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이스라엘 슈무엘 요세프 아그논] 이도와 에남

by Casey,Riley 2023. 2. 10.
반응형

    이도와 에남
    <아그논 작>

      1
  게르하르트.그라이펜바흐와 그의 처 게르다는 두 사람 다 나의 좋은
친구로, 외국 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국내에서의 피로를 좀 풀
겸 외국에 사는 친척을 찾아 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작별 인사차
그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은 뭔가 걱정거리가 있는 듯 했다. 나로서는
그러한 일이 운에 이상하게 비쳐졌다. 원래 두 사람 다 규모있는 생활을
했고, 수입도 상당히 좋은데다가 부부 사이도 좋았고, 무슨 일이든지 신중히
생각해 보기 전에는 절대로 시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여행가기로
결심한 이상 틀림없이 여러 가지 난관과,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해서도
적절히 매듭이 지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처럼 언짢은 표정으로
마음을 조리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함께 차를 마시면서 그들이 방문하려 하는 여러 나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방문할 나라의 수는 많지 않다. 세계대전 이래로
세계가 우리에게서 문을 닫았고, 보통 여행자에게까지도 문호를 여는
나라의 수는 줄어들었다. 문호를 봉쇄하지 않은 나라들까지도 외국에서
오는 방문객들을 바로 환영하지를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행자가 좀더
요령껏 처신만 잘한다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지는 많았다.
  우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들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러 가지 원인을 추측해 보았지만 혁신적인 근거를 발견 할 수가
없었다. 이 두 사람이 다 내 친구들인데, 하고 나는 혼자 생각해 보았다.
사실 나는 그들 가족의 한 사람이나 다를 바 없었다. 1929년의 난리로 아랍
사람들이 우리 집을 파괴해서 내가 내 몸을 의지할 곳 없었을때
그라이펜바흐 부부는 나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밝을 때 읍내로
갔다가 영국 사람들이 예고 없이 내린 통행 금지령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면 나는 그들 집에서 며칠 밤 신세를 지곤 하였었다. 그들이 그처럼
근심 걱정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 까닭을 물어 보아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어떻게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할지 알 수 없어 약간 난처했다. 나는
그라이펜바흐 부인이 방구석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뭔가 재미있는 것을, 이것을 훗날 다시 대했을 때 알아볼 수 있도록
그 인상을 자기 마음 속에 똑똑히 새겨 두려고 곰곰이 쳐다보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앞을 응시하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여행길을 나서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죠. 다만 내가 바라마지 않는 것은 우리가 집에 돌아 왔을 때
누군가가 우릴 내쫓지 않았으면 하는 것과, 우리가 없는 새에 불법으로
집을 침입한 사람들을 이끌고 재판소로 가지 않게 해 달라는 것 뿐입니다."
  그라이펜바흐가 게르다의 말을 이어받았다.
  "시절이 하도 어려워져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집까지도 안심하고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신문을 펴 보면 제각기 자기 집이 침입당했다는 기사뿐이고,
시장에 나가 보아도 이 사람네, 또는 저 사람네도 하며 집이 침입당했다는
얘기뿐이야. 산보를 나가려 해도 자기가 없는 새에 도둑을 맞을까 봐
두려워서 나가길 꺼려하게 돼. 이러고 보면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더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우리 집이 읍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다른 집과는 외톨로 동떨어져 있으니까 말이야. 방 하는 기나트
박사에게 세를 주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거의
없으니 그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단 말이야. 그러니 우리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집이 텅 비게 될 게 아닌가 말이야."
  그 사람의 이름을 듣자 내 가슴은 뛰었다. 그라이펜바흐 부부들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기나트를 마치 실존 인물처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기나트라는 이름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래로 오늘날까지 나는 그를
실제로 안다고 말하는 사람을 하나도 만나보지 못했다. 그의 저서와 관련된
것 말고는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나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 이 집에 그가 있었다니, 내가 늘 출입하는 바로 이 집에 그가
묵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나트 박사는 <이도어의 99어>라는 처녀 논문을 발표한 이후로 많은
언어학자들의 주목을 끈 바 있었다. 특히 그 뒤에 <이도어 문법>이 나온
후로는 어떠한 언어학자도 이 언어 연구에 손을 대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박사를 정말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의 <에남어의 찬가>의
발견이었다. 세계에 지금까지 그 이름조차도 알려지지 않던 언어의 어휘를
아흔 아홉 개나 발견했다는 사실만도 이만 저만이 아닌데 하물며 이
사멸했던 언어의 문법까지 펴서 냈다는 것은 위대한 업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에남어의 찬가>가 더 위대한 업적이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 시대 발단을 선사시대와 연결하는 쇠사슬을 발견하게 했을 분만
아니라 그 찬가 자체가 하나의 힘 있고 격조 높은 시였다. 그리하여 저명한
학자들이 그 찬가를 연구 대상으로 한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찬가가 에남어라는 사실을 의심했던 사람까지도 그 찬가에 대한 주석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가지 내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들 학자들이 모두 다 에남족의 제신과 사제들이 남자라고 주장한
일이었다. 학자들이 그 찬가 속에서 여자가 부르는 것 같은 노래의 음률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어찌된 일일까? 물론 내가 잘못 알았을지도
모른다. 왜냐 하면 나는 전문적인 학자가 아니라, 읽어서 즐거운 것을
맛보느라고 읽는 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라이펜바흐 부인은 내가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아도
그 까닭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에게 차를 한잔 더 부어 주고
전에 한 말을 다시 되풀이 했다. 찻잔을 쥐자 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알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점점 울려퍼지는
메아리 같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각별히 놀랄 일이
아니었다. 왜냐 하면 내가 처음으로 에남족의 찬가를 읽었던 그날부터
오늘날까지 꼭같이 그 메아리가 들려 오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유사 이래로
면면히 전해 내려오는 노랫소리의 메아리였다.
  나는 내 마음 속의 격동을 억제하고 물었다.
  "그분이 여기 계신가요?"
이렇게 물으면서도 나는 내 자신의 물음에 깜짝 놀랐다. 나는 지금껏
기나트 박사가 다녀갔다는 집에 들어가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아뇨, 아직 안 들어오셨어요."
하고 그라이펜바흐 부인이 대답했다. 아하, 이제야 똑똑히 알겠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기나트 박사가 방 하나를 세들었다고 나에게
말했으니까, 그들은 틀림없이 기나트 박사를 보았을 것이고 박사를
보았다면 박사와 물론 얘기도 해 보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들이 박사에
관한 얘기를 해 줄 수도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기나트 박사는 시끄러운
세상의 눈을 피하여 자신에 관한 일은 일체 남에게 알리지 않는 대학자이기
때문에 자주 적은 정보라 할지라도 들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뜻밖의
소득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나는 그라이펜바흐 부부에게 물었다.
  "기나트 박사에 관해서 아시는 것은 없어요?"
  "우리가 아는 거라고? 별로 없어. 아는 게 있다고 해도 그것을 가지고야
어디 안다고 하겠나."
하고 그라이펜바흐가 대답했다.
  "구문이 어떻게 해서 이 집에 세들게 됐는데?"
  "그 대답이야 간단하지. 그분이 방 하나를 세내서 그 방에 와 살고
있으니까."
하고 그라이펜바흐가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집엘 찾아왔느냐 말이야."
하고 내가 재차 물었다.
  "글쎄,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다 알고 싶다면야 얘기해
주어도 관계없지만 뭐 할만한 얘기가 되어야지."
  "그런 걱정일랑 말라구."
  "어느 여름날 오후였지. 우리 둘이 베란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데
지팡이와 베낭을 등에 짊어 진 사람이 올라와서 방을 하나 세들수
있겠느냐고 묻질 않겠나. 우리가 어디 방을 세놓고 사는 사람인가? 그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내 마음에 썩 들지도 않았지만 어쩐지 그에게 방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 한편 내가 생각해 보니까 수년째 쓰지 않고 비어
있는 방이 하나 있었거든 우리는 그방을 쓸 일이 없고, 또 그 방엔 출입문,
목욕탕 등등이 다 다로 붙어 있어서, 돈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한적한
마을에 와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한 번 친절을 베푸는 셈치면 빌려 줄
만한 방은 되지. 또 보아하니 고요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 같기도 했고, 이
친구가 하는 말이 <폐도 많이 끼치지 않겠읍니다. 나는 여행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 예루살렘을 찾아온 까닭은 다음 여행을 떠날 때까지 잠깐 쉬러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손님도 절대 불러들이지 않겠읍니다>고 하는 거야. 그
사람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까 그에게 방을 빌려 주는 일이 좋은 일
같더군. 그가 말한 이유 대문이 아니라 이젠 내가 오히려 그를 좋아하게
되었어. 사실 나는 첫눈에 그가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 나
자신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어서 게르다 쪽을 넘겨다 보니까 지기도 그를
동거인으로 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눈치 같기에 나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지. <네, 좋습니다. 방을 드리죠. 한가지, 우리에게 서어비스나 기타
아무 것도 기대하진 마십시오. 침대 하나, 테이블 하나, 의자 하나, 그리고
램프 하나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읍니다. 그리고 세는 암만입니다> 그러자
그는 돈을 꺼내 일년치 방세를 한꺼번에 지불하고는 그 뒤로 계약 조건을
위반함이 없이 잘 지키며 그 이상 아무 요구도 하지 않았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야. 그 밖에 신문의 금요판 부록에 실린 그분에 관한
기사는 물론 다 읽었을 것이고, 그 분의 ,찬가>도 다 읽어 보았겠지. 나도
여기저기 찔끔 읽어는 보았지만 아직도 그 찬가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모르겠어. 나도 내 전문이 아닌 것에 관해서는 좀처럼 내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이런 말은 할 수 있겠지. 즉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발견이
알려지면,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발견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결국 잊혀지고 마는 거야. 그 사이에 또 다른 신발견이
나오게 되는 것이니까. 말하자면 기나트 박사의 발견이라는 것도 또한 그
예외는 아니겠지."
  나는 이러한 그의 의견을 무시하고 기나트 박사 자신에 관한 문제로
말머리를 돌렸다.
  "부인께서도 좀 더 말해 주실 수 있을 텐데."
  그라이펜바흐 부인은 자기가 사실을 알지 못하는데 알고 있는 것으로
내가 믿고 있다는 듯한 시선을 내게 보냈다. 그녀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을
시작했다.
  "나도 지금 게르하르트가 말한 것 이상은 정말 아는게 없어요. 출입문은
따로 붙어 있으니까 우리가 청소를 해 줄 필요도 없었고, 우리 집 청소부
그라지아는 아시다시피 일은 열심히 하지만 가외 일엔 열성이 아니거든요.
기나트 박사에게 방 열쇠를 넘겨준 뒤로 나는 그방에 들어가 본 일도 없고
그를 한 번 본 일조차 없어요. 하룻밤만을 여기서 쉬고 나서는 그 후로
몇달씩을 돌아오지 않았어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나서 그라이펜바흐 부인은 다시 계속하고 있는
여행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였는데 그 말 도중에 불평마저 곁들여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 집 셋방 손님한테 온통 정신이 팔려서 우리들 얘기엔
귀도 기울이지 않으시는군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럴는지도 모르지요."
내가 대답했다.
  "그럴는지 모른다고 하지 마시고 정말 그렇다고 솔직이 말씀하세요."
  "부인 말씀을 내가 부인하겠읍니까마는, 제발 기나트 박사에 관한 얘기를
좀더 들려 주십시오."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 버렸다고 얘기해 드렸지 않아요."
  "그리고 그분이 다시 돌아왔다고도 말씀하셨지요? 그럼 돌아와서는
무엇을 했읍니까?"
  "무엇을 하다니요? 방문을 닫고 들어가 있었지요. 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말이죠?"
  "그래이프에 피라밋을 그렸을지도 모르고 파우스트의 제 3부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무엇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나는 그녀를 얼마 동안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나를 탐정으로 만들려 드시는군요."
  "그런 생각은 없읍니다. 기나트 박사에 관한 얘기를 더 듣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벌써 얘기해 드렸지요. 그분한테 열쇠를 내준 뒤로는 말 한 마디 건네
보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그가 돌아와서는 무엇을 하지도 않았읍니까?"
  "글쎄, 돌아와서는 아까 내가 말한 일들 중에 하나를 했겠죠. 어떤
일인지는 그 이상 알아보려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라이펜바흐가 그녀를 두둔해서 한 마디 했다.
  "게르다는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미덕이 없는 여자야. 호기심이라는
미덕이 전혀 없으니까."
  게르다는 자기의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을 남편의 털북숭이 손에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
  "우리 둘이 가질 그런 미덕을 당신이 혼자 다 가지고 있으니 당신이 좀
말씀하세요."
  "내가?"
  그라이펜바흐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나도 어떻게 말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나보고 얘기해 드리란 말이죠?"
하고 게르다가 말했다.
  "기나트 박사가 여자를 하나 만들어냈다고 얘기한 것도 당신이
아니었어요?"
  그라이펜바흐는 행복한 웃음을 한참 동안 웃었다.
  "게르다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 아아? 그 시인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건 고독한 시인에 관한 전설을 두고 하는 말이지. 자기 시중을 들어 줄
여자를 만들어냈다는 얘기 말야. 혹시 그 전설을 알고 있나?"
  "그사람은 솔로몬 이븐 가비롤 선생이지요?"
하고 내가 말했다.
  "혹시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그 얘기의 마지막 부분을 말하지요. 그
소문이 퍼져서 마침내는 왕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어 왕이 그 여자를 자기
앞에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왕은 그 여자를 보자마자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왕을 돌아다 보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왕은
사람을 보내 솔로몬 이븐 가비롤을 잡아들였지요. 그가 와서 왕에게 그녀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나뭇조각을 한데 얽어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왕에게
보여 주었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이 전설이 기나트 박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그라이펜바흐 부인이 말했다.
  "어느 날 밤 게르하르트와 둘이서 괴테를 읽고 있자니까 기나트 박사의
방에서 사람 소리가 들려 오지 않겠어요. 우리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그 음성이 또다시 들려 오지 않아요. 게르하르트가 책을 내려놓고 말했죠.
<저건 여자 음성인데>처음에 우리가 놀란 것은 기나트 박사가 자기 방에
여자를 끌여들였다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여자가 사용한 언어
때문이었죠.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이상한 말이었어요. 그래 게르하르트가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죠. <틀림없이 기나트 박사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소녀를 하나 만들어 냈을거야. 그래서 지금 그 소녀가 자기 말로 박사에게
얘길 하고 있는 거야> 내가 기나트 박사에 관해서 얘기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입니다. 그 이상의 것을 알고 싶으시면 게르하르트에게 물어
보세요. 억측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그것을 마치 확실한 사람처럼
다루기를 좋아하는 성미시니까요."
  그 당시 언어의 기원을 취미로 조사하고 있었던 그라이펜바흐는 언어의
신비나 이에 관한 새로운 학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세계
학계의 선구자가 된 카발라의 저서에서 내가 배운 것을 약간 덧붙였다.
그것은 이 문제에 있어서는 학문적인 지식을 가져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라이펜바흐 부인이 우리 이야기를 가로막았다.
  "그 여자가 부르는 노래도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이상한 말이 었어요.
그 음성을 듣고 판단한다면 그 여자는 슬프고 괴로운 것 같았어요. 여보,
우리 결혼기념일 바로 다음날 아침에 그분이 선물로 준 것을 당신 어디다
두었죠? 참, 그 날 오시지 않아 퍽 섭섭했어요. 아시다시피 우리 결혼식은
참 단출한 것이었지만 10년 뒤에 결혼 기념 파아티로 그때의 허술함을 메운
거예요. 여보,. 게으름 부리지 말고 어서 일어나 기나트 박사가 준 것을
보여 드려요."
  그라이펜바흐는 자리에서 일어나 철제의 작은 상자를 열고, 묵은
담뱃잎같이 마른 누르스름한 잎을 두 장 꺼냈다. 그는 그것을 내 앞에
펴놓고 내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그의 얼굴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내가
얼만 기뻐할까 하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잠시 그
나뭇잎을 보고 나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다시 잘 봐."
라고 그가 말했다. 다시 자세히 보았으나 암호 문자라고 할 수 있는 이상한
줄과 표시 밖에는 아무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게 모두 뭐요?"
하고 나는 다시 물었다.
  그라이펜바흐가 말했다.
  "나도 기나트 박사에게 들은 얘기 밖에 몰라. 그분 말을 들으면 이게
부적이라더군. 이게 어떤 종류의 부적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수집품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고 그러더군. 그리고 이것은 그 부적의
복사품이고, 먼 나라에서 온 거래. 이 부적이 남의 집을 불법 침입하는
자들에게 효력이 없는 게 참 안타깝지."
  "기나트 박사가 자기 소유로 가지고 있는 부적 가운데에는 그런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죠."
하고 게르다가 말했다.
  그라이펜바흐는 작은 파이프에 불을 붙여 물고 마치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말없이 앉아 있었다. 얼마 안 가서 그는 파이프의 재를 털어내고
궐련을 하나 꺼내 불을 붙이고 말을 계속했다.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든 결국에 가서는 화제가 다시 집에 대한
걱정으로 되돌아오지 않는가 말이야. 가옥 불법 침입자들로 말하자면
그들에게도 할말은 있겠지. 예를 들어 한 젊은이가 전쟁이 끝나 돌아왔다고
해봐. 그에게도 잠을 잘 집이 필요할 텐데 어디 가서 집을 찾겠느냐 말이야.
