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가와 치히로 지음 / 중앙경제평론사세계적인 우량 기업 신에츠화학의 가나가와 치히로 회장이 지금까지 실전을 통해 체득한 경영과 인생에 관한 성공 법칙 100가지를 들려준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경영자로서 살아온 가나가와 회장은 회사가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순간에도 항상 ‘기업 경영은 전쟁’임을 잊지 않고 매일매일 전력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경영에 임했다. 이 책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물론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인생 길잡이가 될 것이다.
경영 성공철학 100가지 비법
가나가와 치히로 지음
▣ 저자 가나가와 치히로
신에츠화학공업주식회사 대표이사ㆍ회장. 1926년 대한민국 대구 출생, 1938년 경성(현 서울) 남대문소학교 졸업, 1943년 경성중학교(현 서울중고등학교) 졸업, 1947년 제6고등학교(현 오카야마대학) 졸업, 1950년 도쿄대학 법학부 졸업, 극동물산(현 미쓰이물산) 입사, 1962년 신에츠화학공업 입사, 1970년 해외사업본부장, 1976년 상무이사, 1979년 전무이사, 1983년 부사장, 1990년 대표이사ㆍ사장, 2010년~현재 대표이사ㆍ회장.
▣ Short Summary
1926년 창업한 신에츠화학공업(이하 신에츠화학)은 2018년 92주년을 맞았다. 당사의 PVC와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는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 수지, 전자재료 등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에츠화학이 지금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도 경영자로서 늘 성장을 추구해왔다. 1975년 임원에 선입된 뒤 1990년에 사장, 2010년에는 회장이 됐다. 지금까지 사실상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경영자로서의 인생을 살아왔다.
이만큼 업무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중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1974년부터 1984년까지 신에츠화학의 사장을 역임한 오다기리 신타로 씨이다. 역사상의 위인 한 분도 나에게 큰 힘이 됐다. 내 집무실에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관의 사진이 걸려 있다. 존경하는 야마모토 사령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상 긴장감을 갖고 업무를 보고 있다. 나는 야마모토 사령관의 명언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아 가슴에 새겨왔다. 그의 좌우명 또한 나에게는 인생의 소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상재전장(常在戰場, 늘 전쟁터에 있다)”이라는 말이다. “늘 전쟁터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하라.” 바로 이 정신으로 경영에 임해 왔다. 경영의 세계에서는 잠시라도 긴장을 놓으면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 나는 신에츠화학이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순간에도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단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명언은 나의 업무와 인생에 힘을 주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내가 이번에는 반대로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이 책의 PART 1 ‘조직의 기본’에서는 조직과 인간 사회의 존재 방식에 대해 정리했다. PART 2 ‘경영의 본질’에서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리더십과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다루었다. PART 3 ‘리스크와 성장’에서는 리스크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동시에 리스크를 활용해 성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PART 4 ‘인재의 활용’에서는 인재 교육과 육성, 일하는 방법, 자기관리에 대해 정리했다. 그밖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은 PART 5 ‘인생과 만남’에 담았다. 나의 메시지가 독자들의 인생에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대 이상의 기쁨이 되겠다.
▣ 차례
추천사
머리말
PART 1 조직의 기본
1 나만의 담력으로 세계와 경쟁했다 / 2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경영에 임한다 / 3 경영의 기본은 소수 정예다 / 4 본업의 노하우가 발휘되지 않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 / 5 인사부서의 과대한 권한은 회사를 위태롭게 만든다 / 6 타성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생각하라 / 7 비효율적인 회의는 하지 않는다 / 8 직원의 뜨거운 열정이 회사를 지켜준다 / 9 미국은 역시 강국이다 / 10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 11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합리적인 경영에 매진하라 / 12 다수결의 결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 13 신규 사업에서 철수할 때는 현장 담당자의 고민을 최대한 존중한다 / 14 기동성과 기능을 중시한 프로젝트팀이 성공의 핵심이다 / 15 조직은 간소한 것이 좋다 / 16 경영자는 최적의 인사를 단행하는 동시에 인재를 존중해야 한다 / 17 수선이 필요할 때는 예산을 아끼지 마라 / 18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하면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 19 성장, 납세, 고용이 기업 최대의 사회공헌이다 / 20 독창성이야말로 일본 기업이 가야 할 길이다
PART 2 경영의 본질
21 경영은 시황을 보는 눈과 속도가 결정한다 / 22 M&A(인수합병)에서 중요한 것은 인수 후 이익이다 / 23 회사 전체를 볼 수 있는 경영이 수익을 만든다 / 24 구산업이라고 해서 사업 철수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25 ‘강한 체질의 회사 만들기’를 우직하게 고집해왔다 / 26 오늘 해야 할 일을 완수하지 않는 회사는 3년, 10년 후에도 성장하기 어렵다 / 27 시장가에 파는 것이 가장 좋은 영업이다
