡한 문제이건 간에 그것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보다 분석적이고 보다 종합적인 생각을 거듭해 가면서 우리의 생각이 처음과 비교하여 보다 포괄적인 관점으로 보다 종합적이고 추상적인 관점으로 깊고 넓게 변화해 가는 일을 경험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들은 우리들의 일상적 삶 속에서 이미 문제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사유로서 철학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상 속에서 그러한 사유가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경험된다 할지라도 모든 사람이 언제나 쉽게 아무런 문제없이 그러한 철학적 사유를 수행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우리 마음 깊숙이 자리잡은 일상의 뿌리깊은 안일과 타성은 우리로 하여금 철학적 사유의 비판적, 반성적 특성과 이성적 냉철성을 귀찮고도 성가신 하물며 불필요한 것으로까지 여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인간다움은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를 그저 안일과 타성에 빠진 채. 충동과 추측과 편견으로 대처하는 데 있지 않고, 신중하게 문제의 구조, 성격, 조건, 가치, 영향, 목적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이고도 근본적으로 숙고하고 냉철하게 판단하여 합리적이고도 용기 있게 그 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다. 이른바 슬기로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 무언가 철학이 있는 사람이란, 지혜의 소중함을 깨닫고 위와 같이 합리적이고도 실천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하겠다.
 @p12
  이렇게 보면 철학의 일상적 의미는 그릴게 낯선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른바 주어진 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도 다각적으로 숙고한다 할 때 우리는 이미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문제에 대한 총체적 해결욕구로서 철학적 관심뿐만 아니라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얻어지는 지식 그 자체에 대해서도 깊은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지식을 그 자체 목적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까지 고양시키기도 하는 그와 같은 인간호기심의 근원적 특성은 인간의 지적 윽구 및 철학적 사유가 갖는 또 다른 의미를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타 우리의 일상에서 인생철학, 경영철학 등 흔히 철학이라는 말을 붙여 쓸 때에 우리가 그것을 무언가 총체적이고도 일관된 목적, 원리, 중심 가치 등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도 철학이 갖는 총체적, 근본적 성격 때문이다. 하물며 점술을 철학이라 칭하는 것도, 점술이 문제에 대한 전체적이고 궁극적인 답변을 구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점술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철학이라는 말의 일상적 용어 사용은 전혀 그릇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른바 철학적 태도와 방법이 기초하고 있는 것은 우연과 짐작과 상상이 아닌 보편과 객관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숙고와 철저하고도 냉철한 이성에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생철학이나 경영철학의 경우도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지니고 추구하는 정연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할 뿐더러. 대개의 경우 일개인의 정서적 태도나 통속적 관념을 무차별적으로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사용된 말이라고 볼 수 없다.
 @p13
  철학의 가치는 곧 인간의 삶의 보존과 향상을 위한 제반 지적 대응들 자체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이성적인 비판과 반성에 있다. 왜냐하면 학문적 활동에서건 삶의 과정에서건 총체적이고도 반성적인 관점은 개별적이거나 계기적인 제반 지적인 성과들을 온전하게 인간 삶의 보존과 향상에로 방향 지우는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언급하였듯이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는 것'이다.
    2. 주제토론 철학적 비판의 성격과 의미: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1. 토론과제
  다음은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 politeia)편 제 7권에 수록된 유명안 (동굴의 비유)이다. 내용을 잘 읽고 그 속에 숨은 철학의 여러 가지 비판적 성격들에 대해 토론해 보자.
  "그러면 다음으로는 교육 및 교육 부족과 관련된 우리의 성향을 이런 처지에다 비유해 보게나. 이를테면, 지하의 동굴 모양을 한 거처에서, 즉 불빛 쪽으로 향해서 길게 난 입구를 전체 동굴의 너비만큼이나 넓게 가진 그런 동굴에서 어릴 적부터 사지의 목을 결박당한 상태로 있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게. 그래서 이들은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앞만 보도록 되어 있고, 포박 때문에
머리를 돌릴 수도 없다네. 이들의 뒤쪽에서는 위쪽으로 멀리에서 불빛이 타오르고 있네, 또한 이 불과 죄수들 사이에는 위쪽으로 (가로로)길이 하나 나 있는데, 이 길을 따라 담(흉장)이 세워져 있는 걸 상상해 보게. 흡사 인형극을 공연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사람들 앞에 야트막한 휘장(칸막이)이 쳐져 있어서, 이 휘장 위로 인형들을 보여 주듯 말일세." 내가 말했네.
  "상상해 보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네.
  "더 나아가 또한 상상해 보게나. 이 담(흉장)을 따라 이 사람들이 온갖 인공의 물품들을, 그리고 돌이나 나무 또는 그 밖의 온갖 것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진 인물상들 및 동물상들을 이 담 위로 쳐들고 지나가는 걸 말일세. 또한 이것들을 쳐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이들은 소리를 내나, 어떤 이들은 잠자코 있을 수도 있네."
 @p14
  "이상한 비유와 이상한 죄수들을 말씀하시는군요." 그가 말했네.
  그래서 내가 말했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일세. 글쎄, 우선 이런 사람들이 불로 인해서 자기들의 맞은편 동굴 벽면에 투영되는 그림자들 이외에 자기들 자신이나 서로의 어떤 것인들 본 일이 있을 것으로 자네는 생각하는가?"
