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의 불가사의한 세계
나노테크의 별나디 별난 세계
나노테크 숟가락
현원복
차례
책머리에
제 1 장 테크노피아를 향한 과학, 기술 혁명
카오스 길들이기
프랙탈이 펼치는 새로운 세계
첨단 기술 시대의 7대 불가사의
제 2 장 새로운 전자 시대의 개막
다가온 플라스틱 스크린 시대
가상 현실의 신세계
모방한 열 탐지용 안테나
마음을 읽는 컴퓨터
강철제 무공해 텔레비전
미니 거울이 만드는 텔레비전 화면
벽 속의 화재를 탐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전등
전자 눈의 개발
전자 집사와 전자 쇼핑
전자 화랑 시대의 개막
주인을 알아보는 자동차
쫓고 쫓기는 자동차 방범 기술
초특급 계산대
컴퓨터 바이러스의 선용
텔레비전 안경 개발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레이저
레이저를 이용하는 계산
적과 우군을 가려내는 레이더
여성복장계로 진출한 레이저
홀로그래피로 가짜 약품을 막는다
무선전화 시대에 산다
보이지 않는 안테나
정보 초고속 도로 시대에 산다
지도 정보 서비스 시대
제 3 장 첨단 기계, 기술의 개가
간편한 첨단 화재 경보 장치
개미 수염보다 작은 증기기관
고층 화재 인명 구제용 기구
다가온 휴먼 로봇 시대
밀수범 잡는 로봇 잠수정
백지로 환원시키는 기계
세균 없는 냉장고
5분 내에 어는 속성 냉동 기술
에너지를 절약하는 마이크로 히터
원격조종 굴착기의 등장
위폐범을 밝힌다
의사를 돕는 로봇 뱀
젖짜는 로봇 아가씨
항공기를 검사하는 로봇
해외 여행용 자동시계 개발
8백명이 타는 초대형 점보기
극초단파 비행 캡슐로 2시간만에 세계 일주
다가온 지능형 자동차 시대
미래형 공항
번지는 '지능'고속도로
승용차 색깔을 마음대로 바꾼다.
몰라보게 달라질 신세대의 교통기관
갈릴레오가 본 지구의 새로운 모습
누구나 월면차를 굴린다
달은 21세기의 '페르시아만'?
밝혀질 에로스의 정체
밤을 밝히는 하늘의 거울
수성에도 얼음이 있다
외계선을 쉽게 탐지할 수 있다
우주의 실리콘 밸리
해왕성 달의 화산활동 흔적
화성에서 자립하여 산다
제 4 장 자원과 신소재 개발의 혁명
높은 온도로 발전한다
고층의 첨탑에서 전기와 물을 생산
공해 없는 '제4의 발전'
대류 현상 이용한 냉방용 굴뚝
바다 밑은 광물의 보물 단지
바다에서 식용유를 생산한다
바닷말에서 디젤유 생산
연료 걱정이 없는 바이오매스 발전
새로운 파력발전기
압축 공기로 전기를 생산한다
에너지 절감용 에어컨 개발
여름철 열을 가둬 겨울철 난방용으로
다가온 직접 발전 시대
담수를 이용한 발전
핵탄두를 발전소로 전환
가장 가벼운 인공물질, 에어로겔
나노테크놀로지의 별난 세계
냄새 먹는 돌
닳지 않는 새로운 물질
뛰어난 청소능력을 가진 드라이아이스
바닷물에서 건재를 만든다
분자 스스로가 만드는 미니와이어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벽판 재료
생물의 지혜를 빌린 소재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학 공장, 제올라이트
수수께끼의 신소재 '스타라이트'
우연히 발견된 초강력 물질
전자레인지로 목재의 품질을 높인다.
환경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옷
제 5 장 생물공학과 미래산업
귀리는 바이오 화장품의 원료
더불어 사는 콩과 미생물
모기를 없애는 '다이어트 요법'
복제 인간과 사회적 윤리
소의 암수를 마음대로 결정
맛좋은 '하이테크' 토마토
인공 철갑상어 알젖 개발
자연으로 착색된 목화
작물의 면역 시스템을 부추긴다
절규하는 식물
중금속을 정화하는 식물 세포
폭탄을 먹는 세균
한발 다가선 '거미줄 섬유' 양산시대
개미와 사막
고향 찾는 개구리
귀뚜라미의 비극
기억을 이식한다
나뭇잎에는 '시계'가 있다
돌고래의 슬기
동물은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농업 혁명을 부추기는 메탄올의 신비
모기는 소의 입김을 좋아한다
얌체 같은 밤새의 기생 전략
뱀장어의 수수께끼
산소 없이 사는 거북이
식용쥐를 키운다
약초를 먹는 침팬지
여왕벌의 통제력
유행에 민감한 새들
코끼리들의 커뮤니케이션
제 6 장 환경과 건강 제일의 과학 시대
다가온 '그린'화학 시대
인공 생명의 세계를 간다
간단한 폐플라스틱 재생법 개발
곤충은 오염 해결사
날개 달린 박테리아
네덜란드의 국토 높이기 계획
농산물 찌꺼기로 건축자재생산
도마는 플라스틱보다 나무가 좋다
우주 기술을 이용한 매연 없는 버스
오존은 무공해 세제
오존층을 보호하는 길
음식 찌꺼기로 썩는 플라스틱을 생산
지구공학자들의 원대한 구상
초음파가 여는 타이어 재생의 길
유리 알갱이의 다양한 새로운 용도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생산
화학물질없는 하수처리 방법
개똥벌레가 돕는 결핵 치료
계피는 당뇨병 치료제
고혈압과 간염을 예방하는 야채
냄새는 능률을 올린다
간단한 눈 검사로 당뇨병을 진단
백내장 억제약 개발
샐러드 백신
기적의 항암제 '택솔'
예방 의료 시대의 개막
잎 많은 방은 건전한 방
감귤 펙틴은 암의 전이를 막는다
제 1 장
테크노피아를 향한 과학, 기술 혁명
카오스 길들이기
우리 주변에서는 뜻밖의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수십 년 만에 큰 눈이 내린다거나
예측할 수 없었던 큰 폭풍이 덮치는가 하면 주가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하여 바닥시세를
헤매는 일도 있다. 또 바람 한점 없는데 나뭇잎이 팔랑팔랑 춤추며 떨어진다거나 조용한
방안에서 담배 연기가 온갖 복잡한 모양으로 피어 오르기도 한다.
한마디로 '카오스(chaos)' 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런 자연 현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뚜렷하게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겉보기에도 무질서한 이런 현상 속에 질서가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가전업계를 비롯하여 기상, 금융, 의료, 제어, 화상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카오스 이론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만약에 이런
'카오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 있다면 정확한 장기 기상 예보를 통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음은 물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가전기구를 만들 수 있고,
주식이나 채권 시세의 변동을 미리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둥 다양한 응용 분야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에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기상 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g)는
컴퓨터를 사용하여 바람의 패턴이 약간 변할 때 결과적으로는 기상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1963년 어느 날 그는 연구를 하다가 컴퓨터에게
계산 작업을 맡긴 뒤 커피를 마시려고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한참 뒤 연구실에
돌아온 그는 컴퓨터가 그동안 뱉어낸 데이터가 뜻밖의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 그는 전에 계산했던 결과를 다시 점검해 볼 생각으로 당초 사용했던 같은
데이터로 계산을 시작했으나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 것이었다. 그는 혹시 컴퓨터에 고장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살펴보았지만 컴퓨터는 멀쩡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본래는 예컨대 0.506127과
같이 소수점 이하 여섯 자리까지 입력해야 하는 것을 소수점 이하 세 자리까지만 넣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0.506까지만 입력한 것이 계산하는 가운데 오차가 불어나서 결과는
크게 달라졌던 것이다. 로렌츠는 이를 통해 초기에 입력한 데이터의 사소한 차가 결과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이른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를테면 남미 브라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면서 대기를 흩뜨리면 이런 작은
역항이 쌓이고 쌓여 한 달쯤 후에는 미국 텍사스 주에 큰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믿기지는 않으나 나비가 만든 작은 공기의 흐름이 수만 리를 이동하면서 다른
산들바람을 흔들리게 하여 결국은 다른 지방의 기상까지 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로렌츠는 복잡한 다른 시스템의 시뮬레이션(컴퓨터를 이용하여 변화 예측의 모텔을
실험하는 것)을 검토해 보았더니 그 속에도 역시 감춰진 질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뒤 1970년대에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 수리 생리학자 로버트 메이(Robert May)가 생물의
개체수 변동을 수학적으로 처리 한데 이어, 미국 록펠러 대학 물리 학자 미첼
파이겐바움(Mitchell Feigenbaum)은 물의 흐름에서와 같이 질서가 어떻게 카오스를 만들어
내는가를 설명하는 카오스의 수학 법칙을 발견하였다. 그 후 카오스 연구는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카오스 속에서 어떤 질서의 패턴을 찾아내서 우리의 실생활에 이용하는 연구가
붐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와 일리노이 대학 및 캘리포니아
대학에 재직하던 6명의 물리 학자들은 날뛰는 주가 변동의 카오스 상태 속에서 어떤 패턴을
찾아냄으로써 주식 시세를 예측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한편 레이저는 고른 파장과 세기의
순수한 빛을 발산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일부 레이저에서 생산되는 빛의 세기는
카오스적인 변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히 있다.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팀은 레이저 빔의
혼돈을 새로운 수학적 기법으로 다스려 레이저 출력을 1.5배나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편 가전업계는 카오스 이론을 이용하여 제폼의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기상 전문가들은 그
이론을 이용하여 장기 예보의 적중률을 끌어올리는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의대 심장병 전문가인 애리 골드버거(Ary Goldberger)는 심장의 리듬
변화가 심장 건강에 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과 건강한 심장은 박동하는 패턴에
변동이 있는 반면 병든 심장은 리듬이 보다 규칙적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앞으로 심장병 치료에 혁신적인 요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가전업계에서는 카오스 이론을 응용한 선풍기와 세탁기를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
듀풍사는 화학공정에서 약제를 혼합할 때 발생하는 난류를 거꾸로 이용할 구상을 하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세탁기 내에서 일어나는 난류에 이용하면 세탁물에 대한 세제의 양을 가장
알맞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자동차의 공기저항이나 비행기 날개에서 생기는
난류를 제거하기 위해 카오스 이론을 도입한 설계도 곧 선을 보인다. 카오스 이론을 도입한
로봇은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알아서 장애물을 비껴 가면서 목표물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카오스 이론은 군비경쟁 모델에 도입되어 전쟁을 예측하는 데 응용되고 있는가
하면,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데도 한몫을 거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리하여 카오스
이론은 인간 활동의 모든 분야에 응용의 나래를 펼쳐 나갈 전망이다.
프랙탈이 펼치는 새로운 세계
들쭉날쭉 하면서 복잡한 해안선을 가진 섬의 둘레를 재기 위해 두 사람이 측정에 나섰다.
그 중의 함 사람은 키가 1미터밖에 안되는 소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키가 10미터나 되는
거인이다. 이들은 자기의 보폭을 자로 삼아 섬을 한 바퀴 돌면서 거리를 측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소인이 측정한 섬의 둘레는 15킬로미터였으나 거인은 5킬로미터밖에 안 되어 그
차이는 10킬로미터나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인의 보폭은 25센티미터밖에 안 되어 해안선을 따라 자질구레한 굴곡까지 빼놓지 않고
걸었기 때문에 보수( 보수) 가 많아져서 거리도 그만큼 길었으나, 거인은 보폭이 5미터나
되어 아무리 공들여 걸어도 복잡한 모양을 한 해안선을 모두 커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인의 측정은 잘못된 것일까? 그러나 프랙탈식의 답변은 '소인과 거인의
측정치는 모두 맞다'는 것이다.
닮은 꼴이 많은 자연계
복잡한 그림의 일부를 확대해 보면 배율만 다를 뿐 본래의 도형과 같은 모습을 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스스로 닮은 성질을 가진 복잡한 도형을 '프랙탈'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이런 개념은 과학에서 예술에 이르기까지 자연현상을 보는 견해를 몰라보게 바꿔
버리기 시작했으며, 21세기에는 새로운 응용의 지평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연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해안선에서 산악의 연봉, 나뭇가지의 갈림, 하천의
유역, 구름의 모양과 번개에 이르기까지 어디든 프랙탈이 넘쳐 흐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 복잡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런 구조의 해석에는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바꿔 말해서 자연은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런 모양을
가졌을까 하는 소박한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1960년대에 미국 IBM의 만델브로트(Benoit Mandelbrot)는 60년간의 목화 시세를 검토한
결과 목화 값의 변동 원인이 전쟁이건 또는 경기 후퇴이건 가릴 것 없이 하루에 일어난 가격
변동의 곡선이 월간 가격 변동의 커브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아무리 세밀하게 확대한다고 해도 본래의 모양과 닮은 꼴을 한 프랙탈은 크고 작은 지진의
분포, 자유 시장 경제에서의 개인 수입의 패턴, 미궁 같은 사람의 허파 속의 통로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바로 창조주가 만든
자연 법칙의 하나라고 믿게 된 것이다.
지진에서 그래픽까지
만델브로트 이래 과학자들은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수치로 표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프랙탈 이론은 응용의 영역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예컨대 지진이 언제 일어날 것인가를
미리 알기 위한 연구에서 진원 (진원)의 분포나 빈도의 분포를 설명하는 프랙탈 모델의
작성과 지열발전용의 열원(열원)을 찾기 위한 단층 경계의 해석 등 여러 분야에서 프랙탈
이론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많이 이용되는 분야는 컴퓨터 그랙픽이다. 단순한
데이터를 가지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같은 모양의 그림을 되풀이하여 그려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데이터를 가지고서도 매우 복잡하게 보이는 그래픽을 그릴 수 있다.
회화(회화)의 출발이 자연을 묘사하는 데서 비롯한 것처럼 자연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고
고민해 오던 컴퓨터 그래픽은 만델브로트의 프랙탈 이론이 등장하면서 실제와 거의 다름없는
풍경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바위의 표면이나 파도의 모양을 포함하여 자연계는
프랙탈이 어디서나 넘실대고 있기 때문에 프랙탈을 응용한 컴퓨터 그래픽은 보다 자연과
가까운 시실 적인 것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컴퓨터 그래픽의 세계에서는 이제
프랙탈 없는 표현기술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림의 압축
프랙탈 이론은 또 전자 기술계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1985년 미국 조지아 공대의
번슬리(Michael Burnslee)는 프랙탈 구조를 이용하여 화상 정보를 압축하는 기술 시스템을
개발했다.
화상을 구성하는 화소를 블럭으로 나누어 닮은 영역을 찾아 내면 그림정보를
극단적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렇게 화상 정보를 압축하거나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우리 생활에 획기적인 도움을 가져올 수 있다.
텔레비전 전화나 비디오 회의 등이 보편화되고 퍼스널 컴퓨터를 이용하여 대량의 화상
데이터를 다루게 될 21세기에는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통신 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비디오 테이프 같은 경우에는 테이프에 종전보다 훨씬 많은 그림을 녹화할 수 있게 된다.
첨단 기술 시대의 7대 불가사의
기원전 2세기에 시돈(고대 페니키아의 도시)의 안티파토루스(Antipater:398 B.C.
알렉산더 대왕 휘하의 정치가, 장군)는 7대 불가사의로서 (1)이집트의 피라미드,
(2)바빌론의 공중 정원, (3)올림피아의 제우스상, (4)에페수스(소아시아 지방)의 아르테미스
신전, (5)할리카르나수스의 마우솔레움 무덤, (6)로드스의 거상, (7)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섬의 등대를 선정했다. 그러나 2천2백 년이 지난 오늘날 안티파토루스의 7대
불가사의는 거의 모두 세월과 더불어 퇴색해 버리고 이중에서 피라미드만이 옛날의 영광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
그 동안 일부에서는 안티파토루스의 7대 불가사의를 대신하여 로마의 원형극장,
알렉산드리아의 기독교들의 지하 피난처, 중국의 만리장성, 스톤헨지, 피사의 사탑, 남경의
질그릇탑, 이스탄불의 산타소피아 모스크 등을 새로 7대 불가사이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1994년 1월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 종합지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는
현대판 7대 불가사의를 종래와 같이 구조물이나 건축물이 아니라 현대 기술이 만든 물건에서
찾아내어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현대판 7대 불가사의에서 건축물을 배제한 것은
현대에는 내세울 만한 거대한 건축물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또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아름답고 빼어난 특성을 가진 건물도 많다. 그러나 현대인에게는 이런 건물들이
중세의 농민들이 사원을 바라볼 때 느꼈던 것처럼 신비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빌딩을
짓는 것이 신비롭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이다.
현대 기술은 인간에게 온갖 규모의 것을 복잡한 방법으로 만드는 힘을 주었다. 그래서 그
결과 나온 산물은 반드시 유일한 것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고 그 중에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도 있다. 또 이들은 반드시 규모가 커야 할 필요는 없고, 그 중에는 작기 때문에
불가사의로 뽑힌 것도 있다. 그러나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규모는 한결같이 놀라울 만큼
엄청나다.
현대판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된 (1)생각하는 기계인 마이크로프로세서, (2)남녀의 활동을
동등하게 한 피임약, (3)만인의 메신저 전화, (4)대량 수송 수단 점보 제트기(보잉 747),
(5)바다의 '거상' 해중석유채굴 플랫폼, (6)가장 무서운 파괴 수단인 수소폭탄, (7)인류의
외계 전초 기지인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남긴 장비 등을 소개해 본다.
생각하는 기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이코노미스트지"가 1945년 이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일곱 명의 과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한 미국의 발명가 테드 호프(Ted Hoff)는 1971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발명하여 현대
컴퓨터 및 전자 공학 시대를 앞당긴 3대 발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이유는
1947년 발명된 트랜지스터와 1959년 발명된 직접 회로(IC)를 통합한 것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뉴욕주 로체스터 출신인 호프는 렌세러 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립과학재단(NSF)의 장학금으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스탠퍼드 연구원으로 10년간 일했다. 그는 연구소보다는 연구 결과를 직접 접목할 수 있는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1968년 인텔(Intel)사에 입사한 뒤 얼마 안 되어 일본의 탁상용
전자계산기 메이커인 비지콤사의 연구 개발을 의뢰 받게 된다. 당초 비지콤 측은 6개의 직접
회로로 된 복잡한 설계를 제시했으나 호프는 모든 중앙 연산 처리 기능을 한 개의 칩 속에
수용하는 설계를 고안하여 1971년 1월 최초의 칩 4004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완성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이를테면 한 개의 칩 위에 올려놓은 상용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의 발명에서 특기할 사항은 첫째, 구상에서 상용 판매까지 불과 1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고, 둘째, 같은 기계를 이용하여 꼭 같은 방법으로 만든 제품이지만 프로그램을 바꿔
줌으로써 수천 가지의 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의 방법을 바꾼 것이다.
1973년에는 인텔 4004보다 20배나 작동이 빠른 인텔 8080이 등장하자 종래 장난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기계를 알테어라고 부르는 퍼스널 컴퓨터로 변신시켰으며, 마침내
퍼스널 컴퓨터 시대의 막이 오르게 되었다. 인텔사는 개당 3백 60달러로 인텔 8080을 팔아 큰
돈을 벌기 시작하였고, 80년대에 BIM이 퍼스널 컴퓨터 생산에 뛰어들면서 돈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었음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보는 기업이 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명된 뒤 10여년 만에 퍼스널 컴퓨터는 하이테크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대 생활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상품이 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
혁명의 시초에 지나지 않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이 뛰어오르고 값이 떨어지면 서 크고
작은 모든 기계 속으로 들어가 멍청했던 기계를 똘똘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 선을
보인 인텔사의 '펜티엄' 프로세서는 1천 3백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수용하고 간단한 말을
알아듣고 말할 수도 있다.
남녀의 활동을 동동하게 한 피임약
믿을 수 있고 사용하기 쉬울 뿐 아니라 여성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피임약의
등장으로 남성과 여성은 역사상 처음으로 성적으로 같은 지위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 결과
인류 사회에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성의 자유는 사회 및 경제적인 자유를
뜻하는 것이며 남성과 여성 간 힘의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아기의 출산을
연기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종래 여성들의 전문직 진출에 대한 중요한 걸림돌이
제거되었다.
1956년 첫 번째의 대대적인 피임약 실험을 할 무렵 미국 노동인 구중 여성의 비율은
32퍼센트였고 총수입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데 지나지 않았으나, 현재 그 수치는
46퍼센트에다 3분의 1 이상을 넘어서고 있다. 피임약은 초기는 고혈압과 유방암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알려졌으나 오늘날 피임약은 세계 9천만 여성이 즐겨 선택하고 있다.
이 혁명적인 발명은 멕시코산 마에서 뿌리를 찾는다. 이 마의 뿌리로부터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라는 호르몬을 모방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
여성의 월경 사이클은 두뇌와 생식 조직간의 복잡한 호르몬 조절로 이루어지는데
프로게스테론은 이 조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로게스테론이 실어 나르는 주요한 메시지는 '우리는 임신했다. 는 것이다. 태반과
황체(난자가 성장하는 세포 덩어리)에서 분비되는 이 호르몬은 예컨대 유방을 부풀어오르게
만든다거나 해서 몸에게 아기 출산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이 호르몬은 또 뇌에게 난소에
대해 더 이상의 난자 방출을 요청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의학계에서는 종전에도 이런 구상은 있었으나, 천연의 프로게스테론은 몸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입을 통해 섭취하는 경우에 효과를 보자면 많은 양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화 기관과 간장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뇌에 대해 진짜 프로게스테론이라고
속일 수 있는 물질을 만들려고 많은 화학자들이 이 분야의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
경쟁에서의 승자는 멕시코시티 신택스사 연구소의 젊은 화학자 칼 드제라시(Carl
Djerassi)였다. 1951년 그는 프로게스테론과 닮기는 했으나 탄소 원자 한 개가 모자라는
노르에신드론(norethindrone)이라는 합성 호르몬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동물실험을 거친 뒤
푸에르토리코에서 50명의 여성에게 실험한 결과 부작용 없이 배란을 없앤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 뒤 피임약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력한 효험을 발휘하게 되었고 복용 량을
줄임으로써 부작용도 줄여 갔다. 약효가 3개월 지속되는 주사용 피임제도 개발되었다.
20세기의 역사에서 남녀가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동반자로 기록하게 된 배경에는 이
작은 물건의 불가사의한 작용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만인의 메신저 전화
오늘날 우리는 수화기를 들고 버튼만 누르면 세게 5억8천만 명의 전화가입자 중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1992년 세계는 국제 통화만으로 4백억 분을 소비했다.
오늘날 전화는 팩스와 데이터와 필름까지 전송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양의
정보를 빛의 속도로 전송하는 세계의 전화망은 바다 밑에서 우주 궤도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1876년 알렉산더 벨이 발명한 전화는 삽시간에 미국 전역을 정복하였고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세계의 전화 보유 대수는 100명당 미국이 54대, 모나코가 80대 이상,
그리고 스웨덴이 70대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우리 나라도 최근 2천만 회선을 돌파하여
상위권으로 접근하고 있다.
종전의 전화선은 땅속에 묻거나 전신주에서 늘어뜨린 구리선이 대종을 차지했으나 장거리
통신은 마이크로파로 대치되었다. 그러나 비용이 너무 비싸 부유한 국가 외에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인공위성은 그보다 더 먼 거리를 커버하지만 비용은 더욱 비싸다. 또
광섬유 케이블은 이보다 싸고 용량은 크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새로운 셀 방식의 무선 기술은 벨의 꿈이었던 글로벌 규모의 범세계적인 서비스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기 시작했다. 셀 방식 전화의 차세대 시스템은 오늘날의
무선망 용량보다 20배나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으며, 신규 가입자의 비용을 훨씬
떨어뜨려 준다. 그래서 세계 인구의 12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세계의 총 전화 보유 대수의
2퍼센트 이하를 차지하는 아프리카나,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전화 보유
대수는 7퍼센트밖에 안되는 아시아의 많은 가난한 나라들은 유선전화보다 셀 방식 전화망의
설치를 선호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중국과 헝가리를 포함한 수십 개국 전화망은 구리선이 아닌 무선파를 이용하는
한편, 도시에서는 광섬유 케이블을 타게 될 될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보다 훨씬 경이로운
전화망을 볼 날도 멀지 않았다.
대량 수송수단 점보 제트기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보잉사의 에베레트 공장은 크기로 따질 때 세계 최대의 건물이다.
1천 3백 40만 입방미터의 공간을 갖는 이 공장에는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을 약
5백 50개나 수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볼품 있는 건물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보잉 747기는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이 여객기는 지금까지
지구 인구의 약 4분의 1인 14억 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고,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거의
2백 배나 되는 2백 90억 킬로미터를 비행했다. 이 여객기는 부자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에게도 멀리 떨어진 곳을 보다 접근하기 쉬운 곳으로 만들었다. 이 여객기를 처음
구입한 팬암사의 주안 트립 회장은 이 여객기를 '평화의 무기'하고 불렀다.
보잉 747기가 이를테면 세계를 축소시킬 수 있게 된 요인은 이 여객기의 비행거리와
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한 개의 점보 엔진은 구식의 707기의 4개 엔진보다 더 큰 추진력을
발생한다. 그래서 현대식 점보는 5백 70명의 탑승객이나 또는 1백 22톤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한편 6백만 개의 부품으로 조립된 점보 제트기는 조립 공장에서 생산되는 최대의 기계일
뿐 아니라 가장 복잡한 기계이기도 하다. 오늘날 15가지의 다른 모델이 나왔으나 지금까지
생산된 1천 대의 점보기 중 꼭 같은 비행기는 하나도 없다. 항공사마다 의자의 배치 등
독특한 주문을 하고 있고 보잉의 엔지니어들도 언제나 설계를 바꾸고 있다. 여분의 연료
탱크를 싣고 기체가 가벼워진 덕으로 1994영 초 싱가폴 항공사가 인수한 1천 번째의
점보기는 항속 거리가 1만 3천 3백 40킬로미터나 된다. 그런데 1968년 선보인 최초의 747기는
항속 거리가 8천 5백 10킬로미터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날 대당 1억 2천 5백만 달러인 747기는 보잉사가 제작한 것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여객기였다. 747기는 극초음속 비행기가 등장할 때까지 계속 세계를 누비면서 주름잡을
것이다.
바다의 '거상' 해중석유채굴 플랫폼
현대 석유 시대는 1947년 10월 4일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커맥지(Kerr-McGee)라는 이름의
한 중소 석유 회사가 루이지애나 해안에서 16킬로미터 떨어진 멕시코 만에서 석유를
발견함으로써 개막되었다. 그 전에도 가까운 바다에서 석유를 채굴한 일은 있었으나 진정한
의미의 해저 석유 채굴 플랫폼 시대를 예고한 것은 커맥지사였다. 오늘날 플랫폼의 모양과
크기는 가지각색이다. 어떤 것은 바다 밑바닥에 고정된 구조물을 박은 것도 있고, 어떤 것은
계류 장치로 고정시킨 것도 있다. 또 어떤 플랫폼은 굴착 장비만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직원숙사는 물론 석유와 천연가스와 물을 분리하는 기계 장비까지 갖춘 것도
있다.
플랫폼은 알래스카의 노스슬롭 앞의 비포트해에서 호주의 보나파르트만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처에 산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가장 크게 활약하고 있는 곳은 유럽의 북해
지역이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이곳에 90개의 플랫폼을 갖고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어떤 석유 수출국 기구(OPEC) 국가들보다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북해에서 가장 두드러진 플랫폼은 '걸팩스 C(Gullfaks C)'이다. 이 곳에서는 하루에
최소한 25만 배럴의 석유와 3만9천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노르웨이 국영 석유 회사인 스타토일사와 두 개의 노르웨이 민간 기업인 노르스크
하이드로사와 세가 페트롤럼사가 소유하고 있다.
1989년 이 플랫폼을 브렌트 유전 북쪽에 있는 현장으로 예인하고 갈 때 두 가지 세계
기록을 세웠다. 첫째, 이것은 1백50만 톤의 무게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플랫폼이었다. 둘째, 11척의+ 예인선이 끌고 간 이 플랫폼은 인류가 이동시킨 가장 큰
물체였다. 높이 262미터의 이 플랫폼은 25만 5천 입방미터의 시멘트와 8만 톤의 강화용
강철을 싣고 있었는데, 이것은 에펠 탑을 10개나 건설할 수 있는 재료였다. 이 콘크리트
바닥은 4에이커(약4,896평) 넓이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3백30명의 사람이 거주하고 두
개의 착공 장비가 있는데 각각 26개의 석유공을 관장한다. 건설비는 약 20억 달러가 먹혔다.
이 플랫폼이 앉은 해저는 두터운 진흙 층으로 되어 있으나 15미터의 파고와 시속
110킬로미터의 바람이 부는 북해에서 이런 엄청난 구조물을 지탱하기에는 빈약하다. 그래서
플랫폼 바닥으로부터 16개의 콘크리트 기둥을 해저로 박아 넣었다.
그러나 대형 플랫폼의 전성시대는 이미 사라졌다. 수심이 얕은 해저의 석유 개발은 이미
모두 끝났다. 따라서 깊은 바다의 개발만 남았는데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플랫폼을 반잠수형
구조물로 건설하여 바다 밑에 계류시켜야 한다.
그래서 걸팩스 C는 사라져 가는 고정식으로서는 최대 및 최후의 플랫폼이 되었다.
가장 무서운 파괴 수단인 수소폭단
오늘날 세계에는 인구 1백만 이상을 가진 도시가 2백 86개나 있는데 순간적으로 이 모든
도시를 여러 번 파괴할 수 있는 충분한 핵무기를 현재 갖고 있다. 수소폭탄은 국제분쟁의
성격을 바꿨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도 바꿨다. 지난 30년간 인류는 마음먹기에 따라
지구의 종말은 언제라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는 것을 알면서 살아 왔다.
최초의 핵무기는 핵분열에 의존했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원자핵은 중성자로 때리면
반으로 분열되어 에너지와 더 많은 중성자를 방출한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핵에서 나온
중성자는 다른 핵을 분열시키는 연쇄반응이 시작된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수소폭탄 또는 열 핵무기는 분열 반응을 이용하여 보다 강력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첫 번째의 폭발에서 나온 에너지는 우라늄 조각 주변에 감싼 리튬(가벼운 금속)과
중수소(수소의 무거운 형태)의 혼합물을 가열하고 압축한다. 우라늄 조각에서 나온 중성자는
헬륨과 수소의 보다 무거운 형태인 3중수소와 중수소는 융합하여 헬륨과 여분의 다른
중성자를 만들어 낸다.
대형의 핵분열 폭탄을 만들자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대형의 핵융합 폭탄은
소형에다 주로 연료만 더 보태 주면 된다. '마이크(Mike)' 라고 불린 최초의 핵융합 장치는
1천만 톤의 고성능 폭약과 맞먹는 힘으로 폭발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의 가장 큰 핵분열
장치보다 10배나 강력한 것이다. 이 폭발 광경은 핵분열 폭발을 늘 보아 오던 사람에게도
매우 충격적이 것이었다. 폭발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관람자에게 도달한 뜨거운 열기는
수분간이나 그 자리에 머물러 떠나지를 않았다. 1960년대에 구소련은 150 메가톤급 폭탄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히로시마의 중심부를 납작하게 만든 폭탄보다 1만배나 더 강력한
것이었다. 이들은 이보다 10배나 더 큰 폭탄도 계획하고 있었다.
핵분열 폭탄은 이렇게 강력하지만 소형 폭탄도 만들 수 있다. 마이크의 크기는 무개화차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 뒤 수소폭탄은 미국 폭격기의 폭탄투하실 속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그 뒤 미사일 탄두에 장치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다. 이것은 곧 핵의
세계가 성숙기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의 핵분열 폭탄은 공포의 대상이기는
했지만 재래식 폭격보다 두드러지게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베트남 전에서 투하된 재래식
폭탄은 양으로 따져 히로시마 원폭의 6백 40배에 이른다. 그러나 수소폭탄의 파괴력은
이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수소폭탄은 순식간에
지상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
인류의 외계 전초기지, 아폴로가 남긴 장비
지금 달의 '고요의 바다' 에는 아폴로 우주선이 남긴 플랫폼이 있다. 그 속에는 지진계와
레이저 거리 측정용 표적, 그리고 미국기를 건 깃대와 발자국이 남아 있다. 기지 주변은
회색과 먼지의 평원뿐이다. 그 진흙의 배경에는 푸르고 하얀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1969년 7월 20일 22시 18분(그리니치표준시)에 우주선은 처음으로 달의 고요의 바다에
내렸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 표면에 내려 40억 년의 역사상 최초로 먼지 속에
발자취를 남겼다.
이 기지에서는 하루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사람이 체류했었다. 이들의 뒤를 이어서
12명의 우주인들이 달에 도착했으나 그 뒤 20년간 아무도 그곳에 발을 붙인 사람은 없다.
그것은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푯말에는 '모든 인류를 위해 우리는 조용히
왔다'고 이룩되어 있다.
아폴로는 냉전과 미국 외교정책의 소산이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오직 한 나라만이
지금껏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한 것이었다. 언제나 불가사의란 무의식중에 그런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지만 고요의 기지는 처음부터 불가사의한 것이 되게끔 설계되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래의 달 방문에서는 셔틀을 이용하면 아폴로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들게 될 것이다. 영구적인 달 기지를 건설하면 쓸모는 있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어젠가는 인류가 다시 달을 찾는 날이 있을 것이다. 달은 천문 관측을
위해서는 이상적인 장소다. 또 달에서 돈도 벌 수 있다. 달에서는 지구보다 원료를 싸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샌디에이고의 국제우주흥업사는 러시아의 로켓 등
하드웨어를 사용하여 무인식으로 달까지 화물을 싸게 운송을 주겠다고 제의하고 있다.
만약에 사람이 달에 정착하게 되면 고요의 기지는 플리머드의 바위(1620년 메이플라워호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 청교도들이 첫발을 디딘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드의 바위)처럼
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곳은 불가사의의 자리를 꾸준히 지켜 나갈 것이다. 달에는 이
기지를 바래게 만들 바람도 비도 없고 가끔 미세한 운석이 떨어질 뿐이다. 그래서 고유의
기지는 인간이 지구에서 만든 어떤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존속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류보다 더 오래 존속할지도 모른다.
제 2 장
새로운 전자 시대의 개막
다가온 플라스틱 스크린 시대
21세기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는 텔레비전 수상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어떤 방에서도 볼 수 있다. 단추 하나만 누르면 방의 벽은 넓은 텔레비전 스크린으로
바뀐다. 그래서 누구든지 거실의 폭신한 소파에 앉아서 벽면을 온통 덮은 큰 화면을 통해
극장 못지 않은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어린이들도 단추 하나로
자기 방의 벽을 텔레비전에서 무료함을 달래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휴대용
텔레비전은 거울 모양 납작해지고 컴퓨터 디스플레이의 모습도 몰라보게 바뀐다. 빛을
발산하는 플라스틱 재료가 완성되는 21세기 초에는 우리의 영상 문화에 일찍이 없었던
혁명의 바람이 일기 시작할 것이다.
빛을 내는 프락스틱
1990년 어느 날 영국 케임부리지 대학 캐빈디시 연구소의 물리학자 리차드 프렌드(Ricend
Friend) 교수의 연구실에서 나온 희미한 황록색의 불빛은 '플락스틱 전자시대'를 만들어
보려던 재료 과학자들의 '10년 꿈'의 실현을 약속하는 상서로운 빛이었다. 프렌드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이 유기 물질인 플락스틱 조각에 전류를 통과시킨 결과 최초의 폴리며
발광소자(LED)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소식으로 사람들이 흥분하게 된 것은 이
발공소자의 상업적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발광 소자는 보통 무기질의 반도체로
만드는데 많은 전자장치에서 빨간 불빛을 점멸시킨다. 그러나 값싸고 작은 발광 소자를
만들어 컬러 영사도 보여 줄 수도 있다면 컴퓨터와 텔레비전용의 납작한 플락스틱 스크린이
등장하여 영상 문화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리하여 세계과학계는 발광 소자의 연구 개발을 위해 불을 뿜는 경쟁 시대로 들어갔다.
미국 과학 정보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993년 여름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된 과학 논문 중에
유기-폴리머 발광 소자에 관한 논문이 5건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봐도 그
연구에 대한 관심도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
프렌드 교수 팀이 사용한 도전성 폴리머는 폴리(p-페닐렌비닐렌) 또는 PPV였다. 이
재료에서 나온 빛은 전등과는 비교도 되지 않기는 하지만 낮에도 볼 수 있는 밝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재료 과학자들은 현재 디스플레이로 사용되고 있는 섬세하고 다루기 까다로운
액정 외의 다른 재료로 납작한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을 얻게 되었다.
방출되는 광자
폴리머의 빛은 들어오는 광선과 폴리머 속의 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생기는데 그
파장은 전자의 에너지층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폴리머 분자 속의 전자는 거의 모두가 낮은
에너지 띠에 앉아 있다. 다음 높은 띠는 대개 비어 있는데 광자가 유입되어 에너지를 보태면
낮은 띠의 전자들은 높은 띠로 뛰어오른다. 그러나 전자는 낮은 에너지 상태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분의 에너지를 재빨리 방출하고 낮은 띠의 구멍으로 되돌아간다. 이 여분의
에너지는 새로운 광자 또는 열의 모양으로 방출된다.
프레드 교수 팀은 빛 대신 전류를 사용하여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폴리머 조각 양쪽에 전극을 붙였다. 전자는 마이너스에서 플러스(@e+@m) 전극으로 흐르기
때문에 폴리머에 전압을 걸면 마이너스(@e-@m) 전극으로부터 플라스틱 속으로 이동한다. 낮은
에너지 띠는 꽉 차 있어 이 전자들은 높은 띠에 자리를 잡은 채 전압에 의해 플러스 전극
쪽으로 끌려간다.
동시에 플러스 전극은 낮은 띠 속의 전자를 끌어들이면서 그 뒤에 구멍을 남긴다. 낮은
띠의 전자들은 한 번에 하나씩 움직여서 구멍은 마이너스 전극 쪽으로 후진한다. 이렇게
후진하는 구멍 중의 하나가 우연히 높은 띠에서 전진하는 전자와 마주치게 되면 전자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낮은 띠로 떨어지면서 광자를 방출하는 것이다.
한편 낮고 높은 에너지 띠 사이의 에너지의 차이가 광자의 파장을 결정한다. 예컨대
폴리머에게 낮은 에너지의 광자인 빨간빛을 발산하게 만들려면 에너지의 차이가 작아야
한다. 반대로 푸른빛은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 에너지 띠의 차이가 커야 하다.
1977년 최초의 도전성 폴리머를 발견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팀의 한 사람이며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산타바바라)에 재직 중인 앨런 히거를 비롯하여 유럽과 일본의 과학자들이
우선 착수한 과제는 발광 소자가 케임브리지 팀이 만든 황록색 외에도 다른 색깔을 발산하게
만드는 연구였다. 1991년 히거 교수 그룹은 PPV의 내부구조를 조작하여 빨간빛을 내는 데
성공했다. 1992년에는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기술 대학의 군터 라이징 교수 팀이 푸른빛을
만들었다.
'단명'이라는 걸림돌
그래서 일단 여러 색깔의 빛을 내는 일은 해결되었지만 더 큰 걸림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효율에 관한 문제였다. 이것은 폴리머 속에 주입된 전자와 그 결과 발산된
광자(광자)의 비를 비교하는 이를테면 수지 타산 문제였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산된
최초의 폴리머 발광 소자의 효율은 불과 0.01퍼센트였다. 10퍼센트나 되는 전등의 효율과는
비교도 안되는 낮은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폴리머의 종류와 폴리머에 연결되는 전극의 재료에 있다고 보고
다른 폴리머와 전극 재료를 사용하여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1993년 10월 프렌드 교수 팀은
지금까지의 최고 수준인 4퍼센트 안팎의 효율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폴리머 층으로부터 두 개 층의 발광 소자를 구성하여 이렇게
비교적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4퍼센트의 효율이라면 납작한 스크린
디스플레이어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밝기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디스플레이가 상품화되자면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폴리머 발광 소자의 수명을 더 오래 연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일부 폴리머는 불과 2__3분간 빛을 냈다가 꺼지는가 하면 어떤 것은 몇백 시간의
수명을 가진 것도 있다. 그러나 산업용으로 사용하자면 적어도 수만 시간은 변함없이 빛을
발산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플라스틱 발광 소자가 그렇게 빨리 빛이 바래는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원인 중에는 너무 높은 전류로 폴리머를 과열시키는 한편
폴리머와 전극 간의 산화반응이 재료를 망가뜨리는 데 있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걸림돌이 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날 발광 소자의 앞날을 가로막던 여러
문제들이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해결되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그 앞날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프렌드와 히거는 이미 이 폴리머를 상업적으로 응용하기 위한 기업들을
발족시켰다. 그래서 플라스틱 스크린 시대는 예상보다 일찍 도래할지 모른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상 현실의 신세계
21세기 초, 젊은 샐러리맨 김씨 부부는 내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주택 건설 회사를
찾는다. 김씨 부부와 같은 주택원매자들은 그 전 같으면 계약에 앞서 회사가 지은
모델하우스를 찾아 집의 구조와 원자재를 포함하여 집구경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우선
'가상현실'장비를 갖춘 상담실에 안내된다. 김씨 부부는 컴퓨터와 연결된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에이라는 뜻의 머리 글자)와 전자 장갑을 착용하고 나란히 앉는다. 담당 직원의
안내대로 머리와 손을 움직이면 김씨 부부는 디스플레이에 비치는 가상현실 속에서 이
회사가 공급하는 여러 가지 평형의 아파트 내부를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이곳저곳을 자세히
구경할 수가 있다. 이들은 거실과 침실로 들어가 보고 바닥재와 벽지의 무늬와 색깔도
이것저것 다른 것으로 바꿔 볼 수도 있다. 주방으로 발을 옮긴 김씨 부인은 싱크대의 종류와
배열을 바꿔본다. 싱크대의 수도꼭지를 틀면 쏴아 하고 힘차게 물이 흘러내린다. 집구경을
모두 마친 김씨 부부는 기본구조에다 이런저런 옵션을 첨가하여 계약을 마친다. '가상
현실'기술은 건설 회사에게는 모델하우스 건설과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길을
열어 주고 개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시대의 원매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김씨부부가 쓴 HMD안쪽에는 깨끗하고 선명한 그림을 보여 주는 두 개의 액정 스크린이
붙어 있다. 이 스크린에 비치는 컴퓨터 그래픽은 가상적인 그림이지만 착용자의 머리와 손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동작한다. 컴퓨터는 머리와 손이, 움직임을 센서와
광섬유를 통해 전달받으면 거기에 어울리는 영상을 메모리 속에서 찾아내어 디스플레이로
보낸다. 초당 8천만 회의 연산 능력을 가진 컴퓨터는 매초 30개의 이런 그림을 보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가상 현실'기술은 우선 게임과 레저, 그리고 스포츠 분야에서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투기와 탱크로 직접 적과 전투를 벌이는 3차원 게임을 비롯하여
집안에서 즐기는 '스키타기', 그리고 새처럼 공중을 훨훨 날아다니는 체험을 할 수
있는'가상 현실'레저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가상현실'기술은 차츰차츰 실리적인 이용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의 클라이슬러사는 IBM 와트슨 연구소와 손잡고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는 신형차 설계
시스템을 개발하여 1997년형 모델을 만들었다. 시험운전자는 '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하고
마치 진짜 자동차를 탄 것처럼 핸들을 돌리기도 하고 단추를 누르기도 하면서 혹시 손잡이의
위치가 불편한 자리에 있지 않은가 등 이곳 저곳을 점검할 수 있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차의 설계과정을 여러 달 앞당길 수 있다. '가상 현실'시스템을 자동차의 판촉 서비스에
도입하면 소비자들은 차를 사기전에 가상의 '시승'을 통해 승차 감을 알아볼 수도 있고
성능도 시험해 볼 수 있다.
한편 '가상 현실'기술은 의학과 약학 분야에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수술에 앞서 수술 결과를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예컨대 관절 수술을 하는
외과의들은 '가상 현실'시스템을 이용하여 수술한 뒤의 다리의 움직임을 여러 각도에서 미리
관찰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대학이 개발한 '가상 현실'시스템을 이용하면
신약 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가상의 분자들이 서로 결합하거나 반발하는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한눈으로 볼 수 있어 특정 분자가 갖는 약효의 특성을 쉽게 시험할 수
있었다. 지난날 숱한 시행착오 과정을 겪어야 했던 의약품 설계도 이제 '가상 현실'시스템을
사용한다면 시행착오를 거치는 데 드는 막대한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모방한 열탐지용 안테나
곤충의 촉모의 생리학적 구조를 실리콘 웨이퍼에 인쇄한 뒤 금으로 코팅을 하면
세계에서 가장 소형의 열탐지 안테나가 된다. 이장치를 개발한 미연방정부의 과학자들은
우연한 기회에 자연을 모방하게 되었다.
이들은 최근 미농무성의 한 곤충학 자가 곤충 중에는 적외선 탐지기를 닮은 촉모를 가진
것도 있다고 밝힌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미국 표준 기술 연구원에서 이 안테나
설계를 도운 맥도널드(Don McDonald)는 살아 있는 생물의 진화와 사슬과 기술의 진보가 어떤
발전 단계에서 가지런히 달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 안테나는 초전도 재료로 만들었는데 65마이크로미터(마이크로는 1백만 분의 1이라는
뜻)의 폭을 측정할 수 있다. 이 안테나는 텔레비젼의 경우처럼 여러 가지 파장과 맞추는
탐지 장치와 함께 작동한다.
미국방성은 이 안테나 개발에 필요한 연구비를 거의 모두 지원했는데 감시용 위성에
탑재할 수 있도록 소형 배열판에 1만 개의 안테나를 연결할 계획이다. 이 안테나는 열을
감촉하면 레이더 교란용으로 함께 배치한 여러 개의 속임용 장비 속에서 발사된 탄도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도 연구비를 지원했다. 이들은 이 안테나를 이용하여 대기 속의 오염을
탐지할 생각이다. 그런데 온실효과를 가져오는 기체 분자는 적외선 스펙트럼에서 진동을
하는데 이 안테나로 탐지할 수 있다.
맥도널드는 또 이 안테나를 의학 분야에서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적외선
안테나는 몸속의 작은 온도의 차이를 탐지하여 이것을 열의 영상으로 만들어 암과 같은
비정상 상태를 보여 줄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마음을 읽는 컴퓨터
21세기 초 어느 날 저녁, 직장에서 돌아오는 김씨의 마음은 몹시 지쳐 있다. 현관문에
들어설 때 주인의 이런 정서를 읽은 김씨의 컴퓨터는 거실에 있는 가전자동조절장치에게
실내의 불빛을 낮추고 마음을 달래는 음악을 틀라고 지시한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은 공상과학소설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니크 우먼(생체여성)'에서 '로보캅(로봇경찰관)'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신체와 최정상의 두뇌를 누린다. 오늘날 미래 학자들 중에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할 때 전개될 황홀한 미래상을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뇌와 연결된 컴퓨터는 사람의
뇌파를 읽음으로써 그때그때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곧장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김씨가 홍길동이라는 친구의 전화번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컴퓨터는 즉시
데이터베이스에서 이 전화번호를 찾아내어 스크린에 비쳐 주기 때문에 김씨는 전화번호를
찾아 달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판을 만질 필요도 없다.
이런 가상의 텔레파시는 몇 세대 뒤의 먼 훗날에나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단의
과학자들은 언젠가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실현할 장치를 벌써부터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람의 두뇌, 팔 또는 얼굴 근육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컴퓨터 영상을
만드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뇌조직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패턴으로 옮겨 준다. 그래서 이런 연구를 통해 눈을 깜빡인다거나 볼을 실룩거리는
행동으로 손가락을 대신하여 컴퓨터의 글자판을 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 장애인들도
컴퓨터와의 접촉의 기회를 늘려 줄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한 컴퓨터를 제작하여 팔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바이오컨트럴 시스템즈사가 제작한 '바이오뮤즈' 컴퓨터는 근육,
눈, 그리고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처리할 수 있다. 사용자가 착용한 완장이나 또는 모자
안쪽에 붙인 땀받이가 몸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잡으면 '바이오뮤즈'는 이것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로 바꾼다. 이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이오 뮤즈'를
이용하여 사용자가 생각을 통해 컴퓨터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한편 뉴욕의 IBVA 테크놀로지즈사가 제작한 '대화형 뇌파시각분석기(IBVA)'는 사용자가
착용한 머리띠처럼 생긴 장치를 통해 수집한 뇌파를 음악을 포함한 여러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 예컨대 착용자가 화를 낼 때 뇌파가 바뀌는데 이런 특정한 패턴에 상응해서 음표도
바뀐다.
인간과 돌고래간의 상호 반응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아쿠아소트 재단' 과
볼티모어의 몬슨 소프트웨어사는 '마인드세트'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컴퓨터 스크린에 사용자의 뇌파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장차 컴퓨터
기능을 제어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인간과 컴퓨터가
대화하는 데 자판과 같은 인공 장애물이 없어지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이리하여 기계와
인간은 청각, 시각 그리고 촉각 등 감각을 통해 불편 없이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된다.
1994년 3월에는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어 어드밴스드 뉴로테크놀로지즈사가 '브레인 링크'
컴퓨터-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6천 달러의 비용으로 2주일간
훈련기간을 거친 뒤 사용자들은 자기들의 뇌파를 제어하는 방법을 배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상과학소설에서 말하는 '웨트웨어'는 두뇌를 일컫는 '웨트'가 하드웨어(컴퓨터 장비)와
소프트웨어(컴퓨터 프로그램)를 타고 있다는 뜻이며, 바꿔 말해서 인간이 기계와 직접
연결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개발된 '웨트웨어'의 형태는 아직도 뇌에 비교하면 지극히 초보
단계에 있다. 그러나 '웨트웨어'가 주인에게 예컨대 승용차의 열쇠를 어디에 두었다고
일깨워 주는 둥 사소하고 일상적인 문제 해결을 맡고 나섬으로써 사람들은 보다 중요한
문제에 사고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강철제 무공해 텔레비전
최근 쓰다 버린 텔레비전들이 아무 데나 나뒹굴면서 환경을 더럽히는 데 한몫 거들고
있다. 독일의 한 메이커는 이런 텔레비전의 환경오염을 없애기 위해 주로 스테인레스 강철로
만든 텔레비전 수상기를 개발하여 환경 보호 주의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이커인 뢰베 옵타사에 따르면 이 수상기는 케이스나 내부의 부품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염제(옷이나 플라스틱에 불이 붙는 것을 막는 화학품)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 수상기의 케이스는 강철로 만들었고 내부도 알루미늄, 실리콘, 그리고
세라믹스로 되어 있어 모두 재순환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납땜한 부품을 가진 종래의 플라스틱 회로판 대신 세락믹 바탕에 인쇄 잉크
같은 것을 사용하여 만든 두터운 막의 혼성 회로에 부품을 붙인다. 예컨대 저항기는 두 개의
도전용 태브 사이의 세라믹스 세트에다 저항 재료로 된 박막을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하여
만든다. 이 사업의 책임자 우베르트 란데크(Hubert Landeck)는 이런 회로는 군용이나 우주
기술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가전업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업은 환경에 잘 어울릴 수 있는 브라운관은 아직도 발명하지 못했으나
브라운관을 제거하면 나머지는 쉽게 재순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라운관을
제거한 뒤 녹여서 자동차의 섀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2백50달러의 연구 사업으로 개발된 이 텔레비전 수상기는 1__2년
내에 선을 보인다. 그런데 이 텔레비전의 무게는 오늘날의 텔레비전보다
약2파운드(약907g)정도 더 무겁다.
