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오디세이아
10년간에 걸친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격 중 마지막해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 『일리아스』. 그리스군
의 트로이 공략 후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모험
과 귀국에 관한 이야기를 40일간의 사건으로 구성한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일리아스·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 저자 호메로스
호메로스는 기원전 900~800년경에 소아시아 이오니아 해변의 스미르나 또는 키오스섬에서 살았으며,
작품 활동 역시 이 지방을 중심으로 하였고 이오스섬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 대
해서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어 학자들 중에는 그를 실재 인물이 아닌 전설적 시인, 또는 개인이 아
닌 편력시인의 집단, 장님인 걸식 시인이라고 추측하는 인물도 많았다. 또한 『일리아스』와 『오디세
이아』가 호메로스의 작품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19세기 이후에는 호메로스는 실제 인
물이었으며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그의 작품이란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메로
스의 실존 여부를 떠나서 그가 그리스 최고(最古)의 시인일 뿐 아니라 서구의 시문학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시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 S ho rt S umma ry
- 일리아스
테티스의 결혼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연회장에 던진 황금사과로 인하여 헤라와 아테
네,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의 명으로 파리스의 심판을 받게 된다. 황금사과에 가장 아름다운 여
신께 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말
에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정했고, 가장 아름다운 여신 이 된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인 헬레나를 꾀어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치게 만든다. 그리고 이에 격분한
그리스 왕들은 트로이 정벌에 나선다.
용맹한 장수 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 마저 잃은 트로이군은 사기가 꺾이고 전세가 그리스 군에게 역전
되는가 싶었지만, 파리스의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은 아킬레우스가 죽자 전쟁은 지루하게 계속된다. 이
에 그리스군은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군대를 숨겨놓고 철수하는 척 위장전술을 구사한다. 트
로이 백성들이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들어오고 승리를 자축하는 날 밤, 목마에 숨어 있던 그리스 군
들의 기습으로 트로이는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
- 오디세이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트로이를 떠나 이케타로 귀환하는 오디세우스는 도중에 갖가지 위험과 직면하며
부하들을 모두 잃고 아테나 여신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 페넬
로페는 많은 구혼자들의 들볶임을 받는다. 그녀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짜는 일을 마치면 구혼자 가운
데 하나를 선택하여 혼인하겠다고 선언하며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베를 푸는 일을 반복하면서 남
편 오디세우스를 기다린다. 마침내 거지로 변장하여 자신의 궁궐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가
내건 활쏘기 시합에 참가하여 구혼자들과 재주를 겨루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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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일리아스·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파리스의 심판
펠레우스와 테티스가 결혼했을 때 모든 신들이 초대 받았으나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은 초대를 받지
못했다. 화가 난 에리스는 잔치 좌중에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 라는 글자가 씌어진 황금 사과 한
알을 던졌다. 그러자 헤라와 아프로디테, 그리고 아테나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싸움에 끼어
들기를 꺼린 제우스는 이데 산의 미남 양치기 파리스에게 데리고 가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도
록 했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로 장차 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양치기 노릇을 하고 있었다. 헤라는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명예와 명성을,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
운 여자를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유리한 심판을 부탁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바쳤다. 이로써 그는 헤라와 아테나의 적이 되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리스 땅의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인 헬레나를 만났다. 그녀가
바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네를 꾀어 낸 뒤
함께 트로이로 도망가 버렸다. 메넬라오스는 그리스의 모든 왕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아내를 되찾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왕들이 속속 도착했으나, 오디세우스만은 불참했다. 그는 그즈음 페넬로페와
의 결혼 생활에 단단히 재미를 붙이고 있었으므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팔라메데스가
사자로 파견되어 설득한 결과 결국 오디세우스도 그 전쟁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웅 아킬레우
스는 아직 합류하지 않았다. 그는 불화의 사과가 던져진 결혼식의 신부 테티스의 아들이었는데, 그녀
는 신탁을 통하여 아들이 원정에 참가하면 트로이 성을 목전에 두고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
에 아들의 참전을 말렸다. 하지만 오디세우스가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그도 출전을 결심하여 막강한
전투력의 진용이 구성되었다. 뮈케나이 왕 아가멤논이 총사령관이 되었다. 그는 아내 헬레나를 빼앗긴
메넬라오스의 형이었다. 트로이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프리아모스 왕은 비록 연로하지만 현명한 군주
였기에 나라의 기틀을 탄탄히 다져 놓았고, 그의 버팀목인 큰아들 헥토르 역시 매우 출중한 장군이었
다.
