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김용 녹정기03

by Casey,Riley 2023. 2. 19.
반응형


1. 계략의 천재(天才)

 은표를 줍지 못한 태감은 여전히 가만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두 장을 
가진 사람의 옷자락을  붙잡고 반드시 한장씩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우
겼다. 
 위소보는 이미 십여 장  밖의 산동(山洞)안에 숨어서 두 사람이 큰  소
리로 떠들고 싸우는 소리를 듣고는 속으로 웃었다.
 (내일 날이 밝을 때까지 여기 숨어 있다가 옆문으로 황궁을  빠져 나가
야지. 다시는 돌아올 필요가 없을거야.)
 이때 한 명의 태감이 말했다.
"태후께서 분부하셨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계공공과 서부총관을  즉시 
불러오라고 말일세. 그런데 그는.... 그는.... 어디로 숨어 버린걸까?"
 다른 한 태감이 말했다.
"그는 궁안에 있을 것이니 오래 숨어 있지는 못할 것이오.  그러나 그가 
은표를 준 일은 아무에게도  말을 하면 안 되죠. 학형제, 그대는 두  장
의 은표를 주웠으니 한 장은 노형제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게나. 그렇지 
않을 땐 내가 모든  것을 고해 바칠지도 모르지. 모두들 재물을  얻기는
커녕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이때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서쪽에서 몇 사람이  다가오
는 기척이 들렸다. 한 사람이 말했다.
"오늘 밤 궁중에서 자객이 소란을 일으켰으니 아마 모두들  내일 처분을 
받게 될 것 같구만."
위소보는 그 소리를 듣고  궁중 시위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저 계공공이 황상 앞에서 몇 마디 좋은 말을  해주기만을 기대해야지 
뭐."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계공공은 나이가 어리지만  정말 의리가 깊단 말이야. 실로 요즘  세상
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지."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동굴 안에서 기어나와 나직이 말했다.
"여러 형제, 아무 소리도 하지 마시오."
앞장 선  두 시위는 등롱을 들고  있었는데 그를 발견하고 나직이  물었
다.
"계공공이오?"
위소보는 그 한 떼의  시위들이 모두 열 대여섯 명이나 되며 바로  조금 
전 자기 창문  앞에 왔다가 간 사람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사람들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장형, 조형,  저쪽에 있는 네 명의  태감들이 자객과 결탁을  하였으니 
모두 함께 가서 잡는다면 적잖은 공로를 세우는 일이 될 것이오."
 그는 다시 몇 명의 이름을 부른 후 나직이 말했다.
"학형과 악형은 먼저 네  사람의 아혈을 찍든가 아니면 그들의 턱을  때
려 턱이  빠지도록 만들어 그들이 큰  소리를 질러 황상을 놀라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뭇시위들은 네 명의 태감이라는  말을 듣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손짓을  하더니 등롱의 불을 끄고  몸을 낮추어 살금살금  다가갔
다. 네 명의 태감 가운데 두 사람은 산동에서 위소보를  찾고 있었고 두 
사람은 여전히 은표를  가지고 다투고 있었다. 뭇시위들은 그들을  포위
하자 즉시 휘파람을 불며 사면팔방에서 달려나왔다.
 서너 사람이  한 사람을 상대하는 꼴이었으므로  즉시 네 명의  태감을 
엎어 땅에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시위들은 무공이 별로  높지 
않아 점혈수법을  쓸 줄 몰랐다. 어떤  사람은 금나수법을 썼고  혹자는 
손바닥으로 쳐서 태감의 턱뼈를 어긋나게 만들었다. 네 명의  태감은 입
을 크게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며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저  놀
란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위소보는 옆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호통쳤다.
"안으로 끌고 가서 고문하시오!"
 뭇시위들은 네  명의 태감을 이리 끌고  저리 밀면서 집안으로  들어갔
다. 한  사람이 등롱에 불을 붙여  높이 쳐들었다. 위소보는 한  복판에 
앉았고 뭇시위들은 네 명의 태감을 무릎 꿇리려고 했다.
 네 사람은 태후의 명을  받아 사람을 잡으러 온 사람들인데 어찌  무릎
을 꿇으려고 하겠는가. 시위들은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서는  억지로 그
들을 꿇어앉도록 만들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너희들 네 사람은 조금전 무엇 때문에 다투고 있었느냐? 일천  냥은 너
의 것이고 이천 냥은  나의 것이라는 둥 함부로 지껄였지? 그리고  바깥
에서 온 친구들이 이번에는 운수가 좋지 못해서 개 같은  시위들에게 적
지 않은 해를  입었다고 말했겠다? 바깥에서 온 친구들이라니, 무슨  친
구냐? 어째서 시위대인들을 개시위라고 불렀느냐?"
 뭇시위들은 크게 노해서는 일제히 발을 들어 네 사람의 등을  찼다. 네 
명의 태감들은  속으로 크게 억울하다고  부르짖고 있었지만 그  소리를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다시 물었다.
"나는 너희들 뒤를 따르다가 한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안
내를 했으니 그 두  장의 은표는 그가 나에게 준 것인데 어째서  너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위소보는 두 장의 은표를 낚아챈 태감을 손가락질하고 다시  은표를 낚
아채지 못한 태감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때 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두 함께 큰일을 했으며,  모가지가 
잘려지고 멸족의 화를  당하게 되는 죄를 지었는데 어째서 나에게  나누
어 주지 않으려고 하느냐? 안 된다. 반드시 나누어야 한다'라고"
 위소보는 또 다른 한 명의 태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너는 다음과 같이 말했었지. '학형제, 자네는 두 장의  은표를 주
웠으니 한  장은 노형제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게. 그렇지 ㅇ으면  나는 
모든 것을 고자질할지도  모르네. 그렇게 되면 모두 횡재는커녕  모가지
가 달아날 것이네.' 이 말은 자네가 한 것이지, 그렇지  않은가? 도대체 
너희들은 모슨 큰일을 했느냐? 어째서 모가지가 짤리는 죄를  지었단 말
이냐? 그리고 은표를 나누고 나누지 않는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이냐?"
 뭇시위들은 말했다.
"그들이 자객에게 길을 안내했으니 자연 범한 죄는 목을  잘리고 집안이 
멸족당하는 큰 죄를 지은  것이죠. 은표를 나누고 어쩌고 하는 것은  그
들의 몸을 뒤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수색을 한 결과  즉시 넉 장의 은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뭇 
시위들은 그 네 장의 은표 금액이 대단한 것을 보고 모두 큰  소리로 탄
성을 내질렀다. 
 한 명의  태감이 받는 월봉의 은자는  넉 냥이나 여섯 냥에  불과했다. 
그런데 갑자기 몸에서  막대한 금액의 은표가 나오게 되니 어째  위소보
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시위는 몸에 두 장의 은표를 가진 태감에게 물었다.
"너의 성이 학가이지?"
 그 태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시위는 다시 은표를 갖지 않은  태감에
게 물었다.
"너의 성은 소가이지?"
 그 태감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의  시위가 
말했다.
"좋아, 자객들이 너희들에게 이 많은 은자를 주었고  너희들은 자객들의 
앞장을 섰으며,  그들을 바깥의 친구라고  불렀고 우리들을  개시위라고 
불렀다. 이 빌어먹을..."
 그리고는 발을 들어 힘껏 찼다. 학태감은 입으로 헉헉 하는  소리를 냈
다.
 조시위가 말했다.
"경솔한 행동은 하지 말고 자세히 질문을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몸을 굽히고  손을 뻗쳐서 노가라는 태감의 아래턱을 받쳐  들고
는 탁 한 번 쳤다. 그러자 턱뼈가 제대로 맞추어졌다.  위소보는 호통을 
질렀다.
"이처럼 큰 일을  저지르라고 시킨 놈은 대체 누구냐? 이토록  대담하다
니, 빨리 실토를 해라."
 그 태감은 말했다.
"억울하외다. 억울하외다.  이것은 태후가 우리에게 분부해서....."
 위소보는 앞으로 달려나가 손으로 그의 주둥이를 막고 호통을 질렀다.
"터무니없는 소리! 그와 같은  말을 하다니, 네가 한 마디라도 더  지껄
인다면 즉시 너를 죽이고 말겠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비수를  뽑아들고 칼자루로 그의 정수리를 두번  힘
주어 내려쳐서 그를 기절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시위들에게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이 태후의 지시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건....  이건.... 그
야말로 심각한 일이군요!"
 뭇시위들은 일제히 안색이 변했다.
"태후께서 그들에게 분부하여 자객을 궁안으로 끌어들였단 말씀이오?"
그들은 모두 황상이 태후의  친 아들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태
후는 언제나 똑똑하고 과단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황상께서 태후의 비위를 거슬렸다는 것일까? 궁궐  안에 암투
가 벌어지면 어떤 무서운  짓도 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그  여
자에 휩쓸리게 되었으니 이야말로 목숨이 왔다갔다하게 된 셈이었다.
 위소보는 다른 한 명의 태감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정말로 태후가  보내서 일을 처리한 것이냐? 이번 일의  관계
는 매우 중대하다.  절대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여서는 안 된다.  정말
로 태후가 보낸 것이냐?"
 그 태감은  말을 할 수가 없어  그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몇장의 은표 역시 태후께서 주신 것이냐?"
 세 명의 태감은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다. 너희들은 명을 받아 일을 처리한 것일 뿐이고 결코  너희들 자신
의 생각은 아니겠지?"
 세 명의 태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물었다.
"너희들은 죽고자 하느냐? 아니면 살고자 하느냐?"
 이 두마디 말은 그야말로 고개를 끄덕여서 표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
았다. 그리하여 세 명의 태감 가운데 한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한 사
람은 고개를 가로저었으며  다른 한 사람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가  다
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잘못 되었다고  느꼈는지 다
시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위소보는 물었다.
"너희들은 죽고 싶으냐?"
 세 사람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위소보는 물었다.
"살고 싶으냐?"
 세 사람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두 명의  시위를 붙잡고 집 밖으로 나갔다. 위소보는  나직이 
그들에게 말했다.
"장형, 그리고 조형, 우리는 밥 먹는 그릇이 이번에는  아무래도 옮겨져
야 할 것 같소."
그 장가라고 하는  자는 성명이 장강년(張강年)이었고 조가라고  불리운 
자는 조제현(趙齊賢)으로서 모두 한군기(漢軍旗)출신이었다. 이때  그들
은 너무나 놀라 제정신이 아니라서 일제히 물었다.
"그럼... 그럼... 어떻게 하죠?"
 위소보는 말했다.
"나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구려. 장형과 조형 생각엔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장강년은 말했다.
"만약 소문이 나게 되면 일이 얼마나 시끄러워질지  모릅니다. 얼버무릴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될텐데요."
 조제현은 말했다.
"그렇지. 차라리 네 명의  태감을 놔 주고 모두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합시다."
 장강년은 말했다.
"하지만 사람은 호랑이를 해칠 뜻이 없지만 호랑이는 사람을  해칠 뜻이 
있을지도 모르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들을 놓아 준다는 것은 극히 합당한 처사라 할 수  있으나 그들이 태
후에게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오. 그렇지 않을 땐 태후께서  대
뜸 노하시어 사람을 죽여 입을 봉하려고 할 것이오. 그  네 명의 태감이 
살아남지 못할 것은 뻔한 노릇이고 우리 이곳의 십 칠병이나  되는 형제
들도 십중팔구 서른 네 토막으로 나누어질 것이오."
 장가와 조가 두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장강년은 오른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일장을  후려쳤다. 위소보는 조제현을 바라보았다.  조제현
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들 몸에 지니고 있는 그 넉장 은표는 어떻게 하죠?"
 위소보는 말했다.
"그 육천냥의 은자는 여러 형들이 나누도록 하시구려.  나는 혼비백산하
여 이 일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기만을 바랄 뿐 은자는 사양하겠소."
장, 조, 두사람은 육천 냥의 은자를 나눌 수 있다는 말을 듣자  매우 기
분이 좋아진  듯했다. 따지고 보면 한  사람 앞에 삼백여냥씩  돌아가는 
셈이 아닌가.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려 집안으로 들어가  다른 
시위들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말을 했다.
 네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네 명의 태감을 붙잡아 일으켰다.
"너희들이 태후를 모시는 사람들이라면 이대로 돌아가도록 해라."
 네 명의 태감은 크게 기뻐하며 그곳에서 걸어 나갔다. 네  명의 시위가 
따라 나갔다.
 얼마 후  바깥에서 헉헉 하는  처참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곧이어 
바깥에서 한 명의 시위가 부르짖었다.
"자객이다! 자객!"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부르짖었다.
"아이구! 야단났다. 자객이 네 명의 태감을 죽였다!"
 네 명의 시위가 집안으로 달려들어와 위소보에게 말했다.
"계공공, 바깥에 또 자객이 있어서 네 분의 공공을 해쳐 죽였습니다."
 위소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석하군. 애석해, 자객은 도망쳐서 잡을 수 없게 되었소?"
 한 명의 시위가 말했다.
"자객의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네 분의 공공께서 자객에게  찔려 죽은 
일은 그대들이 곧장 총관에게 말씀드리도록 하게나."
 시위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물러났다.
 위소보는 더 참을 수 없어 껄껄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뭇시위들 역시 
큰 소리로 웃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여러 형들, 재물을 얻게 된 것을 축하하오. 내일 다시 만납시다."

  위소보는 신이  나서 자기의 거처로 돌아왔다.  막 문 앞에  도달했을 
때 꽃밭 속에서 누군가가 냉랭히 말했다.
"소계자, 너 잘하는구나."
 위소보는 태후의  음성임을 깨닫고 그만 깜짝  놀라 몸을 돌려  달아났
다.
 그러나 대여섯 걸음 달려갔을 때 누군가가 그의 어깨죽지를  움켜 잡는 
것이 아닌가. 전신이  시큰거리고 마비되면서 마치 수백근이나 되는  커
다란 바위가 몸을 내리누르는  것 같아 다시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그는 급히 허리를 구부려  손을 뻗쳐 비수를 뽑으려고 했다. 그러나  손
가락을 막 검자루에 뻗쳤을 때 오른속 윗쪽 팔뚝에 일장을  얻어맞아 참
을 수 없어 아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태후의 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계자, 너는 어린 나에에 정말 훌륭한 재간을 지녔더구나.  아무런 내
색도 하지  않고 네 명의 태감을  죽이다니, 그러고서도 장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은표를  죽어서는 화를 전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모함
하다니, 흥, 흥...."
 위소보는 속으로  그야말로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태후가  자기자신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할테니 이제 와서 어떠한 애걸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목숨을 내걸고 그녀를  놀라게 한다면 일시 견딜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방법을 강구해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열었다.
"태후, 나를 죽이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정말  애석한 일이군요. 
애석해요"
 태후가 냉랭히 물었다.
"뭐가 애석하다는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께서는 저를 죽여 입을  ㅁㅎ자 하지만 애석하게 도 한 걸음  늦었
다는 말입니다.  조금 전 그들 시위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태후께서는 
모두 들어셨겠지요?"
 태후는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너는 내가 그 네  명의 쓸모없는 태감을 파견하여 자객을 궁안으로  끌
어들였다는 점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 흥, 내가 무엇때문에 그런  짓을 
할까?"
 위소보는 말했다.
"제가 어ㄸ허게 태후께서 그와 같은 일을 했는지 알 수  있겠읍니까? 그
러나 황상께서는 십중팔구 알고 계실 것입니다."
 태후는 극도로 분노해서 차갑게 말했다.
"내가 장력을 쏟아내기만 하면 즉시 너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그러
나 그와  같이 한다면 너와 같은  좀도둑이게 너무나 은혜를 베푸는  게 
되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죠. 그대가 손에 힘을 주기만 한다면 소계자를 바로 죽일  수 있습
니다. 그러나 내일  궁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겠지요.'소계자
가 어떻게 해서 죽었지?' '물론 태후가 죽인 것이지.' '태후가  왜 그를 
죽였지?' '왜냐하면 소계자가  태후의 비밀을 알았기 때문이지.'  '무슨 
비밀이지?' '이 일을 얘기하자면 길다네. 자자자, 자네는 내  방으로 가
서 이야기하세. 내  자세히 자네에게 들려 주지. 그러나 절대로  남에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되네. 이 일은 엄청... 엄청나다네.'"
 태후는 그만  울화가 치밀어 그의 어깨죽지에  놓인 손을 부르르  떨었
다. 그녀는 표독한 어조로 말했다.
"기껏해야 그 십여 명의 시위들이나 알고 있겠지. 내가 너를  죽인 이후 
즉시 서동에게 명령하여 그 십여 명이나 되는 녀석들을 모조리  잡아 처
형을 시킨다면 또 무슨 후환이 있겠느냐?"
 위소보는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태후는 말했다.
"죽음을 코 앞에 두고서도 웃을 수 있다니 여유가 있구나."
 위소보가 말했다.
"태후, 태후께서는 서동을 시켜 사람을 죽이게 하겠다구요?  그는... 그
는... 하하하..."
 태후는 물었다.
"그가 어떻게 되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이미 나에게...."
 그는 본래 이미  나에게 한칼에 죽음을 당했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
나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다시 껄껄 웃는 웃음소리로  얼버무
렸다. 태후는 다그쳤다.
"이미 너에게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이미 저에게  아주 완전하게 매수된 셈이죠. 그러니까 다시  태후
의 말씀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태후는 냉소했다.
"너와 같은  녀석에게 얼마나 큰 재간이  있다고 서부총관이 나의  말을 
듣지 않게 할 수 있단 말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저야 뭐, 조그만 태감에 지나지 않으니 물론 두려워하지  않겠지요. 서
부총관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따로 계십니다."
 태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는... 그는 황상을 두려워한다는 것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신하된 사람은  물론 황상을 두려워하겠죠. 그 점에 있어서  그를 
탓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태후는 말했다.
"너는 서동에게 무슨 말을 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무슨 말이든 다 했습니다."
 태후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무슨 말이든 다 했다고?"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그는.... 그는 어디로 갔느냐?"
"그는 멀리, 아주 먼  곳으로 갔으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태
후께서 그를 만나 뵙겠다면  물론 좋은 일이지만 쉽게 만나 볼 수는  없
을 것입니다."
 태후는 놀라 물었다.
"그는 궁에서 나갔느냐?"
"맞습니다. 그는 황상도 두렵고 또한 태후도 두려워서  중간에 끼여서는 
사람 노릇을 하기가 힘들다고 했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목숨을  잃을 우
려가 있을지도 모르니 아주 멀리 떠나야겠다고 했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멀리 떠나겠다고?"
 위소보는 말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태후께서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가 그와  같이 하
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그는  그야말로 멀리멀리 도망친  셈입니
다."
 태후는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그가 벼슬도 마다하고 어디로 도망갔단 말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그는 저...."
그러다가 위소보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었다.
"그는 무슨 대산(대山)인가,  육대인가, 칠대인가, 팔대인가 하는  곳으
로 갔습니다."
"오대산이겠지?"
"맞습니다. 맞습니다. 오대사입니다. 태후께서는 무엇이든 다잘  아시는
군."
"그가 또 무슨 말을 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다만... 다만 제가 그에게 부탁한 일에  대해
서 그는 어떻게  하든지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맹세했으며  맹세
를 어기게 되었을 때는  천 갈래 만 갈래 찢겨 죽거나 자손이  끊어지게 
되리라고 했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에게 무슨 일을 부탁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서부총관은  벼슬을 하지 않는 것은 별 상관이  없
는데 길을 가자니 노자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 년이고 
만 년이고 시일을 두고  돈을 모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더군요.  그
래서 제가 그에게 이만 냥이나 되는 은표를 내주었습니다."
태후는 빈정거렸다.
"너는 꽤 부자로구나. 그 많은 은자가 어디서 났지?"
"그것 또한 다른 사람드리 준 것이죠. 강친왕이 좀 주시고  색액도 대인
께서 좀 주시고 오삼계 아들도 조금 주었죠."
 태후는 말했다.
"너의 손 씀씀이가 그토록 활달하다니 서동은 물론 그  은혜에 보답하려
고 하겠지. 도대체 그에게 너는 무슨 일을 시켰느냐?"
"소신은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말하지 않겠다고?"
 태후는 그의  어깨죽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내리눌렀다.  위소보는 
어이쿠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태후는 장력을 늦추며 호통을 쳤다.
"빨리 말해!"
"서부총관은 저에게 약속을  했지요. 소신이 궁안에서  그 누구에게  해
침을 당해 죽게  된다면 그는 그 원인을 상세히 황상에게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장의 상주문을 써서 지니고 있겠다고  했습니
다. 그는 소신과 약정하기를 두 달마다 소신이... 소신이..."
 태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냐?"
"두 달마다 소신이  천교(天橋)로 가서 한... 빙당호로(氷糖葫盧)를  파
는 사내를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묻는 것이죠.  '비취마뇌로 만
든 빙당호로가 있소,  없소?' 그러면 그는 대답하죠. '있지요. 은자  백 
냥에 한  꾸러미입니다.' 그러면 제가 말하죠.  '그렇게 비싸? 이백  냥 
은자에 한 꾸러미를 팔겠소,  안 팔겠소.' 그러면 그는 또 다시  대답하
는거죠. '팔지 않겠소.  팔지 않겠소. 당신은 아직도 하늘로 오르지  않
았구려.' 그러면 저는  다음과 같이 말하죠. '그대는 가서 영감에게  이
야기하게나.' 그러면  그는 바로 가서  서부총관에게 통지를 하는  것이
죠."
 다급한 김이라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댈 수  없어 그는 그저  진근남이 
그와 서천천이 연락할 때 주고받도록 한 말을 약간 변화시켜 말했다.
 태후는 싸늘히 코웃음을 쳤다.
"강호의 무인들이 연락을 취하는  그 같은 방법을 너 같은 좀도적이  생
각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서동이라는 겁장이  녀석이 너에게 
가르쳐 준 것이겠지, 그렇지?"
 위소보는 짐짓 놀랍다는 태도를 지어 보이고 말했다.
"어, 태후께서 어떻게 서부총관이 어제에 가르쳐 주었다는  사실을 아셨
습니까? 그가 저에게 말을 할 때 태후께서는 모두 들으셨군요?"
 그는 태후가 자기의 어깨죽지를 누르고 있는 손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
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네가 때가 되어도 만약 그 빙당호로를 파는 사람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지?"
"서부 총관은  다시 열흘을 기다리겠다고  했지요. 그래도 여전히  내가 
찾아가지 않을 때는  그것이야말로 소신의 목숨이 부지할 수 없게  되었
다고 보고 그는....  그는 바로 방법을 강구해서 황상에게 상주하게  되
는 것이죠. 그때 소신은  이미 죽은 몸이긴 하지만 황상에게 절대  조심
하시라는 충고를 해드리는게  되죠. 다시 말해서 감정이 있으면  감정을 
줄이도록 하고 원한이  있으면 원한을 갚도록 하되 남의 속임수에  넘어
가지 않도록 조심하십사  하고 알려드리는 셈이죠. 이것은 소신과  서부
총관이 충성으로 주군을 위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태후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감정이 있으면 풀어야 하고 원한이 있으면 갚아야 한다고? 거참  잘 되
었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이 며칠  동안 소신은 매일같이 황상을  모시고 있으면서 조금도  그런 
기미를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소신이  멀쩡하게 살아만 있고  또 
황상 곁에서  시중을 들 수만 있다면  이와 같은 일은 영원히  황상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무엇 때문에 황상께 근심을  끼친단 말씀입
니까? 
 태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는 그러고 보니 꽤나 좋은 사람이구나."
"황상께서도 소신에게  매우 잘 대해  주시죠. 그리고 태후께도  충성을 
바치게 된다면 어쩌면 태후께서 마음속으로 기뻐하시어 어떤  상을 내릴
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렇게 된다면 서로가 좋은일이 아니겠습니까?"
 태후는 흐흐 하며 냉소를 몇 번 날리고 말했다.
"너는 내가 무슨  상을 내릴 것을 기대하느냐? 정말 얼굴가죽이  두껍기
도 하다."
그러나 그 냉소에는 어느  정도 흐뭇해 하는 빛이 서려 있었고 어조  도
한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위소보는 그녀의 어조가  이미 변했고 정세도 크게 완화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말했다.
"소신이야 무엇을  더 탐내겠습니까?  태후와 황상께서  편안무사하시고 
모두들 화기애애한 나날을 보내실 수 있다면 우리  신하들로서는 그야말
로 더 말할 수  없는 복이 아니겠습니까? 태후 어르신께서는 편안히  계
시도록 하십시오. 소신은 내일  천교로 가서 그 사내를 찾아 빨리  서부
총관에게 통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물고  있으라고 당부
해야 합니다. 소신은....  거기다가 삼천 냥의 은자를 주어서는  태후께
서 내리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태후는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그 같은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또  직책을 버리고 도
망을 쳤으니 내가 그의 머리를 자르지 않는 것만 해도  그는 운수대통이
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그에게 은자를 내려?"
"네, 네, 삼천 냥의 은자는 물론 소신이 내는 것입니다.  태후께서 어찌 
그에게 은자를 다시 내릴 수 있겠습니까?"
 태후는 천천히 그의 어깨죽지를 잡은 손을 놓고는 느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소계자, 너는 정말 나에게 충성을 다할테냐?"
 위소보는 땅바닥에 꿇어앉아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소신이 태후님께  충성을 바치게 된다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
다. 만약 충성을 바치지 않을 때는 머리통이 이사를 가게  될 게 아니겠
습니까? 소계자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하더라도 이 머리통만은 꽤나  중
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아, 좋아."
 그녀는 잇따라 세 번  좋다는 말을 했고 또 이어서 그의 등을 한번  후
려치면서 잇따라 세 번 좋다는 말을 했고 또 이어서  세 번을 후려쳤다. 
위소보는 대뜸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눈이 가물가물해졌으며 즉시  토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목구멍에서 끅끅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소계자, 그날 밤 해대부 그 늙은 도적은 이 세상에  화골면장이라는 무
공이 있다고 말했었지. 만약 이 무공을 정통하게 연성한다면  사람의 몸
을 때리게 되었을  때 상대방의 전신의 뼈마디가 모조리 끊어진다고  했
다. 이 무공은 물론  연마하기 매우 어렵다. 나도 물론 모른다.  하지만 
네 녀석은  무척 착하고 또한 영리하기  때문에 너의 등게 삼장을  쳐서 
시험을 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소보는 가슴팍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더 참을  수 
없어 왁 하니 한 모금의 선혈과 맑은 물을 토해 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갈보가 나의 말을 믿지 않고 역시 독수를 쓰는구나!)
 태후는 말했다.
"너는 두려워할 것 없다. 나는 너를 때려 죽이지 않을  것이야. 네가 죽
게 된다면 그 누가  천교로 가서 빙당호로를 파는 사내를 찾겠느냐.  하
지만 너에게 약간의 상처를 입혀 놓는다면 일을 함에 있어서  함부로 행
동하지 못할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흔들  하
니 땅바닥에 주저앉았으며 다시 몇 모금의 핏물을 토해냈다.
 태후는 깔깔 웃더니 몸을 돌려 꽃밭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위소보는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자기  처소의 뒷창
가로 갔다. 그리고 창틀에  엎드려 한동안 숨을 헐떡인 이후 간신히  창
문으로 기어들어갔다.
 소군주 목검병은 나직이 물었다.
"계 오라버니, 그대인가요?"
 위소보는 기분이 나쁘던 차라 퉁명스럽게 말했다.
"빌어먹을, 내가 아니면 또 누구겠어?"
 방이가 그 말을 받았다.
"소군주가 좋게 묻는데 그대는 어째서 욕을 하지요?"
 위소보는 막 창문  입구로 기어오르는 도중이었는데 절대로 지지  않으
려고 했다.
"나는....."
 그는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쿵  하며 창문 안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져서는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방이와 목검병은 일제히 어이쿠 하는 소리를 내지르고는 놀라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것인가요? 그대는 상처를 입었나요?"
 위소보는 땅바닥에  떨어질 때 그야말로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충격을 
받았으나 두 여인의 어조에 크게 관심의 빛이 어려 있는지라  대뜸 기분
이 좋아져서 껄껄 웃으며 몇 번 숨을 몰아쉬고 다시 생각했다.
(늙은 갈보의 이 몇 장은 정말 화골면장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구나. 어
쩌면 그녀는  제대로 익히지를 못한데다가  내가 보배와 같은  잠방이를 
입었고 또  뼈마디가 여물어서 그녀는 이  몸의 뼈를 어떻게 해  볼려고 
해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이와 같은 생각을 한 뒤 그는 입을 열었다.
"훌륭한 누이, 착한  마누라가 모두 상처를 입었는데 내가 상처를  입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함께  복을 누리고 함께 어려움을 당한다고 말할  수 
없지 않겠소?"
 목검병은 물었다.
"계 오라버니, 어디에 상처를 입었어요? 아프지 않은가요?"
"훌륭한 누이는 역시 양심이 있군. 나에게 아픈지 안 아픈지  묻고 있으
니 말이야. 물론 매우  아팠으나 그대가 묻는 바람에 갑자기 아픈  것이 
멎었어. 정말 이상한 노릇이지."
 목검병은 웃으며 말했다.
"또 거짓말을 하는군요."
 위소보는 탁자를 짚고 헐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이 한 목숨이  아직도 붙어 있는 것은 전적으로 서부총관과의  교
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뒤에서  밀어 주기만 한다면 죽지  않을 
수 있는데,  늙은 갈보가 서부총관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위소보의 목숨은 반 시진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약상자 안에서 그  삼각형의 푸른 바탕에 하얀 점이 있는  약병을 
꺼냈다.
 해로공의 약상자 안에는  약가루와 알약들이 무척 많았으나 그는  그저 
이 한 병의 화시분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서동의  시체
를 침대 아래에서 끌어내고 그의 품속에 집어 넣었던 금표와  감춘 물건
들을 꺼냈다.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가 줄곧 돌아오지 않고 저 죽은 사람이 우리 침대  아래에 누워 있
었기 때문에 우리들 두 사람은 하마터면 놀라 죽을 뻔했어요."
 위소보는 그 말을 받았다.
"그대들 두 사람이 놀라  죽게 되었다면 이 죽은 사람은 그야말로  꽃과 
달이 부끄러워할 정도의 두 미녀를 짝으로 삼게 되었을거요."
 방이는 침을 뱉었다.
"쳇! 소군주, 그와 더 말하지 말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요술을 부릴테니 그대들은 보겠소?"
 방이는 말했다.
"보지 않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안 보려면 눈을 감으시오."
 방이는 즉시 눈을 감았다. 목검병 역시 눈을 감았으나 곧 눈을 떴다.
 위소보는 약상자 안에서 하나의 조그만 은으로 만든  숟가락을 꺼냈다. 
그리고는 약병의 나무  덮개를 벗기고 그 조그마한 은으로 만든  숟가락
에 화시분을 쏟았다.  그리고 숟가락의 화시분을 서동의 상처에다가  쏟
았다.
 얼마 후 상처에서는  연기 같고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한 가닥 매우 심한  구린내가 퍼졌다. 잠시후  상처에서 
많은 노란물이  흘러나오게 되었고 상처  자리는 썩으면 썩을수록  점점 
커져 갔다. 목검병은 어 하는 소리를 냈다. 방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
고 두 눈을 떴다.
 방이는 그와 같은 광경을  보자 눈을 더욱 커다랗게 뜨고 다시는  감지 
못했다.
 시체는 누런 물을 만나게  되자 즉시 썩기 시작했으며 갈수록 누런  물
은 많아지게 되었고 시체는 더욱더 빨리 썩어 문드러졌다.
 위소보는 두 여인의 얼굴의 경이의 빛이 감도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대들 가운데 누구라도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나는 이 보배와  같
은 가루를 그대의 얼굴에다 조금 뿌려서 즉시 이와 같은  모양이 되도록 
해주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말아요."
 방이는 노기를 띤  눈으로 그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나 경악과  공포
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위소보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한 걸음  다가가 
들고 있는 약병을 그녀에게  두어 번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품 속에  집
어넣었다.
 얼마 후 서동의 시체는 썩어서 두 토막이 나고 말았다.
 위소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갈보가 백만이나  되는 군사를 오대산으로 보낸다 하더라도  서동
을 잡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물  항아리의 물을 퍼서는  땅바닥에 끼얹었다. 그리고  시체에서 
흘러나온 누런물을  씻어 낸 이후 침대  위에 몸을 눕히고 너무나  지친 
터라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날은 이미 밝아 있었다. 그는 가슴팍이  답답하고 구
역질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아무래도 토해 낼 수가 없었다.
 목검병이 관심어린 어조로 물었다.
"계 오라버니, 조금 나아졌나요?"
 위소보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제서야 자기가 방이와 목검병 두  사
람의 발 밑에서  옷을 입은 채 잠을  잤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시간이 
이르지 않은 것을 느끼고 그는 재빨리 침대 위에서 내려서며 말했다.
"나는 빨리 가서 황제를 만나야겠다. 그대들은 누워서  움직이지 않도록 
하시오."
 그리고 창문으로 기어나가려 했으나 허리가 너무나 아파 문을  열고 나
가서는 밖에서 문을 걸어 잠궜다.

  위소보가 서재로 들어가서  반 시진을 기다리자 강희는 정사를 다  끝
내고 서재로 왔다. 
 강희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소계자, 소문에 들으니까 어젯밤 자객 하나를 죽였다고 하더구만."
"황상께선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정말 운수가 좋아. 자객과 싸움까지 벌일 수  있었다니 말이야. 
나는 자객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는데... 그대가 죽인 그  사람의 무공은 
어떻던가? 그대는 어떤 초식으로 그를 죽였지?"
 위소보는 자객과 손을 쓴 적이 없었다. 황제의 무공이 약하지  않은 만
큼 함부로 지껄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날 양류 골목 백씨  집에서 풍제
중과 백한풍이 손을 쓰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어둠속이라 나는 그와 그저 마구잡이로 싸우게 되었죠.  그런데 별안간 
그의 왼쪽  다리가 오른쪽으로 비로  쓸듯 차오는가 하면  오른손으로는 
왼쪽으로 후려치려고..."
 그는 한편으로 말을 하면서 한편으로 손과 발을 동시에  움직여 싸우는 
시늉을 했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2. 거금을 뜯어 내다.

 강희는 손뼉을 쳤다.
"매우 옳다. 매우 옳아. 바로 그 일초야."
 위소보는 어리둥절했다.
"황상께서도 이 일초를 알고 계십니까?"
 강희는 웃었다.
"그대는 그 일초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는가?"
 위소보는 횡소천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모르는 척했다.
"소신은 모릅니다."
 강희는 웃었다.
"내 그대에게 가르쳐 주지. 그것은 횡소천군이라 하는거네."
 위소보는  무척 놀란듯 말했다.
"그 이름은 정말 듣기가 좋군요."
그가 놀란 것은 그  일초의 이름에 이쓴 것이 아니라 강희가 그  초식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데에 있었다.
 강희는 말했다.
"그가 그 일초를 써서 그대를 때렸을 때 그대는 어떻게 응수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일시 저는 당황하게 되고  마음이 어지러워져 상대해 낼 것 같지  않았
죠. 그런데  별안간 황상께서 저와 무공을  겨루었을 때 펼쳐낸  지극히 
교묘한 초식이 떠오르더군요.  그 초식으로 황상께서는 저를 황상의  머
리 위로 날려 보내지 않았읍니까. 그 일초에 대해서  황상께선 무당파의 
무공으로 선학소령(仙鶴소令)이라고 하셨죠?"
 강희는 크게 기뻐서 부르짖었다.
"그대가 나의 무공을  사용하여 그 횡소천군이라는 일초를 깨뜨렸단  말
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본래  제가 배운 무공은 별로 대단치 못한  것이었지
만 다행히 우리 두 사람이 무공 시합을 한답시고 많이  겨루었기 때문에 
황상께서 펼친 수법을 저도  어느 정도 기억할 수 있었던거죠. 그  밖에 
저는  또 황상께서  이렇게 치고  이렇게  비틀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데...."
 강희는 기뻐서 말했다.
"맞아, 맞아. 그것은 바로 자운수(紫雲手)와 절매수(折梅手)라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왕 내친 김이니 실컷 아첨이나 하자.)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황상의 모양을 본따 재빨리 그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요.  잡긴 잡
았는데 힘이 부족하고  잡은 부위가 정확하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자가 왼손으로 힘주어 떨치게 되자 그만 놓치고 말았답니다."
 강희는 말했다.
"애석하군, 애석해! 내 그대에게 가르쳐 주지. 마땅히  이곳 회종(會宗)
과 외관(外關)의  두 혈도 사이을 잡아야  한다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어떻게 하더라도 떨쳐 버릴 수가 없다네."
 그러면서 그는  손을 뻗쳐 위소보의  손목을 잡았다. 위소보는  힘주어 
몇 번 떨쳐 보았으나 과연 황상의 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 진작 저에게 가르쳐 주셨더라면 그 다음 위험한  고비를 맞지 
않아도 됐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강희는 그의 손을 놓고 웃으면서 물었다.
"그 후 어떻게 되었길래?"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한 번  떨쳐 손을 뽑자 몸을  빙글 돌리더니 어느덧 저의  등뒤로 
돌아가 두 손으로 저의 등을 후려쳤습니다...."
 강희는 부르짖었다.
"고산유수(高山流水)라는 일초로군!"
 위소보는 말했다.
"그 일초를 고산유수라고  합니까? 당시 저는 그만 놀라 낙화유수가  될 
정도였죠. 별수없이 다시 황상의 초식을 쓰게 되었죠."
 강희는 웃었다.
"못나게시리 남과  싸우는데 있어서 사부가  가르치신 무공을  사용하지 
않고 어째서 자주 나의 초식만 쓰는 것이야!"
 위소보가 말했다.
"사부님이 가르친  초식은 연마할 때는 일일이  다 맞았지만 일단  남과 
진짜로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었을 때는  전혀 쓸모가 없는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 오히려 황상께서 펼쳤던 그 초식들이 갑자기 저의  마음 깊
숙한 곳으로부터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황상, 그때 그의 손은 이미  나
의 등심을 후려치고  있었으며 저는 놀라 혼이 몸에서 달아날  지경인데 
어떻게 무슨 초식을 자세히 생각할 겨를이 있었겠습니까? 저는  몸이 ㄷ
으로 기울어지는 기세를 빌어서 오히려 몸을 앞으로 날렸죠.  그리고 오
른쪽으로 돌아갔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매우 잘 했다. 회풍보(廻風步)를 썼겠군!"
 위소보는 말했다.
"그런가요? 저는 그 일초를 피하는 동시에 그 기세를 빌어  비수를 뽑아 
들고 냅다 뒤로  일검을 내지르며 큰 소리로 부르짖었죠. '소계자  항복
하지 않겠느냐?'"
 강희는 껄껄 웃으며 물었다.
"어째서 소계자를 부르게 되었지?"
 위소보는 말했다.
"소신은 다급한 중에 어찌된 노릇인지 황상의 초식을 그냥  그대로 배우
게 되었습니다.  옛날 황상께서 뒤로 일장을  가해 저의 등을  후려치실 
때 '소계자, 항복하지  않겠느냐'고 외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 일초를  펼치게 되었고 입으로는 그와  같이 
소리쳤던 거죠. 그러자  그는 헉! 하고 쓰러지더니 미처 항복이라는  말
을 할 겨를도 없이 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강희는 웃었다.
"정말 잘 했다, 잘 했어. 나의 이 위로 돌려서  가하는 일장은 고운출수
(孤雲出峀)라고 하지. 그런데 그대가 검법을 변화시켜  일격에 성공시키
다니, 천만 뜻밖이야!"
 강희는 무공을 연마한  이후 위소보와 시범으로 시합을 가져  보았지만 
아무래도 진짜 적을 만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만큼 짜릿한  흥분을 느
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위소보가 칼로  적을 죽이는데 사용한  초식이 
모두 자기에게서 배워간 것이란  말을 듣자, 자연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는 속으로 만약 자기가 손을 쓰게 되었더라면  반드시 위소
보 보다 십 배나 멋지게 해냈으리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 자객들은 대담한 편이지만 무공은 별로였군!"
"황상, 자객들의 무공이 별로 대단치 않은 것이 아닙니다.  저의 궁안의 
시위들 가운데 몇 명이 그들의 손에 살상을 당했습니다.  소계자가 명이 
길고 또 황상을 시중들며 그토록 오랜 시일을 두고  무공을 연마하면서, 
황상의 이초 삼식을 훔쳐 배운 덕택이죠."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 마주보며 껄껄 웃었다.
 강희는 물었다.
"소계자, 그대는 그 자객들이 누구인지 아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잘 모릅니다. 황상께서는 그들의 무공수법을 알고  계시니까 십중
팔구 이미 짐작하셨겠죠?"
 "사실 나는 정확히 알아  맞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대가 조금전  손짓
까지 해주는 바람에 내가  생각했던 점이 한층 더 옳은 것이 증명된  셈
이지."
 그리고 손뼉을 쳐서 서재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태감에게 분부했다.
"색액도와 다륭 두 사람보고 들어오라고 해라."
 그들 두 사람은  서재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황제가 부르는  소리를 
듣자 즉시 들어와  절을 올렸다. 다륭은 만무 정백기(正白旗)의  군관출
신이었다. 중원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적지  않은 전공을 세웠고  또한 
무공도 뛰어났다.  그러나 줄곧 오배의 배척을  받아 별로 출세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오배가 쓰러진 이후에야 강희에  의해 어
전시위총관에 봉해지게  되어 건청문(乾淸門), 중화전(中和殿),  태화전
(太和殿) 각처를  관장하기에 이르렀다.  영내시위대신(領內侍衛大臣)은 
모두 여섯 사람이나 되었다. 정황(正黃), 정백(正白),  양황(양黃)삼 기 
가운데 각기 두사람이  영내시위대신으로 봉해졌지만 그 가운데서도  진
정으로 실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궁중의 시위들을 관장하고  있
는 어전시위 정부총관이었다. 다륭은 새로운 요직에  임명되었는데 갑자
기 궁에  자객들이 출현함으로써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전전긍긍하였
다. 그리고 황제와  황태후께서 벌을 내리실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고민
하고 있었다. 
 강희는 그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사로잡은 자객들은 모두 심문을 끝냈소?"
 다륭은 말했다.
"황상께 아룁니다. 사로잡은  자객은 모두 세 사람이나 됩니다.  소신이 
나누어 심문을 했는데  처음 그들은 한사코 말하려 하지 않았으나  이윽
고는 형벌을 견뎌  내지 못하고 실토하게 되었는데 과연....  평서왕... 
평서왕 오삼계의 부하들이었습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음 하는 소리를 냈다. 다륭은 다시  입을 열었
다.
"반역도들인 자객들이 버리고  간 무기 위에도 평서왕부라는 글자가  새
겨져 있었습니다. 격살된  반역도가 입고 있는 내의에도 평서왕의  표시
가 있었습니다. 어젯밤  궁으로 들어와 소요를 일으켰던 반역도들은  증
거가 확실합니다. 바로  오삼계의 부하들입니다. 설사 오삼계가  파견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와....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강희는 색액도에게 물었다.
"그대도 살펴보았는가?"
색액도는 말했다.
"반역도들의 무기와 내의를 소신도 모두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
총관이 기록한 반역도의 공초(供招;범죄 사실을 진술한  문서)도 확실히 
그와 같이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그 무기들과 내의들을 나에게 가져와 보여 주게."
 다륭은 대답했다.
"예."
 그는 황제가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매우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
다. 이 일은 중대하기  때문에 그는 이미 여러 가지 증거물을  보따리에 
싸서는 심복부하인 시위에게 안고 서재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있었다.
 그는 나가서 물건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보따리를 풀어 탁자  위
에 놓고 즉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청나라는 백 번을 싸운 끝에 천하를 얻었고 황제들은  하나같이 무공에 
통달해 있었기 때문에  본래 무기를 꺼리지 않았다. 그러나  서재에서는 
신하가 황제 앞에 무기를 드러낼 수 없었으며 무척 삼가해야  하는 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륭은 조심스럽게 먼저 뒤로 물러났던 것이었다.
 강희는 다가가 칼들을 들고 살펴보았다. 한 자루의  칼자루에 대명산회
관 총명부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강희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수작을 부리려다가 오히려 졸렬한 면을 드러내게 되었군.  일부러 농간
을 부린다는 것이  그만 지나치게 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의심을  일으키
게 만들고 말았군."
이어서 강희는 색액도에게 말했다.
"오삼계가 사람을 궁안으로  보내 윗사람을 해쳐 죽이려고 할때에는  물
론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웠어야 할  것이며 또한 치밀하게 그  계획을 
짜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칼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데도 왜 하필이
면 글자가 새겨진 무기를  사용했느냔 말이다. 또 어떻게 이와 같이  칼
들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냐?"
 강희는 고래를 돌리고 위소보에게 물었다.
"소계자, 그대가 죽인 그 반역도는 어떤 초식을 썼다고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의 일초는 횡소천군과 다른 일초는 고산유수를 썼죠."
 강희는 다륭에게 말했다.
"그것은 어떤 무공인가?"
 다륭은 만주의 귀족이었지만 각문 각파의 무공에 대해 아는  것이 무척 
많았다.
"황상께 아룁니다. 그것은 아마도 운남 목왕부의 무공같습니다."
 강희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맞다, 맞아. 다륭, 너의 견문은 꽤나 넓구나!"
"황상께서 칭찬해 주시니 황공합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들도 잘 생각해  보시오. 오삼계가 만약 사람을 궁안으로 보내  사
람을 찔러  죽이려 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그의 아들이 북경에 있을  때 
그와 같은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오.  자객들은 아무때나 올  수 
있는데 하필이면 그의 아들이 조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 며칠  동안 그와 
같은 짓을 시키냔 말이오? 이것이야말로 의심스러운 점이  아니겠소? 그
리고 오삼계는  용병술에 뛰어나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우  치밀하
오. 그런데 반역도들을  궁안으로 들여보내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사람
의 수가  너무 적고 무공또한 별로  대단치 못했소. 그래서는  성공하지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 그와 같은  짓을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냔 말이오? 이것은  오삼계의 성격과도 맞지 않으니 이야말로  둘
째 의심스러운 일이외다. 그리고 설사 그가 사람을 파견하여  나를 찔러 
죽이려 한다  해서 그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소? 설마하니 그가  군사를 
일으켜 반란이라도 도모하겠다는 것이오? 그가 만약  반란을 일으키겠다
면 어째서 아들을 북경까지 보낸단 말이오? 이야말로 자기  아들을 우리
에게 보내 목을 자르게  하는 짓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소? 이것이  바로 
세째로 수상한 점이외다."
 위소보는 먼저  방이로부터 오삼계를 모함에  빠뜨리려는 계책에  관해 
듣고 정말  큰 묘책이라고 느꼈었다. 그런데  이제 강희의 분석을  듣고 
보니 곳곳에 빈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탄복하여 연
신 고개를 끄덕였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들도 다시 생각해 보시오? 만약 자객이 오삼계가  파견한 사람들이 
아닌데도 평서왕부의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어떤  의도이겠
소? 자연히  그를 모함하고 해치겠다는  뜻이 아니겠소. 오삼계는  우리 
대청나라를 도와 천하를 평정하는데 무천 큰 공을 세웠소.  그를 미워하
고 꺼려하는 자  또한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오. 그러니 도대체 이  한 
떼의 반역도들을 그 누가 지시했는지, 반드시 다시 신문을  가해 알아보
도록 하시오."
 다륭은 말했다.
"황상께서는 잘 성찰하셨습니다.  만약 황상께서 자세히 지적하시고  이
끌어 주시지 않았더라면 소신들은 멍청하여 속임수에 넘어가  그만 죄없
는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울 뻔 했습니다."
 강희는 그 말을 받았다.
"죄없는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다고? 후후후....."
 색액도와 다륭은  황제가 더 분부할 말이  없는 것을 알아채고는  즉시 
머리를 조아리고 밖으로 나갔다.
 강희는 위소보에게 말했다.
"소계자, 그 횡소천군과 고산유수라는 이초를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짐
작해 보게나."
 위소보는 속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매우 이상하게 여기던 참입니다. 황상께서는  어떻게 아
셨죠?"
 강희는 말했다.
"오늘 이른 아침 나는  많은 시위들을 불러서 그들에게 어제 자객과  격
투한 사정을 물었지. 그리고 자객들이 펼친 무공수법을 알아보니  몇 수
가 바로 그 명나라 목씨 집안의 무공초식이 아니겠는가?  그대는 생각해 
보게. 목씨  집안은 본래 대대로  운남성에서 왕노릇을 해왔네.  그런데 
우리 청나라가 천하를 차지한 이휴 운남을 오삼계에게  내주게 되었으니 
목씨 집안에서 어찌  분개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목씨의 최후  금국공 
목천파(沐天波)는 바로 오삼계의  손 아래에서 죽지 않았는가? 나는  사
람들에게 목씨 집안에서 가장 무서운 초식을 펼쳐 보라고  했지. 그런데 
그 가운데 횡소천군과 고산유수라는 이초가 있더군."
 위소보는 은근히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나의 처소에 목씨 집안의  두 여자를 숨기고 있는데 황상께서 알고  계
시는지 모르겠구나.)
 강희는 웃으며 물었다.
"소계자, 그대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
 위소보는 부자라는  말에 대뜸 정신이 들어  근심 걱정을 깡그리  잊어 
버리고 싱글벙글 입을 열었다.
"황상계서 부자가 되지 말라면  감히 부자가 될 수 없지만 황상께서  부
자가 되라 하시면 소계자로서는 감히 부자가 되지 않을 수 없죠."
 강희는 웃었다.
"좋아, 내  그대로 하여금 부자가 되도록  해주지. 그대는 이 옷과  검, 
그리고 자객의 몸에서  벗겨낸 내의와 자객의 공초를 모조리 가져다  한 
사람에게 갖다 주게나. 그러면 그 사람은 크게 한 밑천을  떼어 줄 것일
세."
 위소보는 순간 어리둥절했으니 즉시 깨닫고 부르짖었다.
"오응웅!"
 강희는 웃었다.
"그대는 매우 총명하군. 이제 가 보게나."
 위소보는 말했다.
"오응웅이라는 녀석은 이번에야말로 크게 운수대통한 것입니다.  그야말
로 그의 전 가족의 목숨은 황상께서 내리신 것과 다름이  없게 되었습니
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생각인가?"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그에게 '이 오가야,  황상께서는 만 리 밖을 내다보고 계시며  그
대들 부자 두  사람이 운남에서 무슨 짓을 하든지 황상께서는  모르시는 
일이 없다'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대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것도 황상깨선  똑똑히 알고 계시지만 흐흐흐,  만약에 어떤 다른  뜻을 
품게 되면 황상깨서도 똑같이 알아 차릴 것이다'라고  말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기랄! 너희  부자 두 사람은 역시 고분고분하게 있는게  좋을 
것이다'라고 말해주죠."
 강희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핫, 그대는 정말 눈치도 빠르고 영악해! 하는 소리들이  거칠기 이
를 데 없군. 하지만  내 마음에 쏙 들어. 제기랄, 너의 부자 두  사람은 
고분고분하게 있으라구? 하하하하!"
 위소보는 황제가  한 마디의 제기랄이라는  상소리를 자기한테  배운데 
대해서 흐뭇하게 여기고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는 칼과  옷가지
를 안고 서재를 나와 자기의 거실로 되돌아갔다.
 그가 자물통을 열려고 했을  때 갑자기 등뒤에서 한 차례 격렬한  아픔
이 전해졌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억지로 
문을 따고 방안으로 들어가 의자 위에 앉아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목검병은 물었다.
"그대.... 그대는 몸이 불편하신가요?"
 위소보는 말했다.
"꽃도 부러워할 그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대하게 되자 몸이  한결 개운해
졌는걸."
 목검병은 웃었다.
"저희 사저야말로 수화폐월(꽃도  부러워하고 달도 숨는다는 뜻으로  미
인에 비유되는 말)의 용모라고 할 수 있지만 저의 얼굴에는  한 마리 자
라나 그러져 있으니 꼴사나워 죽을 지경이죠 뭐."
 위소보는 그녀가 우스개 소리를 하는 것을 듣고 즉시  기분이 좋아져서 
웃었다.
 "그대의 얼굴에 어째서 조그만 자라가 생기게 되었지? 아,  알았다. 착
한 누이, 그대의 얼굴이 광채가 나고 매끄러운가 하면  희고도 반짝반짝
하여 바로 거울과  같다고 할 수 있지.  그렇기 때문에 한 마리의  작은 
자라가 있게 된거야."
 목검병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건 어째서 그런가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누구와 함께 잠을 잤지? 그대의 얼굴은 마치 한쪽의  거울과 같
으니 자연 그 사람의  모습을 비추어 줄 것이 아니겠어. 따라서  얼굴에 
한 마리의 작은 자라가 생겨났겠지."
 방이는 뾰로통한 어조로 말했다.
"쳇! 그대 자신이 이리  와서 보시지. 그러면 소군주의 얼굴에 정말  그
와 같은 조그만 자라가 생길지도 모르지."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만약 들여다보게 된다면 훌륭한 누이의 얼굴에는 멋진  나리의 모
습이 나타나겠지."
 세 사람은 한 동안 웃었다.
 방이는 말했다.
"이봐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궁을 빠져나가죠? 그대가  방법을 강구
해 봐요."
 위소보는 이 며칠 동안 곳곳에서 남에게 떠받들리게 되자  한결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자기의  처소로 돌아오면 외롭고 무료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이와 목검병이란  두 젊은 소저가 함께 있어 주니  남
에게 발각될  위험은 있었지만 그녀들과  이대로 헤어진다는 것이  여간 
아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말했다. 
"천천히 방법을 강구하기로  합시다. 그대들이 이 방문 밖으로 한  걸음
만 내딛게 된다면 즉시 사람들에게 잡히고 말 것이오."
 방이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어젯밤 궁안으로 들어온 가운데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잡혔는지  모르
겠군요. 그리고 난을 당한 사람들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그대는 알고 
있나요?"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오. 그러나 그대가  관심이 있다면 내가 그대 대신 알아보도록  하
지."
 방이는 나직이 말했다.
"고마워요."
 위소보는 그녀와 만난 이래 한번도 그녀가 이토록 겸손하게  말하는 모
습을 본 적이 없는지라 속으로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목검병은 말했다.
"알아봐야 할 것은 유(劉)가라는 사람이 평안무사하게  빠져나갔는가 하
는 것이에요."
위소보는 물었다.
"유가라구? 유 뭐라는 인물이지?"
"그는 우리 사형이에요. 이름은 유일주(劉一舟)라고 하죠.  그는.... 그
는.... 우리 사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그러니...  그
러니...."
 별안간 그녀는  힛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방이가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질러 다음 말을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위소보는 아 하며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유일주, 음, 이건... 잘못 되었는걸."
 방이는 자기도 모르게 급히 물었다.
"어떻게 되었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 사람은 키가 크고 얼굴이 희며 대략 이십여 세  정도의 준수한 젊은
이가 아니요? 그리고 무공 또한 대단하지 않소?"
 그는 물론 유일주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방이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준수한 젊은이가  틀림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사형이라면 
그의 무공이  매우 고강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던  것이
다.
 아니나 다를까 목검병은 말했다.
"맞았어요, 맞았어요. 바로 그예요. 방사저는 어젯밤 상처를  입게 되었
을 때 유사형이 세  명의 시위에게 붙잡혀서 한 명의 시위가 그를  내리 
누르는 것을 보았대요. 십중팔구 사로잡혔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어
떻게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  유장사가 알고  보니 방소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었구
려....."
 그러면서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이는 얼굴 가득히 근심의 빛을 띄우고 물었다.
"계 오라버니, 그 유... 유사형은 어떻게 되었나요?"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냄새나는 계집애,  나에게 말을 할 때는 제법 퉁명하더니  유사형을 
들먹이게 되자 나를 계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구나. 어디 놀라 봐라.)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애석하군, 애석해"
 방이는 놀라 물었다.
"어떻게 된거예요? 그는....  그는.... 상처를 입었나요? 아니면...  아
니면 죽었나요?"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뭐가  유일주고 유이주야.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가 
죽었든 살아  있든 내가 어떻게 알아?  그대가 나를 훌륭한  낭군이라고 
세 번 불러 준다면 내 그대를 대신해서 알아보도록 하지."
 방이는 뾰로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말하는게 조금도  점잖치가 못하군. 도대체  어느 말이 진짜이고  어느 
말이 가짜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이 유일주가 만약에 나의  손에 떨어지게 된다면, 흥흥, 나는 먼저  그
를 묶고  매섭게 고문을 가하겠소. 그리하여  그의 엉덩이가 네  조각이 
나도록 때려 준 후  그에게 무슨 교묘한 말로 우리 마누라의 마음을  휘
어잡았느냐고  묻겠소. 그런  이후 나는  칼을 들고  단칼에 이와  같이 
싹...."
 목검병은 물었다.
"그대는 그를 죽이겠다는 것인가요?"
 위소보는 말했다.
"아니, 아니지. 나는 그의  불알을 잘라 그로 하여금 태감이 되도록  만
들어 주겠소."
 방이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꾸짖었다.
"그저 터무니없는 소리만 지껄이는군!"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유사형은 십중팔구  잡혔을 것이오. 태감이 되고 안 되고는  나
에게 달렸지. 방소저, 나에게 부탁하겠소, 하지 않겠소?"
 방이는 얼굴을 다시 한번 붉게 물들이고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지 못했
다.
 목검병이 말했다.
"계 오라버니, 사람을 도와 주려고 할 때는 상대방에서 입을  열어 부탁
하기 전에 도와 주어야 의협심이 강한 영웅이라 할 수 있어요."
 위소보는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아니야, 그건 아니야.  나는 남이 나에게 부탁하는 것을 가장  듣
기 좋아한다고. 더욱  훌륭한 지아비니 다정한 지아비니 하고  다정하게 
불러 준다면 나는 더욱더 그 사람을 위해 일을 할때 신이 나게 돼."
 방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계, 오라버니, 훌륭한 오라버니, 제가 부탁을 드리죠."
 위소보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나를 지아비라고 불러야 돼."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의 말은 틀렸어요.  저희 사저는 장래 유사형에게 시집을 갈  몸이
에요. 그러니 유사형이야말로  그녀의 지아비가 되는 것인데 그녀가  어
떻게 그대를 지아비라 부를 수 있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안 돼. 그녀가 유일주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면 나는 그야말로  크게 질
투를 하여 초항아리를  뒤엎어 놓은 것보다 더욱 시큼한 냄새를  풍기고 
말테야!"
 목검병은 말했다.
"유사형은 좋은 사람이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그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나는 더욱더 질투를 하게  되고 더욱 
많은 질투를 하게 되지. 아이쿠! 질투를 하다가 너무 지나쳐서  내 자신
이 초항아리가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 하하하."  
 크게 웃은 다음 그는 보따리를 안고 처소를 나섰다. 그리고  문을 잠궜
다. 이어 그는  네 명의 태감을 불러  말을 타고 북경에 있는  오응웅의 
처소로 향했다.
 그는 말등에서 연신 오른손을 휘둘러대며 부르짖었다.
"빡빡빡, 빡빡빡!"
 네 사람의  태감은 그 뜻을  알지 못했다.그들로서는 계공공이  성지를 
받들어 부자가 되러 가는 길이니 자연히 운남의 오씨 집안을  상대로 빡
빡 긁어 먹으려고 하는 속셈을 알 수가 없었다.

