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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신화 콘서트

by Casey,Riley 202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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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수만 년의 간극을 건너오며 학문과 예술, 문화 콘텐츠의 자양분으로서 상상력을 자극해왔
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 7대 신화의 핵심적인 맥
락을 짚고, 각 신화 사이의 연관성을 파헤치며, 신화의 이야기들에 투영된 인류의 오랜 의식이 오
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신화 콘서트
▣ Short Summary
그리스 로마ㆍ북유럽ㆍ이집트ㆍ메소포타미아ㆍ인도ㆍ중국ㆍ일본 신화를 통으로 한꺼번에 읽는 가장
친절한 신화 이야기. 신화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신화에는 세상의 탄생과 인간의 기원, 자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선사 시대 인류와 고대인의 공통된 인식이 투영되어 있다.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하는 욕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신화는 수만 년의 간극을 건너오며 학문과
예술, 문화 콘텐츠의 자양분으로서 상상력을 자극해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
하고 있다. 하지만 각 나라와 문명권의 신화를 섭렵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서사가 너무나 방대
하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명만 따라가다가 쉬 지치고 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릴 때 이야기의 초기에 등장하는 몇몇의 등장인물만 입에 맴도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책은 세계 7대 신화의 핵심적인 맥락을 짚고, 각 신화 사이의 연관성을 파헤치며, 신화의 이야기들
에 투영된 인류의 오랜 의식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일찍이 동서
양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많은 사랑을 받은 『통 세계사』의 저자가 이번에는 신화라는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했다. 『신화 콘서트』는 신화라는 방대한 콘텐츠를
‘내 것’으로 만드는 다시없을 기회다.

▣ 차례
책을 시작하며 _ 신화는 인류 문화와 지식의 원형이다
Part 1 처음을 돌아보다
1. 내가 서 있는 여기, 바로 지금! _ 신화 속의 시간과 공간
2. 고통 없는 창조는 없다 _ 혼돈과 천지 창조 이야기
3. 인간은 자연을 배신하고 있지 않나? _ 거인 신화가 의미하는 것
4. 모든 신화는 오리엔트에서 비롯됐다 _ 중동의 창세 신화
5.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가라 _ 인간 창조 이야기
6. 인간의 오만을 경고하다 _ 종말과 홍수 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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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Part 2 신들의 전쟁
1. 중원 쟁탈전, 중국 패권주의의 시작? _ 황제와 치우의 탁록 전쟁
2. 권력을 가지면 신화도 바꿀 수 있다 _ 중동의 최고신 변천사
3. 매일 밤낮으로 싸우는 신 _ 이집트 태양신의 여정
4. 선과 악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_ 인도 신화에서의 선악 대결
5. 종말, 그 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_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뢰크 이야기
6. 불륜, 응징 그리고 사사로운 신들의 다툼 _ 그리스 최고의 바람둥이 신들
7. 왕실이 하늘 신의 직계 후손이라고? _ 일본 최고신 탄생 신화
Part 3 신들의 세계, 요지경 세상
1. 초대형 슈퍼스타 신이 납신다! _ 천둥 신 토르의 원맨쇼
2.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_ 그리스 로마 신화의 완성
3. 어머니는 가장 강하다! _ 이집트 오시리스 신화
4. 수메르 버전의 ‘사랑과 전쟁’ _ 수메르 인안나 신화
5. 최고신과 커플의 로맨스 엿보기 _ 인도의 최고 3신 이야기
