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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by Casey,Riley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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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책 머리에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우리 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강과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아름다운 
나라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번갈아 가며 찾아 온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은 지금은 가 볼 수 없는 
금강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금강산은 철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운다. 봄에는 금강산이라고 하지만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이라 부른다. 이는 철이 바뀔 
때마다 전혀 새로운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꼭 금강산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나라의 자연이 보여 주는 
사계절의 변화에는 항상 새로운 아름다움이 담뿍 담겨 있다. 이른 
봄에는 이른 봄대로, 늦은 봄에는 늦은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 대자연의 품에서는 항상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여러분, 휴일이나 방학 때에는 집 안에만 있지 말고,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가 보자. 꼭 시간을 길게 내서, 먼 곳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여러분이 마음의 문을 열기만 하면, 가까운 공원이나 
뒷동산에만 가도 항상 새로운 자연의 신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대인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잃어버렸다고들 한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 중에는 도시에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만일 도시에 산다면, 더더욱 위대한 자연이 
들려 주는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만이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인간을 사랑할 수 없고,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도 사랑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삶을 참된 삶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를 낳아 주고 길러 주고 항상 품 안에 품고 있는 대자연에는 
리듬이 충만해 있다. 하루를 두고 변하는 리듬... 대자연이 보여 
주는 리듬은 생물 속에 들어 있는 생물 시계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생물 시계란 생물의 몸 속에 들어 있는 시계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몸 속에도 생물 시계가 들어 있다. 그 생물 시계가 
대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가기 위해 매일, 매달, 매년, 시간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 시계란 무엇일까? 이제, 생물 시계의 신비를 찾아 
여행을 떠나 보자.

      차례
  책머리에/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 1장 생물 시계의 발견
  어디에서나 보이는 자연의 리듬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미모사의 신비
  20세기의 빛과 어둠
    제2장 꿀벌과 찌르레기의 실험
  꿀벌은 시간을 알고 있다
  꿀벌도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
  꾸벌의 춤과 생물 시계
  참새의 이동과 태양 나침반
  찌르레기의 생물 시계
    제3장 다양한 생물 시계
  서커디언 리듬
  정밀한 생물 시계
  온도의 변화
  단세포 생물의 생물 시계
  사람의 생물 시계
    제4장 하루를 주리고 변하는 생물 시계
  사막의 동물
  지렁이의 활동 리듬
  밤의 활동과 수분의 유지
  주며느리와 노래기
  거미
  체온 조절을 위한 활동
  잠
    제5장 생물 시계의 작용
  생물의 리듬과 약물의 효과
  시차 이야기
  일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
  생물 시계의 출발점
  해변에서-바다깔따구 이야기
    제6장 새물 시계의 다양한 주기
  다양한 주기의 리듬
  대자연의 사계-곤충
  대자연의 사계-식물
  광주성
    제7장 생물 시계의 정체
  생물 시계는 어디에?
  곤충의 생물 시계
  척추동물의 생물 시계
  사람과 바퀴의 악수

    1. 생물 시계의 발견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리듬을 찾아서

      제1장 생물 시계의 발견

    어디에서나 보이는 자연의 리듬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한 번 생각해 보자. 어디에나 규칙적인 
리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규칙적인 리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꼽아 보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24시간을 주기로 밤과 낮이 교대로 
찾아오는 일일 것이다. 밤과 낮의 변화는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1번씩 돌기(자전) 때문에 생긴다.
  자연 환경에서 보이는 규칙적인 리듬으로는 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교대로 찾아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4계절의 
변화는 여러분 모두 알고 있듯이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고 
지구가 그 공전하는 면에 대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 이유로 낮의 길이도 변하고 온도도 변해 계절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제, 세 번째로 꼽을 주기적인 변화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 번째 주기적인 
변화는 바닷가에서 보이는 조수의 간만, 다시 말해서 밀물과 
썰물이다. 조수 간만이 생기는 이유는 달이 지구와 태양에 대해 
복잡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루에 대략 2번씩 밀물과 
썰물이 번갈아 가며 지는 것이다. 이때 밀물이 밀려 왔다가 다시 
썰물이 져서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일이 두 번 되풀이될 때 걸리는 
시간은 24.8시간이다. 하루가 조금 넘는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조수 간만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 달의 공전이다. 보통 한 번 초승달이 뜨고 다시 똑같은 모양의 
초승달이 뜰 때까지는 약 29.5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의 한 달은 29일과 30일이 교대로 되풀이된다.
  지금까지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유일한 행성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이다. 그리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물은 모두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환경의 리듬 속에서 
수십억 년 이상의 기나긴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환경의 리듬에 대응해서 그것을 이용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많은 
수단을 발달시켜 왔다.
  잠시 시간을 내어 산이나 들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릴 것 없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상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쉬고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종류가 많은 동물은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곤충이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곤충은 대략 80만 
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동물을 4로 보았을 때, 3에 해당되는 
막대한 숫자이다.
  곤충은 완전 변태를 하는 종류와 불완전 변태를 하는 종류로 
나뉜다. 완전 변태를 한다는 말은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엄지벌레(성충)가 되는 모든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고, 불완전 변태를 한다는 것은 알이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자라 엄지벌레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불완전 변태는 
번데기 시기를 거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완전 변태를 하는 많은 곤충은 하루 중에서 가장 습도가 
높은 때인 동이 트기 직전의 새벽녘에만, 번데기의 허물을 뚫고 
엄지벌레가 되어 이 세상으로 나온다.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만 엄지벌레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 환경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번데기의 허물을 
벗는 곤충뿐만이 아니다. 매일매일 동이 트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해 보라. 제일 부지런한 동물은 수탉일 것이다. 
수탉은 매일 새벽 꼬끼오- 하고 길게 빼는 울음 소리로 사람들의 
새벽잠을 깨운다. 그러면 조용하던 새들이 하나씩 둘씩 지지배배 
소리를 내며 지저귀기 시작한다.
  아침을 활기차게 맞는 것은 동물들뿐만이 아니다. 밤 사이 얼굴을 
오무리고 있던 나팔꽃들도 활짝 웃는 얼굴로 아침을 맞는다. 
미모사도 접었던 잎을 활짝 편다.
  그리고 해가 점점 더 높이 떠오르면 꿀벌을 선발대로 해서 갖가지 
곤충이 꿀샘을 찾아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든다. 키가 큰 
해바라기는 하루 온종일 해바라기를 한다. 풀과 나무는 잎을 있는 
대로 화들짝 펼치고 햇빛을 받아들여 그 에너지로 영양분을 만들어 
낸다. 여러 동물이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쏘다닌다.
  이렇게 분주한 하루가 가고 다시 해가 기운다. 해는 지평선 
너머로 넘어간다. 그러면 낮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던 생물은 조용히 
휴식에 들어간다. 하지만 밤이라고 해서 모든 생물이 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생물에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생물로 바뀌는 것뿐이다. 야행성 생물은 
바퀴벌레나 쥐, 박쥐, 부엉이, 이리 등이다. 이들이 밤의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생물이 낮이나 밤 중 하나를 택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모기 같은 곤충은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시간을 택해 활동한다. 여러분은 모기 떼가 하루에 두 번, 
새벽녘과 저물녘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발견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람은 어떤가? 사람은 낮에 주로 활동한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체온은 새벽에는 낮아지고, 오후에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바닷가에 살고 있는 생물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바닷가의 
생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인은 아무래도 바닷물이 
들고 나는 조수 간만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닷가의 생물 중에는 
조수 간만에 따라 활동의 리듬을 바꾸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게들이 보름달 밤에만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생물이 보이는 활동에는 하루나 한 달을 두고 변화하는 것도 
있지만, 1년을 주기로 해서 변화하는 것도 있다.
  가장 쉽게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겨울잠, 즉 동면일 것이다. 
개구리나 뱀, 고슴도치, 다람쥐 같은 동물은 겨울이 오면 활동을 
중지하며 겨울잠을 자고, 봄이 오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1년을 주기로 변화하는 것은 이밖에도 또 있다. 귀뚜라미과에 
속하는 곤충인 방울벌레는 가을이 오면 수컷이 두 날개를 비벼 고운 
방울 소리를 낸다. 그리고 흔히 백조라고 불리는 고니라는 새는 
방울벌레가 아름답게 노래할 때쯤이면 시베리아를 떠나 우리 나라로 
찾아와 겨울을 난다. 우리 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가 되면 
봄이 온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시베리아로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고니가 날아가면 대신 강남 갔던 제비가 우리 나라를 찾아온다. 
물론 제비는 가을이 되면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간다.
  생물은 어떻게 해서 이런 주기적인 활동의 리듬을 갖게 된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주변의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도록 
진화를 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의 활동 리듬을 
초래하는 것은 낮과 밤, 계절의 변화, 조수 간만과 같은 자연의 
리듬인 것일까?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동물이나 식물이 환경이 변화하는 
주기에 맞추어 규칙적인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흥부와 놀부'같은 옛날 이야기에서 강남 갔던 제비가 
떨어뜨려 준 박씨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생물이 나타내는 활동의 주기적인 변화는 몇 세기 동안 수차에 
걸쳐 관찰되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일을 가리켜 
자연계에 있는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했을뿐, 이 흥미로운 
현상을 '시계'와 결부시켜 생각하려 들지는 않았다.
  생물학,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등등의 자연 과학은 오랜 
옛날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이 항상 똑같은 속도로 진행되어 온 것은 
아니었다.
  자연 과학은 한동안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가도,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거나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는 사건 
하나만으로도 관련 분야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이다.
  생명 공학을 예로 들어 보자. 생명 공학은 1953년 ㅇ슨과 크릭이 
유전의 기본 물질인 DNA의 구조를 밝혀냄으로써,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DNA 구조의 해명으로 생물이 자신을 그대로 닮은 
자손을 만들어내는 일, 즉 유전의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사건이 있은 뒤로, 생명 공학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고, 결국 지금에 와서는 5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물 시계라는 관점을 도입한 것 역시 생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생물이 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랜 옛날부터 계속되어 온 여러 가지 관찰은 이 생물 시계라는 
개념에 따라 새롭게 정리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실험이 
계획되었고,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는 급속한 진전을 이루었던 
것이다.
  모든 생물은 살아 있는 동안, '시계'를 갖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시계라는 말은 우리가 팔에 차고 
다니는 손목 시계나, 집에 걸어 둔 벽 시계, 혹은 탁상 시계 같은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 시계란 몸 속에 숨어서 하루에 대략 
1번씩 회전하는 '생물 시계'이다. 우리 사람은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개나 고양이, 개구리나 물고기, 곤충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시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작은 생물의 경우는 어떨까? 아메바나 짚신벌레 처럼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작은 생물, 다시 말해 원생동물에게도 생물 
시계가 있다고 하면 여러분은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떨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식물의 몸에도 생물 시계가 들어 있다. 맨 처음 생물 
시계가 있을 것이라는 단서가 발견된 것은 바로 식물에서였다.
  그러나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각기 고유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받게 된 것은 처음 생물 
시계의 단서가 발견되고도, 근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생물 시계는 어떤 것일까?

    미모사의 신비
  시계(보통 시계)의 바늘을 270년 만큼 거꾸로 돌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하고 3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18세기 초엽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당시 
프랑스에는 드메랑이라는 이름의 천문학자가 살고 있었다.
  드메랑은 그때까지 천문학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여러 문제, 
특히 지구의 자전 현상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지구의 
자전을 연구하던 그는 어느 날 문득 미모사를 보고 의문을 품게 
되었다.
  미모사는 콩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이 식물은 키가 
30-50센티미터 정도로 자라는데, 여름에 연한 분홍색의 작은 꽃을 
피운다. 이 꽃은 세 개의 씨가 들어 있는 꼬투리를 맺는다.
  미모사의 잎은 조그만 잎이 마치 깃 모양으로 붙는다. 그런데 이 
미모사의 잎은 아주 재미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것은 미모사 
잎을 손으로 슬쩍 건드리면 잎자루를 중심으로 반으로 딱 접힌다는 
것이다. 잎이 갖고 있는 이런 성질 때문에 미모사는 신경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모사의 잎은 건드렸을 때에만 접히는 것이 아니다. 미모사의 
잎은 해가 떠올랐을 때에는 넓게 펼쳐져 있지만, 해가 저물면 
이파리를 딱 접어 버린다. 드메랑은 이런 미모사 잎의 변화에 
의문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미모사는 정말 이상한 풀이야. 미모사에게는 눈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알 수 있다지? 그래, 
미모사의 잎이 펼쳐졌다 닫혀졌다 하는 이유를 알아내야겠어."
  드메랑은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미모사의 화분을 실내에 
들여놓았다. 그리고는 화분이 있는 곳에 햇빛이 조금도 들지 않도록 
했다. 계속 어두운 상태가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드메랑은 
미모사의 화분을 옮겨 놓으면서 혼잣소리를 했다.
  "이렇게 볕이 전혀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 화분을 놓아 두면, 
미모사의 잎은 계속 접혀 있을 거야."
  드메랑은 며칠 동안 어두운 곳에 놓아 둔 미모사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모사가 '잠(?)을 자고 
깨어나는 리듬'은 어둠 속에서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모사는 햇빛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계속 잎을 펼치고 접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운동은 매일 거의 같은 시각에 
되풀이되었다. 미모사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햇빛을 볼 수 없어도 나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있다구요. 언제 해가 뜨고 언제 해가 지는지를 알 수 있지요."
  드메랑은 탄식하듯 말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미모사는 어둠 속에서도 태양의 
움직임을 모두 알고 있다는 걸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물론 드메랑이 했던 실험은 과학적인 시설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드메랑은 햇빛을 차단하는 일에만 
신경을 썼을 뿐, 온도와 같은 다른 중요한 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따라서 드메랑의 실험은 미모사의 잎이 보여주는 행동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많이 부족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드메랑의 이 새로운 시도를 기리기 위해, 미모사가 어두운 
곳에서도 잎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는 것을 가리켜 `드메랑의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드메랑이 `드메랑의 현상'을 발견하고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의 
일이다. 역시 같은 나라, 프랑스에 뒤아멜이라는 과학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드메랑의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이 
현상에 대해 정확한 실험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뒤아멜은 커다란 창고가 달려 있고 지하로 들어가 있어서 직접 
햇빛이 들지 않는 포도주 저장고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포도주 
저장고에 미모사의 화분을 들여놓고 드메랑이 했던 관찰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 햇빛을 쪼이지 않았는데도 이 미모사는 
드메랑이 관찰했던 것과 똑같이 마치 시간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파리들을 하루 주기로 열고 닫고 했다. 뒤아멜은 생각했다.
  `어쩌면 미모사는 온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기 ㄸ문에 같은 
시간에 이파리를 열고 닫고 하는지도 몰라.'
  뒤아멜은 미모사의 잠자는 리듬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온도의 
변화일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실험을 해 보았다. 그래서 그는 미모사의 화분에 햇빛이 들지 않게 
해 둔 상태에서 저장고의 온도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보았다.
  뒤아멜은 중얼거렸다.
  "미모사가 시간을 알 리 없지. 아마도 미모사는 온도의 변화를 
느끼고 온도의 변화에 따라 이파리를 펼치고 접고 할 거야. 이제 곧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겠지."
  그는 포도주 저장고 안의 온도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면서 
미모사의 이파리를 관찰해 보았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미모사는 아마 온도가 올라가면 이파리를 펼치고 온도가 
내려가면 이파리를 접을 거야.'
  그러나 결과는 다시 한 번 뒤아멜을 놀라게 했다. 미모사는 
온도의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같은 시간을 주기로 이파리를 
열고 닫고 했던 것이다. 뒤아멜의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미모사의 잎이 보이는 활동 리듬은 미모사의 몸 속에 있는 어떤 
내재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깥 세상에서 
전달되는 햇빛을 빼앗는다고 해도, 온도를 변화시킨다고 해도 
미모사의 잎이 보이는 활동 리듬을 변화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여러분 중 많은 친구들이 궁금증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미모사는 
대체 무엇을 단서로 해서 대략 하루 주기의 운동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뒤아멜의 새로운 실험이 시도된 뒤로 19세기 말까지 생물 
시계에 대한 의문은 주로 식물학자의 몫이었다. 당시 많은 
식물학자들이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서 이 신비로운 현상을 
해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주된 관심의 대상은 생물 시계의 본질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주로 `여러가지 식물이 
보이는 다양한 리듬이 그 종이 살아남는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 하는 적응 현상에 관한 문제였을 뿐이다.
  따라서 그 뒤 10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식물학자들이 알아낸 것은 드메랑의 시대와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작은 진전은 있었다. 예를 들어 보자.
  드메랑이 미모사를 대상으로 해서 실험을 했던 곳은 빛이 들지 
않는 어둠 속이었다. 즉 계속적인 어둠 속에 미모사의 화분을 놓아 
두었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의문을 품었다.
  "만일 계속 밝은 조명이 비치는 곳에 미모사 화분을 놓아두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들은 미모사 화분 
주위에 인공적인 불빛을 24시간 밝혀 두는 실험을 해 보았다. 
그리고 미모사 잎을 잘 관찰해 보았다.
  실험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밝은 곳에서 생활하는 
미모사도 역시 시간에 맞추어 잎을 열고 닫고 했지만, 그 행동의 
주기는 밖의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는 미모사보다 더 짧아졌다.
  자연 상태의 미모사는 약 24시간을 주기로 해서 잎을 열고 닫고 
했다. 하지만 항상 밝은 조명에 노출되어 있는 미모사는 약 
22시간에서 23시간 30분 가량을 주기로 해서 잎을 열고 닫고 했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통해서 더더욱 확신을 품게 되었다. 
미모사가 잎을 열고 닫고 하는 운동은 같은 시간 간격으로 햇빛이 
비친다든가, 온도가 변화한다든가 하는 원인이 아닌 어떤 다른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
  미모사의 잠자는 리듬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식물의 몸 속에 
있는 어떤 원인이었다. 그 미모사 자체가 갖고 있는 원인이 
주기성의 시각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식물이 갖고 있는 리듬의 이 내재적인 요인이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해명되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2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20세기의 빛과 어둠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것은 생물 시계를 연구하는 대상이 식물에 국한되지 
않고 더욱 넓은 범위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에는 식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동물의 다양한 활동 
리듬을 대상으로 해서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갖가지 생물의 활동 리듬에 대한 실험 결과가 
많이 제출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초의 30년은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후퇴하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생물 시계 연구의 후퇴기라고 부르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 시기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생물의 
활동 리듬이 빛이나 온도가 아닌 어떤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 
비롯된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루 24시간 계속해서 어둡게 해 두거나, 24시간 계속 
조명을 밝혀 둔 상태에서, 그리고 온도까지 일정하게 해 둔 
상태에서 생물이 일정한 활동 리듬을 보이는 것은 빛이나 온도 
이외의 어떤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또 다른 외부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이야기가 분분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지구상에는 X라는 
미지의 물리적인 요인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X라는 요인은 빛이나 온도처럼 우리가 쉽고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X라는 요인은 빛이나 온도와 
마찬가지로 지구의 자전에 따라 24시간의 주기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여러 생물들은 이 X라는 요인에 반응해서 정확한 활동 
리듬을 보이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이다. 이 X라는 요인을 
찾아내는 일만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물 스스로가 시간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는 쉽게 동조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 X 요인이라는 
관념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튼튼하게 뿌리 박게 되었다.
  바로 그런 시기의 연장선 상에 있던 1936년, 독일의 뷔닝이라는 
과학자는 많은 실험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는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X 요인을 부정하고, 훌륭한 새 이론을 전개했다. 그의 설명을 
간단하게 줄이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된다.
  "식물은 시간의 흐름을 아는 시계 같은 것을 갖고 있다. 식물은 
그것을 이용해서 하루가 가는 것을 알 뿐만 아니라, 꽃이 피는 
시간도 조절하고 있다."
  뷔닝은 이렇게 세계 최초로 '생물 시계'라는 개념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과학계에서는 뷔닝의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받아들이기는커녕 터무니없는 공상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어쨌든, 뷔닝은 생물 시계라는 개념을 
발전시킨 진정한 선구자이다. 뷔닝은 앞으로 이 책의 내용 중 
광주성 시계를 다루는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할 것이다.
  1950년대에는 생물이 보이는 활동의 리듬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라는 점, 다시 말해 X 요인이라는 외부의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대대적인 
실험이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초파리는 학명이 드로소필라 멜라노가스터라고 
하는 작은 파리를 말한다. 여러분 중에서 초파리를 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초파리는 몸길이 2-3밀리미터 정도로 보통 파리보다 훨씬 작지만 
모습은 보통 파리와 비슷하게 생긴 곤충이다. 초파리들은 과일을 
놓아 두면 쉽게 날아와 앉는데, 식초나 간장, 술 같은 발효 
식품에도 잘 덤벼든다. 그래서 초(식초)파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초파리는 키우기도 쉽고, 돌연 변이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유전학의 연구 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초파리를 이용해서 X 요인이 있는가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과학자들은 우선 초파리를 남극으로 운반해 갔다. 그리고는 
지구의 자전이 초파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구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회전대 위에서 초파리의 활동을 
기록해 보았다.
  실험 결과 X 요인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의 자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어도, 초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를 주기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다른 많은 실험이 진행되었다. 어떤 사람은 X 요인이 
지구의 자전 그 자체가 아니라 자전을 함에 따라 변화해 가는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우주선이라고 했다.
  여러분은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우주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주 
여행을 위한 비행 물체, 우주선을 머리에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우주선은 그 우주선이 아니라 방사선이다. 
우주로부터 지구로 쏟아져 내리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을 
가리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X 요인이 우주선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꿀벌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주선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가서 실험하기로 했다. 우주선이 닿지 않는 장소란 바로 지하 
180미터 깊이의 암염(소금으로 된 바위)갱안이었다.
  과학자들은 암염 갱 속에서 꿀벌의 활동 리듬을 조사해 보았다. 
결과는 남극에서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X 요인을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실험이 구상되었다. 과학자들은 
프랑스에서 살던 꿀벌을 미국의 뉴욕까지 비행기로 수송해서 
실험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꿀벌의 활동이 도착한 곳의 지방시에 
맞추어 변화하는가를 조사해 보았다. 만일 꿀벌의 활동 리듬이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는 것이라면 꿀벌은 도착한 곳의 
시간에 맞춰서 행동을 변화시켜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은 도착한 곳의 시간에 맞춰 
활동 리듬을 변화시키지 않았다. 이 실험을 통해 다시 한 번 X 
요인의 존재가 부정된 것이다. X 요인에 대한 실험은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1950년에서 1960년 사이에는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획기적인 두 가지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 중의 하나는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칼 폰 프리슈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이 꿀을 모아들이는 꿀벌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호프만과 그라머가 
찌르레기라는 철새의 이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이제 꿀벌과 찌르레기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된 생물 시계의 
이야기롤 넘어가 보자.