 오응웅은 칙사가 왔다는  말을 듣고 재빨리 마중을 나왔다. 그는  위소
보를 대청으로 모셨다.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나에게 어떤 물건을 그대에게 보여 주라고  분부하셨소. 소
왕야, 그대는 담이 크오, 아니면 작으오?"
 오응웅은 말했다.
"비직의 담은 가장 작은 편이라 놀라운 일에는 견뎌 내지 못한답니다."
 위소보는 일순 어리둥절해졌으나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는 놀라운 일에  견뎌 내지를 못한다구? 그러나 하는 일은  대담하
기 이를 데 없던걸?"
 오응웅은 말했다.
"공공의 뜻을 비직은 잘 모르겠으니 아무쪼록 분명히 말씀해  주시기 바
랍니다."
 어젯밤 강친왕부에서 그는 스스로 불초라고 칭했다. 그런데  오늘 위소
보는 바로 성지를 받들고 온 몸이었고 또 위소보가 기고만장해  하는 양
을 보고 은연중 뭔가 잘못 되었다는 점을 눈치채고 자기  자신을 비직이
라고 칭하게 된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어젯밤 그대는 모두  몇 명의 자객을 궁안으로 들여 보냈소?  황상께서 
나보고 여쭈어 보라고 합디다."
 어젯밤 궁안에서 자객  소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오응웅은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소보로부터 그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되자 깜짝 놀라  즉시 두 무릎을 꿇고  천정을 향해 연신 큰 절을  하며 
말했다.
"황상께서 저희 부자에게 태산과 같은 은혜를 입혔습니다.  소신의 부자
는 바로 소와 말이  된다 하더라도 황상의 은전에 보답할 수 없을  것입
니다. 소신 오삼계와 오응웅 부자는 기꺼이 황상께 충성을  바치다 죽겠
으며 결코 두 마음을 품지 않겠습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일어나시오, 일어나시오. 천천히  절을 해도 늦지 않소. 소왕야,  내가 
그대에게 약간의 물건을 보여 드리겠소."
 그러면서 그는 보따리를 풀고 탁자 위에 벌려 놓았다.
 오응웅은 몸을  일으키고 보따리 안의 무기와  의복을 보더니 그만  두 
손을 벌벌 떨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건.... 이건.... 이건...."
 오응웅은 공초받은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 위에는 명명백백하게  자객
이 평서왕 오삼계의  명령을 받아 궁안으로 들어와 오랑캐 황제를  죽일 
결심을 했으며  오삼계를 주군으로 세우려고  작정을 했다는 말이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오응웅은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두 무릎을 꿇고  앉아 말
했다.
"계.... 공.... 공.....  이건.... 이것은 결코 진짜일 수가  없습니다. 
소신 부자는 간악한  자의.... 모함을 받은 것입니다. 아무쪼록  공공께
서는 성상에게 품.... 품 하시어....."
 위소보는 말했다.
"이 무기들은 모두 반역도들이 궁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이오. 그리고 
대역무도한 짓을 하려고 했소. 무기에는 모두가 귀왕부의 표기를  해 놓
고 있소."
"소신 부자는 원수가 무척 많습니다. 이 사건도 원수들의 간계인  것 같
습니다."
"그대의 그와 같은 말에는  삼 푼 정도 옳은 점이 있소이다. 그러나  황
상께서 믿으실지 모르겠구려."
 오응웅은 말했다.
"공공께서는 황상에게 저희  부자에 대한 변명을 몇 마디라도  해주신다
면 황상께서는 영덕하신  분이라 반드시 공공의 말씀을 믿게 될  것입니
다."
"이 일은 커질대로  커졌소. 색액도 색대인, 시위 두령인 다륭  다대인, 
모두 황상을 뵙고 자객의 공초를 품했소이다. 그대도 알겠지만  이와 같
이 반역을 꾀하는 큰  일을 그 누가 감히 한옆으로 제쳐 둘 수  있겠소? 
그대를 위해 황상 앞에서 몇 마디의 변명을 못할 것도  없는 일이오. 더
군다나 나는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 냈소.그렇다고 완전히  들어맞게 된
다는 보장은 할 수  없으나 십중팔구 그대 부자의 죄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너무 번거로운 일이오. 즉 귀찮단 말이외다."
 오응웅은 크게 기뻐했다.
"어쨋든 공공께서 구해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무쪼록 일어나서 말씀하십시오."
 오응웅은 몸을 일으켰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들 자객들은 정말 그대가 보낸 것이 아니오?"
"결코 아닙니다.  비직이 어찌 그와 같이  열 번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르겠습니까?"
"좋소이다. 나는 그대를  친구로 사귀겠으며 이번만큼은 그대를  믿도록 
하겠소이다. 만약 자객이  그대가 파견한 것임을 이후 알아내게  되었을 
땐 나마저도 죽게 될 것이고 그대 가족들이 멸족을 당하게 될 때  나 역
시 같은 운명을 겪게 될 것이외다."
"공공께서는 마음을 놓으십시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 그대가 볼 때 그 반역도들은 누가 파견한 것 같소?"
 오응웅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저희 부자의 원수들은 무척 많습니다. 일시에 추측하기 어렵군요."
"그대가 나에게 황상 앞에서  변명을 해 달라고 한 이상 어쨌든  원수의 
이름쯤은 댈 수 있어야 황상께서도 믿으실 게 아니겠소?"
"그렇죠, 그렇죠. 가친께서는 대청나라를 위해 천하를  도모하신 분이라 
소멸당한 반역자들이 적지 않은 편입니다. 예를들자면  이침(李침)의 잔
당이나 전  명나라 당왕, 또는 계왕의  잔당, 그리고 운남 목씨  집안의 
잔당을 들 수 있죠.  그들은 마음속으로 원한을 품고 있기 때문에  반란 
같은 것을 곧잘 해낼 것입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침의 잔당이나 운남  목가의 잔당이라고 하는 그 사람들의  무공수법
이 어떤 것이오? 그대가  나에게 몇 수 가르쳐 주시오. 그러면 내가  황
상에게 펼쳐 보이겠소. 그리고 어젯밤 내가 친히 보았는데  자객이 사용
한 것이 바로 그와 같은 초식임에 틀림없다고 말씀 드리겠소."
 오응웅은 크게 기뻐 재빨리 말했다.
"공공의 그와 같은  계략은 정말 멋지군요. 하지만 비직은 무공에  대해
서 아는 것이 많지 않으니 수하들에게 물어 보지요. 공공  잠시 앉아 계
십시오. 비직이 즉시 갔다 오겠습니다."
 그는 인사를 한 후 총총히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이는 바로 그의 수하  시종
의 우두머리인 양익지였다. 어젯밤 위소보는 그를 도와 칠백  냥의 은자
를 따도록 해주었다.  양익지는 앞으로 나와 위소보에게 인사를  했는데 
얼굴에는 우려의 빛을 띄우고 있었다. 
 아마도 오응웅이 그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모양이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양형, 걱정할 것  없소이다. 어젯밤 그대가 강친왕부에서 무공을  연마
하는 등  크게 솜씨를 보였고 적잖은  문무대신들이 친히 보지  않았소. 
해서 결코 그대가  궁안으로 들어가 자객짓을 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오. 나도 그대를 위해 증인이 되어 줄 수 있소이다."
 양익지는 말했다.
"네, 네. 공공, 감사합니다. 그런데 간악한 자의 모함이 무섭습니다."
 양익지는 위소보를 곁눈질한 후 다시 말했다.
"세자께서 말씀하시길 공공께서는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시며  황상 앞에 
나가시어 우리들을 위해  변명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니 그야말로  우리
들의 대은인입니다. 평서왕에게는  너무나 많은 원수들이 있습니다.  각
자의 무공수법은 매우 복잡한데 다만 목왕부의 무공은  독특하게 일가를 
이루고 있어 매우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음, 애석하게도 일시 목왕부의 사람을 찾을 수가 없군.  그들로 하여금 
몇 수 초식을 펼쳐 보이도록 했으면 좋으련만."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3. 출궁

 양익지는 말했다.
"목가권, 목가검은 운남에서 퍼진지 오래됩니다. 소인은  약간 기억하고 
있는 바가 있는데 몇  수 펼쳐서 공공의 지도를 받을까 합니다.  자객이 
궁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칼을 휴대했으니 소인은  목가의 회충검을 
펼쳐보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그대가 목가의 무공을  안다면 그야말로 안성마춤이오. 검법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일시에  제대로 배우지 못할  것이오. 
역시 그대에게서 몇 수 목가권을 배우도록 합시다."
양익지는 말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공공께서는 오배를 잡으셔셔 사해의  명성을 떨치
지 않으셨습니까. 따라서 권각법은 반드시 고강할 것입니다.  소인이 펼
쳐서 제대로 되지 않는 점 공공께서 잘 지도해 주십시요."
그리고 나서  그는 대청 중앙에 서더니  자세를 바로 잡고 천천히  일초 
일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목가권은 목영에 손에서 전해진 것이었다. 이미 삼백여  년이나 지났
는데 역대에 걸쳐  하나같이 고수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백번이나  천 
번이나 갈고 닦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운남에서는 이를 아는  사람
이 무척 많았다. 양익지는 이 권법에 대해서 별로 뛰어난  편이 못 되지
만 그의  무공이 무척 고강하고 견문이  넓어 일초 일초 펼침에  있어서 
기세가 무거워 보였고 초식이 정묘했다.
위소보는 그 횡소천군이라는 일초를 보게 되자 칭찬했다.
"이 일초는 지극히 훌륭하군!"
그리고 다시 그가 고산유수란 일초를 펼치게 되었을 때 다시  칭찬의 말
을 던졌다.
"이 일초 역시 대단하오!"
그리하여 그가 목가권을 모조리 다 펼쳤을 때 말했다.
"매우 좋소이다, 매우 좋아. 양형, 그대의 무공은 정말  훌륭한구려. 강
친왕부의 그  무사들은 아마 열 명을  합쳐도 그대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오. 일시에 나는 많이  배울수 없으니 그저 한 두수만 배워서  황상 
앞에서 펼쳐 보이도록 하겠소."
그러면서 그는 손짓을 해가며 횡소천군과 고산유수의 이초를  똑같이 펼
쳐 보였다.
양익지는 기뻐서 말했다.
"공공께서 횡소천군과  고산유수라는 이초를 펼치는  것은 그야말로  그 
정묘한 뜻을 깊이 깨닫고 있어 무공을 아는 사람이 본다면  즉시 목가의 
권법인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공공께서 총명하심이 뛰어나  단번
에 배우시니 우리 오씨집안은 그야말로 구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응웅은 연신 읍을 했다.
"오씨의 온 집안 백여  명은 모두 공공께서 도움의 손길을 뻗쳐  목숨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삼계 집안에는 금과 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나는  그에게 가격
을 들먹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는 습을 하고 반례할 후 말했다.
"모두 친구들 사이가 아니겠소? 소왕야, 그대가 또 은덕이니  목숨을 구
했느니 하는 말씀을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섭섭한 말씀이오.  더군다나 
나는 진력을 다할  뿐이지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지금 모르는  형편이 
아니겠소?"
오응웅은 잇따라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위소보는 보따리를 싸서 옆구리에 끼고 생각했다.
(이 한 보따리 물건을 급히 그에게 줄 필요는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말했다.
"소왕야, 황상께서는 나에게  한 가지 일을 그대에게 여쭈어 보라고  합
디다. 그대는 운남에서 서울로 온 벼슬아치 가운데,  노일봉이라고 하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오응웅은 어리둥절해서 생각했다.
(노일보은 그야말로 쥐꼬리와 같은 작은 벼슬아치에 지나지  않는다. 서
울로 와서 황제  폐하를 알현하려고 있으나 아직 황상을 알현하지  못하
고 있는데 황상께서는 어떻게 이미 아고 계실까?)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입을 열었다.
"노일봉은 새로이  운남 곡정현(曲靖縣) 지현(知縣)으로 임명된  사람인
데 지금은 서울에 와 있죠. 나중에 황상을 배알하게 될 것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그 노일봉이  며칠 전 주루에서 양민을 억압하고  업신여겼
으며 하인들을 시켜  사람을 때리도록 했다는데 지금쯤 그 성질을  고쳤
는지 그대에게 물어 보라고 합디다."
그 노일봉이 오삼계로부터  곡정현 지현에 임명된 것은 사만 냥이나  되
는 은자를 뇌물을 써서 얻은 자리였다.
오응웅은 바로 그 가운데 앉아서 삼천 냥이나 가로챈 바가  있는데 이제 
위소보의 그와 같은 말을 듣게 되자 깜짝 놀라서 재빨리 말했다.
"비직은 반드시 그를 잘 타이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양익지에게 말했다.
"즉시 가서 노일봉을  오라고 하시오. 먼저 그에게 오십대의 곤장을  때
린 후 다시 말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위소보에게 새삼스럽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공공, 아무쪼록 공공께서 황상에게 상주하실 때 소신  오삼계가 사람을 
잘못 보고 부당하게 사람을 추천했으니 황상께서 죄를  내리십사 부탁해 
주십시오. 노일봉을 즉시 파직시키겠으며 영원히 등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부대인(吏部大人)에게 청하여 달리 현명한 사람을  부임시키도
록 하겠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뭐, 그렇게까지 심하게 벌 줄 것은 없지 않겠소?"
오응웅은 말했다.
"노일봉이란 녀석은 너무나 대담합니다. 못된 짓이 위로  천자의 귀에까
지 들어갔으니 그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입니다.  익지, 그
대는 나를 대신해서 매섭게 그를 매질하도록 하게나."
양익지는 대답했다.
"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노가라는 벼슬아치는 아무래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겠구나.)
생각을 마치고 그는 말해다.
"이 형제는 이제 그만 궁으로 돌아가 황상을 뵈어야 하겠습니다.  이 이
초 횡소천군과 고산유수는 약간 멋드러지고 그럴싸 해야 좋겠지요."
그는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오응웅은 소매자락 안에서  커다란 봉투를 꺼내 두 손으로 바치며  말했
다.
"계공공의 큰 은덕은 쉽게 보답할 수 없는  것입니다.하지만 다총관이나 
색대인, 그리고 여러  어전시위들 앞에도 어쨋든 조금은 경의를  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곳에  조그만 성의를 표시 했으니 수고스럽지만  계
공공께서 비직을  대신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황상께서 하문을 하실게 될 때 모두들 몇 마디 도움의  말을 한다면, 저
희 부자의 억울한 누명을 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그 봉투를 받고 웃으며 말했다.
"그대를 대신해서  인정을 베풀라는 것이오?  이와 같은 일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는 궁중에서 일 년 남짓 보냈기 때문에 이미 태감들의  말하는 억양을 
거의 흉내낼 수 있을 정도로 배운 터였다. 그야말로  약삭빠르게 지껄이
는 서울  말씨에도 이미 반쯤의 양주  사투리도 섞이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에 이  무렵부터 소계자로 가장을  했더라면 눈이 먼  해로공조차도 
아마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응웅과 양익지는 공손히 그를 저택 밖으로 전송했다. 이번에는  한 채
의 교자를 빌렸다.  위소보는 교자 안에서 그 봉투를 뜯어보았다.  놀랍
게도 십만 냥이라는 은표여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내가 먼저 반을 차지해야겠다.)
그는 오만냥의  은표를 품 속에 집어  넣고 나머지 오만냥은 여전히  그 
커다란 봉투 안에 넣어 두었다.

 위소보는 먼저 서재로  가서 강희를 만나 보았다. 그리고는 이미  일을 
처리했음을 보고했다. 그리고 오응웅이 황상께서 지혜롭게도  그들 부자
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을 판가름하신 데 대해 알게 되자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해 하더라는 말을 했다.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그는 깜짝 놀랐을거야."
위소보는 웃으며 받았다. 
"아마 놀라서 자기  바지가랑이에 오줌을 갈겼을지도 모르지요.  소신이 
그에게 잘 타일렀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십중팔구 또  있을지도 모르니
까 반드시 충성심을  다해 황상을 받들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오삼계에
게 전하도록 했습니다"
강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그가 충분히  놀라도록 만든 이후에야, 황상께서 만리를 밝게  내
다 보고 대뜸 자객의 무공을 알아보신 후 운남 목가의  반역도들 소행이
라는 것을 짐작하였다는  말을 그에게 했지요. 오응웅은 놀람과  기쁨에 
차서는 그만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 연신 황상께서  영명하시다고 칭송해 
마지 않았습니다."
강희는 빙그레 웃었다.
위소보는 품 속에서 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그는 너무나 감격해서  많은 은표를 내 놓았습니다. 모두 오만  냥인데 
만 냥은 저에게 주는  것이고 다른 사만 냥은 어젯밤 애쓴 여러  시위들
에게 나누어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황상, 이것 보십시요. 우리들은  그
야말로 큰 횡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은표들은 모두 오백  냥 짜리였다. 백 장이나 되니 두둑한  한묶음이
나 되었다.
강희는 웃었다.
"그대는 어린 나이이니 일만  냥의 은자라면 한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것이네. 나머지 은자는 뭇시위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게나."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항상께서는 영명하시나 이  위소보가 이미 수십만 냥이라는 은자를  가
지고 있는 몸인 것을 짐작도 못하고 있구나.)
그는 말했다.
"황상, 제가 황상을  모시고 있는 이상 무슨 물건에 부족을  느끼겠습니
까? 그리고 이 은자를 가지고 가서 무엇 하겠습니까? 소신은  한평생 그
저 충성을 다해서  황상에게 시중들고자 하니 황상께서도 저를 잘  돌봐 
주십시오. 이 오만  냥의 은자는 모두 시위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죠. 
나는 그저 황상께서  내리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오응웅이 인심을  사
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희는 본래  자기 이름으로 상여금을  내린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인심을 산다는 말에 마음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었다.
위소보는 강희가  생각에 잠겨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
다.
"황상, 오삼계가 그의 아들을 서울로 보낼 때 가져온 금이나  은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을  만나게 될 때마다 돈을 내미니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천하의 곳곳에 있는  백성이나 금은주
보는 본래 모두가 황상의 것입니다. 오삼계 늙은이가 너무  날뛰고 있는
데, 그 모양은 운남이 바로 자기 오씨네 집안의 땅인  것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이 옳아. 그 은자는 내가 내린 것이라 해두세."
위소보는 서재 밖에 있는 시위들의 방으로 가  어전시위총관인 다륭에게 
말했다.
"다총관, 황상께서  분부하셨소. 어젯밤 뭇시위들이 이가를  보호하느라
고 공을 세웠기  때문에 황상께서 백은 오만 냥을 내리신다고  하셨소이
다."
다륭은 크게 기뻐서 재빨리 무릎을 꿇고 사의를 표했다.
"황상께서는 지금 무척 기분이 좋으시니 그대 스스로 안으로  들어가 사
의를 표하도록 하시오."
그는 오만 냥의 은표를  그에게 건네 주었다. 다륭은 위소보를 따라  서
재로 들어가서 강희에게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리며 말했다.
"황상께서 은자를 내리시니  소신 다륭과 뭇시위들은 삼가 사의를  표하
는 바입니다."
강희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분부하셨소. 이  오만 냥의 은자 가운데 그대가 보고  알아
서 나누도록 하라는  것이외다. 반역도를 죽여 공을 세우거나  용감하게 
싸웠다가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좀더 나누어 주도록  하시라는 말씀
이 계셨소."
다륭은 말했다.
"네, 네, 소신은 성지를 받들겠습니다."
강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계자는 충성심이 있고 또한 재물들을 탐하지 않으니  정말 갸륵하다. 
이 오만 냥이나 되는 은자를 모조리 시위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기 자신
은 한 푼도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는구나.)
위소보는 다륭과 함께  물러났다. 다륭은 일만 냥의 은표를  헤아려서는 
내밀며 웃었다.
"계공공, 이것은 우리  뭇시위들의 호의로 받아 주시구려. 그리고  공공
께서 받아서 다른 소공공들에게도 내리시도록 하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아, 다총관,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야말로 친구답지 못하오.  이 소계자
가 한평생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무예가 고강한 친구외다. 이  오
만 냥 은자를 황상깨서 만약 문관에게 내리신 것이라면 이  소계자가 일
만 냥쯤은 나누어  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칠팔천 냥은 나누어  가졌을 
것이외다. 그러나  그대 다총관에게 내려 주신  것인데 그대가 한  냥의 
은자라도 나에게 주려고  한다면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소이다.  나는 
그대를 친구로  알고 있으니  그대 역시 나를  친구로 여기도록  하시구
려."
다륭은 웃으면서 말했다.
"시위 형제들은, 궁안에는 많은 직책에 있는 공공들이  있지만 계공공은 
나이가  제일 적으면서도  가장 친구답다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구
려."
위소보는 말했다.
"다총관, 어젯밤  잡은 역적들 가운데  유일주라 불리는 사람이  있는지 
혹시 알아봐  주시구려. 만약 그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들은  바로 
그 자로부터 역적들의 내력을 조사해 낼 수 있을 것이외다."
다륭은 대답했다.
"네, 네, 역적들이  들먹이는 이름은 물론 모두가 가짜이죠. 내가  가서 
잘 조사해 보겠소이다."
위소보는 자기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 입구에 이르렀을  때 주방
의 한 명 소태감이 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태감은 마주 걸어
오며 나직이 말했다.
"계공공, 그 전노반이 또  한 마리의 돼지를 선물해 왔습니다. 이번  것
은  연와인삼저(燕窩人蔘猪)라고 하던데요.  공공에게 바치려는  것인데 
지금 주방에서 공공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위소보는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 화조복령저만 하더라도 제대로 조치 못하고 있는데 또  한마리 연와
인삼저를 가져오다니, 그 사람은 이곳 황궁을 돼지 우리로  생각하는 모
양이지?)
그러나 사람이 왔다니 상대를 해서 내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주방으로 갔다. 전노반은 온 얼굴에 기쁜 빛을  띠고 입을 열
었다.
"계공공, 소인의 그화조복령저는 정말 크게 몸을 보하는  음식인가 보군
요. 계공공께서 잡수신  후 한결 신수가 훤해졌으며 얼굴이  불그레하고 
반지르르해졌습니다. 소인은 정말  공공께서 돌봐 주신 데 대해  고맙게 
느끼고 다시 한 마리 연와인삼저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쪽을 가리켰다.
이번 돼지는 살아 있는  돼지였다. 전신은 하얀 털로 뒤덮여 있었고  모
양이 무척 예뻤다. 그  돼지는 대나무로 엮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연신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그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목과  고개
만 끄덕였다.
전노반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위소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쯧쯧쯧, 계공공께서 화조복령저의 돼지고기를 잡수시고는 맥박이  왕성
해진 것이 과연 그 전과는 크게 틀리는군요."
위소보는 이때 자기  손에 한 장의 쪽지가  옮겨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방에서는 이목이 많어 더 물어 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노반은 말했다.
"이 연화인삼저를 먹는 방법은 또 따로 있습니다.  공공깨서는 아랫사람
들에게 이곳에서 좋은  술찌꺼기로 열흘만 먹이도록 하십시오. 열흘  이
후 소인이 와서 친히 만들어 공공께서 잡수시도록 하겠습니다."
위소보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화조복령저만 하더라도 이미 나의 몸을 열이 오르고  번거롭기 이를 
데 없이 만드는데  또 무슨 연와인삼저란 말이오? 전노반이나  자시도록 
하시오. 나는 이제 감당할 수 없소이다."
전노반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이것은 소인이 공공을  받드는 충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다시
는 공공을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인사를 한 이후 물러갔다.
위소보는 속으로 이  쪽지에 반드시 글자가 쓰여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자기로서는 수박만한 글자도 알아보지 못하는 형편이라 즉시  주방의 집
사와 허드렛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돼지를 잘 먹이라고 이른  후에 
자기의 거실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전노반이라는 사람은 정말  총명하기 이를 데 없구나. 처음에는 한  마
리의 죽은 돼지 속에 살아 있는 사람을 숨겨서는  궁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런데 두 번째 만약  다시 죽은 돼지를 궁안에 들여 보내게 된다면  많
은 사람들의 의심을 품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아예 한 마리  살아있는 돼
지를 들여온 것이구나. 그리하여 그 돼지를 주방에서 키우도록  하니 정
말 별별 계책도 다 있군. 이렇게 된다면 설사 어떤  사람이 의심은 품었
다 하더라도 이제 의심을 모조리 풀게 되었을 것이다. 맞아,  요령을 써
서 사람을 속이려고  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치밀하게 생각해야 하며  사
후에 기회가 있을 때에는 다시 빈틈이 없도록 메꾸어 주어야  하는 것이
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이 쪽지는 소군주에게 보여  줄 수밖에 없구나. 제기랄, 할 말이  있으
면 입으로 할 것이지 빌어먹게시리 글을 써서 뭐해?)
그가 거실로 들어가자 목검병이 말했다.
"계 오라버니, 그 누가  문밖까지 왔다 갔어요. 아마도 밥을 가져온  사
람인데 문이 잠겨져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되돌아간 모양이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밥을 가져온 사람인지 어떻게 알았소? 휴, 그대들은  밥과 찬의 
구수한 냄새를  맡은 모양이군. 그렇다면  매우 배가 고팠던  모양이지? 
어째서 과자나 밀전 같은 것을 먹지 않았소?"
목검병은 킥 웃으며 말했다.
"솔직이 예의를 차리지 않고 먹어 치웠어요."
방이는 말했다.
"계.... 계 오라버니, 혹시...."
거기까지 말하더니 그녀는  난처한 듯 말을 더듬거리며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유사형의 일을  난 아직 알아보지 못했소. 궁안의 시위들은  유
씨란 사람을 잡았다는 말은 하지 않더군."
방이는 나직이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혹시 오랑캐들에게 죽임을 당했는지도  모르겠군요. 더
군다나 유사형이 설사 그들에게 잡혔다 하더라도 성이  유씨라고 밝히지 
않았을거예요. 모두들 미리  정했죠. 그분은 하(夏)씨로 사칭하기로  했
죠. 오삼계의 사위가  바로 성이 하가예요. 따라서 유사형은 문초를  하
게 되었을 때 그 하씨가 자기 숙부라고 말하게 되어 있어요.
위소보는 웃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대는 오삼계의 친척이 되는 것이 아니겠소?"
소군주는 재빨리 말했다.
"그것은 가짜예요."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방소저가 오삼계의 조카 손자며느리가 되고자  하더라도 이제는 
될 수 없게 되었소.  그대의 유사형이 설사 궁에서 도망친다 해도  그는 
밖에서 그대를 생각하고  그대는 궁안에서 그를 생각하겠지. 하지만  한
평생 나는 너를 생각하고 너는 나를 생각해야만 할거야.  따라서 한쌍의 
연인들은 얼굴을 맞댈 수 없게 되겠지."
방이는 얼굴에 다시 붉은 빛을 띠우고 말했다.
"내가 왜 궁에서 한평생을 보내야 하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소저들이 일단 궁으로 들어온 이상 어떻게 나갈 수 있겠소?  그대와 같
이 수화폐월의  아가씨로 말하면 이  소계자가 한번보아 마누라로  삼고 
싶어 하지 않았소? 그러니 만약 황제에게 발견된다면 반드시  그대를 황
후마마로 봉하게 될  것이 아니겠소. 방소저, 내 경고하건데 그대는  역
시 황후마마가 되도록 하시오."
방이는 다급해져서 말했다.
"나는 그대와 더  이야기를 하지 않겠어요. 그대는 말마다 언제나  사람
의 화를 내게 하고 마음을 초조하게 만드는 군요."
위소보는 빙긋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쪽지를 목검병에게 건네주며  말
했다.
"소군주, 이 쪽지를 한번 읽어 보시오."
목검병은 받아서 읽었다.
"'고승다관(高陞茶館)에서 영렬전을  이야기한답니다.' 이게 무슨  뜻이
죠?"
위소보는 이미 그 뜻을 알고 말했다.
"천지회 사람들이 볼  일이 있어서 나를 만나자는 것이오. 그래서  나를 
그 찻집으로 만나러 나오라는 것이외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는 목씨 집안의 후손이면서도 어찌 영렬전을 모른단 말이오?"
목검병은 말했다.
"영렬전은 물론 알고 있어요. 그것은 태조황제께서 나라를  일으킨 이야
기가 아니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이번 일장(一章)은 목왕야께서  세 대의 화살로 운남을 평정하고  계공
공이 두 손에 가인(佳人)을  안는다 라는 제목이 될 것이오! 그대는  이
것을 들어 본 적이 있소?"
목검병은 쳇!하고 반박했다.
"우리 금령왕(금寧王)할아버지께서  운남을 평정하신 일은 영렬전  안에 
물론 있어요. 하지만  계공공이 두손에... 두손 어쩌고 하는 것은  없어
요."
위소보는 정색했다.
"계공공이 두 손으로 가인을 얼싸 안는다는 제목이 없다는 말이오?"
목검병은 말했다.
"물론 없지요.  그것이야말로 그대가 함부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겠어
요?"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한번 내기를 합시다. 만약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그리고 없다
면 어떻게 하시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영렬전의 이야기는 나도 무척 많이 들어 귀에 익을 대로  익었어요. 그
러니 없는 것이 확실해요.  무슨 내기를 해도 좋아요. 방언니, 그가  말
한 이야기는 없죠, 그렇죠?"
방이가 미처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위소보는 훌쩍 뛰어 침대  위로 올라
갔다. 신발을 신은 채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서는 두 사람 사이에  몸
을 눕히고 왼손으로  방이의 목을 끌어 안고 오른손으로는 목검병의  허
리를 끌어 안고 말했다.
"내가 있다면 바로 있는 것이오."
방이와 목검병은  동시에 '아'하고 놀람에  찬 소리를 내질렀으나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그만 그에게 안기고 말았다.
목검병은 오른손을 내밀어서 힘 주어 그를 밀어냈다. 위소보는  그 기세
를 빌어 고개를 돌리고  입을 들어 방이의 입에 입맞춤을 한번 하고  칭
찬했다.
"매우 향기롭군."
방이는 몸을 빼려고  약간 움직이자 가슴팍의 늑골 부러진 곳이  격렬하
게 아파왔다. 그녀는 왼손을 홱 뒤집어서는 철썩 하니  위소보의 얼굴에 
한 대의 따귀를 갈겼다. 위소보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것은 친남편을 모살하는 것이군. 친남편을 모살하는 것이야."
그는 재빨리 이불 안에서 뛰어나와 목검병을 안고 입을 맞춘  후 칭찬했
다.
"똑같이 향기롭군."
그리고 껄껄 웃고는  손에 잡히는 대로 옷보따리를 쥐고 거실에서  달려 
나와 문에 쇠를 채웠다.
위소보의 거실은 건청문  서쪽이고 남족에 있는 주방 옆이었다.  북으로 
나아가게 되면 양심전(養心殿)을  돌아서는 서쪽으로 꺾어지게 되고  서
삼소(西三所), 양화문, 수안문(壽安門)을 지나고 북쪽으로  수안궁(壽安
宮), 영화전(英華殿)의  곁을 돌고 동쪽으로  모퉁이를 돈 다음  서철문
(西鐵門)을 지나 북쪽으로  가면 신무문(神武門)에서 나서기만 하면  바
로 황궁에서 벗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즉시 곧장  고승다관으로 달려
갔다.
자리를 앉자마자 차박사가  차를 올렸다. 고언초가 천천히 다가와  그에
게 눈짓을 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언초가 찻집을  나서는 것
을 보고는  한 모금의 차를 마신  이후 탁자위에 일전의 원자를  던지고 
말했다.
"이번 이야기는 별로 들을 것이 없구만."
그는 천천히 걸어서  나갔다. 고언초는 길거리 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
었다. 다시 몇 걸음 더 다가가자 두 채의 교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고언초는 위소보에게 한 교자에 앉도록 했다. 그리고 자기는  한동안 따
라서 길을 걷더니  사방으로 뒤따르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
른 한 채의 교자 위로 올랐다.  
교부(轎夫)들의 발걸음은  나는 듯했다. 밥 한끼  먹을 시간을 달려  한 
채의 조그만 사합원(四合院)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고언초를  따라 안
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자 천지회의 뭇형제드리  마중을 나오며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이때 이역세, 관안기, 기표청  등이 모두 천진,  보정(保
定)등지에서 달려와 있었으며 그 밖에도 번강, 풍제중, 현정도인  및 전
노반이 그들 가운데 끼어 있었다. 
위소보는 웃으면서 물었다.
"전노반, 그대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오?"
전노반은 말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속하는 정말 성이 전씨입니다. 그리고  본래 이름
은 노본(老本)이라고 합니다.  두 자를 합치게 된다면 밑천이라는  뜻이 
되지요."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그대는 정말 똑똑하구려.  만약 정말 장사를 하게 되었다면 남의  밑천
마저도 모조리 긁어 모으겠소이다."
전노본은 빙그레 웃었다.
"위향주, 너무 과찬이십니다."
뭇사람들은 위소보를 방으로  모시고 가서 자리에 앉혔다. 관안기가  마
음이 조급한 듯 입을 열었다.
"위향주, 이것 좀 보십시오."
그러면서 그는 한 장의 붉은 바탕에 가장자리에 금칠을 한  명첩을 내밀
었다. 그 위에는 짙은 먹 글씨가 몇 자 쓰여 있었다.
위소보는 받지 않고 말했다.
"이 글들이라면, 그들이  나를 알아보아도 나는 그들과 교분을 갖지  못
한 형편이외다. 그러니 우리는 그야말로 처음 만났다고 할수  있으며 우
리는 모르는 사이외다."
전노본은 말했다.
"위향주, 이것은 한  장의 초청장입니다. 우리보고 밥을 먹으러  오라는
겁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것은 매우 좋지 않소?  그 누가 그렇게 우리의 체면을 세워 주는  것
이오?"
전노본은 말했다.
"초청장에 씌어진 이름은 목검성(沐劍聲)입니다."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졌다.
"목검성?"
전노본은 말했다.
"그 사람은 바로 목왕부의 소공야(小公爺)이지요."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조복령저의 오라비이군."
전노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위소보는 물었다.
"그는 우리 모든 사람을 초청했소?"
전노본은 말했다.
"그는 첩지에다가 깍듯이  천지회 청목당 위향주께서 천지회의 여러  영
웅들을 거느리시고 와 주십사 하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밤인
데 장소는 조양문(朝陽門)안 남두아(南豆芽)골목길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번에는 양류골먹이 아니구려."
전노본은 말했다.
"그렇죠. 경서에서 일을 하려면 거처하는 곳을 때때로  바꾸어야 한답니
다."
위소보가 물었다.
"그가 무엇 때문에 우리를 초청한다고 생각하시오? 술과  밥에다가 빌어
먹을, 몽환약 같은 것을 타지는 않겠지?"
이역세는 말했다.
"도리를 따져 볼 때  운남 목왕부는 강호에서 그런데로 큰 명성을  지니
고 있고 목검성  또한 소공야의 신분으로서 우리 총타주와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대인물이니  결코 그와 같은 비열한 짓은 하지 못할  것입니
다. 그러나  모임에는 좋은 모임이 없고  연회에는 좋은 연회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위향주께서  걱정하시는 바를 방비하지 않을래야 안  할 
수 없죠."
위소보는 말했다.
"그럼 우리는 그 밥을 먹어야 하오, 먹지 말아야 하오?  흥흥, 선위화퇴
에다가  과교미전, 운남기과계등은  그야말로 맛좋은  음식들이  아니겠
소?"
뭇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관안기가 입을 열었다.
"모두들 위향주께서 지시를 내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좋은 술에다가  맛 좋은 밥을 오늘  밤 모두들 배불리 먹게  되었구려. 
내가 한 턱 낼테니  우리 함께 요리집으로 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밥을 
먹은 이후  다시 노름판을 벌이는 것도  괜찮고 색시를 불러 노는  것도 
괜찮소이다. 모두가 이 형제가 부담하겠소. 그런데 그대들이  나의 돈을 
아껴 주려고 한다면 모두  다 함께 그 목가에게 가서 폐를 끼치도록  합
시다."
이 몇 마디 말은 그야말로 매우 의젓하기는 했으나 기실  매우 우스꽝스
럽기 이를 데 없는  말투였다. 연회에 참석하고 하지 않고는 자기가  결
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관안기는 말했다.
"위향주께서 뭇형제들에게 먹고 마시도록 한턱 내신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장 흐뭇한 일이죠.  하지만 목가가 우리를 초청하는데 우리들이  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천지회의 위풍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
다."
위소보는 물었다.
"그럼, 그대는 마땅히 가야 한다는 말씀이오?"
그리고 그는  눈길을 돌려 이역세, 번강,  기표청, 현정, 풍제중,  전노
본, 고언초 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모두들 가자고 말한다면 우리들은 가서 그의 것을 먹고  마시도록 합시
다. 군사들이  들이닥치게 된다면 장수로  막고, 술이 덮쳐  들어온다면 
흙으로 막으며, 차를 건네 준다면 손을 뻗쳐 받는 것이고,  밥이 들어오
게 된다면 입을  벌려야지. 그런데 독약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우
리들은 그야말로 꿀꺽하니 뱃속으로 삼키지 않을 수 없소.  영웅은 죽음
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영웅이  아니니까 말이
오."
이역세는 말했다
"모두들 조심하여 주의를 한다면 어느 정도 단서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상의해서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도록  하고 어떤 
사람은 마시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또한 어떤 사람은 고기를 먹지  않
도록 하고, 어떤  사람은 물고기를 먹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설사 그들이 독을 쓴다 하더라도 우리들은  일망타진당하지는 않
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모두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시지 않는다면 
그들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오."
뭇사람들은 상의를  한 이후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신시  때쯤 
되었을 때  위소보는 태감의 옷차림을  벗어던지고 다시 공자차림을  했
다.
그는 여전히  교자를 타게 되었고  뭇사람들이 호위하는 가운데  남두어 
골목길로 향해 갔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궁안에서는 밤낮으로 늙은  갈보가 나를 죽일까봐 가슴을 졸여야  하니 
이처럼 청목당  향주가 되어 자유롭고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없지. 
하지만 사부님께서는  나에게 궁안에서 소식을 알아내도록  분부하셨다. 
만약 내 스스로 나오게 된다면 아마도 향주가 되기는커녕 이  작은 목숨
마저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나중에 어떤 꼴이 될지  두고 
봐야겠다.)
남두아 골목길은 약 이  마장 밖에 있었다. 교자가 멎자 주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소보는 교자 안에서 나왔다.
귓가에 주악소리가 들려오자 속으로 생각했다.
(뉘집에서 며느리를 맞나? 이토록 흥청거리게.)
이때 한 채의 커다란 저택의 대문이 열리면서 십여 명이  의관을 정제하
고 문밖을 나와 그들을 영접했다.
앞장을 선 사람은 이십 오륙 세의 젊은이였는데 키가 크고  마른 편이었
으나 영기발랄했다. 그는 말했다.
"불초는 목검성이라 하며 삼가 위향주를 마중나왔습니다."
위소보는 이 며칠 동안 친왕이니 귀족이니 아니면  커다란 벼슬아치들과 
사귀게 되었던 관계로  상대방이 이와 같이 예의를 깍듯이 해오는  장면
을 무수히 겪었다고 할 수 있었다. 흔히들 먹을 가까이  하게 되면 검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매일같이 황제를 모시게 되고  무슨 친왕입네 
패륵입네 상서입네 장군입네 하는 사람들과 시시로 얼굴을  대하는 것을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게끔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는 어렸지
만 자연히  한 가닥 위엄있는 기상이  엿보였다. 목검성의 명성이  비록 
큰편이었으나 강친왕이나 오응웅 같은 사람들 이상으로 크다고는  할 수 
없었다.
"소공야께서는 너무나 예의를  차리시는군요. 불초는 감당할 수  없소이
다."
그는 상대방의 얼굴을 살폈다. 상대방의 얼굴은 약간 검은  편인데 이목
이 소군주 목검병과 비슷했다.
목검성은 이미 천지회의 북경에 있는 수령인 위향주가  어린애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거기다가 백한풍으로부터 그 애의 무공이  형편없으
며 그저 말만 번지르르한 망나니라는 말을 들은바 있었다.  그렇기 때문
에 위소보가 그저  그의 사부 진근남의 배경으로 향주가 된  것이라고만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위소보의 표정이나 태도가 침착한 것이 조금도  이 모
임에 대해서  불안해 하거나 의구심을 품은  듯한 모습을 엿볼 수  없었
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애는 아무래도 약간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군.)
그는 즉시 길을 안내했다.
대청에는 의자들과 탁자들이 놓여 있었는데 의자마다 붉은  비단을 씌워 
놓고 또 의자 위에는 비단방석을 깔아 놓고 있었다.
따라서 모두들 손님과 주인으로 나누어 자리에 앉게 되었다.
성수거사 소강,  백한풍과 나머지 십여 명은  공손히 목검성의 뒤에  서 
있었다. 목검성은 이역세와 관안기 등에기 일일이 통성명을  했다. 그리
고 오래 전부터 대명을  들어 왔다는 등의 인사치레의 말을 했다.  이역
세 등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이 목가 소공야는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구나. 말하는 투도 강호의  규
칙을 완전히 지키고 있는 것 같다.)
곧이어 하인들이 차를 올렸고 대청 입구에 있던  고악수(鼓樂手)들이 다
시 북을 치고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이것은 귀빈을  환영한다는 융숭한 
예의였다.
음악소리 가운데 목검성은 분부했다.
"자리로 모셔라."
그리고 이 사람들을  안내하여 내청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
은 내청의 문을 닫았다.
내청의 한복판에는  하나의 팔선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꽃을 
수놓은 보가 덮여져 있었다. 그리고 아래쪽 좌우에 각기  탁자가 하나씩 
놓여 있었고 탁자 위의 그릇들은 강친왕부의 것처럼  호화스럽지는 않았
으나 무척 정교한 것이었다. 목검성은 약간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위향주께서 윗자리에 앉으시도록 하십시오."
위소보는 이와 같은  형편에 윗자리는 자기가 앉을 수밖에 없고  생각하
고 말했다.
"이건 우리가 그저 사양할 수 없게 되었구려."
목검성은 아랫목의 주인석에서 그를 상대했다.
각기 자리에 앉게 된 이후 목검성은 말했다.
"사부님을 모셔 오도록 하시오."
소강과 백한풍이 내실로 들어가 한 노인을 모시고 나왔다.  목검성은 몸
을 일으켜 맞았다.
"사부님, 천지회 청목당의  위향주가 오늘 이렇게 왕림해 주셨으니,  그
야말로 우리들의 체면을 크게 세워 주셨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위소보에게 말했다.
"위향주,  이 분  유(柳)노영웅은 불초에게  무공을 전수하신  은사이외
다."
위소보는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맞잡아 보였다.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이 노인의 체구는 매우 우람했으며 온 얼굴이 불그레했다.  그리고 하얀 
수염은 드문드문  했는데 적게 보아도  칠십여 세는 됨직했으나  정기가 
충만해 보였고 두 눈에서는 형형한 안광이 감돌았다. 
그 노인은 위소보를 한버 훑어보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천지회는 최근 꽤나 큰 명성을 누리고 있더구려...."
그의 음성은 매우 우렁찼다.  그저 몇 마디 보통 음성으로 말을  하는데
도 여느 사람들이 목청껏  부르짖는 것처럼 들렸다. 그 노인은 다시  말
했다.
"과연 영재를 배출했군! 위향주께서 이토록 젊으시니 진정  무림에서 보
기 드문 기재입니다."
위소보는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았다.
"젊은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영재도 아니고 더더욱  기재도 
아닙니다. 기실은 둔재에  불과합니다. 그 날 백형에게 비틀린 채로  손
을 잡혀 꼼짝 못하게 되었을 때 하마터면 아이구머니나 하는  소리를 내
지를 뻔했답니다. 불초의 무공은 그야말로 형편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
다. 하하하, 우습죠? 하하하, 정말 우습습니다."
뭇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4. 작은 거인

그 노인은 껄껄 소리내어 웃더니 말했다.
"하하, 위향주의 성격은 매우 솔직하구려. 과연 영웅의  본색이외다. 노
부는 그야말로 탄복하는 바이오."
위소보는 웃으면서 말했다.
"탄복이라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제기랄! 불초를 못난  거러지나 어릿
광대, 또는 잔나비 정도로 여기지나 않는다면 다행이죠."
노인은 다시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위향주께서는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이때 현정도인이 입을 열었다.
"노선배님께서는 혹시  천남(天南)에서 위세를 떨치시고 무림에서  모두 
철배창룡(鐵背蒼龍)이라고 일컬어지는 유소영웅이 아니십니까?"
그 노인은 웃었다.
"허허허, 맞소이다.  현정도장은 노부의 하찮은  이름까지도 알고  있구
려."
현정은 속으로 흠칫했다.
(난 아직 통성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이미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 
목씨 집안에서는 이번애야말로 매우 치밀하게 알아본것  같구나. 철배창
룡 유대홍(柳大洪)은 명성을  떨친지 이미 오래 되었다. 소문에  들으니
까 과거 목천파(沐天波)는  그를 매우 우러러 보았다고 하던데...  청나
라 군사가 운남을  평정하게 되었을때 유대홍은 전력을 다해 목씨  집안
의 유고(遺孤)를 구하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목검성은 바로 그의  직계
제자가 되었으니 목왕부에는  목검성을 제외한다면 그를 가장  으뜸가는 
인물로 간주할 수있다.)
그와 같이 생각하며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유소영웅께서는 과거 노강(怒江)에서 삼패(三覇)를 주살하시고  청나라 
군대 속으로 뛰어들어 마구 청나라 군사를 때려 잡지  않으셨습니까? 그
리하여 위명이 천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강호의 후배들은 노  영웅
의 이름만 들어도 모두 존경해 마지 않는답니다."
유대홍은 말했다
"허허허, 그거야 오래 전의 일이 아니겠소? 이제 들먹여서  무엇 하겠소
"
목검성은 말했다.
"사부님께선 위향주와 함께 앉으시지요."
유대홍은 말했다.
"좋다"
그는 위소보의  곁에 앉았다. 이 팔선  탁자의 바깥 쪽은 비어  있었다. 
윗자리는 위소보, 유대홍이 앉게 되었으며 오른쪽의  아랫자리에는 목검
성이 앉아 있었는데 그 윗자리는 또 비워 두고 있었다.
천지회의 군호들은 하나같이 생각하였다.
(그대 목왕부에서는 또 어떤 무서운 인물을 청했느냐?)
이때 목검성이 말했다.
"서협사를 부축하여 나오시도록  해라. 여러 친구분들이 만나보게  되면 
마음을 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소강은 대답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 사람을 부축하고 나왔다.
이역세 등은 이를 보자 모두 놀람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일제히 외쳤
다.
"서 세째형!"
이 사람은  허리가 구부정했다. 바로  팔비원후 서천천이 아닌가.  그의 
얼굴은 싯누랬으며 상처는 완전히 낫지 않은 듯했으나  목숨에는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천지회의 군호들은  일제히 그를 에워싸고  다투어 그간의 사정을  물었
다.
목검성은 자기 윗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서협사께서는 이곳에 앉도록 하십시오."
서천천은 한 걸음 다가와 위소보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위향주, 안녕하셨소."
위소보는 포권하며 반례하고 말했다.
"서 세째형, 안녕하셨소. 근래 고약을 파는 장사가 형편없죠?"
서천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전혀 장사가 되지 않는 형편이랍니다. 속하는  오삼계의 주구
에게 사로잡혀  하마터면 늙은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다행히도  목가의 
소공야와 유소영웅께서 구해 주셔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천지회의 군호들은 다시 한번 어리둥절해졌다. 번강은 말했다.
"원래 그 날 있었던 일은 오삼계 수하인 한 떼의  매국노들이 한 짓이었
구려?"
서천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네. 그 매국노들은 회춘당 안으로 뛰어들어와서는  나를 잡
아갔지. 그 노... 노일봉이라는 도적은 나를 크게 꾸짖더니 한  장의 고
약을 내 입에 붙여 놓고 이 늙은 원숭이를 굶겨 죽이겠다고 하더군."
번강과 현정 등은 소강과 백한풍에게 말했다.
"그 날 정말  실례된 점이 많았소이다. 여러 영웅들께서는 의리를  존중
하시는 분들입니다.  우리 천지회에서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
다."
소강은 말했다.
"감당할 수 없소이다. 우리들은 그저 소공야의 명을 받고 이  일을 처리
한 것입니다. 감히 공이랍시고 내세울 수가 없답니다."
백한풍은 나직이 코웃음쳤다.  아마도 서천천을 구한 일이 자기의  뜻과
는 크게 어긋난 모양이었다. 관안기는 말했다.
"서 세째형이 사람들에게 사로잡혀 간 후 우리들은 곳곳을  조사하고 살
폈지만 어떤 단서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여간  초조하지 않았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런데 귀왕부에서 우리 서  세째형을 구출
해 내셨다니 정말 탄복했습니다."
소강은 말했다
"오삼계 부하인 운남의 벼슬아치들도 모두 목씨 집안과는  원수지요. 자
연 우리들은 그들을 주의하게 되었는데 그 개 같은 벼슬아치가  서 세째
형의 위엄을  거슬리는 것을 우리가 발견하게  된 것인데 이는 뭐  별로 
희한하다고 생각할 것도 없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소공야는 정말  똑똑하구나. 그의 누이 동생이 나에게 인질로  잡혀 
있으니 그는 먼저  서노인을 구출해서 그의 누이동생을 놓아 달라고  할 
생각인 모양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그가 어떠한  말을 하
는지 먼저 들어 보기나 하자.)
그는 서천천에게 말했다.
"서 세째형은 백이협에게 맞아 중상을 입지 않았소이까.  백이협의 손에 
실린 힘은 무섭기 짝이  없는데 살아 남을 수 있겠습니까? 그대로  돌아
가시지는 않겠죠?"
서천천은 말했다.
"백이협께서는 그날  손에 사정을 두었기 때무에  속하는 이 며칠  동안 
조섭을 한 결과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백한풍은 위소보를 노기  띤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위소보는 그저  싱글
벙글하며 전혀  모르는 척했다. 하인들이  술을 따르고 음식을  올렸다. 
음식은 매우 풍성했다. 천지회의 군호들언 첫째, 서천천을  그들이 구했
고 둘째, 철배창룡 유대홍과 같이 명성이 쟁쟁한 노영웅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만큼 결코  독을 쓰지는 않으리라 판단했다. 모두 의심을  버
리고 술을 따라 주는 대로 잔을 비우게 되었고 음식을 마구 퍼먹었다.
유대홍은 석 잔의 술을 마신 이후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 노제들, 이 경성 일대에서는 누가 귀회의 우두머리가 됩니까."
이역세는 말했다.
"이 공성 직예(直隸)일대에서는  지위가 가장 존귀하신 분이 바로  위향
주랍니다."
유대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참 좋소이다. 그것 참 잘되었소이다."
그리고 또 한 잔의 술을 마시더니 물었다.
"그런데 이 소형께서 우리  쌍방의 분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모르겠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노백부님, 무슨 하실 분부가 계시면 말씀을 해 보십시오.  이 위소보는 
사람이 작고  어깨 폭도 좁아서 작은  일이라면 그래도 한푼이나 반  푼 
정도는 책임을 질 수 있지만 큰 일은 그야말로 제대로  짊어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천지회와 목왕부의 군호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저 애의 말투는  꼭 건달같구나. 입만 뻥긋하면 망나니와 같은  소리를 
하니 결코 영웅호걸의 기개라고는 할 수 없다.)
유대홍은 말했다.
"그대가 담당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일만은 그대로 덮어둘  수 없다오. 
부득이 영사께 전갈을 할 수밖에 없겠군. 즉 진총타주께서  달려와 처리
하시도록 전갈을 하게."
위소보는 말했다.
"소백부님께서는 저희  사부님에게 무슨  일을 말씀드리려고  하십니까? 
하실 말씀이 있다면 편지를 한 통 쓰십시오. 우리들이  전달해 드리겠습
니다."
유대홍은 껄껄 웃었다.
"허허허, 백한송 백형제가 서 세째 나리의 손 아래 죽었으니  어떻게 처
리할 것인지 진총타께서 한 마디 해달라는 것일세."
서천천은 벌떡 몸을 일의키더니 가슴을 쭉 편 채 입을 열었다.
"목소공야, 그리고 유소영웅,  그대들이 저를 매국노의 손 아래서  구해 
주어 그 간악한 자들에게  모욕을 당하게 될 것을 면하게 해준 데  대해
서는 불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맙게 생각합니다. 백대협은  불초가 
실수해서 해친 것이니  불초의 한 목숨으로 보상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늙은 목숨으로 보상하면  끝나는 일이지 진총타주와 위향주를  난처하게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번형제, 그대가 차고 있는 칼을  빌려 주게
나."
그는 오른손을 번강에게  내밀었다. 그 뜻은 매우 분명했다. 그  자리에
서 자결을 함으로써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잠깐, 잠깐, 서  세째형, 앉으십시오. 성급하게 굴 것 없소이다.  그대
는 나이가 지긋하신데  어째서 성질이 아직도 그토록 대단하시오?  나는 
천지회 청목당의 향주가  아닙니까. 그대가 나의 분부를 듣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나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천지회에서는 명령을 받들지  않는 죄명이 가장 컸다. 서천천은  재빨리 
허리를 굽혔다.
"서천천은 죄진 것을 알겠습니다. 삼가 위향주의 명령의  받들기로 하겠
습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소.  잘 생각하셨소. 그런데  백대협은 이미  돌아가셨으니 
설사 서 세째형이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죽은 사람은 살아올  수 없
는 것이외다. 그저 한다는 짓이 밑지는 장사만 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
로 장사의 도리가 아니죠."
뭇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의 얼굴에 머물게 되었다. 모두가  도대체 그
가 다음에 무슨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다. 천지회
의 군호들은 더욱더 근심이 되어 하나같이 생각했다.
(본회의 무림에서의 명성이  아무것도 모르는 소향주 때문에 땅에  떨어
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가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말을 
하게 되어 그러한  말들이 강호에 전해지게 된다면 우리들은 이후  무슨 
얼굴로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것인가?)
위소보는 이어 말했다.
"소공야, 이번 운남에서 북경에 오실 때 이 몇몇 친구만  데리고 오셨나
요? 아무래도 좀 적은 것 같지 않소?"
목검성은 싸늘히 코웃음치고 물었다.
"위향주의 그 말씀은 무슨 뜻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별 뜻은 없소이다.  소공야께서 이토록 존귀하신 몸이고 또 이  위소보
와는 크게 처지가  다른데 경성으로 들어오면서 좀더 많은 사람들로  하
여금 보호토록 하지  않는다면 아차 하는 순간 오랑캐의 주구들에게  사
로잡혀 갈 수 있는 일이니 그래서는 안 될 일이 아니겠소?"
목검성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말했다.
"오랑캐의 주구들이 나를 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거외다."
위소보는 웃었다.
"소공야께서는 무예가 놀라우시고 천하에서...... 하하하 .......  적수
가 퍽 드문 형편이니  오랑캐들은 자연 그대를 잡아갈 수 없겠죠.  하지
만...... 하지만 목왕부의  다른 친구들 모두가 소공야처럼  뛰어나다고
는 할수 없지 않겠소? 만약에 오랑캐들이 닥치는 대로  잡아가거나 시끌
벅적하게 떼를 지어 달려와 몇 분을 청해 간다고 한다면  별로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구려."
목검성은 줄곧 얼굴을 굳히고 그의 희희덕거리는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
다가 입을 열었다.
"위향주의 그 말씀은 불초를 비웃는 것이오?"
이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은 더욱더 일그러졌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니오. 아니오. 나는 한평생 남에게 업신여김만 당했지 결코  남을 업
신여긴 적은 없소이다. 상대방에서 나의 손을 움켜잡았는데,  이것 보시
오. 아직도 멍이 채 가시지 않고 있으며 아파서 죽을  뻔했단 말이외다. 
저 백이협이라는 분은,  하하하, 손힘이 정말 대답합디다. 그리고  횡소
천군과 고산유수라는 이초로 말하자면 더욱더 대단하죠.  오랑캐에게 잡
혀간 친구들을 구하는 데는 틀림없이 쓸모가 있을 것이며,  어떻게 되든 
간에 처음부터 승리를  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을 구하는데 성공하게  될 
것이외다."
백한풍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끝내 억
지로 참는 듯 했다.
유대홍은 목검성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소형제, 그대의 말은 약간 신비하여 헤아릴 길이  없으니 우리들로서는 
잘 이해할 수가 없군."
위소보는 웃었다.
"영감님께서는 너무 겸손하십니다. 저의 말은 천박해서 헤아릴  수 없는 
점은 있을지  몰라도 신비해서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천박하기 이를 데 없죠. 천박하기  이
를 데 없어요."
유대홍은 말했다.
"소형제는 우리 목왕부 식구 중에 그 누가 오랑캐에게  잡혀갔다고 하는 
말 같은데 그 말의 뜻은 무엇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조금도 뜻이란  게 없습니다. 소공야,  그리고 유영감님, 저의  주량도 
또한 천박하여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서 십중팔구 제가 술에  취해 터무
니없는 소리를 지껄인 것이니 빌어먹게시리 이치에 닿는  말이라고는 한 
마디도 없다고 해두죠."
목검성은 싸늘히 코웃음치더니 억지로 노기를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원래 위향주는 사람을 가지고 놀려고 했었군."
위소보는 말했다.
"소공야, 놀  생각이 있습니까? 소공야는 북경성  안을 두루 유람을  해 
보셨겠지요?"
목검성은 거칠게 말했다.
"그게 어쨋다는 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북경성은 그야말로 넓지요. 그대들 운남의 곤명은 북경성만큼  크지 못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목검성은 더욱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게 어쨌다는 것이오?"
관안기는 위소보가  쓸데없는 말을 이러쿵저러쿵  하며 갈수록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자 불쑥 입을 열었다.
"북경성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고장인데 애석하게도 오랑캐에게  점령당
했으니 조금이라도 혈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치미는 울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소공야께서는 오늘 나에게 술을  한 턱 내셨는데 불초는 뭐 보답할  것
은 없고, 언제라도 시간이  있을 때 제가 모시고 북경성 안을  두루두루 
놀러 다니도록 해 드리죠.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안내하게 된다면  길을 
잘못 들게 될 염려가  없죠. 그렇지 않고 만약 함부로 이리저리  다니다
가는 오랑캐의 황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소공야의  무공이 고강하다 
하더라도 크게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외다."
유대홍은 말했다.
"소형제의 말 속에는 뼈가 있는데 그대가 만약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없겠소?"
위소보는 말했다.
"저의 말은 더할 나위없이 명백합니다. 목왕부의 친구들은  무공이 모두 
고강합니다. 무슨  횡소천군이니 고산유수니 하는 초식들이야말로  무섭
기 이를 데 없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북경성 안에서는 길을 잘  모르고 
또 거리를 구경하다가도 삼경 야밤에는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자기도 모
르는 사이에 자금성 안으로 걸어 들어 갈 수도 있다는 말이외다."
유대홍은 목검성을 바라보더니 위소보에게 물었다.
"그게 어떻다는거요?"
위소보는 말했다.
"소문에 듣자니까 자금성 안에는 문들이 많고 궁전들이 많이  세워져 있
어, 함부로 뛰어들었다가는  황제나 황태후께서 안내를 하지 않는  이상 
쉽게 길을 잃어 버려 한평생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하더군
요. 황제나 황태후께서 여가가 있어서 대낮이고 어두운 밤이고  남의 길 
안내를 해 줄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목왕부 소공야의 수하인  여러 친
구들이 소공야의 이름을 들먹이게 된다면 소황제나 황태후라는  늙은 갈
보는 깜짝 놀라서는 길을 안내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뭇사람들은 그가 황태후를  늙은 갈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모두가  무
척 신선한 욕이라고 느꼈다.  관안기와 기표청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
기까지 했다.
위소보는 항상  마음속으로 태후를 늙은  갈보라고 욕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 그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자 속으로 느끼는  통
쾌감은 그야말로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때 유대홍이 말했다.
"소공야의 수하들은 일을 행함에 있어 조심스럽기 때문에 결코  황궁 안
으로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오. 소문에  들으니 오삼계라는  매국노의 
아들 오응웅도 북경에  있다고 하던데 그가 사람을 황궁으로 보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지."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영감님께서 하시는 말씀도  옳읍니다. 불초에게는 주사위 놀음을  함
께 즐기는 젊은  친구가 있는데 바로 황궁에서 어전 시위들을  시중들고 
있읍니다. 그는  어젯밤 궁안에서 몇  명의 자객을 잡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모두 목왕부 소공야의 수하라고 실토를 했다는 것입니다......"
목검성은 놀라 부르짖었다.
"뭐라구?"
그리고는 오른손을 그만  부르르 떠는 바람에 손에 들렸던 술잔이  땅바
닥에 떨어지면서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나고 말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본래 그  말을 믿었읍니다. 목씨 집안이야 대명나라의 커다란  충
신이 아니겠읍니까? 사람을  보내 오랑캐 황제를 찔러 죽이고자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매우 영웅호걸다운 짓이 아니겠읍니까?  이제 유영
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보니 매국노인 오삼계의  수하들의 짓이
었군요? 그렇다면 그들을 용서할 수 없군. 저는 즉시 가서  그 친구들에
게 말하여 그로 하여금 방법을 강구해서 그 자객들을 단단히  혼내 주라
고 부탁을 해야겠읍니다. 제기랄, 매국노의 수하라면 어디  좋은 물건이 
있겠읍니까? 반드시 그들로 하여금 쓴맛을 단단히 보게 해야죠."
유대홍은 물었다.
"소형제, 그대의 그  친구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오랑캐  중에서 
어떤 직책을 담당하고 있소?"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어전 시위들을 위해 땅이나 쓸고 찻물이나 끓이며  요강이나 비워 
주는 녀석에 불과합니다.  사실 말하자면 창피하기 이를데 없는  노릇이
죠. 다른  사람은 그를  나리두(癩리頭) 소삼자(小三子)라고  부르지요. 
그러니 무슨 존성대명이 있을 수 있겠읍니까. 그 자객들은  묶여 있는데 
본래 저는 나리두  소삼자에게 몰래 맛있는 음식을 그들에게 갖다  주라
고 했었읍니다. 유영감님께서  그들이 매국노의 수하라고 하니 나는  그
에게 칼을 가지고 가서  그들의 허벅지를 몇 번 더 찔러 주어  후레자식
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라고 말해 주어야겠읍니다."
유대홍은 말했다.
"나 역시  추측해서 하는 말에 지나지  않으니 정확하다고 할 수  없네. 
그들이 감히 궁  안으로 들어가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면  그것이야
말로 대단한 호걸이  아니겠는가? 위향주가 만약 친구에게 그들을  조금
이나마 돌봐 주라고  한다면 역시 강호의 의리를 살리는 것이  아니겠는
가?"
위소보는 말했다.
"이 나리두 소삼자는  저와 가장 절친한 사이이죠. 그가 노름판에서  돈
을 잃게 되면 저는  언제나 여덟 냥이고 열 냥이고 그에게 주고도  한번
도 그에게 깎으라고 한 적이 없답니다. 소공야와 유영감님께서  어떤 분
부를 내리시고 제가 소삼자에게 그 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는  결코 거절
하지 못할 것입니다."
유대홍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렇다면 매우 잘 되었네.  궁 안에 사로잡혀 있는 자객이 모두 몇  명
이 되며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모르겠군. 이 자객들의 용기가 적지  않
는 점에 대해서 우리들은 매우 탄복하는 바일세. 그런데  지금쯤 호되게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 그대의  친구가 만약 대신  알아봐 
준다면 불초는 위향주의 정을 가슴속에 새겨 두기로 하겠네."
위소보는 가슴을 치며 말했다.
"그것이야 쉬운 노릇입니다.  애석하게도 자객은 소공야 형제들이  아닙
니다. 그렇지  ㅇ으면 저는 방법을 강구해서  한 사람이라도 구해  내어 
소공야에게 건네 줌으로써  한 목숨으로 한 목숨을 바꾸려고 했을  것입
니다. 그렇게 된다면  서형이 실수하여 백대협에게 상해를 입혔던  일도 
모두 지워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유대홍은 목검성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검성은  말했
다.
"우리들은 그 자객이  누구인지 모르나 오랑캐 황제를 죽이려고  한것을 
보면 어쨌든 간에 인의지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 반청복명(反
淸復明)의 동도(同道)라 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위향주, 그대가  만약 
방법을 강구해서 구해 준다면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간에  목검성은 영
원히 그 큰 은덕을  잊지 않을 것이외다. 그리고서 세째 나리와  백대협
의 일에 대해서는 다시 더이상 들먹이지 않도록 하겠소."
위소보는 고개를 돌리고 백한풍을 바라보았다.
"소공야께서야 들먹이지  않으시겠지만 백이협께서는 아마 그만  두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나의  손을 잡아 내
가 크게 울부짖도록  비틀기라도 한다면 그 맛이이야말로 죽을 맛이  아
니겠습니까?"
백한풍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낭랑히 외쳤다.
"위향주가 만약 우리...  우리... 만약 함정에 빠진 협객의사들을  구해 
낼 수만 있다면 위향주를 괴롭혔던 백가의 이 손을 스스로  잘라 위향주
에게 사과를 하리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이다. 그럴 필요 없소이다.  그대가 한쪽 손을  잘라서 
나에게 준다 하더라도 내가 어디에 쓰겠소이까? 더군다나 나의  그 나리
두 형제에게 황궁에서  사람을 구할 재간이 있는지 그것은 말하기  매우 
힘든 일이외다. 그  사람들은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으니까  그야말로 
엄청나게 큰 죄명을 뒤짚어 쓰게 되었고 몸에 몇 가닥의  쇠고랑을 차고 
있는지 모를 일이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지도  모를 일
이지요. 제가 사람을 구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큰 소리  한번 쳐서 모
두들 한번 웃고 말자는 뜻이 있을 뿐입니다."
목검성은 말했다.
"황궁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물론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
라 우리로서도  감히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는 갖지 않소이다.  그러나 
위향주가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면 그들을 구해 내든지 구하지  못하
든지 간에 모두 똑같이 위향주의 큰 은덕을 기리게 될 것이외다."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또 한가지  저희 누이동생이 며칠  전 갑자기 실종되었소이다.  불초는 
매우 초조하게 여기고  있는 형편이죠. 천지회 여러분들은 경성에서  발
이 넓은  편이고 염탐꾼들도 많을 터이니  만약 대신 알아 주고  방법을 
강구해서 구해 준다면 불초로서는 고맙기 이를데 없겠소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 일이야 쉬운  일이죠. 소공야는 아무쪼록 마음을 푹 놓도록  하십시
오. 자, 이젠 술도 충분히 마셨으니 나는 나리두 소삼자를  찾아가 상의
를 해 봐야겠소이다.  제기랄, 그와 노는 것은 그야말로 재미있는  일이
지요."
그리고 그는 손을  뻗쳐 품속에서 무슨 물건을 꺼내더니 팔방탁자  위에
다가 홱 뿌렸다. 놀랍게도  네 알의 주사위였다. 몇 번 구르더니 네  알
의 주사위는 모두 홍색의 넉점이 하늘 쪽을 향하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손뼉을 치며 외쳤다.
"만당홍(滿堂紅), 만당홍이다! 상상대길(上上大吉)인걸? 아, 그러나  모
조리 목이 잘려 피를 곳곳에 뿌린 만당홍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뭇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며 아연해진 표정을 지었다.
위소보는 주사위를 거두고 두 손을 맞잡아 보였다.
"폐를 끼쳤습니다. 이만 작별을 고할까 합니다. 서 세째형이  우리와 함
께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목검성은 말했다.
"위향주께서는 너무나 겸손해 하십니다. 불초는 삼가 위향주와  서 세째 
나리 그리고 천지회의 여러 친구들께서 가시는 것을 전송하겠습니다."
즉시 위소보와 서천천,  이역세, 관안기 등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  쪽
으로 향했다. 목검성 유대홍 등은 곧장 대문 밖까지  전송하였으며 위소
보가 교자에 오른 것을 보고서야 집안으로 되돌아갔다.

