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과 연단술 그리고 삼재(三才)사상
중국의 연금술은 야금술을 답습해서 발달된 것이지만, 그 목적이 양생(養生), 연년익수(延年益壽)에 있었기 때문에 연단술이라 불려졌다. 연단술은 전국(戰國)말에 일어났고, 丹이나 수은(水銀)이 의서에도 사용되었다.
신과학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우리의 것을 알고 난 연후에 남의 것을 알아 지식적인 기반을 쌓은 후에야 제대로 학문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한문투성이의 동양의 우주론과 氣, 생명과 氣에 대해 살펴본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동·서양의 문화적, 과학적인 접목과 공통분모 찾기에 들어가 보기로 하자. 그 첫 주제로 삼은 것이 연금술이다.
연금술이라 하면 대개의 경우 아무런 가치도 없는 돌을 황금으로 바꾸기 위해 유독가스를 들이키는 연금술사를 생각할 것이다. 그 내면에 흐르는 철학적인 고민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이다. 연금술은 어떻게 발생한 것이며, 어찌하여 서양에서는 연금술로 발전하여 원소의 주기율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와, 동양에서 연단술(鍊丹術)이 된 속사정을 추적해 보면서 우리 민족의 삼재사상이 왜 현대에서 중요한 철학이 되는지를 고민하여 보자.
원소 주기율표 만들어낸 연금술
연금술(鍊金術)은 고대의 원소사상에 바탕을 두고 만물변화의 이치에 의해 원소는 변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소의 발견은 이미 원시시대에 있었으며, 금, 은, 동, 주석, 수은, 납, 유황, 탄소 등은 일찍이 원시인들이 발견, 이용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들이 원소란 것을 잘 몰랐었다.
중국에서는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을 우주적 생명의 원질(原質)로 생각했다. 음양의 氣를 다섯가지 원소로 나누어 오행이라 하고, 이 오행은 木, 火, 土, 金, 水의 순서로 상생하며, 土, 木, 金, 火, 水의 순서로 상승, 상극한다. 이와 같이 음양오행이 서로 얽혀 변전해 가는 것이 동양 연금술의 원리이며, 납을 금으로 바꾸려는 것과 같은 원소의 변환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행이 원소라고는 해도 오늘날의 원소와는 다르다. 오늘날의 원소는 화학적 반응에 의해서 그 이상 분해될 수 없는 물질을 말하고 있으나, 음양과 오행은 물질을 초월한 것으로서의 성분과 성격을 가지며, 정치나 혁명의 이념이 되기도 하며, 또는 신체구성의 의학적 이론도 된다. 그러나 중국 고대에 이루어진 음양의 이론을 현대의 원자론과 대조해 볼 때 전자·양자설도 전기적 음양설로 볼 수 있으므로, 양자의 관계를 생각하면 흥미 깊은 점이 많다.
중국의 오행설에 대해 그리스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립된 地·水·火·風의 4원소설이 있고, 인도에서도 地·水·火·風을 사대(四大)라고 한다. 대(大:maha-bhuta)는 산스크리트어로 원소를 말하며, 사대를 <능조의 색>이라 한다. 그리스의 4원소설은 물질을 분해하고 분해하다 보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에서 시작되는 끊임없는 분석정신에서 출현된 사상으로, 그들은 타고 있는 나무에서 실제로 네 가지 원소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타고 있는 나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공기이고, 거기서 내뿜는 증기는 물, 타고남은 재는 흙이었다. 나머지 하나인 불은 그 자체였다. 그리스에서는 물질의 극한에 대해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 있고, 분할될 수 없는 궁극의 원소는 끊임없이 운동하며, 같은 종류의 원소는 같은 형태, 같은 중량이라고 하는, 현재의 원자설과 근사한 생각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원자설은 중국에서는 없었으나 오행을 만물 형성과 변화(易)의 원소로 여겨 이 원소가 변전해 가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원소전환설(元素轉換說)과 닮았다.
중국의 연금술은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는 의학, 약학과 결부되어 양생술(養生術)로 되어 발전해 갔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연금술을 연단술(鍊丹術)이라 한다. 연단술도 처음에는 수은이나 비소 등의 단해(丹害)로 인하여 고통을 받았으나 오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외단(外丹)에서 내단(內丹)으로 바뀌어 갔다.
동양 연금술의 시초는 중국
중국의 연금술은 청동기문명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청동기나 철기문명은 서아시아 쪽이 오래 되었으나 그 기술을 연금술로까지 발전시킨 것은 중국이 첫째였다. 은(殷) 문화권에 있어서 청동기의 야금술(冶金術)은 미술품으로서도 유명하다. 은대의 유적에서는 금속을 성형하는 주형이 발견되기도 한다. 중국의 연금술은 야금술을 답습해서 발달된 것이지만, 그 목적이 양생(養生), 연년익수(延年益壽)에 있었기 때문에 연단술이라 불려졌다.
