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지리를 알면 세상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목표는 일반인들이 해
외 지역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
려면 이해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이해의 틀은 궁극적으로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 이때 누군가가
틀을 알려 주고, 내용이 친숙하며,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으면 그 과정이 훨씬 쉬워진다.
지리의 이해
▣ Short Summary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루어진 해외 지역에 관한 연구는 주로 특정 지역을 이해하거나 지역과 지역 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특정한 목적에 부응하는 긍정적 면이 있지만, 세계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책은 해외 여러 나라나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일반인
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쓰여졌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세계는 왜 비슷한가?”라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하고자 하였다.
첫 번째 질문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에 작동되는 원리에 대해 살펴보기 위함
이고, 두 번째 질문은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들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행동이 외양으로는 달
라 보여도 그 기저에는 공통으로 작동되는 간단한 원리가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알아
보기 위함이다.
연구에 앞서 우리는 나라나 지역에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경제 상태가 사람들의 행동에 상당한 영향력
을 행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제 발전 정도가 비슷한 단계에 있는 지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유사한 현상을 가리키는 의미로 일반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반면에 경제 발전 단계가 비슷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특수성으
로 보기로 했다.
특수성은 그 이유가 다양하기 때문에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저에 깔린 요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 책은 특수성의 기저 요인으로 지리나 기후와 같은 자연지리 요인, 역사와 제도로
대표되는 인문 지리 요인, 문화적 특성을 설정하고, 이 요인들이 어떤 행동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살펴
본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칫 개별 사례 연구로 남기 쉬운 해외 지역 연구의 수준을 조금은 업그레이드
시키고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해외 지역을 이해하는 기본 틀로 일반성과 특수성을 제시한다.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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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히, 지역 차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틀로 사용하는 특수성의 기저 요인에 대해 서술한다. 2부에서는
자연지리 요인, 인문 지리 요인, 그리고 문화 특성 요인의 3가지 특수성의 기저 요인에서 비롯된 특수
성의 사례로 여겨지는 개별 사례들을 제시한다. 3부에서는 일견 특수성의 사례로 생각하는 몇 가지 사
례들을 일반성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문화와 비즈니스의 관계를 이론과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신뢰와 공정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를 살펴
본다.
▣ 차례
머리말 : 지리를 넘어서
들어가며 : 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제1부. 세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1장 해외 지역 연구 방법론
1. 개요
2. 일반성과 특수성
2장 특수성의 기저 요인
1. 자연지리 요인
2. 인문 지리 요인
3. 문화와 문화 이론
제2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3장 자연지리 요인에서 비롯되는 특수성
1. 중국의 남방과 북방, 베트남과 한국의 지역 : 지형과 기후에서 비롯되는 지역 차이
2. 인도와 동남아의 수식 문화 : 식생의 차이로 인한 먹는 방법의 차이
3. 한·중·일 젓가락의 재질과 길이 : 식생에서 비롯된 식탁 문화 차이
4. 미국과 이탈리아 : 식생에서 비롯되는 비만도 차이
5. 미국에서 신발은 옷 : 지리와 기후에 맞춘 교통수단과 주거 시설
6. 미국 여대생의 픽업트럭 : 지리에 대한 적응에서 비롯된 자동차 문화
7. 미국엔 인도가 없다 : 지리의 영향으로 인한 도로 구조
8. 8백만 신의 나라 일본 : 자연 재앙에서 비롯된 종교
4장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
1. 미국의 총기 소유 : 역사적 우연과 제도에서 정착된 안전 문화
2. 지중해의 망루와 미로길 : 누적된 역사적 우연의 결과로 형성된 도시 형태
3. 지중해의 인질 비즈니스 : 역사적 우연과 경제성이 만든 비즈니스
4. 좌측 통행 대 우측 통행 : 역사적 우연과 경로 의존성에서 형성된 통행 문화
5. 미국의 홈리스와 자선 문화 : 주택 금융·사회보장 제도와 기부 문화
6. 미국의 입양 문화 : 제도와 관습에서 비롯되는 보육 문화
7. 카페 천지 한국 : 역사적 전통과 가옥 구조가 이끌어 낸 사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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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8. 일본 자동차의 성공 비결 : 관습의 영향에서 비롯된 틈새
5장. 문화 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
1. 유럽인은 운동화 신고 출근해 구두로 갈아 신는다 : 맥락 문화와 직장의 의미
2.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 : 단시일에 고치기 어려운 역사적 경험의 산물로서의 고맥락 문화
3. 미국의 수평적 조직 구조와 CEO 위상 : 실용성을 중시하는 저맥락 문화의 조직 구조
4. 미국의 높은 이혼율과 트로피 와이프 : 개인주의 문화와 결혼 문화
5. 한국의 길거리 응원 : 집합주의 문화의 절정
6. 미국 식당의 팁 : 제도와 불확실성의 수용에서 비롯된 서비스 문화
7. 카카오톡과 WeChat(微信) : 불확실성 수용 정도와 소셜 미디어
8. 미국과 한국의 화장실 공간 구조 : 보여지는 것에 대한 수용성의 차이
제3부. 세계는 정말 다를까?