미니 거울이 만드는 텔레비전 화면
수십만 개의 미니 거울을 이용하여 종래 보다 훨씬 밝고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텔레비전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명되어 가전업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사가 현재 실험 중인 디지털 마이크로 미러 디스플레이(DMD)라는 이장치는
종래의 브라운관이 안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은 거실의 벽 크기 만한 대형 스크린에다
잡지에서 볼 수 있는 높은 품질의 색깔을 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종래의 브라운관은 특수
코팅을 한 스크린 뒤에 전자를 뿌려서 빛을 발산하게 하여 영상을 만들지만 가정극장용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빛이 퇴색한다.
DMD는 실리콘 칩의 기억소자 위에 44만 개의 작은 알루미늄제 거울을 올려놓았는데
'돌쩌귀'에 설치된 이 거울은 시소놀이를 할 때처럼 두 개의 위치를 오르내릴 수 있다, 기억
소자가 0에서 1로 바뀌면 거울도 금방 자리바꿈을 한다.
이런 거울의 집단을 이용하면 마치 경기장에서 카드섹션을 할 때 색채 카드를 쳐들어
일련의 영상을 만드는 것처럼 계속해서 날카로운 디지털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칩의
크기밖에 안되는 이런 작은 영상을 대형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칩에서
나오는 여러 색깔의 빔을 스크린에 반사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장치에서는 어떤 밝기를 가진 광원도 사용할 수 있고 비디오 영상의 밝기를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TI사의 엔지니어들은 이 기술이 특히 고화질
텔레비전(HDTV)에서 좋은 효과를 보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 텔레비전
메이커들과 기술 이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벽 속의 화재를 탐지한다
연기탐지기의 역할은 화재가 발생할 때 일찍 경보를 울려 주는 것이지만, 만약에 벽 속에
내장된 전선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제구실을 못한다. 연기가 벽을 빠져나와
탐지기에 도달할 무렵이면 불은 이미 불꽃을 일기 시작하는 단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국립표준기술연구원의 기계공학자 월리엄 그로스핸들러(William Grosshandler)는 불꽃이
일기 전에 벽 속의 화재를 '들을 수 있는'장치를 설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물질이
가열되면 팽창하는데 나무들보 속의 셀룰로스 섬유는 수액(수액)보다 팽창하는 비율이 달라
내부에서 으깨진다. 이 나무의 섬유가 응력에 못 이겨 터지거나 또는 수액이 끓을 때 높은
주파의 소리를 발산하는데 그로스핸들러의 탐지기는 이 소리를 듣게 된다.
들보나 벽에 걸쳐놓은 0.5인치 길이의 철제 원통의 심장부에는 소형의 수정 결정판이 들어
있어 진동할 때 전기 신호를 발생한다. 뜨거운 곳에서 나온 음파는 들보나 벽 속을 지나면서
수정결정판을 작동시킨다. 이 장치는 약 3미터 거리를 둔 벽 속에서 타는 소리도 탐지할 수
있다.
이 전기신호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입력되어 나무의 섬유가 발화할 때 나오는 소리인가
또는 다른 진동에서 나오는 것인가를 밝히게 된다. 현재 그로스핸들러의 연구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소리인식능력을 끌어올리는 단계까지 왔다. 이 장치가 화재소리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면 특히 폭발물을 저장한 벙커와 같은 곳에서 연기탐지기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전등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버클리)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전등을 제작하여 조명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전등의 길이는 사람의
머리털 한오라기 폭보다 짧은 200미크론(1미크론은 1백만 분의 1미터)이다.
월리엄즈(Kirt Williams)의 이 마이크로등은 재래식 전구처럼 텅스텐 필라멘트를 갖고
있다. 이 전구의 전기소모량은 10분의 1와트이지만 그 밝기는 60와트 전구보다 6만 배나
어둡다. 그러나 전등을 켠 방안에서 7.5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볼 수 있을 정도의 밝기는
갖는다.
물론 이 전등은 단점이 많다. 가장 밝은 빛에서 30초면 타 버린다. 그래서 진공속에서만
작동한다. 이것은 또 종래의 전등보다 매우 비효율적이다. 입력한 전력의 겨우
2.5퍼센트만을 가시광선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나머지는 열로 낭비한다.
이 새로운 등은 조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이 미니등은 소형 센서와
같은 장치에서 트랜지스터와 대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고 월리엄즈는 말하고 있다.
이것은 미니 진공관 속의 여러 개의 필라멘트 중의 하나로 가동하면서 실리콘계
트랜지스터들이 망가지는 높은 온도와 높은 방사능을 가진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한다.
그런데 텅스텐은 화씨 1,165도에서 녹지만 화씨 2,574도의 녹는점을 가진 실리콘은 이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망가진다.
또한 실리콘계 트랜지스터는 예컨대 원자로 내부에서처럼 높은 방사능에 의해 '충격'을
받으면 신뢰성을 잃어버린다. 월리엄즈는 겉보기에는 3극진공관을 닮은 것처럼 보이는,
증폭기를 작동하는 세 개의 필라멘트로 된 장치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눈의 개발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6백만 불의 사나이'는 컴퓨터 칩을 이용한 인공의 '천리안'을
갖고 있지만 최근 실명자를 의한 '전자눈' 개발에 착수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현재 로봇용의 눈을 설계하고 있는 과학자 존
와이어트(John L.Wyatt)는 몇해 전 빛을 탐지하여 처리하는 '시각용'칩을 이용하면 사람의
눈 속의 간상체(망막의 감광성 세포의 일종)와 원추체(망막 속에 있는 원추형의 감광세포의
집합으로서 명암도와 색시각을 관장)세포가 퇴화해서 생기는 실명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와이어트는 지난 5년간의 각고 끝에 눈 뒷면에 있는 빛에 민감한 얇은 막인 망막과 맞서는
위치에 자리할 수 있는 작은 칩을 개발했다. 이 칩은 빛을 잡으면 표면의 전극을 통해
전기의 충격을 보내는데, 이것은 정상적인 간상체와 원추체 세포가 빛을 받을 때 보내는
화학적인 메세지와 대신하게 된다. 이때 받은 빛의 세기에 따라서 충격은 더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한다.
현재 매사추세츠주 눈, 귀 부속 진료소의 연구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와이어트는 올
봄에 이 미니 칩을 토끼 눈에 넣어 실험할 예정이다. 빛에 민감한 이 칩을 망막과 맞서는
자리에 이식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뇌가 명암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실제로 실명한 사람들에게 응용되자면 아직도 여러 해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또
이런 칩이 눈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전자집사와 전자 쇼핑
21세기 초의 어느 날, 음악애호가인 김씨는 그 동안 장만해 둔 자금으로 가장 음질이 좋은
스테레오 시스템을 꾸미기로 한다. 오디오 앰플리화이어는 매킨토시 그리고 스피커는 JBL로
하는 등 여러 부품을 선정한 뒤 가장 경제적인 장보기에 나선다. 그는 작성한 명세서를
컴퓨터에 입력한 뒤 실행단추를 누르면 컴퓨터는 이를테면 '전자 대리인'을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의 세계로 파견한다. 이 전자 대리인은 컴퓨터망을 타고 처음
찾는 곳은 전자식 업종별 전화번호부다.
이 '대리인'은 전화번호를 담은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스테레오 장치를 파는 상점들의
전화번호를 찾아내어 일일이 시세를 알아본다. 한편 상점마다는 전선을 타고 오는 이런
대리인 고객을 맞기 위한 소프트웨어 대리인을 갖추고 있어 '전자대리인'들의 문의에
응한다. 이렇게 해서 김씨의 전자대리인은 부지런히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질좋고 값싼
물건을 찾아 장을 보는 알뜰주부처럼 어떤 부품은 어떤 가게에서 가장 좋은 값으로 살 수
있는가 알아본 뒤 '구매하라'고 지시하면 대리인은 그대로 주문을 내고 대금은 김씨의
은행구좌에서 이체되며 물건은 택배편으로 배달된다.
옛부터 대가에서는 집사가 집주인을 대리하여 웬만한 가사는 모두 알아서 처리한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컴퓨터를 가진 사람은 누구든지 '전자집사'를 둘 수 있어 집사를 거느린
대가집 주인 못지 않게 성가신 일을 대신 시킬 수 있게 된다. 199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겨울 전자쇼에서 미국 제네럴 매직사(General Magic Inc.) 가 처음으로
선보인 '텔레스크립트(Telescript)' 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는 이런 '전자집사' 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미국전화전신회사(AT&T)를 비롯한 10여 개의 기업들은 전자 쇼핑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계획이다. 예컨대 이숍사(Eshop Inc.)는 전자대리인을 맞을
이를테면 '전자상점'을 설계하고 있다.
그래서 '전자집사시대'가 열리는 21세기에는 해외여행을 할 때 여행사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김씨 내외의 경우 여행일정을 짠 뒤
'전자집사'에게 지시하면 항공표의 예약은 물론 분수에 맞는 호텔의 선택에서 현지의 관광
코스의 선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매끄럽게 처리해 준다. 이 밖에도 김씨 부부는
여행하는 동안의 휴양지의 날씨예보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김씨 부부는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휴대용 전자제품인 이른바 '개인용 전자
보좌역(PDA)'을 이용하여 차를 타거나 걸어다니면서 그 지방의 상세한 도로망 지도를
불러내어 휘발유를 가장 싼값으로 팔고 있는 주유소의 위치는 물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중국요리집이나 또는 그 지방 주민들만이 알 수 있는 이런 저런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한편 21세기의 여행사들은 행선지의 여러 곳을 담은 사진, 비디오, 음악 그리고 말로 하는
설명을 곁들인 멀티미디어의 여행용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어 전자대리인을 통해 고객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컴퓨터 화면에 비춰 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전자 쇼핑도 일반적인 장보기의 관행으로 자리를
굳히자면 상당한 세월이 흘러가야 할 것 같다. 일반인들은 쇼핑 관행에서 아직도 눈요기를
채운다는 매력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해 안으로 PDA에서 탁상용 퍼스널 컴퓨터와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컴퓨터는 일종의 대리인 소프트웨어를 운용할 것 같다. 그 중에서 컴퓨터망 대리인은
데이터베이스와 전자우편을 훑어보고 회의를 계획하며 여행준비를 돕는다. 또 사무대리인은
사무실에서 전화에 응답하고 고객 데이터를 찾기 위해 컴퓨터를 조작하여 팩스도 보낸다.
이 밖에도 바쁜 일정을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부모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일깨워 주고
그런 날에 가장 어울리는 선물을 제의하여 승낙을 받으면 전자쇼핑을 통해 배달하는 일까지
주선한다.
한편 사용자 인터페이스 대리인은 사용자의 작업관습을 배우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 등
사용자에게 컴퓨터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또 믿음직한 얼굴을 한
전자대리인을 스크린에 등장시켜 사용자를 위해 컴퓨터를 덜 두렵고 다루기 쉬운 기계로
만드는데 한몫을 한다.
그런데 잘못 설계된 전자대리인은 자칫 컴퓨터 바이러스로 변신하여 접촉하는 시스템을
모두 파괴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제너럴 매직사는 이런 대리인에게
임무를 마치면 스스로 소멸하라고 지시하여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자화랑시대의 개막
세계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인 월리엄 게이츠 3세(William
Gates III)가 신축 중인 미국 시애틀 교외 저택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화젯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벽에 걸린 명화들이 버튼 하나로 다른 그림으로 바뀌게 되어 있다.
이 그림의 캔버스는 높은 선명도를 가진 평판형의 액정 스크린 디스플레이로 되어 있다.
게이츠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자회사를 시켜 미술품에 대한 디지털화 권리를 사들여서
디지털 예술품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는데 게이츠의 새 저택의 전자화랑은 어떻게 하면
가정에서도 디지털 미술품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을까 하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앞으로 미술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미술관이나 화랑을 찾아가지 않아도
모나리자나 반 고호의 해바라기 시리즈나 또는 모네의 그림을 포함하여 보고 싶은 명작은
언제나 집에서 케이블 텔레비전이나 시디롬(CD-ROM)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미술감상의
대중화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최근 시디롬 기술이 빠른 걸음으로 발전하면서 전자기술과 예술이 손을 잡고
미술애호가라면 누구든지 원하는 명화의 원본과 꼭 같은 질의 그림을 언제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뜻밖에도 일찍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미술관은
건물공간이 클 필요가 없어 지역사회마다 세울 수 있다.
21세기의 미술관들은 이름난 소장작품을 고화질용 카메라로 촬영한 뒤 그림의 정보를
디지털 부호로 바꾸어 옮긴 콤팩트 디스크를 갖추게 된다. 그래서 전국 어디서나 시민들은
러시아의 에르미타쥬 미술관, 프랑스의 오르세이 미술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미술관,
영국의 대영 박물관 등의 수록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또 미술관측도 종래의 전시방법처럼
작품을 모두 벽에 걸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큰 전시공간이 필요 없게 된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기술대학 팀은 최근 박물관이나 미술관 또는 도서관의 귀중한
작품이나 역사적인 기록을 화재나 천재지변으로 파괴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시디롬에
영구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디지털 부호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리하여 사진복사나 마이크로필림보다 더 견실한 기록을 보관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연구자들은 컴퓨터망을 통해 그 원본의 복사품과 접할 수 있다. 이들의 첫 작업은
미국과학재단과 함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쓴 모든 과학문헌을 전자적으로 기록하는 일이다.
주인을 알아보는 자동차
자동차 도난방지 시스템은 해를 거듭할수록 정교해지고 있지만 도독의 솜씨도 이에 못지
않게 날렵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TI)가 최근 개발한
'무선주파인식 시스템'은 아무리 날고 뛰는 도둑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세이프가드'라는 이름의 이 장치는 수백만 가지의 조합이나 또는 인식부호를 가질 수
있어 모방이 어려운데 차에 내장된 컴퓨터나 또는 연료시스템에 접근하는 길목을 관장한다.
우선 열쇠를 돌려 점화하면 스티어링칼럼(핸들과 기어를 연결하는 막대)에 잇는 무선주파
판독기가 하전되고 열쇠머리속에 내장된 작은 송수신장치를 발동시킨다. 이
송수신장치는 소형 안테나와 인식부호를 가진 집적회로, 그리고 콘덴서를 내장하고 있는데,
일단 하전되면 FM신호를 통해 인식부호판독기로 보낸다. 이 판독기는 들어온 부호를 유선을
통해 제어장치로 보낸다. 이때 부호가 틀리거나 또는 아무나 부당한 방법으로 시스템에
접근하려고 시도할 때는 차의 발동이 걸리지 않고 대신 경고를 울린다.
현재 포드사의 전자공학부는 이 기술을 도입하여 유럽에서 생산하는 이 회사의 에스코트와
피에스타 모델에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1995년 초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에도
제공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세이프가드' 기술은 앞으로 이런 경비나 보안목적 외에도 여러 분야로 응용의
영역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시보레사의 코르베트나 올즈모빌사의 실루엣
모델의 경우처럼 기계가 주인을 알아보고 차에 접근하면 문의 자물쇠를 자동적으로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세이프가드'는 또 운전자의 신체적인 특징을 부호 모양으로 내장해 두고
운전자에게 차의 문을 자동으로 열어줄 뿐 아니라 운전자의 체격과 어울리게 의자와
거울까지 자동으로 조절해 줄 수 있다. 또 운전자가 의자에 앉아 안전 벨트를 조이면 엔진을
자동으로 걸어줄 수도 있게 된다.
쫓고 쫓기는 자동차 방범기술
얼마 전만 해도 기계식 자물쇠가 자동차의 주요한 도난 방지 수단이었으나 도독들은 이젠
웬만한 자물쇠쯤은 철사 하나로 간단히 풀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첨단전자기술을 이용한 도난방지장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선주파를 사용하여 승용차의 자물쇠를 걸거나 풀 수 있는 전자 시스템이 도입되자
도독들은 한발 앞서 이 기술을 거꾸로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차주인이 전자장치로
차에 자물쇠를 걸고 있을 때 먼발치에서 숨어 있는 도둑은 무선수신장치를 이용하여 이
신호를 기록하여 차주인이 차에서 사라진 뒤 신호를 재생하여 어렵지 않게 차를 훔쳐
달아난다.
핸들 따로 바퀴 따로
프랑스의 미셀 말비라는 이름의 젊은 설계 엔지니어도 최근 최첨단 도난방지장치를
발명하여 아무리 영악한 도둑이라도 당분간은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자동차계의 화제에 오르고 있다.
'말비 자물쇠'라는 이름의 이 도난방지장치는 핸들과 스티어링 칼럼을 따로따로 떼어 놓기
때문에 스티어링 칼럼이 멋대로 회전하여 차를 제대로 몰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점화열쇠를
꽂으면 다시 연결되는데 40억 가지의 서로 다른 열쇠를 만들 수 있어 거의 모방할 수
없다. 이 시스템은 핸들과 스티어링 칼럼 사이의 장갑판으로 만든 상자 속에 내장된다.
이 첨단자물쇠와 핸들은 1994년부터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소재의 말비테크놀로지사에서
6백__8백 달러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한편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한 기업이 개발한 '산더바'라는 이름의 특수자물쇠는
핸들은 물론 차 속의 스테레오와 이동식전화 그 밖의 귀중품을 도둑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장치는 차 속의 움직이는 동태를 탐지하는 센서를 내장하고 있어 누구든지 무단으로 차
안으로 침입하면 귀청이 찢어질 정도의 요란한 경적을 울리는 한편 플래시를 터뜨려 도둑은
겁에 질려 도망가게 된다는 것이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릴 때 산더바 속의 버튼을 눌러
준다. 약 20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핸들에 자물쇠가 걸리고 감응장치가 가동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귀청이 찢어지는 경적을 내는 장치로 작은 도둑도 차츰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요즘의 실상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장치
일단 도난 당한 차를 추적하는 기술개발도 한창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데담시의 로잭사와
켈리포니아주 인글우드시의 팩텔 텔레트랙사는 도난차를 어디까지나 추적할 수 있는 송수신
시스템을 내놓았다. 차가 도난당하자마자 장치가 가동을 개시하는데 이런 장치를 갖춘
도난차의 90__95퍼센트가 회수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미국의 도난차회수율은
보통63퍼센트이다.
위성을 이용하는 새로운 도난차 추적용장치도 머지않아 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
1만7천 킬로미터 상공의 세 개의 원형궤도를 돌고 있는 24개의 미국방성 소속
지구측위위성망(GPS)을 이용하면 지상의 사람이나 물체의 위치를 오차 30센티미터 이내로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 GPS 수신기와 쌍방향 통신장치를 신용카드 크기 만한 모듈 속에
몽땅 들어갈 수 있게 소형화하는 연구에는 최근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런 미니
무전추적 및 호출장치를 도둑의 눈이 잘 미치지 못하는 승용차의 구석진 곳에 끼워 넣어
두고 도난 당했을 때 경찰은 호출만 하면 도난차의 정확한 현위치를 간단히 알 수 있게 된다.
초특급 계산대
슈퍼마켓 계산에서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대기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최첨단 장치가 개발되어 유통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남아공화국
과학산업연구원(CSIR:Council for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과학자들이
개발한 '슈퍼태그(Supertag)'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반사식 전자파탐지 시스템이다.
상품마다 특수처리된 안테나가 달린 우표 크기의 직접회로 칩이 들어 있는데 종래의
바코드처럼 상품의 종류와 가격에 관한 정보가 내장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골라
손수레에 싣고 계산대 앞의 스캐너 사이를 지나면 상품 속의 슈퍼태그는 내장한 정보를
전파에 실어 반사한다. 그래서 현금출납원이 손수레에 가득 실린 상품을 직접 손대지
않아도 스캐너에 비친 정보를 1초 내에 금전등록기에 기입할 수 있다.
무선주파확인기술은 벌써부터 실용화되고 있으나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다른 종류의
마이크로칩을 서로 간섭 없이 동시에 방송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슈퍼태그 메이커들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이용하면 서로 달리 표시한 상품의 집단 중에서 개개의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슈퍼태그는 또 물건의 들치기를 막을 수 있다. 스캐너는 내장된 가격을 읽은 뒤
슈퍼태그칩의 작동을 6__7분간 멈추게 하는데 그동안 소비자는 대금을 지불하고 점포를
물러난다. 그러나 혹시 계산이 되지 않는 상품이 있다면 내장된 슈퍼태그칩도 비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가게 출구의 스캐너를 통과할 때 알람을 울린다.
한편 슈퍼태그를 사용하면 재고관리를 하기 쉽다. 사용자는 휴대용 스캐너를 가게 선반에
쌓인 재고품을 갖다 대면 금방 내용물을 기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슈퍼태그를 여객기의
화물이나 우편물부대에 부착하여 자동발송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슈퍼태그의 값을 현재의 6__7달러에서 25센트(약 2백원)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해도 종래의 바코드(통일상품코드)에 비하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우유팩보다는 가죽옷이나
콤팩트 디스크와 같은 상품에 붙이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이 특허권은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브리티시 테크놀로지 그룹(British Technology
Group)이 관리하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의 선용
오늘날 컴퓨터 이용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바이러스를 다독거려 그 특성을 살려서 오히려
좋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1984년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낸 미국 신시내티 대학 컴퓨터 과학 교수이며 현재 피츠버그에서 ASP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프레드릭 코헨(Fredrich Cohen)은 최근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용하여 '페이백(투자를 회수한다는 뜻)'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는데,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채권자에게 갚지 않는 어음을 끈질기게 추적할 수 있다. 일단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면 바이러스는 채무자 화일에 찰싹 달라붙어 주인이 시키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지불요구 편지를 발송한다. 만약에 채무자로부터 답신이 없을 때는 빚을 갚을 때까지
차츰차츰 보다 격렬한 글발의 독촉편지를 보내는데 채무자가 빚을 갚으면 자동적으로 사라져
버린다.
한편 코헨이 개발한 보수용 바이러스는 컴퓨터망을 타고 드나들면서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가비지 파일(쓸모없게 된 데이터 화일)'을 지워 버린 뒤 스스로 소진해 버린다. 이를테면
'쓰레기를 먹는 생태계' 덕분으로 많은 보수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바이러스 기술을 이용하여 여러 컴퓨터 간에 작업과제를 쪼개 주어 답을 훨씬
빨리 얻는다거나, 여러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분석한다거나, 시스템의 잘못을
시정한다거나 또는 소프트웨어를 최신의 것으로 갱신하는 일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코헨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바이러스'라는 말만 들어도 질겁을 하기 때문에, 현재 코헨은 적어도
고객들에게만은 자기가 발명한 이 '바이러스' 라는 낱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텔레비전 안경 개발
언제 어디서나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곧 다가온다. 영국의 발명가 월리엄
콘슨(William Cornson)이 개발한 '고글 박스(goggle box)'라는 이름의 이 텔레비전 안경의
구조는 밀폐된 통 속에 6센티미터 직경의 액정 디스플레이 한 쌍이 들어 있다. 이 안경을
착용한 뒤 배율을 10배로 늘려 주면 두 개의 작은 영상이 와이드 스크린 효과를 만들어 내어
스트레오 이어폰과 함께 어디든지 들고 다닐 수 있는 이를테면 개인용 텔레비전 시청실
구실을 한다.
'고글 박스'는 비디오 디스크, VCR, 텔레비전 방송 그리고 가상 현실용 컴퓨터에서 나오는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 '고글 박스'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미니 액정 스크린 위에 바른
투명한 플라스틱 코팅이다.
이 코팅 덕에 스크린은 그림의 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듀퐁사가
개발한 '마이크로 샤프'라는 얇은 층은 마이크로 렌즈 층을 만들어 낸다. 스크린 표면에
마이크로 샤프를 칠하면 미니 텔레비전 스크린의 화질을 크게 끌어올려 보통 크기의
텔레비전보다는 화질이 떨어지지만 직접 확대한 영상보다는 훨씬 선명하다. '고글 박스'의
값은 약 5백 달러로 어림된다.
한편 워크맨을 개발한 소니사도 '비저트론'이라는 휴대용 비디오 디스플레이의 개발을
마쳤다. 대형 스키 안경을 닮은 이 장치를 휴대용 비디오 디스플레이어나 캠코더와 연결하면
내장된 액정스크린에 비친 영상을 마치 1.2미터 거리에서 33인치 텔레비전 화면을 보는 것과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림이 아무리 선명하다고 해도 2백55그램이나
되는 무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항공은 1993년부터 비저트론을
탑승객 서비스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레이저
21세기의 화학자들은 플라스틱에다 레이저 광선을 쬐어 그 분자결합을 바꾸거나 풀어
줌으로써 승용차나 장비용의 강력한 플라스틱을 간단히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들은 또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여 납작한 패널 모양의 컴퓨터 저장 시스템이나 뛰어난 성질의 신소재를
만들게 된다. 종래 화학합성을 거들던 레이저는 앞으로 빠르고 싼 비용으로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1960년 레이저가 탄생한 이래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외과수술을 비롯하여
강철이나 옷감의 절단 등 여러 분야로 진출하여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으나 최근 도약적인
발전단계로 들어섰다. 예컨대 일본전기(NEC)의 다나카 박사팀은 레이저를 이용하여 분자의
결합을 단절함으로써 실리콘막을 새로 만들어 반도체에 더 많은 회로를 다져 넣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미국 미시건 대학과 켄트 대학의 과학자들은 액정을 이용하여 빛을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색깔로 쪼갠 뒤 정교하게 가공된 모양을 가진 빛으로 다시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런 가공된 빛을 이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특정한 화학결합을 풀어 주어 새로운 소재를
만들 수 있다.
한편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화학 교수 넬슨(Keith Nelson)은 매우 짧은 레이저광
펄스를 가지고 결정 속의 원자들을 다독거리고 있다. 그는 결정 속의 원자들을 다시
배열하여 전혀 다른 새로운 물질을 만들 생각이다. 일본 통산성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데미츠광산회사 연구팀은 유기금속의 기체를 채운 탱크에 자외선을 발산하는 레이저를
쬐어 페라이트라고 불리는 자성믈질을 만들고 있다. 이 물질은 앰프와 같은 전자부품에
사용된다.
물리학자들도 레이저를 이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기 시작했다. 원자들은 보통 일정한
운동을 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MIT, 미국립표준기술연구원 과학자들은 원자에게
이를테면 십자포화처럼 레이저를 쬐어 주어 원자의 운동을 느리게 만든 뒤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들은 이런 기법으로 비행용 자이로스코프와 같은 초정밀 측정장비를 만들
생각이다.
스탠퍼드 대학 물리학과 추(Steven Chu) 교수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여 원자를
절대온도(섭씨 영하273도)에 가깝게 냉각시켜 중력장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런 중력 센서를 이용하면 기름이 있는 유류층과 그 주변물질 간의 밀도 차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트럭이나 항공기에 이런 센서를 싣고 다니면서 기름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는 날이 10년 내로 다가올 것이라고 추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또 이런 레이저 기술을 이용하여 현재 항해나 과학실험, 그리고 통신 시스템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자시계보다 1백 배나 더 정확한 원자시계를 만들고 있다. 이 시계는 1백만 년간 불과
1초의 오차밖에 생기지 않는다. 이제 레이저는 화학과 물리학의 응용영역을 더욱 넓혀 주기
시작했다.
레이저를 이용하는 계산
네덜란드 겔더마센시의 알버트 헤이즌 슈퍼마켓에서는 쇼핑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출구의
계산대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고객들은 이 슈퍼마켓의 진열통로를 누비면서
PPS(휴대용 개인 장보기라는 뜻의 머리글자)라는 이름의 휴대용 레이저 스캐너를 갖고
다닌다.
그래서 예컨대 시금치를 고르면 들고 있는 스캐너로 시금치에 붙은 전자 바코드를 훑은 뒤
물건을 손수레 속에 넣는다. 이렇게 해서 산 물건의 총액이 표시된다. 그러나 스캐너로
훑은 뒤 그 물건을 사고 싶지 않을 경우에는 총액에서 뺄 수 있다.
고객이 장보기를 모두 마친 뒤 PPS를 선반에 걸어 두면 계산서가 자동적으로 찍혀 나온다.
고객은 이 쪽지를 돈이나 카드와 함께 카운터에게 건네 준다. 이 슈퍼마켓의 고객들은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휴대용 전하 크기의 이 스캐너는 미국 뉴욕의 보헤미아 소재 심벌
테크놀로지즈사가 네덜란드 연구기관인 TMO와 헤이즌과 함께 개발했다. 그러나 고객이 이
스캐너를 휴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경우에는 손수레에 걸어 놓고 그 앞쪽으로 사는
물건을 비쳐 주면 된다고 심벌사는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설치하고자 할 때 96개의
스캐닝 장치를 갖는 경우 약 30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입한 물건을 스캐너로 훑는 것을 잊어버린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심벌사는 이 슈퍼마켓에는 물건의 들치기를 막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적과 우군을 가려내는 레이저
미국방성 첨단연구사업국에서 일하고 있는 일단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레이더 목표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으로 민간용 항공기를 우발적으로 격추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레이더의 가장 중요한 결함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항공기들을 가려낼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대상물체에 극초단파의 빛을 반사시켜서 작동하는 레이더가 이런 물체의
2차원 영상만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공기는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비행한 때의
각도에 따라 여러 다른 양의 극초단파 에너지를 반사한다. 이런 한계로 1988년 미해군
유도미사일 크로지가 이란의 민항기를 격추시킨 따위의 큰 불상사를 유발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미군 당사자는 여객기를 공격용전투기로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 전기공학자 밀러(Michaed Miller)와 그의 제자들은
패턴 이론이라는 수학적 기법을 채택하여 이 문제를 극복하기로 했다. 현재 시험 중인
이들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항공기의 레이더 영상을 수신하면 패턴 이론의
방정식을 사용하여 다른 각도에서 보았을 때 이 항공기는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을 계산할
수 있다. 보통 이런 계산은 너무 복잡해서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쉽지 않다.
그러나 밀러의 기법을 이용하면 이 항공기의 중요한 지점들이 다른 각도에서는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 결정함으로써 계산의 수렁을 극복할 수 있다. 이리하여 이 프로그램은 여러
다른 각도에서 본 이 항공기의 모습과 데이터 베이스에 수록된 이미 알려진 항공기의 영상과
비교한다. 컴퓨터는 이 모습들이 부합되면 레이더 조종사에게 통고한다.
이 시스템은 아직도 초기의 개발단계에 있기 때문에 실험단계로 들어가려면 아직도 몇 해를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여성복장계로 진출한 레이저
영국 섬유업계는 낮은 노임의 동아시아국가들과 맞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밀리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최근 적어도 한 분야에서만은 신기술을 앞세우고 경쟁에서 우위를
바라보고 있다. 로크보로 대학의 프레스턴(Mike Prestdn) 교수의 여성의 속옷용의 레이스
장식을 만드는 컴퓨터 제어 레이저를 설계했다.
여성의 속옷류는 영국의 레이스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여성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정확하게 레이스 장식을 만들자면 많은 공이 든다. 현재 레이스를 절단하는 데
사용되는 회전식 나이프를 가진 단순한 기계는 많은 감독이 필요하다.
레이스지는 직조기를 사용하여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옷을 만드는 데
알맞도록 절단하자면 부채꼴 무늬로 알려진 공정을 사용해야 하는데 매우 까다롭다. 회전식
나이프는 용의 주도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뿐 아니라 결과도 썩 좋지 못하다. 아래쪽의
그물모양이 주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레이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레이저 빔은 레이스감에 아무 힘도
가히지 않기 때문에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 또 레이스감을 자를 때 레이저는 섬유의 잘린
끝을 열로 분쇄하기 때문에 표면이 매끄럽다. 레이저는 쉬지 않고 계속 절단할 수 있고
칼처럼 날카롭게 날을 갈 필요도 없고 칼로 만드는 경우보다 더 섬세하고 복잡한 패턴을
만들 수 있다.
프레스턴 박사의 레이저 절단기에서는 카메라가 레이스 직물이 지나는 것을 감시하기
때문에 기계는 정확히 어디를 어떻게 잘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레이저 빔은 선회용
거울로 레이스를 가로지른다.
현재 로크보로 대학에서는 원형기계를 가동하고 있다. 최초의 상용기계들이 머지않아 영국
노팅검 소재 레이스 제작기업인 가이버킨사에게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홀로그래피로 가짜약품을 막는다.
홀로그래피(레이저 사진술)를 이용하여 의약품의 위조를 막는 기술이 개발되어 제약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보스턴 소재 디멘셜 후드사의 에릭 버글라이터(Eric Begleiter)는
지난 해 초콜릿과 사탕 표면에 미세한 이랑을 파두어 빛이 이랑에 비치면서 분산할 때
홀로그램 영상을 떠오르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최근에는 이 기술을 이용하여 약품위조
방지용 홀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우선 강철판에 빛을 회절시키는 레이저 식각을 새긴 뒤 이 금속판으로 약품가루를
압축하여 알약을 만들었다. 이 알약은 표면에 미세한 이랑이 새겨진 부분에 빛을 받으면
영롱한 무지개빛을 발산한다.
버글라이터에 따르면 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알약도 만들 수 있지만 또 반사하는
빛이 너무 은근해서 특수한 스캐너 장치를 사용해야만 알아볼 수 있는 알약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 알약에는 방사형의 선이나 또는 작은 점 또는 제품과 관련된 영상을 새길 수 있다.
예컨대 수면제의 경우는 구름이나 양의 모양을 새겨 넣어 빛을 받으면 이런 영상들이
몽롱하게 떠오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식각은 깊이가 겨우 2__3미크론(1미크론은 1백만 분의 1미터) 밖에 안 되어 그
결과를 검사하는 데 전자현미경을 사용해야 할 만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위조범들이 홀로그래피까지 손을 대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여러 제약회사들이
버글라이터의 이런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3차원 약품들이 약국 선반에 선보일 날도
멀지 않았다고 기대하고 있다.
무선전화시대에 산다.
21세기 초의 어느 봄날, 중년의 사업가 김씨는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전철을
탄다. 차창 밖으로 전개되는 화창한 봄의 정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별안간 왼쪽 귀에서
부드러운 호출신호 소리가 들린다. 그는 셔츠 주머니에서 수첩 크기의 잔치를 꺼내서 앞면의
액정디스플레이를 쳐다본다. '호출자:이상진'이라는 여섯 글자가 그를 맞는다. 김씨는
얼른 '수신' 이라고 표시한 단추를 누른 뒤 골무 크기의 이어폰 겸 마이크로폰을 오른쪽
귀에 꽂고 전자장치는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여보세요, 김사장이시죠. 지금 바쁘지 않으세요?" 이상진 씨의 음성이 들려온다.
"아뇨, 상담 때문에 고속전철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어제 의논하다 만 상품의 매매건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
"좋아요. 잠깐 계세요. 우선 서류부터 찾아봅시다."
손가방 속에서 서류뭉치를 끄집어내어 의자에 달린 간이식탁에 올려놓은 김씨는 이상진
씨와 상담을 개시한다.
하늘을 누비는 무선전화망
21세기는 앞으로 6년밖에 남지 않았으나 그 6년간 정보통신계에는 지난 수십 년보다 더 큰
변화의 바람이 휩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구상공 낮은 궤도에는 줄잡아 1천 개를 헤아리는
통신위성들이 발사되어 여러 개의 개인용 통신망을 형성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통신할 수 있는 위성이동 통신시대의 막이 오른다. 그 중에서 미국의 로랄과 퀼컴, 프랑스의
알카텔사와 함께 우리 나라의 현대전자, 현대상사, 그리고 데이콤이 참여하는 글로벌스타
사업은 18억 달러의 투자로 지상 1천4백 킬로미터 상공에 48개의 소형위성을 올려
1998년부터 세계 어디서나 음성, 데이터, 팩스, 무선호출, 위치확인을 포함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시한다.
또 모토롤라사의 이리듐 사업은 1998년까지 34억 달러를 투자하여 지상 수백 킬로미터의
낮은 원궤도에 66개의 통신위성을 올려 놓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성까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위성이 머리 위에 있을 때는 소형의 셀 방식 송수신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위성을 통해 누구와도 송신도 하고 수신도 할 수 있다. 이 사업에는
한국이동통신이 참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현재 향해 중인 선박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마새트(국제해상위성기구)가
이동통신분야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가 하면 세계 소프트웨어계의 제왕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미국 최대의 이동전화회사인 매코 셀 전화사와 손을 잡고 야심적인
텔레데식 사업을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사업은 90억 달러의 투자로 지상
8백96킬로미터의 낮은 궤도에 8백40개의 소형 통신위성을 올려 범지구적인 무선통신망을
구축하여 2001년부터 대화형 비디오 및 그 밖의 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모토롤라의 이리듐 통신망이 휴대용 전화기와 컴퓨터용으로 설계된 데 비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텔레데식 통신망은 사무실과 같은 고정된 위치용으로 설계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마이크로 셀 방식 통신망
새로 등장하는 개인용 통신망은 북태평양 어장에서 어로작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이 수만
리 떨어진 가족들과 언제라도 통화를 할 수 있고, 아마존 상류 밀림지대에서 길을 잃은
탐험대가 단추 몇 개를 누르기만 하면 긴급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전신주 하나 없는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 사람들도 21세기 초에는 처음으로 전화 서비스를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통신망들이 전화의 불통지역을 없앤다고 해도 한번에 2__3백만 이상의 사용자는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는 이동전화의 대중화시대를 여는 것은
지구에 뿌리를 둔 마이크로 셀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름이 몇 킬로미터나 되는 넓은
지역의 모든 통화를 다루는 오늘날의 셀 방식 이동통신과는 달리 이 마이크로 셀 방식은
다루는 영역을 2__3개 블럭 정도로 잘게 나누고 벽이나 전신주 또는 지하철 정거장 내에
자리하는 중계국도 구두상자 크기 밖에 안 된다.
마이크로 셀 시스템은 셀 방식보다 수십 배나 많은 이용자 그리고 위성의 경우보다 수백
배나 더 많은 통화량을 다룰 수 있게 된다. 또 전송거리가 짧아 전력의 소모도 작기 때문에
전화기의 크기도 작아지고 운용비도 덜 든다.
런던에 본부를 둔 머큐리 커뮤니케이션즈사는 현재 17억 달러를 투입하여 영국 전역의
개인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런던부터 시작하여 수백 개의 작은 중계국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1994년 봄까지는 전국의 24퍼센트 그리고 1999년까지는 영국전역의
90퍼센트를 커버하는 중계국 건설을 마친다. 머큐리사는 도시지역에서는 1천
야드(약910미터), 그리고 지방에서는 그보다 약간 먼 거리를 두고 송수신기를 설치하고
있는데, 21세기 초에 이 통신망이 완성되면 머큐리 고객들은 영국 내 어디서든지 누구와도
통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화선 없는 시대
21세기 중반경에는 모든 가정과 사무실에서 전화선이 완전히 사라지고 휴대용 전화만
통용된다. 고층 빌딩 내부로 들어가면 각층마다 한 개 또는 두 개의 중계국이 있어
입주자들은 복도에서 서성거려도 걸려오는 전화를 놓치지 않는다. 또 비행기와 열차용으로
수백 평방 킬로미터를 커버할 수 있는 거대한 마이크로 셀 송수신기를 높은 무선탑 위에
설치하거나 큰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플랫폼에 부착하거나 또는 첨단기술 기구에 연결해
둔다.
공중파의 쓸데없는 방해를 피하기 위해 모든 중계국은 기존의 광섬유전화 케이블과
연결되어 통화는 거의 모두 유선을 통해 전달된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동전화와 중계국
사이의 짧은 거리만 공중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많은 통화자들은 이런 하부구조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거대한 컴퓨터가
송수신기를 서로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전화기는 통신할 적절한 중계국을 자동적으로
선택하고 또 필요하다면 이 중계국에서 저 중계국으로 옮기지만 그런 복잡한 과정을
이용자는 미처 느끼지 못한다. 고객들은 전화번화를 연결하고 싶은 전화에 '등록'해 두면
걸려오는 전화를 이동전화기건 사무실전화기건 또는 친구에게서 빌린 전화기건 상관없이
가장 편리한 위치에서 받을 수 있다
이리하여 21세기 중반에서 21세기 말에 이르면 휴대용 통신장치는 대화를 전송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다양한 오락과 교육 서비스를 수용한 거대한 데이터 뱅크 속으로 이용자들을
인도한다. 미래의 전화기는 또 시각과 청각은 물론 다른 감각까지 포함하여 감각정보를
담은'가상의 세계'도 전달되게 될 것이다.
미래형 만능전화의 등장
'정보의 초고속도로' 시대를 맞아 전화도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미국전화전신회사(AT&T)가 1995년에 시장에 선보일 '세이지(Sage:매우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미래형 전화는 정보를 관리하게 된다.
이 신세대 전화기는 텔레비전, 비디오게임 플레이어와 개인용 컴퓨터(PC)에서 팩스 기계,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VCR), 자동응답기 그리고 비디오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자매체의 정보를 모으고 분산하는 중앙통제관 역할을 한다. 이런 전화가 등장하면 게임용
기계나 컴퓨터나 또는 전화를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온다.
'세이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AT&T사가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는 이 전화는 전화선이나
케이블 텔레비전선을 타고 가정으로 들어오는 디지털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강력한 개인용
컴퓨터의 힘과 특제의 소프트웨어 및 회로를 갖추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종래의 전화처럼 쉽게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이 전화에는 신용카드보다 약간 큰 여러 종류의 전자식 플러그 접속 카드를 꽂게 되어
있다. 예컨데 디지털식 전화기계용 카드는 외부에서 보내 오는 메시지를 저장하는가 하면,
또다른 카드는 케이블 텔레비전용의 관리상자 구실을 한다. 이 밖에도 비디오 게임
기계구실을 하는 카드가 있는가 하면 퍼스널 컴퓨터를 컴퓨터망과 연결하는 역학을 하는
카드도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캠콤더와 텔레비전을 이용하여 비디오 전화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까지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이지 전화의 이런 새로운 기능은 AT&T사와 이 기업이 투자한 제너럴 매직사가 생산하는
소프트웨어가 제공한다. 예컨대 제너럴매직사는 정보의 고속도로를 타고 이런저런 심부름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소프터웨어 '대리인'을 설계했다.
20세기 가정통신수단의 총아였던 전화는 새롭게 태어나면서 다시 새로운 세기에도 가정의
기본장비로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안테나
아파트 창밖으로 삐죽 나온 위성 안테나용 접시는 외관상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다. 미국
조지아 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과학자들은 최근 눈에 거슬리는 위성
안테나의 대체품을 개발했다. 납작하고 융통성이 많은 이 새로운 안테나는 지붕이나 또는
외벽에다 보이지 않게 설치할 수 있다. 거실의 커튼 속에도 설치할 수 있는 '창 커튼
안테나'라는 별명을 가진 이 안테나는 창에 걸 수도 있고 차양 모양으로 둘둘 감을 수도
있다.
조지아 공대 전기 및 컴퓨터 공학 교수인 에드 조이(Ed Joy)를 비롯하여 이 대학의 세
명의 과학자들은 이 안테나를 만들기 위해 인쇄회로판을 만드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빌려왔다. 우선 유연성이 좋은 섬유강화 테프론 조각 앞뒤면에 금속으로 안테나를
인쇄한다. 완성된 조각은 둘둘 말아서 종이통(서류나 잡지를 우송할 때 사용하는 용기) 속에
넣어 발송할 수 있다.
조이 교수에 따르면 이 기술은 어떤 주파에서도 가동할 수 있어 텔레비전 프로그램, 셀
방식전화(이동식전화)의 대화, 극초단파 신호 그리고 위성통신을 받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안테나 설치에 앞서 집주인은 금속판과 1인치(약 2.54센티미터) 두께의 포말을 이
장치와 집 사이에 넣는다. 그리고 플라스틱, 치장벽토 또는 벽돌을 이용하여 안테나를
위장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지아 공대 과학자들은 보다 싼 재료로 안테나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무선통신 시스템의 일부로서 신축가옥의 벽 속에 설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조지아 공대는 여러 메이커들과 협상을 하고 있으나 연구비를 지원한 미국방성에서는
이미 이런 안테나를 40개 이상 사용하고 있다.
정보 초고속도로시대에 산다.
21세기 초 어느날 아침, 자영업을 하는 김씨는 거실 한쪽에 자리한 개인용 컴퓨터의
버튼을 누른다. 환하게 화면이 밝아 오면서 단정한 젊은이가 나타나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한다. 김씨는 자판에 손가락을 옮겨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4월 1일 오후 출발하는
서울-로스앤젤레스 간 항공표 예약할 것. 로스앤젤레스 공항 근처에 1박 요금 1백50달러
정도의 호텔방을 3일간 예약할 것."
김씨가 '실행 버튼'을 누르면 젊은이는 화면에서 사라지고 내장된 소프트웨어 '대리인'을
이용하여 김씨의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우선 김씨의 전화선과 연결된 정보고속도로를
탄 전자대리인은 업종별 전화번호를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를 찾아 항공사를 불러낸다. 항공표
예약을 마친 전자대리인은 이번에는 태평양 해저의 광섬유케이블을 타고 순식간에
로스앤젤레스까지 달려간 뒤 데이타베이스에서 공항근처의 S호텔을 찾아내어 예약을 마친다.
물론 김씨의 전자대리인과 접촉하는 상대도 역시 항공사와 호텔 컴퓨터 속의
전자대리인들이다.
불과 2__3분 뒤 김씨의 컴퓨터의 화면이 다시 밝아 오면서 다음과 같은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자막이 흐른다. "4월 1일 오후 3시 출발 로스앤젤레스행 KAL 008 예약 완료. 4월
1일부터 3일까지 로스앤젤레스 공항 앞 S호텔 예약 완료."
디지털 통신시대의 개막
21세기에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통신할 수 있는 정보의 초고속로시대가 열린다. 글과
그림과 소리 정보는 컴퓨터 언어인 0과 1의 디지털 부호로 바뀌어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것처럼 신속하고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전세계의 육지와 바다 밑을 누빈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하면 예컨대 20권 분량의 백과사전 내용을 모두 1초 이내로 전송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를 빨리 전달할 수 있어 그만큼 요금도 줄일 수 있다. 종래의
구리로 된 전화선 대신 광섬유 케이블이 집집마다 들어오는 2015년경이 되면 우리의
가정생활도 물라보게 바뀌기 시작한다. 앞서의 김씨의 경우처럼 성가시고 복잡한 일은 거의
컴퓨터 속의 전자대리인이 맡게 된다. 전자대리인은 항공표나 호텔의 예약만 아니라
통신사가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 중에서 관심 있는 기사만 추려서 이용자에게 제공해 주는가
하면 전자우편을 훑어보고 그 내용에 순서를 매겨 알려 준다. 한편 가정의 오락양식도 크게
바뀐다. 종래 방송국이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방영하던 관행도 대화형으로 바뀐다. 예컨대
소비자는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케이블 텔레비전국에 요청하면 어떤 것이든 아무 때나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소비자마다 적어도 5백 개 채널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한편 집에서 공부하다가 큰 백과사전을 찾을 필요가 생긴 학생은 백과사전이 있는
도서관까지 갈 필요가 없다. 책상 위의 퍼스널 컴퓨터 화면에 찾고자 하는 백과사전의
내용을 글과 그림과 소리 모양으로 함께 불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삐 풀린 이동전화
20세기 말경에는 개인용 이동통신시대의 막이 오른다. 미국 모토롤라사의 자회사인
이리듐사가 1998년부터 34억 달러를 들여 남북극상공을 포함한 지상 수백 킬로미터의 낮을
궤도에 66개의 이동용 통신위성을 올려 놓고 서비스를 개선하면 세계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이 위성들은 마치 지상의 셀 방식 이동전화용 중계국과 같은 구실을
하면서 이동전화로 직접 위성을 부를 수 있도록 위성을 가운데 두고 이동전화끼리 직접
통화할 수도 있다. 머리 위에 위성이 보이는 한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다.
그래서 남극지방에서 새우잡이를 하는 어민들은 수만 리 떨어진 부산의 가족들과 언제라도
전화통화를 할 수 있고 알래스카에서 길을 잃은 등반대는 간단히 이동전화 버튼을 눌러
긴급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사람이나 남해의 고도에 사는 원주민도
서울이나 뉴욕 또는 파리에 있는 누구와도 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무선이동전화망은 전화만 아니라 팩스와 그림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21세기 초가 되면 지름 5__6킬로미터의 비교적 넒은 지역을 다루는 오늘날의 셀 방식
이동전화는 이른바 마이크로 셀 방식 전화로 바뀐다. 셀의 넓이가 불과 2__3개 불럭 밖에 안
되는 이 새로운 이동전화망은 종래의 셀 방식보다 수십 배나 많은 통화량을 다룰 수 있고
운용비도 덜 든다.
이리하여 21세기 중반경에 이르면 모든 가정과 사무실과 공장에서는 전화선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대신 사람들은 신용카드 크기의 가벼운 이동전화를 윗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통화를 할 수 있다. 평생 같은 전화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울에 살다가
샌프란시스코나 런던으로 주거지를 옮겨도 전화번호는 언제나 같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원거리 진단과 치료
정보의 초고속도로가 몰고 올 변혁의 바람은 사무실과 학교, 공장과 병원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간다. 그래서 21세기에는 교통이 불편한 지방의 환자도 수천 리 또는
수만 리 떨어져 있는 곳의 권위 있는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열대지방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귀국한 박씨의 경우 진단결과 기생충성 피부병인
피부리이시마니아증이라는 희귀한 병에 결렸다는 것이 드러난다. 우리 나라에는 이런 질병의
전문의가 없어 미국 보스톤 종합병원에 있는 이 분야의 권위자인 G박사의 진단을 받기도
한다. G박사는 정보의 초고속도로를 통해 수만 리 밖에서 서울에 있는 박씨의 피부의 살갗과
색깔의 변화를 관찰한 뒤 그 치료방법을 박씨의 국내 주치의와 협의한다.