 군호들은 그  사합원의 집으로 되돌아  갔다. 관안기는 성질이  급하여 
물었다.
"위향주, 어젯밤 궁  안에서는 자객들로 시끄러웠소? 그들의 표정을  보
건대 십중팔구 목왕부에서 파견한 것이 틀림없소이다."
위소보는 웃었다.
"바로 그렇소이다.  어젯밤 궁 안에는 자객이  들이닥쳤소. 이 일은  그 
누구도 누설하지 않아 외부의 사람은 한 사람도 모른다오.  그런데 그들
은 조금도 이상스럽게 여기지 않고 있으니 자연 그들이 한  짓이 아니겠
소."
현정은 말했다.
"그들이 감히 오랑캐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니 그야말로  대담하기 
짝이 없고 당돌하기 이를  데 없으나, 정말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케  하
는 것도 사실이구려. 위향주, 그들 가운데 붙잡힌  사람을 위향주께서는 
구할 수 있다는 것이오? 아마도 그 일은 무척 힘들 것 같소."
위소보는 연회 좌석에서  목검성과 유대홍을 상대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이미  생각한 바가 있었다. 사로잡힌  자객들을 구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자신의 거실에는 소군주와  방이가 
침대 위에 멀쩡히  누워서 자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  아
닌가. 소군주는  자객이 아니고 천지회에서 잡아  궁 안으로 들여  보낸 
것이니 석방한다 하더라도  자객을 구해 내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
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이는 궁 안에서 빠져 나오게 하는 것은  결
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현정이 묻는 말에 미소했다.
"많으면 안 되겠지만 한  사람 정도 구하는 것은 십중팔구 해낼수  있을 
것이오. 서 세째형은 그저  백한송 한 사람을 죽였으니 우리가 한  사람
쯤 구해  내서 되돌려 준다면 한  목숨으로 한 목숨을 보상하는  셈이니 
그들도 손해 볼 것은 없지 않겠소? 더군다나 그들에게는  밑천에다 이자
까지 더 얻는 셈으로 전노반이 데리고 들어온 그 소저와  함께 그들에게 
돌려준다면 그들이 또 무슨 할 말이 있겠소? 전노반, 내일  아침 일찍이 
그대는 두 마리 죽은  돼지를 다시 떠메고 주방으로 와 주시오.  그리고 
다시 나의 처소로 가서  사람을 돼지 몸통 속에다 숨기도록 합시다.  그
리고 나는 주방에서  크게 성질을 부려 전노반을 사정없이 욕하고  꾸짖
겠소. 그리고 두 마리의  돼지가 좋지 못하니 즉시 떠메고 궁에서  나가
라고 몰아치는 것이오."
전노반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위향주의 그와 같은  계략은 정말 훌륭합니다. 작은 소저를 숨기는  한 
마리의 죽은 돼지는 별로  힘들 것 없으나 다른 한 마리는 그야말로  특
별히 큰 것을 골라야겠구만요."
위소보는 서천천에게 몇 마디의 위로의 말을 하고 말했다.
"서 세째형,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구려. 노일봉이란 그  개도적이 
그대에게 죄를 지었으니 나는 오응웅으로 하여금 그의  다리뼈를 분질러 
놓도록 하겠소이다."
서천천은 대답했다.
"네, 네, 위향주 감사합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조금도 위소보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린애가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는구나. 오응웅은 평서왕의  세자로서 
대단한 세력을 누리고 있느데 어찌하여 너의 말을 듣는단 말이냐?) 

 위소보가 막 궁으로  되돌아가 신무궁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두명의  태
감이 마중나오면서 일제히 부르짖었다.
"계공공! 빨리 가시오! 빨리 가시오! 황상께서 부르십니다."
위소보는 물었다.
"무슨 요긴한 일이라도 있소?"
한 명의 태감이 말했다.
"황상께서는 이미 여러  번 재촉을 하셨소이다. 아마도 급한 볼일이  있
는 모양입니다. 황상께서는 서재에 계십니다."
위소보는 재빨리  서재로 달려갔다. 강희는  방안에서 서성거리고  있었
다. 그러다가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기쁜 빛을 띠우고  책망
했다.
"제기랄, 어디 가서 죽기라도 했던가? 이제 오게."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 소신은 자객이  대담하고 당돌하여 만약 일망타진하지  않는다면 
좋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또 소동을 벌이게  되어 
황상으로 하여금 마음을  쓰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래서 몰래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찾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러고 보니 그대로 궁  안에 눌러 있을 수가 없어 평복으로 갈아입고  각 
처의 큰 거리나 작은 골목길을 서성거리며 염탐을 했답니다.  도대체 자
객의 우두머리는 누구이며 이 경성에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자는 것이었
죠."
강희는 말했다.
"매우 잘 했다. 그런데 어떤 소식이라도 알아냈느냐?"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만약 소식을 알아냈다면 너무나 공교로운 일이겠지.)
위소보는 생각하며 말했다.
"반나절 동안 다녔으나 눈에 띄는 사람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내일 다시 
가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가 마구잡이로 돌아다닌다고 해서 소용이 있을 것  같은가? 그런데 
나에게 한 가지 생각이 있네."
위소보는 기뻐하며 말했다.
"황상의 생각이라면 반드시 좋을 것입니다."
강희는 말했다.
"조금 전 다륭이 보고를 했는데 사로잡은 세 자객은 입을  꼭 다물고 있
으며 아무리 매질을  하고 유도심문을 했지만 시종 오삼계가 보낸  사람
이라고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는군. 따라서 아무리 고문을  가해 
봐도 한 마디 참말을  알아낼 수 없다는게야. 그래서 나는 그들을  차라
리 풀어 주려고 해."
위소보는 되물었다.
"풀어 준다구요?  그건.... 그건 너무나  그들에게 관대하신 게  아닙니
까?"
강희는 말했다.
"그 자객들은 명을  받들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물론 반역이고  윗사
람을 범하려고까지 했지만  그들을 죽이고 죽이지 않는 것은 대국에  큰 
영향이 없는 일이지. 가장 요긴한 것은 그들의 주모자를  찾아내 일망타
진하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지."
거기까지 말한 그는 미소하여 말을 이었다.
"이리 새끼를 놓아주면 이리 새끼는 자연히 어미 이리를  찾아가지 않겠
는가?"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손뼉을 치며 웃었다.
"그것 정말 묘합니다. 묘해요. 우리들이 자객을 놓아 주고  몰래 뒤따르
게 된다면  그들은 자연히 우두머리에게로  가겠군요. 황상께서는  정말 
신기묘산(神機妙算)으로 뛰어난 재갈량보다도 더욱 뛰어납니다요."
강희는 웃었다.
"제갈량보다 뛰어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그건  그대가 너
무 지나치게 아첨한  것일세. 그런데 자객을 미행하면서도 그들에게  발
각되지 않도록 하려면  결코 쉬운 노릇이 아니야. 소계자, 내가  그대에
게 한 가지 일을  하도록 하겠다. 그대는 좋은 사람으로 가장하고  그들
을 구출해서 궁 안에서 빠져나가란 말이야. 그러면 그들  자객들은 그대
를 동도로 생각하고 자연 그대를 데리고 갈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생각해 보고 말했다.
"그건.... "
강희는 그 말을 가로챘다.
"이 일은 물론  무척 위험하지. 만약 그들에게 발각된다면 즉시  그대의 
목숨은 사라지게  될 것이야. 애석하게도 내가  황제이니 어쩔 수가  없
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정말 내 스스로  그와 같은 일을 하나면  매우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 저에게 하라시면 물론 명을 받들어야죠. 아무리  위험한 일이
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강희는 크게 기뻐했다.
"나는 이미 그대가  총명하고 용감하며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발벗고 나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그대는 나이가  어리니까 자객들은 
의심을 하지 않을거야. 나는  본래 무공이 뛰어난 두 명의 시위에게  시
키려고 했으나 자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속을리가 없거든. 한 번  시험
해 봐서 효과가 없을 때는 두 번 써먹을 수 없는 계책일세.  소계자, 그
대가 이 일을 처리해 보게."
강희는 무공을  익히게 된 이후 어떤  일이든 간에 자기의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많았다. 그리고  줄곧 몇 가지 위험한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황제의 몸이라  역시 위험한 
짓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소계자의 나이가 자기와 비슷하나 무공에 있어서  자기보다 못하고 
총명함에 있어서도 자기보다  못한 데도 그가 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리고 위소보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자기가 친히  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기 자신이 친히 그와 같은 경우를 겪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히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희는 다시 말했다.
"그대는 그럴싸하게 가장할수록  좋단 말일세. 그러니까 자객들  앞에서 
한두 명 지키고 있는 시위들을 죽여 그 자객들로 하여금  그대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군. 그리고 내가 
다시 다륭에게 분부해서  경계를 소홀히 하도록 한다면 그대는 쉽게  그
들을 데리고 궁 안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거야."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하지만 시위의  무공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마도 제가 그들을  죽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는 임기응변을 하면 될 것이네. 그러나 조심하게. 시위가  먼저 자
네를 죽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네."
위소보는 혀를 내밀었다.
"만약 시위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원인모를 죽임을  당하
는 꼴이 되겠고 소계자는 오히려 반역도들과 한패거리가 되겠군요."
강희는 두 손을 마구 비비며 매우 흥분해서는 말했다.
"소계자, 그대가 이번  일을 성공시키면 내가 그대에게 무슨 상을  내렸
으면 좋겠어?"
"이번 일을 만약 성공시킨다면 황상께서는 반드시 기쁠  것입니다. 황상
께서 기쁘시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어떤 상을 받는 것보다  낫지요. 황상
께서 다음에  다시 어떤 재미있고 위험한  일을 생각해 내게 되었을  때 
여전히 저를 보내  처리하도록 해주신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바랄 수  없
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강희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암, 반드시 그렇게  하지, 그렇게 하구 말구. 아, 소계자.  애석하게도 
그대는 태감이야. 그렇지 않다면 나는 반드시 그대에게 큰  벼슬을 내리
겠는데 말이야."
위소보는 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어서 말했다.
"황은이 망극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당신은 내가 가짜 태감이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때 얼
마나 화를 낼지 모르겠구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황상, 제가 한 가지 은혜를 베풀어 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려야 겠습니
다."
강희는 미소했다.
"큰 벼슬아치라도 되겠다는 것인가?
위소보는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황상을  위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충성을 다해 일을  처
리하겠습니다. 만약에 큰  화를 불러일으키게 되어 황상께서 화를  내시
게 하는 일이 있게 되더라도 황상께서는 저의 목숨을 용서해  주시고 저
의 목을 자르지 말았으면 합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가 나에게 충성을  진정으로 바친다면 그대의 그 머리통은  그대의 
목 위에 편안히 놓여 있을 것일세."
그리고 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위소보는 서재에서 걸어 나오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본래  소군주와 방소저를 목왕부로  되돌려 주려고 했다.  그런데 
황상께서 조금 전에 하신  말로 미루어 볼 때 성지를 받들어 자객을  풀
어 주는 꼴이 되었으니 그 두 소저를 급히 내보낼  필요는 없다. 자객의 
진짜 우두머리는 조금 전  나와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던가? 그와  같은 
사실을 황상에게 말씀을  드려 목검성이라는 녀석과 유대홍이라는  늙은
이를 잡도록 할까? 그러나  사부님께서 내가 그와 같은 일을 했다는  것
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제기랄, 나는  도대체 천
지회의 향주 노릇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그는 궁 안에서 모든 사람에게 떠받들어지고 강희 또한 그를  매우 총애
하는지라 궁 안에서 한평생 태감 노릇이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황태후를 생각하게  되자 그만 가슴이 써늘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늙은 갈보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려고  할 것이
니 나야말로 이 궁안에서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그는 즉시 건청궁  서쪽에 있는 시위방으로 들어갔다. 당직의  우두머리
는 바로 조제현이었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5. 미인과 호걸

그는 다륭으로부터 상금을 받게 되었는데 모두 위소보가  황상앞에서 좋
은 말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가  나타난 것을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벌떡  몸을 
일으켜 그를 맞더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계공공,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이곳까지 왕림하시게 되었소이까?"
위소보는 웃었다.
"나는 그저 와서 몇 명의 대담한 반역도들을 구경하려는 것뿐이오."
그리고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황상께서는 나에게 문초를 받아내는 걸 도우라고 합디다.  그래서 그들
을 지휘한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것이오."
조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그리고 나직히 말했다.
"세 명의 반역도들은 매우  당차 입을 꼭 다물고 있읍니다. 이미 두  개
의 가죽채찍이 끊어질  정도였으나 그저 입을 꼭 다물고서 한다는  말이 
오삼계가 그들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가서 물어보도록 하겠소."
그는 서쪽  대청으로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나무기둥 위에는 세  명의 
사내가 묶여 있었는데  윗통을 벌거벗긴 채였고 이미 채찍질로 피와  살
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사람은 구레나룻을 기른  대한이었고 
다른 두 사람은 이십여 세의 젊은이인데 한 사람은 살결이  무척 희었고 
다른 한 사람은 온 몸에 문신을 하였는데 가슴팍에는 흉칙한  호랑이 머
리를 문신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이 두 사람 가운데 유일주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그는 고개를 돌려 조제현에게 말했다.
"조형, 아마도  그대들은 사람을 잘못  잡았는지도 모르니 잠깐  자리를 
비워 주시구려."
조제현은 말했다.
"네"
그는 몸을 돌려 나가면서 문까지도 닫아 주었다.
위소보는 입을 열었다.
"세 분의 존성대명은 어찌 되시오?"
그 구레나룻의 사내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을 했다.
"이 개같은 태감아! 너에게 무슨 자격이 있어 나의 이름을  묻는단 말이
냐?"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나는 부탁을 받고  온 몸이오. 유일주라고 하는 친구를 구하려고  왔소
이다......."
그 말이 떨어지자 세 사람은 얼굴은 모두 놀람과 의아한  빛으로 물들어
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구레나룻의 사내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의 부탁을 받았소?"
위소보는 말했다.
"당신네들 가운데 유일주라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할 말이  있는 것이고 
없으면 그만두기로 합시다."
세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망설이는 빛을  보였다. 
아마도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구레나
룻의 사내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나에게 부탁을 한 두  분의 친구 가운데 한 분은 성이 목씨이고 한  분
은 성이 유씨이외다. 철배창룡을 그대들은 알고 있소, 모르고 있소?"
구레나룻의 사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철배창룡 유대홍을 운남성이나  귀주성, 그리고 사천성 일대에서  모르
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오? 목검성은 목천하의 아들로서  강호에 떠돌
아다니는 신세로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형편이오."
그러면서 그는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분이  목가 소공야와 유나리를 모르시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들의 
친구는 아닌 모양이구려. 따라서  이와 같은 초식들도 알아 볼 수가  없
을 것이오."
그러면서 그는 자세를 가다듬고 이초의 목가권을 펼쳐 보였다.  물론 횡
소천군과 고산유수라는 이초였다.
그 가슴팍에 호랑이 머리를  문신한 젊은이가 어 하는 소리를 냈다.  위
소보는 손을 멈추고 물었다.
"왜 그러시오?"
그 사람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구레나룻의 사내가 물었다.
"그와 같은 초식은 누가 가르쳐 준 것이오?"
위소보는 웃었다.
"내 마누라가 가르쳐 준 것이오."
구레나룻의 사내는 퉤 하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
"태감에게 무슨 마누라가 있어?"
그러면서 끊임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본래 위소보를 개같은  태
감이라고 욕을 했으나 나중에 그의 말이 조금 색다른 점이  있고 행동이 
특이한지라 개 같다는 말을 빼 버리게 된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태감에게 어째서 마누라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오?  상대방에서 시집을 
오려고 하는데 당신이 말릴  수 있겠소. 내 마누라의 성은 방씨이고  이
르은 외자로서 이라고 하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살결이 고운 젊은이가 갑자기 호통을 내질렀다.
"터무니없는 소리"
위소보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돋아나있었고 
두 눈에서는 금방 불이라도  뿜어 나올 것 같았는데, 극도로 다급해  하
는 모습이 아닌가?
위소보는 이 사람이 바로 유일주라고 생각했다. 그는 약간  갸름한 얼굴
을 하고 있었는데 얼굴 모습은 무척 준수했다. 다만 크게  화를 내고 있
는 얼굴이라 그 표정이 약간 무시무시했다.
위소보는 즉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뭐가 터무니없는 소리란 말이오? 내 마누라는 목왕부  중에서 유백방소 
사대가장의 하나인 방씨 집안의 후손이란 말이오. 나에게 중매를  선 사
람은 소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명이 소강이라 하며 별호가  있는데 별
호는 성수거사라 한다오. 그리고  또 한 사람 백씨 성을 가진  중매인이 
있소. 그의 형인 백한송은 최근 어떤 사람에게 맞아  죽었는데 백한풍은 
너무나 곤궁한 나머지 남의 중매인이 되어 돈을 얻어서는 그의  죽은 형
을 수렴할 수 있었다오....."
그 젊은이는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난다는 듯 크게 고함을 쳤다.
"너는...... 너는...... 너는......"
그 구레나룻의 사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제, 아무 소리도 하지 말게."
그리고 위소보에게 말했다.
"목왕부의 집안의 일을 그대는 꽤나 많이 알고 있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목씨 집안의 사위가 아니겠소? 그러니 장인 영감 집안의  일을 어
찌 모르겠소. 그 방이  소저로 말하면 본래 나에게 시집오려고 하지  않
았소. 그의 사형  유일주와는 이미 혼약이 맺어져 있다고 했소.  그러나 
그 유가라는 자가 못나게시리 매국노인 오삼게의 부하로  들어가 황궁으
로 뛰어들어서는 황제를 찔러 죽이려 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소. 그대도 
생각해 보시오...... 오삼계라는 이 매국노는......"
거기까지 말한 그는 음성을 낮추어서 말했다.
"오랑캐와 결탁해서 우리  대명나라 천자의 아름다운 강산을 두  손으로 
청나라 개도적들에게 바치지 않았겠소? 오삼계라는 녀석에  대해서 무릇 
우리 한나라 사람이라면  그의 껍질을 벗기려고 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그의 살을 뜯어물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형편이오.  그런데 유일
주라는 녀석은  주군으로 모실 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어찌하여 
오삼계에게 투신을 하느냔  말이외다. 방소저는 자연 체면이 서지  않는
다고 느끼고 다시는 그에게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았소."
그 젊은이는 다급해져서 말했다.
"나는...... 나는...... 나는......"
구레나룻의 사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람에게는 각기  뜻이 있는 법이외다.  귀하가 청나라 궁중에서  태감 
노릇을 하고 있는 것도 영광스러울 것은 없소."
위소보는 대답했다.
"맞소, 맞아. 물론 영광스러울 것도 없소. 그런데 우리 마누라는  옛 정
인을 잊지 못하고 반드시  알아 보라는 것이었소. 즉 그 유일주가  도대
체 죽었는지 않았는지, 정말 죽었다면 그녀가 나에게 시집오는  데 대해
서 더욱더 마음 편하게 생각할 것이고 이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겠소? 하지만 그녀의 유사형을 위해 신위를  모시고 지전이
라도 불살라 드려야 하지  않겠소? 세 분 친구 가운데 유일주라는  사람
은 없지요? 그럼 나는 돌아가서 방소저에게 사실을 알리고  오늘밤 바로 
혼례를 올리도록 하겠소이다."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젊은이는 말했다.
"내가 바로...."
그 구레나룻의 사내는 호통을 내질렀다.
"말하지 마라!"
그 젊은이는 힘주어 몇 번 버둥거리더니 부르짖었다.
"그는... 그는...."
갑자기 그는 침을 위소보에게 뱉았다.
위소보는 몸을 날려 피했다. 세 사람의 손과 발은 모두  다 거친 우근으
로 꽁꽁 묶여 있어서  좀처럼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은 분명히  유일주이다. 본래 그가 인정을 하려고 했지만  구레
나룻의 사내가 막았다.)
잠시 생각해 본 끝에 그는 떠오르는 계책이 있어 말했다.
"당신들은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하시오. 내 다시 가서  우리 마누라에게 
물어보도록 하겠소이다."
그리고 그는 바깥으로 나와 조제현에게 말했다.
"나는 어느 정도 단서를 잡아 냈으니 고문을 더 가하지  않도록 하시오. 
잠시 후 다시 오겠소이다."

 이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위소보는 방이와 목검병이  허기에 
지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자기 방으
로 돌아가기 전에  먼저 주방으로 가서는 손아래의 태감에게 풍성한  음
식을 한 상 만들어 자기의 거처로 보내도록 하라고 일렀다.
이유는 어젯밤 뭇시위들이  역적을 잡는 데 공을 세웠으니 오늘  잔치를 
벌여 경하하겠다는 것이며,  그 연회석장에서 자객을 잡는 비밀을  논해
야 하니 소태감이 시중을 들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처소로 돌아가  자물쇠를 따고는 방안으로  들어갔
다. 그리고는 가만히 안쪽 방문을 열었다. 목검병은  나직이 부르짖으며 
일어나 앉더니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어째서 이제야 돌아오시죠?"
위소보는 웃었다.
"기다리느라고 마음이 초조해진 모양이구려. 그렇소? 그러나  나는 좋은 
소식을 알아냈소."
방이는 베개 위에서 머리를 쳐들며 물었다.
"무슨 좋은 소식인가요?"
위소보는 탁자 위의 촛불에  불을 켰다. 그러고 보니 방이의 두눈이  불
그레한 것이 아마도 조금 전까지 울었던 모양이었다.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소식은 그대에게는 무척 좋은 것이나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빌어먹
을 소식으로서,  막 손에 잡히게 된  마누라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되었
소. 아, 유일주라는 그 녀석이 놀랍게도 아직 죽지 않았더구려."
방이는 아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 음성에는 기쁨의 빛이 역력했다.
목검병은 기뻐서 물었다.
"우리 유사형은 편안무사하신가요?"
위소보는 말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나려면  아마도 수월하지 않을게요. 그는  궁안의 
시위들에게 사로잡혀 있는데  매국노 오삼계가 보내서 궁안으로  들어와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고만 하고 있소. 죽을 죄에서  벗어나기도 어
렵지만 그와 같은  소문이 퍼지게 된다면 강호의 영웅호걸들은 모두  다 
그가 오삼계의 주구가  되었었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 아니겠소?  그렇게 
된다면 목을  잘리게 되더라도  고약한 명성만 남기게  될 것이  아니겠
소?"
방이는 몸을 일이키고 말했다.
"우리가 황궁으로 들어서기 전에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바가 
있어요. 그저 오삼계라는 매국노를 쓰러뜨려서 돌아가신  황제와 목공야
를 위해 깊은 원한을  갚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목숨이나 죽은 후의  명
성 같은 것은 이미 도외시하기로 했어요."
위소보는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말했다.
"좋소. 뼈대가 있군.  이 지아비께서는 매우 탄복했소. 방소저,  우리에
게 한 가지  상의해야 할 일이 있소.  만약 내가 그대의 유사형을  구해 
준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소?"
방이의 두 눈에 섬광이 스쳐가며 두 뺨을 살짝 붉히더니 말했다.
"그대가 정말  우리 유사형은 구할 수만  있다면 그대가 나에게  어떠한 
어렵고도 위험한 일을 시키든지 간에 이 방이는 결코 눈살  하나 찌푸리
지 않겠어요."
이 몇 마디의 말은 그야말로 쇠를 자르듯 단호했다.
"그럼 우리 약속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리고 소군주는 증인이  되어 
주시오. 만약에 내가 그대의 유사형을 구출해 내서 소공야  목검성과 철
배창룡 유대홍 유나리에게 건네어 주게 된다면....."
목검병은 그 말을 가로챘다.
"그대는 우리 오라버니와 우리 사부를 아세요?"
위소보는 말했다.
"목씨 집안의 소공야와  철배창룡은 대명이 쟁쟁한 사람들인데 그  어느 
누가 모르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는 좋은 사람이에요.  만약 유사형을 구할 수만 있다면 모두들  그
대의 은혜를 고마워할거예요."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고 그저 거래를 하자는 것이오. 유일주라는  사
람은 엄청나오. 그야말로  그는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던 놈이요.  내
가 그를 구하려면 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큰 모험을  해야 되지 않겠소? 
관가에서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면 내 머리만 땅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안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  분 형
님과 네 분 누이동생, 그리고 이모부, 이모, 고모부, 고모,  외삼촌, 외
숙모,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사촌 형님과 동생, 외사촌  누나와 누이
동생들 모두가 머리를  잘리게 되는 것이 아니겠소? 이것이야말로  멸족
을 당하는 것이 아니겠소?  그리고 우리 집안의 금, 은, 집, 솥,  바지, 
신발까지 모두가 관가에 적발되는 것이 아니겠소?"
그가 한 마디  '아니겠소' 하고 물어볼 때마다 목검병은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는 표시를 했다.
방이는 말했다.
"바로 그래요. 이 일은  정말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요. 그러니  결코 
그대에게 해  달라고 청을 할  수가 없어요.  어찌 되었든 우리....  우
리.... 사형은 죽었어요. 나도  살아날 수 없게 될 것이니 모두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체념할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위소보는 말했다.
"뭐 처음부터 슬퍼서  눈물 흘릴 필요는 없소. 그대와 같이  수화폐월의 
미녀가 눈물을 흘리면  내 마음도 부드러워지게 되거든. 방소저, 내  그
대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겠소. 내  반드시 그대의 유사형을  구출해 
내겠소. 우리는 반드시 한 마디로 약속합시다. 만약에  그대의 유사형을 
구출해 내지 못한다면 나는  한평생 그대의 소와 말, 그리고 종이  되도
록 하겠소. 그러나 그대의 유사형을 구출해 내게 된다면  그대는 한평생 
나의 마누라가  되어야 하오. 장부일언은  그야말로 무슨  말(馬)이라도 
뒤쫓아 잡을 수 없다는 그 한 마디를 잊지 않으면 될 것이오."
방이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의 붉은 기운은 점차  가라앉고 창
백한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계  오라버니, 유사형의  목숨을 구해  내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라
도.... 어떠한 일이라도 나는 마다하지 않겠어요. 만약 그대가  정말 그
를 편안무사하게 구해 낸다면 나는 한평생 그대의 시중을 들어도  안 될 
것은 없어요. 다만... 다만...."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방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말을  알리
는 소리가 들렸다.
"계공공, 술과 음식을 가져 왔습니다."
방이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위소보는 대답했다.
"좋아."
그리고 그는 방을 나서면서  안쪽 방문을 닫고 앞쪽의 문을 열었다.  네 
명의 태감이 밥과 찬,  그리고 그릇들을 들고 들어와 바깥 방에다  차려
놓기 시작했다. 모두 다 열 두 쟁반의 찬이 마련되었고  달리 한 냄비에 
운남기과계(雲南汽鍋鷄)가 있었다. 네 명의 태감들은 여덟  짝의 젓가락
과 술잔들을 놓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계공공, 또 모자라는 것이 없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되었네. 이제 돌아들 가게."
그리고 한 사람에게 한  냥씩의 은자를 내렸다. 네 명의 태감들은  좋아
하며 나갔다.
위소보는 방문을 닫고서는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음식을 안쪽  방으
로 옮겼고 탁자를 침대  앞으로 밀었다. 그런 후 세 개의 잔에 술을  따
르고 세 그릇의 밥을 담고서는 물었다.
"방소저, 조금 전  다만.... 다만 하고 말했는데 다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오?"
이때 방이는 목검병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  말
을 듣고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후에  나직한 음성
으로 말했다.
"나는 본래 그대가 궁중의 집사인데 어떻게 마누라를 맞아들일  수 있겠
느냐고 말하려 했어요.  그러나 어찌되었든 간에 그대가 우리  유사형의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저는 한평생 그대를 돌보도록 하겠어요."
그녀의 살결은 그야말로  옥과 같이 아름답고 수정같이 매끄러웠다.  붉
은 촛불을 받게 되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위소보
는 나이가 어렸으나 그와 같은 모습을 보고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금할 
수 없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원래 그대는  내가 태감이라 마누라를 맞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려  했
군. 마누라를 맞아들이고 못  들이는 것은 내 일이니 그대가 걱정할  것
은 없소이다. 내 다시 그대에게 묻겠는데 내 마누라가 되겠소?"
방이는 아름다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얼굴에 약간 노기를  띠었다. 그
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굳은 결심을 한 듯 말했다.
"그대의 처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대가 나를 청루에  팔아 
기녀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나는 즐겁게 응하겠어요."
이 몇 마디의 말을  만약 다른 남자가 듣게 되었다면 매우 불쾌하게  생
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위소보는 본래 기녀원 출신이라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좋소. 바로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자 훌륭한 마누라, 그리고  훌륭한 
누이,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술을 들도록 합시다."
방이는 본래 눈앞의 이  나이 어린 태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
런데 그가 비수로  어전시위 부총관인 서동을 죽이고 기이한 약으로  그
의 시체를 없애는 것을 보고 또 궁중의 뭇시위들과 다른  태감들이 모두 
다 그에게 매우 공경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가  확실히 대
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유일주는 그야말로  그녀가 온 마음을  기울여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정식으로 혼인 약속은 없었으나 두 사람은 이미 서로 마음을  통하고 있
었고 한 사람은 그대가 아니면 시집을 가지 않겠다는 식이었고  또 상대
방에서는 그대가 아니면  장가를 들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어젯
밤 두 사람이 동시에 궁안으로 들어와 그와 같은 큰일을  해내게 되었을 
때 방이는 유일주가 그만 시위들에게 사로잡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러나 자기 역시 상처입은 몸이라 구할 수가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
시 난을 당하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나이 어린  태감은 
그가 비단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방법을 강구해서 그를  구해 내겠다
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유사형을  위험한 곳에서 벗아나게 할  수만 있다면 내  한평생 
고생을 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하늘이 내게 대하여 박하지  않았음을 
감사드리겠다. 그리고 이 나이  어린 태감이 어찌 또 나를 처로  받아들
일 수 있겠는가? 그는 그저 입바른 우스갯소리로써 말로만  나에게 득을 
보려고 하는 것이니 내가 그의 뜻을 약간 따른다 하더라도  대단할 것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깨닫게 되자 빙그레 웃으며 술잔을 들고 말했다.
"이 한잔의 술은 그대와 함께 마시겠어요. 그러나 그대가 만약  우리 유
사형을 구해 내지 못한다면  내 검 아래 귀신이 되는 것을 면하기  어려
울거예요."
위소보는 그녀가 방긋  웃는 모습이 꽃과 같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속
으로 무척 흐뭇해져서는 술잔을 들고 말하였다.
"우리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지 나중에  잡아떼면 안 되오. 만약  내가 
그대의 유사형을 구하게  되었을 때 그대가 약속을 저버리고 다시  그에
게 시집을 가겠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그리고 그대들 두 사람이  손
을 합쳐  나를 공격한다면 나는 그야말로  그대들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이고, 그가 한 칼을  들어 비스듬히 내려치고 그대가 검을 들어  곧장 
내려치게 된다면 이  계공공은 대뜸 네 조각으로 나누어지고 말  것이니 
이와 같은 일은 방비하지 않을 수 없구려."
방이는 웃음을 거두고 숙연히 말했다.
"하늘에 두고 맹세합니다.  계공공이 만약 유일주를 편안무사하게  구해 
낸다면 소녀 방이는  계공공에게 시집을 가 처가 되겠으며 한평생  남편
에 대해서 절개와 지조를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설사 계공공이  저를 아
내로 맞아들일 수 없을지라도 저는 한 마음 한뜻으로 당신을  한평생 모
시겠습니다. 만약 두 가지의 마음을 품는다면 저는 그야말로  만겁의 지
옥으로 떨어져 다시는 환생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그 한 잔의 술을 땅바닥에 뿌렸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소군주가 바로 증인이 될 것이요."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목검병에게 물었다.
"누이, 그대에게는 내가 구해주어야 할 사랑하는 사람이 없소?"
목검병은 말했다.
"없어요. 저에게 어찌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애석하군. 애석해."
목검병은 말했다.
"뭐가 애석해요?"
위소보는 말했다.
"만약 그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구출해 낸다면  그대 역시 
나에게 시집와 마누라가 되지 않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쳇, 한  사람의 마누라가 있어도  부족해서 두 사람이나  차지하겠다는 
거예요?"
위소보는 웃었다.
"그야말로 못난 두꺼비가  하늘 나라의 거위고기를 먹으려고 하는  짓이
겠지. 이봐, 누이, 그대의  유사형과 함께 잡혀 있는 사람은 아직도  두 
명이나 있소. 한 사람은 구레나룻의 수염을 길렀으며...."
목검병은 그 말을 받았다.
"그는 오(吳)사숙이에요."
위소보는 다시 했다.
"또 한명은  몸에 문신을 하고 있었는데  가슴에는 호랑이 머리를  새겨 
놓았더군."
목검병은 말했다.
"그는 청모호(靑毛虎) 오표(敖彪)예요. 바로 오사숙의 제자이죠."
위소보는 물었다.
"그 오사숙의 이름은 무엇이오?"
목검병은 말했다.
"오사숙의 이름은 오립신(吳立身)이라고 해요. 그리고 별호는  요두사자
(搖頭獅子)라 하죠."
위소보는 웃었다.
"그 별호는 그럴싸하군. 남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그는  언제나 고개를 
가로젓겠군."
목검병은 말했다.
"계 오라버니,  그대가 유사형을 구하려고  한다면 내친 김에  오사숙과 
오사형도 함께 구해 주세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 오사숙과 오표에게는 수화폐월의 여자 단짝에 없소?"
목검병은 말했다.
"몰라요. 그것은 왜 묻죠?"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봐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어라 하고 그들을 구해 봤자 그저  헛고생만 하는 
것이 아니겠소."
별안간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번쩍였다. 그리고 한 가지  물건이 얼굴로 
날아들었다. 위소보는  급히 고개를 숙였으나  이미 때가 늦었으며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이마에 적중되었다. 그 물건은 박살이 나  버렸
는데 바로 술잔이었다.
위소보와 목검병은 동시에 놀라 부르짖었다.
"어이쿠!"
위소보는 세 걸음을  물러서게 되었으나 의자와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이마에서는 선혈이 줄줄  흘러내리게 되었고 두 눈은 술로 모호해져  그
저 사물이 희뿌옇게만 보였다.
방이는 호통을 내질렀다.
"그대는 즉시 유일주를 죽여요!  이 아가씨도 더 살고 싶지 않아!  온종
일 그대의 터무니없는 업신여김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어!"
원래 그 술잔은 바로  방이가 던진 것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중상을  입
은 나머지  손에 실린 힘이 대단치  않았다. 따라서 위소보의  이마에는 
술잔이 적중되었으나 그저 약간 살가죽에 손상을 입은 정도였다.
목검병이 말했다.
"계 오라버니, 이리  오세요. 내가 상처를 봐 드릴께요. 유리조각  같은 
것이 살 속에 박혀서는 안 돼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다가가지  않겠소. 우리 마누라가  남편을 모살하려고 하는데  내 
어찌 다가가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누가 그대보고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라고 했어요? 또 다시  남의 여인
을 빼앗겠다고요? 저까지도 화가 나는군요."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아! 이제야  알겠군. 원래 그대들 두  사람은 질투를 한 것이군.  내가 
다른 여인을 얻으려고 하니까 나의 큰 마누라고 작은 마누라고  간에 모
두 다 크게 질투를 불러일으켰군."
목검병은 술잔을 들고 말했다.
"그대는 나를 뭐라고 불렀지요? 나 역시 술잔을 그대에게 던질  수 있어
요."
위소보는 소맷자락을 뻗쳐 눈을 훔쳤다. 그리고 보니 목검병은  짐짓 화
가 난 양  입술을 뾰로통하니 내밀고 있었는데 눈가와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리고 방이의 표정을 보니 약간 겸연쩍어하는  표정이 아
닌가.
그는 자기의  이마가 아프기는 했으나  마음속은 흐뭇하기만 해서  말했
다.
"큰 마누라가 나에게  술잔을 던졌는데 작은 마누라가 던지지  않는다면 
너무나 공평하지 못한 일이지."
그리고 한 걸음 다가가서는 말햇다.
"작은 마누라도 던져요."
목검병은 말했다.
"좋아요."
그리고 손을 쳐들더니 술잔에  따른 반 잔의 술을 그의 얼굴에  뿌렸다. 
위소보는 피하지  않고 반 잔의 술이  모두 그의 얼굴에 뿌려지는  것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리고 혓바닥을 내밀어 얼굴의 핏물과 술을  함께 핥
아 먹으며 쩝쩝 소리가 나도록 입맛을 다셨다.
"정말 맛있군, 맛있어. 큰 마누라는 때려서 피를 흘리게  했고 거기다가 
작은 마누라가 뿌린 술을  더하게 되자 아이구! 그야말로 맛이 좋아  죽
을 지경이로구나. 맛이 좋아 죽을 지경이야."
목검병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고 방이 또한 훗 하고 웃으며 욕을 했다.
"망나니!"
그리고 품속에서 한 조각의 손수건을 꺼내 목검병에게 내밀며 말했다.
"그대가 상처를 닦아 주도록 해요."
목검병은 웃었다.
"상처를 입힌 사람은 그대인데 왜 내가 닦아 줘요?"
방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했다.
"그대는 그의 작은 마누라가 아니에요?"
목검병은 침을 뱉었다.
"쳇. 그대는  조금 전 친히 그에게  응낙했지만 나는 응낙한 적이  없어
요."
방이는 웃으며 말했다.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누가 그래요? 그가 작은 마누라도 던지라고  했
을 때 그대는 술을 그대에게 뿌렸잖아요? 그것이야말로 스스로  작은 마
누라가 되겠다는 것을 응낙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에요?"
위소보는 웃었다.
"맞았소. 맞아! 우리  큰 마누라도 귀엽고 작은 마누라도 귀엽군.  그대
들 두 사람은 안심하시오. 내 다시는 남의 여자들을  찝적거리지 않으리
다."
방이는 위소보에게 다가오라 하고는 그의 이마에 난  상처에 유리조각이 
있는지 없는지 살핀 후 핏물을 닦아 냈다.
세 사람은 술을 별로  마실 줄 몰랐으나 배가 고팠던 참이라 적지  않은 
찬을 먹었다. 그리고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그야말로 그들의 방안은  봄
바람이 이는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내게 되자 위소보는 하품을 하고 말했다.
"오늘밤 나는 큰  마누라하고 자야 하나, 아니면 작은 마누라하고  자야
할까?"
방이는 얼굴빛을 굳히고 정색하며 말했다.
"그대는 우스개의 말을 해도 정도가 있어야 해요. 그대가 다시  침대 위
로 기어오른다면 나는.... 나는 일검으로 그대를 죽이고 말겠어요."
위소보는 혀를 내밀었다.
"끝내 언젠가는 나의 이 목숨을 그대의 손에 빼앗기게 되겠군."
그리고 그는 밥과 찬을  바깥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한 장의  돗자리를 
꺼내 땅바닥에 펴고 옷을 입은 채 잠을 청했다. 이때  그는 실로 피곤하
기 이를 데 없는 몸인지라 삽시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그는  매우 따뜻함을 느끼고 눈을  떠서 
바라보니 그의 몸 위에는 이불이 덮혀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베개가 
받쳐져 있었다. 몸을 일으켜 보니 침대 위의 모기장이  나직이 드리워져 
있었다.
모기장을 사이에 두고 어렴풋이 방이와 목검병이 베개를  같이하고 잠들
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가만히 일어나서 모기장을 들쳤다. 그러고 보니 방이의  얼굴은 요
염했고 목검병의 얼굴은 청초했다. 두 미녀의 아리따운 얼굴은  서로 조
화를 이루어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명주 같기도  하고 아름다
운 옥 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화사하고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두  소녀에게 각기 입맞춤을 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
으나 혹시 그녀들이 놀라 깨게 될까봐 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이 두 소녀가  만약 정말 나의 큰 마누라와 작은 마누라가  된
다면 나는 그야말로 즐겁기  이를 데 없겠구나. 여춘원에 언제 이와  같
은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있었느냔 말이다.)
그는 가볍게 발걸음을 죽이고  문을 열었다. 문에서 끽 하는 소리가  나
자 방이는 잠에서 깬 듯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계...... 계...... 안녕히 주무셨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계, 뭐라고 했죠? 훌륭한 지아비라고 불러 주지도 않다니."
방이는 말했다.
"그대는 아직 사람을 구출해 내지 않았잖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안심하시오. 지금 사람을 구하러 가는 길이오."
목검병 역시 잠에서 깬 듯 물었다.
"이른 아침부터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는 줄곧 잠자지  않았소. 두 사람은 그야말로 밤새도록 정담을  나
누고 있었지."
그리고 그는 하품을 하며 입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
"정말 피곤하군. 정말 피곤해. 나는 이제 좀 자야겠어."
그는 다시 기지개를 켰다.
방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대와 더불어 무슨 할 말이 그토록 많아서 밤을  새우면서까지 말한단 
말이에요?"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마누라,  우리는 이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합시다. 그대는  한 
통의 편지를 쓰도록 하시오. 내가 가져가서 그대의 유사형에게  보여 주
어야 그는 나를 믿고  따라 궁에서 빠져나가게 될 것이오. 그렇지  않으
면 그는 한사코 자기가 오삼계의 사위라고 할거란 말이야."
목검병은 그 말을 가로챘다.
"그는 오삼계의 사위 되는 사람의 조카로 가장하고 있는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방소저가 나의 큰 마누라가 되었으니 유일주는 그저 오삼계의  사위 노
릇을 할 수밖에 없겠군."
방이는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하지만 한 통의 편지를 쓴다는 것은  그럴싸 하
군요. 그런데.... 그런데.... 무슨 말을 써야 하죠?"
위소보는 말했다.
"무슨 말이든 다  괜찮소. 그저 내가 그대의 지아비이고 천하에서  제일
가는 좋은 사람으로서  가장 의리가 깊은데 그대의 부탁을 받고  달려와 
구하고자 하는 사실은 절대 틀림없는 일이라고 말하도록 하시오."
그는 해대부가 쓰던 붓, 벼루, 종이들을 찾아내서 먹을 갈았다.
그리고 한 장의 하얀  종이를 조그만 탁자 위에 놓고 침대 앞으로  내밀
었다.
방이는 몸을  일으켜 앉더니 붓을 받아  들었다. 갑자기 눈에서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목메인 어조로 물었다.
"내가 무슨 내용을 써야 하나요?"
위소보는 그녀의 측은한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
끼며 말했다.
"무슨 글을 써도 좋소. 어쨋든 나는 글자를 모르니 그대는  나에게 시집
와서 마누라가 되었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유사
형이 화를 내서는 내가 구해 주는 것을 마다할지도 모르오."
방이는 말했다.
"그대는 글자를 모르나요? 또 거짓말을 하는거죠?"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글자를 안다면  후레자식이고 그대의 지아비가 아니라 그대의  아
들이고 손자이외다."
방이는 붓을 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도 글을 쓰기가 어려운  듯 흐느
끼며 울기 시작했다."
위소보는 가슴 가득히 끓어 오르는 호기를 억누를 수 없어  큰소리로 말
했다.
"좋소, 좋아! 내가 유일주를  구출해 낸 이후 그대는 그에게 시집을  가
도록 하시오. 내 그와 다투지 않도록 하겠소. 어쨌든 그대는  나를 따르
게 된 후에도 여전히  그와 노닥거리게 될 것이고, 장래에 파란  모자를 
쓴 멍텅구리가 되느니, 역시 그대가 즐겁게 그 빌어먹을  유일주라는 녀
석에게 시집을  가도록 하는게 좋겠소. 그대는  무슨 글이고 쓰고  싶은 
대로 쓰도록 하시오.  제기랄, 이제 나는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소."
방이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한쌍의 큰 눈을 들어 그를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눈초리에는  기쁜 빛이 떠도는가 하면 또한  고마워하는 
정도 서려 있었다. 그녀는 종이 위에 몇 줄의 글을  써서는 종이를 접으
며 말했다.
"아무쪼록...... 아무쪼록 그에게 건네 주세요."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빌어먹을, 그대는 그대니  그대니 하고 부를 뿐 오라버니라고 한  마디 
물러 주지 않는구려, 이야말로 냇물을 지나게 되면 다리를  부숴 버리고 
잿밥을 먹은 뒤는 화상을 찾지 않는 격이군.)
그러나 그는 이미  영웅호걸처럼 호기가 매우 높다는 듯이 행동한  이상 
다시는 방이 보고 자기의  마누라가 되라고 강요할 수 없었다. 그는  접
은 쪽지를  받아 품 속에 집어넣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을  나서며 
생각했다.
(영웅이 되려면 스스로 손해를 좀 봐야 한다. 훌륭한 마누라를  두 손으
로 남에게 바치게 되었구나.)
건청궁 옆  시위들 방에서 당직의  우두머리로 있는 사람은  장강년이었
다. 그는  이미 하룻밤 전에 다륭의  당부로 계공공이 자객을  구출해서 
궁안을 빠져나가는 데 대하여 도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결코 어떤 흔적을  드러내어 자객들로 하여금 의심을 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당부받고  있었던 터라 위소보가 찾아온 것을 보고는  재빨
리 마중  나왔으며 눈짓을 해서 위소보와  함께 가산 옆으로 가  나직이 
물었다.
"계공공, 어떻게 사람을 구할 생각입니까?"
위소보는 그의 다정한 태도에 속으로 생각했다.
(황상께서는 나에게 몇 사람의 시위를 죽여서 사람을 구하도록  하여 유
일주 일당들로 하여금 의심을  품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  장
노형은 나에게 무척 좋게  대하니 나로서는 차마 죽일 수가 없구나.  다
행히 못난 계집애의 편지가 있으니 유가라는 죽일 놈은 결코  믿어 의심
치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생각해 본 후 대답했다.
"내 다시 가서 그 세 후레자식들을 심문해 보고  임기응변으로 조처하리
다."
장강년은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말했다.
"계공공, 정말 감사합니다."
위소보는 물었다.
"또 무엇이 감사하다는 것이오?"
장강년은 말했다.
"소인이 계공공과 더불어 일을 하게 되면 이후 공공께서는  반드시 음양
으로 돌봐  주실 것이 아닙니까? 그렇게  된다면 소인은 벼슬이  오르고 
재물이 늘어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죠."
"그대가 한마음 한뜻으로 황상에게 충성을 다해 일을 한다면  장래 한가
지 일만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장강년은 깜작 놀라 물었다.
"무엇을 걱정해야 합니까?
"그대 집안의 창고가 너무  적어서 그 많은 은자를 넣어 두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구려."
장강년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나 곧 웃음을 거두고  나직이 말했
다.
"공공, 우리 십여 명의 시위들은 몰래 상의했습니다. 모두들  힘을 다하
여 공공을 위해  일을 처리하도록 했으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공공께
서 궁안의 태감 가운데 총수령이 되도록 해드리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그것 참 잘 되었구려.  그러나 내가 더 나이가 든 이후 다시  이야기하
기로 합시다."
위소보는 전노본이 살아있는 돼지를 들여보내 빈틈을 메꾸었던  일을 상
기하고 물었다.
"서부총관은 어디로 갔소? 다총관과 그대들은 모두 바삐  돌아가고 있는
데 어째서 서부총관은 보이지 않소?"
장강년은 말했다.
"아마도 태후께서 그를 궁밖으로 내보내 일을 시켰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총관을 보게 되면  내 방으로 한번 왔다 가라고 하시오.  황상께서 
몇 마디의 말을 그에게 물어 보겠다고 하셨소."
장강년은 대답했다.
이어서 유일주 등 세  사람을 묶어 놓은 대청으로 들어섰다. 하룻밤  보
지 않은 사이에 세 사람의 정신은 많이 위축돼 있었다. 
비록 더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고 하나 이틀 밤 이틀 낮을 두고  음식을 
먹지 못했으니 무쇠로  만들어진 사내라 하더라도 견딜 수가 없을  것이
다. 대청에서 지키고 있던 칠팔 명의 시위들은 일제히  위소보에게 인사
를 했는데 그 언사가 매우 공경스러웠다.
위소보는 큰 소리로 말했다.
"황상께서 분부를  내리셨소. 이 세  반역도는 대역무도한 자이니  즉시 
참수하여 뭇사람들에게 본을 보이라고 했소. 그러니 빨리 가서  술과 고
기, 그리고 밥과 찬들을 가져와 그들에게 배불리 먹이도록 하시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6. 구출 