연단술은 전국(戰國)말에 일어났고, 丹이나 수은(水銀)이 의서에도 사용되었다(『오십이병방』, 마왕퇴(馬王堆), 제3호 한묘(漢墓)에서 출토된 중국 최고(最古)의 의서 중 하나로서 기원전 3세기 말에 쓰여짐). 그러나 연단술이 성행하게 된 것은 야금술사나,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선사상가인 방사(方士)들에 의해 사용되면서이다. 그러한 사적(事蹟)은 진의 시황제나 전한 무제(武帝)의 역사에서 두드러진다. 또 한의 무제와 같은 시대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아래 모임 방사들이나 학자 등에 의해서 편집된 『회남자(淮南子)』는 내서(內書:현존함), 중서(中書:일부 소실됨), 외서(外書:일부 소실됨)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서에는 신선사귀연금(神仙使鬼鍊金) 및 추연(鄒衍)의 중도연명법(重道延命法)이 쓰여져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연금술은 지속적으로 전파, 발전해 오다 갈홍에 의해 체계화된다. 갈홍(葛洪)은 서기 283∼343년의 인물로 연금술의 체계화를 위해 『포박자(抱朴子)』를 지었다. 『포박자』의 내편은 신선방약(神仙方藥), 귀괴변화(鬼怪變化), 양생연년(養生延年), 양사각화(禳邪却禍)의 일을 기술함으로써 도가에 속하고, 그 외편은 인간의 득실, 세사의 장부를 기술함으로써 유가에 속한다. 연금술에 관한 것은 내편의 금단(金丹), 선약(仙藥), 황백(黃白) 편 등에 상술되어 있다. 갈홍의 연금술은 신선의 실재와 단약의 제조법이나 이론을 기술하였고, 그와 함께 의학상에 있어서도 『옥함방(玉函方)』100권, 『주후구졸방』3권을 저술, 후세에 큰 영향을 주었다.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한 인도에서의 연금술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양생술과 관련하여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인도의 의학자료에 의하면 일찍이 『리그 베다』속에 회춘법(回春法)이 보이며, 『아율 베다』에도 양생법이 있다. 여러 의학 관련 서적에 불로장생법이 설명되어 있으며, 초기에는 광물의 사용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외용약으로서는 수은도 이용되었다. 수은이 라샤아나(長生藥)로서 쓰여진 것은 베아구바타의 『아슈탄가부리다야 산히타』가 최초인데, 그때부터 밀교(密敎)와 함께 인도의 연금술이 성행하며 연금술사 나가르쥬나의 이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를 증명하는 현장(玄奬)법사의 『대당서역기(대당서역기)』에는 ‘나가르쥬나 보살은 약학에 매우 상세하여 묘약을 복용하여 양생을 하고 있었다. 연세가 수백 세이었으나 기력과 용모가 다같이 쇠하지 않았다.’라고 되어 있다.
연금술의 기원인 이집트학과 노자의 우주관 서로 닮아
서방의 연금술의 기원은 이집트이다. 연금술을 뜻하는 영어 alchemy의 al은 아라비어의 정관사이고 chemia는 고대 이집트인이 자기 나라를 chem(검은 흙, 비옥하다)이라 부르면서 자국의 풍요를 과시한데에서 기인한다. 이 말이 이슬람을 통해 유럽에 전해져 alchemy는 이집트학을 의미하였다. 처음 alchemy가 그리스에 들어가자 그리스에서는 만물이 생겨나고 다시 그것으로 되돌아가는 근본물질(arkhe)을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철학이라 불려졌다.
한편 유대인들은 일찍부터 이집트학을 하였는데 이것을 <카바라>라고 하였다. 기원전 1세기에서 서기 1세기에 걸쳐서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그리스철학과 카바라의 전통과 이집트학이 혼연일체화되어 헬메스학(學)으로 되었다. 르네상스는 이 헬메스학을 이슬람으로부터 받아들여 부활시켰으나 끝내는 기독교의 반격에 직면, 헬메스학파는 탄압을 받게 되었고 결국 비밀결사의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헬메스학은 기독교 사회를 내부에서부터 변화시켜 계몽주의로 되었는데, 19·20세기에 급속하게 발전하여 현재의 유럽사회를 일구어낸 자연과학도 거기에서 기인되어온 것이다. 그 전에도 alchemy의 탐구·계몽 운동은 계속 되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라십자운동으로 <태양의 빛남>이라는 alchemy 도판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도판을 통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근본물질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원리는 1·2·3의 수로 이루어진다. 이해하기 좋게 도해하여 나타내면 다음 그림과 같다.
一은 생성이고 二는 소멸이며, 三은 발전이다. 이러한 원리는 서로 같은 남신(男神)인 오시리스와 세트와의 적대관계가 서로 만나 다른 성(性)의 여신 이시스로 발전한다. 더욱 자세히 관계를 살펴보면 세트는 오시리스를 찢는 신이며 이시스는 해체된 것을 재결합하는 능력의 신이다. 이제 여기서 다시 새로운 一이 생성되는데, 이것을 四라 하기도 한다. 이 새로운 一이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 혹은 Elixir)이다.
