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친해지는 50가지 이야기
모리즈미 아키히로
환경과 친해지는 50가지 이야기
모리즈미 아키히로
모리즈미 아키히로
1941년 일본 나라현에서 태어났고 1964년 오사카대학 이학부를 졸업했다. 현재 오사카대학 기초공학부 교수(리사이클 전공)이다. 저서로 (쓰레기와 하수, 주민)(더러움과 친해지자)등이 있다.
저자 서문
매력을 느끼는 톄마와 함께 환경 여행을 떠나 봅시다.
캄보디아에서 자원 봉사를 하다 총에 맞아 죽은 청년이 있습니다. 나카타 아쯔히토군입니다. 아마 인문 계통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평화 란 테마에 강한 매력을 느꼈고 멀리 타향 동남아에서 힘을 쏟고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간만에 좋은 뜻을 가진 우리 후배를 만났으련만, 총탄에 쓰러져 버렸으니 그저 애석하기만 합니다.
유엔 , 바런티어(Volunteer) , 일본인 같은 선진국 문화의 간판 을 내세우면 현지 주민들에게는 그들의 열정적인 생각이 전해지기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NGO(비정부조직)라고 불리는 자원 봉사성 시민 활동이 환경 문제를 떠받치고 있고, 선진국의 청년들도 개발 도상국 주민의 자립을 지원하려는 노력 봉사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나카타군이 유엔 발런티어에 참여했을 때는 아마 그런 이미지로 발런티어를 파악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유엔에서는 좀더 넓게 생각해서 제법 권한을 갖는 부서의 역활도 부여했기 때문에 현지 주민과의 괴리가 커지게 되고, 비극을 낳고...
동남아의 열대림과 망그로우브림이 훼손되고 목재나 새우가 일본까지 실려오고 있습니다. 물자가 풍요롭지 않았던 시대에는 근처의 지역에서 생산, 소비, 폐기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이 만들어지는 최상류와 폐기되는 최하류가 잘보이는 것이고, 또 최상류,하류라고 해도 이웃 지역과의 관계에서 결정되는 상대적이라는 것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생산과 폐기의 장이 생활의 장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자연과 사회의 구조도 멀어지고, 만드는 방법, 쓰는 방법, 버리는 방법이 서로 꼬이면서 환경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목재와 새우가 나오는 최상류는 한편으로는 폐기물로서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는 최하류입니다. 생활의 장에 있는 매력을 느끼는 테마 중의 하나와 함께 상류, 하류로 여행을 해보면 자연은 오로지 하나이며, 하류로 버려졌다고 생각했는데 모습을 바꾸어 상류로 천천히 환원되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학문의 성과를 이용해야 하고 고도로 복잡한 구조를 거쳐서 환원되어 오기 때문에 환경과 공생이 가능했던 시대처럼 직관이나 느낌만으로 알아채는 것이 더딜 따름입니다. 지금가지의 학문은 이것을 빨리 깨닫고 환경과 공생할 수 있는 생활 양식과 일을 찾아내는 사람만이 다음 세대까지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 남는 절차 또는 방법은 유감스럽게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문제로 떠맡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는 4반세기 동안 생활의 장을 연구의 장으로 삼고 그것을 보여주고자 시도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변변찮은 중간 보고서 입니다.
여러분들이 살아 남는데 참고로 삼아 주기시 바랍니다. 또 이 책을 읽는 것뿐만이 아니라 실제 필드웍(Field Work)을 함으로써 자기의 눈과 몸으로 제대로 확인할 것을 권합니다. 필드웍의 제1단계는 매력을 느끼는 테마를 찾는 것입니다. 찾아냈으면, 그 자리에서부터 상류로, 또 하류로 떠나봅시다. 지금까지 자기와 연관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자연이나 사회가 자기와 맺어져 있음을 알아가는 기쁨을 차례로 만끽할 것입니다.
1993년 6월
모리즈미 아키히로
한국어판 서문
정말로 기쁩니다. 일본에서 태어난 (환경과 친해지는 50가지 이야기)가 한국에서 친구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저로서는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새로운 경험입니다.
이 기회를 만들어 주고 한국어로 번역해 준 유영초 씨와 김광민 씨, 정말 고맙습니다.
몇 년 전, 한국어를 배우고 있던 친구를 통해 쓰레기 소각장 문제에 부딪쳐 있는 서울의 주민 단체 분들을 만났습니다. 20여 년 전 일본에서도 여러 지역에서 이와 똑같은 문제가 일어났지요. 나는 주민측의 자문역을 맡아 시민이 환경 문제와 쓰레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 지를 연구해 왔기 때문에 그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한국의 시민측 운동 방법에 감명을 받은 바 있습니다. 아울러 부럽다고 생각되었던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단순히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당국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쓰레기를 모으고, 소각하고, 남은 재를 매립하는 방식보다는 부엌에서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식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재이용하는 쪽이 낫다고 하는 대안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소각 우선 정책을 반성하면서 리사이클 노선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각 우선 정책이 사회 속에 정착해 버리면 시민들과 사업자들의 협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잘 되지 않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서울 주민들의 생각이 앞서 있음을 느꼈습니다.
두번째로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일본보다는 의회, 정부 관계자에게 전달되지 쉽다는 점입니다. 주민 단체의 대표가 의회 관계자 앞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조금은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어찌 보면 일본은 한국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회를 만든 방법이 꼭 적절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시민들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은 오히려 쇠퇴해 버렸습니다.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뒤처리는 스스로의 책임으로 해내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나 기업에 내맡겨 버립니다. 자기 마을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나가려는 열의를 잃어벼렸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의회 관계자도 편리함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대응을 하려고 하지만 쓰레기나 환경 문제처럼 다루기 어렵고 해결될 것 같지도 않은 테마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주민과 의회 관계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훌륭한 문화가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주민과 주민을 대표해야 할 의회 관계자와의 관계가 깊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4월에 전국에서 실시된 지사 선거에 동경과 오사카에서는 정당이 추천한 후보가 되지 않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시민 단체가 운동을 해서 당선된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이제 지방 자치 운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활발한 여성들의 시민 단체가 20%의 여성 참가를 목표로 전국적으로 정치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의 시민단체는 이것만은 하기 어렵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 적절치 않으면 시민과 시민, 시민과 의회 관계자 등의 사회
관계가 끊어져 버리는 일도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50가지의 식물이나 플라스틱 제품 같은 것을 교재로 하면서 자기와 자연, 사회 환경이 어떤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에 넋이 나가면 그 관계가 어떻게 변질돼 버리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은 바르게 성장한 것을 으시댄 나머지, 자기와 자연 및 사회 환경과의 관계성이 엷어지는 폐해를 깨닫는 데 무뎌져 버렸습니다. 결코 물질이 빈곤한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 당시의 관계성의 깊이를 유지하면서 발전하는 길을 모색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나는 일본에서는 별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을 일본 사람보다는 중시하는 국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의 친척이 2차 대전 전에 부산에서 사진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알고 지냈던 한국 사람이 수십 년 뒤에이 사진관을 했던 분을 한국에 초청해 주었습니다. 한국을 점령해서 폐를 끼친 쪽이 일본이기 때문에 정작 초대를 해야 할 쪽은 일본 사람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일본 사람에게 그러한 발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서 한국 사람의 깊은 뜻에 탄복했습니다. 또 지진이 있었던 고베에서 재생 자원 회수업을 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도 속이 깊어서 시민 운동에 관계하는 일본 사람들이 힘을 입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부터는 일본이 한국을 배우면서 환경적인 나라를 지향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예감하고 있습니다. 나도 일본에서 그 중 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저를 통해서 좋은 벗들이 많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1955년 4월 24일 한국의 지방 자치의 현황과 전망 심포지엄 회의장,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국회위원 회의실에서
모리즈미 아키히로
차례
저자 서문
한국어판 서문
옮긴이 말
첫번째-된장국과 떠나는 환경 여행
두번재-자연농법
세번째-검은 쌀알과 노린재
네번째-굽은 오이와 매끈한 오이
다섯번째-값싼 바나나와 값비싼 바나나
여섯번째- 낙지와 전복
일곱번째-국물과 잇바디
여덞번째-유효 기간과 불안감
아홉번째-나무젓가락이 열대림을 파괴한다?
열번째-우유팩과 나
열한번째-우유팩은 어디서 오는가
열두번째-우유팩 모으기 운동의 힘
열세번째-추억속의 병
열네번째-일회용 문화와 캔
열다섯번째-편리한 랩, 독이 되는 랩
열여섯번째-스티로폴
열입곱번째-못 쓰는 식용유?
열여덟번째-음식 쓰레기와 퇴비
열아홉번째-식품 찌꺼기
스무번째-메탄 발효
스물한번째-산성비
스물두번째-수도꼭지와 삼림
스물세번째-마실 물과 정수기
스물네번째-가정 폐수
스물다섯번째-하수 처리장
스물여섯번째-고성능 정화조
스물일곱번째-오염된 샘물
스물여덟번째-합성 세제와 비누
스물아홉번째-직접 만드는 비누
서른번째-삼퓨와 청결 신드롬
서른한번째-땀냄새 제거제와 제균 스프레이
서른두번째-벌레공포증
서른세번째-균들의 복수
서른네번째-변신 바이러스, 에이즈
서른다섯번째-재활용 바퀴와 사회 구조
서른여섯번째-화장지와 기업 사귀기
서른일곱번째-백색 신앙, 백색 화장지
서른여덟번째-전기 만들기
서른아홉번째-환경을 죽이는 저금, 환경을 살리는 저금
마흔번째-벼룩시장과 풀뿌리민주주의
마흔한번째-장례식,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
마흔두번째-쓰레기 하치장
마흔세번째-공동 수거
마흔네번째-굴뚝위의 고이노보리
마흔다섯번째-작은 자연, 공원
마흔여섯번째-실개천 살리기
마흔일곱번째-별이 사라진 밤하늘
마흔여덟번째-쓰레기, 내 집 앞에는 안돼!
마흔아홉번째-마을 만들기, 고향 만들기
쉰번째- 보는 학문에서 하는 학문으로
마치면서
첫번째
된장국과 떠나는 환경 여행
된장국을 한그릇 흘리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하나의 방편 일 뿐입니다. 우리는 생활 주변의 여러 가지 도구를 비롯해 상수도, 하수도등 많은 전문가들이 이루어낸 어려가지 성과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과들이 지금까지는 편리성, 쾌적성에 치우쳐 이용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 성과들을 좋은 환경을 위해서 어떻게 사용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시작 단계입니다. 그래서 일단 편의적인 방편을 써 버리는 것입니다.
된장찌개 한 그릇을 흘려 보내면 물고기가 살 수 있는 물이 될때까지 욕조물 다섯 배가 필요하다
이 말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공감, 반발, 무관심 가운데 어느쪽입니까?
아침밥을 안 먹거나 빵으로 밥을 대신하는 쪽으로 식문화가 바뀌고 있는 마당에 된장국을 함부로 버리지 말자는 호소는 구시대적 발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말은 한때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만 나중에는 호응을 못 얻게 됐습니다.
수년 전부터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지구 온난화나 오존층의 파괴 등, 지구 차원의 커다란 변화를 가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그렇게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원과 에너지를 헤프게 쓰지 않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선 생활 속에서 할 도서명: 환경과 친해지는 50가지 이야기
모리즈미 아키히로
1941년 일본 나라현에서 태어났고 1964년 오사카대학 이학부를 졸업했다. 현재 오사카대학 기초공학부 교수(리사이클 전공)이다. 저서로 (쓰레기와 하수, 주민)(더러움과 친해지자)등이 있다.
저자 서문
매력을 느끼는 톄마와 함께 환경 여행을 떠나 봅시다.
캄보디아에서 자원 봉사를 하다 총에 맞아 죽은 청년이 있습니다. 나카타 아쯔히토군입니다. 아마 인문 계통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평화 란 테마에 강한 매력을 느꼈고 멀리 타향 동남아에서 힘을 쏟고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간만에 좋은 뜻을 가진 우리 후배를 만났으련만, 총탄에 쓰러져 버렸으니 그저 애석하기만 합니다.
유엔 , 바런티어(Volunteer) , 일본인 같은 선진국 문화의 간판 을 내세우면 현지 주민들에게는 그들의 열정적인 생각이 전해지기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NGO(비정부조직)라고 불리는 자원 봉사성 시민 활동이 환경 문제를 떠받치고 있고, 선진국의 청년들도 개발 도상국 주민의 자립을 지원하려는 노력 봉사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나카타군이 유엔 발런티어에 참여했을 때는 아마 그런 이미지로 발런티어를 파악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유엔에서는 좀더 넓게 생각해서 제법 권한을 갖는 부서의 역활도 부여했기 때문에 현지 주민과의 괴리가 커지게 되고, 비극을 낳고...
동남아의 열대림과 망그로우브림이 훼손되고 목재나 새우가 일본까지 실려오고 있습니다. 물자가 풍요롭지 않았던 시대에는 근처의 지역에서 생산, 소비, 폐기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이 만들어지는 최상류와 폐기되는 최하류가 잘보이는 것이고, 또 최상류,하류라고 해도 이웃 지역과의 관계에서 결정되는 상대적이라는 것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생산과 폐기의 장이 생활의 장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자연과 사회의 구조도 멀어지고, 만드는 방법, 쓰는 방법, 버리는 방법이 서로 꼬이면서 환경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목재와 새우가 나오는 최상류는 한편으로는 폐기물로서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는 최하류입니다. 생활의 장에 있는 매력을 느끼는 테마 중의 하나와 함께 상류, 하류로 여행을 해보면 자연은 오로지 하나이며, 하류로 버려졌다고 생각했는데 모습을 바꾸어 상류로 천천히 환원되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학문의 성과를 이용해야 하고 고도로 복잡한 구조를 거쳐서 환원되어 오기 때문에 환경과 공생이 가능했던 시대처럼 직관이나 느낌만으로 알아채는 것이 더딜 따름입니다. 지금가지의 학문은 이것을 빨리 깨닫고 환경과 공생할 수 있는 생활 양식과 일을 찾아내는 사람만이 다음 세대까지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 남는 절차 또는 방법은 유감스럽게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문제로 떠맡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는 4반세기 동안 생활의 장을 연구의 장으로 삼고 그것을 보여주고자 시도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변변찮은 중간 보고서 입니다.
여러분들이 살아 남는데 참고로 삼아 주기시 바랍니다. 또 이 책을 읽는 것뿐만이 아니라 실제 필드웍(Field Work)을 함으로써 자기의 눈과 몸으로 제대로 확인할 것을 권합니다. 필드웍의 제1단계는 매력을 느끼는 테마를 찾는 것입니다. 찾아냈으면, 그 자리에서부터 상류로, 또 하류로 떠나봅시다. 지금까지 자기와 연관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자연이나 사회가 자기와 맺어져 있음을 알아가는 기쁨을 차례로 만끽할 것입니다.
차례
저자 서문
한국어판 서문
옮긴이 말
첫번째-된장국과 떠나는 환경 여행
두번재-자연농법
세번째-검은 쌀알과 노린재
네번째-굽은 오이와 매끈한 오이
다섯번째-값싼 바나나와 값비싼 바나나
여섯번째- 낙지와 전복
일곱번째-국물과 잇바디
여덞번째-유효 기간과 불안감
아홉번째-나무젓가락이 열대림을 파괴한다?
열번째-우유팩과 나
열한번째-우유팩은 어디서 오는가
열두번째-우유팩 모으기 운동의 힘
열세번째-추억속의 병
열네번째-일회용 문화와 캔
열다섯번째-편리한 랩, 독이 되는 랩
열여섯번째-스티로폴
열입곱번째-못 쓰는 식용유?
열여덟번째-음식 쓰레기와 퇴비
열아홉번째-식품 찌꺼기
스무번째-메탄 발효
스물한번째-산성비
스물두번째-수도꼭지와 삼림
스물세번째-마실 물과 정수기
스물네번째-가정 폐수
스물다섯번째-하수 처리장
스물여섯번째-고성능 정화조
스물일곱번째-오염된 샘물
스물여덟번째-합성 세제와 비누
스물아홉번째-직접 만드는 비누
서른번째-삼퓨와 청결 신드롬
서른한번째-땀냄새 제거제와 제균 스프레이
서른두번째-벌레공포증
서른세번째-균들의 복수
서른네번째-변신 바이러스, 에이즈
서른다섯번째-재활용 바퀴와 사회 구조
서른여섯번째-화장지와 기업 사귀기
서른일곱번째-백색 신앙, 백색 화장지
서른여덟번째-전기 만들기
서른아홉번째-환경을 죽이는 저금, 환경을 살리는 저금
마흔번째-벼룩시장과 풀뿌리민주주의
마흔한번째-장례식,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
마흔두번째-쓰레기 하치장
마흔세번째-공동 수거
마흔네번째-굴뚝위의 고이노보리
마흔다섯번째-작은 자연, 공원
마흔여섯번째-실개천 살리기
마흔일곱번째-별이 사라진 밤하늘
마흔여덟번째-쓰레기, 내 집 앞에는 안돼!
마흔아홉번째-마을 만들기, 고향 만들기
쉰번째- 보는 학문에서 하는 학문으로
마치면서 수있는 것부터 실천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같은 How to', 즉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하는 지침들이 상당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중에는 된장국이나 쌀뜨물을 흘려 보내는 방법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행정 당국이 시민들에게 홍보할 때 잘 써먹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자 하우 투 는 막을 내렸습니다. 전기도 아껴서 써보고, 환경에 대해 아무리 신경을 써봤자 세상이 변화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구 차원에서 생각하고, 지역에서 실천하자(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훌륭한 표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두 단어의 거리가 엄청나게 벌어진 만큼 세상이 바뀌는 것은 실감할 수 없습니다. 지구 차원에서 생각하려고 해도 참고할 만한 구체적인 교재가 없기 때문에 공중에 뜬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된장국을 함부로 버리지 말자는 얘기는 지침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것을 훌륭한 교재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자연과 인간 사회를 파악하는 당신의 방법에 달려 있습니다.
된장국 한 그릇 흘리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사실은 거짓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방편 일 뿐이기 때문이지요. 사전에는 방편이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일시적이고 편의적인 수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종류의 책은 좀체 읽히지 않는 시대입니다. 정확히 설명하려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그래서 더 읽히지 않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일시적이고 편의적인 방편을 사용하는 것입니다만 당연히 오래 가지 못해 금방 싫증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된장국을 하나의 테마로 하면서도 주변의 자연이나 인간 사회의 구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 간다면 그러한 일시적인 방편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된장국을 흘려 보내면 자연이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 계곡에서 흘려 보낸 된장국이 냇물로 들어가면 물 속의 미생물에게는 오래간만에 얻는 좋은 먹이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염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외진 곳도 여름철 물놀이때같이 사람이
집중되면 오염 문제가 생겨납니다. 된장국을 묽게 하면 인간에게도 유용한 미생물이 물 속에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희석을 한다고 해도 된장국의 절대량은 바뀌지 않습니다. 물 사용량과 폐수량이 증가하면 자연은 처리해 낼 수 없게 됩니다. 된장국 한 그릇이 목욕탕의 물 다섯 배 분으로 희석된다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일단 BOD(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iochemical Oxygen Demand): 물이 어느 정도 오염되었는가를 나태내 주는 것으로서, 산소를 좋아하는 미생물이 일정기간 물 속의 유기물을 분해해 정화하는 데 소비되는 산소량을 ppm(백만분율)로 나타낸 것. 많이 오염된 물일수록 유기물이 많으므로 분해에 필요한 산소량도 증가한다)라는 하나의 지표로만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문 용어는 자주 등장합니다만 아직 시민에게 친숙한 말이 아닌지라 오해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활 주변의 여러 가지 도구를 비롯해 상수도, 하수도 등 많은 전문가들이 이루어낸 여러 가지 성과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과들이 지금까지는 편리성, 쾌적성에 치우쳐 이용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 성과들을 좋은 환경을 위해서 어떻게 사용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시작 단계 입니다. 그래서 일단 편의적인 방편을 써 버리는 것입니다.
된장국이 흘러가는 목적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면 방편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가 생활 폐수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오수를 처리하는 사회의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오염 문제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약간 딱딱하지만 이제 생활 속에서 만나는 주변의 테마들을 교재로 하면서 환경 문제를 어떻게 포착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 것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두번째
자연농법
농약, 제초제,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자연농법을 확립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자연농법이라는 인간의 보호가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 남는 품종이 반드시 있습니다.
환경 파괴로 인류가 멸망한다? 그러면 애들은 어떻게 되고?
이런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남성보다 여성쪽이 이 문제에 민감하고 그만큼 행동하는 사람도 많아서 환경 보호 운동의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습니다. 남성은 낳아 주는 정도로 생명을 생각하는 데 비해 여성은 자기 스스로 낳아야 하므로 생명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과연 멸망한다 는 건 무엇일까요. 그 멸망엔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공룡이나 일본 늑대와 같이 종 그 자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없어져 버린다! . 세대간의 대물림이 잘 되지 않으면, 그러한 우려는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인구는, 2007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한 사람이 일생 동안 평균 1.53명박에 애를 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1.53쇼크 라고 합니다. 생리적으로는 낳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로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1.53쇼크가 생기는 것인데, 생식 능력이 저하되고 생리적으로도 낳을 수가 없게 되면 1.53이 1이하로 낮아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되면 일본 사람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무섭고 슬픈 일은 아직 인간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새의 세계에서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농약 DDT의 영향을 받아서 매, 독수리, 까마귀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농약 때문에 알 껍질이 얇아져서 부서지는 바람에 새끼로 부화되지도 않고, 생식 능력이 쇠퇴한다는 것입니다. 멸종 위기에 처해서 인공 사육되고 있는 황새를 보고 그런 사례가 아닌가 추측하고 있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더 심각한 것은 그 문제를 조사하려고 해도 야생 황새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멸망은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다든가 인간끼리 싸운 나머지 사회적 활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사회적 멸망입니다. 오존층 파괴에 따른 자외선 증가로 발생하는 피부암, 농약이나 식품 첨가물 등의 화학 물질에 의한 병의 증가, 기후 변동에 다른 식량 생산의 불균형, 유고나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전쟁에 의해 인간 사회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실제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지혜를 짜낸다면 충분이 극복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만은 살아 남을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 이기주의는 싫다! 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함께 사는 것 을 이해한다면 그런 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농부인 후쿠오카 마사노부씨는 첫째 갈지 않는다, 둘째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다, 셋째 농약을 치지 않는다, 넷째 제초제(잡초를 제거하는 약)를 뿌리지 않는다는 꿈 같은 자연 농법을 확립했습니다. 그는 이 농법을 확립할 때까지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뿌린 씨가 잡초에 눌려서 크질 않아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때 발상을 전환했습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잡초와 공생이 가능한 벼에 주목을 했던 것입니다. 그 씨를 뿌리면 잡초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납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선택 도태라고 합니다. 인간에게 편리한 품종을 남겨 두는 기본적 조작의 하나이지만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그걸 알아낼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품종은 잡초에 집니다. 잡초는 작물처럼 편한 환경 속에서 길러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농법이라는 인간에 의한 보호가 없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잡초와 공생 할 수 있는 품종이 극히 적지만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어느 쪽이 되고 싶습니까?
인간은 자연을 정복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고 궁리해 왔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겨난 이산화탄소, 쓰레기 등 폐기물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역으로 자연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가혹한 환경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한편에서는 자연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하나의 구성원인 것을 잊어버린 까닭입니다. 게다가 자연의 제약을 극복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과 사귀어 나가는 능력을 하나하나 잃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살아 남아서 환경과 공생할 수 있으려면 새로운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몸에 체득한 당신이 우선 살아 남고, 자기와 친한 삶에게 공생의 기본적인 생각과 방법을 전달해 가면 좋을 것입니다. 자기만 살아 남겠다고 넋이 나가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이기주의입니다. 그러나 친한 사람부터 차례로 관심을 넓혀 나간다면 속좁은 이기심은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번째
검은 쌀알과 노린재
벼포기를 흔들어서 벌레보기판 위에 떨어지는 벌레를 해충, 익충, 그냥 벌레로 구분, 해충이 번식하고 피해를 주는 상황을 알아내고 그 해충이 번식하고 피해를 주는 시점을 알아내서 거기에 맞춰 농약을 뿌리도록 지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에 비해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논 속에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잘 사귀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 무섭던 농약을 사용하는 양이 줄어들어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공기 한 그릇에는 쌀이 몇 톨이나 들어 있을까요.
약 3천 톨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에 어쩌다 밥 속에 약간씩 검은 쌀알이 섞여 있는 걸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젓가락으로 집어 냈었지요. 그러나 부모님이 검은 쌀알을 먹으면 배가 아프니 집어내라 는 식으로 주의를 줬던 것은 아닙니다. 안 보이면 그냥 먹어도 몸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검은 쌀알은 없어지고 대신 새하얀 쌀밥만 남았습니다. 검은 쌀알이 섞여 있으면 보기에 안 좋다고 농약으로 하얗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 하나 정도에 검은 쌀알이 네 톨 이상이 있으면 2등품이 되어 가격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농약을 안 칠 도리가 없습니다. 쌀에 그런 장난 을 해서 검은 쌀알을 만드는 놈이 바로 노린재입니다. 방귀벌레 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건드리면 악취를 풍겨서 몸을 지키는 작고 납작한 오각형의 벌레입니다. 여름이 지나 벼에 이삭이 팰 무렵 논으로 날아와서 이삭을 갉아 먹습니다. 한 3백 평 기준으로 한 마지기의 논에는 약 2만3천 포기의 벼가 자라고 한 포기당 약 1천 톨의 쌀이 달려 있기 때문에, 논 전제로 보면 약 2천3백만 톨이 됩니다. 여기에 60마리 이상의 노린재가 있어서 한 마리가 한 톨씩 먹는다고 해도 결국 2등품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해충이라고 하면 나락을 병들게 하거나 수확량을 줄게 하는 나쁜 벌레를 생각하지 쉽습니다. 그러나 노린재는 그런 벌레가 아닙니다. 수확량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인간의 건강을 해치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그런 정도의 장난조차 허용치 않게 되면서 노린재를 해충의 부류에 넣어 버린 것입니다.
지금부터 20년 전쯤, 도시 주민들은 노린재의 장난도 용납하지 않는 자신들이 되어 버린 것도 모른 채, 농약이 무섭다는 것은 먼저 알았습니다. 그들은 반농약을 선언하고 농약을 치는 농업을 거부하였습니다. 농민들도 농약을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극히 소수지만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 짓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이번에는 농약을 치고 있는 많은 농민들이 나쁜 사람으로 비치게 되었습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알고 있어도 농약에 반대하는 여론에 짖눌려 있던 농업 관계자들은 스스로 농약을 줄이거나, 자신들은 농약을 약하게 치고 있으므로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좋다는 반론을 폈습니다. 어쨌든 농민들이 조직적으로 농약을 줄이려고 하는 노력이 시작되고 이것이 성과를 올리기까지는 10여 년이 걸렸습니다. 일본 후쿠오카현의 농업 관계자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농약 감량 운동이 그것입니다.
이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부지런한 농민일수록 새하얀 쌀을 만들고 싶어했기 때문에 농약을 많이 뿌리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논을 돌아보면 해충이나 병의 발생을 일찍 알아낼 수 있고, 그래서 예방 차원에서 농약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일본의 광역 행정 구역 단위로 우리 나라의 도에 해당)의 농업 개량 보급소의 전문가가 방제 달력을 만듭니다. 여기에는 언제쯤 어떤 농약을 뿌릴 것인가 자세히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논을 자주 돌볼 필요도 없어지고 어찌보면 편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만큼 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자연에 무엇보다도 가까운 농업마저 자연에서 멀어져 가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해충의 유무에 상관없이 예방 차원으로 농약을 뿌리게 됩니다. 뿌리지 않아서 만에 하나 피해가 생기면 전문가에게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점점 농약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후쿠오카현 농업 개량 보급소의 우네 유타카씨는 벌레보기판 을 이용해서 논의 해충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벼포기를 흔들어서 벌레보기판 위에 떨어지는 벌레를 해충, 익충, 그냥 벌레로 구분하는 능력을 우선 기르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해충이 번식하고 피해를 주는 시점을 알아내서 거기에 맞춰 농약을 뿌리도록 지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에 비해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논 속에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잘 사귀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 무섭던 농약을 사용하는 양이 줄어들어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방제 달력에 따르면 열세 번을 뿌려야 하는데 두 번에서 네 번 정도 뿌린 사람도 있습니다. 이만큼 효과가 나자 운동은 커져 나가서 후쿠이현에서 시가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무, 성(오일 쇼크 당시 일본 정부에서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면서 생긴 말로 절약한다 는 뜻으로 성에너지란 것이 있다), 저, 감 등 농약의 말머리에 붙이는 수식어에는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했던 사람들의 고민이 서려 있습니다.
