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궁금했던 71가지 재미있는 말 이야기
머리말
"영구야 뭐 하니?"
"보면 몰라? 샌드위치 먹는 중이잖아."
달봉이가 군침을 흘리며 다가오자 영구가 몸을 살짝 돌렸어요.
"샌드위치가 무슨 말인지 알고나 먹니?"
"그딴 거 알아서 뭐 해. 맛만 좋으면 되지..."
"바보야, 샌드위치는 원래 사람 이름이야."
달봉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는 체를 했어요.
정말 샌드위치가 사람 이름일까요?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은 밥 먹을 시간이 아까워 온종일 쫄쫄 굶은 채 카
드를 할 정도로 카드놀이를 좋아했답니다. 식사를 담당한 백작의 하인은
골치가 아팠지요. 백작이 카드놀이에 빠져 번번이 식사를 미루는 바람에
음식이 식어 버리곤 했으니까요.
하인은 보다못해 백작이 카드를 하면서도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도록 음
식을 만들었지요. 그게 바로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을 딴 샌드위치예요.
샌드위치 외에도 드라큘라, 산타 클로스, 보이콧, 강태공 같은 말 역시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태조 이성계에 얽힌 함흥 차사나 선조
임금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도루묵 같이 역사가 깃든 말도 있지요.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일화에서 따온 것도 있어요. '노아의 방주'나 '바벨
탑' 같은 표현이 그것이지요. 그밖에 땡전, 시치미 떼다, 철면피, 만우절, 십
팔번 같은 말에도 재미있는 유래가 숨어 있답니다.
우리가 말이 생겨난 유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말의 올바른 쓰임새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십팔번이 일본에서 건너온 말임을 안다면 더 나은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
력을 기울일 것이고 '을씨년스럽다'란 말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역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안다면 그 뜻이 더욱 깊게 다가올 거예요.
여러분은 간혹 왜 금을 '노다지'라고 부를까? 왜 지독한 구두쇠를 보고
'자린 고비'라고 할까? 또 여자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친구를 왜 '숙
맥'이라고 부를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나요?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여러분이 궁금하게 여겨 왔던 것들을 하
나하나 풀어보세요.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이면 자기도 모른 사이 세상을
보는 눈이 커졌음을 느낄수 있을 거예요. 이 책에는 말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상을 사는 지혜와 삶의 진실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차례
1.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마녀 사냥...8
배수진...11
마이더스의 손...14
도루묵...17
악어의 눈물...19
면죄부...22
사족...25
판도라의 상자...28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30
토사 구팽...33
2.웃음이 담긴 재미있는 말
꿔다 놓은 보릿자루..36
십년 감수..39
내 코가 석자...42
찻잔 속의 태풍...44
숙맥..46
시치미를 떼다...49
삼십육계 줄행랑...52
돈 키호테형 인간...54
3. 교훈이 깃든 재미있는 말
엎지른 물...58
맹모 삼천지교...61
망부석...64
읍참 마속...66
노아의 방주...69
바벨탑...72
소돔과 고모라...74
4. 조상들의 삶이 담긴 재미있는 말
함흥 차사...78
자린 고비...81
안성맞춤...84
보릿고개...86
을씨년스럽다...89
땡전...91
계란의 뼈...94
행주치마...97
노다지...100
강강 수월래...103
5. 역사가 있는 재미있는 말
사면 초가...106
백일 천하...108
마라톤...111
마지노선...113
주사위는 던져졌다...116
디데이...119
메이 데이...122
스파르타 교육...124
6. 이름에서 비롯된 재미있는 말
샌드위치...128
드라큘라...130
아킬레스건...133
클레오파트라의 코...136
콜럼버스의 달걀...139
산타 클로스...142
햄릿형 인간...144
보이콧...147
코페르니쿠스적 전환...150
7. 이야기가 있는 재미있는 말
백년 하청...154
천리안...157
철면피...160
양상 군자...163
유언 비어...165
오십보 백보...168
강태공...170
출사표...173
홍일점...176
건곤 일척...178
8. 사물에 빗댄 재미있는 말
백미...182
다크 호스...185
십팔번...187
청개구리...190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192
모순...195
카리스마...198
만우절...201
미궁...203
1.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마녀 사냥
"아니, 도대체 어디 간 거지? 내 삐삐가 없어졌어!"
얄숙이는 금방 울상이 되었어요.
그 때 짝꿍인 유미가 얄숙이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소곤거렸어요. 얼마 뒤
얄숙이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왈자에게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소리쳤어요.
"왈자야, 너 내 삐삐 가져갔지!"
"무슨 소리야!"
"너 아까 체육 시간에 화장실 간다면서 교실에는 왜 들어갔니?"
"그건 휴지를 가지러 잠깐 들어갔던 거야!"
"거짓말 마! 그 가방이나 이리 내 봐!"
결국 둘 사이에는 싸움이 벌어졌어요. 마침 수업 시작 종이 울리는 바람
에 싸움은 그쳤어요.
유미는 수업 시간 내내 마음이 불안했어요. 자기가 그만 경솔하게 입을
놀린 바람에 일이 이렇게 커졌거든요. 유미는 잘못하다간 친구들에게 망신
을 당하겠다 싶어 확실하지도 않은 소문을 퍼뜨렸어요.
"왈자가 훔쳐 간 게 틀림없어! 아까 혼자서 뭘 만지작거리다가 내가 슬
쩍 보니까 후닥닥 가방에 감추더라고. 언뜻 봐서 잘 모르겠지만 꼭 삐삐
같았어."
마침내 아이들은 왈자를 도둑으로 믿게 되었어요.
왈자는 너무 억울해서 엉엉 울었어요.
"왜 모두들 애매한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거야!"
하지만 삐삐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어요. 그 날 저녁 얄숙이가 집에 돌아
오자 어머니가 말했어요.
"얘, 얄숙아! 너 오늘 삐삐 두고 갔더라. 방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내가
잘 놔 뒀다."
순간 얄숙이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어요. 낮에 학교
에서 왈자와 싸웠던 일이 생각았거든요. 다음 날 학교에 가자마자 얄숙이
는 왈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다행히 왈자는 누명을 벗었지만, 옛날 서양에서는 한번 마녀로 몰리면
죽음을 면치 못했어요. 기독교 사상이 지배하던 중세 시대의 교회에서는
성경의 가르침을 지킬 것을 강요했고, 이를 어기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
고 악마에게 홀린 자라 하여 모조리 처형했어요.
중세 시대에는 이렇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희생된 사람들이 많이 있었
어요. 프랑스의 애국소녀 잔 다르크도 마녀로 몰려 처형되었답니다. 잔 다
르크가 나라를 구하고 영웅 대접을 받자 이를 시기한 무리들이 그녀를 모
함한 것이지요.
한번 마녀로 몰리면 아무리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리고 마녀 재판에는 잔인한 고문이 뒤따르게 마련이었지요. 죄없는 사람
들은 악독한 고문에 못 이겨 자신이 마녀라고 자백을 하고 화형을 당했어
요. 오랜 세월에 거쳐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처형되었으며 이런 일을
'마녀 재판' 혹은 '마녀 사냥'이라고 부르지요.
마치 아무 잘못도 없는 왈자가 도둑으로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요.
배수진
호르르륵...
"작전 타임!"
달봉이네 담임 선생님이 보다 못해 작전 시간을 신청했어요.
"이대로 가다간 우리 반이 지겠다. 여기서지면 결승 진출의 꿈은 사라지
는 거다. 모두 배수진을 친다는 각오로 힘껏 뛰기를 바란다. 자 파이팅!"
파이팅을 외친 선수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싸
운 결과 마침내 축구 시합을 승리로 이끌었어요.
"와아, 이겼다. 결승 진출이다!"
달봉이네 반 아이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담임 선
생님도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정말 잘 싸웠다. 너희들이 배수진을 치고 싸웠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
과를 얻게 되었어. 이담에 결승전에서도 그런 각오로 싸운다면 틀림없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와아, 우리 반 만세...!"
이 때 달봉이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선생님, 아까 배수진을 친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음... 그건 말이지. 옛날 중국 한나라에서 한신이란 분이 있었어. 항우와
싸워 이긴 유명한 장군이야. 어느 날 한신은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받지
못한 군사를 거느리고 엄청난 대군과 싸움을 하게 되었지. 그 때 한신의
군사들은 큰 강물을 등지고 진을 쳤단다. 이건 커다란 모험이었지. 병법에
는 배수진, 다시 말해 강을 등지고 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쓰여 있거
든."
"왜요?"
"왜냐 하면 후퇴할 수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한신은 병법을 어기고도
열 배도 넘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어. 그러자 싸움이 끝난 뒤 부
하 장수들이 한신에게 물었어. '병법에는 강을 뒤로 하고 싸우지 말라고 했
는데 장군께서는 그 말을 어기고 큰 승리를 거두었으니 어찌 된 노릇입니
까?' 그러자 한신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지. '자네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
르는구먼. 우리 군사들은 훈련 한 번 받지 못한 사람들로 이뤄졌네. 만약
원래의 병법대로 싸웠다면 서로 먼저 도망치기 바빴을 걸세. 그런데 뒤에
강이 있으니 필사적인 각오로 싸울 것이 아니겠나. 병서에서도 죽기를 각
오하고 싸우면 이기고 살기를 바라고 싸우면 진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이
바로 배수진일세.' 한신의 말을 듣고 모든 장수들이 감탄을 했지. 아까 너
희들이 결승전에 나가겠다는 생각 하나로 똘똘 뭉쳐 힘껏 뛴 결과 승리를
거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야."
'배수진'이란 병법의 상식을 깨뜨렸던 명장 한신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로
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필사적인 각오로 싸움에 임한다는 뜻이지요.
마이더스의 손
'내가 손으로 만지는 것이 모두 황금이 된다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옛날 그리스
신화에는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미다스(영어로는 '마이너스'라고 함)는 프리기아의 왕이었어요. 그의 궁전
에는 잘 가꾸어 놓은 장미 동산이 있었어요.
어느 날 시종들이 장미를 손질하기 위해 그 동산에 들어갔을 때였어요.
한 시종이 놀라 소리쳤어요.
"앗! 이게 뭐야? 모두들 이리 좀 와 봐!"
여러 시종들이 우르르 몰려갔어요. 그 곳에는 한 늙은이가 술에 취해 잠
들어 있었어요.
"여보세요. 좀 일어나 보세요."
"음냐... 누구야...저리 가..."
시종들이 흔들어 깨웠지만 늙은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어요.
할 수 없이 시종들은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려 미다스 왕에게로 데려 갔
어요. 왕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어요.
"아니, 당신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 세일레노스가 아닙니까? 어쩌
다 여기까지 오셨소?"
그러자 세일레노스는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허허, 이거 늙은이가 주책을 부렸군. 술에 취해서 그만 정신 없이 헤매
다가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네."
"음,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어쨌든 이왕 오셨으니 며칠 푹 쉬었다 가십
시오."
왕은 그를 정성껏 대접하여 돌려 보냈어요.
그러자 디오니소스는 크게 기뻐하면서 미다스에게 말했어요.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 내가 무엇이든 들어 주겠노라."
"손으로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하게 해 주십시오."
잠시 후 미다스는 나뭇가지를 시험삼아 부러뜨렸어요. 그러자 그것은 곧
황금으로 변했어요.
"아니, 이럴 수가! 이제 난 부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의 욕심은 무서운 재앙을 몰고 왔어요.
식사 시간이 되어 스푼을 들자 스푼은 곧 황금으로 변했어요. 이어서 스
푼으로 수프를 뜨자 그것도 황금으로 변했어요. 마실 물도 나무도 풀도 심
지어 사랑스런 딸까지도 그가 손을 대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 덩어리로 굳
어 버렸어요.
그제야 왕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어요
'아, 내가 괜한 욕심을 부렸구나. 처음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왕은 다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사정을 했어요. 디오니소스는 팍토로스
에 가서 손을 씻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일러 주었어요.
'마이더스의 손'은 여기서 생겨난 말이에요.
요즘 야구에서 인기 있는 투수들을 일러 황금 팔이라고 하는데 이를 마
이더스의 손에 비유할 수도 있겠지요.
도루묵
옛날 조선 시대 때 섬나라 일본은 호시 탐탐('주역'에 나오는 말로 범이
눈을 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 우리 나라를 노리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선조 임금 때 드디어 전쟁을 일으켰어요. 임진왜란이 일어난
거지요. 우리 군사와 의병들은 있는 힘을 다해 싸웠어요. 하지만 신식 무기
인 조총을 앞세운 왜군을 당할 수는 없었지요.
이윽고 왜군이 한양 근처까지 밀고 올라왔어요. 선조 임금은 하는 수 없
이 피난길에 올랐어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급작스레 떠난 길이라 피난처
에서의 생활은 형편없었어요. 잠자리는 물론이고 음식도 초라하기 짝이 없
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백성이 생선 꾸러미를 들고 임금이 계시는 곳으로
찾아왔어요.
"상감마마께옵서 이런 생선을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신하들은 크게 기뻐하며 그 생선을 요리해서 임금께 바쳤어요.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본 선조 임금은 생선의 담백한 맛에 홀딱 반했어요.
"음...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처음이구나. 도대체 이게 무슨 생선
이냐?"
신하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임금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
했어요.
"상감마마, 그것은 어떤 백성이 가져온 건데 저희도 처음 보는 생선이옵
니다."
"오, 그런 충성스런 백성이 있었다니! 짐이 그 백성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구나."
이윽고 생선을 바친 백성이 임금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어요.
"음, 네 덕분에 별미를 맛보았구나. 그런데 그 생선의 이름이 무엇인고?"
"예, 묵이라고 하옵니다."
"허어, 맛에 비해 이름이 보잘것 없구나."
선조 임금은 한동안 생선을 살피더니 무릎을 탁 쳤어요.
"옳지, 고기의 배 쪽이 은백색으로 빛나는 것이 아주 고귀해 보이니 앞
으로는 은어라고 부르도록 하여라."
드디어 임진왜란이 끝났어요.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과 같은 훌륭한 장수
들이 목숨을 걸고 왜군을 물리쳤기 때문이지요. 다시 궁궐로 돌아 온 임금
은 어느 날 피난길에 먹었던 맛있는 물고기가 생각났어요.
"여봐라, 오늘 저녁에는 은어 요리가 먹고 싶구나."
그런데 상에 올라온 은어를 맛보던 선조 임금은 얼굴을 찌푸렸어요. 예
전의 그 담백한 맛이 온데간데없어진 거지요.
"이런 맛이 형편없구나. 은어가 이렇게 맛 없는 고기였다니... 도로 묵이
라 불러라."
이래서 묵이라는 고기는 '도로묵'이 되었다가 나중에 '도루묵'으로 바뀌었
어요. 흔히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처음 상태로 되돌아갔을 때 '말짱 도
루묵이다.'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말이지요.
악어의 눈물
심술이는 우산을 쓴 채 교문 앞에 서 있었어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그 때 왈자가 나타났어요.
"어? 심술아. 너 왜 여기 서 있니?"
"응, 너랑 같이 들어가려고..."
둘이 사이좋게 운동장을 걸어갈 때였어요.
"이크, 이게 뭐야!"
왈자는 신발과 양말이 엉망이 되었어요. 한쪽 발이 진흙 구덩이에 빠졌
거든요. 누군가 장난치려고 일부러 파 놓은 것 같았어요.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지?"
심술이는 울상이 다 된 왈자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어
요.
그 날 아침 그 진흙 구덩이에 빠진 사람은 왈자말고도 다섯 명이나 더
되었어요.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심술이의 장난이었어요.
담임 선생님은 심술이를 불러 따끔하게 혼을 냈어요.
"넌 오늘부터 한 달 간 화장실 청소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화장실 청소만은..."
심술이는 선생님에게 싹싹 빌며 우는 시늉까지 했어요.
"이 녀석, 화장실 청소 안 하려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군. 한번만 용서
해 줄 테니 다른 아이들에게 사과해라."
악어는 잔인하고 징그럽게 생겼지요. 그래서 서양에서는 마음에도 없이
흘리는 거짓 눈물을 빗대어 '악어의 눈물'이라고 해요. 이 말은 '악어가 물
가에서 사람을 만나면 물어 죽인 다음,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려 가며 먹을
것이다.' 라고 한 데서 인용한 표현이에요.
요즘 정치권에서 온갖 부정을 저지른 고위층 인사가 국민들 앞에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며 '악어의 눈물'이라 꼬집기도 해요.
또 악어와 관련된 재미있는 말 중에 '악어 논법' 이란 게 있어요. 이 말
은 이집트의 전설에서 비롯되었어요.
옛날 이집트의 한 여인이 아이를 악어에게 빼앗겼어요.
"제발 불쌍한 제 아이를 돌려주세요!"
여인이 악어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자 악어가 말했어요.
"내가 아이를 돌려 줄지, 안 돌려 줄지 어디 한번 맞춰 보아라. 알아 맞
히면 돌려 주마!"
여인은 기가 막혔어요. 만약 돌려 준다고 말하면 안 돌려 줄 거라고 대
답할 것이고, 안 돌려 준다고 말하면 돌려 줄 생각이었노라 대답할게 뻔했
으니까요. 어떻게 대답하든 잡아먹히기는 마찬가지였지요.
이처럼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고, 마음대로 해석이 되는 말장난을 가리
켜 '악어 논법'이라고 하지요.
면죄부
"...제6조, 교황은 하나님이 용서한 바를 선언하는 것 외에, 어떠한 죄도
용서할 수 없다...제27조, 영혼이 천당에 가기 위해선 돈을 내야 한다는 거
짓 설교를 하지 말아라...제37조, 참다운 크리스트교인은 면죄부가 없어도
하나님의 축복을 나누어 가진다..."
이것은 마르틴 루터가 교황의 면죄부 판매를 맹렬히 비난하며 내건 <95
개조 반박문> 중의 일부예요. 면죄부란 돈이나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죄를
용서해 준다는 뜻으로 교황이 발행하던 증서를 말해요.
쉽게 말해 우리가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차표를 끊듯이 천당으로 가는
차표를 돈을 주고 예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할 수 있지요.
중세 말기 교회당 건립과 포교를 위하여 많은 돈이 필요해지자 교회는
헌금을 권하면서 속죄 증명서, 즉 면죄부 발행을 남용하여 많은 폐해를 가
져왔어요.
"면죄부는 산 사람들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죄를 많이 진 자들의 죽
은 영혼이 천당에 못 가고 구천을 떠돌고 있습니다. 자, 죽은 자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면죄부를 삽시다."
1476년 교황 식스토 4세는 이렇게 이미 죽은 사람들의 면죄부까지 만들
어 팔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 뒤 이러한 악습은 더욱 심해져서 교황
레오 10세 때에는 면죄부의 대대적인 판매 활동에 나섰어요.
"자, 싸구려 싸구려. 면죄부를 사세요. 자 20% 파격 세일. 오늘부터 한
달 간 면죄부도 가격 파괴에 들어갔습니다. 천당에 가기 위한 확실한 보증
수표! 이 기화를 놓치지 마세요. 면죄부만 있으면 천당에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교회는 종교적 기능을 잃고 면죄부를 판매하는 곳으로 전락
하고 말았어요. 성직자는 판매를 담당하는 장사꾼이 되어 버렸구요. 다시
말해 면죄부는 중세 교회의 타락의 상징이 된 것이지요.
"쯧쯧, 교회가 저렇게 썩어서야..."
"그러게 말야.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배를 불리는 자들이야!"
점점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마르틴 루터는 종교 개혁을 부르짖게 되
었어요.
"성서에는 '부자가 천당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 반대가 되었습니다. 돈
많은 부자들은 면죄부를 사 천당에 가고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전당
갈 엄두도 못 내게 되었습니다. 썩어 빠진 종교를 개혁해야 합니다!"
루터의 개혁 운동은 큰 호응을 얻어 순식간에 유럽 전체에 퍼져 나갔어
요. 이렇게 구교(천주교)에 대항하여 생겨난 것이 바로 기독교(신교)이지요.
요즘도 신문지상에 '면죄부'란 말이 종종 눈에 띄지요. 비리를 저지른 고
위층 인사를 적당한 명분으로 눈감아 주는 것을 두고 이런 표현을 쓰곤 해
요.
사족
"삼촌, 뱀도 발이 있어?"
"이 녀석아, 뱀이 무슨 발이 있어!"
"그럼, 사족(蛇足)이란 말은 뭐야?"
"그건.... 뱀의 발이라는 뜻이지...."
"에이, 삼촌은 엉터리야! 뱀은 발이 없다면서?"
엉뚱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엉뚱이 삼촌은 당황했어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햐, 이 녀석이 삼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네...."
엉뚱이 삼촌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어요.
"사족이란 뱀의 발이란 말이긴 하지만 그 뜻은 쓸데없이 엉뚱한 일을 하
다 낭패를 본다는 거야."
"왜 그런 말이 생겼어?"
엉뚱이의 질문이 계속되자 엉뚱이의 삼촌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잘 들어 봐! 옛날 초나라 때 어느 집에 잔치가 벌어졌는데 마침 귀한
술 한 병이 손님들 상에 나왔대. 손님이 여러 명이라 한 병을 나눠 마시자
니 술이 너무 부족했지. 그래서 땅바닥에 뱀을 가장 먼저 그린 사람 혼자
서 술을 마시기로 했어. 술은 적고 사람은 많으니 어쩔 수 없었던 거지."
"나도 뱀은 잘 그리는데...."
"조용히 하고 듣기나 해! 그래서 사람들은 내기를 시작했지. 손님 중에
그림 솜씨가 뛰어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가장 빨리 뱀을 그렸어.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사람은 반도 채 그리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그 사
람은 자기 솜씨를 뽐내고 싶어 멋지게 네 개의 발도 그려 넣었지."
"히히.... 삼촌 그 사람 정말 엉뚱하다 그치?"
"인석이 조용히 하라니까!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은 어깨에 힘을 주고 그
림을 쳐들었어. '이제 술은 내 것이오.' 하면서 말이야. 그 사람이 술병을
들고 막 마시려는 순간 두 번째로 빨리 그린 사람이 나서서 술병을 가로챘
어. 그리고는 말했지."
"뭐라고...?"
"'아니, 이게 무슨 뱀의 그림이오? 뱀이 발이 어디 있소? 이건 뱀이 아니
니 이 술은 내 거요.' 결국 그는 찍소리도 못 하고 고스란히 술병을 빼앗기
고 말았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채 말야.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사족을 단다고...."