21세기의 병원도 몰라보게 바뀐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셀 방식의 이동전화로 병원의
컴퓨터와 통신 시스템과 언제나 연결된다. 병동마다 하나의 컴퓨터망으로 연결된 행정,
약국, 검사 및 X선부를 갖춘 미니 병원기구가 있어 환자를 신속하고 친절하게 보살필 수
있게 된다. 병실마다 컴퓨터 터미널이 놓여 있어 환자의 상황을 그때그때 입력하면 의사나
간호사는 어디서든지 환자의 병상을 알 수 있다. 21세기에는 대화형의 멀티미디어를
이용하여 의사들은 집에 있는 환자를 입원환자 못지 않게 잘 보살펴 줄 수 있어 입원환자의
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도 정보 서비스 시대
21세기 초 어느 날, 회사원 박씨는 T시에 있는 거래선을 찾아 나선다. T시는 초행이지만
박씨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의 차는 자동으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항법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차가 고속도로에서 T시로 빠지는 길목으로 들어섰을 때 박씨는 차의
계기판 단추를 몇 개 누른다. 계기판 위의 스크린이 밝아 오면서 T시의 도로망이 선명하게
비친다. 박씨는 다시 단추를 누르면서 낮은 음성으로 또박또박 힘주어 말한다.
"행선지는 T시 장안구 장안로 1가 60번지, 최단 코스를 알려라!"
이윽고 비디오 지도에는 행선지의 위치를 알리는 파란 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박씨는
이 파란 등을 향해 뻗어 나간 빨간 줄의 안내를 받아 가면서 어렵지 않게 거래선에 도착하게
된다.
하늘의 길잡이
1970년 초에 미국방성은 '별들의 전쟁'용으로 지구위치 파악위성 시스템(GPS) 개발에
착수했다. 지상 1만7천6백 킬로미터의 세 개의 원궤도에 모두 24개의 위성을 올려놓고 매
13시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게 되어 있는 이 위성들은 쉬지 않고 시각을 알리는 고유의
신호를 발산한다. 그래서 지상 어떤 곳에 있건 언제나 서로 다른 자리에 있는 3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보내 오는 신호를 수신할 수 있고, 이 자료를 컴퓨터에 걸면 현재의 자기의
정확한 위치(위도, 경도, 고도)를 알 수 있게 된다.
미군은 1991년 걸프 전쟁 때 이 기술을 이용하여 적의 공중감시, 폭격목표의 조준, 아군의
구조작전, 적표지물에 대한 미사일유도 그리고 지상부대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휴대용의 GPS 수신기를 가진 부대들은 막막하게 뻗어 나간 사막을 가로질러 예정된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방성은 1989년부터 이 기술의 일부를 민간에게도 무료로 개방하기 시작하자
GPS 기술은 평화적인 목적으로 다양하게 응용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우선 앞서의 박씨 차의 경우처럼 GPS기술과 시디룸(CD-ROM)기술을 조합한
자동항법시스템이 개발되어 빠른 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최근 선을 보인 휴대용GPS
장치를 이용하면 예컨대 등산객은 현위치는 물론 움직이는 속도와 목표지까지의 코스를
얼마나 빗나갔는가 또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하는 것까지 알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택시회사들은 자기회사 택시들의 현위치는 물론 어떤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가를 스크린을 통해 손금 들여다보듯 알 수 있어 배차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넓혀 가는 용용 영역
세계에서는 날마다 약 5백만 개의 컨테이너들이 배와 철도와 트럭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컨테이너들이 움직이는 가운데 어떤 것은 내용물이 손상되거나 또는 알맹이가
송두리째 없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어 미국운송업계만도 한 해 동안의 손실액이 50억 달러에
이른다. 그해서 물량이 더욱 늘어날 21세기 초에는 GPS 기술이 해운업계까지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 초, H전자 메이커는 컴퓨터 부품을 남미 브라질에 있는 이 기업의 현지
조립공장으로 발송한다. GPS 기술이전에는 이렇게 컨테이너에 실린 귀중한 부품들이 선적된
뒤 현지공장에 도착할 때까지 그 안부를 알 길이 없어 가슴을 조이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H사 컴퓨터 스크린에 수송현황을 언제라도 불러 낼 수 있다. 그래서 이
컨테이너들이 현재 태평양 항로 어디에 있다든가 또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 중이라든가 또는
리우데자네이로 시내의 어떤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든가 하는 것을 환하게 알 수 있다.
더욱이 그때그때 컨테이너 내부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충격의 세기까지 알려 주는 정보가
스크린 자막에 나타난다.
컨테이너 내부에 고정시킨 손가방 크기의 금속상자에는 수시로 현위치를 알 수 있는 GPS
장치 외에도 온도계, 습도계 그리고 가속계가 있어 온도, 습도, 충격도를 측정하는가 하면
소형 카메라까지 갖추고 있어 컨테이너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침입자를 비디오 테이프로
촬영한다. 이 모든 정보는 자동적으로 국제화물운용센터로 보내진 다음 메이커, 운송회사
그리고 보험회사의 컴퓨터로 중계된다.
농사에도 한몫
한편 GPS는 전자지도를 앞세운 지리정보서비스(GIS) 시스템과 손을 잡고 응용의 영역을
더욱 넓혀 나가면서 교통과 운송, 심지어는 농업분야에 이르기까지 혁신의 새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종래에는 화학비료를 뿌릴 때 농지 이곳저곳의 토양 샘플을 분석한 뒤 그 결과를 평균하여
이런저런 성분의 비료를 섞어서 아무 데나 똑같이 뿌려 주었다. 그러나 토양의 질은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마련이어서 아무 데나 똑같이 배합된 비료를 뿌려 준다면 가장 좋은
시비효과를 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21세기 초의 서해안 대단위 농장을 찾아가 본다. 멀리 지평선 끝까지 뻗어 나간
농장에서는 트랙터들이 한창 비료를 뿌려 주고 있다. 이들은 내장된 전자지도와 지상
1만7천6백 킬로미터 상공의 GPS 위성에서 보내 오는 위치정보를 이용하여 트랙터가 지나는
땅마다 그곳 토질에 가장 알맞게 섞은 화학비료를 뿌려 주고 있다.
우선 트랙터에 내장된 강력한 개인용 컴퓨터는 농장과 토질의 성질을 보여 주는 지도를
컴퓨터 스크린에 비쳐 주면서 GPS 정보를 함께 이용한다. 트랙터가 움직이는 데 따라 스크린
지도상의 트랙터의 위치도 새로워지고 그때마다 컴퓨터는 그 위치의 토질에 맞는 비료를
뿌려 주게 된다. 그래서 가장 많은 양의 수확을 거둬들일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비료를 뿌려
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최근 강력한 테스크 톱 컴퓨터가 등장하여 지도와 관련된 많은 데이터를 마음대로
다루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값싼 지도자료와 소프트웨어들이 등장하면서
비용이 뚝 떨어지자 종래 주로 공공분야에서 이용하던 GPS는 일반 기업운영의 주요한
'연장'으로 등장하여 심지어는 새로 낼 연쇄점이나 슈퍼마켓 또는 주유소의 가장 적절한
위치를 선정하는 유력한 수단으로서 이용되기 시작했다.
제 3 장
첨단 기계, 기술의 개가
간편한 첨단화재 경보장치
첨단 광섬유 기술과 재래식의 재료인 왁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화재를 탐지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화재탐지 시스템 메이커인 스웨덴의 에릭슨사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매우
간단하지만 성능은 뛰어나다.
그 구조는 성형된 왁스 속을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선이 지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난연성(쉽게 점화되거나 타지 않는 성질)의 케이블로 덮었다. 이 케이블과 연결된 컴퓨터는
광섬유선에 레이저 펄스를 보내면서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는가를 점검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감시하는 지역 내에서 열이 별안간 올라가거나 화재가 발생하면
케이블 속의 왁스가 팽창하여 그 속의 광섬유선을 일그러지게 만들기 때문에 광섬유 속을
흐르는 빛이 흩어지게 된다. 이것을 감지한 컴퓨터는 경보를 울린다. 불이 꺼지면 왁스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광섬유 속을 흐르는 신호는 다시 정상을 찾는다.
한편 서로 다른 품질의 왁스를 사용함으로써 열에 대한 감도가 서로 다르게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이 시스템의 일부는 어떤 방의 온도가 화씨 1백 20도 이상 올라갈 때
경보를 울리게 하고 이웃방의 온도는 화씨 2백도가 될 때 경보를 울리게 할 수 있다.
에릭슨사는 당초 이 기술을 산업계에서 사용할 생각에서 개발에 착수했으나 개발된
시스템이 매우 간단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스웨덴의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에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개미수염보다 작은 증기기관
2백년 전 산업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증기기관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샌디어
국립연구소의 스니고우스키(Jeff Sniegowski)는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부품으로
만든 극소형의 증기기관을 만들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에 있는 알버커기 소재의 이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 마이크로 기계가
예컨대 하나하나의 세포와 같이 매우 작은 물질을 잡고 자르는 데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샌디어 연구소 과학자들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기술을 이용하여 실리콘 조각 위에서 이
엔진을 만들었다. 컴퓨터 칩에 들어갈 수 있는 이 엔진은 6미크론(1미크론은 1백만분의
1미터)의 폭과 2미크론 높이의 피스톤을 갖고 있다. 이것은 실리콘 커버 내부의 뚫린 공간인
'실린더'를 들락날락한다.
실린더 속의 작은 물방울을 전선으로 가열되면 수증기 방울이 형성되고 실린더로부터
피스톤을 밀어낸다. 물이 식으면 실리콘 스프링이 피스톤을 되돌아오게 한다. 이 연구소
실리콘 기술부장이며 스니고우스키의 상사인 맥호터(PcWhorter)는 이 엔진이 정전기로
작동하는 같은 크기의 모터보다 1백 배나 더 큰 힘을 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단점은 물방울이 금방 증발해 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샌디어 연구소는 모터가 계속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서 물 대신 사용할 일종이 기름을 찾고 있다.
이 엔진은 통신용 광섬유를 정밀하게 정렬하는데 필요한 소형장비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층화재 인면구제용 기구
고층건물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한 가지 불안이 있다. 화재가 일어나면
사다리가 자신의 있는 층까지 미치지 못할 수 있으면 빌딩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경우에만 헬리콥터로 구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테이츠빌시 소재 밸룬 위크스사의 엔지니어인 시드니 콘(Sydney
Conn)은 198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고층의 MGM 그랜드 호텔의 화재로 85명의 인명을
앗아간 사건 이래 고층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 사람도 구하고 불도 끄는
'라이프잭'이라는 이름이 새로운 인명구제 및 진화용 기구를 개발하였다.
최근 마무리 단계로 들어간 이 기구는 바람을 빼면 픽업 트럭 짐칸에 실을 수 있으나
프로판 버너로 압력을 넣으면 약 10미터 높이의 입방체가 되어 마치 거대한 옥외용
엘리베이터 모양이 된다. 이 엘리베이터는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따라
모로도 움직인다.
그리고 이 기구의 바닥에는 두 줄의 켈바(방탄조끼를 만드는 강력한 합섬)로 된 케이블이
뻗어 나간다. 이 케이블은 지상에 자리한 두개의 수압식 윈치에 묶여 있다. 소방관들은
리모트 컨트롤로 기구를 좌우로 이동시킬 수 있다.
이 기구의 바닥의 격실에는 12명의 대피자를 수용시킬 수 있고 지붕으로 소방관들을
운반할 수도 있다. 이 기구는 분당 3백 미터, 시속 약 17.6킬로미터로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기구제작에 사용할 적절한 섬유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콘은
말하고 있다. 이런 섬유는 가볍고 닳지 않아야 하며 외부의 화재에서 나오는 열에 견딜 수
있을 뿐 아니라 기구 내부에서 발생하는 화씨6백도(섭씨 약 3백 16도, 종이가 점화될 온도)에
견뎌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열기구는 내부의 뜨거운 공기가 외부의 데우지 않은 공기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뜬다. 화재시에도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구내부의 공기가
화재현장의 공기보다 더 뜨거워야 한다.
콘은 여러 브랜드의 켈바를 대상으로 후보를 모색했으나 시간이 흐르면 켈바는 자외선으로
손상되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래서 스페이스 셔틀의 벌집모양의 바닥재로 고려 중인 다우
케미컬사의 GPBZT라고 불리는 열반사섬유에 눈을 돌렸다. 이번에는 소방관용 바어 코트로
사용되는 훽스트 클린즈사의 PBI라고 불리는 새로운 섬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어떤 섬유를 재료로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면 기구는 완성단계로 들어가면 1994년
여름에는 실용 모델이 완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가온 휴먼 로봇 시대
21세기 초 여름, 태풍이 엄습한 남해의 먼 섬 S도에는 시각을 다투어 수술해야 할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전문의가 있는 육지의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바다에는 산더미 같은 파도가 휘몰아치는가 하면 비바람이 너무나 세차게 불기
때문에 이 섬에는 헬리콥터뿐만 아니라 어떠한 교통수단도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이 이 섬의 보건소에는 '로봇 외과의'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급한 대로 수술을 로봇
의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이런 급한 사정을 통보 받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외과전문의들이 컴퓨터 스크린을 지켜보면서 천 리 이상 떨어진 S섬 보건소의 로봇 의사에게
수술을 지휘한다. 이리하여 로봇 의사는 사람 의사보다 훨씬 정밀한 솜씨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다.
194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처음 산업용 로봇이 태어난 이래 50여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세계에는 50만 대에 가까운 로봇들이 일하고 있다. 로봇은 초기에는 용접과 도장(칠하는
것), 그리고 조립 등 사람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산업용 로봇이 주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로봇들도 촉각과 시각을 포함한 감각기관을 갖추게 되면서
제2세대로 들어선다. 이른바 서비스 로봇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유리창도 닦는다. 피자를 굽는 로봇이 등장하는가 하면 햄버거와 초밥도 만든다. 프랑스의
과수원에서는 밤낮 쉬지 않고 사과를 따 주는가 하면 네덜란드의 목장에서는 젖짜는
아가씨를 대신하고 호주에서는 양털을 깎아 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로봇은 제3세대의 휴먼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신세대 로봇은 전자기술의 비약적인 진보에 힘입어 사람의 오감을 대신할 수 있는 감각과
기억력과 사고력을 갖추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맡은 일을 알아서 처리하게 된다.
그래서 21세기 초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수술하고 간호하는가 하면 가정에서는 청소를
포함한 허드렛일을 하고 집도 지킨다. 화재가 나면 현장으로 뛰어들어가는 소방용 로봇이
등장하는가 하면 길을 안내하는 로봇도 탄생한다. 우주로 진출한 로봇은 우주정거장을
조립하기도 하고 위험한 방사선이 가득 찬 원자로 속으로 들어가서 청소 작업을 하는 로봇도
등장한다.
휴먼 로봇의 공통점은 멀고 가까운 거리 등 3차원의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기능과, 힘의
세기나 방향을 느낄 수 있는 촉각기능과, 말하고 듣는 기능, 그리고 판단기능을 갖춘다는
것이다.
휴면 로봇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 곳은 의료세계다. 1992년 말 미국에서 최초의
'로보닥(로봇의사)' 이 완성된 이래 초기에는 주로 고관절수술에서 대퇴골에 정확하게
구멍을 뚫는 일을 맡고 나섰으나 차츰차츰 무릎과 발목, 그리고 어깨수술을 포함하여 뼈를
깎거나 교정해야 할 일이라면 어떤 종류의 수술에도 진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로보닥' 개발의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인 미국방성은 능률적인 '로보닥'들을
동원하여 전시에 의사가 부족한 전선에서 부상병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는 일단의 외과의들과 엔지니어들이 뇌종양과
병소와 싸우는 데 사용할 '애큐레이 1000'이라는 이름의 로봇을 제작하고 있다. 이
로봇은 CT스캐너를 사용하여 뇌의 3차원 모델을 만들어 일단 뇌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되면 수백 개의 각도에서 가장 알맞는 양의 방사선을 쬐어 줄 수 있다. '최후의 정밀한
연장'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로봇은 앞으로 췌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그리고 폐암에
대해서도 정확한 양의 방사선을 쬐어 주는 데 이용될 것이다. 한편 미국 노스훼스턴 대학
과학자들은 혈병을 녹이는 약을 사람의 눈 속 혈관에 주사하여 눈이 머는 것을 막는 미니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 과학자들은 배꼽을 통해 집어 넣어 내장을 탐색할 수 있는
카메라 조작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밀수범 잡는 로봇 잠수정
미군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장비목록에는 적의 후방을 몰래 염탐하고 공격할 능력을 가진
소형 로봇 잠수정이 올라 있다. 그러나 이런 잠수정은 제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작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혼스비(Howard Hornsby)라는 이름의 미국 엔지니어는 기발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무선으로 쾌속정을 조종하여 경주를 시키는 그의 취미를 살려서 로봇
잠수정을 만드는 회사를 발족시켰다. 이런 로봇 잠수정은 파도 속에 감춰 둘 수 있기 때문에
레이더나 소나도 잡기 어렵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혼스비가 미국 플로리다주 리베리아 비치에 설립한 인터내셔널 로보틱 시스템즈사는
제임스 본드의 스파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모습을 한 3미터 길이의 잠수정을
선보였다. '오올 마크II' 라는 이름의 이 잠수정은 35노트의 속도로 운행하고 항해위성을
이용하여 무선지시나 또는 미리 프로그램을 해 둔 루트를 따라가는데, 카메라에서 로켓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싣고 다닐 수 있으며, 보고 들은 것을 송신한다. 미해군은 현재 이
로봇 잠수정을 해안 감시와 기뢰수거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시험하고 있다. 그런데 혼스비는
이 잠수정을 마약밀수법을 잡거나 해상에서 석유를 유출하는 범인을 찾는 민간용도에
이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값은 65만 달러부터 시작된다.
백지로 환원시키는 기계
서류 없는 사무실은 꿈은 아닐지는 몰라도 실현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이런저런
이름을 가진 더 많은 잉크를 사용한 더 많은 종이들을 마구 뿌리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사무기기 제조업체인 리코사는 마침내 이런 추세를 역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기업은 인쇄된 종이를 삼킨 뒤 깨끗한 백지로 뱉어 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대부분의 사진복사기, 레이저 프린터 그리고 보통용지를 사용하는 팩스 기계는 터너라고
알려진 까만 분말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종이표면에 녹는다. 그러나 이 새로운 기계는
화학물질을 뿌려 터너를 종이표면에서 풀어준 뒤 열을 좀 보탠 후 끈끈한 롤러를 사용하여
터너를 벗겨 낸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종이 한 장을 지질의 내구성에 따라 10번 또는 20변 재순환시킬 수
있다. 이 기계는 휴지가 가득한 휴지통을 없애 버리는 것을 물론 종이절단기를 무용지물화할
수도 있다. 누구든지 비밀을 걱정하는 사람은 메시지를 조각조각 절단하는 대신 지워 버릴
수 있다. 그 결과 법의학연구소의 전문가들을 속일 수는 없으나 낮은 수준의 보안유지를
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장치는 분당 겨우 세 장의 종이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리코사는 또 이 기계를 사용하면 새 종이를 사는 것보다 낡은
종이르 지우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는 것은 실증해 주어야 한다. 또 현재로서는 터너만을
제거할 수 있다. 도트 매트리스 프린터나 또는 열전사용 팩스 기계로 만든 표시는 지울 수
없다. 이 밖에도 보통 인쇄기로 만든 펜필체나 자국도 이 기계를 통해 지울 수는 없다.
그래서 레이저 프린터로 만든 글자나 숫자는 바꿀 수 있으나 같은 종이 위에 인쇄된 문구나
서명은 무사통과된다.
세균 없는 냉장고
세균이 발을 붙일 수 없는 냉장고가 등장하여 냉장고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종래의 냉장고는 썩기 쉬운 식품을 계속 차게 유지함으로써 박테리아의 성장을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찬 공기에는 박테리아 생존에 필요한 산소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미국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 월리엄 코로스(William, Koros)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현재
공기 중에서 질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얇은 폴리머막을 만들고 있다. 이 폴리머막을 이용하면
냉장고에서 산소를 몰아내어 식품의 부패를 부추기는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어 식품은 거의
무기한 저장할 수 있게 된다. 또 식품은 종전처럼 차게 보존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이런 냉장고는 식품보관함 내부의 공기를 폴리머막을 통해 밀어 낼 압축장치가 필요하다.
이때 폴리머막은 이를테면 미세한 체의 역할을 하는데, 덩치가 작은 산소분자는
통과시키지만 그보다 큰 질소 분자는 빠져나갈 수 없다.
싼 비용으로 쉽게 질소를 만들 수 있는 이 마이크로체는 냉장고뿐 아니라 그 밖의 넓은
응용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예컨대 곡물저장용
사일로는 곡물이 썩는 걱정에서 한숨 돌려도 되고 부패하기 쉬운 제품도 쉽게 저장할 수
있게 되며 해산물의 경우는 선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한편 내부에 갇힌 질소는 배의 선창이나 트레일러에 뚜껑을 덮어 수송하는 동안 식품의
선도를 유지해 주기 때문에 살충제와 해충용 방부제도 필요 없게 된다.
그러나 산소 없는 환경에서도 번창하는 혐기성 박테리아의 성장을 어떻게 억제하는가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도 몇 가지는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새로운 기술이 소비자시장으로
진출하자면 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5분 내에 어는 속성 냉동기술
얼음을 만드는 데 5분밖에 걸리지 않는 속성 냉동기술이 개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속성 냉동 기술은 종래의 냉동기술과 마찬가지로 열을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냉매를 응축하고 증발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기술이 종래의 방법과 다른 점은
기계적인 압축장치나 또는 오늘날의 모델처럼 오존층을 파괴하는 냉매를 사용하지 않고
화학반응으로 처리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역(역) 마이크로 웨이브' 라고 불리는 이 방법에서는 황산나트륨, 황산아연,
황산칼슘 등을 사용하는데 열을 가하면 기체모양의 암모니아를 방출한다. 이때 압력을 더욱
올려 주면 암모니아는 응축기로 들어간 뒤 증발기로 갔다가 마침내는 본래의 방으로 되
돌아와서 염 속으로 다시 흡수된다. 이런 순환을 되풀이하면 냉각장치속의 온도를 섭씨 영하
15도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이 냉각장치는 덩치 큰 압축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컴퓨터 속의 냉각용 팬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들 수 있다고 발명자인 미국 네바다주 불더시 소재 로키 리서치사의
우웨 로켄펠러(Uwe Rockenfeller)는 주장하고 있다.
이 기업은 현재 이 기술을 발전시켜 조리대용 냉장고와 에이컨디셔너 그리고 상업용
냉동기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이 상점에 선을 보이자면 약
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발명자인 로켄펠러는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마이크로 히터
미래의 극소형 장치들은 에너지 효율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워신턴주 리치랜드 소재 바텔 퍼시픽 노스웨스트 연구소 과학자들은 건물의 온냉방용으로
매우 작은 열펌프(낮은 온도의 열원에서 높은 온도의 열원으로 열을 공급하는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은 이 열펌프가 재래식의 온냉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50퍼센트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이 장치의 두 개 부분인 압축기와 증발기를 시범적으로 보여 주었으나
현재 컴푸레서를 제작하고 있다. 바텔 연구소 과학자들은 반도체산업계의 사진식각기술을
빌려 동전 크기의 금속 조각 속에 사람의 머리카락 두 개의 깊이밖에 안 되는 미세한 홈을
파서 이곳으로 냉도제가 순환하게 한다.
이런 극소형 열 펌프는 빌딩과 주택 도처에 자리하게 되다. 그래서 종래와 같은 빌딩의
도관 작업이 필요 없기 때문에 공기가 시스템 속을 흐를 때 상실되는 에너지의
20__40퍼센트를 절약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건물의 입주자의 위치를 탐지하여 온도를
조절하는 마이크로센서를 가진 펌프에서 다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들은 3년 내에 이
장치가 실용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원격조종 굴착기의 등장
서울에 앉아서 수천 킬로미터 공사장의 굴착기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원격조종용의
굴착기가 개발되었다. 그래서 겨울철의 시베리아 벌판이나 여름철의 아프리카 사막과 같은
사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환경에서도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안락한 시내에
앉아서 자유롭게 원격조종작업을 할 수 있다. 또 이런 시스템을 이용하면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위험한 핵폐기물도 안전지대에 있는 조종실에서 원격조종하여 아무 탈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캔사스의 크리프트 텔레로보틱스사가 설계한 원격조종의 무인굴착기는 운전자가
굴착기의 기계팔을 마치 자기 손의 연장처럼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데, 땅을 파던
셔블이 바위나 나무뿌리와 같은 장애물에 부딪힐 때 그 강도까지도 촉감으로 느낄 수 있다.
우선 굴착기 엔진 위 플랫폼에 장착된 세 대의 카메라가 작업현장의 상황을 전자신호로
바꿔 보내면 멀리 떨어진 빌딩 안의 조종실 비디오 스크린에 비친다. 운전자는 화면을
보면서 비디오 비디오 게임을 하듯 조이스틱을 전후좌우로 움직여서 기계팔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초심자도 벽면을 다듬거나 파이프나 나무뿌리
주변에서 작업하는 일과 같은 매우 섬세한 작업까지 할 수 있다.
로봇 팔을 이렇게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힘의 되먹임(피드백)기술과 주종
제어기술을 조합했기 때문이다. 힘의 되먹임 기술은 예컨대 기계가 땅속에서 나뭇조각에
부딪히면 작동기가 받는 저항력을 무선신호로 바꾸어 보내는데, 운전자 손잡이에 달린
전자작동기가 이 신호를 다시 저항력으로 바꿔 주어 그 강도를 직접 손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종래 건설회사에서 사용해 오던 제어기술을 이용하면 운동자가 손잡이를 이리저리
움직일 때 로봇 팔도 똑같은 동작을 하게 된다. 이 지능굴착기는 우선 핵무기연구소나
원자력발전소의 폐기물 청소작업에 사용될 것이지만 차츰차츰 건설용 굴착기에도 응용될
전망이다.
위폐범을 밝힌다.
컬러복사기 제조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온 불행한 결과 중의 하나는 위폐범들이 지폐를
위조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컬러복사기 제조업체인 캐논사는 위폐를 만들기 어렵게
두 가지 방지수단을 개발했다.
그 중의 하나는 자동판매기에서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지폐인식 기술이다. 캐논은 이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서 어디서 만든 지폐이건 또는 어떤 지질이건 상관없이 지폐를
인식하는 능력을 끌어 올렸을 뿐 아니라 방지책도 강구했다. 최근에 가진 한 시범행사에서
캐논사의 한 직원이 일본지페를 복사하려고 했다. 그 순간 복사기는 알람을 울리고 영상이
찍혀 나올 곳에 까만 색의 직사각형이 찍힌 종이를 뱉어 냈다.
케논사는 일단 지폐를 인식하게 되면 기계의 작동을 멎게 한다거나 알람을 울리게
한다거나 또는 이 기계가 전화와 연결되어 있다면 경찰을 부른다거나 어떤 조치라도 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복사기는 되도록 많은 종류의 지폐를 인식하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두 번째의 방법은 위폐범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 복사기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암호를 내장하고 있어 복사된 영상 속에 이 암호가 찍힌다. 그러나 특수 스캐너를 사용하면
이 암호를 추출할 수 있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이 복사기의 일련번호가 밝혀지면 이
기계를 구입한 사람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의사를 돕는 로봇 뱀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기계공학 교수 버딕(Joel Burdick)이 내다보는 미래상에서 로봇
뱀은 이를테면 구세주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로봇 뱀은 환자의 내장 속을
비틀거리면서 지나갈 수 있게 설계됐다. 컴퓨터로 조작되고 여러 개의 마디로 만들어진 이
로봇은 몸 속의 내장들 사이로 공기가 움직일 때 몸을 비틀면서 조금씩 전진한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소재 시다즈-시이나이 메디칼 센터의 의사들은 10인치(약25.4센티미터)
길이의, 플라스틱과 고무로 만든 이 로봇 뱀을 돼지에게 실험하고 있다. 입이나 또는 직장을
통해 아무 고통 없이 몸 속으로 들어가는 이 로봇 뱀은 컴퓨터의 유도를 받으면서 현재
광섬유 내시경이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도 슬슬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 로봇 뱀에 카메라를 부착하면 내부의 그림을 무선을 통해 외부에 있는 컴퓨터
스크린으로 보낼 수 있다. 또 소형 레이저를 갖추면 몸 안에서 수술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버딕 교수는 그의 로봇 뱀이 장차 석유관, 유독폐기물처리장 그리고 항공기 엔진을
검사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젖짜는 로봇 아가씨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일에 시달리는 목축업자들도 늦잠을 잘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기업은 최근 처음으로 완전자동식 젖짜는 기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제어장치가 된 문, 소의 젖의 위치를 찾아내는 스캐너와
송신장치, 그리고 젖을 짜는 젖꼭지를 포함하여 6__7가지의 부품으로 되어 있다.
젖소들의 목둘레에는 송신장치를 걸어서 소가 젖을 짜고 싶다고 느낄 때는 이 장치가
알아차려 신호를 보내서 언제든지 문을 열어 주게 되어 있다. 소가 문을 빠져나가 젖짜는
방에 들어가면 벽에 장치된 스캐너가 소젖까지의 거리를 측정하여 젖짜는 컵이 자동으로
소의 젖에 와 닿으면서 젖짜기가 시작된다. 작업이 끝나면 젖짜는 로봇은 팔꿈치로 살짝
소를 밀어 이제는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다.
소들은 2__3일이면 젖짜는 로봇에 적응하게 될 뿐 아니라 스스로 젖을 짜고 싶을 때는
종래와 같이 사람이 올 때까지 불안하게 기다릴 것 없이 언제든지 자진해서 젖을 짤 수 있어
젖짜기를 매우 즐기는 것 같다고 한다. 또 사람의 손을 빌 때보다 하루에 세 번 이상을 젖을
짤 수 있어 생산량도 15__20퍼센트 더 늘어났다고 말한다. 이 로봇들은 작업이 끝나면
기계를 청소하고 살균도 한다. 그러나 젖소 두 마리 단위로 된 시스템의 값은 18만3천
달러나 한다.
항공기를 검사하는 로봇
취항한 뒤 오래 된 제트 여객기들은 기체의 껍데기가 갈라지고 리벳(대갈못)이 느슨해져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번지기 쉽다. 그래서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소
과학자들은 항공기의 얇은 알루미늄 껍데기에서 작은 손상을 찾아내는 '앤디(ANDI:
자동비파괴검사관이라는 뜻의 머리글자)'라는 이름의 로봇을 설계했다. 약 2백만 달러를 들여
앞으로 3__4년 내에 완성되면 세계의 '나이 많은' 여객기들의 안전한 비행을 돕게 된다.
오늘날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정에 있는 항공사들은 낡은 항공기를 폐기하는 대신 고쳐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껍데기에 금이 가거나 리벳의 조임이 헐거워지는 일이 흔히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육안으로 찾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이런 결함을 찾아내기 위해 작업팀은
휴대용 센서를 가지고 수천 번의 가압과 감압의 사이클을 되풀이한 결과 생기는 생기는
균열을 찾아내려고 하지만 수십만 개의 리벳을 일일이 검사한다는 것은 매우 성가시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런 일을 로봇에게 맡기기 위해 미연방항공국은 그 개발을 카네기
멜론 대학에 의뢰하게 된 것이다.
'앤디'는 일곱 개의 흡착컵(컵 모양의 물건으로 부분적으로 진공이 생겨서 표면에
흡착하거나 물건을 빨아들이는 것)모양의 발로 비행기의 동체를 걸어다닌다. 이 로봇은
인간검사관이 사용하는 센서를 사용하여 항공기 껍데기에 부식과 균열이 있나 없나를
훑어보고 내장된 컴퓨터에 기록한다. 검사결과 결함이 발견되면 인간검사관에게 경고한다.
로봇이 모은 데이터는 특정한 항공기 모델에 대한 결함의 패턴을 탐지하는 데도 사용된다.
한편 미래형 '앤디'는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하여 눈으로 볼 수 있는 결함을 찾아내게 되고
연료탱크와 엔진 속으로 기어들어갈 수 있는 로봇까지 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용 자동시계 개발
오늘날 해외여행자들은 여행하면서 시간대가 바뀔 때마다 차고 있는 시계를 현지시간에
일일이 맞춰야 하지만 머지않아 이런 번거로운 일에서 해방되는 자동조정시계가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서울을 출발한 여행자가 뉴욕의 케네디 비행장에 도착하여 여객기에서 내릴 때
차고 있는 시계를 쳐다보면 뉴욕 시간을 나타내고 다시 파리에 도착하면 시계는 자동으로
파리 시간대로 바뀌게 된다.
최근 쥬다 클로스너(Judah Klausner)라는 뉴욕시의 한 발명가는 시계 속에 넣을 수 있는,
미니 라디오 수신기를 내장한 집적회로(IC)를 발명하여 특허를 취득했다. 이 수신기는 세계
어떤 도시에서 방송하는 라디오 주파수건 모두 탐지할 수 있다.
그런데 도시마다 주파수의 집합은 이를테면 사람의 지문처럼 유일무이하다. 이 수신기는
탐지한 주파수의 '지문'을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뒤 영국 그리니치 표준시간과의 시차를
계산하여 시계를 현지시간으로 조정해 준다. 이 수신기는 또 라디오 방송국에서 시간마다
발신하는 시보(시보)의 신호를 받아 시간을 정확한 현지시간으로 고쳐 줄 수 있다.
그래서 시계를 착용한 여행자가 아무리 많은 시간대를 넘나들건 상관없이 언제나 정확한
현지시간을 알려 준다. 또 이런 시계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갖추어 주면 시계착용자에게 현재
머물고 있는 도시의 이름도 알려 줄 수 있다.
그런데 샤프 워저드 포켓용 컴퓨터의 발명자이기도 한 클로스너는 이런 시계를 직접
만들지 않고 집적회로 라디오 수신기를 시계 메이커에게 팔 계획이다.
8백명이 타는 초대형 점보기
세계 항공기 메이커들은 21세기 초에는 오늘날의 가장 큰 제트기인 보잉 747보다 더 큰
항공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는 공동으로 보다
큰 항공기를 개발하는 타당성을 연구하고 있는데, 약 6백 석을 가진 슈퍼 점보기
4백__5백대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8백 석까지 수용할 수
있는 초점보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4개의 출입문을 갖고 2층 구조로 될 초점보기는 운항거리가 1만 3천 5백 킬로미터나 되어
도중에서 연료를 공급받지 않고도 대양을 단숨에 가로지를 수 있게 된다. 이 초점보기는
4백50톤이나 되는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조종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날렵한
항공기처럼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다. 다만 공항 게이트에 접근할 때 78미터나 되는 날개를
접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여객기를 선보이자면 1백억__2백5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개발비를
마련해야 한다. 또 제작사로서도 손익분기점인 4백대 이상의 초점보기가 팔려야 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초점보기가 뜨기에 앞서 해결되어야 항 더 큰 걸림돌은 하늘보다는 지상에
도사리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여객기는 새로운 세대의 공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점보기는 오늘날의 보잉 747보다 활주로가 더 길 필요는 없지만 무게와 덩치가 크기
때문에 활주로와 램프를 단단히 보강하고 넓혀야 한다. 또 초점보기가 날개를 접고
들어온다고 해도 터미널은 대대적인 개축이 필요하다. 출입문이 2층으로 되어 있어 공항의
탑승문도 2층으로 하되 이 문들은 초점보기의 양측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탑승객들은 아래 위층에 달린 양측 문을 통해 오르내리게 된다. 8백 명의 승객이 종래의
시설을 통해 오르내리자면 두 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여객기를 두 시간씩이나 지상에
묶어 두면 돈을 벌 수가 없다. 21세기의 초점보제트기의 생산은 이런저런 위험 부담이
따르지만 성공에 대한 보상도 그만큼 크다고 보고 있다.
극초단파 비행 캡슐로 두 시간 만에 세계일주
21세기의 장거리 항공여행자들은 오늘날의 점보제트기 대신 경비행 캡슐(Light -craft)을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이 캡슐은 에너지를 집중시킨 극초단파 빔 또는 레이저 에너지를
이용하여 눈 깜박하는 사이에 성층권으로 진입하여 45분이면 대서양을 횡단할 수 있다.
그래서 넉넉잡고 두시간이면 지구상 어디에도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미국 렌셀러 공과대학(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 항공우주공학 교수
레이크 미라보(Leik Myrabo)의 구상인데 미공군과 미항공우주국(NASA), 그리고
전략방위구상(SDI) 당국은 그의 이런 구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8년간 60만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한 결과 최근에 와서 차츰차츰 구체화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구상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캡슐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원을 찾는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1기가 와트(10억 와트)까지 생산할 수 있는 높은
출력의 극초단파 에너지의 개발로 이 구상은 실현성이 커지게 되었다고 미라보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이 캡슐은 대기권의 낮은 곳에서 극초단파 빔을 발사하여 비행체 아래쪽의 공기를
폭발시키면서 상승하는데 초당 수천 번씩 작은 양의 빔을 발사하면 상승속도가 가속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캡슐의 거울들을 극초단파 빔에 초점을 맞추어 주면 작은 지역 내의
공기의 온도를 절대온도 3만 도까지 가열시킬 수 있다. 이런 온도에서는 공기 속의
기체분자들이 폭발하여 일련의 폭발파가 발생하면서 캡슐을 대기권 위로 밀어 올리게 된다.
캡슐이 마하11(시속 1만 2천 8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2만 7천 미터 상공에 이르면
자기유체역학 추진방법으로 전환한다. 대기권 상층에서는 공기가 너무 희박하기 때문에
폭발을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캡슐이 상승할 때 충격파를 만들 만한 충분한 추진력을 아직도
보유한다. 두 개의 초전도자석 고리와 레이저-전력 전환기가 충격파 후방의 공기 플라즈머를
가속하여 뒤쪽으로 보내서 캡슐을 마하 25의 궤도 속으로 끌어올린다.
캡슐은 성층권을 극초음으로 비행한 뒤 목적지 상공에 이르러 하강할 때도 극초단파의
힘을 빌린다. 이번에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극초단파 빔이 비행캡슐의 하강속도를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한다.
탑승객들은 완벽하게 절연된 비행체 내부에 있기 때문에 이런 에너지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는다. 미라보 교수는 이 구상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1993년부터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
우주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다가온 지능형 자동차시대
전자기술을 이용하여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인 교통체증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이르면 2000년대 초에는 수십 대의 자동차들이 이를테면 객차나 화차를 연결한 긴
열차처럼 주렁주렁 일정한 간격을 두되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도로를 쌩쌩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자동차 대수가 1천4백만 대에 이를 2001년경 우리 나라에서는 서울과 부산의 러시아워
도심주행속도는 시속 7킬로미터 안팎으로 떨어지고 비교적 도로사정이 좋은 대구의 대전의
경우도 시속11킬로미터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도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추세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자동차의 범람은 교통사고와 에너지 손실,
그리고 대기오염 등 국가적으로 막대한 경제손실을 가져온다. 예컨대 1억3천4백만 대의 차를
가진 미국의 경우 통근차가 하루 평균 10분만 지체한다고 해도 미국 전체로는 교통체증으로
연간 1천억 달러의 생산성이 손실되고 교통사고로 미국소비자들이 치르는 값은 1천3백억
달러에 이른다.
그래서 미국은 육상 교통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혁을 통해 교통체증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지능형차량 및 고속도로시스템(IVHS)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차와 도로가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할 때 현재 시간당 평균 2천 2백 대가 통과하는 고속도로에서 6천 대의 차가
빠져나갈 수 있어 현재의 도로를 세 배로 확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시범사업에서 밝혀졌다.
지능형 차량에는 주행속도는 물론 엔진으로 들어가는 휘발유의 양에서 브레이크에 걸리는
힘의 세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관리하는 한편 레이더가 차의 위치와 다른
차의 주행속도를 탐지한다. 지능차들은 일단 고속도로를 타면 집단을 이뤄 자동화도로
시스템의 통제 하에 들어가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목적지까지 운전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보통 고속도로에서는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자동화도로의 경우는 불과 몇
미터만 떨어져도 충분하다 또 차들이 모두 같은 속도로 주행하기 때문에 설사 접촉을 해도
충격은 매우 작다
현재 유럽에서도 '프로메테우스 IVHS 사업' 이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정부도 교통자동화사업을 밀고 있다. 자동화의 첫 단계로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측정하여 경보를 울리는 레이더 장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에는 이미 장착되기
시작했으며, GM사와 벤츠사는 1995년형 모델부터 지능형 주행장치를 단 차를 출고할
예정이다. 이리하여 교통체증과 사고에서 해방되는 새로운 개인 교통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미래형 공항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에 성공한 이래 항공기는 볼품없던 복엽기에서 매끈한 제트기로
발전했으나 활주로는 거의 바뀐 것이 없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 환경보호설계사의
스타리(Jim Starry)는 새 시대의 활주로 구상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종사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스타리의 '스타포트(Starport)'라는 이름의 공항설계는 에너지의 사용량,
공기오염 그리고 소음도 줄일 수 있다. 이 설계에 따르면 20층의 공항 터미널 건물은
쇼핑센터와 레스토랑은 물론 호텔과 회의장, 그리고 소극장까지 갖춘다. 여객기의 승강장은
50여 미터 높이의 터미널 옥상을 갖추고 있어 탑승객들은 엘리베이트를 타고 터미널
꼭대기로 올라간다.
한편 공항에 착륙한 여객기들은 완만한 경사의 활주로를 타고 터미널 옥상까지 올라가서
탑승객을 내린 뒤 다시 탑승객을 싣고 경사진 활주로를 내려가 이륙하게 되다.
이 신세대 공항은 종래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공항주변의 대기오염과 소음공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에도 큰 몫을 한다. 도착하는 여객기들은 착륙할 때
남아도는 엔진의 힘을 이용하여 경사진 활주로를 타고 터미널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
하면 출발하는 여객기들은 경사진 활주로를 내려가면서 이륙하는데 필요한 속력을 더해 줄
수 있다. 또 여객기 바퀴에 제동-가속장치를 달아 주면 착륙할 때의 여객기의 속도를 늦추어
줄 수도 있고 바퀴가 돌 때 생성되는 전기를 주행에 이용할 수도 있다.
오늘날 보잉 747 여객기가 평면으로 된 활주로에 착륙할 때 조종사는 엔진의 추력을
역전시키기 위해 대당 48갤런의 연료를 더 태워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사진 활주로와
제동-가속장치의 바퀴를 가진 여객기는 연료를 25퍼센트나 줄일 수 있어 규모가 큰
공항이라면 연간 3억 갤런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고 또 그만큼 오염도 줄어든다. 한편
이륙하는 여객기들은 경사진 활주로가 가속을 부추겨 주어 약 3,000미터 정도 활주하면
이륙할 수 있기 때문에 엔진을 풀 가동하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져서 소음공해도 줄어든다.
더욱이 종래의 공항처럼 많은 땅도 필요 없다.
번지는 '지능' 고속도로
미국에서는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지능고속도로 시스템이 번져 나가고 있다. 예컨대
1994년에는 '트래픽 스코프(Traffic Scope)'라고 불리는 시스템이 여러 도시의 자동차
운행자들에게 교통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다리와 고속도로 길잡이에 설치한 적외선 탐지기를 사용하여 차의 숫자와
속도를 조사한다. 이 정보는 중앙 컴퓨터를 향해 무선으로 송신된 뒤 무선호출망을 통해
이용자의 계기판에 설치한 장치로 보내진다. 전형적인 서비스 및 장비 임대료는 월간
약 40달러다. 그런데 '트래픽 스코프'와 같은 시스템은 런던에서 2년 이상 운영되었다. 현재
영국의 메이커 제너럴 로지스틱스사는 미국에서 이 시스템을 설치하는 웨스팅하우스사에게
이 기술의 사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Fast-Trac)'은 미국 미시건주 오클랜드 지역의 약 1백
개의 교차지점의 교통혼잡 완화를 도울 것이다. 디지털식 비디오 카메라는 빨간 신호등으로
교통체증이 유발된 승용차를 감지하면 교통신호를 융통성 있게 변경시켜 준다. 이것은 마치
교차지점마다 교통경찰관을 배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는데 실제로는 한 대의 486 컴퓨터가
작동한다. 오클랜드 도로관리공단은 1994년 상반기에는 이 프로그램을 3백 개 지점으로
확대할 계힉이다. 이 프로그램과 함께 이 지역 승용차의 3분의 1은 운행정보와 최신
여행정보를 묶은 장비를 갖추게 된다.
한편 미국 시카고 외에 근거를 둔 '어드밴스(Advance)'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은 지금까지의
차량운행 시스템 시험으로서는 가장 큰 시도가 된다. 1994년 후반에 약 5천 대의 차량이
도로의 데이터베이스와 최신 교통 데이터를 사용하여 목적지까지의 최선의 경로를 컴퓨터로
계산하는 장치를 장비하게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특이한 점은 교통 데이터가 승용차 자신에게서 온다는 점이다. 참여
승용차들이 3백 평방마일 지역내의 도로를 운행할 때 이들은 자기의 위치와 속도에 관한
데이터를 중앙운행본부에 자동적으로 입력하게 된다.
한편 미국 조지아 기술연구소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게임을 맞아
'터미너스(TERMINUS)'라는 교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것은 애틀란타시와 이웃 5개
군에 집중될 교통량을 제어하기 위해 처음으로 두뇌구조를 닮은 신경망 병렬 컴퓨터를
사용한다. 이 컴퓨터는 이런저런 교통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방법을 미리 학습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실제 교통정보를 분석하여 도로상의 교통신호등의 점멸시간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교통체증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승용차 색깔을 마음대로 바꾼다.
빨간 차를 몰고 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울적해진다면 어떻게 할까? 미국 인디애너주
테르호테 소재 브루어 광학기술사의 브루어(Donald Brewer) 사장은 기발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융통성 있는 액정 디스플레이로 차를 덮어 주면 마음 내키는 대로 차의
색깔을 한 가지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바꿀 수도 있고 두 가지의 색깔을 섞은 제3의 색깔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브루어의 기술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색깔의 염료분자를 액정 디스플레이 속에 가둔다.
여기에 전압을 걸어 주면 분자의 방향을 바꾸고 따라서 색깔도 바뀐다. 중형의 승용차를
덮을 만큼의 크기를 가진 액정 디스플레이 패널의 값은 약 2천 5백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브루어는 추정하고 있다. 그는 보석류와 스니커(고무창을 댄 즈크화)를 포함한 스포츠
용품에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색깔변화용 액정 디스플레이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고
승용차나 벽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변색용 액정 디스플레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그런데 블어의 변색용 액정 디스플레이는 머지않아 전자레인지와 전기접시닦이 기계의
터치 스크린에도 사용될 전망이다.
몰라보게 달라질 신세대의 교통기관
컴퓨터화된 디자인과 첨단소재,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어우러져 전에는 보지 못했던
기계들이 생산되고 있다.
예컨대 '별들의 전쟁'무대에서 곧장 달려온 것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했다. 네
바퀴로 달리기는 하지만 바위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언덕을 오르내릴 때 차의 앞부분을
내리기도 하고 쳐들기도 한다. 강을 만나면 수륙양용이 된다. 2기의 수중제트 기관은 차체
밑으로 물을 발사하여 추력을 얻는다. 두 명의 승객과 한 명의 운전자는 유리로 둘러쌓인
방에 앉아 전자식의 항공기형 제어장치를 운전한다. 초음파 센서가 윈드스크린 표면에 붙은
물분자를 분해해 버린다.
'래쿤이라는 이름의 이 특이한 차량은 헐리우드의 발명품이 아니라 보수적인 프랑스
국영자동차 메이커인 루노사 제품이다. 루노사가 '래쿤'을 제작한 것은 소재와 제작공정의
발전으로 생긴 설계자와 엔지니어의 새로운 자유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루노사는 깜짝
놀랄 정도로 다른 승용차를 구상하고 있는데 다른 메이커들도 열차, 선박 그리고 항공기에
관한 혁명적인 새로운 구상을 갖고 있다.
새로운 자유
이 새로운 자유는 우선 설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력한 컴퓨터지원의 설계(CAD)시스템은
아무리 복잡한 신제품도 훨씬 빨리 개발할 수 있다. 보잉사는 사상 처음으로 신형 여객기
보잉 777기를 모형을 만들지 않고 CAD시스템을 이용하여 모든 부품을 빈틈없이 맞물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루노사는 한발 앞서 '래쿤'이 '가상현실'의 세계 내에서 설계된 세계 최초의
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복잡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래쿤'차와 차가 달릴 지형을
시물레이션하여 차가 제작되기 전에 가상의 세계에서 차를 '운행'할 수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포드 자동차사 설계책임자인 텔낵(Jack Telnac)도 세계 여러 곳에 있는
이 기업의 설계자들을 컴퓨터로 연결하여 보다 밀접하게 일할 구상을 하고 있다. 가상의
현실을 이용하면 엔지니어들은 차의 움직이는 부품 곳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설계자들은 베어링의 움직임, 오일의 흐름, 기어의 맞물림 그리고 유압의 펌프를 볼 수
있다.
이런 창조물을 가상의 현실에서 실제의 현실로 전환하는 일은 특히 소재의 진보로
종래보다 훨씬 쉬워진다. 한때 강철로부터 무엇이든지 만들던 기업들은 이제 유리나 탄소와
같은 섬유로 강화된 플라스틱, 수지, 세라믹스 그리고 금속으로 만든 새로운 복합소재와
합금을 통해 생산의 방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모든 소재개발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앞서의 '래쿤'의 경우 종래의
강철과 새시에는 새로운 '탄성 강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강철은 보통 것보다 30퍼센트나
가볍다. '래쿤'의 부품은 또 복합소재로 만든 부품을 갖고 있다. 루노는 또 석유 엔진을
소형 가스 엔진으로 대치할 계획인데, 이 엔진은 내열성 세라믹스로 만들 수 있고 바퀴마다
부착된 전기 모터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기를 돌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신세대 항공기
로스앤젤레스 북쪽 모하브 사막에서는 '래쿤'보다 더 이상스런 기계들이 하늘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에이레스(ARES:민첩반응 효율지원이라는 뜻의 머리글자)'다.
'에이레스'는 새로운 세대의 소형의 민첩한 첨단군용기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에드워드
미공군 기지의 거대한 비행시험센터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이웃의 '스케일드 컴포지트'라는
이름의 중소기업의 것이다.
1982년 창업한 이 기업은 항공기에서 레이서용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항공기를
개발 시험하고 있다. 이 기업은 또 아메리카컵 요트 경주용 복합소재 돛과, 탄소섬유제로
만든 갤런당 1백 마일(160km)을 주행하는 제너럴 모터즈사의 '울트라라이트'차의 제작에
참여했다.