    2. 꿀벌과 찌르레기의 실험
  꿀벌과 찌르레기의 실험을 통해 생물 시계를 찾는다

      제2장 꿀벌과 찌르레기의 실험

  놀랍게도 꿀벌이나 철새는 몸 속에 시계와 비슷한 신비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시간을 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생물 시계'라는 용어가 과학자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게 된 것은 
그라머가 찌르레기에 대해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이후의 
일이다. 이 새로운 개념이 도입됨에 따라 생물 시계의 연구는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선 꿀벌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꿀벌은 시간을 알고 있다
  꿀벌에 대한 프리슈의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그보다 
더 오래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스위스에 포렐이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오전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 두 시간에 걸쳐 집 밖의 베란다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매일 아침 식사를 하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꿀벌 한 
마리가 포렐의 식탁으로 날아왔다. 그리고는 식탁 위에 있던 
마멀레이드(오렌지나 레몬, 밀감의 껍질로 만든 잼)를 기분 좋게 
포식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부터는 수많은 꿀벌이 포렐의 식탁을 
찾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포렐의 아침 식탁에 항상 마멀레이드가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한 번 포렐의 식탁을 찾기 
시작한 꿀벌들은 마멀레이드 같은 잼이나 달콤한 음식이 없는 
날에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그 식탁을 찾아왔던 것이다.
  "이상하군, 잼이 없는데도 꿀벌들이 찾아오다니! 꿀벌들은 잼을 
보거나 잼 냄새를 맡고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포렐은 꿀벌이 보이는 행동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꿀벌들이 
식탁에 찾아오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자 이렇게 주장했다.
  "꿀벌은 시각을 측정하는 장치를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시간을 
알 수 없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식탁을 찾아올 리가 없다."
  포렐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오래 전인 20세기 초의 일이었다.
  그 후, 꿀벌을 대상으로 한 생물 시계의 연구가 엄청난 발전을 
보이게 되는 것은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프리슈의 연구실에서 
꿀벌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프리슈는 꿀벌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사람으로 50여 년에 걸쳐 
꿀벌의 연구를 대대적으로 벌인 생물학자이다. 프리슈는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1973년에는 노벨상까지 수상했다.
  프리슈의 연구실에는 베링이라는 여성 연구자가 있었다. 베링은 
꿀벌을 대상으로 해서 생물 시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베링은 
우선 꿀벌의 벌집에서 몇 미터 떨어진 탁자 위에 그릇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하루 중에서 어느 특별한 시간에 그 그릇에 
설탕물을 담아 주면서 꿀벌들이 그 시간만 되면 설탕물을 먹으러 
나오도록 훈련을 시켰다.
  이렇게 며칠 동안 훈련을 시키면서 베링은 설탕물을 먹으러 
탁자를 찾아 온 꿀벌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번호를 매겼다.
  꿀벌에게 번호를 매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프리슈는 생물 시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꿀벌에게 번호를 매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심을 한 끝에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숫자를 적을 것이 아니라 색을 칠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색을 칠하는 방법도 숫자가 크지 않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만일 숫자가 커지면 등에 숫자를 적을 때와 
마찬가지로 벌의 번호를 쉽게 알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7가지 색을 한 곳에 칠해서 벌의 번호를 금방 알아볼 수 있는 
범위는 겨우 7번까지일 뿐이다.
  프리슈는 다시 고심을 했다. 그리고 아주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 방법은 색을 칠하기는 하되 커다란 숫자, 예를 들어 
100단위 숫자까지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우선 색이 너무 많으면 혼동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프리슈는 
5가지 물감만을 사용해 숫자를 표시하기로 했다. 하양,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물감만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 다섯 가지 물감을 하양,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순서로 
사용해서 꿀벌 등의 왼쪽 위에 점을 찍었다. 이런 방법으로 1번에서 
5번까지를 표시한 것이다. 잠깐, 여러분은 꿀벌같은 곤충의 몸이 
머리와 가슴, 배의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등이란 가슴의 등쪽 면을 말한다.
  5번까지 표시한 후에는 등의 오른쪽 위에 하양, 빨강, 
파랑,노랑의 순서로 점을 찍었다. 이렇게 6번에서 9번까지를 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초록색을 오른쪽 위에 찍어 10번을 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프리슈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9에서 딱
멈추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등의 위, 왼쪽과 오른쪽에 찍은 
점으로는 1에서 9까지의 숫자만을 표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즉 
위에 찍은 점으로는 십진법으로 1의 자리 숫자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십진법의 10자리 숫자는 등의 위가 아니라 밑에서부터 
색을 칠하는 방법으로 나타내기로 했다. 우선 10자리의 숫자가 1일 
때에는 등의 왼쪽 밑에 하얀 점을 찍었다. 그리고 10자리 숫자가 
2일 때에는 등의 왼쪽 밑에 빨간 점을 찍었다.
  여기까지 알려 주면 여러분도 10자리 숫자가 7일 때는 어떻게 
했을까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등의 오른쪽 밑에 
빨간 점을 찍어서 7십을 표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등의 오른쪽 
밑에 노란 점을 찍는 것으로 9십을 표시해서 10자리 숫자를 모두 
표시할 수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1에서 99까지의 번호가 간단하게 매겨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번호에 맞춰 색 점을 찍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13번 꿀벌을 예로 들어 점을 찍어 볼까? 
13번은 10자리의 숫자가 1이니 우선 등의 왼쪽 밑으로 하얀 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자리의 숫자가 3이니 왼쪽 위에 파란 
점을 찍어 1자리의 3을 표시하면 된다. 이로써 13이라는 번호가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74번은 어떨까? 우선 오른쪽 밑에 빨간 점을 찍어 7십을 
표현하고 왼쪽 위에 노란 점을 찍어 4를 표현해야만 할 것이다.
  40은? 왼쪽 아래에 노란 점을 찍어 4십을 표현한다. 그리고 1자리 
숫자는 0이므로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40이 표현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꿀벌의 등을 4부분으로 나누어 1번에서부터 
99번까지의 숫자를 표시했다. 하지만 99번만으로는 너무 적었다. 
그래서 이제는 100자리 숫자를 표시하기로 했다.
  이제 어디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 프리슈는 100자리의 숫자는 
꿀벌 배의 등쪽 부분을 이용하기로 했다. 배의 등쪽에 하얀 점이 
찍히면 100자리 숫자가 1이란 뜻이다. 그리고 빨간 점이 찍히면 
100자리 숫자가 2, 파란 점이 찍히면 3, 노란 점이 찍히면 4, 
초록색 점이 찍히면 5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면 최소한 599가지의 번호를 쉽게 
나타내고, 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마리의 꿀벌에게 
칠하는 색은 많아야 3가지면 되는 것이다.
  여러분도 이제는 어떤 번호든, 꿀벌의 등에 번호를 쉽게 매길 수 
있을 것이다.
  263번은 어떻게 하면 될까? 제일 먼저 배의 등쪽에 빨간 점을 
찍어 2백을 표시해야 한다. 그리고 가슴의 등쪽 오른쪽 밑에 하얀 
점을 찍어 6십을, 왼쪽 위에 파란 점을 찍어 3을 표시하면 된다.
  509번을 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우선 배의 
등쪽에 초록색 점을 찍어 5백을 표시한다. 그리고 10자리는 없으니 
찍지 않고, 오른쪽 위에는 노란 점을 찍어서 9를 표시한다.
  프리슈가 꿀벌의 등에 색을 칠하는 데 사용한 물감은 
랙깍지진디라는 곤충이 분비하는 셸락이라는 특수한 동물성 수지로 
만든 것이었다. 프리슈는 셸락을 알코올에 녹인 도료에 물감을 풀어 
꿀벌의 등에 칠했다. 설탕물을 빨고 있는 동안 붓에 물감을 칠해서 
꿀벌의 등에 살짝 점을 찍으면 꿀벌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꿀벌의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색칠을 해 두면 한 눈에 몇 번 꿀벌이 날아왔는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머리를 아주 잘 썼던 것이다.
  베링은 프리슈가 개발한 방법으로 꿀벌의 등에 점을 찍어 번호를 
표시했다. 그리고는 훈련을 끝낸 뒤 탁자 위의 그릇에 설탕을 타지 
않은 물만 부어 놓고, 번호를 붙인 굴벌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해 보았다. 관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똑같은 꿀벌들이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왔던 것이다.
  이번에는 훈련 방법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설탕물을 주는 횟수를 
하루에 2번, 혹은 3번으로 조금씩 늘려 보았던 것이다.
  훈련 결과, 꿀벌들은 2시간 걸러 하루에 4번 내지 5번씩 설탕물 
주는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창하게 갠 날이나,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흐린 날이나,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나, 가리지 않고 꿀벌들은 훈련 받은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탁자로 날아왔다.
  이렇게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꿀벌들이 설탕물 그릇을 찾아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꿀벌들이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은 태양의 방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꿀벌은 무엇을 의지해서 시간을 알았던 것일까? 베링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꿀벌의 공간'이라고 이름붙인 특별한 벌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꿀벌의 공간' 속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조절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불을 켜 두었다. 항상적인 
조건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베링은 이렇게 항상적인 환경으로 조절된 꿀벌의 공간 속에서 
꿀벌들을 키우면서 정해진 시각에 설탕물을 먹으러 나오도록 
꿀벌들을 훈련시켰다. 그랬더니 꿀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확한 시계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식사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벌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온도나 습도, 공기의 전기 전도성 등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켜도 꿀벌들이 시간을 아는 능력은 변함없이 계속 
발휘되었다.

    꿀벌도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
  어느 것도 꿀벌의 시간을 재는 능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태양의 위치와 움직임, 온도와 습도의 변화, 그리고 공기 중의 전기 
전도성 변화, 그 어느 것도 꿀벌의 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꿀벌이 우리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어떤 미지의 요인, 
즉 하루를 주기로 변화를 보이는 어떤 X라는 요인을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X 요인을 시계처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을 확인하려고 나선 것은 월이라는 과학자였다. 월은 
암염을 파내는 광산의 갱도 안으로 꿀벌들을 데려갔다. 그곳은 지하 
180미터의 깊이로, 암염의 층이 15미터의 두께로 놓여 있었다. 이 
두꺼운 암염층 때문에 밤낮의 주기로 변하는 우주선도 그곳까지 
닿을 수 없었다. 또한 공기 중의 전기 전도성을 변화시키는 
??(감마)선도 차단되어 있었다.
  월은 이런 암염 갱 속에서 24시간 불을 켜 둔 채로 실험을 했다. 
베링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되면 설탕물을 먹으러 나오도록 훈련을 
시켰던 것이다. 월은 훈련이 끝난 후, 이들의 꿀벌이 보이는 행동을 
관찰했다. 결과는 지상에서와 마찬가지로 꿀벌들이 시간을 알 수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서 과학자들은 일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꿀벌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시간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설명한 실험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꿀벌이 식사 시간의 간격을 알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24시간 주기 속에서 어떤 시점을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루 중 매일 같은 시각에 먹이를 주는 
실험으로는 꿀벌이 시간 간격까지 알고 있는가를 판단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베링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24시간 불을 밝혀 두고 온도를 
일정하게 해 둔 '꿀벌의 공간'에 꿀벌을 키우면서, 24시간과는 꽤 
커다란 차이가 나는 19시간, 48시간의 간격으로 먹이를 주는 훈련을 
해 보았다.
  그러나 꿀벌의 행동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 꿀벌들은 시간 
간격이 24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시각을 맞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24시간으로 주기를 변화시키자, 그 즉시 식사 시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꿀벌이 알 수 있는 시간이란 단순히 
24시간의 주기 속에서의 어떤 시점일 뿐이었다.
  꿀벌의 시간 측정이 꿀벌이 갖고 있는 생물 시계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더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레너의 실험에 의해서였다. 레너는 
그 유명한 대양을 건너는 실험을 한 사람이다.
  레너는 베링이 만든 것과 똑같은 '꿀벌의 공간'을 만들어서 
온도를 28도로 일정하게 해 두었다. 그리고는 1000럭스의 빛으로 
꿀벌의 공간의 내부를 계속 비추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파리에서 '꿀벌의 공간'에서 사는 꿀벌들에게 
설탕물을 주면서 훈련시켰다. 파리의 경도는 동경 2도이다. 레너는 
꿀벌들을 파리의 지방시를 기준으로 해서 저녁 8시 15분부터 10시 
15분 사이에 식사를 하도록 훈련시켰다. 
  그런데, 이쯤에서 간단하게 지방시와 표준시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겠다. 왜냐하면 대양을 건너는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시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지방시라는 것은 어느 지방(위의 경우에는 파리)을 통과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해서 정한 시간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표준시이다. 표준시란 정해진 지점의 
지방시를 기준으로 삼아 경도 15도 범위의 여러 지역이 함께 
사용하는 시간을 말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 나라도 가장 서쪽 
지방과 동쪽 지방의 경도에 상당히 차이가 있으므로 각 지방의 
지방시를 기준으로 시간을 사용하면 경도가 다른 곳마다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이다. 다른 
지방으로 이동할 때마다 시계를 다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을 막기 위해 우리는 표준시를 정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동서 길이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가장 서쪽 지방과 
동쪽 지방 모두 하나의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는 어디를 가더라도 시계를 다시 맞출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 러시아, 캐나다처럼 동서의 길이가 먼 
나라는 한 나라 안에서도 몇 가지 표준시를 사용해야만 한다. 
따라서 경도가 멀리 떨어진 지방에 가면 시계를 다시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이렇게 표준시를 정해 놓고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 실험을 할 경우에는, 표준시만을 
사용해서는 그 지방의 정확한 시간을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나라에서는 낮 12시, 정오가 되어도 태양이 
정남향에 오지 않는다. 이는 우리 나라의 지방시와 표준시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태양이 정남향에 오는 시각이 지방시로 12시 정각인 
것이다.
  그러면 지방시에 맞추어 꿀벌의 훈련이 끝나고는, 곧바로 꿀벌의 
공간을 비행기 편으로 경도가 74도인 뉴욕까지 실어날랐다. 그리고 
꿀벌의 공간을 뉴욕에 설치해 둔 채로 실험을 계속했다.
  경도에 커다란 변화를 준다는 것은 지방시를 크게 변화시킨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 지구의 자전이 주는 영향을 변화시킨다는 뜻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레너는 파리에서 훈련받은 꿀벌들이 뉴욕에서 
어떤행동을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꿀벌은 경도 76도 만큼의 시차를 겪게 되었다. 경도 15도에 따라 
지방시가 1시간씩 차이가 나므로, 경도 76도를 지방시로 따지면 
대략 5시간 정도의 시간차가 있는 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레너는 뉴욕에 도착한 뒤, 꿀벌들이 다시 먹이를 먹기 시작한 
시간은 뉴욕 시간으로 오전 3시였다. 그리고 이 시간은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먹이를 준 시간에서 24시간이 지난 뒤였다. 레너의 
꿀벌들은 지구의 자전에서 오는 영향(여기서는 간단하게 지방시의 
영향)에도 아랑곳없이 훈련받은 대로 24시간만에 다시 식사를 
개시한 것이다.
  레너는 이번에는 뉴욕에서 파리로 다시 꿀벌들을 실어날랐다. 
이번에는 5시간을 거슬러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똑같은 
실험을 해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레너의 실험이 있기 전에도 꿀벌이 다른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시간을 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너는 지구의 자전을 뛰어넘어 대양을 건너는 실험을 
함으로써, 꿀벌이 몸 속에 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해 주었다. 1955년의 일이었다.

    꿀벌의 춤과 생물 시계
  레너의 실험을 통해 꿀벌은 아주 정확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꿀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오면서 꿀벌은 시간 
감각뿐만 아니라 방향감각도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여러분 중에도 꿀벌이 춤을 춘다는 사실을 들어 본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꿀벌이 추는 춤의 의미를 제일 먼저 해석해 낸 사람은 바로 
프리슈이다. 프리슈는 1950년에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꿀벌은 태양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데 
꿀벌이 태양의 위치를 알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태양이 지금 어느 
쪽에 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 아니었다.
  꿀벌은 태양의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꿀벌이 태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태양과 벌집, 
그리고 먹이가 있는 세 곳 사이의 각도를 잴 수 있기 때문이다.
  꿀벌은 태양의 위치를 각도로 재서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꿀벌들에게 알려 주기도 한다. 각도를 잰 꿀벌이 춤을 추면서, 
벌집에 있는 다른 꿀벌들에게도 먹이가 있는 방향을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 중에는 꿀벌의 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테니 우선 
꿀벌의 춤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 보겠다.
  꿀벌 중에서 꿀을 모아들이는 일을 하는 것은 여왕벌이 아닌 
암벌인 일벌이다. 어떤 일벌이 꽃이 만발해 있는 곳을 발견하고 
꿀을 배불리 빤 뒤, 벌집에 돌아왔다고 하자.
  그러면 이 일벌은 어두운 벌집 속으로 들어가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춤을 춘다. 꿀벌이 추는 춤은 위쪽 수직 방향에 대해 일정한 
각도로 기울어진 방향으로 똑바로 날아가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 뒤에는 반원을 그리면서 다시 처음의 위치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다시 똑같은 직선을 따라 날아간다. 그 뒤에는 이전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다시 처음의 위치로 
되돌아온다.
  꿀벌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면 결국에는 마치 8자와 같은 모양이 
만들어진다. 꽃이 많은 곳을 발견한 꿀벌은 몇 번이고 이와 같은 
8자 모양의 춤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춤을 추면서 만드는 8자 모양의 가운데 직선과 위쪽의 수직 
방향이 이루는 각도는 꽃이 많은 곳의 방향을 가리켜 준다. 다른 
꿀벌들은 이 각도를 통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수직 방향은 벌집의 출입구에서 보이는 태양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리고 춤을 추면서 만든 직선은 이 태양의 방향에 대해 꿀이 많은 
곳의 방향을 가리킨다.
  다른 꿀벌들은 벌집을 나갈 때, 꿀벌의 춤을 기억하고는 수직의 
위쪽 방향이 표현해 주는 태양의 방향을 기준으로 해서 춤추는 
꿀벌이 날아간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꿀벌이 가르쳐 주는 것은 꿀이 있는 방향뿐만이 아니다. 다른 
정보도 전해 준다. 벌의 무리에 있던 다른 꿀벌들은 춤추는 꿀벌의 
몸에 촉각(더듬이)을 대 보고, 꽃의 종류를 알아낼 수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8자 춤의 회전 속도롤 통해서 꽃이 있는 곳의 
거리까지도 알아내는 것이다. 시간당 회전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먹이가 있는 장소는 가까운 것이 된다.
  프리슈는 꿀벌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꿀벌의 춤이 표현해 주는 정보가 다른 꿀벌들에게 어느 정도나 
정확하게 전달되느냐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꿀벌의 춤이 있는 곳의 방향과 
거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꿀벌의 8자 춤의 각도는 벌집과 먹이가 있는 곳에 대한 태양의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해는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조금씩 서쪽으로 움직여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가 점점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해와 꿀이 있는 장소 
사이의 각도가 변하면, 춤추는 꿀벌은 틀린 정보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놀랍게도 춤을 추는 꿀벌은 시간에 따라 
해가 서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변하는 각도에 맞추어, 시시각각 
각도를 수정하면서 벌집에 있는 다른 꿀벌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던 
것이다.
  꿀벌은 때로는 한밤중까지도 춤을 춘다. 그런데 낮부터 밤까지 
추는 춤이 나타내는 각도는 1시간에 약 15도씩 변화한다. 해가 지고 
지구의 반대쪽에 있을 때조차, 꿀벌의 몸 속에 있는 생물 시계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올바르게 맞추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생물 시계를 태양 나침반 시계라고 일컫고 
있다. 이 태양 나침반 시계에 대한 연구는 철새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한걸음 더 진전하게 되었다. 철새를 대상으로 해서 훨씬 
더 많은 사실이 알려졌던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철새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철새의 이동과 태양 나침반
  프리슈가 자신의 연구 내용을 발표한 바로 그 해, 1950년에 또 
다른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그라머라는 과학자가 찌르레기의 태양 
나침반 시계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것이다. 과학의 역사상 커다란 
발견은 이렇게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49년, 그라머는 독일의 막스 플랑크 협회의 행동 생리학 부문 
연구소에서 철새의 이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막스 
플랑크 협회란 독일의 과학 진흥을 위해서 많은 연구소를 관리하고 
경영하는 기관을 말한다. 이 기관은 현재도 활발한 활동의 보이고 
있는데, 주로 기초 과학과 응용 과학을 중심적인 연구 과제로 삼은 
약 50개의 연구소를 관리 운영하고 있고, 그 본부는 괴팅겐에 있다.
  그라머는 집 밖에 있는 새장에서 찌르레기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찌르레기는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할 철이 오면, 
이동해 갈 방향을 향해서 쉬지 않고 날개를 퍼덕이는 것이었다. 
그라머는 이런 찌르레기의 행동을 보고 의문에 빠졌다.
  '찌르레기는 어떻게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일까?'
  사실 당시의 동물학계에서는 철새가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날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능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커다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철새가 항상 정확한 방향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철새의 몸 속에는 지구의 자기장과 비슷한 나침반이 
들어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토록 정확하게 
방향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철새의 몸 속에 있다는 지구의 
자기장과 같은 나침반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그라머는 찌르레기가 보이는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결국 그 나침반이 다름 아닌 태양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태양의 위치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루에 한 바퀴 돌고 있으니 
24시간에도 360도, 결국 6시간에 90도씩 이동하는 셈이 된다.
  찌르레기는 이런 태양의 이동을 계산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날아가는 방향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찌르레기가 보이는 이런 행동은 '태양 나침반을 이용한 방향 
정하기'라고 일컬어진다. 그 행동의 정확한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그라머는 아주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사실 철새의 이동을 관찰하려면 철새가 이동하는 계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니 어느 한 계절을 제외하면 철새의 
행동은 관찰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리고 설사 찌르레기가 
이동하는 철이 온다고 해도, 새장이 너무 작아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그라머는 철에 따른 이동 대신 먹이를 찾아나서는 행동을 
대상으로 해서, 태양 나침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라머는 재미있는 새장을 고안해 냈다. 우선 새장이 어느 
한쪽으로도 모가 나지 않도록 했다. 새장에 갇힌 찌르레기의 눈에, 
새장의 둘레가 완전한 원이 되도록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한 이유는 
찌르레기가 새장의 모양을 통해 동서남북의 방향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완전한 동그라미 모양의 새장에 12개의 모이 
그릇을 바깥쪽에 달았다. 물론 모이 그릇과 모이 그릇 사이의 
간격은 똑같은 거리가 되도록 했다.
  그라머는 이렇게 준비한 모이 그릇을 가늘고 긴 절단면이 있는 
고무로 덮개를 해서 덮었다. 찌르레기가 어느 그릇에 모이가 들어 
있는지를 알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새장의 한가운데에 
홰를 만들어 놓았다.
  새장이 완성되었다. 이제 준비는 끝나고 실험만 남은 것이다. 
그라머는 찌르레기를 새장에 들여보냈다.
  그라머가 실험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새장 바깥에 달린 
12개의 모이 그릇 중에서 서쪽에 있는 모이 그릇에만 모이를 
주었다. 찌르레기가 서쪽의 모이 그릇에만 모이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훈련시키려는 것이었다. 결국 찌르레기는 서쪽에 있는 
모이 그릇에서만 모이를 먹게끔 훈련되었다.
  그라머는 찌르레기가 서쪽의 그릇에서만 모이를 먹게 되자, 
두꺼운 천막을 쳤다. 천막을 치자 새장으로는 햇빛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라머는 인공적인 조명 기구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 
조명의 방향을 서쪽으로 고정시켰다. 찌르레기는 이 인공적인 
조명을 보고 해로 착각할 것이었다. 그라머는 중얼거렸다.
  "자, 이제 태양은 한 곳에 고정되었어. 이제부터 찌르레기는 어느 
쪽에 있는 그릇에서 모이를 먹으려 할까?"
  만일 찌르레기가 해가 있는 방향을 기준으로 해서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면, 인공적인 태양의 방향은 변화하지 않지만 그것이 실제 
태양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서 잘못된 방향 감각을 가질 
것이다.
  가엾은 찌르레기는 그라머의 의도대로 인공 조명을 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인공 조명이 하늘에 있는 태양처럼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속았던 것이다.
  아침이 되면서 조명이 들어왔다. 찌르레기는 이 가짜 태양이 있는 
쪽이 동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반대쪽에서 모이를 먹으려 
했다. 서쪽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모이를 먹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짜 태양은 동쪽에 있지 않았다. 계속 서쪽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찌르레기는 결국 동쪽에서 모이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가엾은 찌르레기는 가짜 태양에 속아 모이를 
먹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정오가 되었다. 찌르레기는 시간이 이만큼 흘렀으니 
가짜 태양이 있는 곳은 남쪽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쪽이라고 
생각한 방향, 즉 가짜 태양이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직각만큼 
틀어진 방향의 그릇에서 모이를 찾았다. 그러나 가짜 태양은 
그때에도 계속 서쪽에 머물러 있었고, 따라서 찌르레기가 찾아간 
쪽은 실은 북쪽 방향이었다. 이번에도 찌르레기는 가짜 태양에 속아 
모이를 먹을 수 없었다.
  만일 찌르레기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우리 주인이 어떻게 된 걸까? 항상 서쪽 그릇에 모이를 
넣어 주더니, 오늘은 웬일이지? 아침에도 모이가 없더니 낮에도 
모이가 없잖아? 주인이여, 모이를 주오."
  시간이 흘러갔다. 저물 때가 되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배를 곯은 
찌르레기는 다시 모이 그릇으로 다가갔다. 찌르레기는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저녁이군. 이제는 해가 서쪽에 떠 있을 시간이야. 그러니 우리 
주인은 해가 있는 쪽 그릇에 모이를 주었을 거야. 설마 저녁 때까지 
굶기지는 않겠지?'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찌르레기는 
저물녘이 되자 가짜 태양이 있는 쪽이 서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짜 태양이 있는 쪽 모이 그릇에서 모이를 찾았다.
  가엾은 찌르레기도 이번에는 모이를 먹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가짜 태양이 있는 곳은 정말 서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라머는 이 실험을 통해 찌르레기의 몸 속에 시계가 들어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만일 찌르레기에게 생물 시계가 없다면 
찌르레기는 태양을 본다고 해도 그 위치에 따라 방위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알려 주는 시계가 없다면 태양이 
있는 곳이 동쪽인지 남쪽인지 서쪽인지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실험을 통해 찌르레기는 시시각각 움직이는 태양을 눈에 
보이는 표지로 삼아 하루의 시각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라머는 이 실험으로 인하여 갑자기 유명해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새를 채집하려고 등산을 하던 중, 산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말았다. 1959년의 일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0도 채 못 
되었다.