 뭇시위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구레나룻의 사내 오립신은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들은 평서왕에게 충성을 다해 죽으니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이
름을 떨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너희들 오랑캐 종노릇을  하는 짐승들
보다는 몇 배 나을 것이다."
한 명의 시위가 채찍을 들고서는 휙 하니 내려치며 욕을 했다.
"오삼계라는 반역도도 이제 곧 멸족지화를 당하게 될 것이다."
유일주는 매우 격동된  표정을 하고 두 눈을 들어서는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윗입술을  가볍게 달싹이고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뭇시위들은 세 개의 큰 그릇의 밥과 세 대접의 술을 들고 들어 왔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세 반역도들은 목을 자른다는 말을 듣고 놀라 전신이  떨려 아마 술
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오.  세 분 형제는 
수고스럽지만 그들에게 두 모금의 술을 먹여 주시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이지는 마시오. 그  한 그릇의 밥은 그들에게 먹이도록 하시오.  만약 
취하도록 마시게 해 놓으면 목을 자르게 될 때에도 목이  아픈줄을 모르
게 될  것이니 그야말로 너무나 그들을  편하게 죽이는 것이  아니겠소? 
그리고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이 그들 세 술귀신을 보고 크게  화가 나서
는 술귀신에게  각기 삼백 대의 곤장을  때리게 된다면 그 또한  그들을 
해치는 꼴이 되지 않겠소."
뭇시위들은 모두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 세 사람에게 술을  마시고 밥
을 먹도록 했다.
오립신은 술을 꿀꺽 꿀꺽 마셨으며 밥을 주는대로 먹었다.  그의 표정은 
태연자약했다.
오표는 한 수저의 밥을 먹고는 한 마디 욕을 했다.
"개 종놈들."
유일주는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제대로 음식을 삼키지 못했다. 겨우  밥 
반 그릇도 먹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며 먹지 않겠다는 뜻을 표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되었소. 모두들 나가시오.  황상께서는 나 보고 그들에게 몇마디  물어 
보라고 하셨으니 물어 본 이후 머리를 자르도록 합시다."
장강년은 허리를 굽혔다.
"네."
그리고 뭇시위들을 이끌고 나가며 문까지 닫아 주었다.
위소보는 뭇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기침을 한 후 고개를  돌
려서는 오립신 등  세 사람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얼굴에는  이상야릇한 
웃음을 띄웠다.
오립신은 욕을 했다.
"이 개 같은 태감, 뭐가 그리 우습냐?"
위소보는 웃었다.
"내가 웃겨서 웃는데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유일주가 갑자기 말했다.
"공공,나는...... 내가 바로 유일주이외다."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졌으며 미처 뭐라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오립신과 오표는 동시에 호통을 내질렀다.
"너는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느냐?"
유일주는 말했다.
"공공, 제발 부탁이니  나를 구해 주시오...... 우리를 한번만 구해  주
시오."
오립신은 호통을 내질렀다.
"삶을 탐내어 죽음을 두려워하다니, 그래서야 어찌 영웅호걸이라  할 수 
있느냐? 남에게 빌붙는다고 해서 살 수 있을것 같으냐?"
유일주는 말했다.
"그는...... 그는 소공야와 저의 사부님의...... 부탁......  부탁을 받
고서...... 우리들을 구하러 온 것이라 하지 않았소?"
오립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그와 같은 사람을 속이는 말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위소보는 웃었다.
"요두사자 오 나으리, 제발  내 얼굴을 봐서라도 머리를 몇 번 덜  흔들
도록 하시구려."
오립신은 놀라 물었다.
"너는...... 너는......"
위소보는 말했다.
"이 분은  청모호 오표 오형으로서  그대의 자랑하는 제자가  아니겠소. 
명사에는 반드시 고제자가 나온다고 했으니 탄복했소. 탄복했소."
오립신과 오표는 얼굴빛이  변했다. 그리고 놀람과 의아함을 금치  못하
였다.
위소보는 품  속에서 방이가 접어 준  그 쪽지를 꺼내 펼쳐서는  유일주 
앞에 놓고 웃으며 물었다.
"자, 보시오. 이게 누가 쓴 글이지?"
유일주는 그 글을 보더니 크게 기뻐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이것은 정말  방사매의 필적입니다. 오사숙,  방사매는 이......  이분 
공공께서는 바로 우리를  구하려고 하는 분이니 모든 점에 있어서  그의 
말을 듣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오립신은 말했다.
"내게 보여다오."
위소보는 그 종이 쪽지를 오립신의 앞으로 내밀면서 생각했다.
(이 안에  무슨 정이 담긴 말을  썼는지도 모르겠구나. 내 큰  마누라는 
본래 염치가 없어 오로지 서방질을 할 생각밖에 하지 않고  있으니 어떤 
소름끼치는 말도 다 쓸수 있을 것이다.)
이때 오립신은 그 내용을 읽었다.
"'유사형, 계공공은 한편으로는 의박운천(義薄雲天)의 분으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원을 하고자  오신 분이니 반드시 계공공의 지시를 따라  호
구에서 벗어 나도록 하십시오. 누이 이(怡)친히 올림.' 음, 이  위에 우
리 목왕부의 표시도 했는데 틀림이 없군."
위소보는 편지에서 방이가 자기를 의박운천이라고 말을 하고  있으나 그
로서는 의박운천이라는 것이 어떤  뜻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
는 의리가 언제나 두터우면 두터울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박하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하늘에 올라가  없어질 정도이니 남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옛날 몇 번이고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 볼 때  확실히 의박운천이란 한 마디가 크게 좋은 말이란  것
을 알 수 있었고  또 그녀가 편지에 유일주에 대해서 사랑입네 뭐네  하
고 소름끼치는 말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서 더욱더 기쁘게  생각하고 말했
다.
"그거야 어찌 가짜일 리가 있겠소."
유일주는 물었다.
"공공, 저의 방사매는 어디 있죠?"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침대 위에 있소.)
그러나 그는 입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지금 안전한 곳에 숨어 있소. 내가 그대들을 구출한  이후 다시 
방법을 강구해서 그녀를 구해서는 그대와 만나도록 해드리리다."
유일주는 그만 눈물을 흘리며 목메인 어조로 말했다.
"공공의 커다란 은혜는 정말 언제 보답할지 모르겠군요."
그는 조금 전 위소보가  술과 밥을 먹인 후 데리고 나가서 머리를  베겠
다고 하는 말에, 본래  대담한 그였지만 갑자기 생사 고비길에 임한  자
기 자신을 발견하고는 솟아 오르는 공포의 감정을 누를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참을 수  없어 자기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
각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방이의 편지를 보고 살아 날 수  있다
는 것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기뻐서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
다."
오립신은 위기에 처해도  조금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듯 여전히  똑똑
히 알아보려는 듯 물었다.
"귀하의 존명은 어떻게 되시오? 어째서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려
고 하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아예 그대들에게 명백하게  말해 드리지. 나의 친구들은 모두 나를  나
리두 소삼자라고 하오.  당신네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소. 나는  옛
날 머리에 온통 버짐이 나서 형편없는 꼴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버짐
을 다 치료했다오. 그런데 나에게는 절친한 친구가 있소. 그는  바로 천
지회 청목당의  향주로서 이름은 위소보라고  하오. 그에게는  천지회의 
팔비원후 서천천이라는 노인이  있는데 당왕이니 계왕이니 하는  사람들
을 옹호해야 한다고 다투다가 당신네들 목왕부의 백한송을  때려 죽였다
는구려. 목씨 집안의 소공야와 백한풍이 가만 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그러나 사람이 죽은 후에는 살릴  길이 없는지라 
위소보는 나에게 그대들  세 사람을 구출해서는 목왕부에게  보상한다는 
뜻에서 돌려 준다는  것이외다. 그렇게 함으로써 쌍방의 의리를  돌보겠
다는 것이외다."
천지회와의 분규에 대해서 오립신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터라  더 의심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연신 고개를 가로 저었다가 또 고개를  끄덕
이며 말했다.
"그랬었군. 불초는 조금 전 실례되는 말을 많이 했소. 용서해 주구려."
위소보는 웃었다.
"별 말씀을 다하시오.  하지만 어떻게 궁에서 빠져나갈 것인지 좋은  방
법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외다."
유일주는 말했다.
"계공공께서 생각해 낸 방법이라면 반드시 좋은 것입니다.  우리들은 모
두 그대의 분부를 따르도록 하겠소이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무슨 생각을 해 놓은 것이 없는데.)
그와 같이 생각을 하면서 그는 오립신에게 물었다. 
"오나으리께서는 무슨 계책이라도 있으시오?"
오립신은 말했다.
"황궁 안에는 개 같은 시위들이 너무나 많아 대낮에는 뚫고  나갈 수 없
을 것이외다.  나중에 밤이 되어 그대가  방법을 강구해서 우리의  손과 
발에 묶은 끈을 끊어 준다면 우리들은 어둠을 틈타 뚫고  나가도록 하겠
소이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계책은  지극히 묘하구려. 그렇지만  틀림없는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소."
그리고 그는 대청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계책을 생각해 보았다.
오표는 말했다.
"뚫고 나가면 가장  좋고 뚫고 나가지 못한다  해도 기껏 죽기 밖에  더 
하겠소."
유일주는 말했다.
"오사형, 계공공의 생각을 방해하지 마시오."
오표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신을 잃게 하는  약이 있었으면 가장 좋겠다. 시위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면 사람의 목숨을 해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그는 바깥 쪽으로 나가서 장강년에게 말했다.
"장형, 내가 약간의 미약(迷藥)을 사용하고자 하는데 그대는  당장 나에
게 갖다 줄 수 있겠소?"
장강년은 웃으며 말했다.
"되죠, 되고  말고요. 조 둘째형에게 몽혼약이  있으니 제가 즉시  가서 
가져오도록 하죠."
위소보는 웃으면서 물었다.
"조 둘째형의 몸에  몽혼약이 있단 말이오? 그것은 어디다 쓰려고  그런 
것이오?"
장강년은 나직이 말했다.
"솔직히 공공에게 말씀드리지만 전 날 서부총관이 우리들을 시켜  한 사
람을 잡으러 갈  때 살그머니 해치워야 되며 떠들어서는 안된다고  했습
니다. 그러데  그 사람은 무공이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들이 칼과  창을 
쓰게 된다면 쓸데없는 사람들만 많이 다치게 할뿐 그를 사로잡을  수 없
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래서 조 둘째형은 약간의 몽혼약을  가져와서는 
수작을 부렸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햇다.
(너희들은 상대방을 이기지 못하니까 잔꾀를 쓴 것이로구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며서 물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오?"
장강년은 웃으며 말했다.
"즉시 사로잡아 오게 되었죠."
위소보는 서동이 그들에게  시킨 일이라는 말을 듣고 좀더 호기심이  끓
어올라 다시 물었다.
"잡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오? 그리고 무슨 일을 저질렀소?"
장강년은 말했다.
"바로 종인부(宗人府)의  상홍기(상紅旗)통령인 화찰박(和察博)인데  태
후에게 죄를 지었다는군요.  서부총관은 그를 잡은 다음에 그를  다그쳐
서 한 권의 경서를 내 놓으라고 했지요. 그리고 나중에  그의 입과 코에 
상피지(桑皮紙)를 붙여서는 산 채로 숨을 못 쉬어 죽게 만들었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그 늙은 갈보는 또 그 사십 이 장경을 노리고 한  짓이었구나. 서
동이 그 경서를 손에  넣은 후 어째서 늙은 갈보에게 즉시 바치지  않고 
자기의 몸에 숨겨  놓고 있었을까? 이것이야말로 자기 스스로  가로채겠
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볼  때 서동이 결코 그 경서를 가로챌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늙은 갈보는 서동을 만나자마자 경서에 관한 일을 물어  볼 사
이도 없이 즉시 나에게  보내서는 나를 죽이려고 했다. 서동은 먼저  나
를 죽인 이후 경서를 바치겠다고 작정한 것이  그야말로 장판파(長板坡)
라는 창극 대목 가운데 하후라고 하는 멀쑥하게 생긴 자가  먼저 목숨을 
잃게 되고 다시 보검을 선물하게 된 꼴과 마찬가지로구나.  따라서 나는 
그야말로 일곱 번 나갔다가 일곱 번 벗어난 상산 조자룡이가  되지 않느
냐?)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물었다.
"그것은 어떤 경서인데 그토록 중요시한단 말이오?"
장강년은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제 몽혼약을 가지러 가죠."
위소보는 말했다.
"그럼, 수고스럽지만 다시  전갈을 해주시오. 주방에 두 탁자의  주석을 
차리도록 하라고 이르시오. 이것은 내가 여러 형들에게 한턱  내는 것이
외다."
장강년은 기뻐서 말했다.
"공공께서는 또 저희들에게 술을 내리시는군요. 그저 공공을  받들면 먹
고 마시는 것은 한평생 모자랄까 걱정할 필요가 없구만요."
얼마 되지 않아 장강년은 몽혼약을 가져왔는데 꽤 봉지가 큰것이  반 근 
남짓해 보였다. 그는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이 한 봉지의 약이라면 수백 명의 사람들은 충분히 정신을  잃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한 사람이라면 손톱만큼 찍어서  찻물이
나 술에 타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뭇시위들에게 탁자와  의자를 옮겨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라고 
분부한 이후 계공공이 술을 내린다는 사실을 알렸다.
뭇시위들은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연회석을 차렸다.
위소보는 말했다.
"주석을 범인들이 있는  대청에다 차리도록 하시구려. 우리들이  스스로 
즐거워하는 꼴을 그 빌어먹을 세 자객들이 보고 두 눈이  벌개져서는 침
을 질질 흘리도록 만들어 봅시다."
술자리가 갖추어지자 주방의 집사인 태감이 소태감과  소랍(蘇拉;청나라 
궁중에서 허드렛 일을  하는 잡부인데 만주어로는 소랍이라고 함)을  데
리고 찬합을  든 채 달려와서는 음식과  술주전자 등을 탁자 위에  차려 
놓았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너희 세 반역도들은 대역무도한 짓을 하고서도 죽을 마당에  여전히 뻣
뻣하게 구니  이제 우리 나리들이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꼴을  한번 
보도록 해라. 만약 먹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면 개짖는 소리를  흉내
내어 한번 부르짖게  된다면 이 나리께서 그대들에게 고기 한  덩어리를 
하사하도록 하지."
뭇시위들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오립신은 욕을 했다.
"개 같은 시위, 못난  태감들, 우리 평서왕 나리께서는 곧 운남에서  군
사를 일으켜 북경으로 쳐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  태감과 시
위들을 모조리 잡아서는 냇물에 던져 자라의 밥이 되도록 만들어  줄 것
이다."
위소보는 오른손을  품속에 집어넣어 손으로  반 웅큼의 몽혼약을  집었
다. 그리고 왼손으로  술주전자를 들고 오립신의 앞으로 가져가서는  술
주전자를 높이 쳐들고는 웃으면서 물었다.
"이 반역도야, 너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느냐?"
오립신은 그의 뜻을 알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먹어도 좋고 안 먹어도 좋다. 평서왕의 대군사가 도달하게 되면  너 소
태감 역시 목숨을 부지할 길은 없을 것이다."
위소보는 냉소했다.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을걸?"
그리고 그는 술주전자를 높이 쳐들고 고래를 젖힌 채 술을  공중에서 아
래로 따랐고 그는 입을 벌린채 그 술을 받아마신 후 칭찬의 말을 했다.
"맛좋은 술이군."
그리고 그는 왼손을  수평으로 가슴 앞에 넣고 식지를 사용하여  주전자
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오른손의 몽혼약을 모조리 주전자  안에 넣고
는 뚜껑을 닫고  왼손으로 술주전자를 들고서 끊임없이 흔들어 대며  웃
었다.
"이 못난  반역도야,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구나."
그가 몽혼약을 타게  되었을 때 몸으로 술주전자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
에 오립신 한 사람  이외는 그 누구도 그의 수작을 볼 수 없었다.  그리
고 술주전자를 흔들어 대자 몽혼약은 술과 모조리 혼합이 되었다.
오립신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대뜸 깨닫는 바가 있어  암암리에 기
뻐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사내 대장부라면  죽었으면 죽었지 빌붙는  말을 하지 않는다.  빌붙는 
말을 한다면 그야말로 호걸이라  할 수 없다. 너의 그 한주전자의  술을 
통쾌하게 나에게 먹여다오."
위소보는 웃었다.
"네가 술을 마시고자 한다면 나는 일부러 너에게 술을 주지  않겠다. 하
하하하!"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자리로 되돌아와 뭇시위들에게 한 잔씩  가득 술
을 따라 주었다.
장강년 등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서는 말했다.
"감당할 수 없소이다. 어찌 공공께서 직접 술을 따르십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모두들 형제와 다름없는데 겸손할 것 없소이다."
그리고 그는 술잔을 들고 말했다.
"자자, 듭시다."
뭇시위들이 막 술을 마시려고  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그 누가 큰  소리
로 부르짖었다.
"태후께서 소계자를 부르시오. 소계자가 이곳에 있소?"
위소보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곳에 있소."
그리고 술잔을 놓고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갈보가 또 왜 나를 찾는 걸까?)
그리고 그는 나갔다. 그러고  보니 세 명의 태감이 서 있는데  우두머리 
격인 한 사람은 배를  쑥 내밀고 있는 것이 그 기세가 퍽이나  비우호적
이었다.
위소보는 즉시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소신 소계자 성지를 받들겠읍니다."
그 태감은 말했다.
"황태후께서는 요긴한 일이 있으니 그대에게 즉시  자녕궁으로 달려오라
고 분부시오."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네."
그리고 몸을 일으키면서는 생각했다.
(몽혼약을 탄 술을 이미 따랐으니 내가 떠나자마자 시위들은  자연 술을 
마시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하지
만 자녕궁은 절대 갈 수가 없다. 자녕궁이 어디 여춘원이던가?  늙은 갈
보가 사람을 보내 돈 많은 부자를 초청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때 그는 곁에  많은 시위들이 있었기 때문에 속으로 조금도  당황하거
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웃으면서 물었다.
"공공의 존성은 어떻게 되시오? 예전에 우리는 대면한 적이 없소?"
그 태감은 싸늘히 코웃음치고 말했다.
"흥, 나는 동금괴(董金魁)라고 하오. 빨리 갑시다. 태후가  기다리고 계
시오. 벌써 반 나절 동안이나 그대를 찾았소."
위소보는 대뜸 그의 손목을 잡고는 말했다.
"동공공, 빨리 들어와 재미있는 일을 한 가지 구경하시오."
그리고 그를 끌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동금괴는 재미있는 일이란  말에 안쪽 대청으로 따라서 들어갔다.  그리
고 풍성한 음식상이 두곳이나 마련돼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잘한다. 당신네들은 정말  복을 누릴 줄 아는군. 소계자, 태후께서  그
대에게 주방을  관리하도록 맡겼는데 그대는  공사를 사사로운 일인  양 
태후와 황상의 은자를 함부로 쓰는군."
위소보는 웃었다.
"여러 시위  형제들이 도적을 잡는데  공을 세웠소. 그래서  황상께서는 
이 몸에게 명하여 뭇시위 형제들에게 술을 내리도록  한것이오. 자자자, 
동공공, 그리고 또 세 분 공공, 모두 앉아서 술을 마십시다."
동금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마시지 않겠소.  태후께서 그대를 부르는데 빨리 가지 않고  무엇
을 하시오?"
위소보는 웃으면서 말했다.
"시위 대인들은 모두 친구지간이라  할 수 있는데 그대가 술도 함께  마
시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너무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오."
동금괴는 말했다.
"나는 술을 마실 줄 모르오."
위소보는 장강년에게 눈짓을 했다.
"장형, 이 동공공께서는  거드름을 피우시는구려. 우리와 같이 술을  마
시려 하지 않는데!"
장강년은 한 잔의 술을 들고서 동금괴의 손에 쥐어 주고  웃으면서 말했
다.
"동공공, 모두 한 잔 하는데 바빠서야 되겠읍니까? 내키지  않더라도 한 
잔 하셔야죠."
동금괴는 어찌 할 수 없어서 그 술잔을 받아 술을  비었다. 위소보는 말
했다.
"자, 모두들 우리 함께 건배합시다."
그리고 네 개의 빈잔에 술을 가득 따라 웠다.
시위들은 일제히 술잔을 들고  마셨다. 위소보는 술잔을 들 때 왼쪽  소
매자락으로 술잔을 가리도록  했다. 그리고는 술잔을 기울여서 한  잔의 
몽혼약을 탄 술을 소매자락 안으로 쏟았다.
그는 혹시 한잔의 술로서는 약기운이 부족할까봐 다시  사람들에게 술을 
따랐다. 한 명의 시위가 술주전자를 받아서는 말했다.
"제가 따르죠."
동금괴는 눈살을 지푸렸다.
"계공공, 우리들은 태후께서 부르신다는 전갈을 받기만 하면  즉시 달려
가곤 했소. 그대가 이토록 술만 마시고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크게 불경
한 노릇이 아니겠소?"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이 가운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소이다. 자자자, 모두들 술잔을  비운
다면 내 이야기를 해 드리리다."
장강년은 술잔을 들고 말했다.
"동공공, 드시죠?"
동금괴는 말했다.
"나는 술 마실 여유가 없소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몸을 흔들었다.
위소보는 동금괴의  뱃속에 든 몽혼약이  이제 퍼지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갑자기 그는 허리를 구부리고 부르짖었다.
"어이쿠, 배가 아프다."
뭇시위들은 모두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러자  그 
누가 부르짖었다.
"아니 이 술이 뭐가 잘못 되었다."
위소보는 큰 소리로 노해 부르짖었다.
"동공공, 그대는 태후의  명을 받고 우리들에게 독주를 내린 것이  아니
오? 그대는 어째서 술에 독을 탔소?"
동금괴는 깜짝 놀라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소이까?"
위소보는 말했다.
"당신은 매우 악랄한  수단을 써서 감히 술에다 독을 타다니.....  여러 
형제들, 모두 그를 해치웁시다."
뭇시위들은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뭐가 어떻게  될 것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이때 쿵 하는 소리가 두 번  나
면서 두 명의 태감이 먼저 약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곧이어 동금괴, 장강년 등 뭇시위와 나머지 한 명의  태감마저도 차례로 
쓰러지게 되었고,  그들이 쓰러지는 바람에  탁자가 뒤집어지고  의자가 
나자빠져 그야말로 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위소보는 앞으로 나가  동금
괴의 몸에다 발길질을 했다. 동금괴는 손과 발을 미미하게  움직였을 뿐 
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먼저 달려가 대청의 문을 닫고는 비수를  뽑아서 
동금괴와 세 명의 태감의 가슴팍에다 각기 일검씩을 찔렀다.
유일주는 아!  하며 크게 놀라워하며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위소보는 
다시 비수로 오립신,  유일주, 오표의 손발을 묶어 놓은 우근을  모조리 
짤라 버렸다.
이 비수는 그야말로  무쇠를 무우 자르듯 하는지라 우근은 마치  국수가
락처럼 잘려 나갔다.
오립신 등  세 사람의 무공은 약한  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오립신은 
대단한 편이었다. 세 사람이 고문을 당하긴 했지만 모두  살갗에 상처를 
입는 데 불과했고 근골을 다치지는 않았었다.
유일주는 물었다.
"계공공, 우리.... 우리는 어떻게 도망을 치죠?"
위소보는 말했다.
"오나리, 오사형, 그대 두  분은 몸매가 비슷한 시위를 찾아 내서는  그
들의 옷과 바꾸어 입도록 하시오. 그리고 유사형은 수염이  없으니까 태
감으로 가장을 해야 할  것이외다. 그러니 저 동가의 옷을 벗겨  입도록 
하시구려."
유일주는 말했다.
"나도 시위로 가장합시다."
위소보는 말했다.
"안 되오. 그대는 태감으로 가장해야 하오."
유일주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즉시 옷차
림을 바꾸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들은 나를 따라 오시오. 그 누가 그대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
으면 그저 벙어리인 것처럼 대답하지 않도록 하시오."
그리고 그는 품속에서  화시분을 꺼냈다. 그리고 동금괴의 시체를  대청 
한 모퉁이로 옮기고서  비수로 그의 윗몸과 아랫몸 곳곳에다가 몇  곳을 
비수로 찔러 구멍을 냈다. 그리고는 그 구멍마다 약간의  약가루를 뿌려 
시체가 더  빠른 속도로 녹아 버리도록  만들었다. 그런 연후에야  그는 
대청문을 열고서 세 사람을 이끌고 나갔다.
시위의 방에서  나서자 방문을 닫고서는  곧장 황궁의 주방으로  달려갔
다.

 주방은 건청궁의 동쪽에 위치해 있어서 시위의 방과는 무척  가까운 거
리라 삽시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니 전노본이  이미 공손하게 
서서 기다리고 있는 참이었고 수하인 몇 명의 사내들은  깨끗하게 씻은, 
털을 모조리 뽑아낸 커다란 돼지를 두 마리를 떠메고 한쪽에 있었다.
위소보는 즉시 안색을 굳히며 호통을 내질렀다.
"전형, 이거야말로 너무 말이  되지 않는군. 나는 그대에게 몇 마리  좋
은 돼지를 골라서 가져오도록 했는데 이토록 삐쩍 마르고 이미  열 일곱 
여덟 번이나 새끼를  낳은 늙은 암퇘지를 가지고와 얼렁뚱땅 넘기려  하
다니, 당신... 당신은....  빌어먹을, 이 밥그릇으로 아직도 밥을  먹겠
다는 수작이오, 아니오?"
그가 한  마디 꾸짖을 때마다  전노본은 황송하다는듯 허리를  구부리고 
대답하였다.
"네."
집안의 뭇태감들은 전노본이  떠메고 온 돼지가 실로 통통하고 살찐  큰 
돼지인 것을 보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가지고 온 물건을  적절하지 
못하다고 일부러 깎아내리는  일은 본래 주방의 집사 태감이 뇌물을  달
라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소, 양,  닭, 오리 
등 최고의 상품을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집사인 태감의 입에서는  거러
지에게 주어도 먹지  않을 정도로 가치없는 물건으로 전락시켜 버릴  수
가 있었다. 그러나 거기다가  한 봉지의 은자를 더 걸기만 하면  아무리 
값어치 없는 물건도 그만 황제나 황후의 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진품으
로 변하는 것이었다. 뭇  태감들은 위소보가 그와 같이 말하는 것을  듣
고는 속으로 환히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덩달아 호통을 내질렀다.
"가지고 가. 두 마리 냄새나는 썩은 돼지는 채소밭에 던져  비료밖에 삼
을 수 없다구."
위소보는 더욱더 화가  난다는 듯 손을 휘두르며 오립신 등  세사람에게 
말했다.
"두 분 시위 형과  또 이분 공공께서는 이 녀석을 압송해서  궁문밖으로 
내쫓도록 하시오. 그리고 다시는 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시오."
전노본은 위소보가 무슨  뜻으로 이러는지 잘 몰라 울상을 짓고는  말했
다.
"공공, 이번만은 용서해 주십시오. 소.... 소인이 돌아가 더욱  크고 통
통한 살코기 돼지를  가져 오겠습니다. 그리고 달리 약소하나마  예물을 
갖추어 여러 공공들에게 인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은.... 이번에
는 공공께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통통한 돼지를 필요로  할 때 자연히 사람을 시켜 당신을  부르겠
소. 빨리 가시오, 빨리 가!"
전노본은 허리를 굽혔다.
"네, 네"
주방의 뭇태감들은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예물을 바쳐 받들어  모신다느데야 계공공이 너를 내쫓지는 않을  것이
다)
오립신과 유일주, 오표 등  세 사람은 전노본의 등 뒤에서 반쯤  밀듯이 
끌듯 하면서 그를 주방에서 데리고 나갔다.
위소보는 그들의 뒤를  따라서 낭하로 나서게 되자 사방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직이 말했다.
"전노형, 이 세 분은 목왕부의 영웅들이십니다. 첫째 분은  바로 명성이 
쟁쟁한 요두사자 오나리외다."
전노본은 아! 하더니 기뻐서 말했다.
"익히 명성을 들었습니다. 불초가 미처 인사를 드리지 못한 점  세 분은 
너무 탓하지 마십시오."
오립신은 그가 위소보의  동료인 것을 알게 되자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몸이 위험한 곳에 있으니 마땅히 그렇게 할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전노형, 그대는  귀회의 위향주에게 나리두  소삼자가 그를 도와  일을 
처리했다고 전해 주시오. 그리고  그대는 이 세 분 친구들을 데리고  목
소공야와 유영감님을 뵙도록 하시오.  이 세 분 친구가 떠나고 나면  궁
안에서는 즉시 자객을  잡으라는 명령이 떨어질 것이니 그대는 다시  궁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시오."
전노본은 말했다.
"예, 예 폐회의 아래위 사람들 모두 공공의 큰 은덕을  고마워할 것입니
다."
오립신은 물었다.
"이분의 전 친구는 천지회의 사람이오?"
전노본은 말했다.
"바로 그렇소이다."
다섯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신무문 앞으로 다가갔다. 궁문을  지키고 있
던 시위들은 위소보인 것을 보자 모두 공손하게 물었다.
"계공공, 안녕하십니까?"
위소보는 답례했다.
"모두들 안녕하시오."
이들 시위들은 오립신 등 세 사람의 얼굴이 낯선 것을  발견했으나 위소
보가 오립신의 오른팔을 팔짱을 끼듯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그 누구
도 한 마디 묻지를 못했다.
다섯 사람은 신무문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다시 수십 걸음을  옮겨 놓게 
되었다.이때 위소보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불초는 궁으로 되돌아  가겠소이다. 다음에 다시 만나도록 하지요.  모
두들 예의를 차릴 것은 없소이다."
오립신은 말했다.
"목숨을 구해 준  은혜 감히 보답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소이다.  이후 
천지회에서 어떤 일에 필요하다면  이 오모 사도는 끓는 물속, 타는  불
길 속이라도 마다하지 않겠소이다."
위소보는 인사치레의 말을 했다.
"그거야 감당할 수 없는 일이외다."
이때 유일주는 한 걸음 앞쪽에 서서는 고개를 돌리고  뒤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오립신이  재빨리 걸음을 옮겨 놓지  않는 데 대해서 탓하는  것 
같았다. 이곳은 궁문과  멀지 않은 곳이라 아직 위험에서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위소보는 빙그레 웃고는  신무문 안으로 되돌아 오며 문을 지키는  시위
에게 말했다. 
"그 공공은 황태후의 심복이외다. 태후의 분부를 받들어  나에게 명하여 
친히 그 사람들을  궁밖으로 모시고 나가도록 하라는 것이었소이다.  제
기랄, 그러니 어떤 내력을 지닌 사람인지 알 수가 있나."
문을 지키던 시위는 말했다.
"굉장한 거드름이군요. 어찌 계공공께서 친히 수고를 하시게  한단 말입
니까? 혹시 친왕이나 패륵이 아닙니까?"
다른 한 명의 시위가 말했다.
"설사 친왕이나 패륵이라 하더라도 계공공께서 친히 전송을 해야  할 필
요는 없지."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후께서 시키는 일은  그야말로 아리송하기만 하오. 나는  마음속으로 
여간 의심을 품지 않았으나 그 태감이 태후의 친필로 내린  성지를 가지
고 있으니 우리 신하들로서야 감히 받들어 행하지 않을 수 있겠소?"
몇 명의 시위들은 말했다.
"그렇죠. 그렇죠. 그거야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이죠."

 위소보는 시위의 방으로  되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뭇사람들은  여전히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혼수상태에 놓여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즉시 한  대야의 냉수를 떠서는 장강년의  머리 위에 쏟았다.  장강년은 
천천히 정신을 차리더니 미소했다.
"계공공, 내가 어째서 이토록 쉽게 취하고 말았죠?"
그리고 매우  겸연쩍은 듯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대청에 벌어져  있는 
광경을 보더니 깜짝 놀라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그들 자객들은.... 이미 떠났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가 그 동가라는 태감을 보내서 몽혼약을 타 우리들로  하여금 정신
을 잃고 쓰러지게 한 이후 세 명의 자객을 구해 갔소이다."
그 몽혼약은 분명히 장강년이 친히 위소보에게 건네어 준  것이다. 그런
데 위소보가 그와 같은 말을 하니 장강년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
었다. 그러나 약 기운에 아직도 정신이 흐릿한 상태이고  머리가 뒤숭숭 
할뿐인지라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를 몰랐다.
위소보는 물었다.
"장형, 다총관은  그대에게 몰래 자객들을  풀어 주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소?"
장강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총관께서는 황상의 밀지를 받아 자객을 풀어 줌으로써 이번  일의 주
모자 격인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알아내겠다고 했습니다."
위소보는 웃었다.
"그렇지요. 그러나 궁안에서 자객을 놓치게 된다면 지키기로  책임을 진 
사람에게 죄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장강년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거야.... 그거야 물론  죄가 있죠. 하지만.... 하지만 이번 일은  다
총관께서 분부를 하신  것이고 우리 아랫 사람들이야 명을 받들어  일을 
행한 것밖에 없죠."
위소보는 다시 물었다.
"다총관께서는 친히 명령문을 써서 당신에게 주었소?"
장강년은 더욱더 놀라서 말했다.
"아.... 아니오. 그는  친히 말했지요. 뭐... 친히 쓴 명령서는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총관께서는 황상의 성지를  받들어 일을  처리하는 
것이라고만 말하셨죠."
위소보는 물었다.
"다총관께서는 황상께서 친필로 쓰신 성지를 장형에게 보여 줍디까?"
장강년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아니오. 아니오.  설마.... 설마하니 다총관의  말이 거짓이란  말인가
요?"
그리고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이빨을 딱딱 마주치는  소리가 옆에
서 듣기에 안스러울 정도로 들려왔다.
위소보는 말했다.
"가짜일 리는 없소.  그러나 다총관께서 인정을 하지 않고 사실을  따지
고 들게 되었을 때  장형에게 모든 것을 미루게 된다면 좋지 못한  일이 
아니겠소? 장형, 황상께선 어째서 자객을 풀어 주라고 하셨소?"
장강년은 말했다.
"다총관의 말에 의하면 그  세 명의 자객을 미끼로 배후 주모자되는  사
람들을 끌어내겠다는 것이죠."
위소보는 말했다.
"일은 확실히 그렇소. 하지만 궁중에서는 자객을 놓아  보냈다는 사실을 
만약 따지지 않고  넘기게 된다면 자객들마저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
오. 따라서 배후  주모자가 되는 사람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오. 어쩌면 황상께서는 몇 사람을 죽여 소문을 내  자객들로 하여금 
의심을 하지 않도록 하려는지도 모르겠소."
이 몇마디의 말은  위소보가 황제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것은  아니었
다. 강희는 확실히 그에게 몇 명의 시위들을 죽여  석방당하는 자객들의 
믿음을 굳건히 하도록 명하지 않았던가. 
장강년은 놀람과 당황함에 두 무릎을 꿇고 부르짖었다.
"공공,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그리고는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위소보는 말했다.
"장형, 인사를 차릴 것은 없소이다."
그리고 그는 손을 뻗쳐 그를 부축해 일으키며 웃었다.
"지금 눈앞에는 책임을 질  만한 친구가 있소. 우리는 저 네 명의  태감
에게 미루도록 합시다.  그들이 몽혼약을 타서 뭇사람들의 정신을  잃게 
하고 자객을 놓아  주었다고 한다면 그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 
아니겠소. 황상께서는 네 명의 태감이 태후가 보낸 것이라는  말을 듣고
는 자연  따지지 않게 될 것이오.  황상께서도 정말로 그대를  죽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책임질 사람을 나서게 함으로써 석방한  자객들
을 얼버무리려고  할 것이외다. 따라서  황상께서는 십중팔구  그대에게 
큰 상을 내리실 것이외다."
장강년은 크게 기뻐하며 부르짖었다.
"묘책입니다. 묘책입니다. 공공께서  목숨을 구해 준 은혜에 정말  감사
드립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햇다.
(이번 일에 있어서 나는 그대의 목숨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전 그대
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일검으로 그대를 죽이지  않
은 것은 그야말로 손에  사정을 둔 것이다. 황상께서는 나에게 몇  명의 
시위를 죽이라고 친히 분부하셨단 말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말했다.
"자, 이제  우리들은 빨리 뭇형제들을 깨우도록  합시다. 그리고 둘  다 
네 명의 태감이 자객을 놓아 주었다고 말하도록 합시다."
장강년은 대답했다.
"예, 예."
그러나 그는 위소보의  말대로 한다면 정말 책임에서 벗아날 수  있을지 
아직도 알 수가 없는지라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고 또 정신이  제대로 집
중되지 않았으며 손과 발에  힘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애써 기운을  차
려서는 냉수를 떠와 뭇시위들을 일일이 깨어나도록 만들었다.
뭇사람들은 태감 동금괴가  자기네들의 정신을 잃게 하고 세 명의  태감
을 죽인 후 세 명의 자객을 구해 갔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다  목청껏 욕
을 해 댔다.
그리고 모두들 속으로 의심을 품었다.
(태후께서는 어찌하여 자객을  놓아 보낸 것일까? 혹시 그들 자객은  태
후께서 불러들인 것이 아닐까?)
그러나 태후에게 관계되는 일인지라 모두들 속으로만 생각했지  그 누구
도 감히 입밖으로 그와  같은 말을 내뱉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때  동금
괴의 시체와 옷은 모조리 녹아 없어지고 만 상태라 모두들  그가 자객을 
데리고 궁에서 도망친 줄로만 여기게 되었다.

 위소보가 자기의  거처로 돌아와 안방으로  들어가자 목검병은  재빨리 
물었다.
"계 오라버니, 무슨 좋은 소식이 있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계 오라버니에게  좋은 소식은 없지만  훌륭한 오라버니에게는  약간의 
좋은 소식이 있지."
목검병은 미소했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7. 마누라가 누나로 변하다.

"그 소식에 대해서  나는 조금도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달
리 초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그대를 훌륭한  오라버니라고 부르겠
어요."
방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나직이 말했다.
"착한 형제, 그대는 나보다 나이가 적으니 내가 그대를 착한  형제라 불
러도 되지 않겠어요?"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훌륭한 마누라가 훌륭한  누이로 변하게 되었고 눈깜짝할 사이에  늙은 
암탉이 오리로 변했군. 되었소. 그들은 구출해서 내보냈소이다."
방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대는...... 우리 유사형이 이미 구원을 받았단 말이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대장부의 일언은 한번 쏟아내게 되면 무슨 말이든 뒤쫓아잡을  수가 없
다고 하지 않았소.  내가 그대에게 구출하겠다고 응낙했으니 물론  구출
을 했지."
방이는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구했죠?"
위소보는 웃었다.
"그거야 물론 묘책이  있지. 다음에 그대가 그대의 사형을 만나게  되었
을 때 그가 그대에게 자연 들려 줄 것이오."
방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고 천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
다.
"천지신명이여 감사합니다. 그야말로 보살께서 보살피셨구나."
위소보는 방이가 이토록  마음 깊숙한 곳까지 기뻐하는 양을 보고  속으
로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나직이 코웃음치고 더 말하지 않았다.
목검병은 말했다.
"사저, 천지신명과 보살에게  감사할 줄 알면서 어째서 그대의 착한  형
제에게는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지 않죠?"
방이는 말했다.
"착한 형제의 커다란 은덕은  한 마디 고맙다는 말로 보답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어요?"
위소보는 그녀의 그와 같은 말을 듣고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말했다.
"그렇다고 뭐 보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오."
방이는 말했다.
"착한 형제, 유사형은 무슨 말을 하지 않았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별 말은 없었소. 그는 그저 나에게 자기를 구출해 달라고만 했소."
방이는 음 하더니 다시 물었다.
"그가 우리들에 대해서 묻지 않았나요?"
위소보는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아니오. 내가 그에게 그대가  안전한 곳에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얼
마 후에 나는 그대를 만날 수 있도록 보내 주겠다고 말했소."
방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갑자기 그녀의 두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목검병은 물었다.
"사저, 왜 또 울죠?"
방이는 목메인 어조로 말을 했다.
"나는...... 나는 마음속으로 여간 기쁘지 않아."
위소보는 생각했다.
(제기럴, 너는 유일주라는 멀쑥하게 생긴 녀석을 위해  그토록 기뻐하다
니, 저 꼬락서니를  나로서는 눈꼴이 시어서 못 보겠다. 소현자는  나에
게 자객들의 주모자가  누군지 조사해 보라고 했으니까 나는 한번  나가 
돌아보는 척하고는 돌아와 보고를 해야겠지.)
그리하여 그는 즉시 궁에서 빠져나가 발길 닿는 대로 천교  일대를 거닐
게 되었다.

북경의 천교 부근은 모두가 잡화를 팔거나 요술을 부르닌 등  강호의 잡
다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기도 했다. 위소보가 그  잡상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이십여 명의 포졸들이 벌떼처럼 달려 들었다.
두 명의 포도 군관들이 선두를 서고 있었는데 손에는 쇠사슬을  들고 있
었고 그 쇠사슬 끝에는 다섯 명의 옷차림이 남루한 장사치들이  묶여 있
었다. 그리고 포졸들 손에는 칠팔개의 밀대로 얽어서 만든  짚단이 들려 
있었고 그  짚단에는 빙당호로가 잔뜩 꽂혀  있었다. 아마도 다섯  명의 
장사치는 모두가 빙당호로를 파는 치들인 모양이었다.
위소보는 마음속으로 짚히는 바가 있어서 옆으로 슬쩍  물러나서 바라보
았다. 그러고 보니  포졸들은 다섯 명의 장사치들을 잡아끌면서  저쪽으
로 사라졌다.
그러자 사람들 가운데서 한 늙은이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요즘 세상에는 빙당호로를 파는 것까지도 큰 죄를 짓는 것이로구나."
위소보는 정히 질문을  던지려고 했을 때 갑자기 기침하는 소리가  들리
면서 한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이 들렸다.  그 사람은 꾸부정한  허리에 
옆 머리가 허옇게 센, 바로 팔비원후 서처천이 아닌가.
그는 위소보에게 눈짓을 하더니 몸을 돌리고 걸어갔다. 위소보는  그 뒤
를 따랐다.
조용한 곳에 이르자 서천천은 입을 열었다.
"위향주, 정말 기쁜 일이외다."
위소보는 빙그레 웃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오립신 그들을 구출해 낸 일을 벌써 알고 있었구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말했다.
"그것은 별 것 아니외다."
서천천은 눈을 크게 떴다.
"별 것 아니라니요? 총타주께서 오셨소."
위소보는 깜짝 놀라 물었다.
"우리...... 사부님께서 오셨단 말씀입니까?"
서천천은 말했다.
"바로 그렇소이다. 어젯밤에 도착했소이다. 그리고 나에게  방법을 강구
해서 위향주에게 통지하여  즉시 그 어르신과 만나도록 해 달라는  분부
를 내리셨소."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네."
그는 사부님과 헤어진 지 이미 반 년이 넘었는데도 무공은  조금도 연마
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부님께서 보시면 즉시 자기에게 무공의  진도를 
따지게 될 것이고  자기로서는 그야말로 허연 백지를 내밀게 될  판이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변명삼아 말했다.
"황제께서 나에게  일을 시켰기 때문에  잠시 나왔소이다. 그러니  즉시 
돌아가 보고를 해야 하오.  내가 일이 끝나는 대로 다시 사부님을  찾아
뵙겠다고 전해 주시오."
서천천은 말했다.
"총타주께서 분부하셨소. 그 어른신네는 북경에서 오래 지체할  수 없으
니 아무쪼록 위향주는  어떠한 방법을 쓰더라도 즉시 그 어르신을  만나
도록 하시라고 했소."
위소보는 이제 더 변명을  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체면
불구하고 서천천을 따라 천지회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향했다.
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진작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이 며칠 동안 궁안에서 나오지 말것을  그랬
구나. 사부님께서는  결코 궁안으로 달려들어와  나를 잡아가지는  못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골목길로 들어서기도 전에 천지회의 형제들이 거리  양쪽과 골목 
입구 등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총타주를 위해  경계를 
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문마다  지키는 사
람이 눈에 띄었다.
후청에 이르게 되었을 때 진근남은 한복판에 앉아서는  이역세, 관안기, 
번강, 현정도인, 기표청 등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위소보는 앞으로 달려나가 땅바닥에 엎드려 부르짖었다.
"사부님, 어르신께서 오셨군요. 이 제자는 정말 보고 싶었읍니다."
진근남은 웃었다.
"좋아, 좋아, 너는 정말 착하다. 모두들 너를 칭찬하더구나."
위소보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사부의 안색이 무척  부드러워 마
음을 푹 놓으면서 다시 인사말을 했다.
"사부님께서는 그 동안 안녕하셨읍니까?"
진근남은 미소를 띄었다.
"나는 잘  있었다. 헌데 너의 무공연마는  어찌 되었는냐? 어떤  부분에 
있어서 모르는 점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위소보는 사부가 자기의  무공을 시험해 보려 하면 무슨 말로든지  얼버
무리려고 했으나 사부님이  매우 똑똑한지라 좀처럼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읍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부님이  오시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부님에게 가르침을 받게 되었읍니다."
진근남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번에 나는 너를  위해서 며칠 더 묵도록 하겠다. 그리고  너를 
좀더 지도하겠다."
바로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때 문을 지키던 한 명의  형제가 
총총히 달려들어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총타주에게 알립니다. 방문  온 사람들이 있읍니다. 그 사람들은  운남 
목왕부의 목검성과 유대홍이라 했읍니다."
진근남은 크게 기뻐하며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우리 빨리 나가서 영접하세."
위소보는 말했다.
"제자는 옷차림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과 만나는 것이  불편합니
다."
진근남은 말했다.
"그렇구나. 너는 뒤에서 나를 기다리도록 해라."
천지회의 일행들이 나가서  손님을 맞게 되자 위소보는 대청 뒤로  돌아
가서 의자를 가져와 앉아서 기다렸다.
얼마 되지 않아 유대홍의 시원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불초는 한평생 한 가지 소원이 있었소. 그것은  천하에서 명성
이 자자한 진총타주를 한번 만나 뵙는 것이었소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
게 소원을 풀게 되었으니 정말 기쁘기 짝이 없구려."
진근남은 말했다.
"유노영웅께서 그토록 어여삐 보시니 불초로서는 정말  부끄럽기만 합니
다."
뭇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대청 안으로  들어와 주인과 손님으로  나뉘어 
앉았다.
목검성은 물었다.
"귀회의 위향주는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까? 불초는 그에게  친히 사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위향주의 큰 은덕은 저희들 아래 위 할  것 없이 모두 
고맙게 생각하고 있읍니다."
진근남은 아직도 어떤 까닭인지 몰라 이상하게 여기고 물었다.
"위소보는 나이 어린  소년에 불과한데 소공야께서 그토록 겸손해  하시
니 어린 소년을 너무 추켜올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불초 사도와 이  유사질의 목숨은 모두 위향주가 구한 것입니다.  위향
주의 의리는 그야말로 구름을 찌를 듯했읍니다. 불초는 또한  귀회의 전
협사에게 귀회에서 어떤 일이 필요할 때는 이 오가 사도는  언제라도 명
을 받들겠다고 약속했읍니다."
말하는 사람은 바로 요두사자 오립신이었다.
진근남은 사연을 모르는지라 물었다.
"전형제,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전노본은 본래  오립신 등 세 사람과  함께 목검성의 거처로 가게  되었
다. 그런데 가는  즉시 붙잡혀서는 술과 음식으로 환대를 받게  되었다. 
그런 연후 목검성과 유대홍이 친히 뭇사람들을 이끌고  전노본에게 천지
회에 가서 사의를 표해야겠으니 길을 안내해 달라고 청했다.  그런데 뜻
밖에도 총타주가 와 있을 줄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때 진근남이 묻는 것을 듣자 간단히 경과를 이야기했다.  즉 위향주의 
절친한 친구가 청나라에서 태감노릇을 하고 있는데 위향주의  부탁을 받
고서는 위험을 돌보지 않고  그곳에 잡혀 있던 오립신 등 세 사람을  구
출해 냈다는 내용이었다.
진근남은 그 이야기를 듣고 위향주의 절친한 친구 운운 하는  것이 바로 
위소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속으로 무척 기뻐서는 웃으며 말했다.
"소공야, 유노영웅, 그리고  오형, 세 분은 너무나 겸손하십니다.  폐회
와 목왕부는 그야말로 한 집안 사람과 다름없지 않습니까?  한편의 사람
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  손을 써서 도운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무슨  은
혜이며 보답을 한다는 말씀을 하십니까? 그 위소보는 바로  불초의 어린 
제자로서 나이가 어려 철이 없는 형편입니다. 다만 의리만은  꽤나 중시
하는 편이죠."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소보가 청나라 황궁 안에 잠입해 있는 것은 본래 매우  은밀한 일이다. 
그리고 그저 그가  궁안의 중요한 기밀을 탐지해 내서는 반청복명의  대
업에 도움이 되어 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그와 같은 
큰 일을 해내다니 강호에서는 즉시 그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만약 다시 목왕부  사람들을 속인다면  친구답자 
못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립신은 말했다.
"우리들은 위향주를 한번 만나 보기를 원하며 친히 그에게  사의를 표하
고자 합니다."
진근남은 웃었다.
"이번 일에 관계는 없지만 모두 다 절친한 친구이니 결코  속일 수가 없
구려. 궁안으로  잠입하여 소태감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의 
작은 제자인 위소보 자신입니다. 소보야, 너는 나와서  여러 선배들에게 
인사를 올리도록 해라."
위소보는 대청 벽 뒤쪽에서 대답했다.
"예."
그리고 몸을 돌려 나와서는 뭇사람들에게 포권의 예를했다.
목검성, 유대홍, 오립신  등은 일제히 몸을 일으키며 크게 놀람과  의아
한 얼굴을 했다. 목검성  등은 위향주가 바로 소태감인 것은 꿈에도  생
각하지 못했고 오립신,  오표, 유일주 세 사람은 자기들의 목숨을  구해 
준 소태감이 놀랍게도 바로 천지회의 위향주인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위소보는 싱글벙글 웃으며 오립신에게 말했다.
"오나리, 조금 전  황궁에서 그대에게 거짓 이름을 댄데 대해서  양해하
시기 바랍니다."
오립신은 말했다.
"위험한 곳에 놓이게 된  이상 물론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소. 내  조금 
전에 오표에게 말한  바 있었지만 소영웅은 정말 일을 깨끗하게  처리하
고 책임감이  강하며 기개 또한 드높은  실로 대담한 인물이요.  오랑캐 
궁중에 어찌 그와  같은 인재가 있었던가 하고 우리들은 모두가  이상하
게 생각했소. 그렇다면.... 흐흐흐,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있을 수  있
는 일이야."
그러면서 그의 엄지 손가락을 내밀어 보이며 끊임없이  고개를 가로저었
다. 그리고 온 얼굴 가득히 찬탄과 흠모의 빛을 띠웠다.
요두사자 오립신은  유대홍의 사제였다. 강호에서  무척 명성이  드높은 
사람이기도 했다. 진근남은 그와 같은 그가 자기의 제자를  크게 칭찬하
자 속으로 크게 기뻤으나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오형, 너무나 칭찬하지 마시오. 어린애의 버릇을 잘못 들이게  될까 두
렵소이다."
유대홍은 고개를 쳐들고 깔깔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진총타주, 그대  혼자서 무림의 덕을 모조리  다 보고 있는  것같구려. 
무공이 뛰어나고 명성이  그토록 쩡쩡하며 또 친히 조직한 천지회  또한 
이토록 세력을 떨치는데, 더구나 거두어들인 제자까지도  이처럼 그대의 
체면을 두둑하게 세워 주는구려."
진근남은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
"유나리께서 그와  같이 말씀하신다면 그야말로  저의 버릇까지도  잘못 
들게 만들겠습니다."
유대홍은 말했다.
"진총타주, 이 유가가 한평생  탄복한 사람은 몇 되지 않소. 그대의  풍
채와 위인됨은 나로  하여금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탄복케  하는구려. 
이후 오랑캐를  쫓아내고 우리  주오태자(朱五太子)가 등극하게  된다면 
재상 자리는 반드시 그대가 나서서 해주어야 되겠소."
진근남은 빙그레 웃었다.
"불초는 덕도 없고 아무런  능력도 없는데 어찌 그와 같은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
이때 기표청이 불쑥 입을 열었다.
"유나리, 장래 오랑캐를 무찌르고 주삼태자(朱三太子)가 황제의  자리에 
등극하게 되어 대명나라를  중흥하게 된다면 천하병마 대원수의  직위는 
모두 어르신께서 담당하셔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유대홍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무슨 말씀을 하는 것이오? 뭐가  주삼태자라는 것이
오?"
기표청은 웃으며 말했다.
"융무태자(隆武太子)께서 순국한 이후 남은 분이 주삼태자이며  지금 행
궁(行宮)을 대만에 세워 두고 있지 않습니까? 훗날 우리  강산을 되찾게 
된다면 주삼태자야말로 당연히 정통으로 군주가 되실 분이죠."
유대홍은 날카롭게 외쳤다.
"천지회에서 이번에 오사제와 제자를 구해 준 것에 대해서  우리는 몹시 
고맙게 생각하오. 그러나  대명천자의 정통은 조금도 차질을 빚게  되어
서는 안 되오. 기소제, 진짜 하늘의 명을 받은 천자는  분명히 주오태자
이외다. 영력천자(永曆天子)는 바로 대명나라의 정통인 것을  천하가 모
두 알고 있는데 그대는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
진근남은 말했다.
"유나리께서는 화내지 마십시오.  지금 눈앞의 큰 일은 바로 강호의  호
걸과 연계를 갖고 모두 함께 청나라를 무찌르는 것입니다.  장래에 주삼
태자가 제위에 오르느냐 아니면 주오태자가 제위에 오르느냐  하는 것은 
아직 논하기 이른 일이외다.  그 일을 가지고 먼저 자기 편끼리  싸워서
야 되겠습니까? 대명나라  황제의 계보에 관한 정통이 누구에게  속하느
냐 하는 것은 물론 큰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  신하인 사람들이 일
시에 다투어서 명백하게 할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자,  술상을 차
렸으니 모두들  흔쾌하게 마시도록 하시지요.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서 
손잡고 힘을 합하여  오랑캐를 모조리 때려 잡는다면 무슨 일이든  간에 
천천히 상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목검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총타주의 말은 잘못되었소이다.  명분이 서지 않는다면 말로서  올바
르다 할 수 없으며 말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것
이외다. 우리가 주오태자를  추대하는 것은 결코 부귀영화를 탐하여  그
러는 것이 아니외다. 진총타주께서 그저 천명(天命)이  누구에게로 향하
느냐 하는 것을  알고 주오태자에게 충성을 다한다면 우리 목왕부의  아
래위 사람들은 모두 다 진총타주의 지휘를 받들겠으며 결코 그  명을 어
기지 않을 것입니다."
진근남은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늘에 두 개의  해가 없고 백성들에게는 두 임금이 없습니다.  주삼태
자께서 멀쩡하게 대만에  계시며 대만에 수십 만의 군민과 천지회의  십 
수만  형제들이 이미  주삼태자에게 충성을  다할것을 맹세하고  있습니
다."
유대홍은 두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말했다.
"진총타주께서 수십만 군민이니  십 수만 형제들이니 말씀을 하시는  것
은 설마하니 많은 수의 사람으로 이겨 보겠다는 것이오?  그러나 천하의 
수천 수만의 백성들은 모두 다 영력천자가  면전(綿甸:지금의 버마)에서 
순국했으며 대명나라 최후의  황제인 것을 모두 알고 있소이다.  우리가 
영력천자의 자손을 세우지  않는다면 어찌 온갖 고생을 다하고 끝내  비
명횡사하신 대명나라의 천자를 대할 수 있겠소."
본래 그의  음성은 종소리처럼 우렁찼다. 그런데  이와 같이 큰  소리로 
말을 하자 더욱더 사람의 고막을 울려 웅웅거리게 했다.  나중에 이르러
서는 마음속에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가눌 길 없는듯 그만 목이  메어 울
부짖는 듯했다.
진근남이 이번에 북경에 온 것은 원래 서천천이 당왕과 계왕  가운데 정
통이 누구냐 하는 일을  갖고 목왕부 백씨 형제와 다툼이 일게 되고  결
국에는 실수하여 백한송을 죽이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언제나 반청복명이라는  대업을 가장 중시하고 있었다. 만약에  오
랑캐를 아직 쫓아내기도  전에 자기 편끼리 내분을 일으키게 된다면  청
나라를 물리치려는  대사는 반드시 많은  장애를 받게 되리라고  생각했
다. 그리하여 그는 소식을  들은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남쪽에서  서
울로 돌아와 될 수 있으면 지극히 참고 견딤으로써 목왕부의  용서를 받
고자 했다. 그런데 북경에 와서 무어보니 상황은 자기가  짐작했던 것보
다 훨씬 나은  편이었고 서울에 있던 천지회의 사람들은 위소보의  통솔
하에 이미 목왕부의  수뇌와 만난적이 있으며 쌍방이 얼굴을 붉히지  않
았다는 사실에 전환의 여지가 없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소보가 다시  오립신 등 세 사람을 구하게 되었으니  서천천이 
백한송을 잘못 죽인 일은 이제 쌍방이 그 일을 두고  서로 왈가왈부하지 
않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표청과 유대홍이  당왕과 
계왕의 정통성을 놓고 다시 말을 주고 받음에 따라 정세가  점차 긴장감
을 낳게 되었다.
더군다나 유대홍은 영력황제가 순국한 일을 두고 주름진  얼굴에 눈물마
저 글썽이는 것을 보자 불현듯 마음속이 쓰라려옴을 느끼며 말했다.
"영력폐하께서 순국하신 것은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다 분통하게  여기
는 일이지요. 옛사람들도  초나라가 세 집안밖에 되지 않지만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사람은  반드시 초나라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더군
다나 우리 한나라 사람들의 숫자는 오랑캐보다는 백 배나  더 많습니다. 
오랑캐의 세력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우리 한나라의 자손들이  그저 
똘똘 뭉친다면 오랑캐를  쫓아내는 것쯤은 아무 걱정이 없으며 우리  강
산을 되찾는데  대해서 또 무슨  근심을 하겠습니까? 목소공야,  그리고 
유노영웅, 우리들은 그러한 원한을 갚지도 못한 처지에 먼저  다툼을 일
으켜서야 되겠습니까? 오늘은  우리들이 반드시 한마음이 되어 서로  힘
을 합해  오삼계라는 녀석을 죽여  영력폐하의 원한을 풀고  목소공야의 
원한을 갚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목검성과 유대홍, 오립신  등은 모두 일제히 몸을 일으키더니  이구동성
으로 말했다.
"매우 옳은 말씀입니다. 매우 옳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어떤 사람들은  전신을 부들부
들 떠는 것이 모두가 무척 감동한 것 같았다.
진근남은 말했다.
"도대체 정통이 융무황제인지 아니명 영력황제인지 지금은  자세히 분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목소공야, 그리고 유노영웅, 그리고  천하영웅, 다
만 그  누가 오삼계를 죽이게 된다면  모두들 그를 받들고 그의  명령을 
듣게 될 것입니다."
목검성의 부친 목천파가 오삼계에게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목검성은 밤
낮으로 이를 갈다시피 하며 어떻게 해야만 오삼계를 죽일 수  있을까 하
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근남의 그와 같은 말을 듣자 먼저 부르짖었다.
"바로 그렇소이다. 어느 누가 오삼계를 죽이게 된다면  천하영웅들 모두
가 그를 받들어 명령을 듣게 될 것입니다."
진근남은 말했다.
"목소공야, 폐회에서는 바로 귀왕부와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기로 하지
요. 만약 귀왕부의 영웅이 오삼계를 죽이게 된다면 천지회의  아래위 할 
것 없이 모두 목왕부의 명령을 받들고 따르도록 하겠소이다."
두 사람은 손을 내밀어 철썩 하니 손뼉을 쳤다.
강호에서 만약 세 번  손뼉을 쳐서 맹세를 하게 된면 그것은 다시  깨뜨
릴 수 없는 것이 관례였다.

 두 사람이 재차 손뼉을 마주치려고 할 때 갑자기 지붕  위에서 그 누가 
길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만약 내가 오삼계를 죽인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그러자 동서쪽 모퉁이에서 호통쳐 묻는 사람이 있었다.
"게 누구냐?"
천지회의 지붕 위에서  경계를 서던 사람이 서둘러 다가가 질문을  던지
는 소리였다. 곧이어 팍 하는 가벼운 음향과 함께 한  사람이 지붕 위에
서 뜨락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대청에 매달려  있는 기다란 창문이 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열리
면서 한 푸른 그림자가 번쩍 하더니 신속무비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동쪽에는 관안기와 서천천이, 서쪽에는 유대홍과 오립신이  서있다가 동
시에 손을 뻗쳐 팔을  벌려서는 막으려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가볍게 
뛰어서 네 사람의 머리  위를 지나 이미 진근남과 목검성 앞에 서는  것
이 아닌가.
관안기와 서천천,  유대홍, 오립신, 네 사람이  힘을 합쳐도 그  사람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의 발이 막  땅에 닿게 되었을 
때 네 사람의 손이 어느덧 그의 몸을 잡게 되었다.
관안기는 그의  오른쪽 어깨를 잡았고  서천천은 그의 오른쪽  옆구리를 
움켜잡았으며 유대홍은 그의 왼팔을 움켜잡았고 오립신은 두  손을 함께 
써서 그의 뒷허리께를 움켜잡았다. 네 사람이 펼친 것은  모두가 상승의 
금라수법이었다.
그 사람은 결코 반항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천지회와 목왕부는 절친한 친구를 이와 같이 대하는 것이 예의요?"
뭇사람들은 그 사람을 살펴보았다. 그 사람은 몸에 청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나이는  약 이십 삼사 세쯤  되어 보였으며 몸은 비쩍  마르고 
키가 큰 편이었다. 모양으로 보건데 문약한 서생인 것 같았다.
진근남은 포권을 하고 물었다.
"귀하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우리의 친구였던가요?"
그 서생은 웃으며 말했다.
"절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오지도 않을 것이외다."
그리고 갑자기  몸을 움츠려 마치 한  덩이의 고기로 빚은 공처럼  변했
다. 관안기 등 네  사람은 갑자기 자기네들의 손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
게 되었고 그만 허공을 움켜쥐는 꼴이 되었다.
곧이어 찍찍 하는 비단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한 무더기의  푸른 그림자
가 위로 솟구쳐 올랐다.
진근남은 길게 소리내어 웃으면서 오른손을 질풍과 같이 뻗쳐  왔다. 그 
서생은 네 사람의  손바닥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갑자기 왼쪽  발목이 
움켜잡힌 것 같았다.  그는 오른발을 질풍같이 쳐내며 진근남의  얼굴을 
걷어차려고 했다. 이 한 발길질에 실린 힘은 엄청나게 컸다.
진근남은 대뜸 옆에 놓인 차 탁자를 들어 막았다. 우지끈  툭 하는 소리
와 함께 홍복으로 만들어진  차 탁자는 대뜸 박살이 나고 말았다.  진근
남은 오른손을 펼쳐 그를 땅바닥 쪽으로 던졌다.
그 서생은  엉덩이를 땅바닥에 주저앉는가  했더니 곧 그의  몸뚱아리는 
마치 물위를 미끄러지듯 푸른  벽돌 위를 곧장 미끄러져 나갔다. 약  두 
장 쯤  미끌어져 나간 후 허리를  뻗치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벽에  등을 
기댄 채 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관안기, 서천천, 유대홍, 오립신 등 네 사람의 손에는 각기  한 조각의 
옷자락이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서생의 청색  장포에서 각자가 
찢어 낸 것이기도 했다. 이 몇 번의 변화는 동작이  신속무비했다. 여섯 
사람의 손  씀씀이가 너무나 깨끗해  옆에서 구경하던 뭇사람들은  이를 
보고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로 갈채를 보냈다.
이 가운데 가장 우렁찬 것은 역시 철배창룡 유대홍의  목소리였다. 오립
신은 연신 고개를 흔들었으며 얼굴에 부끄럽고도 탄복했다는  표정을 띠
었다.
진근남은 미소를 지었다.
"귀하가 친구라면 어째서 앉아 차를 마시지 않으시오?"
그 서생은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폐를 끼치고자 하던 참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으젓하게  걸어와서는 뭇사람들에게 둥글게 읍을  하더니 
가장 말석에  해당되는 의자에 앉았다. 여러  사람들은 만약 그가  친히 
그와 같은 솜씨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그야말로 문약하기 이를 데  없는 
서생 모습의 사내가 그토록 뛰어난 상승의 무공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상
상도 못했으리라.
진근남은 웃으며 말했다.
"귀하께서는 너무 겸손해 할 것 없소이다. 윗자리에 앉으시오."
그 서생은 손을 흔들었다.
"감당할 수 없소이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총타주님, 불초의  성
명은 이서화(李西華)입니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8. 천지회의 모임