남의 집을 점령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이런 이야기도 있어. 언젠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토요일 저녁에 내가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는데,
버스는 초만원이 됐는데도 손님들이 밀어 닥치니까 운전수는 컬락숀을
울리고 차를 모고 가 버렸지. 차를 못 타고 뒤에 처진 사람들은 다음
버스를 기다리느라고 서성거리지만 물론 다음 버스라는 게 그리 쉽게 올 리
없지. 예루살렘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버스는 더
적어지지. 젊은 남녀가 한쌍이 함께 기다리고 서 있었는데, 여자가 정력에
넘치는 애정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가, <균타, 우리가 결혼한 지가 벌써
일년이 넘는데 아직도 하룻밤을 우리 단 둘이 보낸 적이 없군요>하고
말하더란 말이야. 그 남자는 젊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입술을 깨물고는
슬픔과 분노로 말을 못하더군. 그들 부부는 자기들만의 집을 구하지
못한거지. 그들은 서로 떨어져서 살고 있는 거야. 집주인들은 그렇게 되면
세든 사람이 자기들 방에 진력이 나사 방을 비워 줄까 하고 서로
찾아다니지 못하게 만드는 거지. 그러는 사이에 집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가니까 세를 줄 수 있는 방의 수는 그만큼 더 줄어들 게 아냐. 그래서
세든 사람이 나가게 되면 집주인은 방세를 더 올려 받게 되는 거야. 그들
젊은 부부는 할 수 없이 카페나 유흥 장소에서 서로 만났다가는 헤어져서
서로 시내의 반대 방향으로 헤어져 자기들 방을 찾아가는 거야. 이게 다
그들이 서로 같이 살 집이 없기 때문이지. 그러니 당신도 이제는 우리가 왜
이처럼 집 걱정을 하는지 알겠지. 어느날 밤에 게르다가 날 깨우지 않겠어.
누가 우리지붕 위를 걸어다니는 것 같다고 했을 때 우리의 걱정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당신은 언제나 내 험담만 하시는구요."
하면서 부인이 말을 받았다.
  "왜 당신이 한 말은 얘기해 드리지 않아요?"
  "내가 뭐라고 했더라? 나는 전혀 기억에 없는데."
  "그럼 내가 대신 말해 드릴까요?"
  게르하르트는 너털웃음을 웃고 말았다.
  "그래 재가 하지말라면 이 친구한테 얘기하지 않겠단 말이오?"
  "그렇게 재미없는 일이라면야 내가 되풀이할 필요도 없죠."
하고 게르다가 말했다.
  "이분이 뭐라고 말씀했는지 아세요? 바로 이렇게 말했죠. <틀림없이
기나트 박사가 만들어 낸 소녀가 지붕 위를 걷고 있는 거야>"
  그라이펜바흐는 궐련을 입에서 내려놓고 다시 파이프를 들고 내게
물었다.
  "내가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믿나?"
  "게르다 부인처럼 사랑스러운 여자의 말을 누군들 안 믿겠나?"
  그라이펜바흐 부인이 웃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죠. 결혼식을 올린후 십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내
머리를 짓누르니 걱정이죠!"
하고 게르다가 말했다.
  "두 분이 결혼한 지가 벌써 십년이 됐읍니까?"
  "기나트 박사가 게르하르트에게 준 그 나뭇잎들은 정말 우리 결혼 10주년
기념 선물로 준 거예요."
하고 게르다가 말했다.
  "그래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면 아마 부적이라는건 생각도 않고
담배인 줄 알고 비벼서 벌써 피워 버렸을 거예요. 그 잎사귀에 마력이 있는
줄을 몰랐을 테니까요. 사실 말이지, 우리도 기나트 박사에게 그런 얘길
듣지 못했으면 몰랐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그 사람 말을 믿는 것은
사람이 정말 꾸밈이 없었기 때문이예요. 그건 그렇고, 내일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데 내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그 말을 깊이 생각지도 않고 게르다에게 말했다.
  "슬퍼하실 필요는 하나도 없읍니다. 집 관리는 내가 책임져 드리지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내가 와서 한 이삼일 자기로 하죠."
  그라이펜바흐는 이 제안이 기뻤던 모양이다.
  "이제야 거뜬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군요."
하고 두 사람이 말했다.
  "나한테 감사할 것은 하나도 없어요. 사실은 내가 두 분께 감사드려야
해요. 내가 계엄령에 걸린 날, 와, 자봐서 알지만 이 집은 정말 훌륭한
집이더군."
  그때에는 위임 통치당국이 갑자기 통행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시내에
나갔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변두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다가 시내에서 잠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경찰에
붙들려가 하룻밤 유치장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잡혀간 사람의
가족은 그가 어디로 없어졌는지 알 길이 없어 온갖 걱정을 다했다. 이런
이야기가 다시 우리를 억압했던 다른 포고령들을 연상시켰다. 그
포고령들이라는 것이 그 당시에는 이 나라에 있어서 마치 삶의 본질 같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통행 금지 날의 밤 이야기를 더 계속했다. 그
포고령이라는 것이 사실은 나쁘고 탄압적인 것이었지만 전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집에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로
처자식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그들은 집회니
위원회니 하여 밤에는 집을 비우게 되어 처자식들을 보살피는 일에 등한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소외시켜
버리고 마는 여러 가지 잡다한 일에 몰두하게 됐다. 공적인 회의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별로 열지 못했지만 일은 그런대로 처리되었고 만사가
다 잘 되어갔다. 또 통행 금지령이 가져온 전화위복의 또 하나의 사례는,
많은 독신자들이 집안에 들어박혀 있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주인집 딸을
사귀게 되어 그들과 결혼을 하게 된 일이었다.
  그래서 그라이펜바흐 부부와 나는 앉아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가 일어서자 그라이펜바흐는 집 열쇠를 내게 주고 모든 출입구를
하나하나 보여 주었다. 이윽고 나는 그들 부부와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2
  어느 날 해질 무렵 나는 먹을 빵과 올리브 열매를 사러 밖으로 나갔다.
내 처와 아이들은 게데타에 가서 없고 나 혼자 남아서 먹을 것을 사야
했다. 나는 빵과 올리브를 사들고 가게들 사이를 걸어갔다. 집에 가야
아무도 없고 또 하루해가 다 질 무렵에 특별히 했으면 하는 일도 없고 해서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정처없이 걸어 내 발이 내키는 대로 가다 보니
그라이펜바흐의 집이 있는 골짜기에 와 있었다. 해가 지자 예루살렘의
계곡을 찾아드는 형용할 수 없는 고요가 모든 종류의 축복과 더불어 거기에
있었다. 이 계곡들은 마치 주위의 인간 세계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것
같았다. 특히 무성한 나무들로 덮인 이 계곡이 더욱 그러했다. 나무들
사이사이로는 향기로운 바람이 이 세상의 유독한 공기 속으로 불어 왔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가서 그라이펜바흐네
집을 들러보아야지. 그리고 주머니 속에 열쇠도 가지고 있으니까 안에
들어가 보아도 상관없겠고.
  나는 집 안에 들어가 불을 켜고 이방 저방을 돌아보았다. 네 개의 방과
역시 마음에 드는 방안 가구들이 모두 다 잘 정돈되어 있어 마치 주인
마나님이 방금 손질을 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라이펜바흐 부부가 집을
떠난 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 갔다. 사실 훌륭한 주인 마나님이 있는
집은 주인이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잘 정돈되어 있게 마련이다.
  그때 나는 시장하거나 목이 마르지는 않았지만 웬일인지 피곤하기는
했다. 나는 불을 그고 창문을 열어놓고 잠시 누워 쉬기로 했다. 밤의 은밀한
곳으로부터 적막이 기어 들어와 사방에서 나를 감싸주어서 나의 온몸을
휘감는 그 고요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라이펜바흐 부부에게
한 약속도 지킬 겸 그 집에서 하룻밤을 지낼 곳을 찾아헤매지나 않을까?
그들이 잘 곳을 찾았다고 해도 그것이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겠지. 무엇
때문에 그들이 이처럼 아름답게 꾸며놓은 집을 버리고 여기저기 걸어다녀야
한단 말인가? 자기 집을 떠나 이곳에서 저곳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수가 없었다. 인류의 조상에게서 이어받은 본성 때문인가,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인가? 다른 사람의 것은 좋게 보이는 법이라고
옛날 사람들도 말하고 있다.
  나는 신과 옷을 벗고, 책을 뽑아들고, 탁상 전등을 끈 다음, 침대 곁에
있는 전등을 켰다. 이어서 자리에 누워 책을 폈다. 잠이 저절로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무엇인가가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자정이 넘어도 좀처럼 잠을 자지 않던 내가 오늘은 밤이 채 오기도
전에 벌써 졸음을 느끼다니 이상하군, 하고 나 혼자 생각했다. 나는 책을
내려놓고, 불을 끄고, 벽을 향해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 혼잣말로 내게
중얼거렸다. 여기 이 집에서, 세상에 아무도 네가 이곳에 있는 줄 모르는,
이 집에서 자고 싶은 만큼 오래 자 보아라. 아무도 너를 찾으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고요와 안식뿐이었다. 착하신 하나님이 고요를
사랑하는 사람들만을 위해 마련해 둔 예루살렘의 계곡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그러한 고요와 안식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라이펜바흐 부부가 집
걱정을 하는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가 불법으로 침범해
들어오더라도 이 주위에는 그것을 알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차차로 내
생각의 달음박질이 멈추고 마침내 내 사지가 잠에 취했다는 나른한
감각밖에는 아무 것도 없어졌다.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을 깼다. 빵과 올리브 열매는 양철통
속에 넣어 두었으니까 쥐가 그것을 갉아먹을 염려는 없었다. 그러나 혹시
쥐들이 카페트나 옷과 책, 또는 기나트 박사가 그라이펜바흐에게 주었다는
그 나뭇잎을 씹어먹을 수는 있었다. 나는 귀를 바짝 곤두세우고서야 그것이
쥐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 바깥에서 문을 더듬는 사람의 소리임을 알아냈다.
도둑놈일까? 나는 생각했다. 아니면 집에 돌아와서 다른 문을 열려고 하는
기나트 박사겠지. 내가 나가 문을 열어 주고 그의 얼굴을 보아야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누군가가 밖에서 초인종을 더듬어
찾고 있었다. 나는 스위치를 누르고 불을 켰다. 그러자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 오늘밤 내가 그라이펜바흐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겠다고는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고, 나 자신도 처음부터 내가 여기에 와 있을
작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어찌하여 가브리엘 감쥬가 내가 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 말인가?
  "아, 감쥬씨, 당신이었군?"
하고 내가 말을 건넸다.
  "잠깐 기다리시오. 내 옷을 갈아입고 나올 테니."
  나는 방에 돌아와 옷을 입으며 생각했다. 저 사람이 왜 여길 왔을까?
그는 이 집 바깥 주인도 안주인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라이펜바흐는
히브리 말 사본이나 초판본은 고사하고라도 히브리 말로 된 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아는 얼마 안 되는 히브리어도 간신히 배운 것뿐이었다. 그
자신은 히브리어와 문법에 대한 자기의 온전한 지식을 자랑했지만 그것은
고작해야 게세니우스의 문법책을 갖고, 성경에 나오는 히브리어를 했을
정도였다. 그보다는 그의 부인이 더 잘하는 편이었다. 그녀는 게세니우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문법조차도 모르지만 자기집 청소부 그리지아나
상인들과 제법 히브리 말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여하튼 그녀는 히브리어
고서와는 인연이 멀다. 그렇다면 감쥬가 무엇하러 여기에 왔을까 하는 처음
문제로 되돌아 간다. 나 때문에 이곳을 찾아왔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었다.
감쥬는 나에게 뿐만이 아니라 모든 그의 친구들과 지기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냐 하면 그는 뛰어난 학자이고, 세상을
두로 구경했고, 먼 나라까지 여행을 했고, 또 지금까지 여행자들이 발을
들여놓지 못한 벽지에까지 가 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먼 나라에서
세상에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의 작품을 가져오고, 우리가 그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서적의 초판본들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아무 곳도 여행하지 않고 부인과 같이  집에 들어앉아 있었다. 그처럼
세계를 자기 집같이 드나들던 이 사람이 자기 생애의 결정기에, 앓아 누운
자기 처의 간호로 매일을 보내게 되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부인은
결혼 첫날 밤부터 침대를 떠나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간에 그의 부인이 불치의 병으로 집에 누워 있다는 사실과,
남편이 부인의 간호와 목욕과, 식사와 부인의 모든 시중을 들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정성을 다하고 있음에도
부인은 그의 희생이 부족하다는 듯이 그를 때리고 물어뜯고 그가 입은 옷을
쥐어뜯는다고 했다. 이것 때문에 그는 대낮에 찢어진 옷과 상처난 얼굴을
하고 거리에 나돌아다니기가 부끄러워서, 자기 일은 밤이 되어야 보러
나가곤 했다. 그러한 그 사람이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찾아왔을까? 그는 요양원에 자기 부인을 입원시키기 위하여 12파운드를
저축해 놓고, 자기가 가지고 있으면 써 버릴까 겁이 나서 그 돈을 나에게
맡겨 두었었다. 마침 그가 나에게 돈을 맡긴날 나는 그 돈을 집에 놓아
두고 그날로 돌아오는 사해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도둑이 들어와 우리
집을 털어가고 감쥬의 돈도 훔쳐가 버렸다. 나는 그 돈 걱정은 하지말라는
편지를 써서 그에게 보냈다. 그러나 저러나 그는 내가 정말 도둑맞은 돈을
그에게 갚아 줄 것인지 아닌지를 직접 확인해 보겠다고 나를 찾아왔었다.
그런데 내가 집에 없으니까 이리로 찾아온 것이리라. 이렇게 나는 추측을
해 보았다. 내 추측이 잘못이라는 것을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감쥬가 이곳에
찾아온 것은 돈 때문에가 아니라 다른 까닭 때문이었다.

      3
  나는 웃옷을 입고 감쥬에게 되돌아가서 말했다.
  "돈을 받으러 온 겁니까?"
  그는 얼굴에 슬픈 표정을 짓고 당황한 듯 나를 보며 억누른 음성으로
나에게 말했다.
  "제발 문 좀 열어 주오."
  나는 그를 집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게 했다. 그는 사방을 살피더니
한동안 지나서야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내 처가."
  그는 다시 잠깐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집에 돌아가 보니까 처가 집에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갑자기 당신 집을 찾아와서 죄송하오. 교회에서 저녁 기도를 마치고
처를 재우려고 집에 돌아와 보니까 침대가 비어 있지 않겠읍니까? 그래서
처를 찾아나선 것입니다. <남쪽으로 가다가, 북쪽으로 돌아가다가, 돌고
돌다가> 갑자기 제정신으로 돌아가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쎄 내가 이
계곡에 와 있질 않겠어요. 눈앞에 이 집 한 채를 보자 무작정 들어오고
싶어졌어요. 물론 들어와도 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하여간 맘
내키는대로 들어와 본 겁니다. 당신을 만난게 참 다행입니다. 잠깐만 앉아서
쉬게 해 주시오. 곧 돌아가겠소."
  "이런 말을 물어서 실례인 줄을 알지만, 내가 듣기로는 부인이 침실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네, 확실히 그렇지요."
  "그런데 침대가 비어 있더라니, 납득이 안 가는데요. 부인이 움직일 수도
없다면서 어떻게 밖으로 나갔읍니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몽유병 환자랍니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되묻는 어조로 그의
말을 따라 되풀이했다.
  "몽유병 환자라구요?"
  "그렇습니다."
  나는 뭐가 뭔지 모르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그를 바라보았다. 이러한 내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가 말했다.
  "밤마다 만월이 되면 내 처는 침대에서 일어나 달이 이끈 방향으로 가
버립니다."
  나는 이제 참을 수가 없어져 좀 비난하듯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단 말인가요?"
  감쥬는 살며시 웃었다.
  "문이야 걸어 잠갔지요."
  "그렇다면 부인이 어떻게 밖으로 나갔읍니까?"
  "아무리 내가 자물쇠 일곱 개를 걸고, 각 자물쇠를 일곱개의 열쇠로
잠그고, 열쇠를 이스라엘의 칠해에 던지더라도 내 처는 그 열쇠를 다
찾아내어 문을 얼고 밖으로 나간답니다."
  나는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도 또한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마침내 내가
말을 꺼냈다.
  "부인이 그런 상태에 있다는 걸, 즉 몽유병 환자라는 것을 언제부터
알았어요?"
  그는 두 손으로 앞이마를 두 엄지손가락으로 관자 놀이를 눌렀다. 그리고
말했다.
  "내 처가 몽유병 환자라는 것을 언제부터 알았느냐구요? 그건 내가 처를
처음 알게 된 그날부터 알았읍니다."
  나는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단 말이지요?"
  그는 모자를 벗고 작은 모자를 꺼내 쓰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했다.
  "뭐라고 말했던가요?"
  나는 내가 한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와 결혼을 했죠. 그와 정반대로, 그가
누구도 올라갈 수 없는 산꼭대기 바위 위에 달빛을 얼굴에 담뿍 받으며
도사리고 앉아서 <이달, 이달, 바하, 파하, 마하>하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내가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만약에 저 여자가 성스러운 하나님의 사자들과
성경의 천사 중의 한 천사가 아니라면 이 여자야말로 십이궁의 하나,
그중에서도 처녀 성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읍니다. 나는 그녀의 아버지를
집으로 찾아가서 말했읍니다.
  "댁의 따님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아버지는 대답 했지요. <자넨 게물라가 이런 상태라는
것을 알고도 결혼하고 싶어지는가?>그래 내가 대답했읍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겠지요>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거룩하신 하나님에게 말했지요.
  <만물의 주인이시여, 만약에 먼 나라에서 온 이 젊은이가 내 딸에 대하여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 우리와 늘 가까이 계신 당신께서는 또 얼마나
많은 자비를 우리들에게 베풀어 주시겠나이까> 다음날 그는 나를 집으로
불러 이렇게 말했소. <나하고 같이 가세> 나는 말하는 대로 그를 따라가서
마침내 어떤 산에 도착했읍니다. 하늘 끝까지 솟아 있는 가파른 산맥
중에서도 제일 높은 봉우리였소. 나는 그를 따라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넘으며 산을 기어올라가다가 이윽고 우뚝 솟은 바위 옆에 가 섰지요.