    찌르레기의 생물 시계
  그라머와 같은 막스 플랑크 협회의 행동 심리학 부문 연구소에 
있던 호프만이라는 과학자는 그라머가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은 후, 
그의 뒤를 이어 찌르레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갔다.
  그리고 그의 연구에 의해서 찌르레기는 몸 속에 있는 생물 시계의 
작용으로 태양이 시시각각 이동하는 것을 계산에 넣으면서, 
변화하는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아 계속 각도를 수정하여 
목적한 방향을 향해 날아간다는 것이 분명하게 증명되었다.
  호프만은 찌르레기가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추진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태양은 6시간 동안 90도 만큼 위치가 변하지. 우선 자연 상태 
그대로의 밤과 낮의 주기에 따라 찌르레기를 키우는 거야. 그리고 
언제나 남쪽에 있는 그릇에서 모이를 먹도록 훈련시키자. 이렇게 
훈련을 시킨 후에, 새장을 실험실 안으로 들여와서 자연 상태의 
밤과 낮의 주기보다 6시간 정도 늦은 시간을 나타내는 인공적인 
조명을 이용해서 밝게 했다, 어둡게 했다를 반복하는 거야. 그리고 
찌르레기의 활동을 관찰해 보자. 결론을 얻을 수 있겠지.'
  호프만은 찌르레기를 6시간씩 늦은 시간을 나타내도록 장치된 
인공 조명 속에서 한동안 살게 했다. 찌르레기는 처음에는 시간이 
바뀐 것에 당황했지만 이런 조명이 계속되자 결국은 이 새로운 
시간대에 익숙하게 되었다. 호프만은 새로운 시간 감각을 갖게 된 
찌르레기를 잠시 자연 그대로의 햇빛에 내놓는 실험을 했다.
  호프만의 생각은 이랬다.
  `찌르레기가 만일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면, 찌르레기의 생물 
시계는 인공적인 조명이 알려 준 시간 감각에 맞추어 조절되어 있을 
거야. 그러니 올바른 시간 감각에 맞추어 조절되어 있을 거야. 
그러니 올바른 시간과는 6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시간 감각을 갖게 
되었겠지. 6시간의 시간 차가 나타내는 각의 차이는 90도야. 그러니 
찌르레기는 자연 그대로의 햇빛을 보고는, 남쪽과 직각 방향에 있는 
모이 그릇을 찾아가서 모이를 먹으려고 할 것이 분명해.'    
  실험 결과는 호프만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미리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던 것이다.
  오전 9시, 태양의 위치는 정남쪽에서 45도 동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리고 오후 3시에는 남향에서 45도 서쪽으로 치우쳐 있게 된다. 
오후 3시에 실험실로부터 밖으로 나와 자연적인 햇빛을 본 
찌르레기는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찌르레기는 6시간 늦은 시간 관념 속에서 살고 있었다. 따라서 
원래의 시간은 오후 3시이지만, 찌르레기는 그보다 6시간 늦은 
시간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후 3시가 찌르레기에게는 
오전 9시였다.
  찌르레기는 현재 시간이 오전 9시이므로 태양의 위치에서 45도 
서쪽으로 기울어진 방향이 남쪽이 된다. 그래서 그쪽의 모이 
그릇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실은 오후 3시였고, 해가 떠있던 곳은 
남쪽에서 서쪽으로 45도 정도 기울어진 곳이었다. 
  맨 처음 자연 상태에서 살던 찌르레기는 인공적으로 6시간 늦은 
시간에 인공적인 해가 뜨고 지게 하자, 첫날에는 90도가 어긋난 
방향 감각을 보였다. 그러나 계속 이런 인공적인 시간 감각 속에서 
살게 하자 조금씩 조금씩 방향 감각을 보정해서, 결국 6시간 차이가 
나는 인공적인 밤과 낮의 주기에 익숙해졌다. 6시간 늦은 시간에 
맞추어 살게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시 자연적인 햇빛 속에서 살게 하자, 첫날은 
90도가 어긋난 방향 감각을 나타냈지만 차츰 자연적인 주기에 
적응해 갔다.
  환경에서 쏟아져 오는 빛의 주기가 갑자기 몇 시간씩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할 경우, 처음에는 어떤 생물이나 이전의 주기에 맞추어 
생활한다. 그러나 새로운 주기가 계속 반복되면 그것에 익숙해져 
결국은 새로운 주기에 맞춰 생활하게 된다.
  여러분도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처음 
며칠 동안은 시차 때문에 상당히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람도 다른 생물처럼 갑자기 바뀐 주기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찌르레기를 새장에 넣고 관찰하면 밤에는 꼼짝도 않고 홰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낮 동안에는 이리저리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생물 중에는 찌르레기처럼 밤에는 잠을 자고 낮에는 
깨어나는 리듬을 갖고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
  호프만은 찌르레기가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을 조사하기 위해서 
햇빛이 차단된 실내에서 인위적인 낮과 밤을 만들었다. 12시간은 
조명을 밝게 하고, 12시간은 어둡게 하면서 찌르레기를 관찰했던 
것이다.
  관찰 결과, 찌르레기는 불이 들어오면 이리저리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불이 꺼지면 잠을 잤다. 호프만은 인공적인 밤과 낮에 따라 
잠자고 활동하는 리듬을 24시간 주기로 계속 반복시켰다.
  그 뒤, 호프만은 환경 조건을 바꾸었다. 불을 켰다 껐다 하지 
않고, 하루 24시간 동안 계속 약한 전등을 켜 두기로 한 것이다.
  호프만은 조명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조그만 단서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찌르레기는 계속 규칙적으로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을 나타냈다.
  그런데 찌르레기가 보이는 리듬은 24시간을 주기로 계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매일 조금씩 잠에서 깨어 활동에 들어가는 시간이 
빨라졌던 것이다. 이렇게 잠자고 깨어나는 리듬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결국은 원래의 시간과 정반대되는 시간에 잠들고 
깨어나게 되었다. 시간 감각이 달라지면서 모이 그릇에 대한 방향 
감각도 반대가 되고 말았다.
  어느 정도나 빨라졌던 것일까? 항상 약한 전등이 켜 있는 곳에서 
찌르레기가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은 평균 23시간 30분이었다. 
하루에 30분씩 빨라졌던 것이다. 그러니 12일 후에는 6시간이 
빨라졌고, 따라서 방향 감각도 90도가 어긋나서 다른 방향에서 
모이를 찾게 되었다. 그 뒤로도 계속 활동이 빨라져 날이 가면 
갈수록 바깥 세상과 다른 시간 주기를 보였다.
  호프만의 연구에서는 찌르레기가 생물 시계를 갖고 있음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 찌르레기가 가진 생물 시계 특유의 주기는 
24시간보다는 조금 짧았다. 이 시계는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뿐만 
아니라 철에 따라 이동을 할 때, 태양 나침반을 통해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도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여기서 잠시, 꿀벌과 찌르레기에 대해 정리를 해 보자.
  꿀벌이나 찌르레기는 양쪽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가는 
태양의 위치를 표지로 해서 방향을 결정한다. 이들은 하루의 어느 
시각에 의해 태양의 위치가 어디인가를 알고, 그 위치에 따라 '태양 
나침반'을 사용해서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아는 능력은 X라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생물의 내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꿀벌을 대상으로 한 
대양을 건너는 실험에 의해 증명되었다.
  꿀벌이나 찌르레기가 이런 실험을 통해 보여 준 신비로운 행동은 
모두 몸 속에 있는 생물 시계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이 생물 
시계는 하루에 약 1번씩 돌아가는 것이다.

    3. 다양한 생물 시계
  단세포 생물에서 사람까지, 다양한 생물 시계

      제3장 다양한 생물 시계

    서커디언 리듬
  생물 시계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20세기도 막바지에 
이른 현재에는, 일부 세균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 고유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 생물 시계는 곤충의 탈피나 변태를 조절하기도 하고, 
야행성이나 주행성 동물의 행동을 지배하기도 하며,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 즉 단세포 생물의 분열도 조절한다. 단세포 
생물에서는 세포 분열이 곧 생식이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꿀벌이 꿀이나 꽃가루를 
모아들이는 활동에도 관계하고, 철새의 이동에도 관계한다. 또 
식물이나 동물이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을 조절하고, 식물의 경우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잎을 내는 모든 활동을 조절한다.
  하지만 생물 시계가 관여하는 일은 이렇게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은 아니다. 생물 시계는 생물의 생체의 조직이나 기관, 세포, 
그리고 핵이나 세포질에서 일어나는 세포 안의 더 작은 기관이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
  생물 시계는 하루에 1번 정도 회전한다. 1960년, 미국의 하버그는 
대략 1일을 주기로 반복되는 생물 시계의 리듬을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자고 주장했다.
  서커디언이란 '대략'이라는 뜻의 '서커'에 '하루의'라는 뜻의 
'디언'을 합쳐서 만든 라틴어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결국 그 뜻은 
약 하루의 리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생물 시계의 리듬은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표현 대신, '24시간 리듬', 혹은 '활동일 주기'라는 
식으로 표현될 때가 더 많다.
  서커디언 리듬이란 바깥 세상의 빛이나 온도 등, 주기적으로 
변하는 모든 요인을 없앨 경우, 예를 들어 온도는 섭씨 25도로 
일정하게 하고, 조명도 일정하게 한 상태에서 모든 생물체가 보이는 
약 24시간의 주기를 가진 리듬을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항상적인 조건 하에서도 계속되는 리듬을 '자유 
진행 리듬'이라고도 한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제 자유 진행 
리듬에서는 한 번 활동을 개시하고 다음 활동을 개시하기까지의 
주기가 '약' 24시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유 진행 리듬이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것은 생물이 나타내는 
주기가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각 개체에 따라서 22시간에서 
26시간까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찌르레기의 경우, 자유 
진행 리듬이 23시간 30분의 주기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유 진행 리듬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도, 24시간을 
주기로 되풀이되는 환경 속에서는 모든 생물 시계가 정확하게 
24시간이라는 주기로 한 바퀴를 돌고 있다. 몸 속에서 돌아가는 
생물 시계의 자유 진행 리듬은 24시간을 주기로 하지 않는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추어 꼭 24시간의 
주기를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이 바깥 세상의 주기에 '시계를 
맞추는' 것은 무엇을 단서로 하는 것일까?
  이 단서는 주로 빛의 세기와 방향이 변하는 주기일 것이다. 
그러나 24시간 계속 밝은 조건이라든가 어두운 조건에서처럼 빛의 
변화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으로 단서를 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온도가 높아지고 낮아지는 주기적인 변화에 시간을 맞출 수도 있는 
것이다.
  생물 시계는 상당히 정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분은 다음 
이야기를 통해서 그 시계가 얼마나 정밀한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밀한 생물 시계
  들쥐는 야행성 동물이다. 여러분은 '다람쥐 쳇바퀴 돌기'라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들쥐 쳇바퀴 돌기'라는 
이야기는 처음일 것이다. 사실은 들쥐도 쳇바퀴를 돈다. 들쥐는 
다람쥐나 햄스터(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사는 포유류 비단털쥐과의 
동물)와 마찬가지로 쳇바퀴 돌기를 상당히 좋아한다.
  들쥐의 집에 쳇바퀴를 설치해 주면 밤새도록 쳇바퀴를 돌리면서 
혼자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낮에 활동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제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인 들쥐에게서는 
생물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보자.
  들쥐가 쳇바퀴 돌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들쥐가 
쳇바퀴를 돌릴 때마다 자동적으로 그 회전을 기록하는 기계를 
부착했다. 그리고 들쥐 집의 온도를 섭씨 25도로 일정하게 해 두고 
햇빛을 차단한 채 조명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보았다. 그리고 들쥐의 
행동을 관찰했다.
  첫날에서 59일까지는 하루에 1시간만 불을 켜 두었다. 그리고 
나머지 23시간 동안은 불을 껐다. 들쥐는 1시간 동안 조명이 
들어왔다가 나가자 곧바로 쳇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이나 쳇바퀴를 돌렸을까? 들쥐는 꼭 12시간 
동안 쳇바퀴를 돌리고 나머지 12시간 동안은 쉬었다. 이런 일이 
매일 되풀이되었다. 이 때, 들쥐가 보이는 활동의 주기는 정확하게 
24시간이었다.
  그리고 60일이 되는 날부터는 1시간 동안 불을 켜는 것까지 
그만두었다. 들쥐를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생활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자 들쥐가 쳇바퀴를 돌리기를 시작하는 시간이 매일 조금씩 
빨라져, 평균 23시간 33분만에 다시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었다.
  결국 들쥐의 경우에는 23시간 33분이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였던 
것이다. 바깥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간섭이 없을 때 들쥐의 몸 
속에서 스스로 돌아가는 생물 시계는 23시간 33분의 주기로 
움직였던 것이다.
  60일부터 92일까지 지속되는 어둠 속에서 생활하도록 한 뒤, 
93일부터는 조명 방법을 다시 바꾸었다. 하루 중 18시간 동안은 
불을 밝혀 두고, 나머지 6시간 동안은 불을 껐던 것이다.
  그러자 들쥐는 하루 중 어두운 6시간 동안만 활동을 했다. 들쥐의 
활동 주기는 불이 들어오는 시간의 영향을 받아 다시 24시간이 
되었다.
  전과는 달리 하루 6시간만 활동을 하는 들쥐를 132일부터는 다시 
한 번 온종일 어둠 속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들쥐는 다시 한 번 자유 진행 리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번에 
들쥐가 보인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23시간 15분으로 더욱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활동에 들어가는 시간이 전보다 더욱 
빨라졌던 것이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암흑 속에서 들쥐가 보였던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그 표준 편차가 겨우 1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표준 편차란 어떤 값이 나타내는 차이가 큰가 작은가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이 경우 표준 편차가 크면 클수록 리듬의 주기가 
들쭉날쭉하다는 뜻이 된다. 반면에 표준 편차가 작으면 작을수록 
리듬의 주기가 일정하다는 뜻이다. 하루를 분으로 계산하면 24 * 60 
= 1440분이다. 따라서 들쥐의 자유 진행 리듬이 나타낸 표준 편차는 
1000분의 1 이하의 작은 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분은 들쥐가 
갖고 있는 생물 시계의 정확성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이런 결과를 보면 생물 시계의 활동을 '서커디언 리듬'(대략 
1일을 주기로 한 리듬)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나타내야 함을 잘 알 
수 있다. 서커디언 리듬이란 생물이 대략 하루를 주기로 해서 
활동하는 뜻이고, 이는 지구의 자전 주기(24시간)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24시간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또 서커디언 
리듬은 유전적인 의미를 가지는 `주행성'이나, `야행성'이라는 
말과도 다른 뜻을 갖는다.
  생물 시계의 작용에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보는 것 같은 하루 24시간의 주기로 반복되는 
`일주성 리듬'이라는 용어로는 생물 시계의 신비를 모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물 시계의 활동은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용어로서만 정확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종의 생물은 모두 같은 생물 시계를 갖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항상적인 조건(빛과 온도, 습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한 조건)에서 보이는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 다시 말해 생물 
시계가 생물체의 몸 속에서 1번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같은 
종의 생물이라도 각 개체에 따라 달라진다.
  또 한 생물체에서도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같은 생물체에서도 주기가 달라지는 것은 항상적인 조건에 
들어가기 전에 경험한 외부의 조건에 따르는 것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들쥐의 실험에서 잘 드러났다. 들쥐는 처음의 
60일부터 92일까지 암흑 생활에서는 23시간 33분의 주기로 자유 
진행 리듬을 보였다. 하지만 132일부터 170일까지의 암흑 
생활에서는 23시간 15분 주기의 자유 진행 리듬을 보였다.
  이렇게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가 달라진 이유는 암흑 속으로, 
다시 말해서 항상적인 조건으로 들어가기 전의 생활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들쥐는 처음 1시간은 밝은 곳에서, 23시간은 어두운 
곳에서 생활하다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중에는 
18시간은 밝고 6시간은 어두운 곳에서 생활하다가 어둠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조명을 다르게 했을 때, 들쥐의 활동 시간은 2배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처음에는 12시간 동안 활동하고 12시간 동안 잠을 
잤지만, 나중에는 6시간 동안 활동하고 18시간 동안 잠을 잤던 
것이다.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6시간 동안만 활동했던 쪽에서 더욱 
짧아졌다. 뿐만 아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두 경우는 
활동이 지속되는 시간에서도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처음 12시간 동안 활동한 후에는 항상적인 암흑 속에서도 거의 
12시간 동안 활동을 보였다. 그러나 후에 6시간 동안만 활동한 
후에는 항상적인 암흑 속에서도 6시간만 활동했던 것이다.

    온도의 변화
  하지만 보통, 생물 시계가 한 번 회전하는 주기는 각 생물체에 
따라 어느 정도 일정한 길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길이는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와 온도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만일 생물 시계의 주기가 온도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아 
변해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서 온도가 높아지면 생물 
시계도 빨리 돌아가고, 온도가 낮아지면 생물 시계도 천천히 
돌아간다면? 아마 여름에는 자유 진행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겨울이 오면 더 늦어질 것이다.
  따라서 시계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자연의 리듬에 시간을 포함시키는것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생물 시계의 주기와 온도 사이의 관계를 아는 것은 생물 시계의 
본질을 아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만일 생물 시계가 
일종의 화학 반응이라면 어떨까? 화학 반응은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빠르게 진행된다.
  생물의 몸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생명 현상도 화학 반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생명체의 화학 반응을 
다루는 생화학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는 것이다.
  보통 화학 반응은 온도가 10도 올라가면 반응 속도가 2배에서 3배 
정도로 빨라진다. 과학적으로는 이런 일을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Q??=2--3>
  과학자들은 50종 이상의 다양한 생물이 갖는 다양한 리듬에 
대해서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와 온도와의 관계를 조사해 보았다.
  조사 대상이 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유글레나(단세포 생물로서 
엽록체와 함께 안점과 편모라는 운동 기관을 갖고 있어서 동물과 
식물의 중간적인 형태로 본다)의 주광성(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 성질), 붉은빵곰팡이의 생장 곡선, 바퀴의 걸음걸이, 
파리의 번데기가 날개를 달고 엄지벌레가 되는 일, 
장지뱀(파충류)의 걸음걸이 등이었다.
  조사 결과를 수치로 나타내 보았더니, 외부 온도가 15도에서 35도 
정도 사이에 있을 때, Q??은 약 1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온도가 
10도가 올라가도 반응 속도는 1배로, 그대로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온도의 변화에 의해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리듬의 한 활동이 개시된 시간에서부터 
다음 활동이 개시되기까지의 주기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생물 시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온도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계속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생물 시계를 화학 반응이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활동이 지속되는 시간의 길이는 온도의 영향을 받을 
때도 있었다.