28 건강관리도 경영자에게는 중요한 업무이다 / 29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 / 30 기업지배구조는 형식보다 실제적인 기능이 중요하다 / 31 제품은 팔고, 기술은 팔지 않는다 / 32 정부 시책과 금융 지원 자금을 갖고 하는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 33 고객의 클레임은 하늘이 준 기회이다 / 34 불가능할 때는 확실하게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 35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지표는 자기자본 비율이다 / 36 리더가 필사적이지 않으면 개혁을 실행할 수 없다 / 37 100가지 말보다는 한 가지 실적이 중요하다 / 38 미국의 기준이 곧 세계의 기준은 아니다 / 39 성실하고 신뢰받는 인품을 가진 인물이 경영자가 돼야 한다 / 40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경우 핵심 멤버의 의견을 반드시 참고하라 / 41 전임자의 ‘좋은 경영’을 계승한 뒤 자신이 생각한 정책을 쌓아간다 / 42 진정으로 이익을 내고 싶다면 고객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PART 3 리스크와 성장
43 몸으로 체득한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 44 사업을 추진할 때 국가 리스크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 45 재고는 없애고 부채는 줄인다 / 46 유행에 따르지 않고 본업에 집중한다 / 47 전통 산업에도 ‘화수분’이 있다 / 48 경영자를 질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 49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준비하라 / 50 강풍이 불 때 강한 풀을 안다 / 51 불황기는 경영자의 역량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52 ‘경기가 나쁠 때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 53 매일 시황을 상세하게 보면 경영 과제가 명확해진다 / 54 조령모개(朝令暮改)형 경영자가 오히려 낫다 / 55 자기자본을 사업에 투자했기에 성장이 가능했다 / 56 회사는 부채로 망한다 / 57 영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 58 안이한 방법을 버리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 59 품질을 유지하고 납기를 준수해야 적정 가격에 팔 수 있다 / 60 납기 준수와 공급 안정은 고객 신뢰 확보의 기본이다 / 61 나의 목표는 세계 제일뿐만 아니라 늘 나아지는 것이다 / 62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시에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마라 / 63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도 냉정히 판단하고,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다 / 64 시황이 나쁠 때야말로 경영자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이다 / 65 풀생산으로 만든 제품을 전량 판매한다 / 66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은 불가능하다
PART 4 인재의 활용
67 사업이 번창해야 고용도 유지된다 / 68 꼭 필요한 사람 외에는 처음부터 채용하지 않는다 / 69 진짜 인재 육성 방법은 스스로 해결하고 성장해가도록 하는 것이다 / 70 사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라 / 71 보고서에는 업무 관계자들을 반드시 명기하도록 한다 / 72 경영자는 실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 73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 큰일을 이룬다 / 74 칭찬하지 않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 75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험하다 / 76 간부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실적이다 / 77 잘못된 교육이나 부서 배치는 인재를 썩히는 일이다 / 78 경영자는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 79 성과를 올린 핵심 인재에게는 반드시 보상한다 / 80 경직된 사고를 버리고 유연하게 생각하라 / 81 머리를 항상 풀가동하려면 충분히 자야 한다 / 82 장래의 손실을 걱정하라 / 83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갑절의 업무를 주어 육성한다 / 84 사원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 85 경영도 건강관리도 기본은 같다 / 86 건강상 이상을 느낄 때 바로 상담 가능한 주치의를 만들어라 / 87 자동화된 공장은 인간에게 유익하다 / 88 일본은 고도의 지능집단ㆍ기술 집단이 돼야 한다
PART 5 인생과 만남
89 나는 어려서부터 우등생은 아니었다 / 90 혹독한 일을 체험했기에 확신을 갖고 실행할 수 있게 됐다 / 91 제조업에 대한 동경심이 회사 전직의 계기가 됐다 / 92 긴장을 풀고 즐기는 자세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 / 93 10대들과 경쟁해보았다 / 94 사치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 95 사심 없는 사람의 각오와 기백은 국경을 넘어 통한다 / 96 경영은 경영서가 아닌 실천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 97 자유롭게 업무를 즐기는 마음을 유지하라 / 98 인생의 위기 때마다 젊어서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지켜주셨다 / 99 젊은이의 능력은 무한하다 / 100 세계를 향해 웅비하라
감사의 말
경제 성공철학 100가지 비법
가나가와 치히로 지음
중앙경제평론가 / 2018년 9월 / 268쪽 / 18,000원
PART 1 조직의 기본
나만의 담력으로 세계와 경쟁했다
1973년, 신에츠화학은 미국 텍사스 주에 PVC의 제조 및 판매를 위한 합병회사를 세웠다. 미국 회사 로빈텍과 50%씩 출자한 신텍이다. 사장에 로빈텍의 CEO인 브래드 코벳 씨가 취임하고, 나는 부사장이 됐다. 당시 로빈텍은 나도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대단했다. 수도관 등에 사용하는 PVC 파이프 메이커였던 이 회사는 새로운 공장을 계속 만들었다.
