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의 여행
-the Beautiful World
세상은 아름답지 않아. 그리고 그래서, 아름다워.
- The world is not beautiful. There for, it is. -
프롤로그 [ 숲 속에서 b ]
- Lost in the forest . b -
그리고 어둠이 생겼다.
완전히 빛이 없는.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유유한 바람으로 숲이 수런거리는 소리만이, 어둠을 장식하는 듯이 들려온다.
"그렇구나...왠지 모르게, 이지만 말야..."
갑자기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년과 같은, 그리고 조금 높은 목소리다.
"왠지 모르게, 이지만?"
다른 목소리가 발언을 재촉하는 듯이 들린다. 더욱이 젊은 느낌이 드는, 남자애 같은 목소리다.
아주 약간 정적이 있고, 최초에 들려온 목소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 마치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한,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말하고 있는 듯한 어조였다.
"난 말야, 가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리석고 왜소한 녀석인 건 아닐까? 엄청나게 더러운 인간인 건 아닐까? 왜 인지 잘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느끼는 때가 있어.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때가 있어...하지만 그런 때와 반드시, 그것 의외의 것, 예를 들면 세계라던가, 다른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이라던가, 모든 것이 아름답고, 멋진 것처럼 느껴져. 매우, 사랑스럽게 여겨져...나는, 그것들을 좀 더 좀 더 알고 싶어서, 그 때문에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리고 나서 야주 약간의 간격을 두고, 이렇게 계속했다.
"괴로운 일과 슬픈 일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이상 반드시, 갈 곳들에 잔뜩 널려 있을 거라 생각해."
"흐-음"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그만 둘 생각은 없어. 그것을 하는 것은 즐거워, 설령 사람을 죽일 필요가 있어도, 그것을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게다가."
"게다가?"
"그만 두는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어. 그러니까 계속하려고 생각해"
최초의 목소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납득했어?"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어"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래도 좋아"
"그래?"
"나 자신도 어쩌면 잘 모르고 헤매는 건지도 몰라. 그리고 그것을 더욱 잘 알기 위해서 여행을 계속하는 것일지도 몰라"
"흐음"
"그럼, 난 잘래. 내일도 다시 달려야하니깐. 잘자 에르메스"
"잘자 키노"
어둠 속에서, 부시럭하고 두꺼운 이불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그쳤다.
제 1화 [인간의 고통을 알 수 있는 나라]
- I see you -
녹색의 바다 속에 황토색 선이 늘어져있다. 그것은 단순히 흙을 견고했을 뿐인 길로 서쪽을 향해서 쭉 달리고 있다. 한쪽주변에는 무릎정도의 높이되는 풀이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를 나타내는 것처럼 부드럽게 물결치고 있다. 가까이서나 멀리서나 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길의 한가운데를 한대의 모토라토(주 이륜차. 공중을 날지 않는 것만을 가리킴)가 달리고 있다. 뒷부분에 있는 캐리어에는 좀 더러운 가방이 묶여져 있다.
모토라토는 엔진소리를 울리면서, 굉장한 속력으로 달리고 있지만 이따금 좌우로 흔들린다. 그 때마다 운전사는 당황하여 핸들을 틀거나,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진로를 수정했다.
운전사의 체구는 왜소하다. 검은 쟈켓을 입고, 허리에는 굵은 벨트를 찾는데, 그 벨트에는 포켓이 몇 개 달려있으며, 그 뒤에 핸드 패스 에이더(주: 핸드 패스 에이더는 총기이며 여기서는 권총)의 홀스터를 차고 있다. 그 안에는 자동작동식 패스에이더가 1지루 클럽을 뒤로해서 들어가 있다.
허벅지에 한 자루, 리볼더 타입의 핸드 패스 에이더가 홀스터에 넣어 있다.
빠져 나오지 않도록 햄머(채)가 홀스터(가죽 케이스)를 짧게 늘어진 끈으로 물고 있었다.
모자는 비행용 같은, 앞부분에 캡이 있는 것으로, 방한용으로 귀를 덮고 있었다.
타레는 고글의 밴드가 꽉 눌러 있었고, 심한 바람으로 거세게 펄럭이고 있다. 대신에 모자 자체가 풍압으로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고글 안의 표정은 어리다.
눈의 크기, 정돈된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지금은 왠지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다.
모토라도가 운전사에게 말했다.
“정말이지, 키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먹을 것이 있으니까 먹으면 좋으련만.”
키노라 불리는 운전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간만에 마을이 보이는데, 비상식량 같은 건 먹을 수 없어.”
그들이 지나가고 있는 길 앞쪽에 마을의 외벽이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비상식량은 마지막에 먹기 위한 거야.“
그 순간, 앞바퀴가 울퉁불퉁하게 퉁겨져 균형을 잃자, 모토라도가 흔들렸다. 키노가 당황해서 다시 핸들을 틀었다.
“우아~”
“미안, 에르메스”
키노는 조금 속도를 낮춘다. 에르메스라 불리는 모토라토는 불평한다.
“정말이지. 저 나라에 먹을 것이 없을 수 도 있잖아. 한사람도 없으면 어떻게 할 작정이야?” ”그때는..그때야..“
“그때? ”
“그때는.”
외벽 앞까지 도착한 키노는 에르메스를 정차시킨다. 높은 성벽 앞에는 도랑이 있고, 뛰어 ! 오르는 식의 다리가 있었다.
키노는 다리 앞에 있는 작은 건물에 눈을 돌리고, 에르메스에서 내리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에르메스가 흔들려 키노는 자신이 side stand을 내리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르메스를 지탱하는 힘이 없어, 그대로 왼쪽으로 넘어졌다.
“냉큼 일으켜 세워.”
옆으로 뉘어있던 에르메스가 어이없어하며 말한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바로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그 움직임(동작)이 도중에 멈춰 버렸다.
"이봐?"
에르메스가 묻는다. 키노는 모기가 우는 듯한 소리로 대답했다.
"배가 고파서, 힘이 안 들어가.."
"그러니까 점심 때 먹었으면 좋았잖아...알겠어 키노? 몇 번이고 말하지만 모토라도 운전은 스포츠야. 자전거 정도가 아니라,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도 꽤 에너지를 소모해. 이윽고 자신도 모르는 새에 힘이 안 들어가게 되고, 게다가 머리도 안 돌아가게 돼. 그렇게 되면 평소에는 가능한 순간 대응이 할 수 없게 돼. 그 결과 간단한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고..잠깐만? 키노, 듣고 있어?"
그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대신에 커다란 자동판매기 같은 기계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키노가 들어가는 동시에 동작하고,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하고, 순식간에 입국 허가를 냈다. 다리가 내려왔다.
"꽤 빠르네"
돌아온 키노에게 사이드 스탠드로 서 있는 에르메스가 물었다.
"이상하네"
키노는 에르메스에 올라타서, 엔진을 걸었다.
"뭐가 말야?"
"저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기계만"
키노는 에르메스를 발진 시켜, 다리를 건너 간다.
"마을에 들어가도, 아무도 찾아 볼 수 없다거나"
에르메스가 익살스레 말했다.
그리고 그대로 되었다.
"먹었어?"
"먹었어"
키노와 만족한 듯이 대답하며, 건물 앞에 멈춘 에르메스에게 돌아갔다.
"누군가 있었어?"
"아무도"
키노는 짧게 그렇게 말하고, 에르메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꺼운 포장 도로가 하나 있고, 그 양 옆에 단층 건물이 몇 채인가 있었다. 지금 키노가 나온 건물에는 '레스토랑'이란 간판이 세워져 있다.
길에는 넓은 인도도 있고, 가로등과 가로수가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다. 조금 앞에 사거리가 있고, 신호등도 있다. 거리는 똑바로 뻗어 있다. 그 앞은 숲이다. 초록밖에 보이지 않는다.
뒤쪽에는 금방 빠져나왔던 성벽이 보이고, 그 좌우는 희미해져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 마을은 아주 넓고 평평한 대지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음식이 나오나?
아. 전부 기계가 해 주지. 맛있었어
이상한 마을이네
조금 전, 키노와 에르메스가 마을에 들어왔을 때, 그곳에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마을은 멋지고 길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차 한대가 다가오더니, 키노와 에르메스 앞에서 멈췄다. 문이 열렸지만 안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또 기계가 나와 입국환영인사를 한바탕 늘어놓은 후 마을 지도를 건네주었다. 키노가 받아들자. 문을 닫고 차는 가버렸다.
노는 일단 식당은 없나 찾아보았다. 이윽고 가까이에서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홀로 들어가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식당은 넓고 깨끗하게 청소되어져 있었다.
노를 안내한 것은 전동의자에 컴퓨터찹을 얹고 팔을 단 듯한 기계로, 그 녀석이 주문을 받았다. 키노는 스파게티 같은 것과 무슨 고기인지 알 수 없는 스테이크랑, 본적도 없는 색의 과일을 주문했다. 얼만 안돼서 역시 기계가 음식을 가지고 나온 것을 키노는 먹은 후, 기계에게 돈을 냈다.
엄청 쌌다.
그리고 기계에게 배웅 받으면서 가계를 나왔다.
키노는 가까이 있는 안내판에서 에르메스의 연료를 보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내 그곳까지 달려갔다. 역시 아무도 없다. 도중에 달리고 있는 차를 발견하고 뒤쫒아가보았더니 무인청소차였다. 아무도 없는 주유소에서 키노는 에르메스에게 연료를 넣었다.
다른 곳과 비슷한 가격이었다.
이번에는 호텔을 찾아갔지만, 거기에도 아무도 없다.
호화로운 호텔은 안팎이 깨끗하게 청소되어있고, 홀의 대리석은 광채가 난다. 프론트에는 기계가 딱 버티고 앉아서 모든 일을 일사천리 하게 해치운다. 가격 역시 싸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밀며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키노가 본적도 없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호화로운 방이였다. 키노를 안내를 맡은 기계에게 정말 이방에 있어도 되는 건지, 어디가 잘못된 것 아닌지, 나는 왕자로 알고 있지는 않은지, 나중에 대금을 청구해도 절대 지불 못하니 양해해주길 몇 번이고 확인했다.
"궁상떠는군"
에르메스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키노는 쓸데없이 넓은 욕실에서 샤워하고 내의와 옷을 갈아입었다. 자기가 직접 세탁하려했다가 호텔에 세탁서비스가 있음을 깨닫고 부탁해 보았다. 역시 기계가 가지러 와서 내일 아침에 갖다놓겠다며 말하고는 사라졌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받은 지도를 카페트 위에 넓게 (펴고) 보았다.
지금 있는 호텔은 들어온 마을의 입구로부터 꽤 가까이 <동쪽 게이트, 쇼핑 거리>라고 써있는 지역에 있다. 원형의 마을은 넓고, 조금 전에 키노 일행이 달려왔던 곳은 이 곳의 한쪽 구석밖에 지나지 않았다.
마을의 중앙부에는 <중구, 정치 지역>이라고 써있는 원형의 < /SPAN>지역이 있고, 엷은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남쪽에는 상당히 큰 호수가 푸른색으로 써있었다.
그 외에 황토색으로 칠해진 <공장, 연구소>지역이 마을의 북쪽의 변두리에 있었다.
그리고, 이 이외에는 모두 엷은 녹색으로 칠해진 <주거 지역>이었다.
그것은 마을의 면적에 반 이상이다.
“사람이 살고 있었잖아.”
“이것들만 기계로 만들어서, 그것들이! 모두 작동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가 있을 거야. 적어도, 이 전같이 한 사람 밖에 남아있지는 않을 거야. “
“자, 어떻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러게나.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예를 들어 종교적인 무언가로 밖에 나올 수 없다던가, 휴일이거나, 낮잠 자는 시간이거나. 혹은 이 주변에는 사람이 살지 않을 지도 모르지. ”
“그럼...주거 지역? “
“아마도.“
“좋아. 가보자 키노.“
에르메스는 흥분하여 큰 소리로 말했으나, 키노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아니. 오늘은 안돼. 지금부터 간다면 해가 질 때까지 돌아올 수 없어.”
“마을이라고 해도, 밤에는 달리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래서?“
“자자. 나는 잘래.”
“응? 어느 때라도 아직은 일어나 있을 시간이야.”
에르메스가 그렇게 말했을 때는 키노는 홀스터에서 패스 에이다를 빼고, 그것과 자켓을 손에 들고 비틀비틀 침대로 향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지만.. 나는..에르메스, 깨끗한 침대가 있으면, 한없이 눕고 싶어져. 동시에 잠에 빠지게 되지..“
그렇게 말하곤 키노는 자켓을 넓은 침대의 가장자리에 걸고, 패스 에이다를 베개 속에 깔았다.
그리고 갑자기 푹신푹신한 이불에 파고 들어가, 행복해- 하며 작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곧 잠들어 버렸다.
“궁상.”
에르메스가 나직이 말했다.
다음날 아침, 키노는 날이 밝자마자 일어났다.
방의 짐받이에 어제 부탁한 세탁물이 들어 있다. 전부 새것처럼 되었다.
키노는 두 자루의 핸드 패스에이더의 정비를 시작했다.
허리 뒤쪽에 차는 자동식 한 자루, 키노는 그것을 [숲의 사람] 이라고 부른다. 22LR 탄환을 사용한다, 가느다란 실루엣의 패스에이더이다. 탄환의 파괴력은 적지만, 긴 바렐(barrel)에 적당한 무게가 있고, 명중률도 높다.
키노는 [숲의 사람]의 탄창에서 탄환을 꺼내, 다른 탄창에 다시 채워 장전했다.
또 한 자루 허벅지에 있는 패스에이더, 통칭 [카논]은, 단수 동작식 리볼버다. 단수 동작식이란, 한 발 쏠 때 해머를 올릴 필요가 있는 시스템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으로 쏘는 것을 더블액션이라 불린다.
[카논]은 탄피를 쓰지 않는다. 화약과 탄환이 직접 실린더에 차있다. 따라서 재 장전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화약과 탄환과 뇌관을 손으로 채울 필요가 있다. 뇌관은 작은 화약을 넣는 캡으로, 실린더의 끝에 붙여, 해머가 이것을 때려 화약을 인화시킨다.
키노는 [카논]의 실린더를 빈 것과 교환하여, 몇 번이고 (총을) 뽑아 쏘는 연습을 했다.
그 뒤에 샤워를 했다.
로비 가까이의 레스토랑에 가자, 키노 한 명만을 위해, 뷔페 스타일의 식사가 테이블에 주욱 차려져 있었다.
기계가 프라이팬을 준비하여, 어떤 오믈렛도 만들 수 있어요, 라고 말했다.
키노는 일단, 식사비용이 숙박비에 들어가 있는 것인지, 확실히 확인했다.
그리고 하루치 식사를 하듯이 먹고, 방에 돌아왔다. 너무 배가 불러 잠시 쉬었다.
그리고 태양도 거의 떴을 즈음, 키노는 에르메스를 두들겨 깨웠다. 짐을 전부 에르메스에게 쌓아 싣고, 일단 호텔을 체크아웃 했다. 그리고 지도를 보면서, [주거지역]으로 향했다.
[주거지역]은, 거의 숲이었다. 두꺼운 나무들이 무성하고, 실개천이 여러 개 흐르고 있다. 새의 울음소리가 지저귀고, 적당히 눅눅한 공기가 상쾌했다.
포장되어 있지 않은 좁은 길을, 키노와 에르메스는 달렸다.
그리고 곳곳에 집은 있었다. 전부 모양이 같고, 단층의 넓은 집으로, 마치 숲 속에 숨어져 있듯이 세워져있다. 인가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잠시, 누군가와 만날 수 있을까, 숲 속의 길을 달렸다.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키노는 집이 보이는 위치에서 에르메스를 세워보았다. 폐가에는 분명히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기운이지만 이곳은 그게 없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살고있는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집이었다.
한참동안 보고 있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오래 있어도 실례여서 키노는 에르메스를 발진시켰다.
그리고 결국 다른 사람을 보지도 못한 채 마을의 중심인 중구 정치지역'으로 나왔다.
숲은 빌딩이 되고, 길은 넓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변함없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차를 뒤쫒아가보면 또다시 무인청소차였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높은 빌딩 하나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로 최고층까지 올라가자,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깨끗하게 청소된 그리고 아무도 없는 전망대에서 마을을 바라보았다. 멀리 성벽이 희미하게 보이고 지도대로 녹지가 펼쳐져있다.
옆 빌딩에도 사람의 모습은 없다. 여러 가지 모양의 기계가 쉴새없이 청소를 하고 있을 뿐이다.
키노는 저격용 스코프를 배낭에서 꺼낸다. 배율을 변경하면서 숲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다지 잘하는 일은 아니지만"
에르메스가 중얼거린다.
잠시 후
"찾았다. 사람이야"
키노가 스코프에서 눈을 떼면서 말한다.
"정말? 정말로?"
에르메스가 큰소리로 말했다.
"아 집 앞에 한사람. 평범한 남자야. 뭔가 운동을 하고 있는 듯.. 좀 떨어진 다른 집에도 한사람. 중년의 여성이야. 정원에서 ....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아 집에 들어갔다. 다른 집에는 전기가 켜져있는 방도 있네..."
키노는 거기서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스코프를 배낭에다 넣었다.
"음 아까도 그런 분위기였지. 그래도 어째서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에르메스의 질문에 키노는 전망대 벤치에 앉으면서,
“그걸 모르겠어. 처음엔 우리 같은 여행객이 신기해서인지, 아니면 무서워서인가 생각했어. 하지만"
“그런데?“
“사이 좋게 사람들이 만나 즐겁게 지내면 좋을 거야. 그런데 이 나라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자취도 전혀 없어.”
키노는 한번 더 창밖을 보았다. 깨끗하게 잘 정돈된 길 가, 아름다운 숲 속의 거주 지역. 마을로서의 기능은 지금까지 보아온 것 중에서 가장 훌륭했다.
“뭐야?“
키노가 중얼거렸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공장, 연구소> 지역까지 달리고, 완전 자동 제어의 공장을 견학했다. 극진하고 정중하게 설명을 해 주었던 가이드는 역시 기계였다. 키노는 그 기계에게, 왜 이 나라에 사람을 한사람도 볼 수 없는가를 물었으나, 대답은 없었다.
저녁때, 주변이 어둡게 되기 전에, 키노와 에르메스는 어제 밤 머물렀던 호텔로 돌아갔다. 다른 호텔을 찾는 것도 좋지만, 아침식사가 맛있었다는 키노의 바램으로, 일부러 마을을 돌아와 동쪽 게이트까지 돌아왔다.
그때도 누구 한사람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키노는 아침식사를 역시,, 많이 먹었다.(많이 먹어 두었다.)
에르메스의 연료를 보충하고, 비상식량을 사고, 서쪽으로 향하여 마을 중간을 지나 달리기 시작했다.
서쪽 게이트에서 출국할 생각이었다. (마을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아침 일찍의 숲 속에 에르메스의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노는 주거 지역에서 소리(소음)를 내지 않으려고 ! 했으나, 그다지 방법이 없었다.
가급적 엔진을 돌리지 않으려는 듯이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숲 속에는 완만한 언덕이 있었고, 키노는 그 정상에서 엔진을 껐다.
언덕길을 그대로 내려왔다.
키노는 집을 볼 때마다, 누군가 보이지 않을까 하고 흘끗 들여다보았으나, 누구도 보이지 ! 않는다.
잠시동안 고개를 내려, 조금씩 관성으로 달렸고, 에르메스는 멈췄다.
키노는 에르메스의 엔진을 켜려고 했다.
그때 짤랑짤랑하고 인공적인 소리가 들리고, 키노는 주변은 둘러보았다.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집 마당같이 곳이 정리되어 풀이 자라고 있다.
그 옆에 한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작은 기계를 만지고 있었다.
남자는 기계 수리에 집중하고 있어서, 키노도 에르메스도 눈치채지 못했다.
에르메스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우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았다. 처음으로 보는 사람.”
마치 희귀한 짐승이라도 발견한 듯이 말했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밀면서, 가만히 다가갔다. 그리고,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우와아아! "
남자는 놀라 뛰어 올랐다. 키노와 에르메스에게 뒤돌았다. 30세 정도의, 검은 테 안경을 쓴 남자였다. 그의 얼굴은, 마치 유령이라고 본 듯한 경악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뭐, 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어, 뭐뭐..."
남자는 완전히, 혀가 돌아가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놀래켜서"
키노가 말했다.
"누누누누누,누우누누우구우.....어어어어언제제제제어어.."
남자의 말은 의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 에르메스가,
"키노, 말이 다른 거 아냐? 그는 이걸로 확실히 자기 소개를 하고 있는 거야. [누우구구. 어어언]씨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너너너 너희들은..."
남자가 어떻게든 그것만 말하자, 에르메스가,
"어라? 진짜다"
"너너 너희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남자가 키노와 에르메스를 가리키며, 갑자기 그렇게 소리쳤다.
"네에?"
에르메스가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키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남자는, 패닉 상태에서 급격한 회복을 보였다. 표정이 재빨리, 부드러워지고, 평소의 얼굴을 순식간에 넘기고, 마침내 기뻐서 참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확인하려는 듯이, 큰 소리로 물었다.
"너희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르는 것인가?"
"모릅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는 알지만"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무척 흥분하여, 마치 너무 기뻐서 미쳐버릴 듯한 기세로 쉴새없이 말했다.
"그렇지! 나도 너희들의 생각은 [들리지] 않아! ..아아,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인가! 너희들 여행자인가? 그렇지! 그런 거지! 하하하하하, 함께 차라도 한 잔 어떤가. 호, 혹시 벌써 출발인가? 부탁한다! "
"아직은 출발은 늦출 수 있습니다만...괜찮으시다면, 이 나라에서는 왜 사람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십니까?"
키노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달려와서 크게 외쳤다.
"물론. 전부 말해줄게"
좁은 숲길을 조금 걸어가자 남자의 집이 있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밝고 넓은 방으로 안내받았다. 멋진 목조 테이블과 의자. 아치형 큰 창문 저편에는 예쁘게 손질된 숲 속 정원이 펼쳐져 있다. 화사한 꽃, 허브 같은 화초가 여러 개 늘여져 있다.
집에는 다른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있는 듯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키노는 코트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에르메스는 그 옆에 센터스탠드로 서있다.
"자 들어요"
남자가 머그컵을 테이블에 놓았다.
"정원에서 딴 잎으로 만든 차야. 입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이 나라사람들은 즐겨 마시지."
키노는 차향을 맡아본다.
"향이 독특하네요. 무슨 차예요?"
"삼백초라고 해"
그 말을 듣고 에르메스가 갑자기 소리쳤다.
"삼백초? 독이 들은거야? 키노, 마시면 안돼!"
키노는 에르메스처럼 무례한 어투로 말하지 않았지만 바로 마시지도 않았다. 키노는 머그컵을 잠시 들여다보고 나서 남자에게 확인하려는 듯이 물었다.
"독.. 차인가요? 처음 마시는 사람이 마셔도 괜찮나요?"
그러자 남자가 킥킥거리며 웃는다.
"너희들 정말 여행객이구나. 아 미안 웃어서. 놀리려는 의도는 아니였어. 삼백초라는 것은 독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야. 독을 해독하는 즉, 멎게 하는 의미지...하하하, 그래 보통 독 무슨 차라면 처음 듣는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꺼야. 그리고... 뭐라 해야되나..."
마지막 말을 잇지 못했다. 이야기하면서 그의 표정은 웃는 얼굴에서, 평상시의 얼굴로 바뀌더니 울상으로 변하면서 결국은 소리내며 울어버렸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잠시 울고 있는 남자를 보고있다.
남자는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때로는 코를 훌쩍이면서 천천히 말한다.
"사람과 이렇게 이야기 나눠 본 것은 몇 년 만인지. 아냐...십년인가...아냐, 더 오래일지 몰라."
잠시 후에, 키노가 말했다.
“이야기,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
남자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코를 풀었다. 그리곤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응 좋아. 물론이야. 지금부터 설명할게. 왜 이 나라의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지를..”
남자는 마지막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안경을 쓰고, 키노의 얼굴을 보았다. 천천히 숨을 토하며(쉬며), 그리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지. 간단히 말하면 여기는 사람의 아픔을 아는 나라야. 그러니까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거야. 안돼.. 마주 볼 수 없는 것이야. ”
“왜요? 그건?“
남자는 차를 조금 마셨다.
“너희들, 옛날에 부모님으로부터 들 은일 없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 되거라. 라고
사람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 상대방의 상처받도록 할 수 없다는 것, 혹 이런 생각 한 것 없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면, 그것은 편리하고 굉장한 것이야. 라고“
“있어요, 있어, 여기에 올 때도 키노는 완전히.. “
남자의 물음에 에르메스가 부리나케(덤벼들 듯)대답했다. 키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재빨랐다.
“미안했어. 에르메스”
키노가 담담한 어조로 에르메스의 이야기에 끼얹듯 말했다.
“이 나라의 사람도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옛날부터 이 나라에서 기계가 일을 거의 다 했어. 사람들은 ! 즐기며 살 수 있었지. 먹을 것도 풍부하고 매우 윤택하고 안전한 나라였다. 그렇게 되어 사람들은 여유가 많이 생겨버렸지. 머리를 사용하는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게 되었지. 새로운 공식을 발견하거나, 오로지 과학적인 추구를 하거나, 문학이나 음악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 그러던 어느 날 사람의 고민(고통)을 연구하고 있던 의사 그룹이 어느 획기적인 발견을 하게 되었지. 인간의 뇌의 ! 쓰지 않는 곳을 잘 개발하면, 사람들의 생각을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된다는 것이지.”
“생각을 직접 전달한다?“
키노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에르메스도,
“어떻게 한다는 것?”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머리 속에서 <안녕>이라고 생각한다, < /FONT>그렇게 하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 그 인사가 전달된다. 이건 단순한 것이지만 내가 무언가 슬플 때, !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이 슬픔이 바로 전달된다. 그 사람은 내 슬픔을 이해할 수 있고, 나에게 격려해 줄 수 있고, 해결 방법을 함께 생각할 수 있지. 또 말 할 수 없는 아기의 아픔이나 기분을 그 어머니가 느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텔레파시라는 거지“
“그렇군요“ “하-앙“
키노와 에르메스가 동시에 맞장구를 쳤다.
“나라사람들은, 그것은 대단한 발견이라고 칭송해 마지않았어. 그것에 의해 인간은 서로 속마음을 전할 수 있어. 그리고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지. 자신들은 지금까지의, 노이즈뿐인, 그것도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지 절대로 확인할 수 없는 언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을, 낡아빠진 방법으로 가능한 거야! ……모두 그렇게 믿었어. 그리고 모든 인간에게 그 능력을 주려고, 간단하게 뇌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약이 완성됐어. 그것도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말이지. 그리고는, 모든 국민이 그것을 마셨어”
“모두 다?“
에르메스가 바로 물었다.
“그래 모두가 다. 모두가 모두 같이 높은 곳에 서있고 싶었던 거야. 뒤쳐지고 싶지 않았던 거지. 그리고, 분명 어떤 의미에서 우리들은 진화했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키노가 무의식중에 몸을 앞으로 내었다. 남자는 조금 슬픈 듯한 표정을 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나 개인의 체험을 말하지……. 나는 약을 마셨어. 마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알겠어? 알겠어?』라고 머리에 뭔가 날아들어 왔어. 방에는 아무도 없었어. 놀랐어. 정말로 먼 곳에 있는 인간으로부터 메시지가 온 거야.
그건, 물론 『알겠어?』라는 단어로 머리에 전해진 게 아니야. 나자신이 『알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순간 『알겠어!』라고 생각했더니, 『나도 알겠어! 대단해!』라고 느낌이 돌아 왔어. 『현관에 있어?』라고 전해져서, 서둘러 밖에 나가보니까, 나의 그때의 애인이 서있었어. 텔레파시능력의 개관은 성공한 거야. 나와 그녀는 기뻐서 기뻐서, 몇 번이나 서로를 생각하고, 『사랑해』를 주고받았어.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말야“
남자는 거기서 일단 말하는 것을 멈추고, 훗-하고 숨을 토했다.
“우리들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그때는 말야. 그대로 함께 살기 시작해서, 그로부터 수일이 지났어. 그리고……어느 때, 나는 그녀가 허브에 물을 주고 있는데, 너무 많이 줘버린 것을 목격했어. 그리고 생각했어. 『어라? 저번에 주의했건만. 몇 번 말해야 알아들을까?』라고 말야. 그것과 동시에 『아니야-』라고 온화하게 말하려고 했던 거야. 하지만, 그걸 말하기 전에, 그녀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그리고 머릿속에 직접 응답이 도착했어. 『뭐야! 몇 번 말해야 라니? 나를 바보로 보는 건가!』 ”
“……“
“그래, 그녀에게 전해져버린 거야. 전하고 싶지 않은 것이 말야. 그녀의 갑작스런 대답에 나는 당황하고, 『도대체 뭐야? 왜 그딴 일로, 이렇게 화를 내지 않으면 안돼는 건데?』라고 생각해 버렸어. 그러자, 『그딴 일? 그딴 일이라고요? 나에게 있어선 매우 중요한 일이, 역시 당신에게는 그딴 일인 거군요!』그렇게 대답이 왔어”
남자의 얼굴이, 이번엔 살짝 웃음을 띄었다. 그것은, 자조하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 뒤로는, 죽 텔레파시로 싸움이야. 사실은, 그녀는 나에 대해서, 학력면, 그리고 두뇌 면에서의 열등감을 늘 갖고 있었어. 나는 오랫동안 사귀면서, 그것에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거야… …. 당연히, 그녀가 내가 그것을 눈치채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어. 그녀는, 『당신처럼 엘리트인척 하는 냉혈인간과, 같이 살 수 없어!』 라고 생각을 남기고, 나가버렸어. 나는 망연히 남겨져 꼿꼿하게 서있었어. 터무니없는 우스갯소리지. 서로의 속내를 스트레이트로 전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더이상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나빠져 버렸어. 그래도 우린 우스갯소리로 끝나서 망정이지……. 같은 시기에, 어떤 곳에서는 한 명의 사람이 사고로 죽기까지 했어. 그 사람이 죽기 직전에 생각하고 있던 것이, 급하게 달려온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그들을 미치게 하고 말았어. 다른 곳에서는, 전부터 손잡고있던 두 명의 정치가가, 실은 서로 상대방을 언젠가 배신해버리려 생각하고 있던 것이 들켜서, 회의에서 서로 죽이기를 시작했어. 결말이 안 나고, 그리고 서로 고통스러워 멈추었지만 말야. 학교에서는, 모두가 서로 답을 알려주어서 테스트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어. 아아, 젊은 여성에게 다가간 것만으로, 부녀폭행미수와 외설죄로 고소 당한 녀석도 있었지”
“……“
“뭐, 그런 비슷한 일들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났었겠지. 일주일정도는, 나라안이 패닉상태였어”
“그리고, 어떻게 됐어요?”