  "실상 이들이 일생을 통해서 머리조차 움직이지 못하도록 강제 당했다면, 어떻게 볼 수 있었겠습니까?" 그가 반문했네.
  "그럼 운반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겠는가? 이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물론입니다."
  "그러므로 만일에 이들이 서로 대화(토론)를 할 수 있다면, 이들은 자신들이 '벽면에서' 보는 것들을 지칭함으로써 '벽면에 비치며' 지나가는 것(실물)들을 지칭 하는 것으로 상정 할 것이 라고 자넨 생각지 않는가?"
  "그야 필연적입니다."
  "그러면 이 감옥의 맞은편 벽에서 또한 메아리가 울려온다면 어떻겠는가? 지나가는 자들 중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낼 경우에, 그 소리를 내는 것이 지나가는 그림자 아닌 다른 것이라고 이들이 믿을 것으로 자넨 생각하는가?"
  "그로서는 단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했네.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이 인공적인 제작물들이 그림자들 이외의 다른 것을 진짜라 생각하는 일은 전혀 없을 걸세." 내가 말했네.
 @p15
  "다분히 필연적입니다." 그가 말했네.
  그래서 내가 말했네."그러면 생각해 보게. 만약에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식으로 사태가 자연스레 진행된다면, 이들이 결박에서 풀려나고 어리석음에서 치유되는 것이 어떤 것이겠는지 말일세, 가령 이들 중에서 누군가가 풀려나서는, 갑자기 일어서서 목을 돌리고 걸어가 그 불빛 쪽으로 쳐다보도록 강요당할 경우에, 그는 이 모든 걸 하면서 고통스러워할 것이고, 또한 전에는 그 그림자들만 보았을 뿐인 실물들을 눈부심 때문에 볼 수도 없을 걸세. 만약에 누군가가 이 사람에게 말하기를, 전에는 그가 엉터리를 보았지만, 이제는 진짜에 좀은 더 가까이 와 있고 또한 한결 더한 실상을 향하여 있어서, 더욱 옳게 보게 되었다고 한다면, 더군다나 지나가는 것들 각각을 그에게 가리켜 보이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고서는 대답하도록 강요한다면,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으로 자네는 생각하는가? 그는 당혹해 하며, 앞서 보게 된 것들을 방금 지적 받은 것들보다도 더 진실된 것들로 믿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훨씬 더 진실된 것들로 믿을 겁니다." 그가 말했네.
  "또한 만약에 그로 하여금 그 불빛 자체를 보도록 강요한다면, 그는 눈이 아파서, 자신이 바라볼 수 있는 것들로 향해 달아날 뿐만 아니라, 이것들이 방금 지적 받은 것들보다도 정말로 더 명확한 것들이라고 믿지 않겠는가?"
  "그럴 것 입니다" 그가 대답했네.
  "그러나, 만약에 누군가가 그를 이곳으로부터 험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통해 억지로 끌고 간다면, 그래서 그를 햇빛 속으로 끌어 내 올 때까지 놓아 주지 않는다면,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또한 자신이 끌려온 데 대해 언짢아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가 빛에 이르게 되면, 그의 눈은 광휘로 가득 차서, 이제는 진짜들이라고 하는 것들 중의 어느 것 하나도 볼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내가 물었네
  "적어도 당장에는 볼 수 없겠죠." 그가 대답했네.
  "그러기에, 그가 높은 곳의 것들을 보게 되려면, 익숙해짐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하네. 처음에는 그림자들을 제일 쉽게 보게 될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물 속에 비친 사람들이나 또는 다른 것들의 상들을 보게 될 것이며, 실물들은 그런 뒤에야 보게 될 걸세. 또한 이것들에서 더 나아가, 하늘에 있는 것들과 하늘 자체를 밤에 별빛과 달빛을 봄으로써 더 쉽게 관찰하게 될 걸세. 낮에 해와 햇빛을 봄으로써 그것들을 관찰하는 것보다도 말일세."
  "어찌 그러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는 그가 해를, 물 속이나 다른 자리에 있는 해웠 투영으로서가 아니라 제자리에 있는 해를 그 자체로서 보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p16
  "필연적으로 그럴 겁니다." 그가 말했네. "또한 다음으로 그는 태양에 대해서 벌써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을 걸세. 즉 계절과 세월을 가져다 주며, 보이는 영역에 있는 모든 것을 다스리며, 또한 어느 면에서는 그를 포함한 동료들이 보았던 모든 것의 원인(탓)이 되는 것이 바로 이것 이 라고 말일세."
  "그가 그 다음으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가 말했네.
  "어떤가? 이 사람이 최초의 거처와 그곳에 있어서의 지혜 그리고 그때의 동료 죄수들을 상기하고서는, 자신의 변화로 해서 자신은 행복하다고 여기되, 그들을 불쌍히 여길 것이라고 자넨 생각지 않는가?"
  "그러고 말고요."
  "만약에 그때 '그들 앞의 벽면에' 지나가는 것들을 그들 사이에서 가장 예리하게 관찰하고서는. 그것들 가운데 어느 것들이 곧잘 먼저 그리고 뒤에 또는 동시에 지나가는지를 가장 잘 기억하고 있다가, 이에서 앞으로 닥칠 사태를 가장 유능하게 예측하는 사람에게 명예와 칭찬 그리고 상이 주어졌다면 그가 이것들을 갖고자 욕심부리며, 그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힘 깨나 쓰던 자들을 부러워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호메로스의 처지가 되어, '땅뙈기조차 없는 사람의 농노로서 남의 머슴살이를' 몹시도 바랄 것으로,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 '의견을 가지며' 그런 식으로 사느니보다는 무슨 일이든 겪어 내려 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런 식으로 사느니보다는 오히려 이런 식으로 모든 걸 주어 내는 쪽을 그가 택할 것으로 저로서는 생각합니다." 그가 말했네.