그는 투자에 있어서도 눈에 띄는 것을 좋아했다. 급기야 미국 메이저리그의 텍사스 레인저스를 매수하겠다고 하며 신텍에도 출자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나는 스포츠팀의 경영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텍의 본업과도 관계가 없기에 내심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빈텍은 신텍의 모회사이며, 동시에 최대 고객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출자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이 대담하게 행동하던 코벳 씨가 나 자신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생각됐다. 그러나 코벳 씨의 힘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신텍이 정작 조업을 시작했을 때 운 나쁘게도 PVC 가격이 급락했다. PVC 파이프의 대기업으로 알려진 로빈텍의 경영도 급속히 악화돼갔다. 로빈텍은 신텍의 대형 고객으로, PVC를 대량 구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빈텍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신텍으로의 PVC 대금 결제도 막혔다.
자금난에 봉착한 로빈텍은 1975년, 보유 중인 신텍의 주식 매각에 나섰다. 로빈텍은 신에츠화학 측에 신텍의 주식 50%를 매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로빈텍이 제시한 금액은 당사가 예상한 금액의 2배에 가까워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협상 상대인 코벳 씨는 가격과 관련해 좀처럼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코벳 씨가 협상 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날 오후 신에츠화학의 신텍 보유 지분을 매수하겠다며 매수 자금을 송금하고, 이것으로 협상을 중단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주식을 팔고자 했던 측에서 갑자기 주식을 매수하겠다며 자금을 송금하는지 의아했지만 곧바로 의도를 알게 되었다. 신에츠화학이 신텍의 주식을 싸다고 평가한다면, 거꾸로 로빈텍에서 신에츠화학이 보유한 신텍의 지분 50%를 매수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흥정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쌓은 사업 경험을 토대로 어떠한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담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해 신텍의 주식을 신에츠화학이 취득했다. 이후 신텍은 세계 최대 PVC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경영에 임한다
1976년, 신에츠화학은 신텍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신텍을 설립할 당시 로빈텍은 미국 내 메이저리그 구단주였고, 회사 전용 비행기를 2대씩이나 보유할 정도로 사세가 절정기였다. 이런 로빈텍이 신텍의 주식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후 PVC 가격이 급등했고, 로빈텍은 확대 노선을 이어갔다. 그러나 다음 해 중반부터 PVC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로빈텍의 경영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신텍의 주식을 내놓은 후 경영이 한층 더 악화된 로빈텍은 결국 파산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기세등등했던 회사가 파산했다는 뉴스를 듣고 나의 머릿속에는 『헤이케 이야기(헤이케의 번영과 몰락을 묘사한 13세기 일본 문학 작품)』의 1절이 떠올랐다.
기원정사의 종소리, 제행무상의 메아리였네.
사라쌍수의 꽃빛, 성자필쇠의 이유였고,
교만한 자 오래가지 못하듯, 단지 봄밤의 꿈이었다.
맹수도 결국은 노쇠하듯, 그저 바람 앞에 먼지와 같다.
경영 판단을 잘못하여 결국 도산한 로빈텍은 내게 귀중한 반면교사가 됐다. 이후 나는 동양의 정신을 잃지 않고,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경영에 임하고 있다.