키노가 물었다. 남자는 그것에 솔직하게 대답하려는 듯,
“그리고, 우리들은 자신이나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것의 두려움에, 겨우 정신을 차렸어. 자신이 생각하는 것. 타인이 생각하는 것. 그것이 모두 곧바로 들리는 상태라니, 진화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뭐, 그것에 정신을 차린 것은 진화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야……. 아니, 그저 진보일까? 『타인의 아픔을 알면 그 사람에게 친절해질 수 있다. 더욱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게된다』라니,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어. 자기가 아프지 않을 때에, 아픔이 전해져 온다는 건, 결국 손해이외의 어떤 것도 아닌 거야. 특별히 그걸로 그 사람의 아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 혼란의 해결방법은, 단 하나뿐이었어. 그것은 타인과 멀어지는 것. 수십 미터 떨어지면, 먼 곳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 것처럼, 생각도 전해지지 않게 되……”
“그렇군요, 그런 이유로군“
에르메스가 정말로 감동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거지. 요컨대 이 나라의 인간은 모두, 정말로 정말, 상상이 아닌 순수한 대인공포증이 되고 만 거야. 하지만 그 후, 그 덕분에 기계가 더욱더 발달해서, 이 나라에서는 그래도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버렸어. 그래서 모두, 습속의 떨어진 집에서 혼자 살고있는 거야.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이 나라에서는 벌써 10년 가까이 아이가 태어나질 않아. 그러니까 그 새에, 멸망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내가 죽은 후니까, 신경 써도 어쩔 수 없지만."
남자는 일어나서, 뒤에 있는 기계의 스위치를 켰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전자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차분한 곡이었다.
키노는 잠시 듣고는,
"멋진 곡이네요"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아주 약간 미소지으며,
"나는 이 곡을 아주 좋아해. 수십년 전의 이 나라에서 유행했던 곡이지만. 이걸 들으면, 나는 언제나 매우 감동했는데, 그럴 때 생각해. [다른 사람은 이 곡을 들은 때, 나처럼 감동하는 걸까?] 라고. 옛날에는 애인과 함께 들었어. 그녀도 좋은 곡이라고 말해주었지만, 사실은, 그녀는 어떻게 생각했던 걸까? 그리고 지금 당신, 키노씨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 것일까...하지만, 그 답은 알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곡은 끝났다.
"그럼, 키노씨. 패스에이더 유단자인 당신에게 말할 건 아닐지 모르지만, 여행 조심하길"
집 차고 앞에서 남자가 말했다. 키노는 모자와 고글을 쓰고, 에르메스는 엔진을 공전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배기음이 울리고 있다.
"그렇지 않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에르메스군도"
"고마워요"
"너희들과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어. 가능하면, 첫 날에 만나고 싶었지만...그건 어쩔 수 없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어깨를 움츠리며 미소지었다.
"차, 잘 마셨습니다. 맛있었어요."
키노는 그렇게 말하고 에르메스에 올라탔다. 앞으로 체중을 싣고, 스탠드를 제쳤다.
그 때,
"저! 저기! 잠깐, 괜찮을까.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
남자가 허둥대며 말했다. 키노는 에르메스의 엔진을 멈췄다. 주변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남자는 키노와 에르메스에게 한 발 더 가까이가,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저, 저기 말야! 만약, 괜찮다면, 잠시만이라도 여기서 함께 지내보지 않을래? 여기라면 안전하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는 것만 제하면... 지내기는 편할 꺼야. 좋아하는 것들도 마음껏 할 수 있어. 에르메스군도 함께 말야... 어때...? 이 마을을 거점으로 하고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저기... 만약에... 키노씨만 좋다고 한다면... 나는..."
키노는 갑작스레 그런 말을 늘어놓는 남자의 모습을 잠시동안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살며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좀 더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키노가 대답하자, 남자는 애가 타는 듯이...
"그... 그래... 아니, 이상한 소리해서 미안... 아니... 저... 그러니까..."
횡설수설 해대는 그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키노는 말없이 에르메스의 시동을 걸었다.
남자의 얼굴을 바라본 키노는 고개를 들고 있던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키노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본 남자는 놀랐지만, 결국은 부끄러운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남자는 가볍게 오른 손을 흔들었다. 키노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가볍게 고개를 기울이고는, 앞을 향해 에르메스를 출발시켰다. 남자는 모토라도가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나라 밖으로 벗어나, 연이어 펼쳐진 막연한 초원 길을 달리고 있었다.
꽤 많이 기울어진 해가 키노의 시야에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키노~ 떠나기 직전에 그 사람하고 마주보고 있었지?"
에르메스가 갑자기 물어왔다.
"응? 그런데?"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닐까?"
"헤에~? 무슨 말 하는 거야?"
놀리는 듯한 에르메스의 말투에, 키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남자와 결혼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한편에서 바라보면서 가슴 졸였다고"
이번에는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에르메스에 키노는 웃으며,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에르메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나서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다 치고, 키노에게 반하다니, 취미 한번 이상한 사람이군"
모토라도는 초원 길을 달려간다.
잠시 후,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키노가 입을 열었다.
"그 사람... 떠날 때의 내 모습을 보며 '죽으면 안되요' 라고 나를 걱정해주는 느낌이었어."
"흐~응. 그래서?"
"그러길래 나는 '고마워요' 라고 대답했는걸"
키노는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 웃었다.
"과연... 하지만 그거, 그 사람한테는 전해졌을까?"
에르메스가 묻자 키노는 미소 띈 얼굴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글~쎄"
제 2화 [다수결의 나라]
-Ourselfish-
풀의 융단이, 끝없는 곳까지 이어져 있다. 녹색의 대지는 완만하게 굽어지고, 몇 번이나 겹쳐지면서 지평선의 반대편으로 사라져간다.
하늘은 뚜렷하게 푸르고, 높다. 여기저기 눈부실 정도로 선명한 구름이 흐르고 있다, 아득히 먼 지평선상의 하늘에서는, 소용돌이치는 소나기구름이 흰 벽의 신전인 듯이 우뚝 솟아나 있다. 매미가 격렬히 우는소리가, 주위를 둘러싸듯이 들리고 있다.
그 초원에는, 단 한 개의 길이 있다. 그것은 겨우 땅이 보일 정도로, 간신히 알아볼 정도로 얇은 길이였다. 곧바로 가면, 여기저기 군생하고 있는 나무들을 피하도록, 가끔 급커브를 되풀이하게 되어 있다.
한 대의 모토라도(주. 이륜차. 하늘을 날지못하는 것만을 가르킨다.)가, 그 길을 달리고 있다. 모토라도는 커브를 꽤 스피드 하게 잘 해 간다.
긴 직선상에 들어서 뒷바퀴는 땅을 차서 흩트러뜨리고, 더욱더 가속을 덧붙여서 간다.
모토라도의 운전사는, 검은 옷의 긴 베스트를 입고 있다. 칼라는 바람이 들어가도록, 크게 열려져 있다. 허리를 굵은 벨트로 묶어서, 뒤에 핸드패스에이다(주, 패스에이다는 총기. 이 경우는 권총)의 홀스터를 달고있다. 속에는 좁고 날씬한 핸드패스에이다가 손잡이를 위로해서 들어가 있다. 오른쪽 허벅지에도, 또 한 자루 보인다.
베스트의 아래에는 흰 셔츠를 입고 있다. 어깨부터 늘어진 양소매가 바람에 날뛰지 않도록, 몇 군데를 밴드로 고정해놓고 있다.
운전사의 검고 짧은 머리가, 바람에 팔랑팔랑 흩날리고 있다. 얇은 몸에 날쌔고 사나운 얼굴로, 여기저기가 바랜 은빛 프레임 고글을 하고, 운전사는 전방을 노려보고 있다.
커브가 가까워지자, 운전사는 감속하고, 모토라도를 기울여 뉘었다. 간신히 뒷바퀴를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면서, 안전한 행동으로 커브를 빠져나갔다.
모토라도에 뒷부분 좌석은 없으며, 파이프프래임의 캐리어로 되어 있다. 그곳에는 큰 가방과, 뭉쳐져있는 갈색의 코트가 붙들어 매어져 있다. 그 가장 위에, 운전사가 지금 입고있는 베스트의, 본래는 쟈켓이였던 양소매가, 단단히,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동여매어져 있다. 캐리어의 밑에는 더욱더 짐을 쌓기 위한 상자가 뒷바퀴 양옆에 놓여져 있다.
모토라도는 초원을 미끄러지듯이 달려나갔다. 그때 갑자기, 운전사가 가볍게 턱을 올렸다. 왼쪽 손을 핸들에서 떼어내고, 두 번 정도 모토라도의 탱크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전방을 가리켰다.
"보인다."
운전사가 모토라도에게 말했다.
"드디어?"
모토라도가 대답했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마을을 둘러싼 하얀 성벽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운전사는 엑셀을 힘껏 밟았다.
"아무도 없나요?"
모토라도의 운전사가 큰소리로 말했다. 고글을 벗어 목에 걸쳤다.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가다듬으려고 하지만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운전사의 눈앞에는 높은 성벽에 아치형 문이 있었다. 하지만 원래라면 굳게 닫혀져 있었을 아주 두꺼운 문은 완전히 열려져 있었다. 시꺼먼 문 너머에 석조가옥이 보인다. 항상 패스에이더를 차고 있던 보초병이 있었을 대기소에도 인기척은 없다.
운전사는 잠시 그대로 기다렸다. 이마의 땀을 한번 팔로 닦았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키노"
사이드스탠드로 서있던 모토라도가 대신 대답했다.
"이상하네"
키노라 불리는 그 운전사는 다시 한번 큰소리로 묻는다.
바람 부는 소리만이 부드럽게 들려온다.
"대답이 없네"
모토라도가 짧게 말했다
"들어가 보면 어떨까. 문이 열려져 있잖아"
"그건 곤란해, 에르메스. 다른 사람 집에 허가 없이 들어가면 총 맡아 죽어도 할말이 없잖아."
에르메스라 불리는 모토라도는, 그런가하고 작게 말하며,
"아무도 없으면 총에 맡아 죽지 않아. 게다가"
"게다가?"
키노가 에르메스에게 뭔가 기대하는듯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키노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설령 뒤에서 패스에이더를 뺏겼다 하더라도 웬만한 상대는 뒤돌아서 때려눕힐 수 있을걸. 내가 보장하지."
"그거 참... 고맙군."
키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오른쪽 허리의 홀스터에 들어가 있는 리와인드 타입의 핸드 패스 에이더를 가볍게 두드렸다.
“방법이 없어.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순 없잖아. 들어가 볼까. ”
“그러자. 니 말에 동의해. “
“다만,,반격은 없을 거야. 무언가 공격해 올 것 같으면 도망쳐.”
“좋을 대로. ”
키노는 에르메스를 누르면서, 문을 빠져나갔다.
“키노, 이 나라의 중앙 지점에라도 가면,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거야. 그러면 그때라도, 입국이나 체류 허가를 받는 게 좋겠어. 응? “
에르메스가 말한다.
문을 빠져 나온 후, 성벽 안의 마을로 키노와 에르메스는 들어갔다.
“마을 안에서의 야영이네. ”
키노가 모닥불에 나무를 지피면서, 약간 자조적인 어조로 말했다. 주변은 새까맣고 하늘에는 여기저기 숨어있었던 별이 보이고 있다.
“적어도, 키노탓은 아니야.“
도금한 몸체에 어른거리는 불길이 비추고, 짐을 모두 내려놓았던 에르메스가 멈춰있다.
“그럼 에르메스의 책임인가?“
키노는 익살스럽게 말을 건넨다.
“그건 아니야. 이 나라 사람들의 책임이야. 이 정도로 정리 잘된 나라에 아무도 살지 않다니, 건물에 대해서도 큰 실례야. 무례해.”
에르메스는 약간 분개하며 말했다.
키노와 에르메스가 편히 앉은 곳은 큰 교차점의 맨 중앙이었다.
돌층계의, 나란히 여러 대의 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넒은 길이 깨끗하게 사방으로 늘어져 있다. 길을 ! 따라 석재 건물이 틈이 없이 나란하게 있다. 모두 같은 형식의 4층으로 세워져 있고, 역사가 있을 것 같은 훌륭한 건물이었다.
그러나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빛 같은 것은 없다.
결국 키노와 에르메스는 반나절 이 마을을 헤매었고, 단 한사람도 볼 수가 없었다. 최근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조차도 없었다.
폐가를 들여다보는 것도 지쳐, 전망 좋은 장소에 앉았다. 왠지 한군데 돌층계가 완만하게 움푹 패어 있었다. 사람 손이 닿았던 것 같은 가로수의 마른나무를 모아, 그곳에서 불을 지폈다.
“고스트다운? “
키노는 점토 같은 비상식량을 손으로 잘게 떼어 중얼거렸다. 그것을 입에 넣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은 아니었다.
“내일은 어떻게 하지?”
간단한 식사를 마친 키노가 에르메스에게 물었다
"아직 못 가 본 데가 있어. 거기를 찾아보자"
"쓸 데 없이 헤맬 수 도 있어"
"뭐, 그것도 좋아"
키노는 짧게 대답하고, 가방에서 담요를 꺼냈다. 에르메스와 모닥불을 거리에 남겨둔 채 길모퉁이 처마 끝으로 걸어갔다. 인도에 담요를 깔아 앉았다. 그리고 투덜거렸다.
"부드러운 침대, 그리고 새하얀 시트가 있다면 좋았을 텐데…"
"불쌍하네. 덧붙이자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는 없어"
"아이구"
키노는 오른 허벅지에서 패스에이더를 뽑았다. 키노가 카논이라 부르는 단수동작식 리볼버. 그걸 쥔 채, 담요를 뒤집어쓰듯이 누웠다.
"이제 잘 거야?"
"어, 할 것도 없잖아. 경계 잘 해라. 잘자, 에르메스"
키노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일정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스트 타운의 밤은 조용했다. 가끔 거리에서
"아- 심심하다"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키노는 새벽에 일어났다. 부근 일대에 안개가 껴 있었다. 키노는 가볍게 운동하고, 패스에이더를 정비 훈련했다. 그리고 어제 저녁과 똑같은 메뉴를 아침으로 먹었다.
태양이 나타나 안개가 완전히 갰을 때 에르메스를 두드려 깨웠다. 일단 모닥불을 깨끗이 정리했다. 짐을 다 싣고 거기서 떠났다. 키노들은 어제 못 가 본 곳을 반나절 가량 돌아다녔다. 역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기색도 없었다. 그리고 나서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진 키노와 에르메스는 한낮이 되서야 겨우 큰 공원에 도착했다. 거대한 녹색 부지에 흰색의 납작한 돌을 깐 길이 이어져 있다. 모토라도도 당분간 돌아다녀도 넓어서 끝에 도착하지 못할 정도다. 여기서는 최근 사람 손이 간 모양이 없고, 나무들과 잔디밭은 뻗은 대로 있고, 못은 바싹 말라붙고, 화단의 꽃은 다 시들어 있었다. 키노들은 공원은 더욱 안으로 들어가 백악의 건물을 찾아냈다.
“이건, 대단한대. 굉장한 노력과 돈을 들여 만들었어. 매우 훌륭해”
에르메스가 감탄하며, 칭찬을 다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건물의 정면에 있었다. 눈앞의 그것은, 키노의 시야에 다 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 한결같이 호사스럽게 꾸며져있어, 건물의 끝에서 끝, 위에서 아래까지 아름다운 장식이 붙여져 있었다.
“원래는 왕궁이나 그런건가“
키노가 이마를 셔츠의 소매로 가볍게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태양은 제일 높은 곳에 있어서, 햇빛이 눈부시다.
“어쩌면. 그것도 꽤나 돈 있는 임금님이 살았던가봐. 뭐, 언젯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왕정(王政)이 없어지고 공원이 된 건지. ……누군가 역사를 알려줄 안내인은 없는 걸까?”
키노가 다소 비꼬듯 말하자, 에르메스도,
“맞아, 꼭 듣고 싶은데”
그렇게 투덜거렸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밀면서, 건물 안을 탐색해 나갔다.
몇십장이나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거대한 홀, 보통의 집보다 훨씬 넓은 욕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 등, 내장도 외장에 지지 않게 호화스러웠다.
그리고, 어디나 먼지투성이였다.
적당히 견학을 마친 키노와 에르메스는, 우연히 건물의 밖에 나왔다. 그곳은 테라스로 되어있어서, 광대한 뒤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렇군“
에르메스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순진하게 중얼거렸다. 키노는 아무 말 없이, 테라스에서 몸을 내밀듯이 하고, 그것을 보았다.
무덤이었다.
뒤뜰 잔디밭의 녹색 속에서, 간단하게 흙을 쌓아 올리고, 얇은 나무판 하나를 세운 것뿐인 간단한 무덤이 있었다.
그리고 무덤은, 시야가득 펼쳐진 뒤뜰을, 말 그대로 뒤덮듯이 늘어서 있었다. 몇 천, 몇 만이 있는지, 도저히 셀 수가 없다.
뒤뜰이 원래는 왕족의 수렵장이었는지, 아니면 시민의 쉼터였는지. 그곳에 설명문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한 무덤일 뿐이었다.
키노가 길게, 깊게, 숨을 토했다. 얼마간 그것은 응시하고 있었다.
여름의 늦은 저녁 해가 천천히 기울어가고, 하늘은 조용히 밝기를 잃어갔다. 건물의 그림자속, 그곳은 급속하게 빛을 감해간다. 마치 가라앉아 가는 듯했다.
조금 있다가, 에르메스가 중얼거렸다.
“키노, 여기의 사람은 거의 죽어 버린 것이 아닐까”
“.....”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도 어디엔가 가버린거야. 이 놈의 나라는 버려진 거야”“....그럴지도 몰라. 어째 서지?“
“글쎄…….”
키노는 에르메스에게 뒤돌아 향하여, 테라스의 난간에 의지했다.
“여기에 있어도, 이젠 아무것도 안돼. 다음 나라에 가자”키노는 가볍게 목을 흔들면서,
“좋아. 오늘 밤은 여기에 묵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아직 3일이 지나지 않았어.”
그러자 에르메스는
“또야. 한 나라에 3일이어서 무슨 의미가 있어?”
꽤 의아스럽게 물었다. 키노는 아주 조금만 미소 지으며
“옛날에 만난 여행자가 말했어……. 그 정도가 딱 좋다고.” “그런 거 였군”
에르메스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듯 중얼거렸다. 키노는 의지한 채로 고개만 돌려, 다시 한번 무덤을 보았다.
3번째의 아침을, 키노는 공원의 입구에 있는 오두막에서 맞이하였다.
키노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새벽과 함께 일어났다. 패스에이더의 훈련을 하고, 정비를 했다. 적신 천으로 몸을 닦고 아침을 들었다. 그리고 짐을 정돈하고 나서, 에르메스를 두드려 일으켰다.
베스트를 셔츠 위부터 입고, 벨트를 조였다. 올스타안의 패스에이더를 한번 확인 한다.
키노는 서쪽의 문을 향하여 출발했다.
고스트타운의 아침은 다른 마을의 그것과 똑같이 조용했다.
키노는 에르메스의 엔진소리를 사양 말고 건물에 울려 퍼지게 하면서, 속도위반의 속도로 달리게 했다.
성벽이 보여 왔을 때 키노는 문 앞에 한 대의 농업 트랙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뒤의 짐 받침대에는 야채나 과일 등이 산적되어 있었다. 그리고 운전석에는 한 남자가 모자를 깊게 눌러 덮어쓰고 앉아 있었다. 30대 정도의 남자는 흙으로 더러워진 작업복을 입고 있다.
“키노! 사람이야! 이 나라에 사람이 있었어!”
에르메스가, 마치 사람이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듯이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키노와 에르메스가 트랙터로 다가갔다. 남자는 자고 있었다. 그리고 에르메스의 폭음에 얼굴을 찡그리고, 머리를 가볍게 흔든다. 눈을 떴다. 그리고 키노와 눈이 마주쳤다.
키노는 에르메스의 엔진을 껐다.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깨워서 죄송합니다만…….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키노와 에르메스가 인사를 하자,
"이거,놀랐다……."
남자의 두 눈이 최대한으로 커졌다. 한 순간에 잠이 달아난 모양이었다.
"아! 혹시, 여행자인가? ..잠깐 기다려! "
남자는 트랙터의 운전석에서 뛰어 내려왔다. 한 번 넘어질 뻔 하다가 키노 쪽으로 달려들었다.
"야아, 오늘은! 나는, 이 나라의 주인이다. 유일한 주인이다. 우리나라에 어서오세요! 이야, 잘 와줬어. 만나서 기쁘오! "
2일 늦은 맹렬한 환영을 받고, 키노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에르메스가 묻는다.
"이 나라에 사람은 아저씨 뿐 ?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러자 그 남자는, 기쁜 듯한 슬픈 듯한, 그리고 울어버릴 듯한 얼굴을 하고, 키노와 에르메스에게 물었다.
"너희들, 바로 출발인가? 시간은 있는가?"
"오늘 중이라면, 출발은 언제라도 좋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그, 그렇다면! 너, 너희들에게 꼭,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고 싶다! 들어줄래? 부탁해! 부탁한다! "
잔뜩 들러붙는 기세로 말했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한 번 보고, 남자에게 돌아섰다.
그리고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네에, 꼭 알고 싶군요. "
문 앞의 광장, 그 코너 쪽. 건물 1층에는 오픈 카페가 있던 듯 하여, 의자와 테이블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남자는 햇볕가리개의 덮개를 보도에 펼치고,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었다. 의자를 가볍게 털어 키노에게 권했다. 에르메스는 키노의 옆에, 사이드 스탠드로 서 있다.
남자는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괴고, 손을 얼굴 앞에서 깍지 꼈다.
"먼저, 뭐부터 이야기할까...역시 왕정과 혁명부터일까"
"역시 왕이 있었군요."
키노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10년 전까지는...”
“그런데 혁명이 일어났다..죠? 뭐, 대충 예상했던 대로네, 키노.”
“당신들, 중앙공원에 갔었군... 분명 그것도 보았던걸. 테지?”
남자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슬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허락 없이 다녀왔어요.
헤르메스가 빈정대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런거 이제 별 관계없어, 이해가 빠르게 되었으니 잘 된 거지.”
“그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무덤인거지요?”
남자는 몇 번인가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역병이 돌았다거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키노가 남자에게 묻자, 남자는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그건 아냐. 병으로 죽은 사람은 한사람뿐이야... 차례차례 설명해줄께.”
“이 나라는 건국 이래로 내내 왕권정치가 계속되어왔어 왕 한사람이 나라와 백성들을 전부 자기 소유물로서 그렇게 지배 지배해 왔던 거야, 수십 대에 걸친 왕들 중에는 훌륭한 정치를 펴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사람도 있었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어... 특히 14년 전에 왕위에 올랐던 그 녀석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지 황태자 시절이 길었던 탓인지 왕위에 오르기가 무섭게 제 멋대로 날뛰기 시작했어. 거스르는 사람은 바로 살해당했지 그 무렵, 흉년이 들어 재정이 어려워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런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놀러 다니기만 할 뿐이었어, 그로부터 흉작이 3년이나 계속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게 되었지. 물론, 그 녀석은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굶는다.‘ 라는 말을 모르고 있었던걸 테지”
“빵이 없으며 케이크를 먹으면 될 텐데...”
에르메스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비꼬는 듯이 말하자 남자는 히죽 웃어 보이며
“박식하군.”
에르메스는 고마워요 하고 짧게 대답 했다.
“11년 전,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려 세율을 조금만이라도 낮추어 달라고 소원했던 농민은 모두 다 살해당하고 말았어. 백성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달았지. 왕이 휘두르는 폭정은 더 이상은 멈출 방법이 없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바꾸기 위해서는... 왕을, 그리고 왕제, 그 자체를 무너뜨리는 수밖에 없다는 혁명계획이 본격적으로 짜여지기 시작했지. 당시 나는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집안은 비교적 부유한 편이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그 계획의 꽤나 초기단계 때에서부터 참가 하고 있었지.”
“흐음~ 흐음~”
“만약 그 계획이 발각되었다면?”
키노의 질문에... 남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물론 사형이지. 동료가 몇 명이나, 체포되어 처형당했어. 이 나라의 전통적인 사형방법을 알고 있나? 손발을 묶어서 반대방향으로 묶어 올리고는, 머리를 떨어뜨려 죽이는 거야. 이 나라에서는 가족도 함께 처형돼. 사거리 광장의 공개처형을, 몇 번이나 보게 되었어. 먼저 동료들의 가족이 떨어졌어. 부모, 배우자, 아이들의 순서로..... 그러던 중에 동료들이 나와 다른 동료들을 군중 틈에서 발견하고는, 눈가리개를 거부하고, 떨어지는 잠깐의 순간에 뭔가를 호소하고는, 그리고는 두개골이 부셔지고, 목뼈가 부려져 죽어가는것을 봤어... 몇 번이나 봤어”
“ ......... ”
“ 십 년 전 봄날 아침, 결국 우리들은 봉기했어. 먼저 경비대의 무기고를 덮쳤어. 물론 대량의 패스에이다와 탄약을 손에 넣기 위해서야. 그 이전에는, 일반 민중이 무기를 가지는 것이 일체 허용되지 않았어. 당연하다고 한다면 당연한거겠지?! 변변치 않은 권력자일수록, 백성이 무장하는 것을 두려워했으니까말야. 어쨌든, 각지의 무기고에서 패스에이다를 얻어내는 것에 성공했어. 우리들에게 동의해주는 경비대원도 있었어. 그리고 우리들은 단숨에 왕궁으로 돌입해 왕을 체포할, 예정 이였어. 하지만 그만뒀어.”
남자는 그때까지 말하고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만둬버렸다는거야? 왜? 비가 내릴 것 같으니까?”
에르메스가 놀라서 묻자,
“...세탁물을 말리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잖아, 에르메스”
키노가 기막힌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 그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는것은 아닙니까? 왕이 도망쳤다든가?“
남자는 집게손가락을 세우고, 기쁜 듯이 웃으면서,
“ 정확해. 그대로야“
“ 어떻게 안거야? 키노““ 어느 건물이 어디에도 상처나있지 않기 때문이지-
에르메스는, 과연, 이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 왕은 가족과 함께, 아니 재산과 함께 라고 해야 당연하지, 트럭의 짐칸에 숨어서 국외로 도망치려고 했어. 그리고 곧 발각되었어. 하하하, 그것도 그래~. 누군가가 짐칸에 야채와 보석에 파묻혀서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혁명은, 거의 희생을 내지 않고 성공해내었어.”
“ 그것은 대단해. 그래, 그리고나서? 그리고나서 어떻게 되었어?”
에르메스가 졸라대듯이 물었다.
“ 그리고나서 우리들은, 새로운 자신들의 삶의 방법으로서, 그리고 국가의 운영방법으로서, 자기 자신들을 비롯해 지금까지는 없었던 정치형태를 만들려고 했어. 특정의 일부의 누군가가 아니라, 모두 결정하고 모두 실천하는 정치야. 우리들은 맹세했어. "이제 두 번 다시, 한 사람의 인간이 지배하는 국가가 되어서는 안돼. 국가는 모두의 것이야", 라고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모두에게 알려서, 어느 정도 그것에 찬성하고 있는가를 조사했어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면 그 방법을 채택하기로 했지. 맨 처음 결정된 것은 체포된 왕을 어떻게 할 것인 가였어."
"어떻게 되었나요?"
키노가 물었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투표결과 90%의 다수찬성으로 왕의 사형이 결정되었어. 왕과 그의 추종자와 그 왕일가도."
"역시나"
에르메스가 중얼거렸다.
"왕 일가를 매달아 처형하고 간신히 공포와 절망의 시대가 끝난 듯한 기분이 들었어.
그 이후로 바빠졌지. 모두가 여러 가지를 결정했지. 먼저 헌법. 제 1조에는 국가는 모든 이의 것이며, 국가의 운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것이 기재되었지. 그리고 세법, 경찰, 국방, 법률에 형죄, 학교제도를 결정할 때는 즐거웠어. 이제부터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베풀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들은. 아...즐거웠지..."
그리고 남자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작게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뜨고서 키노를 보았다.
키노는 몸을 조금 내밀어,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나요?"
남자는 수통을 열어 몇 모금 마시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동안 모든 것이 잘 되어갔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당치도 않은 것을 제안하는 놈이 있었지. 주장은 이랬어. '모든 것을 직접투표로 하는 건 시간이 너무 걸린다. 리더를 투표로 선발하여 그 사람에게 권한을 주어 몇 년간 국가운영을 맡기면 어떻겠는가?'"
"그 주장은 통과했나요?"
"설마 그건 미치광이 같아 보인다고 밖에 달리 표현이 없었어. 그런 방법으로 선택된 그 리더가 미친놈이라면 어떻게 하지? 한 인간에게 권력을 주어버리고 놈이 폭주를 하게 됐을 때 누가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말을 꺼낸 놈들은 이 나라에 또 절대적인 존재인 왕을 만들어내어, 그 비호아래 자기들만의 특별한 생활을 하려고 하는 거야. 한심한 생각이지. 당연히 다수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어."
