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문학과 문화
─ 문학비평과 문화연구의 만남 ─
1. 머 리 글
문학이란 말은 그 개념에 대한 정의 자체가 불필요할 정도로 관습화된 의미를 지
니고 있다. 문학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일상의 언어 소통과정
에서 화자가 상대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작가가 독자에게 작품을 내놓는 일종의
소통의 원리에 의해 성립된다. 물론 작품이라고 하는 언어적 텍스트는 현실의 삶
의 내용과 연관된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특별한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 구조적인
담론의 특성을 지닌다.
문
정하기 어렵다. 문학은 언어적 텍스트로서의 속성을 중심
으로 할 경우,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질문을 통해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첫
째, 문학이 언어적 텍스트라면, 모든 언어적 텍스트 가운데 문학 텍스트의 속성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 둘째, 문학이 언어적 텍스트라면, 텍스트의 소통과정에
서 작가 그리고 독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셋째, 텍스트와 현실과의
관계를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정당한 해명을 요구하고자 할
때, 비로소 문학에 대한 논의는 비평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
문학비?
문학이 그 자체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을 때 긴요하게 요구되는 하
나의 인식 행위이다. 문학비평이라는 말 속에는 문학에 대한 ‘판단’과 ‘식별’
의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 그렇지만 문학을 문학의 자리에 온전히 남아 있게
하기 위하여 문학비평은 우선적으로 판단의 의미보다 식별의 의미에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문학비평은 문학의 내용이나 의미에 대한 판단에 의해 수립
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 주는 데에서
성립될 수 있다. 문학비평이 의도하는 것은 문학을 다른 어떤
로 대치시켜
놓는 일이 아니라 문학이 문학으로서의 존재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속성
들을 밝혀 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비평은 언어로 이루어진 독특한 예술형태인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서 다른 종류의 지적인 활동과 구별되어 왔다. 문학작품은 그 본래적인 성질 자체
가 이미 스스로의 범주를 규정하는 독특한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문학에 대
한 비평적 논의는 어느 시대에도 그것이 언어적 산물이면서 동시에 상상적 산물이
라는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나 문학의 존재 의미는
인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서 규정될 수밖에 없다. 문학은 넓은 의미에서 하나의 사회문화적
산물이며, 문학과 사회와 문화의 관계는 끝이 없다.
문학비평은 문학과 문화 사이를 중재하는 기능을 지닌다. 그러나 문학비평은 문학
의 개념과 그 범위를 규정하는 방법과 관점에 따라 문학과 문화의 관계를 좁히기도
하고 넓히기도 한다. 문학작품의 내재적인 요건에 의해 문학적인 것의 본질을 규명
하고자 한다면, 문학비평은 당연히 문학과 문학 외적인 요소로서의 사회 또는 문화
를 분리시키고자 할 것이다. 반대로, 문학이라는 것을 사회문?
갬?이해하고
그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문학의 속성을 규정하고자 할 경우에는 문학비평은 그만
큼 문학의 영역을 폭넓게 이해하고자 하는 관점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비평은 개념과 태도와 관점과 실천의 상반성을 드러내는 요건들에
의해 그 영역을 한정받게 된다(Ellis, 1974: 9). 예컨대, 문학적 텍스트는 사회적
문맥 속에서 존재하는 것인가, 독자적인 존재를 드러내는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고,
비평 자체에서도 어떤 평가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가, 기술적인 분석에만 치중할 것
인가를 정해야 한다. 문학비평이라는 것?
?상상력의 문제인가, 객관적인 과
학의 세계인가를 결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한국의 현대문학사에서 문학비평의 확립이라는 과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을 때
에도, 이러한 비평의 관점과 태도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
니다. 대상으로서의 작품을 그 자체내의 요건을 중심으로 실제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순수비평의 방식은 매슈 아놀드의 ‘몰이해적 관심’이라는 비평태도에 근
거한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문학비평은 문학이라는 것을 독자적인 규범에 의해
범주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소홀히 함으로써, 방?
?냄?실패했던 것이 사실
이다(권영민, 1992: 338).
문학비평이 궁극적으로 문제삼아야 할 것은 삶에 대한 관점을 함께 드러낼 수 있
는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균형지워 주고 그 범위를 확정해 주는 일이다. 이 경우
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평적 방법의 수립이다. 방법이란 하나의 목표에 이르는 과
정이다. 무질서하게 분산되어 있는 상태의 어떤 대상에서 개별적인 인식을 가능케
해 주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학비평의 방법이란 그러나 결정론적 사고 방
식을 가장 경계한다. 방법이란 방법 그 자체로서의 의미에 국한되는 것이
?