'에이레스'는 다섯 개의 총신을 가진 기관총을 보유한 저렴한 경공격기다. 이것은 F-16이
대당 1천 8백만 달러인 데 비해 불고 1백만 달러로 팔 수 있다. 전투기 중에서는 가장 신기한
모양을 가진 '에이레스'는 '카나드(날개 앞부분에 수평 꼬리날개에 해당하는 것이 달린
비행기)'라고 불리는 두개의 소형 앞날개를 갖고 있다. 이 여분의 날개로 비행기는 훨씬 더
민첩해지지만 그 때문에 안전성의 대가를 치른다. 지금까지는 이런 비행기가 보다 쉽게
비행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플라이바이와이어(조종 페달의 작동을 컴퓨터의 전기신호로
조종간에 전하는 조종방식)'식의 컴퓨터 제어가 필요했다. 이것은 항공기의 앞부분을
지나치게 치켜세울 때 날개가 부력을 잃는 경우 항공기가 멈추는 것을 막는 장치이다. 이런
방법으로 컴퓨터를 이용하면 조종사는 항공기의 최대 능력의 한계까지 더욱 접근하여 비행할
수 있다.
'에이레스'의 '카나드'는 비싼 '플라이바이와이어' 없이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이레스'의 '카나드'와 같은 장치는 재래의 소재로 만들기 어렵다. 이 날개는 엄청난
압력과 대응하기 위해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한다고 해도 너무 부피가 크거나 무거워지지
않을 수 없다. 복합소재로 만들면 보다 강력하되 훨씬 가벼워진다. '에이레스'는 거의
모두가 복합소재로 제작되었다.
보다 가볍고 빠르게
복합소재를 이용하면 여러 다른 많은 부품을 하나의 구성부분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탈리아 최대의 승용차 메이커인 피아트사는 복합소재를 사용하여 승용차 차체에 필요한
부품의 수를 150개에서 16개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항공기와 승용차는 마치
플라스틱 키트처럼 차츰차츰 조립하게 될 것 같다. 예컨대 '에이레스'의 날개는 한 조각으로
제작되어 동체에다 본드로 붙였다. 이렇게 제작방법이 간편해지면서 새로운 경쟁자들을
항공우주업계로 끌어들일 것 같다. 이미 도요타 자동차사가 모하브 사막에서 비밀항공기를
시험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비행기는 도요타사의 렉서스형 승용차의 엔진으로
추진되는 복합소재로 된 6인승 비행기로 알려져 있다.
항공기 메이커들이 복합소재 대신 알루미늄의 사용량을 줄이고 있는 한편 승용차
메이커들은 더 많은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 제구아 XJ 220과 혼다사의 NSX와 같은 몇몇
슈퍼카들은 이미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다. 강철보다 가벼워 성능도 뛰어나고 연료비도 덜
든다. 더욱이 재순환하기도 쉽다.
문제는 알루미늄이 강철보다 비싸고 알루미늄제 승용차는 개발하기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의 호화승용차 제작사인 아우디사는 복잡한 경량부품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처리능력을 슈퍼컴퓨터에서 지원 받고 있다. 아우디사는 1994년
신형차부터 알루미늄제 골격과 차체부품으로 조립하게 되었는데, 이 소재를 공급하기 위해
아메리칸 알루미늄사는 알루미늄 승용차 차체 구조를 양산하는 세계 최초의 공장을 독일에
건설했다.
엔진 기술의 진보로 승용차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졌다. 앞서의 '울트라라이트'차는 2행정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엔진은 종래의 엔진보다 무게가 40퍼센트나 덜 나가지만 같은
힘을 생산한다. 이 엔진은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엄격한 새 규칙 아래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의 엔진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의 엔진 기술의 진보는 주로 현대 전자공학에서 나온 것이다. '울트라라이트'차의
2행정 엔진은 종전의 동독승용차 '트라반트'의 2행정 엔진의 사촌쯤 된다. '트라반트'의
2행정 엔진은 연소를 제어하는데 기계적인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으나 전자제어의 경우
이보다 더욱 융통성과 정확성을 제공할 수 있다. '울트라라이트'의 연료분사 시스템 속의
컴퓨터 칩은 효과적인 연소에 필요한 정확한 연료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
기우뚱 달리는 열차
오늘날 열차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계의 여러 국가들이 열차에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고려하고 있는 사업의 하나는 보스턴, 뉴욕, 워싱턴
사이를 달리는 열차다. 이 사업의 발주를 희망하고 있는 기업 중에는 스웨덴-스위스의
엔지니어링 그룹인 ABB사가 있다. ABB사의 최신 제품인 X2000 열차는 스웨덴에서 시속
2백76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는데, 미국의 '암트랙' 철도회사는 이 열차를 시험 중이다. 미국이
X2000 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이 열차는 발리 달리는 데 직선궤도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X2000은 기우뚱하고 기울이면서 달리는 열차다. X2000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커브를 돌 때 기우뚱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어 속력이 빠른
열차도 새로 직선궤도를 깔 것 없이 종래의 굴곡이 많은 철로를 이용할 수 잇다. 예컨대 1백
년 이상 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철도에서 시험한 결과 종래의 열차보다 50퍼센트나 빠른
시속 1백80킬로미터에서 커브를 돌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열차를 이용하면
증기기관차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내려온 굴곡이 많은 철로를 가진 개발도상국들은 속력이
빠른 열차를 도입할 때 막대한 비용이 드는 직선 철로를 새로 건설할 필요가 없다.
빠르고 조용한 신세대 선박
최근 미래형 추진력 시스템을 가진 선박이 일본의 고베 항구를 가로질러 항행하기
시작했다. 노도 없고 프로펠러도 없고 제트 추진장치도 없는 이 신세대 선박은 실상 기계식의
동력전달 시스템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야마토 1호는 초전도전자추진(SEMP)시스템을
사용한다. 미츠비시 중공업사가 제작한 길이 30미터에 폭 10미터인 이 실험용선박은
상용선박에 초전도추진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가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배는 추진력을 이르바 '로렌츠힘(자장, 전장 속을 운동하는 하전입자에 작용하는 힘)'에
의존한다. 이것은 자력이 물 속에 수직으로 적용될 때 발생되는 추진력이다. 야마토 1호는
두 개의 SEMP를 갖고 있는데 각각 선체 내 도관의 둘레를 감싼 초전도자석으로 되어
있다. 이 초전도자석이 거대한 자력을 물 속으로 보내면 '로렌츠 힘'이 발생하여 물을 도관
뒤쪽으로 솟구치게 하면서 배를 추진시킨다.
초전도자석을 섭씨 영하 2백 69도로 냉각해야 하기 때문에 야마토 1호의 대부분의 공간은
거대한 발전 및 냉각 시스템으로 차 있어 10명의 탑승원은 배 앞쪽의 작은 조타실에 거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SEMP시스템은 차츰 크기가 줄어들되 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되어 머지않아 시속 40노트(시속 약 74km)의 새세대의 쾌속연락선과
화물선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의 배와는 달리 이 신세대 SEMP선은 고도의
기동성을 갖고 있으며 급정거도 쉽게 할 수 있고, 도 작동하는 기계가 없기 때문에 섬뜩할
정도로 조용하다.
갈릴레오가 본 지구의 새로운 모습
1995년 후반기에 갈릴레오 우주기는 목성에 도달하여 이 거대한 행성과 그 위성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우주기는 그 동안 달과 금성과 소행성의 가스프라 및 아이다, 그리고
지구의 장엄한 영상을 보내 왔다.
1980년 발사된 갈릴레오는 목성까지의 긴 여행을 위한 중력추진력을 얻기 위해 안쪽
태양계를 포물선을 그리면서 비행했다. 이런 비행 중 1990년 12월과 1992년 12월에 지구를
스쳐 지나갔다. 이 두번에 걸친 만남의 기간 중 수집된 영상을 분석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우주 깊숙한 곳에서 지구를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갈릴레오 과학팀의
일원이며 미국 애리조나 대학 천체과학자인 가이슬러(Paul Geissler)는 갈릴레오가 독특한
위치에서 마치 지구를 딴 행성처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금성 아카데미에서 세 개의 머리를 가진 파란 피부의 일단의 과학자들이 지구로 보낸
우주기로부터 받은 영상을 들여다보는 광경을 상상해 볼 때, 이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구의 이상한 대기를 알게 되고 식물에서 광합성물질인 클로로필의 존재를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문명의 징후는 아니다.
금성의 과학자들은 또 일부의 무선신호를 잡을 것이나 이상한 소리는 전혀 잡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또 갈릴레오 팀처럼 호주사막에서 괴상한 표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농업과 목장으로 둘러쌓인 6__7개의 큰 황무지들이다. 이런 것들이 갈릴레오가 보내 온
지구의 영상에서 본 인간생활의 전부였다고 가이슬러는 말하고 있다. 이런 영상을 통해서
금성의 과학자들은 지구 최대의 도시들이나 도로의 존재는 볼 수 없을 것이다. 8차선의
초고속도로는 너무 작아서 우주심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금성 아카데미는 지구에서
지적인 생명체가 과연 있는 것인가에 대해 깊은 회의에 빠질 것이라고 가이슬러는 내다보고
있다.
갈릴레오 우주기의 영상시스템의 필터가 목성 대기의 메탄을 조사하게 특별히 설계되었기
때문에 당초 갈릴레오의 지구와의 만남에 대한 과학적인 관심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도 이것은 지구를 보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갈릴레오는 좁은 파장의 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구와 훨씬 가까운 곳에서 비행하면서
랜드새트와 같은 위성영상 시스템이 탐지할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갈릴레오의 적외선 영상에서는 과학자들이 호주의 동부해안의 온대식물과 북부해안의
열대식물을 분별할 수 있다. 갈릴레오는 또 랜드새트와 같은 위성에서는 모두 하얗게 보이는
눈, 얼음 구리고 구름도 식별할 수 있다. 갈릴레오의 남극 사진에서는 바다의 얼음은 짙은
푸른색, 그리고 대륙의 눈은 엷은 청색으로 보인다. 이런 차이를 통해서 과학자들은 목성의
위성 위의 작은 얼음 알갱이 크기를 측정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누구나 월면차를 굴린다.
1997년경에는 지구인들은 실제로 달표면을 가로질러 월면차를 몰 수 있는 기회가 올지
모른다.
미국 버지니아주 아링턴 소재의 루나(Luna Corp)사가 최근 발표한 계획은 매우 대담하고
야심적이며 불가불 실현되지 않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이 계획에 따르면 지구인들은
월면차를 원격조종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누구에게나 대화형 우주탐험의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루나사는 최초의 달 상용비행의 화물칸을 이미 예약해 놓고 있다. 880파운드(약 400kg)의
월면차를 탑재한 우주선은 미국-러시아 합작기업인 국제우주기업사가 1997년 발사할
계획이다. 이 우주선의 종착지는 25년 전 미국의 우주비행사 암스트롱(Neil Armstrong)과
올드린(Buzz Aldrin)이 발자국을 남긴 달의 고요한 바다이다.
한편 지구에서는 표를 산 사람들이 운전훈련 강습을 받고 난 뒤 10분간 드라이브를
즐긴다. 그런데 아무리 운전에 능숙한 사람이라도 지구와 달 사이로 전파가 왕복하는데
소요되는 3초 간이라는 시간 차이 때문에 눈과 손과 마음의 협력을 이룩하는 데 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충돌회피용 소트프웨어를 내장했기 대문에 월면차는 달의
바위에 부딪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월면차는 현재 카네기 멜론 대학의 로봇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1천1백만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달은 21세기의 '페르시아만'?
최근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로의 연료로서 종래 생각하던 중수소+3중수소보다는
중수소+헬륨3을 사용하는 편이 효율도 좋고 방출되는 방사능도 훨씬 적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은 핵융합을 통한 상업발전이 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2050년경부터
달은 지구 에너지의 주요한 공급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헬륨3은 본래 태양에서 태양풍을 타고 날아온다. 태양풍 속에는 수십만 분의 1의 비율로
헬륨이 섞여 있는데 수십억 년을 두고 달표면 모래 속에 쌓이고 쌓여 현재 그 양은 1백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지구에서 태양풍이 닿기는 하지만 대기 때문에
헬륨3이 쌓이지 못한다.
헬륨3을 채취하는 방법은 우선 우주기에 무인 작업기를 포함한 채굴장비를 실어 달기지로
보낸다. 채굴현장에는 헬륨3의 처리공장도 설치된다. 트랙터 모양의 무인작업기는 태양전지
패널에서 얻은 에너지로 달표면 모래를 긁어 처리공장으로 보낸다. 이곳에서는 전지 패널로
생산된 에너지를 이용하여 달의 모래를 섭씨 약 1천 도로 데워 주면 간단히 헬륨3을 회수할
수 있다. 이렇게 달의 모래 10만 톤을 처리하면 헬륨3을 1킬로그램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을
지구로 가져와서 핵융합발전소의 연료로 이용하면 연간 1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연간 수십톤의 헬륨3을 공급할 수 있다면 21세기 후반부터 지구의
전력공급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 뿐만 아니라 헬륨3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나
산소 그리고 탄소는 인간이 달에서 생활하고 활동하는 데 매우 요긴한 소재를 제공한다.
그런데 헬륨3을 생산하여 지구로 운반하는 비용은 배럴당 7달러밖에 들지 않는데 이는
오늘날 석유값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헐값이다.
밝혀질 에로스의 정체
'지구근접 소행성 랑데뷰(NEAR)' 우주기는 미국 존슨 홉킨스 대학 응용물리학 연구소에서
제작되고 있다. 만약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1억5천만 달러의 제작비에
1,700파운드(약 770킬로그램)무게의 델타-2 추진 로켓은 1996년 2월에 우주로 발사될 것이다.
그리고 약 3년 뒤인 1998년 12월 이 우주기는 소행성 에로스 주변궤도로 진입할 것이다.
1898년에 발견된 에로스는 화성과 목성 간의 1억5천만 마일 (약 2억4천만 킬로미터)폭의
벨트 바깥 쪽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행성들은 이 벨트 내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 에로스는 2백개의 '지구근접' 소행성 중의 하나다. 그 궤도는 소행성 벨트 속가지 뻗고
있으나 이별들과 평행하지 않고 대신 화성의 궤도를 가로지르고 이따금 지구의 궤도에도
근접한다. 1975년에는 지구에서 1천 4백만 마일(2천 2백 40만 킬로미터)내로 통과했다.
1998년 골프수레 크기의 이 NEAR 우주탐사기가 에로스에 도달할 때 이 소행성의 위치는
지구로부터 2억3천만 마일(3억 6천 8백만 킬로미터)떨어진 화성 저쪽에 자리할 것이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NEAR는 타원형 탄도를 타는데 우선 1996년 8월 화성궤도에서 발사된다.
그리고 1997년 초에는 이 우주기는 지구로 향하면서 지구에서 3백만 마일 (4백 80만
킬로미터)이내로 접근한다. 이때 시속 7천 마일(1만 1천 2백 킬로미터)로 태양주위를 도는 이
우주기는 지구의 중력장에 걸려 새로운 타력을 얻게 된다. 이 중력의 도움으로 NEAR는 U턴을
하면서 에로스 쪽으로 내던져진다.
만약에 NEAR 우주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과학자들은 소행성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 별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 우주기를 에로스
표면에 불과 15마일(24킬로미터) 떨어진 상공의 궤도를 돌게 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섬 크기의 두 배밖에 안 되는 바위 덩어리 별 주변을 이렇게 가깝게 선회시키자면 매우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NEAR가 에로스에 도달하기 한두 달 전 지상통제소는 NEAR의 속도를 초당 3천 피트(9백
미터)에서 약 14피트(4.5미터)로 줄이기 시작한다. 에로스는 너무 작기 때문에 이널 감속이
필요한 것이다. 에로스의 중력은 너무나 약해서 속도가 너무 빠른 물체는 잡을 수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기의 궤도를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해 감자모양을 한 이 소행성의
중력장을 아주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 지상통제요원들은 NEAR의 속도를 늦추어 준 뒤
우주기는 에로스 근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과학자들은 우주기에서 보내는 무선신호의
도플러 편이(Doppler shift :도플러 효과로 발생되는 광파, 음파의 주파수나 파장변화의
크기)를 측정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의 중력이 우주기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알 수
있다. 이런 측정을 한 뒤에야만 비로소 통제관들은 우주기를 궤도로 진입시키기 위해
추진체를 점화하기 시작한다.
궤도를 탄 NEAR 는 1년간 에로스를 조사한다. 분광계는 에로스 표면의 원소와 광물들을
찾아내고, 높은 해상도를 가진 카메라는 가로3피트(90센티미터)크기의 물체까지 상세하게
포착할 것이며, 자력계는 에로스가 약한 자장을 갖고 있는 것인가의 여부를 밝힐 것이다.
소행성은 태양계가 생긴 초기의 유물이므로 과학자들은 에로스에 대한 NEAR의 장기관찰을
통해 지구와 다른 행성들이 탄생했을 때의 상황을 미루어볼 수 있게 된다.
밤을 밝히는 하늘의 거울
지구의 온난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엔지니어들은 밤중에 바다의 식물 플랑크톤에게
햇빛을 쬐어 주는 거대한 거울을 궤도에 올려 놓을 것을 제의하고 있다. 플랑크톤은 밤에
쬐어 주는 햇빛을 이용하여 광합성활동을 함으로써 결국 대기 중으로부터 온실효과의 원흉인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1993년 2월 4일 낮에는 러시아의 NPO 에네르기아 우주회사 산하의 한 컨소시엄이 이런
기술을 실행에 옮기는 실험을 하여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전 12시 30분 알루미늄을
깐 마일(얇은 강화 폴리에스테르 필름의 상품명)제 반사표면을 가진 엷은
'솔라세일'(우주선이나 인공위성에 부착시킨 매우 얇은 큰 돛으로 태양광선의 압력에서
추진력을 얻어 항행하는 것)이 2.5마일(4킬로미터)넓이의 태양빛을 시속 1만 7천
마일(2만7천2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처음에는 대서양 그리고 이어서 유럽과 러시아를
가로질러 약 6분간 보냈다.
배너(Banner)라는 이름의 직경 20미터인 이 플라스틱 거울은 러시아의 우주연락선
프로그레스호에 실려 우주궤도로 발사되었다. 프로그레스호가 러시아의 유인우주선 미르호에
보급품을 전달한 뒤 배너는 태양광선을 잡아 지구로 반사하기 위해 궤도상의 제자리로
올려졌다. 그런데 배너의 조명도는 한두 개의 보름달 밝기밖에 되지 않아 번쩍이는 거울의
모습은 지구에서도 볼 수 있기는 했지만 너무나 흐릿해서 불빛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보다 더 큰 우주거울을 이용하면 햇빛이 모자라는 북방도시들 쪽에
일광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밤중에도 햇빛을 공급해 주어 작물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광합성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고, 또는 밤을 낮으로
바꿔 전기를 절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주계획이 만약에 충분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다음 번에는 지름 200백 미터의 거울을 올려 다양한 목적의 실험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수성에도 얼음이 있다.
수성은 태양과 너무 가깝게 자리하고 있어 우리는 해뜨기 직전이나 해진 바로 뒤에 가끔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태양과 가깝게 있기 때문에 수성의 낮의 평균온도는 화씨
6백50도(섭씨 약 3백43.3도)나 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제트
추진연구소의 멜레만(Dune Muhleman)과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수성에 극빙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워했다.
이들은 수성에 레이더 광선을 반사시켜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모하브 사막에 있는 골드스턴 전파망원경으로부터 무선신호를 발사하여
수성에서 오는 희미한 메아리를 뉴멕시코의 전파망원경으로 기록했다. 이들의 목적은
마리나10호 우주기가 1974년과 1975년 이 행성을 스쳐지나갈 때 잡지 못한 수성 뒤쪽의
레이더 지도를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레이더 지도에서 가장 놀라운 모습은 이 행성의 꼭대기에 자리한 빛나는
접시모양이었다. 멜레만과 그의 동료과학자들은 수성의 부근에서 강력한 메아리를 기대하고
있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강력한 메아리를 수신하게 되어 레이다 광선이 바위가 아닌 다른
물질과 부딪쳤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레이다 광선은 어떤 물질 속으로 들어가
흡수되지 않고 다시 반사되었는데 화성의 빙관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멜레만은
말하고 있다.
화성의 빙관은 거의 모두가 이산화탄소이지만 수성의 빙관은 아마도 물이 얼은 얼음일
것이라고 멜레만과 동료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수성에는 대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이런 낮은 압력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증발하는 데 반해 얼음은 극한의 온도를
유지하는 한 안정된 상태로 있다. 수성의 회전축은 지구와는 달리 기울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양극에는 햇빛이 살짝 스칠 뿐이다. 실상 극근처의 거대한 크레이터 바닥은 영구적인
그늘을 만들기 때문에 그곳의 온도는 화씨 영하 2백40도에 다다를 것이라는 사실이 다른
과학자들의 측정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이런 크레이터는 태양 바로 밑에 있으면서도 영원히
얼음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밀레만은 말하고 있다.
외계선을 쉽게 탐지할 수 있다.
1960년대 이래 전파천문학자들은 외계인의 무선 메시지를 탐지하여 외계문명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만약에 외계인이 있다면 이들은 찾는 더 현명한 방법이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미항공우주업체인 마틴 마리에타사의 엔지니어 저브린(Robert Zubrin)은 외계인들의
성간(성간)우주선을 찾아보자고 제의하였다.
그런데 외계인들로부터의 무선 메시지는 인식과 해독이 필요하지만 우주선에서 나오는
로켓의 배출물은 물리학의 법칙에 따르게 되므로 찾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또 무선
메시지는 본시 약하지만 별사이를 여행하는 데 사용되는 로켓 엔진은 강력한 방사선을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을 가지고도 탐지할 수 있다.
마틴 마리에타사의 성간비행을 계획하고 있는 저브린은, 앞선 문명이 설계한 은하의
우주선들은 반물질(반핵자와 양전자로 된 물질로서, 핵자와 전자로 되었는데 우리가 말하는
물질과 마주치면 에너지가 소멸된다.)이나 핵융합, 또는 핵분열로 추진되는 엔진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이 외계인의 우주기는 또 목적지에 접근하면 속도를 늦추는 데 자기의
힘을 사용할 것으로 본다.
그 외계 우주기의 중량을 1백만 톤으로 잡는다면 지구의 대형 광학망원경은 20광년 거리에
있는 반물질 로켓엔진에서 나오는 강력한 그 가시광선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브린은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우주를 항행 중인 허블망원경은 수백만 개의 별들을 통과하는
거리인 300광년 밖의 이런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핵분열식 로켓은 비교적 약한 방사선을 만들지만 지상의 전파망원경들은 반물질이나
핵융합 엔진의 플라즈머 추진에서 나오는 고주파의 무선발산을 탐지할 수 있다. 궤도를 돌고
있는 X선, 감마선, 그리고 적외선 위성들은 그 밖의 새어나오는 배출물을 탐지할 수 있다.
한편 외계의 우주기의 '드랙 슈트(제동 낙하산)'로 작동할 수 있는 '자기돛'은 가장 찾기
쉬운 대상이 될지 모른다. '자기돛'은 성간물질과 충돌할 때 낮은 주파의 무선파를 만들어,
이른바 '바우쇼크(태양풍과 행성의 자장이 서로 작용하여 행성 사이 공간에 일어나는
충격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실리콘 밸리
미항공우주국(NASA)의 계획이 성사되면 반도체 재료는 우주에서도 만들 수 있게 된다.
1994년 초에 발사된 우주연락선 '디스커버리호'는 거의 완벽한 갈륨비소 웨이퍼를
생산하도록 설계된 '웨이크쉴드 퍼실리티(Wake Shield Facility)'라고 불리는 소형
궤도공장을 발사했다. 그리고 앞으로 발사될 우주연락선들은 레이저나 또는 초고속 컴퓨터
회로용의 엷은 결정필름을 생산할 것이다.
그런데 갈륨비소 웨이퍼는 진공 속에서 극히 얇은 층의 분자들을 이용하여 지구에서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상에서 가장 완벽한 진공 속에서도 결정을 오염시키는 원자들이
내포되어 있어 이런 재료로 완성된 칩 내부에서는 전자신호의 속도가 느려진다.
우주도 완벽한 진공은 아니기 때문에 지구에서 컴퓨터로 조종되는 공정에서 3.6미터
넓이의 방패 뒤쪽에서 결정을 키우게 된다. 이 스테인레스 강철제의 방패는 원치 않는
원자들을 막아 버리고 지상보다 1만 배나 더 순수한 진공을 만든다.
우주에서 성장한 결정은 실리콘제보다 8배나 빠르고 오늘날의 갈륨 비소 칩보다 세 배나
빠른 컴퓨터칩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 휴스턴 대학 우주진공연구센터
소장 이그나티에프(Alex Ignatiev)박사는 말하고 있다. 이 센터는 텍사스주 리그시 소재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즈사와 공동으로 궤도를 도는 미니 공장을 설계 제작했다.
해왕성 달의 화산활동 흔적
최근 보이저 2호 우주기가 찍은 해왕성의 달의 영상에서 간헐적으로 질소가스가 분출되고
남극지방에서는 얼음입자가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코넬대학 천문학과의
헬펜슈타인(Paul Helfenstein), 리(Pascal Lee), 베버카(Joseph Veverka), 그리고 힐러(John
Hiller)는 종래와 다른 모습의 화산분출의 증거를 발견했다. 직경 280__935킬로미터에
이르는 준원형의 이 지형은 과거나 현재 화산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들은 해왕성의 위성인 트라이턴의 적도지방 바로 북쪽의 상세한 사진자료를 분석한 결과
엷고 투명한 서리층과 얼음껍데기에서 세 개의 크고 납작한 원형의 모양을 발견했다. 이
특이한 모양에 대해 이들 과학자들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트라이턴의 표각에서 지구규모의 저온화산활동이 일어나면서 땅이 솟아
올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이 옛날에 운석 같은 것에 의한 충돌로 만들어진
유적이라는 설명이다.
만약에 이것이 화산활동이라면 표토는 상당한 두께를 갖고 있을 것이며 맨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위성의 상당한 부분에 걸쳐 대규모의 화산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운석과 충돌로 생긴 것이라면 트라이턴이 지질학적으로 활발한
편인데도 크레이터는 한두 개밖에 보이지 않으므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리 교수는 저온화산활동으로 생긴 뒤 운석과의 충돌에 의해서 이런 모양이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화성에서 자립하여 산다.
1906년 캐나다령 북극을 지나는 서북통로의 발견은 21세기에 인간이 화성으로 가는 것을
도울 수 있을까? 미국 마틴 마리에타사의 엔지니어들인 저브린(Robert Zubrin)과
베이커(David Baker)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밝힌 '화성여행계획'은 초기의 일부 탐험가들이 이용한 '현지
기식(기식)'철학에 의존하고 있다. 예컨대 서북통로를 발견한 아문젠(Ronald Amundsen)이
성공한 이유는 그와 그의 대원들이 현지자원으로 생존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섬에서 2년간 추위에 허덕이고 있을 때 너무 많은 순록을 먹어 비대해지기까지
했다. 저브린과 베이커는 최초의 화성탐험대원들이 이를테면 화성의 순록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로 생존하게 만들 계획이다.
이들의 계획은 지구로부터 화성까지 무인 지구귀환차량(ERV)의 발사로 시작된다. ERV는
일단 화성에 도착하면 소형핵로와 지구에서 가져온 6톤의 액화수소를 사용하여 95퍼센트가
이산화탄소로 된 화성대기로부터 메탄과 산소를 생산한다.
차량에 탑재한 펌프는 화성의 대기를 흡인한 뒤 니켈 촉매가 이산화탄소와 액화수소를
메탄과 물로 만든다. 메탄은 저장하고 핵로가 공급하는 전기는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한다. 이 수소는 재순환되어 더 많은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는 한편 산소는 저장된다.
그로부터 2년 후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의 같은 장소에 착륙한다. 우주비행사들은 첫번째 ERV가
생산한 남아돌 정도의 많은 연료를 사용하여 월면차를 타고 화성을 개척하는 한편 화성의
연료를 이용하여 지구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 계획은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지구로부터 발사할 연료의 양을 줄일 수 있다고 저브린은
주장하고 있다.
제 4 장
자원과 신소재 개발의 혁명
높은 온도로 발전한다.
새로운 세기에는 땅속 깊숙한 곳의 뜨거운 바위를 이용하는, 이른바 고온암체발전소가
땔감 없이도 전기를 생산하여 깨끗한 에너지를 싼값으로 공급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발전소에는 석유나 석탄을 때는 굴뚝도 필요 없다. 물을 데우는 보일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 발전소에서는 보일러의 역할을 지구가 해 준다. 땅속의 뜨거운 물을
끄집어내어 부탄을 데운 뒤 그 팽창하는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우리가 서 있는 땅밑을 파고 들어가면 깊이 1백 미터마다 온도가 섭씨 3도씩 올라간다.
그래서 지하 1만 미터 지점의 온도는 섭씨 3백도가 된다. 지표에서 깊이 9천 6백 미터 내의
물렁물렁한 물질인 이른바 마그마는 약 50만 스퀴드(1스퀴드는 석유 1억 7천 2백만 배럴의
열량과 같음)의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다. 이런 에너지를 슬기롭게 빼내어 이용하는 방법만
있다면 인류는 이론상 수천 년간 에너지 걱정을 접어 두어도 된다.
지난 70년대의 석유파동 이래 인류는 지진이나 화산활동이 잦은 지방에서 마그마가 깔린
지대를 수십 군데나 발견했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마그마가 데운 물을 퍼 올려
작은 규모의 발전과 난방공급탕 또는 농업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식 로스알라모스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보다 더욱 적극적이며 큰 규모의
지열이용방법을 현재 시험 중에 있다. 이들은 우선 지구 속의 뜨거운 바위층까지 구멍을
뚫은 뒤 높은 압력(승용차 타이어 속 압력의 약 2백 배)으로 찬물을 부어 지글지글 끓는
바위의 열로 뜨겁게 데운 다음 펌프를 이용하여 이 물을 다른 파이프로 지상에 끌어올려
발전에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뉴멕시코주 펜턴힐에서 45킬로미터의 간격을 두고 두 개의 파이프를 땅속 2천 4백
미터의 깊이까지 박아 내려가되 그 중의 한 개는 마지막 60미터를 앞두고 수직방향에서 35도
기울게 하여 다른 하나의 파이프에 부어 넣었는데, 이 물은 화강암층에 길이 4백 5십 미터
그리고 폭 1백 5십 미터에 걸쳐 무수한 열과 구멍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화강암은 마치 스폰지처럼 물을 빨아들여 이를테면 땅속에 거대한 저수지가 생긴
것이다. 과학자들은 1992년 8월부터 펌프를 사용하여 이 저수지에 고인 섭씨 2백4도의
뜨거운 물을 빨아올리고 있다.
만약에 인공의 이 저수지가 이런 높은 열을 15년 이상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다면 다른
방식의 발전단가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살려 세계 곳곳에는 이런 발전소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지질에 따라 땅속 바위의 온도는
다르게 마련이지만, 이런 뜨거운 바위는 북미대륙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대륙에 걸쳐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뜨거운 바위층까지 뚫고 들어가는 데 새로운 장비나 기술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물이 새는 양동이처럼 금이 가거나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층을
맞추자면 다소간의 위험부담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20 대 1이나 되는 적중률의 석유나
가스밭 탐사에 비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고온체발전을 위한 시험은 현재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로스알라모스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지금까지의 시험결과로 보아 미국에서는
1998년경까지 첫 번째의 고온체발전소가 선을 보여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층의 첨탑에서 전기와 물을 생산
이스라엘의 테크니온 기술연구소는 전기와 단수(짜지 않은 민물)를 생산 함께 생산하는
거대한 탑을 건설할 계획을 하고 있다. 만약에 이런 계획이 실현되면 성지에는 현대판
'야곱의 사닥다리'가 등장할지 모른다.
이 사업의 설계를 돕고 있는 미국 뉴욕주 웨스트 바빌론의 스타네트사에 따르면 이들은
3백 미터 사방넓이의 바닥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인 시카고의 시어즈 타워(높이 4백
43미터)보다 두 배 이상 높은 9백 미터의 첨탑을 세울 계획이다.
이들의 계획은 우선 짠물을 펌프로 탑 꼭대기까지 끌어올린 뒤 이물을 탑 안쪽으로 비처럼
뿌려준다. 그래서 떨어지는 이 짠물이 증발하게 되면 주변의 더운 공기들은 열을 빼앗긴
결과 냉각되어 빠른 속도로 아래쪽으로 흘러 내려가서 발전용 터빈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그 동안 비밀리 진행되어 오던 이 계획은 1992년 말 이스라엘의 외상 시몬
페레즈가 처음으로 밝혔다. 이 사업의 추진책임을 맡은 테크니온 연구소의 단
자슬라브스키(Dan Zaslavsky) 교수는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원자력발전소나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보다 훨씬 낮은 생산단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담수까지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슬라브스키 교수는 현재 계획 중인 사해에서 홍해까지 뻘을 운하(공사비 20억 달러)가
건설되면 이 운하를 따라 30메가와트에서 5백 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여러 개의 탑들이
줄비햐게 건설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공해 없는 '제4의 발전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해 없는 발전시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연료전지발전이 수력, 화력, 그리고 원자력에 이어 '제4의 발전소'로 각광을
받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발전할 때 환경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가스와 산소가스로 갈라지는데 거꾸로 수소가스와 산소가스를
촉매로 이용하여 반응시키면 물이 생기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이런 연료전지발전은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회전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진동이나 소음도 적다.
이런 장점을 배경으로 하여 발전소를 주택가 한복판에도 건설할 수 있다.
연료전지발전은 또 발전의 효율이 뛰어나다. 종래의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서 나오는 열에서 나오는 열로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서 발전한다.
그래서 열 -> 힘, 힘 -> 전기라는 2단계의 에너지 변환이 필요하고 이런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손실되기 때문에 발전효율은 기껏해야 40퍼센트를 넘기 어렵다. 그러나
연료전지발전은 이론적으로 수소에너지의 90퍼센트까지 전기로 바꿀 수 있다. 실제로는
연료의 개질이나 직류교류변환기(연료전지는 직류이므로 변환장치를 통해 교류로
만든다)등의 에너지 손실을 감안한다면 변환율은 50퍼센트 정도지만 배열회수로
80퍼센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규모의 자유
그런데 연료전지의 가장 큰 매력의 하나는 전기화확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장치의 규모를
줄이거나 출력을 낮추어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요에 따라 크고 작은 발전소를 마음대로 건설할 수 있다. 더욱이 공해물질이나
소음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소의 자리를 잡는 데 비교적 제약이 적어 직접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마다 수요에 알맞은 규모의 발전소를 분산 배치하면 송전설비의 코스트와
송전할 때의 전력손실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큰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지역은 물론 외딴 지방과 섬, 그리고 빌딩용으로
전력수요에 맞는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 예컨대 10만 킬로와트의 발전용량을 가진
연료전지발전소 하나는 초고층의 빌딩 1개분 또는 5천 호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발전소 부지는 크지 않아도 되므로 소비지 내 또는 소비지와 가까운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연료전지가 처음 실용화된 것은 1960년대의 우주선 제미니 5호와 아폴로 7호에 탑재하면서
비롯되었다. 1967년에는 27개의 미국 가스관련회사들이 '타겟 계획'이라는 가스사업용의
현장발전장치 개발계획을 발족시켜 소규모의 '인산형' 연료전지를 만들었다. 수소극과
산소극 사이에 인산수용액을 전해질로 끼워 넣으면 수소는 전자를 방출하여 수소 이온이
되어 산소극에 도달한다. 이때 외부에서 공급된 산소와 반응하여 물이 생긴다. 그 결과
수소극에서 산소극을 향하여 전자가 흐르고 따라서 전력을 끄집어 내게 된다.
그러나 종래의 '인산형' 연료전지는 비싼 백금을 촉매로 사용하기 때문에 건설단가는
원자력발전소의 세 배나 먹혔다. 그래서 '응융탄산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이른바
제2세대의 연료전지개발에 이어 '고체전해질'을 이용하는 제3세대의 연료전지가 개발될
무렵이면 본격적인 '제4의 발전소' 시대의 막이 오르게 될 것이다.
대류현상 이용한 냉방용 굴뚝
간단한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간편하고 비용이 덜 드는 냉방방법이 개발되었다. 높이 약
7미터의 이 냉방용 '굴뚝' 이 보급되면 건조한 지대의 생활양식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환경연구소 과학자들이 설계한 이 냉방용 탑은 찬공기가 더운
공기보다 무겁다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소형의 펌프를 이용하여 탑의 꼭대기에
설치한 셀롤로스 판에 계속 물을 적셔 주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이웃의 공기는 냉각되고
무거워진다. 차가워진 공기는 탑을 타고 집안의 바닥공간으로 내려와서 집안을 순환한 뒤
작은 창문을 통해 마당으로 빠져나간다.
한편 공기가 탑을 타고 내려오면 탑 꼭대기 주변의 기압은 낮아지고 따라서 더 많은 더운
공기를 탑 속으로 끌어들이다. 이런 결과 잔잔한 날에도 집안에서는 바깥공기보다 섭씨
8도에서 16도나 더 시원한 산들바람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냉각효과는 주위의 기온과 상대습도로 좌우된다. 그래서 날씨가 더 덥고
건조할수록 셀룰로스 판의 물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발하게 되고 따라서 더욱 많은 양의
공기를 냉각하게 된다.
애리조나에서 기술이전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엘리자베드 하지스(Elisabeth Hoges)에
따르면 이 냉방용 탑은 평균 상대습도가 60퍼센트 또는 그 이하의 건조한 지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가동한다고 말하고 있다.
냉방용 탑의 운영비는 건당 월 5달러(약 4천원) 이하이며 중발식쿨러보다 70퍼센트,
그리고 에어콘디셔너보다는 90퍼센트나 비용이 덜 든다. 냉방용 탑은 최근 미국 에너지성의
발명상을 받았다.
바다 밑은 광물의 보물단지
바다 밑은 어떻게 생겼으며 그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인구에게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바다 밑은 지구표 면적의 70.8퍼센트나 차지하고 있으나 깊은 물에
덮여 접근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1978년 발사된 미국의 해양관측위성 '시새트'는
5백킬로미터 상공에서 남위 72도부터 북위 72도 사이를 같은 간격으로 나눈 1천 개의 궤도를
돌면서 흡사 바다 밑을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의 지구물리학자 빌 핵스비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가장 정확하고 상세한
해저지도를 만들어 우리는 이제 손바닥 들여다보듯 바다 밑 지형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해저에는 육지와 마찬가지로 넓고 평평한 분지(해분)가 있다. 이 해분 위에는 높이 1천
미터 이상의 원추형 산(해산)이 있고 길이 수백에서 수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산맥(해령)이
달리고 있는가 하면 깊이 6천 미터가 넘게 파인 고랑(해구)도 얼마든지 있다. 그 중에는
미국의 그랜드캔년을 몇 개씩이나 삼킬 수 있는 수심 1만 9백 24미터의 마리아나 해구도
있다.
망간단괴의 밭
바다 밑에는 석유와 천연가스밭 외에도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뜨거운 물 속에 녹아
있던 중금속들이 진흙 모양으로 굳어진 채 금속자원을 형성하고 있다. 그 금속자원들 중에서
오늘날 여러 나라들은 특히 망간단괴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1872년부터 4년간 세계 탐험항해를 한 영국의 해양조사선 챌린저호가 수심 4천__6천
미터의 깊은 바다 밑에 작은 망간 덩어리가 굴러 다닌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그 후
여러 조사선들에 의해 이 망간단괴는 모든 해저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나 특히 태평양 깊은
바다에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깊은 바다 밑에 뒹굴고 있는 지름 5밀리미터에서 25센티미터에 이르는 공모양의 이
망간단괴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으나 중금속이 바닷물 속에서
농축되어 바닥으로 가라 앉아서 생겼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그 중심부에 상어이빨이나
유공충의 껍데기가 섞여 있어 유기생성설의 주장도 있다. 아무튼 중금속의 알갱이가 산소가
풍부한 바다 밑에서 덩어리로 성장하자면 빨라도 수년이 걸리고 그 중에는 1백만 년 걸린
것도 있다. 망간단괴 속에는 망간이 25퍼센트, 철은 6퍼센트, 니ㅋ이 1__2퍼센트 그리고
코발트와 구리가 0.5퍼센트 정도 포함되어 있다. 망간단괴의 매장량은 태평양 해저에만도
육지의 망간광산 매장량의 세 배의 이른다. 망간은 비행기 엔진, 전자부품, 첨단부품,
첨단소재 그리고 특수합금을 만드는 데 쓰인다. 한편 망간단괴 속에 포함된 니켈의 양은
육상의 니켈광에 비하면 함유율이 매우 높아 망간 못지 않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니켈은 현재 급격한 수요를 보이고 있는 스테인레스를 포함한 특수강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금속이지만 공급은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바다 밑에서 잠자고 있는 방대한 양의
망간단괴를 찾아내어 싼 비용으로 건져 올리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구소련, 일본, 인도 등 여러 나라들은 벌써 1970년대부터 열을 올리고 있으며
저마다 태평양 심해저광권을 확보해 놓고 있다. 하와이 동남쪽 수심 5천 5백 미터의 빨간
점토질의 해저에는 망간단괴가 마치 자갈을 깐 것처럼 빽빽히 들어차 있어 '망간은좌'라고도
불리며, 미국과 일본의 여러 기업들이 벌써 채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한발 늦게 1983년 유엔해양법조약에 서명한 우리 나라의 경우 한국해양연구소가 새로
취역한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1천 3백 50톤)'를 앞세워 1992년 2월부터 하와이 부근의
심해저에서 망간분포상황탐사에 나섰다. 1993년까지 남한면적보다 약간 작은 약 7만 5천
평방킬로미터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1994년에는 자원개발권을 얻게 될 전망이다.
열쇠는 경제적 채취법
망간단괴는 깊은 바다에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으나 특히 하와이 앞바다. 남아프리카
앞바다, 그리고 인도양에 질이 좋은 것이 대량으로 깔려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자원분포에 관한 정보는 최고급의 국가기밀과 기업비밀로 되어 있어 정확한 내용은 공포된
일이 없다.
망간단괴가 풍부한 해역이 발견되면 다음은 어떻게 하면 싼 비용으로 건져 올리는가 하는
차례가 된다. 5천 미터 이상의 바다 밑으로부터 해상에 떠 있는 배 위까지 건져 올리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더욱이 소요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으면 경제적으로도 채산성이
없어진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한 채굴법은 해상의 채굴선에서 파이프를 해저까지 내려뜨린 뒤
바닷물과 함께 망간단괴를 빨아 올리는 파이프 흡인법이 있다. 이 방법도 크게 나눠
펌프법과 공기 불어넣기법의 두 가지가 있다. 펌프법은 깊은 바닷속에서 펌프를 가동시켜
망간단괴를 파이프로 끌어올리는 방법인데 운전하는 에너지가 덜 들어 경제적이기는 하지만
펌프의 신뢰성이 매우 높아야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공기를 흡인 파이프 속에 불어넣어 그
상승력을 이용하여 바닷물과 망간단괴르 빨아 올리는 방법이다. 깊은 바닷속에서 가동하는
부분이 없어 신뢰성은 높다지만 대신 펌프법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는 흠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긴 고리모양의 로프에다 채취용 물통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뒤 이
로프를 돌려서 물통들이 바다 밑에 도달하면 차례로 망간단괴를 채워 끌어올리는 식의
이른바 연속 패킷법은 실험해 왔으나 채취효율에 한계가 드러나자 포기하고 미국과 유럽의
파이프 흡인법으로 전환했다.
세계의 해양개발은 최근 새로운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과 장치의 등장으로
종래 접근조차 어려웠던 해저를 육상과 같이 상세하게 조사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해저에서 행동력이 뛰어난 유인잠수함과 무인탐사함이 등장하여 깊은 바다 밑을
샅샅이 뒤질 수 있게 되었는가 하면 초음파를 이용하는 수중음향통신은 바다 밑의 측정
데이터와 해저 사진을 물 속에서 전송할 수 있게 되어 해저개발에 밝은 전망을 비쳐 주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아낸 대륙붕에 이어 이번에는 심해저가 개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바다에서 식용유를 생산한다
바닷물로 농사를 대규모의 실험이 착수되어 농업계의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연간 수백억 달러의 석유를 수출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연간 12억
달러 어치나 되는 조리용의 식용유를 수입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식용유의
자급자족을 위해 이색적인 농경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농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환경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을 기업화하기 위해 설립된 헬러파이트
엔터프라이즈사는 사우디 주바일에 연구팀을 보내 현재 주바일 북방 약 1백 킬로미터 지점의
소금늪(바닷물이 드나드는 해안의 늪)에서 '살리코르니아 베겔로비'라는 이름의 식물을
심고 있다.
이 소금늪 식물의 씨로 식용유뿐만 아니라 동물용의 단백질사료도 생산할 수 있다.
사우디측 합작기업과 함께 공동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3백 헥타르(약 90만 6천 평)의 이
농장은 바닷물로 농사짓는 세계최초의 농장이 된다.
'사막의 꽃작전'이라고 불리는 이 사업은 지난 15년간 짠물에 잘 견딜 수 있는 염생식물
연구의 소산이다. 애리조나 대학 연구팀은 그 동안 1천 5백 종의 식물이 바닷물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그 중에서 특히 앞서의 '살리코르니아 베겔로비'는 캘리포니아
만 바닷물을 사용하여 멕시코에서 현장 실험을 한 결과 상업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바닷물을 이용하는 농경법이 앞으로 농업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작물로 불모의 해안사막을 덮어 주어 지구온난현상을 막는 데도
한몫을 거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닷말에서 디젤유 생산
'그린 운동'은 마침내 거리의 주유소까지 번질 전망이다. 종래의 화석연료보다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식물성 연료가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다. 최근 유럽에서는 버스, 그리고
미국에서는 시험용차량에 콩과 평지씨 기름으로 만든 이른바 '바이오디젤'을 실험적으로
사용해 본 결과 종래의 디젤을 태울 때보다 아황산가스나 검댕이 또는 육독물질배출량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장차 많은 양의 식물성연료를 공급하자면 그 원료인 콩이나 평지씨의 생산량을
크게 늘려야 하고 따라서 엄청난 경작면적이 필요하다.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의 미국립 재생에너지연구소의 에릭 자비스(Eric Jarvis)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식물유의 원료를 콩이나 평지씨보다 더 풍부하고 환경면에서도 더욱
바람직한 유자원인 바닷말에서 찾고 있다. 바닷말은 대부분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와 햇빛을 이용하여 사탕과 단백질을 만들지만 질소가 고갈되면 이것을 거의 모두
기름으로 전환시킨다. 또 에스테르화라는 간단한 반응으로 바닷말 기름은 디젤과 같은
연료로 전환된다.
지난 3월 열린 미화확회발표회에서 자비스는 그의 동료인 폴 뢰슬러(Paul Roessler)와
함께 기름생산과 관련된 바닷말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는데, 이들은 이
복제유전자를 이용하여 바닷말에서 공업용 기름을 양산할 생각이다. 이 유전자는
기름생산에서 촉매구실을 하는 한편 바닷말에서 되도록 많은 기름을 짜내는 데도 한몫 거들
것이라 본다. 바닷말기름이 양산되면 예컨대 공업용 윤활유와 화장품과 같은 여러 다른
분야에도 널리 이용될 전망이다. 쓸모 없는 황무지의 짠물 연못에도 자랄 수 있는 바닷말은
발전소에서 대기 속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대문에 성장기부터 환경정화에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
한편 영국 브리스톨의 웨스트 대학 공학 교수 폴 젠킨스(Paul Jenkins)는 저급품
바닷말에서 전력을 끌어내고 있다. '바이오코일(Biocoil)'이라고 불리는 그의 장치는
바닷말을 영양액 속에 담근 뒤 햇빛으로 데운 플라스틱 튜브 속을 순환시켜서 수확량을
늘인다. 이렇게 자란 일부의 바닷말을 걸러 내서 말린 뒤 미세한 가루로 빻는다. 이것을
압축하여 디젤 엔진에 주입하면 연료의 85퍼센트가 발전기를 돌리는 데 사용된다. 한편
엔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다시 '바이오코일'로 순환되어 바닷말을 키우게 된다.
젠킨스 교수는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신설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단가만큼 싸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오코일'의 제조업체인 런던 소재의 바이오테크나사는
컨소시엄을 조직하여 6백 킬로와트의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하는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료 걱정이 없는 바이오매스 발전
21세기에는 재생할 수 있고 비교적 깨끗한 바이오매스가 공해물질 배출과 자원고갈 등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화석연료와 대치되어 발전의 주요한 연료공급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소재 엔지니어링 회사인 에너지 퍼포먼스 시스템즈사의 테이비드
오스틀리(David Ostie)는 섭씨 1천5백 도의 거대한 노 속에서 30미터 높이의 포플러
나무들을 가지도 치지 않은 채 통채로 태워 발전기를 돌리는 공정을 발명했다. 그가 특허를
받은 공정에 따르면, 노 속은 풍부한 산소가 계속 공급되기 때문에 연기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탄용 화력발전소에서 종래 사용하던 집진기도 필요 없고, 따라서
발전단가도 석탄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다.
이 발전소는 땔감인 나무의 수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조림지대 바로 이웃에 건설한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은 파이프를 통해 쌓아둔 나무 사이를 돌면서 나무의 물기를
증발시킨다. 또 노에서 나오는 재는 거둬서 조림지대에 뿌려 주면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이 조림지대에는 '델토이데스 니그나(Deltoides nigra)'라는 이름의 새로운 포플러
수종들을 키운다. 이 포플러 나무는 연간 3미터씩 성큼성큼 자라고 나뭇잎도 가로가
30센티미터나 된다. 그래서 말렸을 때의 무게로 계산하면 에이커(약 1천2백24평)당 10톤의
바이오매스를 거둬들일 수 있다.
한편 미국 뉴욕주 쉐넥터디 소재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연구 개발 센터 과학자들은
최근 바이오매스의 가스를 연소하는 제트 엔진을 발명하였다. 이 엔진에 사용되는 연료는
사탕수수와 나뭇조각들이다. 바이오매스를 가스로 전환하는 공정은 이미 2차대전 중
독일과학자들이 개발했었다. 매평방 인치당 3백 파운드(약 1백 36킬로그램)의 압력과 섭씨
9백 27도까지 가열된 수증기로 채운 격실 속에서 바이오매스 분자는 분열되고 다시
결합된다.
이때 분자들은 일산화탄소, 메탄 그리고 순수한 수소를 형성하면서 불에 잘 타지 않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부산물로 만든다. 이 혼합가스 중에서 에너지가 풍부한 부분의
발열량은 같은 양의 석탄을 태울 때의 열량의 절반이나 된다. 석탄의 경우는 탄광에서
발전소까지 운반하기 위한 효과적인 철도 시스템을 갖고 있는 데 비해, 나무와 사탕수수대의
경우는 발전소까지 운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또 30메가와트의 발전용량을 가진
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땔감을 공급하자면 약 2만 7천 에이커(약 3천 3백만평) 넓이의
조림면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림지대에서 나무를 가꾸어 선택적으로 돌아가면서
벌목하고 그 자리에 다시 식목한다면 한번 캐서 사용하면 없어지는 석탄이나 석유와는 달리
연료공급문제는 영원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풍부한 삼림자원을 가진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나무조각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소규모 발전소를 건설하여 1993년에는 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광대한 땅을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현재 놀고 있는 경작지의 반(약 7천만 에이커)만 조림하면 미국의 필요한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 있다고 어림하고 있다.