그는 사방을 둘러보고 우리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몸을 굽히고 바위 밑을 손으로 팠소. 바위를 들어올렸더니 동굴의 문이
열려, 그는 그 안으로 들어갔지요. 그가 박으로 나왔을 때는 토기 단지를
하나 손에 들고 있었읍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단지를 열어 마른
나뭇잎을 한다발 나에게 보여 주었소. 내가 본 기억이 있는 나뭇잎과는
다른 색깔이었고. 그리고 그 나뭇잎 위에는 내가 모르는 이상한 글씨가
씌어 있었고. 그 글씨를 쓴 잉크의 빛깔도 변색되어 우리가 아는 잉크
빛깔이 아니었소. 첫 눈에 그 글씨들은 황금색, 남색, 보라색을 무지개 빛의
원색과 혼합해서 글씨를 쓴 것처럼 생각되었고. 그러나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도 그 여러 가지 색깔이 변해, 마치 레흐니츠 박사가 야파
바다에서 채취한 것 같은 해초의 색깔로 변했읍니다. 그 다음엔 그빛깔이
우리가 달에서 보는 은장도같이 변했어요. 나는 그 나뭇잎, 글자, 게물라의
아버지를 번갈아 응시했읍니다. 그순간 그는 마치 딴 세계의 사람같이
보이더군요. 처음 보기에는 환상에 불과하였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점점
뚜렸해졌소. 이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고 당신이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말이없소. 왜냐 하면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나
자신도 이상할 지경이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요컨대 내가 그때 일을 언어로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사람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더 분명한 것이었읍니다. 그 순간에는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또 물어 볼 기운조차 없었고. 그리고 내가 말을
못한 까닭은 그 나뭇잎들이나 그 위에 있는 글자 때문이 아니라 게물라의
아버지의 그 이상한 체험이 그렇게 만들었읍니다. 또 그 글씰 말하더라도,
내 처음 보았던 색깔은 전부 없어지고 완전히 변했으나 그 글씨가 어떻게
해서 여러 가지의 빛깔을 내고, 또 그러한 변화가 언제 일어났는지를 알
수가 없었어요. 내가 멍하니 서있으려니까 게물라의 아버지는 그
나뭇잎들을 병 속에 넣고 간단하게 나에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저것은
천사의 대기에 영향을 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풀이야.>
  그 후 일 년이 지난 뒤, 결혼식 바로 전날 밤에 그분이 말했읍니다.
  <내가 자네에게 산에서 보여 주었던 그 나뭇잎들을 기억하겠지. 그
나뭇잎들이 무엇인지도 알겠지?> 이렇게 말하고 그는 몸을 굽혀 내 귀에
소근거렸읍니다.
  <그 나뭇잎에 마력이 있는 것이 섞여 있어. 어떤 종류의 마력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다만 내가 아는 것은 그 나뭇잎들이 달을 에워싸고 있는 대기와
달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야. 이제 내가 자네에게 그 나뭇잎을 전부
주겠어. 자네가 그 나뭇잎을 가지고 있는 동안은 자네가 게물라의 발길을
다치지 않게 인도할 수가 있으니까 게물라가 딴 길로 새지는 않을 걸세.
오늘날까지 나는 그 나뭇잎을 감추어 두고 그것을 한 번도 꺼낸 일이 없네.
게물라가 안전하고, 집안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한은 그 나뭇잎들도
아무 소용이 없었어. 그러나 이제 자기 남편인 자네를 사랑하고 결혼할
대가 와서 자기 남편의 힘에 의지하게 되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존재의
체험과 영향을 받게 되네. 그러니 보름달이 뜨는 밤이 오거든 이
나뭇잎들을 꺼내서 방문이 마주 보이는 창가에 두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감추어 두게. 그러면 아무리 게물라가 집을 떠난다고 해도 달이 지기
전까지는 반드시 집에 돌아온다는 것을 내가 보장해 줄 테니까> 내가
감쥬에게 말했다.
  "오늘 밤에는 장인의 그러한 지시를 잊었군요."
  "아니오, 잊지 않았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죠?"
  감쥬는 아무 것도 쥐고 있지 않는 손바닥을 펴놓고 마치 혼잣말처럼
했다.
  "가브리엘, 너의 마법이 힘을 잃었구나."
  "그럼 그 나뭇잎들이 부인에 대한 마력의 효력을 상실했단 말인가요?"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 마력이 내 손에서 사라졌단 말이오."
  "그럼 당신 부인이 그 힘을 뽑아 버렸소?"
  "뽑아 버린 것은 아니지요, 그것은 내 책임이지요. 내가 그것을 팔아
버렸어요. 잘못하여 팔아 버렸지요. 요 얼마 전에 여기에서 학자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세계의 방방곡곡에서 많은 학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 왔었소.
그 중에는 책과 사본을 사러 우리 집에 온 사람들이 있었소. 그들이 사본과
책들을 들춰 낼 때 어느 사람은 내가 옆으로 제쳐 놓은 책을 뒤적거리고,
다른 사람들은 자기 동료들이 집어든 책을 들여다보고, 이러한 혼란 중에
그 부적의 나뭇잎이 다른 사본의 사이 속에 섞어들은 것을 내가 그만
누군가에게 팔아 버린 거지요. 누구에게 팔았는지 기억이 통 안납니다. 왜냐
하면 나는 내가 판 사본을 일일이 다 기억하는데, 이 사람 하나만 기억을
할 수 없어요. 그 대금이란 것은 말하자면 내가 지불하는 죄의 댓가지요. 그
12파운드 말예요. 그 돈은 게물라를 요양소에 입원시키려고 내가 당신에게
맡긴 것이지요."
  감쥬는 자기의 이마를 쥐고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리고 그는 한
손가락으로 죽은 쪽의 눈을 어루만졌다. 감쥬는 애꾸이기 때문에 자기
생각에 골몰할 때면 그 눈이 건강한 살결같이 빨갛게 될 때까지 비볐다.
그는 자기 손가락을 닦고 마치 나보고 무슨 말을 하라는 듯한 시선을
나에게 보냈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결국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그를 마주
보고 앉았다. 그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나는 가금, 게물라가 그 부적을 사간 손님을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손님은 내가 비엔나에 가 있을 대 그녀의 고향에 나타났던
예루살렘에서 온 학자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에 대해서는 내가 두 가지의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첫째는 내 처가 바로 그날 하루 종일 <이달, 이달,
이달>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여기에 와서는 그 노래를 부른 일이
없었지요. 둘째로 내 처는 자기 고향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로 말을 했는데,
그것도 그녀가 아버지의 집을 떠난 뒤로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일이지요. 이런 노래와 언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모두 그 사람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왜냐 하면 내 처가 그 사람을 보고, 자기가 자기 고향에서
살던 시절을 생각해 냈고, 또 바로 그 사람으로 찾아왔던 일을 생각해 냈을
것이오. 그러나 그가 그들을 방문했을 때에는 그는 예루살렘에 사는 학자와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어요. 왜냐 하면 그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옷차림을 하고 다녔고, 또 그래야만 성도가 그를
이교도들로부터 보호해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감쥬는 또다시 자기의 죽은 쪽의 눈을 어루만졌다. 그 눈은 마치 자기의
불행을 조롱하듯, 자기와 자기 처의 생명이 매달려 있는 물품을 팔아먹은
이 장본인을 나보고 비웃어 달라고 하듯이 그의 두 손가락 사일 미소를
짓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를 비웃을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나는 그가 가엾게 여겨졌다. 갑자기 감쥬의 부적을 사간 사람은
기나트 박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기나트 박사가 마법의
수집품들을 갖고 있으며 자기에게도 같은 조의 한 쪽을 주었다는
그라이펜바흐의 말을 들은 것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감쥬에게
물었다.
  "그 부적들은 어디에 씌어 있읍니까? 종인가요, 양피지인가요?"
  "종이도 아니고 양피지도 아니오. 내가 아까 말한 대로 그 부적은 나뭇잎
위에 씌어져 있어요."
  나는 날짜를 서로 연결시켜 보고 그 부적을 산 사람이 기나트 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왜냐 하면 그 학회는 그라이펜바흐 부부의 결혼
10주년 기념식 뒤에 개최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학회가 그 전에
개최되었다고해도 기나트 박사와 같은 유럽 사람이 예루살렘에 사는 학자와
같은 옷차림을 하고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쥬는 성서와 미슈나도 많이 읽었고, 조예가 깊고 많은 학자들의 일도
했고 도 세계 각지를 여행한 사람이었다. 사실 감쥬가 가보지 못한 유태인
집단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오래된 사본과 초판본들 이외에도 세계 가는
곳마다 전통적인 이야기, 습관, 성현들의 훈시 속담, 그리고 여행담을
수집하고 돌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지간에 마치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
그가 그 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회상해 내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하여
일어나기라도 한 듯이 그는 언제나 비슷한 사건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들은 말을 끄집어 내어 거기에 대한 얘기를 하기가
일쑤였다. 지금도 그는 당장 자기가 당면하고 있는 부적 문제는 잊어버리고
그 부적이 작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감쥬는 자기 자리에 앉아 시가아를 한 대 말고 부적의 마력적인 효능에
대한 얘기를 하고 그 효능이 보통 약의 효능보다 우세하다고 말했다. 왜냐
하면 옛날책에 설명되어 있는 약들의 대부분은, 사람의 신체의 성질이
변했고 약의 효과도 변화되어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적은 성신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도 본래의 소질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운명을 지배하는 별들은 태초에
창공에 배치된 그 위치에 그때부터 쭉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마라에 <모든 것은 타고난 별에 따라 결정되나니>라고 적혀 있듯이 별
여하로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기도 하고 부자로 만들기도 한다. 그와같이
인간의 질병도 별에 좌우된다. 왜냐 하면 하나님이 별들에게 힘을 주어
하층 생물에게 좋은 영향이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게 하기 때문이다 지구도
또한 별에 따라 변한다고 에스라가 출애굽기에 주석을 붙인 바와 같이
<지구상의 장소는 바로 그 위 하늘에서 비치는 별에 따라 변한다> 그리고
또한 <별의 운동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 사실을 알
것이다>라고 그는 풀이했다.
  그러나 우리는 별들 그 자체에 힘이나 어떤 의자가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별이 가지는 모든 힘과 의지는 별들을 움직이게 하는
창조주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속죄하는 날 밤, 신전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사제들이 잠에 빠지지 않으려고 자기 옆에 그들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사람이 붙어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리고 성스러운
하나님이 어찌하여 이렇나 별을 필요로 하였는가 하는 것은 조물주는
삼라만상을 자기 자신을 위하여 창조하시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
다비데가 그의 찬송가에서 다음과 같이 한 말과 같은 것이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을 모두 다 이스라엘을 위해 만들어 내신 것이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길을 알게 하시고,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다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라> 이었다. 그리고 천사들과 같이 별들도 지상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천당에 있어서도 그 반수는 남자이고 나머지 반수는
여자이다. 심지어는 <천당>이라는 말의 글자도 숫적으로는 <남녀>라는
말의 글자 수와 동일하다. 그렇기 대문에 남자와 여자는 지상에 있어서도
천상에 있어서와 같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당기는 힘은 그들의 타고난 별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벤자민의 아들들이 포도밭에서 각각 실로흐의 딸들을
아내로 납치해 갔을 때 무엇을 근거로 상대방을 정했을까? 그들의 결혼이
잘못된 결합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걱정하지 않았단 말인가 하는 문제가
나오지만, 그러나 그들은 때가 오면 그들 영역 내에 성전이 세워질 것이고
그 성전에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두 한몸 한뜻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 하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벤자민의 깃발 색깔이 여타
부족들의 깃발 색을 닮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이 납치해 온
여자들이 별로 말미암아 정해진 배우자들임에 틀림없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4
  이러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발전시키거나 중단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감쥬가
이야기하는 마법의 작용과 별들의 역할도 그러한 종류의 이야기여서,
자기가 이야기를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계속하다가, 이번에는 나에게 자기
여행담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만약 미슈나경 시대의 유대인들을 알고 싶다면 아미디아라는 도시로
가면 되지요. 그곳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40세대가 사는데 모두다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신앙에 독실한 사람들이지요. 그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기도를 하려 나갑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아, 들어라>하는 구절과
<아멘>이란 응답말 밖에는 기도를 올리는 방법을 모릅니다. 랍비 한
사람과 장로 한 사람 이외에는 데프린을 붙이지 않습니다. 기도를 올릴
때에는 말없이 앉아 있고 사회자가 축복을 할 때엔 그들은 마음 속으로부터
<아멘>이라고 대답합니다. 예배가 <들어라, 오, 이스라엘이여>라는 대목을
욀 때가 되면 그들은 떨고 몸부림치며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마치 세계의
유일한 하나님에게 영혼을 맡기는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같읍니다.
그리고 아미디아 도시 주변에는 머리를 길게 기른 체구가 큰 유목민들이
배회하고 그들은 가축과 함께 바위틈에서 잠을 잡니다. 그리고 성서의
율법은 글자 하나도 모르고 새해의 기도회에조차 기도를 드리러 나오지
않습니다. 미슈나경의 한 구절은 그들과 또 그들과 유사한 부류의 사람들을
두고 이렇게 말하고 있읍니다. <예배당 뒤를 지나면서 피리 소리를
들었노라> 바빌론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랍비가 그 해에 출생한 아이들을
할례해 주러 오지요."
  "당신 부인도 그 지방 출신입니까?"
하고 그에게 물었다.
  "내 처는 그들과 다른 지방의 출신이죠. 산악지대에서 왔으니까요.
처음에는 처의 조상들이 기름진 오아시스 옆에 살았댔는데 그곳에는 좋은
초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이웃 부족들이 싸움을 걸어오자
반격을 가해 침략자들을 격퇴시켰답니다. 그들의 힘이 대단히 강했기
때문에 그들의 군사 일부가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을 잘못 생각하고
이교도들의 나라로 쳐들어 갔답니다. 즉 <그리고 갓의 후예들에게
말씀하시기를, 갓에 영토를 넓히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는 암사자처럼 살
것이며, 팔, 얼굴을 찢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들은 갓 부족의 후예라고
전해진 것 같으나 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축복은 그들이 이교도의 나라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그들이 이스라엘 땅에서 살 때에
국한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이교도들이
그들을 공격하여 그들을 패배시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 많은 사람들이
붙잡혀서 노예가 되었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높은 산악지대로 도망가
그곳에 정착했답니다. 그들은 아직도 그곳에서 살며 이제는 이교도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수년만에 한 번씩 그들에게
세금을 받으러 찾아오는 정도랍니다. 세금을 내고 싶은 사람들은 세금을
내지만 세금을 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세리들이 돌아갈
때까지 산속에 은신합니다. 가끔 산으로 피신한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답니다. 왜냐 하면 산에서 독수리의 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그들은 이스라엘의 당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들이 모두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모세에게 평화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즉 <처음에는 갓이 군사의 정복을
당하나 최후로 승리하는 것은 갓이니라>하신 말씀입니다. 갓의 부족은
그들이 요르단강 건너편으로 그들이 전에 확보했던 영토를 되찾을 것이고
그들 중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되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아랍어 구약성서에 <그리고 그들은 많은 부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올 것이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듯이 많은 재산을 가지고 돌아올
것입니다."
  그 다음에 감쥬는 그가 처음으로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오랜
타향살이와 오래도록 실현되지 않은 희망 때문에 싫증을 느끼고 기진 맥진
실의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의 장인인 게바리아
벤 게우엘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추모할 사람이었다. 그는 그 부족들이
완본대로 가지고 있는 미드라스와 예루살렘의 타르금을 그들에게 읽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성경들을 그들의 말로 번역하여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어 그들은 마침내 메시아의 재림에 관하여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모든 약속과 확신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이렇게 장인 이야기를 할 때의 감쥬는 마냥 즐겁게 보였다.
  "내 장인 베라리아 벤 게우엘은 남자 중의 남자라고 할 수 있지요. 그의
얼굴은 마치 사자의 얼굴을 닮았고, 기운이 세기로는 황소와 같았고,
발걸음이 빠르기로는 하늘을 날으는 매와 같았읍니다. 그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사방을 제압했고 그분의 양손엔 양면의 날이 시퍼런 칼이 두 자루
쥐어져 있었읍니다. 기도할 때는 그의 동포들을 인도하였고, 그들의 무기도
만들어 주었읍니다. 그분은 또한 병자들을 고쳐 주고, 부적을 써 주고,
미혼의 처녀들에게는 결혼식때 추는 춤과 노래도 가르쳐 주었읍니다.
그리고 그분은 이러한 일에 보수를 하나도 받지 않았읍니다. 왜냐 하면
그분은 모든 일을 하늘 나라를 위해서 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딸
게물라(감쥬의 현부인)는 그분의 제일 큰 정신적인 지주였읍니다. 게물라는
부족들의 노래를 다 익숙히 알고 있었고, 그 노래들은 그들이 옛날에
오아시스 곁에서 살 때 불렀던 노래들과, 또한 그들이 산중엣 살 때 불렀던
것들입니다."
  "당신이 내 장인 게바리아가 바위 꼭대기에 선 모습을 보았다면
이스라엘의 딸들이 모두 손을 맞잡고 포도원에 나와서 춤을 추었던 옛날
이스라엘의 축제가 어떠한 것이었나를 눈앞에 보는 것 같을 겝니다. 푸른
하늘색 터어번을 머리에 쓰고, 수염을 바람에 펄펄 나부끼며, 눈은 두 개의
태양과 같이 번쩍이고, 맨발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엄지 발가락으로 높이
치솟은 바위를 걷어차면서 그 바위 꼭대기에 서 있던 우리 장인의 모습을
보셨으면 말입니다. 그리고는 그가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를 부르고
그가 팔을 전후로 움직이고 그의 딸 게물라가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면
스물 두 명이나 스물 일곱 명의 처녀들이 춤을 춥니다. 그 처녀들은 다
아름다운 혈통좋은 태생들이지요."
  그러면 감쥬는 어떻게 해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을까? 
  "물론 나야 사본을 구하러 찾아간 것이지요. 나는 배를 타고 출발해서
40일 동안이나 사막을 걸어갔읍니다. 도중에 사막의 대폭풍을 만났지요.