6. 신들의 세상은 요지경? _ 서왕모 이야기와 중국 신화 특징
7. 권력을 잡으면 신성함과 권위도 따라온다? _ 삼종신기(三種神器)와 스사노오 이야기
Part 4 영웅, 그들이 그립다
1. 마무리가 훌륭해야 진정한 영웅이다 _ 페르세우스와 이아손
2. 쾌락과 미덕 중 어느 것을 원하는가? _ 헤라클레스 이야기
3. 잘 짜인 판타지 영웅 이야기 _ 테세우스 그리고 이카로스
4. 역사로 밝혀진 신화 _ 트로이 전쟁에 얽힌 영웅들
5. 반지가 부리는 마법, 그 뿌리는? _ 북유럽 신화의 영웅 지크프리트
6. 악인도 회개하면 영웅이 될 수 있다 _ 길가메시 서사시
7. 인도에도 손오공이 있었다? _ 영웅이 된 신의 화신
8. 하늘에 해가 하나인 까닭은? _ 중국 영웅 예의 이야기
9. 죽는 게 대수야? 죽음을 넘나든 모험 _ 오오쿠니누시와 바리공주
Part 5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사랑은 성장통과 같은 것 _ 프시케와 에로스 이야기
2. 사랑은 달콤하지만 쓰디쓴 것 _ 사랑에 얽힌 세계의 신화들
3. 염라대왕과 옥황상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_ 사후 세계 이야기
4. 희망을 꿈꾸기에 살아갈 수 있다 _ 신화 속 낙원 이야기
5. 불필요한 호기심, 비극을 부를 수도 있다 _ 금기를 깨지 말라
6. 인륜을 어기면 천벌 받는다, 반드시! _ 최악의 패륜 가문 스토리
7. 그리스 신화에서 심리학을 배운다 _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다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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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신화 콘서트
김상훈 지음

처음을 돌아보다
고통 없는 창조는 없다_ 혼돈과 천지 창조 이야기
뉴스 보기가 겁난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패륜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진다.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한다. “말세야, 말세. 이렇게 혼란스러운 적이 없었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무작정 혼란스럽기
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가치와 기존의 가치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도 섞여 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혼돈이다. 혼돈은 새로운 출발을 향한 몸부림이자 진통이다. 그렇기에 혼돈은 역
동적이다. 우리 시대의 여러 가지 모습과 현상을 목격하며 현기증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그만큼 역동
적이기 때문은 아닐까.
세계의 거의 모든 신화는 창세 신화로 시작한다. 세상을 창조하는 순서도 대체로 비슷하다. 먼저 태초
의 혼돈이 있다. 이 혼돈이 깨지면서 천지 창조가 이루어진다. 그 다음에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탄생한다. 먼저 북유럽 신화를 보자. 여기서 태초의 혼돈은 무와 공허 혹은 암흑과 나락으로 묘사된다.
무중력 상태의 캄캄한 우주와 비슷하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위는 어디고 아래는 어디인
지 분간할 수 없다. 너무 깊어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수렁, 빛의 부스러기조차 보이지 않는 암흑. 북유
럽 사람들은 이 태초의 혼돈을 ‘입을 쫙 벌린 심연’이라 불렀다.
중국 신화에서 혼돈은 생김새가 있다. 날아다니는 새와 비슷하게 생겼다. 자세히 보면, 물론 새가 아니
다. 혼돈은 4개의 날개와 6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몸뚱어리는 빨간색이었다. 더 괴이한 사실. 얼굴
자체가 없다! 얼굴이 없다는 건 상징이다.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얼굴이 없으니 당연히
눈, 귀, 코, 입 같은 감각기관이 없다. 앞을 볼 수도, 소리를 들을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말하거나
먹을 수도 없다. 그러니 혼돈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존재다. 생김새가 있다고는 하나
북유럽 신화의 혼돈처럼 캄캄하고 고요한 먹통이다.
중국신화의 혼돈은 신으로 대접 받는다. 신이니 이름도 있다. 제강이다. 제강은 춤과 노래를 잘했다고
한다. 논리상의 오류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존재가 어찌 춤과 노래를 즐긴단 말인가?