    단세포 생물의 생물 시계
  몸집이 크고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는 생물의 경우, 몸 속의 어느 
부분에 생물 시계를 갖는다고 해도 그리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조그만 생물이 몸 속에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면 어떨까?
  여러분은 야광충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야광충은 편모를 하나 가진 한 개의 세포로 된 원생동물의 
이름이다. 말 그대로 야광, 즉 밤에 빛을 내는 벌레로 바닷가에 
산다. 야광충은 하나의 세포로 되어 있어서 상당히 작다. 그러니 
보통 때에는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현미경을 사용하지 않고 야광충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밤 
바닷가에서 철썩철썩 파도가 칠 때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야광충이 아니라 야광충이 내는 반짝반짝하는 빛을 볼 수 있다고 
해야 한다.
  야광충이 밤 바다에서 반딧불(개똥벌레)처럼 아름다운 빛으로 
반짝거리는 것을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되어 시 한 수를 읊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정경을 펼치는 야광충도 너무 
많아지면 큰일이 난다. 야광충은 적조 현상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적조 현상이란 말 그대로 바닷물이 붉게 물들어 보이는 것을 
말하는데, 바닷물이 너무 오염되어 붉은색을 띤 플랑크톤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붉은색 플랑크톤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바닷물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결국은 바닷물이 썩고 바닷물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와 
조개 등이 죽는다. 적조 현상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양식장 
근처에서 일어날 때이다. 먼 바다에 적조가 일어나도 큰 일이지만 
조개 양식장 근처에서 적조가 일어나면 물이 맑은 곳으로 빨리 
도망칠 수 없는 조개들은 모두 죽고 만다. 적조 현상이 자주 
일어나면, 어민들은 커다란 손해를 보고 시름에 잠긴다.
  요즘 들어서는 적조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바닷물이 오염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여러분도 야광충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았겠지만 고니아울락스라는 
이름은 처음 들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고니아울락스도 야광충과 
가까운 친척으로 빛을내는 원생동물이다. 그리고 고니아울락스도 
적조 현상의 원인이 된다.
  고니아울락스가 빛을 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섬광처럼 순간적으로 빛을 반짝하고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등불을 켜 둔 것처럼 은은한 빛을 발하는 것이다.
  고니아울락스가 섬광 같은 빛을 순간적으로 내는 것은 어떤 
자극이 있을 때이다. 이 자극이란 보통 파도가 치면서 바위에 
부서진 파도에 의해 생기는 물리적인 자극이다. 고니아울락스가 
섬광 같은 빛을 발할 때에는 꽤 강렬한 빛이 반짝하고 빛난다.
  등불을 켜 둔 것처럼 지속적으로 빛을 내는 것은 자극이 없을 
때이다. 파도가 치면서 생기는 물리적인 자극이 없을 때에는 아주 
약한 빛을 지속적으로 발한다.
  고니아울락스가 자극이 없을 때 발하는 빛은 상당히 약하다. 무려 
10만 마리의 고니아울락스가 이 방법으로 함께 발한 불빛의 세기가 
단 한 마리의 고니아울락스가 섬광처럼 발하는 불빛의 세기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로 약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니아울락스는 원생동물이지만 유글레나처럼 엽록소를 갖고 
있다. 그래서 광합성을 하여 살아가면서 필요한 영양분을 스스로 
얻는다. 그리고 세포 분열을 통해 무성 생식을 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헤이싱스라는 과학자와 동료 연구자들은 
고니아울락스의 행동과 빛을 내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했다. 물론 
생물 시계와 관련된 연구였다.
  헤이싱스는 여러 마리의 고니아울락스를 실험실에서 배양했다. 
그리고 12시간은 밝은 조명을 비추고, 12시간은 조명을 끄고 어둡게 
하기를 반복하면서 고니아울락스의 무리가 보이는 행동을 관찰했다. 
  고니아울락스의 광합성은 밝은 조명을 비추기 시작하고 6시간쯤 
지났을 때 가장 많이 일어났다. 인위적인 낮의 중간쯤에 가장 많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섬광을 발하면서 빛을 내는 일은 조명을 
끄고 어둡게 한 뒤 6시간쯤 지났을 때 가장 많이 일어났다. 이는 
인위적인 밤의 중간 정도가 되는 시간이다. 또 등불처럼 약한 빛을 
내는 일과 세포 분열은 어두운 시기(밤)에서 밝은 시기(낮)로 
접어드는 경계가 되는 시점에 가장 많이 일어났다.
  헤이싱스는 이런 결과를 얻은 뒤에, 인위적인 밤과 낮의 변화를 
없애 버리고 아주 약한 불빛을 지속적으로 켜 둔 상태에서 
고니아울락스들을 배양하면서 고니아울락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러자 그 조그만 고니아울락스들이 마치 시계를 차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니아울락스의 무리가 
위에서 이야기한 네 가지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보인 시간대가 약 
24시간의 주기로 자유 진행을 해 나갔던 것이다.
  단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고니아울락스의 몸 속에서도 훌륭한 
생물 시계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생물 시계
  고니아울락스 같은 단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간단한 생물도 
멋진 생물 시계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생물계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구조를 갖고 있는 만물의 영장,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고니아울락스 같은 단세포 생물에서조차 4가지의 서로 다른 
24시간 리듬이 있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리듬이 있고, 그 각각의 
리듬은 서로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제부터는 사람에게서 보이는 생물 시계의 리듬에 대한 몇몇 
사례를 들어 보기로 한다.
  자연적인 조건에서 살고 있는 때 매일 반복되는 24시간 리듬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체온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와 조류는 체온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정온 동물이라고 한다.
  체온이 일정하면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의 변화에 관계없이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충류처럼 체온이 일정하지 않은 변온 동물은 온도가 낮을 때에는 
활동이 둔해진다. 따라서 정온 동물과 경쟁할 때 상당히 불리하다. 
따라서 몸집이 큰 동물 중 가장 고등하다고 여겨지는 포유류와 
조류는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정온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정온 동물의 체온이 일정하다고 해서, 항상 똑같은 온도로 
체온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의 경우만 하더라도 각 
사람에 따라 체온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고, 또 몸이 아플 
때라든지 급격한 운동을 했을 때에는 체온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의 체온은 하루를 주기로 일정하게 변화하기도 한다. 
하루를 주기로 해서 높아졌다가 낮아졌다가 하는 일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체온이 가장 낮을 때는 오전 2시에서 4시 사이이다. 이 
시간은 사람의 활동을 중지하고 쉴 때이다. 사람의 체온이 가장 
높을 때는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이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사람의 체온이 가장 
낮을 때와 높을 때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무려 0.5도에서 1도에 
달한다고 한다. 정온 동물이지만, 하루를 주기로 체온이 이렇게 
크게 변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서 하루를 주기로 변화하는 다른 한 가지로 혈압을 들 
수 있다.
  혈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혈압이 과연 무엇인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병원에 가면 우리는 반드시 혈압을 잰다. 혈압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가진 세포의 수는 약 60조 개나 된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세포 모두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각각의 세포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노폐물을 제거해야만 한다.
  이렇게 영양분이나, 산소, 노폐물을 곳곳으로 운반하는 일을 
순환이라고 하는데, 순환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혈액이다. 혈액은 
일정한 길을 따라 돌아다니는데 그 길이 바로 혈관이다.
  혈액을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몸의 구석구석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펌프가 필요하다. 우리 몸 속에서 혈액을 밀어올리는 펌프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심장이다. 심장은 매일 잠시도 쉬지 않고 몸 
전체로 혈액을 내보내고 있다. 심장이 잠시라도 정지하면 우리는 
살아갈 수가 없게 된다.
  혈압이란 심장으로부터 혈관에 보내지는 혈액의 압력을 말한다. 
따라서 심장 가까운 곳의 동맥에서는 혈압이 가장 높고, 
모세혈관으로 가면 더욱 낮아지며, 정맥으로 가면 더더욱 낮아진다. 
이렇게 몸의 각 부위에 따라 혈압이 모두 다르지만, 우리가 보통 
혈압이라고 하는 것은 위팔의 동맥에서 잰 것을 가리킨다.
  이 혈압은 너무 높아도 위험하고 너무 낮아도 위험하다. 그렇다면 
혈압이 높낮이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혈압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요소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심장의 힘이 얼마나 센가 하는 것이다. 만일 심장의 
힘이 세면 혈액의 흐름이 강해지고 혈압은 높아진다. 그러나 심장의 
힘이 약하면 혈액의 흐름도 약해지고, 혈압은 낮아진다.
  혈압의 크기를 결정해 주는 다른 하나의 요소는 혈관의 상태이다. 
만일 혈관이 굳어져 있거나 좁아져 있거나 하면 혈액이 혈관을 잘 
흐를 수가 없다. 따라서 혈압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혈관의 상태가 좋지 않아,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아주 무서운 성인병으로 본다. 혈압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는 힘에 의해 혈압이 변한다는 사실에서 
눈치챘겠지만 혈압의 크기는 심장이 박동하는 리듬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심장이 수축할 때에는 혈압이 높아지고 이완할 때에는 훨씬 
낮아지기 때문에, 혈압을 잴 때에는 심장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데 
따라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심장이 수축했을 때의 
혈압을 최고 혈압, 이완했을 때의 혈압을 최저 혈압이라고 해서 
구별한다. 어른의 경우 최고 혈압이 평균 120, 최저 혈압이 평균 
80정도이다.
  최고 혈압이 120, 최저 혈압이 80 정도라고 해서 언제나 120과 
80이 유지된다는 것은 아니다. 혈압도 체온처럼 24시간 주기의 
변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혈압도 낮에는 높고, 저녁부터 한밤중에는 낮아진다. 
그래서 오전 10시에 120/80의 혈압을 나타내던 사람도 한밤중에는 
95/55가 되는 게 보통이다. 고혈압인 사람들은 오전 9시에서 12시 
사이의 혈압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24시간을 주기로 변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우리가 
보는 소변의 양이다. 소변의 양은 낮 동안에는 많아진다. 하지만 
밤에는 거의 소변을 보지 않는다.
  낮에는 자주 소변을 보면서 밤에는 거의 소변을 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낮에는 물도 많이 마시고 음식도 많이 먹기 
때문일까? 낮에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변 보는 일을 억제하는 항이뇨 호르몬의 
영향 말고도또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낮에는 몸을 세우고 
생활하지만, 밤에는 몸을 누이고 잔다는 것이다. 몸의 자세도 
소변의 양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마침 소변 이야기를 하면서 항이뇨 호르몬 이야기가 나왔지만, 
항이뇨 호르몬 말고도 다른 많은 호르몬의 분비가 1일 24시간을 
주기로 해서 변화한다. 하루를 주기로 분비량이 변화하는 
호르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신장의 위에 고깔모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배출되는 부신피질 호르몬, 
그리고 남성의 정소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호르몬 등이 24시간의 리듬을 보이고 있다.
  24시간을 주기로 배출량이 변하는 것은 호르몬뿐만이 아니다. 
우리 인체의 생리를 조절하고 있는 많은 생리 활성 물질도 하루를 
주기로 배출량이 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뇌의 중심부에는 작은 
솔방울 모양으로 생긴 송과선이라는 작은 기관이 있다.
  이 송과선에서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라는 생리 활성 물질이 
들어 있다. 낮 동안 멜라토닌은 송과선 속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그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상당히 
많아진다.
  세로토닌이 검출되는 양은 멜라토닌과 반대로 낮 동안에는 높고, 
밤에는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으로부터 
생합성되는 것인데 이 과정에 관여하는 한 가지 효소의 활성은 밤이 
되면 낮의 50-100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효소 활성의 리듬을 결정하는 요인은 단 한 가지, 바깥 세상의 
밤과 낮이 변하는 주기뿐이다. 그리고 이 효소의 활성은 야행성 
동물이냐 주행성 동물이냐에 관계없이 항상 밤에 높다고 한다. 
사람도, 닭이나 다른 새들도, 또 쥐의 경우에도 모두 밤에 높은 
것이다. 그러니 송과선과 생물 시계가 어떤 특별한 관련성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쥐를 대상으로 해서 이 효소의 활성도를 조사해 보았다. 그랬더니 
쥐는 생후 1주일 사이, 즉 눈도 아직 뜨지 못하고 있는 시기에 이미 
이 효소 활성의 리듬을 보이고 있었다고 한다.
  소변이나 혈액 속에 들어 있는 나트륨이나 칼륨 등의 전해질의 
양에서도 24시간 리듬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인체에서 
나타나는 서커디언 리듬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우리는 혈압이나 체온, 맥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범위까지는 '정상적이다'라고 이야기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면 
'비정상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신체적 조건에 대해 정상을 나타내는 수치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람의 서커디언 리듬에 대해 살펴본 것에 
의하면 이런 정상의 범위도 재조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혈압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 최고 혈압의 정상적인 값은 그 
사람의 나이에 90을 더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언제나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다음 놀부씨의 이야기를 
보자.
  놀부씨가 하루는 뒷머리가 당기는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간호사가 놀부씨에게 다가와 혈압을 쟀다. 
의사 선생님은 놀부씨를 진찰해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놀부씨, 당신의 상태는 너무 위험하군요. 고혈압이예요. 최고 
혈압이 180이나 나왔어요."
  놀부씨는 너무도 충격을 받아, 눈이 휘둥그래졌다. 지금까지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구두쇠 노릇을 하며 살아왔는데 
갑자기 고혈압이라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은 이런 일을 가리키는 
말인가!
  의사는 고혈압 환자가 조심해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을 알려주었다. 
놀부씨는 집에 돌아오다 당장 혈압 측정기를 샀다.
  '이제부터는 자주자주 혈압을 재 보아야겠어.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생겼는데, 돈이 다 무슨 소용이람? 제일 좋은 혈압계를 
사야지.'
  놀부씨는 제일 비싸고 품질도 좋다는 혈압기를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틈이 나는 대로 혈압을 쟀다. 놀부씨는 하도 놀란 탓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밤중에 다시 혈압을 재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놀부씨의 최고 혈압은 140으로 나타났다. 
정상이었던 것이다. 놀부씨는 눈을 비비고 혈압계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정말이었다. 놀부씨는 뛸듯이 기뻤다. 벌써 고혈압이 
다 나았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놀부씨는 정말 고혈압이 다 나았던 것일까? 여러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혈압이 24시간을 주기로 
해서 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밤과 낮으로 혈압이 30 정도씩 차이가 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놀부씨는 
고혈압이 나았던 것이 아니라, 밤이 되어 혈압이 낮아진 것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밤과 낮으로 혈압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야만 
놀부씨처럼 오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혈압도 
밤과 낮으로 따로 정해야만 할 것이다.
  또 고혈압을 앓는 환자에게 혈압 내리는 약을 아침, 점심, 저녁에 
걸쳐 똑같은 양을 먹도록 하는 지금까지의 투약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넉 때에는 혈압 내리는 약을 섭취하지 않아도 
괜찮을 테니까.
  생물 시계의 작용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하루를 주기로 
변화하는 리듬이라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하루를 주기로 변하는 
생물의 리듬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4. 하루를 주기로 변하는 생물 시계
  사막의 동물, 체온, 혈압, 잠 등의 재미나는 이야기

      제4장 하루를 주기로 변하는 생물 시계

    사막의 동물
  캥거루쥐 등 사막에 사는 포유류 쥐목의 작은 동물 중에는 
씨앗이나 마른 풀 등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 많다. 한데 이들은 
대부분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구멍 속에 가만히 숨어서 지낸다. 
이런 생활 방식은 더운 사막에서 사는 동물에게는 참으로 중요하다. 
낮의 더위 속에서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을 흘리게 마련이고, 
그러면 몸 속의 수분을 낭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멍 속에 숨어서 사막의 무서운 더위를 피했다가 밤이 되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습성은 사막이나 사바나(열대의 초원)에 사는 
동물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런 사막 동물의 생활 방식은 서커디언 
생물 시계의 작용과 관계가 깊다. 즉 구멍으로부터 나와 먹을 것을 
찾기 시작하는 시간을 알려 주는 것은 생물 시계이고 이 시계가 
없으면 캄캄한 동굴 속에서 밖의 사막이 언제 밤이 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캥거루쥐 뿐만 아니라 다람쥐 등 많은 작은 동물이 사막에 
서식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야행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사는 다른 동물, 즉 지네, 노래기, 거미, 전갈, 그리고 
진딧물, 개미, 투구벌레 등의 곤충, 달팽이, 도마뱀, 거북, 뱀 등도 
낮에는 더위나 건조한 공기, 강한 자외선 등을 피하기 위해 바위 
그늘이나, 돌 밑, 그리고 땅의 갈라진 틈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서편으로 붉은 노을이 질 때쯤이면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오는 
것이다.
  작은 새들도 낮에는 야자나무의 잎새가 만들어 주는 그늘이나 
여린 순이 빽빽하게 있는 곳, 혹은 덤불 나무나 동굴 속에 
숨어든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주행성을 나타내는 동물까지도 
사막에서는 새벽이나 해질녘에만 활동을 한다.
  사막의 생활이란 그만큼 가혹한 조건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사막의 동물은 살아가면서 실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어려움은 본질적으로 아주 오래 전, 물 속에서만 살던 
생물들이 뭍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것과 똑같은 
것이라 할 것이다.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물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막에서 사는 
동물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몸을 식혀야 한다는 것(이 일을 하려면 
땀을 흘려 물을 잃어야 한다)과,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수분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모순을 피할 수 없다.
  작은 동물의 경우 특히 수분을 발산해서 몸을 식혀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몸이 작을수록 물을 담을 수 있는 몸의 부피에 비해 몸의 
표면적이 크기 때문이다. 어떤 생물이든 몸이 커질수록 몸의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작아진다.
  이 사실은 정육면체를 예로 들어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변의 길이가 각각 1, 2, 3인 정육면체 3개를 생각해 보자.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편의상 #1번 정육면체라고 하자)의 
부피는 1이고, 표면적은 6이다. 또한 한 변의 길이가 2인 
정육면체(#2번 정육면체)의 부피는 8이고, 표면적은 24이다. 한 
변의 길이가 3인 정육면체(#3번 정육면체)의 부피는 27이고, 
표면적은 54이다.
  #1번 정육면체에서 #2번 정육면체가 되면서 부피는 8배가 
늘어났지만, 표면적은 4배가 늘어났을 뿐이다. 또 #1번 
정육면체에서 #3번 정육면체가 될 때, 부피는 27배가 늘어났지만 
표면적은 9배가 늘어났을 뿐이다. 결국 어떤 물체가 커질 때에는 
표면적에 비해 부피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작은 동물들은 땀을 흘려 몸을 식힐 수 없다. 따라서 
몸을 식히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몸이 작은 
동물은 야행성이 되든가, 활동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이지 않는 한 
사막에서 살아 남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몸이 커다란 동물이라고 해서 사막에 적응하기에 나으란 
법은 없다. 하지만 몸이 큰 동물들은 작은 동물에 비해 몸 속에 
들어 있는 물의 양이 몸의 표면에서 발산되는 물의 양보다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수분을 증발시켜 몸의 열을 빼앗아가도록 
해도 좋다. 땀을 흘려 체온 조절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 보자. 벼룩은 체표면 1제곱센티미터에서 
1시간에 5밀리그램의 물을 발산한다. 따라서 15분이면 몸 속에 있는 
물의 10분의 1이 없어져 버린다. 하지만 우리 사람은 그 4백 배나 
5백 배가 되는 시간이 흘러도 몸 속에 있는 수분의 10분의 1을 잃는 
경우란 없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몸이 작은 동물들은 몸 속의 물을 잃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렇지만 사막의 더위와 건조한 공기는 어찌나 지독한지 낙타나 
가젤, 커다란 영양처럼 사막에서 사는 동물 중 가장 커다란 것들도 
한낮에는 직사광선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아다닌다.
  따라서 뜨거운 사막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 있어서는 매일의 행동 
리듬이 아주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사막의 동물에게 있어서는 
서커디언 리듬을 나타내는 생물 시계가 다른 어느 곳에서 사는 
동물보다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렁이의 활동 리듬
  그렇다면 땅 속에서만 살아가는 동물의 경우는 어떨까? 땅 속은 
가장 안정 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온도가 거의 일정할 뿐만 
아니라, 습도도 거의 일정하고, 빛의 영향까지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땅 속에서만 살아가는 동물에게는 서커디언 
리듬이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땅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도 하루를 주기로 변화하는 행동 리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여러분은 '찰스 다윈'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금방 '진화론' 혹은 
'종의 기원'을 떠올릴 것이다. 찰스 다윈은 자연 도태에 의한 
진화론을 주장한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쓴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여러분 중에서 찰스 다윈이 지렁이에 대해 연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윈은 
지렁이의 생태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연구를 했다. 다윈은 지렁이의 
행동을 연구하여 지렁이의 활동에는 내적 요인에 의한 리듬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윈은 지렁이를 흙이 담긴 화분에서 키웠다. 그 화분을 빛이 
차단된 자신의 서재에 놓아 두고, 암흑 속에서 지렁이가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정기적으로 관찰했다.
  다윈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불면증이 지렁이의 행동을 관찰하는 데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다윈이 관찰한 바에 의하면 지렁이들은 낮에는 흙을 파고 
들어간 구멍 속에서 꼼짝도 않고 있다가, 밤이 되면 흙 밖으로 나와 
먹이도 먹고, 짝짓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다윈은 그렇게 상세하게 관찰한 결과, 즉 
지렁이가 분명한 활동 주기를 갖는다는 점이 지렁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렁이의 활동 주기가 갖는 의의에 관심을 쏟은 사람은 밀리엄 
베네트였다. 그는 지렁이의 리듬에 대해 몇 년간이나 연구를 한 
끝에 이렇게 지적했다. 뭍에서 살아가는 벌레는 항상 물을 빼앗길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에 몸을 드러내면 
습기를 머금고 있는 피부에서 순식간에 수분이 증발해 버린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렁이가 가진 생물 시계가 특별한 작용을 해서 
낮에는 습기가 많은 진흙 속에 몸을 숨기고, 낮에 비해서 습도가 
높고, 온도는 낮은 밤에만 그 구멍을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지렁이의 활동 리듬은 분명 산소의 소비 리듬과 일치하고 있다. 
밤에 많은 양의 산소를 소비하는 것이다. 또 지렁이를 T자 모양의 
미로에서 학습시켜 보면 그 능률은 24시간 리듬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T자 모양 미로 학습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선 T자 모양으로 미로를 만들어서, 왼쪽과 오른쪽의 어느 한 
쪽을 옳은 방향으로 다른 한 쪽을 틀린 방향으로 정한 다음 
지렁이를 이 T자 모양의 미로에 집어 넣었을 때, 만일 지렁이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면 축축한 이끼가 기분 좋게 덮인 흙이 
나오도록 장치를 한다. 그러나 지렁이가 잘못된 방향으로 찾아가면 
그 미로의 끝에서 까끌까끌한 사포를 붙인 관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뿐만 아니라 전기 충격까지 가해지게 된다.
  지렁이를 대상으로 해서 하루의 여러 시간을 택해서, 이 학습을 
시켜 보았다. 결과는 분명히 서커디언 리듬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렁이들은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 학습을 
시켰을 때에는 3번만 연습하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침 8시에서 낮 12시 사이에 훈련을 시켰을 
때에는 45번 이상 연습을 해야, 겨우 확실한 방향을 찾아 갈 수 
있었다.
  지렁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이는 
지렁이에게 타원형의 강한 불빛을 비추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캄캄한 어둠 속에 있는 지렁이에게 타원형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을 때, 지렁이가 그 불빛이 들어오는 
부분으로부터 몸의 전반부를 도피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여러분도 이미 알았겠지만, 이때에도 역시 지렁이는 낮보다는 
밤에 더 빨리 도망칠 수 있었다. 밤에는 평균 7.13초가 걸렸고, 
낮에는 평균 9.93초가 걸렸던 것이다. 
  지렁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모든 관찰 결과는 지렁이의 활동이 
분명 생물 시계가 지시하는 리듬과 관련되어 있음을 가르쳐 준다. 
지렁이가 자연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때, 흙 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밤에 지렁이의 활동 능력이 가장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빛을 감지하는 감각 기관의 기능이 밤에 더 
효율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근육의 운동성이 밤에 더 좋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신경을 전달하는 속도가 밤에 더 커지기 
때문일까? 애석하게도 그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렁이가 낮보다는 아침에 더 빨리 움직인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반응 속도의 변화는 단순히 일정한 동작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 하는 데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지렁이의 생활을 잘 관찰해 보면, 지렁이는 하루 주기의 생활 
리듬뿐만 아니라, 1년 주기의 생물 시계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알로보포라 롱가나, 에인세니아 로세아라는 두 종류 
지렁이는 계절에 따라 생활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들은 여름이 
되면 흙 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 마치 다람쥐의 겨울잠과 같은 
상태로 여름잠을 잔다.
  한편 다른 지렁이들은 습기가 많은 여름 저녁을 골라 짝짓기를 
한다. 서커디언 리듬에 의해 몸 속의 수분이 최대한도에 가까울 때 
나가 돌아다니는 것이다.