그러나 나는 사막을 횡단하는 사람들이 하는 식으로 내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리지는 않았읍니다. 그 사람들은 모래의 폭풍우가 쏟아지면 머리를
가립니다만 나는 그러지 않고서도 폭풍우가 지나간 뒤에도 끄떡하지 않고
서 있었읍니다. 모래가 한쪽 눈에 들어가 앞을 못 보게 되었읍니다. 대상의
대장이 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며칠 뒤에 민가가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어느 집에 맡기며 그 집 주인더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읍니다.
<이사람은 당신과 동종이오>라고 그사람이 바로 게바리아 벤
게우엘이었읍니다. 그분은 부적을 만들어 달고 나에게 약을 지어
주었읍니다. 그리고 그의 딸 게물라는 나를 간호해 주었지요.
  그 때 게물라는 한 열 두어 살 됐었읍니다. 그 우아한 용모나 사랑스러운
음성은 이 세상에서 둘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것이었읍니다. 예를 들어
게물라가 <붕대가 흘러내렸어요. 가브리엘> 또는 <눈을 감으세요, 선생님
눈에 고약을 발라 드리겠어요>하는 평범한 말을 할 때일지라도 나의
마음은 마치 그녀가 찬가를 읊어 주기라도 한 듯이 기뻤읍니다. 그리고
그녀가 노래를 부르면 이 세상 새 중에서 가장 달콤한 노래를 부른다는
그로휘트라는 새의 노래와 같이 나의 마음을 황홀하게 하여 주었읍니다.
처음에는 그들이 비록 성경의 언어로 나에게 말을 걸지라도 나는 그들의
말을 이해하기 곤란했읍니다. 왜냐 하면 그들의 히브리 어는 우리 말보다
완전모음 수가 더 많았고, 모음을 생략하는 음절은 더 적고, 또 단어를
우리와 틀리게 발음했기 때문이었읍니다. 그들의 일상 회화의 억양 또한
이상해서 나는 그들이 쓰는 히브리 어와 외부 사람들에게는 통하지도 않는
말고 그들 사이에서만 사용하는 그들의 일상용어를 식별할 수가
없었읍니다. 게물라와 그녀의 아버지가 쓰는 언어는 그것과는 또 다른
언어였읍니다. 나는 그들 부녀가 황혼녘에 밖에 나가 앉아 있는 것을 볼
때가 가끔 있었읍니다. 그럴 때면 게물라의 무릎 위에는 흰 어린 양이
한마리 누워있고 그 노인의 머리 위에는 새가 한 마리 놓여 있는
것이었읍니다. 그럴 때면 게물라의 무릎 위에는 흰 어린 양이 한마리
누워있고 그 노인의 머리 위에는 색 한 마리 놓여 있는 것이었읍니다.
그러는 동안에 부녀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그 대화가 어떤 때는
빨라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유쾌하기도 하고 또 험한 표정으로 말이
오고 갈 때도 있었읍니다. 나는 언제나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들었지만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였읍니다. 그들 부녀가 여흥으로 쓰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말이라는 사실을 게물라가 훗날에 나에게 알려
주었읍니다. 그러나 게물라는 자기 고향땅을 떠난 뒤로는 그 말들은 완전히
잊었고, 보름달이 뜨는 밤에 그녀가 산책하며 노래를 부를 때 이외에는
그때의 노래도 부르지 않게 되었읍니다. 내가 그 마법 원본을 팔아먹은
바로 그 날도 그녀는 바로 그 사람들의 말을 다시 썼고 그말로 노래를
불렀읍니다. 그리고 저녁때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읍니다. <난
카바님이 먹고 싶어요>라고 그것은 석탄 불에 굽는일종의 케이크입니다.
그러면 이만 실례하고 집사람이 집으로 돌아 왔는지 확인해야갰읍니다."
  감쥬는 작은 모자를 벗고 모자를 쓰고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문턱까지
가기도 전에 다시 돌아와 방안을 왔다갔다 거닐면서 뒤로 팔짱을 끼고
초조한 듯이 외손 손가락을 튕겼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이곳을 찾아 왔는지 나도 이상합니다. 더군다나 불도 켜있지
않았고, 또 당신이 이 집에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내가
여기를 찾아온 데에는 분명히 무슨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그 까닭을
알지 못한다고 해도 까닭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집엔 누가 삽니까?"  
  "그라이펜바흐 박사라는 분입니다."
하고 내가 말했다.
  "그분 지금 어디 계십니까?"
  "부인과 함께 외국을 여행 중입니다. 혹 그분들을 하세요?"
  "아니, 모르긴 합니다만. 그라이펜바흐 박사는 의사인가요?"
  "전에는 그랬지만 벌써 오랩니다. 그것은 왜 물어 봅니까?"
  "그들 부부 이외에는 다른 사람이 누가 또 이 집에 사는가요?"
  "보다시피 당신과 나뿐입니다. 그분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내가 이
집을 지켜 주마고 그라이펜바흐 부부에게 약속했읍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 중에 불법으로 집을 침입하는 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은 그런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지요. 그래서 오늘 밤엔 내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 집으로 온 것입니다."
  감쥬는 귀를 곤두세웠다.
  "그러면 이 집엔 다른 유숙객이 없단 말입니까?"
  "다른 사람이 있긴 있지만 지금은 출타 중입니다. 그건 왜 물어 보시오?"
  감쥬는 얼굴을 붉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 그가 다시 묻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가 이름 대주니까 그가 말했다.
  "설사 그분이 바로 그 유명한 기나트 박사는 아니지요?"
  "그분을 잘 아십니까?"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분 저서에 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읍니다만.
나는 적어도 한 4백 년쯤 묵은 책이 아니면 보지도 않습니다."
  "기나트 박사의 저서라면 아마 4천 년이나 그 이상도 올라갈 것입니다."
  감쥬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그릇이지 그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나도 미소를 띠고 말했다.
  "그러시다면 앞으로 한 4백년 지나면 그땐 기나트 박사의 책을 보시면
되지요."
  "내가 세 번 아니 네 번 다시 태어났을 때에 가서도 내가 책장사를 하게
된다면 내가 기나트 박사의 책도 보게 될는지 모르지요."
  "성경 말씀을 따르면 <하나님이 사람에게 이 모든 일을 재삼
행하심은...>이라고 했고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이스라엘을 세 번, 아니 네
번 범하는 자에게도 나는 그것을 번복하지 않으리라>이스라엘 사람은
누구나 다 이 세상을 두 번이나 세 번 이상 통과할 수 없읍니다. 만약에 그
사람이 모세의 율법 6백 13조에서 누락된 어떤 계명을 성취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몰라도 말입니다. 지금 말한 예외적인 인간의
경우에는 그는 천 번이라도 이 세상에 다시 날 수 있을 것입니다.그런 일을
두고 성경에 말씀하시기를 <그는 그 언약 곧 천대에 명하신 말씀을 영원히
기억하셨으니>라고 했읍니다. 어떤 계명을 성취할 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럴 수가 없읍니다. 당신은 지금 네 번 다시 난다고
말씀하셨읍니다만."
  "그것은 내 실언이었읍니다."
하고 감쥬가 말했다.
  "내 말의 뜻을 알겠지만 유태인이며 누구나 다 성경 말씀에 근거를 두지
않는다는 것, 특히 성경 말씀의 진리와 어긋나는 말을 할수가 없다는
생각을 평소에 신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그리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뒤집어 거꾸로 말하는 성경 비평가들의 학설을 인용하면서
내 말에 대꾸하지는 마십시오. 이런 허무맹랑한 짓을 그들이 이교도
학자들에게서 배웠읍니다만 그들도 마음속으로는 성경의 말씀이 우리들에게
전수된 형태를 변경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읍니다. 하시디파의
교사들도 또한 성경말씀을 비꼬아 해석하지만 진정한 자디킴들은 그들의
이름이 뜻하는 바와 같이 의롭고 율법자체도 열심히 공부하고 모든 생활을
하나님 중심으로 하고 따라서 거기에 신적, 종교적 사상도 당연히 들어오는
거지요. 그러나 모세의 율법을 본래의 목적에 따라 연구한 실적이 없는
성경 비판자들은 그들의 학설도 그들 자신의 텅 빈 정신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그래 기나트 박사가 여기 머무르고 있다고 말하였는데 그분을
압니까?"
  "나도 모릅니다. 글쎄요. 내가 그분을 앞으로 알게 될지 어떨지 조차도
의심스럽습니다. 그분은 이 세상 사람들과는 전혀 교제가 없고, 이 집
주인들도 그분을 좀처럼 보지 못한답니다."
하고 내가 말했다.
  "사람들이 학자를 몰라 본다는 것이 좋은 증거입니다.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나타나서 자신을 세상의 주목의 대상으로 하는 학자는 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가 얘기를 하나 하지요. 언젠가 내가 런던에 가서
그곳 어느 학자에게 내가 사본을 가지고 왔다는 말을 전했읍니다. 그는
한참 부산을 떨다가 두 사람의 측근자, 신문기자 한 사람을 대동하고
찾아왔읍니다. 그는 내가 보여 준 모든 자료를 받아 가지고 위대한 학자가
바라보는 포우즈를 취하고 앉으니까. 사진기자가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읍니다. 한 이삼일 지난 뒤에 우연히 신문을 보았읍니다. 그 학자
선생이 책에 파묻혀 있는 사진이 실렸고, 이때까지 아무도 몰랐던 귀중한
책을 처음으로 발견 운운이라는 찬사를 겸한 기사가 실려 있었읍니다.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도 당신과 동감입니다."
하고 내가 대답했다. 감쥬는 만족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시면서 어떻게 내 생각에 동감이라는
말을 합니까?"
  "정 그러시면 나는 당신과 동감이 아니라고 말하겠읍니다."
  "나를 놀리는 것입니까?"
  "당신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학자와 그와같은 부류의
학자들을 조롱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명성을 떨치기 위하여 그들의
정력을 외면적인 것에 낭비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만약에
그들이 그들의 연구에 전심전력했더라면 아마 더 유명해졌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업 자득이겠지요."
  "난 이만 가 봐야겠읍니다."
하고 감쥬가 말했다.
  그가 떠났을 때는 자정이 가까왔다. 나는 일어나 그를 바래다 주었다.
보름달이 떠서 온 시내가 달처럼 반짝거렸다. 이러한 밤에 나와 보면
몽유병 환자들이 침대에서 빠져나와 달과 함께 밖에서 방황하는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죠지아 쿼타의 다마스커스문에
도착했을 때 나는 감쥬와 작별인사하면서 그가 당신 부인을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눈을 닦으며 말했다.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만일 나에게 연락하고 싶으면 나한테 연락하십시오. 나는 내 집에
있읍니다. 내일 아침에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하고 내가 말했다.

      5
  나는 그라이펜바흐 박사 댁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들어서
꾸벅꾸벅하다가 기차바퀴 소리에 잠을 깼다. 기차가 가르미쉬에 도착하여
객차문이 열리자 높은 산들과 시내들이 있는 경치가 보였다.
  "이달, 이달, 이달, 바하, 파하, 마하."
라고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음성이 들리는 방향에 끌려서 그
음성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러자 기차 문이 뒤에서 닫히고 달이 솟아올라
달빛으로 나를 감싸 주었다. 나는 한쪽 눈으로 달에게 미소를 띄워 보냈다.
달은 만면에 웃음을 띄고 나에게 웃음을 보냈다. 
  그러나 기차는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그라이펜바흐 박사 집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한쪽으로 몸을 비틀어 담요를 눈위까지 깊이 덮었다. 내
얼굴에 비치는 달빛을 피하려는 것이었다. 온 세상을 걸어다니며 <이달,
이달, 이달, 바하, 파하, 마하>하고 노래 부르는 달 이외에는 어디에도
마음먹은 곳에 갈 수 없는 그런 세계를 생각했다. 나는 점심을 시내의 어떤
식당에서 먹고 오후의 일로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코오피를 한잔 끓여
마시려고 모니까 물통에 물이 한 방울도 없었다. 지붕 위로 올라가
물탱크를 조사해 보았다. 그 바닥에는 있는 둥 마는 둥한 물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 원래 건조한 예루살렘이어서 그 당시에는 특히 물이 부족했다.
나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그라이펜바흐 박사 집으로 갔다. 그 집에는
사람들이 천연수를 받아 먹던 예루살렘의 옛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천연수를 받아두는 물탱크가 하나 있기 때문이었다. 
  예루살렘의 집들에는 오래 내려오는 전설이 없는 집은 한 채도 없었다.
특히 성곽 밖에 작은 초기의 집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그라이펜바흐 박사
댁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약 칠십 년 전에 갈리포리에서 유력자 중에 제일가는 유력자인 가말리엘
기론이란 인물이 여생을 이 성도에서 보내기 위하여 이곳을 찾아왔었다.
그는 자기 마음에 알맞는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왜냐 하면 당시의
주택가는 성곽 내의 옛날 들을 중심으로 세워졌고 그 뜰마다 많은 세대가
모여 살았고, 또 각 집안마다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다마스커스 문 아래 북쪽에 있는 땅을 수천 평 사서 거기에다
널찍한 집을 한 채 짓고 정원을 가꾸었었다. 그러나 그 집이 도시에서 원채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그 이웃에 유대인 교회도 하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방 하나를 기도실로 만들어 놓고 돈을 주고 사람들을 모아다가 예배를 보기
위한 정족수를 채웠다는 것이다. 그는 죽으면서 자기 집을 곰라이
하사딤이라는 자선 단체에 기증한다고 유언을 했다. 그 뒤에 이 단체는
도네 쪼들려 군세를 물기 위한 돈을 마련하려고 이 집을 저당잡혔다.
이집이 수년이 지나도 그 빛을 갚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단체에 융자를 해
주었던 사람들이 이 집을 팔아 버렸다. 
  이 집을 산 사람은 고트홀트 겐제클라인이라는 독일 사람으로,
가디안파의 지도자였다. 이 파는 고트프리드 그라일리히가 게르리프시에
창설했던 정의 동맹의 일파였다. 이 집에는 겐제클라인과 그이 처와 장모가
살았었다. 그는 이 집에서 집회를 열고, 육신을 구언하고, 정신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필요한 세 가지 진실된 수호신에 관한 설교를 하였다. 어느
날 밤 겐제클라인의 처와 장모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그의 처가 자기 남편
앞에서 어머니의 코를 깨물어 자기 어머니를 욕보이게 했다. 사람들이 이
소문을 알게 되자 겐제컬라인은 그만 창피해서 이 지방을 떠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치이즈를 전문으로 만들던 조지아 가의 세 처남 매주들이 이
집에 들어와서 치이즈를 만들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벌어져서 거기에 온
가말 파샤가 그들을 국외로 추방하였다. 그들이 만든 치이즈에 다비데의
별이 찍혀 있는 것이 발견되어, 그들이 시온주의자의 혐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 대의원 회의는 이 집을 그들의 동료 회원인
게오르그 그나덴부로트에게 빌려 주었다. 그는 집을 수리하고 쌓이고 쌓인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새로 나무를 심고, 집 주위에는 담도 쌓아 올렸다.
그나덴부로트씨가 이집을 소유하게 되자 그의 부인 그넨드라인은 집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자기는 예루살렘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말았다. 그들이 글라스고로 돌아간 후 이
집은 회사 사무실이 되었다. 그 다음에는 대지진이 일어나서 건물이
파손되고 지붕도 기울어졌다. 그 뒤로 수년 동안 이 집은 사는 사람이 없이
텅 비어 있었으나 마침내 그라이펜바흐가 이 집을 사서 수리를 하고, 새로
단장을 하고, 전기, 수도 등 현대식 시설을 다시 했다. 그 뒤로 그와 그의
부인이 이 집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그들은 오래 살다 보니 이곳에서의
생활의 피로를 풀 겸해서 외국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동안 가옥 불법 침입자들이 들어오지 않게 집을 잘 보아 달라고나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내가 그 동안 이 집의 관리를 사서 나선 것이었다. 
  이 집은 인가가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계곡에 외따로 서 있었다.
그리고 달빛을 받고 반짝거리는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달빛
아래에선 그 정원과 그 정원 안에 있는 모든 초목들이 서로 따로따로
아무런 관련성이 없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달만이 아무 차별 없이
공평하게 만물 위에 내리비치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기대서서 정원을 내다보았다. 초목들은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나무들 사이를 걷고 있는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만약 그 소리가 여행에서 돌아온 기나트 박사의 발소리가 아니라면
아마도 가브리엘 감쥬의 발소리였을 것이다. 어젯밤에 나는 그를 바래다
주러 따라가면서 그가 부인을 찾거든 알려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래서
나에게 그것을 전하러 찾아온 것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감쥬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밝은 둥근 달 아래로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감쥬 그
사람이었다. 나는 나가서 문을 열어 주고 그를 방안으로 안내해 들였다.
감쥬는 어디선가 의자를 하나 끌어다가 걸터앉았다. 그는 종이를 꺼내
가지고 담배를 한 대 말았다. 담배를 물고 앉아서 그는 부인을 찾았는지의
여부를 들으려고 기다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담배만 피웠다. 나는 그가
괘씸했으나 꾹 참고 가만히 있었다.
  "내 처 얘기는 묻지도 않으십니다 그려."
하고 감쥬가 말을 꺼냈다.
  "나한테 할말이 있거든 어디 들어 봅시다."
  "정말 할 얘기가 있죠. 그런데 여기 재떨이 좀 없나요?"
  나는 나가서 그에게 재떨이를 하나 갖다 주었다. 그는 한참 더듬다가
담배꽁초를 재떨이 속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보이지 않는 눈을 닦고, 손바닥을 턱수염에 갖다 문지르고, 혀
끝으로 손바닥을 핥고 나서 말을 했다.
  "나는 내가 담뱃불에 덴 줄 알았더니 모기한테 물린 거군. 이 집에
모기가 있읍니다.
  "모기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읍니다만, 선생과 같이 귀한
손님을 맞았는데 누가 모기 따위에 신경을 쓰고 있겠읍니까?"
  감쥬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 다음에 그가
하는 말이,
  "마누라를 찾았읍니다! 찾았어요! 침대에 서 있더군요!"
  감쥬가 어떻게 해서 자기 부인을 찾았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을 돌려 물어 보지는 않기로 했다.