6장 상식 깨기 :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
1. 중국의 짝퉁 문화 : 지역의 특수한 문화인가, 경제 발전 단계의 과정인가?
2. 인도 카스트 제도
3. 중국의 꽌시(?系) : 그들만의 비즈니스 관행?
4. 인도엔 화장실이 없다?
5.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개는 식구? : 같으면서 다른 역할
6. 한국에서 신뢰 사회의 어제와 오늘
7. 일본, 한국, 중국의 올림픽 개최 : 한국의 20년 후 청사진과 20년 전 복사판
8. 코리안 타임 : 어제의 한국
★잠깐만! 역사적인 사건에 적용해 보기
- 임진왜란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광기의 산물일까?
제4부.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한국은?
7장.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
1. 문화가 유사하면 무역과 비즈니스는 잘될까?
2. 인도인은 모텔업, 한국인은 세탁업 : 동업 문화 대 벤처 문화
3. 일본이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 길을 갔다면?
4. 문화적 특성으로 본 일본 사회의 현재와 미래
5. 한국, 신뢰 사회로의 여정은 자연스러운가?
6. 한국,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 공정 사회로의 험난한 여정
나가며 : 특수성의 기저 요인과 지역 차이의 유관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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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지리의 이해
제1부 세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해외 지역 연구 방법론
개요: 지구상에는 국제연합에 가입한 나라만도 190여 개에 달한다. 대만과 같이 국제연합에 가입하지
는 못하였지만 독자적으로 통치권이나 자치권을 행사하는 나라들을 포함하면, 250개 가까이 된다고 한
다. 그중에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및 중국처럼 국토 면적이 큰 나라도 있지만, 바티칸처럼 아주 작은
나라도 있다. 큰 나라들은 땅덩어리가 큰 만큼 지역별로 식생이나 삶의 환경도 한 나라라고 보기 어려
울 정도로 다양하다. 작은 나라들도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지역 간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지구상에는 약 80억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어디서건 매우 비슷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을까?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 또
는 그로부터 비롯된 생활 양태는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 지역마다 시대마다 제각각일까, 아니면 그
들을 이해하는 어떤 공통의 잣대가 있는 것일까? 공통의 잣대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 리고 공
통의 잣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만약 지역마다 시대마다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모두 제각각이라면 우리가 학습을 통해 세계 여러 지역
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게 된다. 하나하나의 지역과 시대마다 별도의 학습을 하여야 하니 참으
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어떤 기본 틀이 있다면 얘기
는 달라진다. 학습을 통해 단기간 내에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들을 이해하고 전체를 볼 수 있어서 매
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은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처음에는 모두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과 그 요인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뜻밖에도 그들을 관통하는 어떤 공통의 잣대를
발견하게 된다. 지역이나 시대와 관계없이 공통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이다. 우리는
흔히 이를 일반성으로 이해한다. 물론 모든 현상을 일반성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지역마다 시대마
다 다른 지역이나 시대에서는 나타나지 않기에 다른 지역이나 시대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
도 있다. 우리는 이를 특수성이라고 간주한다. 우리는 지역들의 차이를 공통의 잣대에 해당하는 일반