그것이 목표가 되지 못한다. 문학비평의 방법은 그 대상으로서의 작품이 없으면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며, 문학비평의 방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결국 다시 작품
으로 떳떳이 돌아오고자 하는 목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비
평의 확립이란 그 방법론의 모색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냐를 따지는 데에서 만족될
수 없으며, 그러한 방법론의 적용이 얼마나 작품의 의미에 활기를 불러일으켜 주
느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현대문학비평의 방법과 실천을 문화의 범주 안에서 새로이 이해하고자 하
돋?담고 있다. 이 경우 문학은 하나의 문화적 산물, 또는 문화적 현상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문학비평이라는 것도 보편적인 개념으로서의 문화가 아니라 구
체적이고도 개별적인 문화현상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문화적 실천으로 인식
되는 것이다. 현대 문학비평이 하나의 새로운 ‘문화적 시학’을 지향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의 시학이란 문학이라는 것이 지니
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속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 문화적 실천으로서의 문학비평
일반적으
方÷?개성과 세계관의 표현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리고 작가
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방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작가의 개성의 표현으로서 문학
의 의미를 강조하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심리학의 방법이 문학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 세계관의 문제는 정치학 또는 사회학의 문제를 야기한다. 현실 세계의 모방
으로서의 문학을 생각한다면, 문학연구에서 역사에 대한 이해를 제외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문학비평은 문학비평의 제재에 대해서나 방법에 있어서 학문간의 장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형식주의 문학론을 비롯한 현대 문학비평에서는 문학연구의 직접적
인 대상을 문학작품 그 자체에 국한시키고자 하였다. 문학에 대한 연구의 본령을
문학적 텍스트 그 자체를 중심으로 고정시켜 온 이러한 비평의 방법은 지금도 여
전히 설득력을 유지하고 있다. 문학연구에서 텍스트 자체에 대한 내재적인 연구는
언제나 문학의 자율성과 완결성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텍스트 자체에 대한
분석적인 접근을 통해 구조적인 완결성의 미적 특성을 밝혀 내는 작업을 중시하고
있다. 문학연구에서 내재적인 접근 방법은 문학 텍스트와 그 ?
?존재 기반이
되는 사회역사적인 배경을 문학의 부차적인 요소 또는 문학 외적인 요소로 인정한
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역사적인 요소를 문학연구의 핵심으로부터 배척하려는 경향
도 드러낸다.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론에서(Steiner, 1984: 15-43) 볼 수 있는 문학성에 대한 관
심은 문학연구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서 체계화하여 자율적인 분야로 고정시키고자
했던 점에서 비롯된다. 형식주의자들은 문학연구를 다른 분야의 연구방법과 구별
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문학을 철학 또는 역사학, 심리학 등과는 다른 독자적인 과
학적인 방법?
하고자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형식주의자들이 우선적
으로 관심을 기울인 것은 ‘문학을 어떻게 연구하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다. 그들
은 오히려 ‘문학연구의 제재가 무엇인가’ 하는 점에 더 큰 관심을 집중하였던 것
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질문으로 인하여 형식주의자들의 관심 대상 자체가 그들
의 이론의 본질적인 성격을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문학작품에 나타나 있는 문학적 고안과 그 기능에 집중되었던 형식주의자들의 관
심과 연구는 뒤에 나타난 미국의 신비평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Leitch, 1988: 24-
59). 20세기?
?庸?등장한 이 같은 문학론은 실증주의에 대한 반작용 속에
서 형성된 것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모더니즘 운동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비롯
된 것이다. 신비평은 문학 자체의 고유한 가치성에 대한 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는 점에서 러시아 형식주의와 맥락을 같이한다. 신비평가들은 문학작품의 속성과
의미와 가치를 밝혀 내기 위해 그 작품의 구조에 주목한다. 작품의 구조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은 복합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 사이의 균형과 대립, 갈등
과 화해 속에서 비롯되는 긴장을 통해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할 ?
된다. 그
러므로, 신비평가들은 이 같은 다양한 복합적인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형식주의와 마찬가지로 신비평은 문학작품과 작가의 신념을 분리시켜
놓고 있으며, 작품과 작품의 기반이 되는 역사와 사회를 분리시키고 있다. 신비평
의 비개성주의 또는 반역사주의적 경향은 하나의 독립된 객체로서의 문학 텍스트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문학의 독자적인 의미 또는 효과를 미적 차원에서 중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그런데 문학 자체의 독자성과 자율성에 대한 신념은 탈구조주의 시대에 들
서 여러 방면으로부터 도전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 문학의 자율성에 대한 강조가 오히려 문학의 본질적인 속성을 인식하기 위
해서보다는 문학을 신비화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가능해진다. 문학은 사회와 역
사적 현실로부터 단절된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더욱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
이다. 문학이라는 것이 사회적 제도와 이데올로기에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면, 문
학의 자율성에 대한 강조가 오히려 문학에 대한 하나의 보수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특히 문학연구에서 사회 구조, 계급,
양식 등의 문제를 함께 검토할 경우, 문학연구의 반역사주의적 허점들이 극복된다
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문학은 독자적인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
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의 독자성이나 자율성
에 대한 신념은 하나의 관념에 불과하다.