    밤의 활동과 수분의 유지
  이렇게 항상 땅 속에서 생활하는 지렁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서커디언 리듬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렁이 보다 
훨씬 건조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에게 있어서는 서커디언 
리듬이 훨씬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작은 무척추동물, 예를 들어 쥐며느리나 지네, 노래기처럼 흙 
속에 사는  벌레들은 몸이 건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사적인 행동 
양식에 따라 거의 항상 흙탕물 속이나 습지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이런 벌레들은 밤이 되어 이슬이 내리고 대기의 상대 습도가 
올라갈 때에만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 이런 동물의 몸은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여 있기는 하지만, 완벽한 왁스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피부로부터 수분을 조금씩 조금씩 발산시키고 있다. 따라서 
밤이 아니면 축축한 집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곤충이나 거미류의 대부분은 몸의 표면이 얇은 
왁스층으로 덮여 있다. 따라서 왁스층이 몸 속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 수분의 발산을 최소한으로 한다. 물론 이 왁스층은 
산소나 탄소 기체도 통과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곤충이나 거미, 
전갈 등에서는 가스 교환을 하고, 동시에 수분의 손실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호흡 장치가 잘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곤충의 기문(곤충의 호흡기관)이나 거미의 폐서(거미의 
호흡기관)는 평소에는 특별한 근육으로 덮여 있다. 그리고 몸 속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될 때에만 호흡을 위해 열리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곤충이나 거미의 체중을 건조 작용의 전후로 나누어 
계산해 보면 실험적으로 분명하게 밝힐 수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보통 0.03%이다. 그런데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갑자기 증가하면 곤충과 거미는 호흡을 위해 기문이나 
폐서를 열어 놓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많은 양의 수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실험에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5%로 높이고 
그 속에서 곤충을 살게 했더니, 이 곤충은 상당히 많은 양의 수분을 
잃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 전 다양한 무척추동물의 무리가 
물 속에서만 살다가 서서히 뭍의 생활로 이행하던 때에는, 호흡 
때문에 몸의 수분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먼저 흙 속에서 
생활을 하고, 그후 차차 진화해서 공기 중에 몸을 드러내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화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환형동물(지렁이, 거머리 
등), 쥐며느리나 다족류, 곤충류와 거미류는 각기 물 속, 흙, 공기 
중이라는 생활 환경의 변화 과정에 따라 진화해 왔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날개가 없는 곤충의 무리는 다른 곤충이나 거미처럼 
왁스층으로 덮인 표피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흙 속에서만 생활을 
한다. 이 무리는 물 속에서 살던 무척추동물이 육지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해 온 단계를 나타내 주는 것 같다.
  또, 곤충류 애벌레의 거의 대부분은 흙 속에서 살고 있다. 또 
야행성을 보이며, 만일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 많은 양의 수분을 
잃게 된다. 하지만 일단 엄지벌레가 되기만 하면 공기 중에서도 
수분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해서, 주행성이 되는 것이 
많다.
  이런 일은 '하나의 생물체가 성체로 자라나는 과정(개체 발생)은 
그 생물이 오랜 시일에 걸쳐 진화해 온 과정(계통 발생)을 
되풀이한다'고 하는 헤켈의 법칙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하겠다.
  뭍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요소들은 서로서로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곤충의 표피와 탈피를 예로 들어 보자. 곤충은 수분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왁스층으로 덮인 단단한 표피를 갖고 
있다. 이렇게 단단한 껍질을 갖고 있으면 몸이 차츰차츰 커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곤충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꼭 탈피라는 
방법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탈피를 해서 성장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곤충은 엄지벌레라고 해도 별로 크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곤충은 기문에 연결된 기관이라는 호흡 기관으로 호흡을 
한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배설을 하는 것이 몸 속의 수분을 
유지하는 일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곤충의 
몸집이 지금 보이는 것들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없는 이유이다.
  작은 동물은 뭍의 생활에 적응하면서 이렇게 형태학적이고 
생리학적인 제약만을 받은 것이 아니다. 뭍에서의 생활은 그들의 
행동 양식에도 무수히 많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왜냐하면 어떤 
동물이 뭍의 환경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양분의 섭취나 짝짓기 등 
종의 보존을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이 하루 중에서 가장 좋은 
시간대에 발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뭍에서 사는 동물들은 바깥 세상의 환경에 대응해서 
행동하게끔 진화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진화해 온 결과물의 
하나가 바로 서커디언 리듬이다.

    쥐며느리와 노래기
  여러분도 쥐며느리라는 벌레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쥐며느리는 갑각류 쥐며느리과의 동물로서 몸의 길이는 1센티미터 
정도로 작은 편이다. 몸은 납작하고 타원형으로 생겼는데 몸의 
대부분은 7마디로 된 가슴이 차지하고 6마디로 된 배는 작다. 
그리고 꼬리 끝에는 1쌍의 붓끝 모양의 꼬리마디가 있다. 몸의 색은 
짙은 회색빛이 도는 갈색이다. 이들은 썩은 나무나 마루 밑처럼 
축축한 곳에 사는 데 전세계 어느 곳에나 분포한다.
  쥐며느리의 행동에서도 역시 서커디언 리듬이 나타나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습도가 높아지는 밤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재미있는 일은 쥐며느리가 
보이는 리듬이 빛의 리듬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쥐며느리가 행동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빛보다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일 것이다. 
  쥐며느리는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 어두운 장소를 찾을 때까지 
이리저리 활발하게 움직여 다닌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장소를 
발견하면 겨우 안심했다는 듯,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춘다. 
쥐며느리는 빛을 피해 달아나는 성질은 분명하게 나타내지만, 
눅눅한 공기나 축축한 장소를 찾아가려는 성질은 전혀 나타내지 
않는다. 따라서 습도와는 무관하게 마구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밝은 곳에서도 공기 중에서 습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쥐며느리는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속도를 점차 늦춘다. 그리고 
결국은 방향을 바꾸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게 된다.
  그렇다면 쥐며느리는 빛을 피하려는 성질과 눅눅한 곳을 
찾아가려는 성질 중 어느 것이 더 큰 것일까? 어두운 곳과 밝은 
곳에서 각기 실험을 해 보았다. 실험 결과는 어두운 곳에서는 
쥐며느리의 습도에 대한 반응이 약해지고, 밤에는 더욱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밝은 곳에서는 습도에 대한 반응이 비교적 
강했다. 결국 쥐며느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우선적인 요소는 
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습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면서 같은 실험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습도가 낮을 수록, 즉 건조할수록 습도에 대한 반응이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이 위험할 정도로 건조한 
곳에서는 습도에 대한 반응이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빛으로부터 도망치는 동작도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어두운 
장소에 오래 놓아 두었을수록 빨랐으며, 건조한 공기 중일수록 
빨랐다. 동작의 활발한 정도는 외부의 조건에 대해 민감할수록 더욱 
커졌던 것이다.
  이런 실험 결과는 쥐며느리가 야행성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쥐며느리는 밝은 낮에는 습도에 대한 반응이 강해지기 때문에 
축축한 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지만 밤이 되어 습도에 대한 반응이 
약해지면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야행성을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쥐며느리가 주행성이고 어두운 곳에서는 습도에 민감하지 
않다고 해서 낮 동안 숨어 있던 컴컴한 장소가 아주 건조해 졌을 
때, 몸이 바싹말라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꼼짝 않고 있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쥐며느리는 아주 건조한 곳에서는 빛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쥐며느리는 이런 성질 때문에 이리저리 밝은 곳을 
찾아다니고, 마침내 축축한 장소를 만나면 다시금 빛을 피하는 
성질을 나타내게 된다. 이렇게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막에서 사는 쥐며느리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온대 지방의 
쥐며느리와 비슷한 서커디언 리듬을 갖고 있고, 습기에 대한 반응도 
거의 비슷하다. 사막에 사는 쥐며느리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고온 
건조한 조건에 견딜 수 있도록 진화해 왔던 것이다.      
  쥐며느리는 습기가 많이 포함된 공기 속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다. 하지만 건조한 공기나 고온에 견디는 능력에는 종류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또 건조한 장소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의 
길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동물은 종류에 따라 야행성의 정도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실험을 통해 이런 야행성의 차이는 수분의 손실을 
견디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증명되었다. 또 다른 
실험을 통해, 바람이 부는 날에는 야행성이 억제된다는 것도 
증명되었다. 이는 바람이 부는 날에는 공기의 흐름이 많아지고, 
따라서 동물의 몸을 감싸고 있는 습한 공기가 이리저리 흩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의 정도와 밤에 움직이는 쥐며느리의 
숫자가 보이는 상관 관계는 기온이 어느 정도 이상일 때에만 
나타났다.
  이제는 노래기 이야기를 해 보자. 노래기는 절지동물 배각류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노래기의 몸은 원통형으로 길고, 발이 
상당히 많다. 노래기를 살짝 건드리면 몸이 둥글게 말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때 몸의 옆쪽에서는 고약한 노린내가 풍긴다. 그래서 
노래기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예전에 초가집이 많았을 때에는 
지붕 속에 노래기가 많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한데 이 노래기는 쥐며느리와 비슷한 행동을 나타낸다. 햇빛을 
싫어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숨어사는 것이다. 노래기 역시 건조한 
공기에서는 수분을 빼앗기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한데 어떤 노래기는 처음 얼마 동안은 건조한 장소 쪽으로 움직여 
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습한 장소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어느 과학자는 습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면서 
노래기의 활동을 실험해 보았다 한다. 그랬더니 노래기는 습도가 
높을수록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고, 움직이는 거리도 길었다.
  노래기는 아주 분명한 24시간 리듬을 갖고 있다. 낮에는 돌이나 
나무 껍질, 낙엽 밑 등의 어둡고 축축하고 안전한 곳에 숨어 
있지만, 서커디언 리듬을 알려주는 시계가 밤이 되었음을 알리면 
밖으로 나와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열대 지방에서 사는 노래기의 경우, 행동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의 변화가 아니라 기온의 높낮이라고 한다. 이들 
열대 지방 노래기의 행동에 있어서 빛의 효과는 극히 작은데, 이는 
열대우림 속의 컴컴한 환경 조건 속에서 빛의 변화는 그리 분명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기에 있어서도 쥐며느리와 마찬가지로 습도가 가장 중요한 
환경 조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노래기는 습한 장소를 바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건조한 곳을 이리저리 마구 돌아다니다가 
찾아간다. 이렇게 아무 쓸모도 없이 보이는 기묘한 행동은 자신의 
서식지를 멀리 떠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서는 놀라우리만치 
효과적이다.
  그러나 집단이 분산되어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어 가려는 경우에는 
이런 습성이 불편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때로는 노래기의 
대부대가, 지네나 쥐며느리를 데리고 이동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간혹 철로 선로를 횡단하다가 기차에 받쳐 죽은 노래기가 얼마나 
큰 무리였던지, 기관차가 그대로 달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따라서 기차를 세우고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레일에 모래를 
뿌리고 달려야 했다는 것이다.
  또 어떤 때는 노래기의 큰 부대가 목장을 침입하여 가축이 놀라서 
풀을 먹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또 목장의 일을 보던 
목부들은 우물에 노래기가 가득 빠져 죽는 바람에 노래기의 몸에서 
나는 노린내 때문에 구역질을 하는 등 고생을 하기도 한다.
  노래기의 대부대 이동은 그리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또 그 
범위도 극히 좁은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이동이 
노래기의 분포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래기의 지역 이동을 막는 장치, 즉 건조한 곳을 마구 
돌아다니다가 습한 곳을 찾아가는 성질은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지는 밤일수록 약화된다. 따라서 대부대는 밤에만 이리저리 
옮겨다님으로써 노래기의 선천적이고 생리적인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거미
  견고한 왁스층 외피를 가진 곤충류나 거미류에 있어서 호흡을 
위해 가스를 교환하는 일은 동시에 수분의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호흡을 하면서도 수분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거미의 두 종류,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와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를 비교 관찰해 보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 두 종류의 거미가 살아가는 영역은 어느 정도는 겹쳐 있지만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는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보다 조금 건조한 
환경에 사는 경향이 있다. 특별한 장치를 이용해서 이들 거미의 
활동을 기록해 보면, 양쪽 모두 야행성의 습성을 갖고 있고, 활동의 
90% 이상이 밤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수분을 잃는 정도를 보면 양쪽 모두 섭씨 35도 
이상의 건조한 공기에서는 증발을 통해 똑같은 정도로 조금씩 
수분을 잃지만, 그 이하에서는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 쪽이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보다 폐서(거미의 호흡기관)로부터 훨씬 
빨리 수분을 잃는다. 그리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10%가 
되면 양쪽 모두 수분을 잃는 속도가 배로 느는데, 이는 호흡을 위해 
폐서가 열리기 때문이다. 
  상대 습도 50%라는 건조한 공기 속에서 살아남는 시간의 길이는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 쪽이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보다 길다. 
거미의 경우 체중의 5분의 1에서 4분의 1 사이의 수분을 빼앗기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최고 속도로 계속 달리게 하면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가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보다 더 빨리 지친다. 그러나 산소를 공급해 
주면 양쪽 모두 훨씬 오래 달릴 수 있다.
  에테르 증기를 쏘이면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 쪽이 더 빨리 
마취된다. 이는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의 폐서에 이파리 모양을 
가진 갈피가 더 많기 때문이다.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는 호흡기의 
표면적이 더 크기 때문에 활발한 활동을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환경에서 주어지는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활동을 
위해 호흡해야 한다는 목적과 수분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목적은 
이렇게 서로 모순된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거미도 그랬지만, 물이나 공기를 통과시키지 않는 
외피를 가진 곤충류 중에도 야행성을 보이는 것이 있다. 또 커다란 
몸집을 갖고 있어서 몸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수분의 손실이 적은 
척추동물의 경우에도 야행성 행동을 보이는 것이 있다. 이렇게 
수분의 손실이 적은 동물이 야행성이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일이 될 것이다.
  이는 사막의 동물에서 보았듯이 기온이나 습도 같은 환경의 
물리적 요소 때문이기도 하고, 먹이와 같은 환경의 생물적 요소 
때문이기도 하다.
   
    체온 조절을 위한 활동
  많은 동물이 체온 조절을 하고 있다. 포유류나 조류 같은 정온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곤충류와 파충류처럼 표피가 외부의 공기나 
수분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 중에도, 체온을 바깥 기온보다 훨씬 더 
높게 유지하는 것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변온 동물의 
경우에는 몸이 따뜻하면 아무래도 수분이 많이 증발할 것이므로, 
정온 동물인 포유류나 조류처럼 체온을 유지할 수가 없다.
  수분과 공기를 통과시키는 표피를 가진 작은 동물은 당연히 높은 
체온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높은 체온은 수분을 많이 
잃을 것이니 유해하기까지 한 것이다.
  곤충류의 대부분은 몸이 아주 작다. 따라서 곤충류에 있어서 
대사를 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일은 아주 짧은 시간의 효과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곤충 중에는 날아오르기 전에 준비 운동을 하는 
것처럼 날개를 치는 것이 있다.
  곤충류나 파충류는 온도 지배형 동물이다. 이들은 몸에 
생리적으로 체온 조절장치를 갖춘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체온 
조절을 한다. 이렇게 행동으로 체온 조절을 하는 일이 몸집에 비해 
체표 면적이 클 때에는 상당히 많은 손실을 불러온다. 따라서 
바깥의 온도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이 많으므로 야행성보다는 
주행성이 되기 쉽다. 낮에는 온도가 비교적 높으므로 체온 
조절하기도 쉽고, 이들의 표피는 수분을 발산하지 않으므로 수분 
손실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들 주행성 파충류와 곤충류는 낮이 되면 햇볕을 쬐러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땅에 달라붙거나 떼기도 하고, 또 구멍에 숨기도 
하면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 몸이 식었을 때에는 몸을 태양볕에 
노출시키고, 너무 더워지면 바람을 쐬이는 것이다.
  일광욕을 하거나 너무 강한 햇빛을 피해 숨고 하는 일 이외에, 
체온 조절을 위해 가장 중요한 행동의 기준은 서커디언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동물이 체내의 생물 시계가 가리키는 주기에 따라 
새벽이나 저녁 때부터 보금자리를 나와 돌아다닌다. 하지만 기온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곤충이나 파충류의 경우, 보금자리에서 쉬는 것은 
곧바로 활동을 개시할 수 없고, 따라서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그러므로 체온 조절의 정도는 외부의 환경 요인과 서커디언 리듬의 
주기, 반응 행동의 세 가지가 상호 작용을 하면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 사실은 나일 강이나 마다가스카르 등지에 사는 나일악어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나일악어는 악어과의 파충류이다. 이 
나일악어는 체온을 거의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밤에는 강물에 
떠서 움직여 다니고 아침 저녁으로는 햇볕을 쪼인다. 그리고 낮에는 
더위를 피해 물 속으로 잠기거나 그늘을 찾아드는 것이다. 
  정온 동물은 체온을 좁은 범위에서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서 변온 동물은 체온을 비교적 넓은 범위 사이에서 변화시킨다. 
가장 높은 온도와 가장 낮은 온도를 정해서 그 사이의 값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변온 동물이라고 해도, 체온의 변화가 주위 
온도의 변화만큼 크지는 않다. 그러나 온도의 변화에 따라 체온이 
다소 변화한다.
  한데 변온 동물은 체온의 변화를 판단하는 어떤 특정한 감각 
기관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변온 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비교적 높은 
쪽이다. 생물의 대사 작용이 온도가 높을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체온이 너무 높을 때는 열 때문에 효소의 작용을 
포함한 대사 과정이 진행되지 못한다.
  변온 동물의 경우, 온도를 감각하는 기관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해도 행동에 의한 체온 조절은 온도에 대한 절대적인 감각을 갖고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감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과연 어떤 기관일까? 아직 그 구체적인 장치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파충류의 경우에는 그 기관이 뇌하수체 전엽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곤충의 온도 감각 기관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파충류의 이 감각 기관은 아마 페름기(지질 시대에서 고생대 
최후의 시기, 약 2억 9천만 년 전에서 2억 5천만 년 전 까지)에 
살던 건조한 피부를 가진 척추동물의 시대에 발생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교적 높은 체온을 가진 정온 동물이 출현하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 장치는 체표면의 온도 감각의 
수용기로부터 전달된 온도 충격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혈액 온도의 
사소한 변화에 대해서도 반응한다. 이에 따라 체온 조절은 혈압, 
호흡, 체내의 활동 리듬, 생식 주기, 대사 작용이나 내분비의 조절 
등 동물의 몸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여러분도 서커디언 리듬이 체온의 조절이나 체온 유지를 
위해 혈액을 체표로부터 체내의 조직으로 이동시키는 일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서커디언 리듬이란 
동물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갖추게 된 많은 복잡한 기능 중의 
하나인 것이다.
   
    잠 
  휴식기에 들어 잠을 자다가, 잠을 깨어 활동기로 넘어가는 일은 
밤과 낮의 변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러분 
누구나 잠을 참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잠에 대한 욕구는, 포유동물에 있어서는 가장 근본적인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본능적인 행동은 뇌의 중심부인 시상하부가 
조절하고 있다.
  우리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잠을 자는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곤충을 포함한 무척추동물에게 
있어서는 운동 기관이 정지하는 상태가 반드시 깊은 잠을 자는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동물의 경우에는 잠을 
자고 있는가 아닌가를 알기 위해서 대사 작용의 강도와 정도를 
조사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야생 동물의 잠을 자는 습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다양한 동물이 각기 독특한 
자세로 잠을 자는데, 이들은 신경이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잠 
자는가 싶다가도 금방 눈을 뜨고 쏜살같이 도망쳐 버린다. 따라서 
야생동물이 잠자는 모습은 운이 좋을 때가 아니면 거의 보기 
어렵다.
  가재나 뱀은 몸을 빳빳하게 세운 기묘한 모습으로 잠을 잔다. 
어류는 호수나 강의 밑바닥 쪽에서 잠자는 적이 많다. 조류는 
머리를 날개 밑에 파묻고 잠을 자고, 박쥐는 천정에 거꾸로 매달려 
잠을 잔다. 고래나 물개와 비슷하게 생긴 강치, 바다표범의 일부는 
바닷물 속에서 잠을 자는데, 호흡을 할때만 수면으로 떠올라 온다고 
한다. 나무늘보는 몸은 구부려 공 같은 모습을 하고 잠을 자고, 
여우는 그 탐스러운 꼬리를 베개 삼아 잠을 잔다. 코끼리는 
한밤중에 겨우 2시간 정도만 잠자는데, 건강한 코끼리는 코를 빙빙 
감고 옆으로 길게 누워 풀을 베개 삼아 잠을 잔다. 그러나 병이 
들거나 걱정이 있는 코끼리는 눕지 않고 선 채 잠시 잠을 잘 
뿐이다. 기린도 머리를 높이 쳐든 채 2, 3시간만 잠을 잔다. 때로는 
잠깐 동안 머리를 바닥이나 자신의 등에 내려놓고 잠을 자기도 
한다.
  잠을 자고 싶다는 욕구는 피곤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동물이 
가진 생물 시계의 작용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실 잠은 
조용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한참 동안 쉴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정한 시간동안 잠을 자도록 진화해 
왔을 것이다.
  우리가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이유는 뇌의 미세한 장치가 밤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게 되므로, 그 동안 뇌의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일 수도 있다. 잠을 자는 시간 중에는 소변의 양도 
감소하고 체온도 내려간다. 또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나 목이 
마르다는 느낌도 없어진다. 이런 여러 가지 일은 서커디언 리듬을 
나타내는 생물 시계가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신체를 조절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잠에 관한 가장 충격적인 현상이라면 고차적인 신경 중추가 
부분적, 혹은 전면적으로 기능을 저하시켜, 객관적으로 볼 때는 
무의식이라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사람과 같은 잠을 자는 것은 지능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동물에 국한된다. 결국 이런 식의 잠을 자도록 유도하는 것은 
고차원의 중추 신경계이기 때문이다.
  잠을 자는 도중 근육은 이완된다. 따라서 물질 대사는 감소하고, 
체온은 내려가며, 호흡은 깊고 늦어진다. 맥박수도 줄고,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는 많아진다. 동시에 소화 작용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다양한 종류의 자극에 대해 잠을 방해하지 않고 생리적인 
반응을 할 수 있다.
  잠은 뇌의 일부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어떤 억제된 상태가 피질 
전체에 퍼져, 저차적인 부분에 이르는 상태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정밀한 실험의 결과가 이런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뇌피질의 어느 부분에 한참 동안 계속해서 일정한 
자극을 주면 우울병에 걸리거나, 바깥 세상에서 오는 자극에 응하는 
힘이 약해져서 계속 잠만 자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다양한 종류의 자극이 주어지면 그 동물은 민첩하고 활발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잠을 자고 있는 상태와 자고 있지 않은 상태를 확실하게 
구별하는 기준은 없다. 잠을 자지 않을 때 활발한 활동을 한다는 
것은 흥분 상태가 우위에 있는 상황을 단순하게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포유동물의 경우에는 아침이 되어 코티솔(부신피질 
호르몬의 하나)의 양이 많아지면 깨어나고 저녁이 되어 잠이 
적어지면 잠을 자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고 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루크레티우스가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라는 철학시를 썼던 이래로, 사람들은 개도 꿈을 꾼다고 
생각해 왔다.
  잠을 자고 있는 개 앞에다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음식을 놓으면 
잠자는 개의 입은 음식을 베어무는 것처럼 턱을 움직인다. 또 
1911년에서 1912년에 있었던 이탈리아-튀르크 전쟁에 종군했던 
군마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잠을 자면서, 마치 전쟁터의 광경을 
다시 보는 것처럼 흥분해서 높은 소리로 울고 발굽을 찼다고 한다. 
사람과 함께 사는 침팬지가 잠을 자다가 때로 야생의 울음 소리를 
내면서 우는 일이 있는데 이는 나쁜 꿈을 꾸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은 상당히 주관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동물의 꿈은 동물과 의사 
소통을 할 수단이 발견되지 않는 한, 우리 사람에게 있어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람은(그리고 다른 포유류들도 역시) 꿈을 꾸면서 일상 생활에서 
직면하는 심리적인 갈등을 풀어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극히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잠이란 역시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잠이란 단지 멍청하게 시간만 축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를 가진 리듬 있는 환경에 잘 적응해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다시 한 번 생물 시계의 서커디언 리듬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5.생물시계의 작용
  생물 시계를 알면 일상 생활에서 여러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제5장 생물 시계의 작용

