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진은 왜 어떻게 발생하나
지난 1988년 12월 7일 소련 남부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여 수
만명이 사망했다. 이 지진은 1976년 중국 당산에서 일어나 약 65만명의 인명을 앗아
간 지진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를 가져온 지진이었다. 이처럼 지진은 우리가 경험하
는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급격한 지각변동을 수반,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
온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진대에 속하지 않으므로, 지진현
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적다. 아르메니아 대참사를 계기로 지진의 정체를 살펴
보자.
20세기 초 지진계가 발명되어 전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진앙을 정확히
밝힐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지진은 띠모양의 특정한 지역을 따라 많이 발생한다
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전 지구 표면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은 없지만 특히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지진대라고 부른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지진대로는
남미와 북미의 서해안을 따라 알래스카 캄차카 일본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로
연결되는 환태평양 지진대를 들 수 있다. 이외의 주요한 지진대는 대서양의 중앙지
역을 따라오다가 다른 대양으로 갈라지며 길다랗게 이어지는 중앙해령 지진대이다.
지진이 발생하는 지점을 진원이라고 부르며 진원의 수직 상방 지표면의 지점이
진앙이 된다. 지진은 지표에서 대략 700km의 깊이까지 발생하는데 진원의 깊이가
70km이하인 지진을 천발지진이라고 부른다. 3백km이상이면 심발지진이 된다. 지진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천발지진의 경우, 전 세계에서 방출되는 지진에너지의 75%
전도가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방출되고 약 23%정도가 그 외의 지역에서 방출된다. 심
발지진의 경우에는 거의 전부가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방출된다.
천발지진의 발생은 탄성반발설로 설명한다. 가령 나무막대의 양끝에 반대방향의
힘을 작용하면 중간구분이 굽어지다가 변형의 한계에 이르면 막대가 부러진다. 이
때 부러진 부분이 격렬하게 진동한다. 지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각에 서로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면 중간부분이 변형되다가 결국은 깨어지고 만다. 이 때 국지적
으로 모여있던 탄성에너지가 순간적으로 파동에너지로 바뀌며 진동이 사방으로 전
파해나간다. 이 현상이 바로 지진이다. 이와 같이 지각이 깨어진 면을 단층이라 부르
며 따라서 지진의 발생은 대부분 단층운동을 수반하게 된다. 또 지진의 발생은 지각
이 끊임없이 큰 힘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층은 지각의 다른 부분에 비하여 훨
씬 약하므로 쉽사리 깨어진다. 그래서 지진이 발생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표면의 지진의 전부가 단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각에 지진을 발생시키는 커다란 힘이 존재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왜
지진들이 지구표면에서 고르게 발생하지 않고 특정한 지진대에서만 많이 발생하는
가? 이러한 문제들이 오랫동안 지진학의 기본적인 의문으로 남아왔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제창되어 발전된 판구조론은 이러한 문제에 퍽 간단한 해답을 제공하였
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지구의 표면에서 대략 1백km의 깊이까지가 그 아래의 맨틀
에 비하여 비교적 더 단단한 암권(lithosphere)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암권은 대략
12개의 판(plate)으로 구성된다. 이 판들은 그 아래의 맨틀 위를 마치 물 위에 뜬 빙
산처럼 서로 독립적으로 미끌어져 다닌다. 이 암권 하부부터 대략 1백-3백km의 범위
에 걸치는 상부맨틀을 약권(asthenosphere)이라 부르는데 이 약권을 이루는 암석들은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녹아있는 상태잉다. 이 약권내에서는 유체처
럼 물질의 대류현상이 가능하다고 믿어지고 있다. 약권은 그 위의 암권이나 밑늬 맨
틀층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약한 부분이다.
약권에서 대류가 이러나면 판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판들의 경계에서 암석층이
깨어지며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판구조론의 이론이다. 따라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
는 지진대가 판들의 경계가 된다. 판과 지진대를 겹쳐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판들간의 상대운동은 서로 멀어지는 경우, 충돌하는 경우, 엇갈리는 경우로 구분된
다.
1988년 아르메니아 지진은 오스트레일리아-인도판이 유라시아판과 1년에 약 3cm
의 속도로 서로 충돌할 때 생기는 힘에 의하여 지각이 깨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이 대략 5.5cm/년의 속도로
서로 엇갈릴 때 지각이 깨어지면 생긴 것이다.
판은 약권의 물질이 중앙해령에서 지표로 분출되어 만들어지며 다시 주로 태평
양연안에 위치한 해구에서 맨틀속으로 비스듬히 내려간다. 그러다가 대략 7백km의
깊이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하여 딱딱한 물성을 잃어비리고 맨틀에 동화된다.
진원의 깊이가 지표에서 대략 7백km의 깊이에 걸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해구를 제외한 지표면의 전 지역에서는 대체로 천발지진이 발생하며 해구에서는
대륙쪽으로 비스듬히 경사진 면을 따라서 천발지진에서 심발지진까지 발생한다.