"삼촌, 그 사람 정말 멍청하다. 히히...."
엉뚱이가 낄낄대며 웃자 삼촌이 한 마디 했어요.
"이 녀석, 제가 한 일은 모르고.... 지난번에 너 자연 숙제한 거 보니까
개구리 꼬리를 그렸던데 뭐. 으이구, 그래 놓고도 웃음이 나오냐?"
순간 엉뚱이는 뜨끔했어요. 사족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자기가 사족을
달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거지요.
판도라의 상자
"에이, 판도라의 상자가 따로 없군!"
촉새네 아빠는 신문을 보다 말고 혀를 끌끌 찼어요. 부엌에서 음식을 준
비하던 엄마가 돌아보았어요.
"무슨 얘기가 실렸길래 그래요?"
"이번에 터진 정치권 비리 얘기지, 뭐.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했는데 파헤
치면 파헤칠수록 떳떳지 못한 검은 돈 거래와 여러 가지 부정한 일들이 마
구 쏟아지고 있군 그래."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촉새가 끼여들었어요.
"아빠, 판도라는 무슨 과일이에요?"
촉새의 뚱딴지 같은 질문에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저도 TV에서 봤어요. 사과 상자에 뭉칫돈을 담아서 검은 돈 거래를 했
다면서요. 근데 사과 상자는 알겠는데 판도라는 무슨 과일인지...."
"하하하...."
"호호호...."
촉새의 말을 듣고 엄마와 아빠는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판도라는 과일 이름이 아니야.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
초의 여자란다."
"그럼, 그 여자의 상자 속에도 돈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허허허.... 이 녀석이 점점 엉뚱한 소리만 하네. 신화에 보면 맨 먼저 만
들어진 인간은 남자였어. 인간들은 처음에는 신의 말에 잘 따랐지. 그런데
점차 난폭해져서 전쟁을 일삼게 되었던 거야.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화가 났지. 그래서 인간을 혼내 주려고 인간에게서
불을 빼앗아 버렸던 거야.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라는 신이 인간을 불쌍히
여기고 다시 불씨를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주었어.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큰 벌을 주었지. 그런 다음
인간에게도 벌을 주기 위해 여신의 모양을 본떠 흙으로 판도라라는 여자를
빚게 했어. 그리고는 그 여자에게 아름다운 얼굴뿐 아니라 간사한 마음씨
와 말재주도 함께 불어넣었어. 그런 다음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
스에게 데리고 갔는데,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보고 첫눈에 반해 판도라
를 아내로 맞이했던 거야. 판도라는 제우스로부터 받은 선물 상자를 하나
갖고 있었지. 그 상자는 절대로 뚜껑을 열어 봐서는 안 되는 상자였어. 그
런데 판도라는 호기심이 많았어. 어느 날 남편이 일하러 간 사이 그 뚜껑
을 열어 보았던 거야. 그랬더니 거기서 괴상한 연기와 함께 온갖 고통과
재앙, 질병 등이 튀어나왔지. 놀란 판도라가 얼른 뚜껑을 닫는 바람에 상자
속에는 '희망'만이 남게 되었어. 오늘날 인간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
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란다. 그 상자는 제우스가 인간을
벌주려고 만든 것으로 괜히 건드렸다가 온갖 재앙과 나쁜 일들이 수두룩하
게 생기는 것을 보고 판도라의 상자라고 말하는 거야. 아빠가 아까 신문에
서 본 정치권 사건도 만찬가지고.... 이제 알겠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TV를 보던 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어요.
"저런, 쯧쯧쯧.... 회사에서 모범 사원으로 알려진 사람이 회사의 공금을
가로채 도박으로 엄청난 돈을 날렸다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따로
없군."
이 때 촉새가 끼여들었어요.
"아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무슨 말이에요?"
"응,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 인격자를 말하는 거야."
"응.... 그러니까 착한 척하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 말이군요."
"그렇지."
"그럼 둘은 어떤 사이였어요? 친구 사이였어요?"
"아냐, 틀렸어."
"아, 알았다! 둘이 애인 사이였는데 성격이 안 맞아 매일 싸웠구나?"
"에구.... 녀석이 자꾸 엉뚱한 소리만 하네.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
라 같은 사람이야. 평소엔 인품이 훌륭한 지킬 박사로 지내다가 어떤 때는
흉악한 하이드 씨로 변하는 거야. 그러니까 한 마디로 두 얼굴을 가진 사
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아아, 그럼 우리 반 뺀질이 같은 애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겠네요?"
"아니, 왜?"
"걔는요, 청소 시간에 뺀질뺀질 놀다가도 선생님이 오시면 열심히 하는
척하거든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원래 영국의 소설가 스티븐슨이 1886년에 발
표한 작품 제목이에요. 작가가 열병을 앓고 있을 때 꾸었던 꿈을 기초로
쓴 소설이라고 해요.
과학자인 지킬 박사는 어느 날 선인과 악인 사이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약을 발명하게 되지요. 지킬 박사는 원래 덕망이 높은 분이었지만, 악
인으로 변하는 약을 먹으면 아주 추악한 하이드 씨로 변하여 오만 가지 추
하고 끔찍한 일들을 저질러요. 그러다 결국 선인으로 돌아오는 약이 떨어
지자,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자살에 이르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이
야기예요.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커다란 인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흔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이중 인격자를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쓰이게 되었지요.
부랑자와 고아들을 위해 맡긴 성금을 개인 호주머니에 챙긴 종교인을 비
롯하여 간첩으로 판명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대학 교수, 어느 날
갑자기 강도로 둔갑한 경찰관, 밀수꾼 노릇을 한 무역 회사 사장 등 우리
주변에서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토사 구팽
이 말을 풀어 보면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이에
요.
옛날 한신이란 명장은 항우를 물리치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에요. 유방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한신의 공을 높이 사
그를 초나라 왕으로 봉했어요.
그런데 한신의 명성이 높아지고 힘이 점점 커지자 유방은 은근히 불안했
어요. 게다가 한신이 반란을 꾀한다는 소문도 떠돌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유방이 이런 명령을 내렸어요.
"내가 오랜만에 사냥을 즐기고 큰 잔치를 열 생각이니, 모든 제후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이도록 하시오."
사냥과 잔치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한신을 체포하기 위한 계략이었어요.
한신은 이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어요.
'나를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를 어쩌면 좋지? 가지니 붙잡힐까 두
렵고 안 가자니 더욱 큰 의심을 받을까 걱정이고...."
그 때 한신의 부하 하나가 말했어요.
"종이매를 처치한 다음 그의 목을 유방에게 갖다 바치면 의심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종이매는 본래 항우 밑에 있던 뛰어난 맹장이었으나 항우가 죽은 후 항
복하고 한신의 밑으로 들어온 장군이에요. 그런데 유방은 종이매에게 원한
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한신의 밑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의 목을 베어 올
리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어요.
하지만 한신은 여전히 종이매를 숨겨 둔 채 명령을 따르지 않았어요. 항
복한 장군을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닐 뿐더러 함부로 죽이기에 너무도 아
까운 장수였기 때문이지요.
어느 날 한신은 종이매를 찾아가 그간의 사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았어
요. 그러자 종이매는 몹시 화난 얼굴로 말했어요.
"유방이 그 동안 당신을 치지 못한 것은 우리 둘이 같이 있었기 때문이
오. 그런데 이제 유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나를 잡아 갈 생각이라니....
차라리 내 스스로 목숨을 내놓겠소. 하지만 내가 없어지면 그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걸 명심하시오!"
이렇게 말하고 종이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한신은 그 목을 가지고 유방을 만나러 갔어요. 그것으로 유방의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유방은 종이
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즉시 한신을 붙잡아 묶었어요.
'아, 종이매의 말이 맞았구나!"
한신은 뒤늦게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어요.
"과연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 하늘을 나는 새가 떨어
지면 활을 부러뜨리고, 적국이 망하고 나면 장수들을 내친다더니, 그 말이
맞구나! 내 그 동안 유방을 도와 전쟁에 큰 공을 세웠건만 이제 천하가 평
정되었다고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가!"
결국 한신은 토끼몰이가 끝난 사냥개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따라서 '토사 구팽'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고, 필요가 없게 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비정한 인간 세상을 꼬집는 말이에요.
2. 웃음이 담긴 재미있는 말
꿔다 넣은 보릿자루
연산군은 백성을 다스리는 데에는 소홀한 채 술과 놀이만 일삼던 임금이
었어요. 임금이 백성을 돌보지 않자 나라는 점점 어지러워졌어요.
"허어, 왕께서 허구한 날 술과 계집의 치마폭에서 헤어날 줄을 모르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오."
"그러게 말이오. 옳은 말을 하는 신하는 멀리하고 간신들의 아첨에만 귀
를 기울이니.... 원, 참."
"뜻 맞는 사람끼리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임금을 몰아 내든
지 해야지, 원."
"쉿! 누가 듣겠소. 자, 사람들 눈을 피해 조용한 데서 얘기합시다!"
연산군의 그런 행동을 보다못한 몇몇 신하들이 비밀리에 일을 꾸미기 시
작했어요. 그들은 성희안, 박원종 등으로 연산군을 몰아내고 나라를 바로잡
고자 뜻을 모았어요.
"오늘 밤 모두들 박원종의 집으로 모이시오. 마지막으로 내일 할 일을
점검해 보아야겠소."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다 모이자 성희안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자 각자 어떤 일을 맡았으며, 준비에 차질은 없는지 돌아가면서 말해
보시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어요. 모두 다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오직
구석에 앉은 한 사람만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달빛
도 없는데다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촛불도 켜지 않은 터라, 그가 누
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어요.
성희안은 가만히 모인 사람들을 세어보았어요. 놀랍게도 모이기로 한 사
람보다 한 명이 더 많았어요.
"박 대감, 엄탐꾼이 들어와 있소."
박원종도 흠칫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염탐꾼이 있다면 내일 벌이기
로 한 큰 일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 모인 사람들도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지요.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염탐꾼은 보이지 않았어요.
"성 대감, 대체 누굴 보고 그러시오?"
성희안은 말없이 한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성희안이 가리키는
것을 바라보던 박원종은 껄껄 웃었어요.
"하하하! 성 대감, 그건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내일 큰 일을 위해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요."
정말 자세히 보니 보릿자루였어요. 그런데 거기에 누군가 갓과 도포를
벗어 놓아 영락없이 사람으로 보였던 거지요.
"허허, 내가 너무 긴장했나 보군. 꿔다놓은 보릿자루를 사람으로 착각하
다니...!"
그 뒤로 어떤 자리에서 있는 둥 없는 둥 말없이 그저 듣고만 있는 사람
을 가리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다고 해요.
십년 감수
말 그대로 풀어 보면, 십 년이나 수명이 줄었다는 뜻으로 매우 놀랐을
때 쓰는 말이지요.
구한말 고종 황제 때 유성기가 왕실에 처음 들어왔어요. 유성기는 오디
오의 할아버지뻘 되는 기계로, 미국의 에디슨이 발명한 녹음기예요. 이 기
계를 처음 본 고종 황제는 매우 신기하게 여겼어요.
"음.... 이 기계에서 정말 소리가 난단 말이지?"
"예, 그렇사옵니다.... 폐하!"
"허, 거참.... 괴이한지고. 여봐라, 누가 가서 얼른 박춘재를 데려 오너라!"
박춘재는 당시 소문난 명창이었어요. 고종 황제는 그를 불러 이 기계가
정말 소리를 내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폐하, 부르셨습니까."
"오, 어서 오시오. 이게 바로 이번에 서양에서 가져온 소리나는 기계요.
어서, 여기에 대고 노래를 불러 보시오."
"예에? 기계에 대고 노래를 부르라구요?"
박춘재가 머뭇거리자, 고종 황제는 다시 한 번 재촉했어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한 곡조 해 보시오."
박춘재는 도통 입이 안 떨어졌지만 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가 없었어요.
마침내 박춘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뽑았어
요.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 찬 자리에...."
처음엔 어색하던 것이 가락이 깊어 갈수록 절로 흥이 나 단숨에 한 곡조
를 마쳤어요.
"자, 그럼 춘재의 노래가 끝났으니 어서 기계를 돌려 보시오!"
고종 황제는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를 재촉했어요. 기술자가 기계를 만지
작거리자 드디어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모두들 유성기 소리에 귀를 기
울였어요. 신기하게도 유성기에서는 방금 불렀던 노랫소리가 똑같이 흘러
나왔어요.
"허허, 기이한 일이로고!"
고종 황제는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고종 황제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 까무러칠 뻔했어요.
"아...아니, 이...이럴 수가! 내 목소리가 저...저 기계에서 나오다니!"
그 때 박춘재의 놀란 모습을 지켜 보던 고종 황제가 입을 열었어요.
"춘재, 그대의 수명이 십 년은 줄었겠소(십년 감수)."
고종 황제는 박춘재의 혼이 녹음기에 빼앗겨서 십 년쯤 수명이 줄었겠다
고 생각한 거지요. 이 때부터 '십년 감수'란 말이 생겼어요.
내 코가 석 자
신라 시대 때 방이 형제가 살았어요. 동생은 부자였지만 형은 몹시 가난
했어요.
어느 날이었어요. 형 방이는 농사를 지으려고 동네에 한 마음씨 좋은 사
람에게 땅을 빌렸어요. 그러나 형은 너무 가난한 나머지 뿌릴 씨앗조차 없
었어요.
'옳지! 동생에게 가서 부탁해 보자.'
형 방이는 동생을 찾아가 씨앗을 얻었어요. 그런데 심술궂은 동생은 싹
을 틔울 수 없도록 씨앗을 삶아서 주었어요.
형 방이는 그것도 모르고 씨앗을 심고 정성껏 돌보았어요.
'이상하다. 왜 싹이 안 트지? 정성이 부족한 걸까?'
방이는 전보다 더 열심히 물을 주며 밭은 가꾸었어요. 방이의 정성에 하
늘이 감동했는지 어느 날 밭에는 딱 하나의 싹이 텄어요. 그 싹은 점점 자
라더니 엄청나게 큰 이삭을 맺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새 한 마
리가 날아와 그 이삭을 잘라 물고 달아나는 게 아니겠어요?
"앗! 거기 서라, 거기 서!"
방이는 죽을 힘을 다해 새를 쫓았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어요. 날이 저물
자 방이는 바위 틈새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어요. 막 잠이 들 무렵 요란한
소리가 들렸어요. 어디서 나타났는지 붉은 옷을 입은 도깨비들이 춤을 추
며 놀기 시작했어요.
"금 나와라, 뚝딱!"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휘두르자 신기하게도 금이 생겼어요.
"술 나와라, 뚝딱!"
그러자 또 술이 나왔어요. 도깨비들은 방망이를 두들겨 술과 음식을 만
들어 밤새도록 먹고 마시며 놀았어요. 새벽녘이 되자 도깨비들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방망이만 남았어요.
방이는 그 방망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도깨비들이 한 것처럼 그대로
따라 해 보았어요.
"금 나와라, 뚝딱! 옷 나와라, 뚝딱! 집 나와라, 뚝딱!"
그러자 금덩이가 와르르 쏟아지고, 비단옷이 나오고, 대궐 같은 집이 생
겨났어요.
마침내 방이는 큰 부자가 되었어요. 이 소식을 들은 동생은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어요. 형의 이야기를 낱낱이 들은 동생은 그 날 밤 당장 그
골짜기로 달려가 바위 틈에 몸을 숨겼어요. 밤이 깊어지자 정말 형의 말대
로 도깨비들이 몰려 나와 방망이를 두드리며 놀았어요. 그 때 느닷없이 동
생은 방귀를 뽀-옹 뀌고 말았어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도깨비 중에서 험상궂게 생긴 놈이 눈을 부릅떴어요. 마침내 동생은 도
깨비에게 붙들리고 말았어요.
"에잇, 이놈 혼 좀 나 봐라. 코야 커져라, 뚝딱!"
욕심을 부리던 동생은 코가 코끼리 코만해져서 돌아왔어요.
이러한 이야기에서 나온 '내 코가 석 자'라는 말은 자기 처지가 급하게
되어 남을 도와 줄 여유가 없다는 뜻으로 쓰이지요.
찻잔 속의 태풍
'3.1운동에 참가한 독립 유공자를 찾습니다.'
어느 날 순돌이네 마을 게시판에 이런 공고가 나붙었어요. 당시 희생자
가 많이 난 마을이라 나라에서 보상을 해 주기 위한 것이었어요.
"독립 유공자라면 순돌이 아버지가 으뜸이지."
순돌이의 아버지인 김애국 씨는 한쪽 팔이 없어요. 3.1운동 ㄸ 앞장 서서
만세를 부르다 일제의 총칼에 잃었거든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가장 먼
저 애국씨를 독립 유공자로 추천했어요.
이윽고 담당 공무원이 애국씨를 찾아왔어요.
"안녕하세요? 이 마을에서 어떤 분이 3.1운동에 참가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나왔습니다."
애국씨는 오래 된 기억을 더듬었어요. 생각만 해도 일본놈들의 만행에
소름이 끼쳤어요.
"...그러니까 당시 죽은 사람이 수도 없지요.... 일본놈들이 얼마나 우리
민족을 괴롭히고 못 살게 굴었으면 힘 없는 백성들이 맨손으로 일어났겠어
요? 하지만 일본놈들은 아주 잔인했어요. 맨손에 태극기 하나만 들고 만세
를 부르는 사람들을 마구 총으로 쏘고 칼로 찔렀지요. 어린아이나 노인, 아
낙네라고 봐 주는 것도 없었어요.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잡아 갔으니까요....
그 ㄸ 내 친구 하나도 일본놈들에게 맞아 죽었어요. 나는 다행히 팔만 하
나 잃고 살아났는데 죽은 사람들한테는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 때 이웃집 얌체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문을 열고 들어섰어요.
"저어.... 여기 독립 유공자를 조사하러 나온 공무원이 있다고 해서 왔는
데...."
얌체씨는 쪼르르 다가와 조사 나온 공무원 곁에 앉았어요.
"아, 사실은 저도 3.1운동 때 독립 만세를 부른 사람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저한테도 물어 보세요. 그 당시에...."
얌체씨는 얘기를 하면서 애국씨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았어요. 사실 얌체
씨는 만세 운동에 참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보다못한 애국씨가 따
끔하게 한 마디 했어요.
"여보게, 자네가 만세를 불렀다는 소리 처음 듣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
참여할 때 자네만 혼자 빠지지 않았나?"
"아니, 무슨 소린가. 나도 그 당시 독립 만세 운동에 참가했네."
"그게 정말인가? 그런데, 왜 본 기억이 없지?"
"우리 집 뒷간(화장실) 있지 않나. 그 안에 들어가 목이 터져라 대한 독
립 만세를 불렀네."
옆에서 듣고 있던 공무원은 어이가 없었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그렇게 했다면 그건 '찻잔 속의 태풍'이군요.
그건 독립 운동으로 보기가 어렵겠는데요."
얌체씨는 결국 창피만 당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찻잔 속의 태풍'이란 아주 큰일 같지만 넓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 때를
비유한 말이지요.
숙맥
주희는 중국 송나라의 훌륭한 학자예요.
훗날 사람들은 주희를 높이 기리어 '주자'라 부르며 공자, 맹자의 뒤를
잇는 유교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았지요. 그가 집대성한 성리학은 조성 500
년 통치의 바탕이 되는 등 우리 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어요.
어느 날 주희는 형을 앉혀 놓고 방바닥에 콩과 보리를 주르르 쏟았어요.
주희와 달리 주희의 형은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모자랐어요.
"형님, 잘 보십시오. 요렇게 크고 둥들둥글하게 생긴 게 콩이란 말입니
다."
주희는 콩을 들고 자세히 설명했어요. 형은 질질 흐르는 콧물을 훌쩍이
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아니.... 그건 보리 아닌가?"
주희는 답답했지만 형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어요. 주희가 이번에는 보
리를 들고 찬찬히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어요.
"형님, 이게 보리입니다. 보세요. 콩보다 작고, 생긴 것도 콩은 동글동글
한데 보이는 납작하죠."
주희는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콩과 보리를 설명했어요. 콩과 보리를 번
갈아 가며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던 형은 그제야 구별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음, 이제 알았어. 둥글고 큰 것이 콩이고, 약간 납작하고 작은 것이 보
리지?"
"예, 형님 맞습니다."
주희는 가르친 보람이 있자 마음이 흐뭇했어요.
다음 날이었어요. 주희가 형에게 부탁했어요.
"형님, 창고에서 콩 좀 꺼내다 주실래요?"
형은 얼른 창고로 들어가 주희가 얘기한걸 부대째 가져왔어요. 그런데
부대를 들여다본 주희는 할 말을 잊고 말았어요.
"형님...!"
"아니, 뭐가 잘못된 거야?"
"어제 그렇게 얘기해 주었는데도.... 형님, 이건 보리잖아요, 보리!"
형은 무안을 당하자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한자 숙어에 '숙맥 불변'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
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서 콩과 보리를 한자말로 하면 '숙맥'이에요. 즉 주희
의 형처럼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숙
맥이라고 해요.
요즘에는 이 말을 서로 친숙한 사람끼리 애정이 깃든 핀잔으로 쓰기도
하지요.
시치미를 떼다
옛날 어느 마을 사람들이 매사냥을 나섰어요. 우리 조상들은 야생의 매
를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곤 했어요.
"앗, 꿩이다!"
그 순간, 날쌘 매 한 마리가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꿩을 향해 발톱을 내
려꽂았어요. 꿩은 날카로운 매의 발톱에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어요.
매의 주인이 축 늘어진 꿩을 주우려 하자 얌체 같은 사람 하나가 불쑥
나섰어요.
"이건 내 매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이건 내 매라구!"
둘 사이에는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어요. 매 주인은 어처구니가 없었지
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어요. 매들의 생심새가 비슷했기 때문에 남의 매를
탐내 자기 매라고 우겨도 뾰족히 할 말이 없었어요.
"그러지 말고 매와 꿩 중에서 하나씩 고르게. 그리고 앞으론 시치미를
꼭 달게나."
"시치미라구요?"
"그렇다네. 시치미란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매의 꽁지에 달아
놓은 이름표지. 그러면 이런 일로 아옹다옹 다툴 일이 없을 것 아닌가?"
그 날 노인 덕분에 매 주인은 매를 찾을 수 있었어요.
며칠이 지난 뒤, 마을 사람들은 또다시 매사냥을 나왔어요. 물론 이번에
는 쇠뿔로 얇게 만든 이름표를 매의 꽁지에 하나씩 붙들어 매고서 말이에
요.