이집트의 신(神) 관념은 인격신이 아니고 원리신(原理神)이며, 수(數)에 의해 상징된다. 선도 악도 일체이며, 최고 존재와 최저 존재가 동일하다. 따라서 물(物)도 마음(心)도 근원적으로는 일(一)이 된다. 이러한 원리는 동양의 도교 철학과도 일치하는 바, 만물은 일체이며 도는 있지 않은 곳이 없고 신과 기는 일치한다. 서방 연금술의 원리로 된 이집트의 존재론이 동양의 그것과 닮아 있는 것은 매우 흥미있는 일이다. 또한 이집트의 一·二·三의 원리는 우주생성론을 명쾌한 한마디로 풀이한 도가의 노자 도덕경의 42장의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으니 셋으로부터 온갖 것들이 생겨났다. 이들 모두는 긍정과 부정의 합일에 의해 조화를 이루니 온갖 것에는 이 둘의 기운이 고루 스며 있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氣以爲和)”와 상통하며, 우리나라의 삼태극(三太極)과도 일치하는 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고래의 하늘과 만물 사상을 읊은 81자의 천부경(天符經)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또한 고대의 이집트에서 자연과 신을 대했던 원리와 노자의 우주관의 시각과 별반 차이가 없다.
천부경의 삼재사상( 三才思想)
천부경은 우리나라에서 하늘과 사람과 땅이 통하는 수로 생각하는 유일한 숫자인 3이 곱하여진 수이고, 완전한 수라 생각되어지는 9의 방형인 9×9의 전체 81자로 이루어졌으며, 삼일신고(三一神誥), 참전계경(參佺戒經)과 함께 아득한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하늘의 가르침이라고 알려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3대 경전 중 하나이다. 그 속에 우주의 이치와 원리, 하늘과 땅과 사람의 생성 원리, 그리고 인간 완성을 이룰 수 있는 가르침 등이 자세히 실려있다. 천부경의 글수는 적을 지 모르나 내재된 의미는 너무나 심오하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것을 다 알기는 어렵고 그 안의 우주의 이치와 연단(鍊丹)원리의 측면에서만 글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주 만물은 하나(一)에서 나오고 하나에서 비롯되나 이 하나는 하나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의 하나이며, 본래부터 있어 온 하나이다. 하나는 하늘과 땅과 사람 세(三) 갈래로 이루어져 나오지만 그 근본은 변함도 없고 다함도 없다. 하늘의 본체가 첫 번째로 이루어지고 그 하늘을 바탕으로 땅의 본체가 두 번째로 이루어지고 그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사람의 본체가 세 번째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변함없는 하나가 형상화되기 이전의 하늘, 땅, 사람의 순서로 완성되면서 새로운 하나를 이룬다. 이 새로운 하나는 한정도 없고 테두리도 없다. 이 새로운 하나가 바로 형상화된 하늘과 땅과 사람이다. 형상화되기 이전의 하늘, 땅, 사람과 형상화된 하늘, 땅, 사람이 어울리면서 음과 양, 겉과 속, 안과 밖이 생겨난다. 하늘에는 밤과 낮이 있고, 땅에는 물과 뭍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남녀가 있어서 이 둘의 조화를 통해 천지는 운행하고 사람과 만물은 성장, 발전해 나간다. 이렇듯 하늘과 땅과 사람이 원래의 근본 상태, 형상화되기 이전의 상태, 형상화된 상태, 형상화되기 이전과 형상화된 상태가 어울려 작용하는 상태 ↔ 원래의 근본상태, 이 네 단계(실은 세단계)를 거쳐 우주 만물이 형성되며 그 쓰임은 무수히 변하나 근본은 다함이 없다.
氣라는 것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무엇으로 인정을 하고 느끼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기에 도입하게 되었다. 그러한 예로 나타난 것이 연금술과 연단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질과 신(神)과 자연이라는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사물변화의 원리를 찾아내려 했던 이집트, 역시 道 → 一 → 二 → 三 이라 표현한 노자, 이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하늘·땅·사람의 삼재(三才)라 설명한 우리 민족의 천부경에서 고대인의 정신적 교감을 엿볼 수 있다.
이집트로부터 시작된 서구의 철학적 배경이 그들 나름대로 변화해 가면서 분석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을 강조하게 되고, 그러한 결과로 아주 작은 입자인 원소를 밝혀냈고, 이 보다 더 작은 쿼크(quarks)나 렙톤(leptons)까지 밝혀내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오늘날의 서구문명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화학 및 물리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에 중국의 음양사상과 오행이론은 음과 양 자체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이해는 부족하지만 이러한 구성 요소(원소라 할 수 있다)가 서로 조합할 때의 변화와 변통(變通)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발달은 정신적인 풍요와 우주적 존재로서의 고차원의 이해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상반되는 듯한 이 두 문명의 시작점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진리를 놓고 고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21세기를 앞둔 오늘날 다시금 활발하게 이루어지려 하고 있다.
물질적인 분석정신과 조화와 융화의 정신사상에 기준이 되고 근본이 되는 인간, 즉 서양의 전통적(물론 기원후를 말하는 것임)인 사고철학과 동양의 전통적인 사고철학이 서로를 갈망하는 현 시점에서 天·地·人의 삼재사상은 튼튼한 다리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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