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시대 면역의 시대
제1부 면역
면역은 힘이고, 그 힘은 건강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제1장 면역이 뭐예요?
면역이 뭐예요?
"아저씨, 어른들은 가끔 면역이라는 말을 쓰는데, 면역이 도대체 뭐예요?"
뭐든지 궁금해하는 한 아이가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을 항상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아저씨께 여쭈었다.
아저씨는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
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설명해 주었다.
"응, 우리 몸이 병이 걸리지 않도록 병균과 싸워서 이기는 것을 면역이라고 하
는 거야."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다.
"그럼 면역을 주면 병이 낫게 되나요?"
"물론이지. 면역은 아주 굉장한 힘인데, 이 힘을 주면 병균을 모조리 쳐부수어
병이 도망가지."
"약보다 좋은 거예요?"
"수백 가지 약도 면역보다는 못하지. 우리 목숨을 지키는 것은 약이 아니라 바
로 면역이니까."
"아저씨, 그렇게 좋은 면역을 어떻게 하면 우리 몸 안에 많게 할수 있지묘?"
"기운이 있어야지. 튼튼한 힘 말이야."
"그럼 무조건 힘을 기르면 되나요?"
흥이 나서 끝없이 이어지는 아이의 물음은 진리를 찾는 성자와 같았다.
"남이 주는 힘이 아니라 스스로 힘을 길러야지."
"아, 알겠어요. 제 스스로 운동해서 몸을 튼튼히 하면 되겠군요."
"글쎄, 네가 조금만 더 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냥 몸이 튼튼하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야. 우선 병 없이 건강하려면 마음부터 튼튼히 해야지."
"예? 마음을 튼튼히 한다구요?"
"그럼. 착하고 올바른 마음을 가지면 곧 마음이 튼튼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지."
아이는 마냥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이 튼튼해지는 방법만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떻게 마음이 튼튼해진다는 것일까?
시간이 흘러 아이는 자라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어릴 때 들었던 '면역
은 힘이고, 건강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라는 아저씨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
게 되었다. 여러 가지 자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에 흥미를 지녀 생물학,
의학, 한의학을 공부하였고, 지난날 들었던 아저씨의 간단한 말씀이 한치의 어긋
남이 없는 명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해지길 원하고 있다. 보약이 좋은지, 아니면 운동이 우리
몸에 좋은지.... 그러나 아저씨가 그 아이에게 말씀해 주신 것처럼 무엇보다도 먼
저 튼튼한 마음을 가져야 건강해지는 것이다. 21세기의 생명과학은 궁금증 많은
아이와 아저씨의 대화 속에 나온 진리를 증명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마음은 건강의 주인이며, 마음은 면역을 다스리는 사령탑이며, 마음은 소
리없이 발산하는 무한한 힘의 원동력 이라는 것을.
병을 면제받는 것
가벼운 병치레든 깊은 중병이든 아파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건강의 소중함을
깊이 알고 잇다. 끙끙대며 앓거나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이 생기 있게 활동하는
건강한 사람을 보면 왠지 일부 사람들만이 건강의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똑같은 액수의 돈을 벌었는데도 어떤 사람은 세금을
면제받기도 하는데, 세금을 꼭 내야 하는 사람은 면제 받은 사람을 부러워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면서도 각기 다른 생활을
하듯이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도 인체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
타난다.
이렇듯 신비한 생명현상도 거창한 학문을 끌어들이지 않고 생활 속의 지혜를
통해 쉽게 이해하는 길은 없을까.
마치 세금을 면제받는 것처럼 병을 면제받는다면, 그것이 바로 건강이다. 우리
는 병을 면제받는 일을 짧게 줄여 '면역'이라 하고, '면역력이 강할 때 건강하다'
고 이야기 한다. 면역은 영어로 이뮤니티(immunity)라고 한다. 이 말의 어원은
이뮤니타스(immunitas)라는 라틴어로 부터 유래하는데, 이는 '세금 등을 면제받
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이 제일로 치는 소망이
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 질
병으로부터 많은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옛 말씀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 는 말처럼, 스스로 건강을 저해하는 요인과
질병에 대처하는 힘을 가지게 되면 자기도 건강할뿐만 아니라 남까지도 건강하
게 이끌어 줄 수 있다.
질병에 대하여 잘 이해하고 건강에 대한 상식을 높일 수만 있다면 우리의 건
강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다. 20세기 과학이 밝혀 놓은 생명현상 중 하나인, 외
부의 균을 방어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신체의 '방어체계' 를 알게 되면 건강유지
에 크게 도움이 된다. 사람을 포함한 여러 동물체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균을 방
어하고 물리치는 현상은 마치 한 사회나 나라가 치안을 유지하고 적의 침입으로
부터 나라를 지키는 경찰 또는 군인들이 보여 주는 행동과 아주 흡사하다. 이처
럼 사람 사는 이치를 잘 생각해 보면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일
들도 어는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면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 또 병과 그 밖의 생명현상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 몸 안의 방어체계인 '면역계' 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면
역계의 주인공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이러한 주인공들이 적군인 병원균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대처하며 처치하는가 등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그래도 지구는 돈다-21세기의 갈릴레이
국민학교 시절 읽은 많은 책 중에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는 갈릴레이(갈릴
레오 갈릴레이(1564-1642)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에 관한 위인전기는 제목만큼이
나 유별나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났던 점은
'갈릴레이는 왜 지구는 돈다고 우겼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갈릴레이를 종교재
판의 심판대에 올렸는가' 였다. 어린 마음으로 여러번 눈을 깜박거린 끝에 갈릴
레이는 자기의 관찰과 노력으로 알아낸 지구의 자전이라는 자연의 진리를 모든
사람에게 올바로 알려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용기를 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번을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갈릴레이가 문제의 재판대에 모여 사는 사회를 접하면서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극적이고 편견을 가진, 뿐만 아니라 입에 양기가 잔뜩오른 사람들
이 보았을 때는 갈릴레이의 주장이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일한
사실도 시간과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를 나는 성인이 되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마음이 착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아저씨의 말씀은 줄곧 머리에 남아 있었다.
마음과 건강의 관계를 어떻게 밝혀낼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끊임없이 생각해 보
았다.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도전의 대상이 되었고 언젠가는 꼭 통쾌한 한판 승
부를 겨루어야 할 상대로 여겨졌다. 책의 첫부분을 장식하는 서론(introduction)
은 대충 뛰어넘고 중요하다는 것만 골라 진도를 나가는 선생님들의 강의를 듣고
나오면서 진짜는 빠졌다는 공허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쯤이었을까, 똑같은 대자연
을 묘사하고 해석하는 서양과 동양의 학문 사이에 일정한 가르마가 놓여 있음을
알았다.
연구 초보자였던 대학원 시절, 약물이나 여러 요인에 의한 실험동물의 생리변
화를 관찰하면서, 1년의 어느 철에는 약물에 상관 없이 오줌의 양이 변하거나 혈
액 성분에 차이가 나는 현상을 접했다. 원인은 다름아닌 지구의 공전으로 빚어지
는 사계의 변화에 따라 실험동물의 생리가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구의
커다란 생리변화에 따른 생명체의 생리변화를 과학용어로는 서카디안 리듬
(circardian rhythm)이라고 이름붙여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 동양적인 사고 방식
으로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일부로서 당연
히 보이지 않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타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었던
현상이다. 그런데, 대자연 속에 사는 생명체는 과연 어떠한 정보 시스템을 통해
말없이 균형을 잡아 살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갔다.
그러던 중에 '모든 것을 통괄하는 대자연의 힘이 기이다' 라는 우리의 멋진 사
고를 접하면서, 바로 이 기가 하나의 실마리를 주지 않을까에 착안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 어름에 나의 끼가 발동을 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연구실을 분주
히 오가며 가끔씩 머릿속에 스쳐가는 것은 분석적인 능력이 뛰어난 서양의 과학
을 도구 삼아서 기가 곧 대자연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정보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은 벅차올랐고 앞으로
젊음을 쏟아 새로운 연구의 길을 개척하는 희망을 조금씩 부풀려나갔다.
하루하루의 연구결과를 정리하면서 문득 창문에 걸쳐진 붉은 노을을 바라볼
적이면, 늘상 지구의 자전을 알리고자 했던 갈릴레이의 진리에 대한 열정과 도전
과 의지를 되새겼다. 동, 서양 두 세계의 학문 체계를 통합하여 새로운 생물의학
을 구축하고자 하는 나에게 그것은 큰 용기가 되곤 했다.
진리를 보는 눈-거위 다리는 하나인가?
우리가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읽는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는 <왕자와 거위>
이야기가 있다.
왕자가 멋진 점심을 위해 거위요리를 시켰다. 얼마후 궁중의 요리사는 먹음직
스러운 거위요리를 은쟁반에 받쳐들고 왕자에게로 왔다. 왕자는 거위요리 고기
중에서도 쫄깃쫄깃한 다리를 좋아하였다. 거위 다리 하나를 맛있게 먹은 뒤 남은
하나의 다리를 마저 뜯으려 하는데 웬일인지 다리가 보이질 않았다. 왕자는 요리
사를 불러 이유를 물어 보았다. 몰래 다리 하나를 슬적했던 요리사는 능청스럽게
답했다. "사실 거위는 쉴 때에는 다리가 하나뿐이랍니다." 아리송해진 왕자는 요
리가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망원경을 꺼내 뜰 앞에 쉬고 있는 거위를 살
펴보았다. 아뿔사, 한 발로 서 있는 거위가 망원경 둥근 원 안으로 보이지 않는
가. "그럼 내가 지난번에 먹은 거위는 어째서 다리가 둘이었지?" 요리사는 "거위
는 두 발을 가지고 돌아다니므로 그럴 때 거위를 잡았으니 두 다리가 달린 거위
를 드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라고 둘러댔다. 이야기를 듣고난 왕자는 요리사에
게 "그럼 다음부터 거위를 요리해 올때는 돌아다니는 것을 잡도록 하라."고 말했
다.
우리는 요리사가 왕자에게 거위요리를 가져오던 중 군침이 돌아 한 다리 슬쩍
하고는 꾀를 내어 위기를 모면한 것임을 알고 있다. 어떻게 거위 다리가 하나였
다가 두 개로 될 수 있겠는가. 왕자는 요리사가 둘러대는 말을 재미있게 속아 준
것이었다.
현재는 과학 만능의 시대다. 인류 역사에 비해 과학이 체계적으로 뿌리를 내리
고 성장한 역사는 짧다. 특히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동양과학에 비하면 서양과
학은 200여 년에 불과하다. 동, 서양의 과학이 관찰하고 연구하는 대상은 똑같다.
곧 우리들이 살고 있는 대자연이다. 거듭되는 연구를 통해 얻은 올바르고 훌륭한
업적들은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커다란 공헌을 해 왔다. 그러나 자연을 보
는 철학적 관점이 앞서는 동양의 과학 (동양의학)은, 마치 쉬고 있는 정적인 외
다리 거위처럼, 분석적인 서양과학의 입장에서 볼 때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졌다.
동양 과학이 서양에 소개되기 사작한 1940년대만 하더라도 서양의 과학자들은
대부분 관심은커녕 무조건 배척하였다. 물론 동양과학을 신비스러운 것으로 여겨
무조건 수용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이들 극단적인 두 부류의 과학자들은 사실
동양의 잠들어 있던 과학을 옳게 이깨우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중도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동양과학의 원리와 실질적인 내용을 연
구해 온 서양 및 동양의 과학자들은 서양과학의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을 이
용하여 진리를 밝히고자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양과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옴으로써 이제 동양의 과학은 서양의 과학과 더불어 온전한 두
다리의 거위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동양과학과 서양과학은 상호 보완적이어서 동야과학은 서양과학을, 서양과학은
동양과학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서로의 한계점을 극복하게 해주는 동반자라는 것
을 말해 주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 반드시 우리 인류에게는 우스꽝스런 모습의
외다리 거위가 아니라 두 다리로 걷는 온전한 거위가 필요할 것이다.
하고 싶은 세 가지 이야기
이 책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것을 간추린다면 세 가지 정도가 될
듯하다. 그 첫 이야기는 우리 몸 안의 방어체계인 '면역' 을 되도록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면역이라는 내용을 쉽게 풀어쓰기 위해 1년 6개월
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를 하면서 틈틈이 시간과 아이디어를 투자했지만 아직도
학문적인 용어나 그 뜻을 완전하게 쉽게 풀어 쓰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운 생각
이 든다. 앞으로 더욱 쉽게 표현하는 데 꾸준히 힘을 모아 더 나은 책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부족하지만 우선 첫번째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
을 잇는 연결다리로서, 또한 우리 몸을 외부의 병원체로부터 보호하는 몸 안의
철통 같은 방어체계를 다루는 '면역'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아 보고 과연 우리의
고유한 기와 어떻게 관련성을 지을 수 있는지 이해해 보도록 하자.
두번째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내용은 수천 년 전의 선조들로부터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르기까지 우리가 듣고 보아 온 기에 대해서 다시
금 그 정확한 뜻과 역할을 복습하듯이 알아 보는 것이다. 나아가 과학이 밝히고
있는 기의 세계를 알아 보고, 기에 대해서 우리들이 잘못 가졌던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미리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은, 기는 특이한 일부 사람들만이 생각하
고 말하고 수련하는 것이 아님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는 사실상 너무도
평범해서 누구나 알고 행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의 흐름 속에
서 언제나 최선의 것을 추구해 온 인류에게는 이제 눈높이에 맞지 않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우리의 눈 높이를 슬쩍 조절함으로써 우리 눈높이에서 기를
바라보아 기에 대한 많은 것을 쉽고 올바로 공감해 보자는 말이다.
마무리짓는 세번째 이야기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가 면역과 기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실습현장으로의 출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면역과 기의 관계를
우리 손으로 입증하기 위해 모두가 직접 연구자가 되어, 가설을 세우고 첨단과학
을 이용하여 연구 결과를 얻어내 보는 것은 썩 괜찮은 작업일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과학은 우리로 하여금 자연에 존재하는 진리를 보고 듣고 알기 쉽게
풀어 놓아 어느 누구든지 자연에 대한 애해의 폭을 올바로 넓혀 나가게 하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동양의 철학적 아이디어와 서양의 과학이 한데 어우러진다
면 편견의 벽을 넘어 우리 눈앞에 면역과 기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소망스러운 사실을 열매 맺도록 하는 일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제2장 방어의 주인공들
걱정 마라 아가야! 내가 널 지켜 주마
양수 속에 들어 있는 기간 동안 태아는 바깥세상에 나와서 부딪힐 병원체와의
전쟁에 대비히 임전태세를 갖춘다. 즉 방어를 하기 위한 무기를 생산하는 것이
다. 아기가 태어날 무렵 아기의 몸 안에 있는 방어군들은 이물질과 병원체를 색
출하여 제압할 준비가 갖추게 된다. 아기의 혈액 속에는 엄마로부터 받은 항체
(병원체 또는 이물질을 알아차리고 결합하여 방어기능을 나타내는 분자를 말한
다. 이 책에서는 적을 포박하는 오랏줄 또는 미사일 유도장치로 비유하고 있다.)
가 있으며, 이 항체는 엄마의 혈액 속에 있는 항체의 양보다도 훨씬 많아야 정상
이다.
한편 식세포(병원체 또는 이물질을 잡아먹는다고 해서 식세포라고 부른다.)는
외부의 어떤 침입자라도 삼키려고 아기의 조직과 조직 사이에서 대기중이다. 또
한 일부의 식세포와 그 외의 많은 다른 종류의 질병 퇴치 의무를 맡은 병사들은
참호 속에서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 왜냐하면 신
생아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호시탐탐 노리는 미생물로부터 대대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방어태세, 즉 면역계는 어떠한 침입자라도 물리칠 수 있는
화력을 갖도록 막강한 지원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최상의 결정적인 화력은 신생
아가 엄마의 젖을 처음 먹을 때 갖게 된다. 출생 후 나오는 처음 며칠간의 모유
를 초유라고 하며, 이 속에는 갖가지 항체가 가득 들어 있다. 초유는 아기가 전
쟁에서 거뜬히 이길 채비를 갖추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아기가 2, 3개월 자라나게 되면 적색 골수와 흉선 속의 무기 생산 공장들은 전
력을 다해 일을 해야 한다. 이윽고 아기가 열 살이 되면 인체의 면역계는 완전
무장된 상태가 되어 가장 강력해진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운다는 섭리처럼 그
이후론 면역력이 점차 쇠퇴한다. 병원체와의 전쟁은 삶이 시작되면서 더불어 시
작되며, 마지막 숨을 거두고 나서야 비로소 끝이 나게 되는 것이다.
방어막의 구성
1) 우리 몸에 있는 천연적인 요새(균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우리 몸의 자연적인
방어막을 말하는 것으로 학술용어로는 선천성 면역체계라 한다.)는 무엇인가?
균들은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볼 수 없지만, 실제로 그것들은 살아서 움직이며
언제 어디서나 우리 몸에 달라붙는가 하면 몸 속으로 침투하려고 호시탐탐 기회
를 노리고 있다. 균들은 그들이 살기에 적당한 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균
들이 우리 인간의 몸 속에 들어와 적당한 습기와 영양소 그리고 온도의 조건을
갖춘 곳을 찾게 되면 그 곳에 정착하여 빠른 속도로 번식하며 그 수는 엄청날
정도로 많아진다. 그러므로 실제 우리 몸이 균들의 침입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또
몸 안에서 증식하는 균을 방어하지 못하면 인체는 단지 '균들의 영양 창고, 균들
의 호텔' 이 되고 만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파괴적이고 무서운 균이라는 세력을 물리치기 위한 훌륭
한 방어막과 방어체계를 함께 니지고 있다. 그래서 균과의 전쟁에서 우리 몸은
대체로 승리를 할 수 있다. 우리의 몸 안에는 질병을 옮기는 외부의 침입자인 균
들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군이 1~2조 개나 된다. 서로가 사정을 봐달라고 할 수도
없고, 또 요청을 한다고 해도 수락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서로의 생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방어체계와 균이 맞붙으면 일반적으로 우리 몸의 방어체
계가 승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몸이 처참히 균에게 패하여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은 우리 몸의 면역계가 얼마나 신속하게 싸움에
잘 임하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는 셈이다.
우리 몸의 자연적인 방어막은 외부의 균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
다.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균(감염 미생물)들은 사람의 피부를 뚫고 침입하기가 어
려우며, 우미 몸 또한 여러 가지 생화학적 및 물리적 장벽을 이용하여 균의 침입
을 방어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균이 몸 안으로 들어올 때 첫번째 관문은 피부의 가장 바깥에 있는
'케라틴' 이라는 단백질로 된 층이다. 즉 균은 케라틴 장벽에 막혀 체내로 침입하
지 못한다. 그러나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이 벽이 무너지므로 외부의 세균은 피
부속으로 침튜하여 증식하게 되며, 그 결과 상처 부위에 염증을 일으킨다. 한마
디로 피부는 외부의 침입자를 막는 성벽과 같다.
피부는 단지 보호막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중요한 일을 한다. 피부
아래의 여러 층 사이사이에는 면역계에 균의 침입을 알아차리고 경고를 울려 주
는 세포가 주둔하고 있다. 우리 몸 전체의 피부에는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수십억
개가 살고 있는데 심지어 어떤 경우는 1센치미터제곱당 300만 개나 사는 부위도
있다. 몸의 보호막의 일부로서 체내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피막은 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점액을 분비한다. 예를 들면 침, 콧물, 눈물 등에는 균을 죽이는 물질이
들어 있다.
한편, 우리 몸 중에서 피부 외에 외부와 직접 접촉하는 부위는 입에서 항문까
지에 이르는 소화관 내부인데, 이 소화관은 소화효소나 산성도(pH) 2의 강염산인
위산을 분비함으로써 균을 죽인다. 위까지 도달한 침입자는 소화효소나 위산에게
1차 공격을 받아 결정적으로 약해지고 위와 장의 벽에 있는 점액에 억류되었다
가 결국 다른 폐기물과 함께 배출된다.
2)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가공할 만한 방어체계(천연적인 요새를 이용한 방어
체계가 아닌 고도로 훈련된 방어군과 무기가 사용되는 방어체계를 말한다. 이를
학술용어로는 후천성 면역이라 한다.)
피부, 위산, 눈물, 콧물 등과 같은 분비물이 아닌 우리 인체의 혈액 속에 존재
하는 방어군인 백혈구, 그 중에서도 림프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최첨단의 방어
체계를 우리는 '후천적인 방어체계' 라 한다. 후천성 면역반응은 방어군들이 우리
몸에 침투하는 어떤 병원체를 아주 잘 기억하고 공략하는 정보까지 저장하는 능
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후천성 면역 반응은 똑같은 병원체(균)와 계속 마주
칠 때마다 그 능력이 증대된다.
다시 말하면 후천성 면역계의 주인공들인 면역세포들은 몸에 들어온 균을 지
난번에 침입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해 낸 뒤 만일 침입했던 균일 경우는 그 병원
체가 또다시 질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철저히 방지한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일단 홍역이나 디프테리아와 같은 질병을 앓은 사람은 그 질병으로 부터 평생토
록 고통받지 않아도 되는 종생면역이 생긴다. 이 후천성 면역이 자랑하는 점은
#1 침입한 적이 있는 특정균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특이성)과, #2 오랫동안 균
에 관한 정보를 기억한다는 것(기억력)이다.
3) 우리 몸을 철통같이 수호하는 방어의 주인공들은 누구인가?
문제는 균이 일선의 방어벽을 뚫고 상처 부위나 점액을 통하여 우리 몸 안의
혈액과 체액 또는 세포와 조직에 침입했을 때이다. 여기서부터는 면역계의 주인
공들, 즉 몸 안의 병사들이 균이라는 적의 침입을 알아차리고 균을 사살한다.
그러면 우리 몸 안의 방어를 담당하는 면역계의 병사들은 과연 어느 부위에서
출생하며 어느 부위에서 훈련을 받고 자라나 훌륭한 면역계의 병사가 되는지 알
아 보자.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든 방어군(면역세포)은 골수에서 생성
되어 #1 골수 자체 내에서, #2 흉선에 가서, #3 혈액 내에서, #4 지라 등에서 균
과 대처할 수 있는 교육뿐만 아니라 실전 경험을 축적한다.
그림에서 그물처럼 보이는 선들은 대량의 방어군이 이동하는 통로인 림프관(면
역세포의 이동 통로)이며, 검은 점은 방어군이 주둔하는 부대와 같은 장소로서
이를 림프절(면역세포의 주둔 부대)이라고 한다. 뼛속(골수)에서 만들어진 면역세
포는 혈액을 타고 이동하여 흉선 또는 골수에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면역세
포의 교육장소에 따라 면역계를 지휘하는 총사령관(T세포)이 되느냐, 아니면 미
사일 유도장치의 기능과 오랏줄의 기능을 나타내는 무기 역할을 하는 항체(Y자
모양의 무기로서 오락줄같이 균을 포박하여 꼼짝달싹 못하게 한다. 뿐만아니라
균의 표면에 붙어서 균을 파괴시키기 위한 미사일을 발사하여 균을 터뜨려 죽게
한다.)를 대량 생산하는 B세포가 되느냐가 결정된다.
심장의 바로 윗부분(그림 참조)에 존재하는 흉선에서 면역 세포가 교육을 받을
때는 면역계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이 되며, 골수 내에서나 간 등에서 교육을 받을
때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된다. 다음 페이지의 그림은 여러 종류의 방어군(면
역세포)이 뼛속에 있는 하나의 어미세포로부터 증식, 성장해 나오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방어군의 자랑거리
1) 적군 찾아 삼만 리라도 뛰어다닌다(운동성)
1차 방어막을 뚫고 몸 안으로 침입한 적들을 방어군은 제자리에 앉아서 무찌
르는 것일까? 그저 마구잡이로 싸우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어느것 하나도 우연
에 맡기지 않는다. 침입한 병원균을 포함한 총사령관인 T세포, 미사일 유도장치
를 만드는 B세포, 식세포, 항체와 같은 무기들은 모두 그들의 운송수단인 혈액과
림프액을 타고 온몸을 두루 순환한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러다가
잠깐씩 편도선, 림프절, 비장, 충수와 같은 기관들에 도달해서 적군을 발견하면
본격적으로 한판 붙는다. 이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는 곳이 림프절
이다.
림프는 조직 내의 세포를 씻어 주는 물성분이다. 림프는 조직에서 생성되며,
두께가 얇은 림프관 벽을 통과하여 관에 모이고, 이것은 다시 림프절로 흘러간
다. 계속 한 방향으로 이동한 림프액은 커다란 흉관에 모여서 마치 바다에 이르
듯 심장으로 가는 대정맥에 합류하여 온몸으로 펴져나가게 된다.
적군은 림프절이라는 방어군의 주둔 부대이자 검문소에서 색출되어 억류당한
다. 방어군은 이곳으로 밀집하여 억류된 적군을 만나 대격전을 시작한다. 우리의
아군이 몸을 방어하기 위해 림프순환계, 즉 온몸을 도는 데는 24시간 정도가 걸
리는데 그 중 6시간을 림프절에서 보낸다. 한편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적군은 도
망치지는 못하고 흔히 '지라' 라고 불리는 비장(spleen)으로 유도되어 흘러들어온
다. 우리의 비장에는 이미 백만대군을 능가하는 아군이 적군가 맞서 싸울 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몸 속의 전쟁은 시작된다.
수조 개가 넘는 우리의 방어군이 침략군을 무찌르고 승리의 기쁨을 나눌 때쯤
이면 몸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의 침략을 대비하기 위한 유비무환 태세로
되돌아가고자 균형을 잡는다. 이때 등장하는 멋있는 총사령관이 억제 T세포이다.
이는 전쟁이 끝날 무렵에야 두각을 나타내며, 전쟁의 끝남을 선포함과 아울러 전
투를 중지시켜 밀집한 아군의 전투 병력이 해산할 수 있도록 명령한다. 철저하게
조직화된 우리 몸 안의 방어체계는 정말 '멋지다' 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적이 쳐들어오면 회춘한다(회춘성)
우리 몸 안에 있는 방어군은 골수 또는 피부표면을 재생하는 상피세포처럼 항
상 분열능력이 왕성한 세포는 아니나, 일단 적군이 몸 안에 들어오면 왕성하게
분열하는 성질이 있다. 왜냐하면 1차 방어선인 천연적인 요새를 뚫고 들어온 적
들은 어느 정도 세력으로나 수적으로 그 크기가 거대할 것이므로 우리의 방어군
이 이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아군의 수도 증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잠자는 휴화산이 분출하는 것처럼 말이다.
3) 얼굴이 모두 비슷해도 실제 이름은 다른다(이질성)
만일 우리가 몸 안의 방어군을 집합시켜 놓고 누가 총사령이고 누가 장교이며
누가 하사관인지를 현미경을 이용해 구분하려 해도 좀처럼 그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특히 총사령관인 T세포와 미사일 유도장치(Y자 모양의 항체)를 만드
는 B세포, 그리고 암과 같은 반란군을 감시하고 쳐부수는 자연살해세포 등은 같
은 림프구이므로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들은 얼굴은 비슷해도, 즉 현미경으로 보아 모양이 똑같다 해도,
실제로는 자기만을 알리는 분자로 된 고유한 마커(marker)를 마치 우리 얼굴에
난 작은 점처럼 그들의 세포 표면에 달고 있어서, 방어군끼리는 혼돈 없이 서로
를 잘 구별하여 작전을 수행해 나간다.
오랏줄을 받아라
적군이 침입했을 때나 혹은 범죄자가 나타났을 때 우선 체포가 가능하다면 그
렇게 하는 것이 아군이나 적의 피해를 줄이는 최고의 전술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방어체계(면역계)는 외부의 침입자(우리 몸이 이방인으로 여기는 외부의 이
물질을 통틀어 학술용어로는 '항원'이라고 한다)를 알아보고 우선 간단히 오랏줄
(Y자형 항체)로써만 포박하여 적군의 행동을 무마시킴으로써 아군의 전력을 낭
비하지 않는 작전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역할을 위해 우리 몸의 방어체계는
1,000억 가지 종류의 침입자를 구별해 낼 수 있는 오랏줄을 생산해 낸다. 이 오
랏줄은 외부의 침입자가 어떠한 모양이나 형태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고 제거
하는 데 작용한다.
오랏줄이 작동하는 원리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만일 우리 몸에 잠입한 병
원균들이나 이물질을 자물쇠라고 한다면, 이 자물쇠가 작동하지 못하게 풀어 버
릴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오랏줄이라고 보면 된다. 어떠한 종류의 자물쇠가 존재
하든(어떠한 종류의 병원균이 침입하든) 이에 꼭맞는 열쇠(오랏줄)가 우리 몸 안
에서 만들어져 자물쇠의 작동을 조절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우리 몸 안에서 오랏줄(Y자 모양의 항체)이 이상한 물질이나 적군을 발
견하고 포박했을 때 벌어지는 재미있는 현상은 여려 가지이다. 그 중 첫번째로는
적군이나 이물질이 오랏줄에 칭칭 동여매어져 꼼짝하지 못하게 외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적군에게 달라붙은 오랏줄이 반짝반짝 신호를 내면서 마치 미사일
유도장치같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 몸 안의 미사일로 불리는 보체
(complement)가 오랏줄 부위로 발사되어 균을 터트려 죽이는 현상을 일으킨다.
세번째로는 균이나 이물질에 붙어 있는 오랏줄이 역시 우리 몸 안에서 뭐든지
잡아먹는 데 주력하는 식세포 군단을 유인하여 식욕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이때
오랏줄은 식세포가 균을 보통때보다도 다섯 배 이상 잘 잡아먹을 수 있도록 하
는 에피타이저(식욕증강제, appetizer)로서 작동한다.
이처럼 오랏줄은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일종의 방어무기라고 보아야 하는데,
이것은 방어군(림프구) 중에서도 B림프구가 만들어 내는 정교한 작품이다.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한 암호표(MHC)
우리의 방어군은 어떻게 원래 우리 몸에 속해 있던 아군과 이방인인 외부의
적군(균)이나 이물질을 용케 가려낼 수 있는가?
우리 몸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세포는 자기 몸 안의 아군임을 서로 알 수 있도
록 세포의 가장 바깥 표면에 암호표를 반드시 붙착하고 있어야 한다. 이 암호표
는 단백질 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증표를 달고 있어야만이 확실하게 아군으
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것으로 인해 면역계는 우리 자신의 세포를 알아보고 수
용하는 한편 우리의 암호표와 다른 분자를 달고 있는 세포는 적으로 구분짓고
무엇이나 공격한다. 물론 우리 몸에 속하지 않는 세포에도 분자(암호표)가 붙어
있긴 하나, 실제로 정밀한 관찰에 의하면 암호표가 다르므로 아군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암호표를 면역학 용어로는 대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고 한다. 이 암호표는 크게 두 종류인데 방어체계를
담당하는 방어군 세포는 암호표 2(MHC Ⅱ)를 주로 사용하며, 이 외의 세포들은
암호표 1(MHC Ⅰ)을 사용하여 각 세포가 '아군(자기 self)' 인지 '적군(비자기
non-self)' 인지를 알아낸다. 암호표 2에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대상은 우리의 방
어체계가 적군으로 간주하고 공격을 퍼붓는다.
막강한 군대!-식세포와 림프구
마침내 외부의 적이 일선의 방어벽을 뚫고 들어와 혈액과 몸 안의 조직 혹은
체액으로 침입하면,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된다. 외부의 적(병원체)들은 전초전에
서 승리하고 뽐내며 침입하지만 아쉽게도 2조에 달하는 아군 병력인 백혈구 군
단의 힘찬 방어력에 눌려 여지없이 섬멸되는 것이다.
굴수에서 매초당 100만 개씩 생성되는 백혈구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먹어치우는 것을 자랑삼는 식세포와 방어군을 진두 지휘하는 총사령관인
T세포, 그리고 오랏줄 생성의 임무를 띤 B세포가 그것이다.
식세포의 원초적 본능이 무엇이냐고 누가 물어 보면 균이나 이물질을 먹어 치
우는 것이라고 답하면 된다. 한편 머리를 굴려 정교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총사령관인 T세포와 치밀하게 설계된 오랏줄이자 미사일 유도장치로 작동하는
무기를 생산하는 장교인 B세포는 컴퓨터를 뛰어넘는 가공할 만한 브레인(뒤뇌)
을 가졌다고 보아야 한다. 또 T세포와 B세포는 우리 몸 안의 침입자를 정확히
알아차리고 분석할 수 있는 적군 감시 레이더 혹은 인식장치를 가져야 한다. 이
를 위해 각각의 T세포와 B세포에는 수많은 종류의 적군(병원체 또는 항원)을 혼
동하지 않고 정확히 알아내는 인식장치(학술용어로는 수용체(receptor)라고 한
다.)를 갖고 있다.
방어군도 학교 다니나?
총사령관인 T세포와 B세포는 골수에서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전쟁터로 나아가
적군을 무찌를 수는 없다. 마치 우리 인간이 사는 국가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장
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고된 교육과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싸움터에 나가
기전에 이들 세포들은 첨단 과학기술 훈련을 받아야 한다. 특히 총사령관이 될
T세포의 일부는 세균전에 임하는 내용을 배우며, B세포는 미사일 유도장치를 만
들고 이를 대량생산하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총사령관의 아카데미
매분 골수에서 생성되는 수백만 림프구의 절반은 총사령관이 되기 위한 막중
한 사명을 가지고 심장 윗부분에 자리잡은 타원형 잎사귀 모양의 흉선(thymus)
에 다다른다(그림참고).
우리들이 태어날 때 이 총사령관의 훈련소(흉선)는 200~250g 정도의 무게를 지
니고 있으며 8~10세 이후부터는 축소되기 시작하여 60세의 노인이 되면 약 3g
정도의 크기로 줄어든다. 나이가 든 노인에게서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
로 흉선의 위축과 이로 인한 총사령관 활동의 약화 때문이다.
이윽고 생명 수호의 역군으로 발돋움하기 위하여 흉선 내에서 3단계 교육을
받는데, 무척 까다롭고 가혹한 교육과정이다. 100명 입교한 후보생 중 10명만이
무사히 이 교육을 마치고 임관할 수 있을 정도이다.
드디어 후보생이 흉선에서 무사히 교육을 마치고 나왔을 때 비로소 훙선의 영
어명인 Thymus의 머릿글자인 T를 본따 T세포라고 불리게 된다.
사관학교를 졸업하는 장교들이 각자에게 맞은 병과, 즉 특공대, 공병 아니면
일반 육군이 되는 것처럼 T세포는 방어의 효율을 위해 협력세포, 억제세포, 자연
살해세포, 세포독성 살해세포로 나뉘어 온몸으로 배치된다.
미사일 유도장치는 세포당 1만 개!
흉선 아카데미를 지원하지 않은 나머지 림프구들 중 절반은 미사일 유도장치
와 똑같은 기능을 나타내는 항체를 생산하고 발사할 수 있는 훈련을 받기 위해
림프절이나 이와 관련된 조직으로 간다. 미사일 유도장치 생산 세포가 B세포라
고 부리게 된 이유는 제일 먼저 이 세포를 닭의 면역기관인 페브리셔스 낭
(bursa of Fabricius)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B세포가 되기 위한 후보생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입소했을 때는 그야말로 백
지나 마찬가지인 상태이다. 그러므로 이 장교들은 몸에 쳐들어오는 적군이나 적
군이 보낸 전투기 또는 쏘아 대는 폭탄을 정확히 막아 내기 위한 미사일 유도장
치의 제조 능력을 체득하기 위해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여기에는 필수적으로 총
사령관인 T세포의 협력이 필요한데, T세포는 하사관 대식세포로부터 입수한 적
의 동향과 구조, 모양 등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B세포에게 전달해 주
어, B세포가 정보를 입수한 대로 하나의 특성을 가진 미사일 유도장치, 즉 항체
를 1초에 세포당 1만 개의 비율로 만들게 한다.
막상 미사일 유도장치를 숨가쁘게 만들다 보면 B세포는 배부른 임신부마냥 그
크기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는 특별히 '형질세포'라고 부른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
난공불락의 요새인 우리 몸을 외부의 적군(병원균)들이 쳐들어오기 위해서는
집요하고 다채로운 병법을 펼쳐야 한다. 그러므로 일단 우리 몸에 들어온 적군
(병원균)들은 적어도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지닌 것들임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
서 이들을 쳐부수기 위해서는 우리의 방어군을 일사불란하게 지휘 할 수 있는
막강한 통솔력이 필요하다.
이렇듯 우리 몸 안의 방어군이 빗발치는 적군의 공격을 마다하지 않고 적진을
향해 뛰어들어 우리의 빼앗긴 고지를 탈환하도록 사기를 진작시키는 실질적인
명령은 주로 총사령관인 T세포가 하고 있다. 그런데 각 전투마다 제각기 알맞는
명령을 방어군에게 부여하여야 하므로 총사령관인 T세포는 많은 명령어를 절도
있게 사용해야 한다. 우리 몸의 방어군이 전투시에 주로 사용하는 명령어가 무엇
인지 많은 과학자들이 알아 본 결과 그 본질은 주로 단백질로 되어 있으며, 그
기능은 방어군을 활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그 명령
어를 '세포활성물질(cytokines)'이라고 이름붙였다. 그러니까 이 화학물질은 총사
령관 T세포가 우리 몸의 방어를 담당하는 전군을 통솔하는 데 사용하는 명령어
인 것이다.
이 명령어는 뒤에 설명할 호르몬의 작용과 비슷하며, 주로 병균을 처리하는 방
어세포의 성장, 전투방법, 방어세포를 관리하고 후원하는 데 사용된다. 명령어의
종류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인터페론(interferon)을 포함하여 인터루킨(현
재까지 13종류 이상 발견) 등이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명령을 방어군이
일단 하달받으면 여지없이 명령에 복종한다는 점이다. 마치 충성스런 군인이 명
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것처럼.
제3장 그칠줄 모르는 전쟁
작다고 깔보지 마라!
작다고 깔보다간 큰코다치는 상대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몸 안으로 쳐들
어오는,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정말 조그만 병원균들이다. 과학자들이 병을 일으
키는 원인을 찾고자 노력했을 때 만일 병균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커다란 생명
체였다면 원인을 찾기란 아주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의 대부분은 우리의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미생물(microorganism) 이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했다.
과학자들은 불굴의 노력으로 현재 수십만 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전자현미경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병을 일으키는 이러한 미생물들이 어떻게 생겼으며 크
기는 얼마나 되는지를 밝히게 되었다.
적을 아는 것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지름길일것이다. 앞페이지에 균의 모양
과 크기가 대략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나쁜 균, 좋은 균 따로 있나요?
우리 몸 안의 방어체계는 우리가 사는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들과
꼭같다. 우리를 침범하려는 적이 있는 반면 도움을 주는 동맹군도 있듯이 세균도
질병을 안겨 주는 해로운 균뿐만 아니라 좋은 균도 있어 오히려 우리에게 커다
란 도움을 준다. 이래서 세상은 음양이 균형을 이루며 돌아가는 것인가 보다.
나쁜 균, 즉 적이 들어오면 즉각 대응하는 우리의 방어체계는 우방인 좋은 균
에게 몸 안에 진지를 구축하고 살아 가도록 허락해 준다. 비록 필자가 여기서 나
쁜 균의 종류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주위의 질병을 생각해 보고 그와 관련
된 균들을 떠올려 보면 어떤 균이 나쁜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좋은 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 보자. 먼저 소화를 담당하는 장은
외부의 음식을 받아들이고 분해하여 흡수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생명에 필요한
힘을 충전시켜 준다. 그런데 아무리 위생처리가 잘된 음식일지라고 그 곳에는 몰
래 잠입해 오는 적군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훌륭하게도 우리의 장은 적이
장을 통과하여 방어군이 이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수고스러움을 면하게 해
준다. 즉 끈적한 점액막(파이에르판)과 같은 천연적인 요새를 온통 산성화하여
들어온 적군을 화학전으로 녹여 버리는 방법과 점액에 수없이 많은 지뢰(학술용
어로는 항체 IgA라고 한다)를 깔아놓고 적을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작전을 쓰
고 있다.
바로 이때 장의 점액성 막을 더욱 산성화하는 데 아낌없이 지원해 주고, 더욱
이 지뢰를 만드는 것을 촉진해 주는 동맹군이 있다.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는 이
동맹군은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불가리커스균, 서모필러스균, 비피더스균 등이다.
이 유산균들은 우리의 장내에서 증식하면서 젖산, 초산과 같은 유기산을 만들어
낸다. 이 산으로 인해 장관 내는 더욱 훌륭한 방어막인 산성막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유산균들이 만들어 낸 물질과 유산균의 몸뚱아리 자체는 우리 몸 안의
방어군을 자극하여 방어능력의 태세를 강화시켜 준다.
이와 같은 원리로 인간의 생명이 탄생되는 엄마의 자궁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자궁경부(cervix)에도 우리의 동맹군인 젖산균이 진을 치고 있다. 이것도 역시 그
곳에서 자라나며, 산을 자궁경부의 점액막에 방출하고 장에서와 같은 양상으로
생명의 산실을 수비하는 것이다. 아, 정말 얼마나 고마운 공생인가?
청소부 하사관 식세포
효율적인 방어를 위해 총사령관과 청소부 하사관이 호흡을 잘 맞추어서 함께
하는 일을 알아 보자. 되풀이하는 내용이지만 용감한 여러 종류의 방어군 중에서
도 식세포는 단지 '먹어치우는 세포'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가려
먹지 않고 외부 미생물이건 죽은 세포건 그 밖의 조직 찌꺼기건 간에 미심쩍게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치운다. 이들은 병균의 침입을 막는 보초병의 역할과
아울러 노폐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깔끔이 청소부 역할을 두루 수행하는
것이다. 심지어 폐를 시커멓게 만드는 담배연기로 인한 오염물질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간 흡연을 하게 되면 담배연기는 식세포가 생성되는 속도보다 더 빨
리 식세포를 파괴한다.
식세포의 종류에는 크게 호중구와 대식세포가 있다. 골수에서는 하루에 무려
1000억 개의 호중구가 생성된다. 호중구의 수명은 3~4일에 불과하지만 감염이 있
을 때는 그 수가 급증하는데, 무려 다섯 배까지 증가한다. 한 개의 호중구는 박
테리아를 대략 25마리까지 잡아먹은 후 죽는다. 그러나 호중구는 꾸준히 생겨난
다.
한편 한 개의 대식세포는 죽기 전에 약 백 명의 침입자를 없앨 수 있다. 대식
세포는 호중구보다 덩치가 더 크고 억세며 오래 산다. 대식세포는 침입자나 노폐
물에 대해 오직 한 가지 방법으로 반응한다. 그들은 다만 먹어치우기만 하는 것
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더욱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대식세포가 오직 쓰레기 청소
부로만 여기던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균을 녹일 수 있는 무
려 50가지 이상의 효소와 항미생물제, 심지어는 산소(superoxide) 및 질소
(nitricoxide) 폭탄까지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방어를 담당한
면역세포뿐 아니라 뇌신경세포, 호르몬생성세포 사이에서 아주 훌륭한 통신병 역
할을 해낸다.