그가 자진해서 얘기해 주면 그것으로 족하고, 자진해서 얘기해 주지
않는다면, 그에게 내가 자기의 행동을 감시한다는 것도 싫었다. 잠시 동안
시간이 흘렀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는 이 사건 전체를
까맣게 잊어버린 사람같이 보였다. 그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처럼
손을 이마에 대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는 집에 돌아가 문을 열고 누가
있으려니 생각지도 않고 침실을 들여다보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난데없이
호흡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자기가 부인 생각에 너무 골몰해서 그녀의
숨쉬는 소리를 들은 것이 틀림없이 자기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침대에 가보니까 정말 부인이 거기에 누워 있더라는 것이다. 그는 기뻐한
나머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부인의 숨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자리에서 그냥 졸도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전날 밤에 나도 우리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오늘 밤엔 그라이펜바흐 박사 댁에서 자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해 주었는데 이 사람이 이리로 날 찾아온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가 더욱 노란 사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
  "내가 게물라를 혼자 두고 이리 온 사실에 놀라셨죠?"
  "네, 정말 놀랐읍니다."
  감쥬는 자기의 성한 눈, 그렇지 않으면 아마 죽은 눈으로 나에게 미소를
짓고 말했다.
  "지금 게물라가 잠을 깨서 침대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밖에 나가
방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부적을 찾았읍니까?"
  "아니요, 찾지 못했읍니다."
  "그러시다면 어떻게 부인을 혼자 두고 오셨읍니까? 달한테 오늘 밤에는
부인을 평화롭게 자게 해 준다는 보장을 받기라도 했읍니까? 그렇지 않으면
<달>이라는 글자에서 케이트라는 글자를 빼내서 <쉬고 있다>는 글자라도
만들었다는 것입니까? 정말 농담이 아닙니다. 가브리엘 선생,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자신을 가집니까?"
  "약을 발견했읍니다."
  "의사에게 물어서 처방을 받으신 겁니까?"
  "의사에게 물어 보지도 않았읍니다. 난 원래 의사에게 가지 않습니다.
설사 의사들이 세상에 있는 병 이름을 다 알고 그 병을 고치는 약 이름을
자세히 안다고 해도 나는 의사들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이 내 주의입니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은 모세의 율법에서 자기 몸을 깨끗이 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왜냐 하면 그러한 사람은 육신의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발견하여 줍니다. 하물며 정신적인 병에 있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읍니다."
  "그래, 당신이 그런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이 부인의 병을 고칠 약을
줍디까?"
  "약은 이미 되어 있었읍니다. 내가 인스도르프에 있는 스무엘 로젠베르크
라비의 예시바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어느 여자가 그 랍비를 찾아와서
하는 말인, 어떤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 자기 집에 하숙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은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반드시 창문을 열고 나가 위태로운 지붕
위를 걸어 다녔답니다. 그가 걸어 다니는 도중에 잠이 깨면 떨어져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읍니까, 하고 하소연을 해 왔읍니다.
지금까지도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가서 물어 보아도 이렇다 할 치료 방법을
찾지 못했읍니다. 이 말을 들은 스무엘 랍비가 그녀에게 이렇게
지시했읍니다. <두꺼운 옷을 흠뻑 적셔 찬 물에 담궈 두었다가 젊은이의
침대 앞에 놓아 두십시오. 그가 침대에서 나와 발이 그 찬 옷에 닿으면 그
차거움 대문에 잠이 단박 깨서 제정신으로 돌아가 다시 자리를 들어갈
것입니다.> 그녀가 들은 대로 했더니 그의 병이 낫더라는 겁니다. 나도오
늘 밤에 그렇게 했으니까 게물라가 잠을 깨서 일어난다고 해도 곧 다시
자리에 누울 것임에 틀림없읍니다."
  나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여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만약에 그렇게 해서
병이 낫는다면 이 방법을 이때까지 사용하지 않았을까? 감쥬는 내가 마음
속에 이러한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그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단 말이지요."
  "난 놀라지 않읍니다. 당신의 초자연적인 치료법을 높이 사고 있는
분이니 보통의 칠 방법에는 하등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겠지요."
  "그 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점에서 대답을 해 줄 수 있읍니다. 그중 하는
마법이란 것도 일반적으로 약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나는 여행 도중에 병에 걸렸다가 마법을 써서 치료한 일이 있읍니다. 그 후
내가 유럽에 갔을때 전문의들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마법도 실은 의약인
것으로, 그 보다 더 잘 듣는 약이 발견되기까지는 그것으로도 병을
고쳤지만, 그 후 신약이 발견된 후로는 쇠퇴일로를 걸었다는 것입니다.
다음에 내가 오늘날까지 그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고 기다린 까닭은, 나에게
그 비결을 가르쳐 준 위대한 스승에 대한 경의의 표식으로 하나님이 나로
하여금 그 선생님의 치료방법을 잊게 만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내가 그
선생의 예시바를 그만두고 다른 예시바로 옮겼으니까요. 그리고 내가 오늘
그것을 왜 생각해냈는가 하면 이것은 정말 우연이었읍니다. 나는 오늘
우연히 떨어진 옷을 깁다가 우연히 그 일을 생각해 냈읍니다. 나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물에 담궜읍니다. 옷이 물에 축축히 젖었을 때 나는
그것을 게물라의 침대 앞에 펴 놓았읍니다."
  "그럼 간단한 말을 한 마디만 물어 봅시다. 당신은 내 집에 갔다가 내가
없어서 이리 온 것입니까?"
  "나는 선생 댁에 가지고 않았고, 여기에 온다는 생각도 못했읍니다."
  "그런데 여기에 와 있단 말이지요."
  "오기는 왔으나 오려고 생각하고 온 것은 아닙니다."
  "가브리엘 씨, 그것 봐요. 당신의 마음이 머리보다 더 정직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약속한 대로 부인의 상태를 알려 주러 온 것이지요?"
  "사실은 이렇습니다. 나는 집에서 잠자고 있는 게물라를 보고 있었읍니다.
이제 게물라가 깊이 잠이 들었으니까 나가서 암라미나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게물라의 침대 앞에 깔았던 옷을 다시 한 번
조사해 본 후 불에 다시 한 번 적셔놓고 밖으로 나왔읍니다. 나는
걸어가면서 생각을 했읍니다. 이 암라미는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예루살렘에서 자랐읍니다. 4년인가 50년을 외국에 나가 살다가 어린 손녀와
히브리 책 몇 권밖에는 4,50년 동안 번 것 없이 맨손으로 고국에
돌아왔읍니다. 이 사람을 생각하면서 나는 이스라엘 땅에서 자란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평안한 생활을 하기 위하여 이스라엘 땅을 등지고 떠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읍니다. 그 중에는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고
돈을 번 사람들도 있었읍니다. 그러나 대 박해를 만나 무일푼이 되어 다시
이스라엘의 당을 돌아왔읍니다. 그 사람들이 이제는 이 나라에서 버림을
받고 있다고 불평을 하고 투덜댑니다. 나는 그들이 겪는 고통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불평하는가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누가 소리 높이 외치는 것을 들었읍니다. 그 소리가 들려 온 방향으로 가
보았더니, <균타, 사랑하는 균타, 아직 살아 있었군요. 여보! 그 아랍
사람들이 당신을 해치지 않았군요> 이게 다 어찌된 영문입니까? 젊은 남녀
한쌍이 교외의 계곡에 산보를 나왔읍니다. 그런데 아랍 사람이 하나
나타나서 그들을 괴롭혔읍니다. 그 젊은이가 그 놈을 쫓아 버리려고 그에게
소리를 질렀읍니다. 그랬더니 그 아랍 사람이 칼을 빼들고 그 젊은이를
위협했읍니다. 이것을 본 젊은 여자는 그가 칼에 찔린 줄로만 알고 기겁을
했읍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내가 가던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갔더니 이
계곡 아래에 와 있었읍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보았읍니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을까? 나는 암라미를 찾아가 보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그 집으로 가지 않고 이 집을 찾아왔다니. 선생은 내가 이리 온 까닭을
아시겠읍니까? 나는 알 수 없읍니다. 어제도 왜 내가 이 집으로 왔는지를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 조상들이 말하지 않습니까<사람은 부르심을 받은 곳으로 발이
데려간다>고. 그러나 사람은 자기가 무엇 때문에 부르심을 받았는지 언제나
알지 못하는 법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부르심을 받은 곳으로 발이 데려다
줍니다. 자기가 원하든 안하든간에 발이 사람을 그곳으로 데려다 줍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아디엘 랍비의 시를 입수하게 되었느냐고 나에게 묻는
사람이 많이 있었읍니다. 당신도 나한테 그것을 물었지요. 실제로 말로는
묻지 않았다고 해도 아마 당신도 마음 속으로는 틀림없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내가 그 말을 당신한테 물어 보았던지 물어보지 않았던지간에 당신은
아직도 그것을 어떻게 입수했다는 얘기를 나한테 안 했지요."
  "희망하신다면 말하지요."
  "언젠가 내가 어느 마을에 갔었는데 내 발이 그 마을에서 떠나 가지를
못하게 했읍니다. 유태인들이 모세의 율법도 전혀 모르고 가난에 쪼들린 이
비참한 마을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나는 혼자 생각했지요. 그들은 땅에서 일하는 것과 이교도들에게서 사온
과일을 도시의 도매상에게 넘겨주는 장사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읍니다.
이런 곳에서 진본을 찾아낼 수 있을것 같습니까? 그러는 동안에 나는
안식일에 걸려들어 여행을 떠날 수도 없게 되었읍니다. 나는 마른 무화가
열매와 대추야자 열매를 파는 사람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하고 그
사람과 같이 예배당에서 기도를 드리려고 나갔지요. 그 예배당은 오래되어
까맣게 된 야자수 나무로 지은 건물이었읍니다. 회중이 다 모여 있었읍니다.
그들은 신을 벗고 흙으로 만든 등잔에 불을 켜 놓고 앉아서 아가를
낭독했읍니다. 그 다음에는 일어서서 안식일용 시편을 읊고 나서 보통 날과
같이 <인자하신 하나님이시여>를 노래 불렀읍니다. 그리고 안식일
기도문을 우리들이 들어 본 적이 없는 고요한 멜로디에 맞춰서
기도했읍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것이지만 유대인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강하게 호소하는 바가 있었읍니다. 그들의 풍습은 바빌론의
왕 느브갓네살이 유대인을 포로로하여 예루살렘에서 끌고 간 이래로 대대로
전해 받은 것이었읍니다. 그 느브갓네살 때의 처음 조상이 그들의 지금의
예배당을 건립했다고 합니다. 그가 예루살렘으로부터 이스라엘 사람들을
끌고 갔을 때 그는 이스라엘 땅 위에 있는 모든 맷돌을 제거하여 그것을
이스라엘의 젊은이들 어깨 위에 실으라고 명령했읍니다.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모두 두 어깨에 맷돌을 짊어지고 망명의 길을 떠났읍니다. 이들
젊은이들에 관해서 예언자인 예레미아는 이렇게 말했읍니다. <젊은이들이
맷돌을 지고 갔느니라> 그리고 또 기록하기를 <저가 내 힘을 중도에
쇠약케 하시니라>고 했읍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슬픔을 보시고 불쌍히 여겨
그 맷돌에다 생명의 바람을 불어 넣어서 맷돌마다 날개가 돋쳐 높이
뛰어올라가 젊은이들을 혹사하는 자들이 없는 곳으로 날라다 주었읍니다.
젊은이들은 그곳에 맷돌을 내려놓고 그것으로 그들의 예배당을 지을
주춧돌을 삼고, 남은 것을 가지고는 그들이 살 집의 주춧돌을 삼았읍니다.
이들 젊은이들 중에는 모세의 율법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읍니다. 그들은 또한 그 율법의 여러 가지 비결을 알고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들이었읍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인습을 우리의 인습보다 더
기뻐하실 것이라고 나는 여러 번 생각해 보았읍니다. 그래서 그들은 돌을
어깨에서 내려놓고 그 돌로 예배당의 주춧돌을 삼고 정착지를 이룩하였으니
그것은 사실상 하나의 왕국이었읍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여자가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지상에서 영원히 멸망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있읍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그들의 눈에 새로운 광명을 주신 덕분으로
그들은 바다 위를 올라오는 처녀들을 볼 수 있었읍니다. 이 처녀들에
관해서 이렇게 씌어 있읍니다. <내가 그들을 바샨에서 돌아오게 하며 바다
가운데서 도로 나오게 할 것이다> 각자가 그 처녀들 중에서 골라 아내로
삼고 자손들을 낳고 즐거움 속에서 세월을 보냈읍니다. 이렇게 하여 여러
세대를 계속하다가 마침내 그들의 풍족한 생활 속에 젖어 예루살렘을 잊게
되었읍니다. 그리하여 에스라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라고 명령을 받았을 때
그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읍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예루살렘 대신에 이
당을 주셨으니 모든 것이 잘 되어 간다고 생각했읍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교도들의 군대가 쳐들어와서 그들과 싸움을 하여  그들을 거의 전멸시켜
버렸읍니다. 그리하여 살아남은 그들은 그들의 죄를 뉘우치고 예루살렘을
다시 생각했읍니다. 그리고 이교도들이 그들을 공격한 것은 하나님의
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읍니다. 그럼 이제 내가 아가 시작했던 처음
얘기로 돌아가겠읍니다.
  기도가 끝난 뒤에 그들은 서로 어깨와 수염에 키스를 하면서 안식일의
인사를 나누고, 축원의 말을 나누는 것이었읍니다. 나도 집주인과 같이
집으로 돌아가서 그와 그의 두 부인과 아이들과 함께 돗자리 위에 앉아서
먹고, 지금까지 어떤 찬송가에도 없는 처음 듣는 노래를 불렀읍니다. 해가
아직 뜨기도 전에 노랫소리에 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까 그 집 주인이
돗자리 위에 앉아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있었읍니다. 나는 곧 손을
씻고 내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찬송가이자 어떤 찬송가 책에서도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이 찬송가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들었읍니다. 나는 그
찬송가의 달콤함과 신성함에 어찌나 감동했던지 그 찬송가의 원작자가
누구며 그 찬송가가 어떤 경로로 해서 이 촌락에 전래되었는지를 물어 볼
생각조차 잊었읍니다. 그러나 그 지방에서는 기도가 끝날 대까지는 말을
하지 않기 대문에 설사 내가 물어 보았다고 할지라도 그는 대답을 안 했을
것입니다. 그가 찬송가를 다 부른 뒤에 우리는 같이 다시 예배를 보러
갔읍니다. 해뜨기와 동시에 기도를 드리는 것이 그 사람들의 습관입니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예배당에 모여 예배당 안에 빽빽하게 둘러앉아 즐거운
찬송가를 부르고 있읍니다. 그들이 찬송가를 부르는 격식은 회중의 한
사람이 큰 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씩 시편 하나를 부르면 그 사람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부르고, 그 다음엔 또 다른 사람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었읍니다. 그것은 마치 각자에게 이스라엘의 대표자가 될 자격이 있나
없나를 시험해 보기 위한 연습 같았읍니다. 시편을 다 부르면 노래를 부른
사람은 마치 자기가 그러한 사명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듯이 음성을
떨어뜨립니다. <광명을 만드시고 암흑을 창조하신 하나님>이라는 기도를
할 때면 사회자가 가운데로 나와 광명을 축복하는 기도문을 외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함께 축복의 기도를 드리고 <이스라엘이여, 들으라>를 노래
부르고 각자가 기도 드립니다. 그리고는 또 회중 전체의 기도로 옮겨져
사회자가 앞으로 나와 축복의 말을 할 동안, 회중은 일어나 경건하게
<아멘>하고 욉니다. 모세의 율법이 적힌 두루마리를 꺼낼 때 회중이 하는
말은 <이와같은 운명을 가진 자는 행복하도다>와 <우리 주를 하나님으로
섬긴 자는 행복하도다>그리고 <하나님이 다스릴 것이니>하고 욉니다. 그
두루마리는 양피로 만든 것이고 글씨도 큼직한 글자로 써 있고 율법
낭독자를 일곱 명 이상 늘리지 못하게 되어 있읍니다. 율법을 읽을 때에는
여자들이 들어와 교회 안의 양쪽 문턱에 앉습니다. 이 습관의 기원은 오랜
것으로, 가장 의로운 사람들과 성인 같은 사람들도 감히 이 습관을
반대하지 못했답니다. 왜냐 하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세의
율법을 주셨을 때에 악한 욕망은 그 앞에 머리를 들 수 없었읍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그 악한 욕심이 모세의 율법에 온 생각을
쏟는 사람을 유혹할 수 없었읍니다. 그는 돗자리 위에 앉아서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사람을 선택하시어 그들에게 안식일을 주신 하나님께
찬송가를 읊기 시작했읍니다. 그 다음에 그는 안식일을 받은 백성,
이스라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다음에는 안식일이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안식을 신성하게 지키는 사람을 다 신성하게 만들어 줄 것을
찬미했읍니다. 그 다음에야 손을 씻고 점심 식사를 먹었읍니다. 식사는
끝났으나 찬송가는 끝나지 않았읍니다. 나는 찬송가의 기원을 그에게 물어
보았읍니다. <이것은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것입니다. 아버지는 위대한
학자로, 책에 있는 것은 모두 외고 있었읍니다><그럼 그 책은 어디에
있읍니까?> 그는 벽장 속에 손을 넣어 성스럽고 고마운 기도서가 가득
들어 있는 글씨 뭉치를 꺼내었읍니다. 그 중에는 페누엘 랍비의 아들인
도사 랍비의 작시도 있었읍니다. 페누엘 랍비는 <엘 아돈>이라는 시를
지은 사람이었는데, 어찌나 겸손했던지 제4행 한 곳에만 자기 이름을
서명했읍니다. 4행에서 그는 성스러운 하나님을 둘러싸고 있는
<지혜>와<지식>의 대 천사가 자기에게 나타난 일을 서술했읍니다. 그는
자기 이름의 첫 문자를 시 문구 속에 적어 넣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아디엘
랍비의 시도 알아냈읍니다. 그는 <당신께서 창조하신 이 백성들, 이들이
당신의 계명을 지킬 것입니다>라는 찬송가의 작자입니다. 그 밖에 무명의
옛날 시인들의 작품도 많이 발견되었읍니다. 나는 그에게 그 책을 팔라고
교섭을 벌였읍니다. 그의 대답이 <당신이 황소 한 마리를 준다고 해도 이
책은 팔지 않겠읍니다>그래서 나는 그에게 그 책에서 시를 두세 편만 베껴
가게 해달라고 말했읍니다. <당신이 양을 한 마리 준다고 해도 그것은
못하겠읍니다> 그는 황소를 한 마리 주어도 그 책을 팔지는 않겠다고
말하고, 또 양을 한 마리 받는 것으로 복사하는 것을 허락할 수도 없다고
말했읍니다. 나는 실망하고 시내로 돌아왔읍니다. 그랬더니 사흘 뒤에 그가
나한테로 찾아와 그 책을 선물로 주는 것이었읍니다. 내가 그 책값에
상당한 돈을 지불하겠다고 해도 받지 않습니다. 아무리 돈을 주겠다고 해도
그는 거절했읍니다. <그만한 돈을 내도 책값이 안 된다는 말씀
같으신데>하고 말하자 그의 대답이 <천만에 말씀입니다. 이 책은 거저
드리겠읍니다> <그건 왜요?>하고 물었읍니다. <당신이 그것을 걱정할 게
무엇입니까? 당신이 그 책을 원해서 내가 드리는 것인데.하지 않겠어요.