"과연..."
"하지만 우리는 그런 위험한 생각을 가진 것 자체가 이 나라의 미래에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놈들 전원을 국가반역죄로 고발했어."
키노가 에르메스를 힐끗 본다. 그리고 남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나요?"
"다수찬성으로 놈들은 유죄가 되었어"
"그래서?"
에르메스가 물었다.
“사형이야. 전원 사형되었어.”
“예전의, 가족 전원을 목매달아 죽이는 것 같은..”
키노의 질문에,
아. 그래, 모두 국가에 반역하는 자 들은 그렇게 처리했지. “
남자는 내뱉듯이 말했다.
그러나 곧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국가에 반역하는 자 들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지. 어느 때는 사형 제도를 없애자고 하는 자가 나타났다.
말도 안된다. 사형 제도를 폐지하면 국가 반역자를 계속해서 살려두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런 말을 하는 자, 그 자체가 국가 반역자야. 그래서 그 자도 그 후에 투표로 사형되었다. 또어느 때는 새로운 조세 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자도 나타났지. 자신들의 세율이 너무 높다고불평해서, 그뿐만 아니라, 세금을 낼 수 없다고 하더니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어. 다수결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 따르지 않고 불평을 말하게 된다. 자신들만 좋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하는 것 등 거만한 생각을 우리들은 당연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자들도처형되었지. “
“.......“
“나라의 운영도 정말 큰일이네요.”
에르메스가 말했다.
남자는 가볍게 집게손가락을 들며,
“그렇지. 그래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지 잘못 되어버려. 되돌리려고 할 때는 이미 늦게 된다.”
“그 후 에는요?”
키노가 물었다.
“응..우리들은 어떻게든 훌륭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했지. 그렇지만, 어떻게든 나라에 반역하는 자가 생겨버렸어. 어느 때는 모두와 마찬가지로,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어느 때는 우리에게 반항하고,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 옛날에 친했던 사람이 사형될 때는 더욱 가슴이 아팠지. 그러나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개인적인 감정을 따르거나 하는 것은 하지 않아. 결코.. ”
“그래서. 그러던 사이에 무덤이 모자라게 된 건가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전 왕궁이 중앙 공원이 되어, 농지로 하기로 했던 뒷마당을 사용하기로 결정되었다. 반대하던 자들은 사형되었다.”
“지금까지 몇 회 정도, 사형이 행해졌습니까? ”
키노의 질문에 남자는 조금 생각했다.
“글쎄.. 왕의 시대부터는 셀 수 없을 정도.. “
“아니요 새 정부가 시작된 후 부터라도 좋아요.“
“아. 만 삼천 육십 사회다. “
남자는 바로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이루어졌던 건 어떤 투표로 결정되었나요?”
"마지막은 딱 1년 전이었어. 그 때 이 나라에는 나랑 나의 사랑하는 아내, 한 명 더, 오랫동안 동료였던 혼자 사는 남자가 있었어. 우리는 셋이서 확실하게 이 나라를 통치해 갈 생각이었지. 하지만 어느 날, 그 녀석이 나라를 나간다고 하는 거야. 몇 번이나 가지 말라고 설득시키려 시도했는데 그 놈의 사악한 의지는 너무도 확고했어. 나라를 버리고, 의무를 버리고 나가는 짓은 우리는 용서할 수 없었지. 투표한 결과, 2대1로 그 놈은 사형으로 결정되었어"
"부인은 아직 계십니까?"
남자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야, 이제 없어. 거의 반 년전 이야기야. 병 때문에 죽어버렸어. 감기였지. 나는 의사가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빌어먹을!"
이윽고 남자는 조용히 울었다.
"이야기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키노는 책상에 머리를 쳐박고 오열하고 있는 남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에르메스, 이제 슬슬 출발하자"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남자가 머리를 들었다.
"이제 이 나라에는 나밖에 없어. 아-외롭다"
"…"
"그래 맞아, 올바른 행실은 때때로 우리에게 고행 시키는거야. 나라는 이 힘든 상황 맞서야 해" 남자는 눈물을 훔치며 키노와 에르메스에게 제안했다.
"너희들! 부탁이 있어. 이 나라 시민이 되어 주지 않을래? 그래서 함께 나라를 재건하자. 여기 있는 모두가 명예시민인거야. 어때? 괜찮지 않아?"
키노와 에르메스는 동시에 대답했다.
"싫어요" "싫은데…"
남자는 순간, 슬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래. 너희들 '둘이'서 그렇게 말한다면 할 수 없어… 그, 그러면"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1년 정도 더 여기 머물러야 한다. 이러면 어때?"
"그럴 일은 없을 걸요"
"키노에게 찬성"
“너희들… 일주일만 더 여기 있으라구, 여기 있는 모든 것들… 뭐라도 좋으니까 마음껏 사용해도 돼”
“사양하겠습니다” ”필요없어요~”
"3, 3일만 더 여기서 묵으며 매우 호화스러운 식사를 같이 하는건 어떨까?"
"아…괜찮아요..필요없어요"
"키노가 생각을 바꾸기 전에 출발하겠습니다"
“이 나라에 살아준다면, 나는 당분간 충실한 노예로서 행동해도 괜찮아”
“거절합니다” “그런 취미는 없어요”
쾅!
키노는 에르메스의 탱크를 세게 때렸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흔들었다.
“이제 곧 출발할게요. 당신의 제의는 유감스럽지만, 이것도 저것도 찬성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키노는 한번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이 나라에 있어줄 수 없을까. 그러면, 이 나라의 훌륭함을 더 설명해줄 수 있어. 부탁해……”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삼일 간을 벌써 체류했으니까요”
키노는 그것만을 말하고, 에르메스를 돌아 봤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 것으로 되어 있어요. 미안해요 아저씨“
남자는 다시 울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리고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입이 뻐끔뻐끔 움직였을 뿐이었다.
“갈까”
그렇게 말하고 키노가 에르메스에게 올라타려는 때, 남자는 자신의 가방에 손을 쑤셔 넣어, 안에서 핸드 패스에이더를 꺼냈다. 가운데가 꺽이는 식의 틀에 실린더가 병렬로 된, 16연발 리볼버였다.
남자는 그것을 꺼냈지만, 꺼냈을 뿐이었다. 키노의 등에 향하기는 커녕, 두꺼운 방아쇠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걸치고 있지 않았다.
「그걸로 우리들을, 이번에는 협박하는 건가요?」
키노가 고개와 시선만을 남자에게 향하면서,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키노의 오른손은, 오르쪽 무릎의 홀스터에 조용히 다가가고 있었다.
남자는 잠시동안, 양손을 감싸듯이 쥐는, 자신의 패스 에이더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몇 번이나 옆으로 흔들며,
「아니, 안돼 안돼 안돼! 이걸 쓰면, 나는 그 어리석은 왕이나 그 추종자들과 똑같아 지고 말아. 폭력으로 자신의 생각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하는 건 잘못됐어! 잘못됐다구! 어리석은 사고방식이야! 안된다구! ……그래, 모든 세상사는, 더 많은 사람이 원하는 길을 택해야해. 그것을 투표로 알고, 총의(總意)로서 평화적으로 그 길을 택한다.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가야할, 그리고 치명적인 잘못을 일으키지 않는 유일한 길이야! 그렇지?」
남자는 힘없이, 패스 에이더를 내렸다. 남자가 그것은 꺽어서 열자, 탄환은 한발도 들어있지 않았다.
키노가 돌아 봤다. 아주 조금 미소짓고 있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좋습니까? 만약 나와 에르메스가, 『그것은 달라. 당신이 잘못되어 있어요』라고 말했더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남자는 깜짝 놀라, 패스에이더를 떨어뜨렸다. 철컹、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동시에, 남자의 얼굴은 창백해져, 이를 딱딱 떨면서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몸의 안쪽부터 용기를 짜내어 힘껏 외쳤다.
“가, 가버려! 너, 너, 너희들 같은 것 제발 가버려! 가버려라! 이 나라로부터 나가서 살아! 사라져! 두 번 다시 되돌아 오지마!”
“그렇게 할께요” “그렇게 할 거야”
키노는 에르메스에게 올라타, 엔진을 작동시켰다.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울려퍼진다.
“도망치자”
키노는 작게 중얼거리며, 에르메스를 출발하게 했다.
달아나며 떠날 때 에르메스가 살짝 얘기했던
“안녕히 계세요 임금님”
이란 말은, 남자에게는 들리지 못했다.
남자는 모토라도가 달아나며 떠나는 것을,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보았다. 오른손에는, 다만 지금 막 탄환을 장전한 패스에이더를 지니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발포할 것 같이 쥐고 있었다.
남자가 외쳤다.
“너희들! 혹시 돌아온다면 꼭 총을 쏠꺼야! 죽여버릴꺼야!”
남자는 모토라도가 사라질 때까지 앞을, 노려보며 계속 있었다. 여행자는 되돌아갔다. 모토라도는, 한참동안 초원의 길을 달렸다. 그리고나서 멈췄다. 키노가 고글을 벗는다. 시선의 앞에,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키노는 에르메스로부터 조금 떨어지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했다. 하나는 서남쪽에, 다른 하나는 서북쪽에 향해있었다. 대초원의 저쪽에는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
에르메스가 물었다. 키노는, 스스로 중요한 루트만을 쓰며 만들었고, 지도를 보는 채로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상한데, 이 길은 하나여야하는데...”
“그거, 누가 말했어?”
“아주 전에 만났던 상인. 저말이야, 캥거루와 팬더를 데리고 있었어”
키노가 그렇게 말하자, 에르메스는 조롱하는 것 같은 어조로,
“하아~ 잘도 속아넘어갔군... 순진하다니까 키노는~”
"아니야, 여기까지는 맞았어. 이 전 나라에서 서쪽으로 향하여 길을 따라 가면 물이 보라색인 호수가 있고, 그 뒤에 큰 나라가 나올 거라고. 이 두 길의, 어느 쪽인가가 정답이야."
그렇게 말하자 한 번 더 길을 보았다.
"오른쪽이려냐, 길의 폭이 넓어" "왼쪽이야, 길의 흙이 딱딱해.
키노와 에르메스가 동시에 말했다.
"......""......"
그리고 둘다 잠시 침묵했다.
잠시 후 키노가,
"알았어. 왼쪽으로 가보자"
"엣?"
"뭐야, '엣?" 이라니?"
에르메스가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키노가 길을 이렇게 휙 결정하다니. 평소에는 배가 고플 때까지 고민하는 주제에.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 찬거야?"
"...바람이 불다?"
"그래 그거"
그렇게 말하고 에르메스는 잠시 동안만 침묵했다.
"그래서?"
키노는 으-음, 하고 작게 신음소리를 내더니 ,
"여기서 먹을 것을 줄이는 것보다, 어쨌던 가보자고 생각해서. 게다가 덥구. 에르메스도, 달리는 쪽이 좋겠지"
"그거야 그렇지만....틀렸으면 어떻게 할거야?"
에르메스가 불안한듯이 말했다. 키노는 먼 곳을 보면서,
"그렇네. 잠시 달려서 호수에 닿지 못한다면, 또는 도중에 길이 바뀐다면, 순순히 여기까지 돌아올래. 운 좋게 누군가를 만난다면, 물어보지"
"역시. 시험해보는거지. 그 아이디어 찬성. 그렇게 하자"
에르메스가 그렇게 말하자, 자 그럼 그렇게, 라고 중얼대면서, 키노는 지도와 컴퍼스를 접었다. 에르메스에 올라타, 고글을 썼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발진시켰다. 그리고, 오른쪽 길로 나아갔다.
"어?어엇! 키노오! 속였구나!"
에르메스가 소리쳤다.
"말귀 못알아듣네. 속인게 아니야. 시험해 보는거라면, 어디로 가던 상관없잖아. 틀려?"
"약았어! 그렇다고 해서 오른쪽으로 갈 건 없잖아!!"
에르메스의 정당한 항의를 무시하면서, 키노는 액셀을 더욱 밟았다.
제 3 화 [레일 위의 세 남자]
-On the Rails-
그것은 거대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그루터기만 해도 더블 사이즈 침대정도는 될 법한 굵직한 나무들이 마치 신전을 떠 받치는 기둥이라도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처럼 규칙적으로 세워진 것은 아니었고, 여기저기 늘어서 있었다.
올려다보면 푸르른 초록 이외엔 보이지 않는다. 지상으로부터 20미터 정도는 위부터 시작되는 줄기와 나뭇잎들이 하늘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햇살은 희미하게 밖에 비추지 않기 때문에, 지면에서는 풀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검고 습한 땅은 어디까지라도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이고... 그곳은 검정과 초록 사이에 존재하게 된, 자연이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공간이었다.
“난 숲 속을 달리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왜 인지 알아? 에르메스?”
거목 옆에 서있는 15, 16세정도 되는 짧은 머리를 한 사람이 말했다.
비쩍 마른 몸에 검은 쟈켓을 걸치고, 허리에는 벨트를 차고 있었다.
벨트는 두꺼웠지만 허리는 가늘었다. 오른쪽 허벅지와, 허리 뒤쪽에는 홀스터를 차고 있었다. 안에는 핸드 패스에이더가 (주 : 패스에이더는 총기를 말한다. 이 곳의 경우에는 권총) 꽂혀있었다.
그의 바로 옆에는 한대의 모토라도가 (주 : 이륜차, 하늘을 날지 못하는 것만을 지칭한다.) 센터스탠드로 세워져 있었다. 뒷좌석은 없으며, 화물을 실을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이 곳에는 조금은 지저분한 가방이 묶여져 메여 있었다. 모토라도는 엔진이 걸려져 있는 상태로, 뒷바퀴는 회전하고 있었다.
“송충이 때문이야, 키노?”
에르메스라고 불리웠던, 그 모토라도가 대답했다.
“그건 아냐... 뭐, 그런 것도 없진 않지만... 정답은, 숲 속이라는 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곧 잘 잃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지. 서쪽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어느샌가 남쪽으로 달리고 있기도 하고. 햇빛을 볼 수 없다는 것도 답답하고...”
키노라고 불리운 인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작은 모자창의 양쪽 귀를 뒤덮을 만한 덮개가 달린 모자를 썼다.
“나아가야 할 방향...인가?”
“그래, 에르메스. 우리들 진북방향으로 가면 이 거대한 숲을 나가게 될거야, 그러면 길이 나올거야... 아마도...”
“아마도...로군...”
키노는 가슴 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낸 후, 에르메스에게서 조금 떨어져서는, 그 곳에서 진북의 방향을 확인했다.
“그럼, 가볼까?”
키노는 한번 뒤를 돌아보고, 뭔가 남겨진게 없는지 확인했다. 에르메스에 묶어놓은 짐과 그 위에 묶은 코트가 떨어지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장갑을 끼고 에르메스에 올라타고는, 체중을 앞으로 실고 스탠드를 떼내었다. 동시에 클러치를 눌렀다. 조금 달리고서 브레이크의 작동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고글을 썼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달리다가 또 멈췄다.
키노는 에르메스에서 내리고는, 조금 떨어진 후,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했다.
그리고 훌쩍 올라타서, 잠깐 달리고는, 멈추고, 조금 떨어져서, 그리고 방향을 확인했다. 키노는 같은 동작을 몇 번 이나 반복했다.
“아아~~, 지겨워”
키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어물어물 넘기지 않고 정확하게 확인 작업을 계속했다.
“수고했어“
키노가 108번째의 방향확인을 끝내고 달리기시작하자, 어둠과 푸름 사이로, 하얀 선이 섞였다.
얼마 안 있어 그것은 상하로 넓어져서, 밝은 빛의 띠가 되었다.
키노는 속도를 늦추었다. 그리고 눈부심에 익숙해질 때 쯤, 마지막 한그루의 나무 옆을 지나가고, 모토라도는 거목의 숲은 빠져나왔다.
숲의 북쪽 방향은 끝났지만 길은 없었다.
키노의 앞에는 울창하게 우거진 보통의 정글밖에 보이지 않았다.
“길은 없어. 방향이 틀렸던 건가?”
에르메스가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마 이걸로 충분한거지. 그치“
키노는 에르메스에게 밑을 보도록 재촉했다.
우거진 풀들 사이로 뭔가 얇고 붉그스래한 선이 보였다.
조금 떨어져서 또 한 개가 있었다. 평행으로 나란히 있는 그것은,,
“레일이야! 선로야~!!”
“정답~!!”
키노는 땅을 차내고, 에르메스를 천천히 뒤로 옮겼다.
“길을 가르켜준 사람들이 말했었어. ‘오토바이라면 갈 수 있을거야. 그 사이 두꺼운 길이 나올 거야’ 라고 말했던 것은 이거였던 거구나. 정글을 벗어나는 길로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기차는 오지 않는건가?”
“이만큼 풀이 생겼으니, 레일은 녹슨 거야. 이제 사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키노는 에르메스의 앞바퀴를 레일 사이에 놓아두고 서쪽을 향했다. 잘 보이는 선로에 따라서 똑같은 풀이 예쁘게 난, 마치 정글의 안에 녹색의 길이 난 것 같았다
"이걸로 좋아. 적어도 길을 잘못 들어 설 걱정은 없잖아. 키노"
키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에르메스를 출발시켰다. 레일에 앞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거기에만 주의하면서 달렸다. 그다지 속력을 낼 수도 없었다.
울창하게 늘어져 있는 풀들을 밟으면서 키노와 에르메스는 계속 달렸다.
그리고 태양이 가장 높이 솟아올랐을 때, 첫번째 남자를 만났다.
처음 발견한 것은, 에르메스였다.
정글의 완만한 커브길을 벗어나자마자 에르메스가
"누군가 있어"
짧게 말했다.
키노도 긴 일방 통행 길에서 사람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브레이크를 걸었다.
천천히 다가가자 한 남자가 웅크리고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잠깐 얼굴을 들었다. 그의 뒤에는 기차바퀴 모양의 바퀴가 달린 수레가 한대, 짐을 가득 실은 채 세워져 있었다.
키노는 남자 바로 앞에 에르메스를 세우고 엔진을 끈 후 내렸다.
"안녕하세요"
키노가 인사하자 남자가 일어났다.
키 작은 노인이었다. 얼굴 윤곽은 뚜렷했지만 주름 투성이었고 작은 회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백발이나 다름없는 긴 머리에, 수염도 제멋대로 자란상태였다. 작고 까만 모자에 옷도 검은색으로 너덜너덜하지만 원래는 튼튼한 제품이었을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꿰멘 흔적이 있었다.
"아 , 여행객이로군"
노인은 그렇게만 말했다.
키노는 노인에게 더 말을 하려고 한 그 순간 뭔가를 깨닫고는
"앗!"
거의 경악에 가까운 상당히 큰 소리를 질렀다. 에르메스도 거의 동시에 같은 것을 깨닫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노인은 천천히 돌아서서 키노와 에르메스를 같이 보았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자신을 보고 있는 젊은이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 내가 했지"
키노는 순간 노인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하번 그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어...."
키노와 에르메스의 시선이 머문 곳은 레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토록 무성했던 풀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깨끗하게 깔려져 있는 자갈과 소름끼칠 정도로 같은 간격으로 늘어져있는 침목이 보였다.
그리고 두개의 철로는, 마치 방금 공장에서 보내진 듯 번쩍번쩍 빛났다. 햇빛을 받아 위에도 옆면에도 깨끗하게 검은 윤이 ! 나고 있었다. 그것은 키노에게 보여지는 동안 계속 되었다.
“ 죄송하지만 저 수레를 간단히 움직여야 합니다.
미안합니다. 손님. 모토라도님은 일단 레일에서 나와 주시겠소“
“ 예? 아,,예. 물론입니다. ”
키노는 당황한 듯 말했다. 재차 웅크리고 있던 노인에게 다가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저..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습니다만,,,괜찮습니까? ”
“무엇? 내가 아는 것이라면.. “
“ 저..당신이 전부..풀을 뽑아 레일을 닦고, 모두 혼자서 하신 것입니까. ”
키노가 뒤의 레일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 그것이 내 일이니까. ”
노인은 태연하게 말했다. “직업입니까?“
“아..그렇소. 이제까지 계속 이것만 했소. ”
그렇게 말하면서 노인은 자신의 발아래 자라고 있는 풀을 뽑고 있었다.
키노는 수레를 보았다. 짐은 노인의 생활용품 같았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돌아보며, 어쩌면 에르메스도 궁금해 할것이라 생각되는것을 물었다.
“계속이라면 얼마나 되셨나요? ”
“50 년 정도요. ”
노인은 나직히 말했다.
“50 년? “
에르메스가 큰소리로 되물었다.
“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정도 일거요. 내가 겨울만 따지니까... ”
“...50 년간 계속해서 레일만 닦았다는 말씀인가요? ”
키노가 물었다.
“ 아.. 내가 18살때 철도회사에 들어갔지. 그 때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레일이 있지만. 언제 사용할지 모르기에..할 수 있는 한 닦도록 말한 것이지. 아직 그만두라고 말하지 않아서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는 거야.“
“ 이 나라에는 한번도 돌아온 적 없나요?
“ 그렇단다... 당시의 나에게는 마! 누라와 자식놈이 있었거든, 그것들을 어떻게 해서든 먹여 살려야만 했는걸,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라나. ..? 내 급료가 나오고 있을테니, 생활하기에 부족함은 없을 거야 아마..." 마누라, 자식놈, 그것들은...”
키노와 에르메스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서 있었다.
"저 여행자는 어디로 가는 거야?"
노인은 무심코 그렇게 물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두 개의 레일 사이를 모토라도가 달리고 있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아침부터 계속 달려 왔다. 시내를 발견했을 때만 잠깐 쉬면서 수통에물을 담았다. 선로는 정글 속을 완만하게 꾸불꾸불하면서 이어져 있었다. 황색 자갈로 된 길이 키노와 에르메스를 이끌었다.
"어제 만난 할아버지 덕분이야"
오늘 에르메스는 이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잡초는 모두 뽑혀있고 하늘이 비춰질 정도로 잘 닦아진 레일이 이어져 어제보다 훨씬 더 달리기 쉬었다. 침목에서 느껴지는 규칙적인 진동을 느끼면서, 키노와 에르메스는 계속 달렸다. 키노가 배고프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 두 번 째 남자를 만났다. 처음으로 키노가 깨달았다.
꽤 급한 커브를 빠져 나가서, 키노가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에르메스도 금방 레일 위에 리어카가 세워져 있고, 그 옆에 남자 한 명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가 당황하듯이 돌아보고, 가지고 있던 긴 막대기 같은 것을 리어카에 기대어 세워 놓고 멈춰 달라는 듯 손을 펴 보였다. 키노는 남자 조금 앞에서 에르메스를 정지시켜 엔진을 껐다. 에르메스에서 내렸다.
"안녕 하세요, 여행자"
남자는 모자를 오도카니 쓰고 있었다. 어제 만난 노인을 닮은, 검은색의 상하 같은 무늬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 역시 여기저기 기워진 누더기였다. 키노는 다시 말을 걸려고 했다. 그 때 에르메스가 어떤 것을 깨달았다.
"키노! 레일이!"
그렇게 소리 쳤다. 레일? 이라고 키노가 의아스럽게 몸을 좀 기울였다. 그래서 리어카의 저 쪽에서 빛나는 레일이 뚝 끊어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침목도 없었다. 자갈만이 정글 끝으로 계속 이어져 있었다.
“레일이 없어졌다…“
“아아. 내가 떼어냈어“
키노의 중얼거림에, 노인이 대답했다. 그리고서 망연히 서있는 키노에게,
“미안하구만, 리어카는 옮길 수 없어. 저쪽으로 부탁하네”
그렇게 말하고는, 선단이 살짝 구부러져 있는, 쇠막대기를 손에 쥐었다. 짐을 가득 실은 리어커의 뒤로 돌아갔다.
키노는 서둘러 에르메스의 엔진을 키고, 레일을 넘어서, 똑같이 리어커의 뒤로 돌았다.
노인은 한쪽의 레일의 밑에, 쇠막대기의 앞부분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영차“
라는 소리와 함께, 막대기에 체중을 실었다. 레일은 떼어져, 자갈이 많은 곳 옆에 굴러 떨어졌다.
키노가 자세히 보니, 그 앞에도, 떼어내진 레일이 있었다. 그것은 정글의 붉은 흙에 뒤섞여, 이미 반짝이고 있지 않았다. 노인이 반대편의 레일도 떼냈다.
“여쭈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키노가 물었다. 노인이 키노를 돌아봤다.
“저기, 레일을 왜 떼내는 건가요?“
“일이라서. 혼자서 계속 하고 있어. 침목도 팔아 없애고”
에르메스가,
“뭔가 안 좋은 예감“
키노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계속이라면, 어느 정도……, 입니까?”
“오십년, 지났을까? 잘 모르겠군“
“……”
“나는, 열여섯에 철도회사에 입사해서, 쓰지 않는 선로를, 이제 필요 없으니까 부숴 없애도록 명령을 받아서, 힘차게 하고 있다구. 아직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나라에는 돌아가보지 않으셨어요?”
에르메스가 물었다.
“아아. 나는 동생이 다섯 명 이나 있어서 말이지. 그 녀석들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란다. 쉬고 있을 수는 없다구“
“그렇습니까……”
키노는 그렇게 말한 후, 태연한 태도로 물었다.
“레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 치고는, 꽤 깨끗하지요?”
그러자 노인은,
“아...계속이냐. 이상한 능력이군. 하지만, 덕분에 떼어내기 쉬워서 좋아.”
“.......”
키노와 에르메스는, 무엇도 말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여행자는, 어디로 가는 건가?”
노인은, 조용하게 그리 물었다.
회색의 자갈길을 모토라도가 달리고 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해가 날 때부터 달려왔다. 휴식은 거의 얻지 못했다.
길은, 정글의 가운데를, 비교적 똑바로 이어놓고 있었다. 옆에는 뜯어진 레일과, 파내진 침목이 굴러다녔다. 레일을 고정하고 있었던 스파이크가, 어느 정도 걸러서 산적해 있었다. “달리기 어려워...”
키노가 오늘 몇 번씩이나 같은 말을 했다.
침목이 아닌 자갈길은 타이어의 그립주행에 나빴고, 커브에서 조금만 기울면 그만큼 미끄러졌다. 키노는 그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신경을 쓰며 핸들을 쥐고 있었다.
에르메스가 이제 슬슬 쉴 것을 제안했을 때, 세번째 남자를 우연히 만났다.
키노와 에르메스가, 동시에 눈치챘다.
곧장 이어진 자갈길의 저쪽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키노가 금방 엑셀을 되돌려 놓았는데도, 에르메스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가보니, 남자가 한 사람, 자갈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는 키노와 에르메스를 알아차리고 크게 손을 휘둘렀다.
키노는 남자의 조금 전에, 에르메스를 멈추었다. 엔진을 멈추었다.
“안녕하세요” “저기요! 여행자님”
남자가 일어서면서 대답했다.
노인이지만, 다부진 남자였다. 상반신은 알몸인 채로, 팔에도 어깨에도 근육이 부풀어올라 있었다. 얼굴에 새겨진 많은 주름을 보지 않으면 활동을 많이 할 때의 중년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어제와 그제의 노인과 같은, 검은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옷자락은 너덜너덜 했다.
키노는 또 한번 노인에게 말했다. 그래서 에르메tm와 키노가 동시에, 어떤 것을 눈치채고, “레일이 있어...” “레일이 있어...”
동시에 중얼거렸다.
노인의 뒷쪽 앞에, 짐을 가득 실은 리어카가 한 대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레일이 시작되어, 정글을 향해 사라져 있다.
노인이, 옆에 두었던 거대한 해머를 짊어지며,
"그래. 내가 했다"
활기차게 그렇게 말했다.
"고치고, 계시는 겁니까?"
"고치고 있어. 열차가 달릴 수 있게 말이지. 침목을 깔아 레일을 놓고 스파이크로 고정시키지"
"혼자서 하는거에요?"
에르메스가 물었다.
"뭐, 익숙해지면 별 거 아니지.
재료는 여기에 전부 있어. 보렴"
노인은 침목을 레일과 스파이크를
"매우 싫은 예감"
키노가 물었다.
"저, 일, 입니까?"
"물론 그렇지. 계속 말야"
노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계속, 이란건....."
"이럭저럭 50년이 되가나? 계산은 좀 약해서 말야"
"......."
"내가 15살이던 때 일까나, 철도 회사에 취직했었지. 그러자, 전에 있던 선로가, 혹시라도 다시 쓰여질지도 모르니까 라고 하여서, 고치도록 의뢰 받았지. 아직 그만두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
"나라에는, 돌아갈 수 없는 듯 하네요?"
키노가 마치 확인하는 듯이 물었다.
"뭐 그렇지. 양친이 아프셔서, 일할 수 없게 된 후로, 내가 3명 분을 벌지 않으면"
"그렇습니까..."
키노가 그렇게 말한 후, 에르메스가 태연한 기색으로 말했다.
"앞으로도 일 열심히 하세요"
"그래. 고맙다"
키노가 아무말 없이, 키노의 엔진을 걸었다.
"여행자씨는, 어디로 가는건가?"
노인은 간신히 웃으면서 그렇게 물었다.
제4화 콜로세움
-Avengers-
숲과 강 사이에 길이 있었다. 맑은 강의 흐름에 깔끔하게 나뉘어진 울창한 숲, 제방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듯한 흙무더기는 쌓아올려진 상태 그대로, 충분한 길이었다. 수면에서 보면 상당히 위에, 숲의 지면보다는 조금 더 높은 곳에 길이 있었다. 길의 지면은 상당히 견고했고 대부분이 평탄하게 다져져 있었으며, 폭은 넓었다. 평소에도 많은 차량들이 오고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대의 모토라도만이 (주:이륜차, 하늘을 날지 못하는 것만을 지칭한다) 맹렬한 스피드로 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모토라도의 운전수는 지금 막 지평선 위로 모습을 나타낸, 눈부신 태양을 등지고 있어, 그의 길다란 그림자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길게 뻗어져 있다.