본업의 노하우가 발휘되지 않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
1990년, 내가 신에츠화학의 사장으로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야기이다. 후쿠이 현의 다케미공장 근처에 비즈니스호텔을 건설하자는 계획이 올라왔다. 예산은 80억 엔이었다. 담당자에 따르면 나를 제외한 임원 전부가 찬성했던 안건이었다. 거품경제의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땅만 사도 돈을 번다’는 시류에 놀아온 꼴이었다. 비즈니스호텔에서 근무할 직원은 신에츠화학의 공장 직원 중 정년이 가까워진 직원을 고려중이라고 업무 추진 담당자들은 설명했다. 즉, 고용 대책도 겸한 계획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나 또한 고용 대책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제까지 회사에 몸 바쳐 일해 왔던 직원의 정년 후 고용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업으로서는 정말 잘못된 일이다. 사업은 내재된 논리에 따라 검토하고, 진행해야만 한다. 따라서 나는 순수하게 ‘이것이 과연 가능한 사업일까’라는 관점에서 비즈니스호텔 건설 계획을 검토했다. 무엇보다도 본업의 노하우가 발휘되지 않는 영역이고, 입지도 나쁘다면 계획은 반드시 실패한다. 혹 나의 판단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팔레스호텔의 전무로 근무했던 대학교 선배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신에츠화학이 지방에 호텔을 세울 경우 메리트가 전혀 없다고 조언해주었다.
결국 나는 계획을 반려했다. 만일 그때 계획을 승인했더라면 결국은 호텔을 폐쇄해야 할 처지가 되어 수백억 엔의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회사 내의 인사부서는 회사의 본질인 사업의 수익성보다 고용 대책을 중시하는 논리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용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사업’이라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한다.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하면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경영자는 ‘잘못하면 끝장이다’라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 만약 ‘실패도 공부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이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몸을 사리며 일하는 사람만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경영자의 업무는 늘 실전이고, 지면 끝장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지금 살아있는 것은 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 또한 이러한 기개로 지금까지 일해 왔다.
‘잘못하면 끝장이다’라는 기개는 어디까지나 경영자 본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즉, 경영자가 부하에게 “잘못하면 끝장난다는 각오로 일하세요.” 등의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훈계로 해야 할 말을 부하를 위협하는 말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나도 부하에게 이런 말을 쓰는 일은 결코 없다. “(이러한) 투자를 하고자 합니다”라고 제안해온 부하에게 “실패한다면 끝장이다”라고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하의 제안에 ‘허락 사인’을 지시한 이상, 끝장날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은 경영자인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왔다.
만일 부하에게 “실패하면 끝장이다”라고 말한다면 도리어 커다란 실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 어쩌면 부하는 실패를 두려워하여 실수를 은폐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사내에는 은폐체질이 만연하게 된다. 머지않아 그러한 은폐는 드러나게 될 것이고 회사는 사회적으로 크나큰 제제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사업부장이나 자회사의 사장이 자기 마음대로 목표를 분담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 나아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용서하지 않겠다” 등의 질책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회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도리어 문제는 악화되고 회사 전체에 불이익을 가져온다. 책임을 떠맡는 것은 어디까지나 경영자의 일이다.
PART 2 경영의 본질
경영은 시황을 보는 눈과 속도가 결정한다
경영은 시황을 보는 눈과 속도가 필수적이다. 신에츠화학이 주력으로 하는 PVC 사업에 있어 시황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여러 가지 ‘동향’을 매일 빠짐없이 관찰하면서 PVC의 시황 변동을 읽어왔다. 예를 들면, 어느 고객에게 월초부터 매일 균등하게 출하하고 있는 경우를 보자. 그 고객으로부터 “매일 균등하게 출하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월말에 모아서 출하해주기를 원한다”라는 요청이 왔다. 이는 바야흐로 나쁜 징조라 할 수 있다. 수요가 줄어들면 고객사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월말까지 PVC의 인수를 연기한다.
거꾸로 월말이 아니라 월초에 출하를 늘려달라고 하면, 이것은 시황이 호전하는 좋은 징후라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지면 고객사는 빠르게 PVC 제품 인수를 원하기 때문에 월초 출하가 증가한다. 고객사로부터의 주문 취소나 일정 조정 통보가 한 건이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 중대한 징후가 된다. 한 건이라도 놓쳐버리고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는 시황이 크게 변동하고, 그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나는 이처럼 매일의 출하 움직임 등을 참고하면서 시황을 분석해왔다. 수요가 증가하면 생산설비의 증설을 검토하고, 거꾸로 수요가 떨어질 때는 단지 생산량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팔지를 생각한다.