<나는 값을 치르지 않고 책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값에 상당한 돈을
드리겠읍니다>하고 내가 말했읍니다. 그는 두 손으로 뒷짐을 지고
돌아가버렸읍니다. 나로서도 그 귀중한 책을 가난한 사람한테 거저 받기가
난처했읍니다. 그래서 나는 시내로 나가서 랍비들과 상당하기로 했읍니다.
그런데 그들은 내가 오는 것을 보자마자 급히 달려와서 정중하게 나를 맞고
인사를 했읍니다. <선생님들, 왜 저를 이처럼 영광되게 맞아주십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렇게 안 할 도리가 없읍니다. 하늘이 돌보시는 분이
오셨는데> <그것은 너무나 과분한 대접입니다. 어째서 하늘이 나를
돌보신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시골 사람이 와서 우리들에게 말하기를
자기가 꿈에 조상 대대손손 내려오는 신성한 사본을 당신한테 주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했읍니다> <실은 내가 찾아온 까닭도 그 책
때문입니다. 그 책값을 정해 주십시오. 그럼 그 돈을 내가 여러분께 맡기고
가겠읍니다> <당신한테 우리가 돈을 받다니, 천만에 말씀입니다>
<선생들이 내가 책값으로 지불할 돈을 정해 주시지 않으면 나는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읍니다> 내 결심이 확고한 것을 알고 그들은
나한테서 그 금 화폐로 일정한 액을 받기로 동의했었다. 그래서 나는 말한
금액을 그 사람들에게 맡기고 돌아왔읍니다. 그 가난한 사람이 그돈을
찾아갔는지 안 찾아갔는지 지금도 알 길이 없읍니다. 어쩌면 그가 또 꿈에
그 돈을 자선사업에 쓰라는 계시를 받고 기부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해서 내가 게물라를 알게 될 때에 시집을 손에 넣게 된 것입니다.

      6
  게물라는 달과 같이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녀의 눈은 불꽃과 같고
얼굴은 샛별 같고 목소리는 황혼녘의 그늘처럼 아름다왔다.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면 모든 멜로디의 창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 뿐만 아니라 그녀는
<카바님>을 구울 줄도 알고 석탄불로 고기를 구울줄도 알았다. 감쥬가
처음으로 그녀가 사는 지방에 발을 들여놓았을때 그녀 는 겨우 열 두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지혜는 성숙한 여인의 그것처럼 빛났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낳고 죽었다. 그뒤로 그는 다름 부인을 얻지 않았다.
그녀는 무남독녀였기 때문에 그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지혜가 그냥 사라져
없어진다는 생각을 참고 견딜 수가 없어서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딸에게 물려주었다. 감쥬는 원기가 회복될때까지 그녀의 아버지 집에 한
일년을 묵었다. 그 다음에 그는 눈을 치료하러 비엔나로 갔다. 그는
비엔나에 일년동안 머물렀지만 결국 외눈박이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병원에 머물고 있는 동안 자기 시력이 회복되면 게물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그가 퇴원했을 때는 여행 할 여비마저 떨어졌다.
그의 재산을 의사의 치료비로 몽땅 주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때 우연히
만난 아카바 암리미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바디아와 오바디오비치가
먼 나라에 가서 희귀한 책을 구해 줄 자네 같은 사람을 찾고 있네> 그가
그 두사람을 찾아가 만났더니, 가야 할 곳을 다 지적해 주고, 그의 여비를
다 지불해 주고, 그가 필요한 만큼 그들의 이름으로 돈을 사용하도록
서류를 준비해 주었다. 하나님이 그의 길을 밝혀 주어서 그는 자기
고용주들을 만족시켜 주었다. 이 일로 그는 돈을 좀 벌어 그 돈을 가지고
게물라가 있는 지방을 향해서 길을 떠났다. 그러는 사이에 게물라가 있는
지방에는 큰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은 몇 십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
사건이었다. 예루살렘에서 왔다고 하는 한 성인이 그 지방에 나타나서
거기서 6개월을 머물렀다. 그가 그곳을 떠난 지도 벌써 6개월이 넘었으나
아직도 그의 이름이 보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병에 걸렸던
사람들은 기데온이 자기들의 병을 고쳐 주었다는 얘기를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기데온 선생이 그들에게 삶의 고통을 가볍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또한 주문을 외지 않고도 모든 질병을 피하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보통은 죽게 마련인 유아의 생명까지도 고쳐 주었다.
그는 환자들로부터 치료비도 한푼 받지 않았었고, 환자들로부터 선물을
받았을 때에는 자기가 그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감쥬는 이 기데온이라는
학자가 예루살렘 출신의 학자가 아니라 인류학이나 유럽의 학자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는 그러한 증거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들었다. 즉 그는 게물라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그것을 다 자기 노우트에 기록했다는 사실과, 게물라
부녀가 자기들 끼리만 사용하기 위하여 만들어 낸 언어로 얘기하는
것까지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감쥬가 게물라의 집으로 돌아갔더니,
게물라는 마치 신부가 신랑을 보고 반기듯이 기뻐했다. 게물라는 그에게
양새끼를 구워 주고 <카바님>을 구워 주고 기데온 학자가 좋아했던 노래를
그에게 다 불러 주었다. 그 근처에 사는 가디 벤 게임과의 관계도
거리낌없이 이야기했다. 가디는 그들이 그의 어머니의 젖을 먹고 함께 자랄
때부터 이미 약혼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게물라의 어미니가 그녀를 낳고 곧
죽었기 때문에 가디의 어머니가 그녀를 자기 딸처럼 기른 것이었다. 이때에
게물라의 아버지 게바리아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만났다. 그는 독수리한테
젊음을 소생시키는 방법을 배우기 위하여 산 꼭대기에 올라갔었다.
거기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게바리아가 어떤 무기나 지팡이도 없이 아무
적의도 없이 왔다는 사실을 잘 보지고 않고 그를 공격했다. 그는 용감히
싸워 물리쳤다. 그가 용케 독수리를 물리쳤으니 말이지 그렇지 못했던들
그는 독수리의 발톱에 끌려가 찢겨 잡혀 먹혔을 것이다. 그렇지만 독수리는
그의 왼팔에 상처를 입혀 살을 찢어 놓았다. 그러나 게바리아는 상처를
그냥 내버려 두어서 마침내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가 죽기전에 그는
하룻밤을 정해서 자기와 게물라를 위해서 춤을 추기로 했다. 그 나라의
습관이 그러하였기 때문이었다. 약혼 전에 일곱밤을 춤을 추고, 이러한
밤에는 젊은이들이 와서 춤추는 처녀들 중에서 처녀를 하나 채다가 자기의
아내로 삼는 것이었다. 감쥬는 가디 벤 게임이 게물라를 채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선수를 쳐서, 게물라를 채다가 자기의 아내라고 선언했다.
그들은 결혼 잔치를 밤낮으로 이레 동안 베풀었다. 게바리아는 자기
돗자리에 앉아 다치지 않은 손으로 춤을 지휘했다. 이것은 게물라가 아들을
낳아서 여드레만에 할례를 받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주일 동안의
결혼잔치가 끝났을 때에는 게바리아의 생에도 끝났을 때였다. 게물라는
밤낮으로 애가를 부르며 밤낮 일주일 동안 죽은 자를 애도했다. 첫 일주일
동안의 조상이 끝나자 그녀의 두려움과 놀라움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성대한 의식을 올렸다. 그 뒤로 한달이 지난 다음에 감쥬는 여행 이야기를
처음으로 아내에게 말했다.그녀는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녀가 그것을 알고 나서는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그가 차츰차츰 그녀를 설득시켜서 마침내 그녀가 여행을 떠나기로 승낙은
했으나 여행을 떠나기를 한 주일씩 한 달씩 뒤로 미루고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달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아버지 죽음을 슬퍼했기 때문에 달이 그녀에게 맥을 쓰지 못한 때문인 것
같았다. 그녀는 또한 부적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신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이 감미로움을 안에 품은, 가지에 매달려 있는 무화과 열매
같았다. 아버지의 일년 상이 다 끝날 무렵에 그녀는 자청해서 여행을
떠나도 좋다고 말했다. 감쥬는 낙타를 두 필 빌려 타고 사막 입구까지 왔다.
거기가 대상들이 출발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대상에 끼어서 40일동안
여행한 끝에 마침내 인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감쥬는 게물라에게 발에
신을 신고, 입을 옷과, 머리에 쓸 수건을 사주고 낙타를 타고 마침내 항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그들은 이스라엘을 향하여 출항했다. 그들이
이스라엘 땅을 향하여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모든
악운으로부터 보호해 주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땅 그 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라비.아르세히가, 사람은 일년을 통하여 매일매일 심판을 받느냐
그렇지 않으면 정월 초하룻날에만 심판을 받느냐에 대한 탈무트경의 분쟁에
관해서 기록했듯이 후자의 경우는 이스라엘 땅 밖에 있을 때 적용되는
것이나, 이스라엘의 땅 그 안에서는 사람이 매일매일 심판을 받는다. 왜냐
하면 거기서는 날마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들의 심판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게물라가 그녀의 그 달콤한 노래를 이제는 부르지 못한다는 것이
심판의 시작이었다. 그 후로는 그녀가 모든 말까지 안하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그녀가 우울증에 걸렸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심한 병에 걸렸다.
병이 들어가지고 그녀는 감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감쥬가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창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나는 사람의
말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나는 겁이 난 것은 아니지만 집에는 나와 감쥬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또 우리 둘 중에 아무도 창문을 연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뭐가 뭔지 몰랐다. 나는 그 전날 밤에 꾼 꿈을 회상해 보았다. 내가
본 그 기차와 열려진 창문. 그리고 나는 그 꿈의 힘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꿈이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생시에 되살아난
것이었다. 나는 소리를 다시 한번 또 들었다. 나는 귀를 그쪽에 돌리면서
기나트 박사가 집에 돌아와서 창문을 열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의 말소리는 무엇이라고 해석할 것인가? 감쥬는 내가 정신을 다른 데에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말을 꺼냈다.
  "피로하셨군요? 주무시고 싶으십니까?"
  "아뇨, 피로하지도 않고 자고 싶지도 않습니다."
  "무슨 일에 걱정이라도 생겼읍니까?"
  "발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요."
  "내 귀가 틀림없다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읍니다."
  "그렇다면 내가 착각을 한 게로군요. 그럼 전에 하던 얘기나 계속
합시다."
감쥬는 자기가 게물라와 같이 예루살렘에서 경험한 일을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숨이 끊어질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약
하나님께서 그를 도와 주시지 않았다면 그는 단 하루도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비란 위대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고통을 내리시나, 하나님께서는 또한 그 사람에게 그 고통을 이겨갈 힘을
주신다. 나는 감쥬가 말한 이야기의 정확한 줄거리를 기억하지는 못하나
그가 그 옷에 관한 이야기를 나한테 말한 것은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그는 자기 선생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그는 자기 선생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는 또 예시바의 학생으로
지내던 시절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들도 이미 알고 있지만 감쥬는 세상과의
교제가 넓고 동서학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각지에서 수집해 오는 책과 사본
때문에 쉴 사이 없이 문의하러 온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다른 예시바 학생들과 같이 지방 시민들의 자선으로 공부를 했다. 언젠가
어는 사람이 <슐판 아르프>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보냈다. 그는 책방에서
다른 책과 판이한 책을 보았다. 그 책은 인쇄가 한 줄 간격으로 미끄러지게
되어 있고, 낱말 하나하나마다 모음부호가 되어 있고, 어떤 줄은 신을
모시는 천사들이 노래하는 대찬미가와 비슷했고, 어떤줄은 <알헷트>라는
속죄경을 닮은 것도 있었다. 그는 경이에 찬 마음으로 오랫동안 그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생전 이런 책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책방 주인은
그를 쳐다보다가 40크로이쩌만 내고 사가라고 말했다. 예시바 학생에게는
40크로이쩌란 큰 돈이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을 판다고 해도 그만한 돈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목수의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
댓가로 그 목수가 만들어 준 상자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 상자가
그에게는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왜냐 하면 그의 소지품이라는 것은 자기가
지금 입고 서있는 옷가지를 제외하고는 다 지가 샤쓰에 돌돌 뭉쳐 쌀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책방 주인에게 상자를 주고 그 책을
양보받았다. 그 책은 루자토가 편집한 유다 하레비의 전집이었다. 그는 그
책을 일고 또 다시 읽어서 마침내 그 시를 모두 외었다. 그래도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축제의 기도와 속죄의 찬송가와 만가를 숙독하고
읽으며 복사해 두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다베낄 종이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기억하기 좋게 첫 줄만 베껴 두었다. 그는 시에
너무나 열중했기 때문에 예시바 쪽은 등한히했다. 그래서 예시바를 그만
두고 결국은 책방에 찾아가 그 책방에 취직을 했다. 책방 주인은 그가 아는
것이 많을 것을 보고, 남편이 남겨두고 간 책을 가지고 있는 과부의 집과
성전의 집에서 정리하는 학문에 밝은 부잣집으로 그를 보내기로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자기 자신의 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뒤에는 먼
외국에까지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 뒤에는 유럽 사람이 발도 들여놓은
적이 없는 곳에까지 갔다. 그는 사막 깊숙이에까지 들어가서 가장 저명한
애장가들도 모르고 희귀한 고본과 사본을 발견했고, 성스럽고 겸손해서
이름을 감춘 무명 시인들의 시집도 구해 왔다.
  감쥬는 담배를 한 대 말아서 옆에 놓고 먼 눈을 비비고 성한 눈으로
미소를 짓고 다시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기고 말을
계속했다.
  "내가 저승으로 떠나가면 나와같은 사람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 수치를 뒤집어쓰고 누워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나 이제나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납득할
것입니다. 나는 덕망도 없고 좋은 일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좋은
것을 기대할 권리도 없읍니다. 바로 그 순간에 내 자신의 죄 속에서 생겨난
악마들이 겹겹이 한데 모여 나를 억누를 것입니다. 그들은 천상의 법정에
높이 올라앉아 내 죄를 탓할 것이고, 내가 떨어질 지옥의 연못을 더 깊이
팔 것입니다. 형이 집행되는 동안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찬송가를 기억을 더듬어 외겠읍니다. 외다가 내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잊고 내 찬송가에 내가 흥분하게 되면 그 때는 소리높이 찬송가를
부르겠읍니다. 그러면 성스러운 시인들이 내 찬송가를 듣고 저 무덤에서
무슨 소리가 이리 요란하지? 어디 한 번 가 볼까? 하고 말하겠지요. 그들이
무덤 속으로 내려와 이 불쌍한 영혼을 보고 그들의 성스러운 손으로 나를
잡아 올리고 <우리를 망각의 세계에서 끌어 올려 준 사람이 바로
당신이구료>하고 말하겠지요.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미덕인 겸손으로 나를
보고 미소지으며 ,가브리엘 감쥬, 우리와 같이 갑시다>하고 말하겠지요.
그리하여 그들이 나를 데려다 그들과 같이 살게 만들고, 나는 그들의
신성한 그늘 밑에 안식처를 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나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입니다."
연전히 앉아 있는 감쥬는 자기는 그저 농담을 하고 있을 뿐이다, 라고
억지로 자기에게 납득시키려고 하는 사람처럼 그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퍽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한 이야기를 어쩌면
자신이 시인하는 것 이상으로 보다 더 완전하게 믿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학자들과
연구자들에게 사본이나 고본을 구해도 주어 그들로 하여금 주석과 문헌
목록을 쓰게 하고 나와 같은 사람에게 그런 책을 통해 그 시의
아름다움에서 기쁨을 찾게 하려고 이 세상에 갑자기 태어난 중세 시대의
유태인의 얼굴과 같았다. 이리하여 감쥬는 자신의 고통을 한몸에 짊어지고
내세에 올 좋은 일을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지금의 그는 불치의
병자인 자기 아내 때문에 가슴을 앓고 있다. 나는 그에게 한가가 어느
정도의 간호를 받을 수 있다는 그 요양원의 이야기를 그에게 해 주었다.
게물라를 그 요양원 입원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해 보았다. 비용은
내가 위탁받고 있는 12파운드 중에서 일차로 지불할 수 있는 것이고,
나머지도 이럭저럭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감쥬는 실내용 작은 모자를
훌쩍 벗고 <그 12파운드는 그 부적이 들어 있는 사본을 모르는 사람에게
팔고 받은 돈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 사람이 그 부적을 사기를 쳐서
가져갔다고 의심하느냐고 그에게 물어 보았다.