    생물의 리듬과 약물의 효과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의 24시간 리듬은 본질적으로는 
모두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생물 시계에 의해 지배되는 서커디언 
리듬이다.
  독일의 아쇼프라는 과학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서커디언 
리듬을 실험하기로 마음먹고 건강한 대학생 중에서 실험에 응할 
지원자를 선발했다.
  대학생 지원자는 모두 50명이었다. 아쇼프는 이 50명의 
대학생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완벽한 방음 장치가 된 지하실에 
격리시켰다. 그리고 며칠 동안 이 대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 대학생들이 들어간 지하실 방에는 일상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시계를 
비롯해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되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5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실험한 결과, 사람도 
일정한 서커디언 리듬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생물 
시계가 보이는 주기는 하루보다 조금 길어서 약 25시간 정도였다. 
실험에 들어간 대학생들은 25시간을 주기로 잠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25시간을 주기로 되풀이되는 것은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만이 
아니었다. 잠들고 깨어나는 데 따라 진행되는 체온의 변화, 그리고 
소변 속에 포함된 전해질이나 호르몬의 양 등, 대략 하루를 주기로 
반복되는 행동의 리듬이 모두 25시간을 주기로 변화함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가진 25시간을 주기로 자유 진행하는 생물 시계의 주기가 
바깥 세상의 밤과 낮에 맞추어 24시간으로 조절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실험의 결과, 사람이나 쥐의 정상적인 개체에 
있어서는 체온, 맥박을 비롯해서 소변이란 혈액의 성분 등과 같은 
여러 가지가 24시간을 주기로 변화한다는 점이 알려졌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간대도 분명해졌다.
  그런데 24시간을 주기로 변화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활동의 
변화뿐만이 아니었다. 외부 자극이나 약물에 대한 감수성 역시 하루 
24시간의 리듬을 갖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는 의학이나 약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양한 호르몬제와 의약품의 경우, 잘못된 방법으로 투약했을 
때 인체의 정상적인 리듬을 파괴해 버린다는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생소하지만 앞으로는 '시간 약리학'이라는 
의학의 분야가 점차 중요하게 대두될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자극에 대한 감수성의 리듬과 약물 투여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우선 쥐의 독성 실험을 예로 들어 보겠다.
  과학자들은 실험용 쥐를 몇 무리로 나누어 독소에 대한 감수성이 
시간 경과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실험해 보았다. 서로 다른 
무리의 쥐에게 하루 중의 서로 다른 시간에 독소를 주입하는 
실험이었다.
  이때 사용한 독소는 대장균에서 뽑은 것으로서, 이 독소를 똑같은 
양만큼 시간을 달리해서 주사해 보았다. 그러자 어느 시기에 독소를 
주사한 생쥐들은 무려 85%에 달하는 사망률을 보인 데 반해, 다른 
시기에 독소를 주사한 생쥐의 무리는 약 5%의 사망률만을 보였다. 
사망률이 가장 높을 때와 낮을 때 사이에는 무려 80%나 되는 커다란 
차이가 나타났던 것이다.
  실험용 쥐들이 시간에 따라 독소에 대해 보이는 감수성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곧 이어 다른 실험에 
착수했다. 제암제에 대한 감수성을 실험했던 것이다. 여러분 중에는 
제암제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암제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제암제는 보통 항암제라고 불리는 것으로, 암이나 백혈병 같은 
악성 종양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약품을 말한다. 제암제가 하는 
역할은 암세포의 분열, 증식을 막고 암세포를 죽이는 일이다. 
하지만 제암제는 암에 대해 효과를 보이지만 특유한 독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번 실험에서는 쥐가 제암제 ara.c에 대해 나타내는 감수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해 보았다. 물론 여기서의 
감수성이란 제암제의 독성에 대한 감수성으로, 감수성을 나타내는 
쥐는 죽게 된다.
  실험은 대장균의 독성을 조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몇 무리로 나눈 
쥐들에게 서로 다른 시기에 제암제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실험의 결과는 제암제의 독성에 대한 쥐의 감수성도 24시간을 
주기로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변화의 폭은 대장균의 
독성 실험에서처럼 상당히 컸다.
  과학자들은 쥐를 대상으로 해서 더욱 다양한 실험을 해 보았다. 
그리고 쥐의 약물에 대한 감수성과 그 약품에서 얻어지는 효과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결론은, 약물에 따라서 하루 중 그 약물의 독성에 대한 감수성이 
가장 높아지는 시점과 가장 커다란 약효를 보이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은 쥐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의 몸 속에는 신경의 작용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있다. 
  히스타민은 동물의 조직 안에 널리 존재하는 화학 물질로서 
평소에는 불활성 상태에 있다. 하지만 상처가 나거나 특별한 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오면 활성을 일으켜서 혈관의 확장을 일으킨다. 이런 
일은 인체에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일으킨다.
  이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품을 항히스타민제라고 한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줄여 주는 물질로서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의 치료에 이용된다.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나면서 기관지에 경련이 일어나는 병인 
천식이나, 두드러기 등을 치료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그래서 
감기약 중에는 항히스타민제가 들어 있는 것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는 경우, 저녁 7시에 
투여하는 것보다는 아침 7시에 투여하는 쪽의 약효 지속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진다고 한다.
  시간에 따라 약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리듬은 
쥐나 사람과 같은 포유류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곤충의 
경우에도 역시 감수성의 변화가 나타났던 것이다. 
  피레트린이라는 살충 성분에 대해서 집파리와 바퀴가 나타내는 
감수성을 예로 들어보자. 피레트린은 말린 제충국꽃에서 채취되는 
것으로서 노란색을 띤 찰지고 끈끈한 기름상의 물질인데, 곤충의 
몸에 닿으면 독성을 일으킨다. 한데 이 피레트린의 독성에 대해 
집파리나 바퀴가 나타내는 감수성은 매일 늦은 오후에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피레트린으로 바퀴나 파리를 잡으려면 
오후에 약을 놓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약물에 대한 감수성의 변화는 동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식물도 약물에 대한 감수성을 나타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세 종류의 제초제에 대한 식물의 감수성을 조사해 
보았다. 실험 대상이 된 식물은 목화의 새싹이었다. 
  제초제란 잡초를 없애는 농약을 말한다. 제초제는 잡초를 없애는 
데 사용되지만, 농작물에 스며들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제초제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잡초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식물의 어린 싹이 자라는 것까지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목화의 어린 싹도 제초제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실험 결과, 목화의 어린 싹이 모든 제초제에 대해 나타내는 
감수성도 하루를 주기로 변화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어떤 농민이 제초제를 뿌릴 때, 만일 그 제초제가 오후에 
가장 감수성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라면, 한낮에 뿌려야만 가장 
커다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살충제에 대한 집파리나 바퀴의 감수성이 주기적으로 
변화한다거나 제초제에 대한 식물의 감수성이 하루를 주기로 
변화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감수성의 리듬을 잘 알면, 살충제나 제초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시차 이야기
  최근에는 우리 나라 사람들도 사업을 목적으로, 혹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또는 관광을 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방학을 이용해서 적은 경비를 들여 유럽 
등지로 배낭 여행을 다녀 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해외 여행을 떠날 때, 중국이나 일본처럼 가까운 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지구 반대쪽 끝에 있는 먼 나라에 1주일이나 10일 
정도의 짧은 기간동안 다녀 온 사람들은 시차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시차란 어떤 것일까? 시차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너가 꿀벌을 실험 대상으로 해서 대양을 건너는 실험을 했던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파리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파리로 대양을 
건너 비행기로 수송되었던 꿀벌들은 새로운 곳에 도착한 첫날, 
현지의 시각과는 전혀 무관한 행동을 보였다. 원래 있던 곳의 
시간에 맞추어 꿀을 모으러 나갔던 것이다.
  여러분이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후 10시에 출발해서 
9시간 동안 날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고 하자. 
샌프란시스코의 현지 시각은 김포 공항을 출발했던 날과 같은 날의 
오후 2시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시간으로는 
김포 공항을 출발했던 다음 날 아침 7시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 아침 7시는 우리 나라 시간으로는 
한밤중인 0시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직후에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졸린 상태가 계속 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아침 7시가 되어도 여러분의 몸은 밤 0시에 머물어 
있고 오후 3시라고 해도 여러분의 몸은 아침 8시에 머물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저녁이 오고 밤이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질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다시 독일의 뮌헨으로 날아간다고해도 
마찬가지 일을 겪어야 할 것이다. 김포 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는 것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뮌헨으로 날아가는 것은 모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김포 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뮌헨으로 갑자기 날아간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밤이 7 - 8시간 
정도 짧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 시간만큼 밤과 낮의 변화가 
앞서서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이 현지 시간에 신체의 
리듬을 맞추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 사람들은 꿀벌처럼 무조건 시차에 따라 행동하지는 
않는다.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지의 시간에 맞추려고 계속 
노력을 한다. 따라서 7시간의 시차가 있어도 현지의 시간이 밤이 
되면 잠을 자려 하고, 낮이 되면 활동하려 한다. 따라서 첫날부터 
현지의 시간에 맞추어 잠을 자고 깨는 사람도 있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3일에서 5일에 걸쳐 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생리적인 현상은 어떨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체온과 같은 생리적인 리듬은 의지의 힘만 가지고는 조정할 수가 
없다. 아무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첫날부터 밤에는 잠자고 낮에는 
깨어나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효소의 작용이나 체온, 
혈압까지 딱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생리적인 리듬은 매일 
조금씩 조금씩 현지의 시간에 맞추어 이행해 간다.
  그리고 약 1주일이 지나야만 7시간의 시차를 따라잡아 새로운 
장소의 환경 주기에 맞는 정상적인 리듬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1주일이나 10일 정도로 짧은 해외 여행을 한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껴 고생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이야기해 보았다. 
그렇다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와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이동하는 경우는 똑같을까? 아니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는 것과 반대의 
경우, 즉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 나라로 돌아오는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 나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을 때에는 시간이 7시간 
빨라졌다.그러니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온 경우는 
시간이 7시간 늦추어진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밤이 되었든, 낮이 되었든 어느 한 
쪽의 시간이 갑자기 길어졌다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우리 나라의 환경 주기에 적응하기까지는 며칠의 이행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이동했을 때, 즉 시계 바늘이 
앞으로 나아가는 경우보다는, 동쪽에서 서쪽 방항으로 이동했을 때, 
즉 시계 바늘이 뒤로 물러서는 경우의 이행기가 훨씬 짧다고 한다. 
더욱 빨리 새로운 밤과 낮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 사람의 경우 생물 시계의 주기는 보통 25시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람들은 하루 24시간보다 긴 주기의 
생물 시계를 갖고 있고, 따라서 시간이 빨라졌을 때보다는 
늦추어졌을 때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나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을 때보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 나라로 날아왔을 때, 피로감을 덜 느끼는 
것이다.
  앞으로는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여러분도 언젠가는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시차에 대한 
이런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여러분이 여행을 떠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여러분이 앞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될 
때에는, 시차와 생물 시계의 이행 기간을 고려해서 너무 피로한 
여행이 되지 않도록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

    일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
  유전학의 연구에서 가장 커다란 공헌을 한 동물이 무엇이냐고 
하면, 누구나 초파리라고 답할 것이다. 초파리는 오랫동안 유전학의 
연구 재료로 사용되었고, 유전학의 발전에 아주 커다란 역할을 해 
왔다.
  한데 이 초파리라는 동물은 생물 시계의 연구 재료로도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생물 시계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피텐도릭은 이 초파리를 이용해서 생물 시계의 구조를 해명하고 
있다.
  야외에서 사는 초파리는 새벽녘에만 번데기의 허물을 벗고 
엄지벌레가 되어 나온다. 이렇게 번데기의 허물을 벗는 일을 
엄지벌레가 날개를 달고 나온다고 하여 깃 우, 될 화해서, 우화라고 
한다.
  피텐도릭은 실험실 안에서 초파리의 우화 현상에 대한 실험을 
했다. 우화는 일생에 단 한 번만 일어나는 일이다. 이렇게 평생 단 
한 번만 일어나는 일에도 생물 시계가 관련되어 있을까?
  그는 우선 초파리를 배양하는 실험실 내부에 12시간 동안은 
조명을 밝게 비추고 12시간은 조명을 꺼서 어둡게 했다. 이런 일을 
매일 되풀이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초파리의 번데기는 조명이 
들어오자마자 우화했다. 초파리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새벽에 
우화를 한 것이다.
  초파리에게 있어서 우화는 일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이므로 
우화에 대한 실험은 한 마리의 초파리만 가지고서는 할 수가 없다.
  초파리의 우화를 실험하려면 수천 마리의 발육 단계가 다른 
번데기를 한 곳에 모아놓고, 시간 차를 두고 우화해 나오는 
엄지벌레의 수를 세는 식의 실험 방법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래야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고, 또 정확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조명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곳에서 번데기의 우화를 
실험해서 불을 켜자마자 우화한다는 결과를 얻은 피텐도릭은 이제 
다른 실험을 하기로 했다. 이는 함께 있었지만 아직 우화하지 않은 
다른 번데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여러분도 이제는 어떤 실험을 했을지를 눈치 챘을 수도 있다. 이 
새로운 실험을 위해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던 인공적인 밤과 낮의 
환경을 계속되는 밤이라는 환경으로 바꾸었다. 조명을 항상 꺼 
두었던 것이다. 번데기에게 있어서는 계속되던 밤과 낮이 갑자기 
기나긴 밤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실험 결과는 다시 한 번 놀라움을 던져 주었다. 초파리의 
번데기들은 이제까지 많은 수의 초파리가 우화한 시간과 약 
24시간의 간격을 나타내면서 집중적으로 우화해 나왔다. 밤과 낮의 
변화를 경험한 번데기들은 밤과 낮이 사라진 후에도 같은 주기의 
리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일생에 단 한 번만 일어나는 우화라는 현상도 
서커디언 리듬을 가진 생물 시계가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피텐도릭은 새로운 실험을 해 보았다. 인공적인 밤과 낮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곳에서 살던 한 무리의 번데기가 들어있는 
용기에 보통의 공기 대신 질소 기체를 집어넣었던 것이다. 질소 
기체를 집어넣는 시간은 1시간에서 24시간까지로 다양하게 
조절했다.
  그런 뒤 번데기가 들어 있던 용기를 보통 공기로 다시 바꿔 
넣었다. 그리고는 조명을 끄고 계속 어둡게 해 두었다.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피텐도릭은 우화하는 초파리의 수가 집중되는 시각은 질소 가스에 
들어 있었던 시간만큼 건너뛴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계속 약 24시간을 주기로 우화가 집중되는 시간이 
되풀이되었다.
  이 조그만 동물, 초파리의 몸 속에 들어 있는 생물 시계는 질소 
가스에 의해 잠시 멈추어졌던 것이다. 마치 건전지로 가는 탁상 
시계가 건전지를 빼면 정지하고 건전지를 끼우면 다시 움직이는 
것처럼, 질소 가스에 들어 있던 시간 만큼 생물 시계가 딱 멈춰 
있다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온도가 20도로 유지되는 경우, 초파리가 번데기의 상태로 지내는 
시간은 약 10일이라고 한다. 한데 실험 결과를 보면 초파리의 
시계는 약 24시간을 주기로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초파리 번데기의 몸에 있는 시계는 하루 중 꼭 한 번, 특별한 
시각을 가리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까지 번데기 껍질 속에서 
엄지벌레의 몸으로 되어 나올 준비가 갖춰진 개체만이 우화를 하는 
것이다. 그 시간까지 우화할 준비가 완료되지 않은 다른 개체들은 
시계가 다시 그 시간을 가르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것이다.
  우화를 하기 위한 '좁은 문'은 하루에 1번 4 - 5시간 동안만 
열리고, 그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닫혀 버린다. 그 좁은 문이 
열리면 번데기 껍질 속에서 그 때까지 대기하고 있던 엄지벌레들이 
날개를 달고 그 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초파리가 꼭 
새벽이라는 시간대를 골라 우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계에 
있어서 새벽은 하루 중 가장 습도가 높은 시간이다. 초파리는 
이렇게 가장 습도가 높은 시간에 우화를 한다. 
  습도가 높은 시간에 우화를 하는 이유는 우화 직후 초파리가 가진 
약하고 얇은 날개의 건조를 방지하려 함일 것이다. 습도가 높아 
얇은 날개가 촉촉히 젖어야만 바싹 말라 바스라지는 일이 없을 
테니까.
  초파리가 우화하는 시간을 선택하는 서커디언 시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습도이지만, 실제로 주기를 맞추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습도가 아니라 빛이다. 이런 현상은 4장에서 
쥐며느리를 이야기할 때도 다룬 바가 있다. 쥐며느리가 행동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습도였지만 쥐며느리도 어두운 곳에서 
습도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던 것이다.
  초파리의 우화가 새벽에만 집중되는 현상은 생물 시계가 가진 
불가사의이지만, 대단히 합리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계에서 맨 처음 햇살이 비쳐오기 시작하는 새벽녘은 언제나 
가장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생물 시계의 출발점
  알, 애벌레, 번데기의 시기를 거치면서, 계속 빛이 한 점도 들지 
않는 캄캄한 환경에서 자란 초파리의 번데기들은 어떨까?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자란 초파리의 우화는 어느 특별한 시간에 집중되지 
않는다. 하루 종일 계속 조금씩 조금씩 엄지벌레가 되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는 생물 시계가 멈춰 버리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실험 대상이 된 초파리의 번데기는 수천 마리나 
되었다. 그런데 이 각각의 개체가 가진 시계는 처음부터 조금씩 
조금씩 차이가 나면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생물 
시계가 없는 것처럼 뿔뿔이 시간을 달리해 우화한 것뿐이다.
  암흑 속에서도 생물 시계가 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실험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실험을 해 
보았다.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살아온 초파리의 번데기들에게 잠시 동안 
조명을 비춰 주었다. 그러자 번데기들이 우화하는 시간이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리듬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번데기 때가 아니라 알이나 에벌레 시기에 조명을 
비추어도 우화의 리듬이 생겨났다. 조명을 그리 오래 비출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1초의 1000분의 1이라는 짧은 순간 조명을 비추어도 
우화의 24시간 리듬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잠깐 동안의 조명에 의해 모든 초파리의 새끼들이 가진 생물 
시계가 시간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물 
시계가 시각을 맞출 수 있도록 해 주는 요소는 빛 뿐만이 아니었다. 
단 한 번의 온도 자극으로도 24시간 리듬이 개시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척추동물이 태어나자마자 그 즉시 분명한 활동의 리듬을 
나타내 보인다. 닭을 예로 들어 보자. 닭은 알에서 부화한 직후, 즉 
갓 깨어난 병아리일 때부터 주기적인 활동을 나타낸다. 
  새나 도마뱀은 알의 시기에서부터 계속 한 점 불빛도 없는 암흑 
속에서 키워도, 알에서 깨나자마자 서커디언 리듬을 나타낸다. 
  그러면 우리 사람의 경우는 어떤가? 갓 태어난 아기는 하루 
온종일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일만을 반복한다. 하지만 생후 
6주가 지난 다음부터는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후 15주 후가 되면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이 확실히 
정해진다. 
  어떤 곤충의 경우에는, 우화하는 리듬이 어미 곤충이 받은 빛의 
주기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생물 시계의 리듬이 곤충의 난소를 
통해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식물에서도, 동물에서도, 생물 시계의 주기는 각 개체의 고유한 
길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주기는 앞에서 예를 들었던 들쥐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항상 밝게 해 둔다든가 항상 어둡게 해 둔 
조건에 놓이기 전에 주어진 명암의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생물 시계의 주기는 명암의 조건 뿐만 아니라 나이에 따라서도 
변화할 수 있다. 햄스터나 들쥐를 대상으로 해서 나이에 따라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어떻게 변화하는가가 조사되었다.
  다양한 나이의 햄스터와 들쥐를 인공적인 밤과 낮 속에서 살게 
하다가 갑자기 항상적인 어둠 속으로 옮겼다. 그리고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를 재 보았다. 결과는 나이가 많을수록 주기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변에서 -바다깔따구 이야기 
  바닷가에서는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간다. 그리고 하루도 
쉬지 않고 밀물이 졌다가, 다시 썰물이 진다. 밀물이 지고 썰물이 
지는 일은 1태음일에 두 번 반복된다.
  태음일이라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해 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태음일이란 간단히 이야기 하면 달을 기준으로 한 
하루하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음력 하루라는 뜻은 아니다. 
음력이든 양력이든 하루의 길이는 24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하루라고 할 때는 태양일을 가리킨다. 태양일이란 
태양이 어떤 자오선(남극과 북극을 연결한 커다란 원)을 통과한 
뒤에 다시 그 자오선을 통과할 때까지의 시간을 하루로 잡은 
것이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해가 한 번 뜨고, 다시 해가 떠오를 
때까지의 시간을 하루로 정했다는 것이다.
  태음일은 이와 반대로 달을 기준으로 해서 정한 하루이다. 달이 
어떤 자오선을 통과한 다음, 다시 그 자오선에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말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달이 뜨고 다시 달이 뜰 
때까지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태양일보다 조금 길어서 평균하면 
24시간 50분 정도이다. 
  밀물과 썰물은 해와 달, 그 중에서도 달이 잡아끄는 힘에 의해 
바닷물의 높이가 주기적으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밀물과 썰물의 주기는 태양일보다는 태음일에 
따르는 것이다.
  밀물과 썰물은 1태음일에 2번씩 밀려오고 밀려가고, 태음일은 
평균 24시간 50분 정도이므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주기는 
12시간 25분 정도인 것을 알 수 있다.
  바닷가의 해안선은 밀물이 지고 썰물이 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어떤 부분은 계속 바다에 잠겨 있고, 어떤 부분은 항상 
공기 중에 나와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시간에 따라 물 속에 
잠겼다가 밖으로 드러났다가 하는 일을 반복하는 곳도 있다. 
  밀물이 질 때에는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질 때는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조간대라고 한다. 조간대는 물에 잠기기도 하고, 
공기 중에 노출되기도 하기 때문에 생물이 살아가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이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환경 조건이 좋지 못한 
조간대에서도 꽤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밀물과 썰물은 1년 365일, 항상 같은 정도로만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밀물과 썰물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밀물이 질 때 바다의 수면은 높아지고, 썰물이 질 때 바다의 
수면은 낮아진다. 이렇게 해수면이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차이를 
조차라고 한다. 조차는 달이 지구 주위의 궤도를 도는 운행 주기에 
따라 차이가 난다. 달이 지구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5일이다.
  달이 지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따라 지구에서 보는 달의 
모습은 1번 차오르고 이지러진다. 결국 조차의 변화는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데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조차가 가장 커질 때를 한사리, 혹은 사리라고 한다. 이 때는 
매달 음력 보름날과 그믐날이다. 반대로 조차가 가장 작아질 때는 
조금이라고 한다. 이때는 매달 음력 8일과 23일이다.
  여러분은 깔따구라는 이름을 가진 곤충에 대해 들어 보았는지 
모르겠다. 깔따구는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물가에 많이 사는 
곤충이다. 그런데 깔따구 중에는 바다깔따구라는 종류가 있다. 이 
가엾은 곤충들은 평생을 조간대에서 살아간다. 평생이라고 해 봤자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지만.
  바다깔따구 중의 어떤 종은 조간대의 중간쯤 되는 높이에서 살고 
있다. 그곳은 1년 내내, 매일 2번씩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곳이다. 따라서 매일 두 번씩 바닷물 속에 잠겼다, 공기 중에 
드러났다를 반복하게 된다. 
  조간대의 중간쯤에서 살아가는 바다깔따구의 번데기는 썰물이 질 
때 우화를 한다. 이 때 번데기의 허물을 벗은 엄지벌레는 우화를 
하자마자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를 끝낸 암컷은 썰물 때문에 공기 
중에 드러나 있는 바위나 진흙에다 알을 낳는다. 이렇게 알을 낳은 
후에는 암컷도 수컷도, 약 1시간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생을 
마감한다.
  같은 바다깔따구라도 조간대의 훨씬 더 낮은 곳에 살아가는 
종류도 있다. 이런 종류들은 한 달에 두 번 있는 한사리의 썰물 
때가 아니면 서식처가 바닷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번데기는 한사리의 썰물 때를 택해서 우화를 한다. 
한사리의 날, 즉 음력 보름과 그믐 날에도 밀물과 썰물이 지는 것은 
하루에 두 번씩이다. 한데 이런 바다깔따구들은 반드시 오후에 
썰물이 질 때를 택해 우화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다깔따구가 우화하는 리듬은 과연 어떤 요인에 의해 
생기는 것일까? 바다깔따구가 우화하는 행동을 보면 이들이 밀물과 
썰물의 리듬을 알고 있어서 그 주기를 따라 우화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바다깔따구의 우화하는 리듬에 흥미를 느낀 과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바다깔따구의 우화를 일으키는 요소를 알아내려는 실험을 
했다. 우선 이들은 조간대의 가장 낮은 곳에 살아가는 바다깔따구를 
채집해서 실험실에서 키웠다.
  그리고 실험실 내부의 조명을 조절했다. 하루 중 16시간은 조명을 
밝게 켜 두고, 나머지 8시간은 캄캄하게 해 두는 일을 반복했다. 
인공적인 밤과 낮을 만들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30일에 
4일씩 인공적인 달빛을 비춰 주었다. 
  인공적인 달빛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어두운 시기에, 0.4럭스 
정도 되는 약한 불빛을 밝혀 주는 것을 말한다.
  조명은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것을 그대로 모방했지만, 밀물과 
썰물은 만들어 주지 않았다. 결국 실험실의 바다깔따구들은 밀물과 
썰물은 없고, 밤과 낮,그리고 달밤의 주기만큼은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바다깔따구의 우화 현상을 관찰했다. 밀물과 썰물이 
없을 때도, 바다깔따구는 우화의 리듬을 보일 것인가?
  답은 그렇다였다. 밀물과 썰물이 없는 실험실의 인공적인 
조건에서 바다깔따구가 우화의 리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바다깔따구의 우화가 가장 많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시기는 
인공적인 달빛을 비춰 주었을 때(자연에서라면 보름날)와 그로부터 
약 2주의 시일이 흘렀을 때(자연의 환경으로 보자면 그믐날)였다. 
결국 반 달 정도의 주기로 우화의 리듬이 나타났던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일뿐만이 아니었다. 우화가 집중된 시간대는 
인공적인 보름날과 그믐날 중에서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바다깔따구들은 낮의 16시간 중에서도 느즈막한 시간을 택해 
우화했던 것이다.
  하루 중 어느 시간을 택해 우화하는 성질은 조명을 끄고 항상 
어둡게 해 둔 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온도에 의해서도 어긋나지 
않았다.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는 바다깔따구가 약 반 달 주기와, 약 하루 
주기의 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다깔따구는 이런 
시계를 가지고 혹독한 자연의 조건에서 밀물과 썰물의 리듬이나 
달빛이 비치는 리듬, 그리고 햇빛이 비치는 리듬에 맞춰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바다깔따구의 생물 시계를 환경에 맞추는 
일을 하는 요인이 달빛과 햇빛이라는 것이다. 바다깔따구가 
우화하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밀물과 
썰물의 리듬 그 자체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 초파리의 우화 현상도 살펴보았다. 초파리의 
우화를 환경에 맞추는 일을 하는 요인은 분명 빛이었다. 그러나 
초파리의 우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 아니라 습도였다. 
그럼에도 초파리는 습도가 아니라 빛에 맞추어 우화하는 시간을 
결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햇빛만 가지고서도 가장 습도가 높은 때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초파리와 마찬가지로 바다깔따구 역시, 달빛과 햇빛만 가지고도 
밀물과 썰물의 주기를 정확히 맞출 수 있었던 것이다. 
 