  그래서 내가 말했네."그러면 이 점 또한 생각해 보게. 만약에 이런 사람이 다시 동굴로 내려가서 이전의 같은 자리에 앉는다면, 그가 갑작스레 햇빛에서 벗어 나왔으므로, 그의 눈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게 되지 않겠는가?"
  "물론 그럴 것입니다." 그가 대답했네.
  "그렇지만, 만약에 그가 줄곧 그곳에서 죄수 상태로 있던 그들과 그 그림자들을 다시 판별해 봄에 있어서 경합을 벌이도록 요구받는다면 그것도 눈이 제 기능을 회복도 하기 전의 시력이 약한 때에 그런 요구를 받는다면, 어둠에 익숙해지는 이 시간이 아주 짧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는 비웃음을 자초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기들을 풀어 주고서는 위로 인도해 가려고 꾀하는 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어떻게든 붙잡아서 죽일 수만 있다면, 그를 죽여 버리려 하지 않겠는가?"
 @p17
  "물론 그러려 할 것입니다." 그가 대답했네.
  "그러면, 여보게나 글라우콘! 이 전체 비유를 앞서 언급된 것들에다 적용시켜야만 하네. 시각을 통해서 드러나는 곳을 감옥의 거처에다 비유하는 한편으로, 감옥 속의 불빛을 태양의 힘에다 비유함으로써 말일세, 그리고 위로 오름 과 높은 것에 있는 것들의 구경을 자네가 '지성에 의해서(라야)알 수 있는 영역'으로 향한 혼의 등정으로 간주한다면, 자네는 내 기대에 적중한 젬이 될 걸세. 자네는 이걸 듣고 싶어하니 말일세 그렇지만 그게 진실인지 어쩐지는 아마도 신이나 알 걸세. 아무튼 내가 보기에는 이런 것 같으이. 즉 인식할 수 있는 영역에 있어서 최종적으로 그리고 각고 끝에 보게 되는 것이 '좋음의 이데아'이네. 그러나 일단 이를 본 다음에는, 이것이 모든 것에 있어서 모든 옳고 아름다운 것의 원인이라고, 또한 '가시적 영역'에 있어서는 빛과 이 빛의 주인을 낳고. '지성에 의해서(라야)알 수 있는 영역'에서도 스스로 주인으로서 진리와 지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또 장차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슬기롭게 행하고자 하는 자는 이 이데아를 보아야만 한다고 결론을 내려야만하네." 내가 말했다.
  "저로서 할 수 있는 한은 저 역시 생각을 같이합니다." 그가 말했네
  "자, 그러면 이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하여, 놀라는 일이 없도록 하게. 즉 이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인간사에 마음 쓰고 싶어하지 않고, 이들의 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지내기를 열망한다는 사실을 말일세. 그건, 이 경우 역시 앞서 말한 비유대로라면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일세." 내가 말했네. (플라톤의 국가), 박종현 역주, 서광사, 1997. pp. 448-454.
    2. 기본 내용의 분석
  플라톤은 실재에 대한 자신의 이원론적 입장을 (국가) 제 7권의 첫머리에 나오는 유명한 동굴의 알레고리(비유)를 가지고 설명한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서 이 알레고리의 도입 부분을 시작한다. 광선에 노출된 넓은 입구를 지닌 지하 동굴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상상해 보자. 동굴의 깊은 안쪽에는 인간들이 동굴의 안쪽 벽면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데, 그들의 목과 발은 움직일 수 없도록 쇠사슬로 고정되어 있다. 그들은 대낮의 햇살이나 동굴 바깥의 태양을 결코 본 적이 없다. 죄수들의 등 뒤에는 불이 타오르고 있고 이불과 죄수 사이에는 오르막길이 있으며 이 오르막길 위에는 낮은 벽이 세워져 있어 마치 인형극에서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사람들을 감추기 위해 사용되는 스크린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오르막길을 따라 사람들이 그들이 지니고 있는 모든 종류의 사물들을 나르면서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나르는 물건들 즉 나무와 돌 그 밖의 다양한 물질로 만들어진 동물과 인간의 상 등이 낮은 벽 너머로 동굴의 가장 안쪽 벽면에 비치게 된다. 동굴의 가장 안쪽 벽면만 쳐다보고 있는 죄수들은 서로서로 볼 수도 없으며, 모든 대상들이 그 위에서 운반되는 그들 뒤의 낮은 벽을 볼 수도 없다.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대상들이 동굴의 안쪽 벽면에 비추어지는 그림자들뿐이다.