성과 그런 잣대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특수성이라는, 두 가지 틀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일반성과 특수성: 먼저 일반성에 관해 살펴보자. 사람들의 행동에는 국경이나 지역과 관계없이 비슷하
게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누구나 살기 위하여 무언가를 먹고자 하고, 안락한 주거 환경에서 지내고자
하며, 좋은 옷을 입고자 한다. 의식주와 관련된 행동은 많은 부분 생물학적인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고 혈육의 정을 나누고자 하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과 만나는 언어로 소통하며 친하게 지내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보면 세계 여러 나
라 사람들 사이에 차이는 없어 보인다.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일반성’이라
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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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그렇지만 인간 삶의 많은 영역에서 나라나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나 목숨값, 시간의 가치, 건강, 교육 및 환경에 대한 자세, 그리고 소비 양태 등이
그러하다. 예를 들면, 최근에도 중동의 어느 분쟁 지역에서는 수백 달러에 목숨을 걸고 자살 폭탄 테
러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의 소식이 들리는 반면, 어떤 나라에서는 인질로 잡힌 한 사람의 몸값으로 수
백만 달러를 요구하는 테러범의 요구에 정부가 전전긍긍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만큼 사람의 목숨값
이 다르다는 얘기다.
인도나 남미 및 아프리카의 일부 나라에서는 시간에 둔감하거나 시간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
는다. 개인 간의 약속은 물론이고 외국인과의 상담 시간에 늦는 것조차 그다지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예사롭게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미국이나 서유럽에서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는데, 그만큼 시간의 가치가 높다는 얘기이다. 심지어 같은 나라에서도 시간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기도 한다.
건강과 교육 및 환경에 대한 자세도 나라마다 적지 않게 다르다. 어떤 나라에서는 환경 오염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에 따른 건강의 문제도 자연히 소홀하게 취급된다. 반면 서유럽이나 북
미 및 대양주의 대부분 나라에서는 환경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며, 그만큼 건강한 삶에 대하여
부여하는 가치 또한 매우 높다. 건강과 교육 및 환경에 대한 자세 역시 한 나라 안에서도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이전과는 달리 미세 먼지가 일기 예보에 포함된다. 사회
적으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끄는 이슈가 될 정도로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제2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자연지리 요인에서 비롯되는 특수성
한ㆍ중ㆍ일 젓가락의 재질과 길이 - 식생에서 비롯된 식탁 문화 차이: 동북아시아의 세 나라 한국과
중국 및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서 오래전부터 빈번하게 교류해 왔다. 위도상으로도 비슷한 지
역들에 있다 보니 자연조건이 비슷하고 그로 인해 유사한 농작물이 자라면서 식문화도 적지 않게 공유
한다. 한국, 일본 및 중국의 남방 지역이 모두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점도 그중의 하나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의 남방과 북방 지역 모두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하는 젓가락 문화권
에 속한다.
그렇지만 세 나라가 사용하는 젓가락의 길이나 형태 및 재질에는 차이가 있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달리 나무 재질을 사용하는데 중국은 길고 두껍지만, 일본은 짧고 뾰족하다. 한국은 대륙과 열도의 중
간인 반도에 위치하는데, 젓가락 길이 또한 양자의 중간 정도이다. 하지만 재질에서 한국은 이들 나라
와는 달리 청동, 놋쇠, 스테인리스 스틸 또는 은으로 된 금속 젓가락을 사용해 왔다.