여기서 잠깐. 신화에 지나치게 논리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신화를 읽는 까닭은 논리력을 키우
기 위해서가 아니다. 상징과 문화의 원형을 찾으려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지혜를 얻으려고 신화
를 읽는 것이다. 그러니 논리력보다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제강이 춤과 노래를 한다고 설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고대로부터 인간이 가무를 즐겼다는
상징이 아닐까?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혼돈의 신이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혼돈이 그만큼 역동적이
라는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닐까? 북유럽 신화의 혼돈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중국의 혼돈은 텅 비어 있
는 공허가 아니다. 끝없는 암흑도 아니고, 완전히 멈추어버린 시공간도 아니다. 중국의 혼돈은 도약을
위한 몸 풀기다. 나아가 새로운 질서를 위한 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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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아직 아무것도 창조되지 않은 이 우주에 혼돈의 신 제강만이 유일한 존재였다. 그러던 중 불쑥 두 친
구가 등장한다. 그들의 이름은 숙과 홀. 한자를 풀이해보면 둘 다 ‘빠름’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갑자기 빠름이 등장한 게 좀 이상하다. 아닌 게 아니라 사태가 급변했다. 두 친구
는 제강에게 감각 기관이 없는 점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제강의 몸에 구멍만 낸다면 볼 것도 보고, 숨
도 쉬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데…….
두 친구는 제강의 몸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개씩. 7일이 지나자 제강의 몸에 7개의 구멍
이 뚫렸다. 이제 제강도 감각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을까? 아니다. 모든 구멍이 뚫리는 순간 제강
은 죽어버렸다. 이렇게 혼돈은 종말을 맞았다. 예나 지금이나 과도한 친절은 때로 독이 된다. 이 신화
에서 배우는 곁가지 교훈이다.
두 친구의 행동이 부적절했을까? 그건 아니다. 당연한 흐름이다. 시간의 속성이란 게 원래 그렇다. 째
깍째깍 흘러가는 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숙과 홀이 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는 혼돈의 몸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래야 혼돈의 시대가 끝날 테고, 혼돈이 끝나야 천지개벽이 이루어질 테니까
말이다. 제강의 사망은 비극이 아닌, 필연적 사건이다.
중국의 유명한 천지창조 스토리는 제강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새로운 혼돈이 등장한다. 이
혼돈은 알처럼 생겼다. 반고다. 반고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반고가 잠을 잔
시간은 무려 1만 8,000년이다.
마침내 반고가 잠에서 깨어났다. 반고가 기지개를 켜자 혼돈의 알이 툭툭 소리를 내며 깨졌다. 알 안
에 갇혀 있던 혼돈의 기운이 두 개로 갈라졌다. 맑은 기운은 위쪽으로, 탁한 기운은 아래쪽으로 방향
을 잡았다. 그 기운은 각각 하늘과 땅이 되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반고가 섰다. 반고는 발로는 땅을 딛고 머리로는 하늘을 받쳤다. 힘겹다. 하지만 어
쩔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애써 갈라놓은 하늘과 땅이 다시 하나로 합쳐질 테니까. 이 상태로 영
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하늘은 매일 1장씩 높아졌고, 땅은 1장씩 두꺼워졌다. 땅을 딛
고 하늘을 받치려니 반고도 덩달아 매일 1장씩 커졌다. 그렇게 다시 1만 8,000년이 흘렀다. 어느새 하
늘에서 땅에 이르는 거리가 9만 리가 되었다. 하늘과 땅이 다시 합쳐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드디어
하늘과 땅이 완성되었다!
1만 8,000년 동안 땅을 딛고 하늘을 받치려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제 역할을 끝낸 반고가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이후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반고의 시신이 해체되었다. 그의 눈은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다. 그가 내쉬었던 숨결은 바람이 되었다. 반고의 살은 들판이 되었고, 피는 강물이 되
었다. 이렇게 그의 몸이 모두 자연으로 변화했다. 천지가 개벽한 것이다.
이처럼 반고는 세상의 재료가 되기 위해 기꺼이 제 몸을 희생했다. 그는 죽어 대자연으로 다시 탄생했
다. 이때까지도 인간이란 존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지구를 임대해 쓰고 있는 세입자일 뿐이다. 신화는 이렇게 진실을 에둘러 말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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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북유럽 신화의 혼돈에 비하면 중국 신화의 혼돈은 우화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는 어떨까? 그
리스 신화의 출발점도 카오스다. 카오스와 함께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나온다. 가이아에게서 거인 신
들이 탄생하고, 이어 신들의 투쟁이 시작된다.