2년간의 준비를 끝낸 그리스 함대와 군대는 보이오티아의 아우리스 항에 집결했다. 그 때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사냥 중에 아르테미스에게 봉헌된 수사슴 한 마리를 죽인 일이 발생했다. 아르테미스는
벌로 전염병과 바람을 보내 군대를 괴롭혔다. 예정된 날에 출항하지 못한 그리스 연합군은 예언자 칼
카스의 점괘에 따라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산 채로 제물로 바치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제물
로 바쳐지는 순간 아르테미스는 문득 처녀를 가엽게 생각해서 제단에 수사슴 한 마리를 놓고 이피게
네이아를 구름에 싸서 티우리스로 데려가 자신의 신전 여사제로 삼았다. 이로써 아르테미스의 분노가
가라앉고 순풍이 불어 함대가 출항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연합군 함대는 트로이에 상륙했다.
일리아스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이 이렇다할 진전도 없이 9년을 끌고 있는 와중에 그리스 군에게는 치명적이
라고 할 수 있는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사이의 불화가 발생했다. 아가멤논의 포로가 된 아폴론 신전
의 신관 딸 크리세이스라는 처녀 때문이었다. 아폴론은 처녀 아버지의 간청대로 그리스 군에게 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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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병을 퍼트렸다. 아킬레우스는 크리세이스를 방면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아가멤논을 공격했다. 그러자
아가멤논은 그 대가로 아킬레우스의 포로가 된 처녀 브리세이스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격분한
아킬레우스는 철수하여 그리스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전쟁이 지구전으로 이어지면 트로이가 그리스의 손에 떨어지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신
들이었지만, 그들은 흥미롭게 전쟁을 지켜보며 제각각 나뉘어 편을 들기도 했다. 헤라와 아테나 여신
은 파리스에게 모욕당한 적이 있던 만큼 그리스의 편이 되었고, 그와 반대로 아프로디테 여신은 트로
이의 편이 되는 형국이었다. 제우스는 명군(名君) 프리아모스를 기특하게 여겼지만 되도록 중립을 지
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예외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이 모
욕당했다는 사실에 분개하여 제우스에게 날아가 그리스 군을 벌해줄 것을 요구했다. 제우스의 방해를
받아 잇달아 패전한 그리스 군은 회의를 소집하여 아킬레우스의 화를 달래기로 결정하고 그의 요구대
로 크리세이스를 방면할 뜻을 전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화해의 손을 뿌리치고 회군 의지를 조금
도 굽히지 않았다.
아킬레우스에게 파견되었던 사자들이 빈 손으로 돌아온 다음 날 또 한 차례의 회전이 있었다. 이 회
전에서 트로이군은 제우스 덕분에 용케 그리스 군 방벽의 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있었다. 포세이돈은
그리스 군이 비참한 지경에 몰리자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하는 수 없이 트로이 군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포세이돈이 그리스 군을 도와 트로이 군을 궁지에 몰아붙이고 있는 동안 제우스의 관심은 전
장에서 떠나 있었다. 사랑에 목마른 헤라가 꾀를 내어 제우스의 관심을 자기에게로 돌려놓은 것이었
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는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제우스는 헥토르가 부상을 입자 포세이돈에게 전쟁
에서 손을 떼라고 엄명했다. 그 때문에 헥토르는 다시 전장에 나타났고, 포세이돈은 바다로 물러났다.
파트클로스는 아킬레우스를 찾아갔다. 아킬레우스의 아버지가 연하의 친구인 아킬레우스를 잘 보필하
여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하라고 당부했던 일을 파트클로스는 잊지 않고 있었다. 파트클로스는
아킬레우스에게 그리스 진영의 비참한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디오메데스, 오디세우스, 아가멤논, 마카
온이 부상을 입었고, 방벽은 무너졌으며, 적군이 함대에까지 들어와 불을 지르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그대로 두어 배가 타버리면 그리스 군은 본토로 회군도 못 하게 되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킬
레우스는 마음에 걸리는 바가 있어서 파트클로스를 돕기로 하고 그에게 자신의 갑옷을 빌려주었다.
그의 갑옷을 보면 트로이군이 겁을 먹고 패주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킬레스는 이렇게 당부했
다. 명심하게! 나 없이 트로이 군을 공격하는 짓은 말게, 나는 나의 명예를 다치고 싶지 않네.
