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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神曲)

by Casey,Riley 202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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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神曲)

이탈리아의 시인 A.단테가 쓴 장편 서사시로 사후의
세계를 중심으로 한 단테의 여행담이다.

단테 지음

신곡(神曲)
단테 지음
▣ 저자 단테(Alighie ri Dante , 1265~132 1)
단테 알리기에리는 1265년 5월 하순경 피렌체에서 출생했다고 전해진다. 이탈리아가 낳은 최대의 시
인이며,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더불어 세계 4대 시성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단테는 당시 철학
자요, 교훈적 시인인 브루네포 라티니에게 수사학과 정치학을 배웠다. 그는 라틴어 이외에도 프랑스어
와 프로방스어에도 정통했으며 가무음곡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이 모두를 대부분 독학으로 습득했다.
그는 20대 말과 30대 초에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35세에 피렌체의 국무장관 격에 선발된다. 그
다음 해에 피렌체의 대사로서 로마 교황청에 파견되는데, 그가 없는 동안 흑파가 정권을 장악하자 단
테는 추방되어 20년간 귀국하지 못한다. 이 쓰라린 시기에 씌어진 것이 『신곡(新曲)』이다. 그는 1321
년에 『신곡』의 「천국편」을 완성하고 영주의 위촉으로 베네치아에 사절로 갔다가 돌아오는 도중
병으로 5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 S ho rt S umma ry
죽음 이후의 세계를 넘나드는 일종의 환상 여행기라고 할 수 있는 『신곡』은 단테가 피렌체를 떠나
유랑생활을 하던 1304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지옥편」은 1304~08년에, 「연옥편」은 1308~13년에,
「천국편」은 생애 최후 7년간에 걸쳐 완결 지은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세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으
며 각 편이 각각 3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지옥편」에 전체 서곡이 있어서 34곡으로 총 100
곡의 시로 되어 있다. 원제는 단순히 『희곡(Comedia)』이었으나, 후년에 와서 신성한(Divina)'이란 형
용사가 덧붙여졌다. 희극이라 붙인 것은 비참한 인상을 주는 「지옥편」을 제외한 나머지 「연옥편」
「천국편」이 경쾌하고 즐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제는 사후의 세계를 중심으로 한 단테의 여행담이다. 단테가 33세 되던 성 금요일 전날 밤
길을 잃고, 어두운 숲 속을 헤매며 번민의 하룻밤을 보낸 뒤, 빛이 비치는 언덕 위로 가려 했으나 세
마리의 야수(표범, 사자, 늑대)가 길을 가로막아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때 생전에 죄를 범한 망자들
사이에서 라틴의 시인 베르질리우스가 나타나 그를 구해주고 길을 인도한다. 그는 단테를 지옥 다음
인 연옥의 산으로 안내하고는 산꼭대기에서 단테와 작별하고, 베아트리체(은혜를 베푸는 여자)에게 그
의 앞길을 맡긴다. 베아트리체에게 인도된 단테는 지고천(至高天, 천당)까지 이르게 되며, 다시 성 베
르나르도란 3번째 안내자의 인도를 받게 되는데, 그곳에서 한순간 신의 모습을 우러러보게 된다.

▣ 차례
지옥편(地獄篇)
연옥편(煉獄篇)
천국편(天國篇)

- 2 -

신곡(神曲)

신곡(神曲)
단테 지음
지옥편(地獄篇)
단테가 인생의 무상을 체험하면서 어둠 속을 헤매게 된 것은 중년의 고갯길에 접어든 35세 때의 일이
다. 1300년 4월 8일, 봄을 알리는 춘분이 가까워 오는, 부활절의 기쁨을 사흘 앞둔 성 금요일 저녁 무
렵, 단테는 그가 어느덧 인생의 가시밭길 중턱에 서게 되었음을 새삼 느끼면서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
났다. 공포로 가득 찬 계곡의 끝에 이른 단테의 눈앞에 신의 인도를 알리는 푯말이 태양빛에 빛나면
서 나타났다.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은 단테가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홀연 사치와 육욕을 상징한 한
마리의 표범과 권력과 야망을 상징하는 굶주린 사자, 그리고 늑대 한 마리가 탐욕스런 욕망의 숨길로
그를 노리고 있었다. 그는 진퇴양난의 위기에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어렴풋이 정신을 되찾은 그 앞에 전에는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이 아닌 베르질리우스 시인이 환상
처럼 나타났다. 단테는 눈물을 흘리며 짐승들로부터 구해줄 것을 애걸했다. 내가 저 짐승들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을 인도할 터이니 나를 따르라. 그대는 지옥에서 절망의 외침을 듣게 될 것이고, 또한 연옥
의 불꽃 속에서는 천국에 오르기 위하여 속죄하는 무리를 보게 될 것이다. 그 다음 그대가 축복받은
영혼이 있는 천국으로 더 오르고자 한다면 그곳에서 나보다 더 훌륭한 영혼인 베아트리체가 그대를
맞이할 것이다. 말을 마친 베르질리우스는 자신이 어떻게 단테에게 보내졌는가를 설명했다.
나는 하느님을 모르던 시대에 살았으므로 천국도 지옥도 아닌 림보(지성소)에 있었다. 그때 하느님의
은총으로 빛나던 여인 베아트리체가 나에게 친한 벗이며 불행했던 단테를 구원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
다. 너는 축복받은 세 성녀(성모 마리아, 루치아, 베아트리체)의 보살핌이 있으니 두려움에 떨지 말고
용기를 내어 나를 따르라.
지옥문을 들어서자마자,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숨과 울부짖음 그리고 뼛속을 갈라놓는 통곡 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단테는 빠져나갈 수 없는 공포로 머리를 움켜쥔 채 울부짖었다. 수치도 명예도 없
이 일생을 살아온 가엾은 영혼들과 타락한 천사들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때 장례식의 행렬이 그들 앞
을 지나갔다. 그들은 신의 가르침을 배반하여 지옥으로 가는 자들이었는데 알몸 그대로 벌떼들에게
쫓기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덧 죽음의 세계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큰 강, 슬픔과 근심의 강으로 불리는 아케론 강
가로 나왔다. 베르질리우스는 아케론 강의 뱃사공 카론에게 단테는 살아있는 영혼이지만 하느님의 뜻
에 따라 여기를 통과하고자 하니 노를 저으라고 타일렀다. 그가 노를 젓자 수많은 죽음의 무리들이
따라오며 저주스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벌거벗고 지친 무리들은 하느님의 뜻과 그들의 어버이,
또 온 인류와 그들이 태어났던 장소와 시간까지 저주하고 있었다. 스승 베르질리우스가 말했다.
저걸 보게, 하느님을 배반하여 그분의 노여움 속에 죽음을 맞이한 자들은 이미 구원의 희망이 없음을
알고 차라리 빨리 지옥으로 가서 형벌이나 받고 말자고 아예 단념한 자들이라네. 죄 없는 영혼은 이
곳을 건널 일이 절대로 없지.