 진근남과 유대홍 등은 그가  스스로 이름을 알려 주는 소리를 듣고  속
으로 생각했다.
(무림에 이서화라는 인물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십중팔구 가명일 것이다. 그러나 젊은 영웅들 가운데 이와  같이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는 역시 들어 본 적이 없지  않
은가?)
진근남은 물었다.
"불초는 견문이  좁아 강호에 귀하 같은  영웅이 나타나신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 정말 부끄럽소이다."
이서화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사람들은 천지회의 진총타주가  사람을 대할 때 성의로써 대한다고  하
더니 과연 명불허전 이구려. 나의 천한 이름을 듣고 만약  오래 전에 들
었습니다 하는 투의  인사말을 했다면 불초는 속으로 어느 정도  그대를 
업수이 여기는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불초는 가까스로 강호에  발을 
디딘 몸으로서 조금도  명성을 떨치지 못한 몸이라 저 자신마저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명성을 들은지 오래입니다 라고  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죠. 하하하!"
진근남은 미소를 띠웠다.
"오늘 이와 같이 만나게  되었으니 이형의 대명은 강호에 널리 퍼져  이
후 그 누구라도  이형을 만나게 된다면 모두들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하는 인사말을 하게 될 것이외다"
이 한마디는 실로  지극히 상대방을 칭찬하는 말이라는 것을 모두들  알
아들을 수 있었다. 천지회와 목왕부의 사대 고수가 놀랍게도  그를 막지 
못했고 제대로 잡지도 못했으며 진근남은 그와 이초를  주고받았으나 겨
우 약간 우세를 점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와 같은 솜씨라면 수일  이
내에 자연 천하에 알려지기 마련이 아니겠는가.
이서화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불초가  조금 전에 펼친 것은 그저 잔재주에  불과하
며 어느 정도 방무좌도의  무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분  노영웅께서
는 운중현조(雲中現爪)를 펼쳤는데 하마터면 저의 팔을 분질러  버릴 뻔
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젓기를 좋아하는  구레나룻의 친구는  두 
손으로 나의 뒷허리께를  잡았는데 아마도 한수의 박토수(博兎手)가  아
닌가 생각이 드는데 정말  저로 하여금 울 수도 웃을 수도 없게  만들었
답니다. 그리고 이 허연 수염의 노인께서는  백원취도(白猿取挑)라는 일
초로 제  옆구리의 살을 마치 봉숭아처럼  꽉 잡고서는 놓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  기다란 수염을 기른 친구분이  펼친 한 수는.... 음  초식이 
고묘한 것으로 보아 성황반소귀(成隍拌小鬼)가 아닙니까?"
관안기는 왼손의 엄지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했
다. 기실  이 일초의 본명은 소귀반성황인데  그가 거꾸로 말하는  것은 
스스로 겸손한 태도들 보이기 위해서 그와 같이 말한것에 불과했다.
관안기 등 네 사람이 동시에 손을 써서 그의 몸을 잡고 그가  그들의 손
길을 뿌리치고 몸을 솟구친 것은 삽시간에 일어난 일에  불과했다. 그런
데도 네 사람이 펼친 초식을 조금도 틀림없이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와  같은 견식은 그야말로 그의  무공보다 더욱더 뛰어난 것  같았
다.
유대홍은 말했다.
"이형, 그대는 솜씨가 뛰어난데, 안력은 더욱 뛰어난 것 같구려."
이서화는 손을 내저었다.
"노영웅께서는 과찬이십니다. 네  분이 조금 전에 형제의 몸에 쓴  초식
으로 말하면 어떤  초식이라도 사람의 목숨은 빼앗아 갈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네 분께서는 그저 손이 닿는 것으로 그쳤을 뿐  불초에게 추호도 
상처를 입히지 않았습니다. 네  분 선배께서 손에 사정을 두어 주신  점 
불초는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유대홍 등은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운중현조, 박토수,  백원취도, 소귀
반성황의 이  사초는 각기 지극히 무서운  살수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저 한 웅큼의 힘만 더  보태면 되는 문제
인데 이를 이서화가 지적하고 나선 것은 그야말로 그들 네  사람의 얼굴
을 더 돋보이게 만든 셈이 되었다.
이때 진근남이 말했다.
"이형께서 이렇게 찾아오신 것은 무슨 가르침이라도 있기 때문인가요?"
이서화는 말했다.
"그 점에 있어서 용서를 빌지 않을 수 없군요. 불초는  진총타주에 대해
서 언제나 흠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우연히  천지회 
총타주께서 북경에 오신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해서라도  풍채를 한번 
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소개해  주는 사람이 
없어 당돌하나마 불청객이 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붕 위에서 
몰래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것을 훔쳐 듣게 되었죠. 불초는  오삼계라는 
간악한 도적을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며 그저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
어 놓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던 차라 그만 참지 못하고  입을 벌렸으
니 여러분들께서는 용서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뭇사람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서는 반례를 했다.
천지회와 목왕부의  뭇수뇌 인물들은 스스로  통성명을 했다.  위소보는 
천지회의 수뇌인물이며 지금 북경에서는 그야말로 진근남 다음  가는 서
열이었으나 이서화의 눈초리가 시종 자기의 얼굴로 돌려지지  않는 것을 
보고 입을 열지 않았다.
이때 목검성이 말했다.
"귀하가 바로  오삼계라는 도적의 원수이니  우리들과는 그야말로  같은 
입장으로 동도(同道;뜻을 같이 한다는 뜻)라고 할 수  있소이다. 그러니 
서로 손을  잡고 그 간악한 자를  주살함에 있어서 함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떻소이까!"
이서화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조금 전  소공야와 진총타주께서는  세 
번 손뼉을 쳐서  맹세를 하려고 했는데 그만 불초가 경솔하게시리  그만 
중단시키고 말았습니다. 두  분이 세 번 손뼉을  친 이후 불초 또한  세 
번의 손뼉을 쳤으면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유대홍은 물었다.
"그러니까 귀하가 만약 오삼계를 죽인다면 천지회와  목왕부의 군호들은 
모두 다 귀하의 호령을 들어야 한다 이 말씀입니까?"
이서화는 말했다.
"그거야 결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불초는 후배입니다. 여러  영웅들을 
뒤따를 수만  있다면 족하는데 어찌  군웅들을 호령하겠다고 감히  나설 
수 있겠습니까?"
유대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귀하의 마음속으로는  융무와 영력 가운데 어느 선제께서  진
정으로 대명나라의 정통이라고 생각하시오?"
과거 유대홍은 영력황제와 목천파를 따라 싸움을 하면서  서남쪽으로 물
러가게 되었고  그리하여 운남에서 면전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무수한 위험과 어려운 일을 겪고서도 결국 영력황제가  오삼계에게 죽음
을 당한 것을 슬퍼하면서 그는 영력의 후손을 다시 황제의  위에 세우겠
다고 피맺힌 맹세를 한 바 있었다.
진근남은 대국적인  측면에서 그와 같은  일로 다투는 것을  싫어했지만 
이 뜨거운 피가 아직도  끓고 있는 노영웅은 그 점을 아직도 잊지  못하
고 있는 처지였다.
이서화는 말했다.
"불초가 한 마디 귀에 거슬리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여러분들은 너무 
탓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유대홍은 안색이 약간 변해서는 서둘러 물었다.
"귀하는 노왕(魯王)의 옛부하시이오?"
과거 명나라 순종  황제가 죽은 이후 각지에서 스스로 청나라에  항거하
여 일어선  사람 가운데 먼저 복왕(福王)이  있었고 그 후에 당왕과  노
왕, 계왕이 있었다.
그러나 유대홍은 그와 같은 말을 한 이후 즉시 자기가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서화의 나이로 볼 때 청나라가 중원으로  들어온 이후 
이 세상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많으니 결코 노왕의 옛부하라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물었다.
"귀하의 선친께서 노왕이 옛부하였소?"
이서화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의 의견을 피력했다.
"장래 오랑캐들을 쫓아내게 된다면 순종, 복왕, 당왕, 노왕,  계왕의 자
손들 가운데 그 누구든  황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실 한나라  사람이라
면 어느 누구라도 황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목소공야와 유노영
웅께서도 안 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대만의 정왕야와  진총타주 자신
만 하더라도 안 된다고  볼 수 없는 일이죠. 대명나라의 태조  황제께서 
몽고의 황제를 쫓아낸 이후 결코 송나라 조씨 집안의 자손을  모셔와 황
제로 삼지 않고 자기 스스로 대위에 올랐지만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승
복했습니다."
그의 이와 같은 말은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일찌기 듣지  못했던 이야
기인지라 하나같이 얼굴빛이 변했다.
유대홍은 오른손을 들어  차 탁자를 한번 내리치며 날카로운 어조로  물
었다.
"그대의 그 말은  그야말로 대역무도하시구려. 우리들은 모두  대명나라
의 유민이며 신하라고 할  수 있소. 그저 명나라를 세우기만 바랄  뿐인
데 어찌 그와 같은 야심을 가질 수 있단 말이오?"
이서화는 화를 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유노영웅, 후배에게 한  가지 모를 일이 있어서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
다. 그것은 조금 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대송나라 말년  몽고 오랑캐
가 우리 한나라의  아름다운 강산을 점령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우리 
대명나라의 홍무제께서 크게 군사를 일으켜서는 오랑캐를 내쫓은  후 어
째서 조씨 자손을 황제로 세우지 않았을까요?"
유대홍은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조씨의 자손들은 운이 이미 다했다고 볼 수 있소.  그리고 이 강산
으로 말하면  태조 황제께서 피를 뿌리는  싸움끝에 얻은 것인데,  그야 
물론 두 손으로 조씨에게  바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소. 더군다나  조
씨의 자손  가운데 오랑캐를 쫓아내는데  손톱만큼도 공을 세운  사람이 
없소이다. 그러니까 설사  태조 황제께서 바치려고 하셔도 천하  백성과 
뭇장수와 병졸들이 반드시 승복할 수 없었을 것이오."
이서화는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장래 주씨 자손들이 어떤 공로를  세운다거나 세우지 
못한다거나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만약  공로가 크면 
모든 사람들이 추대하고  옹호할 것이며 그 황제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결코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만약 손톱만큼도 공을  세우지 못했느데도 
등극을 한다면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할 것입니다. 유노영웅,  청나라를 
물리치자는 큰  대업에는 그야말로 천 갈래  만 갈래의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어떤 것은 급하고  어떤 것은 늦출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삼계를 죽이는 것은  급하고 새로운 황제를 세우는 것은 늦추어도  되
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홍은 그만 말문이  막히는 듯 대답할 바를 모르더니 중얼거리듯  말
했다.
"늦출 일이 어디 있겠소. 내가 보기엔 모두가 급하오.  그야말로 당장에 
모조리 해결했으면 속이 시원하겠소."
이서화는 설명했다.
"오삼계를 죽이는 것이 급하다는 것은 오가라는 악적의 나이가  이미 많
아 빨리  죽이지 않는다면 제명대로 살아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니 
그야말로 천하의 인인의사(仁人義士)들에게  한평생 큰 한을 품게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새로이  군주를 세운다는 것은 오랑캐를 쫓아낸  이
후의 일입니다.  우리들은 그야말로 오랑캐들을  무찌르지 못하느  것이 
걱정될 뿐 어느 영명한  군주를 모시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라고 봅니다."
진근남은 그가 도도하게 설명하는 말이 모두 사리에 닿는 것을  보고 무
척 탄복하여 말했다.
"이형의 말은 정말 사리에 합당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오삼계라는 
간악한 도적을 죽일 수 있을 것인지, 이형의 고견을 듣고 싶소이다."
이서화는 말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후배는 그렇잖아도 여러분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하던 참입니다."
목검성은 말했다.
"진총타주께서는 어떤 고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진근남은 말했다.
"불초의 의견으로는  오 역적이 너무나 많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저 
그 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는 그 죄를 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러니까 어찌 되었든간에  그가 패가망신하고 온가족의 남녀노소는  말할 
것도 없고 풀 한 포기 제대로 남지 않을 정도로 몰살을 시켜야  하며 그
를 뒤따르며 나쁜 짓을 일삼았던 장수와 군졸들까지  일망타진 되어야만
이 이 대한나라의 수천  수만의 백성들의 가슴속에 맺힌 한을 풀 수  있
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유대홍은 탁자를 치며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옳은 말이외다. 옳은  말이외다. 진총타주의 말씀은 그야말로 내  마음
에 꼭 들었소이다.  노제, 나는 그대의 말을 듣고 마음속이  근지러워옴
을 금할 수 없소이다. 그대에게 무슨 묘책이 있어서  오도적으로 하여금 
멸족을 당하게 하고 닭이나 개 한 마리 남길 수 없는 방법이  있는지 알
고 싶소이다."
그리고 그는 덥석 진근남의 팔을 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말했다.
"빨리 말해 보시오. 빨리 말해 보시오."
진근남은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모두들의 희망이지만 불초에게 그 무슨 묘책이 있어  그와 같이 
오삼계를 거꾸러뜨릴 수 있겠습니까."
유대홍은 아 하고 탄식을 발하더니 진근남의 팔을 놓았다.  실방의 빛이 
그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진근남은 손을 뻗쳐서 목검성에게 말했다.
"소공야, 우리는 아직도 두 번의 손뼉을 치지 않았구려."
목검성은 말했다.
"바로 그렇소이다."
그리고 손을 뻗쳐서는 그와 가볍게 두 번 손뼉을 쳤다.
진근남은 고개를 돌려 이서화를 바라보았다.
"이형, 우리 역시 세 번의 손뼉을 치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면서 그는 손뼉을 쳤다.
이서화는 몸을 일으키더니 공손히 말했다.
"진총타주께서 만약 오역적을  주살하게 된다면 이 이모는 응당  천지회
의 명령을 받들며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이모가 만약  요
행스럽게도 친히 그와 같은 악적을 죽일 수 있다면 그저  총타주께서 저
의 체면을 크게 세워 주는 방법으로서 이 이모와 의형제를  맺어 불초로 
하여금 그대를 형님으로  모시도록 해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그 
이외에는 감히 더 달리 바랄 것이 없습니다."
진근남은 웃었다.
"이현제(李賢弟), 그대는 나를  너무나 높이 평가하는구려. 좋소,  사내 
대장부가 한 마디의  말을 내뱉으면 사마라도 뒤쫓아 잡을 수가  없소이
다."
위소보는 옆에서 군웅들이 비분강개하는 광경을 보고 뜨거운  피가 끓어
오르는 것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자기가 금방 나이가 들어 몸이  커지고 
무공 또한  즉시 고강해져서는 이서화처럼  뭇영웅들 앞에서 크게  한번 
뽐내 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다가 사부가 사내  대장부가 일
언을 내뱉으면 사마라도 잡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그만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사마난추(駟馬難追;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도 뒤쫓기  어렵다.),즉 
사마가 뒤쫓아 잡기 어렵다는 뜻이지?"
그리고 그는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빌어먹을, 사마는 어떤 말일까? 어째서 그토록 빨리 달릴 수 있을까?)
진근남은 부하들에게  술좌석을 펼치도록 분부했다. 그리고는  군웅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연회석상에서 이서화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도 거침이 없었다.  그야말로 언변이 뛰어나고 견문이 넓은  편이었
다. 그러나 그는 시종 자기의 문파와 수법과 출신내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역세와 소강이 그에게 군호들을 소개시켰다. 이서화는  위소보가 나이
가 어린 데도 놀랍게도 천지회의 청목당 향주라는 말을 듣고  그만 크게 
의아해 했다.
그러다가 그가 진근남의 제자라는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랬었군.)
그는 몇 잔의 술을 마시고는 먼저 작별을 고했다.
진근남은 그를 대문  앞까지 전송하여서는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속
삭였다.
"이현제, 조금 전  우형(愚兄)은 그대가 친구인지 적인지 알 수가  없어 
실례된 점이 많았소. 따라서 그대의 발목을 잡았을 때  암경(暗勁)을 사
용하게 되었소. 그 기운은 두 시진 이후에 발작을 일으키게  되오. 그러
나 그대는 조금도  운기행공해서 해소시키려고 하지 마시오. 그저  흙이 
있는 곳에 땅굴을 파고 전신을 그 안에 묻은 이후 코와 입만  내놓고 숨
을 쉬도록 하시오. 매일 네 시진동안 그와 같이 몸을  땅에 파묻듯 하고 
있어야 하며 모두 이레 동안 계속하면 아무런 후환이 없을 것이외다."
이서화는 깜짝 놀라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이미 그대의 응혈신조(凝血神조)에 적중되었다는  것입
니까?"
진근남은 말했다.
"현제는 너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마시오. 이 방법대로  해소시킨다면 
결코 큰 화는 없을 것이외다. 이 우형의 경솔한 점에  대해서 현제는 양
해해 주시구려."
이서화는 얼굴에 놀람과 당황한 빛을 곧 지우며 웃었다.
"그거야 소제가 스스로 죄를 만들어서 벌을 받게 된 셈이죠."
이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오늘에야 하늘 밖에 하늘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겠
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허리를 굽히고 절을 한 후 표연히 그곳을 떠나갔다.
유대홍은 말했다.
"진총타주, 그대가 그의 몸에다가 응혈신조를 펼쳤소?  소문에 들으니까 
그 신조에 적중된 사람은 사흘 후면 전신의 혈액이 차츰  풀죽처럼 응고
되며 치료할 수 있는 약도 없다던데 사실이 그러하오?"
진근남은 말했다.
"이 재간은  너무나 음독하여 소제는  평소 가볍게 펼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무공이 대단하고 또 그가 우리의 기밀을 훔쳐  들었는데 어
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그를 암산한 것입니다.  이야말로 광명
정대한 행동이 못 되니 말하기에 부끄럽습니다."
목검성은 말했다.
"그 사람이 만약  오랑캐의 앞잡이거나 혹은 오삼계의 부하였다면  진총
타주가 그와 같이 그를 제압하지 않으면 우리의 비밀은 누설되고  말 것
이니 그 화는 적지 않을 것입니다. 진총타주께서 단 한  수에 적을 제압
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손상을 입고도 알지 못하게 했으니 이와  같은 
신공이야말로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탄복케 하는구려."
진근남은 다시 백한송의 죽음에 대해서 사과의 뜻을 표했다.
백한풍은 말했다.
"진총타주, 그 일은  다시 들먹이지도 마십시오. 저의 돌아가신  형님이
야 다시 살아날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위향주께서 우리 
오사숙 등 세  사람을 구해 주었으니 불초로서는 그저 고맙게만  생각합
니다."
목검성은 속으로 누이의  행방이 걱정되었으나 천지회의 군웅들이  들먹
이지 않자 더 물어볼 수도 없었다. 상대방에서 들먹이지도  않는데 자기
가 묻게 된다면 상대방을 의심하는 꼴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시 몇  순배의 술이 돌았다. 목검성  등은 몸을 일으키고  작별인사를 
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소공야, 그대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조만간 오랑캐들이  군사를 파견해서 그대들을  시끄럽게 할  것입니다. 
물론 그대들은 두렵지 않겠지만 오랑캐의 군사들은 갈수록  수가 늘어날 
것이니 일시에 모조리 죽일 수도 없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유대홍은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하하하, 소형제의 말씀이 옳소. 그렇게 말씀해 주어서  고맙소. 우리들
은 즉시 집을 옮기도록 하지."
목검성은 말했다.
"진총타주, 위향주, 그리고 여러 친구들, 청산은 언제나  모습이 변하지 
않고 녹수는 항상 흐르는 법이니 우리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목왕부의 뭇사람들이 돌아간 이후 진근남은 말했다.
"소보, 너는  나를 따라 오너라. 무공에  진전이 있었는지 알아  봐야겠
다."
위소보는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끼며 얼굴빛이 대뜸 변했으나  아무
렇지 않은듯 대답했다.
"네, 네"
그리고 사부를 따라 동쪽에 있는 상방으로 들어가서는 말했다.
"사부님, 황제는 저를  보내 궁중 자객의 행방을 알아보도록  했습니다. 
제자는 빨리 돌아가 보고를 해야 합니다."
진근남은 물었다.
"무슨 자객의 행방이란 말이냐?"
그는 어젯밤 도착했기  때문에 궁중에 자객이 들었던 일을 모르고  있었
고 대강만 들었을 뿐이었다.
위소보는 목왕부의 군호들이 궁안으로 들어와 황제를 찔러  죽이려 하는 
한편 그 죄를  오삼계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다는 등 사정을  이야기했
다.
진근남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와 같은 일이 있었느냐?"
그는 많은 풍랑을 겪었으나  그 일을 자세히 듣고 역시 무척 충격을  받
은 듯 말했다.
"목씨 집안의 친구들은 정말 호방하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구나. 대거 
궁안으로 침입해 들어가다니 정말 놀랍다. 나는 그저 서너  명이 달려들
어가 황제를 찌르려고 했다가 사로잡힌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역시 오
삼계라는 간악한  도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였구나.  네가 오립신 등  세 
사람을 구하고도 궁 안으로 들어간다면 위험하지 않겠는가?"
위소보는 자기가 영웅답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서  자객을 
석방한 것이 황제의 명령을 받아서 한 일이라는 사실을 밝힐  수가 없었
다. 그리고  궁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절대  위험이 없다는 사실도  말할 
수 없는지라 그저 큰 소리를 쳤다.
"제자는 이미 몇 사람의 대신들과 사람들을 끌어들여 일을  그들에게 미
루어 놓았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에는 제자를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부님께서는 저에게 궁  안에서 소식을 염탐하도록 명하셨는데  만약에 
목왕부의 세 사람을  구한답시고 궁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면야  사
부님의 큰 일을 그르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근남은 무척 기뻐서 말했다.
"옳다. 우리는 이미 목검성과  세 번의 손뼉을 쳐 맹세를 했다.  도리를 
따져 말할 때,  목왕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제 몇 되지 않아  결코 
천지회의 적수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그들과 맹세를  하게 된 것은 
첫째로 당왕이 정통이니  계왕이 정통이니 하는 다툼으로 두 집안의  화
기를 깨뜨리게 될까봐 두렵기 때문이었다. 오랑캐를  멸망시키기도 전에 
우리 한나라의 호걸들끼리  먼저 서로를 죽이고 죽는 데서야 어떻게  큰 
일을 이룰 수 있겠느냐? 그리고 둘째로 만약 목왕부의  사람들을 거두어 
본회에 가입시키게 된다면 우리 천지회의 힘을 크게  증강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감히 궁안으로 뛰어들어  크게 소란
을 피웠구나. 이로  미루어 볼때 오삼계라는 역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는 어떠한 방법도 마다할 사람들이 아니구나. 우리들도 역시  온힘을 다
해서 임해야지  그렇지 않고 그들에게  선수를 빼앗기게 되면  천지회는 
목왕부의 명령을 받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두들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 아니겠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목소공야께서 무슨 재간이 있겠습니까. 그저  자기의 아버
지가 훌륭했다는 것뿐이죠. 만약에 제가 그의 어머니 뱃속에  있다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똑같이 목소공야가 되었을  것입니다. 사부님
과 같이 대영웅이시고  대호걸께서 만약 그의 명을 듣게 된다면  그야말
로 저는 화가 나서 죽을 것입니다."
진근남은 한평생 얼마나 많은 치하와 아첨의 말을 들었는지  몰랐다. 그
러나 이 몇 마디 말이 열 몇 살의 소년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무척 
진실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속으로 여간 기쁘지 않았고  자기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그러나 그는 위소보가  원래 눈치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
다. 더군다나 기원과 황궁이라는 두 곳은 그야말로 천하에서  가장 허위
가 많고 간사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위소보가 그와  같은 곳에서 살게 
되면서부터 자연 그 눈치 빠름과 교활한 점이 이미 여느  어른보다도 뛰
어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진근남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진근남은 천지회에서  매일 대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의기투합한 
호걸이라, 어찌 이 어린 제자의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것이  아니고 따
라서 열 마디 가운데  아마 대여섯 마디는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위소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린애가 무엇을 안다고 그러느냐? 네가 어떻게 소공야에게  재간이 없
다는 것을 아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가 황궁으로 사람을 보내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지만  부질없이 많
은 부하들의 목숨만 버리게 되었고 오삼계에게는 조금도  손상을 입히지 
못했으니 그것이야말로 재간이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멍청이, 
바보짓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죠."
진근남은 말했다.
"네가 어떻게  오삼계에게 추호도  손상을 입히지  않았다는 것을  아느
냐?"
위소보는 말했다.
"이 목씨 집안의  소공야가 사용한 계책은 지극히 우둔한 것입니다.  그
는 궁  안으로 들어가 황제를 찔러  죽이도록 시킨 사람들이 입고  있는 
내의에 평서왕부라는 글자를  새기게 했고 또한 무기에도 평서왕부,  혹
은 대명산해 관총명부라는 글자를 새기게 했습니다.  오랑캐의 멍청이가 
아니라 진짜  오삼계의 부하들이라면 어째서  그와 같은 글자가  새겨진 
무기를 사용하겠느냐 하는 점을 자연히 상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진근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구나."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오삼계의 아들 오응웅이  지금 북경에 와서 금은보화를 황제에게  바쳤
습니다. 오삼계가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한다고 하여도 결코  이러한 때
에는 노리지 않겠지요. 더군다나 그가 황제를 찔러 죽이려는  목적이 무
엇이겠습니까? 그저  군사를 일으켜서는 자기가  황제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가  만약 이런 시기에 군사를 일으키게  된다면 
오랑캐들은 즉시  그의 아들을 잡아 죽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어째서 멀쩡한 아들을 북경으로 보내 죽음을 당하도록 하겠습니까?"
진근남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기실 위소보는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이나 역시  나이가 
어렸다. 따라서 군국대사(軍國大事)나 인물 또는 세상일에  대해서 아는 
바가 지극히 한도가 있었다.  이 몇 가지 판단은 그로서는 조금도  상상
해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사부 앞에서  자기
가 판단한 것처럼 말한 것이다.
진근남은 그 말을  듣고 제자가 사리를 분석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
꼈다. 천지회에서는 무공의 고수가 적지 않으나 머리가 이처럼  밝은 사
람은 몇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당초 그가 이  애
를 청목당의 향주로  임명한 것은 청목당 안의 내분을 없애자는  것이고 
또 뭇사람이  맹세한 말을 그대로 실천하자는  데 있었다. 그런  연후에 
다시 똑똑한 사람과  능력있는 사람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바
로 자기의  제자이니 그때 위소보에게  명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어질고 
능력있는 사람에게  양보하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때 
그의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진근남은 생각했다.
(이 아이는 용기도 있고 견식도 있구나. 벌써 이렇게 대단한대  다시 몇 
년 동안 갈고 닦는다면  정말 청목당의 향주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때 가서는 결코 다른 아홉 명의 향주에게 지지 않을 것 같구나.)
그리하여 그는 물었다.
"오랑캐는 그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지금은 아직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황제는 이미  의
심을 품은 것 같습니다. 그는 아침에 시위들을 불러서는  그들보고 자객
들이 펼친  무공수법을 펼쳐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시위가  몇 
수를 펼쳐 보였고 모두들 다투어 의논을 하더군요. 제자가  옆에서 보고 
두 가지 초식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산유수와 횡소천군이라는 이초를 펼쳐 보였다.
진근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목왕부에는 정말 인재가  없구나. 이것은 분명히 목가권이다. 청궁  시
위들 가운데 고수가 적지 않은데 어찌 알아볼 사람이 없겠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제자는 풍제중 풍형과 현정도장이 펼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오
랑캐 시위들도  알아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랑캐들이 
사람을 잡겠다고 수색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전 목씨 집안의  소공
야에게 빨리 북경성에서 빠져나가 몸을 숨기라고 권고한 것입니다."
진근남은 말했다.
"참 잘했다. 잘 했어.너는 이제 궁 안으로 들어가 알아보도록  해라. 그
리고 내일 다시 오너라. 내 너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마."
위소보는 사부가 잠시  자기의 무공을 시험해 보지 않겠다는 말에  속으
로 크게 기뻐서는 급히 절을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밤은 그저 다급한  김에 부처님의 발을 안은 셈이 되었다.  그러나 
소군주에게 사부의 그  무공비결에 쓰여 있는 말들을 읽어 달래서  어찌
되었던 간에 조금이라도  기억을 해야지. 그래야만 사부님께서 내일  물
어보시게 되었을 때 어느 정도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하면 사부님께서는 내가 연마를 잘못했다는 것을 탓하실 수 있을  뿐 내
가 게으름을 피웠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탓을 한다면  사부
님께서 나에게 가르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야말
로 탓한다면 자기 자신을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위소보는 궁으로  들어가자마자 즉시 서재로  갔다. 강희는 한참  여러 
지방에서 올라온 상주문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를 보자 읽던 것을 덮어 놓고는 물었다.
"무슨 소식이라도 알아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귀신처럼 알아맞히시는군요. 정말 틀림없었습니다.  반역을 
도모한 자는 정말 운남 목씨 집안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강희는 기뻐서 말했다.
"정말 그런가? 그것 참  잘 되었구나. 다륭의 얼굴빛을 보니 그는  아직
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더구나. 너는 무엇을 알아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 세 명의  사로잡힌 자객들은 본래 오삼계의 부하라고만  우겨댔습니
다. 다총관은 그들을 죽도록  매질을 했지만 그들은 전혀 그 말을  번복
하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다륭의 무공은 뛰어난 편이지만 지모가 없는 사람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소신은 황상의 성지를  받들어 몽혼약으로 시위들의 정신을 잃도록  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황태후께서 네 명의  태감을 보내 즉시  손을 
써서 자객을  죽이려 하셨습니다. 소신은  당돌하게도 황상께서  안배한 
계책대로 자객의 앞에서 그 네 명의 태감을 죽이고 자객을  궁에서 데리
고 나갔습니다. 그 세  명의 반역도들은 정말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더
군요."
강희는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 다륭이 와서  태후 아래의 태감 수령 한 명이 자객을 놓아  보
냈다고 말하길래  정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대가  부린 
수작이었군."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나 황상께서는  태후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신의 목숨은 보존할 수 없답니다. 태후는 이미  저에게 소신이 
황상에게만 충성을  다할 뿐 태후에게는  충성을 다하지 않는다고  크게 
꾸지람하신 적이 있습니다. 기실  태후와 황상 두 분을 어찌 따로  떼어
서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하늘에는 두 개의 해가 없고  백성
에게는 두 군주가 없다지 않았습니까! 결국 황상의 성지만을  첫째로 받
들어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후께서 황상에게 묻지도 않으시고  자
객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신 것은  도리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
다."
강희는 그의 이간질을 아랑곳하지 ㅇ고 말했다.
"나는 물론  태후에게 말하지 않겠다. 그  세 명의 자객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그들을 데리고 궁을 나갔습니다. 그들 세 사람은 스스로  제게 진
짜 성명을  밝혔습니다. 원래 그 늙은  것은 요두사자 오립신이라  했고 
두 명의 젊은 것  가운데 한 사람은 오표라고 했으며 한 사람은  유일주
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천번 만번 고맙다는 인사를 했죠.  그리
고 끝내 소신에게 속아 넘어가서 소신을 데리고 그들 주인을  만나 보게
끔 했습니다.  정말 황상의 짐작대로 몰래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반역도들은  모두 그를 소공야라고 했으며 진짜  성
명은 목검성이라고 하는 사람으로 목천파의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수하에는 무공이 지극히  고강한 늙은이가 있었는데 철배창룡인가  뭔가 
하는 유대홍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성수거사 소강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백씨쌍웅  가운데 백이협 백한풍  등등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나누어 양류 골목과 서갱진 골목 두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강희는 물었다.
"그대는 모두 만나 보았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모두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은 천하의 백성들이 하나같이  황상께서는 
나이가 많지  않은 데도 착하고 밝으시기  이를 데 없어 그야말로  수천 
년간 보기 드문 훌륭한 황제라고 말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아무리  큰 용
기가 있다 하더라도 감히 황상을 해칠 마음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어젯
밤 그들이 궁안으로 들어와 소란을 피우게 된 것은 완전히  오삼계를 함
정에 빠뜨려서 오삼계가 목천파를 해쳐 죽인 원수를  갚겠다는 것이었답
니다."
이 몇 마디의 아첨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희가 친히 정
사를 돌본 지는 얼마 되지 않아 천하 백성들이 그야말로  강희의 공덕을 
노래하거나 칭송할 계제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무슨 일이고  간에 들통
이 난다 하더라도  아첨만은 들통이 나지 않는다느 말이 있듯이  강희는 
백성들이 자기가 수천 년간 보기드문 훌륭한 황제라고  칭송한다는 말에 
그만 흐뭇해져서는 미소를 띠웠다.
"나는 아직도  백성들에게 혜택을 주는  인정(仁政)을 펼치지  못했는데 
착하고 밝기 이를 데 없다는 등의 말은 그대가 지어낸 것이겠지?"
위소보는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들이  친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모두들  오배라
는 대간신은 양민들을 박해했기 때문에 백성들은 그를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했답니다. 그런데 황상께서 정사를 돌보시자마자 그를  죽였기 때문
에 그것이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은 황상을 무슨 조생(鳥生)인가 또는 무슨 어탕(魚湯)에  견주어서 칭찬
을 했습니다. 소신은 잘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좋은 말이라  생
각하고 역시 속으로 매우 기뻐했습니다."
강희는 약간 어리둥절하더니 곧 그 말을 알아차린 듯 껄껄  소리내어 웃
었다.
"하하하,  원래는 요순우탕(堯舜寓湯)이야,  제기랄,  뭐가  조생어탕이
야?"
그는 요순우탕에 견주어서  하는 칭찬의 말을 위소보가 결코 날조할  수 
없을테니 절대  틀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영렬전을 
이야기할때 군신들이 끊임없이 주원장을 요순우탕에 버금가는  황제라고 
칭송하는 말을 많이  하였는지라 위소보 역시 그와 같은 말에  익숙해지
고 말았다.
물론 그 뜻은 알 수 없었지만 조생어탕이 바로 황제에게  아첨하는 좋은 
말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주원장이 매번  그와 같은 칭찬의 말을  들을 
때마다 용안이 크게 기꺼워했노라는 말을 들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위소보가 이때 그와  같은 한 마디를 소황제에게 사용하자 아니나  다를
까 강희 역시 용안에 크게 기꺼워하는 표정을 띠우고 웃은  것도 지극히 
크게 흐뭇해하는지라 자기의 아첨의 말이 제대로 들어맞게  되었다는 것
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황상, 조생어탕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물건인가요?"
강희는 웃었다.
"그래도 조생어탕이야? 그대는 정말 손톱만큼도 학문이  없구나. 요순우
탕으로 말하면 고대의 네 분의 어질고 밝은 군주를  말씀하시는거야. 그
분들은 그야말로  크게 착하고 크게  지혜로운 분들이며 인덕을  천하에 
베푼 훌륭한 황제라고 할 수 있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랬었군요. 그랬었군요. 알고  보니 그 반역도들도 결코 전혀  조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군요."
강희는 말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그대로 도망치는 것을 내버려 둘  수
는 없다. 빨리 다륭을 불러들이도록 해라."
위소보는 대답하고 나가서  어전 시위총관 다륭을 서재로 불렀다.  강희
는 다륭에게 분부했다.
"반역도들은 정말 운남  목씨 집안사람들이다. 그대가 시위들을  이끌고 
가서 즉시  사로잡도록 해라. 소계자,  반역도들 패거리에 어떤  인물이 
있는지 그대는 다총관에게 이야기하도록 해라."
위소보는 즉시 목검성과 유대홍 등의 성명을 말했다.
다륭은 깜짝 놀라 말했다.
"알고 보니 철배창룡이 몰래 일을 지휘하고 있었군요. 이 한  떼의 도적
들의 내력은 대단하답니다.  그 요두사자 오립신만 하더라도 소신은  그
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궁 안에서 하루낮 하룻밤을  가
두어 두면서도 그의  내력을 알아내지 못했다니 정말 뜻밖이군요.  만약 
소신이 조금이라도 총명했다면 그가 언제나 머리를 가로젓는  것을 보고
는 짐작했어야  옳았습니다. 만약 성상께서  명백하고도 단호한  조처를 
내리지 않으셨다면 우리  시위들은 모두 다 그들이 오삼계가 보낸  사람
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입니다."
강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들은 이때쯤 벌써 도망치고 말았을걸? 이번에는  반드시 그들을 
사로잡으리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네."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미 주모자를 알게 되었으니 설사 이번에 사로잡지  못한다 하
더라도 큰 지장은 없네.  두려운 것은 우리가 모든 사실을 모르는  것은 
고사하고 남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다는 사실일걸세.
다륭은 말했다.
"네, 네, 소신이  너무 멍청했습니다. 황상께서 영명하시어  다행이었습
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그리고 고래를 숙여 절을 한 후 물러나서는 즉시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
다.
강희는 말했다.
"소계자, 나는 자녕궁으로  가서 문안 인사를 올려야겠다. 그대는  나를 
따라오게나."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위소보는 태후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간히 부들부들  떨릴 지경
이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는 왜 울상을 짓고 있나? 내가 그대를 데리고 태후를  뵈러 가겠다
는 것은 바로 그대의 목숨을 보존하자는 것이야."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네."

 자녕궁에 도착하여 강희는 태후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객의  내력을 밝
혔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9. 소계자, 너는 똑똑해

 강희는 자기가 소계자를 파견해서 일부러 자객을 놓아 주어  진상을 알
아오게 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소계자, 너는 정말 일을 잘 해냈구나."
위소보는 꿇어 엎드려서 다시 큰 절을 올렸다.
"그것은 황상께서 일을 신과  같이 헤아려 본 덕택이고 모든 것을  계산
에 넣고 있었던 탓이기도  하죠. 소신은 그저 황상의 명을 받들어  일을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신이 한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황상
께서 분부하신 것이며  소신은 조금도 자기의 주장을 내세운 적이  없습
니다."
태후는 그를 몇 번 바라보더니 싸늘히 코웃음치고는 말했다.
"네가 짖궂게  날뛰는 것도 황상께서  분부해서 거행한 것은  아니겠지? 
어린애가 궁에서 나가게 되었으니 반드시 곳곳으로  쏘다니며 놀았겠지? 
혹시 천교로  가서 구경을 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빙당호로를 사  먹지 
않았느냐? 
위소보는 천교에서 관졸들이  빙당호로를 파는 장사치들을 마구  잡아가
던 것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그는 틀림없이 태후가  사람
을 본태 그들을 사로잡아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그 
사람이 소식을 오대산의 서동에서 알리게 될까봐 시비곡절을  따지지 않
고 천교 일대에서 빙당호로를 파는 장사치들을 모조리  잡아가서는 역시 
시비곡절을 따지지 않고  모조리 참수한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악랄한 
수단에 생각이 미치게 되자 그만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고 위
소보는 대답했다.
"네, 네."
태후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네게 묻고 있지 않느냐? 너는 빙당호로를 사 먹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께 말씀드리죠. 소신은 거리에서 사람들로부터 이 며칠  간 천교는 
시끄럽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구문제독(九門提督)이  사
람들을 보내 빙당호로를 파는 장사치들을 모조리 잡아갔으며  그 안에는 
나쁜 사람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래 빙당호로를  팔던 
사람도 영업을 바꾸어서 어떤 사람은 떡을 팔게 되었고 어떤  사람을 땅
콩을 팔게 되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맛을 들인 대추나 엿을 팔게  되
었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들중에 어떤 사람은 소신이 많이  보아 얼굴이 
매우 익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빙당호로를 팔지 않는다고  했습
니다. 또 한 사람은 정말 우습게도 오대산인가 육대산으로  가서 화상들
만 먹는 채소로 빚은 만두를 가져와 팔겠다고 했습니다."
태후는 눈썹을 곤두세우며 크게 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물론 위소
보가 그와 같은 말을 하는 의도를 알아들은 것이다.
그것은 전갈하는 사람이  아직 잡히지 않았으니 이후에도 잡아 갈  생각
은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그녀는 즉시 미미한 냉소를 띠우고 말했다.
"좋아, 너는 정말 잘 했다. 정말 잘 한다. 황제, 나는 그를 내 곁에  두
고 일을 시키고 싶은데 황제가 보기에는 어떠 하시오?"
강희는 이 며칠 동안 위소보에게 일을 시켜 보니 자신에게  무척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기의 오른손이나 왼손과 다를  바 없
었다. 그래서 이번에  친히 자녕궁으로 가서는 태후에게 위소보가  태후
의 파견한  네 명의 태감을 죽인  것은 자기의 명을 받았던  것이라는데 
대한 변명을 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태후가  위소보를 탓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런데  갑자
기 태후가 위소보를 자기  곁에 두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하자 강희도  그
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그는 사실 어머니에 대해서 무척  효성심이 
많았다. 태후가 그의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어릴 적부터 태후에  의해 
길러진 그는 실로  친어머니와 다름없이 여기던 터라 태후의 명을  감히 
어길 수가 없어 미소를 띄웠다.
"소계자, 태후께서는  너를 높이 산 것이다.  빨리 그 은덕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지."
위소보는 태후가 황제에게  자기를 달라고 하는 말을 듣자 그만  혼비백
산하고 말았다.
일시에 머리가 띵해져서는 그저 그대로 줄달음을 쳐서  황궁에서 도망을 
친 후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생각뿐이었다.
그러다가 강희의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재빨리 응했다.
"네, 네."
그리고 연신 큰절을 하며 말했다.
"태후의 은혜와 황상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태후는 말했다.
"왜 그러느냐? 너는 그저 황상만을 받들어 모시고 싶고 나를  받들고 싶
지는 않은 모양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와 황상을 모시는  것은 똑같습니다. 소신이야말로 똑같이  충성심
을 다하여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렇다면 잘  되었다. 주방의 일은  이제부터 그만두도록 하고  오로지 
자녕궁에 있도록 해라."
"네, 태후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강희는 태후가 위소보를 내놓으라고 한데 대해서 여간  불쾌하게 생각하
지 않았다. 몇  마디의 농담을 한 이후  인사를 하고 나가 버리고  말았
다. 위소보는 따라서 나가려고 했다.
태후는 말했다.
"소계자, 너는 남아  있거라. 다른 사람이 황상을 따라가도록 해라.  나
는 너에게 시킬 일이 있다."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그리고 그는 멍하니 강희의 뒷모습이 자녕궁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
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대가 이처럼 가 버리면 나는 그야말로 야단이 나게 된다.  이후 그대
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만 크게  소리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
다.

 태후는 천천히 차를 마시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위소보의 아래위를 
훑어 보았다. 그  눈초리에 위소보는 그만 간이 콩알만해졌다. 한참  후
에야 태후는 물었다.
"오대산으로 가서 소채만으로 빚은 만두를 팔겠다고 한 사람은  언제 다
시 북경으로 돌아온다고 하더냐?"
위소보는 말했다.
"소신은 모릅니다."
태후는 말했다.
"너는 언제쯤 그를 다시 만나기로 했느냐?"
위소보는 그저 나오는 대로 말했다.
"소신은 그와 한달 후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천교가 아닙니
다."
태후는 말했다.
"어느 곳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그때  가서 방법을  강구해서 소신에게  통지를 하겠다고  했습니
다."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너는 자녕궁에서 그의 전갈이 오기를 기다리도록 해라."
그리고 두 손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내실에서 한 명의 궁녀가  걸어나
왔다.
이 궁녀는 이미 삼십  오륙 세는 되어 보였으며 몸은 지극히 뚱뚱한  편
이었으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얼굴은 달덩이 같았는데 눈은  적고 
입은 컸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태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태후는 말했다.
"이 소태감은  소계자라고 하는데 대담하고도  짓궂은 짓을 잘  한단다. 
나는 그를 꽤 좋아하지."
궁녀는 미소를 띠웠다.
"네, 이 소형제는  정말 눈치가 빠르게 생겼네요. 소형제, 나의  이름은 
유연(柳燕)이라고 해. 너는 나를 누나라고 부르면 좋을 것이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너는 살찐 암퇘지다.)
그러나 겉으로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유연 누나, 그  이름은 정말 잘 지었군요. 몸매 또한 버들가지  같
고 걸음도 경쾌하시어 그야말로 한 마리의 조그만  제비를 연상시키는군
요."
태후의 앞에서  다른 궁녀나 태감들은 감히  이와 같이 경박한 말을  반 
마디도 지껄일 수 없었다. 위소보는 자기가 요행을 바라볼수  없다는 사
실을 잘 알고 있는지라  그와 같은 말을 해도 마찬가지이고 안 해도  마
찬가지이니 안 한다면 그야말로 손해라고 생각하며 당돌하게  지껄인 말
이다.
유연은 헤벌쭉 웃으면서 말했다.
"소형제, 너의 그 입은 정말 달콤하구나."
태후는 말했다.
"그의 주둥아리는  달콤할 뿐만 아니라  발걸음도 무척 빠르단다.  유연
아, 너는 그로 하여금  이곳저곳 뛰어다니지 못하도록 하고 또 궁  안에
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
유연은 말했다.
"태후께서 그를 쇤네에게 맡기신다면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
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망나니는 매끄럽기 그지 없단다. 너는 아마 그를 제대로  지킬 수가 
없을 것이다. 지난번 내가  서동을 보내 그를 불렀더니 그는 교묘한  언
변으로 서동이라는 담이  작은 녀석으로 하여금 놀라서 도망을 치게  만
들었다. 내가 다시 네  명의 태감을 보내 그를 불렀더니 그는  시위들과 
짜고서 그 네 사람을  죽였다. 내가 다시 네 사람을 보냈을 때 그가  무
슨 수작을 부렸는지 동금괴 그들 네 사람을 모조리 해쳐 죽였더구나."
유연은 쯔쯔 혀를 차더니 웃으며 말했다.
"어머, 소형제. 그대야말로  너무나 짓궂군. 그렇다면 상대하기가  어렵
지 않겠어? 태후, 제가  보기에 그의 두 다리를 잘라 그로 하여금  순순
히 누워 있도록 하는 것이 태평무사할 것 같군요."
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볼 때도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구나."
위소보는 그만 몸을 날려서는 문 쪽을 향해 줄달음쳤다.
그런데 그의 왼발이 막 문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을 때  갑자기 머리가죽
이 바짝 조여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어느덧 머리가  상대방에게 잡힌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곧이어 그의 머리가 젖혀지게  되었고 몸뚱아리
는 자기의 뜻과 달리 곤두박질을 쳐서는 넘어지게 되었다.
가슴팍이 아파왔다. 한 발이 그의 가슴팍 위를 밟고 있었다.  그러고 보
니 그 발은 통통하고도  컸는데 붉은 바탕에 노란 꽃을 수놓은 비단  신
을 신고 있었다.  바로 유연에게 밟혀 있는 상태였다. 위소보는  다급한 
김에 그만 욕을 했다.
"이 못난 계집애, 빨리 냄새나는 발을 저리로 치워."
유연은 발에다 살짝 힘을 주었다. 위소보의 가슴팍의 십혀  대되는 근골
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마구 들렸으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
었다. 이때 유연은 웃으며 말했다.
"소형제, 너의 한 쌍의 발은 꽤 구수하겠지? 잘라서 맛을  보고 싶은 생
각이 굴뚝처럼 나는구나."
위소보는 태후가 자기를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니 자기의  두다리를 자
르고도 남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연후에 사람을 시켜  그를 떼메고
서는 서동에게 전갈해 주는 사람을 찾아 가거나 아니면 몰래  고수를 파
견해서 그 사람을 따라 오대산으로 가서는 서동을 죽이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이미 서동이란 사람이 없으니 그와 같은  연극이 끝
내 들통이 나고 말 형편이었다.
따라서 지금  가장 큰 일은 두  다리를 어떻게 보존하는가 하는  것이었
다. 지금은 위협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터이니 그저 이득이  있는 
방향으로 유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그는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태후께서 저의 다리를 자르는 것은 대단하지 않으며 설사  저의 머리통
을 자른다  하더라도 소계자는 그저 키가  한 토막 작아질 뿐이지  별로 
대단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사십 이  장경은, 헤
헤헤...."
태후는 사십 이 장경 이란 말을 듣자 곧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너 뭐라고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그 몇 권의  사십 이 장경이 약간 애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씀
드린 것입니다."
태후는 유연에게 말했다.
"그를 일으키도록 해라."
유연은 왼손을 들어서는  위소보의 가슴팍에 옮기더니 발등을  위소보의 
등으로 가지고 가서는  그의 등을 살짝 차올려 위소보의 몸뚱아리가  튕
기듯 일어서게 만들었다.
그런 연후 왼손을 뻗쳐서는 위소보의 뒷덜미를 잡고서  허공에 들어올렸
다. 그리고 땅바닥에다가  힘주어 팽개 치듯 내려놓더니 위소보를  재차 
거꾸로 쳐드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전혀 항거할 힘이  없었으므로 갓
난아기처럼 그녀가 다루는 대로 몸을 내맡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
라서 어느덧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못난  계집애라는 욕을 깜짝  놀라는 
바람에 뱃속으로 삼키고만 셈이 되었다.
태후는 물었다.
"사십 이 장경이라는 말을 너는 누구에게서 들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어찌 되었든 저의  두 다리는 잘려나갈 게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겁니다. 서로들 없었던 일로 하면  되겠지요. 
저는 물론 다리가 없어지고 머리통이 없어지겠지만 태후에게도  사십 이 
장경이 없어지는 셈이 될 것입니다."
유연은 말했다.
"내 권하건데 너는 역시  태후의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대답을 해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고, 대답을 안해도 죽는 것은  마찬가
지인데 어째서 대답을 해야 하오? 기껏해야 좀더 형벌을  받겠지만 나는 
두렵지 않아."
유연은 그의 왼손을 잡아서 들더니 웃었다.
"소형제, 그대의 손가락은 갸름하면서도 뾰족한 것이 꽤나  예쁘게 생겼
는데."
위소보는 말했다.
"기껏해야 그대가 나의 손가락을  모조리 분지를 뿐 또 무슨 대단한  일
이 있겠소....."
그런데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손가락에 격렬한  아픔이 전해졌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원래  유연은 두 
개의 손가락으로 그의  왼손 식지를 끼우고는 힘을 주는데 하마터면  그
의 식지 손가락의 뼈가 박살날 뻔 했던 것이다. 이  뚱뚱한 여인은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했고 그야말로 보기에는  부드럽기 이를 데  없었지만 
손 씀씀이에 있어서는 무척 악랄했다.
그리고 손가락에 실린  힘은 매우 놀라울 정도였으며 한번 끼우자  그야
말로 무쇠로 만들어진 집게로 꼭 죄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쓴맛을  단단히 보게 되었고 눈물 콧물을 마구  흘리
며 부르짖었다.
"태후, 빨리 나를 죽이시오.  그 몇권의 사십 이 장경은 그야말로  고양
이에게 절인 고기를 냄새 맡게 하듯 생각도 하지 마시오."
태후는 말했다.
"네가 사십  이 장경에 대해서 솔직이  털어놓는다면 나는 너의  목숨을 
구해 주마."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태후께서 목숨을  구해 주는 것도 바라지 않소이다. 경경에  관해
서 나는 결코 말하지 않겠소이다."
태후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 뻣뻣한 어린애를 일시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유연, 만약 그가 말하지 않는다면 그의 두 눈알을 뽑도록 해라."
유연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내가 먼저 그의 한쪽 눈알을 뽑도록 하지요. 소형제,  너의 눈
알은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  새까맣고 둥근 것이 또르르 구를 것  같은
데 뽑아 놓고 보면 별로 아름답지는 못할 것이야."
그러면서 그녀는 오른손의 엄지 손가락을 위소보의 오른쪽  눈꺼풀 위에 
놓더니 약간 힘을 주었다.
위소보는 눈알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부득이  굴복하
지 않을 수 없었다.
"투항, 투항이외다. 내 눈알을 뽑지 마시오. 내 말하리다."
유연은 손을 놓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착한 아이지.  그대가 순순히 말을 한다면 태후께서는 너를  예
쁘게 여길 것이다."
위소보는 손을 뻗쳐 눈을 부볐다. 그리고 그 아픈 눈을  몇 번 깜박깜박
했다. 그리고  다른 쪽 눈을 감고서는  고개를 돌려 유연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잘못 되었군. 잘못 되었어."
유연은 말했다.
"뭐가 잘못 되었어? 시치미 떼지 말아라. 태후께서 너에게  묻는 말에나 
빨리 솔직이 대답하도록 해라."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이 눈동자는  그대에게 눌려서 망가지게 된 모양이오. 보이는  사
물이 일그러지는 걸.  내가 그대의 몸뚱아리를 보니 모가지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비게살이  더덕더덕 찐  돼지의 머리 같은  것이 보이지  않겠
소."
유연은 여전히 화를 내지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것 참  재미있구나. 내 다시 너의  왼쪽 눈알을 눌러서 망가뜨려  주
마."
위소보는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그만둡시다. 고맙소이다."
그리고 그는 왼쪽 눈을 감고는 태후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후는 속으로 크게 노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저놈의 새끼가 외짝 눈으로  유연을 보며 그의 모가지에 돼지 머리  같
은 것이 달렸다고  말하더니 이번에는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보는구
나. 그는 입으로 말하지  않고 있지만 속으로는 나에게 무슨 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의 목에 짐승의  머리 같은 것이  달렸다고 
하겠지?)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녀는 냉랭히 말했다.
"유연, 너는  그의 눈알을 뽑도록 해라.  그가 이쪽을 쳐다보지  못하게 
말이다."
위소보는 재빨리 말했다.
"눈알이 없다면 어떻게 사십 이 장경을 찾아서 태후에게  드릴수 있겠소
이까?"
태후는 물었다.
"너에게 사십 이 장경이 있다는 말이냐? 어디서 가져온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서동이 나에게 준  것이외다. 그는 나에게 잘 보관하라고 했으며  가장 
은밀한 곳에 두라고 했소이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지요. '소
계자 형제, 황궁 안에는 그대를 해치려는 사람이 무척 많다네.  만약 장
래 그대에게 무슨 변고라도 있어 두 눈알이 없어지거나 두  다리가 없어
지게 된다면 이 불경은  그 이후부터 햇볕을 보지 못하도록 하게나.  그
대를 해친  사람은 눈알이 멀지는 않았지만  이 보배와 같은 불경을  볼 
수 없으니 눈이  먼 사람과 다를 바  없겠지. 이야말로 그 스스로  그와 
같은 결과를 자초한 셈이  될 것이야.' 태후, 그 불경은 붉은  비단으로 
겉장을 만들고 하얀테를 두른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태후는 서동이 그와  같은 말을 했으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서동을 보내  종인부의 상홍기, 기주, 사찰박을 죽이고 그의  저택
에 숨겨져 있는 사십 이 장경을 갖고 오도록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날 서동이 돌아와 보고를 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위소보를  급히 죽여 
입을 봉하고자 하여 미처  불경에 관한 일을 묻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데 이제  위소보의 말을 듣고 보니  속으로 여간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한편 기쁘기도 했다.
화가 나는 것은  서동이 경서를 위소보에게 주었다는 것이고 기쁜  것은 
그 사십 이 장경의 행방을 알아내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그렇다면 유연, 너는 저 녀석을 데리고 가서 그 불경을  나에게 가져오
도록 해라. 만약 불경이 가짜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우리
들이 그의  목숨을 살려 주고 그를  황제에게 되돌려 주자꾸나.  그리고 
우리들은 영원히 그로  하여금 자녕궁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자.  저 
녀석만 보면 내가 화가 날 것이고 화가 나게 된다면 내 명대로  살지 못
할 것이니 그런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구나."
유연은 위소보의 오른손을 잡고서 말했다.
"소형제, 우리 가 보지?"
위소보는 손을 뿌리쳤다.
"나는 남자고 그대는 여자요. 손을 잡고 가다니 무슨 체통이 서겠소?"
그러나 유연은 그저 가볍게 그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실제에 
있어서 그녀의 손가락에 실린 힘은 제법 컸으며 흡인력이 있는  것 같았
다. 자기의 손바닥이 그녀의 손바닥에 꼭 붙어서는 떨쳐도  그녀의 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지 않은가.
이때 유연은 웃으며 말했다.
"너는 태감이니 무슨 남자라고 할 수 있느냐? 설사 진짜  남자라 하더라
도 너 같은 나이 어린 꼬마는 내 아들이 되기에도 너무 어리다."
위소보는 그 말을 받았다.
"그런가요? 그대가 나의  어머니가 되고 싶은 모양인데 나는 그대가  우
리 어머니와 모습이 똑같다고 생각해요."
유연은 그가 이야기를  빙 돌려서 자기를 갈보라고 욕하고 있다는  사실
을 알 리가 없었다.
태후는 말했다.
"이 소저는 아직도 처녀이다. 너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아라."
유연은 위소보의 손을 잡아끌고서 밖으로 나갔다.
낭하로 들어서게 되자  위소보는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떠올랐다.  그저 
어떻게 하면 묘법을 강구해서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비수는 바로 오른쪽 신발 발목에 꽂혀  있었
다. 그렇기 때문에  왼손으로 뽑는다면 손을 움직이자마자 그녀에게  발
각되고 말 형편이었다.
이 여인의  무공이 뛰어나니 설사 자기의  두 손에 예리한 무기가  들려 
있다 하더라도 그녀를 상대로  이초 삼식을 싸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
았다. 따라서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기랄, 어디서 이와  같이 큰 암퇘지가 기어나오게 되었을까?  전노본
이 다른 것은 그만두고  자꾸만 살찐 암퇘지를 갖다 줄 때 나는  어쩐지 
불길하다고 느꼈지. 늙은 갈보가 폐병쟁이 늙은이와 싸울 때  이 암퇘지
는 틀림없이 자녕궁에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러면 그녀가  나서서 
조금만 도와도 늙은 폐병쟁이는 즉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이 암퇘지
야말로 틀림없이 이 며칠 사이에 궁안에 들어온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  전에 늙은 갈보가 그녀를  보내 나를 죽였을 것이니  늙은 
갈보가 친히 손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마음속으로 떠오른 계책이  있었다. 그
리하여 그는 그녀를 데리고 동쪽으로 나아갔다. 곧장 건청궁  옆에 이는 
서재로 향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강희에게 목숨을 구하는 길밖에  없
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통통한 암퇘지는  궁 안으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궁안의 
길에 대해서 잘 알 수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가 동쪽으로  한 걸음을 내딛고 두  번째 걸음을 미쳐 내딛기도  전에 
뒷덜미가 바짝 조여졌다. 어느덧 유연에게 움켜잡힌 것이다. 
그녀는 헤헤 웃으면서 물었다.
"작은 아우, 어디로 가려고 하는거지?"
위소보는 말했다.
"내 방으로 가서 불경을 가져와야 하지 않아요."
유연은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서재로 가려는 것이지? 황제에게 너를  구해달라고 할 
셈이냐?"
위소보는 참을 수 없어 욕을 했다.
"이 암퇘지, 궁안의 길을 알고 있었구나."
유연은 말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건청궁, 자녕궁, 그리고 소형제의 거처만은  잘못 알 
리가 없지."
그리고 손에 힘을 주어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즉 위소보의  몸을 서쪽으
로 향하도록 비틀고서는 웃었다.
"순순히 앞장을 서서 걸어. 수작부리지 말고."
그녀의 말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비트는 힘은 엄청나게 컸다.
위소보의 목뼈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났으나 너무나 아파서 큰  소리
로 비명을 질러야 할 지경이었다.
위소보는 자기의 목뼈가  그녀의 손에 이미 분질러진 것이 아닌가  여길 
정도였다. 앞에 두 명의 태감이 비명을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유연은 나직이 말했다.
"태후께서 분부하셨다.  네가 만약 도망을  치려 한다거나 또는  소리를 
질러 부르짖으면 즉시 나보고 너를 죽이라고 했다."
위소보는 아무리 큰  소리로 구원을 청하여 황제가 달려오게 된다  하더
라도 강희 황제  역시 어마마마의 명을 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
다. 황제가 자기에게 잘  대해 주기는 하지만 결코 한명의 소태감을  위
해 어머니로 하여금  화를 내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몇  명의 시위를 만나게 된다면 그들을 충동질시켜  유연을 
죽이는 것이 가장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별안간 허리가 아파왔다.
유연이 팔굽으로 힘을 주어 그의 허리를 치면서 말했다.
"무슨 잔꾀를 부리려고 하느냐?"
위소보는 어찌할 수 없었다. 부득이 그는 자기의 거처로  향해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방에 간다면 두 명의 협조자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방이와 소군
주는 몸에 상처를 입고 있으니 만큼 우리 세 사람이  한꺼번에 상대한다 
하더라도 이 암퇘지를 이겨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암퇘지에게 두 사
람의 행적이 발각되면 헛되이 두 사람의 목숨만 빼앗기는 결과가  될 것
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방문 밖에 이르러 열쇠를 꺼내 자물통을  따게 되
었다. 그러나 그는 일부러 열쇠와 자물통을 문에 부딪쳐  챙그랑 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도록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큰소리로 외쳤다.
"이 계집애, 암퇘지, 네가 이토록 나를 괴롭히다가는 언젠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유연은 웃었다.
"너는 네  자신이 곱게 죽지 못할  것이나 돌보도록 해라. 그리고  남의 
일에는 쓸데없이 관계하지 말아라."
위소보는 퍽 하니 문을 밀어 젖히고 말했다.
"이 불경을 태후에게 주든  안 주든 그녀는 나를 죽이고 말 것이다.  너
는 내가 바보라서  아직도 요행스럽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
각하는 줄 알겠지?"
유연은 말했다.
"태후께서 너를 용서하신다고  했으니까 십중팔구 너의 목숨을 구해  주
실 것이다. 기껏해야 너의  두 눈동자를 뽑거나 너의 두 다리를  자르겠
지."
위소보는 욕을 했다.
"너는 태후께서 너에게 잘 대해 준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나를  해쳐 죽
인 이후 태후는 또 너를 죽여 입을 봉하고 말 것이다."
이 몇 마디의 말은  유연의 마음을 찌르는 듯 그녀는 일순  멍청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힘주어 그의 등을 밀었다.
위소보는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고 방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문
밖에서 그와 같이 많은 말을 하였으니 방이와 소군주가 이미  그 소리를 
듣고 지극히 흉악한 적이 왔다는 것을 알고는 이불속에 움츠리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유연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기다릴 틈이 없으니 빨리 가지고 나오너라."
그리고 그녀는  다시 그의 등을 힘주어  밀었다. 위소보는 휘청하니  몇 
걸음 안쪽 방으로 달려들어가는 꼴이 되었다.
유연도 뒤따라  들어왔다. 위소보가 힐끗 보니  침대 앞에는 똑바로  두 
켤레의 여인 신발이 놓여  있지 않은가. 이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
고 방안에는 촛불이  켜져 있지 않아 유연이 방안으로 들어왔으나  즉시 
발견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위소보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야단났다.)
그리하여 그는  방안으로 달려 들어오는  기세로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두 쌍의 신발을 침대  밑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침대  아래
로 기어들어갔다.
그는 다시 한번 더 서동을 죽이던 방법으로 암퇘지를  죽일 작정이었다. 
침대 밑으로 들어간  그는 오른발을 움츠려서는 자기 쪽으로 돌려서  오
른손으로 신발목에 감추어진 비수를 뽑아들 작정이었다.
그런데 오른발을 미처  움츠리기도 전에 바짝 조여지는 것이 어느덧  유
연에게 움켜 잡히고 말았다.
곧이어 그녀의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는 것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불경을 찾으려고  그러는거야. 그  불경은 바로 이  침대 아래에  있거
든."
유연은 말했다.
"좋아."
그리고 그녀는 위소보가  침대 아래에서는 어디로 도망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그의 발목을  놓아 주었다. 위소보는 몸을 움츠려서는  비수를 
뽑아 손에 들었다.
유연은 호통을 쳤다.
"내 놔라."
위소보는 말했다.
"어, 쥐가 있는 모양인데? 어이구, 어이구, 큰일났구나.  어째서 불경을 
모조리 갉아먹었지."
유연은 말했다.
"너는 내앞에서 수작을 부리려고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을것이다. 빨리 
이리나와."
그리고 손을 뻗쳐서는 잡으려고 했으나 위소보를 잡지 못했다.  이때 위
소보는 재빨리 벽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유연은 앞으로 두어 자 기어들어갔다. 이렇게 되자 그녀의  상반신은 이
미 침대 아래로 기어들게 되었다. 그녀는 다시 손을  뻗쳐서는 잡으려고 
했다.
위소보는 몸을 돌려 기척도 없이 비수를 뻗쳐서는 찌르려고  했다. 비수
의 끝이 그녀의 손등과 막 닿으려고 했을 때 유연은  어느새 알아차리고
는 매우 신속하기 이를데 없는 반응을 보였다.
오른손을 홱 뒤집듯 뻗치면서 위소보의 손목을 잡고 손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 되자 위소보는 손에 기운이 확 빠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부득
이 비수를 놓고 말았다. 
유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나를  죽이려고? 먼저  너의 한 알의  눈동자부터 뽑아  버려야겠
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그의 목을 조르면서  왼손으로 그의 눈을  뽑으려 
들었다. 위소보는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독사가 있다."
유연은 깜짝 놀라 부르짖었다.
"뭐라구?"
별안간 그녀는 악!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위소보의 목을  조르
던 손을 점점 풀었다. 그리고 몸을 몇 번 비틀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엎
드리고 말았다.
위소보는 놀람과 기쁨에  넘쳐서는 재빨리 침대 아래서 기어나왔다.  이
때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상처를 입지 않았나요?"
위소보는 모기장을 들추고  바라보았다. 방이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고 
두 손에는 검자루를 쥔 채 연신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장검은 
요 위에서 침대 아래쪽으로 푹 찌른 상태였고 자루가 있는  곳까지 들어
간 상태였다.
원래 그녀는 위소보의 형세가 매우 긴급한 것을 알고 침대  위에서 바로 
검을 꽂은  것이었다. 그리하여 장검은  이불자락과 침대의  나무판자를 
뚫고서 곧장 유연의 등을 관통하게 되었던 것이다. 위소보는  유연의 엉
덩이를 한번 차더니 그녀가 꼼짝하지 않는 것을 보자 기뻐서 말하였다.
"훌륭한.... 훌륭한 누나, 그대가 나의 목숨을 구했구려."
유연의 무공으로서는 방이가 어둠 속에서 그녀에게 암습을  가한다 하더
라도 성공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위소보가 자물통을 따고  방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방안에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 일검은 다시 침대와 요를 사이에  두고 서 장
검을 찔렀기  때문에 사전에 손톱만큼도 어떤  낌새를 챌 수가  없었다. 
알아차리게 되었을 때는 장검은 이미 심장을 꿰뚫고 만  이후였다. 아무
리 무공이 열  배 더 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진정으로 고수라면 자기의 신분을 중시해서 결코  그녀처럼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사람을 잡아내는 따위의 일을 하지 않았으리라.
위소보는 그녀가  완전히 죽지 않았을까봐  검을 뽑아서는 다시  침대와 
요를 사이에 두고 두 검을 찔렀다. 목검병은 말했다.
"이 고약한 여자는  누구죠? 그녀는 매우 흉악하더군요. 그대의  눈동자
를 뽑겠다고 하지 않았아요?"
위소보는 대답했다.
"늙은 갈보 태후의 부하이지."
그리고 방이에게 물었다.
"상처는 아프지 않소?"
방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괜찮아요."
기실 조금 전 그녀는 일검에 너무나 힘을 주어 상처를  건드렸기 때문에 
그녀는 거의 기절할  정도로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이마에서는  땀방울
이 한 방울 두 방울 맺혀 흘렀다.

 위소보는 말했다.
"얼마 후, 늙은 갈보는 다시 사람을 보내올 것이니 우리는  즉시 방법을 
강구해서 도망치도록  합시다. 음, 그대들  두 사람은 남자로  변장해야 
되겠구만. 아예  태감 모양으로 변장을  하고서 궁안에서  빠져나가도록 
합시다. 그런데 누나, 그대는 걸음을 옮겨 놓을 수 있겠소?"
방이는 말했다.
"억지로 옮겨 놓을 수 있어요."
위소보는 자기가 입던 옷을 두 벌 꺼내서는 말했다.
"갈아입도록 해요."
그는 유연의 시체를  침대 아래에서 끌어냈다. 그리고는 비수를  집어서 
갈무리하고 시체 위에다가 화시분을 튕겨 뿌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은표와 금은재보, 그리고 두 권의 사십 이  장경 및 무
공비급을 보따리에 쌌다.  그리고 한 봉지의 몽혼약과 화시분도  휴대하
기로 했다.
목검병은 옷을 바꾸어 입고는 먼저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위소보는 칭
찬했다.
"매우 잘 생긴 소태감이군. 내가 그대의 머리를 땋아 주겠소."
잠시 후 방이 역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몸매는  위소보보다 약간 
큰 편인지라 위소보의 옷을  입자 그 옷이 팽팽해서 몸에 잘 맞지  않았
다. 따라서 거울에 비추어 보고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목검병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나의 머리를 땋아 주었으니, 나는 사저의 머리를 땋아 드리죠."
위소보는 목검병의 긴 머리카락을 잡고서는 아무렇게나  땋았다. 목검병
은 거울을 보더니 말했다.
"어머, 이토록 보기 흉하다니, 내가 땋아야겠어."
위소보는 말했다.
"지금 머리 땋는 것을 서두를 것은 없어. 이제 날이  어두워졌으니 궁에
서 나가지  못할거요. 늙은 갈보는 암퇘지가  돌아와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사람을  보내 나를 잡으려고 할 것이외다. 우리들은  먼
저 은밀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겼다가 내일 이른 아침에  궁에서 빠져나가
도록 합시다."
방이는 물었다.
"늙은.... 태후는 사람을 보내 각처와 궁문을 은밀히 감시하고  있지 않
을까요?"
위소보는 말했다.
"물론 우리는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한 걸음 내딛을  곳을 계산하여 은
밀히 행동하는 수밖에 없소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 강희 황제와 무술시합을 가졌던 그 방이  매우 조용하
고 또 좀처럼  제삼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리하여 
그는 두 사람을 부축해서는 자기의 처소에서 나왔다.
목검병은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에 문의 빗장으로 지팡이를 삼았다.  방
이는 한 걸음을 옮겨 놓게 되자마자 가슴팍이 아파왔다.  위소보는 오른
손을 뻗쳐  그녀의 허리께를 잡고 반  부축하듯 반 안듯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날이 이미 어두워 그는  얼마든지 조용한 곳을  찾아 
길을 갈 수가 있었다.
그 방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세 사람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위소보는 몸을 돌려서는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방이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히고 나직이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오. 바깥은 바로  낭하이니 
내가 거처하는 곳처럼 조용한 곳은 못 된다오."
밤이 점차  무르익어 갔다. 처음 세  사람은 그런대로 상대방의  오관을 
분간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저 몽롱한 몸의  윤곽만 흐릿하
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목검병은 위소보가  딴머리가 보기 흉하다며  땋은 머리를 풀고는  그녀 
자신이 다시 따기 시작했다.
방이는 자기의 머리카락을  잡고서는 손에다 대고 비볐다. 갑자기  그녀
는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위소보는 나직이 물었다.
"왜 그러시오?"
방이는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저는 조그만 비녀를 잃었어요."
목검병은 말했다.
"아, 그렇군요. 내가 사저의  머리카락을 풀 때 그 은으로 만든  비녀를 
탁자 위에 놓았는데 머리를  다 따고 나서 그대의 머리에 꽂는 것을  잊
었어요. 정말  야단났군요. 그것은 유사형이  사저에게 준 것이  아니예
요?"
방이는 말했다.
"그까짓 비녀쯤이야 무슨 상관이 있어."
위소보는 그녀가 별 상관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으나 그  어조에는 매우 
애석해 하다고 느끼며 생각했다.
(좋은 사람 행세를  하려면 끝까지 해야겠지? 내가 살그머니 가서  그녀
를 위해 가져와야겠군.)
그리고 그는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잠시 후 말했다.
"배가 매우 고프오.  내일까지 기다리게 된다면 아마도 기운이 없어  길
을 갈수가 없을 것 같소. 내 먹을 것을 좀 찾아오리다."
목검병은 말했다.
"빨리 돌아와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럽시다."
그리고 그는 문가로  가서는 바깥에 사람이 없는지 귀를 기울였다가  문
을 열고 나갔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자기의 거처로 돌아갔다. 태후가 이미  사람을 보내 
지키고 있지 않나 싶어 거실 뒤쪽으로 돌아가 한참 들어본  이후 방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창문을 열고  기어들어갔다. 
이때 달빛이 비스듬히 비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탁자 위에는  한 개
의 은채(銀釵)가 놓여 있었다. 이 은채는 매우 거칠게  마들어진 것으로 
기껏해야 일이 전의 은자밖에 나갈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유일주라는 녀석은 정말  돈이 없는 녀석인가 보다. 이와 같이  형편없
는 물건을 선물이랍시고 방소저에게 주다니.)
그는 은채에다가 침을 탁 뱉고는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대바구
니, 서랍, 침대 위,  선반 등 여러 곳에서 아무렇게나 자기가  먹으려고 
사 두었던 간식용 음식을 주어 모아서는 종이상자안에  넣고는 품속에다
가 갈무리를 했다.
그리고는 창문으로 기어나가려고  했을 때 침대 앞에는 놀랍게도 한  쌍
의 붉은 바탕에 금실로 수놓은 비단신이 보였는데 신발 속에는  각기 하
나의 발이 들어 있지 않은가.
위소보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담담한 달빛 아래 한 쌍의  잘라진 
발이 새빨간  신발을 신고 있는 모양은  실로 소름이 쭉 끼치는  일이었
다. 그러나 그는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연의 시체가 화시분에 의해서 없어지게 되었을 때 침대  앞지면이 고
르지 않아 시체로  화한 노란물이 침대 아랫쪽으로 흘러감으로써 두  개
의 발을 미처 녹이지 못했구나.)
그는 몸을 돌리고서 그 두 잘라진 발을 누런 물속에  차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누런 물은 이미 메말라  있었고, 화시분은 보따리에  싸서는 
방이와 목검병이 있는 곳에  두지 않았는가. 이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되
자 갑자기 동심에 사로잡혔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10. 황후의 침실

 (빌어먹을, 내가 이번에 궁에서 나가게 된다면 다시는 늙은  갈보를 만
나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두  개의 발을 그녀의 방안에다가  던져 
넣어서는 그녀를 반쯤 죽도록 놀라게 해주어야지.)
그리하여 그는 장삼을 꺼내서는 신발이 신겨져 있는 잘린 발을  싸서 창
밖으로 기어나갔다. 그리고는 살그머니 자녕궁 쪽으로 걸어갔다.