 @p18
  죄수들은 평생 실재의 그림자들만을 보고 산다. 그리고 그들이 듣는 목소리는 오로지 안쪽 벽면에서 울리는 메아리뿐이다. 그러나 죄수들은 친숙하게 된 그림자에 집착하며 그들의 감정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힌다. 만약 그들이 쇠사슬로부터 풀려나 등을 돌릴 수 있게 되어 그림자를 만드는 실재를 본다면, 그들은 불빛에 눈이 부시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성을 내게 될 것이며 다시금 자신들의 그림자 세계에 안주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죄수 중 하나가 자유롭게 되어, 등을 돌려 불빛 속에서 동굴과 그의 동료 죄수들 그리고 통로 등을 보게 된다면, 그리고 만약 그가 강제로 동굴 바깥의 태양과 광명의 세계로 끌려나오게 된다면, 그는 세계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될 것이며 마침내 태양 자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그는 동굴 속의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 것인가? 그는 거기 있는 사람들이 실재와 도덕성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 것인가 생각하고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만약 그가 다시금 동굴로 내려간다면, 그는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많은 고통을 당할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한번도 동굴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비웃음의 대상,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며, 심지어는 신체적 공격까지도 받게 될 것이다.
  서양사상사의 많은 알레고리 가운데서 동굴의 알레고리는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과연 알레고리는 무엇인가? 알레고리는 이야기되는 것이 그것과 유사한 그 밖의 어떤 것과 비교되는 그러한 일종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밖의 어떤 것은 이야기되지 않은 채로 있다. 그러므로 알레고리라는 불완전한 비유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동굴의 알레고리는 무엇과 비유될 수 있는가? 동굴 속의 사람들은 등을 돌릴 수 없도록 목과 발이 쇠사슬에 묶인 채 흐릿한 어두움 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그들은 동굴 안쪽 벽면에 비친 것이 오로지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을 결코 알지 못한다. 그들은 묶여있어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기 자신들과 실재에 대해 무지한 채 살아간다. 과연 그 죄수들은 누구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인가?
 @p19
  플라톤 시대 이래 각각의 역사적 단계들에 있어 과연 동굴의 알레고리를 우리 시대에 또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라는 물음이 그때 그때마다 제기되어 왔다. 동굴은 우리들 삶의 무엇과 비유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오늘날의 우리를 역시 괴롭히고 있다. 과연 동굴의 알레고리는 오늘날 세계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우리 자신의 삶에서 그것은 무엇에 비유될 수 있는가? 이 알레고리에 대한, 아래에 기술될 넓은 의미의 일반적인 해석은 오랜 시대에 걸쳐 행해져 왔던 것이고, 우리 자신의 시대의 많은 사람들과도 여전히 연관이 있으며 감동을 주는 해석들이다. 이러한 해석들은 대개 다음과 같다. 즉, 이 알레고리는 잠자는 것과 잠에서 깨어나는 것에 관한 비유라는 것이다. 곧 이 알레고리는 동굴의 어두움 속에서 잠자고 있는, 세계에 관한 분명한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잠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는 우리 시대를 암시하는 알레고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이 알레고리는 새로 태어날 필요가 있는, 곧 타락의 어두움으로부터 벗어나 진리와 도덕성의 대낮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 우리 시대를 암시하는 알레고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알레고리는 교육의 여러 단계들을 거쳐 일상적 신념에 있어서 지적, 도덕적 혼란의 어두움으로부터 참다운 지식과 가치의 대낮으로 올라갈 필요가 있는 우리 시대의 교육적 상황을 암시하는 교육적 알레고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이 알레고리는 자기 사랑과 자기 민족의 동굴로부터 벗어나 신을 향하는 사랑과 신에 대한 진리로 방향 전환하라는 기독교적 회개를 암시하는 종교적 알레고리라는 해석도 있다.
  그림설명: 라파엘 작 '아테네 학당'. 중앙에 '티마이오스'를 들고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플라톤과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들고 땅을 가리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려져 있다.
 @p20
  3. 토론: 철학적 비판적 성격
  #1 동굴의 알레고리는 실체보다는 오히려 그림자에, 즉 피상적 지식에 고착되어 있는 우리의 '일상적 삶'에 대한 무차별적 비판으로 간주될 수 있다. 오늘날 진리는 무엇이든 감각에 의해 인식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좋은 삶은 우리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삶으로 간주된다. 우리는 환상, 피상적 지식, 그릇되고 모순되는 이념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은 신문의 머릿기사, 라디오 방송.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림자들, 그리고 여론 조작자들의 메아리 같은 소리들 등에 의해 만들어진 동굴의 낮은 벽 위에서 펼쳐지는 그림자 놀이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2 동굴의 알레고리는 감각에 의한 인식을 강조하는 우리 시대의 '자연과학'에 대한 무차별적 비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자연과학 역시 쇠사슬로 묶여 있어 그림자밖에 볼 수 없다. 자연과학은 감각적 관찰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것의 결론은 관찰과 상호 연관된 형식 속에서만 주어질 수 있다. 그리하여 자연과학은 참된 원인이나 참된 결론을 찾을 수 없다. 즉 경험과학은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하는 영화들에 대한 자료들을 알아맞히는 텔레비전 퀴즈 쇼의 승리자나 벽에 비친 그림자의 진행 과정을 식별하는 데 탁월한 재주를 보이는 동굴 속의 죄수들과 그다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 동굴의 알레고리는 우리의 참다운 욕구에 대한 고려나 도덕적, 환경적 고려 없이, 피상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하고 자기 전개하는 과학기술과 산업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3 그리고 동굴의 알레고리는 물론 '정치적'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동굴 속의 삶은 정치적 삶이다. 지도자나 대중이나 다 같이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참다운 지식 없이, 탐욕과 권력 그리고 자기 만족으로의 충동 속에서 살기 때문에 무지하고 부패되어 있다. 이들은 동굴 벽에 비친 환상, 순간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떠도는 여러 이데올로기를 믿으면서, 덧없는 문제들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집단적 히스테리와 무지 그리고 감정 등에 사로잡혀 있다.
