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학입문 1권
@} @t:법학입문 1@e
@[묵자차례@]
제1편 총론
제1장 서설
(1) 제1절 인간과 사회, 그리고 법 ... 21
I. 인간과 사회 ... 21
II. 사회와 규범 ... 22
III. 사회와 법규범 ... 23
(2) 제2절 법지식의 필요성 ... 24
I. 법학에의 반감 ... 24
II. 법지식의 필요성 ... 25
(3) 제3절 법학의 안내자 ... 32
I. 법학개론의 의의 ... 32
II. 법학개론의 사명 ... 32
III. 법학을 공부하는 방법 ... 33
제2장 법의 본질
(4) 제1절 법의 개념 ... 36
I. 법은 규범이다 ... 37
II. 법은 정치적으로 조직된 사회의 규범이다 ... 38
III. 법은 국가에 의하여 인정된 규범이다 ... 39
IV. 법은 국가의 중심권력에 의하여 강제되는 규범이다 ... 40
(5) 제2절 법의 구조 ... 42
I. 행위규범 ... 42
II. 강제규범 ... 43
III. 조직 규범 ... 44
제3절 법과 다른 사회규범 ... 46
(6) 제 1 법과 도덕 ... 46
I. 법과 도덕의 구별 ... 47
II. 법과 도덕의 차이 ... 49
III. 법과 도덕과의 관계 ... 51
(7) 제 2 법과 종교
I. 법과 종교의 차이 ... 53
II. 법과 종교와의 관계 ... 54
(8) 제 3 법과 관습 ... 55
I. 법과 관습의 차이 ... 55
II. 법과 관습과의 관계 ... 56
제3장 법의 목적과 기능
제1절 법의 목적 ... 57
(9) 제 1 법의 목적의 개념 ... 57
I. 법의 목적의 의의 ... 57
II. 법의 목적에 관한 제의견 ... 58
(10) 제2 정의 ... 59
I. 정의의 의의 ... 59
II. 정의에 관한 학설 ... 60
III. 정의의 내용 ... 63
(11) 제 3 합목적성 ... 67
I. 합목적성의 의의 ... 67
II. 합목적성의 내용 ... 68
(12) 제 4 법적 안정성 ... 68
I. 법적 안정성의 의의 ... 68
II. 법적 안정성의 요건 ... 69
III. 법적 안정성의 요구 ... 69
(13) 제 5 법 이념의 상호관계 ... 70
I. 법이념의 상호모순관계 ... 70
II. 법이념의 상호간의 적용관계 ... 71
III. 법이념의 조화관계 ... 71
(14) 제2절 법의기능 ... 73
I. 질서유지의 기능 ... 73
II. 통제적인 기능 ... 74
III. 선도적인 기능 ... 74
IV. 평가적인 기능 ... 74
V. 제도형성의 기능 ... 75
VI. 예측성확보의 기능 ... 75
제4장 개인의 존엄과 법
(15) 제1절 권리로서의 자유 ... 76
I. 생래적인 자유 ... 76
II. 법적인 자유 ... 77
(16) 제2절 평등사상 ... 80
I. 평등은 헌법의 원칙 ... 80
II. 평등은 인격의 승인 ... 81
III. 차별의 사회화 ... 81
IV. 실질적 평등 ... 82
(17) 제3절 공공복리 ... 83
I. 공공복리의 의의 ... 83
II. 공공복리를 위한 권리제한 ... 83
III. 공공복리와 권리와의 조화 ... 85
(18) 제4절 생존권적 기본권 ... 86
I. 생존권적 기본권의 전개 ... 86
II. 귄리로서의 교육 ... 88
III. 복지의 시대와 권리의 폭발 ... 89
IV. 헌법상 생존권적 기본권의 내용 ... 90
(19) 제5절 정보화사회와 인권 ... 91
I. 정보의 자유 ... 91
II. 정보화사회의 인권 ... 91
III. 정보화사회에서의 새로운 인권 ... 93
제5장 법의 발전
(20) 제1절 서설 ... 95
(21) 제2절 법의 생성 ... 95
I. 토템 ... 96
II. 타부 ... 96
III. 복수 ... 97
IV. 탈리오 ... 98
V. 도순읍 ... 98
VI. 공권력에 의한 제재 ... 99
(22) 제3절 법의 발전 ... 99
I. 고대사회의 법 ... 100
II. 중세사회의 법 ... 102
III. 근대사회의 법 ... 103
IV. 현대사회의 법 ... 106
제6장 법의 계통
(23) 제1절 서설 ... 109
(24) 제2절 대륙법계 ... 110
I. 대륙법계의 의의 ... 110
II. 로마법과 게르만법 ... 111
III. 대륙법계의 특징 ... 112
(25) 제3절 영미법계 ... 113
I. 영미법계의 의의 ... 113
II. 영국법과 미국법 ... 114
III. 영국법계의 특징 ... 116
(26) 제4절 한국법의 법계론상의 위치 ... 121
제7장 법의 연원(법원)
(27) 제1절 서설 ... 123
제2절 성문법 ... 124
(28) 제1 성문법의 개념 ... 124
I. 성문법의 의의 ... 124
II. 성문법주의와 불문법주의의 장단점 ... 124
(29) 제2 성문법의 분류 ... 125
I. 헌법 ... 125
II. 법률 ... 126
III. 명령 ... 128
IV. 규칙 ... 129
V. 자치법규 ... 130
VI. 조약 ... 130
제3절 불문법 ... 131
(30) 제 1 불문법의 개념 ... 131
(31) 제 2 불문법의 분류 ... 131
I. 관습법 ... 132
II. 판례법 ... 136
III. 조리 ... 138
제8장 법의 분류
(32) 제1절 서설 ... 140
(33) 제2절 자연법과 실정법 ... 141
I. 자연법 ... 141
II. 실정법 ... 142
III. 자연법과 실정법과의 관계 ... 143
(34) 제3절 국내법과 국제법 ... 144
I. 국내법과 국제법의 의의 ... 144
II. 국내법과 국제법의 차이 ... 145
(35) 제4절 공법, 사법 및 사회법 ... 145
I. 공, 사법 구별의 역사성, 사회성 ... 145
II. 공, 사법 구별 및 부인에 관한 학설 ... 146
III. 공, 사법 구별의 실익 ... 148
IV. 사회법 ... 149
(36) 제5절 실체법과 절차법 ... 151
I. 실체법과 절차법의 의의 ... 151
II.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별실익 ... 152
제6절 기타의 법분류 ... 152
(37) 제 1 일반법과 특별법 ... 152
I. 일반법과 특별법의 의의 ... 152
II.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의 표준 ... 153
III.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의 실익 ... 153
(38) 제 2 원칙법과 예외법 ... 154
I. 원칙법과 예외법의 의의 ... 154
II. 원칙법과 예외법의 구별의 실익 ... 154
III. 기본법과 부속법 ... 155
(39) 강행법과 임의법 ... 155
I. 강행법과 임의법의 의의 ... 155
II. 강행법과 임의법의 구별방법 ... 156
III. 강행법과 임의법의 구별의 실익 ... 157
IV. 강행법과 임의법의 분류 ... 157
(40) 고유법과 계수법 ... 158
I. 고유법과 계수법의 의의 ... 158
II. 법의 계수의 종류 ... 158
III. 고유법과 계수법의 구별의 실익 ... 159
(41) 조직법과 행위법 ... 160
I. 조직법과 행위법의 의의 ... 160
II. 조직법과 행위법의 구별의 실익 ... 160
제9장 법의 효력
(42) 제1절 서설 ... 161
제2절 법의 실질적 효력 ... 162
(43) 제 1 법의 타당성 ... 162
I. 법의 타당성의 의의 ... 162
II. 법의 타당성의 근거 ... 162
(44) 제 2 법의 실효성 ... 168
I. 법의 실효성의 의의 ... 168
II. 법의 실효성의 보장 ... 168
(45) 제 3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과의 관계 ... 169
I. 타당성과 실효성과의 관계 ... 169
II. 타당성 없는 법 (악법의 문제) ... 169
제3절 법의 형식적 효력 ... 175
(46) 제 1 시간에 관한 효력 ... 175
I. 법의 시행 ... 175
II. 법의 폐지 ... 176
III. 법률불소급의 원칙 ... 177
IV. 기득권불가침의 원칙 ... 178
V. 경과법 ... 178
(47) 제 2 사람에 관한 효력 ... 179
I.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의 원칙 ... 179
II. 속인주의의 예외 ... 180
III. 속지주의의 예외 ... 180
(48) 제 3 장소에 관한 효력 ... 181
I. 장소에 관한 효력의 원칙 ... 181
II. 장소에 관한 효력의 예외 ... 182
제10장 법의 해석과 적용 ... 183
제1절 법의 해석 ... 183
(49) 제 1 법의 해석의 개념과 그 필요성 ... 183
I. 법의 해석의 의의 ... 183
II. 법의 해석의 필요성 ... 184
(50) 제 2 법의 해석의 방법 ... 186
I. 유권해석 ... 186
II. 학리해석 ... 188
(51) 제 3 법의 해석의 변천 ... 192
I. 개념법학 ... 192
II. 목적법학 ... 194
III. 자유법론 ... 196
IV. 법사회학 ... 200
제2절 법의 적용 ... 203
(52) 제 1 법의 적용의 개념 ... 203
(53) 제 2 사실의 확정(인정) ... 203
I. 사실의 입증 ... 204
II. 사실의 추정 ... 204
III. 사실의 의제(간주) ... 205
(54) 제3 법의 발견 ... 205
(55) 제4 법을 적용하는 기관 ... 206
제11장 법의 제재
(56) 제1절 제재의 개념 ... 207
I. 제재의 의의 ... 207
II. 제재의 필요성 ... 207
제2절 국내법상의 제재 ... 208
(57) 제 1 헌법상의 제재 ... 208
(58) 제 2 행정법상의 제재 ... 208
I. 공무원에 대한 제재 ... 209
II. 일반국민에 대한 제재 ... 211
(59) 제 3 형법의 제재 ... 214
I. 생명형 ... 215
II. 자유형 ... 215
III. 명예형 ... 216
IV. 재산형 ... 217
(60) 제 4 민법상의 제재 ... 218
I. 손해배상 ... 218
II. 강제이행 ... 219
III. 실권 ... 219
IV. 무효, 취소 ... 220
(61) 국제법상의 제재 ... 220
제12장 법의 변동
(62) 제1절 서설 ... 221
I. 법의 고정성과 탄력성 ... 221
II. 법을 변동시키는 요인 ... 223
(63) 제2절 법과 정치 ... 224
I. 서설 ... 224
II. 법치주의와 정치주의 ... 225
III. 법과 정치와의 관계 ... 226
(64) 법과 경제 ... 230
I. 서설 ... 230
II. 유물사관 ... 231
III. 슈타믈러 등의 비판적 논증주의 ... 232
IV. 법과 경제와의 관계 ... 233
(65) 제4절 법과 혁명 ... 234
I. 서설 ... 234
II. 법을 초월한 비상의 사회현상 ... 235
III. 혁명의 파괴성 ... 236
IV. 새로운 질서 ... 236
V. 혁명의 법적 예방기능 ... 237
제13장 권리와 의무
(66) 제1절 법률관계 ... 239
I. 법률관계 ... 239
II. 법과 권리와의 관계 ... 240
III. 권리, 의무관계의 발전 ... 242
IV. 인간관계, 호의관계와 법률관계 ... 244
제2절 권리, 의무의 개념 ... 247
(67) 제 1 권리 ... 247
I. 법과 권리 ... 247
II. 권리의 본질 ... 248
III. 권리부인설 ... 250
IV. 권리의 의의 ... 250
(68) 제2 의무 ... 253
I. 의무의 의의 ... 253
II. 의무와 권리와의 관계 ... 254
제3절 권리와 의;무의 분류 ... 255
(69) 제 1 권리의 분류 ... 255
I. 공권 ... 255
II. 사권 ... 256
III. 사회권 ... 259
(70) 제 2 의무의 분류 ... 260
I. 공의무와 사의무 ... 260
II. 사회의무 ... 261
III. 적극적 의무와 소극적 의무 ... 261
(71) 제4절 권리, 의무의 주체와 객체 ... 262
I. 권리, 의무의 주체 ... 262
II. 권리, 의무의 객체 ... 263
(72) 제5절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 ... 263
I. 권리의 행사 ... 263
II. 의무의 이행 ... 265
(73) 제6절 권리, 의무의 변동 ... 266
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의의 ... 266
I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종류 ... 266
II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원인 ... 267
(74) 제7절 권리와 법규의 경합 ... 269
I. 권리의 경합 ... 269
II. 법규의 경합 ... 269
(75) 제8절 권리의 구제 ... 270
I. 권리를 위한 투쟁 ... 270
II. 권리의 침해에 대한 구제 ... 271
III.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 ... 273
제14장 국가
(76) 제1절 법과 국가 ... 275
(77) 제2절 국가의 개념과 목적 ... 276
I. 국가의 개념 ... 276
II. 국가의 목적 ... 278
(78) 제3절 국가의 구성요소 ... 280
I. 국민 ... 280
II. 영역 ... 282
III. 주권 ... 284
(79) 제4절 국가의 형태 ... 285
I. 국가형태의 의의 ... 285
II. 국체 ... 286
III. 정체 ... 287
IV. 헌법상의 국가형태 ... 288
V. 우리나라 국가형태의 특징 ... 289
(80) 제5절 정부의 형태 ... 291
I. 정부형태의 의의 ... 291
II. 대통령제 ... 292
III. 의원내각제 ... 293
IV. 이원정부제 ... 295
V. 대한민국의 정부형태 ... 296
제15장 법학
(81) 제1절 법학의 개념 ... 298
(82) 제2절 법과학 ... 300
I. 법해석학 ... 300
II. 법사학 ... 301
III. 법정책학 ... 304
IV. 법사회학 ... 305
V. 비교법학 ... 305
(83) 제3절 법철학 ... 307
I. 법철학의 의의 ... 307
II. 법철학의 과제 ... 307
III. 법철학의 경향 ... 309
제16장 법사상의 발전
(84) 제1절 서설 ... 321
(85) 제2절 고대의 법사상 ... 322
I. 그리이스의 법사상 ... 322
II. 로마의 법사상 ... 323
(86) 제3절 중세의 법사상 ... 324
I. 게르만의 법사상 ... 324
II. 기독교적 법사상 ... 325
III. 주석학파의 법사상 ... 326
(87) 제4절 근대의 법사상 ... 327
I. 절대주의의 법사상 ... 327
II. 자연법학파 ... 328
III. 개념주의의 법사상 ... 332
IV. 역사법학파의 법사상 ... 334
V. 공리주의의 법사상 ... 336
VI. 법실증주의 ... 338
(88) 제5절 현대의 법사상 ... 340
I. 서설 ... 340
II. 자유법론 ... 341
III. 법사회학 ... 343
IV. 신칸트주의의 법사상 ... 345
V. 신헤겔주의의 법사상 ... 347
VI. 신자연법론 ... 350
VII. 법신학의 사상 ... 352
VIII. 프래그머티즘의 법사상 ... 354
IX. 현실주의법학 ... 357
X. 통합법학론 ... 358
XI. 현대법철학의 사상 ... 359
XII. 공산주의의 법사상 ... 362
제17장 한국법의 사적 발전
(89) 제1절 상고시대의 법제 ... 364
I. 고조선시대 ... 364
II. 부여시대 ... 366
III. 삼국시대 ... 367
(90) 제2절 삼국시대의 법제 ... 368
I. 고구려 ... 368
II. 백제 ... 370
III. 신라 ... 372
(91) 제3절 고려 ... 374
I. 고려의 확립과 법제의 정비 ... 374
II. 고려율 ... 375
III. 토지제도(민전) ... 377
IV. 혼인 및 상속제도 ... 378
(92) 제4절 조선 ... 379
I. 조선의 전제적 봉건제와 법제의 정비 ... 379
II. 경국대전 ... 380
III. 토지제도(과전법) ... 383
IV. 혼인, 상속제도 ... 385
(93) 제5절 한국근대법제의 형성 ... 386
I. 서구법의 계수 ... 386
II. 대한민국 법전의 제정 ... 390
III. 한국법학의 과제 ... 391
@p19
@[ 제1편 총론@]
제1장 서설
제2장 법의 본질
제3장 법의 목적과 기능
제4장 개인의 존엄과 법
제5장 법의 발전
제6장 법의 계통
제7장 법의 연원
제8장 법의 분류
제9장 법의 효력
제10장 법의 해석과 적용
제11장 법의 제재
제12장 법의 변동
제13장 권리와 의무
제14장 국가
제15장 법학
제16장 법사상의 발전
제17장 한국법의 사적 발전
@p21
@[ 제1장 서설@]
@[(1) 제1절 인간과 사회, 그리고 법@]
I 인간과 사회
인간은 사회에서 날마다 생활하고 있다. 사람은 사회를 떠나서는 생활할 수 없고, 사회로부터 고립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각자의 필요성에 따라 서로 협력하고 타인과의 결합을 통하여 사회에서 정착을 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없이 생활하는 인간은 단순하고 의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으며, 개개인은 고립이 아닌 서로 밀접불가분한 관계에서 사회라는 테두리안에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는 일찌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하였으며, 이 명제는 사람은 하나의 생명체인 동시에 사회적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사회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인간의 사회성을 말한 것이다. 동물세계에 있어서도 일종의 사회성을 볼 수 있으나, 그것은 한낱 동물의 본능적인 야생적 군집성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의 사회적 공동생활은 자유에 바탕을 둔 이성에 의하여 규율되는 공동체의식과 더욱 향상된 생활의 향유를 위한 목적의식에서 이루어진다는 데 그 특징과 가치가 있다.
따라서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격리된 인간은 물리적인 자연과학의 대상은 될 수 있으나 사회과학의 대상은 될 수 없는 것이며, 동시에 법적 분야에서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p22
이에 기르게(Gierke)의 “사람이 사람된 까닭은 사람과 사람과의 결합에 있다”거나, 하이데거 (Heidegger)의 “사람의 존재는 타인과의 공존에 있다”라든가, 순자의 “사람은 힘에 있어서 소를 당할 수 없고 뛰는 데 있어서 말을 당할 수 없지만, 소나 말이 사람에게 이용되는 까닭은 사람의 군집생활, 즉 사회생활에 있다”라고 한 것 등은 모두 인간과 사회와의 불가분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인간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II. 사회와 규범
이와 같이 인간은 사회를 형성하면서 공동생활을 한다. 그런데 사회(society)라는 것은 인간상호간의 사회관계의 복합체이다. 칸트(Kant)가 말헸듯이 사람은 사회적 본성(Geselligkeit)과 반사회적 본성(Ungeselligkeit)이라고 하는 모순된 본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특히 다종다양의 욕망 속에서 반사회적인 이기심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라서 다수인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각자의 이해가 충돌하게 되며, 이와 같은 이해의 충돌을 이른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있어 사회의 질서와 기능이 마비되어 사회는 존립할 수 없고, 약육강식의 무정부상태에 빠져버리게 된다. 여기에 인간은 각종의 반사회적인 이기심을 억제하여야 하며, 동시에 인간이 준수하여야 할 사회규범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규범(Norm)은 인간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하여야 한다’ 또는 ‘하여서는 안된다’는 가치기준을 인위적으로 창출한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규범은 당위성(Sollen)을 갖는다.
사회규범에는 종교, 도덕, 관습, 법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의 자아의식이 희박하였던 고대사회에 있어서는 종교, 도덕, 관습 등과 같은 규범으로서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사회가 진보, 발달하여 그 규모가 확대되고 개인의식과 사회의식이 높아진 오늘날에 있어서는 단순한 사회규범이 아닌 법규범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법은 사회규범에서 분화하여 사회질서유지의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되었다. @p23 그리하여 법은 사회의 성립요건으로서 법이 없는 국가사회는 존재할 수 없고, 모든 사회에는 반드시 그 사회의 특유한 법이 존재하며, 또한 법을 떠나서 사회를 생각할 수 없다. 특히 현대국가는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행위는 모두 법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법과 사회는 필연적으로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에 있게 되어 “사회있는 곳에 법이 있고, 법있는 곳에 사회가 있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예링(Jhering)이 말한 바와 같이 법이란 “사회의 생활조건이다.” 또한 괴테(Goethe)의 “지옥에도 역시 법은 있다”라는 말도 설득력을 갖는다.
III. 사회와 법규범
법규범의 내용과 사회생활의 본질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사회생활의 변천은 법규범에 바로 반영되어야 한다. 예컨대 있는 자와 없는 자와의 대립, 갈등 속에 현행법의 고용 (민법 655조--663조), 전세와 임대법 (민법 303조--319조, 618조--654조)등의 규정으로는 이미 그 사회적 타당성을 잃게 되었으며, 이러한 것은 없는 자의 생존권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그리하여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생기게 되었다. 법규범의 내용은 사회생활, 특히 경제적인 여러 조건에 상응하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런데 사회는 항상 진전하여 오늘의 사회는 이미 어제의 사회가 아니다. 그러나 법규범은 한번 제정되면 고정되고, 특히 거대한 법전이라면 그 개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법규범은 끊임없이 진전해 가는 사회생활의 현상을 쫒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을 후퇴시키는 반작용을 한다고 하는 비난이 일어나게 된다.
사회생활의 성격이 법규범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동시에 법규범이 사회생활의 성격에 맞는 내용을 가져야 한다는 요구이다. 사회생활의 실체가 변천하고 새로운 생활이 발생할 경우에는 법규범이 수정되고 혹은 새로운 법규범이 정립되지 않으면 실생활과의 사이에 갶(gap)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커지면 법규범은 사회적 타당성을 잃게 된다. @p24 여기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점은 법이 규율하는 사회생활의 실체에 알맞는 내용을 가져야 한다고 할지라도, 그 생활관계를 무조건으로 승인한다고 타당한 것이 아니고, 이성에 기하여 법의 목적인 정의의 견지로부터 판단하여, 역으로 그 생활관계를 지도하는 것이 아니면 안되는 점도 또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2) 제2절 법지식의 필요성@]
I. 법학에의 반감
옛 그리스인은 철학을 발전시켰으나, 옛 로마인은 법학을 발전시켰다. 인류역사상 법학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법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며, 법학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존경도 받는다. 법학을 배운다는 것은 인간사회에서 바르게 사는 원리와 지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법학을 가리켜서 “정의의 학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법학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반감을 가지고 있다. 법학을 ‘빵을 위한 학문’이라고 비웃기도 하고,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보고 ‘법학과 타산적 혼인을 한 자’라고 비웃기도 하며, 하이네(Heine)는 법학을 ‘가장 압제적 학문’이라 했고, 키르히만(Kirchmann)은 ‘법학은 학문으로서 가치가 없다’라고까지 말하였다.
그러나 이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피안적 생을 영위하는 동안에 절대적인 것, 영원한 것 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인 것, 무상한 것에 강하게 지배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속에서나마 바른 것, 정의로운 것, 가치있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법을 향한 노력이고, 그것을 학문화한 것이 곧 법학이라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 없을 것이다. @p25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서 법학연구에 있어서 사회학과 관련을 갖고 법학의 ‘과학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노력의 성과로 법학이 손색없는 사회과학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법률가도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을 버리고, 정확한 법지식을 가지고 법을 운용하여 사회질서유지에 봉사한다는 임무를 충실히 다 함으로써 사회의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볼프(Wolf)의 표현을 빌리면 법률가는 ‘사랑스럽지는 않으나, 없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II. 법지식의 필요성
훌륭한 인격과 교양을 갖추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혹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은 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도 한다. 그러나 오늘의 복잡해진 산업사회에서는 훌륭한 인격자가 반드시 성실한 준법자라 할 수 없게 되었으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자가 반드시 준법생활을 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법격언에 “ 법 위에서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라거나, “법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가 있는 바와 같이 우리 문화시민은 아무리 인격자 또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자라 하더라도 모두 기초교양의 일부로서 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법의 정당한 보호의 혜택을 받아야 할 것이며, 법을 모르기 때문에 죄를 범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에 대한 지식을 넓힌다는 것은 현대인으로서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사회의 생활조건’인 법이 얼마나 이익이 있고 필요한가를 대략 보기로 한다.
(1) 실제 생활상의 이익
법의 실생활상의 필요도는 각자의 생활분야에 따라 다르다. 중앙이나 지방의 행정, 정치적 생활을 영위하는 자는 헌법, 행정법 등의 지식을 필요로 하고, 개인 상호간의 일상생활에는 민법의 지식이 필요하며, 경제계나 기업경영자는 상법, 민법, 경제법, 노동법 등이 특히 필요하다. @p26 그러나 우리는 누구를 막론하고 너무나 법을 모르고 있다. 회사원은 사회실무만 잘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상법, 민법도 알아야 함은 물론 노동법도 알아야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또한 찾을 수도 있다. 일반시민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데는 작게는 시장에 가서 식료품을 사는 것부터 혼인신고, 부동산매매, 전세, 저당, 상린관계, 채권채무, 사기, 횡령, 폭행 ...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날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법률문제는 많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회인이라면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최소한의 법지식은 알고 있어야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를 가질 수 있고 실제 생활의 보탬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사회적 영달을 얻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주 1)
특히 오늘날의 생활은 생존경쟁시대로서 여성들의 활동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 과거의 여성들은 법을 너무나 등한시하여 가정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나 불이익한 대우를 받아 왔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남녀평등, 부부협조 의무시대이다. 따라서 여성도 법지식을 넓혀 가정에서 또는 이웃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법률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바쁜 남편 대신 혼인신고, 전세계약 등을 할 줄 알고, 이웃과의 분쟁을 여성끼리 해결할 줄 알면 그 가정은 시간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이익이며, 얼마나 법률문화가정이겠는가? 또한 남편으로부터, 이웃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얼마나 존경받겠는가! 최소한의 법지식은 특히 미혼시에 알아 둘 필요가 있다.
(2) 정당한 권리행사를 하고 보호하기 위한 실익
현대국가는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하는 민주법치국가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회생활은 곧 법률관계로 되어 법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법률관계는 권리나 의무의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개인이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법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어떠한 권리가 주어져 있고 의무가 부여되어 있는가를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시민은 법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 주 1: 서양의 법언에 “유스티니아누스 (Justinianus)가 명예를 준다”는 말이 있는 데 이것은 바로 사회적 영달을 가리키는 것이다. @p27 법이 자기에게 부여한 권리, 의무를 잘 모르고 있다. 법은 법위에서 잠자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으며, 더우기 법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어서 언제나 무죄가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법이 개인의 권리를 명백히 보장하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 권리는 사장되고 만다. 자신의 권리를 외면하는 것은 자신의 의무는 물론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어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법에 대한 이해는 곧 사회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며 문화시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법을 알고 이해하며 권리를 정당히 행사하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시민이 되어야 하겠다.
주어진 권리를 국가나 개인으로부터 침해받아도 우리는 구제받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마땅히 보호, 구제받을 수 있는 민사소송, 형사소송, 행정소송 등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침해를 감수하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기반이 확고해질 수 없을 것이다. 예링(Jhering)의 말처럼 “권리의 행사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공공에 대한 의무”라고 한다면 권리의 침해에 대한 구제도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기의 권리를 보호, 행사하고 또한 구제받기 위해서도 우리는 법을 알아야 하겠다.
(3) 인격을 함양하는 데의 실익
예는 인간이 지닌 공경심을 자율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한다면, 법은 인간이 지닌 사심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이 사심은 순전히 주관적인 자기 본위의 목적에서 이루어질 때가 많다. 이것은 결국 인간의 감각적인 이목과 이성적인 심관을 잃는 것이 되고(맹자), 사회생활의 입장에서 보면 정의 또는 공공복리가 무시되는 경우가 된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의 법은 정의, 형평 또는 사실의 자연적 성질에 적합한 것을 사고하는 이지력과 정당하다고 확신하는 것을 주장하여 굴하지 않는 의지력 등의 인간의 인격을 함양하는 것이다.
@p28
(4) 사회개량에의 실익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인격완성을 위하여 노력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사회일반의 개량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데도 법은 적합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 즉, 사회의 개혁이 혁명이나 쿠테타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법에 의한 법률적 개량 또는 법률해석에 의하여 사회적 폐단을 시정하여 이상적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일정한 시기와 장소에 있어서의 정적인 사회생태만을 본다면 그다지 명백하게 나타나지 않으나, 상당한 장기간을 통하여 사회상태의 변천을 관찰한다면 법률제도의 개혁이 사회상태의 개량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알 수 있다.
(5) 사회질서 유지에의 실익
우리는 법없이는 하루도 편안히 생활할 수 없다. 이것은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 인간은 절대로 준수해야 하는 법을 악용하여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법의 가치이고 목적이다. 러시아계 영국의 법제사가 비노그라도프(Vinogradoff)는 “두 어린 아이가 놀 때,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이 없이 제각기 제마음대로 행동한다면, 두 아이는 노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하였다. 잠시동안 두 아이가 함께 노는 관계에 있어서도 질서유지를 위해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질서가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질서가 필요없는 사회’는 생각할 수 없으며, 이러한 사회는 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Goethe의 “무질서한 것보다는 오히려 불평등한 것이 낫다”라는 말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질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하는 것이다. 여하간 질서는 법의 생명이기 때문에 우리는 법을 알고 질서유지에 노력하여 건전한 사회를 이룩해야 하겠다.
@p29
(6) 각종 병폐의 근원과 이에 대한 대책을 찾는 데의 실익
본래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우선 처음에는 사회의 구조와 그 존재원리를 연구하고, 다음에 그러한 사회 속에서 각종 범죄, 불법행위 등의 병적 현상이 생겨나는 원리를 연구하며, 그러한 사회적, 병적 현상에 대한 예방책을 강구한다. 동시에 법은 도덕이나 종교 등이 생활질서의 사전적인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주로 사후적인 구제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법지식의 필요성은 인간사회의 본질을 이해하고 동시에 사회 속에서 생기는 각종 병폐의 근원과 그것에 대한 대책을 세우며 나아가 사전적 보장이나 예방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7) 정의를 실현하는 데의 실익
인간의 이성에 의한 공동생활의 예지가 정의를 찾고, 이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법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정의를 추구하는 본성이 있다. 그러나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법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의 차이가 있다. 사회가 제 멋대로(?) 흘러갈 때 법을 아는 사람은 언제나 바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가를 묻는다. 정치가가 ‘어서 가자’고 하면 법률가는 ‘실수 없이 가자’고 한다. 이러한 면에서 라드브루흐(Radbruch)는 “법학도의 고민은 젊은 신학도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민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우리 모든 인간은 법을 알고 이해하여 사회질서유지는 물론 사회정의의 실현에도 앞장서야 하겠다. 그러므로써 우리는 행복을 누리고 복지국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8) 학문상의 실익
사회과학을 광범위한 지반위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는 법학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은 물론, 법학 이외의 개개의 사회과학, 즉 경영학, 경제학, 회계학, 무역학, 정치학 등을 연구하는 데도, 더 나아가서는 인문과학,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데도 법학 지식은 필요하다. 원래 여러 사회과학 중 가장 오래 전부터 발달하고, 가장 상세, 엄밀하게 연구된 것은 법학이다. (주 2) @p30 함무라비법전(Code of Hammurabi) 이래 로마시대에 법 및 법학이 현저하게 발달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또 중세에 있어서 종교법으로서 독자적인 법학이 발달되었다. 이 시대의 법학은 모든 사회과학을 포함하고 있었으나 근세에 이르러 법학으로부터 독립되어 경영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이 발달되었다. 그러나 사회현상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고찰이 필요하고 각 사회과학의 상호간을 관련지워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인들은 법학을 무미건조하고 비정서적이라고들 한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법학은 십자가를 진 예수나 석가의 고행처럼 인간사회의 참된 무명과 질서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경건한 학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인류사회는 권력이나 황금에 의해서 밝아진 것이 아니고 의인들의 ‘의로운 목소리’에 의하여 밝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범인이 견디지 못하는 법학자의 고행의 생애에 경의를 표하는 이유가 있다.
(9) 인간의 사고를 논리적으로 단련하는 데의 실익
법학은 이론적, 체계적인 학문이다. 다라서 법학은 수학과 더불어 학습자의 두뇌를 논리적으로 단련한다. 법학공부는 처음 하는 자는 주로 기억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나, 법학 학습의 중심은 추리력에 있으므로 그 추리를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이를 반복, 계속함으로써 학습자의 두뇌를 논리적으로 호라동시켜 준다. 따라서 법을 알면 어느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을 분석하고, 그 다음에 결과를 내릴 줄 안다. 그래서 어느 돌발적인 사건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논리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고래로부터 유명한 외교관은 법학을 공부한 사람이 많다. 그것은 외교담판에 있어서 논리정연한 주장으로 상대자를 설복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주 2: 법학은 신학, 의학과 함께 가장 일찍부터 학문으로 정립되어 대학에서 교육되었다. 오늘날까지 목사(혹은 신부), 법률가, 의사는 가운을 입고 있으며, 가운을 입는 직업을 일종의 성직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목사의 성복과 판사의 법복이 매우 비슷하며 이러한 면에서 법률가를 ‘세속적 성직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종고, 법학통론(전정판), 박영사, 1988. 6면).
@p31
(10) 교양으로서의 실익
로마의 키케로(Cicero)는 소년시절에 12표법을 필창가로서 암송했고 모든 규정을 초등교육부터 배웠다고 한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대륙법계 국가, 영국, 미국과 같은 영미법계 국가 등 세계 각국은 대학교양학부에서 법학을 개설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없이 각 대학에서 교양으로서의 ‘법학개론(혹은 법학통론)’ 과목을 설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경상계에서는 민법, 상법도 설강하고 있고, 공학, 농학, 의학계열에서도 그들 계열에 필요한 법학과목을 설강하고 있다. 또 여성학의 발전과 더불어 여학생에게는 여성학의 일환으로 여성법률이 개설되고, 2년제 대학에서도 교양으로서 법학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각 대학에서 법학과목의 개설이 증가해가는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법학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법학지식의 필요성은 남녀를 불문하고 현실로 사회생활을 해 보아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사회생활은 곧 법률생활이므로 이제는 법학이 법학도만의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의 교양으로서의 법학이 된 것이다. 각종 신문, 라디오 등에서 법률상담을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또는 각종 사회단체에서 법률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법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주고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사법시험을 비롯하여 외무시험, 각종의 채용행정고시는 물론, 회계사, 평가사, 자동차면허시험에 이르기까지 법학과목이 있으며, 그 밖의 각 회사의 입사시험에서도 법학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따라서 대학생의 경우 대학졸업 후 사회진출의 관문을 뚫기 위해서도, 비법학도라도 마땅히 법학을 공부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학도는 최소한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으로서의 법학을 배워야 할 필요성이 있게 된다.
@p32
@[(3) 제3절 법학의 안내자 (법학개론, 법학입문)@]
I. 법학개론의 의의
법학개론(outline of science of law, Rechtsenzyklopadie, einfuhrung in die Rechtswissenschaft)이란 법학 (또는 법률학) 전반에 관한 일반적, 기초적 지식을 말한다. 사회생활은 모두 규범생활로서 좋든 싫든 법규범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고 법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요하게 된다. 이러한 기초지식을 담은 법학개론은 법학통론, 법학원론, 법학입문 등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모두 비슷한 것이다. (주 3) 법학(jurisprudence, Rechtswissenschaft)은 사회과학의 일분야로서 법에 관하여 이론적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다. 또한 법률이라고 할 때 헌법, 형법, 민법, 상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등 여러 종류로 구분할 수 있으나, 이러한 모든 법률은 인간과 인간의 상호관계에 대하여 “어떻게 하라, 어떻게 하여야 한다, 하여야 한다, 하여서는 안된다”라는 등, 생활관계를 규율함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법학개론이라고 하면 헌법, 형법, 민법 등의 여러 법률에 대항 하나 하나를 구체적,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법학 전반에 관하여 연구하는 데 필요한 준비지식이나 기초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II. 법학개론의 사명
법학이라는 학문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한 과목 안에 모두 함축하여야 한다고 하면, 개별문제에 대하여 자세히 들어갈 여유가 없어지고,
* 주 3: 1905년 유성준(유길준의 동생) 선생의 법학통론이 한국 최초의 법학개론서이고, 해방 후에는 1947년 전봉덕박사의 법학통론이다(최종고, 현대법학의 이해,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7, 58면 참조). 그 후 현재까지 60여종의 관련서적들이 있다. @p33 반대로 한 문제 한 문제에 대하여 깊이 들어가면 그 분량이 너무 많아 하나의 교과서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법학개론은 교과서에서나 강의에서나 이러한 양면을 잘 조정하여 피상적이 아니면서도 간단, 명료하게 안내하고 전체적인 이해를 하도록 도와주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할 것이다. (주 4) 특히 법학개론에서 중요한 것은 법학의 각 분야에서 쓰이는 법률용어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또한 법학개론은 법철학의 기초 위에 서는 것이므로 ‘법학개론’을 통하여 법적으로 사물을 생각하는 정신(legal mind)이 다져질 때 법학을 공부하는 바른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III. 법학을 공부하는 방법
일반사람들은 법학을 딱딱하고 무미건조하다고 한다. 법학은 논리성과 체계성이 있어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법학은 반복, 학습할수록 오히려 맛이 우러나는 학문이다. 법학에서 어느 한 가지 사실의 배후에는 수십, 수백의 인간에 관한 사실과 진실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법학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수록 더욱 묘미를 느끼게 된다. 법학자들은 이러한 묘미속에서 법학의 긍지를 느끼며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다.
법학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은 효과적인 공부방법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알맞은 방법은 없다고 본다. 다만 선학의 공부방법은 하나의 타산지석이 된다고 보아, 독일의 괴팅겐(Gottingen) 대학의 민법교수인 우베 디이데릭센(Uwe Diederichsen)의 저서 ‘초학자를 위한 민법총칙’에 있는 법학공부를 위한 12가지 수칙을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주 5)
* 주 4: 여기에 교과서의 편집과 강의에 대한 방법론이 문제된다. 대부분의 교과서는 총론이나 각론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법학과의 경우 각론분야는 앞으로 배울 것이므로 총론의 기초부분에 중점을 두어 강의하고, 각론에서는 각 실정법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중요한 문제들을 간단히 강의하면 될 것이다. 비법학과의 경우는 일반 교양으로서의 필요한 지식을 주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한 학기를 반으로 나누어 기초분야와 각 실정법을 강의하며, 특히 각론에서는 교양으로서의 생활법률 강의가 더 필요할 것이다. 강의는 일반적으로 초심자를 상대해야 하므로 알기 쉽게 할 필요가 있고 담당교수는 오랜 연구와 강의 경험이 있는 분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주 5: 자세한 것은 최종고, 전게서, 10--12면 참조.
@p34
제1칙; 지금부터 공부를 시작하라.
제2칙; 한꺼번에 너무 많이 공부하려고 하지 말아라. 규칙적인 학습태도를 길러야 한다.
제3칙: 학습계획(Arbeitsprogram)을 세워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제4칙; 법은 가치의 실현이다. 그러므로 법규의 의미(법규의 목적)를 탐구하여야 한다.
제5칙; 읽기와 듣기(수강) 만으로 공부가 끝난 것이 아니고 학습성과를 점검하여야 한다.
제6칙;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참고문헌을 참조하거나 선배, 저자, 교수 등에게 질문하여 의문을 풀어야 한다. 질문하기를 싫어해서는 안된다.
제7칙; 판례를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제8칙; 여러 교과서 중 최량의 하나(이것은 바로 기본서 역할을 한다)를 선택하여 반복하여 읽어야 한다.
제9칙; 기본서 이외의 저서에서 중요한 내용은 기본서의 해당 페이지에 써넣는다.
제10칙; 개념규정, 정의를 낱말 하나까지 암기하여야 한다.
제11칙; 배운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계속 반복하여 공부하여야 한다.
제12칙; 동료, 선배들과 공부그룹 (Arbeitsgruppe)을 조직하여 정기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에 든 12수칙 이외에도 헌법학자인 문홍계박사는 법학의 기초이론은 ‘민법총칙’에 있다고 말하고, 민법총칙을 되풀이하여 읽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주 6) 이와 같이 ‘계속 읽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법조문과 판례의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실정법학은 대체로 해석법학인 것이다. 따라서 조문없이 해석법학이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판결의 근거 내지 이유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살아있는 법학’에 접근도 해야 한다. 언제나 “무슨 뜻인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가, 왜 그리하여야 하는가, 왜 그곳에 위치하여야 하는가”등을 스스로 생각하여 이해하여야 한다.
* 주 6: 문홍계, “처음 법학을 공부하는 분에게,” 월간고시, 1984년 4월호(통권 123호), 11면 참조.
@p35
이상을 참고하여 각자 자기의 적성에 맞는 공부방법을 개발하여, 사례연구와 전반적인 법학의 정립을 항상 스스로 연구하여 정진해야 한다. 각자가 끊임없는 학문에의 정진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학습방법을 개발하여 학습능률과 성과를 계속 올려나가면 틀림없이 성공하는 날이 올것이다.
‘법은 빛이다’라는 말과 같이 항상 열심히 공부하며, 법의 정신을 생각하면 진실로 법은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
@p36
@[ 제2장 법의 본질@]
@[(4) 제1절 법의 개념@]
법(ius, law, Recht, droit)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법학의 최초의 과제인 동시에 최후의 과제이다. 독일의 철학자 Kant가 “법학자들은 지금도 법의 개념에 대하여 확실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와 같이 법의 정의를 설명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학자에 따라 각기 학설이 다르며 오늘날에 있어서도 정설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주 1) 그러나 현재의 유력한 학설에 의하면 법은 “인간의 공동생활(사회생활)에 있어서 행위의 준칙으로서 국가에 의하여 강제되는 사회규범”이다. (주 2)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주 1: 이러한 사정은 우리 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 법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의 발달이 늦은 원인은 첫째로 조선조시대의 봉건쇄국과 일제 36년간 그리고 해방독립 후 근대사회로의 탈파혁신을 위해 급속도로 서구제국의 제도, 문물, 과학, 기술 등을 채용했던 점이다. 외국법의 계수도 그 일환이다. 법학자는 우선 계수된 개개의 실정법에 대한 기계적인 해석이나 개념구성 등의 당면한 연구에만 몰두되어 법의 본질을 탐구해 보려는 기초적 연구에 종사하는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각 법역의 지도이념이나 법률질서 일반의 본질 등에 관한 연구는 거의 미개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이르러 약간의 번역서와 저서들이 출간되어 이 분야를 개척하고 또한 공헌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19세기 후반의 구주에 있어서의 법실증주의((83) III (6), (87)VI 참조)의 영향을 받은 결과도 들 수 있다.
* 주 2: 법에 해당하는 라틴어의 ius, 독일어의 Recht, 프랑스어의 droit는 모두 옳은 것이라는 듯을 가지며, 영어의 law는 정하여진 것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한자에서 법은 후세의 약자이고 고문자는 법이다. 법은 수와 위(채)와 거를 합한 문자로서, 수는 그 면이 평면이어서 공평의 의미이고, 위는 죄의 유무를 판정할 수 있다는 전설에 기인한 것이고, 거는 악을 제거한다는 의미이다. 약자로서의 법은 수와 거를 합한 문자로서 치수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다스림, 즉 질서의 의미를 나타낸다. 또한 예, 의, 율, 리, 칙 등의 용어도법을 의미한다. 한편 법이라는 용어는 법칙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영어의 law도 법학상 법이라는 의미와 법칙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독일어의 법은 Recht로 표시하나, 물리학상의 법칙은 Gesetz로 표시하여 용어상의 혼동을 피하고 있으며, 프랑스어의 droit는 법, loi는 법칙으로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p37
I. 법은 규범이다.
법이라 함은 사회질서를 유지할 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준수하도록 하는 규범이다. 규범은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항 사회의 구성원이 준수하여야 할 준칙, 즉 법칙을 의미하며, 법칙(rule, Regel)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법칙(natural rule, Naturregel)과 인간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규범법칙(normative rule, Normregel)으로 구분된다. (주 3)
자연법칙은 인간의 사유나 행위와는 비교적 무관계하게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라거나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와 같이 기계적, 몰가치적이며 예외라고는 전혀 없는 필연적인 존재를 내용으로 하는 법칙, 즉 존재(sein)의 세계에 있어서의 법칙이다. 이와 같이 자연법칙은 존재의 법칙이고, 인과법칙의 관계이며, 필연성, 불가분성의 관계이다. 이에 반하여 규범법칙은 근본적으로 의식과 목적을 지닌 인간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법은 규범법칙으로 ‘꾼 돈은 갚아야 한다’라거나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와 같이 인간의 사회생활에 일정한 목적 내지 이상을 세우고 이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합리적, 가치적, 명령적인 것으로서 반드시 예외가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것, 즉 당위(sollen)의 세계에 있어서의 명제이다. 이와 같이 법규범은 당위의 법칙이고 명령적인 관계인 것이다.
자연법칙은 필연성, 불가분성 때문에 반칙이 없다. 그러나 목적의 세계, 자유선택의 세계인 인류사회에 시행되는 규범법칙은 반칙(반규범행위, 위법행위)의 가능성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칙이 수반되는 법칙이라면 그것은 벌써 자연법칙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잃는 것이지만,
* 주 3: Kant는 자연과 사회의 이원론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존재와 당위라고 하는 두 개의 범주에 의하여 자연법칙과 규범법칙의 특수성을 구분하였다. @p38 사회의 규범법칙으로서의 법은 처음부터 예정하고 있으며, 위반되므로 인하여 그 존재가치가 더욱 확고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법이 예외없이 준수되면 법의 규범성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범은 일정한 당뒤성에 대한 윚배행위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귀속시키는 것이다. 특히 켈젠(Kelsen)은 법규범을 일정한 요건(예: 범죄)에 일정한 효과(예: 형벌)를 귀속시키는 관계라고 하여 자연법칙과는 구별을 명확하게 하였다.
그리고 법은 항상 사회질서의 침해의 가능성을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침해의 염려나 명령의 필요가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은 관여하지 않는다. 예컨대 ‘먹어라’라거나 ‘잠자라’하고 명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타방에 있어서는 법이 아무리 강제하고 명령하여도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준수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당위를 요구하는 법은 그 존재가치가 약하다. 그러므로 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 기준을 삼아야 할 것이며, 그리고 그들이 준수할 수 있는 가능한 범위에서 당위를 강제하여야 할 것이므로 사회의 합목적적인 견지에서 사회생활을 강제하는 상대적 실천규범이다.
II. 법은 정치적으로 조직된 사회의 규범이다.
사회규범이란 사회생활을 가능케 하는 규범이다. 따라서 사회있는 곳에는 언제나 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회는 법 이외에도 도덕규범, 관습규범, 종교규범 등에 의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규범만으로는 규율할 수 없는 여러 가지의 이해관계가 충돌되기도 하고, 사회질서를 해하는 반사회적 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하여 사회는 정치적인 통일이나 규율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법은 이러한 대립이나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분쟁을 규율하고 반사회적인 행위를 제재하여 사회적 결합을 확보하고 강화하기 위한 규범이다. 이렇게 볼 때 도덕, 관습, 종교규범이 비정치사회에 존재한다고 하면 법은 정치적 조직사회에 성립한다고 하겠다. 오늘날 정치적 조직사회 중에서 가장 강력한 통일적 권력을 갖는 사회는 국가이다. 따라서 법은 국가라는 정치적으로 조직된 사회의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p39 법을 사회학적으로 탐구한 파운드(Pound)는 “법은 정치적으로 조직된 사회의 강제력의 체계적 적용에 의한 사회통제(social control)”라고 하였다.
물론 법은 반드시 국가권력에 의해서만 시행되는 것은 아니고, 국가 이외의 조직적 사회력에 의하여 가제되는 사회적 규범도 역시 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국제사회의 조직적인 사회에서 적용되는 국제법이라든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또는 회사의 정관 등도 광의에 있어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III. 법은 국가에 의하여 인정된 규범이다.
법이 정치적으로 조직된 국가사회의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한 당연히 그 국가사회에 의하여 공동생활에 있어서의 행위의 준칙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제법이건 관습법이건 당해 국가사회의 중심권력에 의하여 인정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인정에 의하여 비로소 법은 법으로서의 존재를 갖게 되며, 여기에 국가사회 구성원의 법적 인식 혹은 법적 확신이 가하여져 일반에 준수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법이 법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곧 그 법의 내용이 그 대의 사회구성원의 정의감이나 도덕심에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바꾸어 말하면 법이 정의를 목적으로 하는 것임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법이기 때문에 모두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령 법의 내용이 사회구성원의 정의감이나 도덕심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그 법이 법으로서 국가가 인정하는 한 그것도 법임에는 틀림없다. 법사상으로 보더라도 잔혹한 형벌법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소위 ‘악법도 법이다’(주 4)라는 명제가 성립되어 법으로서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견해는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법의 가치에 대한 판단은 사회구성원 각자의 개별적 판단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조직된
* 주 4: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보통 소크라테스(Sokrates)를 생각하게 한다. 소크라테스가 악법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인 것은 실정법의 우위를 예정하였다고 하기보다는 소극적, 피동적 저항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45) II참조). @p40 국가권력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가치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의 역사는 악법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으므로 사회 전체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악법은 유동하여 나가는 법의 정류 중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고 하겠다.
IV. 법은 국가의 중심권력에 의하여 강제되는 규범이다.
법의 가장 전형적인 성격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제되는 규범인 점이다. 강제(Zwang, 또는 강행)라는 것은 법의 준수를 강요하여 위법행위가 있을 때에는 예정의 어느 결과가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법이 국가권력에 의하여 실현되는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면 법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법은 이에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는 권력적, 물리적 강제력을 발동함으로써 스스로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이 법의 본질적 요소이자 다른 사회규범과 구별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강제에는 심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이 있다. 보통 법률은 심리적 강제에 의하여 그 준수, 복종이 담보되어지나, 위법자에 대하여는 물리적 강제, 즉 강제집행 혹은 형벌 등에 의하여 그 준수가 확보되어진다.
강제를 법의 요소로 하는 점에 대하여 헌법, 행정법, 국제법 등에서는 강제성이 구체적으로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법에 강제력이 있다는 것은 법일반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개개의 법규가 완벽한 강제력을 갖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법에 있어서 강제적 수단의 유무로 법의 존재가치를 인정할 수만은 없는 것이고, 법규범체계의 전체로서 강제력이 인정되어 있거나 또는 이것이 기대되어 있으면 강제력이 있는 법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즉, 여기서의 강제를 꼭 구체적 강제수단으로 해석하지 않고 광의로 사회실력 일반에 의한 강제로 이해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이해한다면 헌법, 행정법, 국제법도 특수한 형태이긴 하나 당연히 강제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주 5)
* 주 5: 홍성찬, 법학개론(제2 개정판), 박영사, 1988, 16면. @p41
그리하여 토마지우스(Thomasius)는 “도덕규범은 내부적 평화를 위한 것이므로 강제할 수 없는데 반하여, 법규범은 외부적 평화를 위한 것이므로 강제할 수 있다” 고 하였고, Kant는 “법과 강제기능은 동일하다”고 하였으며, Jhering은 “강제는 법의 절대적 기준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법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타지 않는 불, 밝지 않는 등불, 빛이 없는 광선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Kelsen은 법규범의 본질은 강제규범(Zwangsnorm)이라 하였고, Pound 역시 “법의 본질은 강제성에 있다”하고, 동시에 “법을 사회의 여러 이익 사이의 충돌은 조정하고 통제하는 기능이 있다”라고 하였다. 법사회학자인 에르리히(Ehrlich)도 법의 강제성을 전통적 법해석학에서 보다 넓게 생각하였고, 이른바 “살아있는 법(lebendes Recht), 즉 관습법에는 국가권력에 의하지 않는 강제력이 있다”라고 한 것은 의의 있는 말이라고 할 것이다.
* 법과 유사한 용어
(1) 법률: 일반적으로 법과 법률은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엄격한 의미에서 법과 법률은 서로 그 뜻이 다르다. 법과 법규범은 법 그 자체가 하나의 규범이므로 양자는 같은 뜻이라 하겠다. 법은 규범이고 규범 아닌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은 넓은 의미에서는 법일반(law in general)을 말한다. 즉, 법률뿐만 아니라 법규범 전체, 예컨대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각부의 장이 발하는 명령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되는 조레나 규칙 등과 판례, 관습법, 조리, 사적 단체의 규칙 등을 총칭하지만, 법률은 엄격한 의미에서 입법기관인 국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공포한 것만을 말한다((29) II 참조). (주 6)
(2) 법규: 법규(Rechtssatz)는 법규범의 의미로 쓰이는 수가 있으나, 직접 국민의 권리, 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을 말한다. 때로는 성문법, 즉 제정법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3) 법질서: 법질서(legal order, Rechtsordnung)란 개인의 법규범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법규범이 통일적으로 하나의 질서체제를 이루고 잇는 상태를 말하며, 근대법질서 또는 사법질서라고 하는 수가 있다. 즉, 법질서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체계를 의미한다.
(4) 법령: 법령은 법률과 명령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문법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주 6: 종래에는 법률학, 법률학개론, 법률사회학, 법률철학 등의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으나 법률은 협의의 연구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최근에는 법학, 법학개론, 법사회학, 법철학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용어상의 문제가 아니고 학문상의 용어의 차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오늘날 법률학과라고 하는 대학은 없고 모두 법학과라 하고 있다. @p42
(5) 법전: 법전(code, Gesetzbuch)은 체계적으로 편제조직된 성문법규의 전체를 말한다.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의 6법전이 법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법이므로, 특히 이것들을 통틀어서 ‘6법’이라고 하며, 이들 법을 수록한 법전집을 보통 ‘6법전서’라고 한다. 그러나 6법전서로 불리는 법전집에는 6법 이외에도 다른 많은 법규들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그저 ‘법전’이라 하기도 한다.
@[(5) 제2절 법의 구조@]
모든 국가사회의 법질서는 각각 그 논리적 성격을 달리하는 행위규범, 강제규범, 조직규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검토함으로써 법의 본질은 보다 명확하게 된다. 모든 법규범이 예외없이 이 세가지 규범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보는 관점에 따라 행위규범 또는 강제규범으로 규정할 수 있는 복합구조의 관계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법은 행위규범, 강제규범, 조직규범의 3형태로 이루어진 복합체로서, 서로 관련을 맺으면서 국가의 조직과 작용을 규정하고 법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법의 실현을 위한 법규범의 구조를 보면 먼저 인간에서 행위규범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만약 그것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비로소 강제규범이 발동하게 된다. 그러므로 양 규범을 비교해 보면 행위규범이 제1차적 규범이고, 강제규범은 행위규범을 보장하는 수단이므로 제2차적 규범이라고 한다. (주 7) 특히 법사회학의 입장에서는 행위규범의 존재에 관심을 갖는다. (주 8)
I. 행위규범(행위성)
법규범은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라고 명령하며,
* 주 7: 그러나 kelsen은 법의 본질인 강제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강제규범을 제1차적인 것으로 보고, 행위규범을 제2차적인 것으로 본다.
* 주 8: 장건학, 법학개론(제 5 개정판), 법문사, 1988, 44면.
@p43 ‘사람을 살해해서는 아니된다’라고 금지한다. 즉, ‘... 하여야 한다’, ‘... 하여서는 안된다’라고 명령하거나 금지한다. 이러한 면에서 법규범은 사회생활에서 인간이 행할 바를 명령하고 금지하는 것이므로 행위규범 (Handlungsnorm)이라고 한다. 이 행위규범은 행위의 기준을 정하는 법규이며 사회규범의 전형적 형태이다.
행위규범에 관한 한 법규범은 도덕규범이나 그 밖의 규범과 다름이 없다. 다만 도덕규범은 단순한 행위규범이며, 강제의 계기가 없을 뿐이다. 예컨대 ‘너희들은 살인하지 말라’ 하는 Moses의 십계는 도덕(내지는 종교)규범이다. 또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헌법 제23조 2항의 규정은 법적 행위규범의 예로서 같은 행위규범이다.
II. 강제규범(제재성, 제재규범)
법규범은 처음부터 강제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명령하고 금지하였다가 그 명령에 불복하거나 그 금지에 위반하는 때에 비로소 강제력을 발휘, 경우에 따라 책무불이행자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며, 살인자에 대해 형벌을 가하게 된다. 예컨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250조 1항)는 것은, ‘삶을 죽이지 말라’는 도덕적 행위규범을 전제로 하여, 이에 대한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형벌을 가한다는 강제규범이다. 이런 면에서 법규범은 강제규범의 성격을 가진다. 즉, 강제규범(Zwangsnorm)은 행위규범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일정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강제력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규범이다. 법규범에 의한 강제는 재판에 의하여 집행되므로 강제규범을 재판규범 (Entscheidungsnorm) 이라고도 한다. 이 규범의 특색은 일정한 법적 요건(예: 살인)이 충족되면 일정한 법적 효과(예: 살인, 징역)를 부여할 것을 선언한 가언적 명제라는 것과, 일정한 행위규범의 타당성을 당연히 전제한 것에 있다. 행위규범은 제재규범의 수반으로 인하여 강제규범의 특질이 뚜렷해지며, 또 제1차적인 규범인 도덕규범은 제재규범과 연결되므로 인하여 법규범화하게 되는 것이다.
@p44 그런데 제재규범은 한편으로는 일정한 행위를 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판을 통하여 강제한다고 하는 행위규범과 강제규범의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를 ‘법규범의 복합구조’라고도 한다. 이와 같이 법이 이중적 구조를 갖는 이유는 법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을 의미하는 동시에, 어떠한 행위를 하거나 또는 하지 않는 자는 일정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고함으로써 일반인의 예측가능성과 안전성을 보장하여 주는 데 있다.
III. 조직규범(조직성)
조직규범은 법규범의 제정, 적용,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예: 국회, 법원, 행정관청)의 조직과 권한에 관한 규범이다. 조직규범은 국민일반의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므로 행위규범과 구별되며, 또 위반행위에 대하여 직접 강제효과를 귀속시키지 아니하므로 강제규범과도 구별된다. 물론 국가, 지방 자치단체 등의 조직은 강제질서이며, 법원에서는 이에 의거하여 재판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조직규범도 강제규범과 같다고 할 수 있으나, 조직규범은 일반 국민에게 의무를 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규율대상이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재판규범과 다르다.
그러면 조직규범은 다른 두 법규범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Kelsen이 지적하였듯이 국가법질서는 상호병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의 위계질서를 이루고 있으며, 헌법은 다른 법률의 전제가 되므로, 헌법, 자치법 등의 조직규범이 있으므로 행위규범이 있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재판규범 내지 강제규범도 있게 된다. 요컨대, 조직규범은 행위규범 및 강제규범과 결합하여 법규범 전체의 질서를 이루는 기본적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법규범의 구조는 결국 조직규범, 행위규범, 강제규범의 삼중구조를 이룬다.
* 법의 구성
법의 구성이란 법의 형식상의 구성을 말한다. 여기서의 법은 모든 성문법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법은 전문, 본칙, 부칙의 3부분으로 구성된다.
@p45
I. 전문
법의 전문(preamble, Vorrede)이란 법의 본칙 앞에 있는 서문으로서 법의 한 구성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에는 전문이 있지만, 법률, 명령, 규칙 등에는 전문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전문의 내용은 법마다 다르며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법의 제정유래, 제정취지, 기본목적, 기본원칙 등을 선언하고 있다.
II. 본칙
본칙이란 법의 실질적 구성부분으로, 그 법의 본질적 내용을 규정한 부분을 말한다. 법의 구성부분 가운데 전분과 부칙을 제외한 부분이 본칙에 해당한다. 전문이 없는 법은 있어도 본칙이 없는 법은 없다. 본칙은 또 다음과 같이 나누어진다.
(1) 편, 장, 절, 관, 항: 많은 조문으로 구성된 본칙은 공통된 내용의 조항을 묶어 몇 개의 편으로 구성하고, 다시 그 편 안에서 공통된 조항을 묶어 장으로 표시하고, 장을 다시 세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절로, 절은 다시 관으로, 관은 다시 항을 설치한다. 그러나 내용이 간단한 경우는 이들을 구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주 9) 이들에게는 그 내용에 따라 제목을 붙인다.
(2) 조, 항, 호: (가) 본칙의 규정은 그 내용을 간명하게 표시하기 위하여 조라는 기본단위를 사용하며, 제1조부터 시작한다. 법의 내용이 지극히 간단한 경우는 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예: 연호에 관한 법률,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노동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 등).
(나) 항은 조의 하위단위로서 #1 #2 #3... 으로 표시한다. 모든 조가 항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며 내용이 간명한 조는 항으로 구분되지 않는다(예: 민법 제1조는 항이 없으나 제2조는 2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 호는 조 또는 항에서 사용되는 조 또는 항의 하위단위이며, 항만의 하위단위가 아니다(예: 헌법 제89조는 항없이 17개호가 규정되어 있으며 동법 제111조는 1항에는 5개호가 규정되어 있으나 2항--4항에는 호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라) 호를 다시 세분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가 나 다... 로 표시한다(예: 가사심판법 2조,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2조, 외자도입법 2조 등).
(마) 조에는 괄호 안에 표제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예: 민법, 형법 등에는 표제가 붙어 있으나 헌법에는 없다). 항의 경우는 부칙의 항에는 표제를 붙이는 경우가 있으나 본칙의 항에는 붙이지 않는다. 호의 경우는 어느 경우에나 붙이지 않는다.
* 주 9: 민법, 상법과 민사소송법 등은 편, 장, 절, 관으로, 형법과 형사소송법 등은 편, 장, 절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헌법은 장, 절, 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타 특별법에는 조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예: 특수교육진흥법, 농지담보법, 주택건설촉진법,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등).
@p46
(3) 본문과 단서: 하나의 조, 항 중의 문장이 구분되는 경우에 후단의 문장이 ‘그러나(또는 ’다만‘)’로 시작되어 전단의 문장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그러나’ 이하를 단서라 하고 전단의 규정을 본문이라고 한다(예: 민법 제112조는 조에 단서가 있고 민법 제119조에는 항에 단서가 있다).
III. 부칙
부칙은 본칙에 부수하여 법의 일부를 구성한다. 부칙에는 일반적으로 그 법령의 시행일, 경과조치(예: 민법부칙 10조, 1987년 개정 형사소송법부칙 2항), 그 법령의 시행에 따라서 필요로 하는 다른 법령의 개폐조치(예: 형법부칙 10조, 민사소송법 9조,)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
부칙의 내용이 많은 경우에는 이를 조로 구성하며(예: 헌법, 형법, 민법 등),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항으로 구성한다(예: 정부조직법, 변호사법 등). 부칙의 조나 항의 경우 표제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3절 법과 다른 사회규범@]
사회를 규율하는 사회규범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 법, 도덕, 종교, 관습 등의 여러 규범들이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사회생활의 규범으로서의 법은 이들 사회규범들과 더불어 사회적 존재성을 가지고 문화적 기능을 영위하기 때문에 법이 이러한 사회규범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고찰하는 것은 법의 본질을 더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 제 1 법과 도덕@]
법과 도덕은 가장 가깝고 비슷한 상호관계를 가진 사회규범이다. 예컨대 ‘사람을 살해해서는 아니된다’라든가, ‘부부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든가 하는 것 등은 법이 요구하는 바이며 동시에 도덕도 요구하는 바이다. 그런데 이처럼 양자는 상호의존하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대립이 생기고 모순이 나타나기도 한다. @p47 따라서 법과 도덕의 관계를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문제이다. 이것은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더불어 법철학상의 근본문제의 하나이다. Jhering은 이 문제를 ‘법철학에 있어서의 케이프 혼(Cape Horn der Rechtsphilosophie)’이라 하여, 이 문제의 어려움을 지적한 바 있다. 법의 개념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법과 도덕의 차이와 법과 도덕은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를 고찰해 보기로 한다.
I. 법과 도덕의 구별
고대에 있어서는 도덕도 종교와 같이 법과의 관념적 분화가 없었으며 종교적 관념과 혼동되었었다. 그러나 사회의 공동생활이 복잡화, 다양화 됨에 따라 법은 도덕에서 분화되었다. 특히 국가 및 사회질서유지를 위해 절대적 기능을 담당하게 되자 법의 존재가 더욱 중요시되어 법과 도덕의 구별은 뚜렷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하여 견해의 대립을 보이고 있다.
(1) 구별부인설
로마시대에는 법과 도덕이 분리되었으나 울피아누스(Ulpianus)는 ‘법은 정의에서 나온 정과 선의 기술’이라 하여 양자의 관계를 혼동하였다. 그후 자연법론자들은 ‘자연법은 실정법을 초월한 영구불변의 인륜의 대도’라고 보기 때문에 법과 도덕의 구별을 부인한다. 현실계의 실정법은 이상계의 자연법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자연법론자의 입장에서 법은 자연법을 의미하고, 자연법은 도덕과 일치하는 것으로 본다. 자연법론자인 베키오(Vechio)는 법과 도덕의 동일성을 강하게 주장하였다((88) VI (1)참조). 이와 같이 자연법론자들은 법과 도덕의 구별을 부인한다.
@P48
(2) 구별인정설
Thomasius는 도덕적 선과 법적 정과를 대립시켜 논리는 선에 관한 것이고, 법은 정에 관한 것이며, 정은 선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 하여 논리학과 법학을 구별하였다. 그리고 그는 법은 인간의 외적 생활을 규제하는 것이고 도덕은 인간의 내면적 심정을 규율하는 것이라 하여 법과 도덕을 구별하였다((87) II (1) (라) 참조). 그 후 Kant는 자연법자이면서도 이 사상을 이어받아 개인주의적 논리관을 배경으로 하여 외면적인 합법성(Legalitat)과 내면적인 도덕성(Moralitat)의 대립에 의하여 법과 도덕을 구별하였다((87) III (1) 참조). 또 영국의 분석법학자 오스틴(Austin), 독일의 일반법학자 메르켈(Merkel), 순수법학자 Kelsen 등으로 대표되는 법실증주의학파((83) III (6) 참조)에서는 법을 실정법에 국한하여 자연법의 존재를 부정하고 법과 도덕을 엄격히 구별하였다. 이와 같이 법실증주의자들은 법과 도덕을 구별한다.
(3) 법과 도덕의 재결합
19세기 이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있어서의 노사의 대립,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있어서의 다수의 횡포, 형식적 법치주의국가에 있어서의 정치의 독재 등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어 감에 따라 많은 학자들이 기존의 법질서와 법률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신사상주의법학에 속하는 독일의 법철학자 슈타믈러(Stammler), Radbruch 등과 신자연법론자에 속하는 프랑스의 사법학자 샤르몽(Charmont) 등은 새로이 법과 도덕의 내적 관계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법과 도덕의 내적 관련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법과 도덕의 재결합을 시도하였다.
(4) 결어
위와 같이 법과 도덕의 구별에 관한 여러 견해가 있으나 어느 것에 의하든 완전한 것은 없다. 다만 20세기에 이르러 법철학자들은 법과 도덕, 양자의 존립기반과 궁극적 목표를 달리함으로써 개념상 구분하고 있다. 다만 법과 도덕의 내적 관련을 중요시하여 양자의 상호의존성을 고찰하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 10)
* 주 10: 법과 도덕의 재결합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성문법에 이를 명시한 입법례도 있다(독일 민법 266조, 스위스 민법 2조 참조).
@p49
II. 법과 도덕의 차이
위와 같이 사회규범으로서의 법과 도덕을 개념상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양자는 가치기준이 상이하여 그 내용상의 차이에 관하여 많은 견해가 있다. 중요한 견해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내용상의 차이
(가) 법은 사회생활규범이고 도덕은 개인생활규범이다. 이 설은 실천규범을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으로 나누어 법의 목적은 사회생활의 질서유지이나, 도덕의 목적은 개인의 인격완성에 있다는 것이다.
(나) 법이 규율하는 대상은 외부적 행동이지만 도덕은 내부적 행동, 즉 심정 혹은 정조를 대상으로 한다. 이 설은 법률의 지배영역은 외계에 나타난 사람의 행동인 것이나, 도덕은 외계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의 양심의 문제라고 하는 것으로, 이른바 법률의 외면성 (Ausserlichkeit), 도덕의 내면성 (Innerlichkeit)을 주장함으로써 양자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인정코자 하는 설이다. (주 11) 이 설의 대표자는 Stammler이다.
(다) 법의 요청은 행위의 합법성이며, 도덕은 행위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이 설은 Kant가 Stammler의 수정론으로 제시한 것으로서 도덕은 규범에 적합한 심정 (die normgemasse Gesinnung)까지 요구하는 데 반하여, 법은 규정에 적합한 행동 (vorschriftmassiges Verhaiten)만을 요구하는 데 그친다.
(라) 법은 타율성(Heternomie)을 가지는데 반하여, 도덕은 자율성(Autonomie)을 가진다고 한다. 이 설은 Kant가 인간의 의사는 자유라는 개인주의적 도덕철학을 전제로 구별한 것으로서, 법은 외부로부터 강요당하기 때문에 지키는 데 반하여, 도덕은 외부에서 강요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각하여 실천하는 규범이라는 것이다.
* 주 11: Radbruch는 이 설을 수정하여 법의 외면성과 도덕의 내면성의 대립을 관심의 방향(Interessenrichtung)으로 파악하여, 법은 내면적인 것이 문제될 때도 그 관심의 방향은 주로 외부에 두고, 도덕은 외면적인 행위가 문제될 때도 그 관심의 방향이 주로 내면에 집중된다고 하였다. @p50
(마) 법은 경험적, 상대적 규범이며, 도덕은 초경험적, 절대적 규범이다. 이 설은 법은 특정한 입법자의 제정이나 혹은 사회적 습관 등의 경험적 사회사실에 기한 실증적 규범임에 반하여, 도덕은 초경험적, 초사회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실증적 성격을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바) 법은 권리, 의무의 양면성 (Zweiseitigkeit)을 가지나, 도덕은 의무의 일면성 (Einseitigkeit)만을 가진다. 이 설은 법적 의무에는 이에 대응하는 권리가 있으나, 도덕적 의무에는 이에 대응하는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 법은 법률, 명령의 형식으로 문자로 표시하는 데 반하여, 도덕은 그러한 형식으로 표시되지 아니한다는 견해도 있다.
(아) 법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여 전체 사회구성원에게 행해지는 규범이므로 사회일반평균인을 대상으로 하여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를 요구한다. 이에 대하여 도덕은 현실사회의 높은 이상화를 지향하는 규범이므로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실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이라고 한다. 예컨대 ‘원수를 사랑하라’는 도덕규범은 보통 사람이 실천하기 어려운 규범이므로 법과 도덕의 대상을 평균적 사회인을 기준으로 하여 구별한다.
(2) 기능상의 차이
이상의 여러 설을 보건데 법과 도덕의 차이점을 찾는 데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고, 서로 중복하여 일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양자의 차이점을 이상과 같은 내용면에서 찾는 것보다 다음과 같은 기능적 측면에서 찾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가) 양자의 타당영역을 볼 때 선, 악의 대립을 무한히 추구하는 도덕은 인간의 제1차적 사회라 할 수 있는 공동사회의 구성규범으로서 공동이해관계자 사이에 한하여 타당한 규범이다. 그러나 법은 일정한 입장에서 정, 부정의 대립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를 달리하여 상호 대립하는 자의 관계에 대하여 평등하게 타당하는 규범이다.
(나) 강행방법에서 볼 때 법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제되는 반면에, 도덕은 그 준수를 개인의 양심과 양식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p51 Thomasius는 법은 강제 가능하고, 도덕은 인간의 내면적 심정을 규율하므로 양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법에 위반하면 국가의 제재력에 의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물리적 강제가 행하여지고, 도덕에 위반하면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처벌은 받지 않는다((4) IV 참조). (주 12)
III. 법과 도덕과의 관계
법과 도덕의 관계를 옐리네크(Jellinek)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하여, 도덕 중에서 그 실현을 강제할 필요가 있는 것을 택하여 법으로 삼는다 하였다. 이와 반대로 슈물러(Schmoller)는 ‘법은 최대한도의 도덕’이라 하여, 도덕규범 중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은 법으로 정립되어 강제성을 띠게 되므로 도덕은 최대한도로 유효성을 발휘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법과 도덕의 관계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나, 모두 양자의 관계를 말한 것이다. 이를 다음과 같이 고찰해 보기로 한다.
(1) 내용상의 관계
내용면에 있어서 법과 도덕은 서로 중복된다. 형법상의 살인, 상해, 사기, 강도 등의 대부분의 범죄는 동시에 도덕적으로 시인할 수 없는 반윤리적인 행위이다. 또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2조 1항), 공서양속의 규정(민법 103조) 등은 도덕적 의무를 그대로 법의 내용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도덕이 법으로서 성립할 수는 없고, 또 법으로서 강행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할 경우도 있다. 예컨대 ‘부부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라고 하는 도덕률은 법에 의해 국가권력으로 강행하는 데는 적당하지 아니하므로 법으로 되어 있지 아니한다.
또 법의 내용이 도덕으로 전화한 것도 없지 않다. 본래 도덕과는 거리가 먼 기술적 법규가 오랫동안 준수되어 생활화된 결과 사회생활상의 도덕으로 전화한 것이다.
* 주 12: 그러나 법에도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프로그램(program)적 규정의 법(예: 각종의 사회, 경제입법)과 강제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예: 민법상의 자연채무)도 있다. @p52
예컨대 도시의 교통, 보건상의 법규가 사회생활 속에 생활화되어 도덕교통으로 전화된 것을 볼 수 있다. Radbruch는 이것을 ‘도덕의 왕국에의 법의 귀화’라고 하였다.
(2) 효력상의 관계
효력면에 있어서 도덕은 개인의 양심 혹은 사회적 비난에 의하여 그 실효성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법은 국가의 중심권력에 의한 외부적 강제가 실효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법에서 아무리 엄벌한다고 규정한다 하더라도 법규가 잘 준수되지 않는 이유는 국민의 도덕적 준수정신이 불건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이 강제력만 가진다고 하더라도 법의 실효성은 보장되지 못하며, 항상 도덕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3) 결어
법과 도덕은 다같이 인간의 공동생활에 관한 사회규범으로서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유지한다는 공통된 목적과 사명을 가지고 있으므로 양자는 서로 의존, 보완하여 올바른 사회적 가치의 실현에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Jellink 또는 Schmoller가 위에서 한 말은 의의있다고 하겠다. (주 13)
@[(7) 제 2 법과 종교@]
종교는 초인간적인 신을 대상으로 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인 중심적 신앙을 기초로 하여 절대자에게 귀의하기 위하여 성립하는 규범이다. (주 14) 종교와 법이 분화되어 있지 아니한 고대사회에서는 제정일치라는 것이 인정되어
* 주 13: 그러나 도덕은 법을 통하여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나, 반드시 도덕성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덕에 반하여 도덕을 해칠 경우도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Radbruch는 “법은 도덕을 실현할 가능성과 동시에 부도덕을 실현할 가능성을 지닌다”고 지적하였다.
* 주 14: 원래 종교규범은 신에 인간의 의무를 정하는 것으로서 신적 봉사의 의미를 갖는 것이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의무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종교규범은 순수히 신에 대한 직접적인 의무를 정하는 것(예: 출애굽기 15장 21절, 20장 3절, 20장 8절 등)과 인간에 대한 의무의 이행이 곧 신에 대한 의무의 이행으로 되는 간접적인 의무를 정하는 것(예: 출애굽기 20장 12절, 13절, 마태복음 25장 34절--40절 등)으로 나누어진다. @p53
종교적인 금기(taboo)가 동시에 법적 규범으로 되었다. 특히 중세 서구에서는 기독교와 법이 혼합되어 종교가 최고권위의 가치기준이어서 평등사상, 이자금지, 혼인 등에 관한 종교적 계율이 교회법(canon law)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사회를 규율하였다. 그러나 사회의 조직력의 발전, 특히 국가권력의 형성에 따라 법적 규범과 종교적 규범의 분화가 점차로 명확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정교분리가 이루어지고, (주 15) 법은 일단 국가법을 의미하고, 교회법은 종교 내부에서만 적용되는 자치법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되었다. (주 16) 그러나 종교의 가치는 점차 고조되고 있으며 법은 종교를 최대한으로 존중하고 있다(헌법 11조 1항 및 20조 참조).
I. 법과 종교의 차이
법과 종교는 그 속성이 어떤 권위(Autoritat)에 대한 복종이 공통적이며 법학과 신학은 절대적인 가치의 추구와 독단적(dogmatic)인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주 17)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1) 법은 조직화된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행되는데 반하여, 종교는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제되지 아니하고 종교를 믿는 각 개인의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성립하고 존속하는 점에 있다.
(2) 법은 그 적용범위가 모든 국민에게 미치나, 종교는 신자들에게만 미친다.
(3) 법은 인간의 외부적 행위를 규율하는데, 종교는 도덕과 같이 내부적 의사를 규율하는 것이다.
(4) 법은 보통 의무 있는 곳에 권리가 있으므로 양면성을 가지나, 종교는 초인간적인 신을 대상으로 하여 이에 봉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종교상의 의무라고 하는 일면성만을 가진다.
* 주 15: 우리 나라도 헌법 제20조 2항에서 ‘국가는 인정치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주 16: 그러나 오늘날도 서구와 같이 국가와 교회가 밀접하게 관계하면서, 교회법이 적용되는 나라가 있고, 아예 종교국가도 있다. 예컨대 이란은 회교국가이고, 스페인, 이태리 등은 카톨릭교가 사실상의 국교로 되어 있고, 태국은 불교국가이다.
* 주 17: 법과 종교는 사회주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한다는 점에서 궤도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고 그 조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p54
(5) 법과 종교와의 차이는 그 내용에서 보면 상호 교착하여 하등 본질적인 특질이 없다. 따라서 도덕의 경우와 같이 그 차이를 양자의 타당영역과 강행방법에서 구하는 수밖에 없다. 즉, (i) 기능적 측면에 있어 종교는 성속의 가치대립을 통하여 그 대립을 초극하고 현실긍정의 기능을 포장함에 반하여, 법은 일정한 입장에서 정, 부정의 대립을 무한히 추구하는 것이다. (ii) 종교는 궁극에 있어 신이라는 절대자에 귀의한다는 일종의 신비적인 세계에의 몰입을 논하나, 법은 국가중심권력을 통하여 현실적으로 강행되어진다.
III. 법과 종교와의 관계
(1) 내용상의 관계
내용면에 있어서 법과 종교는 서로 중복된다. 이는 발생적 측면에서 법은 본래 도덕 및 종교규범에서 분화되었고, 이후 법의 진화, 발전에 부단히 종교규범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 그리고 종교의 정의관과 법에 있어서의 정의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점 등에서 연유한다. 예컨대 모세(Mose)의 10계명에 나오는 ‘네 부모를 공경 부양하라’든가 ‘간음하지 말찌니라’ 또는 ‘도적질하지 말찌니라’라는 등의 규범은 법과 완전히 일치한다. 이러한 규범의 내용은 양자에게 공통하므로 종교규범이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제되면 그것은 동시에 법으로 된다.
(2) 효력상의 관계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국교를 부인하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한 국가에 있어서 종교규범의 체계가 통일되어 있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저어도 공통된 종교규범체계 위에서는 종교의 지지를 받는 법은 그 효력이 강하고 준법도 확보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법은 그 존립과 실효성의 기반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종교적 신조 내지 신앙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하므로 종교규범과 일치하는 법규범은 그 준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하겠다. @p55
@[(8) 제 3 법과 관습@]
관습은 일정한 행위가 특정한 범위의 다수인의 사이에 반복하여 행하여지는 데에서 성립한다. 따라서 관습(custom)은 습관(habit)과 구별된다. 습관은 반복하여 행하려는 행위가 개인적인 것이고, 각 개인에 따라 여러가지로 다르겠으나, 관습은 사회적인 것이고, 각 개인에 따라 여러가지로 다르겠으나, 관습은 사회적인 행위이고 이를 지키고 따라야 한다는 사회공통의 의식이 사회구성원 중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습에 위반하면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 이리하여 관습은 규범성을 띠게 되고 이른바 관습규범으로 된다.
원시사회에 있어서의 관습은 원시규범으로서 전면적으로 사회규제의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도덕, 종교, 법 등은 미분화상태로 관습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회규모가 점차로 복잡하여짐에 따라 단순한 관습만으로서는 도저히 사회생활의 질서를 유지해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 관습의 분화작용의 계기가 마련되게 된 것이다. 관습의 분화는 내면적 측면에서 인격적 도덕성이 되고, 외면적 측면에서 법규범의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이다.
I. 법과 관습의 차이
(1) 법과 관습과의 구별은 Stammler와 같이 자주성을 그 구별의 표준으로 하여 법은 복종자의 동의의 유무를 묻지 않으나, 관습은 임의의 자발적 복종에 기하여 효력을 갖는다고 하는 설이 있다. 그러나 Radbruch가 지적한 바와 같이 관습도 법에 못지 않게 자주적이므로 양자는 구별되지 않는다. 또한 법과 관습의 관련은 관습이 법률의 내용을 형성하거나 또 그 기초나 소재를 형성하는 수가 있으며, 법의 연원의 하나인 관습법은 관습을 실체로 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또 법은 어떤 때에는 관습에 의한 것을 규정하거나 혹은 관습을 고려하여 법률관계를 정할 것을 법규 중에 규정지우고 있는 것이다. @p56
(2) 따라서 법과 관습과를 그 내용에 있어 구별하는 것은 곤란하며, 도덕, 종교의 경우와 같이 기능적 방면에서 그 구별을 하여야 할 것이다. 즉, (i) 타당영역에서 고찰할 때 법은 국가사회의 규범이나, 관습은 부분사회에 한하여 각각 관행으로서 성립하고 타당성을 가지는 것이다. (ii) 강행성에서 보더라도 관습이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일정한 행동이 기왕에 있어 오랫동안 관행되어진 사실에 유래하는 것이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그 사회에 속하는 자의 비난이 될 뿐 아무런 법률상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법은 현실적으로 국가의 중심권력에 의하여 강행되어지는 것이다.
II. 법과 관습과의 관계
Radbruch가 지적한 바와 같이 관습도 법에 못지 않게 자주적이므로 관습이 사회생활의 질서유지에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 확신된 때에는 법의 내용으로 흡수되어 조직적, 사회적인 힘에 의하여 강행된다. 관습이 발전하여 법적 가치에 일치될 때 불문율인 관습법이 생성되고 법과 관습은 융화된다. 따라서 관습이라 하더라도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행되면 관습법이라는 법의 일종이 되고(주 18) 법률행위 해석의 기준이 된다(민법 106조).
* 주 18: 혼인신고가 있어야 법률상 부부이나, 혼인신고없이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는 사실혼도 관습과 관련이 있다. 민법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인정하지 않으나 판례 (대법원 1970, 4, 28, 69 므 37 집 18권 1집 민 359면)나 노동기준법시행령,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시행령, 사립학교교원연금법, 선원법시행령 등의 특별법에서는 배우자로 인정하고 있다.
@p57
@[ 제3장 법의 목적(이념)과 기능@]
@[제1절 법의 목적(이념)@]
@[(9) 제 1 법의 목적(이념)의 개념@]
I. 법의 목적의 의의
법의 목적(Zweck) 혹은 이념(Idea)이란 법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가, 법은 왜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법의 이념은 법의 근원에 존재하면서 법의 형성이나 현실의 지표가 되는 것, 즉 법의 존재근거를 말한다. 결국 법의 목적 혹은 이념은 법의 개념에 내재하는 보다 근원적인 것을 말하며, 법의 개념이 외형적인 문제라면 법의 이념(목적)은 그 근원에 관한 내용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법은 맹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법의 목적을 탐구하는 것은 법의 생명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의 목적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 첫째는 입법자가 그것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다시 개개의 법률의 목적과 일반의 목적으로 나누어진다. @p58 전자의 예로는 최근의 법률에는 그 첫머리에 “이 법률은 ...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것과 같이 이법의 목적을 명시하는 경우이고, (주 1) 후자의 예로는 개개의 실정법의 목적 이외에 마르크스(Marx) 주의법이론에 있어서 법은 계급지배를 위한 강제장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주 2) 둘째로 법의 목적은 법이 그 실현을 위하여 봉사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 내지 궁극의 사명, 바꾸어 말하면 개개의 모든 법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법 본래의 보편적 이념을 구명하는 것이다. 법의 목적이라 하면 보통 이를 말하며, 여기서는 이를 검토하기로 한다.
II. 법의 목적 또는 이념의 문제는 법철학의 사명이며 현대법학의 과제로서 오래 전부터 많은 법학자들에 의하여 논의되어 왔으나, 아직껏 정설은 없다. 법의 목적에 관한 주요 견해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플라톤(Platon)과 Aristoteles는 “정의를 원칙으로 하는 도덕생활의 실현에 있다”고 하였다.
(2) 루소(Rousseau)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확보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하였다.
(3) Kant는 “도덕적인 개인 인격의 확보에 봉사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4) 피히테(Fichte)는 “민족의 유지, 발전에 있다”고 하였다.
(5) 벤덤(Bentham)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의 증진에 있다”고 하였다.
* 주 1: 개개의 법은 그 목적의 달성을 의도하고 염원하여 제정되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보호법 제1조의 ‘이 법은 소비자의 기본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자의 의무와 소비자 및 소비자단체의 역할을 규정함과 아울러 소비자보호시책의 종합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소비생활의 향상과 합리화를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든가 도, 소비진흥법 제1조의 ‘이 법은 도, 소매업을 효율적으로 진흥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거나 또는 소년법 제1조에서 ‘이 법은 반사회성 있는 소년에 대하여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행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행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주 2: Marx와 엥겔스(Engels)는 법을 지배계급의 의사로 본다. 즉,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는 권력의 행사기구를 필요로 하며, 이 권력의 행사기구가 국가이고, 그의 의사가 법이라는 것이다. 유물사관에 입각한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국가관 내지 법률관이다. ((25), (88) XII 참조). @p59
(6) Jhering은 “모든 법은 목적의 소산이며 목적이야말로 법의 창조자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공존할 수 있는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사회의 생활조건의 보장이다”고 하였다.
(7) Pound는 “법에 의하여 보호가 요청되는 여러 가지 이익과 요구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근본원칙, 즉 특정한 때와 장소에 있어서의 문화의 법적 공리”라고 하였다.
(8) 베버(Weber)는 어느 질서가 그 질서의 준수를 확보하고 또는 그것을 위반한 자에게 제재를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물리적 또는 심리적 강제를 가하는 일단(강제기구)에 의하여 유지될 가능성이 있을 때 거기에 법의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9) 슈탐믈러(Stammler)는 법의 이념은 “자유로이 의욕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라고 하였다.
(10) 코잉(Coing)은 법의 이념을 “법의 형성에 있어서 결부되어 있는 도덕적 가치의 총체”라 하고, 이러한 법이념의 핵심으로 정의, 인간의 인격적 존엄성, 신뢰, 신의, 신용, 성실성의 셋을 들고 있다 ((10) II (9) 참조).
(11) Radbruch는 법의 이념으로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주장하였다. Radbruch의 주장이 우리 나라의 지배적인 견해이며, (주3) 여기서는 Radbruch의 주장에 대하여 항을 바꾸어 살펴보기로 한다.
@[(10) 제 2 정의@]
I. 정의의 의의
법과 정의는 고래로부터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모든 법에 공통되는 목적으로 정의 (justice, Gerechtigkeit)를(주 4) 드는 데에 이설이 없다.
* 주 3: 구병삭, 신법학원론(전정판), 박영사, 1988, 30면; 김명기, 법학개론(개정판), 법지사, 1988, 16면; 이오구, 법학개론(개정판), 대명출판사, 1988, 34면; 최종고, 법학개론(개정판), 박영사, 1988, 37면; 홍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영사, 1988, 36면.
* 주 4: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사회정의’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의가 법의 이념인 이상 이는 곧 전법인의 사명인 것이다. @p60
정의는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에 있어서 이상적 상태로서 인간이 추구하여야 할 가치기준이라 할 수 있다. 즉, 정의는 특정한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사회질서의 이상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정의는 바른 것(das Gerechte)이며, 바르지 않은 것은 법(Recht)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정의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정당한 관계’ 또는 ‘각자에 그의 몫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의가 무엇이냐’에 대하여는 많은 법학자들에 의하여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다.
II. 정의에 관한 학설
(1) 고대 그리이스의 피타고라스 (Pythagoras)는 사물은 수로서 성립되고 정의도 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여 정의의 논리적 필연성을 강조하였다.
(2) 고대 그리이스의 철학자 트라시마코스 (Thrasymachos)는 강자의 이익을 정의로 보고 정의와 권력을 동일시하였다.
(3) 최초의 이상주의철학자 Platon은 정의를 인간의 이성에서 발견하려 하였다. 그는 덕을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넷으로 나누고, 정의의 본질이란 공동생활에서 분수를 지키는 것이라 하였다. 즉, 정의란 각 계급 사이의 정당한 관계이며, 이를 지킴으로써 이성이 지배하여 각자의 직분을 다하고 하급계급도 이성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는 정의야말로 최고의 덕이라 하고, ‘자기 자신의 것을 행하라’하는 명제를 제시하였다.