자녕궁과 가까워지게 되자 그는 감히 길을 따라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
다. 그리하여 그는 몸을 날려 꽃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는  한 걸음 옮긴 
후 귀를 기울이고는 했다.
그리고 내심 생각했다.
(만약 잘못하여 늙은  갈보에게 잡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스스로  그물에 
뛰어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한편으로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겁
도 났다. 한 걸음 한 걸음 태후의 침궁과 가까워지게  되자 손바다게 고
이는 땀도 더욱더 많아지게 되었다. 
(내가 이 한쌍의 암퇘지  발을 문입구 계단 위에 내려놓게 된다면  그녀
는 내일 틀림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정원으로  던
지게 된다면 역시 너무나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며서  그는 살금살금 두 걸음 다가갔다. 이때  갑자
기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유연은 어떻게 된 것이지? 어찌하여 이때까지 돌아오지 않지?"
위소보는 속으로 크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방안에 어째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릴까? 이 말하는 사람의 소리로  미
루어 볼 때 태감이  아니다. 혹시 늙은 갈보에게 기둥서방이 있었던  것
이 아닐까? 하하, 하하, 이번에 나는 간통하는 두 남녀를 잡아야겠다.)
그는 속으로  간통하는 사람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간이 십  배나 
더 크다고 하더라도 엄두를 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호기심이 크게  일어 그대로 잘린 발을 놓아두고 돌아설  생각은 
없었다.
그는 소리나는 곳을 향해 발소리를 죽이며서 몇 걸음  다가갔다. 걸음마
다 그는  가볍게 놓았고 메마른 가지를  밟게 되었을 때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다.
이때 남자가 싸늘히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
"흥, 아무래도 변고가 있는  것 같군. 그대는 그 꼬마가 매우  매끄럽게 
잘 도망가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찌하여  유연 혼자서 그를  데려가도록 
했지?"
위소보는 생각했다.
(알고 보니 너는 나를 이야기하고 있었구나.)
이때 태후는 말했다.
"유연의 무공은  그보다 십 배나 고강하고  또한 눈치가 빨라서  매사에 
경계를 할텐데 무슨 변고가  나겠어요? 십중팔구 그 불경을 먼 곳에  두
었기 때문에 유연은 그 꼬마를 데리고 불경을 찾으러 갔겠죠."
그 남자는 말했다.
"불경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괜찮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흥!"
그 사람의 어조는 매우  엄했다. 태후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하다니  실로 
무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더욱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에 누가 그녀 앞에서  이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설마하니  노
황제가 오대산에서 돌아온 것일까?)
순치황제가 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크게 흥분되었다.  그리고 속으
로 좋은 구경거리가 생겨날 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부근에  한 명의 궁녀나 태감도 볼 수 없다는  사실
이었다. 아마도  모조리 다 태후에게서 멀리  가 있으라는 분부를  받은 
모양이었다.
이때 태후는 말했다.
"그대는 내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내가  자녕궁
에서 한 걸음  나가기만 하더라도 궁녀와 태감들이 한 무더기로  따르게 
되니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그 남자는 말했다.
"그대는 날이 어두워진 이후에  그를 앞장 세워서 가면 될 것이  아니겠
소.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통지하여 나로 하여금 그를 앞장 세워서  불
경을 가지러 가게 하면 되었을 것이 아니오?"
태후는 말했다.
"저로서는 그대에게 수고를 끼칠 수가 없었어요. 그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도 조금도 낌새를 차리게 해서는 안 돼요."
그 남자는 냉소했다.
"이와 같은 큰  일에 부딪치게 되었는데 이것저것 따지게 되었소.  그대
가 나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은 내가 그대의 공로를 가로챌까봐  두려워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소."
태후는 말했다.
"가로챌 게 뭐가 있어요. 공로가 있어도 그렇고 공로가 없어도  이 모양
이 아니에요? 그저 평안무사하게 일 년을 더 견딜 수  있기만을 바랄 뿐
이죠."
그 어조에는 원망하는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위소보가 만약  태후의 음성을 똑똑히  아는 처지가 아니라면  틀림없이 
늙은 궁녀가 그 누구에게 꾸지람과 원망을 듣고 있는 것이라고  여길 판
이었다.
물론 두 사람의  말하는 소리는 음성을 지극히 낮추고 있었으나  거리가 
가까웠고 조용한 밤중이며  다른 기척이 들리지 않는지라 결코 잘못  들
을 리도 없었다.
그리고 위소보는 그들 두 사람이 무슨 공로를 가로채느니 하는  말을 듣
고 그렇다면 이 남자는 순치황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일어나는 호기심을 억제할 수 없어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창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이와 같이 창밖에 서서 훔쳐보는 것은 여춘원에 있을  때, 어릴 적
부터 익숙했던 노릇이었다.
(옛날 나는 손님이  우리 어머니를 데리고 노는 것을 훔쳐보았었지.  그
런데 오늘밤은 늙은 갈보가 손님을 대접하는 것을 훔쳐보게 되었구나.)
그러고 보니 태후는 비스듬히 의자 위에 앉아 있었고 한  궁녀가 뒷짐을 
진 채 방안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밖에 다른 사람은  없었
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남자는 어디로 갔지.)
이때 그 궁녀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기다리지 않겠소. 내가 가 봐야겠소."
그녀가 입을 열자 위소보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원래 그 궁녀는  남자 
소리를 내고 있었다. 조금  전 바로 그녀가 말했던 것을 똑똑히  알아들
을 수 있었다.
위소보는 창틈으로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그녀의  가슴팎까지
는 볼 수 있었으나  그 위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볼 수가  없
었다.
태후는 말했다.
"내가 그대와 함께 가겠어요."
그 궁녀는 냉소했다.
"그대는 그저 마음을 놓지 못하는군."
태후는 말했다.
"마음을 못 놓을 것이  뭐가 있어요? 나는 유연이 수상한 짓을 하지  않
나 의심하는 거예요.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하게 되면  쉽게 그녀를 제
압할 수 있을거예요."
궁녀는 말했다.
"음, 그것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군. 그야말로  시궁창에서 배
를 뒤집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 가 봅시다."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대로  가더니 이불과 요를  들쳤다. 
그리고 다시 한 조각의 나무판자를 들어냈다.
달빛 아래 푸른 빛이  번쩍였다. 그녀의 손에는 이미 한 자루의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단검을 검집에 꽂더니 품속에다 집어 넣었다.  위
소보는 생각했다.
(원래 늙은 갈보의  침대에는 이와 같은 장치가 되어 있었구나.  그녀는 
다른 사람이 찔러  죽일까봐 방비하기 위해서 단검을 검집에 꽂아  놓지 
않고 있었구나. 그러니까 손을 뻗쳐 잡히는 대로 단검을  들고서는 자기
를 해치려고 하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것이며 검집에서 단검을 뽑는  시
간을 벌자는 것이겠군. 하기야 매우 다급한 경우에는 눈  깜박할 사이의 
오차도 생겨서는 안 되겠지.)
이때 태후와 그 궁녀는 침전에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문을  살짝 닫더
니 자녕궁에서나갔다. 방안의 촛불은 끄지 않은 채였다.  위소보는 속으
로 생각했다.
(나는 이 암퇘지의  발을 그녀의 침대에 있는  그 장치 안에 다가  놓아 
두어야겠다. 그리하여 그녀가  나중에 단검을 다시 꽂아 넣으려고  했을 
때 갑자기 이 암퇘지의  발을 만지게 되어서는 깜짝 놀라 반쯤 죽을  정
도로 혼이 날아갈 것이다.)
그는 자기의 생각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몸을 날려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이불과 요를 들고 보니 침대  윗쪽의 판자
대기 위에 조그만 구리로 만들어진 고리가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뻗어 
잡아당겼다. 그러자 한  조각의 넓이가 약 한  자 정도 되고 길이가  약 
두 자 정도 되는 나무판대기가 들어올려졌다.
아래에 있는  장방형의 칸이 들어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는  세 
권의 불경이 놓여  있었다. 바로 그가 본  적이 있는 사십 이  장경이었
다.
두 권은 그가 오배의 집에서 몰수를 한 것이었다. 원래  불경을 넣어 두
던 옥으로 된 상자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권의  겉장은 
하얀 비단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날 밤 해로공과 태후가  주고받았
던 말로 미루어 볼 때 순치황제가 동악비에게 한 권의  불경을 내렸다고 
하지 않던가? 태후는 동악비를  죽인 이후 자기의 것으로 만든 것이  이 
불경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불경은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지  모르겠군.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중시하니 내가 슬쩍 가져가야겠다. 나중에 이 불경이 없어진  것을 알고 
늙은 갈보는 울화통이 터져 죽으려고 할테지.)
그리하여 그는 즉시 세 권의 불경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유연의 
잘라진 발을 장포에서  꺼내서 침대에 만들어 놓은 칸에다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나무판대기를 덮고 이불과 요를 제대로 펴 놓았다.  그리고 장
포를 아랫쪽으로 차 넣고는 몸을 돌려 바깥쪽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
데 갑자기 바깥쪽의 문이  스르르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누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자 그만 그는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그로서는 태
후와 그 궁녀가 이토록 빨리 돌아오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미
처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바로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갔
다. 그리고 속으로 야단났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저 태후가 무슨 물건을 잊고서 돌아와 그 물건을  찾아 내어서는 
다시 자기를  다시 자기를 찾아가기를 바랬다.  그리고 또 그녀가  깜박 
잊은 물건은 결코 침대의 아래에 만들어진 칸에 들어 있는  물건이 아니
었으면 하고 바랬다.
이때 발걸음도  가볍게 한 사람이  안으로 달려들어왔는데 뜻밖에도  한 
여인이었다. 발에는 엷은 녹색  신발을 신고 있었고 바지 역시 엷은  녹
색이었다. 그 바지의 모양으로 보아 궁녀임에 틀림없었다.
(원래 태후를 모시고 있는 궁녀구나. 그녀의 몸에 무공이 있는  것을 보
면 예초는 아니다. 그녀가  만약 즉시 나가지 않으면 그녀를 죽일  수밖
에 없다. 될 수 있으면 그녀가 침대 앞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는 가볍게 비수를 뽑아 들었다. 궁녀가 침대  앞에 다가오기만 
한다면 아래에서 그녀의  아랫배를 찌를 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
는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도 모르게 목숨을 잃고 멀 것이리라.
이때 그녀는 서랍을 열고  또 장농문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무슨 물건을 찾는 듯했으나 시종 침대 앞으로는  다가오지 않
았다. 곧이어 찍찍 하는  소리가 났다. 무슨 예리한 것으로 두 개의  상
자를 찢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저 사람은 보통  궁녀가 아니구나. 태후 방으로 들어와 무엇을  훔치려
고 하는데 혹시 사십 이 장경을 훔치려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손에 칼
이 들려 있는 것을  보면 무공 또한 나보다 못하지 않은 것 같구나.  내
가 만약  나가게 된다면 그녀를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녀에게  죽음을 
당하고 말 것이다.)
이때 그녀는 상자 안을  마구 뒤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서쪽에 
있는 세 개의 상자를 찢어서는 물건을 찾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더 지체하고 가지 않는다면 늙은 갈보는 곧 돌아올  것이다. 네가 
목숨을 잃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나에게까지 누를 끼쳐 이  위소보가 너
와 함께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너의 얼굴을  크게 세워 
주는 꼴이 될 것이다.)
그 여자는 찾는 물건을  찾지 못하게 되자 매우 초조한 듯 상자를  더욱
더 빨리 뒤적였다.
위소보는 이제 투항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차라리 불경을  그녀에게 던져 주어 그녀가  빨리 이 자리를  떠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때였다.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태후의  나직이 속삭이
는 소리가 들렸다.
"틀림없이 유연이라는  계집년이 불경을  손에 넣고는  멀리 떠난  거예
요."
그 여자는 사람소리를 듣게 되자 미처 도망칠 수가 없는  것을 알아차린 
듯 옷장 안으로 뛰어들더니  옷장의 문을 닫았다. 그 남자의 음성을  가
진 궁녀가 말했다.
"그대는 정말 유연이 불경을 가져갔다고 생각하오? 그대가  거짓말을 하
고 있는지 아닌지 내가 알 수 있단 말이오?"
태후는 노해 부르짖었다.
"그대는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내가 유연에게 불경을 갖고 오도록  보
내지 않았단 말인가요? 그렇다면 그녀를 무슨 일로 보냈겠어요?"
그 궁녀는 말했다.
"그대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내 어떻게 알겠소? 어쩌면  그대는 
유연이라는 눈의 가시를 뽑듯 그녀를 해쳐 죽였겠지."
태후는 노해 코웃음쳤다.
"흥, 사형이 되는 사람이  그와 같이 의리없는 말을 하다니, 유연은  나
의 사매예요. 나에게 어찌 그와 같이 큰 담이 있겠어요?"
그 궁녀는 냉랭히 말했다.
"그대는 평소부터  대담한 편이 아니오?  그리고 손 씀씀이가  악랄하여 
무슨 일이든 못 해낸 적이 없지 않소?"
두 사람의 말소리는  무척 나직했으나 조용한 밤이라 여전히 똑똑히  들
을 수 있었다.
위소보는 태후가 그  궁녀를 사형이라 부르고 유연 또한 그녀의  사매가 
된다는 말에 더욱더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녀들 두 사람은  이야기하는 
사이에 내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방안의 상자가 마구 찢어진  것을 보고 
도 잡다한  물건들이 땅바닥에 마구 흩어져  있는 것을 보자 동시에  아 
하며 놀라 부르짖었다.
태후는 부르짖듯 말했다.
"그 누가 불경을 훔치러 왔어요."
그리고 그녀는 침대로 다가서더니 이불과 요를 들치고는  나무판자를 들
어올렸다. 그러나 이미 불경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자, 부르짖었다.
"어머!"
곧이어 그녀는 유연의 그 잘라진 발을 발견하고 놀라면서 물었다.
"이게 뭐지?"
그 궁녀는 손을 뻗쳐 집어들더니 말했다.
"여인의 발이군."
태후는 놀라며 말했다.
"이것은 유연의 발이군요.  그녀는..... 그녀는 남에게 해침을 당해  죽
었군요."
그러자 그 궁녀는 냉소했다.
"나의 말이 틀리지 않았겠지."
태후는 놀람과 분노에 휩싸여서는 되물었다.
"어떤 말에 잘못이 있다는 거예요?"
그 궁녀는 말했다.
"책을 숨기는 비밀 은닉장소는 천하에서 그대 한 사람밖에  모르는 일이 
아니오? 유사매를 그대가 해쳐 죽인 것이 아니라면 그녀의  잘라진 발이 
어찌하여 이곳에 와 있지?"
태후는 노하여 부르짖었다.
"아직도 그같이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거예요? 불경을  훔친 
사람은 얼마 가지 못했을 거예요. 빨리 뒤쫓아가 잡도록 해요."
그 궁녀는 말했다.
"맞아, 어쩌면  아직도 그 사람은  이 자녕궁  안에 있을지 모르지.  그
대.... 그대가 혹시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니겠지?"
태후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리더니 옷장을 바라보며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갔다.
마치 그 옷장에 대해서 이미 의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아니 금방이라도  목구멍으로부터 튀어나
올 것  같았다. 촛불이 어른거리는 가운데  검광이 번쩍 번쩍  땅바닥에 
비춰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후가 왼손으로 옷장의 문을 열고  오
른손으로 단검을  뻗쳐 옷장 안으로 찌른다면  옷장 안에 몸을 숨긴  그 
궁녀는 반드시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태후는 다시 한 걸음 다가섰다. 이제 옷장과는 두  자도 되지 않는 
간격이었다. 별안간 와르르 하는 소리가 나면서 그 옷장이  태후 쪽으로 
쓰러졌다.
태후는 너무나 느닷없이 일어난 일이라 급히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그
런데 옷장 안에서 몇 가지 알록달록한 옷들이 날아와 그녀의  머리를 휘
감았다.
태후는 재빨리 손을 뻗쳐  그 옷들을 낚아채려고 했다. 그런데 다시  한 
무더기의 옷이 그녀의 앞으로 던져졌다. 다음 순간 그녀가  처참한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옷자락 속에서 한 자루의 시뻘건 피가 묻는 단도가  들어올려졌다. 원래 
그 한 무더기의 옷자락 속에는 사람이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옷장 속에 숨어 있던 궁녀가 옷장을 쓰러뜨리면서 옷을 던져  태후가 손
발을 어지롭게 놀리는  사이에 일격으로 태후를 찌르는 데 성공했던  것
이다.
그 남자 목소리를 가진 궁녀는 처음 그와 같은 광경에  놀라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태후의 처참한 비명소리를 듣고서야  손을 들
어 그 한 무더기의 옷을 향해 일장을 후려쳤다.
위소보는 그  한 무더기의 옷이 즉시  옆으로 재빨리 굴러 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궁녀가 그 흐트러진 옷자락 속에서 뛰어나왔다. 손에는  피가 묻
은 단검을 들고 그  남자 목소리를 가진 궁녀에게 덮쳐들었다. 그  남자 
음성의 궁녀는 손을 들어 다시 장력을 격출했다. 녹의  궁녀는 비스듬히 
몸을 날려 피하고는 재차 적에게 덮쳐 들었다.
위소보는 침대 아래에서 두  사람이 어지럽게 옮겨 놓는 네 발을 볼  수 
있었다. 남자 음성의 궁녀가  입고 있는 것을 잿빛 바지에 검은  비단신
발이었다. 녹색의 신발을 신은 두 발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나왔다가 재
빨리 뒤로 물러서곤 했다.  검은 신발을 신은 두 발은 간혹 한 걸음  앞
으로 내딛었다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는 했다.
두 사람은 매우  격렬하게 싸웠으나 무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없었
다. 아마도 그 남자  음성의 궁녀의 손에는 무기가 없는 것 같았다.  위
소보는 눈길을 돌려 태후 쪽을 보았다. 그녀는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꼼
짝하지 않는 것이 이미 죽은 모양이었다.
이때 장풍 소리가  휙휙 하니 들리면서 한동안 싸우는 기척이  들리더니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 세  개의 촛대 가운데 어느덧 한 자루의  촛
불이 장풍에 꺼진 것이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두 개의 촛불도 빨리빨리 꺼라.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둠을 틈타
서 도망을 치겠다.)
휙 하니 장풍이 뻗치는  소리가 들렸고 다시 한 자루의 촛불이  꺼졌다. 
그러나 두 궁녀는 그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싸웠다.  그 누구도 전혀 
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으며 외부의 사람에게 들키는  것을 두
려워하는 것 같았다.
자녕궁에는 본래 태감과 궁녀가 무척 많았다. 이와 같이  한동안 시끄럽
게 소란이 일어나게 된다면 벌써 달려와 살펴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평소 태후의 엄한 명령을 받드는 몸이라  부르는 소
리를 듣지 않고는 그 누구도 감히 엿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때 삭삭 하는 소리가 일었다. 탁자와 의자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사방에서 날아다녔다. 위소보는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말하는 소리가 남자  같은 궁녀는 무공이 정말 높구나. 장풍이  이르는 
곳에 탁자와 의자가 모조리 박살이 나는군.)
별안간 나직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고 하얀 빛이 번쩍 빛나는가  했을 
때 콱 하는 소리가  들렸다. 녹의 궁녀의 무기가 손에서 달아나  천정에 
꽂힌 모양이었다.
곧이어 두 사람은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한 덩어리가 되어 어울어졌다.
이렇게 되자 위소보는 똑똑히 볼 수가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 금
나수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하여  몇 자 둘레 안은 모조리 공격과  방
어의 초식으로 빈틈이  없게 되었는데 초식마다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다른 무공이라면 아는 것에 한도가 있었으나  금나수법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나날을 연마한 터였고 또한 강희황제와 수 개월을  두고 대련
을 가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두 궁녀가 쓰
는 초식은 지극히 빨랐고 손씀씀이 역시 매섭고 악랄했다.
눈을 후벼파려고 했는가 하면 가슴을 짓누르려고 했고  뒷쪽을 내리치려
고 하는가 하면 목을  조르려고 했다. 그리고 혈도를 집거나 맥을  자르
려고 하는가 하면 손목을 비틀려고 했고 팔굽으로  상대방을 내지르려고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어느 일초나 모두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만약 내가 저런 입장에 놓여 있었다면 벌써 투항이라고  항복했을 것이
다.)
위소보의 마음은 다시  두 사람의 손바닥을 따라서 마구  뛰놀았다.그리
고 다시 행각했다.
(어째서 저 촛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을까?)
그는 두 사람이  한참 싸우고 있을 때 그가 정정당당하게  침대아래에서 
기어나와 정정당당하게 걸어나간다 하더라도 두 명의 궁녀는  그저 놀라
워할 뿐 그 누구도  감히 손을 뻗쳐 자기 자신을 막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별안간 촛불이 꺼지면서 한  여인이 나직이 음 하는 소리를 냈다.  이어 
촛불이 다시 밝아졌다. 그러고  보니 잿빛 옷의 궁녀가 이미 녹의  궁녀
를 때려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 팔굽을  그녀의 목에다가 갖다대고 누르고 있었다.  녹의 
궁녀의 왼손은 적에  의해 바깥쪽으로 젖혀진 꼴이라 좀처럼 적을  공격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오른손으로  모든 수법을 다해서  공격하고 있었지만 모두  적의 
왼손에 의해  해소되고 있었다. 그러데 목이  상대방에 의해 눌려  있는 
판이라 숨쉬기 조차도  어려워지게 되었고, 오른손의 초식도 점차  늦추
어지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두 발을 마구 위로 걷어차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적에게 목을 졸려 죽음을 당하고 말 것 같았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저 잿빛 옷의 궁녀가  상대방을 목졸라 죽인 이후에는 반드시 침대  아
래로 고개를 내밀고는 불경을 찾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위소보
는 그야말로 죽은 위소보가 될 것이 아니겠는가.)
이때 그는 자세히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즉시 침대  아래에서 달려나와 
번쩍 손을 쳐들었다가 비수를 아래로 내리찍었다.
비수는 잿빛옷을 입은  궁녀의 등심을 찔렀다. 동시에 위소보는  비수를 
윗쪽으로 그어 기다란 상처를 낸 이후 떨어져 나갔다.
잿빛옷을 입은  궁녀는 소리내어 크게  부르짖더니 벌떡 일어나  달려왔
다. 그리고 두 손으로 위소보의 머리와 목을 잡고 힘주어  졸랐다. 위소
보는 그녀가 목을  조르는 바람에 혓바닥을 내밀게 되었고 눈앞이  점점 
깜깜해 오는 것을 느꼈다.
녹의 궁녀가 몸을 날리더니 오른손을 쳐들었다가 맹렬히  잿빛옷을 입은 
궁녀의 왼쪽 손을  내리쳤다. 그리고 왼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다.
그러자 갑자기 팽팽했던  손길이 풀어지면서 잿빛 옷을 입은 궁녀의  온 
머리카락이 뽑혀지면서 민숭민숭한 머리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원래 
잿빛옷의 궁녀의 머리카락은 가발이었다.
바로 이때 잿빛옷의 궁녀는 두 손으로 위소보를 놓더니 머리와  목을 몇 
번 비틀었다.  그러더니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웅크린채 움직이지  않았
다.
그의 등에서는  새빨간 피가 샘물처럼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살아날 가망이 없는 것 같았다.
녹의 궁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소공공, 고마워요. 나의 목숨을 구해 주셔서 고마워요."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놀란 가슴은 아직 진정하지  못해 손
을 뻗쳐서는 자기의 머리와 목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왼손으로  그 잿빛
옷의 궁녀의 민숭민숭한 머리를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그녀는.... 그녀는....."
녹의 궁녀는 말했다.
"이 사람은 남자가 여자로 분장하고서 궁 안으로 잠입한 거예요."
그러자 갑자기 문밖에서 누가 부르짖었다.
"게 누구 없느냐?"
그 소리가 반은 남자이고 반은 여자인 것으로 미루어 태감인  것이 분명
했다.
녹의 궁녀는 오른손으로  위소보를 끌어안더니 창문을 부수며  달려나갔
다. 그리고 왼손을 한번  휘둘렀다. 콱 하는 소리와 함께 악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 태감은 몸에 암기를 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녹의 궁녀는 왼손으로 위소보의 허리를 안고 그를  비스듬히 들어올리더
니 북쪽으로 질풍과 같이 달려갔다.
서삼소(西三所)를  지나 양화문(養華門)으로  들어갔다. 위소보는  처음 
궁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보다 키가 많이 컸고 무게가 더 많이  불
어났다. 그리고 키가  녹의 궁녀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몸매는  녹의 
궁녀가 훨씬 가늘은 편이었다. 그래도 녹의 궁녀는 위소보를  들고서 재
빨리 달려가는데  마치 갓난 아기를 들고  가는 듯 조금도 힘들어  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칭찬의 말을 했다.
"훌륭한 재간이군."
그 궁녀는 그를 들고 소로를 따라 우화각(雨花閣)과  보화전을 돌아서는 
복건궁(福建宮)옆에 있는 쓰레기를  태우는 곳에 이르러서는 그를  내려 
놓았다.

 이 쓰레기를 태우는  곳은 서철문(西鐵門)과 가까웠다. 즉 궁 안의  쓰
레기와 폐물들을 태우는 곳으로서 저녁이면 지극히 조용했다.
녹의 궁녀는 물었다.
"소공공, 그대의 이름은 뭐지?"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소계자라고 합니다."
그녀는 아 하더니 말했다.
"알고 보니  오배를 잡고  황상으로부터 가장  총애를 받는  계공공이시
군."
위소보는 미소를 지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는 태후의  침전에서 이 궁녀와 총총히  얼굴을 맞대게 된 셈인데  그 
당시에는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었으나  그저 어렴풋이 그녀는  이미 
나이가 사십쯤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하여 입을  열고 물었
다.
"누님은 또 어떻게 되십니까?"
그 궁녀는 약간 주저하더니 말했다.
"그대와 나는  화복을 함께 한 셈이니  속일래야 속일 수가 없지.  나의 
성은 도(陶)이고 궁에서도 나를 도궁아(陶宮娥)라고 부르지.  그런데 그
대는 태후의 침대 아래에서 무엇을 했지?"
위소보는 그저 나오는 대로 주워넘겼다.
"나는 황제의 성지를  받들어서는 태후의 간통하는 현장을 잡으려고  했
지요."
도궁아는 약간 놀라는듯 물었다.
"황상께서도 그 궁녀가 남자인 줄 아시고 계시나?"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그저 조금 짐작만 하실 뿐 확실히는 모르고 있답니다."
도궁아는 말했다.
"나는.... 나는 태후를 죽였다. 이 일은 순식간에 궁 안을  발칵 뒤집어 
놓게 될 것이고  궁문을 닫은 채 크게  수색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즉시 궁에서  떠나야겠다. 계공공, 우리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
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갈보가  저 세상으로 가서 갈보짓을  하게 되었고 나는  궁안에서 
태평무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궁문을 잠그고  대수색을 벌이게  된다면 
방이와 목검병 두 소저는 야단나게 되니 어떡하면 좋지?)
그러다가 마침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말했다.
"도누나, 저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내가 즉시 가서 황상에게  태
후가 바로 그 가짜 궁녀와 싸우다가 서로 죽고 죽이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리지요. 어찌 되었든 태후는  이미 죽었으니 대질을 할 수 없을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누님도 궁에서 도망칠 필요가 없습니다."
도궁아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그 계책이 그럴싸 하군. 그러나 그 태감은 또 누가 죽인 것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그 태감 역시 그 가짜 궁녀가 죽였다고 말씀을 드리지요."
도궁아는 말했다.
"계공공, 이 일은  매우 위험해요. 황상께서는 그대를 좋아하지만  십중
팔구 역시 그대를 죽여 입을 봉하게 될걸?"
위소보는 소름이 쭉 끼치는 것을 느끼고 물었다.
"황상께서 나를 죽인다구요? 그것은 무엇 때문이죠?"
도궁아는 말했다.
"그의 어머니가  남과 좋지 못한 일을  했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누설이 
된다면 황상의  체면이 서겠어? 설사 그대가  입을 병처럼 봉하고  있다 
하더라도 황상께서 매번 그대를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꺼림칙한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니 조만간 반드시 그대를 죽이고 말걸."
위소보는 놀라 부르짖었다.
"그가.... 그가 그토록 악랄할 수 있나요?"
그러나 그는  도궁아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같은  일들은 
절대로 황제에게 말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로 이때 남쪽에서 징소리가 몇 번 들려왔다. 곧이어  사방팔방에서 징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것은 궁 안에서 불이  나거나 혹은 어떤  변고가 
있게 되었을 때 긴급함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렇게 된다면 전 궁의  시
위나 태감들이 즉시 출동하게 되어 있었다.
도궁아는 말했다.
"우리는 이제 도망을 칠 수가 없게 되었군. 그대는 시위나  태감들을 도
와 주는 것처럼 가장을  하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자는  척해야
겠어."
그리고 왼손을 뻗쳐  위소보의 허리를 안더니 다시 그를 데리고  질풍과 
같이  달려갔다.그리고 서쪽으로  영화전(英華殿)옆에 이르러서는  그를 
내려놓더니 나직이 말했다.
"조심해요."
그리고 몸을 돌리더니 담장 뒷쪽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위소보는 방이와 목검병이  걱정되어 급히 그녀들 두 사람이 몸을  숨기
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징소리가 더욱더 급하게 울려퍼지고 덩달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
리자 그는 죽어라 하고 그 방안으로 달려들어가면서 부르짖었다.
"나외다."
방이와 목검병은 물었다.
"왜 징을 치는 거예요? 우리를 잡으러 오는 것인가요?"
위소보는 말했다.
"아니오. 늙은 갈보가 죽었소. 그야말로 지화자 좋구나외다.  역시 우리
는 나의 처소로 돌아가는 것이 비교적 좋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의 처소로 되돌아간다구요? 우리들은... 우리들은... 사람을  죽였
잖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소. 그들은 모르고 있으니 빨리 갑시다."
그리고 그는 몸을 굽혀 방이를 부축했다. 그리고 왼손을  뻗쳐서 보따리
를 들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세 사람이  헐레벌떡 한참 달려가게 되었을  때 옆으로 몇 명의  시위가 
달려왔다. 앞장을 선 시위는 횃불을 높이 쳐들고 호통쳐 물었다.
"거기 누구냐?"
위소보는 부르짖었다.
"나외다. 그대들은 빨리 가서 황상을 보호하도록 하시오. 혹시  불이 난 
것이 아니오?"
그 사람은 위소보인  것을 알아차리고는 재빨리 횃불을 옆에 있는  사람
에게 건네어 주고는 두 손을 공손히 내려뜨리고 말했다.
"계공공, 말을 들으니까 자녕궁에 사고가 났다는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그대들 먼저 가시오. 내 곧 뒤따라 가리다."
그 시위는 허리를 굽혔다.
"네."
그리고 그는 뭇사람들을 이끌고 달려갔다.
목검병은 말했다.
"그들은 매우 그대를 두려워하는 것 같군요. 나는 방금 일이  잘못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면서 연신 가슴을 쓰다듬었다.
위소보는 몇 마디  우스개의 말을 하고, 몇  마디 큰 소리를 치려고  했
다. 그러나 태후가 살해된 일이 시끄러워지게 되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당황하고 어지러워  우스개
의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길을 오는데 다시 또 한 떼의 시위를 만났다. 그런  연후에 그들은 위소
보의 거실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방이와 목검병은  이미 태감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뭇시위들은 어지러운 형편이라  그 누구도 
그들을 유의해 보지 않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들은 바로 이곳에 있도록 하시오. 결코 옷차림을 바꾸지 마시오."
그리고 그는 보따리를  옷상자 안에 집어넣고는 거실에서 나왔다.  그리
고 문에다  다시 자물통을 채우고는  급히 건청군 강희황제의  침전으로 
달려갔다.

 강희는 징소리를 듣고 옷자락을 걸친 채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한 명
의 시위가 달려와  자녕궁에서 사고가 생겼다는 것을 보고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가 정히 초조한 판인데  위
소보가 달려와 재빨리 물었다.
"태후께서는 무사하시냐? 무슨 일이 났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께서는 소신에게 오늘밤 먼저 저의 처소로 돌아가 잠을  자라고 했
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궁에서 사고가 났군요. 무슨  일인지 모르
겠으나 소신이 곧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내가 가서 태후에게 문안을 여쭈어야 겠다. 그대는 나를 따라오게나."
위소보는 말했다.
"네."
강희는 모후(母后)에 대해서  퍽이나 효성심이 강했다. 미처 옷을  입기
도 전에 장포를 걸친  채 서둘러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며 물었다.
"태후께서는 너에게 시중을 들라고 했는데 너는 어찌하여 내가  있는 곳
으로 달려왔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소신은 징소리를 듣고 자객이 나타났는가 하여 걱정이  되었습니다. 오
직 황상만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황망히  달려오다 보니 이렇게  되었군
요.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강희가 침궁에서 나서자  좌우의 태감들과 시위들이 떼를 지어 뒤를  따
랐다.
십여 개의 등롱이  주위를 비쳤다. 그는 위소보의 옷차림과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을  보고 위소보가 바로  태후의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나왔다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줄을 모르고 그저 충성심을 다해  주군을 
지키려고 오로지  한마음 한뜻으로 황제를  근심했기 때문에 미처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달려와 보호하려고  했기 때문으로 여기고  퍽이나 
기뻐했다.
수 장 정도 나가게 되었을 때 두 명의 시위가 달려와 보고를 했다.
"자객이 자녕궁으로 뛰어들어 한  명의 태감과 한 명의 궁녀를 해쳐  죽
였습니다."
강희는 재빨리 물었다.
"혹시 태후는 놀라시지 않았느냐?"
그 시위는 말했다.
"다총관께서는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자녕궁을 겹겹히  에워싸고서 엄중
히 태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강희는 약간 마음을 놓은 듯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설사 십만 명의 군사를 데리고 자녕궁을 보호한다  하더라도 이때
쯤은 이미 때가 늦었다.)
건청궁에서 자녕궁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다.  양심전과 태극전을 
돌아가면 곧  도달할 수 있었다. 이때  등롱과 횃불이 대낮처럼  밝혀져 
있었고 수백 명의 시위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자객은 커녕 한  마리의 
쥐새끼라도 기어들어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뭇시위들은 황제를 보자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강희는 손을  흔들어 보
이고 재빠른 걸음으로 궁 안으로 들어갔다.
위소보는 문의 휘장을  들쳤고 강희는 문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침전의 상자들이고 고리짝이고  할 것 없이 마구 잡다한 물건들이  어지
럽게 널려 있었고 피가 곳곳에 흘려있지 않은가.
그리고 두 구의 시체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강희는  그만 놀라 가
슴을 크게 두근거리게 되어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태후, 태후!"
그러자 침대 위에서 한 사람이 나직이 말했다.
"황제이신가? 걱정하실 것 없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네."
바로 태후의 음성이었다.
위소보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알고 보니 늙은 갈보는 죽지 않았구나. 나는 정말 일하는  것이 멍청하
다. 애당초  내가 왜 그녀의 몸에다가  일검을 더 찔러 주지  않았을까? 
그녀가 죽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그야말로 내가 죽게 되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그저 도망을 치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나 문밖에  겹
겹이 서 있는 시위들을  볼때 세 걸음을 도망치기도 전에 잡히고 말  것 
같았다. 그만 두 발에 맥이 빠지고 머리가 어질어질  해져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강희는 침대 앞으로 다가서더니 말했다.
"태후께서는 놀라셨군요. 제가  제대로 보호해 드리지 못한 점 정말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  밥통 같은 시위들을 하나하나 벌을  주어야겠습니
다."
태후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별.... 별것 아니다. 한 명의 태감과 궁녀가 서로  다투다가..... 서로 
손찌검을 한 끝에 죽게 되었으니 시위들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네."
강희는 말했다.
"태후께서는 별일 없으신가요? 혹시 어르신께서 놀라시지나  않으셨습니
까?"
태후는 말했다.
"아닐세, 나는 그저  저 태감들이나 시위들을 보면 화가 나는군.  황제, 
그대는 가 보게나. 그리고 모두들 흩어지도록 하게나."
강희는 말했다.
"빨리 태의를 불러 태후의 맥을 진맥하도록 하여라."
위소보는 그의 등뒤에 웅크리고 서서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태후
에게 발견될가봐 두려웠고  입을 열게 된다면 태후가 자기의 음성을  알
아듣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런데 그녀는 재빨리 그 말을 받았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11. 오대산의(五대山) 선황(先皇)

"아니, 아니야.  태의를 부르지 말게. 나는  한숨 자고 나면 괜찮을  걸
세. 저 두 사람...... 저 두사람의 시체는...... 움직이지 말게.  내 마
음이 무척  번거롭고 떠드는 것이  싫으니. 황제, 그대는......  그대는 
모두에게 빨리 돌아가라고 하게나."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음성은 매우 미약해서 아랫말이  윗말에 이어지지
를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했다.
강희는 무척 걱정이 되었으나 그렇다고 또 태후의 명령을 어길  수가 없
었다. 본래 그는 태감과  궁녀가 어떻게 하여 서로 싸우게 되었으며  또 
어떻게 하여 태후로  하여금 그토록 화를 내게 하였는가를 알아보고  싶
었지만 두 사람이 이미  죽었으니 별도리가 없었다. 물론 이와 같은  큰 
죄를 짓게  되었을 때는 그들 가족을  불러 따질 수도 있었으나  태후의 
말을 듣고 보니 일을  더 벌이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ㅇ는게  분명하며, 
시체마저도옮기지 않도록 하라고 하지 않는가.
이에 강희는 태후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녕궁에서 물러나오고 말았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죽음에서  목숨을 건진 셈이라 두 다리에 여전히  맥
이 빠져 손으로 담장을 짚어가며 걸음을 옮겨야 했다.
강희는 고개를 숙인 채 깊이 생각했다.
오늘밤 자녕궁에서 일어난  일은 너무나 느닷없이 일어난 것이라 이  가
운데는 반드시 어떤 은밀한 사연이 있으리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태후의  의사는 분명히 자기에게  아랑곳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
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깊이 생각에  잠겨 한동안 걸음을 옮겨  놓은 
이후에야 고개를 쳐들었다.  그제서야 위소보가 뒤에 따르는 것을  보고
는 물었다.
"태후께서는 그대에게 시중을  들라고 했는데 그대는 어째서 나를  따라
왔는가?"
위소보는 어쨌든 날이  밝기만 하면 자기는 궁에서 도망칠 형편이니  아
무렇게난 말해 두자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태후께서는 마음이 번거롭다고  말씀하시며 태감을  보기만 
하면 화가 나신다고  말씀하셨읍니다. 소신은 태후의 몸이 편찮으신  것
을 보고 역시 태후를 번거롭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읍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건청궁 침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를 시중드는 뭇태감들을 물리친 이후 말했다.
"소계자, 그대는 남아 있게."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강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다시 서쪽에서 동쪽으로 서성거리며  왔다갔
다 하더니 물었다.
"그대가 보기에 그 태감과 궁녀는 어째서 서로 싸우다가  죽게 되었다고 
보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그거야 저로서는 짐작할  길이 없지요. 궁 안의 많은 궁녀들과  태감들
은 성질이 매우 나쁘답니다. 그리하여 걸핏하면 언쟁을 벌이게  되고 때
로는 몰래 싸움을 하기도  하죠. 다만 감히 태후나 황상에게 알리지  못
할 뿐이랍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가서 모두들에게  이 일을 다시 들먹이지 않도록 하라고  이르게. 
태후께서 더 화가 나시지 않도록 하자는 것일세."
위소보는 말했다.
"네."
강희는 말했다.
"가 보게나."
위소보는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나왔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떠나면 영원히 너를 만나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강희를 한번 바라보았다. 강희 역시  그
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 미소를 띄우더니 말했다.
"이리 오게나."
위소보는 몸을 돌려 다가갔다.
강희는 침대 머리맡의 금빛 상자를 들고서 뚜껑을 열더니 두  조각의 간
식용 음식을 꺼내서는 웃으며 말했다.
"반 나절 동안 쫓아다니느라고 지쳤을 것이고 또 배도 고플거야."
그러면서 그 간식용 음식을 그에게 디밀었다.
위소보는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태후는 사람됨이 악랄하고  음흉할 뿐 아니라 침궁에 몰래 남자를  숨기
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언젠가는 황상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다. 그런데도 황상께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지 않는가.
황제는 자기에 대해서 그야말로 친구나 형제처럼 여기고  있는데 자기가 
만약 이 사실을  황제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가 황제가 태후에게  해침
을 받아 죽게 된다면 그 자신은 너무나 의리가 없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되자 눈앞에 강희의 전신이 뼈마디가  잘라져서
는 시체가 되어 가로 ㄴ혀져 있는 참상이 눈에 선하여  떠오르는 것이었
다. 그만 가슴이 쓰라려 그는 참을 수 없어 눈물을 왈칵 쏟았다.
강희는 미소했다.
"왜 그러는가"
그리고 그는 손을 뻗쳐서 그의 어깻 죽지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대는 나를  따르고 싶은거지? 그거야 쉬운  노릇이 아닌가. 며칠  후 
태후께서 몸이 낫게 되었을  때 내가 다시 태후에게 말씀을 드리지.  솔
직이 말해서 나 역시 그대와 떨어져 있기는 싫은거야."
위소보는 마음이 감동되어 생각했다.
(도궁아는 내가  만약 사실을 털어놓으면 황제는  나를 죽여 입을  봉할 
것이라고 했다. 영웅호걸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도  의리만은 지
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내  대장부가 죽었으면 죽었지  알고도 
모르는 척 할 수 있겠는가.)
그는 두 조각의 간식용  음식을 탁자 위에 놓고는 강희의 손을 잡고  떨
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소현자, 다시 한번 그대를 소현자라고 불러도 되겠소?"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물론 되지. 내가 이미 말했지만 다른 사람이 없을 때  우리들은 옛날처
럼 지내도록  하자구. 그대는 또 나와  한번 무공시합을 가져  보겠다는 
것이겠지? 자, 덤벼 보라구."
그러면서 그는 두 손을 뒤집더니 되려 그의 두 손을 잡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무공시합은 서둘것이 없읍니다.  그러나 한가지 기밀대사를 나의  절친
한 친구인 소현자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지만 결코 저의  주군인 만세야
(萬歲爺)에게 말씀을 드릴  수는 없읍니다. 황상께서는 들은 이후  나의 
머리를 자르려고 할지 모르겠읍니다만 소현자는 나를 친구로  알고 있으
니, 어쩌면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지요."
강희는 사태가 심각한 것을 모르고 아직도 소년의  심정으로 제미있다고
만 느끼는 듯했다. 재빨리 위소보를 잡아 끌어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침대가에 걸터앉더니 말했다.
"빨리 말해보게. 빨리 말해 봐."
위소보는 말했다.
"지금 그대는 소현자이지 황제가 아니죠."
강희는 미소했다.
"맞아, 나는 지금 그대의 절친한 친구인 소현자이지 황제가  아니야. 밤
낮없이 황제 노릇을  해야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없으니까 별  재미
가 없어."
위소보는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내  그대에게 들려 드리지요. 그대가 나의  머리를 
자른다 하더라도 방법이 없습니다."
강희는 미소했다.
"내가 어째서 그대를  죽인단 말인가? 절친한 친구가 어찌 절친한  친구
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위소보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나는 진짜 소계자가  아니며 태감도 아닙니다. 진짜 소계자는 이미  나
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강희는 깜짝 놀라 물었다.
"뭐라구?"
위소보는 자기의 출신내력을 간단히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그가 어떻게 
하다가 궁  안으로 사로잡혀 들어오게  되었으며 어떻게 해서  해대부의 
두 눈을 멀게 했으며 또 어떻게 하여 소계자로 사칭하게  되었고 해대부
가 또 어떻게  무공을 가르치게 되었는가 등의 사정을 일일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강희는 거기까지 듣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기랄, 너는 먼저 바지를 내리고 나에게 보여 줘."
위소보는 황제가 똑똑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큰 일에 대해서는  친히 눈
으로 확인을  하지 않으면 덮어 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즉시 바지를 내렸다.
강희는 그가  정말 정신을 한 태감이  아닌 것을 보고는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원래 너는 태감이  아니었구나. 소태감, 소계자를 죽이는 것쯤은  대단
한 일이 못 된다.  그렇지만 이제 궁안에서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  그
렇지 않을 때 나는 그대를 어전 시위 총관으로 삼든가  해야 한다. 다륭
이라는 이 녀석은  무공은 괜찮지만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멍청하
기 이를 데 없거든."
위소보는 바지를 올려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말했다.
"그 점은 감사합니다만 아마 안 될 것 같읍니다. 저는  태후와 관계있는 
몇 가지의 큰 비밀을 알고 있읍니다."
강희는 말했다.
"태후와 관계가 있다구? 그게 뭔데?"
그 말을 묻게 되었을  때 그는 속으로 은연중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짐작한 듯했다.
위소보는 입술을 깨물며 그날 밤 자녕궁에서 태후와  해대부가 주고받은 
말을 이야기했다.
강희는 부황(父皇)순치황제가 붕어하신  것이 아니라 바로 오대산  청량
사로 출가했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기뻐했다. 그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위소보의 두  손을 잡
고서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건...... 그건 정말이지?  나의 부와...... 부왕께서는 아직도  이세
상에 살아 계시는 것이 확실하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태후와 해대부 두  사람이 그와 같이 주고받는 말을 똑똑히  들었
답니다."
강희는 몸을 일으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그것 참......  그것 참 잘 되었다.  잘 되었어. 소계자, 날이  밝으면 
우리들은 즉시 오대산으로  부황을 만나러 가자꾸나. 그리고 그  어른신
을 모시고 궁안으로 되돌아 오자꾸나."
강희는 천하에 군림하게  되고 모든 일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으나 
한평생 가장 유일하게 유감으로 삼는 것은 부모가  일찌기 돌아가셨다는 
사실이었다.
때로 야밤에 꿈에서 깨어나  부모님을 생각핼 때 그만 참을 수 없어  눈
물을 흘리곤 했던 기억이  몇 번이었던가. 이때 위소보의 그와 같은  말
을 듣게  되자 여전히 반신반의한 생각이  드는 것을 면할 수  없었지만 
그야말로 미칠 것 처럼 기뻤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마도 태후께서는 좋아하지시 않을 것입니다. 그녀가 줄곧  그대를 속
이고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이 가운데는 중대한  연고가 있을  것입니
다."
강희는 말했다.
"맞아, 그게 어떤 연고(緣故)일까?"
그는 부친이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뻐하는 마음이  가슴 가득
히 차게 되어 사태를  바로 보는 지각력이 약간 느슨해졌다고 할 수  있
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나 무수한 의문이 즉시 떠오르는 것을  금
치 못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궁중의 대사에 대해서는  저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읍니다. 다만  태
후와 해대부가 주고받은 말을 솔직이 들려 드리는 것이죠."
강희는 말했다.
"그렇지, 그렇지. 빨리 말하게. 빨리 말하게."
그러다가 위소보가 단경황후와  효강황후가 어떻게 하여 남에게  해침을 
당하게 되었는가 하는 대목에 이르게 되었을 때 강희는 펄쩍  뛸듯이 놀
라며 부르짖었다.
"그대는...... 그대는 효강황후가 남에게 해침을 당해  돌아가셨다는 말
인가?"
위소보는 그의 안색이 크게 변하고 두 눈이 둥그렇게 떠졌을  뿐만 아니
라 얼굴의 근육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고 그만 놀람을 금할 수  없
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저는...... 저는 모릅니다.  다만 해대부가 태후에게 그렇게  말씀하는 
것을 들었을 뿐입니다."
강희는 물었다.
"그들은 어떻게 말했지? 그대는...... 그대는 다시 한번 이야기 하게."
위소보는 기억력이 무척 좋았다. 다시 그날 밤 태후와  해대부가 주고받
은 말을 두 사람의 음성까지 흉내 내어서는 매우 그럴싸하게  옮겨 놓았
다.
강희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더니 중얼거렸다.
"나의 친어머니가...... 나의 친어머니가 남의 해침을  받아 돌아가셨다
고?"
위소보는 말했다.
"효강황후께서...... 바로...... 그대의 어머님이신가요"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계속하게. 한 마디도 빠뜨려서는 안 돼."
그리고 그는 속으로 쓰라림을 느낀 듯 눈물을 흘렸다.
위소보는 곧이어 흉수가  화골면장으로 먼저 단경황후의 아들  영친왕을 
해쳐 죽인 이후 다시 단경황후와 정비를 해져 죽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순치황제가 출가를  한 이후에 태후는 다시 효강황후를 해쳐  죽
였는데 단경황후와 정비의 시체를 수렴한 염시군이 어떻게  하여 해대부
의 명을  받고 오대산으로 달려가  순치황제에게 보고를 하게  되었으며 
순치황제가 어떻게  하여 해대부를 궁으로  되돌려 보내 철저한  조사를 
하도록 했으며 그리고  태후와 해대부가 서로 싸우게 된 대목까지  이야
기했다.
위소보는 물론  해대부를 감히 자기가  죽였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그저 그의 눈이  멀어서는 태후를 이기지 못해 태후에게 죽음을  당했다
고만 말했다.
강희는 정신을 가다듬더니 자세히 그날 밤 정경을 물었다.  그리고 그가 
들은 말에 대해서 꼬치꼬치 되풀이 해서 캐물었다.
그런 연후에 위소보가 결코 그 일을 날조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 서자 
고개를 쳐들고 생각해 보더니 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오늘에 이르러서야 나에게 이야기하지?"
위소보는 말했다.
"이 일은 너무나  큰 일인데 제가 어찌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있겠읍니
까. 그러나 내일 저는  궁에서 도망칠 것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입니다. 그대 홀로 궁에서  매우 위험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자 더  속
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죠."
강희는 물었다.
"그대는 왜 궁에서 떠나려고 하는가? 태후가 그대를  해칠까봐 두려워하
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내 그대에게 이야기하지만 오늘 밤 자녕궁에서 죽은 그  궁녀는 남자이
며 태후의 사형이기도 합니다."
태후궁의 궁녀가 남자라는 사실은 물론 불가사의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강희는 이날 밤 자기의 이미 죽은 부황이 돌아가시지 않았고  어머니 역
시 항상 단정하고  인자한 태후에게 몰래 해침을 받고 돌아가셨다는  사
실을 들은 터라, 다시  남자가 한 궁녀로 가장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
을 때에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더구나  눈앞의 소태감만 
하더라도 가짜가 아닌가.
그리하여 그는 물었다.
"그대는 또 어떻게 알았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날 밤 제가 태후와 해대부가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된  이후 태후는 줄
곧 저를 죽여 입을 봉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태후가 어떻게 서동과 유연, 그리고 뭇태감들을  차례로 보
내 자기에게 해를 입히려고 했던가 하는 사정을 일일이  설명했다. 그리
고 자녕궁에서  한 남자와 태후가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었고  두 
사람이 언쟁 끝에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고 그결과 궁녀로 가장했던  남
자는 태후에게 죽음을  당하게 되었고 태후는 상처를 입게 되었다는  사
실을 이야기했다. 물론 이 말은 곧이 곧대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위소보는 도궁아를 들먹이지도  않았고 자기가 서동과 유연을  죽였으며 
사십 이 장경을 훔친 데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강희는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그 사람이 태후의 사형이라고? 그의 말투로 미루어 볼 때  태후는 달리 
또 다른 사람의 협박을 받고 있는 듯한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설
마.... 설마  그 사람은 태후의 침전에  가짜 궁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위소보는 그의 말이 태후의 간통사건까지 언급되는지라 감히  그말을 받
을 수 없어서 그저  고개만을 가로저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야 입을  열
고 말했다.
"저로서도 생각해 낼 수가 없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다륭을 불러라."
위소보는 대답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황제께서는 태후와 얼굴을  붉히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다륭으
로 하여금 늙은 갈보를  잡아 목을 치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도대
체 이곳에서 빨리 빠져  나가야 좋은 것인가, 아니면 남아서 그를  도와
야 하는 것인가?)
다륭은 그렇지 않아도 근심걱정이 태산 같았다. 궁 안에서  잇따라 사고
가 생겼으니 자기의 목 위에 달려 있는 머리통이 설사  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머리  위의 모자나 모자  위의 정자(頂子)가 아무래도  온전할 
것 같지가 않았다.
이러한 때 황제의  부르심을 받게 되자 재빨리 건청궁으로 달려  들어왔
다. 강희는 분부했다.
"자녕궁에는 별일이 없을  것이다. 그대는 즉시 자녕궁 밖의 모든  시위
들을 철수시키도록 해라.  태후께서는 시위들이 집밖에 서 있는  기척을 
듣고서 또 매우 번거롭다고 하셨다."
다륭은 황상의 얼굴이 퍽이나 이상야릇했으나 한 마디의  꾸지람의 말씀
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크게 기뻐서 재빨리 큰절을  하고는 
나가 명을 전했다.
강희는 다시 마음속의 여러 가지 의문을 자세히 위소보에게  물었다. 한
참 후 뭇시위들이 이미 철수했으리라고 짐작이 되자 다시 입을 열었다.
"소계자, 나는 그대와 함께 오늘밤 자녕궁을 염탐해 보려고 한다."
위소보는 물었다.
"친히 염탐을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첫째로 사태가 너무  중대한지라 단지 소태감으로 가장한 한 소년의  말
만 믿고 자기를 키워  준 태후에 대해서 의심을 품을 수 없기  때문이었
다. 그리고 둘째로 위험을 무릅쓰고 밤중에 염탐을 한다는  것은 무공을 
익힌 사람으로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회가 
생기게 되었으니 어찌 가볍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물론  강희 자신으로 
말하면 황제였다.  황제이니 궁을 나가서 솜씨를  시험해 볼 수는  없었
다.
그러나 궁 안에서  한번쯤 야행인(夜行人)이 되어 보는 것도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다만  자녕궁을 지키고 있던  시위들을 
모조리 철수시킨 이후에  자기가 다시 야행인이 되어 염탐을 하게  된다
는 것은 무림의 고수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께서는 이미  사형을 죽였으니 지금쯤은  편안히 주무시며  조섭을 
하고 있을 터이니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강희는 말했다.
"염탐을 해보지 않고서야 아무것도  알아낼 수 있고 없고를 어찌 알  수 
있겠나."
그리고 그는 즉시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꾸어 입었다. 그리고  발에는 엷
은 바닥의 간편한 신발로 바꾸어 신었다. 
이 옷차림은 바로  과거 위소보와 무공을 겨루던 때의 옷차림이기도  했
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서  한 자루의 칼을 꺼내 허리에 차더니  건청
문의 옆문으로 걸어 나갔다.
뭇시위와 태감들은 정히  건청궁 밖에서 겹겹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가 황제를 보고는 황망히  무릎을 꿇고 절을 하였다. 강희는 호통을  내
질렀다. 
"모두들 서서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라."
이것은 황제의 성지이니 그  누가 감히 어길 수 있겠는가. 이백여  명이
나 되는  시위와 태감들은 그저 뻣뻣하게  그 자리에 서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강희는 위소보를 데리고 자녕궁 화원으로 갔다. 조용하니  아무도 없었
다.
강희는 태후의 침전  창문 아래에 살며시 다가가서는 귀를 기울이고  엿
들었다. 이때 태후는  연신 기침을 했다. 삽시간에 그는 오만가지  생각
이 다 떠올랐다.  슬프기도 하고 마음이 번거롭기도 했다. 태후의  기침
소리를 듣자 달려가 그녀를 얼싸안고 통곡을 하고 싶기도 했고  또한 그
녀의 목을 누르며 날카로운 어조로 다그쳐 도대체  부황(父皇)과 자기의 
친어머니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고 싶기도 했다. 그는 일시  소계자가 
말하는 것이 전부  거짓말이기를 바라기도 했고 또한 그가 말하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는 끊임없이 몸을 떨었으며 솜털을 모조리 고두세웠고  온몸에서는 그
야말로 찬바람이 엄습해  와 뼈마디가 에이는 것 같은 찬기운을  느껴야 
했다.
태후의 방안에는  촛불이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빛이  갑자기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하면서  창호지를 비추어 주고 있었다. 한참  후 
궁녀의 음성이 들렸다. 
"태후, 다 기웠습니다."
태후는 음 하더니 말했다.
"그 궁녀...... 궁녀의 시체를 푸대에...... 푸대에 담아라."
그 궁녀는 물었다.
"네, 헌데 이 태감의 시체는 어떻게 하죠?"
태후는 노해 물었다.
"나는 그저  너에게 그 궁녀만을 담으라고  했는데 너는...... 너는  또 
무슨 태감을 상관하느냐?"
궁녀는 재빨리 말했다.
"네."
그리고 곧이어 물건을 땅바닥에 끄는 소리가 들렸다.
강희는 참을 수 없어  창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러나  태
후의 창문에 있는  모든 빈틈은 모조리 기름찌꺼기로 가득 채워져  있어
서 조그만 틈바구니 하나 찾을 길이 없었다.
그는 과거 위소보로부터 강호 야행인들이 일을 처리하는  요령과 금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모두 위소보가 모십팔에게 양주로부터  북겨
에 오게 되었을 때 들은 말을 전해 준 것이기도 했다.
이때 창문에 빈틈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손가락을 뻗쳐서는 침을 묻혀 창호지에 갖다 비볐다.
그리고 힘을 살짝  주자 창호지에는 조그만 구멍이 뚫리게 되었는데  조
금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는 그 구멍에 눈을 가져갔다. 그리고 보니 태후 침대  위엔 비단 모기
장이 나직이 드리워져 있었고 한 명의 나이 젊은 궁녀가  땅바닥에서 한 
구의 시체를 커다란 푸대자루 안에 넣고 있었다. 
그런데 시체가 입고 있는 것은 궁녀의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머리 위는 
민숭민숭하여 한 가닥의 머리카락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 궁녀는 시체를 푸대자루 안에 넣더니 땅바닥의 가발을 들어  잠시 망
설이다가 역시 푸대자루에 넣고 나직이 말했다.
"태후, 담...... 담았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바깥의 시위들은 모두  철수했겠지? 나는 마치 그 누구의 소리를  들은 
것 같구나."
궁녀는 문가로 가서 바깥을 살피더니 말했다.
"사람이 모두 물러갔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너는 그 푸대자루를 연꽃  물가로 가지고 가서 푸대자루 안에 다시  네 
개의 커다란 돌멩이를 넣어서는 밧줄로...... 밧줄로......  엣취...... 
엣취......   푸대자루를  잘   싸매고서는......  그리고는......   엣
취...... 엣취...... 푸대자루를 연못 안에 밀어넣어라."
그 궁녀는 말했다.
"네."
그런데 그 음성이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척 두려운  것 같았다. 태
후는 말했다.
"푸대자루를 연못 속으로 밀어넣은  이후 흙을 좀더 긁어 모아서 그  위
에다 뿌려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 없도록 해라."
그 궁녀는 다시 대답했다.
"네."
그리고는 푸대자루를 끌고서 방을 나와 화원으로 갔다.
강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계자는 그 궁녀가 남자라고 했는데 십중팔구 맞는  말이로구나. 만약 
커다란 사정이 없었다면 태후가 어찌하여 시체를 연못속에  빠뜨려 흔적
을 없애려고 하는가 말이다.)
그러다가 위소보가 자기 곁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쳐서 그의 손을 꼭 쥐었다. 두 사람은 하나같이  상대방의 손바닥에서 
끈끈하고 찬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 후 첨벙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체를 담은 푸대자루가  연못속으로 
떨어졌다. 곧이어  흙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시체를 담은  푸대자루가 
연못속으로 떨어졌다. 잠시 후 그 궁녀는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위소보는 그녀의 음성을 벌써 알고 있었는데 바로 소궁녀 예초였다.
태후는 물었다.
"모두 잘 처리했느냐?"
예초는 말했다.
"네, 모두 처리했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이곳에 본래  두 구의 시체가 있었는데  다른 한 구는 어째서  보이지 
않지?' 하고 내일 누가 묻게 되었을 때 너는 어떻게 대답하려느냐?"
예초는 말했다.
"쇤네는.... 쇤네는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태후는 말했다.
"너는 여기에서 나를  시중들고 있었는데 어째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이냐?"
예초는 말했다.
"네, 네."
태후는 노래 부르짖었다.
"뭐가 네, 네냐?"
예초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쇤네는 그 죽은  궁녀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원래  그녀는 
상처만 입었지 죽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천처히 걸어  나
갔습니다. 그때......  그때 태후께서는 편안히  잠이 드시어서  쇤네는 
감히 태후를 깨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궁녀가 자녕궁에서  걸어나
가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되었습니
다."
태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원래 그랬었구나. 아미타불,  그녀가 죽지 않고 스스로 떠나다니  그것 
참 잘되었구나."