 @p21
  #4 동굴의 알레고리는 철인 왕에 대한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쇠사슬에서 풀려 난자는 동굴 밖으로 상승하여 진리와 선을 깨닫게 됨에 따라, 동굴로 되돌아가 죄수들을 계몽하여 복음을 전파할 사명을 띠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런 과업 수행 때문에 살해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해야만 한다. 여기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예수를 생각할 수도 있다. 플라톤에 따르면 동굴로부터 태양이 비추는 광명의 세계로 고양된 사람들만이 어떤 사회를 다스리기에 적합한 자이며 철인 왕이 되기에 적합한 자이며, 통치자가 되기에 적임자인 것이다. 그러나 동굴의 알레고리는 오늘날의 우리들의 관점이나 우리 시대의 정치학 등과 모순되는 점도 있다. 곧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플라톤이 믿었던 바와 같은 유일하고 절대적으로 참되고 불변적이며 영윈한 정의나 덕 그리고 이상적 사회 또는 이상적 인간 존재에 대한 개념들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런 개념들은 탁월한 지성을 지닌 소수사람들만이 교육을 통하여 인식할 수 있는 그런 것인가? 둘째로. 이 지식은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권력을 가지고 통치하게 될 지성과 덕을 갖춘 소수 엘리트에 의한 독재 정부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인가? 이는 선출된 다수의 대표들에 의해 지배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플라톤은 위의 두 물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하였다. 소수 엘리트만이 교육을 통해 그 본질에 있어 모든 시대에 걸쳐 불변적인 참된 지식과 덕을 깨닫게 되는데, 이러한 소수 엘리트에 의해 지배되는 절대주의적 독재 정부는 바로 자신의 시대의 지적, 도덕적 부패에 대한 플라톤의 해결책이었다. 플라톤 이후 서양 철학사는 이 두 물음과 투쟁하게 된다. 오늘날 이 두 물음은 대개 '부정적으로'답변된다.
  #5 마지막으로 동굴의 알레고리는, 플라톤에게나 우리에게나 절망과 희망의 알레고리이다. 플라톤이 자신의 시대를 그렇게 느꼈던 바와 같이, 우리들 역시 인생의 의미와 목적이 상실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진리와 도덕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상실된 시대, 그리고 정치적 삶에 있어서 부패된 시대, 인격적 성숙성이 결핍된 시데 속에 살고 있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절망이다. 그러나 우리가 플라톤의 알레고리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희망, 곧 우리가 선한 삶의 지침으로 여길 수 있는 최선의 것인 진리와 가치로 고양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쇠사슬에서 해방된 죄수처럼, 우리들도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떠돌아 다니는 환상들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 곧 우리의 동굴 벽에 너울거리는 오늘날의 그림자들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우리의 최초의 시도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상, 래빈 지음, 문현병, 이부현, 이찬훈 옮김, '소크라테스에서 사르트르까지', 서광사, 1993, 1993, pp.38~42에서 인용(원저: T.Z.Lavubem from Socrates to Sartre, Bentam Books, New York, 1984).
 @p22
    3. 읽기 자료: 철학의 목적과 가치
  1. 철학이란 무엇인가?
  2,400여 년 전 소크라테스는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하였다. 우리가 소크라테스의 이와 같은 도전에 응할 때, 또 그가 말한 지혜에의 사랑에 도취하여 생활할 때 철학은 발생한다. 철학자란 실존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자각하여 의미 유형의 구성 방법을 아는 자이다. 철학은 자신이 누구이며, 사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심 갖는 인간들이 수행하는 활동이다. 철학은 결코 지식인만의 전문 영역도 아니고 학술 전문가들이 하는 특별한 게임(놀이)도 아니다. 철학은 인간 자신과 우주에 대한 조직적인 관점을 획득하고자 하는 절박한 노력이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철학은 인간의 삶처럼 광범하고, 인간의 심성만큼이나 심오하다.
  철학은 몇 가지 물음들로 시작된다. 어떤 사람들은 철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의미 있는 '물음'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것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문제를 직점 해결하기보다 기존 견해를 의심하는 것이 철학의 임무이자 척임이라고 하였다. 이른바 철학자의 탐구란 역사 전체를 통하여 끊임없이 인간들이 추구해 온 갖가지 유형들의 문제와 같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확고하게 믿을 수 있는가?
 우주는 인간과 자신의 목적에 도움되는 것인가? 아니면 전혀 무관한 것 인가?
 @p22
 명백하게 선하고 옳은 것은 무엇이며, 모든 가치는 시간,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인가?
 개인은 동료들에게 어떤 의무를 지우는가?
 어떻게 하면 최고의 진리를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는가?
 인생에는 어떤 궁극적 목적이 있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들은 철학적 문제의 소재이다. 동시에 이 물음들은 철학 활동의 범위와 강도가 어떤 것인가를 암시한다.