  "나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주의입니다. 그분도 처음에는 그것을 보지
못했을지라도 나중에 그것을 알고 난 뒤에는 그것이 자기 손에
들어왔으니까 자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부적이 그가 돈을 주고 산 물건의 일부라고 생각했을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어떤 때는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겠지요. 도덕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사람이 자기 필요에 따라서 타협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이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하물며 책에 관한 한 특히
그렇지요."
  "그러면 그 사람이 그 부적의 힘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을 알 리가 있겠읍니까? 만약에 그러한 종류의 물건이 우연히 내
수중에 들어왔을 때, 그것이 무엇이라고 나에게 말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읍니까? 게다가 요새 학자들은 모두 다
현대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부적의 성질을 설사 가르쳐
준다고 해도 말하는 사람을 그저 조롱이나 할 사람들 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들이 그것을 샀다면 그것은 민속학의 대상으로서겠지요. 아, 이
민속학은 싫증이 납니다. 학문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다
민속학 취급을 하니까요. 우리 의 성스러운 모세의 율법도 사람들이
학문적인 연구의 대상 아니면 민속학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았읍니까?
사람은 모세의 율법에 적혀 있는 대로 살아나가고 그들의 삶을 조상들의
유산에 내맡깁니다. 그런데 이 학자들은 모세의 율법을 단지 연구의
대상으로 만들고, 우리 조상 대대의 전통 문화를 가지고는 민속학을 만들어
냅니다."
나는 감쥬의 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한편 생각했다. 원 소유자가
마법의 물체로 여겼지만, 그 물건을 산 사람들은 그것을 골동품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고민하고 번민하는
불쌍한 감쥬, 하나님이 슬픔으로 짓누른 감쥬를 또한 생각해 보았다. 만약에
우리가 사람을 그의 행동을 보고 심판할 수 있다면, 감쥬가 이러한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은 확실히 그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한 행위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간섭하여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나는 나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말하자면 잠시라도 내 쪽을 돌아다
보시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마치 나의 이러한
생각을 내쫓기라도 하듯이 손을 이마에 얹고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우두커니 응시했다. 그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한쪽 귀는 벽에 돌린
이상한 포우즈를 취하고 앉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쯤 경과한 뒤에도 그는
귀를 벽에서 떼지 않았다.
  "당신은 마치 벽에 박힌 돌들이 서로 교환하고 있는 소리를 듣기라도 할
수 있는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 있읍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응시하면서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고 듣고 있었다.
이렇게 귀는 벽에 열중하고 두 눈엔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의
먼눈과 성한 눈 사이의 구별이라면, 한눈은 놀란 빛으로 가득했고, 다른
눈은 점점 노기를 띠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그가 그를 노하게 만드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물었다.
  "무슨 소리가 들립니까?"
  그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아무 것도 안 들립니다. 당신은 무슨 소리가 들리십니까?"
  "아니요, 아무 것도 안 들립니다."
하고 내가 대답했다. 그는 자기 귀를 비비고,
  "네, 그렇다면 내 착각이로군요."
하고 그가 말했다. 그는 자기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담배를 꺼내서 옆에
놓았다. 이번에는 손수건을 하나 꺼내서 그것도 옆에 놓았다. 다음엔
손가락으로 콧등과 턱수염 사이를 쓰다듬고, 손을 수염에다 갖다 대고
말하였다.
  "발소리가 들린다고 말하지 않았읍니까?"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읍니까?"
  "언제라니요? 바로 아까 그런 말을 하고서."
  "그렇지만 아무 것도 안들린다고 말하지 않았읍니까?"
  "그렇게 말했죠,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당신이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면 지금은 나는
반대하지 않겠읍니다."
  "그럼 무슨 소리를 들었단 말씀이군요?"
  "그러면 아까 얘기하던 화제로 다시 돌아갑시다. 아까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던가요?"
감쥬는 대답을 하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웃었다. 나는 말했다.
  "그럼 선생이 아까 얘기하던 게 그처럼 대수로운 얘기가 아니었단
말입니까?"
  "아니오, 그와 정반대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말이지요?"
  "왜냐 하면 두 이스라엘 사람 사이의 대화는 찬송가와 시편이 중요한
것과 같습니다. 만약에 아까 한 말을 되풀이한다고 해도 그 말의 음색이
저번과 똑같을 수 없으니까요. 보십시오. 지금 막 생각이 떠올랐는데, 나는
게물라를 아트루즈 마을로 데리고 가려고 생각합니다."
  "아트루즈 마을로요? 그건 또 왜요?"
  "아트루즈는 아트로트 갓의 지명입니다. 갓의 영토내에 있는데, 게물라가
갓 종족의 자손이거든요. 게물라가 자기 조상의 땅 냄새를 맡으면 건강을
회복할 것입니다. 나는 가디 벤 게임이 그녀를 채가려고 할 때 내가 선수를
쓴 것을 그녀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잊을 수 없읍니다. 나는 게물라가 그때
웃었던 것처럼 다시 웃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면 이 온 세상을 다 주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 박사에 관한 얘기 좀 들어 봅시다.
그라이펜바흐 박사가 아니라 기나트 박사 말입니다. 그에 관한 얘기는 아주
재미 있었읍니다. 우리 성인들이 이렇게 말씀하셨읍니다. <누가 현명한
사람이냐? 자기 신분을 아는 사람이니라> 그 성인들의 말씀에 한 마디
첨가해도 괜찮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읍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 신분을 알지 못한 때>라고. 하여간 당신이 그분과
한지붕 밑에서 살면서 그분과는 인사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늙은 사람입니까? 젊은 사람입니까? 그의 저서를
좋아합니까? 당신은 내가 이전에는 아무 관심도 없던 일에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읍니다. 그건 어떻게 된 까닭이지요?" 
  "자,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우리 학자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 있고
신문 기자들은 앞을 다투어 그들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려
하지만 우리가 어디 그걸 아는 체나 합니까? 그러나 이학자는 교수도
아니고, 그를 칭찬하는 글을 쓰는 사람도 하나 없읍니다만, 우리가 도리어
그를 경탄하고 그에 관한 것을 더 알려고 애쓰지 않습니까? 감쥬 씨,
당신이 두 번째나 세번째 다시 태어났을 때는 그의 저서를 읽어 보겠다고
말하였고, 그가 벌써 이 일에 당신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읍니까?"
  갑자기 감쥬의 얼굴빛이 번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하나도 없어지고 새파랗게 질린 표정만 남아 있다가 그것마저 점점 진한
색으로 되어 가더니 자중에는 그의 얼굴 모습이 형태없는 진흙으로 변했다.
그 형태도 없는 진흙 속에서 나는 놀라움과 무서움을 읽을 수있었다.
그것을 보고 아는 어찌나 놀랐던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 그처럼 자기 자신의 모습을 상실하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감쥬는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왜 이럽니까?"
  나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나는 그의 손에서 내 손을 뺐으나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무슨 일이 당신한테 일어 났읍니까?"
하고 내가 물어 보았다.
  그는 그제서야 제정신으로 돌아가 어색한 미소를 띠고 손을 저으면서
말을 꺼냈다.
  "내가 참 어리석지. 내 정신이 돌았나 보지요."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 나는 잘 모르겠읍니다만."
  "그 요양원 말입니다."
  그는 다시 손을 내젓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별로 이렇다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언제 그 생각을 결정하겠읍니까?"
  "하여간 지금은 생각지 않겠읍니다."
  나는 감쥬에게 그가 게물라를 요양원에 보내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를
여러 가지로 설명해 주었다.
  "요양원에 입원하면 게물라를 위해서도 확실히 좋을 것이고, 감쥬씨,
당신도 또한 젊어져서 다시 여행을 시작하여 숨어 있는 귀중한 보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날이 오면 천지가 마치 새로 개벽한 것과
같이 숨겨져 있는 인류 초창기의 모든 것을 다 찾아 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기나트 박사도 수천 년 동안 숨겨져 있던 것을 발견하지
않았읍니까? 이도 언어와 에남어 찬송가 말입니다. 그런데 왜 내가 기나트
박사 얘기를 꺼냈을까요? 당신도 이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옛날
보물들을 발견해 내지 않았읍니까?"
  감쥬의 시선은 나를 보고 있었으나 그의 귀는 다른 곳에 쏠리고 있었다.
그는 자기 귀를 어떤 때는 출입문 쪽으로 어떤 때는 창문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가끔 벽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나는 그 때문에 불쾌해져서
  "감쥬, 당신 머리는 몇 개나 됩니까? 당신은 출입문이 속삭이는 말,
창문이 속삭이는 말, 그리고 벽이 서로 속삭이는 말을 동시에 듣고, 그리고
또 나와 같은 사람이 하는 말까지도 듣고 있으니 말입니다."
  감쥬는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지금 무엇이라고 말하였지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읍니다."
  "사람의 말 소리를 틀림없이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성이 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들었다면 무슨 언어로 얘기했는지요? 이도 말입니까? 에남 말로
애기합니까?"
  감쥬는 그제야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억누른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 말을 믿을는지 안 믿을는지 모르겠읍니다만, 바로 그 언어로
얘기했읍니다."
  "무슨 언어 말입니까?"
  "게물라가 언제나 자기 아버지와 농담으로 만들어 사용하던 그 언어
말입니다. 내 신경이 어찌나 흥분한 상태에 있는지 나는 들을 수 없는 말도
들을 수 있는 것 같고, 그리고 내가 지금 들은 말이 게물라의 목소리같이
들렸다고 해도 결코 과장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나는 말없이 거기 앉아 있었다. 왜냐 하면 계속되어 일어난 여러가지
불행으로 정신이 산란해지고, 자기가 마음의 평온을 즐기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을 위안하려는 사람에게 내가 새삼스럽게 무슨 얘기를 해
줄 수있단 말인가고 생각했다. 감쥬의 얼굴엔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다만
그의 귀만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거기 혼자 앉아서 그 귀를 가지고
무엇인가 듣고 있었다. 그 두귀만이 활동을 정지하고 있는 존재의 유일한
살아 있는 부분이었다. 마침내 그가 손을 내젓고 말했다. 
  "이게 다 공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를 띠고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했다.
  "사람이 자기 공상력에 압도되면 벽의 그림자까지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같이 보이는 법입니다. 지금 몇 시입니까?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
같습니다. 게물라의 침대 앞에 적셔서 놓아 두었던 옷이 다 마르지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이스라엘의 땅에서는 달까지도 가른 나라에서의 태양보다
더 뜨겁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다시 앉았다. 앉아서는 똑바로 앞을
응시하면서 슬픈 듯이 목소리를 떨구어 중얼거렸다.
  "무슨 말씀이 내게 가만히 임하고 그 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었나니라."
  "상심하고 있군요."
  그는 미소를 짓고,
  "나는 슬프지 않습니다. 그 말을 한 욥은 슬픈 사람이지요."하고 말했다.
  나는 그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무슨 말인가 해 주려고 했다. 자기의 마음
속 은밀한 곳에서 무엇인가 찾다가 자기 소지품을 뒤적거리는 사람처럼
나는 주머니 속을 뒤져 보았다.
  주머니를 뒤지다가 나는 그라이펜바흐 부부가 나한테 보낸 그림 엽서를
꺼냈다. 나는 그 그림 엽서를 들여다 보았는데, 그 속에는 지붕 위에 걸려
있는 달 모양으로 둥글게 그려져 있는 것이 있었다. 감쥬는 종이와 담배를
가지고 한 대 말았다. 그는 종이 가장자리에 침을 바라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 한 대 피우겠읍니까?: 내가 한 대 말아 드리겠읍니다."
하고 그가 물었다. 
  "아, 괜찮습니다."
하고 말하고 나도 담뱃갑을 꺼내 한 대 붙여 물었다. 우리는 둘이 앉아
담배를 피웠다. 담배연기가 위로 올라가자 우리 얘기도 중단되었다. 나는
연기를 바라다보며 지금 감쥬가 일어나 간다고 하면 나는 다시 잡지 않고,
그가 간다고 해도 그를 만류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가 떠나고 나면
나도 자리를 만들고 자기로 하자.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라면 내일은
게르하르트와 그의 부인에게 그들 집을 잘 지키고 있다고 편지나 쓰리라.
내 아파트에 관한 걱정은 하나도 없다. 왜냐 하면 도둑을 한 번 맞은
뒤에는 내가 더 튼튼한 자물쇠를 새로 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내 생각은
시골 친지의 집에 가 머무르고 있는 내 처와 아이들한테로 돌아갔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시골 사람들의 습관에 따라 다들 잠이 들었겠지. 나도
감쥬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벌써 잠이 들었을 것이다. 감쥬의 생각이 났으니
말이지, 그가 이리로 나를 찾아왔다는 일이 참 이상한 일이지? 여기에 와서
그가 나를 찾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손을 뻗어 램프를 다른
쪽으로 비치게 했다. 달빛이 방안을 내리비췄다. 눈시울이 저절로 스스로
감기고 머리가 끄덕이기 시작했다. 간신히 눈을 들고 감쥬가, 내가 잠든
것을 눈치챘나 확인하려고 했다. 그는 주먹을 곡 쥐고 자기 입에 갖다 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 사람이 왜 자기 손을 입에 갖다 대고
있을까 하고 혼자 생각했다. 만약에 나보고 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면
나는 처음부터 잠자코 있지 않는다. 생각을 하도 많이 했기 때문에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내 눈까풀도 무거웠다. 드디어 내 머리가 가슴에
파묻히고 눈이 저절로 감기었다. 내 두 눈이 청하느라고 스스로 감겼다.
그러나 내 두귀를 나는 잠 재우지는 않았다. 바로 옆방 돌계단 위를
걸어가는 맨발의 발자국 소리 때문이었다. 나는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귀를 기울이고 다음과 같은 노랫소리를 들었다.
  "이달, 이달, 이달, 바하, 파하, 마하, 이달, 이달, 이달, 바하, 파아, 마하"
  내가 또 꿈을 꾸는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달빛이 곧장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달을 보고 말했다.
  "나는 당신을 압니다. 당신 얼굴이 그림 엽서에 박혀 있었지요.
그렇지요?"
  다시 노랫소리가 들렸다.
  "이달, 이달, 이달, 바하, 파하, 마하"
  달빛이 노래의 흥을 돋구자 그 음성 속에 여자 음성 같은 게 들렸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기나트 박사가 자신을 위해서 젊은 여자를 하나
만들어냈다는 그라이펜바흐 씨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내 이 손가락이 아픈 것은 어찌된 일일까? 눈을 떠 보니까 감쥬가
내 손을 꼭 잡고 내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내 손을 그의 손에서
뿌리치고 나서 어이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감쥬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성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것 같았으나 먼 눈은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가 왜 내 손가락을 꼭 쥐었을까, 그 노래를 들어 보라고 하기
위함이었을까 하고 자문했다. 정말 노랫소리가 들렸다. 꿈 속의 노래가
아니라 생시의 노랫소리였다. 저게 무슨 노래였을까? 그 여자는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어 노래 부르고 있었다. 나는 저 여자가 바로 상상으로
만들어 낸 그 여자가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우스워졌다. 내
자신 의심을 다 풀기 위하여 감쥬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결심을
했다. 감쥬는 성한 눈과 먼눈을 다 감고 마치 자기 애인이 자기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있는 젊은이처럼 기쁨에 찬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한 그를
방해하기 곤란했다. 나는 눈을 아래로 깔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 말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음성이 아니라 말을 하는 음성이었다. 어느
나라 말이냐고? 우리가 아는 그러한 언어와는 달랐다. 나는 그 언어에
관해서 감쥬에게 물어 보고 싶었다. 내가 눈을 떠 보니까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텅 비어 있었다. 사방을 다 찾았으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어나서 방마다 다 찾아보았으나 그를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한십분이 경고했으나 그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게 무슨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걱정이 되었다. 나는 다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일이 일어났나 알아보려고 큰 호올로 나갔다. 감쥬는 거기에도
없었다. 내 방에 들어가서 기다려 보자,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내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는 본래는 이동신전의 축제용으로 지은 것이나 지금은
기나트 박사가 사용하는 방의 응접실로 사용하는 방에 들어가 보았다.
주위를 돌아다보니까 감쥬가 출입문 뒤에서 있는 것이었다. 그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가 손바닥을 내밀어 문을
만졌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이 참말 본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기도
전에 문이 반 쯤 열리고 그 방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에 이끌려
나는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방안엔 달빛이 가득차 있었고 바로 그 방안에,
맨발에 머리는 헝클어지고 눈을 감은 젊은 여자가 흰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젊은 청년이 창가의 책상에 앉아 그 여자가 하는 말을 다 종이
위에다 잉크로 받아 쓰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의 말을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처럼 신비한 언어를 이해할 사람이 이 세상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이 가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계속하고 청년은 쉬지 않고
그 말을 받아 썼다. 한 가지 분명한 일은 여자의 말을 받아쓰고 있는
남자가 바로 기나트 박사였다. 그가 언제 돌아와서 언제 자기방에 들어갔단
말인가? 그는 틀림없이 감쥬와 내가 그라이펜바흐 박사의 방에 있을 때
돌아왔을 것이고, 그 여자는 창문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창문이
열리는 소리와 맨발의 발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내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나는 감쥬의 존재를 잊고 그가 내 옆에 서 있다는
사실마저 알지 못했다. 그러자 감쥬가, 정말이지 감쥬가 괴상한 짓을 했다.
그는 예의 범절을 아주 잊었다. 그는 몸을 내던지듯 방안으로 뛰어들어 두
팔로 여자의 허리를 껴안았다. 자기의 일생을 자기 부인에게 헌신했던 이
겸손한 남자가 남의 방에 뛰어들어 남의 여자를 껴안은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사건이 더 혼미해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내가 사건의 줄거리를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난 것은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경과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감쥬와 같이 기나트 박사의 방 앞에 서 있었다. 문이 반 쯤 열려
있었다. 나는 달빛으로 환하게 밝혀진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달이 방안에
들어올 때는 문이 좁아서 일그러졌으나 일단 방안에 들어와서는 점점
커져서 방안을 꽉 채워 방안 전체,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환히 들여다
보였다. 그 방안에 그 여자가 서 있고, 젊은 남자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다. 별안간 감쥬가 그 방안으로 뛰어들어가 팔로 그 여자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 여자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아직도 감쥬의 팔에 안긴
채 소리쳤다.