새로운 파력발전기
파도를 전력으로 바꾸는 가장 경제적인 장치가 개발되어 외딴 섬이나 연안지방의 조명은
물론 탈염공장이나 메탄 생산용의 전력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스크립스 해양연구소가 시험을 마친 이 에너지 변환장치는 납작한
바닥에 돔을 얹은 지름 2.4미터의 플로트(띄우개)인데 마치 바다표면에 앉은 비행접시모양을
하고 있다.
파도 아래쪽으로 스프링을 가진 펌프가 달려 있고, 이것은 해저에 묶여 있다. 파도가
띄우개를 들어올리면 스프링이 늘어난다, 다시 파도의 골이 생기면 스프링이 수축되어
펌프는 물을 터빈으로 밀어넣어 발전하게 된다. 생산된 전력은 케이블을 통해 3백60미터
떨어진 스크립스 연구소의 선착장으로 송전된다.
종래의 파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장치는 모두 폭풍우에는 약했으나 이 새로운 장치는 험한
파도에도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바다에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는 물
속으로 가라앉아 파도의 거센 파괴력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2.4미터의 높은 파도에서도
거뜬히 견디면서 발전을 계속할 수 있다. 이 장치는 또 디자인이 간단하고 보수가 거의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효과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장치는 현재 원형개발이 완성되어 2.3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1백 와트짜리 전구 23개를 충분히 밝힐 수 있다. 발명자인 오클라호마주 바틀스빌의 톰
윈들(Tom Windle)은 현재 21개국에 특허를 등록, 신청하고 있다.
압축공기로 전기를 생산한다.
미국 알라바마 전기회사는 최근 압축공기로 발전하는 발전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이라고 불리는 기술은 당초 독일에서
시도했으나 실제로 이 기술을 이용하여 발전소를 가동한 것은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전소는 바로 이웃 지하에 있는 거대한 동굴을 이용하고 있다. 지하 4백 50미터에
있는 이 동굴에는 본래 암염층이 묻혀 있었는데 물을 보내 소금을 녹인 다음 펌프로 퍼냈다.
그래서 생긴 가로 66미터와 높이 3백 미터의 지하공간에는 1천 9백만 입방피트의 공기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저장된 공기는 27.5시간 동안 1만 1천 가구의 전기수요를
공급할 수 있다.
규모가 큰 발전소는 시간에 따라 수요가 크건 작건 관계없이 발전하기 때문에 수요가 가장
적은 밤에 발전하는 전력은 낭비하게 된다. 그래서 이 발전소는 밤중에 남아도는 전기로
펌프를 가동하여 파이프를 통해서 공기를 이 지하굴 속으로 보낸다. 공기의 압력은 차츰차츰
커지면서 마침내 굴 내부에는 75기압이나 되는 높은 압력이 걸리게 된다. 이것은 1센티미터
사방 넓이에 약 77킬로그램이나 되는 무게를 받는 힘과 맞먹는다, 이렇게 압축된 공기를
전럭수요가 많은 낮에 지상으로 끌어내어 방출하면 빠른 속도를 팽창한다. 이 공기는 다시
천연가스나 기름으로 섭씨 8백 70도의 높은 온도로까지 덮혀진다. 그러면 더욱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그것을 터빈으로 보내 발전기를 돌리게 된다. 이 기술은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발전소 부근에 동굴이나 적절한 암반층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1996년에 압축공기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이고 일본도 1997년에 이런
발전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팔로아토 소재 미국전력연구소에서는
미국의 4분의 3이 지질학적으로 지하공기저장에 적합하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한다.
압축공기발전소는 석탄, 원자력, 심지어는 태양과 풍력으로 발전한 전기도 저장할 수
있다.
슬기로운 이용법
미국 보스턴에 있는 매사추세츠 교통회관 빌딩은 연건평이 2만 7천평이나 되는 큰
건물이다. 이 건물은 겨울철에는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2천명의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열로
난방을 한다. 여름철에는 이 시스템을 거꾸로 가동하여 빌딩을 냉방시킨다.
이 건물 지하 깊숙이 묻힌 1만 리터들이 물탱크 세 개는 겨울철에는 더운물 그리고
여름철에는 찬물을 저장한다. 빌딩에 사람이 차면 안쪽에서 더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펌프를 이용하여 바깥쪽의 사무실로 순환시켜서 섭씨 21도까지 올려 준다. 그래도 남아도는
열은 지하의 물탱크에 저장해 두었다가 건물이 비었을 때 데워 주는데 사용한다. 사람이
없고 컴퓨터가 가동하지 않아도 이 빌딩은 최소한 3일간은 온도를 올려 줄 수 있는 열을
충분히 저장하고 있다.
한편 여름철에는 탱크의 물을 냉각시켜 저장한다. 이 빌딩에서는 야간의 싼 전기를
사용하여 저장탱크의 물을 더욱 차게 냉각시켜 둔다. 얼음같이 찬 이물은 몹시 더운 날에는
에어컨 시스템의 성능을 지원해 준다. 그래서 이 건물은 비교적 값이 헐하고 용량이 적은
에어컨을 가지고도 충분히 소임을 다할 수 있다.
에너지 절감용 에어컨 개발
여름철 섭씨 36도의 온도라면 예컨대 서울시민과 부산시민이 느끼는 더위는 다르다.
습기에 따라 체감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주 헤일사이트의 노티카(Nautica)사 사장 월리엄 스타크(William Stark)가 최근
설계한 에어컨디셔너는 습기를 제거하여 종래의 에어컨보다 에너지를 약 반밖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훨씬 효과적으로 공기를 냉각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에너지서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이 에어컨의 설계는 공기 열교환기를 사용하는데
냉각코일에 닿기 전에 공기를 냉각하고 습기를 제거한다.
방안의 따뜻하고 습기 많은 공기를 우선 열교환기로 끌어들여 냉각 코일에 닿기 전에 약간
건조 및 냉각시킨다. 일단 코일을 통과하면 공기 중의 많은 습기를 응결시키는데, 이 공기의
흐름을 열교환기의 다른 채널로 다시 통과시킨다. 그 결과 에너지의 손실 없이 공기를 건조
및 냉각시킬 수 있다고 스타크는 주장하고 있다.
보다 건조한 공기는 보다 쾌적하기 때문에 이 새로운 에어컨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서모스탯(항온장치)을 더 내릴 필요가 없다.
종래의 표준 에어컨보다 특이한 점은 있으나 스타크의 설계는 여러 해 동안 널리 사용해
오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어 있어 수리공이나 기술설계자들의 저항을 미리 제거했다.
뉴욕주 에너지 연구 개발청은 다음 단계로서 상업용 빌딩을 냉각할 대형 에어컨 개발을
지원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보다 작은 가정용 크기의 에어컨은 1995년경 시판할 계획이다.
여름철 열을 가둬 겨울철 난방용으로
여름철에 쨍쨍 내리쬐는 태양열을 가둬 두었다가 겨울철이 되면 조금씩 풀어 줌으로써
겨울 내내 따뜻하게 지낼 수는 없을까? 이른바 '장기저장 태양열
중앙난방공장(약칭 CSHPSS--칩스라고 발음함)'은 1980년대 초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여 오늘날 스웨덴과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지역에서 30여 개소에서 시험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이 건설 중인 '칩스'는 1995년 완공되면 1만 개의
좌석을 가진 새 스포츠센터와 구체육관의 난방과 온수의 90퍼센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대학은 여름내 저장된 열을 겨울철에 열교환기를 통해 뽑아 내서 물을 데운 다음 건물과
수영장을 난방한다.
이 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면 총 8천 평방미터의 표면적을 가진 두 줄의 남향, 평판식
태양열 수집장치가 햇빛을 흡수하여 알코올과 물의 혼합물을 가열한다. 이 부동액은 펌프로
열교환기로 보내져 열을 물에게 전달한다. 이 물을 질퍽한 진흙 속에 잠긴 수백 개의
플라스틱 파이프를 통해 흘려 보내면 파이프를 통과하면서 열을 방출한다. 여름 동안 30미터
깊이의 진흙층이 화씨 160도까지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25만 갤런을 수용하는 완충용
탱크가 여분의 뜨거운 물을 저장하여 태양열 수집기가 가동하지 않는 밤에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묻힌 파이프를 통해 흐르는 물에 저장된 열을 흡수하여 이것을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으로 운반하면 열교환기가 에너지를 뽑아 내어 물을 데운 뒤 빌딩과 수영장의 난방을
맡는다.
3백 50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 이 시스템이 일단 완공되면 연간 약 2천 달러의 펌프가동
전력요금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체육관과 스포츠 센트 옥상을 태양전지로 덮으면 전력을
자력으로 공급한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전력비도 필요 없게 된다. 한편 스웨덴의
리케보 마을에서 진행 중인 야심적인 '칩스' 사업은 완공되면 2천여 호의 집과 비지니스
건물을 가진 지역사회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지하암반을 파서 만든 10만
평방미터의 동굴에 저장된 물로 집집마다 지붕에 설치한 집열판의 열과 이웃 공장의 폐열을
흡수하여 겨울철의 난방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값이 헐한 여름철의 전력을 이용하여
여분의 물을 데울 수 있다.
다가온 직접발전시대
1959년 미국의 아보코(AVOCO)사가 개발에 착수한 전자유체역학(MHD) 발전 시스템은 40여
년의 오랜 연구개발과정을 마친 뒤 21세기 초에는 상업발전을 개시할 전망이다.
종래의 발전방식은 석유나 석탄 또는 우라늄 235와 같은 자원 속에 갇힌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어 보일러의 물을 데워 수증기로 만들어서 터빈의 날개를 돌리면 발전기의
전자석이 돌아가면서 전기를 생산했다. 그러나 MHD 발전은 보일러나 터빈과 같은 중간과정은
생략하고 열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기로 바꾸기 때문에 물을 데우거나 터빈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 발전효율은 종래의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의 경우(발전효율
30__36퍼센트)보다 훨씬 뛰어난 50퍼센트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래서 예컨대 1백만
킬로와트급 화력발전소가 연간 3백 27만 톤의 석탄을 태워 생산하는 전력을 MHD 발전소는
그보다 25퍼센트나 적은 2백 45만 톤이면 생산할 수 있다.
MHD 발전의 원리는 플레밍의 '왼손의 법칙'에서 나온다. 왼손의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을 제각기 90도의 각도를 두고 세 방향으로 뻗은 뒤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자장을 걸고 집게손가락 방향으로는 전도체를 움직이면 가운뎃손가락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MHD 발전에서는 전자석을 이용해서 미리 자장을 만들어 놓은 뒤 이 자장과
직각을 이루는 방향에 섭씨 2천 도의 뜨거운 가스를 음속의 9__10배나 되는 초고속으로 흘러
주면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따라 그와 직각을 이루는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MHD 발전에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다. 우선 MHD 발전에는 석탄이나 석유 또는 천연가스를 가릴 것 없이 어떤
화석연료를 태워서 생기는 가스도 이용할 수 있고 더욱이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보다
질소 산화물이나 황산화물과 같은 공해물질을 훨씬 적게 배출한다. 이 밖에도 석탄 속에는
타지 않는 회분이 많아 연소가스 속에서 액체모양과 고체모양의 슬러그가 되기 때문에 높은
온도의 터빈에는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움직이는 부분이 없는 MHD 발전에서는 이런 것을
내포한 연소가스도 이용할 수 있어 석탄을 이용하는 발전시스템으로서 MHD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장점을 가진 MHD 발전을 진작 상용화하지 못하고 오랜 세월을 끌게 된
이유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나 높고 두터웠기 때문이다. 우선 발전 패널 부분에서는 섭씨
2천 도 이상의 높은 온도의 가스가 통과하기 때문에 이런 고온을 수천 시간이나 견딜 수
있는 재료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발전의 효율을 끌어올리자면 전력의 소모가
적은 초전도자석을 사용해야 한다.
그 동안 미국과 구소련 그리고 일본 등이 줄기찬 연구 개발 노력을 한 결과 이런 걸림돌을
하나하나 뛰어넘기 시작했다. 예컨대 1960년대부터 개발에 착수한 미국의 경우 AVCO,
에바레트사, 웨스팅하우스사, 제너럴 일렉트릭(GE)사 등은 최근 석유를 태워서 1천 시간
이상의 연속운전을 하고 있는가 하면 1990년대 중반까지는 석탄을 태워 2천 시간의
연속운전을 할 계획이다. 한편 중점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출력 100킬로와트의 실험 플랜트를 건설하여 연속 2백 시간
운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실용화에는 7천 시간의 연속운전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중국, 인도, 호주, 네델란드 등 여러 나라들이 국가 프로젝트로 선정하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담수를 이용한 발전
과학자들은 큰 강이 바다로 빠지는 하구에는 바닷물과 담수만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이른바 농도차 발전을 구상을 하고 있다. 바닷물과 담수는 염분의 농도에 큰 차가 있다.
이렇게 농도 차가 있는 곳에서는 농도가 높은 용액이 농도가 낮은 용액쪽으로 번져 나가려고
한다. 하구근처의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곳에서는 이런 농도차에서 생기는 화학 에너지의
힘이 너무 커서 담수를 2백 40킬로미터나 상류 쪽으로 밀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농도차발전은 바로 이런 힘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다. 그 방법은 두 개의
이온교환막으로 갈라 놓은 세 개의 방으로 된 수조를 이용한다. 한쪽에는 양이온만 통과할
수 있는 막,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음이온만 통과할 수 있는 막을 사용한다. 세 개의 방
가운데서 가운뎃 방에는 담수를 넣고 다른 두 방은 바닷물로 채우면 바닷물속의
염소이온이나 나트륨 이온은 농도가 낮은 가운뎃 방의 담수쪽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막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양이온이나 음이온 중 어느 한쪽만 남게 된다. 그래서 전위의
차가 생겨 전기를 얻게 된다.
만약에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담수를 이런 방법으로 모두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전국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것과 맞먹는 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태양열 연못 발전
한편 21세기에는 세계 곳곳에서 솔라폰드(태양열 연못이라는 뜻)가 등장하여 전력생산에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깊이가 약 3미터의 연못 바닥부분에 높은 농도를
가진 염수층(10__20퍼센트)을 만들고 위로 올라갈수록 차츰차츰 염분의 농도가 낮은 층을
만든다. 또 연못의 바닥부분에는 까만 색깔의 시트를 깔아 태양열을 흡수한다.
그런데 보통의 연못에서는 바닥층의 열이 올라가면 대류현상으로 연못 전체가 같은 온도가
되어 버리고, 열은 결국 연못의 표면으로부터 대기중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연못의
염수농도에 차이가 있으면 아래쪽 염수는 무겁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도 대류는 일어나지
않고 연못바닥쪽으로 태양열이 고이게 된다.
이렇게 해서 붐부터 가을까지는 태양열로 가열된 연못바닥 염수의 온도가 섭씨
70__90도까지 올라간다. 이런 뜨거운 염수를 외부로 끄집어 내어 열교환기를 거치게 하면
난방, 급탕, 발전에 이용할 수 있다. 일단 열을 빼앗긴 염수는 다시 연못바닥으로
되돌려준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태양열의 10__20퍼센트를 이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인공연못에 높은 농도의 염수를 그 위쪽에는 담수를 채워 이미 오래
전부터 농도차 발전을 하고 있다. 이들은 6천4백 평방미터(사방 80미터) 넓이의
솔라폰드에서 1백 50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 미국 마이애미스버그에서는 2천
평방미터 넓이의 솔라폰드가 난방과 온수풀에 대해 열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곳곳에 있는 암염(돌소금) 동굴 속에 해수를 부어 넣어 그 속에서
생기는 높은 농도의 액과 해수의 농도차를 이용하여 발전과 난방에 이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농도차발전은 오염문제에 대한 걱정이 날로 높아가고 화석연료의 고갈이 심화되어 가면서
새삼 뜨거운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핵탄두를 발전소로 전환
핵탄두를 '연소'하여 도시를 밝히고 난방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코네티컷주
스탠퍼드시의 아시 브라운 보베리사(ABB)는 해체된 핵탄두에서 나온 플류토늄을 연료로 땔
수 있는 원자력발젼소를 건설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것은 플루토늄을 유리 케이스에 넣은 뒤 땅속 깊숙이 파묻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에 대해 ABB사 산하의 컴바스천 엔지니어링사 핵 시스템 생산부장인
로드(Kenneth Rohde)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ABB사는 혼합된 플류토늄과 우라늄의 연료핵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원자력발전소 설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업을 다룰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이 발전소는 뜨거운
플루토늄의 분열을 늦춰 주는 여분의 제어봉을 갖고 있다. 미국 에너지성은 앞으로 약 2년
동안 무기처리를 위해 연구를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로렌스 리버모어 미국립연구소의 물리학자 모어(Ralph Moir)는 지난 30년간 별들의
에너지인 핵융합을 전력생산용으로 이용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 동안 모어는 자기
가둬두기와 관성가둬두기 등 두 가지의 접근방법을 모색했으나 행융합은 아직도 기약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모어는 행융합을 하는 보다 쉬운 길이 있지 않을까 모색하였다. 그는 리버모어 연구소의
스조크(Abraham Szoke)와 함께 혁명적인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안은 강철로 둘러싼
지하구멍 속에 열핵폭탄(수소폭탄)을 설치하고 이 폭발에서 나오는 열을 사용하여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 발전기를 돌린다는 것이다. 모어와 스조크는 대형 발전소가 생산하는 용량과
맞먹는 전력을 생산하자면 매시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4분의1의 용량인 3킬로톤을
폭발시켜야 한 다는 계산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안전성과 경제성 분석을 아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제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런데 매사추세츠 공대(MIT) 핵융합전문가 마틴 그린월드(Martin Greenwald)는 이런
생각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는 "유독폐기물 매립장을 찾는 일도 어려운데 매시간마다
핵폭발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겠는가?" 하고 반문하고 있다.
가장 가벼운 인공물질, 에어로겔
스폰지나 거미줄보다는 조금 무겁지만 인공물질 중에서는 가장 가벼운 고체인
'에어로겔(aerogel)'의 새로운 생산방법이 최근에 뒤이어 개발되면서 과학자들은 뛰어난
효율의 보온용 창에서 전기자동차용의 슈퍼 축전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응용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공기의 약 세 배밖에 안 되는 밀도의 이 물질은 냉장고 크기 만한 덩치를 가지고도
무게는 1파운드 (약 4백 54그램)밖에 나가지 않는다. 96퍼센트가 공기로 되어 있으나 제법
단단하다.
1992년 8월에는 우주연락선 애틀란티스호에 실려 우주공간에 올라가서 우주먼지를
낚아채는 실험에서도 한몫을 했다. 프레온 가스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냉장고의 단열제로
사용되던 플라스틱 포말을 만들 수 없게 되자 뛰어난 단열성능을 지닌 '에어로겔'을 대신
이용 할 생각이다. 또 '에어로겔' 가루 앞에서는 아무리 극성맞은 바퀴벌레도 손을 들고
만다. '에어로겔' 자체는 독성이 전혀 없지만 일단 바퀴벌레의 몸에 묻으면 벌레의 몸
속에서 습기를 빨아낸다.
'에어로겔'이 처음 발명된 것은 1930년대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대학의 스티븐
키슬러(Steven Kistler)가 무성형 실리카(규소와 산소의 화합물)로부터 겔을 만드는 실험을
하면서 물을 제거하고 구조만 남겨 두었다. 그러나 그 뒤 수십년 간 케슬러가 만든 이
창조물은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지는 못했다.
1960년대 중반에 프랑스 과학자 타이슈너(S. T. Teichner)는 '에어로겔'을 가지고 로켓
연료가 탱크 내부에서 출렁거리는 것을 막는데 이용해 보려고 했으나 실험결과 로켓과는
상관없이 쉽게 '에어로겔' 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1980년 켈로포니아 대학의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 고체물리학자 아론 헌트(Arlon Hunt)는
'에어로겔'이 투명할 뿐 아니라 매우 균일하다는 사실을 알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이 물질을 만들면서 이 수수께끼의 고체에 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실용적인 분야로 눈을 돌렸다. '에어로겔'이 열을 전도하지 않는 성질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극단적으로 투명한 물질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래서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단열창이나 채광창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키슬러가 개발한 공법으로는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폭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트와 동료과학자들은 알코올 대신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덜 들이면서
위험이 훨씬 덜한 새로운 공법을 개발하여 '에어로겔'을 시판할 모험기업도 만들었다.
1인치(2.4센티미터)두께의 '에어로겔' 조각을 두 개의 유리 사이에 끼워 넣으면 30개 층의
유리를 포갠 것과 맞먹는 절연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콘크리트 블록 한 개
크기의 '에어로겔' 생산원가는 아직도 1백달러나 먹혀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너무 벅찬
형편이다.
한편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물리화학자 로렌스 호루베시(Lawrencn
Hrubesh)는 1990년 공기밀도의 불과 두 배 밖에 안되는 가벼운 실리카계 에어로겔을
만들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예술가들은 벌써부터 이 재료를 이용하여 보석을 만들 구상을
하는가 하면 비타민 회사들은 이색적인 이 재료를 받침대를 만들어 구 위에 비타민 제품들을
전시할 생각도 하고 있다. 인도의 한 기업은 '에어로겔'로 열을 차단하는 보온병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는가 하면 흐루베시는 남극에서 집을 지을 때 건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일부의 '에어로겔'은 뛰어난 방음효과를 갖고 있어 미해군은 '보다 조용한
잠수함'을 만드는 데 사용할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흐루베시의 동료과학자인 리차드 페칼라(Richard Pekala)가 유기화합물로
만든 '에어로겔'은 실리카보다 훨씬 뛰어난 절연성을 가졌다. 탄소로 만든 '에어로겔' 은
색깔이 까맣지만 훌륭한 전도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각설탕 한 개 크기의 에어로겔이 농구
코드 4__5개와 맞먹는 넓은 표면적을 갖고 있어 이런 '에어로겔'층에 전해액을 채우면
종래의 축전기에 비해 엄청난 전하를 실을 수 있다. 그래서 탄소계 '에어로겔'을 이용하여
슈퍼 축전기를 만들면 전기자동차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속문제도 해결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 한다.
나노테크놀로지의 별난 세계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전기공학 교수 리차드 뮬러(Richard Muller) 팀이 사람의
머리털 한 오라기 굵기의 3분의 2크기 만한 초미니 모터를 최초로 만들어 분당 5백 회를
돌리는 데 성공한 이래 나노테크놀로지(10억 분의 1미터의 극미한 세계를 다루는 기술)는
빠른 걸음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의 나노테크놀로지스트(10억분의 1단위를 다루는 기술자라는 뜻)들은 마치
벽돌공이 한번에 벽돌 한 장씩을 옮겨 놓는 것처럼 단단한 기질 위에 원자를 한 개씩
올려놓는 일에 착수했다.
그러나 벽돌을 한 장씩 올려놓는 것보다 더 빨리 쌓는 방법은 미리 조립된 벽돌 블럭으로
쌓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자의 경우도 하전입자 빔에서 원자의 무리를 고체표면에
발사하면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원자무리는 움직임이 빨라서
고체표면에 부딪치면 튀어오르거나 또는 산산조각으로 분열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조지아 공대의 물리학자 랜드맨(Uzi Landman)은 원자무리들이 아무 탈없이 부드럽게
기질표면에 내려앉기 위해서는 작은 액체로 된 매트리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예를 들어 사람이 물을 가득 채운 수영장과 물을 뺀 수영장 속으로 각각 다이빙할 때와 같은
이치다.
랜드맨과 동료 과학자들은 최근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결정염의 원자무리가
액체 네온을 바른 고체 위에서는 부드럽게 내려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네온보다 무거운 액체 아르곤의 경우는 매트리스로서는 쓸모가 적어서 원자의 무리들이
충돌하여 타 버리면 금방 유리모양으로 굳어진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런데 재료과학자들은
이런 부드러운 착륙기술을 이용하면 손상 없이 완전한 원자무리로 고체의 표면을 코팅할 수
있다고 하다. 따라서 전자, 광학, 기계, 화학 및 자기적으로 뛰어난 성질을 가진 새로운
태양전지나 반도체, 그리고 우주개발용 재료와 군수용 소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앞으로 몇 해 안으로 원자들을 하나하나 결합하여 탁월한 지능재료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온다고 나노테크놀로지스트들은 믿고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우리
주변에서는 믿기 어려운 현상들이 전개된다. 나노테크놀로지의 세계에서는 현미경을
통해서나 볼 수 있는 매우 작은 나노테크놀로지의 컴퓨터 작동장치, 그리고 센서를 이용하여
소망대로 자유롭게 모양과 특성을 바꿀 수 있는 재료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지능재료로 집을 지을 때 환경이나 요구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매우 융통성이 있는 구조를
가진 주택이 등장할 수 있다고 미국 시카고 소재 일리노이 공대의 오웬(Charles Owen)과
그의 제자들은 말하고 있다.
오웬은 최근 이런 변화용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주택을 제안했다. 방안에서 물을
마시고 싶으면 벽의 일부를 형성하는 벌집모양의 특수 소재층을 파이프 모양으로 바꿔
음료수를 받아 먹을 수 있다. 벽을 덮은 타일도 단추 하나만 누르면 원하는 대로 무늬가
바뀐다. 테이블을 잡아당기면 테이블 표면의 모양도 바뀐다.
그러나 오웬은 나노테크놀로지의 지능소재로부터 가장 큰 덕을 보는 것은 부엌이 될
것이라고 한다. 만능조리용구(식품을 빠른 속도로 얇게 썰거나 자르거나 으깨거나 부수거나
하는 전동기구)가 주부나 주방장의 요구에 따라 거품을 이는 기계가 되기도 하고, 숟가락이
주걱이 되었다가 부엌칼로 변하기도 한다.
또 조리대 표면이 바로 위에 놓인 음식을 알아채고 그때그때 음식과 어울리는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의 접시로 바뀐다. 또 이런 접시를 닦을 때는 세제가 들어 있는 구멍 많은 '나노
플라스틱'제 스크린을 통과시키면 금방 깨끗하게 닦여진다는 것이다.
냄새 먹는 돌
바위처럼 단단하지만 스폰지처럼 잘 흡수하는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었다. 미국 휴스턴의
난센츠(Nonscents)라는 이름의 기업은 화산재의 결정을 가지고 만든 광물인
'클라이놉틸로라이트 제올라이트(clinoptilolite zeolite)'를 대기 중의 냄새 제거용으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이 기업의 창업자인 딘 필포트(Dean Philpot)는 제올라이트를 실험하는
가운데 암모니아와의 친화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돌은 냄새를 흡수하여 제거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결한 냄새가 나는 기체분자들을
벌집모양을 한 표면에 가두게 된다. 이때 흡수과정은 서로 상반되는 정전기의 전하가 끄는
힘으로 이어진다. 제올라이트는 마이너스로 하전되어 있어 분극된 분자에 접근하면 금방
돌에 흡수된다.
난센츠사의 돌들은 병원, 탈의실, 양념공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나오는 60여 가지의
악취를 제거한다. 지난 3년간 이들은 휴스턴의 여러 가축 쇼와 로데오에 모인 6천6백 마리의
동물이 방출하는 무서운 악취를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화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난센츠'제의 돌들을 두어 새로운 카펫과
가공목재 그리고 살충제에서 발산되는 강력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 탈취용 돌이 더 이상 냄새를 흡수할 수 없게 될 때는 재순환시킬 수 있다. 돌을
밖에 놓아 두면 속에 가둬 두었던 냄새를 방출하기 때문에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닳지 않는 새로운 물질
다른 재료와 여러 차례 비벼도 닳지 않고 산소에 노출되어도 부식하지 않으며 엄청난
응력이 걸려도 부서지거나 갈라지지 않는 새로운 합금이 개발되어 산업용 볼베어링에서
인공관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미국 매릴랜드 소재 미국립표준연구소 금속공학자인 리차드 워터스트래트(Richard
Waterstrat)가 최근 개발한 이 합금은 아직도 이름은 붙이지 않았으나
지르코늄(50퍼센트)과 같은 팔라듐(35퍼센트), 그리고 루테늄(15퍼센트)과 같은 금속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워터스트래트는 이 합금조각을 뼈시멘트로 만든 둔부수술용 핀에 대고
5백만번이나 비벼댔으나 전혀 닳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실험 중에 형성된
산화지르코늄 조각이 윤활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합금은 또 균열이 생겨도 응력을 견딜 수 있는 강인성과 유연성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재료에서는 균열된 끝주변에 집중된 응력이 원자의 층을 갈라 놓으면 작은
균열이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간다. 그러나 이 새로운 합금에서는 원자의 층이 갈라지는 대신
서로 겹치는 경향이 있어 작은 균열이 보다 큰 균열로 번지는 것을 막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새로운 합금은 종래 쉽게 닳는 문제 때문에 머리를 앓고 있는 인공엉덩이용 재료와
외부 코팅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실험결과 이 합금은 또 독성이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밖에도 재료가 서로 비벼대는 곳이라면 어떤 곳에서도 산업용의 코팅재로 널리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이 합금은 만들기 쉽고 대량생산을 한다면 온스(약 8.35그램)당 50달러의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워터스트래트는 어림하고 있다.
뛰어난 청소능력을 가진 드라이아이스
얼음을 데우면 녹고 물을 데우면 끓는다. 그래서 H2O는 고체에서 액체, 그리고 기체로
간단하게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의 경우는 좀더 복잡하다. 압력을 준
이산화탄소를 식히면 액체가 된다. 압력을 빼면 고체가 된다. 이 고체를 데우면 금방 기체가
된다. 이산화탄소의 이런 특성을 모두 합치면 공업용 청소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 준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WMC사는 지난 1년 반 동안 이산화탄소 연구에 75만 달러를
투입한 결과 최근 이 노력의 대가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미국 에너지성은 WMC사와 그
협력업체인 오시어니어링 테크놀로지즈사에게 방사능 발산표면을 청소하는 원격조정로봇의
개발을 위해 1백20만 달러의 용역을 주었다.
이 로봇이 핵무기를 생산하는 시설에서 모래분사기를 닮은 장치로 콘크리트 표면에
드라이아이스를 분사하면서 먼지를 씻어 내면 뒤이어 강력한 진공 시스템이 방사능 콘크리트
먼지를 빨아들인다. 그런데 모래분사로 청소하는 경우에는 표면의 먼지가 청소용 모래와
섞이지만 드라이아이스로 청소하면 그 알갱이는 승화되어 쉽게 기체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종래의 방법보다 2백 배나 2차적 폐기물이 덜 생긴다.
드라이아이스 청소기술은 이 밖에도 많은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부품
메이커들은 종래 모래분사방법으로 주형을 청소하던 것을 이산화탄소 시스템으로 바꿨다. 또
일부 전력회사들은 이 기술을 이용하여 대형발전기를 짧은 시간 내에 청소과정에서
염화용제와 위험한 메틸에틸케톤을 사용하는 대신 드라이아이스 분사방법을 이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WMC사는 1993년 4월 화재로 손상을 입은 영국왕실의 윈저성의 수리관련자들에게
드라이아이스 분산기술을 시범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결과 이 시스템은 표면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고 까맣게 그을은 석회석과 벽돌에서 검댕이를 말끔히 닦아 냈다. 또 불에 살짝 탄
들보를 청소하여 나무가 구조적으로는 멀쩡하다는 사실을 밝혀 내기도 했다.
바닷물에서 건재를 만든다.
산호와 조개들은 삶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다. 독일태생의 미국 건축가 울프 힐버츠(Wolf
Hilbertz)는 오래 전부터 바다생물처럼 인간도 바닷물에서 석회석을 만들어 건축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착상을 하게 되었다.
지난 20년간 그는 바다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런 건자재를 만드는 기술을 갈고 닦아
왔다. 힐버츠의 방법은 바닷물 속에 철사로 된 전극을 담근 뒤 광전지 패널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하여 철망사 속으로 직류전기를 흐르게 한다.
그 결과 전기화학반응이 일어나서 탄산칼슘만이 철망사 위에 가라앉게 된다. 따뜻하고
조용한 바다와 풍부한 햇빛이 내리쬐는 이상적인 조건 아래서는 망사 위에 매달 약
0.5인치(1.78센티미터)의 비율로 석회층이 비교적 고르게 성장한다. 그런데 열대지방의 많은
나라들은 현재 넘치는 햇빛과 따뜻한 해양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나 기초건자재는 수입에
의존하는 일이 많다.
이렇게 2__3개월이 지나는 동안 바다 밑에서는 넓이가 사방 11.2평방미터와 길이 6미터의
패널로 성장하는데, 이것은 임시로 모래톱 구실도 하게 된다. 패널이 소망대로 완성되면
이것을 해변으로 건져 올려 건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바다는 무진장으로 건자재를 공급할 수 있고 더욱이 시멘트 같은 건자재를
만들자면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경도
보호한다는 것이 힐버츠의 주장이다. 한편 유엔개발기구의 전문가들은 이런 방법을 이용하여
간단한 주택을 통채로 바닷속에서 키워 볼 계획도 갖고 있다.
분자 스스로가 만드는 미니와이어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하나하나의 분자와 원자로부터 사물을
만드는 이른바 나노테크놀로지에서 최근 중요한 진보를 이룩했다.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예일 대학 그리고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 과학자들은 스스로 모여서
초미니와이어를 조립할 수 있는 분자를 만든 것이다.
우선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팀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하여 금이나 또는 은의 접점과
접착할 재료를 찾는 가운데 가상적인 폴리머의 모델을 설정해 놓았다. 그로부터 1년 뒤
이들은 탄소, 질소 그리고 수소를 포함하여 원자들의 연결고리가 복잡한 모델 구조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화학 교수 투어(James Tour)는 새로운
혼합믈을 내놓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 물질을 은과 금의 접점을 가진 실리콘
웨이퍼에 넣었을 때 이 분자들이 스스로 금속에 붙은 뒤 이웃의 접점과 연결하는 와이어를
저절로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예일 대학 전기공학 교수 리드(Mark Reed)는 이 폴리머 와이어가 얼마나 많은 전기를
나를 수 있는가 시험 중이다.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는 다음의 도전목표로서 스스로
조립하는 분자로 트랜지스터를 설계하기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늘날의 최첨단 칩보다 1천배나 강력한 21세기의 컴퓨터칩을 만드는 것이다.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벽판재료
건물의 절연재는 여러 면에서 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옷처럼 작용한다. 이런 옷은 온도가
떨어질 때는 열을 보존하고 햇빛이 너무 세면 열을 차단한다. 그러나 집은 사람과는 달라서
온도의 변화에 따라 절연재를 덮거나 벗어 던질 수 없다.
그런데 특정한 온도에서 열을 모아서 녹으면 액체가 되기도 하고 열을 방출하여 얼면
고체가 되기도 하는 이른바 상변화 재료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재료를 벽판이나
또는 가벼운 콘크리트 블록 속에 끼워 넣으면 겨울철 낮에도 남아도는 열을 저장해 두었다가
밤에 방출하여 방을 데우는 데 한몫 거둘 수 있다.
최근 미국 데이턴 대학 연구소의 아이벌 샐리어(Ival Salyer)가 개발한 상변화재료는
실리카(석영) 분말과 결합한 파라핀 왁스인 알킬탄화수소이다. 이 재료는 화씨 74도(섭씨 약
23.33도)에서 고체가 되기도 하고 녹아서 액체가 되기도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기업에서는 곧 이 재료를 섞은 벽판을 시험 생산하여 여러 가옥에서 이 벽판에 대한 실험을
개시했다.
상변화재료는 모든 가정의 전기수요의 피크(일정시간 내의 최대소비전력)를 낮추는 데도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 이런 피크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회사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결국
전기료를 올려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테네시의 미국립 오크리지 연구소에서 시도한 컴퓨터 모델에 따르면 이런 벽판은 난방용
에너지 수요의 피크를 35퍼센트까지 내려 뜨릴 수 있다. 샐리어는 상변화재료를
추가함으로써 벽판값이 2__5년 내에 그 비용은 에너지 절약으로 탕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생물의 지혜를 빌린 소재들
호두껍질의 바깥층 세포는 단단한 수지물질로 가득 차 있어서 꽉 누르는 응력에도 잘 견딜
수가 있는가 하면 섬유로 된 안쪽 층은 응력이 강해 깨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비행기 날개와 헬멧의 설계자들은 비교적 얄팍하지만 튼튼한 호두껍질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생물모방기술
수천만 년에서 수억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생물들을 진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환경에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탁월한 특성과 기능을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동식물들은 자연이 만든 슈퍼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자연이 창조한 이 슈퍼모델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바퀴벌레에서
나오는 고무와 비슷한 단백질을 비롯하여 누에가 뱉어 내는 명주실에 이르기까지 온갖
동식물을 현미경으로 자세하게 살펴보면서 그 속에서 설계에 필요한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
이른바 바이오미메틱스(생체모방과학)라고 불리는 이 분야의 연구는 첨단과학기술과
접목되어 신소재개발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기 시작했다.
예컨대 전복껍질은 1백 40킬로그램의 우람한 체중을 가진 사람이 올라가 짓밟아도
끄떡없다. 그 성분은 백묵과 같은 탄산칼슘으로 되어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 대학 재료공학
교수 일한 아스케이(Ilhan Askay)는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결과 전복의 껍질은
첨단재료인 세라믹 복합재료와 거의 완전하게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복을
분자배열의 모델로 하고 첨단재료를 사용하여 현재 사용 중인 인공 세라믹보다 두 배나
강력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탱크용의 철갑재료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미공군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 비행기 X30은 결국 21세기초에는 민간에게 기술이
이전되어 이를테면 서울-뉴욕 간을 두 시간 거리로 좁힐 '오리엔트 특급' 민항기로 발전될
전망이다.
그러나 마하 14(음속의 14배@e=@m시속 1만 6천 킬로미터)라는 극초고속으로 비행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단단한 새로운 소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공군 과학연구소의 과학자
프레드 헤드버그(Fred Herdberg)는 버드나무하늘소에서 이런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힌트를
얻었다. 그런데 버드나무하늘소의 표피는 매우 강력하지만 매우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또
하늘소의 표피는 호흡과 절연기능, 그리고 온갖 감지 기능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인공소재로 기체를 만든다면 기체 내부의 열을 저절로 제거할 뿐 아니라
기체에 손상이 생겼을 때 조종사들이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더욱이 하늘소의 표피는 손상을
능률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또 종래의 복합재료는 같은 두께의 탄소섬유로
전체를 강화하고 있는데 반해 하늘소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천연의 복합재료는 서로 꼬인
섬유로 된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또 섬유의 모양도 동그란 것에서 타원형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하늘소의 표피구조는 21세기의 극초음속
비행기의 기체의 소재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경을 가진 소재
우리가 아프거나 덥거나 춥다고 느끼는 것은 감각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재료나 기계, 또는 장치에도 인공적으로 이런 기능을 갖추어 줄 수 있다면,
예컨대 재료가 감당할 수 있는 응력을 미리 파악해 두면 그 재료의 피로가 지나쳐서
빚어지는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비행기 사고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날개나 동체를 구성하는 재료의 피로도가
한계를 넘었을 때 별안간 찢겨져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비행기 날개나 동체로 쓰이는 고성능 재료 속에 광섬유를 고루 깔아 이를테면 '유리신경'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었다.
그래서 지나친 응력을 받은 복합재료가 모양이 일그러지면 그 속의 광섬유도 함께
휘어지게 되어 광섬유를 통해 조종실로 보내지는 빛의 신호로 바뀌면서 조종실 계기판의
경고등이 깜빡이게 된다. 광섬유는 비행기뿐 아니라 다른 구조물에서도 센서 구실을 맡고
나섰다. 특히 밤낮 무거운 짐을 지탱하는 교량의 경우 피로도가 지나치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은 벌써부터 오래된 교량에다 광섬유로 된 '신경망'을
깔고 다리의 피로도를 검사하고 있다.
콘크리트의 자생능력
우리 몸의 면역조직은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의 침입자가 들어오면 이것을 감지하고
격멸하여 우리 몸을 지켜 준다. 건물이나 교각이 무너지는 주요한 원인은 이러 구조물을
떠받지는 철근이 삭거나 콘크리트에 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부의 과학자들은 생물의 이런
자생능력을 소재에 이용하는 길을 찾고 있다.
예컨대 미국 일리노이 대학 재료과학자 캐롤라인 드라이(Carolyn Dry)는 강화용 강철의
부식이나 강재를 둘러싼 콘크리트의 균열을 스스로 감지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드라이는 부식을 막는 화학물질인 칼슘질산염으로 콘크리트를 채운 뒤 폴리올로 된
폴리피닐렌 섬유를 섞었다. 짠물과 같은 부식물이 강철을 부식하기 시작하면 폴리올 코팅이
녹아 내리면서 섬유 속에 갇혀 있던 칼슘질산염이 강철막대기로 방출되어 스스로 부식을
막을 수 있다. 드라이는 또 메틸 메타크레이트와 같은 끈적끈적한 충전제로 채운 섬유를
콘크리트에 섞어 주었다. 콘크리트에 금이 가면 섬유가 갈라지면서 내용물이 흘러내려
갈라진 틈을 채워주고 결국 스스로 땜질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압전물질
한편 버지니아 주립대학 지능재료연구센터의 크레이그 로저스(Craig Rogers) 소장을
비롯한 연구팀은 보다 화끈하고 적극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이들은 고성능복합재로 만든
슬래브, 실린더 또는 빔에 압전 세라믹스로 만든 작동기를 달았다.
그런데 우리가 전기의 충격을 받으면 이두근이 꿈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압전 세라믹스는
압력이나 소리와 같은 진동을 재빨리 전류로 옮기거나 또는 전류를 압력이나 진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이런 소재의 결정을 비행기 벽 패널 속에 꾸며 넣고 비행기가 난류 속을 비행할 때
전류를 넣어 주면 패널 속의 압전물질을 진동시켜 난류에서 생기는 소음을 없앨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자동차, 교량, 잠수함, 위성 그리고 우주 플랫폼에서 진동을 억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서재나 독서실 벽지 속에 압전물질을 꾸며 넣으면 집안의 냉장고나
에어컨디셔너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모두 잠재울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학공장, 제올라이트
21세기에는 새로운 화학공장이 등장하다. 그런데 이 공장은 수십만 평이나 되는 넓은 대지
위에 뻗어있는 파이프, 반응로, 그리고 증류장치로 구성된 종래의 화학공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가로 2__3미크론(1미크론은 1백만 분의 1미터)밖에 안 되는 이 공장은
공업용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종래의 화학공장과는 달리 한번에 2__3개의 원자를
반응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이것은 화학자들에게 아주 새로운 합성의 길을 열어 준다.
극미형 반응로
새로운 화학공장은 사람 머리털의 수만 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구멍들이 고루 벌집처럼
뚫린 제올라이트이다. 화학자들은 이 구멍을 반응기로 사용하여 종래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었던 물질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나노 반응기(나노는 10억분이 1이라는
뜻)'라고 불리는 이 공장이 펼칠 새로운 응용의 영역을 내다보면서 벌써부터 들떠 있다.
예컨대 현재 '나노 반응기'를 이용하여 개발중인 화학 센서는 너무나 민감해서 종래에는
불가능했던 극소량의 독성물질이나 오염물질도 탐지할 수 있고 어떤 특정한 분자에 대해서만
반응시킬 수도 있다. '나노 반응기'를 사용하면 광컴퓨터의 기본소자가 될 광트랜지스터용의
'나노'미터 크기 반도체와, 컴퓨터칩 접속자로 사용할 수 있는 '분자 와이어'와 같은 전자
및 광소자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종래 매우 작은 반도체나 또 다른 재료를 만들 때는 이런 입자들이 온갖 힘을 다해
되도록 빠른 속도로 성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테면 열역학과 싸움을 해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제올라이트의 균일한 구멍 속에서 입자를 생산하는 경우 입자가 벽에
닿으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요망하는 지점에서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제올라이트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일정한 거리를 둔 구멍들이 짧은 터널로
연결되어 있는데, 제올라이트에 따라 이 터널은 큰 분자들이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것도 있고 원자 한 개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것도 있다. 제올라이트가 바로
이런 '분자의 체(여과기)' 구실을 하기 때문에 수십 년 전에 먼저 석유화학공업계
화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초기에는 천연광물에서 채취한 제올라이트를 이용했으나
차츰차츰 화학자들은 다양한 크기의 터널과 구멍구조를 가진 제올라이트를 합성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석유화학회사들은 예컨대 크기에 따라 기체분자를 분리하는
데 사용하는 필터를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제올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2__3년간
과학자들은 제올라이트가 석유화학공장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분자로 된 끈
예컨대 미국 퍼듀 대학의 화학자 토마스 베인 (Thomas Bein)은 최근 제올라이트를
사용하여 가로 1나노미터 안팎의 전기가 통하는 분자의 끈인 '분자 와이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1989년 제올라이트 속에서 전기가 통하는 폴리머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폴리머의 기본구성 블록인 모노머 기체를 제올라이트 터널 속으로 주입하고 폴리머
합성제를 보태 주면 모노머들이 주렁주렁 연결되어 폴라머 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제올라이트 속의 이런 끈을 분석한 결과, 이 물질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제올라이트의 터널이 너무 좁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폴리머의 분자 한
개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인데, 만약에 이런 분자가 양도체가 못 되는 경우에는 전기가
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베인은 두 개 이상의 함께 묶은 분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전자가 쉽게 통과할 수 없는 원자를 만나면 뛰어넘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 개의 끈 속에 한 개 이상의 분자를 가진 전도성 폴리머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큰 통로를 가진 제올라이트가 없었다.
다행히 2년 전 모빌 석유회사 과학자들이 10나노미터까지 어떤 크기의 터널을 가진
제올라이트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베인은 전도성 폴리머 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종전의 가장 큰 구멍은 크기가 고작 1.3나노미터였다. 베인은 현재 음파장치에
고정시킨 엷은 층의 제올라이트 결정으로 된 화학 센서의 특허를 등록하고 있는데, 한 개
또는 2__3개의 밀접한 관계를 가진 분자에만 반응하는 센서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한편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토론토 대학의 화학자 제프리 오진(Geoffrey
Ozin)은 제올라이트 속에서 빛에 민감한 물질의 결정을 만들어 냄으로써, 예컨대 신용카드
크기의 장치 속에 개인의 의료기록이나 또는 다른 개인 정보를 수록할 수 있는 광메모리
개발의 길을 한발 앞당기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화학자들이 제올라이트를 이용하여 새로운 응용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얼마나 많은 연구가 열매를 맺게 될 것인지 예측하기에는 아직도 이르지만
제올라이트의 연구는 화학자들에게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고 오진
교수는 말한다. 이 작은 화학공장은 거의 원자 간의 반응을 제어하는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화학과 물리학 간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게 되었고, 화학반응은 아주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수수께끼의 신소재 '스타라이트'
강력한 원자폭격에도 끄떡없고 섭씨 1만 도의 에너지를 가진 레이저 빔을 쬐어도 아무 탈
없는 초강력 플라스틱이 등장하여 세계 재료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통 플라스틱은 섭씨1백__2백 50도, 그리고 아무리 단단한 내열 플라스틱도 섭씨 3백 50도의
열을 주면 녹거나 증발하지만, 스타라이트(Starlite)라는 이름을 가진 이 플라스틱은
알루미늄, 다이아몬드, 철, 텅스텐은 물론 지금까지 물질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알려진
탄소의 녹는점(섭씨 3천5백도)보다 세 배에 가까운 고온에서도 끄떡없다. 이런 소재로 만든
실내장식품이나 벽지로 가정과 사무실, 그리고 비행기에 이용한다면 화재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특히 높은 열에 견디는 소재가 절실한 우주 및 방위산업계의 관심은 그래서 매우
뜨겁다.
그런데 이 '기적의 소재' 스타라이트의 발명은 의젓한 연구기관이 아닌 아마추어 발명가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1970년대 초 영국 요크셔 출신의 모리스 워드(Maurice Ward)는 20년간의
이발사 생활을 그만두고 플라스틱 재생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1985년 맨체스터 공항에서
전세 제트기가 화재를 일으켜 54명의 탑승객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하자 그는 사업을
그만두고 내화 플라스틱 발명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개인 연구실에서 3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1986년 그는 '스트라이트'라는 내화 플라스틱의 제법을 발명했다는 아마추어
발명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스트라이트는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몇 해 동안 낮잠만 자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 영국의 BBC-TV 프로그램에서 워드가 스타라이트에 관한 시범을 보이면서 이
초강력 소재는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영국 국방부 산하의 원자무기연구소가
자체실험을 한 결과 4분의 1밀리미터 두께의 스타라이트에 대해 75회에 걸친 원자폭격을
가했으나 끄떡도 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2분의 1인치 (1.27센티미터)두께의
강철판에 똑같은 폭격을 하면 강철은 증발해 버린다. 이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섭씨 1만 도의
고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레이저 광선을 2분 이상 쬐었으나 스타라이트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과학자들은 실험사진을 통해 스타라이트의 샘플 표면에 이온화된 가스의 엷은 층이
형성되어 플라스틱을 절연시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나 그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점에서 스타라이트라는 소재는 물리학의 법칙을 벗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재료과학 교수 러스텀 로이(Rusttum Roy)는 말하고 있다.
이어서 영국의 한 산업연구소는 18인치(46센티미터) 두께의 강철을 쉽게 절단할 수 있는
플라즈머 용접기를 가지고도 스타라이트를 훼손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새로운
재료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얼마 뒤 영국의 세계적인 화학 메이커인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즈사(ICI)의 과학자들은 소형실험로에 스타라이트를 올려 놓고
연소시킬 때 방출되는 연기와 에너지를 측정하려고 했으나 처음부터 플라스틱을 태우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스타라이트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방위 당국자들이다. 첩보위성
표면에 이런 소재를 코팅하면 적의 레이저 무기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이런
소재를 이용하여 핵폭발에서 나오는 열로부터 전차를 보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올 때 발생하는 과열을 막기 위해 스타라이트로
코팅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1993년 7월의 실험에서는 재돌입하면서 탄두가 9초 만에
섭씨 9백도까지 가열되었으나, 종이 두께밖에 안 되는 스타라이트 코팅을 입힌 결과 온도를
섭씨 40도로 멈추는 데 성공했다.
스타라이트는 또 탁월한 열절연재료로도 이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 주었다.