트로이 병사들은 저 유명한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보고는 겁을 집어 먹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적의 패
주가 시작되자 아이아스, 메넬라오스, 그리고 네스토르의 두 아들의 활약상이 크게 돋보였다. 이때 제
우스의 아들 사르페론이 파트클로스와 대적하는 것을 본 제우스는 아들을 도우려고 했다. 그러나 헤
라가 다른 신들이 파트클로스를 도우려 나올 수도 있으니 돕지 말라고 만류했다. 결국 사르페론은 파
트클로스의 창에 죽고 말았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전세가 바뀌었다. 헥토르가 전차를 몰고 나와 파트
클로스의 앞을 가로막았고, 두 영웅은 격렬한 전투를 벌었다. 마침내 헥토르의 창이 파트클로스의 가
슴을 찔렀다. 이로부터 파트클로스의 시체를 빼앗으려는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파트클
로스가 입었던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헥토르의 손에 들어가고 헥토르가 그 갑옷을 입고 다시 전장에
나타났다. 이 싸움에서 그리스 군은 대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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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죽음을 몹시 슬퍼했다. 그 통곡 소리를 들은 그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이 원수
를 갚도록 도와주고자 잃어버린 갑옷보다 훨씬 강한 갑옷을 만들어주기로 하고 헤파이스토스에게 달
려갔다. 헤파이스토스는 하던 일을 미루고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만들었다.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갑옷
을 들고 테티스는 하계로 내려와 아킬레우스의 발치에 갖다 놓았으니 이때가 새벽녘이었다. 아킬레우
스는 곧 장수들을 소집하고는 아가멤논과 화해할 것을 선언하고 곧장 전쟁터로 달려나갔다. 분노와
복수심에 떠는 그를 당할 군사는 없었다. 헥토르는 아폴론으로부터 일찍이 주의를 받은 바 있어서 멀
찍이 떨어져 있으며 아이내이아스로 하여금 대적하도록 했다. 아이네이아스가 힘겹게 싸움을 하고 있
는 것을 지켜보던 포세이돈은 아이네이아스를 불쌍히 여겨 둘 사이에다 구름을 일으키고는, 아이네이
아스를 격전장 후방에다 내려놓았다.
그동안 트로이의 병사들은 모두 성 안으로 들어갔으나 헥토르만은 아킬레우스와의 일전을 각오하고
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부하들과 성을 구하기 위하여 헬레네와 재보를 모두 건네주고 화친
을 맺을 것인지 번민했다.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응낙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킬레우스의 위용에 기가
꺾인 헥토르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이구나! 기왕 죽을 목숨이라면 부끄럽게 죽을 수는 없
는 일이다. 헥토르는 칼을 뽑아들고 돌진했다. 그러나 그는 아킬레우스의 창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아킬레우스, 부탁이니 내 시체만은 내 조국 트로이에 돌려주기 바란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헥토르
의 갑옷을 벗기고 그의 발을 전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며 트로이의 성 앞을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분을 풀지 못한 아킬레우스는 다음 날 전차에 헥토르의 시체를 매단 채 파트클로스의 무덤을 두어 바
퀴 돈 뒤, 시체를 땅바닥에 유기했다. 시체가 이런 학대를 받았지만 아폴론의 도움으로 시체는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았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은 아킬레우스에게 아들의 시체를 돌려 달라고 부탁하기로 하고 헥토
르의 몸값을 치를 재보를 마차에 싣고 마부 하나와 아킬레우스에게 갔다. 제우스는 프리아모스 왕을
가엾게 여겨 헤르메스를 보내어, 길을 안내하고 신변을 보호해주도록 조치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파수병들을 잠재웠으므로 마차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들어갔다. 프리아모스
왕은 자식을 죽인 아킬레우스의 손에 입 맞추며 말했다. 나는 내 자식의 주검을 구걸하려고 많은 몸
값을 싣고 이렇게 왔습니다. 아킬레우스는 고향에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킬레우
스는 헥토르의 장례가 끝나기까지 열 이틀간 휴전하겠다고 약속한 뒤에 프리아모스 왕에게 장수를 딸
려 트로이로 보냈다.
트로이의 최후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장례 기간 동안 프리아모스 왕의 딸 폴뤽세나를 본 일이 있었다. 그는 폴뤽세
나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겨 그녀를 아내로 삼게 해주면 트로이에 평화가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
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아폴론의 신전에서 혼담을 벌이다가 파리스가 쏜 독화살에 맞았다. 화살은
아폴론의 인도를 받아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꿰뚫었다. 발뒤꿈치는 아킬레우스의 치명적인 약점이
었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낳자마자 스튁스 강물에 담가 불사신으로 만들었
는데, 이때 테티스는 아킬레우스의 발을 잡아 거꾸로 담그는 바람에 이 뒤꿈치만은 스튁스 강물이 닿
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배신당하여 처참하게 죽은 아킬레우스의 시체는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가 수
습해왔다. 테티스는 그리스 장수 가운데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판정받는 사람에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주기로 했다. 유자격자로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가 선정되었고, 갑옷은 오디세우스에게 돌아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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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다. 아이아스는 이 때문에 자살했다.