그 운전수의 체격이 말랐기에 그 그림자 역시 길고 가늘다. 운전수가 입고 있는 옷자락이 긴 갈색 코트의 길게 내려온 부분은 양허벅지에 둘러 감아 고정시켜 두었다. 머리에는 작은 모자창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비행할 때 쓰는 모자와도 엇비슷했고, 군대에서 쓰는 정모와도 비슷했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늘어져있는 귀덮개를 턱 아래로 묶어 두었다. 그 곳에 은색 프레임에 군데군데 바래져 있는 고글을 쓰고 있었다.
아침 숲의 습한 공기가 갸름하고도 매서운 얼굴 위를 치고 지나가고 있다.
“좋은 길인걸!! 하지만, 지금 스피드 너무 내는거 아냐?”
모토라도가 운전수를 향해 소리쳤다.
“무슨소리야! 에르메스, 갑자기 웬 할아버지 같은 소릴하고 그래?”
운전수는 그렇게 소리쳐 대답했고, 엑셀은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기어는 최고단계에 넣어져 있는 상태, 모토라도의 엔진소리는 마후라를 떼낸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시끄러웠고, 차체 역시 어딘가 부서진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모토라도의 뒤쪽은 좌석이 없이 짐칸으로 되어 있었다. 그 곳에는 큰 가방와 둥글게 말은 모포가 묶여져 있었고, 양 옆으로 짐을 실기 위한 상자가 달려있어 상당한 중장비였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맹렬한 스피드 속에서 심하게 덜컹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네트에 걸려져 있는 조그마한 은빛 컵 역시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길은 아주 조금, 완만한 경사 속에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운전수는 스피드를 조금도 늦추지 않은채 그 곳을 돌파했고 결국 모토라도를 날게 만들었다.
육중한 쉿덩어리가 공중에 떠서 몇미터인가를 날아 ‘퍼걱!’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끼약!!”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오토바이가 비명을 질렸다. 운전수는 이제야 겨우 악셀을 늦췄다. 방금전의 절반까지 속도를 낮추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듯이 말했다.
"이야~~ 에르메스. 괜찮은거야?"
에르메스가 분개하면서 말해다.
"괜찮을리 없잖아. 키노!! 프레임이 떨어진줄 알았다구~!!"
키노라고 불리는 운전수는 기아를 한단계 낮추면서,
"괜찮아, 떨어지지않았어. 그것보다, 속도 100까지 나왔어.
오랜만이지~. 짐을 가득 실고서 이만큼 달린건, 대단한거야. 자랑해도 좋아..에르메스"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다.
"알고있는거야? 키노! 오토바이의 상식에서는, 최고속도라고 하는건 '달렸다가 부셔져버리는 속도'인거야"
에르메스가 냉정하게 말했다.
키노는 조금은 흥분이 남아있었지만, 진정했다는 듯한 말투로,
"조금 서두른건가.."
"하지만 가끔은, 자신의 치고 실력을 나타내야해. 그렇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 솜씨가 무뎌지는 거야"
"아아~! 그렇습니까?!!"
에르메스는 조금도 관심없이, 마치 대사를 느낌없이 읽는듯이 말했다.
키노는 기쁜듯이,
"그거야. 그리고 이제 곧 다음 나라에 도착해"
"키노를 이제 다시는 믿을수가 없어"
에르메스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키노가 오른쪽 손으로 앞을 가리키면서,
"어라, 저기.."
키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완만하게 하강하는 언덕이며, 그 앞에는 성벽이 보였다.
그곳에는 얕은 묘지로 되어있으며, 진한 감색은 숲 안에 회색빛의 벽이 마을을 빙 둘러싸고 있다. 안에는 건물이 어지러이 세워져있고, 중앙에는 거대한 타원이 보였다.
“전부터 꼭 방문해보고 싶었었어“
키노는 넋을 잃은 표정이였다.
에르메스는, 그런 키노에게도, 바라 보고있는 나라에도 전혀 흥미 없는 듯한 모습으로,
“저기에 도착한다면, 어둡고 사늘하고, 적당히 습기가 있는 곳에서 쉬고 싶어”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라구요?"
코트를 걸쳐 입은 채 키노가 큰소리로 되묻자 젊은 보초병은
"몇 번이라도 말해주지. 너희들은 입국했으니 자동적으로 참가 자격을 얻게 된거라구. 이건 결정사항이야."
그렇게 말했다. 키노가 놀라 기막혀하면서
"그럼 내게 그 승부에 참가하란 말인가요?"
"그래 꼬마야. 그런 것도 모르고 이 나라에 온거냐?"
병사는 키노를 바보 취급 하듯이 말했다.
키노는 노골적으로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강한 어조로
"꼬마라고 부르지 마세요. 난 키노입니다."
"뭐 아무래도 좋아. 참가는 결정된 거야. 덧붙여 말하면 출전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알아?"
병사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물었다. 키노가
"어떻게 되는데요?"
라고 말하자, 병사는 기쁘다는 듯이,
"그럼 가르쳐주지. 평생 노예로 여기서 살아야 하는 거야. 싸우지 않고 도망친 겁쟁이로서 말이야."
"그런게 어딨어요?"
"결정된거야. 이 나라의 법칙이다. 게다가 거스르면 사형이야."
키노와 에르메스는 도착한 나라의 게이트에서 입국 절차를 밟았다. 절차가 끝났을 때 보초병이 당신들은 24번이라고 말했다. 뭐가 뭔지 모르는 키노에게 병사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 나라에는 3개월에 한번 시민권 획득을 위한 시합이 있다. 이 곳에서 거주하고 싶은 사람은 콜로세움에서 싸우는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한사람만이 새로운 시민이 될 수 있다.
시합은 3일간. 첫째 날은 1-2회전이 다음날 3-4회전이 이루어진다. 3일째에는 한 낮부터 최종시합이 시작된다. 무기는 무얼 사용하든 자유. 단 다른 사람의 경기는 볼 수 없다.
한쪽이 항복을 신청했을 때 상대가 그것을 인정할 때에만 항복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먼저 움직이지 않는 쪽이 지게 된다.
보통의 경우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죽음을 의미한다. 시합에서 도망치려고 한다면 적앞에서 도망친 도주범으로 발견즉시 사살이다.
시합은 거의 모든 시민들이 콜로세움에 밀어닥쳐 견학한다. 당연히 국왕도 전용석에서 관람한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전부 시합 중에 날아드는 총알에 맞아 부상을 당해도 혹은 죽어도 일체의 불평을 할 수 없다.
최후의 한사람은 국왕으로부터 그 즉시 시민권을 나타내는 메달을 수여받는다.
그 때 또 하나 이 나라에 새로운 룰을 추가할 수 있다. 그것은 기존의 것에 모순이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괜찮다. 이것은 시민이 국가운영에 터치할 수 있다는 것 인듯 하지만 실제로는 단지 상일 뿐 지금까지 거의 모든 승자들은 "이제부터 내가 살집이 없어져서는 안된다"따위의 자기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규칙을 더할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 접수일이었다. 이제까지 문을 빠져나갔던 사람들은 누구라도 승부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자동적으로 얻는다.
“ 어떻게 할 것이야. 참가할 것이야? 아니면 이대로 노예 소굴로 갈 것이냐? 키노.만약 노예가 된다면 제1호야.”
병사가 말했다. 어느새 한가한 듯한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다들 희쭉희쭉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것을 보다, 가지고 있던 패스에이다를 짤칵짤칵 큰 소리를 내도록 움직였다.
“이 경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키노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듯, 처음에 만났던 사람에게 물었다.
“7 년정도 전부터지. 그렇게 해도 이벤트라니 어이가 없군. 영광스런 시민권을 무엇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
“영광스런 시민권? “
키노가 병사를 주목했다.
“저는 이 나라가 녹색으로 둘러싸여, 숲의 은혜를 받고! 있다고 들어서 왔습니다만, 그래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겸허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
뒤에서 다른 병사가 말참견 했다.
“ 맞아. 지금도 그렇지. 마음대로 역사를 만들지. 여기는 일하지 않아도 먹을것이 많이 있어, 이 세계는 파라다이스야. 너 같은 애에게는 과분하지. ”
키노는 침착한 말투로,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7 년전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
어린 병사는 뒤돌아보며, 어땠었지 하며 어깨를 움추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 속에 중년의 병사가 특별히 가르쳐주지 라고 하며 몸을 앞으로 내 밀며,
“ 왕이 바뀌었다. 7년 전에 위대한 지금의 왕이 옛날의 재미없는 왕을 죽이고 이 나라가 조마조마하게 되었지. 그때부터였다. 이 나라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산처럼 밀려왔지. 그렇지만 깡패들을 시민으로 할 수는 없었지. 그래서 그 놈들을 콜로시옴에서 싸우게 하고, 우리들은 무언가 즐길 수 있는 일이 생겼고, 가장 강한 한 사람은 시민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나머지 녀석들은 무덤행이었지.”
그렇게 말하고 키노의 얼굴 가까이에서
“이해했어? 아가“
키노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예. 잘 알았습니다. 한 개 더 질문이 있습니다.”
그 병사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어 뭐야, 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승패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가 서로 죽이는 것을 납득하고 온 사람들이었어요? 아니면 저처럼 사정을 모르고 온 여행자도 있었어요?"
그걸 듣고 병사들이 풋 웃음을 터뜨리면서 껄껄 웃었다. 한 명이
"헤헤헤, 가끔 있는 거야. 너 같은 바보가. 그래서 우리가 아무 말 없이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입국시키면 녀석들은 첫째 승패에서 다 죽고 말아. 울면서 항복하겠다고 해도, 상대방이 그래? 라고 인정 할 줄 알고 있는가? 저번에도 부부끼리 마차로 여행했을 때 헤매서 운 좋게 첫 번째 싸움에서 서로 싸우게 됐어. 아내는 항복해서 살아남았지만 남편이 다음 판에서 죽고 말았어. 그게 걸작이었지!"
그의 대부분의 말은 동료 병사들에게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 생각나서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 그들은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무나 키노의 두 눈동자가 꽤 얇아진 것을 깨닫지 못 했다. 에르메스는 이 건을 모토라도하고 상관이 없다는 말을 들어서 처음부터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그 에르메스는 키노가 드물게 무척 화가 난 것을 알았다
. 그리고 나서 다음에 키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 "안내해주세요"
"역시"
에르메스가 혼자 말했다. 바보같이 웃었던 병사 중 한 명이
"뭐라고 했어?"
물으면서 키노를 봤다. 자기들을 응시하는 키노의 표정이 어름같이 차가워서 놀랐다.
"저를 안내해 달라고 하는 겁니다"
키노가 병가를 응시하면서 담담히 말했다. 병사들에서 웃음이 사라져 모두 키노를 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병사의 한 명이 깔보는 말투로 키노에게 물었다.
"어이이어 이봐, 정말 싸울 생각이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무기는 있어? 혹시 그 예쁜 얼굴로 상대방을 매료시키려고? 그런 취향을 가지는 사람은 드물어"
그것을 들은 병사가 웃으려고 했을 때, 광음이 울렸다. 벽에 걸려 있던 6개의 헬멧이 다 튀어 날아갔다. 방에 하얀 연기가 자욱이 꼈다. 병사들은 잠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바닥에 떨어진 헬멧의 회전과 괴울음이 나아질 쯤, 겨우 키노가 오른 손에 핸드 패스에이더를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키노가 "카논"이라 부르는, 6개 연발 리볼버 타입.
“이런걸로, 어때요?“
키노는 그렇게 말하면서, 전발을 쏜 카논을, 오른쪽 무릎의 홀스터에 천천히 넣었다.
“이자식, 까불지마!“
겨우 사태가 파악된 병사 중, 처음에 만난 젊은 한사람이 키노에게 덤벼들려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마에 패스에이더가 겨냥되어 있었다. 키노가 왼손에서 빼낸, 22LR탄을 사용하는, 가느다란 모양의 탄환자동작동 패스에이더였다.
몸도 표정도 얼어붙은 젊은 병사와, 아연해하는 다른 병사들에게, 키노가 천천히 말했다.
“저는 승부에 참가합니다“
“이건 심하군“
문을 빠져나가, 입을 열자마자 에르메스가 말했다.
키노와 에르메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쓰레기 산 이었다. 그곳은 쓰레기 처분장, 이 아닌, 마을전체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건물도 길도 지저분한게, 제대로 손을 보지 않은것이 한눈에 보였다. 주민인 몇 명은, 지저분한 모습으로 길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활동하고 있지 않은 건지, 마을은 조용했다. 몹시 살찐 개가 몇 마리, 쓰레기위의 잔반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길 전체가 냄새가 났다.
“그 마을에, 그 사람들이네, 키노. 아니, 그 반대일까”
안내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에르메스는 딱 잘라 말했다. 키노는 묵묵히 에르메스를 밀면서, 병사의 뒤를 따라갔다.
얼마간 지저분한 길을 걷자, 콜로세움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였다, 그 타원모양의 건물이었다. 관객석의 단은 높지만, 가장자리의 이곳저곳이 떨어져서, 안의 철봉의 보이고 있었다. 맨 윗층이 비뚤어진 곳도 있었다. 형편없는 날림 공사였다.
“누가 언제 지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형편없는 건물이군. 디자인도 악취미”
에르메스가 또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콜로세움의 지하로 안내받은 키노는, 그 곳이 참가자의 숙소라고 설명받았다. 숙소라 해야할지, 감옥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방이었다. 안에는 용수철이 튀어나온 낡은 침대, 윗쪽에 달린 작은 창문, 과연 물이 풍부한 나라답게 세면대와 수세식변기. 그곳은 어둡고 시원하고, 적당히 습기가 있는 곳이었다.
“어쩔수 없는 나라로군“
안내역이 사라진 뒤, 에르메스가 키노에게 말했다. 키노는 코트를 벗어서 말았다. 그 아래에는 검은 쟈켓을 입고 있고, 허리를 두꺼운 밸트로 조이고 있었다.
밸트에는 포우치가 몇개인가 달려있어서, 오른쪽에는, 무릎 위치에, 카논의 홀스터를 매달고 있었다. 허리 뒤에는 또 한 자루의, 키노가『숲의 사람』이라고 부르는 패스에이더의 홀스터가 있다.
[숲의 사람]은 그립을 위로 올리자 수습되었다.
“옛날은 달랐어. 어떤 여행자도 방문해도 됐어. 매우 훌륭한 나라였던 것 같아.”
키노는 침대에 걸터앉아, 왼손에 [숲의 사람]을 빼면서 담담히 말했다. 탄창을 떨어뜨렸다. 안전장치를 떼내버리면서 슬라이드를 움직여, 약실의 한발을 꺼냈다.
“그래서 기뻐하고 와봤는데. 상당히 이전 왕과는 달랐던 남자가 임금이 된 것 같아.”
“그럴지도.”
키노는 에르메스에서 짐을 내렸다. [숲의 사람]의 빈 탄창을 5개 꺼내고, 각각에 총알을 채워 넣었다.
“진심이야, 키노?”
“뭐가?”
키노는 [캐논]을 꺼냈다. 중앙에 있는 누르는 푸쉬를 제쳐놓고, 총신을 포함한 앞부분을 전부 빼냈다.
“승부야. 키노가 화난 것도 알지만 이렇게 성나게 했던 나라에 똑같이 대응할 필요는 없어. 첫싸움에서 적당하게 상대를 아프게 만들어서, 상대가 항복하려고 할 때 이쪽에서 항복하는거야. 그렇게 스치듯, 이런 것과는 안녕이야.”
“아, 그런 방법도 있구나.”
키노는 [캐논]의 실린더를 빼고, 장탄되어 있지 않은 실린더를 파우치에서 두개를 꺼냈다. 하나를 캐논에 끼우면서.
“그래도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쓸꺼야.”
“역시 진짜로 참가할 작정이야?”
“아, 우선 잘 할 수도 있다면. 저곳에서 삼일 안에 전부 완료된다면, 최후까지 함께 있어도 괜찮아.”
키노는 실린더에 빈 6개의 구멍에, 걸쭉한 녹색의 액체 화약을, 주사기 같은 것으로 흘려 넣어 가득 채웠다. 그리고 펠트 패치를 넣고, 탄환을 끼웠다. [캐논]의 앞부분을 본래대로 고쳤다. 총신아래에 있는 막대는 아래로 꺾여 있고, 그것을 움직이는 짧은 봉이, 지렛대의 원리여서실린더의 가장 아래의 탄환을 끼워 넣는 장치였다.
키노는 넘치지 않을 정도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 작업을 다른 실린더 반복했다. 쑤셔넣은 곳에는, 그리스를 잔뜩 발랐다. 발포했을 때, 옆에서부터 불이 튀어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다.
이번에는 실린더의 뒤쪽 옆, 해머가 때린 부분에 작은 캡을 씌웠다. 이것은 뇌관으로 불려, 때려서 발생한 불꽃이 액체화약에 인화됐다. 하나하나 손으로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우선 관에 넣고 뇌관을 홀쭉한 전용 로더에 넣는다. 그리고 로더의 선단을, 실린더의 끝에 맞춰 넣는다. 진지한 표정으로 패스에이더의 준비를 한 키노에게, 에르메스가 말했다.
"이런이런, 한 번 정하면 더이상 관두게 할 수 없으니"
키노는 [카논]의 동작을 찰칵찰칵 확인하고 있었다. 생각나듯이 문득 웃고는,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가끔은, 자신의 최고의 실력을 내보여 야하는거야. 그렇지 않으면, 모르는 새에 실력이 녹스는거야"
그것을 들은 에르메스는,
"아아, 그렇습니까?"
대사를 봉독하듯이 말했다.
"저게 국왕폐하인가"
쟈켓 차림의 키노는, 콜로세움의 중앙을 향해 걸어가면서, 관객석의 한 가운데에 앉은 사람을 보았다. 귀빈석같은 칸막이 좌석에 중년의 남자가 화려한 옷을 입고, 머리에 왕관을 얹고 있다.
그 왕관은 검소하고, 게다가 위엄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왕의 화려한 복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왕의 양 옆에는 똑같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젊은 여성이 시중들고 있다. 귀빈석은 유리가 끼어 있고,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자, 여기가 훌륭한 시민 여러분"
키노가 천천히 머리를 움직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 앞의 살인에 잔뜩 흥분한 관객으로, 자리는 모두 차 있었다. 시끄러운 환성이 울리고 있었다.
키노는 조금 전에 차례를 불려 지하의 방에서 나왔다.
에르메스는,
"어차피 봐도 재미없을 테니까 됐어. 죽지 않을 정도로 해"
그렇게 말하고 묵기 편한 방에서 쉬는 편을 택했다.
콜로세움의 중앙은 타원의 필드로, 부서진 탈 것과 건물의 기와등의 정크가 산재해있었다. 중앙에는 직경 20미터 정도의 원형의 공간이 있고, 거기에만 아무것도 없다. 승부는 그 원의 끝과 끝에 서로가 서서, 그리고 시작한다.
키노는 그곳에 걸어 도달하기 전에, 주변을 세심히 둘러보았다.
반대편에서, 근육에 머리를 파묻은 듯한 커다란 남자가 나타났다. 상반신은 알몸에, 머리는 다 밀어서 빛나고 있다. 두터운 쇠사슬을 갖고 있고, 그(사슬) 앞에는 아이의 신장 정도인 철구가 이어져있었다. 큰 남자는 자신의 위치에 도착하고 나서, 잠시 사슬을 잡아당겨, 간신히 철구가 그 쪽에 왔다. 그리고 키노를 보며,
"어이어이 뭐야? 이런 꼬맹이가 이 몸의 첫 상대인가?"
크게 울리는 함성에도 묻히지 않을 정도의 큰 소리었다.
“예, 그래요. 하지만, 결판을 내기 전에 두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첫 번째로... 무엇 때문에 이 나라에 오신 겁니까?”
키노의 질문에 거대한 체구의 남자는 하아? 하고 의아하다는 대답을 했다.
“이 나라에 무엇을 하기위해 오셨느냐고 묻고 있어요.”
“너 바보냐? 당연히 너를 두들겨 패서, 이 나라의 시민이 되게 하기 위해서잖아”
거대한 체구의 남자는 어이없다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키노는 그렇군... 하며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번째 질문입니다. 항복할 생각은 없으신 거죠?”
“뭐라고?”
“지금 항복하신다면 다치지 않고 돌아가실 수 있는데요.”
거대한 체구를 가진 남자는 정말 기가 막혀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쇠사슬을 붙잡아 철구를 끌어 당겼다. 그리고는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점점 그 속도를 더했다. 그 큰 남자의 머리 위에서 철구가 붕~붕~ 하고 바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키노는 어께를 움츠리고는 오른 손으로 캐논을 가볍게 두드렸다.
관객들은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뿌아아아아앙~
승부를 시작하는 소리로서 맥빠진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죽어라~~~!!”
나팔 소리와 동시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온몸의 근육이 불거져 올랐다. 그리고 그 철구가 곧바로 키노를 향해 날아왔다. 그것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와, 그 포물선 끝에 있던 검게 타버린 차를 뭉개버렸다.
“...”
거대한 체구의 남자는 무엇에 맞았든간에 신경쓰지 않고 곧바로 쇠사슬을 바라보았다. 잡아당겨 보았지만, 그것은 깨끗하게 잘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는 키노의 모습을 보았다. 키노의 오른손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캐논이 쥐어져 있었다. 큰 체구의 남자는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였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쇠사슬을 끝부분을 가리키며 키노에게 물었다.
“쏜건가...?”
키노가 대답했다.
“쐈어요.”
큰 체구의 남자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철구의 낙하지점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날아간건가?”
“날아가버렸어요. 항복하시겠습니까...?”
키노가 그렇게 묻자,
“죄송합니다... 항복하겠어요...”
덩치 큰 남자는 곧장 대답했다.
“아니, 어렵쇼~~, 풋. 이런 꼬맹이가 나의 상대라는거야~~.으흐흐”
해가 지고 있을때, 키노와 마주만난 2회전의 상대는 기분 나쁜 웃음을 엿보이며, 1회전의 덩치큰 놈과 거의 똑같은 말을 했다. 이번은 키가 크고 마른 젊은 남자로, 보라빛 머리가 계관처럼 서있다.
손에 무기는 완전히 가지고 있지는 않다. 위 아래로 꼭 맞는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배 부위에 작은 쇳조각이 많이 달려있다.
쇳조각의 하나는 손 바닥만한 길이로, 넓이도 좁다. 그리고 정가운데 아주 약간 휘어져있다. 몸에 빽빽하게 들러붙어있는 그것은, 마치 비늘갑옷 같았다.
키노는 상대가 아니라 그 쇠조각을 잠시 응시했다.
그러자 남자가 그것을 하나 잡고서 옆에 던졌다. 쇳조각은 회전하면서 날라가서, 재빠르게 탕~하면서 되돌아 왔다. 남자가 왼쪽쪽 팔을 뒤로 돌려서 완전 옆으로 내밀었다. 남자의 팔 앞에서 왼쪽 다리 앞까지, 하늘다람쥐(날다람쥐)의 화살깃처럼 , 옷깃이 크게 넓혀졌다.
남자는 다리를 교차시켜, 우아하게 한걸음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되돌아온 쇳조각은 그 옷깃의 안으로 빨려들어가듯이 명중하고, 멈췄다(달라붙었다.)
남자가 왼쪽 손으로 오른쪽 어깨을 두드리고, 오른쪽 손으로 옷 위의 배부위를 두두렸다. 다시 남자가 손을 벌렸을때, 쇳조각은 원래 자리였다 배 쪽으로 달라붙어있다.
“으흐흐. 봤나?! 나의 손재주인 수리검은, 모두 제자리로 되돌와 오는거야“
키노는 가볍게 얼굴을 찡그리렸다.
그리고나서 천천히 말을 해을 했다.
“항복해주세요. 인정하겠습니다.”
“그건, 싫지... 너야말로 항복하는건 어때? 글쎄 죽을때까지 인정해주지 않을꺼지만 말야... 으흐흐흐흐”
남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양손으로 배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조금 앞으로 몸을 구부려서, 목만 올려서 키노를 노려보았다.
키노는 '캐논'을 오른손으로 두드렸다.
뿌~~아~~~앙.
나팔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순간, 남자는 오른손으로 배에 있는 쇳조각을 쥐고는, 키노를 겨냥해 던졌다. 곧 배로 손을 되돌려서, 계속해서 틈없이 던졌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키노는 오른쪽으로 달려가면서 피했다. 쇳조각이 아주 가까게 키노 옆을 회전하면서, 맹렬한 속도로 날아서 지나갔다. 남자는 계속 던지고, 이번에는 키노의 오fms쪽을 겨냥해던졌다.키노는 외쪽으로 발걸음을 옯기면서, 완전히 피했다.
남자는 전부 던진 것은 아니고, 반 정도가 배부위에 남아있는 상태였다. 허리를 앞뒤로 틀면서 이상한 소리를 냈다.
"후후. 지금의 것이 돌아오면 곧바로 여기 남아있는 것을 던지겠다. 앞뒤에서 동시에 날아드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같은가!"
키노가 가볍게 뒤돌아보자 철판이 공중에서 턴하는 것이 보였다.
"죽어라!!"
남자는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나머지를 연속해서 던졌다.
철판은 키노를 향해서 곧바로 날아왔다.
키노는 가볍게 머리를 숙이면서 바닥에 휙 엎드렸다.
"오호"
남자가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분명히 당신에게 되돌아간다면 분명 땅에는 떨어지지 않을 꺼야"
키노가 혼자말로 말하는 순간
휙휙휙..
키노의 머리위로 철판이 스쳤갔다.
그리고 되돌아온 철판이 남자의 옷 속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키노는 엎드린 채 <캐논>을 쏘았다.
굉음이 울리더니, 하얀 연기가 남과 동시에 키노의 오른팔이 올라갔다.
탄환이 남자의 명치에 단 하나 있던 수리검에 맞았다. 남자의 복부에 그 충격이 전해졌다.
"윽"
남자는 그렇게 외치면서 눈과 입을 크게 벌린 채 일순간 경직되었다. 그리고는 반쯤 기운을 잃은 채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메트로놈처럼 동요하고 있는 것을 본 키노는 오른쪽 허벅다리근처를 쏘았다.
남자는 탄환을 맞은 순간 허벅지에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그 위로 철판이 통과했다
돌아왔을 때 방에는 어둠이 내렸었다. 키노는 촛불을 켰다.
<캐논>과 <숲의 사람>을 침대에 놓으며 자켓을 벗었다. <캐논>을 분해해 새로운 실린더를 채웠다.
"아 키노구나. 언제 왔어?"
자고있던 에르메스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키노는 <캐논>을 짜맞추면서
"좀전에. 그리고 오늘밤은 여기서 묵게 되었어"
"아 그래 그럼 난 잔다."
에르메스는 다시 잠든다
다음날아침, 키노는 날이 밝자마자 일어났다.
방은 조금 어두웠지만, 이윽고 해돋이와 동시에 주위가 보일 정도로 밝아졌다.
키노는 어제 캐논으로 쏘았던 실린더를 청소하고, 탄환을 장전했다.
비상 식량을 아침으로 먹었다. 천천히 몸의 근육을 풀기 위해 가볍게 운동했다.
그리고 잠시 <숲의사람>을 휘둘러 트레이닝하고, 그 후 <캐논>을 휘둘었다.
그리고는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겨우 병사에게 불려졌다.
에르메스는 아직까지 자고 있었다.
"..........."
둘째 날 첫 상대는 키노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키가 작고, 탄탄한체격의 나이 든 남자였다. 갈색의 머리와 수염이 길고,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얼굴은 주름 투성이 였다.
꾀죄죄하고, 헐렁한 로브를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등에 메고 있었다. 로브는 그것 만으로도 볼록했다. 손에는 왠지, 반짝이는 금색 트롬본을하나, 중요한 것처럼 꼭 안고 있었다. 다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사 도구 일체를 등에 짊어지고, 뒷골목에서 연주하며 지내는 홈레스, 그런 느낌이었다. 키노는 그 남자를 잠시 동안 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항복하면, 받아주겠습니다.”
“....”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키노는 오른손으로 캐논의 클립을 눌렀다.
팡~~~
나팔 소리와 동시에, 남자는 맹렬한 기세로 트롬본을 준비했고, 그 끝부분는 키노를 향하고있었다. 키노는 나팔 소리와 동시에 캐논을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쐈다.
탄환이 트롬본의 끝부분에 닿아, 그 방향이 (강제적으로)오른쪽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본래 소리가 나오는 구멍에서 부드러운 젤리처럼, 보랏빛의 액체가 발사 되었다. 그리고는 그것이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고 있을때, 한 순간 타올랐다.
불길의 아치가 생겼다. 아치는 트롬본의 끝에서 불길이 옮겨 가도록 제거하고 있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땅에 불의 연못을 만들었다.
“역시 화염 방사기인가.”
키노는 그렇게 말하고는, 왼손으로 허리의 밑에서부터 <숲의사람>을 빼내었다. 안전 장치를 떼어내고, 남자의 머리를 겨냥했다.
건조한 파열음이 났다. 슬라이드가 맹렬한 속도로 왕복해 탄피를 튀겨 내서 다음 탄을 장전했다. 탄환이 남자 얼굴 옆을 통과한 순간, 남자는 토롬본을 상대방에, 다시 말하면 키노에 돌렸다. 죽음에 둘러싸인 남자의 눈이 험해지고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다음 순간, 푸푸푸슈- 하며 김빠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남자의 오른 쪽 어깨에서 자색 분수가 일어섰다.
"?"