SOS, 도와 주세요! 적이 침입했습니다!
용감한 대식세포는 적군을 잡아 먹어 치우는 일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일
을 수행한다. 사실상 우리 몸의 모든 세포도 그러하지만 대식세포 또한 자기의
세포 표면에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한 암호표(MHC분자)를 달고 다닌다. 무척
재미있는 일은 대식세포가 병균을 잡아 먹고 소화한 작은 찌쩌기 분자를 떼어내
암호표의 움푹하게 팬 홈에 부착하고 병원균을 잡아 먹었음을 자랑한다는 것이
다.
자, 이렇게 되면 이 병균 쪼가리는 대식세포의 암호표와 더불어 위험 신호용
깃발 구실을 하면서 우리 몸 안의 모든 방어군에게 적이 침입했다는 에스오에스
(SOS) 경종을 울려 주는 셈이 된다. 균을 잡아 먹은 대식세포는 자기의 위용을
자랑하며 공습경보를 보내 더 많은 아군의 증강을 요청하는 것이다.
바로 이 곳에는 총사령관인 협력 T세포도 달려온다. 그러나 이때 우리 몸 안
에는 수십억 개의 총사령관 T세포가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 중에서 대식세포가
알리는 공습경보의 종류를 분석하고 침입한 적군의 동태를 기억하고 있는 특정
한 종류의 총사령관 T세포만이 나서게 된다. 즉 대식세포의 바깥에 있는 암호표
의 움푹하게 팬 홈에 부착한 병원균 쪼가리(항원)를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협력
T세포인 것이다.
일단 적군을 상세히 알고 있는 정보통의 총사령관 T세포가 도착하여 적(항원)
을 실제로 확인한 뒤에는 총사령관 T세포는 자신을 포함한 청소부 하사관 대식
세포에게 명령(세포활성물질)을 하달한다. 그 결과 총사령관 T세포와 대식세포는
스스로 엄청나게 불어나며 방어력을 증강시킨다. 이렇게 되면 침입한 병균을 잡
아먹는 대식세포가 많아지면서, 대식세포의 공습경보를 알아차리는 특정한 종류
의 총사령관 T세포도 증가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 몸 안의 방어병력은 일시적으
로 증가되어 병균의 무리를 가차없이 전멸시키는 것이다.
멋있는 추격젼!
추격 미사일이 적군의 잠수함 또는 건물을 미사일 유도장치의 도움을 받아 쫓
아가 한방에 날려 버리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일들이 우리 몸 안에서도 일어난
다. 미사일 유도장치로 작동하는 항체의 기능을 보좌하여 적군인 세균을 파괴하
는 미사일(면역학 용어로 '보체'라 한다.)이 있는 것이다. 이 혈액 속의 미사일에
관한 연구는 19세기 말부터 독립된 분야로 연구가 되어 왔다.
이 미사일은 하나만 발사되어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무려 9개에 달하는 미사일
이 정교하게 순서대로 발사되어야 한다. 먼저 첫 미사일이 적군의 위치를 표시해
주는 미사일 유도장치(항체)의 꽁무니에 따라붙으면 연달아 다음 미사일이 뒤따
른다. 9개의 보체 중에서 처음의 4개는 5번째부터 9번째까지의 미사일이 세균을
구멍 뚫을 수 있도록 선발대가 되어 준다. 그러면 5번째에서 9번째까지의 미사일
은 마치 반절로 잘라진 둥그런 도넛 모양으로 결합하고, 이 반절짜리 도넛 두 개
가 모여 완전한 도넛이 된다. 완전한 고리 모양의 도넛은 이제 세균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으며, 이로써 세균은 외부로부터 물 등이 거세게 밀려들어와 터져 죽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교한 우리 몸 안의 미사일은 #1 식세포가 세균을 잡아먹도록(탐식)
도와 주고, #2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며, #3 고름을 만들어 내는 염증반응에도 관여
한다.
한편, 미사일(보체)이 만약 우리 몸에 결핍될 경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은 적군의 침입(병원균의 감염)이 잦아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몸의 방어체
계는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소중하며 모든 것이 철두철미한 작전과 전
략 속에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과학자의 생명을 건 이야기
방금 이야기한 우리 몸 안의 미사일 체계, 즉 보체에 관한 이야기를 좀더 해
보자. 1950년대 이전까지는 미사일 유도장치(항체)가 적군(세균)의 진지에 꼭 붙
어 있어야만 미사일(보체)이 발사되어 세균을 쳐부수는 일을 한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1954년 미국의 클리브랜드에 있는 웨스턴 리버브 대학교의 뛰어난 과학
자인 루이스 필레머는 미사일 유도장치가 없어도 곧바로 미사일이 작동하는 과
정을 연구 발표하였다. 그리고 혈청에서 발견된 미사일(보체)을 직접 작동시키는
물질을 프로페딘(properdin)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미사일 발사를 위해 적군과 미사일 유도장치가 결합된 것
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미사일이 발사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필레머의 연구발표는 완전히 무시되었고, 다른 과학자의 혹독한 비판까
지 받았다. 안타깝게도 필레머는 과학적으로 재능이 많았으나 심한 정서불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기의 연구 보고서에 대한 반박으로부터 오는 심한 정
신적 갈등과 압박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을 하고 만다. 그가 세상을 떠난 몇 년
뒤에 그의 연구 결과가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미사일은 적군가 유도장치가 결합된 상태가 아니더라도 우리 몸 안의 혈액 내
에 녹아 들어 있는 많은 물질에 의해 작동됨을 아는 데에 한 과학자의 희생이
따라야 했던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을 하면서 자기의 연구 결
과만을 고집하는 오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자연을 탐구하며 도대체
무엇을 배워 왔는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슬픈 역사인 것이다.
외우는 거라면 자신 있어요!
한번 침입해 왔던 적이 다시 쳐들어오면 우리 몸 안의 방어군들은 어떻게 대
응할까?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총사령관인 T세포와 미사일 유도장치 제조 장
교인 B세포는 여러 해동안 또는 평생 동안 우리 몸의 혈액이나 림프관에 한번
쳐들어온 적의 신상명세를 낱낱이 기억하는 기억세포(memorycell)를 남겨 둔다.
총사령관 기억 T세포의 경우는 과거에 걸린 유행성감기(influenza) 또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종류의 균이 들어오면 이 기억세
포들은 즉각 알아차리고 빠르게 집중공격을 감행하도록 전군 소집명령을 선포한
다. 기억세포는 특히 바로 지금의 침입자가 처음 공격해 왔을때 무찌른 바 있는
종류의 T세포와 B세포를 엄청나게 많아지도록 이끈다. 혹시나 하고 두번째 침입
한 적들은 발 디딜 틈을 찾기도 전에 외우는 데 뛰어난 기억세포들에게 패하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에 적을 무찌르는 데 3주일이 걸렸다 하더
라도 이제는 접전을 벌이기 전에 싸움을 끝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우리의 방어체계가 처음 침입했던 병균의 정보를 기억함으로써 똑같은
병균의 2차 도발에서는 쉽게 초전박살을 내어 버리는 현상을 일컬어 '면역'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칠 줄 모르는 전쟁!
하나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곧 또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적들의 종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하다. 예를 들어 유행성 감기 바이러스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가끔씩 세계의 곳곳으로부터 강력한 병균이 들어오기 때문에 사태가
복잡하다. 감기 바이러스의 종류는 약 200가지를 웃돌며, 각 바이러스 종류마다
고유한 항원(스스로가 적임을 나타내는 이정표)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총사령관 T세포의 종류도 200가지가 있어야 하며 이 중에는 감기 바
이러스 중 한 바이러스의 항원과 맞는 수용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유행성 감기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
며 그때마다 마치 새로운 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자물쇠에는
새로운 열쇠가 필요하듯이 총사령관 T세포의 수용체(적 감지 레이더)도 새로운
것이 필요하게 된다. 만일 감기 바이러스가 자물쇠를 계속 바꾸어 침입한다면 우
리 몸 안의 총사령관 T세포도 열쇠를 계속 바꾸어야 한다.
흔히 의사가 감기 하나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고 투정을 하지만, 이러한 문제
를 이해하게 되면 지나친 불평은 삼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특정 종류의 감기에
걸린 후 낫게 되면 다시는 같은 종류의 감기에 걸리지는 않겠지만, 변이된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계의 방어군은 그것과 싸울 병력을 소집하기 위해 완
전히 새로운 총사령관 T세포를 만들어야 한다.
아! 인류의 역사처럼 우리 몸도 전쟁이 그칠 새가 없구나!
쿠데타는 우리 몸 속에서도 일어나는가?
"아니, 우리 몸 안에서도 쿠데타가 일어난다고?"
정말 놀랄 일이다. 아군이 자기 나라의 백성이나 군인에게 총을 들이댄다면 이
보다 비참한 일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몸 안에서 바로 이러
한 쿠데타(학술용어로 '자가면역질환' 이라 한다)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미 말한 바이지만 우리 몸 안의 짜임새는 마치 한 사회나 국가처럼 구성되어 있
으므로 한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이 실제 우리 몸 안에서도 발
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면역과 관련된 질병을 연구하면서 밝혀낸 사실을
알아보자. 방어군(면역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작용할 때는 우리 자신과 외부의 이
물질을 정확히 구분하고 자신은 공격하지 않는다. 쿠데타가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몸에 자기를 파괴시키는 유도장치(항체)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지휘하는 억제 총사령관(억세 T세포)이 지휘능력을 잘 발휘
하지 못할 때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몸 안에 쿠데타가 일어난, 즉 '자가
면역질환' 을 나타내는 사람은 총사령관인 T세포 중에서도 억제 T세포의 기능이
나쁜 것임이 증명되었다.
몸 안에 쿠데타(자가면역질환)가 경미하냐, 아니면 유혈 사태까지 번지느냐는
큰 관심사이다. 그런데 자가면역질환은 대개 중증인 경우가 많으며, 우리 몸의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그 중에서도 잘 알려진 자가면역질환은
변형성 관절염(류마티즘의 일종)인데, 이는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일어난다. 이 경
우에는 우리 몸의 방어군인 B세포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유도장치(항체)를 다
량으로 만든다. 따라서 유도장치를 인식하고 발사되거나 모여든 미사일(보체)이
나 탐식세포들에 의해 관절이 점차적으로 파괴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원리로 생겨나는 자가면역질환은 이외에도 만성 갑상선염, 갑상선
기능 항진증, 중증 근무력증, 용혈성 빈혈, 눈의 포도막염, 인슐린 분비세포의 파
괴에 의한 당뇨병 등이 있다.
쿠데타가 일어나면 신속하게 진압하는 것이 백성의 안녕을 위해 가장 절실한
일이다. 하지만 자가면역지환은 발병 당시의 증상만으로는 발병 유무를 인식할
수 없고 한참 사태가 진전된 후에야 알아차리게 되는 단점이 있다. 이 질환에 대
해 현재로선 면역 억제제와 항염증제를 써서 그 증세를 호전시키고 있으나 이
방법으로는 자가면역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가 없다. 우리 몸 안의 방어기
구인 면역계에 대한 지식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
직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자연치유력을 증대시키는 기수련법을 통하여 총사령관의 기능을
스스로 조절함으로써 자가 면역질환에 대한 예방책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전망
하고 있다. 또 부분적으로 천도선법 기수련의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임상적 연구
도 실행하고 있다.
이기고 지는 것
광견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개발한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
(1822~1895)는 '병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우리는 병에 걸리게 되는가?'
라는 궁금증을 파고들어 병의 원인은 바로 세균,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것을 많은
연구를 통해 밝히고 '세균설'을 주장했다. 파스퇴르 이후 1세기가 지나는 동안 이
설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확실한 사실은 병원균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는 그
균에 의하여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세균설이 만들어질 무렵 프랑스의 이웃나라인 독일의 뮌헨 대학 교수였
던 세균학자이자 위생학학자인 페텐코퍼라는 무명의 교수는 우연한 실험을 통하
여 체질과 질병 사이에는 중요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느날 페텐코
퍼는 세균을 번식시키기 위한 실험을 하다가 예기치 않은 실수로 그 배양기에
알칼리액이 몇 방울 떨어진 것도 모르고 세균을 배양시켰다. 다음날 그는 알칼리
액이 떨어진 배양기 안의 세균이 번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처음 넣은 균조
차 모두 죽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사실을 통하여 우리 사람의 체질(혈액 속의
산성도)이 알칼리성으로 유지되었을 때에는 비록 외부의 적이 침입한다 하더라도
그 균이 번식하지 못하므로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페텐코퍼는 병의 원인은 세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몸의 체질에 달려
있다는 '체질설'을 주장했다. 우리의 몸이 산성이 아니고 알칼리성이면 아무리 바
이러스나 각종 병원균이 침입해 온다 할지라도 그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번식할
수 없으므로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동양의학적 관점에서도 병에 걸리느냐 걸리지 않느냐, 다시 말해 병원균 등의
침입한 적군과 싸워 이기느냐 지느냐 하는 것은 적군(병원균)의 전략이나 화력의
뛰어남보다도 우리 몸 스스로의 방어력에 희해 결정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체질설에 가깝다고 볼 수가 있다. 시시때때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들의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방어
체계(면역체계)가 임무를 아주 잘 수행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즉, 이기고 지는 것은 결국 침입하는 적(병원균)보다 우리 자신의 방어력(체질
적인 의미)에 의해 결정된다.
아! 이제 다 살았다!-에이즈(AIDS)
'20세기의 흑사병' 또는 '인류의 시한폭탄' 이라고 불리는 에이즈는 '면역이 결
핍하여 생기는 병(immunodeficiency syndrome: IDS)' 이다. 우선 이 병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 선천적인 면역부족증이 아니고 살아가면서
#1 성 접촉 #2 수혈이나 혈액제제의 공동 사용 #3 에이즈 환자인 엄마를 통한 태
아 감염 등으로 걸리기 때문에 '후천성(Acquired: A) 면역결핍증(IDS)' 이라고 한
다.
에이즈는 사람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라고
불리는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
이 적군의 동태를 살펴보자. #1 크기가 1만분의 1 밀리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
으며 전자현미경으로도 겨우 보일 정도이다. #2 이 적군은 카멜레온처럼 자기의
모습을 자주 바꾸는 이른바 돌연변이에 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
스에 대해서는 항생제나 그 밖의 백신 등이 아직 효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것
이다. #3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에이즈 바이러스는 유독 방어군의 총사령관인
협력 T세포를 파괴하는 총사령관 전문 킬러라는 점이다.
둥근 공 모양의 에이즈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총사령관만을 잘 알아차리는 열
쇠(gp120)를 달고 있어 총사령관 세포의 안으로 들어가는 문의 자물쇠(CD4)를
열고 들어갈 수가 있다. 일단 총사령관 안에 들어가면 에이즈 바이러스는 자기의
유전자를 대량으로 만들어서 숫자를 엄청나게 증가시키는데, 결국 총사령관 세포
는 에이즈 바이러스 번식의 온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점차적으로 에이즈 바이러
스의 숫자는 증가하지만 거꾸로 총사령관 세포의 숫자는 줄어든다. 아무리 훌륭
한 백만대군인들 어찌하랴. 이들을 지휘 통솔할 총사령관이 전사해 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몸 안이나 주위에서 기를 죽이고 살던 득실득실한 병원균들은 총사령관
이 줄어드는 기회를 엿본 뒤에 드디어 '야, 이때다' 하고 마구 진격해 온다. 전술
을 펼쳐야 적군을 섬멸할 수 있을 텐데 총사령관의 지휘를 받지 못하는 방어군
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우왕좌왕할 뿐이다. 이로써 우리의 방어군은 제대
로 싸우지도 못한 채 적군에게 생명 고지의 깃발을 넘겨주고 마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기회감염' 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기회주의 적군들은 피부암을 일
으키는 카포시바이러스, 폐렴균, 칸디다 곰팡이 등이 있다. 재주는 에이즈 바이러
스가 부리고 값진 생명은 잡동사니 세균들이 파괴해 가는 것이다.
에이즈 감염으로 인한 사망 예상자 수는 앞으로 미국에서 만도 한국전이나 월
남전 때 사망한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무려
15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에이즈 바이러스(HIN)에 감염된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1,70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3백만 명은 93년도에 새로 감염된 사람들로 확인되었다. 한편 우
리나라 보사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4년 7월 말 현재 한국의 에이즈 감염
자는 모두 369명으로 나타났다.
에이즈 전문가들은 금세기 안에 에이즈의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을 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바이러스보다 2~4배 돌연변이를 빨리 일으켜 한
종류의 모양을 알아차리고 쳐부수는 백신으로는 야누스처럼 변하는 에이즈 바이
러스에 대적살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가지 약재만으로 에이즈 바이러스를
박멸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라고 여겨진다. 백혈병이나 결핵에서 효
과를 본 것처럼 복합화학요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치 적군을 향해 융단
폭격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희망을 걸어 보면 어떨까. '에이즈의 예방이나 치료에 나 자신
안에 내재한 활화산과 같은 자연 치유력에 불을 댕기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
다.
제4장 몸과 다리를 잇는 다리
마음은 어디에?
옛날부터 우리는 사람의 마음은 가슴 부위의 심장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왔
다. 그러나 실제 사람의 마음은 뇌에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사람의
마음(혹은 정신)은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1 감각 또는 감정이라고 하여 사물을 느끼는 기능
#2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고 즐기며 시를 읽고 그 의미를 아는 기능
#3 어려운 내용도 오랫동안 기억하는 기능
#4 원대한 상상을 하고 계획을 세우거나 창조적인 구상을 해내는 기능
뇌가 이 모든 기능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몸과 마음, 즉 마음과 뇌는
따로따로가 아님을 알아 낸 것이다.
뇌도 부위에 따라 그 마음의 기능이 각기 다른데 각 부분이 담당하는 기능을
살펴보도록 하자.
대뇌는 전두엽(안쪽), 후두엽(뒤쪽), 두정엽(정수리 부분), 측두엽(옆쪽)의 네 부
분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이 중 사람다운 마음의 기능, 즉 생각하고 상상하며
계획을 세우는 일등을 하는 부위는 전두엽이다. 암기를 하는 부위는 주로 측두엽
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는 기능은 후두엽과 두정엽이 하고 있다.
뛰고 노는 기능,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것은 소뇌의 명령을 받은 전두엽의 뒤쪽
이 차지하고 있다. 한편 사람다운 기능 중 으뜸이라고 볼 수 있는 말하는 기능은
대뇌의 측두엽(좌측) 부근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말하는 기능은 어릴 때부터
훈련하지 않으면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을 잇는 다리
유쾌한 감정이나 불쾌한 감정이 일어나면, 그 감정은 우리 몸 안에서 신경회로
라는 초속 약 0.5미터에서 100미터에 이르는 고속전철을 타고 쏜살같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신경전달 물질, 즉 신경 호르몬을 쏟아내어 면역계에 파문을 일으킨
다.
한 나라의 수뇌부가 나라일을 다스리기 위해 정부의 계획이나 곧바로 행동에
옮겨야 할 명령을 여러 공공기관에 전달하려면 우편물이나 전선을 이용한 전화,
그 밖의 많은 통신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인간의 뇌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우
리 몸의 원만한 평화유지(건강)를 위해 모든 여러 기관과 조직 및 세포에 대해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고 또한 그들과 신속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
몸 안에 있는 장거리 통시수단을 우리가 사회에서 쓰고 있는 방식과 비교하여
보자. 전선을 이용한 전화기나 팩시밀리와 같은 신경계가 있고, 한 장소로부터
배달되어 주소가 적힌 목적지에 이르러 내용을 전하는 우편물과 같은 호르몬이
있다. 몸 안의 신경계와 호르몬계(내분비계)는 바로 몸과 마음을 이어 주는 통신
수단이자 다리를 놓아 주는 물질인 것이다.
모방할 수 없는 컴퓨터
몸과 마음을 잇는 다리 중에서 제1의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해내는 신경계는 어
떤 것인가. 지금은 바야흐로 컴퓨터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이루
어지고 있는 시대이며, 채 몇 개월도 안 걸려 처리속도와 기능이 우수해진 새로
운 기종의 컴퓨터가 대중에게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현세를 컴퓨터 왕국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우수한 컴퓨터가 있다 해도 아직까지 그 신비가 다 밝혀지지
않은 우리 몸 안에 자리잡은 뇌는 어느 컴퓨터도 모방할 수 없는 컴퓨터의 제왕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여러 가지 활동을 잘 해나가며 생명을 조절
할 수 있게 지휘하는 총사령부인 뇌는 우수한 컴퓨터인 셈이다. 뇌는 마음이라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정보를 수집하고 재빨리 분석, 처리하여 몸으로 명령을 전달
함으로써 명령을 실행할 수 있게 하니까 말이다. 이 우수한 컴퓨터는 신경이라는
회로를 통해 전기를 이용한 정보전달 방법을 이용하여 온몸에 명령을 잘 전달함
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대로 활동하게 만든다. 마치 우리 일상 생활에서 팩시밀리
나 전화를 이용하여 소중한 내용을 전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말이다.
컴퓨터에 중앙정보처리장치(CPU)가 있듯이 몸 안에도 중앙정보처리장치가 있
는데, 이를 일컬어 중추신경계라 한다. 정보를 처리하여 몸에 전달하는 속도(신경
전달속도)는 초당 100~120m에서부터 초당 0.5~1m로 비교적 느린 경우도 있다.
마음대로 우리 몸의 근육 등을 조정할 수가 있는 것은 이러한 중앙조절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편 컴퓨터가 정보처리망, 즉 네트워크(network)를 형성하여 정보처리를 능률
적으로 하듯이 몸에도 이와 같은 네트워크가 있는데, 이것을 말초신경계라고 한
다. 이 말초신경계라는 네트워크는 온몸 구석구석에서 감지되어 들어오는 정보를
중앙처리장치인 뇌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거꾸로 뇌에서 하달되는 정보를 온몸
에 전하는 일까지 맡고 있다.
몸 안에 울려퍼지는 교향곡
우리 몸의 훌륭한 정보 처리망이자 몸과 마음을 잇는 다리중에서도 소화기관
의 운동이나 배설 작용, 체온 유지, 심장 박동수, 혈압 등을 조절하는 네트워크는
중앙정보처리장치인 뇌의 직접적인 지시가 없이도 자동적으로 정보를 수행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를 자동정보처리장치, 곧 자율신경계라 한다. 이러한
자동처리장치는 주어진 역할에 따라 몸과 마음에 전체적으로 활력을 주어 활동
하게 하는 교감신경계와 고삐 풀린 망아지를 길들이는 것처럼 교감신경계가 과
다하게 해놓은 일들을 섬세하게 가라앉히는 부교감신경계로 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 몸을 하나하나 뜯어 보면 정보처리 방식에서도 음과 양의 시소게임이 잘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를 연구하
면서 마치 멋있는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감미로운 교향곡이 연주되는 듯한 현상
과 일치시켜 교향곡(symphony)의 '교향' 의 뜻을 지닌 '교감(sympathetic)' 이라
는 말을 신경계에 붙였다. 교향곡이 연주되면 감흥에 젖듯이 우리의 몸은 신경의
조절에 따라 가장 훌륭한 하모니를 이루어 가기 위해 온몸을 떨쳐 일어나 움직
이게 끔 하는 것이다. '자, 운동하자, 일을 하자' 라고 할 때 온몸의 연주단원인
교감신경계는 교향악을 연주하기 시작하고, 우리 몸은 그 흥에 젖어 움직인다.
그런데 교향곡이 끝없이 흘러나와 한없이 도취되는 것처럼 몸 안의 자율신경
계가 계속 작동하면 이는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연속적으로 밟는 것과 같아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도가 지나친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과하면 넘치는 게 당연지사임을 우리의 선조들은 익히 아셨고,
이 과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항상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일상생활
속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고삐 풀린 망아지 길들이기
하루를 긴장(스트레스) 속에서 살다 보면 자동처리장치 중에서도 교감신경계의
작동이 쉼없이 이루어져 마치 교향악 연주단원이 지쳐 버리는 것처럼 우리 몸에
서는 여러 가지 기능의 조절능력이 떨어진다. 모세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상승
하며 뇌, 신장, 골격근에 과다한 혈액이 모여든다. 모두가 쉽게 공감하듯이 현대
인들의 생활은 균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따라서 몸 안의 정보처리장치는 쉴틈
없이 작동하여 우리의 생체에너지(기)를 고갈시키고 혈압도 오르게 하며 심장도
두손 들게 한다. 질주하는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지 못함으로써 차
는 더욱 과속하게 되는 현상처럼 말이다. 달리 비유하자면 우리 몸의 균형잡힌
상태가 고삐가 튼튼하게 매어진 망아지라면, 교감신경계의 과다한 작용은 거꾸로
우리 몸을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구 날뛰는 망아지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누가 채찍을 휘두를 것이가?
우리 몸 안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를 다스리는 자동정보처리장치는 '부교감
(parasympathetic)신경계' 이다. 교향악의 연주음을 전달하는 교감신경계의 전선
이 몸에 분포하고 있듯이 고삐 풀림 방지를 위한 부교감신경계의 채찍과도 같은
전선 또한 몸 안에 뻗쳐 있다. 생명이 유지되는 기막힌 조화들 중 하나는 이처럼
음과 양의 밸런스를 맞추어 나가는 자동정보처리장치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이 은밀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몸의 자동정보처리장치는 중앙정보처리장치의
통제는 전혀 받지 않을 뿐더러 임의대로 정보를 변화시킬 수도 없는 것으로 여
겨왔다. 그러나 80년대에 이르러 많은 과학자들은 여러가지 바이오 피드백, 참선
등을 통해 자동정보처리장치인 자율신경계가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
을 알아 내기 시작하였다. 우리 연구팀들도 천도선법 기수련을 통하여 호흡과 심
장 박동수의 안정, 말초 혈류량의 증가와 같은 연구 결과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그러한 결과들이 사실임을 더욱 입증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제 자율신경계가 수련
을 통하여 조절될 수 있는 것이라는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져 가고 있음을 말
한다.
많은 사람들은 기수련을 단전으로 하는 호흡수련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
로 기수련이란 단전호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하루하루의 생각을 정
리하고 반성하며 마음의 안정, 즉 뇌 활동의 안정화를 통하여 고삐 풀린 전신을
잘 길들이는 지혜로운 건강법이다. 그러므로 기수련을 하나의 커다란 숲으로 본
다면 단전호흡은 단지 한 그루의 나무에 불과하다. 전신이 잘 길들여지면 단전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강화될 뿐더러 호흡도 자연히 고르게 되는 것이다. 천도선
법 기수련의 세 단계 동작에 프로그램되어 있는 복식 또는 단전을 중심으로 하
는 호흡의 효과를 신경학적으로 풀어 보자.
해부학적으로 배꼽 깊숙한 곳에는 위장과 소화관을 통제하는 자동정보처리장
치(신경절)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부분은 단전 부위와 거의 일치한다. 만약 이
부위를 자연스럽게 단련시키면 정보처리장치의 작동을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호
흡뿐만 아니라 소하를 좋게 하고 나아가 호르몬계와 면역계를 잘 조절하게끔 하
여 전신에 생체 에너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제는 고삐 풀린 망아지를 다스릴 자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깊이 이해해야
할 때이다.
사춘기의 마술사! 호르몬이 뭐지?
'호르몬' 하면 사춘기 때 가슴이 볼록해지고 코 밑에 가뭇가뭇 수염이 나게 하
는 마술사를 연상하면서 왠지 수줍음을 일으키는 단어로 떠오른다. 또 한편으로
는 듣기만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굉장히 복잡한 물질로도 생각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한 것이다.
우리 몸의 각 기관은 각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된 장소에 있다. 뇌는 머리
에, 간은 복부에, 그리고 신장은 허리 부위의 등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주 잘 협동하여 우리는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서로에게 연락을 주고받는 것일까? 뇌가 간에게 또는 신
장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할까? 우리의 몸이 위급한 상황에 빠
지게 될 때 방어군인 면역계에게 긴급하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과연 어떤 방
법으로 해야 하는가? 이런 경우 몸 안의 통신수단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이러
한 우리 몸 안의 통신수단의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호르몬이다.
호르몬은 신경계와 더불어 우리 몸 속의2가지 통신수단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화나 통신을 하려면 상대방이 있어야 하듯 우리 몸 안에서도
통신 물질로 호르몬을 내는 발송기관이 있으며, 이 호르몬을 받아보는 기관이 있
다. 호르몬의 배달부는 바로 혈액이다. 호르몬은 심장박동에 따라 온몸을 구석구
석 돌아다니는 혈액에 담겨져 받는 사람의 주소를 찾아가는 우편물처럼 목적지
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호르몬은 우편물에 비유할 수 있다.
중요한 명령이나 대화 내용이 담긴 우편물을 발송하는 기관, 즉 호르몬을 혈액
중으로 분비하는 기관을 '내분비기관(endocrine organ)' 이라 하며, 우편물이 도착
하는 주소지의 기관, 즉 호르몬이 도달하는 기관을 '목적기관(target organ)' 이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우편물에는 항상 받는 사람의 주소가 적혀져 있어 정확하게
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호르몬도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며 여러 기관을
거치지만 실제로 작용을 나타내는 곳은 오직 보내질 때 정해진 목적기관뿐이라
는 사실이다. 자연의 섭리는 아직까지 우리가 다 이해하기엔 너무도 경이로울 따
름이다.
사춘기가 되면 뇌에서 여성의 경우는 난소, 남성의 경우는 고환을 성숙시키기
위한 생식기 성장 호르몬이 나와 혈액을 타고 바로 목적기관이 난소와 고환에
이르러 생식기가 성장하라는 명령을 전달한다. 그러고는 이 호르몬은 재빨리 몸
속의 대사과정을 통해 사라진다. 뇌로부터 호르몬을 통해 연락을 받고 성숙한 고
환과 난소는 각각 남성 호르몬(안드로겐)과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을 혈액 내
로 분비하여 그들이 목표로 하는 지점인 코와 턱, 겨드랑이, 생식기 주위, 그리고
가슴 부위와 근육을 향해 보낸다. 장차 멋있는 남자, 어여쁜 여자가 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 호르몬들은 목적조직에 도달하여 임무를 완수한다. 간혹 호르몬
은 내분비기관으로부터 쏘아져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로도 비유된다.
사랑의 호르몬!
여러분에게 '마음은 어떻게 면역계와 대화할 수 있는가' 라고 물으면 이제는
아마도 '호르몬과 신경이라는 몸 안의 통신수단을 통해서다' 라고 대답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과연 몸 안의 방어군(면역계)에게 힘이 되어
주고 건강에 활력을 줄 수 있는 호르몬은 무엇일까?라고 하면 여러분은 쉽게 '베
타엔돌핀(beta-endorphin)'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에게 아
주 잘 알려진 호르몬인 베타엔돌핀이 정답의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식물에서 뽑아낸 마약인 모르핀과 코카인이 사람의 뇌에 과
연 어떻게 작용하기에 쾌감을 주는지 궁금하게 여겨 왔다. 그러던 중 1973년 미
국의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원생인 C. B. 파트는 그의 스승인 솔로몬 슈나이더와
함께 뇌에는 바로 외부에서 넣어 주는 마약에 반응하는 인식장치(학술용어로는
수용체(receptor)라고 한다.)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뇌는 외부
에서 주는 마약에 작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마도 우리 몸 속에서 자체적으로
마약과 같은 성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인식장치(수용체)가 있는 것이라
고 추측하였다.
1975년 영국의 에버딘 대학교의 존 휴지는 동료 교수와 함께 우선 돼지의 뇌
에서 마약과 같은 물질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엔케팔린이라는 5개의 아
미노산으로 구성된 체내마약을 최초로 분리하였다. 곧이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호르몬 연구소의 리 박사는 뇌하수체로부터 강한 마약작용을 하는 물질을 추출
하였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을 '엔돌핀(endorphin)' 이라고 이름지었다. 엔돌핀은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마약' 이라는 뜻이다. 이 중에서도 분자가 큰 베타엔돌핀
은 진통을 줄이는 효과가 뛰어난데, 식물성 모르핀보다 무려 7배나 강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베타엔돌핀이 사람에게 최고의 기분을 느끼게 하
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보배로운 호르몬이라는 점이다. 베타엔돌핀
은 우리들이 상쾌하고 기분이 좋을 때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
이 될 때 우리의 뇌하수체에서 직접 나오므로 '사랑의 호르몬' 이라는 별명이 붙
었다. 베타엔돌핀은 몸 안에서 자연적인 진통제로 작용하며, 따라서 관절염이나
신경통의 아픔을 진정시키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우리의 몸
을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지키는 방어군인 면역세포들은 바로 베타엔돌핀의 명령
을 받는 수용체가 있다. 이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하여 자연살해세포의 암세포 파
괴능력이 증가하고 면역세포의 기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신경면역학자들에 의
해 밝혀졌다.
다시 정리해 보면,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을 때 이 사랑이 몸 안에서 화
학물질인 호르몬으로 바뀌어 자연치유력을 증가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다. 동화 같은 이야기가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진실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건
강을 지키는 최고의 지름길이며 보약이라 하겠다. 모든 성현들의 말씀이 사실임
을 현대과학이 밝혀낸 것이다.
분노의 호르몬!
'자, 싸우자, 일하자, 공부하자, 운동하자' 라고 마음 먹었을 때 몸 안에서는 어
떠한 반응이 일어날까? 이러한 마음을 먹자마자 재빨리 우리의 혈액 내에는 온
몸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 수뇌부인 뇌에
서뿐만 아니라 신경의 말단에서까지 다량으로 분비된다. 특히 심하게 분노할 때
에는 온몸에 널리 퍼져 있는 말초신경에까지 자극이 미쳐 노르아드레날린이 빠
져나와 사람을 전투적으로 만들어 잘못하면 성급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호르몬의 관점에서 인간의 하루를 살표보면 아침에 노르아드레날린이 혈액 중
에 증가되기 시작하여 눈을 뜨고, 낮에는 노르아드레날린의 일절량이 분비되므로
활동하고, 밤에는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잠을 자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르아드레날린은 정신, 마음과 육체가 서로 대화하는 데 사용하는
소중한 화학물질이긴 하지만 분노의 감정 때문에 방출되었을 때에는 독으로 작
용한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하겠다.
정신신경면역학자들은 이러한 분노의 호르몬이 면역세포의 활동과 기능을 떨
어뜨리고 병원균에 의한 감염도도 높아지게 하며, 또한 반란군의 감시기구이자
제거능력을 지닌 자연살해 세포의 암세포의 파괴하는 능력을 떨어뜨려 암 발생
및 진행을 촉진하는 것을 관찰하여 보고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흔히 말해 '울화병에 걸려 죽었다' 고 하면, 보이지 않는 화
때문에 사람이 죽기까지 하는 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누군가
'어떤 사람이 속을 태우다 화병 끝에 암에 걸려 죽었다' 고 말하면 그를 무식하
다고 비아냥하기보다느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제5장 투명한 도화선
천만대군을 교란시키는 적-스트레스
순간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조기공습경보기, 기막힌 미사일 유도장치와같은 첨
단 방어체계, 또한 우리 몸의 방어를 위해 철저히 훈련된 천만대군을 교란시키는
최대의 적은 누구일까? 21세기의 생명과학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놀랍게도 스트
레스가 그 주범임을 밝혀내었다.
스트레스야, 네 아빠가 누구지?
어린아이에게 아빠가 누구냐고 묻는 것은 자연스런 인사 중의 하나이다. 그러
나 우리가 스트레스를 만났을때 '네 아빠는 누구냐? 너는 어디서 왔냐?' 고 물어
보면 그에 대한 답을 바로 얻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라는 말이 어
디서 유래하여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스트레스(stress)라는 말은 원래 물리학이나 공
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들 학문에서는 스트레스를 '외부에서 어떤 물체에
힘이 가해졌을 때 그 힘을 받아서 물체가 변화된 상태' 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
리가 고무줄을 당기면 길게 늘어난다. 그러나 고무줄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
고 한다. 여기서 힘을 받아 고무줄이 늘어난 상태가 바로 '스트레스' 이며, 고무
줄을 잡아당기는 힘, 즉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을 스트레서(stressor)라고 한
다.
이러한 과학적 용어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935년 캐나
다 맥길 대학의 생리학자인 한스 세리에 교수에 의해서이다. 그는 외부 환경과
인체의 생명현상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연구, 관찰하게 되었다. 세리에 교수는
인체에 해를 주는 외부의 많은 해로운 요인에 반응하여 몸에 생긴 상처 또는 몸
이 그런 해로운 것을 방어하려는 반응을 통틀어서 스트레스라고 새롭게 정의하
고, 이 단어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외부로부터 자
극을 받은 상태를 스트레스(stress)라 하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을 스트
레서(stressor)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 도중에 스트레스와 스트레서를 엄격
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미 전달에 큰 지장이 없으므로 이 책에서도 구
분을 엄격하게 하지 않고 '스트레스' 한 단어만 사용하고자 한다.
스트레스 삼총사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스트레스, 그러나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양태(방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들이 스트레스 삼총사이다.
첫번째는 물리적인 스트레스로 이것은 어쩔 수 없이 대자연으로부터 받는 추
위, 더위 등의 스트레스를 말한다. 두번째는 생리적인 스트레스로서 무리하여 생
긴 과로, 병원균에 의한 감염 등의 스트레스를 말한다. 세번째의 것은 사회적, 심
리적인 스트레스, 곧 정신적 스트레스인데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깊은 슬픔,
분노 그리고 직장 등에서의 인간관계, 실망이나 좌절감 등이 이 범주의 대표적인
스트레스라 하겠다.
이상의 스트레스 삼총사 중에서 우리가 제일 많이 영향을 받는 순위를 따져본
결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달타냥(알렉산더 뒤마의 작품<삼총사>에 나오
는 주인공)인가?
반란의 조짐-대답 없는 너, 암세포!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서 밝혀진 내용을 알아 보는 일은 매우 유익할 것이다. 원래 정상세포의 유
전자에는 암을 일으킬수 있는 유전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졌다.
이 사실을 발견한 학자는 1992년 노벨 의학상(캘리포니아 대학의 바머스와 비숍
이 공동 수상.)을 받았다.
우리가 건강하고 정상적일 때에는 이 유전자는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자극을 받으면 활동을 시작하여 무서운 반란군인 암세포가 되
어 버린다고 한다. 이때 암 유전자를 일깨우는 자극물질을 발암물질이라고 하는
데, 이러한 자극물질로는 해로운 화학물질 또는 발암 바이러스 등이 있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
히 오랜 세월을 거쳐 조금씩조금씩 암으로 진행된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암세포
는 바이러스나 그 밖의 세균과 같이 외부에서 침입해 온 이물질 세포가 변한 것
이 아니라 몸 안에 있는 정상세포가 자극에 놀라 제정신을 잃고 비정상적인 세
포로 바뀐 것이다.
암이 거대한 반란군의 모습을 지니게 될 때까지는 2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본다. 처음에는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기 위해 도하선이 필요하듯 암유전자
를 직접 일깨우는 데에도 '도화선(이니시에이터: initiator)' 이 필요하다. 그 다음
으로는 암 즉 반란군이 세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촉진제(프로모터:
promoter)' 가 작용한다. 프로모터는 도화선에 불을 지르는 라이터 불과 같은 역
할을 한다. 만일 우리 몸 안에 도화선만 있고 불이 없다면 암은 발생되지 않는
다.
정상세포가 반란을 일으킬 때는 1개로부터 시작하여 거대한 규모로 커나가는
데, 이것은 하나의 도화선에 일단 불이 붙으면 연쇄적으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
하는 이치와 같다고 하겠다.
반란군을 일깨우는 투명한 도화선
스트레스가 반란군(암)을 일깨우는, 보이지 않는 도화선이라는 사실이 과학에
의해 증명되기 시작한 것은 이제 기껏해야 20년에 불과하다. 1976년 개최된 '암
발견과 예방에 관한 국제 심포지움' 에서 버넌 릴레이 박사는 다음과 같이 스트
레스와 암의 관계를 보고하였다.
"정상적인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사령탑인 뇌(대뇌피질, 간뇌, 뇌하수체)와 부
신을 통하여 혈액 중에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티졸의 농도를 높인다. 그리고 또
흉선, 비장, 임파선 등의 무게를 감소시킨다. 이로써 방어기능을 담당한 면역세포
의 감소가 일어나므로 정상세포가 암으로 변하기 쉬우며 암 유발 바이러스가 활
성화되어 발암율이 높아진다."
또한 노벨상을 받은 와르부르그는 암 발생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으면 호흡은 얕아지면서 생체조직 중에 탄
산가스가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거꾸로 산소의 공급이 부족해지므로 산소결핍
상태에서 암세포가 발생한다."
미국의 로체스터 의과대학의 한 연구팀은 109명의 환자를 조사함으로써 감정
의 손상 때문에 혈액암인 백혈병(leukemia)과 임파종(lymphoma)이 발생하는 것
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깊은 슬픔(비애), 걱정, 분노의 감
정에 잠길 때, 직장을 잃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일어나는 감정 변
화의 커다란 스트레스가 곧바로 암의 도화선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미국 보스턴 대학의 로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
하는 사람은 우리 몸 안의 방어체계 중에서 육박전 능력(학술용어로는 '세포성
면역'이라 한다.)이 줄어든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당기는 방아쇠
정상적인 스트레스가 커다란 질병인 암까지 다가가는 길은 실로 멀고도 멀다.
즉, 스트레스가 단순하게 암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몸 안에서 복잡한 여러 과
정을 거친 다음에 이으킨다고 봐야 한다. 우리 몸이 기껏 스트레스에 쓰러질 하
찮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우리는 이것을 투명한 적군이라고 부르자)를 받게 되
면 우선 절망감과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이 투명한
적군(스트레스)과 마주치게 되는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병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병에 걸린 사람을 조사해 보
면 대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절망감에 빠져 헤매는 사람들
이다.
그러면 일단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것이 우리 몸 안의 어느 곳을 향해 방아
쇠를 당기는지 살펴보자.
첫번째 반응을 보자. 인간의 뇌(대뇌 변연계)는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위해 갖
가지 일들을 통솔하며 지휘하고 있는데, 예컨대 생명이 위협당할 경우 달아나야
할지 아니면 싸울 것인지를 결정하는 역할도 한다. 외부의 스트레스에 자극을 받
아 기분이 우울하게 변하면 이것은 대뇌에 기록된다. 또 대뇌를 잡는 데 가장 앞
장서는 명지휘관인 시상하부에게 이 여파를 전한다.
다음 두번째 반응을 보자. 시상하부는 이때부터 마치 한 나라에 계엄령을 선포
하여 모든 것을 자기의 명령권하에 두듯이 온몸을 호르몬이라는 명령전달물질을
통해 명령을 내린다. 시상하부는 거리상으로 근접해 있는 또 하나의 지휘관 조직
인 뇌하수체에 긴급명령 1호를 전달한다. 긴급명령이란 '스트레스를 방어하자'는
내용이 담긴 체내의 화학물질, 즉 스트레스 호르몬(CRH: corticotropin releasing
hormone)을 내보내는 것을 말한다.