2. 지진의 진도와 규모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진도(intensity)와 규모(magnetude)가 사용된다.
현재 국내 신문에서는 외국에서 발생한 지진을 보도할 때 이 진도와 규모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강도 등의 용어를 사용,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규모는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방출되는 파동에너지와 연관되는 양이다. 즉 지진
의 진앙, 진원깊이, 발생시각 등과 같이 특정지진에 대하여 일정한 값으로 정해지는
양이다. 보통 우리가 지진을 이야기할 때 진앙, 진원깊이, 발생시각 및 규모를 같이
정해준다. 규모는 1936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지진학교수였던 리히터(Richter)
에 의하여 최초로 제안되었다. 보통 우리가 신문에서 보는 리히터강도는 바로 리히
터 규모를 말한다. 지진의 에너지와 규모와의 사이에는 대략 다음의 관계가 성립된
다.
Log E = 12.24 + 1.44 M
여기서 E는 erg단위의 에너지이고 M은 규모를 표시한다. 따라서 규모의 단위가
1 증가할 때 에너지는 25-30배 증가한다. 전세게적으로 지진의 규모가 증가할수록
그 발생빈도는 감소하며 그 통계는 다음과 같다.
규모 8 7-7.9 6-6.9 5-5.9 4-4.9 3-3.9 2-2.9
연간발생횟수 1 18 120 800 6200 49000 300000
규모가 5를 넘으면 건물이 파괴되며 3이 넘으면 대체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참고로 1976년 중국의 당신지진의 규모는 7.6이었으며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의
규모는 8.25였다.
이에 비해 진도는 지진에 의한 효과 즉 건물이나 지형등에 끼치는 영향을 기준
으로 지진의 크기를 구분한 척도이다. 따라서 같은 지진에 대하여도 진앙지 부근에
서는 큰 값을 갖고 먼 곳에서는 작은 값을 갖게 된다. 또 규모는 지진계의 기록을
엄밀하게 분석하여 결정함에 비하여 진도는 진도계급을 보고 누구나 정할 수 있다.
진도의 종류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쓰이는 수정머켈리(MM진도)와 일본에서 쓰이
는 일본기상청진도(JMA진도) 등이 있다.
수정머캘리진도는 12계급으로 되어있고 일본기상청진도는 8계급으로 되어있다.
지진의 규모와 그 최대진도의 관계는 이론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통계적인 방법으
로 정한다.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결정된 관계식은 다음과
같다.
M = 1 + 2/3 I (M은 규모, I는 최대진도)
* 수정머캘리(MM) 진도계급
- ( )은 지표면의 가속도. g = 9.8m/s^2. 지진에 의해 지표면이 흔들리는 정도
Ⅰ 특수한 조건에 있는 극소수의 사람만 느낀다.
Ⅱ 건물윗층에 정지해있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느껴진다.
허약한 물건이 흔들린다.
Ⅲ 집안에서 특히 건물 윗층에서 뚜렷하게 느껴지나 많은 사람들은 지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정지한 차가 조금 흔들리며 트럭이 지나가는듯한 진동이
있다. 지속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Ⅳ 낮에 집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느껴지나 집밖에서는 소수의 사람에게
만 느껴진다. 밤에는 잠을 깨는 사람도 있다. 접시나 유리창 문들이 흔들리
며 벽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무거운 트럭이 건물과 충돌하는 느낌이
들며 정지한 자동차가 눈에 띄게 흔들린다. (0.015-0.02g)
Ⅴ 거의 모든 사람에게 느껴지며 많은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이 잠을 깬다. 접
시나 유리창이 깨어지기도 하며 석회에 금이 가고 불안정한 물체가 넘어진
다. 나무나 장대 등 긴 물체가 흔들리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추시계가
정지하기도 한다. (0.03-0.06g)
Ⅵ 모든 사람들에게 느껴지고 놀라서 집밖으로 달려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무
거운 가구가 움직이고 석회가 떨어지며 굴뚝이 파손되는 경우도 있다. 가벼
운 피해가 일어난다. (0.06-0.07g)
Ⅶ 모든 사람들이 집밖으로 달려나간다. 설계와 공사가 잘 된 건물의 피해는
무시할 수 있으나 보통 건물은 잘 지었더라도 가볍거나 중간정도의 피해가
생긴다. 설계가 잘못 되었거나 부실하게 지은 건물은 상당한 피해를 본다.
굴뚝들이 넘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운전중의 사람에게도 느껴진다.