흘러 내려온 액체로 자색으로 물든 채 남자는 멍하니 서 있었다. 키노는 '카논'을 오른손으로, '숲의 사람' 을 왼손으로 가진 채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깨에 숨겨 있는 호스를 쐈어요. 작은 구멍이지만 거기에 압력을 주면 파열할 거예요. 항복해주시겠지요? "
남자는 자기 몸을 찬찬히 보았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절하겠다"
"당신은 이제 승산이 없어요"
키노가 '숲의 사람'으로 겨냥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노려보았고, 남자는 끄떡도 않고 키노를 노려보왔다.
"나를 죽여"
"뭐라고요?"
"나를 죽이라고"
키노가 말을 하려고 했을 때 관객석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이다! 그 녀석을 죽여라!"
잇달아 관객들이 외쳤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키노는 천천히 머리와 몸을 회전시키면서 미친 듯이 즐겁게 소리 지르는 관객들을 보았다. 그리고 서서히 '카논'을 한 발 하늘 향해 발포했다. 굉음과 동시에 관객들은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 키노는 왕이 앉아 있는 귀빈석을 보았다. 여전히 화려한 옷을 입은 왕은 거기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키노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맞아 키노는, 노려보며 우아하게 되받아 웃었다. 남자가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날 쏴. 목숨 건 싸움에서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죽는 법이야"
패자는 죽는다. 나는 줄곧 그렇게 살아왔어. 몇 백명도 죽이면서. 이 승부는 내가 졌어. 그러니까 나는 죽고, 아가씨, 너는 살아남아」
키노가 쓴웃음을 지으며,
“『아가씨』, 는 쑥쓰러우니까 그만해 주세요. 저는 키노입니다”
“키노라, 좋은 이름이다. 황천길의 기념으로 외워둘게”
“그건 감사합니다“
키노는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에게 터벅터벅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서서, 남자의 이마에 『카논』을 들이댔다. 엄지손가락으로 해머를 올린다.
철컥
“항복해주세요”
“싫어”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키노는 방아쇠를 당겼다.
해머는, 엄지손가락의 힘으로 천천히 돌아왔다. 남자가 의아해하는 얼굴로 키노를 올려다보고, 그러자 키노는 싱긋 웃었다.
다음 순간, 키노는 휙하고 『카논』을 회전시키고, 자기 쪽을 향한 긴 바렐을 쥐었다. 그립을 오른쪽 옆을 향하고, 손을 바꾸면서, 그립으로 남자의 관자놀이를 세게 쳤다.
일순의 재빠른 솜씨였다.
남자는 아무말도 못하고, 정신을 잃고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이런 귀여운 아이가 상대? 지금까지의 상대편을 도대체 뭘 하고있었던 걸까?“
이틀째의 두 사람 째, 즉 준결승의 상대는, 키노를 향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긴 금발을 뒤에서 정리한 젊은 여성이었다. 키는 크고, 샤프한 생김새의 미인이었다.
병대가 입을듯한 셔츠와 바지. 그 위에 작은 포우치가 여러개 달린 조끼를 입고 있었다. 무릎 위치에도 포우치가, 깊이가 있는, 얇고 길다란 물건을 나란하게 넣기 위한 것이 붙여져 있었다.
그녀의 왼손에는, 한 자루의 패스에이더가 쥐어져있었다. 목제스톡이 붙은 라이플타입. 볼트·액션식으로, 한발 쏠 때 마다 하이쿄우와 장탄을 수동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다.
방아쇠의 앞에 고정탄창이 아주 조금 튀어나와 보인다. 그것 이외에는 슬림한, 봉과 같은 실루엣을 하고 있었다.
“방심했던거겠죠“
“아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나도 자주 써, 그런 방법”
키노는 물었다.
“당신은, 시민이 되려는 겁니까?“
“나? 응. 어째서인지 알아?”
키노가 고개를 흔들자, 여자는 갑자기 난폭하게 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 근처에 왔었을 때 말이야, 숲의 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를 듣곤 매우 사랑스러운 남자를 발견했었어! 그 아이를 절대로 손에 넣어야하니까!”
키노는 어이가 없었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얼굴에 나타냈다. “여자의 성질일지도 몰라, 이해한거죠?”
“....아니”
“싸울 거야?”
키노는 복잡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 아마 거절하려고 생각하겠지만, 항복해주면 안될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즉시 응답이 왔다.
“역시 쓸데없는 일을 한걸까...”
키노가 중얼거리면서, 오른손으로 "캐논"을 두드린다. 여자는 패스에이더의 볼트를 당겨 열었다. 가슴 쪽의 주머니로부터 긴 탄피가 5발 고정되어 있는 클립을 얻어냈다. 그것을 기관부에 끼우고, 한 번에 밀어 넣었다. 클립을 떼어 내면서, 볼트를 닫아 첫 탄알을 장전했다.
빠아아아아아-앙. 나팔 소리와 동시에, 두 사람은 뒤의 정크를 겨냥하면서 쏜살같이 달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뛰어들어 숨었다. 여자는 고철 속에서 금방 받은 본체를 연채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면서 긴 패스에이더를 잡아, 마구 흔들면서 그렇게 준비했다.
여자는 매우 빠르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볍게 조금만 토해내며 멈췄다. 그리고 키노가 뛰어들었던 정크의 중심을 노려 마구 발사했다.
날카롭고 높은 소리가 길게 파열음을 내면서, 여자가 반동으로 뒤로 몸을 젖혔다. 키노는 처음 뛰어들었던 정크에서부터, 한 번 더 옆으로 건너뛰어 확실히 피했다. 탄환은, 키노가 처음에 숨었던 잡동사니 종류를 전부 총으로 쏘면서, 한순간에 앞에 커다란 공간을 뚫었다.
여자는, 쏘았던 정크에서부터 뛰어오른 것을 보았다.
“꽤 하는데.”
여자가 사납고 빠르게 볼트를 조작한다. 푸쉭! 그러자 빈 탄피가 흩날리면서, 다음 탄환이 장전되었다.
“철갑탄인가.”
키노는 중얼거리면서, 왼손에 "숲의 사람"을 쥐고, 안전장치를 벗겼다. 신중하게, 그리고 재빠르게, 여자의 오른쪽을, 정확히 말하면 엄폐물이 있는 방향으로 조준해간다. 키노가 철판 아래에서 천천히 얼굴을 내밀었을 때, 여자의 금발이 빛나는 게 보였다.
키노는 옆의 정크, 그리고 석조의 성벽의 일부에, 뛰어 옮겨갔다.
엎드림과 동시에 타앙!하고 탄환이 돌을 뚫는 소리가 들려온다.
터엉! 터엉! 터엉!
그녀는 장해물 채 키노를 꿰뚫으려고, 연속 3발 발포했다. 그 때마다 돌덩어리가 흔들린다.
키노는 엎드린 채로, 주변에 굴러가고 있는 주먹 크기의 돌에 눈길을 주었다.
그녀는 패스에이더를 안은 채, 새로운 탄약 그립을 꺼내어 장전했다. 다시 쏘려고 겨낭을 한 순간, 머리에 극심한 아픔이 왔다.
"아얏!"
여자가 머리를 들자, 눈 앞에 날라오는 돌이 보였다. 당황하여 피하였지만 어깨에 맞는다. 돌은 계속하여 떨어진다. 여자는 참지 못해 비스듬한 앞 고철 산에 뛰어올라, 그곳에서 몸을 숙였다.
왼손으로 머리를 누르자, 금발머리 밑으로 피가 흐르고 있다.
"젠장!"
그녀가 화가 난 나머지 섣불리 얼굴과 패스에이더를 들어, 딱 자신을 노리고 있는 키노를 보고, 초조하여 곧 다시 들어갔다.
키노는 쏘지 않았다. 조준을 한 채로 달려, 그녀가 있는 정크에서 3개 정도 앞에 있는, 건물을 부순 폐재목의 산, 의자와 책상과 창틀과 문에, 몸을 숨겼다.
그녀에 이마에서 땀과 한 줄기 피가 흐르고 있다. 그것을 손으로 훔쳐낸다.
키노는 큰소리로 여자에게 물었다.
"들립니까? 역시 항복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농담마! 여자를 깔보지 말란말야!"
"그 패스에이더로는 불리합니다. 이렇게 가까워지면"
여자의 대답은,
"......."
뿐이었다.
키노는 정크 속에 있던 철 문을 등에 대고 쪼그려 앉아 휴-하고 숨을 토해내고, 왼손의 [숲의 사람]을 고쳐 쥐었다. 키노의 이마에도 땀이나, 한줄기 볼에 흘러내렸다. 키노는 중얼거렸다.
"역시 죽이지 않고 이기는 것은 어렵네요. 스승님"
그 때, 여자는 패스에이더에서 분해 수순으로 볼트 1식을 빼내고 있었다. 허리 뒤쪽의 쿠션이 붙은 주머니에서 원통형 부품을 꺼내어 볼트가 있던 곳에 넣었다. 그것은 전부터 있던 것처럼, 패스에이더의 기관부에 딱 맞았다. 그리고 허벅지의 주머니에서 가늘고 긴 탄창을 꺼냈다. 여자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키노는 정크의 왼쪽 아래에서 슬쩍 앞을 엿보았다. 조금 전 여자가 숨어있었던 고철 산을 본다. 가장 위에 쌓여있는 고철을 [숲의 사람]으로 쐈다. 깡! 하고 좋은 소리가 나고, 그것이 맞은편에 다른 고철을 휩쓸어 쓰러져내렸다.
여자가 패스에이더를 끌어안다시피 가슴에 품은채로 뛰쳐나가며, 그 상태로 한발을 쏘았다. 키노는, 여자가 패스에이더를 한발 쏘면, 지금 몸을 숨기고 있는 곳에서 뛰어나가려고 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과는 다른 발포소리와 함께 파직! 하고 가벼운 착탄 음이 들려온 것에 놀라 당황하며 작전을 멈추었다.
그 후로, 약 3초가량 끊임없이 탄환이 날아왔다. 몸을 숙이고 숨어있는 키노의 바로 옆까지 탄환이 날아와 지면을 스쳤고, 흙먼지가 튀어 올랐다.
“뭐, 뭐지?”
키노는 정크의 오른편 끝으로 굴러 가서는, 천천히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주위를 살폈고, 그녀가 두개건너에 있는 정크 뒤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가진 패스에이더에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기다란 탄창이 오른편으로 비스듬히 꽂혀있었다.
“저런 건 또 처음 보는군.”
다시 정크 뒤로 숨으며 키노가 중얼거렸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한발 쏠 때마다, 수동으로 장전을 해야 했던 패스에이더가 어느 샌가 수십 발씩 연사 가능한 자동패스에이더로 변해있었다.
그녀가 사격을 하면, 이쪽에서는 패스에이더를 연사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상대가 재장전하기 이전에 항복시킨다는 그 작전은…….
“무리로군.”
키노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 순간, 정크 오른편으로 탄환이 쏟아져 날아오고 찢어져 나간 고철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키노는 정크 한 가운데로 몸을 피했다.
여자는 아직 몇 발인가 탄환이 남은 탄창을 빼고, 새로운 탄창을 꽂아 넣었다. 여자는 엉거주춤한 포즈로 패스에이더를 겨누며,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 키노가 숨어있는 고철덩어리 앞까지 천천히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잘 싸워줬어요. 이제 이 언니가 결판을 내줄게요. 더 이상 쏘지 않을 테니까 이리로 나와요. 항복을 받아 줄 테니.”
“정말입니까?”
정크 뒤에서 키노의 대답이 들려왔다. 여자는 패스에이더를 정크의 오른편에 지향한 채로, 주의 깊게 반대편을 살펴보며, 천천히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그 직후, 갑자기 패스에이더를 쏘기 시작하며, 돌격하듯이 정크 뒤로 돌아 들어가는 여자. 탄환이 발포되는 소리, 탄피가 튀어나오는 소리, 그리고 착탄의 파열음이 뒤섞여 퍼져나갔다.
그러나 탄환이 쏟아져 들어간 고철덩어리 반대편에는 문 하나가 비스듬하게 걸쳐져 있을 뿐, 키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몇 개인가의 탄환이 문에 맞아 뛰어올랐다.
여자는 순간적인 판단 하에 키노가 반대편으로 피해 도망쳤다고 생각하고 연사하는 것을 멈추고, 뒤를 돌은 순간,
“?”
여자는 그 세워진 문 옆으로 사람 손이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손에는 패스에이더가 들려 있었다. 반대편으로는 사람 머리가 반 정도 튀어나와있어, 커다란 눈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거짓말쟁이.”
키노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여자는 경악한 듯한 표정을 띄웠다.
찢어질 듯한 파열음이 계속되고 [숲의 사람]의 작은 권총이 세발,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했다. 그녀의 손에서 패스에이다가 떨어졌다.
키노는 그녀를 겨냥한 채로, 문 안쪽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여자는 순간 피식하고 웃었다. 그녀는 목을 흔들면서,
“어쩔 수 없으니까 사과할게”
“고맙습니다“
키노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머리와 어깨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면서 웃는 얼굴로 지어보였다.
“너 자꾸 보니 귀엽네. 나중에 이 누나랑 사귀는 건 어때?”
키노가 방에 돌어왔을때, 어김없이 자고 있던 에르메스가 인기척에 깼다.
키노는 중요한 듯이 보이는 장갑을 하나 쥐고 있다.
“어서와, 키노. 무엇보다도 무사히 돌아온걸. 다행이야. 그런데 뭐야?
진거라면 그건 참가 상으로 받은 거야?“
키노는 장갑을 침대에 귀중하게 놓아두면서,
“틀려. 내일 필요한거야.”
“어허, 그렇구나”
키노는 장갑에서, 녹색의 액체를 넣은 병을 꺼내었다. [캐논]의 사격에 사용하는 액체 화약 이었다.
작은 종이상자를 꺼내었다. 몸 안에서는 사사구경의 권총이 나왔다. 권총의 앞부분은 날카롭지 않고, 마치 화염의 칸델라처럼 푹 팬 홀 포인트 총이다.
키노는 짐에서 소형의 스토브를 꺼내고, 고체의 원료를 몇 개나 불을 붙였다. 다음으로 보통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컵을 씻어서, 액체화약을 넣어서 불을 붙였다.
“키노, 뭐하는 거야“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는 키노가 에르메스에게 뒤돌아보지 않고서 말했다.
“액화를 바짝 졸이고 있는거야.”
“불놀이야? 위험하잖아. 뭐 때문에 하는 거야?”
키노는 컵의 속이 걸쭉하게 되자, 불을 끄고, 먼저 액체화약을 부었다.
그리고 또 불을 붙였다.
“이렇게 하면 액화의 농도가 올라가서, 폭발력이 강하게 돼. 권총의 처음 속도가 빨라지는 거지”
키노는 법을 가볍게 섞으면서, 액체화약이 거의 물엿상태로 될 때까지 졸였다. 그리고 세면대에 물을 채워서, 컵의 바닥을 차갑게 했다. 먼저 점도와 색은 증가하고, 마치 농색 짙은 그림처럼 되었다.
키노는 이번에는 권총을 손에 쉬었다. 홀포인트 총은 관통력보다 파괴력을 중시한 권총이다. 그 때문에 목표를 정할 때에 권총 앞에 찌그러져 넓혀진 듯이 되어있다. 중앙에 구멍이 있고, 테두리가 얇게 되어있다.
키노는 탄환하나를 끄집어내어 그 구멍에 바짝 졸인 액체화약을 조심스럽게 채워 넣었다. 화구를 아주 조금만 남겨놓고 그 화약으로 구멍을 채웠다.
키노는 뇌관하나를 꺼내어 그 구멍 가운데에 실었다.
다음 파티를 꺼내었다. 에르메스의 부품이 부족하거나 나사나 TOP구멍을 다시 만들려고 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딱딱한 것이 상당히 견고하다.
키노는 파티의 A와B를 적정량을 썩었다. 그리고 아까 그 탄환의 뇌관을 두었던 선단에 천천히 장착했다.
카르텔라였던 탄환자리는 깨끗한 운뿔형으로 코니테가 되었다. 거기에 키노는 칼로 십자로 깊이 새겨 넣었다.
“다 됐다”
키노는 수제총알을 집어 올리며 애처럼 즐거워했다.
에르메스는 자고 있다.
이 나라에 들어와서 3일째 되던 날 아침. 키노는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총을 분해 정비하고 탄환을 재정착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훈련했다. 적당이 아침을 먹은 후 키노는 보초병에게 이 나라에 관련한 역사, 법규 등을 포함한 자료를 가져다 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일
엄격한 정치를 지향하던 전왕은 그의 아들 그러니깐 지금의 왕에게 암살되었다. 그것도 상당히 잔인한 방법으로
현왕은 그에게 너무 엄격하기만 했던 부친을 어른이 되어서는 증오하여 어느 날 드디어 수년간 쌓였던 울분을 폭발시킨 듯 했다. 그리고 가는 자기 행동에 반항하는 사람은 모두 숙정했다. 당시 전왕의 피를 만진 자는 거의 모두 참살되었다. 지금의 왕의 형제, 숙부, 숙모 등 일가모두 죽임을 당했다.
그는 자기의 처를 죽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비탄에 잠겨 자살하고 말았다. 2명의 아들은 국외로 추방되어 행방이 묘연해 졌다. 살해당했다는 설도 있고 또는 지하 감옥에 갇혔다는 소문도 있다.
그리고 그는 왕이 되어 자연의 혜택이 주는 풍요로움이 땅에서 자기 멋대로 룰을 만들고는 아주 타락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까지 근면하고 소박한 생활을 으뜸으로 알고 있던 국민에게도 그러한 생활을 권장했다.
민중도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그 후 쾌락적이 생활에 익숙해져버려 이윽고는 지금의 왕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추종하게 된 것이다. 바로 무질서한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에르메스가 자연스레 잠에서 깨어났을 즈음, 거의 정오. 키노는 마지막의 승부로 불려졌다. 키노는 <카논>의 빈 실린더를 채우고, 한쪽 구멍에 액체의 화약을 집어넣었다. 보통 때의 배의 양을 억지로 집어넣었다. 그리고서는 팟치 넣지 않고, 직접 탄환을 넣었다. 어젯밤 만들어 놓은 탄환이었다.
키노는 사사 구형의 약협을 사용하고, 그 탄환의 가장자리를 눌러 실린더에 채웠다.
그 다음, 키노는, 실린더의 반대쪽에 있는 구멍에 팟치만 수차례 넣었다. 이것을 로토로 밀어 넣었다. 뇌관은 하나만, 탄환을 넣었던 구멍에 채웠다.
“머하고 있어? 키노? 한발밖에 쏘지 않을 거야.”
키노는 미소를 띠며,
“이걸로도 충분해 “
그렇게 말하고는, 그 한발을 쏘도록 실린더를 회전시켜, 홀스터에 꽉 조였다.
다음에 키노는 모든 짐을 에르메스에 싣고 꽉 고정시켰다. 코트를 입었다.
에르메스의 스탠드를 밖으로 밀어내며, 방 밖으로 나왔다.
“끝나면 바로 이 나라에서 나가자.”
키노는 즐거운 듯 말했다.
큰 환성 속에 키노는 콜로시움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코트를 걸치고 있던 에르메스가 필드의 출입구에서 보고 있었다. 그 위에는 관객석의 계단에 있다. 정면의 계단 중앙에는 으스대며 술을 마시고 있는 왕이 보였다. 키노가 중앙에 다다르자, 반대쪽에는 결승의 상대자가 나와 있었다.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키노는 그 남자를 천천히 관찰했다.
20대 전반 정도의 청년이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머리카락은 키노와 같은 검은색. 파란 진에 어깨와 팔꿈치까지 오는 그린색의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키노는 그 남자와 눈을 맞췄다. 그의 표정은 지금까지의 싸웠던 사람과는 전혀 달랐다. 싸우는 것에 힘쓰다기 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사형대에 올라가있는 사형수와 같았다. 그리고 무기는 허리에 칼을 하나 차고 있을 뿐이었다. 벨트에 칼집이 꽂혀 있었다.
“저..아저씨”
에르메스가 옆에 서 있는 중년 병사에 말을 걸었다.
"왜?"
"그 칼을 든 상냥한 형이 결승의 상대에요?"
"어, 그렇게 보여도 지금까지 상처 없이 이겨왔어. 보면 알겠지만 훌륭한 명수야. 너의 짝도 상당히 하지만. 이 번에는 위험할 거야"
에르메스는 특별히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고
"흠"
"흠…그것 뿐? 짝 걱정도 안 해? 너는"
병사가 엉겁결에 물었다.
"걱정? 걱정했다고 키노가 강해질 리가 없잖아요"
"냉정한 녀석이군."
"아마 괜찮을 거예요….그것보다 키노는 승부 밖에 따로 못된 일을 꾸미고 있으니까 그것이 더 걱정이 되네요."
"하?"
그 때 병사는 에르메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시즈라고 합니다."
칼을 든 남자는 키노에 마주보자마자 자기 이름을 댔다. 그의 말씨는 공손하고 발음도 분명했다.
"저는 키노에요"
키노가 답했다.
"키노군, 부탁이 하나 있는데"
"무슨 부탁이에요?"
시즈는 키노가 그때까지 네 번 해온 대사를 말했다.
"지금 여기서 항복해줘. 인정해 줄 테니까"
키노는 조금 놀라 물었다.
"시즈씨는 시민이 되고 싶은 거예요? "
"어…되고 싶어"
"이렇게 썩은 나라의?"
이 번에는 시즈가 놀라서 잠시 키노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날카롭지만 노려보는 것이 아니었다.
"놀랐네. 그 것은 알면서 이런 쓸데없는 시합에 참가한거야? 그것도 결승까지 이겨 나아가고…너는 시민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지?"
"네….그렇다면 그런 당신은 어때요?"
시즈는 키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일순간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리고 키노의 눈을 본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시민이 되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네가 항복해주었으면 해」
그게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거절합니다.」
키노는 분명하게 말했다.
「왜지? 시민이 되고 싶지 않은데 왜 싸우는가?」
시즈가, 전혀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답은 간단해요. 지금 여기서 싸우고 싶어서요. 그래서입니다.」
키노가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오른쪽 무릎의 『카논』을 두드렸다.
시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잠깐 일순간 자신이 나온 쪽을 보았다.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소리도 없이 칼집입구를 끊었다. 오른손으로 검의 그립을 쥐고, 뽑았다.
은으로 된 칼의 몸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즈는 양손으로 그립을 쥐었다.
푸와와와와와-앙
나팔소리가 울렸다.
키노는 천천히 『숲의 사람』을 뽑았다. 안전장비를 풀고, 시즈에게 겨냥을 맞춘다. 그리고 쏘지 않았다.
시즈는 같은 장소에 서있었다. 검을 중단에서, 약간 몸체를 기울여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까까지의, 어딘가 친절한 분위기는 없어졌다. 검을 포함한 그 전체가 하나의 무기인 듯한, 그런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시즈가 한 걸음, 키노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또 한 걸음.
키노가 『숲의 사람』을 한 발 쐈다. 탄환은 시즈의 머리 옆, 꽤 멀리 떨어진 곳을 통과해 갔다. 시즈가 미동도 하지 않고 그것에 앞서서, 한 걸음 다가선다.
키노는, 이번에는 시즈의 머리 옆의 아주 가까운 곳을 향해 쐈다. 시즈는 동요하지 않고, 탄환이 귀를 스치고 지나간 후에 또 한 걸음 다가섰다.
키노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는, 이번에는 시즈의 오른쪽 어깨를 겨냥했다. 그 순간, 시즈가 장비한 검이 가볍게 움직여, 키노의 조준과 겹쳤다.
“!”
키노는 놀란 나머지, 방아쇠를 조였다. 탄환은 시즈의 검에 맞고, 튀어서 뒤로 비스듬하게 날아갔다.
“대단하다”
키노는 솔직하게, 남 애기 하듯이 감탄한 나머지, 시즈의 발이나 손을 향해 몇 발을 쐈다.
시즈는 재빠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검을 움직여서, 그 탄환 전부를 비스듬히 맞춰 튀겨냈다. 그리고 또 한 걸음 다가선다.
“모토라도를 보았던 건가. 저것이 녀석의 굉장한 곳이야.”
중년의 병사가, 남자를 응원하는 것 같이 에르메스에게 말했다.
“그런가. 탄환을 칼에 맞히다니 확실히 굉장한데. 총을 쏘는 것을 아는 걸까?“
“아마 상대가 노리는 것과, 눈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면서해서겠지. 전에 두 싸움에서도 저만큼 했었던, 패스에이더 사용을 쓰러뜨렸어.“
“굉장하잖아. 세계는, 아름답던지 어떤지 아는 것은 아니지만, 넓잖아.”
에르메스는 솔직히 놀랐다. 병사는 잘 안다는 듯이,
“설득에 응하지 않는 상대'가 너로군
“시인이군요. 아저씨”
에르메스의 놀림에 중년병사는, 조금 부끄러운 듯이 '헤헤'하고 웃었다. 그리고
“그렇지만 말이야, 왜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냐는 거냔 말이야.“
“네?“
“죽이지 않은 것 말이야. 거리낌 없이 다치게 하기는 하지만. 그러고 보면 전의 동료도 그랬어. 총을 쏘긴 했지만 죽이진 않았어. 두 사람이더라도 아무도 죽이지 않고 결승까지 오지 못한 채 전대미문이야.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던 걸까?”
병사가 감탄해서 그런 건지 어이없어 그런 건지 구별되지 않는 어조로 말했다.
“정말로, 어떤 생각을 했었던 걸까…….“
에르메스가 그렇게 중얼거렸던 때. 더욱 더 발포 음이 여러 발 들렸다.
키노는 8발의 총을 쏘면서, 한발도 시즈에게 맞히려고 하지 않았다. 2발이 남아 '숲의 사람'의 탄알을 떨어뜨리고, 연발을 넣어 새로운 물건을 두드려 끼웠다.
시즈는 키노의 눈의 앞에 서있었다.
“항복, 해주지 않을 거야?”
칼을 가운데로 향한 채, 냉정한 어조로 시즈가 말했다.
“사양하겠어요.“
키노가 시즈의 도신에 표적을 겨눈 채로 대답했다. 일부러 도신을 겨눈 채로 있는것은 아니다. 키노가 어디를 노려도, 그는 도신을 향해 움직여버리기 때문이다.
키노는 한발 쏘았다. 튀어 올랐다.
다음 순간, 시즈는 날카롭게 파고들어, 한순간 안쪽을 채웠다.
“에잇!”
시즈는 오른손의 한 자루로, 맹렬하고 빠르게 왼쪽아래부터 오른쪽 위에 까지
승복의 반대방향으로 베어 올렸다. 칼끝이 '숲의 사람'의 파렐에 맞아, 키노의 왼손부터 튀어 올랐다.
치켜든 칼의 그립에, 왼손이 즉시 공격했다 . 시즈는 소리도 없이 칼날을 되돌렸다.
그대로 이번에는 키노의 왼쪽 어깨를 노려 양손으로 베어 내렸다.
키노는 [숲의 사람]에서 손을 뗀 순간, 가볍게 왼쪽 발을 끌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서 손을 교차시키면서, 시즈에게 한 발 다가갔다.
키노는 교차시킨 양손을 높게 올려, 시즈의 칼등으로 치는 것을, 거의 끝 쪽에서 받아냈다. 거기에 순간 불꽃이 튄다.
"뭐야?"
시즈가 그렇게 짧게 말함과 동시에, 키노는 왼쪽 어깨에서 도신을 피하면서, 시즈의 왼쪽으로 휙 돌아들어갔다. 그 기세를 타서, 오른손 바닥과 손목 사이로 시즈의 관자놀이를 후려갈겼다.
시즈는 훅 공격과 함께.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면서, 오른손 하나로 키노의 옆구리를 노래 칼을 휘둘렀다. 그다지 위력이 있는 공격은 아니어서, 키노는 그것을 왼쪽 팔로 밖으로 떨쳐냈다. 금속음이 울렸다.
시즈는 두 걸음 물러나, 곧 자세를 바로잡았다. 가운데로 고쳐 잡는다.
키노는 때린 왼쪽다리를 뒤로한 자세인 채, 휙 어깨를 움츠려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갑자기 몸의 긴장을 풀고는 마비를 풀려는 듯이 양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찢어진 재킷에서 금속이 엿보였다. 재킷 양어깨에, 뭔가 들어있다.
"강 하군. 여러 가지 설득의 방법을 알고 있군. 놀랬어."
시즈는 칼을 돌렸다. 칼날이 키노를 향했다.
"하지만 슬슬, 정말로 항복해주길 바래"
시즈는 칼을 감싼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말했다.
키노는 자연스레 양팔을 내리고 선 채로, 답했다.
"거절하겠습니다."
"내가 시민이 된 때, 자네를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룰을 세워도 좋다"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시민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아아, 그랬군. 그래도 이 이상 하면, 죽어"
키노를 매섭게 쏘아보면서도, 평온한 어조로 시즈가 말한다.
반대로 키노는 조금 익살 부리는 듯한 어조로,
"사실은 말이죠…….저는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한명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시즈가 얼굴을~
"해에.그래서"
"그래서 말입니다."
키노는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듯이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명 정도는, 화려하게 쳐 죽여 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시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는 대신, 동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키노를 쳐다 볼 뿐이었다.
키노 역시 시즈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키노는 마치,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을 발견한 듯한, 즐거움에 들떠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시즈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간격을 좁히며 다가와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키노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는, 오른손을 뻗어 "캐논"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두 사람의 움직임은 멈추었다.
시즈가 칼을 내리치기 직전에, 키노가 "캐논"을 먼저 들이대고 있었다.
패스에이더의 총구는 이미 치켜 올라가 있었고, 그 뒤론 가볍게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턱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거라는 사실을 시즈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빠르군……."
"당신이 패스에이더를 노리고 있다는 게 생각보다 간단히 읽혔어요. 조금만 침착하게 살핀다면 검이 어디로 오는지도 알 수 있으니, 그 다음은 당신보다 빠르게 뽑아 겨누기만 하면 되는 거죠."
"……."