네번째
굽은 오이와 매끈한 오이
가 진행됨에 따라 통근이나 통학을 하면서 농사 짓는 것을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농작물이 성장하는 과정이나 농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시민 농장을 빌리거나 작은 정원에서 오이 같은 것을 심어 보면 농민들이 재배하는 것에 비해서 구부러지거나, 꼭지와 밑둥의 굵기가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 농업에 종사하려는 사람이 연간 2천 명을 밑돌아서 의사를 꿈꾸고 있는 사람의 약 5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일본에는 3천3백여 개의 시,정,촌(일본의 행정 구역 단위로 우리 나라의 시 군 등에 해당)이 있기 때문에 한 시정촌당 한 사람도 되지 않는 계산이 나옵니다. 저는 젊어서부터 공업을 동경했고, 지금도 농업으로 전업해야겠다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의 농업을 지키고 싶어도 극히 사소한 것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도시 주민들과 농민들의 다리를 놓는 노력을 계속해 올 뿐입니다. 그럴 때 저는 오이를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TV 퀴즈 프로 가운데 대롱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를 탤런트에게 보여 주고 어디에 쓰는 것인가 맞추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정답은 오이를 반듯이 만드는 데 쓴다 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식으로 알게 되면 도시 주민과 농민의 거리가 또 한 발짝 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오이를 그런 방식으로 교정하는 일이 적을 뿐 아니라 대부분 비료 등을 써서 세심하게 재배합니다. 그래서 굵기가 일정하고 구부러짐이 없는 최고의 A급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오사카 근교의 농협에서는 조건이 좋을 때에는 85%가 A급 상품이 된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용기를 덮는 방법은 일손을 많이 요구하고 병에도 약해지기 쉬워 거기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이에서 A급 상품을 선별하기 위해서 간단한 계측기를 사용합니다. 그것으로 오이의 길이와 구부러진 정도를 하나하나 재나갑니다. 그래서 묘목을 심을 때부터 수확할 때까지의 총 작업 시간보다 선별하고 박스 처리하는 데 쓰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농촌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이 작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농업을 그만두는 사람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물 한 등급까지 자세히 나누던 선별 기준이 지금은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시장에서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오이들은 모양뿐만 아니라 색깔에서도 자연 그대로의 오이와는 거리가 멉니다. 7년 전까지는 오이의 모양은 우둘투둘했고, 거기에 하얀 가루까지 묻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오이는 가루도 안 묻어 있고 색깔도 선명한 녹색입니다.
여러분은 알고 계셨습니까? 그 하얀 가루를 바로 브룸(Bloom, 과분)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농약이나 먼지라고 오해한 나머지 불평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한 종자 업자가 과분이 없는 오이를 개발한 것입니다.
호박의 묘목에 오이를 접목하면 브룸리스(Bloomless, 과분이 없는 것) 상태가 됩니다. 다만 낮은 온도에는 약해지기 때문에 재배할 때 이전보다도 손보는 일이 많아지게 됩니다. 초기에는 이런 오이가 때깔이 좋고 귀해서 도매 시장에서 좋은 값을 매겼습니다. 그래서 다른 생산지에서도 이걸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종래의 품종이 소수파로 밀려나면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도 못받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과분이 없는 오이로 품종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과분이 없는 오이가 됐다고 해서 맛이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농약도 줄어들지 않고 가격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안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과분이 없는 오이를 요구할 생각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주 극히 일부분의 사람이 과분 없는 오이가 더 좋은 것이라고 오해를 해서 야채 가게에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작은 목소리도 생산, 유통 현장에서는 설득력을 갖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시장을 볼 때 때깔 좋은 오이쪽으로 저절로 손이 가 버립니다. 그래서 그런 오이들에 소비자의 요구가 있는 것으로 입증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농민은 소비자의 이런 무리한 주문들에 대해서 불신감을 갖는 악순환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통학을 하면서 농사 짓는 것을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농작물이 성장하는 과정이나 농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시민 농장을 빌리거나 작은 정원에서 오이 같은 것을 심어 보면 농민들이 재배하는 것에 비해서 구부러지거나, 꼭지와 밑둥의 굵기가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고맙게도 구부러진 오이를 파는 모험 을 해주는 가게가 가끔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도 싸서 팔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집 주변 가게는 어떻습니까?
다섯번째
값싼 바나나와 값비싼 바나나
바나나 같은 농작물은 땅에서 자라고, 또 썩기 때문에 공업 제품처럼 생산성을 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학 비료와 농약을 쳐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흙 속의 미생물에게는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되고, 농산물과 미생물과의 생활 리듬에 괴리가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땅이 더 이상 땅이 아니게 되고, 결국 푸석푸석해져서 비가 오면 함께 쓸려가 버리게 됩니다. 거기에 사는 사람은 대지와 함께 살아갈 수 없게 돼버리는 것입니다.
바나나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좀체로 먹을 수 없는 값비싼 과일이어서, 부모님들도 병문안 같은 때나 큰맘 먹고 샀습니다. 바나나는 기온이 높은 대만, 필리핀, 남미 같은 데서 생산되므로 외화가 부족했던 당시로서는 마음대로 수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도성장
초기인 1963년에 수입이 자유화되고 가격도 떨어져서 지금은 별 감동을 못 주는 과일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중가의 세 배나 되는 값비싼 바나나를 필리핀 네그로스 섬에서 수입하고 있는 청년 그룹이 있습니다. 식도락가용 초고급품도 아니고 , 모양이나 색깔도 깔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바나나를 수입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팔릴리가 없다! 고 생각하지만 연간 1천5백 톤이나 팔리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보통 바나나 수입량의 0.2% 정도밖에 안됩니다. 이 작은 시도는 꿈이 큰 주식회사 알터 트레이드 저팬사(Alter Trade Japan)의 일입니다. 나는 바나나가 비싸더라도 사먹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꿈꾸며 자랐는데, 그들도 똑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물건이 대량으로 생산 수입되면 값이 싸집니다. 보통 바나나는 대량으로 재배되서 2만 톤의 전용선으로 운반합니다. 청년 그룹이 수입하는 바나나는 소규모의 농원에서 재배됩니다. 소년들이 작대기 양족에 걸쳐서 어깨에 지고 수십 톤의 콘테이너로 운반하기 때문에 비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차이는 취급하는 양이 늘어남에 따라서 줄어들게 됩니다. 바나나 같은 농작물은 땅에서 자라고, 또 썩기 때문에 공업 제품처럼 생산성을 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학 비료와 농약을 쳐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흙 속의 미생물에게는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되고, 농산물과 미생물과의 생활 리듬에 괴리가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땅이 더 이상 땅이 아니게 되고, 결국 푸석푸석해져서 비가 오면 함께 쓸려가 버리게 됩니다. 거기에 사는 사람은 대지와 함께 살아갈 수 없게 돼버리는 것입니다.
수확 후에 배로 운반할 때도 바나나는 미생물에 의해서 망가져서 10-15%는 썩어서 먹을 수 없게 됩니다. 보통 바나나는 수확 후 농약(포스트 하비스트(Post-harvest) 농약: 수확한 뒤 수확한 농장물에 뿌리는 농약, 수출용 농작물에 주로 사용)을 쳐서 이걸 방지를 하는데, 잔류 농약 농약이 불안할 뿐더러 무엇보다도 작업하는 사람의 건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현지에서는 고용주한테 그런 농약의 독성 같은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듣지도 못한 채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필리핀은 일본과 달리 농지 개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작농이 적고 대지주에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네그로스섬은 필리핀 최대의 사탕수수 산지인데 1980년초 국제 가격이 폭락해서 농민들이 해고되고, 15만 이상의 어린이들이 기아에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우리들 세대는 이러한 제3세계의 기아, 환경 파괴를 알고 있어도 구호 물자를 보내는 정도로 좋은 일 했다고 자족해 버리고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좀 다릅니다. 물자가 풍요로운 시대에 자라난 젊은이들은 해외로 마음대로 나가고,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지에 가서 주민들과 대화를 하면서 구호 물자와 지원금은 일시적인 진통제밖에 되지 않고, 빈곤을 벗어나는 데는 극히 불충분하다는 것과, 생활의 자립을 하고 싶은 주민들의 강력한 희망에 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현지 주민 스스로 재배를 하는 사람과 재배를 시키는 사람의 관계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기아와 환경 문제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네그로스섬 주민들과 만난 젊은이들은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1990년 설탕과 바나나를 매개로 현지 주민들과 일본 사람들과의 사귐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이 현지에서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보장하면 바나나의 가격이 높아지게 되고 포스트 하비스트 농약을 치지
않으면 값은 더 비싸지게 됩니다. 그밖에 마을 일으키기 5개년 계획을 함께 세우고 거기에 필요한 기금을 킬로그램당 20엔씩 붙여 놓고 있습니다.
바나나 값이 싸지게 된 배경을 알고 그 모순에 도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사귀면서 그 즐거움을 알게 되면, 두 배씩이나 되는 가격 차이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각 지역의 생협(생활협동노동조합)이 커다란 뒷받침이 되서 집가지 배달도 하고 있습니다. 0.2%라고 해도 꽤 큰 것입니다.
여섯번째
낙지와 전복
생물은 먹이 사슬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육상에서 생활하다 일생을 마치고 흙으로 돌아간 생물도 빗물과 함께 언젠가는 냇물로 흘러가 바다고 가고, 그래서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그 물고기는 다시 식탁에 오르는 것처럼 또 다시 육상에 되돌아 오는 것이지요.
교토와 오사카의 폐수가 흘러들어 적조(물 속에 플랑크톤이 많이 번식되어 붉게 변하는 현상)가 가끔 발생하는 오사카만에서는, 식탁에 올리는 고기는 거의 안 잡히고 사료용으로 쓰는 정어리나 잡아올립니다. 그런데 서쪽 아카시, 남쪽의 이즈미사노에서는, 아카시해협 대교,
간사이 신공항에 의한 오염 위협을 받으면서도 갯장어, 감성돔과 같은 먹음직한 고기를 계속 잡아 올리고 있는 어부가 있습니다. 해류와 해저 모래 덕택에 에어 포켓(Air Pocket: 공중의 지류 관계로 공기가 희박해져 있는 곳)처럼 깨끗한 어장이 남아 있고, 거기에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도락가의 동경의 대상인 아카시 낙지 는 수명이 대개 1년 정도로 짧은데도 크게 자라납니다. 장마 때에 요도카와나 무꼬가와 등에서 흘러 들어오는 대량의 민물을 먹고 빨리, 크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바위 구멍을 은신처로 삼는 낙지의 습성을 이용한 낙지 항아리에 가끔 전복이 붙어 있습니다. 그 전복이 많은 항아리와 무거운 돌을 끌어 올리는 중노동에 위안을 준다고 합니다. 쫄깃해서 씹는 맛이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이 맛있지만 값이 비싸 식탁에는 올리기 힘듭니다. 이즈미사노에서 대량으로 전복을 취급하고 있는 칸노씨에게 그걸 얻어와서 전복이야 하고 아들한테 자랑을 했는데 껌 같다고 말해서 맥이 풀린 적이 있습니다. 가공 식품에 길들여지면 맛의 기준도 달라지는 것일테지요. 전복은 바다쪽으로 향한 외해에 바위가 있는 깨끗한 바다에서 잡히기 때문에 오사카만 같은 내해에는 별로 없습니다. 칸노씨는 나가사키현이나 이와데현에서 어린 낙지를 사들여서 오사카만의 해수를 끌어들인 연못에서 몇 개월 정도 길러서 시장에 내놓습니다. 그렇다면 적조가 발생하는 더러운 바닷물에서 어떻게 전복을 기러낼까요? 목욕물을 끓였을 때 표면 근처는 뜨거운데도 바닥은 차게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또 해수욕할 때 깊이 잠수해 들어가면 바닷물 밑이 차가웠던 경험을 한 적이 있늘 것입니다. 물은 섭씨 4도에서 밀도가 최대인데 따뜻한 밀도의 얇은 표층 물은 차가운 밀도의 두터운 중저층의 물과 섞이기 어려운 층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칸노씨는 자연의 이런 구조를 이용해서 더럽고 얇은 중저층의 물을 펌프로 끌어올리고 그것을 여과시켜 이용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소비지에 가까운 자기 고장의 이점도 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 고장에 신공항이 건설됨에 따라 바다가 오염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자력으로 조사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측정기를 구입해서 공사 착공 전부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현재도 그는 감시를 하면서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해수가 온도에 의해 층을 이루는 것은 좁은 오사카만뿐 아니라 지구 전역에서 일어납니다. 표층에서는 빛도 들어오고 온도도 높지만 1천 미터 이상 깊어지면 빛이 닿지 않고, 그 이하부터 해저는 섭씨 4도로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그런데 그 상태라면 육상의 생물은 벌써 옛날에 절멸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생물은 먹이사슬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육상에서 생활하다 일생을 마치고 흙으로 돌아간 생물도 빗물과 함께 언젠가는 냇물로 흘러가 바다로 가고, 그래서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그 물고기는 다시 식탁에 오르는 것처럼 또 다시 육상에 되돌아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지구에는 중력이 있기 때문에 물고기가 먹을 수 없는 프랑크톤 등의 먹이나 죽은 물고기도 오랜 기간 동안 가라앉아 해저에 쌓이게 됩니다. 몇 억 년 동안에 물질은 점점 해저로 이동해서 표층의 물질은 적어지게 되고 생물에게 필수적인 질소나 인도 없어져 버리면 더 이상 육상이나 바다에서는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열대나 온대의 바다에서는 표층이 따뜻하지만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워지면 표면에서 바닥에 이르기까지는 온도가 일정하게 섭씨 4도로 유지됩니다. 그러면, 해저에 가라앉은 질소나 인도 서로 섞여서 표면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것을 받아 먹고 플랑크톤이 늘고, 이어서 먹이 사슬에 따라 연어, 송어, 고래, 물범, 해달, 해마 등이 살게 됩니다. 연어는 태어난 고향의 강물로 되돌아오고, 이 연어를 곰과 인간이 잡아 먹습니다.
바다로 흘러가 해저에 가라앉은 질소나 인도, 해양의 커다란 순환에 의해 표층에 도달하고 드디어는 육상으로 되돌아옵니다. 교토 세이카대학의 시바야 아쯔히로 선생은 그래서 육상의 생물이 몇 십억 년이라도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곱번째
국물과 잇바디
인스턴트 식품과 같은 가공 식품은 입맛에 들기가 쉽고, 부드러워 먹기가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조리도 간편하기 때문에 인기도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타고 식탁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식품과 같은 가공 식품은 입맛에 들기가 쉽고, 부드러워서 먹기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조리도 간편하기 때문에 인기도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타고 식탁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양을 그대로 살린 생선구이나 찌개는 학교 급식에도 인기가 없습니다. 가정에서 어머니가 일일이 생선 가시를 발라 주고 있는 학생들이 국민 학생, 중학생 가운데 25%나 된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급식에서는 자기가 직접 뼈를 발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귀찮고, 손에 소금이나 기름기가 묻어서 지저분하고, 게다가 생선 눈깔이 징그럽다고 먹다가 남기는 일도 많습니다. 멸치를 먹으려고 하면 약간씩 낙지새끼나 새우새끼가 끼어 있습니다. 또 모시조개가 조그만 게를 삼켜서 속에 넣고 있거나, 삶은 밤 속에 벌레가 죽어 있기도 합니다. 무농약이나 저농약 양배추를 썰면 퍼런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기도 합니다. 먹기 편하게 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우선시하는 햄버거 같은 가공 식품은 자연의 모습을 전해 주는 이러한 정보를 없애버리고 맙니다. 시금치 국물, 우엉, 죽순 같은 것도 급식에서는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몇 번씩 씹지 않으면 삼키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이 귀찮아합니다. 먹기 편하긴 해도, 자연 속에서 살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게 된 가공 야채만을 선호하는 데 따른 결점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얼굴을 디밉니다.
잇바디(이가 죽 박힌 생김새)가 좋지 않은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고르게 정열되어 있지 않고 앞뒤가 엇갈려서 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빨을 갈기 어렵기 때문에 충치나 치주염이 되기 쉽습니다. 이것을 교정하는 데는 장기간의 고통스런 치료가 필요합니다.
턱뼈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이빨이 고르게 날 만큼의 공간을 획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뼈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점점 뼈에 칼슘이 빠져나가고 한 달이 지나면 뼈의 밀도가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턱뼈도 마찬가지로 씹어야 힘을 받고 발달하는 것입니다. 만담가(이야기꾼) 쇼후쿠데이 니가쿠씨처럼 턱뼈가 너르고 사각진 것보다 계란형의 둥근 얼굴쪽이 멋있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둥근 얼굴은 건강하지 못할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자가 풍요롭지
못한 시절에는 마른 오징어나 콩이 간식이었고, 집에서 기르는 알 못 낳는 닭고기는 대단한 특식이었습니다. 오래오래 잘 씹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를 안해도 턱뼈가 잘 발달해서 이빨이 보기 좋고 고르게 됩니다. 어떤 치과 의사에 다르면 2차대전 전에는 한번 식사를 하는 데 22분이 걸렸고 1천4백20번을 씹었는데, 그 이후에는 11분에 6백20번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턱뼈뿐만이 아니라 턱 관절에도 이상이 생겨 청년기가 되면 씹을 때 깨작거리는 잡음을 내는 악관절증(턱관절증)이 된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통증도 수반하는 병입니다. 나고야 시내의 중,고생 6백12명 가운데 74명(12%)이 병에 걸려 있다고 조사도 있습니다. 여성쪽이 걸리기 쉬워 남성의 3-4배 정도라고 합니다. 등뼈나 허리도 무거운 것을 들거나 걷기를 해서 무게를 실어 주지 않으면 역시 칼슘이 흡수되지 않습니다. 뼈가 약해져서 부러지기 쉽게 되는 골조송증이 됩니다. 특히 출산할 때에는 아기에게 칼슘을 빼앗기기 때문에 여성이 걸리기 쉬운 것입니다. 때때로 등이 활처럼 흰할머니들을 보게 됩니다. 다름 아니라 등뼈에서 칼슘이 빠져 나갔기 때문이지요. 인류 조상의 얼굴은 개처럼 입이 눈보다 앞으로 툭 튀어 나와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불을 사용해서 부드러운 것을 먹게 되면서 현대인과 같은 모습이 된 것입니다. 미래인의 모습을 예측한 인류학자는 뇌가 현대인보다 더욱 커지고, 턱이나 이빨이 쇠퇴하고 역삼각 모양이 된 얼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어떤 것도 고통없이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이 잘 아실테지요.
여덟번째
유효 기간과 불안감
유효 란 맛의 효과가 유지된다는 말이고, 유효 기간은 제맛을 유지하는 기간입니다. 맛이 있는가 없는 가는 혀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 혀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표시에 의존하거나 가능하면 제조 연월일이 가까운 것을 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의 길이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에 좋은 가공 식품의 나쁜 점은 치아뿐 아니라 혀에도 나타납니다. 의사들은 기공 식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미네랄 성분이 부족해 지기 때문에 아연(화학 원소 기호로 Z) 부족 현상을 보여 미각 이상이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혀, 위와 같이 식물을 직접 접하고 있는 부분의 세포는 상처 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는 속도가 빠릅니다.
약간 오래되서 맛이 갔는지 염려가 되는 야채는 조금 깨물어서 혀 끝으로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아 봅니다. 그래서 맛이 갔다고 생각되면 데쳐서 먹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의 지혜는 점점 사라져 갑니다. 혀나 코에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최근에는 시간의 길이 로 맛을
구분해서 짧으면 신선하고 맛있고, 길면 맛이 없고 위험할 것이다고 판단해서 개봉도 하지 않은 채 야채를 내다 버리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가정 쓰레기 중에는 먹다 남긴 것, 요리 부스러기 등 음식 쓰레기가 무게로 따질 때 약 40% 정도 들어 있습니다. 그 중에는 개봉도 않은 야채도 약 10%들어 있습니다. 봉지에는 유효 기간 6개월 등으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지난 것은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오해를 해서, 불안하다고 버리는 사람이 상당수 있는 것입니다.
유효 란 맛의 효과가 유지된다는 말이고, 유효 기간은 제맛을 유지하는 기간 입니다. 맛이 있는가 없는가는 혀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 혀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표시에 의존하거나 가능하면 제조 연월일이 가까운 것을 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의 길이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스턴트 면종류는 오래되면 기름이 산화해서 몸에도 좋지 않습니다. 이런 종류는 변질하기 쉬운 잼 등과 함게 유효 기간 표시가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식품에 대한 표시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몇 년 동안 적당히 사용해도 지장이 없는 보존 식품, 즉 소스, 간장, 설탕 등에 붙이는 표시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앞서의 과분 없는 오이에서 이야기했듯이, 꼭 필요가 없는데도 소비자의 요구가 있는 것처럼 돼버려서 생산하는 측, 판매하는 측이 자체적으로 유효 기간 표시를 붙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유효 기간 표시를 해두면 새로운 것을 사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이런 경향이 점점 늘어나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는 독자적으로 유효기간 보다 짧은 판매 기간을 설정해서 그 기간을 넘긴 상품을 반품하거나 폐기해 버립니다. 미개봉 음식물은 가정에서만 배출되는 것이 아닙니다.
유효 기간을 설정했던 당시에는 전례없이 잘팔려서 좋아했던 생산자들도, 모든 상품에다 표시를 하기 시작해 불리한 점이 도드라지게 나타나자 소비자에게도 불신감을 갖게 됩니다.
불리한 점이란, 우선 오래되면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재고를 둘수가 없어서 대량 생산의 이점이 깨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적은 양으로 몇 번씩이나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수송비가 많아지고, 교통 체증을 유발시키며 배기 가스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수송 차량의 대부분은 디젤차인데 이 차량의 배기 가스 성분은 천식이나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리기 쉽게 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따순 밥먹고 웬 알레르기라는 블랙 유머(Black Humor: 재미있지만 그 속에 뼈가 담긴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두부 가게나 곤냐꾸(일본에서 즐기는 식료품 중의 하나) 상점입니다. 슈퍼마켓에서 판매 당일 제조를 요구하기 때문에 전날 밤 10시부터 일을 중단하고 12시 넘어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도 있습니다. 경제기획청의 외곽 단체인 국민 생활 센터는 시민의 일상 생활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유효 기간이 지난 요구르트를 비교해 주면서, 제품의 유통에 정확한 지식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식품 회사는
학교 교육용으로 유효 기간에 대한 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회사가 많은 가운데 이런 일을 하는 것도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좋은 생활 정보의 보급 속도는 안타깝게도 상품의 선전 속도보다도 느리기 때문에 좀처럼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개봉도 안한 채 버려지는 음식물이 줄지 않는 것입니다.
아홉번째
나무 젓가락이 열대림을 파괴한다?
말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것은 더 좋습니다. 그러나 살림의 실상이나 나무 젓가락이나 우유팩 만드는 법 같은 것을 거의 모른 채 운동이 시작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 큰 갈등을 빚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무 젓가락은 그 전형입니다.
여러분 집 부엌 싱크대 서랍 속에는 나무 젓가락이 몇 개나 쌓여 있습니까? 대부분 음식물을 배달시켜 먹을 때 남은 것들이겠지요. 외식할 때 쓰는 것을 포함해서 한 사람이 일 년에 약 2백 개의 나무 젓가락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열대림 파괴에 가슴이 아파서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도시 주민들이 눈을 돌린 것이 이 나무 젓가락과 우유팩이었습니다. 이 둘은 모두
나무를 재료로 하고 일회용으로 버려집니다. 안 쓰기, 모으기를 하면 삼림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변 친구들에게 설득하는 것에서 시민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말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것은 더 좋습니다. 그러나 삼림의 실상이나 나무 젓가락이나 우유팩 만드는 법 같은 것을 거의 모른 채 운동이 시작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 큰 갈등을 빚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무 젓가락은 그 전형입니다. 나는 나무 젓가락의 발상지인 나라현의 요시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은 역사에 가끔 등장하는 산간 마을입니다. 나는 나무 젓가락이 어떤 나무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기 때문에 나무 젓가락을 안 쓰면 집이 1만 채나 건설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나무 젓가락은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듭니다. 하나는 자투리 목재를 이용해 만드는 방법입니다. 둥근 나무를 잘라 사각 기둥을 만들고 나면 등판이라는 나무 판자가 자투리로 남습니다. 이걸로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쓰던 난로의 땔감으로 쓰거나 나무 젓가락을 만듭니다.
또 하나는 둥근 나무를 둥글게 깔아 썰기를 해서 얇은 판으로 만들고, 그것으로 나무 젓가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생선회를 사면 무가 가늘게 채썰어서 들어 있습니다. 칼로 사과 껍질 깎듯이 얇게 돌려 깎아서 널판 모양의 무우를 만들고 채를 써는 것입니다. 나무 젓가락도 기계로 깍아 썰기를 합니다.
이 경우는 폐재료를 이용했다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훗까이도의 와쯔사무마찌를 찾아가 봅시다. 젓가락을 만드는 데 참피나무, 자작나무, 모리나무 등 천연의 활엽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참피나무의 경우 나무 하나를 통째로 나무 젓가락으로 만들지는 않고 크기에 따라서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가지쪽에 가까운 14센티미터 이하는 펄프칩(나무를 잘게 부순 것), 14-18센티미터는 나무 젓가락, 그 이상은 나무 상자용 판자나 가구재, 합판을 만든다고 합니다. 나무 젓가락 안 쓰기 운동이 잘 나갈 때, 와쯔사무마찌의 한 생산자가 나는 제지 업계에서 기생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TV에 나와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생산자들은 목재의 극히 일부만을 쓰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목재 반출 작업을 담당할 경제력이 없습니다. 그는 나무 젓가락 안 쓰기 운동을 하는 도시 주민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기생하고 있다 말함으로써 자신의 처지를 밝혔습니다.
기생은 때로는 숙주(기생 생물이 살아가는 장소가 되는 생물)의 목숨을 빼앗기도 합니다. 그러나 와쯔사무마찌의 나무 젓가락 생산자의 경우는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이득을 얻을 뿐 숙주에게는 별로 폐를 기치지 않는 편리 공생을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이 아직 시민들에게 친숙한 말이 아니기 때문에 기생이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나무 젓가락 제조는 수작업이 많기 때문에 인건비가 비싼 일본보다 개발 도상국이 유리합니다. 1백 개 가운데 55개는 중국, 인도네시아제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열대림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송진을 채취하고 난 노목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업계의 실정이 시민들에게 전해짐에 따라서 나무 젓가락 안 쓰기 운동은 자연히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무 젓가락이 일회용으로 대량 버려지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안 쓰기 운동 의 취지는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또 도시에 살면 삼림의 실상이나, 목재의 이용 상황을 좀처럼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과 결부시킨 운동이나마 시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 제조 업자에게 도시 주민이나 시민 운동에 대해 불신을 주게 되어 안타깝지요.
우리에겐 누가, 뭘로,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생활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런 습관을 가졌다면 똑같은 안 쓰기 운동을 해도 표백한 젓가락은 쓰지 말자고 호소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생산자의 공감을 얻기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 주민들은 흰 나무 젓가락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생산자는 쓰기 싫어도 표백제를 써서 나무 본래의 색깔을 탈색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좀 빗나간 이야기지만 누가 나무젓가락을 종이에 싸 넣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장애자 노인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집어넣고 있습니다.
열번째
우유팩과 나
우유팩이라면 원료는 어디서 나오고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서 파는지, 어떻게 자신이 생활하고 일하는 곳까지 오는 것인지 우선 상류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그 다음, 쓰고 난 뒤에는 누가 수거해 가고 어디서 처리하며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하류에 대한 생각을 해봅시다.
나무 젓가락처럼 우유팩 모으기 운동도 오해에서 출발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우유팩 원료는 열대림이 아니라 북미나 북유럽의 침엽수기 때문에 대량 벌채로 자연 파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 젓가락과는 달리 안 쓰기가 아니라 모으기를 주장했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쉬웠는지 지금도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옛날과 달리 우유나 종이는 구하기도 쉬워졌습니다. 우유팩 모으기의 이점과 한번 쓰고 버리는 낭비에 대한 반성이 잘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운동을 시작했던 야마나시현 오오쯔끼시의 고 히라이 하쯔미씨의 품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환경 문제를 자신의 생활, 일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을 위해 뭔가 하나 자신이 집착하는 테마와 함께 그것의 상류, 하류로 떠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유팩이라면 원료는 어디서 나오고,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서 파는지, 어떻게 자신이 생활하고 일하는 곳까지 오는 것인지 우선 상류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그 다음, 쓰고 난 뒤에는 누가 수거해 가고 어디서 처리하며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하류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최상류와 최하류는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이고 결국 똑같은 장소란 것이 보이게 됩니다. 하류는 보고 싶지 않은 세계, 무관심의 세계였지만 결국 상류에서 온 것입니다. 생활과 일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외상을 달아 하류로 떠나 보내면 반드시 그 청구서가 상류로 돌아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나는 히라이씨를 만난 뒤 우유팩과 함께 상류, 하류로 여행을 해봤습니다.나는 히라이씨가 벌이고 있는 우유팩 모으기 운동 이 신문에 소개될 때쯤 쓸데없는 운동이 또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우유팩은 열대림 나무가 아닐것이고 전량을 회수한다고 해도 극히 조금(실제 종이 사용량의 1%정도)으로, 삼림 파괴를 막는 효과로도 제로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콘크리트 판넬(건축할 때 콘크리트를 치는 틀에 사용하는 목재로 열대림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안 쓰기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마시고, 씻어서, 말리고, 묶고, 이런 성가신 일을 해야 되는데 요즘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으니 얼마 못 가 깨질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내가 사귀고 있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깊은 여성들도 우유팩을 모아 종이 만들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나는 대놓고 말리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 여성들은 그것에 물리기는커녕 점점 발을 넓혀 갔습니다. 특히 히라이씨의 강연을 들어서 감동을 받았는지 여기 저기서 그녀를 초청하게 되었습니다. 히라이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85년 바나나 보트 위에서 였습니다. 유기농업과 재활용 운동 같은 시민 운동을 해온 청년이 큰 객선을 전세 내서 이기가키시마와 아마이오시마등을 방문할 때였습니다. 필리핀 네그로스섬의 주민들도 승선하고 있었지요. 저는 그때 그녀와 만나 학자로서 문제를 파악하는 방법의 한계를 느끼면서 우유팩에 매력을 느끼고 있던 그녀와 깊이 사귀고 싶어졌습니다. 우유팩을 회수해서 삼림을 지키자 는 주장을 들었을때, 학자들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놓여 있는 처지를 무시해 버리고 이론적으로 가능한가, 효과가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만 평가를 합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유팩을 하나의 교재로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그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던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콘크리트 판넬은 시민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곳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공유할 만한 경험을 별로 나눌 수가 없습니다. 종이 만들기를 하면서 나오는 폐수의 행선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에 힌트를 얻어 가정 폐수의 행선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종이 만드는 도구를 함께 찾아서 만들어도 보고, 만들어진 엽서를 사람들에게 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 경험을 나누는 세계에서는 콘크리트 판넬보다도 양적 효과가 적다는 모순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자들은 생활의 극히 일부밖에 보고 있지 않으면서도 전체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가 쉽습니다.