둘째, 독립된 객체로서 인정되어 온 문학적 텍스트의 범주가 사회적으로 크게 확
대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문학연구에서도 문학적 텍스트 자체에 대
한 관심만이 아니라 그 텍스트가 생산되고 수용되는 사회역사적 조건이 관심의 대
상이
獵? 다시 말하면, 문학연구가 텍스트 중심으로부터 ‘텍스트성’으로
의 관심의 확대를 보이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한정된 범주에 갇혀 있었던 문학적 텍
스트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현상은 문학연구의 영역이 자연스럽
게 문학과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인접 분야와 연관을 맺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문
학이 영화와 연결되어 논의되기도 하고, 텔레비전과 같은 새로운 매체가 문학 논의
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순수 정통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점차 느슨해지게 된
것도 이 같은 변화 속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처럼, ?
또는 문학비평이 그 영역을 확장하게 될 경우 가장 먼저 문제삼
게 되는 것은 문화적인 요소이다. 문화적 생산과 문화적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문학연구는 예술적 창조과정과 그 생산형태만이 아니라 언어와 제도와 양식과
이념의 문제를 모두 포괄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문학비
평의 영역을 문화연구로 확대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영국의 비평가 이스토프(Easthope, Antony)의 『문학연구에서 문화연구로』(Easth-
ope, 1991)라는 책은 문학연구 또는 문학비평이 전통적으로 인정해 온 문학이라는
것의 ?
訣┫?더 이상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언어적
텍스트에 한정되어 있던 문학연구의 틀을 문화라는 커다란 범주로 확대시키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는 모더니즘 시대 문학연구의 전반적인 경향에 대한 새로운 반성
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스토프의 책에서 문학이라
는 말 대신에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화’라는 말은 물론 새로운 개
념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이념과 사고를 지탱해 왔던 거대 담론이 그 위
기를 맞으면서 이념, 계급, 경제, 사회 등의 개념보다 더 중시
쳄徘?것이 문
화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체의 위기와 함께 등장한 타자성의 문제라든지
, 주체와 세계와의 관계 문제 등은 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야만 그 인식의 가능성이 드러난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인간
의 삶도 그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을 것이며, 문학도 그 텍스트의 포괄적인 성
질을 인식하기 어려울 것이다.
3. 문화연구와 문학비평
최근 문학비평의 영역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문화연구’(Cultural Studies)1)
는 문학비평이 고수해 온 전통적인 방법을 벗어
毬だ?새로운 방법론적
인 확대를 의미한다. 문화연구는 ‘문화학’이라는 말로 지칭되기도 하지만, 그 연
원은 그리 오래지 않다. 문화연구의 새로운 방법은 2차세계대전 이후 영문학연구에
서부터 배태된다. 전통적인 영문학연구가 작품 중심의 비평적 작업에서 벗어나 사
회 비평적인 성격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문학연구에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등
을 접목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난다. 넓은 의미에서 문화연구는 문학비
평과 이론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새로이 등장한 방법과 관점을 총체적으로 지칭
할 때 쓰이는 하나의
다. 문화연구는 아직도 그 방법과 실천에 있어서 이론
의 여지가 많지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므
로 문화연구는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고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문화를
민주적인 토론의 장으로 결집시키는 데에 의미를 둔다.
문화연구의 개념과 문학비평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라는
말의 의미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문화는 그 개념 자체가 매우 복합적이며 다양하
다. 문화의 개념 가운데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인간의 지적, 예술적 활동과 연결
된 보다 특수화?
과정을 의미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문화는 이러한 의미
만이 아니라, 인간의 전반적인 삶의 방식과 연관되는 일반적인 과정을 뜻하기도 한
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개념 사이에서 의미상의 수렴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
문학비평의 방법을 문화연구의 영역으로 확대시킨 윌리엄즈(Williams, Raymond)는
문학과 사회사상의 전통 속에서 문화라는 말이 지니는 새로운 의미(Williams, 1971
: 16-18)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윌리엄즈가 주목하고 있는 문화라는 말의 개
념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것은 한결같이 인간 사회의 반문화?