이번엔 세번째 반응을 살펴보자. 시상하부의 시위를 떠난 스트레스 호르몬은
날으는 화살이 되어 세번째 반응을 주도하는 뇌하수체의 과녁에 명중한다. 여기
서부터 활쏘기 릴레이가 시작되는데 시상하부는 날아온 화살의 명령 내용이 무
엇인지를 알아내고, 다음 단계에서 방어준비를 맡을 기관이나 조직에게 제2호 명
령(ACTH: adrenal corticotropichormone)을 전달한다.
네번째 반응에서는 역시 '스트레스를 방어하자'는 제2호 명령(ACTH)이 우리
몸의 기관 중 신장 윗부분에 자리잡고 있는 엄지손가락 크기만한 부신피질에 가
서 작용한다. 이때 코티졸이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나온다.
다음 다섯번째 반응에서는 코티졸 호르몬이 스트레스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하여 영양(에너지)창고인 간으로 달려가, 간세포에 저장하고
있는 에너지 덩어리인 글리코겐(glycogen)을 글루코스(glucose)라는 포도당 조각
으로 나누어 혈액 속으로 분비하도록 명령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간은 최종적
으로 스트레스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혈당량을 증가시킨다. 이렇게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작용은 릴레이식의 명령전달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가능하게 된다.
이상의 릴레이 주자 중에서도 3박자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 시상하부-뇌하수체-
부신이다.
문제는 이상과 같은 한번의 릴레이 반응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더할 수 없
이 좋겠으나 한번의 릴레이 반응으로 과다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
는 데 있다.
스트레스가 병으로 가는 세 단계
이제는 스트레스라는 말을 듣거나 글자를 보기만 해도 그자체가 왠지 스트레
스를 받게 하는 듯 하다. 아무튼 최근 들어 스트레스가 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유발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하는 데는 크게 세 계단을 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되
고 있다.
제 1단계는 마치 적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하여 경계경보를 일으키는 것과 같
은 경고기이다. 스트레스가 작용한 경고기에는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이 떨어지
며, 체온의 저하, 방어군(백혈구) 수의 감소가 일어나고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
서 몸은 산성체질로 변화한다.
제 2단계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심해짐으로써 경고기의 후유증이 넘쳐 우리 몸
은 스트레스를 꼭 이기려고 기를 쓴다. 즉 스트레스에 강력한 저항을 하게 되므
로 저항기라고 한다. 이때 뇌하수체 전엽에서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많이 나온
다. 앞에서 설명한 바 있는 스트레스가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또다시 시상하부-뇌
하수체-부신의 3자 릴레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부신피질에서는 수뇌부의 연락을
받고 코티졸을 내보내어 스트레스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에너지를 공급받은 우리 몸은 새로운 자연치유력이 생겨나 체온, 혈압, 혈당량도
올라가며 경고기에서 나타났던 증상은 해소된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제 3단계에 이르면서 발생한다. 이 단계는 모든 것을 다
써 버리는 소모기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해 저항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우
리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은 릴레이를 더이상 할 수 없을 만큼 지치게 되고
급기야 그 고유한 기능을 잃고 만다. 이때 부신은 과다한 노동 때문에 뚱뚱해지
고, 면역세포계, 즉 몸 안의 방어군의 아카데미이자 진지인 흉선과 임파선계는
작게 위축된다. 또 위, 십이지장 등에 궤양이 생기는가 하면 영양을 저장하며 해
독작용을 맡아보는 간에도 이상이 나타난다. 부신이 스트레스를 방어하느라 과로
하여 내놓은 코티졸이 혈액 중에 많아질 경우는 대개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그 중 중요한 것으로는 여러 가지 병원균에 대한 감염, 항체 생산의 저하, 골다
공증, 근육 위축, 당뇨병, 혈전증, 소화기관의 궤양 등이 있다.
스트레스가 이 세번째 단계에까지 오르지 않도록 하는 삶을 우리는 배우고 익
혀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자아완성의 길인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
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종교와 의술이라는 것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그러나 엄
연히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다스리는 법을 설파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꾀 많은 반란군
'암입니다' 라는 진단은 마치 '너 이제 그만 하직하고 오너라' 라고 하는 염라
대왕의 부름으로 들릴 만큼 우리게겐 가장 무서운 질병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암이라는 것도 우리 몸의 방어체계인 면역이 제 구실을 해내지 못했
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이 점은 방어군의 전력이 떨어진, 즉 면역겸핍인 사
람들에게서 정상인보다 100배나 더많이 암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느 학자는 우리가 80세까지 살 경우 암이 생겨날 가능성은 무려 10억 회 정
도나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암에 거리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호프(hope)
인 방어군이 맡은 바 임무인 반란군 감시기능을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
리는 이것을 쉽게 자연치유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야기한다.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1개의 암 덩어리는 10억 개 정도의 세포가 모여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반란군이 불어나서 그 결과 무엇보다도 귀중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비상사
태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전적으로 방어군의 잘못으로 돌려야 하느냐는 것이
다.
반란군은 참으로 꾀가 많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영리한 녀석들이다. 최첨단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반란군이 펼치는 수법을 한번 알아보자. 우
선 반란군 암세포는 자기가 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표지판을 감추거나 몰래 숨겨
방어군을 교묘하게 따돌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암세포 자신이 오히려 자기가 반란군이라는 증표(항원)를 마구 쏟아
부어 반란군을 공격하려 하는 아군(면역세포)의 반란군 감지 능력을 무디게 하는
것이다. 암세포가 쏟아내는 항원은 아군(면역세포)이 암세포의 표면에 부착할 때
사용하는 손발을 묶어 버리는 연막전술이라고 보면 된다.
세번째로는 암세포의 항원을 미끼로 아군의 출격 명령을 억제하는 총사령관(억
제 T세포)을 꼬드겨 반란군을 처단하는 살해세포의 출동을 막게 하는 전략도 있
다. 우리의 방어군이 이와 같은 반란군의 눈속임(trick)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
면 어쩔 수 없이 반란군이 득세하는 것이다.
특공대 출격-암세포의 파괴현장!
나라를 지키는 정규군 중 그 규모는 작지만 일당백을 거뜬히 해내는 특공대처
럼 우리의 방어쳬계에도 특공대와 같은 살해세포(killer cell)가 있다. 살해세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나빠졌을 때 이 세포를 찾아
내어 파괴하는 것이며, 반란군인 암세포를 죽이거나 또는 바이러스나 외부 인자
들로 인해 감염된 세포를 쳐부수는 일이다. 그 종류는 암과 같은 반란군을 격퇴
하는 자연살해세포와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세포만을 골라 제거하는 세
포독성 T세포가 있다. 이들 또한 총사령관인 협력 T세포의 명령에 복종한다.
살해세포는 아주 효율적이면서도 단계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하는데, 먼저 암세
포와 같은 적군을 정확히 발견하고 그 적군에게 강렬한 포옹을 하며 달라붙는다.
그러고는 죽음의 키스를 선사하며 암세포를 터뜨릴 수 있는 직격탄을 정확히 조
준, 발사한다. 주위의 정상세포가 전혀 피해받지 않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하면서
말이다.
직격탄을 맞은 세포는 표면에 구멍이 뚫리고 외부의 물이 세포 내로 침입하면
서 터져 죽게 된다. 구멍을 잘 뚫는 이 직격탄은 '퍼포린(perforin)' 이라는 이름
을 가지고 있다. 퍼포린은 100만분의 5내지 20밀리(5~20나노미터(nm))의 구멍을
뚫어 반란군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는다.
우울한(melancholy) 사람, 고독한(solitary) 사람은 자연살해 세포의 작전능력이
두드러지게 떨어져 있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2세기 로마의 의학자인 갈레노스가
'암은 자꾸만 우울한 일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걸리기 쉽다' 라고 한 말이 마치
예언처럼 20세기의 과학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것이라 하겠다.
최근에는 이상에서 살펴본 적군에게 죽음의 키스를 전하는 살해세포의 전투력
을 키우고 직격탄의 화력을 강하게 증대시킬 수 있다면 암과 바이러스성 질환,
그리고 심지어는 AIDS와 같이 손을 쓸 수 없는 병까지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하고 있다.
제6장 미친 면역학
미친 면역학!-정신신경면역학
지난 94년 4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국제실험생물학회를 마치고 앨라
배마주의 버밍햄시에 있는 앨라배마주립대학의 면역학 교실에 세미나를 할 목적
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면역계의 총사령관인 T세포는 천도선법 기수련 운동을
통하여 변화된다>는 제목의 세미나는 참가한 많은 면역전공과학자들에게 큰 관
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기초면역학 중에서도 병원균들이 코, 입, 소화기의 점막을 통해 들어와
어떻게 지병을 일으키는가를 연구하고 이를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고자 하는
학자들이었다. 이날 따라 많은 연구자가 모였는데, 그 이유는 방어군의 총사령관
인 T세포가 기수련에 의하여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사실로 여겨졌기 때
문이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여러 명의 과학자와 차례로 그들의 연구실에서 짧은 토론을
하였다. 나의 특별한 학문적 관심이 무어냐는 물음에 앞으로 마음(mind)과 면역
(immunity)의 관계를 밝히는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을 집중적
으로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대답을 듣고 난 상대 교수는 웃으면서 '크레이지 이
뮤놀로지(crazy immunology)?'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 말을 듣고 웃었
다. 그의 말이 유머스러웠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연구 업적을 통해 정신신경면
역학이 인정받기에 이르러서 다행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정신신경면역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정통면역학에서 빗나간 사이비 학문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새로운 자연현상을 연구한 내용이 빛을 보게 될 때까지 겪어
야 했던 필수적인 고난 과정처럼, 과거에는 정신신경면역학이 찬밥신세일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를 연상하며 말을 건넨 것이다.
미친 면역학!
생각할수록 재미있는 표현이다.
되돌아보건대, 마음이 착하고 밝고 긍정적이며, 그리고 항상 웃으며 살 때 건
강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이제 하나의 유력한 가설이 되었고, 그 가설들
은 20세기의 생명과학중에서도 마음과 면역관계를 다루는 크레이지 이뮤놀로지
(미친 면역학)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정설임이 입증된 셈이다.
그 동안 미친 면역학에 관해 연구한 많은 과학자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두
드러진 것은 1970년대에 이르러 행해진 솔로몬의 연구라 하겠다. 서양의 해부학
적 시각에서는 마음의 자리가 뇌이므로 뇌의 중요 부위인 시상하부가 손상되었
을 때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가를 알면 마음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가설이 세워질 수 있다. 20세기의 솔로몬은 동물의 시상하부를 손상시켜 면역력
이 확실히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외부의 스트레스가 시상하부를 통해 면역계
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최일선에서 우리 몸을 방어하는 면역계는 이로써 우리의 뇌 신경계와 항상 미
묘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당연히 심리상태와 정신(특히 감정)
과도 대화의 통로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면역계는 신경
계의 연장이라고도 한다. 이로써 '정신신경면역학' 이 탄생되었고, 인간의 감정
변화가 건강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면역계와 관련지어 증명하게 된 것이다.
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진다는 진리의 말씀!
우리는 스트레스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났으며 또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스
트레스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
어 준다.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몸에 좋은 스트레스(쾌스트레
스: eustress)와 건강을 해치는 나쁜 스트레스(불쾌스트레스: distress)로 나눌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바 있는 예들은 나쁜 스트레스가 되겠다.
이제 유익한 스트레스의 예를 알아보자. 좋은 음악이 우리의 정서를 안정시켜
준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젖소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젖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한다. 심지어 음악은 술의 효모균이 좋은 술을 만들도록 발효
를 도와 주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나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를 잘 소화해 내기 위한 방법들을
많이 개발하고 있다. 이들을 우리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한다. 그 중에는 자
기가 직접 나서지 않고 수동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인 음악요법, 향기요법 등이 있
으며, 자신이 직접 스트레스 해소에 참여하는 심신수련법(기수련법), 바이오 피드
백법, 생체 에너지요법, 명상법(TM) 등이 있다. 이들 스트레스 대처 방안들은 과
학적으로 그 효력이 입증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동시에 치료 및 처방까지 할 줄 아셨던 우리의 선인들이
쓰시던 최고의 방법은 '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내면 한번 늙는다' 는
짧은 경구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한번 크게 웃고 숨을 밖으로 내보내면
부교감신경의 작용으로 혈압이 내려가는데, 이때 혈액 내의 산소량은 증가하고
이산화탄소의 양이 감소되어 뇌의 운동을 지시하는 운동중추와 호흡을 조절하는
호흡중추의 흥분이 가라앉는다. 또한 심장 박동수도 감소한다.
그리고 나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들인 불안, 초조, 공포, 실망, 좌절, 원망,
증오, 욕심 등의 감정을 한바탕 웃음으로 날려 버린다면 이 얼마나 멋진 스트레
스 해소법이겠는가? 바로 이 책의 주된 내용인 정신신경면역학적 입장에서 볼
때 우리의 선조들은 웃음의 조건반사를 우리의 몸에 입력시켜 면역력, 즉 방어력
을 강화시킴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킨 것이다. 이는 가장 과학적인 처방이며 긍정
적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전한 진리의 말씀이 아니겠는가?
공즉시대-나무아미타불
'색즉시공, 공즉시색' 하면 웬 염불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부처님은 성현이셨고
자신의 큰 도를 깨우쳤으니 만물의 이치가 훤히 보였을 것은 당연하다. '색즉시
공 공즉시색' 이란 눈에 보인다고 인정한 것이 시간과 공간이 바뀌면 형체 없이
사라지며, 또한 보이지 않아 없다고 우긴 것도 시간과 공간이 바뀌게 되면 우리
의 눈앞에 형상으로 나타남을 설파하신 것이다.
투명해 보이지 않는 적, 스트레스는 공이요, 우리 몸 안의 신경과 호르몬을 매
개로 시간과 공간을 거쳐 나타나는 면역력의 변화는 색이다. 여기서 스트레스와
면역력의 관계를 불교의 선적 깨달음인 '색즉시공 공즉시색' 으로 풀이해 보면,
이 '색즉시공 공즉시색' 의 진리는 스트레스를 완전하게 해소하여 스트레스 자체
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위대한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종교의 명제마저도 어느 누구나 거침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반적인 사실
에 불과함을 입증하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볼 때 진리를 밝히는 과학자의 위대함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
는 명확한 결과를 얻어내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먼저 과학
자의 위대함은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긍정적이고도 진취적인 생각과 행동에
서 빚어지는 것이 아닐까. 긍정적인 생각(공)과 진취적인 행동(색)은 다름아닌
'공즉시색' 의 길이다.
우리것은 소중한 것이야
어느 어린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선조들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어요?
"우리 선조들께서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생각했지. 그리고 이를 다스려 건강을
이루었던 방법은 이미 네가 학교에서 배운 고구려 시대의 무사제도, 신라 시대의
화랑도 들이 있었단다."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묻는다.
"그것은 모두가 전쟁터에 나가 싸움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잖아요?"
어른은 공격적인 아이의 질문에도 침착하게 말을 잇는다.
"많은 사람들은 '고구려의 무사, 신라의 화랑' 하면 네 생각처럼 싸움 잘하는
용맹스러운 군인을 떠올리지. 그러나 실제 그러한 사람들은 무조건 싸움만 잘하
기 위해 교육을 받고 몸과 마음을 수양한 것은 아니었단다. 무엇보다도 작게는
가정, 크게는 사회와 나라에 있어서 훌륭한 주인이 되기 위하여 수련을 했던 게
지. 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렴. 몸과 마음을 갈고 닦은 젊은이들이 어찌 부모를
공경하지 않겠으며, 어찌 나라가 위태로운데 앞다투어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
지 않겠느냐. 무엇보다도 먼저 얼마나 똑바른 정신을 몸에 심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니? 만일 그들이 싸움만 배웠다면 나라에 충성함
이 왜 중요하며 부모에 효도함이 왜 필요한가를 모르고 살생만 하는 잘못을 저
지르지 않았겠느냐."
말똥말똥한 눈망울을 굴리며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사실을 조금은 이해한 듯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어느덧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고, 수천년 동안 우리의
선조들은 얼마나 지혜롭게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몸을 가꾸기 위한 법을 소중하
게 여겨왔는가 자주 생각하였다. 나아가 귀중한 많은 시간을 면역과 기의 연구에
투자하면서 지난 일들을 새삼 돌이켜보게 되었다.
건강을 위한 수만 가지의 처방들이 물밀듯 쏟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TV와 신문지상에 광고로 실리는 내용 중 우리가 입는 욧, 자는 집 등의 선전을
제외하고는 약 선전이나 헬스(health)에 관계된 상품을 알리는 것이 일 등을 차
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이는 중국의 기수련이 동양의 온갖 신비란 신비는
다 담고 있어서 중국의 기수련을 하면 그 효과가 신비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서양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보
다 동양적이며 독창적인 건강법으로서 기수련을 선정했다. 그러고 나서 이를 기
초과학적인 연구와 임상실험을 통해서 기수련을 일반화하고 상품화하여 세계적
으로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에 교유한 기수련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다른 나라 것에 관심
을 두고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그냥 몸에 좋다는 생각으로 무심코 널리 선
전되고 있는 것을 택해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고 우리의 것을 발굴하고 이를 소
중히 여겨 널리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화의 방법은 바로 과학화에 있다. 우
리 원광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기의학 분과의 연구원들은 기 연구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과학화하려는 진리탐구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몸과 마음
을 하나로 엮어 건강을 꽃피우는 기수련의 깊은 뿌리는 저 5천 년 전 동양의 정
신문화를 주도한 단군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현재에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우리는 '면역과 기' 라는 거대한 인구 테마를 입
증하기 위해 단지 실험기계와 시험관만을 토닥거리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이 연
구를 통해 우리의 가리워진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게 되었다. 동화 속에 한 장면
을 들어 설명하자면 이제 5천 년간 잠자던 숲속의 공주인 우리의 소중한 사상과
행동은 과학이라는 핸섬한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어나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의 땀과 노력을 기울여 소중한 우리것을 일깨운다는 것은 그 얼마나 자랑
스럽고 좋은 일인가!
"제비 몰러 나간다... 암, 우리것은 소중한 것이야!" 하시는 명창 박동진 옹의
우렁찬 소리가 귓전에 쟁쟁하다.
제2부 기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의 세계-기, 더 이상 신비가 아닌 생화 속에서 함께하
는 기의 참다운 모습을 배워 보자.
제1장 기 세계로의 초대
기지개를 켜 보자
샐러리 맨은 퇴근하고 싶다.
"왜?"
"피곤하니까!"
요즘 모 제약회사의 광고에 나오는 샐러리 맨의 푸념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가정과 직장, 학교 주변의 모든 일에 지쳐 있다. 아침이 되었건만 눈꺼풀은 천근
만근처럼 느껴지고, 머리는 늘 개운하지가 못하여 만사가 귀찮다. 쉬고 싶고 멀
리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어디
를 보아도 정신적인 안락은 없는 것만 같다. 힘차고 밝게 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왠지 허전함이 몰려오는 것이다.
자! 이럴 때일수록 어깨를 쭉 펴고, 신선한 공기를 흠뻑 마시며 기지개를 켜
보자.
그리고 하늘을 한번 쳐다보며, 아무 노래라도 좋으니 소리 높여 불러 보자.
우리가 기지개를 켤 때 손을 위로 쭉 펴는 행위는 폐를 자극해서 몸에 부족한
산소를 충분히 빨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몸의 상태가 좋아져서 훨씬 기분
이 상쾌해진다. 기분이 좋다는 건 문자 그대로 몸 안의 기의 밸런스(분)가 알맞
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마음 속에는 무엇인가 풀리지 않는 것이 남아
있으리라.
예로부터 '편안한 마음이 우리 몸에 보약' 이라고 했고, '내 몸의 주인은 곧 내
마음' 이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스스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마
음이 몸의 주인으로서의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이
미 20세기 초에 '신이 사라진 시대의 인가 부조리' 니 '실존주의' 니 하는 어려운
철학적 이야기를 통하여 현대인들의 정신적 방황을 낱낱이 파헤쳐졌던 것이다.
최근에는 이 시대를 포스트모던(post-modem) 사회라 규정짓고, 산업화 후기로
접어든 사회의 병폐와 탈출 가능성이 없는 문화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무절제한 대량생산으로 인한 산업화가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켜서 '지구의 면역력
인 오존층' 의 파괴라는 엄청난 결과까지 몰고오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다. 이렇게 되다 보니 지구와 더불어 사는 인간 역시 자신도 모르게 면역력 상실
이라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하나뿐인 지구! 그리고 이 땅 위의 모든 생명체가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서구의 물질문명 위주의 사회에서 동양의 정신문명으로
전환을 해야 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다. 왜냐하
면 동양의 정신문명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이지 않고 인간에게 생명력을
주는 보금자리라고 생각하며, 또한 물질과 정신을 별개의 것으로 보는 이원적인
관점을 떠나,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는 기사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
문이다. 이미 동양의 선각자들은 몸과 마음이 하나로 조화가 되어야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가르쳐 오셨다. 그러니까 진정한 기지개(기지개: 기의 열림)는
단지 몸의 변화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잠자는 몸과 마음을 다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러나 얼핏 기라고 하면 현대인들에게 뭔가 가려진 듯 신비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옛날 옷을 입는 것 같아서 걸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고기가 물에서 살 때는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오염된 물로
병이 들거나 물 밖으로 나왔을 때야 비로소 물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 기도
우리의 환경을 둘러싸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 수가 있다. 그런데
오염된 환경과 문명생활 속에서 우리 몸에 기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또 여
러가지 병들이 발병하자 기의 소중함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를 어떻게 충전해서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일까?
옛사람들은 이미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마음' 으로써 기를 부려야 한
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처럼 몸을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러한 방법들을 종합하여 여러 가지 기 수련법을 발전시
켜왔던 것이다. 건강이란 바로 자연 속에 있는 이치를 깨닫고 실천할 때 유지된
다. 그런데 요즈음은 '돈으로 약도 사고 건강도 산다'라는 개념이 팽배하게 깔려
있다. 한마디로 '약이란 그때 그때의 증상만 개선시키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다' 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웃으면 복(복이란 말도 풀어보면 건강이라한다. 건강이 있어야 복도 들어온다
는 말일 것이다.)이 온다', '한번 웃으면 더 젊어지고, 한번 화내면 그만큼 늙어진
다(일소일소일노일로)' 란 말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암시해 주고 있는
것일까? 이제부터 우리는 여러분을 몸과 마음을 여는 기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
다. 마치 한 필의 옷감을 만들려면 씨줄과 날줄이 서로 교차해야 하는 것처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되는 것!
그래서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뜻하기보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으로 부족함 없이 건전한 상태를 뜻함을 알게 될 것이다. 먼저 다음 그림을 본
다음 여행을 떠나기로 하자.
이 그림들은 각각 하나의 그림이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 이
처럼 사물을 보게 될 때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는가에 따라 달리 보이게 되는
것이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는 속담처럼, 인식의 전환은 얼마나 세상을
달리 보이게 만드는가?
생활의 모습이 곧 기의 세계.
'기' 라는 말은 적어도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들 중의 하나
이기 때문에, 이 말이 빠지면 언어생활에서 불편을 느낄지도 모른다.이것은 그만
큼 우리의 일상생활과 기라는 것이 매우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예를 들면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뭄의상태가 좋으면 기분이 좋다고 하고, 또 매일의 날씨
를 일기라고 한다. 이처럼 기는 우리 몸과 환경에 대해 밀접하게 연결된 말인 것
이다. 좀더 자세히 예를 들어 보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을 밝혀보도록
하자.
첫째로 우리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경우이다.
무슨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사리가 맞지 않을 때: 기가 차다
일이 잘 풀릴 때: 기를 편다, 기가 산다, 기분이 좋다
일이 잘 되지가 않을 때: 기가 꺾인다, 기가 죽는다.
어떤 일에 열심일 때: 기를 쓰고 한다
두번째로 정신적이 면이 아니라, 우리 몸의 상태까지 표현하고 있는 경우이다.
몸의 상태가 좋을 경우: 기력이 넘친다, 원기가 넘친다, 생기발랄하다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경우: 기운이 없다, 기진맥진 하다.
술이나 음식물에 대한 반응으로: 취기가 오른다, 시장기사 돈다
기가 너무 약해서 졸도하게 되면: 기절했다(말 그대로 기가 끊어진 것인데 한
방에서 중기증증이라 한다. 잠시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후유증은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체에 기가 너무 탁하여 뇌 순환에 장애가오면, 팔다리를 못쓰게 되
는 중풍에 걸리게 된다. 요즈음에는 뇌졸증이라고 한다.)
환절기가 되면 어린 아이들 감기(감기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분명치
않다. 현대의학에서는 감기를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 의해서 목 윗부분이 감염된
것을 말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상한이라 해서 찬 기운에 상함이라고 표현하고,
혹은 감모라 해서 찬 기운에 덥혀 씌운 것이라 한다. 서양에서도 common cold,
catch a cold라 해서 찬 기운에 잡히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에 잘 걸리는데 이
것 또한 보이지 않는 기운에 의하여 감지가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사람이나 물건
등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도 표현한다. 이것은 첫번째와 두번째의 것을 다른
사람이 감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이성을 보면서 색기
가 흐른다고 하고, 재주가 있어 보일 때에 끼가 있다고 하고, 싸움에서 살기를
느낀다고 하며, 음식에서 향기가 난다고 하는 등등).
세번째로 우리들 둘러싼 자연 환경에 대해서도 표현을 하고 있다.
하루하루의 날씨의 변화를 일기라고 한다. 또 온기, 한기, 습기 등은 일기 변화
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가 숨쉬고 생활하는 공기는 가장 중요한 기다.
네번째로 추상적인 의미로 쓰여서 윈리적인 면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개 전문
용어에서 사용되는 경우이다.
현대 과학용어에서 전기, 자기장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으며, 동양 전통의학
인 한의학은 기를 이용한 의학으로서 원기, 위기, 영기, 종기, 음기, 양기 등등 몸
은 기의 운행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의 경우를 보게 되면, 기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원리적인 면에서 두루 사
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선인들은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온갖 변화뿐
아니라, 해와 달의 움직임, 바람과 구름의 변화 등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일어나는
온갖 자연현상도 기의 변화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기로 존재한다면 혹시 기라는 개념이 더욱 모
호하고 막연해지지 않을까? 이것도 기, 저것도 기인데 어떻게 물건과 물건 사0이
에 구분이 생길 수 있을까? 그것은 TV를 보면 쉽게 생각해 볼 수가 있다. TV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채널에 따라 드라마나 노래 등을
감상할 수가 있다. 전파는 공기가 없는 곳도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지
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지만 TV라는 매체를 통하여 주파수를 맞추어 보면
KBS, MBC, SBS 등의 전파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주파수를 서로 달리하
면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좀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현대 물리학에서는 모든 물체가 진동이나 파장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뒷장에서 자세히 설명을 하겠거니
와, 모든 물체가 고유의 파장으로 존재하게 된다면, '기는 곧 파장' 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의 실마리
기 자는 한자이다. 한자(최근에 한글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 한글의
기원으로 가림다 문자를 들고 있다. 그 예로<한단고기>라는 고서에 의하면 기원
전 2183년, 3세단군 기륵이 삼랑을 보륵에게 명하여 창제하였다는 기록과 함께
길림성 경반호 암벽 등 3곳에 새겨져있다. 또, 607년에 일본에 창건되었다는 법
륭사 등 27군데의 사찰 또는 신사에 가림다 문자가 모셔져 있다. 학술적인 연구
가 더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의 역사는 세계의 여러문자 중에서 그 역사가 아
주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자는 한글이 소리글자임에 반하여 뜻글자이므로
글자 한 자마다 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한자는 대부분 소리를 내는 부분과
뜻을 나타내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게 보통인데, 그렇다면 기자를 써 놓고
곰곰이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기는 기와 미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소리를 내는 기 부분을 보면, 기는 작대기 세 개와 이것을 연결해 주는 하나의
삐침이 있다.
아마도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민족고유사상인 하늘과 땅과 사람을 서로 연
결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책에서 기 자의 형상이 마치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엉키어진 모습이라고 한다. 더욱이 그 끝은 구름에서 번개를 치는
듯 치킴이 매우 힘있고 멋지다. 즉 기자를 정리하여 보면 수증기가 올라가 구름
이 되고 또 번개가 치는 형상을 나타내는 문자로서, 땅과 하늘이 하나가 됨을 보
여주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뜻을 나타내는 미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곡식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자는 다시 십과 X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는데, 십
자는 고대 민족들이 빛 혹은 태양신을 상징하던 십자가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미
는 십보다 더 강한 빛으로, 빛이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
다. 그야말로 선 파워를 상형하는 문자인 셈이다. 미가 빛에서 쌀이라는 뜻으로
변하게 된 것은 벼가 자라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보리, 콩 밀 등 수많
은 곡물 중에서 벼농사처럼 물과 햇볕을 많이 필요로 하는 농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쌀은 생물학적으로 공기 중의 탄소와 땅 속의 물을 포장지로 하고, 햇빛
을 알맹이로 하여 둘둘 싼 '빛의 사탕' 이라고 표현할 수가 있다. 이 빛의 사탕을
먹게 되면 폐에서 들어온 산소가 사탕 껍질인 탄소와 물을 벗기게 되고, 쌓여 있
던 빛 알맹이는 혈관을 타고 온몸의 구석구석에 들어가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쓰이게 된다. 그리고 노폐물은 이산화탄소로 변하여 다시 폐로 나가게 되는 것이
다. 결국 쌀은 가장 많은 빛을 저장하였다가 우리 몸에게 에너지를 제공하여 주
는 셈이다.
따라서 기 자를 이루는 기와 미는 모두 빛을 나타내는선 파워 글자이며, 구체
적으로는 쌀과 수증기(구름)로 표현되었다. 우리가 사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을 강하게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기라는 글자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시기는 언제쯤인
지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보도록 하자. 그런데 우리가 시간의 여행에 있어서 조심
해야 할 점은 옛 사람들의 문화가 현재보다 훨씬 미개할 것이라는 오류에 빠지
기 쉽다는 사실이다. 많은 역사적 문물들이 현재 우리의 문화보다 훨씬 더 풍요
한 문화생활을 했다는 흔적을 보여 주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과거
로의 여행은 언제나 현재의 우리 위치를 다시 한번 바로잡아 보게 하는 중요한
작업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중국 최초의 문자라고 여겨지는 갑골문자와 금문을 살펴보자.
갑골문자는 지금부터 4천3백여 년 전 중국 상나라와 은 시대에 쓰였던 문자이
다. 거북껍데기나 동물뼈 등에 새겨져 점이나 기원을 하는 데 쓰였던 문자로서,
한약에서 동물의 뼈를 가루내어 쓰이는 용골(신장을 강하게 해주며, 정신신경 안
정제로 주로 쓰인다)이라는 약물로 사용되어 사라질 뻔하다가 우연히 발견되었다
고 한다. 지금까지 5천여 자가 발견되었으나 현재까지 2천 자 정도만 해독되었
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직 기 자의 꼴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숫자 삼을 닮은 삼
꼴이 기 자의 원형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지만 서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
는 삼보다 가운데가 확실이 짧은데, 기꼴로 분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것은 아지랑이가 위로 올라가는 유동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뜻(구하다, 빌리다, 주다의 의미로 사용된다.)은 현재의
기 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금문은 주나라 때 사용하였던 문자로서, 상나라때의 갑골문자가 동물 뼈에 새
겨진 것과 달리 주로 금속기에 새겨 놓았다고 해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다. 금문
은 매우 복잡한 모양과 장식적인 면을 가진 문자이다. 기 자의 옛 꼴은 전국시대
초기(서기전 380년 정도)의 것으로 보이는 칼자루에 새겨진 45자의 글자에서 보
이는데, 이 검을 '행기옥패명' 이라고 불린다. 여기서 행기의 의미는 맹자의 '호연
지기를 기른다', 노자의 '기는 오로지 부드러움을 이룬다', 그리고 순자의 '기를 다
스리고 마음을 기른다' 등과 같이 몸의 기를 다스리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기자의 구성이 미가 아니라 화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다. 주나라 사람들은 기 자를 불과 같은 형상으로 보았던 것 같다. 이 점은 인류
가 불씨를 얻음으로써 문명사회를 이루었다는 메시지를 담은 장 자크 감독의 '불
을 찾아서' 란 영화 속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불은 인류문화의 기본적 요소이다.
그러한 불 중에서 가장 큰 불은 바로 태양이라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태양과 관
련된 글자라고 볼 수도 있겠다. 또 한의학에서 대부분의 질병이 몸의 온도가 내
려가서 병이 난다고 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생명과 더 긴밀하게 연결된 글자
라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화'나 '미'나 모두 붉은 해의 상징적인 의미로
서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임을 표현하는 문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
다. 이번에는 우리의 눈을 기라는 문자에만 한정하지 말고, 자연을 관찰하면서
'기' 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당시의 생할 모습이 어떠했을까를 상상해 보도록
하자.
먼저 앞이 탁 트인 언덕 위에 나무가 있고 멀리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자. 햇살은 따사롭게 살결에 내리쬐고, 파도는 끝없이 해안으로 밀려와
모래톱에 하얗게 부서진다. 나뭇가지는 살랑살랑 흔들거리며 끊임없이 치는 파도
는 마치 사람이 숨을 쉬는 듯하여, 살아서 숨쉬는 대자연의 숨결과 같다.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면 숨을 거두듯이 파도가 치지 않으면 바닷속의 생물들도 살아남
지 못할 것이다. 나무의 흔들거림은 땅이 숨쉬는 신령한 힘과도 같다. 사람들은
모든 것에 감사하며 정성껏 제물을 올리고 자연의 혜택을 축복한다. 그 때 사람
들은 커다란 봉황이 날아서 구름을 만들고 비를 내려 농사 짓기에 알맞도록 한
다고 생각하였다. 세월이 흘러서 그들은 바람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바람은 모든 존재를 깨우게하고 농사를 풍요롭게 하는 신비한
존재였던 것이다.
음운학적으로 보면 고대에는 봉과 풍의 발음이 비슷해서 구분이 가지 않으므
로 '풍' 자는 일찍이 '봉' 자처럼 쓰였다 한다. 봉황은 농경사회에 필수불가결했던,
비를 오게 하는 신령스런 큰 새라고 여겼다. 그 후에, 큰 새와 바람을 나타내는
문자가 같으면 혼동을 일으키므로 '풍' 자를 달리 만들었는데, 선인들은 풍을 신
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환웅 천제가 널리 사람
을 복되게 하려고 이 땅에 올 때에도 비, 구름, 바람을 부리는 신들(풍백, 우사,
운사 라고 한다. 풍에 백자가 쓰였는데, 이것은 맏형이라는 뜻이다.)을 거느리고
내려왔다고 전한다. 비, 구름, 바람은 모두 물이 변화해서 일어나는 기의 변화로
서, 가끔씩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곡물이 자라는 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상으로 볼 때, 바람은 자연현상에서 느껴지는 최초의 '기' 감각이었던 것이
다. 갑골문자를 통해서도 상나라 사람들은 사방으로 바람의 존재를 구별하여, 각
기 주관하는 바람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구름의 신에게도 비를
내려 주기를 기원하였다.
또, 갑골문자에서 토자의 경우는 더욱 흥미롭다. 상나라에서는 하늘을 주관하
는 최고의 신을 상제라고 하고 자연신과 조상신에게 제사 지냈었다. 이때 토는
당시에 여러 신들을 불러서 제사를 지내는 신단으로, 곡물이 잘자라기를 기원하
는 곳이 되어 신령한 기운이 모인다고 여겨졌다. 신은 보이지 않으나 자연을 주
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후대에 보면 모두 기의 작용으로 인식 하였음을 알
수 있다. 후대에 접어들면서 토자는 땅에 제사를 지내는 사직(서울 경복궁에 가
면 종묘가 있다. 이곳은 조선왕실이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사직은 국
가의 보호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가 국가의 일을 말할 때 종묘
사직이라고 한다.)이라는 의미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기 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중국이 통일되어 강력한 한 제국을 형성
한 후에 나타나는데, 우리는 허신(후한 때의 학자)이 문자에 대한 해설들을 붙인
(설문해자)를 많이 쓰게 된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기 자가 쓰이기 전인 옛
꼴로 먼저 '기'를 설명한다. 기는 사람이 밥그릇을 앞에 놓고 입을 벌리고 앉은
모양으로 숨이 막힌 모습(그리하여 적게 먹었다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식
사가 끈난 쪽의 의미로 생각되어 진다. 이것은 후에 '이미'의 뜻으로만 쓰이게 된
다.)을 나타내는 상형글자라는 것이다. 갑골문자에도 이 글자는 보이고, 뒤에 설
명하는 공자의 (논어)에도 이 용범이 나온다. 여기서 기와 흠은 서로 모양이 반
대인데, 앞 자는 기가 역해서 숨쉴 수가 없는 모습이고, 뒷글자는 비록 기가 역
했지만 숨을 쉴 수가 있게 된 모양을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기 자의 경우에는 소리를 내는 부분과 사물의 뜻을 나타낸 부분으로
나누고, '기 자의 뜻은 미에 있고 소리는 기에 있다. 기는 구름을 본뜻 모양이다.
그것의 쓰임으로는 손님에게 드리는 음식물(쌀)이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는 진리를 허신도 파악한 듯싶다. 이미 앞에서 기라는 부분도 단지
소리를 나타내는 것만이 아니라고 설명을 했었는데, 허신도 역시 '기는 산천의
구름이다' 라고 말한다. 구름은 곧 기의 표현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얼
핏 기의 결합인 쌀과 구름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앞에서 다
루었듯이, 기 자에 포함된 구름은 쌀을 찔 때 나오는 수증기의 형상이라면 어떨
까? 구름도 결국 수증기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 자는 완벽하게 먹을
것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글자가 되는 것이다.
허신은 이 외에도 재미있는 기의 여러 가지 용법을 소개하여, 단지 우리 몸에
서뿐만 아니라 자연과 원리적인 곳에까지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다음
의 예를 보도록 하자.
호흡에 관련해서
코는 기를 인도하고 스스로 주는 것이다.
료는 기가 나오기 어려운 것을 본떴다.
하품(흠)은 입을 벌리고 기를 들이삼키는 것이다.
신체를 떠받치는 기력으로서
용은 용감한 기다.
진은 성난 기다.
색은 얼굴의 기다.
여드름은 얼굴에 기가 나오는 것이다.
자연현상에 대해
연기는 화기다.
구름은 산천의 기다.
풍(바람)은 사물을 동요시킨다.
원리적인 음양 2개의 기
혼은 양의 기다.
백은 음의 신이다.
귀는 사람이 돌아갈 곳이다.
귀에는 음의 기가 작용한다.
정은 사람의 음의 기로, 욕심이 있는 것이다.
성은 양의 기로, 착한 것이다.
우리는 이상에서 기의 정의와 기의 문자적 이해 그리고 이러한 기 문화의 씨
앗이 상나라 때부터 잉태되어서, 주나라 때에는 이미 자라나 우리 몸의 기를 구
체적으로 다스리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대략적으로 설명하였다. 우리의 생활과 관
련된 기는 이렇듯 오랜 옛날에 벌써 관심의 대사이 되었던 것이다.
역사의 뿌리 속에 비치는 기
동양철학에 관한 모든 저술은 거의 공자(한때 중국에서 봉건적, 보수적 사상가
의 대표적 학자라하여 반 공자 운동이 일어났었다.)로 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러
나 공자의 사상 역시 앞선 선배들이나 민간의 여러 신앙들을 기초로 해서 얻었
던 것이며, 그의 가르침은 단지 표현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한마디로 공자의 사
상은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여전히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서의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여기에
서는 그의 제자들이 엮은 (논어)를 통하여 기는 인격적인 완숙을 위해서 다스려
진다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러나 공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공부하였던 것은 기 철학의 원조라
고 할 수 있는 (주역) 이었다고 한다. (주역)은 우주자연의 변화 원리를 쓴 책이
다. 그가 (주역)을 보면서 책 끈이 3번이나 떨어져 닳을 정도였다니 가히 짐작이
갈 것이다.
다음으로 공자의 뜻을 잘 이어받은 맹자 역시 사람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천성이 착함을 주장하고, 천성을 지키는 방법으로서의 호연지기를 강조하였다.
여기에서 공자나 맹자는 무엇보다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고, 또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실천에 한 생을 다했다는 맥락에서 기를 이해하였다는
점을 알아야 하겠다. 그점을 (맹자)의 호연지기장에서 '우리 몸에는 기가 채워져
있고, 기를 통제하는 것은 마음이다' 라는 사실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한 반면, 도가에서는 사람이 사는 자연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도란 '사람과 자연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의 길' 인 것이었고, 기는 '도의
근원이 되는 자연의 이치' 다. 그들에게서 '기는 자연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결
코 무질서하게 움직이지 않으며, 마음을 비움으로써 항상 느끼고 도에 가깝게 갈
수 있다' 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장자) (열자) (회남자) 등의 책을 통하
여 자연 속의 기를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공자학파와 도
가학파가 상충되는 것 같지만, 이 두 흐름은 결코 상반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
루고 있는 점이 또한 흥미롭다.
세째장의 신유학(유학은 크게 공자와 맹자의 유학 초기와, 송나라 때 주자가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등장한 신유학, 서구과학을
받아들이면서 또 한번의 진통을 겪는 근대의 유학으로 나뉜다.)에 이르러서는 물
질과 에너지는 서로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삶과 죽음도 기의 변화에 불
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점은 마치 현대 물리학의 이야기처럼 여겨지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종교의 경지까지도 느끼게 할 것이다. 마지막 장인 현대
의 기 이야기에서는 기를 현대 물리학의 '파장' 이라는 개념으로 풀어서 '기란 모
든 물질이 가지고 있는 고유 진동수이다' 라고 설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의학
적으로는 모든 병을 치료하고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면역(외부로부터 우리 몸
을 지키는 힘)과 기라는 것이 서로 같다는 것을 밝히는 '기의학' 의 성과를 통해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을 지키는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기수련의 커다란 효
과를 과학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오늘날 기는 물리학적인 면과 또 의학적인 면에서 그 실체가 밝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연구 성과가 이루어 지리라 본다.
역사의 뿌리 속에 비치는 기 #1
혈기와 호연지기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논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언행록이다. 이 책은 서양철학에서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의 언행을 기록한
<대화편>처럼 동양철학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다. <논어>에서는 '말, 호흡, 음
식, 우리의 몸' 등의 네 군데에 걸쳐서 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모두 기
를 다스림으로써 도덕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공통
점이다. 하나하나 설명을 해 보도록 하자.
첫번째는 예절에 따라 바른 말을 한다는 뜻으로 '사기' 라는 단어가 나온다.
군자로서 소중히 여길 바가 세 가지 있다. 첫째는 몸을 예절에 맞게 움직여 난
폭함과 게으름을 멀리하는 것이며, 둘째는 예절을 바르게 하여 신의를 가까이하
는 것이며, 셋째는 말을 예절에 맞게 하여 억지스러움과 천함을 멀리해야 한다.