이렇게 된 것은 한국, 중국 및 일본 세 나라의 식생과 그로부터 연유된 식탁 문화와 관련된다. 중국은
식탁이 둥글고 커서 먼 거리의 음식을 먹으려면 긴 젓가락이 불가피하고, 기름진 음식이 많은 탓에 끝
이 뭉툭하고 두꺼울 필요가 있다. 일본은 섬이라는 특성과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 문화가 덜 발달한 대
신 생선과 야채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밥상 문화여서, 젓가락만으로 먹기 편한 요리가 발달하였다. 그
러다 보니 젓가락의 길이도 짧고 생선 음식을 잘 발라 먹으려면 뾰족할 필요가 있게 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금속 젓가락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탕 문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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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따뜻하고 물기가 많은 국이나 죽과 같은 습성 음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국이나 죽은 제한된 식자재를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유리한
점이 있는데, 산지가 많고 농지가 부족해 물산이 풍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들과 산의 풀과 채소를 식자
재로 많이 활용해야 하는 상황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싶다.
뜨거운 국이나 죽을 뜨기 위해서 숟가락의 필요성이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또 습성 음식을 뜨는
데 주로 활용하다 보니 젖으면 특성이 변하기 쉬운 나무보다 금속류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을 것
이다. 젓가락도 자연스럽게 그에 걸맞게 은이나 놋쇠와 같은 금속제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게다가 금
속은 독성에 닿으면 색깔이 변하므로 독극물 섭취를 사전에 방지하는 부차적인 효과도 갖는다. 문제는
같은 젓가락이라 하여도 금속제 젓가락이 나무젓가락보다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나무와 비교하여
금속은 미끄러지기 쉽고 음식과 닿는 면의 마찰력도 적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손의 섬세한 근육 운동이 요구된다.
흔히 젓가락을 사용하는 손은 제2의 두뇌라고 할 정도로 뇌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손가락에 있는 30여 개의 관절과 60여 개의 근육이 쓰이는데,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206개
의 뼈 가운데 4분의 1이 두 손을 구성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젓가락 사용이 손가락 근육의 활용을 촉
진하고, 이것이 대뇌에 영향을 주어서 지능을 발달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
이다. 한국인의 IQ가 세계 최고인 사실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인의 손재주가 뛰어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된다. 한국 사람들이 젓가락으로 콩을 집거나
묵을 잘라서 먹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은 혀를 내두른다. 금속 젓가락은 나무젓가락보다 최소 3배 정도
많은 근육이 동원되고, 정교하고 예민한 손놀림을 요구한다. 반도체와 전자를 비롯한 정밀한 산업들에
서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이는 것도, 이 산업들이 손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일찍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발달한 이유가 젓가락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설파
한 바 있다.
이는 식생으로부터 비롯된 식자재와 식탁 문화의 차이가 젓가락의 재질과 길이의 차이를 낳고, 나아가
한 나라 사람들의 의학과 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운동 역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엄청난 파급 효
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
미국의 총기 소유 - 역사적 우연과 제도에서 정착된 안전 문화: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종종 언
급되는 것 중 하나가 총기 사고다. 개인적인 원한 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총기 난사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다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실제로 총기 소유를 억제하는 법안이나 정책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총기 사고는 총기 소유 전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총기 소유는 식민지 시대와 서부 개척 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미국은 ‘총기가 지배하는 국가’라고 부를 만큼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총기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미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소득이 비슷한 유럽 어느 나라
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특수성의 전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합법적 총기 소유는 역사적, 제도적 산물인 측면이 아주 강하다.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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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규제가 매우 약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없어서 누구나 손쉽게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 식민지 시대 초
기 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자위 수단으로 총기를 소유하기 시작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기들이 떠
나온 영국의 시민 혁명 전통과 그 결과로 제정된 법규들도 미국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 총기 소유를 합
리화하는 데 기여했을 것 같다. 이 부분을 조금 자세히 알아보자.
영국은 제임스 2세가 의회의 승인 없이 상비군을 모집하였는데, 이는 공화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어서 시민들이 1688년 명예혁명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명예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
은 영국 의회는 절대 군주로부터 시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1689년 권
리 장전에 그러한 권리들을 명시하였다. 그중 하나가 시민들이 “상황에 따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
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무장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러한 법과 전통은 식민지로 이주한 정착민들에
게 고스란히 유지, 계승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과 야생 동물들이 살고, 이주민들 간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통
제할 제도적 장치나 치안 기구 및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총기 소유는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
의 안전장치로서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프랑스와의 식민지 쟁탈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전쟁에 따른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타운센드법과 인지세법 등을 통해 가혹한 징세를 추진해
서 식민지 이주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이에 이주민들은 과거 영국의 전통에 따라 총기 소유가 시
민들의 고유한 권리라고 보고 민병대를 조직해서 영국과 맞서 싸워 독립을 쟁취하였다.