열한번째
우유팩은 어디에서 오는가
현재 관심을 두는 것은 펄프 제품과 재생지 제품의 약품 사용량입니다. 재생지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재생지를 만들 때 강력한 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에도 나쁘고 약품이 종이에 남아 사용할 때 찜찜하다는 것입니다. 나무 조각에서 하얀 펄프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풀기 어려운 것입니다.
일본의 산들을 보면 정말 녹음이 짙습니다. 민둥산은 아시오(아시오 광독 사건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구리 광산 폐광으로 중금속 오염을 일으켰다)같은 극히 일부 지역밖에 없습니다. 일본산 나무를 옛날만큼 이용하지 않고 해외에서 나무를 잘라 수입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칩니다. 바다를 건너 운반해 와도 값이 싼것은 기본적으로는 자연의 규모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자연은 마을에 가깝고 아담합니다. 산은 가파르고, 내린 비는 곧바로 바다로 흘러갑니다. 그에 비해 북미나 북유럽의 산들은 일본에서 아소나 와카야마현 북부의 히로젠 같은 고원 상태의 완만한 기복에서나 볼 수 있는 삼림이 어마어마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나무가 커서 기계로 자르고 초대형 트럭으로 반출하기 때문에 선진국이라고 해도 비용이 싸게 먹히는 겁니다. 우유팩의 원료는 이처럼 규모가 큰 침엽수입니다. 이것을 펄프칩(나무 조각을 잘게 부순 것)으로 만들어서 제지 공장에서 표백하고, 새하얀 펄프로 만든 다음각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제지 공업들은 계획적으로 나무를 심고 있기 때문에 벌채한 양보다 키워 놓은 것이 많이, 펄프칩은 기둥 원목 같은 것이 될 수 없는 잔가지 부분이나 등판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 파괴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문제의 최상류를 아직 찾아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 용기가 확산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유병으로 다시 바꾸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제조업자들은 병을 20번 사용하는 경우와 우유팩을 사용하는 경우 이래저래 드는 에너지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우유팩을 매립할 경우는 많은 에너지가 들지만, 우유팩을 소각장에서 태우고 열에너지를 이용할 경우에는 병을 사용하는 경우보다 약간 에너지가 절약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소각장에서는 쓰레기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10%정도 밖에 이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 결과는 그 점을 고려하지 않고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의심이 됩니다. 그러나 환경 운동에 나서고 있는 시민들은 현재, 이 논점을 정확히 정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비록 병을 사용하는 편이 에너지가 절약된다고 입증될지라도 현단계에서 종이 용기의 사용 감량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유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관심을 두는 것은 펄프 제품과 재생지 제품의 약품 사용량입니다. 재생지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재생지를 만들 때 강력한 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에도 나쁘고 약품이 종이에 남아 사용할 때 찜찜하다는 것입니다. 나무 조각에서 하얀 펄프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풀기 어려운 것입니다. 나무는 딱딱하고 종이는 부드럽습니다. 나무의 대부분의 무게를 차지하고 있는 니그린이라고 하는 성분이 수산화나트륨과 열로 제거되고 종이 성분이 되는 섬유가 남기 때문입니다. 종이의 고장 시즈오카현 후지시 타코노우라가 일찍이 제지 공장 폐액에 오염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지 공장이 제거된 니그린을 그냥 방출시켜 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니그린을 태워서 열에너지로 만들어 잘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은 개선되고 있습니다. 니그린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수산화나트륨 농도는 16%라고 합니다. 재생지는 이미 니그린이 제거되고 대신 잉크가 묻어 있습니다. 이것을 종이에서 제거할 때도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하는데, 극히 엷은 1% 정도의 농도로 탈색합니다. 잉크는 니그린만큼 강력히 섬유에 밀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니그린을 없앤 펄프는 골판지와 비슷한 짙은 갈색으로 완전히 하얗지는 않습니다. 표백하지 않은 커피 여과지 색깔입니다. 하얗게 하는 데는 표백제를 사용합니다. 재생지는 한 번 표백한 종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표백하지 않아도 상당이 하얗습니다. 다른 약품을 합한 사용 비율도 20대 1 정도로 재생지 쪽이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대부분의 우유팩은 표백된 하얀 펄프 제품입니다. 수입될 때까지 많은 약품이 사용되고 현지의 환경에도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공장에서 플라스틱 얇은 판을 양쪽에 붙여(라미네이트 가공) 표면에 컬러 인쇄를 하고 있는 정도이지요.
열두번째
우유팩 모으기 운동의 힘
뭔가 끌리는 것이 있으면 깊이 사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인간과 자연 속에서 생명이 있는 것과 사귀어 보면서 슬픔과 기쁨을 느끼고, 때로는 잔혹한 것들을 깊히 반성해 보기도 하고, 또 실패를 해서 아픈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리타 씨는 가장 긴장이 되었을 때, 고향의 어머니와 하늘 가득한 잠자리가 머리속에 떠올랐다고 합니다. 히라이 하쯔미씨는 오오쯔끼시에서 지역의 어머니들과 자주적 그룹, <민들레>를 만들고 고등 학생, 대학생, 노인들과 함께 어울려서 어린이의 교육이나 자녀 교육 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때 지구 환경 문제가 이야기되어서 우유팩을 교재로 삼았던 것입니다. 당시 우유팩은 모아 놓은 신문지 같은 것에 섞이면 안되는 금기품 가운데 하나였다고 합니다. 또 우유팩은 모아 놓아도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재생할 수 있는 제지 회사를 찾아 나섰습니다. 하얀 펄프로 만드는 우유팩은 라미네이트 가공(표면에 비닐 같은 것으로 코팅 처리 하는 것)이나 인쇄를 할 때 불량품이 나옵니다. 불량품이라고 해도 다중 인쇄할 때 컬러 잉크가 약간 벗어나 있는 정도라 우유를 넣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포장을 너무 중시하기 때문에 생산량의 6퍼센트 정도가 폐기된다고 합니다. 불량이 난 우유팩을 이용해서 화장지를 만드는 중소 제지 회사가 일본에 몇 개 있습니다. 옛날에는 인간의 배설물도 논밭으로 환원돼서 미생물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전단계의 폐기물이 다음 단계의 자원이 될 때 둘은 공생 관계에 있다고 합니다. 우유팩 제조 회사와 제지 회사도 공생 관계에 있는 것이지요. 우유팩이 갈 곳은 찾아냈지만 기존의 폐지 재활용 경로를 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발생량이 신문 같은 것에 비해 굉장히 적기 때문에 취급해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백화점이나 슈퍼등에서 회수하거나 시의 사회 교육이나 소비자 교육 부문의 직원이 거의 <업무반 봉사반>하는 기분으로 차로 회수해 준다든지, 장애자 단체가 회수하는 등 정말로 다양한 회수 경로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회수율이 14퍼센트정도 되어 공장 불량품의 약 두 배가 되었습니다. 어떤 제지 공장에서는 월 1천1백 톤의 팩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 7백 톤이 회수된 우유팩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만큼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이게 됐다고 합니다.
히라이 씨는 종종 <<오로지 팩, 그래도 팩>>이라는 말을 합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산림 보전의 양적 효과도 적고 손 보는 일이 많은데다 회수 경로도 없는 할 맛 안 나는 테마로 보일 것입니다. 밖에서만 이 문제를 조망하고 분석할 때는 아마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결과적으로 크게 바꾸는 노력은 특수한 예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가라가와의 하구뚝 건설 문제로 뛰어다니던 아마노 레이코씨는, 낚시가 취미였던 여성인데도 활동에 나섭니다. 치바현 나라시노의 야이즈 간석지의 보존 운동에 떨쳐 나선 모리타 사부로씨는 가장 특수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간석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놀이터 였습니다. 어른이 돼서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간석지가 쓰레기 처리장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는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데 저녁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TV를 보면서 가끔씩 간석지가 매립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몇번이나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10년 이상 혼자서 쓰레기 줍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변해서 결국 매립은 중단되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이것은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라고 계산을 해서 출발했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그 어떤 것을 움직였던 까닭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커다란 소용돌이를 주변에 만들어 낸 것입니다.
나는 매력을 느끼고 집착하는 테마 가운데 하나와 상류, 하류로 떠나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매력을 느끼고 집착하는 것을 어디에서 찾아낼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집착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계산을 해서 결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뭔가 끌리는 것이 있으면 깊이 사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인간과 자연 속에서 생명이 있는 것과 사귀어 보면서 슬픔과 기쁨을 느끼고, 때로는 잔혹한 것들을 깊히 반성해 보기도 하고, 또 실패를 해서 아픈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리타씨는 가장 긴장이 되었을 때, 고향의 어머니와 하늘 가득한 잠자리가 머리속에 떠올랐다고 합니다. 히라이씨는 자기의 고향 야마나시의 자연에 대한 추억도 들려주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굵고 짧은> 인생을 열심히 불태웠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볼 만했다고 합니다.
열세번째
추억 속의 병
지역 주민이 만드는 문화야 말로 혼이 담긴 것입니다. 우리들 세대에서는 <아깝다>고 하는 것이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당신도 자신의 동네를 스스로 참가해서 만들려고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 <병>도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유팩 모으기 운동>으로 모은 팩은 재생을 해도 결국 화장지로 이용되고는 버려집니다. 그래서 우유팩보다는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병으로 바꾸기 운동을 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나도 병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거긱에 완전히 집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유병 시절에는 마을의 우유 배달부가 아침 일찍 한 집 한 집 배달을 했습니다. 그 시스템이 무너져 슈퍼마켓 같은 데에서 팩에 들어 있는 우유를 팔에 된 지도 20년 이상이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우유 배달하는 집이 버티고 있긴 있는데 62도의 저온 살균 우유(시판되는 우유는 1백30도로 2초 동안 살균하는데 저온의 경우는 30분이 걸린다)를 배달하고 있습니다. 멸종 직전의 황새가 뜻있는 사람 덕분에 간신히 살아 남아 있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시스템이 한번 깨져 버리면 사람들에게 협조를 얻을 실마리가 적어지게 되고 우유팩처럼 많은 사람이 나서기 어려워집니다. <병으로 바꾸자>는 생각을 품어 보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결국은 지쳐 버립니다. 우유병 말고도 간장병 시스템도 거의 무너져 버렸습니다. 회수해서 재이용되고 있는 병은 오사케(일본 술)병, 맥주병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종이와 캔에 자리를 뺏겨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이웃의 과자집 아주머니가 운동화나 가을 축제 때 음료수를 팔았습니다. 그때 병 속에 유리 구슬이 들어 있는 음료수를 팔러 왔었지요. 우리들 세대는 병에 대한 이러저러한 추억이 있고 그것을 소중히 하고 싶어서 병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물질이 풍요로워진 시대의 젊은이들의 병에 대한 생각은 다를 것입니다. 그런 병에 얽힌 추억이 없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병에 대한 생각이 전달되지 않고 자꾸 줄어들어가고 있다고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동네에서는 병과 캔을 다른 쓰레기와 분리해서 내보내고 있습니까? 시즈오카현 누마즈시는 1974년, 소각장과 매립지 주변의 주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직원이 앞장서서 시민들과 대화를 해서 분리 수거를 결정했습니다. 그 뒤 히로시마시, 센다이시, 가와구찌시, 히메지시, 니시와기시, 젠추우지시,마찌다시 등에서도 시민이 협력하는 분리 수거 시스템을 갖게 되었습니다. 병 제조 업계도 가벼운 캔이나 종이 용기에 대항하기 위해 드링크제 같은 일회용 병을 늘렸고 그래서 현재 재이용되는 병은 불과 4분의 1밖에 안됩니다. 일회용 병은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들어갑니다. 참 안타까운 광경이지요. 사실 그렇게 하지 말고 재활용 공장에서 투명,파랑, 갈색, 검은 색의 4가지로 분리하고 세척해서 다시 한번 병의 원료로 이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말하기는 쉽고 행동하기는 어려워서 이런 시스템은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마을 이 베드타운(직장이나 일터와는 무관하게 주거용으로만 형성된 신도시나 마을을 이야기 함)이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홈타운은 역에 내리면 마음이 편해지지만 베드타운은 집에 들어가야 마음이 편해진다>.
지역 활동을 어머니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어떤 샐러리맨이 만든 명언입니다. 이런 기분이 아니면 분리해서 내보내는 간단한 일도 성가시게 생각되어 좀처럼 협력할 기분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는 마을이 <정보 원시>상황에 있다고도 말을 합니다. 생활의 장에서 떨어진 다른 세계의 정보는 가정 안에 들여오고 있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의 상황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곳과 살고 있는 곳이 다른 샐러림맨의 현실을 잘 나타내 주는 말입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어떻습니까? 분리 수거 시스템이 국가에서 인정될 때까지는 약 20년이 걸렸습니다. 1992년에 시행된 신폐기물처리법에서 누마즈시가 시작한 시도를 다른 행정 구역에서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입니다. 지역 주민이 만드는 문화야 말로 혼이 담긴 것입니다. 우리들 세대에서는 <버리기 아깝다>고 하는것이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당신도 자신의 동네를 스스로 참가해서 만들려고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 <병>도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네번째
일회용 문화와 캔
생태계는 생물이 서로 공생하면서 복잡한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병이나 캔도 인간 사회 속에서 법률, 경제, 기술 시스템으로 지탱되고 있고 한 나라의 문화 속에서 공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관계로 변화시키는 데는 재활용이라는 해법 일면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에서 점심을 먹을 때 캔을 옆에 두고 밥을 먹는 학생이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일회용 캔이 병의 자리만 뺏은 것이 아니라, 밥 먹고 물이나 차를 마시는 전통적인 식습관마져 뺏어버린 것입니다. 번창해 가는 일회용 문화가 새삼스레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도로나 해안, 공원등 어디나 널려 있는 빈 깡통입니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1980년경 교토시가 예치금제를 도입해서 빈 깡통이 아무데나 널리는 것에 제동을 걸려고 했을 때입니다. 예치금제란 <보증금을 넣어 둔다>는 의미로 빈깡통을 상점에 반납하면 깡통값으로 미리 들어가 있는 예치금(예를 들어 10엔)을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반납을 안하면 샀던 사람만 손해이고 상점이나 기업은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기업측은 강력히 반대하면서 토론회장 같은 데서 이 제도가 청소년의 비행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지메(일본 사회에서 어느 집단내의 특정인을 대상으로 유형 무형으로 가해지는 학대나 폭력을 포괄하여 이르는 말. 학교나 회사같은 데서도 일어난다.)를 통해서 깡통을 줍게 하고 돌려받은 돈을 빼앗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쨌든 교토시의 선진적인 실험은 좌절되었습니다만, 병과 함께 캔도 자원 쓰레기로 지정한 시^5정23^촌이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회수에 참가하는 시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아도 모아도 일회용품 사용은 그치질 않기 때문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일어납니다. 끊임없이 빈 캔을 생산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1980년경 약 1백억 개의 캔이 나돌아서 문제가 되었는데, 10년뒤에는 3백억 개나 되었습니다. 회수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에 회수율은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량이 3배나 늘었기 때문에 10년 전의 총생산량을 넘는 빈 캔이
매립되거나 태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캔은 알루미늄과 철 두종류가 있는데, 서로 아주 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또 뚜껑이 따로 떨어져서 버려집니다. 일회용품을 중단시키고 싶지만 시민운동의 힘도 약하기 때문에 그 희망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10년 전에 캔에 종류를 구분하는 표시를 해줄 것과, 뚜껑이 떨어지지 않는 캔을 만들도록 기업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상품 표시 부분이 적어지게 되고 청결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한 회사만이 상품의 표시부분만을 개선해 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1991년에 만들어진 <재활용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재질 표시를 하게 되어 그 요망은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은 바로 어머니들의 운동 성과입니다. 뚜껑은 기업이 스스로 바꾸고 있어서 현재 떨어지는 것도 있고 붙어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상황이 계속되면 재활용 그 자체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나옵니다. <시민이 모아 주니까 기업이 자꾸자꾸 만든다. 아예 만들지 못하게 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맞는 말로 들리기 때문에 운동을 중단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나는 이것이 <하나의 사안은 다른 여러 가지 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서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주에서는 예치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곳이 꽤 있습니다. 시민이 스스로 만든 법안을 주민 투표에 부쳐 제도가 성립이 되기도 하는데, 주민의 의지를 반영하기 쉬운 정치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치금 제도는 환경 문제와 관계가 없는 시대에 만들어진 성과를 환경 문제에 적용한 것입니다. 일본에는 아쉽게도 그런 제도는 없고, 시민 운동이 정말로 그것을 요구한 경험도 아직 없습니다. 유럽은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캔 음료가 대단히 적고 병 음료가 주류입니다. 법으로 업격히 규제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통적인 문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생태계는 생물이 서로 공생하면서 복잡한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병이나 캔도 인간 사회 속에서 공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관계로 변화시키는 데는 재활용이라는 해법 일면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열다섯번째
편리한 랩, 독이 되는 랩
사람들은 폴리에틸렌 랩이 악영향을 덜 준다는 걸 알지만 즉시 바꾸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알기는 알지만>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것입니다. 편리함은 악마적인 매력을 가져서 생활의 지혜로 전화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국수나 우동을 배달을 시키면 랩이 깨끗이 씌워져 있습니다. 20년 전쯤에는 나무 뚜껑이 덮어져 있고 점원은 그 위에다가 몇 단씩 그릇을 얹고, 자전거로 폼나게 배달을 했었습니다. 또 슈퍼나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도 랩으로 포장된 스티로폼에 들어 있는 식품이 많습니다. 어머니들에게 랩의 재질을 물으면 <글쎄요> 하는 사람이 많고, <석유>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무나 대나무라면 보기만 해도 재질을 알 수 있는데, 화학 물질은 과학 지식을 이용하지 않으면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상품명은 알고 있을지라도 재질은 잘 알지 못합니다. 다양한 환경 오염 물질은 미량이지만 생물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같은 무서움을 피부로 느낄수 있으려면 물질을 분자, 원자 차원에서 파악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유전자는 분자 생물학에 의해서 구조가 해명되는 것이지요. 플라스틱은 유전자보다 원자의 배열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분자 차원에서 물질을 파악하는 사고 훈련에 적합합니다. 랩 용기의 표시을 보면 재질은 폴리염화비닐, 또는 폴리에틸렌 두 종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폴리염화비닐이 밀착성, 신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대단히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에는 대단히 나쁜 영향을 줍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과의 지식을 복습해 봅시다. 에틸렌의 화학식은 H투C=CH투이지요. 수소 두개를 염소로 치환하면 H투C=CCI투로 되고 염화비닐이 됩니다. 이것들을 모노마(단량체)라고 부릅니다. 그립에서 =는 이중 결합을 말하고 양손으로 탄소끼리 결합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속에서 한 손을 놓아 다른 에틸렌, 염화비닐과 차차 결합해 가면 고분자(폴리마)라고 불리는 것이 되고,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이 됩니다. 폴리마를 긴 연결 고리로, 모노마를 연쇄의 하나하나의 바퀴로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없는 긴 연쇄로 실이 복잡하게 뒤엉켜서 일상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랩이 나오고 있다고 파악할 수 있습니다. 랩을 쓰고 버리면 쓰레기 소각로에서 태워집니다. 그러면 뒤엉켜 있던 그 연쇄 바퀴는 하나하나 떨어져서 모노마로 될 뿐만 아니라 바퀴 자신도 뿔뿔이 흩어져 버립니다. 에틸렌은 탄소와 수소로 분해되어 나오기 때문에 태우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되는데, 염화비닐은 그 외에도 염소가 들어 있어서 수소와 결합해 염화수소가 나오게 됩니다. 염화수소는 물에 녹아 연산이 됩니다. 이과 실험에서 자주 사용하고, 화장실 세척용 약품으로도 되는 겁니다. 염화수소는 냄새가 지독한 유해 가스인데 쇠못도 염산에 담기면 녹아 버립니다. 이런 다루기 어려운 부산물이 염화비닐 랩을 태울 때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소각할 때 극히 소량이긴 하지만 다이옥신이라는 맹독 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화학식이나 생성 매커니즘은 복잡해서 여기서는 생략하겠는데, 베트(베트남 전쟁 가운데 미군이 뿌린 고엽제의 영향으로 하반신이 하나이고 상반신이 둘인 채 태어난 배트와 도크 형제 가운데 형을 말함)의 어머니는 다이옥신이 포함된 고엽제가 체내에 축적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랩을 이런 악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진열해 두지 않는 가게도 늘어납니다. 배웠던 지식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해서 기억해 두어야 지혜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환경에 나쁜 제품이 팔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았다고 해도 즉시 폴리에틸렌 제품으로 바꾸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어서 <알기는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것입니다. 편리함은 악마적인 매력을 가져서 생활의 지혜로 전화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시민들보다도 업계쪽이 염화비닐 제품을 중지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새로 개업하는 슈퍼마켓 가운데 염화비닐 랩을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염화비닐제의 계란팩도 없애는 슈퍼마켓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여행 도시락 상자도 대체 용품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열여섯번째
스티로폴
사용할 때의 편리함과 쓰고 나서 버릴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제품을 재생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종이나 깡통은 긴 역사 속에서 신품과 재생품이 마치 <공생>하듯 순환되는 데 비해 플라스틱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품과 정면으로 경쟁해 버린 것입니다. 일회용 문화를 지탱하는 대표 선수인 플라스틱과 싸우기란 정말 힘든 과제입니다. 생선회, 냉동 고기, 사발면 등의 용기는 새하얗고 청결하게 보입니다. 여러분은 왜 하얄까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런 것들의 재질은 스틸렌인데, 육각형의 벤젠환에 붙는 한 개의 수소 대신에 에틸렌으로부터 수소 한 개가 떨어진 것(에틸렌기라고 합니다)이 달라붙어서 생긴 것입니다. 폴리스틸렌은 에틸렌기의 이중 결합 속에서 하나의 손이 나가서 차례차례 모노마가 달라붙어 연쇄모양이 됩니다. 여려 번 연쇄된 것이 뒤엉켜서 눈에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불을 붙이면 폴리에틸렌 봉지에 비해 잘 타지 않고 검은 연기를 냅니다. 벤젠환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코를 대면 약간 좋지 않은 냄새가 납니다. 연결 고리가 끊어져서 연결되어 있던 몇 개 정도가 콧속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과자에 들어 있는 투명한 포장도 대체로 똑같은 폴리스틸렌인데 하얗지는 않습니다. 하얗게 보이는 것은 발포시켰기 때문입니다. 흐름이 빠른 시내에서는 물과 공기가 섞여서 하얗게 보이고, 계란 흰자위를 비빌 때도 하얗게 보입니다. 이와 같이 가스와 스틸렌도 잘 섞이면 하얗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프레온 가스가 들어 있었는데 오존층 파괴 물질로 알려져서 현재는 부탄 가스가 들어 있습니다. 1백 엔짜리 라이터에 들어 있는 가연성 가스입니다.
발포시키면 가벼워지고 단열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쿠션 재료로 만들어서 가전 제품 상자에 넣거나 생선 박스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티로폴보다 탄력성이 좋지요. 발포율(가스가 없을 때의 체적과 들어 있을 때 체적의 비율)이 스티로폴이 10--15배인 것에 비해 약 50배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부피가 커지니까 쓰레기 속에서도 도드라지게 되어 시민들이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태울 때 유독 가스와 고온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포 스티롤(폴리스틸렌)도 공격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스틸렌은 수소와 탄소로 나오기 때문에 염화비닐과 달리 유독 가스를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실 오해인 것입니다. 기업과 교섭할 때 정확히 하지 않으면 꼬리를 잡힙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시민의 요구에 답하려고 하지 않습니다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 고맙게도 결단을 내려 주는 회사도 나옵니다. 히로시마현의 한 스티로폴 회사가 스티로폴을 회수해 재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회사는 주당 휴무 3일제를 채택하는 등 독특한 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계기는 <모험>에서 출발합니다. 그 영향은 커져서 업계 전체에서 대책을 세우게 되고 생선 상자 등 발포율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업계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발포율이 다르면 만드는 법도 다르기 때문에 업계도 다릅니다. 효고현의 시민 활동에 관계하는 부서가 기업, 유통업자, 시민에게 호소해서 회수 경로를 만들거나 슈퍼마켓이 자주적으로 회수하는 등 어느 정도 확산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시행 착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생품은 신품에 비해서 질이 떨어지는 재료나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멋있는 컬러 그림이 들어 있는 스티로폴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재생할 때는 불순물이 되는 것입니다.
사용할 때의 편리함과 쓰고 나서 버릴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제품을 재생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종이나 깡통은 긴 역사 속에서 신품과 재생품이 마치 <공생>하듯 순환되는 데 비해 플라스틱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품과 정면으로 경쟁해 버린 것입니다. 일회용 문화를 지탱하는 대표 선수인 플라스틱과 싸우기란 정말 힘든 과제입니다.
열입곱번째
못 쓰는 식용유?
폐기물을 정확히 정의하려고 하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폐기물도 아닙니다. 자기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갖고 싶은 사람이 사가면 <유기물>이 되서 폐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고 편의적으로 배출함에 따라 그 대가를 돈으로 지불하면 <폐기물>이 됩니다. 이처럼 때와 장소, 양에 따라 폐기물과 유기물의 경계가 움직이는 모순이 생깁니다.
냉동 식품이 맛이 좋아진 덕분에 닭튀김이나 돈까스, 프라이를 도시락 반찬으로 하기가 쉬워졌습니다.
식용유를 여러 번 사용하면 산화하기 때문에 몸에 좋질 않습니다. 새 기름을 더 넣어서 사용하거나 볶을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폐식용유가 남습니다.
흘려서 그대로 버리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아직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수관 속에서는 목욕탕에서 나온 머리카락 같은 것도 흘러갑니다. 이런 것들이 기름과 함께 관 안쪽의 벽에 달라붙어서 콜레스테롤로 가늘어진 혈관처럼 막혀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빌라나 맨션 같은 공동 주택의 경우 한바탕 대소동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약품과 고압수로 뚫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막히지 않고 흘러가도 기름은 물에 뜨기 때문에 충분히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중화 요리집 같은 데는 기름기를 제거하고 나서 흘려 보내는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설비를 갖추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정원에 버리지 않으면 신문지에 적신다든가 우유팩에 넣어 쓰레기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청소차에 실릴 때 찢어져서 작업하는 사람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절대 안됩니다!
쓰레기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깊은 어머니들은 20년 전쯤부터 폐식용유를 모아서 비누로 만들고 있습니다. <남김없이 다 쓰면 모을 필요가 없다. 남기지 말고 다 사용하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쪽이 논쟁을 했는데 그런 모순은 해결을 못했고, 그러다가 감정이 상해서 때로는 갈라선 곳도 있습니다.
많은 일본 사람은 논쟁을 <입씨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토론이 잘 되지 않습니다. 환경 문제에 관해서도 이런 결점이 표면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환경 문제가 국제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런 능력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최근 디베이트라는 말을 때때로 들을 수 있습니다. 본심은 놔두고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의 주장에서 약점이나 모순을 찾아내는 <지적 게임>인데 이것으로 논쟁술을 몸에 익히게 됩니다. 식용유를 사용할까 하는 것도 간단하게 논점을 정리하기 쉬운 응용 문제입니다. 우선 어디까지 일치할 수 있는가를 검토합니다. 기름을 더 넣어서 사용해도 산화가 되어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튀김에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까지는 일치할 수 있습니다. 남은 기름을 볶는 데 사용한다면 완전히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도 몇 번 사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튀김을 많이 하는 가정에서는 당연히 많이 남습니다. 그러면 볶음을 하는 회수도 많아질 수밖에 없고... 여기까지 이야기를 해보면 양측은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또 갈라서지 않고 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은 기름을 비누로 만들거나 수거업자에게 넘깁니다. 그런데 1985년을 고비로 엔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엔고 현상). 인도네시아에서 팜유(야자유)가 대량 증산될 때가 겹쳐서 신품의 식용유가 싼 값에 수입되어 왔습니다. 정제한 재생유값도 그에 맞춰 내리게 되고 1킬로그램당 70엔이던 것이 15엔 정도로 내렸습니다. 수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수거업자들은 시민들이 모아 준 폐식용유를 취급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운동은 축소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여파는 큰 식당이나 호텔까지 미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곳은 가정집 이상으로 대량의 폐식용유가 나옵니다. 수거업자가 돈을 지불하고 수거해 왔던 것인데 거꾸로 돈을 받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폐식용유는 <유기물>에서 <폐기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는 하나하나의 말을 정확히 정의해서 사용하려고 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때문에 모호한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도 말하고 싶은 것의 대부분은 전달됩니다. 그러나 <업무적인 문제>가 되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이해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폐기물을 정확히 정의하려고 하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폐기물도 아닙니다. 자기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갖고 싶은 사람이 사가면 <유기물>이 되서 폐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고 편의적으로 배출함에 따라 그 대가를 돈으로 지불하면 <폐기물>이 됩니다. 이처럼 때와 장소, 양에 따라 폐기물과 유기물의 경계가 움직이는 모순이 생깁니다.