- 3 -

신곡(神曲)

단테가 아케론 강을 건너자 스승은 무명세계(無明世界)로 인도했다. 이곳은 림보라네. 여기에 있는 자
들은 죄를 짓지 않았지만 그대가 믿고 있는 신앙이 없어서 세례를 받지 못한 경우이지. 비록 세상에
서 훌륭하게 살았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았기에 천국에 가서 하느님을 대면할 수 없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멸망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네. 그러나 전능하신 구세주가 임하는 것을 고대하면서 기도한 아담
과 아벨, 노아, 모세, 아브라함, 다윗, 이스마엘 그리고 그 후손들과 라헬 등 수많은 영혼들은 구원을
받았다네.
좀더 깊숙이 들어가자 어둠을 쫓는 한줄기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은 그리스도교는 알지 못했지만 지
혜에 뛰어났던 학자와 시인들의 빛이었다. 학문의 성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아름다운 강물이 흐르고
그 주위에는 호메로스와 로라티우스등 위대한 학자들이 거닐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베르질리우스는
다시 단테를 인도하여 공기마저 부들부들 떠는 한 점 빛도 없는 곳으로 향했다.
단테가 도착한 곳에는 울부짖는 고통스런 비명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정문에는 크레타 섬의 왕이었던
미노스가 무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버티고 서서 들어오는 자의 죄를 심판하여 지옥의 자리를 지정해
주고 있었다. 단테는 이들이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을 저버리고 사음(邪淫)을 일삼은 자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승은 그들 가운데, 앗시리아의 여왕 세미라미스, 남편 시케이오스의 시체 위에서 육욕을 불
태웠던 디도,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와 헬레네, 또 그녀 때문에 오랜 싸움을 하여 몸을 망친 아킬레스
등을 일러주었다. 단테는 이들이 마치 슬픈 노래를 부르며 기다란 선을 하늘에 그리고 날아가는 학들
처럼 슬피 울면서 폭풍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위로할 만한 털끝 같은 희망도 그들에게는
없음을 느꼈다.
그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도착한 곳에서는 처음부터 변함없이 비가 퍼붓고 있었다. 그 저주스런 비
속에는 큰 우박덩어리가 섞여 있었으며, 더러운 물과 암흑의 대기에서 쏟아지는 눈이 휘몰아쳐 그것
들이 퍼부어지는 바닥은 악취로 가득했다. 꼬리가 뱀 같은 모양을 한 개 모양의 옥 문지기 첼베로스
는 망령들이 지상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파수를 보고 있었다.
천사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는 최후의 심판 그날까지 저들은 일어서지 못하고 고통 속에 쓰러져 있
게 되지. 그러나 그날에는 누구나 자신의 슬픈 무덤을 다시 찾아 자신의 육체와 몰골을 되찾고 영원
한 심판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일세. 라고 베르질리우스는 말하면서, 망령들과 비가 뒤섞여 질퍽거리는
더러운 늪을 천천히 헤쳐 나갔다.
단테는 핏물이 끓어오르는 강 속에서 눈썹 언저리까지 잠겨 있는 자들을 보았다. 그들은 제 마음대로
사람들의 피를 흘리게 하고 재산을 약탈하였던 폭군들로, 알렉산더 대왕과 시칠리아섬의 폭군 디오니
시우스, 아솔리노 등이었다. 조금 더 나가자 시뻘건 핏물에 목만 내밀고 있는 자들이 있었고, 그 다음
에 보이는 자들은 가슴까지 내놓고 있었다. 이처럼 피의 강은 점점 얕아져 발목만을 뜨겁게 할 정도
에 이르렀다. 안내자인 네소스에 따르면 이쪽에서 점점 얕아졌던 피의 강물은 다시 저편에서 깊어지
기 시작하여 폭군들이 비탄하는 심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단테는 이처럼 펼쳐
지는 신의 앙갚음을 바라보고 신의 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깨달으면서 몸서리쳤다.
즉, 신을 모독한 무리는 경멸스런 눈을 하늘로 치켜뜨고 벌렁 나자빠져 누워 있었으며, 신과 인간에게
포악했던 고리대금업자들은 웅크려 앉아 있었다. 그리고 정욕에 사로잡혀 혼음과 동성애에 빠졌던 자
들은 방랑자가 되어 줄곧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모랫벌이 부풀어오르도록 불덩이가 떨어져

- 4 -

신곡(神曲)

내리는 속에 있었다. 그 불의 빗줄기는 마치 바람이 없는 날 내리는 알프스의 눈처럼 끊임없이 불꽃
송이를 퍼부었다.
단테는 베르질리우스를 따라 말없이 걸어갔다. 그들은 숲 속에서 냇물이 흘러내리는 곳에 이르게 되
었다. 그 냇물은 자살자의 숲을 지나 이곳으로 흘러내려 왔으며 온통 핏빛에 물들어 있었다. 지옥문을
들어온 이후 이 시냇물처럼 진기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베르질리우스는 이 냇물은 모든 불꽃들을
집어삼켜 꺼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테는 이 강물이 세상에서부터 연결된 것이라면 어찌하여 이
숲 언저리에서 나타난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대는 여기가 동굴인 것으로 아는 모양이지만 지옥은 둥근 것일세.

그렇다면 당신이 말씀하신 플

레게톤 강과 망각의 강이라고 불리는 레테 강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은 플레게톤 강이 눈물의 비로
되었다고 하셨지만 레테 강에 대해서는 말씀조차 없으셨기에 하는 말입니다.

레테 강은 이 웅덩이

밖에서 보게 될 것일세. 그곳은 죄를 뉘우친 자들이 죄 사함을 받는 날 그 영혼들이 몸을 씻으러 가
는 심연이라네. 라고 대답하면서 베르질리우스는 서둘러 앞서 나갔다.
단테는 플레게톤 강물이 끓는 소리를 내며 절벽을 밑으로 떨어져 폭포수를 만들어 내는 장관이 펼쳐
지는 곳으로 인도되었다. 베르질리우스는 단테와 함께 뱀의 몸체에 사람의 얼굴을 한 괴물 게리온의
등에 탔다. 이제 움직여라, 게리온! 네가 등에 태운 고귀하신 분을 생각하여 천천히 내려가도록 하
라.
게리온은 마치 뱀장어처럼 몸을 꿈틀거리면서 움직였다. 게리온의 등에서 내린 곳은 알의 주머니라
고 불리는 곳이었다. 단테는 채찍을 맞으면서 다가오는 사내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의 몸을 후
작에 바친 자였다. 또한 조금 떨어진 구덩이에서는 아첨하는 습관 때문에 오물로 범벅이 된 채 신음
하는 자를 만났다. 그때 베르질리우스가 말했다. 저기 머리칼을 헝클어뜨린 더러운 얼굴의 여인을 보
아라. 똥 묻은 손톱으로 몸을 긁적거리다 몸뚱이를 비틀며 갑자기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저 계집이
바로 창녀 타이스라네. 자, 이제 눈요기는 그만 함세.
베르질리우스가 단테를 채근하여 그곳을 빠져나온 시간은 성 토요일 아침 6시경이었다. 그들은 제3의
구덩이에 도착했는데 그곳은 성직이나 성물을 매매하거나 모독한 자들이 벌 받는 곳이었다. 단테는
가장자리와 바닥에 모두 똑같은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구멍은 살아 있는 돌덩이
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구멍 사이에는 죄지은 영혼의 발이나 정강이, 때로는 넓적다리가 솟아나
있었고 다른 부분은 그 속에 있는 것이었다. 그들 모두의 발바닥에는 불이 붙어 있었기에 삐져나온
사지가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기름 덩어리에 불이 붙으면 불길이 그 표면을 에워싸고 펄럭거리며 치
오르듯 발뒤꿈치에서 정강이로 불길이 번지는 모습이 그러했다. 단테는 울부짖으며 요동치는 자에게
다가가 그가 누구인가 물었다. 나는 법왕이었노라. 우리 가문의 번영을 위하여 재물을 모았으니, 여기
내가 처박았던 모습과도 같도다. 내 머리 밑에는 나보다 앞서서 성직을 모독한 법왕들이 바위 틈 사
이에 숨어 있노라.
단테는 어리석은 것일지도 모를 이야기를 그에게 내뱉었다. 자, 우리 주님께서 사도 베드로에게 천국
의 열쇠를 맡기실 때 과연 그 대가로 보물을 요구하셨던가를 말해 보시오. 오직 나를 따르라라는 말
이외에는 요구하신 것이 없었소. 그대는 마땅히 벌 받고 있어야 마땅하리로다. 그대들의 탐욕이 선인

