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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5 동의 해신 서의 창해

by Casey,Riley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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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해신 서의 창해 프롤로그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서장
 
 세계의 끝에는 허해라고 불리는 바다가 있다. 이 바다의 동쪽과 서쪽에, 두 개의 나라가 있다. 원래부터 서로 오가는 일 없이, 격리된 두 나라에는 한 가지 전설이 있다.
 --바다 저편 저 멀리에는, 환상의 나라가 있다.
 그곳은 선택된 자들만이 찾아갈 수 있는 지복(至福)의 나라, 풍요가 약속된 토지, 부는 샘처럼 솟아나고, 늙음도 죽음도 없고, 어떠한 괴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쪽 나라에서는 이것을 봉래라 부르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를 상세(常世)라 한다.
 서로 이계로 격리된 두 나라, 봉래국과 상세국의 양쪽에서, 한 명의 아이가 각각 눈을 떴다. --둘 모두 심야의 일이었다.
*
 그는 문득, 얘기소리에 눈을 떴다. 까만 어둠 속, 나지막하게 말소리가 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집이라고는 해도, 네 기둥 사이에 벽과 지붕 대신에 거적을 덮은 것뿐인 초라한 것이다. 잠자리는 흙바닥 위, 벌레소리가 많아지는 때였지만, 몸에 두를 이불조차 없다. 옆에 누운 형제자매의 체온만을 의지하는 잠자리였다. 이전에 살고 있었던 것은 훨씬 나은 집이었지만, 그 집은 이미 없다. 잿더미로 변한 도시의 한쪽 구석에서 함께 재가 되었다.
 「.....어쩔 수 없어.」
 아버지의 목소리는 낮았다. 어머니는, 하지만, 이라고 우물거렸다.
 「그야, 하나 아래지만, 그 애는 똑똑하니까 무서워요.」
 그는 어둠 속에서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자신을 가리키는 거라고 깨닫자 잠이 달아나 버렸다.
 「하지만.....」
 「분별도 있고, 머리도 잘 돌아요.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은 아직 제대로 말도 못하는데. 마치 어딘가에서 내려준 것처럼.」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애야. 분명히 뭐가 일어났는지 모를 거야.」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아이를 죽게 하면 벌받을 것 같아서.」
 아이는 옷깃을 꽉 쥐었다. 어둠 속에서 조그맣게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려고 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태어난 지 아직 4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무슨 얘기인지 이해해버린 것이다.
 얘기는 계속 되고 있었지만, 그는 일부러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의식에서 쫓아내고, 억지로 잠들었다.
 