열여덟번째
음식 쓰레기와 퇴비
정원이 있는 가정이나 시민 농장에서 양동이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용기가 놓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최근에 특히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음식 쓰레기 풀, 낙엽 같은 유기물을 퇴비로 만드는 쓰레기 처리 용기입니다. 당신의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종류를 한번 조사해 보세요. 일반 가정에서는 무게로 절반이 좀 못되는 양이 음식 쓰레기입니다. 요새만큼 종이나 플라스틱이 많지 않은 20년 전쯤에는 음식 쓰레기가 60퍼센트 정도였습니다. 그걸 소각해 처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물기를 짜도록 했습니다.
가정에서 버리는 음식들을 퇴비로 만들면 쓰레기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천 엔의 보조금을 줘서 음식 쓰레기 처리 용기를 사용하게 하는 시,정,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식 쓰레기는 물기를 90퍼센트 가까이 포함하고 있어서 그대로 용기에 넣으면 잘 보관되지 않을 뿐더러 삭아서 악취도 나게 됩니다.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은 수분이 많으면 살기 어렵고 그래서 먹이를 먹어 치워서 무기화시킨 퇴비를 만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균이 활동을 해도 퇴비가 되긴 하지만 냄새가 심할 뿐더러 빨리 퇴비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흙과 음식 쓰레기를 엇갈려 섞거나 하루 이틀 바구니에 넣어 물기를 빼서 넣어 주고 며칠에 한번 뒤섞어 주면 호기성 균이 살기 편하게 되고 냄새나는 느낌도 없어질 만큼 됩니다. 그리고 잘 말라서 바슬바슬한 퇴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퇴비를 만드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징그러운 벌레가 끓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이지요. 이 벌레들을 죽이기 위해 살충제가 든 분무기를 용기에 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도 뿌리지 마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다치니까요.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은 주변 자연의 아름다운 면밖에 볼 수가 없어서 자연과 사귀는 일에 소홀해집니다. 가만 놔두고 보면 날아다니는 것은 적고 대부분 용기 속에서 일생을 마치기 때문에 냄새를 풍기거나 날아다니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은 없습니다. 생물이 내뿜는 약간의 냄새도 악취라고 느끼고 더 나아가 주변 사람과도 사귈 수 없게 되는 것이 어쩌면 더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당이 없는 공동주택에서도 한 말들이 통이나 양동이를 이용해서 잘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채소 산지 같은 곳에서는 땅에 유기 비료를 주는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손부족으로 농민들이 퇴비를 만들 여유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나가노현 오고오리시, 우스다마찌, 고치 현의 게이세이무라 등에서는 행정 관청에서 대규모의 퇴비 시설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 쓰레기를 분리해서 모아 놓고 기계로 비벼서 퇴비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전용 봉투에 음식 쓰레기만 넣어서 내보내지 않으면 쓸만한 퇴비를 못 만듭니다. 유리 조각이 들어 있거나 날카로운 것들이 들어 있으면 밭에 뿌릴 때 손을 다치기도 합니다. 이들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훌륭하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서 베드타운이 되면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기술을 바탕으로 혼합 쓰레기에서 음식 쓰레기를 분류하려던 시도도 있었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자석을 이용하면 쇠붙이를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철캔에도 뚜껑은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쇠붙이만 달라붙는 것이 아닙니다. 또 적당한 크기로 구멍을 만들어서 <이물질>과 <대상물질>을 분리하려고 해도 가늘고 긴 바늘 모양의 것이나 가늘게 깨진 유리조각 같은 것은 구멍을 통과해서 결국은 목적했던 물질과 섞여 버립니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하드 기술(기계 같은 도구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중심으로 한 쓰레기 분리는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제품이 범람하고 있는 시대에서는 하드 기술에 중점을 두는 것은 무리입니다. 곤란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주민의 협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소프트 기술이라고 합니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열아홉번째
식품 찌꺼기
가정에서 먹다 남은 요리는 폐기물의 하나인 <음식 쓰레기>가 됩니다. 그러나 외식을 할 때 남는 음식은 <식품 찌꺼기>라고 명칭이 바뀌고 <유기물>로 거래됩니다. 물론 지금은 폐기물로 되어 있습니다. 양이 많아지면 유기물인데도 때로는 폐기물이 되는 것이지요. 폐기물을 구분하는 기준이 양이나 시간에 따라서 변하는 하나의 예입니다. 횟감도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고기를 뜨지 않고 슈퍼마켓에서 뜨게 되면 찌꺼기를 한꺼번에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유기물>이 됩니다. 사실 회로 먹는 것은 40퍼센트 뿐이고 찌꺼기가 60퍼센트로 더 많습니다. 식품 찌꺼기는 수거업자가 밤중에 회수를 해서 도시 근교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의 사료가 됩니다. 그러나 주변에 주택이 들어서게 되면 냄새가 문제시되기도 하고 배합사료로 키운 돼지보다 고기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양돈업자들이 음식 찌꺼기를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수거업을 그만두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오사카부 내에는 수거 업자가 스무 명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식품 찌꺼기는 갈 곳이 없어지게 되고 매립지나 쓰레기 소각장으로 가게 되는데 그렇다고 거기에서도 순순히 받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식품 찌꺼기는 한꺼번에 폐기되면 악취가 나고 또 태우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수거업자는 난감해지고 결국 폐업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청소업자가 플라스틱, 종이 등 태울 수 있는 쓰레기와 섞어서 수거를 하고 다시 소각장으로 가져가게 되는 것입니다. 타지 않을 자원이 태워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더욱 힘을 내서 경영 노력을 하고 있는 양돈업자와 수거업자가 있습니다. 오사카 이즈미사노시의 한 양돈업자는 인간보다 솔직한 돼지가 더 좋다며 양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는 찌꺼기는 양질의 먹이가 아니기 때문에 메탄 발효를 시켜서 돼지 축사의 난방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배합 사료와 질이 비슷한 식품 찌꺼기는 컵라면, 과자, 생라면 같이 찌꺼기는 아니지만 공장에서 남은 것들과 잘 배합되고 있습니다. 돼지는 오히려 인간보다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잘 배합된 것을 솜씨 좋게 발효시켜서 먹기 좋게 만듭니다. 그러면 똥냄새도 줄어듭니다. 가끔 방귀 냄새가 지독하게 나오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먹은 게 무엇인지, 컨디션이 어떤지에 따라 방귀나 똥의 상태가 다른 것은 돼지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돼지똥 가운데 고형분은 퇴비로 만들고 무른 것은 메탄 발효조에 넣어서 잘 재생시키고 있습니다. 태워 버리는 식품 찌꺼기를 재활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오사카의 농업 관계 기술자는 식용 폐유로 찌꺼기를 튀겨서 수분을 줄이고 그것을 사료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사료가 양식어의 먹이에 적합하다는 것을 밝혀 냈습니다. 이 뛰어난 하드 기술도 수거 시스템이라는 소프트 기술 없이는 살려 낼 수 없습니다.
음식 찌꺼기가 많이 나오는 슈퍼마켓이나 대규모 식당 같은 데에서도 그것을 다른 쓰레기와 섞지 않고 분리해서 내보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 문제가 모두의 관심을 끌게 된 이런 시점을 잘 잡아서 수거업자는 국가와 오사카부에 호소를 하고 배출 상황의 실태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방에서는 <유기물>로 거래되고 있는데 대도시 주변에서는 <폐기물>이 되고 있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장소에 따라 구분이 다른 예입니다.
수거업자가 시민 단체 모임에 나와서 이런 실상을 호소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시민 단체를 회피하고 싶어합니다. 지금까지의 시민 운동은 행정이나 기업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만큼 그로서는 과감한 모험을 한 것입니다. 시민 단체는 이들에게 협조를 해서, 배출 상황 조사를 도와주러 슈퍼마켓 같은 데로 나갔습니다. 국가와 같은 공적 기관에서 조사할 때는 보통 아르바이트를 쓰게 되는데, 폐기물 문제에 관심이 깊은 시민 단체가 그 일을 담당하면 국가 예산을 청구하는 방법이나 사용법, 그리고 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스무번째
메탄발효
메탄가스는 발효통에서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시궁창이나 소의 위 속에서도 만들어 집니다. 어느 쪽이나 혐기성 균이 먹이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시궁창에는 가정 폐수가 흘러들어갑니다. 호기성 균은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이용하면서 가정 폐수 속의 유기물을 분해합니다. 이 때 먹이가 많으면 동포들이 너무 늘어나 산소가 부족해지고, 결국 살아가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산소가 희박해야 살기 좋은 혐기성 균이 번식하는 것입니다.
초식 동물인 소는 인간과 달리 4개의 위장이 있습니다. 첫번째 위속에서 혐기성 미생물이 살고 있어서 풀을 분해하고 그때 메탄 가스를 내보내게 됩니다.
메탄 가스는 이산화탄소와 같이 지구를 온난화시키는 가스 중 하나입니다. 온난화 유발 비율이 이산화탄소의 30배(한 분자당)이기 때문에 소의 메탄을 줄일 수 없을까 생각해 보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소고기 대신에 돼지고기, 닭고기만 먹으면 연구는 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 맛있는 소고기를 끊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소의 사료나 생태를 변화시켜 보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메탄 발효를 시키는 혐기성 미생물들에 의해 <인간이 사치를 그치지 않으면 우리들처럼 멸망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을 뿐일 것입니다. 인간은 지금 온난화에 대해 염려하고 있지만, 태고 때의 지구는 고온 상태로 이산화탄소, 아황산 가스, 메탄 가스로 가득찬 세계였습니다. 인간 같은 호기성 생물은 살 수 없었지요. 고온을 좋아하는 혐기성 생물들만이 있는 세계에서, 그들은 메탄이나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해서 유기물에 고정해 왔습니다. 그러자 온실 효과가 제거되고 온도가 떨어져서 이 생물들이 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폐기물로 내보내기 때문에 산소가 늘어납니다. 혐기성 균이나 고온을 좋아하는 균(온천 등에 살아 남아 있습니다)은 스스로의 활동 결과 만들어진 산소 같은 폐기물 때문에 얌전히 수그러들지 않을 수 없어진 것이지요. 그래서 호기성 생물에게 천하를 넘겨 주고 물 속이나 땅 속에서 쥐죽은 듯이 살아 남으면서 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시궁창 등에서 내뿜는 메탄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지만, 발효 탱크의 메탄은 모아서 태우고 이산화탄소로 내보내기 때문에 유기물을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온난화를 어느 정도 완화시켜 줍니다. 분뇨 처리장과 하수 처리장에서 유기물을 분해해서 메탄 발효를 하던 시대가 있었는데 메탄 발효에 쓰이는 혐기성 미생물은 호기성 미생물에 비해 먹이를 천천히 먹기 때문에 시설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식이 줄어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유기물이 분해된 뒤에 액체가 남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콤포스트로 하면 온도가 올라가고 유기물에 들어 있던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건조한 제품이 나오는데, 메탄 발효의 경우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액체에는 무기물의 칼슘, 철, 비료 성분의 칼륨, 질소, 인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액체 비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도시로부터 농업이 점점 쫓겨나가기 때문에 이용할 수도 없고, 또 그대로 두면 오수가 되기 때문에 처리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시정하고, 액체 비료를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중견 건설 회사의 직원인 다꾸치씨는 자기집에서 똥과 음식 쓰레기를 이용하여 메탄 가스를 만드는 실험을 10년 정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문과 계통 출신이지만 고등학교 이과 교과서에서 발효의 기초부터 공부하기 시작해서, 발효한 메탄 가스 중 메탄 성분을 90퍼센트 이상으로 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보통은 이산화탄소가 30퍼센트 내지 40퍼센트가 섞여 버립니다. 액체 비료는 마당의 나무에 자동적으로 뿌려지게 만들어 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나 시비 효과를 눈으로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꾸치 씨는 그의 아들과 함께 이 성과가 골프장에 적용될 수 있을까하는 <실증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원료는 골프장의 클럽하우스(골프장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와 똥입니다. 액체 비료는 광범위한 부지의 극히 일부에 뿌릴 수 있을 정도의 양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변의 대규모 식당에서 식품 찌꺼기도 받게 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스물한번째
산성비
스모(일본씨름)가 벌어지는 도쿄 료고쿠의 국기관 화장실 물은 빗물을 모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버려지고 있는 빗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이 훌륭한 시스템은 수도 전문가가 아니라 보건소의 약사가 만든 것입니다. 어렸을 때 건강 진단하러 어머니를 따라 보건소를 가 본 적이 있습니다만, 보건소에서는 식당에 대한 식중독 예방 문제나 학교 수영장의 욕조 지도 감독 같은 시민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약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도시에서 큰비를 만나면 지하도나 빌딩 지하의 화장실은 안 들어가는 쪽이 좋습니다. 화장실이 도로에 매립한 하수관보다 낮기 때문이지요. 하수관에 빗물이 흘러들어가 수위가 높아지고, 수압이 높아지면 화장실에서 <역분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경이나 오사카 같이 하수도를 2차 대전 전부터 만들어온 도시의 하수방식은 빗물과 오수를 같은 관에 운반하는 <합류식>입니다. 관을 매립할 당시는 녹지나 공터가 많아서, 비가 지면에 스며들어 비가 내린 직후 곧바로 관으로 들어오는 빗물은 적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깔려 있기 때문에 빗물이 하수관으로 미처 빠지지 못하고 범람하거나, 또 흘러들어가도 맨홀이나 화장실로 역류해 버립니다. 침수가 되면 위생 상태가 악화되기 때문에 보건소가 나설 차례가 되고 늘 그렇듯이 소독약을 나눠 줍니다. 그러나 <역분사>의 원인을 알게 되면 이렇게 주장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약을 나눠 주는 것만으로는 별볼일 없다.>, <지금까지 처럼 빗물을 도로에서 얼른 빠지게 하려는 생각만으로 도시 계획을 하면 안된다>라고.
그러나 그것은 도시 계획부나 하수도부의 임무이지 보건소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대개의 경우 포기를 하고, 약을 나눠 주든가 상사를 통해서 관계 부처에 민원을 올리든가 하는 정도에 그치고 맙니다. 그러나 관계 부처도 많은 과제가 널려있기 때문에 그러한 요구는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상의하달(윗사람의 뜻이나 명령을 아랫 사람에게 그대로 전함)식 종적 제도(일종의 관료주의 제도)가 갖는 모순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쿄도는 그런 모순을 완화하기 위해 똑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부처에 관계없이 모여서 공부할 수 있는 연수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솔라 시스템 연구 그룹>에 참가한 약학과 출신 직원들이 관료 행정의 벽을 허물고 일본스모협회에 상의한 바, 협회에서 호응을
해줘서 빗물 이용 시스템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도시에서는 개천이 사라지고 도로가 많아져 빗물은 지하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빗물은 콘크리트 파이프 속을 통과하기 때문에 지하수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샘물도 적어지게 되고 연못 수위도 낮아지는 곳도 있습니다. 빗물과 깊이 <사귀고> 싶어한 이 <솔라 그룹>은 빗물 모으는 장치, 로지손을 거리에 설치해 두고 있습니다. 시대극에 나오는 용수통(일본의 에도 시대 때 이용했던 빗물을 모아 놓는 통으로 일본의 전통적인 소방장치 가운데 하나이다)에 힌트를 얻은 것으로 불이 났을 때 초기진화에 쓸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빗물을 이용하지도 않지만, 지방의 개천이나 연못물이 도시를 위해 사용되면서 개천이 아예 없어져 버린 예도 많이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얼마 뒤 댐이 산간 지역에 만들어지고 전기, 수돗물, 공업 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게 된 것은 우선 대단히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댐의 하류에서는 물이 없어지거나 말라 버리고 댐에 흙과 모래가 쌓여서 드디어는 꽉 차 버리게 됩니다. 또 하류에 모래와 돌멩이가 흘러오지 않아서 해안의 모래 사장이 쇠퇴해 갑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치를 그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20년쯤 전에 공해 문제에 관계하게 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배워서 알았던 것입니다. 여러 측면에서 사물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는 현지에 나가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또 현지에 나가서도 그렇게 보려는 자세가 없으면 배울 수가 없습니다. 20여년 전 어느 미술관 앞마당에 있는 동상이 보기 흉하게 문드러져 있었습니다. 요카이치시 공해(요카이치 공해는 두 번의 미나마타병과 이따이이따이병과 함께 일본의 4대 공해 중의 하나인데, 이산화황 피해로 요카이치 천식병을 일으켰다)로 문제가 되었던 이산화황(아황산가스)에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장에서 탈황(유황 성분을 없애는 일) 설비를 갖추어서 더 이상 뭉개지지 않게 되었지만 최근에 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 있는 산성비 때문입니다. 가까운 절의 빗물 홈통에서 비가 떨어지고 있는 곳을 보면 하얀 콘크리트의 바닥이 파랗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값비싼 구리통이 산에 닿아 녹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에서 산성비의 PH를 측정해 보면 아무렇게나 보였던 풍경이 의미를 갖고 와닿게 됩니다.
스물두번째
수도꼭지와 삼림
당신이 날마다 쓰고 있는 수도물의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최근에는 비화호, 오카와치댐 등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만, 한 10년 전만 해도 <글쎄요>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상수도, 하수도, 쓰레기 처리장 등 생활을 뒷받침해 주는 시설에 대한 공부를 했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상수원도 생활권에서 멀어지면 관심이 희박해져 버릴 것입니다.
수원(물이 시작되는 곳)에 대해 생각할 때 대체로 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는 거기서 그쳐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물은 순환하기 때문에 원천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시즈오카현 동부의 맑은 물로 유명한 가기타가와 처럼 땅 밑에서 물이 솟아오르고 있는 곳이 있으면 거기가 물의 원천이라고 생각해 버리는데, 이 물도 원류를 더듬어 가면 후지산에 내린 비나 눈이 모습을 바꾼 것일 뿐입니다. 비화호나 오카와치댐은 땅밑에서 솟아나오고 있는 샘이 아닙니다. 주변의 산에 내린 비가 천천히 흘러들어 모인 것입니다. 따라서 수원을 지키는 것은 삼림을 지키는 것과 직결됩니다.
수원을 제공해 주는 삼림은 대체로 사람이 드문 한적한 곳에 있습니다. 사람과 공장이 적어서 오염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나가와현의 수원지인 사가미 호수는 오염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 개발을 규제하고, 오히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삼림을 지키는 일손이 부족해서 잡초 제거나 가지 치기, 솎아서 베어 내기 등 좋은 목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도야마현 같은 데에서는 <풀 베기 십자군>이란 단체에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오사카의 다카쯔끼시의 삼림 조합에 많은 젊은이들이 지원을 하는 등 삼림을 지키려는 시민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수도꼭지에서 여행을 출발해서 최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가 또 최하류인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한적한 산에 폐기물 매립지가 몇 개 건설되어 있는 것이지요. 사가미호 상류의 산들도 겨냥이 되고 있습니다. 소유주들이 삼림 경영에 희망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골프장이나 매립지로 바뀌어 가는 것입니다. 미에현이나 나가노 현에서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에 맞춰 수원보호 조례를 만들어 골프장이나 매립지 건설을 막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정수장을 견학해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강연회 같은 곳에서 <정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조작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하고 어머니들에게 질문을 하면 <약품을 집어 넣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약에 대한 신앙이 이런 곳에서도 드러나는데, 공정의 마지막 염소 소독이 인상에 남아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정답은 바로 여과 입니다. 누구나 이과 실험에서 여과지를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실험을 해보면 녹아 있는 식염이나 설탕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통과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정수장에서는 여과지보다도 성긴 모래로 여과를 하고 있습니다.
하천물에 녹아 있는 농약이나 합성 세제같이 편리성, 쾌적성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되었던 화학 물질은 당연히 여과되지 않고 그냥 통과됩니다. 그래도 수돗물이 기준치 이하인 것은 삼림에서 여과된 빗물로 희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사카나 동경같이 인구 밀집지를 흐르고 있는 요도가와나 에도가와를 수원으로 하고 있으면, 희석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약품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변하면서, 논밭으로 환원되던 분뇨가 강으로 흘러듭니다.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암모니아가 정수장으로 들어와서 모래를 통과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염소를 투입합니다. 이 때는 소독용으로 사용되는 양의 10배 정도를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성가신 부산물이 생깁니다. 분뇨에는 암모니아만이 아니라 유기물(똥도 유기물이지요)도 있기 때문에 염소와 유기물이 반응해서 트리할로메탄을 만드는 것입니다. 트리=3, 할로=염소, 브롬같은 할로겐, 메탄=씨에이치포(4)입니다. 메탄의 수소 3개가 할로겐으로 옮겨 놓은 물질로 클로로포름이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이것은 한때 마취약으로 사용되었는데 발암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아주 적은 양이라고 해도 발암성 물질이 생성되어 버리는 것을 안 시민들이 시에 대책을 취하도록 요구를 했습니다. 당국은 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수돗물은 안전한 것이라고 말해 왔기 때문에 발표 뒤에 발생할 사태가 겁이나서 숨기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정에서 물 샘플을 모아서 시민 활동에 협력해 주는 전문가에게 분석을 부탁하면서 꾸준한 운동을 계속한 결과, 현재는 당국도 정수장에서 냄새나는 트리할로메탄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관료주의적인 종적제도의 모순이 얼굴을 디밀고 있습니다. 암모니아를 하수 처리장에서 제거하면 정수장에서 잡는 것보다 비용이 덜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나 요도가와의 경우, 상류에 있는 교토부, 교토시의 하수도 정책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들간의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하류의 오사카부, 오사카시의 하수도 대책이 앞서 나가 버립니다. 그 결과 수천억 엔의 비용이 필요하게 됩니다.
스물세번째
마실 물과 정수기
하류의 정수장에서 유해 물질을 없애면 화장실이나 세차하는 물까지도 초고급수로 쓰게 되는 모순이 생겨납니다. 당신의 집에서는 한 달에 어느 정도 물을 쓰고 있습니까? 또 하루에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어느 정도 먹는 데 쓰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물음에 시민들이 곧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면 또 다른 정책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 요금이 자동 이체로 납부되기 전까지는 두 달에 한 번 수금을 해갔습니다. 1년에 6번, 사용 물량과 수도 요금을 알면 기억에 남기 쉬울테고, 따라서 이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도 지금보다 많았을 것입니다. 수도 사용량은 일반적으로 2개월에 50내지 60입방미터 정도입니다. 당신 가정의 수치를 한번 확인해 보세요.
한 사람당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2백 내지 2백50리터 정도 됩니다. 그 가운데 입 속으로 들어가는 양을 계산해 보세요. 아마 1리터정도일 겁니다. 그 이외에 우유, 야채, 맥주 같은 것에서도 약 1리터를 섭취하기 때문에 통틀어 2리터 정도의 수분이 체내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간호 대학의 학생들은 환자의 오줌을 채취한 경험이 있어서 곧바로 대답을 합니다. 안전성이 요구되는 식수는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전체 양에서 불과 0.5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시민들의 상식이라면 화장실의 물과 세차하는 물도 초고급수로 되는 모순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나 신문이 주장할 뿐입니다. 그래서 오사카 시민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 모순조차도 해결하지 못하고 고도 처리수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면 요도가와의 경우 상류의 교토부, 교토시의 하수 처리장에서 대책을 세우면 비용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됩니다. 또, 정수장에서 고도 처리수를 만드는 비용과 각 가정에 정수기를 다는 비용은 비슷하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오히려 정수기를 달면 그 관리 범위가 부엌의 수도꼭지 정도에 해당하니까 합리적입니다. 물이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기 때문에 정수기의 성능도 좋아지고 질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은 활성탄(냉장고의 악취제거에 사용되고 있다)에 의한 흡착과 막에 의한 여과입니다. 제거한 유해 물질은 정수기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따라서 정수기를 정기적으로 바꿔 줄 필요가 있습니다. 모처럼 배웠던 이과 지식을 써먹지 않으면 큰 손해입니다. 대체로 정수기는 수만엔 정도인데 15만엔에서 20만 엔 하는 것도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면 좋은 물이 나온다고 착각하는 것은 전기 분해의 지식이 잠든 채 썩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돗물을 분해하면 산성의 물과 알칼리성 물이 됩니다. 산성은 미용에 좋고 알칼리성은 몸에 좋다고 선전하면 거기에 끌려서 사는 사람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업자들은 똘똘 뭉쳐서 하나의 업계를 형성하기까지 합니다. 알칼리 이온 음료가 팔리고 있는 것처럼 시민은 산성, 알칼리성의 정의를 잘 알지도 못한 채 산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알칼리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보는 TV의 가벼운 프로그램에서는 효능을 충분히 조사하지도 않고 새롭다 싶으면 다루어 주기 때문에 시민들도 잘 속게 되어 있습니다. 국민 생활 센터가 효능에 의문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서 알칼리 이온 음료 붐은 가라앉았습니다. 물이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원래의 물이 맛없게 된 것뿐만이 아니라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 됩니다. 물이 3층 이상으로 올라가는 데는 펌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탱크를 갖추어야 합니다. 옥상에 사각이나 둥그런 물탱크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탱크 관리는 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이 물탱크에 물이 고여 있으면 미생물이 번식하기 때문에 냄새가 납니다. 이전에는 탱크의 두께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햇빛이 들어가 광합성을 일으켜서
수도꼭지에서 녹조류 가 나온 공동 주택도 있었습니다. 동경의 솔라 시스템 연구 그룹의 직원들이 수년 걸려 매달렸던 그 녹조류의 고향은 아칸코가 아니라 생활 폐수로 시궁창이 되어 버린 치바현의 시키가와 였습니다. 이 녹조류의 종자는 에도가와를 거쳐 가나마찌 정수장에 섞여 들어가 공동 주택의 물탱크에서 성장 한 것입니다. 모래 여과로는 이 녹조류의 종자를 잡을 수 없다는 한 사례이죠. 일본 사람들은 공동 주택에 산 경험이 짧기 때문에 주민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에 익숙치 않고, 따라서 관리 회사나 관리인에게 일체를 맡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빌리면서 스스로 관리해 보면 수도꼭지 저편에 삼림이나 하천이 보일 것입니다.
스물네번째
가정폐수
하루에 쓰는 2백50리터의 물 가운데 2백49리터는 목욕, 세탁, 부엌, 화장실 등 몸 주위의 더러운 것을 청소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1리터는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요? 흔히 생명의 물 이라고 말하면서도 체내에서의 역활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50-1백조 개의 세포가 매일 태어나고 죽습니다. 이것은 되풀이하면서 체내에는 노폐물이 생기게 됩니다. 바로 이 노폐물들이 물과 함께 체외로 배출되는 것입니다. 결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은 거의 1백% 더러운 것을 털어내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 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더러움을 털어냅니다. 그러나 떨어져 나간 더러움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시민 운동 단체에서 이 물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더러움은 집 밖으로 나가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먹이사슬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인구가 집중되면 배출되는 먹이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그것은 인간에게 불쾌한 악취를 풍기거나, 징그러운 미생물의 천하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 물이 다시 우리들 입으로 들어오게 되어 심각한 오염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인공적으로 미생물을 기르고, 그 속에서 먹이를 먹어치우게 하거나, 하수처리 시설을 만들게 됩니다. 하수처리 시설에는 하수 처리장(건설부 담당), 가정 정화조, 공동 주택용 정화조(후생성 담당:후생성은 우리 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 농어촌 단지 배수 처리 시설(농수성 담당), 분뇨 처리 시설(후생성 담당)이 있습니다. 당신의 집에선 무엇을 사용하고 있습니까? 깨끗이 하려는 데에 대한 관심은 한층 강해도 자기의 폐수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이름은 다릅니다만 어느 쪽 시설이나 인간의 배설물을 먹이로 하는 미생물이 정화를 해주고 있습니다. 어머니들 가운데 약품을 쓰거나 침전을 시켜 정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웠을텐데 말입니다.
화장실 청소에 사용하는 염산, 곰팡이 제거제나 표백제 같은 염소계 약품은 미생물들이 먹을 수가 없는 독이 되고, 합성 세제는 비누에 비해 극히 맛없는 먹이입니다. 가정용 정화조를 설치해서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하고 있는 집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닥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겠지만, 깨끗이 하려고 약품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악취가 심해지고, 여름에 얼마 동안 여행할 때 정화조의 스위치를 내려두었다가 돌아오면 냄새가 진동합니다. 호기성 미생물에게 필요한 산소를 보내주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독이 들어가거나 산소가 없어지면 죽거나 약해져서 정화를 시켜 주지 못하게 됩니다. 미생물도 생물입니다. 죽으면 정화조 바닥에 쌓입니다. 그것에는 오니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이 붙어 있는데 똥이나 오줌이 변신한 것입니다. 점점 축척이 되면 정화된 투명한 물과 함께 유출됩니다. 이렇게 되면 정화가 덜된 것이므로 정기적으로 오니를 뽑아내서 처리해 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시민이 폐수에 관심이 없으면 관계 당국에서는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니를 오랫동안 뽑아내지 않는다든가, 처리수 소독용 염소가 보충되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관리가 부실한 정화조가 많아집니다. 오니를 청소하는 업자는 정성껏 관리해 봤자 시민들이 꼭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 주는 것도 아이기 때문에 대충대충 관리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볕도 들지 않는 직장에서 일하고 사회적 발언력도 없는 업자들이 많기 때문에 개선의 목쇠리가 높아지지 않습니다.
이런 좋지 않은 영향을 마지막으로 받는 곳은 폐수가 흘러들어가는 논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 근교의 농민입니다. 그들은 오수에 대한 관심이 썩 높지는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를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오물세를 받고 타협해 버립니다.
지구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정화조가 갖는 문제를 알고 행정관청에 개선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서 그제사 겨우 후생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최근 10년 사이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배출하는 폐수를 보기 싫어하는 시민들이 아직 압도적으로 많아서 성과가 눈에 보이는 지역은 극히 적습니다.