- 5 -

신곡(神曲)

들을 짓밟고 악인의 영화를 누리는 슬픈 세상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단테는 탄식의 눈물로 멱을 감고 있는 처절한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 와 있었다. 그는 이 둥
근 골짜기를 묵묵히 눈물을 흘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기도의 행렬이
지나가는 것과 비슷했다. 그들의 기괴한 형상은 가슴을 섬뜩하게 했다. 그들은 모두 턱에서부터 앞가
슴까지 마치 비틀어 꼬아 놓은 듯하여 얼굴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 앞을 바라볼 수 없었다. 중풍에 걸
리거나 전신이 마비되면서 목이 뒤틀린 환자들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이처럼 이상하게 생긴 모습은
상상하기가 어려운 형상이었다. 그들의 눈에서 쏟아진 눈물이 앞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
게 비틀린 몸뚱아리 때문에 등줄기를 타고 엉덩이를 적시는 참상을 보면서 그 처절한 모습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베르질리우스가 다가와 꾸짖으며 말했다. 신의 심판에 대해 동정을 느끼는
것은 큰 불경일세. 저 점쟁이들은 너무나 앞일을 내다보고 싶어했기에 이제는 뒤를 돌아보며, 뒷걸음
질을 칠 수밖에 없게 된 셈이지.
그 가운데는 교미하고 있는 두 마리의 뱀을 회초리로 후려친 대가로 여성으로 둔갑하였다가 7년 후에
남성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두 마리의 뱀을 또다시 지팡이로 후려쳐야 했던 테베의 점쟁이 테레지아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점쟁이들이 행렬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당도한 구덩이에는 위선자들의 영혼이 가득했다. 그들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느릿느릿 걷고 있
었는데, 마치 한여름의 긴긴 하루 해를 힘겹게 넘기듯 피로하고 지친 모습이었다. 이 위선자들의 영혼
은 눈 위까지 드리워져 외투 목에 달려 있는 모자를 눌러 쓰고, 소매 없는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그
망토는 프레드릭 2세가 반역 죄인들에게 입히던 납으로 된 갑옷보다도 훨씬 무거웠다. 위선자들의 영
혼이 걸치고 있어야 하는 이 옷도 영원토록 이들을 고달프게 하는 망토인 것이며, 위선자들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제 손으로 마련한 영원한 갑옷이었던 것이다.
단테가 물었다. 그대들의 볼엔 괴로움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구려. 그런데도 그대들의 겉모습
이 금빛 옷으로 빛나고 있음은 어쩐 일인가? 그러자 한 영혼이 대답하였다. 이 황금빛 투구는 납으
로 되어 있는데 저울에 달면 저울이 납작해질 정도랍니다. 우리들은 볼로냐 태생으로 마리아 기사단
의 수사들입니다.
그 때 그들 앞에 말뚝에 매여 십자가형을 받은 자가 나타났다. 말뚝에 묶인 그는 단테를 보자 탄식을
지르며 몸을 비틀어대었다. 수사가 말을 이었다. 저 자가 바로 바리새인들에게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어야 한다고 강권했던 대사제 가야바라요, 그는 저 모양으로 말
뚝에 십자형으로 묶인 채 땅바닥에 길게 누워 있으니, 그를 딛고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무거운지
누구보다 먼저 알 것이 아니겠소? 그와 같은 모양으로 그의 장인 안나스와 유대인들에게 죄악을 안겨
준 공회당에 함께 있었던 모든 영혼들이, 그처럼 이곳 구덩이에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오. 단테는
베르질리우스조차도 그들이 이처럼 혹독한 모습으로 십자가형으로 길게 누워 영원한 유형에 처해져
있음을 보고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베르질리우스는 단테를 데리고 돌다리가 허물어진 바위 틈 사이로 언덕을 올라가 또 다른 구덩이에
도착했다. 단테는 구덩이 안에서 무시무시한 뱀의 무리를 보았다. 그 무서운 형상과 수없이 많고 기괴
한 종류의 뱀들을 보면서 단테는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악취를 내뿜는 뱀 구덩이 속에서 벌거숭

- 6 -

신곡(神曲)

이 인간들이 벌벌 떨면서 몸 숨길 구멍을 찾지 못하고 도망치고 있었다. 도망치고 있는 영혼들의 양
손을 뱀들이 등 뒤로 묶고 있었으며, 그 허리를 조이는 뱀의 꼬리와 대가리가 배꼽 앞에 엉켜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한 사나이에게 뱀이 달려들어 목 줄기를 물어뜯어 버렸는데, 그 순간 그 사나이는 온몸
에 불이 붙어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한 줌의 재는 또다시 제 모습을 되찾았는
데 이는 마치 불사조가 되살아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차려 되살아난 그 영
혼은 그가 겪은 커다란 고통과 또다시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면서 탄식의 숨을 몰아쉬었다.
이처럼 끝없이 반복될 형벌을 보고 단테는 신의 위엄과 그 권능이 얼마나 크고 지엄하신가를 새삼스
럽게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베르질리우스가 그에게 무슨 죄를 지었는가 물었다. 내가 지옥의 밑바
닥에 떨어진 것은 감실 속에 있는 성물(聖物)을 훔치고, 그 죄를 남에게 덮어 씌웠기 때문입니다. 그
는 말을 마치며 손을 높이 들어 더러운 주먹질을 해보이며 외쳤다. 하느님아, 이거나 먹어라!
그러자

이제 더 이상 지껄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듯, 뱀 한 마리가 날아가 그의 목을 휘감아버