(4) 로마의 정치철학인 Cicero와 법학자 Ulpianus는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을 정의라 하였다. 이것은 각자가 모든 것을 요구하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 아니고, 타인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5) Platon의 제자인 Aristoteles는 정의를 사람이 준수하여야 할 최고의 덕이라 하고, 동시에 정의는 단순한 개인의 덕이 아니고 각자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현하여야 할 사회적 덕이라 하고, 정의에는 평균적 정의(절대적 평등)와 배분적 정의(상대적 평등)가 있다고 하였다. @p61
(가) 평균적 정의: 평균적 정의 (rectificatory justice, ausgleichende Gerechtigkeit)는 인간은 인간으로서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평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하는 형식적 평등의 원리이다. 따라서 매매, 노동에 있어서 급부에 상응한 반대급부가 행해져야 하고 혹은 손해와 배상, 범죄와 형벌 등은 ‘같은 것은 같은 방법으로’의 원칙에 의하여 균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배분적 정의: 배분적 정의 (distributive justice, verteilende Gerechtigkeit)는 단체와 그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조화하는 정의로서, 단체생활에 있어서 각인은 제각기 상위한 능력과 가치를 갖고 있음을 전제로 그 가치의 차이에 따른 취급을 하여야 한다고 하는 실질적 평등의 원리이다. 예컨대 능력있는 자에게는 많은 급여를 준다거나, 부유한 자에게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든가, 가난한 사람에게는 면세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다) 결어: 이와 같은 Aristoteles의 정의론에 의하면 민법, 상법과 같은 사법은 평등한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므로 평균적 정의에 입각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형법, 세법과 같은 공법 혹은 노동법, 경제법, 사회보장법과 같은 사회법은 배분적 정의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봉건시대의 신분제의 사회는 배분적 정의가 지배했었으나, 시민법원리에 입각한 시민사회는 평균적 정의가 지배한 사회였다. 그런데 독점자본주의의 단계에 와서는 독점, 권리의 남용, 공해 등이 점차 많이 나타남으로써 시민법원리를 수정하는 이념으로서 또 다시 배분적 정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른바 ‘시민법으로부터 사회법으로’ ((35) IV 참조)라는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아무튼 Aristoteles의 정의론은 개인주의와 단체주의의 양 측면을 고려하고 그 이념의 조화를 도모한 것으로서, 오늘날 사회적 정의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6) 로마의 신학적 자연법론자인 아우구스티누스 (Augustinus)는 정의를 사랑(caritas)으로 보았다. 한편 중세 로마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는 Aristoteles의 정의론을 신학적으로 보완하여, 정의에는 일반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가 있다고 하여, 일반적 정의는 지상의 모든 덕을 정의에 포함시키고, 특수적 정의는 배분적 정의와 평균적 정의로 분화된다고 하였다. @p62
(7) 현대 법철학자인 Radbruch는 Aristoteles의 정의론에 따라 정의를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구분하였다. 평균적 정의는 병렬관계 (Nebensordung)에 있는 정의로서 사법상의 정의이고, 그 본질은 재화들 사이의 절대적 평등이라 한다. 배분적 정의는 상하관계 (uber-und Unterordnung)에 있는 정의로서 공법상의 정의이고, 그 본질은 인격들을 취급하는 비례적 평등이라 하였다. 평등적 정의는 평등한 개인 상호간의 정의이므로, 그 전제로서 우선 배분적 정의가 적용되어 당사자를 평등한 입장(예: 평등한 권리, 평등한 교환능력, 평등한 신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배분적 정의가 정의의 근원적 형태이고 법의 가치기준이며 입법의 목적이라 하였다.
(8) 미국의 법학자 Pound는 법을 정치적으로 조직된 사회에 있어서 힘의 체계적 사용을 통하여 행해지는 사회통제라고 정의하고, 정의는 이러한 사회통제를 통하여 인간의 이상적 관계를 실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정의는 인간의 욕구, 욕망, 기대의 총체를 가능한 한 조화시키고 조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19세기의 개인주의적 정의로부터 오늘날의 사회적 정의로의 변천을 들고 있다. (주 5)
* 주 5: Pound는 19세기의 개인주의적 정의로부터 오늘날의 사회적 정의에의 변천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i) 재산권의 행사에 대한 제한, 즉 소유권의 내용의 반사회적 행사를 방지하려는 기도를 들 수 있다. (ii) 계약자유에 대한 제한, 즉 입법적 제한의 예로서는 자금의 현금지급을 요구하는 성문법,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성문법 및 생활불능자금(no-living wage), 최저임금을 들 수 있다. (iii) 재산의 처분권에 대한 제한을 들 수 있다. 많은 주에서 주택의 양도에 처가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가재도구의 양도담보에 처가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몇몇 주의 성문법 등이 그것이다. (iv) 채권자 또는 피해자의 채권만족을 확보하는 권한에 대한 제한을 들 수 있다. 예술가에 대하여는 도구를, 전문가에 대하여는 서적을, 농민에 대하여는 가축과 농구 등 동산압류금지가 그것이다. (v) 사용인의 행위에 대하여 넓은 책임을 지운다는 형식으로 뿐만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자의 과실없이 그러한 기업에 부수하여 일어나는 가해를 보상하는 책임을 기업에 부과한다는 형식으로 무과실책임의 이념을 부활시키려는 경향이다. (vi) 자연자원의 이용과 보존에 대한 사회적 이익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vii) 공공기관에 의하여 개인에게 가해진 가해에 대하여는 공공의 자금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viii) 피부양가족에 관한 법에 대한 낡은 태도를 변경시켰다. 말하자면 종래에는 중요시된 유일한 것이었던 부모의 개인적 이익은 자녀의 이익 및 사회의 이익과 비교할 때 거의 최후로 생각하게 되는 즉, 사회적 이익이 주로 고려되는 경향이 그것이다. @p63
(9) 서독의 법철학자이며 법사학자인 Coing은 법이념을 정의 (Gerechtigkeit), 인간의 인격적 존엄성(Personwurde des Menschen) 및 신뢰, 신의, 신용, 성실성(Zurverlassigkeit, Treue, Vertrauen, Wahrhaftigkeit)의 셋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 정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는 정의에 관하여 (i) 개인의 인격에 관계되는 ‘정직하게 살아라’, (ii) 타인의 인격에 관계되는 ‘누구도 해하지 말라’, (iii)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라’의 세 가지 원리를 인정한다. 이것은 결국 “자기와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리고 모든 인격을 평등하게 대하라”라는 기본적 가치원리로 공식화된다. 이러한 기본적 가치원리로부터 정당한 법형성을 위한 세 가지 원리가 성립된다. 즉, 평등질서상태에서의 평균적 정의, 복종상태에서의 보호적 정의, 공동체상태에서의 배분적 정의가 그것이다. 평균적 정의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배분적 정의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적당한 차별을 인정하라는 것이 되겠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적당한 것이 되는가는 역시 개개의 ‘사태에 맞추어’,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보호적 정의에 있어서는 실력에 대하여 한계를 짓는 것이 요청되지만, 그러면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는 역시 사물의 본성(Natur der Sache)에 맞추어 행해져야 한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의가 단순한 형식적 법가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가치로서 있을 수 있기 위하여는 사물의 본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III. 정의의 내용
(1) 상대적 정의
정의라는 것은 추상적인이념 형식이므로, 예컨대 “각자에게는 그의 몫을 가지게 한다”라는 표현으로 정의를 구현한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재능이라든가, 각자의 가치, 공죄의 대소경중을 결정하는 기준은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정하여 지겠는가라는 정의의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서 영구불변하는 보편적인 것(절대적 정의)을 찾을 수는 없고, 결국 역사적, 경험적인 사회의 변천에 따라 일정하지 않는 상대적인 면이 있다. @p64 예컨대 현대법에서 노예제도를 인정한다면 기본적 인격을 무시한 것으로 정의에 반하나, 고대사회에서는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또 사, 농, 공, 상의 신분적 차별을 인정하는 것은 오늘의 사회에서는 정의에 반하지만 봉건시대에서는 조금도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와 같이 정의의 개념은 역사적, 민족적, 계급적 기타 사회적으로 제한을 받아 여러 가지로 달라지는 것이고, (주 6) 보편적, 절대적인 실질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실질화를 위하여 노력하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노력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에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대내적으로 개성의 이상적 완성, 대외적으로 인간관계 및 사회상태의 이상적 실현을 통하여 추구된다. 여기서 개성의 가치기준은 진(사유의 법칙), 선(의지의 법칙), 미(심미의 법칙)이고, 인간관계 및 사회상태의 가치기준은 정의이다.
(2) 자유, 평등, 평화
정의의 개념(주 7)이 상대적이라 하여 정의의 이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무릇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한, 거기에는 다 함께 의욕하고 추구하고 또 그 실현을 꾀하려고 노력하는 목표가 일반적으로 보편화되고 추상화된 것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것 없이 인간은 도덕과 문화를 생성해 나갈 수 없다고 본다. 인간이 추구하여야 할 공통의 목표인 추상적 개념이 사회적 이념이라고 한다면 법에 있어서는 정의가 그 이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의 내용은 절대적, 종합적 가치이어야 한다. 정의는 인간적 가치와 사회적 질서를 조화시키기 위하여 평등, 자유, 평화라는
* 주 6: 이러한 것은 도덕의 이념으로서의 선에 관하여도 같이 생각된다. 즉, 실천적인 의미에서 무엇이 선인가는 그 시대, 그 장소의 사회적 제조건에 의하여 결정되고, 또 선악의 도덕적 판단을 하여 선을 지향하는 양심이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각자가 처해 있는 사회적 제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면으로 제약을 받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주 7: 정의개념을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에 처음으로 규정한 것은 1787년 미국헌법이다. 미국헌법 전문은 ‘우리들 미국국민은 ... 정의를 확립하고’라고 하였고, 바이마르 헌법전문은 “자유와 정의에 의하여”라 하였으며, 서독기본법 제1조 2항은 ‘독일국민은 불가침, 불가양의 인권을 지상의 모든 인간공동체, 평화, 정의의 기초로 신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전문에서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서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선언하여 정의의 실현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P65
구체적 요소로 구성되며, 공정한 질서의식과 인간의 양심과 양식에 반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은 정의로서 나타나며, 정의는 실천적, 목적적 이념이고, 사회의 실질적 가치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의의 내용은 자유, 평등, 평화인 데, 그 핵심적 내용은 평등이다.
(가) 자유: 자유는 모든 외적 속박 내지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어 독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는 자유가 아니라 인간이 사회구성원(국민)으로서 갖는 자유이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의 전개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정신적 활동을 포함한 순수한 사생활의 영역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생활영역에서 자유의 보장이 요구된다. 이 중에서 정치적 자유는 모든 자유의 기반으로서 오늘날 가장 중요한 자유라고 할 수 있다((15) 참조).
(나) 평등: 평등은 사회구성원(국민)과 구성원(국민) 사이에 그 가치에 있어서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근대시민사회 성립기에 있어서의 평등은 자유주의의 번영으로서 당연히 ‘기회의 평등’ 내지 ‘출발점에 있어서의 평등’만을 의미하였다. 그것은 인간의 자주적, 창의적 능력을 확신하여 출발에 있어서 기회를 균등히 하여 주고 각인의 자유에 방임하면 자율조화적으로 공공의 복리와 개인의 행복이 실현되리라고 예견한 데서 연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경제적 강자와 약자가 대립하고 사회모순이 확대됨으로써 시민사회의 이상이 깨어지자, 이러한 종래의 평등관은 단지 ‘형식적 평등’에 불과한 것이라고 반성하고, 새로운 평등관을 정립하게 되었다. 즉,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허용하는 자유주의를 기조로 하면서도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인 개입, 조치를 취함으로써 각인의 ‘생존의 평등’ 내지 ‘결과에 있어서의 평등’을 꾀하려는 것이 강조되었다. 이것은 출발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줄곧 약자의 경쟁력을 보완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추구되는 평등을 ‘실질적 평등’이라 하며, 오늘날 평등의 의의는 바로 이것이다((16) IV 참조). 오늘날 평등의 실현이 요구되는 영역은 인간의 모든 생활영역이다. @p66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영역이다.
(다) 평화: 평화는 단체(국가)와 단체 사이, 단체와 개인(국민) 사이, 개인과 개인 사이에 있어서 대립, 갈등 및 분쟁이 없는 상태요, 동시에 그러한 교란상태를 이성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말한다. 전자의 의의에서의 평화는 정적인 관점에서의 평화이며, 목적으로서의 평화로서 영구평화를 의미하고, 후자의 의의에서의 평화는 동적인 관점에서의 평화이며, 수단으로서의 평화로서 질서를 의미한다. 영구평화는 교란이 야기되지 않는 것이며, 질서는 야기된 교란을 평화롭게 해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화는 각인이 인류로서, 국민으로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각국이 국제사회의 성원으로서의 숙명을 용인하고, 개체는 단체를, 단체는 개체를 그리고 한 단체는 다른 단체를 상호 승인하며, 각자는 자기의 권리를 의무로서 승인하고 자기의 의무를 권리로서 주장하여 권리와 의무가 조화된 직분을 다 함으로써 실현된다. 따라서 평화는 협동을 기반으로 하는 공존공영의 이념이다.
(라) 자유, 평등, 평화의 관계: 평화는 자유와 평등의 전제조건이다. 즉, 진정한 자유와 진정한 평등은 평화 속에서만 보장된다. 무질서 속에서는 자유의 상호침해가 자행될 것이고, 전장에서는 외적으로부터 자유의 유린이, 국가로부터의 자유의 징발이, 타인의 자유침해에 대한 구제의 유예가 있을 것이다. 또한 무질서 속에서는 침해의 평등이 있을 뿐이고, 전장에서는 공포와 고난의 평등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유와 평등의 제약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평화는 자유와 평등을 위한 노력이며 의지이다.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전제요건으로 한다. 자유없는 평화는 노예들의 평화요, 평등 없는 평화는 사람과 가축의 평화다. 그리하여 자유와 평등이 없는 평화는 이른바 ‘목석의 평화’라고 불리운다. 따라서 평화는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평화는 무기력한 자, 혹은 비겁한 자의 평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잇다. 여기에 자유와 평등을 위한 투쟁의 정당성이 있다. @p67
(3) 합법성
파스칼(Pascal)은 “힘없는 정의는 효력이 없는 것이며, 정의 없는 힘은 압제”라고 하여 정의와 힘의 결합을 주장하였다. 법도 정의와 합치될 때 법으로서의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에 반하는 법은 악법인 것이다. 정의는 현실사회에서 질서 자체를 의미하게 되어 ‘합법성’을 중요한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정의는 합법적 정의(die gesetzmassige Gerechtigkeit)를 의미하기도 한다.
@[(11) 제 3 합목적성@]
I. 합목적성의 의의
법이 정의만 지향한다고 할 경우에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법에 있어서 구체적인 정당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두번째의 법의 이념 내지 가치가 필요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합목적성이다. 합목적성 (Zweckmassigkeit)이란 법이 그 가치관에 구체적으로 합치되는 것을 말한다. 법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의사이고 동시에 하나의 제도이다. 따라서 법의 목적은 국가의 목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 합목적성은 국가의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 또 법의 목적은 사회적, 정치적, 사상적 배경에 의해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정의가 법의 내용을 일반화하는 데 반하여, 합목적성은 법을 개별화하는 경향에 있다. 따라서 법의 합목적성은 법이 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법의 목적을 현실화하는 데 있다.
오늘날 인간은 개인의 권리나 자유를 본위로 하는 개인성과 공공의 복리라는 단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성의 양면성을 띠고 있으며, 이것은 서로 대립관계에 있다. 즉, 사익과 공익의 대립, 모순관계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은 법의 합목적성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p68
II. 합목적성의 내용
Radbruch는 “합목적성은 도덕적 선이다”고 하였다. 합목적성은 법에 의하여 추구하여야 할 도덕적 최고의 선을 의미한다. Radbruch는 이 도덕적 선을 세 가지의 가치체계로 구분하였다. 즉, 개인가치 (Individualwerte), 단체가치 (Kollektivwerte), 작품가치 (Werkwerte)의 어느 것을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개인주의, 초개인주의, 초인격주의로 나누었다. (i) 개인주의에서는 개인의 복지 또는 개인의 문화적 사명에 봉사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며, 초개인주의에서는 국가를 하나의 단체로 보고 개인은 국가의 일부분이라 하여, 개인이 이에 봉사하는 것을 법의 목적이라 한다. (ii) 개인주의에 있어서는 합리적 개인주의의 요청으로서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가 평가되고, 초개인주의에서는 다수의 이익보다도 국가를 중요시한다. 여기서 법률만능주의사상이 있기 쉽다. (iii) 이러한 세 가지의 가치체계는 서로 대립관계에 있으며, 어떤 입장으로 보는 것이 합목적적인가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신념과 확신의 문제에 귀착한다.
@[(12) 제 4 법적 안정성@]
I. 법적 안정성의 의의
법적 안정성 (Rechtssicherkeit)이란 인간이 법에 따라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상태, 즉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사회생활의 질서와 안정을 말한다. 법 전체는 사회 전체의 질서를 형성하고, 사회질서의 유지라는 것은 법의 목적이고 이념이기도 하다. 즉,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법의 가치이고 이러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법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만일 법이 간신히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 뿐일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은 적고 법으로서의 가치도 약하다. @p69 Radbruch는 법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법적 안정성이라 하였고, Goethe도 “무질서한 것보다 오히려 불평등한 것이 낫다”라고 말하고 있다. 질서야말로 인간사회에 있어서 안정성과 상호교섭의 최저의 기준이며, 인간의 번영과 문화창조의 출발점이다. 여하간 질서는 법의 생명이며, 따라서 법은 질서의 안정을 제1차적인 목표를 삼되, 그 질서는 선 내지 정의의 기준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것이어야 한다.
II. 법적 안정성의 요건
법적 안정성은 ‘법에 의한 안정’ (Sicherheit durch das Recht)이 아니라 ‘법 자체의 안정’ (Sicherheit des Rechtsselbst)을 의미한다. 법의 안정성이 보장되면 나아가서 사회질서의 안정성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만약 법 자체가 자의적으로 적용된다면 사회질서는 유지될 수 없어 혼란에 빠져 법의 실효성은 보장되지 못한다. 따라서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법적 안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Radbruch는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i) 법의 내용이 명확해야 하고, (ii) 법이 함부로 자주 변경되어서는 안되고, (iii) 법의 실행은 실제로 확실히 행해져야 하며, (iv) 법은 국민의 의식에 맞아야 한다.
III. 법적 안정성의 요구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성문법의 발달을 가져 왔고, 법률해석학에 있어서 개념법학 ((51) I 참조)의 우위성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것은 법적 안정성은 다른 이념인 정의와 합목적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즉, 법의 내용에 관한 이념이 아니라 법의 기능에 관한 이념이라는 것이다. 즉, 사회 전체의 질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법의기능이라는 것이다 ((14) I 참조). 사회생활은 끊임없이 진전하므로 법질서를 지나치게 고정시키면 법은 사회생활과 유리되고 정의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p70 그러므로 사회의 발전에 순응하고 사회의 진전과 정의의 요구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정도의 탄력성을 법에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13) 제 5 법이념의 상호관계@]
I. 법이념의 상호모순관계
Radbruch는 법의 이념인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은 서로 연관되면서 또 서로 모순된다고 보았다. 즉, (i) 정의가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는 데 대하여, 합목적성은 개별화하는 경향이 있고, (ii) 정의나 합목적성이 이념적인 것인 데 대해, 법적 안정성은 실질성을 요구하고, 이 실질성은 실력, 즉 사실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념과 모순된다. (iii) 법적 안정성은 법질서의 정립이라는 법의 기능에 관한 이념인 데 대하여, 정의나 합목적성은 주로 법의 내용에 관한 법이념이다. (iv) 법적 안정성은 법의 형식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정의나 합목적성은 주로 법의 실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법적 안정성은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해 법의 내용이 비록 정의나 합목적성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강제성을 요구하고 자기 고집을 하게 되므로 법적 안정성과 정의, 합목적성의 사이에 모순, 갈등이 생긴다. 또 (v) 정의와 합목적성이 다같이 법의 내용에 관한 것이라 하지만 합목적성이 인간의 목적에 이바지하는 공리성을 띠는 데 대하여, 정의는 윤리성이라고 하는 각기 다른 가치관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 양자 사이에도 모순이 생긴다.
그런데 이들 각 이념은 상호 모순 속에서 대립적 관계를 필연적으로 이루어 ‘악법도 법이냐’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Goethe가 지적하였듯이 우리는 무질서 속에서 편안할 수 없는 것이므로 비록 악법이라 하더라도 이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Radbruch는 법질서의 유지가 정의나 합목적성보다 중요한 것이므로, 법에 있어서 “정의나 합목적성은 법의 제2의 과제이나 법적 안정성, 즉 질서, 평화는 제1의 과제이다”라고 하여 법적 안정성의 기능을 중요시하였다. @p71
II. 법이념의 상호간의 적용관계
법이념 상호관계는 곧 법의 개념과 가치를 결정하게 되어 정의, 법적 안정성, 합목적성은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게 되어 그 상호간의 적용문제가 제기된다.
Radbruch는 상대주의이론 ((88) IV (4) 참조)에 입각하여 이러한 모순은 학문적인 보편타당성의 원리로서는 해결할 수 없고, 실천적, 주관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즉, 자연법을 중요시하는 시대에는 정의의 이념이 최고의 가치기준이 되고, 경찰국가시대에는 합목적성의 이념이, 법실증주의시대에는 법적 안정성의 이념이 특히 강조된다고 한다. 도한 법체계에 있어서도 형법에서는 저의의 이념이, 행정법에서는 합목적성의 이념이, 그리고 민법이나 소송법에서는 법적 안정성의 이념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III. 법이념의 조화관계
법에 있어서의 정의와 합목적성 그리고 법적 안정성은 서로 대립하고 모순된다 하더라도 법이 존재하는 한 이념으로서 영속할 것이다. 특히 실정법은 그 시대의 정치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정치적으로 보수파와 진보파가 있는 경우 보수파는 정의라고 하는 것이 진보파에서는 정의로 생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보수파가 만든 법률은 진보파에서 볼 때는 악법이 된다. 그러나 설사 악법이라도 이를 지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보면 법이 없는 상태보다는 있는 편이 좋은 것이지만 각인이 스스로 정의로 믿는 바에 따라 행동하면 법의 혼란을 가져와 법적 안정성을 잃게 된다. 한편 법적 안정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합목적성이나 정의를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진보가 없는 사회로 되기 쉽다. 또 근래 문제되고 있는 동성동본의 금혼에 있어서 유림측에서는 민법의 규정(민법 809조)은 우리의 윤리질서를 규정한 것이므로 이를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법적 안정성을 들고 있다. @p72 이에 대하여 여성단체 등의 비교적 진보적 성격을 가진 측에서는 이 규정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정의에 위배된다고 한다. 특히 제36조 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주 8)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민법의 이 규정은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 하여 무효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경우 입법기관은 정의의 실현이냐, 전통의 유지와 안정성의 확보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합목적성이며, 무엇이 법적 안정성인가 하는 것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 이념은 법이 진실로 추구해야 할 당위적인 목표이므로 이들이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Radbruch는 “목숨을 지키려는 자는 목숨을 버릴 것이요, 목숨을 버리려는 자는 목숨을 지킬 것이다”(누가복음 17장 33절)라는 성서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법의 세 이념이 서로 조화하는 가운데 법의 생명은 유지, 발전되어 간다고 한다.
그러나 전후의 Radbruch는 정의를 법적 안정성의 상위에 두고 있다. 후년에 이르러 정의를 강조하게 된 법사상의 변천은, 그의 정치적 저항의 자세에 연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Radbruch는 적극적으로 불법국가의 출현에 대한 법철학의 이론적 무장의 필요를 호소하고 있다. 그것은 전후의 제저작에 있어서 법실증주의를 철저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나타나 있다. 그는 권력소유자는 그가 제정한 법률에 의한 구속으로부터 벗어나자마자 법제정권을 상실한다고 하여 명백히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전후의 주장에 의하면 정의의 중핵인 평등이 실정법을 제정할 때 의식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경우에는 그의 법적 성격은 부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개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되기까지는 법적 안정성에 우위를 인정할려고 하는 것 같다. 따라서 그의 이론은 저항권행사의 기준, 태양과 같은 방면으로 나아가지 않고, 저항권의 행사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 법치국가, 민주주의를 요청하는 방면으로 전개시키고 있는 것이다.
* 주 8: 혼인제도와 각종 제도의 보장에 관하여는 Weimar헌법, Bonn기본법, Italy헌법 등에 규정되어 있으며,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협정에도 규정되어 있다.
@p73
@[(14) 제 2절 법의 기능@]
법의 기능은 그것이 실행됨으로써 일반적으로 법의 목적이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법의 기능은 법의 목적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법이 정의의 실현과 질서유지를 그 목적으로 하는 한, 법의 기능도 실제적으로는 이들 목적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법이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주요한 기능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은 법질서에 있어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하나의 형태로 나타나기 보다는 서로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할 것이다.
1. 질서유지의 기능
법은 개인의 생명, 신체, 재산, 인격 기타 제권익을 침해로부터 보호하고, 나아가 사회 및 국가의 이익까지 보호함으로써 사회공동생활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게 한다. 즉, 개개의 법규범은 국가법질서를 구성하는 법체계의 부분적 요소로서 사회생활의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사회의 안정이야말로 법의 제 1차적 기능이며, 이것은 법적 안정성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법의 기능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국가 및 단체에 대한 생활관계를 결정한다. 그리하여 법의 기능은 개인에게는 자유와 평등을 누릴 권리를 확보하고 국가에 대하여는 이를 보장할 책임을 부여한다. 더 나아가서 법은 국제사회의 발달과 평화공존을 위한 국제적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법의 질서유지의 기능은 법의 다른 기능을 제약하고, 우선적으로 수행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질서유지를 위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고 (민법 103조), 또 질서유지를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 (헌법 37조 2항 참조) 등은 이와 같은 기능의 반영이기도 하다. @p74 한편 법의 질서유지의 기능은 당연히 사회생활의 안정의 확보를 포함한다. 예컨대 사후입법의 금지, 일사부재리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시효제도, 기득권존중의 원칙 등은 모두 질서의 유지 내지 안정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2. 통제적인 기능
법은 강제성을 수반하는 사회규범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사를 구속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은 그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국가권력에 의하여 개인에게 일정한 행위를 명령, 강제, 금지하는 통제적인 기능을 갖는다. 즉, 법은 사회통제의 한 수단인 것이다. 여기에 위반하면 일정한 제재를 가하게 된다. 따라서 법은 그 기능을 통해 사회질서를 통제하고 국가의 목적을 실현함으로써 국가사회의 질서를 보존하고 사회생활을 안전하게 한다.
3. 선도적인 기능
법은 윤리나 종교 등이 생활질서의 사전적인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주로 사후적인 구제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역사적으로보면 법의 발달은 주로 관습법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법은 급격한 사회변천에 따라 관습법 등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어 법의 목적과 이념을 추구하고 합리적 또는 합목적적인 법의 정립을 이룩하게 됨으로써 사전적 보장이나 예방이라는 법의 기능에 상당한 비중을 두게 되었다. 이를 법의 선도적인 기능이라고 한다. 이 선도적인 기능은 법의 준수가 국민의 내면적 가치기준과 결부되어야 한다는 점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p75
4. 평가적인 기능
법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인간행위의 준칙이므로 인간의 행위에 관하여 타당성을 가지는 여부에 대한 평가, 즉 합법적인가 위법적인가를 판단하는 가치기준으로서의 평가적인 기능을 갖는다. 법질서의 판단기준으로서 정의를 들 수 있고, 정의의 실현이 곧 법의 목적의 구현이다. 이러한 기능은 형법상의 규정 뿐만 아니라, 계약은 준수되어야 할 것을 종용하는 소송법 등에서도 나타난다.
5. 제도형성의 기능
법치주의국가에서의 모든 정책이나 제도는 법에 의하여 수립되고 추진된다. 따라서 법은 형식이고 사회제도는 소재로서의 관계에 있게 된다. 예컨대 정치, 경제, 교육제도, 소송제도, 친족, 상속제도 등의 각종의 사회제도는 사회구성원의 생활관심에 적응하여 도덕, 관습, 문화, 전통 등의 사회규범의 복합체로 이루어져, 이것을 제도화하고 운용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법규범이다. 그리하여 법은 사회제도를 정립하며, 때로는 제도의 폐지 또는 개혁을 추진하는 기능을 가진다.
6. 예측성확보의 기능
법은 일정한 행위의 결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 내지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법이 그 내용에 따라 사회생활관계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규칙성에 기인한다. 이러한 기능은 타인과의 분업과 협업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근대문명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한 요인이 되었다. 다만 법의 예측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법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함부로 개폐되지 않도록 해야 되며, 법의 해석은 객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p76
@[ 제 4장 개인의 존엄과 법@]
@[(15) 제 1절 권리로서의 자유@]
1. 생래적인 자유
록크(Locke)는 “모든 인간은 생래부터 양도할 수 없는 자연권을 가지고 있으며, 생존, 자유, 재산에 관한 권리는 기본적 인권이다” 라고 하였다. 이 자연권의 관념은 1776년 미국의 버지니아(Virginia)권리장전 제 1조의 ‘모든 인간은 생래적으로 자유와 독립을 균등하게 누리며 일정한 천부의 권리를 가진다’로 나타났고, 프랑스인권선언 제 1조에서도 ‘인간은 출생 및 생존에 있어서 자유 및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되었다. 이와 같이 자유는 박탈 내지 양도할 수 없는 생래의, 그리고 영구의 것으로 근대 정치운동의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비교적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하여 자유란 마치 공기와 같이 어디서나 얻어지는 것처럼 여기는 수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학문상의 진리를 지키기 위하여 험한 박해를 받은 학자, 국가정책이나 지배자의 가치관 또는 윤리관에 반한다고 하여 창작활동을 금지당한 예술가 등도 많았으며, 자신의 신분 때문에 거주의 자유나 취업의 자유를 한정받는 사람, 심지어는 혼인의 자유까지 제한당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일들은 자유란 본래적으로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라 하겠다. @p77
오늘날 우리들이 자유롭다고 한다면 자유의 억압에 대하여 저항한 오랜 투쟁의 역사적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유를 얻기 위해 많은 희생을 당하면서 싸워왔고, 오늘날도 역시 세계 도처에서 압정의 고통을 당하며 싸우고 있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 자유를 억압하는 자와의 투쟁은 종종 정치권력을 둘러싼 투쟁이 되어 정치권력의 담당자가 바꾸어지기도 하였다(주 1). 근대의 시민혁명에 있어서 자유는 그 기초이며 목적이었다. 근대의 정치체제에는 자유라는 이름의 각인이 명확하게 새겨져 있다. 이러한 정신은 특히 1798 년의 프랑스인권선언 제 2조(주 2)에 잘 나타나 있다.
2. 법적인 자유
(1) 단순한 자유와 법적인 자유
인간이 자유를 귀중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없으면 부자유의 고통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웃음이 금지된 사회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회의 시민은 ‘웃을 자유’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금방 실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이 ‘웃을 자유’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는 까닭은 웃는 것에 관하여 타인으로부터 구속을 받는 사태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상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가장 최근까지 많은 사람들은 담배피우는 자유를 의식함이 없이 애연의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담배연기를 마시지 않을 자유가 싹틈으로써 담배피우는 자유보다 담배연기를 마시지 않을 자유가 사회적으로 더 존중하게 되었다(주 3).
그런데 어떤 사회의 구성원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그 사회는 크게 혼란되어 법질서는 파괴되고 만다. 질서는 인간사회에서 불가결한 것이다. * 주 1: 이러한 고전적인 예로서 시민이 유럽 최고의 왕제를 전복시킨 프랑스 혁명을 들 수 있다.
* 주 2: 프랑스 인권선언 제 2 조; 정부는 자유, 소유권, 신체의 안전, 압제에 대한 반항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이러한 권리들은 사람이 날 때부터 가지는 것이고, 또한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 주 3: 현대생활에서 술과 담배는 개인의 기호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한 수단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담배의 유해성과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타인이 있는 곳에서 흡연해서는 안된다는 공공성의 의식이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미흡연자의 권리,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높은 여론에 흡연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p78 예컨대 어느 도로는 시속 60km의 제한속도가 있지만 교통경찰관이 없으면 대부분의 자동차가 시속 100km 주행의 현실사회적 교통질서가 성립하고 있는 것이 된다. 여기에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시속 60km의 자동차가 들어오면 그 도로의 교통질서는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통사회학적인 질서가 곧 법적 질서가 될 수는 없다. 도로의 구조가 시속 100km의 속도에 맞게 설계되었다고 하여도 교통의 안전확보나 소음공해방지를 위해 시속 60km의 제한이 타당하다고 판단되어 그것이 법의 형식으로 제시되었다면 이 도로에서는 당연히 시속 60km 이하에서의 주행을 의무화한 법적 질서가 성립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속 60km 이상의 주행은 주행자가 아무리 주의를 다한 주행이라 하더라도 법질서에 반하는 것이므로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단순한 자유와 법적인 자유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2) 헌법상의 자유권
오늘날의 현대국가에 있어서는 정치체제의 여하를 불문하고 거의 모두가 각종 자유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 헌법에서도 (1) 양심의 자유(헌법 19조), 종교의 자유(헌법 20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율(헌법 22조, 제31조 4항), 표현의 자유(헌법 21조), 사생활의 자유(헌법 17조), 통신의 자유(헌법 18조) 등의 정신적 자유, (2) 신체의 자유(헌법 12조, 13조), 거주, 이전의 자유(헌법 14조), 주거의 자유(헌법 16조) 등의 신체의 자유, (3)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15조), 재산권의 보장(헌법 23조), 소비자보호(헌법 124조) 등의 경제적 자유, (4) 정당가입과 정당활동의 자유(헌법 8조), 투표와 선거운동의 자유(주 4)등의 정치적 자유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3) 법적인 자유의 가치
시민이 자유를 권리로서 갖는 사회에서는 첫째, 시민의 활동에 대하여 국가의 간섭, 개입이 금지된다.
* 주 4: 국민이 갖는 투표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는 민주정치에 있어서 국민의 국정참여를 가능케 하는 자유로서 정치적 자유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유이다(김철수, 신고 헌법학 개론, 박영사, 1988, 445면). @p79
예컨대 정신적 자유의 대표인 표현의 자유를 생각해보자. 언론, 출판에 대한 억압, 집회의 해산, 서적의 압수 등은 모두 자유권의 침해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유권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민주정치는 표현의 자유를 전제로 하고 있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는 민주정치국가라 할 수 없다.
둘째,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헌법에 의하여 자유를 위한 제도가 인정된다. 예컨대 언론, 출판의 자유 등의 표현의 자유(헌법 21조), 종교의 자유(정교분리원칙, 헌법 20조),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주 5)를 보호하기 위한 대학의 자치(주 6, 주 7) 등이 이것이며, 이를 제도적 보장이라고 한다(주 8). 종래의 제도적 보장은 인권보장에 대신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로 생각되고 있다. 대학의 자유의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하여 학설상의 대립이 있었으나 현행헌법은 제 31 조 4항에서 ‘대학의 자율성보장’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둠으로써 이를 해결하고 있다.
세째, 국가는 시민의 권리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건정비를 부담하여야 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시민 개인의 힘은 너무도 약하다. 집회를 위한 장소, 게시판, 영화나 출판물에서의 보조금, 시민이 참가하는 방송 등의 준비가 없으면 자유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유로 끝나고 만다. 국가가 표현행위를 위한 필요한 조건에 대하여 정비하고 협조해주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주 5: 학문의 자유는 연혁적으로 볼때 독일의 제대학에서 발전한 대학의 자유(akademische Freiheit)에서 유래한다. 오늘날 학문의 자유는 대학의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늘날의 학문의 자유의 자유는 대학에 있어서의 학술활동의 자유의 의미로 한정할 필요는 없으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를 일체의 학문적 활동의 자유를 포함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김철수, 전갈서, 415면).
* 주 6: 대학의 자치는 대학이 문교부 등의 행정기관, 설립자, 경찰 등의 정보기관, 외부의 사회적 세력 등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는 것을 방지하려고 하는 것이 특히 문제시 되고 있는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이와 같은 간섭이 대학에서 너무 잦은 일로 행해졌다. 심지어는 대학가에 경찰관이 상주한 때도 있었다.
* 주 7: 대학의 자치 내용은 교수회의 자치를 들 수 있으며, 대학의 자치가 포함되느냐에 대하여는 논의가 있다. 생각컨대 학생 본분에 어긋나지 않고 일반시민 으로서의 규율에 따르는 한도 안에서 제한적으로 학생의 자치는 인정되어질 수 있고 (김철수, 전갈서, 420면), 교수회의 지도 아래 과외활동, 공동생활 등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구병삭, 신고판 신헌법원론, 박영사, 1988, 409~410면).
* 주 8: 구병삭, 전갈서, 408면; 김철수, 전갈서, 415-416면. @p80
@[(16) 제1절 평등사상@]
1. 평등은 헌법의 원칙
인간의 평등사상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그리이스 시대의 평등사상은 곧 정의관념과 결보되어 있다. 이것은 Aristoteles의 정의론이나 Radbruch의 정의론에서 이미 본 바와 같다((10) 2 참조). 1789년 프랑스의 인권선언 제 1조에서 ‘사람은 자유 및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게 출생하고 또한 생존한다’ 라고 하였듯이, 평등은 자유와 더불어 근대 시민혁명의 슬로건이었으며, 또한 민주주의적인 시민적 법치국가의 지도원리의 하나였다. 실제 출생이나 신분에 의해 차별되는 것은 인간에 있어서 커다란 고통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과거 신분에 의한 인간의 차별이 있었다. 오늘날 ‘법 앞의 평등’은 1793년 프랑스 헌법 제 3조에서 처음 등가한 이래 대부분의 문명국가에서는 그들 나라의 헌법에 이를 기본원리의 하나로 받아들여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평등권은 최상위의 기본권으로 보게 되므로 헌법개정으로도 개정할 수 없으며(주 9), 인권의 개념에는 평등주의의 사상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나라 헌법도 전문에서 ‘...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라고 선언하고 있으며, 제11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라고 형식적 평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교육의 기회균등(헌법 31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헌법 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34조 1항), 혼인 양성평등 및 보건(헌법 36조),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헌법 41조 1항, 67조 1항), 교육을 받을 권리와 받게 할 의무(헌법 31조), 근로의 권리와 의무(헌법 32조), 노동삼권(헌법 33조) 등의 생존에 관한 형등권이 있고, 또한 경제의 장(헌법 9장)에서 실질적 평등의 구현을 위한 적극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 주 9: 구병삭, 상갈서, 372면. @p81
2. 평등은 인격의 승인
평등의 요구를 말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희망하는가? 이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불평등을 강요하는 제도나 법률의 개폐를 요구한다. 예컨대 과거의 여성은 사회생활, 정치생활에서 제외되어 선거권이나 정치참여가 부정되고, 교육을 받을 기회나 취업의 기회가 공식적으로 박탈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정내에서도 부부의 법적 지위가 크게 달랐다. 몇 사람의 운동가에 의하여 이러한 법적 차별의 철폐를 요구하여 왔다.
그러나 평등의 요구는 차별적인 제도나 법률의 철폐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근대화된 법률에서 여성의 노동을 인정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취업을 제한하거나 임금에서 차별을 하고 있고, 노인이나 신체장애자도 여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보호한다는 법률은 마치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에서는 이들의 지위의 변화와 평등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온 자의 인격을 승인하고 사회생활의 동료로서 그 사회가 인정해 줄 때 해결되어질 것이다.
3. 차별의 사회화
법률이 차별의 사회적 근거가 충분히 제거되지 않은채 형식적인 평등만을 선언한다면, 애써 얻은 평등선언은 차별을 방지하기 보다 차별의 사회화만 촉진시킨다. 여성의 혼인퇴직제의 현실은 사회화된 차별의 전형적인 예이다. 우리 나라의 많은 기업에서는 여자직원은 결혼과 동시에 퇴직을 강요하여 왔다.
법률에서는 남자평등을 선언하고 있고(헌법 11조 1항), 1988년 4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남자고용평등법 제 8조 1항에서는 해고에 관하여 여성인 것을 이유로 하여 차별을 금지하였고, 동 2항에서는 근로여성의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p82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는 2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여(동법 22조), 이 법의 효력을 담보하고 있다. 그래서 이 법을 지키지 않아 어떤 여성이 불이익을 당했다면 이 여성은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게 될 것이고, 따라서 해직 등은 무효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사외는 어떠한가? 많은 회사에서는 아직도 여성의 입사시 서약서에 서명케 하고 자발적인 퇴직의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차별을 강요당하고 있다. 남자고용평등법은 근로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강행법이므로(주 10) 국가나 사회, 사업주 모두 이 법이 실질적으로 준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실질적 평등
근대의 법사상이 만인의 평등과 인간의 해방을 추상적인 이념으로 든데 대하여, 현대의 법사상은 현실의 사회생활에서 보여주는 구체적인 불평등, 특히 경제생활에 있어서의 갖 가지 종류의 불평등에 주목하여 이에 따르는 생존의 위협에서 각인을 해방하고 균증하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 하는 데 있다. 이러한 현대의 실질적 평등사상은 Weimar헌법에 의하여 확립었으며, 동법 제 151조가 실질적인 평등, 실질적인 정의의 추구를 구하고 있다.
실질적인 평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한 입장에 있는 자를 법률상 두텁게 보호해 주어야 하고,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은 누구나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먼저 요청된다. 그리고 누구나 국가권력의 구성에 평등하게 참여하고, 국가권력은 누구에게나 법률상 차별없이 취급되도록 행사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대적인 법사상이 요청하는 것은 평균적 정의의 실현에 국한하지 않고 배분적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는 경제적, 사회적, 실질적 평등이다((10)2 (5) 참조).
* 주 10: 남여고용평등법의 목적은 제 1조에서 ‘이 법은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를 보장하는 한편 모성을 보호하고 직업능력을 개발하여 근로여성의 지위향상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p83
@[(17) 제 3절 공공복리@]
1. 공공복리의 의의
공공복리(public welfare, das gemeine Beste)란 권리의 사회성, 공공성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사회성과 개인성의 조화, 전체로서의 사회공동생활의 향상, 발전, 사회의 공통이익, 사회 전반의 이익, 행복 등 다의적, 부확정개념이다. 이를 간추려 보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공통되는 공존공영을 위한 행복, 이익, 복지를 의미하며, 인격주의적 견지에서 인격 상호간의 충돌을 조정하고 각인의 인격보장을 최대한으로 실현하는 사회정의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복리는 각인의 자유와 권리, 국가, 공공단체의 존재이유는 모두 공공복리의 관념에서 나온 것이므로, 각인의 인권이 비록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타인의 자유, 복리 내지 사회공공복리를 무시하면서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공공복리를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과 더불어 법의 이념으로 드는 경우도 있다(주 11).
2. 공공복리를 위한 권리제한
(1) 약자보호의 공공복리와 권리조절의 공공복리
공공복리는 국민 전체의 복지라는 미명 아래 정부지도자가 필요한 때 이용해 오기도 하였다(주 12). 따라서 공공복리는 실질적 평등주의로서 약자를 구제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약자의 구제방법의 하나는 국가가 공공복리의
* 주 11: 홍성찬, 법학개론(제 2개정판), 박영사, 1988, 44면.
* 주 12: 공공복리가 기본적인권을 부인하는 관념으로 나타나게 된것은 이론적인 사유보다 역사적인 경험에 기인한다. 특히 과거 나치스 독일의 경우 독일민족 전체의 복리를 실현한다는 명목에서 독재자의 지배를 정당화하였고, 일본은 멸사봉공이란 이름으로 국가공안의 필요를 드높여 각인에게 부담과 의무를 지우고 희생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공공복리는 국민 전체의 복지라는 미명 아래 정부지도자가 필요한 경우 그때 그때 악용해 오기도 하였다. 따라서 공공복리는 다의적, 불확정개념으로서 의혹을 받을 수 있는 것이며, 인권규제의 근거로서 많은 비판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p84
이름으로 조절하는 것이 있다. 사회생활에서의 약자를 국가나 사회가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사상은 인류사의 곳곳에 존재해 왔다. 근대사회는 무서울 정도로 개인적, 이기적인 사회이지만, 약자보호를 위한 특별한 조치는 시인된다. 국가는 이러한 조치를 통하여 타인의 권리나 자유, 특히 경제적인 그것을 억제할 때에는, 이를 공공복리를 위한 권리제한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공공복리는 시민 상호간의 관계를 조정하고 사외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의 권리를 다룸에 있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자유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그 규제는 필요최소한 그치도록 하여야 한다.
위에서 말한 두 방향의 공공복리는 어느 것이나 인권을 제약하는 점에서 공통된 원리이지만, 그들의 제약의 기준은 각각 다르다. 인권행사의 폐해를 방지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공의 복리는 엄격하고 필요최소한의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러나 약자보호를 위한 그것은 적극적으로 사회의 복리를 증진하고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인권제한의 기준을 나누어 생각하는 방법을 이중의 기본론이라고 한다.
(2) 시민적 공공복리와 국가적 공공복리
공공의 복리로 대표되는 공익개념은 법과 정치적인 장에서 기본이 되는 용어 가운데 하나이다. 영미에서의 public welfare 또는 public interest는 그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불일치한 점들이 있더라도 그들 개념 자체 만으로도 시민에 대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공공복리의 내용을 결정하는 공공성의 판단권이 사외에 유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에서의 시민 공통의 이성인 common sense가 존재하여 국가의 정치력은 이 common sense 내지 정치세계에서의 public opinion에 의하여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공공성은 국가의 정치를 진행시키는 지침으로서 사회측으로부터 정부에 주어지고 강제된다. 이러한 공공성이 곧 시민적 공공성이다.
물론 시민은 성인군자가 아니며, 여론 또한 언제나 정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p85 사회개혁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으레 여론데 대항하여 개혁을 추구하려고 한다. 그렇더라도 일반적으로 정치는 여론에 의하여 움직여온 경향을 보여왔다. 한편, 근대화가 늦은 국가의 경우 보통은 정부에 의한 강력한 지도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국가는 공공선을 내세워 시민외 이익을 억압하기도 한다. 국가가 사회를 초월한 높은 윤리성을 가지고 사회를 지도한다고 하는 생각이 강한 사회에서는 공공성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시민이나 시민들의 집단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고, 국가에 의해 창작되어 사회구성원에게 부여된다.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의 공공성을 시민적 공공성에 대비되는 국가적 공공성이라 한다.
3. 공공복리와 권리와의 조화
공공복리는 기본적 인권에 대한 규제의 근거로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개념의 정립이 실정법의 해석에 있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 기본권보장과의 상호관계에 있어서 공공복리의 개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인권의 실재 명목적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복리란 이름으로 권리를 말살함은 금물이며, 공공복리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권리가 개인의 권리임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다. 즉, ‘공익은 사익에 우선한다’는 전체주의적인 이념 아래 사익이 억압당하게 되어 불합리하다. 이와는 반대로 사익의 남용과 방임에서 비롯되는 자의적 이기주의로 말미암아 공익의 실현이 어렵게 되는 것을 죄시할 수 만도 없다. 이와 같이 양자간의 이익충돌의 양극화현상을 중화시키어 이익 균형과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사회 공동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권리행사는 결코 무제한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그것과 조화되어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며, 그 조화의 이념과 기준의 공공복리로서 나타나야 한다. 사익이 무한히 추구되는 곳에 공공복리는 존재할 수 없으며, 또한 공공복리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희생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p86 즉, 공공복리는 권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의 사회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하여 권리의 절대성을 부인하고 공공의 볼리에 적합한 경우에만 권리의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다. 여기에 권리의 개인성은 사회공공성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공공복리가 있는 곳은 개인의 인격이 보장될 수 있는 터전이 되어야 하고, 공공복리의 실현을 위해 개인은 공공에 대한 의무를 다 하여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제 23조 2항에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주 13), 이어서 제 35조 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수 있으며...’ 라고 함으로써, 공공복리의 개념은 헌법에서 상호보완의 기능을 갖는 법이념으로 나타나고 있다.
@[(18) 제 4절 생존권적 기본권@]
1. 생존권적 기본권의 전개
(1) 생존권적 기본권의 의의
20세기의 국가가 당면한 기본적인 과제의 하나는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ein menschenwurdings Dasein)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응하여 나온 것이 바로 생존권적 기본권(주 14)의 관념이다. 즉, 생존권적 기본권은 생활에 필요한 제조권을 국가권력이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확보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18, 19 세기 까지의 각국의 인권선언이나 헌법에 규정된 것은 자유권적 기본권이었다. 그러나 특히 경제적 약자에 있어서는 생존 그 자체가 위험을
* 주 13: 이것은 Weimar 헌법 이후의 재산권의 사회적 의무성을 규정한 것으로, 사외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단체주의적 내지 사회적 법치국가사상을 헌법에 도입한 것이다. 또 민법 제 2조의 권리남용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도 이는 법적의무라고 할 수 있다.
* 주 14: 생존권적 기본권을 학자에 따라 생존권적 기본권(구병삭, 김철수)외에 사회권적 기본권(권영성, 한동섭, 한태연), 생활권적 기본권(문홍주, 한상범), 사회국가적 기본권(안용교), 수익권(박일경)등으로 불리우고 있다. @p87
받아 왔기에 자유권은 이들에게 있어서는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에 국민 각자의 최저한도의 문화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경제적,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이 요청되었던 것이다. 이 요청에 따른 최초의 법으로 Weimar 헌법(151조)을 들 수 있다(주 15). 생존권적 기본권은 궁극에 있어서 국민 각자의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국가에 있어서 권력의 적극적인 관여에 의하여 보장될 것이 요구되고 있다.
(2) 공공복리에 의한 규제에서 생존권 분여
공공복리에 의한 규제에서 생존권의 분여로 전진하는 것은 국익중심주의에서 개인이익의 옹호중심주의로 전진하는 것이다. 즉, 권리라고 하는 것은 원래 사법적 구제에 의해서 실현되는 개인적 이익 내지 의사로 정의되듯이, 개인의 보호를 제일의적 과제로서 공익은 개인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의 간접적 효과로서 실현되게 된다. 예컨대 노동기본권이 인정되는 것은 근로자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그 결과 국가경제에 어떤 좋은 결과가 나와도 그것은 간접적 효과인 것이다. 또 교육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자질을 전면적으로 개화시키기 위함이다. 각인이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충분히 받는 것은 국가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간접의 효과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생존권적 기본권에 의하여 개인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 한도의 생활을 침해당하면 개개 국민은 그의 권리에 기하여 법원에 그 행위의 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역할은 증대될 것이며, 이 경우의 법관은 법에 따라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개입하는 것이 된다.
* 주 15: 1919년 Weimar 헌법 이후 각국의 헌법은 그 표현은 다르나 대체로 이 규정을 두고 있다. 이것은 소련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으며, Weimar 헌법의 생존권의 취지는 세계인권선언 (22조~25조)에도 계승되었다. @p88
2. 권리로서의 교육
(1) 교육을 받을 권리
생존권적 기본권의 내용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교육을 받을 권리이다. 초기의 입헌국가에서는 자유방임주의를 취하였던 까닭에 경제의 독점이라는 현상과 더불어 교육도 일부 특수계급에게만 기화가 부여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을 받는 것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모든 사람들의 필수적 조건이며 나아가 노동에 의한 생활유지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자본 주의경제 아래에서는 다수국민의 자녀가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를 방지하여 국민의 생활능력의 유지와 향상을 기하려는 목적으로 현대의 헌법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주 16). 그리하여 오늘날의 교육은 국민의 의무로서의 교육이라기 보다는 권리로서의 교육이라 할 것이다.
(2) 교육원의 목적
이러한 교육을 받을 권리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이 국가에게 적극적인 배려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권리주체인 국민이 갖는 능력과 발달의 가능성을 개발시켜 개인으로서의 ‘인격의 완성’ 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시에 다음 세대의 주체자로서, 평화적인 국가, 사회의 형성자로서 기여하는 인적 자원의 양성에도 그 뜻이 있다. 그리고 민주정치는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국민 개개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운영되고 개인의 문화적 능력의 발전을 그 이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민주적 정치기구의 운영을 위해서도 교육을 받을 권리는 불가결한 것이다.
교육을 받은 권리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과 그 성질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현대적인 여러 기본법과 비교할 때 상대적, 독자적 성질을 가진
* 주 16: 1848년 프랑스헌법 이래 많은 나라에서는 교육의 자유와 평등, 무상교육을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그 뒤 소련, 프랑스헌법, 서독기본법, 일본헌법 등세서 규정되었고, 우리헌법도 이러한 진보적 경향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법 342조 1항). @p89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는 학문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 교육의 자유, 학습의 자유, 대학의 자율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3) 헌법상의 교육권
우리 나라 헌법은 제 3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고 하여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제 2항-6항에서 교육의 의무, 의무교육의 무상,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의 보장, 평생교육의 진흥, 교육제도 등의 법률주의를 규정하고 있다(주 17). 교육에 관한 이 헌법규정과 더불어 교육법, 교육공부원법, 사립학교법, 사회교육법등 교육에 관한 법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3. 복지의 시대와 권리의 폭발
근대사회의 발흥기에는 self-helf, 즉 자조의 정신이 강조되었다. 근면하게 노동하여 자기의 생계를 이끌어 나가는 인간상이 이상으로 되어, 타인 이상으로 노동을 하여 재산을 축적한 성공자가 많았다. 당시는 국가로부터 급부를 받거나 사회단체에 의존하는 일은 불명예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는 사정이 달라졌다. 경제적인 성공과 실패는 개인의 노력을 초월한 경제법칙에 의하여 정하여진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경제의 구조가 약간의 업종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되어버렸다. 여기에다 현대는 복지의 시대이며 다종다양한 형태로 국가의 원조가 각 방면으로 행해지고 있다. 오늘날은 국가로부터 급부를 전혀 받지 않은 인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보호, 실업부험, 의료보험,
* 주 17: 헌법제 31조;
#1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3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4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5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6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p90 감, 면세 등을 받는 것은 권리로 되고, 이것의 수급은 불명예가 아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각 기업, 학교, 문화단체 등도 국가의 원조를 당연시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많은 새로운 급부청구가 이루어진다. 또 각자는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권리들을 주장한다. 따라서 현대는 권리폭발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급부에만 안이하게 의존한다면 자조의 정신이 상실될 염려가 있다. 즉, 자발성이나 자기책임의 관념이 희박화하는 데 대하여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권리폭발의 예로 우선 환경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공해나 환경파괴의 피해를 일부의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인양 무관심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공해문제는 직접 우리의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충분한 정책적 구제조치등이 행해지고 있지 않아 문제는 계속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 결과 법원에의 소제기가 많아지고 있다. 소제기를 가능케 하기 위해 또는 공해추방의 사상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환경문제에 관하여 많은 인권이 주장되게 되었다. 이 환경에 관한 권리도 권리폭발기의 특징적인 법현상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 35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1978년 7월 1일부터 환경보전법(주 18)이 시행되고 있다.
4. 헌법상 생존권적 기본권의 내용
우리 헌법도 생존권적 기본권보장의 세계적 경향에 따라 생존권보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제 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기본권보장의 대원칙을 선언하고, 제 34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생존권적 기본권보장의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인가다운 생활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 31조의 교육을 받을
* 주 18: 환경보전법 시행과 더불어 1971년의 공해방지법은 폐지되었다(환경보전법 부칙 2조). @p91 권리, 제 32조의 근로의 권리, 제 33조의 근로자의 권리, 제 34조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제 35조의 환경권, 제 36조의 가족생활기본권 등이 있고, 경제적 약자를 전제로 제 23조 2항의 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 적합성, 더 나아가 제 119조 2항(주 19)의 국가의 경제적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19) 제 5절 정보화사회와 인권@]
1. 정보의 자유
현대는 정보화사회이다. 정보화사회에서 우리는 불확실하며 불충분한 정보환경하에 살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 요체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제도는 20세기 후반에 있어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알 권리’를 위해서는 먼저 정보의 유통이 중요하다. 여기서 정보란 양심(사상), 의견, 지식, 사실, 감정 등 개인의 정신활동에 관한 일체의 것을 말하며, 정보의 유통이란 정보수집 -> 정보제공(전달) -> 정보수령등의 전과정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알 권리’의 주장은 정보의 전수집과정을 의미한다. ‘알 권리,’ 즉 정보의 자유(Informationsfreiheit)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을 위한 전제로서 민주정치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접근하는 데 어렵게 하지 아니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미국의 정보공개입법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미국의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1996)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는 국민의 것으로 보며, 국민은 그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하는 정보의 자유라는 권리를 법으로 확립하였다(주 20).
* 주 19: 헌법 제 119조 2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보장된 자유권과 상통된다.
* 주 20: 미국은 더 나아가 (1) 국민 각자는 자기에 관하여 정부가 수집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으며, 그 개인의 정보를 정부가 함부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프라이버시 법(Privacy Act, 1974,)이 있고, (2) 행정부의 문서를 공개할 뿐 아니라 정책의 결정과정인 모든 회의까지 공개하는 선사인법, 즉 회의공개법(Government in the Sunshine Act, 1976)이 있고, (3) 정책결정의 책임부서에 있는 정치인, 고급공무원, 법관 등의 자산수입을 공개하여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결정과 판단에 사적인 작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윤리법(Ethics in Government Act, 1976) 등이 있다.
@p92
2. 정보화사회의 인권
정보화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인권에는 전혀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행정조직의 개입에 의하여 정보조작이 용이하다. 정보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또 정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 가질 수록 정부담당자측에서의 정보통제(information control)도 그만큼 진보하게 된다. 예컨대 정보산업이 발달한 결과,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정보는 거대한 것으로 되어 그 정보를 공개하거나, 비밀로 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시켜 누설시키거나 하여 세론을 control 하는 것이 가능하다. 매스컴산업도 이미 독자적인 취재로 뉴스를 전면적으로 커버할 수 없게 되어 정부정보를 특별자료로 발표하는 사례가 증가하였다. 따라서 기자클럽 등을 통한 정부와 매스컴의 접근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하겠다.
둘째, 정보화사회에서는 권력이 국민의 권리 그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행사의 전제나 조건을 파괴하는 형태의 인권침해가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선의의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극도로 발전한 컴퓨터에 의하여 일반대중의 인권, 특히 프라이버시(privacy)에 대한 위협은 증대하게 된다(주 21). 뿐만 아니라 정보화가 되면 될수록 모든 사람에게는 정보의
* 주 21: 우리 나라도 1990년대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이 전국이 전산망시스템으로 연결되어 고도정보화사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주민관리업무를 비롯하여 사회복지관계, 기타 각종의 정보들이 컴퓨터시스템화될 경우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되며, 국가의 경쟁력도 크게 향상되어 바람직하다 하겠다. 또한 검찰, 법원업무 등이 전산화될 경우 범죄수사나 재판이 신속, 정확하게 처리되어 국민의 기본권보장에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비롯한 범죄기록, 법원의 사건기록이 국가기관 등에 의해 방대한 규모로 컴퓨터시스템에 의한 온라인(on-line)화가 형성되어 이를 광역화함으로써 타인에게 손쉽게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헌법 제 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이 있으나, 이에 관한 세부적인 불입법이 없어 국민들의 기본권보장에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각철, “컴퓨터시스템의 보급과 프라이버시 침해문제,” 월간법률, 1985.5(No.9), 56면). @p93 주인공이 될 능력을 상실하고, 역으로 정보의 노예가 되기 쉽다. 기술과 조직의 진보가 문제해결이 되지 않고 반대로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문제성을 안고 있다.
셋째, 시민에 관한 정보가 정부에 의하여 집약적으로 관리되는 위험이 증대한다. 컴퓨터의 도입과 정보기관의 강화는 이른바 ‘주민등록번호제’ 등으로 시민의 privacy 에 대한 중대한 위협의 가능성도 커지게 한다. 즉, 전 국민에 대한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놓고 있는 오늘날의 관리사회 속에서 개인은 매몰될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 속에서 개인의 존엄주의는 자칫 무너지기 쉽고, 또 양심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도 보장되기가 어렵게 될 수 있다.
3. 정보사회에서의 새로운 인권
(1) 새로운 생존권적 기본권
이상과 같은 상황에 직면한 오늘날은 ‘새로운 인권’ 에 대한 주장이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인권’ 이라 칭하는 여러 가지 인권은 거의가 생존권적 기본권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많다. 예컨대 환경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호(privacy의 권리), 행복추구권, 소비자보호권 등과 국민의 알 권리를 비롯하여 평화적 생존권, 건강권, 일조권 등이 생존권적 기본권의 새로운 전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권은 모두 20세기적 인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 에 그 근본을 둔 생존권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들인 것이다.
(2) 국민의 알 권리
정보화사회에서의 새로운 인권으로 생존권적 기본권 외에 ‘국민의 알 권리’ 를 들 수 있다. 이것 역시 정보화사회에 있어서 시민 개인의 인격과 존엄, 가치를 지키려는 목적으로서 매우 주목할만 하다. 즉, 정보, 여론의 조작에 대하여 알 권리가 먼저 주장된다.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를 알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는 이념은 매스컴의 취재의 자유를 지지함과 동시에 정보공개법과 같은 형태로 시민이 직접 정부의 정보를 취득, 이용하는 길이 열려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사적인 정보의 국가적 권리에 대하여는 privacy 개념의 재구성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privacy 는 사생활상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권리로 고찰되었으나, 최근에는 공개의 유무를 넘어 사적 정보를 본인의 동의없이 관리, 유통시키는 것 자체도 privacy 의 침해로 고찰하고 있다.
(3) 새로운 인권의 제기
새로운 인권, 즉 현대적 인권은 특정국가의 특유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발전과 더불어 그 모순의 확대, 심화와 함께 제기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관계는 ‘새로운 인권’ 을 요구하게 된다. ‘새로운 인권’ 은 헌법을 개정하여 채택하면 별 문제가 없다. 다행히 제5공화국헌법에서는 종래 ‘새로운 인권’ 이라 일컫던 환경권, 사생활의 비밀과 보호, 행복추구권, 소비자보호권에 이어 현행헌법에서는 주택개발정책(35조 2항), 타인의 범죄행위피해구조(30조), 대학의 자율성보장(31조 4항), 최저임금제 시행(32조 1항 후단) 등을 새로 규정하여 진일보하고 있다.
여하튼 ‘새로운 인권’ 은 종전의 인권보장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새롭게 추가하여 인권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권의 실현은 인권발전사상의 자유권, 생존권(사회권)에 이어 제 3 의 인권선언이라 할 것이다.
@{
법학입문 2권
노영진 저
대왕사
점자출판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공학센터
02) #451:0128
입력봉사자: 박명자
이종화 오승은 정채순
@} @t:법학입문 2@e
@[묵자차례@]
제1편 총론
제5장 법의 발전
(20) 제1절 서설 ... 95
(21) 제2절 법의 생성 ... 95
I. 토템 ... 96
II. 타부 ... 96
III. 복수 ... 97
IV. 탈리오 ... 98
V. 도순읍 ... 98
VI. 공권력에 의한 제재 ... 99
(22) 제3절 법의 발전 ... 99
I. 고대사회의 법 ... 100
II. 중세사회의 법 ... 102
III. 근대사회의 법 ... 103
IV. 현대사회의 법 ... 106
제6장 법의 계통
(23) 제1절 서설 ... 109
(24) 제2절 대륙법게 ... 110
I. 대륙법계의 의의 ... 110
II. 로마법과 게르만법 ... 111
III. 대륙법계의 특징 ... 112
(25) 제3절 영미법계 ... 113
I. 영미법계의 의의 ... 113
II. 영국법과 미국법 ... 114
III. 영국법계의 특징 ... 116
(26) 제4절 한국법의 법계론상의 위치 ... 121
제7장 법의 연원(법원)
(27) 제1절 서설 ... 123
제2절 성문법 ... 124
(28) 제1 성문법의 개념 ... 124
I. 성문법의 의의 ... 124
II. 성문법주의와 불문법주의의 장단점 ... 124
(29) 제2 성문법의 분류 ... 125
I. 헌법 ... 125
II. 법률 ... 126
III. 명령 ... 128
IV. 규칙 ... 129
V. 자치법규 ... 130
VI. 조약 ... 130
제3절 불문법 ... 131
(30) 제 1 불문법의 개념 ... 131
(31) 제 2 불문법의 분류 ... 131
I. 관습법 ... 132
II. 판례법 ... 136
III. 조리 ... 138
제8장 법의 분류
(32) 제1절 서설 ... 140
(33) 제2절 자연법과 실정법 ... 141
I. 자연법 ... 141
II. 실정법 ... 142
III. 자연법과 실정법과의 관계 ... 143
(34) 제3절 국내법과 국제법 ... 144
I. 국내법과 국제법의 의의 ... 144
II. 국내법과 국제법의 차이 ... 145
(35) 제4절 공법, 사법 및 사회법 ... 145
I. 공, 사법 구별의 역사성, 사회성 ... 145
II. 공, 사법 구별 및 부인에 관한 학설 ... 146
III. 공, 사법 구별의 실익 ... 148
IV. 사회법 ... 149
(36) 제5절 실체법과 절차법 ... 151
I. 실체법과 절차법의 의의 ... 151
II.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별실익 ... 152
제6절 기타의 법분류 ... 152
(37) 제 1 일반법과 특별법 ... 152
I. 일반법과 특별법의 의의 ... 152
II.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의 표준 ... 153
III.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의 실익 ... 153
(38) 제 2 원칙법과 예외법 ... 154
I. 원칙법과 예외법의 의의 ... 154
II. 원칙법과 예외법의 구별의 실익 ... 154
III. 기본법과 부속법 ... 155
(39) 강행법과 임의법 ... 155
I. 강행법과 임의법의 의의 ... 155
II. 강행법과 임의법의 구별방법 ... 156
III. 강행법과 임의법의 구별의 실익 ... 157
IV. 강행법과 임의법의 분류 ... 157
(40) 고유법과 계수법 ... 158
I. 고유법과 계수법의 의의 ... 158
II. 법의 계수의 종류 ... 158
III. 고유법과 계수법의 구별의 실익 ... 159
(41) 조직법과 행위법 ... 160
I. 조직법과 행위법의 의의 ... 160
II. 조직법과 행위법의 구별의 실익 ... 160
제9장 법의 효력
(42) 제1절 서설 ... 161
제2절 법의 실질적 효력 ... 162
(43) 제 1 법의 타당성 ... 162
I. 법의 타당성의 의의 ... 162
II. 법의 타당성의 근거 ... 162
(44) 제 2 법의 실효성 ... 168
I. 법의 실효성의 의의 ... 168
II. 법의 실효성의 보장 ... 168
(45) 제 3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과의 관계 ... 169
I. 타당성과 실효성과의 관계 ... 169
II. 타당성 없는 법 (악법의 문제) ... 169
제3절 법의 형식적 효력 ... 175
(46) 제 1 시간에 관한 효력 ... 175
I. 법의 시행 ... 175
II. 법의 폐지 ... 176
III. 법률불소급의 원칙 ... 177
IV. 기득권불가침의 원칙 ... 178
V. 경과법 ... 178
(47) 제 2 사람에 관한 효력 ... 179
I.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의 원칙 ... 179
II. 속인주의의 예외 ... 180
III. 속지주의의 예외 ... 180
(48) 제 3 장소에 관한 효력 ... 181
I. 장소에 관한 효력의 원칙 ... 181
II. 장소에 관한 효력의 예외 ... 182
@p95
@[ 제5장 법의 발전@]
@[(20) 제1절 서설@]
법은 사회발전의 소산이다. 원시사회의 미분화적 사회규범으로부터 싹튼 법은 문화의 발달에 따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여 왔다. 즉, 원시사회에서 성립된 사회적 규범은 부족사회에서 다시 수정, 확대되고, 부족사회에서의 사회규범은 고대국가로 넘어와 다시 변경되어 새로운 시대의 사회에 적합한 규범, 즉 법으로 전화하였다. Pound의 “법은 안정을 요구하나 정지됨을 허용하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법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가 있는 곳은 어느 곳이나 법은 존재하나, 법의 발달사는 주로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므로 여기서도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1) 제2절 법의 생성@]
원시사회에서는 특별한 사회규범이 분화, 발달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당시의 사회를 규율한 규범은 신비한 영적인 힘에 의해 지배되는 종교적 성향이 짙은 습속이었다. ‘원시인은 습속의 노예’ 라고 말하여 지듯이, 습속은 원시사회생활을 규율하는 유일한 규범이었고, 오늘날과 같이 법, 관습, 도덕, 종교 등으로 분화된 순수한 형태가 아니라 서로 미분화된 상태에서의 혼합된 규범이었으며, 이를 원시적 규범이라고 한다. 사회학적 연구에 의하면 법의 생성은 주로 토템, 타부, 복수, 탈리오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p96
I. 토템
토템은 본래 아메리카토인의 토어였던 것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회학상의 용어가 되었다. 원시사회에서는 특정한 조, 수, 초목과 같은 자연물 가운데 어떤 것을 그 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의 조상이라고 믿어 그것을 숭배하였다. 또 숭배의 대상물을 그들의 집단의 표상으로 하고, 또 그들은 그 동식물의 정령을 받고 있다고 믿었다. 이로써 그들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정신적으로 결합되어 있었다. 이러한 제도를 토템이즘(Totemism) 이라 하고, 그 동식물의 자연물을 토템(Totem) 이라고 한다. 토템이즘은 오늘날도 아프리카의 일부 미개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 토템이즘사회에 속하는 동식물은 절대로 먹지 못하고 또 동일 토템에 속하는 남여는 결혼도 할 수 없다. 이러한 것은 오늘에 있어서 법령으로 동식물의 보호를 명한다든가 또는 근친혼을 금한다든가 등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II. 타부
타부(Taboo) 란 원래 태평양군도의 폴리네시아(Polynesia) 족의 토어로서, 영어의 프로히비트(Prohibit, 금지한다) 라는 동사에 해당하는 말인데, 사람들이 손을 대어서는 안되는 신성한 또는 청정한 대상을 말한다. 원시사회에 있어서는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과의 접촉이 금지되고, 만약 이러한 금지사항을 위반하면, 그 위반한 개인은 물론 종족이나 사회 전체에 초자연적인 힘의 제재에 의하여 질병, 불행, 죽음 등의 재앙이 온다고 믿었다. Taboo의 대표적인 대상은 나무, 존장의 신체와 거소, 임신중의 여성 등이었다. 예컨대 벌채해서는 안될 나무가 있으면 그것은 ‘타부나무’ 이다. @p97
그런데 원시인들은 ‘타부나무’ 를 잘라서는 안된다는 금지이유를 의식하지 못하고 또 의식하고자 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타부의 특징이다. 존장의 신체나 거소는 존장의 자기보존을 위하여 설정한 것이지만 원시사회에서는 존장에 대한 복종이 절대 필요하였기 때문에 타부가 되었다. 또 남녀관계가 자유방종적이면 그로 인하여 질투, 원한, 증오가 증대하여 그 사회를 구성하는 성원 서로를 응집하는 힘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정력이 왕성한 독신남녀의 접촉을 금지코자 ‘양성상피의 타부’ 도 발생하였다. 이 외의 Taboo로는 사자, 월식, 산악, 존장의 소지품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Taboo는 보통 존장의 선언 또는 표시로 결정하였다.
Taboo를 위반하는 행위는 반사회적 행위로 되어 처벌되었다. 그 처벌은 법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내려진다고 믿었다. 즉, 형법의 어떤 규정에 의하여 벌받는 것이 아니라, 질병 그 밖의 불측의 재난 등에 의하여 신벌을 받게 된다고 두려워하였다. 이리하여 Taboo가 하나의 사회규범으로서의 기능을 한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즉, Taboo 그 자체는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하여도 엄연히 미개사회에서의 도덕적 규범으로서의 측면을 가지고 있었으며, 존장의 지배권이나 재산권을 옹호하기도 하고 또 남녀관계를 조절하는 기능도 하였던 것이다.
III. 복수
타인으로부터의 침해에 대한 보복은 인간의 본능적 요구로서, 원시사회에 있어서는 개인적 복수 또는 혈족복수나 부락복수가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어떤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으로부터 침해를 받았을때, 피해자측은 가해자측에게 보복함으로써 그 침해에 대한 제재를 가하였다. 이러한 복수제도는 타인에게 가해를 하면 가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속한 혈족단체원 또는 부락원 전원이 보복을 당한다고 생각하여 서로 경계를 하였으므로 위하적 예방이 성립하게 되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복수제도는 원시사회의 질서유지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복수에 나타난 응보의 관념은 오늘날 형법사상의 기원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p98
IV. 탈리오
탈리오(Talio) 란 ‘눈에는 눈을, 이에는 이를’ 이라는 법언이 말하듯이,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동일한 정도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가하는 동해보복(대등보복) 을 말한다. 이것은 원시사회에 있어서 정의관념이 소박하게 표현된것으로서 무제한한 복수를 허용하던 단계에서 한걸음 발전한 문화적 발전단계에서 볼 수 있는 법칙이며, 형법상 응보사상의 가장 소박한 하나의 형태이기도 하다. 이것은 가해자의 가해와 피해자의 복수가 균형을 취하도록 하여 응보적 정의의 감정을 충족시킴으로써 사투를 금지케 하는 것이므로 여기에는 가해자의 재복수가 허용되지 아니한다. 이와 같은 Talio의 법칙은 고대 함무라비법전, 모세법전, 로마의 12표법 등에서 볼 수 있다.
V. 도둔읍
원시사회에 있어서의 질서유지에는 토템, 타부, 복수, 탈리오 등의 규범들에 의하여 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이들 규범들에 대한 일정한 제한이 가해지게 되었다. 일정한 제한에 대하여 특별한 역할을 한 대표적인 것으로 헤브라이(Hebrai) 법계에서 인정한 도둔읍(City of refuge) 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구약성서(주 1) 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인데, 죄인이 그곳에 도망해 오면 제재를 면할 수 있는 피난처이다(주 2).
* 주 1: “...내가 모세로 너희에게 말한 도피성을 선정하여 부지중 살해한 자를 도망케 하라.... 도망하는 자는 그 성읍 장노들의 귀에 자기의 사고를 고할 것이요, ...피의 복수자가 그뒤를 따라온다 할지라도 그 살인자를 그의 손에 내어주지 말지니, ...그 살인자가 회중의 앞에 서서 재판을 받기까지...” (여호수아 #20:2~9절 참조) 이 외에도 민수기 #35:9~12절, 신명기 #4:4, 동 #19:3~4절 등에서도 볼 수 있다.
* 주 2: 우리 나라에서도 삼한시대에 마한에서는 ‘소도’ 라 하여 천신을 제사하는 별읍이 있었는데 죄인이 이곳에 도망하여 오더라도 돌려 보내지 않았다고 하므로, ‘소도’ 가 일종의 도둔읍(도피 또는 도피처) 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정봉휘 신법학통론, 창문각, 1985, 198면). @p99
도둔읍은 가해자의 가해가 고의인가 과실인가에 따라 그 책임이 달라져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차별없이 보복 또는 복수하는 것의 불합리성을 시정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가해자를 이 피난처에서 보호할 것인가 아니할 것인가는 그 피난처의 장노가 결정했다. 이곳에서 주로 과실범을 옹호하였고, 이 제도에 의하여 재판의 시초가 되었으며, 나아가 법규범도 점차 구체적인 형태로 변화되어 갔다.
VI. 공권력에 의한 제재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그 사회의 조직이 강화되고, 사회단체의 중심권력에 의하여 강행되는 법이 일반의 습속으로부터 분화, 발달하였다. 이에 따라 법은 단순한 사회규범으로부터 탈피하여 공권력에 의하여 강제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국가라는 정치단체가 출현하게 되면서 종래의 토템, 타부, 탈리오, 복수 또는 도둔읍의 형식으로 존재하던 사적 제재가 국가가 발동하는 공권력에 의한 형벌 및 배상제도를 확립시켰고, 이것은 형사법, 민사법으로 발전되었다. 이와 같이 법은 원시사회에서의 사적 제대가 시대의 변천을 거쳐 국가권력에 의한 제재, 재판으로 공권력화 하여 점차로 국가사회생활에서의 법규범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22) 제3절 법의 발전@]
법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변천을 겪으면서 발전, 형성된 것이다. 과거에도 고대의 법에 관한 연구가 많았지만, 특히 법의 역사적 변천과정이 체계적인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19세기 초, 역사법학파((83) III 5, (87) IV 참조) 가 나타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법은 사회에서 조직적인 정치권력을 갖는 통치단체가 등장하면서 다른 사회규범으로부터 분화하여 그 독자적 영역을 갖기 시작하였다. 즉, 원시사회가 고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법의 분화가 이루어져, 이후의 중세사회, 근대사회, 현대사회로의 사회적 변천과 함께 법의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p100
I. 고대사회의 법
(1) 법의 분화: 원시사회에서 고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치권력을 지닌 통치단체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고대사회에서의 사회생활은 대체로 맹목적인 종교상의 신앙에 의하여 질서가 유지되었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망이 점차 증대되고 또한 개인의식이 각성됨과 함께 사회생활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되고 개인과 개인, 계급과 계급사이의 이해의 대립이 격화되자 명백한 규범의식을 기초로 하는 사회생활상의 규율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종교, 관습 등으로부터 법의 분화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있어서 법의 일반적인 특색은 법의 내용에 종교적, 관습적, 도덕적 요소가 많이 혼합되어 있는 점이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법과 다른 규범이 불완전한 분화의 상태로 사회를 규율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법은 주로 관습법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었지만 성문법이 제정되기도 하였으며, 시대의 발전에 따라 대규모의 법전이 편찬되기도 하였다. 이 당시의 성문법들 가운데서는 세계 최고의 법인 함무라비법전(Code of Hammurabi) (주 3), 고대인도의 마누법전(Code of Manu) (주 4), 모세의 계율(Decalogue of Mose) 등이 유명하다.
* 주 3: 함무라비 법전: 이 법전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왕 때(B. C. 1728~1688) 제정된 법전으로서 높이 2.25m의 석주에 계형문자로 새겨져 있다. 여기에는 샤마슈신으로부터 법전을 받는 그림이 조각되어 있으며, 이것은 고대법의 특징인 법신수사상을 의미한다. 이 법전은 282개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급적 법제도, 신판, 동해형 등의 고대적 잔재가 있지만, 농경사회의 법 외에 운송이나 중개 혹은 내해항행의 상사규정을 정하고 있고, 실체적 규정 특히 사법규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절차적 규정과 종교적 색채의 규정이 적은 것이 특색이다.
* 주 4: 마누법전: 이 법전은 법률 종교율, 도덕율, 의예율을 포함하는 인도 고대의 계율집으로서 기원전 200년경에 편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법전도 신이 법전을 Manu에게 전하고 또 Manu가 이것을 사람들에게 전하였다는 뜻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법신수사상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신화에 의하면 법의 전수자 Manu는 최초의 인간이며 인류의 조상이라고 한다. 이 법전은 시가체로 쓰여져 있으며, 전 12장 중 8장, 9장에 법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p101
(2) 고대로마법
초기의 로마법은 관습법으로 발달하였으며, 이것을 성문법으로 제정한것이 12표법(Law 12 of Table) (주 5)이다. 그리고 농업국시대의 고유한 시민법(ius civile) (주 6 ) 과 그 후 지중해제국을 건설하여 상업국시대의 만민법(ius gentium) (주 7)이 있다. 이들 법은 종교, 관습, 도덕 등의 규범으로부터 불완전 하게나마 분화되어 그 자체가 사회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였다. 제정시대에는 포고의 형식으로 성문법이 제정되었고, 특히 하드리아누스 (Hadrianus)대제는 법학자의 학설을 해답권(ius respondendi) 이라 하여 법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법학의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그 후 유스티니아누스 (Justinianus) 황제는 당시의 학설법,제칙법 등을 통일, 정리하여 유스티니아누스법전 (Corpus Iuris Civils) (주 8) 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로마에 있어서 법이 발달한 정점을 이루었으며 오늘날 대륙법계의 사법의 기초가 되었다. Jhering은 로마는 세계를 세 번이나 지배하였다고 하였는데 “처음에는 무력에 의하여, 두 번째는 종교에 의하여, 세 번째는 법률에 의하여 재배하였다”고 비유함으로써 로마법을 찬양하였다. 고대로마법은 오늘날 특히 대륙법계에 속한 법제에 있어서 영향을 받지 아니한 국가가 없을 정도로 법문화 발달에 큰 공헌을 하였다. 로마법은 대체로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띠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주 5: 12표법: 12표법은 기원전 약 450년 경에 편찬된 로마 최초의 법전으로 12장의 목판에 기록되었다. 12표법은 당시의 귀족과 평민사이의 계급투쟁의 산물로서 평민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였다. 12표법은 주로 기존의 관습법을 성문화한 것으로서 로마법의 기초가 되었으며, 소송법, 사법, 형법, 신법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소송법에 있어서 엄격형식주의를 취하고 있고, 사법에 있어서는 상린관계 기타 토지를 둘러싼 법율관계에 관하여 많은 규정을 두고 있으며, 형법에 있어서는 탈리오의 법칙을 채택하고 있다.
* 주 6: 시민법: 시민법은 로마의 관습 및 법학자의 해석으로 이루어진 법으로서 로마 시민에게만 적용되었다. 그 내용은 주로 신분법에 관한 것이었고 엄격형식주의에 기초하였다.
* 주 7: 만민법: 만민법은 로마가 농업 위주에서 지중해제국을 건설하여 상업국시대에 들어서자 로마 시민뿐 아니라 로마 시민권이 없는 외인에게도 적용시키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다. 만민법은 신의의 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주로 거래법으로서 자유로운 비형식주의의 경향을 띠고 있으며, 세계적인 의의를 가지는 로마채권법의 중심을 형성 하였다.
* 주 8: 유스티니아누스법전: 이 법전은 유스티니아누스제가 533년부터 565년에 걸쳐 편찬, 발표한 모든 법령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후대에 로마법대전(Corpus Iuris Civilis)으로 불리웠다. 이 법전은 학설을 집성한 학설휘찬(Digesta), 법의 원리를 논한 법학제요 (Institutions), 칙법을 종합한 칙법휘찬(Codex), 법전의 완성 후 대제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공포된 칙법을 모은 신칙법(Novellae) 등 4 부의 약 900종으로 구성되었으며, 후세 각국의 법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p102
(3) 고대 게르만법
고대 게르만인은 오랫동안 씨족사회, 부족국가사회를 유지하면서 주로 농경생활을 하였다. 따라서 법은 씨족단체 중심의 전통적인 관습법이 전부였다. 고대 게르만법은 농업법으로 특징지울 수 있으며, 단체주의적 성향이 강하였다.
III. 중세사회의 법
(1) 교회법 등
중세는 게르만 부족국가시대로부터 중앙집권적 군주국가의 형성기에 이르는 시대로서 게르만인이 유럽 각지로 이동을 한 후 부족단체를 형성하면서 게르만부족법(주 9)이 성립되었다.
또한 이 시대는 봉건제도가 성립됨에 따라 엄격한 신분관계를 규율하는 봉건법(Lehnrecht) (주 10) 이 발달하였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특히 기독교의 세력이 강하여 교회법(Canon law) (주 11) 이 세속을 지배하였다. 그러나 교회법은 사회의 거래관계를 규율하기에는 적당치 않아 상인단체의 자치법규가 제정되었다. 특히 지중해, 대서양, 북해 등의 항구를 중심으로 상사 및 해상에 관한 관습법이 발달하였으며, 그리고 이탈리아 등의 도시에서는 자치법규로서 도시법(Stadtrecht) (주 12) 이 제정 되었다.
* 주 9: 게르만부족법: 중세초기 프랑크시대에 있어서의 게르만 제부족법으로, 당해 부족에게만 적용되는 속인법이다. 이 법은 고대게르만법의 전통을 보유하는 동시에 로마법이나 기독교회의 고전문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5세기에서 9세기까지 성행하였다. 이 법의 내용은 속죄금에 관한 형사규정과 소송법의 규정이 많다.
* 주 10: 봉건법: 8, 9세기경에 봉건제도가 성립되면서 종래의 전통적인 부족법과는 달리 봉건군주와 봉신간 또는 봉신 상호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이 법은 10세기에서 12세기 까지에 걸쳐 융성하였으며, 엄격한 신분관계를 유지하였다.
* 주 11: 교회법: 크리스트교가 크게 보급됨에 따라 로마법왕의 교서와 종무협의회의 결의에 의거한 법으로서, 교회의 조직과 활동을 규율한다. 교회법에는 교회의 내부에서 자주적으로 정립되어 교회의 조직이나, 교회와 신도와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내부적 또는 고유의 교회법) 과 국가에 의하여 정립되어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외부적 또는 국가적 교회법)이 있다. 내부적 교회법에는 이자금지 등의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 주 12: 도시법: 13세기 이래 경제발전과 함께 많은 도시들이 봉건귀족의 지배를 이탈하여 독립된 정치단체로서 성립되고 그 도시에서만 적용되는 특별법이다. 이 법의 법원은 도시의 영주로부터 부여된 특허장이나 도시의 자주적 입법인 조례 등이었다. 이 법은 순수 재산법의 확립에 기여한 바가 크며, 공, 사법을 막론하고 근대법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p103
(2) 로마법의 계수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자 로마법은 지방적 관습법 속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11세기 말부터 12세기 초에 걸쳐 주석학파 (Glossatoren) 의 로마법 연구를 출발로 하여 로마법은 새로운 인식이 이루어졌다. 특히 후기주석학파 (Postglossatoren) 의 체계적 주석에 의해 로마법은 실용화되었다 ((86) III 참조). 이러한 로마법은 독일에 계수되어 보통법 (gemeines Recht) 을 이루었으며, 보통법은 게르만고유법과 공존하여 1900년 1월 1일에 독일민법전이 시행될 때까지 적용되었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는 개별적 계수가 있었으며, 1804년 나폴레옹법전 제정시 대폭 채용하였다. 이러한 로마법의 계수는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나 자본주의적 경제의 생성발전과 함께 하는 것이며, 문예부흥, 종교개혁과 더불어 중세 말기의 정신사적 운동의 일환을 이룬, 실로 세계사적인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3) 보통법과 형평법
영국에서는 11세기 윌리엄 1세가 노르만왕조를 수립하여 법을 통일하기까지 대륙의 속인주의적인 게르만 부족법의 영향을 받았다. 그 후 보통법재판소(court common law) 에 의해 판례법이 형성되었으며, 이를 보통법이라고 한다. 보통법은 그 강인성으로 말미암아 점차 탄력성을 잃게 되어 시대의 요청에 적응하지 못하여 형평법이 나타났다((25) II (1) 참조).
(4) 엄격법시대
중세사회의 법은 법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그 내용이 신분적, 고정적이어서 탄력성을 잃었으며, Pound가 지적한 바와 같이 고정적이어서 엄격법(strict law) 시대를 이루었다.
III. 근대사회의 법
14세기에서 16세기 까지에 걸친 르네상스 (Renaissance) 와 종교개혁운동을 통하여 싹튼 개인의 자각과 상공업의 비약적인 발달에 따른 시민의 지위향상은 사상적으로 개인주의, 자유주의 이성주의를 불러 일으켰다. @p104
이러한 사상의 영향으로 봉건사회제도는 붕괴되고 근대적인 시민사회가 성립하였다(주 13). 시민사회는 만인의 평등을 기조로 하여 각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기본적인 조직이념으로 하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원칙으로 하여 성립, 발전하였다. 그리하여 이들 개인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의 이념은 근대국가의 성립과 발전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근대국가의 법은 국민에 의하여 정립되게 되었고, 법은 개인을 자유, 평등한 권리능력자로 하는 시민법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사상적, 사회적 배경 아래 근대국가는 국가의 입법권에 의하여 성문법화하고 법치주의의 원리가 근대법질서를 지배하였다. 대표적인 성문법으로는 1628년, 1689년의 영국의 권리청원 (Petition of Right) 과 권리장전 (Bill of Right), 1776년 미국 버지니아헌법, 1787년 미합중국헌법, 1791년 프랑스헌법, 1794년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Allgemeines Landrecht) (주 14),1804년 프랑스민법 (나폴레옹 민법전) (주 15), 1896년 독일민법전 (주 16) 등이 있다.
* 주 13: 시민사회는 처음에는 중앙집권적 절대왕권국가와 병존하였으나, 점차 절대주권의 타도를 위한 투쟁과정 속에서 시민사회의 변모가 이루어졌으며, 나아가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사회건설의 기초가 되었다.
* 주 14: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이 법은 민법적인 규정이 많은 편이나 공, 사법을 망라하여 2편 43장 17,000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생활의 세부까지 규정하여 재판관에게 재량권을 인정치 않았다. 이 법은 로마법에서 해방된 최초의 체계적인 법전으로서 용어 사용에 있어서 민족적이었고, 18세기의 절대왕제를 대표하는 법전이라 할 수 있으며, 독일민법전이 제정될 때까지 시행되었다.
* 주 15: 나폴레옹법전: 나폴레옹법전은 프랑스민법전이라고도 하며, 인, 물권, 재산취득 등의 3편 2281조로 구성되고, 자유, 평등의 사상으로 일관되어 근대자유주의입법의 선구로서, 다수 국가의 민법의 모범이 되었다. 지금까지 100회 이상의 개정을 거쳐 현재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면적 개정의 준비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전의 문장은 프랑스문장의 모범으로,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 아나톨프랑스는 집필하기 전에 반드시 프랑스민법전을 읽으면서 그의 문장 표현연습을 하였다고 한다.
* 주 16: 독일민법전: 1814년 티보(Thibaut) 가 “독일에 있어서 일반민법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라는 논문에서 통일민법전의 편찬을 역설하였으나, 사비니(Savigny) 는 ‘입법 및 법학에 대한 현대의 사명’ 에서 이를 반대하였다.((87) IV (1) 참조). 그 후 1874년 민법전기초위원회에서 제 1초안이 나오고, 다시 제 2초안이 1896년에 공포되어 1900년 1월 1일부터 이 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총칙, 채무법, 물권법, 친족법, 상속법 등의 5편 2385조의 대법전이며, 용어가 세련되고 논리가 치밀하여 소위 19세기 독일법학의 집대성으로서 법문화사상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 그것은 개인주의사상을 기조로 함과 동시에 한편에서 독일고유법인 게르만법의 사상, 타면에서는 새로운 사회사상인 단체주의사상을 채용하였다. 이 법전은 20세기 초 여러 나라의 민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었다. 일본민법은 독일민법 제1초안을 많이 참고하였고, 우리 민법은 일본보다 더 많이 독일민법전에서 여러 제도를 채용하였다. @p105
(1) 근대법의 특색
근대법의 특색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 통일적 성문법화: 종래의 지방법이나 관습법은 국가법으로 통일되어 각종의 법전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통일적 성문법화를 촉진시킨 배경은 (i) 봉건적인 체제가 붕괴되고 중앙집권적 근대국가가 건설됨에 따라, 법질서의 통일을 기할 필요에서 종래의 지방입법이나 관습법을 정비함에는 성문법체제가 적합하였고, (ii) 근대에 이르러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하여는 종래의 관습법보다 성문법에 의하는 것이 합리적이었고, (iii) 국가의 모든 작용은 법에 의거하여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요청 등을 들 수 있다.
(나) 법치주의원리의 지배: 국정 전반, 그 중에서 특히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의해 제정된 법률에 준거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원리가 기본적으로 근대법질서를 지배하였다.
(다) 자연법론의 융성: 인간이성 자체에 근거하여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절대불변의 법이 모든 법질서의 기반이라고 하는 자연법론(특히 자유주의적 자연법론, (87) II 참조) 이 융성하였다. 국가계약이론 국민기본권의 천부인권성, 국민의 저항권사상 등은 모두 자연법론에 근거하는 것이다.