이제 총기 소유는 영국 시민 혁명의 전통이자 미국의 자랑스러운 독립 쟁취의 전통을 계승하는 유산이
되었다. 이 유산은 독립 이후 소위 ‘수정 헌법 2조’로 법률적인 보장을 받기에 이르게 되었다. 1776년
독립을 쟁취한 미국은 1788년 헌법을 제정하였는데, 헌법을 비준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과거 불행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강력한 중앙 정부가 상비군의 힘을 이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유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게 되었다. 그 결과 제임스 매디슨의 주도 아래 10개의 수정 조항이 추가되어
소위 수정 헌법을 제정하게 되었는데, 연방 정부의 강력한 구속력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반연방주의
자들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었다.
수정 헌법은 연방 정부나 연방 의회에 대항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각 주의 독립성과 자
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수정 헌법 제2조는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
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각 주의 시민들이 민병으로 복무할 헌법적인 권리를 지니고 있어야 하
며, 민병 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무기를 소지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총
기 소유는 부패한 정부나 독재에 맞서는 국민의 기본권이자 저항권으로 인식되어 합법화되었으며, 이
를 통해 총기 소유는 제도적 뒷받침까지 받게 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200년이 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도 미국의 거의 모든 주가 무기 소지를 합법화하고 있다.
미국의 합법적 총기 소유는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나름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였다. 이민 초창기 정
착 과정에서 이주민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드넓은 벌판에 분산해서 거주하게 되는데, 주변에 보안관이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넓은 영역을 다 관장하기에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게다가 위급을
다투는 위험한 상황에 적시에 출동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사실상 이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웠
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은 자신을 지키는 경제적으로 가장 저렴한 비용의 보호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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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미국의 주택 구조도 총기 소유를 합리화하는 경제적 유인으로서 중요하다. 미국의 가옥은 대도시를 제
외하면, 대부분 탁 트인 곳에 개인 주택 형태로 정원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담장이 없이 거
주 공간이 바로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거주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범죄에 쉽
게 노출되고 가옥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총기 소유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면 안전장치로서 경찰력의 강화
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택 안에 총이 비치되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침입했다가 총에 맞아도 총을 쓴 행위를 주
택 침입으로 생각해서 이루어진 정당방위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면, 무단으로 남의 집에 들어갈 생각
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총기 소유가 널리 퍼져 있고 장기간 유지된 상황에서 총기 소유를 불법화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많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워낙 많은 총이 보유된 상황에서 총기 소유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불법화한다고 해도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만 무기를 반납하고 선량하
지 않은 사람들은 반납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미국 최대의
이익 집단으로 알려진 전국총기협회의 강력한 로비의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의 광범위한 총기 소유 사례는 이주민들이 서부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마주쳐야 했던 험난한 자연
조건과 열악한 사회ㆍ경제ㆍ정치적 여건에서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했던 총기 소유가 시간
이 흐르면서 나름의 이점이 인정되면서 관행으로 정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사적 우연이 누적되어
나타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 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
카카오톡과 WeChat(微信) - 불확실성 수용 정도와 소셜 미디어: 현재 인터넷이 보급된 대부분의 나라
에서 대표적인 소통 수단은 의심할 여지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요금 없이 문자를 발송하여 사
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직접 통화도 가능하다. 그런데 간단해 보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에서도 문화적 차이가 드러난다. 한국과 중국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재미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살펴보자.