스물다섯번째
하수 처리장
개선된 정화조를 사용하고 있어도 지역에 하수관이 뻗어 오면 사용을 중지하지 않으면 안될 운명이 됩니다. 건설성이 관할하는 수도 정비 구역에 살고 있으면 하수도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규정이 았가 때문입니다. 사회 수업을 받을 때 일본의 하수도 보급률이 40% 정도라고 배운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속에 정화조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정용 정화조는 하수도가 깔릴 때가지의 중간 단계의 설비로 되어 있기 때문에 통계로 잡지 않은 것입니다. 이걸 포함시키면 하수도 보급률이 60% 까지 올라가서 미국 수준이 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하수도 건설하는 방식이 잘못된 점이 확실히 있기 때문에 지역의 물
환경에 관심을 갖는 시민이 많아지면 정화조도 남아 있게 되고, 따라서 통계에도 포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집이 하수도를 사용하는지 아닌지는 수도 요금을 보면 압니다. 만약 사용하고 있으면 하수 처리장까지 따라가 보세요.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효고현 동부의 이나가와미찌의 오수는 가와니시시와 오사카부의 이케다시를 통과해서 오사카 공항 근처의 도요나카시까지 십수 킬로미터를 지나 지하 인공 하천으로 운반하고 있습니다. 공해 문제가 심각해진 1969년 이후 하수 처리장을 만드는 재도가 크게 변해서 시,정,촌이 처리장을 못 만들고 도,도,부,현이 만드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건설성이 하천 유역의 시,정,촌에서 한꺼번에 오수를 처리하는 유역 하수도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처리장 주변의 주민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먼 동네의 오수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전국에서 반대 운동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주변 주민 이외에는 무관심하고 많은 지식인들은 지역 이기주의라는 관점으로밖에 보지 않습니다. 지역 주민은 건설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필요성 사이의 딜레마에 시달리고, 결국 제3의 길을 찾아나갑니다.
하수도가 갖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몇 안되는 전문가의 도움를 빌려 행정관청에 주장하으로써 계획을 하는 것입니다. 이 시리즈(암파주니어신서)의 한 책자 (도카이도 물의 여행)을 쓴 동경대학의 나까니시 준코 선생의 연구는 주민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우선 하수 처리장에서 처리될 수 없는 공장 폐수를 받아들이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미생물의 먹이가 되지 않는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는 공장 폐수가 기존 처리장에서 미생물을 죽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계획의 중대한 결함이지요.
주민은 계획이 철회될 것을 기대했지만 잘되지는 않았습니다. 개선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설장이 각 공장에 중금속을 제거하는 설비를 갖추도록 강력히 지도하거나 배출할 때에 기준치를 엄격히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나카니시 선생은 대규모의 하수 처리장은 경제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하천에서 물을 고갈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건설성은 시설을 크게 만들면 규모의 이익 이 작용하여 비용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수도는 처리장과 하수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광역의 오수를 모으기 위해서는 지하에 커다란 하천을 또 하나 만드는 것이 되서 이 비용이 막대한 것입니다. 게다가 지방 도시쪽으로 가면 시가지가 연속적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오수가 들어오지 않고 관만 묻어 두는 곳도 나오게 돼서, 1인당 건설비도 높아집니다.
또한 하천이 마르는 지역도 생겨납니다. 상류의 마을이 오염된 물을 흘리는 것은 곤란하지만 더럽다고 해도 어쨌든 물은 흘러들어갑니다.
또 콘크리트로 된 지하 하천은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지는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처리 시설을 분산하여 물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었지만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유역 하수도 계획에 따라 각지의 하수도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결국 정비가 늦어지면 하수도 요금이 인상되고 물 환경이 악화되어 돌아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무관심의 비용이지요.
스물여섯번째
고성능 정화조
꾸준히 자기의 폐수에 집착을 계속해 가면 상당히 밝은 빛이 보일 겁니다. 꿈같은 고성능 정화조가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정화조 개량에 오랫돈안 매달려온 큐슈의 이시이이사무 선생이 만든 이시이식 정화조 가 그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정화조는 부엌이나 목욕탕의 오수는 받지 않고 화장실 폐수만 처리하는 단독 정화조였습니다. 당신의 집에 있는 것도 아마 이 타입일 것입니다. 일반적인 정화조는 흘러들어온 오수 속에 유기물이 60% 정도 제거해 주기 때문에 그 중 40%는 다 정화되지 못한 채 논밭이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면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후생성에서는 부엌, 목욕탕의 폐수를 합쳐서 처리하고 더 나아가 유입되는 유기물의 90%가 제거되는 합병 정화조를 보급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단독 정화조와는 달리 처리 기준이 하수 처리장과 똑같이 되어
있습니다. 이시이식 정화조는 완전한 고성능 제품으로, 제거율이 99% 정도 되기 때문에 처리된 물이 요도가와보다 깨끗합니다. 목욕탕에도 사용하고 오니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몇 년이라도 정화조 청소를 안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긴데 견학을 해보면 납득이 갑니다. 정화조 속에 바닥을 뚫은 야구르트 빈병을 가득 넣은 것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지금까지의 정화조처럼 호기성 미생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기를 불어넣긴 합니다. 그러나 야구르트 용기 덕분에 정화조내의 산소 농도의 다양성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 속에 많은 미생물이 살 수 있게 되어서 산소 농도가 균일화된 것보다 잘 처리될 수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오니를 먹는 미생물도 있습니다. 오니도 미생물이 죽은 것이기 때문에 그걸 먹이로 하는 미생물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요. 혐기성 균도 산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죽어 버리는 것에서부터 약간 있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것까지 여러 종류입니다. 야구르트 용기로 식물 연쇄의 법칙을 잘 이용한 것입니다. TV나 자동차라면 이런 우수한 상품은 곧바로 보급됩니다. 그러나 정화조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TV같이 소비자에게 직접 눈에 보이는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활용이나 지역의 물 환경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버리는 것을 전제로 해서 결정된 국가의 기준치를 지키는 시설쪽이 당장의 비용이 적게 먹히는 것입니다. 종래의 정화조보다 약간 비싸지만 환경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을 높이 평가해서 그것을 설치하는 정장이 있습니다. 후쿠오카현 히사야마미찌의 초등 학교에서는 이시이식 정화조를 설치해서 가동하고 있습니다. 하수도 상태를 둘러싼 시민들의 주장은 이미 완전히 유역 하수도 계획으로 짜여진 시,정,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계획에서 빠지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죠. 그러나 정비 계획이 늦어지고 있는 시,정^5,23촌에서는 지역에 맞는 하수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곳도 있습니다. 마에현 나바리시의 소유렌지호 주변의 한 대형 식당 경영자도 시민들의 호소에 답하여 이시이식 정화조를 설치했습니다. 그 결과 엄격한 이 댐 호수로 방류해도 좋을 정도로 수질이 좋아졌습니다. 견학을 하러 방문을 한 뒤 오수 상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가정용으로 설치한 시민도 나왔습니다. 시당국도 하수도 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나바리시의 물 환경에 걸맞는 계획으로 변경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시이식 정화조는 중학교에도 설치되었습니다. 공사에 참여한 회사는 시민들과 함께 이시이식 공법을 공부해서 보급하려고 하는 작은 회사입니다. 그러나 하청으로 참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익은 거의 없습니다. 담합:업자들끼리 서로 상의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미리 가격을 정하는 일) 이 문제가 되고 있는 토목, 건설 공사의 구조를 넘겨다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어떤 한 어머니가 시를 움직여서 학생용 팸플릿을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학교에서 폐수가 어디에서 처리되고 있는지 설명을 듣거나 이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는 팸플릿을 받아본 경험이 있습니까? 이 어머니의 시도는 드문 사례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시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주변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스물일곱번째
오염된 샘물
후시미나 나다 같은 술의 고장은 맛있는 샘물이 풍부한 곳입니다.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마을에 제제 공장이 많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도 지하수 덕택입니다. 하천의 물이 오염되어 가기 때문에 지하수를 수자원으로 하고 있는 곳이 부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지하수를 퍼올려서 양이 줄어들거나, 오염이 심해져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탁소와 샘물 오염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습니다. 옷에 붙은 기름기를 물과 비누로 빼는 것이 아니라 유기 용제로 빼기 때문에 드라이 크리닝이라고 합니다. 혹시 매니큐어를 지울 때 사용되는 벤젠이라는 이름의 투명한 액을 본 적이 없습니까? 약간의 기름때가 묻었을 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비해 둔 가정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석유계의 유기 용제로 인화성이 있어서 위험합니다. 용제란 기름기를 녹이는 약품을 말합니다.
세탁소에서는 석유계의 용제를 사용하는데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용량이 감소해서, 지금은 인화성이 없는 트리클로로에탄같은 염소계의 용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용제에는 독성이 있습니다. 이미 더러워져서 사용할 수 없게된 용제를 조금씩 배수구에
흘려 보내 그것이 지하에 침투해서 우물물을 오염시켰던 것입니다.
문제가 표면화될 때부터는 회수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또 트리클로로에탄이 오존충 파괴 물질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돼서 다른 염소계나 불소계 용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이란 1리터 정도인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됩니다. 공장 폐수는 하루 수십 톤의 단위가 되면 규제가 되지만 몇 톤 정도는 규제받지 않습니다. 동네의 세탁소는 대부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우물물 같은 데에서는 ppb 단위로 포함되어 있으면 문제가 됩니다. 퍼센트는 1백분의 1, ppm은 1백만분의 1, ppb는 더 작은 10억분의 1입니다. 1리터의 용제를 희석화해서 ppb 단위로 하는 데는 1백만 톤의 물을 필요로 합니다. 요 만큼이라는 지금까지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세계에 살면서도 옷을 세탁소에 보내서 조금씩 몸을 망치고 있는 것입니다.
세탁소보다도 대규모로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은 첨단 산업의 하나인 IC(반도체)공장입니다. IC공장에서는 반도체의 표면에 가느다란 홈을 새기고 콘덴서나 저항을 만들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티끌이라도 표면에 묻으면 곤란합니다. 그 때문에 깨끗한 물이나 유기 용제로 씻어냅니다. 유기 용제는 회수를 하고 있지만, 새나가서 옥외로 나온 것이 비에 녹아 지하수에 스며드는 것입니다.
오염이 확산된 곳도 있는데, 치바현의 기미즈시나 효고현의 다이시마찌에서는 오염원이 특별히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땅 아래에서 발생하는 문제여서 오염 구조가 잘 해명되지 않기 때문에 조사 담당자는 머리를 짜내야 했습니다.
지하수가 오염되서 샘물을 방치해 두고 상수도로 바꾸려고 하는 행정 관청이 많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유기 용제는 증발하기 쉽고 우물물은 표토층의 물에 비해 아직은 깨끗합니다. 오염이 심하지 않아던 옛날에 형성된 지하층으로 스며들어서 모래 층에서 여과시켜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쿠이현의 오오노시는 지하수가 풍부해서 가정이나 공장에서 마음놓고 쓰고 있고, 하다 못 해 겨울에 눈을 녹이는 데에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사용해서 우물이 마르는 일도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1985년 시에서는 상수도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자기 집의 우물이 마르는 것이 불안해서 물을 아낄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던 노다가에씨는 그때 인생이 크게 변했습니다. 공감하는 사람들한테는 물 아줌마 ,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물에 미친 사람 이라고 불리운 지도 어언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향의 물과 깊이 사귀게 되었던 것입니다. <맛있는 물은 보물>이라는 책은 한 사람의 여성이 던진 물음이 어떻게 파문을 일으키면서 확산되어 가는가를 훌륭하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공업이나 상수도에 꿈을 버리지 않는 지역의 유력자와 물을 헤프게 쓰는 생활 방식을 조금도 시정하지 않던 시민들이 조금씩 변화해 가는 것에서 그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어부가 서로 약속을 해서 고기잡는 기간이나 양을 결정하면 자연은 영원히 풍성함을 주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지하수와 잘 사귀면 자연은 영원히 풍요함을 줍니다. 상수도를 만들면 가정의 경제적 부담은 늘어납니다. 그러나 결국엔 경제가 성장하고 GNP를 높이는데 공헌하게 됩니다. 편하게 마음 놓고 써보고 싶은 생각이 경제적 생활과 경제 성장 사이에 모순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스물여덟번째
합성 세제와 비누
합성 세제와 비누를 둘러싼 논쟁은 2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당신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시민 단체는 합성 세제가 독성이 있고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나쁘다, 따라서 비누를 써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비누 세제가 차지하는 몫은 전국에서 5% 정도(금액 또는 중량 대비)로 아직 점유량을 평가 기준으로 하면 성과는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민 운동의 성과를 잘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1979년에 시가현은 바화호의 부영양화 방지 조례(물 속에 인산염 등 영양염류가 많아지는 현상으로 식물성 플라크톤을 폭발적으로 번식시켜 적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를 만들고 인을 포함한 합성 세제의 사용, 판매, 선물을 금지했습니다. 그 뒤 기업도 인을 제거한
합성세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비누의 사용률은 다시 떨어졌지만 그래도 현재 44%로 전국에서 1위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오사카부 히가리타시는 비누 사용 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추진해서 1990년의 사용률은 16%나 됩니다.
논쟁 과정을 간단히 되돌아보면서 시민 운동의 성장 과정과 약점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손이 거칠어지는 것이나 쥐의 등에 세제를 발라 보는 실험 같은 것을 통해서 합성 세제 쪽이 독성이 더 심하다는 것이 밝혀 졌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또 손이 거칠어지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독성은 수돗물 속에도 들어 있습니다만, 농도가 묽기 때문에 손이 거칠어지는 영향이 없는 사람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편리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설득력이 없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돗물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미량이지만 생물이 배출하는 물질은 코나 입으로 느껴집니다. 인간만이 아니라 생물에게도 갖추어진 방어 기구입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역사도 짧은 화학 물질은 그런 것이 뚜렷하지 않아서 과학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농도가 묽어지게 되면 상당히 파악하기 어려운 벽이 있습니다. 다만 1993년에 개정된 수돗물의 수질 기준으로 합성세제 등의 계면활성제(석유계 합성 물질로 때를 제거하는 주성분이다)가 한 항목으로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나가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됩니다. 미량이라도 특정의 장기에 영향을 준다는 것. 기준은 과학적 근거만이 아니라 정치적 측면도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이 극히 소수이기 때문에 화학 물질의 무서움이 전해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합성 세제를 분해시키는 문제를 살펴보면, 사실 미생물이 합성세제를 분해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생물에게 합성세제는 비누에 비해 맛없는 먹이이기 때문에 먹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먹이가 없어져가면 별 수 없이 먹기 때문에 이시이식 정화조에서는 대부분 제거되기도 하고, 또 맛 없어도 먹는 미생물이 생깁니다.
비누 점유량이 늘어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원인은 첨가물은 무조건 나쁘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합성 세제를 만드는 측은 사용하기 쉽게 개발하고 첨가물을 넣습니다. 하얗게 보이는 형광제, 효과를 잘 알 수 없는 효소 같은 것 등 외관만 바꾸어서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는 것입니다. 건강보다도 편리성을 중시하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민 운동에 참가하는 시민들은 식품 첨가물을 비롯해서 첨가물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랫 독성이나, 환경에 나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실제 사용시 문제점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무공해 비누는 냄새가 좋지 않고 비누 찌꺼기가 나온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렇게 건강, 환경을 위해 불편해도 참으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비누를 보급시키고 싶어하는 시민들은 첨가물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첨가물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수년이 걸리긴 했지만 논쟁이 잘되고 타협할 수 있어서 첨가물이 들어간 비누나 샴푸를 만들면 젊은 사람에게도 먹혀들어가 비누 점유량을 회복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생물은 식염 등, 적정량의 첨가물을 체내에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다. 첨가물은 전혀 불필요하다고는 할 수 없다.
둘째, 첨가물을 넣는 것으로 늘어나는 환경 부담과, 넣어서 비누 점유량을 늘리는 것에 따른 부담의 감소를 비교해 보자. 전자쪽이 적을 것이다. 첨가만 하기 때문에.
셋재, 가능한 한 독성이 적은 첨가물을 선택하기 위헤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다.
비누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논점을 정리하는 능력이 몸에 익혔기 때문입니다.
스물아홉번째
직접 만드는 비누
기름+수산화나트륨=비누+글리셀린
비누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시민들은 논쟁만 하는 게 아니라 폐식용유의 재활용을 겸해서 손수 비누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활의 장에 기술을 되찾아 나가고 싶기 때문에 성가시지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 지식을 생활의 장에서 잘 써먹는 데는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오해로 인한 혼란의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초 지식이 모든 사람에게 쌓여 있으면 오해는 적어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과 과목을 복습해 봅시다.
비누는 기름과 수산화나트륨으로 만듭니다. 기름을 화학식으로 써 보면 윗 그림과 같이 됩니다. 기름의 종류에 따라 R이라고 쓰인 곳이 바뀌고 분자의 수가 많아지게 되면 고체 상태인 유지, 적어지게 되면 액체 상태인 기름이 된다고 파악합니다. 첫번째 오른쪽의 CH2-CH-CH2에 수산화나트륨 Na가 들어가 바뀌면 비누가 됩니다. 오른쪽의COONa쪽이 물과 친하고 왼쪽의 R쪽이 기름과 친하기 때문에 물과 기름이 섞이는 것이지요. 합성 세제의 LAS(직쇄형 알킬벤젠본산 나트륨)은 R-원소기호-SO3Na라는 구조로 약간 다릅니다. 그래서 독성이나 분해성이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시가현이나 치바현에서는 시민들이 돈을 모아 폐식용유를 원료로 하는 비누 공장을 차렸습니다. 몇 년 전쯤부터 더욱 손쉽게 가정에서 만드는 방법이 전수되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폐식용유를 한 말 정도를 수산화나트륨과 섞는 것인데 그때에 밥을 넣습니다. 밥은 반응식과는 관계없지만 넣게되면 비누가 잘된다는 것입니다. 이걸 소개하는 사람은 밥이 촉매의 역활을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누의 사용 운동을 추진하고 있던 시가현에서는 현직 공무원이 직접 만드는 비누를 사용하지 말라고 해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폐식용유를 그대로 사용한다. 둘째, 생성물인 글리셀린을 제거하지 않는다. 셋째, 밥을 넣으므로 불순물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 그 근거로 시판 비누에 비해 BOD가 약 2배나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불순물과 BOD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의 공무원이 말한 영향은 클 수밖에 없어서 자제를 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밥이 불순물인가 첨가물인가는 하는 문제는 입장에 따라 변합니다. 만든 사람에게는 밥이 첨가물이지 불순물이 아닙니다. 또 글리셀린은 피부를 보호하는 약품이기 때문에 들어 있어도 영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비누가 검게 되는 것은 튀김에 사용한 밀가루가 탔기 때문입니다. 검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밀가루가 탄다는 것에 굳이 나쁜 이미지를 심어서 불순물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름기를 제거한다는 목적만을 중시하면 글리셀린이나 밀가루 같은 것이 불순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이 커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BOD 수치의 크기로 물의 오염도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치가 높아지면 환경이 약화된다고 단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책임있는 발언을 할 때에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BOD란 Biochemical Oxygen Demand(생물 화학적 산소 요구량)의 약자로 물속의 미생물이 37도에서 5일간 먹는 유기물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먹는 유기물의 양과 그것을 체내에서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유기물이 많으면 물 속의 산소가 많이 소비됩니다. 그래서 사용된 산소의 양을 재면 유기물의 양을 알 수 있습니다. BOD란 미생물의 5일간 먹는 먹이의 양 이라고 일단 외워 둡시다. 그러면 맛없는 합성 세제의 BOD는 비누보다 낮을 것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고 BOD가 높으면 환경이 나쁘다고 단선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글리셀린, 밥은 아마 맛있는 먹이였기 때문에 BOD가 높아졌을 것입니다. 나중에, 효고현 생활과학연구소가 시판 비누나 직접 만든 비누나 환경 부하(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같다고 발표를 해 시민들도 안심을 했습니다. 미생물이 먹이로 삼아서 먹어 치우는 속도가 다를 뿐 어쨌든 먹을 수 있는 물과 이산화탄소가 된다. 같은 무게라면 먹이의 양도 같다. 따라서 환경 부하는 같다 라는 명쾌한 설명이었습니다.
시민들은 한 가지 배웠습니다. 비누라고 해도 지나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속옷에 묻은 기름기는 체내에서 분비된 것이 대부분으로, 팬티라고 해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매일 빨래를 해서 빼내려고 하는 것은 빨래에 묻은 때가 아닙니다. 다름 아닌 더럽다고 생각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그것은 물이나 비누도 빠지지 않습니다.
서른번째
샴푸와 청결 신드롬
아침에 꼭 샴푸를 하는 습관이 한때 붐을 이룬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2년경부터 차츰 가라앉아서, 이제 조금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샴푸를 하는 것은 오히려 모발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 드라이를 해서 갈색으로 타거나 머리카락이 갈라져서 털의 생리학을 더 배워라 고 머리카락이 경고를 하고 있는데도 깨긋이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앞서서 아예 늙은이의 머리털 이 되는 것입니다.
세제 회사를 그만두고 어학 실력을 발휘해서 유럽의 환경 선진 기업을 방문하는 여행을 기획하고, 거기서 일본의 기업들을 참가시키려고 하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TV 광고에 등장하는 탤런트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샴푸나 린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은 그렇게 시간을 잡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선전처럼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선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을 말해 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젊은 탤런트이기 때문에 피해가 있어도 숨기고 있을 우려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게 뻣뻣한 머리카락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젊다는 상징입니다. 대학 구내의 이발관에서 이발사가 나에게 머리카락이 부드러워졌네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잠시 기분이 좋았는데, 사실 꽃이 시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해서 실망했습니다.
늙으면 부드러워지는 것입니다. 어떤 미용사는 옛날에는 한손으로 머리카락을 다 잡을 수 없는 사람이 열 명 가운데에 서너 명은 되었는데 지금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가발을 쓰는 사람들 중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1984년에는 10% 정도 였는데 1990년에는 40%로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아티랑스(일본의 가발 회사 이름)는 보고하고 있습니다. 오염의 대부분은 물로 충분히 씻기는 흙먼지나 실먼지입니다. 세제가 필요한 기름기는 극히 조금입니다. 머리카락을 번들번들하게 해주는 기름기는 모발을 지키기 위해 체내에서 분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모발은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 같은 것을 배출해 주는 역활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입원 환자의 머리털은 건강한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푸석푸석합니다. 간호사는 투여된 약의 여분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체내에서 분비된 기름기를 샴푸로 제거하고 린스로 표면을 발라주는 것은 건강한 머리카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씻고 싶은 마음을 갑자기 억제하면 거식증(먹기를 거부하는 증상)처럼 무리를 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여서 탈모가 늘어납니다. 목욕물로 흙이나 먼지를 씻어 내고, 샴푸는 며칠에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가요? 매일 샴푸를 하지 않아도 머리털과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이 당신에게 가려움 을 제공함으로써 씻을 때를 가르쳐 줄 것입니다.
아사샹(일본에서 한때 유행했던 말로, 아침에 꼭 샴푸를 하는 생활 습관)으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의 청결 신드롬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멀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의 밭이라고 하는 개펄엔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런 데에 매력이 끌리면 진흙투성이가 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게 됩니다. 또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재미있어지고,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워지면 겉을 깨끗이 하는 것보다도 내면을 한층 갈고 닦는 데 노력하게 됩니다. 거꾸로 관계가 멀어지면 자기의 몸을 치장하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끌려고 합니다. 그런 경향이 심해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청결 감각까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청결감을 소중히 하는 것에 비해서 자신의 방이나 학교, 거리 등이 오염되고 있어도 무감각할 뿐 아니라 자신도 깨끗이 하려는 마음도 잃어버립니다. 빈깡통이 창가나 화장실 같은 데 놓여 있어도 그대로 둡니다. 선생이나 부모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청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대신해 주는 학교도 많다고 합니다.
물론 가르치는 쪽도 문제가 있을테지만 선생과의 관계, 학교 길 주변의 자연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학생에게도 학교나 자연은 의미있는 공간, 관심을 끄는 어떤 공간도 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관심은 자기 안으로만 기울고 범위는 좁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샴푸를 지나치게 쓰면 주변의 자연을 필요 이상으로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 것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도 주변 환경의 머리털 조차 아프게 하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른한번째
땀냄세 제거제와 제균 스프레이
어떤 중학교에서는 체육 수업이 끝나면 교실 안에서 일제히 슈-슈-하는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땀냄새가 싫어서 스프레이식 땀냄새 제거제를 겨드랑이 밑에 뿌리는 소리입니다. 스프레이 속에 들어있는 액화된 프로판이 기화할 때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시원하기도하고 또 향료가 냄새도 가시게 해주리라 생각하고 뿌릴 것입니다.
해외 여행을 나갈 때 여행사 직원이 제균 스프레이를 지참하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의 손잡이, 전화 수화기, 양변기 등에 뿌리려고 하는 것이지요. 외국에서는 에이즈가 만연하고 있다는 말만 하면 막 사가는 젊은이도 있습니다. 살 때야 스프레이 뿌리면 에이즈 바이러스는 진짜 죽는지 의문을 품어 볼 겨를도 없는 것입니다.
땀이 남성이 심벌이었던 시대는 가고 이제 남성도 화장에 관심 가져야 할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 소각장에서는 스프레이 캔에 의한 폭발 사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프레이 캔 속에 들어 있던 액화 가스는 환경 문제가 입에서 오르내리기 전까지는 보통 프레온이었습니다. 프레온은 타지도 않고 인체에도 해롭지 않아 널리 사용되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레온이 오존층 파괴 물질이란 것이 알려져 별로 쓰이지 않게 되면서 프로판으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프로판은 지금도 도시 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지방에서 연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가스인데 보통 LPG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야외로 들놀이를 갈 때나 캠핑을 할 때 휴대용 연료를 사용해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휴대용 가스통은 다 쓰면 쓰레기로 버립니다.
그런데 가스통에 가스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서 폭발 사고가 자주 일어납니다. 쓰레기를 청소차에 실을 때나 쓰레기를 압축할 때, 소각로에서 태울 때 일어납니다. 센다이시에서는 이 휴대용 가스통을 자원 쓰레기인 빈깡통과 함께 수거하고 있습니다. 철 캔은 자석으로 끌어내서 한꺼번에 압축합니다. 이때 스프레이 캔이 섞여서 들어가면 폭발할 염려가 있고 가스 분출구나 뚜껑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섞이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작업하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선별하고 있습니다. 놓치면 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에 잔뜩 긴장을 합니다. 후생성은 시,정,촌의 요청을 받아들여 1991년 10월에 폐기물 처리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했습니다. 수거, 소각, 매립이라는 일방 통행의 청소 행정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서 감량, 재활용을 겨냥한 시민 참가형 청소 행정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 속에 폭발성이 있는 쓰레기는 소각할 쓰레기와 혼합하지 말고 분리해서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폭발성이 있는 쓰레기에 해당하는지 법률로 정해져 있지 않고 행정 명령으로 지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후생성 공무원은 국회에서 스프레이 캔을 지정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반년 후에 나온 행정 명령에서는 지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장면에 부 치면 매스컴이나 시민은 핵심이 빠졌다 며 분노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말만하는 것만으로는 사태의 진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법을 개정하는 것은 질서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이해가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 당사자는 자기쪽에 불리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로비를 합니다. 1991년 개정 당시만 해도 각 성청(정부 부처, 업계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으로부터 후생성에 1천 여 통 가까이 질문서가 접수되고, 여러 가지 주문이 들어 왔습니다.
환경 문제, 재생(Recyle) 문제에 관계하는 시민들은 회수에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것이 법률의 제정 과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는 사람은 대단히 적습니다. 이런 점은 매스컴에도 영향을 미쳐, 각 매스컴들은 법률의 심의 과정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후생성의 공무원은 그
가운데에서 적당히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스스로 국회에서 답변할 것이라 해도 필요에 따라 바꾸지 않으면 안되게 되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그 과정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핵심이 빠진 것으로만 보고 법으로 확정되기까지의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서른두번째
벌레 공포증
화장실이 수세식이 되고, 집에서는 닭, 소, 말 등을 기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흔한 곤충 파리도 살기 곤란한 환경이 되었습니다.
파리, 모기, 바퀴벌레, 이, 진드기 같은 친숙한 곤충들을 때로는 병을 옮기기 때문에 위생 해충이라고 부르고, 가급적 없애버리려고 해왔습니다. 옛날에는 파리채로 때려잡거나, 끈끈이라는 접착 접착 테이프를 천정에 매달아 놓고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았는데, 지금은 화학 약품 만능 시대여서 스프레이로 뿌리고 가구 사이에 붙여서 곤충들이 얼씬하지 못하게 사용합니다. 이렇게 해서 곤충들은 죽지만, 다른 한편 사람이나 환경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약이 듣지도 않는 곤충들을 늘려 놓는 문제도 낳고 있습니다.
게다가 개미, 노래기 같은 생김새가 징그러운 벌레를 불쾌한 해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죽이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이 늘고 있어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비누 이상의 복잡한 분자 구조를 가진 약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구조가 간단한 곰팡이 제거제(표백제와 같은 성분의 차아염소산나트륨 NaCIO으로 화장실용-실은 염산 HCI)와 혼합해서 사용하다가 죽은 사람도 몇 있습니다. 혹시 섞으면 위험 이라는 표시를 본 적이 있습니까? 희생된 여성이 남겨 준 교훈이지요.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 시민들과 연구자가 <이렇게 사용해도 좋은가, 가정에 숨어 있는 농약>이란 책자를 제작했습니다. 가정에서 사용된 살충제나 방충제 속에는 농약과 같은 성분의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음식물의 농약에는 주의를 하면서도 청결하게 해놓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 나가면 결국 집안에 농약들을 들여놓게 됩니다.