(라) 의무본위에서 권리본위로: 고대, 중세사회에 있어서는 특권계급에 대한 복종의식으로 일관되고, 개인의 권리에 대한 자각이 없었기 때문에 법제도도 의무본위일 수밖에 없었다(주 17).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서는 자아의 각성과 함께 법사상도 권리본위로 이행하였다. 동시에 국가본위의 법으로부터 개인본위의 법으로 변천하였다.
(마) 신분에서 계약으로: 봉건사회의 구조는 일정한 신분을 기초로 하는 계급에 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법제도도 신분관계를 전제로 하여 존립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주의, 자유주의사상의 영향 아래 법적 관계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평등한 계약에 의하여 규율되기에 이르렀다. 영국의 유명한 법학자인 메인(Maine) 은 이러한 변천과정을 ‘신분으로부터 계약으로’ 라고 설명하였다.
* 주 17: 종래의 법질서는 주로 ‘...하여서는 안되다’, ‘...하여야 한다’ 라는 형식의 의무본위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근대법은 이와 반대로 ‘...할 수 있다’ 라는 형식의 권리본위로 규정되어 각인의 권리보장이 법의 임무임을 표현하게 되었다. @p106
(바) 자유, 평등권의 보장: 근대시민사회는 만인의 평등을 기조로 하여 각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15), (16) 참조).
(2) 근대법의 기본원칙
근대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사회로서, 근대시민법의 기본원칙은 소유권절대의 원칙, 계약자유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IV. 현대사회의 법
근대의 법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 평등을 보호함으로써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하였다. 이와 함께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동안 인류역사에서 일찌기 경험치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으니, 그것은 곧 근대물질문명과 근대문화의 발달이다. 이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법사상은 시민적 경쟁사회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 평등이라는 추상적 이념만을 추구하였고, 인간의 구체적 가치의 실현에는 등한시하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즉, 사람 개개인을 구체적으로 사회생활의 현실에서 파악할 때에는 결코 누구나 자유, 평등하지 않고, 사회, 경제적으로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법이 사람(Mensch) 을 어디까지나 추상적으로 자유, 평등한 인격자(Person) 로 파악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그리고 국민주권주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사람을 추상적인 인격자로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Mensch) 으로 파악하려는 생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Radbruch는 이러한 흐름을 가리켜 ‘인격에서 인간으로’ (von Person in Mensch) 의 전환이라 일컬었다. 자본가인가, 근로자인가, 부자인가, 가난한 자인가 등의 구체적인 인간을 파악하여 실질적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인간다운 생존’(menschenwurdiges Dasein) 을 확보하여 주려는 사회적 정의의 관념이 배후의 사상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p107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국가 사이의 교류도 활발해지게 되면서 국제사법분야도 점차 다양해졌다. 또한 세계의 곳곳에서 발생한 수 많은 전쟁은 인류의 생존에 혹심한 피해를 안겨 주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법은 전쟁으로부터 인류의 생존과 문명을 지키려는 사조가 늘어나면서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유지를 위해 많은 국제조약과 국제기구들을 창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배경 아래서 현대법은 성립, 발전되었다. 현대법으로서의 모범적인 모델로서 보통 1919년의 Weimar 헌법을 든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 법질서도 현대법의 전형으로서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1) 현대법의 특색
현대법의 특색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 국민주권논의 완성: 근대 입헌주의국가는 반드시 국민주권주의를 그 이론적 전제로 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군주주권론을 한편으로 인정하고 한편으로 시민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군주권력을 제한하고자 한 타협적 형태이었다. 그러나 미합중국 건국을 시초로 각국은 군주권력을 완전히 타도하여 결국 국민주권국가를 건설하게 되었으며,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이를 취하여 국민주권주의가 헌법에 선언되고 있다.
(나) 생존권의 보장과 사회법의 대두: 근대 입헌주의국가 헌법에 있어서 기본권보장은 자유권을 중심으로 하였다. 현대에 와서 각국 헌법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보호를 위하여 ‘인간다운 생활’ 의 보장을 이념으로 하는 이른바 생존권을 규정, 보장하고 있다((18) 참조). 이는 전기 Weimar헌법을 효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적 법률관계에 공적 통제를 가하여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소위 사회법((35) IV 참조) 이 많이 대두되었다.
(다) 복지국가의 실현: 현대국가는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 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실제로 인간다운 생활을 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여러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실현시키려고 한다. @p108
즉, 현대국가는 복지국가로서 독점기업 횡포에 대해 제동을 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고(경제법의 발전), 사회보장의 증진에 노력하여 생활능력이 없는 빈곤한 국민을 특별히 보호하며, 국민의 보건을 증진시키고(사회보장제도의 발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거나 여자와 소년의 근로를 특별히 보호하는(사회법의 발전)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하여 종래의 자유주의적인 법은 국가로부터 필요에 따라 통제를 받게 함으로써, 개인본위의 법에서 사회본위, 단체본위의 법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법의 기본원리도 수정이 가해지게 되었으며 행정권의 강화도 가져오게 되었다.
(라) 국제평화주의 추구: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모두 헌법 속에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많은 국제조약, 국제기구, 헌장 등이 채택되고 있다.
(마) 사회주의 법질서의 등장: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자유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국가중앙권력에 의한 계획경제를 실시하는 사회주의법질서가 일부국가에 의해 채택되었다. 이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법질서인 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무시된 실질적 평등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2) 근대법의 기본원칙의 수정
앞에서 본 바와 같은 특색을 갖는 현대법 아래에서 근대법의 기본 9삼원칙은 수정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소유권절대의 원칙은 사회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고, 그 행사도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는 제한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계약자유의 원칙은 국가가 간섭할 수 있다는 제한을 받게 되었으며, 과실책임의 원칙은 무과실책임의 인정이라는 제한을 받게 되었다. 결국 현대법의 최고원리는 자유인격의 원칙과 공공복리의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p109
@[ 제6장 법의 계통@]
@[(23) 제1절 서설@]
법은 인류와 더불어 발전하여 왔다. 즉, 한 민족이 국가를 이루어 고유한 문화와 특성을 지니며 발달하였듯이, 법도 그 민족의 문화와 특성과 유기적으로 관계되어 발달해 온 것이다. 따라서 법은 각 민족마다 그 문화에 상응하여 독특한 특색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한 국가. 민족의 문화는 다른 국가. 민족에 영향을 주며, 서로 교류하고 때로는 융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서 법문화(legal culture, Rechtskultur)도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수 개 민족에 공통된 특색을 띤 하나의 법문화권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수개국 또는 수개민족의 법이 법의 계수(reception, Rezeption)에 의하여 동일한 법계 의 영역에 속하는 경우에, 이러한 것을 법계(legal system, Rechtssystem)또는 법의 계통이라고 한다.
법계는 그 자체의 특색을 지니고 그의 법문화권에서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한 법계가 다른 법계에 흡수되어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집트법계나 헤브라이법계와 같이 그 법계를 생기게 한 민족과는 관계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또 로마법계와 같이 그 법계가 생성한 민족과는 관계없이 지금까지 존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법계의 보편화형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이 국제간의 교통. 통신의 발달로 국가교류가 성행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법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그 특색이 퇴색되어 해상법과 같은 분야에서는 @p110
세계법적 경향을 띠기도 한다. 이를 ‘세계법화현상’이라고 한다.
오늘날 세계에는 여러 법계가 존재하고 있다. (주 1) 이들은 모두 독특한 전통과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또 이제까지 세계법률문화발전에 가장 공헌이 컸고 또한 중요한 법계라고 한다면 역시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라고 하겠다.
@[(24) 제2절 대륙법계@]
I. 대륙법계의 의의
대륙법계(continental law)는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대륙에서 생성. 발달한 법계이다. (주 2) 대륙법은 로마법(Roman law)계와 게르만법(Germanic law)계를 근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근대국가의 성립과 더불어 형성되었다. 대륙법계는 영미법계의 불문법주의와는 달리 성문법 중심으로 되어 있어 이론성. 논리성이 우수하다. 로마법은 주로 법조법. 도시법. 상인법인 데 대하여, 게르만법은 주로 민중법, 농촌법, 농민법이라 할 수 있다. 또 로마법은 성문법주의, 논리적인 체계, 공, 사법의 구분, 개인주의의 사상인 데 대하여, 게르만법은 관습법주의, 상징주의, 공, 사법의 융합, 단체주의사상 등을 그의 특색으로 하고 있다. 또한 대륙법계는 프랑스법계와 독일법계로 분류할 수 있다. 프랑스법계는 개인주의. 자유주의를 나타내는 데 비하여, 독일법계는 게르만고유법계인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단체주의적 사상을 나타내고 있다.
* 주 1: 법계를 역사적으로 보면 이집트법계. 바빌로니아법계, 중국법계, 인도법계, 헤브라이법계, 그리이스법계, 로마법계, 게르만법계, 교회법계, 마호멧법계, 슬라브법계, 구주대륙법계, 영미법계 등이 있으며, 이들 중에는 이미 사라진 것도 있고 아직 존속하는 것도 있다.
* 주 2: 대륙법계에 속하는 국가는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포르투갈, 기타 남미제국(이상 프랑스법계)과 독일, 스위스, 화란, 스웨던,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게르만계 제국 및 한국, 일본, 중국(이상 독일법계) 등이다. 그러나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대륙법계에 속한 일본이나 우리나라에도 영미법계 요소가 다소 침투되고 있다. @p111
II. 로마법과 게르만법
(1) 로마법
로마법은 B.C. 753년 도시국가 형태로 시작한 로마의 초기부터 12표법의 편찬, 시민법과 만민법, Justinianus의 이른바 로마법대전 ((22)I(2) 참조)이 완성되기까지의 1300년에 걸쳐 생성. 발전된 법이다. 로마법대전은 12세기에 이르러 이탈리아의 볼로냐 (Bologna) 대학에서 일어난 주석학파나 후기주석학파에 의하여 대륙법계의 제국에 계수되어 당시 유럽 제국의 실정법으로 적용되다가, 그 후 각국의 고유법과 융합되어 점차적으로 보편화된 대륙법으로 발전하였다. 이와 같이 로마법은 대륙법의 기초가 되었다. 특히 근세독일에서는 로마법이 독일보통법(Gemeines Recht)으로 계수되어 적용되고 보통법학 (판덱텐학파 (83) III (6) (가) 참조)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고, 각 지방의 고유법(Landrecht)이 보충적으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로마계수법은 너무나 개념적. 추상적인 경향으로 기울어 로마법의 실제적인 정신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로마법의 계수가 민중의 요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시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졌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그 후 1900년에 독일민법의 시행과 더불어 로마계수법은 사라졌다. 로마법은 로마제국의 멸망 휑도 유럽의 법질서를 지배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유럽법사상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주 3)
(2) 게르만법
게르만법은 게르만민족의 고법을 말한다. 게르만은 부족법이 나온 후에는 주로 관습법이 지배하였다. 그 후 13세에 접어들면서 관습법을 기초로 한 사선에 의한 법률문서가 편찬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레프고우(Repgow)의 법서인 작센슈피겔 (Sachsenspiegel) (주 4)이며,
* 주 3: Jhering은 ‘로마법을 통하여 로마법 위에’라고 말하여 법학에 있어서 로마법 연구의 중요성을 말하였다.
* 주 4: 1215~1235년에 Sachsen의 기사이며, 참심원인 Repgow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독일어로 쓰여진 독일 최초의 법서이다. 내용은 란트법(Landrecht: 원래 관습법으로 발전되어온 보통법의 성격을 가진 법)과 봉건법의 2부로 되어 있다. @p112
작센(Sachsen)지방에서는 법전과 같은 효력을 가졌고, 이것이 독일의 다른 법전편찬의 기초가 되었다. 그후 1495년부터 로마법을 계수함으로써 외국법계수시대가 되면서 게르만법의 로마법화 현상이 나타나 게르만법은 큰 변혁을 가져왔다. 유럽 최초의 체계적인 법전인 1794년의 프로이센일반란트법, 1804년의 프랑스미니법전(나폴레옹 법전) 및 1896년의 독일민법전 등이 그 영향하에 제정된 것이다.
III. 대륙법계의 특징
(1) 성문법주의
염미법은 판례법주의이나 대륙법은 성문법주의(법전)이다. 이것이 양 법계의 특징이고 또한 본질적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륙법계 제국은 1794년의 프로이센일반란트법전을 효시로 하며 각기 법전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법전편찬의 동기를 보면, (i) 법의 분열을 지양하고 통일된 법체계를 가지려는 국민적 여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불문의 관습법이 주요법원을 이루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확실하고 통일된 법을 원하는 국민적 여망의 대두는 이해할 수 있으며, 이 여망에 응해 주는 것은 바로 법전의 편찬이었던 것이다. (ii) 혁명의 영향도 들 수 있다. 즉, 성공적 혁명가들은 그들이 수행한 혁명을 법전 속에 각인함으로써 그들의 승리를 견고히 하려고 한다. (iii) 후진국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하여는 선진국의 문물을 빨리 흡수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동기에서 탄생한 법전들은 거의가 모방에 불과하다. (주 5)
(2) 개념주의와 체계적 성격
대륙법은 세련된 일반 제개념으로 세워진 법체계이다. 대륙에서의 개념의 발달은 실정법학의 공적이다. 수세기 동안의 로마법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대륙의 법학자들은 그들의 도구인 제개념을 연마하고, 이들 개념을
* 주 5: 성문법주의국가에도 상급법원의 판례가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며, 그 결과 대륙법계 제국에서도 사실상 많은 판례법이 생기는 것이다. @p113
상호조직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일관. 정서된 체계를 이루었다. 여기서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법률사건을 논리적 조작에 의하여 재결한다는 것이 원리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이리하여 개념법학 ((51)I 참조)이 성립하였던 것이다. 대륙법은 법전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법전은 그 성격상 체계적이어야 하고, 또한 완전무결하여야 한다. 대륙법의 모든 영역과 부분은 빠짐없이 과학적인 연구와 음미를 받았으며 공식화되어 있다. 연마된 법학적 일반 제개념을 조직적. 논리적으로 쌓아 올라감으로써 훌륭한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대륙법의 큰 특징인 것이다. 이러한 체계적 방법을 완성한 것은 19세기 후반의 보통법학 ((83) III (6) (가) 참조)이었다.
(3) 로마법의 영향
영미법과 대륙법은 로마법과 게르만법이 융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영미법은 게르만법적 요소를 기조로 삼고 있으나 대륙법은 로마법적 요소가 압도적이다.
(4) 배심제도의 부인
대륙법계에서는 사실문제에 관하여 법률문외한인 배심이 판단하도록 하는 배심재판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25) 제3절 영미법계@]
I. 영미법계 의의
영미법계 (Anglo-American law)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법계로 대륙법계에 대립되는 법계이다. (주 6) 따라서 영미법은 영국법과 미국법이
* 주 6: 영미법계에 속하는 국가는 영국. 미국(루이지애나주와 푸에드리코를 제외). 캐나다 (퀘백주 제외). 오스트랠리아. 뉴질랜드(친족. 상속에 관하여 힌두교도와 회교도를 제외). 인도 등이다. @p114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 중세에 영국으로 건너간 게르만법의 일분파가 오늘날 세계적 이대법계의 하나로 등장하게 된 것은 하나의 경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영국의 뛰어난 법적. 정치적 소질이 발전성과 적응성을 지닌 생명력 있는 실용적인 법을 창조해 냈고, 그들의 국력이 크게 신장하였기 때문이다. 영국법은 미국에 계수되어 다시 독립된 미국법으로 나타났다. 영미법에서는 법질서의 조직화. 일반화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존중하고 개개 사건의 판례로 이루어진 판례법이 중심이 되어 있다. 대륙법에 있어서 법관은 법전의 해석자에 불과하지만 영미법에서는 법발전의 담당자 역할을 한다.
II. 영국법과 미국법
(1) 영국법
영국에서는 윌리엄 1세가 노르만왕조를 수립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적 봉건제도를 갖기 위한 정책으로 법을 통일하기까지는 게르만부족법의 영향을 받았다. 영국법의 통일은 보통법재판소와 판례법의 보급에 공헌한 일종의 법률학교인 법조원(Inns of Court) 및 순회재판소의 활동에 의하여 강화되었으며, 보통법재판소에서 취급된 보통법(common law)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영국법의 주요부분이 되고 있다. 보통법은 영국 고래의 관습을 기초로 삼아 수세기에 걸친 판례에 의하여 성립. 전개된 법체계로서 재판관이 만든 법, 즉 판례법이다. 보통법은 사회적 관행의 계속성을 중요시하고 또 판례법주의. 법의 지배. 배심재판 등을 내용으로 성립. 발전하였다.
이와 같이 보통법은 판례법체계형식을 취하였기 때문에 판례집인 연서(Year Books) (주 7)가 영국의 가장 중요한 법원이다. 특히 보통법은 법의 강인성 때문에 로마법의 영향을 배제하였다.
그러나 보통법이 시대의 요청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차 탄력성을 잃게 되자 보통법재판소와 대립하는 형평법재판소가 생기게 되었다.
* 주 7: 에드워드 1세 (1272~1307)부터 헨리 8세 (1509~1547)까지의 판례집이다. @p115
형평법재판소는 권리관념보다는 양심에 중점을 두고 도덕적 색채가 농후하며, 지나친 엄격성을 완화하고 선례에 구애됨이 없이 구체적 타당성을 존중하고, 재판관의 자유재량권이 인정되어 공정하다고 믿어지는 원칙을 적용하여 재판이 행해졌다. 이 형평재판소에서 수립한 법과 그로부터 발달한 법을 형평법(equity)이라고 하며, 보통법과 더불어 법원이 되었다. 그리고 형평법재판소는 보통법의 결함을 보정하였으나 그 후 보통법재판소와 대립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두 재판소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게 되자 1873년에 재판소법(Judicature Act)을 제정하여 통일된 재판소가 설립되었다. 이로써 보통법과 형평법은 통일된 재판소에 의하여 적용되었으며, 양자가 저촉될 경우에는 형평법을 우선하여 적용하였다. 오늘날 영국에서는 상당수의 성문법이 제정되어 있으나 아직도 보통법이 영국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2) 미국법
미국은 보통법과 형평법 등의 영국법을 계수하였으나, 1861~1865년의 남북전쟁에 이르는 미국법의 형성기에 있어서는 민영감정으로, 특히 루이지애나(Louisiana)주 등 많은 주에서는 프랑스법을 계수하여, 결국 대륙법도 미국법에 영향을 주었다. 대룩법계의 성문법의 영향으로 법전편찬이 활발해지고, 미국인의 진취적인 성격과 정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미국법은 독자적인 법을 서서히 발전시켜 나갔다. 미국에서는 입법부우위의 영국에 비하여 사법부우위의 전통이 세워짐과 함께 판례법의 확립과 정비가 촉진되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연방과 각 주법원의 수 많은 판례를 조직화한 판례집이 발간되었다. 이와 같이 판례법을 중요시 함에 따라 제정법에 대한 판례법우위의 법사상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사법부의 위헌입법심사라든가, 법조인양성의 특이성, 실용주의철학에 위한 법철학의 발전 등은 미국법의 특색을 이루는 동시에 미국법계의 기반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법의 연구에 있어서도 이념적, 관념적인 것보다 실용적. 분석적 방법을 취하고 있다. @p116
III. 영미법계의 특징
(1) 판례법주의
판레법주의(principle of precedent)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내린 법원판결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그것을 제1차적인 법원으로 하는 법체제이다. (구체적 사건을 판결함에 있어서 판결의 근거가 된 법규범이, 즉 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래 법원(하급 또는 동급법원)이 이와 동일한 내용을 가진 사건을 재판할 경우에는 이에 다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판례법주의는 필연적으로 판례구 속의 법리를 수반하게 된다. (주 8)
(2) 법의 지배
법의 지배(rule of law)의 원리(또는 법 지상주의)란 주구든지 그것이 비록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모두 사법재판소에 의해서 확립된 통상의 법에 의하여 지배되고 또 법의 위반에 대해서도 통상의 법에 의해서만 처벌될 수 있다는 주의이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에 따라 법의 적용을 달리하지 아니 하고 또한 누구도 법 이외의 지배, 즉 사람의 지배나 권력의 지배를 받지 아니하며, 무엇이 법이냐 하는 판정권은 오직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사법 재판소만이 가진다는 것이다. (주 9)
영국에는 법의 지배라는 원칙과 함께 국회주권이라는 또 하나의 공법상의 대원칙이 명예혁명을 계기로 하여 확립됨으로써 국회가 제정한 법은 모든 것을 구속하도록 되었으며, 비록 사법재판소라 하더라도 국회제정법의 적용을 거부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영국에 있어서의 사법권의 우위란 다만 행정부에 대한 우위에 그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있어서는 법의 지배 내지 사법권의 우위의 사상이 철저하여 입법에 대한 사법심사제, 즉 입법부가 제정한 법에 대해서도 법원은 그것이 헌법에 위반된 것인가
* 주 8: 판례법주의국가에도 제정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정법은 오히려 예외적. 제2차적 법원으로 되어 있다.
* 주 9: 이 원리는 Coke 재판관이 국왕 James 1세 앞에서 ‘국왕이라 하더라도 신과 법 밑에 존재한다’라고 한 말 속에 잘 표현되고 있다. @p117
아닌가를 심사할 수 있다. 만일 헌법위반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무효로 하고 그 적용을 거부하는 제도(즉 위헌입법심사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미국에 있어서의 사법권의 우위는 행정권에 대한 우위일 뿐만 아니라 입법권에 대한 우위이기도 하다.
(3) 배심재판
대륙법과는 달리 영미법계는 보통법재판소의 판례방법으로서 배심제판(trial by jury)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재판관과 일반 시민으로부터 선출된 배심원들의 협력에 의하여 재판하는 제도이며, 영미에 있어서는 배심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되어 있다. 이러한 배심제도는 일반적으로 법률문제는 법률전문가인 재판관이 판단하고, 사실문제는 법류문외한인 배심원이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에 위해서 운용된다.
(4) 보통법과 형평법과의 대립
영미사법이 보통법(common law)과 형평법(equity)의 2개의 법체계로 대립되고, 이 양자의 조화에 의해서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은 대륙법과 다른 영미법이 가지는 또 하나의 현저한 특색이다. 보통법과 형평법은 각기 별개의 재판소에 의해서 발달되어 온 판례법이지만, 형평법은 보통법의 엄격성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생긴 보통법의 추가 내지는 보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사회주의법계
(1) 의의: 사외주의법계 (Socialistic legal family)는 소련을 위시하여 마르크스주의 (Marxism)를 이념으로 하는 사회주의국가(공산주의국)의 법계이다. 원래 이들은 대륙법계의 국가들로서 로마.게르만법의 요소들을 상당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이념이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이론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그 근본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2) 특색: 사회조의법계의 주요 특색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가) 법의 실력: 사회주의법계는 마르크스이론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법의 근거로서 ‘법은 실력이다’라는 실력설을 채택하고 있다. 즉, 사회주의국가는 @p118
법률에 의하기 보다는 법률외적 (extralegal) 또는 비법율적 (nonlegal)인 수단에 의하여 사회를 통제하기를 좋아한다. (주 10)
(나) 유물변증법적 성격: 사회주의법계는 법사관으로 마르크스주의에 따라 유물변증법적 성격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공산주의법은 자유주의사회의 법에 비하여 법적용의 대상이 되는 사회경제조건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변하는 경향이 잇다. 그것은 정적. 개념적이 아닌 동적인 것으로서 스스로 그 자체 내에서 논리적 모순이나 불일치를 더욱 쉽사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주 11)
(다) 생산수단의 국유화: 사회주의법계는 개인의 자유와 복리증진에 우선 순위를 두는 자유민주주의법에 비하여 너무나 경제적 요소에 중점을 둔 경제지향적이다. 이것은 곧 마르크스주의를 기초로 새로운 경제구조를 목표로 생산수단을 국유화하고 국가가 수립한 계획경제의 수행에 의하여 국가 그 자신을 하나의 체계화된 유일한 경제단위로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 간의 관계는 퇴색하여 사법 자체는 크게 위축되고 대륙법계와는 달리 철저하게 공법이 주도하고 있으며, 자유주의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국가의 모든 활동에 대하여 엄격한 법적 통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라) 계급투쟁의 무기: 마르크스주의에 의하면 국가는 계급사회에 있어서 지배계급이 타계급을 지배하기 위하여 만든 권력기관으로 보고, 법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억압하기 위하여 국가권력과 결합하여 규범화한 도구라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은 물론 법의 해석도 지배계급의 계급적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주의법계는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계급투쟁의 무기로서 법을 제정하고 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 12)
(마) 집단주의적 성격: 사회주의법계는 집단주의적 성격을 그 특징으로 한다. 마르크스이론에 있어서의 모든 사회관계의 근본적인 통합원칙에 따라 정치와 경제는 통합되며, 법은 정치와 경제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으며, 법적 문제는 곧 사회문제로서 파악하게된다. (주 13)
* 주 10: 마르크스주의란 결국 힘에 관한 이론이다. 따라서 사회질서가 위협을 받으면 종국에 가서 법을 포기하고 결국 힘에 의존한다. 그리하여 사회주의법의 운명은 항상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 주 11: 권리의 사회. 경제적 목적이 법적 형식 내지 권리의 형식적 측면과는 달리, 공산주의법에 있어서는 더욱 강조되고 엄격한 법률성의 요청은 동적인 사회발전이라는 목적의 미명하에 변증법적으로 말살되는 예가 빈번하다.
* 주 12: 종래의 형법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새로운 ‘사회주의인간’의 창조를 위하여 재래의 형사법 이외의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라는 형벌규범을 설정하는 따위의 현상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 주 13: 북한헌법 제17조에 의하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법은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근로인민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하고 모든 국가관계. 기업소. 사회협동단체 및 공민들에 의하여 ’자각적으로‘ 준수된다’고 규정하는 바, 북한의 공민은 이와 같이 정의되는 북한의 법뿐 아니라, 나아가 사회주의적 생활규범, 사회주의적 행동준책을 철저히 지칠 것이 요구되고 있다(67조). 결국 북한의 모든 공민은 ‘집단주의정신을 높이 발양하여야 한다. 공민은 집단과 조직을 사랑하며 사회와 인민의 이익, 조국과 혁명의 이익을 위하여 몸받쳐 일하는 혁명적 기풍을 세워야 한다.’ (68조). @p119
(3) 법계의 논쟁: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군의 법이 독창적인 것이냐 또는 대륙법계에 속하느냐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 소련법은 대륙법의 용어를 광범위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적어도 외관상 그 구조에 있어서도 그렇다. 또한 법의 지배의 관념을 대륙의 법률가와 다름없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i) 법기술적인 면에서는 소련법은 대륙법의 영향을 받았다 하더라도, 법의 이데올로기적 배경이나 기능적인 면에서는 소련법은 대륙법과 전혀 대립된 것이므로 전자를 후자에 포함시킬 수 없다.
(ii) 한편 사회주의국가의 법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비에트법이 대륙법과는 다른 독창성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그네들의 이론에 의하면 법은 경제조의 상부구진에 지나지 않는다. 법과 경제를 하나로 묶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유대를 무시하거나 순전히 형식적인 유사점 또는 차이점에 사로잡히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비합리적이다. 경제유형이 대립되면 그것에 상응하여 필연적으로 법의 유형이 전적으로 달라진다. 비사회주의국가의 경제의 역할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반하여 사회주의국가의 경제의 역할은 집단적 이익의 입장에서 수립된 계획과 일치하도록 생산 수단을 이용하는 데 있다. 따라서 양 체제에 있어서의 법은 명백히 동일법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iii) 사회주의국가와 비사회주의국가의 구조. 제도. 생활태도. 사고방식 등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 겨로가 용어만 하더라도 체제의 차이에 따라 그 의미. 내용을 달리하게 된다. 예컨대 민주주의. 선거. 의회. 노동조합. 단체협약 등은 공산당의 독재성으로 말미암아 자유주의진영에서와는 아주 다른 의미를 가진다. 또 사유권. 계약 등도 사회주의체제하에서는 생산수단의 집단화와 국가계획으로 말미암아 다른 내용을 지닌다. 따라서 소비에트법은 대륙법이라는 별개의 법계를 이룬다.
(4) 북한법 연구의 필요성: 제2차 세계대전 후 사회주의의 세계는 넓어졌다. 그 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사회주의에 관한 연구를 금지하여 왔고, 더구나 공산주의법이론을 법과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지 않다.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비판에 있어서 법이론에 대한 이해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비교법학의 입장에서 사회주의법을 연구의 대상 밖으로 버려둘 수는 없다. 특히 우리의 경우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이 언젠가는 이루어져야 할 것임에 비추어 북한법의 정체 파악을 위하여 그 법제의 연구야말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에 속한다고 하는 것은 법률가만의 편견은 아닐 것이다. 펜실바니아대학의 교수 보테(Bodde)와 모리스(Morris)가 지적한 바와 같이 법은 어떤 사회(혹은 문명)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시금석(touchstone)이 되며, 한 사회와 다른 사회에 있어서의 법의 역할은 서로 비교. 고찰한다는 것은 곧 그 두 사회 자체의 본질을 상호 비교한다는 문제와 @p120
직결되는 것이다.
또한 북한법 연구는 학문적 연구도 중요하다 하겠으나, 그 보다도 효과적인 통일방안의 수립을 위한 기초적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동시에 통일 후 북한지역에서의 모든 병리와 혼란을 해결하기 위하여는 북한에서 실시되는 법규범관계가 어떠한 것인가를 하나의 판단자료로서 알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북한법 연구가 장래의 통일한국에 대하여 가지는 적극적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소련. 중국. 북한을 위시한 사회주의법계의 연구는 오늘 날 긴요한 현실적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5) 사회주의와 정의(이데올로기): 20세기의 역사를 역동시킨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이데올로기(ideologie)이다. 민주주의. 고전적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진전되는 자본주의, 그것에 맞서는 마르크시즘. 사회조의 그리고 그것의 실권적 형태화인 공산주의, 그 반동으로 극우화하는 파시즘(Fascisim), 국가사회주의(나치즘,Nazism) 등이다. 2차대전 이후 종전의 식민지들이 독립을 위한 투쟁의 이론적 기초는 민족주의의 실질위주에서 대부분 사회주의의 기치를 내걸었다. 사회주의는 바로 정의라는 등식이 거의 종교적 신념의 수준까지 고양되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 이데올로기문제로 어느 국가보다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주 14)
중국의 등소평은 방중 중인 ‘모잠비크’ 대통령(조아킴 치사노)에게 ‘중국의 경험에 비추어 나는 귀하에게 사회주의를 채택하지 말도록 충고하며, 애매하고 원칙이 분명치 않은 사회주의의 경우 특히 그렇다’면서 ‘꼭 사회주의를 채택하여야만 한다면 귀국의 특성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였고, (주 15) 또 등소평은 방중중인 ‘에티오피아’의 대통령(맹기스투 하일레 마리암)에게 ‘사회주의는 과거 20년간 중국과 중국인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왔다’고 말하였다. (주 16) 이러한 등소평의 말은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시사를 주고 있다. 즉, 그것은 어떤 이데올로기도 어떤 인물도 신성불가침의 절대적인 진리로 쳐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며, 이점이 이제는 마르크스9Marx)나 레닌(Lenin)을 바라보는 공산종주국의 태도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의나 학설 방법론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따라서 그런 것들을 언제 어디서나 예외 없이 무조건적으로 신성시하고 교리처럼 절대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과 얼마까지만 해도 레닌적 혁명방식과 사회주의의 모델은 각국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바로 ‘절대적. 보편타당의 진리’로 신성시되었다. 그러나 실상 레닌주의는 후진적인 제정러시아의 특이한 산물인 뿐이다.
* 주 14: 미. 소라는 양 강대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세계전략에서 한반도를 양분할 때 이데올로기가 등장한 것이다. 김일성의 공산주의와 이승만의 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명분’을 준 것이다.
* 주 15: 조선일보, ‘등소평, 사회주의 채택말라’, 1988. 6. 11, 5면 참조.
* 주 16: 동아일보, ‘등, 사회주의는 중공에 고통줬다.’ 1988. 6. 23, 5면 참조. @p121
서구공산당들은 이미 1970년대에 Lenin과 결별을 선언하였다.
Lenin의 최대의 문제점은 민주주의를 단순히‘부르좌들의 사기적인 놀음’이라고 하고서, 그것을 프롤레타리아 (proletarian)독재로 대치시킨 점이다. 그리고 자유. 보통선거를 비롯하여 언론. 결사. 종교. 양심의 자유, 복수정당제도의 의원민주정치 등의 민주주의의 모든 가치를 일거에 폐기해 버리고, 사유재산제도를 철폐해 버린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이데올로기투쟁은 누가 지배. 통치하느냐의 싸움이었다. 일인지배, 소수의 귀족지배, 민중지배 내지 프롤레타리아독재가 그것이다. 그러나 Lenin의 그러한 독재주의적 사회주의를 ‘사회주의이상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 비판되어 진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오늘날의 소련. 중국에서의 이데올로기의 경직성 완화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Marx. Lenin은 결국 신이 아니고, 그들의 이론은 신화일 수 없으며, 이데올로기에 인간은 희생될 수 없는 것이다.
@[(26) 제4절 한국법의 법계론상의 위치@]
우리 나라의 법은 법계론적으로는 대륙법계에 속한다고 하는데 이설은 없다. 그러나 최근 영미법의 요소가 적지 않게 침투되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헌법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특히 형사법. 상사법. 사회법 등에는 영미법의 영향이 상당히 미치고 있으며, (주 17) 앞으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 법의 법계상의 위치를 탐색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시되어야 할 점은 계수된 외국법과 전통적 고유법과의 관계이다.
* 주 17: 민사법은 그 영향이 비교적 적다고 하겠으나 금반언(estoppel)의 법리와 같은 것이 들어와 있다. 금반언이란 날인증서 또는 표시를 한 후 타인이 그것을 신뢰하고 이에 기하여 자기의 지위를 변경한 때에는 그 후에 날인증서나 표시에 모순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예컨대 갑이 을의 표시를 믿고 이에 기하여 자기의 지위를 변경한 때에 을은 후에 이르러 자기의 표시가 진실에 반하였다고 하는 것을 이유로 그것을 뒤집을 수 없다고 하는 원칙이다. 법의 세계에 있어서 페어플레이 (fair play)정신의 표현이며, 독일에서 인정되는 외관법리 (Rechtsschein)와 비슷하다. 거래안전을 위하여 극히 중요한 작용을 하며, 민법상 실효의 원칙과 그 취지를 같이 한다. 민법(125조). 상법(24조) 등에서 특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p122
David는 한국의 법을 포함한 중국. 일본. 태국. 캄보디아 등 극동제국의 법을 전통적인 법으로서의 ‘극동의 법’으로 분류하여 대륙법과 구분하고 있다. 그리하여 극동의 법은 예가 제1차적이고 법은 제2차적인 것에 불과하며, 이것을 Jhering이 말하는 ‘권리를 위한 투쟁’의 의식과는 반대되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건대 우리는 기나긴 민족사의 대분을 극동사회 고유의 전통적 문화권 속에서 살아왔다.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우리의 법생활은 전통적인 법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민법분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동성동본의 혈족 사이의 혼인금지제도를 비롯하여 친족법. 상속법 분야에 특히 특징적인 법제가 많이 유지되고 있으며, 재산법 분야에도 전세권제도를 비롯하여 관습에 의한 특유의 제도가 있다. 요컨대 한국법의 법계론상의 위치는 형식적. 법기술적으로 대륙법계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법기능적. 법의식적으로는 하나의 독립된 극동법권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p123
@[ 제7장 법의 연원(법원)@]
@[(27) 제1절 서설@]
법의 연원(source of law, Rechtsquellen)을 짧게 줄여서 법원이라고 한다. 법원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 1) 그러나 넓게는 법을 형성하는 원동력 또는 법규범의 타당성의 근원을 의미하며, 좁게는 법의 존재형식 또는 현상형태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의 실정법의 근원은 자연법((83) III(7), (87)II 참조)이며, 이는 실정법의 부당한 결과를 시정하고 또는 불완전한 점을 보충한다.
흔히 법원이라고 할 경우에는 좁은 의미, 즉 법관이 재판기준으로 적용하는 법규범의 객관적 존재형식을 말한다. 여기에는 성문법과 불문법이 있으며, 이들 법원 사이에는 그 효력에 우열이 있다. 법의 진화과정을 존재형식의 측면에서 보면 불문법에서 성문법으로 이행되어 왔다.
* 주 1: 법원을 뜻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i) 법을 제정하는 힘을 법원이라고 하여 신. 군주. 국민 또는 국가 등을 말하고, (ii) 법을 구성하는 재료를 법원이라고 할 때는 종교, 도덕, 관습, 판례, 조리, 학설 등을 말하기도 한다. (iii) 법률지식을 얻는 자료를 법원이라고 하여 법전, 판결록, 저서, 논문 등을 말하고, (iv) 법이 존재하는 형식을 법원이라고 할 경우에는 성문법과 불문법을 들기도 한다. 오늘날 법원이라고 하면 법의 존재형식을 의미하는 데 이설이 없다. @p124
@[제2절 성문법@]
@[(28) 제1 성문법의 개념@]
I. 성문법의 의의
성문법 (written law, geschriebenes Recht)이란 문장으로 표현되어 일정한 형식과 절차에 따라서 공포된 법을 말한다. 성문법은 국가 또는 단체에 의하여 제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정법 (Gesetzsrecht)이라고도 한다. 성문법은 일반적. 추상적으로 문장화되고, 따라서 고정화되기 때문에 그 개폐에는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오늘날 문명국가는 원칙적으로 성문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영국과 같은 불문법주의국가에서도 점차 성문법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성문법주의국가로서 헌법. 법률, 명령. 자치법칙. 조약 등을 지니고 있다.
II. 성문법주의와 불문법주의의 장단점
법의 역사는 불문법에서 성문법으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정한 국가가 성문법주의 또는 불문법주의를 지닌다고 하는 것은 절대적인 구별이 아니다.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국가도 불문법을 법원으로 가지고 있으며, 불문법주의를 취하는 국가도 성문법을 법원으로 인정한다. 그러한 구별은 성문법과 불문법 중에서 어느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성문법주의와 불문법주의를 비교해 볼 때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서 그 우열을 속단할 수는 없다. 이들의 장단점을 도시하면 다음과 같다. @p125
사항 성문법주의 불문법주의
1. 법의 통일. 정비 쉽다(장점) 어렵다(단점)
2. 법의 안정성 유지가능하다(장점) 유지곤란하다(단점)
3. 법의 내용 명확하다(장점) 불명확하다(단점)
4. 외국법의 계수 쉽다(장점) 어렵다(단점)
5. 법의 고정화 쉽다(단점) 어렵다(장점)
6. 사회변천에 대한 적응성 어렵다(단점) 쉽다(장점)
7. 법적 질서의 유동성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단점) 저해하는 경우가 적다(장점)
8. 법과 사회와의 간격 있다(단점) 없다(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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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2 성문법의 분류@]
I. 헌법
(1) 의의
헌법(constitution, Verfassung)이란 국가의 기본조직. 통치작용. 국민의 기본권 등을 규정하는 국가의 기본법이다. 우리 나라는 1948년 7월 17일 서명. 공포된 후 9차의 개정을 보았으며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국가의 모든 법질서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은 성문법원으로서 가장 으뜸가는 최상위의 법이다. 따라서 하위의 법인 법률, 명령, 규칙 등은 헌법에 위반해서는 아니 된다. 또 헌법의 개정에는 보통의 입법과는 달리 특별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헌법 128조~130조) 헌법이 성문형식을 취한 경우를 성문헌법이라고 하며,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국가가 이에 속한다 (주 2) 또한 영국과 같이 단일헌법을 갖지 않은 불문헌법의 국가도 있다.
(2) 제6공화국헌법
제9차의 개정을 본 제6공화국헌법은 1987년 9월 18일에 여야의
* 주 2: 서독의 헌법은 헌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기본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본기본법 (Bonner Grundgesetz)이라 하고 있다. @p126
합의에 의한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어, 동년 10월 12일에 국회의 의결을 거쳐, 10월 27일에 국민투료로서 확정되었다. (주 3) 또한 동년 10월 29일에 헌법이 공포되고,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헌법 부칙 1조 전단). 다만 대통령선거는 이 헌법시행일 40일 전까지 실시하여야 하므로 (헌법 부칙 2조 1항) 1987년 12월 16일에 대통령선거가 행하여 졌고, 국회의원선거는 이 헌법공포일로부터 6월 이내에 실시하게 하여 (헌법 부칙 3조 1항) 1988년 4월 26일에 있었다. 헌법은 전문 및 본문(10장 130조)과 부칙(6조)으로 구성되어 있다.
II. 법률
(1) 의의
법률(statute, Gesetz)은 넓은 의미에서는 법일반을 의미하나, 좁은 의미에서는 국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 법률만을 의미한다. 흔히 법률이라고 할 경우에는 좁은 의미의 법률을 가리킨다. 여기에서도 이러한 뜻으로 다루기로 한다. 법률은 헌법 다음가는 법원이다. 따라서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으며, 그러므로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은 무효가 된다. 한편 법률은 명령 등에 대하여는 상위에 놓이는 법원이므로 명령 등이 법률에 위배되는 내용을 가질 수 없다. 법치국가에 있어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
(2) 법률제정권
법률제정권(입법권)은 국회에 속하며 (헌법 40조), 법률은 법률안의 제출, 심의, 의결, 의결된 법률안의 정부에의 이송, 대통령의 공포라는 절차를 거쳐 제정된다.
* 주 3: 1987년 헌법개정은 형식적으로는 ‘제9차 헌법개정’이라고 할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헌법의 제정’이라고 해야 한다는 설이 있다. 그 이유는 대통령직선제. 국회의 복권 등을 통하여 권위주의적인 정부형태가 민주화되었으며, 정권의 교체가능성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행 헌법의 문제점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상대적 다수에 의한 당선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30%의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점과, 대통령이 국회의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에 올 수 있는 불안정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불안정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김철주, 신고헌법학개론, 박영사, 1988, 65~66면). @p127
(가) 법률안의 제출
법률안은 국회의원과 정부가 제출(제안)할 수 있다 (헌법 52조).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의원 20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장에게 제출한다.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헌법 89조 3호).
(나) 법률안의 심의와 의결
법률안이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이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상임위원회에 회부하여, 상임위원회에서 심의. 토의. 가결한 뒤 본회의에 상정하여 심의한다(국회법 75조 1항). 본회의에 상정된 법률안의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한다(헌법 49조).
(다) 법률안의 정부에의 이송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정부에 이송된다(헌법 53조 1항).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에 회부하여 공포할 것인가, 환부거부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라)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와 국회의 재의
법률안거부권(right of veto, Vetorecht)이란 국회가 의결하여 정부에 이송한 법률안에 대하여 대통령이 이의를 가질 때에, 대통령이 이것을 국회의 재의에 붙일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주 4) 법률안재의요구권이라고도 한다. 이 거부권의 대상은 법률안이고, 거부구내용은 법률안의 확정을 저지하기 위한 대통령의 이의이다. (주 5)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는 데는 환부거부와 보유거부의 두 방법이 있다.
* 주 4: 구헌법과는 달리 국회해산권이 없는 현행헌법의 대통령중심제하의, 특히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국회에 대응한 대통령 권한의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대통령에게 법률안거부권을 인정하는 일반적인 이유로는 (i) 의회의 경솔이나 전제로 말미암은 부당한 입법을 방지할수 있고, (ii) 권력분립에 의한 억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현행헌법상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단원제 국회의 경솔과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것임을 유의하여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 주 5: 우리 나라의 경우 제헌 이래 1988년 7월 현재 거부권이 행사된 경우는 51건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9건이 야당이 과반수를 넘은 제헌국회(14건)와 2대 국회(25건)때 이루어졌다. 그 후 3~4대 국회에서 각각 3건, 6대 국회에서 1건, 7대 국회에서 3건, 9대 국회에서 1건이 행사되었다. 그리고 이번 국회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이 문제되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이와 같은 우리 헌정사에 있어 거부권사를 볼 때, 초기의 몇 개 사례를 제외하고는 여.야가 타협을 이루는 지렛대로 작용했던 것이 아니라 막강한 통치권을 유지하려는 집권자와 이를 견제하려는 의회와의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요컨대 의회가 다수의 힘으로 전횡을 해서도 안되고, 정부의 거부권도 합리성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p128
환부거부(direct veto)란 우리 헌법에서와 같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에는 국무회의에 심의를 거쳐,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헌법 53조 2항). 국회가 폐회 중일지라고 의원의 임기만료로 폐회된 경우가 아니면 환부하여야 한다(헌법 53조 2항). 그러나 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는 없다.(헌법 53조 3항). 그리고 대통령의 보유거부는 인정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법률안을 국회에 환부거부하면 국회에서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override)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된다(헌법 53조 4항). 대통령이 그 법률안을 국회에 환부도 하지 아니하고 공포도 하지 않을 경우에는 15일이 경과함으로써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헌법 53조 5항).
보유거부(pocket veto)란 국회의 폐회나 해산으로 말미암아 대통령이 지정된 기일 내에 법률안을 국회에 환부할래야 환부할 수 없는 때에, 대통령이 그 법률안을 거부하기 위하여 법률안을 공포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법률안이 자동적으로 폐기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 법률공포
정부에 이송된 법률안은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여야 한다(헌법 53조 1항). 대통령이 환부거부하여 국회에서 재의결하여 확정된 법률은 지체없이 공포하여야 한다. 법률이 확정된지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확정법률을 공포한다(헌법 53조 6항).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법률은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을 경과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헌법 53조 7항).
III. 명령
(1) 명령
명령(order, Verordnung)이란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행정기관에 의하여 제정된 성문법을 말한다. 국회의 의결을 요하지 않으며 제정권자가 @p129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법률과 다르다. 명령은 법률의 하위에 있으므로 명령으로 헌법 또는 법률을 개발하지 못한다. 다만 대통령의 비상조치권에 의한 비상명령 (Ausnahmeverordnung)과 긴급명령 (Notstandsverordnung)은 예외가 된다.
(2) 분류
명령은 (i) 제정권자를 표준으로 대통령이 발하는 대통령령(헌법 75조), 국무총리가 발하는 총리령(헌법 95조), 행정각부의 장이 발하는 부령(헌법 95조) 등으로 나누어지고 (주 6), (ii) 법률에 대한 관계를 표준으로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 및 긴급명령(헌법 76조), 계엄(헌법 77조), 위임명령(헌법 75조), 집행명령(헌법 75조) 등으로 나누어진다. 보통 명령이라 할 때에는 법률의 하위에서는 위임명령과 집행명령만을 가리킨다.
(가) 위임명령: 입법사항에 관하여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delegation)을 받은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 법규명령이다(헌법 75조). 즉, 위임명령이란 법률의 위임에 따라 발하는 명령을 말한다. 따라서 사실상 법률의 내용으로 보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명령이라고도 한다. 상급명령에 의하여 하급명령에 위임하는 수도 있다.
(나) 집행명령: 법률 또는 상위명령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법규명령의 일종이다(헌법 75조). 따라서 집행명령은 모법을 변경. 보충할 수 없고, 모법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사실을 규정할 수 없으며, 그 근거가 되는 법률이 소멸하면 집행명령도 소멸되고, 그 법률에 변경이 있으면 변경된 부분에 관련된 한도 내에서 집행명령의 효력도 변경된다.
IV. 규칙
규칙이란 첫째, 국회 및 특수한 국가기관이 법률이 정한 사항에 관하여 제정하는 ‘규칙’이라는 명칭이 붙을 성문법규를 말한다. 즉, 헌법은 권력분립의
* 주 6: 대통령령은 총리령과 부령의 상위에 있고 총리령과 부령은 동일한 위치에 있으며 우열상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본다. @p130
이념에 따라 입법부와 사법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각 규칙의 제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i) 국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국회규칙, 헌법 64조 1항). (ii)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후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대법원규칙, 헌법 108조). (iii)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선거관리. 국민투표관리 또는 정당사무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헌법 114조 6항). 이러한 규칙은 대개 법률의 하위에 있으므로 법률에 위반할 수 없으나, 명령과는 동등한 효력이 있다.
둘째, 행정기관의 내부질서와 공법상 특별권력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되는 행정규칙을 말한다. 규칙. 훈령. 지시. 예규. 통첩. 규정. 수칙 등으로 표현된다.
셋째, 자치법규로서의 규칙이 있다.
V. 자치법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내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헌법 117조). 이와 같이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권에 기하여 제정하는 법령을 자치법규라고 한다. 자치법규는 조례와 규칙으로 나눌 수 있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의회가 법령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의결로서 제정한 것이며, 규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법령과 조례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기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제정한 것이다.
VI. 조약
(1) 의의
조약(treaty, Vertrag)은 국제관계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문서로서 행해진 @p131
국가 사이의 합의로서 국제법의 법형식의 일종이다. (주 7) 조약에 의하여 국제간의 법률관계가 개정. 변경. 폐지된다. 조약의 체결은 조약안을 대표자 사이에 협의로 작성하여 서명하고, 국내법상 국회의 동의를 얻어(헌법 60조) 대통령이 비준한다(헌법 73조). 이와 같은 절차를 밟아 체결. 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헌법 6조 1항).
(2) 행정협정
조약과 구별되는 것에 행정협약이 있다. 행정협약 (executive agreement)은 조약이나 법률에 의하여 수권된 사항을 정한다던가, 조약을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세부적 사항을 행정부가 단독으로 의회의 동의 없이 체결하는 것이다.
@[제3절 불문법@]
@[(30) 제1 불문법의 개념@]
불문법 (unwritten law, ungeschriebenes Recht)이란 문장으로 표현되지 않고 사실상 관행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으로 제정. 공포 등의 절차에 의하지 않은 법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문법은 성문법보다 먼저 존재해온 것이지만 사회가 복잡하게 변화해 가는 오늘날에는 질서의 명확화라는 요청에서 성문법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성문법으로서 모든 생활관계를 전부 규율하기에는 적당치 못한 분야도 있는 것이므로 불문법의 중요성도 크다. 특히 고정적인 성문법과 유동적인 사회생활 사이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해석의 방법과 법의 개정을 통하여 법운용의 신축성을 보일 수도 있으나 오늘 날 우리의 현실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 주 7: 조약의 명칭에 대하여 협정 (convention), 규약 (covenant), 규정 (statute), 헌장 (charter), 협정 (agreement), 의정서 (protocol), 선언 (declaration), 잠정협정 (modus vivendi) 등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두나라 사이에 체결되는 조약에는 agreement, 다수국가 사이에 체결되는 조약에는 convention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p132
불문법이 형성되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로 되어 있다. 불문법으로는 관습법, 조리, 관례법 등이 있다.
@[(31) 제2 불문법의 분류@]
I. 관습법
(1) 의의
관습법 (customary law, Gewohnheitsrecht)이란 입법기관의 의식적인 입법행위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고, 사회에서 스스로 발생하는 관행이 단순한 예의적 또는 도덕적인 규범으로서 지켜질 뿐 아니라 사회의 법적 확신 (Rechtsuberzeugung) sowl 법적 인식을 수반하여 대다수인에 의하여 지켜질 정도로 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관습법은 사회에 있어서 가장 직접적이고 또한 근원적인 법의 발현형식이다. 불문법주의의 사회에서는 물론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사회에서도 아무리 성문법을 완비하더라도 관습법의 생성을 막지는 못한다. 이는 사회생활의 유동성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즉, 사회생활은 부단히 유동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규범이 생기고, 여기에서 관습법이 분화. 성립하는 현상은 성문법의 편찬이나 제정으로 막지 못한다.
근대국가에서는 실정법의 완전무결성을 자랑하는 국가법만능주의에 빠져 실정법 이외의 법원은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었다. 그러나 역사학파는 제정법만능주의를 저리고 ‘민족의 법적 확신’ (Volksuberzeugnung des Recht)인 관습법을 존중하였고, 특히 19세기 말의 법사회학은 관습법의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하였다.
(2) 관습법이 법원으로 인정되는 근거
관습법이 법원으로 인정되는 근거에 관하여는 학설이 나누어진다.
(가) 관행설: 관행설(Ubungstheorie)은 특정사항에 관하여 동일한 행위를 국민이 오랫동안 반복하여 관행하는 관습은 법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p133
독일의 사법학자 지텔만(zitelmann)이 주장한 것이며, ‘관습이기 때문에 법이다’라고 하였다. 법사회학자 에를리히(Ehrlich)는 사회단체의 내부질서인 행위규범이 진정한 법규범이며, 관행이라는 사회적 사실이 곧 법규범이라고 말하였다.
(나) 국가승인설: 국가승인설 (Gestattungotheroie)은 독일의 형법학자 빈딩(Binding)이 주장한 것으로서, 관습법의 내용의 생성은 무의식적, 자연적인 것이어서 국가의 관여 밖의 일이라 하겠으나, 그것이 형식적으로 유효한 법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승인을 필요고 한다는 것이다. 이 설에 의하면 관습이 과연 관습법으로 되기 위해서는 입법자의 승은과 법원의 적용에 의하여서만 가능하며, 법원이 관습을 발견하여 이것을 적용하면 그 관습에 대한 국민의 법적 확신이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다) 법적 확신설: 법적 확신설 (Rechtsuberzeugungstheorie)은 사비니(Savigny), 푸흐타(Puchta) 등의 여사학파((87) IV 참조)에서 주장한 것으로서, “관습법은 다수인이 어느 관습에 따라가는 것이 권리 또는 의무라고 확신할 때, 즉 관습을 법이라고 확신할 때에 성립한다”고 말한다. 역사학파는 관습법을 민족정신 (Volksgeist)의 소산이며, 민족의 법적 확신이라 하여 입법자의 자의적 제정에 불과한 성문법보다 관습법에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였다. 이설은 현재 독일, 일본, 우리 나라의 다수설이다. (주 8)
(마) 결언: 여러 가지 설 가운데서 법적 확신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관행되는 관습이 있고, 그것이 권리, 의무에 관한 내용을 가지며,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 당한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에 관습법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존재와 당위, 객관성과 주관성이 결부되어 법규범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즉, 관행과 법적 확신이 있으면 관습법의 성립요건으로서 충분하며, 국가승인설이 요구하는 따위의 국가기관에 의한 승인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주 8: 구병삭, 신법학개론(전정판), 박영사, 1988, 63면: 김명기, 법지사, 1988, 39면: 장경학, 법학통론 (제5개정판), 법문사, 1988, 53면. 한편 국가승인설을 취하는 분도 있다(공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영사, 1988, 73면: 최종고, 법학통론(재정판), 박영사, 1988, 67면). @p134
(3) 관습법의 성립요건
관습법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
(가) 관행(관습)이 존재할 것: 관행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상당히 긴 기간동안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어 그와 유사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같은 행위가 행해지는 것으로 인정되는 상태이다.
(나) 관행은 법률로서의 확신을 가지게 된 법적인 것일 것: 관행에 따르는 것이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따라서 그 관행이 우리들로 하여금 법률적으로 구속하는 것으로 관념하게 할 것이 필요하다. 즉, 법적 확신 또는 법적 인식을 가지게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관습과 관습법은 구별된다.
(다) 관행이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을 것: 관습법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기초가 되는 관행도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라) 관습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이거나 또는 법령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관한 것일 것: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어진 관습이라 함은 법령에 규정한 사항에 대하여는 특히 관습을 존중하고 그 법령과 상위한 관습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는 뜻을 명기한 경우이다(예; 민법 224조. 234조. 237조 등). 법령의 규정에 없는 사항이라 함은 어떤 사항에 대하여 법령이 특별히 그 관습과 반대된다는가 혹은 동일하다는 것을 명기하지 아니 한 경우이다.
* 사실인 관습과 관습법
민법 제 106조에 의하여 법률행위해석의 기준이 되는 관습은 이를 ‘사실인 관습’이라 하여 제1조의 관습법과 구별하는 것이 판례 (주 9) 및 다수설(주 10)이다. 즉, 제1조의 관습법은 사회의 법적 확신 내지 법적 인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법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된 관습을 말하며, 제106조의 사실인 관습은 아직 사회의 법적 확신에 의하여 지지될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서 양자는 구별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양자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i) 사실인 관습은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는 표준이 됨으로써 의사표시의
* 주 9: 대법판 1983. 6. 14, 80 다 3231.
* 주 10: 김기선, 한국민법총칙(보정판), 법문사, 1970, 246면: 방순원, 신민법총칙, 한일문화사, 1959, 185면: 이영변, 신민법총칙강의, 박영사, 1959, 282면: 이영준, 민법총칙, 박영사, 1987, 312면: 황유인, 현대민법론 I, 박영사 1980, 14면. @p135
내용이 되고, 이 때에 비로소 효력을 가지게 되나, 관습법은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당연히 법규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
(ii) 관습법은 보충적 효력을 가질 뿐이므로 법률에 규정이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존재할 수 없으나, 사실인 관습은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하여 임의법규를 개폐하는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이 법으로서 존재하는 형식 혹은 법으로서 형성되는 형식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양자는 다르다고 하겠지만,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기준으로서 법원이 어떠한 형식의 규범을 법으로서 채용하느냐, 즉 법의 적용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사실인 관습은 임의법규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재판규범이 되므로 관습법과 다르지 낳다. 바꾸어 말하면 사적 자치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양자 모두 임의법규에 우선하여 해석의 기준이 된다고 하여야 하며, 따라서 이 한도 안에서는 관습법이냐 사실인 관습이냐를 구별할 필요는 없다. 결국 양자는 성질상 같은 것이나 법의 존재형식에서 보는 경우와 법의 적용의 기준이라는 면에서 본 경우에 차이가 생길 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주 11)
(4) 관습법의 효력
관습법의 효력은 성문법과 관습법과의 관계를 말한다. 관습법이 성문법에 대하여 보충적 효력을 가지는 데 그치느냐 또는 변경적 효력까지도 가지느냐의 문제이다. 전자의 입장이 보충적 효력설이고 후자의 입장이 변경적 효력설이다.
(가) 보충적 효력설: 이 설은 민법 제1조의 “민사에 관하여 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죄에 의한다”라는 규정을 실효케 할 수 없다는 데 근거를 두고, 성문법에 대한 보충적 효력을 인정하는 견해이다. 따라서 이 설에 의하면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경우에만 관습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될 뿐이다.
(나) 변경적 효력설: 이 석은 민법 제1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습법에 성문법과 대등한 지위를 인정하고, 관습법에 성문법을 개폐하는 효력이 있다는 견해이다. 이 설의 근거로는 (i) 성문법이 경화하여 사회사정의 진전에 적응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사회의 수요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 주 11: 종래에는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다수설이었으나, 요즈음에는 양자의 구별을 부인하는 설이 증가하여 오히려 부정하는 설이 다수설이다. 곽윤식, 미니법총칙(재전정판), 박영사, 1986, 375면: 김용한, 민법총칙론(전정판), 박영사, 1986, 274면: 김용희, 민법총칙(개정판), 학연사, 1986, 287면: 김도수, 민법총칙(제2판), 삼영사, 1988, 265면: 장경학, 민법총칙, 법문사, 1985, 430면). @p136
발생하는 관습법의 성립과 적용을 한 개의 금지규정으로 저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ii) 민법 제106조에 의하면 해석상 관습은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법률행위의 내용이 되는 규범으로써 임의법규에 우선하여 적용되어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한 임의법규를 개폐하는 효력을 가진다. (iii) 민법 제 195조는 관습법상의 물권을 인정하여 관습법은 성문법에 대한 대등적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주 12) (iv) 우리의 입법실정상 관습에 대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실태조사가 아직 없는 현실에 비추어 사항에 따라서는 성문법에 우선하여 관습법을 적용하는 것이 실제생활의 안전과 분쟁해결을 위하여 합리적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v) 성문법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거나 해석상 변경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각국의 공통된 현상이다(예: 스위스, 프랑스, 그리이스 등)
(다) 결언: 이상의 두 설 가운데 변경적 효력설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다수설). 성문법이 완비된 후에도 사회가 변천하면 자연히 관습법이 생겨나기 마련이며, 성문법을 가지고 관습법의 발생을 금지할 수 없다. 관습법의 변경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신관습법을 구 성문법을 개폐하고 신성문법은 구 관습법을 개폐한다.
* 형사관습법
형사관습법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에 대한 개폐적 효력은 물론 보충적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II. 판례법
(1) 의의
판례법(case law, judge-made law, judikaturrecht)이란 법원의 재판(판결, 결정)을 통하여 형성되는 법이다. (주 13) 법원의 재판은 그 사건에 관해서만 구속력을
* 주 12: 예컨대 학설, 판례는 수목의 집단이나 미분리과실의 소유권이전에 관한 명인방법 또는 동산의 양도담보 등에 관하여 관습법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혼인에 관하여는 민법 제812조가 그 신고를 혼인의 성립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학설, 판례는 사실혼을 법률상 보호하는데 이론이 없다.
* 주 13: 판결, 판례, 판례법이라는 용어는 명확히 구별되어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 하나의 개별적인 재판을 판결이라고 하고, 그 판결을 통하여 이룩된 이론, 법칙 또는 규범을 판례라 하며, 판례를 법원으로 볼 때에 이것을 판례법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p137
가지지만, 그 후 동종의 사건이 일어나 재판을 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동일한 취지의 재판을 하게 될 것이므로 재판은 동종의 사건에 대하여는 사실상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재판의 선례, 즉 판례가 그 후의 재판을 구속할 때 판례는 법원으로 되며 이를 판례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판례법의 형성은 최고법원의 판결에 관하여 특히 현저하다.
(2) 판례법의 법원성
판례가 법원이 될 수 있느냐에 관하여 논쟁이 있다.
(가) 영미법계: 영미법계의 국가에서는 판례법주의를 채택하여 판례의 집단체인 보통법과 형평법이 주된 법원이고, 성문법은 종된 법원에 불과하다. 즉, 이들 국가에서 판례는 주요 법원인 것이다((25) III (1)참조). 따라서 이 들 국가에서 판례는 이 후의 재판의 선례로서 존중되며, 이와 같은 선례가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을 선례구 속의 원칙(doctrine of stare decisis)또는 선례존중의 원칙이라 한다.
(나) 대륙법계: 성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륙법계에서는 판례를 법원으로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음을 물론, 상급법원의 판례가 하급법원의 법률상 구속한다는 원칙이 인정되지 않으며, 법관은 다만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할 의무가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헌법 103조, 서독 기본법 97조 참조). 따라서 대륙법계의 국가에서 판례의 법원성은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다) 우리 나라의 경우: 우리나라는 성문법주의국가로서 판례의 법원성은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를 구속한다”는 규정(동법 7조의 2)이 있지만, 여기서 하급법원의 법령에 관한 판단이 하급심을 구속하는 것은 오직 ‘당해 사건’에 한정될 뿐이므로, 일반적으로 하급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종래의 재판에 있어서 판례가 반드시 법으로서 채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채용을 하지 않더라도 그 재판은 위법이 아니다. 결국 판례의 법원성은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p138
그러나 판례의 법률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상급법원의 판례가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 사실상의 힘을 통해서 대륙법계 제국에서도 사실상 많은 판례법이 생기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법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최고법원은 그의 판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안정된 법을 이루기 위하여 판결에 구속되고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는 데는 전원합의체로 판결을 하여 신중을 기하고 있다(법원조직법 7조 1항 참조). 한편 하급법원은 상급법원의 판결에 구속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을 법률상 그럴 뿐이고 사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냐 하면 비록 하급심에서 상급법원과 다른 판결을 하여도 그것은 불필요하게 소송비용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며 상급법원에 가서 결국은 깨뜨려지고 마는 까닭이다. 그리하여 자연히 하급법원은 상급법원의 판례에 따르게 되며 판례는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판례는 법원으로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특히 판례가 이른바 ‘살아있는 법’으로서 대륙법계의 국가에서도 중요한 규범으로 행세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조리
(1) 의의
조리(law of nature, Natur der Sache)란 사회생활에 있어서 인간의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물의 본질적 법칙 또는 사문필연의 도리를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일반사회인이 보통 인정한다고 생각되는 객관적인 원리 또는 법칙이다. 이른바 경험칙, 사회통념, 사회적 타당성, 신의성실, 사회질서, 형평, 정의, 이성, 법에 있어서의 체계적 조화, 법의 일반원칙, 자연법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합리성과 구체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가치를 그 내용으로 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조리는 두 가지 점에서 법과 관계를 가진다. 첫째, 모든 법은 결국 조리에 적합한 것, 바꾸어 말하면 조리에 적합한 경우에 한하여 법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조리는 실정법의 내용을 해석, @p139
결정하는 표준이 된다. 둘째, 어떤 사항에 관하여 성문법도 관습법도 없을 때에는 조리에 따라서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이다. 법원을 법의 존재형식이라고 이해할 때에 조리의 법원성이 문제되는 겻은 후자의 경우이다.
(2) 조리의 법원성
원래 사회생활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치밀한 성문법이 있고 또 관습법이 발달하였더라도 모든 법률관계를 규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조리를 법원으로서 인정할 것이냐 아니냐가 문제되는 것은 어떤 사건에 관하여 그 재판의 기준이 될 성문법이나 관습법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공백상태가 있는 경우이다. 근대법치국가에서는 법이 없다는 이유로 법관이 재판을 거부하지 못한다(헌법 27조 1항 참조). 이러한 경우에 법관은 자기가 조리라고 믿는 바에 따라서 재판하는 수밖에 없다. (주 14)
이리하여 조리의 법원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입법례가 많으며, (주 15) 우리민법 제1조도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조리의 법원성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재판에 있어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이 없을 때에는 재판법정주의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언도해야 하고 (적용할 형벌법규가 없다고 무죄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류로써 한다), 행정사건은 민사재판의 경우와 같이 조리를 적용하여 판결하여야 한다.
* 주 14: 해석법학을 비판하면서 자동판매기화된 법관에게 자유재량권을 주어 사회적 타당성을 가진 재판을 하도록 주장하는 자유법운동의 제창자((88)II 참조)들은 조리의 법원성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 주 15: 스위스 민법 제1조는 성문법이나 관습법이 모두 없는 경우 “법관은 자기가 입법자라면 법규로서 제정하게 될 것(즉, 조리)에 의하며 재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조리가 재판의 준거가 된다고 하였다. 또한 오스트리아 민법 제7조와 같이 법전에 흠결이 있을 때에는 ‘자연법적 원리“에 따르라는 입법례가 있다. @p140
@[ 제 8장 법의 분류@]
@[(32) 제1절 서설@]
법은 여러 가지 표준에 의하여 분류할 수 있다. 전술한 성문법과 불문법의 구별은 법의 존재형식에 의하여 분류한 것이고, 법이 실증적으로 제정법화되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자연법과 실정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실정법은 다시 국내법과 국제법으로 대별된다. 국내법은 법의 성질, 내용, 적용범위, 효력 등을 표준으로 하여 여러 가지로 다시 나누어진다. 법의 이러한 분류를 도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도표 풀이)
법은 실전법과 자연법으로 나누어지고 실정법은 크게 국내법과 국제법으로 나누어지는데 국제법은 국제조약과 국제관습법으로 구분되고 국내법은 공법, 사법(실체법), 사회법(주로 실체법)으로 나뉜다. 공법은 다시 실체법(헌법, 행정법, 형법)과 절차법(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으로 구분되며, 사법은 민법과 상법으로 사회법은 노동법, 경제법 사회보장법으로 나뉘어진다. @p141
@[(33) 제2절 자연법과 실정법@]
I. 자연법
(1) 의의
자연법은 실정법과 비교되는 의미에서 법은 마땅히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법으로 이해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즉, 자연법(nature law, Naturrecht)이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법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적인 근거에 의하여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보편타당성을 지니는 이성에 의해 인식되는 법이라고 할 수 있어 이상법이라도고 말할 수 있다.
자연법은 인간의 이성 또는 자연을 전제로 하여 존재하는 법으로서, 시대, 민족, 사회 등을 초월하여 보편타당성을 가지기 때문에 법의 근원이 된다. 자연법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연법이 실정법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사사상을 자연법사상((43) II (2), (83) III (2), (87) II, (88) VI 참조)이라고 한다.
이 사상은 고대 그리이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즉, 그리이스의 Platon과 Aristoteles에 의하여 이론화되었고, 그 후 Stoa학파를 거처 중세의 Schola 학파에 이르러 카톨릭신학과 종교철학을 기반으로 하여 그 이론체계가 완성되었다. 이것을 전통적 자연법론이라고 한다. 근세에 이르러 개인주의, 합리주의, 공리주의의 사상이 대두됨에 따라 종래의 전통적 자연법론에서 신학적 유대를 끊고 인간의 이성을 본질로 하는 새로운 자연법이 성립하였다. 이것을 근세자연법론이라고 한다. 전통적 자연법론에서는 자연법은 신이 정한 인간사회의 질서로서 형이상학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근세자연법론에서는 자연법은 인간의 이성을 통하여 인식됨으로써 존재한다고 하고, 그 인식되는 자연법을 정의라고 한다.
(2) 자연법의 근거
자연법의 근거는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고대에서는 @p142
사물의 영원불변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 질서에서, 중세에서는 그리스도교의 신의 의사에서, 근세에 와서는 인간의 본성 또는 이성에서 각각 그 근거를 찾으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자연법의 근거는 차이를 드러내 왔다. 오늘에 있어서 자연법을 인정하는 근거는 인간생활에는 정의의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정의에 따라 행동해야 된다는 인간의 이성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리하여 자연법은 실정의 상위법으로서 타당성을 부여받은 진실한 법으로 해석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근세의 계몽사상에 결부되어 법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예컨대 영국의 판례법은 이러한 자연법을 토대로 하여 구체적 사건을 해결한 법관의 판결에 의해 구성된 것이었다.
II. 실정법
실정법(positive law, Positives Recht)이란 제정법, 관습법, 판례법 등과 같이 경험적, 역사적인 사실에 의해 성립되고 현실적인 제도로서 시행되고 있는 법을 말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실정법을 현대법이라고 하며, 이 실정법은 인간이 제정함으로서 불완전성을 지니고 있으며, 국가, 사회에 따라 다르고 또한 역사와 더불어 변천해 간다. 19세기 초기에 자연법 사상은 실정법에 밀려 법실증주의 (legal positivism, Rechtspositivismus)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법실증주의는 자연법의 법적 효력에 대하여 회의적이고 부정적 태도를 나타내고 실정법만을 제일로 하는 실정법 일원론에 철저하여 법을 형식적,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법이론이다((83) III (6), (87) VI 참조). 법실증주의는 개념법학 (Begriffsjurisprudenz)의 입법만능의 사상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사상은 ‘악법도 법이다’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주 1) 그러나 법실증주의는 근대시민법의 안정과 자본주의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것은 사실이다.
* 주 1: 자연법을 부정하는 법실증주의자들은 악법도 정당한 절차만 밟아 제정되었으면 법이라고 한다. 자연법론자들은 정의의 원리에 반하는 법은 법으로 보지 않으며, 자연법에 합치되지 않는1 실정법은 악법이라고 한다. 특히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법을 일반적으로 악법으로 보고 있다.
@p143
III. 자연법과 실정법과의 관계
(1) 개념구별
실정법은 초경험적인 것에 기원을 둔 영구불변의 자연법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에 한정된 현실사회의 역사적, 경험적 사실로부터 제한을 받고, 인위적으로 생성, 변화하는 경험적 소재를 통해서만 인식되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법은 비현실적, 초인위적인 것에 기초를 둔 결과 개념적, 사변적인 데 반하여, 실정법은 입법작용, 관습, 판례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법원이라 부르는 일정한 사회적 경험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생성 또는 개정되었으므로 현실사회의 규범으로서 보다 실효성이 있다.
(2) 법이나 법학의 역사는 곧 자연법과 실정법의 긴장과 대립, 혹은 이상적인 자연법사상과 현실적인 법실증주의의 대립의 역사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 하는 것은 시대적, 사회적 요청에 따라 결정된다. 법실증주의로부터 자연법이념은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 왔으나, 그렇다고 해서 자연법의 실정법에로의 전환이나 합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양자는 그 이념이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각각 존재가치가 있어, 그들 고유의 이념과 가치를 지니고 공존하게 된다.
이와 같이 자연법과 실정법은 서로 다른 체계의 규범이지만 반드시 상호모순되거나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은 실정법의 전제로서 실정법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법학상 중요한 이념으로 존속할 것이다. 따라서 자연법과 실정법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닌, 법의 체계에 있어서 쌍벽을 이루면서 상호보완관계로 존재해 갈 것이다. @p144
@[(34) 제 3절 국내법과 국제법@]
I. 국내법과 국제법의 의의
(1) 의의
국내법 (municipal law)이란 한 국가에 의하여 인정되고 그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행해지는 법이고, 국제법 (International law)은 2개 이상의 국가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그들 국가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그들 국가 상호간의 권리의무를 규율하는 법으로, 합의는 명시적인 것(조약)도 있고 묵시적인 것(국제 습관법)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국제법이란 국제공법을 의미하며, 국제사법(보외사법)과는 다르다. 국제사법 (private International law)은 오늘날 교통의 국제적 발달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국제법과 외국법 중 어느 것을 적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국내법의 하나이다.
(2) 국제법에 대한 헌법의 태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제정된 각국의 헌법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함과 동시에 국제법규를 존중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도 그 전문에서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선언하고, 제 5조 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어서 제 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국제법의 국내법과의 동위성을 인정하고 있다. @p145
III. 국내법과 국제법의 차이
국내법과 국제법의 차이는 1) 법의 연원에 있어 국내법은 국가의 제정이나 승인으로 결국 그의 단독의사임에 반하여, 국제법은 국가 사이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합의이다. 2) 법의 주체에 있어 국내법은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 또는 개인 상호간의 관계를 규율함에 반하여, 국제법은 국가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다. 3) 법의 효력에 있어 국내법은 한 국가와 그 국민을 중심으로 해서 효력을 가지는데 반하여, 국제법은 국가와 국가사이에 효력을 가지는 법이다. 따라서 그 시행범위에 있어서도 국내법은 한 국가영역을 기초로 하여 법의 적용과 집행에 대한 강제기관과 방법이 구비되어 있으나, 국제법은 이 점이 불비된 국제사회를 기초로하는 까닭에 국내법에 비하여 강제성이 약하지 않을 수 없다.
@[(35) 제 4절 공법, 사법 및 사회법@]
I. 공, 사법 구별의 역사성, 사회성
법을 공법 (public law, offentliches Recht)과 사법 (private law, Privatrecht)으로 나누는 것은 로마법 이래의 전통적인 분류이다. 그러나 이 구별은 결코 법 본질적,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이는 근대사회에 있어서 국가와 사회와의 이원화를 전제로, 국가에 대하여 특별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도는 법률관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법과 사법의 구별이 강조된 시기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전제국가가 존재하던 로마시대 및 근세였다. 19세기적 자유방임주의 아래에서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최소한으로 그치고, 사적 자치가 최대한으로 보장되면서 사법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p146 그러나 자본주의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나타난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과 이에 따라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는 시민생활에 직접, 간접으로 간섭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20세기적 복지주의를 지향하는 근대국가에서는 사적 자치를 제한하여 ‘사법의 공법화’의 경향이 나타나 공법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었으며, 이로써 사회법의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와같이 공법, 사법의 구분은 법 그자체의 본질적, 절대적 구별이 아니고, 특정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배경 아래에서 실제상의 필요에 의해 생긴 역사적, 상대적 또는 제도적인 소산이라 할 것이다.
II. 공, 사법 구별 및 부인에 관한 학설
(1) 공, 사적 구별의 학설
공법, 사법의 구별에 있어 이론적 표준에 관하여는 아직 정설을 못보고 있다. 주요 학설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 이익설: 법이 보호하는 이익을 표준으로 하여 공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 공법이고, 사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 사법이라고 하는 설로서 목적설이라고도 한다. 이 설은 Ulpianus가 “로마 자신을 위하여 존재하는 법은 공법이요, 각 개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법은 사법이다”라고 한 말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로마법 시대의 통설이었다.
(나) 성질설: 법이 규율하는 법률관계가 평등관계이냐 아니냐를 표준으로 하여, 불평등관계, 즉 권력, 복종의 관계(수직관계)를 규율하는 법을 공법이라하고, 평등, 대등의 관계(수평관계)를 규율하는 법을 사법이라고 하는 설이다. 법률관계설 또는 효력설이라고도 한다. 주체설이 나오기 전에는 이 설이 독일의 지배적인 학설이었다.
(다) 주체설: 법이 규율하는 생활관계의 주체를 표준으로 하여 국가기타의 공공단체 상호간의 관계 또는 이들과 개인과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 공법이고, 개인 상호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 사적이라고 한다. 이 설은 Jellinek에 의하여 주장되었고 현재 독일의 지배적인 학설이다. @p147
(라) 생활관계설: 사람의 생활관계를 표준으로 하여 국민으로서의 생활관계(예:국민의 구성, 행정부의 권한, 형벌권의 운용등)를 규율하는 법이 공법이고, 인류로서의 생활관계(예:가족관계, 재산의 거래관계 등)를 규율하는 법이 사법이라고 하는 설이다. 이설은 일본에서 처음 주장되었으며 일본의 통설이다.
(2) 공, 사법 구별의 부인설
국가와 개인 사이의 권력의 복종관계도 법률상으로는 권리, 의무의 관계이므로 공법관계나 사법관계는 본질적으로 차이점이 없다는 이유로 공법과 사법의 구별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인 법일원설이 있다. Austin은 ‘법은 주권자의 명령’이라 하여 공법과 사법은 모두 국가에 의하여 강제되는 것이므로, 이 양자 사이에 구별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또 Kelsen은 법을 정치 등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순수법학의 입장에서 볼 때 공법과 사법의 구별은 근대법학에 대한 정치의 침입을 옹호하는 것이 되므로, 법학의 순수성 또는 과학성을 침해하는 양자의 구별을 부인한다. 듀기(Duguit)는 의무본위의 법학론을 내세우면서 권리의 내용, 이익의 성질 등을 기준으로 공법, 사법을 구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여 양자의 구별을 부인한다.
(3) 결어
공법과 사법의 구별을 부인하는 부인설은 권리에 관한 특수한 학설로서 근대법의이론상 허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비록 공, 사법의 구별은 법률형태의 기저적 특성을 형성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 사법의 구별이 곤란하더라도 그 구별에 어떤 의의가 있다면 구별해야 할 것이다(이것은 바로 후술하는 공, 사법 구별의 실익의 문제가 된다).
공법과 사법을 구별해야 한다면 그 표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앞에서 소개한 구별에 관한 여러 학설 중 어느 설에 의하든 그것이 절대적인 구별의 표준으로 삼기에는 적당치가 않으며, 공, 사법 사이에 명확한 한계선을 그어 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설이나 부분적으로는 타당한 면을 지니고 있으며, 공, 사법의 성격과 본질을 이해,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p148 어떤 학설에 의하든 헌법, 행정법, 소송법은 공법이고, 민법, 상법 등은 사법이다.
공, 사법 구별의 표준을 우리 나라에서는 여러 학설에서 볼 수 있는 난점을 보충할 수 있고, 공, 사법의 구별을 가장 용이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관계설이 타당하다고 한다. (주 2)
그러나 법률관계설과 생활관계설을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이유는, 1) 인간은 개인적 사회생활과 국가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전자의 생활관계를 지배하는 것이 사법이고, 후자를 지배하는 것이 공법이라고 할 때 생활관계설은 비교적 무난하다. 2) 개인의 사회생활관계에서는 자유, 평등의 지배원리가 지배하고, 국민으로서의 생활관계에서는 생명, 복종의 지도원리가 지배한다 함은 타당한 생각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요소를 합쳐서 공법, 사법을 구별하는 표준으로 삼는다는 이원적인 입장이 타당하다고 본다. (주 3) 그러나 위 두가지 표준에 의한 구별도 시대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어떤 생활관계에 대하여 법규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공, 사법의 구별에 사로잡히지 말고 문제가 된 사실에 가장 적합한 법규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III. 공, 사법 구별의 실익
공법, 사법은 적어도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렇다면 그 구별의 실익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p149
* 주 2: 인병삭, 신법학원론, 박영사, 1988, 73면; 김명기, 법학개론, 법지사, 1988, 48면; 정봉휘, 신법학통론, 창문각, 1985, 115면; 홍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영사, 1988, 86면; 최종고, 법학통론(개정판), 1988, 91면.
* 주 3: 장학, 법학통론(제 5개정판), 법문사, 1988, 69면 참조.
(1) 실정법상의 실익
사법에서는 개인이 자유롭게 법률관계의 창설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는점(사적 자유의 원칙)이 공법과 다르다. 여기서 법률관계라는 것은 법이 규율하는 관계이다. 예컨대 갑이 을에게 어느 물건을 판다고 하자. 이를 권리면에서 보면 갑은 대금을 받을 권리, 을은 물건을 받을 권리가 발생하고, 의무면에서 보면 갑은 물건을 줄 의무, 을은 대금을 줄 의무가 발생한다. 즉, 갑, 을 사이에는 법률관계가 발생한다. 이 경우에 대금을 얼마로 하는가, 언제 대금을 지급하는가, 언제 어디서 물건을 인도하는가 등에 관하여는 모두 갑, 을 사이의 의사의 합치로서 결정하며, 더 나아가서는 물건의 매매 자체가 갑, 을의 자유이다(계약자유의 원칙). 그러나 공법에서의 법률관계는 사인이 자유로이 이를 창설할 수 없다. 예컨대 세금을 납부할 것인가, 또는 얼마 납부할 것인가 등이 모두 법률로써 정하여지며 사인의 의사로 이를 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사법원리와 공법원리와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자를 구별할 실익이 있다.
(2) 절차법상의 실익
법률상의 쟁송에 관하여 행정사건과 민사사건의 구별의 표준을 세우기 위해서도 공법과 사법의 구졀은 필요하다. 즉, 공법상 소송의 제 1심은 고등법원이지만 사법상 그것의 제 1심은 지방법원이기 때문이다.
IV. 사회법
(1) 사회법의 생성
진술한 바와 같이 공, 사법의 구별에 관한 학설은 어느 설이나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그 한계선을 그어 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여기에 사회법 (social law, Sozialrecht)의 출현으로 이 구별을 더욱 곤란하게 하고 있다.
사법은 주로 자유, 평등의 원리에 의하여서 지배되고 있는데 반하여, 공법은 주로 명령, 복종의 원리에 의하여서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본래국가는 사법영역에 있어서 무간섭주의를 취하여 자유경쟁에 방임하였던 것이다. @p150
그러나 그 결과 경제력의 현격한 차이를 가져와 경제적 강자의 방자와 그에 따른 여러 폐해가 심하여 감에 따라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국가는 종래 방임하였던 사적 생활관계에 지배, 복종의 요소를 가하기에 이르렀다. 사권, 특히 소유권과 게약의 자유에 새로운 공법적 제한을 가하는 국가의 사회정책, 노동정책 및 경제정책적 입법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을 집적하여 공법, 사법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의 법영역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사회법이며, 사회법 발전의 뒷받침이 된 법사상은 Radbruch가 지적하였듯이 개인본위의 법에서 사회본위의 법으로 전화되었다. (주 4)
(2) 사회법의 확대, 강화
이와 같이 사법적 법률관계에 공공적 요소가 파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사법의 공법화’라고 한다. 사회법은 이제는 전과 같은 공법, 사법의 구별을 가지고는 분간할 수 없는 말하자면, 중간적인 법영역인 것이다. Weimar 헌법 제 151조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한 것이나 동법 제 153조에서 (재산권은 의무를 수반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최초로 사회법적 이념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도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헌법 34조 1항, 23조), 사법 중에서 특히 고용계약법에서 노동법 (Arbeitsrecht)의 발전을 보게 되었으며, 급변하는 경제관계를 통헤하기 위한 경제법 (Wirtschaftensrecht)의 발전을 보게 되었다. 이리하여 사회법 체계에 포함되는 법전은 노동법, 경제법을 비롯하여 사회보장법, 사회복지법 및 1988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본적 인권의 보장과 공공복리의 원리에 기하여 사회법의 확대, 강화의 경향이 현저하다.
* 주 4: Radbruch는 “사회법은 공법도 아니고 사법도 아닌 그 중간의 혼합된 법으로서 ‘새로운 제 3의 법’으로서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하여 20세기가 생성한 법이다”라고 말하였다. @p151
(3) 사회법의 특색
이와같은 사화법의 특색은 1) 근대시민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그 수정, 시정을 의도하는 것이며, 2) 자본주의경제기구가 내재적으로 보유하는 제**해를 시정하고 경제질서의 합리화와 경제적 약자의 보호를 실현코자 하는 것이고, 3) 그것은 주로 국가적 간섭과 통제의 방법에 의하여 적극적인 문화주의적 기능을 배경으로 하고, 4) 사법원리와 공법원리가 상호교착하여 사권의 의무화경향이 생기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36) 제 5절 실체법과 절차법@]
I. 실체법과 절차법의 의의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별은 법률의 규정내용을 표준으로 하는 것으로서, 실체법 (substantive law, materielles Recht)은 권리의무의 실체, 예컨대 궙리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 성질, 내용, 범위 등을 규율하는 법을 말하고, 절차법 (adjective law, Verfarensrecht)은 권리의무의 실질적 내용을 실현하는 절차, 예컨대 권리의 보존, 실현, 의무의 이행, 강제 등을 규율하는 법을 말한다. 따라서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등은 실체법이고,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부동산등기법 등은 절차법이다. 예컨대 “돈을 빌린 사람은 그 돈을 갚을 의무가 있다”고 한 민법규정은 실체법이고, 돈을 채무자가 갚지 않을때 강제로 받아내는 절차를 규정한 민사소송법은 절차법이다. 절차법은 실체법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서만 의의가 있는 것이며, 실체법은 절차법의 존재를 전제로 함으로써만이 그 실현이 보장되어지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다. @p152
II.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별실익
이 구별의 실익은 1) 재판에 있어서 법원은 실체법의 불존재를 이유로 재판을 거부할 수 없지만, 절차법이 없을 때에는 재판을 개시하거나 진행할 수 없다. 그리고 법률관계의 실체에 관하여 실체법과 절차법이 서로 저촉할 경우에 법원은 실체법을 기준으로 재판하여야 한다. 2) 법이 개정된 경우에는 실체법 개정 후의 구법시의 법률관계는 법률부적급, 기득권불가침의 원칙((46)III, IV 참조)상 구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절차법이 개정된 때에는 구법시의 법률관계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절차법의 적용을 받는다.
@[제 6절 기타의 법분류@]
@[(37) 제 1 일반법과 특별법@]
I. 일반법과 특별법의 의의
일반법(보통법)과 특별법의 구별은 법의 효력범위를 표준으로 하는 것으로서, 일반법 (general law, gemeingultiges Recht)은 인, 사항 및 장소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넓은 효력범위를 갖는 법을 말하고, 특별법 (special law, Spezialrecht)은 일정한 인, 사항 및 장소에 관하여 특수적인 좁은 효력범위를 갖는 법을 말한다.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이다. 예컨대 상법은 민법에 대해서는 특별법이나, 은행법, 보험업법 등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지위에 있다. 그리고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은 법령 상호간 뿐 아니라 동일한 법령 중에도 존재한다. @p153 예컨대 채권에 관한 일반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162조 1항에 대하여 제 163조 이하의 규정은 특별법이라 할 수 있고, 또 형법 제 250조 2항의 존속살인죄의 규정은 동조 1항의 보통살인죄에 대한 특별규정이다.
II.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의 표준
양자의 구별의 표준은 다음과 같이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인을 표준으로 하는 구별
모든 국민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은 일반법이고(예: 민법, 형법 등) 특수한 직업이나 신분을 가진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법은 특별법이다.(예: 국가공무원법, 군형법, 소년법 등).
(2) 사항을 표준으로 하는 구별
비교적 넓은 범위의 일반적 사항에 적용되는 법은 일반법이고, 비교적 좁은 범위의 특수한 사항에 관하여 적용하는 법은 특별법이다. 예컨대 법내계에 있어서 민법은 일반법이고, 상법은 민법에 대하여 특볍법이지만 은행법에 대해서는 도리어 일반법으로서의 지위에 있다.
(3) 장소를 표준으로 하는 구별
전국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은 일반법(예: 헌법, 민법, 형법 등)이고, 한 지방에만 적용되는 법은 특별법(예: 도의 조례, 규칙 등)이다.
III.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의 실익
일반법과 특별법을 구별하는 법의 적용에 있어서 동일한 사항에 일반법과 특별법이 있는 경우에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점에 있다. 즉,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한다.” 또 이와 관련하여 “일반법은 넓게 특별법은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p154
@[(38) 제 2 원칙법과 예외법@]
I. 원칙법과 예외법의 의의
원칙법과 예외법도 법의 효력범위에 의한 구별이라는 점에서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구별과 비슷하지만 다소의 차이가 있다. 원칙법 (prinzipmassiges Recht)은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을 말하고, 예외법 (Ausnahmerecht)은 그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제외예(원칙법의 적용을 완전히 배제하는 예)를 정한 법을 말한다. 원래 원칙법의 규정은 보편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모든 구체적인 사례에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도리어 불합리한 경과가 발생될 경우가 허다할 것이므로 이를 조절, 완화하기 위하여 예외법을 두었다. 예컨대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라는 규정(민법 3조)은 권리능력의 존속기간에 관한 원칙규정(원칙법)인 데 대하여, “태아는 손해배상청구나 호주상속순위 등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민법 762조, 988조)은 예외규정(예외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예외법은 보통 원칙법과 동일법령 중에 포함되어 있으나 동일조문 안에 양자가 같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법조문의 끝에 붙은 ‘단서는 대체로 예외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민법 제 5조 1항에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미성년자의 행위능력의 제한을 원칙적으로 정하고, 그 단서에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예외법을 인정하고 있다.