현대 세계에서 카오스 이론은 과학,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론된다. 무질서해 보이는 것에도
나름의 질서와 법칙이 있다는 점을 인간들도 인정했다. 뭐, 인간이 그동안 무지했던 탓이다. 이런 질서
와 법칙은 애초에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존재해왔다. 다만 인간들이 그것을 무질서와 혼란이라며 외
면했을 뿐이다.
모든 것의 출발은 혼돈이다. 혼돈은 창조의 씨앗이다. 말끔하고 단정한 마음은 안정적이지만 때론 열
정과 동떨어져 있다. 내 안에 고여 있는 강물에 돌을 던져보라. 혹시 아는가? 작은 파장이 일면서 잠
자고 있던 열정이 깨어날지. 낯섦과 새로움을 두려워하면 안주하게 된다. 혼돈을 경외해야 할 이유다.
그 혼돈으로부터 역사가 시작된다. 지금 혼돈스럽다고? 그 혼돈을 충분히 즐기자. 열 걸음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니까!

신들의 세계, 요지경 세상
초대형 슈퍼스타 신이 납신다! _ 천둥 신 토르의 원맨쇼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했다. 국내도 마찬가지. 1편 관객 수 700
만 명에 이어 2·3·4편 모두 1,000만 명을 넘겼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이 시리즈에 북유럽의
신 토르가 등장한다. 이제 토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이 되었다. 초대형 슈퍼스타다. 하지만 토르
가 신화에서도 최고신은 아니다. 북유럽 최고신은 오딘이다.
오딘은 세상과 인간을 창조했고, 신들의 세계를 건설했다. 최고 마법사로서 미래를 내다볼 줄도 안다.
이 능력을 얻으려고 온갖 고행을 자처했다. 세상 이치를 꿰뚫고 있는 현인 미미르의 우물에 한쪽 눈알
을 내놓았고, 세계수 이그드라실에 목을 맸다. 그 상태로 9일 동안 명상을 단행했다. 그때 의식이 저
승까지 다녀왔다. 더 많은 지혜를 얻으려고 적들인 거인의 땅 요툰헤임까지 여행하기도 했다. 지혜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이토록 험난하다.
미미르의 우물에 눈알을 내놓은 후로 오딘은 허름한 외눈박이 노인으로 묘사된다. 그래도 모든 신이
그를 아버지로 추종한다. 그는 나이도 가장 많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모두 안다. 아침마다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와 오딘에게 세상사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북유럽 사람들에게 오딘은 없어서는 안 될 신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 말한 대로 가장 비중이 큰 신
은 토르다. 요즘만 그런 게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다. 8세기 전까지만 해도 토르가 최고신이었다. 바이
킹 집단이 권력을 잡으면서 서열을 바꾸어놓았다. 바이킹 권력자들은 농민의 신인 토르보다 마법을 부
릴 줄 알고 전쟁에 관여하는 신인 오딘을 더 숭배했다. 오딘이 최고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권력이
신화를 바꾼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잖은가?
그래도 대다수의 농민이 숭배한 신이니 토르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권력자들이 신의 서열을 바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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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는 있지만 민심까지 바꿀 수는 없었나 보다. 때문에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와 관련된 내용이 압도적으
로 많다. 사실 토르는 신들에게도 거인을 막아주는 수호신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토르에게는 거인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특히 많다.
토르가 로키 그리고 자신의 인간 시종인 샬비와 함께 했던 거인국 여행 이야기가 유명하다. 거인국의
왕은 토르 일행에게 능력을 보여달라며 대결을 제안했다. 이어 신과 거인의 진기한 대결이 벌어졌다.
첫 번째 대결은 빨리 먹기. 로키는 식탁의 모든 음식을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거인 쪽 선수도
동시에 식사를 마쳤다. 하지만 거인은 음식뿐 아니라 뼈와 식탁까지 모조리 먹어치웠다. 그러니 거인
의 승리. 두 번째 빨리 달리기에서도 샬비가 거인아이 후기에게 일방적으로 패했다. 2차전도 거인의 승
리.