스타라이트로 만든 타일을 용접기로 5분간 태웠으나 타일의 다른 쪽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래서 이런 소재로 만든 소방복을 입으면 소방관들은 화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저런 뛰어난 특성을 가진 스타라이트에 대해 산업계의 관심은 매우 높다고 하지만
아직도 산업화가 되지 못하는 것은 발명자인 워드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스타라이트를 상업할 생각이 있는 기업은 합작회사를 우선 만든 뒤 그 소유권의
51퍼센트 몫을 그에게 양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산업계는 우선 스타라이트가
상업생산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알지 못하는 마당에 그런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워드는 스타라이트의 제조비법이 화학분석으로 밝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샘플
제공을 거절하고 있다. 또 성분이 누설될까봐 특허도 신청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워드가
조만간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스타라이트의 생산 비법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밝혀져 결국
특허등록도 하지 않은 워드를 빈털털이로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우연히 발견된 초강력 물질
1993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은 한 대학생의 실수로 초강력의 가벼운 물질을 창조하게
되었다고 발표하여 재료과학계의 관심을 모았었다. 이 대학은 그 동안 C4(Co-Continuous
Ceramic Composite 의 약칭)라고 알려진 이 재료를 사용할 자동차 메이커와 전자회사들과
접촉하여 이 우연한 발견을 현금으로 바꾸는 데 노력하고 있다.
C4는 이 대학의 학부학생인 브레슬린(Michael Breslin) 군이 실수로 알루미늄이 가득한
세라믹 용기를 알루미늄이 녹는 온도인 섭씨 6백 60도 이상으로 가열한 결과 1990년에
태어난 새로운 물질이다.
이때 세라믹은 알루미늄과 함께 포화되었다. 이 물질은 단단하면서 쉽게 부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쉽게 마모되지 않는데도 밀도는 강철의 반밖에 안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덧붙여 그 구성원료는 값이 헐하다. 세라믹용의 실리카는 킬로그램당 불과 1달러 50센트,
그리고 알루미늄은 킬로그램당 2달러 20센트 정도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알루미늄에 대한 세라믹의 비율을 바꿔 주면 이 물질의 특성도
바뀐다고 한다. 브레슬린은 반응의 온도, 세라믹의 조성 그리고 알루미늄의 구성을
달리함으로써 최종제품의 미세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학원생인 발명자 브레슬렌을 포함한 오하이오 주립대학 연구팀은 현재 제너럴
모터스사, 포드사, 제너럴 일렉트릭사, 커민스 엔진사와 함께 C4로 만든 부품을 설계하고
시험하고 있다. 브레슬린은 이 합성물이 예컨대 브레이크 로터에서 큰 내마력을 제공하는 등
특수한 작업을 보강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재료과학자
댄(Glenn Daehn) 교수는 C4가 1997년경 즈음에는 승용차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자레인지로 목재의 품질을 높인다.
현대인의 부엌의 모습을 영원히 바꾼 전자레인지가 이번에는 목재기술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일본 과학자들은 통나무에 극초단파를 쬐어준 뒤 압력을 주어
나무펄프감 밖에 되지 않는 나무를 높은 품질의 목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뒤틀리거나 발육이 좋지 않은 나무도 최고품질의 목재를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무자원의 보다 효율적인 이용의 길을 열어 줄 전망이다. 또 펄프용의 나무를
목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오래된 살림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은 먼저 거대한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여 껍질을 벗긴 통나무를 섭씨 약 1백 도로
가열한다. 열을 받은 나무는 아직도 높은 수준의 습기를 간직하고 있어 손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갈 정도로 무르다 다음 단계는 이 통나무에 평방 인치당 약 64킬로그램의 압력을
6개 방향으로 고루 가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열을 주어 남은 습기를 대부분 제거한다. 이때
길이 91센티미터의 직경 20센티미터의 삼나무 원목에서는 약 4갤런의 수분이 빠져나온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각목은 자연의 나무결(무늬)을 간직하되 보통의 목재보다 여러
배나 뛰어난 성능을 가진다. 압력을 주어 밀도가 더욱 촘촘해졌기 때문에 목질이 강해진다.
예컨대 비교적 가벼운 일본 삼나무의 경우 이런 가공처리를 하면 밀도가 높은 히밀라야
삼목과 맞먹는 강력한 구조적인 힘을 갖게 된다. 전자레인지로 처리한 목재는 보다 단단하고
고른 세포구조를 갖기 때문에 좀체로 휘지도 않고 갈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옷
21세기의 전쟁터에서는 병력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가려내기 어려워진다. 병사들의
군복색깔을 그들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의 환경과 함께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예컨대 푸른
숲속에서는 푸른빛을 띠던 군복이 들판에 나오면 황토색으로 바뀌었다가 도시로 진입할
때는 회색으로 변한다.
보어전쟁(1899__1902)에서 처음 카키가 널리 사용된 이래 보병용 위장은 전장에서
효과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군은 장소와 계절에 어울리게 군복의 색깔을 만든다. 그러나
주변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다 공격은 숲 속에서 시작하여 들을 가로질러 도시로 쳐들어가는
일이 흔히 있다. 또 잘 위장된 병사들도 적외선안경을 사용하면 적의 눈에는 표적처럼
돋보인다.
그래서 미국은 환경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군복의 개발을 오래 전부터 시도해 왔다.
월남전이 한창 치열하던 1970년대에 미육군은 화학 메이커인 아메리칸 사이나마이드사에게
이른바 '카멜레온 염료'의 개발을 위탁한 일이 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연구팀은 주위의
밝기에 따라 불과 10분이면 황색에서 회색, 그리고 다시 청색으로 변하는 물감을 개발하는데
일단 성공을 했으나 어두운 곳에서는 밝은 황색을 드러내어 오히려 표적이 된다는 흠 때문에
실용화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보이지 않는 군인' 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소재 미션 리서치 회사의 제프 톰슨(Jeff
Thomson) 박사는 197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개발된 기술을 채택하여 병사의 옷이 그의
환경에 어울리는 색깔로 변화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우선 액체염료와 대조색인
고체색소를 혼합한 섬유로 군복지를 만든다. 하전된 색소입자는 전장에서 움직이면서
혼합물의 전체색깔을 바꾼다. 이런 복지로 된 군복을 입으면 헬멧에 달린 컴퓨터형
카메라에서 보내오는 환경에 관한 신호에 따라 그때그때 옷의 색깔이 변하게 된다. 톰슨
박사는 손목시계보다 크지 않은 미니 컴퓨터를 이용하여 이 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고
카메라는 더욱 소형화하여 섬유 속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의 과학, 수학 및 공학연구소(SME)의 설립자인 마이클
번즈(Michael Burns) 박사와 다른 과학자들은 카메라와 컴퓨터 없이 환경에 직접 반응하는
재료를 사용하여 위장용 군복을 만들 생각이다. 번즈 박자는 전투에서 부상한 군인들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부상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군복 속에 특수
코팅된 금속섬유를 짜 넣으면 부상을 입을 때 공중에 떠 있는 부상병 후송용 헬리콥터 팀이
레이더로 그 찢어진 옷을 탐지하여 신속하게 후송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의 목표는 1킬로미터
밖에서 총탄구멍을 탐지하자는 것이다.
한편 미시건 주립대학 첨단재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로저 모건(Roger Morgan) 박사의
구상은, 스스로 하전되어 전장을 만드는 액체 속에 색소입자를 떠 있게 만든 뒤. 서로 다른
파장의 빛(서로 다른 색깔)이 이 액체에 부딪히면서 전장에 영향을 주게 되어 색소가
이동하여 색깔을 바뀌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장용 복장연구에서 가장 매혹적인 해답은 결국 자연의 위장을 모방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번즈 박사가 텍사스 대학 메디컬 센터에서 낙지를 연구하고
있는 해양생물학자 로저 해론(Roger Hanlon)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초당 40번이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낙지는 '변색' 기술에서는 카멜레온보다 더욱
능하다. 낙지가 어떻게 이런 재빠른 변신을 할 수 있는가 알고 있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으나 매사추세츠주 소재 미군연구센터의 생물공학연구팀은 이런 신속한 색변화를 부추기는
단백질을 찾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 5 장
생물공학과 미래산업
귀리는 바이오 화장품의 원료
지금까지 오트밀이나 알코올 또는 과자나 가축사료로 이용되던 귀리가 최근 개발된 새로운
가공처리방법으로 귀중한 화장품원료로서 새롭게 빛을 보게 되어 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귀리는 피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뛰어난 힘을 갖고 있어 옛날부터 찜질약과 고약,
그리고 비누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 왔다. 귀라는 이렇게 화장품의 훌륭한 원료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었으나 가공하는 공정이 매우 까다로워 자연히 그 용도에도 제한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 몬타나주 미스라시의 너처사(Nurture Inc.)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여
귀리로 만든 바이오 물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귀리의 입자는 천연의 유화제
구실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성분을 묶은 뒤 천천히 풀어 놓는 조절기능도 한다.
또 액체나 기체상태에서 불필요한 물질을 내몰게 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독특한 성질
때문에 피부과학과 화장품용으로는 아주 쓸모가 있다
예컨대 유화제인 라놀린(Ianolin:양털에서 채취한 지방질)과 같은 화장품용 기름과 섞이면
끈적거리지 않고 빨리 건조하므로 로션과 선크림, 또는 방충제를 만들 수 있다. 또 여러
성분을 묶은 뒤 천천히 풀어 주는 조절기능을 이용하여 여드름을 치료하는 과산화 밴조일과
같은 국부 치료약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너처사는 2백만 달러를 들여 첫 번째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 공장에서는 연간 1백50만
파운드(약 1천 톤)의 귀리를 가공, 처리하여 공급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사는 콩과 미생물
알팔파를 포함한 콩과식물들은 리조븀(rhizobium)이라 불리는 토양 박테리아와 매혹적인
공생의 노래를 부르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콩과식물이 화학신호를 발산하면
리조븀은 이 식물의 뿌리조직 속에 식민지를 꾸며 이에 화답한다. 이곳에서 리저븀은
은둔생활을 하면서 식물에게 중요한 영양소인 질소를 공기 속에서 모으는 일을 도와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생물학자들의 이런 통찰응 식물과 박테리아간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분자 및 유전적인 전환관계를 밝히는 데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농학자들이
유전공학기법으로 만든 영양분을 정확하게 뿌리조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샤론 롱(Sharon Long) 교수는 "식물의 화학신호를 미생물이
포착하는 유전자반응기전을 발견했는데, 이 신호를 포착하는 DNA의 정확한 조직까지
밝혀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 대학의 과학자들은 콩과식물에서 보내는 화학메시지에 호응하면서 활성제
역할을 하는 리조븀 미생물의 유전부호의 자리까지 밝혀냈다. 이번의 발견으로 생물학자들은
기존의 유전자 접합기술을 이용하여 살충제 또는 영양분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맞춤설계의 미생물에 이런 '스위치'를 달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식물의 화학신호가
스위치를 켤 때 이 특별하게 만든 미생물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살충제 또는 영양분을
방출하게 될 것이라고 롱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확하게 필요한 물질을 방출하면 곤충들은 살충제에 대한 면역기능을 키울
수 없게 되고 더욱이 영양분을 정확하게 공급하기 때문에 작물의 이웃에 있는 잡초들에게
영양분이 흘러갈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롱 교수는 말하고 있다.
모기를 없애는 '다이어트 요법'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하여 많은 질병을 옮기는 모기를 없애는 '다이어트 요법(살빼기
요법)' 이 개발되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 식품 및 농과학연구소의 도브 브로브스키(Dov
Borovsky)와 미국 농무성 곤충학연구소의 데이비드 칼슨(David Carlson)은 최근 모기의
난소에서 발견된 호르몬이 이를테면 '다이어트 알약' 구실을 할 수 있다 는 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트랩신 조절 우스타탁 인자(TMOF)라고 불리는 이 호르몬을 모기에게 주사하였다.
주입된 호르몬은 모기의 기본적인 소화효소인 트립신(trypsin)의 생합성(생물체가 화합물을
합성하는 작용)을 훼방 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먹이를 소화할 수 없는 모기는 굶어 죽게
된다.
한편 모기의 알은 소화된 피 없이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번식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알의 성숙을 막으면 모기의 집단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보통 모기의 암컷은
한마리가 1백50__3백 개의 알을 생산한다.
그런데 TMOF는 10개의 아미노산으로 된 펩티드(작은 단백질 조각)이다. 구조가 이렇게
단순하기 때문에 연구실에서 합성하여 모기 집단에게 많은 양을 시약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현재 이 호르몬을 미세한 입자로 감싸 캡슐처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캡슐을 물속에 넣으면 애벌레가 흡수하게 된다. TMOF 호르몬은 모기가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므로 인공살충제의 경우처럼 모기가 이에 대한 면역성을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 다이어트정은 황열병 모기를 포함하여 병을 옮기는 12종의 모기에서 이미
효과가 있다는 드러났다.
이 호르몬은 또 고양이 벼룩에도 효험이 있다.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하여 이런 호르몬
유전자를 작물 속에 집어 넣어 스스로 살충제를 생산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복제인간과 사회적 윤리
1993년 10월 말 뉴욕타임즈 신문이 '과학자, 인간의 배자(난세포가 수정하여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의 유생물)을 복제, 윤리적 도전을 불러일으키다!'라는 표제로 보도한 1면
머릿기사는 생명공학의 윤리적인 측면을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신문이 거론한 것은 1993년 10월 초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열린 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미국 워싱턴시 소재의 조지 워싱턴 대학 의과대학의 제리 홀(Jerry
Hall) 박사와 로버트 스틸만(Robert Stilman) 박사팀은 이 모임에서 인간의 배자를
실험실에서 복제한 연구를 발표하여 최우수논문상을 탔던 것이다.
시험관 아기의 걸림돌
1979년 영국에서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Lewis Brown)이 태어난 이래
체외수정법으로 탄생한 아기의 수는 오늘날 전세계를 통틀어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어림된다. 임신하기 어려운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 속에서 섞어 생겨나는 배자를
어머니의 자궁 속에다 이식하여 키우면 시험관 아기가 탄생하지만 성공률은 높지 않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배자의 수를 늘려 주면 성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의사들은
3__5개의 배자를 자궁에 넣은 뒤 그 중에서 한 개나 두 개나 자궁 속에 자리를 잡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정자의 공급량이 부족하다거나 또는 난자가 달리거나 해서 배자를 한
개 이상 생산할 수 없는 부부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시험관을 통해서 임신하는 성공률을
약 10__2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배자를 복제하여 3__4개를 만들 수 있다면 임신의
성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홀과 스틸만은 사람의 배자의 복제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이들은 우선
첫 단계로서 가축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배자의 복제가 가능한 것인가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들은 한개 이상의 정자로 수정된 난자에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배자를 실험대상으로
선택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배자는 자궁에서 정착하든 하지 못하든 상관없이 일찍 죽어
버리기 때문에 실험대상으로 이런 배자를 선택하는 것은 윤리문제와는 상관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아무튼 대학당국의 허가를 얻은 이들은 단일 세포의 배자가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할 때
재빨리 이 세포들을 갈라놓고 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두 개의 배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는 투명대라 불리는 배자 껍데기의 코팅을 벗겨낸 뒤 대신 그 동안 홀 박사가
개발한 바닷말의 겔로 된 인공의 코팅으로 둘러싸는 방식이 대두되었다. 그렇게 하여
성장발육을 개시함으로써 이들의 실험은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 모두 48개의 배자를 복제했으나 그 중에서 6일 이상 살아남은 배자는 하나도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의 이런 실험은 세포핵 속의 DNA 조각을 잘라내어 섞는 방법인
유전공학과는 거리가 먼 종류의 것이었다. 유전자는 그대로 둔 채 세포를 복제하는 이런
방법은 벌써 10여 년 전부터 농업연구자들이 소나 돼지의 배자를 복제하는 데 사용해 오던
방법이었다. 다만 인간의 배자를 인공으로 복제하는 실험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등하는 여론
홀 박사 등의 실험은 오늘날 보편화되어 있는 체외수정기술의 성공률을 끌어올려 보자는
선의의 동기에서 나온 것이었으나 막상 그 내용이 발표되자 격렬한 비판을 초래했다.
생명공학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비평자의 한 사람인 제레미 리프킨은 "우리는 인간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모든 연구소와 클리닉에서
복제반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이 연구를 수행한 조지 워싱턴 대학에는
미국은 물론 스페인, 스웨덴, 남아프리카, 호주와 같은 먼 나라들로부터 걸려 오는
항의전화와 팩스가 빗발쳤다.
일본의학협회 대변인은 이 실험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소름이 끼치는 일'이라고 논평했다. 바티칸 당국 기관지는 1면
사설에서 이런 실험은 "인류를 광란의 도가니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타임/CNN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4명 중 3명이 인간의 복제를 반대했고 복제연구를
중단해야 한다는 소리가 77퍼센트나 차지했는가 하면, 46퍼센트가 인간의 복제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에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배자의 복제가 상업화될 때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걱정하고 있다. 윤리학자들은 이런 기술을 이용하는 아기생산업이나 또는
장기나 신체의 일부를 공급하기 위한 인간복제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예컨대 아기생산업자들은 아기를 못 낳는 불임부부를 찾아가서 아기사진을 보여주면서
"보세요! 얼마나 귀여워요. 이 아기는 일등품이랍니다."라는 선전과 함께 이 아기의 복제된
배자를 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복제기술을 이용하여 몸의 일부를 교체할 수도 있고 혹시
아기가 죽었을 때는 냉장고 속에 저장해 둔 복제된 배자를 키워서 죽은 아기와 대체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현재 액체질소
냉장고 속에 수천 개의 냉동된 배자들을 대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어떤 부부는 10대의 딸이 백혈병에 걸리자 딸에게 골수이식을 해
줄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일도 있다. 한편 불임의 부인이 오래 전에 냉동해 둔 시어머니의
복제배자를 이식하여 아기를 낳게 된다면 이 아기는 남편의 자식일까 또는 남편
자신일까라는 윤리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더욱 두려운 일은 머리 좋은 이상적인 아기를 갖기
위해 우수한 사람의 배자만을 선호할 때, 이를테면 '인종거래쇼핑'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복제기술은 인류의 총체적인 위기를 몰고 올 것이다.
흔들리는 생명의 존엄성
지난 20여 년간 장기이식과 대리엄마와 같은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발생학과 유전학의
전문지식이 나아가는 향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랑스의 생물윤리법률
전문가인 노엘 르노아르는 "인간의 몸이 제품을 위한 이용물이 되지 않게 위해서는 인격과
신체는 따로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법률이 보장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영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국가들과 일본은 정자은행, 시험관수정 그리고
인간의 번식기술을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우리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설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홀 박사에 의하면 이번에 성공한 기술을 이용하면 최소한 2년 내에
인간의 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률제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무너져 가는
생명존중사상을 되찾는 일이라고 하겠다.
소의 암수를 마음대로 결정
낙농업자들은 젖을 생산하는 암송아지가 태어나기를 바라는 반면 식용우를 키우는
가축업자들은 성장이 빠른 숫송아지를 선호하다. 그래서 축산업자들로서는 가축의
성비가 돈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최근 원하는 성을 가진 송아지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축산업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소재 마스터 카프사의 크리스 폴지(Chris Polge)와 미국 농무성의 래리
존슨(Lary Johnson) 팀은 체외수정과 세포선별기술을 함께 사용하여 배태 이전에 미리 성을
결정한 여섯 마리의 홀스타인 젖소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수정에 앞서 소의 정자를 선별하는 방법이다. 다른 모든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암소는 성과 관련된 두 개의 X염색체를 갖고 있는데, 난자에는 한 개의
X염색체가 있다. 숫소는 X염색체와 남성을 나타내는 Y염색체를 한 개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정자가 난자와 결합하는 경우 배태의 염색체는 XX(암소)가 아니면 XY(숫소)가 되어 성이
결정된다. 그런데 Y염색체는 X염색체보다 크기가 작고 따라서 속에 들어 있는
유전물질(DNA)의 양도 소의 경우는 4퍼센트나 덜하다. DNA와 결합하는 형광염료로 처리하면
X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Y염색체를 가진 정자보다 더 밝은 빛을 낸다.
정자의 이런저런 특징을 바탕으로 레이저 빔과 빛을 측정하는 탐지장치를 포함하여
첨단기기를 이용해서 이른바 '여성적'인 정자와 '남성적'인 정자를 초당 1백 개의 비율로
가려낼 수 있다. 이렇게 골라낸 정자를 인공수정하면 90퍼센트의 확률을 가지고 소망하는
성의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맛좋은 '하이테크' 토마토
앞으로 소비자들 식탁에는 밭에서 잘 익힌 뒤 수확된 싱그러운 토마토가 오르게 된다.
종래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공급되는 토마토는 거의가 설익은 것을 수확한 뒤 인공으로 익힌
것이어서 맛이 덜하고 향은 거의 맡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약 2천만 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이비스 소재
생물공학기업인 칼진사가 개발한 이 토마토는 밭에서 제대로 익은 것을 딴 것이기 때문에
때깔도 좋고 향기나 단맛도 훨씬 뛰어나다.
종래의 토마토는 PG라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데, 이것은 토마토가 익으면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곧 상하게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토마토 생산업자들은 슈퍼마켓에 출하하는
과정에서 토마토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토마토가 밭에서 아직도 푸르뎅뎅하고 딱딱한
모양을 하고 있을 때 거둬들인 뒤 에틸렌이라는 화학품으로 처리한다. 이 화학품은 설익은
토마토를 익혀서 붉은 색깔을 만들어 내기는 하지만 푸른빛이 완연하고 육질이 연약해서
맛이 없다.
칼진사의 과학자들은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토마토가 PG를 생산하는 것을 막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선 효소를 생산하라고 지시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이 유전자가 거울에 비쳤을 때
좌우의 모습이 뒤바뀐 유전자를 만든다. 이 유전자를 토마토의 유전물질 속에 주입하면
토마토는 PG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생산업자들은 밭에서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거둬들여
출하할 수 있다. 이런 토마토는 2__3주일의 유통과정에도 끄떡없이 본래의 품질을 보전할 수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994년 5월 18일 마침내 유전자를 변형시킨 이 신종 토마토의
시판을 승인했다. 이로써 수십 종의 다른 품목의 유전공학식품이 시판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한 최초의 과일(또는 야채)이 될 이 토마토의 매출고는 해마다
늘어나서 몇 해 안으로 연간 5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공 철갑상어 알젖 개발
부자들의 사치품인 금값과 맞먹는 철갑상어 알젖을 인공으로 개발하여 일반서민들도 큰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스라엘 테크니온 연구소의 어류전문
생화학자 알렉산더 겔만(Alexander Gelman) 박사팀이 개발한 인공철갑상어 알젖은 물고기와
야채의 지방, 소금 물 그리고 천연의 방부제를 조합하여 박격포 모양을 한 원통형기계로
만드는데 진품인 큰 철갑상어 알젖의 크기와 회색빛의 때깔도 꼭 같다. 이 신제품은
'알렉세이 캐비어-라이크(Alexei Caviar-Like)'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의 슈퍼마켓에서
온스(약 28.35g)당 2달러 50센트로 살 수 있다. 그런데 미국시장에서 팔고 있는 진품의
철갑상어 알젖 값은 온스당 30__40달러나 한다.
이 신제품은 또 건강을 의식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품의 철갑상어
알젖보다 콜레스테롤과 지방분이 적고 칼로리도 4분의1밖에 안 된다. 이 밖에도 높은
온도에서는 색깔과 맛이 떨어지는 진품과는 달리 조리를 하거나 전자레인지로 처리해도
품질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종래의 방식대로 찬 보드카나 또는 샴페인과 함께
술안주로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피자 위에 덮는 오믈렛이나 가공된 크림치즈에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신제품은 종래에는 없었던 새로운 철갑상어 알젖 시장을 열게 되었다. 또
엄격하게 유태교의 음식규정(음식 및 조리상의 일정한 배합이나 허용기준 및 금지규정)에
따라 생산하기 때문에 종래규정을 지키기 위해 진품을 먹을 수 없었던 유태교 소비자들도
철갑상어 알젖의 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연으로 착색된 목화
천연의 색깔을 지닌 목화가 생산되기 시작하여 섬유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위큰버그시의 내추럴 코튼 칼러즈사의 여성육종 전문가 샐라 폭스(Sally
Fox)는 최근 교잡육종(교잡으로 인위적으로 소망하는 변이를 만들어 내서 새로운 품종을
길러 내는 일) 을 통해 일련의 색깔을 가진 섬유를 생산하는 솜나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솜은 밭에서 자라면서 자연적으로 이런저런 색깔을 지니게 되기 때문에 종래의 목화처럼
수확한 뒤 소망하는 색깔을 내기 위해 따로 물감을 들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솜을
염색가공하는 공정에서 소요되는 물을 절약할 뿐 아니라 염색할 때 화학물질에서 나오게
마련인 오염도 줄일 수 있다. 폭스는 이런 업적으로 최근 유엔에서 상을 받았다.
레비스트로스, 에스프리 그리고 L. L. 빈사와 같은 이름난 의류 메이커들은 현재
유기농법으로 폭스가 생산한 자연착색목화를 원료로 사용하여 만든 옷을 팔기 시작했다.
자연으로 착색된 면섬유는 재래식 면섬유보다 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대신 세탁할 때 색깔이
바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폭스는 또 유기농법으로 경작할 수 있는 백색 목화나무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종전에는
목화나무 잎에서 흘러나오는 수지가 목화섬유를 더럽히는 것을 막기 위해 화학약품인
고엽제를 사용하여 수확하기 전에 잎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힌 색깔의
목화를 거둬들이기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폭스는 고엽제 대신 목화의 수확을 앞두고
자연적으로 잎이 떨어지게 되는 변종(원종에서 변한 종)을 키우고 있다. 머지않아
양산단계로 들어갈 이 목화는 또 긴 섬유를 갖고 있어 고급옷감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작물의 면역 시스템을 부추긴다.
미국 농무성 과학자들은, 벌레에게 먹히고 있는 주요한 식량작물이 마치 인간의 면역
시스템이 미생물을 물리칠 수 있게 부추겨 주는 것처럼 곤충에 대한 화학적 방어력을 구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농업연구처 과학자 스미고키(Ann C. Smigocki)는 켰다 껐다 하는 스위치의 역할을
하는 유전물질(DNA)과, 쐐기벌레가 싫어하는 화학물인 시토키닌(cytokinin:식물성장 호르몬)
을 생산하는 식물의 천연유전자등 두 개의 구성요소를 가지고서 한 개의 유전자를 만들었다.
그래서 박각시벌레의 애벌레가 잎을 우적우적 먹을 때 잎의 죽어가는 세포는 신호용
화학물을 내보내는데, 이것은 스위치에 시동을 걸어서 시토키닌의 생산을 부추긴다. 종전에
과학자들은 시토키닌을 계속적으로 생산하려고 시도했으나 이것은 식물의 발육을 늦추었다.
그런데 시토키닌은 잎에만 있고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마토
나무에 대한 시험도 끝났는데 스미고키는 이 기법을 콩과 사탕무우를 파괴하는 해충에게도
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절규하는 식물
식물들은 곤충의 공격을 받았을 때 화학적인 '비명'을 지르면서 포식동물들을 불러들여서
쳐들어 온 곤충들을 죽인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은 최근에 알게 되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소재 농무성 과학자들은 잎사귀를 애벌레에게 씹힌
옥수수잎에서 정교한 방어조직을 확인했다. 상처를 입은 식물로부터 발산된 화학신호에
끌려온 말벌들은 애벌레 속에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하면서 며칠 뒤에는 애벌레가 죽게
된다.
이 화학적 '비명'은 매우 독특한 점이 있다. 이 비명은 애벌레의 타액이 나무의 손상된
부분과 섞인 뒤에만 방출된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손상된 나무는 같은 화학신호를
내보내지 않으며 또 손상되지 않는 나무도 화학신호를 발산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바로
말벌이 넓디넓은 옥수수밭에서 어떻게 애벌레를 찾아낼 수 있는가를 잘 설명해 준다.
옥수수만 아니라 대두와 목화 그리고 그 밖에 많은 식물들이 곤충에 대항하여 비슷한
방어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미농무성 과학자 제임스 텀린슨(James H. Tumlinson)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식물의 이런 자연반응을 부추겨 준다면 생태계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화학살충제의 양을 줄이거나 또는 살충제의 필요성을 없애 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화학물질의 방출을 부추겨 주기 위해 이런 특성을 가진
품종을 개량하거나 또는 특정한 유전자를 이식할 수 있을 것이다.
중금속을 정화하는 식물세포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미생물학자 잭슨(Paul Jackson)은 식물의 세포를
사용하여 바륨이나 우라늄과 같은 중금속과 TNT와 같은 폭발물의 찌꺼기로 오염된 액체를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잭슨의 방법은 오염된 액체를 감귤류, 옥수수, 힌꽃독말풀과 그 밖의 식물의 세포를
내포한 실리카 가루를 통과하게 한다. 일부의 식물은 다른 식물보다, 특정한 금속을 더 잘
취하기 때문에 오염물에 맞춰서 세포의 혼합을 만든다.
마치 분자의 집게발처럼 식물세포 바깥쪽에 자리한 미세한 갈고리가 액체로부터 독물을
낚아챈다. 잭슨은 지금까지 연구실에서 실험한 결과로, 오염물의 수준을 매 3분마다
1갤런(약 3.78 리터)의 비율로 미연방표준 아래로 감소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하고 있다.
폭탄을 먹는 세균
냉전이 끝나면서 핵무기를 해체하고 있는 요즘 처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방사능
플루토늄만은 아니다. 핵탄두에서 플루토늄을 둘러싼 고약한 폭발물질인 RDX의 처리문제로
머리를 앓고 있다. 그 기능은 폭발했을 때 플루토늄의 내파를 촉발시키는 것이다. RDX를
물로 희석하면 더 이상 폭발성은 없지만 아직도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바다에 버릴 수 없다. 소각할 수는 있으나 일반인들은 위험한 폐기물소각로로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환경엔지니어 스텐스트롬(Mike Stenstrom)은
박테리아에게 RDX를 먹여 보자고 제안했다.
RDX는 20세기 초에 폭발시키기는 어려우면서도 폭발할 때는 큰 타격을 주는 물질을 찾고
있던 화학자들이 개발했다. 이 분자구조는 6개의 탄소고리를 가진 벤젠의 구조를 닮았는데,
다만 RDX의 경우는 하나 건너서 질소원자가 탄소를 대신한다. 스텐스트롬은 RDX의 축적이
세계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심지어는 2차대전 중 RDX를 가진 폭탄으로 폭격을 받은 곳은
독일 내에도 여러 곳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안정성을 가진 RDX가 이따금 오염된 초호에서 사라져 버리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박데리아가 처치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스텐스트룸은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그의 연구실에는 지름이 각각 1인치(2.54센티미터)와 길이 30센티미터의 일련의 통으로 된
장치가 있다. 이 통 속은 물과 에탄을 그리고 여러 개의 작은 도넛을 닮은 포장물질을
채워져 있다. 흙과 오수처리장에서 모은 박테리아균을 이 도넛에게 붙여 주어 에탄올을 먹게
한다. 그러나 RDX로 오염된 용액이 이 통을 통과할 때 박테리아는 RDX도 먹고 그 분자를
쪼갠다. 이렇게 몇 개의 통속을 지나면서 용액에는 RDX가 없어진다.
현재 스텐스트룸은 지름 5인치와 길이 12미터의 통으로 장치를 만들고 있는데 분당
6__7갤런의 RDX로 오염된 물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 장치를 텍사스주의 미국 에너지성
시설에서 실험한 뒤에는 본격적인 상용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발 다가선 '거미줄 섬유' 양산시대
강철보다 강하고 나이론보다 유연한 거미실을 양산하는 연구가 최근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 대학 분자생물학 교수 랜돌프 루이스(Randolph V. Lewis) 박사 팀은
이미 1989년에 거미들이 대롱대롱 매달리는 거미줄의 두 가지 핵심적인 성분을 가려냈다.
이들은 최근 유전공학기법을 도입하여 대장균의 일종인 '이콜라이 박테리아(Ecoli
bacteria)'를 이용해서 그 중의 한 가지 단백질인 '스피드로인(Spidroin)'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루이스 교수는 이렇게 박테리아를 작은 단백질 생산 공장으로 이용하여 나머지
하나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 두 단백질은 진품의 거미실과 유전학적으로는 똑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것을
정제하여 가공하면 천연이든 합성이든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어떤 섬유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는 섬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이스 교수에 따르면 거미실로 만든 섬유는
시판되고 있는 섬유의 4분의 1에서 10분이 1밖에 안 되는 지름을 가지면서도 이들 섬유
못지 않게 강력하기 때문에 우선 미세한 수술용의 봉합사나 인공인대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무게로 따져 강철보다 5배나 강하고 나이론보다 2배나 큰 탄력을 갖고 있는
거미실은 높은 열을 받아도 끄떡없고 방수능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21세기초에 거미실의 양산기술이 완성되면 의학분야만 아니라
방탄조끼와 낙하산 등 군용장비에서 여성의 아름다운 선을 드러내는 하이패션 의상에
이르기까지 넓은 용도에서 최고급 섬유소재로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거미실 이용에 관심을 가진 것은 퍽 오랜 옛날부터였다. 뉴기니아에서는
거미줄을 꼬아서 자망도 만들고 낚시줄도 만들어 사용했다. 남태평양 바누아투 군도의
원주민들은 거미줄로 담배쌈지와 화살주머니도 만들었다.
그러나 암거미 한 마리가 만드는 거미줄을 분당 1.5__1.8미터가 고작이다. 그래서 옷 한
벌을 만들자면 5천 마리의 거미들이 평생을 걸려 만들어 내는 양만큼의 거미줄이 필요하다.
루이스 교수팀은 또 거미줄 유전자를 삽입한 바이러스로 우선 누에를 감염시킨 다음 이
유전자가 누에의 샘으로 들어가서 명주실이 아닌 거미줄을 생산하게 만들거나. 또는 이런
유전자를 목화나무 세포에다 접합시켜 솜 아니 거미실 섬유를 생산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
거미줄을 양산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개미와 사막
오늘날 지구표면의 4분의 1에 걸쳐 번져 나가고 있는 사막화라는 생태학적 현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의 활동 탓은 아닐지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확하게 말해서
개미의 일종인 제누스 네소르(Genus nessor)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것은 최근 고비사막과 사하라사막에서 개미의 형태를 연구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동물학자 및 생태학자인 해롤드 히트월(Harold Heatwole)의 주장이다. 이 두
사막에서는 일년초들이 가뭄 기간에 죽고 다년생의 덤불과 관목만이 남아서 흙을 제자리에
잡아 둔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씨를 모은 개미들은 식단을 다양하게 만들 풀이 없어 다년생식물을
많이 이용하는 한편 씨는 눈이 트는 수준보다 훨씬 아래쪽의 지하곡창에 저장해 둔다. 이런
방법으로 개미들은 우기가 돌아오고 풀이 다시 돋을 때까지 이겨내게 되지만 늘어나는
방목가축과 함께 씨의 공급이 차단되어 정상적으로는 흙을 제자리에 잡아두는 식물이
사라져 버려 사막화를 일으키고, 반쯤 마른 땅은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는 광대한
들판으로 바꿔 버린다.
히트월은 낙타, 염소 그리고 양들의 지나친 방목은 사막화의 주요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가뭄 기간의 개미의 활동은 풀의 회복을 지연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튀니스
공동연구에서 밝혀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사막화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는 사막화되는 지역이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 지역에 약을 살포한다는 것은
실용적인 것은 못 된다고 본다. 또 무엇이든지 먹는 낙타조차 손을 대지 않는 일종의
잡초까지 제거하는 개미를 멸종시킨다는 것은 좋은 생각은 못 된다고 말하면서 개미를
없애면 대신 잡초가 들어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향 찾는 개구리
송장개구리들은 해마다 봄이 되어 얼음이 녹자마자 자기들이 환경을 떠나 자라난 연못을
찾는다고 하버드 대학 생물학자 월드맨(Bruce Waldman)은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못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개구리의 큰 눈은 움직이는 파리를
포착하는 데 큰 구실을 하겠지만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데는 적당하지 못하다. 그러나 다른
양서동물과 마찬가지로 개구리도 냄새를 맡는 민감한 후각을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월드맨과 영국 벨파스트의 퀸즈 대학의 헵퍼(Peter Hepper)에 따르면 송장개구리와 일반
개구리는 발생 초기부터 자라난 연못의 물위에 떠돌고 있던 독특한 냄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이 두 과학자는 레몬이나 오렌지 추출물을 갓난 개구리알 속으로 주입했다. 결국
개구리들은 감귤류의 냄새를 좋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올챙이들이 이보다 앞서 발생초기에 노출된 냄새를 가진 물에서 헤엄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개구리의 알들이 맛본 물에서 적셔질 때 이런 선호도는 확립되어
올챙이가 개구리로 모습을 바뀐 뒤까지 계속 따라다니다.
그런데 들에서 레몬 추출물과 만나게 되는 개구리는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개구리들은
발생초기부터 조류에 노출되는데 이것은 독특한 냄새를 갖고 있다. 최근 월드맨은 여러
종류의 조류의 추출물을 송장개구리의 배자 속에 주입했다. 그 결과는 레몬-오렌지로
실험하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올챙이는 배자 시절 알던 조류가 포함된 물에서 헤엄치기를
좋아했다. 월드맨은 조류의 냄새가 개구리알 속으로 스며들어 배자의 뇌조직 발달에 영향을
주어 다 자란 개구리가 태어난 연못을 찾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월드맨은 이들이 태어난 연못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이를테면 '내가 생존하는데 충분히
좋은 곳이었다면 내 자손을 위해서도 좋은 곳'이라는 이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못마다 독특한 환경을 갖고 있는데 고향으로 돌아간 개구리들은 너무 가깝지 않은
친척들과 짝짓기를 함으로써 환경에 대해 유용한 유전적인 적응성을 보존하게 된다고
월드맨은 말하고 있다. 개구리들은 형제자매와 짝짓기 하여 생기는 유전적인 실수를
피하는데, 개구리가 형제자매를 인식하는 방법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개구리의 독특한
소리나 또는 냄새로 가려 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비극
우리는 귀뚜라미의 노랫소리를 듣고 새삼 가을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수컷
귀뚜라미는 저녁나절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괜히 우는 것이 아니다. 노래로 암컷을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짝짓기를 위한 노래가 자칫 '살인자'를 불러들이는 경우가 있다. 집파리 크기의
갈색 기생동물인 오르미아(Ormia)라는 이름의 새끼를 밴 파리가 귀뚜라미를 찾아와서 등에
구더기를 낳아 결국 불행한 종말을 가져온다.
이런 '살인방법'에 관심을 가진 미국 코넬 대학 생물학자 로버트(Daniel Robert)와 그이
동료 과학자들은 오르미아 파리가 이런 음악을 듣기 위한 귀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경우에는 파리의 과제는 청각적으로 기생할 대상을 끌어들이는
일이었다고 로버트는 말하면서, 오르미아의 경우는 비슷한 문제는 비슷한 해결책을
부추긴다는 상근진화 원칙의 완벽한 본보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특히 모기와 같은 다른 파리류는 털 안테나로 듣는데, 이것은 윙윙거리는 낮은
주파(100__500헤르츠)로 발생되는 공기분자의 진동을 탐지한다, 그러나 오르미아 파리는 한
쌍의 장구 같은 청각기관을 진화시켰다. 그런데 고막은 공기분자의 움직이는 속도가 아니라
움직이는 음파가 만드는 압력이 차에 민감하다.
오르미아의 귀는 머리 바로 밑의 가슴 앞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고막은 공기압의
사소한 변화에도 진동하는 투명한 막으로 덮여 있다. 이 막에 붙은 작은 막대기는 이런
신호를 청각신경으로 전달한다, 로버트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여러 마리의 파리의 뇌 옆에
작은 전극을 삽입하여 여러 주파의 소리에 대한 뇌의 전기적 반응을 측정한 결과 오르미아는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에 완벽하게 맞추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리의 고막은
4__6킬로헤르츠 범위의 소리에 대해 가장 민감한데, 들에 사는 귀뚜라미의 노래는
4__5킬로헤르츠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런데 암컷 오르미아는 수컷 귀뚜라미의 노래에 대해
암컷 귀뚜라미보다 100배나 더 민감하다.
이리하여 암컷 귀뚜라미보다 일찍 도착한 암컷 오르미아 파리가 낳은 구더기들은 수컷
귀뚜라미의 살을 먹기 시작한다. 살아 있는 채 10일간이나 살을 뜯긴 수컷 귀뚜라미는
파리의 애벌레가 다 성장하면 죽게 된다.
기억을 이식한다.
기억이라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며 파악하기 어려운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월버햄프턴 공대의 과학자들은 성장한 벌의 기억을 태어난 뒤 얼마 되지 않는
배자에 이식하여 이 배자가 자란 뒤 기억을 제공한 벌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우선 이미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습득한 벌의 뇌로부터 단백질과 분자를
추출한 뒤 매우 섬세한 주사로 성장중인 벌에게 주입했다. 초기에 결과는 과학자들이 주사를
맞은 벌들을 1마일(1.6킬로미터) 밖의 들에 갖다 놓았으나 곧장 기억을 이식해 준 벌의
집으로 날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정상적인 경우에는 이웃 환경과 친숙해지고 집으로
날아오기 전에 색깔 있는 나무와 같은 단서를 찾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실험에 5년간을 보낸 이 대학의 심리학 강사 레이(Steve Ray)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식을 받지 않은 신생 벌들은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매우 흥미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레이 팀은, 또 이식을 받은 벌들을 놓아준 뒤, 그 벌들이 곧 먹이를 찾아나서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정상적으로는 벌들이 먹이를 찾아나서는 것은 생애의
후반이다. 레이는 갓 태어난 벌들은 벌집 안에 머물면서 집안 일을 거드는 것이 정상이며,
이 벌들은 기억을 제공한 벌의 행동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나뭇잎에는 '시계'가 있다.
아침마다 완두콩 잎, 콩 잎 그리고 괭이밥 잎은 그 잎사귀를 활짝 펼치고 햇빛을
붙잡는다. 저녁이 되면 이들 잎은 다시 닫고 열을 간직한다. 잎사귀마다 바닥 쪽에서
발견되는 엽침이라는 이름의 팔꿈치 모양을 한 기관이 이런 동작을 하게 만드는데, 예컨대
엽침이 구부러지면 잎은 닫힌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 과학자들은 최근 엽침의 율동적인 이런 동작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혔다. 식물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외부적으로는 밤낮의 사이클에, 내부적으로는
생물시계에 대해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엽침이 구부러지거나 또는 곧게 뻗는 것은 세포의 내부적인 수압에 달려 있다. 세포막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물은 이온 중에서도 특히 칼륨 이온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러나
이온은 세포막의 채널이 열려 있을 때만 세포를 들락날락할 수 있다. 아침에는 엽침의 굽은
곳에 있는 신근이라고 불리는 세포의 칼륨 채널이 열리면 이온이 흘러들어가고 물이 뒤따라
들어가서 세포는 부푼다. 한편 엽침 반대쪽에 있는 굴근이라는 세포 속의 칼륨 채널이
닫히면 물은 배제된 이온쪽으로 빠지고 세포는 오그라든다. 팔꿈치 안쪽의 부풀어오른
신근과 바깥쪽의 오그라든 굴근은 엽침을 곧게 뻗게 만들고 따라서 잎도 펼쳐진다. 저녁에는
신근이 오그라들고 굴근은 부풀며 엽침이 구부러지면 잎은 닫힌다.
코네티컷 대학의 크레인(Richard Crain)과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이온 채널을 여닫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밝혀내기 위해 큰 엽침을 가진 칼리비아산 콩과교목에서 신근과 굴근을
달리했다. 이들은 이온 채널이 열려 있을 때만 밝은 형광빛을 내는 염료로 이 세포를 적신
뒤 불을 껐다.
계속 컴컴한 속에서 세포는 빛의 신호를 전혀 얻을 수 없는데 만약에 어떤 신호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생물시계(생물이 규칙적으로 자동적인 반응을 다스리는
시간조절기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크레인 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세포의
형광은 율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아침에는 신근이 빤짝거렸고 저녁에는 굴근이 빛을 냈다.
이들은 또 이 '생물시계'가 빛에 압도되어 재조절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들은
밤중에 엽침세포를 푸른빛에 노출시켜 일종의 '제트기 피로'(제트기 여행의 시차에 위한
피로와 신경과민)를 주어 보았다. 이 세포 속의 칼륨 채널은 즉각 잎을 여는 형태로
들어갔고 신근에서는 열렸으나 굴근에서는 닫혔다. 10시간 뒤 크레인과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해지는 것을 모방하여 붉은 빛을 비쳐준 뒤 컴컴하게 만들었더니 신근의 채널은 닫히고
굴근의 채널은 열렸다.
크레인은 결국 엽침세포가 2종의 색소를 갖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아침의 푸른빛에
민감하고 다른 하나는 저녁의 붉은 빛에 민감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 '생물시계'의
기능은 이 색소의 활동을 조절하고 제시간에 칼륨 채널과 화학적으로 연결되었는가를 확인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돌고래의 슬기
뱃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배와 가지런히 헤엄치면서 외로운 항해의 벗이 되어 주는
돌고래들을 몹시 좋아했다. 그런데 최근 비밀군사작전용으로 돌고래를 훈련하고 있는 하와이
주재 미해군 과학자들은 이 슬기로운 해양동물들이 사실은 동반하는 배가 지나간 자국을
따라 수영함으로써 귀중한 에너지를 절약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생리학자 테리 윌리엄즈(Terrie Williams)는 우연히 돌고래가 압력파를 이용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여러 다른 수영속도에서 돌고래의 호흡, 심박 및
혈액유산염의 수준을 측정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현재 오하이오 소재의 미해군
해양시스템센터 하와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윌리엄즈는 돌고래들이 장거리의 '마라톤
수영'과 단거리 '달리기' 용으로 서로 다른 대사율을 갖고 있는가를 알고 있었다.
초당 2미터에서 3미터의 속도로 시험돌고래가 수행한 보스턴 포경선의 속도를 가속하자
돌고래의 심박률과 그 밖의 대사도 증가했다. 그러나 초당 4미터로 가속하자 돌고래는 이
포경선과 동반하여 헤엄치기를 거절하고 뒤쪽으로 처졌다.
그런데 초당 4미터의 속도에서의 심박률, 호흡, 그리고 유산염 수준은 이보다 느린 속도의
기록보다 더 떨어졌다. 이것은 마치 트럭 뒤에서 저전거를 몰면서 바람의 힘으로 끌려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돌고래는 선박과 심지어는 고래가 일으키는 앞 뒤쪽의 파도까지 탈 수 있다. 맵시 있는
돌고래는 또 450미터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의 잠수함들이 잠수할 수
있는 수심보다 훨씬 더 깊다. 미해군이 돌고래의 능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동물은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데카르트 이래 행동과학자, 인식과학자 그리고 철학자들 사이의 지배적인 생각은 동물의
행동은 무의식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 동물행동학자 그리핀(Donald
Griffine)은 최근 펴낸 그의 저서 "동물들의 생각(Animal Minds)"에서 동물들에게 놀라울
정도의 깊은 지능이 있으며, 동물들은 사물을 관련지어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핀은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의식을 가졌다는 주장은 하지 않고
있으나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개체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비둘기는 먹는 빵 부스러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이런 경험을 시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리핀은 또 동물들은 미래의 일을 예견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해달은 두 가지의 연장으로써 바윗돌을 사용한다. 하나는 바다 바닥으로부터
대합조개를 뜯어 내기 위한 지레로 이용하고, 또 하나는 조개껍질을 부수어 열기 위한
모루로 이용한다. 해달은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돌을 겨드랑이 밑에 넣어 두기도 한다.
녹색등을 가진 왜가리는 작은 나뭇가지나 또는 물질의 조각을 연못 속에 떨어뜨리고
연준모치를 유혹하는 미끼로 이용한다. 겨울철에 연못표면이 얼면 비버들은 댐에 구멍을
뚫고 얼음 아래쪽에 공기공간을 만든다. 이 모든 것은 어떤 이성의 잣대로 측정한다고 해도
일종의 생각이 가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그리핀은 주장하고 있다.
그리핀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그의 내면으로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것처럼 동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 해독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을 동물의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벌은 새로 피는
꽃들이 있는 들로 다른 일벌들을 안내하기 위해 '춤'을 춘다.
벨베트원숭이는 고도로 발달한 소리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포식동물들에 대한 각각 독특한 경고의 소리를 울리는데, 이 소리를 들은
벨베트원숭이들도 이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인다. 예컨대 표범이 나타났다는 경고소리에
원숭이들은 재빨리 나무로 기어오르고, 독수리가 나타났다는 경고에는 나무와 열린 공간에서
숲속으로 숨는다,
한 실험에서는 침팬지들에게 플라스틱 심벌을 사용하여 사과를 달라는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아프리카산 회색 앵무새에게 색깔, 모양, 그리고
재료로 물체를 가려 내는 방법을 가르치고 영어로 답변하게 했다. 여기서 동물들도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동물의 의식을 의심할 논리적 이유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의식개념을 지지하는 여러 가지 단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그리핀은
주장하고 있다.
농업혁명을 부추기는 메탄올의 신비
메탄올은 이미 캠프 스토브와 승용차의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세계의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농업혁명에 불을 지르는 연료가 될지 모른다고 식물학자
노노무라(Arthur Nonomura)와 생화학자 벤슨(Andrew Benson)은 말하고 있다. 최근 이들은
노노무라의 애리조나 농장에서 묽게 탄 메탄을 용액을 작물에게 뿌려주었더니 어떤 경우에는
수확고가 배로 늘어났고, 어떤 경우에는 물의 소비량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런 발견의 뿌리에는 벤슨이 40년 전에 한 실험이 있다. 벤슨과 그의 동료과학자들은
단세포의 수조가 대사작용으로 메탄올을 사탕으로 전환시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1986년 노노무라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서 벤슨과 함께 작업에 착수할
때까지 이 발견이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밝히려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노무라는 시험접시의 수조에게 1퍼센트의 메탄올액을 공급했을 때 성장률을 두 배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988년 노노무라는 학계를 떠나 피닉스 교외의 농장으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메탄올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지난 4년간 그와 벤슨은 목화, 밀, 장미, 수박, 양배추, 가지, 딸기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작물에 대해 서로 다른 희석도의 메탄올을 뿌려 주었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노노무라는 불과 3달러 50센트밖에 안 되는 16퍼센트 희석의
메탄올을 한 번 뿌려 준 결과 2.5에이커(약 3천평)에서 12톤의 수박을 더 수확했다.
메탄올을 뿌린 양배추는 그렇지 않는 것보다 두 배나 빨리 자랐다. 목화는 에이커당
정상적인 정도로 수확했으나 필요한 관개수는 반으로 줄었다.
이 모든 식물의 메탄올에 대한 첫 번째 반응은 대낮에 햇빛에서도 팽팽하고 시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노노무라와 벤슨은 식물세포들이 메탄올을 재빨리 사탕으로 대사시켜서
삼투를 통해 세포속으로 물을 끌어들인다고 생각하고 있다. 풍부한 수분을 가진 잎은 건조를
막기 위해 보통 때라면 닫혀 있을 기공을 뜨거운 낮에도 열어 둔다. 그래서 식물은 더 많은
광합성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사탕과 전분으로
전환시키기 때문에 보다 빨리 성장한다.