"시치미만 보면 누구 매인지 쉽게 알 수 있겠지? 이젠 싸울 일이 없겠구
나!"
매의 주인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매를 쓰다듬었어요. 그러나 오
늘 역시 매 주인과 얌체 사이에는 또 싸움이 벌어졌어요.
"이 매는 내 거야!"
"시치미를 뗀다구 모를 줄 알고? 이건 내 매라구!"
매 주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이번에도 매를 탐낸
얌체가 매의 시치미를 떼고서 자기 매라고 무구 우기고 나선 것이지요.
노인도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혀를 끌끌끌 차며 고개를 내저었
어요.
이렇게 해서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은 알고도 모른 척 딱 잡아뗄 때 쓰
는 말이 되었어요.
우리 주변에도 얌체처럼 시치미를 떼는 뻔뻔스런 사람을 간혹 볼 수 있
어요. 이런 사람은 시치미를 떼면 동시에 자기 마음 속의 양심도 함께 떨
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지요?
삼십육계 줄행랑
소곤소곤.... 쑥덕쑥덕....
왈자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동네 꼬마들이 모여
서 뭔가를 귓속말로 주고받다가 지나가던 왈자를 힐끔 쳐다보며 킥킥거렸
어요.
이상한 낌새를 챈 왈자는 아이들의 얘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어요.
"킥킥.... 저기 왈자 누나 있잖아. 오늘 왜 학교에서 늦게 오는 줄 아니?"
"아니, 몰라...."
"아까 심술이 형이 그러는데 .... 수학 시험에서 빵점 맞은 벌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오는 거래."
왈자는 못 들은 척하고 그냥 지나쳤어요. 사실은 새 학기를 맞아 선생님
과 교실을 꾸미느라 늦었던 거예요.
'심술이 녀석이 또 나한테 괜한 심술을 부리는구나. 어디 만나기만 해
봐라!'
때마침 왈자는 오락실에서 막 나오고 있던 심술이와 마주쳤어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왈자는 심술이를 잔뜩 노려보았어요.
"어! 와...왈자야, 지금 오니? 나 그만 가...갈게."
심술이는 왈자의 눈길을 피하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쳤어요.
"심술이, 너 각오해! 그냥 안 둘 거야."
"그게 말야.... 에라 이럴 때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다."
심술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집까지 도망쳐 버렸어요.
"야, 너 거기 서지 못해!"
'삼십육계'는 <육도>라는 병법책에 나오는 말이에요. 군사를 이끌고 싸
움을 할 깨의 36가지 계략을 말하죠. 그 중 마지막인 36번째는 상대방이
너무 강할 때는 달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쓰여 있어요.
제나라의 장수 왕경칙이 군사를 일으켜 도성으로 쳐들어갔어요. 임금의
눈밖에 나자 선수를 쳐 반란을 일으킨 거지요. 그가 진격하는 도중 임금의
군사들이 퍼뜨린 소식을 들어 보니 왕경칙이 도망치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
어요. 이에 왕경칙은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어요.
"단도제 장군은 갖은 계략 중에서 삼십육계 줄행랑을 으뜸으로 삼았다더
군. 네놈들이야말로 달아나는 게 상책일 것이다!"
단도제는 송나라의 명장으로 싸울 때 늘 도망치면서도 번번히 승리를 거
뒀기 때문에 '단공 삼십육계'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어요.
그러나 자신만만해하던 왕경칙은 임금의 군사들로부터 역습을 받아 크게
패하고 말았어요. 그 후 삼십육계 줄행랑이란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
로 전해지면서 후세까지 이어졌지요.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면 비겁한 행동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도
망치는 게 무조건 비겁한 건 아니지요. 일단 위험을 피했다가 힘을 기른
다음에 싸우는 것도 한 전략이 될 수 있으니까요.
돈 키호테형 인간
"세르반테스가 누구야?"
"이런 바보! 거 있잖아, 돈 키호테 쓴 사람...!"
'세르반테스' 하면 갸웃거리던 사람도 '돈 키호테' 하면 고개를 끄덕일
거예요. 그만큼 돈 키호테는 동서양에 걸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겨 읽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소설의 원래 제목은 '재치 있는 기사 돈 키호테 라 만차'이며,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돈 키호테의 본명은 '캐사더'이며, 스페인의 라 만차라는 마을에 사는 귀
족 출신의 늙고 가난한 지주예요. 우연히 '기사 이야기'를 읽다가 그 재미
에 푹 빠져, 즐기던 사냥도 농사일도 팽개치고 밤낮없이 이야기에 파묻히
지요. 그러다 마침내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스스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그리곤 세상의 악을 몰아내기 위한 모험을
떠나지요.
그는 이름도 기사답게 '돈 키호테 라 만차'로 고치고, 조상 대대로 내려
오던 낡은 갑옷을 창고에서 꺼내 입고, 늙고 초라한 말 로시난테에 올라탔
어요.
"나는 악한 자를 무찌르고, 착하고 약한 자를 돕는 용감한 기사이다. 자,
나를 따를 자 없느냐?"
이 모험길에는 이웃의 농사꾼이며 정직하지만 어리석은 산초 판사가 따
라 나섰어요. 돈 키호테가 산초에게 어느 섬의 영주를 시켜주겠다고 꾄 것
이지요.
돈 키호테는 가는 것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요.
돌아가는 풍차를 난폭한 거인으로 알고 달려들다가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양 떼를 적군으로 잘못 알고 창을 휘두르기도 해요. 또 놋대야를 뒤집어쓴
이발사를 기사인 줄 착각하고 싸움을 걸기도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봉변을 당하기도 하지만, 정작 돈 키
호테 자신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사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지 깨닫
지 못해요. 오히려 정의를 사랑하고, 옳은 일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끼지 않
는 용감한 기사라는 환상에 젖어 있어요.
돈 키호테의 이러한 모습은 후세의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흥미와 논란이
되었어요.
흔히 생각이 깊고 행동이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을 '햄릿형 인간'이라고
하는데, 이 햄릿형 인간과 정반대의 인간형이 바로 '돈 키호테형 인간'이에
요. 현실을 무시하고 맹목적인 정의감에 이끌려 이상을 향해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행동주의자를 말하죠.
이런 말은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투르게네프가 처음 썼어요. 그는
'햄릿을 사랑하기는 힘들지만, 돈 키호테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라고 해 돈 키호테에 더 깊은 애정을 보였지요.
3. 교훈이 깃든 재미있는 말
엎지른 물
"허구한 날 낚시질만 하면 어디서 쌀이 나와요, 돈이 나와요? 에구, 내
팔자야. 이젠 더 이상 못 살아!"
아내는 참다못해 보따리를 싸서 힁허케 집을 나가 버렸어요. 하지만 남
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낚싯대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강가로 나
갔어요.
그 남편이 바로 강태공이에요. 그는 주나라 문왕을 도와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지요.
강가에 나온 강태공은 낚싯대를 드리웠어요. 해가 질 때까지 앉아 있었
지만 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어요. 강태공의 낚싯바늘은 여느 낚싯
바늘과 달랐기 때문이지요. 고기를 잡으려면 끝이 약간 구부러진 낚싯바늘
로 고기가 입질할 때를 노려야 해요. 그러나 강태공의 낚싯바늘은 곧아서
고기가 아무리 미끼를 물어도 낚아 올릴 수가 없었어요.
그는 백발 노인이 될 때까지 고기를 잡을 셈도 아니면서, 매일같이 낚싯
대를 메고 강가로 나갔어요. 빈 낚싯대를 한가에게 던져 놓고 자기를 알아
줄 군왕을 기다리며 세월을 낚아 올리고 있었던 거지요.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강태공의 인물 됨됨이를 알아본 사람이 나타났어
요. 바로 주나라 문왕이었어요. 문왕은 사냥을 나왔다가 우연히 강태공을
만났는데 첫눈에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본 거지요. 그 길로 강태공은
낚싯대를 거두고 문왕을 따라가 높은 벼슬길에 올랐어요.
집을 나갔던 아내가 이 소식을 듣고 궁궐로 강태공을 찾아왔어요.
"잘못했어요. 속 좁은 아녀자의 짓이니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저를 다
시 받아 주세요."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빌고 또 빌었어요. 그러자 강태공
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내에게 발했어요.
"그럼, 나가서 물 한 그릇만 떠 오시구려."
아내는 속으로 몹시 기뻤어요.
'아, 이제 됐다. 날 용서하시는 모양이구나.'
아내는 서둘러 물을 떠 와 공손하게 강태공에게 바쳤어요. 그런데 강태
공은 대접에 담긴 물을 바닥에 주르르 쏟아 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아내는 몹시 긴장했어요. 이윽고 강태공이 조용히 입을 열었어요.
"이 엎지른 물을 그대가 도로 주워 담을 수 있다면 다시 아내로 삼겠
소."
말을 마치자마자 강태공은 밖으로 나가 버렸어요. 아내는 바닥에 엎드려
흐느껴 울었어요. 뒤늦게 지난날의 잘못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었지요.
이처럼 '엎지른 물'은 다시 바로잡거나 돌이킬 수 없게 된 일을 두고 쓰
는 말이에요.
맹모 삼천지교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 야.... 어 야...."
"북망산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북망산일세, 어 야...."
맹자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맹자의 집은
공동 묘지 근처에 있었어요. 그래서 맹자는 동네 아이들과 매일같이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면서 놀았지요.
맹자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보고 따끔하게 말했어요.
"맹자야! 사내 대장부로 태어났으면 큰 뜻을 품고 학문을 갈고 닦아 이
름난 학자가 되든지, 아니면 무예를 익혀 세상을 호령하는 장수가 되든지
해야지. 매일같이 장례식 놀이나 해서 무엇에 쓰겠느냐?"
"어머님,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또 아이들과 어울려 장례식 흉내를 내는 것이었
어요.
'안 되겠어. 아무리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으니 말야.'
생각다 못해 맹자 어머니는 이사를 결심했어요. 새로 집을 옮긴 곳은 장
터 근방이었어요.
"자, 여기로 오세요. 싸구려! 싸구려!"
"골라, 골라! 두 장에 삼천 원!"
장터로 이사 오자 이번엔 아이들과 어울려 장사꾼 흉내를 냈어요. 맹자
어머니는 이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어요.
'여기도 살 만한 곳이 못 되는구나.'
맹자 어머니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서당 옆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러자
맹자는 글방 학동들을 본받아 글을 읽기 시작했어요.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그제야 맹자 어머니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요.
'맹모 삼천지교'란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이나
옮겨다녔다는 데에서 비롯된 말이지요.
이 밖에도 '맹모 단기지교'란 말도 있어요.
맹자가 어머니 곁을 떠나 멀리 공부를 하러 갔다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
아왔어요. 어머니가 베틀에 앉아 있는 것을 본 맹자는 반가운 마음에 어머
니에게 달려갔어요.
"어머님 제가 돌아 왔습니다!"
그러나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을 본 체 만 체하더니,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나를 찾아왔느냐!"
하며 대뜸 짜고 있던 베를 칼로 끊어 버렸어요. 공부를 채 마치기도 전에
돌아온 아들을 보고 화가 난 것이지요.
"보아라, 공부를 중도에 포기하면 마치 이렇게 길쌈하던 베를 잘라 버리
는 것과 같으니라!"
맹자는 그 자리에 엎드려 사죄하고 그 길로 돌아가 오로지 학문에만 전
념했다고 해요.
이런 어머니의 교육 덕분에 맹자는 훗날 공자에 버금 가는 훌륭한 학자
가 되었지요.
망부석
신라 제19대 눌지왕 때의 이야기에요.
왕에게는 보해와 미해라는 두 아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보해 왕자는 고
구려에, 미해 왕자는 일본에 볼모로 잡혀 가 있었지요.
볼모란 나라간에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담보로 왕자를 그 나라
에 맡겨 두는 걸 말해요.
눌지왕은 두 왕자가 늘 마음에 걸려 자주 눈물을 흘리곤 했어요. 그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한 신하가 나서서 말했어요.
"제가 가서 왕자님들을 모셔 오겠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사람은 박제상이었어요. 그는 충성
심이 강하고 지혜로운 신하였어요. 왕은 너무나 기뻐 박제상을 꼭 잡고 부
탁했어요.
"그렇게만 해 준다면 공의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소."
박제상은 곧 고구려로 떠났어요. 뱃길로 고구려 땅에 들어간 박제상은
변장을 하고 보해 왕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어요. 몰래 고구려 궁성을 빠
져 나오다 고구려 군사들에게 들켜 쫓김을 당하지만 군사들이 보해 왕자를
가엾이 여겨 살려 보내 주지요.
보해 왕자를 모시고 신라로 돌아온 박제상은 왕으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
어요. 그러나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번엔 일본으로 떠나야 했어요.
일본에 볼모로 잡혀 있는 미해 왕자를 데려와야 했거든요. 그런데 일본왕
은 그렇게 다루기가 쉽지 않았어요. 벌써 고구려에서 보해 왕자를 데려갔
다는 소문을 들은 일본왕이 혹시 미해 왕자를 데려가지 않을까 하고 박제
상을 무척 경계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박제상은 일본왕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신라에서 죄를 짓고 도망
을 쳤다고 말이에요. 일본왕은 그 말을 그럴 듯하게 여겼는지 박제상을 믿
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박제상은 미해 왕자와 같이 배를 타고 낚
시를 하러 가는 것처럼 꾸몄어요. 그리고는 그 길로 곧장 미해 왕자를 신
라로 도망치게 했어요.
그런 다음 자기는 다시 궁으로 돌아왔어요. 왜냐 하면 미해 왕자가 무사
히 도망칠 구 있도록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서였지요.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일본왕은 불같이 화를 냈어요. 마침내 박제상이 끌려오자 일본왕은
호통을 쳤어요.
"이놈, 네가 나를 배신하다니.... 지금이라도 내게 굴복하고 일본의 신하
가 된다면 호강을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이다."
이에 박제상은 눈을 부릅뜨고 일본왕에게 대들었어요.
"신라의 개돼지가 될지언정 일본의 신하는 되지 않겠다."
결국 박제상은 모진 고문 끝에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한편, 박제상의 아내는 남편이 일본땅으로 건너간 뒤 하루도 빠지지 않
고 바닷가로 나가 남편을 기다렸어요. 그러다 남편이 끝내 돌아오지 않자
그 자리에서 서서 그만 돌이 되고 말았어요. 사람들은 그 돌을 망부석이
라고 불렀답나다.
읍참 마속
촉나라 제갈공명은 위나라와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었어요, 공명이 위나
라를 물리칠 작전을 세우다 보니 꼭 한 곳이 불안했어요. 다름 아닌 촉군
의 식량 수송로인 가정 땅이었어요. 가정 땅을 위군에게 빼앗긴다면 촉군
은 독 안에 든 쥐 꼴이라 이 곳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큰 고민 거리였어요.
이 때 한 젊은 장수가 나섰어요.
"공명 선생, 제가 그 땅을 지키겠습니다. 위나라 군사의 그림자도 얼씬거
리지 못하게 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이렇게 용감하게 나선 사람은 마속이었어요. 젊지만 재주가 뛰어나 공명
이 앞으로 큰 재목이 될 인물로 점찍은 부하였지요.
하지만 공명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했어요. 그러자 마속이 다시 간청
했어요.
"저도 오랫동안 병법을 배웠는데 가정 땅 하나 지켜 내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제가 싸움에서 패한다면 군법에 따라 엄한 벌을 받을 것이니 믿고 지
켜 봐 주십시오."
음, 자네의 각오가 정 그렇다니 한번 맡겨 보겠네. 하지만 만에 하나 실
패하는 날이면 자네의 목이 달아날 줄 알게나."
그리고 공명은 곧바로 계략을 일러 주었어요.
"가정산은 삼면이 절벽이니 산기슭에 진을 치고 막고 있으면 위나라 군
대가 절대로 접근하지 못할 것이네."
마침내 마속은 군사를 이끌고 가정 땅에 도착했어요. 지세를 가만히 살
펴보던 마속이 빙그레 웃었어요.
'음.... 이 곳은 적군을 유인하여 역습하기에 꼭 알맞은 곳이군. 그렇다면
산기슭에 진을 칠 것이 아니라 산 꼭대기에 진을 쳐야겠어. 이번에 큰 공
을 세워 공명 선생께 내 실력을 보야 드려야지.'
마속은 제갈공명의 명령을 어기고 결국 산 꼭대기에 진을 쳤어요. 그러
나 마속의 작전은 빗나갔어요. 위군이 산기슭을 포위하여 식량을 수송하던
길을 막자 마속은 궁지에 몰렸어요. 마속은 하는 수 없이 군사를 이끌고
쳐내려왔으나 이를 미리 눈치채고 있던 위군에게 역습을 당하여 크게 패하
고 말았지요.
그 결과 군법에 따라 마속이 벌을 받게 되자 신하들은 말렸어요.
"마속은 유능한 인재입니다. 그를 잃는 건 나라의 큰 손실이니 공명 선
생께서 한번만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마속이 아까운 인재라는 걸 내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군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하오. 그를 잃는 것도 나라의 큰 손실이지만 그를 용서하면 군대
의 기강이 서지 않아 더욱 큰 손실이 올 것이오. 아까운 인재일수록 엄중
히 죄를 벌해야만 대의가 바로 서는 것이 아니겠소?"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공명은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자리에 엎드려
통곡했어요. 이를 본 모든 신하들도 공명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라서 울었
어요.
'읍참 마속'이란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말로, 큰 목적을
위하여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리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지요. 혹
여러분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님이 매를 든다면 이는 읍참마속의 심정
이라 할 수 있겠지요.
노아의 방주
하나님이 처음 아담과 이브를 만들 무렵 세상은 아주 평화로웠어요. 그
러나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세상은 악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뒤늦게
하나님은 후회를 했어요,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람을 만들지 않는 건데...."
그런데 아담의 자손 중 단 한 사람 노아만은 믿음이 두텁고 의로운 사람
이었어요.
어느 날 하나님이 노아를 불렀어요.
"내가 장차 큰 홍수를 일으켜 악으로 가득 찬 세상과 가람을 모조리 멸
망시킬 작정이다. 너는 산 꼭대기에 올라가 잣나무로 방주(큰 나무배) 한
척을 만들어 이 재난을 피하여라."
노아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산 꼭대기에 올라가 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이를 보고 모두 비웃었어요.
"노아가 갑자기 이상해졌어. 산 꼭대기에서 배를 만들다니!"
사람들의 비웃음에도 아랑곳없이 노아는 세 아들을 데리고 열심히 일한
끝에 드디어 배를 완성했어요.
그러자 다시 하나님이 말씀하셨어요.
"노아야, 네 가족들을 데리고 방주 안으로 들어가거라. 또한 이 땅에 살
아있는 모든 짐승들을 각각 암수 한 쌍씩 태워 목숨을 잇게 하여라."
노아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먹을 것을 충분히 마련해서 배에 싣고 홍수에
대비했어요. 하지만 일 주일이 지나도록 비는 오지 않았어요.
"노아가 이젠 아주 돌아 버렸나 봐. 이 멀쩡한 날씨에 배 안에 들어가
꼼짝도 않으니 말이야."
사람들은 노아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어요.
번쩍! 우르르 꽝!
장대 같은 비가 억수처럼 퍼붓기 시작했어요. 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내려 세상은 온통 물바다가 되었어요. 마침내 산 꼭대기에 있던 노아
의 방주도 물 위에 둥둥 떴어요. 이 대 홍수로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멸망
하고 만 것이지요.
어느 날 노아는 비둘기 한 마리를 배 밖으로 날려 보냈어요. 물이 얼마
나 빠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지요.
"이것 봐, 나뭇잎이야! 이제 홍수는 끝났어!"
얼마 후 노아는 배에서 내려 땅을 밟을 수 있었어요.
한편, 하나님은 악한 세상을 벌주기 위해 홍수를 내렸지만 몹시 마음이
아팠어요.
"노아야, 새 땅에서 새로운 세상을 이룩하거라. 이제 다시는 홍수를 일으
켜 이 땅의 생명을 모두 쓸어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구름 속에 무
지개를 숨겨 둘 터이니, 이것이 내 약속의 표시이니라."
이 때부터 비가 내리다가도 무지개가 나타나면 하나님이 노아와의 약속
을 생각하고 비를 멈추게 한다고 해요. 이처럼 '노아의 방주'는 험난한 상
황 속에서 찾은 안전 지대를 뜻하지요.
바벨탑
하나님은 큰 홍수로 사악한 세상을 벌한 다음, 노아의 자손으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열게 했어요. 그런데 노아의 자손들도 그 수가 불어나자 차
츰 하나님의 말씀을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하나님의 말씀은 너무 고리타분해. 우리 맘대로 살아도 아무 문제없어."
인간들은 여러 가지 재주를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진흙을 구워 벽돌을
만들어 내는 재주가 뛰어났어요. 그들은 벽돌로 집도 짓고, 성도 쌓았어요.
벽돌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가 있었어요. 그러자 차츰 오만한 마음
이 싹트기 시작했어요.
"자, 우리의 도시를 세웁시다. 그리고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탑을 쌓읍시
다. 그 탑 꼭대기를 하늘까지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후세에 빛냅시다."
"좋소! 인간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 줍시다."
그 날부터 사람들은 탑을 쌓기 시작했어요. 몇 달이 지나자 탑은 엄청나
게 높아졌어요.
"우아, 정말 굉장하다!"
"조금만 더 쌓으면 하늘까지 닿을 거야."
사람들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움으로써 인간도 하나님 못지않게 위대
하다는 것을 뽐내고 싶었어요.
하늘에서 이것을 내려보고 있던 하나님은 마침내 화가 났어요. 인간의
오만함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인간이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벌을 내리기로 했어요.
하지만 노아의 홍수 같은 큰 재앙은 내릴 수가 없었어요. 오랜 고민 끝
에 하나님은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내, 너희가 하는 말을 뒤섞어 알아듣지 못하게 하리라."
그 때까지 세상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
느 날 아침 갑자기 말이 달라졌어요. 곧 이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어요.
"저기 벽돌 좀 가져와!"
하지만 일꾼이 엉뚱하게 각목을 가져왔어요. 또 각목을 가져오라고 하면
벽돌을 가져오고, 망치를 가져오라고 하면 톱을 가져왔어요.
"알라돌라니 닐달디로라...."
"dopdkaey dkfjsk doxevj...."
"아니, 도대체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
사람들은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말이 통하
지 않자 마음도 갈라졌어요.