II. 원칙법과 예외법의 구별의 실익
(1) 예외법의 엄격한 해석
법의 근본원리의 소재를 구명함에 있어 원칙법에 대해서는 확장해석이 허용되지만, @p155 예외법에서는 “예외법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또는 “예외는 확장해서는 안된다”라는 해석상의 원칙이 있다. 따라서 예외법의 해석은 엄격하게 행해져야 하고, 확장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2) 입증책임
입증책임에 있어 원칙법의 전제조건인 사실의 입증책임은 원고 또는 청구자에 있으나, 예외법 적용의 전제조건인 사실의 입증책임은 피고, 즉 피청구자에 있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III. 기본법과 부속법
원칙법과 예외법의 구별과 혼동하여서는 안될 것에 기본법과 부속법의 구별이 있다. 부속법은 어떠한 법의 적용 자체에 관한 법으로서 법문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의문을 해결하여 그 세칙을 보충하며 그 시행을 정하는 법이고, 기본법은 그 특정한 법을 말한다(예: 민법, 상법은 기본법이고 그들의 시행법은 부속법이다). 부속법은 기본법과 병행하여 혹은 합일하여 적용되어지는 것으로 상호간에 우선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39) 제 3 강행법과 임의법@]
I. 강행법과 임의법의 의의
강행법과 임의법의 구별은 법률의 적용이 절대적이냐 임의적이냐 하는 것을 표준으로 한 구별이다. 강행법 (imperative law, zwingendes Recht)은 당사자의 의사여하를 묻지 않고 절대적으로 적용하는 법이고, 임의법 (dispostive law, nachgiebiges Recht)은 당사자의 의사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법을 말한다(예: 민법 105조의 규정은 임의법을 정한 것이다). 임의법은 민법 중 계약에, 상법 중 상행위에 많고 그 밖의 사법(예: 친족, 상속, 권리능력, 물권의 내용 등에 관한 규정, 회사법, 어음, 수표법 등), 공법은 대부분 강행법이다.
@p156 고대 내지 중세에 있어서는 공법이니 가법이니 할 것 없이 모두 강행법적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근대에 이르러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개인주의, 자유주의의 법사상이 발달하면서부터 계약자유의 원칙이 확립된 결과 주로 민법 중의 채권법이나 상법 등의 재산거래법이 임의법화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법의 영역에 강행법의 성격을 띤 사회법이 대두하고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즉 개인의 생존권과 공공복지를 위한 영역이 축소되는 반면에 강행법의 영역이 확장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II. 강행법과 임의법의 구별방법
어떤 법규가 강행법인가의 구별에 관하여 법조문 중에 밝혀져 있으면 판단하기 쉽다. 예컨대 (당사자의 특별한 의사가 없으면 ) (민법 468조)이라든가, “다른 의사가 없으면) (민법 473조)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임의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강행법규와 임의법규의 구별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각 법규규정의 내용, 성질이나 입법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당해 법규가 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가 또는 사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가에 의하여 강행법, 임의법의 여부를 판정해야 할 것이다. 즉, 법의 목적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나 당사자 이외의 제 3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강행법으로 하고, 다만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임의법으로 하는 것이다.
이 구별은 특히 법의 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예컨대 민법 제 812조의 (혼인은 호적법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서 그 효력이 생긴다)라는 규정은 강행법이므로 당사자가 다른 방법으로 절대 혼인할 수 없다. 그러나 (변제의 비용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채무자의 부담으로 한다) (민법 473조) 라는 규정은 임의법이므로 다른 의사표시(약속)가 있으면 그 약속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먼저 법의 목적(입법취지)등으로 그것이 강행법인가 도는 임의법인가의 여부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임의법인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어떠한가를 탐구하여 그 의사에 적합한 효과를 인정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p157
III.강행법과 임의법의 구별의 실익
이 구별의 실익은 당사자가 법규의 내용과 상이한 의사표시 기타의 행위를 한 경우에 그 효력을 달리하는데 있다. 즉, 의사표시 기타의 행위가 임의법규의 내용과 상이한 때에는 유효하거나(민법 105조), 또는 적어도 무효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강행법규에 반한 것인 경우에는 무효이거나(민법 103조) 취소할 수 있고(민법 5조 2항), 또는 일정한 제재를 받게 된다(민법 97조, 135조).
IV. 강행법과 임의법의 분류
(1) 강행법의 분류
강행법은 효력규정(능력규정)과 제한규정(단속규정, 명령규정)으로 나눌 수 있다. 양자는 다같이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지만 법규위반의 효력 자체가 부인되느냐 또는 제재가 따르느냐에 의한 구별이다. 효력규정은 그 내용이 법률상의 능력에 관한 것으로서, 이에 위반되는 행위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한규정은 이에 위반한 행위를 반드시 무효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효로 하지만, 위반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일정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성년자의 능력에 관한 민법 제5조는 전자에 속하고, 무허가음식점이 음식물을 판매하는 행위는 후자에 속한다(식품위생법 22조, 74조 참조).
(2) 임의법의 분류
임의법은 보충규정과 해석규정으로 나누어진다. 양자 모두 당사자의 불완전한 법률행위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같다. 보충규정은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결여되어 있는 경우에 이것을 보충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며(예: 민법 42조 1항단서, 133조, 408조 등), 해석규정은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존재하지만 그 의사표시가 불명확한 경우에 이것을 일정한 의미로 해석하는 작용을 한다(예: 민법 398조 3항, 436조) @p158
@[(40) 제 4 고유법과 계수법@]
I. 고유법과 계수법의 의의
고유법과 계수법의 구별은 법이 형성되어지는 소재를 표준으로 하는 것으로서, 고유법(indigenous law, heimisches Recht)은 자국 고유의 소재, 즉 자국의 사회기구, 윤리이상, 생활양식, 문화, 정치, 경제관계 등을 기초로 발생, 발달한 법이고, 계수법(adapted law, rezipiertes Recht)은 타국에서 발생, 발달한 법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이입, 형성된 것을 말한다. 타국의 법이 한 국가에 이입되는 법현상을 법의 계수(reception of law)라고 하며, 계수된 그 국가의 법을 자법(filial law), 타국의 법을 모법(mother law)이라고 한다. 고유법과 계수법은 그 형성된 소재가 다를 뿐이고, 일국의 국법으로서 타당성에는 하등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또 고융법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존중, 존속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계수법이라고 하여 배척이단시해서는 안될 것도 당연한 것이다.
개인이 고립, 독존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사회나 국가도 어느 일정한 수준에 달하면 타사회, 타국가와 상호교섭이 없이는 발전, 번영할 수 없으며, 거기에는 반드시 교류가 잇는 것이며, 법의 계수도 이러한 문화교류의 일환으로서의 법문화의 교류인 것이다.
II. 법의 계수의 종류
법의 계수에는 입법적 계수와 관습적 계수가 있다. 전자는 일국의 입법수단으로서 타국법을 채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일국의 법이 타국에 들어가서 관습법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예컨대 유명한 ‘로마법의 독일계수’는 관습적 계수이고, 나폴레옹법전을 벨기에, 이탈리아 등이 계수한 사실과 19세기 후반 이래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선진입법국(예: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헌법계수 등은 입법적 계수라고 할 수 있다. @p159 입법적 계수는 다시 직접적 계수와 간접적 계수를 나뉜다. 전자는 외국법을 그대로 번역하여 자국법으로 하는 것인데, 1922년 터어키가 스위스국민법을 번역하여 그대로 자국 민법전으로 채용한 것과 같다. 후자는 외국법을 참고자료로 하여 자국의 특수사정을 참작, 취사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독일민법(제일초안)을 일본이 계수한 것과 같다.
서구의 근대국가의 법은 대부분이 로마법을 계수한 것이다. 옛날 우리나라는 당률, 명률 등의 중국법을 계수하였으나, 현행법 가운데는 독일법, 불란서법, 스위스법, 일본법 등을 계수한 것이 많고, 최근에는 부분적으로 영미법을 계수한 것도 있다. 예컨대 민법의 경우 친족상속법의 일부분이나 전세제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독일법 등을 계수한 것이다. 법의 계수는 사회적, 경제적 사정이 비슷한 국가 사이에 가장 효과적으로 행하여지지만, 국제교통이 발달한 현대에서는 법의 계수가 국가사이에 빈번하게 행해짐으로써 오늘날에는 순수한 의미의 고유법만을 가진 나라는 없고 혼성법의 국가만이 있을 뿐이다.
III. 고유법과 계수법의 구별의 실익
고유법과 계수법의 구별의 실익은 그 법규가 어느 것에 속하는가에 따라 법사학이나 법해석학 및 법정책학 등의 연구밥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고유법의 경우에는 자국의 법제만의 범혁을 연구하면 될 것이나 계수법의 경우에는 모법의 연구가 특히 중요하며, 모법을 발달케 한 외국의 여러 사정을 상세히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계수된 법도 오랜 시일이 경과되면 국민생활 속에 융화되며, 계수법으로서의 성질이 상실되고 고유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게 되므로, 양자의 구별은 절대적이 아니고 상대적이다. @p160
@[(41) 제 5 조직법과 행위법@]
I. 조직법과 행위법의 의의
조직법과 행위법의 구별은 법의 성질을 표준으로 하는 것으로서, 조직법 (Organisationsrecht)은 사람의 행동의 기초 또는 수단이 되는 법률제도의 조직을 정하는 법이고, 행위법 (Geschaftsrecht)은 직접 사람의 행동 자체를 규율하는 법이다. 이 구별은 법전과 법전 사이에도 있지만, 동일법전 중의 규정 사이에도 존재한다. 예컨대 헌법, 행정법, 소송법, 법원조직법 등은 국가의 기본조직, 행정작용, 사법작용 및 법원의 조직을 정한 법으로서 조직법에 속하고, 민법, 상법, 형법 등은 사람의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행위의 준칙을 정한 법이므로 행위법에 속한다. 그러나 민법, 상법 중에서도 물건법, 친족상속법 및 회사법, 어음법, 수표법 등은 조직법적인 성질을 가진다.
II. 조직법과 행위법의 구별의 실익
조직법과 행위법은 결코 서로 관계없는 것이 아니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즉, 행위법이 있으면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는 조직법이 필요하며, 동시에 조직법이 정해지면 이를 집행하기 위한 행위법을 필요로 한다. 이 구별의 실익은 조직법과 행위법과는 각기 다른 원리에 의하여 지배되어지는 점에 있다. 조직법에 있어서는 그것이 법률질서의 기초에 관한 것이므로 주로 엄격주의로서 일관하는 데 반하여, 행위법은 비교적 자유주의에 의하여 자치의 원칙이 인정된다. 이 현상은 사법의 분야에 있어 특히 현저하다.
@p161
법은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규범이므로 법의 생명은 그것을 현실 사회에서 실현되는 데 있다. 법이 그 규범 의미대로 실현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을 법의 효력(validity of law, Geltung des Recht)이라고 한다. 법에 효력이 없다면 그 법은 아무런 존재 가치도 없다. 그러나 법규범이 사실상 실현되지 않는다고 하여 당장 법규범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해 버리는 것은 아니다.(주 1) 그 법규범이 실현되든 안되든 간에 ‘법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법의 실정성 (Positivitat)이며, 곧 법의 근거가 되어서 법은 실행되어야 한다는 강제성을 갖게 된다.
법의 효력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하나는 법은 현실 사회에서 그것이 실현되어야 하는 타당성과 실효성이 합치될 때 본래의 효력을 갖는 점이다. 이 것을 법의 실질적 효력이라고 한다. 한 편 실정법은 시간적, 공간적, 인적으로 한정된 범위 안에서 효력을 갖는 점이다. 이것을 법의 형식적 효력이라고 한다.
주 1: 예컨대 형법 제 269조 1항에 낙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오늘날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국가 정책이며, 따라서 가족 계획을 강력히 실시하고 있으므로 낙태 행위는 거의 처벌을 하지 않는 실정이어서 본 조는 사문화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법규범은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사실상 실현되지 않는 법규범이라고 해서 당장 법규범으로서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Radbruch가 낙태불처벌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고 한 것처럼 사실상 낙태 행위의 처벌은 극히 적다. 그간 우리 나라에서 낙태죄로 입건된 사람은 80년 40명, 81년 51명, 82년 38명이며, 이 중 공소 제기된 사건은 각각 5명, 13명, 5명이다(정성근, 형법명론(상), 법지사, 1985, 87면). @p162
@[제 2 절 법의 실질적 효력@]
법의 실질적 효력은 법의 타당성 (Gultigkeit des Rechts)과 실효성(Wirksamkeit des Rechts)이 합치될 때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43) 제 1 법의 타당성@]
I 법의 타당성의 의미
법규범은 행위 규범의 면에서 볼 때 현실적으로 그 규범의 내용대로 지켜지느냐가 아니라, 그와 같이 지켜지기를 요구하는 당위(Sollen)의 관계에서 파악할 수 있다. 행위 규범으로서의 법은 사람에게 금지나 명령의 형식을 통하여 행위의 준칙을 제공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금지나 명령은 늘 준수되는 것이 아니라 침해되기도 하고 위시되기도 하므로 행위 규범으로서의 법이 요구하는 바는 “현실상 그 규정대로 실현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 자체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의 요구를 법의 타당성이라고 하며, 이는 법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법의 가치를 의미한다.
II. 법의 타당성의 근거
법은 현실에서 실현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타당성이 인정되는가? 법의 타당성의 근거에 관하여 고래로부터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p163
(1) 신의설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신의 의사에서 구한다. 즉 신은 절대적 존재이고 그 계시인 법은 합리적이며 보편타당성을 가지므로 인간은 법에 절대적으로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시사회에서 행하여진 신벌의 제재를 수반하는 사회적 금기로서의 taboo, Hammurabi 법전, Mose의 율법(10계)등은 이에 속한다. 중세의 자연법도 신의 의사에서 법의 궁극적인 타당성을 가졌으며, 근세 초의 왕권신수설도 이러한 발상에 입각하고 있는 학설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설의 대표자는 Augustinus, Thomas Aqinas 등이다. 오늘날에는 종교적인 자연법 사상을 제외하고는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신의 의사에서 구하는 설은 거의 없다. 이 설은 법의 효력을 신의 의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신앙을 떠나 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과학적 논리가 없는 종교적 유물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2) 자연법설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영구 불변의 자연법에서 찾는다. 자연법은 인간 및 자연의 본성에 따른 법으로서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초실정법적인 법규범이다. 따라서 자연법은 실정법보다 고차원의 법규범으로서 자연법에 위배되는 실정법은 타당성을 갖지 못하며, 이에 자연법이 실정법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 또는 기준을 마련해 준다.
이러한 자연법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해석을 달리해 왔다 (고대에는 자연적 질서, 중세에는 신의 의사, 근대에는 인간의 본성, 이성, (33) I (2) 참조). 그러나 자연법은 비록 실정법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서, 또는 실정법에 대한 지도 원리로서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나 자연법 자체가 지닌 관념성 추상성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자연법을 실정법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로 인정하기에는 객관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설은 Stoa 학파 그로티우스 (Grotius) 라이프니쯔 (Leibniz) 몽테스큐 (Montesquieu) Rousseau Kant 등에 의하여 주장되고 체계화되었으나, 19세기에 역사 법학과 법실증주의의 전성으로 약화되었다가 20세기초에 Stammler 등의 학자에 의하여 자연법의 부활 운동이 전개되었다. @p164
(3) 사회계약설
이 설은 사회나 국가가 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자율성의 원리에 입각한 계약에 의하여 성립된 것이므로 국가가 제정하는 법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Locke나 Rousseau 등이 대표적인 학자이다. 이 설은 국가는 시민의 합의, 즉 사회 계약에 의하여 성립되었다는 데서 법의 타당성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증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반드시 국가나 법이 사회 계약에 의하여 성립되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설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논리적 타당성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사회 계약의 민주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4) 명령설
법의 본질은 통치권자인 국가의 명령이라고 보고,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국가의 의사에서 구하고 있다. Austin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분석법 학파((83) III (6) (라) 참조)에 의하여 주장된 이 설은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여 자연법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명령설에 의하면 불문법은 물론 국가도 법이 아닌 것으로 되는 결점이 있다. 또한 법적 타당성의 근거가 통치권자의 명령이기 때문에 법을 준수한다고 설명할 뿐, 법적 근거가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없다.
(5) 실력설
법을 실력의 발현으로 보고, 법은 실력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지배자의 실력에서 찾으려 한다. ‘권력은 정당한 것이다’, ‘힘은 법이다’, ‘실력은 법에 우선한다’ , ‘법은 약자를 지배하는 강자의 권리이다’라는 말들은 모두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실력에 법이 존재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이 설을 권력설이라고도하며, 그리스 궤변학파 (Sophist)에서 비롯하여 근세의 스피노자 (Spinoza) Merkel 오펜하이며 (Oppenheimar) 등이 주장하였다. 이 설은 법에 있어서 실력적 요소만을 강조하여 그 내면적인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미흡할 뿐만 아니라 법과 힘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법을 파괴하는 폭력도 법이다’라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p165
(6) 역사법설
법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민족정신의 발현으로 보고,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민족의 법적 확신에서 찾으려고 한다. 19세기 초 사비니(Savigny)가 제시한 것으로 푸흐타(Puchta)에 의하여 완성되었다. Savigny는 역사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즉, 법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며 관습법이 유일한 법원이라고 한다. 이 설은 법을 국가의 형식적인 제정법만에 한정시키지 않고 법의 내용적 실질적인 면을 강조하고, 법에 관하여 발생적 역사적으로 고찰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법은 합목적성 합리성의 요청에 따라 제정되는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법을 계수하는 경우에 그러하다), 법의 실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7) 승인설
법의 타당설의 근거를 그 사회 사람들의 승인에서 찾는다. 즉 법이 효력을 가지는 것은 그 사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 사회생활의 규범을 법으로서 행하여짐을 승인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설의 대표격인 비얼링(Bierling)은 “법의 효력의 근거는 일반인이 법에 대하여 승인하는 정신적 지대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 일반인 모두가 현재 행하여지고 있는 법을 지대 승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제재가 두려워 부득이 복종하는 것까지도 승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 있어서 제정법은 사회 일반인의 승인과는 관계없이 성립하여 그 타당성과 실효성을 발휘해 왔으며, 또한 근대사회에 있어서도 실질적으로 법이 어느 정도 다수인의 승인을 얻고 있느냐 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것이다. @p166
(8) 사회의식설
법의 타당성의 근거는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사회 의식에 있다고 하는 학설이다. 사회는 그 결합을 유지하기 위하여 구성원 사이에 공통된 사회 의식이 있어야 하며, 그 사회 의식의 내용이 법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회 의식의 내용이 되는 법은 개인의 의사를 구속하고 준수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회 구성원들은 현저한 개성의 차이 이해의 대립, 의견의 분열 등을 나타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사정에서 과연 사회 구성원 전체에 공통하는 사회 의식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또한 그러한 사회의 사정에서 생기는 의사가 법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지나친 의제라는 비판을 받는다.
(9) 여론설
법을 창조하는 힘은 여론이라고 하여,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여론에서 찾는다. 다이시(Dicey)는 19세기 및 20세기초에 영국의 입법 경향이 변천하는 여론의 흐름에 깊이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여론이야말로 입법의 근거이며 법창설의 원천이고, 법의 타당성의 근거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설은 여론 자체가 진실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민주적 방법에 의하여 민의를 반영해야 하는데, 과연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명백하고도 진실한 여론이 존재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있다. 또한 진정한 여론과 사이비 여론의 구별도 어려운 것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많은 여론이 매스컴에 의하여 좌우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여론을 법의 타당성의 근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10) 법단계설
순수 법학자 Kelsen에 의하면 한 나라의 법질서에는 서로 체계적으로 연관되는 다수의 법규범이 포함되어 있으며 입체적으로 상위 하위의 단계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하나의 법규범은 그 효력의 근거를 타력에 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상위에 의존하는 것이 법구조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처분은 명령에서, 명령은 법률에서 법률은 헌법에서, 헌법은 근본 규범에서 그 타당성의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p167 바꾸어 말하면 실정법 질서는 제 1위인 근본 규범 -> 헌법 -> -> 법률 -> 명령 -> 처분 판결의 순서로 상하의 단계를 이룬다. 이것을 법단계설 (Stufentheorie des Recht)이라 하며, 이 설에 의하면 실정법의 존재 기반과 그 타당성의 근거는 결국 근본 규범에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설을 근본규범설이라고도 한다.
Kelsendl 말하는 근본 규범(Grundnorm)이란 “범을 제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권위의 소재를 가리키는 국가의 정치적 기본 원리”이다. 그런데 근본 규범에 정치성이 내포되고 있는 한 상위 계급의 법 전체가 정치성을 띠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이는 정치로부터 법의 순수성(Reinheit)을 지키려는 Kelsen의 의도와는 모순된다. 또 이 설은 하나의 규범의 효력을 다른 법규와의 관계 속에서 밝히려고 하고 있으나, 헌법보다 우위에 있는 근본 규범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주 2) 하나의 법규가 아닌 전체로의 법질서의 효력의 근거가 무엇인가를 밝혀 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예컨대 구법과 신법의 갈등이 나타날 때 그것을 해명할 수 없다.
(11) 목적(이념)설
위에서 법이 타당성의 근거에 관한 여러 학설을 검토하였으나, 그들은 어느 일면만의 고찰에만 치우쳐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만족스럽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법이 현실 사회에서 규정대로 실현되기를 요구하는 것은 법 속에 인간 생활을 지배하여 움직여 나가는 객관적인 ‘목적’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Jhering은 “목적은 전체법의 창조자이다”라고 하였고, 또 Radbruch도 무엇이 올바른 법인가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가치 기준은 법의 ‘목적’에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Radbruch의 법의 목적(이념)은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들고 있다 ((10)~(12) 참조). 목적이 없는 법이야말로 무의미한 것이며, 목적이야말로 법의 존재이유이고, 법이 타당성을 갖게 되는 최후의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학설이 우리 나라의 통설이다 (주3)
주 2: 오늘의 헌법 학자들은 근본 규범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자유 민주국가와 공산주의 국가와는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시원 규범 또는 근본 규범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우리 헌법 제 107조 2항(구헌법 108조 2항)에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한 것은 법단계설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윤세창, 법학개론, 박영사, 1984, 41~42면 참조).
주 3: 구병삭 신법학원론, 박영사, 1988, 42면; 이명구, 법학개론, 대명출판사 1988, 82면; 장경학, 법학통론(제 5 개정판), 법지사, 1988, 88면; 정해운 석희태, 법학통론, 동화문화사, 1982, 126면; 홍성찬, 법학개론(제 2 개정판), 박영사 1988, 105면) @p168
@[(44) 제 2 법의 실효성@]
I. 법의 실효성의 의의
법의 실효성이란 명령 금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 규범에 위반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발생할 때, 그 위반자에 대해 강제 집행을 한다거나 형벌을 가하여 강제규범을 발동하는 것을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강제규범으로서의 법규범이 조직적인 국가권력에 의해 실현되는 것을 법의 실효성이라고 한다. 예컨대, 형법 제 297조에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강간 행위를 금하고 있는(행위 규범) 동시에, 이에 위반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것(강제규범)을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정한 행위에 침해된 행위 규범으로서의 법이 강제규범으로서의 법에 의해 회복됨으로써 그것은 법으로서 실효성을 갖게 된다.
II. 법의 실효성의 보장
법이 효력을 갖기 위하여는 실효성이 있어야 하는 바, 법의 실효성을 가진다는 것은 강제규범으로서의 법의 실현이 국가권력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권력이지 사인의 실력이나 폭력은 아니다. 미개사회에서는 위법행위에 대하여 사력에 의한 복수를 허용하였다. 예컨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에 의하여 가해와 복수와의 균등을 요구하는 대등보복률이 인정되었다. Kant는 “대등 보복은 정의의 실현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근대에 와서는 사인의 실력에 의한 대등 보복은 금지되고 국가 에 의한 제재가 실행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형벌이다. @p169 오늘날 사적 제재는 일반적으로 법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자력구제 (self-help, Selbsthilfe)를 허용하며 정당 방어 긴급 피난 등이 이에 속한다.
@[(45) 제 3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과의 관계@]
I. 타당성과 실효성과의 관계
법이 효력을 갖기 위하여는 규범적 타당성과 사실적 실효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법이 이와 같은 이중적 구조성 가운데 그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는 경우에는 실정법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법은 타당성은 있으나 실효성이 없으면 사문화될 것이며, 이와 반대로 실효성은 있으나 타당성이 없으면 그것은 악법에 지나지 않고, 실효성에 의하여 지지되지 않는 법은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현실을 규제하는 실정법으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할 것이다.
II. 타당성 없는 법(악법의 문제)
타당성이 없으면서 실효성만 있는 법을 악법이라 한다면 이 악법은 어떻게 취급되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다음 세 가지 측면이 문제를 된다. 첫째, 악법이란 무엇인가? 즉, 어떠한 법이 악법인가? 둘째, 악법도 법인가? 즉, 악법도 준수되어야 하는가? 셋째, 악법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등이다.
(1) 악법의 기준
어떠한 법을 악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가치 기준에 속하는 법철학 상의 근본 문제이다. 자연법론자들은 ‘자연법에 합치되지 않는 실정법은 악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연법은 시대와 논자에 따라 다르다. @p170
결국 이는 법의 타당성의 근거가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체로 그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 법의 목적(이념)에 어긋나는 법을 악법이라 할 것이다. 예컨대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최대이념으로 하는 현대에 있어서는 특히 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 악법일 것이다.
무릇, 인간이 천사가 아니고 지상의 국가가 이상향이 아닌 이상 실정법도 정과 부정의 가치양극 사이를 방황하는 현실적인 모순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법 비판의 문제는 법학분야에서는 전면적으로 배척된 일도 있었다. 법실증주의는 ‘법률은 법률이다’라고 하는 명제를 지상명령으로 신봉하고 실정법에 대한 ‘법외’의 비판을 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 악법론의는 매우 적극적 의의를 지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법이나 법학은 그 비판을 통하여 자기에 내재하는 가치체계와 현대사회와의 유대를 수정하고 발생할 수 있는 ‘악법’을 방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악법의 준수 여부
로마법이래 ‘악법도 법이다’라는 법언이 있다. 이 말은 법의 타당성이 절대적일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인 이상 설혹 악법이라고 생각되어도 그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된다(주 4). 그러나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여 부정한 법에까지 무조건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자칫, 극단적인 전제주의화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법실증주의자들은 법의 근거로서 법적 타당성보다는 법적 안정성에 치중해야 한다고 한다. Socrates 가 음독으로 처형되었을 때 ‘악법도 법이다’라는 생각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는 말이 있다 (주 5) 법적 안정성(법의 실효성)보다는 법적 타당성에 더 중점을 둔다면 ‘악법은 법이 아니다’ 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각인이 제 멋대로 현행법을 악법이라 판단하고 그 법의 준수를 거부한다면 결국 사회질서는 유지될 수 없는 무정부주의로 될 가능성이 있다.
주 4: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은 국회에서 제정되며, 그 제정법의 시비 선악에 관하여는 의논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정당한 입법 절차에 의해 개폐되기까지는 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주 5: ‘악법도 법이다’라는 법언은 Socrates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신은 만물의 척도’로 삼고 지식과 행위, 이론과 실천과의 합치를 주장한 것이 화가 되어 “이단의 신의 가르침을 설교하여 순진한 청년들을 나쁘게 인도한다”는 죄(신성모독과 청년 선동죄)로 아테네의 법정에 피소되었다. 그는 법정에서 당당히 자기의 정당함을 주장하였으나,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친우와 제자들이 그에게 탈옥을 권하였으나 이를 거절하고 태연하게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악법이라도 법인 이상, 그 법에 의한 판결대로 복종하여 사형을 달게 받는다”는 Socrates의 입장의 배후에는 아테네 법의 악법성을 죽음으로써 고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퇴직 언론인이자 학자인 I.F. 스톤은 그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심판’에서 “소크라테스는 억울하게 독약을 마셨다”는 인식에 반기를 들고 ‘그래도 소크라테스는 유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톤에 의하여 소크라테스는 당시의 모든 국가 체제를 혐오하였고, 정치는 우중에게 맡길 수 없으며 과두정치를 주장한 반민주주의자라하고, 다른 신을 청년들에게 주입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붙들려 갔다고 하는 데 대하여, 스톤은 당시 아테네의 종교는 많은 신들이 뒤범벅된 종교이기 때문에 그러한 변명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스톤은 예수가 십자가를 필요로 했듯이 소크라테스에게 독약은 필요하였다고 하면서 소크라테스에게 내려진 최종 판결은 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조선일보, “소크라테스는 반민주주의자,” 1988. 3. 27 8면 참조) @p171
사회의 질서를 위하여 법적 타당성도 중요하지만, 누가 보아도 정의에 반하고 타당성이 없는 법이 있다면 그것은 악법으로서 정당한 법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악법도 법이다’라는 법언은 일정한 한계가 있지 않을 수 없다 (주 6)
(3) 악법에 대한 국민의 태도 (저항권)
Socrates뿐만 아니라 우리는 죄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간 악법을 역사상 많이 보아 왔다 (주 7). 아무리 법이라고 하지만 타당성이 없는 악법에 의하여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 간다고 해도 Socrates와 같이 순종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악법 준수의 강요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시민적 합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주 6: Kelsen은 “법은 타당성만 가지고 그 효력이 있으며, 실효성까지 요구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의 복종자도 없고 또 범죄인이 사실상 처벌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은 여전히 효력이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여 법이 타당성을 가지면 그 내용을 사실상으로 실효화 시켜지는 가능성(Moglichkeit)만은 언제나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즉, 법이 실효성을 보장받으려면 법 그 자체가 타당성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법의 본질이라 하였다. 이와 같이 보면 타당성에서 주어진 가능성은 타당적 규범과 실효적 사실을 연결하는 가교라고 할 수 있다.
주 7: 2차 대전 중 나치스 정권은 유태인 대량 학살령을 발하여 그들의 강제수용소에서 최소한 1천 2백만 명을 학살하였다. 여기에서의 대량학살령은 당시에는 엄연한 실효성을 지닌 실정법이었으므로, 법의 이념 또는 임무가 법적 타당성을 첫째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에 의하면 나치스의 행위는 합법적인 것이 된다. 이 당시 유태인 학살의 총책임자 아이히만은 이후의 전범 재판소에서 자신의 행동이 합법적이었다고 말했었다. @p172
따라서 국민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악법을 없애고 국민을 위한 법을 갖기 위해서는 성숙된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과 책임 있는 비판 정신을 지녀야 한다. 나치스 정권의 독재를 목격한 후 분노한 Radbruch는 전전 그의 학설을 수정하여 법의 3 이념 가운데 법적 안정성보다 정의의 우월성을 인정하여 자연법 사상으로 복귀하게 되었으며, ‘악법에 복종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까지 말하였다 철학자 야스퍼스(Jaspers)도 ‘나치스 정권의 악법에 복종한 독일 국민 전체가 전범자’라고 하였다. 이것은 법의 실효성보다 타당성을 중시하여 악법에 대한 거부와 저항권을 강조한 것이다.
(4) 저항권의 법리
(가) 저항권의 의의: 저항권 (Widerstandsrecht)이란 실정법 또는 권력 행사의 타당성 가치성을 부정하고, 그것에의 복종을 거부하여 나아가 그것의 철회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저항권은 더욱 고차의 법에 의거하여 악법이나 압제에 저항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사상에 입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 정당성의 근거가 법질서에 내재하는 가치일 경우에는 저항의 실현은 특정한 실정법의 해석을 둘러싼 투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의 권력자와 대항자 사이에 정치적 투쟁이 아무리 격화되어도 법리론 적으로는 ‘법질서 내’의 가치 상극에 해당한다. 따라서 저항자의 가치 기준이 실정법을 초월하는 고차의 법이 있을 때에는 이론상으로나 실제상 매우 중대한 문제가 일어난다. 여기서 말한 고차의 법을 자연법으로 본다면, 저항권이란 실정법이 정하는 의무와 자연법이 정하는 의무가 서로 모순되고 충돌할 때 자연법 상의 정의를 근거로 하여 실정법 상의 의무를 거부하는 권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저항권의 제도화: 저항권의 문제는 이미 중세에 시작된 이래, 18세기 미국 독립선언 중의 혁명권 (right to revolution), 프랑스 인권선언 중의 압제에의 저항 (resistance a I'oppression)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이르러 국민주권적 국가에서 하나의 합법적 제도로까지 상승되어 있다. @p173 이러한 저항권은 실정법에 규정되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주 8) 우리의 건전한 법의식 속에 존재하는 자연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건전한 법의식에 있어서의 법실증주의는 오히려 자연법적 기능을 지니는 것이며, 무기력한 법의식에 있어서의 법실증주의는 악법 발생의 온상이 되는 것이다.
Coing에 의하면 권력이 의식적으로 자연법에 위반하여 작용할 때, 즉 파괴적 작용 (verbrecherische Regierung)을 할 때에는 적극적 저항이 허용되는 것이며, 그것은 정당(legitim)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적극적 저항을 오늘날 기도한다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서나 때로는 생사에 관한 일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이것을 가장 명백히 말해 주는 것은 나치스 치하 독일의 저항운동의 역사이다. 이러한 면에서 보는 저항은 오직 자발적 도전에의 호소일 뿐이고, 반항에의 실정적 의무는 하들 존재하지 않는다고 Coing도 자백하였다.
한편 하이란트 (Heyland)는 저항권을 헌법위반에 대처해야 하는 헌법 보장을 위한 권리하고 하였다. 그는 전후 독일의 헌법은 거의 자연법의 이념을 인정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그는 그와 같은 헌법 보장을 위한 저항권을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제도화하려고 하였다. 국가권력 등에 의해서 헌법위반이 자행되는 경우 헌법에 의해서, 혹은 법원에 의해서, 기타 여러 법적 절차에 의한 법적 구제를 생각하고 그것을 저항권의 행사라고 여겼다.
우리는 미국의 독립선언이나 프랑스의 인권선언이 혁명권이나 압제에의 저항을 자연의 권리로 명기한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구제도를 무너뜨린 정치 세력이 그때까지 주장해 온 저항권을 실정법에 제도화한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종교 사상 언론이 자유 등의 일련의 인권의 보장, 법 앞에 있어서의 평등의 확인, 참정권 등 민주주의 제도를 위한 정비는 구제도에 비해 저항권의 주요 사항들을 거의 실정법화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 8: 서독에서는 나치스 시대 (1933~1945)에 악법이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국민의 인권을 억압한 데 대한 반성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 법률 심사 제도가 실시되고 저항권을 헌법상 인정하고 있다(서독 개정 헌법 20조 4항). 우리 나라 헌법은 저항권에 관한 규정은 없으나 위헌 법률 심사제를 두고 있다(헌법 111조). 그러나 전문에서 “불의에 저항한 4. 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있으므로 저항권은 인정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김철수, 신 헌법학개론, 박영사, 1988, 298면 참조). 한편 대법원의 입장은 저항권의 실정 법적 개념을 부인한 바 있다(대법판 1975. 4. 8. 74 다 3324) @p174
제도에 비해 저항권의 주요 사항들을 거의 실정법화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위만 (Neumann)이 “민주주의 제도 그 자체가 일종의 ‘제도화된 저항권’ (institutionalized right of resistance)이다"라고 한 것은 이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의미심장한 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저항권의 조건: 무릇 법과 사회, 개인과 전체, 계층과 계층 사이의 이해와 사상의 대립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즉 실정법이라고 하는 통제 방식이 불필요하게 되기까지는 저항권의 가능성은 의연히 지상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항권이 남용된다면 민주주의 자체를 파멸시키는 위험스러운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저항권의 행사에는 성찰된 조건이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다빙(Dabin)은 저항권 행사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국가의 실정법에 의하여 악법이나 압제에 대한 개혁의 기술적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던가 혹은 그것에 의해 안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 둘째, 저항권의 행사가 혼란이나 악례를 야기시켜 악법이나 압제에 복종하고 있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해약을 야기하는 결과를 몰고와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빙의 첫째 조건은 당연한 사리를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즉, 달리 취할 여유나 수단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폭력적 저항으로 나온다거나 하면, 과잉 방어와 같이 인정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의 조건은 일종의 ‘비례의 원칙’ 또는 ‘진중의 원칙4’의 문제라고 하겠다. 이 둘째의 조건은 현실 사회에서 가끔 드러나기도 하는데, 저항이 오히려 악례만 더 크게 불러일으킬 경우는 곤란하다.
저항권의 행사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저항권을 행사하는 주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저항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다만 자기의 주장만을 절대화하고 권력을 무조건 적으로 몰아, 비타협적 실력 투쟁만으로 시종 세론에 호소하는 가치 투쟁을 방기하는 것은 자기의 민주성과 정당성을 배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저항권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적인 절차에 의해 발동될 것이 요구되고, 이 요구에 따를 때 그것은 민주주의의 확실한 안전벽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의적인 남용과 폐해를 냉정히 자율할 수 있다면 저항권은 현실의 민주제도나 권력층이 빠지기 쉬운 동맥경화증이나 독선적 경향에 대하여 필요하고 유효한 치료제가 될 것이다. @p175 오직 그것 때문에 발생할 비극이나 참화를 최소화하고 민주주의의 부단한 전진을 위한 처방으로 순화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현명한 정치적 지성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제니(Geny)는 저항권의 합법적 한계를 검토하기 위하여 저항은 그 정도에 따라 수동적 저항, 방어적 저항, 공격적 저항의 세 단계로 분류하여 전 이자는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 있으나 공격적 저항만은 극단적인 압제에 대해서만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제 3절 법의 형식적 효력@]
법의 형식적 효력은 법이 적용하는 범위를 말한다. 실정법은 일정한 시대나 사회의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경험적 사실로서 생성 발전 소멸하는 것이므로 성문법이건 불문법이건 그 효력이 무제한일 수 없고, 거기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은 당연하다. 이와 같은 한계를 시간적 인적 장소적 효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46) 제 1 시간에 관한 효력@]
I 법의 시행
법(성문법)은 시행일로부터 폐지일까지 효력을 갖는다. 이 기간을 법의 시행 기간 또는 유효기간이라고 한다. 관습법은 성립과 동시에 효력을 발생한다. 성문법은 성립(제정)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절차를 밟아 공표 되어야 한다. @p176 성립된 법을 공표 하는 행위를 공포라고 하며, 공포와 동시에 그 효력을 발생한다. 공포는 법의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서 관보에 의하여 공포된다(법령 등의 공포에 관한 법률 12조). 그러나 공포와 동시에 시행함은 법 정책상 여러 폐해가 있으므로 공포와 시행까지 얼마간의 기간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 기간을 주지 기간(법의 공포된 후 법의 존재를 일반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일정한 기간)이라고 한다 (민법의 경우는 약 2년간, 상법은 1년의 주지 기간을 둔 바 있다). 그리고 법령에 시행 기일을 각각 개별적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정한 날로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공포일로부터 시행한다(즉일 시행) 하는 것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 기일이 정하여져 있지 않으면 공포일로부터 20일 경과하면 효력을 발생한다 (헌법 53조 7항)
II 법의 폐지
법의 효력이 소멸되는 폐지에는 명시적 폐지와 묵시적 폐지가 있다.
(1) 명시적 폐지
명시적 폐지는 명문의 규정에 의하여 법이 폐지되는 것을 말한다. 명시적 폐지가 되는 경우로는 (i) 법령에 그 시행 기간(유효기간)이 정해진 경우, 그 기간의 종료로 그 법령은 당연히 폐지된다. 이런 법을 시한법(Zeitgesetz)이라 한다. (ii) 법령이 어느 특정 사항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경우, 그 목적 사항이 소멸하면 당연히 폐지된다. (iii) 신법의 명시적 규정에 의하여 구법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폐지한다고 규정한 때에는 구법은 당연히 폐지된다.
(2) 묵시적 폐지
묵시적 폐지는 명문에 의한 폐지가 아닌 것을 말한다. 묵시적 폐지가 되는 경우로는 (i) 구법의 규정이 신법의 규정과 서로 저촉되고 모순되는 경우, 즉 동일 사항에 대하여 신법과 구법의 규정이 상반되는 경우에는 그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구법은 당연히 그 효력을 상실한다. 이것을 ‘신법은 구법을 개폐한다’는 원칙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법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특별법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p177 그러므로 신법이라 하더라도 일반법인 신법은 특별법인 구법을 개폐하지 못한다. 이 원칙을 ‘일반법은 특별 구법을 개폐하지 못한다’라고 한다. 또 (ii) 상위법과 하위법이 상호 저촉하는 경우에는 하위법이 효력을 잃는다. (iii) 해제 조건부의 법으로서 처음부터 일정한 조건의 성취,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제정된 법은 그 조건의 성취, 목적의 달성이나 소멸로서 당연히 폐지가 되는 것이다.
III 법률 불소급의 원칙
(1) 원칙
법은 일반적으로 그 시행일로부터 폐지일까지 그 동안에 생긴 사항에만 효력이 있고, 그 시행 전에 발생한 사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법률불소급의 원칙 (Prizip der Nichtruckwirking)이라고 한다. 이것은 행위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사후에 제정된 법률에 의하여 범죄 된다고 할 수 없다는 사후법(ex post facto law)의 제정을 금지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로는 법의 소급에 의한 사회생활의 혼잡과 분쟁을 피하고 구법 하에서 발생한 법률관계, 특히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결국 사회생활의 법적 안정을 기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소급적 제정의 금지는 형법에서는 입법상의 원칙으로서 확립되어 있다. 만일 행위시에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처벌 법규가 사후에 제정되어 이 행위에 소급 적용되는 날에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 대한 보장이 깨지므로 죄형 법정 주의의 요청상 행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형벌 법규의 소급’은 엄금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13조 1항)이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한 것과, 형법 제 1조 제 1항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처벌 법규의 소급적용뿐만 아니라 소급 형벌 법의 제정까지도 금하는 것이다. @p178
(2) 예외
그러나 이 원칙은 해석상의 원칙에 지나지 않으므로 신법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의 현실적 요구에 적합하고 정의 형평의 이념에 맞는 경우에는 입법으로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다. 즉, 이 원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신법 적용으로 관계인이 유리하게 되던가, 소급적용이 기득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다든지 또는 침해하더라도 소급시킬 공익상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이 원칙이 무시되는 수가 있다. 형법 제 1조 2항은 (범죄 후의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형벌 불소급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또한 민법 부칙 제 2조에서도 ‘본법의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본법 시행일 전의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신법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구법보다도 개인의 인권 존중과 권익 보호의 사상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IV 기득권 불가침의 원칙
기득권 불가침의 원칙이란 원칙적으로 법률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결과 구법에 의하여 생긴 기득권 (vested rights, wohlerworbenes Recht)은 신법에 의하여 변경되거나 소멸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그러나 이 원칙도 법률 불소급의 원칙과 같이 사회생활의 법적 안정을 위하여 요구되는 벌률적용상의 원칙이며 입법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이 원칙은 입법상 절대적인 것은 못된다 하더라도 국민 생활의 법적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관점에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p179
V 경과법
구법시대에 발생한 사항에 관해서는 구법이 적용되고 신법 시대에 발생한 사항에 관해서는 신법이 적용됨은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의하여 명백하므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구법 시대에 발생한 사항이 신법 시대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여전히 구법을 적용할 것인가, 혹은 신법을 적용할 것인가에 관하여 법의 적용 기술상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만들어진 법을 경과법 (transitive law, Zwischenzeitsrecht)이라고 한다. 이것은 법으로 따로 제정하는 것이 아니고 신법의 부칙에서 그 해결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예: 민법부칙 5조, 1984년 개정상법 부칙 2조~24조, 환경보전법 4조 5조)
@[(47) 제 2 사람에 관한 효력@]
근대법은 ‘법 앞에서의 만인의 평등’을 이념으로 하고 있으므로 사람의 지위 신분 문벌 계급 성 신앙 등에 의하여 그 적용되는 법을 달리 정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법률은 일반법으로서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법이 일반인에게 적용된다 할 때의 ‘일반인’의 범위를 여하히 정하느냐에 대하여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의 두 주의가 있다.
I.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의 원칙
속인주의 (System des Personlichen Rechts)란 국민(국적)을 표준으로 하여, 한 나라의 법은 자국민에 대해서는 국내에 있건 국외에 있건 불문하고 그 효력이 미친다는 주의이고, 속지주의 (System des Territorialstatuts)란 영역을 표준으로 하여, 한 나라의 법은 그 영역 내에서는 자국인 이건 외국인이건 불문하고 모두 효력이 미친다는 것, 즉 그 나라의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주의를 말한다. 오늘날 각국은 영토적 관념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속인주의를 아울러 채용하여 양자의 조화를 기하고 있다. 즉, 자기 영역 내에서는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도 모두 국가의 법에 의하여 지배됨과 동시에, 자국민은 외국에 있더라도 자국법의 적용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법률의 저촉이 되는 경우에는 국제사법에 의하여 해결한다. @p180
II. 속인주의 예외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특별법은 일정한 사람에게만 적용되고 전국민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국가공무원 법은 국가공무원에게만, 변호사법은 변호사에게만,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또한 국정상의 필요에서 대통령 및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있는(예: 헌법 84조 44조 45조) (주 9) 등 일종의 면책특권이 인정되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임기 중 안심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III. 속지주의의 예외
속지주의에 의하면 우리 나라 영역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법의 효력이 미쳐야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우리 나라 영역 안에 있는 사람이라도 우리 나라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1) 헌법상의 제한
참정권 청원권 국방의 의무 둥과 같은 헌법상의 권리 의무는 국민의 지위에 기한 것이므로 이에 관한 법은 자국에 재류하는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하며 본국 법이 적용된다.
주 9: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헌법 44조: #1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2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 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헌법 45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p181
(2) 형법상의 제한
형법 제 5조는 내란죄 외란죄 국기에 관한 죄 통화 및 유가증권에 관한 죄 등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 대하여도 우리 형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섭외사법 국제사법의 제한
혼인 이혼의 요건 친족 상속 관계 유언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등 일반적으로 사람의 신분 능력에 관한 사항은 각국이 인정 풍속 관습 및 문화 정도에 따라 다를 것이므로, 이에 관한 법은 자국 내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외국인의 본국법이 적용된다. 우리 나라 섭외사법도 이를 선언하고 있다(섭외사법 6조 1항)
(4) 국제법상의 제한
국제법상 특별한 지위 신분을 갖는 자는 재류국의 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 즉, 국가의 원수, 외교 사절(대사 공사 기타) 및 그 가족 수행원 군함 승무원 일정한 책임 있는 지휘 관하에 있는 군대 등은 국제 관례적인 예의상 또는 직무 수행의 편의상 재류 국의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분국의 법의 적용을 받는 특권이 인정되어 있다. 이를 치외법권 (exterritorialty, Exterritorialitat) 또는 외교 특권 면책특권이라고 한다. 따라서 주재국의 재판권 및 경찰권 과세권 등에 복종하지 않는 특권과 이로부터의 면제를 받는다.
@[(48) 제 3 장소에 관한 효력@]
I. 장소에 관한 효력의 원칙
법의 장소적 효력은 법이 어떠한 지역적 범위에서 적용되느냐에 관한 문제이다. 한 나라의 법은 원칙적으로 그 국가의 전 영역에 걸쳐 적용된다. 국가의 영역은 주권이 미치는 범위로서 영토 영해 영공 등을 포함하며, 이러한 영역 내에서는 내국인 외국인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p182
II. 장소에 관한 효력의 예외
그러나 법이 자국의 영역 내에만 시행된다는 원칙에 대해서도 예외가 있다. 즉, (i) 치외법권을 갖는 자에게는 타국에 있는 경우에도 자국 법이 적용되고, 또 타국에 있는 일반 자국민이라 하더라도 참정권 청원권 국방의 의무 등이나 능력 친족 상속 등에 관하여는 정치상의 이유나 전통적 민족적 특별 사정으로 자국 법이 적용된다. (ii) 타국의 영해 내에 있는 자국의 군함 공함이나 타국의 영공 안에 있는 자국의 군용 공용의 항공기 안에서도 자국 법이 적용된다. (iii) 자국 영역 내에 있어서도 일정한 법령(특히 장소에 관한 특별법)이 어떠한 지방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지방자치 단체가 제정하는 조례와 규칙은 그 자치단체의 지역 내에서만 적용되며, 도시계획법은 일정한 도시에 한하여 적용된다.
@{
법학입문 3권
노영진 저
대왕사
점자출판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공학센터
02) #451:0128
입력봉사자:
김희선 나수자
@} @t:법학입문 3@e
@[묵자차례@]
제1편 총론
제10장 법의 해석과 적용 ... 183
제1절 법의 해석 ... 183
(49) 제 1 법의 해석의 개념과 그 필요성 ... 183
I. 법의 해석의 의의 ... 183
II. 법의 해석의 필요성 ... 184
(50) 제 2 법의 해석의 방법 ... 186
I. 유권해석 ... 186
II. 학리해석 ... 188
(51) 제 3 법의 해석의 변천 ... 192
I. 개념법학 ... 192
II. 목적법학 ... 194
III. 자유법론 ... 196
IV. 법사회학 ... 200
제2절 법의 적용 ... 203
(52) 제 1 법의 적용의 개념 ... 203
(53) 제 2 사실의 확정(인정) ... 203
I. 사실의 입증 ... 204
II. 사실의 추정 ... 204
III. 사실의 의제(간주) ... 205
(54) 제3 법의 발견 ... 205
(55) 제4 법을 적용하는 기관 ... 206
제11장 법의 제재
(56) 제1절 제재의 개념 ... 207
I. 제재의 의의 ... 207
II. 제재의 필요성 ... 207
제2절 국내법상의 제재 ... 208
(57) 제 1 헌법상의 제재 ... 208
(58) 제 2 행정법상의 제재 ... 208
I. 공무원에 대한 제재 ... 209
II. 일반국민에 대한 제재 ... 211
(59) 제 3 형법의 제재 ... 214
I. 생명형 ... 215
II. 자유형 ... 215
III. 명예형 ... 216
IV. 재산형 ... 217
(60) 제 4 민법상의 제재 ... 218
I. 손해배상 ... 218
II. 강제이행 ... 219
III. 실권 ... 219
IV. 무효, 취소 ... 220
(61) 국제법상의 제재 ... 220
제12장 법의 변동
(62) 제1절 서설 ... 221
I. 법의 고정성과 탄력성 ... 221
II. 법을 변동시키는 요인 ... 223
(63) 제2절 법과 정치 ... 224
I. 서설 ... 224
II. 법치주의와 정치주의 ... 225
III. 법과 정치와의 관계 ... 226
(64) 법과 경제 ... 230
I. 서설 ... 230
II. 유물사관 ... 231
III. 슈타믈러 등의 비판적 논증주의 ... 232
IV. 법과 경제와의 관계 ... 233
(65) 제4절 법과 혁명 ... 234
I. 서설 ... 234
II. 법을 초월한 비상의 사회현상 ... 235
III. 혁명의 파괴성 ... 236
IV. 새로운 질서 ... 236
V. 혁명의 법적 예방기능 ... 237
제13장 권리와 의무
(66) 제1절 법률관계 ... 239
I. 법률관계 ... 239
II. 법과 권리와의 관계 ... 240
III. 권리, 의무관계의 발전 ... 242
IV. 인간관계, 호의관계와 법률관계 ... 244
제2절 권리, 의무의 개념 ... 247
(67) 제 1 권리 ... 247
I. 법과 권리 ... 247
II. 권리의 본질 ... 248
III. 권리부인설 ... 250
IV. 권리의 의의 ... 250
(68) 제2 의무 ... 253
I. 의무의 의의 ... 253
II. 의무와 권리와의 관계 ... 254
제3절 권리와 의;무의 분류 ... 255
(69) 제 1 권리의 분류 ... 255
I. 공권 ... 255
II. 사권 ... 256
III. 사회권 ... 259
(70) 제 2 의무의 분류 ... 260
I. 공의무와 사의무 ... 260
II. 사회의무 ... 261
III. 적극적 의무와 소극적 의무 ... 261
(71) 제4절 권리, 의무의 주체와 객체 ... 262
I. 권리, 의무의 주체 ... 262
II. 권리, 의무의 객체 ... 263
(72) 제5절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 ... 263
I. 권리의 행사 ... 263
II. 의무의 이행 ... 265
(73) 제6절 권리, 의무의 변동 ... 266
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의의 ... 266
I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종류 ... 266
II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원인 ... 267
(74) 제7절 권리와 법규의 경합 ... 269
I. 권리의 경합 ... 269
II. 법규의 경합 ... 269
(75) 제8절 권리의 구제 ... 270
I. 권리를 위한 투쟁 ... 270
II. 권리의 침해에 대한 구제 ... 271
III.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 ... 273
제14장 국가
(76) 제1절 법과 국가 ... 275
(77) 제2절 국가의 개념과 목적 ... 276
I. 국가의 개념 ... 276
II. 국가의 목적 ... 278
(78) 제3절 국가의 구성요소 ... 280
I. 국민 ... 280
II. 영역 ... 282
III. 주권 ... 284
(79) 제4절 국가의 형태 ... 285
I. 국가형태의 의의 ... 285
II. 국체 ... 286
III. 정체 ... 287
IV. 헌법상의 국가형태 ... 288
V. 우리나라 국가형태의 특징 ... 289
@p183
@[ 제10장 법의 해석과 적용@]
@[제1절 법의 해석@]
@[(49) 제1 법의 해석과 개념과 그 필요성@]
I. 법의 해석과 의미
(1) 의의
법의 해석(interpretation of law, Rechtauslegung)이란 일반적,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법규범의 의미, 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형법 제37조 1항에서 사기죄를 규정하여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라고 하고 있다. 이 규정은 추상적이므로 과연 어떤 행위를 ‘기망’이라고 하며 무엇을 ‘재물’이라 하고, 또 ‘교부한다’는 것은 어떤 행위를 말하며,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다’는 것은 무엇이냐 등등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처럼 추상적으로 표현된 법규의 의미,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 파악하여 사기의 사실에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법의 해석은 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법규의 의미,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법의 목적에 따라 규범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이론적, 기술적 조작이다. 그러므로 법의 해석은 객관적, 논리적이어야 한다. 또한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에 내재해 있는 이념과 정신을 @p184 객관화해야 하며, 이것은 단순한 형식론리적 방법을 넘어서 목적론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법의 해석은 각 법규가 가지고 있는 객관적 목적과 그 시대의 사회적 제사정을 고려하여 목적적, 가치론적으로 그 의미와 내용을 밝혀내야 한다.
(2) 해석의 대상
법의 해석은 성문법뿐만 아니라 불문법도 포함될 것이나, 불문법은 그 존재 자체에서 내용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그 해석보다도 그 존부가 문제로 된다. 따라서 법의 해석은 일반적으로 성문법의 해석만을 의미한다. 특히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나라에서의 법해석의 주목적은 성문법의 의미, 내용을 이해하여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은 사회의 변동에 따라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하였던 복잡,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법의 해석자는 입법자보다 총명하다”는 법원이 있듯이 법의 해석은 제정 당시의 성문법에만 한정할 수는 없다. 법해석은 법규의 단순한 언어학적 해석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현실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법적용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 추상적인 법을 개별적인 사회현상에 구체적으로 적용시킴으로써 법은 실질적으로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법의 해석은 법학상의 문제이지만 인접학문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종합적인 해석을 요한다. 법문은 현실의 다양한 사회현상을 개념화하였기 때문에 법의 해석은 일반적인 언어해석과는 달리 어려움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법문과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하게 된다. 더욱이 법의 배후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법사상이 있어 이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겠다.
II. 법의 해석의 필요성
법의 해석은 왜 필요한가? 이에는 성문법의 불완전성과 성문법의 추상성이 문제가 된다. @p185
(1) 성문법의 불완전성
과거의 입법자들은 성문법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성문법의 완전성을 믿고 동시에 성문법 이외의 법원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였으며 성문법에 대한 주석도 승인하지 않았다. (주 1) 그러나 성문법은 그 성질상 불완전성을 면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성문법이 인간의 지능과 의사의 산물이라 할 때, 인간의 힘의 한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i) 법의 제정에 있어서 사호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활관계를 예견하고 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ii) 설사 예견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발전에 따라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생활관계가 끊임없이 일어나므로, 이러한 새로운 사실을 예견하고 미리 제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iii) 또한 입법자의 의사의 표현인 성문법이 일정한 문자로서 표현되는 오늘의 입법기술이 과연 입법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지 의문인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문법의 결함을 보충하여 성문법으로 하여금 사회발전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요청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 법의 불완전성, 사회성, 역사성 등을 파악하여 법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과 결함을 제거하고 사회정의에 입각하여 정당성, 합리성, 정책성 및 객관적, 이론적, 인식적인 것을 본질로 하여야 한다.
(2) 성문법의 추상성
성문법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 있는 구체적 사실을 예상하면서도 입법기술상 추상적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규를 구체적 사실에 적용하려면, 먼저 추상적, 일반적인 법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앞에 든 형법 347조 1항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법해석이 불가피하게 필요
* 주 1:로마의 Justinianus는 자기가 제정한 법전을 완전한 것이라 하여 법전 이외의 새로운 법적 문헌의 발간을 금지하고 주석서를 쓰는 사람은 위조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하였고, 오스트리아의 1789년의 요셉(Joseph) 2세의 법전, 프로이센일반란트법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으며, 또한 나폴레옹은 그 민법전의 제정 후 주석서가 출판되었을 때 “나의 법전은 그 가치를 잃었다”고 분개하였다. @p186
한 것이다. 더욱이 성문법규 중에는 이른바 백지규정 또는 일반조항이라는 것이 있다. 예컨대, ‘정당한 사유’나, ‘부득이한 사유’ 또는 ‘상당한 기간’이나 ‘불가항력’등으로 표현되는 경우이다. 이들 용어들은 매우 추상적이어서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이냐 하는 것은 그 때의 구체적인 사정을 감안하여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규정은 그 해석이 이루어짐으로써 비로소 구체적인 의미가 ㄴ경우와 같다. 인간의 수 많은 현실의 생활관계를 빠짐없이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확정된다.
@[(50) 제2 법의 해석의 방법@]
법의 해석을 그것이 구속력을 가지느냐의 여부에 따라 유권해석과 학리해석으로 나누어진다.
I. 유권해석
유권해석 (authentic interpretation)이란 국가의 권위있는 기관에 의한 법규의 해석을 말하고, 이 해석은 구속력을 가지므로 강제해석 또는 공권적 해석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1) 입법해석
입법해석 (legislative interpretation)이란 입법기관이 법을 제정하는 권한에 기하여 특정한 법규의 내용 또는 문구의 의미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법령으로서 법령의 용어를 해석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법의 해석이 아니라 하나의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입법적 해석은 (i) 어느 때에는 동일한 법령 중에 해석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고 또 어느 때에는 법령 중의 문구의 의의에 관한 해석규정을 그의 부속법령에 두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민법 제98조에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라고 한 것은 전자의 예이고, 수표법 부칙 중 제66조에 (본법에서 휴일이라 함은 국경일, 공휴일, 일요일 기타 일반 휴일을 이른다)라고 한 것은 후자의 예이다. @p187 (ii) 법조문의 해석에 편의를 주기 위한 예시규정과 또 다른 법규의 해석의 범위를 표시하는 간주규정이 있다. 전자의 예로서는 민법 제 32조에 (학술, 종교, 자선, 기술, 사교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잇다)라고 규정하여 비영리법인에 관한 예시를 하였고, 후자의 예로서는 형법 제 346조에 (본장의 죄에 있어서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은 재물로 간주한다)라고 규정하여 절도, 강도죄의 객체로서의 재물의 범위를 표시하고 있다. (iii) 해석규정도 역시 하나의 규정이므로 이것 또한 해석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민법 제18조 1항에서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을 주소로 한다)고 정한 것은 주소에 관한 해석규정이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하나의 규정이므로 그 자체 또한 해석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주소를 정하는 표준으로서 실질주의, 주소에 관한 입법태도에는 객관주의, 주소의 개수는 복수주의를 취하는 게 오늘날의 통설이라는 해석을 하게 된다.
(2) 사법해석
사법해석 (judical interpretation)이란 법원이 사법권에 기하여 행하는 법의 해석을 말한다. 보통 판결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므로 재판해석이라고도 한다. 즉, 법관이 재판을 할 때에 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그 적용될 법의 의의를 재판서(판결문)에 밝히는 것을 말한다. 영미법국가에서의 사법해석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대륙법국가에서도 상급법원의 판결은 당해사건에 관한 한 하급법원을 구속하는 것이 사실이며, 더욱이 법원의 판결이 판례법으로 이루어지면 판례에 의한 사법해석은 유권해석이 된다.
(3) 행정해석
행정해석 (administrative interpretation)이란 행정관청이 행하는 법해석을 말한다. 즉, 행정관청이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법의 의의를 밝히거나 또는 하급관청의 법해석에 관한 질의에 대하여 상급관청의 회답, 또는 지령 혹은 질의 없이 내리는 훈령 등에 의해 법해석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하급관청은 행정법상 상급관청의 법해석에 구속되는 것이어서 이에 반하는 법해석을 할 수 없다. @p188 그리고 행정관청이 최종적인 권위를 갖는 법해석은 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같은 행정에 있어 상급관청의 회답 등은 하급관청에 대한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지므로 행정해석도 유권해석과 같은 성질을 지닌다. 이러한 행정해석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행정쟁송절차, 즉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의하여 변경, 취소될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사법해석이 행정해석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II. 학리해석
학리해서 (doctrinal interpretation)이란 학설상의 해석, 즉 개인의 학설로서 학리에 기하여 행하여지는 지적 해석이다. 보통 법의 해석이라고 하면 이 학리해석을 말한다. 이 해석은 국가권력의 뒷받침이 없으므로 그 자체로서는 하 등의 구속력이 없으나, 시대의 권력에 좌우되지 아니 하고 순수한 학문적 입장에서 하는 해석이므로 일반여론에 대한 설득력도 그만큼 강하며 유권해석에 대하여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즉, 학자의 법해석이 재판과 입법의 기초가 됨은 물론 법학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주 2) 이것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1) 문리해석
문리해서 (grammatical interpretation)이란 법문의 자구에 나타난 의의, 즉 법규의 의미를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 기초적, 제일단계적 방법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여기에만 치중되면 법령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문리해석에 있어서 법문용어의 의미를 법제정 당시의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연혁적 해석설과 해석 당시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진화적 해석설이 있다.
법은 현실생활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적용시를 기준으로 해석하여야 법적 확신과 실생활에서의 타당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후설이 타당하다. (주 3)
* 주 2: 따라서 법학자의 학설을 법원으로 인정하여 학설법 (wissensehaftliches Recht)이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 구병삭, 신법학원론 (전정판), 박영사, 1988, 97면; 장경학, 법학통론(제5개정판), 법문사, 1988, 117면 참조
* 주 3: 법령 가운데는 사회의 발전이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서 법문의 해석을 달리하는 것을 전제한 것이 있다. 예컨대 민법에서 신의성실(2조 1항)이라든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103조)와 같이 고도의 추상적인 언론에 대해서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해석의 기준이 달라진다. 따라서 입법 당시를 기준으로 해석할 경우 현실적으로 타당치 아니한 결론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해석(적용)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홍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영사, 1988, 121면; 구병삭, 전계서, 98면]. @p189
(2) 논리해석 (logical interpretation)
논리해석 (logical interpretation)이란 법문의 자구에 구애받지 않고 법전 전체의 조직, 법질서 전체의 유기적, 논리적 관계, 입법정신 및 연혁, 법규적용의 결과 등을 고려하여 논리적 의의를 초월한 객관성의 의미 확보에 이바지하지만, 너무 지나친 형식론리에 편중될 경우에는 실제 사회에 적합치 못한 모순을 지닐 수도 있다. 논리해석은 다시 다음과 같이 나누어진다.
(가) 확장해석: 확장해석이란 문리해석에 의한 결과가 너무 협소하여 법이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 문리를 넓혀 해석함으로써 법의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해석방법이다. 예컨대 형법 제 257조의 상해에 있어서 문리상으로 생리적 장애를 해석함에 있어서 그 문언의 의미에만 국한치 않고, 여성의 두발을 절단하였을 경우에서처럼 비록 생리적 장애는 없다고 하더라도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라냄으로써 외관상 사회생활을 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하므로 상해죄를 적용하도록 본문의 상해의 개념을 확대하는 경우와 같다.
(나) 축소(제한)해석: 축소 또는 제한해석이란 문리해석에 의한 결과가 너무 넓어서 법문이 법의 진정한 의도 이상의 것을 표현하였을 경우 이를 좁혀서 해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재물에는 동산과 부동산이 있으나 형법 제329조의 절도죄의 객체인 재물에는 부동산이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경우와 같다.
(다) 반대해석: 반대해석이란 법문이 규정하는 요건과 반대의 요건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법문이 명정하는 반대의 효과를 발생케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p190 예컨대 민법 제800조는 (성년에 달한 자유로 약혼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반대로 하면 “성년에 달하지 않은 자(미성년자)는 자유로 약혼할 수 없다”라는 해석이 되는 경우와 같다.
(라) 보정(보충)해석: 보정(또는 보충)해석이란 법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 이를 보정하여 법의 진의에 알맞도록 해석하는 것이다. 보정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고, 자유법운동이나 목적법학의 입장에서 보듯이 법관의 법해석에 많은 자유재량을 허용하려는 학자들은 보정해석을 인정하려 한다. 보정해석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보정해석을 함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입법자의 법문의 표현이 명백히 잘못 되었을 때, 확정적 학설에 명백히 위반될 때, 또는 명백한 사회적 수요에 확실히 반하는 때에 한하여 허용될 것이다. (주 4) 예컨대 민법 제240조 3항의 (인접지의 수목의 뿌리가 경계를 넘은 때에는 임의로 제거할 수 있다)에 의해서 뿌리를 제거했을 경우, 이 수목의 뿌리가 누구에게 귀속하는지는 불명하므로 이는 보충하여 해석해야 한다.
(마) 물론해석: 물론해석이란 법문이 어느 사항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경우, 법문에 명기되어 있지 않는 사항이라도 입법정신이나 사물의 성질상 당연히 그 규정에 포함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의 규정에서 (책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 규정 속에는 ‘과실’보다 더 중한 주관적 귀책사유인 ‘고의’는 ‘물론’포함되는 경우의 해석이다.
(바) 연혁해석: 연혁해석이란 법이 제정되게 된 목적, 즉 입법목적을 고려하여 법의 합리적인 의미, 내용을 파악코자 하는 것이다. 법을 목적의 소산이라 하고 목적 개념을 법학 및 법해석의 지도이념으로 하는 입장이 목적법학이며, 처음으로 이것을 주장한 자는 Jhering이다((51) II 참조).
* 주 4: 이광신, 김계환, 법학원론, 한서출판, 1985, 125면; 장경학, 유경서, 110면. @p191
(아) 비교해석: 비교해석이란 외국법이나 구법 등과의 비교에 의하여 당해 법규의 의미, 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법을 많이 계수한 경우에는 그의 모법과의 비교해석이 중요성을 갖는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나라의 법을 비교하는 학문을 비교법학 (comparative jurisprudence, vergleichende Rechtswissenschaft)이라고 한다((82) V 참조).
(자) 유추해석
(a) 의의: 유추해석(analogy, Analogie)은 어떤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법에 규정이 있으나 이와 유사한 다른 사항에 관하여는 규정이 없는 경우에 양자의 공통적 요소를 발견하여 동일한 법리가 타당하다고 생각될 때에 유사한 사항에 대하여 함께 법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권리능력 없는 사단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민법에 규정이 없으므로 법인의 규정을 유추 적용하는 해석의 경우와 같다. 인간의 수많은 현실의 생활관계를 빠짐없이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만일 유추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법의 사회규범으로서의 효용은 크게 감소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항까지 법이 상이하게 적용되어 오히려 부당한 결과가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유추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b) 확장해석과의 차이: 유추해석은 결국 법규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이라 하여 일종의 확장해석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유추해석은 입법자가 예견하지 않았던 신사항에 대하여 기존의 법문울 근거로 하여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나, 확장해석은 단지 법문의 자구를 확장하여 해석함에 불과하므로 양자는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c) 반대해석과의 차이: 반대해석은 법조문의 언어적 표현과는 반대의 의미로 해석하므로, 그 법조문을 근거로 하여 해석한다. 이에 반하여 유추해석은 문제가 되는 사례에 관하여 전혀 법규가 존재하지 않을 때, 다른 법규를 빌어 적용하는 방법이므로 반대해석과 다르다.
(d) 준용과의 차이: 유추는 또한 그와 비슷한 준용 (entsprechende Anwendung)과도 구별하여야 한다. 준용은 입법기술상 규정의 중복과 번잡을 피하고 법조문의 간략을 위하여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다른 법규의 적용을 명문으로 규정한 경우이므로 유사한 다른 사항에 확장하여 적용하는 유추와는 다르다. 준용의 예로서는 민법 제10조에서 (제5조 내지 제8조의 규정은 한정치산자에 준용한다)고 규정한 경우와 같다. @p192
(e) 형법상의 유추: 형법에서는 유추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해석상의 원칙이다. 형법에서 죄형법정주의를 채용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익을 해치지 않기 위해 유추가 허용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형법상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에 따른다”라든가 또는 “의심스런울 때에는 경한 데를 따른다”는 원칙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므로 ‘의심스러울 때’에 한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즉 형을 경감하는 유추해석을 하는 것은 피고인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주 5)
@[(51) 제3 법의 해석의 변천@]
법해석은 현존하는 경험적 법질서를 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사회의 발전에 따라 그 해석의 기준, 내용, 방법이 변천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근대 성문법이 제정되던 시대에는 법의 형식론적 해석에 시종하는 개념법학이 지배하였으나, 그 후 19세기 개념법학의 입법만능에서 탈피하고자 법의 목적적 고찰을 중요시하는 목적법학이 대두하였다. 이어서 추상적인 목적법학을 비판하여 법학의 자유로운 탐구를 제창하는 자유법론이 나타났다. 또한 자유법론의 영향으로 법사회학적 방법론이 수립되면서 법해석학은 이론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I. 개념법학
(1) 의의
19세기 유럽 각국이 로마법전의 영향을 받아 성문법을 제정함에 따라 법의 해석은 성문법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해석은
* 주 5: 이형국, 형법총론연구I, 법문사, 1984, 62면. @p193
실정법을 논리적 자족성과 흠결없는 논리적 자족성, 그리고 흠결없는 논리적 완전무결성에 근거를 두고 오로지 형식적,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론만을 위주로 하여 다루려는 경향을 띠었다. Jhering은 이와 같은 형식, 논리적인 법해석의 태도를 “개념법학에서 출발하여 개년에서 그친다”가고 비판하면서 이것을 개념법학 (Begriffsjurisprudenz)이라 불렀다. 그 후 실정법의 논리적 해석에 몰두하는 태도를 비난할 때 일반적으로 ‘개념법학’이라고 비유하여 말하게 되었다. 그러나 성문법주의를 채택하는 곳에서는 성문법규의 개념구성이나 논리적 타당성을 무시하고 법질서의 안정이 보장될 수는 없다. 따라서 개념법학에서는 실정법을 유일, 절대적인 영원불변의 금과옥조로 보아 법조숭배사상이 만연되어 있었으며, 법관의 임무는 기계적으로 법규에 사건을 적용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라고 한다.
(2) 개념법학의 진보성
개념법학은 개인주의와 결합되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결과를 가져와, 소유권의 절대성, 계약자유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등을 주축으로 하는 19세기의 개인주의적 법률문화를 발전시켰다. 동시에 개념법학은 성문법을 절대적인 것으로 숭배하고 그 논리적 해석을 요구하여 근대 시민법의 안정과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을 뿐 아니라 역사적인 진보에 일익을 담당한 측면도 있다. 또한 그것은 19세기초에 유럽 각국에서 제정된 성문법질서는 절대군주의 자의적인 전제정치를 반대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시대적 사명을 지녔었다. 특히 죄형법정주의를 채용하여 자의적인 형벌권의 행사를 못하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방어적 역할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은 개념법학의 커다란 업적이라 할 것이다.
(3) 개념법학에 대한 비판
개념법학적 법해석은 법의 무흠결성과 법질서의 논리적 완벽성을 전제로 하여 법조문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었다. 이러한 형식론리의 결과, 어떠한 조작에 의해서도 메꿀 수 없는 gap이 법률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에 나타나게 되었다. @p194 즉, 현실생활로부터 법이 유난되고 추상적인 법개념의 유희에 빠지게 되어 법을 위한 법의 해석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법관도 법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는 자동판매기계처럼 전란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 법해석자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해석마저 일어나 법학의 발전을 그릇된 방향으로 몰아가는 폐단을 낳는다는 등의(주 6) 여러 가지 비난을 받게 되었다.
독일의 법학자 Kirchmann은 당시의 법관들의 법해석의 태도가 지나치게 법조문의 형식적 해석에만 얽매이는 것을 비판하고, 법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 올바로 발전하려면 개념법학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Kirchmann은 실정법의 자의성, 가변성을 들어 “입법자가 2~3개의 법조문의 개정으로 전 법학이 문헌이 휴지화된다”고 말하면서, 개념법학의 근거가 되는 법조숭배를 비난하였다. 또 그는 법학이 개념법학으로 머물러 있는 한 법해석학(Rechtsdogmatik)은 학문으로서는 가치가 없다고 하였다. 이것은 모두 당시의 해석법학 또는 개념법학의 그릇된 해석태도에 대하여 반성을 촉구한 것이다.
II. 목적법학
(1) 의의
목적법학 (Zweckjurisprudenz)은 법을 목적이 소산으로 보고 법해석도 법의 목적에 의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목적개념을 법해석의 지도이념으로 하는 것이다. Jhering은 개념법학의 논리주의의 고정화를 타파하기 위해서 ‘법은 목적에 의해 창조된다’고 보고, 법해석에 있어서도 목적개념을 지도이념으로 삼아야한다고 하면서 목적법학을 주장하였다. 또한 인간은 목적을 지향하며 사는 존재이므로 인간의 생활조건 (Lebensbedingung)인 법도 역시 목적(Zweck)의 소산으로 보았다. 그리고 법의 목적은 인간생활을 위한 이익이므로 “목적은 모든 법이 창조자이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법의 해석도 ‘법의 목적’(Zweck des Rechts)에 비추어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것이
* 주 6: Justinianus의 주석서간행금지나, 프리드리히(Friedrich) 2세가 법관의 임무를 기계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법의 해석을 금한 것이나, Napoleon이 주석서가 출판되었을 때 분개한 것([49] II 주 1참조) 등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p195
목적론적인 법해석의 태도이며, 이러한 태도에 서는 것이 목적법학이다. 이러한 목적법학은 Jhering에 의하여 수립되었으나 리스트(Liszt)의 목적형론, Bentham의 공리주의법학, 헤크(Heck)의 이익법학도 이 계열에 포함된다.
법의 목적론적 해석은 법의 문리적 또는 논리적 해석을 전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적으로 먼저 법규의 문리적 내지 논리적 해석을 꾀한 후에 더 나아가 법의 목적에 비추어 해석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법해석을 교조적인 개념의 유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목적법학은 일면으로는 법의 의식적 창조의 측면을 경시하는 역사법학에 대립하며, 다른 면에서는 일체의 가치목적을 배제하고 법규의 순수구조를 고찰하는 순수법학과 대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 법의 목적
법해석의 지도이념인 법의 목적은 무엇인가?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보기로 한다.
(가) 개별적인 법목적: 법은 목적의 소산이므로 법은 저마다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민법에는 민법 특유의 목적이 있고, 형법에는 형법의 독자적인 목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 많은 법률의 입법동향을 보면, 그의 첫머리에 입법의 목적을 명시하는 경향이 있다((9) I 참조). 이처럼 법률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그 법조문에 명시되어 있는 때에는 법해석의 방향과 한계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법해석을 행하면 된다.
(나) 보편적인 최고의 법목적: 개개의 법률이 저마다 개별적으로 구체적 목적을 지니는 동시에, 이외에도 법의 전 체계에 일관하는 보편적인 최고의 법의 목적이 있다. 이러한 법의 보편적인 목적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인간서의 존중’(주 7)이라는 사익의 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
* 주 7: 중세 봉건제도하에서는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아니 하였고, 영주와 영민 혹은 양반과 상민간의 신분적 차별이 심했으며, 남존여비의 사상이 있어 이러한 사회적 인간차별은 법해석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예컨대 ‘춘향의 재판’에서 보는 것처럼 반상의 계급적 차별의식이 그대로 반영되었으며 ‘샤일로크(Shylock)의 재판’에서처럼 학대받는 유태민족에 대한 멸시와 증오감은 그를 패소에 이르게 하였다. 근대에 와서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헌법 11조 1항)는 원칙이 확립되었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신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10조)라는 규정을 헌법으로 지니게 되었다. 따라서 법해석에 있어서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의 존중’의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장경학, 전계서, 121면). @p196 이라는 공익의 실현이라 하겠다. 헌법 제23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하여 개인성의 존중(주 8)을 규정하면서 동시에 제23조 2항에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사회성의 확보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어느 한 쪽에 치중되지 않고 사익(개인성의 존중)과 공익(사회성의 확보)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임무인 것이다.
(3) 목적법학에 대한 비판
Jhering은 개념법학을 비판하고, 올바른 법해석은 목적론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명확한 목적의 개념과 내용을 정립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목적법학은 주관적, 추상적 개념을 면치 못하여 자의적 목적개념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즉, 법의 목적을 개인의 ‘주관적’인 목적으로 빠지게 할 가능성을 내포하였으며, 법의 객관적 이념의 고찰을 등한시하였다. 그러나 목적법학이 고식적인 개념법학의 지나친 논리주의를 타파하고 법해석에 있어서 목적론적 방법을 제시한 것은 큰 공적이라 하겠다.
III. 자유법학
(1) 의의
자유법론 (Freirechtslehre) 혹은 자유법운동 (Freirechtsbewegung)이란 개념법학의 법률만능사상을 배격하고 본래부터 면할 수 없는 법의 불완전성과 사회의 진보, 발전에 따른 법의 적응성을 중요시하여, 자동기계화하는 법관의 인격적 활동의 범위를 확대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법의 보충적 발견과 창조의 기능까지 인정하여 법과 사회생활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간격을 법관의 탄력성있는 해석으로 메우자는 운동을 말한다. 법학을 개념적
* 주 8: 인간성의 존중은 각인의 개성을 존중함을 의미한다. 그것을 재산권에서 본다면 헌법 제20조 1항으로 나타난다. @p197
인 것에서 해방하여야 한다는 자유법론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독일의 에를릿히 (Ehrlich), 키르히만 (Kirchman), 칸토르비츠 (Kantorowicz), 프랑스의 법학자 Geny, 살레이유 (Saleiles), 일본의 목야영일등이 주장하여 성행하였으며, 법해석의 방법론을 개혁함과 아울러 법의 사실적 연구, 법의 과학적 연구를 강조하였다.
자유법론은 고정화된 법조문에 얽매여 사회현실로부터 유리된 법의 개념구성에 대한 반대의 입장에서, 이른바 ‘살아있는 법’ (living law, leben des Recht)을 주구함으로써 사건에 대한 법의 해석, 적용에 구체적 타당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즉, 자유법론은 살아있는 법의 탐구와 법관에 의한 자유로운 법발견 (freie Rechfindung)을 강조한다.
(2) 자유법론의 근본사상
자유법론의 근본적 사상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가) 정의와 형평의 실현: 개념법학은 법조숭배에 있다. 그러나 개념법학의 숭배의 대상인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완전무결한 것일 수는 없다. 또 설사 법 제정 당시에는 완전무결함을 갖춘 법일지라도 법은 계속 고정화되어 있고, 반면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회는 발전하고 변천하여 사회현실과 불가피하게 gap이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법과 사회사실과의 gap을 메꾸어야 하는 데 법규의 형식론리적 해석에만 몰두하여 사회사정을 도외시하는 개념법학의 방법에 의한다면, 정의와 형평에 반하고 법의 목적을 외면하게 되는 법의 그릇된 해석만 불러들이게 된다. (주 9) 이에 자유법론은 근대의 급격한 사회변천에 따라 종래의 법제도로서는 이를 개선할 수가 없으므로 그 타개책을 과학적인 측면에서 모색하려는 데서 출발하였다. 즉, 자유법론은 우선 법조숭배사상을 타파하고 제정법 앞에서 자동판매기계로 전락한 법관을 해방시켜 법의 목적인 정의와 형평을 사회에서 실현하도록 법의 해석을 할 것을 촉구하였다.
(나) 법관에게 자유재량권부과: 문자로 고정화된 법규와 유동하는 사회
* 주 9: Geny는 이 점에 관하여 “프랑스의 형편을 보면 민법, 상법의 이대법전이 제정된 후 1세기 반에 걸쳐 그 권위를 자랑하여 논리적 해석과 개념구성에만 열중하는 법률가들이 많아서 법전과 사회현실과의 gap은 점점 심하게 벌어졌다”고 말하였다. @p198
사실과의 gap을 없애고, 공평하고 타당성있는 법해석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법해석에 있어서 법관으로 하여금 제정법의 규정에만 구속되게 하지 말고, 자유스럽게 법을 발견하여 재판하도록 자유재량권 (discretion, freies Ermessen)이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한다. 즉, 법전의 권위를 극도로 감소시키며, 법관의 인격적 활동범위를 증대시켜 법관에 의한 자유로운 법발견을 가능케 하려는 입장이다.
(다) 법원의 확대: 법원을 성문법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관습이나 정의, 공평의 이념이나 조리 등에 이르기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예컨대 민법 제1조에서 조리를 법원으로 규정한 것은 법관에게 자유재량권을 인정한 것이며, 민법 제2조에서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을 명문화한 것은 자유법운동의 주장을 채용한 것이다.
(라) 학자의 법의 발견: 법관의 자유재량권의 확대와 더불어 학자의 과학적인 법원탐구에 의한 법의 발견을 인정할 것을 주장한다. Ehrlich는 법의 사실적 연구의 길을 터 놓았으며, Kantorowicz는 법학에 있어서 사회학적 방법을 중요시하였고, Jeny는 자유법운동을 통해 법학이 과학으로 성립하도록 촉구하였다.
(3) 자유법론의 영향
자본주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종래의 법제도만으로는 변화된 사회를 규율함에 있어서 곤란한 사태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자유법론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법학적인 노력의 소산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그 때까지 성문법의 형식적 해석만으로도 법해석의 임무를 다 할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대착오적인 법관이나 법학자들의 관심을 눈부시게 변하는 사회현실 속에 살아있는 사태에 집중하도록 영향을 주었다. 자유법론자들은 법관은 법규의 형식적 의미, 내용에만 구속될 것이 아니라 격변하는 사회의 실정에 적합하도록 법을 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한편으로 ‘법의 목적’을 충분히 파악하고, 또 다른 면에서 ‘사회현실’을 충실히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을 실현키 위하여 자유법론학자들은 법해석의 방법을 개혁함과 동시에 ‘법의 사실적 연구’와 ‘법의 사회학적 연구’를 강조하였다. @p199
그리하여 Ehrlich, Kantorowicz를 필두로 콜러(Kohler) 등 자유법론자 대다수가 법사회학에 귀의하게 되었다. Ehrilich는 ‘법사회학의 기초’에서 법사회학의 필요성과 그 연구태도를 설명하고 있으며, Kantorowicz는 “사회학 없는 법해석학은 공허하며, 법해석학 없는 사회학은 맹목이다”라고 말함으로써 법학과 사회학의 결합을 촉구하였다. Kohler는 사회적 사실인 하나의 ‘문화현상으로서의 법’을 연구하였다. 이리하여 자유법운동과 더불어 법사회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4) 자유법론에 대한 비판
(가) 공적: 자유법론은 (i)법조숭배사상을 타파하고 관습법, 조리 등에까지 법원을 확대하였으며, (ii)법관 및 법학자의 자유로운 인격을 통하여 살아있는 현실적인 법을 발견함으로써 형식론리적 해석방법에서 해방시켜 법관의 자유재량권을 인정하여 법규와 사회현실과의 간격을 좁혀 주었다. (iii)법해석에 있어서 사회적 합목적성을 존중하는 경향을 낳게 하였으며, (iv)법학과 인접학문, 특히 사회학과의 결합을 촉구하여 법사회학의 길을 개척하는 등의 공적은 크다고 할 것이다.
(나) 난점: 그러나 자유법론에서 주장하는 자유로운 법의 발견은 법제도를 동요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법관의 자유재량권을 확대함은 법의 해석과 적용이 법관의 주관적, 감정적인 판단에 좌우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법문과 전혀 다른 것을 결과하여 법적 안정성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들이 현실화되면 자유법론은 법학의 논리주의를 부인케되는 결과를 가져와 이른바 감정법학(Gefuhlsjurisprudenz)으로 전락되고 만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83) III (7) 참조).
(다) 법사회학으로의 진전: 자유법론에 있어 법관의 자유가 주관적 자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자유에 일정한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일정한 한계는 자유법론(자유법 운동)에 과학적 기초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과학적 기초를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법학상 반동적, 파양적인 법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론이 진보적, 건설적 의미를 갖기 위해 필요하다. @p200 이와 같은 취지에서 Geny는 법해석방법에 있어서 해석자는 한편으로는 외부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그 해석이 과학적으로 행해지고 자의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요구하였다. 이러한 요구가 충족될 때 비로소 자유법론은 단순한 계몽적 운동에 머물지 않고 과학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자유법론자들은 이와 같은 과학적 기초를 갖는 자유법론을 자유법학(Freirechtslehre)이라 한다.
자유법론이 과학적 기초의 흠결을 반성하고, 법관의 자유라고 하는 자의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 자신을 조절하는 어떤 객관적 기준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이 객관적인 기준을 찾기 위해 법학에 사회학적, 경제학적 관찰을 이입한 것이 바로 ‘법사회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법론은 다음의 법사회학에서 그의 학문적 결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IV. 법사회학
(1) 의의
법사회학 (sociology of law, Rechtssoziologie)이란 법현상을 사회학적 방법에 의하여 역사적인 사회현상의 하나로 파악하고, 종교, 도덕, 정치, 경제 등과 같은 인접사회현상이나 가족, 사회, 국가 등의 인접사회형태와의 관련 속에서 그의 성립, 변화, 발전, 소멸의 법칙을 발견하려는 경험과학이다. 즉, 법사회학은 사회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법현상을 연구하여 사회에 현존하는 법의 존재와 작용을 사회법칙으로 인식하고 설명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사회학은 그 고찰대상의 관점에서 보면 법학의 일부라고 할 수 있으나, 그 고찰방법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학의 일분과로서의 성격을 지니다. 이러한 법사회학은 종래의 법해석학의 폐단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고, 법해석학이 지나치게 성문법의 형식론리에 집중하여 법과 현실이 유리되어온 점을 반성하여 사회의 실정에 적합한 법을 발견하고 적용할 것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법사회학은 종래의 법해석학에 대한 반성에서 성립했다는 점에서 자유법론과 그 기반을 같이 하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p201
법사회학의 기초를 이루는 초석을 놓은 것은 Ehrlich이다((88) III (1) 참조). 그는 종래의 개념법학이 국가적 법만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법실재 그 자체는 안중에 두지 않았던 것을 비판하여, 성문법 이외의 관습법은 물론 법인의 정관 기타 단체의 규약 등 사회생활 속에 폭넓게 존재하는 ‘살아있는 법’을 중요시하고, 여기에서 그의 연구재료를 구하였다. 또한 법을 재판규범으로서 보다는 행위규범으로 파악하려고 했다. Jhering도 그의 저서 ‘로마법의 정신’과 ‘법에 있어서의 목적’ 속에 법실재 중에 존재하는 원칙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법사회학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학자, 사회학자인 동시에 법사회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 (88) III (2) 참조), 노동법학자인 진츠하이머 (Sinzheimer (88) III (4) 참조), 미국의 Pound((88) VIII (2) 참조)등이 법사회학에 위대한 공헌을 하였다.
(2) 법사회학의 주요과제
유럽대륙에 있어서 20세기에 들어 스스로 ‘법사회학’이라고 부르는 사회학의 일부분이 발달하였으며, 미국에서는 법질서에 관한 실제적인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학적 법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가) 대륙의 법사회학: 대륙의 법사회학은 지식사회학, 문화사회학 등과 같이 인간정신의 소산인 법, 법사상이나 법이론 도는 사회적 제사실과의 관련을 그 과제로 하고 있다. 즉, (i) 법, 법사상을 제약하는 조건인 사회적 사실, (ii) 사회적 사실에 의하여 제약을 받는 법, 법사상, (iii) 제약하는 조건으로서의 사회적 사실과 제약을 받는 법, 법사상과의 관련 등의 문제를 그 주요과제로 하고 잇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륙에 있어서는 법학자와 사회학자가 쌍방에서 서로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법학자와 사회학자가 쌍방에서 서로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법학적 견지와 사회학적 견지와의 준별, 양자의 승인에 관하여 논의하여 왔다. (주 10)
* 주 10: 특히 Max Weber는 법학적 견지와 사회학적 견지를 준별하여, 법학적 견지란 “법으로서 본질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법규라는 형식을 지니는 말에 대하여 정확한 논리를 더듬어갈 때에 어떠한 의의(Bedeutung), 바꾸어 말하면 어떠한 규범적 의의를 얻을 수 있는가”를 묻는 데 대하여 사회학적 견지는 “공동사회적 행위에 참가하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특정한 질서를 타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사실상 이와 같은 규범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에, 즉 그러한 질서를 향해 자기의 행동을 지향시키는 가능성 때문에, 공동생활 가운데 실제 어떠한 사실이 발생하게 되는가를 묻는다”고 하였다. @p202
(나) 미국의 사회학적 법학: 미국의 사회학적 법학은 법학의 사회학적 성과와 방법의 적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19세기의 제학파가 법체계의 내용에 관심을 두었음에 대하여, 사회학적 법학은 법체계의 작용에 관심을 집중한다. 사회학적 법학은 법규가 필연적으로 만들어진다든가 또는 발견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제도로서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개선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은 법의 권위를 받드는 것으로서 법이 봉사해야 할 사회적 목적을 설정하고, 법은 이러한 사회적 목적을 달성키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회적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사회학이므로, 여기에 법학과 사회학과의 교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3) 법사회학에 대한 비판
법사회학은 법의 실증적 연구에 초점을 두고, 인간의 사회생활을 법규에 앞서, 또한 법규보다 널리 규율해 온 ‘살아있는 법’을 탐구하고, 또한 법현상과 다른 문화현상과의 사실상의 관계를 인과적으로 설명하려 하였다. 이러한 탐구의 성과를 기초로 하여 성립도상에 있는 법사회학은 항상 변화과정에 있는 실생활에서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려 한다. 법사회학적 방법의 중요성은 매우 크기 때문에 법학의 실질적인 보조과학으로서, (주 11) 또는 법학의 새영역을 개척하는 독립된 과학으로서, 많은 학자들에 의해 그의 지위를 승인받게 됨으로써 법학의 발전에 있어 희망을 주는 한 분야임은 확실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법사회학이 그 대상으로 하는 연구영역이 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아직 미개척 분야로 머물러 있으므로 그의 학문적 성격 등의 정설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그의 연구방법론이나 체계가 산만성을 내포할만큼 문제점도 안고 있다.