트로이 성을 깨뜨리자면 헤라클레스의 화살이 있어야 했는데. 그 화살은 헤라클레스가 죽을 때 그를
화장하는 장작 더미에 불을 붙여준 필록테테스가 가지고 있었다. 이 운명의 독화살에 맨 먼저 희생된
사람은 바로 파리스였다. 트로이에는 팔라디온이라고 불리는 아테나 여신의 유명한 상(像)이 있었다.
트로이 백성들은 그 상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어서, 그 상이 있는 한 트로이 성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이 상을 그리스 진영으로 가져와 버렸
다. 그런데도 트로이는 계속해서 버티었다. 결국 오디세우스가 한 가지 꾀를 내었다. 그리스 군은 거
대한 목마를 만들었다. 목마는 아테나 여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히기 위한 제물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그 목마 안에는 무장한 장수들과 군대가 들어가 숨어 있었다. 위장 전술의 일환으로 포위를 풀고 선
단을 철수시켜 가까운 섬에 숨겨 놓고 완전히 철수하는 척했다.
그리스 군의 철수를 확신한 트로이 백성들은 성문을 열고 목마를 구경했다. 성 안으로 끌고 가느냐,
마느냐 의견이 분분한데, 포세이돈의 신관 라오콘이라는 사람이 끌고 가면 안 된다고 외치며 목마의
옆구리에 창을 던졌다. 창이 명중하자 신음소리가 났다. 그 때 그리스인 포로 시논이 잡혀오는 바람에
사람들은 신음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시논은 오디세우스의 미움을 받아서 낙오되었다며 목
마는 아테나의 노여움을 풀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만일 목마가 트로이 성에 끌려 들어가게 되면
트로이 군이 승리하게 될 것이므로 일부러 무겁고 크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논의 증언이 트로
이인들을 솔깃하게 만들었다. 트로이인들은 어떻게 하든지 그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들어가 기분 좋
은 예언을 성취시켜 보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또 한 가지 불가사의한 사건까지 겹쳐 트
로이인의 목마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씻겨 주었다. 큰 뱀 두 마리가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 라오콘
과 그의 두 아들을 덮쳐 죽여 버린 것이었다. 트로이인들은 이 사건을 목격하고, 신성한 목마에 대한
라오콘의 무례를 벌하려고 신들이 뱀을 보낸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첩자 시논의 신호로 목마를 빠져나온 그리스 군은 일제히 입성하여 마침내 트로이 성은 그
리스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다. 프리아모스 왕은 참살을 당했다. 트로이가 함락되자 메넬라오스는 다시
헬레네를 아내로 맞아들여 무사히 스파르타로 돌아가 다시 왕에 어울리는 위업을 되찾고 부귀영화를
누렸다.
연(蓮)을 먹는 사람들
트로이를 출범한 오디세우스 일행은 맨 처음 이스마로스라고 하는 항구 도시에 상륙하였으나 그곳에
서 주민들과 충돌하여 배 한 척과 여섯 명의 부하를 잃고 '연을 먹는 사람들'의 나라에 도착했다. 오
디세우스는 부하 셋에게 정찰하도록 명했으며, 정찰대원들은 주민들로부터 연실(蓮實)을 얻어먹게 되
었다. 이 연실은 일단 먹으면 고향을 깡그리 잊고 언제까지나 그 나라에 살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닌
불가사의한 음식물이었다. 오디세우스는 그 나라에서 살겠다는 부하들을 우격다짐으로 끌고 가서 배
에 있는 긴 의자에 묶어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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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퀴클롭스의 섬
다음으로 오디세우스 일행은 퀴클롭스라는 나라에 이르렀다. 퀴클롭스라는 거인족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을 독차지해서 살고 있었는데, 이마 한가운데 둥그런 눈알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이 거인들
은 양치기로서 동굴에서 살았다. 오디세우스는 본대는 작은 섬에 정박시키고, 주민에게 선사할 술을
가지고 식량을 얻으러 퀴클롭스 섬으로 갔다. 큰 동굴 안에는 양고기와 치즈 등이 규모 있게 정리되
어 있었다. 오래지 않아 동굴 주인 퀴클롭스 폴뤼페모스가 돌아와 양과 염소떼를 동굴 안으로 몰아넣
은 후 거대한 바위로 동굴 입구를 막았다. 불청객들을 발견한 폴뤼페모스는 외눈을 부라렸다. 오디세
우스는 호의를 구했으나 거인은 부하 두 명을 집어 바위에다 내동댕이쳤다. 그 둘은 즉사했다. 거인은
두 사람을 맛있게 먹더니 곧 잠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에도 두 사람을 잡아 죽이고는 고기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먹은 후 양떼를 몰고 나가면서 동굴 입구를 바위로 막아 버렸다.