그러나 메탄올은 햇빛이 밝게 비추는 곳에서만 효과적이다. 노노무라와 벤슨은 메탄올을
그늘에서 다루었을 때 식물에게 유독했다. 이것은 또 이미 충분한 광합성을 하고 있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또 메탄올로 처리한 식물은 정확한 양의
영양보충물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이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세계의 식량을 걱정하는
이타주의적인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기는 소의 입김을 좋아한다.
소의 입김은 사람에게 매우 고약한 냄새를 풍길지 몰라도 모기들은 그것을 죽도록
사랑한다. 미국 농무성 곤충학자 대니엘 클라인(Daniel Kline)은 반추동물들의 입김 속의
중요한 성분 중의 하나인 옥테놀을 사용하여 모기를 유인하는 실험을 하였다. 플로리다주
소재의 그의 집을 찾는 71종의 모기 중에서 16__20종에서 순수한 옥테놀 또는 이산화탄소가
섞인 옥테놀이 발견되었다. 그는 살충제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서
모기를 유인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클라인의 연구실은 사람의 피부, 동물의 피부 그리고 꽃의 향기에서 나오는 미세한 냄새를
포함하여 유인용 냄새를 실험하고 있다 그런데 모기는 비행을 계속하기 위해 높은 에너지의
넥타(꽃의 꿀)를 몹시 좋아한다. 이 중에서 여러 종의 모기들이 물소의 오줌냄새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클라인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괴로운 연구의 하나는 야외에서 실제로 실험을 하는
것이었다. 모기집단의 수준을 정량화하기 위해서 용감한 연구자는 바지를 걷어올리고
모기떼들에게 벌거벗은 장단지를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클라인은 약
15초간 모기에게 2백 50회 정도 뜯기게 되지만 그 반응으로부터 모기집단을 추정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얌체 같은 밤새의 기생전략
페루 동남부의 마누 강변에서는 네 종의 새들이 서로 가까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중에서
세 종은 까만 제비갈매기, 큰 부리를 가진 제비 갈매기 그리고 노란 부리의 제비 갈매기다.
나머지는 곤충을 잡아먹는 쏙둑새의 사촌인 회색 밤새다. 밤새를 처음 본 생태학자
그룸(Martha Groom)은, 밤새는 보통 숲에서 통나무 밑의 틈바구니 속에 둥지를 튼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마누 강변에서는 활짝 열린 곳에서 큰 집단이 둥지를 틀고 있어 그 이유를
캐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대학 대학원생인 그룸은 계속 3년간 마누강을 따라 81개소를 조사한 결과 그
해답을 얻게 되었다. 그녀는 제비갈매기들은 매와 같은 포식동물로부터 둥지를 방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네 종의 새들 중에서 가장 작은 밤새는 모든
시간을 둥지와 알을 돌보는 데 보내고 강변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다른 새들에게 맡긴다.
이것은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룸은 밤새들이 제비 갈매기의 둥지에서
10야드(9.1미터) 이내에 둥지를 틀 때 88퍼센트의 시간을 알을 품는데 사용했으나, 거리가
30야드(27.3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면 알을 품는 시간은 54퍼센트로 떨어져 버렸다.
한편 제비갈매기들은 이 낯선 이웃의 존재 때문에 괴롭다. 온순한 밤새는 포식동물들의
좋은 미끼가 되어 버려 잦은 공격을 격퇴해야 하고 자기들의 알과 새끼를 더 많이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살아 남은 새끼와 함께 지낼 시간도 뺏긴다.
그룸은 둘 사이의 이런 형태의 기생사례는 처음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하고, 이들도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를 틀림없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증거로서 밤새는
다른 새들이 둥지를 틀 때까지 기다렸다가 2__3일 뒤에 자기들의 둥지를 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뱀장어의 수수께끼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점액뱀장어의 껍질을 이용해서 지갑, 핸드백 그리고 벨트를 만들고
있는데, 알고 보면 뱀장어는 진화론상으로는 모든 척추동물의 선조다, 넉넉한 사이즈의
파자마와 닮은 헐렁한 피부는 단단하지만 쉽게 벗길 수 있고 요즘은 이런저런 제품의
원료로서 값도 꽤 나간다.
아 뱀장어 껍질로 만든 제품들은 맵시 있고 우아하지만 그 생활사는 매우 고약하다. 죽은
고기의 입, 아가미 또는 항문을 통해 들어가서 내부로부터 무엇이든지 먹어 치운다. 그래서
남는 것은 해골을 싼 껍질 뿐이다. 이 뱀장어는 눈이 없지만 빛에 민감하다. 입은 옆으로
찢어져 이빨과 함께 박힌 혀를 드러낸다. 물론 구역질나는 점액덩어리가 있는데 이것은
방어를 위해 놀랄 만한 양을 생산한다. 점액은 또 먹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데 도움이
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도 이용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이 뱀장어가 얼마나 오래 살거나 또는 이들의
교미에 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미국 메인주의 애플도어섬에 있는 코넬 대학
쇼라스 해양연구소의 하이저(John Heiser) 박사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이 잡은 수백 마리의
점액뱀장어 중에서 수컷은 불과 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수컷은 잡기 어렵거나 또는
성전환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이 뱀장어가 짝짓기를 한 것을 본 사람도 없고
수정된 알이 발견된 일도 없었다.
그런데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어부들이 최근 이 뱀장어에 관해 더 많은 사실은 알기를
바라고 있다. 그 이유 중에서 뱀장어의 점액이 어망을 망가뜨리고 자망 속에서 사정없이
고기를 먹어 치운다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점액뱀장어가 잡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가 된다. 우리 나라의 무두질공장은 뱀장어의 대금으로 이들 어부에게
대구잡이에서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일부 아시아 수역에서는 재고가
이미 고갈되고 있다. 뉴잉글랜드 어부들은 특별한 어획방법개발에 투자하기 전에 어원이
빨리 고갈되지 않으면서 많은 어획고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 필요가 생겼다. 이것은 곧
점액뱀장어의 수명과 생식 사이클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저 박사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이 뱀장어에 표시를 한 뒤 방류하고 다시 잡아
연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의 연구는 이런 상업적인 목적 외에도 학술적인 중요한
가치가 있다. 점액뱀장어는 척추동물이 진화되기 전에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분리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모든 척추동물과는 가장 원초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예컨대 척추골이
발육되기 전의 인간의 태아처럼 이 뱀장어의 중추신경계는 유연한 연골물질로 만든 척색으로
보호되어 있다.
산소 없이 사는 거북이
이솝이 그의 유명한 우화를 쓴 이래 '느리다'는 말은 거북이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2천5백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과학자들은 거북이에게서
보행속도 외에도 이 '느리다'는 말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냈다.
민물에 사는 거북이는 자기의 몸을 천천히 가사(일시적인 호흡정지)상태로 몰고 가서 산소
없이도 3개월간이나 찬물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거북이는 이런 독특한 능력을 이용해서
겨울 동안 얼어붙은 연못에서 동면하거나 또는 오랜 동안을 진흙 속에서 살 수 있다. 그래서
미국 플로리다주 애틀란틱 대학의 해양생물학자 리츠(Peter Rurz)는 "거북이는 다른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동물들은 산소 없이는 불과 몇 분이면 뇌가 훼손되는데 거북이는 산소 없이도
몇 달씩이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러츠는 최근 거북이가 생존할 수 있는 여러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우선 거북이의 뇌는 몸의 신진대사의 속도를 90퍼센트나 늦추어 준다. 평상시에 거북이의
뇌는 전기적으로 하전된 이온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온이 뇌세포로 들락날락하는
채널을 차단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 거북이의 몸은 신경전달물질인
아대노신과 감마아미노낙산(GABA: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을 방출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산소를
구할 수 없을 때 뇌의 연료인 글루코오스로부터 칼로리를 얻어 뇌를 작동시킨다.
한편 포유동물의 경우 거북이와는 달리 매우 섬세한 뇌를 갖고 있다. 그래서 뇌가 산소를
받을 수 없을 때는 재빨리 변화가 일어난다. 러츠는 거북이가 산소의 결핍과 대처하는
방법에 관해 더 많은 지식을 알 수 있게 되면 인간의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불과 1__2분만 시간을 벌 수 있어도 심장마비와 뇌졸중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용쥐를 키운다.
굶주리고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쥐를 키우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등나무
줄기를 자르는 느쿰비(nkumbi)라는 쥐는 아프리카의 3분의 1이나 되는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고양이 크기의 이 쥐는 잡기가 매우 어려워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한 연구팀이
가축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이 대학 구제사업부의 수의사인 제인 호맨(Jane Homan)에 따르면 이 '마이크로 가축'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쥐는 지방식물을 먹기 때문에 특별한 사료가 필요 없고 환경에
영향은 거의 주지 않으며 사람들이 닭을 키우듯 뒷마당 우리 속에서 키울 수 있다 는 점을
둘 수 있다. 또 고기가 남아돌면 시장에서 쉽게 팔 수 있다.
큰 쥐를 가축화하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사람은 자이레의 킨샤사 대학의
말레카니(Mbakulihi Malekani)교수였다. 그는 위스콘신 대학 의과대학 부학장인 유일(Tom
Yuill)이 세계의 사용미달인 자원을 조사하고 있는 미국립연구원의 과학기술 및
국제개발위원회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찾았다.
유일과 호만은 함께 쥐사업에 협력하기 시작했는데 쥐목장을 완성하기 위한 보조금을 받아
자이레에서 감비아쥐를 키우기 시작했다. 쥐를 가축화한다는 일은 기생충과 질병제어와 같이
적절한 관리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라고 호만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쥐를 상업적으로 생산할 계획은 없고 더욱이 아프리카에서 쥐고기를
수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 미국 여러 지방에서는 사향쥐와 그 밖의 숲짐승을 잡아먹기는
해도 서양사람들은 쥐를 먹는 것은 반대한다고 호만은 말하고 있다.
약초를 먹는 침팬지
미국 하버드 대학 인류학자 랭검(Richard Wrangham)은 어느 날 새벽 탄자니아의
곰베국립삼림에서 침팬지를 관찰하고 있던 중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몇 마리의
침팬지들이 그날 아침 첫 번째 식사를 한기 위해 가까운 과일나무로 가는 대신 해바라기
가족 일원인 아스필리아 모삼비센시스(Aspilia mossambicensis)라고 불리는 식물쪽으로
20분이나 걸려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스필리아라는 나무가 침팬지들이 자주 찾는
영양 좋고 맛있는 나무일까? 이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침팬지들은 앞을
통째로 삼키면서 콧등에 주름살이 잡혔다. 랭검 교수는 이 관찰을 확인하기 위해 그
나뭇잎을 씹어 보았더니 몹시 메스꺼워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 나뭇잎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랭검 교수는 이
나무에서 수집한 잎의 견본과 침팬지의 배설물에서 나온 견본을 캘리포니아 대학의 화학자
로드리게츠(Eloy Rodriguez)에게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로드리게츠는 소화가 안 된
아스필리아 잎은 균류와 기생충을 죽이는 디아루브린-A(thiarubrine-A)라고 불리는 빨간
기름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침팬지가 온갖 성충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침팬지는 병을 고치기 위해 필요한 식물을 섭취하면서 삼림을 마치 약장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동물약물학이다. 그 뒤 침팬지가 식물을 먹고 위병을 고치거나 기생충을 없애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건 보고되었다.
그런데 랭검과 교토 대학의 영장류동물학자 허프만(Michael Huffmann)은 침팬지가
예방의학이 필요할 때 이것을 미리 알고 있을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폐렴이나 그
밖의 질병에 보다 걸리기 쉬운 우기에는 보다 많은 약초를 사용한다는 자료를 보여 주고
있다. 또 보다 많은 기생충을 가진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보다 의학적으로 쓸모가 있는
식물을 더 자주 먹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위스콘신 대학의 영장류 동물학자인 스트라이어(Karen Strier)가 모은 자료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녀는 브라질의 머리키(muriqui)원숭이들이
에스트로겐(난소호르몬)과 구조적으로 비슷한 화합물질인
아이소플라보노이드(isoflavonoid)를 내포한 잎을 먹음으로써 새끼를 낳은 뒤 임신율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고 보고한다. 한편 새끼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을 때는 임신율을 부추길
수 있는 스테로이드를 생산하는 이른바 '원숭이귀'라고 불리는 콩과식물을 더 많이 먹는 것
같다고 스트라이어는 말하고 있다.
랭검은 "침팬지가 우리 인류로부터 갈라질 때부터 스스로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꿔 말해서 의약을 사용한 역사가 적어도 5__6백만 년이나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리하여 최신의 동물약물학 연구를 통해 히포크라테스가 의약세계에서는
새로운 인물로 비쳐지게 될지도 모른다.
여왕벌의 통제력
여왕벌은 신하들의 행동에 대해 깜짝 놀랄 정도로 막강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비결은 여왕벌이 분비하는 '여왕턱 페로몬(queen mandibular pheromone)'이라는 물질이
간직하고 있다.
미국 뱅쿠버 소재 사이몬 프레이저 대학 과학자들은 여왕벌의 비밀도 갖고 있다. 이들은
비밀의 5대 성분을 밝혀 내고 수분(가루받이)작용을 꿀벌에 기대고 있는 꽃작물의 과실의
질과 수확량을 끌어올리는 데 희석한 인공의 페로몬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를 시험하고
있다.
이 대학의 화학자 케이스 슬레서(Keith Slessor)와 생물학자 마크 윈스턴(Mark Winston)은
복숭아나무, 월귤나무에서 우선 실험을 했는데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페로테크사라는 이름의 기업에게 사용허가권이 제공된 이 화합물은 꽃에서 꽃가루를 모으는
일벌을 끌어들인다.
슬레서 교수는, "만약에 우리가 여왕벌이 그녀의 영지 안에서 행사하는 사회화학적
통제력과 같은 힘을 농민들에게 행사할 수 있다면 경제적인 가치를 극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왕벌이 생산하는 페로몬은 대부분이 '해발인(복잡한 반사행동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자극) 화합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것은 벌의 짝짓기, 보금자리의 인식 그리고 경고에
대한 반응을 돕는다고 슬레서 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왕턱 페로몬은 나머지의
꿀벌떼들이 새로운 여왕벌을 키우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는 여왕벌에게서
페로몬을 핥기 위해 줄을 선 일벌을 통해 보금자리 전체로 펴져나간다.
과학자들은 198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여왕턱 페로몬과 이에 대한 일벌들의 행동에 관한
기록을 남겼으나 페로몬의 성분을 밝히자면 약 3천 건의 생물검정이 필요했다. 그 결과
턱샘이 생산하는 이 화합물은 세 가지 형태의 데세노산과 HOB와 HVA로 알려진 두 가지의
방향족 화합물로 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행에 민감한 새들
새들은 우상을 선택하고 모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새의 노래는 동물의
행동분야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대상 중의 하나다. 동물의 행동연구는 조류학자들이 기반을
닦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새의 노래가 특별히 접근할 수 있는 비인간의 '문화'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 동안 새의 노래에서 '지방 사투리'가 확인되었고 새로운 노래가 번진다는 것도
탐지되었다. 최근에는 일부의 새노래가 다른 새들의 노래보다 더 유행한다는 증거가 차츰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미시건주 앤 아보 소재 미시건 대학의 페인 부부(Robert and Laura Payne)는
쪽빛멧새의 노래를 연구해 왔다. 멧새는 해마다 5월초에 미시건주에 찾아들고 그해 겨울은
멕시코에서 보낸다. 처음 미시건주로 찾아드는 수컷들은 가슴속에 자기고유의 노래를
간직하고 도착한다. 그러나 2__3주가 지나면 이 중에서 80퍼센트가 다른 가락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머지 일생동안 이 노래를 부른다.
텃새의 노래는 약 1백 개의 구성요소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개개의 노래는 5__6개의
요소를 갖고 있어 같은 순서로 되풀이한다. 그래서 누가 누구의 것을 모방하는 것인지
비교적 알아보기 쉽다. 그러나 좋아하는 모델도 각기 다르다. 우선 젊은 새들은 자기들
또래보다는 나이든 새들을 모방하기 좋아한다, 멕시코에서 두 번의 겨울을 지낸 새들은 푸른
깃털을 갖는데 갈색과 푸른 깃털의 1년생 새들은 늙은 새들을 가장 많이 모방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또 자기들 또래 중에서도 가장 푸른 깃털을 가진 새의 노래를 모방한다.
그런데 보기에는 가장 그럴듯한 모델과 같은데도 그 중에서 완전히 무시되는 것들도 있다.
또 평생 동안 17마리의 '제자들'을 가지는 새들도 있다. 제자들은 으레 성공적으로 새끼를
번식했다고 생각되는 스승을 모방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페인 부부는 노래를
확산시키는 데 성공한 것과 유전자를 번지는 데 성공한 것과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코끼리들의 커뮤니케이션
오래 세월을 두고 사람들은 코끼리의 뛰어난 지능에 대해 감탄해 왔다. 코끼리들은
나뭇가지 아래에 시체를 묻고 1.6킬로미터 이상이나 서로 떨어져 가면서도 서로의 이동을
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황제국립공원에서 감시원들이 코끼리 집단의 수를 줄이기
위해 코끼리의 한 무리를 사살하기 시작하자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다른 무리의
코끼리들이 도살지역에서 더 멀리 벗어나기 위해 오랫동안 서식하던 정든 곳을 떠나 버렸다.
이들은 사냥꾼들의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동물원에서 동물학자 페인(Katherine Payne)이 공기 속에서 이상한 고동을 들었을 때 이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의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 페인은 이 동물원의 아시안산 코끼리들을
녹음했는데 이들 코끼리의 '이야기'는 대부분 사람은 들을 수 없으나 10여 킬로미터를
전파할 수 있는 초저주파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페인은 그 뒤 코끼리의 대화를 찾아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아프리카를 헤매고 다녔다.
케냐의 국립야생처 코끼리 프로그램 책임자 풀(Joyce Poole)은 경고에서 짝짓기에
이르기까지 30여 가지 코끼리 울음소리를 해독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소리는 낮은 주파에서
중간을 거쳐 높은 주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 있다. 일부의 울음소리의 뜻을
알게 되었으나, 이것은 아직도 시작에 지나지 않다고 풀은 말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부분의 울음소리는 기본적인 필요나 정서를 표현한다. 발정기의 암컷은
수컷을 끌어들이기 위해 으르렁거린다. 성적으로 흥분한 수컷은 다른 수컷에게 경고하기
위해 으르렁거린다. 배고픈 아기 코끼리는 '젖먹이 항의'를 한다. 그런데 코끼리의
'대화'중에는 약간 정교한 것들도 있다. "가자! "란 말은 '어느 길'로 간다는 뜻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하고 있다. 또 어떤 울음소리는 집단 속의 개개의 코끼리를
지목하는 것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코끼리들의 토의 속에 끼여들려고 하고 있다. 예컨대 풀은 녹음된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사용하여 코끼리들에게 그들의 사회에 관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코끼리들이 인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케냐인으로 박사 후보인 캉와나(Kadzo Kangwana)의 조사에 따르면,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질문에 대해 수컷은 일반적으로 질문을 무시하지만, 암컷은 긴장하고 둘은
뒤 반대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달려간다고 한다.
제 6 장
환경과 건강 제일의 과학시대
다가온 '그린' 화학시대
21세기의 화학은 환경에 부드럽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줄 것이다. 중금속 같은 부산물을
배출하던 종래 촉매들과는 달리 색소분자가 햇빛이나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잡아
화학반응을 부추겨 주는 기법으로 오염을 최소한도로 줄이면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공정을 찾고 있다.
화학은 그 동안 다양한 화합물들을 만들어 인류사회에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 왔으나, 그
이면에는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현대인들이 화학에 보내는 눈길은 곱지 않았다.
대장균의 도움
최근 환경에 좋지 않은 부산물을 산출하는 종래의 화학공정을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이 발명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차츰 높아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몇몇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대체화학'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 퍼듀 대학의 화학교수
프로스트(John Frost)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미생물로부터 만든 대사 제품이 벤젠과 같은
발암성용제와 대치될 것으로 본다. 프로스트 교수팀은 석유제품인 벤젠을 사용하는 대신
녹말과 사탕 성분의 하나인 글루코오스를 생물촉매로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이들은 우선
대장균 '이코우라이'를 이용하여 글루코오스로부터 아미노산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글루코오스에서 유도된 화학물질을 효소로 분해시켜 카데콜(사진현상약, 염료, 분석시약으로
사용되며 바닐라 향료의 원료)을 만든다. 카테콜은 또 나일론 제조의 주요 성분인
아디핀산을 만든다, 다른 방법으로 이 두 가지 물질을 만들자면 출발물질은 발암물질인
벤젠이다. 또 석유화학제품에서 나오는 아디핀산은 파운드당 65센트인데 비해, 미생물이
글루코오스를 우적우적 먹어서 만든 아디핀산은 그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든다. 더욱이 퍼듀
대학 팀이 개발한 공정을 사용할 때 오존층에 피해를 주는 아산화질소를 방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섭씨 37도의 평온에서 이런 반응을 진행시킬 수 있어 에너지를 크게 절감시킨다. 현재
제네코 인터내셔널사가 이런 생물촉매를 이용하여 키나산을 만드는 시험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용제 없는 잉크
한편 미국 코네티컷 대학 화학과 이플링(Gary Epling)교수는 식품첨가 염료와 전등의 빛을
이용하여 산화반응에서 종래 흔히 발생하던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는 촉매를 만들고 있다.
이 색소분자는 햇빛과 전등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잡아 화학반응을 부추겨 준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크라우스(George A. Kraus)교수는 자외선 발생장치인 태양등을
이용하여 종래 사용하던 유독한 시약과 대치하여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탠코(James Tanko) 교수는 발암물질인 사염화탄소와 벤젠, 그리고
오존층에 피해를 주는 프레온과 대체할 수 있는 용매로서 초임계 이산화탄소(액체와 기체
사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시험하고 있다.
한편 '그린' 화학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대화학
메이커인 몬산토사는 우레탄포말과 수지로 만드는 중간화학물질 이소시안산염의
생산과정에서 포스겐(화학전에서 사용하는 질식용 가스원료)을 제거하는 새로운 공정을
발명했다. 이 기업은 또 섬유와 타이어와 같은 제품의 소재를 생산하는 종래의 공정에서
사용되는 염소를 대체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그런데 잉크나 코팅은 마르면 염화메틸렌과 같은 휘발성용제가 공기 중으로 올라가서
지구의 온난현상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미시건 주립대학의 스크랜턴(Alec
Scranton) 교수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용제가 없는 잉크와 코팅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리하여 21세기에는 이런 연구노력의 결과 개발되는 새로운 환경화학기술이 화학
메이커들에게 이전되어 오염 없는 화학제품들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공생명의 세계를 간다.
컴퓨터 과학에 생물학을 접목한 '인공생명'의 연구는 최근 빠른 걸음으로 발전하면서
21세길 과학혁명의 새로운 방아쇠 구실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물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번식과 진화의 과정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식물의 씨로부터 나무로 성장, 발육하는 사실적인 영상을 스크린에서 보여 주었는가
하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생물이나 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연도태의 과정을
재연하기도 했다.
미국 델라웨어 대학 생물학자 레이(Thomas Ray)는 1990년 1월 3일 자연도태과정에서
생물유전자의 부호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과 같이 컴퓨터 내부에서 명령어가 마치
생명체처럼 스스로 변화하는 '티에라(Tiera:스페인어로 지구라는 뜻)' 라는 이름의 최초의
전산화된 인공생명 생태계 프로그램은 선보였다.
인공생명 연구자들은, '티에라'의 경우처럼 컴퓨터의 명령어의 한 조각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형태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은 생명과 닮았으며
본래와는 다른 형태로 복제되고 진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살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양한 응용의 길
인공생명의 응용분야를 내다볼 때 단기전망으로는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것처럼 스스로
고쳐 쓰고 개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전망은 인공생명이 너무나 많은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그 응용분야는 무한하다고 본다.
예컨대 컴퓨텨 소프트웨어는 지금까지 다윈의 진화과정처럼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전화회사인 유에스웨스트사(US West)는 지난날 전화 시스템
설계자들을 괴롭혀 오던 어려운 문제를 이른바 '유전 알고리즘' 기술을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해결하고 있다. 이들의 난제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배낭문제'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배낭 속에 물건을 집어넣을 때 어떻게 하면 전화망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가장
이익이 많은 데이터 통신이나 또는 텔레비전 회의와 같은 것을 전화선에 배정하는가 하는
것이다. 종래 수학자들은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컴퓨터의 힘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적자생존식의 접근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 유전 알고리즘'을 설계한 결과 하룻밤 사이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하는 로봇
인공생명연구는 컴퓨터 과학을 생물학에 적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물학적인 아이디어를
컴퓨터 과학에도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인공생명을 이용하면 컴퓨터가
지시하는 일 외의 일도 할 수 있다. 예컨대 걸어다니는 로봇의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인공지능의 경우는 로봇에게 걸어다닐 때 직면하는 모든 상황에 관해 수천 개의 명확한
지시를 입력해야 한다. 만약에 프로그램에 없는 전화번호부와 같은 뜻밖의 장애물이 길을
가로막는 경우와 맞서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공생명 프로그래밍을 가진 로봇은 실제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컴퓨터에게 장애물을 만나면 다리를 들어올리고 내리거나 또는 장애물을 피해
돌아가거나 하는 따위의 기본적인 룰을 프로그램 해 둔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진기스(Genghis)'라는 이름의 로봇은 장애물을 기어오르는 방법을 명확하게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낮은 장애물을 만났을 때 기어오른다.
21세기에는 과학자들이 인공생명 연구를 통해 사람의 세포의 수용체와 일치하는 분자를
만들어서 수용체에 낀 뒤 선별적인 유전지시에 대해서만 작동하게 함으로써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공생명은 지구에서의 생명출현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가장 훌륭한 방편을 제공할 것 같다.
간단한 폐플라스틱 재생법 개발
버려진 플라스틱을 쉽게 싼 비용으로 처리하여 재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어
폐자원활용과 환경오염제거에 밝은 전망을 던져 주고 있다. 해마다 버리는 막대한 양(우리
나라의 경우 연간 플라스틱량의 약 20퍼센트인 1백 3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대개
6종의 폴리머로 되어 있어 처리에 앞서 선별하는 데 많은 시간과 인건비가 들 뿐 아니라
훈련된 눈을 가지고도 원료의 종류를 가려내기 어렵다. 그래서 재생률은 겨우 10퍼센트
안팎에 머물고 나머지는 환경오염의 주요한 원인(우리 나라의 경우 모든 폐기물의 9퍼센트를
차지)이 되고 있다.
미국 렌셀라 공대의 화공학 교수인 브루스 노만(Brews Njorman)과 제리 린치(Jerry Lynch)
팀이 최근 개발한 새로운 공정은 사람 대신 화학용제를 이용하여 분류하기 때문에 매우
간단하고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혼합물을 두
가지의 용제 속에서 여섯 가지의 다른 온도로 데워 주면 차례로 신품과 다름없는 순수한
품질의 여섯 가지 플라스틱을 뽑아낼 수 있다.
이들은 시범용 가마 속에 여러 종류의 폐플라스틱 조각과 일반용 제인 크실렌을 함께
넣었다. 우선 실내온도에서 크실렌은 커피컵에 사용되는 폴리스틸렌만 녹이는데 이 액체를
압력이 걸린 파이프를 통과시켜 2__3초간 섭씨 약 2백 49도로 데운 뒤 압력을 낮추면
크실렌은 증발하고 순수한 폴리아세틸렌만 남는다.
한편 본래의 가마 속의 혼합물을 섭씨 약 82도로 데우면 크실렌은 주머니나 포장지로
쓰이는 밀도가 낮은 폴리에틸렌을 녹이고, 섭씨 약 1백 21도에서는 합성세제용기나
우유병용의 높은 밀도를 가진 폴리에틸렌이 녹는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가지의 폴리머인 PET나
PVC를 뽑아 내자면 다른 용제가 필요한데, 이들은 특허등록을 마칠 때까지 밝히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충은 오염해결사
오늘날 곤충들은 화학계에서 개발한 거의 모든 살충제에 대해 차츰차츰 저항력을 키울
능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런 내성을 키운 곤충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종전보다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개발해야 하고, 곤충들은 다시 새로 나온 살충제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곤충들의 이런 내성을 거꾸로 이용하여 환경오염을 정화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곤충학 교수인 리처드 마이클 로우(Richard
Michael Roe)는, 여러 곤충 속에는 살충제의 화학적인 조성을 바꿔 버림으로써 곤충들을
살충제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드는 유전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로우 교수는 이런 유전자를 미생물 속에 집어 넣어 그 속에서 유전자가 계속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유전공학기법으로 처리한 박테리아는 이론적으로는
살충제를 무해한 물질로 만든 것처럼 유독한 화학물질을 해가 없는 물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로우 교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실험한 결과 어떤 유전자는 박테리아에게 독성이 있는 일부의 물질을 물
속에서 녹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곤충의 유전자를 가진 이런 박테리아를
다양한 용도에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이런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오염된 토양을 깨끗하게 만들거나 또는 생산공정에서 배출되는 독성이 있는
부산물을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은 이미
이런 유전자와 공정에 관한 특허를 신청하는 한편 이 기술이용에 관심 있는 기업을 모색하고
있다.
날개 달린 박테리아
생물공학기법을 이용하여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오랫동안 둥실둥실 떠 있을 수
있는 박테리아가 개발되어 바다오염제거에 한몫을 거들게 되었다. 미국 에너스트시 소재
매사추세츠 대학 과학자들은 최근 석유 먹는 박테리아 같은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에게
날개모양을 한 부낭(헤엄칠 때 몸의 뜨는 힘을 부추켜 주는 자루)을 다른 미생물에게 옮겨
주는 데 성공했다. 이 할로박테륨 할로븀(Halobacterium halobium)이라고 불리는 박테리아는
본래부터 공기 주머니를 갖고 있어 물에 둥실 뜰 수 있다. 과학자들은 우선 유전자
접합기법을 이용하여 이 공기주머니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13개의 유전자를 단리 했다.
햇빛을 좋아하는 이 박테리아는 공기주머니를 갖고 있는 덕분에 해면 가까운 곳에서 오래 떠
있으면서 일광욕을 즐긴다.
그런데 매사추세츠 대학 분자유전학 교수 쉴라디트야 다사르마(Shiladitya Dassarma)는
최근 이 날개모양의 부낭 유전자를 할로박테륨의 변종인 물에 뜨지 못하는 박테리아로 옮겨
주어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1993년 8월 미국립과학재단으로부터 3년간의 연구지원자금을
받게 된 다사르마 교수는 석유 먹는 박테리아에게 이 유전자를 옮기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렇게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하여 공기주머니를 가진 박테리아들 대량으로 증식하여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에 뿌려 주면, 이 박테리아들은 오랫동안 해면 가까이 떠 있으면서 게걸스레
기름을 먹어 치워 오염된 바다를 말끔히 청소해 준다.
다사르마 교수는 이어서 같은 기법을 사용하여 맥주를 만드는 이스트(효모)도 손볼
계획이다. 그래서 이스트가 공기주머니를 갖게 되면 술탱크 위에 뜰 수 있어 걷어 내면 되기
때문에 종래처럼 맥주를 거르지 않아도 된다.
네덜란드의 국토 높이기 계획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낮은 국토에 바닷물이 흘러 들어오지 못하게 온갖
노력을 다하면서 살아 왔다. 그런데 앞으로 지구의 온난화가 계속되어 바닷물이 더욱
불어나면 둑을 높이거나 펌프로 물을 퍼내는 것과 같은 종래의 방법으로는 충분히 일을
처리할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 대학 지구화학 교수인 올라프 슈일링(Olaf Schuiling)박사와
델프트 지오테크닉스사의 토양 엔지니어인 잔 뉴벤후이스(Jan Nieuwenhuis)박사는 이런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거대한 구상을 제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높아지는
해면에 대응하여 땅을 높이면서 동시에 대량의 황산폐기물도 처리한다는 해결안을 내놓았다.
오늘날 네덜란드 국토 밑에는 백묵의 형태를 한 탄화칼슘층이 깔려 있다. 그런데 백묵은
황산과 반응하여 석고를 형성하여 부피가 본래의 바위보다 두 배로 부푼다. 네덜란드 해안
밑에 깔린 백묵에 이런 반응을 일으키면 바로 위의 지층을 밀어 올려 결국 바다를 후퇴시킬
수 있다. 동시에 상업계가 처분하는 데 머리를 앓고 있는 온갖 더러운 것으로 오염된 황산도
안전하에 묻어 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탄화칼슘과 산의 혼합에서 이산화탄소도
생긴다. 이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백묵을 부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에는 백묵에 산이 보다 잘 침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약에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은 균열을 만드는 경우 황산 속에 섞인 이 화학물은 지하수 속으로
유입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석고는 황화칼슘의 한 가지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형태인 무수 석고는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피도 다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무수석고는 건조한 상태를
좋아한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토양을 불리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지하의
온도와 압력이 알맞을 때 땅을 불리게 할지도 모른다. 황화칼슘의 이런 두 개의 형태간의
변화는 높아지는 땅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두 과학자는 시험연구사업으로 림브루크주 지표
밑의 백묵층으로 깊이 50미터의 구멍을 뚫기로 했다. 네덜란드 공공사업부와 국립과학재단은
1백만 길더(약 55만 달러)의 연구비를 제공하여 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에 시험사업의 결과가 타당성이 있다고 밝혀지면 착수할 본공사에서는 네덜란드
해안선을 따라 약 2킬로미터의 간격을 두고 깊이 5백 미터의 구멍 2백 개를 뚫게 될 것이다.
이 사업에는 3천만 길더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나 대신 길이 3백 20킬로미터, 폭 2킬로미터,
그리고 높이 1미터의 새로운 바다막이 둑을 건설할 수 있다. 그런데 1미터는 그렇게 높은 것
같지는 않지만 해면이 현재의 비율로 높아질 때 이것은 1세기 동안의 안전을 보장하게 된다.
농산물 찌꺼기로 건축자재생산
농촌에서 버리는 농산물 찌꺼기를 이용하여 아주 싸고 단단한 건축재를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건축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 보스크바 근처 발라바노프 소재 목제품연구소는 최근 농촌에 흔한 나무나 곡물의
폐기물로부터 건축이나 토목공사에 쓰이는 구조용 빔을 생산하는 새롭고 독특한 방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생산된 빔은 원가가 나무제품의 반밖에 먹히지 않는다.
이 빔을 만드는 기본물질은 대팻밥, 나뭇조각, 해바라기씨의 껍질, 벼껍질, 밀의 왕겨
그리고 낙엽과 같은 유기질 쓰레기이다. 이런 물질들을 우선 목화의 섬유가 포함된 용액에
넣고 탄산마그네슘광물인 마그네사이트와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여 혼합물을 만든다. 그런데
마그네사이트는 시멘트와 같은 접착제 역할을 하는 데 값은 비교적 싸다.
이 혼합물은 특수용기에서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면서 압축기로 보낸다. 다음 단계는
고기를 가는 기계와 닮은 회전장치로 이 혼합물을 다이스(금형) 틀로 밀어낸다. 혼합물은
압축기를 통과하면서 재빨리 굳어지는데 원하는 치수의 빔을 연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장비의 생산성은 원료의 질과 압축기의 출력으로 좌우된다. 지금까지
실험용으로 제작된 기계들의 성능은 분당 2.7미터의 빔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생산된
빔은 또 내화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도마는 플라스틱보다 나무가 좋다.
요즘 가정주부들은 닦기 쉬운 표면을 가진 재료로 부엌을 꾸민다는 생각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목제 도마를 버리고 반짝이는 새로운 플라스틱제로 바꾸고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제가 목제보다 위생적으로도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주부들이 많다.
그러나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의 두 과학자 클리버(Dean Cliver)와 애크(Nesw Ak)는
나무표면이 병원균에 의한 오염을 없애는 데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아홉 가지의 다른 종류의 나무와 네 종류의 플라스틱, 그리고 고무로 된 도마를
대상으로 조사연구한 결과 언제나 나무가 우수하다는 것을 밝혔다. 이들은
살모넬라(Salmonella), 리스테리아(Listeria) 그리고 에슈에리치아 콜리 (Echerichia
coli)등 박테리아를 여러 종류의 도마 견본의 표면에 뿌리고 3분간 방치한 결과
플라스틱(또는 고무) 위의 박테리아의 수준은 변하는 반면 나무 위의 박테리아의 수준은 뚝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하룻밤을 실온으로 둔 결과 플라스틱의 박테리아는 여러
배로 불어났으나 나무표면은 너무나 깨끗하게 없어졌기 때문에 클리버 박사팀은 박테리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이 결과에 대해 깜짝 놀랐으나 결국 나무들은 수억 년 동안이나 박테리아와 싸워
온 이를테면 '백전노장'이다. 그래서 나무들은 대부분의 동물보다 더 오래 산다. 또
나무들은 죽은 뒤에도 수십년간을 미생물의 공격으로부터 저장할 수 있다. 나무로서는
몇 마리의 살모넬라를 죽이는 것쯤은 어린애 장난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클리버 박사팀은 나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무의 구멍이
많은 구조가 박테리아를 가진 액체를 빨아들인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구멍 속으로 들어간
박테리아들은 살아 있는 나무들이 자위용으로 간직하고 있는 많은 유독한 항박테리아
화학물 중의 하나로 죽음을 당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어떤 화학물이 이런 작용을 하는
것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주기술 이용한 매연 없는 버스
디젤유를 사용하는 버스나 트럭은 유독사스와 시커먼 매연을 내뿜어 공기오염의 요인으로
시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버스 회사들이 촉매 컨버터와 집진장치를
버스에 장착하기 시작했으나 그 비용은 대당 1만 5천 달러에 이른다.
최근 미국 코네티컷주 이스트 윈저시의 한 중소기업은 항공우주용으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여 디젤 엔진의 배출물을 줄이는 길을 열었다. 제네럴 플리즈머사의 본래의 업종은
항공기의 터빈 부품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부품에 특수한 코팅을 하는 일이다. 그 방법은
섭씨 1만1천 도로 가열된 기체를 통해 금속이나 세라믹 입자를 음속의 두 배의 속도로
분사하면 이 입자들은 표적물에 도달할 때 별안간 식으면서 표적물을 고루 엷게 코팅하게
된다.
제네럴 플라즈머사는 최근 이 기술을 디젤 엔진의 내부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연기관에서 나오는 오염은 거의가 연료를 완전히 태우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또 불완전하게 타는 원인의 하나는 엔진이 충분히 가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엔진 내부를 열을 차단하는 코팅(TBC)으로 처리했다. 예컨대 산화 지르코늄
입자를 엔진의 피스톤 머리와 실린더 헤드 및 밸브에 코팅하면 주철보다 열의 전달율이
50배나 줄어든다. 더욱이 이 열은 연소실로 반사되어 갇히면서 연료를 보다 완전하게 태우게
된다. 한편 덜 탄 연료는 거의가 검댕이가 되어 윤활유에 섞이거나 배출되는데, 연료가
완전히 타는 경우에는 엔진은 깨끗해지고 오일을 자주 바꾸지 않아도 된다.
최근 브리지포트의 한 운송회사가 버스에 TBC로 처리한 엔진을 장착한 결과 필터 없이도
배출규제기준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어의 변속에도 연기가 나지 않고 연료도
5퍼센트를 절약할 수 있다는 드러났다.
오존은 무공해 세제
오존은 매우 복잡한 성격을 갖고 있다. 지상에서는 건강에 해롭지만 상층의 대기권에서는
해로운 태양광선을 막아 준다. 그런데 최근 오존은 세탁을 거들어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 개의 산소원자를 가진 오존은 건조한 산소나 공기 중에서 전기를 방전하면 인공으로
만들 수 있다. 강력한 상화제인 오존은 박테리아를 죽이고 더러운 옷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먼지와 때를 분해하여 제거할 수 있다.
오존을 세탁용 물속에 녹일 때 세탁기의 세제의 양을 줄일 수 있고 물을 데울 필요가
없으며 세탁물을 덜 회전시켜도 되기 때문에 섬유에 피해를 덜 준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콘쇼호켄 소재 론드로직사와 캔저스 시티의 퓨어 워터사 등은 오존을 세탁기 속으로 펌프로
주입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시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플로리다주 포트 피어스 소재 트리오클린 론드리 시스템즈사는 찬물을 사용하고
세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 기업에 따르면 보통
1파운드(453.59그램)무게의 옷을 세탁하는 데 3갤런(약11리터)의 물이 필요하지만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그 8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시스템은 더운물
대신 찬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만 아니라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불안정한 오존 분자는
찬물보다 더운물 속에서 더 빨리 소실되기 때문이다. 또 이 시스템은 세탁한 물을 걸러서
재사용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앞으로 환경규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물값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아 특히 환경보호주의자들에게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현재 교도소와 호텔에 이어 병원과 양호시설에서도 이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이 기업은 스미토모사와 계약을 맺고 1993년부터 일본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오존층을 보호하는 길
1983년 미국 듀퐁사가 프레온이라는 상표명으로 내놓기 시작한 CFC는 싸고 사용하기
편리해서 반도체 인쇄회로판의 세제에서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 얼음상자와 햄버거
박스용의 포말폴리에스틸렌, 드라이클리닝과 탈취제 그리고 에어로졸 스플-이에 이르기까지
온갖 공정과 제품에 이용되어 왔다. 이리하여 1990년의 세계의 CFC생산고는 1백 10만톤에
매출고는 2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CFC의 사용과 관련된 제품값으로 따질 때 수천억 달러의
규모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연간사용량은 4백억 원 규모지만 이와 관련된 산업의
규모는 4조억 원에 이른다.
구멍 뚫린 보호대
그런데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셔우드 롤랜드(Sherwood Roland)와 그의
동료과학자인 마리오 몰리나(Mario Molina)가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서 프레온
가스(CFC)가 오존층을 파괴한다고 처음 발표한 이래 1974년에는 미국, 1977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1979년에는 네델란드와 스웨덴, 1980년에는 유럽공동체(EC), 캐나다
그리고 일본, 1981년에는 노르웨이가 각각 일부의 CFC(프레온 11 및 12)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1985년 남극상공의 오존이 넓은 범위에 걸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롤랜드 교수팀의 학설이 증명되자 '오존구멍'의 충격은 온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상층권의 오존층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해로운 파장의 자외선을 99퍼센트나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존층이 파괴되면 지구로 쏟아져 내리는 자외선의 양이
늘어나면서 피부암을 비롯한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시작한다. 미국환경보호청의 예측에
따르면 오존층이 2.5퍼센트 상실되면 피부암환자의 수는 연간1만 5천명이나 증가하는데 이런
추세로 계속 오존층이 줄어드는 경우 2075년까지는 4천만 명이 암에 걸려 그 중에서 80만
명이 사망한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백내장이나 시력의 장애가 늘어나고 얼굴의 주근깨와
주름살도 늘어난다.
이 밖에도 오존층의 파괴는 농업과 어업 그리고 자연생태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자외선이 20퍼센트 증가하면 곡물의 수확량이 20퍼센트 감소되고
멸치의 치어는 5퍼센트가 죽고 플랑크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레온 가스는 적외선을 흡수하는 능력이 매우 커서 이산화탄소에 비해
1만 배나 더 큰 지구온실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존층 파괴에서 CFC의 역할이 밝혀진 이래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접근책은 두 가지
방향에서 시도되었다. 그 중 하나는 국제협정으로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CFC의 양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오존층을 훼손하지 않는 대치품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이리하여 1987년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채택된 CFC 사용규제에 관한 국제조약인
'몬트리올 의정서' 는 20세기 말까지 CFC의 사용을 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1992년 선진국들은 다시 1996년부터 CFC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1993년 몬트리올 의정서 협정에 가입한 우리 나라도 1996녀부터 CFC의 생산은 물론 사용도
금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체품 개발과 재사용
CFC의 대체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은 미국의 듀풍사, 영국의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즈사(ICI), 그리고 프랑스의 엘프 아토셈사 간에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 중에서 1985년 개발사업에 착수한 ICI는 5억 달러의 개발비를 투자하여 7년간 노력한
결과 1992년 다른 기업에 앞서 있으며, 자동차 에어컨용 냉매로 사용할 새로운 대체품
HFC-134a의 대량 생산에 들어 갔다. HFC-134a는 탄소, 수소 불소로 된 분자로서 염소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대기 중에서 수명은 8년이지만 오존 감축의 영향을 전혀 주지 않는다. 이
밖에도 듀풍사가 CFC-11의 대체품으로 개발한 HCFC-123 (포말용 대체품)이나
HFC-152a(냉매용 대체품)는 대기 속에 방출되어도 수명은 모두 2년밖에 안 된다.
그런데 HFC-134a는 오존층 파괴와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대신 종래의 CFC-12로 에어컨을
돌릴 때보다 6퍼센트나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HFC-134a를 사용할 경우
콤프레서는 10퍼센트나 더 높은 압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압력에 견딜 수 있게 구조는
더 단단해야 하고 따라서 여러 핵심부품도 모두 새로운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한편 1988년 현재 세계에서 소비한 25억 4천만 파운드(약 1백 15만톤)의 CFC중에서 7억
5천만 파운드는 냉매, 7억 3천만 파운드는 포말제, 4억 8천만 파운드는 에어로졸, 4억
8천만 파운드는 세제, 그리고 그 밖의 용도로 1억 파운드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CFC는 대기 중으로 도망할 때만 환경에 위협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에어컨용 냉매는 CFC의 총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반 이하지만 CFC 배출량에서는 4분의
3이나 차지한다. 따라서 자동차 에어컨용 냉매가 종래의 CFC-12에서 HFC-134a로 완전히
대체되면 오존층 파괴요인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일부기업들은 프레온을 회수하여 다시 사용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프레온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오존층 파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예컨대 듀퐁사는 냉매용의 CFC-11과 CFC-12를 회수하기 위해 이런 프레온을 사용하는
각 사업장에 5백 파운드 용량의 회수 용기를 보내는 한편 미국정부는 재순환 프레온에
대해서는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기계류 메이커인 린데만사와 영국의
금속재순환회사인 버드그룹이 포말과 냉장고 콤프레서에서 프레온을 추출하여 재사용하는
사업을 합께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섬유 메이커인 동양방직사는 최근 흡착속도가 매우 빠른
활성탄소섬유를 내장한 장치를 개발하여 프레온 회수에 이용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미국 전자공업계는 전자부품을 결합시키기 전에 인쇄회로판에 붙은
수지용제를 제거하기 위해 CFC를 세제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 전자공장에서는
인쇄회로판을 비눗물로 씻고 더운 공기로 말리기 시작하면서 CFC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미군수산업체인 휴즈 에어크라프트사는 최근 레몬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용제로
인쇄회로판을 청소하고 있다. 전세계에 50개의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캐나다의 통신회사
노던 텔레콤사는 부품을 결합하기 직전에 인쇄회로판에 알코올과 용제로 된 연무를 뿌리는
기술을 개발하여 CFC로 씻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우리 나라 기업들도 CFC 사용금지 시한을 앞두고 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예컨대
금성사는 1993년 12월부터 CFC 대신 HFC-134a를 냉매를 사용하는 이른바 '그린 냉장고'
생산에 들어갔고, 현대자동차도 새로 출하하는 승용차에는 새로운 냉매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은 1995년 말까지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를 새로운 대체품으로 바꾸는 한편,
종래 CFC를 사용하여 냉방하던 이 그룹의 보유건물 47동에 대해 새로운 설비로 대체하기로
했다.
지구공학적인 접근책
그러나 이미 대기 속으로 방출된 CFC 그대로 남아 있어 계속 오존층에 피해를 주면서
2020년경에는 최악의 사태를 빚게 될 것이라고 롤랜드 교수는 경고하고 있다. 대기 속에서의
CFC의 수명은 냉매와 포말용으로 사용되는 CFC-11의 경우는 64년, 냉매와 에어로졸용의
CFC-12는 1백8년, 그리고 세제와 드라이클리닝용의 CFC-13은 88년이다.
그래서 선진국의 과학자들은 이미 파괴된 오존층을 인공적으로 회복하는 지구 공학적인
접근책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 과학자들은 남극을 비롯하여 오존층에 구멍이 뚫린
여러 지점에 거대한 비행선들을 정기적으로 성층권으로 띄워 올리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저마다 오존발생기를 갖춘 이 비행선들은 남북극 상공에서는 지상 7킬로미터, 그리고 적도
상공에서는 지상17킬로미터의 고도에 이르면 지상에서 보낸 무선지령에 따라 오존발생기가
자동으로 가동하기 시작한다. 이들이 발산하는 오존은 지상에서 올라간 프레온 가스로
파괴된 오존층을 수복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편 캘리포니아 대학의 랠프 시세론(Ralph Cicerone)은 이와는 다른 종류의 지구공학적
접근책을 제시한다. 그와 그의 동료과학자들은 그 하나의 방법으로서 겨울철이 끝날 때
남극의 성층권에 프로판을 보내는 방법을 천거한다. 컴퓨터 모델에 따르면 염소는
프로판과의 반응으로 소진되어 오존층만 남게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밖에도 지상에서 전파를 발사하여 오존층의 전자의 수를 늘려서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소 원자를 이번에는 오존을 파괴하지 않는 염소 이온(전하를 띤 염소원자)으로 바꾸자는
구상도 하고 있다. 미국립대기연구센터와 캘리포니아 대학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에는 일본통신종합연구소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이와는 별도로 북해도에 전파발사용장치를 설치하여 오존층의 보호효과를 알아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음식 찌꺼기로 썩는 플라스틱 생산
식품가공에서 생기는 폐기물이나 또는 음식 찌꺼기를 이용하여 플라스틱 필름을 만드는
새로운 공업이 개발되어 폐기물 재생업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공법을 사용하면 지금까지는 쓸모가 없어서 버리던 치즈의 유장(치즈를 만들 때 우유가
응고한 뒤 분리되는 끈적거리는 수용액)과 감자 찌꺼기에서 새로운 재료를 생산하여 분해가
잘 되는 포장용 쇼핑백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유장은 치즈 10파운드를 생산할 때마다 90파운드나 나오는데, 미국에서만 해마다
60억 파운드(약 2백72만 톤)의 유장이 산출되지만, 그 중의 반 이상은 배수시설로 버려진다.
더욱이 이 새로운 필름은 우유와 사람의 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종래 플라스틱 폐기물이 빚어내는 환경오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립 아르곤연구소에서 개발된 이 공정은 우선 효소를 사용하여 유장과 감자의 찌꺼기를
글루코오스(포도당의 일종)시럽으로 전환시킨다. 다음 단계는 이 시럽을 박테리아와 함께
발효시켜 유산 수프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전기투석방법(막의 양쪽에 서로 상반되는 전하의
전극을 놓고 확산을 부추기는 투석법)으로 이 수프에서 순수한 산을 분리한 뒤 이것을
가열하면 물의 분자는 나가고 폴리유산 분자만 남는데 이것으로 필름과 코팅을 만들 수
있다.