 강희와 위소보는 잠시 한동안을 기다렸다. 태후의 방에서는  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이미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살그머니 그곳을 떠나 건청궁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뭇시위들과  태감들은 여전히 뻣뻣이 선 채 꼼작하지  않고 
있었다.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하거라."
그는 웃으면서 말했으나 그 웃음소리와 음성은 매우 메말라 있었다.
침궁으로 돌아와서  그는 위소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원래 태후...... 태후......"
위소보 역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두 손을 들어 손뼉을 쳤다.  그러자 두 명의 
시위가 침전 입구로 다가왔다. 강희는 나직이 말했다.
"한 가지 은밀한  일을 너희들에게 시키고자 한다. 그러니 절대  누설해
서는 안  된다. 자녕궁 화원의 연못  안에는 커다란 푸대자루가  있으니 
너희 두  사람은 떠메고 오너라. 태후께서는  막 잠이 드셨는데  너희들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어서 태후를 깨우게 된다면 너희  자신
의 머리통을 자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은 허리를 굽히며 대답하더니 그 자리에서 떠났다.
강희는 침대 위에  앉아서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되풀이해서  생각하
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두 명의 시위는 물에 젖은 커다란 푸대자루를  떠메고서 침전문 
밖에 이르렀다.
강희는 물었다.
"태후를 혹시 깨우지 않았느냐?"
두 명의 시위는 말했다.
"소신은 감히 깨우지 못했습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고 들어 오너라."
두 명의 시위는 대답하더니 푸대를 들고 들어왔다.
강희는 말했다.
"나가거라."
위소보는 두 명의 시위가 침전에서 물러가자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푸대자루의  밧줄을 풀고서 시체를  끌어냈다. 시체의  얼굴에 
난 수염은  모조리 깨끗하게 깍았으나  수염이 자랐던 자리는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목에는 복숭아뼈가 나와 있었고 가슴팍은 편편한  것이 남자임에 
틀림없었다.
이 사람의 몸은 모두 근육질이었으며 제법 울퉁불퉁했고  손가락의 뼈마
디도 툭툭 불거져 있어서 순전히 오랫 동안 무공을 연마한  모습임을 단
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보기에 이 사람이 궁녀로 가장하고 궁중에 잠복하게 된 것은  최근에 있
었던 일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모습으로는  남자 노릇하기에
도 너무나 추악한 편인데 어찌 궁녀로 가장하고서도  발견되지 않았겠는
가.
강희는 허리에 찬 칼을  뽑더니 그 사람의 바지를 찢었다. 그리고  잠시 
살펴보더니 극도로 분노가 치미는 듯 잇따라 몇 번 칼질을 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
강희는 노해 부르짖었다.
"뭐가 태후냐. 그  계집은 부황을 몰아내고 나의 친어머니를 해쳐  죽게 
만들었으며 궁정을 문란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불의의 일을 많이  저질
렀다. 나는.... 나는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며 그 계집의  온 
집안은 멸족하고 말 것이다."
위소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뜸 마음을 놓았다.
(황상께서 그녀를 태후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늙은 갈보가  마구 저지
른 못된 짓을 내가  알게 된다 하더라도 강희는 나를 죽여 입을  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희는 칼을 들고 다시 시체를 몇 번이나 마구 찔렀으나  일시 끓어오르
는 화와 분노를 참을  길 없었다. 그리하여 시위를 불러서 태후를  압송
해 심문하고자 했으나 다시 생각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부황께서 아직 돌아가시지 않고 오대산에서 출가하셨다는  일은 얼마나 
큰 일인가? 만약 누설이 된다면 천하의 관민이 모조리  마음이 어지럽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절대 경솔하게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그는 말했다.
"소계자, 내일 아침  일찌기 나는 그대와 함께 오대산으로 가서  진상을 
살펴야겠다."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그리고는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황제와 함께 동행을 하게  된다면 오대
산으로 한번 갔다오는  것이 북경성 안에 갇혀서 답답하게 세월을  보내
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강희는 위소보 보다 견식이 넓었고 생각하는 것이  치밀했다. 그
는 황제인 자기가  천하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핀다고 나서게  된
다면 매우 거창한 일이  될 것이고 적어도 몇 개월간 단단히 준비를  해
야만이 연도의 백관들이  어가를 마중나오고 전송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는 등 크게 일을 치루어야지 결코 떠난다고 해서 훌쩍 떠날  수 없
는 입장임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기가 아직도  나이가 어리고 친히 정사를 돌본 지  얼마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조정의 왕공대신들이 완전히 그를 옹호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만약 태후가  자기가 서울을 나선  기회에 
정권을 찬탈하여 자기를 해(害)하게 되고 따로이 군주를  세우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부황이 기실  이미 죽었거나 혹은 이 세상에 살아 있다  하더
라도 오대산에  계시지 않는다면 자기가  크게 소란을 피우면서  산위로 
올라갔다가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후세에 
웃음거리로 남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생각해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되겠군. 나는 함부로  서울을 떠날 수 없다. 소계자, 그대가 나  대
신 갔다 오려무나."
위소보는 퍽이나 실망해서는 말했다.
"저 혼자 갑니까?"
강희는 말했다.
"그대 혼자 가는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아보고 부황이 확실히  오대산 
위에 계시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내가 이 서울에서 다시 그 계집년을  상
대할 방법을  마련해 놓고서 우리 두  사람이 재차 함께 산위로  올라가 
만전을 기하자는 것이다."
위소보는 황제가 태후를  상대하기로 결정했다면 자기가 오대산으로  가
서 알아본다는 것도 사양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제가 오대산으로 가 보지요."
강희는 말했다.
"우리 대청나라의 규칙은  나를 따라간다면 모르되 태감은 서울에서  빠
져나가면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행히 그대는 본래가 태감이  아
니었다. 소계자, 그대는 이후 태감 노릇을 하지 말고 역시  시위가 되도
록 해라. 하지만 궁 안이나 조정의 사람들은 모두 다  그대를 알고 있으
니 그대가 갑자기 태감 노릇을 하지 않게 된다면 모두들  매우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음,  그러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오배를 잡기  위해서 
그대가 나의 명을 받들어 태감으로 가장했으나 이제  원흉을 제거했으니 
언제까지나 가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고 사람들에게  선포를 하
지. 소계자,  그런데 앞으로 그대는 책을  좀 읽어야겠다. 그래야  내가 
그대를 큰 벼슬자리에 세울 수 있을 것이 아니냐."
위소보는 말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책을 들기만 하면 골치가 아픕니다. 제가  책을 조금 
덜 볼  터이니 황상께서 저에게 봉하실  벼슬도 좀 적은 것으로  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강희는 탁자 앞에 앉아서는 붓을 들어 부황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불효하여  지금에서야 부황이 아직도 세상에  살아계시다
는 것을 알게  되어 황송하기 그지없으며 또한 마음속으로 기쁘기  한이 
없어, 이 길로 산위로  올라가 부황을 모시고 궁으로 돌아와 만민을  다
시 다스리시도록 하고 싶은 심정을 표명했다.
그리고 아들인 자기로서도  부황의 얼굴을 다시 대하게 되어.....  그는 
이와 같이 몇 줄을 썼으나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편지가  만약에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면 큰일이  나지 
않는가. 소계자가 만약에  다른 사람에게 사로잡히게 되거나 혹은  죽음
을 당하게  되었을 때 이  편지는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
다.)
그는 근 반  장이나 쓴 그 종이를  촛불에 태워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붓을 들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칙령 - 어전시위  부총관이며 황제께서 직접 내리셔서  황마괘(黃馬괘)
를 입게 된 위소보는  공무로 오대산 일대에 가게 되니 각 성의  문무관
원들은 그의 명령과 지휘를 받도록 할 것을 명하노라.' 
다 쓰고 나자  그는 황제의 도장인 어보(御寶)를 찍어 위소보에게  내밀
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너에게 벼슬을 내렸다. 어떤 벼슬인지 보게나."
위소보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니 자기의  이름자
를 알 수 있는 것 이외에는 다섯 오 자와 한 일 자, 그리고  글월 문 자 
이렇게 석 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위 자와 보  자도 가운데 소 자가 있으니까 아래위로 합해서  겨
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지 만약에  따로 떼어 놓았다면 역시  알아볼 
수 없었으리라.
그리하여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무슨 벼슬인지 모르겠습니다.  황제께서 친히 임명하신 것이니  조그만 
벼슬은 아니겠지요?"
강희는 웃으면서 그 칙령을 읽었다. 위소보는 혀를 내밀며 말했다.
"어전시위  부총관이라구요? 대단하군요.  거기다가 황제께서  내리시는 
황마괘를 입다니요."
강희는 미소했다.
"다륭은 총관이지만 황마괘를  입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대가 이  일
을 잘 해결지어서 궁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다시 그대의 벼슬을  올려 주
겠다. 하지만 그대의 나이가 너무 어리니 벼슬이 너무  커도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니 우리 천천히 보기로 하자꾸나."
위소보는 말했다.
"벼슬이 크고 작은 것은 저는 결코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종종 황상
과 얼굴을 맞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강희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며 말했다.
"그대는 이번 길을 갈때 모든 일에 있어서 조심을 하게나.  그리고 모든 
일에 있어서  반드시 매우 은밀하게 처리해야  하네. 그리고 이  칙령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않도록 하게.  이제 
가 보게나."

 위소보는 강희에게 작별을 고했다. 어느덧 동녘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
왔다. 그는 자기의 처소로 돌아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이는 잠을 자지 않고 있다가 기쁜 듯이 말했다.
"그대는 돌아왔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만사는 대길이오. 우리는 이제 궁을 나가도록 합시다."
목검병은 흐릿하게 잠에 떨어져 있다가 정신을 차린 듯 말했다.
"사저는 매우  걱정하고 있었어요. 혹시  그대가 위험한 일에  부딪히지 
않았나 하고 두려워했다구요."
위소보는 웃으며 물었다.
"그대는?"
목검병은 말했다.
"저도 물론 걱정을 했죠. 별일은 없죠?"
위소보는 말했다.
"별일없소. 별일없어."
이때 종소리가 울려퍼시면서 궁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되면 문무백관이 잇따라 들어와 조정의 정사를  돌보기 마련이었
다. 위소보는 탁자 위의  촛불에 불을 켜고는 두 사람의 옷차림에  어떤 
빈틈이 있는가를 살폈다.
그러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들 두 사람은 너무나  잘 생겼으니 얼굴에다가 흙을 좀 문질러  두
는 것이 좋겠소이다."
목검병은 약간 싫은 기색이었다. 그러나 방이가 손을 뻗쳐  땅바닥의 흙
먼지를 묻혀서는 얼굴에 바르는 것을 보자 역시 따라서  했다. 위소보는 
태후의 침대 아래에서 훔쳐온 세 권의 경서마저 보따리에 싸서는  그 은
비녀를 꺼내서 방이에게 내밀며 말했다.
"바로 이 은비녀가 아니오?"
방이는 얼굴을 붉히며 천천히 손을 뻗쳐 받으며 말했다.
"그대가 커다란  위험을 무릅쓴 것은 알고보니  저를 위해 이  은비녀를 
가지러간 것이었군요?"
그만 마음이 쓰라린듯 그녀는 눈가를 붉히며 머리를 저쪽으로 돌렸다.
위소보는 웃으면서 말했다.
"별 위험도 없었소."
그러나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마음에  좋은 보답이 있는 것이다. 그 은비녀를  가
지러 가지 않았더라면 황마괘를 얻지 못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두 사람을 데리고 황궁의 뒷문격인 신무궁으로 나왔다.  이때는 아
직 날이 밝기  전이라 문을 지키던 시위들은 계공공이 두명의  소태감을 
데리고 궁에서 나서는 것을 보자 그저 비위를 맞추기 바빴는지  한 마디 
묻는 말도 없었다.
방이는 궁에서 십여 장쯤  걸어 나온 뒤 고개를 돌려 궁문 쪽을  바라보
았다. 그야말로 백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으며 다시 이 세상에  태
어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12. 크고 작은 마누라

 위소보는 세 개의 교자를 빌어 서쪽 장안가(長安街)로  가자고 명했다. 
그리고 서쪽 장안가에  이르러 교자에서 내려서는 다른 교자를 불러  타
고 천지회가  모임 장소로 쓰고 있는  곳과는 두 골목길을 남겨  두고서 
교자에서 내려서는 말했다.
"그대 목왕부의 친구들은  어제 모두 성을 나갔소. 나는 친구들과  상의
하여 그대들을 그쪽으로 전송해 드리도록 하겠소."
그는 이제 황제가  내리신 황마괘를 입게 된 어전시위 부총관인지라  스
스로 생각해도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가  황제의 칙령까
지 받들고 있는  몸으로서 커다란 사건을 조사해야 되기 때문에  희희덕
거리던 태도를 갑자기 바꾸었다. 거기다가 사부가 얼마 되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도 방자한 행동을 취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방이는 물었다.
"그대는.... 그대는 이후 어디로 가시려고 하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감히 더 북경에서  지체할 수가 없구려. 될 수 있으면 멀리  떠나
고자 하오. 그러다가 태후가 죽은 후 일이 안정이 된  뒤에나 다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오."
방이는 말했다.
"우리는 하북 석가장(石家莊)에  좋은 친구가 있어요. 그대가....  그대
가 초라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함께..... 가서 잠시 피하는  것이 어때
요?"
목검병은 말했다.
"좋아요. 그대는 우리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니 한집안 사람이라  할 
수 있어요.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니겠어
요?"
두 사람은 그를 바라보며  기대에 찬 빛을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목검
병은 천진하면서도 열렬한 희망을 드러냈고 방이는 약간  부끄러운 듯한 
태도를 짓고 있었다. 
위소보는 자기가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는 몸이 아니라면 두  아리따운 
여인과 짝을 지어  동행하여 아무리 먼 길이라도 천천히 구경을  하면서 
간다면 그야말로 즐겁고  신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친구에게 한  가지 요긴한 일을 해결하겠다고 약속을 했소.  그러
니 지금으로서는 석가장에 갈 수가 없구려. 그대들 몸에는  상처가 있으
니 두 소저의 몸으로 길을 가는 것도 불편할 것이오.  그래서 나는 한두 
사람의 믿을 수  있는 친구들에게 그대들을 호송시키고자 하는  것이오. 
우리 잠시 쉬면서 음식을 먹은 이후 차차 상의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즉시 천지회의 거처로 들어서게 되었다.
골목 밖에서 지키고 있던 사람은 그를 발견하자 재빨리 그를  안내해 들
어갔다. 마언초가 마중을 나왔는데 두 명의 나이 어린  태감을 대동하고 
있는 것올 보고는 무척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위소보는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목씨 집안 소공야의 누이동생이외다. 그리고 한 분은  그녀의 사저이외
다. 내가 궁 안에서 구출해낸 것이외다."
마언초는 즉시 두 소녀에게 대청으로 올라와 앉도록 하고  차를 올렸다. 
그리고는 위소보를 한 옆으로 끌고 가서는 말했다.
"총타주께서는 어젯밤 북경성을 떠나셨읍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첫째 그는 사부가 자기의  무공진도에 
대해서 물으면 어쩔가  하고 퍽이나 불안스럽게 여겼던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강희가  자기에게 띄운 임무를  사부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사부가 이미  북경성에서 떠났다는 
말을 듣자 한결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부러 실망한  빛
을 띄우고는 발을 굴렀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아, 사부님께서는 어째서  이
토록 빨리 떠나셨단 말이오?"
마언초는 말했다.
"총타주께서는 위향주에게 전하라고 분부하셨읍니다. 그러니까 그  어르
신께서는 갑자기  대만에서 보내온 급보를  받고 반드시 돌아가  처리할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총타주께서는 위향주에게 모든 일에  조심
을 하며 기회를 보아 일을 행하라고 하셨읍니다. 그리고  궁에서 거처하
기가 불편할 때는 잠시 북경에서 떠나서 피하도록 하라고  하셨죠. 그런
가 하면  위향주께서는 무공을 부지런히  연마해야 하며 위향주의  몸에 
독상은 이미 모조리 제거되었는지 궁금하다고 하시기도  했읍니다. 그리
고 만약에 몸이  불편할 때는 반드시 급히 총타주에게 알리도록  하라고 
하셨읍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네, 사부님께서는 여전히  저의 상처와 무공을 염려해 주셨군요.  정말 
마음속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오게 만드시는군요."
그의 두 마디 말은 거짓없는 말이었다. 사부가 총망지중에도  자기의 몸
을 염려하는 것을  보고 확실히 고맙다는 생각이 뭉클하게 들었던  것이
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물었다.
"대만에는 도대체 무슨 사고가 생긴 것이오?"
마언초는 말했다.
"소문에 들으니  정씨 모자가 불화하여 대신을  죽여 마치 내변이  생긴 
것같이 말씀하시더군요. 총타주께서는 위명이 크게 높으신  분이니 어떤 
변란이라 하더라도 그 어르신께서 도착하시면 모두 가라앉게  될 것이니 
위향주께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읍니다. 이형,  관부자, 번형,  풍형, 
현정도장 등  그들 모두 총타주를  따라갔읍니다.서 세째형과  속하만이 
북경에 남아서는 위향주의 분부를 따르라고 했읍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대는 서 세째형을 오라고 하시오."
그리고 그는 팔비원후  서천천의 무공이 지극히 고강할 뿐만 아니라  사
람됨도 기민하여 늙은이가  두 여자를 석가장으로 호송하는데  있어서는 
가장 안성마춤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했다.
(대만 역시 모자가  불화하여 사람을 죽이는 등 일을 일으키고  있구나. 
그 점에 있어서는 북경의 태후나 황제와 같구나.)
그가 대청으로 되돌아오니  방이와 목검병 두 사람은 함께 국수를  먹고 
있었다. 목검병은 약 반  그릇의 국수를 먹고 있다가 궁금한 듯이  물었
다.
"그대는 정말 우리와 함께 석가장으로 갈 수 없나요?"
위소보는 방이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젓가락질을  멈추고서 바라보는
데 그 눈초리는 기대의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위소보는 그만 가슴이  뭉쿨해지는 것을 느끼고 두 여인과 함께  오대산
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내가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은 정말 큰 일이다. 이 두 상처입은  소저를 
데리고 길을 간다는 것은 방해만 될 뿐이고 또 남의 주목만 끌게  될 것
이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내가 이 일을  끝낸 이후 석가장으로 찾아뵙겠소. 그대들의 친구는  어
디에 살고 있으며 이름은 무엇이라 부르오?"
방이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젓가락으로  국수를 한 젓가락  집었으나 
입안으로 가져가지 않고 나직이 말했다.
"그 친구는 석가장 서쪽에서 노새와 말을 빌려 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는 쾌마(快馬) 송삼(宋三)이라고 부르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쾌마 송삼? 그렇군. 내 반드시 그대들을 만나러 가겠소이다."
그리고 얼굴에 짓ㄱ은 빛을 띄우고 나직이 말했다.
"내 어찌 찾아가 보지  않겠소. 내 어찌 한 쌍의 수화폐월의 큰  마누라
와 작은 마누라를 그냥 떼어 놓고 살 수 있겠소?"
목검병은 웃으며 말했다.
"반 나절 동안 착하다 했더니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는군요."
방이는 정색했다.
"그대가 만약 우리들을 절친한 친구로 여긴다면  우리들은...... 우리들
은 매일같이 그대가  오기를 기다릴거예요. 그러나 만약에 경박한  마음
을 품고서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른다면 차라리...... 차라리 오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위소보는 가볍게 핀잔을  듣게 되자 약간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
했다.
"좋소. 그대가 우스게  소리를 싫어 한다면 이후 내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지."
방이는 약간 겸연쩍은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우스개소리를 하더라도 정도가  있어야 되고 또 때가 어느 때인지,  장
소가 어느 장소인지 보아야 할거예요. 그대는...... 화가 나셨나요?"
위소보는 다시 흐뭇해져서는 말했다.
"아니오, 아니오. 그저 그대가 화를 내지 않으면 좋소이다."
방이는 방긋 웃고는 나직이 말했다.
"그대에 대해서는 아마도 그 누구도 정말 화를 내지 못할거예요."
방이가 그와 같이 방긋 웃자 얼굴에 흙칠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아리따운 
모습은 여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위소보는 대뜸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
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저 마언초가 사람을  시켜 갖다 준 국수를 한 입 먹고는  국물을 
마셨을 뿐 일시 무슨 말로 대답을 해야 될지를 몰랐다.
갑자기 뜨락에서  발걸음 소리가 났고 잠시  후 한 노인이 걸어  들어왔
다. 바로 서천천이었다.  그는 위소보 앞에 이르더니 허리를 굽히고  절
을 한 이후 온 얼굴 가득히 웃음빛을 띄우고는 공손히 말했다.
"안녕하셨읍니까?"
그는 위인됨이 조심스러웠다. 외부 사람이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위향주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포권으로 반례하고 웃으며 말했다.
"서 세째형, 제가 두 분의 친구를 소개해 드리죠. 이  두분은 모두 철배
창룡 유나리의 고제자랍니다.  한 분은 방소저이고 한 분은  목소저인데 
바로 목왕부의 소군주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는 방이와 목검병 두 소녀에게 말했다.
"이 분  서형님은 유나리와 그대 집안의  소공야와도 다 잘아는  사이외
다."
그리고 그는 혹시나 방이와 목검병 두 사람이 원한을 품고  있을까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본래 약간 조그만 충돌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해결되었소."
그리하여 세 사람이 인사를 나눈 후 그는 다시 말했다.
"서 세째형, 제가 한가지 부탁 드릴 일이 있읍니다."
서천천은 남장을  한 두 소태감이  바로 목왕부의 중요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목검성 등이 모두 위소보의 내력을 알고 있으니 두분  소저도 벌써
부터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위향주께서 분부를 내리시겠다면 속하가 어찌 명을 받들지 않을  수 있
겠읍니까?"
방이와 목검병은 기실  위소보의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 서천천이  그를 
위향주라고 부르자 모두 다 이상하게 생각했다.
위소보는 빙그레 웃고 말했다.
"두 분  소저는 오립신 오나리와 유일주  유형 등과 마찬가지로  황궁에 
숨어 있다가 이제서야 나온 몸입니다. 목씨 집안의 소공야와  유일주 사
형 등은 모두 북경에서 떠났겠죠?"
서천천은 말했다.
"목왕부의 뭇영웅들께서는  어제 모두  무사히 북경에서  떠나셨읍니다. 
목소공야께서는 나에게 소군주의 행방을 알아봐 달라고했지요.  나는 그
에게 안심하라고 했으며 천지회에서 책임지고 반드시 소군주를  찾아 드
리겠다고 말했소이다."
그리고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목검병은 물었다.
"유사형은 저의 오라버니와 함께 있던가요?"
그녀의 말은 방이를 대신해서 묻는 것이었다. 서천천은 말했다. 
"불초는 그들이 나누어 성을 떠나는 것을 전송했었지요.  유사형은 유나
리와 함께 남쪽으로 가셨읍니다."
방이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 편안무사하게 빠져나갔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는 흐뭇하게 여기겠구나.)
그러나 이번 만큼은  위소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방이가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그에게 약속을 했다. 그가 만약 유사형의 목숨을 구해  준다면 나
는 그에게 시집을 가서 처가 되겠으며 한평생 저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태감이니 어떻게  시집을 가지? 그는 또 어린 나이에  온갖 
수단과 재주를 다 피우고 더군다나 또 무슨 향주라고 하지  않는가 말이
다.)
이때 위소보는 서천천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두 분 소저는 황중의 시위들에게 애써 항거하다가 몸에  상처를 입었습
니다. 지금은 석가장에  있는 친구집으로 찾아가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
다. 저의 생각으로는 서 세째형이 호송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천천은 즐겁게 응낙했다.
"마땅히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죠. 위향주께서는 정말 저에게  좋은 일을 
시켰읍니다. 속하는  목왕부의 친구들에게 미안한  짓을 했는데  오해려 
목소공야로 부터 구원을 받아 마음속으로 고맙기도하고  부끄럽기도하던 
참입니다. 두  분 소저를 모시고 목적지까지  편하게 도달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을 하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목검병은 서천천을 바라보았다. 그의 체구가 왜소하고  허리도 구부정한 
것이 언제라도 저승사자가 와서는 목숨을 앗아갈 것같은  쭈그렁 영감쟁
이가 아닌가.
그와 같은  주제에 자기와 사저를  호송한다니 오히려 자기네들이  길을 
가면서 그를 돌봐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위소보가 가지  않는다는 말에 매우 실망한 그녀는 얼굴에  불
쾌한 빛을 참을 수 없다는듯 드러냈다.
그러나 방이는 인사말을 했다.
"서 나리께 수고를  끼친다니 실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저  수고스럽
지만 한 대의 수레를 빌어 주시기만 한다면 우리 스스로  길을 떠나겠습
니다. 우리의 상처도 대단한 것이 못되니까 신경쓸 것은 없습니다."
서천천은 웃으며 말했다.
"방소저는 너무 겸손해  하지 마시오. 이 위향주께서 명령을 내린  이상 
나로서는 어쨌든  끝까지 모시지 않을 수  없소이다. 두 분  소저께서는 
무공이 고강하시니 이 늙은이가옆에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남의 혐오감
을 일으키지나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호송이라는 두  글자
를 쓰기에 이 늙은이는 실로 재간이 없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심부름을 
하거나 허드렛일을  하는 등 두 분  소저가 객점에 머물게 되어  식사를 
할 때나  수레를 빌리고 물건을 사거나  하는 일은 이 늙은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두 분 소저께서 길을 가면서  쓸데없이 침이 마
르게 하는  일이 없도록 이 늙은이가  노새를 끄는 사람이나 마부  또는 
점소이 등과 같은 인물들을 상대하겠습니다."
방이는 더 거절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말했다.
"서 나리께서 이토록 후하게 대해 주시니 어떻게 보답해야  될지 모르겠
군요."
서천천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보답은 무슨 보답입니까. 솔직히 두 분 소저에게  말하는데 저
는 우리  이 위향주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탄복해 마지 않는  바입니다. 
우리 위향주의  나이는 어리나 실로  신통력이 대단하답니다.  위향주는 
이 늙은이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어제는 또 이늙은이의  가슴에 
맺힌 한까지 풀어 주었답니다. 따라서 저는 속으로 어떻게  했으면 우리 
위향주를 위해 단 몇  가지 일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
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위향주는 이 늙은이에게 이번  일을 맡
기는군요. 두 분 소저가  설사 나에게 모시지 말라고 하더라도 이  늙은
이는 분부를 모른척하고 선봉장이 되어서는 앞장서서 산을  만나면 길을 
터놓을 것이며 물을 만나게 되면 다리를 놓아 두 분이  편안하게 석가장
에 도달할 수  있도록 시중을 들겠소이다. 북경에서 석가장까지는  며칠
이라는 노정에  불과할 뿐이지만 위향주께서  만약에 이 늙은이에게  두 
분을 모시고 운남으로  가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떠나야 할 몸이며  목적
지까지 전송을 끝내야 할 판입죠."
목검병은 그와 모양이  매우 볼품없이 생겼지만 말하는 것은 꽤  재미있
다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그가 어제 어떻게  서 나리의 화풀이를 했지요? 어제 그는......  그는 
황궁 안에 있었잖아요."
서천천은 웃으며 말했다.
"오삼계는 그 도적의  수하에 개같은 벼슬하치가 있는데 이름은  노일봉
이라고 하지요. 그는 이 늙은이를 잡아가서는 고문을 하고  욕을 했으며 
고약을 가지고 나의  입을 막기도 했는데 다행히 소저의 오라버니가  사
람을 보내어 이  늙은이를 구출했지요. 위향주는 이 늙은이에게  반드시 
사람을 시켜 그 개 같은 벼슬아치의 두 다리를 잘라놓겠다고  약속을 했
소이다. 이 늙은이는 오삼계의 개같은 아들이 이번 북경으로  들어올 때 
수하에 무공이 능한  사람을 지극히 많이 데리고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
지요. 그리고 노일봉이 지난 번에 나에게 한번 쓴맛을  보았는지라 한번 
당하게 된다면 좀더 요령이 생겨 감히 다시 혼자서는 나서지  않을 것이
니까 우리가 원한을  갚는다 하더라도 쉽게 갚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
죠. 그런데 어제  이 늙은이가 성 서쪽 종덕당(種德堂)약재상에  있으려
니깐 팔이  부러지고 다리가 분질러진  것을 전문적으로 고치는  친구가 
평서왕의 소굴에서 한  개 같은 벼슬아치를 떠메고 와서는 팔다리  잘라
진 부분을 치료해 주는 의원을 곳곳에서 찾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일은 정말 이상했습니다."
서천천은 잠시 말을 끊더니 다시 이었다.
"그들은 의원을 찾고 또 찾고 해서 모두 이십 명이나  삼십 명을 찾아내
었으면서도 치료를 하지  못하게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는  것이
었죠. 즉 이 개 같은 벼슬아치는 이름은 노일봉이며  멍청해서 평서왕의 
개 같은 아들이 친히  막대기를 들어 그의 개 같은 다리를 분질러  그로 
하여금 이레 낮 이레 밤을 드고 고통을 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그렇
기 때문에 치료하는 것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소이다."
방이와 목검병은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고 위소보에게 물었다.
"그것은 또 무슨 이치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 개 같은 벼슬아치는 서 세째형에게 죄를 지었소. 그러니  자연 그에
게 좀더 고통을 당하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왜 그런데도 평서왕  소굴의 사람이 그를 떠메고 와서는  뭇사람들에게 
알리는거죠?"
위소보는 말했다.
"오응웅이라는 그 녀석은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어서 나의 귀에  들어오
도록 하자는 것이었소. 그것은  내가 그에게 그 개 같은 벼슬아치의  다
리를 분질러 버리라고 했는데 그는 그렇게 처리했던 것이외다."
목검병은 더욱더 의아하다는듯 물었다.
"그가 어째서 또 그대의 말을 들어야 하나요?"
위소보는 미소했다.
"내가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여 그를 한번  속였더니 그가 믿고  그대로 
한 것이오."
서천천은 말했다.
"나는 본래  그를 때려 죽이려고 했죠.  그러나 그 개 같은  벼슬아치는 
사람들에게 떠메여서는 뭇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두 다리를 잘라 놓고도 치료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만약 그를 
죽인다면 오히려 그에게  덕을 베풀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어제 오후에  내가 친히 그를 보았는데  그의 개 같은 목숨은  그야말로 
간들간들 남아 있는 셈이었고 바지가랭이도 똘똘 말아올려졌는데  두 잘
라진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크게 부어올랐을 뿐 아니라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는 아파  죽겠다고 엄마까지 찾는 형편이었소.  그러니 두 분  소
저, 이 늙은이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통쾌하게 생각하겠소?
이때 마언초는 이미  세 대의 커다란 수레를 빌어서는 문밖에서  기다리
고 있었다. 그 역시 천지회에서는 중요한 인물었지만 회의  규칙 가운데 
모두들 하는 짓이  사람을 죽이거나 나라의 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 아닐 때에는 될 수 있는 한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이 좋다
고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이와  목검병 두 사람에게도  소개를 
시켜 주지 않은 것이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보따리 안에는 모두 다섯 권의 사십 이 장경이 들어 있다.  이 책들
이 무슨 소용이 있을는지 나는 조금도 모르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사
람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훔치거나 빼았으려고  한 것을 보면  반드시 
어떤 연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몸에  지니고 길을 재촉하게  된다면 
잃어 버릴 우려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잠시 생각해 본 이후 좋은 계책이 생각나 그는  마언초에게 살
그머니 말했다.
"마형, 나는 궁 안에 절친한 형제와 같은 친구가 있었는데  오랑캐의 시
위들에게 죽음을 당했소이다. 내가 그의 시체를 가지고 나와  그를 안장
시켜 주어야겠소이다.  그러니 그대는 즉시 사람을  보내 한 구의  관을 
사오도록 하시구려."
마언초는 생각하기를 위향주의 절친한 친구가 오랑캐에 죽음을  당한 것
을 보면 반드시  청나라에 반항하는 의사(義士)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
고 친히 유주(柳州)에서만 나는 좋은 나무로 만든 관을  사왔다. 그리고 
그는 위향주가 씀씀이가  대다히 헤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
향주가 그에게 맡긴 삼백  냥의 은자 가운데 삼십 몇 냥만 남기고는  거
진 다 써 버렸다.
즉 관을 사는  이외에도 수의(壽衣), 뼈를 담는 항아리, 석회,  면지(綿
紙), 기름 먹인 베, 영래, 영번(靈幡), 지전(紙錢)등 물건을  골고루 갖
추었으며 또 될 수 있는 한 좋은 물건만 샀다.
거기다가 방이와 목검병 두 여이을 위해 남장하게 되었을 때  사용할 옷
가지와 신발, 그리고 모자는  물론 도중에 먹을 건량은 말할 것도  없이 
간식에 사용할 음식까지도 마련을 했다. 그런가 하면 시체를  염하는 사
람과 관에다 칠을 하는 사람까지도 불렀다. 모든 물건이  갖추어져 떠날 
때까지 위소보와 두 여인은 한 두 시간 잘 수 있었다.
위소보는 먼저 여느 사람의 옷차림으로 바꾸어 입고 생각했다.
(내가 성지를 받들어  오대산으로 공무차 가는 길이니 그야말로  바쁘게 
되었다. 어느 겨를에  무공을 연마할 수 있겠는가. 사부의 이  무공비급
을 다른 사람에게 도적질 당해서는 안 되겠지.)
그리하여 그는 다섯권의  경서와 사부가 준 무공비급을 기름 먹인  베에
다 한 겹 한 겹 완전무결하게 샀다. 그리고는 부엌으로  가서는 한 웅큼
의 나무 재를 안고  와서는 사람의 시체를 태우고 남은 재를 담는  항아
리에다 쏟고서는 생각했다.
(관 안에다 진짜  시체를 한 구 넣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게 하면  그 
누가 관을 열고 살펴본다 하더라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순식
간에 어디 가서 나쁜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이윽고 그는 맑은 물을 찍어서는 눈과 얼굴에 바르고 슬픈  표정을 하고
서 두 손에 기름을  먹인 종이로 싼 보따리와 뼈의 재를 넣는  항아리를 
들고서는 후청으로 갔다.
그리고는 보따리와  항아리를 함께 관  안에 넣고 앉아서는  방성통곡을 
했다.
서천천과 마언초, 그리고 방이  및 목검병 두 소녀는 이미 후청에서  기
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땅바닥에 엎드려서 통곡을 하는 것을 보고는  더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절친한 친구의 재인가 보다고  생각하고 모
두 꿇어 엎드려서는 절을 했다.
위소보는 죽은 사람의  가족이 위문을 하러 온 사람에게 반례하는  광경
을 본 적이 있는  터라 관 옆으로 서둘러 다가가서는 엎드려 네  사람에
게 반례를 했다. 곧이어 염시꾼이 면지와 석회등의 물건을  깔기도 하고 
옆에다 놓고는 관뚜껑에다 못질을 했다.
이어 칠쟁이가 관에다 칠을 했다.
마언초는 물었다.
"이 의사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죠? 그래야만 관에다가  그의 이름이
라도 써 놓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그는......"
그는 목이 메인듯  일부러 울음소리를 내면서 속으로 생각해 보고  나서
는 말했다.
"그는 해계동(海桂棟)이라고 하지요."
그는 해대부, 소계자, 서동  세 사람의 이름을 각기 한 자씩 따서는  이
름을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대들  세 사람을 죽였지만 이제  그대들에게 절을 하고  지전을 
태워서 그대들이 저승에서 사용하도록 했으니 그대들 세  원귀는 설마하
니 다시 나에게 달려드는 일은 없겠지.)
목검병은 그가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위로의 말을 했다.
"청나라 오랑캐들이 우리의 절친한 친구를 죽였으니  언젠가는 우리들이 
그들을 깨끗하게 죽여 없애서는 절친한 친구의 원한을 갚을 수  있을 거
예요."
위소보는 울면서 말했다.
"오랑캐는 물론 죽여야 하겠지만 이 몇 분 친구의 원한은  결코 갚을 수
는 없다오."
목검병은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어째서 갚을 수 없다는 것일까?)

 네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한 이후 마언초와 작별을 한  뒤 길을 떠나기
로 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그대들을 한동안 바래다 드리리다."
방이와 목검병 두 소녀는 얼굴에 하나같이 기쁜 빛을 띠웠다.
두 소녀가 한 대의  수레를 타게 되고 위소보와 서천천이 각기 한  대씩 
타게 되었다. 세 대의  수레가 먼저 동문에서 나와 동쪽으로 두  마장을 
가게 되었다. 그런  연후에야 길을 돌려 남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다시 
칠팔 마장을 가니 어느 고을에 이르렀다. 서천천은 수레를  멈추라고 분
부했다.
"친구를 천  리 전송한다 하더라도 끝내  작별을 고해야 하는 법,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으니 우리들은 이곳에서 차나 한잔  마시고 헤어지도
록 하지요."
그리고 그들은 길 옆에  있는 찻집으로 들어갔다. 사환은 즉시 차를  끓
여 올렸고 세 명의 마부는 다른 한 탁자에 앉게 되었다. 
서천천은 위향주 등  그들 세 사람이 반드시 자기네들끼리 중요한  말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두 손으로 뒷짐을 진 채 나가서 발깥  풍경을 구경
하는 척 하였다.
목검병은 물었다.
"계...... 계 오라버니, 그대의 성은 기실 위씨이죠? 그런데  또 어떻게 
향주가 되었나요?"
위소보는 웃었다.
"나의 성은 위씨이고  이름은 소보라고 하오. 본시 나는 청목당의  향주
라오. 이제 와서 내 무엇한다고 그대들을 속이겠소."
목검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위소보는 물었다.
"어째서 한숨을 내쉬는 것이오?"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는 천지회의  청목당 향주인데 어쩌다가...... 어쩌다가  황궁으로 
들어가서 태감이 되었나요? 그것이야...... 그것이야 말로......"
방이는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바로 애석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라
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첫째 그와  같이 말을 한다는 것은  우아하지 
못했고 둘째로는 위소보의 아파하는 마음을 찌르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
녀는 불쑥 입을 열고 그 말을 가로챘다.
"영웅호걸들은 국가대사를 위해 자신의 굴욕을 참고 견디지.  그러한 일
이야말로 남으로 하여금 매우 탄복케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녀는 위소보가 반드시  천지회의 명을 받고 스스로 몸을 병신으로  만
들어서는 궁 안으로 들어가 첩자 노릇을 한 것이니 그와같은  행동은 정
말 존경스럽고 탄복할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위소보는 빙그레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들에게 내가 태감이 아니란 사실을 이야기해야 할까?)
이때 갑자기 서천천이 호통을 내질렀다.
"친구, 아직도 정체를 드러 내지 않겠다는 것이오?"
그러면서 그는 손을 뻗쳐서 오른쪽에 있는 마부의  어깨죽지를 내리치려
고 했다. 
서천천의 오른손이 그 마부의 어깨죽지에 닿자 그 사람은 몸을  슬쩍 기
울였다. 그렇게 되자  서천천의 오른손은 그만 허공을 가로지르게  되었
다.
그러나 그의 왼쪽 주먹이 어느덧 마부의 오른쪽 허리를 향해  뻗쳐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마부는 손을  뒤로 구부려서는 밀었다. 그리하여 그 한  대의 
주먹을 바깥  쪽으로 밀었다. 서천천은 오른쪽  팔굽을 들어 다시  그의 
뒷덜미를 내리찍으려고 했다.  그 마부는 오른손을 뒤로 쳐들더니  서천
천의 정수리를 후려치려고 했다.
그리하여 서천천은  즉시 두 발에 힘을  주어서는 뒤로 물러났다.  그는 
잇따라 삼초를 썼다. 그러니까 일장으로 후려치고  주먹으로 내질렀으며 
팔굽으로 내리찍으려 했는데  이 모두가 매우 날카로운 수법이었다.  그
러나 그 마부는 가볍게 일일이 해소시켜 버린 것이었다.
서천천은 놀람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는 그 사람이  반드시 
대궐 안의 고수인데 명을 받들고 사람을 잡으러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
하여 그는 즉시 왼손을 흔들어 위소보 등 세 사람에게  도망치라는 시늉
을 했다. 그리고 자기는  적을 잡고 늘어져 세 사람이 빠져나갈  기회를 
만들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 세 사람 역시 의리를 돌보지 않고 도망치려고  하지는 않았
다. 방이는 몸에 상처가 있기 때문에 손을 쓰기가  어려웠지만 위소보와 
목검병은 모두 무기를 뽑아들고 나아가 협공을 하려고 했다.
그 마부는 몸을 돌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팔비원후는 정말 눈이 날카롭구려."
그 소리는  매우 뾰족했다. 네 사람의  그의 얼굴이 싯누렇고  옷차림도 
더러우며 얼굴모습도 추악하여 일시 몇 살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서천천은 그가 자기의  호를 부르는 것을 듣자 속으로 놀라서는  포권을 
하고 물었다.
"귀하는 누구시오? 어째서 마부로 가장하여 불초를 희롱하시오?"
그 마부는 웃었다.
"희롱이라니, 절대로 감당할  수 없소이다. 불초와 위향주는 절친한  친
구이외다. 그가 북경을  나선다는 사실을 알고는 특별히 달려와  전송을 
하려 한 것이외다."
위소보는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나는 당신을 알아볼 수가 없구려."
그 마부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은  어젯밤 손을 합해서 강적에게 함께 항거하지  않았소? 
그대는 어째서 벌써 잊었소?"
위소보는 그제서야 확연히 깨달은 바 있어서 말했다.
"아, 그대는...... 그대는 도...... 도......"
그는 비수를 신발목에 끼우고 재빨리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제
서야 그는 도궁아가 마부로 가장한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도궁아는 얼굴에 소기름과 수분(水粉)을 마구 발라 다른  사람은 그녀가 
기뻐하는지 성을  내고 있는지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어조에 기쁜 빛을 띠고 말했다.
"나는 오랑캐들이 사람을  보내 그대의 앞길을 막을까봐 이와같이  변장
하여 한동안이나마 호송하고자 한 것이라오. 그런데  서나리께서는 눈이 
날카로워서 그 분의 눈은 속일 수가 없었군."
서천천은 위소보의 얼굴표정을 보고 이 사람이 친구이지  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편으론 기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부끄럽게 
여기며 두 손을 맞잡았다.
"귀하의 무공이 고강하구려. 탄복했소이다. 탄복했소이다. 위향주는  인
연이 정말 좋군. 도처에 고인과 사귀다니 말이외다."
도궁아는 웃으며 말했다.
"고인이라니 감당할 수가 없군요. 실례지만 서형에게 묻겠는데  저의 변
장의 어느 구석에서 빈틈을 발견하셨나요?"
서천천은 말했다.
"빈틈은 없었소이다.  그러나 길을 오면서  나는 귀하가 채찍을  휘둘러 
노새를 쫓을  때 여느 마부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요. 귀하의  손목은 
움직이지 않는데  채찍은 곧장 뻗쳐  나갔으며 팔굽을 굽히지도  않는데 
이미 채찍을 움츠려 되돌아오게 했죠. 이와 같이 고명한  무공은 북경에
서 커다란  수레를 모는 친구들  가운데 아마 몇  분 되지 않을  것이외
다."
그리고 네 사람은 소리내어 웃었다. 서천천은 웃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불초가 만약 분수를 안다면 귀하의 그와 같은 무공을 본  이상 다시 손
을 뻗쳐서 위엄을 거슬리는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이 늙은이는  그저 분
수를 모르는 성격이라 어떻게 할 수 없었소이다."
도궁아는 말했다.
"서형은 너무 서운하신 말씀을 하는구려. 실례된 점 용서하세요."
서천천은 포권했다.
"그런데 실례지만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이 분 친구는 도씨라고 하죠. 형제와는...... 생사를  같이한 사람이랍
니다."
도궁아는 정색했다.
"그렇소이다. 바로 생사를  같이한 사이죠. 위향주는 저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위소보는 재빨리 말했다.
"선배님은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우리들은 그저 힘을 합해  매
우 나쁜 사람을 죽였을 뿐이죠."
도궁아는 빙그레 웃고는 말했다.
"위형제, 서형,  그리고 방, 목  두 소저,  우리는 이만 작별하기로  하
죠."
그리고 그녀는 두 손을 맞잡아 보이고는 수레를 모는  좌석으로 올랐다. 
위소보는 물었다.
"도.... 도형, 어디로 가시려는겁니까?"
도궁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온 곳으로 되돌아 가야지."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죠."
그리고는 그녀가 수레를 몰고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목검병은 물었다.
"서 나리, 저 사람의 무공은 정말 고강한가요?"
서천천은 말했다.
"무공이 대단하오. 그녀는 여자이니까 더욱더 대단하다고 봐야겠지."
목검병은 의아하여 물었다.
"그녀가 여자라구요?"
서천천은 말했다.
"그녀가 수레 위에 오를  때 허리를 비트는 것으로 보아 자세가  훌륭하
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간 허리를 비비꼬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 물
론 여자이지요."
목검병은 말했다.
"그녀가 말하는 소리는 매우 뾰족했어. 남자 같지는 않았어요.  위 오라
버니, 그녀...... 그녀 본래의 모습은 예쁘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사십 년 전에는 예뻤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대가 설사 사십  년이 지
난다 하더라도 여전히 지금의 그녀보다는 훨씬 더 예쁠 것이오."
목검병은 웃었다.
"그래서 나를 그녀에게 비유하는거예요? 원래 그녀는 노파였군요."
위소보는 그녀들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그만 침울해졌다.  그리고 홀로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두렵기도 했다.
양주에서 북경까지  올 때에는 모십팔과  함께 행동을 했으니  그야말로 
강호의 고수인 모십팔의 보호를  받은 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
궁에서 여러 번 위험한 일을 당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있고  장소가 모두 
익숙한 터였다. 그리고 매번 다급하게 되었을 때 종종  일시적인 지혜로 
위험에서 벗어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산서성 오대산으로 가는  길은 그
로서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앞길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
는 처지였다.
사실 그는 한번도 홀로 기나긴 여행을 해본 적이없는 터였고  또한 아직 
어린애인지라 두려움이 앞서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먼저  북경으로 돌아가서 마언초와 함께 오대산으로 갈까  하
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소현자의 신상과 관계가  있
는 일인데 만약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친구에게 너무나 미안한  짓
을 하는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서천천은 그가 여전히 북경으로 되돌아가려는 줄로 알고는 말했다.
"위향주, 날이 곧  어두워질 모양이니 그대는 곧 돌아가도록  하시지요? 
더 늦어졌다가는 성문이 닫히겠소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네."
방이와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가 일을 처리한 이후 우리 석가장으로 찾아오세요.  우리들은 기다
리겠어요."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음속이 달콤하면서도  시큰해져서
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천천은 두  소녀를 수레에 오르도록 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차부의 
옆에 앉아서는 수레를 납쪽으로 몰았다. 위소보는 방이와 목검병  두 소
녀가 수레  안에서 머리를 내밀고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수레는 삼십 여  장쯤 나아가다가 모퉁이를  돌았고 
그 바람에 한 그루의 버드나무에 가려져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나머지 한 대의 수레에 올랐다. 그리고 차부에게  북경으로 돌
아가지 말고 길을 꺽어서 서쪽으로 나아가자고 했다. 그러자  그 차부는 
약간 망설였다.
위소보는 열 냥의 은자를 꺼내서 말했다.
"열 냥의 은자로  그대의 수레를 사흘만 빌립시다. 이만하면 되지  않겠
소이까?"
차부는 크게 기뻐서는 재빨리 말했다.
"열 냥의 은자라면  한달을 빌리는 데도 족하답니다. 소인은 공자  나리
께서 멈추자면 멈추고 가라면 가도록 하겠읍니다."
그날 밤  수레는 북경 서남쪽 이십여  리 되는 조그만 고을에서  머물게 
되었다. 위소보는  어느 조그만 객점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셈이었다. 
위소보는 수건으로 자기의 몸을 대강 훔치고 발을 씻은 후  저녁밥을 주
기도 전에 그만 방바닥에 쓰러져서는 잠이 들고 말았다.
이튿날 깨어나니 머리가  뻐개지는 듯 아파왔으며 두 눈이 무겁기만  해
서 한참 동안 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사지가 시큰거리고 맥
이 빠져 꼼짝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마치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
다. 그는 소리쳐 사람을 부르려고 했으나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리고 눈을 들어 보니  땅바닥에는 세 사람이 쓰러져 있지 않은가.  그
는 깜찍 놀라 한참  동안 멍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고 보니 방  앞쪽에 한 사람이 싱글벙글 웃으며 앉아서  그
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소보는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 사람은 웃으며 물었다.
"이제서야 깨어났는가?"
바로 도궁아였다.
위소보는 이때서야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
"도누님, 도소저,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이죠?"
"저 세 사람이 누구인지 보라구?"
위소보는 방에서 내려섰다.  중국 객실의 한족은 그저 흙바닥이고  한쪽
은 약간 높게 구들을  놓아 방을 만들어 놓는 것이 관례였기 때무에  한
쪽은 방이고 한쪽은 대충 마룻바닥이 되는 셈이었다.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13. 착한 조카 위소보