    6.생물 시계의 다양한 주기
  모든 생물 활동들은 일정한 주기를 갖는다.

      제6장 생물 시계의 다양한 주기

    다양한 주기의 리듬
  여러분 중에도 플라나리아라는 벌레를 본 친구가 있을 것이다. 
플라나리아는 편형동물의 일종이다.
  플라나리아의 몸은 납작하고 머리는 삼각형으로 생겼다. 삼각형의 
머리에는 순해 보이는 눈이 달려 있고, 몸의 색은 보통 회색빛이 
도는 흰색이다. 물이 맑은 개울에서 돌이나 나무를 살짝 들어 보면 
그 밑으로 플라나리아가 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플라나리아는 
동작이 느려 사로잡기 쉬우므로 키우면서 실험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플라나리아를 재료로 해서 가장 흔히 이루어지는 실험은 재생 
실험이다. 플라나리아의 재생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플라나리아를 둘로 잘라서 물 속에 놓아두면 두 마리의 완전한 
플라나리아를 이루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플라나리아와 가까운 친척이라 할 수 있는 
콘벌루터라는 동물이 있다. 콘벌루터는 광합성을 하는 편모충과 
공생을 하면서 조간대에서 살아가는 벌레이다. 콘벌루터는 썰물이 
지면 모래 밖으로 나오고, 밀물이 되면 모래 속으로 다시 파 
들어가는 행동을 보인다.
  과학자들은 콘벌루터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보이는 주기적인 
행동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이 콘벌루터를 채집해 실험실에서 
키웠다. 그리고 콘벌루터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나타내는 행동이 
어떤 요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지 알아보려는 실험을 계획했다.
  과학자들은 계속 조명을 켜 둔 상태에서 콘벌루터를 길렀다. 
그리고 채집한 바닷가의 밀물과 썰물 주기와 거의 같은 시간 
간격으로 수면을 올리고 내리고 했다. 인공적인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콘벌루터의 행동을 관찰했다. 
  이렇게 인공적인 낮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사는 콘벌루터는 밤의 
밀물과 썰물에 해당하는 활동 리듬은 보이지 않았다. 낮 사이의 
활동 리듬만을 갖게 되어, 낮의 밀물과 썰물에 해당되는 시간에만 
모래 밖으로 나오고 들어가는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결국 콘벌루터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활동하지만, 밀물과 
썰물뿐만 아니라 조명에 따른 활동도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바닷가에 사는 게도 밀물과 썰물에 따른 활동 리듬을 갖고 있다. 
게들은 낮과 밤으로 2번 밀물이 질 때, 아주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게를 실험실로 옮겨 놓고 실험하면, 야행성의 서커디언 
리듬을 보인다.
  베도라치라는 물고기가 활발하게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활동 리듬 
역시 밀물과 썰물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그런데 
베도라치의 활동 리듬은 콘벌루터나 게와는 달리 실험실의 항상 
조건(조명과 온도를 계속 일정하게 유지시킨 조건)속에서도 하루 
2번으로 나뉘어 계속된다. 
  그런데 베도라치의 활동이 나타내는 주기는 밀물과 썰물이 한 번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인 12시간 25분보다 조금 길다. 이는 
베도라치가 보이는 활동 리듬이 베도라치 특유의 생물 시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 밖에도 다른 많은 동식물을 대상으로 해서 다양한 활동 리듬이 
연구되고 있다. 
  조간대에 사는 생물에는 약 반 날과 약 하루, 그리고 약 반 달의 
주기를 가진 리듬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주기를 
나타내 주는 생물 시계가 이런 생물의 몸 속에 따로 따로 갖추어져 
있는 것일까? 아직 그것까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약 반 날 주기와 약 하루 주기의 활동에 대해서는, 
하나의 서커디언 시계가 있고, 그것이 하루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활동을 명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약 반 날 
주기의 활동 리듬은 모기 떼가 아침과 저녁, 2번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등으로 많은 예가 있다.
  그러면 반 달 주기의 활동 리듬은 어떨까? 반 달 주기의 리듬을 
보이는 것은 바다깔따구 말고도 꽤 많은 생물이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고동의 한 종류가 나타내는 활동은 약 15일을 주기로 
나타나고 있으며, 갈조류의 한 종류에서는 배우자라고 불리는 생식 
세포를 방출하는 리듬이 15일 주기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주기는 
항상적인 조건 하에서도 계속된다고 한다.
  이 밖에 약 1달을 주기로 하거나, 1년을 주기로 하는 리듬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제부터는 우리와 친근한 포유류의 경우 약 1년을 
주기로 나타나는 활동 리듬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다람쥐는 겨울잠을 잔다. 자연 상태에서 다람쥐가 겨울잠을 자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실험실 안에서는 어떨까? 
따뜻한 실험실 안에서 살아가는 다람쥐도 겨울잠을 잘까?
  실험을 해 보았다. 다람쥐를 실험실 안의 항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했던 것이다. 이 실험을 할 때, 항상적인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론 조명과 온도라고 하겠다. 자연 상태에서는 
계절에 따라 낮의 길이가 달라진다. 따라서 실험실 안에서는 
인공적인 조명을 통해 1년 내내 밤낮의 길이가 달라지지 않도록 
했다. 하루에 12시간은 조명을 밝게 비추고, 12시간은 어둡게 해 둔 
것이다. 그리고 온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켰다.
  '설마, 이래도 겨울잠을 잘까?'
  과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다람쥐의 행동을 지켜보았을것이다. 
그러나 다람쥐가 보인 행동은 놀라운 것이었다. 실험실의 항상적인 
조건 하에서도 다람쥐가 겨울잠을 자는 시기, 체중과 체온의 변화가 
모두 약 1년을 주기로 변화했던 것이다.
  온도를 12도로 일정하게 했을 때에도, 그리고 3도로 일정하게 
했을 때에도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동면을 시작할 때 최고가 
되는 체중 변화의 리듬도 일정하게 1년을 주기로 되풀이되었다. 
음식물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했는데도 체중의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포유류의 활동 리듬 중 1년을 주기로 변화하는 것으로는 또한 
사슴의 뿔이 있다. 사슴의 뿔은 약 1년 주기로 갈라져 나와 
자라난다.
  또 많은 포유류에서 번식을 하는 시기나 털갈이를 하는 시기가 약 
1년을 주기로 되풀이하고 있다. 이 역시 생물 시계의 영향인 
것이다.
 
      대자연의 사계-곤충
  꼭 포유류의 생활 리듬이 아니더라도 대자연의 사계를 생각해 
보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대자연이 계속 다른 모습을 띠어 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자연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요인은 너무도 
많다. 지금은 그 다양한 요인 중 곤충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여러분이 조금만 생각해 보면 철마다 곤충도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봄이 오면 배추흰나비가 팔랑팔랑 날개짓을 하며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여름이 오면 매미가 짙은 나무 
그늘에 숨어 맴맴 울어제낀다. 가을이 오면 낮에는 고추잠자리가 
맴을 돌며 날아다니고, 밤마다 귀뚜라미의 고운 노래가 들려온다. 
다양한 곤충이 계절을 바꾸어 가며 자연의 서정시를 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봄에 배추흰나비가 날고, 여름에 매미가 울고, 가을에 
고추잠자리가 날고 귀뚜라미가 우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귀뚜라미는 어째서 봄이 아니라 가을에만 노래를 하는 것일까? 
곤충들이 마치 언제 무대에 나서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연극 
배우들처럼 꼭 제철에만 그 모습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곤충들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밤과 낮의 
길이, 다시 말해 '해의 길이'를 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곤충들은 해의 길이를 읽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배추흰나비를 예로 들어 보자. 배추흰나비의 생활사를 
살펴보면 계절에 따라 잠을 자는 세대도 있고 잠을 자지 않는 
세대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을 자는 세대라는 것은 겨울을 
번데기 꼬치 속에서 나는 것을 말하고, 잠을 자지 않는 세대라는 
것은 번데기가 겨울을 나지 않고 곧바로 엄지벌레가 되는 것을 
말한다.
  번데기의 상태로 꼬치 속에서 겨울을 난 후, 봄이 되어 멋진 
날개를 달고 나온 배추흰나비는 알을 낳는다. 그러면 그 알이 
깨어나서 배추흰나비의 애벌레(배추벌레)가 되어 자라난다. 그리고 
이 애벌레가 자라나는 것은 봄에서 초여름으로 접어들어 해가 점점 
길어질 때이다.
  애벌레의 머릿속에는 '광주성 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광주성 시계가 하는 일은 해의 길이를 재는 것이다. 
  배추흰나비의 애벌레가 가진 광주성 시계는 초여름이어서 해가 길 
때에는 즉시 한 세대를 더 살라고 명령한다. 이런 명령을 받아들인 
배추벌레는 번데기 상태가 된 후에도 긴 잠에 빠지지 않고 곧바로 
날개를 달고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알을 낳는다. 이런 세대는 
잠을 자지 않는 세대이고, 한 세대를 다시 반복하기 때문에 봄에 
배추흰나비가 낳은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자라나, 다시 나비가 
되어 알을 낳는다. 
  이 새로운 세대의 나비가 낳은 알에서도 다시 애벌레가 깨어난다. 
이 애벌레가 가진 광주성 시계도 해의 길이가 길 때에는 다시 한 
세대를 반복하라고 명령한다. 이런 명령을 받은 애벌레가 변한 
번데기는 긴 잠에 빠지지 않고 바로 나비가 되어 다시 알을 낳는다.
  이런 일이 계속 되풀이된다. 그리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해가 점점 
짧아진다. 그러면 애벌레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광주성 시계는 
해가 짧아졌다는 것을 알고는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받은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는 
시기를 조금 늦춘다. 그래서 더 오래 먹이를 먹고, 몸 속에 
영양분을 많이 저장하는 것이다. 이런 준비는 모두 번데기가 되어 
오랫동안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번데기가 
되어 겨울을 나는 것이다.
  이번에는 왕귀뚜라미의 생활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왕귀뚜라미의 
생활사를 알기 전에 우선 왕귀뚜라미가 어떤 곤충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왕귀뚜라미는 귀뚜라미의 일종으로 몸의 길이가 2센티미터에서 
2.6센티미터나 된다. 귀뚜라미 중에서 가장 커서 왕귀뚜라미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몸은 갈색이고 밭이나 풀밭에서 
살아간다.
  왕귀뚜라미의 수컷은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면서 우리들에게 
흠씬 풍기는 가을의 정취를 전달해 준다. 그런데 사실 수컷의 
노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부르는 
소리이고, 그 소리는 날개를 비벼서 낸다. 
  노래하는 수컷을 만나 짝짓기를 한 암컷 왕귀뚜라미는 흙 속에 
알을 낳는다. 이렇게 알을 낳고는 수컷이나 암컷 모두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알은 흙 속 에서 겨울을 난다. 봄이 가고 
초여름이 되면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난다. 애벌레는 계속 탈피를 
반복하면서 자라나서 여름이 끝날 때쯤이면 엄지벌레가 된다. 
  이렇게 엄지벌레가 된 왕귀뚜라미는 다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그 알은 다시 이듬해 초여름이면 애벌레가 되고 여름이 
끝날 때쯤 엄지벌레가 된다. 그리고 엄지벌레의 수컷은 다시 
짝짓기를 위해 노래하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가을이 올 때마다 왕귀뚜라미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진딧물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여러분도 나무의 
새순이나 꽃에 작은 벌레가 하나 가득 꼬물거리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벌레는 진딧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진딧물이라는 곤충이 갖는 생활사는 신비롭다. 진딧물의 
엄지벌레는 봄부터 여름에 걸쳐 해가 긴 동안에는 알이 아니라 
애벌레를 낳는다. 이 때 암컷 엄지벌레는 수컷과 짝짓기를 하지 
않은 채 새끼를 낳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암컷의 새끼만을 낳는다는 
것이다. 암컷 애벌레들은 자라나서 엄지벌레가 되면 다시 암컷 
애벌레들을 낳는다. 이런 일이 여름까지 계속 되풀이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가을이 오면서 해가 점점 더 
짧아진다. 그러면 진딧물의 몸에 있는 광주성 시계가 명령을 
내린다. 암컷과 수컷의 애벌레를 모두 낳으라는 명령이다. 그 
명령을 받은 암컷 진딧물은 이번에는 암컷과 수컷의 애벌레를 
동시에 낳는다.
  암컷과 수컷 애벌레들은 성장해서 엄지벌레가 되어 짝짓기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짝짓기를 한 암컷이 낳는 새끼는 놀랍게도 
애벌레가 아니라 알이다. 짝짓기를 한 암컷은 알을 흙 속에 낳는데, 
이는 알이 따뜻한 흙 속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도록 하려는 것이다. 
  흙 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새 봄을 맞은 진딧물의 알이 자라 
애벌레가 되고 다시 엄지벌레가 되는 것이다. 진딧물의 생활사는 
이렇게 계속 되풀이된다.
  곤충들이 겨울을 보내는 방법은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왕귀뚜라미나 진딧물처럼 알로 겨울을 나는 것도 있고, 
배추흰나비처럼 번데기 상태로 겨울을 나는 것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애벌레의 상태로 겨울을 나는 것도 있으며 엄지벌레 그 자체로 
겨울을 나는 것도 있다.
  그리고 많은 곤충들이 깊은 잠에 빠져 겨울을 난다.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물론 여름에 깊은 잠에 빠지는 곤충도 있다. 곤충에게 
있어서 이런 긴 잠은 겨울의 추위나 여름의 더위와 같은 계절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육 단계를 조절하기 위해서 오랜 진화를 통해 
획득한 대단히 훌륭한 방법이다.
  곤충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는 호흡이라든가 다른 여러 활동에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많은 적이 자신을 볼 수 
없도록 몸을 숨긴 채 잠에 들어간다.
  같은 종의 곤충은 해의 길이가 일정한 어느 하루를 택해 광주성 
시계가 명령을 내리면 일정한 발육 상태에 달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잠에 빠져든다. 이렇게 잠에 들어간 후에는 모두 발육을 정지해 
버리기 때문에 잠을 자는 동안 모든 개체가 똑같은 발육 단계에 
있게 된다.
  그리고 어느 특별한 계절이 이들을 방문해서 잠을 깨우면, 다음 
단계의 발육에 들어가는 것이다. 곤충이 연출하는 대자연의 사계는 
이렇게 해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대자연의 사계-식물
  최근 들어서는 비닐 하우스가 농업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상점에 가서, 철이 지났거나 아직 제철 되지 않은 꽃과 
야채, 과일이 지천으로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값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겨울에도 딸기와 토마토를 먹을 수 
있고, 꽃병에 장미꽃을 한아름 꽂아 놓을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제철이 아닌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비닐 하우스에서 온도를 
조절하면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비닐 하우스를 이용해서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면 제철이 
아닌 농작물을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제철이 
아닌 농작물을 먹고 볼 수 있는 이유에는 비닐 하우스의 이용 
말고도 중요한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인공적인 조명을 농업에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비닐 하우스에 검은 천 같은 것을 씌워 놓았거나 전구를 
밝혀 놓은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검은 천은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고 전구는 인공적으로 햇빛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제부터 인공적인 조명을 주는 것이 어째서 제철이 아닌 
농작물을 키울 때 중요한 요소가 되는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여러분은 누구라도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로 
시작되는 노래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봄이 오면 온산을 붉게 
물들이면서 진달래가 피고, 노란 개나리가 피고, 복사꽃, 살구꽃이 
앞을 다투며 피어난다. 이렇게 나무에서 피는 꽃 뿐만 아니라 작은 
풀들도 꽃을 피워낸다. 제비꽃, 민들레, 봄맞이꽃, 냉이꽃 등등.
  여름이 가까워 오면 또 다른 꽃들이 대지를 수놓는다. 빨간 
양귀비며, 아카시아, 자주빛 꽃창포, 그리고 매발톱꽃, 장미 등등.
  코스모스가 가을이 온 것을 알리면 소설에도 등장하는 메밀꽃이 
피고, 들국화가 산자락을 누빈다. 하지만 가을을 치장하는 꽃 
중에서 가장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국화이다.
  겨울에 피는 꽃은 그리 많지 않다. 바닷가에 동백이 피는 것이 
고작인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끝날 즈음 매화가 핀다. 
  산에 들에, 그리고 집의 안뜰에 피어나는 꽃만큼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잘 가르쳐 주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떻게 계절을 알고 꽃을 피우는 것일까?
  그 대답은 곤충에서처럼 역시 광주성 시계이다. 식물의 몸 속에도 
광주성 시계가 들어 있어서 여러 가지 행동을 명령하는 것이다. 
광주성 시계가 내리는 명령은 꽃을 피우라든지,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눈을 만들거나 알뿌리(구근)을 만들라는 것 등이다. 또 씨앗을 
틔우라는 명령도 있다.
  광주성 시계는 이렇게 무슨 일을 시작하라는 명령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그만두라는 명령도 내린다.
  거의 모든 생물이 매년 항상 똑같은 계절에 발생을 하며 생장하고 
생식하는 등의 중요한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광주성 시계의 작용 때문이다.
  광주성 시계란 어떤 것일까? 시계처럼 지금이 어느 때라는 것을 
알려 주는 신호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꿀벌이나 찌르레기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한 나침반의 기능을 하는 것일까? 그것도 역시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광주성 시계란 시간의 경과를 재는 시계이다. 
시간의 경과를 재서 계절을 안다는 것이다.
  그러면 광주성 시계는 어떤 방법으로 시간의 경과를 알아내는 
것일까? 애석하게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어떤 학자는 광주성 시계가 모래 시계와 
같은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고 본다. 또 다른 학자는 광주성 시계가 
서커디언 시계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뷔닝이라는 과학자는 1936년에 이미 선구적인 가설을 내놓았다.
  "생물은 내적 요인에서 나오는 리듬을 갖고 있어서, 나날의 활동 
리듬을 되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생물은 이 리듬을 이용해서 
시간도 재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식물은 시간의 흐름을 아는 시계 같은 것을 갖고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서   하루가 가는 것을 알고, 꽃이 피는 시간 등을 조절하고 
있다."
  식물은 꽃이 피는 주기에 따라서 단일 식물과 장일 식물로 
나누어진다. 단일 식물이란 하루 중 해의 길이가 어느 정도 이하로 
짧아지면 꽃이 피도록 되어 있는 식물을 말한다. 따라서 단일 
식물은 여름과 가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 많다. 담배나 코스모스, 
메밀, 국화, 나팔꽃 등이 단일 식물이다.
  장일 식물은 단일 식물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좋다. 다시 말해서 
해가 길어질 때 꽃이 피는 식물인 것이다. 따라서 장일 식물에는 
봄과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것이 많다. 무, 배추, 보리, 밀, 파, 
시금치, 양배추, 붓꽃 등이 장일 식물인 것이다.
  단일 식물이나 장일 식물이나 모두 제각기 갖고 있는 생물 시계를 
이용해서 해의 길이를 재고 있다. 그런 방법으로 언제쯤 성장하는 
시기를 마감하고 꽃을 피울 시기로 들어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생물 시계는 이런 방법으로 대자연의 사계를 갖가지 꽃으로 
수놓는 것이다.
  