경영에 있어서 시황을 보는 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스피드’다. 스피드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호기를 놓치지 않는 결단과 그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각오, 그리고 발 빠른 업무 집행이다. 예를 들어, 나는 1998년에 광파이버의 소재인 석영 합성물의 붐이 오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판매 방법부터 시작해 사업 방식을 전부 변경하도록 했다. 그때까지 미국에는 5~6명의 영업 담당자를 두고 있었지만, 담당자 중 한 명의 미국인으로 대신하게 했다. 새로운 담당자를 단기간에 훈련시켜 영업하도록 한 결과, 얻게 된 정보의 양과 속도가 이전의 10배나 되었다. 더욱이 2000년의 IT붐 때는 수요 증가에 대응해 긴급회의를 소집, 2백 수십억 엔의 신공장 건설을 바로 결정했다.
태평양전쟁 개전 이래, 일본은 비교적 우위에서 전쟁을 치루고 있어 공격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과달카날전투에서의 패배로 분위기는 완전히 전환되어 수세에 몰리게 되어 그대로 패전으로 이어졌다. 일설에 의하면 과달카날 비행장 건설의 지연이 일본군 궤멸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사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기회를 놓치면 실패한다. “과달카날을 기억하라”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관계자들이 노력한 결과 불과 6개월 만에 신공장의 일부가 완성되었다. 공급체계가 발 빠르게 정비된 덕분에 합성물 사업에서는 3년 반 만에 투자액의 2배에 해당하는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시장가에 파는 것이 가장 좋은 영업이다
영업의 기본은 신용이다. 나는 언제나 사원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남을 계략에 빠뜨리는 것은 영업이 아니다. 그러한 짓을 해서 한 번은 성공할 수 있어도 중요한 신용은 결정적으로 잃게 된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더 이상 거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소중한 신용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안이한 술책에 빠지는 것을 피하라.” 상대에게 손해를 입혀도 어쨌든 자신이 이득을 얻으면 상관없다는 불성실한 태도로는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내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계속해나가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성실한 영업은 어떠한 것일까. 이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제품의 가격을 책정할 때라고 본다. 영업하는 쪽의 이해만을 생각한다면 판매가를 높게 책정할수록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로 판매를 하면 머지않아 고객도 비싸게 샀다고 알아차린다. 한 번이라도 그러한 경험을 했다면, 두 번은 그곳에서 사지 않는다. 한마디로 고객들로부터 신용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가보다 싸게 파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싸게 판다면 고객은 기뻐하겠지만 회사는 큰 손해를 본다. 저가 판매로 회사가 기울어져 가면 이익은커녕 본전마저도 까먹는다. 시세보다 싸게 파는 영업은 결코 좋은 영업이라 할 수 없다. 고객에게 시세에 맞게 파는 것이 좋은 영업맨의 조건이다.
비즈니스의 성공은 신용에 있다. 신용이라는 것은 상대의 이익도 고려하여 공정하게 거래할 때 생겨난다. 비즈니스는 오늘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돈벌이에 빠지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업해야만 한다. 고객의 신용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성실하게 영업을 하는 회사야말로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다. 한층 더 신용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일상의 성실한 영업은 물론이고, 고객이 어려울 때 도우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객의 클레임은 하늘이 준 기회이다
기업에 있어서 클레임(고객 불만)은 하늘이 준 기회이다. 클레임에 성실하게 임해 진지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 좋은 회사는 클레임을 활용한다. 자사에 책임이 있다면 성실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게 하면 고객사와의 사이에 한층 굳건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클레임에 성실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 신에츠화학은 고객 불만에 성실하고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 불성실하게 대응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객이 지적했다는 것은 거기에 어떠한 형태로든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클레임에는 정면 대응해야 한다. 영업뿐만 아니라 제조, 개발도 항상 고객의 시점에서 일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부서의 직원들에게도 고객들과 실제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의견을 듣도록 촉구하고 있다. 사용하는 사람의 의견을 경청할 경우 어떠한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당사 제품의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쁜지를 알게 된다. 고객의 의견을 듣고 이해해야만 고객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클레임이라는 ‘신의 목소리’가 베풀어준 기회를 잡을지 놓칠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클레임에 맞서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야말로 기업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자세다. 물론 클레임 중에는 확실히 불합리한 점도 있다. 그럴 때 ‘고객은 신’이라는 생각으로, 그 불합리를 한결같이 감내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고객중심주의’는 불합리를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강한 존재라 하더라도 만일 잘못이 있다면, 분명하게 지적하고 실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회사를 지켜내야 할 때는 정정당당하게 다툴 필요가 있다. 동시에 불합리한 클레임과 싸우면서 장기간 거래가 가능한 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을 알게 된다. 자신이 갑이라는 입장을 이용하여 “우리는 나쁘지 않아.”라고 하며 불합리한 클레임을 걸어오는 상대와는 장기 거래가 불가능하다.