오디세우스는 나무토막을 뾰족하게 깎은 다음 짚더미 속에다 감추고 거인을 기다렸다. 거인은 돌아오
자 부하 두 명을 잡아먹었다. 오디세우스는 술을 들어보였다. 퀴클롭스여, 이것은 술이오. 인간의 고
기를 먹은 뒤 이것을 마시면 입이 개운할 것이오. 거인은 맛이 있었던지, 몇 잔을 거푸 마셨다. 거인
이 잠든 틈을 노려 오디세우스는 나무를 불 속에 넣어 빨갛게 태운 다음 외눈박이 거인의 눈을 푹 찌
르고 송곳 돌리듯이 잡아 돌렸다.
거인의 비명이 동굴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종일 고통에 시달리던 거인은 다음날 양떼를 목장으로 내
몰기 위해 바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이 빠져나갈까봐 일일이 양을 쓰다듬었다.
오디세우스는 양 세 마리를 묶고 가운데 양의 배에 부하들을 매달리게 해서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왔
다.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큰소리로 거인에게 욕을 퍼부은 후 본대와 합류하여 아이올로스 섬에 당
도했다.
제우스로부터 바람의 지배권을 받은 아이올로스는 뜻대로 바람 자루를 풀어 헤치거나, 바람을 그 자
루에 가둘 수 있었다. 아이올로스는 순풍을 불어주어 오디세우스가 무사히 항해하도록 도와주었다. 또
한 항해에 장애가 되는 바람은 자루에 담아 은사슬로 주둥이를 꼭 매어 오디세우스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항해 도중 오디세우스가 잠든 틈을 타 부하들은 그 자루에 보물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판단하
고 몰래 자루를 풀었다. 그러자 자루에서 역풍이 흘러나와 배를 도로 아이올로스가 있는 곳으로 돌려
보내고 말았다. 아이올로스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화를 내며 더는 도와주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힘겹게
노를 젓지 않으면 안 되었다.
라이스트뤼고네스인들
오디세우스 선단이 육지로 둘러싸인 안온해 보이는 항구에 배를 대자 라이스트뤼고네스인들이 선단의
대부분이 수중에 들어온 것을 알고는 공격을 시작하였다. 마침내 선단과 승무원들이 항구에서 전멸하
고 간신히 오디세우스의 배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지를 벗어나 착잡한 심정으로 항해를 계속하던
오디세우스는 아이아이섬에 도착했다. 그 섬에는 태양신의 딸 키르케가 살고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
지 않을 것 같은 섬 한 가운데 궁전이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부하 반을 궁전으로 보내 도움을 요청하
도록 했다. 궁전에는 사자, 호랑이, 이리 같은 짐승이 있었으나 키르케의 요술에 걸려 사납지 않았다.
그 짐승들은 사람으로서 키르케의 마술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키르케가 나와 정찰대를 반갑게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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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했다. 일행이 준비된 음식을 먹는 순간 키르케가 마법의 지팡이로 그들을 돼지로 변하게 만들었다. 정
찰 대장이 황급히 빠져 나와 오디세우스에게 보고했다. 오디세우스는 혼자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궁
전으로 향했다.
궁전으로 가는 도중 헤르메스 신을 만나 마법에 대항하는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몰뤼라는 약초를 얻
었다. 키르케는 정중히 영접한 후 오디세우스에게 마법을 걸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칼을 뽑아들고
키르케에게 달려들었다. 결국 부하들의 마법을 풀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환대
에 젖어 고향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부하들이 오디세우스를 깨우치려고 무던히 노력한 결
과 오디세우스는 출발을 서두르게 되었다. 키르케는 사이렌이 있는 해안을 통과하는 비결을 가르쳐주
었다. 사이렌들이란 바다의 요정으로 배가 지나갈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에는 듣는 자에게 마
법을 거는 불가사의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 때문에 재수 없는 선원들은 사이렌에게 걸리면 그 불
가사의한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다에 빠져 죽는 것이었다.