  철학자들은 광범한 범위의 주제 및 관심 분야에 관여한다. 그러나 철학자들이 그와 같이 한다고 해서 철학적인 관점이 여타 분야의 그것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철학은 세계와 인생의 의미에 관해서는 종교나 과학과 마찬가지로 그 관심 분야가 일치하지만, 각각의 목적 및 접근 방식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종교'는 철학적 사변을 넘어서 개인적 책임과 행동의 영역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말해 왔다. 종교는 어떤 사물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것은 곧 자신이 종속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절대자: 신)에 대한 자신의 모든 태도를 의미한다. 종교는 신앙, 헌신, 예배를 강조한다. 반면, 철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해와 지혜이다. 그런데 철학에서 문제삼는 여러 종교의 문제들로 인하여 또는 철학 연구를 함으로써 지적으로 성숙해 가며 종교적 확신을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철학의 목적은 헌신이나 구원에 있지 않다. 철학자들은 기본적인 여러 가정에 대해서 그것들을 세밀하게 추리하고 끊임없이 검토할 것을 강조한다. 철학은 여러 가지 결정적인 물음들을 지적으로 재음미하고 공중의 토론에 개방시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한편, '과학'은 종교보다는 철학과 공통점이 많다. 과학과 철학은 둘 다 진리에 대한 정열에서 출발하며, 탐구적이고 반성적인 태도에 의해 성립된다. 과학은 세계의 특수한 면을 기술하는 제한된 관심 분야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세계를 체계적인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과학은 사실에 관하여 기술, 예측, 실험하며, 긍극적으로는 관찰 사실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포괄적인 이론을 제시하려 한다. 철학은 어떤 입장을 강화 또는 지지하기 위하여 과학의 관찰 기록이나 이론들을 사용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 끊임없이 과학의 기본 가정들에 의문을 품고 사물의 기본적인 본성과 의미 및 이상적 가능성을 항구적으로 문제삼는다.
 @p23
  전형적으로 철학자들은 중요한 물음들을 주도면밀하게 구성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에 대한 해명에도 관심을 갖는다. 해명(해명이라 생각되는 것)이란 대부분 철학도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료성과 합리성을 갖추기 위해 이러한 해명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대안들과 엄격하게 비교하며 적절한 근거에서 평가한다면, 우리는 철학의 중심 문제를 직접 섭렵하는 것이 된다. 분석과 비교 및 (가치) 평가는 철학의 근거를 탐구하고 우리들로 하여금 철학이란 광산에서 일하도록 하는 도구이다. 철학적 물음과 그에 대한 해명은 탐사 채광, 정련되어 합금으로 용해되기 전까지는 문제삼을 가치가 있는 원광과 같다.
  2. 왜 철학을 하는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마땅히 철학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 철학이란 대다수의 인간들이 회피할 수 없는 활동이라 믿었다. 어떤 것이 참이거나 실재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논증할 때 바로 우리는 철학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 판단을 변호하거나 그것에 대해 번민할 때 바로 우리는 철학적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입장을 택하는 이유를 제시할 때 우리는 이미 철학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세계를 조망한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인생관을 피력한다. 사고하는 존재로서의 우리 인간은 어떤 신념이나 원칙-충분히 시험된 것이건 아니건-에 비추어 태도와 행동을 취한다. 인간은 비교적 제한된 수의 기본 가정에 의거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일상인과 철학자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일상인들은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단순한 일상 언어로 표현하는 반면, 전문적인 철학자들은 자신이 충분히 알고 있는 추상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다시 말하면, 일상인은 대체로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태도나 행동으로 표현하나, 철학자들은 자신의 사고 과정을 조심스럽게 논증의 형식으로 밝힌다. 더 나아가 일상인의 철학적 입장은 자주 자의적이고 단편적이지만 전문가들은 체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조직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철학이라는 인간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까닭에 전문적인 철학 연구는 단지 합리적으로 철학 하라는 권유에 불과하다. 철학 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진지하고 엄밀하게 또 철저하게 사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것이 보다 완전한 인간으로 되려는 노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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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을 탐구하고 실천하는 둘째 이유는, 철학함으로써 문제점을 명확히 하고, 선택해야 할 사실을 구별하여 보다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철학자들은 지식이 무지보다 우월하다는 것, 자각함이 몽매함보다 큰 가치를 지닌다는 원칙을 받아들인다. 우리가 모르는 것 또는 마주 대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우리는 참과 거짓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며, 진실한 것과 진실하지 못한 것,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 바람직한 것과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한 능력을 갖출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직접 문제에 접하게 되며, 우리 자신의 태도를 옳고 그른 것으로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철학함으로써 잘못된 것을 옳다고 주장하거나 사소한 것에 만족해 버리는 태도를 버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태도를 불식하려면 고정 관념을 맹목적으로 용인하지 않고 오로지 모든 가정 방법 및 비판적인 구분 기준 또는 준거를 끈질기고 조직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철학적 태도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문젯거리들을 결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처방이라 하겠다.