한국의 대표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카톡)이다. 카톡은 한국에서 2010년부터 서비스가 시
작되어 10년이 채 되지 않아 거의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하였다. 이는 단순한 국
민 메신저 앱을 넘어서서 스마트폰 문화 확산의 상징으로 얘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콜택시, 지도와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간편 결제, 그리고 모바일 은행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편 중국의 대표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위챗이다. 위챗은 중국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21년 말 현재 월간 이용자 수가 12억 5천만 명을 돌파했다. 비록 사용자가 대
부분 중국인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세계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임에 틀림이 없다.
이 두 메신저는 각각 한국과 중국을 대표한다. 게다가 위챗의 설립 기업인 텐센트는 카카오에 투자하
여 2대 주주가 됨으로써 양자 간의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둘은 기본적인 문자와 음성 메시
지 기능, 위챗 페이와 카카오 페이, 모멘트 기능과 카카오스토리 기능 등 대부분 영역에서 약간의 차
이는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위챗과 카톡은 대화방에서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카톡은 문
자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이 읽지 않았을 때 읽지 않은 숫자가 그대로 남아서 읽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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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반면, 위챗에는 그러한 표시가 뜨지 않아서 상대방이 문자를 읽었는지 알 수 없다.
카톡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응답 문자가 오면 문제가 없
지만, 문자가 오지 않으면 상대방이 문자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 수 없기에 답답하다. 이러한 차
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위챗은 그러한 확인 기능을 하는 기술이 없어서 그런 걸까? 물론 그
렇지 않다. 만약 이용자들이 문자 확인을 하지 못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위챗과 같은 거대
애플리케이션이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여서 확인 기능을 활성화했을 것이다.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뜻밖에도 그들은 확인 기능이 없는 것이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답변했
다. 오히려 확인하지 않는 것이 서로 편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경제 발전 수준에 따른 일반
성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인들에 내재된 문화적 요인에 기인하는 특수성으로 볼 만하다.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중국인들의 속성이다. 중국인들은 ‘좋
다’거나 ‘나쁘다’와 같은 단정적인 표현을 즐겨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중국인들이 넓은 대륙에서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살아오는 가운데 터득한 삶의 지혜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여러 이민족의 침략
과 전쟁, 민족과 문화를 달리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함께하는 삶, 빈번한 왕조의 교체, 그리고 법이나
제도보다는 사람이 관리하는 인치를 중요시하는 관리 체제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아닌가 싶
다. 다시 말해 그러한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중국인들의 현실주의적 처세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은 옳고 그른 것, 좋고 나쁜 것에 대하여 대답하기 전에 늘 상황을 관찰하며, 돌고 도는 세
상에서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힘들다고 보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의 속마음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중국인들의 입장으로 보면, 문자 메시지가 와도 자신의 속
마음을 밝힐 이유가 없기 때문에 문자를 읽었는지 여부가 표시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문자를 보낸
사람도 어차피 상대방의 속내를 알고자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문자를 읽었는지 아닌지 확인한다 해도
별 이득이 없다. 모두에게 불편함이 없으니 확인 기능을 활성화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는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정도에 있어서 양국의 차이가 소통 문화의 차이를 낳았을 가능성을 잘 보여 준다.
제3부. 세계는 정말 다를까?
상식 깨기 -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
일본, 한국, 중국의 올림픽 개최 - 한국의 20년 후 청사진과 20년 전 복사판: 아시아에서는 올림픽이
네 번 개최되었다. 1964년과 2021년 도쿄 올림픽,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다. 이 중 1964년 도쿄 올림픽,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각각 20년 내
외의 시차를 두고 있다. 약 20년의 간격을 두고 세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린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아
니면 경제 발전 수준과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아마도 경제 발전 수준과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러
니까 일반성의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림픽은 주최국 정부와 주최 도시가 주도하고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아 개최가 결정된다. 주최국의 주
체적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고 국제 정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경제 발전 단계라는 여건
만을 가지고 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시기가 동북아
시아 세 나라의 경제 발전 단계와 연관이 있다면 소위 좁은 의미의 일반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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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당시의 일본과 한국 및 중국의 1인당 소득을 달러 표시 실질 가격으로 비교해 보
자. 1964년 도쿄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간에는 44년의 시차가 있으니까 2010년 미국 달러
화의 가치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세 나라의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은 1964년 일본이 12,031달러,
1988년 한국이 7,346달러, 2008년 중국이 3,797달러이다. 일본이 가장 높고 한국이 두 번째이며, 중
국은 한국보다 적다.
