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비엔나 슈니체르에 대하여
오래 전에 비엔나풍 송아지 커틀릿, 즉 비엔나 슈니체르에 대해
썼는데, 독자 여러분들은 기억하고 계실까? 미즈마루 씨는 삽화를
그렸으니 기억하고 있겠죠? 그건 그렇고 나는 얼마 전 일부러 빈에
가서 비엔나 슈니체르를 먹었는데, 몹시 실망하고 말았다. 어떻게
실망했는가 하면, 좀 이상한 얘기지만 빈의 비엔나 슈니체르가
도무지 비엔나 슈니체르답지 않았다.
빈에서 비엔나 슈니체르를 주문하면 대개 열 번 중 여섯 번 정도는
돈가스가 나오는데, 대체 이런 법이 있는가?
지난 번에서 썼지만, 송아지 고기를 얇게 두들겨서 옷을 입혀
파삭하게 구운 위에다 버터를 뿌리는 게 비엔나 슈니체르이다.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있고, 일본에서 '비엔나 슈니체르'를 주문하면
자동적으로 송아지 커틀릿이 나온다.
그러면 빈에서 먹은 송아지 비엔나 커틀릿의 맛은 어땠나 하는 얘기가
되겠는데, 이것도 내 입맛으로 하자면 동경에서 먹는 편이 더 맛있는
것 같다. 요리가 당최 분량이 많다. 무슨 걸레짝 같은 크기의 커틀릿이
덜커덕 나오는데, 소스도 충분히 끼얹어져 있지 않은데다, 곁들여진
퍼석퍼석한 감자와 함께 우물우물 먹어야 한다. 그런 걸 혼자서 묵묵히
먹고 있노라면 '대체 난 지금 뭘하고 있는 거람?' 하는 기분이 들어
서글프다.
그에 비해 빈에서 의외로 맛있는 게 있다면 헝가리안 그라슈*로,
느직한 오후 교외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생맥주를 홀짝이며
그걸 먹으며, 제법 분위기가 난다. 럼이 들어 있는 커피고 빈다워서
다행스럽다. 영화 <해리와 톤토>에서 고독한 노인 해리가 늘
'아, 맛있는 헝가리안 그라슈가 먹고 싶다.' 고 중얼거리는데,
그 기분 충분히 동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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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안 그라슈(Hungarign Goulash) : 헝가리의 대표적인 고기요리.
쇠고기에 토마토와 감자를 넣고 파프리카(Paprika:고춧가루의 한 품종.
매운 맛은 없으나 선명한 붉은 색으로 음식의 색깔을 냄)로 양념을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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