둘째로 호흡에 관한 기의 활용이다. 공자는 궁궐의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에 잠
시 감정의 기를 감추어 마치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는 듯이 하여(병기사불식) 상
대에게 공손한 뜻(태도)을 보여주고 있다.
세번째로 음식에 관해서 식기(음식에 관해 쓰인 기 자는 <논어>의 고판본에서
기자로 쓰였다가 후대에 기자로 바뀌어 쓰였다. 앞에서 말한 <설문해자>를 참고
해 보라.)란 말이 쓰이고 있다.
밥은 정미된 흰쌀 밥을 좋아하셨으며, 회는 가늘게 썬 것을 좋아하였다. 밥이
쉬어 변하 것과 생선이 문드러지고 고기가 썩은 것은 드시지 않으셨다. 빛깔이
나쁘면 먹지 아니하며, 알맞게 익지 아니하면 먹지 아니하고, 냄새가 나빠도 먹
지 아니하고, 덜 익은 과일도 먹지 않으셨다. 바르게 자라지 않은 고기는 먹지
아니하며, 음식에 간과 양념이 맞지 않으면 먹지 아니하셨다. 비록 고기가 많아
도 과식하지 않으며(육수다불승식기 ), 오직 술만은 정량으로 아니하셨으되 과하
지 않으셨다. 장에서 사온 술가 포는 먹지 아니하며... <논어><향당편>
네번째는 몸의 생리적인 의미로 쓰인 경우라 퍽 흥미로운데, 오늘날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군자에게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다. 젊었을 때는 혈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
으므로 여색을 조심해야 한다. 장년에는 혈기가 강한지라 싸움을 경계해야 한다.
노년에는 혈기가 이미 쇠한지라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 <논어><계씨편>
다음은 <맹자>를 보도록 하자. <맹자>에는 기와 몸 그리고 마음과의 관계에
대하여 명확한 의견이 보이는데, 몸은 기로 이루어져 있고, 기는 마음이 통솔한
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학이 몸을 채우는 기의 변화에만 치중하고 있는데 반하여
맹자는 기를 다스리는 근본은 약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는 우리 몸을 채워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는 내 마음(지)에 의하
여 통솔된다. 그러니 마음은 지극한 것이요, 기는 버금가는 것이다. 마음이 하나
로 되면 기를 움직이고, 기도 하나로 쏠리면 마음을 움직인다. 달려가다가 넘어
지는 것은 기가 움직여서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맹자><공손추편>
이어서 마음은 반드시 이치와 의로움으로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그것은
호연지기가 되어 몸을 다스린다고 말한다.
하루는 그의 제자 공손추가 맹자의 '호연지기'에 대해 여쭈었다. 맹자가 말하였
다. "이 기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기는 지극히 크고 무한히 넓으며, 지극
히 강하여 굽지도 흔들리지도 않는다. 마음을 곧게 가지고 잘 키워서 아무도 해
치는 일이 없으며 하늘과 땅에 가득 차게 된다. 그러나 이 기는 도와 의에 부합
이 되지 않으면 바로 시들어 버린다. 이 기는 의로움(의)이 뭉쳐 생기는 것이다."
역사의 뿌리 속에 비치는 기 #2
자연의 기운을 타고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논어>나<맹자>에서 언급되는 기는 주로 인체에
흐르는 기를 마음으로 통솔하는 것에 대한 문제였다. 그러나 노자(서기전 5세기~
서기전 6세기)나 장자(서기전 368~서기전 290)나 열자(서기전 2세기 말~서기전 1
세기 초)에서는 주로 인간이 사는 대자연의 기에 대해 언급한다.
먼저, 하늘과 땅의 기에 대하여 어떻게 설명하는지 알아보자.
하늘과 땅은 형체가 큰 것이며, 음과 양은 기가 큰 것이다. 맑고 고운 것은 올
라가 하늘이 되었고, 무겁고 탁한 것은 내려가서 땅이 되었고, 무지개라든가 구
름 그리고 비바람이라든가 춘하추동은 기가 쌓여서 하늘을 이루는 것이다. 산과
바다, 돌과 금속, 나무와 불들은 형체가 모여서 땅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어디로 가는 줄 모르며, 살고 있으면서도 누가 살고 있는 줄 모른다. 또
한 먹으면서도 그 맛을 모르고 있다. 이렇게 하늘과 땅의 기는 운행하고 있는 것
이다.
다음은 하늘과 땅을 메우는 여섯 가지 기운과 사계절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며,
이것은 모두 음과 양의 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운장이 말했다. "하늘의 기가 조화롭지 못하면 땅의 기가 답답하게 막히고, 하
늘의 여섯 기운, 즉 바람, 추위, 더위, 습함, 건조함, 열이 고르지 않으면 4계절은
절도가 없게 된다."
또한 기가 모이고 흩어짐으로써 삶과 죽음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의 생은 기가 응집된 것으로 기가 모이면 생이요, 흩어지면 죽음이다. 기
가 변하여 형체가 생겨났으며, 형체가 변하여 생이 있게 되었다.
한편 비록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회남자(현재<내편> 21편이
남아 있다. 기원전 전한의 왕족인 회남국의 왕인 유안이 저작으로 무위자연한 노
자와 장자 그리고 유가의 내용까지 포괄하고 있다.)>란 책은 한의학의 최고 경전
이라 하는 <황제내경>과 함께 기철학의 완성된 틀을 보여주는 귀중한 책이다.
사람과 자연의 기를 중심으로 의학적인 면과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으며, 무려 180여 번이나 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의 <하늘의 이치> 편을 보게 되면, 기의 우주 생성론이 실려져 있고 고
대인들의 우주관을 엿볼 수가 있다. 우주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동서남북 사방과 상하좌우를 우라 한다. 옛날부터 지금, 지금부터 앞으로의 시
간을 주라 한다. 무한히 그저 흐르고 확대되어 가는 시간과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윽고 기가 출현했다. 아직 형태를 이루고 있지는 않고, 혼돈 망막한 하나
의 기일 뿐이다. 하지만 기에는 맑거나 흐리고, 가볍거나 무거운 것 등의 차이가
있다. 맑고 가벼운 기는 상승하여 하늘을 이룬다. 무겁고 탁한 기는 하강하여 굳
어서 땅이 된다. 이렇게 해서 하늘과 땅이 만들어졌다.
다음으로 낮과 밤 그리고 나무, 불, 흙, 쇠, 물 등의 다섯 흐름의 조화에 대하
여 기로써 설명하는 것을 보도록 하자.
하늘과 땅 사이에는 기가 가득 차 있다. 하늘은 기를 토해내고 땅은 그것을 받
아낸다. 기는 가볍고 무겁고 맑고 탁한 것과 음과 양의 기운이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화합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운동을 해서 만물이 형성되어 자연계의
온갖 현상이 빚어진다. 양의 기가 성하면 낮이 길고 음의 기가 성하면 낮이 짧고
밤이 길다.
나무, 불, 흙, 쇠, 물 등의 오행의 기는 각기 다르나 모두 적절히 조화를 이룬
다.
하늘에 사계절, 오행과 366일이 있듯이 사람은 팔, 다리의 사지와 오장, 366마
디가 있다. 하늘에 바람과 비 그리고 추쁘고 성냄이 있다. 귀와 눈은 하늘의 해
와 달이요, 피와 기는 자연의 바람과 비와 같다. 피와 기는 사람의 빛이 되고, 오
장은 힘의 원천이고, 기운과 뜻이 오장을 다스린다. 대저 마음은 오장의 주인이
다. 사지를 부리고 움직이며, 옳고 그릇됨을 판단하는 경우엔 달려가서, 마치 모
든 일에 드나드는 문과 같다.
세번째는 대우주와 자연뿐만 아니라 인체의 기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인체의
모습은 대자연의 모습 그대로 닮아서 이루어져 있으며 마음이 몸의 주인이 된다
고 밝히고 있다.
이와같이 춘추전국 시대를 지나 한나라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현자들은 인간의
도리와 자연의 이치를 모두 기라는 근원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고, 기를 활용
하는 것은 곧 마음이라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진정 이 시대는 기철
학이라는 문화의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송나라 이후에는 기철
학이 문화 전반에 걸쳐서 결실을 거두게 된다.
역사의 뿌리 속에 비치는 기 #3
유학의 새로운 물결
유학이 새롭다는 의미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공자(서기전 552 혹은 서기전
551~서기전 479)의 가르침이 송나라 때에 이르러, 불가와 도가의 사상과 융화되
었기 때문이다. 즉 도가의 학설로 알려진 태극도설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서
이론적인 완성을 이루게 되고, 불교의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도 기의 변화로서 이
해하게 되었다. 이로써 동양의 사상은 세 가지 학설이 융화된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특히 송나라 때의 유학을 이치와 기의 학문이라고 한다. 이때 이치라
고 하는 것은 우주만물이 존재하기 이전의 형이상학적 존재를 규명하는 것이요,
기란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들의 변화로서 이치와 기가 서로 결합하여 만물의 존
재하는 원리를 밝히는 것이다. 송나라 때의 주희(1130~1200)는 바로 이치와 기로
서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라는 책을 새롭게 해석하여 유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학설은 고려시대 때 한국에 전래되어 조선 중엽때 이퇴계 선생
과 이율곡 선생에 이르러 학문의 완성을 보게 된다.
이후 명나라에 이르러서는 '모두 우주의 이치는 이미 내 몸에 구현' 되어 있으
며, '진리서적인 책(<시경> <서경> <예경> <논어> <맹자> 등의 경전들)도 내
몸과 마음을 관찰해 보면 알 수가 있다' 는 깨달음의 영역으로 발달시켜 '기=마
음' 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일체의 진리에 대한 이론적인 면보다 실천이 더욱
중대한 관심사가 되는 윤리학으로의 발전을 꾀하게 되었고, 후에 이것은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 을 낳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대적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객관적인 자연현상에 대한 탐
구로서 물질과 물질 사이의 법칙을 중요시하는 기 일원론의 발전을 빼 놓을 수
없다. 송나라의 장횡거(1020~1070), 조선 말기 최한기(1803~1877)의 <기학>과
의학자인 이제마의 '사상의학' 들은 모두 독특한 기과학 이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이상의 새로운 유학의 물결 중에서 장횡거, 주희, 이제마를 중심으로 기
과학의 흐름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눈사람과 기사람
우리는 먼저 송나라때 활동한 대표적 기 사상가 장횡거를 만나보기로 하자. 그
의 이론은 마치 아인슈타인이 송대에 태어나 양자론(또한 주자가 전하는 이야기
를 보면 흥미롭게도 우주론의 생성과 소멸의 변화원칙을 역사의 법칙에도 똑같
이 적용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을 말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는 양자론에서와 같이 기의 탄생과 변화 및 소멸의 원리를 에너지 보존의
법칙으로서 설명하면서, 우주의 근본원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여기서 기는 현대
물리학에서 장(field)이라는 개념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횡거는 말한
다.
기가 모이면 그것은 볼 수 있는 형태가 되지만 흩어지면 볼 수 없게 되어 사
라진다. 그런 까닭으로 기가 모였을 때의 형태는 잠시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가
흩어졌다고 해서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고 하는 순환이 끊
임없이 이루어진다. 기가 흩어져 보이지 않는 상태로 돌아갈지라도 그 자체는 감
소하는 바가 없고, 기가 응집되어 형상을 이루게 될지라도 그 자체는 증가됨이
없다. 기가 응집된 것이 흩어져 태허로 돌아가는 것은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것
과 같다. 태허가 곧 기라는 것을 알면 무라는 개념은 애초 없는 것이다. 많은 학
자들이 이를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 삼라만상은 다 '기의 바다'에 떠 있는 형국이
고, 그 바다는 살아 있어서 뭇 사람을 어울리게 하고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는 뭉치고 흩어지는 것이지만 흩어져도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뭉쳤을 때보다 약해질 따름이다.
흩어지고 뭉치는 이야기를 하니 문득 어릴 적에 눈이 오면 눈을 뭉쳐 눈사람
을 만들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하루종일 눈사람을 만들며 놀다 보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고 다음날 일어나 보면 눈사람은 그만 온몸이 녹아 흐
물흐룸해져 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사람도 이와같은 이치가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눈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하늘
의 맑은 기와 땅의 투박한 기가 단단하게 뭉쳐져서 이루어진 기사람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해가 나오면 눈사람이 녹아 물이 되었다가 다시 수증기로 변해 사라지듯이, 사
람도 그 목숨을 다하면 혼에 해당하는 기운은 하늘로 날아가고, 육신의 기는 썩
어서 땅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이다. 이 때 하늘의 기라고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의 기 덩어리이고, 땅의 기운이라는 것은 보이는 몸의 기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몸과 마음이 음기와 양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황제
내경>에는 '사람은 하늘과 땅의 기로 만들어진다' 고 하였고, 또 '사람은 하늘과
땅의 기로 산다' 하였던 것이다. 장자도 '삶은 기가 모인 것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기는 계속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주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나 사물은 태어남에 있어서 그 음양의 바른 기를 얻은 것은 사람이 되
고, 치우친 기를 얻은 것은 사물이 된다. 사람은 음양의 바른 기를 얻었으니 그
기질이 막힘이 없어 밝은 것을 넉넉히 알 수 있고, 사물은 음양의 치우친 기를
얻었으니 그 기질이 막히고 어두운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사물에서 사
람은 바르고 평형하며, 금수와 초목에서 금수는 치우친 가운데 평형이요, 초목은
치우친 가운데 치우쳤다. 그러므로 사람은 도리를 알고 지식을 얻을 수가 있지
만, 동물은 지능을 갖춘 것이 있어도 단지 한 가지 일에만 통한다. 그래서 개는
집을 지키고 소는 밭을 갈 뿐이다. 그런 만큼 사람에게는 의혹이 생기기도 쉽다.
위의 글은 결국 모든 사물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듯 만들어지는데, 사람은
모든 기를 고루 갖추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옛 사람들은 식물과
동물의 기의 차이점에 대하여, 식물은 '기립지물' 이라고 하여 오로지 외부의 기
(환경)에 의하여서만 살아가게 되고 (근어외: 생명의 뿌리가 외부에 있다), 동물
은 '신기지물' 이라고 하여 몸에 정신이 있으므로 스스로의 신에 의하여 살아간
다고 하였다(근어신 신거즉 사: 생명의 뿌리가 신에 있으므로 신이 떠나면 죽는
다). 그런데 이러한 신기지물 중에서도 사람만이 가장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으
므로, 하등동물처럼 환경에 수가 있다고 했던 것이다.
무릇 사람이 태어날 때는 각자의 수명을 연명할 수 있는 뿌리의 기(원기)를 가
지고 태어나는데, 우리 몸의 주인인 마음(신)이 몸을 잘 간수하지 못하고 중병이
들어서 일찍 망가지기도 하고, 태어날 때부터 잘못된 기(탁한 기)를 갖기도 해서
제 수명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여기서 잠깐 '죽다'와 '돌아가시다' 의 차
이를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 말에 사람이 숨을 거둘 때의 표현으로는 '이승을 하
직하고 저승을 가게 된다' '돌아가신다' 라고 했는데 이것은 한국인의 삶의 무의
식 구조가 육신은 썩어 없어지더라도, 나머지 혼은 저승으로 돌아가서 또 살게된
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어의 death라는 죽음의 표현양식이 쓰이
고 있다. 이것은 동양인의 순환론적 삶의 구조가 직선론적으로, 죽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물질론적인 무의식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
은 태어날 때와 삶을 마칠 때 기의 반응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는
'으앙' 이라는 힘찬 소리와 함께 빈주먹을 쥐고 태어난다(양). 그러나 그 명을 다
하고 돌아갈 때에는 숨을 들여 마시는 '흡' 소리와 함께 손을 다 펴고 마치게 된
다(음).) 더욱이 요즈음에는 자연의 오염이 심각하게 되어 어처구니없는 피해가
어린 세대들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다. 이 모두가 인간이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대우주의 조화와 질서를 깨뜨리는 데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사람도 이 대자
연의 하나의 부분으로서의 소우주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근대화의 물결
19세기 후반기에 동양은 서양의 산업화에 밀리면서 폭넓게 서양 근대과학을
받아들이게 된다. 당시의 유학도 과학사상과의 새로운 갈등으로 전환점을 맞이한
다. 조선시대 후기의 최한기 선생은 서양의 근대 과학기술을 폭넓게 받아들이신
분중의 한 분이다. 그러나 서양의 과학에서 '기' 라는 변화의 개념이 없음을 알고
동양의 기과학으로서 동과 서의 사상의 승합을 꾀하려 하셨다. 그래서 '기=물질'
이라는 차원으로서 구체적인 변화법칙을 세우려 하였으나, 철학적인 차원에서만
그치고 실제적 운영의 단계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반면, 이제마 선생은 당시의 '이치가 먼저 존재하는가, 하니면 기가 먼저 존재
하는가' 에 대한 추상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체에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
의 변화법칙을 발견하고, 기의 오르고 내리는 이치에 따라 사람을 4가지 체형으
로 구분하는 사상체질의학을 발표하셨다. 추상적인 기의 관념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고 다스리는 기사상이었던 것이다. 사상의학에 대하여서는 뒷장에서 자세
하게 살표보게 될 것이다.
(세로축을 건강의 상태로 보고 완전한 건강의 상태를 100, 죽기 직전의 상태를
0이라고 표시하여 건강의 점수를 0에서 99점사이로 보고, 가로 축의 시간의 변화
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건강수순이 0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화살표는 건강 수
준을 100으로 향상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병이란 이처럼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원기가 떨어지고 건강증진에 대한 노력이 없으면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표본 바와 같이 동양의 사상은 '기' 라는 단어에 응축되어 있다. 이
것은 문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면 서예는 글씨의 예술이라고 하는
데, 먹을 듬뿍 묻혀 붓끝에까지 기력을 보내어 단번에 써내려 가는 것은 마치 글
이 살아 꿈틀거리게 하는 듯하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서 붓을 돌리고 있는 것이
다. 이전에는 서예라는 명칭보다 서도라고 했음을 보면 정신적 수양의 바턍을 얼
마나 강조하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문화사에 있어서 문자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지혜는 동양인들만의 독특한
향취라고 한다.
또한 묵화는 검은 먹빛에 농도의 변화를 줌으로서 채색화를 능가하는 그림의
정수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예술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운생동' 이
라 하여 기품이 넘쳐 흐르는 것을 최고의 경지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기운생동
은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독특한 울림을 마음 속까지 느끼게 하는데, 우리가 유명
한 성현의 글과 그림 속에서 왠지 모르게 감동을 받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외에 공예품과 글을 짓는 데 있어서도 기는 꺾고 미리 예측하는 것이 가장
중요시되었던 것은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현대의 기 이야기
보이지 않는 기운
지금 우리들의 주제는 기를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에 있다. 그
러나 사실 기라는 것은 고대 동양인의 삶과 사유의 기본적 전제였기 때문에 그
들에게는 '기란 무엇인가?' 란 물음은 무의미했을 것이다. 오로지 잃어버린 문화
를 찾으려는 우리들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라 하겠다. 그들에게는 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의 문제가 더 중요한 관심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역사 속에서
만 존재했던 기의 실체를 과학적 증명에 의하여 현대인들도 쉽게 알 수가 있도
록 해보자.
기란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를 가능케 하는 힘이라고 했다. 한 예로 몸과 마음
을 훈련하는 기수련을 하게 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일반적인 감각과는 다른 어
떤 느낌을 실제로 받게 된다. 대개 '벌레가 피부로 기어다니는 것 같다' '정수리
(머리의 가장 꼭대기)로 시원한 바람이, 때로는 뜨거운 불기둘이 들어온다' 등등
평상시의 감감과 다른 무엇이 감지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주관적 느낌
을 과학적 기기를 이용하여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킬리안 사진이라는 일종의
고전압 사진 기술을 이용하여 이미 사진으로 찍힌 바 있고, 또한 1977년 10월에
는 중국과학원 상해 원자핵 연구소가 외기 방사 측정에 성공한 이래, 막연하였던
기가 물리학적 기기를 이용함으로써 조금씩 밝혀지게 되었다. 아래 도표는 기수
련자에게서 나오는 기를 과학기기를 이용하여 분석한 자료이다.
1. 원적외선(열)
가. 파장(주파수) 범위: 0.8~15 미크론
나. 출력: 1~수 마이크로와트
다. 특성: 평균 에너지가 낮고 저주파에서 변조
2. 오로라(빛)
가. 파장(주파수) 범위: 2~100 헤르츠
나. 출력: 250룩스
다. 특성: 현상이 존재하는 시간은 6초 이내
3. 저주파 음(소리)
가. 파장(주파수) 범위: 8~12 헤르츠
4. 자기 신호(자기장)
가. 파장(주파수) 범위: 0.25~1.67 가우스
5. 정전기
가. 파장(주파수) 범위: 10의 마이너스14승 미크론
나. 특성: 기 수련의 종류에 따라 +와 -의 전하 극성이 바뀜
6. 전리방사선
가. 출력: 1~9일레트론 볼트
7. 전자성 미립자
가. 특성: 초속 20~50센치미터 정도로 이동
최근의 실험에서 기공사가 발사한 기가 목판이나 납을 투과해서도 효과를 나
타내고, 음파를 차단하기 위해 덮어 놓은 이불도 투과해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
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기가 표에서 나타낸 것보다 '원적외선 등을 포함한 것이
상'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기공사가 마음 속으로 '살리겠다' 혹은
'죽이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를 주게 되면 배양중인 대장균이 증식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는 기가 '생명의 정보' 를 가졌
다고 한다. 한마디로 고전에서 보이는 기가 마음에 의해 컨트롤된다는 것을 여지
없이 보여주는 셈이다. 더구나 1990년 중국에서는 기를 발사하여 32세의 매이녀
라는 직장여성의 갑상선 암을 수술하기 위한 마취를 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이후에도 기공마취에 대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기는 파장으로 존재한다
감각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또한 과학적으로 검출도 되었지만 아직도 이해가
어려운 점이 있다. 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우선 앞에서 '기는 파장과 같다' 라는 말을 상기해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현대 물리학은 모든 물체를 분석해가다가 결국 원자가 물질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오히려 속이 텅 비어 있는 구름과 같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원자의 겉모습은 전자가 원자핵의 바깥을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돌고 있기 때
문에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이다. 예컨대 지름이 1km 크기의 운동장이 있
을 때에 원자핵이 1cm 정도의 크기라면 전자가 그 바깥을 1km의 지름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어떤 돌멩이 하나라도 그것은 수많은 원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
고, 또 원자는 셀 수 없이 많은 전자들이 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원자를 입자가
속기에 넣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원자가 깨어지면서 소립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방출하고 소멸된다.
이것은 물질이 에너지로 변화하기 때문이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건전지를
통해서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다 전자
가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 때문이다. 이 때 전자의 붕괴 속도가 순
간적으로 빨라지게 되면 원자폭탄과 같은 엄청난 파괴력이 일어난다. 또 질량이
없는 곳에 큰 에너지를 걸어 주면 물질로 변하게 된다. 이로써 공간은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으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가지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질과 에너지는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기의 다른 모
습일 뿐이고, 기는 흩어질 뿐 사라지지 않으며, 또한 완전히 빈 공간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자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도는 벽면에 비추
어 보면 플러스 파동과 마이너스 파동이 연속적으로 교차되어 나타난다.
파동은 각 입자들이 진동하고 있는 점들을 연결해 놓은 그래프라고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즉, 파동은 업자들의 진동에 공간과 시간이라는 진행방향이 더
추가된 것뿐이다. 바다의 물결이 모래톱을 향해 출렁이며 일어나듯이 말이다. 이
와 같이, 파동이 되려면 반드시 + 부분과 - 부분이 있어야 되는데, 이것은 동양
의 음의 기와 양의 기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물질
은 입자로도 나타났다가 또는 파동으로도 나타나게 되는 양면성을 띠게 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기란 물체의 고유 진동수이며, 파장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작은 원자의 세계를 구성하는 미립자들뿐 아니라 소리나 빛, 전파도 파
장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 우리 주변의 태양과 달도 일정한 주기
의 자전과 공전운동을 하며 그 자신만의 파장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
든 사물은 각자의 고유 진동수, 즉 기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을 이루는 뼈, 근육, 신경 등의 수많은 조직은 어떻게 고유
의 진동수를 가지면서 하나의 개체를 이루게 되는 것일까? 각각의 조직은 또 수
많은 원자나 분자들의 조합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각기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
고 있는데 말이다. 인체 속의 하나의 원자나 분자는 엄청난 고주파로 진동을 한
다. 하지만, 이것들이 서로 합쳐지고 조합될수록 진동수는 점점 낮아져서 최종적
으로 하나가 되면, 안정된 주파수가 나오게 된다고 한다.(전기가 흐르는 주위에
전자파가 발생하듯이 기가 흐르는 몸 주위에도 일종의 기의 파동인 오로라(후광)
가 발생한다. 전기가 세면 전파도 강해지듯이 우리가 건강하고 기가 넘치면 밝은
오로라가 나타나고 얼굴빛이 밝아진다. 그런데 기의 파장은 마음에 따라 변하므
로 마음이 즐겁고 사랑스러우면 생기를, 마음이 증오스러우면 살기를 내뿜게 된
다. 옛 성인들의 그림을 보면 주변에 밝은 오로라가 그려져 있는 것도 같은 이치
이다. 또한 기수련을 오래 하면 잘다치지 않는 것도 오로라의 장벽 때문이다.) 그
것은 마치 사람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모여서 가정이나 직장, 각종 사
회단체를 만들게 되면 나름대로 특성을 발휘하고, 또 나라 전체는 다시 그 나라
고유의 국민성이 존재하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면역은 기다('면역은 기다' 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사들이 있을지 모
른다. 여기서는 일단 면역계에 대한 설명을 할 것이고 뒷장에서 한의학적인 면역
론을 다루면서 연결이 될 것이다.)! 의학자의 놀라움
현재 기에대한 의학적 연구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활발히 연구되
는 분야는 몸과 마음의 상관성을 다루는 문제로서 정신이 평온하게 안정이 되면
자연스럽게 신체의 회복력이 올 수 있다는 기수련 분야라 하겠다. 이것은 요즘
새롭게 등장하는 정신신경면역학에 힘입어 신비에 가려졌던 기수련의 효과가 과
학적으로 밝혀지면서부터라고 본다. 먼저 정신신경면역학에서 몸과 마음을 잇는
교차로를 어떻게 설명하고 앞 페이지 그림에서 뇌의 피질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를 눈이나 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받아들이고 여기에대한 외부반응으로 손,
발, 입 등을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정보처리는 외부반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
라 다시 내부적으로 변연계(번연계는 자율신경과 대뇌 피질과의 국경이라고 보면
되고,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의 사령관으로 교감(+) 및 부교감신경(-)을 통제하
고 있다.) 및 시상하부의 축을 이루어 내장을 조절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
은 20세기 초 소련의 파블로프(I.P.Davlov: 1849~1936)가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
다 방울소리를 울리면, 개는 먹이가 없어도 방울 소리만 듣고서 침을 흘리게 된
다' 는 실험과, 캐나다 셀리(H.Selye: 1907~)의 '스트레스에 의한 질병발생 학설'
로서, 뇌에 들어온 정보가 다시 몸 안의 회로를 타고서 내장의 변화를 일으킨다
고 하는 것을 밝혀내면서 널리 알려 졌다.
이미 고전에 나오는 '마음으로 기를 다스린다' 는 의미와 서로 통하는데, 외부
에서 들어온 정보가 분노, 기쁨, 생각, 근심, 슬픔, 공포, 놀람, 등의 일곱 가지 감
정(이 부분은 한의학에서 일곱기, 혹은 아홉 기라고 하여서 기를 국소적 의미로
사용하여 감정의 변화가 기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것
은 신유학에서 말한 이치(마음)가 기를 다스린다라는 의미와도 서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을 일으키고, 이 감정의 변화는 기를 위아래로 마구 움직여 음양의 균형
을 깸으로서 병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처
리하는 과정에 있어서 우리의 마음이 순조롭게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앞페이지
의 그림의 과정처럼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과 일치한다. 여기서 마음은 대뇌
피질처럼 모든 정보를 처리하게 되고, 기는 감정의 중추인 시상하부에서 호르몬
과 자율신경계의 변화로서 나타난다고 볼수 있다.
또 기에 다스려지는 온몸의 자율신경의 변화는 우리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무
의식 영역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된다. 이점은 칼 융(K.Jung)과 같은 심리학자가
자율신경을 컨트롤하는 방법으로서 동양의 고대 종교에 많은 관심을 두고서 무
의식의 비밀을 풀려고 하였던 것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이것은 앞 그림에서 내
부장기가 자율신경을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칠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동양의 많은 종교와 또 기수련에서 몸 안에 생기는 불안정한 기의 흐름을 다스
리는 방법으로 육체적 수련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였는데 이 원리를 과학
적으로 이해시켜준다. 결국 마음의 연구에 있어서 동서양이 서로 용어만 다를 뿐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는 '마음이 몸을 다스리는데, 몸의 상태는 기의 변화로 나
타난다' 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럼 여기에서 마음의 안정과 적절한 운동으로 어떻게 자연치유력을 회복하여
건강하여질 수 있는가를 한번 정리하여 보도록 하자.
우리 몸에는 통신 전달체계가 두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경과 핏줄이다. 핏
줄 속에는 백혈구, 적혈구, 호르몬 등의 영양물질로 가득 차 있는데 이것은 몸
속에서 서로 대화하는 언어가 된다. 이 언어는 신경계의 조절과 협조를 받아야만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적절한 운동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이루면, 스
트레스가 조절되어 호르몬 분비가 순조롭게 되고, 또한 깊은 호흡과 근육의 수
축, 이완을 통해서 자율신경계를 일깨운다. 이로써 신진대사의 균형이 이루어지
고, 나아가 인체를 지키는 면역력이 강화되고 제 기능을 되찾을 수가 있는 것이
다.
이점은 이미 슬픔, 분노, 우울, 불안 등의 감정은 면역력 운동부족이 면역력 감
소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은 이미 밝혀진 이야기인 것이다. 여기서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몸이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라 각종 세균들의 서식
처가 된다는 것으로, 면역력이란 곧 나의 생명력과 같은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
진 상태를 전라도 사투리로 '힘아리병' 이라고 하는데, 힘이 없어서 기진맥진(기
가 다하여 맥이 뛰지 않음)하다는 뜻이다.
면역력의 저하는 곧 몸의 뿌리가 되는 기의 부족에서 생기며, 기가 왕성해야
몸이 튼튼해지는 것이다. 기는 병을 방어하는 힘과 정신활동을 안정하게 할 수
있는 영역에 걸쳐 다 해당되므로, 오늘날의 면역학이 정신과 신경학이 결합을 도
모하여
1. 가. 인체의 기관: 뇌
나. 영향: #1 뇌파 중에서 심신 안정과 관련된 알파를 60~525% 증대시킴 #2
신경의 전도도가 4배 이상 질서있게 됨
2. 가. 인체의 기관: 심장
나. 영향: #1 심장 박동수가 안정 #2 실험관에서 키우는 심장 근육세포의 운
동 리듬성이 커짐
3. 가. 인체의 기관: 폐
나. 영향: 호흡수의 안정
4. 가. 인체의 기관: 피부
나. 영향: #1 후리 몸의 좌우측 피부온도가 균형있게 일치됨 #2 좌우측 손의
피부혈류량 및 피부저항 증가
5. 가. 인체의 기관: 기타
나. 영향: 정전기력의 발생
병을 방어하는 힘과 정신활동을 안정하게 할 수 있는 영역에 걸쳐 다 해당되므
로, 오늘날의 면역학이 정신과 신경학의 결합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
생각된다. 본 연구소 기의학분과의 <체계화된 기수련(천도선법)을 통한 T림프구
의 비율 변화>란 연구논문에 의하면, 천도선법 기수련자들이 수련하지 않은 사
람보다 면역력이 170% 증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기가 인
체에 미치는 효과를 뚜렷하게 증명하는 셈이다.
제2장 인체에흐르는 강:기
변화하는 의학의 흐름
아주 먼 옛날, 하느님 이야기가 나오는 때에, 그러니까 <성경>에서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라고 하던 때에는, 사람들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살면서 천수를 누렸고 조그만한 곤충에 이르기가지 하나의 잘못도 없이 조화롭
게 살았었다 한다. 한편 동양사람들은 이 오염되지 않은 하늘과 땅 밤과 낮의 순
환을 보면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음양오행의 자연법칙을 깨닫게 되었다. 그
런데 하늘과 땅, 해와 달, 모든 생물이 이 조화 속에 살았는데, 어느 때부터 사람
만이 이 법칙을 어기게 되었다. 욕심과 시기와 질투 등의 판도라 상자(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최초의 여자로 불리고 있다. 제우스가 판도라를 시켜 죄악과 재
앙을 담은 상자를 인간계에 내려보냈다고 한다.)가 열렸던 것이다. 탐욕은 재앙을
불러일으켰고, 몸도 아프기 시작했다. 하늘의 기후도 사람의 마음과 같이 폭풍과
태풍이 몰아쳤다. 사람들은 아우성을 쳤다.
그래서, 신농이라는 성인이 사람들에게 농사를 가르쳐 주고, 산과 들에 나는
풀을 입으로 씹어 맛과 약효를 가려 내어 어떤 질병에 효과가 있는지 알려주었
다.(양나라 때 도홍경이 책으로 엮어 <신농본초경>이라 했다.) 그리고, 황제라는
임금은 백성들이 질병으로 고생하자 의학의 도인들을 수소문하여 그 도를 깨우
치고 <황제내경>(이 책은 한의학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베스트셀러이나, 그 뜻
이 심오하여 이해하기가 어렵다. <소문>과 <영추> 두 편이 전해지는데 <소문>
은 생리, 병리 등의 기초 이론을 기록한 의서이고, <영추>는 일명 침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침과 뜸뜨는 이치와 쓰임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고 있다. 우주와 인
간의 근본을 기 중심적으로 보고 있다.)이란 책을 지어 의학을 널리 알리셨다. 그
책은 첫머리를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옛날에 도를 능히 아는 사람들은 음양의 법도에 따라 살고, 음식과 생활에 절
도가 있으며, 망령되이 몸을 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100세가 넘고도 건
강하였는데 요즘 사람들은 술을 음료수처럼 마시고, 술 취한 채 여자에게 정을
품고, 그 기를 다 소모하며, 삶의 참다운 즐거움을 거스르고, 생활이 절도가 없으
므로, 50도 못 되어 늙고 기운이 없습니다. 대저 옛 도인의 가르침에는 삿된 기
를 피하고 마음을 편히 하면 기가 저절로 순환이 되며 정신이 안으로 옹아리 지
니, 병이 어디서 오겠습니까?
시대를 넘어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예나 지금
이나 사람들이 마음의 이치를 잃고 극단으로 치달리는 생활에서 병이 생긴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후한 때에 장중경(142~210)은 <상한잡병론>이란 책을 지어서 급성전염
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에 대한 약물요법을 체계적으로 세워서 많은 사람들을 구
했다. 이 책은 풍한의 사기가 인체 바깥인 피부와 근골에 영향을 주고 점차 몸
안의 오장육부로 들어오는 과정 속에서 기와 피의 흐름인 경락(뒷장에서 자세히
설명됨)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설명하였는데, 지금까지도 한의학 교육의 중요
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미 이 시대에 사람의 병이란 첫째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것, 둘째 몸
조리를 잘못하여 인체의 기가 떨어져서 바깥의 사기가 경락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와서 병이 일어나며, 셋째로 태어날 때부터 원기가 약해 있는 경우, 혹은 자
신이 생활을 잘못하여 원기를 탕진한 경우, 여자를 너무 좋아하여 정력을 낭비한
경우, 또 불행한 사고로 다치는 경우 등으로 병이 생긴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건강이란 곧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인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의학의 생리는 한마디로 인체는 대자연에 순응하여 살아야 한
다는데 있다. 인간은 본래 자기를 낳은 자연의 생명계와의 만남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황제내경>은 또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머리가 둥근 것은 태양의 상징이요, 몸이 네모난 것은 땅의 상징이다.
사물을 밝게 보는 두 눈은 하늘의 해와 달이요, 골격은 쇠와 돌, 핏줄(피는 적혈
구, 백혈구, 혈소판 같은 알맹이와 나머지 혈장으로 나누어 진다. 혈장에는 무기
염류들이 녹아 있는데 조성 비율이 바닷물에 녹아 있는 무기염류의 조성비율과
거의 같다. 단지 바닷물이 피보다 3배 정도 진할 뿐이다. 바다는 지구의 혈액이
된다.)은 바다와 하천, 털과 머리카락은 산과 초목을, 피부는 옥토를 각각 상징하
게 된다. 하늘과 땅은 남녀의 차이를 낳고, 땅에 다섯 흐름이 있으니 인체에 다
섯 장이 되고, 하늘에 여섯 기후가 있으니 사람에게 여섯 부가 있는 것이다. 1년
에 24절후가 있으니 24개의(경추 7, 흉추 12, 요추 5개.) 척추마디가 있고, 12개월
365일이 있으니 12개의 대관절과 365개의 혈이 있게 된다.
요즘 시각에서 본다면 의아해하겠지만, 고대 동양인들은 사람이 결코 자연과
분리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점은 또한 한의학에 있어서의 치료의
방법으로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의학은 많은 약물
들을 사람의 몸과 비교하여 비슷할 경우에 약재를 쓰는데, 인삼이나 산삼은 사람
을 흡사하게 닮아서 가장 훌륭한 보약으로 손꼽히고, 지네와 대나무는 사람의 척
추마디를 닮아서 허리질환에 좋고, 호두는 사람의 머리를 닮았으니 머리에 좋다
는 식으로 응용되었다.(서양의 약학에도 이런 유추관계가 있다.)
서양의학의 할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서시전 460~서기전 370)에
서도 한의학과 같은 자연요법적인 시각이 보이는데, 그는 '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치유는 신이 한다' 고 하였다. '치료(therapy)' 라는 말도 그리스어의 '시중들다
(therapeuin)' 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을 보아도, 의사는 병 그 자체를 고치는 사람
이 아니라 자연치유력으로 낫게 하는 환자의 시중자였던 것이다. 그는 인체의 건
강이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인체 스스로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후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점은 해부학과 세균
학에서 달라진다. 서양의학은 비르효(R..Virchow: 1821~1902)가 '모든 병의 변화
는 세포에서 일어난다' 는 세포병리학설을 주장하게 되고, 파스퇴르(L.Pasteur:
1822~1895)와 코흐(R.Koch: 1843~1910)가 '특정 세균을 분류하여 건강한 동물에
게 주입시키면 똑같은 질병이 발생한다' 라는 세균학설을 주장하게 되어, 특정한
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된다. 질병이란 외부의 균이 침투하여
국소적인 세포에서 변화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 병균에 대해서는 무조건 싸워서
내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질병의 치료는 불가능하며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병이란 외부에서 침입하는 나쁜 균의 영향으로 보지 않
고 환경과 유기체, 정신과 신체 내에서의 부조화와 불균형을 말한다. 세균이란
이런 부조화 속에서 나타나는 결과이지, 결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 것이다. 인
체 내에는 이런 불균형을 회복하려는 본능이 존재하며, 그런 회복력은 환경과의
조화 속에서 개인의 정신수양에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환의학은
종합적이고, 서양의학은 분석적이라는 표현을 한다. 이런 점에서 서양의 의사는
인체의 신체구조와 병명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알고 있는 전문가적인 면이 강하
다면, 동양의 의사는 자연의 질서를 알고 그것을 니체에 조화롭게 적용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다. 결국 동양에서 의사는 마음을 전달하여 깨우치고 다듬을 수 있
게 해주는 성현들이었던 것이다. 조선 초기 세조 임금은 자신의 병마를 치료하면
서 경험한 의사들을 여덟 부류로 나누어 훌륭한 의사와 오히려 해로운 의사를
구분하여 글로 남겼다.
으뜸가는 의원은 심의로 마음을 다스려 주는 의사이다. 둘째 의원은 먹는 것을
잘 조화시키는 식의, 셋째가 약을 잘 쓰는 약의이다. 이들은 모두 좋은 의사에
속하고, 다음의 다섯은 악의에 속한다. 사람을 죽이고 의학에 소신이 없는 혼의,
극단적인 방법만을 쓰는 광의, 아무렇게 약을 쓰는 망의, 돈에 욕심이 있어서 속
이는 사의, 못된 것만 다 가지고 있는 살의가 있다.
앞으로 의학은 마음을 다스리는 기의학 중심으로 발전을 하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현대인들 너나 할 것 없이 스트레스로 인해 병이 생기고, 면역력 결핍에서
오는 난치병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는 갈수록 오염이 심해져서
산소부족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다. 근대 서구과학이 종교와 결별할 때 그들은 과
학만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비록 물질문명이 우
리의 생활을 편리하게는 하였지만 삶의 터전을 짓밟고 있다는 것은 최근에서야
알았다. '하나뿐인 지구' 를 외치고,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외치고 있다. 그린
피스 등 환경 운동도 제법 결실을 이루고 있다. 서구인들도 그들의 잘못과 한계
를 인정하여 오늘날에는 동양의 정신문명을 받아 들이고 있다. 훌륭한 의사는 병
이 나기 전에 예비(예방)를 시킨다고 했던 동양의 옛 성현들의 가르침(서기전 5
세기경쯤, 죽은 사람도 살렸다는 명의 편작이 있었다. 그에게는 두 형이 있었는
데, 같은 의학을 공부하면서 편작 자신의 이름만이 세상 사람에게 알려져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큰형은 얼굴의 빛만 보고도 고치고, 작은 형은 병이
크기 전에 고쳐서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나는 환자가 쓰러져 있는 상
황이라야 병이 든 것을 알고 고치므로 사람들이 날 명의라 부르나 사실은 나의
형들에 미치지 못한다.")이 소중한 때이다.
이제 다음장에서는 위에서 말한 음양오행과 병의 감염과 치료 등에 대하여 자
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도리도리 짝짜꿍
"음양이란 하늘과 땅의 이치이고, 만물의 뿌리이고, 변화의 부모이다. 죽고 사
는 근본이며 신명함이 나온다. 따라서 모든 치료는 음과 양을 따른다." <황제내
경>
명나라 때 이천 이라는 유명한 의사가 있었다. 그는 <의학입문>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는데 그 서문에 둥그렇게 원 하나를 크게 그려 놓고 '<주역>을 배운 뒤
에야 가히 의학을 말할 수 있다' 라고 쓰고 있다. <주역>이란 뭘까? 먼저 떠오
르는 것이 서울의 미아리 점치는 동네를 떠올리며 점치는 책 정도로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역>은 공자가 가죽 끈을 3번씩이나 닳게 하면서
탐독했던 책이었다. <주역>이란 한마디로 우주변화의 원리(처음엔 <주역>의 -
과 --라는 부호를 사용해서 만물의 변화원리를 설명했다. 나중에는 빛의 근원인
음과 양이란 단어를 사용해서 -를 양 --를 음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점은 <주역>이 서양들에게 알려져 라이프니쯔(G.W. Leibniz: 1646~1716)가 2진
법을 알아냈고, 컴퓨터의 원리로도 응용되었다.)를 다룬 책이며, 그 변화의 원리
는 누가 봐도 알수 있도록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하여 대자연의 이치까
지 두루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주역>의 모든 것을 설명 할 수는 없
고, 다만 송나라 때 <태극도설>로써 유학의 새로운 기풍을 열었던 주돈이
(1017~1073)의 글을 보도록 하자. 이천이 그려놓은 원 하나를 상상하면서.