내가 이러한 클레임 대응에 역량을 쏟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에츠화학에 입사하기 전에 종합상사에서 12년간 근무했지만, 상사에서는 본인이 직접 물건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클레임을 받을 때마다 사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메이커가 클레임을 받는다면 바로 직접 품질 개선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클레임 대응은 메이커에게 있어 자신의 제품의 품질을 보다 좋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지표는 자기자본 비율이다
기업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은 경영자의 커다란 책무이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장기적인 관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시적,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의 절대액을 늘리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을 실현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일반적으로 경영지표로는 이익률을 필두로 각종 수익률 지표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우리 회사도 이익률을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익률에 휘둘리게 되면 경영이 크게 왜곡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사업에 투자해 이익을 높이고, 거기에 또다시 투자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투자를 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은 이익의 절대액으로부터 생겨난다. 신에츠화학은 스스로 벌어들인 이익을 자기자본으로 삼아 대형투자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이익의 절대액을 증가시켜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가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경영지표는 자기자본 비율이다. 이는 신에츠화학 입사 전 종합상사에서 채권 회수 업무를 하고 있을 당시 ‘회사는 부채로 망한다’라는 경험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내가 사장으로 취임한 1990년 당시, 신에츠화학의 자기자본 비율은 38%였다. 이후 무차입 경영을 계속한 결과, 2017년에는 83%까지 올라갔다.
또한 배당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립, 사업수익 확대와 기업체질 강화에 주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 노력의 성과를 주주에게 적정하게 환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에 걸쳐 안정적인 배당을 지속하는 것이 주주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경영지표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원점은 주주에게 진정한 의미로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PART 3 리스크와 성장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준비하라
경영자에게는 여러 차례 계속해서 위기가 다가온다. 한 가지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그것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다음번에 위기가 다가올 것을 가정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생각으로 나는 늘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실행하고 있다.
2008년에 있었던 글로벌 금융 위기로 당시 나의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효과를 발휘했다. 그때까지 신에츠화학은 13기 연속해서 최고 이익을 경신하는 호황기였지만 결코 들뜨지 않고 위기에 대비했다. 연속 최고 이익 경신은 멈췄지만 이러한 대책이 주효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한 번도 적자 전환 없이 1천억 엔이 넘는 이익을 계속 낼 수 있었다. 평상시 미리 위기를 준비해왔던 덕분에 금융위기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금융 위기의 여파로 인한 불황으로부터 일본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한 2011년에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여파로 신에츠화학도 이바라키 현과 후쿠시마 현의 공장들의 조업이 중단됐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일본대지진 같은 커다란 위기가 차례로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위기는 갑자기, 그리고 몇 번이라도 엄습해온다. 따라서 경영자는 절정기에 있다 해도 항상 준비하고 위기에 맞서야 한다. 여러 가지 위기 중에서도 특히 동일본대지진 같은 천재는 언제 닥쳐올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천재이기 때문에…….”라는 변명은 하지 말고 평상시에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천재를 비롯하여 변화가 극심한 현대 사회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이야말로 경영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해두지 않으면 산 정상에서 계곡 밑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라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냉엄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안이한 방법을 버리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기업 입장에서 고려해야 하는 리스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러한 리스크 중에서 해외사업을 확대할 경우 특히 두 가지 리스크를 가슴에 새겨둬야 한다. 첫 번째 리스크는 ‘국가 리스크’이다. 이것은 정국이 불안한 나라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리스크이다. 순수한 비즈니스상의 리스크가 아니라 정치적인 리스크이다. 예를 들어, 해당국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정책이 갑자기 180도 변해 기존까지의 비즈니스 방식이 장애가 되어 버리는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혁명 등이 일어나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실제로 신에츠화학도 중남미 니카라과에서 사업을 하던 합작회사가 국가 리스크에 직면했다. 갑작스런 혁명 발생으로 회사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사원들의 전원 철수를 단행했다. 이러한 국가 리스크는 결코 기업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답습해서는 안 될 리스크이다.