?직결되어
있다. 문화라는 말은 인간의 유기적인 생활방식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산업 혁
명과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그 개념의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 이
후 산업 사회의 분화와 인간의 삶의 파편화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문화의 새로운
의미가 강조된다. 윌리엄즈는 문화라는 것이 문명의 진보를 통해 획득한 생활양식
보다 우월한 생활양식을 표현하기 위해 인간이 성취한 모든 것들의 긍정적인 집합
체임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에 대한 개념을 보면, 분파된 사회와 유리
된 인간의 현실에 대한 교정수단?
綢퓽岵?개념이 중심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의 등장을 주목하게 된다면, 문학비평
이 현대 사회의 지적인 양심으로서 그 존재의미를 확대시키면서 문화연구라는 새로
운 방법을 가능하게 한 연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연구는 언어적 텍스트 중심의 문학작품연구에서 벗어나 그 대상과 영역을 사
회적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대중적인 문화현상도 문화연구
의 대상이 되었으며, 일상적인 사회문화적 요소들도 모두 문화연구의 대상에 포괄
하였다. 그러므로 문화연구?
?연구에 정치·사회·경제 등의 제반 문제가
서로 연관되는 이른바 커다란 학제적인 연구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문화연구는
그 영역의 제한이 없다. 문화라는 것 자체가 어떤 규정적인 속성을 지니 것이 아
니며, 우리가 소망하고 있는 대로 흘러가거나 예측하는 방향대로 생성되는 것도 아
니다. 문화연구에서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삶의 과정을 모두 문화
적인 관점으로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문화연구의 방법은 총체적이고도 통합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통합
적 방법이라는 것이 보편주의적 추상화를
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문화적
현상들과 물질적인 삶의 통일성을 감지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이 요구될 뿐이다.
문화연구는 그 통합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다양한 학문적 관심이 서로 연결될 수 있
는 학제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특정의 한두 가지 방법론에 의해 다양한 문화적 양
상과 그 실천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연구의 방법과 그 성격은 문화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확립하는 데에 크게 기여
한 영국의 홀(Hall, Stuart) 교수의 논문 “문화연구: 두 개의 패러다임”(Hall,
1980)에 잘 드러나 있다. 홀 교수는 문화연구의
인 성격을 문화주의(cutura-
lism)와 구조주의(structuralism)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문화연구에 있어서의 문화주의적 접근 태도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와 인본주의의
전통에 기초한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인간 주체가 그 자체를 위해서 의미를 산출
할 수 있으며, 사회제도를 정립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역사 속에서 개인과 집
단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인정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과정에서 어떤 문화적 현상 또
는 사건을 다시 읽고 다시 그 의미를 고구해 내는 실천적인 행위의 주체로서, 텍스
트에 대한 경험 주체로서의 독자를
다.
이와는 다르게, 문화연구에서의 구조주의적 시각은 문화 그 자체를 우선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재현된 텍스트 형식의 분석을 통해 문화에 접근한다. 문화적 의미
를 생산하는 형식과 구조가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구체적 현상이나 각
각의 역사적인 차이점들보다는 전체적인 특징과 유사점을 찾아 내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므로 구조주의적 관점에 설 경우,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결정론적이고 관념적인 규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문화연구의 두 가지 시각은
?대립적이거나 단절적인 것으로 인식
되기 쉽다. 하지만, 문화연구는 구조주의와 문화주의의 시각을 새롭게 결합시키거
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대중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와 해석 방법을 보면, 두 가지 경향의 구분 자체를 인정할 필
요가 없을 정도로 통합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연구의 방법은 다양하다. 문화연구에서 주로 적용하고 있는 구체적인 분석 방
법은 존슨(Johnson, Richard) 교수의 논문 “어째든 문화연구란 무엇인가”(Johnso-
n, 1986-87)에?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첫째는 생산이론의 방법과 관점이다. 여기서는 문학과 예술, 그리고 대중문화의
다양한 형식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관심을 집중한
다. 이 방법은 문화적 생산의 자본주의적 조건에 대한 규명이 중요하며, 문화상품
의 생산과정이 대중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중시한다. 문화적 생산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는 그 생산수단에 대한 통제나 생산과정의 변형 등이 야기하는 문제성을
드러내면서 미학과 정치학의 논의의 경계를 넘어서기도 한다. 그렇지만, 생산이론
에 의한 문화연구는
생산에 대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만 관심을 두고 생
산과정에 맞물리는 수용의 과정과 그 순환적 연결구조의 이중적인 속성을 별로 주
목하지 않는 한계를 지닌다. 그리고, 문화의 제반 문제를 생산 그 자체에만 국한시
켜 문화적 산물의 사회적 의미를 규명하고자 한다는 약점도 지니고 있다.