키르케가 가르쳐 준대로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도록 조치했다. 키르케는 선원들에
게 오디세우스의 몸을 돛대에 묶고, 사이렌 섬을 통과할 때까지 절대로 풀지 못하게 했다. 일행이 사
이렌 섬을 통과할 즈음 아름답고 매혹적인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오디세우스는 밧줄에서 빠져나오려
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부하들은 오디세우스를 더욱 단단히 붙들어 매었다. 일행은 무사히 사이렌
섬을 통과했다.
스퀼라와 카뤼브디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로부터 스퀼라를 조심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스퀼라는 원래 아름다운 처녀였지만
키르케의 심술로 뱀 같은 괴물로 변하고 말았다. 스퀼라는 절벽의 동굴에 살면서 긴 목을 늘어뜨려
지나가는 배의 뱃사람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또 하나의 괴물 카뤼브디스는 소용돌이였다. 하루에 세
차례씩 바닷물이 빨려 들어갔다가 분출했는데 포세이돈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
이 불안에 떨면서 경계하고 있는데, 스퀼라가 부하 여섯을 물고 동굴로 끌고 들어갔다. 오디세우스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에게 귀띔해 준 위험은 하나 더 있었다. 스퀼라와 카뤼브디스가 있는 곳을 지난
뒤, 상륙 예정지인 트리나키아 섬에 대한 것이었다. 이 섬에는 태양신 휘페리온의 가축이 방목되고 있
고, 휘페리온의 두 딸인 람페티아와 파에투사가 이 가축을 지키고 있는데, 아무리 구차하더라도 이 가
축에는 손대지 말라는 경고였다. 손을 대면 반드시 화를 입게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이
섬에 들르지 않고 지나치려 했으나, 부하들이 원하여 상륙을 허가했다. 오디세우스는 그 섬의 신성한
가축들에는 손을 대지 말고 키르케가 준 식량만 먹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러나 역풍이 근 한 달가
량 불어오자 식량이 바닥나 물고기나 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굶주림에 허덕였다.
어느 날이었다. 부하들은 섬의 가축을 죽이고 고기 일부를 저희가 범한 신에게 바쳐 죄업을 용서받으
려했다. 오디세우스는 대경실색했다. 벗겨놓은 짐승 껍질이 땅 위를 기어 다니고, 커다란 고깃덩어리
가 꼬챙이에 꿰어 굽히면서도 징징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이윽고 역풍이 순풍으로 바뀌자 일행
은 섬을 떠났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폭풍우가 몰아치며 모든 배를 부숴 놓고 말았다. 오디세우스는
돛대를 거둬 간신히 뗏목을 만들었다. 이윽고 폭풍이 잠들자 파도는 오디세우스를 칼뤼프소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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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밀고 갔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죽은 뒤였다.
칼뤼프소
칼뤼프소는 바다의 요정이었다. 요정은 오디세우스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극진하게 대접했다. 칼뤼프소
는 오디세우스에게 반한 뒤에는 오디세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어 영원히 자기 옆에 두고자 했다. 그
러나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꺾지 않았고 제우스 신마저도 돌려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칼뤼프소는 하는 수 없이 오디세우스에게 식량을 넉넉히 마련해 주고 순풍도 몰아주었다. 그
러나 폭풍이 몰아와 오디세우스의 목숨이 풍전등화와 다름 없게 되었다. 그때 어느 다정한 요정이 가
마우치로 변해 뗏목에 내려앉았다. 요정은 띠 하나를 주면서 그것을 가슴 밑에 매라고 했다. 띠는 몸
을 뜨게 하기 때문에 헤엄쳐 육지로 갈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파이아케스인들
오디세우스는 칼뤼프소의 띠를 몸에 두르고 헤엄쳐 뭍에 올랐다. 오디세우스가 당도한 곳은 스케리아
라고 하는 곳으로 파이아케스인들이 사는 나라였다. 파이아케스인들은 신들과 혈통이 닿은 종족으로,
그들이 제물을 드리면 신들이 헌신하여 제사 후의 잔치를 함께 했고, 그들이 길을 가다가 만나도 신
들은 그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재물이 많아 전쟁을 모르는 파이아케스인들이 중히 여기는 것은 항해
였다. 새처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파이아케스인들의 배에는 두뇌가 있었다. 그래서 키잡이가 없
어도 배는 어떤 항구든 척척 알아서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오디세우스가 상륙하기 하루 전날 밤, 국왕의 딸 나우시카아는 아테나 여신의 현몽을 얻었다.