토르만 남았다. 이번에는 빨리 마시기 경주. 거인국의 왕은 술이 가득한 잔을 내놓았다. “우린 아무리
못 마셔도 세 모금이면 끝이네. 자네는 어림도 없겠지만. 껄껄.” 오기 발동. 토르가 술을 벌컥벌컥 마
셨지만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2차, 3차 도전 때도 겨우 손잡이 부분까지만 마셨을 뿐이다. 3차전도 거
인의 승리. 거인 왕이 만회할 기회를 주겠다며 거인들의 애완용 고양이를 들어올려 보라 했다. 토르는
고양이의 한쪽 다리밖에 들지 못했다. 그 다음에는 왕의 늙은 유모와 씨름을 했는데, 이기기는커녕 오
히려 토르가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토르의 완패였다. 거인 왕은 더 이상 해볼 것도 없다며 파티를 끝
냈다.
아, 치욕이다. 토르는 밤새 뒤척이다 일출을 맞았다. 헤어질 시간. 풀 죽은 토르에게 거인 왕이 말했다.
“이제 고백해야겠소. 당신들은 소름 끼치도록 강하오. 그 정도로 강한 줄 알았다면 우리 영토에 못 들
어오게 했을 거요.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마시오.”
사실 모든 게 마법이었다. 여행 도중에 만난 거인은 큰 산맥이었다. 토르가 망치로 내려친 바람에 지
축이 흔들리고 산들이 무너졌다. 먹기 대결을 벌인 거인은 불꽃이었기에 뼈와 식탁도 태운 것이다. 달
리기 상대였던 거인 아이는 ‘생각’이란 관념이었다.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한들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토르가 마신 술은 바닷물이었으니 줄어들 턱이 없다. 그런 바닷물을 손잡이 부분까지 마셨
으니 토르가 바닷물의 흐름을 바꿔버렸다. 이때 썰물이 생겨났다. 토르가 한쪽 발을 들어올린 고양이
는 지구를 감싸고 있는 세계 뱀 요르문간드였다. 그렇다면 유모는? 늙음이었다. 늙음을 이길 자는 없
다. 꼬꾸라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공인 셈이다.
토르 이야기를 할 때 늘 따라다니는 존재가 있다. 바로 로키다. 로키는 프레이야 결혼 해프닝 때는 신
들을 도왔지만, 그런 사례는 많지 않다. 오히려 협잡꾼에 가깝다. 그는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적과도
손을 잡는다. 배신? 밥 먹듯이 한다. 로키 또한 북유럽 신화에서 꽤나 자주 등장하는 신이다. 이번엔
로키 이야기를 해보자.
아직 신들의 성채가 없던 시절, 한 목수가 거인의 침략에도 끄떡없는 성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물론
공짜는 없다. 목수는 태양, 달 그리고 미의 여신 프레이야를 달라고 했다. 군침은 당기는데 대가가 너
무 크다. 신들이 우왕좌왕할 때 로키가 말했다. “뭘 고민해? 반년 이내에 성채를 완성하라는 조건을 내
걸면 되지 않겠어? 그렇게 빨리 성채를 완성할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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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미완성의 성을 얻어 마무리 작업만 할 심산이었다. 의외로 목수가 받아들였다. 단, 말 한 마리를 사용
하게 해 달라고 했다. 신들은 말 한 마리 더 있다고 해서 기한 내에 성채를 완성하지는 못할 것이라
여겼다. 이 판단은 틀렸다. 그 명마의 활약 덕분에 6개월의 기한이 끝나갈 무렵 성채는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신들이 로키를 비난했다. 로키도 당황했다. 로키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
겠다는 말을 남기고.
딱 사흘이 남았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목수의 말이 일하기를 거부하고 숲으로 달려갔다. 매력적
인 암말이 숲에서 유혹했던 것이다. 결국 목수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화가 난 목수가 정체를 드
러냈다. 거인이었다. 토르는 망치를 휘둘러 거인을 쓰러뜨렸다.
결국 암말이 신들을 구한 셈인데……. 로키가 새끼 말을 데리고 오자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로키가
암말로 변신해 목수의 말을 유혹했던 것이다. 이 새끼 말은 ‘사랑의 결실’인 셈. 황당한 결말 아닌가?