렸다. 뒤이어 또 한 마리가 그의 팔을 물고 늘어졌는데 서로 꼬리와 대가리를 맞붙이자 그의 양팔을
문지르기라도 하듯이 조이게 되었다. 단테는 그 광경을 보고 탄식해 마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반인반마(伴人伴馬)의 켄타우로스가 그토록 혀끝을 나불거리는 놈이 대체 어디 있느냐?
고 외쳐대며 쫓아왔다. 그렇게 설쳐대는 그의 등도 마렘마 늪에 있는 물뱀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뱀
들에게 덮어씌워졌고, 양 어깨와 뒷 목덜미에는 두 날개를 활짝 펼친 용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오는
자에게 불을 내뿜고 있었다. 베르질리우스는 단테에게 그 놈이 악명 높은 도둑 카쿠스라고 일러주었
다. 그 녀석이 헤라클레스의 가족들을 훔치는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결국은 헤라클레스에게 몽둥이 세례를 맞아 죽은 놈이라고 말했다.
단테는 눈앞에 펼쳐진 갑작스런 처참한 광경에 놀랐다. 거기에는 발이 여섯 달린 뱀의 형상을 한 치
안파도나티가 아폴로에게 달려들어 온몸을 휘감자, 서로 촛농이 녹아 형체가 사라지듯 순식간에 끔찍
한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때 마치 삼복더위에 번갯불이 내려치는 것처럼 재
빠르게 도마뱀처럼 생긴 새끼뱀이 나타났는데 그가 곧 카발칸티였다. 그놈은 다짜고짜 부소 도나티의
배꼽을 물고 늘어졌다. 부소는 그놈이 물어뜯자 다리가 굳고 마치 열병에 걸린 것처럼 하품을 할 따
름이었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았는데, 그놈은 뱀을, 또 뱀은 그놈을 향해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부
소란 놈은 물린 상처에서, 그리고 뱀은 아가리에서 연기를 내뿜어 그 연기가 서로 맞부딪쳐 섞여버린
것이다. 그놈들이 내뿜은 연기가 서로 섞여버리는 순간 뱀과 사람은 서로의 본모습을 바꾸게 되는 무
서운 변형의 탈바꿈이 이루어졌다.
뱀은 두 갈래로 나뉘어지고 사람은 양다리가 꼬아졌다. 뱀의 껍질은 오히려 사람처럼 반반해지고 앞
발이 길어졌다. 이어서 연기가 새로운 빛깔로 서로를 가리자 뱀의 털이 자라 사람의 형상이 되고, 사
람은 뱀이 되어 서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뱀은 사람처럼 두 발로 서고, 사람은 뱀처럼 땅에 넘어져 드
러누웠다. 사람이 된 뱀은 관자놀이와 콧부리가 귀와 코 그리고 입의 형태를 이루고, 뱀으로 변형된
사람은 코를 길게 뽑고 두 갈래로 나뉜 혀를 벌름거렸다. 그러나 단테는 이와 같은 변형이 결코 부러
운 것이 아니며, 물질을 재빨리 뒤바꾸는 도둑질에 대한 끔찍한 형벌로 인성(人性)과 뱀의 본성(本性)
이 바뀌는 것임을 고백했다. 이는 바로 도둑들이 남의 재산을 훔쳐 제 것으로 바꾸었으므로, 죽어서도
그에 대한 보복으로 제 몸뚱이를 끔찍스런 뱀에게 끊임없이 도둑맞는 형벌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비유

- 7 -

신곡(神曲)

한 것이다.
단테는 크게 탄식하며 사기와 모략을 일삼던 영웅들과 왕자들이 형벌을 받고 있는 굴에 도달했다. 굴
의 밑바닥엔 번쩍번쩍 불빛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 불빛들은 죄인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
였는데 단테는 그 광경을 보고 마치 구약의 선지자 엘리야가 불 수레에 끌려 올라간 모습을 쳐다보는
엘리사의 처지를 떠올렸다. 베르질리우스는 그 불구덩이 속에 오디세우스(율리시즈)와 디오메데스가
형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또 다른 불구덩이에 도달하자 그 구덩이 속엔 이간질 때문에 벌
받는 자들이 있었다. 여기에는 생전에 사람들을 중상하거나 불화의 씨앗을 퍼뜨린 영혼들이 제각기
기묘한 형벌을 받고 있었다. 이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벌을 받는 모습은 인간의 언어로 묘사하기엔 너
무도 힘들다고 생각했다. 단테는 산니티와 피에로의 싸움, 그리고 제2차 포에니 전쟁 등등의 사건이
한꺼번에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지금 아홉째 구덩이 속에서 나타나는 것 같이
무서운 광경을 보여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때 그 망령들 가운데서 턱주가리로부터 항문까지 쫙 갈라져 벌려진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두
다리 사이에 창자가 매달린 채 있었고, 내장은 통째로 드러났으며 위주머니까지 덜렁거리고 있었다.
단테가 깜짝 놀라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가 두 손으로 가슴팍을 치며 말했다. 나 마호메트가 어
떤 꼴로 찢기어 있는가 보라. 그리고 내 앞에 울면서 걸어가는 자는 내 사위 알리인데 그는 턱에서
이마의 털까지 찢기어졌다. 그대가 여기서 보는 모든 자들은 살았을 때 온갖 물의와 분열의 씨를 뿌
린 자들이기에 이토록 찢기어진 것이오. 우리 바로 뒤에는 악마가 하나 있어서 우리가 괴로운 이 거
리를 빙 돌게 되면 또다시 하나하나 무자비하게 칼로 갈기갈기 찢어놓고 만다네. 그것은 다시 그놈
앞을 지나가기 전에 상처가 다시 아물기 때문이지.
이토록 많은 망령들과 끔찍한 형벌들을 보고 단테의 눈은 흐려지고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 되었다. 그
러나 베르질리우스는 아직도 둘러보아야 할 것은 많고 시간은 촉박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단테
에게 서두르도록 재촉했다. 그들이 다리 위에 이르자 단테는 말할 수 없이 가혹한 고통의 비명 소리
들을 듣게 되었다. 폐부를 찌르는 비명이 너무 괴로워 이를 듣지 않기 위해 두 손으로 귀를 가리기까
지 하였다. 이곳에서는 하느님의 정의가 위조범들을 벌주고 있었다. 이 구덩이 속에서 겪는 고통은 세
상의 온갖 질병들을 모두 합쳐 한 골짜기에 채운 고통과 같을 것이었다. 이 무리 가운데는 연금술로
금돈을 위조했던 망령들이 페스트나 문둥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기도 했는데 특히 돈을 위조했던 자들
과 남을 속인 자들은 심한 열병을 앓고 있었으며, 재판석에서 위증한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서로 물어
뜯고 날뛰고 있었다.
지옥의 가장 깊은 곳, 거인들이 지키고 있는 이곳은 무엇보다 은인에 대한 배반 행위를 한 자들이 벌
받고 있는 곳이다. 카인을 효시로 하여 친족을 배반한 자들의 영혼과 신의와 조국을 배반한 자들로
채워져 있었다. 베르질리우스를 따라 단테가 밑으로 좀 더 내려갔다. 그러자 갑자기 누가 불쌍한 우리
들의 머리를 밟고 지나가느냐고 비명을 질렀다. 단테가 놀라 주위를 돌아보자 자신이 매우 두꺼운 얼
음장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은 아벨을 죽인 카인의 이름을 따서 카이나라고 이름 지어진
곳이었다. 단테는 얼음 속에 갇혀서 추위 때문에 강아지처럼 이빨을 덜덜거리고 있는 수만의 얼굴들
을 보고서 그 자신이 영원한 어둠 속에서 벌벌 떨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 8 -

신곡(神曲)