둘째는 텍스트로서 문화양식에 대한 접근법이다. 이 관점은 문화생산이론의 관점
과는 달리 문화적 산물 그 자체를 하나의 텍스트로 파악한다. 그리고, 텍스트 중심
의 문화 분석을 시도하기 위해 문화 텍스트에 대한 치밀한 분석적인 읽기 작업을
磯? 이러한 접근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텍스트의 개방성을 확보하고,
텍스트의 다양한 층위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법론은 언어학 또는
문학연구에서의 형식주의적 방법을 문화연구에 원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현상의 다양한 담론에 대한 분석, 구문형식의 분석, 언술행위와 교환의 형태적인
분석 등이 모두 이러한 방법에 기초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문화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담론과 서술행위가 그 연구의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이
러한 문화 텍스트 분석은 문화의 생산과정이나 그 수용?
, 문화와 사회조직의
문제 등 보다 커다란 범주의 문제들을 놓칠 위험이 적지 않다.
셋째는 문화적 체험에 대한 경험주의적 접근법이다. 이 방법은 문화적 산물, 또는
문화현상, 문화양식에 대한 개인적 체험을 중시한다. 이미 사람들에 향유되었던 문
화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경험주의적인 특성이 있다. 개인적인 체험이나 사적인 기
억에 의해 일상의 현실과 삶의 체험들을 일깨우고, 그 속에서 구체적인 문화적 현
상을 분석해 낸다. 이러한 접근법은 개인적인 삶의 내부에 숨겨진 집단적인 양식의
특징을 드러내 줄 수 있지만, 문화에 대한
旻섟?지나치게 단편적이며 사적
인 것에 함몰될 우려도 없지 않다.
문화연구는 이러한 방법론을 때로는 통합하고 때로는 적절히 조정하면서 그 영역
을 확대하고 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전통적인 학문적 경계와 원칙들이 문화연
구의 개방성과 실천성에 의해 도전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도전을
통해서 문화라는 개념이 지니고 있는 복합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제고
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문화연구는 대중문화 텍스트나 실천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인정?
? 영국을 중
심으로 이루어진 문화연구의 방법과는 그 기원을 달리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역사주의’(New Historicism)의 문학비평방법도 궁극적으로는
문화시학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주의적인 문화분석의 미학적 가능성을 인
정할 수 있다.
4. 한국문학비평과 사회문화적 조건
한국 현대문학비평의 방향을 문화연구라는 새로운 범주에서 검토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문학비평의 쟁점이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 방향을 바뀌었고,
문학 자체의 미학적 의미보다는 사회적 요건을 더욱
태도가 비평의 성
격을 좌우하여 왔던 것이다. 해방 직후 민족문학의 건설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놓고
이데올로기의 선택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된 바 있으며, 6·25전쟁을 거친 후
냉전의 상황 속에서 분단체제가 고정화되는 동안 이데올로기에 대한 철저한 배제가
강요되기도 한다. 이 같은 비평태도와 방법의 편향은 오늘의 평단에까지 지속적으
로 파급되고 있기 때문에, 비평이 그 기본적인 대상으로서의 작품과 작품 외적인
현실과 이념을 통합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
해방 직후부터 전후문
諭沮?한국문학의 기본적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 순
수론(권영민, 1989: 374)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정치적 이념의 분열이 이루어지는
동안, 정치와 이념으로부터 문학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에 의해 제
기된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상당한 세력을 확대되었고,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문학의
방법과 관점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논리가 되어 버렸다. 문학과 이데올로기를 전
혀 무관한 것처럼 단절시켜 버린 이 같은 태도는 결국 분단논리의 범주 ?
문
학의 자율성과 자족성에 만족하고자 하는 경향으로 고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 결
과 분단 이데올로기의 정체를 문학의 영역에서 문제삼는 일은 금기처럼 여겨졌고,
정치권력의 횡포를 조장해 온 분단상황의 구조적 모순은 당위성의 현실로 인정되
어야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론은 그 자체가 문학의 본질적인 의미영역을 구수하고, 문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그 순수 미적 가치를 절대개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분단논리하에 안주하면서 그 논리에 의해 구축되고 있는 정치 이데올로기를
암묵적으로 추종하는 또 ?