  "선생님!"
  그 여자의 음성은 아직 남성을 모르는 처녀의 음성과 같았다. 그
젊은이가 대답했다.
  "게물라, 당신 남편을 따라가요."  
  "오늘날까지 몇 해를 두고 내가 선생님을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게물라,
남편을 따라가>하시다니!"
  "이분이 당신 남편이 아니오."
  "그러면 당신, 기데온 선생, 당신 나하고 무슨 관계이시지요?"
  "나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요."
  게물라가 웃었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으시다고요! 선생님은 착하신 분이고
사랑스러운 분이십니다. 세상에 선생님처럼 착하고 사랑스러운 분은 없을
것입니다. 저를 선생님과 같이 있게 해 주세요. 그러면 나는 평생 한
번밖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그로피트란 새의 노래를 불러
드리겠읍니다."
  "불러 봐요."
  "내가 그로피트 새의 노래를 부르고 우리 둘이 함께 죽어요. 그리고 감쥬,
기데온 선생과 내가 죽거던 우리 무덤을 나란히 마련해 주세요. 그렇게 해
주시겠어요?"
  감쥬는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힘을 다해서 그녀를 눌렀다.
그녀의 그의 팔에서 빠져 나가려고 바둥댔으나 그가 그녀를 더 힘껏 잡고
기나트에게 이렇게 퍼부었다.
  "여보,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아? 이스라엘의 일대 죄인이야. 남의
마누라를 도둑질하는 것조차 겁을 내지 않는 사나이야!"
  "기데온 선생, 이분 말을 듣지 마세요, 나는 누구의 처도 아닙니다. 물어
보세요. 내가 이분한테 몸을 허락한 일이 있나 물어 보세요."
  감쥬는 비통한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내 처야. 내 처야. 내 처란 말야, 모세의 율법과 이스라엘의
법률에 의하여 맺어진 내 처란 말야."
  "게물라, 당신 남편을 따라가요."
  "그럼 나를 버리신단 말씀이군요?"
  "내가 그대를 버리는 게 아니라 당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하라고
할 뿐이오."
  이 말을 듣고 그녀는 맥이 빠지는 것 같았다. 감쥬가 그녀를 잡고 있지
않았으면 그녀는 땅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리고 감쥬는 그녀를 두 손으로
안자 기나트와 내가 보고 있는 가운데 사라져 버렸다.

      7
  달은 30일 간의 일주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기 시작했다. 감쥬가
기나트의 집에서 자기 부인을 되찾아간 뒤로 벌써 30일이 흘렀다. 그 이후
나는 기나트도 보지 못했고, 감쥬도 보지 못했다. 내가 감쥬를 보지 못한
까닭은 내가 스스로 그의 집에 찾아갈 사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나트는 그 사건이 있은 뒤로는 소식이 끊어졌다. 나는 언젠가 한 번
아라비아인이 경영하는 다방에서 샤미리야파의 대사제의 아들과 마주앉아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기밧트 샤올에 있는 가불란과
가긴이 경영하는 양파지 공장에서 그를 만난 일이 있으나 그 때에도 아무
일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이상 쓰지 않겠다. 처와 아들도 휴가에서
돌아왔고, 물탱크에 물도 가득히 채워졌다. 나는 집에 들어앉아서 별로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쥬가 그의 부인을 되찾아간 뒤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결국 착한 것이 악한 것을 물리쳐서 그녀는
남편과 다시 화해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의 언어도 다시 회복하였을
것이고, 어쩌면 그녀가 노래도 다시 시작해서 그로휘트라는 새의
노랫소리와 같이 그녀의 노랫소리가 그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감쥬는
게물라가 목청을 드높이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무엇보다도
좋아했다. 그런데 왜 감쥬가 게물라의 입을 막고 노래를 못 부르게
했었을까? 그것은 노래란 것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샘물의
노래는 높은 산의 노래에 연결되어 있고, 높은 산의 노래는 하늘을 나는
새의 노래에 연결되어 있고, 이 새들 중에 그로휘트라는 새가 한 마리 끼어
있는 것이다. 그 새가 이 세상을 떠날 시간이 오면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아가 목청을 드높이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노래가 끝나면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이러한 모든 노래가 게물라의 언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에 게물라가 입을 열고 그 그로휘트라는 새의
노래를 입밖에 냈더라면 그녀는 당장에 죽고 말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감쥬는 그녀의 입을 막고, 그녀의 영혼이 그녀의 육신을 떠나지
못하게 보호해 준 것이다. 나는 집에 들어앉아, 적든 많든 간에 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해가 지면 나도 하던 일을 제쳐놓는 것이다.
  "내가 지금 본 것을 보아라. 그것이 좋고 아름답지 않느냐?"
  그리고 <태양 밑에서 일을 한다> 왜냐 하면 세상에 해가 비치는 한
세상은 좋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하루 일을 다 끝마치고
나서도 여력이 좀 남아 있으면 산보를 나간아. 그렇지 않으면 나는 홀로 집
앞에 나가 의자에 앉거나, 그렇지 않으면 창가에 기대서서 날이 저물고
밤이 오는 것을, 별들이 나와 창공에 제자리를 잡고 달이 떠오르는 것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달과 별들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천공은
그 자체의 빛으로 빛나고 그 안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무르익은
자두나무의 열매와 같이 푸른 회색빛을 내면서 하늘과 땅 사이를
오르내린다. 그러는 사이에 수 없이 많은 귀뚜라미 우는 소리로 온 세상이
요란해진다. 내 집에서 멀지 않은 곳 나무들 사이에 소란한 소리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계속되어 마침내 폭풍을 만난 바다와 같은, 푹풍우를
만난 숲과 같은 소리였다. 세상에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이상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일어서서 세상의 뒷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미 너무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외면했다.
과거에 일어났던 그 많은 사건 중의 하나가 감쥬와 게물라의 사건이었다.
자기 집에 돌아와 자기 아내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남쪽으로 가고 북쪽으로
돌아가 보고 돌고 돌다가 처음에는 올려고 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찾아간
집에서 자기 부인을 찾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정말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내 눈으로 감쥬가 자기 아내를 잡아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그 자신이 나에게 이야기한 것 같이만 생각되었다. 즉 가디 벤
게임이 게물라를 채가려고 했을 때 감쥬가 가디에게 선수를 써서 게물라를
빼앗았다는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들어간다. 세상에는 어떠한 사건이든지
징조가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란 하나도 없다.
예를 들면, 새는 날기 전에 그의 날개를 펴고 날개가 그림자를 만든다. 그
그림자를 보고 날개를 위로 올리고 난다. 달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인제 곧 솟아오를 것이다. 그래서 하늘 한구석에는 달을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하늘의 한 부분같이 보이던 구름이 이제 하늘과 갈라져서
사방으로 흩어져 인제 겨우 달이 얼굴을 내밀고 나타났다. 빛에 다치지
않고 빛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이제 내 생각은 달을
동경하는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제는 달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우리가 땅에 매어 있는 것과 같은 생각들로 옮겨 갔다. 그리고 대지가
환영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으로, 밤의 그림자와 같이 세상을 방황하는
사람들에 관한 생각으로 발전했다. 내 말은 자기들 만의 집을 발견하지
못했던 그 부부를 특히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자기나라에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자기 나라가 자기들을 도외시한다고
말하는 그런 부부를 두고 하는 말도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나라의 생활의
괴로움으로부터 잠시 쉬기 위하여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그라이펜바흐
부부를 두고 하는 말도 아니다. 내 말은 이 대지에 결박되어 있는 모든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라이펜바흐 부부가 돌아올 때가 다가왔다. 그
집 청소부 그리지아가 나에게 이 사실을 일러주었다. 부인으로부터 그림
엽서가 한 장 그녀에게 왔다는 것이다. 나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 보아도
돌아온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들이 조만간 돌아올 것이므로 나는 그들의
집이 어떻게 되어 있나 다시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집엔 문이 잠겨 있었다.
아무도 출입한 것 같지 않았다. 기나트가 자기 방에 있는지 없는지도 나는
알지 못했다. 하여간 게물라가 열고 들어갔던 창문도 닫혀 있었다.
그라이펜바흐 부부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모든 것이 다 안전하게
제자리에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그라이펜바흐 부부의
귀국이 신문에 났다. 보려고 신문을 들었더니, 기나트 박사가 죽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한 사람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뉴우스를 그 이상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덜컥 주저앉았다. 인간이란, 정신이 빠지면,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상념이 마음에 떠오르는 법이다. 나는 혹시 인쇄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엘과 엔이 잘못 인쇄된 것이 아닐까? 그릇된 생각이 일단
사람의 머리에 들기 시작하면 좀처럼 그것에서 떠나지 않는 법이다. 나는
신문을 다시 들고 엘 자가 죽은 사람의 이름 위에 똑똑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엘로 보인 글자는 또다시 엔으로 보였다. 마치 그 글자가
연장되어 엔자로 만든 것과도 같이 나는 웬일인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길가의 벽에 붙인 벽보를 들여다보았으나 그의 죽음
알리는 벽보는 하나도 없었다. 가나트는 공직을 갖지도 않았었고,
시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벽보판에 그의 죽음을 고시해 줄
사람도 한 사람 없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소식통으로부터 그가 정말
죽었다는 사실과, 그가 어떻게 죽었다는 이야기도 다 들어 알았다. 그럼
처음부터 말해야겠다. 나는 거리에서 거리를 거닐면서 죽은 사람이
기나트라면 왜 이름이 기나트라고 적혔을까, 그리고 만약에 죽은 사람이
기나트라면 내가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울까 하고 나 혼자 생각해 보았다.
암라미 노인이 자기 손녀딸에게 몸을 의지하고 나에게로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장례식에 가시는 길입니까?"
  나는 머리를 끄떡이고 그렇다고 말했다.
  "자리에 누워서 꼼짝도 못하는 여자가 지붕 위에서 죽다니 참 이상한
일이지!"
  나는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를 오래 쳐다보았다.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하나님의 섭리란 참으로 놀라운 것입니다. 누가 감히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겠읍니까?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이스라엘에서 자기 생명을 모험했읍니다. 그 결과로 그가 떨어져
죽었읍니다. 우리는 지금 한 사람의 장례식에 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장례식에 가는 것입니다. 감쥬의 부인 장례식과 기나트 박사의 장례식
말입니다."
  암라미의 손녀 에드나가 덧붙였다.
  "신문에는 이런 얘기는 나지 않았지만, 어젯밤에 어느 신사가 자기
방에서 밖으로 나가 어느 여자가 지붕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대요. 그
남자가 위험으로부터 그 여자를 구하려고 뛰어올라 갔는데 난간이 무너져서
둘이 다 떨어져 죽었대요."
  그래서 암라미와 에드나와 나, 우리 셋은 걸어서 게물라와 기나트의
시체가 놓여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문이 닫힌 뒤였다. 현관에 수위가
앉아서 출입하는 사람을 보면서 사람들이 모두 병원에 들어가기 위하여
자기의 허락을 구할 것이고 자기가 모두 거절할 공상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의 공상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아무도 병원에 들어가려고 청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안치실이 있는 뜰안으로 자유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뜰안 한구석에 환자들을 위한 세탁소가 있었다. 작기는 하지만 그 세탁소가
죽은 사람들에게 봉사를 했다. 그 세탁소 옆에 있는 부서진 긴 의자 위에
세 사람의 시체 감시원이 앉아 있었고, 또 한 사람은 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말고 있었다. 그는 암라미와 나를 보자 우리에게 바싹 다가와서
밤새도록 시체 옆에서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시편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시편을 불러 준 값을 누가 그에게 지불할 것인지를 알고자
했다. 그는 내가 정직한 사람같이 보였던지 나보고 돈을 지불해 달라고
하는것 같았다. 유족들이 들어와서 맞은편 긴 의자에 앉았다. 그
집단으로부터 한 여인이 일어서서 그들 앞을 지나가 울음소리에 자기의
여윈 몸을 흔들어 장단을 맞추어 가며 큰 소리로 통곡을 하고 울었다.
그녀가 하는 말을 나는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그녀의 목소리와
몸가짐과 얼굴의 표정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울게 만들었다. 그 여자는
자기 가슴에서 젊은 사람의 사진을 꺼내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그
남자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고, 죽음의 천사가 너무
일찍 그를 데리러 오지만 않았던들 그가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탄을 했다. 유족들은 모두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다 동정해서 울었다. 게물라도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이와 똑같이
울며 슬퍼했을 것이다. 나는 그들 사이에 서서 감쥬가 시체 안치소에서
걸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항상 그를 따라다니던 영혼의 혼란한 상태가
잠시나마 그에게서 보이지 않았다. 그대신 이번에는 두 가지 새로운 것,
놀라움과 슬픔이 붙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가까이 가서 그의 옆에 섰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의 먼눈을 비비고 손수건을 하나 꺼내 손가락을 닦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사람이었읍니다. 그이는 예루살렘의 학자였고, 내가 부적을
팔았던 바로 그 학자였읍니다."
  시체를 감시하는 종업원 한 사람이 우리들이 있는 데로 왔다. 그는 나와
감쥬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쳐다 보았다. 마치 손님을 두사람 맞는
장삿군처럼, 자기가 어느 손님에게 먼저 말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더 중요한 사람인가를 결정하려고
애쓰면서 담배를 한 대 달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이 기나트의
관을 밖으로 내왔다. 감쥬는 손가락을 자기의 먼눈에 갔다 대면서 조용히
말했다.
  "기나트가 바로 제 부적을 사갔던 사람입니다."
  관을 메는 사람들이 발길을 움직였다. 다섯 명 가량의 사람들이 그뒤를
따라갔다. 나 외에 고인과 잘 아는 서너 사람이 마지막 의식을 하러
따라갔다. 양철통을 든 거지가 가까이 왔다. 그는 그 통을 울리며 반복해서
이렇게 말했다. 
  "자선이 죽음으로부터 구원합니다."
  그는 이 말을 한 마디 하고 나서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 동안에 다른
시체들을 밖으로 내와 그 시체를 따라오는 조상객들이 자기에게 줄지도
모르는 것을 받지 못할까 보아서 그런 것이다. 올리브 산에서 돌아가는
길에 게물라의 장례식 행렬에 부딪쳤다. 그리고 게물라의 장례식으로부터
돌아오는 길에 그라이펜바흐 부부가 타고 있는 자동차가 내 길을 막았다.
보니 그들은 막 여행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그라이펜바흐가 자동차 안에서
나를 불렀다.
  "참 반갑네. 정말 반가와! 우리 집은 어떻게 됐지? 아직도 건재한가?"
  이번엔 그라이펜바흐 부인이 물었다.
  "아무일도 없었읍니까?"
  "아무일도 없었읍니다."
하고 나는 대답했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그래 기나트를 알게 되셨어요?"
  "네, 기나트를 알게 됐읍니다."
하고 나는 대답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타세요, 같이 갑시다."
  "그러면 타게 해 주십시요."
하고 나는 말했다. 교통순경이 달려와 우리가 교통 방해를 한다고 소리쳤다.
운전수가 자동차를 스타트시켜 그라이펜바흐 부부는 나를 태우지 못하고
그냥 가 버렸다. 며칠 뒤에 나는 열쇠를 돌려주러 그라이펜바흐 부부의
집을 찾아갔다. 바로 그날 경찰서에서 기나트 박사의 방을 조사하러 왔다.
그러나 그들은 일상 생활 기구와 종이를 태운 재가 그득한 두 개의
깡통밖에는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재는 자기가 쓴 것을 태우고
남은 것 같았다. 언제 기나트가 그것을 태웠을까? 감쥬가 게물라를
데려가던 바로 그날 밤, 그렇지 않으면 게물라를 구하러 나갔다가 같이
죽은 그날 밤이었을까? 무엇이 기나트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저작을 없애게
만들었을까? 수십년간의 노력의 결과를 단 몇 분 내에 태워 버리게
하였을까? 이러한 경우에는 항상 그렇듯이, 이 문제는 가볍게 다루어진다.
그것은 심각한 회의가 그로 하여금 이러한 행동을 취하게 만들었다고,
심리적인 의기소침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또 무엇이 그를
이러한 정신적 타격 상태로 밀어넣었을까? 그리고 그의 심각한 회의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는 대답이 있을 수 없다. 왜냐 하면
이러한 문제를 추측할 길도 없고 알 길도 없고, 이해할 길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기나트의 영혼과 같이 지식인의 영혼을 다룰때, 기나트의 것과
같이 지혜의 작품과 시를 다룰 때는 특히 헤아릴 길이 없는 것이다. 어떠한
설명도 이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없고, 어떠한 원인의 해명도 이 문제를
변경시킬 수는 없다. 이러한 설명과 해명은 해결이 불가능한 여러 가지
문제와 위안할 길이 없는 여러 가지 사건에 인간들이 재주를 연습한
무의미한 말에 불과한 것이다. 설사 모든 사건은 처음부터 미리 이렇게
일어나게 예정되어 있다고 말하더라도 우리가 그 문제의 핵심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문제도 해결된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원인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우리의 마음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기나트의 유서가 발견되었는데, 기나트가 지가 저서를 출판할 출판사의
저작권을 취소하는 무효선언이었다. 자기의 단어집, 즉 이도어 낱말 아흔
아홉 개와 그이 문법책, 즉 이도어 문법책과 에남 찬송가 집을 출판사가
재출판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취지문이었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이 그의
유언은 이행되지 않는 법이다. 그 반대로 그의 저작은 날로 판을 거듭하여
세상의 학자 모두가 이미 그의 저작을 알게 되었고, 특히 그 우아하고
매력있는 에남 찬송가집을 이해하게 되었다. 위대한 학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의 학문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의 학식을 인정할 것이나
그것을 보고자하지 않는 사람들은 원치 않으면 인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러나 그러한 학자도 일단 죽고 나면 고인의 영혼은 그의 저서 때문에
한층 더 빛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눈이 멀지 않는 한, 누구나 다 그
학자가 내는 빛의 은혜를 받게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