"당신에게는 반드시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니, 이런 말을 한다면 저를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승부라는 것은 즐거움을 위해서 있는것에요.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키노는 시즈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시즈의 얼굴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처음으로 키노가 보았다. 그는 다시 온화한 얼굴로 돌아왔다.
시즈는 칼이 치켜 든 상태 그대로 서서,
"…….내가졌다. 나의 패배야. 이제 나를 어떻게 할 거지? 항복을 받아 주는 건가? 아니면 내가 이곳에서 죽으면 되는 건가?"
"그 어느 쪽도 아니에요."
곧바로 그렇게 대답하는 키노의 표정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시즈는 보았다. 키노의 입가에는 미소가 띄워져 있었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키노는 왼손으로 "캐논"의 바렐 아래에 있는 로드를 아래로 내리고, 탄환을 집어넣을 때와 같이 안쪽으로 꺾었다. 실린더 가장 아래쪽 구멍은 헝겊조각으로 메워져 있었다. 그것을 쑤셔 넣으려는 듯이, 왼쪽에 있는 로드를 안쪽으로 내리 밀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반대방향으로 밀어내려는 듯이 힘을 넣었다. 양손으로 끼워 넣으려 힘을 가했고, "캐논"은 철컥! 하며 멈추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시즈가 그렇게 묻는 것과 동시에 관객석으로부터 마무리다!! 그 녀석을 죽여 버려!! 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함성은 머지않아 관객석 전체로부터 퍼져 나왔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키노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으며, 시즈를 겨누고 있는 그 상태로, 왼쪽으로 조금 움직였다. 시즈도 자연스레 왼쪽으로 움직였다.
“뭐하는 거야…….죽일 거라면…….”
키노는 [캐논]이 시즈의 목 주변으로 겨냥하자, 몸에 힘이 들어갔다. 흘끗 시즈의 눈을 보고서, 아이에게 수수께끼 놀이를 하듯 물었다.
“너 뒤에는 누가 있냐?“
“뭐? 에? 아! 너……. 설마…….“
키노는 외쳤다.
“숙여~!“
“!”
시즈가 무릎을 구부리자 키노는 캐논의 방아쇠를 당겼다.
해머가 *뇌관*을 두드렸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폭발력을 높이게 하는 액체화약을 점화하고, 그 연소가스가 탄환을 밀어내었다.
바렐을 빠져나간 탄환이 시즈의 팔이 만든 원을 빠져나갔다.
내뿜어진 가스가 충격파로 되어서, 시즈의 머리 앞을 내리갈겼다. 그 충격으로 그는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서 떨어졌다.
그리고 키노는 반동으로 인한 양 어깨에 아픔을 느끼면서 뒤로 넘어졌다.
탄환은 키노가 겨냥한대로, 좌석 중간에 있는 귀빈석으로 날아갔다. 그다지 두껍지 않는 유리에, 퍼티(=떡밥)로 둘러싸여있는 탄환의 뾰족한 부분이 박히고, 그것을 관통했다. 유리는 조각조각 되고, 비 오듯이 떨어졌다.
* 뇌관 : 화약류를 기복할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타격이나 화염 ·전기불꽃 등으로 쉽게 인화 폭발하여 본체의 폭약을 폭발로 이끄는 장치이다.
뾰족한 부분은 그 충격으로, 잘려져 4개로 나뉘어 떨어졌다.
남겨진 탄환은 그대로 나아가고, 중앙의 좌석에 앉아있던, 왕관을 쓰고 있는 남자의 입으로 들어가고, 턱 위에 박혔다.
피부를 뚫어서 뼈를 가르고, 살을 파괴하면서, 머리의 중간으로 들어갔다.
탄환의 가장자리는 벗겨져 있는 듯이 찌그러져있다. 그리고 충격이 뇌관에 전해졌다.
작은 불꽃이 튀었고, 가득차있던 액체화약에 불을 붙였다.
왕의 머리가 폭발했다.
얼굴의 살들은 세세한 피부파편이 되어서 앞으로 날아 떨어졌다. 머리 양부분에서는, 부서진 두개골의 파편이 후드득 떨어지고, 귀와 뇌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뒤섞여 튀어나왔다. 머리카락은 그대로인 채, 머리 뒷부분의 피부가 벗겨진 듯이 되어 왕관을 뒤로 날려 보내 버렸다.
근처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드레스에 피, 뇌의 조각, 머리카락의 거죽 등이, 새로이 두꺼운 모양을 만들어냈다.
충격으로 뒤로 넘어졌던 시즈는, 후드득 흘러 떨어지는 유리 조각의 너머로 왕의 머리가 한바퀴 크게 회전하는 것을, 거꾸로 봤다.
다음으로 새빨간 둥근 물체가, 귀빈석전체를 한순간 포개는 것이 보였다.
후두부와 등을, 세게 지면에 부딪혔다.
그리고 붉은 안개가 개이자, 키노가 쏜 탄환이 이 나라의 왕을 쏴 죽인 것을, 키노를 포함한 누구보다도 먼저 이해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시즈는 중얼거렸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그 대로 정신을 잃은 척을 했다.
키노의 발포와 함께 소리치는 것을 멈춘 관중에게는,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기에는, 약간 시간이 필요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귀빈석에서의 절규가 들리고, 토하면서 뛰쳐나가는 사람이 보였다.
간신히, 왕이 죽었다는 정보가, 관객석에 전신 게임처럼 전달되었다.
그 때 키노는, 프레임이 덜렁덜렁해진 [카논]을 홀스터에 넣고, [숲의 사람]을 주웠다. 고장 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그것도 홀스터에 넣었다.
관객은 모두 어떠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채, 그저 수런거리고 있다.
키노는 관객석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양손을 벌려, 큰 소리로 소리쳤다.
"여러분! 유감이지만 왕은 빗나간 총알에 돌아가셨다! 삼가 조의를 표한다! 그리고 나는 승부에 이겼다! 나는 시민이 되었다! 승리자의 권리인 나의 새로운 룰을 말한다!
(대사 이어서…….) 왕이 없어서야, 나라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왕을 선출하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라 안의 모든 사람이 승부를 내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단 한명의 최후의 승리자가 왕이 되기로 한다! 싸우지 않을 사람은 이 나라를 떠나라! 그리고 그 사람은 그 시간부로 시민권을 박탈당한다! 이것이 새로운 룰이다!!”
콜로세움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 한순간뿐이었다.
키노는 에르메스가 있는,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가던 도중, 쓰러져 있는 시즈의 어께를 한번 걷어찼다.
“…….아파…….”
“이거 실례했군요. 저는 출국하려고 해요. 이 곳 시민이 되고 싶으시다면, 좋을 대로 하세요.”
지금 콜로세움은 고함소리와 비명으로 가득 차 있다. 이곳저곳에서 패스에이더를 발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키노가 에르메스에게로 돌아오자,
“빨리 왔네, 키노. 한바탕 하고 올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에르메스의 옆에 있던 중년의 병사가 키노를 향해 이야기했다.
“저기, 당신 굉장하던걸? 어때? 나랑 같이 팀을 짜보지 않을래? 네가 왕이 되는 거야. 난 대신을 하는 거고!!”
키노는 코트를 걸쳐 입으며, 흥미 없다는 듯이,
“사양할게요. 지금 막 출국하려던 참이었거든요."
“아저씨,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이 나라에서 떠나는 게 좋을 거야”
키노는 에르메스의 엔진을 켰다 . 시끄러운 소리가 콘크리트에 울려 퍼졌다.
병사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저기, 아저씨“
먼저 에르메스가 말하고, 키노가 에르메스를 발진시켰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시즈는 관객석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멍했다. 이쪽저쪽에서 반란, 한 쪽에서는 처형이! 계속 되고 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멍하게 걸어 가고 있는 시즈에게,
“형, 지금 내 친구가 되어 함께 싸워줬으면 좋겠어. 어때?”
그렇게 말을 거는 남자가 있었으나, 시즈는 그것을 눈여겨보지 않고 무시했다.
“이봐. 지금 죽어버려“
남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도끼와 철 파이프를 들었던 손을 내리고 있던 남자가, 좌우로 시즈를 겨냥했다. 시즈는 오른쪽을 향해 소리 없이 칼을 뺐다, 왼쪽 어깨의 뒤쪽에 있던 남자를 찌르고, 빼냈던 칼로 정면에 있던 남자의 얼굴을 세로로 두 동강 내버렸다. 뒤쫓아 오던 무리를 무시했다. 시즈는 오른손에 칼을 든 채, 단상으로 올라가 깨진 유리를 밟았다. 귀빈석에 발을 옮겨, 부스럭 부스럭 파편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시즈는 의자에 앉은 채, 상당히 키가 작아진 왕을 보았다.
축 늘어져 있는 힘없는 왕의 혀는 마치 경멸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시즈는 희미한 미소를 띄었다.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오랜만이네요“.
키노와 에르메스는 수풀 속을 달려갔다.
가까스로 호수에 다다라, 키노는 에르메스를 멈추었다.
에르메스를 세우고, 호수가 풀밭에 앉았다.
“예쁘다“
에르메스가 평온한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곳에는 푸른 하늘과 신선한 녹색 수풀이 어울어져 있었다. 키노가 작은 돌을 던졌다.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수면에 작은 파면이 일었다. 그리고는 곧 가라앉았다.
“키노. 저기.”
"뭐야?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새 우는 소리가 잠시 두 사람을 감쌌다.
에르메스는 천천히 말했다.
"이전에, 꽤 오래 되는데…,마차를 탄 젊은 부부를 만난 적이 있지?"
"….어,"
키노가 하나 더 돌을 던졌다.
"분명히 그 때, 서쪽의 큰 숲속에 아주 좋은 나라가 있다고, 그 사람들은 거기에 간다고"
"이야기 했었어"
"그리고 그 후에 어딘가에서 부인만 만났는데 혼자였더라."
"….어,"
"잘 못 기억한 것이 아니면, 그 사람은 웃으면서 키노에 이렇게 말했잖아. '아주 훌륭한 나라였어요. 키노 씨도 꼭 찾아가세요.'라고"
"맞아"
키노는 가까이 있던 아이 머리만한 돌을 잠아 던졌다.
텀벙 이란 소리와 함께 호면에 세련되지 않은 파문이 번져, 세계는 비뚤어지면서 흔들렸다.
키노는 그걸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계속되지 않고, 이윽고 호면은 원래 있던 데로 온화한 거울이 되었다.
"자"
키노는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일순만 호수를 살폈다.
거기서는 흐트러진 까만 머리, 날씬한 얼굴이 비춰 있었다.
키노가 에르메스에 올라타려고 했을 때, 먼데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다가온다.
"시에노우스의 바기야. 한 대"
에르메스가 엔진소리만으로 알아들었다"
갑자기, 차 높이가 낮은 사막용 바기가 한대 숲속에서 나타나, 키노와 에르메스 앞에서 멈췄다. 타는 사람은 시즈였다. 그 옆 자리에는 크고 하얀 개게 한 마리 앉아 있었다. 아몬드 형의 큰 눈을 가진 웃는 것 같은 얼굴의 귀여운 개다.
"안녕, 키노군"
시즈가 운전석에서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안녕 하세요"
시즈는 엔진을 멈추고 고글을 벗으면서 바기에서 내렸다. 칼은 자리에 남겨뒀다. 키노 앞에 서 말했다.
"키노군은, 다시 보고 싶었거든"
"그래요… 시민이 되지 못해서 아쉬웠네요."
"아니, 상관이 없어. 그 것보다 감사의 말을 하고 싶어"
"감사?"
키노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래"
시즈는 그렇게 말해 머리를 깊이 숙였다.
시민이 되어서 하고 싶었던 것을 당신이 해줬어…. 아버지를 죽여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키노를 응시하면서
"고마워"
"…."
키노는 아무 말 없고 그 대신의 에르메스가
"왕자였군!"
소리쳤다.
"였었어. 이제 아니야…. 사실은, 우승해서 메달을 받을 때, 거기서 그 남자를 베 죽이려고 했었지. 7년 동안. 키노군 덕분에 시간이 남았어."
시즈는 수줍은 듯 웃고 있었다.
키노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복수라니, 바보 같지요”
시즈는 웃음을 띤 채로, 작게 수긍하며,
“아아……, 바보 같지“
그리고 둘 다, 잠시 침묵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건가요?”
키노가, 운전석에 앉는 시즈에게 물었다.
“이제부터……라. 적당히 어슬렁거려보려고, 무언가 하고 싶은 걸 찾을 때까지 말이야. 일단은 북쪽으로 가볼까. 지금까지 추운 곳뿐이었으니까. 그지, 리쿠”
그렇게 말하고 조수석의 강아지를 가볍게 툭 하고 쳤다. 리쿠라는 이름인 모양이다.
“시즈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리쿠가 말했다. 그 순간, 에르메스가,
“거짓말!”
라고 큰소리를 질렀다.
“강아지가 말했어! 왜?”
그러자 리쿠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냈다. 꽤 퉁명스러운 말투로,
“아아? 강아지가 말하는 게 어디가 이상해? 너 모토라도 주제에 좀 건방지군.”
“뭐? 뭐라고?“
“흥, 탈 것인 주제에 자기 힘으론 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억울하면 혼자서 따라붙어보면 어때?“
리쿠가 귀여운 얼굴을 하고, 심난한 대사를 퍼부었다.
“그, 그쪽은, 항상 함께 있지 않으면 생활도 못하면서! 게다가 어디서나 리더가 되려는 증후군까지 선천적으로 갖고 있고! 억울하면, 물어봐! 당해낼 것 같아?”
에르메스가 정색을 하고 화를 내면서 반격했다.
“뭐라고!“
“할거냐?”
“그만해, 리쿠” “그 정도로 해, 에르메스”
시즈와 키노가 동시에 말했다. 거의 달려들려던 리쿠가, 재빨리 앉았다. 그리고 정중하게 키노를 올려다봤다.
“저는, 시즈님의 충실한 종, 리쿠라 합니다. 결승의 싸우는 모습을 배견했습니다. 결과적이라고는 하나, 시즈님이 죽지 않고 끝난 것은, 당신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웠어요.
키노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시즈를 보며,
“귀엽군요. 쓰다듬어도 괜찮아요?”
주인이 가볍게 손을 피며, 허락하는 신호를 보냈다.
키노는 쭈그리고, 리쿠에게 달려들어 안기면서 복슬복슬한 털을 양손으로 어루만졌다, 리쿠도 키노의 입이며 볼을 핥았다.
즐거워하며 키노에게 달려들어 안긴 리쿠를 보며,
'흥, 밝힘증개가'
에르메스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렸다.
키노는 오랫동안 리쿠를 쓰다듬어주면서, 뜻밖에, 좌석 아래에 아무렇게나 넘어뜨려져 있는, 물건이 있을게 느껴졌다.
“…….실례합니다.“
키노는 그곳에 손을 뻗었다. 비로전까지, 왕이 쓰고 있었던 왕관이었다.
“아, 그건가……. 아버지의 유품이라서 가져왔어.”
시즈가 중얼거렸다.
키노는 리쿠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어루만지고, 시즈에게 방향을 고치면서
“나는 이런 일을 말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당신은, 왕에게 관습 때문이라고 했나요”
“관습이 아니야“
“어째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려고 뭔가를 꾸민 인간에겐 왕이 될 자격이 없어.”
“그럴까요?”
키노는 왕관을 양손에서, 조용히, 그리고 느긋하게 청년의 머리에 씌웠다.
청년은 조금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키노를 올려다보며 질문했다.
“어울리지 않아, 이겠죠?“
키노는 잠깐 바라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키노가 에르메스에 올라타고, 엔진의 시동을 걸었다.
크트의 앞을 채워, 고글을 걸쳤다.
키노군, ―북쪽 마을까지 함께 가지 않을래? 길은 알고 있어요.
시즈가 바기의 운전석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머리에는 왕관을 아직도 올려놓고 있었다.
“아니, 사양할게요. 한군데 꼭 가야만 할 데가 있어요. 게다가 .”
“게다가?“
"모르는 남자에게 졸졸 따라가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시즈가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리쿠가 시즈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시즈는 순간 무척 놀라, 뒤돌아 리쿠와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다시 키노를 보고, 미소 지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아, 그런가.알았어. 그럼 헤어짐이군. 다시 어딘가에서 만난다면 좋을 텐데, 키노. 에르메스도"
"네에. 건강히. 리쿠도"
"고맙습니다."
리쿠가 답하자마자, 에르메스가 험담을 했다.
"안녕. 변태개"
"또 봐. 폐품"
"흥이다"
달려가는 모토라도를, 시즈와 리쿠는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바라보았다.
시즈는 바기에서 내려 호숫가에 섰다. 슬쩍 밑을 훔쳐보자, 어떤 남자와 같은 왕관을 쓴, 젊은 남자가 비춰졌다.
그것은 자신에게 어울릴지 어떨지 판단하기보다도 빨리, 발치에서 리쿠가 호수의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시즈의 모습은 작은 물결에 흔들려 물결쳤다.
시즈는 돌아보자, 바기쪽에 울창히 펼쳐진 숲을 보았다. 그 앞에, 그가 태어난 나라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운전석 옆에 둔 칼을 보았다.
어느 샌가 리쿠가 시즈의 옆에 앉아, 공손하게 그를 올려보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 거라 생각하니, 리쿠?"
시즈가 중얼거리는 듯이, 자신의 종에게 물었다.
"제가 예를 들어 물구나무서기를 해도 당신을 이끌 수는 없습니다. 시즈님"
리쿠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시즈는 평온한 얼굴로,
"그러네."
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한번만 더, 숲 쪽에 있을 나라를 보았다.
제5화 [어른의 나라]
- Natural Rights -
내가 키노라고 불리는 여행자와 처음 만난 것은 11살 때, 아직까지도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계속 살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 시절에 나는 무슨 이름으로 불렸었지……. 이제는 잊어버린 지도 오래다.
무언가의 꽃 이름이었는데, 글자를 조금만 바꾸어서 말하면, 엄청난 욕이 되어버리는 이름이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그 때문에 곧잘 놀림 당하곤 했으니까…….
키노는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여행자로, 내가 살던 나라까지 걸어서왔다.
문을 지키던 젊은 병사가, 과연 그를 나라 안으로 들여보내도 괜찮은 걸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지. 아마도, 그 병사는 상관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그 응답이 바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병사는 억지로 그의 머리에 새하얀 방충제를 뒤집어씌우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가해주었지.
나는 그가 병사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을 무렵부터, 내 앞으로 걸어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어.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던 그 때, 그의 긴 그림자가 내 발아래까지 뻗어왔어, 그리곤 나를 넘어갔지. 그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부츠를 신고 있었어. 발은 가느다랬고 그 몸도 가늘었지.
검은 재킷을 입고, 땅 속에 있다나오기라도 한 듯한 먼지투성이의 긴 코트를 걸치고 있었어. 들고 있는 짐은 너덜너덜한 가방 하나. 그것을 등에 지고 있었지.
그는 굉장히 키가 컸어. 나도 그 당시엔 친구들 중에서 가장 큰 키였는데 말이야. 그는 몸을 살짝 구부린 상태로 말을 걸었지.
“이여~ 아가씨. 안녕.”
그의 뺨은 야위어 있었고, 짧은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머리엔 아직도 하얀 방충제가 남아있었다.
“나는 키노라고 해.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다니고 있지. 너는?”
나는 ‘키노’라……. 짧으면서도 부르기 쉬운 이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괴상망측한 꽃 이름 보다는 낫지……. 나는 내 이름을 말했다.
“좋은 이름이구나. 근데 말이야, XXXX.(나의 이름이다.) 혹시, 이 마을에 호텔이 어디 있는지 아니? 가급적이면 싼 곳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좋은데. 혹시 알고 있으면 가르쳐주지 않을래? 오늘은 상당히 피곤해서 말이야.”
“우리 집이 그런 곳인데.”
키노는 조금은 기쁜 듯이 웃었다. 그 당시, 나의 부모님은 저가의 호텔을 경영하고 계셨다. 나는 키노를 집으로 데리고 돌아갔다.
아버지는 처음엔 키노를 보고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다시 웃어 보이며 방으로 안내하기 위해 프론트로 갔다.
키노는 큰 짐을 감싸 안고서, 나에게 고마워, 라고 한번 말하고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는 큰 종이가 벽에 붙여져 있는데, [앞으로 3일입니다]하고 큰 빨간 글씨로 쓰여져있다.
다음날, 오후쯤에 일어났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구도, 나를 깨우려 하지 않았다. [마지막 일주일]이였으니까.
방에는 [앞으로 2일입니다]라고 쓰여진 종이가 붙어있다. 나는 방의 세면대에서 뽀득뽀득 얼굴을 씻었다.
밖에서 소리가 나서 나는 정원 안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아주 옛날부터 사용되어지지 않던 많은 기계가 버려져있었고, 잡동사니가 산처럼 쌓여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근처에서 놀고 있으면, 산이 석양을 가리고, 주변이 빨리 어두워진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산 앞에, 키노가 웅크리고 앉아서 무언가를 두드리고 있었다. 바퀴였다.
자동차에 달려있는 두꺼운 것이 아니라 모토라도(주. 이륜차의 일종. 하늘을 날지 못하는 것만을 가리킨다)의 얇은 바퀴였다. 키노의 앞에는 한대의 모토라도가 쓰러져있다. 키노가 나를 보고 말했다.
“야~~ 안녕~~~ XXXX야”
키노의 머리는 지저분하게 헝클어져있었다. 나는 물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모토라도를 고치고 있는 거야. 나에게 이것을 팔아줘 라고 부탁한다면, 그런 모토라도는 고물이니까 필요 없어 라고 말하겠지. 나는 모토라도를 받는 거구 말이야”
“고쳤어?”
“고치고 있어“
키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웃으며, 그렇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거야, 꽤 낡았으니까 말이야, 라고 덧붙였다.
바퀴를 두드리고서, 모토라도를 비스듬히 세웠다.
그리고서 바로, 키노는 부품을 두드리거나, 당기거나, 끈을 묶거나, 작은 부품을 조립해서 상자를 만들거나 했다.
나는 죽 보고 있었다.
그리고서 배가 고파져서, 집 안으로 돌아가서 혼자서 무언가를 먹었다.
식사 후, 나는 또 키노를 보러갔다.
모토라도는 반쯤 *고쳐져~!* 있었다.
이번은 바로 세워져있었다.
이것은 내가 옛날에 함께 여행 했었던 녀석에게 받았던 거야“
키노는 한번 뒤돌아보고서, 그렇게 말했다. 막대기 같은 것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거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그러게……. 앞으로 하루정도면 이 녀석도 기운차게 활보하고 다니게 될 거야.”
“모토라도가 활보하고 다니게 된다고?”
이상한 말투로 키노가 물었다.
“응. 정확하게는 말이야. 이 녀석 혼자로서는 움직이지 않아. 누군가 타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계약이라니 뭐?“
키노는 나를 보고, 가볍게 모토라도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이 경우는, 서로 도와가는 약속을 해야 해”
“어떻게 서로 돕는다는 거야?”
“그건 말이야, 나 혼자로는 모토라도처럼 빠르게 달리지 못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말라 있었던 거였다.
“모토라도는 빠르게 달리지만, 누군가가 올라타서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쓰러지고 말지”
“응”
그리고 키노는 다시 모토라도를 고치기 시작했다. 그 것을 나는 뒤에서 보고 있었다.
잠시 보고 있었다가 나는 물었다.
"키노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뭐하냐고?"
키노가 저쪽을 본 채 열심히 손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어른이 맞지요?"
"어, 너보다는"
"어른들은 뭐 일을 해야 된다면서?"
키노는 조금 당황했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 마음은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아, 그래.사실은"
"그럼, 무슨 일을 하세요?"
"글쎄.말한다면 '여행'을 하는 것 같아"
키노는 그렇게 대답했다.
"여행이라 여러 곳을 다니는 일이에요?"
"어, 맞아"
"기분 안 좋을 땐 있어요?"
“때론. 그래도 즐거운 것이 꽤 많아.”
“일은 아니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키노는 손을 흔들었다.
“일은 괴로운 거야. 즐겁지 않은 것이지. 그렇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혹 즐거운 것도 있지만, 여행은 일이 아니야.”
“그런가.”
키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일, 아니 모레 수술을 받을 거야”
“무슨 수술?”
“어른이 되기 위함이지. 그러니까 지금이 <마지막일주일>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키노가 대체 그게 머야? 혹 괜찮으면 가르쳐줘 하며 말했다.
나는 키노가 <마지막일주일>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좋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키노는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길지만 설명을 하기로 생각했다. 키노가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자. 설명 해줄게. 우리나라는 아니,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12살 이상은 어른, 그 이하는 아이야. 어른이란 일을 한다는 의미지.”
“아이는 자기 멋대로 행동해도 좋아. 그래도 좋아. 그러나 어른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은 일체 허락되지 않아. 왜냐하면 일을 하기 때문이지. 일이란 것은 살기 위해 필요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지. 일이 있는 이상, 예를 들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것이라 생각 되도, 절대하지 않으면 안 되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래도 안심해. 우리가 12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수술을 해줘. 머리를 열고! 그 속에 있는 아이를 꺼내지. 이 수술을 받으면, 우리는 하룻밤 만에 어른이 되는 거야. 그래서 싫은 것이라도, 무엇이라도, 말끔히 하기로 되어 있지. 그래서 걱정하지 않아도 모두 다 일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아버지, 어머니 모두 안심하시는 거야.
수술을 받은 아이 12살의 생일 전 일주일은 <마지막일주일>이라 불리고 있어. 이 나라의 사람들은 누구라도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정해져 있지. 이 아이가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 아이로서 마지막 일주일을 혼자서 지내기 위해…….
왜 이러한 것을 하는지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어.“
서투른 설명을 마친 나에 키노는 말했다.
"알았어. 그래도 엉터리 같은 이야기군"
"왜 엉터리에요? 수술 덕분에 아이들은 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는 거예요"
나는 물었다. 그 당시 나에 사실로 의문이었으니까. 수준으로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않으면 커서 도대체 무엇이 될 거냐? 그렇게 생각했다.
"난 '제대로 된 어른이'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어. 싫은 일을 할 줄 아는 것이 '제대로 된 어른이'야? 싫은 일을 계속해서 그것이 인생을 즐기는 건가? 그것도 억지로 수술로 만들어서…. 난 이해 못 하겠어"
키노가 그렇게 말하니 난 묻고 싶었다.
"아까 키노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지? 그러면 키노는 어른이야?"
"아니야. 네가 말하는 어른이가 전혀 아닐걸."
"그러면 어린이?"
"아니. 네가 말하는 어린이도 아닌 것 같아"
어른이도 아니라 어린이도 아니다? 나는 혼란스러워서 물었다.
"그러면, 키노는 도대체 뭔데요?"
그러자 키노는 이렇게 답했다.
"나? 난 '키노'야. 키노란 이름을 가진 남자. 그것 뿐. 그리고 여행을 다니고 있어"
"좋아하는 일을?"
"그래. 난 여행 좋아해. 그래서 여행 다니고 있는 거야. 몰론 여행만 하고 있으면 먹고 살아 가지 못하니까 다니면서 발견한 약초라든지 신기한 물건을 팔든지 하고 있어. 그 걸 직업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건…."
나는 당시, 키노가 무척 부러웠다.
나는 그 때까지, 어린이는 절대적으로 수술로 일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어른이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짓은 어린이만 하는 행동이라 생각했었다.
그 것도 얼마 있으면 끝날 것이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뭐야?"
키노가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노래 부르는 것!"
그러자 키노는 웃음을 지우며,
"나도 노래는 좋아해. 여행 다니면서 자주 부르거든"
그렇게 말해 키노는 노래를 불렀다.
템포가 빠른 노래고 말도 못 알아들었는데 정말로 잘 못 불렀다. 노래를 마치고 키노가 말했다.
“못하지”
“응, 정말로“
나는 마음껏 긍정했다. 키노는 킬킬거리며 웃으면서,
“조금도 잘하게 되질 않지만, 부르고 있을 때는 즐거워”
나는 그 기분을 잘 안다. 나도 혼자 노래를 부를 때가 있다. 그 때는 누구도 나의 노래를 듣고 있지 않는다. 나 이외에는.
나는 마음에 들어 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느긋하고, 업 템포이고, 순조로운 노래였다. 이 노래는 지금도 자주 부른다.
전부 부르는 게 끝나자, 갑자기 키노가 박수를 쳤다.
“잘하는구나! 놀랐어.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에 제일 잘 부르는 사람이야“
나는 수줍어하며, 고맙다고 말했다.
“너는 노래가 좋으면, 그리고 이렇게 잘 부른다면, 가수가 되는 건 어때?”
키노가 그렇게 말하고, 나는 키노에게 가르쳐줬다.
“나는 가수가 될 수 없어“
“어째서?”
“왜냐하면, 우리 아빠와 엄마, 가수가 아닌걸.”
“……“
「일을 잇기 위해서, 어른은 아이를 낳는 거잖아? 예부터의 약속이야」
그 나라에선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부모의 직업을 잇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의무였다고나 해야 할까.
키노는,
“그렇구나. 나라의 사정이란 것이군.”
그렇게 유감스럽다는 듯 중얼거리고, 모토라도를 『고치는 것』것에 집중해버렸다.
나는 방에 돌아갔다.
그 날 밤, 나는 침대에 들어가 이것저것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는, 수술을 받아서, 어른이 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키노가 말한 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할 수 없게 되어서, 그리고 그것을 일생동안 계속하는 것이 갑자기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그런 생각을 했다.
계속 아이인 채로 있고 싶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어른이 된다면, 스스로 그렇게 되겠다고. 억지로 다른 사람과 같은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 속도나 순서는 뒤죽박죽이라도, 자기 자신이 납득하는 방법으로, 자기 자신이 납득하는, 납득 할 수 있는 어른이 될 것이다. 일도, 자신이 잘 하는, 좋아하는, 혹은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고르고 싶다, 라고.