당신 친구들 중에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린 사람이 몇이나 있습니까? 아마 10명 중에 한명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10년 정도에 급증해서 애들 병이라고 무시하고 있다가 어른들에게까지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진드기도 한 원인이기 때문에 진드기 살충제나 진드기 방지 카펫이 상품화되어서 사들이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세요. 가정에 있는 대부분의 진드기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고 극히 일부의 사람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나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도 진드기 공포증에 걸려서 약을 뿌리다 중독이 되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10여 년 전 이바라키현 쯔찌우라시에서는 한 가정에 다섯 사람이 중독된 적이 있습니다. 또 모기향이나 전자 모기향에도 채소에 붙은 배추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와 똑같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어지럽다고 생각되면 즉시 창문을 열어 줍시다. 화학 물질 과민증이라는 병이 화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1978년까지는, 진드기용 살충제는 제조, 판매에 법 규제를 받지 않는 약품이면서도 규정을 받지 않는 상품-사이 상품이었습니다. 일본의 법률에서는 약제를 규제할 때 약제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서 규제를 합니다. 이 때문에 소위 불쾌 해충에 사용하면 법과 법 사이에 끼어들게 돼서 규제되지 않는 것입니다.
1988년 오사카부 다카쯔끼시내의 판매점을 조사하면서 이러한 법률의 구조를 알게 된 시민들이 시정을 요구하면서 진드기용 살충제도 법 적용을 받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이런 살충제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팔리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평가를 하면 성과는 사소합니다. 그러나 법률 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렵다 고 회피하는 시민들이 많은 가운데 그래도 법의 구조에 관심을 갖고, 또 시정도 되었기 때문에 꽤 큰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나를 성공시켜 내면 생활의 장으로 법률을 되찾아 가는 일에 관심이 깊어지고, 또 다른 문제에도 법의 구조는? 하고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깁니다.
한편 진드기가 원인이 되서 아토피나 천식에 걸리게 되었다면 상당히 큰일입니다. 이런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이불을 전문가에게 맡겨 세탁을 해서 진드기를 근절시키고, 들째 이불을 홋청을 햇빛에 말려서 청소기로 진드기를 빨아 들이고, 셋째 청소기 배기구는 집밖으로 내야 하는 등 진드기와 전쟁을 계속해야 합니다.
진드기로 아토피에 걸린 사람은 피부의 세포 조직이 건강한 사람과는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의사들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진드기의 단백질을 통과시키지 않는데 아토피성인 사람은 그것이 통과돼서 체내로 들어가 버린다고 합니다. 세포는 유전자에 따라서 매일 복제되고 있습니다. 복제 방법이 변해서 구멍이 생긴 채 복제되어 버린다면 참으로 무서운 일인 것입니다.
서른세번째
균들의 복수
균 이라는 말을 들을 때 당신은 대체로 어떻게 반응합니까? 일단 너한테도 균이 득실대 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균은 싫은 것이고 자기한테는 균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은 그런 모순을 잘 지적해 주기 때문입니다.
수영장, 해수욕장, 샘물 등의 수질을 검사할 때 흔히 대장균을 지표로 삼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대장균은 나쁜 놈이 되고 세균류를 싫어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장균은 장내에서 당을 분해하거나 비타민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 어떤 것도 나쁜 짓 은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당신과도 잘 공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동포들이 많아져서 극히 일부가 병원성을 갖게되는 것은 진드기와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 의한 오염의 유무를 조사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에 하나의 지표가 되어 있을 뿐입니다. 예사로 흙이나 식물 등 집 밖에 흔히 이들 동포들이 있습니다. 혹시 대장균이 검출되어도 우물물을 파묻어 버리지는 마세요.
학교의 수영장에는 몸을 씻는 욕조가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세균을 너무 지나치게 무서워하고 있는 것을 알고 어머니들이 열심히 그런 생각을 없애 주려고 노력중입니다. 균을 죽이기 위해 염소를 넣는데 너무 진해서 수영복이 표백되거나 피부가 상하는 학생도 있기 때문이지요.
세균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만이 아니라. 생김새가 보기 싫은 곤충도 모두 죽여 버리면 그들은 분명히 보복을 합니다. 쓰레기 매립지의 파괴가 강력해져서 더 강한 약을 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고 바퀴벌레, 결핵균, 말라리아 같은 것도 종래의 약이 듣질 않고 있습니다.
독한 약이 만들어지고 인간에게 영향이 보이지 않는 동안에는 이들이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을 애들 장난 정도라고 웃어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병원내 감염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MRSA(메테린 내성 황색 포도구균)는 약으로 죽이는 지금까지의 방법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황색 포도구균은 콧구멍이나 피부 등 어디라도 있는 낯익은 균입니다. 다쳤을 때 상처 부위를 화농시키거나, 또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해서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인이 워낙 약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험 제도의 문제도 있어서, 의사는 환자에게 약을 잘 줍니다. 그러나 약을 다 먹기 전에 병이 낫게 되면 남은 약을 쓰레기로 버립니다.
생물이 몸을 지키기 위해 분비하고 있는 항생 물질이 발견 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세균성 병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차대전 후 얼마 안 있어서 결핵은 불치병에서 벗어났고 그리하여 과학의 힘을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항생 물질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사이에 황색 포도구균이 내성(약을 견디는 힘)을 가져 버린 것입니다. 황색 포도구균도 생물입니다. 그러나 인간과 잘 공생하고 있었는데도 결핵균의 부작용을 받아 본이 아니게 죽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유전자를 바꾸어서 살아 남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술 후나 노인 병원에서 내성을 가진 황색 포도구균에 감염되서 죽은 사람이 심각하게 늘고 있습니다. 다른 균과 공생하고 있는 동안에는 대량으로 늘어나는 것이 불가능했고 약간의 장난밖에 하지 못했지만, 항생 물질에 의해 다른 균은 죽는 데도 그들만은 살아 남는 힘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크게 번식하고 있습니다. 자연농법에서 길러진 벼와 유사하게 환경이 극히 나쁜 가운데도 살아 남는 방법, 살아 남는 능력을 몸에 익힌 생물이 차세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유행하면 삼나무 등을 문제 삼아 국가의 책임을 묻는 재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논점이 정리되어 깊이가 있게 되는 효과가 있지만, 이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콧물을 빼물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포도구균 같은 세균에 감염되면 체내에서 그것을 죽이는 항체를 만듭니다. 콧물은 그 항원(세균)과 항체가 싸움을 한 결과입니다.
꽃가루나 진드기가 체내에 들어갈 때도 항체가 나와서 비염이나 천식을 일으키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연구자는 세균을 죽이는 항체와는 다른 종류이지만, 이 두 종류가 서로 견제를 해서 한 쪽이 작용을 하면 다른 쪽은 작용을 받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세균 감염증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꽃가루용 항체가 우위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콧물은 체면이 안 서긴 해도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공생 이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행동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의사나 약사로부터 약을 받을 때 효능과 부작용을 자세히 묻고 전문가쪽은 그에 대답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몸을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도를 하는 병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의료비가 줄어들고 쓰레기도 줄어듭니다.
서른 네번째
변신 바이러스, 에이즈
감기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장난을 치는 정도이지만 에이즈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아 매우 심각합니다. 황색 포도구균이 항생 물질을 남용한 결과 변신을 해버린 것처럼, 에이즈 바이러스도 인간이 만들어 낸 물질에 의해 변신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기가 들면 당신은 어떻게 합니까? 의사는 약은 별 효과가 없기 때문에 안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약을 처방해 줍니다. 약도 안 준다 고 투덜대는 사람이 상당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감기라고 부르고 있는 증상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세균과는 달리 약으로 죽지 않습니다. 알고는 있어도 다른 병으로 번질까 싶기도 해서 약을 쓰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것은 대중요법:병의 원인을 다스리기 곤란한 경우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을 치료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가진 면역에 따라 치료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바이러스와 잘 사귀는 것은 증상을 잘 관찰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코와 목구멍의 점막에 붙으면 세포가 망가져 콧물이나 가래가 되고 그것이 축적되어 오면 재체기가 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늘어나 혈액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열이 난다고 합니다. 체내의 바이러스의 행동을 상상하면서, 증상이 가벼울 때 물로 목을 헹구든가 해서 사전에 대책을 세우면서 상태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 농민들이 논에 벌레보기판을 설치해 두고 여기에 익숙해지면 농약을 뿌리는 시점을 잘 잡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대중 요법에 의지해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실천을 해보면 여유가 생겨서 잘됩니다.
어린이들의 치아 상태를 걱정해서 시민 교육에 힘을 쓰고 있는 한 치과 의사가 의료, 복지, 환경의 선진국인 스웨덴을 방문했습니다. 거기에서는 환경,복지와 똑같이 의료에도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겄입니다. 단지 일본같이 약이라는 하드 기술로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라는 소프트 기술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감기에 들면 유급으로 쉬는 제도가 잘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약의 사용량은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근무처의 회사나 제약 회사의 이익은 감소하고 GNP도 줄어듭니다. 노동자들이 무리를 해서 일을 하면 늘어나게 되어 있는 GNP는 불합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GNP가 줄어들더라도 시민의 부담은 적어지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이와데현, 사와우치촌에서는 2차 대전 후 얼마 안되서부터 시민 교육에 힘을 쏟아 촌 전체에서 의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예방을 중시하는 보건 행정과 치료 중심의 병원 행정을 잘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생성(우리 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에서는 환경 파괴 물질이나 온난화가 바이러스나 그것을 매개로 항는 모기, 진드기 같은 생물의 분포, 생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대규모의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먹이사슬 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생물의 성장과 소멸은 다른 생물의 생태에 파급되어 갑니다. 그 속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포함해서 조사하는 것입니다.
감기 바이러스의 하나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에는 일으키는 증상이 독하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어 대처해 왔습니다. 미리 체내에 약한 바이러스를 넣어서 항체를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풀루엔자 바이러스는 빨리 변신하기 때문에 똑같은 백신이 듣지 않습니다. 따라서 예방도 어려운 것입니다. 에이즈 바이러스도 변신이 노련해서 백신을 만들기가 어려워 전문가들도 걱정입니다.
에이즈는 불치병으로 취직, 결혼등을 통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까지의 병처럼 전문가에 무조건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고, 성이 관계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잘 알아 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의사가 이론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같은 세대의 감염자의 목소리를 전해 듣는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전문가로부터 감염 경로나 예방법 같은 의학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도 감염자의 일상 생활을 아는 쪽이 더 많은 공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유가 좀 다르지만 내가 우유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유팩 모으기 운동의 선구자인 히라잎 씨가 말하는 것이 영향이 큰 것과 비슷합니다.
우유팩회수는 환경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되는 대증 요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업은 수거할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도 병으로 바꾸지 않고 일회용 캔이나 병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뿌리째 뽑지 않는 대증 요법은 소용이 없다고 비판하는 학자나 시민들을 자주 접합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인간의 공생 관계를 복습해 보면 그런 비판은 그렇게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뿌리부터 뽑는 것은 바이러스를 죽이든가 면역력을 높이든가 중의 하나이겠지만 어쨌든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모순의 하나입니다. 해결하려고 해도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한 모순과 사귈 때에는 대증 요법을 잘 사용하면서 힘을 축척해야 합니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만한 능력을 획득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대증 요법도 유효한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스른다섯번째
재할용 바퀴와 사회 구조
재생(recycle)은 자연계의 구조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에 관심을 갖고, 알아내고, 사귈 수 있는 능력 을 가리지 않고는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편리한 세상에서 사회 구조에 무관심해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능력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마치 방제 달력을 따라서 하면 농민들이 논 속의 자연계에 무관심해도 쌀을 재배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재활용 운동은 2년 전을 최고로 하여 현재는 모색기입니다. 회수에 노력을 기울여 일단 성공을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수거를 한 것이 제대로 생활의 현장으로 되돌아오질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철 캔을 만드는 대기업은 회수된 물건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중소 업체가 씁니다. 따라서 재활용의 바퀴가 잘 굴러가지 않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재활용의 바퀴가 굴러가는 데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유기 농업 운동의 초기 상태와 비슷합니다. 화학 비료와 농약에 길들여진 자연계에서는 이런 것들을 살포하지 않으면 금단 현상이 찾아와서 작물이 잘 길러지지 않고 해충과 병이 만연하게 됩니다. 마치 마약을 끊으면 한동안 고통이 커지는 것과 같은 관계지요.
내성을 가져서 더 이상 농약이 듣지 않는 작물과 이것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약한 농작물이 공생하고 있는 곳에 마약이나 알코올에 해당하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선구자들이 강한 정신력으로 수년간 고투를 계속하면 반드시 자연은 대답을 해줍니다. 자연계의 구조에 관심을 갖고 알아내서 그것과 사귈 수 있는 능력 (일종의 노하우 라고 할 수 있습니다.)을 길렀기 때문이지요. 현제엔 노하우가 모든 사람에게 보편화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강한 정신력을 못 가진 사람도 쉽게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재생(Recycle)은 자연계의 구조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에 관심을 갖고, 알아내고, 사귈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않고는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편리한 세상에서 사회 구조에 무관심해도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능력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마치 방제
달력을 따라서 하면 농민들이 논 속의 자연계에 무관심해도 쌀을 재배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론적인 것을 좋아하는 학자들처럼 구조를 바꾸고자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효과적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전 공해 문제가 심각한 시절에 우리 이과계의 학자들이 지역 주민들과 깊이 사귀면서 지원을 해 왔습니다. 유해 물질 배출량을 줄이거나, 유해 가스가 높은 굴뚝에서 넓게 확산되는 문제는 자연의 구조를 잘 아는 이과계의 노하우로 대응해 왔기 때문입니다. 유해 물질의 배출량을 줄이고 일본을 공해 대책의 선진국이라고 불리우게 한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 새롭게 커다란 모순이 다가오게 됩니다.
다이옥신이나 트리할로메탄을 감소시키기 위해 랩 사용을 중지하거나 상류에서 대책을 강구하는 것처럼 근본적인 대책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거액의 비용이 드는 대중 요법을 써 버립니다. 관료주의적인 종적 사회의 모순이지요.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켜 가는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시민들에게 호소를 해고, 정수기는 어떤 게 좋아요? 따위의 질문을 하지, 이런 환경 파괴의 구조를 바꾸는 노력엔 관심을 가져 주지 않습니다.
나는 때때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그런 정수기 따위에 넋을 뺏기고 말야... 라고 탄식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과계 학문의 성과를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고 할 때의 한계를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과 계통을 전공한 나는 자연계의 구조에 대해서는 자세한 곳까지 머릿속에 담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옥신 같은 것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할 수 있고 싫증 나지 않게 들려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계보다도 더 복잡한 인간 사회의 구조에 대해서는 자세한 곳까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커다란 틀을 가진 관료주의적인 종적사회의 모순 같은 것밖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은 것에 문제 제기를 하면 마음이 동할 시민들이 적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면 도데체 어느 정도까지 구조적 모순 이 보여야 관심을 가질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것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처지에 달려있습니다. 우유팩과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는 나는 화장지와도 잘 사귀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유팩의 대부분은 티슈나 두루마리 화장지가 되어서 가정으로 되돌아올 때까지의 구조를 상당히 자세히 조사해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바람직한 구조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서른 여섯번째
화장지와 기업 사귀기
맨 위쪽의 팩 제조 회사, 고급지를 만드는 제지 회사는 아래쪽을 생각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중소 제지 회사는 곤란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중소 제지 회사는 참고 버텨 나가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대체로 화장지의 가운데는 두루말이용 심을 넣기 때문에 비어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그런 두루말이 구멍이 거의 없는 화장지를 개발했습니다. 직경 약 1센티미터의 플라스틱 심을 집어넣으면 구멍이 있는 화장지 한 롤에 감긴것의 두 배 정도로 길어집니다.
청결 신드롬과 화장실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변기통 물을 몇번씩 내리거나 살균 스프레이를 갖고 다니면서 변기 위에 뿌리기도합니다.
최근에는 집 밖에 있는 화장실에는 가지 못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화장지도 한 번에 6미터나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2미터를 쓰고 있습니다. 신문지에서부터 거무튀튀한 종이(잉크를 빼지 않고 신문지로 만든 재생지), 그리고 하얀 화장지로 변천해 온 화장지 발달사대로 사용해 온 나는 어쨌든 화장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앞섭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장지의 4분의 3은 재생지입니다. 현재는 신문지가 아니라 책 제본 때 나오는 짜투리 같은 질 좋은 종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약 2백 개의 중소 제지 회사가 재생지 제품의 화장지를 만들고 있고, 펄프로만 생산하여 경쟁하고 있는 특이한 업계입니다. 맥주, 철, 석유같은 대기업에 의한 과점 상태의 업계가 많은 가운데 중소기업이 살아 남는 것은 얇고 넓게 분포된 재생 자원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서 회사 수가 많으면 사는 쪽인 유통 업계가 유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 쉽습니다. 그 결과 최근 10년만 보아도 화장지의 공장 출하 가격은 변하지 않고 있고 티슈는 오히려 값이 내렸습니다.
기업은 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고 싶기 때문에 회사를 합병하거나, 대규모의 설비를 갖춰 원가를 낯추고 공급을 늘리려고 합니다.
대규모 재지 회사가 합병해서 두 개사로 된 것은 그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은 중소기업 두세 개사 분에 해당하는 펄프 제품 대형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미 화장지와 티슈의 수요는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원가선에서도 팔아 버리고 스스로 가격 인하에 협력해 버리는 것입니다.
대기업도 재생지 제품을 선택한다면 나는 소비자로서 피튀기는 경쟁을 보고만 있을 도리밖에 없지요.
대기업의 전략은 성공을 해서 공급이 늘었습니다. 그만큼 중소 회사는 무너지고 수집한 종이는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그 여파는 수거 도매업자에게 미쳤습니다. 도매 업자가 중소 회사에게 폐지 납품을 희망하면 중소 회사는 자사 제품의 화장지를 폐지로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맨 위쪽(상류)의 팩 제조 회사, 고급지를 만드는 제지 회사는 아래(하류)쪽을 생각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중소 제지 회사는 곤란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중소 제지 회사는 참고 버텨 나가기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합니다. 대체로 화장지의 가운데 두루말이용 심을 넣기 때문에 비어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그런 두루말이 구멍이 거의 없는 화장지를 개발했습니다. 직경 약 1센티미터의 플라스틱 심을 집어넣으면 구멍이 있는 화장지 한 롤에 감긴 것의 두 배 정도로 길어집니다. 합리적인 생활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생활협동조합(생협이라고 합니다)의 눈에 들어서 생협의 주력 상품이 되었고 이것을 만드는 회사는 일정한 공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일 쇼크(Oil shock: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석유 가격이 폭등한 사건) 당시 화장지 파동이 일어나면서 화장지가 가게에서 사라진 적이 있습니다. 기업은 생산량을 늘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원료조차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어떤 제지 회사가 우유를 넣기 전에 불량품으로 버리고 있던 산업 고지를 이용해서 우유팩을 연료로 이용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우유팩 운동에 앞장선 히라이씨가 그 회사를 찾아가 시민 운동과 기업의 연결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재생지 제품의 화장지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역, 공공관서, 학교, 공장 등에 한꺼번에 대량으로 팔아서 보급했습니다. 여러분은 좀 딱딱하거나 얇은 화장지를 써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질 향상에 힘을 쏟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발 펄프 제품은 질 좋은 제품이었기 때문에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슈퍼마켓, 생협, 소매점에서 파는 물건의 질이 떨어지면 경쟁에서 지게 됩니다. 두 제품을 만져 보거나 눈으로 보아서는 구분하기 어렵고, 이를 위해서는 간단한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찢어 보았을때 찢은 면이 털처럼 일어나면 펄프제이고, 깨끗하면 재생지 제품입니다. 펄프 제품은 섬유가 길기 때문에 털처럼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번 시험을 해보세요. 시민 단체는 제지 업계의 사람과 사귀면서 종이를 만드는 사회의 구조를 배우고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재활용의 바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서른 일곱번째
백신 신앙, 백색 화장지
소비자는 흰 것을 좋아한다 라는 것도 만들어진 신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따금씩 상점에 놓았던 펄프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잘 사가면 역시 흰 것이 좋은 것이구나 하는 백색 신앙이 세워지는 겄입니다. 진짜로 흰 것을 찾고 있는 것은 다수가 아니라 소수의 시민일 것입니다.
하숙을 한다면 다르겠지만 집에서는 대체로 어머니가 시장을 봅니다. 그런데 화장지는 슈퍼마켓과 약국에서 사는 경우가 보통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 사든지 화장지가 팔아서 재미를 보는 상품은 아닙니다. 약과 달라서 쌓아 놓고 팔기도 어렵고, 이윤에도 별로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활 필수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나가긴 나갑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판매에 기여를 하는 상품이 됩니다. 소매를 하는 측은 화장지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서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이 별로 장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도매업자에게 떠맡깁니다. 또 대기업은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 단자가 중소기업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쌉니다. 그러나 도매가와 소매가는 재생지에 비해서 비쌉니다. 펄프 제품을 유통시키기 위해 대기업은 도,소매점의 마진 (이윤율)을 크게 한다든가 선전 비용이나 영업 사원을 늘리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매상은 가격이 비싼 펄프 제품을 취급하는 쪽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상점 앞에 진열하는 일을 주인 대신 떠맡아도 펄프 제품을 팔려고 하는 것입니다. 주류업자의 상점에서도 맥주 회사의 사원이 자기 회사의 제품이 눈에 띄도록 진열하려고 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물건을 만들어 파는 구조를 알게 되면 여러분 아버지와의 거리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의 장과 일의 현장이 떨어지면, 아버지의 등만 볼 뿐 일하는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힐 수밖에 없는 남자들은 여자들이 관심이 있는 환경 문제에 마음을 쓸 여유를 조금도 낼 수 없습니다.
두개의 장에 대한 연계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많은 오해가 생깁니다. 재생지는 비싸다는 어머니들이 꽤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복사 용지 같은 다른 종이와 비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생지의 생산량이 적은 복사 용지는 펄프 제품에 비해 비싼 반면에, 화장지는 반대로 재생지가 티슈 다섯 상자분으로 치면 1백엔, 화장지 16롤분으로 치면 2백엔 정도 쌉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일물 일가의 이미지로 상품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장지만이 아니라 많은 상품의 가격 구조는 매우 복잡해서 시기, 장소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티슈가 3백99엔과 7백25엔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날마다 보고 있는데도 일물 일가의 이미지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세일하는 날 펄프 제품의 화장지가 싸게 팔리면 항상 가격이 그럴것이라고 잘못 알게 되는 것입니다. 재고 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기업측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입니다.
언젠가 우유팩이 창고에 쌓여 있다 고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기업은 만약을 대비해 보통 2--3개월분의 필요량을 창고에 쌓아 둡니다. 여러 종류의 상품이 늘어서, 만들고 파는 구조가 복잡해지면 오해가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그것을 시정하는 구조도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상태로 사람의 연계를 끊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협(생활협동조합)이나 슈퍼마켓은 지역과의 연계를 기업보다도 중시하고 사회 교육, 사원 교육에 상당히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를 설치해서 화장지를 환경 정책 속에 넣습니다. 환경 담당자측에서 보면 판매와 이익에 별로 공헌하지 못해도 영업부와 타협하기 쉬운 상품이기 때문에 모험 이 허락되는 것입니다. 시민 강좌나 시민들과 유통 업자와의 간담회에서 시민들의 오해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면 지역에 정확한 정보가 전해지고 재생지의 판매에 기여합니다. 생협의 도매상에 해당하는 일본 생협 연합이 취급하고 있는 화장지의 96%가 재생지이고, 어떤 큰 슈퍼마켓은 약 70%를 재생지 제품으로 다룹니다. 이렇듯 사회 교육, 사원 교육의 성과는 휼륭히 숫자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흰 것을 좋아한다 라는 것도 만들어진 신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따금씩 상점에 놓았던 펄프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잘 사가면서 역시 흰 것이 좋은 것이구나 하는 백색 신앙이 세워지는 것입니다. 진짜로 흰 것을 찾고 있는 것은 다수가 아니라 소수의 시민입니다.
화장지를 주제로 해서 물건을 만들고 팔 때의 경제 구조를 알아봤습니다. 구조를 잘 살펴보면 자신의 능력과 주어진 상황에 알맞는 실천의 실마리를 선택하기 쉬워집니다.
서른여덟번째
전기 만들기
쓰레기나 물의 경우에는 주변의 시,정,촌이 관리를 하고 있고, 또 형태가 있으므로 감량의 효과가 눈에 보입니다. 다른 것은 이렇게 반응이 느껴지지만 전기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생산의 장과 생활의 장이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생활의 장에 전기 생산 기술을 되찾으려는 시민 그룹이 있습니다. 지붕에 태양 전지 판넬을 깔고 배터리에 충전을 시켜서 인버터로 1백 볼트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나는 물이나 쓰레기와는 잘 사귀어 놓고 있기 때문에 사용량과 배출량이 대충 머릿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절약도 무리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에 대해서는 전력회사와 은행에 무조건 맡기는 보통 시민이어서 사용량이나 요금이 얼마나 되는지 거의 모릅니다. 원자력 발전은 무섭다, 화력 발전은 온난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어도 그저 아무 생각없이 전기를 쓰고 있는 모순을 가진 채, 겨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정도입니다. 쓰레기나 물의 경우에는 주변의 시,정,촌이 관리를 하고 있고, 또 형태가 있으므로 감량의 효과가 눈에 보입니다. 다른 것은 이렇게 반응이 느껴지지만 전기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생산의 장과 생활의 장이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생활의 장에 전기 생산 기술을 되찾으려는 시민 그룹이 있습니다. 지붕에 태양 전지 판넬을 깔고 배터리에 충전을 시켜서 인버터(Inberter:전기를 변환시켜 주는 장치)로 1백 볼트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남은 전기는 전력 회사에 팔 수 있어서 그렇게 하는 시민도 있습니다. 현재 수준에선 판넬(3백만 엔),기타 인버터(4백만 엔)합계 7백만 엔 정도 투자하면 40년이 되어야 수지가 맞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통 시민인 나는 아직 주저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적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아직 비싸기 때문입니다. 시민 운동 그룹에 협력하고 있는 한 기술자가 인버터를 개량해서 반액 이하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공장용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을 가정용으로 개조했기 때문에 가격이 내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시민들의 꿈에 호응해서 생산의 장에 사용하고 있는 전문 지식을 생활의 장에 응용해 주었던 것입니다.
과학은 만능의 칼이라고 합니다만, 시민들의 움직임에 따라서 여건을 변화시키는 좋은 실례입니다. 7백만 엔이 5백만 엔으로 떨어지면 그만큼 한번 해보고 싶어하는 생각이 강해질 것입니다. 이런 거액의 투자를 하지 않고 한 20만 엔 정도로, 전구 한 개를 점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즐기면서 사용하면 절전도 되고 사용량은 즉시 10% 정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사용하는 방법이 좋냐 그러냐에 따라서 결과가 나타납니다. 또 하나의 분산형 코제너레이션 시스템(Co-generation System:전력과 열을 병행해서 공급하는 것으로서 연료를 연소시켜 얻은 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동시에 중기 온수를 난방이나 급탕 등에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다)은 빌딩이나 공장에서 실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폐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열효율이 40%에서 80%로 배가 늘어납니다. 열과 전기 이용 시기가 빗나가면 균형이 깨져서 효율은 떨어지고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열 이용을 중심으로 해서 부족한 전기를 사면 효율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집중형의 대형 발전소 입장에서 보면 꼭 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시간에 따라서 출력을 변동시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또 분산형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도,도,부,현이 수돗물을 도매를 해서 시,정,촌 눈 앞에 수원을 가지고서도 물을 사야 할때와 똑같은 모순입니다.
분산형 하드 기술이 갖추어지면 소프트쪽의 모순도 부상하게 됩니다. 전기 사업법은 시민이 전기를 만들어 파는 것을 생각할 수 없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작은 발전 장치도 법적으로는 발전 회사가 만드는 발전소와 똑같이 취급되어 통산성의 허가가 필요한 것입니다. 1990년에는 이 법이 개정되어 신고만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전력 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으면 팔 수 없었던 것이 일정 요건만 갖추면 사주는 걸로 되었습니다.
시민 그룹은 생산해 낸 전기를 소매할 수는 없고 전력 회사에 도매로밖에 팔수 없는 문제, 또 도매가가 너무 싼 문제점을 시정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쓰레기 소각장에서 생기는 잉여 전기는 싼 가격으로밖에 팔 수 없는 것입니다.
도시에 분산형 발전 시설을 만들면 원자력 발전이나 핵폐기물의 시설이 만들어지는 지역의 모순이 작아지게 될 것입니다.
서른 아홉번째
환경을 죽이는 저금, 환경을 살리는 저금
은행이나 우체국에 모아진 돈은 일본 국내만이 아니라 ODA(정부 개발 원조)로서 개발 도상국의 산업 진흥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자금은 현지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키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도 있습니다. 자기 돈이 들어가 있는데도 그 돈이 원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쓰여도 전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쯤이면 노후를 위한 저금은 물론 저축이 눈에 뛰게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돈이들어가는 만큼 거기에 걸맞는 질 높은 정보를 획득하자 고 열심히 나서는 학생이 일본에서는 별로 없습니다. 그 때문에 대학 교수인 나도 좀 편합니다.