"에이, 도저히 같이 일을 못하겠군!"
마침내 사람들은 탑을 쌓는 일을 그만두고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어요.
'바벨'이란 말은 히브리 어로 '혼란'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오늘날은
보통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이나 일 따위를 두고 '바벨탑'이라 부르지요.
소돔과 고모라
어느 일요일, 심술이는 아빠와 함께 교회 예배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고 있었어요.
"아빠, 소돔과 고모라는 서로 원수였어요?"
느닷없는 심술이의 질문에 심술이 아빠는 잠시 머뭇거렸어요.
"응? 그게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아까 목사님이 설교할 때 아빠도 들으셨잖아요. 북한 동포들이 지금 굶
주리고 있으니까 도와 줘야 된다고.... 그렇지 않으면 소돔과 고모라처럼 모
두가 망할 거라고요. 그래서 아빠도 북한 동포 돕기 특별 헌금을 내셨잖아
요."
"하하하하.... 이 녀석아, 소돔과 고모라는 사람 이름도 아니고, 원수 사이
도 아니야."
"그럼, 뭔데요?"
심술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건 아주 옛날 그러니까 지금의 팔레스타인(성경에 나오는 가나안 땅
으로, 1948년에 이스라엘 공화국이 세워짐) 부근에 있던 두 도시의 이름이
란다."
"그럼, 두 도시가 서로 싸우다 망한 거예요?"
"그것도 아니다. 아빠가 옛날 얘기 하나 해 줄 테니까 잘 들어 보려무
나."
심술이는 아빠 곁으로 바짝 붙어 귀를 기울였어요.
"처음에 두 도시는 하나님의 보살핌으로 번창을 하다가 점점 사람들이
타락하기 시작했지. 어려운 이웃에겐 조금의 관심도 없이 모두들 자기 욕
심만 채우느라 싸움을 일삼았지. 마침내 소돔과 고모라는 악으로 가득 차
버리고 단 열 명의 의로운 사람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단다."
"그래서 벌을 받은 거예요?"
"그렇단다. 하나님이 크게 노하시고는 이 두 도시에 불과 유황의 세례를
내리신 거야. 하나님의 저주로 모두 불타 버린 두 도시는 결국 사해라는
바닷속에 잠겨 버렸지. 이런 까닭에 소돔과 고모라는 단 열 명의 의인도
없어 하나님의 벌을 받은 본보기로 성서에 자주 나오게 된 거란다."
"아아, 알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굶주린 북한 동포를 모른 체하고 자기만
잘 살겠다고 욕심을 부린다면 소돔과 고모라처럼 인정 없고 메마른 사회가
된다 그 말이군요?"
"그렇지, 허허허.... 우리 심술이가. 제법인걸."
심술이 아빠는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웃었어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새 집 앞에 이르렀어요. 심술이는 집에 들어가
기가 무섭게 자기 방으로 달려가 돼지 저금통을 가져왔어요.
"아빠, 저도 이 저금통에 모인 돈을 북한 동포 돕기 성금으로 내겠어요."
"허허허.... 우리 심술이가 말썽만 피우는 줄 알았더니 착한 일을 할 때도
다 있구나."
심술이 아빠는 심술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4. 조상들의 삶이 담긴 재미있는 말
함흥 차사
"어휴, 더워라! 날씨가 푹푹 찌는구나."
덜렁이네 가족은 모두 선풍기 앞에 모여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어요.
"아빠, 우리 수박 사다가 시원하게 얼음을 띄워 먹어요."
"좋지, 내가 얼른 사 가지고 올 테니까 엄마랑 기다리고 있거라."
덜렁이는 엄마와 함께 아빠가 사올 수박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어요, 그
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덜렁이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어휴, 하여간 네 아빤 어디만 가면 함흥 차사야!"
"함흥 차사가 뭔데요?"
"너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알지?"
"예, 활을 잘 쏘았다는 사람 말이죠?"
"그래, 이성계는 나라를 세워 임금의 자리에 올랐지만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단다. 아들들이 서로 임금이 되려고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야. 그 싸움의
장본인은 다섯째 아들 방원이었는데, 이성계는 형제들끼리 서로 죽이기까
지 하는 다툼이 일어나자 세상에 뜻을 읽고 임금의 자리를 내놓았지. 그리
고는 한양을 떠나 송도에 가 있었단다."
"그럼 다음 임금은 누가 되었어요?"
"뒤를 이어 정종이 왕위에 올랐지.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동생 방원이 임
금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가 바로 태종이야. 그 소식을 들은 태조 이성계는
매우 노여워하며 송도를 떠나 먼 함흥 땅으로 들어가 세상과 인연을 끊어
버렸지."
"그럼, 태종은 아버지를 찾지도 않았나요?"
"아니야, 태종은 아버지를 다시 한양 땅으로 모셔 오려고 무진 애를 썼
어. 왕의 심부름꾼인 차사를 수도 없이 함흥으로 보냈단다. 그런데 함흥으
로 떠난 차사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했지."
"왜요?"
"왜냐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태조가 아들 태종이 보낸 차사를
오는 족족 잡아 죽였기 때문이야. 서로 왕이 되려고 형제끼리 피를 부른
싸움을 지켜 본 태조의 심정이 오죽했겠니. 심부름꾼만 애꿎게 목숨을 잃
은 거지. 그 때부터 심부름을 가서 아무 소식 없이 돌아오지 않거나 더디
오는 것을 가리켜 함흥 차사라고 부르게 된 거야."
"아, 그렇구나. 정말, 재밌다!"
"그나저나 네 아빠는 정말 왜 아직도 안 오시니...?"
덜렁이 엄마는 은근히 걱정이 되는 눈치였어요.
"엄마, 재가 나가서 한번 찾아볼까요? 대신 아이스 크림 사 먹게 돈
좀.... 히히히."
덜렁이는 엄마에게 돈을 받자 부리나케 달려나갔어요. 그런데 30분이 지
나도록 덜렁이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어휴, 이 녀석. 아이스 크림 사 먹을 돈으로 오락실 간 게 틀림없어. 수
박 사러 간 사람이나 찾으러 보낸 아이나 둘 다 함흥 차사군."
자린 고비
옛날 충청도 충주에 이씨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어요. 이 부자네 식구들
은 날마다 소금 하나를 반찬삼아 밥을 먹었어요.
어느 날 아이가 소금에 질려 반찬 투정을 했어요.
"우리 집은 맨날 반찬이 이게 뭐야!"
"허허.... 인석이 밥맛이 없나 보군. 여보 오늘 장에 가거든 굴비 한 마리
를 사다가 맛있게 구워 올리구료."
아내는 눈이 동그래졌어요. 평소 같으면 불호령을 찰 남편이 순순히 굴
비를 사 오라고 하자 깜짝 놀란 거지요.
점심때가 되자 노릇노릇 구워진 굴비가 밥상에 올라왔어요. 그러자 이
부자는 굴비를 실로 묶어 천장에 꽁꽁 매달아 놓고 말했어요.
"자, 밥 한 숟갈 먹고 굴비 한 번씩만 쳐다보거라."
이 부자는 아들이 연거푸 두 번 굴비를 쳐다보자 뒤통수를 쳤어요.
"이 녀석아, 한 번씩만 쳐다보라니까! 자꾸 쳐다보면 짜서 물을 먹게 되
잖아!"
아들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꾹 참고 밥을 먹었어요. 그런데 잠시 후 이
부자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어요. 굴비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았거든
요.
"이런 고얀 놈!"
파리가 날아가자 이 부자는 파리채를 들고 쫓아갔어요.
"이놈! 도망가기는 어딜 도망가!"
이 부지는 결국 파리를 이웃 마을까지 끈질기게 쫓아가 잡았어요.
그리고 그 파리를 헹군 불로 국을 끓여 먹었다고 해요.
그 뒤 한참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이 부자의 집에 부모님의 제삿날이 돌아왔어요. 이 부자의 아내는 제사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참다못한 부자의 아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어요.
"여보, 제사 음식은 어떻게 하지요?"
"내가 이미 다 준비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마오."
그 날 밤 제사상을 본 아내는 어이가 없어 입이 딱 벌어졌어요. 상위에
는 음식 대신 사과, 배, 곶감 등 음식 이름이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기 때
문이죠.
그렇게 제사를 마친 이 부자는 지방을 들고 한참 망설였어요. 지방이란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이름을 적어 붙이는 것인데 제사가 끝나면 곧 태워
버리는 것이 예법이에요.
"작은 종이 쪽지일망정 태워 버리기는 아깝군."
이 부자는 결국 그 종이를 기름에 절여 해마다 제사 때가 되면 다시 꺼
내어 썼다고 해요.
자린 고비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어요. '고비'란 '돌아가신 부모님'을
일컫는 말이에요. 그 후 '절이다'라는 말이 '자린'으로 변해 '자린 고비'란
말이 생겨났지요.
따라서 자린 고비란 돌아가신 부모님에게까지 인색한 구두쇠 중의 구두
쇠란 뜻이지요.
안성맞춤
고려 시대 공민왕 때 성은 안씨고 이름이 소목인 선비가 있었어요.
소목이란 한자로 작을 소자에 눈 목자이니 즉 눈이 작다는 뜻이에요. 유
난히 눈이 작아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거지요.
그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담벼락에 모여서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어요.
'무슨 일일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나라에서 과거 시험을 치른다는 방이 붙어 있었어
요.
'음.... 내 실력을 시험할 좋은 기회구나.'
평소에 열심히 학문을 갈고 닦은 안 선비는 당당히 과거에 급제하여 벼
슬길에 오르게 되었어요.
얼마 후 임금은 과거에 급제한 안 선비를 불렀어요.
"오, 장하다! 그대가 이번 과거 시험에 급제를 했다고?"
"예, 그렇사옵니다."
"그래,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고?"
"예, 안소목이라 하옵니다."
"소목이라...? 눈이 작다는 뜻인데 이름으로 쓰기에는 영 좋지 않은걸....
내가 그대를 위해 이름을 지어 주겠노라."
"황공하옵니다."
"음.... 어떤 이름이 좋을까?"
한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공민왕은 갑자기 무릎을 탁 쳤어요.
"옳거니, 좋은 생각이 있다. 소목이란 두 글자를 한 글자로 합치면 어떻
겠는가? 그러니까 소자와 목자를 합쳐서 살필 성자로 하면 원래 이름도 버
리지 않으면서 뜻은 훨씬 좋아지지 않겠는가?"
평소 자기 이름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안 선비는 임금이 직접 이름을 지
어 주자 무척 기뻤어요.
그래서 선비의 이름은 안성이 되었는데, 임금이 '안성'이란 이름을 맞춰
줬다고 해서 '안성맞춤'이란 말이 나왔다고 해요.
또 다른 얘기도 있어요.
예로부터 안성 지방에서 만드는 놋그릇은 튼튼하고 질이 좋기로 유명했
어요. 안성 놋그릇은 다 만들어진 것을 장에 내다 파는 '장내기'와 주문을
받고 만드는 '맞춤'이 있었는데, 부자들은 그릇을 맞춰 썼다고 해요. 그래서
안성에서 맞춘 그릇처럼 잘 만든 물건이나 잘 된 일을 가리켜 '안성맞춤'이
라 부른다고도 해요.
그 밖에 갖바치에게서 비롯된 말이라는 얘기도 있어요. 갖바치란 옛날에
가죽으로 신을 만들던 사람이지요.
안성에서는 갖바치들이 완성된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맞출 수 있었죠. 안성맞춤은 여기서 비롯된 말이라고도 해요.
보릿고개
"덜렁아, 너 밥을 먹는 거니, 안 먹는 거니?"
덜렁이는 입맛이 없는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숟가락으로 장난만 치고
있었어요.
엄마가 꾸중을 하자 덜렁이는 몇 술 뜨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숟가락을
내려놓았어요.
"엄마, 저 그만 먹을래요. 피자 먹고 싶어요."
"이 녀석이 아침부터 웬 밥투정이야. 보릿고개를 한 번 겪어봐야 그런
투정을 안 하지...."
"보릿고개는 어디에 있는데요?"
"이 녀석이.... 자꾸 엉뚱한 소리 할 거야? 어머님, 얘 좀 혼내 주세요."
덜렁이 엄마는 한동안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덜렁이 할머니에게 구원을
청했어요. 그런데 덜렁이 할머니의 대답은 덜렁이 엄마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어요.
"덜렁아, 사실은 네 엄마도 보릿고개가 뭔지 잘 모른단다. 실제로 보릿고
개를 겪어 보지 않았거든."
이 말은 사실이었어요. 덜렁이 엄마도 어른들의 얘기를 들었을 뿐 직접
겪지는 못했거든요.
덜렁이는 할머니가 또 무슨 재미난 옛날 얘기나 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
할머니 곁에 바짝 다가앉았어요.
"옛날에는 먹을 게 부족해서 배를 많이 골았단다. 봄이 한창일 무렵 가
난한 백성들의 배고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 목은 곡식은 겨우내 다
먹어서 없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굶주린 백성들은 풀뿌리를 캐
먹고 나무 껍질을 벗겨 먹으며 간신히 목숨만 이어 갔을 뿐이지. 보리가
익을 동안 먹고사는 일이 어찌나 힘들던지 마치 험난한 고개를 넘는 것 같
다고 해서 보릿고개라 부른 거란다."
"할머니,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그러면 북한은 지금 보릿고개인가요? 굶주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
데........."
"글쎄다......... 그건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꼭 보릿고
개라고 할 순 없지만 보릿고개랑 비슷한 상황인 셈이지........ 어찌 되었던
덜렁이 너도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해서라고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
다. 알겠니?"
덜렁이 할머니가 덜렁이를 타이르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던 덜렁이 엄
마가 한 마디 끼여들었어요.
"이제 보릿고개가 뭔지 잘 알았지?"
"치이....... 엄마도 잘 모르면서 괜히 나만 가지고......."
"뭐라고? 이 녀석이 그래도 말대꾸를......!"
"으악! 할머니......."
엄마가 꿀밤을 먹일 기세로 다가들자 덜렁이는 얼른 할머니의 등 뒤로
숨었어요.
을씨년스럽다.
1905년 을사년은 우리 나라 역사에 있어 매우 불행한 일이 일어난 해이
지요.
일본은 그 해 우리 나라와 을사 보호 조약을 맺었어요. 우리 나라의 외
교권을 뺏기 위해 강제로 맺은 조약이에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금세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어요. 일본한테 외교권
을 빼앗겼으니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
은 모두들 하나같이 시름에 잠겼어요.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벌건 대낮에 나라를 도둑질해 가다니.....
피를 토하고 죽을 일이네."
"누가 아니라나? 어엿하게 우리 임금님과 조정 대신들이 있는데, 왜놈들
이 우리 나라 외교와 나랏일에 간섭을 하다니...... 세상에 이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나!"
동네 어귀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한숨을 푹 푹
내쉬었어요. 그 중 한 백발 노인이 곰방대에 살담배를 재어 넣고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어요.
"우리 대신들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대신 중에는 나라를 팔아먹은 사
람이 있다잖소!"
그 노인의 말에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아니, 세상에! 나라를 팔아 먹다니요? 도대체 어떤 놈들이 그랬답니까?"
그 노인은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대꾸했어요.
"아니, 자네들은 소문도 못 들었나? 외부 대신 박제순, 내부 대신 이지
용, 군부 대신 이근택, 학부 대신 이완용, 농상공부 대신 권중현이지 않나.
사람들은 이들을 나라를 팔아 먹은 도적놈들이라고 '을사 오적'이라고 부른
다는구먼."
"이런 죽일 놈들이 있나........!"
모두들 이를 악물고 부르르 떨었어요. 노인은 계속 말을 이었어요.
"그래도 조정에 매국노만 있는 건 아닐세. 민영환 같은 분은 너무 원통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군. 그리고 지방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에잇, 나도 이 참에 의병에나 가담할까?"
"쉿! 이 사람아, 말조심하게. 누가 듣겠네."
이처럼 을사 보호 조약이 있던 을사년에는 온 민족이 슬픔에 잠겨 나라
가 전체가 술렁거렸어요.
한편에선 매국노들이 일본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고, 다른 한편에선 여
기에 저항하여 목숨을 끊기도 하고, 또 더러는 의병을 일으켰으니, 나라가
온통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마음이 쓸쓸하고 어수선할 때를 일컬어 '을사년스
럽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이 말이 차츰 변하여 '을씨년스럽다'는 말로 굳어
진 거지요.
땡전
조선 시대 고종은 어린 나이로 임금의 자리에 올랐어요.
당시는 외척들의 세도 정치(권력을 가진 세력에 의해 온갖 정사가 좌우
된 정치)로 인해 사회가 어지럽고 백서들은 슬픔에 빠져 있었어요.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 대원군은 나이 어린 임금을 대신하여 나라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울러 왕권을 튼튼히 하고 땅에 떨어진 왕의 권위
를 일으켜 세우는 데 온 힘을 기울였어요. 그래서 경복궁을 새롭게 꾸미고
넓히기로 작정했어요.
하지만 왕실에는 커다란 경복궁을 새로 꾸밀 만한 돈이 없었어요. 그만
큼 나라 살림이 어려웠지요. 흥선 대원군은 고심 끝에 백성들에게 기부금
의 명목으로 '원납전'을 강제로 거두었어요.
어느 날 공사를 맡은 사람이 흥선 대원군을 찾아왔어요.
"이거 큰일입니다. 원납전만으론 그 많은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음....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흥선 대원군은 고민에 휩싸였어요.
'이거 진퇴 양난(꼼짝할 수 없는 궁지에 빠짐)이군. 세금을 더 거두자니
백성들이 울고.... 그렇다고 한창 보수하고 있는 경복궁 공사를 중간에서 멈
출 수도 없고....'
오랜 고민 끝에 대원군은 결단을 내렸어요.
"어쩔 수 없소. 세금을 더 거둬야겠소. 토지 1결에 100문의 세금을 내도
록 하는 결두전을 거둬야겠소."
이렇게 되자 힘 없는 백성들만 죽을 맛이었어요.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바쁜 관리들에게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경복궁
을 다시 짓는다고 공사장에 끌려나가고, 또 무거운 세금까지 내야 하니 살
수가 없었어요.
"에구, 대원군이 차음에는 나라를 바로잡는 것 같더니 경복궁인가 뭔가
짓는다고 백성들만 잡는군."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대원군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음.... 문제는 돈이 부족한 것이니 나라에서 돈을 찍어 내면 어떨까?'
마침내 나라에서는 '당백전'이란 돈이 나왔어요. 당백전은 말 그대로 당
백전 한 개가 엽전 100개와 맞먹는다는 뜻이지요.
나라에서는 이 당백전 150만 냥을 각 도에 풀었어요. 그러다 보니 돈이
남아 돌게 되고 자연히 돈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으
로 말하면 당백전의 남발로 인해 인플레이션(화폐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지요.
이전에 엽전 100냥이면 쌀 몇 가마를 살 수 있을 만큼 큰 돈이었지만 이
제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당백전을 속된 말로 '땅돈'이라 불렀어요. 그것이 나중
에 '땡전'이 되면서 몇 푼 안되는 적은 돈을 속되게 가리키는 말이 되었어
요.
계란의 뼈
옛날 조선 시대 때의 이야기예요.
황희 정승은 평생을 청렴하게 살면서 많은 일화를 남겼어요. 그는 당시
높은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몹시 가난하게 살았어요. 그가 사는 초가집은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이 새고, 쌀독에 쌀이 떨어지는 날도 자주 있었지요.
하루는 임금이 황희 정승을 도와 줄 방법을 생각했어요.
'음.... 황희 정승이 사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뭐 도와 줄 마땅한 방법
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임금은 순간 무릎을 탁 쳤어요.
"옳거니, 그러면 되겠구나!"
임금은 바깥에 있던 신하를 불렀어요.
"여봐라! 내일 새벽 남대문을 열고 나서 저녁에 닫을 때까지 이 날 하루
성문을 드나드는 물건을 몽땅 사서 황희 정승에게 갖다 주도록 하여라!"
이렇게 명령을 내리고 나니 임금은 몹시 흐뭇했어요. 하룻동안 성문을
드나드는 물건이라면 꽤 많은 양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젠 황 정승의 살림도 좀 나아지겠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하필 그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하루 종일 그치질 않는 것이었어요. 그러니 성문을 오가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어지는 건 당연했지요.
겨우 성문을 닫을 무렵이 되어서야 어떤 노인이 계란 한 꾸러미를 들고
들어왔어요.
그리하여 결국 황희 정승에게 돌아간 것이라곤 계란 한 꾸러미가 전부였
어요. 황 정승은 처음엔 이것마저도 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니, 이유 없이 이런 물건을 받다니.... 안 될 말이오!"
"이건 임금님의 특별한 명령을 받고 가져온 것이니 받으셔도 상관없습니
다."
"그럼, 이웃의 가난한 사람에게나 갖다 주시오."
"그래도 이건 임금님께서 주신 건데...."
한참 동안의 실랑이 끝에 황 정승은 배가 출출했어요.
'음.... 그 계란이나 삶아 먹어야겠군.'
그러나 계란을 삶고 보니 속에 뼈가 있어서 그나마도 먹을 수가 없었어
요. 본래도 욕심이 없긴 하지만 정말로 운수가 없는 정승이었지요.
'계란 유골', 즉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에요.
늘 일이 잘 안 되는 사람이 모처럼 좋은 기회를 만났으나 역시 잘 안 될
때를 이르는 말이지요.
옛 속담에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뜻이라고 할 수 있어요.
행주치마
"와와와...!"
"저 성을 공격하라. 물러서는 자는 살아남지 못하리라!"
왜군 장수는 부하들에게 소리쳤어요.
임진왜란이 한창일 무렵 서울의 서쪽 행주 산성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어
요. 임진왜란은 선조 임금 때 바다 건너 일본이 쳐들어와 일으킨 전쟁이에
요.
당시 행주 산성을 지키고 있던 분은 권율 장군이었어요. 권율 장군은 조
선의 이름난 장군이었지요. 하지만 적은 군사로 수많은 왜적을 막아 내자
니 여간 힘겨운 것이 아니었어요. 자칫하면 성이 왜적들의 손에 떨어질지
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권율 장군은 성안의 군사들과 백성들을 불러모았
어요.