억지로 다른 사람과 같은 어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속도나 순서는 제각각이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납득이 가는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되겠어. 일이라도, 자신의 자신만만하거나, 좋아하는, 혹은 두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방에는 ,<최후의 날>이라고 붙어있었다.
나는 1층에 내려갔고, 부모님을 붙잡았다. 저쪽에서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은 금지지만, 이쪽에서 말을 걸었을 경우는 상관없다.
나는 어젯밤 생각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저기, 나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 수술은 받고 싶지 않아요, 그것 외에 어른이 되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지금의 내 상태 그대로, 어른이 되는 법은 없나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이 말이 나의 운명을 크게 바꿨다. 그리고 키노의 운명도.
그 말을 들은 순간, 부모님은 악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갑자기 소리치셨다.
"바보 같은 놈! 무슨 말 하는 거냐! 이 천벌 받은 것! 지, 지금까지, 전, 전부가 훌륭한 어른이 되게 해준 수술을 넌 바보취급 하는 게냐! 어른을 바보취급하다니! 아니면 어른이 되지 못하고, 한평생을 꼬마인 채로 살아갈 꺼냐!"
주선율을 달리한 악기가 계속해서 연주하듯이, 어머니가 회초리를 휘두르듯 지껄이는 말투로 계속했다.
"모두에게 빌지 못 하겠니! XXXXX(나의 이름이야)! 아버지에게! 모두에게! 나라에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하겠어!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가져서 죄송하다고! 지금 말한 일은 전부 실수라고!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은 말하지 않겠다고! 지금 당장!"
지금 생각해보아도, 두 사람은 완전히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있었다.
어린애니까 허튼 소리를 말한 거니까 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일이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모두가,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들이 강제로 당했던 일을, 저항이 생기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 행위를 멋진 일이라고 믿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수단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다고 해도 수술 받지 않은 내가 말할 일은 아닌가.
"어째서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말했어? 누가 그런 비인간적인 생각을 가르쳤느냐?"
아버지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참으로 그때의 나는 눈앞에 벌어진 모든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어른답게 냉정하게 생각했었다면, 여행자 키노라는 것을 금방 떠올렸겠지만.
소동을 듣고 주위의 어른들이 떼지어왔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나요?"
"큰 소리가 나서"
어른들은, 어른은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죄송합니다! 사실은 어리석은 우리 딸이, 내일 수술을 받고 싶지 않는 다는 등 무서운 말을 꺼내버려서."
그렇게 말하자마자,
"뭐라고? 어리석은! 그것은, 당신의 교육방식이 잘못된 거야! 당신의!"
"그래! 수술하지 않고 어른이 된다니, 그런 일은 길을 벗어난 거야!"
"위대한 수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꼬맹이라고 해서, 용서하지 않는다!"
역시 어딘가 망가진 듯한 외침을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전부 저희들의 부덕함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양친은 주변의 공기를 향해 사과하고, 나를 째려보았다.
"네가 어리석은 소리를 하니까, 이 내가 창피를 당하는 것 아니냐!앗! 저 더러운 여행자이군! 너에게 어리석은 생각을 불어놓은 것은!"
겨우 알아챈 아버지는, 나를 끌어당겨, 근처에 있을 키노를 찾았다.
키노는 현관밖에 있었다. 그 옆에는, 마치 막 산 듯한, 번쩍번쩍 대는 모토라도가 서있었다. 그제까지 고물이었던 모토라도다. 뒷좌석에, 키노의 큰 짐이 동여매어져 있었다. 그것이 규칙적인 엔진소리와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뒷 타이어는 지면에 닿지 않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시트 위에는, 키노가 마을에 들어왔을 때, 있고 있었던, 갈색 코트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조금 깨끗해져 있었다.
아빠가 고함쳤다.
"어이 너! 거기 지저분한 여행자놈!"
키노는 마치 당연한 듯이 무시했다. 그러자 아빠는 미칠 듯이 화나서, 뭔가 알 수 없을 말을 외쳤다. 개가 짖고 있는 듯 했다.
키노는 내 쪽을 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수술의 결과가 이거니? 역시 수술 받지 않을게 좋을지도"
그리고 윙크를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리고 머리 속이, 문득 냉정해졌다.
"너! 너다!"
아빠가 키노를 가리키며, 침과 거품을 튀기며 소릴 쳤다. 키노는 그제야 아버지를 보고, 뭡니까? 라고 말했다.
"뭡니까가 아니야! 무릎 꿇어! 그리고, 나…….나와, 아내와,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사죄해라!"
"사죄? 무엇을 말입니까?"
키노는 무덤덤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아빠는 또 다시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고, 새빨개진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그런 “모범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그 모습은, 하찮은 일로 친구와 다퉜을 때, 울음을 터트리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내 모습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아빠가 무언가를 또 말하고자 소리를 지르려하던 순간,
“알았으니까. 그 정도에서 그만 하죠?”
누군가가 아빠를 향해 말을 던졌다. 그 사람은 높으신 분이었다.
무슨무슨 직책이다 뭐다, 어려운 이름을 당시에 내가 알고 있었을 리 없었지만, 어쨌거나 높으신 분. 어느 샌가 주위를 둘러싸게 된 소란스러운 어른들 중에 한사람이었다. 그 높으신 분은 키노에게 말을 걸었다.
“여행자 분~ 어느 나라, 어느 지방엘 가더라도 그 지역 특유의 관습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정도는 알고 계시겠지요.”
키노가 대답했다.
“예, 알고 있어요.”
“이 나라에도 이 나라만의 관습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왈가왈부 할만한 문제가 아닐 겁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높으신 분이 묻자, 키노는 어께를 움츠리며,
“뭐……. 그, 그렇군요…….”
그리고는 가볍게 주위를 한번 둘러보면서,
“슬슬 떠나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여기에 더 있다가는 왠지 살해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농담이라도 하는 듯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출국수속이라도 필요한가요?”
높으신 분은, 그런 것은 안 해도 됩니다. 라고 말하고는,
“이 길로 곧장 가면 열려져 있는 문이 있을 겁니다. 그 곳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살해당할 것 같다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당신은 정식으로 수속을 밟고 입국하셨잖습니다. 문을 나서기 전까지의 안전은 보장해 드리지요. 여기는 ‘어른의 나라’니까요.”
모토라도 앞으로 펼쳐진 도로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키노는 나에게 다가와 몸을 살짝 구부리고는,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잘 있어 XXXXXX.”
“벌써 떠나는 거야?”
내가 앞으로 이삼일 정도 더 머무르면 뭐가 달라지는데? 라고 키노가 물었다. 만약 내가 수술을 받게 된다면, 수술 후, 어떤 식으로 키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궁금했다……. 어른이 되어서, 키노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키노는,
“한개 나라에 단 3일이라고, 내 스스로 정하고 있어. 그 정도면 어떤 나라인지 대략적으론 알 수 있고 또, 그 이상 머무르게 되면,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닐 수 없게 되니까 말이야…….잘 지내. 건강해야 해.”
내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키노는 모토라도에 가볍게 올라탔다. 그리그 그때, 아버지가 얇고 긴 요리 칼을 가지고, 나의 근처로 왔다. 옆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키노가 뒤돌아보았다.
아버지는 지위 높은 사람을 보았다. 지위 높은 사람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눈앞에 있는 아버지가, 왜 밖으로 요리 칼을 들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키노가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왜 칼 따위를 들고 있는 겁니까?”
지위 높은 사람은, 그때까지도 변하지 않는 말투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특별히 가르쳐 줄게요. 저 집안의 딸을 처분하기위해서입니다.”
키노는 얼굴색이 변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무언가 바로 알지 못했다. 키노의 놀라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요? 왜 그런 거죠?”
“처분 이예요. 저 집 딸은 위대하게 되는 수술을 거부하고, 하늘같은 부모를 거슬렀던 것입니다. 그런 아이를 방목하려하는 이유로는 아닙니다. 아이는 언제 어떠한 때에도, 부모의 소유물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만들었기 때문에, 부모에게 실패작을 처분할 당연한 권리가 있습니다.”
지위 높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겨우, 나는 죽일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느꼈다. 느꼈지만, 죽고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찌할 수도 없었다. 시선을 올리자, 아버지가 나를 깔보는 듯이 보고, 그리고,
“가능할 뻔 했는데…….”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행자분. 위험하니까 내려오세요“
지위 높은 사람이 그렇게 말한 순간에, 아버지가 칼을 갑자기 들고서 나에게 돌진했다. 은색으로 빛나는 칼의 날이 보였다. 아~ 예쁘다고 생각했다.
키노가 옆에서 뛰어 나와서, 아버지를 제지하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그때 나에게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보고 있고, 키노가 아버지에게 뛰어든 것보다 빨리, 칼이 나를 찌른 것도 알아챘다.
고마워. 하지만 한발 늦었어.
세계는 조용히 나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조금 뒤에 나를 찌를 칼을 휘하고 오른쪽으로 향했다. 칼끝을 세워 옆으로 했다. 그 칼은 달려든 키노의 가슴에 맞고서, 그리고 갑작스레 찔렀다.
“아..”
소리가 되돌아가고, 키노의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키노는 아버지를 안는 듯한 모습으로 기대려 하고 있었다. 칼끝이 키노의 등 가운데를 찌른 것이 보였다.
키노가 칼을 위로 향하게 쓰러졌다.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때 키노가 먼저 죽어가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때, 키노가 곧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 없이 뒤로 물러나다가, 등이 모토라도에 닿았다.
“헤헤.“
웃음소리가 들렸다. 계속해서 아버지는 말했다.
“이건. 저 사람이 뛰어들어서 그런 거야. 가키를 찌르려고 했는데 저 사람을 찔러 버렸다. 이거 어떻게 하면 좋지?”
나로서는 아버지가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어른들도 그걸 것이다. 위대한 사람이 말했다.
“여행자가 갑자기 뛰어든 것이니까. 하는 수 없지. 너는 원래 이 자를 찌르려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건. 사고다. 상당히 불행한 사고. 죄는 없다. 맞지? 모두들?”
주위의 어른들은 그래요. 라든지, 맞아요. 라든지, 그는 불쌍한 사람이에요 등을 말했다. 아버지는
“역시 그렇죠?“
라며, 기쁜 듯이 말했다.
나는 만약 이렇게 죽어버리면, 수술을 받지 않아도, <곧 어른>이 되지 않아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눈앞에는 아버지가 키노에게, 아니, 키노의 사체에 찔렀던 칼을 빼려고 당기고 있었다. 윽~ 하고 빠져 나왔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키노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칼을 빼고 있을 때, 귀 뒤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나이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자동차 탈수 있어?”
나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있어.“
이번에는 이렇게 들렸다.
“여기에 있으면 너도 죽게 될까?”
나는 대답했다.
“응, 그래도 살아남아 수술을 받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아.”
“윽,윽, ”
칼은 반 정도 빠졌다.
"흠…죽고 싶은 거야?"
그 질문에 난 솔직하게
"가능하면, 죽고 싶지는 않아"
"그럼"
자근 소리는 말했다.
"세 번째 선택"
"그게 뭐야?"
‘스윽, 스윽’
칼은 거의 다 뽑아졌다. 나는 침착한 기분으로, 자근 소리가, 갑자기 복잡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먼저 뒤에 있는 모토라도 시트에 뛰어 올라타. 핸들을 양 손으로 단단히 잡는다. 그리고 오른쪽 손잡이를 자기 앞으로 비틀면서, 체중을 앞쪽으로 쏟는 거야. 거기까지 하면 좀 빠르고 무거운 자전거라 생각하면 돼"
‘피웅’
칼이 키노의 시체에서 뽑아져,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넘어졌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들끓고 그리고 껄껄 웃었다. 피가 일순간만 분수처럼 내뿜어 하지만 곧 그 기세는 수습되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돼?"
나는 작든 소리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아버지는, 피투성이의 칼을 피투성이의 손으로 잡아, 웃으면서 나를 보았다. 그 때 아버지의 모습은 역겨웠지만 전혀 무섭지는 않았다. 나는 다르다.
"도망쳐!!
작은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뒤돌아보고 모토라도 시트에 뛰어 올라탔다. 아버지가 덤벼드는 것이 보였다. 말대로 오른쪽 손잡이를 잡고 체중을 앞으로 실었다.
모토라도가 앞으로 콰당 하고 넘어졌다. 순간, 엔진이 부와와 시끄럽게 웅웅거려서 내 몸이 뒤로 끌렸다. 나는 떨어지지 않도록 핸들에 매달렸다.
앞에 있던 어른이 뒤고 흘려갔다.
나는 자신이 모토라도로 뛰어가는 것을 깨달았다. 울퉁불퉁한 길을 자전거로 내려갈 때처럼 핸들을 가볍게 누르고 있었다. 평평한 길인데도 스피드는 자꾸 증가했다. 불가사한 느낌, 하지만 바로 익숙해졌다.
"잘 하네! 그 요령으로 계속해!"
소리가 들렸다.
"허벅지로 탱크를 꽉 껴봐. 더 안정시킬 수 있어. 그래서 지금부터 말하는 데로 기어를 바꿔"
나는 시키는 대로 동작을 했다. 갑자기 얼굴에 닿는 바람이 강해져서,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눈앞에 문이 보이기 시작해서, 점점 가까워졌다. 퓻! 하고 소리가 들렸을 때, 문이 내 머리 위를 지나쳐갔다.
문밖에는, 초원에 갈색의 곧은 한 줄로 된 길이 이어져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라밖으로 나왔다.
나는 넘어지지 않도록, 그저 그것만을 생각하면서 달려 나갔다.
바람으로 눈이 아팠지만, 금방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엉엉 울면서 계속 달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저기, 아무리그래도 이제 됐지 않아?”
갑자기 그렇게 말을 걸어서, 나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
“지금부터 말하는 대로 해줘“
말하는 대로 필사적으로 왼손으로 레버를 쥐거나, 오른발을 움직이거나 하면서, 점점 모토라도의 스피드가 내려갔다. 그리고 멈출 정도 되어서, 나는 발을 옆으로 냈다.
자전거라면 지면에 발끝이 가볍게 닿으면 그걸로 되는 것인데, 이 때는 발끝에 묵직함이 느껴져서,
어라 하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그대로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우와아!”
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왼손으로 잡고 있던 핸들에 당겨져서, 나는 땅에 쓰러졌다. 동시에 철컥! 하는 소리도 들렸다.
“너무하네. 이런 심한 일을 하는 건. 대체 누구?“
위협하는 듯한 그 목소리를, 나는 위를 향하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저 푸르기 만한 하늘이었다.
나는 일어섰다. 주변을 둘러보자, 붉은 꽃으로 온통 뒤덮인 초원의 중심에 나는 서있었다.
그곳은 너무나도 넓고, 꽃을 흩뜨려서 만들어진 바퀴자국의 앞을 보아도, 내가 태어난 나라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키노……”
나는 중얼거렸다. 식칼을 가슴에 찌르고, 위를 향해 쓰러져있는 키노의 마지막 모습이, 스윽 하고 보이고, 그리고 사라졌다.
이상하게도, 전혀 슬프지 않았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아까 전부 흘리고 말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았다. 그저 망연히, 나는 서있었다.
"저기요!"
발밑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보니까 모토라도가 쓰러져 있었다.
"몰인정하지 않아?"
"네?"
"괜찮다면, 지금 곧 일으켜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때, 나는 조금 전 목소리의 주인이, 이 모토라도라는 걸 느꼈다.
"아아, 당신이었군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모토라도는 조금 화난 듯한 목소리로,
"아아, 라니, 당연한거 아니야. 그 밖에 누가 있었나요?"
"그러네. 미안해요"
"사과도 좋지만, 일으켜줬으면 하는데."
모토라도는 안달하며 응석부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 게, 절묘하게 우스웠다.
나는 모토라도가 시키는 대로 했다. 쪼그리고 앉아 시트에 가슴을 댄 상태그대로 일어나면서 세웠다.
몇몇의, 붉은 꽃잎이 떨어졌다.
그리고 뒤의 타이어 근처에 있는 돌출된 곳에 발을 싣고, 모토라도를 잡아당기면서 동시에 발을 디뎠다. 모토라도가, 덜컹하고 조금 쉬로 움직여서, 손을 움직여도 넘어지지 않았다.
"고마워"
모토라도가 인사를 했다.
"천만에요"
나도 시원스레 대답했다.
"위험할 뻔 했어."
모토라도가 그렇게 말하고, 나는 어떤 일이 한순간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곧, 반짝반짝 빛나는 식칼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마치 몇 년 전의 기억처럼 생각되었다.
"음…….도와줘서, 고마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모토라도는,
"서로 마찬가지네. 거기에 놓아졌었다면 어찌되었을지 몰라. 키노가 타줘서 살았어."
그것을 들은 나는 [서로 돕는 계약]이라는 말이 한순간 떠올랐다.
그 후에, 방금 자신이 지금 뭐라 불렸는지, 갑자기 신경 쓰여 물었다.
"저기, 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
"응? 키노"
"왜?"
“아까 이름을 물어봤을 때, 그렇게 말했어, 아니야?”
“나는,”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는데, 갑자기 그것이, 지금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나라에서,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고 떠들던 꼬마인 나. 12세가 되면 수술을 받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고 믿고 있었던 나.
그런 인간은, 더 이상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붉은 꽃을 밟으면서 모토라도에 한발 다가서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키노. 키노야. 좋은 이름이지“
“응, 맘에 들어. 그런데, 내 이름은? 뭔가 있어?“
모토라도가 그렇게 물어서, 나는 어제 둘이서 정한 이름을 생각해 냈다.
“에르메스야. 에르메스. 옛날 키노의 친구의 이름이야”
“흐-음, 에르메스라. 나쁘지 않을 지도”
에르메스는 그렇게 말하고, 에르메스, 에르메스라, 라며 몇 번을 반복했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물어왔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우리들은 붉은 바다의 중심에 서있었다.
나는 대답할 길이 없었다.
그 뒤 우리들은 우선 가까운 나라에 가려고 했다가, 터무니없이 숲 가운데에서 길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만났던 노인에게, 여러 가지 일을 배웠다.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생각할 수도 없다. 말로써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이야기.
제 6화 -평화로운 나라-
황야의 한 길을, 한 대의 모토라도(주: 이륜차. 하늘을 날 수 없는 것만을 가리킴)가 달리고 있다.
오른편에 두 개의 산이 보였고, 왼쪽엔 하나가 멀리 보였다. 나무가 한 그루도 살아 있지 않은 산이다. 길은 갈색의 토지와 같은 색으로, 군데군데에 서 있는 이정표 같은 큰 보일러가 아니었다면, 길인지 황야인지 전혀 구별되지 않았을 것이다.
모토라도는 울퉁불퉁한 그 길을, 상당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뒤에는 긴 흙먼지가 자욱했다. 혹시 운전수가, 뒤돌아본다 해도, 지금 지나온 곳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모토라도 뒷부분의 캐리어에는, 여행용 짐이 가득 실려 있었다. 가방이나 침낭 등이 밴드와 네트에 고정되고, 은색의 컵이 한개, 네트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그 운전수는 대지와 같은 색의 고트를 입고 있다. 조금 긴 옷자락을 양 허벅지에 감고 있다. 머리에는 비행모와 비슷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 앞에, 작은 차양도, 양옆에 귀를 가리는 늘어뜨리는 것이 붙어 있어, 그 앞을 턱에서 연결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바랜 은색 테의 고글을 쓰고, 먼지를 피하러 반다나를 얼굴에 감고 있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꽤 마른 사람이었다.
그 운전수가 뭔가를 알아챘다. 그리고 천천히 모토라도의 스피드를 떨어뜨린다. 날아오르는 흙먼지가 적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모토라도를 멈추자, 길의 양편을 메워버리듯이 굴러다니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뭐야, 저건?"
모토라도가 묻는다.
"저건, 어떻게 봐도 인간 시체겠지"
운전수가 답한다.
그것은 황금색의 뒤섞여진 무언가로, 언뜻 마른 나무더미로도 보였다. 그러나 뻗은 손발과, 동그랗게 덜렁 붙어있는 머리의 형태가 보였다. 오체가 너덜너덜한 것도 많고, 손만 몇 개나 굴러가고 있거나, 하반신만이 늘어서있거나 한다. 그것들은 전부, 건조한 기후에 바싹 말라, 천연 미라로 황야에 구르고 있었다. 다소 너무나도 많이 구르고 있어, 지면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런 건 알고 있어, 키노. 왜 그런 곳에 이렇게 많은 미라들이 굴러다니고 있는 건가 물은 거야. 이상하다"
"나도 모르겠어, 에르메스. 묘지인 게 아닐까?"
모토라도가 키노라고 부른 운전수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그러자 에르메스라고 불린 모토라도는, 후음~알았어. 라고 말하고, 알겠다는 듯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묘지라면 보통은 묻잖아. 분명 이건 식료창고야"
"식료창고?"
"그래. 고기를 건조시켜서 저장하기 좋게 한다. 배가 고프면 여기에 와서, 가지고 가서 먹는다. 물론 지금 갈 나라의 사람들이 말이야. 키노의 가방에 들어있는 쟝키랑 똑같은 거야"
"쟈키?"
"그래 그거"
그렇게 말하고 에르메스는 잠시만 입을 다문다.
그리고 기분을 새로 하고는,
"거기에서 불쌍한 키노는, 잡혀서 먹혀버린다! 그거야, 누구라도, 뭐라도, 젊고 살아있는 게 좋으니까 말이야. 뭐 좀 딱딱하지만, 그만큼 잘 구우면 키노라도 먹을 수 없진 않지"
"……."
"그리고 여행은 여기서 끝. 아- 좀더 달리고 싶었어!"
에르메스가 그렇게 말하자, 잠시 후에 키노가 말한다.
"에르메스, 무지~하게 지루하지?"
“응...”
“조금만 더 참아. 지금 가고 있는 나라에도 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키노는 그렇게 말하며, 에르메스를 출발시켰다. 양옆으로 늘어선 사체의 행렬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뭐가 조금만 더 야? 이미 해가 중천이구만.”
에르메스가 불평을 시작한 것은, 간신히 나라의 국경이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거기서도 한참을 더 달려서야 높은 벽에 뚫려있는 동굴, ‘베르델바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쓰인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베르델바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손님이군요.”
그렇게 말한 수문병사는 미소로 경례하며 맞아주었다.
“제 이름은 키노, 이쪽은 제 파트너 에르메스. 관광과 휴양을 목적으로 입국하고 싶습니다.”
키노는 그렇게 말하고는, 수문병사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병사는 그것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검열기계에 집어넣었고, 검열이 끝난 후, 여권이 나오자 다시 두 손으로 키노에게 돌려주었다.
“이상 없습니다. 몇 일간 체류하실 예정이신가요?”
키노가 ‘3일이요. 모레 출발할 생각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좀 더 머무르셔도 괜찮은데요.’라고 병사가 말하며, 서류에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시 키노에게 물었다.
“혹시 패스에이더(주 : 총기류)를 가지고 계십니까?”
“아, 예.”
키노는 코트를 벗어 에르메스 위에 걸쳤다. 코트 아래에는 옷깃을 세운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고, 허리에는 굵은 벨트를 매고 있었다. 작은 배지가 몇 개인가 달려있었다. 키노는 우측 허벅지에 메고 있는 홀스터에서 핸드 패스에이더 한정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왼손을 허리 뒤쪽으로 돌리더니, 또 한정을 꺼냈다. 병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이거 정말 놀랐습니다, 키노씨. 정말 굉장한 것들을 들고 다니시는군요.”
병사는 감탄하며 두정의 패스에이더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꺼낸 것은 탄두와 액체화약을 별도로 집어넣는 타입으로, 수동 작동식의 리볼버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금이라도 곧바로 쏠 수 있는 상태였다. 키노는 이것을 ‘캐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또 하나는 몸체가 가는 22 PR 공이의 약협식 자동 패스에이더. 두 가지다 오랜 시간 정성스레 길들여 온 것으로, 지저분한 곳도 없었고, 기름칠도 적당히 되어 있었다.
병사는 별 생각 없이 키노에게 물었다.
“저기, 키노씨. 혹시, 패스에이더 단증이라도 가지고 계신가요?”
“4단이에요. 검은 띠죠.
대답을 한 것은 키노가 아닌 에르메스였다.
“이야……. 정말 대단하군요. 그 정도 유단자시니, 패스에이더가 이 정도로 길들여진 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이것도 여기에선 아마 필요 없을 거에요. 이 나라는 아주 평화로우니까요. 그건 그렇고, 입국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키노씨, 에르메스씨. 정말 잘 오셨습니다. 이것은 이 나라 지도예요. 가면서 한번 보세요.”
키노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패스에이다를 홀스타에 넣고, 지도를 받아들었다. 병사의 경례를 뒤로 하고 에르메스를 출발시키자, 문이 끼익 거리며 열렸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키노는 한순간 뒷걸음질쳤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키노와 에르메스를 보고, 이구동성으로 [잘 왔어요!][진심으로 환영해요]등 웃는 얼굴로 외치고 있었다. 안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흔들거리며 춤추는 사람도 있었다.
에르메스가 나직이, 키노만이 들리게 말했다.
“아아, 역시 잡혀 먹히는 거야. 모두 배고파 보여.”
잠시 뒤, 키노는 매우 환영 해주고 있는 주인에게,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고, 에르메스를 둘 공간이 있는, 샤워 실이 달려있는 호텔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남쪽의 어느 호텔은 별로이며 샤워 실은 달려있다든지, 싫은 어느 곳에서는 높아도 안 된다, 이쪽이 조건에 맞는다. 따위 주인들이 입 모아 말하고는, 잠깐 기다리게 했다.
의논에 이긴 듯한 한 사람에게 안내받은 호텔은 역사박물관이라고 쓰인 굉장히 오래된 건물의 옆에 있고, 키노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키노는 호텔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코트와 짐의 먼지를 입구에서 툭툭 털어내고, 에르메스에게 지하수를 마구 끼얹어 씻었다.
마침 잘됐어 키노군, 플러그도 갈아줘, 라고 에르메스가 주장했지만, 키노는 무시했다.
잠시 뒤 키노는 방에서 샤워를 하고, 속옷과 내의를 갈아입었다. 호텔의 식당에서는 본 적 없는 생선이 나왔지만, 큰 맛있지는 않았다.
“오늘 막 온 여행하는 분들이라고 들었는데? 역사박물관으로는 간 적 있습니까?”
“역사박물관으로 가야지요. 저곳이라면 반나절 만에 이 나라의 전부 알 수 있어요”
“저곳의 관장님은 매우 친절하고말예요. 역사를 여러 가지 가르쳐줘요.”
재킷을 입은 키노와 짐을 전부 내린 에르메스는 간단히 길을 나섰다. 그리고 만난 사람들마다 모두 역사박물관의 견학을 추천해줬다. 뭔가 재미있는 것은, 라고 말하고는, 한결같이 “역사박물관이야“라고 말했다. 하는 수없이 가기로 했다.
호텔 앞을 자나자, 종업원이 역사박물관은 공부하게끔 되요, 꼭 간다면? 라고 말을 걸었다. 지금부터 갈 것이라고 말하자, 바로 프론트에 들러서, 할인권을 들고 왔다.
역사박물관은 아치를 몇 개나 짜 맞춘 민족풍의 건물이었다. 입구는 굉장히 어두웠지만, 안을 밝았으며, 넓게 되어있었다.
키노가 티켓을 사서 입구에 들어서자, 어떤 여자가 반겨주었다.
흰머리의 노부인이었으나, 날씬하고 호리호리한 스타일에 등허리가 꼿꼿하게 세워져 있었다.
자상하고 총명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환영합니다. 우리나라 역사박물관에 잘 오셨습니다. 제가 이곳 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관장님. 저는 키노, 이쪽은 에르메스입니다.”
키노가 소개를 하자, 에르메스도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잠시 후 키노와 에르메스는 관장의 안내를 받아 박물관을 돌아보았다.
다른 관람객은 없었다. 관내에는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관람할 수 있도록,슬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전시물의 높이가 상당히 생각되어 있었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밀면서 돌아보는 것이 가능했다.
전시물은 상당히 잘 되어 있었다. 이 험난한 지역에 처음 인간이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마을이 커지는 과정을 상당히 정교한 모형으로 했던 것이나, 그 당시 생활 도구들, 처음으로 발행되었던 신문도 있었다.
설명도 쉽고, 문자 ,음악과 영상이 잘 조화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더욱이 키노와 에르메스가 알기 어려운 단어는 관장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키노는 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니 <근대사>라고 하는 코너에 다다랐다.
그리고는 재빨리 전시물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나, 문화유산 등의 온화한 전시가 주였으나, 여기부터는 무기나 방어도구, 전쟁시의 모습은 전시물이 거의 모두가 전쟁관련의 것이 되었다.
코너 입구의 설명문은 <옆 나라와의 전쟁 시작, 살육의 역사>라고 시작되어 있었다.
“여기는 전쟁의 역사입니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관장은 말했다.
이 나라는 오랫동안 옆 나라와 전쟁을 했다.
옆 나라와는 종교, 생활습관, 인종, 언어, 그 외에 모두가 달랐다.
서로를 견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순간에 일어나버린 전쟁이 그것을 확대 시켜버렸다. 서로의 나라가 서로를 언젠가 소멸되어 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것 때문에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전쟁이 일어났다.
그러나 상대를 파멸시킬 수는 없었다.
광대한 황야를 파괴하며 싸워도, 이긴 쪽이 적국에 쳐들어갈 여력은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잠시 소국 상태로 계속되다가, 또 생각이 나면, 적국으로 전진한다.
그런 상태를, 이 나라와 이웃 나라는, 192년 전부터 계속하고 있었다.
"이제 알았어. 혹시 그 황야의 미라들은 전쟁의 희생자?"
에르메스가 물었다. 관장이,
"아니에요. 저희들은 유체는 다 화장하니까. 이웃나라도 마찬가지에요"
에르메스가, 그러면 그건 도대체, 라 묻기 전에, 다른 자료를 보면서 키노가 말했다.