* 주 11: 법사회학이 법해석학의 보조과학으로서 법의 해석, 적용에 합리적 기초를 부여함과 동시에 현존의 법제 및 입법정책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p203
@[제2절 법의 적용@]
@[(52) 제1 법의 적용의 개념@]
법의 적용(application of law)이란 법의 내용을 사회생활관계의 구체적 사실에 실현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법의 해석에 의하여 확정된 개별적 사실에 대하여 법적 가치판단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법의 정립은 성질상 일반적, 추상적인 규범내용으로서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 법률효과가 발생하려면, 법의 적용이라는 과정을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어떻게 실현하겠는가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이다.
법적용의 전형적인 장소는 직접 법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기관으로서의 법원이며, 법규의 적용은 주로 판결로서 나타난다. 즉, 오늘날 법규의 적용은 법원에 의한 재판과정에서 가장 명확히 나타난다. 재판과정을 보면, (i) 적용될 추상적, 일반적 법규를 ‘대전제’로 하고, (ii) 사회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개별적 사실을 ‘소전제’로 하여, (iii) 이것으로부터 판결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삼단논법의 형식을 밟아 적용된다. 예컨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형법 250조 1항)라는 법규를 ‘대전제’로 하고, “갑이 을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소전제’로 하여, 이것에서 판결로서 “갑을 사형에 처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살인죄에 관한 형법 제250조를 적용한 것이다.
@[(53) 제2 사실의 확정(인정)@]
법규를 적용하려면 먼저 ‘소전제’가 되는 사실을 확정해야 한다. 예컨대 갑이 을 을 살해하였다면 왜 살해했으며, 그 동기는 무엇인가? 고의이냐? @p204 과실이냐? 언제, 어디에서 살해했는가? 어떠한 방법인가? 가해자와 피해자는 무슨 관계에 있는가? 피해자는 어떠한 상태로 죽었는가? 등의 사실을 명백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을 명확히 하여 확정한다는 것은 이른바 사실문제(question of fact, Tatfrage)이다. 사실을 명확히 확정하지 못한다면 거기에 대하여 어떠한 법규를 적용할 것인지 확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사실이 확정은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사실을 확정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I. 사실의 입증
사실의 확정은 사실문류로서 증거 (evidence, Beweis)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 재판에 있어서 사실의 존부에 관하여 확신을 얻게 하는 자료가 증거이며, 이것은 법관의 사실인정의 객관성을 담보해 준다. 증거는 원칙적으로 그 사실을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하며, 이것을 입증(거증)책위 (burden of proof, Beweislast)이라고 한다. 사실의 진위를 확정하는 자는 주관적, 자의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아니 되며,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II. 사실의 추정
증거에 의하여 확정하지 못한 사실을 우선 사실대로 확정하여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사실의 주정(inference, Vermutung)이라고 한다. 이것은 법적 생활의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일응추정(prima facie)의 이론에서 나온 것으로 법문에 “...추정한다”라고 규정한다. 예컨대 민법 제844조 1항에서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만일 사실은 부의 자가 아님을 입증한다면 추정된 효과는 생기지 아니 한다. 이것은 당사자의 입증의 번거러움을 면하기 위해 우선 사실대로 확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추정은 입증을 기다리지 않고 사실을 가정하여 확정하는 것이므로 만약 주정에 의해 불이익을 받은 자가 있다면, @p205 그가 반증(rebuttal)을 들면 추정의 효과가 생기지 않게 되는 점에서 ‘본다’(간주 한다)와 다르다.
III. 사실의 의제(간주)
공익 또는 법률정책상의 이유로 사실 여하를 불문하고 법에 의하여 일정한 효과를 부여하는 것을 간주라고 한다. 즉, 사실의 진부를 불문하고 그렇다고 일응 인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법문에서 ‘간주한다’ 혹은 ‘본다’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예컨대 민법 제28조의 (실종의 선고를 받은 자는 전조의 기간이 만료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간주는 추정과 달라서 상대적인 법률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절대적인 법률효과를 확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는 반증을 가지도 법규가 의제한 효과를 뒤집을 수 없다. 전례의 경우 실종선고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한 것으로 간주해 버리므로 그 실종선고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후에 입증되더라도 취소의 절차를 밟지 않는 한 사망이라는 법률적 효과를 소멸시키지 못한다. 이렇게 볼 때 사실이 확정에 있어서 추정보다 간주의 효력이 더 강함을 알 수 있다.
@[(54) 제3 법의 발견@]
구체적 사실이 확정되면 다음에는 그 사실에다가 적용할 법을 발견하여야 한다. 그런데 법을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다 같이 ‘빌린다’ 또는 ‘빌려준다’는 생활관계라 하더라도 빌리는 물건이 금전이나 미곡이라면 소비대차가 되고, 대지나 가옥이라면 임대차가 된다. 그리고 어느 생활관계에 꼭 해당하는 법을 발견하기 위하여는 먼저 법의 의미, 내용을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한다. 그 의미, 내용이 명확하지 못한 법은 현실의 생활관계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법의 의미, 내용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바로 법의 해석이다. @p206 이리하여 재판관은 한편에서 사실을 확정한 다음에, 또 한편에서 발견하여 해석한 법을 사실에다 적용하게 된다. 따라서 사실의 확정과 법의 해석은 법의 적용을 통하여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55) 제4 법을 적용하는 기관@]
보통 법을 적용하는 전형적인 기관은 법원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법치국가에서는 국가의 행정도 법에 의해 행하여지므로 행정기관도 법을 적용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일컬어 흔히 법의 집행이라고 한다.
사법기관(또는 행정기관)이 재판(또는 집행)을 통하여 법을 적용할 때에는 엄정을 기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재판(또는 집행)의 결과는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법을 제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정확실히 적용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법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령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하여 권리가 침해되고 손해를 입은 자는 종국적으로는 법원에 그 구제를 청구하게 된다(헌법 27조 1항 참조). (주 12) 이 경우 법원에 있어서의 법의 적용이 엄정히 행하여 지지 않고 사실이 확정이나 법의 적용이 왜곡되는 경우에는 법의 이념인 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의 적용은 엄정하여야 하며, 그 제도적 보장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요청에 따라 사법권의 독립제도가 있는 것이며, 법관은 사법권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하여 직무상, 신분상의 보장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헌법 103조, 106조 1항). (주 13)
* 주 12: 헌법 27조 1항: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 주 13: 헌법 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헌법은 106조 1항;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p207
@[ 제11장 법의 제재@]
@[(56) 제1절 제재의 개념@]
I. 제재의 의의
법의 제재(sanction)란 법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가하는 법적인 여러 가지 강제수단을 말한다. 법은 강제성을 그 본질적 요소로 하므로 강제성이 없는 도덕적, 종교적 제재는 법의 제재와는 구별된다. 또 사형과도 구별된다. 따라서 법은 법을 준수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가할 강제수단을 가지고 있다. 제재를 받는 자는 생명의 박탈, 자유의 구속, 재산의 손실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제재는 필요악으로서 그것이 발동되지 않아도 법을 잘 준수하는 사회가 되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것이 곧 민주, 법치국가라 할 것이다. 법의 제재는 국내법상의 제재와 국제법상의 제재로 대별할 수 있다.
II. 제재의 필요성
(1)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의 보장
법의 제재가 필요한 것은 첫째로 법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법은 항상 그의 타당성과 실효성이 문제되고 있다. 법집행자는 법의 사명을 법적 타당성에 중점을 두어 법의 실효성을 더 강조하지만, 법의 실효성은 역시 법의 타당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45) 참조.) @p208 그러한 타당성, 즉 정의 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또 국가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일 수는 없고, 헌법이 정하는 바의 적법절차에 의하여 제정되면 법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타당성으로 간주하는 수 밖에 없다. 하여튼 법은 강제규범이므로 그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절대적 금지를 규정한 형법이라든가, 각종 부담을 과하는 행정법 등에 있어서는 실효성이 더욱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법이 효력을 발생하려면 그 법의 내용에 따라 구속력을 지녀야 한다.
이 구속력으로 인하여 의무는 이행되어야 하고, 권리는 행사될 수 있으며, 제3자도 이를 무시해서는 아니 된다는 구속을 받는다. 그러나 법은 구속력만으로 실효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구속력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여야만 그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2) 법의 목적과 이념의 실현
법의 제재가 요구되는 것은, 둘째로 법의 목적을 달성하고 법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법의 구체적 목적을 달성하고 나아가 법의 이념인 정의, 합목적성, 법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해 일정한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법은 강제성을 본질로 하는 강제규범인 것이다.
@[제2절 국내법상의 제재@]
@[(57) 제1 헌법상의 제재@]
헌법상의 제재란 헌법의 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말하며, 이에는 탄핵심판이 있다. @p209 헌법 제65조 1항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집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권을 가진다(헌법 111조). 또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의 제소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헌법 8조 4항). 그리고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여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헌법 64조 2항). (주 1)
@[(58) 제2 행정법상의 제재@]
행정법상의 제재란 행정법규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가하여지는 제재로서, 공무원에 대한 제재와 일반국민(사인)에 대한 제재로 나누어진다.
I. 공무원에 대한 제재
(1) 징계
공무원에 대한 제재로서 중요한 것은 징계처분이다. 징계란 공무원이 공무원관계에서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국가가 공무원관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 위반에 대하여 과하는 제재를 말한다. 공무원의 징계사유에는, (i) 국가공무원법 및 동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하였을 때, (ii) 직무상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한 때, (iii) 직무의 내외를
* 주 1: 헌법 제46조 1항은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은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 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 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의원들이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로서 그 소임을 다하고, 건전한 정치풍토를 조성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의원이 이러한 의무에 위반하면 징계의 대상이 된다.
또 국회법상 의원은 국회 본회의와 위원회에 출석하여야 하며(동법 153조), 회의에 있어 의사에 관한 법령, 규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즉, 의제외 발언의 금지(사법 95조), 발언시간제한(동법 97조), 모욕 등 발언의 금지(동법 144조) 등의 준수 의무가 있고,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국회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지 않을 의무(동법 143조), 타인의 발언방해의 금지(동법 145조), 회의장 안에서의 음식이나 끽연 등의 금지(동법 146조), 의장 또는 위원장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동법 143조), 국정감사, 조사상의 주의의무(동법 125조) 등이 있다. 의원이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회의 결의로써 징계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징계에 대하여는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사법심사를 할 수 없다(헌법 46조 4항). 따라서 이는 엄격한 헌법상의 제재는 아니다. @p210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할 때의 세 가지가 있다(국가공무원법 78조 1항). 징계의 종류로는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 등 5 가지이다(국가공무원법 79조, 80조 지방공무원법 69조, 70조). (주 2)
(가) 파면: 파면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으로 가장 무거운 징계벌이다. 파면을 당하면 5년간 공무원이 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33조 1항 7호).
(나) 해임: 해임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나 연금은 지급한다. 해임을 당하면 3년간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33조 1항 8호).
(다) 정직: 정직은 1월 이상 3월 이하의 기간으로 하고, 그 기간 중 공무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보수의 3분의 2를 감한다(국가공무원법 80조 1항).
(라) 감봉: 감봉은 공무원의 지위에는 변동이 없으나 1월 이상 3월 이하의 기간동안 보수의 3분의 1을 감한다(국가공무원법 80조 2항).
(마) 견책 : 견책은 저지른 과오에 대하여 훈계하고 회개하게 한다(국가공무원법 80조 4항).
(2) 직위해제
직위해제란 공무원에 대하여 직위를 유지시킬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은 보유하게 하되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 하는 것을 말한다. 공무원으로 직위를 유지시킬 수 없는 사유는 (i)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자 또는 공무원으로서의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 (ii) 징계의결의 요구중인 자, (iii)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등 세 가지이다(국가공무원법 73조의 2 지방공부원법 65조의 2). 6개월이 경과하여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에는 당연퇴직된다.
* 주 2: 파면과 해임은 당해 공무원을 공무원관계에서 배제하는 배제징계이고, 정직, 감봉, 견책은 장래의 의무위반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분적 이익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박탈하는 교정징계이다.
* 주 3: 보수와 봉급의 정의에 대하여 혼돈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공무원보수규정 제4조에의하면, 보수는 봉급과 기타 각종 수당을 합산한 금액을 말하고, 봉급은 직무의 곤란성 및 책임의 정도에 따라 직책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여, 또는 직무의 곤란성 및 책임의 정도와 재직기간 등에 따라 계급(직위를 포함한다.)별, 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여를 말한다. 수당은 직무여건 및 생활여건 등에 따라 지급되는 부가 급여를 말한다. @p211
II. 일반국민에 대한 제재
행정법상의 일반국민에 대한 제재는 행정법상의 의무를 가진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 하거나, 이를 위반한 경우에 행정목적을 실현, 확보하기 위하여 발동하는 국가의 권력적 수단을 말한다. 여기에는 행정강제와 행정벌이 있다.
(1) 행정강제
(가) 의의: 행정강제란 행정법상의 의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 행정청이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개인의 신체 또는 재산에 실력을 가함으로써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시키는 행정작용을 말한다. 행정강제는 행정법상의 의무이행의 담보수단으로서 행정목적의 실현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행정벌과 같으나, (i) 행정강제는 장래에 있어서의 행정목적의 실현인데 대하여, 행정벌은 과거의 비행에 대한 제재이고, (ii) 행정강제는 단순한 실력행사인데 대하여 행정벌은 형벌 내지 과태료인 점에서 양자는 다르다.
(나) 종류: 행정강제는 행정상의 강제집행과 행정상의 즉시강제로 나눌 수 있다.
(a) 행정상의 강제집행: 행정법상의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행정주체가 실력을 행사하여 의무를 이행시키거나 또는 의무가 이행된 것과 같은 상태를 실현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이에는 대집행, 집행벌, 직접강제는 개별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ㄱ 대집행: 대집행(Ersatzvornahme)이란 행정법상의 대체적 작위의무(예: 무허가건설의 철거, 위법한 광고물의 철거 등)를 가진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행정기관이 스스로 이를 행하거나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게 하여 행정목적을 실현시킨 후 그 비용을 의무자로부터 징수하는 강제집행이다. @p212 이에 관하여 행정대집행법이 있다.
ㄴ 집행벌: 집행벌 (Exekutivestrafe)이란 행정법상의 부작위의무(예: 허가 없이 영업, 건축 등을 하여서는 아니되는 의무) 또는 비대체적 작위의무(예: 예방주사를 맞을 의무, 의사의 진료의무, 어떤 서화를 제출할 의무 등)를 가진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그 의무를 강제적으로 이행시키기 위하여, 일정한 기간 안에 의무이행이 없을 때에는 일정한 과태료에 처할 것을 계고하여 그 기간 안에 이행이 없을 경우에는 과태료에 처하는 것을 말한다. (주 4)
ㄷ 직접강제: 직접강제 (Unmittelbarer Zwang)란 행정법상의 의무의 불이행이 있는 경우, 특히 대집행 또는 집행벌로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직접적으로 의무자의 신체 또는 재산에 실력을 가하여 의무의 이행이 있었던 것과 동일한 상태를 실현하는 강제집행이다. (예: 외국인의 출국정지, 퇴거의 강제 등). (주 5)
ㄹ 행정법의 강제징수: 행정상의 강제징수 (Zwangsbeitreibung)란 행정법상의 금전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의무자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압류, 매각함으로써 그 의무가 이행된 것과 같은 상태를 실현시키는 행정법상의 강제집행이다. 이에 관하여 국세징수법이 있다. 국세징수법에 의한 강제징수의 절차는 독촉, 재산의 압류, 압류재산의 환가 및 환가대금의 배분 등으로 되어 있다(동법 23조, 61조~70조). (주 6)
(b) 행정상의 즉시강제: 행정상의 즉시강제 (Sofortiger Zwang)란 목전에 급박한 행정상의 장해를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미리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또는 그 성질상 의무를 명하는 것으로는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때에, 의무의 이행을 기다릴 것 없이 즉시 개인의 신체 도는 재산에 실력을 가하여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행정작용이다. 이것은 사전에 의무 부과 없이 즉시로 실력을 발동하여 국민의
* 주 4: 일제하의 행정집행령하에서는 인정되었으나 현행법하에서는 이를 인정하는 일반법은 물론 특별법도 없으며, 의무위반에 대한 벌칙(행정벌)으로 대치되었다.
* 주 5: 우리나라에서는 직접강제는 집행벌의 경우와 같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으며, 출입국관리법, 군사시설보호법, 방어해면법 등 개별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 주 6: 강제징수절차에 대하여 이의가 있을 때에는 각 단행법(예: 국세에 관하여는 국세기본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리고 각 단행법에 규정이 없을 때에는 행정소송법에 의해 구제의 절차를 밟는다(대법판 1969. 4.29, 69누 12). @p213
권리,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의 발동은 엄격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법규의 범위 안에서도 다시 일정한 조리상의 한계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 행정상의 즉시강제는 직접적인 실력행사인 점에서 직접강제와 비슷하나 의무불이행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컨데 전염병예방법에 의한 강제격리(동법 29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한 무기사용(동법 11조), 소방법에 의한 소방대상물의 파괴(동법 55조) 등을 들 수 있다.
(2) 행정벌
(가) 의의: 행정벌 (Verwaltungsstrafe)이란 행정법상의 의무위반행위 (행정법상의 명령, 금지위반)에 대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일반통치권에 기하여 과하는 제재를 말한다. 행정벌이 과하여지는 비행을 행정범이라고 하며, 행정범에 대하여 행정벌을 과하는 절차를 행정처벌이라고 한다. 행정벌은 직접적으로는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로서의 의미를 가지나, 간접적으로는 의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앞으로 의무이행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나) 종류: 행정벌은 처벌의 내용에 의한 것과 처벌의 대상에 의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a) 처벌의 내용에 의한 구분: 이는 다시 행정형벌과 행정질서벌로 나누어진다. 해정형벌은 행정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로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압류, 과료 및 몰수와 같이 형법상의 형(형법 41조 참조)을 과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질서벌은 형법에 없는 과태료가 과하여 지는 행절벌이다. 행정질서벌은 일정한 신고, 보고, 서류비치 등을 할 행정법상의 의무를 태만히 하는 것과 같이, 직접적으로 행정목적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행정목적의 달성에 장해를 미칠 위험성이 있는 행위에 대한 제재로 과하여 지는 것이다.
(b) 처벌의 대상에 대한 구분: 이는 다시 경찰벌, 재정벌, 군정벌, 규제벌, 공기업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다) 행정형벌의 과별절차: 행정형벌은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절차에 의하여 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통고처분이나 즉결심판 등의 예외적인 과벌절차가 인정되어 있다. @p214
(a) 통고처분: 정식재판에 갈음하여 절차의 간편, 신속을 중점으로 하여 행정기관이 의무위반자에 대한 복종을 조건으로 일정한 벌금 또는 과료에 상당하는 금액이 납부를 명령하는 행정형벌이다. 통고처분은 조세범, 관세범, 전매사범, 출입국사범, 교통사범 등에 인정되고 있다.
(b) 즉결심판: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나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한 행정사범에 대한 행정형벌은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이 정하는바에 따라 과하여지며(법원조직법 34조 1항 3호), 경찰서장이 판사에게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2조, 법원조직법 33조). 즉결심판에 불복이 있는 피고인은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법원조직법 35조).
(3) 기타 행정상의 강제수단
권력적 조사작용인 행정조사와 금전적 부담을 부과하는 과징금, 가산금, 제도, 행정상 편익의 제공을 거부하는 공급거부, 불리한 사항을 공개하는 공표, 인, 허가의 철회, 정지 등이 있다.
@[(59) 제3 형법상의 제재@]
형법상의 제재란 형법 기타 형벌법규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 과하는 제재로서, 이를 형벌이라고 한다. 범죄 및 형벌은 반드시 법률의 규정에 근거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한다. 형벌은 (i) 일반인에게 작용하여 그를 위하시킴으로써 범죄를 방지한다고 하는 기능과, (ii) 범인 자신에게 작용하여 다시 새로운 범죄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또한 형벌을 통하여 범인으로 하여금 속죄케 하고 사회에 복귀시키는 교육의 계기를 내포하고 있다. 현행법상 형벌의 종류에는 사형, 징역 등 9종이며(형법 41조), 이를 강학상 박탈되는 법익의 종류에 따라서 보면 생명형, 자유형, 명예형, 재산형의 4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p215
I. 생명형(사형)
생명형(Lebensstrafe)은 수형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형벌로서 사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형은 교도소에서 교수로써 집행된다(형법 66조). 현행형법상 절대적 법정형으로서 사형만이 규정된 범죄는 여적죄(형법 93조) 뿐이고, (주 7) 기타는 선택형으로서 법관의 재량에 의하여 사형과 자유형을 선택적으로 과할 수 있게 하였다. 죄를 범한 때에 16세 미만의 소년에 대하여는 사형 도는 무기형으로 처할 것인 때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청소년 53조). 오늘날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이유로 사형제도의 찬반의 논의가 있으나, 사형의 폐지는 인류문화의 향상발전에 따르는 당연한 추세이다. (주 8) 사형을 감경할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로 한다. (형법 55조 1호).
II. 자유형(징역, 금고, 구류)
자유형(Freiheitsstrafe)은 수형자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로서 근대적 형벌체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의 자유형은 수형자를 개선, 교화시키는 교육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유형으로는 징역, 금고, 구류가 있으며, 이것은 수형자를 일정한 시설(교도소)에 구치하는 점의 공통성을 갖고 있다.
(1) 징역
징역은 수형자를 교도소내에 구치하여 정역에 복무케 하는 형벌로서(형법 67조) 무기와 유기가 있다. 무기는 기한의 제한이 없는 것으로서 종신형
* 주 7: 여적죄의 경우에도 형법 제53조에 의한 작량감경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형이 부과되지 아니할 수 있다(이형국, 형법총론현구II, 법문사, 1986, 751면).
* 주 8: 형벌은 범죄에 대한 응보적 보복이 아니라 범인의 재사회화를 위한 교화, 개선이라고 보는 교정형주의(Rehablilitative Ideal)에 입각할 때, ‘사형은 무의미하여 무가치하다’고 한다(진계호, 신고형법총론(제2개정증보판), 대왕사, 1988, 553면). @p216
을 의미하고, 유기는 1월 이상 15년 이하의 기간이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25년까지 형을 가중할 수 있다(형법 42조).
(2) 금고
금고는 정치법의 경우처럼 범인의 명예를 존중할 필요가 있는 자에게 과한다는 의미에서 명예적 구금이라고 이해되기도 한다. 금고는 정설을 과하지 않는 점을 제외하면 모두 징역의 경우와 같다. 그러나 수형자의 신청이 있으면 작업을 과할 수 있다(행형법 38조).
(3) 구류
구류는 그 기간이 1일 이상 30일 미만이라는 점에서 징역이나 금고와 다르고, 또한 구류는 정역에 복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과 구분된다(형법 46조). 그러나 구류도 수형자의 신청이 있으면 작업을 과할 수 있다(행형법 38조). 구류는 형법전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고(266조의 과실상해죄), 주로 경범죄처벌법 기타 단행법규에 규정되어 있다.
III. 명예형 (자격상실, 자격정지)
명예형 (Ehrenstrafe)이란 명예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형벌이며, 자격상실과 자격정지가 있다.
(1) 자격상실
자격상실이란 일정한 형의 선고가 있으면 그 형이 효력으로서 당연히 일정한 자격이 상실되는 경우이다. 자격이 상실되는 경우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i) 공무원이 되는 자격, (ii) 공법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iii) 법률로써 요건을 정한 공법상의 업무에 관한 자격, (iv) 법인의 이사, 감사 도는 지배인 기타 법인의 업무에 관한 검사역이나 재산관리인이 되는 자격이 상실된다(형법 43조 1항). @p217
(2) 자격정지
자격정지란 일정한 기간, 일정한 자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키는 경우로서, 범죄의 성질에 따라 선택형 또는 병과형으로 되어 있다. 자격정지는 일정한 형의 판결을 받은 자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당연정지와 판결의 선고에 의하여 정지되는 선고정지로 구분된다.
(가) 당연정지: 당연정지란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에게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될 때까지 전기 (i), (ii), (iii)의 자격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을 말한다(형법 43조 2항).
(나) 선고정지: 선고정지란 판결의 선고로써, 전기 (i), (ii), (iii), (iv)의 자격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경우이며, 그 정지기간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이다(형법 44조 1항).
IV. 재산형(벌금, 과료, 몰수)
재산형 (Vermogensstrafe)이란 범인으로부터 일정한 재산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형벌로서 벌금, 과료, 몰수가 있다.
(1) 벌금
벌금은 재산형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으로서 범죄인에 대하여 일정한 금액의 지급의무를 강제적으로 부담케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벌금은 5천원 이상으로 하고 그 상한은 없다(형법 45조, 벌금 등 임시 조치법 3조, 4조 1항 참조). 벌금을 완납하지 못할 경우에는 환형처분으로서 노역장유치를 인정하고 있다(형법 69~71조 참조).
(2) 과료
과료는 벌금에 비하여 그 금액이 적고 경미한 범죄(형법 266조, 360조)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벌금과 구별될 뿐 다른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과료에 해당하는 범죄가 형법전에는 예외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주로 경범죄처벌법 기타 단행법에 많이 규정되어 있다. 과료는 5백원 이상 5천원 미만으로 한다(형법 47조, 벌금 등 임시조치법 3조 참조). @p218
(3) 몰수
몰수는 (i)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ii)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거나 이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iii) 위의 (i), (ii)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을 강제적으로 국가의 소유로 이전하는 재산형의 일종이다. 몰수는 다른 형벌에 부과하여 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유죄의 판결이 없이도 몰수만을 선고할 수 있다. 몰수는 형식상 형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당한 이익을 범인에게 취득시키지 않고 또 사회적으로 유해한 물건을 제거하기 위한 행정적 처분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주 9)
@[(60) 제4 민법상의 제재@]
민법상의 제재란 민법의 규정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 과하는 제재를 말한다. 민법은 위반자를 처벌하는 형벌과는 달리 선량한 질서를 보지하기 위하여 위반자에게 직접 또는 간접으로 물질적 수단에 의한 제재를 가한다. 그 중요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I. 손해배상
손해배상 (Schadenersatz)이란 타인이 받은 손해를 진보하여 손해가 없는 것과 같은 상태로 하는 것을 말한다. 민법상 손해배상의무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법행위, 즉 채무불이행(민법390조)과 불법행위(민법 750조 이하)이다. 따라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등에 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손해배상의 방법은 원상회복주의 (가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상태의 사실상의 회복을 원칙으로 하는 주의)와 금전배상주의(금전의 급부에 의한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주의)가 있다. 민법은 금전배상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민법 364조, 763조).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예: 사과광고)을 명할 수 있다(민법 764조).
* 주 정봉휘, 신법학통론, 창문각, 1985. 156면. @p219
II. 강제이행
(1) 의의
강제집행 (Zwang erfullung)이란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국가의 공권력으로써 이를 강제적으로 이행하게 하는 제재를 말한다.
(2) 종류
강제이행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
(가) 직접강제: 직접강제란 채무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국가의 공권력에 의하여 채권의 내용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나) 대체집행: 대체집행이란 채무자를 대신하여 제3자로 하여금 채무이행과 같은 결과를 실현하도록 하고, 그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대체집행은 직접강제를 할 수 없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다) 간접강제: 간접강제란 손해배상의 지급을 명하고 벌금을 과하거나 도는 채무자를 구금하는 등의 수단을 써서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채권의 내용을 실현시키는 것을 말한다. 간접강제는 성질상 직접강제와 대체집행을 할 수 없는 비대체적 채무에 허용된다.
III. 실권
실권이란 일정한 권리를 갖는 자가 법에 위반한 경우 그 법률상의 자격 또는 권리를 상실하게 하는 제재를 말한다. 이는 특별히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며, 민법 제924조의 친권의 상실이 그 예이다. (주 10)
* 주 10: 민법 제162조 이하에 규정하는 각종의 소멸시효에 의한 권리상실도 일종의 실권이나, 이는 법규위반에 대한 제재가 아니다. @p220
IV. 무효, 취소
강행법규,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고(민법 103조), 사기나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 등을 취소로 하는 것(민법 110조)은 일종의 민법상의 제재라 할 수 있다.
@[(61) 제3절 국제법상의 제재@]
국제법상의 제재는 국제사회에 있어서 국제법규에 위반한 국가에 대하여 가하는 강제수단으로서 외교단절, 경제지수 및 교역중단, 교통로봉쇄, 무력제재, 전쟁 등이 있다.
국제법상의 제재는 각 국가주체 사이에 행하여지므로 당해 국가 상호간의 실력관계에 의하여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제재로서는 매우 불완전하다고 하겠다. 더욱이 국제사회에는 아직 국가권력과 같은 조직적인 중앙권력이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여 국내법상과 같은 강력한 제재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현재에는 세계 거의 모든 독립국가가 가입하고 있는 국제연맹(The United Nation)이라는 국제조직이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여 세계의 평화와 안전의 유지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 @p221
@[ 제12장 법의 변동@]
@[(62) 제1절 서설@]
I. 법의 고정성과 탄력성
(1) 법의 고정성과 탄력성
사회가 끊임없이 변천해 가듯이 법 또한 변천해 간다. 법의 변천은 판례, 학설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또한 법은 행정관이 법을 집행하는 자세에 따라서도 바뀌어 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학설 등이 법을 바꾸는 것은 판결을 통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판결이 법관의 개인적 해석에 의한 것이냐, 또는 학설, 조리에 의한 것이냐 등등에 따라 그 판결의 기초에 있는 성질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의 변천의 가장 명백한 형태는 입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은 일반적으로 고정적,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법조문은 대체로 추상적, 일반적인 표현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법률은 사회에 다소의 변동이 일어나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법률은 쉽사리 개폐되지 않는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 1) 이러한 법의 고정성과 지속성은 법의 목적인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만약 입법자의 자의에 따라 법이 조령모개된다면 법의 권위
* 주 1: 프랑스의 1804년의 나폴레옹민법전이 많은 수정을 받으면서도 1세기 반의 긴 생명력을 아직도 과시하고 있는 것은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p222
는 땅에 떨어질 것이고 사회의 질서와 법적 안정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실정법의 규정은 사회경제의 사정이 다소 변동되었다고 즉시로 변경될 수는 없는 것이며, 그것은 법의 기능과 권위를 위하여서도 필요한 것이다.
(2) 법의 고정성과 탄력성의 한계
그러나 법의 고정성이나 탄력성에도 한계가 있다. 원래 법이란 일정한 사회적 조건을 반영해서 제정된 역사적 소산이므로 그 사회적 조건 또는 규정의 대상에 큰 변화가 생기면 이에 따라 법도 변경이 되어야 한다. 사회의 진전에 적응할 수 없는 법이 있을 경우, 실정법이라는 이유로 이의 준수를 강요한다면 오히려 사회생활이 안정을 해칠 뿐 아니라 법 자체의 권위를 떨어 뜨리고 준법정신은 사라질 것이다. 설령 국가권력을 발동한다 할지라도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사회사정의 변화가 심하지 않을 때에는 법의 해석을 통하여 유동적인 사회의 현실에 맞추어 나갈 수 있으나 법과 사회현실의 gap이 일층 확대되면 법의 준수보다 오히려 저항이 일어날 염려가 있다. 저항이 소극적으로 나타날 때에는 법의 경시나 탈법행위로 될 수 있으나, 극단적일 때에는 법체제 전체를 뒤엎는 혁명으로까지 이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혁명은 모든 사람들이 바라지 않는다. 즉, 법질서 자체가 끊임없는 사회진화에 대응함으로써 언제나 정의와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해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지배자가 현명해야 하며 여론이 건전해야 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체제 자체가 독재적인 자의나 부당한 이해에 왜곡되지 않는 탄력성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근대민주주의 정치기구, 특히 국민대표제에 입각한 국회는 법체제 전체의 탄력성을 가능한 한 보장할 수 있도록 고안된 역사적 소산일 것이다. 선거를 통하여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민주적인 rule에 따라 입법작업을 함으로써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은 국민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하고 사회의 현실에도 알맞은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근대적 입법기구를 지지하는 시민의 신념이며 기대라고 할 수 있다. @p223 따라서 법의 변동은 국회의 활동에 의한 평등적 변천(peaceful change)을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II. 법을 변동시키는 요인
(1) 법변동의 원동력
법의 변동을 가져오게 하는 것은 무엇이며, 구법을 개폐하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종전에는 시대적 정신이라든가 사회의 요구라고 하는 막연한 이름으로 표현되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사회력(social force, soziale Macht)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법을 움직이는 것은 낡은 법을 버리고 새로운 법을 창조하는 사회력이다. 그러나 이를 깊이 분석하면 사회력이라고 하는 말의 내용을 일의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있다. 즉, 어떤 경우에는 정치력(주 2)이나 군사력이, 어떤 경우에는 사상 또는 도덕의 힘이, 또 어떤 경우에는 경제력이 법의 변동을 촉구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 왔다. 따라서 법을 만들고 움직이고 파괴하는 원동력을 초역사적으로 규정하고 구체적 현실을 보지 않는 경우에는 독단적 편견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법의 변동을 추진하는 것이나 법의 움직이는 것을 탐구하기 위하여는 역사적인 구체적 제조건을 분석하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2) 법변동의 원인
법의 변동원인을 탐구하려면 정치, 경제, 사상 등 여러 영역에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법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방법, 나아가서는 세계관과 역사관, 그리고 인생관의 차이에 의한 관찰방법에 따라 그 해석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특정한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배제하고 구체적 조건들을 역사적, 기능적으로 고찰하는 태도라고 하겠다. 이러한 태도에서
* 주 2: 후진국가 일수록 법은 정치에 매개되어 개폐, 창조되는 경향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는 정치적인 사회력이라고 할 수 있다. @p224
볼 때 법의 변동은 일정한 역사적 조건 밑에서 정치, 경제, 사상 등의 여러 요인이 각기 특유한 역할을 하면서 추진해 나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법변동의 궁극적 원인(causa finalis)을 탐구하기 위하여는 구체적인 조건 밑에서 상호작용하는 여러 가지 힘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법의 변동원인으로 가장 큰 정치, 경제, 혁명 등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63) 제2절 법과 정치@]
I. 서설
인간은 사회적,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은 사회나 정치를 떠나서는 생활할 수 없다. 고대에 있어서의 정치는 도덕이나 윤리 또는 관습이라는 수단에 의해서 행해졌고, 중세에는 종교에 의해서, 그리고 근대국가 이후에는 법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정치는 그것 자체가 곧 목적이며, 관습, 윤리, 도덕, 종교, 법 등은 정치의 수단으로서 기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근대국가 성립 이후의 정치의 대표적 수단은 법이다. 즉. ‘법은 정치의 소산’이며, ‘정치가 법을 만드는 힘’이라는 데 의문이 없다. 그러나 법이 이와 같이 정치권력에 의한 목적 실현의 수단으로 형성되고 그 준수가 강제된다 할지라도 법이 항상, 또 반드시 합목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법은 당시의 정치권력을 배경으로 하여 스스로 정당한 질서로서 규범화되어 가고 있을 뿐이다. 법은 그 자체가 하나의 수단인 성질을 지닌 이상 정치이념이나 정치권력의 변동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게 된다. 여기서 법과 정치의 양자 중에 법이 우위에 있느냐 또는 정치가 우위에 있느냐가 문제된다.
@p225
II. 법치주의와 정치주의
(1) 법치주의
법과 정치 중 법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이 법치주의이고, 정치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이 정치주의이다. 법치주의에 의하면 아무리 법이 정치에서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정치는 그 법의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정치가 법에 구속된다는 것은 국가도 구속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와 통하며, 치자와 피치자는 동일체가 된다. 또한 법에 의하지 않는 정치는 불법이며, 법에 의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이 되는 것이다.
(2) 정치주의
이에 반하여 정치주의에 의하면 법은 어디까지나 정치의 수단에 불과하여야하고, 정치가 법의 구속을 받아서는 아니 되며, 법이 정치에 추종하여야 한다고 한다. 즉, 이런 논리로 법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정치의 만능을 믿는다면, 독재정치의 사상을 이끌어 내게 된다.
(3) 법의 규범성
법이 정치의 우위에 있음으로써 정치가 법의 규범에 의하여 움직이는 질서있는 사회에서만 법과 정치가 일치될 것이며, 통일성과 안전성이 가장 확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법에 의하지 아니하는 정치란 그것이 아무리 국민복지를 위한 선의 정치라 하더라도 민주정치라고는 할 수 없고, 주권재민의 근본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다. 즉, 법은 비록 정치적 산물로서 작용되고 있다 할지라도 전치는 법의 궤도를 반드시 준수하여야 하며, 이 준수는 법치국가의 당연한 권리이다. 법이건 정치이건 그 실행행사의 표현은 그 목적과 수단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의 이념에 부합해야 한다. @p226
III. 법과 정치와의 관계
(1) 군주정치와 법
군주국가에서의 주권은 군주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군주의 지배권은 신이 부여하였다는 군권신수설에 근거한다. 따라서 군주 또는 국왕의 절대적 지배권의 궁극적 권위는 신에 근원하며, 이 같은 군주지위의 최고성과 절대성은 대내적으로 혹은 대외적으로 초연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물론 이러한 군주정치에 있어서도 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군주의 이름으로 무수한 법(국법)이 제정되고 집행되었지만, 오로지 그 법은 일반적일 통치를 위한 도구에 불과함으로써 군주는 아무런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 법의 상위자로서 존재하였다.
다만 군주제에 있어서 군주의 지배는 신의, 천의에 기초한다 할지라도 구체적 형태로는 법의 이름으로 행해졌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법은 하나의 가장일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봉건적 신분계층의 피라밋의 정점에 있는 무제약적인 절대자(군주)의 명령에 불과한 것이었다. 군주제에 있어서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오로지 명령, 복종관계이고, 이러한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법이었다. 횡적 평등관계,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국가권력의 행사방법, 자기지배 등의 제원리의 구체적 표현인 근대국가의 법과 그 본질에 있어서, 그 창설과정에 있어서, 그 내용에 있어서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정치의 rule로서의 법이 아니고, 다만 절대적 지배자인 군주의 일방적 지배수단으로서의 법이었다는 데 군주제에 있어서의 법의 존재가치를 이해할 수가 있게 된다.
(2) 독재정치와 법
독재주의의 정치와 법과의 관계는 민주주의의 정치와 법과의 관계와 사뭇 대조적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독재국가에 있어서 법과 정치는 일원화되어 있는 데 반해서, 민주국가에서의 법과 정치와의 관계는 서로 대립하는 이원적 관계에 있다. 즉, 민주국가에서는 법은 정치에 의해서 산출되지만 정립된 법은 정치를 제약하고 정치로 하여금 법에 기초하여 행하게 한다. @p227
그러나 독재국가에서는 법은 정치의 형식이며, 정치는 법의 실체로서 강조되는 나머지 법과정치와의 대립관계가 포기되고 일원화된다. (주 3) 독재국가에 있어서는 법은 민주국가의 그것과 같이 시민적 자유, 권리늬 존중,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며, 그 제정에 있어서도 다수결원리에 의하지 아니한다. 나치스독일이나 소비에트사회주의국가가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정치의 근본이념이 국가나 민족 또는 정치사상이라는 초개인적 보편자를 선정하여 독재자의 지도에 의해서 그러한 목표에 도달할 것을 요구하는 나머지 전체주의적인 새로운 법개념이 성립되게 된다.
다만 독재정치도 ‘자유’의 개념을 정립하고 그 실현을 요구하는 데 있어서 군주정치와 구별되지만, 그러나 독재국가에서의 자유는 ‘국가의 자유’, ‘민족의 자유’, ‘노동자, 농민의 자유’를 의미하는 데 있어서 민주주의의 ‘개인의 자유’와 도한 그 개념과 본질을 달리한다. 또한 절대군주가 법 그 자체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 것과 같이 독재정치에 있어서도 법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민주국가에서와 같이 법이 권력을 억제하고 정치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고, 행해진 정치 내지 사용된 힘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만 법의 존재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법과 정치가 일체화되고 있는 독재국가에서는 민주주의 입법중심적 국가구조(의외제도)를 부인하고, 필연적으로 행정중심적 정치형태를 채택함으로써 입법기관과 행정기관의 대립은 소멸하고 행정부는 동시에 실질적인 입법기관으로서 행정부의 최고지도부의 의사는 그대로 법으로서 간주된다. 전제군주제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는 독재제에 있어서 법은 구조적 면이나 기능적 면에 있어서 민주제와는 사뭇 다른 바 있다.
그것은 독재정치는 필연적으로 권력분위제를 배격하고, 입법권은 현실적으로 행정권에 귀일하고, 사법권도 결국 행정권의 시녀로 전락하게 되므로 법의 제정, 집행, 적용이라는 분립적 기능은 상실되고 만다.
* 주 3: 독재국가에 있어서 국가의 권위는 단일인의 독자재에 *원하고, 그에 의해서 표현된다. 따라서 독재국가를 권위국가라 한다. 권위국가는 또한 절대군주에 의한 통일국가와는 달리 극도의 다양성을 완전히 통할할 수 있는 피라밋형의 통제국가를 의미한다. 이러한 통제국가의 피라밋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독재자 또는 지도자다(오늘의 소련의 독재자가 각 위성국가의 정점에 있음이 한 예다.) @p228
개인자유의 박탈행위, 전쟁행위, 재산몰수, 반대자의 강압 등 독재자가 의욕하는 바에 따라 이미 행해졌고, 또 앞으로 행하려는 정치에 대해서 이를 합리적으로 변호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독재국가에서의 법의 기능이다.
그러나 독재국가에서도 표면상, 형식상 법에 의해서 통치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만은 주의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의 법은 절대적인 권력의식에 기초하여 임기응변으로 독재자가 원하는 대로 제정, 개폐를 예상케 함을 전제로 하는 까닭에 법은 법 자체를 항상 불안한 상태로 두고 있어서 민주국가에서와 같이 국민의 법률생활의 안정은 기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민주국가의 법치정치와 분명히 구별되며, 한편 전제국주정치와 일맥상통하는 바 있다.
(3) 민주정치와 법
군주제에 있어서 정치는 군주를 위한 정치이나, 민주정치에서의 정치의 요제는 만인의 자유, 평등, 특히 개개인의 행복한 생활의 영위를 정치의 목표로 한다는 데 정치의 목적상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군주정치에 있어서 국가의 창조는 군주 또는 신의에 기초하며 국가내의 모든 것은 군주의 것(소유물)으로 간주되었지만, 민주정치에서는 국가는 개개인의 계야에 의해서 성립되고 주권은 국민에게 귀속되며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 그리고 국민주권원리에도 불구하고 민주사회에서 법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정치를 일명 여론정치, 책임정치라 하고 민주정치의 기본을 설득과 동의에 두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방식은 민주사회에 있어서도 협동과 타협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볼 수 있었던 투쟁, 상극의 불화를 조성하게 마련이다. 민주사회에서 생활하는 주체도, 그것은 군주사회나 독재사회에서와 같이 인간이므로 인간 상호간에, 또 국가와 국민간에 발생하는 가지가지의 알락불화를 조정하고 해결함이 필요하며, 이러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바로 법이다. @p229 그러므로 민주시회에서의 법은 국가의 존립이 국민의 상호계약에 의존하고,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근거에서 그것은 타인을 지배하는 일방적 수단으로서가 아니고, 오직 자기지배, 자기제한이라는 논리에 의해서 군주정치에 있어서의 법과 그 근본개념을 달리하며 기능상의 차이도 생기는 것이다.
(4) 법과 정치와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생활관계는 협력 또는 대항이라는 힘관계에 바탕을 둔 정치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사회에서는 여러 계층간 이해의 대립으로 상극과 투쟁이 계속되고, 지배적 세력을 장악한 권력에 의하여 일정한 사회규범이 형성된다. 따라서 집권층의 정치이념에 적합하도록 법을 정립하고 그 실력으로 사회를 지배하는 법의 실력적 통치작용이 곧 정치라 할 수 있다. 일단 제정된 법은 권력을 장악한 계층에게 정치체제와 그 정치적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와 같이 정치는 법의 목적을 실현하는 실력적 통치작용인 사회의 동태원인인 데 대하여, 법은 정치의 이념을 보장, 실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의 정태원리이므로, 법과 정치는 그 구조와 기능면에서 내재적인 견연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정치는 국가목적을 위한 적극적인 목적 활동인 데 대하여, 법은 소극적인 사회질서의 유지로 표현되어 양자는 상호대립관계가 성립된다.
법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이어서 정치를 떠나서는 법은 존재할 수 없으며, 정치는 정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법을 만든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치는 “법을 만드는 힘‘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법은 정치의 아들(정치에의 시녀)이며 수단이 된다. 그러나 근대적 정치원리인 민주주의의 확립에 따라 법은 단순히 정치질서를 지키는 시녀적, 수단적 역할에서 탈피하여, 오히려 정치권력 그 자체가 지켜야 할 시녀적, 수단적 역할에서 탈피하여, 오히려 정치권력 그 자체가 지켜야 할 궤도로서의 통제기능을 담당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법은 정치적 산물로서 작용하고 있으나, 정치는 법의 궤도를 반드시 준수하여야 하며, 이것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원리이다. @p230 법이건 정치이건 그 실력행사의 표현은 그 목적과 수단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의 이념에 부합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치와 법은 상호견제역할을 하게 되어 정치는 법을 제정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법을 파괴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자의 충돌현상은 정치의 목적과 법의 목적 중에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어떻든 정치나 법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한 법치주의의 이념을 부인할 수 없다.
@[(64) 제 3절 법과 경제@]
I. 서설
인간은 사회적, 정치적 동물인 동시에 경제적 동물이기 때문에, 경제적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오늘의 자본주의사회는 과거의 어느 시대에 비해서도 사회 전반의 생활관계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현대 각국의 실정법의 내용을 검토하여 보면 그 모두가 직접, 간접으로 경제적 관계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다. 그만큼 법을 변동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서의 경제의 작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세기 말엽에서 20세기에 걸쳐서 법과의 관계에서 경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첫째 끊임없이 변천하는 경제생활과의 관계에서 법의 불비, 흠결이 통감되었고, 둘째 산업혁명의 결과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이 심화되고 이에 다라 노동입법, 사회압법 등이 발달되었으며, 세째 제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각국의 경제생활에의 많은 영향과 그 대책으로서의 전시경제 및 선후책에 관한 많은 법령의 제정 등에 기인한다. 이러한 사정은 법제뿐만 아니라 법사상, 법체계, 학자의 연구밥법, 법학교육에가지 영향을 미쳤고, 따라서 법과 경제와의 밀접한 관계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 @p231
그런데 법과 경제와의 관계는 어떠한 원리로서 성립되느냐에 관하여 두 견해의 대립이 있다. 즉, 그 하나는 법은 기봅적으로 경제에 의하여 규정된다는 유물사관의 견해이고, 또 하나는 이와 반대로 법이 경제를 규정한다는 Stammler 등의 유물사관 비판의 입장이다.
II. 유물사관
(1) 생산력
유물사관에 의하면 최종적으로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경제라고 하며, 그 근거가 되는 것은 특히 ‘생산력’이라고 한다. 생산력은 사회적 생산관계를 규정하고, 사회적 생산관계는 그 밖의 모든 사회구조를 규정한다. 그리고 법, 도덕, 정치 등은 사회경제의 상부구조에 불과하며, 이런 것들은 모두 하부구조인 경제의 이데올로기 반영이며, 경제에 의하여 규정되고 경제의 움직임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2) 사회혁명
또 유물사관에 의하면 인간의 의식이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사회적 존재가 인간의 의식을 규정한다. 그리고 사회의 유물적 생산력이 일정한 단계에까지 발달하게 되면, 그 생산력은 지금까지 존재한 생산관계와 모순되게 된다. 이를 법적으로 바꾸어 말하면 지금까지 그 속에서 생산력이 작용하고 있던 소유권관계가 이제는 새로운 단계의 생산력에 맞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종래의 생산관계 또는 소유권관계는 새로운 생산력에 대하여 장앵가 된다. 여기에 ‘사회혁명’이 일어나고 사회의 상부구조 전체가 서서히 급격하게 전복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과정은 인간의 의지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역사의 필연법칙이라고 하는 것이 유물사관이 주장하는 법의 고사(Absterben des Rescht)내지 물질의 관리(Administration von Sachen)의 이론이다. @p232
III. 슈타믈러 등의 비판적 논증주의
(1) 이해대립의 극복
주체성이 없는 경제나 생산력, 즉 물질이 어떻게 법, 정치를 규정하고 역사를 변혁할 수 있는가? 이것은 인간이 곧 물질이나 생산력이나 생산과정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닌, 즉 새로운 인종이 살고 있는 세계를 전제하지 않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다. 원래 유물사관은 유물로의 철학을 기초로 한 역사관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활동을 궁극에 가서는 육체적 존재, 즉 물질로서의 인간의 활동에 환원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유물사관이 말하는 경제에는 논자의 주관적, 상대적 요소가 다분히 가미되어 있으며, 동시에 그들의 정치적, 계급적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치를 대립의 면에서 볼 때에 유물사관에 의하면 그것은 계급투쟁이고 그리고 경제적 대립으로 보게 된다.
물론 유물사관의 주장과 같이 현대사회에 있어서 경제적 대립이 심각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사회에 있어서의 대립은 결코 경제적인 대립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경제적 대립이 중요한 것으로는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대립의 전부라고 할 수 없다. 중세에 있어서는 오히려 종교적 대립이 결정적인 것이었다. 이 밖에도 민족적 대립, 인종적 대립, 지방적(색) 대립, 파벌적 대립, 남녀의 대립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어떤 종류의 이해대립이 있을 때에 그 대립을 극복하려는 운동이 일어나게 되고, 거기에 정치와 법이 생기게 된다.
(2) 슈타믈러의 비판
독일의 법철학자 Stammler에 의하면 모든 대상은 형식과 소재로 성립되며, 형식은 대상으로 하여금 대상이 되게 하는 논리적 전제이고, 소재는 형식과 결합되어 비로소 그 대상의 내용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형식은 소재를 제약한다. 그런데 사회경제는 인간의 공동생활의 소재이고 법은 이 공동생활의 형식이며, 법에 의한 외적 제재없이는 인간의 사회생활은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p233 법과 경제는 서로 결합해서 사회생활의 실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결합은 논리적인 형식과 소재의 관계이므로 법은 경제를 제약하지만, 경제가 법을 제약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경제는 법의 규제하에 있게 됨으로서 비로소 사회경제로서 존재할 수 있다고 귀결한다.
(3) 켈젠의 비판
Kelsen도 순수법학의 입장에 서서 유물사관이 법이나 도덕 또를 하부구조인 경제의 상부구조에 불과하다고 하는 것은 인간이 바로물질이고 생상력이며, 생산과정 이외의 아무것도 아닌 새로운 인종이 생존하는 세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경제, 주체성이 없는 경제, 즉 물질은 법과 정치를 규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IV. 법과 경제와의 관계
근대적 민주주의를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자본주의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발전하여 왔으며, 오늘의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경제의 중요성은 법학, 특히 재산법이나 사회법에 있어서는 현저하다. 그러나 법은 결코 미래의 사명을 저버리고 경제의 움직임 자체에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입장, 즉 정의 견지에서 비판을 가하고 이를 지도해 가고 있다.
경제의 근본원리는 합리적성의 추구에 있으나, 법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에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법은 경제에 대해 목적으로 하는 합목적성을 존중하면서, 그 목적을 일탈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한계를 긋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하나의 사실인데 대하여 법은 사실이 아닌 규범으로서 경제와 관련이 있다. 법은 경제의 원칙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법이 그 이념에 비추어 경제활동에 대해 가치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법의 규범적 성질상 당연한 결과이다. @p234
법과 경제는 인간의 사회생활에 모두 필요한 것으로서 법은 경제에 대해 지배력을 발휘할 때도 있고, 또 법이 경제에 의한 지배에 좌우될 때도 있다. 경제는 법에 의하여 규제되는 인간의 경제생활 자체이며, 법의 내용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64) 제 4절 법과 혁명@]
I. 서설
(1) 혁명
혁명(revolution)이란 정치체제나 법질서가 실력에 의하여 급격하고 근본적인 변혁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혁명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은 기본질서의 변혁으로서 보통 비합리적인 폭력적 수단의 발동에 의하여 행하여진다. 그 결과 국가권력의 실질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군사력, 경찰력, 사법권력 등을 모두 새로운 계급이 장악하게 된다. 혁명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적법하게 법을 개혁하는 개량(reform)과는 전혀 의미를 달리한다. (주 4)
(2) 쿠데타
혁명과 비슷한 것으로 쿠데타(coup d'Etat)가 있다. 이것은 비합법적인 폭력적 수단에 의한 정치적 변혁이라는 점에서는 혁명과 유사하나, 정치체제 또는 지배권력 그 자체의 변혁이 아니고 지배층 내부에 있어서의 권력의 상대적 이동에 그치는 점에서 본래의 혁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 혁명은 정치체제 또는 지배층에 대한 피치자층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변혁’인데 대하여, 쿠데타는 ‘위로부터의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바와 같이 정치의 기본조직이나 체제에는 변함없이 통치기관이나 지배권자의 비합리적인 교체가 있을 뿐이므로 양자의 성격은 전혀 다른 것이다. (주 5)
* 주 4: 산업혁명, 문화혁명, 인간혁명 등의 말이 있다. 이 말들은 종래의 것을 뒤엎고 큰 전환을 가져오도록 변혁을 한다는 뜻으로 이해되며, 혁명에 비유한 말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 주 5: 1922년 뭇솔리니의 로마진군, 1933년 히틀러의 나치혁명 등은 쿠데타의 대표적인 에이고, 절대군주제와 봉건적 신분지배를 타파한 근대 프랑스혁명이나, 사적 소유제도 등 자본주의체제를 철페한 러시아 10월혁명 등은 정치사회의 기본조직과 헌법제정권력의 소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혁명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p235
II. 법을 초월한 비상의 사회현상
혁명의 본래적인 유형은 법질서의 기본체제의 변혁으로서 법을 만들어 내는 최고심원(헌법제정권력)의 변혁에서 구하게 된다. 봉건적 신분지배나 절대군주제를 타파한 근대시민혁명이나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제도를 철페한 현대의 사회주의혁명 등은 정치사회의 기본조직과 헌법제정권력의 소재를 근본적으로 바구어 놓은 대표적인 혁명이다. 그 결과 종래의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한 정치기구는 물론이고 모든 법률 또한 그 효력이 정지되고, 어제와 다른 전혀 별개의 법질서가 수립하기에 이른다. 어제까지 적법이던 것은 오늘은 위법이 되고, 어제까지 위법이던 것이 오늘은 적법이라는 현상도 나타난다. (주 6)
이와 같은 혁명은 법률상의 이론으로서 설명될 수 없는 말하자면 법을 초월한 비상의 사회현상인 것이다. 적법과 위법이 바뀐다는 것은 혁명이 성공한 순간에 새로운 법률이 젲정되어 거기에 비추어서 종래의 법률이 그 법적 강제력을 현실적으로 상실하게 되는 새로운 사태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권력을 장악한 새로운 세력에 의하여 정치, 경제, 윤리 등 새로운 가치체계의 수립과 더불어 법률도 새로운 제정을 보게 된다.
* 주 6: 극단적인 예를 들면, 프랑스혁명 전에는 부르봉왕가의 왕족에 대하여는 욕설하나만으로도 불경죄로서 중벌을 받았으나, 왕정이 전복되자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올리는 것도 적법인 것으로 되어 버렸다. 러시아 10월혁명에 있어서도 혁명에 적대하는 모든 행위는 반혁명으로서 억압되고 종래의 법질서는 완전히 묻혀져 버렸다. @p236
III. 혁명의 파괴성
혁명은 법질서에 대한 가장 급격하고 극단적인 도전이며 파괴이다. 즉, 제헌권이 지배자로부터 피치자에게로 서서히 이행하는 개량과는 달이 기존체제를 뿌리째 뒤집어 놓는 것을 의미한다. 혁명에 성공한 세력은 전적으로 새로운 이념에 의하여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거기에는 구법질서의 철저한 파괴가 수반된다. 무혈혁명이라 할지라도 실력에 의한 비합법적인 법의 파괴가 행하여지는 점에서는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혁명은 기존법질서에 의한다면 위법성을 그 자체 속에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혁명은 법을 파괴하는 비합리적인 힘이 혁명의 추진세력이라고 하여도 좋을 것이다. 더우기 이 비합리적인 힘은 기존실정법의 관점에서는 불법 혹은 위법의 낙인이 직혀도 그것이 동시에 부정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혁명은 언제나 기존의 법질서에 대하여는 위법성을 띤 것으로 보며, 기존질서에 대한 부패와 타락을 공격하고, 이네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이념을 내어 걸고 그 변혁을 요구하고 나오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IV. 새로운 질서
혁명은 지배권력에 대한 신흥세력의 실력적인 투쟁인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정당성을 둘러싼 정의와 이념의 투쟁으로 나타난다. 구법질서가 실정법의 내재적 정의에 비추어 법을 파괴하는 실력을 불법이라고 단속하거나 탄압하면 새로운 질서를 지향하는 혁명세력은 그 탄압을 실정법의 초월적 정의 관점에서 부정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또한 혁명은 단지 가치이념의 대립이나 ‘이데올로기’의 투쟁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실력의 투쟁인 것이다. 지배권력이나 실정법규의 입장에서는 혁명이 최대의 불법이요 반역이다. 권력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강제수단(군대, 경찰)으로서 이것을 탄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건력의 위협과 탄압에 눌려있는 혁명세력이 비합법적인 대항수단으로서 권력에 대항하고 극한적인 무력봉기를 기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p237
인간의 평등이나 해방이 낡은 지배관계의 타파를 요구할때, 혁명은 새로운 건설과 질서를 의미한다. (주 7) 자연적인 관점에서 혁명권을 인정하려는 입장은 고루한 지배질서를 타파하고, 자유와 정의를 세우려는 것이며, 이는 실정법을 초월한 자연권을 승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V. 혁명의 법적 예방기능
모든 사람은 혁명보다는 법질서의 안정과 나라의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도 혁명은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에 대한 예방기능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혁명이 어떠한 조건때문에 일어나는가를 알면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기존의 법질서가 구체적 타당성을 상실하고, 그 정당성에 대한 ‘밑으로부터의 인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규범의 정당성이 충분히 인정되어 일반시민이 거기에 따르고 있다면 일부의 선동자가 아무리 선동을 한다 해도 혁명이 일어날 수는 없다. 일반시민에게 다소의 불평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전체로서의 법질서가 건전하게 그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는 한 기존의 질서가 혁명의 위협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둘째, 법질서가 고루한 경화현상이 일어나고, 그 부패와 퇴폐가 현저한데도 불구하고, 지배자는 일반시민의 비판이나 여론에 기울이지 않고 오직 권력의 강제력에 의한 억압에 의존하여 그 권력의 유지를 기도한다면 여기에 위기적인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물론 이런 경우 혁명이 간단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설령 혁명의 전위들이 아무리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소리높이 타도를 외친다 하더라도, 신흥세력이 내어건 이상과 이념이 일반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한 근대국가의 막강한 제반권력장치를 독점하고 있는 구권력층을 전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주 7: “지면 역적이요, 이기면 공신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혁명에 실패하면 국가 전복 내지 내란의 죄명으로 중벌을 면치 못하고, 혁명에 성공하면 새로운 법을 창조하는 주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p238
그러기 때문에 혁명발발의 최후조건은 지난날의 역사가 가르치고 있는 바와 같이 악법이 누적되고 시민의 법에 대한 저항을 극한적인 상황으로 몰고와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세째, 악법이 누적된다면 누적되는 그 자체는 이미 정치의 부패, 경제의 파탄 등 그 사회에 내재하는 여러 모순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혁명적 위기를 조성하는 중요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민이 구지배권력의 억압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 시민들이 새로운 이상, 이념을 지지하게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민의 여론과 의사를 끊임없이 반영시킬 수 있는 제도인 근대국가의 의회제도가 건전하고 탄력성있게 운영되어 간다면 혁명은 이미 지난 날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근대국가의 민주적 제도가 민의나 여론(주 8)을 쉽게 받아 들이지 않을때에는 법의 평화적 변천의 기능을 불가능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제원칙을 법적 생활의 전면에 관철시키는 것이 바로 지만 날의 혁명의 교훈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평화적 해결에의 크나 큰 요건이 될 것이다.
* 주 8: 법의 변동요인을 여론 즉 ‘밑으로부터“의 민중의 승인 내지 지지에서 구하는 견해가 있다 (이종하, 새시대의 법학, 형설출판사, 1980, 144면). 법과 여론과의 관계를 분석한 Dicey의 ’19세기와 금세기 초 영국의 입법경향은 전변하는 여론에 의존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근대국가에 있어서는 참정권의 확대, 시민의 정치의식향상 등에 따라 여론이 입법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은 매스컴의 시대이며, 여론의 영향력이 강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것은 진정한 여론과 사이비여론의 구별이다. 여하간 진정하고도 건전한 여론에는 귀를 기울려야 한다. 그러하기 위하여는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특히 신장되어져야 한다. @p239
@[ 제 13장 권리와 의무@]
@[(66) 제 1절 법률관계@]
I. 법률관계
(1) 의의
인간의 사회생활은 정치, 경제, 도덕 등 여러 가지 생활관계의 복합체이다. 예컨대 물건을 파는 행위는 매매라는 경제생활도 되지만, 한편 매매계약이라는 법률관계로도 된다. 또 부모가 자녀를 부양한다는 것은 인륜도덕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한편 부양청구권이 발생하므로 법률관계로 되기도 한다. 이같이 인간의 생활은 복잡다양하여 이것을 하나의 체계로 분류하기는 극히 곤란하다. 그러나 이를 법의 입장에서 분류하면 법의 지배를 받는 생활관계, 즉 법에 의하여 규율하는 생활관계(예: 입법, 행정, 사법, 매매, 저당, 상속 등에 관한 생활관계)와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생활관계(예: 도덕, 종교, 관습, 등에 관한 생활관계)로 구별할 수 있다. 후자를 사실관계라 하고 전자를 법률관계라고 한다. 즉, 법률관계(Rechtsverhaltnis)는 사회생활관계 중에서도 법률적 평가를 받아 일정한 법률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2) 내용
원래 법은 사회규범으로서 사람과 사람과의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법률관계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서 나타난다. @p240 그러나 사람의 구체적 사회생활을 개인을 중심으로 해서 본다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예: 채권관계, 친족관계 등)뿐만 아니라 사람과 물건, 그 밖의 재화와의 관계(예: 물권관계, 무체재산관계 등), 또는 사람과 장소와의 관계(예: 주거, 영업소 등) 등으로서 나타난다. 그러나 궁극에 있어서 법률관계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로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즉, 법률관계는 법에 의하여 구속되는 자(의무를 지게 되는 자, Verpflicheten)와 법에 의하여 옹호 내지 비호되는자(Begunstigten)와의 관계로서 나타난다. 전자의 지위를 의무(duty, Pflicht)라 하고 후자의 지위를 권리(right, Recht)라고 한다면, 결국 법률관계는 이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권리, 의무의 관계로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갑이 을을 부상케 하였다면 을은 갑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게 되고, 갑은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는 법률관계가 생기게 된다.
(3) 분류
오늘날의 생활관계의 대부분은 법률관계이다. 법률관계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가) 공법상의 법률관계: 공법상의 법률관계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와 개인과의 법률관계이다. 이것은 사법관계처럼 당사자자치(사적자치)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당사자가 대등한 지위에 있지 않으며 행정주체에 대하여 법률상 우월한 지위가 승인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데 특색이 있다.
(나) 사법상의 법률관계: 사법상의 법률관계는 사법이 규율하는 법률관계이다. 사법은 자유, 평등한 개인 사이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규범이며, 상품교환사회 특히 근대자본주의사회에서 전형적으로 발달하였다. 이것은 다시 재산법관계와 신분법관계로 나누어진다. ((69) II (1) (나) (다) 참조)
II. 법과 권리와의 관계
권리와 의무는 법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권리는 법에 의하여 그 효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법은 권리에 선행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학자사이에 견해가 구구하나 논리상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대답이 주어질 수 있다. @p241
(1) 권리선존설
프랑스의 지도원리였던 이 설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권리를 가지므로, 이를승인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법이 제정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권리가 법에 앞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 학설은 18세기의 개인주의적인 자연법적 사회계약설이 낳은 산물로서 이른바 ‘천부인권론’이라고 하는 것이다. Dernburgdml "법은 권리의 창조자가 아니다“라든가, Locke의 ”인간은 국가 이전의 상태에서 생명, 자유, 재산 등을 침해당하지 않는 자연권을 가진다“라든가 하는 것은 모두 권리선존설에 해당한다. 이 설은 개인을 모든 사고의 출발점으로 하는 개인주의적 견해에서 본다면 일응 타당성이 있다 하겠다.
(2) 법선존설
현대의 국가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 의무는 실정법에의하여 규정되어지는 것이므로, 법이 권리에 앞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법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권리는 존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권리는 법에 의하여 창조되는 것으로서, 권리는 일정한 이익을 향수케 하기 위하여 법이 인정하는 힘 (권리법력설 (67) II (3) 참조)인 것이다. 예컨대 부녀참정권이라든가 국민의 많은 기봅권은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가 헌법에 의하여 처음으로 부여된 권리로서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권리란 법에 의하여 승인되고 보장된 것으로서 법의 산물이라고 한다. ‘권리는 법의 아들’이라든가, ‘권리란 국가의 그대 그때의 입법정책상에서 결과되는 부산물’이라든가 하는 것은 모두 법선존설에 해당한다. 오늘날의 실정법 질서를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 법선존설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3) 동시존재설
법과 권리는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설로서, 법이나 권리를 의미하는 Recht, droit라는 용어 속에 이미 두 의미가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p242 이 용어들은 객관적으로는 법을 의미하고, 주관적으로는 권리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주 1) 이러한 사고는 게르만적인 협동체적 법의식을 가진 독일의 법학자들에 현저하다. Gierke는 “권리와 법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권리없는 법은 공허한 거울에 불과하며, 법없는 권리는 단순한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라 하고, Jhering이 “법을 주관적으로 본 것이 권리이고, 권리응 객관적으로 본 것이 법이다.”라고 한 것 등은 모두 법과 권리는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것은 법과 실제에 있어서 같은 내용을 각기 다른 측면에서 본 것으로 이 동시존재설 역시 그 타당성을 무시할 수 없다.
III. 권리, 의무관계의 발전
(1) 의무본위에서 권리본위에로
법은 당사자 사이의 권리, 의무관계인 법률관계로서 구체화되는 것인데 역사적으로는 의무본위로서 권리본위로 발전해 왔다. 봉건제도하에서 일반인민은 군주 또는 봉건영주에 대하여 무한한 의무만을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신분적 예속관계에 있었다. 따라서 개인의 인권존중이라는 관념은 찾을 수 없었으며, 오로지 의무만이 강조되었다. 근세에 이르러 자연법학파의 대두에 따른 개인의 지위향상에 의하여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정신과 민주주의사상의 발달로 법률관계는 의무보다는 권리의 관념이 강하게 되었다. 즉 봉건사회의 구조는 그 기초를 신분에 두었으나 오늘날의 시민사회에서는 계약에 두게 됨에 따라 (주 2) 신분적 지배, 복종관계로부터 개인이 해방되고 개인의 권리의식이 강하게 되었다.
* 주 1: 권리는 권익을 향유하도록 법에 의하여 주어지는 힘이므로, 법과 권리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법과 권리와의 밀접한 관계는 우선 그 용어에서 나타난다. 즉, 라틴어의 ius, 독일어의 Recht, 프랑스어의 droit, 이탈리아어의 diritto 스페인어의 derecho등은 모두 법과 권리의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다만 법은 객관적, 일반적, 추상적인 데 대하여, 권리는 주관적, 특수적, 구체적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독일어나 프랑스어의 Recht나 droit에 ‘객관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면 법이 되고, ’주관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면 권리가 된다. 즉, objektives Recht나 droit objectif라 하면 법이 되고, subjecktives Recht나 droit subjektif라고 하면 권리가 되는 것이다.
* 주 2: 영국의 유명한 로마법학자, 비교법학자인 Maine이 그의 저서 ‘고대법’에서 사회진보의 방향을 ‘신분으로부터 계약에로’라고 한 것은 적절한 표현이라 하겠다. @p243
따라서 법률관계는 계약자유, 소유권의 절대적보장, 과실책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제도가 차츰 그 모순과 폐단을 드러내자 이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2) 권리의 공공성
그리하여 20세기에 이르러 법사상은 오히려 권리주의에서 의무본위로 전환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이것은 개인의 권리에 대하여 사회성, 공공성, 의무성을 요청하게 되었다. 1919년의 Weimar헌법 제153조 3항의 ‘소유권은 의무를 부담한다. 소유권의 행사는 동시에 공공복리에 대한 봉사이어야 한다’라는 규정은 이러한 법사상에 입각한 것이다. 이것은 봉건사회에서 볼 수 있었던 몰개인적 의무본위에의 복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를 자각하면서 그것을 포섭하는 전체에 대한 의무의식, 즉 권리의 사회성의식에 입각하는 초개인적 의무본위에의 재발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 3) 이와 같이 법사상은 소극적인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라는 이상에서 적극적으로 공공의 권리, 즉 전체로서의 사회공동생활의 향상, 발전이라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것은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함과 동시에 종래의 개인본위의 법사상으로부터 사회본위로 전환과 동시에 공공복리를 실현시키려는 현대법이념의 구체화를 위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헌법도 제23조 2항에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민법 제2조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률관계는 권리와 의무와의 발전과정의 측면에서 볼 때, 의무본위의 시대에서 권위본위의 시대로, 다시 오늘날에 있어서의 권리는 사회성, 공공성을 가지는 것으로 되었다. (주 4)
* 주 3: 이 결과로 종래의 자연인에 대한 법적 개념이 법 앞에 평등한 추상적인 인격 (Person)에 중점을 두어 형식적인 것에 치중하였으나, 오늘날은 법앞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생존권을 누릴 수 있는 구체적인 인간 (Mensch)의 구현으로 전환되었다. 더 나아가 그러한 구체적인 인간에게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여 ‘인간다운 생활’ (menschen wurdiges Dasein)을 실현한다는 것이 새로운 지도원리로서 요청되게 되었다.
* 주 4: 오늘날은 권리, 의무 조화의 시대 또는 융합의 시대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 같다(김명기, 법학개론, 법지사, 1988, 88면 ; 이홍구, 법학개론, 대명출판사, 1988, 122면 ; 홍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영사, 1988, 146면). 그러나 권리는 개인적 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주어지는 것은 사회의 평화 내지 행복을 위한 것이므로, 권리의 개념 자체 속에 이를 공공의 복리를 위하여 행사하여야 할 의무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절대성을 자랑하던 권리는 일보를 후퇴하여 권리의 내용과 행사는 공공의 복리와 조화되어야 하며, 그 범위에서 효력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권리, 의무의 조화 내지는 융합이라고 하기 보다는 권리는 권리로서 인정하고 그 권리에 사회성, 공공성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p244
IV. 인간관계, 호의관계와 법률관계
법률관계와 존재의 평면을 달리하는 것으로 인간관계와 호의관계가 있다. 원칙적으로 법의 규율을 받지 않고 관습, 도덕, 종교의 규율을 받는 생활관계이다.
(1) 인간관계
(가) 의의: 인간관계 (menschliche Beziehung)란 가족, 애정, 우정, 예의관계 등과 같은 생활관계이다. 예컨대 부가 자에게 입학선물을 하기로 약정하는 것, 친구사이에 여행을 하기로 약정하는 것 등은 인간관계에 기한 약속으로서 이로부터 법률관계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약속을 어겨도 그 이행을 청구한다든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는 것으로 된다.
(나) 인간관계와 법률관계의 구별: 순수한 인간관계와 법률관계를 구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여러 사람이 여행을 하기로 하고 일정한 금액을 거두어 숙박비 등 여행에 드는 비용에 충당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포기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사람이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문제는 후술하는 호의관계와도 관련된다. 그러나 인간관계인가 법률관계인가의 구별은 법의 보호를 줄 이익이 있는가를 고려하여 이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2) 호의관계
(가) 의의: 호의관계 (Gefalligkeitsverhaltnise)란 호의에 의하여 어떤이익을 주고 받는 생활관계를 말한다. @p245 호의관계란 법률관계 밖에서 시작하여 끝나는 수가 많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아무런 법률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나) 호의관계와 법률관계의 구별: 그러나 호의관계에 수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를 누구로 하여금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에컨대 이웃 사이에 부인들이 외출할 때에 서로 상대방의 아이를 보아주기로 약속하여 이를 실천하던 중 호의동승, 즉 호의로 자동차를 무료로 태워주고 가다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든가, 이러한 생활관계를 호의관계라 하여 이에 대한 법적 규률을 거부하는 것이 타당한가가 문제된다. 특히 근래에 이르러 사고보험이 많으므로 이러한 손해는 보험회사에 의하여 처리되는 수가 많으므로 결국 법률문제화되게 되는 것이다. 호의관계와 법률관계의 구별기준은 당사자의 구체적 의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독일판례는 이미 1900년 초에 ‘말이 끄는 썰매’의 호의동승 사고에 관하여 묵시적 면책약정을 인정하였다. (주 5) 현재의 독일판례는 한걸음 더 나아가 “호의관계는 이익을 주는 자가 자기행위에 대하여 법적구속을 부여하려는 의사, 즉 법적 구속의 의사를 가지고 있고, 상대방도 이러한 의미에서 그 이익을 수취한 때에 법률관계도 된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법적 구속의 의사가 있느가의 여부는 결국 의사의 해석문제로서 당사자의 이해관계와 신의측 및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주 6)
(다) 면책, 감경: 호의관계가 법률관계로 인정되더라도 이에 기한 책임을 전부 인정하는 것이 그 ‘호의성’에 비추어 가혹한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면책, 감경의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는 것을 일응 생각할 수 있다.
* 주 5: ‘말이 끄는 썰매’의 주인이 시장에서 이웃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요구로 썰매를 같이 타고 마을로 오다가 썰매가 갑자기 아래로 전복되면서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안에서 썰매주인은 동물점유자의 면책(우리 민법 제 759조 1항 단서에 상당)을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하고 묵시적 면책약정을 인정하였다.
* 주 6: 대법원은 최근 “자동차교통사고에 있어서 피해자가 사고차량에 무상으로 동승하여 그 운행으로 인한 이익을 누리는 지위에 있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점으로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었다 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감경하는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판 1988. 8. 27, 제 1부 86 다카 481) @p246
그러나 호의관계, 법률관계의 구별에 있어서와 동일하게 결국 당사자의 의사로부터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의사표시해석의 기준 외에 무상계약에 관한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기준을 객관화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증여자의 하자담보책임 (민법 559조), 사용대여자의 하자담보책임 (민법 612조, 559조), 무상임차인의 주의의무의 감경(민법 695조) 등의 유츄적용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과실상계(민법 763조, 396조)는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공평의 원칙을 형실화시켜 주는 원리라 할 것이므로 ‘호의성을 갖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대법원판례도 같은 입장에 서서 ‘자초한 손해’등의 표현을 통하여 과실상계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주 7), (주 8)
(라) 호의지급의 상여금과 법률관계: 법적 청구권을 배제하면서 지급하는 특별상여금도 문제로 된다. 예컨대 제 6공화국 시행을 전후하여 일기 시작한 노사분쟁에서 사용주가 근로자에게 특별상여금 또는 휴가비를 지급하면서 ‘이것은 호의로 지급하는 것이니 회사에 대하여 어떠한 법적 청구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의사표시를 한 경우 그 의사표시는 어떠한 법적 의미를 갖는가? 이러한 상여금 또는 휴가비도 실질적으로는 근로의 대가이고, (주 9) 특히 그 지급이 반복되면 근로자는 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므로 이러한 임금지급에 대한 기대는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이 경우 특별상여금 또는 휴가비 등에 관한 법적 청구권을 갖는 것이므로, 이에 의하여 정상적인 법률관계가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 주 7: 박인호, “자동차사고에 있어서 무상동승(호의동승)에 관한 문제점”, 재판자료집, 제20집, 1984, 93면 이하 참조.
* 주 8: 근래 독일판례도 자동차를 사기 위하여 시승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과실상계의 법리를 적용하여 그 책임을 감경하고 있다(BGH NJW 1980, 1681).
* 주 9: 상여금인 이상 그 이름이 떡값이든, 월동비이든, 휴양비이든 그 명칭에 구애받지 않으며, 그 지급이 정기적이든 부정기적이든, 또는 그 지급이 미리 정하여져 있든 없든 관계없이 모두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이병태, 노동법의 법리(증보판), 법문사, 1987, 323면 참조). @p247
@[제 2절 권리, 의무의 개념@]
@[(67) 제 1 권리@]
I. 법과 권리(권리관)
법과 권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권리의 문제는 법에 있어서 알파(Alpha)이며 오메가(Omega)이다. 그런데 법에 관한 입장을 달리함에 따라 권리관도 달라진다.
(1) 자연법이론의 권리관
17, 8세기의 자연법이념은 권리를 인간이 생래적으로 가지는 권리, 즉 자연권 (natural rights, Naturrecht)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인간이 법이전 도는 국가 이전에 향유하는 권리이므로 국가권력에 의해서도 이를 침해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라고 한다. 이것은 의 천부의 자연권의 불가야의 사상에서 유래하며, (주 10) 그의 사상은 프랑스의 인권선언, 미국독립의 지도정신, 오늘의 각국 헌법에도 영향을 미치었다. 우리 헌법 제 37조 1항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것도 자연법사상의 권리관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즉, 헌법상의 기존적 인권을 법에 의하여서도 제한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볼 때, 권리는 법 이전 또는 국가 이전의 자연권에서 유출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근세의 개인주의적 법사상에 토대를 둔 권리관으로서, 근대민주국가 성립의 기조가 되었으며,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쟁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87) II (2) (가) 참조).
* 주 10: Locke는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자유와 독립을 균등히 누리는 일정한 천부의 권리를 향유하며, 이 권리는 사회상태에 들어갈 때에 어떠한 약속을 가지고도 박탈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p248
(2) 법실증주의의 권리관
권리는 법적인 개념이므로 국가의 실정법이 규정하여 보장하지 않는 권리는 존재할 수도 없으며 존재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법학의 대상을 오로지 실정법에 한정하고, 그것을 형식론리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법실증주의 (Rechtspositivismus)의 입장에서는 자연법을 부인하므로 자연권의 존재도 인정하지 아니하고 “국가 이전 또는 법 이전의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에서 실정법에 의하여 인정될 때 비로소 권리가 존재하며 주장될 수 있다”고 한다 ((83) III (6) 참조). 우리 헌법 제 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것은 국가가 ‘기본적 인권’ (fundamental human rights)을 실전법상의 권리로서 보장한다는 것을 성언한 것이다. 재산권의 중심이 되는 소유권도 헌법을 비롯하여 민법에서도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기 때문에 이를 권리로서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권리는 실정법을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으며, 권리를 국가내적인 것으로 보고, 제정법에 의해서만 권리가 창설되고 보장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권리는 국가난 법에 분리해서 생각한다면 무의미한 것이 될것이며, 권리는 ‘법에 있어서의 권리’ (Recht im Recht)라고 한다. 이러한 법실증주의의 권리관은 권리의 내용과 성질을 체계적으로 명확히 하는 데 공헌하였다.
(3)결어
위와 같이 두 가지의 권리관이 대립하고 있으나 오늘날 대체로 권리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에서 파악되지만, 그 근저에 있어서는 자연법적 권리사상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II. 권리의 본질
권리는 법률관계의 중심개념이다. @p249 그러나 권리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하여 일찍부터 학자들의 논의 대상이 되어 왔으나, 지금도 보편타당한 견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주요한 학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의사설
의사설 (Willenstheorie)이란 권라는 법에 의하여 주어진 의사의 힘 (Willensmacht) 또는 의사의 지배 (Willensherrschaft)라고 하는 학설로서, 주로 역사법학파에 속하는 Savigny, Windscheid에 의하여 주장된 것이다. 즉, 권리자가 자유롭게 자기의 의사를 전개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권리라는 것이다.
(2) 이익설
이익설 (Interesssentheorie)이란 권리를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 (geschutztes Interesse)이라고 보는 학설로서, 이 처음으로 주장한 것이다.
(3) 권리 법력설
권리법력설 (Rechtemachttheorie)이란 의사설과 이익설의 결합을 구제하기 위하여 주장한 학설로서, 권리를 일정한 이익을 향수케 하기 위하여 법이 인정하는 힘 (법적인 힘 Rechtsmacht)이라고 보는 설이다. 이 설이 오늘날 가장 유력한 설이다. 에넥케루스 (Enneccerus), Merkel등에 의하여 주장되었다.
(4) 결어
의사설에 대하여는 의사능력없는 자(예: 유아, 정신병자 등)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권리를 가지게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이익설에 대하여는 권리자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권리(예: 친권)도 있다는 비난도 있다. 권리법력설은 전기 양설이 가지는 결함을 고려한 것으로서 대체로 권리의 본질을 옳게 파악한 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오늘날 가장 유력한 견해이다. 이 설에 의하면 의사능력이 없는 자나 권리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자도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한편 생활이익 그 자체는 권리가 아니며 생활이익을 보호 또는 향수케 하는 수단으로서 법에 의하여 주어진 힘, 즉 법적 힘이라고 함으로써 권리법력설은 이익설이 가지는 결함을 구제해 주고 있다. @p250
III. 권리부인설
한편 프랑스의 실증철학자 꽁트(Comte)는 법학은 형이상학에서 해명하어야 참된 과학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권리의 존재를 부인하였다. 이 영향을 받아 프랑스의 공법학자 듀기(Duguit)도 권리의 형이상학적 개념을 부인하고 실증주의와 사회연대주의의 입장에서 “법은 의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야 하며, 권리를 중심으로 하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여 권리 본위사상에 반대하였다, 즉 법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보고, 이것을 실증적으로 취급하려는 사회학의 입장에서 인간의 법적 관계를 권리중심으러가 아니라 의무중심으로 보았다. 따라서 사회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한 의무개념을 법이론의 중심개념으로 하였다. Duguit의 이 주장은 전통적 공법이론, 특히 권력적인 독일의 이론 및 개인주의적인 프란스의 이론을 배척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률관계에 있어서 의무본위를 강조하더라도 권리의 적극적인 가치를 부인하는 것은 곧 법 그 자체를 부인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권리에 의무가 수반되는 것으로 권리론이 수정된다 하더러도 권리 그 자체를 부인하는 권리부인설은 찬성할 수 없다. (주 11)
IV. 권리의 의의
권리법력설에 의하면 권리(right, Recht)는 “일정한 이익을 향수케 하기 위하여 법이 인정하는 힘이다”이다. 이 설에 따라 권리의 의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주 11: 장이학, 법학통론(제5개정판) 법무사, 1988, 133면; 홍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연사, 1988, 150면. @p251
(1) 법에 의한 권리
권리는 법에 의하여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법이 존재하여야 비로소 권리가 있다. 법이 없는 곳에는 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하며, 법이 인정하지 않는 권리는 권리가 아니며, 그 내용과 한계도 법에 의하여 경정된다. (주 12)
(2) 법률상의 힘으로서의 권리
권리는 법률상의 힘이다. 힘이란 타인을 구속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고 타인의 행위를 강제한다. 따라서 권리는 특정 또는 불특정의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하여 작위 및 불작위를 강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리가 힘이라는 것은 단순한 실력과는 다르다. 실력은 개인에 따라 그 강약의 차이가 있으나 권리는 만인에 대하여 평등하다. 왜냐하면 권리는 법에 의하여서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리는 법률에 의하여 주어진 힘 또는 법률상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권리는 사실상의 힘, 즉 권력과는 그 개념을 달리한다.
(3) 권익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
권리는 일정한 이익의 향유를 목적으로 한다. 일정한 이익이란 사회생활상의 이익으로 보호의 가치가 있는 이익이면 재산적 이익은 물론 비재산적 이익(예: 생명, 신체, 자유, 명예, 비밀, 성명, 정조 등)도 포함된다. (주 13) 법은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의하여 위와 같은 일정한 이익을 특정인으로 하여금 법의 보호하에서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권리는 일정한 이익의 향유를 목적으로 한다고 할 수 있으며, 개인의 권리는 일정한 이익을 전제로 하여 존재하므로 일정한 이익에 관하여 권리를 잦는자는 특정 또는 불특정의 상대방에 대하여 당해 이익을 자기의 이익으로서 주장할 수 있는 힘을 법에 의하여 부여받고 있다.
* 주 12: 이러한 의미에서는 자연법학자가 주장하는 이른바 천부의 권리는 권리라고 할 수 없다.
* 주 13: 법이 보호하는 이익 또는 가치를 법익(Rechtsgut)이라고 한다. @p252
권리는 이익 그 자체가 아니라 일정한 이익을 향유케 하는 수단이며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인 까닭에 권리자가 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는 현실상의 행위, 즉 ‘권리의 행사’를 하여야 한다. 물론 권리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항상 이익향유의 가능성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지만, 권리가 권리로서의 실익을 갖기 위하여는 적어도 행사되어야 하낟는 것이다. 이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아니한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 권리와 구별되는 용어
(1) 권한: 권한 (Kompetenz)이란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법인 또는 단체의 기관이나 개인의 대리인이 법령 또는 정관 등에 의하여 유효하게 할 수 있는 행위의 일정한 범위를 말한다. 예컨대 공법상의 대통령의 권한, 공무원의 권한이라든가, 사법상의 법인의 이사의 권한 등과 같은 것이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 단체의 기관에 대해서는 직권 또는 직무라고도 한다. 권한은 주로 국가 또는 곡공단체의 공무원의 소관사무와 관련되어 중요시되고 있다. 공무원은 국가의 기관으로서 그의 권한은 법에 의하여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권한의 범위를 일탈하는 행위는 무효 또는 취소된다.
(2) 권력: 권력(Macht)이란 일정한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개인 또는 집단을 강제 내지 지배하는 힘을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권력이란 명령권을 가리키며, 어떤 자의 의사가 다른 사람을 강제하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사력이나 폭력과 달라서 공익을 달성할 목적을 위하여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강제로 복종시키는 법률상의 힘이다.
(3) 권능: 권능(Befugnis)이란 권리 속에 포함되어 있는 개개의 작용을 말한다. 즉, 하나의 권리가 있으면 그로부터 여러 가지 권능이 나온다. 예컨대 소유권이라는 권리로부터 사용의 권능, 수익의 권능, 처분의 권능이 파생될 수 있는 것(민법 211조 참조)이 그것이다. 권리 중에 포함된 개객의 권능도 흔히 무슨 무슨 ‘권’으로 불리어진다. 즉,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 등과 같다.
(4) 권원: 권원 (Rechtstitel)이란 어떤 법률적 또는 사실적 행위를 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근거, 즉 법률상의 원인을 말한다. 예컨대 타인의 토지에 물건을 부속시킬 수 있는 권원은 지상권, 임차권 등이다.
(5) 반사적 이익: 반사적 이익 (objektives Reflexrecht)이란 법규가 사회일반을 대상으로 하여 정한 규정의 반사적 효과로서 받는 간접적인 이익을 말하며 반사권이라고도 한다. 바꾸어 말하면 법규실시의 결과 그 반사로서 일정한 이익을 누릴 뿐, 개인은 그것을 권리로서 청구할 수 없는 권리이다. 예컨대 형법 제185조는 교통방해죄(주 14)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교통안전이라는 사회일반의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지 어떤특정의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 주 14: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죄):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벌금 등 임시조치법 4조 1항 참조) @p253
따라서 통행인 개개인은 이 규정의 반사적 효과로서 안전하게 동행할 수 있다는 이익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량등이 파괴되어 교통의 방해를 받았을 경우에 그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68) 제2 의무@]
I. 의무의 의의
의무(duty, Phlicht)란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정한 행위를 행할 것을 요구하는 법률상의 구속을 말한다. 그 행위는 어느 것을 해야 한다는 작위(Tun, Begehung)와 해서는 아니 돤다고 하는 부작위(Unterlassung)가 있다. 예컨대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일정한 급부를 할 법률사의 구속을 받고, 또 일반인은 소유자가 자기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때 이를 방해받지 않을 법률상의 구속을 받는다. 법은 당위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규범이기 때문에 그것은 원래 명령 또는 금지와 같은 발현형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주관적으로는 법률적 구속으로 나타나고 객관적으로는 명령 또는 금지로서 나타난다. 이를 분설하면 다음과 같다.
(1) 법률에 의하여 시과된 의무
의무는 법률에 의하여서만 부과된다. 따라서 의무의 이행은 반드시 법률에 의하여만 한다.
(2) 법률상 구속으로서의 의무
의무는 법률에 의하 부관된 구속, 즉 법률상의 구속이다. 법률상의 구속이란 개인이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관계없이 어떤 행위를 하거나 또는 하지 않도록 법률상 강제되는 것을 말한다. @p254
(2) 적극적 의무와 소극적 의무
의무에는 어떤 해위를 할 것을 적극적으로 강요하는 경우와 또는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소극적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무에는 적극적 구속인 의무, 즉 작위의무와 소극적 구속인 의무, 즉 부작위의무가 있다.
* 책임과의 구별
의무는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정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할 법률상의 구속인 데 대하여, 책임(Haftung)은 자기의 행위(부작위를 포함한다)에 관하여 국가 또는 타인으로부터 제재나 불이익을 받아야 할 법상의 지위를 말한다. 예컨대 형사책임은 형벌이라는 제재, 민사책임은 강제이행, 손해배상 등의 불이익을 받아야 할 법률상의 지위를 말한다. 보통 의무는 책임을 수반함으로써 구속성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소멸시효완성 후의 채무에 관하여는 채무는 존재하나, 채권자는 소권을 가지지 않는다.