이러한 시차가 발생한 이유를 몇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 올림픽 개최 신청국에게 요구하는
문턱이 있을 텐데, 서울 올림픽이나 베이징 올림픽 때보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의 문턱이 높았을 가능
성이 크다. 도쿄 올림픽은 비유럽ㆍ북미권에서 열린 최초의 올림픽이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던 국가에서 열린 올림픽이었다. 도쿄 올림픽 이전까지 올림픽은 유럽과 북미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
겨져 왔다. 그런 올림픽 개최권을 다른 지역에 있는 국가에 허용할 때는 문턱이 아주 높았을 것이다.
그에 반해 서울 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은 도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다음이어서 문턱이 낮
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때 국제 정치 상황과 개최국 집권 세력의 의지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서울 올림픽은 한국에 유리하게 전개된 국제 정치 상황에 힘입은 바가 크다. 1970년대 초 미ㆍ중 간
핑퐁 외교로부터 비롯되어 1970년대 말에는 중국의 개혁 개방 정책이 본격화되는 등 사회주의 체제의
개혁과 함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 간의 화해가 이루어지는 시점이어서, 한국이 분단국으로서 화
해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민주적 정당성을 위협받던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의 적극적 추진 의지도 적지 않게 작용하였다고 판단된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은 서울 올림픽 때의 한국이나 도쿄 올림픽 때의 일본의 경제 수준보다 중국의 경제
수준이 더 낮은 상태에서 개최되었는데, 중국이 세계 정치에서 차지하는 강력한 힘과 큰 경제 규모에
의하여 뒷받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2005년에 국내 총생산 규모가 2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규모 면에서 이미 세계 5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소련이 1991년 해체되며 15개 공화국으로 분리
되고 동유럽 국가들도 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러시아의 세력권에서 벗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은
국내 정치의 안정을 기반으로 옛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새로운 맹주 역할을 하였다. 게다가 강화된 경제
적 기반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에 대한 원조와 협력을 통하여, 국제 정치적 영향력
이 과거 동서 양 진영 간 체제 경쟁 당시의 소련을 대체하는 수준에 근접하게 되었다.
세 나라 간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 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하던 시점에는 경제 발전 단계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특징도 있다. 세 나라 모두 장기간에 걸쳐 연평균 10% 내외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구가하며 경제 발전이 상당히 진전되던 때라는 점이다. 일본은 1945년 2차 대전 패망 이후 황폐한 상
태에서 1950년 한국 전쟁을 계기로 미군의 군수품 보급 기지로서 경제 성장의 동력이 마련되면서,
1960년대까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실현하였다. 바야흐로 중진국의 문턱을 넘어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던 때였으며, 1968년에는 세계 경제 2강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한국 역시 1960년대 초부터 국제통화기금(IMF)과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근간으로
한 세계 자유 무역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수출 지향적 가공 무역 정책을 편 결과 연평균 10%
내외의 고도 성장을 구가하였다. 그 결과 동방의 조용한 나라에서 신흥 공업국(NICs)의 대표 주자로서
국제 무대에 혜성같이 등장하였으며, 세계 경제에서 유례가 없었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 가
능성을 처음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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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중국 역시 1978년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 등장하면서 개방과 개혁이 태동하였다. 이를 계기로 1978
년 12월 중국 공산당 대표 회의에서 덩샤오핑 등 당의 지도부가 개혁 개방 사상을 발표하고 시장 경제
원리의 도입을 천명하면서, 중국 경제는 도약의 계기를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선전을 비롯한 일부 경제
특구부터 시작하여 연안 지역, 그리고 내륙 지역에 이르는, 점(占), 선(線), 면(面)으로 확대하는 점진적
인 개혁ㆍ개방 정책이 시행되면서 중국은 잠자는 대륙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10% 내외로 높았으며 올림픽을 개최할 당시에는 빈곤한 개도국의 위상을 벗어나는 시점이었다.