의 이데올로기로 확대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정치와의 무관을 강조하거나 이데올로기를 배격한다는 신념
자체가 다른 각도에서 볼 때 또 하나의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학적 순수론은 그 입장을 지지해 주는 형식주의 비평방법에 의해
그 영향력을 확대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
작한 형식주의 비평의 분석적 방법은 『문학의 이론』(르네 웰렉·오스틴 워렌)이
백철에 의해 번역 소개되면서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식주
의 비평의 실천적 모델이 된 미국의 신비평은 영문학자인 김용권의 이론 소개 작업
과 함께, 송욱의 『시학평전』, 김종길의 『시론』 등에 의해 이론적 해명이 가해
지고, 유종호의 『비순수의 선언』 등을 통해 한국문학에 폭넓게 적용된다. 국문학
연구에서는 1960년대 이후 신동욱의 『한국 현대문학론』, 김용직의 『한국문학의
비평적 성찰』 등이 신비평의 이론에 기초한 형식주의 비평을 문학작품의 분석과
해석에 적용하면서 여러 가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형식주의 비평은 작품 자체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문학연구의 출발?
목표라
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작품 자체만이 그 작품을 창조해 낸 작가와 그 작가의 삶,
그리고 작가의 사회적 환경에 대한 모든 관심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주
의 비평가들은 문학작품에 대한 연구에서 작가를 제거하고, 작품과 그 사회적인 연
관성을 단절시키며, 문학적 전통을 거부한다. 그 대신에 문학작품의 내재적 요소를
분석한다. 작품의 내적 구조의 원리에 입각하여 그 구성요소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
고, 작품 발전의 과정이나 단계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 경우에 작품이 내용과 형식
과 구조는 하나의 전체로 이해된
걋?전체적인 구조의 개념은 부분의 통일을
통해 확립되며, 부분의 다양성이 또한 문제시된다. 물론 여기서의 부분적 다양성과
그 통일은 작품 내적인 미학상의 원칙에 근거하여 판단되는 것이지만 철저하게 역
사적 현실과 단절된 상태에서 그 기준이 성립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형식주의 비평에서는 문학작품의 구조, 작품의 언어적 특질, 이미지, 상상력, 신
화들이 작품의 미적 가치를 형성하는 요소로 중요시된다. 그러므로 문학의 생산기
반이나 가치와는 별개의 문제로 취급되며, 작품의 수용기반이 되는 독자들의 요구
도 작품의 가치
관 없는 문학 외적인 요소로 취급될 뿐이다. 이 같은 접근은
문학작품의 독자적인 의미와 가치를 강조하는 데에 그 근본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
에, 삶의 현실에 대한 문학의 역할이나 기능을 순수 미적인 요건에 국한시켜 논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형식주의 비평에서는 모든 문학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비평가는 문학 외적인 정보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뿐
더러 문학 초월적인 어떤 이념이나 가치에 좌우되어서도 안 된다.
한국 현대문학비평에서 형식주의 비평은 수용은 분석적 방법의 실천성을 확보하고
문
질적 의미를 문학 내적 원리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문학작
품의 완결성과 자율성의 원칙은 순수론이 쟁점을 이루었던 한국 현대문학비평에 그
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순수론의 비평적 지향과 형식주의 비평방법의 만남은
문학의 의미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제한하는 반역사주의의 입장을 강화시켜 놓고 있
다. 문학의 미적인 본질개념에 집착한 나머지 삶의 조건과 역사적 현실로부터의 문
학의 도피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고, 문학의 연구에서 문학 외적인 사
회 현실과 이념의 문제를 배제함으로써 이른바 ‘존
오류’에 빠져든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민족 분단의 현실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제대로 구현하
지 못한 채, 분단의 현실에 안주하며 문학의 순수와 초월을 강조했던 점을 비판적
으로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한국 현대문학비평에서 형식주의 비평방법은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구
조주의 문학비평의 수용과 함께 더욱 논리적인 성격을 갖추게 된다. 형식주의 비평
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신비평이 주로 영문학자들에 의해 수용되었다고 한
다면, 구조주의 문학비평은 불문학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極П맙?적용
되고 있다. 김치수에 의해 『구조주의와 문학비평』으로 정리된 구조주의 문학비평
은 1960년대 말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진 이론 소개에 힘입어, 기호학, 러시아 형식
주의, 문학사회학 등의 새로운 비평이론을 끌어 내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 한국문학연구의 영역에서는 김열규의 『한국 민속과 문학연구』, 조동일의 『한
국 소설의 이론』, 이승훈의 『시론』 등이 구조주의 문학비평의 방법을 수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적이라고 하겠다.