"모두들 들으시오. 지금 왜적은 바로 우리 코앞까지 쳐들어왔습니다. 이
성을 빼앗기는 날에는 성안에 있는 우리 모두는 물론이요 조선 백성 모두
가 왜적의 발아래 짓밟히게 됩니다. 지금 우리에겐 군사도 부족하고 무기
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백성이 똘똘 뭉쳐 싸운다면 왜군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자, 모두 나를 따라 목숨을 걸고 싸우겠습니까, 아니면 왜놈들의
노예가 되겠습니까?"
"우리는 장군님을 따라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그래요, 차라리 싸우다 죽을지언정 조상 대대로 살던 우리의 땅을 왜놈
들이 짓밟게 놔 둘 수는 없습니다!"
백성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다짐했어요.
마침내 왜적이 총공격을 퍼부었어요.
"공격, 공격하라!"
왜적은 긴 사다리를 타고 성에 오르려고 했어요. 우리 군사들은 성 위에
서 화살을 쏘아대며 죽을 힘을 다해 왜적을 막았어요. 하지만 개미때처럼
달려드는 왜적을 막아 내기엔 역부족이었죠.
"큰일났군, 화살이 떨어졌다!"
성안의 우리 군사들은 화살 대신 왜적을 향해 꿇는 물과 고춧가루를 뿌
렸어요.
"으악, 뜨거워!"
"에취! 아이고 매워라.... 에취!"
백성들도 군사들과 힘을 합쳐 끈질기게 싸웠어요. 그러나 물밀듯이 쳐들
어오는 수많은 왜적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고춧가루와 끓
는 물도 떨어졌어요. 그 때 아낙네들이 무언가를 앞치마에 가득 담아 와
군사들 앞에 쏟아 놓았어요.
"이 돌을 던지세요!"
성안의 아낙네들까지 한 마음이 되어 싸움을 도왔던 거지요. 결국 왜적
은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 채 후퇴하고 말았어요. 이 싸움이 바로 그 유명
한 행주 대첩이에요.
부녀자들이 행주 산성을 지키기 위해 앞치마로 돌을 날랐다고 해서 행주
라는 지명을 따 행주치마라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노다지
조선 말기 우리 나라는 힘이 매우 약했어요. 그래서 외세에 많은 경제적
이권을 빼앗겼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금광 채굴권이에요. 우리 나라의 광
산을 외국 사람에게 헐값에 넘긴 거지요.
평안도 운산 지역은 유명한 금광 산지로서, 미국인들이 사들여 막대한
이득을 올린 곳이에요.
"빨리빨리 금맥을 찾아라!"
미국인 사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조건달 씨가 일꾼들을 마구 부려먹고
있었어요.
"뭘 꾸물대고 있는 거야, 빨리 하라니까!"
조건달 씨는 일꾼들에게 눈을 부라렸어요.
"쳇, 같은 조선 사람이면서 더 지독하게 구는군."
일꾼들은 투덜거리며 속으로 울분을 삼켰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꾼들의 환호성이 터졌어요. 땅 속을 파 들어가던 인부
들이 드디어 금맥을 찾아 냈던 거지요.
"와와, 찾았다. 금이다, 금!"
일꾼들은 어렵게 찾아낸 금맥을 보며 기쁨에 차 있었어요. 잠시 후 이
소식을 들은 미국인 사장이 헐레벌떡 굴 속으로 달려왔어요. 그는 일꾼들
이 금맥 주위에 둘러서서 웅성거리는 것을 보자 이렇게 외쳤어요.
"노 터치, 노 터치!"
'노 터치'란 손대지 말라는 뜻의 영어예요. 하지만 영어를 모르는 일꾼들
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어요.
며칠 후 일꾼 몇 명이 사무실에 들렸어요. 광산에 터뜨릴 폭약을 가지러
간 거지요.
폭약이 담김 상자 앞에는 나무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었어요. 일꾼들이
상자를 옮기려고 손을 대자 사장은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노 터치, 노 터치!"
일꾼들은 상자에서 얼른 손을 땠어요.
'노 터치라니? 이게 노 터치라는 건가? 이게 도대체 뭐길래 손도 못 대
게 하는 걸까?'
호기심이 생긴 일꾼 하나가 뚜껑을 살짝 열어 보았어요. 그랬더니 상자
속에는 광산에서 캐낸 금덩이가 가득 담겨 있었어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일꾼들은 말했어요.
"미국 코쟁이들은 금을 노 터치라고 하나 봐...."
이와 같이 일꾼들이 광산에서 캐낸 광물을 만질라치면 미국 사람들이 놀
란 듯이 '노 터치'라고 외쳤는데 영어를 잘 모르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노
터치'가 금이나 은 따위의 값비싼 광물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요.
이 말이 나중에 '노다지'로 변해 '한 군데서 많은 이익이 쏟아져 나오는
일이나 물건.'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해요.
강강 수월래
임진왜란 중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성웅 이순신 장군은 용맹과 지혜가
뛰어났어요. 가는 곳마다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왜적들이 장군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였지요.
한번은 왜적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둔 뒤, 군사들에게 술과 음식을 나누어
주었어요. 여러 날 전투에 시달린 군사들은 위로하기 위해서였어요.
"오늘 밤에는 실컷 마시고 즐겨라. 내가 노래를 하나 가르쳐 줄 것이니,
밤새 칼로 뱃전을 두드리며 이 노래를 부르고 놀면 재미있을 것이다."
"야호, 만세! 장군님이 최고다!"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어요.
하니만 한편으론 장군의 뜻밖의 태도에 좀 어리둥절했어요.
"장군님이 오늘은 웬일일까? 다른 때 같으면 이기고 난 뒤일수록 더 긴
장을 풀지 말라고 다그치셨을 텐데...."
"그러게 말일세. 장군님이 노래도 가르쳐 주신다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
네."
이 때 이 장군이 병사들에게 지어 준 노래가 오늘날 전라도 지방에서 널
리 불려지고 있는 강강 수월래예요.
'강강 수월래'라는 후렴을 되풀이하는 이 노래는 밤을 흥겹게 새우기에
안성맞춤이었어요.
한편 낮에 전투에서 참패한 왜적들은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 손뼉을 치
며 좋아했어요. 그렇잖아도 반격을 하려고 벼르던 참이었기 때문이에요.
"킥킥.... 하늘이 우릴 돕는구나. 저렇게 술들을 처먹고 난장을 부리니 새
벽녘에는 모두 곯아떨어지겠지. 그 틈에 우리가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 거야. 그러면 천하의 이순신도 꼼짝 못할 거다!"
이윽고 왜적의 장군은 부하들에게 명령했어요.
"지금 즉시 용맹이 뛰어난 병사들을 골라 결사대를 꾸려라. 그리고 칼
한 자루만을 지닌 채 조선군의 배로 헤엄쳐 들어가 곤히 잠든 군사들을 습
격하라!"
그러나 목이 빠지게 승전보를 기다리던 왜적의 장수는 크게 실망하고 말
았어요. 왜적의 결사대가 미리 배에 숨어 기다리던 우리 군사들에게 또다
시 참패를 했기 때문이지요. 이 순신이 미리 왜적의 계략을 짐작하고 속임
수를 쓴 거예요.
다음 날 조선군의 뱃전에는 왜군의 잘려진 손가락이며 손목이 무수히 널
려 있었고, 바다에는 수많은 시체가 떠다녔어요.
강강 수월래란 '강한 오랑캐가 물을 건너서 온다.'는 뜻으로 풀이가 되지
요. 그러나 '강강'은 악기를 두드리는 소리를 빗댄 것이고, '수월래'란 '술래'
를 길게 늘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해요.
5. 역사가 있는 재미있는 말
사면 초가
사면 초가란 사방에 초나라의 노래가 가득하다는 뜻으로, 주위에 온통
자기를 노리는 사람이 들끓고 있을 때 쓰는 말이에요.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를 다투고 있을 때의 이야기예요.
역발산 기개세, 즉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세는 세상을 덮을 만하다는
초패왕 항우도 어느덧 싸움에 패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어요.
"항우를 잡아라!"
항우는 여러 날 쫓기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유방이 이끄는 한나라 군사
들에게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어요.
"이제 적들은 독 안에 든 쥐다. 총공격하라!"
한나라 군사들은 맹렬한 기세로 공격을 퍼부었어요. 하지만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어요. 비록 항우가 궁지에 몰려 있긴 하지만 워낙 용맹이 뛰어
났기 때문에 쉽게 굴복시킬 수가 없었던 거지요.
싸움이 오래 계속되자 어느 날 한나라 최고의 지략가인 장량이 유방에게
말했어요.
"항우는 힘을 잃긴 했지만 얕잡아 볼 인물이 절대 아닙니다. 무조건 공
격만 할 것이 아니라 달리 작전을 세워야겠습니다."
"무슨 좋은 계략이라도 있소?"
"지금 초나라 병사들은 오랜 싸움에 지쳐 있고, 멀리 있는 가족과 고향
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초나라의 노래를 밤마다 들려주면 초나
라 병사들이 그 구슬픈 곡조를 듣고 고향 생각에 젖어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음.... 그것 참 좋은 생각이오!"
그 날 밤부터 매일같이 초나라의 노랫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어요,
어느 날 이 소리를 들은 항우는 크게 놀라며 군사들에게 물었어요.
"아니, 이게 도대체 누가 부르는 노래냐?"
"한나라가 계략을 쓴 듯합니다. 한나라에 항복한 우리 초나라 병사들을
시켜서 노래를 부르게 하고 있습니다."
항우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어요.
"아, 한나라에 항복한 초나라의 병사들이 저렇게 많단 말인가! 저 소리에
또 우리 병사들의 마음이 흔들리겠지.... 저 구슬픈 노랫소리가 백만 대군보
다 더 무섭구나."
오랜 싸움에 지쳐 있던 초나라 군사들은 노래를 듣자 온몸에 힘이 쭉 빠
졌어요. 모두들 고향 생각에 눈물을 주르르 흘렸어요.
"아,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들이 보고 싶구나. 늙으신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흐윽!"
초나라 군사들은 싸울 의욕을 잊은 채 하나둘씩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결국 항우는 이 싸움에서 크게 패하고 마지막까지 쫓기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요.
백일 천하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유럽 여러 나라의 왕들은 큰 걱정이 아
닐 수 없었어요.
"정말 큰일이야. 우리 나라까지 혁명이 번지면 어쩌지? 혁명을 막을 대
책을 세워야 되겠어."
이윽고 프랑스에 맞서기 위해 여러 나라가 동맹을 맺었어요. 영국, 프로
이센, 오스트리아 등이 여기에 참여했어요.
그 때 프랑스는 나라를 어지럽힌 왕이 사형을 당하고 혁명을 반대하는
세력이 외국의 힘을 빌어 반란을 일으키는 등 몹시 혼란스러운 상태였어
요. 이 때 젊은 나폴레옹은 동맹군을 모조리 무찔러 버리고, 반란을 진압했
어요.
"와아, 나폴레옹 만세!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을 지켰다!"
나폴레옹은 순식간에 영웅이 되었어요.
한편 동맹을 맺은 나라들은 혁명을 방해하기 위해 또다시 프랑스에 쳐들
어갈 기회만 노리고 있었어요.
"이 기회에 콧대를 꺾어 다시는 프랑스를 넘보지 못하게 해야겠소."
나폴레옹은 군대를 이끌고 원정길에 나섰어요. 그리하여 오스트리아, 이
탈리아를 비롯하여 바다 건너 이집트까지 쳐들어갔어요. 그가 이끄는 프랑
스군은 무적의 군대로서 그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 나라가 없었어요.
나폴레옹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어요. 그러자 나폴레옹은 욕심
이 생겨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어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어요.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나폴레옹
을 황제로 떠받드는데 영국만이 머리를 숙이지 않았던 거지요. 그러나 영
국은 해군의 힘이 워낙 세기 때문에 프랑스가 함부로 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나폴레옹은 유럽 여러 나라에 이런 명령을 내렸어요.
"이제부터 영국과는 어떤 물건도 사고 팔지 마시오."
섬나라인 영국을 골탕먹일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이 명령을 어기는 나라
가 하나 있었어요. 바로 러시아였어요. 화가 난 나폴레옹은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갔어요.
그러나 한때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말은 없다.'고 큰소리치며 전 유럽
을 휩쓸던 나폴레옹은 크게 패해 돌아왔어요. 그러자 그 동안 나폴레옹의
위세에 숨을 죽이고 있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한꺼번에 반란을 일으켰어
요. 결국 나폴레옹은 이들 동맹군에 체포되어 엘바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
었어요.
그러나 1815년 3월 20일 나폴레옹은 기적적으로 엘바 섬을 탈출하여 다
시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 올랐어요. 그러자 유럽의 동맹군은 또 프랑스로
쳐들어왔어요. 나폴레옹은 워털루에서 이들을 맞아 접전을 벌였지만 안타
깝게도 싸움에 패하고 말았지요. 그 뒤 죽음의 섬이라 불리는 대서양의 세
인트 헬레나 섬으로 또다시 유배되어 죽음을 맞이했어요. 나폴레옹이 다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지 백 일 만의 일이었지요.
그 후 '백일 천하'란 말은 단명으로 끝난 정권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어요.
마라톤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 제국은 그리스로 쳐들어왔어요.
에게 해를 건너온 원정군은 그리스의 두 도시 국가를 집어삼킨 뒤, 순식
간에 아테네의 북동해안 마라톤 벌판까지 상륙하였어요.
아테네의 거리는 술렁대기 시작했어요.
"정말 큰일이야. 엄청난 페르시아 대군이 몰려온대!"
아테네는 서둘러 이웃 나라인 스파르타에 구원병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스파르타는 그 요청을 거절했어요. 그러자 아테네는 큰 혼란에 빠졌어요.
"이제 우린 꼼짝없이 죽게 됐어. 우리 힘만으로 그 엄청난 군사를 무슨
수로 막아 내지!"
"차라리 항복하는 게 어떨까? 열 배도 넘는 대군과 맞서 싸운다는 건 자
살 행위야!"
"말도 안 돼! 항복이라니. 그러면 우린 모두 노예가 되고 말 거야."
"맞아! 싸워야 돼. 모두가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운다면 물리칠 수 있을
거야."
"옳소, 끝까지 싸우자! 와와...."
이리하여 아테네는 페르시아 군을 맞아 마라톤 벌판에서 전쟁을 치르게
되었어요.
"낄낄낄. 저기 아테네 군 좀 봐! 저 군사로 우리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려
고 하다니.... 가소롭군!"
페르시아 군은 아테네 군을 비웃었어요.
하지만 아테네 군은 그리 만만치 않았어요. 아테네 군을 이끄는 명장 밀
티아데스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 페르시아 군은 우릴 얕보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역이용해 허를
찌르는 거다!'
페르시아 군은 초반에는 크게 이겼지만 점점 밀리기 시작했어요. 밀티아
데스의 교묘한 계략과 군사들의 필사적인 저항을 당해 낼 수가 없었던 거
예요. 결국 아테네는 페르시아 군을 크게 무찌르고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
어요.
한편 아테네 시민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쟁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
었어요.
"흐흐흑.... 이기기는 틀렸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구."
이 때 한 병사가 숨을 몰아 쉬며 헐레벌떡 달려왔어요. 그는 겨우겨우
성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며 말했어요.
"우리 아테네가 이겼다! 우리 아테네가...."
그 병사는 소식을 전하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그는 이
기쁜 소식을 아테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알리기 위해 그 먼 거리
를 단숨에 달려왔던 거예요.
여기서 비롯된 것이 마라톤이며, 그 병사가 마라톤 벌판에서 아테네까지
달린 42.195킬로미터가 오늘날 마라톤의 거리가 되었어요.
마라톤은 인생을 비유하기도 하고, 회의가 길어질 때도 '마라톤 회의'라
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마지노선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의 이야기예요.
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을 받은 프랑스는 늘 불안했어요. 독일이 언제 다
시 쳐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마지노라는 사람은 이런 주장을
폈어요.
"독일은 언제 또 다시 프랑스를 공격할지 모릅니다. 하루빨리 방어 대책
을 세우지 않으면 우린 또 다시 당하게 될 것입니다. 독일과의 국경선에
튼튼한 요새를 세워 감히 우리 프랑스를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던 중 1929년 마지노는 육군 장관에 임명되었어요. 그러자 그 동안
자신이 거듭 주장해 왔던 방어벽 구축 작업을 실행에 옮겼어요.
'어서, 작업을 서둘러야 해! 지난 1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 포병대의 공
격을 막아 낼 수 있었던 건 요새 덕분이었지. 방어용 장벽을 잘 쌓으면 수
많은 군인이 국경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몫을 한다구....'
그는 먼저 군대를 개편하고, 곧 이어 국경선에 견고한 요새를 쌓기 시작
했어요. 이를 건설하는 데만도 200억 프랑(프랑스의 화폐 단위)이라는 막대
한 비용을 쏟아 부었어요.
"모든 주요 시설을 안전한 지하에 건설하라! 그러면 독일군이 아무리 대
포를 쏘아도 우린 끄떡없을 것이다."
그의 명령에 따라 주거 시설이나 보급품 창고 등 거의 모든 시설이 지하
에 만들어지고, 지하 도로망까지 갖춰졌어요. 이 도로망을 따라 만든 지하
철은 땅 속 깊은 곳에 마련된 방어선의 여러 구역에 보급품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했어요.
게다가 콘크리트로 만든 벽은 그 때까지 알려진 어떤 성벽보다 두꺼웠
고, 여기 설치된 대포는 모두 중대형이었어요. 그야말로 난공 불락(공격하
기 어려워 좀처럼 함락되지 않음)의 요새가 만들어진 거지요.
1936년 요새가 완성되자 사람들은 이 방어벽의 창안자인 마지노의 이름
을 따 마지노선이라고 불렀어요.
"와아, 굉장하다! 이제 우리 프랑스는 안심이야!"
"맞아, 이젠 독일군이 아니라 독일군 할아버지가 쳐들어와도 끄떡없을
거야"
프랑스 국민들은 모두 기뻐했어요. 그 방어벽이 자신들을 지켜 줄 거라
고 굳게 믿었어요.
그런데 불행히도 이 방어선은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에만 건설되고, 프랑
스와 벨기에의 국경에는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세계 제 2차 대전이 터지자 독일군은 이 방어선을 돌아 벨기에를
침공하고, 벨기에를 가로질러 프랑스로 쳐들어왔어요. 마지노선을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 요새의 뒤쪽으로 돌아 들어온 것이지요.
마지노선은 여기서 생겨난 말이에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거나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방어선을 뜻하지요.
가령, 회사의 노사간 협상에서 한쪽이 '여기가 마지노선이다.'라고 하면
그 이상의 양보와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지요.
주사위는 던져졌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뛰어난 전략가이며,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여러 나
라를 정복하여 로마 제국의 기틀을 다진 사람이에요.
기원전 60년,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와 함께 제1회 삼두 정치
(세 사람이 뭉쳐 지배권을 장악한 정치)를 시작했어요. 이들은 원로원이라
는 권력 집단에 맞서기 위해 서로 뭉친 것이지요.
그런데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를 늘 마음 속으로 시기하고 있었어요. 왜
냐 하면 카이사르가 갈리아(지금의 프랑스 지역) 지방을 평정하여 이름을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던 중 크라수스가 전쟁터에서 죽음을 당했어요. 그의 죽음으로 삼두
정치가 무너질 위기가 오자 폼페이우스는 속으로 기뻐했어요.
'그래, 하늘이 나를 도와 주는구나. 카이사르를 제거할 좋은 기회야!'
그는 원로원과 손을 잡고 카이사르를 없앨 계획을 세웠어요. 사실 원로
원도 카이사르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던 터라 서로 뜻이 잘 맞았
어요.
"카이사르를 그냥 놔 두는 것은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습니
다. 지금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원로원에서 내려야
합니다."
폼페이우스의 주장을 받아들인 원로원에서는 카이사르에게 즉시 귀국하
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한편, 갈리아 지방에서 정복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던 카이사르는 이 소
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어요.
'아니, 이럴 수가! 음.... 내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폼페이우스의
농간이구나. 이를 어쩐다? 명령을 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따를 수
도 없고....'
여러 날 고민을 하던 카이사르는 마침내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까지
왔어요. 이 강은 로마와 갈리아 사이의 경계를 흐르는 강이에요. 만약 군대
를 이끌고 이 강을 건넌다면 그건 반역죄에 해당되었던 것이지요.
그 곳에서 카이사르는 한참을 망설였어요.
"장군님, 어떻게 할까요? 어서 명령을 내리십시오. 저희는 장군님과 운명
을 같이할 것입니다."
마침내 카이사르는 지휘봉을 들어올리며 이렇게 소리쳤어요.
"주사위는 던져졌다. 루비콘 강을 건너라!"
이렇게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한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를 몰아 내고 정
권을 장악했어요.
여기서 비롯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은 요즘도 어떤 모험적인 일을
시작할 때 곧잘 쓰이며,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도 쓰이지요.
왜냐 하면 이미 던져진 주사위는 어떤 숫자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며, 다
만 결과를 기다릴 뿐이니까요.
디데이
"우리 반은 공부에선 늘 꼴찌다. 하지만...."
꼴찌네 반 담임 선생님은 종례 시간이 되자 아이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
고 있었어요.
"...운동에서는 1등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반 대항 체육 대회가 한 달 정
도 남았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반드시 우리 반이 1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번에 선수로 뛸 사람은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라!"
선생님의 감동적인 연설에 꼴찌는 제일 먼저 손을 들었어요.
"선생님, 저요!"
"음, 꼴지.... 좋았어! 또 다른 사람...?"
뒤를 이어 아이들이 하나 둘 손을 들었어요. 금새 선수단이 꾸려졌어요.
"자, 선수단은 모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에 모여라!"
아이들이 운동장에 줄지어 모이자 선생님은 지휘봉을 들고 군 사령관처
럼 명령을 내렸어요.
"여러분은 우리 반의 대표들이다. 우리 반의 명예를 걸고 어떤 혹독한
훈련도 이겨 내야 한다. 자, 오늘부터 한 달 동안 d-30일 작전에 들어간
다. 매일 운동장 스무 바퀴를 돌고 윗몸일으키기 50번, 턱걸이 30번, 그리
고 줄넘기 2000번씩을 한다. 알겠나?"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꼴찌는 금방 후회가 되었어요.
'에고, 괜히 손을 들어서 이제 난 죽었구나!'
아이들이 이런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어
요.
"지금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나.... 자, 모두 뛰어!"