미국립 아르곤연구소의 화학자 패트릭 본시노아는 아직도 유산의 순도를 끌어올리는
문제들이 약간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곧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화학 메이커인
듀폰사와 콘아그라사, 그리고 카길사가 합작하여 세운 에코켐사가 1994년 내에 이런 필름의
생산을 개시하여 제조업체에 팔 계획이다.
지구공학자들의 원대한 구상
기후변화협약이 1994년 3월21일을 기해 마침내 발효되면서 지구 온실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처리 문제는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다가섰다.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중에서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여서 발생의 근원을
축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선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여러
국가의 경제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특히 개발도상국가들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도 어렵다.
그래서 선진국 과학자들은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의 증가를 막거나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기발한 구상들
1994년 2월18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세계 최대의 과학자모임인
미과학진흥협회(AAAS)의 제160차 연례모임에서는 '미래의 지구공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구공학적인 측면에서 온실효과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온실효과에 대한 규범적인 대응방법은 보다 적은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줄이는 것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으나, 미래의
지구공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산화탄소를 발전소에서 직접 바다 밑 깊은 곳에 펌프로 보내자는 제의도 있었다. 또
새로운 삼림을 키우거나 또는 바다에서 광합성하는 플랑크톤을 키워서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게 하자는 구상도 있었다. 또 그 효과를 역작용시키자는 제안도
있었다. 예컨대 우주 공간에서 설치한 거울이나 또는 대기 중에 뿌린 먼지가 일부의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실기체는 열을 가둬 두겠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온실 속으로
들어가는 열의 양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의 흠은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발전소로부터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펌프질해서 깊은 바다 밑으로 보내자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래서 발전단가는 두 배로
뛰어 오르고 발전기의 능률은 30퍼센트나 줄어든다.
그러나 이보다 비용이 덜 먹히는 구상도 있다. 예컨대 쇠가루를 뿌려 바다를 비옥하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이 제안은 한 고 존 마틴(John Martin)은 세계의 일부 바다에는 철분을
제외하면 많은 기본 영양분을 내포하고 있지만 생물은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약에
철분의 부족 때문에 바다에 생물이 적다면 철분을 좀 보태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플랑크톤은 영양분을 게걸스럽게 먹으면서 이산화탄소도 흡수해 버린다.
이들이 죽어서 바다 밑에 가라앉으면 이산화탄소도 함께 가라앉아 기후변화의 걱정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플랑크톤이 필요한 철분은 1만 개의 탄소원자에 대해 철원자 1개 정도의
비율밖에 안 되므로 많은 금속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만약에 철을 고루 뿌릴 수 있다면
유조선 2__3척분의 철이면 남극해 주변 바다를 모두 비옥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 듀크 대학의 리처드 바버(Richard Barber)는 최근 이런 구상을 실험한 결과를 이번
AAAS회의에 제출했다. 바버 팀은 태평양 적도의 일부 지역에 철을 뿌린 결과 실제로 작은
플랑크톤 식물의 생산성은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물 속에서 이보다 약간
아래 쪽에 사는 작은 플랑크톤 동물을 곧 포화상태가 되고, 많은 철분은 덩어리가 되어서
가라앉아 버렸기 때문에 3일 뒤에는 플랑크톤의 손이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식물로 고정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식물이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연구자들은 유전공학으로 처리한 생물을
연못이나 바다에 방출하는 것도 대기 중에서 늘어나는 이산화탄소의 수준을 끌어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장기 계획을 모범적으로 하는 일본 정부 통산성은 1990년 환경문제의 기술적인 해결책을
추구하기 위해 독립연구기관인 지구혁신기술연구소(RITE)를 설립했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평도 듣고 있으나 이 연구소의 가장 이상적인 사업은 이산화탄소를 식물
조직 속에 생물학적으로 고정시킨 뒤 이 조직을 연료용 기름과 동물 사료와 같은 제품으로
가공하기 위해 광합성을 조정하는 일이다. 이 연구소의 계획에 따르면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바닷말과 같은 생물을 가득 채운 대형 탱크를 통과시켜 거품을 일게 한다.
한편 광합성을 위한 햇빛을 대양열 수집기로 모아서 집중적으로 쬐어 주고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섭취한 뒤에는 주기적으로 수확한다. 태양에너지는 또 이런 제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의 입안자이며 도쿄 대학 생물전자공학 교수인
가루베 이사오는, "이 사업의 목표는 화석연료 에너지를 추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비전을 실현시키자면 여러 분야에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재빨리 소화할 능력이 있는 생물체를 찾는 일이다. 가루베 교수는 그의
연구소와 해양 생물 공학연구소에서는 모두 7천여 종의 미생물을 수집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중에는 종전에 분류되지 않은 미생물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생물학적 접근법의 문제점은 미생물은 광합성에서 비교적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섭취한다는 점이다. 미야치 소장은 최근 발견된 '클로로코큠 리토랄(Chlorococcum
littorale)'의 경우 자연조건 아래서 5백 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만한 이런 바닷말을 키우자면 사방 16킬로미터 넓이의 연못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의 접근책이 있다. 미야치 소장에 따르면 자연연못에서
바닷말을 키우자면 충분한 양의 일광이 필요한데 자연광은 수면 바로 밑 2인치 정도를
침투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광섬유를 이용하면 빛을 이보다 더 깊은 곳까지 싣고
갈 수 있다. 현재 이런 장치의 원형을 개발했지만 이것을 크게 확장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 것 같다.
해상농장
미국 과학자들은 광대한 면적의 공간이 필요한 이 방법의 해답을 육지보다 바다에서 찾고
있다. 미국전력연구소(EPRI)가 지원하고 캘리포니아주 골레타 소재 네우셜 매리컬처사가
실행 중인 한 프로젝트에서는 과학자들이 캘리포니아산 미역을 생산하고 있는, 떠있는
거대한 '농장' 의 개발가능성을 조사연구하고 있다.
이 미역 위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화칼슘으로 전환하는 석회질을 가진 바닷말 무리를
붙여 준다. 이 바닷말들은 이산화탄소를 소화해 가면서 차츰차츰 무거워져 마침내는
농장전체가 바다 밑에 가라앉아 버리면 다시 새로운 농장이 들어서게 된다.
다른 하나의 시나리오에서는 기술자들이 영양분이 풍부한 해역에서 떠 있는 농장을
만든다. 이곳에서 자란 바닷말들은 차츰차츰 해류에 밀려 영양분이 빈약한 해역으로
이동하여 결국 영양이 모자라서 죽으면 바다 밑에 가라앉아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무인농장을 개발하는 비용은 비교적 적게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미역에다 석회질을 가진 바닷말을 붙여 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다루자면 약 1백만 평방마일(1천 6백 킬로미터 사방) 넓이의 해면이 필요하다.
두 번째 접근책은 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유전공학기법으로 부추겨 주자는
것이다. 가루베 교수는, 이런 방법이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고정률과 배양조건이 향상된다고 해도 생물반응로와 일광수집기를 확장하는 비용
때문에 바닷말을 이용하는 시스템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본다. 그래서 약 3퍼센트
이산화탄소가스를 내뿜는 화학공정이나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같이 비교적
낮은 수준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경우를 다루는 데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먼지 쏘는 대포
그러나 플랑크톤처럼 생물의 변덕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은 좀더 단순하고 실효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투함의 대포를 수직방향으로 발사하여 엷은 먼지층을 성층권으로 올리는
일은 비교적 쉽고 값도 헐하게 먹힌다. 이 먼지층은 태양으로부터 지구를 성공적으로 은폐할
수 있다는 증거를 우리는 갖고 있다.
1991년 피나투보산(Mt, Pinatubo)의 폭발로 2천만 톤의 먼지가 성층권으로 올라갔다.
이것은 한동안 세계를 덮어, 컴퓨터 모델이 예측한 대로 지구표면을 냉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립연구원의 1992년 보고에 따르면 들어오는 태양빛의 1퍼센트를 반사하여
매평방미터당 2__3년에 한번씩 대포로 피나투보산이 분출한 양만큼의 먼지를 대기권으로
쏘아 올리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는 여객기 배기가스의
첨가물을 이용하여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 대학의 랠프 시세론(Ralph Cicerone)은 이와는 다른 종류의 지구공학을
보여 주었다. 그와 그의 동료과학자들은 냉매와 에어로졸 추진제로 사용하는 CFC에서
방출되는 염소가 파괴한 남극 상공의 오존층 구멍을 땜질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 처방의 하나로서 겨울철이 끝날 때 남극의 성층권에 프로판을 보내는 방법을
천거하고 있다. 컴퓨터 모델에 따르면 염소는 프로판과의 반응으로 소진되어 오존층만 남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시세론과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항공함대가 스토브용의 연료를 남극상공에 뿌리라고
제의하기 전에 보다 상세한 모델에서 그들의 연구결과를 점검했다. 이들은 염소가
프로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성층권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수백만 톤의 먼지를 성층권에 올릴 사람은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우주의 선스크린
한편 지구와 태양 사이에 대형거울을 설치하면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알루미늄박을 이용할 수 있는데 그것도 지구의 중력을 뚫고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릴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달이나 이웃의 소행성의 광산을 개발하여 현장에서 제련하면 필요한
원료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비용은 2__3조달러나 들 것이나 화석연료를
전환하는 데도 그만한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반사된 에너지는 온실가스가 가둬 둔 에너지와 전체적으로 평균했을 때만
서로 맞먹는다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스티븐 슈나이더(Stephen Schneider)는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적으로 볼 때 그렇게 잘 균형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성층권에서 우주로 반사된 햇빛은 세계 전역에 고루 영향을 줄 것이다. 성층권은 매우
잔잔하고 매끄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실효과의 영향은 그렇게 고루 번지지 않는다. 그보다
아래쪽의 대기는 기상 등으로 인한 변화가 다양하다. 육지는 바다보다 더 빨리 데워지고
혼합되지 않는 상태의 바닷물은 많이 순화하고 있는 곳보다 더 빨리 데워진다. 맑은 하늘을
가진 장소는 구름이 낀 장소보다 온실효과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그래서 성층권의 방패로 고루 냉각한다고 해도 지구를 산업혁명이전의 에덴 동산으로
복귀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평균온도를 내릴 수는 있어도 지역적인 기상변화에 어떤
제한을 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방법으로 일부지방은 오늘날보다 더 선선하게 될지는 모르나 예측할 수 없는 것에 의해
지역기상 패턴을 뒤엎을지도 모른다. 이런 주장을 통해 슈나이더 박사는 우주의 선스크린
계획의 결함과 한계를 지적한다.
범지구적 조림사업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연료의 화력발전소 중에는 조림사업을 통해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려고 모색하는 '도덕성이 높은 발전소'도 있다. 예컨대 미국의 전력회사인
어플라이드 에너지 서비시스사(AES)는 1988년 과테말라에 5천 2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를
결정했다. 자라나는 나무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는데, 결국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가동하기 시작한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기업의 데니스 바크(Dennis Barke) 사장은 어떤 한 나라에서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다른
나라에서 수거하는 경우, 결국 대기 전체로 생각한다면 같은 효과를 거두기 대문에
조림사업을 미국에서 하든 과테말라에서 하든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미국 뉴잉글랜드 전기회사도
말레이지아에서 조림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의 기업들도 AES에게
재정지원을 할 이와 비슷한 사업을 찾는 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국영발전위원회가 FACE는 말레이지아에서 2만 5천 헥타르, 그리고
체코슬로바키아에서 1만 6천 헥타르의 조림을 돕고 있다. 이 위원회는 동유럽의 악명 높은
산업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는 가구마다 다시 연간 1길더씩
지불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오늘날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거한다고 알려졌으나 주로 브라질과 서부
아프리카,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포함하여 전세계에서는 매분당 50에이커의 삼림이 벌목되고
있다. 그러나 벌목을 막고 나무를 다시 심는 것만으로는 현실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미국립
오크리지 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지구의 온실효과를 멈추려면 이산화탄소를 특별히 잘
흡수하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17억 에이커나 심어야 하는데, 이것은 호주 면적과 거의
맞먹는다. 미국 워싱턴의 미래자원연구센터에 따르면 해마다 대기 중에 새로 추가되는 29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자면 미시시피 서쪽의 미국 각 주를 합친 지역과 맞먹는 11억
에이커의 새로운 삼림을 조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열대지방에서의 조림비용은 에이커당 2백 달러, 그리고 온대지방에서는 4백 달러로 볼 때
세계의 삼림면적을 16퍼센트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천억 달러로 어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지구의 온난현상을 막을 수 있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큰 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우리 나라 산림청 임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우리 나라 산림이 흡수, 저장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연간 약 1천 3백 38만 톤으로 어림하고 있다. 이것은 발전과 수송
그리고 산업계에서 연간 대기 중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인 7천 8백만 톤의 약 17퍼센트에
해당된다. 이 밖에도 우리 나라 산림에서는 연간 3천 5백 67만톤의 산소를 공급하고 산림
1헥타르당 아황산가스 12.3킬로미터, 먼지 5.9킬로미터를 흡수하여 약 8조 3천 7백97억 원에
해당하는 대기정화기능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지구공학은 다른 방법과는 달리 범세계적인 합의가 필요 없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멎게 하자면 다국간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지구공학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예컨대
초강대국이 햇빛을 반사하여 온실효과를 막기 위해 하늘을 어둡게 만든다는 것은
부도덕하거나 슬기롭지 못한 일이 될지는 몰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초음파가 여는 타이어 재생의 길
우리 나라에서는 해마다 1천 2백만 개나 쏟아져 나오는 폐타이어는 환경오염의 주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폐타이어는 그대로 놓아 두면 분해하는 데 80년이나 걸린다.
그래서 폐타이어의 재순환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연간 2억7천만 개의 폐타이어가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최근 초음파를 이용하여 재순환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아크론 대학 교수인 아사이에프(Avraam lsayev)는
페타이어에서 나일론 코드와 강철 벨트를 제거한 뒤 높은 음파와 열과 압력으로 처리하여
타이어의 강력한 화학적 결합력을 재빨리 풀어 버린다. 그래서 고무가 일단 액체모양이 되면
다른 제품으로 만들기 쉽거나 또는 새로운 고무와 섞을 수 있다. 새 원료를 사자면
파운드(453.6그램)당 10__20달러나 하는 비싼 고무 비슷한 화합물로 만든 가스켓, 호스
그리고 벨트도 재순환할 수 있다. 아사이에프 교수는 그 방법은 다루고 처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용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긴안목에서 보면 싸게 먹힐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시간당 5파운드를 처리하는 용량을 가진 이 시스템은 가스켓 따위를 충분히 다룰 수
있도록 1년 내에 시간당 용량을 1백 파운드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타이어를 재순환하자면
시간당 5,000파운드 이상의 처리능력이 필요하다. 현재 이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 마실런 소재의 내셔널 파드스크류 앤드 머시닝사가 이 장비의 생산과
타이어의 재순환을 위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유리 알갱이의 다양한 새로운 용도
우리는 유리를 재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더 많은 유리를 만드는 것으로 듣기 쉽다.
그러나 캐나다의 한 기업은 폐기된 유리를 보다 재미있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기업은
유리를 이른바 '글라스샌드(유리모래)'로 간 뒤 이 알갱이를 모래뿜기(유리, 석재,
금속 따위의 딱딱한 표면을 닦거나 자르거나 장식하기 위해 압축공기나 증기로 모래알을
끼얹는 것)에서 물을 걸러내는 일을 이르기까지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 소재 비트리어스 환경그룹(VEG)은 '글라스 블라스터'라는 이름의 기계를
발명했다. 이 기계는 유리병마개, 라벨 그리고 심지어는 내부의 썩은 액체까지 포함한
유리병을 빻아 미세한 알갱이로 만들 수 있는데 알갱이가 너무나 곱기 때문에 이에 비하면
종래의 모래는 투박한 자갈처럼 보인다.
이 작은 유리 알갱이는 콘크리트나 페인트를 섞을 때 아른아른한 빛을 더해 준다. 이
재료는 또 지붕 타일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고, 또 물을 걸러 내는 필터에도 사용할 수
있다. VEG에 따르면 '글라스샌드' 필터가 모래나 목탄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하고 있다. 또 환경운동가들은, 물을 재사용하기 위해 재순환 시키는 데 그것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재료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리분쇄기술이
궤도에 오르게 되면 폐기물처리장으로부터 산더미 같은 유리를 제거하여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유리폐기물을 이용하면 구태여 땅에서 모래를 파내지 않아도 된다.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생산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인 폐플라스틱을 에너지 자원으로 재생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자원재생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일본의 도시바 환경연구소는 못 쓰게 된
플라스틱의 유화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 열을 주면 녹는다. 이것은 많은 분자를 묶어서 만든 고분자물질(폴리머라고 함)이
분자수가 비교적 낮은 저분자물질로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 열이나 압력을 잘
조절해주면 플라스틱을 휘발유나 등유와 같은 분자량이 비교적 많은 물질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종래 기름으로 전환할 수 있는 폴리우레텐계로 한정되어 있었다. 플라스틱의 종류에
따라 녹는 조건도 다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또 그 중에는 염화비닐과 같이 염소라는
첨가물을 포함한 플라스틱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유화 시스템은 이런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압력을 주어 열가소성 플라스틱 전체로 유화의 대상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염화비닐의 경우도 플랜트 속에서 염소와 반응하여 식염을 만드는
가성소다를 섞어 주면 그것도 함께 유화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도시바 연구소는 이 기술을 2__3년 내에 실용화할 계획이다. 우선 대형 트럭의 짐칸에
유화 시스템을 설치하여 각 공장을 순회하면서 폐플라스틱을 처리하여 생산된 가솔린과
등유는 각 공장의 에너지원으로 제공할 생각이다. 그런데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 중에서
열가소성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율은 80퍼센트에 이른다.
화학물질 없는 하수처리방법
종래의 하수처리방법보다 물을 더욱 깨끗하게 정화하고 연료용 메탄가스를 생산할 뿐
아니라 식물도 키울 수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하수처리 시스템'이 개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코넬 대학의 과학자 윌리엄 쥬엘(William Jewell)과 그의 동료들은 박테리아와
식물만 가지고 하수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더러운 물은 우선 필터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곳에는 혐기성 박테리아(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세균)들이
규조토의 작은 입자에 매달려 있다. 이 필터는 오늘날 하수처리시설에서 사용되는 같은
크기의 필터보다 1만 배나 더 큰 표면적을 제공한다.
이때 박테리아는 유기물질을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전환하고 발생한 메탄은 모아서 팔 수
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얇은 층의 물이 수경법으로 키우는 작물뿌리 위로 흘러내리면서
뿌리는 나머지 폐기물을 흡수한다. 쥬엘 팀은 실험 결과 이런 시스템으로 붓꽃은 물론
장미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식물들은 주기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
미국 가스 연구소와 뉴욕주 에너지 연구개발당국, 그리고 월트 디즈니 이미지니어링사의
재정지원을 받아 4년 전부터 파일롯 플랜트를 세워 실험 중인 이들은 하루에 1만 갤런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그 결과 종래의 시스템에 비해 거의 10배에 가까운 효율적인
하수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쥬엘은 새로운 하수처리시스템이 종래의
하수처리장과 대치되어 꽃이 언제나 피어 있는 아름다운 '하수처리공원'을 가꿀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개똥벌레가 돕는 결핵치료
개똥벌레가 사람의 질병치료에 한몫 거들고 나섰다. 최근 생물학자들은 개똥벌레의
꽁무니에서 발산되는 부드러운 노란색의 반딧불을 이용하여 결핵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최근에 와서 결핵환자의 수는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더욱이 결핵을 일으키는 여러 박테리아들은 일반 항생제에 대해
저항력까지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환자를 치료하자면 어떤 약이나 또는 약의 조합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데만
2__3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있어 그 동안 병은 더욱 번져 버린다.
미국 뉴욕의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미생물학자 월리엄 제이콥스(William R.
Jacobs Jr.)를 비롯한 일단의 과학자들은 개똥벌레로부터 빌려온 유전자를 사용하여
대기시간을 단 3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들은 최근 빛을 내는 효소인
루시페라제를 생산하는 개똥벌레의 유전자를 바이러스 속에 집어 넣은 뒤 결핵균을 둘러싼
방호벽을 뚫고 균 속으로 침투시키는 실험을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약이 효과를 시험하기 위해 환자에게서 끄집어낸 결핵균 샘플에 대해 여러
항생제를 첨가한 다음 세균을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첨가하면, 이것은 결핵균 속에서
루시페라제를 생산한다. 마지막으로 루시페린이라는 화합물을 첨가한다. 이것은
루시페라제에 의해 분해될 때 노란빛을 발산한다.
만약에 항생제가 결핵균을 죽이거나 약화시키지 못하는 경우 루시페린을 첨가하면 세균은
빛을 내기 시작하지만, 결핵균이 빛을 내지 않으면 이 항생제요법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일부 보완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곧 현장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계피는 당뇨병 치료제
서구인들이 토스트와 같은 식품의 맛을 돋궈 주는 향신료로 사용하는 계피가 앞으로는
당뇨병 치료제의 일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벨츠빌 소재 미농무성 산하 인간영양센터의 과학자들은 최근 계피가 인슐린의 효용을 크게
부추기는 미확인 화합물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인슐린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종류의 향신료를 시험했는데,
여러 시험에서 계피가 인슐린의 활동을 거의 1천2백 퍼센트나 부추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피는 인슐린의 효과와 연관된 광물인 크롬을 내포하고 있으나 계피보다 더 많은
크롬을 가진 다는 향신료는 극적인 결과를 보여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사업을 주도한 저명한 생화학자 리처드 앤더슨(Richard Anderson)은 현재 인슐린의
생물학적 활동을 증진시키는 성분을 찾기 위해 계피에 내포된 수백 종의 다른 화합물을
단리(혼합물 중에서 하나의 원소나 화합물을 분리해 내는 일) 중이다.
그런데 심장혈관질환과 같이 오늘날 당뇨병 환자들이 당면한 2차적인 문제는 거의가
인슐린의 양을 늘린 결과로 생긴다. 그래서 계피의 효과가 정확하게 밝혀지면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의 양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앤더슨은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실험결과 ㄷ뇨병 환자들은 하루에 찻숟가락 반만큼의 계피를 섭취한 결과
뚜렷한 효과를 보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람에 대한 임상연구가 곧 시작될 것이다.
미국 애틀란타시의 에모리 대학 생화학 과장 단 맥코믹(Don McCormick) 교수는 앤더슨의
발견에서 보여 주듯 자연식품은 직접간접으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주기 때문에
다양한 식단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고혈압과 간염을 예방하는 야채
최근 일본과 미국의 과학자들은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하여 높은 혈압을 내려 주고
B형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야채를 가꾸는 실험에서 성공하여 의료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오사카의 대형 화장품 메이커인 가네보사 과학자들은 고혈압을 떨어뜨리는 아미노산
유도체(어떤 화합물의 분자 일부를 변화시켜서 생기는 화합물)를 농업용 바이러스와 섞은 뒤
방울토마토 줄기에 붙였다. 이렇게 감염된 줄기에서 자란 토마토 속에는 항고혈압약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편 미국 휴스턴 소재 A and M 대학 생물화학기술연구소와 애그리스타사의 과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토양 바이러스 속에 감염항원(몸 안에서 항체를 만드는 물질) 을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바이러스로 감염된 양상추와 토마토 줄기는 적은 양의 항원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것은 간염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항원의 침입에 맞서 혈청이나 조직
속에 생기는 물질로 병균을 죽이거나 몸에 면역성을 준다) 의 생산을 부추기게 된다.
일본과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더욱더 다듬으면 항고혈압제나
항간염제를 야채 속에서 생산하는 안전하고 믿을 만한 항고혈압제나 항간염제를 야채 속에서
생산하는 안전하고 믿을 만한 미니 공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21세기초에는 이를테면 고혈압으로 걱정하는 환자에게는 "방울토마토를 두서너 알 깨물어
보시오"라는 처방을 내리든가, 또는 B형간염에 감염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양상추도
간염을 막을 수 있다'라는 처방전을 받아 보는 시대가 올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다.
냄새는 능률을 올린다.
바위앵두나무의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로운 냄새는 과연 운전자에게서 졸음을 쫓을 수
있을까?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소재 다울링 대학이 추진하는 한 연구사업의 목적은 이런
질문의 해답을 찾는 것이다. 이 사업을 책임진 브래그던(Clifford Bragdon) 교수는 사람을
각성시키는 데 바위앵두나무가 카페인보다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연구팀은 이
효과를 계량화하여 안전과 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몇몇 기업들은 직장에서 냄새를 가지고 이미 시험 중이다. 예컨대 일본의
화장품과 향수 메이커인 시세이도는 연구결과 사무원들은 부드러운 감귤냄새로 생기를 찾을
때 타자를 더 빨리 치고 오타를 줄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냄새는
아침과 정오의 중간, 그리고 오후 중간인 대략 3시쯤에는 특별히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세이도는 현재 일본의 한 건설회사와 함께 빌딩의 환기에 냄새를 첨가하는 시스템을
팔고 있다. 이 시스템의 운용자는 하루 동안 여러 가지의 냄새를 풍기도록 프로그램 할 수
있다
그런데 냄새는 보다 진지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의 미에대학
의과대학의 테히사 고모리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레몬 냄새에 노출시키면 스트레스로 생기는
시스템 손상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레몬의 향기는 또
항우울증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모리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효과는
완벽하게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간단한 눈검사로 당뇨병을 진단
옛부터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일컬어 왔다. 그런데 최근 눈은 당뇨병을 신속하고 고통
없이 탐지할 뿐 아니라 치료결과도 알려 주는, 이를테면 거울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의 혈당수준을 측정하는 종래의 표준혈액검사를 대신할 날도
멀지 않았다.
미국 조지아주 노크로스시 소재 소펙트 Rx사는 환자의 눈 렌즈에다 낮은 수준의 푸른빛을
쐬여 주어 불과 30초 내에 환자의 평균 혈당수준을 간단히 읽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는 설탕과 전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 속에는 지나치게 많은 설탕이 존재하게 된다. 이 과도한 설탕은
눈 렌즈를 형성하는 단백질 조성에 영향을 미쳐서 정상적인 경우보다 2백13배나 많은 빛을
발산하게 만든다. 전산화된 측정장치를 이용하면 빛의 양으로 혈당치를 가늠할 수 있다.
스펙트 Rx사가 개발한 이 장치는 현재 미국 아틀란타시의 에모리대학과 컬럼비아시의
미주리 대학에서 새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3백명의 환자에게 6개월 기한의 실험에 들어갔다.
이 실험결과에 따라 미국식품의 약국(FDA)의 사용승인을 받으면 늦어도 1995년 초에는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 측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에서 제약회사와
계약도 맺고 대당 2천__4천 달러로 판매할 계획인데, 이 장치를 이용하면 수시로 치료결과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에만 1천3백만 명이 당뇨병 환자가 있고 일본은 약 6백만 명, 그리고 우리
나라의 경우는 전 국민의 약5퍼센트인 2백만 명이 당뇨병 환자로 어림되고 있다. 그러나
종래의 번거로운 진단방법 때문에 자기가 당뇨병 환자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백내장 억제약 개발
지난 20여 년간 백내장치료는 새로운 외과기술개발에만 치중해 왔다. 그래서 백내장의
원인을 찾아내어 병을 억제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는 노력을 덜 기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물리학 교수 조지 베네데크(George Benedek)와
오클론사 사장 로렌스 카이네트(Lawrence Kinet)에 따르면, 이 새로운 약품은 사람의 세포에
흔히 있는 보효소 전구물질인 판데딘(pantethine)이라고 불리는 분자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판데딘을 안약속에 넣은 뒤, 이런 안약을 사용하면
백내장은 외과수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백내장이 생기는 원인 중의 하나는 눈의 렌즈 조직의 수분과 단백질분자의 고른
배열이 무너지는 데서 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단백질은 렌즈 속에 집중된 작은
물방울에 바싹 달라붙게 된다. 그래서 이런 물방울 때문에 빛이 정상적으로 렌즈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판테딘은 물과 단백질이 이처럼 덩어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71년 빛이 눈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관한 연구로 이름을 널리 떨친 베네데크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도 판테딘에 관한 기초연구에 이바지했다. 오쿨론사는 2__3년 내에 이
약을 시장에 출하할 계획이다. 그런데 판테딘은 이미 연구실에서 네 개 집단의 쥐와
토끼에게 실험한 결과 백내장을 억제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샐러드 백신
오늘날 세계에는 수백만 명의 B형 간염환자들이 있다. 간염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B형 간염백신은 6개월간 3회에 걸쳐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
누구나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일단의 생물학자들이 과일과 야채 속에서 백신을 키우는 방법을 발견하여 간염백신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다. 간염백신은 단일 단백질로 되어 있는데, 이
단백질은 간염바이러스이 기낭 속에서 항원의 역할을 하면서 몸의 면역반응을 끌어낸다.
최근 미국 텍사스 A and M 대학, 베일러 대학, 그리고 유전공학기업인
애그리스타(Agristar)사의 과학자들은 이 항체의 유전자를 박테리아 속에 넣은 뒤 토마토
나무에 이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식물 속으로 들어간 박테리아는 함께 싣고 간
간염바이러스 유전자를 풀어 놓아 항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은 오늘날 효모속에서 백신을 키우는 방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효모에서 키운
백신은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어서 많은 비용이 드는
정제공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토마토로 만드는 백신은 그런 과정이 필요 없다. 토마토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안전하고 전혀 독이 없기 때문이다.
토마토 백신은 또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할 수 없는 가난한 제3세계 국가에서 흔히 오염된
주사바늘로부터 발생하는 감염의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다. 더욱이 토마토 백신은 값이
헐할 뿐 아니라 투약하기도 쉽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에게는 토마토 백신이 들어 있는
토마토 쥬스를 세 통씩 주어서 두 달마다 한 통씩 먹일 수도 있다. 토마토만 아니라
바나나와 상추에서도 백신을 키울 수 있다. 과학자들은 간염뿐 아니라 콜레라와 같은 다른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키우는데 이런 공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적의 항암제 '택솔'
세계의 크고 작은 약품 메이커들은 유방암과 난소암 치료제인 '택솔(taxol)' 개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태평양을 낀 북미대륙에서 자라는 주목나무 껍질에서 나오는
택솔은 의약사상 가장 비싼 약품이라는 데서 개발전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주목나무
여섯 그루에서 겨우 환자 한 사람이 연간 필요한 택솔을 생산할 수 있고 2백 명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택솔 1파운드의 값은 25만 달러(약 2억 원)나 나간다, 이런 추세라면 택솔은
90년대 말에는 연간 약 5__10억 달러 매출고의 초대형 약품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미국립암연구소가 가장 유망한 항암화학물질이라고 말하고 있는 택솔은 1970년대 후반 이
연구소가 발견했다. 그 뒤 존슨 홉킨스 대학에서 1983년 처음으로 난소암에 대한 임상실험에
들어갔고 이어 유방암에 대한 시험을 한 결과 특효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택솔은 유방암 환자의 50퍼센트, 그리고 난소암 환자의 30퍼센트에서 종양을 완전히
없애 버린 경우도 있으나 치료를 중단하자마자 종양은 되살아났다.
택솔은 세포분열을 막음으로써 성장을 멎게 한다, 암은 통제를 벗어난 분열과 성장을
거듭하는 세포들의 집합이므로 이런 특성을 가진 택솔은 항암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다른 항암제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항암제는 암세포의 유전물질(DNA)을
손상시켜 복제를 억제하지만 택솔은 분열의 초기에서 암세포를 이를테면 '동결' 시킨다.
세포가 분열할 때 마이크로 튜불이라는 미세한 스파게티 모양의 튜브 굴대가 나타나서 그
과정을 돕는다. 튜브가 오그라들면 마이크로 튜블은 작은 모터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염색체를 갈라 놓고 그 중에서 반은 새로운 세포로 된다. 택솔은 이 튜브를 마비시켜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분열을 하지 못한 세포는 마침내 죽어 버리는 것이다. 택솔은
다른 항암제처럼 머리털이 빠지고 적혈구와 백혈구 수가 떨어지며 심박이 느려지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대문에 신비스런 특효약이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주목의 껍질을 벗기는 방법으로만 택솔을 생산한다면 머지않아 2천 3백만 그루
안팎의 주목은 씨가 말라 버릴 것이다. 그래서 여러 기업들은 인공 택솔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 소재 에스카제네틱스사는 식물세포 조직배양법으로 이미
상당한 양의 택솔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주목의 묘목에서 조직 조각을 잘라 내어
여러 가지 영양분을 담은 접시에서 키운 뒤 이것을 발효탱크에서 발효하여 택솔을 생산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주목 껍질에서 생산하는 비용의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택솔은 탄소원자가 얽혀서 여러 고리로 된 분자인 테르핀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화학 교수인 웬더팀(Paul Wendertim) 교수팀은 테르핀의 주요 성분인 피넨을 출발물질로
하여 택솔을 합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나, 이 합성에는 적어도 15__25개의 공정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상업규모로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예방의료시대의 개막
2014년경부터 태어나는 신생아들은 누구나 병원에서 퇴원할 때 신용카드 크기의 이른바
'유전 화일'을 받는다. 이 전자식 카드에는 신생아의 유전에 관한 정보가 내장되어 있다.
그래서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이 카드를 판독기에 걸어 유전학적으로 걸리기 쉬운 병의 이름과
그 예방책을 알 수 있어 이런 질병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 있다. 한편
의사들도 신생아의 유전적인 특징으로 미루어 걸리기 쉬운 질병에 대해 조기에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리하여 병에 걸린 뒤 치료를 하기 시작하는 종래의 의료 관행에서 벗어나 발병하기
전에 병을 막는 진정한 의미의 '예방의료시대'의 막이 오른다.
밝혀지는 수수께끼
1990년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착수한 이른바 '인간게놈사업(Human Genome
Project: 게놈은 유전자의 기본단위를 말함)'이 마무리되는 2010년경에는 30억 개의 사람
유전자의 구성물질에 대한 화학적 배열과 내용, 그리고 그 위치가 모두 밝혀지게 된다.
유전물질들이 어떻게 배열되고 그 내용은 무엇이며 또 어떤 곳에 자리하고 있는가를
이를테면 지도를 들여다보듯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되면 유전자의 구조가 잘못되어
생기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과학자들은 그 동안 백혈병을 포함하여 약 3천 5백여 종의 질병이 유전자구조의 잘못으로
발병한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예컨대 염색체 16번은 심장병과 백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갖고 있고 염색체 19번은 방사선과 그 밖의 유독물질로 손상된 유전자를 수리하는 유전자를
내포하고 있는가 하면, 염색체 21번은 노인들의 알츠하이머병(치매증)과 어린이들의
다운증후군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 냈다. 또 대장암은 5번
염색체, 당뇨병은 6, 11, 16, 19, 20번 염색체, 헌팅턴 무도병은 4번 염색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렇게 유전자는 희귀한 유전병뿐 아니라 일반적인 질병과도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어떤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 밝혀진 사람에게 이런 병을 억제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다. 그래서 예컨대 결장암을 일으키는 '나쁜 유전자'에 대응하거나 또는
동맥에서 장애물을 배제하는 '좋은 유전자'를 부추겨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좋은 유전자'를 한번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주입하여 콜레스테롤의 수준을 내리거나
또는 천식을 억제할 수도 있게 된다. 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예컨대 폐암세포와 특별히 잘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을 설계해서 주입하여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전환시키거나 또는 죽일
수도 있게 된다.
풀리는 '블랙박스'
1993년은 이런 목표를 향하여 큰 진전을 이룬 한 해였다. 특히 파리의
'인간다형성연구소(CEPH)' 는 최초의 인간 게놈에 관한 유전자 지도를 발행했다.
프랑스인들은 인간 게놈에 따라 전개된 10만개의 유전자 중에서 표지용의 유전자를 밝혀낸
것이다. 이로써 가장 유전되기 쉬운 질병을 앓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없는 특정한
표지용 유전자를 물려받는 일이 흔히 있다. 그래서 이 새로운 지도를 이용하면 연구자들은
어떤 유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전자를 재빨리 분리할 수 있게 된다.
1993년에는 이런 지도 없이도 몇 가지 질병의 유전적 원인이 밝혀졌다. 일종의 치매인
헌팅턴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여러 해에 걸친 추적 끝에 마침내 발견되었고,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이제 발견 일보 직전에 있다.
1993년에는 또 여러 질병을 가려 내는 검사방법도 발명되었다. 미국 매릴랜드주
게이더버그 소재의 중소유전공학기업인 온코사는 컴퓨터를 이용한 환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자 표지를 찾는 검사도 하고 있다. 그래서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발견되면 이 병에 걸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된다는 것을 예측하기 위한 검사도 한다,
나쁜 검사결과가 나온 사람은 이런 병이 발생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기 위해 유전자 약품을
복용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에는 2백50여 명의 환자들이 12가지의 다른 유전자약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대부분은 암이고 나머지는 혈우병을 포함하여 한 개의 잘못된 유전자로 생긴
질병들이다. 몇 가지 결과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콜레스테롤을 가진 환자들은 유전자약을 복용한 뒤 콜레스테롤의 수준이 내려갔다. 또
말기의 뇌암 환자 여덟 명 중 세 명은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암세포의 수수께끼를 해명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흡사 18세기의
이집트학 연구자들이 고대의 상형문자를 풀려고 애쓰던 것과 비슷했다. 당시만 해도
암세포는 '블랙박스'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자들은 블랙박스의 뚜껑을 열고
그 속에서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고 있는 유전자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블랙박스
속에는 세포분열과정을 활성화시키는 발암유전자와 브레이크처럼 작동하여 그런 과정을
멈추게 하는 종양억제 유전자가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이 두 가지의 유전자가 협동하여
우리의 몸에서 죽거나 결함이 있는 세포를 대치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적으로나 또는 환경의 자극 때문에 유전물질에 변화가 일어나면 브레이크의 페달이
풀려서 맹렬한 세포분화를 일으켜 마침내 암으로 번져 나갈 수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종양전문가 바젤스타인(Vagelstein) 박사 팀은 1990년 p53이라고
불리는 종양억제 유전자가 돌연변이 형태로 결장암 세포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처음으로 p53 유전자가 사람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증을
얻게 되었다. 이어서 유방암과 폐암과 뇌암, 그리고 방광암 세포에서도 변이된 p53을
발견함으로써 대부분의 악성종양은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역할을 했던 p53 유전자에 손상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실로 p53이 암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착수할 수 있는 매우 유망한 발판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그래서
21세기에는 만약에 검사결과 p53 유전자에 이상이 발견되면 분자외과의들은 잘못된 p53
유전자를 복제된 정상적인 p53 유전자로 대치해 줌으로써 암의 발생을 미리 막을 수도 있다.
닻 올린 유전자치료 시대
우리는 최근 미국에서 성공적인 출발을 하고 있는 유전자치료를 통해 21세기의
예방의료시대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출신의 소녀 아샨티 데실바는 1986년 태어난 이래 언제나 병에 시달려
왔다. 둘 전부터 감기에 걸려도 잘 낫지 않았다. 그녀의 병명은
중증종합면역결핍증(SCID)이라는 매우 희귀한 유전병이었다. 아샨티 양의 경우처럼 SCID의
하나의 형태인 아데노신 데아미나제(ADA) 결핍증환자는 면역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ADA라는 효소의 유전자에 결함이 있어 이 효소의 생산을 막아 버린다. ADA가 없으면
면역조직의 백혈구가 골수 속에서 죽어 버려 감염에 대해 무방비상태가 된다.
1990년 9월 14일 미국립보건원 집중치료부로 옮겨진 아샨티 양은 사상 처음으로
유전자요법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앤더슨(W. French Anderson) 박사를 비롯한 미보건원
팀은 아샨티 양의 백혈구 속에 ADA를 만드는 정상적인 유전자를 집어넣은 뒤 다시 그녀의 몸
속으로 되돌려 주었다. 정상을 찾은 아샨티 양은 학교에 갈 수 있게 되고 다른 아이들과
수영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백혈구는 불과 2__3개월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아샨티 양은 자주 병원을 찾아
ADA 치료를 계속 받아야 했다. 그 단계에서 아샨티 양으로서는 치료를 받은 것뿐이며 치유된
것은 아니었다. 완치를 위해 유전자 치료의들은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어 가야 했다. 곧 골수
속에 자리잡고 피 속을 순환하는 모든 백혈구를 생산하는 간세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1993년 5월 미보건원의 브레즈(Michael Blaese) 박사는 아샨티 양의 골수에서 뽑아 낸
간세포 속에 정상적인 ADA 유전자를 삽입한 뒤 이 바뀐 세포를 아샨티 양의 피 속으로 다시
주입했다. 만약에 아샨티 양의 병이 완쾌된다면 선천적 당뇨병, 낭포성섬유증, 혈우병과
같은 사소한 유전적 변질로 생기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그래서 ADA 실험 이래 낭포성섬유증, 암, 그리고
에이즈를 포함한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이런 기법을 적용하는 실험에 착수하기 시작하여
현재 세계적으로 40여 건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바야흐로 유전자요법은 의학연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새로운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21세기에는 우리의 몸에서 나오는 치료물질을 유전공학기법으로 복제하여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사람의 몸은 10만종을 헤아리는 단백질을 만들고 있는데, 이
중에서 1퍼센트만 이런 방법으로 의약품으로 전환할 수만 있다면 뛰어난 효능을 갖는
1천종의 신약이 탄생한다.
21세기 초에는 몸이 스스로의 조직을 잘못 공격하는 데서 생기는 류머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그리고 당뇨병과 같은 자기면역질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또 망가진
기관을 다른 사람의 기관으로 이식하는 대신 자기 몸 속에서 그 기관을 몽땅 또는 일부를
다시 성장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예컨대 심장병으로 망가진 심장의 부분을 섬유아세포
성장인자와 같은 조직회복물질을 사용하여 수리할 수 있게 된다. 동물실험 결과 이런 인자가
상처의 회복을 돕는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이런 성장인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희생된
환자의 뇌 속에서 파괴된 신경세포도 수리할 수 있게 된다.
21세기에는 유전자 요법을 유전자병이 아닌 일반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이용하는
길도 열린다. 이른바 '유전 백신'을 이용하는 이 방법은 보통 백신이 몸 속의 면역조직에게
어떤 특정한 병에 대해 미리 경고를 주면서 대항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지만, 이 경우에는
면역조직의 공격세포에게 대항할 바이러스의 입자모습까지 미리 귀뜸해 줄 수 있다. 이런
요법은 이를테면 약의 제조원을 제약회사의 생산공장으로부터 환자의 몸 속으로 옮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바른 '택시' 잡기
유전자요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올바른 유전자를 이런 유전자가 필요한 세포로 운반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는 '벡터'라고 과학자들이 부르고 있는 일종의 운반차량이 실어
나른다. 앤더슨 박사 팀은 벡터로서 레트로 바이러스를 사용했다. 이런 바이러스 중에는
암이나 백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많고 에이즈 바이러스도 레트로 바이러스다. 그러나
리보핵산(RNA:유전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을 내포한 이 바이러스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서 안방 차지를 할 수 있는 재주를 갖고 있어 과학자들은 질병을 일으키지 않게
개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한편 다른 벡터를 이용하기 위한 실험도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예컨대 뉴욕 병원의
도널드 크리스탈 박사는 어느 날 조깅을 하다가 문득 감기를 일으키곤 하는 아데노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낭포성섬유증을 앓고 있는 폐로 유전자를 운반할 생각이 떠올랐다. 이
바이러스는 수백만 년의 세월에 걸쳐 진화하는 가운데 폐로 들어가는 재주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탈 박사는 1942년 2월부터 이 바이러스로 실험을 개시했다.
그러나 벡터로서 반드시 바이러스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정상적인 DNA를 직접 사람의 세포 속으로 주입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미시건 대학의 개리나벨 박사 팀은 치명적인 피부병인 악성흑색종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해가 없는 작은 지방포말인 리포좀 속에 종양과 싸우는 유전자를 넣었다. 이 유전자는
적절한 세포를 찾아갔는데, 그 중 적어도 한 건은 종양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앞서가는 인간 게놈 계획
한편 유전자 치료의 전제조건으로서 모든 유전자와 모든 염기의 배열을 해독하는 이른바
'인간 게놈 사업' 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정부가 15년간 모두 30억 달러의
연구자금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1990년 출범한 이래 쾌조의 진행상태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인간 게놈이란 생명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가진 한쌍의 염색체를 말한다.
사람은 두 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어 두 개의 게놈을 보유하는 셈이 된다. 한 개의 게놈은 약
30억의 염기쌍으로 되어 있고, 한 개의 세포 속에 있는 60억의 염기쌍을 모두 연장해 보면
그 길이는 약 2미터가 된다
미국 인간게놈연구센터 소장 프렌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박사에 따르면, 미국은
2005년까지 10만 여 개의 유전자의 위치뿐만 아니라 그 화학구성물질의 정확한 배열까지 밝힐
계획이다. 만약에 인간 게놈을 23개의 '장(염색체 쌍)'으로 나뉜 백과사전이라고 한다면
하나하나의 유전자 '문장'은 세 개의 '낱말'로 되어 있고, 이것은 다시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그리고 티민(I) 등 뉴클레오티드라고 하는 네 개 분자의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글자의 완전한 배열순서를 수용한 테이터베이스를
훑어보면서 특정한 유전자의 현관문을 노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게놈의 비밀을 밝히면서 멘델에게서 배운 지식은 턱없이 불완전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멘텔이 완두콩에서 발견한 유전의 모델은 꽃의 색깔과 같은 특성은 한 개의
유전자로 결정된다고 하지만 사람 DNA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사람의 눈
색깔은 여러 개의 유전자가 서로 얽혀서 관련되어 있다. 또 낭포성섬유증을 일으키는 경우와
같이 복잡한 유전자는 그 위치에 따라 잘못되는 수가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이런 자리를
3백50개나 찾아냈는데 거의 매주마다 새로운 위치가 발견되고 있다.
고개 드는 윤리문제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유전혁명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유전병이 있다고 진단을 받은 사람은 현재 직장을 떠나게 되면 다시는
취업을 하기 어렵게 된다. 1993년 미국 과학아카데미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유전조사로
밝혀진 정보에 의해서 직장을 잃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전적인 조사와 낙태문제가 관련될 때의 윤리적인 가치는 실리문제와 부모로서의 권리
등이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의료비가 걷잡을 수 없게 치솟으면서 의료 시스템에 장차 큰
부담을 주게 될 아이는 갖지 말라는 압력이 유전병을 가진 부모에게 가중될지 모른다.
실제로 1993년 12월 중국은 정신지체아 탄생을 피하고 신생아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낙태, 강제단종, 결혼금지 등의 계획을 발표했는데 나치시대의 우생학운동이 오늘날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 보스턴 대학 보건법 교수 조지안나스는
머지않아 이발소에서 깍은 클린턴 대통령의 머리털을 쓸어가서 이 머리털 속의 DNA를
조사하여 그가 물려받은 질병의 일람표를 공개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현행법 아래서는 클린턴이나 어떤 다른 사람도 이런 짓을 막을
길이 없다. 안나스 교수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보통시민에 대한 일상적인 혈액검사에서 얻는
유전정보가 방대한 DNA 데이터뱅크에 저장되면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유전자검사는 생후는 물론 출생 전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출생 전 진단은
태아가 질병이나 장애가 있다고 판정되면 임신중절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예컨대 헌팅턴
무도병과 같은 경우 출생전 진단으로 뱃속의 태아가 이런 병인을 갖고 있다고 해서
중절한다면 확실히 수십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생명을 미리 빼앗는 것이 된다. 이 병은
30대에서 50대에 걸쳐 발병하기 때문이다.
유전자치료는 인류에게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예방의학시대의 개막을 약속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윤리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유전자치료에 앞서
시급한 과제는 이런 문제를 다룰 지침의 설정이라고 하겠다.
잎 많은 방은 건전한 방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위가 뒤틀리고 머리가 쿵쿵 울리기 시작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나 점심 때 먹은 음식 탓으로만 돌릴 것 없다. 융단이나 세제와 같은 것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 떠돌면서 생기는 증세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첨단기술문제이기는 하지만 다행히 재래식의 기술과 싼 비용으로 해결하는 길이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환경과학자였던 빌 월버턴(Bill Wolverton)에 따르면 사무실이나
집안에 식물들을 이곳저곳에 배치해 두면 벤젠 냄새,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실내공기를
바깔보다 5배까지 더럽힐 수 있는 이른바 '조용한' 다른 오염물질의 공기를 제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는 식물이 오염과 싸운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어떻게 싸우는지 그 방법은
알지 못했다. 월버턴과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달과 화성에 건설된 식민지의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가운데 식물의 잎이 마치 경찰처럼 행동하여 공중에
떠도는 오염물질을 낚아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식물은 이렇게 잡은 오염물질을 뿌리
쪽으로 내려보내 그곳에서 미생물들을 말끔히 먹어 치운다.
얼마 전 NASA에서 은퇴한 월버턴은 자기 연구소를 차리고 실내 공기에 대한 식물의 영향을
계속 연구하면서 지금까지 42종의 오염제거 식물을 찾아 냈다. 그러나 아무 식물이나 거실에
털썩 갖다 놓는다고 해서 공기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언제나 효과적으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제대로 조합된 식물들을 갖다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낮에는 국화, 유레카, 야자나무, 그리고 옥수수 등이 적당하고 어두워진
뒤에는 청록색 식물과 선인장과 같은 즙이 많은 식물이 좋다고 말한다.
감귤 펙틴은 암의 전이를 막는다.
암과의 싸움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악성 암세포가 몸 전체로 번져 나가는
전이를 막는 일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미시건 암 센터의 연구사들인 플래트(David
Platt)와 래츠(Avraham Raz)는 뜻밖의 물질인 감귤 펙틴(MPC)을 사용하여 이 치명적인
확산을 저지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 같다. 펙틴은 모든 과일과 야채의 세포벽에서 발견되는
복잡한 탄수화물인데 보통은 잼과 젤리를 결합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종양의 세포가 피 속에서 덩어리가 되어 마침내 모세혈관에 자리를 잡게 되면 암의
전위에서 중대한 단계로 접어든다. 이 악성종양세포는 여기서 혈관의 벽을 뚫고 이웃의
조직과 기관을 침범하게 된다. 그런 확산을 막는 비결은 이런 세포가 함께 달라 붙는 것을
막는 것인데 바로 여기에서 감귤 펙틴이 등장한다. MPC가 피속으로 일단 주입되면 피 속의
한 개, 또는 두 개의 탈선종양세포에 달라붙어서 더 큰덩어리를 형성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쥐의 시험에서 MPC의 정맥주사로 악성종양세포가 폐로 전진하는 것을 완전히 봉쇄했다.
래츠는 현재 합리적인 양을 결정하기 위한 시험을 하고 있다. 이 시험이 끝나면
미국립보건원에 대해 MPC의 인체실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연구자들은 펙틴이 완벽하게 독성이 없기 때문에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MPC를 종래의 방사선과 화학요법과 대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몸 속의 종양세포의
총수를 제한함으로써 방사선과 화학요법의 효과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래츠는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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