더군다나 저금을 안하는 만큼 자연 파괴도 줄어들기 때문에 약간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은행이나 우체국에 모아진 돈은 일본 국내만이 아니라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정부 개발 원조)로서 개발 도상국의 산업 진흥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지원금은 현지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키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도 있습니다. 자기 돈이 들어가 있는데도 그돈이 원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쓰여도 전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주식을 조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주로서 의무를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총회에는 가지도 않기 때문에 보고서도 거의 읽어 보지 않고 집단 회수에 맡겨 버립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는 석유 탱크 발데스호가 캐나다 바다에 좌초해서 대량의 원유가 흘러들어도 바다가 오염되면 곤란하지 하는 정도로 끝나 버립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주주가 이것을 계기로 기업의 행동을 환경면에서 규제하는 발데스 원칙 을 만든 것입니다. 일본으로 말하면 공제 조합(건강 보험의 돈이나 퇴직 적립금을 모아서 국체, 사채, 주식 등을 매매하고, 자금을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이 기관 투자가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고 이 원칙을 만들어 기업에 엄수하도록 요구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반 투자가에게 정보를 제공해서 환경 보호 원칙에 따르는 기업에 투자를 권유합니다. 또 환경 보호 원칙에 충실한지 감시합니다. 환경감사라는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일본의 회사에서도 감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고 공인 회계사가 있습니다만, 충분히 감사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회계 감사가 시민들의 것이 되어 있기 때문에 환경감사에 친숙 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에코 뱅크가 생겨 예금이 사용될 곳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환경 코스트(Ecology Cost:환경 보호를 위해 부담하는 금액)를 부담하려고 하는 기업이 빌리기 쉽도록 대출 금리를 낮게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그만큼 예금 금리가 싸진다는 것을 알고서도 예금을 합니다. 기업, 주주, 투자, 감사와 똑같은 용어를 쓰고 있어도 자본주의의 발상지인 서구 문화 속에서는 권리와 의무가 함께 가는 개념으로 생활과 업무 속에 정착되어 있습니다. 한편 일본의 기업이나 시민 단체도 환경 감사 제도를 일본에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외국의 제도를 소개하는 것까지는 쉽지만 정착시키려고 하면 새롭게 손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는 회계를 담당하는 일부터 자원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회수한 우유팩을 회수업자에게 파는 단가가 너무 싸기 때문에 기업에 손을 써 보자고 히라이씨에게 제안했을 때 그녀는 별로 좋은 얼굴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는 운동의 순수성이 더럽혀진다고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에서는 운동에 필요한 돈이 없어서 완전히 도시락을 싸들고 일을 처리했습니다. 일본의 많은 시민 단체가 부딪치고 있는 모순입니다. 히라이 씨는, 운동에 나서면 돈벌이를 하려고 한다 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돈에 대해서 결백하다는것을 보여 주지 않고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생협도 영리 단체로 자리잡고, 시민 단체와 똑같은 기준으로 공공 회관을 빌릴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집회를 열고 책을 파는 것이나 입장료에 다음 활동 자금을 붙이는 것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잉여금을 내면 영리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원 봉사 활동에서도 미국의 시민 단체는 일본의 핵 폐기물 수송을 쫓아다니거나 거액의 비용이 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활동에 따라 생기는 돈이 개인의 호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으면 비영리 활동이기 때문에 시민 집회에서 잉여금을 내기 좋습니다. 운동 세대가 젊어짐에 따라, 돈에 대한 결벽성은 희박해지고 시민 활동에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사무 노동에 대해서는 대가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시민 단체라면 아르바이트로 일해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한번 실현해 보고자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절반 정도의 대가로도 참을 수 있습니다. 자원 봉사 활동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흔번째
벼룩시장과 풀뿌리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를 관철하려고 하는 그룹의 조직 운영 원칙에는 지금까지의 조직처럼 일반 회원은 임원에게 주문을 하고 임원은 일을 떠맡는 식으로는 생각지 않습니다. 관심이 깊은 사람이 핵심이 되는 일을 담당하지만 전적으로 떠맡는 것이 아니라 장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기본입니다. 바자회 대신에 늘고 있는 창고 세일이나 벼룩시장도 이런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초등 학교에서도 옷을 매일 갈아입고 가지 않으면 불결하다 고 따돌림을 당하기 때문에 깨끗해지기 위해 염려하는 시대입니다. 그것 때문에 곤란해진 어머니들은 씻은 척하고 잘 개서 놔두는 지혜로 견뎌내면서 청결 신드롬이 가라앉을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랍이나 옷장에는 오래 입지 않았지만 싫증이 나서 입지 않는 옷으로 가득합니다. 헌옷은 박스에 담아서 수거를 하는 곳에 내보내면 가공해 개발도상국 등으로 수출됩니다. 빵빵한 솜옷으로 길러진 우리 세대는 텔레비전 속으로 가끔 개발 도상국 어린이들의 예쁜 옷과 맑은 눈동자속에서 시대의 흐름 속에 잃어버리는 것들을 생각해 냅니다. 면셔츠는 공장이나 자동차를 수리할 때 기름때를 닦는 데 아주 적합해서 대학의 실험 기구를 시험 작동할 때에 좋습니다. 이런 것들은 아직 유가물로 남아 있는 것이 많지만 대개는 종이, 철같이 폐기물로 이행을 하게 됩니다. 학교나 지역의 바자회에는 헌옷이 출품됩니다. PTA(Parent Teacher Association:우리 나라로 치면 육성회쯤 되는 학부모 교사가 참여하는 모임)의 어머니들은 회수와 값매김에 신경을 씁니다. 너무 싸게 매기면 내보냈던 사람이 기분 나빠하기 때문에 배려하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있고, 최근 도시에서는 책임자를 구하는 일이 곤란한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학생회, 지역 자치회, PTA, 노동조합 등 2차 대전 후 생겨난 기존 조직이 기능을 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직들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실험의 장이어야 하는데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므로 자생적인 시민 그룹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지역에는 쓰레기 처리 시설, 골프장, 콤비나트(석유 화학 단지 같은 공단) 등의 개발 계획은 보통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갑자기 들어섭니다. 지역 자치회에서 대응할 때는 조직상 환경 담당 임원이 책임자가 됩니다. 그러나 지역의 풀 베기, 약 뿌리기처럼 가벼운 일을 할 셈으로 달려든 사람에게는 무거운 짐이 됩니다. 그래서 임원이 1년마다 바뀌게 되면 그런 문제에 잘 대응하지 못합니다. 개발에 관심이 깊은 주민은 불만이 심해지고 자치회와 결별해서 임의의 그룹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점을 보충하기 위해 관심이 깊은 사람이 중심이 되서 자치회내 프로젝트 팀을 만드는 것입니다. 돈이나 운동원이 필요한 때에는 임원회의 승인을 받습니다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임의의 시민 그룹과 비슷한 활동을 합니다. 예를 들면 팀 주최의 학습회를 열려고 임원회에 미리 승인을 받아둡니다. 다만 반별로 출석자를 할당하는 일은 하지 않고 유인물이나 알음알이로 사람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것은 민의를 어느 정도 반영한 활동이 되었는가의 바로메타, 곧 잣대가 됩니다. 풀뿌리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 민중의 구석구석에까지 전개되는 대중적인 민주주의, 민중이 직접 자기 지역의 문제에 참여하는 참여 민주주의이다)를 관찰하려고 하는 그룹의 조직 운영 원칙에는 지금까지의 조직처럼 일반 회원은 임원에게 주문을 하고, 임원은 일을
떠맡는 식으로는 생각지 않습니다. 관심이 깊은 사람이 핵심이 되는 일을 담당하지만 전적으로 떠맡은 것이 아니라, 장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기본입니다. 바자회 대신에 늘고 있는 창고 세일이나 프리마켓(Free Market: 벼룩시장)도 이런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최자는 슈퍼마켓이나 공공 기관과 교섭해서 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제공합니다. 필요한 비용은 수수료로 쳐서 받고 그것이 활동을 지속시키는 자금이 됩니다. 헌옷 같은 것을 가지고 오는 시민들은 스스로 가격을 매기고,프리마켓에서는 자기가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스 보트 (Peace Boat: 인류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승선자가 강연하기도 하고 토론할 수 있게 기획된 배) 에 참가한 젊은이는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는 여객선을 좀더 수준 높은 장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승선을 하면,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승객이 아니라 자기가 보여
주고 싶은 것을 기획,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출항 전에 기획에 참여한 정도에 따라서 뱃삯이 정해집니다. 또 승객을 모으는 일을 담당한 강사진으로 뱃삯은 무료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강사의 이야기가 인기가 없으면 강좌의 사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도망다녀도 강좌 홍보를 부탁할 수 없고, 따라서 자기 스스로 선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됩니다. 이렇게 지금까지의 조직과 달리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그러면서도 엄격한 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흔한번째
장례식,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
아이들은 함께 사는 경험을 갖지 못한 채 성장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노인들 중에는 구린내, 더러워 라고 말하는 학생들 때문에 어디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질이 풍요롭지 않은 시대에는 서로 함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서로 사귀고 나누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사람도 많다고 보기 때문에 함께 사는 지혜가 몸에 배질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잘못 몸에 베인 것은 결국 자신의 몸이 쇠약해지고 죽음을 맞이할 때쯤에 되돌아와서 그 고독의 깊이를 느끼게 해줍니다.
피스 보트가 예멘의 수도 아덴을 방문했을 때 탑승자들이 현지 주민들과 축구를 했습니다. 일반 여행사로서는 당해낼 수 없는 기막힌 기획이었습니다. 일본의 오뎅을 지참하고 시합 후에 현지 주민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현지 사람의 입맛에는 맛지 않았습니다. 아덴에서 오뎅을 이라는 재치는 잘 통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자연의 구조, 인간 사회의 구조가 잘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는, 언어의 배후에 있는 자연, 일, 생활을 받쳐 주는 문화 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코미디, 만화 등과 마찬가지로 농담, 개그 같은 겉도는 재미나 겉모양의 깔끔한 맛에 길들여져서 문화가 얄팍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것은 겉모양이 더러운 것을 좋아할 리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D(Dirty, Difficult, Dangerous:더럽고, 고되고,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 일본에서는 3K라고 한다)가 유행한 지 아직 10년이 안됩니다. 흙이나 기름을 묻히는 일뿐 아니라 간호하는 일도 똑같은 관점으로 평가해서 내놓고 꺼려하는 것을 보면 나락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외관의 청결을 찾는 기분은, 벌레먹거나 상하지도 않은 식물 등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냄새, 균, 맛(유효기간)에 까지 이르게 되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끝이 없습니다. 3D는 물건에만 그치지 않고 인간에까지 파급되고 있습니다. 그 속도는 이상하게 빨라서 극단적인 경우 죽음에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장례를 싫어하는 것이지요. 화장터, 납골당 등이 지역과 함께 있기 어렵게 되고 쓰레기 소각장같이 공해 대책에 충실해도 지역 주민이 타협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 관청 담당자의 마음 고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족이 임종하는 자리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까? 죽은 유해는 염을 해서 깨끗하지만,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시간만큼은 어째 무서운 생각이 들어 피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임종을 지켜 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초등 학교 다닐 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죽음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또 죽음이라는 말을 들으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임종이 생각납니다. 생명을 살아가는 시간의 길이로 평가하는 문화를 갖게 됨에 따라서 죽음은 가정이나 지역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병원이나 장의사 같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 80%의 인간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 반성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목숨을 이어가기 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협력하는 의사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인 빼기(노인을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경향)는 3D보다도 더 오래되서 30년을 넘는 역사가 있습니다. 이것이 또 핵가족이 늘어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물질이 풍부하지 못했던 시대를 살았던 고령자는 적은 것을 가지고 솜씨 있게 사용해 내는 생활의 지혜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만 보면 고급 이미지를 가진 정수기도 사실 모래와 숯을 띄운 술통의 영역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집안을 깨끗이 하는 약품은 용도별로 여러 가지로 나누어 두고 각각 재치 있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옛날부터 사용되고 있는 비누, 연마사, 표백분, 염산인 것입니다. 약품 이름을 명백히 해서 시장에 내보내면 팔기 어렵기 때문에 각각 멋있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그것이 약품이란 것을 잊게 되어 사고가 일어나고, 임기 응변으로 사용하는 지혜를 잃어버립니다. 곰팡이는 당연히 하이다(액체 세제 이름) 로도 주목하지 않습니다. 노인 문제를 느끼게 하려 학교의 선생이 아이들을 노인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입니다. 아이들은 함께 사는 경험을 갖지 못한 채 성장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노인들 중에는 구린내, 더러워 라고 말하는 학생들 때문에 어디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신문은 희한하거나 심각한 화제밖에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고령화 문제는 더욱 소외되어 어두운 이미지를 주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병석에 누워 위독한 노인은 6%정도일 뿐이고 대부분은 건강하게 지역의 재활용 운동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싫은 생각이 드는 것을 봄으로써, 살아 있다는 것은 역시 좋은 것이다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물질이 풍요롭지 않은 시대에는 서로 함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서로 사귀고 나누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 사람도 많다고 보기 때문에 함께 사는 지혜가 몸에 배질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잘못 몸에 배인 것은 결국 자신의 몸이 쇠약해지고 죽음을 맞이할 때쯤에 되돌아와서 그 고독의 깊이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것을 아신 나의 아버지는 지역을 여성이나 고령자에게 내맞겨 두지 않고 직접 몸으로 뛰는 현역의 시대와 연결시키려고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흔두번째
쓰레기 하치장
청소차에 적재할 때 비닐 봉지가 찢어져서 오물이 청소부들의 얼굴에 떨어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합니다.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과 수거해 가는 사람들이 대화를 해도 청소부들은 그들을 한번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축에 넣어 버립니다. 더욱 차별을 받을까 싶은 걱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통학을 하는 도중에 쓰레기 하치장을 접하거나, 직접 쓰레기를 내다 버리러 간 적이 있을 것입니다. 쓰레기 하치장은 까마귀랄지, 들개, 고양이들에게는 딱 좋은 식당입니다. 그들은 굶을 염려가 없습니다. 좋은 먹이가 들어 있는 봉지는 잘 찢어 놓습니다. 인심이 좋은 곳이면 당연히 숫자가 늘어납니다.
대형 쓰레기 하치장에 가서 아직 쓸 만한 것을 줍게 되면 하숙생에게 도움이 됩니다. 아침 일찍 수거업자들이 가지고 갔다 싶으면 저녁 늦게 살짝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를 놓고 가는 전파상 주인이 있습니다. 가정에서 전파상 주인한테 대금의 일부를 헌 상품으로 받을 것을 요구해서 갖고 돌아오긴 하지만 회수 경로나 규칙이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처치 곤란한 까닭입니다. 이렇게 시 대신 수거 심부름을 하고 있는 셈인데 청소업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처분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전파상도 있습니다.
한편 팔 때뿐 아니라 회수하는 것도 판매업자의 책임으로 하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어머니들에게 쓰레기는 누가 수거해 가느냐고 물으면 대체로 시청이라고 대답하지 청소부 아저씨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도시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고 지방으로 가면 후자가 늘어납니다. 시라는 기관이 수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이 수거해 가는 것으로 느끼지 못한 채 재활용이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청소부들은 재활용에 대한 마음을 닫고, 따라서 주역으로
참여하려는 사람이 아직 적습니다.
청소부들은 청소차를 타고 구역을 돕니다. 쓰레기는 언제나 똑같은 상태로 나온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산더미같이 쓰레기가 쌓이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도 산더미같지 않나 하는 불안이 스치기 때문에 청소부들은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빨리 하게 되고 청소는 예정 시간보다 빠르게 끝나버립니다. 어쩌다 못 치워 가고 쓰레기를 놓아 두면 주민들은 화를 냅니다. 예정보다 빨리 일을 마치는 날이 많게 되면 시의회 등에서 빨리 끝낸다고 비판을 합니다. 수거 현장에서 몸을 부대끼면서 생각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입니다.
분리해서 내보내지 않는 시민도 꼭 있습니다.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놔두고 돌아가면 자치회 등으로부터 불평이 옵니다. 상사가 다시 한번 가도록 설득하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소부들이 분리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치우면 시민들은 아무렇게나 내보내도 된다는 오해를 하고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악순환이 계속되면 수거하는 사람들을 불신하게 됩니다. 당신은 종이 기저귀로 컸습니까? 세탁을 안해서 편하기 때문에 어머니들은 수월해졌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서 노인용 기저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의 선전을 보고 있으면 기저귀 제조 회사들이 수분 흡수율을 놓고 아직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흡수가 지나치게 되면 곤란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청소차에 적재할 때 비닐 봉지가 찢어져서 오물이 청소부들의 얼굴에 떨어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합니다.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과 수거해 가는 사람들이 대화를 해도 청소부들은 그들을 한번 보고 지나가는 사람 들 축에 넣어 버립니다. 더욱 차별을 받을까 싶은 걱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간신히 마음을 터놓게 된 한여성이 어떻게 해서 당신들은 화도 내지 않느냐 고 체념적으로 물었습니다. 그녀는 종이 기저귀가 나오기 시작할 때 불만을 터뜨리고 있으면 기술 개발의 방향도 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청소부들의 대답은 하나하나 화를 내고 있으면 일을 못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때때로 종이 기저귀 이외에 폐식용유 카레 등 쓰레기 국물을 뒤집어씁니다. 어쩔땐 스프레이 캔이 폭발하기도 합니다. 푸대에 들어가 사는 고양이, 꼬치의 꼬챙이에 놀라는 등 말로도 개선되지 않을 피해를 너무 많이 입고 있습니다. 부상을 입거나, 청소차가 고장날 때나 겨우 기록되거나 관심을 일으킵니다. 상황이 지나치게 가혹해지면 스스로 후퇴해 버리기 때문에 화가 끓어 오르지도 않는 것입니다. 행정 관청이 분리 수거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호소할 때 청소부들이 참석하면 시민들은 협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파는 물건도 아닌 쓰레기를 상대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말주변이 없어서 사람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지만, 마음을 먹고 나와서 무엇보다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주는 직원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구구절절이 촌철살인이어서 사무 직원의 긴 설명도 그 사람 뒤에 하게 되면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오오무타시의 초등 학교에서는 수거 현장의 직원들이 선생과 함께 수업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여기에 작문으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마흔세번째
공동수거
재활용 센터를 지원하고 싶은 계기가 명확해지면 저절로 서로의 문제가 연결되어 보입니다. 자기가 관계해 보고 싶은 곳에서부터 지원을 하면 좋을 것입니다. 원칙론에 뜻이 있는 사람은 환경 비용 부담의 당위성을 주장하면 좋을 것이고, 몸으로 뛰는 것이 좋은 사람은 수거, 선별 작업을 시중들면서 적어도 바늘만은 넣어서는 안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주장하는 것도 좋습니다.
종이와 헝겊을 수거하는 것이 재활용 시스템을 유지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수거업자들은 수거한 것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정부와 제지 업계는 일본은 고지 회수율이 52%로 세계 1위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하다러도 그들이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어 왔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회수업자(고물상)들이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 왔던 것을 잊지 마세요. 그늘진 이들의 직장은 노인, 신체 장애자, 차별받는 부락인(일본 에도 시대{1600년대}에 생긴 신분 계급 중의 하나로서 백정이나 갖바치 등 최하층의 신분을 말한다. 지금도 이들은 차별받고 있다), 재일 외국인 등 사회적으로 이렇게 힘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서 오랫동안 지탱되어 온 것입니다. 이렇게 수거율은 상승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가 있어서 고지나 헝겊의 가격이 떨어지고 회수 시스템이 붕괴해 가고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일본은 산업 육성책에 기초해서 물건을 만들고 파는 측(동맥산업)에 제도 차원에서 금융적으로 보조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안쓰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정맥 산업 에는 아직까지도 기본 정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거 시스템을 어쨌든 지키려고 진통제처럼 보조금을 내주는 시,정,촌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회가 회수한 것에는 킬로그램당 수 엔을 보조하지만 회수업자를 보조하는 일은 아직도 적은 것입니다. 업계일반이 아니라 특정 업자에게 보조하는 것은 평등하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업자들도 업계로 뭉쳐서 정책을 제시할 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이 모순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맥 산업에서 취급하는 자원은 각 가정이나 공장에 넓고 얇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폐품을 회수해서 자원으로 만드는 데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기계는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기계로 모든 것을 분류하기에는 종류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정이나 공장에서는 분리 수거를 할 때 내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분리 수거를 하는 정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입니다.
동맥 산업에서는 재활용을 생각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별할 때 사람 손이 너무 많이 갑니다. 또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그 즉시 버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러한 비용은 자기가 부담하지 않고서는 안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물건을 만드는 측, 사용하는 측이 어느 정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연히 자원을 재생하는 데 지불하는 비용은 현재보다 오르게 됩니다만, 그것은 사실 바람직한 일입니다.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 제 3세계 사람들처럼 현재의 우리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뿐 아니라, 국내의 정맥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쓰레기 매립지를 억지로 떠맡고 있는 지방 사람들에게 환경 부하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결국엔 비용이 덜 들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양의 폐품을 만들어 내는 도시에 사는 인간들이 반성을 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게 그 사람들에게만 떠맡기는 일은 언제까지 지속시킬 수 없습니다. 응당 치러야 할 비용은 치러야만 합니다. 그것을 독촉하는 정책을 만드는 데는 정맥 산업의 현장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 부락인 문제에 관한 서클이 있습니다. 이 서클은 벌써 10년 가까이 화장실 등에 쓰여진 차별 낙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낙서는 조금도 없어지지 않고 쳇바퀴 돌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낙서에 나타난 차별 문제로 차별=악을 호소하는 것은 별로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낙서라는 이론의 세계만으로 차별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가사키시의 재활용 센터에서 일하는 재일 한국인 여성의 손가락은 뒤틀려 있습니다. 분리에 협력하지 않는 사람이 많고 쓰레기 속에 섞여 있는 주사 바늘 따위에 손가락을 찔렸기 때문입니다. 한편 마찌다시 등 시민이 분리에 적극 협조해 이물질이 별로 나오지 않는 재활용센터는 분리 작업에 종사하는 신체 장애자가 일하기 쉬운 직장이 되고 있습니다.
같은 재활용 센터면서도 이런 차이가 있는 이유가 뭘까 연구할 때, 쓰레기 문제, 여성 문제, 재일 외국인 문제, 노동 문제, 의료 문제 등 여러 가지 계기가 명확해지면 저절로 서로의 문제가 연결되어 보입니다. 자기가 관계해 보고 싶은 곳에서부터 지원을 하면 좋을 것입니다. 원칙론에 뜻이 있는 사람은 환경 비용 부담의 당위성을 주장하면 좋을 것이고, 몸으로 뛰는 것이 좋은 사람은 수거, 선별 작업을 시중들면서 적어도 바늘만은 넣어서는 안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주장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론만으로 주장을 하면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마흔네번째
굴뚝 위의 고이노보리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의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수백 명의 학생들과 함께 5월 어느 날 같은 시각에 시내 각지에서 고이노보리 꼬리의 방향 각도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시내 전역의 데이터를 모아 콤비나트(석유화학단지)반대 운동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전개된 주민 운동, 시민과 전문가가 사귀는 방법은 그때까지의 시민 운동, 노동 운동과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운동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자주적인
시민 운동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첫 손자에게 히나 인형(일본 풍습으로 음력 3월 3일날 여자아이들에게 보내 주는 인형)이나 종이로 만든 고이노보리(음력 5월 5일 단오절 때 대나무에 매달아 지붕에 꽂아 놓는것. 잉어 모양의 깃발)를 사주고 싶어합니다. 또 그래서 문화가
계승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5월 하늘에 펄럭이는 고이노보리가 화력 발전소의 굴뚝을 쫓아낸 적이 있습니다.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만,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의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수백 명의 학생들과 함께 5월 어느 날 같은 시각에 시내 각지에서 고이노보리 꼬리의 방향 각도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시내 전역의 데이터를 모아 콤비나트(석유화학단지) 반대 운동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아직 공해란 용어가 없었던 시대였는데, 나는 그로부터 5년 뒤 그 경과를 알고서 주민들을 지원할 때의 많은 원칙을 배웠습니다.
여기에서 전개된 주민 운동, 시민과 전문가가 사귀는 방법은 그때까지의 시민 운동, 노동운동과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운동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자주적인 시민 운동의 모델이 되어 있습니다. 1963년은 일본이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고도 성장기로 시즈오카현도 화력 발전소를 중심으로 하는 콤비나트를 미시마시, 누마즈시에 건설하려고 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살았던 오사카 앞바다도 콤비나트 건설로 매립되어, 해수욕도 못하게 되었습니다만, 그 당시에는 강력히 반대하는 기분이 나질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시즈오카현의 지방 주민은 바다가 매립되고 하늘이 오염되는 것에 강력한 위기감을 가졌습니다. 굴뚝에서부터 시커먼 연기가 나오는 것을 번영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입니다. 유력자는 주민의 불안을 기우라고 생각하고, 계획을 추진하려고 했습니다. 주민들은 굴뚝에서 배출되는 아황산 가스를 아류우산 열도에서 수입된 가스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 등 전문 지식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쉽게 ppm을 들먹거리던 계획 추진측에 대항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 선생님들은 굴뚝에서 나오는 배출 가스의 성질, 연기의 확산 경로를 알기 쉽게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학습회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기우가 아니라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안 주민들은 각 지역에서 학습회를 기획하고 이해를 높였습니다. 미에현의 욧카이치시에 견학을 가서 아황산 가스 피해의 실상을 직접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몰론 당시에는 욧카이치 공해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계획을 추진하는 측은 대학 교수에게 의뢰해서 조사 보고서(현재의 환경 영향 평가)를 부탁하고 주민을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주민은 내용을 학습하고, 대학의 교수와 토론을 할 자신감을 갖고 공개 석상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교수들의 보고서는 신뢰성이 없어지고 현은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학 교수들은 현지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부실한 보고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고이노보리 조사에 진 것입니다.
당시의 학생, 시민, 노동 운동은 좌익계의 정당 관계자의 지도를 받고 있었고 따라서 일반 시민들이 자주적으로 일어서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보수적으로 생각되고 있던 시즈오카현 지방에서 풀뿌리민주주의가 실현되었고, 또한 주민이 승리했기
때문에 각지에 격려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심각해진 공해 문제에 대해 전국 각지에서 주민 운동이 일어나고 행정과 기업도 그 대응에 부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처럼 주민들의 요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극히 적고, 대부분은 괴롭게 타협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이 승리해서 시즈오카현에서부터 쓰레기 분리 수거가 시작되었고, 30년 후인 1992년에는 다시 한번 풀뿌리 주민 운동이 싹터 화력 발전소 계획을 철회하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30년 전에 콤비나트가 건설되었더라면 가키타가와는 없어져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콤비나트를 건설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거기서 솟아오르는 샘물을 이용해서 화학 공장을 가동시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매립되지 않고 남아 있던 소나무숲 해안, 높은 후지산, 따뜻한 기후는 NGO(Non Govermental Orgarnization:비정부 조직, 정부 조직이 아닌 시민 단체나 민간 단체)로서 세계적으로 평가받게 된 자발적인 시민 운동을 일본에서 최초로 만든 것입니다.
마흔다섯번째
작은 자연, 공원
인간은 마음 속 가장 깊은 구석에 잔인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모순된 생물입니다. 어린이의 세계에서 이지메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쩌면 그들이 뱀이나, 개구리를 괴롭혀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징그럽다고 생각되는 생물을 희생시킴으로써, 자기 안에 내포된 잔학성에 놀라고, 거기에 제동을 걸었던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 이란 말을 들으면 어디가 떠오릅니까? 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홋카이도, 신슈, 아마존 등 관광지나 경치 좋은 곳을 연상합니다.
그러나 지방으로 가면 자기 고장의 냇물, 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지게 됩니다. 오사카 시내의 어떤 장애자는 근처의 작은 공원을 떠올리더군요.
생활의 장에서 떨어져 있는 관광지는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보여 주지만, 주변의 자연의 심오함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물리지가 않는 것입니다. 장애자용 휠체어로 공원을 이동하면서 살아 있는 것을 접촉하고, 계절, 시대의 변천을 만끽합니다. 자기 주변의 자연은 외부 사람들에게는 그저 흔한 한 풍경에 지나지 않겠지만 거기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자기와 일체가 되어 떼어 놓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시로 떠나온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도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나무 타기를 하다 떨어지거나 옻나무를 만져서 옻이 오르기도 합니다. 뱀이나 개구리도 잡습니다. 또 어느 날 꽃이 피면 새삼스레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명이 있는 것들과 사귀면서 자연의 심오함을 배웁니다. 시 가운데 나오는 역시 들에 피어야 자운영이란 구절도 자운영이라는 식물을 뜯어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말인 것입니다. 뱀을 보면 돌을 던져 주고 싶고, 명중이 되면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확인을 하러 가서 진짜 죽어 버린 시체를 보는 순간, 살생하려고는 하지는 않았는데 하는 후회의 정이 솟아나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어떤 큰 생활 협동 조합이 설립한 환경 기금을 관리하는 신탁 은행의 책임자가 건강 진단을 하러 갔다가 장 내시경 검사(항문으로 장내에 바륨을 넣어 X선 촬영을 하는것)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그 검사를 받을 때 어렸을 적 개구리의 똥구멍을 보릿짚으로 쑤셔서 괴롭혔던 대가라고 생각하면서 그 고통과 불안을 참았다고 합니다.