두 번째로, 기업이 어쩔 수 없이 거쳐야만 하는 리스크도 있다. 바로 ‘커머셜 리스크’이다. 이것은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경쟁이 심한 나라 특유의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한 비즈니스상 리스크로, ‘경쟁에 시달리는’ 리스크이다. 자유경쟁의 대표 격인 미국이 전형적인 예다. 커머셜 리스크가 큰 나라에서는 무책임한 경영이 통용되지 않는다. 커머셜 리스크가 큰 나라에서 사업할 때는 국가 리스크를 고민할 것 없이 스스로의 수완으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사업가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커머셜 리스크를 택해 성공을 쟁취해야 한다. 나 또한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도전을 계속해왔다.
1974년, 신에츠화학이 미국에 설립한 신텍의 공장이 조업을 개시했다. 사업 초기 경쟁이 심한 미국의 PVC 시장에서 생산능력 기준으로 13위를 차지하는 작은 규모의 회사였다. 사내에서는 신텍의 투자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해외 PVC 사업 책임자였던 나는 결국 ‘좁은 문’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회사 구성원들을 설득했다.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커다란 시장이 있는 미국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국 시장 도전에 따르는 커머셜 리스크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마침내 당시 사장이었던 오다기리 씨가 신텍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고, 신텍 만의 합리적이고 강한 경영체질을 만들어나갔다.
편안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반대로 위험을 높이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해 유망한 신규 고객을 발굴해가는 것이다. 기존 고객과의 관계에 안주하지 말고, 오히려 ‘좁은 문’으로 들어가 고객사를 넓혀간다. 그렇게 해서 획득한 고객이 몇 년 내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역시 기업은 ‘좁은 문’을 뚫고 나아가야만 크게 성장할 수 있다.
PART 4 인재의 활용
사업이 번창해야 고용도 유지된다
1980년대에 나는 오다기리 신타로 사장의 지시로 일본 내 PVC 사업 재건에 들어갔다. 그중에는 공장 폐쇄도 포함돼 있었다. 대상이었던 곳은 야마구치 현의 난요우공장으로, 이 공장은 생산능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입지 또한 좋지 않았다. 한마디로 생산 운영상의 메리트를 상실한 곳이었다. 이곳의 설비를 폐기하고, 공장을 폐쇄한 뒤 이바라키 현의 가시마 공장과 생산거점을 통합하고자 했다. 하지만 하나의 공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계돼 있다. 당연히 공장 폐쇄 과정에서 여러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먼저 과거 난요우공장의 설립과 연관된 간부로부터 강한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고용 확보의 관점에서 인원 정리로 이어질 수 있는 공장 폐쇄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고용 유지가 최우선 과제인 노동조합으로부터도 “고용 준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런 강한 반발에도 나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PVC 사업의 재건을 위해서는 공장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용을 경시했던 것은 아니었다. “고용을 유지하라.”는 슬로건만을 내세울 뿐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전혀 의미가 없다. 따라서 공장 폐쇄와 관련된 고용에 대해선 최대한 배려하고 직원의 다음 직장을 확보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그 계획 덕분에 난요우공장이 폐쇄된 뒤 그곳의 거의 모든 직원을 가시마공장 등으로 배치하는 것이 가능했다. 해고도 희망퇴직도 없이 결과적으로 고용을 유지했던 것이다. 반대 목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강한 신념으로 단행한 공장 폐쇄 등의 쇄신책에 따라 적자가 쌓이던 일본 내 PVC 사업이 급속도로 재건됐고, 재건 작업 개시 1년 반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경영자는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나는 합리적이고 속도감 있는 경영을 지향한다. 연공서열이나 파벌주의 등 일본 특유의 비합리적인 관행은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 기업 경영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합리적인 것과 냉정함은 같은 것이 아니다. 경영자에게 따뜻한 마음이 없다면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마음이 냉정한 사람은 부하를 꾸짖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대신 성장시키려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부하가 실수했을 때 말없이 갑작스런 인사 조치 등을 통해 제재를 가한다. 냉정한 사람은 부하를 꾸짖는 일이 불가능하다. 미국에는 이러한 경영자가 있는 듯하다.