"아무것도 없을 때가 태극이다. 이때 무엇인가 움직이면서 양을 낳는다. 움직
임의 끝에서 고요해지고, 다시 음을 낳는다. 고요한 끝에 다시 움직인다. 한번 움
직이고 한번 고요해진 것으로 서로의 뿌리가 된다. 이것으로서 음과 양으로 나누
어 세워진다. 또 양이 변하고 음이 변하여 물, 불, 쇠, 나무, 흙을 낳는다. 이 다
섯 기운이 순조롭게 퍼져서 사 계절을 만들어 운행한다.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
며, 음양은 하나의 태극이다. 태극은 본래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행이
있음으로써 제각기 자기 본성을 가지게 된다. 모든 것이 묘하게 합쳐져서 하늘의
길은 남성을 이루고 땅의 길은 여성을 낳게 한다. 그리하여 만물이 생겨나고 변
화가 무궁해진다."
여기서 쓰이는 음과 양이란 단어는 처음에 해가 뜨고 지는 가장 단순한 관찰
에서 출발하였었다. 그러다가 뜨겁과 차겁고, 강하고 부드럽고, 남자와 여자, 불
쑥 솟아난 산을 양, 깊게 패이고 가라앉은 바다를 음이라는 식으로 추상적인 사
고(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면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말을 추상적인 단어로 바꾸는
것과 똑같다.)까지 하게 되어, 모든 사물을 대립적 요소를 생각해 보변 조개의 겉
은 딱딱한 것, 물고기는 부드럽고, 복숭아는 겉이 부드럽지만 속이 딱딱한 것, 물
고기는 부드러운 살 속에 딱딱한 뼈가 있고 사람은 딱딱한 머리 속에 부드러운
뇌가 있으며, 갈비뼈 속에는 부드럽고 가장 중요한 오장이 있다는 것을 음양의
이치로 풀어 볼 수가 있다. 또한 머리는 위에 있어서 양이 되고 몸은 아래에 있
어서 음이 되는데, 그러므로 사자는 머리가 크므로 양의 동물이 되고 쥐는 머리
에 비해 몸통이 크므로 음의 동물임을 알 수가 있다. 이렇듯 모든 사물을 음과
양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어릴 때 막대자석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
이다. 그리고 큰 막대자석이 반으로 잘려도 두 개의 새로운 자석이 된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한 적도 있을 것이다. 나누어진 자석을 또 나누어도 N극과 S극이
생긴다. 막대자석의 극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몸도 음과 양으로 나누어 볼 수
가 있다.
1. 음
가. 몸의 내부
나. 몸의 앞쪽
다. 하체
라. 6장
마. 혈
2. 양
가. 몸의 외부
나. 몸의 뒤쪽
다. 상체
라. 6부
마. 기
음양에 대해 <황제내경>은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양은 맑은 것으로 하늘이며, 음은 탁한 것으로 땅이다. 따
라서 열을 띤 땅의 기는 위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차가운 하늘의 기는 내려와
비가 된다. 이와 같이 돌고도는 것은 비가 땅의 기에서 나와 하늘로 올라가고 다
시 땅으로 돌아오며, 구름이 하늘의 기에서 나와 일단 자취를 감추어도 하늘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률적으로 음은 음, 양은 양이 아니다.
위의 글은 해가 나오면 낮이 되었다가 해가 지면 달에게 물려주면서 밤이 되
는 것처럼, 결코 음과 양은 떨어진 별개가 아니며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남자는 해의 상징이라서 해돋는 시간에 물건이 일어나 자식을
낳고, 여자는 달이라 달의 변화에 따라 달거리(월경)를 하게 된다.) 이것을 음양
변화의 원리라 하는데, 태극도에서 알 수있듯 음과 양은 서로 꼬리를 물고 나타
났다가 사라지고 하는 것이다.
또, 옛사람들은 말한다.
"음양이 변화하는 것을 도라 한다. 음 홀로 도가 아니고, 양 홀로 도가 아니다.
음양이 움직이고 멈추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짝을 이루어 존재하고 있다. 짝이 없으면 대를 이을 수
가 없고 변화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어릴적 손뼉치고 놀았던 도리도리 짝짜꿍
이란 바로 음양의 이치였던 것이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한시도 잊지 못하고 서로를 몹시도 그리워하며 만나서는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과 같다. 이미 주희는 해와 달이 아니면 만물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 박
고 있으며, <황제내경>에서는 '음과 양이 떨어지면 정과 신이 끊어져서 죽게 된
다' 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음양은 늘 짝을 이루어 움직이면서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이루
는 성질이 있다. 이것은 마치 어린 시절 타고 놀았던 시소놀이 같다고 할 수 있
다. 두 사람의 몸무게가 비슷하게 되면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것이
다. 그러나 한쪽으로 힘이 쏠리게 되면 놀이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음과
양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지만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려서 기울어
지게 되면 다른 한쪽이 부족하게 되어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이 몸 안에 일어났
을 때 바로 잡아주는 것이 바로 의사가 하는 일이며, 건강이란 몸의 밸런스가 계
속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선조들은 균형 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중용으로서
마음을 다스렸다. 중용(Good Sense)이란 말 그대로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아
서 치우침이 없다는 '중 자'에 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꾸준할 용 자'를 쓴다.
역사학자 토인비(Toynbee: 1889~1975)는 바로 중용사상에 심취되어 '음양의 변
화가 중용의 이치에 의해 이루어지며 모든 역사적 변천의 근본원리' 라고 언급하
였던 것이다.
팔랑개비-오행
오행이란 첫째 물, 둘째 불, 셋째 나무, 넷째 쇠, 다섯째 흙이다. 물은 아래로
스며들고, 불은 위로 타오르고, 나무는 휘어지고, 쇠는 맘대로 오그렸다 펼 수 있
고, 흙은 곡식을 생산할 수 있다. 아래로 스며드는 물은 짠맛이 나고, 타오르는
불은 쓴맛이 나고, 휠 수 있는 나무는 신맛이 나고, 마음대로 오그렸다 펼 수 있
는 쇠는 매운맛이 나고, 곡식을 생산할 수 있는 흙은 단맛이 난다. <서경>
음양의 법칙을 깨달은 선조들은 음과 양이 계속 변화하는 것을 알았다. 해는
매일같이 동쪽에서부터 시작하여 남쪽으로 높이 뜨고 서쪽으로 진다. 그에 따라
온도의 변화도 같이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것을 보기좋게 해가 뜨는
것을 목(나무 목)이라 하고, 높이 떠서 남쪽에 걸렸을 때를 화(불 화), 해가 지는
서쪽을 금(쇠 금), 해가 들지 않는 북쪽을 수(물 수)라고 했다. 1년에 있어서는
봄은 목이 되고, 여름은 화, 가을은 금, 겨울은 수가 되고, 각각의 환절기는 토(흙
토)라 하였다. 이처럼 사람은 두 발로 걷는데 반하여 자연은 다섯 걸음으로 원을
그리며 걷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오행(오행의 다섯 걸음을 발견하기 전에는
다섯 가지 재료(오재)라고 했다. 위에서 인용된 서경의 해설집에 '물과 불은 백성
이 먹고 마시는 데 쓰이고, 쇠와 나무는 산업을 하는데, 흙은 만물이 자라는 데
쓰이는 데, 오행이란 다섯가지 재료이다.' 라 했다. 한편 대자연을 보면서 우리는
태양과 불의 적색에서 적극적이고 강력한 상징을 느끼고, 왕성한 식물과 경배의
대상인 하늘의 푸른색에서 희망을 느낄 수가 있다. 태양이 솟는 동쪽에서 힘찬
창조를 느끼고, 달의 변화하는 모습에는 변화무쌍함이 있다. 고대사회에는 이러
한 맥락의 사고가 이루어지면서 오행이라는 것을 알아냈으리라. 여기서 행이라는
것은 은행에 돈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처럼 움직인다는 뜻이다.)이라고 하였다.
오행 중에서 토(흙)는 한 계절을 주관하지 않고 각 계절의 변환점인 환절기가
되어 마치 계절의 매듭과 같이 연결되어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토는 드러나지
않으므로 가장 알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토 자를 보게 되면 +(열십)는 양을
상징하고, -는 음을 상징하여 음과 양을 모두 겸비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토는 다섯 흐름 중에서 양의 속성인 목, 화와 음의 속성인 금, 수의 중앙
에 위치하여 시소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있어서 필요한 균형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토(몸 안의 오장을 오행으로 분류하여 볼 때, 일반적으로 비위
를 토라고 하지만 이제마(1836~1900)선생의 사상의학에서는 마음을 토라고 하였
다. 이것은 한의학에서 오행의 양질이라는 어려운 개념이므로 설명을 생략하겠거
니와, 옛 어른들이 마음의 중심을 충이라고 하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는 가운
데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사방을 관장하는 위치에 서 있다고 한다. 흔히
토를 우리가 어렸을 때 공작시간에 만들고 놀았던 팔랑개비에 비유하곤 하는데,
팔랑개비는 날개의 네 끝을 한 곳에 모으는 핀점이 있으므로 빙글빙글 돌아간다.
팔랑개비처럼 바로 토가 중심점이 되어 사계절이 형성이 되고 오행이 순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토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서있는 자리이며 또 만물이 자라고(생) 돌아가는
(사) 자리가 된다. <성경>에서도 '사람은 흙으로 만들고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이
되었다' 고 하고 있다. 영어에서도 흙을 머더랜드(mother land, 엄마의 자리)라고
하는데, 흙은 모든 초목이 싹을 틔우고 뿌리 내리며 자라나는 자리임을 가르쳐
준다. 인간은 흙을 떠나서 자랄 수 없는 것이며 +(양)와 -(음)가 서로 부딪쳐서
전기 스파크를 일으켜 빛을 내듯이 잉태와 분만을 의미하는 태극의 자리가 된다.
그래서 <사상의학>에서는 바로 '태극은 마음을 이루는데, 이로서 온 몸을 주관
한다' 고 하였던 것이다. 결국 토는 모든 것을 잉태하는 자리, 분만의 자리가 되
는 셈이다.
이번에는 간단히 오행의 기질에 대하여 하나하나 알아보도록 하자.
목: 생(날 생)
계절로는 봄, 방위는 동쪽, 색은 청색, 간과 담이 부부가 된다. 맛은 시다.(신맛
은 수축 시킨다. 신 김치를 먹을 때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런데 목
은 발산하는 기운이다. 어떻게 목에 해당할까? 이것은 어려운 이야기지만 모든
존재는 형과 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형은 껍데기고 기는 알맹
이라 생각하면 된다. 왼쪽 아래 표에서 형과 기는 서로 상극관계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맛은 수렴하고, 쓴맛은 단단하게 하고, 단맛은 느슨하게 하고, 매운
맛은 늘어나고, 짠맛은 부드러워 진다. 그래서 시큼한 것을 먹으면 형이 수렴되
고 목이 작용하게 된다. 폐가 간을 제어하는 것이 품리고 목이제 작용을 하게 된
다.) 겨울 내내 있었던 강한 구기의 억압을 탈출하고, 만물이 싹트고 자라는 생성
과 성장의 시기이다. 영어의 봄인 스프링(spring)이 용수철을 의미하듯, 강한 생
명력의 시기가 된다. 인생에 있어서는 소년기이다.
화: 장(기를 장)
계절로는 여름, 방위는 남쪽, 색은 적색, 심장과 소장이 부부가 된다. 맛은 쓰
다. 몸체가 자라는 것과 같은 왕성함으로 가지와 잎새가 무성해진다. 분열과 상
승의 시기이다.
토: 화(변화 화)
계절로는 환절기, 방위는 중앙, 색은 황색, 비장과 위장이 부부가 된다. 맛은
달다. 자람이 멈추고 수정을 한다. 조화와 완성을 이루게 하는 시기이다.
금: 수(거둘 수)
계절은 가을, 방위는 서쪽, 색은 백색, 폐장과 대장이 부부가 되며, 맛은 맵다.
꽃잎새가 떨어지고 앙상한 외형의 나무가 딱딱해진다. 성장과 팽창을 억제하고
정화와 정비를 이루게 하는 결실의 기이다.
수: 장(저장 장)
계절은 겨울, 방위는 북쪽, 색은 흙색, 신장과 방광이 부부가 되며, 맛은 짜다.
물의 기운으로 밑으로 내려간다. 모든 것을 거두고 싹을 저장하며, 수축하고 응
결하는 기이다.
1. 맛(말): 신맛(산)
가. 알맹이(기): 목
나. 껍데기(형): 금
다. 형질(성): 수렴(수)
2. 맛(말): 쓴맛(고)
가. 알맹이(기): 화
나. 껍데기(형): 수
다. 형질(성): 응고(견)
3. 맛(말): 단맛(감)
가. 알맹이(기): 토
나. 껍데기(형): 목
다. 형질(성): 느슨함(완)
4. 맛(말): 매운맛(신)
가. 알맹이(기): 금
나. 껍데기(형): 화
다. 형질(성): 늘어남(산)
5. 맛(말): 짠맛(함)
가. 알맹이(기): 수
나. 껍데기(형): 토
다. 형질(성): 부드러움(연)
1994년 10월 28일은 이성계가 고려의 도읍지였던, 개성을 버리고 서울로 도읍을
옮긴지 600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양(서울의 옛이름)이라는 말은 큰 명당이라는
뜻으로서, 이곳으로 수도를 정한 후에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동대문의 이화
여대병원이 위치한 산)을 잇는 성을 쌓고, 도성의 출입문으로 사대문을 짓게 된
다. 이때 산과 땅의 모양새를 보고 기의 좋고 나쁜 터를 정하는 풍수지리학(풍수
학은 크게 사람이 살 수 있는 터전을 연구하는 양택론과 사람이 죽으면 묻히는
음택론이 있다.)에 근거하였다. 풍이란 바람으로서 양의 기이고, 수는 물로서 음
의 기가 되어 풍수란 말 자체가 음양을 뜻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바로 사대문
과 중앙의 궁이 오행론으로 정확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대문은 목의 기가 작용하는데 좌청룡으로 낙산이 해당한다 오행상 인을 숭
상하여 흥인지문(동대문의 다른 이름인 흥인지문은 좌청룡의 낙산(현재 이화여대
부속 병원이 끝나는 위치)이 그규모가 우백호인 인왕산에 비해서 짧고도 작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다른 문과 달리 산과 비슷하게 생긴 지자를 집어넣었다. 동
쪽 산이 낮으면 후손들 중에 맏아들의 길흉화복이 좋지가 않은데 실제로 조선에
서 맏아들이 단명하거나 수가 적었다 한다.)이라 한다.
서대문은 금의 기가 주관한다. 우백호 인왕산에 해당한다. 오행상 의를 숭상하
여 돈의문이라 한다.
남대문은 화의 기가 작용한다. 남주작으로 남산이다. 오행상 예에 숭상하여 숭
례문이라 한다.
북대문은 수의 기가 작용한다. 북현무로 북악산이 있다. 오행상 지를 숭상하여
소지문이라 한다.
중앙은 토가 해당한다. 봉황의 자리로 경북궁(청와대)이 위치해 있다. 오행상
신을 숭상하고 보신각이 있다.
이번엔 음과 양이 변하여 낮과 밤이 되듯이, 오행이 순환을 하면서 조화를 부
리는 상생과 상극에 대하여 알아보자.
상생도(상생하도: 약 5600여년 전 태호 복희씨가 용마의 등에 그려진 율동을
보고 정리 했다함. 이상적인 선천의 상, 통일의 상, 씨앗, 정을 상징, 정신을 나타
냄)
상극도(상극락서: 약 4200여년 전 하나라 우왕이 신귀의 등에 그려진 율동을
보고 정리했다 함. 후천, 변화하는 현실세계, 물질세계, 분열의 모습을 나타냄.)
위의 그림과 같이 상생은 다섯 흐름이 시계방향(재미있는 한 예로 한의사가 침
을 놓을때 시계 방향으로 침을 돌리면 기가 보충이 되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
리면 기를 빼는 방법이 된다.)으로 돌고, 상극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생은 어머니가 자식을 낳는 것과 같이 상대방을 길러 주는 입장에
있는 것이고, 상극은 어떤 존재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관계로서 고양이와 쥐의 관
계처럼 서로 천적관계에 있는 것이다.
상생과 상극 관계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나무가 타서 불을 만들고, 불이 연소
한 후에 재, 곧 흙이 되고, 흙 속에 광금속이 들어 있는 것, 금속이 녹아 액체가
되는 것, 물은 나무를 성장시키니, 이는 상생이다. 나무의 뿌리가 흙을 뚫는 것,
흙으로 둑을 쌓아 물 길을 막는 것, 물이 불을 끄는 것, 불이 금속을 녹이는 것
쇠로 나무를 베는 것은 상극의 관계이다.
이것으로서 자연의 변화는 한쪽 방향으로만 성장하는 관계가 아니라 어느 정
도 성장하게 되면 이번에는 성장을 멈추게 하는 상극의 힘이 조절하게 되어 전
체적으로는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몸 안에서 호르몬의 피드백 과정
인 스스로의 통제 시스템에 따라 일정량 분비가 되면 더이상의 분비를 멈추고,
또 부족하면 생산하게 되는 자동생산공장과 같은 기능을 생각하면 된다. 결국 암
이라는 것도 상생과 상극에서 보자면 암세포들이 정상세포들의 상극의 조절을
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암세포만을 생산해내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상생과 상극이 어떻게 서로 조화가 이루어지는지 그 예를 목과 토, 목과 금,
토와 금의 관계로 알아보자.
위의 그림과 같이 목은 항상 토를 괴롭히려 하고 있다.
하루는 목이 기회를 봐서 토를 괴롭힌다고 가정해 보자. 이에 토는 아들인 금
이 들으라고 '얘야! 나 죽는다' 하고 소리친다. 아들인 금이 놀라서 쳐다보니 어
머니인 토가 목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효막심한 사람이 아니
고는 가만히 있을까? 그래서 금이 다가가서 보니 자기보다 약한 목인 것이다. 목
에게 타이르니 '네, 어머니인 줄 몰랐다' 하고 사과하면서 뒤꽁무니를 빼고 사라
진다. 이래서 토는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렇듯 목과 토 그리고 금은 항상 균
형을 유지하게 된다. 나머지도 또한 이와 같은 원리로 되는 것이다.
오장칠부인 놀부
"옛날에 놀부와 흥부가 살았는디... 다른 놈들 속은 다 오장육부인디, 아 글씨
이놈 놀부만은 오장칠부라... 그 놈에겐 심술부(심술보)가 하나 더 붙어 있어서
들락날락하면서 심술을 부리는디..."
장은 무엇이고 부는 무엇일까? 예로부터 비유하여 설명하기를 부(부는 부이다.
장은 장이다.)는 창고처럼 늘 물건을 왔다갔다 실어 나르는 곳이며, 장(부는 부이
다. 장은 장이다)이란 창고 물건 중에서 중요한 것을 깊숙한 곳에 보관하는 금고
와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여섯 창고(부)는 위(밥통), 소장(곱창), 대장, 담(쓸개), 방광(오줌보) 그
리고 삼초(삼초는 흉복강(흉복강: 몸통 안)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횡경막과 배꼽
에 선을 그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상초, 중초, 하초로 나누었다. 뒷장 배터리와
휘발유 부분에서 다시 설명한다.)로서 모두 속이 빈 하나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
는데, 음식물이 들어오면 움직이기 시작하여 흡수가 되도록 음식물을 잘게 분해
를 한 후에 정, 기, 피, 진액을 만들고 다시 나머지 찌꺼기들은 배설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다섯 장은 창고에서 만들어진 정, 기, 피, 진액 등을 몸 안으로 흡
수하여 간, 심(콩팥)의 금고로 나누어 저장하게 되고, 다섯시 경락이라는 기혈의
강을 통하여 여섯 창고와 머리 및 사지에 영양분을 공급해서 움직이게 하는 원
동력이 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오장은 우리 몸의 엔진에 해당하고, 육부는 오장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름통이 되며, 팔다리는 네 바퀴에, 머리는 운전
사, 경락은 생산된 에너지를 몸 전체가 움직이도록 곳곳에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특히 다섯 금고는 음이 되고 여섯 창고는 양이 되므로, 다섯 장에는 빛이 닿지
않는 몸 안쪽으로 경락이 흐르게 되고, 우리의 마음을 주관하고 있어서 어떠한
충격에도 방어할 수가 있도록 튼튼한 갈비뼈 안에 쌓여져 있다. 우리는 별안간
괴한에게 습격을 당할 때에 일단 움츠린다. 그순간에 '나 때려라' 하고 가슴을 벌
리는 사람이 없는 것도 다 오장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본능이다. 그래서 제아무리
몸의 병을 고쳤다고 하지만, 마음의 오장이 담겨져 있어서 엔진을 움직이는 윤활
유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마음병을 고쳐야 몸이 건강하게 돌아갈 수가 있는 것이
다.
"6개의 경락이 오장. 육부. 팔다리와 각각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한 그림"(인체
에는 오장육부가 아니라 육장육부가 있다. 오장 중에서 심장은 임금의 장기가 되
므로 직접 사기를 받지 아니하고 심포라는 호휘병 신하가 있다고 생각하여 여섯
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 한의학에는 오장육부로 되어 있고 따라서 경락도
11개였는데, (황제내경)에서는 12개 경락으로 새롭게 정립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
는 습관적으로 오장육부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장, 부는 서양의
장, 부 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전문의학분야이므로 어려운
개념이 되겠는데, 한의학에서 말하는 장부는 해부학적인 구조와 기능보다는 오행
적 관점에서 본 장부의 기능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심= heart(심장)'은 아니다.
지라도= spleen, 콩팥도= kidney가 아니다. 오히려 한의학적으로 비는 서양의 학
의 췌장(pancrease)과 소장(intestine)의 기능에 가깝다.)
우리는 여기에서 소화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여섯 부에 대하여서는 그 기능이
간단하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마음을 가지고 있는 다섯 엔진인 장에 대하여서만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간은 임금을 지키는 장군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장군은 지혜와 결단력
그리고 넘치는 힘이 있어야 훌륭한 장수가 되는 법이다. 간 자를 보면 방패를 뜻
하는 간 자가 붙어 있듯이 외부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용감무쌍할 때
'대담하다' '간이 크다' 라고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간은 온몸의 근육과 관절
을 주관하므로, 간이 약하면 쉽게 피로가 오고 근육도 약한 편이다. 또, 매사에
신경질적이고, 결단력도 없게 된다. 간은 목의 풍 기운이 작용하기 때문에 중풍
(뇌졸증)과 많이 관련이 되어 있다고 본다. 재미있게도 간의 영문인 liver가 산
사람을 뜻하는 영문 liver와 같다는 것은 간이 튼튼해야 사는 재미를 갖게 된다
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심은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배달하게 하는 주인으로 크기는 겨우 자신의
주먹만하다고 한다. 우리가 애인과 헤어지면 마음의 상처를 입어서 가슴이 찢어
지도록 아프게 되는데, 영어로도 heart broken이라고 해서 서로 통하는 면이 있
다. 또 어떤 위협도 무릅쓰고 전진하는 뜨거운 남자를 '강심장 사나이' 라고 한
다. 심장이 멈추면 죽게 되듯이 가장 중요한 장이 되어 우리들의 마음도 주관하
는 총대장 노릇을 한다. 그래서 심은 신이 거처하는 궁전이라고 하고, 또, 임금을
호위하기 위해 심포라는 신하를 바로 옆에 붙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 쓰
임새가 좋지 못하면 심보가 고약하다고 한다. 심이 약한 사람은 잘 웃지도 못하
고, 웃어도 '히히' 거리거나, '흐흐' 하면서 웃는다.
비는 한자로 표기하면 고기 육과 낮을 비로 구성되어 있는데, 신분이 비속하다
하여 천한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겸손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소화해서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병
은 입으로부터' 란 말과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 이란 말이 있듯이, 먹는
즐거움과 함께 그로 말미암아 병이 나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다.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머리가 늘 무거운 사람, 그리고 잠이 늘 부족한 사람은 비가 약한 사람
들이다. 생각을 너무 해도 비가 나빠져서 밥맛이 없어지는데 현대인들의 스트레
스에 가장 민감한 것이 또한 비가 된다. 인체 내의 영양분인 피도 서양의학과는
달리 비에서도 생성된다고 보고 있다.
폐는 인체의 가장 위에 위치하여 장부의 뚜껑이라고 하며, 나무를 거꾸로 매단
것에 풍선을 주렁주렁 달아 놓은 것과 같이 생겼다. 폐자의 구성을 보게 되면 시
장 시자가 붙어 있는데, 인체 내에 들숨과 날숨을 통하여 탄산가스와 산소의 매
매가 종일토록 이루어진다. 그래서 대장간에서 아궁이 불을 땔 때 공기를 품어
주는 풀무와 같은 기능을 하며, 인체내의 기를 주관하게 된다. 기가 약하면 추위
에 잘 상하기도 하지만 호흡마저 힘든 것은 그 까닭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 '으
앙' 하는 울음소리는 폐로 숨을 숨쉬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인 심과
함께 몸 안에 피와 기를 돌리고 있으므로 몸 안의 국무총리라고 부른다.
신은 우리말로 콩팥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붉은 콩팥과 같이 생겼다. 한자
를 보면 신하 신과 또 우 고기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미 두 개가 있다는 것
을 나타낸다. 신은 인체 내의 물기운을 담당하지만 두 개가 있어서 다른 한쪽은
불기둥을 담당한다고 한다. 흑자는 신 사이에 있는 틈에서 불기둥이 솟는다고도
하고, 양쪽 다 불기둥이 섞여 있다고도 한다. 이 불기둥을 생명의 문이라고 해서
명문이라고 하는데 정력을 주관하고 있다. 그래서 신은 오장의 정을 다 받아들여
보관하는 곳이므로 찰랑찰랑 차 있어야 하지만, 계속 사용하므로 늘 부족하다.
이 정은 또 후대를 잇는 기능을 하게 되는데, 옛날엔 아버지가 사위감을 고를 때
화장실에서 오줌줄기 소리를 듣고서 딸을 줄 것인가를 결정했다고 하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젊어서 정을 많이 베푼 남자는 나이가 들어서 반드시 오줌줄기가
약해져서 고생을 한다. 신이 약한 여자의 경우엔 몸이 자주 붓고 달마다 월경이
있는 날이면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우리가 '약골이다' '뼛속까지 시리다' '귀에서
매미처럼 소리가 울린다' 하는 것들도 모두 다 신이 약해서 오는 증상들이다.
1. 장: 간, 심, 비, 폐, 신
2. 다섯체: 근육, 피, 살, 피부, 뼈(골)
3. 체액: 눈물, 땀, 침흘림, 콧물, 침뱉음
4. 얼굴구멍: 눈, 혀, 입, 코, 귀
5. 맛: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6. 감정: 분노, 기쁨, 생각, 슬픔, 공포
7. 소리: 부르는 소리, 웃음, 노래, 울음, 신음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황제: "이 사람은 불을 싫어하고, 나무가 마주치는 소리를 들으면 두려워하고,
사람을 대하기를 싫어하고, 심해지면 옷을 벗고 달리며, 나무에 올라 노래를 부
르는데, 밥을 여러날 먹지 않았는데도 담을 뛰어넘기도 하고, 입에서는 항상 중
얼중얼하다가 욕을 내뱉기도 하는데, 어째서 그런지 알고 싶소."
기백: "이 사람은 위장에 열이 있기 때문에 불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위는 사
지를 튼튼하게 하는데 위에 열이 있어서 사지에 전달되어 보통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울타리를 넘기도 하며, 신체에도 열이 생기므로 옷을 벗으며, 열을 발산하
기 위해서 욕을 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달리기도 합니다."
아마 위의 글을 읽고서 의아해할 수가 있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기로 미친병
은 뇌에 이상이 발생하였으므로 격리를 시켜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기백은 위
장에 열이 있어서 그러하니 위열이 가라앉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모든 정보가 머리의 뇌에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장
에 연결된 감각기관에 의하여 처리되고 다시 몸 안의 임금인 심에 거처하는 신
에 의하여 검열을 받게 된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혼백이니 의지니 하는
말은 우리의 마음의 기능을 나타내는 용어들인데, 오장과 연결시켜 보면, 혼은
간의 충동적인 기능, 백은 폐의 억제적 기능, 지는 신의 기억하는 기능, 의는 비
의 통합처리 기능을 각각 가리키고 있다.
이런 기능들은 우리가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면서 처리가 되는데 심장의 신
까지 합하여 모두 다섯 신((오신) 5신은 혼신의백지로서 우리 몸을 다스리는 주
인공이고, 어떤일에 처하게 되면 5신이 7정으로 발동을 하게 되는데 희로우사비
공경이다. 이와 별도로 사물을 의식하는 과정은 심의지사려지의 과정을 거쳐 생
각을 하고 기억한다고 본다. 특히 심의지는 외계사물을 사고 하는 과정이고, 사
려지는 기억하는 과정이다.)들이 라고 부른다.
이 다섯 신들이 어떤 일에 처하게 되면 각각의 거처하는 장부에서 일곱 감정
(칠정)을 나타내는데, 만약 신이 거처하는 오장이 크면 성격이 완만하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잘 견디게 되며, 오장이 모두 작으면 정신적 격동에 견디기 힘들어진
다. 또한 다섯 신들이 머무르는 오장에 병이 있어도 감정적으로 변화가 오게 된
다. 그래서 간에 이상이 오면 화를 자주 내거나 결단력이 없어지고, 심에 이상이
있으면 웃음이 없어지고, 비에 이상이 있으면 끊임없는 잡생각이 많고, 폐에 이
상이 있으면 우울한 시인이 되고, 신에 이상이 있으면 자주 놀래고 두려움에 떠
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는 결국 신이 거처하는 오장을 조화시킴으로써 조절하게 되고, 또
반대로 신들의 화냄, 우울함, 슬픔 등을 서로 달래 줌으로써 몸을 평정하기도 하
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심-의-지-시-려-지는 일련의 기능을 통하여 정보가
기억이 되어 저장된다고 본다. 특히 기억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신에서 주도적
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이 몸을 수양하여 마음을 다스릴 수가
있고, 반대로 마음으로써 몸을 다스린다고 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잠깐 자주 언급이 되고 있는 신(어느날 기자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기자: 당신은 신이 있다고 믿습니까?
아인슈타인: 당신이 말하는 신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요. 조건을 말하면 있는지
없는지를 증명해 보겠소. 단, 이 세상이 주사위 노름처럼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
았다는 것은 알고 있소.)의 의미를 살펴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생각되어지는 것은 성경의 God, 즉 여호와를 가리키는 것으로 오해할 수가 있는
데, 동양의 역사를 살펴보게 되면 다른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첫째는, 천신의 의미로 사용된다. 우주를 질서정연히 돌아가게 하는 자연의 법
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시경>이나 상나라의 갑골문자 및 도가의
서적들을 보게 되면 천 그리고 천존이나 상제가 자연을 주관하하는 가장 높은
질서로서 천신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둘째는, 기가 발휘하게 되는 신비한 작용이라는 뜻으로, 흔히 불가사의할 때
'신비롭다' 라고 하는 경우이다.
셋째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뜻으로 인간의 정신작용(우리가 쓰고 있는 '정
신' 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미소라는 말과 같이 깎고 다듬는다 라는 말로 본다면
이 신적 속성에 더 가깝도록 다듬는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정신
차려' '정신 나간 사람' 이라고 하는 것은 대자연의 신의 속성을 가진 소자연인
사람이 판단기능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
의 마음은 다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정신이라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마음을 닦아야 정신이 닦이는 것이며,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곧 몸을 통하여 하
나가 됨으로써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깨우침을 통해 이루어 지는데,
깨우친다는 것은 머리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잘못된 몸과 마음
을 깨치고 새로 다듬는다는 말이다. 공자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고 했을 때 깨우침의 도란 무엇이었을까?) 전반을 나타내는 뜻으로 마음을
가리킨다. 그래서 덕이 지극히 높은 사람, 두루 넓은 지식을 갖춘 사람을 가리킬
때도 쓰이고, 의사로서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네째는, 하늘과 땅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정상적인 상태를 가리키는데, 이는
음과 양이 본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생명활동의 정상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이것은 몸의 정과 기가 조화
롭게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경락의 기를 가리키는데, 바로 한의사가 치료법의 하나인 침술로써
기를 조절하고 신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이란 여러 가지의 뜻이 있는데, 처음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자연이 규칙적으로 운행되어지는 질서를 신이라고 했다가, 사람
도 역시 우주의 이치에 따라 만들어져 있으므로 우리의 몸을 다스리는 마음을
신이라고 했던 것 같다.
한의학의 진단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환자의 신의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다. 환자의 눈빛이나 얼굴의 드러나는 모습 등을 통하여 신의 존재를 관찰하
여 '신을 얻으면 살고 잃으면 죽는다' 고 하였던 것이다. 또, '몸의 형체는 신이
사는 집이므로 형체가 무너지면 신도 살지 못하여 죽게 된다' '신은 곡식에 의하
여 계속 유지된다' 라고 하여 신과 형체가 분리된 둘이 아닌 하나라는 관점을 매
우 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대의학에서 '신경쇠약' 이니 '신경통' 등의 병명에
사용되는 '신경' 이란 말도 신처럼 기묘한 작용을 가진 통로에 이상이 발생하였
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서로 분리가 된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
이 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지켜보면 몸과 마
음이 서로 반비례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의 몸이 점점 자라서 20대 중반
에 이르게 되면 최고에 이르게 되는데, 그럴수록 옥같이 순수했던 어릴 때의 양
심의 빛은 점차 잃어버리고 지식과 스스로의 이기심으로 가득차게 된다. 그림에
서 보듯이 마음은 우리의 몸을 운전하는 핸들이 되는 말이다.
서양의학도 이전에는 눈에 보이는 육체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진찰하고 치료하는 경향(서양에서는 모든 의학 통제를 두뇌(brain)에
두어 뇌의 각각의 부분이 몸을 통제하는 지역이 있다는 '뇌지도'를 그리고 있지
만, 동양에서는 모든 통제를 오장육부인 몸통에 있다고 보고 '오장' 과 관련하여
모든 기능을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이 점은 두 의학간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동서의 차이를 뇌와 몸통, 왼쪽 뇌(이성적)와 오른쪽 뇌(감성적)
부분과 전체라고 비유하곤 한다.)이었으나, 최근에는 정신신경면역학이 발달되어
육체와 정신간의 상관성을 인정하는 심신의학이 새로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러
한 분위기를 느끼며 문듯 옛날 어린이 만화 영화 '마루치 아라치' 가 생각난다.
악당 두목 파란해골 13호는 몸은 없고 단지 해골(머리)만 존재하는 악당의 괴수
로 등장한다. 이에 반하여 마루치와 아라치는 태권도로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여
결국엔 악당 괴수 파란해골을 물리치고 지구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바
로 머리로 존재하는 인간과 몸과 마음으로 완전하게 존재하는 인간의 우열을 보
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마음이, 몸을 해부하듯이 만져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이 영심이라는 여자친구를 보았다고 하자. 의학적으로 본다면
영심이를 보는 순간 눈으로 들어온 영심이의 모습은 신경을 타고서 뇌로 전달되
고 뇌에서 정보처리가 된다. 하지만 갑은 영심이가 예쁘다고 하고, 을을 너무 못
생겼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면, 무엇이 서로 다르게 평가하도록 만들었을까? 신경
구조나 뇌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은데 말이다. 이처럼 마음은 어떤 상황에 마주쳤
을 때 나타나게 된다. 마음은 공부를 하면서도, 길을 가면서 친구와 얘기할 때도,
어떤 일을 결정하여야 하는 순간에도 계속 작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때에야 겉
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복잡한 사람의 마음을 심, 의,
지, 사, 려, 정신, 혼백 등으로 나누었고, 복잡한 기능들도 결국 오장의 루트라는
몸의 반응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몸 안에 흐르는 강
인체를 해부해 보면 전신을 주관하는 통합구조로 혈관계(임파계)와 신경내분비
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해부학적으로는 아직 검증이 안 되었지만
서양의학의 혈관계와 신경내분비계를 통합하는 네트워크로 경락(북한의 김봉한이
라는 학자가 1961~1965년 사이에 발표한 경락학설을 보게 되면 경락은 고에너지
의 화학물질과 전기라고 발표하였다. 고에너지 화학물질이란 경락 속을 흐르는
유동적인 액체로서 DNA 같은 생명발현물질과 아드레날린, 에스브로겐, 히알루른
산 같은 고에너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경혈은 피부의 다른 어떤 곳보다 전
기 전도도가 높다고 발표했다. 고대 경락 이론의 영위 개념 중에서 영은 고에너
지 화학물질로, 경락의 밖을 도는 위는 전기적 개념으로 풀어내고 있다.)이라는
신체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본다.
경락은 인체의 곳곳에 보내는 기와 혈의 통로로서, 장부의 기능이 곳곳에 전달
되어 각 부위의 기능이 발휘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경락은 자연의
기가 12개월 365일의 마디로 흐르듯이 사람의 몸도 12개의 중요한 정경맥과 365
개의 경혈자리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12경맥을 보완해 주는 8개의 기이한 경맥
(기경맥)이 있어서 몸의 총살림을 함께 꾸리고 있다고 한다. 기경맥은 12경맥의
기가 모자라거나 넘치면 기경맥을 이용하여 보관하므로 마치 필요할 때마다 쓰
이는 저수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12경맥과 8기경맥을 연결하는 15개의 락맥이
있고, 이 락맥 주위에는 무수히 많은 손락맥을 거느리고 있어서 신체 말단 구석
구석까지 분포되어 있다. 이처럼 경락은 크게 경맥과 락맥으로 분류가 되는데,
경맥(경)이 상하로 통하는 큰 강과 같다면, 락맥(락)은 그것을 좌우로 연결하는
샛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여기서 기혈의 가장 큰 흐름인 12경맥에 대하여 알아보자. 먼저 어디에서 출발
하느냐에 따라 손과 발의 명칭이 붙게 되고, 경락을 흐르는 음기와 양기의 양에
따라 3개의 양경(태양, 양명, 소양)과 3개의 음경(태음, 소음, 궐음)으로 나누어
총 12개의 경맥을 형성하게 되고, 이것은 12개 장부의 기를 온몸 구석구석에 공
급을 하게 된다. 다음은 경락표이다.
우리 몸의 경맥의 흐름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도 참 재미있으리라 생각이 되는
데, 아래 그림과 같이 먼저 손을 만세 부르는 자세로 손을 위로 쭉 펴면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림처럼 경맥은 기혈의 흐름이 가장 풍부한 손바닥과 발바닥의 양 끝단을 통
하여 흐르고 있는데, 양의 경락은 내려오고 음의 경락은 올라가서 서로 순환을
하게 된다. 먼저, 족삼양경의 흐름을 보게 되면 모두 머리에서 하행하여 다리 외
측을 거쳐 발로 흐르고 있고, 수삼양경은 손끝에서 팔 안쪽을 거쳐 머리로 흐르
게 된다. 또 족삼음경은 발 안쪽에서 시작하여 다리를 타고 가슴으로 흐르고, 수
삼음경은 가슴에서 팔 안쪽을 거쳐 손바닥 안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머리로는 양의 경락만이 흐르기 때문에 아무리 추운 계절이라도 얼굴
까지 다 가리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음의경락이 집중된 다리와 배는 항상 따뜻
하게 해야만 한다. 옛 어른들 말씀중 '머리는 차게 하고, 다리와 배를 따뜻하게
하면 병도 없다' 라는 말도 한편으론 의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젊은 아가씨들 중에 겨울에도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몸매를 한껏 자랑하며 젊음을 과시해서 보기에는 좋은데, 그로
인해서 생리불순과 변비, 설사 등의 병들이 오게 될 것이 불 보듯 훤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오! 아가씨들이여!
이번에는 12경맥을 보조하고 있는 신비한 여덟 맥 중에서 몸 중앙의 앞뒤로
흐르는 임맥과 독맥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앞 페이지의 그림과 같이 임맥은 몸의 앞쪽 부끄리(회음)에서 시작해서 아랫입
술로 흐르고 있고, 독맥은 부끄리(회음) 뒤쪽에서 척추를 타고 머리를 돌아 윗입
술로 흐르고 있어서 마치 집안의 대들보와 같다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책임감을 느끼며 아랫입술을 지긋히 깨무는 것도 바
로 임독맥의 기능 때문인데, 한자로 독 자는 '감독한다' 는 독자이고 임자는 '어
떤 일을 맡아서 한다' 는 뜻의 글자이다. 아랫입술이 두툼하게 발달된 여자는 임
맥의 발달을 나타내는데 음기가 왕성해서 아기를 잘 낳게 된다.
이에 반해 윗입술이 발달된 사람은 남을 감독하는 경향이 많다. 기능적으로 임
맥은 여자들의 달거리(월경)를 도와주고, 아기포(자궁)가 아이를 갖는 데 관여한
다. 여자들이 턱수염이 안 나는 것도 임맥이 입술 아래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그
러나 요즈음은 여자들의 양기가 강해져서 여자들에게 콧수염이 나기도 한다.
독맥은 몸의 양기를 감독하는데, 척추를 따라 상행하므로 대부분 허리질환에
관여한다.
남자들의 양기가 부족한 것은 독맥의 기운이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임
독맥은 12경맥과 함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경락은 또 '경혈' 이라는, 외부의 기와 교류하고 있는 자리가 있다. 경락을 고
속도로라고 하면 경혈은 고속버스가 나가고 들어오는 톨게이트와 비슷하다. 톨게
이트에서 차들이 잘 정체되듯, 경혈자리에서는 기혈이 정체되기 쉽다. 그래서 그
곳을 자극하여 기의 소통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인체 내에서 중요한 혈들은
대개 뼈마디 사이에 움푹 팬 곳에 많은데, 산의 골짜기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몸의 앞뒤로 중요한 혈이 자리잡고 있는데, 배 앞쪽으로는 기가 모인다
고 해서 모혈이라고 하고, 등쪽으로는 기가 외부와 수입하는 통로가 된다는 뜻에
서 수혈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경혈자리를 전기와 침으로 자극을 줌으로써 마취를 하여
수술하기도 한다.(앞그림) 대개 노인이나 임산부처럼 약물마취를 하게 되면 심한
후유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실시하는 데 아무런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많이 권장
을 하고 있다고 한다.(물론 후대에 많은 침자리가 발견되어서 이보다 훨씬 많다.