'디데이'는 군사 작전상의 공격 예정일을 말해요. 군사 작전에서는 공격
예정일이 잡히면 달력상의 날짜는 별 의미가 없어요. 대신 이 디데이가 모
든 작전을 짜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되지요. 그래서 이 날짜를 중심으로 그
이전에는 마이너스, 그 이후에는 플러스 기호와 함께 d의 뒤에 숫자를 써
서 나타내지요. 즉, 공격 하루 전에는 d-1, 공격 3일 뒤에는 d+3으로 표시
해요.
역사적으로 디데이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인 1944년 6월 6일을 가리켜
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있은 날이지요. 이 작전은 당시 전 유
럽을 점령하고 있던 독일군에 대한 대반격의 신호탄이 되었어요.
당시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은 전세가 연합군 쪽으로 기울자 육해공군
합동으로 프랑스 북서부 해안 노르망디에 상륙 작전을 감행했어요. 이 작
전은 성공하여 독일을 물리치고 전쟁은 막을 내렸어요.
'디데이'는 군사적 작전에서 나온 말이지만 요즘은 여러 가지로 쓰여요.
'대통령 선거d-5일' 또는 '월드컵 d-100일' 등이 그것이지요.
메이 데이
5월 1일은 노동절이에요. 언제부터 이 날이 생기게 되었을까요?
옛날부터 서양에는 봄을 맞이하여 5월 1일 봄의 축제(메이 데이)를 여는
풍습이 있었어요.
영국에서는 남녀가 어우러져 꽃과 리본 따위로 길모퉁이에 세워진 5월의
기둥(메이폴)을 아름답게 장식하는데, 사람들은 이 메이폴을 둘러싸고 하루
종일 노래를 즐기며,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를 '메이 퀸(5월의 여
왕)'으로 뽑았어요.
이러한 풍습은 우리 나라에도 들어와, 이화 여대에서는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메이 퀸'을 뽑고, 화려하게 대관식을 올리는 전통이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이 봄의 축제가 노동절로 된 것은 1886년 5월 1일 미국 각지에서 일어난
노동자의 시위 행진에서 비롯되었어요.
당시는 자본주의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이러한
발전 뒤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뒤따랐어요.
그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어요. 임금이 매우 낮아서 대부분
허름한 판잣집이나 다락방에서 살고 있었어요.
더욱이 이들을 괴롭힌 것은 장시간의 노동이었어요. 매일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도 부족했어요. 당시 몇몇 노동
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요.
"공장주는 우리 노동자들을 마치 기계처럼 생각하고 있어. 우릴 실컷 부
려먹을 대로 부려먹고 늙어서 쓸모가 없어지면 공장에서 내쫓을 거야."
"맞아, 우린 일하는 기계가 아니야.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선 8
시간 노동제를 쟁취해야 돼!"
드디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뭉치기 시작했어요. 그
리하여 1884년 5월 1일 미국의 방직 노동자의 파업을 시작으로 각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어요.
이어 1886년 5월 1일 시카고의 '노동 조합 연합회'는 8시간 노동제를 요
구하는 대대적인 총파업을 일으켰어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
거나 부상당하고 체포되었어요.
그 후 1889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 사회주의자 대회에서 각국 사회주의
정당 및 노동 조합의 국제적인 조직인 제2 인터내셔널을 창립하면서 미국
노동자의 5월 1일 시위를 기념하여 이 날을 국제적인 노동절로 정했으며,
이듬해인 1890년 구미 각 도시에서 최초의 국제적인 메이 데이 행사가 거
행되었어요.
우리 나라도 일제 시대부터 노동 조합을 중심으로 행사를 치러 왔으나
실질적인 노동절이 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어 오다가 1980년 이후 노동
운동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메이 데이가 의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스파르타 교육
사자는 새끼를 낳으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려 제 힘으로 기어오르는
새끼만을 키운다고 해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인 스파르타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태
어나면 먼저 튼튼하게 자랄 아이인지 아닌지를 살펴본 다음, 약해 보이면
가차없이 산에 갖다 버렸지요.
이런 관습은 그들의 교육 목적에서 비롯되었어요.
고대 그리스의 여러 도시 국가 중 가장 세력이 컸던 두 나라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였어요. 아테네의 교육은 민주 정치를 바탕으로 개성과 교양을 갖
춘 지혜로운 시민, 자기 책임을 다하는 인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그러나 스파르타는 이와 좀 달랐어요.
"우리 스파르타를 힘센 나라로 만듭시다. 그러려면 강한 군대가 필요합
니다. 우리가 강한 군대로 무장을 하면 아무도 우리를 얕보거나 넘보지 못
할 것입니다."
스파르타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튼튼한 몸을 가진 아이가 필요했어
요.
그래서 여러 가지 훈련을 통해 건강하고 민첩한 신체를 가진 용감한 군
인을 양성하는 것이 스파르타 교육 목적이 되었어요.
사내아이는 일곱 살까지는 집에서 자랐지만 여덟 살이 되면 부모의 곁을
떠나 18세까지 국가가 마련한 공동 교육소에 수용되어 엄격한 훈련을 받아
야 했어요.
"스파르타의 청년들이여! 국가가 살아야 비로소 내가 살 수 있는 것입니
다. 따라서 나라에 충성하고, 국가에 절대 복종하는 것은 여러분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강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스파르타의 젊은이들은 강한 힘과
용기와 인내력을 기르는 데 노력을 아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들의 생활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옷이라곤 망토 하나뿐이었고, 잠자리
는 갈대잎을 엮어서 만들었으며, 음식은 언제나 모자라게 주어 눈치껏 훔
쳐 먹도록 했어요.
그러면서 강도 높은 훈련과 무술을 연마시켰어요. 이런 교육을 받고 자
란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가정을 가진 다음에도 식사는 간소하게 했다고
해요.
이처럼 이들의 교육 내용은 지적인 것보다 신체적인 단련이 우선이었어
요. 군대식 훈련 방법이 보통이었으며 말을 듣지 않으면 무자비한 체벌이
가해졌어요. 이는 비단 사내아이뿐 아니라 여자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
었다고 해요.
이런 엄격한 제도는 소수의 정복자가 수십 배나 되는 원주민을 정복하여
그들을 노예로 삼아 부리던 스파르타로선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어요. 당
시 스파르타에는 포로로 잡혀 온 노예가 스파르타 시민보다 훨씬 어 많았
다고 하니까요.
오늘날 '스파르타 교육'이 엄격한 교육의 대명사처럼 된 것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6. 이름에서 비롯된 재미있는 말
샌드위치
옛날 영국에 존 샌드위치라는 백작이 살았어요. 그는 카드놀이를 무척이
나 좋아했어요. 백작이 어찌나 카드놀이를 즐기는지, 카드만 손에 잡았다
하면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식사 시간만 되면 하인은 고민이었어요.
'어휴, 오늘 식사를 또 어떡한다? 준비해 봤자 드시지도 않을 텐에....'
이 날도 샌드위치 백작은 카드놀이에 푹 빠져 있었어요. 판이 한창 무르
익었을 무렵 하인이 들어왔어요.
"백작님, 식사 준비가 다 됐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한 판만 더 하고...."
그러는 동안 애써 만든 요리는 다 식어서 엉망이 되었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런 식이니 하인으로선 식사 준비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
었죠.
'카드놀이를 하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인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옳지! 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 등을 넣으면 카드를 하면서 그냥 한 손으
로 들고 먹을 수 있을 거야.'
하인은 다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다시 백작이 있는 방으로 올
라갔어요.
"백작님. 저...저녁 식사를...."
"아, 됐네. 지금 한창 잘 되는데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나? 배가 좀 고
프긴 하지만 그냥 참으려네."
백작은 카드에 완전히 넋이 빠져 있었어요. 그 때 하인이 준비해 온 음
식을 내밀었어요.
"백작님, 그럼 이거라도 드세요."
"아니, 이게 뭔가?"
"그냥 간단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본 것입니다."
백작은 음식을 받아 한 입 베어 물었어요. 간편하게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있어서 카드놀이를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어요. 백작은 매우 흐뭇
한 표정으로 하인에게 물었어요.
"이거 자네가 만든 건가?"
"예 그렇습니다!"
"참 간편하고 좋은 음식이군.... 덕분에 잘 먹었네."
샌드위치 백작은 그 음식으로 요기를 하며 하루 24시간 꼬박 카드놀이를
하는 기록을 세웠어요.
이 때 같이 놀던 친구들도 그 음식을 먹어 보았는데 맛이 그만이었어요.
"이거 맛이 괜찮군. 가끔 집에서 해 먹어야겠는데...."
이리하여 이 간편한 음식은 일반 가정에서도 널리 펴졌으며, 백작의 이
름을 따서 '샌드위치'라 부르게 되었어요. 그 후 식사 대용으로 많은 사람
들의 사랑을 받게 된 거지요.
두 가지 세력 사이에 끼여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샌드위치가 됐
다.'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드라큘라
우리 나라 귀신의 대표격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입가에 피를 묻힌 처녀
귀신이고, 중국은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캥거루처럼 껑충껑충 뛰는 강시예
요.
그렇다면 서양의 귀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건 두말 할 것도 없이 무시
무시한 늑대 이빨을 가진 드라큘라겠지요.
드라큘라는 밤마다 사람의 목에서 피를 빨아먹으며 500년 이상이나 살아
온 흡혈귀의 이름이에요.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 스토커의 작품 (흡혈귀 드라큘라)(1982)의 주인
공으로 드라큘라는 처음 등장했어요.
세기 말엽 어느 날, 영국 런던에서는 무시무시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루
시라는 처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 거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처녀의 목에는 선명한 이빨 자국이 남아 있고, 몸
에는 피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러나 시체 주변에는 피 한 방울
떨어진 흔적이 없었어요.
헬싱 박사는 이 괴상한 일을 파헤친 끝에 드라큘라의 존재를 알아냈어
요.
드라큘라는 루마니아 남부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성주로서 외딴 성에 혼
자 살고 있었어요. 백작은 낮에는 관 속에서 자고 저녁이 되면 일어나 사
람을 덮치는 무서운 흡혈귀였어요. 이 드라큘라가 루시의 피를 빨아먹어
살해한 것이었죠.
흡혈귀에 피를 빨려 죽은 사람은 흡혈귀가 되어 영원히 죽지 않으며 흡
혈귀가 두려워하는 것은 마늘과 십자가, 태양 광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
어요.
결국 드라큘라 백작은 자신의 실체를 알아 낸 헬싱 박사에게 쫓기다가
심장에 말뚝이 박혀 죽게 되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 드라큘라의 모델이 된 것은 실제 인물이라고 해요. 그
는 15세기에 실제로 살았던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 블라드 4세이지요.
그는 당시 적국인 강대국 터키와 불가리아와 싸우다 전사했어요. 하지만
그는 이 싸움에서 2만 명이나 되는 터키 인과 불가리아 인을 말뚝에 박아
서 잔인하게 죽였다고 해요.
하지만 이것이 거짓 소문이라는 얘기도 있어요.
그는 신성 로마 제국과 터키, 헝가리 등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의 군주였
는데 주변 나라에 절대 무릎을 꿇지 않고 독립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
어요. 그래서 그를 없애기 위해서 헝가리 측이 이런 헛소문을 퍼뜨려 블라
드 4세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했대요.
그래서 블라드 4세는 루마니아 어로 악마를 의미하던 '드라큐르'로 불려
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블라드 4세보다도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이름이 더
유명해졌지요. 역사적 사실과는 달리 독립의 영웅이 흡혈귀가 되고 말았죠.
이렇게 해서 드라큘라는 프랑켄슈타인과 더불어 괴기 영화의 대표작이
된 거지요. 덕분에 벨라 루고시, 크리스토퍼 리 같은 유명한 드라큘라 배우
가 탄생하기도 했어요.
아킬레스건
발뒤꿈치 바로 위에서 장딴지로 이어지는 힘줄은 '아킬레스건'이라고 해
요. 이것은 걷는 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갑자기 뛰거나 심한 충격
을 받으면 끊어지는 수도 있어요.
이 '아킬레스건'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스에서 유래된 거지요.
아킬레스는 보통 사람과 달랐어요. 아버지 펠레우스는 인간이었지만, 어
머니 테티스는 여신이었어요.
아킬레스는 태어날 때부터 골격이 우람했어요.
'이 아이를 훌륭한 장수로 키워야지....'
어머니 테티스는 아킬레스를 안고 저승의 경계를 흐르는 스틱스 강가로
나갔어요. 그 강물에 몸을 담그면 창칼이나 화살을 맞아도 상처를 입지 않
았거든요.
테티스는 아킬레스의 발목을 두 손으로 잡아 거꾸로 들고 몸을 씻겼어
요.
"자, 이제 누구도 너를 죽일 수가 없을 거다. 어떤 무기로 공격해도 네
몸은 끄떡없을 거야."
아킬레스는 드디어 불사신이 되었어요. 그러나 발목을 손으로 잡고 물
속에 담갔기 때문에 그 부분만은 물이 닿지 않았어요. 따라서 그 부분이
아킬레스의 유일한 약점이었어요.
아킬레스가 청년이 되자 우람한 체구에 힘이 장사라 그를 당할 자는 아
무도 없었어요.
그러던 중 이웃 나라인 트로이와 전쟁이 일어났어요. 아킬레스는 전쟁에
참가한 그리스 연합군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장수로 용맹을 떨쳤어요. 아킬
레스가 가는 곳이면 적군은 모두 맥없이 쓰러졌어요.
"아킬레스는 불사신이래."
"어쩐지.... 화살을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끄떡없더라구."
트로이 군사들은 아킬레스만 보면 도망치기 바빴어요. 결국 트로이는 나
라가 망할 위기에 빠졌어요.
"큰일이오. 불사신 아킬레스를 막을 방법이 없겠소?"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여러 장수들과 머리를 맞댔어요.
"아킬레스가 불사신이긴 하지만 그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다고 합니
다."
"아니, 그게 무엇이오?"
"발뒤꿈치입니다. 거긴 보통 사람과 똑같다고 합니다."
그의 약점을 알게 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독화살로 아킬레스의 발뒤
꿈치를 쏘았어요. 결국 아킬레스는 죽고 말았지요.
여기서 비롯된 말이 '아킬레스건'이에요. 이는 사람이나 어떤 대상이 가
진 치명적인 약점을 말할 때 곧잘 쓰는 표현이에요. 다른 과목의 성적은
우수한데 유독 수학을 못 하는 학생에게 수학은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클레오파트라의 코
'클레오파트라' 하면 흔히 동양의 양귀비와 쌍벽을 이루는 서양의 대표적
인 미인으로 알려져 있어요.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왕국의 마지막 여왕이에요. 아버지 프톨레마이오
스 12세가 죽자 동생인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함께 이집트를 통치하게 되
었어요. 그러나 점차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어요. 따라서 궁정도
두 파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게 되었지요.
이 때 마침 로마의 실권자인 카이사르가 이집트로 원정을 왔어요. 클레
오파트라는 매우 기뻐했어요.
'옳지, 좋은 기회다! 그의 힘을 빌어야지....'
마침내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의 도움으로 왕권
을 잡았어요.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 케사리온도 낳았어요.
그 후 카이사르가 암살을 당하자, 클레오파트라는 새로운 실력자인 안토
니우스에게 접근하여 그와 결혼을 하였어요. 그는 당시 로마의 보호 아래
있던 이집트를 완전히 독립시키고, 대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이 있었기 때
문이지요.
그러던 중 카이사르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와의 전쟁이 벌어졌어요. 클
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와 연합군을 형성하여 악티움 해전에서 운명을 건
싸움을 했어요. 그러나 싸움 도중 클레오파트라가 함대를 이끌고 달아나
싸움은 싱겁게 끝나 버렸어요. 싸움에 패한 뒤 안토니우스가 자살하자, 클
레오파트라는 옥타비아누스까지도 유혹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어요. 결
국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개선식에 포로로 끌려가 모욕을 당할까 두려워 스
스로 독사에 팔을 물려 목숨을 끊었어요.
클레오파트라는 강국 로마로부터 자기 왕국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로마
의 힘을 빌어 대제국을 세워 보려는 야심을 가진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이
었지만 결국 이와 같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말았지요.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
다.'라는 말은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 '팡세'에서 쓴 말이에요. 하지만
원문을 충실히 번역하면 이래요.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더 짧았더라면 세계의 얼굴이 변했을 것이
야.'
이 말을 깊이 해석하다 보니 '세계의 역사' 운운하게 된 것인데, 이것만
보더라도 그녀의 미모가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요.
그러나 실제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웠으나 절세의 미인이라고까지 할 정
도는 아니었어요. 미모만으로 여러 영웅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었
죠.
풍부한 교양과 재치 있고 세련된 말솜씨가 진정한 그녀의 매력이었어요.
특히 그녀의 목소리는 더없이 감미로웠는데, 고대 그리스의 전기 작가 플
루타르크는 그녀의 목소리를 '줄이 많이 달린 현악기가 울리는 음색' 같다
고 표현했어요. 또한 그녀는 외국어에도 능통하여 몇 개 국어를 마음대로
구사했다고 해요.
로마의 대표적인 장군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매혹시킨 클레오파트라
는 로마인들로부터 '나일의 마녀'라는 악담도 들었으나 최후의 깨끗한 죽음
은 높이 평가되고 있어요.
콜럼버스의 달걀
옛날에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없었어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왕래가 자유롭지 못했지요. 그래서 지구에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 아
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중국에서 발명한 나침반이 유럽에 전해지고 지구가 둥글다는 사
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대륙에 있는 나라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
어요.
"저 바다 건너에는 어떤 나라가 있을까?"
"소문 들었나? 동방에 인도라는 나라가 있는데 거긴 황금이 길바닥에 마
구 널려 있대!"
유렵인들은 배를 타고 바다 건너 새로운 땅을 찾아 탐험에 나섰어요. 그
렇게 인도로 가는 뱃길을 찾으려고 항해를 하다가 우연히 신대륙을 발견하
게 된 거지요.
이 신대륙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바로 이탈리아의 탐험가 콜럼버스예요.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콜럼버스는 국민들로부터 커다란 환영을 받았어
요.
"와아, 만세! 위대한 콜럼버스 만세!"
"콜럼버스는 우리의 영웅이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그의 인기를 시샘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그들은
콜럼버스를 이렇게 비꼬았어요.
"신대륙 발견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누구든지 배를 타고 서쪽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냐!"
"맞는 말이야. 왜들 콜럼버스가 무슨 큰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난리인
지 몰라!"
환영회장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콜럼버스는 잠자코 자리에서 일어나 자
리에 모인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어요.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달걀을 하나
꺼냈어요.
"자, 여기에 달걀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이것을 책상 위에 세
울 수 있는 분이 계십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달걀을 세우려고 애썼으나 아무도 세우지 못했어요. 동
그란 달걀이 평평한 책상에 똑바로 설 리가 없었던 거지요.
이 때 콜럼버스가 달걀의 한쪽 끝을 책상에 대고 가볍게 쳐서 평평하게
만드니 달걀은 쉽게 섰어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실망한 투로 소리쳤어요.
"이런 순 엉터리! 그렇게 하면 누군 못 해?"
그러자 콜럼버스가 나서서 말했어요.
"바로 그것입니다. 누군가 한번 세운 뒤에는 아무라도 쉽게 세울 수 있
는 법이지요.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탐험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리 쉬워 보이는 일도 맨 처음으로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말이오!"
그 후 아무도 콜럼버스를 비웃지 않았다고 해요.
이 때부터 '콜럼버스의 달걀'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도 맨 처음에
해내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지요.
산타 클로스
흰 수염에 붉은 옷을 입고 가죽 장화를 신은 '산타 클로스'는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존재이지요.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에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
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로 어린이들에게 더욱 친숙한 이름이에요.
산타 클로스란 이름은 크리스트교의 성인 니콜라스에서 비롯되었어요.
니콜라스는 4세기경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지방 리키아의 수도 뮈라의
주교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가 실제 존재했는지는 어떤 역사 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았지만, 전설에 따라 그의 생애를 엮어 볼 수는 있어요.
그는 고대 리키아의 항구 도시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에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지방을 여행하고 돌아온 다음, 리키아의 수도 뮈라의 주교가 되었
어요. 그 뒤 로마의 크리스트교 박해 때 감옥에 갇히기도 했지만, 크리스트
교를 국교로 정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왕위에 오르자 곧 풀려났다고 해
요.
그에 관한 전설은 그가 죽은 뒤 빠른 속도로 불어났어요.
최초의 전설은 사형 판결을 받은 세 명의 관리 이야기예요. 니콜라스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꿈에 나타나는 바람에 사형 직전 목숨을 건졌다는 기
적 같은 내용의 일화이지요.
그의 전설 중에서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어린이들을 큰 위험에서 구해주
는 이야기예요. 아마도 산타 클로스가 어린이의 우상이 된 것은 이런 전설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의 명성이 높아지자 당시 여러 나라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
름을 짓기도 했어요. 또 그의 이름과 비슷한 니콜스, 니콜슨, 콜슨, 콜린스
등의 이름이 유행하기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중세 시대 무려 2000여 개의
니콜라스 교회가 있었고, 광장, 다리, 길가 등 가는 곳마다 그의 동상을 볼
수 있었다고 하니 그의 인기가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직이 가지요.
'산타 클로스'란 말의 유래는 아메리카 신대륙에 이주한 네덜란드인이 이
성인을 네덜란드 어로 '산테 클라스'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영어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변해 '산타 클로스'가 되었다고 해요.
그러면 어떻게 산타 클로스가 성탄절에 빠져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을까
요?
세인트 니콜라스의 축제일은 12월 6일이며, 독일과 스위스 및 네덜란드
에는 그 전날 밤에 선물을 나누는 풍습이 있었어요. 이것이 크리스마스 풍
습과 한데 어우러져 오늘날처럼 크리스마스 이브날 선물 꾸러미를 짊어진
'산타 클로스'를 만들어 내게 되었어요.
산타 클로스는 그 두터운 옷과 사슴이 끄는 썰매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북유럽적인 것이었어요. 따라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 여러
나라에는 산타 클로스의 풍습이 없어요. 그들은 대신 예수님이 탄생한 곳
인 말구유를 장식하며 성탄절을 축하한다고 해요.
햄릿형 인간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석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셰익스피어는 영국 여왕이 식민지인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영국의
대문호이지요. 희곡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며, 그의 4대 비극 중에
서도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의 대사 가운데는 오늘날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많아
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
이 말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아버지가 죽은 지 두 달만에 숙부와 재혼
한 어머니를 보고 절망하여 외친 말이에요.