구조주의 문학비평의 수용은 문학연구방법의 조직화 또는 과학화를 가능하게
傷鄂?계기가 되고 있다. 구조주의적 방법의 비역사적 성격이나 추상적 보편주의
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의 내재적 원리와 구조를 해명함으로써, 그
의미 해석의 객관성에
접근하고 있는 점은 방법론으로서의 구조주의가 갖고 있는 미덕이다. 실제로 한국
문학연구와 비평에서 구조주의적 방법은 서사양식에서의 신화소, 기능 단위, 모티
프, 테마 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 놓고 있다. 시의 경우에는 리듬의 분석과
낯설게 하기의 기법에 대한 인식 등이 새롭게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구조주의 문
학비평은 그 이론의 출
되는 언어학의 이론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점
에서 고도의 논리성을 필요로 한다. 구조주의 문학비평과 맥락을 같이하는 기호학
의 방법이 한국에서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하나의 시사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한국 현대문학비평은 구조주의 문학비평의 수용과 함께 방법론의 다양한 추구과정
에 돌입한다. 문학비평의 쟁점도 참여론의 확대를 계기로 점차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참여문학론은 1950년대 후반부터 비평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다. 전
후의 혼란한 현실 속에서 인간의 삶과 그 존재방식에 대한 회의와
문학의
주된 내용을 이루게 되었으며, 4·19를 겪으면서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 문
제가 문학인들의 새로운 의식을 일깨우게 된다. 그러나 문학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순수문학론이 이에 대응하게 되면서 문학의 본질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노정된다. 순수·참여라는 이분법은 문단의 분파를 초래하
면서 문학의 범주도 양분하게 되었고, 비평의 방향을 작품의 해석보다 가치판단에
만 매달리게 만드는 편향성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순수·참여론의 양분법적 대립의 논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이후의
비평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1970년대 벽두부터 재론되기 시작한 민족문학론은 문
학의 현실적 기능과 가치에만 매달렸던 참여론의 과격성과 문학의 본질적 의미만을
강조했던 순수론의 편협성을 극복하고 민족적 동질성의 회복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내세우게 된다. 민족의 당대적 현실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산업화 시대의 문학
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된 것이라든지, 민족개념의 역사적 현실의 구체성을
천명하기 위해 민중문학론이 제기된 것도 모두 이 시기 민족문학론의 포괄성을 말
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
?민중문학운동은 문학의 민주화를 궁극적
인 목표로 내세움으로써 기존의 문학적 장치의 제반요건에 충격을 가하고 있으나,
문학의 전문성에 대한 부정과 문학의 심미적 가치에 대한 무관심 등 논리적 과격
성에 빠져들면서, 민족문학론의 방향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그런데 순수·참여론에서 민족문학론, 민중문학론으로 이어지는 비평적 쟁점은 공
통적으로 문학의 사회적 역사적 가치문제에 집중된다. 문학비평의 방법 자체도 역
사주의적 방법 또는 문학사회학적 방법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백낙청의 『민
족문학과 세계문학』,
?『민중시대의 문학』 등이 문학을 삶의 현실 전체
와의 연관성 속에서 논의하면서 민족문학론을 내세우는 동안, 김윤식의 『한국 근
대문예비평사 연구』 등 사회학적 역사주의적 방법의 중요한 연구성과가 나오게 된
다. 문학과 문학 외적 현실의 상호 연관성을 중시하는 사회학적, 역사주의적 비평
은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번역 발간된 후 더욱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발생론적 구조주의 입장에서 문학과 사회의 상동구조를 규명한 루
시엥 골드만의 문학사회학이나 게오르그 루카치의 마르크시즘 미학이론은 ?
?
연구의 방향을 가치론의 차원으로 전환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현대문학비평에서 제기된 민족문학론이 문학사회학이나 마르크시즘 미학 등
의 사회학적 역사주의적 비평방법에 의해 그 논리를 정립하는 동안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등장한 것은 리얼리즘론이다. 민족문학론의 실천방법으로서의 리얼리즘은
그 방법과 가치가 1970년대의 시와 소설에서 거둔 문학적 성과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겪는 사회 갈등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분단상황에 대한 도전과 분단의식의 극복의?
置歐?위해서, 문학은 민족의
삶에 대한 총체적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리얼리즘의 정신을 필요로 하게 된다. 특
히 1970년대의 정치사회적 상황의 폐쇄성에 대응하는 정신적 가치와 행동적 의지가
모두 리얼리즘의 정신과 등가적인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리얼리즘 자
체가 민중적 이념성을 표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민족문학론의 전개과정에서 논의된 문학사회학의 방법, 가치론적 관점, 리
얼리즘의 정신 등은 몇 가지 특징적인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문학작품에서 그 내
재적 원리나 미적 요소보다 삶의 실상이나 사회적 현
시하는 소재주의적 태
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문학작품이 어떠한 내용을 통해 어떻게 사회현실에 영
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심 테마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문학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삶에 충실한 방향으로 문학의 실천을 유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에 특히 주목되는 것은 문학작품에 담겨
져 있는 사회적 사실의 인식을 위해 문학과 사회의 관계가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제적 조망을 가능하게 하게 위해 사회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문학은 문학의 고유 영
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폭넓은 사회현상으로 취급되
는 것이다.