인간은 마음 속 가장 깊은 구석에 잔인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모순된 생물입니다. 어린이의 세계에서 이지메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쩌면 그들이 뱀이나, 개구리를 괴롭혀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징그럽다고 생각되는 생물을 희생시킴으로써, 자기 안에 내포된 잔학성에 놀라고, 거기에 제동을 걸었던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자연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인식되어 가면서 지역의 공원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 단지를 개발할 때는 공원을 갖추도록 지도를 합니다. 그러나 심어진 나무 종류, 약제 살포를 둘러싼 지역 주민의 생각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깊은 사람은 약제를 뿌리는 것을 비판합니다만, 한편 벌레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단풍을 좋아하는 사람은 낙엽수를 요구합니다만, 낙엽이 쌓여서 물이 막힌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쪽을 세우면 저쪽이 일어서고 하는 모순된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고장의 절이나 고궁은 지역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도화해서 그 고장 사람에게 공원의 관리를 위탁하는 시도 있습니다만, 아직 잡초 제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조정 할 수 있는 지역 문화 속에서 관리되지 않으면 마찰이 커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시에서 잡목림의 세력이 쇠퇴했기 때문에 모두 베어 버리려고 하면 주변의 주민은 자연 파괴라고 항의한다고 합니다. 지역 사람들이 동네 산 같은 곳에서 공동으로 목재나 땔감을 이용하고 있을 때는, 모두 벌채를 해버린다고 해도 세력을 회복하는 나무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의 의미를 풍경 하나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면 아무리 설명을 해도 개발의 구실이라고 오해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과 계통의 선생같이 식물의 생태를 잘 아는 사람을 자문위원으로 등록시켜 두고 제3자로서 설명해 주도록 해서 행정 당국과 주민과의 대립을 완화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환경 교육을 통해 전문가가 학생들과 시민과 함께 동네 산에 들어가 노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주변의 자연에 관심을 갖도록 시도를 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제도를 좀더 충실하게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마흔여섯번째
실개천살리기
개천의 바닥과 양쪽언덕을 콘크리트로 발라 버렸기 땜에 모래톱에 내려가기 어렵게 되고 따라서 자연은 생활의 장에서 멀어져 버렸습니다.
또 홍수가 나지 않도록개천을 직선화 합니다. 그래서 개천은 다양성을 잃어버렸고 결국 생물이 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자연은 너무나 흔해서 막상 잃어버리지 않으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고도 성장의 시대에는 주민 스스로가 자연을 멀리한 것입니다.
사귀기 쉬운 주변자연도 방심을 하면 커다란 적으로 변신을 합니다. 맨발로 실개천에 들어가면 유리조각이나 뾰족한 돌에 발을 찔리기도 하고, 어쩌다가는 물에 빠져서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요도가와 같이 좀 큰 강이 되면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예 들어가지 말도록 푯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만만한 실개천이나 웅덩이 같은 연못에서 그런 일을 당하면 분한 생각이 들어서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어지고, 심해지면 재판을 거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모든 사람의 것이 되고, 억울하면 참지 않고 행정 당국의 책임을 묻는 시민이 늘어나는 것이나, 법원이 행정의 책임을 엄격히 물어 주민들이 승리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평가를 할 만합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이 참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행정 당국만 책임지게 되면 아무리 생각해도 커다란 모순을 발생시킵니다.
요도가와처럼 큰 강이 아닌 작은 개천에도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떨어지거나 부상당하는 일은 분명히 줄어들겠지만 반면에 주변의 자연을 생활의 장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어지게 되면 당연히 자연에 대한 관심이 엷어지게 됩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버려져 있어도 오랫동안 방치되고 잡초도 일년에 한번 베어 줄 정도이기 때문에 경관도 좋지 않습니다. 개천은 가정 폐수를 방류하는 곳이 되어 버리고, 더 나아가 더러워지게 되면 매립해서 도로나 만들어 버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아예 마을에서 작은
개울은 사라져 갑니다.
그러나 그런 잘못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얼굴을 내밉니다. 10년 전쯤에 지역 어린이회에서 소풍을 갔을 때 취학 전의 여자 아이가 뭔가에 걸려서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미처 손을 짚지 못해 얼굴을 완전히 땅바닥에 부딪쳤습니다. 넘어질 때 손을 짚은 것은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집 밖에서 놀면서 운동 능력의 하나로 몸에 배기 때문에 그냥 넘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민 학교학생 마저도 그런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어떤 위성 도시의 보육소에서는 약간 손발을 다치면 극성스럽게 화를 내는 어머니가 있다고 합니다. 이론상으로는 어린 아이가 부상을 당한 것이기 때문에 보육 교사가 책임을 추궁당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라 보육소에서는 아침에 아이들이 유치원에 왔을 때 집에서 난 상처가 있는가를 체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정에서 생활 능력이 쇠약해짐에 따라서 학교에 지각생이 많아지자,이를 지도하다 학생을 죽여 버린 상황과 비슷합니다(1992년 효고현에서 지각 지도를 하던 교사가 지각하는 학생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교문-육중한 철문을 닫는 과정에서 학생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는 미안한 세상 이 점점 넓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천의 바닥과 양쪽 언덕을 콘크리트로 발라 버렸기 때문에 모래톱에 내려가기 어렵게 되고 따라서 자연은 생활의 장에서 멀어져 버렸습니다. 개천에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아예 들어가면 안된다고 지도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또 홍수가 나지 않도록 개천을 직선화 합니다. 그래서 개천은 다양성을 잃어버렸고 결국 생물이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행정 편의주의 속에서 오염되어 온 도시 하천을 고치고 보수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요코하마시의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자주적 그룹 요코하마, 강을 생각하는 모임 을 만들고 그런 모순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론이 앞서는 환경 보호 운동의 틀을 넘어, 카누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움직여서 도부강에서 카누 경쟁을 하게 하고, 강쪽에서 도시를 보기 했습니다. 또 고기가 살아 꿈틀대고 해질 무렵이면 바람을 쏘이러 나왔던 시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역 자치회를 움직여서 물에 빠져 있는 자전거 같은 것을 끌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뒤에 축제를 열어 강에 대한 관심을 높여 왔습니다.
성과는 훌륭히 드러났습니다. 첫째, 강의 중앙부를 한 단계 파 내려가 저수로를 만들고 자갈을 깔아서 모래톱을 부활시키고, 둘째 강둔덕의 일부를 헐어 내고 계단을 만들어 내려가기 쉽게 하고, 셋째 징검다리를 놓아 놀이터로 하는 등 생활의 장에 가까운 강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후쿠이현 야나기가와시의 물길(수로) 부활공사는 한층 규모가 커서, 강을 재생시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곳의 강은 오염돼서 매립되기 직전이었는데, 매립에 관계하던 한 직원이 나서서 고장의 주민들에게 강과 함께 생활하던 때를 생각해내도록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그 노력은 결실을 거둬 물의 고향이 되살아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국에서 나룻배 뜨는 이 고장 강의 모습이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마흔일곱번째
별이 사라진 밤하늘
인공위성의 사진이 우주의 심오함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보면 선진국의 밤은 휘황하지만 바다나 개발 도상국은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빛은 발전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상에 내리쬐는 태양 에너지의 반 정도를 인공의
빛으로 방출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면 두려워질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공적인 지구나 우주의 모습은 역시 진짜 자연에게는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문득 밤하늘을 보았는데 별이 쏟아질 것처럼 빛나는 동네는 적을 것입니다. 거리가 밝아지고 공기가 오염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해가 떨어질 때까지 밖에서 놀고 집에 돌아올 때 보았던 노을이나 초저녁 별은 지금도 살아가는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달리는 차나 휘황한 불이 없었던 시절에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 대신 천연색 책이나, 플라네타륨(천구를 그려 놓고 천체 운동을 설명하는 장치), 인공 위성의 사진이 우주의 심오함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인공 위성에서 지구를 보면 선진국의 밤은 휘황하지만 바다나 개발 도상국은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빛은 발전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상에 내리쬐는 태양 에너지의 반 정도를 인공의 빛으로 방출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면 두려워질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공적인 지구나 우주의 모습은 역시 진짜 자연에게는 이길수 없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 책 속에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던 학생이 서클에 들어 진짜 별을 관찰하자고 했지만 별볼일 있냐고 공감을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별을 보기 위해 거리의 불빛을 피해 오사카에서 수십 킬로미터씩 떨어진 효고나 와카야마의 산 속으로 갔습니다.그래도 흐린 날에는 거리의 불빛이 구름에 비춰 불빛 한 점 없는 산속에서도 캄캄한 밤이 되지 않고 사람 모습도 잘 보입니다.
그는 이것이 빛 공해 라고 열을 냅니다. 결국엔 별을 보러 다시 멀리 떠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자기 고장의 강이나 바다에서 낚시를 할 수 없게 된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 때까지 우주나 지구의 구조를 설명해 내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 두었습니다. 그것이 약간 과장되어도 시민들에게는 현실 세계의 피로를 풀어 주면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나 러시아 핵폐기물이 바다에 버려지는 시대가 되면 그것은 현실 세계의 이해와 결부되기 때문에 그러한 청량제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과장은 용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07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도 3.5도, 해수면은 4센티미터 상승한다는 예측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정확한 예측인지는 잘 알수 없습니다. 지구가 너무 커서 데이터가 아주 적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온난화 방지에 유용한 에너지원이라고 말을 합니다. 온난화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은 원자력 발전이 화력 발전에 비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핵 운동에 뛰고 있는 사람들 속에는 온난화에 의문을
던지면서, 원자력 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프랑스로부터 온난화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계산 과정이나 가정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결과만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란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계산 결과가 정확한가 아닌가는 수십 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1년에 1백분의 몇도 상승하는 정도이면 얼마 안되는 것이고, 또 화산 폭발에 의한 분진이 계기가 되서 평균 기온이 내리는 것처럼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해수면이 45센티미터 올라가면 제방을 쌓아 올리면 좋겠다, 추운 겨울이 싫기 때문에 따뜻해지는 쪽이 좋다. 따라서 너무 큰 소란을 떨 필요는 없다고 냉담한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의 흐름이 변하고 강수량의 세계적인 분포가 변해서 그 결과 생태계가 변하는 무서움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결합되어 있는 농림수산업이 가장 커다란 영향을 받아 식량 생산이 불안정하게 됩니다. 가격이 크게 변동하고 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징그러운 벌레, 미생물의 상태도 변하고 아열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면역이 없는 사람들은 악영향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한 세대 안에 지구의 몇 천 년, 몇 만 년에 해당하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러나 생물종으로서의 인간이 그 변화 속도에 맞춰서 살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같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가져다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온난화라고 생각합니다.
마흔 여덟번째
쓰레기, 내집 앞에는 안돼!
절대 반대는 결의의 강도를 나타내는 말이지, 운동의 강도를 보여 주는 말은 아닙니다.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는 계획의 알멩이, 절차에서 가능한 선을 자세히 학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지적 무기나 문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기술, 법룰의 전문 지식을 생활의 장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안됩니다.
내가 20대 후반쯤에 되었을 때 미나마타병 같은 공해 문제가 매우 심각해졌고 이 때문에 기업이 책임을 추궁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도 같은 죄의식을 느끼면서 공학 연구를 계속할 의욕이 시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실험할 때는 유용한 약품들도 해로운 것이 있어서 버릴 때는 신경이 쓰입니다.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선배들에게 물으면 물에 희석해서 버리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폐수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는 완전히 무관심한 채 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학의 경우 버리는 폐수의 양과 빈도가 적고, 또 폐수의 생산지에서 피해가 드러나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폐수를 버리는 점에서는 공장과 뿌리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장에서 공해 대책이 세워지고 배기 가스, 폐수는 깨끗이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폐기물이 적은 생산 방법을 채택한다. 둘째, 유기물을 미생물 처리해서 오니를 분해한다. 셋쩨. 약품을 사용하는 유해물을 굳혀 고형화시킨다 등 하드 기술 중심이었습니다.
제거된 고형물은 산간, 해안, 해면에 조성된 매립지고 운반해서 공해 대책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매립지에 비가 내려 빗물이 쓰레기층에 배어들어가 더러운 물고 변신을 합니다. 그러면 그 물이 지하수와 해수에 섞이거나,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게 됩니다.
산간 매립지에서는 바닥에 염화비닐이나 고무 시트를 깔고 오수처리 시설을 건설합니다. 그런다고 해도 문제는 생깁니다. 첫째, 시트가 찢어져서 바닥에서 오수가 샐 염려가 생긴다. 둘째, 쓰레기 소각장에서 애써 재거한 유해물(염화수소 제거시 생성되었던 염소계 화합물 등)이 다시 한번 녹아 나와서 오수 처리 시설에 악영향을 끼친다. 셋째, 제거했던 유해물은 다시 한번 버려지지 안으면 안되고, 다시 솟아나는 것에 대비해서 매립 완료 후에도 긴 시간 동안 물 처리 시설을 운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등 하드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공해 대책은
커다란 벽에 부딪쳤습니다. 바다 매립지의 경우는 좀더 심각해서, 바닥에 시트를 깔 수도 없습니다. 산간처럼 굴곡이 없기 때문에 시트를 깔면 오수가 바닥에 축적됩니다. 쓰레기를 놓은 양동이에 비가 내려 물이 고이는 것과 같이 매립지는 오니늪이 되어 버립니다.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 호안에 사용되는 모래에 여과시키는 것, 천천히 흘려서 대량의 바닷물에 희석시키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모순은, 쓰레기를 많이 내는 도시에 매립지를 만들지 않고 외딴 지방에 강제로 떠맡긴다는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지역 발전이라는 선물 을 달았기 때문에 약간은 께름칙한 것이 없어지겠지만, 쓰레기가 선물로 잘 나가지 않는 것은 당연해서 지방은 잇따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나가노현의 이이야마지방에 수도권으로부터 배출돼는 건설 계통의 폐기물을 매립하려고 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공터로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습지를 매립해서 산흙으로 복토를 해서 이용 가능한 땅으로 바꾸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건설 폐기물이 콘크리트덩어리나 기와 조각뿐이라면 좋은 계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속엔 매립에 부적합한 것도 섞여 있기 때문에 그 고장 사람들의 의견은 나뉘어졌습니다.
이 지역 고등 학생들은 반대하고 있는 주민뿐만이 아니라 계획하는 측에도 참가해서 함께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지역 주민들이 대체로 절대 반대 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강해서, 그렇게 말하지 않는 사람을 지역을 배반했다고 비판하고, 계획하는 측과는 만나서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절대 반대를 해도 꼭 운동이 잘 된다고는 할 수 없어서 비참한 결말을 맞는 지역도 있습니다. 절대 반대 는 결의의 강도를 나타내는 말이지, 운동의 강도를 보여 주는 말은 아닙니다.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는 계획의 알맹이, 절차에서 가능한 선을 자세히 학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지적 무기나 문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기술, 법률의 전문지식을 생활의 장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안됩니다. 예를 들면 골프장 계획을 중지시키고 싶은 시민은 산림법을 자세히 학습해서 나무 트러스트제도 을 만들어 냅니다. 산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시민이 사 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개발하는 측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베어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매립지의 경우엔 악질의 쓰레기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이야먀의 고등학생들은 틀림없이 그 결심이 강했기 때문에 함께 대화하려는 마음이 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흔아홉번째
마을 만들기, 고향 만들기
기업이나 생활 협동 조합이 사회 공헌의 하나로서 환경 재단을 만들고, 지역을 잘 꾸리려는 자주적 활동을 자금면에서 조성하는 제도가 충실해지고 있습니다. 또,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마을 만들기를 하고 싶은 시민들을 기술면, 정책면에서 지원하는 컨설턴트나 코디네이터를 직업으로 하려는 용기 있는 사람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당신도 마을 만들기 , 고향 만들기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산업 폐기물 등 대도시가 처리하기 곤한한 것을 지방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은 마음이 아픕니다. 지역내 처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마치 화장실 없는 맨션 처럼 되어 버린 도시 문화에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서 지방이 좀더 힘냈으면 싶은 생각입니다. 주민들은, 원칙은 알고 있지만 자기 주택 주변에 시설이 들어오면 반대하고 싶어하는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반대가 가능한 지역은 아직 은혜로운 곳입니다. 뭉치지 않으면 반대할 힘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뭉쳐서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환경만이 아니라 전문가의 삶이 달라집니다. 지역 주민들은 기술, 법률을 잘 모르므로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20년 동안에 그 희망은 풀어내기 쉽게 되었지만 선진 여러 나라처럼 전문가의 지원이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극히 불충분합니다. 특정 시민 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학문의 중립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자가 아직 많은 것도 한 원인입니다. 그러면서도 행정은 공적 기관이기 때문에 지원을 해도 원칙적으로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식 경험자로서 행정 위원이 되기도 하지만, 시민 단체를 지원하는 데는 주저하는 것입니다.
이 모순에 대해 주민들은 옛날부터 양심적인 학자, 어용 학자로 색깔을 나누고 후자를 비판해 왔는데, 그런 식으로는 학자의 삶의 방식을 별로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시민 스스로가 학자들에 자극을 주고 지원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없는 의사, 트러블이 없는 변호사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자문을 구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전문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양자는 공생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시민에게 이런 자각이 없었기 때문에 행정이나 기업을 스폰서로 하는 전문가밖에 길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공적인 기관이 늘 공적인 주장을 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특정의 시민 단체도 공적 주장을 합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자신들의 주장에 근거를 대 줄 전문가를 찾는 것은 당연합니다.
쓰레기 소각로를 억지로 떠맡게 된 무사시노 시민은 전문가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가 공개 회의에 참가해서 장소의 선정을 다룰 것을 요구했습니다. 행전 당국은 그것에 동의했고, 주민 참가 아래 시설을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치현 쓰시마시 외에 11개 정,촌이나 야오시에서도 똑같은 조치를 행정이 도입하여,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쓰레기 시설 건설에서도 시민을 스폰서로 하는 전문가가 생겨났습니다.
지역의 여러 가지 개발 계획에 대해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가하고, 행정이나 기업이 자금면, 전문 지식면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은 유럽에서는 벌써 10년 이상의 역사가 있고, 점점 제도가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영국의 공원, 공터 등 주변의 지역 환경이 그라운드 워크하는 제도로 정비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 행정이 먼저 계획하고 결정 후에 주민에게 그 계획을 설명합니다. 주민은 거기다가 일정 주문을 다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대폭적인 변경은 무리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주문을 달아도 대체로 흘려 버리고, 참가할 의욕도 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에너지나 물건을 절약하자고 호소를 해도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데이비스시는 자전거가 주요 교통 수단인 거리로 변신했습니다. 우리는 성장에 의해 얻을지도 모르는 생활의 편리함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지성장 정책을 지지해 왔던 주민 의식은 (중략)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이고 여기에서 생겨난 책임감이다 하고 데이비스시 주민은 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시민 운동이 이 20년 동안 전문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관철하려고 했던 방침이 서구에서는 이미 제도화되어 잇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기업이나 생활 협동 조합이 사회 공헌의 하나로서 환경 재단을 만들고, 지역을 잘 꾸리려는 자주적 활동을 자금면에서 조성하는 제도가 충실해지고 있습니다. 또, 전문 지식으로 가진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마을 만들기를 하고 싶은 시민들을 기술면, 정책면에서 지원하는 컨설턴트나 코디네이터를 직업으로 하려는 용기 있는 사람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당신도 마을 만들기 , 고향 만들기 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역전에는 자전거 주차대가 정비되도록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정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이곳에 자전거 주차대를 설치하게 만들기 위해서 여름 휴가 때 시내의 자전거를 둘 수 있는 길을 조사하거나 유인과 무인의 잦전거 주차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또 통학할 때 좋다고 생각한 것,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의 배경을 찾아나가면 여러 가지 연결이 보입니다. 가끔 신문에는 그런 활동을 할 때 필요한 비용을 원조한다는 공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쉰 번 째
보는 학문에서 하는 학문으로
관심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재활용 활동 하나를 볼 때도 각자 처한 사면체의 위치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어느 한 쪽의 방법만이 옳고 다른 쪽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자기가 문제 의식을 갖고 행동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하는 학문은 시작합니다. 문제의 상황과 자기의 관심사, 능력에 따라서 경제, 사회, 윤리, 환경 문제 등이 4면의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행동 방침을 찾습니다.
젊은이들이 이공계를 벗어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나는 이공계에 매력을 느끼면서 졸업했습니다 관료적이고 종적인 행정 속에 세분화되고 생활 현장과는 동떨어진 연구 테마에 꿈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학을 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기 주변과 똑같은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두렵다고 말하는 젊은이의 목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무리 속에 있으면 그런 떨어져 있다는 두려움은 줄어듭니다. 무리를 짓는 것은 생물 본성의 하나일테지만 그것은 꿈의 크기에 반비례합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 과학에 이끌려 지역을 떠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환경 문제는 과학에 대한 전향적인 꿈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 문제로부터 도피하고 싶도록 만듭니다. 그 이유로 젊은이들이 이탈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과학을 대신할 전향적인 꿈을 갖지 못한 채 동료를 찾아서 무리를 떠났습니다. 25년 전 전공투(1960-1970년대 일본의 대표적 학생 운동 조직) 운동 당시 이름도 모르는 한 학생이 선생에 대해 학문은 뭔가! 라고 부르짖었던 모습이 가슴에 깊이 박히고 대학 속이나 전국 어디에도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4반 세기 동안 공해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주민들, 환경 문제와 맞선 시민들과 직접 서로 대화하는 가운데 내 고향을 환경과 공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든다는 전향적인 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소년 시절 떠나온 지역에 되돌아온 것입니다.
그 세월을 지탱해 준 것은 이탈한 원숭이 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법을 찾아 히에이야마에서 아라시야마로 혼자서 여행하는 이탈한 원숭이가 있다는 교토대학의 인류학의 성과였습니다. 히에이야마의 문화를 선물로 아라싱마의 무리에 어울려 들어가려고 하는 원숭이가 있는 것입니다.
2차 대전 전, 대학이 탄압받을 때 선배들이 승리해 낸 대학의 가치, 학문의 자유를 지켜서 그래도 일본의 대학에서는 이탈한 원숭이가 존재할 수 있는 여유도 있었습니다.
지역의 문제에 관계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망설이긴 했지만, 친구와 함께 그때가지의 대학 문화를 지역에 직접 환원시키는 것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보였습니다. 보는 학문은 많지만 하는 학문은 적어, 지역적인 실천은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일반 교양 과목이 인기가 없는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자연 과학에서는 주체(인간)와 대상(자연)을 분리합니다. 주체인 인간은 자연의 일원으로서 여러 가지 모순을 내포한 인간 종이 아니라 하나의 이성적인 인간으로 자리잡습니다. 물질 생활을 풍요롭게한 자연 과학의 영향을 받아 인간 사회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도 주체와 대상(인간)을 분리시켰습니다. 따라서 실천하는 학문보다 보는 학문이 주류로 된 것입니다. 관찰하는 눈이 날카로우면 대상의 모순을 정확히 지적할 수 있습니다. 모순이 근본적인 것일수록 학문적 가치가 높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는 보는 학문에서는 모순을 극복하는 절차나 방법은 가르켜 주지 않기 때문에 함께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적은 것입니다.
자신을 이성적 인간으로 위치시켰기 때문에 모순을 만드는 악 을 외부에서만 찾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순에는 눈을 감아 버리는 경향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연 과학과 달리 사회 과학에서는 그 대상인 인간도 주체인 인간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보는 학문에서 몸에 밴 지식을 지역에 어떻게 사용하면 될까, 어떻게 하면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지혜는 주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체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밖에서 보고 모순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지혜를 동반하지 않은 지식은 책만으로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교양 과목은 인기가 없는 것이고, 지식인은 말뿐인 평론가로 비판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켠에서는 하는 학문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도쿄대학의 무라가미 요이치로 선생은 주체와 대상이 분리되지 않는
일인칭으로 말하는 과학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과학 논문에서는 주변의 모순은 잘 지적하면서도 나는 과연 어떻게 사는 건가 하는 고민이 빠져 있습니다. 요이치로 선생은 이 점을 반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류우고쿠 대학의 나카무라 쇼우지 선생은 지역자립의 경제학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내가 특히 감명을 받았던 한 가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옆 페이지의 그림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윤리, 사회, 경제, 에콜로지의 4점을 정점으로 하는 4면체의 한 점에 지역에서 생활하는 자기를 가져다 놓습니다. 환경 등 3개에는 무관심하고 경제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고정점 A에서부터 지역을 보는 것으로 되고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고 개발, 동물 남획을 완전 부정하는 사람은 고정점 B로 됩니다. 환경과 경제의 두 면에서 지역을 보면 A와 B의 중간에 위치되고, 관심의 깊이에 따라서 어느 쪽이든지 가까워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지역의 재활용 활동을 보는 경우, b=0는 경제면을 완전히 평가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경제면도 시야에 들어오면 b>0로 됩니다.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이 깊으면 b점보다 별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b는 작아지게 됩니다. b(1-b)를, 리사이클 활동을 평가할 때 무게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재활용 활동의 성과)=(1-b)(에콜로지 면으로의 성과)+(경제면으로의 성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사회면을 시야에 넣으면 삼각형의 내부, 윤리면을 고려하여 지역을 보면 4면체의 내부 한 점에 위치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보는 학문에서는 시점을 고정시킬 뿐만 아니라 정점에서 보는 학문이 많았던 것입니다. 관심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재활용 활동 하나를 볼 때도 각자 처한 사면체의 위치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어느 한 쪽의 방법만이 옳고 다른 족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자기가 원하는 상황과 현실과의 사이에는 어긋남이 있습니다. 자기가 문제 의식을 갖고 행동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하는 학문은 시작합니다. 문제의 상황과 자기의 관심가, 능력에 따라서 경제, 사회, 윤리, 환경 문제 등이 4면의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행동 방침을 찾습니다. 볼 때는 다면성이 중요하지만 할 때는 한 점으로 초점을 좁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는 시점을 고정하기 때문에 보는 학문의 성과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여 나갈 방법이 잘 서면 질서는 변하고, 상황은 개선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면에서 접근한 것이라는 한계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또 다른 면은 한 쪽이 바뀜에 따라 바뀌어서 상황이 악화될 때가 있습니다. 재활용의 현황은 그 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폐품의 회수율이 높아지는 것에 따라 사회, 환경, 윤리면에서 현실과 원하는 상황과의 괴리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경제면에서는 나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한번 서서 멈추고 행동하기 전과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다시 볼 필요가 생겨난 것입니다. 자신의 인식도 이제 깊어졌기 때문에 최초의 점에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중시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 개선에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이번에는 사회면으로부터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변하면 자기의 4면체에서의 위치가 변하고 접근 방법도 변합니다. 이것이 하는 학문의 최대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학문의 성과를 가지고 이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주체의 고민에 따라 일인칭으로 말하는 과학이 생겨난 것입니다.
젊은 당신이 하는 과학에 도전해서 많은 열매를 맺기 기대합니다.
마치면서
내게는 아들이 둘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9년 사용한 차를 앞으로 2년 더 타라고 해도 새 차를 탐내고, 또 한 명은 이 원고를 한번 읽어 보라고 말해도 자기 아버지의 사는 방법이나 환경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고 자기들의 꿈을 쫓고 있습니다. 환경에 문제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며 사는 가정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아버지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한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아버지의 복장이 너무 구닥다리다, 그렇게 해서는 젊은이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막상 무엇을 입으면 좋을까 잘 몰라 스웨터를 빌려 입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이 아버지를 보고 식습관을 바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지 않습니다. 또 아버지에게 동의할 수 있는 것들은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나와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의 생활은 연속되어 있기 때문에 쇼크를 받는 일이 아니면 그렇게 큰 변화가 없습니다.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으면 많은 경우 아이를 기를 때 여러 가지 쇼크를 받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이 과연 좋은 것일까 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내 생활에 관심을 가져 주는 어머니 몇 사람도 그랬습니다.
모든 것을 교과서처럼 매뉴얼화 하면 일에 능률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시험을 보는데도, 아르바이트를 하는데에도 뛰어난 매뉴얼(소책자, 편람)을 만들었습니다. 이 교과서를 잘 이용하면 어떻든 성공한 것으로 보이고, 또 젊을 때는 체력도 있기 때문에 편리한 생활의 뒤틀린 구조는 와닿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명계나 사회 시스템은 너무 복잡해서 매뉴얼화 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아이를 낳고, 스스로 생명이 있는 것을 기르고, 주체적으로 지역 사회에 참가할 때가 돼서야 벽에 부딪치는 것입니다.
아토피성 병처럼 물적 원인이 복잡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라는 심적 요인까지 뒤엉켜 오면 매뉴얼화 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빌리면서 스스로 새로운 삶의 방법을 찾아나갈 도리밖에 없습니다.
매뉴얼 을 극복하거나 일찌감치 걷어치워 버린 젊은이쪽이 조금은 경제적으로 손해일지는 몰라도 훌륭하게 몸을 굴려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들 세대는 도시에서 과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하는 기준으로 사는 곳을 결정하지만 피스보트에서 만난 젊은 부부는 지방에서부터 얼마나 도시에 가까이 생활할 수 있는가로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사치에 길들여지면 쓸데없는 살이 붙어서 생활이 간편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품에 의존하는 도시에서 멀어지기 어렵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 부부는 지역 사람들과 사귀면서 낡았어도 커다란 집을 넘겨 받아 지역에서 나오는 것을 먹고 삽니다. 또 중고품을 소중하게 사용하면서 수입으로 인해 해외로 돈이 지출되는 것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지역 사회의 구조를 잘 알고 그것과 사귀는 즐거움이 새 제품을 쓰고 버리는 즐거움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물건이나 에너지의 사용량이 반으로 줄어들고(그래도 2차대전 전까지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20년,30년 전 정도 되돌아가는 것일
뿐입니다)해서 무서울게 없는 사회가 연상됩니다.
그들은 나보다는 여유있게 시간을 활용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부럽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이미 거기로 떠날 용기를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돼버렸습니다.
젊은이들은 왜 옛날처럼 정치 부패에 분노하지 않는가 하고 탄식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25년 전에 부패한 정치에 대한 분노가 일시적으로 폭발했지만 대학도 사회도 별로 변하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에게 교육을 받는 대상으로 규정되지만, 역으로 이야기하면 어른들을 보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착실히 생활과 일을 바꾸어 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성공시키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은 어재서 정의감이 없는가 하는 어른들의 의문에 대답하는 것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어른들이 쌓아 올린 지적 재산은 새롭게 재편성을 하면 충분히 쓸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당신과 같은 젊은이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항상 문을 두드려 줄 것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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