  철학하는 셋째 이유는 보다 개인적인 것이다. 철학함으로써 개인의 실현을 위한 자극적이며 매혹적인 통로를 찾게 된다. 철학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일종의 누룩과 같다. 그런 까닭에 철학은 우리의 생활에서 상쾌하고 고무적인 요소일 수 있다. 우리는 철학함으로써 새로운 깊이를 감지하고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며 새로운 전망을 찾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한 더욱 커다란 자각 또는 완성과 통일을 위한 보다 풍부한 감각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철학함에 적극 참여한다"면 우리가 얻게 되는 통찰력에 놀라게 될 것이다. 비록 일시적으로는 새로운 관념들에 익숙하지 못해 당황하게 된다 해도 우리는 더욱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간 존재의 특징인 경외와 경이의 감정을 여러 사람과 더불어 공유할 수도 있다. 철학의 매력은 철학을 함으로써 우리의 삶에 새로운 의미나 방향을 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끝으로, 진지한 철학도 라면 쉽사리 인식할 수 있는 철학의 실천적인 면을 지적하고 싶다. 철학함으로써 교양 교육의 폭과 깊이를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서 철학 이외의 어떤 과목을 충분히 탐구한다면 그것은 결국 철학적인 문제에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과학, 신학, 예술 수학 역사, 교육, 음악 등 제반 학술 분야들은 실재 및 가치와 그것에 대한 탐구나 향상방안에 관한 모든 가정을 토대로 존립하는 것이다. 어떤 학문 분야에서는 전제 및 가치 판단을 인식하는 능력에 의하여 학자와 기술자를 구별할 수 있다. 참된 교육을 받은 자는 다른 사람들이 쉽사리 인정해 버리는 것을 무가치한 것으로 제거할 수 있는 능력 및 그러한 자발성을 갖추고 있다. 철학은 때때로 이론적인 관심에 불과한 것이라 해서 배제해 버리는 영역을 탐구하는 이외에도 인간의 심성을 강화시키는 효과, 철학도들로 하여금 고등교육의 경직된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적인 탄력성을 갖추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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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철학 연구의 목적
  몇 가지 철학 연구의 목적으로 인정된 것들을 특별히 확인함으로써 "철학을 왜 하는가?"란 물음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 철학 연구의 목적 중 하나는 세계적 지식 분야(또는 분과)인 철학에 대한 지적 이해도를 높이는 데 있다. 철학에 대한 지성적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는 비판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자들의 입장을 비교하고 불변의 철학적 물음들을 확인하는데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말하는 바를 학습하고 그들의 사유 방식을 분석하며 그들이 제안하는 바를 평가하여 더 나아가 여러 사상들의 영향력을 산정하는 것이 철학 교육의 하나의 목적이다. 사람들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학문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히 학점을 따려는 동기에서 철학을 배우려 할 것이다. 학생들은 철학적인 문제의 소재를 알고 철학적 어휘를 습득하며 철학 관념들을 비교,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철학 연구의 또 다른 목적은 보다 개인적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진술하기 어려우며 그 달성도를 표현하기는 더욱 어렵다. 여기에서 개인은 자신의 개인적 확신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강하거나 확신의'부분들을 연결시키기 위한 새롭고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내는 데 관심을 집중하려는 강렬한 욕구로부터 동기가 부여된다. 다음과 같은 조항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것을 의무로 삼는다면 철학의 효과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1) 직접 철학함에 참여하는 것: 예민한 사람은 자진해서 커다란 물음을 묻는 경향을 보인다. 교양이 풍부한 사람은 전력을 다해 근본적인 물음을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 캘리포니아대 총장이었던 클라크 케어의 (고등교육에 관한 성명)에 이 목적이 다음과 같이 표현되고 있다. "대학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관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관념을 찾도록 하는데 있다." 철학 연구는 관념의 세계에 참여토록 하는 일종의 '권유(초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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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떤 사람이 의도하는 바를 명료하게 진술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표현한 바를 이해하기 위해 성심껏 노력하는 것-이 조항은 의사 전달의 기술 및 학과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중하게 용어를 선택하고,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관련시키고, 서로 이해하기 쉬운 대화로 경험 사실과 관념을 유기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변론 가능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이유를 제시할 때 철학자들은 이러한 활동을 강조한다. 또한 의미론과 논리학 및 추리의 과정을 중요시한다. 매우 신뢰 할 수 있는 철학적 도구는 비판적 사고와 엄밀한 언어이다.
  3)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인생 철학의 정립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거나 그러한 기획을 재구성하는 것-개인적인 수준에서 철학은 사고, 감정, 행위를 의미 깊게 종합, 통일하는 데 관심을 둔다. 종합, 통일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감각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은 기본적으로 단순하거나 통일된 형식에서 장점을 찾을 수도 있겠고, 어떤 사람은 절충주의자의 방식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절충주의자란 서로 다른(때로는 양립할 수 없는) 관념 체계의 부분 부분들을 조립하는 자를 말한다. 철학적 종합은 철학자마다 다르다. 그러나 날카롭게 대립되는 관점을 지닌 철학자라 할지라도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말에는 동조한다.
  4) 가능한 대안들의 폭을 넓히는 것-우리는 철학과 만남으로써 '나에게 가능한' 것이 될 수 있는 합리적이며 유용한 선택지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철학 연구는 그 특성상 개인의 주된 관심 영역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일별을 가능케 하는 효력을 갖는다. 다양한 생활 양식 또는 생활 유형은 세상사에서의 안전성과 적합성 또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하여 검사될 수 있다.