    광주성
  그렇다면 식물의 광주성 시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해의 길이, 즉 
낮의 길이일까? 단일 식물, 장일 식물로 나누는 것을 보고, 
여러분은 낮의 길이가 광주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광주성은 낮의 길이보다 밤의 길이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나라의 여러 지역에 퍼져 있는 도꼬마리라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인데 끝이 뽀족한 잎을 갖고 있으며 
여름에는 노란 꽃을 피운다. 
  도꼬마리는 단일 식물이다. 단일 식물인 도꼬마리를 재료로 해서 
광주성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낮의 길이인가, 밤의 길이인가를 
실험해 보았다.
  실험은 두 가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도꼬마리를 여러 무리로 갈라 첫번째 무리는 6시간 동안 
어둡게(밤) 하고 나머지 시간은 조명을 비추었다. 두번째 무리는 
7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나머지 17시간은 밝게 했다. 세번째 무리는 
8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네번째 무리는 9시간, 다섯번째 무리는 
10시간, 여섯번째 무리는 11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밝은 조명을 비춰 주었다. 
  그랬더니 9시간 이상 어두운 시간(밤)이 지속된 도꼬마리들은 
꽃을 피웠고, 나머지 도꼬마리들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 
  이로서 도꼬마리는 9시간 이상 어두운 시간이 지속되어야만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실험의 두번째 과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두번째 과정이란 
낮의 길이가 영향을 미치는가, 밤의 길이가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도꼬마리를 두 무리로 나누었다. 이번에는 두 무리의 
도꼬마리에 빛을 비추는 시간에는 차이를 두지 않았다. 두 무리 
모두 9시간은 어둡게 해 두고 나머지 15시간은 밝게 해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첫번째 무리에게는 어두움이 지속되는 시간의 중간쯤에 
밝은 섬광을 비추었다. 밤이 잠시 끊어지도록 했던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무리에게는 조명을 비추는 시간의 중간 쯤에 조명을 
중단해서 낮이 잠시 끊어지도록 했다.
  만일 밤의 지속 시간이 더 중요하다면 첫번째 무리는 꽃을 피우지 
않을 것이고, 낮의 지속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면 두번째 무리가 
꽃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결과는 밤의 지속 시간이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왔다. 어두운 
시간에 섬광을 비춘 도꼬마리가 꽃을 피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밝은 시간 동안 잠시 캄캄하게 한 도꼬마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꽃을 피웠다.
  단일 식물은 밤의 길이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장일 
식물은 어떨까? 과학자들은 장일 식물을 재료로 한 실험도 해 
보았다. 똑같은 시간 동안 조명을 비추면서 한쪽에는 밤 시간에 
섬광을 비추고, 다른 한쪽에는 낮 시간에 잠시 캄캄하게 했던 
것이다.
  결과는 단일 식물과 마찬가지로 밤 사이에 섬광을 준 쪽이 꽃을 
피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광주성 시계에 의존해서 꽃을 
피우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낮의 길이가 아니라, 밤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식물의 광주성 시계가 어느 부분에 들어 있는가를 
알려는 실험이 시도되었다. 역시 도꼬마리를 재료로 한 실험이었다. 
도꼬마리 두 그루를 화분에 심어 한쪽은 잎을 모두 따 버렸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잎을 하나 남겨 두고 다른 잎은 모두 땄다.
  준비가 끝나자 이 두 화분을 하루에 9시간 이상 캄캄한 곳에 놓아 
두었다. 꽃을 피울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를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잎을 모두 따 버린 화분에서는 꽃이 피지 
않았고 잎을 하나 남겨둔 화분에서는 꽃이 피었다.
  다른 실험도 시도되었다. 도꼬마리를 두 화분에 나누어 심은 뒤, 
이번에는 잎을 모두 남겨 두었다. 그리고 한쪽 화분에서는 잎새 
하나를 빛이 들지 않도록 싸 두고 이 두 화분에 하루 15시간 이상 
조명을 비추었더니 잎새 하나를 싸둔 도꼬마리만 꽃을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잎새 하나가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있었기 때문에 
그 잎새에 있던 광주성 시계가 꽃을 피우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두 실험을 통해 과학자들은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식물의 
광주기성 시계는 잎에 있다는 것이다.
  잎은 매일 낮에 햇빛이 비칠 때는 그 에너지로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만든다. 하지만 밤이 되면 광합성을 마치고 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광주성의 생물 시계가 작동을 해서 하루하루의 해의 길이, 
즉 시간의 경과를 재는 것이다. 시간의 경과를 잴 뿐이 아니라 
자라고, 꽃을 피우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뷔닝의 가설은 그가 가설을 내놓은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물론 뷔닝의 가설만으로 광주성 
시계의 태엽이나 톱니바퀴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 광주성 시계의 신비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어둠 속에 묻혀 
있다. 
  
    7. 생물 시계의 정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물 시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제7장 생물 시계의 정체

    생물 시계는 어디에?
  우리는 앞에서 고니아울락스라는 원생동물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단 한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고니아울락스조차 활동의 
시간대가 다른 서커디언 리듬을 몇 가지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니아울락스가 보인 여러 행동, 섬광 같은 빛을 내는 일이라든가 
약하고 지속적인 빛을 내는 일, 세포 분열, 광합성 등은 모두 
서커디언 리듬을 보였지만 활동의 시간대는 서로 달랐다.
  그렇다면 다세포 생물에는 몇 가지나 되는 활동 리듬이 있을까? 
다세포 생믈에서도 행동이나 생리, 그 밖의 다양한 측면에서 각각 
독특한 활동의 시간대를 갖는 많은 리듬이 나타났다.
  약 반 날, 하루, 반 달, 한 달, 1년 등으로 주기가 다른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리듬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세포 생물의 몸 속에는 몇 개나 되는 생물 시계가 
있을까? 여러분은 단세포 동물의 몸 속에도 독립적으로 돌아가거나, 
꼭 독립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독립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생물 시계가 상당히 많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 아무런 문제도 없을까? 이런 일을 상상해 보자. 
한 생물체가 갖고 있는 수많은 세포가 각기 나름대로의 시계를 갖고 
있다면, 혹은 다세포 생물의 몸 속에 있는 다양한 기관이 모두 
나름대로의 시계를 갖고 있다면, 그 생물은 서로 다른 시계들이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며 내는 소음 때문에 잘 살아갈 수 없지 
않을까?
  따라서 만일 우리의 몸 속에 세포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생물 
시계가 있다면, 아니 최소한 각 기관이 따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면, 그 수많은 생물 시계들을 통제할 수 있는 있는 중심 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몸 속에는 위와 장, 이자, 쓸개 같은 소화 기관이 있어서 
소화에 관한 일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눈이나 코, 귀 같은 감각 
기관은 감각에 관한 일을 담당한다. 또 혈액의 순환을 담당하는 
심장이라는 기관도 있으며 호흡을 담당하는 허파라는 기관도 있다. 
몸은 이렇게 다양한 기관으로 분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몸 속 어딘가에는 생물 시계의 중심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기관이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생물 시계의 중심체는 수많은 작은 시계에서 나오는 리듬을 
마치 교통 경찰처럼 멋지게 정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악사들이 박자를 맞출 수 있도록 앞에서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말이다.
  생물 시계의 중심체가 있는 장소를 찾아내려는 연구는 1950년대에 
처음 시작되었다. 동물의 몸의 어느 일부분을 잘라내거나 
파괴하거나 하면서, 그 부분이 없을 때, 과연 생물 시계의 리듬이 
그대로 유지되는가를 조사해 보았던 것이다.
  이 연구가 시작되고 나서 수많은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동물의 몸에서 (가)라는 부분을 제거했다. 그러자 그 동물은 
서커디언 리듬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동물에서는 (가) 부분이 
생물 시계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나) 부분을 제거했더니 서커디언 리듬이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동물의 몸에서는 (나) 부분이 생물 시계의 일을 
맡고 있다."
  이런 식의 보고가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파괴 실험의 경우, 시계 자체는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지만, 그 시계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정보를 수행하는 
기관에까지 전달해 주는 경로가 파괴되어 활동의 리듬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의 이런 잘못된 결론은 이후 여러 실험을 통해서 수정되었다.
  시계의 중심부, 혹은 지휘자가 가진 구조는 지금까지 척추동물, 
곤충, 갑각류, 연체동물 등의 극히 일부분에서만 부분적으로 밝혀져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시계의 구조가 알려진 바로는 생물 시계가 
각각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생물 시계는 시계의 중심체와 외부의 빛을 받아들여 시간을 
알아내는 빛의 수용체가 서로 다른 곳에 달려 있는, 고도로 발달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시계는 시계 자체가 빛의 
수용체를 겸하고 있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었으며, 또 어떤 
시계는 이 두 가지 시계의 중간 정도의 구조를 보이고 있었다.
  시계의 중심체와 각 부분으로 나누어진 시계의 말단부 사이의 
상하 관계는 생물의 종에 따라, 또 리듬의 종류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었다. 때로는 시계의 말단부가 중심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시계의 말단부가 빛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발견되었다.

    곤충의 생물 시계
  전체 동물계를 통틀어서 생물 시계의 구조가 가장 처음 알려진 
것은 바퀴였다.
  여러분 중에서 바퀴를 모르는 친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바퀴라고 
하면 '그게 무엇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친구들도 
바퀴벌레라고 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끄덕할 것이다. 바퀴를 보통 
바퀴벌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올바른 이름이 아니다. 원래는 윤충이라고 
하는 민물에서 사는 작은 벌레를 바퀴벌레라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두운 밤이 되면 집안을 슬금슬금 기어다니는 그 불결한 
곤충은 '벌레'를 빼고 '바퀴'라고 불러야 한다.
  이제 바퀴는 우리 사람들에게 아주 친근한(?) 곤충의 하나가 
되었다. 물론 서로 잘 지낼 수 있다는 뜻에서 친근하다는 것이 
아니고, 자주 만난다는 뜻에서 친근하다는 것이다.
  바퀴가 속하는 곳은 곤충류 메뚜기목 바퀴과이다. 바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여러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몸은 납작한 
타원형이고 빛깔은 갈색이다. 바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며 
음식물과 옷에 해를 주고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
  여러분이 만일 방에서 한밤중에 갑자기 전등을 켰을 때, 바퀴 
1마리를 발견했다면 그 방에는 최소한 10마리 이상의 바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바퀴는 밤에 활발하게 돌아다닌다. 야행성의 활동 리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퀴의 활동 리듬을 지배하는 시계가 어디 있는가가 
알려진 것은 1968년의 일이었다.
  바퀴의 생물 시계는 뇌의 일부분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내밀어진 
시신경엽이라는 장소에 있었다.
  곤충의 눈은 두 가지가 있다. 겹눈과 홑눈이다. 그런데 시계의 
빛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겹눈이다. 우선 이 겹눈에서 바깥 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시신경을 통해서 시신경엽에 있는 
시계에까지 정보를 전달하면 시계는 그 정보를 통해 시간을 읽는 
것이다.
  시계가 보내는 정보는 역시 신경을 통해 뇌의 중추부에 있는 
뇌간부에 보내진다. 정보는 다시 이곳으로부터 호르몬을 ㅌ해서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뇌간부가 시계의 말단부로서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을 잘못이라고 보는 과학자도 있다.
  귀뚜라미도 바퀴와 마찬가지로 고도로 발달된 시계를 갖고 있다. 
귀뚜라미의 시신경엽을 파괴하거나 그곳에서 정보를 흘러 보내는 
신경을 절단하거나 하면 귀뚜라미는 돌아다니는 활동의 리듬도 
없어질 뿐만 아니라, 노래하는 활동의 리듬이나 생식 기관을 
형성하는 리듬까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만다.
  시신경엽에 시계의 중심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알려졌지만 뇌간부에 시계의 말단부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아직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바퀴나 귀뚜라미가 갖고 있는 이런 훌륭한 시계는 다른 
곤충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나아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 곤충의 시계가 뒤에 이야기할 사람의 시계와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물 시계에 대해 알아본 다음에 바퀴나 귀뚜라미의 생물 
시계와 비교해 보면 좋을 것이다.
  나방은 곤충류 중에서는 아주 고등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상당히 진화한 곤충이라는 이야기이다. 나방의 우화 리듬을 
대상으로 해서 생물 시계의 구조를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나방이 
가진 생물 시계의 중심체는 뇌간부 속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나방은 생물 시계가 빛의 수용체 역할까지 겸하고 있었다. 
나방의 생물 시계는 실로 간단한 구조를 보였던 것이다.
  바퀴나 귀뚜라미는 불완전한 변태를 하는 곤충이다. 알에서 
애벌레, 애벌레에서 엄지벌레의 세 시기를 거친다는 것이다. 한데 
바퀴나 귀뚜라미는 애벌레의 몸에도 시신경엽이나 겹눈이 갖추어져 
있다.
  이에 반해 나방은 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이다. 따라서 알에서 
애벌레, 애벌레에서 번데기, 번데기에서 엄지벌레의 네 시기를 거쳐 
한살이를 한다는 것이다. 나방처럼 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은 
엄지벌레만이 시신경엽과 겹눈을 갖고 있다. 애벌레와 번데기 
상태에서는 시신경엽과 겹눈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나방이 변태하면서 빛의 수용체나 시계의 중심체의 위치와 
구조를 바꾸지 않기 위해서는, 평생 동안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뇌간부 속에 빛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까지 겸한 생물 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방은 이렇게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생물 
시계의 형태를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했던 것이다.
  앞에서 등장했던 진딧물의 광주기 시계가 가진 구조도 나방의 
것과 똑같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척추동물의 생물 시계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생물 시계의 정체는 바퀴가 가진 시계가 
밝혀지고 나서 2, 3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다.
  포유류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두 개의 눈을 갖고 있다. 그런데 
뇌에서 나온 좌우의 시신경이 눈의 망막에까지 이르는 도중 
교차하는 부분을 시신경 교차라고 한다. 시상하부(곤충으로 
이야기하자면 뇌간부)라고 하는 생명의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중추와 붙어 있다.
  이 부분에, 한 쌍의 둥글고 작은 신경 세포의 집단이 있다. 
이것을 '시신경 교차 상핵'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퀴의 시신경엽에 
해당된다.
  포유류는 바로 이 부분에 생물 시계가 있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경우는 이 부분을 파괴하면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가 나타내는 
리듬이나, 송과선의 효소가 분비되는 리듬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
  쥐의 경우에는 음식물을 먹는 리듬도, 물을 마시는 행동의 
리듬도, 쳇바퀴를 도는 리듬도 모두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도 역시 사라져 버린다. 모든 
활동의 리듬이 사라지고 불규칙적인 활동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유류의 경우 빛의 수용체는 무엇일까?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눈이다. 바깥 세상의 빛이 주는 정보는 
눈의 시신경을 통해서 시신경 교차 상핵(생물 시계의 중심체)에 
전달된다. 이 정보를 통해 시신경 교차 상핵은 시계로서의 작용을 
하는 것이다.
  시신경 교차 상핵(시계)에서 나온 정보는 다시 신경을 통해서 
시상하부에 있는 수많은 생물 시계의 말단부로 전달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직접, 혹은 신경의 경로로, 혹은 호르몬의 경로로 몸의 이 
구석 저 구석까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척추동물 중에서 비교적 하등한 동물인 개구리나 도마뱀 등은 
포유류와 달리 눈을 잃어도 바깥 세상에서 오는 명암의 주기에 
반응을 한다. 개구리나 도마뱀들에게 있어서는 생물 시계를 위한 
빛의 수용체가 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데 이들의 몸에서 '송과선'이 있는 머리 부분의 피부를 까맣게 
칠해 버리면 바깥 세상의 밝고 어두운 주기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 
개구리나 도마뱀의 경우, 이들이 가진 빛의 수용체는 바로 송과선인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 중에는 바로 이 송과선이 빛의 수용체인 
동시에 시계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방의 생물 시계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부터는 송과선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하자. 사람의 송과선은 
대뇌의 거의 한가운데에 해당되는 곳에 있다. 솔방울과 비슷한 
모양으로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해서 송과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하등한 척추동물의 송과선은 긴 줄기 같은 것을 뻗치고 있는데, 
그 줄기는 머리 꼭대기의 표면까지 뻗어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의 
피부는 투명해서 빛을 느끼는 또 다른 눈이 되어 있다. 따라서 눈을 
잃어도 바깥 세상의 빛의 주기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조류의 생물 시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참새를 대상으로 해서 실험을 해 보았다. 참새의 송과선을 
잘라내고 계속 주위를 어둡게 해 두었다. 그러자 며칠 안에 참새가 
보이던 활동의 리듬이 사라져 버렸다.
  다음번 실험에서는 활동의 리듬을 보이지 않게 된 참새의 몸 속에 
다른 참새로부터 떼어낸 송과선을 이식해 주었다. 그러자 그 참새는 
다시 활동의 리듬을 나타내게 되었다. 결국 이 실험을 통해 참새의 
생물 시계는 송과선임을 알 수 있었다.
  닭과 메추라기는 모두 꿩과의 새이다. 닭의 경우에는 참새와 
마찬가지로 송과선에 생물 시계와 빛의 수용체가 모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데 메추라기는 같은 꿩과의 새이지만 송과선이 
아니라 시신경 교차 상핵에 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의 생물 시계가 계절적인 리듬을 나타내는 생식선의 증식을 
명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류는 번식이나 철에 따른 이동, 태양 나침반의 기능 
등에 관계하는 생물 시계의 중심체가 시신경 교차 상핵에 있는 것도 
있고, 송과선에 있는 것도 있으며, 혹은 시신경 교차 상핵과 송과선 
양쪽에 모두 있는 것도 있다고 하겠다.
  여기서 일정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조류는 그 종류에 따라 
포유류처럼 고등한 생물 시계를 시신경 교차 상핵에 갖는 것도 
있고, 하등한 척추동물처럼 송과선에 갖는 것도 있다. 또한 두 
종류의 중간 단계에 있는 것도 있다.
  결국 조류의 생물 시계는 하등한 척추동물과 같은 단계에서 
고등한 포유류의 단계로 발전하는 도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과 바퀴의 악수
  여러분 중에서 바퀴를 좋아하는 친구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바퀴는 우리에게 해를 주는 벌레인데다가 생김새도 징그러운 
느낌을 준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바퀴가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니 사람이 바퀴와 악수를 한다고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바퀴의 발이 사람과 악수를 할 만큼 크지도 않을 뿐더러 만일 
그렇게 커다란 발을 가진 바퀴가 있다면 놀라서 도망을 가거나, 
아니면 너무도 무서워서 얼어붙어 버릴 것이다.
  또 우리는 바퀴를 하등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과 비교했을 때, 바퀴라는 동물은 아주 하등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바퀴를 포유류에 비해 하등한 동물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여러분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야, 물론이지요. 그 정도는 삼척동자도 다 알 거예요."
  위에서 한 질문의 내용을 파악하려면 우리는 동물의 진화 과정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만 한다. 지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이다. 그리고 생명이 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5억년 전이다.
  지구는 46억년 전 탄생한 뒤, 지금까지 줄곧 변화해 왔다. 그리고 
지구상의 생물도 변화하는 지구에서 더욱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변화해 왔다. 생물의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생물이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것을 진화라고 한다.
  처음에는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작은 생명체였던 것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사람과 같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물로 발달해 온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35억 년 동안 여러 
생물이 진화해 온 결과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은 서로 비슷한 관계에 
있는 것도 있고, 서로 아주 많이 다른 것도 있다. 이렇게 생물 
서로가 비슷하거나 다른 것은 그 생물이 진화해 온 과정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생물들 사이의 이런 가깝고 먼 관계를 조사하면 계통수라는 것을 
그릴 수 있다. 계통수란 생물의 계통을 나타내 주는 나무라는 
뜻이다.
  어떤 생물이 이 나무의 뿌리에 가까이 있을수록 오래 전에 
지구상에 태어난 하등한 생물이라는 뜻이 되고, 가지 끝으로 
올라갈수록 가까운 과거에 생겨난 고등한 생물이라는 뜻이다. 전체 
생물의 계통은 동물과 식물의 두 가지 방향으로 갈라진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계통을 밝히는 일은 생물의 몸 구조가 보이는 
여러 가지 기본적인 특징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 특징을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동물의 경우를 예로 들어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면, 몸의 대칭 관계라든가 중배엽의 유무, 
체강이 있는가 없는가, 척추가 있는가 하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계통을 밝히고 있다.
  동물 중에서 가장 하등한 동물은 뭐니뭐니해도 원생동물이다. 단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세포로 이루어진 동물 중에서 가장 하등한 것은 
중생동물이다. 중생동물은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기관이나 조직이 전혀 분화되어 있지 않은 아주 간단한 구조를 갖고 
있다.
  동물의 계통수는 그 위로 해면동물, 강장동물 등등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데 식물의 계통수와 동물의 계통수에는 언뜻 보았을 때도 
커다란 차이점이 나타나 있다. 식물의 경우는 계통수의 커다란 
줄기가 하나로 뻗어 나가지만, 동물의 계통수는 두 줄기로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물의 계통수는 영어의 Y자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동물이 두 갈래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이제는 직접 동물의 계통수를 살펴보도록 하자.
  Y자 모양의 왼쪽에 있는 가지는 선구동물 그리고 오른쪽은 
후구동물이라고 한다. 선구동물과 후구동물로 나뉘는 기준은 체강을 
둘러싸는 중배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라 갈라진다.
  선구동물과 후구동물의 두 가지는 해파리나 히드라가 속하는 
강장동물에서 갈라져 나간다. 그 각각의 줄기에서는 뿌리 쪽으로 
내려갈수록 하등한 동물이고 가지 끝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진화된 
동물이다. 가지 끝으로 올라갈수록 모양이나 성질, 그리고 기능까지 
모두 진화해 가는 것이다. 한데 주의할 것은 고등하고 하등한 
관계를 정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줄기에 있는 동물 
사이에서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왼쪽 줄기에서 진화의 
꼭대기에 있는 동물은 곤충이고, 오른쪽 줄기에서 진화의 꼭대기에 
있는 동물은 포유류이다. 따라서 이 두 동물 사이에서는 어느 것이 
어느 것보다 더 고등하다, 혹은 하등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유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6천만년 전이다. 
그리고 사람이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백만년 전이다. 생명체가 
35억년 전에 태어난 것을 생각해 보면 포유류, 그 중에서도 사람이 
나타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바퀴가 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언제쯤일까? 대략 
3억년 전이라고 알려져 있다. 바퀴는 3억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뒤로 거의 모습을 변화시키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니 
바퀴는 생물계의 놀라운 승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살아가면서 일정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 한데 이 생물 시계의 구조나 기능은 종이 진화함에 따라 
보다 발전된 양상을 띠게 되고, 보다 복잡한 것으로 되어간다.
  바퀴의 생물 시계가 가진 구조는 이미 3억년 전에 완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는 우리 
사람이 가진 생물 시계는 바퀴의 것에 비해 엄청난 세월이 흐른 
뒤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Y자 모양의 계통수에서 진화해 나가는 두 정점에 있는 
사람과 바퀴의 생물 시계를 비교했을 때, 사람의 시계가 바퀴의 
시계와 다른 점은 시계의 말단부가 더 복잡하게 발달해 있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사람과 바퀴의 생물 시계가 가진 
구조는 해부학적으로 거의 비슷한 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사람과 바퀴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구조까지 꼭 닮아 있다. 여러분은 곤충이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엄지벌레로 아주 놀랍게 변신해 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변태를 조절하는 것은 생리를 지배하고 
있는 활성 펩티드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활성 펩티드가 생리 조절 
작용을 맡고 있다. 그 종류와 작용, 기구까지 거의 비슷한 것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있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리의 기구는 단순하고 복잡하다는 식의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근본적으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적어도 후구동물의 제왕인 사람과 선구동물의 왕자인 바퀴는 생물 
시계의 구조에서, 그리고 활성 펩티드의챨兀?바퀴의 것에 비해 엄청난 세월이 흐른 
뒤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Y자 모양의 계통수에서 진화해 나가는 두 정점에 있는 
사람과 바퀴의 생물 시계를 비교했을 때, 사람의 시계가 바퀴의 
시계와 다른 점은 시계의 말단부가 더 복잡하게 발달해 있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사람과 바퀴의 생물 시계가 가진 
구조는 해부학적으로 거의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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