혼인 날짜가 임박했으니 집안 식구들의 옷을 모두 깨끗이 빨아 그 혼인에 대비하라고 했다. 그 다음
날 나우시카아 공주와 시녀 일행은 빨래를 마치고 공놀이를 즐겼다. 그때 아테나 여신은 공주가 던진
공이 시냇물 한가운데 떨어지게 했다. 공이 물로 들어가자 처녀들이 소리를 질렀는데, 어찌나 크게 질
렀는지 섬에 도착해 기진한 채 낮잠을 자던 오디세우스를 깨우고 말았다. 오디세우스는 사람들이 반
가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으나 난파한 직후의 알몸으로는 쉽게 나서지 못했다. 나뭇잎으로 가리고 처
녀들이 있는 곳으로 나서자 모두들 도망하였으나 아우시카아만은 도망하지 않았다. 아테나신이 나우
시카아에게 용기와 통찰력을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나우시카아는 오디세우스의 딱한 처지를 듣고 아버지인 왕에게 부탁하여 도움을 주겠노라고 약속했
다. 오디세우스는 옷을 얻어 입었다. 아테나 여신은 오디세우스의 몸을 팽팽하게 부풀게 하고, 넓은
가슴과 사나이다운 얼굴을 우아한 광채로 빛나게 했다. 나우시카아 공주는 그를 보자 가슴이 울렁거
려, 시녀들에게 자기는 그 같은 배필을 내려주십사고 신들에게 빌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공주
가 먼저 궁궐로 향하고 오디세우스는 한 걸음 뒤쳐져 따랐다.
궁궐로 가는 도중 물 긷는 소녀로 변장한 아테나 여신을 만났다. 오디세우스는 여신에게 궁궐로 가는
길을 물었다. 여신은 따라오라고 이르며 자신과 오디세우스를 안개로 감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했다. 궁궐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대전으로 들어갔다. 마침 왕후장상이 모여 헤르메스 신에게 제주를
헌작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테나 여신은 안개를 걷어, 그의 모습이 모든 사람에 보이도록 했다.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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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세우스는 왕비가 앉아 있는 보좌 앞으로 나아가 발치에 무릎을 꿇고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했다. 잔치가 파한 후 모두 물러가고 오디세우스와 국왕 내외만 남자, 국왕
은 오디세우스에게 배를 내어 고국에 갈 수 있도록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다음 날 오디세우스는 파이아케스인들의 배로 출항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고향 이케타에 도착했다.
배가 해안에 닿았을 때 그는 잠들어 있었다. 뱃사람들은 그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뭍에 내려놓은 다
음 선물 상자를 항구에 부리고는 그 길로 돌아가 버렸다.
구혼자들의 최후
오디세우스는 잠에서 깼지만 20년간이나 떠나 있던 고향 이케타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테나 여신이
젊은 양치기 모습을 하고 나타나, 그곳이 어디며 그의 부재 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자세히
들려 주었다. 이케타와 인근의 여러 섬에 사는 백 명 이상의 귀족들이 벌써 몇 년 전부터 오디세우스
가 죽은 줄 알고, 그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러 와서는 그의 집을 차지하고 하인을 부리는 등 주
인인 양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복수하려면 오디세우스는 한동안 자기 정체를 밝히지 말아야 했다. 그래서 아테나 여신은
그를 꼴사나운 거지로 변신하게 했다. 오디세우스는 이런 모습으로 돼지치기인 에우마이오스을 찾아
갔다. 오디세우스의 충복이었던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
코스는 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집에 없었다. 트로이 원정에 참가했던 다른 나라 국왕들을 찾아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여행 도중에 텔레마코스는 급히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아테나 여신의 계시
를 받았다. 황급히 귀국한 텔레마코스는 에우마이오스의 집으로 갔다. 한동안 정세를 관망한 뒤에 어
머니에게 결혼을 조르는 무리들 앞에 나타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텔레마코스는 에우마이오스의 집에서 낯선 사나이를 만났다. 거지였지만 정중하게 대하고 도움을 주
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했다. 에우마이오스가 페넬로페에게 아들의 귀향을 알리러 간 사이 아테나 여신
이 오디세우스에게 나타나 아들에게 정체를 밝히라면서 오디세우스의 몸에 손을 댔다. 그러자 초라한
거지 행색은 간 곳 없고 대신 정력이 넘치는 장년의 헌헌장부가 텔레마코스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아
들은 깜짝 놀라며 처음 보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부자는 구혼자들을 내쫓고 가증스러운 그들의 행위에 복수할 방도를 논의했다. 텔레마코스는 집으로
돌아가 이전과 다름없는 태도로 구혼자들을 대하고, 오디세우스는 동냥하러 그곳에 가기로 했다. 텔레
마코스가 집에 도착하자 늘 그랬듯이 술자리로 떠들썩했다. 그들은 텔레마코스가 돌아온 것을 보고
겉으로는 반갑게 맞으면서도 속으로는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던 계획이 실패로 끝난 것을 알고는 혀를
찼다. 이윽고 거지에게도 그 잔치에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그런데 오디세우스가 자기 집
안뜰에 들어섰을 때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다. 그 뜰에는 늙은 개 한 마리가 죽을 날만 기
다리며 누워 있었는데, 이 개가 늙은 거지를 보자 고개를 들고 귀를 세운 것이었다. 그 개는 오디세우
스가 기르던 아르고스로, 사냥 다닐 때 곧잘 데리고 다니던 개였다.