II. 의무와 권리와의 관계
보통 의무는 권리에 대응한다. 물건을 판 사람은 대금청구권을 가지는 반면에 산 사람은 대금지급의무가 있다. 국가는 국세를 징수할 권리를 가지는 반면에 국민은 국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이처럼 권리와 의무의 담당자 사이에 법률관계가 성립한다. 그러나 때로는 권리만 있고 이에 대응하는 의무가 없는 경우도 있고(예: 취소권, 추인권, 해제권),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예: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의 책임(민법 755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신의성실의 원칙 민법 2조 1항). 그리고 권리는 남용할 수 없다(권리남용금지의 원칙 민법 2조 2항). @p255
@[제 3절 권리와 의무의 분류@]
@[(69) 제1 권리의 분류@]
권리는 여러 가지 표준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분류는 공법과 사법과의 구별에 대응하는 공법상의 권리(공권)와 사법상의 권리(사법)이고, 그리고 공법과 사법의 중간영역인 사회법에서 인정되는 사회권으로도 나눌 수 있다. 권리에 관한 학문적인 고찰은 우선 사법분야에서 발달하고 그 후에 공법분야에서 미쳤기 때문에 사권의 분류는 공권의 분류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되어 있다.
I. 공권
공권(public rights)이란 공법관계에 있어서 당사자일방이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 공법을 국내법과 국제법으로 분류하는 데 대응하여 공권도 국내법상의 공권과 국제법상의 공권으로 나눈다.
(1) 국내법상의 공권
국법상의 공권이라고도 하며, 국가, 공공단체 또는 개인이 공법관계에서 가지는 권리 가운데, 특히 통치관계에 있어서 가지는 권리이다. 이는 다시 이대별할 수 있다.
(가) 국가적 공권: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지배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강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지배자의 권리로서의 특색을 가진다. 이 권리는 다시 1) 권리의 목적을 표준으로 하여 행정조직권, 재정권, 군정권, 형벌권, 경찰권, 공기업권 등으로 분류되고, 2) 권리의 내용을 표준으로 하여 명령권, 강제권, 형성권 , 공법상의 물권 등으로 분류되며, @p256 3) 권리의 작용을 표준으로 하여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으로 분류된다.
(나) 개인적(국민적)공권: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공권으로서 피지배자의 권리라는 특색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권, 수익권, 참전권 등으로 분류된다.
(2) 국제법상의 공권
국가는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에 있어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 국제사회에 있어서 국가에게 인정되는 국제법상의 공권으로서 중요한 것은 주권, 평등권, 독립권, 자위권 등이 있다.
II. 사권
사권(Private rights)이란 사권상의 권리, 즉 사인 상호간의 재산과 신분관계에서 임정되는 권리를 말한다. 또한 사권관계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통치관계를 떠나서 사인과 대등한 지위에서 행위를 하는 경우에 국가 및 공공단체와 국민 사이에도 존재한다. 사권은 여러 가지 표준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 권리의 내용에 의한 분류
사권을 그 내용이 되는 사회적 생활이익 여하를 표준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돤다.
(가) 인격권: 인격권 (Personlichkeitsrecht)은 권리자 자신과 분리할 수 없는 인격적 향수를 내용으로 하는 권리로서 생명, 신체, 자유, 명예, 정조 등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가 이에 속한다. 인격권은 금전적 평가를 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인격을 떠나서는 의미가 없으므로 거래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생명이나 신체의 일부를 매각한다든가, 자유를 팔아 노예가 되겠다는 따위의 계약은 무효이다(민법 103조 참조). 이러한 의미에서 인격권은 비재산권이다.
(나) 재산권: 재산권 (Vermogensrecht)은 경제적 이익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다. @p257 이것은 인간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이며, 권리자의 인격이나 신분과는 관계없이 금전적 평가를 목적으로 하고, 권리 자체도 금전적 평가를 지니는 권리이다. 재산권에 속하는 것으로 물권, 채권, 무체재산권 등이 있다.
1) 물권: 물권 (Sachenrecht)이란 권리자 자신이 일정한 물건을 직접 지배해서 이익을 얻는 배타적 권리이다. 물권에는 점유권, 소유권, 용익물권(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담보물권(유치권, 질권, 저당권)이 있다.
2) 채권: 채권 (Forderungsrecht)은 특정인이 다른 특정인(채무자)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급부 Leistung)를 요구하는 권리이다. 채무자가 임의로 이행하면 채권의 목적이 달성되고 채권은 소멸한다. 물권과 채권이 경합할 때에는 물권이 채권보다 우선한다.
3) 무체재산권: 무체재산권 (Immaterialguterrecht)은 저작, 발명 등의 정신적, 지능적 노작에 의한 창조물을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로서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 저작권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권리에 대하여는 특별법이 있다(특허법, 실용신안법, 의장법, 상표법, 저작권법 등).
(다) 신분권: 신분권 (Statusrecht)은 일정한 신분관계에 기하여서만 존재하고 신분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권리로서 친족권과 상속권이 있다.
1) 친족권: 친족권은 부모와 자, 부부, 친족과 같은 일정한 신분적 지위에 따라서 발생하는 권리이다(예: 친권, 후견인이 가지는 권리, 배우자가 가지는 권리, 부양청구권 등). 이 친족권은 의무적 색채가 농후하다.
2) 상속권: 상속권은 일정한 신분관계를 토대로 하는 상속인의 지위를 취득함으로써 발생하는 권리로서 호주상속권과 재산상속권이 있다.
(라) 사원권: 사원권은 단체의 구성원이 그 구성원(사원)의 자격으로서 그 단체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통틀어서 일컫는 권리이다. 사원권은 공익권과 자익권으로 나누어진다.
1) 공익권: 공익권은 의결권, 소수사원권, 업무집행권, 대표권과 같이 단체의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다.
2) 자익권: 자익권은 이익배당청구권, 잔여재산분배청구권, 설비이용권 또는 출자의무와 같은 사원 자신의 권리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다. @p258
(2) 권리의 작용에 의한 분류
사권은 어떠한 작용을 영위하는가, 즉 효력상의 차이를 표준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가) 지배권: 지배권 (Herrschaftsrecht)은 타인의 행위를 개재시키지 않고서 일정한 객체에 대하여 직접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물권은 가장 전형적인 지배권이며 무체재산권, 인격권도 이에 속한다.
(나) 청구권: 청구권 (Anspruchsrecht)은 특정인이 다른 특정인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작위 또는 불작위)를 요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채권은 가장 전형적인 청구권이며 물권적 청구권, 친족권의 일부(예: 부부사이의 동거청구권, 일정한 친족 사이의 부양청구권, 자의 인지청구권 등)등이 이에 속한다.
(다) 형성권: 형성권 (Gestaltungsrecht)은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권리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권리이며, 가능권 (Kannrecht)이라고도 한다. 취소권, 해제권, 추인권 등이 이에 속한다.
(라) 항변권: 항변권(Einrede)은 타인의 청구권의 행사를 저지할 수 있는 효력을 갖는 권리이다. 최고, 검색의 항변권, 동시이행의 항변권 등이 이에 속한다.
(3) 권리의 효력범위에 의한 분류
권리의 대외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표준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가) 절대권: 절대권 (absolutes Recht)은 특정의 상대방이라는 것이 없고 일반인을 의무자로 하여 모든 사람에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 물권, 무체재산권, 친권, 인격권 등이 이에 속한다.
(나) 상대권: 상대권 (relatives Recht) 은 특정인을 의무자로 하여 그 자에 대해서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 채권, 부양청구권 등이 이에 속한다. @p259
(4)권리의 전이성에 의한 분류
권리와 그 주체 사이의 관계가 어느 정도 긴밀한가를 표준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가) 일신전속권: 일신전속권 (hochstpersonliches Recht)은 권리의 성질상 타인에게 귀속할 수 없는 것으로서, 권리의 향수, 또는 행사가 그 권리를 가지는 자의 일신에 전속하는 권리이다. 즉, 양도, 상속 등으로 타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권리이며 신분권, 인격권 등이 이에 속한다.
(나) 비일신전속권: 비일신전속권 (ubertragbares Recht)은 권리자 개인과 분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재산권을 들 수 있다.
(5) 권리의 독립성에 의한 분류
권리의 상호관계를 표준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가) 주된 권리: 주된 권리 (Hauptrecht)는 다른 권리에 대하여 종속관계에 있지 않고 완전히 독립된 권리이다. 요역지소유권, 원본채권 등이 이에 속한다.
(나) 종된 권리: 종된 권리 (Nebenrecht)는 다른 권리에 대하여 종속관계에 서는 권리이다. 요역지소유권에 대한 지역권, 원본채권에 대한 이자채권 등이 이에 속한다.
III. 사회권
(1) 의의
사회법의 분야에서 인정된 권리가 사회권이다. 즉, 사회권이란 국민생활의 보장이 국가의 책임으로 되는 반면으로서 국민에게 인정된 권리이다. 이것은 대체로 공권 중 국민공권의 일부, 특히 생존권적 기본권에 해당한다. 즉, 일반적인 국민공권인 기본적 인권은 국민의 권리가 국가권력에 의하여 함부로 제한하거나 침해당하지 못하도록 소극적으로 보장되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반하여 사회권은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다르다. @p260 또 사회권은 사권처럼 개개의 사적 이익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존하는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이익의 보호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권과도 다르다.
(2) 사회권의 근거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생존을 위한 여러 조건을 보장할 의무가 있고, 국민은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생존을 위한 근로의 기회, 생활비의 제공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이를 생존권적 기본권이라고 하여((18) 참조) 문화국가이념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3) 사회권의 내용
사회권의 중핵을 이루는 것으로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법과 그 밖에 소비자보호를 위한 경제법 또는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법, 사회복지의 증진을 위한 사회복지법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상 사회권적 성질을 가지는 권리에 대하여는 전술한 바와 같다((18)IV 참조)
@[(70) 제 2 의무의 분류@]
의무의 종류도 권리의 종류에 대응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I. 공의무와 사의무
(1) 공의무
공의무는 공법관계에서 존재하는 의무로서, 다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p261
(가) 국내법상의 의무: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지는 의무이다. 예컨대 교육(헌법 31조 2항), 근로(헌법 32조 2항), 납세( 헌법 38조), 국방(헌법 39조) 등의 의무가 이에 속한다.
(나) 국제법상의 의무: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하여 지는 의무이다(예: 조약).
(2) 사의무
사의무란 사법관계에서 존재하는 의무, 즉 사인상호간에 존재하는 의무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통치관계로서 행위하지 않고 사인과 대등한 관계에서 행위하는 경우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와 국민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의무이다. 예컨대 채권에 대한 채무, 물권에 대한불가침의무, 친권에 대한 복종의 의무 등과 같다.
II. 사회의무
사회의무란 사회권에 대응하는 의무이다. 사회권은 사회법상의 권리이고, 특히 노동법에서는 근로자의 권리이므로 사회의무는 그 상대방인 사용자의 의무인 것과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의 의무로서도 존재한다. 예컨대 단결권, 근로법에 대하여는 근로자의 단결을 보장할 의무를 지며, 또 사용자도 이를 인정하여 무시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 할 의무를 진다. 특히 사용자는 단체교섭에 응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할 의무 및 정당한 쟁의를 인정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한편 근로자는 사회권을 남용하지 않을 의무 및 단체협약을 준수할 의무를 진다.
III. 적극적 의무와 소극적 의무
위에서 본 분류 외에 특히 의무의 내용을 표준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p262
(1) 적극적 의무
적극적 의무는 어떤 행위를 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무로서, 법의 명령규정에 의거하여 발생한다. 이를 행위의무라고도 하며 금전채무, 물건의 반환의무 등이 이에 속한다.
(2) 소극적 의무
소극적 의무는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무로서, 법의 금지규정에 의거하여 발생한다. 이를 부작위의무라고도 하며, 물권불가침의 의무가 이에 속한다.
@[(71) 제 4절 권리, 의무의 주체와 객체@]
I. 권리, 의무의 주체
(1) 의의
권리의 본질상 권리는 그 귀속자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의무 또한 그 귀속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권리가 귀속하는 주체를 권리주체라 하고 의무가 귀속되는 주체를 의무주체라고 한다. 사회생활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생활관계의 기점은 사람이고 법률관계의 기점도 역시 사람이다. 따라서 법률관계, 즉 권리의무관계의 기점으로서의 모든 사람은 권리, 의무가 귀속하는 주체로서 평등한 지위와 자격을 가지게 된다.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법률상의 지위 또는 자격을 권리능력 (Rechtsfahigkeit) 또는 인격 (Personlichkeit)이라고 한다. 권리능력에 대응하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지위를 의무능력이라고 한다. @p263
(2) 자연인과 법인
법률은 모든 살아 있는 사람과 일정한 사람의 집단(사단) 및 일정한 목적을 가진 재산 집단(재단)에 대하여도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지위, 즉 권리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권리능력자는 이를 인격자라고도 한다. 권리능력자인 살아 있는 사람을 자연인 (naturliche Person)이라 하고, 권리능력이 인정된 사단과 재단은 자연인에 대하여 법인 (juristische Person)이라고 한다.
III. 권리, 의무의 객체
권리, 의무의 객체는 권리, 의무의 목적으로서 지배하고 또는 지배되는 것을 말한다. 그 목적의 내용은 권리(특히 재산권)에서는 이익으로 되고, 의무에서는 불이익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권리, 의무의 객체에는 생명, 신체, 자유, 명예, 정조, 비밀, 발명, 저작, 물건 등이 있으나, 이를 크게 나누면 유체물과 무체물로 나눌 수 있다. 민법상 물건이라고 하는 경우에는 유체물과 전기 그 밖의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민법 98조).
@[(72) 제 5절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
I. 권리의 행사
(1) 의의
권리 그 자체에는 의사지배 또는 이익향수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잠재적인 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수단으로서의 힘을 원래의 목적을 위하여 이바지하도록 하려면 잠재적인 힘을 현실의 것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권리의 내용을 현실화 하는 과정을 권리의 행사라고 한다. 예컨대 국가에서 국세를 징수하는 행위는 조세권의 행사이며, @p264 차가인이 차가에 거주하는 것은 임차권의 행사이고, 부모가 미성년의 자녀를 보호, 교양하는 것은 친권의 행사이다.
(2) 권리행사의 자유
개인주의, 자유주의를 기조로 하여 권리본위로 구성된 근대사법에서는 권리의 행사는 권리자의 자유에 맡겨져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권리의 행사로 손해를 주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손해를 배상할 필요는 없다.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는 자는 그 누구를 해하는 것도 아니다.” 이 법 격언은 권리자에게 이익확보를 보장하고 권리존중에 의한 사회질서의 유지를 담보할 수 있다.
(3) 권리행사의 제한
(가) 제한의 필요성: 권리행사의 자유는 봉건적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이 강조되었던 근대초기에 있어서 강하게 주장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서의 권리행사의 자유는 다른 권리행사의 자유와의 접촉면에서 어떤 한계를 갖게 되었다. 권리는 원래 개인적 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인정되는 것은 사회의 평화와 복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권리의 개념 자체 속에 이미 그것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행사되어야 한다는 의무를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권리의 사회적 책임이 자각되어 권리행사의 정당성을 요구하게 되었고, 동시에 권리행사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유명한 1919년의 Weimar헌법 제153조가 (소유권은 의무를 진다. 소유권의 행사는 동시에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였고, 우리 헌법 제23조 2항이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나 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 있어서나 권리자 또는 의무자는 그 개인적 이익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스스로 사회적인 제약이 있을 것을 유의하여야 한다. 요컨대 오늘날에 있어서의 권리행사는 절대적 자유 또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라 사회성, 공공성을 가지는 것으로 되었다. @p265
(나) 권리행사제한의 일반원칙: 권리의 행사는 절대자유이고 본질적으로 무제약설을 가진다는 데서 출발하였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사회적인 제약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제약은 권리의 공공성(사회성, (17) 참조0에 대응하여 주로 사권의 분야에서 인정된다. 그러면 우리 민법에서는 권리의 행사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것은 어떠한 제약을 받는가? 민법 제 2조가 이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즉, 동조 제 1항에 권리, 의무는 신의성실에 따라 행사, 이행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제 2항에서는 한계를 넘는 권리행사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두 원칙은 직접적으로는 권리행사자유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한편 간접적으로는 권리의 공공성, 사회성을 시인한 것이다.
II. 의무의 이행
(1) 의의
의무자가 자기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을 실현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의무의 내용인 작위 또는 부작위를 하는 것이다. 권리행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무이행에 있어서도 신의성실이 요구된다. 신의성실에 위반한 의무이행은 정당한 이행이 되지 못하며, 의무불이행의 책임을 진다.
(2) 의무이행의 강제
권리는 권리자가 행사하지 않거나 또는 포기할 수 있으나 의무는 반드시 이행하여야 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법에 의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의무불이행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이행이 강제되거나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며(예: 민법 389조의 강제이행, 390조의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60)참조), 형법상의 처벌((59)참조)을 받기도 한다. @p266
@[(73) 제 6절 권리, 의무의 변동@]
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의의
사람의 사회생활관계 가운데서 법률의 규율을 받는 것이 법률관계이며, 오늘날 사람의 생활관계의 대부분은 법률관계인 것이다. 법률관계는 사람과 사람과의 권리, 의무의 관계로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법률관계가 변동한다는 것은 일정한 원인에 기하여 일정한 결과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법률관계의 변동의 원인이 되는 것을 법률요건이라 하고, 그 결과가 되는 것을 법률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법률관계는 결국 권리, 의무의 관계이므로 법률관계의 변동, 즉 법률효과는 권리, 의무의 변동이라는 것이 된다. 권리,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을 약칭하여 권리의무의 변동이라고 한다. 권리, 의무의 변동인 권리의 발생, 변경, 소멸을 권리, 의무를 중심으로 하여 보면, 권리, 의무의 취득, 변경, 상실로 된다.
I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종류
(1) 발생(취득)
발생이란 특정한 권리, 의무가 어떤 사실(법적원인)에 의하여 특정한 주체에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가) 절대적 발생(원시취득): 절대적 발생(취득)이란 타인의 권리, 의무에 기함이 없이 원시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며, 말하자면 사회적으로 전에는 없었던 권리, 의무가 하나 새로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무주물선점, 유실물습득, 시효취득 등이 이에 속하며, 인격권, 가족권도 원시적 자연적으로 취득된다. @p267
(나) 상대적 발생(승계취득): 상대적 발생(취득)이란 어떤 법적 원인에 의하여 이미 발생한 권리, 의무가 그 본질적인 변화없이 그 주체를 달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매매, 상속 등에 의한 취득이다.
(2) 변경
변경이란 권리 또는 의무의 본질을 변경하지 않고서(동일성을 잃지 않고) 그의 주체, 내용, 작용에 관하여 변경을 하는 것을 말한다. 1) 주체의 변경은 권리, 의무의 승계에 해당한다. 2) 내용(객체)의 변경에는 무이자채권이 이자부채권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성질적 변경과 채무의 일부변제에 의하여 채권액이 감소하는 것과 같은 수량적 변경의 구별이 있다. 2) 작용의 변경은 제 3자에 대항할 수 없는 권리가 변하여서 대항할 수 있게 된것을 말한다. 예컨대 등기가 없던 부동산임차권을 등기하면 종래 제 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던 것이 그 때부터 대항할 수 있는 효력을 갖게 된다.
(3) 소멸(상실)
소멸이란 권리, 의무가 그 주체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는 정대적 소멸과 상대적 소멸이 있다. 전자는 권리, 의무가 그 주체로부터 이탈하여 누구를 위하여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예: 채무변제로 채권, 채무가 소멸하는 경우0. 후자는 종래의 권리, 의무자가 그 권리, 의무를 상실하지만 타인이 그 권리, 의무를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예: 매매, 증여).
III. 권리, 의무의 변동의 원인(법률요건과 법률사실)
(1) 의의
권리, 의무의 발생, 변경 및 소멸 등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려면 반드시 일정한 사실이 생기지 않으면 안된다. 이 일정한 사실이 법률사실이고, 법률효과에 필요한 일정한 사실의 총체가 법률요건이다. 그러므로 법률요건은 법률효과에 대하여 원인이 되고, 법률효과는 법률요건에 대하여 결과가 된다. 이에는 사건과 행위가 있다. @p268 예컨대 계약은 어떤 법률효과(예: 매매)를 생기게 하는 하나의 법률요건이고, 계약을 성립시키는 청약과 승낙은 각각 법률사실이다. 법률사실은 단순한 자연적 사실(사건)과 사람의 정신작용의 발동인 행위(용태)로 나누어진다.
(2)자연적 사실
자연적 사실이란 사람의 생사, 시간의 경과, 홍수, 화재, 과실의 분리 등과 같이 사람의 전신작용과는 관계없는 사실로서, 법률에 의하여 법률상의 의미가 인정되는 것이다. 이를 사건 (Ereignis)이라고도 한다.
(3) 행위
행위란 용태 (Verhalten)라고도 하며, 사람의 정신작용에 기하는 법률사실을 말한다. 사람의 정신작용에는 외부적 용태와 내부적 용태로 나누어진다.
(가) 외부적 용태(행위): 외부적 용태란 의사가 외부에 표현되는 용태로서 행위 (Handlung)를 말한다. 법률상의 행위는 자각있는 적극적 행위, 즉작위에 한하지 않나. 자각있는 적극적 행동이 일정한 경우에는 소극적 행동, 즉 부작위도 행위로서 다루어진다. 법률상의 행위는 법적평가에 따라 적법행위와 위법행위로 나누어진다.
1) 적법행위: 적법행위란 법률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허용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법률질서에 적합한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법적 효과를 생기게 하는 행위이다.
2) 위법행위: 위법행위란 법률이 허용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하여 행위자에게 불이익한 효과를 발생케 하는 법률사실이다. 위법행위에는 헌법위반, 행정법상의 월권행위, 무허가행위, 형법상의 범죄행위, 민법상의 불법행위, 채무불이행, 노동법상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들 수 있다.
(나) 내부적 용태(심리상태): 내부적 용태란 법률효과를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정신작용인 데도 불구하고 외부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내부적 용태는 법률상 문제로 삼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특수항 경우에는 이를 인정한다. 이에 속하는 것으로는 일정한 의사를 가지느냐 안가지느냐의 사실과 일정한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정신상태로 나누어진다(선의, 악의). @p269
@[(74) 제 7절 권리와 법규의 경합@]
I. 권리의 경합
하나의 생활사실에 수개의 법규가 적용되고, 이에 따라 수개의 권리가 발생하는 일이 있다. 이것을 권리의 경합 (Konkurrenz von Rechten)이라고 한다. 예컨대 도난의 경우에는 소유자와 절도자 사이에 점유회수 청구권, 소유물반환청구권,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등이 경합한다. 또 임대차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소유권에 의거한 반횐청구권과 임대차계약상의 반환청구권이 경합한다. 여기서 수 개의 권리 중 어느 것을 행사하든 자유이며, 수 개의 권리는 같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권리 중의 하나를 행사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때에는 다른 권리는 존재목적이 없어지므로 소멸하여 버린다.
II. 법규의 경합
(1) 의의
동일한 생활사실이 수 개의 법규가 정하는 요건을 충족시키나, 그 중의 한 법규(예: 1. 법규)가 다른 법규(예: 2. 법규)를 배제하는취지를 가질때에는 전자(1. 법규)만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전자(1. 법규)에 의한 권리가 발생할 뿐이다. 이를 법규의 경합 (Gesetzeskurrenz)이라고 한다. 이에는 사법상의 법규경합과 형법상의 법규경합이 있다. @p270
(2) 사법상의 법규경합
수 개의 법규가 일반법과 특별법 또는 원칙법과 예외법과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 흔히 발생한다. 예컨대 공무원이 직무상의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준 때에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책임에 관하여 민법 제756조와 국가배상법 제 2조가 경합하지만, 후자가 전자를 배제하여 우선적으로 적용되므로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만이 발생한다. (국가배상법 8조 참조)
(2) 형법상의 법규경합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발생한다
(가) 특별관계: 특별규정은 일반규정에 우선한다. 예컨대 형법 제250조 2항 (존속살해)은 제250조 1항 (보통살인)에 우선한다.
(나) 흡수관계: 포괄적 규정은 부분적 규정에 우선한다. 예컨대 형법 제250조 1항 (보통살인)은 제366조 (재물손괴)를 흡수한다.
(다) 보충관계: 기본적 규정은 보충적 규정에 우선한다. 예컨대 형법 제257조 (상해)의 적용이 없을 때에는 제260조 (폭행)의 규정이 적용된다.
(라) 택일관계: 동일한 법익을 보호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2개 이상의 규정이 있을때, 그 중의 하나가 적용되면 다른 규정은 배제된다. 예컨대 형법 제255조 1항 (횡령)이 적용되면 동조 2항 (배임)의 규정은 적용이 없다.
@[(75) 제 8절 권리의 규제@]
I. 권리를 위한 투쟁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려면 자기가 권리자임을 자각하여야 하며,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예: 시효로 인한 권리소멸). @p271 권리자는 법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고 이익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오늘날 사회적 생활이익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권리는 침해당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권리자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당하면 과감히 권리를 위해 투쟁하여야 한다. Jehering은 그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 (Deer kampt ums Recht, 1872)에서 “투쟁을 위한 투쟁은 권리자의 영광스러운 의무이며,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손해를 보더라도 권리를 위하여 싸운다는 것이 침해당한 자기인격을 회복하기 위한 논리적 의무라고 하였다.
후진국가에서는 법제도상으로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민은 자기의 권리를 알지 못하고, 또 권리침해를 받더라도 소송상의 구제방법을 모르고, 설사 알고 있더라도 이것을 인용하거나 권리투쟁을 피하는 경향이 많은 실정이다. 특히 전통사회의 영향으로 권리의식이 미숙한 우리 사회의 실정을 감안할 때 Jhering의 말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주 15)
II. 권리의 침해에 대한 구제
(1) 의의
권리자는 그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통하여 권리의 내용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권리가 침해된 때에는 그에 대한 구제가 필요하게 된다.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는 국민의 확고한 권리의식에서 출발한다. 옛날에는 권리자가 자기의 힘으로 권리를 보호, 구제하는 이른바 사력구제였으나, 이 구제방법은 실력없는 권리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힘있는 강자의 부정한 주장의 실현을 위하여 남용만 아니라 투쟁에 시종하게 되어 사회적 불안을 가져 왔다. 여기서 사회, 문화의 발달에 따라 공권력에 의한 구제가 대두하였다. 그리하여 근대의 법치국가에 있어서의 권리의 보호, 구제는 일반적으로 국가구제, 공력구제에 의하고 있다. 사력구제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나, 예외적으로 부득이 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뿐이다.
* 주 15: 장강학, 전갈서, 134면. @p272
(2) 국가구제
국민이 권리를 침해당한 대에는 국가에 대하여 그 보호 구제를 요구하는 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국가가 권리를 보호, 구제하는 제도로서는 재판제도와 조정제도가 있다.
(가) 재판제도: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는 권리자는 사력구제를 할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국가기간, 즉 법원에 그 보호, 구제를 청구하여야 한다. (헌법 27조, 101조 참조). 법원은 권리자로부터 권리구제의 청구를 받은 대에는 삼단논법의 형식을 밟아 판단을 내린다((52) 참조). 이 법적 판단이 판결이다.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무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그 판결에 기하여 국가의 강제력으로써 권리의 내용을 실현할 수 있다. 이를 강제집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거나 또는 권리관계의 현재의 위험을 방지하여 그 현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가압류, 가처분의 제도가 있다.
(나) 조정제도: 조정은 법관과 특별한 지식, 경험이 있는자로 구성된 조정위원회가 분쟁 당사자의 주장을 서로 양보하도록 주선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중재의견을 제시하여 당사자를 설득함으로써 그 합의에 의하여 분쟁을 조리있는 원만한 해결로 이끌어 가는 절차이다. (주 16) 조정은 가사사건, 차지자가사건, 노동분쟁사건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이에 관한 법률이있다(가사심판법, 차지차가조정법, 노동쟁의조정법).
(3) 사력구제
권리의 구제는 국가에 구하는 것이 원칙이고, 사력구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권리의 침해가 급박하거나 국가의 구제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한 경우에는, 사력에 의한 구제를 에외적으로 허용하여 권리의 실현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 주 16: 조정은 1) 분쟁을 간편, 신속하게 해결하여 복잡한 재판절차에 의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2)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는 결과로서 재판의 경우와 같이 당사자 사이의 대립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영속적인 법률관게에 있어서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적합하고, 3) 법규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기는 불합리를 배제함으로써 구체적으로 타당한 해결을 얻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 반면에 조정은 어디까지나 상호에 의한 해결을 본뜻으로 하므로, 끝내 당사자 사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 국가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해결은 좌절되고 만다. 여기에 조정의 한계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p273
(가) 정당방위: 정당방위 (self-defense, Notwehr)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급박)의 부당한 침해 (불법행위)을 방지하기 위하여 부득이 가해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21조 1항), 민법(761조 1항), 국제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정당방위행위는 범죄, 또는 불법행위가 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고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나) 긴급피난: 긴급피난(Nostand)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으(급박)의 피난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타인의 법익(권리)을 침해하기에 이른 행위를 말한다. 형법(22조 2항), 민법(761조 2항), 국제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행위 역시 위법성이 조각되고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다) 자력구제: 자력구제(Selbsthilfe)란 법정절차에 의한 권리의 보전이 불가능 한 경우 또는 권리에 대한 부정한 침해나 방해에 대하여 국가기관의 구제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자력으로서 구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형법에서는 자구행위, 민법에서는 자조라고도 한다. 형법(23조 1항), 민법(209조), 국제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상당한 이유가 있을 대에는 (주 17)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III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
기본권 (fundamental rights, Grundrechts)이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말한다. 대체적으로 말하면 기본권은 인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말하면 기본권은 인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가 국가기관으로부터 혹은 사인으로부터 침해받는 경우가 있다. 국가기관에 의한 기본권침해는 입법행정, 사법 등 각 기관에 의한 침해가 있으며, 이 중에서 특히 행정기관에 의한 침해가 가장 많다.
* 주 17: 자력구제의 조건으로서 자력구제에 사용하는 수단이 선량한 풍소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하고, 또한 그 정도가 상당한 것이어서 권리남용에 이르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p274
최근에 이르러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가 증가하여 사회문제화되고 있어 그 구제 또한 중요하다 아니할 수 없다.
(2)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제도
기본권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로는 사법적 구제가 주된 구제방법이다. 사법구제에 의한 기본권 구제에는 행정재판뿐만 아니라 일반재판을 들 수 있다. 그 외에 저항권 ((45) II (3) 참조)과 자구행위도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헌법상의 구제방법으로는 청원권 (26조), 재판청구권 (27조),행정쟁송제도 (107조 2항, 3항, 27조 1항), 국가배상청구권 (29조), 형사보상철구권 (28조), 위헌법령심사 (107조 111조), 헌법소원권 (111조 1항 5호)등을 규정하고 있다.
(3) 사인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
사인 또는 사적 단체 안에서 위법부당하게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이나 고소를 하여 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민법상 중대한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사죄광고 등의 구제방법이 있고, 언론기관이 침해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형사상의 범죄적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상의 제재를 구할 수 있다. 또한 헌법 제30조에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한 생명, 신체에 대한 피해는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에 의해 범죄피해자구조법 (1987. 11. 28. 법률 제3969호)이 제정되어 사인 사이에 있어서 범죄적 침해행위에 대하여 가해자의 불명 또는 무자력으로 생계유지가 곤란 한경우 국가가 피해자에게 구조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p275
@[ 제 14장 국가@]
@[(76) 제 1절 법과 국가@]
법이 법으로서 효력을 갖는 것은 통일된 조직과 강대한 통치권력을 가지는 국가권력에 의하여 실행하기 때문이다. 국가로서의 조직이 확랍되어 있지 않은 사회의 법은 확실하고 통일적으로 집행하기가 어렵다. 사회에서 분쟁이 생겨도 그것을 적절히 가려 줄 수 없고, 범죄가 행하여져도 사적 구제로만 그친다면, 그러한 법은 불완전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법의 목적이 정확히 실현되기 위하여는 강력한 국가권력으로 법이 정립되고 집행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반면에 국가는 법에 의하여 조직된 사회단체이고, 법을 통하여 국가목적을 실현하는 법적인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법은 국가권력과 결합하여 스스로 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법은 국가의 목적을 규범화한 것이고, 국가는 법의 목적을 실천화하는 긴밀한 관계에 있으므로 법과 국가는 목적을 같이하는 이념적 동일성을 갖고 있다. 이에 Gierke는 “법은 국가없이는 완결될 수 없고, 국가는 법없이는 완결될 수 없다”라고 말하여 국가와 법의 밀접불가분의 관계를 지적하였다. 법이 정립되고 시행되는 장소가 곧 국가라는 의미에서 법은 국가를 전제로 하여 존재하며, 또한 법에 의하여 조직된 사회단체가 국가라는 의미에서 국가는 법을 전제로 그 존립이 가능하다. @p276 근대국가가 강력한 중앙집권적 조직체로 발달함에 따라 근대의 법이 통일적, 체계적으로 발달하고 집행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 실현하고 국민의 복지향상이라는 목적을 실천할 채무를 갖음으로써 그 활동의 적극성, 능률성이 요청된다. 그러나 국가의 조직과 활동에는 법의 근거를 요구하며, 법치주의의 원칙상 그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법과 국가는 서로 상대방을 전제로 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 전체가 되는 국가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77) 제 2절 국가의 개념과 목적@]
I. 국가의 개념
국가(state, Staat)란 어떤 것이냐에 관하여 많은 학설이 대립하고 있으나, (주 1) 일반적으로 “일정한 지역에 정주하는 인간들이 자기들의 포괄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결합된 고유의 통치권을 가지는 연속적인 단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분설하면 다음과 같다.
* 주 1: 국가의 본질에 관한 대표적인 학설은 다음과 같다.
1) 유기체설: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생물학상의 유기체와 세포와의 관게에 비유하여, 국가는 개개의 국민을 그 구성요소로 하지만, 개개의 국민의 단순한 총화와는 상이한 독립된 의사를 가진 단체라고 하는 설로써 Gierke가 주장하였다.
2) 국가법인설: 국가를 하나의 권리, 의무의 주체인 법인체로 보는 설이다. 즉 국가는 국민을 그 구성요소롤 하면서도 국민 개개인과는 다른 독립, 고유의 법인격과 의사를 가진 권리주체로서 공법인이라는 것이다. Jellinek가 대표적인 주장자이다.
3) 착취설: 국가는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지배형태, 유산계급이 무산계급을 착취하는 지배형태라고 보는 견해로서 실력설이라고도 한다. 오펜하이머 (Oppenheimer), 엥겔스 (Engels)등 사회주의학자들에 의하여 주장되었다.
4) 도덕설: 국가는 인간이 도덕(윤리)을 완성하기 위한 제도로서 , 국가는 윤리적 이념의 발현이며, 객관적 정신의 최고의 발전단계라고 하는 설이다. Platon, Aristoteles, Hegel 등이 주장한 학설이다.
5)법질서설: Kelsen은 국가를 법규범체계인 법질서 그 자체라고 하여 국가와 법질서를 동일시한다.
6) 부분사회설: 국가는 모든 부분사회를 자체 내에 포괄하는 전사회인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정당, 학교, 교회 등과 마찬가지로 부분사회의 하나에 불과하며, 국가는 치안의 유지를 기본적으로 하는 부분사회라고 하는 설이다. 라스키(Laski)가 주장한 학설이다(권영성, 헌법학원론(신정판), 법문사, 1988, 129~130면). @p277
(1) 인간의 단체로서의 국가
국가는 단체, 즉 다수인의 조직적 결합체이며, 그 구성원으로서의 개인과 다른 집단에 대하여 독립된 존재를 가지는 것이다. 국가는 인간이 구성하는 단체로서 가장 복잡한 조직과 큰 규모를 가지는 단체이다.
(2) 영속적인 단체로서의 국가
국가는 일시적인 단체가 아니라 영속성을 갖는 단체이다. 국가는 처음부터 그 존속기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고, 설사 어떠한 사유로 국가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그 단체의 구성원의 의식으로서는 영속성이 있는 것이며, 또한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보장이 주어진 단체라야만 된다.
(3) 포괄적인 목적을 갖는 단체로서의 국가
국가는 다른 많은 단체와 같이 일부 특정인의 특정한 생활목적(예: 학문, 예술, 종교 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모든 구성원의 모든 생활목적, 즉 포괄적이고 전체적, 일시적 목적을 사명으로 하는 단체이다.
(4) 통치권을 갖는 단체로서의 국가
국가는 그에 소속되는 국민에 대하여 권력에 의한 통치를 하고, 명령하고 강제할 수 있는 단체이다. 이와 같이 권력에 의하여 통치하고, 명령하고, 강제할 수 있는 힘을 통치권이라고 한다. 이 통치권은 무조건적인 지배권으로서 국가상위에 있는 어떤 것에 의하여 수권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내재하는 것이고, 국가적 고유한 권력인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국가는 그와 비슷한 다른 권력단체, 즉 지방자치단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5) 지역단체로서의 국가
국가는 반드시 일정한 지역을 존립의 기초로 하는 단체이다. @p278 이 점에서 국가는 주식회사나 사회단체와 같이 일정한 지역을 존립요건으로 하지 않는 단체와 구별되고, 지방자치단체와 성격을 같이 한다.
(6) 법적인 단체로서의 국가
국가와 법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국가는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법을 정립하고 적용하고 집행한다. 법은 국가에 의하여 그 실현을 보장받는다. 이러한 것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요청이다. 국가로서 성립되기 위하여 법제도의 완비는 필수적인 것이다.
II. 국가의 목적
국가의 목적은 국가질서의 기반위에서 모든 국민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 실현하고 복지국가를 통하여 국가의 번져 오는 데 있다. 국가는 이러한 존립목적을 실현할 채무를 갖게 됨으로써 그 활동의 적극성, 능률성이 요청된다. 국가의 목적은 시대에 따라 변천하였다. 국법학상 국가를 봉건국가, 근대국가, 현대국가로 삼대별하는 것이 보통이며, 그 목적도 세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1) 봉건국가의 목적
봉건국가에서의 군주 또는 연주는 그가 지배하는 신민과 토지를 자기의 사유물로서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재산으로 보았다. 국가론을 전개한 할러(Haller)는 그의 저서(국가론의 부흥)에서 “국가의 모든 현상은 군주의 사적 현상이므로 영토 및 국민은 군주의 사유재산이며, 재정은 군주의 수입이고 전쟁도 군주의 사사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봉건국가의 목적은 임의적이고 포괄적이라 하겠다.
(2) 근대국가의 목적
근대국가는 개인의 자유주의사상을 그 이론적 근거로 삼는다. 즉, 개인은 각자의 행복을 개척하고 발휘할 수 있는 천부의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방안은 오로지 자유활동의 범위를 확대해야 된다는 국가론이었다. @p279 따라서 국가의 목적은 대단히 제한적이어서 국민의 안녕질서를 유지한다는 소극적 임무에 한하는 것이고, 결코, 적극적으로 국민의 정신문화, 물질문명을 향상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는 이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 제한의 국가를 라살 (Lassalle)은 ‘밤만 지킨다’는 뜻에서 야경국가 (Nachtwachterstaat)라고 말하고 있다. (주 2) 훔볼트 (Humboldt)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제한적 목적관은 국가의 최소한의 지배영역과 개인의 최대한의 자유영역을 모순없이 조화시키는데 그 진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3) 현대국가의 목적
19세기 후반 이래 급속히 발전한 자본주의는 사회적, 경제적 생활에 복잡한 문제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생활의 현실 그 자체는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 대문에 그 균형성을 상실하였던 것이다. 기술의 발달, 인구의 급격한 증가, 특히 자본의 집중과 기업의 독점 등으로 무산대중의 궁지화는 벌써 종래와 같은 자유방임의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 공공복리라는 국가목적을 내세워 국가의 통제를 제도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의 목적이 그만큼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다.
(4) 헌법상의 국가목적
헌법에는 국가목적이 무엇이라고 직접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제37조 2항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의 제정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주 2: 야경국가란 사회의 치안의 유지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치해의 제거만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를 말하며, 특히 19세기적 자유방임주의국가를 말한다. 야경국가가 이념으로 하는 것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는 개인의 자유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고, 다만 필요한 해악(necessary evil)으로서 그 존재가 시인되었을 뿐이다. @p280
이 규정은 국가의 활동범위를 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국가의 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주 3) 일본헌법(13조)은 ‘공공의 복리’라는 포괄적 용어로 규정하였고, 서독헌법(2조, 14조)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만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과거에는 두 가지 목적만을 규정하였는데, 제 4공화국 헌법 이래 평화통일과정에서의 국가의 안전보장의 중요성에 비추어 국가안전보장을 추가한 것이다. (주 4)
@[(78) 제 3절 국가의 구성요소@]
국가는 국민, 영역, 주권을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하고 있으며, 이것을 국가구성의 삼요소라고 한다. (주 5)
I. 국민
(1) 의의
국민 (nation, Staatsvolk)이란 국가의 구성원인 자연인의 총체를 말한다. 국민이 되는 자격을 국적 (nationality, Staatsangehorigkeit)이라고 한다. 즉, 국적을 가진 사람을 국민, 외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을 외국인이라고 하며, 아무 국적도 갖지 않은 사람을 무국적자 (Staatenlose)라고 한다.
* 주 3: 윤세창, 법학개론, 박영사, 1984, 76면
* 주 4: 안전보장에 관하여 제 5공화국 헌법과 제 6공화국 헌법에서도 그대로 규정되어 있다. 현행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이란 이를 질서유지의 개념과 별개로 규정한 것을 볼때, 협의로 국가의 존립, 헌법의 기본질서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철수, 신고헌법학개론, 박영사, 1988, 275면).
* 주 5: 주권이라는 용어 대신에 국가권력 (Staatsgewalt)이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 국가권력은 통치권을 말한다 (손주독, 신법학통론, 박영사, 1988, 105면; 장강학. 법학통론(제5개정판), 박영사, 1988, 192면; 권영성, 전갈서, 136면) @p281
* 국민과 구별되는 용어
1) 민족: 국민이 법적인 개념인 데 대하여 민족은 혈연을 기초로 한 자연적, 문화적개념이라는 점에서 단일민족인 경우라도 국민과 민족은 개념상 구분된다.
국민은 한 국가 안에서 정치적 관련의 유대로 결합되어 있고, 또 동일한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민족은 동일종족, 언어, 관습, 종교, 도덕 , 사상, 감정, 역사, 전통, 문화 등 생활여건이 대부분 동일하거나 비슷함으로써 민족적 자각을 하고 주관적 의식에 의하여 결합된 집단이다. 민족은 달라도 동일한 국가의 국민이 될수 있다. 일개민족만으로 성립한 국가를 단일민족국가라 하고, 수개민족을 성립한 국가를 복합민족국가라고 한다. 오늘날 민족주의라는 것은 국민과 민족의 일치, 즉 일민족 일국가형성을 의미하는 것이나, 현실은 일국민이 수개민족(예: 스위스, 미국)혹은 일민족이 이개분단민족(예: 한국, 독일)으로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2) 인민: 국민은 국가적 질서를 전제로 한 개념으로서 국가의 구성원, 즉 국적을 가진 개개인의 집합을 의미하는데 대하여, 인민(People)은 국가적 질서와 대립되는 사회적 개념인 사회의 구성원을 의미한다. 마키버(Maciver), 콜(Cole), 라스키(Laski) 등의 학자는 인간생활집단에 있어서 국가와 사회의 이원화를 주자 국가는 권력생활의 영위체이고, 사회는 비권력생활듸 영위체라고 하였다. 특히 Maciver는 그의 저서 (근대국가)에서 “국가와 사회의 이원화는 민주정치의 필수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후 국가와 사회의 이원화는 일반화되어 국가생활의 주체를 국민이라 하고, 사회생활의 주체를 인민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를 구별하지 않고, 국가 즉 사회, 사회 즉 국가라는 이념에 국가와 사회의 이원적 대립을 부인하는 설도 있다. 독재국가의 이념이 그 것이다. 즉 사회생활을 흡수하는 국가생활의 일원화는 파시즘 전체주의국가가 의도하는바이고, 국가생활을 소멸케 한다는 사회생활읜화는 공산주의가 의도하는 바이다. 전자의 국가에서는 국민만이 허용되고, 후자의 국가에서는 인민만이 허용될 뿐이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이 인정되고 그에 의한 사회생활이 형성되는 민주국가에서는 국가생활과 사회생활의 이원화는 필수적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국민과 인민은 자기의 생활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3) 종족, 인족: 종족, 인생물학적 내지 인류학적인 개념으로 국민과 구별된다.
(2) 국민의 요건(국적)
헌법 제 2조 1항에서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하도록’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국적법에 국민의 국적취득과 상실(주 6)등을 규정하고 있다.
* 주 6: 우리 나라 국민은 다음의 경우에 국적을 상실한다. 즉 1) 외국인과 혼인하여 그 배우자의 국적을 취득한 때, 2) 외국인의 양자로서 그 국적을 취득한 때, 3) 혼인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자가 혼인취소 또는 이혼으로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때, 4) 자의로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때, 5) 이중국적자로서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얻어 국적을 이탈한 때, 6) 미성년자가 외국인의 인지로 인하여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때, 7) 이중국적자로서 우리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 후 6개월 이내에 외국의 국적을 상실하지 아니한 때(이상 국적법 12조), 8) 한국의 국적을 상실한 남자의 처 또는 미성년자인 자가 그의 국적을 얻었을 때(국적법 13조) 등이다. @p282
국적의 취득에는 선천적 취득과 후천적 취득이 있다.
(가) 선천적 취득: 출생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말하며 두 입법주의가 있다. 그 하나는 속인주의(혈통주의)로서 출생자의 국적을 부모의 국적에 의하여 결정하는 태도이며, 한국, 일본, 유럽제국이 채택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속지주의(출생지주의)로서 출생자의 부모의 국적을 불문하고 출생한 지역에 따라 국적을 결정하는 태도이며, 영국, 미국, 라틴아메리카 제국이 채택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속인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부모가 분명하지 않거나, 무국적일 때에는 한국에서 출생한 자 및 한국에서 발견된 미아)으로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나) 후천적 주의: 출생 이외의 사실에 의하여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이며, 혼인, 인지, 귀화 및 국적회복 등이 있다.
(3) 국민의 지위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한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헌법상 지위는 기본적으로 1) 주권자로서의 국민, 2) 최고국가기관으로서의 국민, 3) 기본권의 주체로서의 국민, 4) 피치자로서의 국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 7)
II. 영역
(1) 의의
국가는 일정한 범위의 공간을 그 존립의 기초로 한다. 이 공간을 영역(territory, Staatsgebiet)이라고 한다. 영역 내의 모든 인과 물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국가권력을 영역권 또는 영토고권이라고 한다. 이것은 1) 영역 자체를 자유로이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 권리와, 2) 영역 내에서 자유로이 통치할 수 있는 권리를 내포한다.
* 주 7: 자세한 내용은 권영성, 전갈서, 139~141면 참조. @p283
(2) 영역의 범위
영역은 영토, 영해, 영공으로 구성된다. 영토, 영해의 지하도 영역에 포함된다.
(가) 영토: 영토란 국가영역의 기초가 되는 일정한 범위의 육지를 말한다. 타국영토와의 한계를 국경이라고 한다.
(나) 영해: 영해랑 영토에 접속한 일정한 범위의 해역을 말한다. 영해의 범이는 과거에는 착탄거라설에 따라 영토로부터 3해리로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최근에는 6해리, 12해리가 주장되고 있다. 1960년 국제해양법회의에서는 12해리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도 영해법에 의하며 12해리를 영해로 하고 있다.영해 밖은 공해(open sea, Hochsee)라 하여 공해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개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산자원이나 지하자원의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대률붕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하는 학설이 있다. 대륙붕 (continental shelf)이란 영해와 접속되어 있는 해역으로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이루고 있는 수심 200m이하의 해역(해상)을 말하며, 이에 대하여는 대륙붕조약이 체결되어 그 해역에 대한 범안국의 지배권행사가 인정되고 있다. 이 해역은 공해이기는 하나 지하자원의 개발이나 어업을 위한 범안국의 관리권이 인정되고 있다(대률붕에 관한 조약, 1958, 4, 29, 제제바)
(다) 영공: 영공이란 영토와 영해의 상공을 말한다. 영공의 범위에 관하연ㄴ 무한계라는 설이 있으나, 지배가능한 상공(실질성 지배설)에 한정되고, 그 이상의 상공인 우주권에 대해서는 국제협약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3) 영토의 변경
국가의 영토는 영구불변의 것이 아니다. 국제협약에 의해서 자연적 원인 내지 사실행위에 의하여 그 범위가 변경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영토가 변경된 후에도 국가의 동일성에는 영향이 없다.
(4) 대한민국의 영역
헌법 제 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선언하고 있다. @p284 영토와 영공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이는 영토에 종속적인 것이므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북한지역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이다. (주 8) 영해의 범위는 12해리로 규정하고 있고(영해법 1조). 대륙붕에 관하여는 국제조약과 국제관습에 따르고 있다.
III. 주권
(1) 의의
전통적 국가이론에 의하면, 주권은 국가개념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롤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그 개념은 다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몇가지의 정의를 보면, 1) 주권 (sovereignity, souveranitat)은 국가권력의 절대성을 의미하며, 그것은 대내적으로 최고이며, 대외적으로 독립된 권력을 의미한다. 2) 주권은 국가권력 자체 내지 통치권을 의미하며, 3) 주권은 국가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의 원동력 또는 국가권력의 궁극의 심원을 의미한다는 등이다. (주 9) 따라서 주권은 권력의 총합이고 단일, 불가분의 국가권력으로서 최고, 절대의 독립성을 근본적 특질로 한다. 이러한 주권은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독립성을 갖고, 대내적으로는 그 국민이 영역 안에 있든 또는 밖에 있든 불문하고 적용되며(대인주의 Personalhoheit), 또 자국의 영역 안에 있어서는 자국민이나 외국인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미친다 (영토주권 Gebietshoheit).
보댕(Bodin)은 주권을 통치권에서 구별하여 “주권이라 함은 국가의 절대적이고도 항구적인 권력이다”라고 하였다. 그 뒤 근대국가의 성립과 더불어, 국가권력의 독립성을 의미하는 주권개념이 확립되었다. 이후 주권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하여 학설이 대립되어 왔다. (주 10)
* 주 8: 판례도 같이 보고 있다. 즉, “북한지역은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므로, 이 지역에는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치는 어떠한 주권의 정치도 법리상 인정할 수 없다”(대법판, 1961. 9.28, 4292 행상 48)고 하고 있다. 최근의 한 판례는 “북한 괴뢰집단은 우리 헌법상 반국가적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볼수 없으나,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다”(대법판, 1983. 3. 22, 82도 3036)라고 하고 있다.
* 주 9: 이병훈, ‘대표원리와 의회주의의 기능’(박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대학원, 1988, 11면.
* 주 10: 그 대표적인 학설은 다음과 같다.
1) 군주주의설: Bodin에 의하여 대표되는 설로서, 국왕의 권력이 정대적, 항구적인 최고권이며, 그것은 단일, 불가분의 주권이라고 한다.
2) 국민주관설: 알투지우스 (Althusius), Locke, Rousseau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국민주권설을 주장하였다. 이 설은 자연적인 사회계약설에 다라서 국민은 자연권을 국가권력에 전면적으로 이양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에게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 Rousseau는 “국가권력의 기초는 총의에 있으며, 총의는 국민의 의사이며, 따라서 국민이 주권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3) 국가주관설: 19세기 후반부터 독일의 법실증주의자들은 국가법인설과 결합하여 국가주관설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 설은 주권은 군주나 국민에게 아니라 법상의 인격자인 국가 자체에 귀속하는 것이라고 하는 주장이다. 이것은 국민주권설에 반대하는 보수적 입헌군주제의 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4) 현대국가의 주권이론: 국가주권설은 제 1차 세계대전 후 Carl Schmitt을 거쳐 Heller에 이르러 국민주권론으로 복귀하게 되었고 제 2차 세계대전 후에는 국민주권론의 전성기에 도달하였다. @p285
(2)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가권력
대한민국의 주권에 관하여 헌법은 제 1조 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헌법이 국민주권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여기서 ‘주권’은 국가권력의 최고독립성 또는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원동력을 말하며, ‘모든 권력’은 주권의 내포로서의 통치권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통치권은 국가권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그 기능상 입법권, 행정권(집행권), 사법권으로 구분된다.
@[(79) 제 4절 국가의 형태@]
I. 국가형태의 의의
국가의 형태(Staatsform)란 국가의 전체적 성격 내지 그 기본질서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 국가의 유형을 말한다. 종래 국가의 유형에 대한 분류방법으로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으나, (주 11) 여기서는 국가형태의 일반적인 분류방법인 주권의 소재를 표준으로 한 방법과 통치권의 행사방법을 표준으로 하여 한다 (주 12)
* 주 11: 국가형태의 분류표준을 Platon은 군주국과 민주국으로, Aristoteles는 군주국, 귀족국, 민주국으로 분류하였고, 그 후 중세말 이태리의 정치학자 마키아벨리 (Machiavelli)는 국가를 군주국과 민주국으로 이분하였고, 이 방법은 금세기까지 내려와 Jellinek도 역시 동일한 분류법을 취하였다. 이에 대하여 독일의 슈미트(Schmitt)는 국가형태를 병존하는 두 개의 표준, 즉 한편에서는 주권의 소재를 표준으로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통치권의 행사방법을 표준으로 하여 분류하였다. 전자, 즉 국가권력의 당사자에 의한 구별을 국체라 하고 후자, 즉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에 의한 구별을 정체라고 한다.
* 주 12: 이 견해가 우리 나라의 지배적인 견해이다(윤세창, 법학개론, 박영사, 1984, 90면; 이홍구, 법학개대명출판사, 1988, 157면; 정봉휘, 신법학통론, 창문각, 1985, 247면; 홍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영사, 1988, 218면; 손주찬, 전갈서, 107면). @p286
II. 국체
(1) 의의
국체(form of state)란 국가통치의 궁극적인 결정자가 어떠한 사람에게 있느가에 의한 국가의 형태이다. 즉, 국가권력의 담당자에 의한 구별을 국첼체는 주권의 소재에 따른 국가형태의 분류이며, 주권이 군주 1인에게 있는 국가를 군주국이라 하고, 주권이 다수인인 국민에게 있는 국가를 공화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말 주권이 군주 1인에게 있는 군주국은 거의 없고, 주권은 대부분 국민에게 있기 대문에 주권의 소재여하에 따라서 국체를 분류하는 것은 거의 의미를 상실하였다. 그리하여 현재에 있어서는 군주국이란 ‘군주제도’를 가진 나라를 말하고, ‘군주제도’가 없는 나라는 공화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2) 군주국
군주국가는 군주제도를 가진 나라를 말한다. 군주국은 1) 군주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세습군주국과 선거군주국으로 구분되어진다. 고유의 의미에서의 군주국은 전자의 경우이다. 2) 또 군주국은 군주의 주권행사가 단독으로 이루어지느냐 또는 다른 기관에 의하여 제한을 받느냐에 따라 전제군주국과 제한군주국으로 구분된다. 오늘날 전제군주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제한군주국도 입헌군주제에서 의화주의적 군주제로 발전하고 있다. 의회주의적 군주제에 있어서 군주의 권능은 형식적, 의례적 기관으로 제한되고, 주권은 정치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있다. @p287 따라서 군주국은 일본, 영국, 네델란드 등의 입헌군주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형식적인 법제도상 군주제도를 가진 국가라는 의미 외에는 큰 뜻을 가지지 않는다.
(3) 공화국
공화국이란 국민주권주의국을 의미하는 것이 종래의 학설이었으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군주제가 없는 국가를 말한다. 공화국은 전제공화국과 입헌공화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제공화국에는 소련식인 노동공화국과 동구식인 인민공화국이 있다. 입헌공화국은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직접민주제 등을 들 수 있다((80)참조).
III. 정체
(1) 의의
정체 (form of government)란 통치권의 행사방법에 의한 국가형태의 분류이다. 국체에서는 국가의사를 누가 결정하느냐가 문제이었으나, 정체에서는 국가의사가 어떻게 행사되느냐, 즉 행사방법이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동일한 국체하에서도 통치권의 행사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정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체가 고정적, 항구적 성질을 갖는데 대하여, 정체는 시대적 요청, 즉 헌정질서를 통하여도 변동될 수 있다. 정체는 군주국에 있어서는 전제정체와 제한정체로, 공화국에 있어서는 민주정치와 독재정체로 구별된다.
(2) 전제정체와 제한정체
전제정체란 군주가 국민의 참여를 기다릴 필요없이 자기의 의사대로 자유로이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체이다. 중세까지 군주국은 모두 이에 해당하였지만, 현대에 있어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제한정체란 군주가 통치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자기 한 사람만의 의사로 하지 않고 일반국민의 참여를 가지고 하는 정체이다. @p288 근대의 많은 국가에서는 통치권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누어 각각 독립한 기관에 속하게 하고, 그 중 입법기관은 국민이 선거한 대표자로 조직하여 통치권의 행사에 참여케 한다. 이러한 정체를 입헌정체라고도 부르며, 현대에 있어서 영국, 일본 등이 그 좋은 예이다.
(3) 민주정체와 독재정체
민주정체는 통치권의 행사가 일반국민의 의사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정체이다. 따라서 민주정체에 있어서는 치자와 피치자는 동일성(identity)을 유지하게 된다. 국민주권국가에서는 원칙적으로 치자와 피치자는 국민 자신으로 일치되며, 피치자로서의 국민이 국가권력에 복종하는 것은 자율적인 것이기 때문에 동일성의 파괴는 없는 것이다. 민주정체는 직접민주제와 간접민주제로 구분된다.
독재정체는 통치권의 담당자가 주권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국민을 실력으로서 타율적,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정체이다. 독재정체에서는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성은 파괴된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스’의 독일과 ‘파시스트’의 이태리, 현대에 있어서의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은 이에 해당한다.
IV. 헌법상의 국가형태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만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여 우리 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이라는 것과 대한민국의 국가형태가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첫째, 우리 나라의 국호는 ‘대한민국’인바, 이것은 우리 나라가 3.1 운동의 결과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전통을 이은 것이라는 뜻에서이다. 둘째, 민주공화국이란 국체냐 정체냐에 관해 학설의 대립이 있으나, (주 13) 우리 헌법이 민주공화국이라고 하고 있음은 권력분립주의적인 공화국임을 강조한 것이다.
* 주 13: 세 학설의 대립이 있다. 즉, 1) 정체, 국체설은 헌법 제 1조 1항의 민주공화국이라 할 때의 ‘민주’는 정체를, ‘공화국’은 국체를 규정한 것으로 보고, 2) 정체설은 ‘민주’는 민주정체를, ‘공화국’은 공화정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제 2항의 ‘국민주권의 원리’에 관한 규정이 우리 나라의 국체를 민주국체로 규정한 것이라고 한다. 3) 국가형태설은 국체와 정체의 구별을 부인하며서, ‘민주공화국’이라는 규정 자체가 우리 나라의 국가형태를 공화국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때의 ‘민주’는 공화국의 정치적 내용이 민주적으로 형성될 것을 요구하는 공화국의 내용에 관한 규정으로 본다. 이 설이 다수설이다. (권영성, 정갈서, 133~134면). @p289
세째, 우리 나라에서는 어떠한 명목으로서도 군주제도를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V. 우리 나라 국가형태의 특징
(1) 간접민주정치의 채택
우리 헌법은 민주공화국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직접민주정치에 의할 것린지 간접민주정치에 의할 것인지는 헌법개정에 의하여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헌법은 원칙적으로 대표제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다.
(2) 직접민주정치의 가미
우리 헌법은 국민투표에 의하여 국민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는 대통령이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보에 관한 중요’ 결정에는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헌법 72조), 또 헌법개정안에 대하여 국민표결을 경유하도록 하여(헌법 128조, 130조) 직접민주정치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3) 직접대통령제의 채택
우리 나라 헌법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의 선출은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한다(헌법 67조).
94) 방어적 민주정치의 채택
헌법은 제 7조 4항에서 위헌정당의 해산을 규정함으로써 방어적 민주정치를 채용하고 있다. 민주정치는 일반적으로 상대적이라고 말해지고 있으나 절대주의에 대해서까지 상대적일 수는 없기에 절대주의를 주장하고, 민주정치의 전복을 기도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적에 대해서는 이를 방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Radbruch). @p290 민주정치와 헌법의 보장을 위하여 여러 가지 헌법보장방법이 마련되어 있다.
(5) 평화통일정책의 추진
조국의 평화적 통일은 헌법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민족단결을 공고히 하고...”와 제 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신설하였다. 또 대통령소속하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두어 국민적 차원에서 의견을 집약할 수 있게 하고 있다(헌법 92조). 또 대통령은 통일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게 하고 있다(헌법 72조). 그리하여 대통령에게 평화통일에 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헌법 60조 참조).
(6) 정당제민주정치의 도입
헌법은 제 8조에서 정당을 헌법에 편입하여 정당제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다.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역할을 중시하여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다.
(7) 사회적 법치국가 내지 복지국가주의 채택
헌법은 전문에서 복지국가의 원칙을 선언하고, 헌법 제 10조와 제 34조 및 제 119조 2항 등 여러 조항에서 복지국가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오늘날의 국가는 소극적 국가가 아니고 국민의 복지를 향상하는 적극국가로 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이 경향에 따르고 있다.
(8) 헌법재판소의 설치
현행헌법에서는 제 4, 5공화국의 헌법위원회를 페지하고 헌법재판소를 새로 신설하였다(헌법 6장). 헌법재판소에서는 1) 법률의 위헌여부, 2) 탄핵, 3) 정당의 해산, 4) 국가기관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상호간의 권한쟁의, 5)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 등의 사항을 심판하도록 하고 이를 독립기관으로 설치하였다. @p291
(9) 지방자치제 실시
헌법 제 8장에는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업무처리와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
법학입문 4권
노영진 저
대왕사
점자출판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공학센터
02) #451:0128
입력봉사자:
박경숙
@} @t:법학입문 4@e
@[묵자차례@]
제1편 총론
제14장 국가
(80) 제5절 정부의 형태 ... 291
I. 정부형태의 의의 ... 291
II. 대통령제 ... 292
III. 의원내각제 ... 293
IV. 이원정부제 ... 295
V. 대한민국의 정부형태 ... 296
제15장 법학
(81) 제1절 법학의 개념 ... 298
(82) 제2절 법과학 ... 300
I. 법해석학 ... 300
II. 법사학 ... 301
III. 법정책학 ... 304
IV. 법사회학 ... 305
V. 비교법학 ... 305
(83) 제3절 법철학 ... 307
I. 법철학의 의의 ... 307
II. 법철학의 과제 ... 307
III. 법철학의 경향 ... 309
제16장 법사상의 발전
(84) 제1절 서설 ... 321
(85) 제2절 고대의 법사상 ... 322
I. 그리이스의 법사상 ... 322
II. 로마의 법사상 ... 323
(86) 제3절 중세의 법사상 ... 324
I. 게르만의 법사상 ... 324
II. 기독교적 법사상 ... 325
III. 주석학파의 법사상 ... 326
(87) 제4절 근대의 법사상 ... 327
I. 절대주의의 법사상 ... 327
II. 자연법학파 ... 328
III. 개념주의의 법사상 ... 332
IV. 역사법학파의 법사상 ... 334
V. 공리주의의 법사상 ... 336
VI. 법실증주의 ... 338
(88) 제5절 현대의 법사상 ... 340
I. 서설 ... 340
II. 자유법론 ... 341
III. 법사회학 ... 343
IV. 신칸트주의의 법사상 ... 345
V. 신헤겔주의의 법사상 ... 347
VI. 신자연법론 ... 350
VII. 법신학의 사상 ... 352
VIII. 프래그머티즘의 법사상 ... 354
IX. 현실주의법학 ... 357
X. 통합법학론 ... 358
XI. 현대법철학의 사상 ... 359
XII. 공산주의의 법사상 ... 362
제17장 한국법의 사적 발전
(89) 제1절 상고시대의 법제 ... 364
I. 고조선시대 ... 364
II. 부여시대 ... 366
III. 삼국시대 ... 367
(90) 제2절 삼국시대의 법제 ... 368
I. 고구려 ... 368
II. 백제 ... 370
III. 신라 ... 372
(91) 제3절 고려 ... 374
I. 고려의 확립과 법제의 정비 ... 374
II. 고려율 ... 375
III. 토지제도(민전) ... 377
IV. 혼인 및 상속제도 ... 378
(92) 제4절 조선 ... 379
I. 조선의 전제적 봉건제와 법제의 정비 ... 379
II. 경국대전 ... 380
III. 토지제도(과전법) ... 383
IV. 혼인, 상속제도 ... 385
(93) 제5절 한국근대법제의 형성 ... 386
I. 서구법의 계수 ... 386
II. 대한민국 법전의 제정 ... 390
III. 한국법학의 과제 ... 391
@p291
@[(80) 제 5절 정부의 형태@]
I. 정부형태의 의의
정부형태 (Regierungssystem)란 국가권력구조에 이어서 권력분립의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느냐 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의 권력구조는 1차적으로 최고국가기관으로서의 국민과 넓은 의미의 정부로 구분되고, 넓은 의미의 정부는 다시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구분된다. 이 삼부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들에게 국가권력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정부형태는 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이 정부형태를 국가의 권력구조 내지 권력분립의 형태로 파악하는 경우 그것은 광의와 협의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넓은 의미의 정부형태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조직과 작용의 형태, 즉 입법부, 행정부 등에 국가권력이 어떻게 배분되고, 이들 기관이 어떻게 국가권력을 행사하며, 그들 상호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하는 것을 말한다. 좁은 의미의 정부형태란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행정부를 의미하며, 따라서 정부형태란 행정부의 조직, 작용의 형태를 말한다.
생각컨대 정부형태라고 할 때에는 광, 협 양의로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 14) 정부형태 중에 기본적 유형에 속하는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정부제 등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 주 14: 김철수, 전갈서, 598~599면. @p292
II. 대통령제
(1) 의의
대통령제 (presidential government, Prasidentialregierung)란 권력의 엄격한 분립이 행해지고, 권력기관 상호간의 독립이 보장되며, 대통령이 독립하여 행정권을 행사하는 정부형태를 말한다. 미국의 대통령제가 다른 국가의 대통령제의 원형으로서 남미제국과 제 2차 세계대전 후 신생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2) 특징
데톨령제의 기본적인 특징은 1) 행정부의 일원성을 들 수 있다.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와 행정부수반으로서 기능이 대통령 1인에게 통합되고, 합의체인 내각이라는 기구가 없다. 2) 대통령은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다. 행정부구성원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오로지 대통령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 3) 의회의 구성원은 동시에 행정부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장관과 의원의 견직이 허용되지 않기 대문이다. 4) 대통령은 임기중 의회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아니하므로, 의회는 행정부불신임권을 가지지 아니한다. 그 결과 대통령에게도 의회해산권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5) 엄격한 권력분립의 체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법률안제출권과 의회에의 출석, 발언권을 가지지 아니한다. 그러나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거부함으로써 의회의 부당한 입법을 견제할 수 있다.
(3) 장, 단점
대통령제의 장, 단점은 다음과 같다.
(가) 장점 1) 행정부수반인 대통령은 의회의 신임여부에 관계없이 재직하므로, 적어도 대통령의 임기동안은 행정부가 안정되어 국가의 정책이 계속성을 가지며, 행정부가 강력한 행정을 수행할 수 있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가 주로 후진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강력하고 안정된 행정부를 원하기 때문이다. @p293 2) 의회다수파가 횡포나 독주를 할 경우에 대통령은 법률안거부안을 행사하여 의회를 견제할 수 있다.
(나) 단점 1) 대통령이 의회의 신임 여부에 관계없이 재직하며 의회에 대하여 전혀 책임을 지지 아니하므로, 대통령의 독재화가 가능하다. (주 15) 2) 권력분립의 원리에 충실한 결과 입법과 행정이 불필요하게 분립하여 국정의 통일적 수행을 방해한다. 대통령의 소속당과 국회의 다수당이 일치할 때에는 이 결정은 치유되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을 해결할 조정방법이 없게 뙨다.
III. 의원내각제
(1) 의의
의원내각제 (parliamentary government, parlamentarische Regierung)란 행정부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이원적으로 구성되어 입법부와 공존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권렫분립의 요청에 의하여 입법권과 행정권을 서로 독립시킴과 동시에 민주주의의 요청에 따라 행정권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제도이다. 의원내각제는 18세기에 영국에서 성립된 제도이며 서구제국과 일본, 인도 등이 채택하고 있다.
(2) 특징
의원내각제의 기본적인 특징은 1) 의원내각제에서의 대통령이나 군주는 극가의 대표자로서 의례적, 형식적 권한을 가지며, 행정권은 의회의 다수당에 의하여 구성되는 내각에 속하므로 행정권의 이원적 구조를 그 특징으로 한다. 2) 입법, 행정의 양기관이 평등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양기관이 균형을 이룬다 함은 국가의 기본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 공동으로 참여함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상호간의 정치적 통제에 있어서도 균등한 입장에서 통제함을 의미한다.
* 주 15: 미국의 경우는 연방제에 의하여 권력이 분산되고 중간선거의 실시에 의하여 국정이 비판되며, 사법권우월의 제도와 여론의 위력이 행정부를 억제하여 민주적 통제를 가하고 있으므로 무사히 조절되어진다. 이러한 여건이 갖추어 지지 않은 후진국가에 있어서는 독재화의 경향이 매우 크다. @p294
양기관의 평등과 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회의 정부에 대한 불신임의결권과 정부의 의회에 대한 해산권이다. 3) 법형식상으로는 정부가 분리, 독립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양기관이 밀접한 공화, 협력계를 유지한다. 이러한 공화관계 (collaboration)는 내각의 성랍과 존속이 의회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내각은 의회의 다수당에 의하여 구성되므로 내각각료는 의원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성립되어, 그 결과 각료는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고, 법률안제출권이 인정된다.
(3) 장, 단점
으원내각제의 장, 단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가) 장점 1) 내각의 존속과 진퇴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의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민주적 요청을 만족시킬 수 있다. 2) 의회와 내각이 협조에 의해 신속한 국정처리를 할 수 있다. 3) 의회와 내각이 일체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마찰을 피하고 능류적이고도 적극적인 국정수행을 할 수 있다. 4) 내각이 의회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 5) 의회의 신임을 유지하기 위하여 유능한 인재가 등용될수 있다.
(나) 단점 1) 의회와 내각을 한 정당이 독점한 경우에는 정당정치에 치우칠 우려가 있고, 또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 2) 군소정당이 난립하거나 정치인의 타협적 태도가 결여될 때에는, 연립정권의 수립과 내각에 대한 빈번한 불신임결의로 정국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3) 의회가 정권획득을 위한 정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4) 내각이 연명을 위하여 의회의 의사에 구애받지 아니하는 강력한 정치를 추진할 수 없다. 5) 최악의 경우에는 내각이 원내다수당과 제휴하여 다수의 횡포를 자행할 수 있다.
@p295
IV. 이원정부제
(1) 의의
이원정부제 (double executive, zweigeteilte Exekutiv)란 의원내각제의 요소화 대통령제의 요소를 결합하여 가지고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평상시에는 외교, 국방에 관한 권한은 대통령에게, 내정에 관한 권한은 수상과 그 내각에게 분산시키고,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내정에 관한 권한까지 장악하는 정부형태이다. 이 제도의 현대적 유형으로는 프랑스 제5공화국을 들 수 있다. (주 16)
(2) 특징
이원정부제의 대체적인 특징은 (i) 대통령은 의회에서 독립하여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거하며, 대통령의 정부권행사에 대해서는 의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전시 기타 비상시에는 긴급권을 가지고 있어 직접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ii) 내각은 의회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대통령은 수상을 지명하나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임명할 수 있고, 의회는 내각에 대하여 불신임권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의회가 내각에 대한 불신임결의를 한 경우에는 의회를 해산할 수 있으면, 내각은 연대책임을 진다. (iii) 국가긴급시에는 대통령은 수상과 국무위원의 부서없이도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은 수상을 해임할 수 있고 국무의회를 주재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확대되고 수상의 권한이 약화된다.
(3) 장, 단점
이원정부제의 장, 단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가) 장점 (i) 평상시에는 의원내각제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 주 16: 이 제도가 우리 나라에 소개된 것은 유신 직후인 1973년 초 김철수교수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한다(김철수, 헌법학개론, 법문사, 1973, 349면 이하 참조). @p296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에서 오는 마찰을 회피할 수 있다. (ii) 국가의 비상시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직접 통치함으로써 신속하고도 안정된 국정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나) 단점 (i)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을 가지고 있으나 내각과 의회의 이에 대한 견제권이 약하기 때문에 독재화의 우려가 있다. (ii) 대통령이 위기를 빙자하여 비상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의회의 권한이 축소, 제한되어 국가주권주의에 충실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여론을 외면한 행정이 행해지기 쉽다. (주 17)
* 소비에트식 정부형태
이 형태는 현재 소련 및 그 위성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서, 입헌주의적 권력분립주의가 아닌 노동계급독재를 기초로 하는 소비에트(Soviet) 제도를 기반으로 하여 강력한 권력집중주의, 즉 노동계급의 독재에 의한 의회제 (의회정부제, conventional government, Versamml / ungsregierung) 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행정기관인 내각은 법적으로 노동계급의 대표기관인 최고 소비에트의 절대적 지배하에 있고, 또 내각은 최고 소비에트에 의하여 조직되고 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실제로는 국가의 최고행정책임을 맡은 당수인 당중앙서기장과 수상에 해당하는 각료의회의장, 그리고 국가원수이며 국회의장격인 연방최고의회 간부의회의장의 삼두체제로 권력구조가 이루어져 있다.
V. 대한민국의 정부형태
(1) 제1공화국에서 제5공화국의 정부형태
(i) 제1공화국 (1948년의 제헌헌법)에서는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도 의원내각제의 요소를 어느 정도 가미한 대통령중심제이었고, (ii) 제2공화국 (1960년)에서는 전형적인 의원내각제도를 채택하여, 대통령은 의례적 권한만이 있었고 행정권은 국무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국무원에 귀속되었다. (iii) 제3공화국 (1962년)에서는 다시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하고,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약간 가미하였고,
* 주 17: 만일 이원정부제가 우리 나라에서 채택된다면, 남북분단이라는 상황에서 외교, 국방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언제든지 위기적 상황을 빙자하여 (예: 북한의 남침 위협을 이유로) 내정에 관한 권한까지 장악하고 국회를 해산시키는 등,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 독재적 지배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권영성, 전갈서, 631면). @p297
(iv) 제4공화국(1972년 이른바 유신헌법)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극도로 강화시킨 이른바 영도주의적 대통령제이었고, (v) 제5공화국은 강력한 대통령제에 따른 국회의 권한약화와 사법권의 행정권에 대한 종속성에서 오는 강력한 권위주의적 대통령제의 정부형태였다.
(2) 제6공화국의 정부형태
이와 같이 우리 나라의 정부형태는 제헌이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제9차 개헌에 의한 제6공화국 (1988년)은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하여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고 대통령을 국민의 직선으로 하여 대통령제 정부형태에 가까워졌다. 특히 대통령단임제를 명문화하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방지하였다. (주 18) 한편으로는 의원내각제 요소를 다소 가미하고 있는 제3공화국의 대통령제외 비슷하다. 제6공화국은 국가권력간의 융화를 시도하였고, 제5공화국헌법보다 권력분산을 철저히 하여 대통령, 행정부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간의 권력의 견제, 균형, 조화를 이룩함으로써 삼권분립의 원칙에 충실하였다.
* 주 18: 제5공화국헌법 제45조에도 대통령단임제의 규정을 명문화하여 전두환 전대통령은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그 임기가 7년이던 것을 제6공화국헌법 제70조에서는 5년으로 규정하여 1인 장기집권방지에 더욱 충실하였다고 할 수 있다.
@p298
@[ 제15장 법학@]
@[(81) 제1절 법학의 개념@]
법학(jurisprudence, Rechtswissenshaft)이란 법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학문, 즉 법을 이론적, 체계적으로 고찰하는 학문이다. 법의 개념이 어떻게 정립이 되든 법은 국가가 제정한 규범인 한, 법학은 실정법학이 그 중심이며 사회과학과 규범과학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그러나 법현상 가운데서 보편성있는 법의 원리를 찾아 법을 객관화하고 이론적으로 해석한다는데 법학의 학문적 위치가 있는 것이다. 즉, 법학은 법에 관한 사회현상에 착안하여 법을 이론적,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사회과학이다. 따라서 법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발전해 왔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방법론도 매우 다양하다.
법학이란 법과 관련되는 사항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을 총칭하는 것으로 법해석학, 법정책학, 법사회학, 법철학 등을 포함한다. 이들 가운데 법해석학은 로마시대부터 법학의 중심이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우리의 법생활이 실정법을 실제생활에 적용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법해석학이 실천법학으로서 실정법의 자의성, 가변성을 들어 ((51)의 I (3) 참조) 해석법학의 과학으로서의 무가치성을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종래의 법해석학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고, 아울러 이론법학으로서 법철학 연구의 필요성을 크게 자극하게 되었다. @p299
법해석학이 실천법학으로서 법의 실천적인 면에서 구명하고자 하는 법학이라면, 법철학은 이론법학으로서 법을 순수한 이론적인 면에서 구명하고자 하는 법학이다. 그렇지만 법해석학도 ‘학’ 으로 인정하는 한 그 이론성을 전혀 도외시할 수 없으며, 또한 법철학도 법실천을 전혀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해석학과 법철학은 법학의 이대지주로서 상대보완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법학의 분류에 관하여는 많은 견해가 있으나, 일반적인 분류에 의하면 법철학과 법과학으로 크게 구분하고, 법과학 안에 법해석학, 법사학, 법정책학, 법사회학, 비교법학 등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법학의 분류를 도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법학: 법과학, 법철학(법리학)
법과학: 법해석학, 법사학, 법정책학(입법정책), 비고법학, 법사회학
법해석학: 공법학, 사법학, 사회법학
공법학: 헌법학, 행정법학, 형법학 등
사법학: 민법학, 상법학 등
사회법학: 노동법학, 경제법학 등
법학은 법술(art of law, Rechtskunst) 과 구별되지 않으면 안된다. 법학은 법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고, 법술은 법학상의 지식을 실제에 응용하는 기술이다. 법을 장 응용하여 법관이 재판을 하는 실제적 기술 등은 법학이 아니라 법술인 것이다. @p300
@[(82) 제2절@]
I. 법해석학
(1) 의의
법해석학 (jurisprudence, Rechtsdogmatik)은 실정법질서의 규범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법규범학이다. 법학은 원래 법해석학으로서 발달해 왔으며 오늘날에 있어서도 법학이라 할 때에는 대체로 법해석학을 의미한다. (주 1) 법해석학은 법의 적용((52)이하 참조)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전단계로서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실천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법해석은 실정법질서를 대상으로 하여 그 의미와 내용을 해석하는 학문으로서 주석법학 또는 해석법학이라고도 한다. 또 법해석학은 재판에 의한 법의 구체적 실현을 위하여 통일적, 조직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실제적인 법학이기도 하기 때문에 실용법학이라고도 한다.
(2) 법해석학의 발전
법해석학은 로마법학에서 발단하여 12세기 주석학파((86) III참조)에 의한 로마법연구의 부활을 매개로 진전하였고, 특히 14세기 후기주석학파에 이르러서는 체계적 주석 (Commentarium)을 꾀하였다. 근세에는 유럽의 독일, 프랑스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 대법전이 편찬되면서, 이들 법규를 해석하여 재판의 적용에 이바지하는, 실용적 임무를 담당하는 해석법학이 성립하였다. (주 2) 그런데 이것은 성문법의 ‘논리적 자족성’을 믿고 법규의 형식론리적 해석에만 몰두하였기 때문에, Jhering은 법해석학을 개념법학((51) I 참조)이라고 비판하였다.
* 주 1: 김증한, 법학통론, 박영사, 1988, 47면
* 주 2: 19세기까지는 법해석의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법학연구의 주된 목적이었으며, 따라서 법학은 해석법학으로 발전하여 왔다. @p301
(3) 법해석의 지도이념
실정법, 특히 성문법은 일반적,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개별적, 구체적인 사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의 해석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법의 해석은 법의 실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법의 해석이 추상적 실정법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하고, 구체적인 규범의미를 발견하는 이론적, 기술적 작용이라는 점에서 해석법학의 성격도 일면으로 실용적 기술이고, 다른 면으로는 이론적 인식이라는 이중성을 특색으로 한다. 그러므로 법적 안정성을 위한 논리적 요청과 구체적 당위성을 실천적 사명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키는 데 법해석의 지도이념이 있다고 하겠다.
II. 법사학
(1) 의의
법사학 (legal history, Rechtsgeschichte)의 법제사 또는 법제사학이라고도 하며, 법적 사실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인간의 법생활의 역사를 구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다. 법사학은 단순히 과거에 있어서의 법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발전과정을 추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있어서의 법과 사회생활과의 관계를 명백히 함으로써 현재의 법의 구명을 하여야 한다. 즉, 현재의 법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려면 현재의 법질서가 생멸, 발전, 개폐해 온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법사학은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과거의 법적사실을 역사적 발전의 측면에서 동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법사학의 연구결과는 법정책학, 법사회학, 법해석학 등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법사학의 법학의 연구대상으로 확고한 지위를 얻은 것은 Savigny에 의한 역사법학파((87) IV참조) 성립 이후부터이다. @p302
법사학은 과거에 있어서 실재했던 법을 연구대상으로 하고, 그것을 역사학적 방법에 의하여 인식하려고 하는 것으로서, 법학의 일부이며 역사법학의 일분과이기도 하다. 즉 법사학은 법학과 역사학의 두 영역에 걸친 이중의 성격을 갖는다.
(2) 종류
법사학은 법제사, 법사상사, 법학사, 법철학사 등을 포함한다.
(가) 법제사: 법제사는 국민들이 각 시대마다 가졌던 법제도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학문이며, 정확히 표현하면 법제도사(Gesetzesgeschichte)라 한다. 좁은 의미의 법사학은 법제사만을 가리킨다.
(나) 법사상사: 법사상은 법질서의 형성, 진화 또는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이다. 이러한 법질서의 형성, 법학설의 출현과 함께 진화되어 변천하는 사상에 관하여 역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법사상사(history of legal thought)라 한다((84)참조).
(다) 법학사: 법학사 (history of legal sciences, Geschichte der Rechtswissenshaft)란 법학의 역사, 즉 법학이라는 학문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생멸, 발전, 변화해 왔는가를 검토, 정리하는 것이다. 법학사는 법사상사, 법철학사와 유사하지만 구별되는 독립된 연구분야이다. (주 3)
(라) 법철학사: 법철학((83)참조)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학문을 법철학사라고 한다.
(3) 법사학과 다른 법학부문
법사학은 법학의 다른 분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반면에 법사학의 연구자료 및 성과는 법학의 다른 부문에 기여를 한다. 법사학과 다른 법학부문과의 차이를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 주 3: 법사상사는 법사상적 테마나 인물을 중심으로 현실(역사) 밀착적으로 연구하는 데 반하여, 법학사는 법학이론이나 그 성립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해 나간다(물론 테마나 인물에 따라서 법학사와 법사상사는 서로 융합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원리적 구분은 전제될 수 있다. ) 법철학사 역시 법철학으로서 완결된 것들을 역사적으로 고찰한다는 점에서 법철학만이 아니라 실정법학 내지 법사회학, 법사학 분야들의 이론적 전관과정을 포괄하는 법학사와는 구별된다고 하겠다. 법학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법철학사 역시 법학사의 한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최종고, 법학사, 박영사, 1986, 14--15면). @p303
(가) 법철학 및 법해석과의 차이
법사학은 법사실을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하여, 법철학은 법의 본질을 구명하고 법의 이상을 탐구하는 점에서 양자는 서로 다르다. 또 법해석학은 실정법규의 규범적 의미, 내용을 체계적으로 인식하려는 것이므로 법사실을 대상으로 하는 법사학과는 구별된다.
(나) 법사회학과의 차이
법사회학은 법현상을 사회학적 방법에 의하여 역사적인 사회현상의 하나로 파악하여 그것의 성립과 변화의 법칙을 탐구하려는 학문이므로((51) IV참조), 법적 사실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법사학과 같은 면이 있으나, 법사학은 법적 사실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데 반하여, 법사회학은 법현상 속에서 성립, 변화의 법칙을 찾아내려고 한다는데 차이가 있다. 만약 법사학이 사회에서 현실로 살아있는 규범인 법을 도외시한다면 해골적인 제도사 또는 도그마적인 무내용의 역사는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충분한 의미에서의 법사(Rechtsgeschichte)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법사학은 법규범학으로서 성립함과 동시에 법사회학으로서도 성립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주4)
(4) 구분
법사학은 특정한 국가 내지 민족의 고유한 법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국법제사, 영국법제사, 로마법제사, 게르만법제사 등으로 개별화할 수 있고, 또한 그리이스, 로마 등 고대사회의 법의 역사적 연구를 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원시법, 봉건법 등과 같이 시대적 구분을 한다든가 혹은 시민법과 같이 특수한 대상에 대하여 개별적 영역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도 있다. 또한 동일한 법계통에 속하는 제국의 법의 역사에 대한 비교적 고찰이나 단순히 법의 계통 상호간의 비교적 고찰을 하는 비교법사학도 있다.
* 주 4: Jhering의 ‘로마법의 정신’은 법규범학적인 법사학으로서만이 아니라 법사회학적인 법사학으로서도 유명하다. 그 권두에서 그는 ‘로마법을 통하여 로마법 위에로’라는 목표를 내걸고 로마의 각 시대의 법의 역사적 발전을 상세히 추적하였다. 그것은 단지 외면적인 역사적 사실의 서술을 넘어서 로마법의 발전의 현상 중에 관류하는 역사의 내면적 동인과 정신문화적인 연관을 탐구한 획기적인 문헌이다. @p304
III. 법정책학
(1) 의의
법정책학 (legislative policy, Rechtspolitik)은 입법정책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즉, 현재의 실정법을 기초로 하여 이것을 비판하면서 장래 개정 또는 신입법의 형식으로 정립될 이상적 법규범을 사회적 제여건하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며 입법정책학(또는 입법론)이라고도 한다. 법정책학은 일정한 법의 이념 또는 가치를 실정법으로 구현시키려는 실천적 학문으로서 여기에는 형사정책학 (주5), 비교입법학 등이 포함된다. 과거에는 법학의 분야 가운데서 주로 법해석학이 중요시되고 법정책학이 경시되었으나, 20세기에 이르러 사회가 복잡, 다양화함에 따라서 경제법, 사회법 등을 제정할 필요성이 증대되어 신입법이나 기존법의 개정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중요시됨으로써 법정책학은 새로운 인식을 받게 되었다 (주6).
(2) 법정책학의 조건
법정책학은 법의 본질, 이념, 목적을 탐구하여 실정법이 지행해야 할 원리를 지시하는 법철학의 기반 위에 현행법의 내용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법사실학이 부여하는 전반적인 법의 과학적 인식을 획득하는 때에 성립한다. 즉, 법철학에 의해 설정된 일정한 법의 이상적 기준을 전제로 하며, 현행법에 관한 입법정신적, 비교법적, 법제사적인 체계있는 지식을 필요로 하고, 또 현실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3) 법정책학의 방법론
법정책학의 방법으로 극히 중요한 것에는 비교입법학이 있다.
* 주 5: 형사정책학은 범죄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형사법학의 새로운 영역으로 개척되어 있다.
* 주 6: 특히 멩거(Menger)가 법학의 여러 분과 가운데에서 법정책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장한 Bentham의 공리주의적 법사상, Pound의 실용주의적 법사상 이래 법정책학은 더욱 중요시되었다. @p305
그리고 법정책학은 법철학적 기반과 법사실학적 지식을 전제로 종합적인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법정책학의 방법론은 과학적이라 할 수 있다.
IV. 법사회학
법사회학은 ‘살아있는 법’ 및 그 기초로서의 ‘법적 사실’ 등이 충분히 탐구되어야 하고, 여기에 법의 사실적 연구와 사회학적 연구가 강조됨으로써 새롭게 등장되어 한 분과를 이루게 된 것이다((51) IV, (88) III 참조). 법사회학은 법해석학과 다르며, 또 사회현상으로서의 법의 보편적 성격을 구명하려고 하는 점에서 법철학과도 구별된다.
V. 비교법학
(1) 학설
비교법학에 관하여 법과학의 독립된 한 분과로 보는 견해와 법해석학, 법사회학, 법정책학, 법사학의 각 특성을 포함하는 공통적인 방법론이라는 이유로 독립된 분과로서는 타당치 않는다고 보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그러나 비교법의 연구가 법학분야에서 일반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게 된 19세기 후반 이래로, 특히 20세기에 이르러 프랑스의 비교법학자 살레이유(Saleilles)를 주축으로 하는 비교법학의 진전 등으로 비교법이 법학에 있어서 독립된 부문이며, 독자성을 지닌 과학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는 별로 많지 않다. (주 7) 또한 비교법학의 독자적 과학성을 부정하는 학자들도 비교법학에 있어 연구방법의 독자성은 인정하고 있다.
* 주 7: 현승종, 비교법입문, 박영사, 1972, 13면(정해운, 석희태, 법학개론, 동화출판사, 1982, 166면은 독립된 분과로 보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한다). @p306
(2) 의의
비교법학 (comparativejurisprudence,vergleichendeRechtswissenschaft)은 국가 또는 민족에 있어서 고유의 법제도에 대한 비교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며, 법이 지리적, 민족적, 문화적 산물인 사실에 비추어 법의 역사적 연구의 발달과 함께 성립한 학문이다. 비교법학은 각 국가 또는 각 민족의 법의 역사가 아니고 개개의 법제도에 있어 일반적, 공통적인 진화과정의 원칙을 그의 연구대상으로 한다.
(3) 목적
비교법학이 하나의 독립된 과학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독자적인 목적을 지녀야 한다. 비교법학의 목적은 비교법학의 가치를 어느 것으로부터 찾을 것인가의 영역이다. 여기에는 일원적인 해답이 있기가 어렵다. 이에 관해 종래 비교법학자가 지적한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 들어보기로 한다.
(가) 법의 해석에의 기여
법의 해석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50)참조) 비교법적 해석은 비교적 새로우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법해석상의 한 방법이다.