예전에 나는 이러한 경영자 중 한 사람에게 “당신의 신체를 자르면 푸른 피가 흐른다. 그러나 나의 신체를 자르면 붉은 피가 흐른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상대방은 화를 냈다. 그렇지만 미국에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싶을 만큼 마음이 차가운 경영자들이 꽤 있다. 나는 부하가 실수를 하면, 본인 스스로 알아차리고 개선할 수 있도록 꾸짖는다. 그것이 경영자에게 필요한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몇 번씩 똑같은 내용으로 꾸짖어도 개선이 불가능한 사람이라면, 인사 조치로 엄중하게 대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때에도 결코 제재의 목적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재기할 수 있도록 마음을 쓰고 있다. 한번 고용한 이상 되도록 그 사람을 끝까지 돌봐주고 싶기 때문이다. ‘귀수불심(鬼手佛心, 귀신같은 솜씨에 부처님의 마음)’이라는 말이 있다. 합리적 판단을 내릴 때에도 ‘부처님 마음’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는 교훈이다. 냉정한 사람에게는 부하가 따르지 않고, 고객도 다가오지 않는다. 합리성의 뒷면에는 늘 부처의 마음을 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고도의 지능집단ㆍ기술 집단이 돼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 단위가 아닌 일본 국가 전체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외람되지만 사견임을 전제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은 세계의 소수 정예 집단이 되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나 역시 신에츠화학을 경영할 때 ‘소수정예주의’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왔다.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산업에 있어서 일본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쟁 관계에 있다. 그러나 인건비를 고려하면 일본이 이길 승산은 없다. 공장부지의 단가나 전기료 등을 감안하면 일본이 한층 더 불리해진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산업은 이미 일본에서 해외로 생산거점이 이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산업에만 의존한다면 일본의 산업은 더 빠른 속도로 공동화가 진행되고, 국가 또한 쇠퇴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나라들보다도 현격히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일본은 생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일본은 고도의 지능집단ㆍ기술집단이 돼야 한다. 고도의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해 특허와 수준 높은 노하우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면 값싼 해외 제품과는 다른 차원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일본을 고도의 지능집단ㆍ기술집단으로 만들기 위해선 교육을 충실히 하는 게 기본이다. 또 민간기업의 활동을 더욱 자유롭게 하여 창의적인 사업 전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인세 감면이나 에너지 비용 삭감, 공장 설립 등의 절차나 규제를 개혁하는 대담한 정책이 필요하다.
PART 5 인생과 만남
혹독한 일을 체험했기에 확신을 갖고 실행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주식투자에 빠졌다. 고등학교 시절 선배였던 증권맨에게 기초 지식을 배웠다. 가격 변동이 큰 투기 매매에도 손을 댔다. 나는 월급의 5~10배에 달하는 주식을 상시 보유할 만큼 투자에 열중했다. 기업 실적 연구에 몰두하며 책을 읽고 주식을 공부했다. 연구를 열심히 한 결과 주식투자는 4~5년간 계속해서 이익을 냈다. 나는 완전히 공중에 붕 뜬 기분이었다. 주위 사람들도 “상승장군”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렇지만 주식투자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승부에서 이긴다 해도 나머지 승부에서 큰 실패를 한다면 그때까지의 모든 이익이 한순간에 없어진다. 나도 그때까지 투자한 종목의 80%에 대해 승리하였으나 나머지 20%에서 커다란 실패를 했다. 결국 4~5년 걸려 번 돈을 단 1~2개월의 실패로 모두 잃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다시는 주식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신에츠화학에서도 본업 이외의 머니게임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젊은 시절 주식투자로 심각한 손해를 보고 투기의 공포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실한 체험이 있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를 향해 웅비하라
지금까지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이 갖고 있던 ‘해외를 향해 웅비하고 싶다’는 기개가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내가 존경하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관의 휘호에는 “일약웅비의 5대주”라는 말이 적혀 있다.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은 세계를 향해 나가고자 하는 패기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몇 번의 전쟁을 거쳐 태평양전쟁에 돌입, 패전했다. 전쟁에서 패한 뒤 과거의 패기도 한순간에 위축했다. 세계를 향해 날아가겠다는 기개도 상실했다. 그러나 나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어쩌면 패전이라는 사건이 나를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쟁 당시 고등학생이어서 참전하지 못했지만, 오카야마의 제6고등학교(현 오카야마대학) 기숙사에 있을 때 공습을 받았다. 기숙사가 다 타버려 조선 경성(현재 서울)의 본가로 귀성할 때는 기뢰를 피해 가면서 현해탄을 건넜다. 항해하는 선상에서 공습을 받을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당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빠져나왔던 체험으로 확실히 담력이 커졌다. 그 덕분에 사업에 있어서도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패전이 나에게 준 또 다른 영향은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이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쟁에서 너무도 비참하게 패배했다. 때문에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마음속 어딘가에 담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전쟁을 한 번 더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사업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생각에서 세계를 무대로 사업으로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됐다. 실제로 해외로 웅비하며 ‘늘 전쟁터’와 같은 세상에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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