그때 단테는 바위를 타고 언덕을 뛰어넘는 듯한 개울물 소리를 듣고 베르질리우스와 함께 그 감추어
진 길을 지나 밝은 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하여 힘껏 나아갔다. 그러자 그곳 둥근 구멍으로 하늘 위에
있는 아름다운 별들이 가득히 보였다. 마침내 단테와 베르질리우스는 지옥의 세계를 벗어나 또다시
아름다운 별을 쳐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옥편(煉獄篇)
숲 속을 방황하던 단테가 정죄산(淨罪山)이 보이는 연옥 문턱에 도착한 것은 마침 예수님이 부활하신
바로 그 날이었다. 죽으신 지 삼 일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사흘 동안 온갖 악마들에게 쫓겨다니듯
겪던 고초를 벗어난 단테는, 이제 무서운 암흑의 세계에서 나와 새로운 공기를 호흡할 수 있게 되었
기에 좀더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은 의욕을 갖게 되었다. 그때 하얀 수염을 기른 연옥의 문지기 카토
노인이 나타나 누구인가를 물었다. 베르질리우스는 황급히 단테에게 눈짓하여 무릎을 꿇고 그에게 절
하도록 한 다음 그 노인에게 대답하였다. 하늘의 여인 베아트리체의 청으로 내가 이 자를 인도하여
이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이 사람은 아직 죽지 않은 자입니다. 우리가 일곱 나라를 돌아보도록 너
그럽게 받아주신다면 다시 돌아가 그녀에게 당신의 자비스러움을 전해 줄 것입니다.
카토는 연옥에 가려면 우선 정죄산에 가서 지옥의 더러운 냄새를 씻고 오라고 일렀다. 단테는 그의
말을 따라 기어가듯 험한 길을 가다가 겨우 앞이 좀 트인 산마루에 이르게 되자 한숨을 돌리면서 언
제까지 험한 벼랑을 가야 하느냐고 베르질리우스에게 물었다. 이 정죄산은 올라가기 시작할 때는 더
없이 험하지만 갈수록 나아지는 곳이네. 그래서 위로 오르는 것이 마치 배가 냇물을 따라 흘러 내려
가는 것만큼이나 수월해지면 이 오솔길의 끝에 이르게 되어 거기서 고달픔이 휴식으로 변하는 것이
지.
정죄산을 오르던 영혼들이 단테가 살아있는 자임을 알아채고는 어찌된 영문인가 물었다. 단테가 세상
에 돌아가면 그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이라고 베르질리우스가 말하자 모두 번개처럼 단테의 곁에 모
여서 자신들의 소식을 꼭 전해달라고 애원했다. 모두 제 명에 죽지 못한 이상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
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기도로 죽은 사람의 영혼이 괴로움을 덜게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기도해도 그것은 하느님의 율법을 변경할 수 없는 일이며, 오직 죄의 용
서를 빨리 해주십시오. 하고 기원하는 데만 사용되는 것일세. 하느님의 은혜를 받을 수 없는 지옥과
먼저 가서 은혜를 받게 되어 있는 연옥과는 다른 것일세. 하지만 이런 중요한 문제들은 모두 진리와
단순한 지성 사이의 그대 횃불이 될 분을 만날 때까지 보류합시다. 베아트리체가 이 산꼭대기 위에
미소를 띠며 나타날 때까지⋯. 라고 베르질리우스가 말했다.
단테는 독수리가 나타나 자신을 연옥문 앞에 내려주는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서 깨어나 사방을 둘러보
니 마침 연옥문 앞이었다. 단테는 어찌된 영문인지 베르질리우스에게 물었다. 베르질리우스는 성녀 루
치아께서 자신들을 인도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연옥문 앞에 있는 세 개의 계단에 이르러 문지기
의 안내로 제1계단에 올랐다. 양심에 비추어 겸손하게 자신을 성찰하여 회개하도록 빛나는 거울 같은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두 번째 계단은 짙은 자색의 울퉁불퉁한 돌로 되어 있어서 가로세로
갈라진 틈이 보였다. 그곳은 영혼이 그처럼 아픈 죄로 깨어져 금이 가 있음을 고백하는 곳이었다. 또
한 셋째 계단은 마치 핏줄에서 용솟음치는 피가 이글거리는 듯한 붉은 바위로 되어 있었는데, 이는
하느님이 사랑으로 흘리신 피의 보상을 뜻하는 것이었다.

- 9 -

신곡(神曲)

그 위에 하느님의 천사가 있었다. 하느님의 천사는 금강석으로 만들어진 문지방 위에 앉아 있었다. 단
테는 베르질리우스가 일러준 대로 무릎을 꿇고 참회의 표시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
이다하면서 가슴을 세 번 두드렸다. 그러자 천사는 그의 이마에 번쩍이는 칼로 일곱 개의 글자를 새
겨 주었는데, P(Peccatum : 죄악) 자로 새겨진 그 상처는 일곱 가지 죄악의 뿌리(교만, 질투, 분노, 나
태, 인색, 탐욕, 애욕, 타락)를 상징하였다. 천사가 열쇠 두 개를 꺼냈다. 이 금 열쇠는 예수님의 거룩
한 피로써 구원된 표시이기에 열 수 있는 힘이 있고, 이 은 열쇠는 그대의 참회의 정신을 판별하는
힘을 나타내는 것이요. 이 두 열쇠의 힘이 완전히 합치되지 않으면 이 문은 열 수가 없답니다. 이 열
쇠는 내가 성 베드로에게서 인계 받은 것이지요.
천사가 두 열쇠를 집어넣어 돌리자 그 거룩한 문이 덜컥 하고 열렸다. 마침내 연옥문을 들어선 그들
은 이어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렀다. 우선 단테의 눈에 제일 먼저 띤 것은 예수의 탄생을 미리
알리러 온 가브리엘 대천사의 모습이었는데, 마치 지금이라도 입을 열고 말할 것 같이 훌륭하게 조각
되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성모 마리아의 온유한 모습과 성스런 야훼의 궤를 운반하는 다윗의 모습
등이 훌륭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단테는 바위 밑에서 무엇인가 꿈틀대는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바위를 등에 지고 내 탓이오하면서
가슴을 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베르질리우스는 그들이 생전에 안하무인격으로 날뛰던 교만
했던 자들이어서 저처럼 머리를 숙이고 짐을 지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 고통이 얼마나 힘겨웠
던지 인내심이 남달리 뛰어났던 영혼들조차, 더 이상 견딜 수 없도다!라고 울부짖고 있는 듯하였다.
그 때 단테를 향하여 다가온 천사가 손쉽게 가는 길을 안내했다. 그리고는 날개로 단테의 이마를 때
려 하나의 상처를 지워 없앴다. 그러자 단테는 몸이 훨씬 가벼워진 듯 힘들지 않게 느껴졌다. 베르질
리우스는 단테의 이마에 있는 상처가 하나씩 지워질 때마다 조금씩 가벼워져서 모두 지워버리게 되면
소망이 가득 채워져 힘든 것을 전혀 못 느끼게 될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단테가 어느 언덕에 이르자 어두워지고 별이 나타났다. 그곳은 처음부터 자진해서 행하지 않은 게으
른 사람들이 와 있는 곳이었다. 또한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데 게을렀던 자들에게 진정한 욕구를 지
니도록 격려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세상에선 행복스러운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한 행복
이 아닌 것이 있다. 즉, 지나친 욕구와 이의 충족은 다 좋은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이는 탐욕, 낭비,
음란함 등으로 구분되어 정죄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선악의 뿌리가 되는 사랑이란 무
엇입니까? 단테는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사랑이 언제나 선(善)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과오를 범할 수도 있다네. 그러나 이것은 자연적인,
혹은 본능적인 사랑일세. 이와 반대로 마치 불이 타오르는 속성을 지닌 것처럼 영혼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기울어지는 사랑이 있는데 이것이 이성적 사랑일세. 그러나 어쨌든 사랑은 갈망하는 대상을 소
유해야 끝이 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 쾌락주의자들의 잘못은 그와 같이 사랑이 채워지는 것을 무
조건 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 데 있다고나 할까. 하고 베르질리우스가 대답했다.
단테는 사랑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게는 됐지만 사랑이 영원한 것으로부터 유래하고 그것을 본
성으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그것을 따르는 선과 악의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 것
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하였다. 베르질리우스는 그에 대한 확실한 설명은 인간 이성의 범위 안에서 이
해될 수 없는 것이며, 그 이상은 베아트리체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 10 -