현재 세계보건기구에 공인된 혈자리는 360개이다. 이 경혈이란 말 그대로 비어있
는 곳이며, 노자가 말한 '비어 있기 때문에 커다란 쓰임' 이 있는 곳이다. 일본의
나카다키라의 '양도락 이론' 에 의하면 피부에 약한 전류를 흘러보냈을 때, 전기
의 저항력이 약하여 전기가 잘 통하는 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전기가 잘 끌리는
점을 양도점이라 하는데 경혈의 위치와 유사하다는 대목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
다. 북한의 김봉한 교수가 주장하는 '경락과 전기론의 이론' 과 비슷하다.)
배터리와 휘발유
온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피는 심장의 수축하고 이완하는 피스톤 운동에 의하
여 이루어진다고 하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나간 피는 간과 뇌를 중심
으로 영양분을 공급하고 다시 들어와서 폐에서 산소를 얻어서 심장으로 다시 돌
아오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경락이 온몸을 돌고 돌아서 전체에 영양을 공급을
하는 추진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동양에서는 하늘의 기와 땅의 기가 서로 순환되는 것이 자연 현상의 본질이라
고 생각했다는 것은 이미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우주인 사람도 심장의 불기
운과 심장의 물기운을 중심으로 해서, 간과 폐가 보조적으로 도움을 주고 중앙
토인 비가 중계자 역할을 각각 함으로써 순환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 순환이 정
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혈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몸에 이상이
오게 되는 것이다.
특히 물기운이 올라가고 불기운이 내려오는 순환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만
약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 목이 타고 입안이 쓴 것은 심장의 불기운이 머리 위
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정력이 부족하고 아랫배가 차며 월경통이 있는 것은 물기
운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허리 밑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하다는 것은
물기운이 위로 올라와 입안이 침으로 촉촉하게 되고, 아랫배는 불기운이 내려와
따뜻하게 순환이 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았는데, 기가 우리 몸을 돌고
있는 위치나 기능에 따라, 또 기가 얻어지는 방법에 따라 기의 종류가 나누어진
다고 본 점도 특이할 만하다. 이는 불도 성냥불, 장작불, 가스불, 석유불 등 여러
종류가 있듯이 기도 원기, 후천지기, 영기, 위기 등등으로 나뉜다.
먼저 기를 얻는 방법에 따라 나눈 선천의 기와 후천의 기에 대하여 알아보자.
선천의 기는 말 그대로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받아 어
머니의 뱃속에서 10개월간 자라는 기를 말한다. 이것은 특히 '근본이 된다' '으뜸
이다' 라고 해서 원기라고 많이 불린다.
태어난 후에는 이 원기를 계속 길러 주기 위해서 밥을 먹고 숨을 쉬게 되는데
이것을 후천적으로 받는다 해서 '후천의 기' 라고 한다.
말하자면 자동차의 배터리와 휘발유와 산소에 비유하여 생각하여 보자. 자동차
는 산소와 휘발유를 섞어서 배터리가 점화시켜야만 쌩쌩 달리게 되어 있어서, 어
는 한 요소라도 없으면 자동차는 돌아가지 않는다. 여기서 원기는 자동차의 배터
리와 같은 것이고, 밥을 먹고 호흡을 통하여 얻는 후천의 에너지는 자동차의 휘
발유나 산소와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휘발유는 매일같이 넣어야 하지
만, 배터리는 일단 충전하면 자동차와 수명을 같이하기 때문이다.(비록 요즘 자동
차 배터리는 새로 충전을 할 수가 있지만, 차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배터리의
수명이 곧 자동차의 수명이었다.)
사람이 늙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원기가 다하기 때문이라고 보며, 오장육부의
기도 모두 원기가 튼튼해야 정상으로 유지가 된다. 이 원기는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나서 평생 동안 쓰면서 모두 소모가 되면 우리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태어날 때 이미 약해진 원기를 가지는 경우에는 많은 병치레를 하게 되
는데, 이때에는 후천적으로 영양을 잘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통하여 기력을 강
하게 하여야 한다.
이번에는 후천의 기에 속하는 영기와 위기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영기와
위기는 위와 폐를 통하여 공급된 음식물과 산소를 원기가 점화시켜서 에너지화
되어 생성되는 것이다. 그중에서 혈관의 바깥을 달리는 것을 위기라하고, 혈관
안 쪽을 도는 것은 영기라 한다. 말 그대로 영기의 의미는 영양을 한다는 것이
고, 위기는 보호하고 방어한다는 의미이다. 즉, 위기는 피부와 근육 사이를 흐프
면서 피부를 보호하고 땀구멍을 통제하기도 하면서 바깥사기의 침입을 방어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바람이 모든 병의 근원이라고 하지만, 위기가 강해지면 태
풍과 같은 바람이라고 침범해서 병을 일으키지 못하게 된다. 위기는 사기가 들어
오기만 하면 ㅈ각 방어하여 체내에 못 들어오게 하기 때문이다. 위기는 바깥의
사기뿐 아니라 몸 안에서 일어나는 사기도 혈관 안을 흐르는 영기와 함께 다니
면서 무찌르게 된다. 피는 영기가 혈관 안을 돌고 있으므로 서로 구별을 두지 않
고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 일반적으로 영혈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기라 하면 통상
적으로 위기를 가리키기도 한다.(이 피와 기의 관계는 동전의 앞 뒤면 같아서 서
로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는 기를 보충해 주고, 기는 피를 통제한다.)
이 위기는 오장육부 중에서 신에 저장된 원기를 바탕으로 삼초(특히, 원기가
생성되어 나가는 통로를 삼초라고 하는데, 삼초는 상초, 중초, 하초로 나누어진
다. 상초는 횡경막 위에 있는 심과 폐의 호흡 및 순환과 관련되어 있고, 중초는
횡경막에서 배꼽까지의 비위 부분으로 소화 및 흡수를 맡고, 하초는 하복부로서
남은 찌꺼기를 배설하는 작용을 한다.)라는 통로를 통해 생성이 된다. 삼초는 앞
에서 말한 여섯 부 중에 하나로서 초란 '탄다, 태운다' 는 뜻으로 몸통을 세 부분
으로 나누어 에너지를 온몸에 골고루 퍼지게 하고 노폐물인 물을 처리하는 역할
을 하게 된다.
몸은 왜 아플까?
우리 몸은 먹고 마시면 소화가 되고 배설을 하게 되는 자율적인 운행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잠도 잘 자고 기운도 펄펄 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어떤 원인에 의하여 순조롭게 작용하지 못하여 탈이 나게 되
면 통증이 오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머리가 멍한 것은 기운이 위로 못 올라와서
그런 것이고, 머리 속이 욱신거리며 아픈 것은 머리로 가는 기가 막혀서 뚫으려
고 하는 몸의 작용이다. 즉 운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이런 증상들은 집 안에 불이 날 때 알려 주는 비상경보기와 같아서 몸에 어떠
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려 주는 신호이다. 이런 증상들을 분류하게 되면 그
근본원인은 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오는 것으로, 기가 허한 것과 막힌 것 두
부류의 어느 하나에 속한다.
또 병의 원인은 크게 바깥에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 몸안에서 스스로 발
생하는 것은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용어로 전자를 외감육음(외감육음: 바깥
여섯 기운으로 풍한서습조화)이라 하며, 후자를 내상칠정(내상칠정: 사람의 일곱
감정으로 노희사우비공경)이라고 한다.
여기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러한 것들은 생활습관에서 오는 것으로 우연
한 사고라든가, 남녀가 서로 정을 낭비하여 몸이 허약해지는 것, 밥을 제때 먹지
아니하는 것 등이다.
첫째, 환경적 요인을 살펴보기로 하자.
할머니들은 날씨가 궂은 오후가 되면 지병이 약화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
는데, 스산한 날씨 때문에 아프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변화에 대하여 우리 몸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의학에서는 자연
의 변화하는 여섯 가지 기운이 생명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았다. 곧, 바람,
추위, 더위, 습기, 건조함, 불기운(풍한서습조화)으로서 인체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만든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이 기운이 모자라거나 넘치게 되면 재해가
발생하거나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먼저 차거움에 노출되면 온몸의 신진대사가 저하되고, 또 예민한 반응을 일으
켜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몸은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게 되
면 몸의 활동력을 잃어버려 몸에 이상을 초래하게 되는데, 습한 것은 장마철과
같은 계절에 병을 잘 일으킨다. 습한 것으로 인해 남자들은 불알(고환) 밑이 축
축하게 되고, 여자들은 달거리를 할 때마다 분비물이나 노폐물이 밖으로 배설되
지 못하고 그 찌꺼기들이 남아서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몸이 붓는 경우도 몸 안
의 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몸 안에 수분
이 많아지면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머리도 무겁게 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건조함은 피부가 갈라지거나 잘 트게 하여 몸의 윤기가 없게
되고, 열은 여름철에 사람을 녹초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몸의 어딘가에 적이 들
어와서 몸 안의 방어군과 싸워서 전쟁이 일어나면 열이 오르게 된다.
바람(풍)으로 오는 증상은 중요하므로 길게 설명을 해 보도록 하자. 먼저 바람
(풍)으로 오는 대표적인 증상들은 어지럽거나 손발이 떨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것들인데, 이뿐만 아니라 감기에 걸리는 것, 감각 및 운동신경이 마비되는 것, 입
이 돌아가는것(와사풍(bell's palsy), 어머니들이 아이를 낳고서 모든 근육과 뼈마
디가 이완되어 온 관절이 쑤시는 후유증(산후풍), 뇌혈관이 약해서 터지거나 막
히는 것(중풍이라고 한다. 중풍은 서양의학적으로 뇌혈관계 질환이라고 한다. 이
것을 나누어보면 혈관벽이 터지는 뇌출혈, 막히는 뇌혈전으로 나뉜다.)도 모두 풍
병이다. 이처럼 우리 몸의 감각, 운동 및 중추신경기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병들
이 바람으로부터 유래하므로 '모든 병의 우두머리' 란 별명이 있다. 이 중에 우리
나라 사망율 1위인 중풍(뇌혈관계 질환)은 실제로 바람에 의하여 일어난다기보다
는 마치 바람에 의하여 나뭇가지가 꺾여서 부러지는 것처럼 몸의 일부분을 움직
일 수가 없는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중풍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가 있는데 하나는 뇌로 가는 혈관
이 터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뇌혈관이 막혀서 오는 경우이다. 최근의 통계
자료를 보게 되면 뇌혈관이 막혀서 오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뇌로
산소를 공급하는 뇌혈관이 마치 하수구의 통로가 오물 찌꺼기로 막혀서 물이 잘
흐르지 않듯이 혈관벽도 몸 안의 노폐물(밀도 낮은 일종의 나쁜 콜레스테롤)로
막히게 되는 경우이다. 이에 반하여 뇌혈관이 터지는 경우는 간이나 신장 등을
위시한 기관이 평소에 좋지 않아서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하여 심장이 무
리하게 되고, 그래서 혈압이 점차 높아져만 가다가 스트레스마저 겹치게 되면 두
뇌의 약한 핏줄이 그만 터지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경우 모두 자연환경의 오염과 문화적 생활로 인한 운동부족 등에 의하여 산소량
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비슷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일명 무기력병)은 더욱 심각하다. 20대, 30대
의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늘 피곤하여 기운이 없다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한창 건강이 좋아야 할 시기에 피곤을 호소하곤 하는데, 그것은 왜 그럴까? 또
남성들의 성기능 장애가 심해져서 전세계적으로 정자감소증 환자가 늘어가고 있
다는 해외토픽 기사(프랑스 파리 정자 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과거 20년간 건강한
남성을 조사한 결과 지난 73년 당시의 평균 정자수는 1cc당 8천9백만 개였던 것
이 92년에는 평균 6천만 개로 줄어들었다.)역시 환경오염가 운동부족으로 인한
산소 부족증이 아닐는지?
앞에서 뇌졸증 그리고 무기력증과 관견해서 환경이 주요원인이라고 말했지만,
그외에도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부병, 호흡기, 소화기, 비뇨기계 등의 질환이 새롭
게 등장하고 있다.
나쁜 직업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직업병에 걸리지는 않지만 직업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재수없어서 걸리는 것이 아니라
분명 피할 수 있는 일이고, 자신이 스스로 건강을 돌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
쳐 주고 있다. 이것뿐만 아니라 아파트와 시멘트로 인해 유발된 병도 있다. 시멘
트는 자연의 숨구멍을 꼭꼭 막아서 땅의 기와 하늘의 기가 서로 순환을 할 수
없게 만들어서, 마치 우리의 숨구멍을 막으면 열이 오르게 되듯이 이 땅 덩어리
도 숨을 못쉬게 되면 온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산업화로 방출된
탄산가스 등이 막을 형성하여 '온실효과' 라는 엄청난 자연의 재해를 만들게 되
는 것이다. 만약 지구 전체가 현재보다 1~2도씨만 올라가게 되더라도 생태계의
변화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환경학자들은 냉철하게 경고하고 있다.. 한편으로
아파트의 고층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평지게 가까이 사는 사람보다 불임 부부가
많고, 정신적인 우울이나 불안한 마음을 갖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에게 무엇을 암시하여 주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환경문제로 인한 산소부족 문제는 전 국가적으로 모두 참여해야 할 것
이지만,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도 충분한 산소를 섭취할 수 있는 산소 운동요법
(aerobic exercise)을 행함으로써 예방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 마음이 일으키는 병에 대해서 알아보자.
모든 병은 기에서 생긴다. 바깥 기운에 관계없이 인간의 일곱 가지 감정이 과
하게 되면 병의 원인이 된다. 이 일곱 감정과 오장과의 관계는 화나면 간을 상하
게 하고, 기쁘면 심장을 상하게 하고, 생각이 비장을 상하게 하고, 슬픔과 걱정이
허파를 상하게 하고 두려움과 놀람이 콩팥을 상하게 한다. 또 화나면 기가 위로
올라가고, 기쁘면 기가 늘어지고, 슬프면 기가 삭아 없어지고, 무서우면 기가 내
려가고, 놀라면 기가 흐트러지고, 생각하면 기가 막히게 된다. <황제내경>
우리말에 '부아가 난다' '간이 콩알만해진다' '간담이 서늘하다' '쓸개가 빠진다'
'비위가 상하다' '울화병이 든다' 등등은 모두 우리의 마음과 몸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에서 보듯이 한의학에서는 마음의 기가 오장을 직접 상
하게 하고, 또 순환하는 경로를 흐트려서 올바른 기의 부족으로 사기운이 발생되
어 병을 만들게 된다고 본다. 시험때가 되면 마음이 압박을 받아서 배탈이나 설
사를 한다거나 축농증이 심해지는 것도 마음의 기에서 생기는 것이다. 요즈음 병
원에서 '신경성 XX질환' 이라는 것도 모두 마음의 기가 병을 일으킨 것이다. 이
런 정신적 스트레스와 가장 관련이 있는 질환으로 현재 암이 손꼽히고 있다. 그
래서 배우자가 죽거나 부모형제 등이 죽었을 때 그리고 대인관계가 좋지 못하거
나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은 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노벨상을 받은 와르부르그는 우리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호흡이 얕아지면서
생체조직에 탄산가스가 많아져서 산소부족으로 말미암아 암세포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의사 베르트르슈는 1만 명 이상의 암환자를 A, B, C 타입으로 나
투고 C타입의 성격이 암에 걸릴 확율이 2배 이상 된다고 밝혔는데, C타입은 남
의 일에 곧잘 마음쓰는 온후한 타입이지만 융통성이 없고 자기를 솔직하게 표현
하지 못하며, 절망에 빠지기 쉽고 서로 다투는 것을 피한다고 한다. A타입은 이
와 반대성격으로 심장병에 걸리기 쉽고, B타입은 매사에 조용하고 자신의 일과
자신의 삶에 비교적 만족하는 타입으로 가장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암세포는 여러가지 원인에 의하여 하루에도 몇 개씩 정
상세포가 변형되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할 땐 면역세포가 이것을 발견
하고는 즉각적으로 처리하게 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면역세포가 약
화되면 결국 암이 발생하는데, 이 면역세포라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상태에 따
라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늘 쾌활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이미 암세
포가 있어도 면역력이 강해서 암을 물리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엘머
게이트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는데, 인간이 토해내는 숨을 액체공기로 냉각시키면
침전물의 색깔이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화를 내면 밤색의 침전물이
나오는데, 쥐에 주사했더니 몇 분 만에 죽었다는 것이다. 만약 한 시간 동안 계
속 화를 내게 되면 80명을 죽일 정도의 독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병은 스스로가 만들기도 하지만, 스스로 고칠 수가 있는 자연치유력
도 우리 몸에는 존재한다. 치료에 있어서 의사 혼자가 아닌 환자 자신의 직접 참
여해야 하는 이유가 마음은 누가 어떻게 대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
과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자세가 바로 병이 나아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그러나 '남이야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든 말든 상관 하지 마' 라고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의학적으로 마음이 병을 일으키게 한다는 이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분은
사상의학을 만드신 이제마 선생이시다. 그분은 '의학이 발달한 지 5~6천 년이 지
나서 옛사람들이 전해온 저술들을 통하여 우연히 사상인의 장부 생리를 발견하
게 되었다' 고 밝히고 있으며, 체질에 따른 고유의 생리기능이 애노희락의 심성
(오장 중의 심은 중앙의 태극으로 간주되고, 한 몸을 지배하는 주재자가 된다는
이치를 밝혔다.)에 의하여 조절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장부가 약간
씩은 불균형 상태인데, 이 불균형 상태가 평상시의 마음자세와 성격을 형성하여
체질을 만들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잘못된 균형은 인간의 천성적인 본성에
의하여 조절을 할 수가 있는데, 감정에 치우친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장부의 불
균형이 심해져서 병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부단히 자기를 돌이켜 반성을 함
으로써 완전한 사람으로서의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상적 인간형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어진 사람을 질투하며 능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천하의 큰 병이
며, 어진 사람을 좋아하며 착한 사람을 즐겨하는 것은 천하의 큰 약이다' 라고
말한다.
셋째로 우리의 습관이 만드는 병에 대하여 알아보자.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한다. 이 습관은 자연의 순리를 따라 행하지 않으면
잘못 길러진다. 부단히 자연이 순리를 생각하면서 몸을 움직이고, 일과 휴식을
조화롭게 맞추어 가야한다. 현대 사회가 성취욕만이 강조되는 물질만능 풍토가
되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몸은 돌볼 겨를도 없이
어느 사이에 하나씩 둘씩 병을 가지고 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만성병들
을 뿌리째 뽑으려면 습관을 바꾸겠다는 마음의 전환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살았던 방식에서 다른 방법으로 전환을 해 본다면 병은 틀림없이
나으리라.
예를 들어 보면, 인간은 서서 행동을 하기 때문에 허리에 몸무게가 실리게 되
므로 허리병을 앍게 된다. 그래서 주부들이 잘못된 자세로 일을 오래 하거나, 장
시간 의자에 삐딱하게 않게 되는 경우에는 척추의 균형이 이상이 생겨 허리에
통증이 오게 된다. 반대로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취미생활은 바둑과
같이 앉아서 하는 것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바둑 역시 앉는 생활의 연
장이며 신경을 계속 써야 하기 때문에 몸 안의 장부가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 만약 일을 하면서 식사를 하게 되면 바쁜 일에서 오는 감정의 스트레
스를 풀어 버릴 수가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신경성 위장병이라는 병명을 얻게 되
고 성격은 더 예민해진다. 콧물감기환자라면 이비인후과에 가는 것보다 생활환경
인 습도를 변하시킴으로써 훨씬 쉽게 고쳐진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와 같이 자신에게 어떠한 병이 있다면 자신의 생활환경을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또하나 예를 들어 발목을 접질렀다고 하자. 이것의 원인이 어디에 있을ㄲ? 외
형적으로 보게 되면 뼈와 뼈를 연결해 주는 인대에 손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
단하기 쉽다. 그러나 근육과 뼈를 주관하는 간이나 신에 기능적 저하가 먼저 와
서 발목쪽으로 가는 기가 부족하였을 때에 이차적으로 외부적 충격이 가해져서
발목이 접질리게 된다고 한의학에서는 설명한다. 유일한 근본적 치유도 근육과
뼈를 주관하는 간과 신의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 이처럼 모든 병은 온 몸을 흐
르는 기가 결핍이 된 상태에서 오게 된다. 위의 그림에서는 외인과 내인이 모두
기를 약하게 해서 병에 감염이 되기 쉬운 조건을 만들고 있다.
병은 어떻게 낫지?
인류의 질병사를 보게 되면 시대별로 질병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현대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오는 신경성 질환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이 호소는 대체로 증상이 일정하지 않
다. 배가 당기는 느낌이 있다거나, 가슴 위에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지
기도 하고, 심장이 늘 불안하게 쿵쿵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소변이나 피를 검사
해 보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하고 몸의 기능만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
다는 진단을 듣는다. 이러한 신경증들은 자율신경계가 약해져서 오는 것이므로
어느 환자는 위의 증상을 호소하고, 어떤 사람은 심장을, 또 어떤 사람은 피로감
을 강하게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불과 2~3백년 전만 하더라도 주로 감염성 질환들이 많았었다. 독일의
코흐(1843~1910)가 세균에 의해서 질병이 일어난다는 것과 그 세균이 전염되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의학사에 새로운 전기를 열게된다. 그 후 파스
퇴르는 세균보다 더 작은 바이러스(이 바이러스가 세균과 다른 점은 생명이 있는
곳에서만 살기 때문에 세포 기생물이라고 한다.)(라틴어로는 독)로 부터 질병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면역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고, 의학은 빠른
속도로 질병의 원인에 접근하게 되었다.
항생제가 개발된 이후에 인간은 많은 세균성 질환들로부터 해방을 맞았다. 그
러나 항생제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생김에 따라 요즈음에는 약보다 위생학적인
환경의 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환경시설의 개선만으로도 현저
하게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은 아직까지 확실한 약
물치료제가 없다. 그래서 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질환 모두가 침입을 당한 생명체
의 저항력이 약하여 발생하므로 생명체의 저항력(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행해지고 있다.
가령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코나 장의 점막에 늘 존재하는 것이지만 일단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게 되면 척수에 침입을 해서 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체는 세 겹, 네 겹으로 세균에 대한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익히
들어온 피부, 백혈구, 임파구 등이다. 이들의 기운이 왕성하면 방어망의 전선이
튼튼해서 어떤 병균도 감히 침투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기운이 떨어지면 쉽게
방어선이 무너지게 되고, 몸속에 침투한 병균은 세포의 기를 빨어먹고 왕성하게
번식을 해서 병이 번져간다. 이 때, 서양의학의 치료법은 항생제와 같은 독한 약
물을 써서 그 병균을 죽이는데, 병균도 생명체이므로 저항을 하게 된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병균에 해로운 것이면 우리 몸에도 해롭기 쉽다. 그래서 부작용
이 따르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한의학은 우리 몸의 부족한 기운을 북돋아 저항력을 강화시키고
방어막을 튼튼히 하여 병을 물리치게 된다. 예를 들어 웅덩이에 물이 괴어서 파
리가 들끊는다고 생각해 보자. 파리라는 증상만 보고 파리약을 뿌리면 파리는 잡
시 물러가겠지만 조금 후에 또 몰려들 것은 명백하다. 원천적으로 구덩이를 메워
주어야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우리 몸의 치로도 한두 개 증상이나
미생물만을 물리치는 임시적 해결 방안이 아니라, 이 미생물들이 왜 살게 되었
는가 하는 환경적 조건을 찾아야 한다. 비유컨대 우리가 밭에 씨를 심었다고 해
서 다 싹을 틔우는 것은 아니다. 햇볕가 수분, 영양분 등의 조건이 다 맞아야 하
는 것이다. 비록 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할지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
면 병을 일으킬 수가 없는 것이다. 한의학은 이런 면에서 구덩이를 메우는 방법
에 가깝다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기혈의 흐름인 경락은 바깥의 기후환경에 대항함으로써
각종 병원체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우울해한다든지 화낸다든지 해서 감정이 부적
당하면 경락의 기 흐름이 흐트러지고 약해져서 병원체가 침입하는 것이다. 따라
서 한의학의 모든 치료는 원기를 최대한 회복시켜 경락을 막힘이 없이 자연스럽
게 돌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편안히 하여 기의 흐름을 자
연스럽게 하고, 경락이라는 방어망을 강하게 하면서 부분적으로 병균을 쫓아내는
것이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부정거사라고 하는데, 모든 치료는 이 방법에서 벗
어나지 않는다. 부정이란 곧 기를 복돋운다는 것으로 면역기능을 높여 주는 것이
며, 거사는 경락이나 장부에 울체된 사기를 쫓아냄으로써 면역평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보약이 발달된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기를 조화시켜 병의 치유방법을 알아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
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되므로 환자의 생활과 감정을 지도하여야만 한다. 환자를
제외하고서 의사와 병균만의 관계는 병의 참다운 원인에 접근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환자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
다. 그러므로 자연치유력이란 환자 스스로가 몸의 불균형을 조화롭게 만들고자
하는 본능의 힘을 최대화하는 것이며, 이러한 방법은 우리가 지금까지 써왔던 약
물요법이나 수술요법보다 더 강력한 방법이 될 수가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
가 몰랐던 무한한 가능성을 위해서는 우리의 인식의 변화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여기에서는 일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연치유력의 방법 즉 기의 충전방법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의 방법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
가 늘 반복하게 되는 잠, 호흡, 먹거리, 운동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
들은 우리가 무한히 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또 쉽게 잃어버릴 수도 있는 방법들
이기도 하다. 잊기 쉬우나 가장 중요한 점은 건강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긍정적 태도가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이미 1978년도에 사
이몬튼 부부는 <마음의 의학과 암의 심리요법>에서 암환자 및 기타 다른 환자
를 대상으로 하여 심리적인 '긴장이완 요법과 이미지 요법'(명상으로 긴장이완을
꾀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것을 영상화한다.)을 사용하여 약물 치료나 방사선 치료
가 아닌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운 질병치료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밝혔다.
이 부부는 '마음과 질병이 깊은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과적 수술, 방사
선 치료, 약물요법 등의 진보에 따라 병의 치료에 마음이 차지하는 부분이 점차
희박하게 되어 신체적인 치료만을 시술함으로써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주류
를 차지하게 되었다' 고 한다. 그러나 실제 그런 의학적 진보에 의해 낫는 경우
는 전체의 3~5%만이 해당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한의학에서 말하고 있는 '정신안정이 제 1의 치로방법' 이라는 것과 정
확히 일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선 중기 이황 선생의 건강비법이었다는 <활인
심서>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마음이 고요하면 모든일에 태연하고 맥박의 흐름이 활발하나, 고요하지 못하면
기혈의 흐름이 고르지 못하고 탁하여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성품이
고요하면 정신은 평안해지고 마음이 산란하면 정신이 피로하며, 참됨을 지키면
자연히 뜻이 가득차게 된다. 또 여러 가지를 복잡하게 추구하면 생각이 복잡해져
정신이 산란하고, 정신이 산란하면 기가 흩어져서 병이 생기고 결국 죽게 되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말인 듯싶으나 그 핵심이 여기에 있다.
한편, 일상적 마음가짐에서 가장 좋은 것이 웃음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
이다. 이것은 웃으면 사랑의 호르몬 베타-엔돌핀(^4,12^-endorphine)이 나와서 몸
안의 통증을 제거하고 몸안의 면역력을 향상시키므로 가장 좋은 약으로 추천되
고 있는 것이다.
바로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이 사랑의 호르몬 베타-엔돌핀이 '천도선법' 기수
련을 하는 도중에 많이 분비되며,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나쁜 호르몬
(ACTH)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수련을 하면 웃는 효과
보다 더 기분이 상쾌해지고 더구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이번엔 우리가 잠을 잠으로써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알아보자.
하루는 낮과 밤이 있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게 되어 있다. 이
것을 생리학적으로 보면 낮에는 위기가 작용하므로 일을 하고 밤에는 영기가 교
체되면서 잠을 자게 된다고 본다. 이것은 서양의학적으로 교감신경(^26^)이 활동
함으로써 잠에서 깨어나고 휴식이나 잠을 잘 때에는 부교감신경(^35^)이 활동하
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낮에 우울하거나 신경을 너무 많이 써
서 상기가 되면, 위기가 음의 경락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잠을 못 들게 된다. 이
는 우리의 뇌가 낮 동안에 보고 들었던 정보가 기억속에 정리되어 저장이 되어
야 하는데, 어떤 원인에 의하여 정보가 처리되지 못하고 밤에도 계속 처리를 하
는 중에 자율신경이 흥분을 함으로써 비록 잠을 자더라도 자지 않은 것과 같게
된다.
이 잠이라는 것은 온몸을 느슨하게 하여 긴장을 풀어 주고, 뇌의 활동도 쉬게
하는 함으로써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잠을 자는 동안
에 음의 경락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인체의 중요한 피와 정이라는 음의 기를 만
든다고 보고 있으며, 서양의학에서도 잠과 면역력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하여
수면시간이 6~8시간인 성인에게 3시간 정도 잠을 줄여 보면 면역력이 50%나 떨
어졌다는 임상보고가 이미 나와 있다. 또한 우리가 잠을 깊이 잠에 따라 뼈를 튼
튼히 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비만을 억제하는 성장호르몬이 파동을 치듯 증가되
고, 뇌파(사람의 몸에는 미세한 전기가 흐르고 있는데, 이러한 전기가 신호를 뇌
에서는 뇌파(EEG), 근육에서는 근전도(EMG)등으로 나타난다. 또 신경에서는 전
기적 신호로 자극을 전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락현상도 전기적 신호로 이해
하고 있다. 뇌파에 대한 자세한 것은 제3부 <가자 연구실로!>의 <춤추는 뇌>
편을 참고할 것.)도 안정적인 알파파와 씨타파가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천도선법
이 이미 면역력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말했거니와, 수련 도중에 성장
호르몬이 증가되고, 뇌파에서 알파(^4,1^)파와 씨타(^1456^)파가 많이 나오게 된다
는 사실과 일치한다. 천도선법 기수련은 충분히 잠을 잔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호흡을 알아보기로 하자.
호흡은 공기 중에 있는 산소를 충분히 받아들여 몸속의 기관들을 활성화시켜
생명을 유지하도록 하므로 생명의 리듬이자 생명의 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숨을 쉬지 않으면 호흡이 끊어져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
리는 들여마시는 산소가 없이는 잠시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로는
산소의 중요성에 대해서 쉽게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이미 '인류의 허파' 라고 하
는 아마존 강의 열대우림이 산업화로 사라지기 시작하여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
을 받는다는 보고가 있음에도 말이다. 최근에는 각종 문화생활의 보급과 환경오
염 문제로 인하여 인체에 충분한 산소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만성병, 성인병
등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병을 일으키
는 환경적 요인에서 이미 언급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대기오염이 심할 경우 대기 중의 산소량이 정상치인 21%가 아닌 12~13% 이하로
까지 떨어진다고 하니, 섭취한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할 수가 업고, 젖산과 같은
피로물질도 잘 분해가 되지 않는 무기력상태에 빠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
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기오염은 더욱 심각해질 텐데 심히 걱정스럽다.
산소는 곧 생명의 기초이기 때문에 산소가 없이는 영양분을 소화시켜 에너지
를 발생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래서 가장 흔한 감기를 비롯한 모든 질병의 근원이 산소의 부족에서 유래하
는데, 몸의 각종 증상인 통증, 염증, 두통, 피로나 마비증상 등의 원인도 되고, 암
역시도 세포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이 되지 못하여 발생을 한다고 발표하는 학자
도 있다. 이처럼 인체에 들어온 산소는 몸의 통제기구인 뇌에서 전체의 20~30%
를 소비하고, 다음으로 인체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간장과 신장에서 쓰여지게 되
는데 만약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점차적으로 기능의 저하가 오기 시작하는 것이
다. 그래서 환자나 일반인들의 호흡을 보게 되면 가슴이나 어깨로 호흡을 하기
때문에 들어오는 산소량이 그만큼 적고, 몸 전체의 효율도 떨어져 있음을 알 수
가 있다.
요즈음 인기를 끄는 생명의 원소 게르마늄이란 약도 산소를 잘 끌어들이는 신
비의 약이라고 알려져서 난치병 치료에 밝은 전망을 던져주고 있다 한다. 그러나
약이 아니라 내 스스로 산소를 더 많이 끌어들이는 방법이 있으니, 곧 복식호흡
이다. 이것은 오랫동안 선조들이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장수비결로 전수되
어 왔던 것으로 일명 단전호흡이라고도 부른다.
이 산소호흡을 충분히 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어지는 천도선법 기수련자들의 정
맥에 흐르는 피를 '혈액 내 가스농도 측정기' 에 넣어 본 결과, 예상대로 산소량
이 수련 전에 비해 월등히 증가하였고, 이산화탄소는 빨리 배출되어 전체적으로
몸의 산성도(pH)가 약알칼리로 변화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호흡은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안정까지 유도할 수가 있
어서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능력이 일반인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먹거리를 생각해 보자.
요즘엔 건강을 위해서 배부른 것보다 질 좋은 먹거리가 무엇이며, 희귀하고 비
싼 것만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중에는 이미 먹거리에 관한 서적들이
많이 있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여기서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아무리 좋은 먹거리도 먼저 소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좋
은 먹거리는 약을 능가하고 또 좋은 산소운동은 먹거리에 앞선다는 것을 명심해
야 한다. 다시 말해서 먹거리에 앞서서 먹거리를 먹어서 소화시킬 수 있는 정도
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면 뼈에 있는 칼슘
이 감소하게 되어 오히려 뼈에 구멍이 나거나 스펀지처럼 약해지기 쉽고, 반대로
적절한 운동을 하면 뼈가 더 튼튼해진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약은 움직이는
것보다 일단 편하며 쉽고 금방 효과가 있어서 찾게 되기 쉬운데, 우스갯소리로
소화제를 소화시키기 위해 또 소화제를 먹어야 하는 해프닝까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먹거리가 있지만 이제는 먹거리 자체에 대해서도 걱정의 소리가
높아져만 간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환경을 송두리째 먹는
것이며, 태양의 빛을 먹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통상 먹이사슬을 통해 온갖 오
염물질도 같이 먹게 된다. 이미 쌀벌레가 생기지 않는 쌀을 먹지 않는가. 수입해
오는 농산물에는 농약이 가득 차 있다. 산성땅, 산성비에다 제 철이 아닌 농작물
들은 벌써 오염도가 심각한 상태이다. 저항력을 지닌 어른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겠지만, 혹시나 저항력이 낮은 아이들이나 임산부는 어떻게 될까?
아군이 세면 적군이 물러간다
소년: 아저씨, 요즘에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중병으로 죽어가지요?
어른: 옛 어른들은 병들기 전에 미리 병을 고쳤단다. 지금처럼 이미 병이 난
후 약을 쓴다는 것은, 갈증이 생기자 그제서야 우물을 파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
이 아니겠니?
소년: 사람은 병 들지 않을 수 없나요?
어른: 몸의 기가 세어 튼튼해지면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기가 흐르게 되고, 또
정신을 맑게 유지하면 어떻게 병이 걸리겠니? 병은 기가 허하면 언제든지 찾아
오는 손님이란다. 또 병마의 기는 반드시 기가 약해져 있는 곳으로 가지. 병마라
고 하는 것은 병에 걸리게 되면 마음도 약해져서 귀신과 같이 음침한 성격으로
변하기 때문에 마자를 붙이는 것이지. 만약 몸의 기가 충실하면 어떻게 바깥에서
사기가 들어올 수 있으며, 안에서 사기가 일어 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내
경소문>의 '불치이병 치미병', '진기종지 정신내수 병안종래' '사기소주기기필거
정기존내사불하간 피기독기') 외사나 내사를 막론하고 모두 예방할 수 있고, 싸워
서도 이기니 질병을 면하게 되는 것이지.
소년: 예, 그래서 그렇게 건강할 수가 있군요. 그런 암도 기운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에요?
어른: 물론이지, 종양(명대 이중재의 <의종필독> <적취편>은 (현대의 종양에
관하여) '적지성자 정기부족이후 사기거지, 소이양정정 자소' 이라 하고 있다.) 이
란 것도 결국 기가 맺힌 것이란다. 이것을 옛부터 적취라고 하는데, 기가 맺히고
모였다는 것이야. 인체 내의 기가 부족하면 사기가 침투하게 되어 오래 머무르기
때문이지. 암도 정기(정기: 사기에 반대되는 개념)를 주게 되면 덩어리가 스스로
없어진다고 옛 어른들이 말씀해 놓으셨지.
우리는 어른과 소년의 대화 속에서 현대의 면역학을 연상케하는 느낌을 받았
을 것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면역이란 말 자체는 18세기 <면역류방>이란 책에
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이미 <황제내경>에서는 면역이라는 단어는 구체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현대의 급성 전염병뿐 아니라 일반 질병론까지 기라는 개념
으로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면역이란 바로 병에 대한 저
항력으로 곧 기인 것이다.
면역과 관련을 지어 기의 종류를 생각해 보면 원기와 위기가 가장 중추적 역
할을 하게 된다. 원기는 부모로부터 받으므로 인체의 뿌리가 되는 기인데, 선천
적으로 면역력의 획득이라든지 면역의 사령관인 T세포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위기는 후천적으로 영양분에 의하여 형성되며 방어력을 담당하게
된다. 이 위기의 생성은 원기가 원동력이 되고, 이 원기가 비에서 영양분을 흡수
하는 곡기와 합해져서 폐가 경락을 통하여 온몸으로 퍼뜨려지면서 만들어진다.
오장 중에서는 몸의 상, 중, 하에 있는 폐, 비, 신(폐비신) 3장이 밀접하게 관여
를 하게 되는데, 맨 아래에 있는 신이 원기를 주관하고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
을 하고 있고 다음으로 영양분 즉 곡기를 받아들이는 비, 그리고 산소를 받아들
여 온몸으로 보내는 폐이다. 오장의 뚜껑이 되는 폐는 몸을 싸고 있는 피부와도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모두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호흡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피부는 침투하는 사기에 대한 첫번째 방어선이 되므로 예로
부터 바람을 막는 병풍과 같다고 보았던 것이다. 폐는 오행 중에 금의 기운으로
찬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게 되는 기이므로 공기 중의 산소를 끌어들
여 원기에서 생성된 기를 곡기와 함께 온몸으로 구석구석 흩뿌릴 수가 있는 것
이다. 이 때 폐의 기운은 바로 가까이에 있는 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비
가 영양분을 계속 공급해 주는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비는 다시 신에서 발생하는 물기운과 불기운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기운에 의
하여 조절이 되고 있다. 이것은 비를 움식이 담긴 솥단지라고 보았을 때 신은 장
작불이 되고, 폐는 김이 무럭무럭 오르다가 다시 밑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으로
비유할 수가 있다. 따라서, 면역력의 공헌도는 '폐< 비< 신' 의 순서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실험적으로 T세포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이미 실험을 통해 확
인되었다. 그래서 약간 저하가 일어나면 호흡과 관련된 폐의 이상과 관련이 있
고, 중정도가 되면 소화가 관련된 비, 그리고 가장 많이 떨어지게 되면 인체의
골수기능 및 생식기능과 관련이 되어 있는 신기능의 저하가 오는 것으로 밝혀졌
다. 이렇게 생성된 기는 쉼없이 기혈의 강줄기인 경락을 따라 돌게 되는데, 경락
이 막히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면역력은 경락의 순환에 의하여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한편, 알레르기는 한의학에서 주로 몸이 상대적으로 차거워서 저항
력이 낮아진 사람이나 비나 폐에 있는 체액이나 혈액순환이 정체되어 발생하는
담음이나 어혈과 같은 노폐물 때문이라고 본다.)
소년과의 대화에서 보이는 암도 한의학에서는 기가 공급이 안 되어서 발생하
는 사기로 본다. 물론 암의 발생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가 존재하지만 결국 사기
가 뭉친 결과이며, 이미 암과 기수련의 관계는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
의 임상보고서는 아직 없으나, 앞으로 여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서 많은 암환
자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병이란 예방보다도 좋은 것이 없으며, 바이러스 하나하나
에 대한 백신의 개발이라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매년 독감 바이러스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후진국 병이라던 폐결핵도 전세계적으로 선진국에서
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또 신이 내린 벌이라는 에이즈는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은 강한 기, 즉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병
나고 고치려 하기보다는 먼저 병을 예방하려고 하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
하다. 면역력이 강하게 되면 바이러스나 세균도 저절로 도망을 가게 되어 있다.
적과 싸울 때 직접 부딪혀서 싸우게 되면 아군이나 적군이나 다 피를 보게 되고,
벼룩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집을 태우는 우매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
는가. 아군의 전투력이 세면 적은 절대로 침입하지 못하며 스스로 물러가게 되어
있는 법이므로.
체질의학은 수양의 방법이다
1994년은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이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체질에 대
해 현대의학에서는 과민체질, 무력체질, 임파체질, 알레르기체질 등으로 나누기도
하고, 자율신경의 기능에 따라 교감 및 부교감신경형, 몸 안의 산성도에 따라서
는 산성 및 알칼리성 체질로, 또 혈액형에 따라서는 A형, B형, O형, AB형 등으
로 분류하기도 한다. 고대에는 성격에 따라서 다혈질(감동적이며 심적변화가 심
함), 담즙질(정력적이고 객관적), 우울질(우울하고 주관적), 점액질(우둔하며 감동
이 지속적)로 분류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마 선생의 체질론은 어떤 한 요소
만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마음(심성)과 장부의 기능 변화가 생리, 병리 및 치료
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체계적으로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기존 체질론과 다
르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제마 선생을 의학자로 알고 있지만, 그보다는 유학자였다
는 점을 생가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의 책은 요즘의 시각으로 볼때 전문 의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사람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도리를 가르치는 윤리학 책이며, 단
순히 관념론에 머루르지 않고 생활의학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맹자
의 성선설과 중용의 철학을 굳게 신봉하고 사람의 완성된 도리를 어떻게 행하는
가에 따른 이치를 규명하고자 했고, 그 원인이 사람의 마음에 있다고 하였다.
즉, 마음의 희노애락이 장부의 기능에 영향을 주어 몸에 병이 생기게 되는 것
을 설명한 것이다. 슬프고 노여우면 기가 위로 올라가 아래를 허하게 하고, 즐거
움과 기쁨이 과하게 되면 기가 아래로 흘러 기가 위로 못 올라가니 병이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슬프로 분노하고 즐겁고 기쁜 감정을, 선한 것을 좋아하며 나쁜
것을 싫어하는 천성에 따라서 반드시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누구라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놓이
는 병을 앓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성인이란 음양의 평형을 이루어 자기완성
을 이룬 사람이며, 체질의학은 결국 성인이 되고자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배우는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체질적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불
균형을 이루고 병이 되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마음이 폐, 비, 간, 신(기존의 한
의학 이론은 몸통을 상, 중, 하의 삼초로 나누고, 각각 오장의 기능을 연결시켰
다. 그래서 상초에는 심과 폐의 소화순환작용, 중초에는 비위의 소화흡수작용, 하
초의 간과 신에서 비뇨생식의 기능을 담당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마 선생은
몸을 사초로 생각하여 상초는 폐, 중상초는 비, 중하초는 간, 하초는 신으로 나누
어 기의 나가고 들어오고 또 올라가고 내려오는 관점에서만 장부의 기능을 파악
했다.)의 장부기능을 조절하지 못하여 체질적으로 병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사상의학 관련서적을 보면 음식론, 약물론 등을 더 중요시하고 있는데,
이제마 선생이 말한 마음의 중요성과 사상의학의 궁극적 필요성을 잃어버리고
왜곡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는 각각의 체질에 대한 특성보다도 평상시의 마음의
상태가 건강과 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하여서만 이제마 선생이 쓰신 책
을 참고하여 몇 가지 정리하여 보겠다.