어쨌든 로키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졌고, 신들은 든든한 성채를 얻었다.
결과적으로는 로키가 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지만, 조금 전에도 밝혔듯 이런 사례는 흔치 않다. 로키
는 늘 말썽을 부렸으며 라그나뢰크를 유발했다. 왜 로키가 이렇게 악행을 저지르는 것일까? 로키는 다
른 신들과 소통하지도, 교류하지도 못했다. 원래 로키는 거인족의 아들이었다. 오딘이 여행할 때 만나
의형제를 맺은 게 인연이 되어 신들의 세계로 왔다. 혈통이 다른 신이다. 어쩌면 따돌림의 대상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 늘 겉돌았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슈퍼스타 토르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때론 로키에게도 관심을 가져보자. 또한 지금 내 주변에 로키 같은 사람은 없는지도 확인해보자. 더불
어 사는 세상이니까.

영웅, 그들이 그립다
쾌락과 미덕 중 어느 것을 원하는가? _헤라클레스 이야기
누가 신화 속의 최고 영웅일까? 아마도 10명 중 7~8명은 예외 없이 이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헤라클
레스! 맞다. 헤라클레스는 천하무적의 영웅이다. 하지만 마초 기질로 똘똘 뭉친 근육질 사나이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헤라클레스는 사실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던 영웅이다. 죽음까지도 상당히 비극적
이다.
성장기의 헤라클레스는 요즘의 중2병에 걸린 청소년과 비슷했다. 스승인 켄타우로스족의 현자 케이론
조차도 그를 통제하지 못했다. 헤라클레스는 꾸중하는 음악 교사를 홧김에 때려죽이기도 했다. 양아버
지 암피트리온도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나 보다. 암피트리온은 헤라클레스를 키타이론 산에 보내 양
치기로 키웠다.
헤라클레스는 성인이 될 무렵 영웅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키타이론 산에서 날뛰는 사자가 있었는
데, 아무도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을 해치는 사자를 그냥 둘 수는 없는 일. 헤라클레스가 그 사
자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테베의 공주 메가라와 결혼해서 세 아들을 낳고 오순도순 살았다.
신의 개입만 없었더라면 헤라클레스는 그렇게 평안한 삶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헤라 여신이었
다.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미치게 하는 마법을 씌웠다. 광기에 사로잡힌 헤라클레스는 아내 메가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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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세 아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아테나 여신이 헤라클레스를 급히 재운 덕분에 더 이상의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
난 헤라클레스의 고통마저 잠재울 수는 없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신이 중재에 나섰다.
“미케네 왕 에우리스테우스의 노예가 되어 그 왕이 시키는 과업을 이행함으로써 죄를 씻도록 하라!”
이렇게 해서 헤라클레스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었다. 12개의 과업이 떨어졌다. 첫 번째 과업은 불
사의 몸을 가진 네메아의 사자 죽이기. 과업을 이행한 후 헤라클레스는 네메아의 사자 머리 가죽을 쓰
고 다녔다. 이후 이 차림새가 헤라클레스의 상징이 되었다. 훗날 로마 제국의 미치광이 황제 코모두스
도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고 다녔다. 물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나머지 과업도 차근차근 이행했다. 머리가 아홉 개인 히드라 죽이기, 아르테미스 여신의 사슴 잡아오
기,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잡아오기, 아우게이아스 왕의 광활한 축사 청소하기, 호수의 괴조 잡아오기,
크레타의 황소 잡아오기, 사나운 말 사로잡기, 아마조네스 여왕의 허리띠 가져오기, 게리온의 소 잡아
오기, 신들의 정원에 있는 황금 사과 따오기…….
마지막 과제는 저승을 지키는 케르베로스를 잡아오는 것이었다. 케르베로스는 머리가 셋 달린, 개처럼
생긴 괴수다. 살아 있는 자가 저승에 간다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갔다 하더라도 그런 괴수를 끌고 나
오는 건 더욱 불가능하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그 일을 해냈다. 흥미로운 대목. 당시 영웅 테세우스가
저승에 붙잡혀 있었는데,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영웅들의 연결고리가 또 이렇게
만들어진다.