신곡(神曲)

또 다른 언덕에서는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땅에다 머리를 조아리며 울고 있었다. 단테가 그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왜 울고 계십니까? 내가 살아있는 몸이어서 돌아가게 되면 내가 당신을 위하여 무
엇을 해주길 바라지 않습니까?
그 사람은 자신이 성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 아드리아노 5세임을 밝히며 자기가 지나치게 탐욕한 탓
에 용서 받을 때까지 보속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태복음 22장 29절에서 30절까지의 말씀
을 들려주었다. 단테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매우 모범적인 귀감 내용을 읊으면서 보속하고 있는 영혼
들을 보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들은 한결 같이 찬미의 소리를 읊조렸다.
단테는 다시 갈 길을 서둘렀다. 그러자 갑자기 밑 둥이 무너지는 것처럼 온 언덕이 진동했다. 사방에
서 천지를 진동시키는 소리가 들렸는데, 시인인 스타시오가 나타났다. 그 영혼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두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것처럼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요란한 소리는 지극
히 높은 곳에서는 주께 영광이오!라는 영광송이며, 이 정죄산에서 열심히 회개하여 깨끗해진 영혼이
천국으로 올라가게 될 때 모두 감격하여 부르짖는 소리라고 스타시오는 설명했다. 더구나 지진처럼
느껴지는 움직임이란 그가 깨끗해져서 의지가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테는 그의 설명을 듣고 궁금증을 풀게 된 즐거움을 느꼈다. 어느덧 천사는 그들 뒤로 날아와 날개로
바람을 일으켜 단테 이마의 상처를 하나 지워주었다. 그때 그들 뒤에서는, 정의(正義)를 목말라 하는
자는 행복하도다! 하는 축복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베르질리우스와 스타시오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시를 짓는 시성의 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다가 한 그루의 나무 앞에서 멈추었다. 나무의 무성한 잎사귀들에서 소리가 들렸다. 너희가 이 나
무의 열매를 따먹으면 죽으리라! 마리아께서는 가나 촌의 혼인잔치에서 음식보다 꼭 필요한 포도주를
걱정했고, 로마의 귀부인들은 술을 먹지 않고 물만 먹었으며, 예언자 다니엘이 바빌론 왕이 주는 술과
음식을 사양하고 야채만 취했던 일, 그리고 세례 요한이 석청과 메뚜기만으로 광야에서 생활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절제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그 신비스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는 단테를 베르질리우스가 말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울음 섞인 음성으로 「시편」을 외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비아 메아, 도
미네(주여, 내 입술을 열어 주소서). 그 소리는 마치 해산하는 죄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담은 소리와
도 같았다. 베르질리우스는 영혼들이 제 죄의 매듭을 푸는 보속의 기도라고 가르쳐주었다.
그들 곁을 지나치고 있는 수많은 영혼의 무리들은 깊은 사색에 빠져 있는 순례자들처럼 걸음을 재촉
하며 말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깡말라서 가죽만 남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향기로운 나무 둘레
에서 냄새를 맡으며 있었는데 단테는 굶주린 그들이 먹고 싶은 욕구를 그토록 참으면서 기다릴 수 있
는가 하는 점이 신기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단테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우리들은 분수 넘치게 탐
식하고 미식을 추구했기에 이토록 굶주리고 울부짖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
에서 하느님을 부르짖었던 것처럼 우리도 기꺼이 이 나무 밑에서 보속하는 것이랍니다. 보통이라면
나 같은 경우에는 적어도 살아 있던 햇수만큼 연옥문 밖에서 고행을 했어야 할 것인데, 아내가 끊임
없이 기도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빨리 지나가고 있답니다. 그 말을 들은 단테는 연옥에 있는 사
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더 잘 알게 되었다.

- 11 -

신곡(神曲)

어느덧 해질 무렵이 되었다. 그때 천사가 나타났다. 천사는, 이 불에 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 이 불길 속을 뚫고 나가 저쪽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라고 말했다. 단테는 뜨
거운 불길을 보자 겁에 질렸다. 그 모습을 보던 베르질리우스가 말했다. 털끝 하나도 타지 않을 것이
니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이 그대와 베아트리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일세. 단테가 베르질리우스
를 따라 불길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뜨거움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불 바깥쪽에서 노랫
소리가 들려와 그들을 인도하였다. 그때, 내 아버지의 축복받은 자들아. 어서 오라. 는 천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명이 밝아오자 단테는 잠에서 깨어나 베르질리우스와 스타시오가 벌써 일어나 있음을 보고 자기도
일어났다. 단테가 일어나자 베르질리우스가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애써 찾아 헤매는 그 달콤
한 나무열매가 오늘이야말로 그대의 갈증을 풀어 줄 것이다. 이제 그대는 연옥의 순간적인 불과 영원
한 지옥의 불을 모두 보았네. 이제 그대는 나로서도 더 이상 알지 못할 곳에 온 것이지. 그대 머리를
다시 비춰주는 햇님을 보라. 그대의 의지는 자유롭고 바르며 건전하게 되었으니 뜻대로 하지 않는 것
이 잘못함일세. 그러므로 나는 심신의 주인으로서 그대 머리 위에 왕관과 면류관을 씌워 주리라.
단테는 베아트리체가 맞이하러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이브의 동산을 거닐었다. 단테가 천천히 숲 속
으로 들어가자 그 오른편에는 낙원을 가로지르는 레테 강이 흐르고 있었다. 낙원의 물줄기는 두 갈래
였다. 그 원천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인 신의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물의 두 갈래는 레테와
에우노에로 구분되며 레테는 죄의 상념이나 그것에 기울어지는 경향을 없애주며, 에우노에는 선행의
기억을 새롭게 해주고 그에 기울어지도록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번갯불과도 같은 섬광이 비추면서 하늘을 빛나게 하였고, 동시에 한 가닥 감미로운 가락이 흘러
마음의 열망을 일게 하였다. 이때 빛이 찬란히 비추는 저 뒤편에 일곱 그루의 황금 촛대가 보이고 호
산나라는 찬양의 노래가 들렸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온 누리의 주 천주, 하늘과 땅
에 가득한 그 영광, 높은 데에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 높은 데에 호산나!
황금 촛대 행렬에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단테는 행렬이 가까이 오자 그 촛대
가 혜성처럼 긴 빛줄기를 남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빛줄기 아래에 스물네 명의 장로들이 따라왔
다. 이 거창하고 화려한 행렬은 단테 앞에 와서 천둥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일곱 개의 황금촛대가 멈추자 장로들은 뒤따라온 마차를 향했다. 마차에서는 하얀 너울을 쓰고 이마
엔 올리브나무 잎사귀로 된 관을 두르고 푸른 망토를 불꽃처럼 빨간 옷 위에 받쳐 입은 여인이 나오
고 있었다. 단테는 눈으로 그 여인을 알아보지는 못했으나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은밀한 힘으로 옛 사
랑의 강렬한 힘을 감지하였다. 단테는 베르질리우스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했으나 그는 이미 모습을
감추었다.
그대여, 나를 보십시오. 나야말로 그대를 기다리던 베아트리체입니다. 그대는 왜 이곳에 오셨는지 잊
으셨습니까? 여긴 축복받은 자들만이 들어오는 곳인지 모르고 계셨나요? 오, 강 건너편에 있는 그대
여, 나의 말이 참된 것인지 아닌지 말해 보세요. 이제 그대의 고백과 참회가 따라야 하지 않겠어요?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는가요? 그대 안에 있는 슬프고 죄스런 추억이 아직도 물에 지워지지 않았으
니 어서 대답하세요.