"관장님. 이 설명에 위하면 이 전시어 에리어는 지금부터 12년 전에 갑자기 끝나네요. 게다가 지금 이 나라는 풍요하고 안정적인 것처럼 보여요. 저도, 오랜만에 이런 평화로운 나라에 왔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네 맞아요. 지금 이 나라는 상당히 안정적이지요. 사람을 보기만 해서 이해하시다니, 역시 여행자네요"
관장은 그렇게 말했다. 비꼼이 아니었다.
"그럼, 지금 이웃나라와 싸움은 없다는 거예요?"
"네, 없지요. 교류가 있다는 것이 아니지만, 서로 죽이지는 않아요."
키노가 자료에서 관장을 향하다. 그리고 물었다.
"갑자기 전쟁이 끝난 15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관장은 회색의 눈으로 키노를 응시해고 있었다. 키노도 잠시 관장을 응시했다.
잠시 침묵한 후, 관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 것은 다음 코너에서 설명돼 있거든요, 키노 씨. 하지만, 지금은 폐관까지 별로 시간이 없네요. 키노 씨들은 언제까지 계실 건가요?"
"모레 출발이에요. 모레라면 언제든지"
키노가 그렇게 말해, 관장은
"그러면 내일, 키노 씨 질문의 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요. 하루만 내세요."
"문제없어요. 에르메스는?"
"좋은데…뭘 할 거예요?"
에르메스가 묻자, 관장은 답했다.
" '전쟁'이에요. 이웃나라와의"
"전쟁? 참가하긴 싫은데요."
에르메스가 솔직하게, 참으로 싫어하는 듯이(實に嫌そうに?) 말했다.
"괜찮아요. 실제로 저희가 피를 흘리고 싸우는 것이 아니거든요. '전쟁'이라 불리기만 하고 그 것은 서로가 죽이는 싸움이 아니에요.
견학하시면, 저희들이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내고, 그리고 유지하고 있는지, 꼭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다음날 아침, 키노는 동트는 것과 함께 깨어났다. 패스에이더의 훈련과 정비를 했다. 그리고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침부터 거리가 소란스럽다고 생각했다.
에르메스도, 아까부터 많은 호비(주·=『호바-·비클』. 부유차량을 가리킴) 이 호텔 앞을 지나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보고 있었다.
그리고 키노와 에르메스는, 관장님으로부터 말씀 들었습니다, 제가 안내역입니다 라고 말하는 젊은 병사에게 맞아들여져, 마을의 중앙의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는 회색의 호비가 3다스 정도 줄서있었다. 그중 반은 오픈뎃키좌우로, 패스에이더, 그것도 탄약이 벨트에서 보내지는, 전자동연사식의 물건이 비치되어있었다.
키노일행은 『스펙테이터』라고 쓰여 있는 호비에 탈것을 부탁받았다. 에르메스를 밀어서 올리는 것이 힘들어서, 결국 호비의 뎃키에 판을 건네받아, 달려서 탔다. 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호비의 줄은, 성대한 전송식을 뒤로하고 출발했다.
도중에 식사휴식시간을 끼어서, 호비의 일행은 갈색 황야를 날아서, 나라에서 산을 네 개 넘은 곳에서 정지했다.
잠시 기다리자, 똑같은 호비의 일단이 찾아왔다. 역시 똑같이, 뎃키에 패스에이더를 비치하
고 있었다.
그들은 깔끔하게 호비를 줄 세웠다.
그들의 군복은, 키노일행이 있는 나라의 병사의 것과 전혀 달랐다. 색도, 디자인도, 옷을 맞추는 방법도. 전원이 바지가 아닌 스커트를 입고 있다.
“그들은 레르스미아의 국방군입니다”
키노와 에르메스에게, 안내역의 젊은 군사가 설명했다.
“레르스미아라면, 당신들과 이백년간 전쟁을 해온 이웃 나라?“
에르메스가 묻자,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들과 전쟁을 할 것입니다”
병사는 말했다. 그리고
“걱정 마십시오. 저희들은 안전하고, 병사도 누구하나 죽지 않습니다. 전시대적인 전쟁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덧붙였다.
드디어 태양이, 거의 제일 높은 곳에 올랐다.
그러자 쌍방의 호비 중에서, 패스에이더를 장비하고 있는 것만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각국일렬, 즉 깔끔하게 일렬로 줄섰다.
그리고 그 선두에, 특별한 장식을 달은 한 대가 도착했다.
그 호비에 타고 있는 사제인 듯한 남자가 상투적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제185차 레르스미아, 베르데르보아르 전쟁'을 시작하겠습니다! 룰은 다른 때와 같습니다!"
그 한 대가 움직이자 양쪽의 호비가, 행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것을 쫓아갔다.
"우리도 갑니다. 꼭 쥐세요"
병사가 키노와 에르메스에게 말하고, 행렬에 참가하고 있지 않은 호비를 상승시켜 위에서 행렬을 쫓았다.
이윽고 상공의 호비는 열을 앞질렀다. 그리고 잠시 동안 날아서, 순조롭게 언덕 하나를 넘어, 공중에 멈췄다.
"저기, 저기가 보입니까?"
병사가 가리킨 곳에, 하나의 커다란 촌락이 있었다.
언덕을 넘어 오아시스 근처에, 진흙으로 만든 간단한 집이 제법 많이 있었다. 그것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어져 있었다.
누군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남자들은 심플한 옷을 입고,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상공의 호비는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저것은, 이 근처의 부족, 타타타인입니다. 북의 지표를 보아주세요."
키노와 에르메스가 보자, 선두의 한 대가 사납게 속도를 내어, 지표에 스치듯 날아왔다.
그 호비는 촌락을 북쪽부터 남쪽에 까지 한번에, 대량의 빨간 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촌락의 중심에 남북의 붉은 실이 뚜렷하게 그어져 있다. 몇명의 타타타인이 깜짝 놀라며 집에서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동쪽이 우리들, 서쪽이 레르스미아의 '전장'이예요"
병사가 그렇게 말했을 때. 열을 짜고 날아온 호비의 무리가 촌락에 몰려들었다.
가로의 한 열부터 깨끗하게 흩어졌다. 그리고 병사가 패스에이더를 발포했다.
새된 연사음이 울리자마자 밖에 있는 타타타인을 총으로 쏘았다. 호비는 집에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저고도를 유지하며 타타타인을 찾아 순서대로 쏘았다.
젊은 남자 하나가 집으로 도망쳐 들어가려 하는 것을 그 전에 쏘았다. 남자는 새빨간 꽃이 되어 쓰러졌다. 그대로 집으로 향한 발포가 계속되어, 집은 간단히 무너졌다.
호비가 선회하자, 다른 집에서 여자와 어린이가 몇 사람 뛰어나오는 것을 보고,
그쪽도 곧 총을 쏘았다. 아이를 감싸려던 여자는 춤추듯 쓰러지고, 작은 어린아이의 머리는 날아가 버려 없어지고 말았다.
다른 호비의 옆에서, 발 빠른 남자가 도망쳤다. 호비는 급선회하며, 그부터 죽이려고 사납게 총을 쏘았다. 달리고 있던 남자는 쓰러졌다. 쓰러진 그곳에 연사하자, 흠칫흠칫 뛰던 몸속부터 피를 내뿜더니, 이윽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좋아! 잘한다!"
키노와 에르메스의 옆에서 병사가 주먹을 쥐며 외쳤다. 그리고 멋쩍게 웃으며,
"아, 저어, 방금 쏜 것은 제 형입니다. 옛날부터 [전쟁]을 잘했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생각난 듯이,
"아, 좀 더 고도를 올릴까요? 그 쪽이 잘 보여요."
키노가,
"아니요, 여기가 괜찮습니다."
라고 거절하자, 병사는, 그렇지요 빗나간 총알은 무서우니까요, 라고 말하며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패스에이더의 연사음이 계속 울렸다.
이번에는 오아시스 가까이의 숲 속으로 도망간 타타타인이 맞았다. 숲에는 빨간 선이 그어져서, 동쪽 측 호디는 동쪽만, 서쪽측은 서쪽만을, 솜씨 좋게 나누어 쏘고 있었다. 이윽고 나무들은 전부 쓰러뜨려져, 그 사이에서 빨간 무언가가 보였다.
오아시스의 연못에 뛰어든 몇 명인가는, 연못 속물이 미친 듯 돌 때까지 사격 당했다. 이윽고 연못을 물들이면서, 뭔지 잘 알 수 없는 물체가 되어 떠올랐다.
키노가 문득 보자, 타타타인의 젊은이가 호디에 도끼를 내던졌다. 그것은 타고 있던 병사의 다리를 맞추었다. 병사는 허벅지를 누르면서 반격하여, 젊은이의 상반신은 붉은 안개가 되어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없어져버렸다. 그러나 그 병사는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다른 병사가 패스 에이더의 그립을 쥐었다.
촌락의 밖으로 도망가려고 하는 인간은, 가장 바깥쪽에서 선회하고 있는 호디가 겨낭하고 쏘고 있었지만, 수가 많아서 전원을 쏘는 것은 불가능했다. 비 같은 탄환을 빠져나간 몇 명인가는, 촌락에서 필사적으로 뛰어 멀어져간다. 호디는 그것을 쫓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아직 안에 있는 인간을 쏘는 쪽에 집중했다.
한대의 호디는 촌락 안을 천천히 순회하여, 쓰러져있는 인간이 아직 피로 더렵혀지지 않았으면, 위에서 여러 발 쏘았다. 총을 맞은 순간에, 몇 명인가는 뛰어올랐다. 그런 죽은 척을 하고 있던 인간에게는, 더욱 수발의 총을 쏘았다.
잠시 후에, 촌락 안에 움직이는 인간은 없게 되고, 발포음도 그다지 나지 않았다. 촌락의 밖으로 달려 나간 자는, 이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침 그 때 쯤, 태양이 주먹 하나 만큼 기울어졌다.
방금까지의 선도기가, 촌락의 위를, 피리를 불면서 또다시 날아서 빠져나간다. 호디는 사격을 멈추고, 촌락의 끝에 집합하여, 왔던 때와 똑같이 일렬로 늘어선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전쟁]은 끝났습니다."
병사가 그렇게 말하자, 상공에 있던 호디가 전부 촌락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카운터] 입니다. 이제부터 쌍방의 [전장]의 시체를, 호디에 태워 갑니다. 그리고 호디의 센사에서 시체의 무게를 잽니다. 보다 무거운 쪽이, 이 [전쟁]의 승리자입니다.
저희들은 좀 전에 모였던 집합장소에 가서 기다리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 슬슬 가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괜찮겠습니까?"
키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 위까지도 온통 피비린내가 진동했었지만, 호디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냄새는 금새 사라졌다.
호디는 예의 그 집합장소로 돌아가 [카운터]들을 기다렸다.
병사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대국의 병사들과는 좀 체 말을 하지 않았던 그들이, 지금은 호디들과 나란히 서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장교들 역시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발에 도끼를 맞은 병사가 붕대를 두르고 자리에 나타났다. 그 병사는 모든 병사들로부터 박수와 갈채를 받았고, 조금 부끄러운 듯이 웃어 보이는 그 병사에게 장교가 무언가의 배지를 달아주었다. 병사들은 더욱 더 큰 갈채를 보냈다.
머지않아, [카운터]들이 돌아왔다. 그들의 호디에는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시체 밑 갑판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쟁의 개시를 선언했던 남자가 호디의 갑판에 서서는 외쳤다.
"측정결과, 10대9!! 제 185차 [전쟁], 승리국은 베르델바르!!"
그 순간, 베르델바르의 병사들에게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레르스미아의 병사들은 그 반대로 풀죽어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레르스미아 병사들은 이내 승리국의 병사들에게 경례를 하였고, 베르델바르의 병사들 역시 경례로 그것을 받았다.
서로에게 모자를 흔들어 보이며, 호디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키노와 에르메스가 탄 호디 위, 병사는 그 흥분을 참을 수 없는 듯 이야기를 했다.
"해냈다구요! 이겼어요. 이겼어! 키노씨, 에르메스씨. 나라로 돌아가면 엄청나게 반겨 줄 테죠~ 아~ 생각만 해도~ 맞아, 그렇지. 여행물자를 사려고 하신다면 아마 오늘이 최적기일거에요. 모두가 바보 같을 정도로 들떠 있으니, 뭘 사더라도 헐값에 살 수 있을 거라구요."
"저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에르메스가 병사에게 물었다.
"예, 얼마든지요~"
"저 [카운터]들은 시체를 어떻게 하는 거지? 설마하니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는 건 아닐 테고."
"집으로 가지고 돌아갈 리 없잖아요. 나라 동쪽에 시체들을 버리는 장소가 있어요. 그 곳에서 적당한 장소에 버리고 오는 거지요."
"정말로? 혹시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은 했었지만……. 키노, 이걸로 미라들의 수수께끼는 풀린 것 같은데."
다음날 아침, 키노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새벽같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리는 고요했다.
어젯밤에는 [전쟁의 승리]라는 것에 모두가 들떠 어디를 가더라도 소란스러웠다. 거리가 온통 술과 환성, 음악으로 터져 나갈 듯 했었다.
그리고 병사가 말한 대로, 키노가 휴대식료품을 가려고 하자, 만취한 가게 주인아저씨는, 거의 공짜에 가깝게 싸게 해주었다. 키노는 에르메스가 그 이상 쌓아 놓는 것은 무리라고 말할 때까지 사들였다. 그리고 일찍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에는 그 누구한사람도 없었다. 아침 샤워를 끝낸 키노는, 곧 패스에이다의 정비와 훈련을 했다. 그 후, 짐을 점검하고, 오래된 휴대식료품을 아침식사로 먹었다.
태양이 꽤 솟아올랐을 때, 키노는 아직 숙면중인 에르메스를 두드렸다. 에르메스는 꽤 깊이 잠들어있었지만, 키노가, 역사박물관으로 가는 것은 어때?, 라고 묻자 눈을 떴다.
에르메스의 엔진소리는 시끄럽게 울려서, 아직 잠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려고 하자, 키노는 에르메스를 끌고서 갔다.
역사박물관의 현관 앞에서는, 아마 한밤중까지 소동을 피운 듯한 젊은 병사가, 술병을 쥐고서 자고 있다. 병사에게는 담요가 두장 덮여있다.
키노와 에르메스가 천천히 박물관으로 들어가자, 관장이 마중 나왔다.
“안녕하세요, 키노씨 에르메스씨 와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하십니까, 관장님. 그저께 보지 못했던 것을 보러 왔습니다. 두 명의 입장권 부탁드립니다.”
키노가 그렇게 말하자, 관장은,
“오늘은 돈이 필요 없어요. [승전기념]으로 휴무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키노와 에르메스를 출구까지 안내했다. 전등이 켜지지 않아서, 어둠이 얇게 깔린 거무스름한 통로를 걸었다. 관장이
“자, 그럼“
이라고 말하고서, 전등과 전시물의 스위치를 켰다.
그곳은, [전쟁의 진화. 평화와의 공존]이라고 쓰인 코너였다. 관장이 물었다.
“어제 전쟁은 보게 되었었습니까?”
곧 에르메스가,
“예. 미라의 수수께끼도 풀었습니다.“
관장은, 그러세요. 라고 말하고 말을 더 하려는 듯이 키노를 쳐다보았다.
“저것이 당신들을 위한 전쟁입니까? 나에게는 타타타 사람의 처형이나 처분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키노는 표정도, 말도, 평상시와 전혀 변함없이 말했다. 키노는 비난하지도, 화내지도, 질려하지도 안았다. 단지 묻고 있는 것이었다.
관장은,
“그렇지요. 어제의 경험만으로는, 그렇게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것이, 우리들의 [전쟁]인 것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설명을 부탁 드려도 될까요?”
키노의 질문은 마치, 모르는 것을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학생과도 같았다.
관장은 마지막 전시상자의 스위치를 눌렀다.
현대사가 나왔다.
“그저께, 보셨던 것과 같이, 이 나라와 옆 나라 사이에는 전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새까만 화면에, 천천히 모양과 색이 나타났다. 황폐한 참호에 몇명의 병사가 겁에 질린 듯한 얼굴로 기죽어 있고, 긴 패스웨이더를 쥐고 있었다.
이윽고 휴~하는 소리가 들리고, 병사가 누워있다.
모니터로부터 한순간 소리가 꺼지고, 화면이 흔들리며 먼지가 일었다.
병시중 누군가가 무언가를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회복되는 순간, 병사들이 일제히 참호를 나와, 돌격해 왔다.
화면도 그것을 쫒았다.
달리는 병사의 뒷모습이 보인다.
외치는 병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흠하는 소리가 나고 무언가가 검은 것이 빠르게 달려온다.
하나는 지면에 닿았고, 화면좌측을 달리는 한명의 병사의 가슴에 닿아 그는 키가 반으로 되었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쟁으로 셀 수 없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지금 상반신이 없어진 저 사람은 제 남편입니다.“
화면이 빠르게 사라지고, 소리가 꺼지고, 새까맣게 되어 모래바람이 일다가 꺼진다.
모니터는 멈추었다.
관장은 키노가 자신의 얼굴을 볼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느린 말투로.
“저는 예전의 전쟁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옛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네 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들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제 몫을 해낼 수 있을 정도의 남자로 키우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
“그러나 약 백육십구 차 전쟁이 시작되고, 그 아이들은 부친의 적에게 복수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는 차례차례 군인에 지원했습니다.
처음에 소토스가 저격당해 죽었습니다,
다음날 막내인 다토스는 지로를 밟아 죽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엷은 흑색이었던 전시장 벽에 큰 한 장의 사진이 비취었다.
그곳에 젊었을 때 머리가 긴 관장의 모습과, 여자를 둘러싼 네 명의 아이들이 찍혀 있었다. 아이들은 순박하게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도,
“장남 우이스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전선에 남아, 포격하다 적군에게 죽었습니다.
마지막에 남았던 막내 요도트는 형제들의 몫까지 열심히 해서, 저에게 꼭 살아 돌아온다고 말하고는 나갔으나,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 때 저 아이는 아홉 살이었습니다.“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관장의 표정에는 어둠 속에 흐릿한 빛이 더해져, 조금씩 미소를 보였다.
“그때도 역시 누가 이겼는지 알 수 없는 전쟁을 끝났었습니다, 그리고 곧 다음의 전쟁이 시작되었죠. 저는 그 이상 전쟁이 반복되는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들 네 명을 전장에 보내, 한꺼번에 다 잃어서 명예시민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 지위를 이용해서, 시민들에 호소했어요. '이제 전쟁은 그만하자'고"
"…."
"물론 그런 짓을 해도 전생을 없앨 순 없지요. 그런 걸로 전쟁이 없어진다면 벌써 없어졌어야하니까요. 저는, 현실적으로 전쟁을 대신하는 것이 없는지 생각해요, 그리고 하나의 제안을 했어요."
"그것이 타타타인의 습격이에요? 광장님이 그 것을 생각하신 거예요?"
"그럼요. '타타타인을 적병으로 봐서 더 많이 죽인 편을 그 전쟁의 승리 국으로 한다.'그러면, 우리 사람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경쟁심이나 적개심, 잔인성을 잘 발산시킬 수 있어요. 그래서….제가 그 생각을 발표했을 때, 우연히 저쪽 나라에서, 똑같은 것을 생각한 여자가 있었어요."
그렇게 말해 관장은 좀 나아가서 다음의 전시물 앞으로 키노를 안내했다.
"15년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사진을 보여줬어요. 거기에 찍은 그녀의 아이들은, 다 귀엽고, 그녀의 보물이라고 알 수 있었어요. 그래도 다 전사했었어요."
모니터에는 당시의 모습을 보도한 신문의 사진이 있었다. 지금보다 다 날씬한 광장과 껴안고 있는 낯선 옷을 입은 여자.
"저와 그녀의 생각은 시험적이면서 실행에 옮겼어요. 그 것이 지금부터 15년 전의 일이에요"
다음에 관장이 스위치를 켠 모니터는, 이 나라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키노가 본, 평화로운 시내와 밝은 주민들.
"그 때 이후,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나라는 발전해, 인구도 늘어갔어요. 이제 저 같은 경험을, 젊은 어머니들이 할 일은 다시는 없을 거예요. 그녀들은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키워가요. 언젠가, 자기 자식이 매장해주는 거지요. 태어난 사람들이, 태어난 순서대로 죽어간다. 그 것이 평화이고, 이 나라의 현재에요. 키노 씨, 에르메스 씨, 여기서 역사 자료관의 투어는 다 끝났어요."
그리고 관장은, 가슴 앞에서 손을 잡고
"수고하셨습니다."
웃으면서 말했다.
"질문해도 될까요?"
키노가 물었다.
"네, 물어보세요."
"죽임을 받는 타타타인들은 어떻게 돼요? 그 사람들에도 생활이 있고, 가족이 있는 것 같은 데요?"
“네, 말씀대로입니다. 하지만, 평화는 무언가를 희생시켜서, 그 위에 평화가 이루어져있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그것이, 자신의 귀여운 자식들이었습니다. 젊은 병사가, 지옥과 같은 전장에서 싸우고, 죽어서, 나라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타타타인은 우리들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도 그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자식들은 더 이상 전장에서 죽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훌륭한 것입니다. 혹시 타타타인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양국이 옛날의 전쟁을 반복하게 되면, 희생자의 수는 타타타인의 그것과 전혀 비교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관장은,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또 한번 반복했다.
“평화에는, 희생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로 자신의 자식들이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타타타인이 죽는 것으로 우리들의 평화가 보존된다면,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매우 환영해야할 일입니다”
키노는 잠시 생각하고는, 감상을 말했다.
“광장님,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의 당신들이 틀린 건지, 아니면 옛 사람들이 맞는 건지“
그것을 들은 관장을 천천히 웃었다. 그리고 조금, 키노의 얇은 양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러운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당신이 조금 나이가 들면, 지금의 나의 기분을 알게 됩니다.”
“그럴까요?“
“그럼요, 키노씨. 당신이 자신의 자식을 기르고, 그 아이의 온기를 자신의 안에 느꼈을 때 말입니다”
키노라고 불린 소녀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마을의 사람들이 전부 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환송을 뒤로 하고, 키노 일행은 출국했다. 태양은 아직 꽤 높은 위치에 있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광야의 외길을 달려갔다. 두 바퀴가 말아 올리는 흙먼지가 뭉게뭉게 오르고 있다.
성벽을 돌고서, 태양이 주먹 두개분정도 기울 때까지, 상당한 속도로 계속 달리고 있지만, 풍경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갈색 흙과, 멀리 보이는 헐벗은 산과, 가끔씩 시야에 뿐이다.
“응?“
키노가 진행방향의 멀리에 뭔가가 보이는 것에 눈치 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았다.
에르메스도 그것의 기운을 느꼈다.
"누군가 있어"
키노는 천천히 액셀을 돌렸다. 그리고 키노는, 그들이 타타타인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몇 명인가 힘이 센 타타타인의 젊은이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들은 신장보다 긴 봉이며,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었다.
키노는 그들의 앞에서, 천천히 에르메스를 멈췄다.
20명 정도의 타타타인이 있었고, 옆에는 그들이 타고 온 것 같은 가축 떼가 있었다.
키노는 에르메스에서 내려, 스탠드를 걸었다. 그리고 코트 앞의 버튼을 전부 풀어, 옷 위에 걸쳐 입던 상태로 했다. 고글과 반다나를 얼굴에서 내렸다.
봉을 잡고 있던 타타타인 젊은이 하나가, 키노에게 여러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은 지금부터 우리들의 마을로 와줘요, 거기에 모두의 앞에서 사지를 찢겨 죽어줘야 갰습니다."
키노는 타타타인들을 보았다. 여자며 어린이, 노인도 있다. 다들 키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요?"
키노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물었다.
"우리들의 복수를 위해서입니다. 진짜로 조금뿐이더라도, 복수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요."
"나는 그 나라의 인간이 아닙니다."
키노는 냉정히 말했다. 그러자 젊은이는, 담담하게 감정을 죽인 듯이,
"그건 알고 있어요. 여행자죠. 당신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저 나라를 미워하고 있어요. 우리를 아무 의미도 없이 살육하고, 시체를 손이 닿지도 않는 곳에 방치해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매장하는 일조차도 할 수 없어요."
"……."
"하지만,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지도 못해요. 그래서 누구라도 좋으니까, 이 장소를 가끔 지나가는 당신이라도 괴롭히고 죽여서, 이 분노를 조금이라도 풀고 싶은 것뿐입니다. 특별히 당신에게 악감정을 가진 건 아녜요. 운이 나빴던 것뿐이죠."
젊은이는 키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에르메스가 어이없는 목소리로,
"어쩔 거야 키노? 여기서 먹히고 말 작정이야?"
키노는 에르메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거기 있는 타타타인 전부에게 이야기하듯이 큰 목소리로,
"당신들의 기분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난 여기서 죽을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일은 잊지 않아요, 그럼,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에르메스가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타타타인의 젊은이가 다가왔다. 그리고 키노를 졸도시키려고, 방망이를 쳐들었다. 키노는 스윽 뒤돌아보았다.
젊은이는 조금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그를 올려다보는 키노와, 순간 눈이 맞았다.
"이야얏!"
그는 눈앞의 작은 머리를 겨낭하여 기합과 함께 봉을 내리쳤다.
키노는 조금 몸을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재빠른 속도로 오른쪽 허벅지의 [카논]을 뽑아, 그리고 쏘았다.
굉음과 동시에, 2사람의 사이에 액체 화약 특유의 하얀 연기가 순간 퍼지고, 그리고 곧 사라졌다.
젊은이는, 방망이를 쥔 그대로의 자세로 굳어져 있었다. 그의 머리가 위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아래로 쓰러져, 지면에 부딪혀 흙먼지를 일으켰다. 위턱에서 탁류처럼 흘러나오는 피는, 입에서 넘쳐, 그의 가슴을 새빨갛게 물들여, 마른 대지에 흡수되었다.
키노는 다른 타타타인들이 그곳에서 도망치기 시작하여, 이윽고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오른손으로 [카논]을 쥔 채로 보고 있었다.
"이 사람 어떻게 하지? 묻어?"
에르메스가 물었다. 키노는,
"아니, 그들의 나중에 돌아오겠지. 매장하러"
그렇게 말하면서 패스에이더 를 홀스터에 넣었다. 해머를 조금 올려, 그곳에 홀스터에서 나온 가죽 선단을 끼웠다.
키노는 에르메스에 걸터앉아, 고글과 반다나를 끼우며 말했다。
“자, 갈까?”
“그래야지.”
에르메스가 곧바로 대답했다. 시체를 뒤로 한 채, 모토라도는 달리기 시작했다. 모래바람이 자욱하게 일어났다. 상처입어 이제는 움직일 수 없게 된 타타타인의 젊은이의 모습은 사라져 갔다. 모래먼지가 가라앉았을 무렵에는 모토라도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에필로그 [숲 속에서 a]
-Lost in the Forest-
밤의 숲 속, 그 곳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그들의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은 마치 거대한 삿갓 같이 보였다. 낮 시간이었다면 푸르게 보였을 나뭇잎들도 지금은 검게 되어 있었다.
지면으로 뻗어있는 뿌리 옆에서, 조금 남은 모닥불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 모닥불이 만들어 내는 옅은 어둠 속에서, 키노는 코트를 두른 채, 몸을 둥글게 말고, 거대한 마른 나무뿌리가 만들어 내는 완만한 곡선에 기대어 눈을 붙이고 있었다. 모닥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짐을 모두 풀어놓은 에르메스가 세워져 있다. 도금이 되어있는 부분에는 조그만 불꽃이 비쳐 하늘거리고 있었다.
“키노? 아직 자고 있는 거야?”
에르메스가 조그만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니. 일어났어.”
키노는 곧바로 대답했다.
에르메스는, 평상시보다 톤을 약간 낮춰서 말했다.
“모토라도는 말이야~, 달리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그러니까 여행도 당연히 즐거워”
“아, 어? 뭐야~, 갑자기?”
키노가 꽤 놀란 듯이 물었다 에르메스는 선생님인 듯한 말투로,
“모르는 거야, 키노? 헌법 3항이야”
“.....논법 3항?”
“그거야 그거”
그렇게 말하고 에르메스는 잠자코 있었다.
“그게 왜?”
키노는 에르메스가 말한 화제에 흥미를 내비추듯이 물었다.
“아니~, 잠깐 궁금한 게 생겨서…….'그렇다면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 걸까~' 해서…….”
에르메스가 드물게 진지한 말투로 말하자,
“인간 말이야?? 아니면 나 말이야??”
키노가 진지한 어투로 대답했다.
“먼저 인간부터~~”
키노는 그래..라고 하며 중얼거리고는
“지금까지 여행해 본적 없는 곳을 가보고 싶어. 본 적 없는 것을 보고 싶어.
먹어본 적 없는 것을 먹어보고 싶어. 만난 적 없는 사람과 이야기 하고 싶어…….
아.그렇구나. 간단해.“
“응. 그런 일은 어렵지 않지.”
에르메스가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응. 실제로는 복잡한 일 일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간단하게 말하면 가능한 일이야.“
“그런데, 키노는? 키노는 어째서 여행을 계속해?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은 알지?
몇 번이나 끔찍한 일을 당해고, 죽을 고비도 넘기고, 도중에 정말 힘든 일도 많았다 생각해.
키노는 하나의 일에 정착해서 살고 싶지 않아?
키노 정도면 패스에이더가 능숙하니까 어디에라도 취직할 수 있어.
사장으로도 생활할 수 있고.“
에르메스가 단숨에 말하자, 키노는 조용한 말투로,
“그래…….그건 에르메스 말 대로라고 생각해.”
에르메스가 조금 사이들 두었다. 그러자 키노도 말하지 않고 들었다.
“그래도 키노가 여행을 계속하려는 이유는?”
키노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가느다란 몸체를 일으켰다.
왼손에 <수풀의 사람>을 쥔 채, 모닥불에 흙을 덮었다.
희미하게 남아있던 화염도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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