오디세우스가 술자리에서 물린 음식을 먹고 있는데 구혼자들이 그에게 거만을 떨기 시작했다. 오디세
우스가 나지막하게 그러지 말라고 충고하자, 그 중 하나가 의자를 들어 그를 때렸다. 텔레마코스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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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버지가 자기 집에서 그 같은 봉변을 당하는 걸 보고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당부를
생각하고는, 나이는 많지 않으나 손님들을 보호해야 할 집주인의 입장을 보아 그러지 말아 달라며 사
태를 수습했다.
페넬로페 이야기
페넬로페는 스파르타의 왕 이카리오스의 딸이었다. 이타케 왕 오디세우스는 많은 경쟁 상대를 물리치
고 페넬로페를 아내로 삼는 데 성공했다.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와 의좋게 살았지만 결혼한 지 겨우
1년 남짓 지나 이 행복은 끝났다. 트로이 전쟁이 터져 오디세우스가 소집된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오
랜 세월 집을 비운 데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돌아올지 안 돌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판국이어서 페넬로
페는 수많은 구혼자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구혼자들 중 하나를 골라 혼인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그들
등쌀을 이겨내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그러나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
지 않고 차일피일 구혼자 선택을 미루었다.
구혼자 선택을 미루는 빌미의 하나로,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 짜기를 시작하고는, 그 수의 마련
이 끝나면 구혼자들 중 한 사람을 고르겠노라고 했다. 그리고는 낮에는 베를 짜고 밤이 되면 베를 풀
었다. 그러나 남편의 기별이 오랫동안 없자 영 돌아올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아
들도 이제는 앞가림을 할 만 했다. 따라서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활쏘기를 겨루게 하고, 그 중에서
가장 잘 쏘는 사람을 선택하여 남편으로 삼는다는 데 동의한 터였다. 활쏘기는 열두 개의 고리를 나
란히 걸어놓고, 화살 열두 개를 쏘아 열두 개의 고리 구멍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자가 상으로 페넬로
페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텔레마코스는 무기고에서, 옛날 어느 영웅이 오디세우스에게 주었던 활을 꺼내어 화살이 가득 든 화
살통과 함께 대전에다 놓았다. 이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활을 구부려 시위를 메는 일이었다. 구혼
자들이 차례로 나섰다. 활에다 기름칠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아무도 활을 구부려 내지 못
하는 것이었다. 그때 오디세우스가 나서며, 허리를 구부리고 자기에게도 한 번 시켜봐 달라고 겸손하
게 부탁했다. 구혼자들이 배를 잡고 웃다가 그를 끌어내라고 호령했다. 그러나 텔레마코스는 오디세우
스를 변호하고, 노인의 소원을 들어주자고 했다.
오디세우스는 활을 잡자 과연 명인다운 솜씨로 다루는데, 시위를 한쪽 오늬에 걸었다가 활대를 구부
려 다른 쪽 오늬에다 걸고는, 살을 먹이고 시위를 당겨 화살이 틀림없이 고리 구멍으로 빠져나가게
했다. 오디세우스는 무례한 자들에게 경탄할 여유도 주지 않고 돌아서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다음 표
적은 이것이다. 그리고는 구혼자 가운데 가장 무례한 자를 쏘아 죽였다. 기겁한 구혼자들에게 오디세
우스는 정체를 드러냈다. 자기야말로 오래 떠나 있었긴 하나 그들이 침범했던 집의 주인이며, 그들이
낭비한 재산의 소유자이며, 10년이란 오랜 세월 그들이 괴롭혀온 아내의 남편이며, 아들의 아버지인
오디세우스이니 이제 그동안 밀린 신세를 갚겠다며 구혼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쏘아 죽였다. 오디세
우스는 이로써 다시 그 궁궐의 주인이 되고 아내와 왕국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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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오디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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