우리가 “일본은 한국의 20년 후 청사진(미래)이요, 중국은 한국의 20년 전의 복사판(과거)”이라고 흔
히들 말하는데,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나라의 경제 발전 단계가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유사한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올림픽 개최라는 세계적인 이벤
트조차 유사한 경제 발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제4부.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한국은?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
한국,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 공정 사회로의 험난한 여정: 최근 한국에서 공정
성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10년 전에도 한국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공정성에 민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덜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국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현상을 다루면서, 한국 사람들이 공정에 대해
아주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 흥미 있게 다룬 바 있다. 샌델 교수의 책은 2012년 6월 기준으로 미국
에서 10만 부 정도 팔렸는데, 놀랍게도 한국에서는 130만 부가 팔렸다. 한국의 인구가 미국의 1/7임
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900만 부가 팔린 셈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열린 샌델 교수의 강연회에는 사람들
이 넘쳐 났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었다.
이 기사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 부분은 기사에 인용된 설문 조사 결과였다. 미국과 한국에서 자국 사회
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을 때, 미국에서는 38%가 미국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답한 반면, 한국
에서는 74%가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사회 경제적 불공정을 정부가 나서서 치
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지를 물었을 때, 동의한다는 답을 한 비율이 한국이 93%로 미국의
56%보다 훨씬 더 높았다고 기술했다. 한국 사람들이 공정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며, 한국에서는 공정
을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
제 대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미국의 경제 수준의 차이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공정성은 흔히 절차 공정성과 분배 공정성의 두 가지로 나눈다. 공정성과 평등이 같은 개념은 아니지
만, 절차 공정성은 종종 기회의 평등으로 받아들여지고, 분배 공정성은 결과의 평등으로 받아들여진다.
입학이나 취업과 관련된 사안에서 공정성이 거론될 때는 절차 공정성을 말하는데, 이는 기회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성과급이나 임금 등과 관련해 공정성이 거론될 때는 분배 공정성
을 말하는데, 결과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두 가지 공정성 모두 사
람들의 관심 대상이며,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강한 분노를 느낀다.
절차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기회의 평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거나 약자층에게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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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육이나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으로 어느 정도는 해결책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배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관련된 요인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해결책
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세대 간 갈등, 집합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의 변화, 그리고 정부의 역할
에 대한 생각의 차이 등이 분배 공정성과 얽혀 있다. 어떤 재벌 회사에서는 어느 계열사에 속했느냐에
따라 연말 성과급의 차이가 심해서 성과급을 적게 받은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는 보도도 있었다.
개인의 성과가 자신이 노력한 정도에 의해서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성과에 연동
된다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배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상대 비교에 민감하다는 점도
있다. 경제 발전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는 생물학적 생존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그 수준을 넘
어서게 되면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상대적 비교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집단의 동
질성이 강하면 평등 의식이 강하기 마련인데, 상대적인 비교가 결부되면 소득이 증가한다고 해도 공정
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얘기다.
분배 공정성의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집합주의에서는 집단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평가와 분배
가 모두 어렵다. 같은 집단에 속해도 개인의 성과에는 차이가 있기 쉬운데, 어디까지를 집단의 성과로
보고 어디부터를 개인의 성과로 봐야 하는지 기준을 잡기 어렵다. 같은 집단에 속해 있으니까 분배도
공평해야 한다는 집단 성원들의 암묵적인 기대도 무시하기 어렵다. 집합주의 문화에서는 무임승차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경제학에서 균형점으로 일컬어지는 것으로 ‘파레토 최적’이 있다. 어느 한 사람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
고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없는, 그래서 이해관계자들에게 적어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최
적의 상태를 말한다. 공정의 문제는 이익의 기준조차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람마다 욕망의 종류와 정도, 그리고 노력의 정도와 보상에 대한 평가에 차이가 있기에 공동의
기준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부디 한국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공정의 기준을 마련하고 공정
이 실현되는 날이 조금이라도 일찍 다가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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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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