(0.1-0.15g)
Ⅷ 특수하게 설계된 건물에 대한 피해는 가벼우나 보통 건물은 견실하게 지었
더라도 부분적으로 무너지는 상당한 피해를 보고 부실하게 지은 건물은 큰
피해를 받는다. 판벽널이 틀로부터 튀어나오며, 굴뚝, 공장에 쌓아놓은 상
품, 기둥, 기념비, 벽 등이 무너진다. 무거운 가구가 넘어진다. 모래와 진흙
이 조금 분출되며 샘물이 변한다. 차를 모는 사람이 흔들린다. (0.25-0.3g)
Ⅸ 특수하게 설계된 건물에도 상당한 피해가 생기며 설계가 잘 된 건물도 기
운다. 견고한 건물이 부분적으로 무너지며 피해가 커진다. 건물이 기초로부
터 벗어난다. 지표면이 눈에 띄게 갈라지며 지하의 파이프가 부러진다
(0.5-0.55g)
Ⅹ 잘 지은 목조건물이 파괴되는 경우가 생긴다. 대부분의 석조 및 구조건물들
이 기초부터 파괴된다. 지표면이 심하게 갈라지며 철로가 휜다. 강뚝이나
경사가 급한 비탈에서 적지않은 사태가 발생한다. 모래와 진흙이 이동하며
강물이 뚝을 넘어 쏟아진다. (0.6g 이상)
? 서 있는 건물이 거의 없으며 있다해도 석조건물 뿐이다. 다리과 파괴되고
지표면에 넓은 금이 가며 지하파이프들의 사용이 전혀 불가능해진다. 흙이
무너지고 부드러운 땅에서 사태가 난다. 철로가 심하게 휜다.
? 전체적으로 피해가 발생한다. 지표면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측량선이나 수준
면이 변한다. 물건들이 공중으로 튀겨나간다.
3. 한국의 지진
20세기에 들어와서 한반도에서는 2회의 파괴적인 지진이 발생햇다. 1936년 7월
4일의 지리산 쌍계사 지진과 1978년 10월 7일의 홍성지진이다. 이 지진들의 규모는
대략 5.2정도이며 홍성지진에 의한 재산피해는 당시 화폐가치로 약 4억원으로 측정
되었다.
1905년 인천에 최초로 지진계가 설치되었으며 그 이전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
진들은 삼국사기 고려사 이조실록 등의 사료에 기록되어 있다. 서기 1세기부터 1982
년까지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대략 2천3백80여회의 지진발생기록이 있다. 여기서 주
목할만한 현상은 15-18세기의 매우 높은 지진활동이다. 이 기간중에 한반도에서 방
출된 총 지진에너지의 태반이 방출되었다. 이처럼 시기적으로 집중된 지진활동은 외
국의 지진학교과서에고 서술돼있다. 지진에 의한 국내 최대의 인명피해는 779년에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하여 일어났다. 당시 기록에는 집들이 무너져 1백여명이
사망했다고 쓰여있다.
한반도의 지진은 역사적 자료에 의한 역사지진과 지진계설치이후의 계기지진으
로 대별할 수 있다. 또 지역적으로 조사해보면 대체로 한반도 남서부의 지진활동이
북동부에 비하여 높다. 지진들이 단층이나 큰 규모의 지질구조가 서로 다른 경계에
서 주로 발생했음을 말해준다. 남서부는 단층이 널리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단층에 지진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특히 지진들이 발생하는 단층을 활성
단층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많은 활성단층들이 있다.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15-18세기의 격랑기를 지난 후 현재는 주춤한 상태에 있다.
앞으로 다시 지진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정확한 시기를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4. 정리 - 대지진의 아이러니
지진재해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일기예보처럼 큰 지진의 발생으로 정확
히 예보하는 것이다. 연재 지구물리학자의 노력에 의하여 지진예보는 성공하는 경우
가 많다. 1975년 중국 동북부 잉코우 지역에서의 지진예보는 완전한 성공이었으며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하기 24시간 전에 주민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
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진예보를 위한 만족스러운 이론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지각이 조금씩 깨어지면서 부피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다이래턴시(dilatancy)라고 부른다. 이 때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
면서 지면이 부풀어 오르는 일도 일어난다. 동시에 지진파에서 P파의 속도가 감소하
며 또 지각의 전기저항의 값도 떨어진다. 아울러 지구내부에서 지표로 방출되는 불
활성기체인 라돈의 양도 증가한다.
따라서 지진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이러한 물리화학적 변화를 정밀하게 점검
하면 큰 규모의 지진을 예보할 수 있다는 것이 다이랴이턴시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아직 모든 지진에 적용될 수는 없다.
지진은 지각 및 맨틀에서 일어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의 표현이며 따라서 우리에
게 매우 위험한 재난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지진을 연구함으로써 지구 내부의 구조
와 동력학적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내부구조에 관
한 지식의 거의 전부가 지진학의 연구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판구조론도 지진학의
뒷받침없이는 하나의 가공적인 이론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었다.
큰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인류는 실로 어려운 재난을 겪는다. 하지만 그
반면에 우리는 지구내부의 구조와 거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하여 더욱 많은 것
을 알게 된다. 이것은 참으로 이상한 이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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