그 뒤 햄릿은 죽은 아버지의 망령으로부터 숙부에게 살해당했다는 얘기
를 전해 듣고 고민하지요. 그는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이를 행동
에 옮기지 못함 채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털어놓지
요.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이 말은 '햄릿'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 들어 봤음직한 아주 유
명한 구절이에요.
이 말에서 햄릿의 우유 부단한 성격을 엿볼 수 있어요.
생각이 깊은 사람일수록 어떤 일에 부딪치면 신중하게 행동해요. 이모저
모 자로 재듯 궁리하고, 이익과 손해를 따지며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지
요.
그러다 보면 일처리가 늦어지거나 아예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끝날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 지나치게 사려가 깊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십
상이지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통틀어서 '햄릿형 인간'이라고 하는데 이는 햄릿의
우유 부단한 성격을 일컫는 말이에요.
따라서 햄릿은 내성적이며 결단력이 부적한 사람, 생각이 깊은 만큼 행
동이 뒤따르지 않는 사람 그래서 일의 추진력이 떨어지는 인물의 전형이
되었어요.
이와 반대로 앞에서 말한 '돈 키호테형 인간'도 있지요.
이렇게 세계 최고의 비극 '햄릿'과 풍자 소설 '돈 키호테' 두 작품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어요.
여러분 자신은 과연 둘 중 어느 인간형에 속하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보이콧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대상을 고립시키기 위해 여럿이 같이 뭉쳐
배척하는 일.'이에요.
이를테면, 노동자가 단결하여 고용주의 부당한 횡포에 대항하는 것, 소비
자가 단결하여 어떤 상품을 사지 않는 불매 운동, 국제 질서를 어지럽힌
나라에 대해 주변 국가가 동맹하여 항의 표시를 하는 것 등이 있겠지요.
이 말은 아일랜드의 지주 캡틴 보이콧(1832-97)에게서 유래되었어요. 한
때 육군 대위였던 이 지주는 어찌나 소작농들에게 지독하게 굴었던지 농민
들의 반발뿐 아니라 지주 사회에서도 따돌림을 받고 있었어요.
1879년 아일랜드에는 전에 없는 큰 흉년이 들었어요. 그러자 농민들은
걱정거리에 휩싸였어요.
"큰일이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농민들은 저마다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었어요.
"그렇게 한숨만 쉬지 말고 뭔가 살 방법을 찾아봅시다."
"흉년이 들었는데 어디서 도둑질을 하지 않는 이상 무슨 방법이 있겠
소?"
"아니오, 우리농민들이 힘을 뭉치면 뭔가 좋은 방법이 생길 거요."
이렇게 해서 그 해 토지 동맹이 결성되었어요. 그리고 이듬해인 1880년
토지 동맹은 소작료를 25% 내려 줄 것을 요구했어요.
그러나 지주 보이콧은 그들의 요구에 콧방귀를 뀌었어요.
"흥, 어림없는 소리 마라! 제놈들이 농사를 잘못 지어서 흉년이 든 걸 왜
나한테 와서 하소연이야."
보이콧 아래서 농사를 짓는 소작인들은 눈앞이 캄캄했어요.
"잘못하다간 다 굶어 죽게 생겼소."
"정말 지독한 사람이야. 이런 흉년에는 소작료를 좀 깎아 줘야 우리도
살 수 있을 텐데...."
보이콧은 소작인들의 딱한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강제로 소작료를
전부 거두어들였어요. 그러나 먹을 것도 부족한 터라 소작료를 내지 못한
농민이 대부분이었지요. 화가 난 보니콧은 그 해 9월 추수 무렵에 이런 명
령을 내렸어요.
"소작료가 밀린 녀석들은 앞으로 땅을 빼앗고 쫓아 버리겠다!"
보이콧은 그야말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만한 지주었어요. 이 소
식이 전해지자 농민들은 술렁대기 시작했어요.
토지 동맹의 지도자인 찰스 스튜어트 파넬은 이런 지시를 내렸어요.
"소작료를 깎아 주지 않는 지주에겐 폭력을 쓰지 말고 대신 일손을 놓고
어떤 접촉도 하지 마시오. 모두 가을 추수를 거부하시오!"
보이콧은 순간 당황했으나 다른 지역에서 일꾼들을 데려와 군인들의 호
위를 받으며 겨우 추수를 마칠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는 전체 소작민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여 결국 영지에서 쫓겨
나고 말았어요. 그 소문은 순식간에 독일, 프랑스 등지에 퍼져 '보이콧'이란
낱말까지 생기기에 이르렀다고 해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오늘은 대보름날이에요. 달봉이와 달순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서 뒷산으
로 달 구경을 나갔어요.
"와, 환하다!"
꽉 찬 보름달이 빙긋 웃으며 달봉이와 달순이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아빠, 그런데 왜 달은 한 달에 한 번만 동그래지는 거예요?"
달순이가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했어요.
"달은 원래 동그랗단다. 그런데 달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주위를
한 달에 한 바퀴씩 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지."
"그럼 하는 하루에 한 바퀴씩 돌겠네요? 매일 아침마다 동쪽 하늘에서
동그랗게 뜨니까요."
"바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거야."
달봉이가 낄낄거리며 말했어요.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모두 달순이처럼 태양과 별들이 지구의 주위를 돌
고 있다고 믿었어요.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고 생각했지요. 이것을 천동설이
라고 해요.
천동설은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사람이 주장한 것인데 교회에서는 이 천동
설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성경에 하나님이 지구를 창조했다고 쓰여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기독교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중세 시대에는 천동
설이 틀렸다고 말하면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큰 벌을 내리
거나 화형에 처했어요.
그런데 16세기 폴란드의 천문학자인 코페르니쿠스는 오랜 연구 끝에 한
가지 결론을 얻었어요. 즉, 우주의 중심은 태양이며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
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이었지요. 이를 지동설이라고
해요.
하지만 코페르니쿠스는 고민이 생겼어요.
'지동설을 발표하면 교회에서 나를 가만두지 않을 텐데.... 목숨을 걸고
지동설을 주장할 수도 없고.... 이를 어쩐다?'
그는 10여 년 간 이런 고민을 하다가, 죽기 직전인 1543년 '천체의 회전
에 관하여'란 책을 펴냈어요. 이 책이 세상에 나오자 유럽은 발칵 뒤집혔어
요.
"아니, 그 늙은이가 노망이 들었지. 이런 얼토당토않은 얘기로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다니!"
성직자들은 이 책을 '악마의 책'이라며 불태워 버렸어요.
그 뒤 이탈리아의 부르노라는 사람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받아들여
책의 내용을 설교하다가 교회의 노여움을 사 화형을 당했어요.
그리고 유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또한 지동설을 주장하다 종교 재판을
받고 자기의 주장을 거두었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명언을 남겼지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란 쿠페르니쿠스가 모든 사람들이 천동설을 믿고
있던 시절 지동설을 주장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듯이 지금까지 내려온
정설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뜻해요.
7. 이야기가 있는 재미있는 말
백년 하청
양쯔 강과 함께 중국에서 제일 큰 강인 황하는 강물이 언제나 누런 황토
빛을 띠고 있어서 누를 황자, 강 하자를 써서 '황하'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백년 하청이란 황하가 항상 흐려서 맑을 때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아무리 기다려도 기대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음을 뜻해요.
옛날 중국 춘추 시대 정나라는 힘이 몹시 약한 나라였어요. 북으로는 진
나라, 남으로는 초나라로부텨 수시로 공격을 당했지요. 그래서 오른쪽 뺨을
맞기가 무섭게 왼쪽 뺨을 맞는 형편이었어요.
그 무렵 정나라가 채나라로 쳐들어가 공자를 사로잡았어요. 당시 채나라
는 초나라의 속국(형식상 독립국이나 실제적으로는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
는 나라)이었으므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초나라가 정나라로 쳐들어왔어요.
정나라는 큰 혼란에 빠졌어요. 정나라의 지도자들은 긴급히 회의를 열었
어요. 그런데 의견이 두 갈래로 나뉘었어요.
"지금 우리는 몹시 위태로운 상태에 빠져 있소. 우린 결코 초나라를 당
해 낼 수 없소. 그러니 하루빨리 항복을 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오. 우리
가 살 수 있는 길은 공물을 준비해서 초나라를 맞이하는 것뿐이오."
이런 항복론에 맞서, 다른 한편에서는 진나라에 구원을 청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지금까지 우리 정나라는 대국인 진나라를 섬겨왔소. 약소국일수록 신용
이 없으면 당장 망하는 법이오. 지난날 우리는 진나라와 다섯 번이나 동맹
을 맺었던 만큼 이제 와서 그 신의를 저버린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진은 우리를 멀리하고, 결국 초나라가 우리를 속
국으로 삼을 것이오. 지금 초나라는 멀리서 온 군사들이라 몹시 지쳐 있고
머지않아 식량도 떨어질 것이오. 그러니 우리는 궂게 성을 지키면서 진의
구원을 끝까지 기다려 봅시다."
그러자 항복론을 펴는 쪽의 신하가 다시 이렇게 맞받았어요.
"옛말에 백년 하청이란 말이 있소이다. 다시 말해 백 년도 안 되는 짧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황하의 강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이지요.
지금 진나라의 구원을 기다리는 것은 마치 황하의 흐린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꼴입니다. 그러니 어서 항복하여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것
이 좋을 듯하오이다!"
이 말을 들은 정나라 왕은 곧 초나라에 항복하여 화친을 맺었어요. 이
이야기는 '좌전'에 있는 것인데, 약소국은 설움을 잘 나타낸 이야기예요.
요즘은 어떤 일이 곧 된다고 해 놓고는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을 때 '백년 하청'이란 표현을 쓰곤 하지요.
천리안
옛날 중국에 양일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지혜롭고 총명하여 29세
의 젊은 나이에 한 고을을 다스리는 현감이 되었어요.
하지만 현감이 된 뒤로 밤낮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책만 읽을 뿐 아무것
도 하지 않았어요.
"자왈, 학이 시습지면 불역 열호아라! 음.... 공자님이 말씀하시기를, 배우
고 때로 익히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현감은 도대체 고을을 다스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러자 현감의 밑에 있던 관리들은 그를 얕보기 시작했어요.
"아직 어리고 순진해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구나."
관리들은 현감의 눈을 피해 백성들을 괴롭히며 마음대로 재물을 빼앗았
어요. 백성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에구, 관리들 등쌀에 못 살겠구먼."
"그러게 말일세. 관리들이 백성들을 이렇게 괴롭히는 것도 모르고, 현감
은 매일 책만 읽고 있으니.... 정말 한심해!"
고을 백성들은 하나같이 현감을 원망했어요. 하지만 현감은 관리들의 잘
못을 낱낱이 알고 있었어요. 비밀리에 부하들을 풀어 고을 곳곳에서 일어
나는 일들을 다 전해 듣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 현감은 고을의 관리들을 뜰 앞에 불러 세웠어요.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아니,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아무런 죄도 없습니다요."
관리는 현감이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시치미를 뚝 땠어요.
"이놈, 네가 저 윗마을 김씨네 황소를 억지로 빼앗은 사실을 내가 훤히
알고 있다! 감히 나를 속이려 들다니.... 여봐라! 저자에게 곤장 20대를 쳐
라!"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한 관리의 문초가 끝나자 다음 관리를 대령시켰어요.
"네 이놈, 너는 저 아랫마을 박 노인 댁 논 두 다랑이와 밭 세 마지기를
강제로 빼앗은 사실이 있으렷다!"
"아이고..., 나리.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여봐라, 저자가 빼앗은 논밭을 모두 주인에게 돌려 주고 저자에게 곤장
10대를 쳐라!"
현감은 그 동안 나쁜 짓을 했던 관리들을 하나하나 가려 내어 벌을 주었
어요.
그러자 백성들은 감탄을 했어요.
"현감 어른은 천리안이야. 어떻게 방 안에만 계시면서 바깥 일을 훤히
다 아실까?"
그 뒤로 고을에는 관리들의 부정 부패가 자취를 감추었어요. 아무리 몰
래 한다고 해도 현감이 다 보고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천리안이란 여기서 비롯된 말이지요. 천리 밖까지 내다보는 눈이라는 뜻
으로, 가만히 앉아서 멀리서 일어나는 일까지도 꿰뚫어 보는 사람을 가리
키지요.
철면피
옛날에 왕광원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똑똑하고 재능이 뛰어나 과
거에 시험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출세를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
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어요. 특히 윗사람에게 아첨이 심했지요.
어느 날 높은 벼슬아치 하나가 시를 한 수 지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왕광원이 말했어요.
"아, 이렇게 훌륭한 시는 제가 열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보기 힘들 것입
니다. 정말 어르신의 인품이 그대로 담겨 있는 명문 중의 명문입니다. 이태
백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이런 시는 짓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어요.
"에이, 쯧쯧.... 저 친구 또 시작이구먼. 정말 눈꼴이 시어서 못 봐 주겠
군!"
"그러게 말일세.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능청스럽게 아첨을 떨 수 있는지,
원!"
하지만 그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그저 좀
높은 벼슬아치다 싶으면 있는 말, 없는 말 온갖 아부를 다 떨었지요.
한번은 어느 고관이 술에 취해서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본 왕광원은 그에
게 쪼르르 달려갔어요.
"나리, 그 동안 편안하셨습니까?"
고관이 그를 보자 술김에 채찍을 들고 이렇게 말했어요.
"오, 자넨가? 내 이 채찍으로 자네를 때리고 싶은데 맞아 볼 텐가?"
고관은 그저 술주정을 한 것뿐인데 그는 정말로 등을 돌려 댔어요.
"예, 어르신이 때리는 매라면 기꺼이 맞겠습니다."
고관은 진짜로 매를 때렸어요. 그래도 그는 화를 내지 않고 헤헤 웃으며
고관의 비위를 맞추었어요.
"헤헤헤.... 나리께서 때리는 매를 맞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기분이 풀릴
때까지 마음껏 때려 주십시오."
그가 아양을 떠는 꼴을 보다못해 한 친구가 그에게 핀잔을 주었어요.
"자네는 창피하지도 않나? 어떻게 그런 모욕을 받으며 산단 말인가!"
"모르는 소리 말게. 그분에게 잘 보여 두면 얼마나 이로운지 알기나 하
나? 난 그분이 발바닥을 핥으라고 해도 그렇게 할 걸세."
"...."
그의 대답에 친구는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어요.
이 사실이 온 마을에 퍼지자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낯가죽이 두껍기가
열 겹의 철갑 같다.'고 했어요.
'철면피'란 말은 여기서 나왔어요.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스러운 사람
을 일컫는 말이지요.
양상 군자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대들보 위의 군자라는 뜻으로 도둑을 점잖게 이
르는 말이지요.
옛날 중국 한나라 말기에 진식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학식이 깊
고 마음이 어진 사람으로 벼슬자리에 있으면서 고을 백성들을 잘 다스렸어
요.
그러던 어느 해 극심한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워졌어
요. 거리는 거지와 도둑으로 들끓었어요.
진식은 관가의 창고에 있는 양식을 풀어 굶주린 백성에게 나누어 주었지
만 그것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어요.
'아, 이 흉년을 무사히 넘겨야 할 텐데....'
진식이 이런 고민을 하며 집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였어요. 그 때 도둑
하나가 몰래 숨어 들어와 대들보에 숨었어요. 진식은 모르는 체하고 계속
책을 읽었어요.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
러운 것이요, 나라에 도가 없을 때는 부유하고 귀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니
라...."
이윽고 진식은 조용히 책을 덮었어요. 그리고는 아내에게 아들과 손자를
모두 불러 오라고 일렀어요.
"아버님, 부르셨습니까?"
모두 모이자 진식은 차분히 얘기를 시작했어요.
"사람이 본래 악한 마음씨를 가지고 태어났겠느냐? 아니면 착한 마음씨
를 가지고 태어났겠느냐?"
그 중 한 아들이 대답했어요.
"맹자께서는 사람의 본성은 선하지만 잘못된 환경에 처하게 되면 나빠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 잘 대답했다! 본래부터 나쁜 사람이란 세상에 없느니라. 그러나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되는 법! 작은 잘못도 자꾸 저지르다 보면 그것이
습관이 되어 점점 못된 길로 빠져 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로 저기 대들
보 위의 군자처럼 말이다."
도둑은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대들보에서 뛰어내려왔어요.
그리고는 진식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죄를 빌었어요.
"죽을 죄를 졌습니다. 제가 한 순간 잘못된 생각을 먹고 이런 일을 저질
렀으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자네 얼굴을 보아하니 나쁜 사람 같진 않구먼. 아마도 흉년이 들어 가
난 때문에 그랬을 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물건에 눈독을 들여서야 되
겠나?" 진식은 이렇게 말하며 그에게 비단 두 필을 꺼내 주었어요.
"자, 이것을 밑천으로 삼아 장사라도 해 보게!"
"아이구,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흑흑흑!"
이 때부터 도둑은 마음을 고쳐 먹고 다시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고 해요.
그 이후로 고을에는 도둑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도둑을 양상 군자라고
일컬은 것이 익살스러워 지금까지도 곧잘 쓰이고 있어요.
유언 비어
중국 한나라에 때 두영이라는 뛰어난 장수가 있었어요.
두영은 이웃 나라의 침략을 물리치는 등 나라에 많은 공을 세웠어요. 그
래서 황제인 경제는 그를 몹시 아끼고 사랑했어요. 당연히 두영은 벼슬도
높고 권세도 강했지요.
그러나 경제의 뒤를 이어 무제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사정이 달라졌어
요. 전분이라는 왕족이 세력을 키워 두영과 힘겨루기에 나선 거지요. 두영
의 세력이 차츰 기울기 시작했어요.
"이제 두영은 끈 떨어진 두레박 신세야. 그처럼 신임하던 경제가 없으니
말야. 이젠 전분이란 사람이 실세로 등장했다며?"
"응, 나도 그 소문 들었어. 앞으론 그분한테 잘 보여야 해. 그래야 출세
에 지장이 없을 거야."
모두들 이렇게 수군대며 전분의 환심을 사려고 야를 썼어요.
하지만 관부라는 장군만은 두영과의 의리를 지켰어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더니.... 세상 인심이 참으로 고약하군. 난 두영
장군과의 의리를 절대 배반하지 않을 거야.'
어느 날, 관부 장군이 연나라 공주와 결혼을 올릴 때 공교롭게도 전분과
두영이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어요.
술이 얼큰해진 전분이 거만하게 말했어요.
"요즘 어떤 사람을 일컬어 끈 떨어진 두레박이요,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놀려 대는데 누굴 두고 하는 말인지 아시오?"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사람들은 모두들 숨을 죽였어요. 이 때 전
분이 교만하게 웃으며 말을 계속했어요.
"그게 누군고 하니.... 바로 저기 앉은 두영이라는 늙은이를 두고 하는 말
이오.... 껄껄껄."
두영은 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었지만 꾹 참았어요. 그러나 옆에서 이를
지켜 본 관부 장군이 전분을 꾸짖었어요.
"아니, 그 무슨 무례한 말이오? 옛말에 아무리 권세가 높아도 십년을 가
지 못한다고 했소. 그렇게 자기의 권세만 믿고 오만을 부리다가 언젠가 큰
화를 당할 것이오."
결국 이 일이 빌미가 되어 관부와 두영 두 장군은 옥에 갇히고 말았어
요. 다만, 두영 장군은 지난날 반란군을 평정한 공적을 이유로 무제가 곧
석방해 주었어요.
이 소식을 들은 전분은 다시 무서운 음모를 꾸몄어요.
'음.... 이번 기회에 두영을 아예 없애 버려야지.'
다음 날 온 마을에는 두영이 옥중에서 무제를 욕하고 비난했다는 유언
비어가 쫙 퍼졌어요. 이는 전분이 두영을 모함하기 위해 퍼드린 거짓 소문
이었어요. 그 거짓 소문은 무제의 귀에도 들어가 결국 두영은 처형당하고
말았어요.
이 일을 기록한 중국의 역사책인 '사기'에는 이 같은 '유언 비어'로 무제
는 나라에 많은 공을 세운 훌륭한 장군을 죽였다고 써 놓았어요.
'유언 비어'란 이처럼 아무런 근거 없이 떠도는 헛소문을 말해요. 요즘에
도 선거 때만 되면 원인 불명의 유언 비어들이 수없이 퍼져 후보자들을 괴
롭히지요.
오십보 백보
중국 전국 시대 때의 이야기예요.
전국 시대란 중국 역사에서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여러 나라들
이 뒤엉켜 끊임없이 싸우던 시기를 말해요. 우리 나라로 치면 신라가 삼국
을 통일할 때까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싸우던 시기라고 할 수 있지
요.
당시 위나라에는 혜왕이라는 임금이 있었어요. 그는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들로부터 칭찬을 듣는 훌륭한 임금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백성들은
혜왕을 칭찬하기는커녕 불만으로 가득했어요.
어느 날 혜왕은 학식과 인품이 높은 맹자를 모셔다가 백성을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어요.
"나는 이웃 나라의 왕들보다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소. 지난 해 흉년 때에도 굶주리는 백성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소.
그런데도 이웃나라에 비해 백성들이 더 늘지 않고, 불만도 많으니 도대체
어찌 된 까닭이오?"
맹자가 한참 뜸을 들이더니 말문을 열었어요.
"왕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화살
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한 병사가 겁을 먹고 도망을 쳤습니다. 한 50보쯤
도망치다가 문득 앞을 보니 100보쯤 도망친 병사가 보였습니다. 그러자 50
보 도망친 병사가 100보 도망친 병사를 보고 비겁한 놈이라고 비웃었습니
다. 왕께서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혜왕은 별 싱거운 것을 다 묻는다는 듯이 대답했어요.
"50보든 100보든 그게 무슨 차이가 있겠소. 어차피 도망가기는 매한가지
가 아니오?"
그러자 맹자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어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왕께서는 나라를 잘 다스린다고는 하나 이웃 나라
왕들과 비교해 보면 50보 100보의 차이입니다."
이 말에 왕은 깜짝 놀랐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그 동안 내가 백성들을 얼마나 백성들을 얼마
나 정성껏 돌보았는데 그런 섭섭한 말을 하는 거요!"
"지금 백성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전쟁입니다. 진정 백성들을 위하신
다면 즉시 전쟁을 멈추십시오. 그리고 흉년에만 백성들을 돌보실 것이 아
니라 평소 백성들의 생활을 어버이처럼 따뜻하게 보살피십시오. 그러면 틀
림없이 백성들이 늘어나고, 백성들로부터 어진 임금이라는 칭찬을 듣게 되
실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혜왕은 크게 깨닫고 더욱 어진 정치를 베풀었다고 해요.