(나) 입법에의 기여
비교법학의 목적은 자국법의 보다 진전된 해석 못지 않게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법을 개정하는 게 도움이 된다. 어떠한 국가이든 입법을 하는 경우 보다 앞 선 다른 국가의 경험을 이용하는 것은 입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다) 법의 단수에의 기여
법의 단수((40) 참조)는 반드시 비교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법학이 법의 단수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라) 법의 국제적 통일에의 기여
비교법학의 가장 중요하며 궁극적 목적은 법, 특히 그 가운데서 사법을 국제적으로 통일하는 데 있다. 이것은 비교법학자의 이상이며 최종목표이기도 하다.
(마) 법의 일반이론의 수립에의 기여
비교법학은 법의 일반이론 (주 8)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다.
* 주 8: 여기에서 법의 일반이론이란 모든 법제도, 법사상, 법문화 등에 공통한 보편적인 법개념 내지 일반적인 법원칙을 말하고, 이것을 탐구하는 비교법학은 법철학의 일부 또는 법철학 그 자체이기도 하며, 이것을 비교법철학이라고 한다. @p307
법의 일반원칙은 선험적 연구를 통하여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비교법적 연구를 통하여 경험적으로도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바) 법학교육에의 기여
비교법학은 법학 가운데서 비교적 새로운 학문이기 때문에 법학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퍽 가볍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그의 필요성이 요청되어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함은 물론 선진제국의 법과대학에서는 교과과정에 넣어 교육하고 있다. (주 9)
@[(83) 제3절 법철학@]
I. 법철학의 의의
법철학 (philosophy of law, Rechtsphilosophie)은 법 전반에 걸쳐서 그 본질을 구명하며, 그 근본목적, 근본이념을 탐구하고, 법학의 방법론을 확립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법학의 기초적인 분야이다. 즉, 법철학은 법의 본질과 근본목적(이념)을 탐구하는 학문이며, 그 성과를 가지고 실정법을 평가하고 도시에 이론과학으로서의 법학의 근저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하는 것이다. 법철학은 법의 이론인 동시에 법적 실천생활의 이념을 추구하는 법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철학은 법의 이론철학과 실천철학이 결합된 것이라 하겠다.
III. 법철학의 과제
법철학이 하는 일, 즉 법철학의 과제는 다음의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p308
(1) 법의 본질의 구명
법의 보편적 본질을 구명하는 것이 이론적 법철학의 과제이다. Kant가 “법철학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개념을 위하여 정의를 구하고 있다”고 한 것이나 “법학은 오직 일정한 체계의 법이 무엇을 명령하느냐의 문제에 답할 뿐이며, 법철학은 무엇을 일반적으로 법이라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의 문제에 답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법의 본질을 구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 말이며, 또한 법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법철학 제1의 과제임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주10) 법철학이 법의 본질과 이념을 구명하기 위하여는 인접분야인 도덕, 경제, 정치 등과의 관계 속에서 고찰하여야 한다.
(2) 법의 근본목적의 탐구
법의 근본목적, 근본이념을 탐구하는 것이 실천철학으로서의 법철학의 과제이다. Jhering이 “목적은 모든 창조자이다” 라고 하였고, Radbruch는 “법은 법가치, 법이념에 봉사하려는 의미를 가진 현실” 이라고 한 것과 같이 법은 그 목적, 이념으로 인하여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법의 본질을 구명하기 위하여 그리고 법의 해석을 위하여 법의 근본목적, 근본이념은 반드시 탐구되어야 한다. (주11)
(3) 법학의 방법에 관한 반성
법학의 방법에 관하여 이론적 반성을 꾀하는 것이 이론철학으로서의 법철학의 과제이다. 이것은 법학은 어떠한 학문인가? 법학은 어떠한 절차에 좇아 그 대상인 법을 연구하는가? 법학은 어떠한 분과로 분류되는가? 등의 문제를 포함한다.
법학의 연구방법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가장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법석해학이다. @p309 그러나 Kirchmann (주12) 을 계기로 법학을 과학으로서의 올바른 위치에 놓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었으며, 그 결과 순수법학, 목적법학, 자유법학, 법사회학, 공산주의법학 등은 그들 특유의 법학방법론을 제시하게 되었다. (주13) 법철학의 목표는 이러한 법학의 방법론적 반성을 통하여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 법철학이 법학 최후의 가치기준으로서 의리를 갖고, 법학이 나아갈 정당한 방향을 제시하고, 방법론상의 새로운 모색을 통하여 법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때, 법철학은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III. 법철학의 경향
법철학의 경향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구분될 수 있으나, 대체로 중요한 것은 자연법론적 경향과 법실증주의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1) 고대의 법철학
(가) 그리이스의 법철학: 독창성이 풍부한 그리이스인은 철학, 예술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정치학, 국가철학의 면에서도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Platon의 이상국가론 ((85) I (2) (나) 참조) 과 Aristoteles의 정의론 ((10) II (5), (85) I (2) (다)참조)은 중요하다. 그리고 제논(Zenon)을 중심으로 하는 스토아학파가 있다 ((85) I (3) 참조).
(나) 로마의 법철학: 로마인은 법률제도에 있어서 불멸의 업적을 남겼다 ((85) II 참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과 같이 법학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은 로마에서 비롯되었다. 로마는 무력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법으로 세계를 세 번 지배하였다는 비유도 있다.
* 주 12: Kirchmann은 법해석학은 “학문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통박하였다 ((51) I (3) 참조).
* 주 13: 법규의 순수한 이론적 인식을 지향하는 순수법학, 법의 목적론적 고찰을 중시하는 목적법학, 이익법학, 법을 정치의 수단으로 이해하는 정치적 법학, 법을 지배계급의 억압수단으로 보려는 공산주의법학, 사회 제이익의 조종 및 통제기능을 중요시하는 실용주의 법학, 법원의 자유로운 탐구와 법관에게 자유재량권을 허용하려는 자유법학, 사회에 있어서 사실적인 법현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고 하는 법사회학 등의 허다한 방법론상의 반성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p310
(2) 자연법론
(가) 고대자연법론: 고대자연법론은 그리이스의 스토아학파에 의해 대표된다.
스토아학파 (Stoicism)는 세계의 절대적 통일성, 필연성, 합법성을 인정하는 물리적 세계관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연에 적합한 것을 최고선으로 생각하였다. 만물의 제일원인인 보편적 법칙이 국가의 법의 연원이며, 이것을 ‘자연의 정의’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상은 로마로 전해져서 Cicero등에 의해 계승되었다. Cicero는 정의의 기초는 자연법이라고 하였다 ((85) II (1) 참조).
(다) 신학적 자연법론: 중세의 자연법론은 그 근거를 고대의 자연법론이 자연질서 또는 이성에 두는 것과는 달리 신의 섭리에 두었다. 이 이론의 대표자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Squinas)이다 ((86) II (2) 참조).
(다) 신토마스주의: 19세기는 자연법론에 대한 반발로서 법실증주의가 왕성했던 시대라고 하겠으나, 19세기 말에서 금세기 초에 걸쳐 스콜라학파의 계통을 잇는 ‘자연법론의 부활’이 일어났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리켜 신토마스주의(neo-thomisme) 혹은 신스콜라적 자연법학설(neo scholastie natural law theorise)이라고 한다.
예컨대 카트라인(Carthrein)은 신법의 계시에서 자연법을 끌어내고 자연법을 실정법의 기초라고 하여 반자연법적인 실정법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주목할 것은 독일에서 나치스 폭정을 경험한 이래 악법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자연법의 재생’이 크게 자극된 사실이다. 특히 카우프만(Kaufmann)의 저항권에 관한 견해는 스승인 Radbruch의 상대주의를 넘어서 자연법적 사상에로 접근하였다. 물론 신토마스주의자들 사이에도 다벵(Dabin)은 도덕적, 정치적 자연법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법률적 자연법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리뻬르(Ripert)와 같이 카톨릭윤리를 강조하면서도 자연법론을 취하지 않는 자도 있다.
(라) 합리주의적 자연법론: 중세가 신에 의하여 특징지워진다고 한다면, 근세는 인간의 이성에 의하여 특징되어질 수 있다. 자연법도 근세에 이르러서는 신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의 이성에 바탕을 두게 된다. 이러한 윤리를 최초로 펼친 학자는 그로티우스(Grotius)였다. 그는 이성에 의한 자연법을 기도하였다. 즉, Aristoteles의 사상을 도용하여 인간에게는 사교적 본성이 있는데, 이 사교적 본성이 인간의 이성과 일치한다는 전제에서 자연법을 올바른 이성의 명령이라고 하였다 ((87) III (1) (가) 참조). Grotius의 이러한 주장은 자연법의 새로운 합리주의적 기초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p311
Grotius와 대비되는 자는 Hobbes인데, Grotius가 성선설에 입각하여 논리를 전개하였음에 비추어 Hobbes는 성악설에 그의 논리의 바탕을 두고 있다. Hobbes는 ‘인간은 인간에 대하여 이리’ ,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자연상태를 상정하고, 여기에서 사람을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법이 있다고 한다 (주 14). Grotius에 있어서는 ‘계약은 지켜야 한다’ 라는 점에서 지배자에 대한 인민의 절대적 복종의무를 사회계약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는 데 비추어, Hobbes는 자연법의 역점을 객관적 질서의 면보다는 인간성에 의한 주관적 요구라는 측면에서 고찰되었다. 더우기 그는 국가는 어디까지나 수단적인 것으로서, 그의 사회계약에 있어서 주권자에 대한 국민의 복종의무는 주권자가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는 한도에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의 주권개념은 공리주의이다 (주 15). Grotius의 자연법이론은 국제법의 기초에 공헌하였으나, Hobbes의 이론은 국내법에서 한층 큰 의의를 갖는다.
Locke는 지식론에 있어서 그의 ‘인간오성론’ (1690)에서 볼 수 있듯이 Platon, 데카르트(Descartes), 스콜라학파를 부정하고 지식의 기원을 감각적 경험에서 구함으로써 영국의 경험주의철학의 대표자로 손꼽히게 되었으나, 정치론으로서는 자연법론자였다. 그는 실정법에 의하여 움직여지지 않는 자연법을 인정하고, 그 한에서는 중세적인 자연법의 관념을 부활시켰다고 하지만, 그가 자연법이나 사회계약의 이론을 인정한 것은 Hobbes에게서 절대주의의 요소가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Locke에 있어서 자연상태는 평화와 선의가 충만한 것으로 사회계약에는 결합의 계약과 복종의 계약의 이단계가 있는 것이고, 다수결원리가 인정된다.
* 주 14: Hobbes는 스스로 잉글랜드 내전의 쓰디쓴 체험이 이러한 사상으로 자신을 인도하였다고 한다. 그는 강력한 국가의 필요성을 주장하였고, 이 점에서는 절대주의의 입장에 선다.
* 주 15: Hobbes의 사상에는 상호 모순되는 절대주의, 개인주의, 공리주의의 요소가 혼재하고 있다고 하겠다. @p312
이것은 곧 의회민주주의를 의미하며, 이러한 Locke의 이론은 후에 프랑스혁명, 비합중국의 독립에 큰 영향을 주었다 ((87) II (2) (가) 참조). (주 16)
이상과 같은 합리주의적 자연법론은 계몽사상을 통하여 근대헌법의 골격을 이루고, 특히 자연권적 인권의 토대로서 현대적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마) 역사적 자연법론
프랑스의 자연법적 견해의 대표적인 학자는 살레이유 (Saleilles)이다. 그의 ‘진화적 자연법’은 슈타믈러 (Stammler)의 ‘가변적 내용의 자연법’을 논평하면서 발전시킨 것이다. 즉, 사회의 역사적 진화 가운데서 자연법의 객관적 실현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이르러 자연법을 역사성과 관련시켜 고찰하고자 하는 법철학이 대두되었으며, 대표적인 학자로서 미타이스 (Mitteis)와 코잉(Coing)을 들 수 있다. 이들의 자연법론은 나치스의 폭정을 경험한 Kaufmann의 저항권사상과 일맥상통하면서 권력의 자의적 지배에 대한 저항의 정신으로 가득차 있다. 이들 현대자연법론의 핵심은 인권에 있다. Mitteis는 법사학자로서 자연법을 문화법 (Kulturrecht)으로 보고 법사학 (비교법사학을 포함하여)의 견해에서 자연법이 실정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연법과 실정법과의 끊임없는 대결 속에서 법이 발전되어 왔으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구명하는 것이 법사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한다. 이와 같이 그들은 자연법의 역사성을 인정함으로써 자연법의 시간, 공간을 초월한 보편타당성을 부정하는 방향에 있다.
(3) 관념주의법철학
Kant에 의하면 확립된 독일의 관념주의철학은 피히테(Fichte), 헤겔(Hegel)의 철학으로 발전하였다 ((87) III 참조). Kant가 주장하는 법과 도덕의 구별, 명인의 자의(Willkur)의 배정과 그 한계, 인격의 절대성, 죄형의 균형과 같은 여러 원리는 모두 오늘날 시민법원리와 부합되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출현을 기반으로 하는 계몽사상은 Kant를 통해서 최고의 철학적 표현을 얻을 수 있으며, Kant철학이 이룩한 이론체계는 사회적 요청과 일치함으로써 많은 공명을 받았다.
* 주 16: 프랑스혁명이나 미국혁명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Locke의 사후, Rousseau였다. Rousseau의 ‘사회계약론’은 자유민권운동에 직접적인 공헌을 하였다. ((87) II (2) (라) 참조) @p313
(4) 공리주의법철학
공리주의는 법을 행복 또는 이익을 위한 의식적, 목적적 활동의 소산이라고 보았다. 영국의 공리주의의 창설자 Bentham는 효용(Utility)의 분배에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원리를 내세웠다. Bentham의 사상은 독일의 Jhering에 영향을 미쳤다 ((87) V 참조).
(5) 역사법학파
법을 역사적 관점에서 역사적 발전의 산물로 보려는 학파가 역사법학파 (historische Rechtsschule)이다. 저술한 역사적 자연법론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과학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진화론, 법을 계급투쟁의 산물로 보는 유물사관 ((88) XII 참조), Hegel의 역사철학에 있어서의 변증법적 발전의 파악방법을 계승한 신헤겔학파나 Kohler의 비교민족학적인 고찰 ((88) V (1) 참조)도 넓은 의미에서 역사법학파의 한 조류라고 할 수 있다. 역사법학파의 창시자는 Savugny이며, 독일의 역사법학파에는 로마니스텐 (Romanisten)과 게르마니스텐 (Germanisten)의 대립이 있었다 ((87) IV 참조). 로마니스텐은 로마법을 지나치게 존중하였다는 비난을 받지만 그 섬세한 논리적 분석은 후일의 시민법적 사상을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통하여 사회법적 견지로 올려 놓는 데 그 골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6) 법실증주의
법실증주의 (Rechtspositivismus)는 법학의 대상을 전적으로 실정법에 국한하고 법을 형식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법이론이다((33) II, (87) VI 참조). 법실증주의는 일면에 있어서는 자연법을 부인하고 타면에 있어서 법의 사회학적 고찰을 배제한다. 법실증주의는 법철학상 경험주의에 속하며, 독일의 보통법학과 프랑스의 주석법학, 그리고 분석법학과 순수법학 등으로 나타난다. @p314
(가) 보통법학: 독일에서는 로마법을 계수하여 이를 이론적으로체계화함으로써 보통법학(Gemeine Rechtswissenschaft)을 수립하였고, 특히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서는 이른바 판덱텐법학 (Pandektenrechtswissenschaft)으로 이론체계의 정교함을 자랑하게 되었다. 대표자로는 빈트샤이트 (Windscheid)를 들 수 있다((87) VI (1) 참조). 그는 Grotius의 자연법론을 버린 Savigny, Savigny의 민족정신을 버린 Puchta 등의 방법론으로 일관하여 즉, 자연법, 민족정신 등의 요소는 모두 법 이외의 요소로서 법철학에서 배척하였다. 그는 이러한 방법론으로 일관하여 입법시 고려되는 윤리적, 정치적, 경제적 요소를 배제하였다. 그리하여 독일 보통법학은 역사학파 이후에 분명하게 법실증주의로 된 것이다.
(나) 주석법학: 독일의 보통법학 내지 판덱텐법학에 대응하는 것이 프랑스의 주석법학 (Ecole du I'Exegese)이다. 이것은 프랑스민법전 (나폴레옹법전)이 공포된 1804년부터 19세기 말까지 계속된 것으로, 특히 그 중간 50년동안은 최성기였다. 주석학파는 중요한 법전의 주석을 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성문법 특히 법률을 절대시하고, 조문의 엄격한 해석을 내용으로 하였다. 따라서 관습법을 법원으로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87) VI (3) 참조). 이러한 흐름은 프랑스혁명 전의 관습이 혼란하여 이것을 법원으로 인정하기에는 법적 안정성을 해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 일반법학: 19세기 후반에 일어나 법실증주의의 일반경향으로 일반법학 (allgemeine Rechtslehre)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자연법을 철저히 배격한 것으로 유명한 베르크봄 (Bergbohm)이며, Radbruch는 이 일파의 대표자로서 Merkel, Bierling, Binding 등을 들고 있다. 이들은 자연법, 가치철학, 형이상학적 철학을 배척하고, 실정법만을 대상으로 하여 일반법학의 수립을 주장하였다. 적극적으로 법실증주의를 표방한 것은 Binding 으로 그는 실정법의 논리적 분석에 의하여 규범이론 (Normentheorie)을 수립하였다. 그에 의하면 범죄는 형법규범에 대한 위반이 아니라 그 범죄가 전제로 하고 있는 규범에 대한 위반이다. 예컨대 살인죄는 형법 제 250조에 위배된 것이 아니라, 그 전제인 ‘사람을 살해해서는 안된다’는 규범에 반하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라고 한다. @p315 이러한 입장은 무내용한 형식주의적 사고요, 법실증주의의 태도라고 하겠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형벌을 오로지 ‘범죄자를 법강제 아래 둠으로써 법지배를 유지’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라) 분석법학과 순수법학: 엄밀한 방법론적 반성과 법실증주의의 견지에서 법학체계를 이룩한 분야로 분석법학 (analytical jurisprudence)과 순수법학 (reine Rechtslehre)을 들 수 있다. 이 두 분야는 전혀 계통을 달리하고, 창도된 시기나 사회적 배경도 다르지만 많은 면에서 서로 부합되는 점이 있으며, 또 현대적 의의 면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a) 분석법학: 분석법학은 실정법의 구성과 내용을 분석하여 법의 근본원리 및 일반개념을 명확하게 하려고 하는 이론법학이다. 독일의 개념법학 ((51) I 참조)과 유사하고 또한 순리론적 개념분석을 임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법학과 공통된다. 분석법학은 오스틴(Austin)이 창시한 것으로서 ((87) VI (4) 참조), 그는 자연법을 배척하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에서 법의 기초를 주권자의 명령에서 구하고(명령설), 본래의 법(law proper)은 명령(command)이며 명령이 아닌 것, 예컨대 국제법은 법이라 일컬어져도 본래의 법은 아니라고 했다. 본래의 법 가운데는 실정법 이외에 신의 법(the divine laws, the laws of God, 실질적으로는 자연법)이 포함된다. Austin은 본래의 법은 명령, 제재(sanction), 의무(duty)에 의하여 설명되지만, 이들 가운데서 ‘단순하고 엄밀하게 불리우는 법’ (law, simply and strictly so called)이 실정법이며, 이것이 법이학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실정법의 윤리적 분석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의 학설은 뒤에 법학계의 주목을 끌어 현대의 법실증주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b) 순수법학: 순수법학은 Kelsen을 중심으로 하는 빈(Wien) 법학파 (주17) 가 주장한 실정법의 순수인식에 관한 이론이다. 순수법학은 무엇보다도 실정법의 이론이 될 것을 목표로 하고, 한편으로는 법학에의 이데올로기나 정책의 혼입을 배척함과 동시에(정치적 순수성->몰가치적 이론, werfreie Theorie). 다른 한편으로는 존재와 당위를 준별하는 견지에서 사회학적 방법을 거부함으로써 (방법의 순수성 -> 규범적 방법, normative Methode) 실정법규범의 순수한 체계적 비옥을 꾀하였다.
* 주 17: Kelsen을 중심으로 하여 오스트리아의 Wien에 순수법학의 동조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이를 빈학파 (Wiener Schule)라고 한다. @p316
따라서 Kelsen의 순수법학은 실정법의 이론이다. 실정법규범의 인식을 목적으로 하므로 도덕과 정치의 입장에서 자연법적인 가치를 도입하는 것을 피한다. 다시 말하면 순수법학은 실정법의 순수한 인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주어진 법질서에 관하여, 이것을 평가없이 받아들여 될 수 있는 대로 충실하게 이것을 조작한다는 태도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순수법학은 (i) 법의 윤리적 이해에 중점을 두는 법실증주의에 가깝다. (ii) 실정법인식의 순수성을 고집하여 정치에 의한 법의 영역에의 간섭을 물리침으로써 그의 독립성을 지키려고 하는 저항의 이론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소극적 저항의 이론이다.
둘째, 자연법과 실정법을 명확히 구별한다. 즉, 자연법은 일정한 도덕적, 정치적, 실천적 입장에서 역사를 초월하여 절대적인 타당성을 요구하는 것인데, 실정법은 역사적 제약 아래 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타당성을 요구하지 않고 상대적이다. 따라서 순수하게 법의 이론을 연구할 순수법학에 있어서는 그러한 도덕적, 정치적, 실천적 입장에 서는 자연법을 배격하고 실정법인 법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셋째, 법규범은 자연의 인과법칙과 다른 독자적인 당위의 법칙이므로 법규범의 순수인식은 자연과학적, 사회학적 방법을 피한다. 즉, 순수법학에 있어서는 일체의 사회적 사실인식의 입장을 배제하고 당위명제인 법규범의 세계로서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주18) 때문에 순수법학은 법학방법론으로서 도덕적, 정치적 태도를 포함하지 않고, 또 사회적 사실연구를 배제하는 점에서 ‘순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학의 대상으로서의 국가도 오직 규범논리적 의미현상에서 고찰하는 한, 그것은 법질서 자체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법과 국가는 동일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이 Kelsen의 법국가동일설(Identitatstheorie)이다.
* 주 18: Kelsen의 순수법학은 실정법의 이론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법을 너무나 당위(Sollen)로만 보고, 존재(Sein)의 측면을 무시하여 법철학적으로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p317
네째, 법단계설(stufentheorie des Recht)을 전개하였다. 법질서를 법규의 체계적 통일체로 보고, 이것에 포함되어 있는 각 법규들 사이에는 효력상의 상하관계, 즉 ‘단계’를 인정한다. 이 단계의 수는 원리상 얼마든지 있어도 좋겠지만, 실제로 법기술상의 필요에서 헌법, 법률, 명령 및 판결 또는 행정처분 등으로 나누고 있다. 순수법학은 법을 이와 같은 단계에 따라 정서된 질서로서 파악한다. 이것이 곧 법단계설이다. 이 설에 의하면 법질서는 근본규범 (주19) 을 정점으로 하여 헌법, 법률, 명령 등의 단계를 거쳐 더욱 하부규범, 즉 판결, 행정처분 등에 이르는 피라밋을 형성한다. 이 피라밋의 정점에서 밑으로 내려옴에 따라 법규의 수는 점차 많아지고, 그 내용은 특수적, 구체적인 것으로 되어 간다. 이 단계질서를 정적으로 보면 법규의 타당성의 관계로 파악되고, 동적으로 보면 법의 창설의 과정으로 나타난다. (주20)
(마) 총괄: 이상에서 법실증주의의 삼계통(보통법학과 주석법학, 일반법학, 분석법학과 순수법학)에 대하여 고찰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총괄적으로 다소의 comment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독일보통법학과 프랑스주석학파가 수행한 사회적 임무에 관한 것이다. 이들(특히 전자)은 Jhering에 의해 ‘개념법학’이라는 야유적인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인데, 그러한 경향이 당시의 학계를 풍미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주 19: 여기서의 근본규범이란 인식론의 입장에서는 ‘가설적인 것’ 이다. 그러나 법의 창조의 근거로서는 “법을 창설하는 최고의 권위자를 임명하는 규범” 이라고 한다. 예컨대 “사람은 특정한 군주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든가, 특정한 국민집회 또는 의회의 결의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 라는 것 등이다. 또한 사실적인 힘과 법과의 관계에 관하여는 ‘힘을 법으로 전화시키는 것’이 근본규범의 기능이라고 보고 있다.
* 주 20: 정적인 면에서 보면 모든 법규는 그 타당성(Geltung)의 근거를 제각기 상위규범에 두고 있다. 명령은 법률에, 법률은 헌법에 그 타당성을 둔다. 그런데 헌법의 타당성은 근본규범으로부터 구하고 있는 데 근본규범 자체의 타당성은 ‘가설적인 것’ 이어서, 그 근거를 묻는 것은 법학의 영역밖에 속하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동적인 면에서 보면 법의 창설(Erzeugung)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일반적, 추상적 상위규범이 점차 개별적, 구체적인 하위규범의 단계에 이르는 과정인 것이다. 헌법이나 법률과 같은 일반적 규범은 그것만으로는 현실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없고, 구체적 판결(예: 갑을 징역 3년에 처한다는 등) 이나 행정처분에 (예: 갑에게 을 도로의 사용을 허가한다 등) 등에 의해 단계적으로 자기를 구체화함으로써 비로소 사회생활의 현실에 접촉하게 되고, 그러함으로써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순수법학은 이와 같이 정, 동의 입장에서 법의 단계질서를 분석하는데, Kelsen은 동적 분석을 중요시하였다. @p318
그것은 한 마디로 유럽대륙에서의 초기자본주의의 발달에 호응하여 법적 안정성, 타산가능성을 요청하는 시민법적 원리에 합치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관료국가의 힘에 의한 자유주의경제의 발전이라는 국가자유주의적인 입장에서 국가가 제정한 성문의 법률에 의하여 시민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법에서 사회법으로’라는 사회적 요청이 일어나자, 그러한 한도에서 개념법학의 임무는 끝났다. 그 이후는 개념법학은 자칫하면 반동적 의미까지도 갖게 되고, 한편으로는 국가의 법률에만 권위를 인정한다는 권위주의(민간의 관습, 법의 경시)와 사회의 실정을 무시한 ‘세상모르는 (weltrfremd) 해석론에 의해 노동자나 농민의 희생에 의한 부르조아지의 옹호라는 기능을 갖는다. 여기에 자유법운동에 일어나는 필연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 보통법학, 주석학파는 분석법학, 순수법학에 영향을 주었다.
셋째, 법실증주의와 자유법론과의 관계는 일면으로는 분명히 대립적이다. 법실증주의 가운데서 특히 개념법학의 대립자로 나타난 것이 자유법론이었다. 이에 의해 시민법으로서 사회법으로의 전환과 동시에 법실증주의에서 사회실증주의, 즉 사회학적 법학 내지 법사회학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넷째, 그러나 한편 법실증주의와 자유법론의 목표의 하나인 법사회학과의 관계는 오히려 협력적이다. 이것은 방법론을 의식한 순수법학에서 가장 현저하다. 순수법학에서의 정치적 및 방법적 순수성은 일면으로는 정치나 이데올로기에서 법학을 도피시키는 것이었으나, 다른 면에서는 자유법론이 지향하는 사회학적 방법을 법의 이름에서가 아니라 법이라는 형식적 용기 속에 법 이외의 이름에 있어서 망설임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법실증주의의 경향 전체에 대하여 자연법의 재생, 반실증주의적인 철학의 부활의 원인 내지 이유, 예컨대 현대법에서의 인간성의 문제라든가, 자연법의 현대적 의의(악법론의 등)등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법실증주의에 대한 평가를 그르치게 된다.
요컨대 법실증주의에 대한 평가는 논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정한 입장에 서서 생각한다고 하여도 결코 일의적인 것은 아니다. @p319
(7) 자유법론
개념으로부터 해방이라는 자유법운동 ((51) III, (88) II 참조)의 주장은 그 자체로서는 소극적인 것으로 적극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판결도 법관의 주관적, 감정적인 것으로 되어버리고, 감정법학 (Gefuhlsjurisprudenz) 혹은 인정주의 (humanitarisme)의 영향을 받은 무정부주의적인 인상주의 (impressionnisme)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였다. 따라서 프랑스의 과학학파는 추상적이지만 ‘과학’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였으며(Geny는 동시에 자연법적 색채도 띤다), 독일에서도 이익과학의 일파가 형성되어 법학이 나아가야할 보다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다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자유로운 과학적 탐구’에서 ‘과학적’이란 무엇인가이다. 여기에 넓은 의미의 법사회학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이익법학에서의 이익교량의 기준은 무엇인가이다. 이것은 단순한 실증적 과학에 의해 주어질 수 없고, 궁극적으로 법철학에 의한 법이념이나 법가치의 탐구의 문제에 귀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셋째, ‘과학’과 ‘이익’이 전부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일의적으로 대답할 수 없다. 자연법의 재생문제를 포함하여 법철학의 새로운 과제는 여기에 빛을 비추는 데 있을 것이다. 법철학적인 법이념론, 법가치론은 이익법학에서의 이익의 기준문제를 훨씬 초월하여 중요성을 갖는 것이다.
(8) 법사회학
법사회학은 법 및 법에 관한 제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응용사회학으로, 그 임무는 해석법학에의 봉사에 한하지 않고 훨씬 광범위한 범위에 미친다 ((51) IV, (88) III 참조). @p320
(9) 실용주의법철학과 현실주의법철학
미국의 법철학은 대체로 판례주의와 영국에서 이어받은 근대 초기의 자연법론 및 공리주의의 철학 위에 성립한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미국의 독특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실용주의법철학, 현실주의법철학이 발전하였다 ((88) VIII, XI 참조). 실용주의(pragmatism)를 맨 먼저 법학에 적용하여 체계화한 사람은 Pound이다. 그리고 실용주의법학은 르웰린(Llewellyn), 프랑크(Frank) 등으로 대표되는 법현실주의(legal realism) 자들에 의해 더욱 진전되었다.
(10) 현대법철학
20세기 법철학은 무엇을 주로 다루고 있는가? 또 그것은 어떠한 철학적 방법론에 입각하여 법의 문제를 다루는가? 이것은 현상학적 법철학, 실질적 가치론의 법철학, 실존주의의 법철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88) X 참조). @p321
@[ 제16장 법사상의 발전@]
@[(84) 제1절 서설@]
법사상 (legal thought)은 법의 형성, 진화 또는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이다. 그것은 법학자의 법학설이나 법철학자의 이론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법학설, 법철학의 이론이 법의 형성, 진화 또는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으로서의 역할을 함으로써 비로소 법사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질서의 형성, 법학설의 출현에 의해 진화되어 변천하는 사상을 역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법사상사 (history of legal thought)라고 한다. 따라서 법사상사는 법을 형성, 발전 또는 파괴하는 사상들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것을 그의 과제로 삼는다.
법사상은 법과 융합하고, 법을 지지하고, 법에 가치를 부여하고 혹은 스스로가 법으로 된다. 그러나 때로는 법을 비판하고, 법과 대립하고, 법을 변화사키고, 법을 파괴하려고 하기도 한다. 중국의 호적박사는 “사상이란 견지, 식력 및 이상의 총칭이다” 라고 하였다. 이 논리에 의하면 법사상이란 일정한 사회에서 법의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도적인 계층 혹은 인물의 법에 관한 견지, 식력 및 이상이라는 삼자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주 1). 이러한 법사상은 윤리사상이나 정치사상과 마찬가지로 그 근원을 고대 그리이스의 철학자에 두고 있다.
* 주 1: 최종고, 법사상사, 박영사, 1983, 5면 @p322
고대 그리이스의 법사상은 윤리사상이나 국가, 정치의 사상과 결합되고 중복된 것이어서 순수한 의미에 있어서 법사상이라고 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그 당시 철학자들은 법의 기본문제에 관하여 사색함으로써 후대의 법사상의 발전에 위대한 공헌을 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85) 제2절 고대의 법사상@]
I. 그리이스의 법사상
오늘날 우리들이 주로 다루고 있는 법사상은 대체적으로 서양의 법철학사상이며, 서양의 법철학사상의 연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주로 고대 그리이스의 법철학사상이다. 법철학사상이 처음으로 이론적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그리이스의 법철학자들에 의해서였다. Platon이나 Aristoteles등으로 대표되는 그리이스 법사상에 있어서의 법은 사회윤리의 전체계를 의미하며, 법과 도덕과의 구별은 의식되지 아니하였다.
(1) 소피스트
그리이스의 법사상의 선구자는 Sophist이다. 그들은 보편타당적인 정의가 존재하는가, 법은 어떻게 성립하며 타당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법철학의 근본문제를 취급하였다. 그들은 개인주의적, 주관주의적 견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였다.
(2)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스
Sophist들의 개인주의적, 주관주의적 경향에 반대하여 도시국가적 도덕의 입장에서 국가와 법의 객관적 가치를 주장한 것은 Sokrates, Platon, Aristoteles등의 철학자들이었다.
(가) 소크라테스
Sokrates는 국가에 복종하는 것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을 성취하는 길이고, 국가의 실정법에 순종하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며 시민의 의무라고 하였다. @p323
(나) 플라톤
Platon은 정의의 본질은 인간이 사회질서에 복종하고 각각 자기의 직분을 다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정의가 실현되는 국가로서 철인(philosopher)이 지배하는 이상국가를 구상하였다. 그러나 그는 후에 이 주장은 현실과 너무 거리가 있음을 깨닫고 법에 근거하여 정치하는 국가를 차선의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는 법의 기본원리를 정의라고 말하고, 정의를 배분적 정의와 균형적 정의로 구분하였다. 분배적 정의는 각인의 재능이나 가치에 상응하여 명예 및 재화를 공정히 배분하는 것이며, 평균적 정의는 급부와 반대급부, 법죄와 형벌의 균등을 도모하는 것이다 ((10) II (5) 참조). 그의 이러한 정의론은 법사상사에 있어서 불후의 공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3) 스토아학파
그리이스 말기에 제논(Zenon)에 의해 창시된 스토아학파(Stoicism)의 법사상에서는 만물의 제일원인인 보편적 법칙이 법의 원천이며, 이를 자연적 정의라고 하였다. 이 법사상은 자연법사상이라 할 수 있다. 로마의 철학자인 Cycero, 세네카(Seneka)등도 이 학파에 속하고, 또 근세의 자연법사상도 여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II. 로마의 법사상
로마는 (i) 개인주의가 제도적으로 확립되어 사권, 사법의 제도가 형성되고, (ii) 만민법이 발달하여 여기서 현실적 기초를 얻어 자연법의 사상이 굳어졌고, (iii) 법과 도덕이 사법생활에 있어서 분리되는 등 법율제도상에 있어서 역사상 불후의 업적을 남기었다. Cycero와 Seneka는 로마 법사상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p324
(1) 키케로
Cycero에 의하면 보편적인 자연법칙으로부터 인간의 공동생활의 질서에 제기되는 규범이 자연법이고, 이와 부응하는 인간의 심정 및 행위의 방식이 정의이다. 즉, 그는 정의의 기초가 자연법이라고 하였다.
(2) 세네카
Seneka는 처음 인류는 자연상태에서 평화롭게 살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성이 타락하여 이기심, 권력욕이 일어나고, 동시에 이상적 질서는 파괴되고, 따라서 악에 대한 억제의 수단으로서 강제적 정부나 법률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순수한 자연법 외에 이러한 타락상태에 대응할 또 하나의 정의칙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여기에서 그는 순수한 절대적인 자연법보다도 현세적, 상대적인 자연법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 (86) 제3절 중세의 법사상@]
I. 게르만의 법사상
게르만법은 북게르만법, 동게르만법, 서게르만법의 부족법으로 구성되었다. 게르만법은 게르만인이 그들 스스로의 독립된 생활을 해옴으로써 그들의 민족의식과 생활감정에 기초하여 생긴 법사상과 법의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게르만인의 법은 무엇보다도 그들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관습이 강하게 배어 있었으며, 이러한 법에 의해 그들의 사회생활은 규율되어 왔다.
게르만법은 세 가지의 사상, 즉 평화(Friede), 성실(Treue), 명예(Ehre)에 의하여 지탱되었다. 첫째, 게르만인은 “명예없는 신체는 법에서는 주검으로 생각되기 마련이다”라거나, “재산의 상실은 아무런 상실도 아니다. 용기의 상실은 많은 상실이다. 명예의 상실은 모든 것의 상실이다” 라는 법언에서 보듯이 명예를 존중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p325 둘째, 성실은 명예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성실은 채무법 분야를 지배하는 원리가 되었다. 이들은 쌍방 상호간이 다 같이 성실해야 한다는 원리를 성실관으로 지니고 있었는데, 성실의무위반은 반역(Felonie)이라고 하여 제재를 가했다. 세째, 평화의 사상은 신분적, 계급적 질서에 관계없이 평등과 함께 모든 게르만인의 최고의 사회원리였다. 특히 기독교가 이들에게 전래됨으로써 게르만사회의 엄격한 혈족적 평화사상은 신의 평화(Gottesfriede)운동에 의하여 승화되었다. 이러한 평화의 사상은 교회의 권위와 함께 란트법 및 형법에 정신적 기초가 되는 등으로 확대해 나갔다.
III. 기독교적 법사상
본래 기독교는 독자적인 사회철학을 갖지 못하였다(주 2). 그러나 기독교의 세력이 확대되고, 로마제국의 공인종교로 되자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는 밀접해졌으며, 교회도 세속적인 제도에 대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호관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학자들을 일반적으로 교부 (Kirchenvater)라고 부른다.
(1) 아우구스티누스
Augustinus의 법이론은 Stoa의 영향을 받았는 데 법을 영원법, 자연법, 인정법으로 나누었다. 국가의 법률인 인정법은 가변적인 실정법을 말하고, 특히 그는 신의 영원법에 대하여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실정법은 영원불변의 영원법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한에 있어서만 법이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정의란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의 힘’ 이다.
(2) 토마스 아퀴나스
스콜라철학 (Scholastik)의 대표자 Thomas Aquinas는 법을 이성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 주 2: 기독교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마태복음 22장 21절) 돌릴 것을 가르치는 것이 사회철학적인 면으로서의 근본사상이다(김려수, 신고법율사상사, 박영사, 1965, 34면: 최종고, 전갈서, 49면). @p326
즉, 그는 “법의 임무는 명령과 금지에 있다. 그런데 이성의 임무는 본래 명령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법은 이성적이다” 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이성을 원리로 하는 법을 그는 다시 영구법 (주 3), 자연법 (주 4), 신법 (주 5), 인정법 (주 6)으로 나누고, 영구법을 정점에 두고, 그것의 반사로서의 신정법과 자연법을 설명하였으며, 다시 자연법의 유출로서의 만민법과 시민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설명은 중세 법철학사상의 가장 정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이성적인 것이 정의라고 하여 “정당하지 않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법의 효력은 정의에 의존하게 된다” 고 하였다.
III. 주석학파의 법사상
12세기부터 이태리의 볼로냐 (Bologan)대학에서 로마법의 연구가 부활되었다. 여기에서는 주로 Justinianus대제의 시민법대전에 대한 주석과 이론적 체계화가 행해졌기 때문에 이들을 주석학파 (Glossatoren)라고 불렀다. 또 13, 14세기에 이르러서는 이태리의 각지에서 후기주석학파 (Postglossatoren)가 일어나 로마법의 실용화를 위해 노력하게 되어 근대법학과 법율제도의 지반을 쌓아 올렸다.
* 주 3: Thomas Aquinas는 영구법에 관하여 “법이란 완전한 사회를 통제하는 지배자로부터 나온 명령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주가 신의 섭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한, 우주 전체는 신의 이성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신에 기원하고 우주의 왕으로부터 유출하는 만물통제의 이성은 당연히 법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더우기 신의 이성이 시간의 제약을 받음이 없이 영원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법을 영구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라고 하여 일종의 신의 섭리로 보았다.
* 주 4: Thomas Aquinas는 “인간은 자연적인 이성의 빛에 의해서 선악을 구별할 능력으로서 자연법을 가지고 있다. 자연법은 우리들에게 주어진 신의 빛의 투영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실천적 규범으로서의 최고원리는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것을 행하는 구체적 규범내용으로 그는 (i) 자기보존의 충동에서 자살과 살인의 금지, (ii) 생식 및 번식의 충동에서 혼인과 자녀교육의 명령, (iii) 자기인식과 공동생활의 성향에서 진실을 구하고, 진실을 말하며, 동포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것 등을 들었다.
* 주 5: Thomas Aquinas는 인간은 초자연적인 목적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은 신법에 의하여 인간을 그 목적에 인도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신법은 이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의 계시에 의해서 알 수 있다고 보았다. 계시는 성서에 기록되어 있고, 그것은 구약과 신약성서로 나뉘어져 있다.
* 주 6: Thomas Aquinas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자연법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인간이 제정한 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인정법이 자연법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의 부패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인정법은 공통선을 목적으로 하며, 만민법과 시민법으로 나누어진다. @p327
주석학파에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교회법학자(Canonisten)로서 주로 교회법대전(Corpus Juris Canonici)의 주석에 힘을 기울였고, 다른 하나는 로마법학자(Legisten)로서 시민법대전의 주석에 전념하였다. 이에 비해 중세 후기의 주석학파는 법전을 인위의 신품으로 보고 그 완전상과 정당성을 신앙적으로 독단하는 경향으로 흘렀다. 또한 중세 초기의 주석학자들은 법의 해석은 제정법을 떠나 별도로 법창조의 기능을 한다고 믿었는데, 중세 후기에는 법해석은 제정법만을 명료하게 하는 기술로 받아들였다. 근대의 개념법학의 기초는 여기에서 이미 출발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리하여 중세 전기에서의 훌륭한 법률가란 ‘교묘하게 조문을 조작하는 기사’를 의미하였다.
@[(87) 제4절 근대의 법사상@]
I. 절대주의의 법사상
근대법사상은 중세사회에 대하여 예리하게 반항을 한 이태리의 마키아벨리 (Machiavelli), 프랑스의 보뎅(Bodin), 독일의 알투지우스 (Althusius)등의 이론에서 그 선구적인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Machiavelli와 Bodin는 주권절대론자로서 유명하고, Althusius는 반항권사상가로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1) 마키아벨리
Machiavelli는 민족적 통일을 위하여 군주의 절대권력을 강조하였다 (주 7)
* 주 7: 당시 많은 소국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더우기 그 통일이 교황에 의하여 방해되고 있던 이태리의 현실을 묵인할 수 없어 조국의 통일을 희구하는 입장에서 교황권을 부인하고 절대왕제의 실현을 강조하게 되었다. @p328
그리고 그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악하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정치는 도덕적 견지에서가 아니라 법적 강제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법과 도덕의 준별)고 했다.
(2) 보뎅
Bodin이 주장한 이론 가운데 중심이 되는 것은 주권이론이다. 그는 국가란 인간의 합리적 본성에 기초를 둔다고 하였다. 따라서 국가가 법을 실현하기 이해서는 모든 법의 원천이 되는 최고권력, 즉 주권이 항상 존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주권은 인민의 계약에 의해서 무제한으로 군주에게 위탁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와 같이 Bodin은 절대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하였다. 그러나 한편 그는 주권이라 하여도 신과 자연법에는 복종해야 하고, 개인적 자유, 특히 종교적 자유의 불가침과 사적 소유권의 절대성은 자연법의 근본요구이므로 이를 제한할 수는 없고, 만약 이러한 요구에 반하는 권력행사가 있다면 인민은 복종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Bodin의 사상 가운데서 근대적인 개인주의적 경향과 교황권에 대한 강한 반감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3) 알투지우스
Althusius는 계약설과 저항권이론을 반전시켰다. 그는 국가를 단체상호간의 계약으로 설명하고, 국왕이라도 오직 합의된 권한만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만약에 국왕이 권한을 남용하면 인민은 이에 반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II. 자연법학파
자연법론 (Naturrechtslehre)은 고대 그리이스, 로마와 중세에도 있었지만 근대의 자연법학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나 신과 결부된 자연법이론이 아니라 자연상태에서의 인간, 즉 국가와 실정법을 초월한 인간본성 혹은 이성에 기초한 자연법이론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근대의 자연법론은 (i) 신이 아닌 인간에 대한 관심, (ii)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 (iii) 사회계약으로서의 국가에 대한 관심 등 크게 세 가지의 요소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p329 자연법학파의 이론은 국가권력의 절대성과 강력한 통제력을 강조하는 절대주의적 자연법론의 경향과,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확보하려고 주장한 자유주의적 자유법론의 경향으로 나누어진다.
(1) 절대주의적 자연법론
(가) 그로티우스
Grotius의 자연법은 이성에 의하여 인간의 사회적 본성과 합치되는 것이라고 인식되는 공동생활의 법칙을 말한다. 그리고 자연법의 필연적인 귀결로서 각인은 그의 ‘공통의 이익’인 인간의 생명, 자유, 신체의 안전 등 각인의 몫을 확보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계약에 의하여 결합, 국가를 성립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연법의 원칙을 근거로 하여 인민의 통치자에 대한 반응권을 부정하였고, 국가가 주권의 주체라고까지 말함으로써 인간주권설을 물리치고 있다.
(나) 홉스
Hobbes는 인간은 자연상태에 있어서 ‘인간은 인간에 대하여 이리’리고, 언제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이루어지며, ‘부단의 공포와 폭력에 의한 죽음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상태의 계속은 인간의 자기존재에 반하므로 그러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성에 의하여 발견된 교훈 또는 일반적 원칙’으로서의 자연법에 의거하여 각 인간 사이에 평화로운 생활관계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국가형성의 계약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러한 계약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각인의 자연적 자유의 전부를 주권자에게 이양하고, 그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다) 푸펜도르프
Pufendorf는 자연법은 근본적으로 “각인은 그 힘에 따라 평화로운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유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내재적 명령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주 8). 그리고 그는 국가는 먼저 참가자의 일치된 의사로 결합이 이루어지고(사회계약), 다음은 다수결로서 그 결합체의 정체와 지배자가 결정되며(조직계약), 끝으로 지배자가 인민의 공동이익을 위해 일할 것을 조건으로 인민이 지배자의 명령에 복종할 약정(통치계약 또는 복종계약)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p330
* 주 8: 이 근본원칙으로부터 먼저 개인의 권리에 관한 것으로서 자기보전의 원칙(예: 정당방위, 상속)과 상호관계에 있어서 행위지배의 원칙(예: 계약, 손해배상, 소유권)을 도출하고, 다음으로 가족관계, 국가, 국제관계에 관한 제원칙을 명백히 하고 있다.
따라서 Pufendorf에 있어서 지배자의 권력은 Hobbes에 있어서와 같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지배자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인민이 혁명할 권리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의 근본사상은 절대군주제를 지지하고 독일의 통일을 강력히 요망하는 데 있었다.
(라) 토마지우스
Thomasius는 행복이 인간생활의 궁극의 목적이고 또 광의의 자연법의 임무이기도 하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은 그의 생활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하는 일을 행하고, 불행하게 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광의의 자연법의 최고원리로 보았다. 그래서 이것으로부터 성실(도덕의 원리), 정체(정치의 원리), 정의(법의 원리)의 세 가지 원리 (주 9)가 생긴다고 한다. Thomasius는 법과 도덕을 구별하는 법사상적인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주10) 후에 그것은 Kant에 의해 명확한 형태로 되었다. 요컨대 그는 법적 자연법을 구성함으로써 신법의 개념을 배제하여 특히 법의 합리적인 체계화에 공헌하였다. 그러나 그도 다른 독일의 법사상가와 마찬가지로 절대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었다.
(마) 볼프
Wolff는 인간적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이성에 고유한 최고의 자연법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자기 자신을 완성해야 할 의무, 타인의 완성에 협력해야 할 의무 등 자연적 의무가 생긴다. 그리고 이 자연적 의무에서 자연적 권리가 발생한다. 그리고 인간은 완성을 위해 계약을 통하여 국가에 결합한다고 한다. 이에 국가는 ‘공공의 복리와 안전’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가서 국가권력은 이 목적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아니되며, 한편 국민은 공공의 복리와 안전을 위하여 필요로 하는 한 그 자유의 제한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Wolff는 복리의 감시자로서 군주의 절대적 권력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 주 9: 도덕의 원리는 “타인에게 행하기를 바라는 것을 너도 또한 행해야 한다”는 수신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고, 정치의 원리도 “타인이 너에게 행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도 그에게 행하여야 한다”는 호의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법의 원리는 “네가 타인에 의해 행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너도 또한 타인에 대해서 행하지 말라”는 원리이다.
* 주 10: 법은 예컨대 살인하지 말 것, 훔치지 말것을 요구하여, 사회재적의 기초적 조건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외적 의무를 과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은 인간의 외적 생활에 있어서의 자유의 행사와 한계에 관한 것이고, 사람의 행위의 외면을 규제하는 법칙이다. 이런 의미에서 강제 가능한 법은 인간의 내면적 심정을 규율하는 도덕과 구별된다. @p331
(2) 자유주의적 자연법론
(가) 로크
Locke에 의하면 자연상태에 있어서의 인간은 자유, 평등이고, 선점과 노동에 의해 재산을 형유하며, 타인의 침해를 막는 데 필요한 한도 안에서 자위를 행사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고 한다 ((67) I (1) 참조).
인간은 자연상태에 있어서 이와 같은 자유를 가진다는 것이 자연법의 원칙이다. 그리고 인간은 합의에 의하여 국가를 결성한다고 하여 인민주권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국가는 ‘국민의 평온, 안전 및 공공복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신탁된 권력을 행사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 만약에 국가권력이 법을 무시하여 행사될 때에는 그 권력의 신탁은 종료하고 만다. 따라서 인민이 혁명을 일으키고 혹은 권력에 반항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의 행사가 된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은 인민주권설, 자유주의적 경향에 선 명확한 혁명권, 반항권의 제창자인 Locke의 이론은 미합중국의 독립과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Locke가 입법권을 최고의 권력으로 보고 그 밑에 집행권과 외교권이 있다고 한 것은 영국의 의회지상주의의 초석이 되었고 ((83) III (2) (라)참조), 동시에 Montesquieu에 의해 확립된 권력분립론의 선구가 되었다.
(나) 몽테그큐
Montesquieu에 의하면 인간은 자연상태에 있어서는 자연법의 지배를 받는 것인데, 이 때의 자연법이란 단순한 이성의 명령이 아니라 자연상태에 있어서의 이른바 원시이성과 인간존재와의 필연적 관계를 말한다고 하였다. 그의 저서 ‘법의 정신’ (주 11) 은 법철학뿐만 아니라 사회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근대 국가의 권력구조의 원리인 권력분립을 제창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즉, 모든 국가에는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등이 있으며, 이들은 독립된 기관에 의해서 행사됨으로써 삼권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하여 (주 12), 처음으로 오늘날의 삼권분립을 제창하였다.
* 주 11: 법의 정신에서 “법이란 가장 넓은 의미에서 사물의 본성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관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존재 - 신이든, 물질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 는 그 법을 가진다. 인간은 물질적 존재로서 불변의 법을 가진다. 그리고 이성적 존재로서 신이 인정하는 종교의 법, 철학자가 정하는 도덕의 법, 입법자가 정하는 정치법 내지 시민법을 가진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p332
그리고 그는 통지형태를 그 성질에 따라 공화제, 군주제, 전정제로 구별하였다. 또 그는 풍토법론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주 13). 요컨대 Montesquieu의 법사상의 중요성을 권력분립론적 자유주의적 경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루소
Rousseau는 인간의 신체적 불평등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정치적 불평등은 인간의 합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 하고, 이 합의의 결과인 국가적, 법적 문명을 저주하고 이를 부인하여 자연으로 복귀(자연으로 돌아가라)를 주장하였다. 그런데 그의 사회계약론은 국가형성의 근거를 계약에서 구하고, 사회계약의 목적은 자연상태에서는 유지할 수 없는 각인의 인격, 재산 및 자유의 보장이라고 하였다. 인간은 이 사회계약에 의하여 ‘자연적 자유’를 ‘사회적 자유’에로 전환하였으며, 또한 이것에 의하여 단순한 사실로서의 ‘점유’를 권리로서의 ‘소유’에로 합법화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회계약에 의하여 계약자인 인민의 일반의사(volonte general) (주 14)를 발생시키는데, 일반의사의 표현인 법율을 제정하는 권한은 주권자인 인민에게 속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Rousseau의 사상은 인민의 일반의사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III. 관념주의의 법사상
관념주의(Idealismus)는 18세기말과 19세기 초기 사이에 Kant, Fichte, Hegel등에 의하여 대표되는 독일 철학을 말한다.
* 주 12: Montesquieu는 “만일 재판권이 입법권 및 집행권에서 분리되지 않으면 자유는 없다. 또 재판권이 입법권과 결합한다면 시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하여 권력의 마음대로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재판관이 입법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판권이 집행권과 결합되면 재판권은 압제자의 힘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동일한 인간 또는 귀족 혹은 집단이 세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모든 것은 상실되고 말 것이다” (법의 정신 10장 6절)라고 말하고 있다.
* 주 13: 그의 풍토법론은 주로 아시아와 유럽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아시아의 무더운 풍토에서는 정치적 노예제가, 유럽의 한랭한 풍토에서는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통치제게도가 배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풍토사상은 그 후에 Kohler, 이항녕박사의 법사상에도 반영되고 있다(이항녕, 법철학개론, 박영사, 1978, 61면 이하 참조).
* 14: 일반의사란 부당적 이념으로서 전인민의 이익을 실현하는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일반의사를 형태의 면에서 볼 때에는 국가이고, 작용의 면에서 볼 때에는 주권이 되는데, 또한 그것이 곧 법을 의미하는 것이다. @p333
Kant로부터 시작되는 독일의 관념주의 철학은 정치적 혁명이 인간의 본질적 자유를 실현해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아니하였다. 인간의 자유는 현실적인 자유로부터 타당적인 자유에로, 다시 말하면 정치적 의미에 있어서의 시민으로서의 자유로부터 정신적 의미로서의 인격의 자유에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1) 칸트
Kant는 실천이성의 선험적 법칙, 즉 도덕율을 궁극적인 원천으로 하여 이것으로부터 이성적으로 필연적인 법의 체계를 연택하려고 하였다. 즉, 법은 자연적 인간성의 결과도 아니고 단순한 행복추구의 수단도 아니며, 바로 인간의 도덕적 사명을 완성하기 위하여 없어서는 아니될 생활법칙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내용적으로 보면 역시 자연법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 근본정신과 방법에 있어서는 자연법이라 하기에는 곤란하고 이성의 비판 (주15)을 거친 자연법으로서 이성법 (Vernunftsrecht)이라 일컫는데 적합하다 (주16).
Kant의 법사상은 도덕론에서 출발하였다. 그는 도덕율에 따르는 행위가운데 내면적 동기까지도 구비한 행위를 도덕성이라 하고, 외면만이 도덕율에 적합한 행위를 합법성이라고 한다. 이처럼 그는 법과 도덕과를 구별하여 자연법적인 혼합상태에서 한 걸음 진보하였다고 볼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입법자가 계약에 위반하더라도 인민은 입법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고 하고, 동시에 혁명권을 완강히 부인하며, 혁명권의 이론에 언론의 자유를 대치하고 있는 점이다. 국가의 통치기구는 Montesquieu의 영향을 받아 삼권분립을 주장하였다.
* 주 15: Kant는 인간이성작용의 고찰에 있어서 사실의 문제와 가치의 문제를 구별하고, 세계와 인간의 합리성을 취급하여 모든 실재의 비합리성이 시작되는 한계를 명백히 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는 이 임무를 ‘이성재판’이라 하고, 그의 ‘순수이성재판’에서 학문적 인식의 필요조건인 보편타당성을 가진 선험적 제개념을 명백히 하고 인식의 한계를 정하였다.
* 주 16: 법은 궁극적으로는 자유의 윈리이다. 이 원리 속에는 세 가지 법적 의무를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외면적 행위에 대한 법적 강제의 근거이기도 하다. 즉, (i) 바른 인간이 되라, (ii) 누구에 대하여도 부정을 하여서는 안된다, (iii) 각인에 대하여 각인의 것이 확보되는 사회관계에 들어가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선험적 원리에 기초한 법을 Kant는 자연법이라 불렀지만, 근세 자연법론자들의 자연법과는 성질을 달리하고 있다. 자연법론자들은 자연주의적 견지에서 법의 보편적 원리를 모색하지만 Kant는 일체의 감성적 원리를 배척하고 실천이성의 근본요청으로서 자유의 관념에서 ‘이성법’을 추구했던 것이다. @p334
(2) 피히테
Fichte는 법은 ‘자연법칙도 아니고 윤리법칙도 아니다. 법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모두의 자유이고, 아무도 부자유가 없이 또 타인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공동생활의 관계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독일 국민에게 고함’에서 민족주의를 강력히 주장하였다 (주17).
(3) 헤겔
Hegel은 법을 다른 사회규범과 구별하지 아니하고, 법을 포함한 객관적, 보편적 사회규범으로 보아 이것을 이성법이라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법의 출발점은 자유의지(freier Wille)이다. 그러므로 법의 체계는 현실화된 자유의 왕국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권력을 군주권, 행정권, 입법권으로 구분하였다.
IV. 역사법학파의 법사항
역사법학은 자연법론의 비역사적, 비현실적 성격에 대한 반동으로, 현실적으로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또 18세기 이후의 자연법론에 기초하여 행하여진 대담한 법전편찬에 대한 반동으로서 자연법의 이념을 역사법의 이념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역사법학파 (historische Rechtschule)는 Savigny, 푸후타 (Puchta)등에 의하여 대표된다. Savany나 Puchta는 법을 민족정신 (Volksgeist)의 소산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주요 연구대상은 로마법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로마니스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아이호른 (Eichhorn), Gierke등은 독일 고유법인 게르만법의 연구에 중점을 두었다.
* 주 17: Fichte의 ‘독일국민에게 고함’은 당시 나폴레옹의 침입을 받은 프로이센을 각성시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후에 국수주의와 파시즘, 나치즘에로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p335
이들은 게르마니스텐이라고 부른다. 이리하여 역사법학은 로마니스텐과 게르마니스텐의 대립을 보게 되었는데 ((83) II (5) 참조), 이들은 처음에는 협동하여 연구를 하였으나 나중에는 분리되고 로마니스텐이 역사법학파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1) 사비니
Savigny가 역사법학의 주장을 명확히 한 것은 1818년 하이델베르그대학의 민법교수인 티보(Thibaut)의 법전통일론 (주18)에 대한 논험으로서 쓴 ‘입법 및 법학에 대한 현대의 사명에 관하여’에 있어서이다. 그 가운데서 그는 법은 언어와 같이 민족의 공동의식(현대 로마법체계에 있어서는 민족정신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자연히 생멸, 발생한 것이고, 이 견지에서 민족의 공동의식에 의하여 성립한 법을 역사적,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법학의 사명이라고 하였다. 그는 “법은 민족과 함께 발생하고 민족과 함께 발달하며 민족이 개성을 상실함과 동시에 사멸하다”고 하였다. 이 논리에 의하면 개성이 없는 일반적, 추상적인 법은 가치가 없는 것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Savigny는 자연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는 “법률가는 이중의 감각, 즉각 시대 및 각 법형식의 특유한 것을 예리하게 파악하는 역사적 감각과 각 개념 및 원칙과 전체와의 생생한 관련과의 상호작용을 고찰하는 체계적인 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역사적 감각이란 로마법의 체계화를 의미한다.
(2) 푸후타
Puchat에 의하면 가장 기본적인 법원은 민족정신이다. 이 민족정신이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형식에 따라 3개의 법단계가 성립한다.
* 주 18: Thibaut는 파리견학에서 프랑스 신민법(1804)의 실시 이후의 사법의 현실을 보았고, 1811년 오스트리아의 민법전제정에 자극되어 독일민족의 통일은 먼저 법률을 통일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여 ‘독일에 있어서 일반민법전의 필요성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통일민법전의 편찬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새 법전은 이국적 요소, 특히 로마법적 요소를 배제하고 독일 고유의 민속에 적용함과 동시에 정의 및 이성의 원리에 입각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당시의 국민적 자각을 대표하여 독일민족의 통일을 요구하고, 이 요구를 종래의 자연법학적 근저에 기초하여 설명하였다. @p336
(i) 언어나 관습과 마찬가지로 민족정신의 직접적인 발현으로 발생하는 데 관습법이 그것이다. (ii) 법의 제2발생형식은 입법기관을 통한 간접적인 발현으로 제정법이 그것이다. (iii) 법의 제3발생형식은 법율가의 학문적 의견을 통한 간접적 발현인데, 법률가법 (Juristenrecht)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민족정신의 직접적인 발현인 관습법이다.
(3) 아이호른
‘독일법사의 부’라고 불리우는 Eichhorn은 맨 먼저 로마니스텐을 비판한 게르마니스텐이다. 그는 ‘독일국가사 및 법사’에서 법사를 명확히 하는 것이 현행법의 설명에 유익하다고 하면서 역사적 방법을 강조하였는데, “모든 법학을 이해하는 데는 역사적 견해에 근거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4) 기르게
게르마니스텐의 대표자 Gierke는 ‘독일단체법론’에서 고대 게르만인의 단체(Genossen)에 착안하여, 이를 법학의 근본문제로 다룸으로써 단체는 그의 법학의 출발점을 이루었다. 그는 개인과 단체와의 관계는 윤리적 관계이지 권력적 관계가 아니며, 개인은 단체 가운데 있어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법은 민족의 여러 가지 생활기능의 하나로서 민족 전체가 균등하게 갖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법 속에는 종교적, 윤리적, 시적 요소가 계속 작용하고 있으며, 경제적, 정치적 관계가 불가분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하였다.
V. 공리주의의 법사상
역사법학은 공리주의(Utilitarianism)의 법사상에 의하여 극복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역사법학이 법의 무의식적인 생멸과정을 중요시한 데 대하여, 공리주의는 법을 행복 또는 이익을 위한 의식적, 자적적 활동의 소산이라고 보았다. 공리주의는 법사상에는 크게 두 가지의 흐름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법을 개인의 행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개인적 @p337 공리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법은 사회에 의하여 생성되는 힘인데, 그것은 사회적 이익과 일치하는 한에 있어서만 개인적 이익의 촉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사회적 공리주의이다. 전자의 대표자는 Bentham이고, 후자의 대표자는 Jhering이다.
(1) 벤담
Bentham은 법원에 대하여 성문법 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법도 존재할 수 없고, 또 국가가 정하는 권리이외에는 어떠한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같이 그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에서 형이상학적인 자연법 빛 자연권을 부인하고, 나아가서는 일체의 주권적인 입법 (주19)도 배척하였다. 동시에 법의 본질은 강제력, 즉 국가의 형벌적 실력에 의해서 위반자를 처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또 그에 의하면 인간에 있어서는 최대의 쾌락을 얻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생각에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인간생활의 최고목적이라 하고, 또한 입법의 기본원리라고 하였으며, 이것을 공리의 원리(principle of utility)라고 불렀다. 한편 그는 제정법이 개인의 권리의 유일한 연원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법의 지배를 최소한으로 제한하여 개인의 자유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확장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공리주의와 자유주의가 결합하여 법률상의 자유방임주의가 되고, 계약의 자유를 그 근본원칙으로 삼게 되었다.
(2) 예링
초기의 Jhering은 로마법과 법사에 관한 연구를 함으로써 역사법학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로마법의 정신’을 발표하면서 그의 법사상은 첫번째의 전환을 하였다. 그는 여기에서 독일의 로마법 계수를 정당화하고, 한 민족이 타민족의 법을 계수하는 것은 민족정신의 문제로 판단될 것이 아니라 합목적성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주20).
* 주 19: 영국의 판례법은 법관의 주관적 해석을 허용하는 것이고, 많은 의제와 난해의 론법을 가지고 국민을 압제하는 것이라고 하여 배척하고, 객관적으로 명확하고 간명한 제정법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 주 20: 그는 여기서 로마법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파악하고 역사법학파와 같이 법원에 구애됨이 없이 현실의 법생활 속에서 찾아내려고 하였다. @p338
다음으로 그는 법에 있어서의 목적의 관념을 실현하려고 함으로써 그의 법사상은 두번째의 전환을 하였다. 그는 “목적은 모든 법의 창조자이다”라고 하면서 “법을 이해하려면 모든 법규의 사회적 목적을 고찰할 것이 필요하고, 권리를 이해하려면 권리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사적 목적의 고찰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또한 “권리는 법률상 보호된 이익이다”라고 정의하여 권리의 본질을 이익에서 구하고 있다(이익설).
나아가 그는 국가의 강제를 배경으로 하는 규범만이 법이라고 하였다. “국가에 의해서 실시되는 강제는 법의 절대적 기준이다. 법적 강제력 없는 법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타지 않는 불, 밝지 않는 등불, 빛이 없는 광선이다”라고 함으로써 국가만이 법의 유일한 원천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권리를 위한 투쟁 ((75) I 참조)에서는 “투쟁은 영원한 노동이다. 노동이 없이는 소유권이 없는 것과 같이 투쟁이 없이는 법은 없다. 너의 투쟁 가운데서 너는 너의 권리를 찾아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법은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있는 힘이라고 보았는데 “’정의의 여신‘인 법은 한 손에는 권리를 저울질하는 저울대를 들고 있으며, 또 다른 손에는 권리를 실제로 주장하는 칼을 쥐고 있다. 저울질을 못갖는 칼은 단순한 물리적인 폭력에 지나지 않고, 그와는 반대로 칼을 못갖는 저울대는 무력하다. 저울대와 함께 구비될 때에 법은 지켜지게 되는 것이며, 법이 한 편에는 큰 칼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을 갖고, 다른 한 편에는 저울대를 사용하는 요령을 알고 있어서 큰 칼과 저울대의 요령이 서로 균형을 취할 때 비로소 완전한 법률상태가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라고 말하였다.
VI. 법실증주의
프랑스의 나폴레옹법전(1804)과 독일의 민법전(1900)을 비롯하여 19세기 유럽 각국에 성문법의 체계가 이루어지자 자연법사상은 점점 퇴조되었고, 탄력성있는 자유로운 법해석보다도 엄정한 기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19세기 인간의 실증적, 과학적 정신은 법학에 있어서도 법실증주의의 경향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었다. @p339 이러한 경향은 독일에서는 보통법학 혹은 판텍텐법학의 형태로, 프랑스에서는 주석법학의 형태로, 영국에서는 분석법학의 형태로 나타났다 ((84) III (6) 참조). 독일의 보통법학의 대표자는 Windscheid, Jellinek등이고, 프랑스의 주석법학의 대표자는 로랑(Laurent)이며, 영국의 분석법학의 대표자로서는 오스틴(Austin)들을 들 수 있다.
(1) 빈트샤이트
Windscheid는 자연법을 부정하고 법 전체의 흠결(또는 모순)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 전체의 정신에 따라서 유추의 방법에 의하여 해석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입법자와 법률가를 구별하였다. 즉, “입법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윤리적, 정치적, 경제적인 고려에 따른다. 이러한 고려는 법률가 자신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는 19세기 판덱텐법학이 갖는 법실증주의적 사고의 전형으로 법적용은 법정책학에 속하고 법률가의 사항이 아니라고 보았다.
(2) 엘리네크
Jellinek는 국가를 힘의 조직으로 보고 힘과 법을 동일시하였다(주21). 따라서 Jellinek의 관점에서는 일단 실력에 의하여 ‘완성된 사실’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것이 설령 위법적 사실이라 할지라도 마땅히 규범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사실이 된다. 이것은 법규범이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만 제정되는 것이 아니고 불법적인 절차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므로 일단 성립된 법은 흠결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으면 안되고, 흠결이 있는 법의 보충은 기존의 법원칙 (Rechtssatze)에서 윤리적 필연성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한편 Jellinek는 자연법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자기의 윤리형식에 맞추려고 하였다 (주22).
* 주 21: 여기에서의 힘은 강제가 아니라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완성된 사실(vollendete Tatsache)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으로서의 힘이다.
* 주 22: Jellinek는 ‘힘의 국가론’을 전개하면서도 국가의 구성요소로서의 국민은 원칙적으로 자유인간이어야 하지 노예의 집단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그의 자연법의 이해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p340
(3) 로랑
Laurent은 “법의 해석자는 법(droit)을 만드는 것이 사명이 아니고, 법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법은 조문 가운데 쓰여져 있는 것이다”라고 하고, 또 “명철하고 정확한 언어로서 편찬된 민법전은 공고하고 부동한 기초를 법에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해석자들은 만사가 불확실하다고 한탄하다. 해석자들이 한탄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법이 의문의 바다로 화했다고 한다면 그 책임은 해석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민법전의 조문을 좀더 존경하고 있었더라면 논쟁같은 것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조문은 우리들에게 확실한 원칙을 제공해 준다. 조문을 소홀히 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불확실과 오진에 빠진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주석법학파에서는 관습법은 인정하지 않고 성문법률(loi)에만 복종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성문법률로서 나폴레옹민법전만 법원으로 인정하였다.
(4) 오스틴
Austin은 법학은 어디까지나 실정법에 관한 학문이고, 법학의 임무는 발달된 여러 실정법의 체계에 공통되는 불가결의 원리라든가 개념 등을 분석, 해명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이리하여 그는 주로 로마법과 영국법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자연법을 배척하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에서 법을 주권자의 명령으로 파악하였다 ((83) III (7) (b) 참조). 즉, 법이란 어떤 종류의 행위를 할 것 또는 아니할 것을 사람에게 의무지우는 명령이라는 것이다.
@[(88) 제5절 현대의 법사상@]
I. 서설
자본주의의 급격한 발전은 19세기의 법전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문제 (주23)를 야기시켰다. @p341 인격과 자유, 평등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시민법의 원리로서는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정적인 법질서와 동적인 사회생활 사이에는 간격이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하여 19세기 시민법질서를 설명한 이른바 개념법학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다.
근대 시민법질서는 크게 두 방면에서 동요가 일게 되었는데, 하나는 근대 시민법의 근간을 이루는 개인주의적 원리와 이에 기초한 개념법학적 구성에 대한 비판과 수정으로 나타났고, 다른 하나는 법의 본질과 법학방법론에 대한 깊은 반성으로 나타났다. 전자는 자유법론과 법사회학의 형태로 표현되었고, 후자는 신칸트주의(Neo-Kantianismus)를 비롯한 몇 가지 새로운 형이상학의 기초 위에서 법철학의 재건의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III. 자유법론
자유법론은 반개념법학의 사상으로 대두되었다 ((51) III, (83) III (7) 참조). 이 운동의 대표자로서는 독일의 Kirchman과 Kantorowicz, 프랑스의 Geny와 Saleilles등을 들 수 있다.
(1) 키르히만
Kirchman은 “실정법은 고정적이다. 그러나 법은 진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정법이 지니는 진실까지도 시간이 흐르면 허위가 된다”라고 하고, “그러한 실정법의 그늘에서 법학자들은 썩은 나무만을 먹고 사는 구더기로 타락하였다. 실정법은 구더기들이 건전한 나무를 버려두고 꿈틀거리는 병든 나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처음으로 개념법학에 대하여 포구를 열었다. 그리고 그는 “입법자가 세 마디만 고치면 도서관의 모든 법서는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하였다. 이와 같이 Kirchman은 개념법학의 법규에 대한 완전무결성의 확신, 형식론리의 편중, 법관의 법창조 금지의 원칙 등에 대한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또한 비판을 가하였다.
* 주 23: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걸친 자본주의의 급격한 발전은 유럽을 변혁의 분류에로 휘몰아 넣었다. 대자본가의 기업독점, 노사간의 대립, 인간의 도시집중, 주택과 식량난 등의 문제가 급증했다. @p342
(2) 칸토로비츠
Kantorowicz는 “어떤 법률사건에 적용될 법개념도 윤곽이 애매한 개념이며, 개념적 핵심(Begriffskerne)을 갖춘 개념이 발생하는 것도 우연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법률에 자유법에 의해 자기완결적으로 되어야 하면, 그 결함을 보충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여 자유법(Freies Recht)이라는 말이 그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는 자유법을 하나의 개념법학적 법실증주의에 대항하는 자연법으로 파악하였다. 즉, 그는 “법에 관한 새로운 견해는 자연법의 변형된 부활로서 나타난다. 우리의 자유법은 그러므로 자연법이며, 그것은 20세기의 자연법이다”라고 하였다.
(3) 제니
Geny는 제정법의 법원으로서의 한계를 강조하여 제정법 이외의 법원으로서 ‘사물의 본성’에 내재하고 있는 법을 생각하고, 이에 관한 ‘자유로운 과학적 탐구를 중요시했다. 그는 관습이나 학설은 제정법 가운데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정법을 구성하는 독립된 법원이라고 생각하고 자유로운 과학적 탐구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사물의 본질‘을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4) 살레이유
Saleilles는 법해석의 방법론을 새롭게 하여 해석의 진화성을 주장하였다. 그의 ‘진화적 해석’은 관습을 독립된 법원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제정법의 해석의 한 요소라고 한다. 그리고 관습을 채택하여 성문법의 해석을 하는 곳에 제정법의 진화적 해석이 성립한다고 한다. 따라서 해석은 법문을 기초로 하는 것이지만 법문은 다만 해석의 출발점에 그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주장에 의하면 법률기구 가운데 자생적인 법생활에서 유래하는 요소(예: 관경, 경제생활의 필요, 도덕관, 사회관계의 변천 등)가 첨가되는 것이다. @p343
III. 법사회학
반개념법학의 사상은 한편으로는 자유법운동을 전개시켰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법적 사실 일반을 가치판단으로부터 떠나 객관적으로 연구하려고하는 사회학적 방법의 발달로 나타났다 ((51) IV 참조).
(1) 에를리히
Ehrich는 현실적으로 민중의 행위를 규율하고 사회의 일상생활의 질서를 유지해 주는 것은 이른바 ‘살아있는 법’이라고 하는 기본적 관점에서 이론을 전개하였다. 그는 ‘살아있는 법’의 탐구와 이를 중심으로 법규를 분석함으로써 법학을 법규해석의 속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법률학의 사회학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그에 의하면 종래의 법률학은 주로 법관의 법적용이라고 하는 실용적인 목적에 봉사하는 실용법학(praktische Jurisprudenz) (주24)이다. 이러한 법률학은 결국 제정법의 적용의 이론인 것이며, 이 이론은 법체계의 완결성(Geschlossenheit)과 무흠결성(Luckenlosigkeit)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종래의 법률학은 그 대상을 국가의 제정법규에 한정하여 그의 해석, 적용을 임무로 할뿐이다. 그러나 실제 인간사회질서를 현실적으로 유지케 하는 것은 그러한 국가제정법규만이 아닌, 오히려 인간사회의 법질서의 기초를 이루는 법적 분쟁(재판) 밖에서 민중의 행위를 현실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행위의 규칙인 ‘살아있는 법’인 것이다.
Ehrlich는 법관이나 학자는 성문법의 모체가 되는 ‘살아있는 법’과 또 그것을 낳게 하는 현실생활 속의 ‘법적 사실(Tatsachen des Rechts, 예: 점유, 관행, 의사표시 등)을 참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법적 사실 및 살아있는 법의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법학의 방법론상에 있어서 커다란 발전을 가져왔다.
* 주 24: Ehrlich의 법사회학은 독일의 개념법학이나 법실증주의의 비판을 기점으로 하여 성립한 것이다. 개념법학은 그 역사적, 사회적 제조건의 추이에 따라서 법관이나 행정관료의 실용에 봉사하는 일종의 수단으로 전화해 갔던 것이다. 결국 실용법학이란 이와 같은 전래의 법률학을 말하는 것이다, 법사회학과 대조하여 Ehrlich가 명명한 것이다. 따라서 실용법학은 법해석학이라든가, 법교의학(Rechtsdogmatik)이라고도 불리운다. @p344
(2) 베버
Weber는 특히 법과 경제에 관하여 “법은 규범이고 경제는 사실이다”라고 하여 양자의 ‘호의존관계를 고찰하였다. 그는 양자에 대해 경제가 법을 제약하지만 동시에 법은 경제를 제약하는 관계에 있다“라고 하여 상대주의를 취하였다.
Weber 도 Ehrlich와 같이 법원을 확대함으로써 국가제정법만을 법으로 보는 입장에서 벗어나 넓은 법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는 “어느 질서가 그 질서의 준수를 확보하고, 또는 그것을 위반한 자에게 제재를 가할 의도를 가지고 물리적 또는 심리적 강제를 가하는 일단의 사람(강제기구, Appartat)에 의하여 유지될 가능성(chance)이 있을 때 거기에 법이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의 강제기구란 국가와 같은 정치적 권력기구 뿐만 아니라 교회, 동업조합, 노동조합, 학생단체 등을 포함하며, 그리고 법규의 강제방법에는 물리적 강제에 한하지 않고 심리적 강제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3) 귀르빗치
Gurvitch는 “상아탑에 들어박힌 법학자는 사회적 현실과 관계가 있는 법의 모든 문제를 경시하고 외면하였다. 이들은 국가라고 하는 성스러운 진공지대에서 사회의 생명과 연관하는 일체의 길을 차단하는 공식적인 법문이나 판결을 논의하는 것만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하고, “법사회학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 시대가 처해 있는 사태이다”라고 하여 광범위하면서도 정밀한 법사회학을 전개하였다.
(4) 진츠하이머
Sdinzheimer는 노동법학의 궁극적인 과제를 달성할 확고한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층 더 사회학적, 새로운 노동법적, 사회법학적 고찰방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그는 무엇보다도 노동법 및 노동법학의 생성, 확립기에 있어서 현실의 살아있는 생활사실을 중요시학 것을 강조하고, 이러한 탐구를 위한 법이론의 구축을 꾀하였다. @p345
IV. 신칸트주의의 법사상
신칸트학파는 Kant의 인식론의 부활을 의미한다. Kant의 인식론의 입장은 경험론과 선험론과의 비판적 종합이라 볼 수 있고, 또 이상과 현실과의 준별이라고 하는 의미에 있어서의 이원론적 입장을 의미한다 (주25). 이와 같이 사실에 대한 이상의 존엄성을 주장하고, 존재에 대한 당위의 권위를 확립하려는 운동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은 그 철학적인 거점을 Kant에서 구하였으므로 일반적으로 신칸트주의(Neu Kanianismus)라고 불리게 되었다. 신칸트주의철학은 마르부르그학파(Marbuger Schule) (주26)와 서남독일학파(Sud-west-deutscheSchule) (주27)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신칸트주의철학은 법학에도 영향을 주어, 마르부르그학파에서는 Stammler, Kelsen등이 나왔고, 서남독일학파에서는 라스크(Lask), Radbruch등이 나왔다.
(1) 슈람믈러
Stammler에 의하면 법철학이 법에 관한 보편타당한 원리를 확립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법의 순수형식을 탐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 주 25: Kant에 의하면 실재의 세계는 준엄한 인과율이 지배하는 필연의 세계인데, 도덕의 세계는 이상의 세계이고, 인과율에 구애되지 아니하며, 도덕율이 행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위의 세계인 동시에 자유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이원론의 입장에서 실재의 세계, 즉 존재의 세계와 이상의 세계, 또는 당위의 세계를 상호 준별하면 할수록 존재에서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의 세계의 가치가 가중된다고 한다. 존재에서 이상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이상의 가치는 쉽게 실현할 수 없는 곳으로 더욱 높이 치솟는데, Kant의 입장이 이상주의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주 26: 이 학파의 대표자는 코엔(Cohen)은 논리학에서 순수사추(reines Denken)의 작용을 인정하는 동시에 윤리학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순수의지(reiner Wille)라는 개념을 확립하였다.
* 주 27: 이 학파는 바덴학파(Bakische Schule)라고도 불리우는대, 빈델반트(Windelband)에 의해 창설되었고, 리케르트(Rickert)에 의하여 조직화되었다. 이들은 독일 서남부에 위치한 하이델베르그대학에 있는 학자들이었다. 이들에 의하면 당위는 선험적, 초개인적 규범의식의 법칙이며, 모든 실재는 이러한 당위법칙에 의하여 평가된다. 지식, 예술, 도덕등은 이러한 의미에서 모두 고유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철학은 이러한 절대가치의 학으로서 가치철학 (Werphilosophie)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동시에 철학은 문화의 근본원리를 구명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문화가치를 중심문제로 삼는 문화철학 (Kulturphilosophie)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p346
그리고 법의 순수형식의 발견은 주어진 법적 경험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았다. 즉, 우리들 자신이 지니고 있는 법적 경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이곳에서 법을 법되게 하고 있는 형식 및 법된 가치를 부여하는 법의 내용을 구하는, 이른바 비판적 자기반성 (Kiritische Selbst-Besinnung)의 방법에 의해 법의 원리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법의 이념은 ‘자유로이 의욕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법의 이념에 의하여 제정된 정법(Richtiges Recht)이며, 그 내용은 객관적으로 정당한 것이어야 하나, 경우에 따라 가변적인 것, 즉 이른바 ‘내용이 변화하는 자연법’인 것이다.
(2) 켈젠
Kelsen의 이론은 실정법의 순수인식에 관한 것이었다. Kelsen에 의하면 법은 실정법이므로 그는 실정법규범의 순수체계적인 것의 비옥을 꾀하였다 ((83) III (6) (라) (b)참조). 이것이 그의 방법론상의 기본원리이다 (주28).
(3) 라스크
Lask는 법학을 둘로 나눠 설명했다. 즉, 한편에 있어서는 법현상이 문화적 성미를 지니는 ‘사회적 사실’로서(역사적 문화과학), 다른 한편에 있어서는 실정법을 그 순수한 ‘규범의미’그대로 명백히 하여야 한다(조직적 문화과학)고 하는 이른바 ‘법학적 방법이원론’에 의하여, 법학을 법사회학과 법해석학으로 나누었다. 그의 법사회학은 사실현상으로서의 법, 즉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법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데 대하여, 법해석학은 규범적 의미의 복합태로서의 법, 즉 규범의 조직적 의미내용으로서의 법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4) 라드부르흐
Radbruch는 먼저 (i) Kant가 당위와 존재를 구별한 것과 같이 가치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을 구별하여 ‘방법이원론’의 입장에 섰다.
* 주 28: Kelsen의 이와 같은 방법론은 Kant의 이성비판을 출발점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신칸트학파, 특히 마르부르그학파의 견지에 입각하면서 법 및 국가에 관한 순수형식적인 인식의 거대한 체계를 구성하게 되었다. @p347
또한 (ii) 그는 적어도 법철학에 있어서는 어떠한 법이 가장 가치있는 것인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 버릴 수는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다종다양한 법적 가치판단을, 그 전제가 되어 있는 세계관에까지 소급하여 추구하는 것이 법철학의 임무라는 것이다. 하나의 세계관을 정립하고 이와 대립하는 모든 세계관과 그것에 기초를 두는 모든 법가치를 배타적, 독점적으로 부정해 버림으로써 단일의 법철학체계를 수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Radbruch의 법철학에 있어서의 상대주의적인 입장인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이 방법이원주의와 상대주의하에서의 법의 개념을 검토하고 법의 가치, 즉 이념을 논하였다. 그에 의하면 법이란 법가치에 관계지어진 실재이며, 법의 이념에 봉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법의 이념으로 정의 외에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들었다 ((9)--(12) 참조).
전후의 Radbruch는 “인권의 완전한 부정은 절대적으로 부정한 법이다”라고 하여, 제정법을 초월하는 법에의 전환을 보여 주었다 (주29). 그리고 그는 법에 적합한 법관은 정의에 적합한 법관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정의를 법적 안정성의 상위에 두고 있다 ((13) III 참조). Radbruch의 법철학적 상대주의는 일종의 ‘신자연법론’의 전환을 보이면서, 또 한편으로 그는 사실의 추이에 기초를 두고 법이념을 구성함으로써 ‘법사회학적 경향’도 보여 주었다. 그의 사회법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주30).
V. 신헤겔주의의 법사상
신칸트학파의 사상에서 만족을 구하지 못한 독일의 사상계는 오히려 Hegel의 철학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움직임으로 발전되었는데, 이러한 학문적 진용을 신헤겔주의(Neu Hegelianismus)라고 부른다.
* 주 29: 제정법을 초월하는 법이란 전통적인 자연법에 있어서와 같은 사회적 전형이 아니고, 실정법 그 자체에 내포하고 있는 합법화의 근거나 기준을 부여하는 척도를 의미하는 것이며,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되고 정의의 중핵인 평등이 실정법의 제정에 의해 의식적으로 부정되고 있을 경우에는 법적 성격이 부정되어야 한다.
* 주 30: Radbruch의 사회법적 사상의 특질은 네 가지 점에 있다고 한다. 즉, (i) 근대법에 있어서 평등화되고 추상된 인격자의 개념의 배후에 각자의 사회적 지위에 기초를 두는 개별성을 감안하여, 사회적 강자 또는 약자의 지위를 고려한다. (ii) 각자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함으로써 사회적 무능력자의 보호 및 사회적 세력자의 감독을 가능케 한다. (iii) 각자를 사회적 존재로 봄으로써 모든 사적 법률관계도 사회적 관계로서 이해된다. (iv) 법의 형식과 법의 현실과를 새로운 평면에 두고 조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p348
신헤겔주의의 법사상은 대체로 제1차 세계대전을 사이에 두고 전전, 전후가 색채를 달리한다. 전전의 법사상은 Hegel의 철학이 갖는 문화주의 (Kulturellismus)와 진화주의 (Evolutionismus)에 주로 관심을 두고, 법을 문화의 발전단계의 현상으로 보고, 경험주의적, 비교법학적 색채가 강한 연구를 하였다. 이러다가 전후에는 Hegel철학의 변증법적 입장에서 구체적 질서 (konkrete Ordnung), 민족공동체와 개인 인격의 통일 속에서 법의 본질을 설명하려는 방향으로 나갔다. 전전의 대표자로서는 Kohler, 마이어(Mayer)등이 있고, 전후의 대표자로서는 빈더(Binder), Schmitt, 라렌츠(Larenz)등이 있다.
(1) 콜러
Kohler는 법이 문화현상이고, 역사적이라고 하는 것을 강조하고, 일민족의 법은 그 민족의 전문화와 관련시켜 이해되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법철학은 인류의 각 시대에 있어서 특정한 법제도가 각 민족이 간직하고 있는 진화의 이념을 어떻게 경험하였는가 하는 것을 말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고, 그 연구방법도 주로 경험적 특히 역사적, 인류학적으로 각 민족의 문화를 연구하는 데 있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사상은 비교법학이나, 특히 고금의 미개민족의 법제를 비교 설명하려는 이른바 인종학적 법학(die ethnologische Jurisprudenz)등에 기여하였다.
(2) 마이어
Mayer는 사회와 문화의 관계, 국가와 법의 관계는 예술가가 그 작품에 대하여 갖는 관계와 같다고 하였다. 문화(Kultur)는 문화과정과 문화규범 (주31) 그리고 법규범의 삼단계를 거쳐서 발전한다고 한다. 그는 특히 법규범은 국가와 문화를 비판하여 적법행위와 위법행위를 구별하여 문화를 발전시키는 특수한 규범으로, 결국 문화국가로서의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법의 목적인 정의는 타협이 아니라 조화라고 보았다.
* 주 31: 문화과정은 문화와 문화의 접촉, 충돌, 융화의 과정이고, 문화규범은 각 사회가 사회적 행위와 반사회적 행위를 구분하여 등급을 정하여(비판적으로) 각 사회원에게 사회적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다. 종교, 도덕, 관습, 법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p349
(3) 빈더
Binder에 의하면 민족정신의 구체화, 즉 민족의 생활의지의 자유로운 표현형태가 법이고, 민족의 보편의지의 구현자는 영도자(Fuhrer)이기 때문에, 이 영도자의 명령은 모든 법의 권위의 상위에 있으며, 법을 개폐할 수 있는 법원이다. Binder는 이와 같이 민족전체주의의 이론에 의하여 나치의 절대주의, 권위주의의 국가원리를 법철학적으로 합리화하려고 했던 것이다.
(4) 슈미트
Schmitt에 의하면 법이란 ‘국가 이전에 존재하고 관념으로서 국가로부터 독립하여 있는 법’으로 말하자면 자연주의없는 자연법이다. 그리고 국가는 단지 법을 실현하는 임무를 가지는 법구성체 (Rechtsgebilde)이며, 법의 우선을 전제로 하고 법치국가 이외의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후 그는 사상적 전향을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은 결단주의 (Dezisioismus)적 법율관이다. 즉, 그에 의하면 결단을 내려서 법을 변화, 형성시킬 수 있는 정치적 의지가 헌법인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헌법제정권력은 한계가 없는 것이며, 그 주체는 인민만이 아니라 군주나 소수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권력 절대주의의 이론이 나치즘에 이론적 무기로 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주32).
(5) 라렌츠
Larenz는 법을 민족공동체의 전체의지(Gesamtwille)의 표현으로 보았다. 그는 이념인 동시에 실재인 법은 역사적 존재이고, 이러한 실정법은 단순한 현실이 아니고, 그 속에 객관적인 이념이 내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점이 법의 적용에 의해 구현됨으로써 그는 전통적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주 32: 우리 나라에서도 유신헌법이론을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인용된 바 있다. @p350
VI. 신자연법론
법사상이 법실증주의에서 새로운 자연법에로의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당연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현대의 자연법론이 대두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즉, (i) 법을 실정법에만 국한시키고 자연법의 존재를 부인하는 형식주의적 법실증주의는 그 자체 속에서 해결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주33). (ii) 현실적으로 법실증주의적, 이론적 배경을 가진 전체주의국가권력이 주장하는 주권자의 입법의사만으로는 법을 해석할 수가 없게 역사가 바뀌었다 (주34). (iii) 국제사회에 있어서 약소국가들이 독립국으로서의 주권보장의 근거를 소수민족의 자연법적 고유권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주35).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의 법사상은 법실증주의에서나 Kelsen의 순수법학 등에서도 구할 수 없는 해결을 자연법에의 복귀로서 찾으려고 하였다. 이러한 자연법에로의 경향은 그 이론적 기초를 신스콜라철학 내지 신토마스철학에서 찾았고, 후자의 입장에 선 학자는 베키오(Vechio), 롬멘(Rommen), 카우프만(Kaufmann), 흘러바흐(Hollerbauch)를, 전자의 입장에선 학자는 오리유(Hauriou), 르나르(Renard)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영미에서도 대륙에서의 자연법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연법론적 색채가 보이는 학자들이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풀러(Fuller)를 들 수 있다.