12개의 과업을 완수함으로써 헤라클레스는 노예 신분에서 벗어났다. 헤라클레스는 테베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로도 헤라클레스는 좌충우돌을 반복한다. 그의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로 돌아가 디오니소스 신의 딸이며 인간인 데이아네이라와 결혼했다. 켄타우로스
종족 중 누군가가 데이아네이라를 흠모했다. 헤라클레스가 그런 사내를 가만히 둘 리가 없다. 그 사내
는 죽음을 맞으면서 저주를 퍼부었다. 데이아네이라에게 독이 담긴 약물을 건네주며 속삭였다. “이 약
은 사랑의 미약이오. 나중에 헤라클레스의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하면 그의 옷에 바르시오. 그러면 사
랑이 돌아올 것이오.” 물론 거짓말! 하지만 순진한 데이아네이라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가보처럼
그 독약을 보관했다. 약을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이런 금기는 반드시 깨진다. 독약을 쓸 날이
온다는 뜻이다.
헤라클레스가 한 왕국을 정복한 뒤 그 나라의 공주를 인질로 데리고 돌아왔다. 헤라클레스가 그 공주
를 사랑했던 것일까? 글쎄.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했다. 순간 독약이 떠올랐다. 그녀는 사랑이 되살아나기를 기도하며 독약을 헤라클레스의 옷에 발
랐다. 그 옷을 입는 순간 헤라클레스의 살이 타들어갔다. 옷을 벗으려 하면 더 달라붙었다. 옷을 찢어
내자 살도 뜯겨나갔다. 헤라클레스는 죽음을 직감했다. 장작을 쌓고 그 위에 누웠다. 이어 부하에게 불
을 붙이라 했다. 헤라클레스는 불의 지옥을 경험하며 생을 마감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데이아네이
라도 충격에 빠져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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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이승에서의 삶은 끝이 났다.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하늘로 불러들였다. 헤라도 미안해진 걸까? 그토
록 헤라클레스를 괴롭혔지만 최후에는 미움을 풀었다. 헤라클레스는 신이 되어, 헤라의 딸이자 청춘의
여신인 헤베와 결혼해 신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문제! 헤라클레스는 행복했을까? 어쩌면 인간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헤라
클레스가 영웅 대접을 받는 진짜 이유는 분명하다. 영웅이라면 지켜야 할 덕목을 그가 지켜냈기 때문
이다. 그 덕목이 무엇일까? 여자를 휘어잡는 것도, 적을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는 것도, 질탕하게 놀아
보는 것도, 새로운 것을 찾아 무조건 떠나는 것도 그 덕목이 아니다. 그 덕목은 바로 미덕이다.
헤라클레스가 18세가 되던 해였다. 쾌락이란 이름의 님프와 미덕이란 이름의 님프가 그 앞에 나타났다.
두 님프는 자신 중 한 명만을 선택하라 했다. 쾌락을 선택하면 삶이 즐겁다. 하지만 삶의 의미가 약해
진다. 미덕을 택하면 고난을 겪을 수는 있지만 정의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쾌락의 님프는 요염한 몸짓
을 하며 헤라클레스를 유혹했다. 유한한 삶에서 쾌락적인 삶을 사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 부추겼다.
선택의 시간. 헤라클레스는 쾌락 대신 미덕을 택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이 시대의 영웅들을 떠올려보라. 그들이 택한 것은 무엇이겠는가? 쾌락인가, 아니
면 미덕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실천이 어렵기에 영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영웅이 되려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난 쾌락을 좇고 있는가, 아니면 미덕
을 좇고 있는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염라대왕과 옥황상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_ 사후 세계 이야기
꼬마가 말을 안 들으면 염라대왕이 잡아간다고 엄포를 놓던 시절이 있었다. 염라대왕이 지옥을 다스리
는 최고 대왕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틀렸다. 염라대왕은 지옥의 최고 왕이 아니다. 우리의 토종
신도 아니다. 염라대왕은 불교 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의 판관 중 한 명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은
10개다. 염라대왕은 다섯 번째 지옥에서 죽은 자의 죄를 판단한다. 이 판관을 시왕이라고 한다. 그러
니까 염라대왕은 시왕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왕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불교를 수입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불교를 수입했다. 이미 말한 대로 염라대
왕은 불교의 시왕이다. 그러니 세 나라 모두에서 염라대왕을 지옥의 신으로 여긴다. 다만 이름은 좀
다르다. 일본에서는 염마대왕이라 부른다.