이러한 비평방법은 작품에 대한 이해보다는 작품의 사회적 의미나 가치에 대한 판
단에 관심을 기울이며, 거기에 평자 자신의 주관적 세계관이나 개인적 신념을 내세
우는 대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학과 사회의 외적
연관성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그 내적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문학과 사회는 어
떤 의미에서 소재 내용의 관계만은 아니다. 그 사회적 내용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미학적으로 구체화되는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할
5. 문화의 시각을 위해
한국 현대문학비평은 해방 이후 서구 문학이론의 수용을 통하여 방법의 다양성을
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가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히 1980년대를 넘어서
면서 한국 사회가 직면해 있는 전환기적 국면은 문학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관점과
방법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방법과 관점의 전환은 궁극적으로
비평논리의 주체화와 그 사회문화적 확대 문제에 귀결된다. 비평논리의 주체화란
명제는 비평적 방법론의 독자성을 뜻하는 것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다. 비평논리의
주체화는 방법
을 모색한다거나 한국적인 비평방법의 모델을 확립하고자
하는 의욕과는 별도로, 비평의 대상인 문학에 대한 관점과 그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논리를 어떻게 주체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계되는 개념이다.
한국 현대문학은 우리 민족의 특수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그 같
은 조건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문제화하며, 거기에 주체적인 관점과 논리를 부여
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 민족이 현실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분단의 상황을 민족사
의 조건으로 인식하고 문제삼고 그 모순구조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할 경우, 분
복의 논리가 민족 주체에 의해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비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된다면, 비평방법론의 새로운 모색만이 아니라, 비평대상
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떠한 방법론이
더욱 효과적인가를 따지기 전에 문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주체적으로 인식하
고, 거기에 따라서 관점과 논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이 같은 비평적
태도의 확립이 비평적 논리의 주체화를 위한 근본적인 요건이 됨은 물론이다.
한국 현대문학비평의 논리적 주체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현대문학의
범주와 체계를 한정하고 있는 단절론을 청산하고, 비평적 관점의 배제론적 편협성
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비평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도 또한 필요하다. 비평의 전
문성은 물론 비평행위의 전문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과 논리의 전문성을
뜻하는 것이다. 문학이라는 복잡한 사회적 산물을 하나의 전체적인 논리 속에 질
서화하는 비평의 방법은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인식의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말하자면 비평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자기 논리를 지켜
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수 ?
甄? 비평의 방법은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그
시각과 논리의 주체화를 통해야만, 문학현상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방법론에만 집착할 경우 문학현상에 대한 주체적인 이해의 부족을 드러낼
위험이 있으며, 방법의 비논리에 빠질 경우 문학현상의 해석과 평가 자체를 망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 현대문학비평이 자리해야 할 곳은 한국인의 역사적 삶 속에서 생성된 문화의
한복판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언제나 한 시대의 살아 있는 정신으로 기록된다. 그
정신의 자체내의 척도가 비평이라면, 문학비평은 현실 사회
생성되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
에서 본다면, 한국의 현대 비평은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문화의 전체적인 맥락 속
에서 문학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통합적 기도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바로 그 가능
성을 우리는 문학비평의 문화연구로의 확대를 통해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문학비평이 문화연구로 그 관심을 확대하는 것은 민주화 시대 이후에 놀
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영역을 비평적 관심사로 대상화하는 일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한국의 현대문학에
소설과 순수소설의 구분은 이제 더 이
상 의미를 지닐 수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일상적인 삶 자체가 대
중문화의 영역으로 상당 부분 흡수되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문
학비평은 문학의 순수성과 대중성의 구분보다는 전체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적 텍스트의 의미와 그 문화적 실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결국 문화연구
로서의 비평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길이라고 할 것이다.
문학비평의 본질과 그 의미는 문학에 대한 어떤 요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평이
직접적으로 문학에 대해 요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념에의 추종이 아
니라, 실제적인 자아가 현실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문화적 실천의 전략을 제시
하는 것뿐이다. 좁은 의미에서 문학비평은 예술적 체험에 의해 이루어진 작품을 지
적 표현으로 바꾸어 놓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문화적 생산으로서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존재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속성을 밝
혀 줄 수 있어야만 한다.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평가 자신의 전망이 진실하게 표현
될 수 있을 때에 문학비평은 그 제한된 담론의 영역을 넘어서서 새로운 지적 수용
컥?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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