 위소보는 방에서 나올 때  다리에 힘이 빠져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
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뒤로 벌렁 넘어져 엉덩방아를 땅바닥에  ㅈ게 되
었다. 손을 뻗쳐 몇 번 힘을 준 후에야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데 땅바닥의 세 사람은 이미 죽어 있었으나 하나도 아는  사람이 없
어서 물었다.
"도고모, 그대가 나의 목숨을 구해 준 것인가요?"
도궁아는 웃으며 물었다.
"그대는 도대체 나를  누님이라고 부르는거야, 아니면 고모라고  부르는
거야? 아래위 없이 마구잡이로 부르면 어떻게 해?"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는 고모예요. 도고모예요."
도궁아는 미소했다.
"이후 그대 혼자서 길을  갈 때는 음식에 조심을 하도록 해. 만약에  그 
손이 여덟 개라는  늙은이와 함께 있었더라면 결코 이와같은 꼴을  당하
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야?"
위소보는 물었다.
"어젯밤 저는 몽혼약에 당했나요?"
도궁아는 말했다.
"거의 비슷하게 맞추었군."
위소보는 생각해 보고 나서 말했다.
"아마도 십중팔구 찻물 속에 어떤 이상한 점이 있었던가 보죠?  마실 때 
약간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 스스로 한 봉지의 몽혼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의  몽혼약을 먹다
니, 제기랄, 요번에  몽혼약을 맛보지 않았더라면 그 맛이 시큼하고  달
콤한 것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그는 물었다.
"이곳은 흑점(黑店;주로 머무는  손님의 목숨이나 재물을 노리는  객점)
인가요?"
도궁아는 말했다.
"이 객점은 본래  정상적인 객점이야. 그런데 그대가 머물게 된후  흑점
으로 변하게 되었지."
위소보는 여전히  머리가 빠개지는듯 아픈  것을 느끼고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말했다.
"그건 내가 이해할 수 없군요."
도궁아는 말했다.
"그대가 이  객점에 머무른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이 달려들어와  이 
객점의 점소이를  묶고서 이 객점을 흑점으로  바꾸어 놓게 된  셈이지. 
한 명의 도적은  점소이의 옷까지 갈아입고 찻주전자 안에다 한  웅큼의 
약가루를 타서는 그대에게 갖다 주더군. 나는 그대가 한참  옷을 바꾸어 
입고 있었기 때문에 옷을 바꾸어 입은 이후 다시 경고를  해주려고 생각
했는데 뜻밖에도 그대는 옷을  벗고 그냥 몸을 ㅆ지 않겠어. 그런데  잠
시 후 다시 그대를 눈으로 찾았을 때는 그때는 이미  쓰러져 있더군. 아
마도 찻물을 미리  마셨던가봐. 다행히 몽혼약에 지나지 않았기에  망정
이지 독약이었다면 큰일날뻔했어."
위소보는 그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말았다. 어젯밤 자신의  몸을 닦
으면서 만약 방이가  자기의 마누라가 되고 자기가 꼭 껴안는다면  그것
은 무슨 맛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느
라고 그만 마음이 설레여서는 못된 짓도 하였던 것이다. 
도궁아는 나이가 적지 않지만 역시 여자가 아닌가. 창문을  통하여 그와 
같은 추악한 꼴을 대하게 되었을 때 자연 눈여겨 보게 되었으리라.
도궁아는 말했다.
"어제 나는  그대와 헤어진 후 궁  안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는데  안팎이 
조용하여 아무 일이 없었고 결코 태후의 초상을 치루는 짓  따위는 보이
지 않더군. 나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지. 그리고 총총히 옷차림을  바
꾸고는 자녕궁  밖으로 가 살피게  되었는데 모든것이 평상시  그대로였
어. 원래 태후는 죽지  않았더군. 이렇게 되자, 크게 잘못 되었다고  생
각했지. 나는 본래 태후가  죽었다면 우리 두 사람은 여전히 청궁에  머
물러도 상관이 없으리라고 판단했거든. 어젯밤 그 한 칼로  그녀를 찔러 
죽이지 못하였으니 이제는 즉시 궁에서 떠나야겠으며 또한  그대에게 통
지를 하여 그대가  이후라도 함부로 궁 안으로 들어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위소보는 일부러 놀랐다는 표정을 짓고는 큰소리로 말했다.
"아, 원래 그 늙은 갈보가 죽지 않았군요. 그것 참 야단났군요."
그리고 속으로 약간 미안한 감을 느꼈다.
(어제 총망중에 들먹이는 것을 그만 잊었군. 나는 당신이 벌써  알고 계
신 줄 알았소이다.)
도궁아는 설명했다.
"내가 막 몸을 돌리려 할 때 세 명의 시위가  자녕궁 안에서 걸어나오는
데 그들의  행동이 수상쩍어서 아무래도  십중팔구 태후가 그들을  보내 
나를 잡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  그런데 그들은 내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어. 그  당시 나는 그들을  아랑곳할 
여가가 없었지.  나의 거처로 되돌아 가서는  짐을 챙기고 다시  변장을 
한 이후 주방 옆문으로 해서는 궁 안에서 빠져나왔지."
위소보는 미소했다.
"그래서 고모님은 주방의 소랍으로 변장을 했군요."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소랍들은 허드렛일을 가장 많이 하는 편에  속하
는 사람들이었다. 나무를  때거나 연탄을 나르거나 닭을 죽이거나  채소
를 씻거나 불을 피우는가 하면 소를 씻는 일 등등의  허드렛일을 모조리 
소랍이 해치워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주방에서  들락거리는 
데 대해서 유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도궁아는 말했다.
"나는 궁에서  벗어나자마자 세 명의 시위가  이미 옷차림을 바꿔  입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제각기 등에 봇짐을  지고 각기 말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아 먼 길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위소보는 아 하고는 탄성을 발했다.
그리고는 왼발을 뻗쳐 한 구의 시체를 차고는 말했다.
"바로 이 세 구의 시체가 흑점을 연 친구들이었군요."
도궁아는 미소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 세 친구에게 고마워해야 할걸. 만약  그들이 안내
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찌 그대를 찾아냈겠어. 그리고  누가 그대
가 가다가  길을 돌아서 서쪽으로  향하게 되었으리라는 것을  짐작이나 
했겠어. 이들은 성을 나가자 서쪽으로 달리면서 연신  수소문을 하더군. 
그러니까 열 너더 살의 소년이 홀몸으로 길을 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고 묻는 것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태후의 명을 받아 그대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지. 그리고 해질 무렵 그들이  이곳까지 알
아내었을 적에 나도 이곳까지 따라오게 되었지."
위소보는 무척 고마워서 말했다.
"만약 고모님이 구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지금쯤은  염라대왕께서도 묻는 
말에 대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가 '위소보 너는 어떻게 해서  죽었
느냐?' 하고 묻는다면 저로서는 '대왕에게 알립니다. 그저  멍청하게 나
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을 당했습니다.'하고 대답을 할 수밖에 더  있겠
습니까."
도궁아는 깊은 궁궐  속에서 수십 년이나 살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남과 
말을 주고  받는 때가 지극히 적었다.  그런데 이제 위소보의  재미있는 
말을 듣게 되자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대는 정말 말솜씨가 좋구나. 그렇게 된다면 염라대왕은  반드시 다음
과 같이 말하겠지. '끌고 가서 때려주어라.'"
위소보는 웃었다.
"물론 그렇겠지요. 염라대왕께서는 수염을 곤두세우며 호통을  내지르겠
지요. '살아서 멍청하고  아리송하게 산 것은 고사하고 죽는 것도  멍청
하게 죽어?  나의 이곳에 만약 멍청한  귀신들만 모여들게 된다면  나는 
그야말로 멍청한 염라대왕이 되지 않겠느냐?"
두 사람은 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위소보는 물었다.
"고모님,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도궁아는 말했다.
"나는 그들이 부엌  쪽에서 나직이 상의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한 사람이 말하더군.  '태후께서 지시를 내렸네. 저 꼬마녀석을  사로잡
는 것이 가장 좋아.  그렇지 않을 때는 한 칼에 죽이되 그의 몸에  지니
고 있는 물건은 모조리 가져가서는 태후에게 바쳐야 하며 한  가지도 없
어져서는 안 되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말을 잇더군. '저 꼬마  녀
석이 간이 크게시리 태후께서 매일같이 읽는 불경을 훔치다니,  정말 살
기가 싫어진게로군. 태후께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태후께서는 가장  요긴한 것은  바로 그 몇  권의 불경이라고  분부하셨
어.' 그런데 소현제,  그대는 정말 태후의 불경을 가졌나? 그대  총타주
께서 그대보고 가지라고 한 것이겠지?"
그리고 눈을 똑바로 뜨고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위소보를 응시했다.
위소보는 갑자기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군. 그녀가  태후 방에서 찾던 것도  바로 그 사십 이  장경이었구
나.)
그러나 얼굴에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불경이라니? 무슨  불경말입니까? 우리 총타주께서는 부처님을  모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번도 그가 불경을 읽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도궁아는 무공이 고강했지만 어릴 적부터 궁궐 안에서만  살아왔기 때문
에 세상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지극히 적었다.
두 사람은 똑같이 황궁에 있던 몸이었으나 위소보는 매일같이  황제, 태
후, 왕공,  대신, 시위, 태감 등과  얼굴을 마주 대해야 했고  시시각각 
음모와 권모술수 사이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게 되어 이제  눈치에 
있어서는 따를 자가  없을 정도가 되어 온몸이 그야말로 칼날을  번뜩일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반면 도궁아는 그저 두 명의 노궁녀와 짝을 지어 살아 왔으며  일 년 
동안 수십 마디의 말을 하기조차 어려웠고 그 밖의 다른  사람과는 만난 
적이 없는 처지였다.
따라서 두 사람의  기지와 교활한 면에 있어서의 차이는 무공에  있어서
의 차이보다 더 심한 편이었다.
그녀는 위소보가 천진난만한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방금 그의 목숨을 구해 주었으니 그는 마음속으로  나에게 고마워
하는 마음이 이를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한 처지이니 어린애인  그가 
또 어찌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나는 친히 그의  보따리를 
뒤져 보지 않았는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들이 그대의 보따리를 풀어 헤치고 자세히 조사하는  것을 보았
지. 그리고 많은 보석들과 수십만 냥의 은자에 해당하는  은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더니 두 눈을 몹시 붉히며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상의하더
군. 나는 그와 같은  말을 듣고 화가 나서는 들어서자마자 모조리  처치
해 버렸다네."
위소보는 말을 했다.
"제기랄, 알고 보니 태후라는 늙은 갈보는 나에게 돈이 있다는  것을 알
고는 시위를 보내 목숨을 빼앗고 제물을 강탈하려 했군요.  거기다가 몽
혼약까지 쓴 것은  고사하고 흑점까지 열었으니 그 늙은 갈보는  그야말
로 비열하기 짝이 없는 짐승과 같은 계집이군요."
도궁아는 말했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 태후가 요구하는 것은 그저 불경이지  보석이
나 은자 따위가 아니야.  그 몇 권의 불경은 사실 중대한 관계가  있어. 
나는 그대가 서천천과 그 두 소저에게 주어 석가장으로 가져  가서 갈무
리하도록 하지 않았나  생각했지. 그리고 속으로 적을 이미  제거했으니 
그대로 하여금 좀더 쉬도록  하자고 생각했지. 그 생각을 하는 즉시  말
을 타고서는 남쪽으로 달려가 한 객점에서 그들이 타고 온  수레를 찾아
내게 되었지. 본래 살그머니 조사를 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그 팔비원후
라는 분은 정말 기민하기  짝이 없더군. 그리하여 부득이 재차 손을  쓰
게 되었지."
위소보는 물었다.
"그는 고모님의 적수가 되지 않았군요."
도궁아는 말했다.
"나는 본래  그대들 천지회에 죄를 지으려고  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를 쓰러뜨린 후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화를  내지 말라고 
빌었지. 소형제, 다음에 그대가 그를 만나게 되거든 다시 몇  마디의 말
을 전해 줘. 사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이야. 그리고 나는  그들 세 
사람의 보따리를 다시  한번 조사해 보았고 그 수레도 뜯어서  살폈지만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어. 그리하여 그들의 혈도를 풀어  주고는 재빨
리 말을 타고 되돌아 온 것이야."
위소보는 말했다.
"제가 멍청하게시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때 고모님은  그 많
은 일을 해치웠군요. 그런데 도 고모님은 제가 천지회의  사람이라는 것
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도궁아는 미소했다.
"내가 그대들을 위해  반 나절이나 수레를 몰았는데 그대들이  주고받는 
말을 못 들었겠어? 그대는 어린 나이에 청목당의 향주가  되었다니 정말 
대단해. 향주라면 천지회에서도 꽤 큰 직분이겠지?"
위소보는 매우 득의에 차 웃으며 말했다.
"작지 않다고 할 수 있죠."
도궁아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물었다.
"그대는 황제를  오랫 동안 시중들었는데 혹시  그가 불경에 관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어?"
위소보는 말했다.
"들은 적이 있지요.  태후와 황상께서는 그 빌어먹을 불경인가 하는  것
을 매우 중시하는  것 같았아요. 기실 그런 불경을 어디에다  쓰겠어요? 
태후께서는 심보가  그렇게 악독한데 설사  매일같이 일만 번  아미타불 
하고 불러 보았자 보살께서는 그녀를 돌보지 않으실거예요......"
도궁아는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재빨리 물었다.
"그들이 뭐라고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저를 색액도 대인에게 딸려 보내 오배의 집으로  가서 가산
을 몰수하게 했지요.  그 당시 저에게 반드시  두 권의 사 무슨  경인가 
또 이 자와 십 자가 있는 것 같은 불경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지요."
도궁아는 얼굴에 매우 흥분된 빛을 띠고 말했다.
"맞았어, 맞았어. 사십 이 장경이야. 그대는 찾아냈어?"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글자를 모르는 무식한 놈이라 뭐가 사십 이 장경이고  오십 삼 장
경인지 알 수가 있어야죠. 후에 색대인이 찾아내었길래 제가  가지고 가
서 태후에게 갖다 드렸습니다. 그녀는 무척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저에
게 많은 사탕과 떡 같은 음식을 내리셨지요. 제기랄, 늙은  갈보는 정말 
치사하더군요. 금이나 은을 주지 않고 저를 어린애 다루듯  사탕이나 밀
전 나부랭이들만  주지 않겠어요. 진작 그녀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나는  그 두권의 불경을  주방의 아궁이 속에다가  집어던져 
불쏘시개로 삼아서는......"
도궁아는 재빨리 말했다.
"태워서는 안 돼. 태워서는 안 돼."
위소보는 웃었다.
"저 역시 태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황상께서  색대인에
게 묻는다면 들통이 나게 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궁아는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태후의 손에는 적어도 두 권의 사십 이 장경이 있었겠군."
위소보는 말했다.
"아마도 네 권은 될겁니다."
도궁아는 되물었다.
"네 권이라고? 그대가...... 그대가 어떻게 알지?"
위소보는 말했다.
"전날 밤 내가 태후의  침대 아래 몸을 숨기고 있을 때 그녀가 그  궁녀
차림을 한 남자와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죠. 그녀는 본래 한 권이  있었
고 오배의 집에서  두 권을 몰수했으며 다시 그녀는 어전시위  부총관인 
서동을 시켜 무슨 기주인가 하는 집에서 다시 한 권을  탈취했다고 들었
습니다."
도궁아는 말했다.
"맞아, 바로 상남기 기주의 집에서 탈취한 것이지. 그렇다면  그녀의 손 
안에는 모두 네 권이  있겠군. 어쩌면 다섯 권이나 여섯 권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몇 번 서성거리다가 말했다.
"그 불경은 매우 중요해.  소형제, 나는 그대가 정말 나를 도와  주기를 
바래. 그리하여 태후가 갖고  있는 사십 이 장경을 훔쳐내 주었으면  하
고 바라는거야."
위소보는 생각해 보고 나서 말했다.
"늙은 갈보의 상처가 심하다면 끝내 살아 남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따
라서 그  몇 권의 불경은  아마도 관 안에까지  가지고 가게 될  것입니
다."
도궁아는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결코 그럴 리는 없어. 내가 걱정하는  것은 신룡교(神
龍敎)교주의 수단이 한 수 높아 먼저 가로채는 거야. 그렇게  된다면 야
단나지."
신룡교 교주라는 말은 위소보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 묻지 않을  수 없었
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요?"
도궁아는 그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방안에서 몇  번 서성거리더
니 창호지가 점점 밝아오는 것을 보고는 날이 곧 밝아지리라는  것을 알
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곳에서 말하기는 거북하군. 벽이나 담장에 귀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
해야겠지. 우리 나가지 그래."
그리고 세 구의 시체를 객점 문밖 수레 안에 놓았다.
그들 세 사람은 모두가 그녀의 중수법에 의해서 충격을 받고  죽은 것이
라 피를 흘리지 않은 상태여서 매우 깨끗했다.
그리고 도궁아는 말했다.
"객점의 주인과 그대의  마부는 모두 다 그들에게 묶여 있었거든.  그러
니 그들 스스로 묶였던 밧줄을 풀 때까지 내버려 두도록 해."
그리고 위소보와 나란히 마부석에 앉아서는 수레를 서쪽으로 몰았다.
약 칠팔 마장 나가게 되자 날이 훤히 밝았다. 도궁아는  세 구의 시체를 
한 공동묘지에다가  버리고 커다란 바위와  돌덩이를 들어서 그  위에다 
얹어 놓아 세 구의 시체를 가리고는 다시 수레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우리가 수레 위에서 길을  재촉하며 말을 하면 그 누구에게도 들킬  염
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위소보는 웃었다.
"수레 아래 쪽에 사람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죠."
도궁아는 깜짝 놀라서는 말했다.
"맞아. 그대는 나보다 생각이 치밀하군."
그리고 그녀는  채찍을 휘둘렀다. 말채찍이 몇  번 휘어지면서 싹  하는 
소리를 내며 수레 밑을 후려치게 되었다.
그녀는 잇따라 세  번이나 후려치고는 확실히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
한 이 후 웃으며 말했다.
"이 강호에서 사람을 경계하는 행동에 대해서 나는 전혀  요령을 모르는 
편일세."
위소보는 말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는 더욱더 요령을 모릅니다. 도고모님은 어찌  되
었든 저보다 나은 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젯밤 저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이때 커다란 수레는 큰  길을 따라 나가고 있었고 사방은 조용했다.  도
궁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는 나의 목숨을 구해  주었고 나 역시 그대의 목숨을 구해  주었으
니 우리들은  그야말로 생사를 같이 한  사이라고 할 수 있지.  소형제, 
나이를 따진다면 내가 그대의  어머니 노릇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데 그대가 나를 밉지 않게 고모라고 불러 주는데, 그대는  정말 나를 고
모로 삼고 나의 조카가 되어 주지 않으려는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조카가 되는 것은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어쨋든 나는 이미  고모라고 
부르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그는 재빨리 말했다.
"그것 참 잘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매우 운이 좋지 않은 일이  있
습니다. 고모님이 알게 되면 아마도 이 조카를 마다할 것입니다."
도궁아는 물었다.
"그게 무슨 일인가?"
위소보는 말했다.
"제게는 아버지가 없으며  어머니는 기원에서 갈보 노릇을 하고  있답니
다."
도궁아는 어리둥절했으나 곧 온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고 말했다.
"조카야, 영웅은 출신이  비천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단다. 우리의  태
조 황제께서도  화상 노릇을 했고 또  무뢰한이나 건달 노릇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아무  상관도 없지 않느냐. 그대가  그 같은 일까지도  나에게 
속이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고모에 대한  진심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나 또한 모든 일에 있어서도 너를 속이지 않으마."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어머니가 갈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십팔 형이 알고  있으
니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음에 있는  말을 털어
놓게 하려면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자기의 치부를 먼저  드러내야 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땅바닥에 뛰어내려서는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렸
다.
"조카 위소보는 친고모님에게 인사드리옵니다."
도궁아는 수십 년간  깊은 궁궐 안에서 외로운 생활을 보내온  사람이었
고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정이 
담긴 말을 반 마디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소보가  그토록 다정하게 불러 주자 그만 가슴이  쓰라
린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수레에서 내려 그를 부축해 일으키며 웃었다.
"착한 조카야, 이제부터  나에게는 이 세상에 가까운 사람이 있게  되었
으니......"
거기까지 말하다가 그만 참을 수 없다는듯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한편
으로는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이것 보아라.  이렇게 기쁜  일인데 너의 고모는  눈물을 흘리고  있구
나."
두 사람이 수레 위로 올라왔다. 도궁아는 오른손으로 고삐를  잡고 왼손
으로는 위소보를  잡고서 노새로 하여금  천천히 나아가도록 하며  말했
다.
"조카야, 나의 성은  도씨이다. 이것은 나의 진짜 성이며 나의  규명(閨
名)은 홍영(紅英)이라고 한단다. 열 두 살 때부터 궁 안으로  들어와 그 
이듬해 바로 공주님을 모시게 되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공주라고요?"
도홍영은 말했다.
"그렇다. 공주이다.  바로 대명나라 숭정(嵩禎)황제 폐하의  큰공주님이
시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 원래 고모님은 대명나라 숭정황제 때 궁으로 들어가신게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그렇다. 숭정황제께서는 궁을  나가실 때 검을 휘둘러 공주의 팔을  잘
랐다. 나는 공주께서 난을 당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가  구하려고 했
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만 크게 자빠져서는 이마를 돌계단에  부딪
쳐 기절을 하고 말았단다. 그리하여 정신을 차렸을 때는  폐하와 공주께
서는 이미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고 궁 안은 소란스럽기만  했으
며 그  누구도 나를 아랑곳하지 않더구나.  얼마 후 이침이라는  도둑이 
궁 안으로 들어왔고,  그 후에 청나라의 오랑캐들이 이침이라는  도적을 
쫓고 다시 황궁을 점거했지."
도홍영은 잠시 탄식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 그것은 벌써 오랜 세월 이전의 일이로구나."
위소보는 물었다.
"공주는 숭정황제의 친딸이 아닙니까? 어째서 그녀를 칼로  쳐죽이려 했
지요?"
도홍영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주는 숭정황제의  총애를 받았다. 그때  성은 이미 함락되어  도적의 
군사들이 이미 성안으로 몰려오고 있던 때라 황상께서는  죽음을 각오하
시게 되었는데 혹시나  공주가 도적들에게 욕을 당하게 될까봐 먼저  공
주를 죽이려고 한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랬었군요. 자기의 친딸을  죽인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후 숭정황제는 매산(煤山)에서  목을 매달아 죽었다고 하던데  사실인
가요?"
도홍영은 말했다.
"나 역시 후에 사람들에게 들었지. 청나라 오랑캐들을  오삼계가 중원으
로 끌어들여  이침이란 도적을 쫓고  우리 대명나라 강산을  차지하도록 
만들었지. 궁 안의 태감, 궁녀 가운데 십중팔구는 모두 믿을  수 없다고 
내쫓김을 당했단다. 그때 나는 나이가 아직도 어리고 또  쓰러져서 깊은 
상처를 입고 캄캄한 방안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돌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삼 년이 지난 이후에야 사부님을 만나게 되었단다."
위소보는 말했다.
"고모님의 무공이 이토록 고강하신 것을 보면  고모님의 사부어르신께서
는 무공이 더욱더 대단하시겠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우리 사부님은 천하에는  무공에 능한 자가 무척 많다고 하셨지.  따라
서 우리 무공은 별것이 아니라고 했단다. 우리 사부님으로  말하면 사조
부의 명을 받아 궁 안으로 들어와 궁녀가 되신 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녀는 채찍을 들어  허공을 쳐 철썩 소리를 낸 후 계속해서  말
했다.
"우리 사부님이 궁 안으로  들어오게 된 목적은 바로 그 여덟권의  사십 
이 장경에 있단다."
위소보는 물었다.
"모두 여덟권이나 된다구요?"
도홍영은 말했다.
"모두 여덟권이지. 만주  사람들은 팔기로 나누어져 있지 않느냐.  황백
홍남(黃白紅藍)으로  나누어지는데 여기서도  정사기(正四旗)와  양사기
(양四旗)로 나누어진단다.  그리고 매 일기의  기주(旗主)아래 각기  한 
권씩 있었으니 모두 여덟 권이 된단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군요. 제가  오배의 가산을 몰수할 때  두 권의 책 겉장의  빛깔이 
달랐습니다. 한 권은 누런  바탕에 붉은 테두리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권은 하얀 겉장 즉 겉장이라고 하지만 씌우개를 말하는 것이지요."
도홍영은 말했다.
"원래 여덟 권의 불경을 씌운 겉장은 팔기의 빛깔과 같단다.  그러나 나
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단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수중에는 이미 다섯  권이 들어와 있는데 그렇다면 아직도 세  권이 
모자라는 셈이다. 여덟 권의 불경에 도대체 어떤 이상한  점이 있는것일
까? 고모님은 반드시 알고 있을 터이니 방법을 강구해서 알아내야지.)
그리고 그는 짐짓 멍청하게 말했다.
"원래 고모님의  사조부께서는 진심으로 부처님을  모시는 분인가  보군
요. 궁 안의 불경이니까 물론 특별히 귀중한 것이겠죠. 어떤  사람은 순
황금으로 만들어진 물로 쓴 것이라 하더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그렇지도 않단다.  조카야, 오늘은 내  너에게 설명을 해주지.  그러나 
너는 결코 누설해서는 안 된다. 너는 맹세를 하도록 해라."
맹세하는 것쯤은 위소보에게  있어서는 그저 밥 먹는 것보다 쉬운  노릇
이었고 아침 나절에 한  말을 저녁이면 잊어 먹는 성격이었다. 아니  오
후에 말한  것이면 잠이 들기도 전에  까먹어 버리는 성격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여덟 권 가운데  이미 다섯 권의 불경을 손에 넣었으니 그  비
밀을 어찌 남에게 가볍게  알릴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그는 재빨리  말
했다.
"천지신명께서는 굽어 살피옵소서. 이 위소보가 만약에 사십  이 장경의 
기밀을 누설한다면  이후 큰 벌을 받게  될 것이며 늙은 갈보의  여장을 
한 후레자식과 똑같은 죽음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여장을 하고  늙은 갈보와 함께 자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 후레자식과 같은 꼴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맹세를 하면 그 후  꼭 보답을 받게 된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렇게 때문에 저주를 하고 맹세를 할 때에는 언제나 여지를  남겨 두고는 
했다.
도홍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와 같은 맹세는  정말 이상야릇하면서도 신선한 감이 있구나. 내  너
에게 말하지. 만주  오랑캐가 산해관으로 들어올 때 대명나라의  강산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만주 사람들은  무척 
적고 군사도 많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오랫동안 관외의  땅을 차지하고 
있기만 한다면 만족하게  여길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산해관으로  들
어온 후 팔기병들은 금은재보를 보기만 하면 빼앗거나 강탈을  했다. 그
들은 그 제물들을 모두 다 관외로 옮겨 숨겼다. 당시  대권을 쥐고 있던 
사람은 순치황제의  숙부인 성정왕이었다. 그러나  만주의 팔기  가운데 
매 일기(一旗)마다 각기 세력이 있었지. 당시 팔기의 기주들은  기를 가
지고 재물을 숨긴 장소를 지도로 그려서는 팔기의 기주가 각기  한 폭씩 
가지게 되었단다......"
위소보는 몸을 일으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 알았어요."
그는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수레가 움직이는 바람에 그는 다시  주
저앉아서 말했다.
"그 여덟 폭의 지도는 바로 그 여덟 권의 사십 이 장경 속에 숨겨져  있
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진상이 어떠한지  당시 팔기의 
기주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한나라 사람 가운데는 알고 있는  사
람이 없고 만주의  왕공대신이라 하더라도 아마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문 형편일 것이다. 우리 사부님께서는 만주 사람들이 보물을  숨겨 놓
은 그 산은 바로 그들 용맥(龍脈)의 소재지라고 하더구나.  오랑캐가 대
명나라의 강산을 차지하고 황제로 등극하게 된 것은 모두 그  산의 용맥 
덕분이라고하더구나."
위소보는 물었다.
"용맥이란 무엇인가요?"
도홍영은 설명했다.
"그것은 풍수(風水)가 지극히 좋은 곳을 말한단다. 만주  오랑캐의 선조
들을 그 산에 매장을  하여 자손들이 크게 흥하게 되고 중국에 와서  황
제까지 된 것이라고  하더구나. 우리 사부님은 우리가 만약 그  보산(寶
山)을 찾아내어 용맥을  끊고 무덤을 파해친다면 만주 오랑캐들은  황제
가 되기는 커녕 모조리  관외에서 죽게 된다고 하더구나. 그만큼 그  보
산은 그토록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조부와 사부님은  온갖 심
혈을 기울여서 그 산맥의 소재지를 찾으려고 했단다. 그런데  그 비밀이 
바로 그 여덟권의 사십 이 장경가운데 들어 있다고 하더구나."
위소보는 물었다.
"그런 만주 사람들의 일을 고모님의 사조부께서 어떻게 아셨죠?"
도홍영은 설명했다.
"이 일을 이야기하자면 무척 길어진다. 우리의 사조부께서는  원래 금주
(錦州)출신의 한나라 여자인데 오랑캐에게 사로잡혀가게 되었다.  그 오
랑캐는 바로  양남기(양藍旗)의 기주였다. 우리 사조부께서는  오랑캐들
이 중원  땅으로 들어오게 된 이후  우리 중국이라는 곳이 이토록  크고 
사람도 이토록 많은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
려움을 느꼈다고 말씀하시더구나. 그리하여 팔기의 기주들은  잇따라 며
칠이나 회의를 열게  되고 회의 하면서는 언쟁을 벌였으며 결정을  내리
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위소보는 다시 물었다.
"무슨 일로 언쟁을 했나요?"
도홍영은 말했다.
"어떤 기주들은 중국  전체를 차지하자고 주장했고 어떤 기주들은  한나
라의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데 만약 반란을 일으킨다면 일백 명의  한나
라 사람이 한 명의  기인(旗人) 즉 만주 사람을 공격하게 될 것이니  만
주 사람들이 어떻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느냐 하는 주장을  했다더구
나. 그러니만큼 차라리 노략질을 할 만큼 하고서는 관외로  물러가는 것
이 더 온당하다고  했다는구나. 그런데 최후에는 역시 섭정왕이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군. 그는  한편으로는 재물을 강탈하되 그와 같이  강탈한 
금은재보를 관외에다 숨기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등극해서  황제 노릇
을 하자는 것이었지. 그리하여 만약 한나라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형
세가 위급해지면 만주의  기인들은 산해관 밖으로 물러나자고  말했다더
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원래 그  당시의 청나라 오랑캐는 우리  한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무척 
두려워했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어째서 두려워하지 않겠느냐? 그들은 지금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마음을 합하지 못할 뿐이지. 조카야, 오랑캐의  소황제는 너를 
무척 좋아하고 있다. 만약  네가 그 여덟 권의 불경을 훔쳐내어서  오랑
캐의 용맥을 깨뜨리게 되다면 그 금은재보로 의군(義軍)의  군사비로 삼
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군사를 일으키게 된다면  청나라 군사들은 
그만 놀라 관외로 도망치고 말 것이다."
위소보는 용맥을  깨뜨리고 의병을 일으키는  데 대해서는 별로  열성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산에  무수한 금은재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는 그만 크게 가슴이 설레여서는 물었다.
"고모님, 그 보산의 비밀은  정말 그 여덟 권의 불경 가운데 숨겨져  있
습니까?"
도홍영은 설명했다.
"우리 사조부께서는  사부에게 말씀을  하셨다더구나. 그것은  양남기의 
기주가 어느 날 술을 마시고 그의 작은  마누라격인 소복진(小복晋)에게 
장래 그가 죽은 이후 한 권의 불경을 소복진의 아들에게  전했으면 전했
지 대복진(大복晋)의 아들에게는 전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이에 소복진
은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한 권의 불경이 뭐가 대단하다고  그러느
냐고 했다는구나. 그러나 그 기주는 그 불경이 자기네들  팔기의 목숨줄
이나 다름없으니만큼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대강 그  불경의 내
력을 이야기했다는구나. 사조부께서는 창밖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그제
서야 그 비밀을 깨닫게 되었지. 후에 사조부께서는 무공을  연성하게 되
었고 또 우리 사부님도 사조부님을 따라 몇 년간 무예를  익히게 된터이
라 사조부께서는 손을  써서 그 불경을 훔치려고 했는데 발각되어  양남
기의 고수들에게 중상을  입게 되었다더구나. 그리하여 죽기 전에  우리 
사부님을 궁 안으로  잠입시켜 궁녀가 되게 한 이후 방법을  강구해서는 
불경을 훔치라고 했다는구나.  양남기의 기주 곁에는 무공의 고수가  많
으니만큼 궁 안으로 들어가  불경을 품치는 것은 쉽게 이룰 수 없는  일
이라고 생각해던게지.  그런데 사부님께서 궁  안으로 들어오신지  얼마 
안되어 궁 안의  경비가 너무나 삼엄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궁
녀는 함부로 나다닐  수도 없는 형편이라 불경을 훔친다는 것은  그야말
로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더구나. 사부님은 나에게 모든  이
야기를 다 하셨고  나중에 내가 대명공주의 이야기를 하고 옛주인에  대
한 정을 저버리지 않을 것을 보고 바로 나를 제자로 거두어 주셨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니까 늙은 갈보가 온갖 수단을  다 해서 불경을  손에 넣으려고 했
군요. 그녀는 만주 사람이니까 용맥을 깨뜨리지 않으려 할  것이고 아마
도 보산에 숨겨 놓은  금은재보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녀는 태후이니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왜 또 하필이면 그런  재
물을 욕심낼까요?"
그와 같은 말을 하면서도 그는 속을 생각했다.
(그렇다면 해 폐병쟁이는 왜  나에게 서재로 가 불경을 훔치는 일을  죽
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했을까? 음, 그는 정말 경경을  손에 넣으려고 
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를 유인해서 속임수에  넘어가도록 
만든 이후 누가 지시해서 내가 그의 눈을 멀게 했는지  알아보려고 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이 조처함으로써  단경황후를 
죽인 흉수를 알아내겠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그
는 마음속으로 교사한  자가  흉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있었
던 것이 틀림이 없다. 지금의 나로서는 늙은 폐병쟁이로  하여금 심사를 
토로케 할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며 염라대왕께서도 아마 해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도홍영은 위소보의 생각이 해대부에게로 옮겨간 것을 어찌  짐작이나 했
겠는가. 그녀는 그저 설명을 계속했다.
"어쩌면 그 보산에는  따로이 이상야릇한 그 무엇이 있는지  사조부께서
도 모르셨단다.  우리 사부님은 궁안에서 얼마  되지 않아 병이  나셔서 
돌아가시게 되었지. 그  어르신께서는 돌아가시기 바로 전에 천번  만번 
나에게 방법을 강구해서  경서를 훔쳐 내도록 하라고 당부하셨다.  그리
고 경서를 훔치는 일은 매우 어려우니 내 혼자 힘으로는  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나보고  궁 안에서 믿을 수  있는 제자를 거두어 들여  경서의 
비밀을 전해 내려가도록  하라고 하더구나. 그러니까 당대에 되지  않을 
땐 다음  대에서 다시 경서를 훔치도록  하되 그 비밀이 완전히  땅속에 
묻히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하셨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지요. 그와 같은  큰 비밀이 만약 실전된다면 그 많은  금은재보는 
너무나 ...... 애석한 노릇이 됩니다."
도홍영은 말했다.
"그 금은재보는 별 상관이 없다. 그래 만주 오랑캐로 하여금  대대로 우
리 한나라  사람들의 강산을 차지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장 한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고모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그 수천 수만에  이르는 금은재보를 꺼내서 크게 한번 써먹지  못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한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는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만주의 군사들이 한나라 백성을 도살한  참
담한 사실을 그저 어른들의  입으로 들었을 뿐 친히 구경을 한 것은  아
니었다. 그리고  궁 안에서 생활을 해오는  동안 만주 사람이라면  그저 
태후 한 사람을 가증스럽게 여기게 되었을 뿐 다른 사람은  별로 미워할 
수 없었다.  해대부는 물론 음모를 꾸미고  그를 해치려고 했으나  역시 
자기가 해대부를 많이  해쳤지 해대부가 자기를 해친 일은 적었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황제 이하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잘 대해  주었기 때문에 
그는 만주 사람들이 얼마나 흉악하고 포악한지를 느낄 수가  없었다. 물
론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만약 황제의 총애를  받는 몸이 아니라
면 그 만주의  황친국척이나 왕공대신들이 결코 그에게 친절하게 굴  리
가 없으며 또 그토록 그를 받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는  자기에게 대하는 사람들이 대게 부드러운 사람이  많
고 흉폭한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종족의 원한이나 나라의 한에  대해서
는 무척  등한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도홍영은 위소보의  그런 
생각을 알 턱이 없었다.
"궁 안에서 이  몇 년 동안 살아왔지만  나 역시 제자를 거두어  들이지 
못했다. 나는 물론 많은  궁녀들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만나는 족족  우
둔하고 멍청하지 않으면 그저 요염한 기운이나 풍기고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황제의 총애를 받아 궁녀에서 비빈이 되는가 하는 꿈을  꾸는 계집
애들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와  같은 커다란 비밀을 내 어찌 그와  같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겠느냐?  그래 이 몇 년 동안 나는 근심을  했지. 
이와 같이 지체하다가는 불경이 있는 곳조차 단서도 전혀 얻지  못할 뿐 
아니라 훌륭한 제자까지도 한 명 거두어들일 수 없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장래에 내가 죽게 된 이후 이  비밀을 그대로 관 
속에 가지고 간다면  만주 오랑캐들이 우리 한나라의 강산을 그대로  차
지하게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그렇게  된다면 사조부
와 사부에게  미안한 것은 고사하고 한  나라의 대죄인이 되는 것  같아 
이만저만 불안한 느낌이 아니었단다. 조카야, 내가 우연히  너와 만나게 
되었고 너에게  이와 같은 큰 일을  이야기 하게 되었으니 나의  마음은 
한결 기쁘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저 역시 매우 기쁩니다. 그러나 불경에 관해서는 별로 마음에  두지 않
읍니다."
도홍영은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기뻐하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제게 정다운 사람은 없읍니다. 어머니도 그렇고 사부님도  좀처럼 만나 
뵈옵기 힘듭니다. 이제  친고모님 같은 훌륭한 친척을 만나게  되었으니 
자연 기쁘기 짝이 없지요."

▣▣▣▣▣▣▣▣▣▣▣▣▣▣▣▣▣▣▣▣▣▣▣▣▣▣▣▣▣▣▣▣▣
▣▣▣▣▣▣▣

    大 河 歷 史 小 說

鹿   鼎   記



▣▣▣▣▣▣▣▣▣▣▣▣▣▣▣▣▣▣▣▣▣▣▣▣▣▣▣▣▣▣▣▣▣
▣▣▣▣▣▣▣

14. 삼각관계

 그의 말은 매우 달콤한지라 도홍영은 매우 즐거워했다.
그녀는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나도 훌륭한 조카를 얻게 되어 여간 즐겁지 않구나."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물었다.
"너의 사부는 누구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희 사부님은 바로 천지회의 총타주이며, 성은 진씨이고  이름은 근남
이라고 하지요."
도홍영은 진근남이라는 명성이 쟁쟁한 인물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터였
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너의 사부님이 천지회의 총타주라면 무공도 대단히 뛰어날 것같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나 저는  사부님을 따른 지 얼마되지  않아 어떤 무공을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참, 고모님,  고모님이 저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홍영은 망설였다.
"네가 무공을 전혀 배우지  않았더라면 물론 나는 내가 배운 바를  모조
리 전수해  주겠다. 그러나 너의 사부님의  무공은 우리 일파의  무공과 
십중팔구 다를 것이다.  따라서 배우게 된다면 오히려 해가 될  것이다. 
네가 볼 때 너희  사부와 나를 비교해서 어느 누구의 무공이 더  고강한 
것 같으냐?"
위소보가 그녀에게 무공을  전수해 달라고 한 것은 그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아무렇게나 해본 말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도홍영이 정말 
그에게 무공을 전수하겠다고 응낙하고 나서게 된다면 그는  오히려 달리 
구실을 찾아서는 사양을  했을 것이다. 무공을 배우게 된다면  오대산은 
일시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그의  성격은 놀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참을성있게 무공 같은 것을 배울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녀의  그와 같은 질문을 받자  그만 이 기회를 놓칠세라  말했
다.
"고모님, 고모님 앞에서 저는 그야말로 거짓말을 할 수가 없네요."
도홍영은 말했다.
"어린애는 물론 솔직한 것이 좋단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사부님이 한 사람의  무공이 매우 뛰어난 사람과 손을 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저 삼초만에 그를 제압했는데 그 사람은 졌다는  데 대해
서 선뜻 승복했습니다. 고모님은 아마도 저희 사부님에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도홍영은 미소했다.
"그렇다. 나  역시 훨씬 미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궁녀로 
가장한 남자와 겨루게 되었을 때 만약 네가 그의 등에다가  일검을 찔러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끝장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너의  사부라면 어찌 
그토록 쓸모가 없겠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나 그 가짜  궁녀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여전히  두
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도홍영은 얼굴 근육이 갑자기 몇 번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눈초리에는 
두려운 빛이 떠올랐다. 그러한 눈동자로 그녀는 멍하니 앞을  보며 넋을 
잃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불렀다.
"고모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도홍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못 들은 것 같았다.
위소보가 다시 물었다. 도홍영은 그제서야 몸을 흠칫하더니 말했다.
"아니......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팍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채찍을 땅바닥에 떨어  뜨렸다. 
위소보는 수레에서 뛰어내려 채찍을 집어들고는 나는듯 다시  수레 위에 
올랐는데 그 신법이 매우 민첩했다.
그는 자기의 멋진 솜씨에 도홍영이 몇 마디 칭찬의 말을  해주기를 바랬
다. 그런데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얘야, 너는 안정이 된 이후에 무공에 대해서 고된  수련을 쌓아야겠다. 
지금의 재간으로서는  궁 안에서 태감노릇이나  하는 것은 썩  좋겠지만 
강호에서 떠돌아다니기에는 너무나  뒤떨어져 전혀 무공을 모르는  사람
보다 못할 지경이다."
위소보는 온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대답했다.
"네."
그러나 속으로 생각했다.
(내 무공이  형편없다 하지만 어째서 무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못 
하다는 것일까?)
도홍영은 그 점을 내다본 듯 설명했다.
"네가 만약 무공을 전혀 모른다면 상대방이 가볍게 너를  죽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에게 무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상대방은 
네가 반격할  것을 방비해서 손을 쓰자마자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큰 야단이 나지 않겠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만약 흑점이나 열고 뒷통수나 때리는 좀도적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어
떻습니까?"
도홍영은 어리둥절해져서는 일시  대답할 바를 몰랐다. 잠시 후에야  그
녀는 말했다.
"그 말도 억지는 없구나. 강호에서는 좀더적들이 아마도  무공의 고수들
보다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약간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듯했다. 오른쪽 앞편에  한 
그루 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우리는 저기서 좀 쉬었다 가자구나. 노새가 풀을 좀 뜯도록 하자."
그리고 그녀는  수레를 몰아 나무 아래에  이르러서 수레를 멈췄다.  두 
사람은 뛰어내려 어깨를 나라히 하여서는 나무 뿌리 위에 앉았다.
도홍영은 잠시 넋을 빠뜨리고 있더니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
위소보는 그녀가 누구에  관해서 묻는 것인지 몰라 고개를 쳐들고  그녀
를 바라볼 뿐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한 
사람은 상대방이  대답하기를 기다렸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그저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도홍영이 다시 물었다.
"너는 그가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느냐?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으냐 못 보았느냐?"
위소보는 그녀의 그와 같은 태도를 보고 은근히 겁이 났다.
(고모는 더위를 먹었나, 아니면 도깨비를 만난 것일까?)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물었다.
"고모님, 누구를 만났다는 것입니까?"
도홍영은 말했다.
"누구냐고? 그...... 그 여자로 가장했던 가짜 궁녀 말이다."
위소보는 더욱더 두려움을 느끼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고모님은 그 가짜 궁녀를 만났습니까? 어디서...... 만났습니까?"
도홍영은 그제서야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날 밤 태후의  방에서 내가 그 가짜  궁녀와 싸우게 되었을 때  너는 
그가 입을 열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느냔 말이다."
위소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음,고모님은 그날 밤의  일을 묻는 것이군요. 그가 말을 했던가요?  저
는 들은 적이 없는데요."
도홍영은 다시 깊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의  무공에는 훨씬 뒤떨어지기  때문에, 그가 저주를  할필요도 
없었다."
위소보는 전혀 아리송하기만 해서는 권하는 말을 했다.
"고모님, 그를  생각할 것 없습니다. 그  사람은 이미 우리에게  죽음을 
당해서 살아나지 못할 것입니다."
도홍영은 말했다.
"그 사람은 우리에게 죽임을 당해서 살아 남을 수가 없지."
그 한 마디의 말은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말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그
와 같은 말을 하는  표정에는 내심 무척 두려운 듯한 빛을 드러내고  있
었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고모님의 무공이 좋기는 하지만, 도깨비를 두려워하는구나.  한 사람을 
죽였을 뿐인데 이토록  마음을 가라앉히지도 못하다니, 더군다나 그  가
짜 궁녀는 내가 죽인  것이지 고모님이 죽인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고모
님은 늙은 갈보를  죽인답시고 반쯤 죽였을 뿐 끝내는 살아나게  되었으
니 정말 형편없다고 할 수 있겠다.)
이때 도홍영은 입을 열고 말했다.
"그는 이미 죽었으니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겠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죠. 설사 그가 귀신이 된다 하더라도 두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도홍영이 말했다.
"귀신이고 귀신이 아니고  그것은 상관이 없어.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
가 신룡교 교주 좌하의 제자가 아닌가 하는 점이야.  그렇다면...... 그
렇다면...... 음,  태후가 그를 사형이라고  불렀으니 그럴 리가  없어. 
결코 그럴 리가 없어.  그의 무공을 보더라도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아. 
그렇지 않니? 너는  정말 그가 손을 쓸  때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보지 
못했겠지?"
혼자서 중얼거리듯 말하는  그녀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마치  위소보
가 그녀의 짐작이  틀림없다는 것을 실증해 주기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 
같기도 했다.
위소보는 어찌 가짜 궁녀의 무공수법을 분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고모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 가짜  궁녀의 무공
은 그럴싸 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손을 쓸 때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고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모님, 신룡교의 교주는 도대체  어
떤 녀석입니까?"
도홍영은 재빨리 말했다.
"신룡교의 홍교주(洪敎主)는  신통력이 대단한 사람이며 무공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너는 어째서  그를 어떤 녀석이라고  칭하느
냐? 얘야, 아무리 그의 등뒤라 하더라도 그에게 죄를 짓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홍대교주의 제자나 사손들이 네가 만약에 한  마디라도 불경스
러운 말을 해서 그 말이 그의 귀에 들어간다면 너는......  한평생 끝장
이 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이쪽저쪽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가까운  곳에 
신룡교 교주의 부하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위소보는 물었다.
"신룡교 교주가 그토록 무섭습니까? 설마하니 그가 황제의  권력보다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다는 말입니까?"
도홍영은 말했다.
"그의 권력은 황제만 못 하다. 하지만 네가 황제에게 죄를  지었다 하더
라도 도망쳐서 숨으면 황제는 반드시 너를 잡아낸다고 할 수  없을 것이
다. 그러나 신룡교의 교주에게  죄를 짓게 된다면 이 세상 끝까지  간다
고 하더라도 몸 누울 곳을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위소보는 물었다.
"그렇다면 신룡교는 우리  천지회의 사람들보다 더 많고 세력이  크다는 
것입니까?"
도홍영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르다, 그건  달라. 너희 천지회는  반청복명이라는 대업을  내세우고 
일을 행하는 데 있어서 광명정대하니까 강호의 호걸들은  모두가 존경하
는 터이지만 신룡교는 크게 다르단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니까 고모님의 말씀은 강호의 호걸들이나 사람들이  신룡교에 대해
서 무척 두려워한다는 것입니까?"
도홍영은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
"나는 그저 사부에게서 약간만 들었기 때문에 강호의 일에  대해서는 아
는 것이  너무나 적단다. 우리 사조부는  그와 같은 무공으로도  신룡교 
제자의 손 아래 죽음을 당하셨단다."
위소보는 대뜸 욕을 했다.
"제기랄, 그렇다면 신룡교는 우리의 큰 원수가 아닙니까? 그런데  왜 그
를 두려워합니까?"
도홍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천천히 말했다.
"우리 사부님께서는 신룡교가 전수하는 무공이 천변만화하기  때문에 무
섭기 이를 데 없지만, 더욱더 감당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그들 교안에 
많은 저주와 주문이라는 게 있어, 적을 상대하게 될 때  그 주문을 외우
게 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하게 하는 동시에 그들  자신은 
싸우면 싸울수록  더 용감해진다고 하더군.  사조부께서 양남기  기주의 
저택에서 경서를 훔칠 때 몇 명의 신룡교 제자들과 격전을  벌이게 되었
는데 분명히 우세를 차지했다더구나. 그런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입을 
뭐라고 중얼중얼하자 사조부께서  펼쳐낸 검풍과 장력이 갈수록  약해지
고 끝내는  아랫배에 일장을 얻어 맞고  몸에 중상을 입었다더군.  우리 
사부님께서는 당시 옆에  있으면서 친히 목격을 하게 되었다더구나.  사
부님은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서 도우려고 했으나 주문 읽는 것을  듣게 
되자 전신이 시큰해지고 그저 꿇어 엎드려서는 투항할  생각밖에 없었고 
전혀 투지를 일으킬 수 없었다고 그러더군. 그러나 사조부가  상처를 입
자 그  사람은 다시 주문을 외우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사부님은  즉시 
용기가 크게 불어나 달려들어서는 사조부를 가로채서 도망을  쳤다는 거
야. 사부님은 이일이 끝난 후 그와 같은 사실을  상기하고는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더군. 그렇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천하에서 가장 위
험한 일은  신룡교의 제자들과 손을 써서  싸우는 일이니 될 수  있으면 
피하라고 당부하셨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대 사부님은 여자이니까 간이 적어서 상대방이 뛰어난 것을  보고 놀
라 투항할 생각을 했겠지.)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슬쩍 물었다.
"고모님, 그 사람이 어던 주문을 외웠는지 들어 보신 적이 있읍니까?"
동홍영은 말했다.
"나는...... 나는 들어 본 적이 없단다. 나는 그 가짜  궁녀가 신룡교의 
제자가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자꾸만 너에게 그가 손을 쓸 때 입을  열
지 않았느냐 또는 입술을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자꾸  묻게 된 
것이란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고 보니 그랬었군요."
그리고 그는 당시 침대 아래서 듣고 본 바를 떠올려 본 이후  입을 열었
다.
"전혀, 그런 적은 없었읍니다. 고모님은 들었읍니까?"
도홍영은 말했다.
"그 가짜  궁녀는 무공이 나보다 훨씬  탁월했기 때문에 나는  전력으로 
상대하느라고 주의의 모든 사실에 대해서 전혀 귀를 기울일 수가   없었
지. 그러나 내가 그와  한동안 싸우게 되었을 때 갑자기 마음속으로  두
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그저  도망칠 생각밖에 나지 않더군. 그 후에  생
각해 보니 매우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단다."
위소보는 물었다.
"고모님, 무공을 배운 이래  몇 사람과 손을 써 보았읍니까? 그리고  몇 
사람을 죽여 보았읍니까?"
도홍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고 한 사람도 죽여 본 적이 없단다."
위소보는 말했다.
"바로 그것입니다. 이후 고모님이 몇 사람 더 죽이게 된다면  다시 손을 
써서 싸우게 되었을 때 두려움은 느끼지 않게 될 것입니다."
도홍영은 말했다.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과  손을 쓰고 
싶은 생각도 없고 더욱  사람을 죽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태평무
사하게 그  여덟권의 사십 이  장경을 찾아내어서는 청나라  오랑캐들의 
용맥을 깨뜨릴  수만 있다면 나로서는  만족하겠다. 아, 하지만  양남기 
기주의 그 사십 이 장경은 십중팔구 신룡교의 손 아래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니, 다시 신룡교의 손에서 빼앗으려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거의 불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구나."
그녀의 얼굴은 이미 변장을 했기 때문에 그녀의 안색이 어떤지는  알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초리에서 여전히 그녀가 마음속으로  두려
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
위소보는 물었다.
"고모님, 그대는 우리 천지회에 가입하는 것이 어떻겠읍니까?"
그리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고모님은 그토록 두려워하시는데 우리 천지회에 가입하게  된다면 사람
이 많고 세력이 크니 신룡교쯤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지.)
도홍영은 약간 어리둥정해져서 물었다.
"너는 어째서 나보고 천지회에 가입하라고 그러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천지회의 주목적은 반청복명에 있읍니다. 그야말로 고모님의  사조부나 
사부와 똑같은 마암을 가지고 있죠."
도홍영은 말했다.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긴 하다. 그러나 그 일은 장래에  다시 논하기로 
하자. 이제 나는 황궁으로 되돌아가야겠다. 너는 어디로 갈 생각이냐?"
위소보는 의아하다는듯 물었다.
"그대는 다시 황궁으로 돌아간다구요? 늙은 갈보가 두렵지 않읍니까?"
도홍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궁  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궁 
안에서 세월을  보내야만이 두렵지 않을 것  같구나. 바깥 세상의  일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 나는 본래 마음속의  비밀을 내가 관 
속으로 가지고 가게 될까봐 두려워했는데 이제 너에게  털어놓게 되었으
니 설하 태후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더라도 상관이 없게  되었다. 더군다
나 황궁이란 곳은 넓은  곳이니 내가 아무 곳이나 찾아 숨어 버리게  된
다면 태후는 좀처럼 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읍니다. 고모님은 궁으로 돌아가십시요. 이후 반드시  고모님을 찾아
뵙겠읍니다. 지금은 사부의 지시로 볼일을 보러 가야 합니다."
도홍영은 천지회의 일에 대해서 묻기가 거북한 듯 말했다.
"장래에 네가 궁 안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어떻게 나와 만날 작정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제가 황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 쓰레기를 불태우는 곳에다가  바위
들을 모아 놓고 그 바위들 위에 한 자루 나무  막대를 세워 두겠읍니다. 
그리고 그 나무 판대기에는  한 마리의 참새를 그려 놓죠. 그렇게  하면 
고모님은 제가 돌아온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날 밤 우리들은  바
로 그 쓰레기 태우는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지요."
도홍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게 하기고  하자. 애야, 강호에는 풍파가 험악하니 모든  일
에 있어서 조심하도록 해라."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모님, 고모님도 조심하십시요. 태후라는 늙은 갈보는  심지가 악
독하니 결코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 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
다."
두 사람은 수레를 몰아  어느 고을에 이르게 되었다. 위소보는 따로  수
레를 빌었다. 그런 연후 두 사람은 동서로 혜어져 작별을  했다. 위소보
는 도홍영이 수레를  몰아 동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고 끊임없이  돌아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진짜  나의 고모님이 아니지만 정말  나에게 잘 대해  주시는구
나.)

위소보는 수레 안에서 눈을  감고 한숨 잤다. 해질 무렵쯤에 갑자기  말
발굽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한 필의 말이 뒤에서 질풍과  같이 쫓아
오는 기척이 들렸는데 그 기척은 곧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어떤 한 남자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부, 수레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소년이 아니오?"
위소보는 바로 유일주의 음성인  것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마부
가 대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수레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웃으며  말했
다.
"유형, 그대는 나를 찾는 것이오?"
그러고 보니 유일주는 온 머리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얼굴에는 흙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는 위소보를 발견하자 부르짖었다.
"좋다. 내 끝내 너를 쫓아왔구나."
그리고 말을 몰아 수레 앞에으로 돌아와 세우더니 호통을 내질렀다.
"빨리 기어내려왓!"
위소보는 그의 표정이 곱지 못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유형, 내 무슨  일에 있어서 그대에게 잘못하여 그대의 화를  돋구었소
이까?"
유일주는 손에 들고  있던 말채찍을 휘둘러서 수레를 끄는 노새의  머리
를 힘주어 내치쳤다. 노새는 아픈지 큰 소리로 부르짖어며  벌떡 앞발을 
쳐들었다. 그 바람에 수레가  뒤로 벌렁 나자빠질 뻔 했으며 마부는  하
마터면 땅으로 떨어질 뻔 했다.
이렇게 되자 마부도 곱지 않은 소리로 호통을 내질렀다.
"대낮에 귀신이라도 보았단 말이오. 왜 이리 시비를 거는거요?"
유일주는 호통을 내질렀다.
"나는 그저 시비를 걸고 싶다."
그리고 말채찍을 다시 휘둘러서는 마부의 채찍을 감싸쥐더니  잡아 끌었
다. 그 바람에  마부는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었다. 유일주는  잇
따라 채찍을 휘둘러 차부를 때리면서 소리쳤다.
"나는 바로 이렇게 시비를 걸고 싶단 말이다."
그 마부는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
다. 그리하여  그는 입으로 그저 할아버지  할머니 할것없이 마구  욕을 
해댔다. 유일주의 채찍은  더욱더 거칠고도 심하게 채찍질을 가하게  되
었고 한번의 채찍질이 가해질 때마다 피가 튀었다.
위소보는 그만 놀라 멍해져서는 생각했다.
(이 차부는 그와 아무런 원한이 없다. 그가 마부를 이토록  매섭게 치는 
것은 바로 나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터인데 그
는 마부를 다 때리고  나면 십중팔구 그와 같은 매질을 나에게 할  것이 
아닌가! 이것 참 야단났구나.)
그는 신발목에서 비수를 뽑아 들고 노새의 엉덩이를 살짝 찔렀다.
노새는 깜짝 놀라서는 맹렬히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노새는  큰 수
레를 끌고서 곧장 길을  따라 급히 달렸다. 유일주는 차부를 버리고  말
을 몰아 달려오면서 부르짖었다.
"이 녀석, 사내라면 도망가지 말아라!"
위소보는 수레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부르짖었다.
"이 녀석, 사내라면 쫓아오지 말아라."
유일주는 힘을 다해  말에다 채찍질을 가하여 급히 뒤쫓아왔다.  노새는 
매우 빠르게 달렸으나, 역시 커다란 한 대의 수레를  끌고있는 형편인지
라 한동안  잘 달렸지만 잠시 후에  유일주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게 
되었다.
위소보는 비수를  유일주에게 던지고 싶었으나  십중팔구 맞지 않게  될 
것이고 오히려 몸을  방비하는 예리한 비수만 잃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
해서 그만두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호통을 지르며 노새를  급히 달려가도록  재촉했다. 
헌데 별안간 귓가에  세찬 바람이 지나가면서 오른쪽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르는 것이 아닌가.  어느덧 그는 한 채찍에 얻어맞은 것이었다.  그는 
급히 머리를 수레 앞으로 움츠렸다.
그리고는 수레의  휘장틈으로 보니 유일주의  말머리가 이미 수레  옆에 
거의 다가온  상태였다. 그저 다시 몇  걸음만 달린다면 유일주는  위로 
올라올 것  같았다. 다급한 김에 지혜가  생긴다고 그는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한 덩이의 은자를 힘주어 던졌는데, 바로 유일주의  말의 왼쪽
눈에서 선혈이 튀었다. 눈알이  깨지면서 대뜸 눈이 멀게 된 터이라  비
스듬히 산등성이 쪽으로 달려갔다. 그 말은 고통스러움에 몇  번 펄쩍펄
쩍 뛰어서는 유일주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유일주는 데구르르 
몸을 굴리더니  곧 일어났다. 그 순간  말은 이미 숲속으로  달려들어가 
힝하고 몇  번 울부짖었다. 그리고 더  멀리 도망을 치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그 광경을 보고 껄껄 웃으며 부르짖었다.
"하하하, 유형, 말을 탈  줄 모른다면 내 그대에게 권하는 것이지만  자
라나 한 마리 잡아서 타도록 하시오."
유일주는 대노해서 진기를 돋우고 급히 수레 쪽으로 달려왔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급히 노새에게 빨리 달리라고 재촉을  했다. 그리고 
유일주를 돌아보니 그는  이미 수레와 겨우 이삼십 장의 간격밖에  되지 
않은 곳에서 성큼성큼 달려오며 끊임없이 쫓아오고 있었다.
좀처럼 그를 떨쳐버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위소보는 즉시 비수를  꺼
내 다시  노새의 엉덩이를 살짝 찔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효과가  났
다. 노새는 몇 번  훌쩍훌쩍 뛰더니 갑자기 머리를 돌리고 유일주  쪽으
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틀렸다, 틀렸다. 너  이 말새끼는 배은망덕하게시리 나의 추한꼴을  보
려고 하는구나."
그는 힘주어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노새는  이미 성질을 낸  터라 
어찌 그의 말을 들어먹을 수 있겠는가. 위소보는 형세가  불리하자 재빨
리 수레에서 뛰어내려서는 길 옆에 있는 숲속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러나 유일주는  성큼 한달음에 쫓아와서는  왼손을 뻗쳐 어느덧  그의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위소보는  오른손의 비수를 뒤로 찔렀다.  유일주
는 오른손을 그의  팔을 따라 아래로 낚아채듯 하면서  행운유수(行雲流
水)라는 일초로 어느덧  위소보의 손목을 움켜잡았다가 곧이어 그의  팔
을 비틀더니 비수의 끝이 위소보의 목을 겨냥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호통을 내질렀다.
"이 좀도적아! 그래도 뻣뻣하게 굴테냐!"
그리고 왼손으로 철썩철썩 하며 위소보의 따귀를 두 대  갈겼다. 위소보
는 손목이 바스러지는 듯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목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기의 비수가 무쇠를 무우 자르듯  하니
만큼 목을 자르는 것쯤은 두부 자르듯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헤벌레 웃으며서 말하였다.
"유형, 좋은 말로  합시다. 모두 한집안 사람이 아니오. 어째서  이토록 
손을 쓰는 것이오?"
유일주는 침을 탁 하니 그의 얼굴에다 뱉으며 말했다.
"툇, 누가  너를 한편이라고 생각한다더냐?  너는...... 너는......  너 
같은 좀도적은  감히 황궁에서 교묘한  언변으로 나의 방사매를  속이고 
또......  또...... 너와  한  침대에서 잤지?  이......  이......  나
는...... 나는...... 반드시 너를 죽이고 말테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돋아나게 되었고 두 눈에서는  금방
이라도 불을  뿜을 것 같았다. 그리고  왼손에 주먹을 쥐고는  위소보의 
안면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그제서야 그가 화를 내는 것이 바로 방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
았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았을까 하는 점에  대해
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형세는 위기일발이
었다. 유일주가 조금 더  화를 내게 되고 손에 반 푼 어치의 힘만  주게 
된다면 자기의  목에는 그만 구멍이 뻥  뚫릴 참이라 웃으며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소저는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내 어찌 감히 그녀에게  무례한 행
동을 한단 말이오. 방소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그대 한  사람밖에 없었
소. 그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대만을 생각하고 있었소."
유일주는 대뜸 화가 가라앉는듯 물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그리고 비수를 뒤로 약간 몇 치 정도 움츠렸다. 위소보는 말했다.
"바로 그녀가 나에게  그토록 그대를 살려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궁에서  밖으로 내 보낸 것이  아니겠소. 그리고 그녀는  그대가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고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오."
유일주는 갑자기 또 화를 내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너 이 개새끼, 나는 너의 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네가  나를 구해도 좋
고 나를 구하지 않는  것도 좋다. 그런데 어째서 나의 방사매를  속여서
는 너에게...... 너에게 시집을 가 마누라가 되겠다고  응낙하도록 했느
냐?"
그리고 그는 비수를 앞으로 몇 치 정도 더 뻗어냈다.
위소보는 말했다.
"쳇! 언제 그런 이리 있었단 말이오? 그대는 누구에게 들은  것이오? 방
소저와 같이 수화폐월의 미녀라면 오로지 그대와 같이  준수하고 뛰어난 
영웅에게만 시집갈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겠소!"
이렇게 되자 유일주의 화는 삼 푼 정도 더 가라앉게  되었다. 비수를 다
시 몇 치 정도 움츠리면서 말했다.
"너는 잡아떼자는 것이냐? 방사매는 너에게 너의 마누라가  되겠다고 응
낙을 했다며?"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유일주는 물었다.
"뭐가 그리 우습느냐?"
위소보는 웃으며 대답했다.
"위형, 내 그대에게 묻겠소. 태감 노릇을 하는 사람이  마누라를 거느릴 
수 있소?"
유일주는 그저  치솟는 노기를 누를 수  없어 급히 달려온 것이지  줄곧 
위소보가 태감이라는 사실과  태감이라면 마누라를 맞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제 위소보에게 깨우침을  받게 
되자 그만 흐뭇해져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
의 손목을 놓지 않고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나의 방사매를 속여 그녀가 너에게  시집을 가겠
다는 약속을 하도록 했느냐?"
위소보는 되물었다.
"그 한 마디의 말은 어디서 들은 것이오?"
유일주는 말했다.
"나는 친히 방사매와 소군주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도 거짓이란 
말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녀들 두 사람이 스스로 한 말이오, 아니면 그대에게 한 말이오?"
유일주는 잠시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그녀들 두 사람끼리 한 이야기이다."
 
 원래 서천천은 방이와 목검병 두 사람을 데리고 석가장으로  가고 있었
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오립신, 오표,  유일주 세 사람과 만나게  되었
다. 오립신 등 세  사람은 청궁에서 혹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근골은  상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신은 매를 맞아 살갗이 터지게 되고  성한 곳
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하여 수레를 타고서 역시 석가장으로 가서 조섭을  하려던 차였는데 
그만 길에서 만나게  된 그들은 만나게 되어서 한바탕 기쁨을  주고받았
다.
그런데 방이는 유일주에  대하여 표정이 옛날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었
다. 만나게 되었을 때  그저 유사형이라고 한번 불렀을 뿐 그  이후에는 
줄곧 냉담한 태도를 보였으며 유일주에 대해서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 유일주는 몇 번이나 그녀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는  마음속의 말
을 털어놓으려고 했으나 방이는 언제나 목검병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
다.
유일주는 다급하도 또한  울화도 치밀어 바짝 다그치게 되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방이는 냉정히 말했다.
"유사형, 이제부터 우리 두 사람은 사남매의 정분밖에 없는  것이지, 그 
외의 일은 아무것도 들먹이지 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해요."
유일주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건...... 그건 또 무엇 때문이지?"
방이는 냉랭히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일주는 그녀의 손을 잡고 급히 말했다.
"사매, 그대는......"
방이는 힘주어 그의 손을 떨쳐 내면서 호통을 내질렀다.
"좀 점잖게 구세요."
유일주는 그야말로 크게 창피를 당하게 되었다. 이날 밤  그는 객점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마음은 소용돌이치기만  했다. 그리하여 그는  살그머니 일어나  방이와 
목검병이 거처하는 방의  창문 아래로 다가갔다. 아니나다를까 두  사람
이 아직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목검병은 물었다.
"그대가 그와  같이 유사형을 대한다는 것은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아니겠어요?"
방이는 말했다.
"하지만 별도리가 없지  않아. 그가 일찌기 상심해서는 일찍 나를  잊어 
버리게 된다면 덜 상심하게 될거야."
목검병은 물었다.
"그대는 정말로...... 위소보라는  애에게 시집을 갈거예요? 그는  그토
록 어린데 그대가 어찌 그의 아내가 된단 말이에요?"
방이는 말했다.
"그대 자신이  그 꼬마녀석에게 시집을 가고  싶어서 나에게 사형을  잘 
대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목검병은 급히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렇다면 그대는 빨리  위 오라버니에게  시집을 
가도록 해요."
방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맹세도 했고 저주도  한 것을 그대는 잊었나요? 그 날 나는  다음
과 같이 말했어. '천지신명께서 보살피소서, 계공공이  만약에 유일주를 
편안무사하게 구원해 준다면  소녀 방이는 공공에게 시집을 가 처가  되
겠으며, 한평생 남편에 대해서 지조와 정절을 지키겠습니다.  만약에 두 
마음을 품는다면 저는 만겁의 지옥으로 떨어져 다시 환생할 수  없을 것
입니다.' 그리고 나는 또 말했지. '소군주가 바로  산증인이에요.' 나는 
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대 역시 잊지 못할거에요."
목검병은 말했다.
"그 말은 물론 했어요.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그저 그가 장난  삼
아서 맹세를  시켰을 뿐이지  정말로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볼 수  없어
요."
방이는 말했다.
"그가 정말로 그랬든 거짓말로 그랬든 우리 여자된 사람들은  친히 한평
생을 그에게 허락한 이상 결코 그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는 거예요. 어
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을 지아비로 섬겨야 하는  거예요. 더군다
나...... 더군다나."
목검병은 물었다.
"더군다나 뭐에요?"
방이는 말했다.
"나는 자세히 생각해 보았어요. 설사 우리가 한 말을 번복할  수 있더라
도 그가...... 그가 우리  두 사람과 한 침대에서 자고 같은 이불  속에
서 잠잔 사실은......"
목검병은 킥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위 오라버니는 정말  짓궂어요. 그는 또 영렬전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목왕야께서 세 대의 화살로  운남을 평정하시고 
계공공은 두 손으로 가인을 안도다.' 사저, 그는 정말  그대를 안았으며 
또 그대의 얼굴에 입맞춤하지 않았어요?"
방이는 한숨을 내쉬며 더 말하지 않았다.
유일주는 창밖에서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오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아니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땅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 같아  그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때 방이는 다시 말했다.
"기실 그는 나이가  어려서 말하는 것이 우스꽝스럽고 점잖치  못했지만 
우리 두 사람에게는 정말 잘 대해 주었어요. 이번에 헤어지게  된 후 언
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겠네요."
목검병은 다시 킥 하고 웃으면서 나직이 말했다.
"사저, 그대는 그를 생각하고 있군요."
방이는 말했다.
"그래요. 나도 그를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몇 번이나  그를 초청했으며 
우리와 함께 석가장으로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는 자꾸
만 중요한 볼 일이  있다고 했어요. 사저, 그가 말한 것은  거짓일까요, 
아니면 참말일까요?"
방이는 말했다.
"그는 나이가 그렇게 어린데 혼자서 간다면 길에서 나쁜  사람들을 만나
게 될지도 몰라요. 어떻게 하면 좋죠?"
방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본래  서 나으리에게 말해서 우리를  호송하지 말고 그를  호송해 
달라고 할  참이었으나 서 나으리께서 내  말을 반드시 들으려고 할  것 
같지 않아 그만두었던거예요."
목검병은 말했다.
"사저, 나는...... 나는 생각컨데......"
방이는 물었다.
"뭐예요?"
목검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이는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의 몸에 상처가 있어서 애석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와 함
께 산서성으로 갈  수 있었을거예요. 이제 오사숙과 유사형들과  만나게 
되었으니 우리로서는 그를 찾아갈 수도 없어요."
유일주는 거기까지 듣게  되자 그만 머리가 어지러워지게 되었고 쿵  하
니 이마를 창틀에 박게 되었다.
방이와 목검병은 일제히 놀라 외쳤다.
"뭐야?"
유일주는 그야말로 질투의 불길에 사로잡히게 되었으며 미친  듯 속으로 
부르짖었다.
(내 가서 그 녀석을 죽이고 말겠다.)
그리고 그는 앞마당으로 나가서는 한 필의 말을 끌고 객점의  대문을 열
어 젖힌 후 말에  올라 질풍과 같이 달렸다. 그는 위소보가  산서성으로 
간다고 했으니 서쪽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날이 밝을 무렵  그는 산서성으로 가는 길을 물어 본 이후  큰 
길을 따라 뒤쫓아 오게 되었고 홀로 가는 수레가 있기만  하면 다짜고짜 
물었다.
"수레 안에 앉아있는 사람은 소년이 아니오?"

 위소보는 유일주와 소군주와  방이가 말하는 소리를 틀림없이 훔쳐  들
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아는 것에는 한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유형, 그대는 그대 사저의 커다란 속임수에 넘어갔소."
유일주는 물었다.
"어떤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방소저는 나에게 말한  것이 있소. 그녀는 그야말로 그대에게 화를  잔
뜩 내게 해야겠다고 했소. 왜냐하면 그녀는 온갖 정성을  다해서 그대를 
구하고자 했지만 그대는 반 푼 어치도 그녀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고 하
는 것이외다."
유일주는 다급해져 말했다.
"언제...... 그런일이 있었다는 말이오? 내가 어째서 그녀를  마음에 두
지 않는단 말이오?"
위소보는 되물었다.
"그대는 그녀에게 은비녀를  선물한 적이 있지 않소? 은비녀 끝에는  한 
송이 매화가 새겨져 있는 것 말이외다."
유일주는 말했다.
"그렇소. 그렇소. 그대가 어떻게 아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그녀가 궁중에서 혼전을 이루게 되었을 때 은비녀를 잃어  버리게 되었
소. 그리하여 그녀는 다급해져서는 그녀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준 
물건인데 어떻게 하더라도  잃어 버릴 수 없다고 하면서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찾아와야 한다고 했소이다."
유일주는 그만 멍청해져서는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녀는 그토록 나를 생각하고 있었던가!"
위소보는 말했다.
"그야 물론이오. 설마하니 내가 거짓말을 할 리가 있겠소?"
유일주는 물었다.
"그 후 어떻게 되었소?"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이토록  나의 손목을 비틀어 잡고  있으니 아파서 어떻게  말을 
하란 말이오."
유일주는 말했다.
"좋소."
그는 이미 마음이  수그러지게 되어 위소보에 대한 말투까지도 변한  상
태였다. 거기다가 이제 방이가 자기에게 그토록 깊은 정을  가졌음을 알
고 화가 풀려 있었다.

반응형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 녹정기05  (0) 2023.02.19
김용 녹정기04  (0) 2023.02.19
김용 녹정기02  (0) 2023.02.19
김용-녹정기  (0) 2023.02.19
김용 소오강호8  (0)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