유년시절에는 보고 듣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여 희노애락이 절도를 잃게 되면
병이 생길 것이니 여기에는 어진 어머니의 교훈이 가장 중요하다. 소년시절에는
활달하고 용맹스럽지 못하면 희노애락의 절도를 잃게 되어 병이 생길 것이니 지
혜 있는 아버지와 유능한 형들이 잘 돌봐 주어야 한다. 장년시절에는 어진 아우
와 착한 벗들이 서로 도와 주어야 하고, 노년기때에는 효자, 효손들이 보양해야
한다.
산골사람은 보고 듣는 것이 없음으로써 단명하고, 도시사람은 검소함이 없음으
로 단명하고, 농촌사람은 부지런함이 없음으로 단명하고, 독서(학자는 독서만 하
는 까닭에 마음이 항상 망령되고 자만심에 빠져 있음을 가리킨다.)하는 사람은
경계하는 마음이 없음으로써 단면하다. 산골사람이 만약 듣고 보는 것이 많으면
장수할 뿐 아니라 산골의 호걸이며, 도시 사람들이 검소함이 있으며 장수할 뿐
아니라 도시의 호걸이며, 농촌사람이 부지런함이 있으면 장수할 뿐 아니라 농촌
의 호걸이며, 독서하는 학자가 경계함이 있으면 장수할 뿐 아니라 학자의 호걸이
다.
사치스러우면 색에 빠져서 장수하지 못하고, 게으르면 술에 빠져 장수하지 못
하고, 편협하면 권세를 얻고자 싸우고, 탐욕스러우면 재산 때문에 목숨을 재촉하
여 장수하지 못한다. 예로부터 술과 사치, 재물과 권력을 경계하는 뜻에서 동서
남북 사방이 막힌 담에 비유한 바 있다. 감옥과 같이 꽉 막혔다는 것이니 비단
자기 한 몸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 집안의 화복이나 세상을 다스리는 일에 이르
기까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검소하고 절도가 있고 경계하고 견문을 넓히면 장
수를 하게 된다. 또 현인을 숭상한다면 권세를 올바로 쓸수 있고,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는 마음이 있으면 재화를 가지고도 공적을 이룰 수가 있다. 숙녀를 공경하
면 비록 여색을 즐긴다 하여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다.
착한 사람의 집에는 착한 사람이 모이게 되고 악한 사람의 집에는 악한 사람
이 모이게 되니, 착한 사람이 모이면 착한 일을 도모하고 악한 사람이 모이면 악
한 심기가 강하게 작용한다. 가령 주색에 빠진다든지 재물과 권세를 집착한 자의
집에는 늘 같은 부류들이 모이게 되니 아무리 착한 자손들이라도 모두 마음에
병이 드는 것이다.
사람의 폐, 비, 간, 신의 장부에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 옳지 못함을
부끄러 하고 남의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의), 사양할 줄 아는 마음(예),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지)이 우러나온다. 그러나 마음의 본질(호연지기)
이 항상 욕심에 빠져들기 쉬우므로, 예(예)를 버리고 방종하는 마음, 의(의)를 버
리고 편안함을 일삼고 게으른 마음, 지(지)를 버리고 사사로운 일을 꾸미는 경박
한 마음, 인(인)을 버리고 제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이 있으니, 이로서 성인과 범
인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성인이 욕심이 없다는 것은 노자의 무나 불타의 공과
같은 청정적멸의 무욕이 아니라, 성인의 마음에는 항상 천하를 다스리지 못함을
깊이 걱정하기 때문에 자기 한몸의 욕심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늘 배우는 일에
힘쓰고 가르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음으로 욕심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폐의 기운은 슬픔으로 곧게 뻗어 올라가고, 비의 기운은 노성으로 굳게 포용하
고, 간의 기운은 기쁨으로 너그럽고 완만하고, 신의 기운은 즐거운으로 따뜻이
축적한다. 이것이 장부의 본래의 성이다. 그러나 만일 희노애락의 정이 촉급하면
반대의 장부를 다치게 되는데, 슬픔은 신을 다치게 하고, 분노는 간을 다치게 하
고, 기쁨은 비를 깍고, 즐거움은 폐를 깍는다. 태양인은 슬퍼하는 성품이 넓게 퍼
져서 노여움의 정이 격하여 간이 점점 사그러들어 폐는 크고 간이 작고, 소양인
은 노한 성품은 빨아들이는 대신 애달픈 정서가 가슴을 메우므로 비가 크고 신
이 작고, 태음인은 기쁜 성품이 넓게 퍼져 즐거움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간이 크
고 폐가 작고, 소음인은 즐겨하는 성품이 깊고 뚜렷하여 기쁜 정감이 급하여 비
장이 사그러들어 신이 크고 비가 작다.
1. 폐
가. 성품(성): 서로 속이는 것을 슬퍼함(애)
나. 기의 변화: 올라감
다. 감정: 즐거워함
2. 비
가. 성품(성): 업신여기는 것을 분노함(노)
나. 기의 변화: 포용함
다. 감정: 기뻐함
3. 간
가. 성품(성): 도와줌을 기뻐함(희)
나. 기의 변화: 완만함
다. 감정: 분노함
4. 신
가. 성품(성): 보호함을 즐거워함(락)
나. 기의 변화: 축적함
다. 감정: 슬퍼함
장부의 성품- 장부의 기를 커지게 함
장부의 감정- 장부의 기를 깎아서 병들게 함
그래서 태양인은 뒤통수가 크고 허리가 약하며 과단성과 패기가 있고 항상 나
아가고자 하고 물러서지 않는다. 강직하나 독선적인 경우가 많아 주위와의 화합
이 어려울 때가 많다. 몸에는 허리와 소장에 병이 들기 쉽다. 태음인은 허리의
서 있는 자세가 튼튼하고 뒤통수가 약하며 근골의 발육이 좋고 성취욕이 강하나
평소에 가만히 있고자 하며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며 심
장과 혈압에 관한 병을 앓기가 쉽다. 소양인은 가습이 크고 앉아 있는 자세가 약
하며 날래고 강한 기가 있어서 항상 움직이려 하고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는다.
소화력은 왕성하나 신장이 약하여 다리가 약하고 허리병을 앓기 쉽고 열이 나기
쉽다. 소음인은 앉아 있는 자세가 안정되고 가슴이 작으며 얌전하고 온순하다.
또 사색적이고 우유부단한 사람도 많아서 위장병이 많고 만성적으로 허약한 사
람이 많으며 추위에 약하다.
제3장 심신수련법의 기로에서서
보약이 아니라 운동이다.
흐르는 물은 썩는 일이 없다. 문 지도리는 벌레가 먹지 않는다. 항상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신체를 움직이지 않으면, 정이 흐르지 않는
다. 정이 흐르지 않으면 기가 막히게 된다. 머리에 기의 막힘이 있으면 혹이나
풍병이 된다. 귀에 있으면 귀가 병들어 귀머거리가 된다. 눈에 있으면 눈꼽이 자
주 끼는 병이 되고 장님이 된다. 코에 있으면 코가 막히게 된다. 배에 있으면 배
가 부풀거나 치질이 된다. 발에 있으면 힘이 없어 절둑거린다. 정기와 혈기는 항
상 유동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유동이 저해되면 병이 발생한다. (여씨춘추)
건강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무척 많이 늘고 있다. 보약도 보약이지만 새벽
운동길과 사무실 근처 등지의 체육시설이 곳곳마다 붐비고 있다. 요즈음에는 개
인에게 맞는 운동 처방까지 받아가면서 각종 운동을 하고 있는데,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지론과 약을 먹어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확산되
어간다. 그러나, 운동에도 저마다의 특성이 있어서 어떤 운동은 인체에 해를 주
기고 하고, 또 어떤 운동은 오히려 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동서양의
차이로 본다면 서양의 에어로빅이나 육체미와 같은 운동요법은 몸 근육의 힘을
위주로 하여 손과 발의 동작 등을 빠르게 하여 순환기나 근력의 향상에 좋고, 동
양의 기수련은 신체의 느린 동작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서 자율신경을 안정
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동양의 기수련은 자율신경조절과 면역력의 상승에 크게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건강회복의 지름길로 많은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그 예로 천도
선법 기수련의 경우에 인체의 면역력이 5개월 정도의 수련을 통하여 170퍼센트
가 증가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것은 앞에서 계속 말해온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이용한 기수련법이 약물과 수술요법을 대체할 새로운 질병 치료방
법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수련(당나라의 손사막(581~682)이 도에 뜻을 두고 이루고자
했으나 높은 경지에 이를 수가 없었다. 하루는 두 은자를 만났는데, '자신을 수행
하려거든 먼저 남을 이롭게 하라. 이기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얻고서
<천금방>이라는 책을 써서 많은 환자를 고쳐 주게 되어 스스로 높은 경지에 오
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기수련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와 남을 모두 이롭
게 하기 위한 것이다.)이라고 하면 속세를 떠난 사람만이 하는 것이라 여겨져 왔
고, 기수련의 효과에 대해 회의를 많이 품어 온 것도 사실이다. 아주 순진한 사
람이 아니라면 일단은 의심해 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수련은
동양인들에게는 가장 오래된 건강법으로 몇 줄기의 흐름으로 꾸준히 발달해 오
고 있었다. 가까운 예로 우리 생활 속에서 뜨거운 물건을 잡으면 입으로 호호 부
는 행동, 피곤할 때 기지개를 펴는 것, 졸릴 때 하품을 하는 것, 산에 가서 '야호'
소리를 지르는 것 등에서 보는 것처럼, 기수련은 인체의 본능적 행동에서부터 시
작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의학이 형성되는 신농시대에 이미 '양손을 마찰하고 손으
로 얼굴을 마찰하거나 혀로 입술이나 잇몸을 핥아 맑은 침이 고이면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또 황제시대에 광성자는
도에 이르름은 아득하고 어두우며, 또 먹과 같이 깜깜하고 시간도 없으며 들리
는 것도 없으니, 고요함으로써 마음을 잡아 형체를 스스로 바르게 해야 하니, 반
드시 고요하고 반드시 깨끗하게 하여 몸을 힘들게 말고, 정의 흔들림이 없어야
장생할 수 있다.
라고 하였는데, 마음을 깨끗이 하는 방법이 기수련의 기본임을 알려주고 있다.
앞글 인용문의 (여씨춘추)에는 이미 4~5천 년 전 요임금때에 홍수가 일어나서
백성들이 근육통과 관절통을 앓았는데 춤으로써 근골을 풀어 주었다는 기록이
있고, 1973년 중국 청해성에서는 대략 5천 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신석기 항아리
에서 여러 사람들의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듯한 동작의 그림이 새겨진 것이 발
견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춤사위가 기가 막힌 것을 소통시키는 도인법의 동작이
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처용무'의 춤이 기수
련으로 복원되었다 한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전국시대의 '행기옥패명'이라는 명칭이 붙은 칼(서기전 약
380년)에 새겨진 글에는 기를 행하는 요령이 기록되어 있고, 한나라의 옛 귀족
고분에서 비단 위에 그려진 40여종의 도인도가 출토되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고대에는 조상들에게 제사 지내거나 짐승을 잡았을 때, 동물의 모형을 따라 높이
뛰거나 춤을 추며 경축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하는데, 삼국지에서 관우장군을 치
료한 화타는 동물들이 병들지 않는 것을 관찰하고 호랑이, 사슴, 곰, 원숭이, 새
등의 자세와 몸놀림을 모방하여 '다섯 동물의 춤' 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황제내경)은 '성인은 병이 나기 전에 고친다.' 라는 예방문제를 으뜸으로 삼으
면서, 기를 이끌어 순환시키는 법과 팔다리를 주무르고 운동하는 기수련법을 소
개하였다.
당나라 시절에는 코로 숨을 들여마시고 입으로 내뱉는 방법이 고안되었고, 마
음을 집중하게 되면 기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내어 많은 발전을 이루
게 되었다. 손사막(손사막은 젊었을 때의 화근을 '모른다'는 것이다. 설사 안다 해
도 그것을 믿고 실행하지 않는다. "늙어서는 그것을 알지만 때는 이미 늦었으니
젊은이들의 병을 고치기 어렵다" 라고 말했다.)(581~692)은 이전까지의 기수련 방
법을 정리하면서 여섯 소리로 숨쉬고 내뱉는 호흡을 오장과 삼초로 연결하여 정
리하게 되었다. 소원방(6~7세기)의 <병의 원인과 증상론>에는 각 병증에 맞는
기수련법과 호흡법을 278가지나 소개 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 기수련이 얼마나
번창하였던가를 잘 알 수가 있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는 그런 동작에 대한 효
용성에 대해서 의문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외의 의학서적으로 외대비요, 성
제총록, 유문사친, 난실비장, 단게심법, 고금도서집성 의부전록 등 거의 모든 의
학서에서 다루어져 의학의 한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몸의 3가지 보배로 몸을 고친다.
기는 신명의 할아버지와 같고, 정은 기의 아들이다. 따라서 기는 정신의 뿌리
가 된다. 또 기는 하늘의 태양과도 같다. 햇볕이 만물 생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
처럼 사람도 기가 쇠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이 정, 기, 신을 사람의 3가지
보배라고 한다. (동의보감)
병이 있는 환자나 일부 전문가에게는 이러한 기수련의 효과가 불확실해 보일
것이다. 더욱이 약이 없는 치료법이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직접 체험
해 보기보다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마음 편할는지도 모
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병이 약3만 종류가 넘고, 그 중에 치료법이 알려진
병은 겨우 5천 가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할진대 어떻게 모두 다 약으로
만병을 치료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병보다 예방이 앞서서 이루어져야
하고 또 예방은 몸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운동요법의 연구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선진국인 미국에서조차 전통요법이나 자연요법의 치료가 오히려 과
학적 연구에 힘입어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미 시카고의 한 재활병
원은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태극권을 이용한 평형조절을 연구하여, 대상자
30명 중 22명에서 10퍼센트 이상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약이나 침 혹은 수술요법이 아니라 자연치유력의 효율적 방법인 기수
련을 통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이미 기수련을 통하여 병이 낫
게 된 분들의 경우에는 새 생명이니, 새로운 가르침이니 하며 한결같이 찬사의
말을 하느라 입술이 바쁘다. 현재 환경오염으로 산소부족과 자연의 이변으로 인
한 신종병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난, 아니겠지' 하고 요행을 바란다는 것은
더 큰 요행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기수련에서는 어떠한 자연치유력으로 우리 몸이 낫게 되는 것일까? 결
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몸에 정, 기, 신(정기신)이라는 세 가지 보배가 있는데, 적
절한 몸동작을 통하여 이 세 보배가 강력한 기 덩어리로 변하여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 정, 기, 신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동양에서는 삼재라고 해서 '하늘이 있으매, 땅이 있고, 그 위에 인간이 서 있
다' 라는 뿌리 깊은 믿음이 예로부터 전해온다. 이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하늘과 땅의 축복 속에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
해 주는 것이리라. 또한 사람의 모습이 하늘과 땅의 대자연과 서로 닮아 있으니,
머리는 하늘에, 두 다리는 땅에, 허리는 그 사이의 버팀목이 된다고 하였다. 각각
의 세 곳에는 다시 기를 만들어 내는 발전소가 세 곳이 있는데 일명 '단전' 이라
고 한다. 세 곳의 단전을 살펴보면(상단전은 하늘에 상응하여 맑고 깨끗한 신의
속성을 일으키고, 하단전은 땅에 상응하는 몸의 가장 원초적인 정을 만들어 내
고, 중단전은 사람에 해당되어 기를 끌어들이고 부린다는 의미를 나타내는데, 특
히 우리 마음이 기를 부린다는 의미라 하겠다. 이렇게 하늘과 땅, 사람과 사람
속의 정, 기, 신을 서로 관련지음으로써 인체는 철저히 대자연의 상을 그대로 닮
아 있다고 생각하였다.), 상단전은 양 눈썹 사이에서 신을 기르고, 중단전은 양
젖꼭지 사이의 가슴 부분에서 기를 기르고, 그리고 단전의 대장인 하단전은 배꼽
아래 2촌 지역에 위치하여 정을 기르고 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우리 몸의 정, 기, 신이라는 세 가지 보배도 결국에는
기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물과 증기와 얼음이 모두 물의 다
른 형태에 불과한 것과 같다. 그래서 정이란 기가 좀도 모여서 이루어진 엑기스
덩어리로서 씨앗과 같은 것으로 보고,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 이 씨앗과 같은 정
의 형태로 있다가 기를 받아서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게 되는 것이다. 이 씨
앗은 세 곳의 단전 중 맨 아래 배꼽 밑에 모여서 작용을 하므로 흔히 '뱃심이 좋
다' '정력이 좋다' 라는 말은 하단전이 매우 튼튼하여 몸의 기력이 좋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우리말로 남자의 고환을 '불알' 이라고 하는데, 불알은 곧 정이 불
씨로 변하여 저장되어 있다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한다.
이에 반하여 신은 기 중에서도 맑고 투명하여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으므로
제일 위인 머리에 모여서 정신을 주관하는 기운이 된다. 이 신은 몸을 밝히는 빛
과 같은 기능을 하게 되는데 빛이 어두우면 몸을 잘못 이끌게 되고, 또 몸이 망
가지면 빛이 약해지는 등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래서 옆페이지에 있는 그림
과 같이 정은 건전지에, 신은 전구의 빛에 비유되기도 한다. 연결되는 선은 기를
나타내는데, 우리 몸의 중단전에 우치한 마음의 기에 의하여 하단전의 정과 상단
전의 신이 다시 하나로 묶어지게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옛부터 정, 기, 신의 보배로서 건강을 이루는 방법에 대하여 '정을 단련해서 기
를 만들고, 기를 단련해서 신을 만들고, 신은 비움으로써 돌아가 밝음을 만든다'
고 하였다. 또한 반대로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정과 기를 만들고, 기가 넉넉함으
로써 정신이 완전해진다' 라고 하여 정, 기, 신이 서로 하나로 융합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결국, 우리의 몸과 마음을 고치기 위하여서는 마음의 긍정적인 개
방적 태도를 갖추고 몸을 단련시켜 기를 강하게 하면 병을 물리치게 된다는 것
이다. 그래서 '기는 인간의 근본이니 나무의 뿌리를 자르면 줄기와 잎이 시드는
것과 같다' 고 했던 것이다.
화장을 통해 미인이 된다고?
미인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연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강한
생명력을 지닌 향기로운 꽃이리라. 병문안이나 아름다운 연인을 만날 때 꽃을 선
물하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꽃처럼 아름다운 우리의 모습은 무엇일까? 옛 선조들은 흠모하는 선비의 모습
을 모질도록 찬 겨울을 지내고 홀로 피어 향을 퍼뜨리는 매화나, 소나무의 변치
않는 푸르름으로 그 모습을 표현했다. 육체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성숙을 더 아
음다운 귀감으로 손꼽았던 것이다.
동, 서양에서 그려졌던 인물화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에는 비교가 되는 점이 많
다. 서양인들은 전통적으로 인간을 황금비율로 나타내어 8등신을 최고의 미인으
로 생각해 왔다. 그들은 남성의 근육과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이야기할 때,
수학적인 비례를 가진 상상 속의 인간을 만들어 놓고 부단히 감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하복부 단전이 볼록 나오고 눈웃음을 지으며 긴 수염을 날
리는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참다운 아름다움을 발견하였다.
서양은 그들의 이상적 정신에서 출발한 외형미를 찾았고, 동양은 철저히 현실
적인 정신적 완성에서 아름다움과 경의를 느꼈다. 그러나 동, 서양 모두 인간의
아름다움이 바깥을 잘 꾸민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점은 같
다. 아름다움은 정신적 건강을 바탕으로 몸 바깥으로 울려나온다. 시들어 가는
모습에서는 단지 처량함만이 나온다. 여자의 뜨거운 욕망인 아름다움은 화장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기 없는 자신의 얼굴이 싫어져서 화장을
한다고 해서 얼굴에 난 뽀루지, 피부의 여드름과 죽은깨가 지워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수련을 하게 되면 관절마디가 자리잡혀져서 몸안의 균형이 조절되기
때문에, 먹고 배설하는 것이 순조로와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늘 웃음꽃이 피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더욱이 정신적인 여유가 생겨 자
신을 돌이켜볼 수 있게도 된다.
일단 기수련을 시작하게 되면 몸의 건강이 곧 마음자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천도선법 수련의 경우를 보더라도 호흡의 단전자리보다는 마음의
자리를 올바로 세우고 가다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왜 마음일
까? 마음은 종교에서나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마음이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흔히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마음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원광대
기의학분과는 바로 기존 서구 의학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마음(정신)을 과학의 대
상으로 삼아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하는 불치병과 난치병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 동안의 연구와 지금 행해지는 연구를 통해, 우리는 마음이 신체
에 미치는 기전(경로)을 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고
있다.
의학은 발전하고 있지만 환자는 오히려 발생하여 죽어간다. 의학은 과연 발전
하고 있는가? 병을 고치러 간 병원에서 오히려 병이 생기는 문제가 심각하며, 부
작용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도 하는데..., 또 약을 먹고 병은 고치지만 사
람은 망가진다고 하는데..., 혹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한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역사를 돌이켜보며 동양에서
옛부터 전해오는 심신수련법인 기수련에 관심을 돌려 보자. 토마스 쿤(T. S.
Kuhn)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말한 대로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를 도모하
자는 것이다. 기를 통한 자연치유력의 회복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는 일이 그것이
다.
본 연구소 기의학분과의 연구에 의하면 기수련으로 우리는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심리설문 조사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스트레스,
불안 초조등이 수련에 의하여 크게 호전됨으로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좋은 성품을 유지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결과가 얻어졌다. 아무리 전문
화 시대라지만 자신의 생명과 아름다움은 자기 자신이 가꾸어야 하는 것이며, 돈
으로 자신의 몸을 의사에게만 맡기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기수련은 자신이 몰
랐던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자기 자신이 의사가 되고 건강한 미인이 되는 방법
이다. 스스로의 몸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게 되며, 심성이 급하지 않고 온화하
며 부드럽고 평화로와진다.(신은 정신에, 정은 육체에, 그리고 기는 육체와 정신
을 서로 잇는 다리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한편 기수련자의 심리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현재 다면적 인성검사(MMPI)와 여러 가지 심리테스트를 하고 있다. 앞으
로 곧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기수련을 통한 인간의 질병에 대한 극복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금은 전염
성 질환이 감소되는 추세에 있고, 만성적인 성인병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백
신이나 항생제로써 질병을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
하여 자연과 조화하고 몸을 움직여서 아름다운 건강인이 되는 것이다. 이 수련방
법은 전통적으로 유, 불, 도가들이 몸과 마음을 닦았던 방법으로, 인간완성의 길
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최근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많은 청, 장년들이 전
통사상에 흠취하고 있는 것은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겨진다.
첨단 과학시대에 선도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기수련
옛부터 유교, 불교, 도교 등에서 행하는 수행들은 정신적 완성을 이루고자 명
상훈련을 많이 하였다. 이에 반하여 최근에 건강을 위해 널리 보급되는 기수련법
에는 동작을 겸한 수련법들이 많다. 이러한 동적인 수련법을 선호하는 까닭은 일
부 정적인 호흡수련법 등에서 심하게 떨리는 등의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
인데, 현재 숨어 있는 메커니즘(기전)을 연구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뒤에서 언급
하겠지만, 기수련에서는 한쪽 방법으로 너무 치우쳐서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
다. 특히 앉아서 단전호흡만을 수련하는 경우는 그 피해가 때로는 심각하다고 보
여진다. 호흡수련법을 하게 되면 뇌파가 떨어져 이완되므로, 주변의 미세한 잘못
된 기운에도 공격받기 쉽다. 이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수련의 진보를 가져오
지 못하고 오히려 몸의 이상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호흡수련의 경우에는 옛
선인들도 한 스승이 한두 명의 제자 외엔 가르치지 못했다고 한다. 기수련의 하
나인 천도선법의 경우에는 동적인 몸동작과 정적인 명상훈련이 조하롭게 이루어
져 있다. 호흡 수련법의 부작용을 막아 보자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직까지 부
작용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전해 내려오는 여러 기수련의 방법들 중 도가의 경우를 먼저 보기로 하자. 노
자는 '마음을 비우고 어린아이의 부드러움으로 기를 다스린다.' 하였고, 장자는
'묵은 기를 뱉고 새로운 기를 받아들인다' 는 여러가지 호흡법을 다루고 있다. 또
한, 몸의 기를 부지런히 움직임으로써 기가 막히지 않게 하는 일의 중요함을 강
조하고 있다. 진나라 갈홍의 (포박자)에서는 '비록 약을 쓰는 것이 장생의 길이라
고 하지만, 행기를 겸하면 그 효과가 빠르고, 약을 쓸 수 없는 경우에도 행기는
능히 그 병을 고칠 수 있다' 고 하였고, 호흡 방법뿐만 아니라 몸을 움직여 수련
하는 방법과 명상을 겸한 수련법을 주장했다.
불교의 방법은 석가가 6년 간의 고행을 통해 큰 깨우침을 얻은 방법인 명상훈
련이 주로 사용된다. 명상훈련은 지금까지도 깨달음의 수행방법으로서 종료를 초
월하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세, 호흡, 마음의 조절,
즉 조신, 조식, 조심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정리함으로써 참선수련의 기틀을
잡았다. 깨달음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스승과 제자 간의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
지는 공안법이라는 독특한 방법도 이루어 내었다.
유교에서는 정좌라는 수행법을 행하였다. 몸을 닦는 방법으로 덕의 함양을 첫
걸음으로 삼았다. 덕의 함양은 맹자의 '호연지기' 론을 낳았다. 앞서 소개한 이퇴
계 선생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인 (활인심법)도 명쾌한 건강비결이다.
무술에서는 북방계열의 소림 무술권과 남방계열의 태극권법 등이 점차 건강을
위한 방법으로 정리가 되어 일반인들에게 소개되었다. 태극권은 현재 많이 알려
져 있는데, 유연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기를 순환시키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무
술은 원래 건강을 위한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환자들이 하기에는 어
려운 동작들이 많이 있다.
요즈음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기의 강화를 위한 방법들이 '기공(기공
이란 기와 공능의 복합어인데, 중국어로 공능이란 우리말로 효능, 효과, 작용이란
말이다. '기의 작용' 혹은 '기에 공을 들인다' 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란 말
로 정립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이것은 1935년 유귀진이 (기공요법실천)이
라는 책으로 정리하면서 정식용어로 사용되었다. 공산혁명에 참가했던 그는 심한
위궤양과 불면증 등의 질환이 있었으나, 유도주 선생으로부터 100여일 정도의 수
련을 지도받아 완쾌가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저술하게 되었다 한다. 이후 1954년
에 당국의 지원을 받아 당산에 '기공연구원'을 개설하였고, 임상효과에 힘입어 북
대하에 또 하나의 '기공요양원'이 설립되었다. 1957년에는 상해기공요양소가 '방
송공'을 만들어 중추신경계, 순환기, 호흡기 질병에 유효한 공법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고, 1959년 중앙정부 위생부의 지원하에 열린 전국기공경험대회에서 '위궤
양, 위하수 만성질환 등의 경험사례' 가 발표되었다. 1977년에는 곽림여사가 자신
의 자궁암을 치유키 위해 '신기공요법' 을 만들었는데 항암 기공으로 알려져 많
은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던져 주었다. 1978년에는 중국과학원 원자핵연구소가 기
공사의 손에서 나오는 기를 과학계기로 측정하는 데 성공하였고, 지금은 기공 수
술도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기공의 방법은 누가 만들었는가에 따라서 종류도 무
척 많고 과학적 검증이 없어서 혼란을 주기도 하며 부작용이 있는 방법들도 있
다 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기공이라는 말보다 전통적으로 선도, 선법이란 말로 더 알려
져 있다. 이것은 고조선 이래 화랑도를 거쳐서 민족의 혼과 함께 살아 숨쉬며 내
려온 방법들이다. 심신의 훈련을 통하여 인간 내부에 있는 잠재되어 있는 힘을
창조적 능력으로 개발하고 증진시켜 감과 아울러, 인간의 참된 본성을 인식하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높은 경지에서 재조명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여러 가
지 기수련이 소개되고 있는데, 무려 100여 종류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기공방법이 무분별하게 수입되어 가르쳐지고 있으니, 민족혼을 잃어 가는 것 같
아 아쉽기만 하다.
제4장 선도의 뿌리를 찾아서
산사람의 길 이야기
선이란 문자는 사람과 산으로 이루어져, 산과의 친화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
다. 산은 인류에게 깨끗한 산소를 공급해 주는 곳이며 또한 인간이 하늘을 가장
가까이할수 있는 장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전 국
토의 67퍼센트가 산이며, 그 자태가 아름답고 계곡, 폭포, 동굴 등의 기암괴벽이
어우러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산과 관련된 우리 민족의 전통 사상은 자연히
신선사상(고려시대의 <팔관잡기>에 보면 '불상이 처음 들어와서 절을 지었는데
대웅전이라고 하였다. 이는 예로부터 일컫던 풍속이지 본래승가의 말이 아니다'
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절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산신각'은 '신선각' 이라고도
불리던 것이며 대웅전에 모셨던 것을 불교의 위세에 밀려 대웅전 뒷전으로 밀려
난 것이다.)이었다. 설악산만 하더라도 비선대, 와선대, 선녀탕 등 신선사상과 연
결된 많은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선도는 우리 민
족의 정기를 바로잡는 데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린
것이 현대병의 근본원인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선도문화를 배움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도는 자연의 길이요, 몸과 마음을 바로잡아 가는 길
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과학과 사회윤리를 통해서 살아가듯이, 옛 조상에겐 살아가는
삶의 한 형태였다. 선도라고 하면 마치 일상생활을 떠나서 도피적인 기상천외의
생활을 해야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것은 선도가 역사 속에서 지배해야 세
력에 밀려난 양반들과 산속의 승려들에 의하여 이어진 탓도 있을 것이 선도는
바로 우리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의 길
이란 해와 달이 규칙적인 운행을 하듯이 우리 인간도 자연의 순리대로 몸과 마
음을 바로 잡아 가는 것이다. '하늘의 바람, 추위, 더위, 습함, 건조, 불의 여섯 기
운은 사람에게는 화, 기쁨, 근심, 슬픔, 놀람, 공포의 일곱 감정과 같다' 고 하는
것은 바로 하늘의 이치외 사람의 이치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다. 모든 생명체에게 조건없이 똑같이 베푸는 대자연의 마음(파장)을 본받아 자
신의 몸과 마음을 대자연의 파장에 맞추어서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곧 선도의
길이다.
이러한 큰 뜻을 지닌 선도가 외세에 의하여 차츰 잊혀지고 퇴색되어 왔으나,
그래도 우리 주위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현재 많은 단체가 형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저의 연구에 커다란 도움을 준 천도선법은 고조선때부터 전해 내려온 하
늘을 공경하며 땅을 섬기고 사람이 더불어 하나가 되는 <천부경>의 사상과 충,
효, 예의 화랑도 정신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과학시대에 선도
의 맥을 이어주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훌륭한 문
화중의 하나로 생각된다.
잊혀진 자부 선생과 현묘한 도는?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개국기념일이나 독립기념일은 있어
도 개천절이란 날은 없다고 한다. 한민족에게는 예로부터 이 땅을 널리 이롭게
하려고 내려왔다는 하늘사상이 강하다. 단군 할아버지가 백두산에 도읍을 정하고
이 땅에 그 뜻을 펴신 지 어언 반만년!
그러나, 우리의 옛 역사는 외세에 의하여 실종된 지 오래여서 우리 자신의 과
거에 대해서도 희미하게 알 뿐이다. 단군 할아버지는 우리나라의 선가에서 최초
의 신선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역사의 제일 첫 장을 장식하는,
<황제내경>을 지어 한의학의 뿌리가 되고 있는 황제 할아버지(황제뿐 아니라 3
황5제가 모두 동이족이었다고 한다. 진시황이 중국 민족으로서의 최초로 독립된
황제임을 선언하였다.)도 동이족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역사책 사마천의 사기와
갈홍의 포박자에는 더욱 명확히 나와 있는데, '황제가 동이국(한국의 옛 이름)에
서 단군 1대조 할아버지 때의 광명왕으로 존경받던 자부 선생으로부터 <삼황내
문>과 신선술을 배워왔다' 는 기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단학의 시조라 일컫는
위백양도 '장백산(백두산)에 가서 어떤 진인을 만나 비결을 전수받았다' 고 전한
다. 중국은 전국시대의 장자에 이르러서야 신선설이 언급되었고 있는데 말이다.
이렇듯 문헌상의 원류를 쫓다 보면 역사의 출발점이나 인류의 뿌리까지 자연
적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께서 현묘
(<천자문>을 보면 천지현황(천지현황: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이라는 말로 시
작 된다. 또 노자의 도덕경에는 도의 색은 현묘하다고 하였다.)의 도의 뿌리가 무
엇인지 가르쳐주셨음을 참으로 뜻깊다고 할 수 있다. 선생께서 '난랑'(난은 봉황
의 이름을 일컫는다. 이 외에도 최치원선생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천부경 81자를
한자로 정리하였다.)이라는 화랑의 비에 민족전통의 풍류도에 대하여 남기신 글
을 보도록 하자.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는데 이것을 풍류라 한다. 풍류란 우리 민족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효천사상이다. 그 근원은 선사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유, 불, 선 세
종교의 가르침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뭇 생명을 가깡이하면 교화된다. 집 안에서
효도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에 충성함을 가르친 공자, 무위자연을 가르친 노자, 악
을 행하지 말고 선을 행하도록 가르친 석가의 가르침과 같다.
여기서 현묘하다는 것은 아득하고 신비한 하늘의 이치를 말하며, 풍류란 세속
적으로 우리가 알듯이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도를 펼쳐서 구원하는
풍습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풍(바람)이라는 것은
봉황새의 날개짓이며 기의 흐름인 것이다. 결국 풍류란 우리 선조가 자연의 이치
를 알고 실천했던 올바른 기의 흐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풍류사상은 단군 할아
버지가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펼치시고자 이 땅에 오신 뜻을 그르치지 않고 그
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이것은 노자나 석가의 도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우리에겐
풍류도의 흐름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풍류의 도는 유, 불, 선의 학설을 다 포용하
고 있다.
우리 민족은 어떤 외래사상도 우리의 정신문화로 다 포용할 수가 있었던 것이
다. 다시 말하면, 풍류의 뜻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러 줄기로 갈라져서 전해지
다가 그 참뜻을 잃어버렀는데, 성현들께서 충효와 무위청정의 가르침을 펴시어
우리에게 다시금 올바른 뜻을 전하여 준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요즘 학
계에서도 유가와 불가와 도가의 맥이 한국에서 발원이 되었다는 학설이 젊은 민
족사학자들에 의하여 제기되고 있다. 언젠가는 역사의 모습이 바로잡혀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말 이 땅 한반도는 누가 봐도 문화적으로나 기후적으로 기가 성한 곳이다.
국토의 68퍼센트가 산이고 전국 어디를 가도 물이 맑은 한국은 자연히 기가 성
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기를 먹고 우리는 자라왔다. 그런데 선조가 이 땅을 물
려 준 큰 복도 못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 진정 이 땅을 지켜왔던 현묘한도는 어
디로 갔는가?
먼저 수양이 앞서고, 다음에 약을...
"지금의 중국의학이 번잡하고 요점이 없으며, 또한 이 땅에서 나는 약재와도
많이 다르고, 뭇 백성들이 병고로 고통을 받고 있으니,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
들을 널리 알려라... 사람의 질병이란 대개 조섭과 몸가짐을 잃어서 생기는 것이
니, 먼저 수양이 앞서고 약이 다음가는 것을 주지로 삼아 책을 편찬하라." <동
의보감>
위 글은 선조 임금께서 허준 선생에게 <동의보감>을 지으라는 어명을 내리시
면서 하신 말씀이다. 참으로 의학의 핵심을 뚫으신 말씀이다. 민족적 자존심과
민중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약보다는 마음가짐과 몸조리가 먼저 앞서야 된다는 것
이다. 따라서 <동의보감>에는 앞에서 말한 정, 기, 신이 몸의 보배가 된다는 것
과, 여섯소리 호흡법, 오장 도인술 등 50여 가지 도인법(체조법)과 호흡법이 수록
되어 있다.
현대 의학이 약물과 수술방법의 개발을 의학의 발달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대
부분의 병은 수술에까지 이르기 전에 예방과 치료를 할 수가 있다. 여러 가지 다
양한 노력들이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행해지고 있는데, 그 한 예로 약물요법보다
더욱 효율이 높고 부작용이 전혀 없는 기수련 방법이 과학적으로 탐구되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 들어온 중국 기공의 경우 천도, 즉 자연의 의치는 가르치지 않고 좀더
빨리 기를 느끼게 하는 것, 현혹스런 방법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손가락
을 줄였다가 늘일 수 있다는 등의 엉뚱한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또 이 병에는
이렇게 저 병에는 저렇게 하는 식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러나 일상
적인 평범함과 지극한 간단함 속에 기수련의 정수가 있다.
선조 임금께서 우려하신 바가 이 땅에서 또 일어나고 있는데, 일부 사람들이
중국 기수련의 배워 보자고 소리치고 있다. 한, 중 교류라는 화해무드를 타고 소
개되는 중국의 기수련 방법은 상업적인 면도 있고 별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너
무나 위험한 것도 많다. 역사적으로 선도의 뿌리는 우리 한민족이며, 단군 할아
버지부터 면면히 내려오는 선도의 역사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신적 뿌리를 잃고서 중국식의 기술만 도용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
깝다.
기수련을 잘못하면?
고대 중국의 약물요법 중에 광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정련' 이
라는 방법을 통하여 광물질을 약물로 이용하는데, 이것은 단학의 시조라 불리는
위백양의 <주역참동계>나 갈홍의 <포박자>등에서 많이 다루어졌다. 그리하여
송나라 때는 실제로 'x x 단' 이라는 약물로 병을 고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책은 병을 고치는 것보다 음과 양으로 대비되는 수은과 금을 재료로 신선이 되
는 약물을 만드는 방법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진시황처럼 늙지
도 죽지도 않고 영원히 쾌락을 즐기며 살고자 하는 잘못된 신선사상이 퍼져 있
는 것 같다. 즉 오래 사는 것만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아서 누구는 800년을 살았
다느니 하는 말이 전해져 온다.
우리가 알듯이 수은이나 비소 등을 복용하면 죽는다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
데 당나라 황제 22명 중에서 7명이 수은을 먹었고 그 중 6명이 죽었다 그 신하
들의 숫자까지 생각하면 너무나 엄청난 숫자가 오래 살려다가 오히려 비명횡사
한 것이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또, 장자의 우화집에는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
고 물 위를 걸으며 불 속에서도 타지 않는 신선사상이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중
국민족은 '약만 먹으면 신선이 된다' 는 식의 잘못된 신선사상으로 오랜 세월 사
람을 속여 왔던 것이다. 요즈음에도 단전호흡을 하면 날 수 있느니 숟가락을 구
부릴 수 있느니 하는 마술적인 면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참다운 신선사상의 목표는 앞에서 말했듯이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내
몸에 적용하는 것이며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숟가락은 망치로 구부리
면 되고, 하늘은 비행기로 날아가면 되지 않는가. 육중한 몸으로 하늘을 애써 날
려는 노력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한번 돌이켜보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맞는다.
그러한 점에서 오늘날 많은 기수련이 부흥하고 있으나 비소나 수은이 몸에 좋다
는 식으로 잘못된 기수련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냉철한 과학
적 평가작업이 뒤따라야만 하는 이유가 되며 현재까지 알려진 기수련 중에서 부
작용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에 대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먼저 요즈음 중국으로부터 소개된 '자발동공'의 경우는 지금까지 알려진 기수
련의 부작용이 오히려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이미 몇몇 그
런 임상경험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과학성을 가졌다기 보다는 특수
한 몇몇에 해당하는 불확실한 방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자발동공은 꼭 무당
들이 깃대를 잡고 영매를 불러들이는 현상과 흡사하다. 심하게 몸을 떨고 울부짓
으며 정신이 나간 듯 어쩔 줄을 모른다. 이 방법은 무당들이 굿을 하게 되면 몸
에 진동이 오다가 아팠던 몸이 순간적으로 낫는 듯이 여겨지는 것과 같아 보인
다. 심령과학에서는 이것을 빙의 현상(possession: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사로잡
힘)(심령학에서 말하는 빙의 증상이란 대개 다음과 같다. 기수련자들이 처음에
이런 증상으로 수련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심한 우울, 불면, 대인공포와 자
살충동에 시달린다. 눈동자의 초점이 없고 풀려있다. 열이 위로 상기된다. 뒷골이
땡기고 눈이 쓰리며 정신집중이 안 된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몹시 피로하다. 근
육이 불규칙적으로 꿈틀거리고,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 꿈을 많이 꾸고, 꿈에
앞르로의 일들이 보이게 된다. 마음이 두 개로 분열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육체
적, 정신적, 충격 후에 발병한다. 자신도 모르게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다.)이라고
하는데, 외부적인 영적 존재가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여 영을 잠시 물리치게 되
면 병이 순간적으로 낫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무당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신경성 질환의 경우는 이런 빙의 현상과 유사점이 많다고 한다. 많은 경울 무당
들의 굿풀이를 통하여 낫는다는 무병은 이 빙의현상과 유사한 질환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질적으로 위장이나 간에 이상이 왔을 경우에는 아무 효과가 없다. 그
러니까 아직까지는 심리적 위안감이 크게 작용하리라 추측되어진다. 이 경우에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환자의 정신분석요법을 사용하는데, 본능적 무의식이 의식
에 의하여 억제되는 경우이다. 이 억제에 의하여 온몸이 나른하고 아프게 되므로
환자에게 이 억제 사실을 알게 하고 스스로 풀어 낼 수 있도록 의사가 도와 주
는 것이다.
이런 증상을 앓는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주위에서 내성적이며 온순하고 성실
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다가 갑작스런 사고에 의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다. 현재까지는 빙의령을 잠시 분리하는 '제령' 이나 '정신분석요법' 을 통하여
완전하게 낫기는 어렵다고 한다. 자발동공 역시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수련방
법이 아니라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특수화도니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이 된
다.
그러나, 기가 무의식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해지리라 보고 있다. 기수련으로 자율신경계의 조절이 가능하고, 자율신경계
는 무의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천도선법
에서는 이런 빙의 현상에 대하여 남달리 접근함으로서 회복력을 가져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대한 연구도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본다.