- 12 -

신곡(神曲)

단테는 겨우, 네. 하고 대답했을 뿐 눈물과 한숨만을 쏟아 놓을 뿐이었다. 그대가 고백해야 할 것을
부정하거나 입 다물어버린다 해도 그대의 죄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심판관인 하나님이 다
알고 계시니까요. 내가 죽은 다음에 당신의 욕망을 부채질한 것이 무엇인가요? 헛되고 그릇된 일을
박차고 나서야 했었는데 하느님께 오르는 날개를 떨어뜨리고 헤매지 않았던가요?
단테는 속세의 행복과 쾌락을 쫓던 일에 마음이 찔리는 고통을 느끼며, 그토록 그를 유혹하던 세속적
쾌락이 이제는 가장 큰 원수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 한 여인이 나타나 그를 강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그를 목까지 물에 잠기게 하였다. 그러자 단테에게는 이 몸 깨끗하여지리다라는 성가의 노
랫소리가 들려왔다. 단테는 십 년 만에 베아트리체의 미소를 직접 대하게 되었다. 그녀를 정신없이 바
라보자 몸이 점점 마비되는 것처럼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움직이는
마차를 따라가며 환상에 젖기도 했다. 베아트리체는 순례의 마지막 길목인 에우노에 강으로 단테를
인도해가면서 스타시오에게도 함께 따라오라고 했다.

천국편(天國篇)
단테가 드디어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늘에 올라 그 넓은 세계를 향하여 천국의 순례를 시작하려 하자
별안간 몸도 가벼워져 자신이 영혼만을 지닌 것인지 아니면 육신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인지조차 느
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베아트리체가 위를 향해 쳐다보고,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바라보며 날아오른
후 그들은 첫째 하늘인 월천(月天)에 도달하였다. 그때 갑자기 하나의 환영이 보였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것이 환영으로 보이는 것은 그대의 발이 아직도 진리의 세계에 익숙치 못해서 그런 것이
고, 또한 그들이 서약의 소명을 완전히 채우지 못한 때문이랍니다. 그들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해 보십
시오.
어릴 때 속세를 떠나 동정을 서약하고 수녀원에 갔으나 선보다 악을 행하는 자들에게 납치되어 수도
서원을 이루지 못하여 비록 축복받은 자와 함께 있지만, 낮게 보이는 운명 속에 주어진 수녀의 영혼
을 대하며 단테는 두 가지 의문을 느꼈다. 하나는 상황이 변해도 서원을 지켜 나가려는 의지가 계속
된다면 어째서 타인의 폭력이 공덕을 감퇴시키는 것인가 하는 것과 또 하나는 축복받은 영혼들이 각
각 다른 하늘에 나타난다면 영혼들은 별들로 되돌아간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되는 것인지 등이다. 베
아트리체는 단테의 마음을 헤아리며 여기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들이 이 월천에 나타난 것은 이곳이 그들에게 운명지어졌기 때문이 아니고 하늘나라의 오르막길
중에서 낮은 것의 표시를 하기 위함이지요. 하늘나라의 정의가 사람들의 눈에 이해되지 못하는 것은
신앙의 증거입니다. 즉, 폭력이 가해져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자가 그것을 강요하는 자
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어도 이 영혼들은 그 탈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의지라는 것은 원하지 않는 한
꺼져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폭력이 그를 수천 번 뒤흔들어 놓는다 하더라도 본성이 불 속에서
꺼지지 않듯 해야 할 것입니다. 성 라우렌시오는 박해를 받을 때 철판 위에 놓여져 불에 담금질을 당
했지만 그 영혼은 하느님의 뜻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저들도 그들의 의지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즉, 서약은 어떤 경우라도 변명할 수 없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 13 -

신곡(神曲)

베아트리체는 이처럼 단테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또다시 태양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새벽에 빛나
는 별, 아름다운 비너스가 사랑의 빛을 발하면서 선회하는 별이라고 이교도들이 믿었던 그 이름을 딴
하늘 금성천(金星天 : 샛별)에 닿았지만 단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베아트리체의 모습이 더욱
빛나게 되었음을 보고 그제서야 이를 알게 되었다. 이때 사랑을 강렬히 느꼈던 자들의 영혼들 가운데
서 카를로 마르텔로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동생 로벨토에게 왕위를 빼앗겼던 인물로 단테와도 안
면이 있는 사이였다.
어째서 당신처럼 훌륭한 분에게 그처럼 포악한 아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요?

그것은 하느님만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었을 때 타고난 성질이 있어서 형제간에도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직분을 맡아 돕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이 같이 모두 성질이 다르
므로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군인이 되기에 적당한 사람이 사제가
되고자 한다거나 설교를 할 사람이 왕이 되려 한다면, 하느님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되어 큰 불행
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지요. 카를로는 이야기를 마치고 그의 자식들이 얼마나 사악한 죄악을 저질렀
으며 또 어떻게 벌을 받을 것인지 예언하고는 그들 앞에서 사라져갔다.
이윽고 단테는 베아트리체에게 인도되어 토성천(土星天)에 이르게 되었다. 베아트리체는 더욱 빛나고
있었으며 휘황찬란하여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늘에는 오색영롱한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다리
가 걸려 있고 그 사다리에는 수많은 천사들이 빛나는 형상으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 보이는 온갖 빛들이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것과도 같았다. 사다리에서 내려온 빛 하나가 단테
의 곁으로 다가와 찬란한 광채를 발하였다. 그는 올리브 즙으로만 된 음식을 먹으며 추위와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명상적인 사색에만 온 힘을 쏟은 사람이었다. 그가 말했다. 명상의 생활은 그토록
견디기 힘든 인내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지요. 그의 말이 끝나자 백 개도 넘는 작고 고귀한 빛의 무
리가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가장 찬란한 빛을 발하는 영혼이 단테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는 베네딕토 수도회를 창
립하여 갈팡질팡하는 자들에게 그리스도교를 전하여 이교에 물든 영혼을 구했던 성 베네딕토라고 자
신을 소개했다. 여기 있는 다른 영혼들도 모두 성스러운 꽃들과 열매들을 낳게 하는 저 뜨거운 열기
로 불타오르듯 명상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단테는 성 베네딕토와 다른 모든 영혼들의 인간 본연
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그는 모든 소망이 완전해지고 무르익으며 온전해지는,
저 정화천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대답하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느님은 야곱의 꿈에 나타나서 천사들이 많이 있는 하늘까지 닿는 사다리를 보여 주셨습니다. 나는
이와 같은 하느님의 뜻을 인간들에게 밝히기 위해 무척 애썼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다리를 오르
기 위해 발을 올려놓는 사람들이 지상에서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힘들여 썼던 책
은 낡은 종잇조각처럼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성 베드로께서는 금도 은도 없이 교회를 반석 위에 올
려놓으셨고, 나는 기도와 단식으로 수도원을 만들어 놓았건만 지금은 수도 생활마저 타락하고 있지
않은가요? 성 베네딕토는 말을 마치자 회오리바람처럼 위로 휘감겨져 올라갔다. 그때 베아트리체가
단테에게 눈짓하여 그를 사다리 위로 밀어 올렸다. 그녀는 단테에게 주의를 환기시켜 당부하였다.
그대 마지막 구원의 길에 가깝게 이르렀으니 맑고 예리한 눈빛을 가지도록 하십시오. 그러므로 그곳
에 이르기 전에 아래를 살펴봄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대의 발 밑에 어떠한 세계가 펼쳐 있는가