'오십보 백보'란 여기서 비롯된 말로서, 좀 낮고 못한 차이는 있을 지언
정 서로 엇비슷하다는 뜻이지요.
강태공
옛날 중국의 주나라 문왕은 덕망이 높고 올바른 정치를 베풀어 신하와
백성들이 많이 따랐어요.
어느 날 문왕이 사냥을 나가기 전에 점을 쳐 보았어요.
"오늘 사냥에서는 어떤 큰 짐승을 잡을 것 같소?"
점쟁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어요.
"오늘 점괘는 이상합니다."
옆에 있던 신하들이 깜짝 놀라 물었어요.
"이상하다니? 점괘가 불길하다는 거요?"
"그게 아니라 대왕께서는 오늘 잡으실 것은 곰도 아니요, 호랑이도 아닙
니다. 대왕을 도와 줄 큰 신하를 만날 운수입니다."
그 날 문왕은 사냥을 즐기다가 위수라는 강가에 다다랐어요. 거기에는
수염이 허연 노인 하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어요. 문득 점쟁이가 한
말이 생각난 문왕은 노인에게 다가가,
"여보시오, 노인장! 고기 좀 잡으셨습니까?"
하고 물었어요.
"허허허, 잡기는요. 그저 세월을 낚고 있는 거지요."
다소 엉뚱한 노인의 대답에 문왕은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지금 천하는 몹시 어지럽소. 난 여기소 이 어지러운 세상을 함께 구할
어진 군왕을 기다리며 수십 년 동안 빈 낚싯대를 드리운 채 세월을 낚고
있지요."
문왕은 그제야 보통 인물이 아님을 깨닫고 노인에게 간청했어요.
"나는 주나라 문왕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널리 어진 인재를
모으고 있소. 세상을 편안하게 다스릴 비책이 있으면 부디 나에게 알려 주
길 바라오."
"허허허.... 나 같은 시골 늙은이에게 어찌 그런 비책이 있겠습니까? 다른
분을 찾아보시지요."
노인이 점잖은 말로 거절하자 문왕이 다시 말했어요.
"선왕이신 태공께서 돌아가시기 전 내게 말씀하시길, 후에 반드시 성인
이 찾아와 그의 힘으로 주나라가 번성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당신이 그 성
인임에 틀림없소. 부디 사양하지 마시고 저를 도와 주시기 바라오."
그제야 노인은 낚싯대를 접고 문왕을 따라 나섰어요.
문왕은 그를 수레에 태워 궁궐로 모신 후, 그를 '태공이 바라던 성인'이
란 뜻으로 '태공망'이라 불렀어요.
이분이 바로 주나라 문왕을 도와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를 베푼 강태공이
지요.
요즘 낚시광을 가리켜 '강태공'이라 일컫는 것을 강테공이 문왕을 만나기
전까지 늘 강가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거
지요.
출사표
"그래, 그래. 알았어. 또순이 바꿔 줄게."
또순이 아빠는 한 손으로 수화기를 가린 채 방에서 열심히 유세문을 외
우고 있던 또순이를 불렀어요.
"또순아, 여기 전화 좀 받아 봐라, 삼촌이다!"
또순이는 방 안에서 쪼르르 달려나와 수화기를 들었어요.
"응, 또순이구나. 너 출사표 던졌다면서?"
"예? 누가 사표를 던져요?"
"아니, 사표가 아니라 출사표.... 그러니까...너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거
말야."
"아아.... 그거요? 그렇게 됐어요. 우리 반 친구들이 내가 출마하면 여학
생들 표를 많이 모아 줄 테니까 한번 나가 보라고 하도 떠밀어서...."
"그래, 남학생만 학생 회장 하란 법 있니. 아주 잘했다. 이왕 나간 거니
까 힘껏 뛰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삼촌이 뒤에서 응원해 줄게. 그리
고 당선되면 맛있는 거 많이 사 주마."
"삼촌, 정말이죠? 야아, 신난다!"
또순이는 전화를 끊고 아빠를 돌아보았어요.
"아빠! 아빠가 삼촌한테 제가 학생 회장 선거에 나갔다는 얘기를 하셨어
요?"
"응, 그래. 내가 자랑삼아 했지."
"그런데 출사표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또순이가 호기심어린 얼굴로 눈을 깜박거렸어요.
"원래 '출사표'란 옛날 촉나라의 재상(옛 중국의 벼슬 이름)인 재갈공명
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야."
"아빠, 제갈공명이라면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아니에요? 유비를 도와 촉
나라를 세우고,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을 거느리고 신나게 싸움을 했죠?"
"그렇지, 우리 또순이가 잘 아는 구나. 출사표란 그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치러 가기 전에 싸움에 임하는 자신의 심정과 각오를 적어 황제에게 올린
글에서 비롯된 말이란다. 제갈공명은 촉의 황제 유비가 족은 뒤, 그 뒤를
이은 유선에게 두 번의 상소문을 올렸어. 앞의 상소문을 전출사표, 뒤의 것
을 후출사표라고 하지. 이 글은 매우 비장한 각오로 쓴 것인데, 거기에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황제에 대한 충성 그리고 천하를 통일하여 백성을
구하려는 큰 꿈이 절절히 배어 있는 유명한 글이란다."
"아아, 싸움을 하러 가기 전에 임금께 올린 글이었군요."
"그렇지! 요즘은 보통 선거의 후보로 출마할 때 '출사표를 던졌다.'는 표
현을 많이 쓴단다. 그러니까 네가 학생 회장 선거에 나간 것도 출사표를
던진 셈이지."
"아아, 그렇구나! 이왕 출사표를 던졌으니 꼭 당선돼야지!"
또순이는 자기 방으로 건너가 아가 외우던 유세문을 다시 집어 들었어
요.
홍일점
"이렇게 해야 돼!"
"아냐, 틀렸어. 저렇게 해야 돼!"
투덜이네 집에는 아이들의 소리로 떠들썩했어요. 투덜이를 비롯하여 심
술이, 왈자, 한심이, 촉새 이렇게 다섯 명이 지역의 문화 유적을 조사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학교 과제물을 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한창 토론에 열중해 있을 때, 투덜이네 엄마가 과일을 쟁반 가득 가지고
들어왔어요.
"야호, 내가 좋아하는 수박이다!"
토론할 땐 한눈을 팔고 있던 한심이가 눈이 번쩍 뜨이는지 제일 먼저 달
려들었어요. 곧 이어 다른 아이들도 몰려들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어요.
투덜이네 엄마는 옆에서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쳐다보았어
요. 쟁반에 가득하던 수박은 순식간에 바닥이 났어요.
"으..., 끄윽. 정말 잘 먹었다!"
"어머니, 잘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인사를 하자 투덜이네 엄마는 매우 흐뭇한 표정이었어요.
"그래, 너희들이 잘 먹으니 보기 좋구나. 그런데 이제 보니 왈자가 홍일
점이구나.... 호호호."
투덜이네 엄마가 쟁반을 들고 방을 나가자 왈자가 말했어요.
"얘들아, 투덜이네 어머니가 나더러 홍일점이라 그러셨지? 근데 그게 무
슨 말이야?"
"글쎄, 홍길동은 들어 봤지만 홍일점이란 말은 처음 들어 보는데...?"
"홍길동 사촌 동생쯤 되는 모양이지, 뭐."
"이런 멍청이들! 그것도 모르니?"
이 때를 놓칠세라 촉새가 끼여들어 아는 척을 했어요. 아이들의 눈동자
가 일제히 촉새에게 쏠렸어요.
"그건 말야.... 뭐냐 하면.... 그러니까 그게.... 에이, 나도 몰라!"
"어이그, 모르면 가만이나 있지 촉새처럼 나서긴...."
'홍일점'이란 송나라의 유명한 시인 왕안석의 시에서 나온 말이에요. 왕
안석이 어느 날 뜰을 거닐다가 석류꽃을 보고 이런 시를 지었어요.
온통 푸른 빛으로 가득 찬 곳에
'한 떨기 붉은 꽃'이 피었으니
이런 봄의 풍경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로다.
이 시는 온통 푸른 잎 가운데 석류꽃 한 송이가 붉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지요.
여기서 '한 떨기 붉은 꽃'이 '홍일점'인데, 오늘날에는 많은 남자들 사이
에 유독 한 사람의 여자가 끼여 있음을 뜻하지요.
건곤 일척
옛날 중국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은 서로 황제가 되기 위해 힘
을 겨루었어요. 두 나라는 치열한 싸움을 계속했지만 쉽게 승부가 나지 않
았어요. 결국 두 나라 대표가 만났어요.
"싸움을 더 이상 계속하면 백성들에게 피해가 많을 것 같소. 전쟁을 잠
시 멈추는 게 어떻겠소?"
"그럼 조건을 말해 보시오."
"땅을 반으로 갈라 서쪽을 한나라로, 동쪽을 초나라로 하는 게 어떻겠소
이까?"
휴전이 성립되자 초나라 항우가 군사를 이끌고 돌아갔어요.
하나라 유방도 돌아갈 차비를 차렸어요.
이 때 유방을 따르는 부하 장량이 말했어요.
"지금 군사를 후퇴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천하의 절반
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제후들도 우리를 잘 따르고 있습니다. 지금
초나라 군사들은 모두 지쳐 있고, 먹을 것도 떨어졌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초나라를 토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유방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그건 약속을 어기는 일이오. 게다가 우리 군사도 많이 지쳐 있으니, 이
다음에 힘을 기른 뒤 초나라를 치는 게 좋지 않겠소?"
"아닙니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다시 없을 것입니다."
장량의 말을 듣고 유방은 곰곰이 생각했어요.
항우는 힘이 장사이며 용맹한 인물이었어요. 또 그의 부하들 중엔 훌륭
한 장군과 지혜로운 사람이 많았어요. 그가 나중에 힘을 길러 쳐들어오면
한나라가 큰 위험에 빠질 게 틀림없었어요.
유방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어요.
"좋소, 공의 말대로 지금 초나라를 칩시다."
유방은 이 싸움에 온 힘을 쏟아 부었어요. 한나라의 맹렬한 공격에 못
견딘 초나라는 결국 항복을 하고 말았어요.
이리하여 한나라는 천하를 통일하고 유방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요.
그 후 200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당나라의 대시인인 한유가 이 싸움을 두고 시를 한 편 썼는데, 거기서
나온 말이 '건곤 일척'이에요.
건은 하늘, 곤은 땅, 일척은 한 번에 버린다는 뜻인데, 이는 모든 것을
건 대결단을 일컫는 말이에요. 흔히 천하를 잡느냐, 놓치느냐하는 큰 모험
을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이지요.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두 후보가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치
열한 접전을 벌일 때 건곤 일척의 승부라고 말할 수 있지요.
8. 사물에 빗댄 재미있는 말
백미
"엄마, 엄마...!"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엉뚱이는 안방으로 건너갔어요. 엉뚱이 엄마
는 텔레비전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엉뚱이도 엄마 옆에 조용히 앉았
어요.
"엄마, 무슨 영화예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저 영화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야!"
"어떤 내용인데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두 집안끼리는 서로 원수
야. 그래서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나지...."
엉뚱이 엄마는 영화 속에 푹 빠져, 이따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곤 했
어요.
"저걸 어째. 로미오가 진짜 죽은 줄 알고 줄리엣이 따라 죽다니! 저 장면
은 역시 이 영화의 백미야, 쯧쯧...."
영화가 끝나고 엉뚱이가 물었어요.
"엄마, 백미가 뭐예요?"
"그건 '흰 눈썹'이란 말이야."
엉뚱이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럼, 로미오와 줄리엣의 눈썹이 희었단 말이에요?"
엉뚱이 엄마가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그럼, 왜 아까 백미라 그러셨어요?"
"너 삼국지 읽어 봤지?"
"예. 유비, 관우, 장비가 조조랑 싸우는 얘기요?"
"그래, 잘 들어 봐라. 삼국 중에서 유비가 세운 촉나라에는 마량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는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는 비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
지. 그래서 그는 유비로부터 신임을 얻어 높은 벼슬에도 올랐단다."
엉뚱이는 엄마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앉아 귀를 기울였어요.
"본래 마량은 형제가 다섯 명이었는데 모두 한결같이 영이라고 학문에도
뛰어났다는 거야. 그 중에서도 맏형인 마량이 가장 뛰어나 주위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지. 그런데 마량은 태어날 때부터 눈썹이 희었기 때문에 그
를 가리켜 '흰 눈썹', 즉 '백미'라 불렀단다. 그래서 어느덧 백미라고 하면
여럿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 혹은 좋은 것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을 가
리키는 말이 되었던 거란다. 그러니까 아까 그 영화에서 엄마가 백미라고
말한 부분이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장면이라는 뜻이지."
엄마의 얘기가 끝나자 엉뚱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물감과 붓을 꺼내
왔어요.
"아니, 엉ㄸ아 너 뭐 하려고 그러니?"
"저도 눈썹에 흰 물감을 칠하고 다니려구요.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될
거 아니에요."
"맙소사, 저 엉뚱이를 누가 말려!"
다크 호스
"아빠, 7번 말에 걸어요."
"아니야, 7번 말은 이번에 처음 경기를 하는 말이라 실력을 알 수가 없
어."
투덜이는 아빠와 함께 경마장을 찾았어요. 엄마가 안 된다고 말렸지만
아빠를 졸라서 겨우 따라 나선 거예요.
"그래도 7번 말이 더 멋있고 잘 뛸 것 같은데...."
"다들 3번 말이 우승할 거라고 점찍던데.... 우리도 3번 말에 걸자."
투덜이는 한동안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어요.
드디어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말들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1번 말과 3번
말이 앞서 달리고, 그 뒤를 7번 말이 바짝 뒤쫓았어요.
"와아, 달려라. 1번이 최고다!"
"야호, 3번 이겨라!"
관중들은 저마다 자기가 점찍은 말들을 응원했어요. 경마장 안은 관중들
의 함성으로 가득 찼어요. 투덜이도 아빠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어요.
한 동안 1번 말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던 3번 말이 앞쪽으로 쭉 나와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어요.
"야호, 이겨라!"
투덜이는 두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섰어요. 잘하면 3번 말이 우승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와아, 잘한다."
그런데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 뒀을 때였어요. 뒤처져 있던 7번 말이 불
쑥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3번 말을 바짝 뒤쫓기 시작했어요.
"어어?"
응원에 열을 올리던 사람들은 갑자기 말을 잃고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이윽고 7번 말은 3번 말을 따돌리고 선도로 나섰어요. 눈 깜짝할 사이였
어요.
"아니, 이럴 수가!"
결국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어요.
"에이, 아빠. 7번 말이 이겼잖아요. 제 말대로 7번 말에 걸었으면...."
투덜이는 몹시 아쉬워했어요.
"3번 말이 이길 줄 알았는데.... 7번 말이 다크 호스였구먼."
투덜이 아빠는 멋쩍은 얼굴로 중얼거렸어요.
'다크 호스'는 암흑, 어둠이라는 뜻의 'dark'와 말이란 뜻의 'horse'가 합
쳐진 것으로 경마에서 아직 실력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외의 결과를 가져
올지도 모르는 말을 가리키지요. 즉, 알려진 정보가 하나도 없어 실력을 가
늠할 수 없는 말을 뜻해요.
그런데 요즘은 경마에서뿐 아니라 선거에서 의외의 힘을 가진 새로운 후
보자 또는 뜻하지 않았던 경쟁 상대를 가리켜 '다크 호스'라고 부르기도 해
요.
십팔번
병팔이네 가족은 아빠 친구들과 함께 야유회를 갔어요. 점심을 먹고나자
흥겨운 노래 자랑이 벌어졌어요.
"와아, 짝! 짝! 짝!"
"자, 다음은 병팔이 아빠 차례입니다."
"이 푸웅-진 세상을 마-안났으니...."
병팔이 아빠는 눈을 지그시 감고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어요.
"에이, 그만해!"
"다른 거 불러 봐. 거 있잖아 십팔번...."
병팔이 아빠 친구들은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노래를 부르라고
야단이었어요.
할 수 없이 병팔이 아빠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를 불렀어요.
"두우-만강 푸른 물에- 노-오 젓는 배앳-사공- 흘러가안- 그 옛날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었어요.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환호성
을 질렀어요.
"와아, 정말 멋지다!"
"역시 병팔이 아빠 십팔번은 언제 들어도 일품이라니까."
병팔이 아빠가 박수 갈채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어요. 그 때 병팔이가 물
었어요.
"아빠 그 노래 제목이 '십팔번'이에요?"
병팔이 아빠는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어요.
"그런데 아까 아빠 친구분들이 십팔번을 부르라니까 왜 그 노래를 부르
셨어요?"
"그건 제일 잘 부르는 노래를 하란 뜻이었어."
"어, 이상하다? 그러면 1번을 부르라고 해야지, 왜 십팔번을 부르라고 그
래요?"
병팔이 아빠는 병팔이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
요.
"허허허.... 그건 말이다. 옛날 일보에 이치가와라는 가문이 있었는데 대
대로 연극을 하는 집안이었지. 그 가문에는 '교오겡'이라는 극이 전해 내려
오고 있었어. 그 극은 모두 십팔번까지 있었는데 일본 고유 가면극의 막간
에 보여 주는 촌극이지. 그 중 마지막 십팔번이 가장 재미있고 우스꽝스러
웠다는 거야. 이렇게 제일 재미있는 극을 말하던 십팔번이 나중에 자기가
제일 잘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바뀐 거란다, 알겠니?"
"아아, 그러니까 그 말은 애창곡이란 뜻이구나."
병팔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빠, 그러면 일보에서 건너온 '십팔번'보다는 '애창곡'이란 말을 쓰는
것이 더 좋겠네요?"
그렇지. 우리 병팔이가 제법 기특한 소리를 하네.... 말이 나온 김에 우리
병팔이 애창곡이나 한번 들어 볼까?"
병팔이 아빠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어요.
청개구리
얄숙이가 학교에 가려고 대문을 막 나설 때였어요. 얄숙이 엄마가 헐레
벌떡 뒤쫓아 나오며 얄숙이를 불렀어요.
"얘야, 날씨가 쌀쌀한데 잠바를 입고 가야지."
엄마가 두툼한 오리털 잠바를 들고 나오자 얄숙이는 짜증을 부렸어요.
"아이, 싫어요. 그 옷 입으면 뚱뚱해 보인단 말예요."
"지금 그게 문제니?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구? 자, 어서 입고 가!"
엄마가 억지로 잠바를 입히려고 하자 얄숙이는 잽싸게 도망쳤어요.
"얄숙아, 거기 서지 못해! 아니 쟤가 정말...."
얄숙이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쓴 입맛을 다셨어요.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얄숙이는 후회가 되었어요.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
하고 추웠기 때문이에요.
"아유, 추워라.... 얼어 죽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못 이기는 척하고
입는 건데...."
설상 가상으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때는 비까지 내렸어요.
그 날 저녁 얄숙이는 몸에 열이 오르고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에에.... 에취!"
"거 봐라, 청개구리처럼 엄마 말 안 듣더니 벌받은 거야."
옛날에 말썽꾸러기 청개구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엄마 말을 지독하게
안 들었어요.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서쪽으로 가고, 산으로 가라고 하면 강
으로 가고 항상 거꾸로 행동했대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청개구리가 병이 들어 죽게 되었어요.
'무엇이든 반대로만 하는 저 말썽꾸러기를 두고 이렇게 세상을 떠나야
하다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
엄마청개구리는 아들 청개구리를 불렀어요.
"얘야, 내가 죽으면 냇가에 묻어 주려무나."
이런 말을 남긴 채 엄마청개구리는 눈을 감았어요. 냇가에 묻어 달라고
하면 산에 묻을 것이라고 짐작한 거지요.
그런데 엄마가 죽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청개구리는 땅을 치고 울었어
요.
"아, 정말 내가 잘못했구나. 그 동안 엄마 말씀 안 듣고 복을 썩였으니....
엄마가 병이 든 것도 다 내가 말썽을 부려서 그런 거야. 엄마의 마지막 소
원이라도 들어드리는 것이 자식된 도리지."
그리하여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청개구리를 진짜로 냇가에 묻었어요.
그 뒤부터 청개구리는 비가 내리면 슬프게 울기 시작했어요. 엄마의 무
덤이 불어난 냇물에 떠내려갈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흔히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매사에 어긋나게 반대로 행동하는 사
람을 가리켜 청개구리 같다고 하는 것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에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옛날 어느 집 헛간에 쥐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어요. 고양이 때문에 당하
는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어요.
"이젠 더 이살 안 되겠어. 고양이 때문에 마음놓고 살 수가 있어야지."
"그래, 맞아. 어제 내 친구 순돌이가 뒤꼍이세 놀다가 고양이한테 또 당
했어.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고양이의 밥이 되고 말 거야. 빨리 무슨 대
책을 세워야 해.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쥐들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어요. 먼저 무슨 일이든지 나서기 좋
아하는 촉새가 입을 열었어요.
"고양이가 나타나면 날쌔게 도망칠 수 있도록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는
건 어떨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 주들이 아무리 빨리 달려 보았자 고양
이는 한 걸음에 따라잡을걸."
"그럼, 우리가 호랑이 탈을 쓰고 다니는 거야. 그러면 고양이가 놀라서
도망치지 않을까?"
"어휴, 제발 엉뚱한 소리 좀 그만해!"
쥐들은 저마다 고양이를 물리칠 방법을 말했지만 그다지 좋은 의견이 나
오지 않았어요.
한참 후 꾀가 제일 많은 꾀돌이가 벌떡 일어서서 자신 있게 말했어요.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좋은 생각이라니? 뭔데?"
쥐들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꾀돌이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어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거야. 그럼 고양이가 나타날 때마다 방울이
딸랑딸랑 울릴 것 아냐? 그 소리를 듣고 미리 도망치면 고양이한테 잡아먹
히는 일은 없지 않겠어?"
"이야, 그거 정말 멋진 생각인데!"
"역시 꾀돌이는 꾀가 많아!"
쥐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이제 고양이한테 당하는 괴로움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기뻤어요.
그 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늙은 쥐가 천천히 입을 열었어
요.
"정말 훌륭한 생각을 해냈군. 하지만 누가 고양이에게 다가가 방울을 달
지?"
그러자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사방이 조용해졌어요.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던 쥐들은 입을
책,영화,리뷰,
언제나 궁금했던 71가지 재미있는 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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