또 하나 잘못되어 있는 것이 단전호흡 방법에 대한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앞
에서 설명했듯이 우리 몸의 세 가지 보배인 정, 기, 신(삼단전-천지인)이 있어서
이것을 하나의 기덩어리로 만드는 방버ㅓ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밑에 있
는 하단전(흔히 단을 붉다라고 해석하는데, 원래 '금을 단련하여 신선악을 만들ㄴ
다' 는 의미에서 전래되었으므로 금단이라고 불리는 게 옳다. 단이란 인간의 본
래의 모습인 신선이 되기 위한 하나의 단계였던 것이다. 금이황색을 나타내는 것
은 사람이 오행을 두루 갖춘 토의 성질과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배꼽 밑의 단전
에서 수, 화, 목, 금을 한꺼번에 구워서 황금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에서
마치 화롯불과 같이 정, 기, 신을 굽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임맥과
독맥을 반드시 인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전문용어로 소
주천이란 독맥과 임맥을 통하는 것이며, 대주천이란 임독 양맥의 기를 사지로 두
로 돌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단전호흡은 숨을 오래 참아서 소주천을 돌리고
대주천을 돌려서, 정에서 기로 다시 신으로 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억
지로 호흡을 하기 위해 기를 쓰고 참으며 단전에 힘을 무리하게 집중하게 되면
긴장을 초래하고 때로는 가슴의 통증을 유발한다. 오히려 몸에 있는 기의 균형이
깨져 버려서 기가 위로 올라가 두통이 오거나 기가 내려가서 장 출혈이 오는 경
우가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기가 돌고 있으며 돌지 않으면 죽는다. 생리학적으로 숨을
들여마시면 독맥은 올라가고, 내쉬면 임맥이 내려가서 불기운과 물기운이 스스로
돌게 되어 있다. 위기는 양의 경락을 낮에 25바퀴, 밤에는 음의 경락을 25바퀴
돌고, 영기는 하루 종일 경락을 50바퀴 돌고 있다. 물이 차면 어디론가 흘려넘치
듯 기가 충족해지면 저절로 흐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가 자연스럽게 돌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흐름을 방해하면 몸에 어떤
반응이 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탈을 주기도 쉬운 것이다. 이런 호흡수련의 부작용
을 예로부터 주화입마라고 하였는데, 화 기운이 머리 위로 치솟고 심하면 귀신인
마의 작용처럼 정신적인 착란이 생김을 일컫는 말로서, 선인들이 이미 단전호흡
(단전호흡이라는 명칭은 최근에 생긴 용어이다. 전에는 단지 단전이라는 용어만
쓰였고 단에 대한 것은 단학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
적으로 보면 조선 중엽 한무외(1517~1610)의 <해동전도록>에서 신라 말 당나라
유학생들을 해 단학이 전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반해 이능화(1868~1945)
는 <조선도교사>에서 단군 할아버지가 최초의 선도인이며, 우리민족 사상도 신
선도에 있다고 말한다. 단군시대의 신선사상, 고구려, 신라의 선도, 고려의 국선,
조선조 단학파라고 표현하였다. 그외 조선조 때 책으로 전해오는 경우는 이지함
의 <복기문답>, 곽재우의 <복기조식요결>, 권중극의 <참동계주해> 등이 있다.)
의 위험성에 대하여 지적해 놓은 바 있다.
호흡의 최고 경지는 아기의 복식 호흡처럼 자연스러움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
러나 자라면서 호흡이 점점 위로 올라와서 폐로 숨쉬다가 다음은 어깨로 그리고
목에서 숨쉬다가 죽을 땐 숨이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호흡의 중심점이 하복부에
있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유도하기 위하여 앉아서 하는 단전호흡
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호흡은 기수련의 한 부분이지 전부가 아닌
것이다. 부분을 가지고 오히려 전체인 것처럼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버린 것이다.
단전호흡을 이해하기 위해 일단 우리의 폐를 보도록 하자. 폐는 우리 몸에 산
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관이다. 그래
서인지 폐를 보게 되면 나무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과도 같고, 또 각각의 가
지 끝에는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하여 무수히 많은 풍선이 달려 있다. 이 때 몸
안쪽과 바깥쪽은 압력의 차이로 인해 나무풍선이 자연스럽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공기와 이산화탄소가 출입하게 된다. 풍선이 커지게 되면 그만큼 산소를
많이 끌어들여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반대로 이산화탄소는 빨리 배출하게 된다.
그럼 어떤 상태에서 풍선이 가장 크게 불어지게 될까?
그것은 나무풍선을 부는 힘이 그림과 같이 배꼽 밑에 있을 때 가장 크게 불어
지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하복부는 뇌나 심장과 같은 생명과 직접 관련이
되는 기관이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단전에 힘이 주어져 복압이 높아지게 되면
복부에 있는 기관에 있는 혈액이 잘 흐르게 되어 또 하나의 심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몸 안의 생리에 일대 혁명이 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날숨은 폐로 하지만, 들숨은 신에서 한다' 고 하였
으며, 하단전 호흡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원광대 기의학분과의 연구대상인 천도선법 수련은 인위적으로 임맥과 독맥을
돌리지 않으면서도 몸 안의 사기를 바같으로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
는 토고납신의 방법을 동작과 같이 마시게 되고 손을 내리면 자연스럽게 뱉게
되듯이, 동작과 함께 호흡을 하라고 한다. 때로는 의식적으로 기혈이 가장 많이
모인 손끝의 장심과 발끝의 용천에 마음을 두고 사기를 배출하는 생각을 하면서
동작을 하라고 한다.(수련을 하면서 눈은 뜨고, 수련자의 의식은 항상 움직이는
손동작과 발동작에 두고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꼽
아래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참선하면서 호흡이 소리나지
않고 깊고 규칙적인가를 살피고, 마음의 흐흠을 관조한다. 그런데 천도선법 수련
에 있어서 단전이 강화되면 호흡을 할 수 있는 것은 음성수련이라는 독특한 방
법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음으로 이루어진 소리를 내기 때문에 자연히
단전에서 소리를 울려 주게 된다. 그래서 단전이 저절로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
다.
호흡을 따라 마음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숨을 쉬고 있다는 말이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 있으
며 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마음이 조금 긴장을 하거나 흥분될 때에는 숨이 거칠
게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숨을 깊이 참았다 몰아쉬게 되면 곧 긴장이
풀리게 된다. 이렇듯 숨이 안정이 되면 우리의 마음도 따라서 곧 안정이 된다.
마음이 숨을 따라 안정되듯이, 반대로 숨이 마음을 따라 안정이 되기도 한다. 숨
과 마음은 물체와 그 그림자의 관계에 있다.
옛부터 명상에 잠기게 될 때에, 앉음새, 숨, 마음이 안정되면 보통의 수준보다
높은 정신상태에 도달한다고 하였다. 앉음새는 자세를 바로잡는 것으로 허리를
곧게 세우면 아랫배에 자연히 힘이 들어가게 된다.(처음 수련을 하게 될 경우 힘
이 허리로 몰리지가 않으므로 앉음새가 구부정하게 된다. 그러나, 차츰 기가 충
족해짐에 따라 허리가 바르게 되어진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다리를 서로 교차시
켜 발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는 가부좌가 가장 안정적인 자세로 알려져 있지만,
가부좌는 다리가 긴 인도인들의 체질에 맞는 방법이며 편하게 앉아서 수련을 해
도 무방하다.) 그리고 숨을 천천히 그리고 규칙적으로 고르게 쉬어야 한다. 몸 안
에 탁기가 있으면 내뿜어 버리고, 새로운 산소로 몸 안을 채운다. 호흡증추는 자
율신경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갈고 닦는가 하는 것이다. 멍청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그 순간은 평온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눈을 감고 내 마음 속의 감정의 변화와 하루에 있었던 것들을 반
성해 본다. 흔히 불가에서 공심, 무심을 말하며 마음으로 비운다고 하지만 마음
은 처음부터 비운다고 비워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잡념이 자꾸 생겨나 그 괴
로움을 가중시키고 만다. 몸은 목욕탕에 가서 물로 씻으면 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은 무엇으로 닦아야 할까?
<주역>의 풀이집에 '하늘의 음, 양은 땅의 강함과 부드러움과 같고, 인간에게
있어서는 인과 의이다' 하는 말이 있다. 이것은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서로를 위하는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야 한다는 것과 같다. 나와 역사와 나와 조상과 나와 후손이 연결된 고리 속
에서, 나 자신을 깨닫는 사람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천도
선법 수련을 보면 하루 20분씩 참선을 하게 되는데, 항상 나 자신의 마음의 중심
을 잡는 충과, 부모에 대한 효, 그리고 어른에 대한 예로써 나 자신을 돌이켜 다
하지 못함이 없었는가를 바라보고, 또 그렇게 함으로서 우리가 태어났을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이
지 산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참선을 많이 하신 분들을 만나 보게 되면 커다란 나무나 큰 강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 큰 나무는 뿌리가 깊어서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큰
강은 돌멩이를 던져도 변화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람은 본래의 마음을
잃으면 건강도 잃는다.
기수련은 선생의 지도가 있어야 한다
어디에서 가르침을 구하려 할 때는 좋은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가 없다. 우리가 미술이나 음악을 배우려 할 때에도 유능한 선생에게 배우며 그
림에 대한 이해와 음악을 이해하는 경지가 같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어느 분
야든 훌륭한 스승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기수련에서는 스승의
길잡이가 특히 중요하다. 심신수련이란 곧 기의 파장을 높은 수준으로 갈고 닦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스승이 발산하거나 방사하는 기를 수련생들이 받게 됨으
로서 자신도 모르게 스승의 기 파장을 그대로 닮아 간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혼자 아무리 열심히 수련을 했다 하더라도 좋은 스승을 만나 단시
간에 배운 사람만 못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뿐 아니라 혼자 수련을 하게 되면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 천도선법의 한 수련교사에 의하면 찾아오는 사람 10명
중에 1~2명은 혼자 책을 보며 기수련을 혼자하다가 탈이 나거나 혹은 잘못된 수
련 방법을 배워서 몸이 망가진 경우라 한다. 가장 많은 경우가 호흡을 오래 참게
되어 뇌로 산소가 가지 않아서 심한 두통을 앓거나 무리하게 단전에 힘을 주어
서 탈장이 되거나 혹은 장에 출혈이 있는 경우라고 한다. 이러한 점에 의하여 연
구보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책임하게 경험적으로 발간된 서적을 보고 혼자서 호흡법을 잘못하게 되면
정신적인 이상이 오기도 한다. 이것은 누누이 말하지만 호흡은 자율신경과 관련
되어 있으며 대뇌 피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호흡을 억지로 강하게 하면
자율신경 시스템이 망가져서 정신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하나 덧붙여 말할 것
은 수련은 되도록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모여 기의 파장을 만들어 하는 것이 좋
다. 자신의 게으름을 막을 수가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체험을 여럿이서 나누어
이야기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한 장소에서 수련교사의 도움을
받아서 수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신의 마음을 늘 삼가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제5장 천도 선법은 생명의 원기
참, 깨끗해요!
오늘날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비가 내려도 우수
에 젖어 비를 맞으며 걷지도 못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으며, 예전엔 비가 오면 화
분을 밖에 내놓았는데, 이제는 비가 오면 안으로 들여놓기 바쁘다. 산성비로 인
해 동상이나 다리 교각이 부식될 정도라고 한다. 물과 공기는 중요한 생명의 원
천인데, 이런 원천이 점점 나빠져가고 있다는 뉴스만 계속된다. 지금 인류의 대
참사가 일어나는 소말리아도 불과 몇심년 전만 하더라도 아프리카의 천국이었다
는 지역이다.
인류의 무모한 자연 파괴로 엄청난 산림이 훼손되어 사막화되었으며, 산성비로
인해 많은 초목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더구나 대기오염 등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조차 급속해 오염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오염된 환경 속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기수련을 한다면 오히려 체내에 들어오는 산소도 오염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당연한 의문이 생긴다. 대부분의 수련 방법들이 호흡을 중요시하여
기를 단전의 몸 깊은 곳까지 끌어들이고 있는데, 이것으로 오히려 공해를 몸 안
에 농축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몸을 움직여서 기혈의 막힌 곳을 뚫는다 할지라도 신선한 기를 받지 못하면
쉽게 기력이 회복되지 못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련하는 장소와 날씨 들을 심각
히 고려해서 수련을 해왔었다. 흔히 나무가 많은 곳에서 수련을 하라고 하였는
데, 이것은 오늘날 밝혀진 바에 의하면 나무에는 음이온이 많아서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요즘 산림욕이 유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
서이다. 그런데 기를 이용한다는 많은 기수련 단체들이 이런 점을 무시하고 아무
곳에서나 기수련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데, 이것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그
렇다면 근본적으로 오염된 기가 아니라 순수한 기를 받을 방법은 과연 없을까?
이런 점에서 천도선법 수련장에서는 독특한 방법을 쓰고 있어서 흥미를 끈다.
바로 칠보(어떠한 고열에도 원색을 지니는 유일한 광물질로서, 고전에 보면 용궁
은 칠보로 만들어져 있다고 하며, 우리 민족의 비서인 <격암유록>에도 칠보가
나온다.)라는 광물질로 만들어진, 대자연을 축소한 상을 통하여 깨끗한 음과 양의
기운을 수련장 안에 발생시킨다.(정수기로 물을 끼끗이 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기를 얻기 위해서이다.) 이 칠보로 만들어진 대자연 상의 모습은 고대 왕
권을 의미하는 일월산수도와 같이 해와 달, 그리고 산과 물결치는 물이 그려져
있어서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이 칠보에서 강력한 기가 나온다
고 한다.
모든 물질이 그 자체의 고유한 진동수(파장)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
자, 광물질 중에는 우라늄과 같이 방사선을 내뿜는 것이 있고, 철 성분을 띠어
자장을 형성하는 것도 있다. 칠보라는 광물질은 지구의 생성과 더불어 만들어진
보석의 일종으로 그 속성이 변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도 아주 높은 열에는 타
버리지만 이 칠보는 깨지거나 녹을지언정 성ㅈ리의 변화는 없다. 칠보라는 이름
은 그 일곱 가지 원색이 빛의 기본 색깔을 나타내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래서 94년 4월에 칠보를 한국표준과학연구소에서 검사해 본 결과 '생명의 빛' 이
라 일컫는 '원적외선'(원적외선의 효과로는 혈류량 증대, 맥박 및 심박출량 안정,
수면시 숙면, 뇌파안정, 생체물질 분비, 촉질 등이 있다.)이 나왔는데, 이론적으로
가장 높은 방사율을 1.0이라 할 때 약 0.9가 나오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원적외선
제품의 원료로 많이 쓰이는 세라믹 계통의 재료와 맞먹는 높은 방사율이다. 칠보
의 효용을 보여 주는 한예라 볼 수 있겠다.(312 페이지 그림 참고)
그러나 천도선법 수련장에 기를 방사하는 칠보라는 자연상에는 단지 '원적외
선' 뿐만 아니라, 30년간에 걸쳐서 고행의 수련을 해온 스승이신 모행룡, 박귀달
두 선사의 기의 파장도 함께 나온다(이러한 원리는 이미 앞장에서 기가 생명정보
를 가지고 있어서 마음이 가는 곳에 기가 간다고 설명을 했었다.)는 것이다. 두
분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의 천도선법 기수련은 일반 기수련과는 달리 사람이 태어날 때 부모로부
터 받는 생명의 원기를 받습니다. 이것은 남녀가 화합하여 우주와 하나가 되거나
아이악 태어날 때 주어지는 기이며, 칠보로 만들어진 '진리의 상' 을 통하여 대우
주와 파장을 맞추면 똑같은 생명의 원기가 쏟아져 나와 우리 온몸 구석구석을
활성화시키는 수련법입니다. 이 원기는 자신의 마음을 대우주와 같이 곱고 아름
답게 할 때 더욱 우리 몸에 잘 들어갑니다."
수련자는 이 생명의 원기를 받아서 자신의 질병을 치유할 뿐 아니라 간단한
기치료 능력(대자연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음으로써 사랑이라는
대자연의 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어릴 적에 배가 아프면 엄마가 배를 문지르
며 '엄마 손은 약손' 하면 낫고, 상쳐가 나서 울면 '호, 쎄쎄' 하면 낫는 것이 바로
사랑의 원리다. 기치료도 같은 원리이다.)도 함께 가지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천도선법 수련에서는 이 생명의 원기를 어떻게 끌어들이며, 또 두 스승
이 말한 대우주와 파장을 맞추는 작업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TV를 볼
때 부고자 하는 방송국의 채널을 돌려 주파수를 맞추어야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듯이, 자연의 리듬에 파장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자연의 마음
은 부모의 마음이라서 끊임업이 원기를 방출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성장할수록
때가 묻어서 받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부모의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돌이켜보아야 하는데, 이를 원심회귀라고 한다. 즉 태어날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스승과 수련교사 그리고 수련자 간의 기 조율
은 앞으로 과학적 접근을 실행해야 할 연구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서 잠깐 두 분의 수련 방법을 몇 가지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21일 간의
금식을 하면서 전국의 이름난 산을 하루에 하나씩 오르내리고, 얼음물이 녹아 흘
러내리는 계속 물에서 수중수련을 하는가 하면, 한겨울 엄동설한에 산 정상에서
눈으로 목욕을 하는 등 그야말로 극한상황의 수련이었다고 한다.
두 분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자 직접 사람에게 기를 주어 병을 낫게 하였는
데, 전국 각지에서 불치, 난치 환자들이 수없이 몰려들었다. 86년엔 일본 마쓰이
병원 연구팀이 이 두 선사의 치병능력을 보고 갔으며, 같은 해에 두 스승이 파라
과이로 가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등 괄목할 만한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파라
과이 정부에서는 감사패를 주고 영주권을 부여하였다고 한다. TV와 라디오, 유
수한 신문인<LA 타임스>등을 통하여 해외에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그 후 사람의 병을 고쳐 주는 단계에서 한 단계 발전되어 스스로 수련을 하여
병든 몸과 마음을 낫게 하는 '천도선법' 을 내놓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최근에도 40일이라는 혹독한 금식수련을 마쳤으며 아직도 계속 수련에 정진하
고 있다 하니, 참으로 기의 세계를 깊이 알지 못하는 일반사람들에겐 경이로운
일이다.
소리로 기를 조율한다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춘향가 중 '사랑가' 의 일부분이다. 한국의 고유음악인 판소리는 매우 독특한
데, 판소리의 명창들이 득음의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폭포 밑에서 소리치기도 하
고, 허리에 끈을 매고도 소리를 내어 목청을 튼다고 한다. 이런 고행은 뱃속 깊
은 곳에서 소리가 울려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아프게 되면 신음소리를 내게 된다. 놀라거나 흥분이
되었을 때 역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산에 가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
는데도 '야호' 소리를 친다. 소리가 우리 몸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을 이용하여,
최근에는 소리를 질러서 몸의 병을 고친다는 이론이 주목받고 있고, 또 음악을
통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음악치료법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몸은 하나의 울림
통과 같아서 소리라는 진동수를 주게 되면 몸 전체가 울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오행에 따라 소리(도홍경이 쓴 <양성연명록>, <동의보
감>, 퇴계 선생의 <활인심방>을 보게 되면, 간은 허 소리를, 심은 훠 소리를, 비
는 호, 폐는 스, 신은 취, 삼초는 히 소리를 내면 해당 장부를 강화시킨다고 한
다.)를 진단하기도 했었다. 이미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으며 이황 선생도 여섯
소리 호흡법으로 오장을 건강하게 유지했었다.
소리는 아랫배에서 울려퍼져야 목청을 뚫고 온몸을 진동시키는데, 이것은 소리
의 근원이 실제로는 아랫배 즉 단전 부위라는 것을 말해 준다. 특히 모음은 소리
가 더 깊어서 진동이 오래 간다.
천도선법의 음성수련은 두 선사님이 대우주의 진동음을 우리의 음성체계에 맞
추어 놓은 것이라 하는데, 소리의 진동이 우리 몸의 세포들을 미세하게 진동시켜
온몸의 밸런스가 잡혀져서 인체의 기를 가장 자연스런 질서로 재배치한다. 이 진
동은 현대의학의 저주파, 고주파 등의 물리치료에도 응용이 되어 병원에서 사용
되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음성수련은 자기 스스로 소리를 내어 아주 자연스럽게 몸의 긴장을
풀어내는 치료법으로서 기의 막힌 흐름을 뚫어 주게 된다. 모두 모음으로 이루어
져 있기 때문에 소리가 하단전 깊숙한 곳에서 나오게 되어 온몸을 조율하게 된
다. 따라서 단전호흡법이라고 해서 복잡하게 숨을 쉬고 차고, 또 내뱉을 때 배를
내미느니 들여놓느니 할 필요가 없다. 단지 평탄하게 아랫배로 소리내면서 읽으
면 되는 것이다.
천도선법(천도선법에서는 '천문' 즉 하늘의 소리, 대자연의 소리라고 한다. 보이
저2호가 토성을 통과할때 들려온 우주의 음악은 너무나 아름다왔다고 한다. 그러
나 인간은 가청주파수가 20에서 2만헤르즈까지 밖에 안 되므로 너무 작은 소리
도 너무 큰 소리도 듣지 못한다. 사람은 폐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호흡을 하는데,
이것은 화상을 몸의 2/3이상 입거나, 온몸에 페인트칠을 하게 되면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사망하게 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옷을 자주 갈아입게 되
면 산소 공급이 잘 되는 것은 당연하다. 어린아이들과 동물들은 피부호흡을 자연
스럽게 하고 있다 한다.) 음성수련 시 몸 안의 혈액을 조사한 결과 낭송 전보다
산소량이 증가하고 이산화탄소량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피의 물성분
인 혈장이 많아지는데 이것은 음성진동으로 세포와 세포 사이에 고여 있던 노폐
물을 빼내어 혈액 속에 녹여 버린다고 생각되며, 혈액의 윤활성을 통해 혈액순환
이 활발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엔 퇴파분석을 마쳤는데 이 책의 제3부의
'춤추는 뇌' 에서 보듯이 가장 안정된 알파파가 주로 나오고 있었다. 이로써 음성
수련이 기의 흐름이 좋게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과학을 앞서가는 놀라운 효과
아직껏 과학적으로 풀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두 선사의 놀라
운 치병 효과와 천도선법의 치병률, 그리고 수련생들이 가지고 있는 기치유 능력
등에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더구나 같이 살고 있는 가족 중에서 한 사람만
수련을 하더라도 가족 전체가 병원 신세를 면하게 된다고 장담하고 있다. 같은
피를 나누어서 파장이 같기 때문이고, 또 기수련으로 몸에 기가 가득 넘쳐 가족
들에게 기를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아파서 수련을
할 수가 없을 때에는 엄마가 대신 수련하여 낫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대
로 나이 드는 어머니 병환을 고치고자 수련을 하는 효자 아들도 있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2~3개월만 수련을 해도 자신의 질환뿐 아니라 남에게 기를 주어
서 웬만한 가벼운 병 정도는 고친다고 한다. 배 아픈 것 정도는 기본이고, 어떤
사람은 의사도 고치지 못했던 만성 피부병을 고쳤다고 한다. 문제는 기를 받아들
이는 사람이 감사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된다고 한다. 어떻게 2~3
개월에 그럴 수가 있을까?
그들은 말한다.
"사랑입니다. 대자연이 우리에게 베풀듯이 우리도 자연을 본받아 가는 것입니
다."
천도선법 기수련에 관한 더 많은 사실과 치병 효과들이 있지만 여기에는 실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아직은 이론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것은 추후에 과학적으로 밝혀내기로 하자. 그리고 천도선법
각각의 동작들에 대하여서는 이미 여러 책에 소개되어 있으므로(도서출판 언립에
서 나온<기> <천도선법> <천도선법과 진리의 상>등을 참고 바람.) 설명을 생
략한다. 동작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반드시 마음으로써 천천히
기의 흐름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잘하면 신선, 못 돼면 건강은 남는다
기수련은 의학이론을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나 쉽다. 그러나,
묵묵히 자신을 돌이켜보아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기수련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며, 자연치유력으로 자신을 믿고 자신을 되찾는 방법이다. 우
리가 보는 대자연은 객관적 관찰의 대상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본성을
실현하기 위한 무대이며 생명을 부여해 주는 어머니인 것이다.
술은 익어야 제 맛이라고 했다. 기수련은 바로 우리의 몸을 자연의 진리에 맞
게 성숙시켜 내 몸의 알맹이인 마음의 향기가 은은하게 나게 하는 것이다. 인간
은 원래 자기를 낳은 대자연의 생명계와의 만남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존재
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사실을 잃어버리고 시멘트 속에서만 살려고 하는 것이 바
로 문화병(현대의 병인 성인병)의 근본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는 마음이 열
려진 사람에게는 자연의 생명력으로 새로운 삶의 이치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
것은 살아서 메아리치고 있다.
자연에는 일정한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 놀이를 할 때 지켜야 하는 무언의 약
속을 깨 버리면 더이상 게임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연의 규칙을 깨
뜨리면 결과적으로 벌칙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환경오염과 새로운 병들의 출현은
바로 그런 벌칙이 아닐까? 최근에 상영된 얀 드봉 감독의 '스피드' 라는 영화의
스토리를 보게 되면, 전직 경관인 페인이 복수심에 불타서 시내를 주행하는 대형
버스에 폭탄을 장치하고, 만약 시속 50마일 이하로 속도를 줄이면 폭발하게 되어
있다. 그것을 알게 된 경찰관인 잭이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버스는 결국
폭발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우리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폭탄을 장치하
여 멈추게 되면 터지는 물질문명이란 버스에 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하
면 이폭탄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 정도 박물관에 간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고인과의
말 없는 대화를 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 문화 유산은 결코 현대에 뒤지지 않는
다. 대량생산이라는 점 이외는 오히려 현대인이 기술면에서 고인들보다 크게 앞
서 있지않다. 동양의 기수련은 바로 옛 조상들이 오랜 세월 동안 건강과 자연의
이치를 함께 터득하여 우리에게 물려준 방법이다. 옛날에는 공기가 무척 맑고 신
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를 얻고자 깊은 산골에 가서 수련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며 체질을 바꾸려고도 하였다. 그러나, 현대사
회는 가정과 직장 사이를 왔다갔다 하기도 바쁘다 보니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
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건강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이런 공해시대와 복합오염시대에 몸 관리는 무척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우
리의 고귀한 천도선법이라는 기수련법은 그러한 문제를 풀어 주고 있으니 참으
로 다행한 일이다.
이제껏 의문 속에 가려졌던 기수련의 효과가 하나하나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옛말에 기수련을 하면 '신선은 못 돼도 건강은 남는다' 라고 했는데, 천도
선법은 도심 속에 사는 우리의 건강뿐 아니라 우리를 도시의 신선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제3부 가자, 연구실로!
이제, 과학으로 밝혀진 기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긍지와 건가을 되찾자.
제1장 가자, 연구실로!
가자, 연구실로!
우리는 앞에서 면역과 기를 이론적으로 공부했다. 이제 우리는 훌륭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연구원의 자격을 갖추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배운 지식을
마치 구슬을 실에 꿰어 보배를 만들듯이 직접 연구에 몰두해 이론으 실제로 증
명해 보이는 것이다.
'마음은 신경과 호르몬이라는 화학물질을 통해 면역계에 영향을 준다' 는 커다
란 공식을 머리 속에 새기고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연구의 방향이 무엇인지 설정
해 보자.
우리 동양인들이 수행해 온 심신수련법은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을 하나로 여
겨 이 둘의 밸런스를 이루는 것이 곧 건강을 유지하는 길로 여겨 왔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바 있듯이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은 제 아무리 보석이라
해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것이다. 동양의 심신수련법, 특히 우
리나라의 심신수련법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이지 않고서는 서양인들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대고 '무조건 하면 건강에 좋다' 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
이다.
다행히도 샛별처럼 막 떠오르는 서양의 정신신경면역학은 어떻게 마음이 몸의
방어체계를 움직이며 건강을 유지하는지를 조금씩 밝히게 되었고, 우리는 동양의
신비로 여겨온 심신수련법의 효가를 이 학문을 도구로 삼아 입증해 보일 수 있
었던 것이다.
이제,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고유한 심신수련법
은 우리의 마음, 신경, 호르몬 그리고 면역계에까지 분명히 영향을 나타낼 것으
로 추측이 되는데, 이를 알아보기 위해 차근차근 하나씩 연구 테마를 정하고 연
구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이를 입증해 보자.
가자, 연구실로!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우리는 심신수련이 지니는 효과를 알아보는 데 있어 먼저 무엇을 연구해야 할
지 연구할 내용의 테두리를 정해야 한다. 마구잡이 연구는 소용이 없다. 연구의
내용은 아무래도 우리의 의문점을 푸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다. 도서관에서
충분한 자료도 찾아야 하겠고 이를 읽어 보고 면밀히 검토하여 우리가 하고픈
연구의 방향과 내용이 타당한지 비교하여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젠 자료조사도 충분히 끝났고 진지한 토론도 이루어졌다. 우리는 다음과 같
이 연구의 방향과 내용을 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심신수련은 확실히 심리안정과 정신안정에 효과를 주는가?
둘째, 만일 심신수련이 심리안정 효과를 보인다면, 심신수련은 뇌에도 직접적
인 영향을 주는가?
셋째, 심신수련을 통해 일어난 마음의 안정으로 과연 뇌와 그 밖의 기관에서는
몸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호르몬을 분비하는가?
넷째, 심신수련의 효과는 생리적인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다섯째, 심신수련은 우리 몸을 방어하는 면역계에도 확실하게 변화를 준는가?
만일 변화를 준다면 그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상과 같이 크게 5가지의 의문점을 푸는 방향으로 연구의 내용을 정
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처음부터 하나씩 차례대로 연구해 나가기로 하자.
제2장 마음을 잡아라
마음의 변화
과학자들은 일반인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마음과 몸의 상태를 손쉽게 조사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환자나 운동하는 사람이 객관식 답안을 작
성할 수 있도록 질문용지를 만들어 널리 사용하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된 마음과 몸의 변화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는데, 우리는 먼저 이러한 설문조사 방법을 가지고 천도선법 수련이 심리
와 육체의 안정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해 보자.
방법
미국 워싱턴 대학교 간호대학 스트레스반응 관리 연구소에서 만들어져 국제적
으로 공인받은 에스오에스(SOS: symptoms ofstress)라는 스트레스 수준의 변화
를 측정하는 설문지를 사용한다.
대상
천도선법을 1주 이상 수련한 사람 87명과 일반인 163명을 대상으로 한다.
결과
우리가 설문지를 모두 모아 심리 분석한 결과 기수련자는 일반인에 비해 아래
와 같이 변화가 있음을 관찰하였다.
1. 말초혈관증후군 (5퍼센트 감소)
2. 심폐증상군 (5퍼센트 감소)
3. 중추신경계군 (10퍼센트 감소)
4. 위장계 증상군 (16퍼센트 감소)
5. 습관적 행동 형태군 (5퍼센트 감소)
6. 우울증상군 (13퍼센트 감소)
7. 불안증상군 (12퍼센트 감소)
8. 정서적 불안군 (21퍼센트 감소)
9. 인지력 장애군 (13퍼센트 감소)
10. 근육긴장 증상군 (변화 없음)
결론
규칙적인 동작과 참선으로 구성된 심신수련법인 천도선법을 통하여 전체적인
스트레스를 평균적으로 11퍼센트 감소시켰다. 그 중에서도 정신적인 부분인 우
울, 불안 상태를 가장 많이 변화시켰다. 이로써 우리는 이 수련을 행함으로써 심
리적인 안정에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음을 입증하게 되었다.
춤추는 뇌
마음의 춤을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 1929년 독일의 한스 베르거(H.
Berger)라는 과학자는 우리 사람의 마음자리인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기신호
의 변화를 측정하여 마음이 추는 춤의 모양을 종이 위에 기록하였다. 이것을 우
리는 '뇌파' 라고 한다. 일단 우리는 천도선법이 심리안정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므로, 이번에는 마음자리인 뇌의 안정, 즉 마음이 그려내는 춤사
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나타내는지 알아보자.
방법
순간적인 마음의 변화는 뇌에서 나오는 전기신호의 변화로 알아볼 수 있으므
로 전기신호를 받아 낼 수 있는 전극을 앞이마에 2개, 옆이마에 2개, 뒤꼭지에 2
개 등 모두 6개를 붙인다. 실제로 우리 뇌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는 전기뱀장어가
내는 300볼트에 비하면 10만 분의 2 내지 3볼트에 불과하므로 고성능 증폭기를
사용하여 실험에 임해야 한다.
결과
천도선법 수련 전(그림 가)과 음성수련을 10분 후(그림 나), 참선을 시작한지
10분(그림 다) 그리고 수련을 마친 뒤(그림 라)에 나타나는 결과를 그림으로 보
자. 음성수련과 참선 동안에는 알파파가 강하게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결론
알파파는 마음이 편하게 되고 긴장이 이완되었을 때 나타나며 명상파라고도
불린다. 천도선법을 통한 기수련을 함으로써 쉽게 알파파를 내어 뇌의 활동을 안
정시켜 직감력과 창조력을 발휘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뇌부의 명령은 무엇인가?
마음은 신경과 호르몬이라는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우리 몸 전체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일단 우리는 지나온 두 단계에서 천도선법이 심리안정과 뇌의 안정에
효과가 있음을 관찰하였다. 이제는 신경과 호르몬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일
까에 대하여, 그리고 천도선법을 수련함으로써 몸 전체의 안정을 위해 수뇌부인
뇌로부터 빠져 나오는 명령전달자는 누구인지 알아보자.
방법
명령전달자인 호르몬은 밀사처럼 움직이므로 실제 우리 몸안에 아주 적은 양
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호르몬의 양을 측정할 때 방사능 면역측정법을 이
용해야 한다. 아주 적은 양의 화학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천도선법수련 전과 진행중 그리고 수련이 끝난 뒤의 세번에 걸쳐 혈액을 뽑아
그 혈액의 액체 성분만을 얻어 그 안에 있는 호르몬의 양을 재기로 한다.
결과
우선 가장 열심히 일하는 호르몬은 바로 사랑의 호르몬인 베타엔돌핀이었다.
이 베타엔돌핀은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냥 쉬고 있는 사람보다 천도선
법을 수련하고 있는 동안의 사람에게서 확실한 차이가 날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알았다(그림). 그리고 상처치유와 부실한 세포에게 힘을 갖도록
연락하는 성장호르몬(뇌하수체로부터 분비되는 호르몬)도 훨씬 많이 나왔다. 그
러나 부신피질자극 호름몬은 오히려 수련중에 감소하였다.
결론
심리 및 뇌의 안정은 호르몬(특히 베타엔돌핀)이라는 물질을 전달자로 하여 정
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한편 육체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직접 작용함을 확
인하였다.
제3장 레디고!
연주의 시작
이상의 연구를 통해 일단 우리는 천도선법 수련은 마음을 안정시키며 더불어
수뇌부를 통해 몸을 안정시키는 명령을 발동함을 확인하였다. 이번에는 몸을 안
정시키라는 명령이 뇌로부터 하달되었을 경우 우리 몸 안의 다른 기관이 이 명
령을 받고 얼마나 잘 조화롭게 순응해 가는지 알아보자. 마치 오케스트라의 단원
처럼 지휘자의 지시에 얼마나 잘 따라 연주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처럼.
방법
우리 몸 안에는 이미 호르몬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천도선법 수련자와 쉬고 있
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혈액을 뽑아 그안에 들어 있는 인슐린양 성장 호르몬
(IGF-I, 간에서 빠져 나오는 호르몬)과 코티졸(부신피질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양을 방사능 면역측정법으로 잰다.
결과
인슐린양 성장 호르몬의 농도는 수련 동안에 뚜렷하게 증가하였고 코티졸의
양은 큰 변화가 없었다.(그림)
결론
우리는 앞의 연구에서 베타엔돌핀의 양은 많아진 반면 부신피질 자극호르몬의
양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 부신피질 자극호르몬에 변화가 없는 것과 일
치되게 코티졸의 양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이로써 릴레이는 바르게 이어지고 있
으며 흐르고 있는 심신의 연주는 화음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가슴을 진정시켜라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을 안정시키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오래 전
부터 내려오는 과학적 진실이다. 자율신경계는 누가 간섭을 안 해도 자기가 알아
서 우리 몸을 조절해 나가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곧 자율신경계는 대체로 우리 마
음대로 조절이 안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위적인 수련을 통해서 자율신경계가
영향을 받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어ㅆ. 자율신경계에 의해서 조절
받는 호흡 및 심장의 활동, 곧 천도선법 수련을 통하여 가슴안정과 숨 고르기를
기할 수 있는 생리학적 연구방법을 동원해 알아보자.
방법
천도선법 수련자에게 심박동수와 호흡수를 측정할 수 있는 생리기록계를 연결
하고 수련 전과 수련중 그리고 수련 후의 차이를 알아보자.
결과
호흡수는 천도선법 수련중에 안정되었으며 특히 참선중에는 16회에서 7회로
감소하였다(그림 가). 심박수 또한 77회에서 71회로 감소하였다(그림 나).
결론
천도선법은 우리 인체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심장과 호흡활동의 안정효
과를 나타냄을 알 수 있다.
산소는 생명
우리는 산소 없이 살 수 없다. 산소는 우리 몸의 세포 안에 있는 화학에너지
생산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빠져나오는 수소 원자 두개롸
결합하여 물을 만들면서 생명활동이 유지되도록 한다. 만일 산소가 없으면 우리
몸안의 수소 원자들은 생명의 화학에너지(ATP)를 만들 수 없으므로 생명은 유
지될 수 없다. 천도선법 수련 동안에 과연 혈액 내에는 보통때보다 얼마나 산소
의 분압이 높아지는가 알아보자.
방법
청도선법수련 전 수련중, 수련 후를 통하여 정맥 혈액을 여러번 뽑아 혈액 내
에 들어 있는 가스의 농도를 잰다. 동맥혈액을 뽑는 것이 좋지만 뽑기 쉬운 정맥
을 택한다. 혈액 내 가스농도 분석기기를 이용하여 산소,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
화 그리고 산성도(pH)의 변화를 측정하자.
결과
수련중 산소분압은 28mmHg에서 36mmHg로 올랐으며, 거꾸로 이산화탄소의
분압은 59mmHg에서 52mmHg로 내려갔다. 한편 산성도는 7.38로 알칼리쪽으로
올라갔다.(그림)
결론
천도선법수련을 통하여 혈액 내 산소분압이 오르고 산성도의 변화가 일어남은,
하루 일과중 자신이 뇌와 근육 등에 빚져 놓은 산소빚(oxygen debt)(과고시 뇌
와 근육은 호흡으로 얻는 산소보다도 많은 산소를 초과하여 사용하는데, 이를 산
소빛이라 한다.)을 갚을 수 있는 증거로 본다.
제4장 방어군 증강전략
총사령관의 동정
우리는 이상에서 심신수련을 통하여 심리적 안정, 뇌퐈의 변화, 호르몬의 변화,
자율신경계의 변조로 인한 심박수와 호흡수의 변화, 산소분압의 변화를 관찰하였
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마음이 신경과 호르몬을 다리 놓아 면역계에 가서 미
치는 영향을 연구해 보자. 무엇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을까? 스트레스는 총사령관
의 기능에 역할을 주르모 우리는 먼저 스트레스의 해결사인 천도선법이 총사령
관의 동정이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아보자.
방법
기수련을 하지 않은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생들을 비교대상의 기준으로 정하는
한편 천도선법을 시작하여 수개월이 지난 수련자의 혈액을 뽑는다. 혈액 안에 있
는 면역세포만을 깨끗이 분리하여 면역세포만을 알아차리는 형광물질에 반응시
켜 총사령관 T세포와 그 밖의 자연살해세포 등의 동정을 살핀다.
결과
천도선법을 통한 기수련자는 협력 T세포가 900개로 보통사람의 800개에 비해
100개 증가하였고, 억제T세포는 400개로 보통 500개에 비해 100개가 감소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수련자는 면역반응을 증가시키게 명령하는 협력
T세포와 면역반응을 떨어뜨리거나 중지시키는 억제 T세포의 비유이 1.6에서 2.4
로 일반인들보다 약 50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수련자에게서는 수련기간에 정비례
하여 협력T세포가 증가되어 나타난 것이다(그림). 한편 면역반응의 증가를 명력
하는 협력T세포는 기억력이 좋은 메모리T세포였다.
면역반응을 긍정적으로 조절하는 협력T세포의 비율 증가와 또한 이들 세포가
기억력이 크다는 것은 우리 몸이 외부의 병원균과 반응시 보통상태보다 훨씬 효
과적으로 대응하는 태세를 지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면역의 두 팔
면역계는 외부의 적을 첫째 주로 무기전으로 쳐부수느냐 아니면 충실한 군인
으로 하여금 육박전으로 때려 눕히느냐는 두 가지 방법을 쓰는데, 과학자들은 이
를 지칭하여 면역의 두 팔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육박전을 하는 것이 ㅇ지만 실제로는 여기서 훨씬 더 훌륭한 군인의
충선스러운 모습을 엿볼 수 있듯이, 우리 몸 안에서도 육박전의 전력의 구상하고
이를 펼치는 것이 많은 면에서 균을 쳐부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육박전
총사령관T세포 비율 증가, 그 중에서도 기억력이 많은 T세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적을 잘 쳐부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천도선법 수련자와 일반인
들에게 모의전투를 일으며 보자. 누구의 팔뚝에서 육박전 전투가 잘 수행될까?
방법
프랑스 메리우스 연구소에서 만들어 세계적으로 보급하는 일곱 가지의 정제된
균 쪼가리를 팔뚝에 주사할 수 있는 실험기구를 구입한다.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생과 조교 12명을 비교의 기준대상으로 하고 5개월 이상 천도선법을 수련한 사
람 21명을 선정하여 팔뚝에 각각 균 쪼가리를 주입하고 24시간, 48시간, 72시간
에 그 반응정도를 알아보았다.
결과
그림에서처럼 5개월 이상의 천도선법 수련자는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균수에
반응하고 처리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그림)
앞선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하여 분석해 보면, 천도선법 수련자의 기억력이 좋
은 협력T세포는 일반인보다 많은 균을 잘 기억하고 있으며 모의전에서 확실히
차이가 나는 능력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 우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심신운동법인 천도선법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1 심리적 안정, #2 자율신경계의 안정, #3 호르몬계
의 조절, 그리고 #4 면역계의 강화 등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알아보았
다.
자! 이젠 연구 결과를 정리하자. 그리고 보고 싶은 동료를 만나 열정적으로 진
리를 토론할 수 있는 학회와 심포지움의 현장으로 즐거운 여행을 떠나자.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조선의 국모다 [이수광] 01 (0) | 2023.03.11 |
---|---|
기획 21세기 [홍준기] (0) | 2023.03.11 |
긍정과 기쁨의 철학; 스피노자와 니체 (0) | 2023.03.11 |
금연 [스티븐킹] (0) | 2023.03.11 |
금시조 [이문열] (0) | 2023.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