- 14 -

신곡(神曲)

를 볼 것입니다. 단테 역시 마치 날개가 돋힌 천사와 같은 속도로 그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
려다보았다. 그 하늘에는 일곱 개의 둥근 테두리가 손에 닿을 듯이 아름답게 보였으며, 그 아래에는
하나의 땅덩이인 지구가 더럽혀져 빛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 보십시오. 그리스도의 개선의 무리와 하늘나라의 움직임에서 거두어진 모든 열매를! 단테가 그녀
를 따라 하늘을 쳐다보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 가운데에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광채가 있었
다. 베아트리체가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영혼을 눈여겨보라고 가르쳐주었다. 단테는 구
름 속을 뚫고 쏟아져 나오는 햇살 사이로 그리스도의 빛을 보았다. 그리고 동정녀이신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았는데, 성모 마리아는 다른 영혼들보다 유난히 더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때 가브리엘
대천사가 성모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그분의 둘레를 돌았다. 이어 성모 마리아는 가브리엘 대
천사와 함께 아드님을 따라 정화천에 올랐다. 그러나 단테는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분들
의 승천을 끝까지 바라볼 수가 없었다.
단테가 베아트리체의 도움으로 생명수를 몇 방울 맛보자 지복자들 사이에서 성 베드로 사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성 베드로는 단테의 이마를 높이 쳐들게 하면서
신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물었다. 당신의 사랑하는 형제 사도 바오로의 바른 붓이 적었듯이 믿음이
란 바라는 것들의 실체이며, 볼 수 없는 것들의 확증이니, 이것이 그 본질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도 바오로는 이것을 왜 실체와 확증으로 풀이했는지 그 이유를 아는가?

하늘에서 그에

게 나타나는 의미심장한 신비들은, 지상에는 숨겨져 있기 때문에 신앙을 통해서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믿음은 곧 그들의 받침대이며 본질인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다른 어떤 관찰력
없이, 이 믿음으로부터 추론하여 직관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신앙은 그 자체가 확증으로, 즉 증명의 성
격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 신앙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그것은 구약과 신약성서에 잘 나타나 있는 성령으로 나오는 것입니

다. 성 베드로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무슨 이유로 그를 믿는가 물었다. 단테는 그가 오직 한 분이시며,
영원하신 삼위일체 신비의 하느님을 믿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성 베드로의 불빛이 세 차례 단
테를 감싸며 노래 부르고 축복해 주었다.
사도 성 베드로와의 대화가 끝나자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사도 야고보와 성 요한과 대화를 나누게 해
주었다. 사도 요한 역시 하느님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단테에게 최종적으로 물었다. 세
계의 존재와 나의 존재 그리고 나를 살리기 위해 그분이 겪으신 죽음, 영원한 축복에 대한 소망 등을
가져오신 선하심에 맞추어 그분을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아주 감미로운 노래가 하
늘로부터 울려 퍼지면서 베아트리체와 다른 모든 영혼들이 함께,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도
다! 하고 호산나를 큰 소리로 합창하였다. 그때 아담의 영혼이 나타나 단테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들아, 내가 자초했던 귀양살이의 참된 원인은 나무 열매를 맛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그분의
명을 거역하여 뜻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여인 베아트리체가 베르질리우스를 움직여 주었던
그곳 림보에서 태양이 사천삼백두 번 회전하는 동안 이 모임을 갈망하고 있었노라. 그리고 내가 지상
에서 있던 동안에는 태양이 구백삼십 번 제 길로 돌아옴을 보았었다. 그리고 내가 사용했던 언어가
송두리째 꺼져 버린 것은 니므릇의 족속들이 바벨탑을 짓기에 정신 팔기 이전이며, 내가 지상낙원에

- 15 -

신곡(神曲)

있었던 시간은 불과 일곱 시간에 지나지 않았노라.
새벽의 여명이 조금씩 밝아오자, 모든 별들이 하나씩 사라져가고 천사들의 아홉 합창대가 찬란한 점
에서 벗어나 단테의 시야에서 차츰 꺼져갔다. 그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랑에 움직여
베아트리체를 찾았다. 그녀가 단테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는 가장 큰 물체인 원동천에서 가장 순수한
빛의 하늘 엠피오레로 나왔으니, 그것은 사랑이 가득 찬 지성적인 빛이요, 기쁨이 가득 찬 진실하고
선한 사랑이요, 일체의 감미로움을 초월하는 기쁨 그 자체랍니다. 그대는 여기서 천국의 두 가지 군
대, 즉 지복자(至福者)들과 천사의 무리를 보게 될 것이니, 그 영혼들은 최후심판 때 보게 될 바로 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하늘의 장미꽃 한복판으로 안내하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때 하얀 옷을 입은
자애로운 모습의 성 베르나르도가 나타나 저 높은 곳에 계시는 성모님을 우러러보라며 하얀 장미 속
의 복 받은 영혼들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성모님의 발치엔 원죄의 원인이 된 이
브가 있고, 이브 밑에 있는 셋째 둘레에 라헬과 베아트리체가 있으며, 그 아래엔 사라, 리브가, 유딧
그리고 다윗의 증조모인 룻이 있으며 일곱째 층계 아래엔 헤브라이 어린이들이 있었다. 성모님 왼편
에 아담이, 오른편에는 사도 성 베드로, 그리고 베드로 곁에는 사도 성 요한, 아담 곁에는 모세가 있
었다. 성 베르나르도는 단테에게 하느님의 빛 안에 용납될 수 있도록 두 눈을 들어 하느님을 바라 볼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단테는 하느님께로 향했다. 최상의 행복이신 하느님을 완전하게 인식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단테가
갖고 있는 소망 중의 소망인데, 그는 이제 소망의 실현에 직면하여 있는 것이다. 그때 성 베르나르도
가 높이 바라보라고 그에게 말했다. 단테는 시선을 들어 하느님께로 향하면서 하느님의 빛 속을 바라
보았다. 순간 단테는 그 자신의 존재가 하느님의 빛 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한 단테
는 하느님을 바라보는 동안 명상의 열정이 넘쳐나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왜냐하면 의지의 목표인 모
든 선이 하느님 안에 모여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로부터 나의 말은, 내 기억하는 것에 비유한다면, 엄마의 젖무덤에 아직도 제 혀를 적시는 어린
애의 것보다 더 짧으리라. 그러기에 내가 바라보던 그 살아 있는 빛, 언제나 예전의 모습 그대로인 그
빛 속에, 지고하신 빛의 깊고 투명한 본체 속에 빛나시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도
다. 지존하신 환상 앞에 나 여기 힘을 잃었으나 이미 나의 열망과 의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
레바퀴와 같이 해와 별들이 움직이는 사랑에 의해 새롭게 움직이고 있노라. 단테는 자신의 말을 맺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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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神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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