불교의 발원지는 인도다. 그렇다면 염라대왕의 원조가 인도에 있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그렇다. 인도
신화에 염라대왕 역할을 하는 신이 있다. 바로 야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이후 야마라는 이름이
염라로 바뀐 것이다.
야마는 원래 인간이었다. 인간 중에 가장 먼저 죽었다. 그래서 저승을 가장 먼저 경험했고, 저승의 신
혹은 통치자가 되었다. 붉은 옷을 입었으며 한 손에는 죽은 자의 영혼을 묶는 포승줄을, 다른 손에는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곤봉을 들고 있다. 야마가 염라대왕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죽은 자를 데리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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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승으로 가는 역할이 사라졌다. 그 역할은 저승차사가 새로 맡았다. 염라대왕은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역
할만 한다. 앞서 밝혔듯 염라대왕은 저승 세계의 1인자가 아니다. 지옥의 판관 중 한 명일 뿐이다. 저
승 세계의 1인자는 옥황상제다. 줄여서 천제라고도 부른다. 염라대왕의 원조인 야마 또한 저승 세계의
1인자가 아니다. 죽음과 파괴의 신이 이미 존재하잖은가? 맞다. 야마는 시바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인도 이야기다. 한 남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야마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 이제 저승 세계로
가야 한다며 무뚝뚝하게 통보했다. 남자는 죽기 싫다며 신에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기도하고
있던 곳은 시바의 상징물 앞. 그는 시바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야마는
남자에게 저승으로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남자가 시바의 상징물에 자신의 몸을 결박시켰다. 절대 갈
수 없다는 저항의 몸짓이다. 간절함이 깊었던 것일까? 남자를 시바의 상징물에서 떼어내는 건 불가능
했다. 야마는 어쩔 수 없이 시바의 상징물과 남자를 함께 끌고 갔다.
이 사실을 시바가 알았다. 헐, 감히 자신의 상징물을 저승으로 끌고 가다니……. 시바는 야마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들이 저승에 도착하기 전에 시바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시바는 화난 표정을 짓
더니 단칼에 야마를 죽여 버렸다.
죽음의 신이 죽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결과는 황당했다. 아무도 안 죽는다. 모두가 행복
할 것 같다고? 아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인간과 생물이 모두 늘어나기만 한다. 인구 밀도만 높
아지는 것이 아니다. 굶주려도, 상처가 썩어 들어가도 죽지 못한다. 아비규환이다. 신들이 모두 나섰다.
덕분에 야마는 부활했다.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우주 질서가 제자리를 찾았다. 최고신이라도 이 우주
질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물며 인간이야 말할 것도 없다. 야마의 죽음에서 모두가 그걸 느꼈잖은
가? 삶이 필요하듯 죽음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저승은 죽은 자가 가는 곳이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저승은 지하 또는 머나먼 세계에 있다. 인도 신화
에서는 아니다. 저승은 천상 세계에 있다. 고대 인도인들이 죽음을 판타지로 여겼다는 증거다. 그들은
죽음을 또 하나의 이상향으로 보았다. 물론 죽음을 환영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랬듯이
인도인들도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했다.
이집트나 그리스를 비롯한 서양의 저승 구조도 동아시아와 거의 똑같다. 죽으면 사후 세계로 간다. 이
승에서의 삶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천국행과 지옥행이 결정된다.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이 지
역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흥미롭다. 서로 상의한 것도 아니고 문화 교류를 통해 벤치마킹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에 대해 불안과
두려움 혹은 기대감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똑같이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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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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