  5) 책임의 근거를 간파한다-책임에는 충분히 논증되거나 완전히 증명해 낼 수 없는 진리 또는 의미에 대한 '믿음'이 포함된다. 일련의 가정들(신념의 입각점)은 각각의 철학적 입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전통 종교적인 견해에서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은 또한 회의론자나 견유학파의 사람들, 혹은 어떤 관념을 수용하거나 어떤 계획을 제안하기 전에 과학적 증거를 먼저 요구하는 자들에게도 적용된다. 믿음의 입장은 불확실한 근거에서 출발하는 취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반면에 유리한 점을 가질 수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19세기 영국의 작가이며 비평가인 사무엘 버틀러의 다음과 같은 말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믿음의 힘으로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으나. 믿음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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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철학함으로써 학문적 목적과 개인적인 목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목적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철학 교육의 목적은 바로 이 두 가지 방향에서 철학도로 하여금 철학을 하도록 조력하는 데 있다. 철학함은 여러 면에서 개인에 의존하는 것이다. 만족과 성공은 그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느냐에서 뿐만 아니라 얼마나 깊이 탐구하였느냐에 달려 있다. 독자들이 배우게 될 지시 구조에 대하여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철학연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의무인 동시에 특권인 것이다. 철학이 단지 어떤 특별한 교사나 서적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어떤 일방적인 견해에만 매료될 위험성도 다분히 안고 있다. 기존의 해명 방식에만 관심을 갖는 학생들은 극적인 호소나 증거 박약한 논증에 쉽게 빠져 버릴 수도 있다. 개방적인 심성을 가진 자와 예 리 한 자나 비판적 인자들이 라도 이러 한 속임수에 빠져버릴 수 있다. 이러한 속임수를 막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의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능력을 함양시켜 야만 한다.
    연습문제
  1. 문제 상황과 인간
 1) 철학이 발생하는 사정은 무엇인가?
 2) 철학의 그리스 어원 'philosophia'의 의미는 무엇인가?
  2. 철학과 개별과학
 1) 철학의 정체성의 위기가 제기된 배경은?
 2) 개별과학에 대한 총체적, 근본적 관점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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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철학의 위상과 문제 영역
 1) 개별과학과 관련해서 철학을 간략히 정의하면?
 2) 철학의 고유한 문제 영역은 무엇인가?
 3) 철학의 총체성과 관련한 분트의 주장은?
  4. 철학의 총체성과 형이상학적 지양
 1) 인간의 지적 욕망의 본질적 성격은?
 2) 철학이 종국적으로 형이상학적 지향을 갖는 이유는?
  5. 철학과 종교
 1) 철학과 종교의 공통점은?
 2) 철학적 진리와 종교적 진리의 차이점은?
  6. 철학의 비판적 정격
 1) 철학의 비판적 성격이란?
 2) 철학에 관한 슐리크와 야스퍼스 말의 의미는?
 3) 철학사는 인간 지성의 회랑'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7. 철학과 일장
 1) 철학적 사유의 일상적 사례를 든다면?
 2) 철학적 사유가 추상적 성격을 갖는 이유는?
 3) 인간의 호기심이 갖는 의의는?
 4) 철학이란 말의 일상적 오용 사례를 비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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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1.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엮음, (삶과 철학), 동녘, 1991
  사단법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소속 소장 연구자들이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철학의 주요 주제들을 실천적 관점에서 선정하고 기술한 책, 주제와 내용에 있어 기존 철학 개설서의 상투적인 면을 거두어 냈다고 평가되는 책이다.
  2. 철학문화연구소 엮음, (철학강의), 철학과 현실사, 1993
  강단에서 오랫동안 철학 강의에 종사해 온 원로 및 중견 철학 교수들이 학생들의 성향과 관심사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한 철학 개설서 .
  3. 소광희, 이석윤, 김정선 지음, (철학의 제 문제), 벽호, 1993
  우리 나라 철학 개설서 중 원론 중심으로 쓰여진 대표적인 책. 철학의 주요 주제들에 대한 해설에 원전 읽기 자료를 덧붙여 주제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도모한 정평 있는 철학 개설서
  4. 호너, 헌트지음, 윤찬원, 곽신환 옮김, (철학에의 초대), 경문사
원론 중심으로 꾸며진 철학 개설서로, 각 주제에 대한 기본 입장과 비판점을 균형 있고도 쉽게 기술한 책.
  5. 렘프레히트 지음, 김 태길, 윤명로, 최명관 옮김, (서 양철학사), 을유문화사, 철학사 중심으로 쓰여진 대표적인 철학 개설서. 철학사 중심으로 쓰여진 여러 종의 개설서가 있지만, 가장 풍부하고도 균형 있는 관점에서 철학사를 기술한 책으로 알려진 책. 출판된 지 다소 오래되어 현대 철학 부분이 취약하다.
  6. 베르제즈위스망 지음, 이정우 옮김, 7새로운 철학강의 1.자, 도서출판 인간사랑, 1989.
  개별과학적 성과에 충실히 바탕을 두면서도 풍부하고도 종합적인 철학 고유의 문제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는 프랑스의 정평 있는 철학 개설서. 다소 어렵지만 철학적 주제가 갖는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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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김교빈 이현구 지음, (동양철학 에세이), 동년, 1993
  우리와 가장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면서도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았던 동양의 주요 사상들을 매우 탁월하게 풀어써서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잃지 않고 동양의 지혜에 쉽고도 깊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한 책.
  8. 박정호, 양운덕, 이봉재, 조광제 엮음, 7현대철학의 흐름7, 동녘, 1996.
  능력 있는 우리 나라 소장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현대 철학의 주요 경향과 논점들을 아주 잘 정리하고 소개한 척. 특히 번역서가 갖는 문투의 어색함이 없어 현대 철학의 주요 경향을 쉽게 개관하는  데 안성맞춤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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