* 주 33: 실정법의 미비에서 오는 공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형식적인 합법성이 아닌 실질적인 합법성과 정당성의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정법을 통한 독재에 대하여 법실증주의적 입장에서 어떠한 비판을 할 수 있을까 등의 문제이다.
* 주 34: 제2차대전 후 뉘른베르그(Nurnberg)와 동경에서의 전범자재판에서는 법실증주의학자들의 입을 봉해 버리고 인도의 법칙과 공공양심의 요구를 재판규범으로 채택하였다. 여기에서는 ‘법없이는 형벌없다’는 원칙보다도 ‘처벌하는 것이 부정이 아닐 뿐더러 악행이 처벌되지 아니하고 방치된다는 것이야말로 부정이다’는 원칙이 적용되었다. 이 재판은 상관의 명령이라는 구실을 재척하고 모든 사람은 법이나 명령에 복종하기 전에 그 법이나 명령이 정당한가를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 주 35: 따라서 국제법규범의 근거를 형이상학적 자연법이상에서 끌어내게 되었다. 여기에 형평과 조리의 의미가 크게 중요시 되었다. @p351
(1) 베키오
Vechio에 의하면 법질서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인격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자의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법은 인간의 정신의 소산이기 때문에 인간의 정신이 고양됨에 따라 법도 발전된다는 것이다. 그는 법이란 반드시 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형식이 아니라고 하였다. 양심의 자유같은 것이 오히려 법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Vechio의 법사상은 고도의 윤리성을 띠고 있는 자연법사상이라 하겠다. 그는 법과 도덕의 동일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2) 롬멘
Rommen은 자연법을 형이상학의 대상으로 구상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자연법론은 보편개념의 본질존재론과 보편개념의 인식론, 그리고 지성우위론이라는 세 가지 점에 입각함으로써만 성립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자연법은 목적적 존재질서의 실현을 도덕적 의무(당위)로 하고서 자유의지의 주체인 인간에게 제시되는 명령적 규범이라는 것이 된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실재적 존재가 그 본질의 실현을 달성하는 것은 ‘선’이므로 자연법은 그 근본규범으로서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지 말라’라고 명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카우프만
Kaufmann의 법사상은 법질증주의에 대항하여 법철학을 수립하려는 데에 있다. 즉, 법실증주의의 극복을 통해서도, 어떤 주의(Ismus)를 통해서도 아니고, 항구적인 과제로 완성해 나갈 자세를 취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뢰를 갖고 길을 출발해야 되며, 인내를 갖고 길 위에 서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4) 오리유
Hauriou는 법을 개념적인 것으로 다루지 아니하고, 객관적 이념을 담고, 창조적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실체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면에서 @p352 그는 법에 대한 사회학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여기에서 그는 ‘제도이론’을 발전시켰다 (주36). 그는 제도론에 근거하여 국가의 이론도 전개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국가는 사회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에 기초하여 있는 것이며, 개인은 소수의 지배자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관습적으로 국가인 제도에 승인을 보내는 것이다.
(5) 르나르
Renard역시 제도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주37). 그는 “사회의 법질서는 전인류를 위하여 있는 것이다. 인간은 신을 위하여 존재하고, 신적 질서는 인격을 통하여 당성된다. 사회질서에 인격을 결합함으로써 인격을 최대한으로 신장시킨다. 사회질서와 법질서의 이상은 신적 질서를 본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Renard의 제도이론은 다분히 카톨릭적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6) 풀러
Fuller의 이론은 토마스주의가 아니며 일종의 ‘절차적 자연법론’이다. 이 이론은 거의 중립성을 지니며, 대립하는 다양한 실질적 목적에 봉사하는 것이다. 그는 입법자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회질서의 원칙들을 찾아내는 관심과 입법과정에서의 이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에 따라 법실증주의를 비판한다. 법이란 움직임(activity)이며, 법체계란 계속적인 목적적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법의 도덕성을 법 자체에 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VII. 법신학의 사상
법신학(법에 대한 신학적 이해, Rechtstheologie)이라는 용어는 1913년 라파포르트(Rapaport)가 ‘종교적 법이론’ (religiose Rechtslehre)이란 뜻으로 처음 사용한 데서 유래하며, 법신학이 독립된 학문분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였다.
* 주 36: 제도란 “어떤 계획의 이념이 현실로 되고 법율적으로 사회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제도는 객관적 실체이며, 어떤 사회적 균형상태의 산물이며, 법적 규율의 원칙이다.
* 주 37: 인간의 사회는 많은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 중에서 법율적으로 결합된 것을 제도라 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환경이라고 한다. 제도는 법율적 사실이고 환경은 사회적 사실이다. @p353
특히 독일에 있어 현대 법신학은 교회투쟁의 결과, 즉 교회 내적으로는 나치시절의 ‘독일적 크리스찬’(Deutsche Christen)에 대한 거부와 국가의 월권에 대한 항거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치가 무너지고 교회와 국가가 재건되면서 법에 대한 반성이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법신학으로 표현된 것이다.
(1) 슈타일
Stahl은 기독교적 신앙, 특히 인격적 신의 권위라는 관념 위에 법철학 이론을 구축하려고 하였다. Stahl에 있어서 최상의 권위는 성서에 계시된 신이며, 신의 말씀이야말로 모든 법질서가 존중해야 할 기본가치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국민주권을 반대하고, 국민의 신분을 방영하기에 적합한 군주제를 지적하였다. 그의 이러한 법사상은 19세기 독일에 있어서 비스마르크(Bismarck)에 의한 제후귀족정치(Furstenaristokratie)의 기초가 되었다.
(2) 볼프
Wolf의 법신학의 기초는 한마디로 하나님의 말씀, 즉 성서에 지시된 법의 정신을 찾는 데 있고, 성서는 전세계의 법질서에 대하여 보편적인 원리(지시, Weisung)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보았다 (주38). 1958년 프라이부르크대학 창립 500주년 기념강연에서 한 ‘이웃의 법’(Recht des Nachsten)은 그가 ‘성서적 지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법의 기초와 중심으로서의 이웃관계’위에서 인격성과 연대성의 사상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법과 사랑은 함께 가는 것이며, 사랑없는 법질서 혹은 법없는 사랑의 질서는 ‘이웃관계’에서 볼 수 있는 정의(Justitia)와 자비(Caritas)의 변증법적 통일성을 어둡게 만든다고 했다.
* 주 38: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i)여러 가지 공적, 사적 인간제도에 관한 그리스도의 지시(예: 사법, 교회 등), (ii) 법적 행동들에 대한 예시(예: 납세), (iii) 십계명의 준수, (iv) 사도들의 지시(예: 가문) 등을 제시한다. @p354
'이웃의 법‘ 속에 나타나는 이러한 통일성의 질서를 발전시키려는 법신학의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진정한 법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도 실현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법신학적으로 인격성(Personalitat)이 중요시되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인격적으로 요구하시기 때문이요, 연대성(Solidaritat)이 중요시되는 것은 신은 인간을 공인간(Mitmensch) 속에 세워 두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법신학적으로 신의 인간에 대한 지배법, 즉 그리스도지배의 질서와 이웃의 봉사법, 즉 형제애의 질서가 기초한다는 것이다.
(3) 돔보아
Dombois의 법사상 내지 법신학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은총법 (Gnadenrecht)이며, 그의 법신학은 ‘신학적 법인간학’이라 할 수 있다 (주39). 그는 은총을 법률적 평면에서 정의와 대립시키고 이 대립을 신학적으로 신의 구속주의 (Heilsgerechtigkeit) 속에서 해소시킨다. 여기에서 은총(Gnade), 정의(Gerechtigkeit), 법(Rechi)이라는 세 가지 기본개념이 산출된다. Dombois는 종래의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의 대립을 ‘하나의 새로운(창조) 질서론’으로 극복해 보려고 제도이론을 구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나아가 법의 발생을 ‘과정으로서의 법’으로 보고, 법의 해석을 인격적 관계로 보아 인격과 법, 인격과 사물과의 분리를 극복하고 법을 인간화(Humanisierung des Rechts)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주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의 제도이론은 비단 개신교법신학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법철학을 위해서도 진보를 이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VIII. 프래그머티즘의 법사상(미국의 사회학적 법학)
사회학적 법학은 프래그머티즘 (Pragmatism)의 법이론이다. Pragmatism은 그 철학적 근원의 하나로 실증주의 (주40)의 입장을 취한다.
* 주 39: 신학적 법인간학은 관계, 실존, 인격, 구조, 역사 등의 개념들로서, 이들의 연관 속에서 구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겠으며, 이것은 그의 제도이론 (Institutionentheorie)속에 포함되고 있다. Dombois의 제도는 원래 무엇을 세우는 행위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 세워진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행위를 통하여 인간은 어떤 지위(statutus)에 놓여지게 되는 것이다. @p355
실증주의는 콩트(Comte)로부터 계수되어 미국에 있어서의 사회과학의 학문적 전통을 형성하고 있는데, 사회학적 법학도 이러한 전통에 입각하고 있다. 실증주의의 주요한 특색은 상대주의이다. 그래서 미국의 사회학적 법학은 상대주의를 거점으로 하면서, 법의 안정성과 진보성, 법의 정지와 운동이라고 하는 이원성이 그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학적 법학은 법을 개인의 권리와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패로 사용하지 않고 ‘사회의 제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공동의 도구’로 사용하였다. 또 미국의 사회학적 법학자들은 자본주의사회에서 허덕이는 인간들을 그들의 ‘법학’을 가지고 구출하려고 하였다. 이와 같은 평가와 목적 때문에 그들은 법을 사회학적으로 취급하지 않고 목적론적으로 취급하여, 결국 실재판단에 기초를 두는 법사회학에 실천적 목적을 부여함으로써 법사회학 또한 목적론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적 법학의 대표자는 홈즈(Holmes), Pound, 카도조(Cardozo)등을 들 수 있다.
(1) 홈즈
Holmes는 “법률의 생명을 논리가 아니고 경험이다”라고 하고, 법의 진화는 “당해 사회에 있어서 무엇이 편리한가를 고려하는 것이다”고 하였다. Holmes에 있어서 법은 자본가층을 위하여 편리한 것이 아니고 ‘당해 사회’를 위하여 편리한 것이다. 그에 의하면 법률에 의하여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공공의 필요와 복리 때문인 것이고, 계급적인 교구 때문인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그는 어떠한 형이상학적 또는 객관적인 기초도, 즉, 날 때부터 권리도 계급의 구조도 모두 부정하고 법을 ‘편리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법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목표로 하는 사회진보를 위한 하나의 도구이다. 즉, 법이 봉사할 목적으로 되는 것은 ‘공공의 복리’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법정은 확고한 법률의 규칙을 적용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고, 오히려 그 기능은 법의 발견이다”라고 하였다.
* 주 40: 여기서 실증주의의 기본은 사회현상을 자연현상과 동일시하여 자연과학적 방법을 그대로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삼는데, 사회과학의 법칙은 자연과학의 법칙과 동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p356
따라서 의회에 의해 입법될 수 없는 것도 사실상 법정에 의하여 ‘사회적 효과’에 기초한 법정의 판결을 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는 법정의 입법권을 정당화하고 있다.
(2) 파운드
Pound의 사회학적 법학은 법규를 필연적으로 만들어진다거나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회제도로서 인간의 의식적 노력에 의하여 개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법의 권위를 기초지어 주는 것으로서의 법이 봉사할 사회적 목적을 설정하고, 법은 이 사회적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사회적 목적의 설정을 부여하는 것이 사회학이고, 여기에 법학과 사회학과의 교섭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그는 법의 추상적 내용보다 ‘사회적 작용’을 더욱 주시할 것을 주장하여 “현대의 법의 과학에 있어서 가장 중대한 진보는 아마 분석적 견지(analytical standpoint)로부터 기능적 견지(functional standpoint)에로의 변화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주41). 그리고 그는 일체의 법체계나 법사상은 사회적 현실에 관련되어질 때 그것이 상대화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19세기의 개인주의적 정의로부터 오늘날의 사회적 정의에의 변천을 들고 있다 ((10) II (8) 참조).
(3) 카도조
Codozo는 판례의 배후에는 근본적인 법률적 개념이 있고, 이 개념은 법리의 기준인데, 다시 그 배후에는 생활습관, 사회제도가 있다고 하였다.
* 주 41: 이것은 (i) 법제도나 법적 원리가 사실상 어떠한 사회적 효과를 가지는가의 연구, 따라서 법의 추상적 내용보다는 법의 작용을 더욱 주시할 것, (ii) 입법준비를 위하여 법률적 연구와 결부되는 사회적 연구를 추진하는 것, (iii) 개개의 법규를 실효성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의 연구, (iv) 사회학적 법사의 연구, 즉 법학설이 과거에 있어서 어떠한 사회적 효과를 어떻게 산출하였는가의 연구, (v) 법의 형평적 적용에 유의할 것 그리고 법명제는 불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정당한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지시라고 생각할 것, (vi) 전기 사실들은 목적에 대한 수단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이 목적이란 법의 여러 목적의 달성을 더욱 실효적인 것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p357
그런데 법사회학만이 살아있는 법을 그 원천, 즉 사회생활 자체 가운데서 구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법관이 직면하는 곤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mores(습율)의 연구는 철학이라든가 법률학의 부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사실의 조사를 요구하고 사회과학의 부문에 속한다”고 하고, “여러 법률기술은 각 시대의 사회나 개개의 정황에 의하여 조건지워진다. 동시에 정의 자체도 사람과 시대를 달리하면 다른 의리를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그는 “모든 것은 유동하고 가변적이다. 무한한 성장만이 존재한다”고 한다. 즉, 그에 의하면 법사회학은 법이 언제나 가변적인 것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의식에 의해 이끌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상대성의 원리’ (Principle of Relsativity)가 법사회학을 지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IX. 현실주의법학
현실주의법학의 특색은 전통적 법학에서 신봉하는 ‘법적 안정성’은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데에 있다. 즉, 현실주의법학은 법의 자동기계적 작용에 의한 법적 안정성의 보장에 회의적이고, 법외적 요청을 평가하고 있다.
(1) 르월린
Llewellyn의 법현실주의(legal realism)는 법을 인간의 사회 속에 작용하는 하나의 제도로서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에게 있어서 법은 결코 모든 법규범의 총체도 아니요, 정의이념의 구현도 아니다. 법에는 법규범의 적용과 실행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른바 법운용자(lawmen)들도 포함된다. 법은 법운용자들의 사실적 행동에 달려 있다. 즉, 법은 법운용자가 일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위하여야 하는가 하는, 법운용자에 대한 지시이다. 이와 같이 Llewellyn에 있어서 법의 특징은 법운용자의 행위의 합규칙성과 권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p358
(2) 프랑크
Frank에 의하면 재판과정에 의하여 현실적,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판결이 법이지, 결코 그 이전에 추상적인 형식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법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구체적인 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법관의 독자적인 성격 기타 여러 가지 종류의 이른바, 법외적 요소라고 하는 현실주의의 논점에서 자연과학적, 인과법칙적으로 분석하고 추출하려는 요구가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요구에 의한 파업은 구체적인 재판의 사실을 통계적으로 집계, 분석하는 일이다.
X. 통합법학론
미국의 법학계에서 현실주의법학에 대하여 비판을 가할 뿐만 아니라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의 법사상에 대하여까지 비판을 하고 독자적인 통합법이론을 전개한 형법 및 법이학교수인 제롬 홀(Jerome Hall)이 있다. 제롬 홀이 강조한 통합법학은 어떤 면에서는 미국의 프래그머티즘적 법사상과 유럽의 자연법사상을 연결시켜 이색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Hall은 법가치를 중요시하는 자연법론과 법가치를 배제하려는 분석법학적 법실증주의, 사회학적 법학, 현실주의 등을 모두 편향적이라고 보고, 이것을 총괄하여 종합적 법학 (integratire jurisprudence)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Hall은 통합법학의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통합법학을 몇 가지로 나누고 있다. 즉, 통합법학은 (i) 법가치론 (legal axiology)을 취급한다. 기존의 법학의 이름을 빌린다면 자연법이라고 해도 좋다. (ii) 법존재론(legal Ontology)이고, (iii) 법의 사회학 (sociology of law)이고, (iv) 형식적 법학(formal legal science)이다. 이들은 통합법학 속에서 상호 밀접하게 관련한다고 설명한다. @p359
XI. 현대법철학의 사상
20세기의 법철학은 무엇을 주로 다루고 있는가? 또 그것은 어떠한 철학적 방법론에 입각하여 법의 문제를 태클하려고 하는가? 이것을 검토함으로써 현대법사상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현대학적 법철학, 실질적 가치론의 법철학, 실존주의의 법철학에 대하여 간단히 보기로 한다. 현상학적 법철학의 대표자로서는 벨첼(Welzel), 코잉(Coing)을, 실존주의 법철학의 대표자로서는 코온(Cohn), 페히너(Fechner), 마이호퍼(Maihofer)등을 들 수 있다.
(1) 라이나흐
Reinach에 의하면 특별히 법적이라고 해서 내세우는 현상(즉, 법현상, rechtliche Gebilde)은 수나 수목 등과 조금도 다름없는 하나의 존재이다. 이 존재는 인간이 그것을 파악하고 있는가, 아닌가에 관계없이 그것으로서 독자적으로 실재한다. 2*2는 4는 우리가 그것을 알고 있거나 또한 모르고 있거나와 관계없이 그것 자체로서 진리가 된다. 마찬가지로 소유권, 계약 등의 법현상은 실정법이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와는 관계없이 그것 스스로 독자적 존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법에 관한 Reinach의 이와 같은 견해는 항상 개개의 법현상의 본질의미를 탐구함으로써 그것은 본질법칙을 직관하는 식으로 행하여 진다. 그러면 이러한 법의 본질법칙과 실정법과의 관계는 어떠한다? 법의 본질법칙은 실정법에 의하여 창설되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법의 본질법칙으로부터 실정법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실정법의 규정은 절대로 자유롭게, 또는 경제적 요구라든가 그때 그때의 도덕관념에 발판을 두고서 창설되는 것이며, 법의 선험적 본질법칙과 같은 것에는 구애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같이 법의 본질법칙의 효력과 실정법의 효력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며, 양자를 연결시킬 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p360
(2) 훗설
Husserl은 법의 역사적 현실형태의 연구를 통하여 법의 본질법칙을 파악하려고 한다. 민주주의의 법철학이 현실의 다수결을 통하여 정의의 법이념을 실현하는 것처럼 경험주의와 초경험주의는 현상학적인 설명에 의하여 종합되어진다고 한다. 현상학적 법학은 어디까지나 법의 현실 속에서 법의 이념을 찾아내기 위한 방법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Husserl은 역사적 법발전을 면밀히 분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3) 벨첼
Welzel은 자연법의 문제를 실질적인 법윤리 (materiale Rechtsethik)의 문제로서 다루는 것이 가장 옳다고 말하고, 역사상 자연법이라는 이름 밑에서 주장된 모든 이론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회적 행위의 실질적 원리를 찾는 과업에 대해서만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연법의 핵심을 이룬다고 생각하는 ‘객관적, 실질적으로 정당한 법’에로의 지향을 실정법의 존립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정당한 법(richtiges Recht)을 쟁취함에 있어서는 권력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오직 정신적 대결만이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즉, 모든 인간을 책임적 인격 (verantwortliche Person)으로서 승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정당한 의무관념은 권력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 인정하는 인격의 양심을 바탕으로 그것은 생겨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 코잉
Coing은 법의 최고원리를 추출해 내기까지의 경로를 추구했다. 평화와 질서에로의 의지, 힘의 추구, 법감정, 법의식과 같은 것이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강력한 정신력이 된다. 이러한 정신력이 기초가 되어 법을 형성하는 기본적 가치의 왕국(Werterich)이 선험적으로 감득되어, 그리고 법의 여러 원리는 이러한 가치의 왕국으로부터 도출된다. 특히 이러한 정신력 중에서 법철학적으로 중요시되어야 할 것은 법감정 (Rechtsgefuhl)이다. @p361 인간은 주로 이러한 법감정에 의하여 가치의 왕국을 감득하면서 도덕의 여러 기본원리를 체험적으로 실현하고 또한 법의 기본가치를 파악하게 된다. 이리하여 감정 -> 가치 -> 법의 경로가 인정된다. 그리고 법감정에 의하여 파악된 법의 기본가치를 보통 정의라고 부른다. Coing의 정의는 “자기와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리고 모든 인격을 평등하게 대하라”로 요약된다((10) II (9) 참조). 정의의 여러 원칙의 총체를 자연법으로 보았다.
(5) 코온
Cohn은 개념법학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건을 지배할 정당한 판결은 법률, 규범, 법의 체계적 설명 그리고 판례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사실 우리는 정당한 판결을 끄집어내기 위한 어떠한 개념규정이나 기준도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법에 관한 이론적 설명이나 강의 따위는 모두 ‘각자에 그의 것을’ 식의 내용없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참으로 무엇이 법인가를 알기 위하여 우리는 그 구체적 상황 속에 뛰어들어 그것을 체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6) 페히너
Fechner는 법은 가능적 실존으로서 현존 속에서 교통(사회)을 성립시키는 데에 필요한 보호와 한계(Schutz und Abgrenzung)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보통 우리가 사회라고 부르는 세계 속에서의 교통은 사실상 현존적 교통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들은 여기에서 사실상의 공동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실존은 이러한 현존에 지나지 않은 사회로부터, 의식일반과 정신에 있어서의 교통을 지나, 그위로 비약함으로써만 달성된다.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의 법의 역할을 보면, 우선 ‘현존’의 단계에서는 법은 ‘각자에게 고유한(실존에 이르는) 자유를 방해하지 말라’라는 명제로서 표시된다. 다음에 ‘의식일반’의 단계에서 법은 입법적 보통규범으로 나타나며, ‘너와 나의 교통’이 여기에서 성립된다. 그리고 ‘정신’의 단계에서 공동정신의 전체적 이데아(법 이념)로서 나타난다. 이러한 의미의 법은 하나의 보편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객체임을 면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것이 실존(자기 보존)이 되기 위하여는 주체적 개별자의 결단(창조적 참여)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p362
XII. 공산주의의 법사상
공산주의의 법이론은 법이란 규범들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체계이냐, 아니면 사회적 관계들이 뭉쳐진 하나의 집합체이냐 하는 문제가 그 핵심을 이룬다. 그러나 결국 법을 경제적 결정론으로 격하시킨다는 점에서 그것은 법의 경제이론 내지 정치이론이라고 하니할 수 없다. 이러한 법의 이해에 기초하여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나름대로의 법체계와 - 그리 발달하지는 못하였지만 - 법학을 수립하여 운영해 나가고 있다. 현대의 공산주의 법이론은 스투츠카(Stuchka), 비신스키(Vyshinsky) 등에 의하여 전개되었다.
(1) 스투츠카
Stuchka의 법사상은 법과 국가가 혁명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데에 큰 특징이 있다. 그는 “법이란 지배계급의 이익에 합치되는 사회관계들의 체계(혹은 질서)의 하나이며, 또 그것은 이 계급이 갖는 조직된 힘으로 보장된다”고 하여, 법을 생산과 소비의 경제적 관계로 보고 사회관계의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Stuchka는 법에 있어서 계급적 입장을 강조하고 혁명적 계급투쟁과의 본질적 관련성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는 사회주의의 법이론은 “프롤레타리아 대중에 의하여 인격화되어 부르조아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하면서, 부르조아이론을 비판하고 있다. 그의 법이론은 이런 면에서 다분히 정치성을 띠고 있으며, Kdelsen의 표현을 빌리면 ‘법의 이름 아래 행해진 정지강령’에 불과한 것이라고도 하겠다.
(2) 비신스키
Vyshinsky의 법이론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주의의의 폐지 및 사회주의의 실현을 지향하는 소련정권의 정책의 유효한 도구로서 공공연히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p363 그는 실정법규범들의 이론적 적응을 통하여 법의 이론, 즉 법의 일반이론(allgemeine Rechtslehre)을 꾸미려는 의도는 하나의 부르조아법학의 특징이라고 배척하였다.
(3) 비판
공산주의법이론에 대하여 특히 Kelsen은 그의 저서 ‘공산주의법이론'(The Communist Theory of Law) (주42)을 통하여 공산주의 법학자의 이론을 비판하고 있다. Kelsen에 의하면 공산주의법이론은 과학적임을 표방하지만 일종의 경제적 자연법론으로 법의 부정에로 나아갈 뿐만 아니라, 결국은 법의 하부구조로서의 경제마저도 정치, 혁명 속으로 타락시키고 마는 위장된 과학에 불과하다. 그리고 정치론, 목적론으로서의 공산주의에 대하여 반대할 근거는 없지만, 필연적 과정의 결과로서의 과학성을 표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혼란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공사주의는 당위로서의 이상을 인과라고 은폐시키고 현실과 가치, 자연과 사회를 혼돈하는 은폐된 자연법론이라고 하였다.
위의 Stuchka, Vyshinsky의 법이론은 아무리 보아도 법학으로서의 이론적인 정밀성은 보이지 않고, 어떻게 하든 경제화, 정치화하는데 있다 (주43).
* 주 42: 장강학 역, 공산주의법이론, 명지사, 1983, 참조
* 주 43: 소련에서의 법사상 및 낙후성에 대하여는 1940년대의 베키(Vecci)논쟁에서 잘 지적되었다(이인호, 최선 역, 인텔리겐치아와 혁명, 홍성사, 1982, 참조). @p364
@[ 제17장 한국법의 사적 발전@]
@[(89) 제1절 상고시대의 법제@]
I. 고조선시대
(1) 단군과 신정
우리 역사상 최초로 나타난 국가가 서북행렬사회의 단국조선이라는 설이 있다 (주1). 이 단군조선은 단군신화로 시작되었다 (주2). 단군이 국도를 왕검성이라 칭하고 왕에 즉위하였다(기원 전 2333년 10월 3일). 이후 1500여년간 대대로 신정(제정일치)을 펴오다가 장당경(구월산)으로 옮겨 천제를 맡아 보면서 구월산 산신으로 화하였다고 한다.
단군의 정치는 처음부터 연방정치였다고 하는데, 다수의 소국가에는 소국왕이 있었고, 또 그 소국에는 각촌이 있었고, 촌장이 그 촌락을 자치관리 하였다고 한다. 단군은 평양을 중심으로 각 소국의 최고지도자, 즉 군왕으로서 통치하였다고 한다.
* 주 1: 진단학회, 이병도, 김재원, 한국사(고대편), 1967 을유문화사, 66--67면(삼국시대 이전의 고대사회의 분포행렬을 (i) 서북행렬의 제 사회: 서북해안지대에 위치한 조선, 진번계통, (ii) 후방행렬의 제 사회: 남방인 삼한사회로 삼대별하고, 우리 나라 최고발상지는 서북행렬이라고 한다.
* 주 2: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하늘에 있는 단인천제가 그의 아들 환웅이 청원함에 따라 천부인 3개를 주어 천하에 내려가 인간을 다스리게 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환웅은 부하 3천명을 거느리고 태백산정의 신단수아래에 내려와 그곳을 청정한 신역으로 삼고, 천신의 뜻을 받아 신령과 정사를 논의하고 신단을 만들어 제천의식을 올렸다고 한다. 이것이 곧 신시이며, 이 신시를 선포하고 왕이 되었다. 그리고 웅녀와 결혼하여 단군왕검을 낳았으며, 이 단군이 평양을 중심으로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조선이라 하였다) 구병삭, 한국고대법사, 고려대학교 출판부, 1984, 2--3면). @p365
(2) 팔조법금
고조선사회에서는 일찍부터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관습법이며 고대 인류사회에 공통된 만민법(jus gentium)적 성질을 가진 팔조법금이 행하여졌다 (주3). 법금(범금)팔조의 모든 내용은 전하여지지 않고, 그 중 2--3조의 다음과 같은 내용만 한서지리지(연조)에 기재되어 있다.
제1조는 ‘상살, 당이시상살’으로 인명치사에 관한 조항으로서 살인자는 즉시 사형에 처한다.
제2조는 ‘상상, 이곡상’ 으로 상해죄에 관한 조항으로서, 타인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곡물로서 배상한다는 뜻이며, 오늘날의 제도로는 일종의 위적료(배상)이다.
제3조는 ‘상도, 남몰입위기가노, 여자위비, 욕자속자인오십만’으로 윤도죄에 관한 조항으로서, 타인의 물건을 도둑질한 자는 원칙적으로 소유자 집에 잡혀 들어가 남자는 가노가 되고, 여자는 비가 되지만, 자속(배상)하려는 자는 매인당 오십만전을 내놓아야 한다. 여기에서의 ‘욕자속자오십만’은 일종의 단서로서 팔조 본래의 법이라기 보다 중국법의 영향을 받은 조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4). 그러나 단서가 본래부터 있었다면 그것은 속전이 아니라 물건(공물)으로 배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제3조에 계속하여 ‘수면위민, 속유차지, 가취무소수(필)’ 이라는 일절이 있다. 이것은 법금의 조항이 아니라 제3조에 관련된 그 시대의 국속을 말한 것이다. 즉, 유도죄인이 비록 배상(자속)하여 자유민(양인)이 된다 하여도 국속은 이를 수치로 여겨 혼인의 상대(배필)로 맞아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 주 3: 이병수, 김재원, 전갈서, 144--145면.
* 주 4: 이 시대(한대) 중국에서는 실제로 사죄인에게 속전 오십만을 징수하고 사일등을 감하여 준 법례가 있었다고 하나, 고조선시대에 화폐제도가 이미 행하여졌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단서는 한군현 초에 중국법례에 기하여 개정된 것이라고 보며, 윤도죄에 대하여 살인죄에 상응한 속전법을 적용한 것은 신식민지에 있어서의 한인 자신들의 재산보호책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상갈서, 146면). @p366
또 한서지리지에는 계속하여 ‘이이, 기민종불상도, 무문호지폐, 부인정힌, 부음피라는 구절이 보인다. 이것은 법금이 엄하기 때문에 조선 사람들은 도둑질 하지 않고, 밤에도 문을 닫지 않고, 여자들은 정조가 있어 음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조선의 엄벌주의가 존법정신을 낳게 하였으나, 그 중 밤에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은 최근까지 우리 농촌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므로, 고대사회에서는 시골이나 도시를 막론하고 널리 이러한 습속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부녀가 음란하지 않았다는 것은 본래 정조관념이 있었다기 보다는 간음을 금하는 법속이 엄하였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팔조 중에는 이러한 금간의 1조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5).
이상은 문헌에 불완전하게 전해진 고조선 팔조법금의 내용, 즉 살인(생명), 상해(신체), 윤도(재산), 금간(정조)등에 관한 금약법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은 인류사회에 공통된 법규범이기도 하다. 특히 팔조법금 중에는 상해죄를 곡물로 배상하도록 되어 있어 Hammurabi법전과 비교하면 훨씬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III. 부여시대
부여는 우리 상고시대 민족으로서 가장 먼저 완전한 나라로서 건설되었다. 부여의 정치제도는 귀족정치로서 왕과 그 밑에 가축의 명시를 붙인 마가, 우가, 저가, 구가 (주6)와 대사, 대사자, 사자등의 관직이 있다.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법제도는 응보주의에 입각하여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그 가족은 노비로 삼았다. 이 때에 이미 노비제도가 완전히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또 도범에 대하여는 ‘일책십이’의 법, 즉 도물 1에 대하여 12배의 배상을 하게 하였다. 이것은 그 당시 사유재산제도가 비교적 엄격하게 시행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부녀의 간음과 투기에 대하여는 사형에 처하여 산에 기시하였다. 이것으로 일부다처제 혹은 축첩제도가 일반적으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 주 5: 상갈서, 147면(부여에서는 간음녀를 사형에 처하고, 백제에서는 비로 삼았다).
* 주 6: 여기서 가는 귀인, 대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씨족장, 부족장을 말한다(상갈서, 212면--215면 참조). @p367
또 풍속에 형이 죽으면 아우가 형수를 처로 삼았다. 이러한 풍속은 부여뿐만 아니라 북방계제민족사회에 공통된 관습이었으며, 흉노에서도 그러하였고, 일본에서도 행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관습은 재산상속과도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 (주7).
III. 삼한시대 (주8)
(1) 종교규범
삼한사회의 종교적 규범으로 제사법이 있다. 즉, 각 국읍에 제사에 제사장 1인씩을 두어 전군이라 하고, 제사지역을 소도라 하였다. 소도의 대목은 처음에는 수목숭배에서 출발하였고, 후에는 신의 강하계급 및 주처로 삼아 신역의 표시로 하였다. 그리고 대목에 달린 방울과 북은 제사시에 신을 맞이하여 즐겁게 하는 신악이다. 이 성지에는 죄인이 피신해와도 돌려보내지 않았으며 잡아가지 못하였다. 일종의 도돈읍이다 ((21) V 참조). 그러나 제사와 정치는 분리된 체제였다. 그것은 정치단체의 장(군장)의 칭호와 제사단체의 장(제주)은 서로 다르고 또 맡은 지역도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농경경제를 최대 근원으로 하는 낙종(5월)제와 추수(10월)제가 성행하였는데, 이 때에는 촌락민이 공동으로 신에게 제사지내고 가무와 음주로 즐겼다. 이러한 관습법은 오늘날에도 5월의 단오와 10월의 시제 등이 유속으로 전하여오고 있다.
(2) 노비법제
마한의 하호 의책법은 “기속, 호의책, 하호, 지군조갈, 고가의책, 자복인수의책천유여인”이라 기록되어 있다. 즉, 하호(하층군을 지칭함)는 낙랑군이나 대방군에 들어갈 때에는 의책을 빌려 입었는데, 그 중 천유여인은 자기의 의복, 인수, 의책을 착용했다고 한다.
* 주 7: 상갈서, 218--219면
* 주 8: 진한, 마한, 변한은 본래 낙랑한인이 불렀던 이름이며, 북방 유이민과 토착민이 합한 하나의 대집단체인데 진왕을 중심으로 한 통치행정단위로서 삼한으로 구분된 것 같다(김삼수, 한국사회경제사, ‘한국문화사대계,’ 정치, 경제사 1965, 고대민족문화연구소, 622면). @p368
이것은 사유재산이 있는 계층으로 보인다. 또한 처음에는 일상노동의 편의상 머리털이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두건을 쓴 것이 점차 비천자의 상징으로 제복화되었다고 한다. 요컨대 마한시대에는 비천자인 노비군이 사회의 한 신분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한의 하호가 자기 종족내의 노비계급의 존재를 의미하는 데 진한의 경우는 이민족의 노비도 존재하였다.
(3) 결언
삼한시대에 어떠한 관조직이 있었으며 어떠한 법제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으며,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사이가 노예적 사회를 거쳐 신국가형성의 명아형태로 노비도 존재하였다.
@[(90) 제2절 삼국시대의 법제@]
I. 고구려
(1) 토지제도
(가) 상층권자의 토지소유
고구려의 토지는 국유제 및 공유제를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재산제도가 발달하고, 그 발달에 따라 국공유제 토지의 일부가 점차 사유지로 귀속되어 각 신분계급에 따라 토지가 좌우되었다. 왕실의 직할지가 있었으며, 전쟁에서 논공이 있는 자, 기타 공노자에게 국가의 일정한 토지를 증여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전쟁에 논공이 많은 사람에게 행상으로서 일정한 지역을 식읍으로 주어졌다.
(나) 일반인의 토지소유
일반인의 토지소유는 옹, 귀족, 호족들의 토지소유보다는 미약하나 소규모의 경작지였다. @p369 즉, ‘역전자급’이라 하여 개인의 경작지로서 개인소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자기의 농토라 할지라도 상층권자들의 간접적인 지배하에 있었으므로 언제 수획이나 강점당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있었다.
(2) 형사제도
(가) 사법기관
대무신왕 11년(A. D 28)에 “10악중률에 저촉되는 자는 마땅히 처벌하고 여타죄자로서 중장에 해당하는 자는 일체 미속석방하라”는 뜻의 명과, 소희림왕 2년(A. D. 372)에 ‘왕은 염서에 죄인 누번의 고통을 진념한 나머지 상결을 속히 하여 연체함이 없게 하라“는 령 등은 미숙하나마 그 당시 사법기관의 사법절차를 의미하고 있다. 사법기관으로는 부족장의회인 제가평의제 (주9)가 있다. 이 제가평의제는 재판의 임무를 겸한 국가최고의 재판기관이다. 그러나 사소한 형사사건은 대개 지방의 족장들이 임으로 관습법에 의하여 처리하였다.
(나) 반역죄에 대한 형벌
반역자에 대한 형벌은 극형주의를 채댁하였다. 즉, 구당서에 의하면 “모반죄를 범한 자에게는 군중으로 하여금 거화를 갖게하여 소작을 경쟁기키고 전부 초란된 후에는 다시 그 시체를 참수하는 동시에 그 집을 몰수한다”라고 하였고, “성을 지키지 못하고 적에 항복한 자와 적진에서 패망한 자 및 살인한 자는 모두 참수형에 처한다”라고 하였다. 또 수서에도 “반역행위를 한 자는 목주에 결박하고 엽각하여 참지하는 동시에 가산을 몰수한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이른바 가중형, 즉 연좌제와 같은 것으로서 형사책임을 그 가족에게까지 묻게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반역자에 대한 극형주의는 왕권의 유지와 국내질서의 확립을 위해서 당시 사회진화상으로 당연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 살인죄 및 절도죄에 대한 형벌
살인죄를 범한 자에게는 구당서에 ‘살인행각자참’과 당서에 ‘살인표가자참’를 볼 때, 살인자에게는 다 같이 참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것은 당시 삼국시대 뿐만 아니라 오늘날도 살인범에 대한 최고형이 사형이란 점을 감안할 때(형법 250조 참조)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 주 9: 제가평의회는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최고기관으로 국내의 질서유지 내지 공권력 강화기관으로도 존재한 것 같다. 제가의 ‘가’는 ‘간’과 같이 존장을 의미한다. @p370
절도죄에 관하여는 수서, 북서, 당서 등에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의하면 사람의 물건을 절취한 자는 그 절취품의 10배를 배상하거나 능력이 없으면 엄한 형벌을 받거나 혹은 노비가 된다. 그리고 공채나 사해도 상환하지 못한 채무자는 자신의 자녀를 그 대상으로 바쳐 노비로 삼았다 (주10). 이것은 민사, 형사혼합형태의 법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실제 고구려 사회에 어느 정도 시행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배상제도는 소유권의 보호를, 그리고 질서유지를 위하여 집권자들의 강한 공권력 발휘에 그 기본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형법원은 부여의 ‘일책십이법’에 그 연유를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라) 특사제도
고구려는 백제, 신라와 같이 왕의 특사제도가 있다. 또한 고구려는 군주국가의 체제가 확립되고 유지, 발전됨에 따라 사력구제가 공권력구제로 발전되어가는 현상이 백제나 신라와 같다.
II. 백제
(1) 토지제도
(가) 국유제
백제의 토지제도는 고구려나 신라와 마찬가지로 국유를 전제로 한다. 그렇다고 농민이 영원히 자기의 농토를 소유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국가에서 각종 수획과 전쟁에의 동원, 특권층의 강분등으로 언제 자기의 농토를 빼앗기게 될지 모르는 실정에 있었으므로 사실상 국가소유의 농토와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주 11). 뿐만 아니라 왕실은 항상 국가의 최대의 지주로서 광대한 농토를 직할지로 설정하고 곡부로 하여금 국고수지를 담당케 하였으며, 또 이외에도 왕릉, 행궁, 이궁, 제단사원전 등 광할한 토지가 국유였다.
(나) 일반인의 토지소유
일반인의 토지소유는 사유재산제도가 확립되고 상층권자들의 지배세력 강화에 따른 세수원으로 개인의 토지소유가 많았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주12). 이 예상이 옳다면 오히려 사유지가 국유지보다 다 많았을지도 모른다.
* 주 10: 공채는 국가가 비황정책으로 진대에 의한 환곡을 의미하여, 사채는 일반인 중에서 빈곤한 자기 상층민으로부터 얻어 쓴 채무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채에 의한 자는 공노비, 사채에 의한 자는 사노비가 된다.
* 주 11: 강보철, 한국토지제도사 상, ‘한국문화대계’ II, 1965, 고대민족문화연구소, 1190--1191면 참조. @p371
(2) 형사제도
(가) 사법기관
고이왕 27년(A. D. 260)의 ‘직조연좌평 상형옥사’를 볼 때 이것이 1700여년 전에 처음 생긴 우리 나라의 사법기관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13). 그러나 당시 백제 사회전체의 사법기관으로서 과연 이 조정좌평이 완전히 사력구제를 공권력구제화했다고 하기에는 의문이 간다. 당시의 귀족들의 세력다툼과 인접국가와의 전쟁 등 분주한 상황에서 존법이 어느정도이루어졌으며, 법의 기능이 올바르게 발휘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다루왕 2년(A. D. 28)에 지방관의 람형을 방지하고자, 사형인의 경우는 경옥에서 복심하고 왕의 재가를 얻어야 집행케 한 복심제도가 있었다.
(나) 수뢰죄와 절도죄
고이왕 29년(A. D. 262)의 자령에 관리가 수뢰죄와 절도죄를 범하였을 때에는 그 관리로부터 각각 원물의 3배를 추징하고 종신금고형에 처하였다. 또 주서인 북서에 의하면 절도죄를 유형에 처하고 원물의 배를 추징하였다.
(다) 반역죄와 살인죄
시, 수당서에 의하면 ‘살인자, 이노비삼, 속죄’라 하여, 살인자는 그 벌칙으로 노비 3명을 내놓으면 속죄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주서에는 ‘살인자참’이라 하여, 이러한 벌칙은 일률적으로 시행된 것이 아니라 왕에 따라 또는 살인범의 정상에 따라 사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반역퇴군자는 모두 극형인 사형에 처하였다.
(라) 간통죄
주서와 북서에 ‘부인범간자, 입부가, 위비’라 되어 있는데, 이것은 남자와 간통한 부인은 그 부가의 비로서 끌어가는 것으로, 이러한 형벌은 일존의 재산형으로서, 계급사회의 특징인 노비공급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부여에서는 간통자는 남녀를 모두 사형에 처하여 쌍벌죄였으나 백제의 간통죄의 규정은 부인만 처벌하는 편벌규정이다.
* 주 12: 구승삭, 전갈서, 117면
* 주 13: 상갈서, 122면 @p372
(마) 특사제도
삼국유기에 ‘다수왕 28년(A. D. 55), 춘하한, 노인사사죄’라하여, 왕은 한재가 들면 죄수를 모두 특사하였다. 이것은 종래 부여에서와 같이 전통적으로 한재의 책임을 왕이 진다는 관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III. 신라
(1) 토지제도
(가) 국유제
신라의 토지제도는 그 성격이 고구려나 백재와 근본적으로 같으며, 이른바 ‘왕토사상’에 입각한 토지 국유의 원칙이었다. 그리고 국가의 논공자에게 주는 양전제가 있었으며 (주14), 고구려나 백제와 같이 전쟁에서 특별히 공훈이 많은 자에게 일정한 호수에서 조세, 부역을 개인이 받아쓰게 하는 식읍제도가 있었다 (주15). 이와 같이 통일 전후를 통하여 특별한 국가적 유공자에게 준 *&전과 식읍은 왕권지배의 한 수단으로 행사되었다.
또한 불교가 국가의 보호아래 전도사업을 하고 많은 사원의건립과 재산을 투자하여 신라의 사원은 대토지소유자가 되었고 대개가 고리대금업자들로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 당시의 사원들은 대토지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큰 재벌로서 국가 다음 가는 물적, 인적 예속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나) 일반인의 토지소유
넓은 국토 전역은 상층권자 외에도 많은 일반인이 소유하여 경작하였으며, 과거로부터 내려온 촌락공유 기타 제전 등 여러 가지 종류의 토지가 있었다. 그리고 통일신라 성덕왕 21년에 국가가 농민에게 반급한 ‘정전’과 일본정창원에서 발견된 신라장적(촌락문서, 민정문서)에 나타나는 ‘연수유전답’은 신라의 특수한 구체적 균전제하에 토지소유자인 국가가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장년에 이르는 농민에게 경작권을 분여한 토지가 있다.
* 주 14: 예컨대 영천의 왕 아음부가 그 부하를 거느리고 항복해 오므로 왕은 그에게 전택을 주고 편히 살게 하였으며, 또한 전쟁에서 큰 논공을 세운 자에게 전답과 노비를 주었다.
* 주 15: 예컨대 통일전쟁에서 가장 공로가 큰 김경신에게 문무왕은 식읍 5백호를 주었고 또 신문왕은 장보고에게 왕 옹위에 공로가 크다고 하여 식읍 2천호를 주었다. @p373
이것은 농민보호지, 즉 민전인 것이다 (주 16). 그러나 신라의 토지제도는 일종의 전통적 관습으로서 강자의 것이며, 약자에게는 혜택이 적었다.
(2) 형사제도
(가) 사법기관
입법과 사법기관의 시초는 진덕여왕 5년(A. D. 651)에 좌리방부가 설치되었고, 문무왕 7년 (A. D. 667)에 우리방부가 설치되었다. 좌리방부에서는 일반율령을 입법 관장하고, 우리방부에서는 형률에 관한 입법과 장리를 한 것 같다. 효소원년(A. D. 692)에는 좌우이방부로 고쳤다. 그러나 이 기관은 극히 사무적인 것을 취급하고 실제 중대한 범죄사건이나 중요입법 및 국가적 중대사에 대하여는 남당이나 화백같은 데서 결정하거나 혹은 왕이 직접 최종적으로 판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의 기관으로서 중요한 감찰기관이라 할 수 있는 사정부(숙정대)가 있다. 사정부는 귀족, 관인들이 저지른 부정행위를 규탄하고 기강확립과 풍속을 바로잡는 관서이다. 집장은 지방제도의 확립에 따라 구주, 오소경을 중심으로 하여 사법이 확립된 것 같다. 물론 이 때에는 중앙집권 아래 각 지방은 군주와 사신등이 실질적으로 그 지방의 통치자로서 군사는 물론 사법과 조적까지 일체의 권한을 가졌다 (주17).
(나) 반역죄
신라의 형벌 중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반역죄이다. 즉, 반역을 하면 친족연대책임으로 구족을 공개처형하였다. 이것은 재래의 형벌사상에서 나온 예방과 위혁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 공무유기와 항명죄
공무를 유기하거나 항명죄에 해당하면 그 일족을 멸하였다.
(라) 부고지죄
오늘날의 부고지죄에 해당하는 범죄자에게는 그 당사자와 적자 1인에 한해서만 자진하게 하고 이를 원근에 포고하였다.
(마) 전투에서 퇴각자
전투에서 퇴각하는 자에게는 고구려나 백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형에 처하였다.
* 주 16: 김옥근, 한국토지제도사연구, 대왕사, 1980, 59면
* 주 17: 이병도, 김재원, 전갈서, 635면 참조. @p374
(바) 살인, 절도죄 등
사람을 살해하면 사형에 처하였고, 절도범에 대하여는 도적인을 놓아두되, 그만한 재물을 변상할 수 없고, 사는 곳의 땅이 좋지 못하여 수획할 수 없으면 원금과 이자를 면제해 주고, 땅이 좋은 곳에 사는 사람이면 금년 수획에서 원금만 갚게 하였다. 이것은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문무왕 9년(A. D. 669)에 민심온화의 한 정책으로 보여진다.
시정을 비방한 자에게는 해당 비방의 영향과 대소에 따라 형량이 결정되었다. 또한 골무를 배반하고 사리를 취한 자에게는 일백장의 처형과 섬으로 귀양을 보냈고 공서양속을 위반한 자에게도 처형을 하고 귀양을 보냈다. 이와 같이 살인, 절도 등에 대해서는 모두 처형을 하고 또는 노비화하였으며, 간통죄 역시 처형 또는 노비화하였다.
(바) 특사제도
고구려나 백제와 마찬가지로 신라에서도 종종 특사령이 내려졌다. 대개 왕이 즉위한 후이거나 축하의 뜻에서, 또는 인심을 얻기 위해서, 또는 한재가 심할 때 기원의 뜻에서 내려졌다.
@[(91) 제3절 고려@]
I. 고려의 확립과 법제의 정리
신라 말기의 혼란한 사회는 호족의 승리자인 왕건의 정권 획득으로 아시아적 봉건제의 한 유형으로서의 토지국유제를 기초로 하는 중앙집권적 관료체제하의 봉건국가가 확립되게 되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의 정비가 이루어졌다. 신라시대에 흡수한 당의 제도는 다시 재정비를 거쳐 고려의 법제에 있어 주목할만한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신라로부터 이어받은 당률의용의 법제는 봉건국가로서 고도의 사회경제적 기초가 확립됨에 따라 봉건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무기로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게 되었고, @p375 당률의 철저한 계수와 그에의 사회적 동화가 현저히 진행된 것이다. 그 결과 고려률 71조가 성전되었고, 법제도 제도적 체제를 완비하게 된 것이다.
II. 고려율
(1) 고려율의 편찬
고려의 중요한 법으로서는 고려사 형법지가 있다. 이 고려사 형법지에 기재된 고려율은 편찬년대나 편찬자는 불분명하나 제4대 광종과 제6대 성종대 사이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려율은 당율을 모법으로 하여 당시의 실정에 알맞도록 편찬되었다. 여기에 약간의 송율이 도입되었고 또 전래의 고유법도 참작하였다. 이 고려율은 일상의 지침이 될 기본적인 규정을 국가적 법전으로 편찬, 시행된 조문형식을 갖춘 우리 나라 초유의 법전(형율)이라 하겠다 (주18).
(2) 고려율의 내용
고려율은 성문법과 불문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성문법은 71조로 된 고려율과 역대 제왕의 교지와 명사의 격, 식, 방장 등을 말하며, 불문법은 관습을 말한다. 그런데 고려는 전제왕정의 신분사회로서 귀족계급, 양민계급, 천민계급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신분에 따라 같은 입법내용도 그 적용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주19).
고려율은 원나라의 침략으로 고종부터 공민왕 초기까지 폐지되고 원율인 지정조격을 의용 시행하였다. 그 후 공민왕의 자각과 대륙의 국제정세 속에서 구법인 고려율의 부활 등이 논의되는 동안 고려는 내부적으로 친원파와 친명파 사이에 대립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대립의 틈바구니에서 정몽주는 명율과 원율을 취사선택한 신정율을 초안하였다. 그러나 고려는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이성계에 의하여 멸망하게 되었다.
* 주 18: 정봉휘, 신법학통론, 창문각, 1985, 234면.
* 주 19: 최이권, 연정열, 법학원론, 법경출판사, 1986, 29면 @p376
고려율은 우리 나라 최초의 조문형식을 갖춘 법전인데 그 전문이 전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총 71조의 고려율은 옥관령(2조), 명례(12조), 위금(4조), 직제(14조), 호혼(4조), 기고(3조), 단흥(3조), 도적(6조), 투공(7조), 작위(2조), 잡율(2조), 포망(8조), 단옥(4조)등으로 되어 있다 (주20).
(가) 명례율
명례율은 오늘날의 형법총칙과 같은 것으로, 명은 오형의 형명이고, 례는 오형을 적용하는 법례을 말한다. 오형은 사형, 장형, 도형, 유형, 태형의 다섯 가지 형을 말한다. (i) 사형은 오형 중 으뜸가는 형벌로서 국가반역범이나 인륜을 해치는 극악무도한 범인에게 과하는 형벌이다. (ii) 태형은 형구를 사용하여 신체에 가하는 형벌로서 최고 백태까지 처한다. (iii) 도형은 노역을 복역케 하는 형이다. (iv) 유형은 인적이 없는 도피지에 옮겨 자유롭게 지내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유배형이다.
(v) 태형은 오형 중 가장 가벼운 형벌로서 장형과 재산형의 복합형이다.한편 고려사절요에 의하면 실형 대신에 속을 납부하게 하는 등 양자택일케 하는 제도도 있었다.
(나) 위금율
위금율은 궁성의 경위에 관한 사항과 관새의 경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다) 직제율
직제율은 궁사의 직무상의 사항과 그 비위에 관한 벌칙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라) 호혼율
호율은 호적, 탈세, 경작에 관한 사항을, 혼율은 혼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마) 기고율
기고율은 마우의 미발, 단속에 관한 사항을, 고율은 병갑재금을 수장하는 창고의 단속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바) 단흥율
단율은 마음대로 병을 일으키고 공을 일으키는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고, 흥율은 군을 일으키고 공을 일으키는 것에 관한 사항을 단속하는 규정이다.
(사) 적도율
적율은 국헌을 문란케 하거나 또는 투쟁, 절도 이외의 목적을 가지고 타인을 살해하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이고, 도율은 재물의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항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 주 20: 송두용, 한국법제사고, 진명문화사, 1985, 72--200면 참조. @p377
(아) 투공율
투공율은 투구와 고소에 관한 율을 총칭하는 것을 말한다. 투구란 목율의 투구수족타물상의 조에 ‘상쟁위투, 상격위구’라고 하였으며, 투쟁의 결과 상격하기에 이르른 것이며, 복수가 아닌 행위를 말한다. 한편 고소란 소송상의 절차에 관한 사항을 말한다.
(자) 작위율
작위율은 관사의 문서, 관사인의 위조, 변조, 도용, 작위취재, 관명모칭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차) 잡율
잡율은 위령, 부응위, 기타 제반 사항에 관한 경미한 범죄를 규정한 것이다.
(카) 보망율
보망율은 범인의 강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타) 단옥율
단옥율은 재판, 형사피고인의 인금, 형의 집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III. 토지제도(민전)
민전은 봉건사회에서 농민이 점유, 경작하는 보유지를 지칭하는 것이며, 민전의 소유권자는 봉건국가이다. 봉건적 구성체의 기초는 봉건적 토지소유에 있으며 봉건적 토지소유관계에 의거하는 봉건제의 기본특징은 토지의 독점적 소유자인 영주 또는 아시아적 봉건국가가 자립적 소경영자인 토지보유농민을 농노적으로 예속 지배하고 그들의 잉여부분을 지대로서 취득하는 데 있다. 따라서 토지의 사적 또는 공동체적 점유나 이용은 농민에게 있었으나 사적 토지소유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주21). 이와 같이 민전은 국가에게 농민에게 분여한 경작지로서 국가에 대하여 봉건 제지대(전조, 공적, 역역 등)를 부담하는 농민 보유지이다. 농민의 사회, 경제적 지위는 봉건국가에 예속되어 봉건 제지대를 부감하는 농노적 존재였다.
이러한 민전제도는 인종기(1123--1146)에 이르기까지 약 2세기 동안 유지되어왔다. 즉, 고려 초기의 국가의 권력과 지배질서가 유지되는 동안에 공전제도 유지되어 왔으나, 중기 이후 국가의 지배질서가 문란해짐에 따라 공전(국유지)은 점차로 봉건귀족들의 사유지로 전환되어 농장화되어 갔고, 국가의 전호로서 공전 이민전을 경작하던 다수의 공민도 농장에 흡수되어 귀족 세도가의 사전호, 즉 사민으로 전환되어 갔다.
* 주 21: 농민 보유지로서의 민전의 용어가 사료에 처음으로 발견되는 시기는 고려 초기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삼국시대에 존재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90) III (1) (나) 참조). @p378
이와 같이 대토지승병이 공전의 점탈현상은 효종 24년(1170)으로부터 고종 45년(1258)에 이르는 무신집권기에 주로 일어났다. 이 기간에 집권자는 새로운 공전을 점탈할 뿐만 아니라, 정권이 교체될 때만다 이미 점탈된 새로운 공전을 패배자로부터 탈취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공전침분이 확대, 재생산되어갔다. 고종 45년으로부터 려말의 공민왕조(1374)에 이르기까지의 몽고지배시대 및 행우기에 있어서는 왕실과 그 주의의 내료배, 공신, 관인 등 왕실과 부원배를 중심으로 하는 광범한 권력층이 토지승병자로 등장하여 공전침분의 주체를 이루었다.
공전과 사전을 탈취하여 대토지 사유자로 등장하는 봉건지배층(국왕, 왕, 공신, 궁인, 승여(사원), 향사, 토호 등)은 토지의 사적 지배에만 그치지 않고 양민과 노비를 탈취하여 사민으로 지배하였다. 양민의 점탈은 국가의 공호를 감소시켜 지대(조세)수입의 감축을 초래하여 재정위기를 가져온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IV. 혼인 및 상속제도
(1) 혼인
고려의 혼인형태 가운데 근친혼은 왕족이나 귀족에게 많았다. 즉, 고려초기 이래로 종자매는 물론 질녀와의 혼인이 이루어졌고, 중기 이후도 동성혼만은 금지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고려율에는 동성간의 금지규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단계적으로 동성혼을 금지시킨 것 같다.
고려가 동성근친혼을 금지하기 시작한 것은 문종 12년(1058)에 사촌간의 혼인에서 출생한 자에 대한 금고령(관리의 등용을 금하는 것)이 있었고, 선종 2년(1085) 4월에는 동부이모자매와의 혼인에서 출행한 자에 대한 금고령이 있었으며, 숙종 원년(1096) 2월에는 6촌간의 소생자에 대한 금고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금지령은 직접적인 금지가 아니라 혼인 그 자체는 유호하되 출생자의 관리 등용을 급하는 간접적인 금지에 지나지 않았다. @p379 고려말인 충선왕 즉위년(1309) 11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문무양반의 동성동본금혼령이 내려졌다. 이 금혼령은 유교철학인 성리학의 도입과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대적인 기운과 상응한 것이다.
(2) 상속
고려의 상속제도의 특징은 비록 최하위지만 자녀에게도 상속권을 부여한 점이다. 자녀(여손)가 상속인으로 되는 것은 적서의 남자, 남손이 없는 경우이다. 이 경우 상속순위는 (i) 적처장자, (ii) 적출장손, (iii) 적처장자동모제, (iv) 서손, (v) 여손의 순서였다. 토지에 대한 상속은 적장자손의 단독상속이 이루어지고, 노비 기타의 재산에 대하여는 자녀까지도 포함한 균등상속이 이루어졌다 (주22). 이 경우 여자는 출가여부를 불문하고 아들과 함께 상속이 이루어졌다.
@[(92) 제4절 조선@]
I. 조선의 전제적 봉건제와 법제의 정비
1392년 이태조의 즉위로 건국된 조선은 고려봉건사회를 계승받아 이를 한층 전제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발전시켰으며, 전조사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국가로 하였다. 유교는 그 자체가 배불사상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보수주의적이고 정통주의적인 귀족적 윤리는 엄격한 동양적인 전제적 봉건주의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하였다. 또한 당시 중앙집권적, 관료적, 봉건국가의 중심인 왕실을 비롯하여 그 밑에 양반, 중인, 상인(농공상), 천민(백정, 창기 등), 노예 등의 계급사회를 형성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유교의 역할과 함께 봉건사회유지와 국가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연적으로 강력한 권력체제와 법제와 정비가 요구되었고, 여기에 우리 나라 법제사상 획기적인 법전편찬이 이루어진 것이다.
* 주 22: 송두용, 전갈서, 104--107면 참조. @p380
태조는 1397년(태조6년) 검양조례사에 명하여 시정의 방침을 정할 법규인 경국대전을 제정하였으며, 명율인 대명율을 조준 등을 시켜 사독문으로 옮겨놓은 것이 대명율직해이다. 이 대명율직해는 후일 경국대전이제정된 때 승록 등의 법전이 제정되었으며, 이에 앞서 1394년(태조3년) 정도전은 조선왕조의 건국의 이상과 조직의 대강을 집약한 조선경국전을 엮어 내놓았다. 그 후 호전을 시초로 하여 경국대전을 완성하였다. 영조 때는 경국대전을 보완하여 속대전을 제정, 공포하였으며, 정조 때는 이 속대전을 보완하여 대전통편을 제정하였다. 조선말기에는 대전회통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법전을은 모두 전왕조인 고려조와 같이 국가안위와 사회질서유지를 그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전제왕정사회인 조선도 고려와 같이 귀족계급, 양민계급, 천민계급으로 나뉘어져 계급에 따라 동일법규도 그 적용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주23).
II. 경국대전
(1) 경국대전의 편찬
조선의 중요한 법으로서는 경국대전을 들 수 있다. 경국대전은 조선의 각 분야에 걸친 법제를 담은 조선의 대표적, 근본적인 법전이다. 이것은 고려말 무진년 위화회군을 계기로 이성계가 정권을 잡은 무진년을 기점으로 성종 15년에이르기까지 약 1백년간 왕명의 교지, 조례 중 영세존수할 것을 모아 엮은 흠정(황제가 친히 제정함)의 법전이다. 그 편찬은 이조 7대 세조의 어명으로 시작하여 숙종원년에 완성한 것으로 형식상 법의 효력을 가진 최초의 통일법전이 성립한 것이다 (주24).
* 주 23: 정봉휘, 전갈서, 235면: 최이권, 연정열, 전갈서, 30면.
* 주 24: 박승호, 한국법제사고(근세의 법과 사회), 법문사, 1974, 411면. @P381
(2) 경국대전의 내용
경국대전은 율령체계의 관점에서 볼 때 령에 속하는 법전이고, 그 내용이 행정법규를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율에 해당하는 처벌규정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형사, 민사의 소송절차규정, 형사, 민사의 실체법적 규정, 친족, 상속의 신분법적 규정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경국대전은 사전, 호전, 예전, 병전, 형전, 공전 등 육전체계로 되어 있고 각 전마다 필요한 항복으로 분류하여 규정하였다. 또한 조문도 추상화, 일반화 되어 있어 건국후 100여년에 걸친 연마의 결정답게 명실상부한 훌륭한 법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주25).
(가) 이전: 이전은 통치의 기본이 되는 중앙과 지방의 관제, 관리의 종별, 관리의 임면, 서임의 제한 등에 관한 규정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의 관제는 문과, 무과와 하급기술관을 위한 잡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전에는 문과를 주로 규정하였고, 무과에 관한 규정은 병전에, 잡과는 예전에 수록되어 있다.
(나) 호전: 호전은 호적제도, 토지제도, 조세제도, 봉급, 통화, 부채, 상업과 잡업, 창고와 환곡, 조운, 어장과 염장에 관한 규정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토지, 가옥, 노비, 우마의 매매계약의 취소기한과 토지, 가옥, 노비를 매매한 경우 오늘날의 등기 내지 증명 해당하는 입안에 관한 것, 그리고 채무변제에 관한 것 등의 민사적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다) 예전: 예전은 문과와 잡과의 시험, 조신의 의장, 외교, 제례, 상장과 묘지, 관인과 각종 공문서 서식에 관한 규정을 비롯하여 상복제도(친족의 범위), 봉사(제사상속), 입후(양자제도), 혼인 등 친족법규범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라) 병전: 병전은 군관제와 훈련, 취재(무과시험), 우역성보, 봉등 등 군사에 관한 사항을 수록한 것을 말한다. 정년에 달한 남자는 누구든지 부담하는 국민개병의 제도가 있었으며, 군역에 복역하지 않는 자는 군역세로 미포를 납부하였다.
* 주 25: 전봉덕, 한국근대법사상사, 박영사, 1981, 18--29면 참조. @p382
(마) 형전: 형전은 대명율에 대한 특별형법으로서 형벌, 재판, 공사노비에 관한 규정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재판에 관한 규정과 사노비에 관한 규정 중에는 재산상속규범이 포함되어 있는 데, 이것이 형전에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당시 재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노비에 관한 분쟁이 상속분쟁이며, 그것이 재결을 통해 판례법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사법기관은 법사라 일컬었고, 중앙에 사헌부, 의금부, 형조, 한성부, 당예원 등이 있고, 지방에는 각 도 관찰사와 각급 부, 목, 군, 현의 장인 수령이 관할 구역 안의 재판사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형벌에는 특정한 범죄에 관하여 그의 일족에게까지 미치는 연좌제와 관원의 범죄에 있어 동직 관료로서 연대책임을 지거나 임명추천자로서 연대책임을 지는 연좌의 제도도 있었다. 재판상의 원칙으로 지방에서는 모든 사건을 추분에 개시하고 춘분에 정지하여 농번기를 피하였다. 서울에서는 연중 재판이 계속되었지만 당사자가 지방에 있는 자는 귀농의 편의를 보아주었다.
(바) 공전: 공전은 도로, 교량 등 교통, 도량형, 식산에 관한 규정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3) 경국대전의 사적 의의
법치주의 (주26)를 표방한 태조는 창업군주다웠고, 이를 계승하여 법전편찬에 전심전력한 제왕도 또한 정치의 요제를 체득한 명군들이었다. 왕에 의한 중앙집권적 전제정치는 법치주의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으며, 그 정치를 실현하는 최대의 도구, 즉 국가의 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이 법인 것이며, 따라서 통일적, 획일적인 법전편찬은 통치의 필연적 요청이다. 경국대전의 편찬은 이러한 의미에서 조선왕조 통치의 법적 기초, 즉 통치규범체계가 확립되었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다.
경국대전이 담고 있는 조문은 모두가 그 당시로서는 신진적인 것이며, 특히 민사적 규정들은 우리의 고유한 관습법, 판례법 등을 성문화, 즉 조종성헌화함으로써 외국법(즉, 중국법)의 무제한적인 침투에 대해 방파제의 역임을 한 점에 있어서도 커다란 의의가 있다.
* 주 26: 경국대전은 정치의 요제는 법이 있으며 려말의 문란한 기강을 바로 잡는 것은 법률의 정립에 있다고 서약선명한 태조의 이상의 종국적 결정이다. @p383
태조의 경위교서에서 ‘의초법제는 고려 고사에 따른다’고 하였음은 급격한 개혁을 피함으로써 민심의 안정을 꾀하는 목적이 있었다. 생소하고 혁명적인 법을 제정하거나 국법을 강제함으로써 법의 실효성이 상실되는 것보다는 전통적이고 현실적인 치자와 민중의 법의식을 존중함으로써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태조 이래 제왕을 비롯한 귀족관료들의 정치적 권력의 확립을 위해서는 중국적 국가체제나 사회체제의 수립을 이상으로 하여 중국법을 계수한 제정법에 의존하는 것이 신속 편리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유의 사정에 적응한 조치를 취하였음은 지극히 현명하였으며, 경국대전의 완성을 정점으로 조선왕조 말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법전편찬에 전력함으로써 법전편찬왕조라고까지 불리울 정도로 특징지워질 수 있다. 경국대전의 완성을 바로 조선왕조 존속의 철력이며 고유법 계수의 초석인 것이다. 또 경국대전은 우리 고유의 법률사상을 담고 있는 고유법전이라고 할 수 있다 (주27).
III. 토지제도(과전법)
조선왕조의 토지제도의 기반을 형성한 것은 과전법이다. 과전이란 봉건적 특권 신분인 양반관료들에게 지대(전조)를 분배할 목적으로 관계에 따라 일정량의 토지에 대한 수조권이 이양된 토지를 말한다. 과전법은 전국의 토지를 국가가 지배(소유)하는 공전으로 삼고, 지대의 일부인 전조의 수조권을 왕실, 사원, 양반, 관료 및 국가기관에 분급하는 수조권의 배분관계를 재편성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과전법의 목표는 봉건적 토지고유제를 재생산하는 데 있었다. 즉, 중기 이래로 발전한 부수조의 사전을 혁파하고 모든 토지를 일단 국가적 소유(공전)로 환속시키는 것이 전제개혁의 최고 목표였다. @p384
이같은 과전법에 나타난 민법에 관한 규정은 (i) 타인에 의한 민전분취의 금지(민전의 보호), (ii) 민전의 매매, 증여의 금지(민전처분권의 제한), (iii) 수조권의 공정(제한)으로 되어있다. 과전법에 이같은 민전보호규정을 둔 이유는 봉건적 생산양식의 기층적 토대를 형성하는 소농경영을 확보하고 또한 려말에서 보는 바와 같은 차경제를 막기 위해서는 보유지(민전) 집적을 억제하는 시책이 요청되었기 때문이다.
민전농민은 조선조농민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민전은 그 소유형태에 있어서는 국가의 소유지(공전)이고 경작(생산) 관계에 있어서는 생산자인 농민의 보유지이다 (주28). 과전법 아래에서의 농민은 일정한 토지를 세습적으로 점유, 경작하는 관습적 토지보유농민이다. 이 민전농민의 사회, 경제적 지위는 최고 지주인 봉건국가의 지배, 예속하에 있는 농노적 농민 이었다. 이러한 민전으로 불리우는 보유지에 지주, 소작관계가 합법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세종6년에 토지보유권(민전)의 매매, 양도가 공인된 이후부터이다 (주29). 이로 인하여 보유지를 방매하는 무전농민이 나타나게 되고, 반면에 광대한 보유지를 집적한 지주계급이 형성되어 종래의 보유지(민전)는 자작지와 지주경영지(소작지)로 분화되고, 후자에 있어서는 토지, 소작관계가 성립되었다.
과전법에 있어서 사인에 대한 급전의 객체는 토지 자체가 아니라 봉건적 토지국유제 아래의 공전에 대한 지대(조세)에 기인한 분기인 전조를 취득하는 수조권이다. 따라서 과전법 아래의 공전, 사전은 수조권의 귀속에 따른 구분에 불과한 것이고, 결국 양자는 모드 국가가 지배하는 공전이다. 봉건적 지배계급은 국가로부터 과전, 공신전, 별장전 등의 이름으로 공전수조권을 이양받고, 그 경작자로부터 피급지에 대한 조를 수취하였다. 이러한 이른바 사전은 양반귀족들에게 지대를 분배해주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공역부하담자에게 지급한 토지가 있다. 이에 속하는 대표적인 것은 행리전, 역전 등이 있고 사원, 서원, 왕실, 궁방과 같은 사적 기관에 수조권이 이양된 토지(이른바 사전)도 있다.
* 주 28: 보유지는 원칙적으로 농민이 관습적 보유권을 가지고 경영, 경작하는 토지이며, 통일신라기의 정전의 제보를 이은 것으로, 고려 초기로부터 민전으로 불리워진 토지이다.
* 주 29: 김옥근, 전갈서, 196면. @p385
IV. 혼인, 상속제도
(1) 혼인
조선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사회의 모든 면에서 고려적인 기반 위에서 서서히 개혁과 재조직이 실시되어 제9대 성종시에 이르러 왕권이 확립됨과 동시에 조선적인 성격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므로 초기에는 고려조 이래의 근친혼의 관습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근친사이의 난륜이나 근친혼에 대하여는 유교를 국시로 하는 관계로 상당히 엄격히 논의 되어 동성불혼제가 확립되었고, 외친도 6촌까지 혼인할 수 없도록 하였다. 즉, 성종 2년(1471)에 내외재종형자매, 종이의 자녀간(6촌), 외당숙질간, 외당고질간(5촌) 등의 혼인을 금하였다. 더 나아가 처족도 4촌까지는 금혼케 하였으며, 입양 (주30)으로 인한 양가모족 근친간의 혼인도 6촌까지 금지되었다.
사대부의 개취는 처가 사망 후 3년이 지나거나 40세를 지나도 자식이 없는 경우에 허가되었으며 처의 개가는 금지되었다. 그런가 하면 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탈상할 때까지 혼인할 수 없었다. 부모 상중에 혼인하는 것은 불효가 되었다. 또한 토서불혼 또는 양천불혼의 관습이 매우 엄격히 지켜지기도 하였다.
혼인년령은 경국대전에서는 남자 15세, 여자 14세로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조혼을 해왔다. 또 경국대전에 의하면 양가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오랫동안 병석에 있거나 50세가 넘었을 경우에는 자녀가 12세만 넘으면 관청에 신고하고 혼인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주31).
* 주 30: 양자는 동족동본에 한하여 허가되었으며 별도로 기아나 고아를 위하여 수양자, 시양자의 제도가 있었다.
* 주 31: 이것은 부모의 생존 중에 혹은 늙기 전에 며느리를 맞이하여 효도를 받고 손자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대로 지켜지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남자 7, 8세 여자 12, 13세에 혼인하는 예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조혼은 혼인 당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부모를 위하고 조상 또는 가를 위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조혼의 폐단은 조선말에까지 계속되어 고종 31년(1897) 7월에는 남자 20세, 여자 16세로 정했으며, 다시 융희 원년(1907) 8월에는 남자 만 17세, 여자 만 15세 이상으로 정한 정한 일도 있다. @p386
(2) 상속
과전법에 있어서 공신전의 자손상속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별장전은 개국, 정사, 좌명의 삼공신전과 양비에 자손상속이 허용되었고, 그밖의 모든 양전은 수전자가 사망하면 국가에 반환하였다. ㄴ전도 임진란 이후에는 상속이 허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산상속은 법정상속으로 자유재량은 거의 인정되지 않았다. 상속의 제1순위는 자녀로서 아들, 딸을 포함하고 있으며, 제2순위는 자녀가 없는 경우로서 생존한 배우자가 상속하는 데 처가 재가하지 않고 수절할 것을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유처가 만약 양자를 들이면 그 양자가 상속인으로 되었다. 제3순위는 생존한 배우자가 양자를 들이지 않고 사망하거나 개가하는 경우에 죽은 배우자의 본족이 상속하였다. 본족은 죽은 사람의 4촌이내의 자로서 사손이라고도 하며, 동생(2촌)이 없으면 3촌, 3촌이 없으면 4촌의 순위로 상속하였다. 상속분은 적출자 사이에서는 남녀의 차별이나 출가여부의 구별없이 균분상속이 원칙이었다. 다만 장남은 고유상속분의 2할을 더 가급하고 동시에 종폐가 있는 가옥을 상속하였다.
@[(93) 제5절 한국근대법제의 형성@]
I. 서구법의 계수
(1) 조선말기의 법제개혁
우리 나라에 서양법이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17세기 북경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가져온 서학의 한역서적을 통해서였다. 그 중에서 알려지고 있는 것은 중국에서 선교사로 있던 알레니(Aleni)가 편술한 서범학(1623)과 직방외기(1623)이다. 그 속에서 서양문화와 함께 서양의 법학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으며, “의과가 외신생사지권에 관한 문제를 주관하는 데 대하여, 법과는 내외생지권, 즉 정신과 육신의 생사를 다루는 학문이다”라고 하였고, 법관은 천의와 정의를 구현하여야 하기 때문에 성현을 본받아야 하며 고전에 밝아야 한다고 하였다. @p387 이와 같이 서양법문화와 그 사상이 처음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중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초기에는 국내의 젊은 학자들과 실학파와 그 후의 새화파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특히 갑오경장은 확실히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었다. 이때에 비로소 한국사회는 근대사상(서구사상)을 받게 되었으며, 구시대의 봉건주의에 대한 반항으로서 근대적 민권사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수반하여 법제도 대개혁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서구화가 시작된 것이다. 고종 31년(1894) 자령 제30호로서 참형등의 만형을 폐지하고 다음 해에 유형처분등급과 가감형 그리고 미역형처단례도 제정, 시행하였으며, 건양 원년(1896)에는 ‘형율명례’를 정하여 형사법제의 대개혁을 단행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개국 503년 홍범 14조 중에 “민법 형법 엄명제정 불불잠행 감금미벌 이보전인민 생명 급 재산”이라는 방침 아래 민저 재판소구성법을 제정하였고, 이어 광무 9년(1905)에 드디어 전문 905조의 형법대전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실로 한국법제사상 신기원을 이루는 대개혁으로서 구래의 중국법계로부터 서구적 신법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주32). 그 후 융희4년에 한국법전(1910)을 편찬하였으며, 곧 이어 한일합병으로 그 정상적인 발전은 저지되고 말았다.
(2) 일제의 식민지법제
일본은 고종 13년(1875)의 병자수호조약 이후 우리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하였고 (주33), 청일, 노일 양전쟁을 거쳐 1910년 8월 29일에는 한일합병조약을 강제로 체결하여 일본의 총독부를 설치하여 그들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제령 (주34)을 공포하였다. 또한 1912년 3월에는 제령 제7호로 ‘조선민사령’을 공포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일본민법이 의용된다고 하였다.
* 주 32: 정봉휘, 전갈서, 237면.
* 주 33: 1894년에는 청일전쟁의 승세를 몰아 우리 나라에 군국기무처를 설치하여 각부와 각 ㅕ문에 일본인 고문을 1인씩을 두어 모든 각령, 부령, 청령, 훈령, 지령에 대한 사전사열을 하여 국정전반을 간섭하였다. 군국기무처의 급격하고 졸속한 전반적인 법제개혁은 이니 식민지화 정책을 겨냥한 것이었고, 그 후 노일전쟁중인 1905년에는 강제로 체결한 을사5조약에 의하여 우리 나라에 일본의 통감부가 설치되었고, 1910년에는 일본의 총감부가 설치되었다.
* 주 34: 일본은 1911년 법률 제 30호로 ‘조선에 실시할 법령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여 법률로 정해야 할 사항을 제령, 즉 총독의 명령으로 정할 수 있게 하였다. 이로써 일본의 총독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즉, 총독부는 실질상의 입법권자이고 행정권의 총수이기도 했다. @p388
원래 일본의 법제는 프랑스 고전학파에 이론적 근거를 둔 것으로 한일합병으로 형식적으로는 총독정치의 법제가 약용되었으며, 특히 제2차 대전 중에는 전시체제에 맞춘다는 이유로 전시범죄의 특례에 관한 법, 조선총독부재판소령의 전시특례, 조선에 있어서의 재판절차간소화를 위한 국가보안법 및 치안유지법의 전시특례에 관한 건 등으로 침략적 억압을 받아 왔었다.
한편 3. 1독립운동이 일어난지 40여일 만인 1919년 4월 11일에 상해에서 수립한 망명정부인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이미 서양의 근대사상에 접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임시의정원의 개원에서부터 민주적 정치와 입법을 표방하였고, 그 기본법인 임시헌장(전10조)에서 임시정부의 정체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의회우위의 통치체제와 인민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하였다.
여기서 일제의 주요 식민지 법체계를 간단히 개관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일제는 한국을 식민지화함에 있어서 특히 부동산소유권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토지조사사업을 진행하였다. 조선민사령에 의한 근대적 사소유권제도의 도임과 사소유권자의 확정이 가장 시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 소유권자의 확정이란 작업은 대다수 우리 농민을 소작인으로 몰락시키고 농민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공대한 토지를 국유지화하여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헐값으로 불하하여 이를 비호하였다.
가족제도에 관하여는 고유의 관습을 존중한다는 미명하에 관습에 맡겼다. 이것은 가부장제적 가족제도하에서 복종과 순종에 익숙한 인간을 육성하여 지배의 안정을 꾀하고, 가족공동체에 속하여 가장지배하에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노동자나 농업노동자로서 독립생계임금이 아닌 가계보조적 임금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한 것이다.
나아가서 회사제도에서는 민족자본의 육성을 저지하기 위하여 회사설립을 허가제로 하여 한인의 회사설립을 억제하였다. @p389
한편 식민지법제의 특성은 형사법상의 탄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치안유지법 등으로 응징적, 징벌적 탄압과 함께 문화정치란 이름으로 한국인의 민족 분열을 위한 자주의식과 독립성을 마비시켰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이미 국가총동원법에 의하여 인적, 물적 수탈이 극에 달했다.
일제의 식민지법제는 서양법제의 변조, 개악판으로서 법치나 기본권존중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온존, 육성, 역이용은 자주적인 시민이 육성될 사회적 소지를 거세하고 더우기 각종 결사에 대한 전면적 통제는 가족주의, 파벌주의, 연고주의를 격하시키는 요인이 되었고, 민족분열정책과 친일세력의 비호, 육성은 민족간에 불신감을 돋구어 놓았다. 특히 친일매판세력 이외의 민족자본의 육성을 거세하고, 토지제도를 반봉건적 소작제도화하였고, 노동운동과 단체협약을 일체 인정하지 아니 하였으며 수탈을 자행해 왔다. 이로써 우리는 일제를 통한 근대서양법의 간접적 계수에서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점은 법률에 대한 불신감을 민중 속에 심어 놓게 되었다.
(3) 미군정의 법제
일본 제국주의의 패전은 우리에게 해방을 가져다 주었다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해방은 아니었다. 이는 남북이 미, 소 양국 군대에 의해 분할점령되고 나라가 분단되는 시초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여하간 1945년 우리 나라에 해방을 가져 왔으나 1948년 독립시까지 미군정이 실시되었다. 당시 미군정으로서는 일제식민통치기구를 일거에 해체시키고, 일제세력을 전면적으로 숙청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이루어 가려는 것도 아닌 어디까지나 점령군이었고 (주35), 또 그들이 한국에 대해 사전에 계획된 정책이 짜여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미군정은 ‘가능한 한 한국내에 현존하는 실체법 및 절차법을 존속’ 시키는 방향에서 법제를 정비하였다. 미군정의 최고의 입법, 행정권자로서 군정장관이 있고, 그 아래 각 관료기구가 있었다.
* 주 35: 38도선 이남을 점령한 미국 군대는 해방군이라기 보다는 점령군이라는 사실은 1945년 9월 7일 태평양방면 미육군 총사령관 육군대장 더글라스 맥아더의 포고 제1호에 잘 나타나고 있다(한상범, 연기영, 법학개론, 법문사, 1988, 143--144면 참조). @p390
군정장관은 사실상 조선총독의 권한을 행사하였다. 그에 의하여 수시로 필요한 법령이 발하여졌고, 그 밖에는 일제의 군국주의적 악법을 일부 폐지한 것 (주36) 이외에 일제법령이 그대로 유효하였다. 사법분야와 형사법분야에서는 일제법령이 그대로 존속하였고, 이것은 1948년 건국 후에도 당분간 마찬가지였다. 이는 당시 국권을 통합할 정부의 수립이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한 조치로 보아진다. 그리고 건국후에는 법제정비에 있어서 기존질서를 이어 나간다고 하는 뜻과, 일거에 법령의 전면개혁으로 인한 혼란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점을 조치로 보아진다.
II. 대한민국 법전의 제정
1948년 2월 27일 UN 소총회는 가능한 지역 내에서의 총선거를 실시하여 정부를 수립할 것을 결정하였고, 미군정은 동년 5월 10일에 선거를 실시하게 되었다. 5. 10선거의 결과 선출된 198명의 국회의원이 1948년 5월 31일에 국회를 구성하고, 헌법을 제정하여 8월 15일에는 대한민국정부의 수립을 보게 되었다. 이 결과 미군정이 종료되고 명실공히 독립정부가 수립되게 되었다.
헌법은 1948년 6월 3일에 헌법기초위원회를 구성하여 7월 12일에 국회를 통과하여 7월 17일 공포 실시하게 되었다((29) I 참조). 이로써 근대민주적인 헌법을 우리 손으로 제정하게 되었으며, 이 헌법의 정신에 따라 제법률의 제정이 진행되었다. 그 후 수 많은 법률이 제정되어 법체계를 정비하여 왔으나 6, 25의 민족적 비극과 사회정세의 급격한 변화로 여러차례의 헌법을 위시한 각종 법률의 제정, 개정, 폐지 등이 단행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헌법을 비롯하여 오늘날 우리의 법률은 약 3만여건에 달하고 있으며, 기본육법으로서 형법이 1953년에, 형사소송법이 1954년에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1958년에, 상법이 1962년에 제정 실시되고 있다.
* 주 36: 미군정은 일제의 기본법령체계는 그대로 존속시키며, 정치적, 사상적 탄압법령으로서 일본 군국주의와 관계되는 악법은 폐지하였다. 일제법령중 악법으로서 폐지조치가 된 것은 1945년 10월 9일 군정법령 제11호에 의한 치안유지법, 보호관찰령, 예방구금령, 출판법, 국가총동원법 등 12개이다. @p391
III. 한국법학의 과제
(1) 한국법의 흐름
우리 법제는 오랫동안 중국법계의 영향하에 제정, 운영되어 왔다. 고려시대에는 당률이, 조선조시대에는 명률과 청률이 계수되어 동양사회의특색인 ‘예’ 로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자 하였으며, 예는 사회적 생활규범으로서 이 규범을 실현하는 것이 곧 정치이고, 도덕이며 법률이라 인식하였던 것이다. ‘예본형말’ 또는 ‘예주형종’이라 하였고, 법을 ‘예지표’라 하여 모든 법은 예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 예의 실행을 강요하고 위례행위는 범법행위로 처벌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특히 조선조의 유교의 윤리사상과 결부되어 가정에 있어서는 가부장제도를, 사회에 있어서는 분신계급을 낳게하여 철저한 부권과 계급제도, 관존민비, 남존여비 등의 동양적 권위주의를 형성하였고, 이러한 예본위의 동양적 윤리사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법의 제정이 요구되고, 법운영의 근본이념이나 기본원칙도 예를 실현하기 위한 발전이었던 것이다.
갑오경장을 계기로 우리의 법제는 주로 일본을 통하여 법계론적으로는 대륙법계의 법률제도를 계수하였다. 독일, 프랑스와 같은 법전의 형식을 갖추고 그 체계와 내용에 있어 두드러지게 독일법의 영향을 받아 왔으며, 법기술적인 면에서도 대륙법계를 본받아 왔다. 그러나 제2차대전 이후 우리 법제는 1948년 7월 대한민국헌법이 제정된 이후 ‘법의 민주화’란 기치 아래 일제의 식민지 지배법령으로 적용되어 온 각종의 특별법령을 정비하면서 기본입법사업이 차례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륙법계 이외의 영미법, 특히 미국법의 요소가 많이 도입되어 우리 법학의 전개에 일대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과정에서 정부형태를 헌법에 반영할 때도 그러하였고, 6, 25 이후에 행정법, 형사법, 상사법, 사회법, 민법 등 각 분야에서 영미법적 요소의 도입를 엿볼 수있다. @p392 따라서 오늘날 법질서는 영미법과 관련을 갖지 않고는 법을 논의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한국법학의 과제
한국법학의 근 1세기 동안의 파란만장 속에서도 그 명맥을 끊기지 않고 면면히 유지되어 왔다. 다행히도 개화기의 선각자들로부터 출발하여 계속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법학에 입문하였다. 법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양반이나 특권층이 아닌 대체로 가난하고 평범한 시민이 많이 지망하여 왔다. 문학이나 예숙, 인문과학에서처럼 학문적 여유가 사고 결핍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여기에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적, 서민적’ 인 법학은 그런대로 학문성을 유지하면서 각계 각층에 많은 인재들을 제공하게 되었다. 또한 법학이 민주화에 이바지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법학은 해방 후 민주화와 함께 45여년의 역사 밖에 되지 않으며, 이 짧은 역사를 극복하고 한국법학의 발전을 위하여는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가) 한국법의 수립요구: 우리 법제는 중국법계의 요소위에 대륙법계 위주로 구성되어 왔으며, 여기에 영미법적 요소가 가미되어 혼성법계를 이루고 있어 사상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체계적으로 혼란을 자아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성과 고유성 그리고 대륙법과 영미법적 요소를 잘 조화시켜 새로운 의미의 한국법의 수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나) 우리 고유의 전통적 법의식에 대한 탐구: 우리는 유구한 민족사의 대부분들 동양사회 고유의 전통적 문화 속에서 생활하여 왔다. 근대문명이 형식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우리의 생활 속에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세기 내외이다. 우리가 아무리 서구의 법을 계수하였다 하더라도 그 배후에 있는 법의식이나 법사상까지 계수될 수는 없다. 근대화가 반드시 서구화가 아니라면 이제 우리는 고유의 전통적 법의식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또 한편 서구의 합리주의적 법제도의 계수도 배제하여서는 안되고, 이 양자를 조화발전시켜 우리의 주체적 법률문화의 창조에 노력하여 세계 속의 한국법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p393
(다) 권위주의의 극복: 5. 16군사정변은 하향식 획일주의적 강권지배와 군사주의적 발상의 일방통행시대의 시작이 되었다. 하향식 강권지배와 법절차를 무시한 결과위주의 행정능률의 극대화라고 하는 편의주의적 행정은 법치의 운영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관료주도하의 행정우위의 권위주의적 체계로 변형되고 확대되어 가게 되었다. 관료가 시민의 사생활에 함부로 간섭할 수 없는 기본원칙이 우리 국민 스스로에게 투철하게 인식되지 못했다. 유교적인 관료지배의 형태를 수긍하는 시민의식의 빈곤과 관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어 있는 여건이 작용하여 한국법적 관료주의의 폐단을 일으키게 되었다고 하겠다. 또한 여기에 일부 학자들의 출세주의적 정치참여가 부채질을 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관료주의를 합리화시키는 법의 방법으로는 법률만능주의를 들 수 있다. 법률만능주의하에서의 관료의 사고방식은 ‘법대로 하겠다’는 데 있다.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 ‘법의 지배’를 강조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이 말은 이른바 ‘의법처리’ 또는 ‘공권력의 발동’이라고 하는 시민을 내려다 보고 겁을 주는 데 있으므로 문제가 된다. 따라서 관료에 의한 권위주의의 사고는 반드시 극복되어져야 한다. 따라서 관료에 의한 권위주의의 사고는 반드시 극복되어져야 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진실한 의미의 ‘법의 지배’ ((25) III (2) 참조) 나 민주와는 이 땅에서 찾아 볼 없게 된다.
(라) 기초법학의 육성: 법학의 학문성을 위하여는 특히 대학에서 기초법학의 분야가 육성되어야 한다. 법철학, 법사학, 법사회학, 비교법학 등 폭넓고 철저한 학문훈련이 바탕이 되어야 법학의 뿌리가 튼튼히 성장할 수 있다.
(마) 인접분야의 연구: 법학이란 학문을 탐구하기 위하여는 기초법학뿐만아니라 법학의 인접분야에 대하여도 연구하여야 한다.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사회학 등 넓은 분야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
(바) 법학교육의 재검토: 법학교육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히 요청된다. 동시에 오늘날의 사법시험제도의 사법시험제도의 개선도 요청된다. 법학과의 교육뿐만 아니라 오늘날 시민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는 교양으로서의 법학도 중요시되고 있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2) II 참조). @p394
(사) 제6공화국을 한국법학 중흥의 기회로: 우리의 많은 과거는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법을 경시한 역사 속에서 흘러왔다. 그러나 1988년의 제6공화국에서는 한국법학의 중흥의 기회로 삼아 서로가 노력하여야 하겠다. 법은 법률가의 독점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시민의 것이고 또한 시민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법의 생활화가 되고 법을 존중하는 사회가 된다. 또한 현대의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으므로 모든 국민과 위정자는 법의 소리를 경청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법학도는 민주, 법치국가로서의 한국을 건설한다는 긍지와 책임의식 속에서 누구보다도 진지한 자세로 역사 앞에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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