 아버지가, 얘야, 라고 부르며 얼굴을 바라본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아버지는 일이 있어서 가는데, 너도 같이 갈래?」
 그는 어디냐고도, 왜냐고도 묻지 않았다.
 「응. 갈래.」
 그러냐, 아버지는 어딘가 복잡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 손을 꽉 쥐었다. 커다란 손의 울퉁불퉁한 감촉에 쌓여서, 집을 떠나 잿더미 사이를 걸었다, 의립산(衣笠山)에서 더 안으로 들어가, 경사면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고, 똑똑한 그로서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게 되었을 즈음 아버지는 손을 놓았다.
 「얘야, 여기에 있어라. 곧 돌아올테니까. 기다려.」
 응, 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니? 움직이면 안돼.」
 응, 하고 다시 한 번 끄덕이고서, 몇 번이고 돌아보면서 숲을 빠져나가는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았다.
 --움직이지 않아. 반드시, 계속 여기에 있을께.
 그는 주먹을 꼭 쥐고, 아버지가 모습을 감춘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절대로, 집에 돌아가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맹세대로, 그는 그 곳에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밤이 되면 거기에서 잠들고, 배가 고프면 손이 닿는 범위의 풀을 뽑아서 뿌리를 파내었다. 마실 것은 밤이슬로 견뎠다. 사흘째에는,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괜찮아, 절대로, 돌아가지 않아.
 돌아가면 부모님이 곤란해 할 거라는 것을,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도시는 불타고, 주위는 죽은 사람들의 시체로 가득 찼다. 아버지를 고용하고 있던 남자는 서군의 병졸에게 죽었다. 직업도 없고, 집도 없이 일가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도 할 수 없고 그저 먹기만 할 뿐인 어린아이를 한 사람이라도 줄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는 눈을 감고, 의식이 혼탁해져 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잠에 빠지기 전에 짐승이 풀숲을 헤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여기에서, 기다릴께.
 일가가 어떻게건 살아남아서, 생활이 안정되고 행복하게 되어서, 그러다가 문득 그를 떠올리고 명복을 빌기 위해 찾아와 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그는 밤중에 눈을 뜨고, 사람의 말소리를 들었다. 졸리고 졸려서, 어떤 얘기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어머니가 모두에게 질책당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도와주지 않으면,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잠에 떨어져 버렸다.
 그 다음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아이는 마을을 나섰다. 어머니는 울면서 그의 손을 잡고 걸었다. 처음으로 보는 어머니의 눈물이었다.
 그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어머니는, 아버지는 먼 나라에 가버렸다, 라고 가르쳐 주었다. 살고 있던 로(盧)가 불타고, 어머니와 그는 리(里)로 가서 리의 한 구석 땅위에서 잠을 잤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지만, 한사람씩 빠져나가서 마침내 몇 명만이 남았다. 어린 아이는 그 뿐이었다.
 어머니 이외의 어른들은, 그에게 차가왔다. 언제나 심하게 두들겨 맞고, 차가운 말을 들었다. 특히 그가 배가 고프다고 말하면 반드시 그랬다.
 어머니는 그의 손을 끌고, 소리죽여 울면서 완전히 불타버린 논밭 사이를 걸었다. 마침내 산에 들어가, 숲 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멀리까지, 그는 와본 적이 없었다.
 숲 속에서, 어머니는 마침내 그의 손을 놓았다.
 「잠시 여기에서 쉬자꾸나. ........물 마시고 싶지 않니?」
 목이 말랐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물을 찾아 올 테니까. 여기에서 기다려라.」
 걷는 것도 지쳤기에, 어머니가 사라지는 것은 불안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몇 번이고 그를 쓰다듬고, 갑자기 몸을 떼더니 종종걸음으로 숲으로 달려갔다.
 그는 거기에 주저앉아, 조금 뒤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는 것에 불안해져서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어머니를 부르면서, 몇 번이고 넘어질 뻔하며 숲 속을 헤맸지만 어머니의 행방도 돌아가는 길도 알 수 없었다.
 추웠다. 배고팠다. 가장 괴로운 것은 목이 마른 것이었다.
 울면서 어머니를 찾아 걸었다. 숲을 빠져나가 해안을 따라 걷다가, 마침내 해가 질 무렵에 그는 간신히 리를 발견했다. 어머니를 찾아서 리 안으로 들어갔지만, 낯선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다른 리에 와버린 것 같다고,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남자 한 명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흐느껴 우는 그에게 사정을 듣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면서 물과 먹을 것을 아주 조금 주었다.
 그리고 남자는 주위의 사람들과 시선을 교환하더니,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가 이번에 데려가진 곳은 바닷가였다. 푸른 바다의 저편에, 벽처럼 높은 산들이 계속 이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절벽 끝까지 가자, 남자는 다시 한번 머리를 쓰다듬고서 미안, 이라고 중얼거리며 그를 절벽에서 떨어뜨렸다.
 
 그가 다음 눈을 떴을 때는, 어두운 구멍 안에 있었다. 바다 냄새가 나고, 그 사이에 희미하게 익숙한 썩은 냄새가 났다. 그것은 시체의 냄새이다. 그는 너무나도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특별히 무섭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이상하게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물에 젖은 몸이 추웠고, 그저 쓸쓸했다. 가까이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돌아보았지만 새까만 어둠 때문에 작은 산 같은 그림자가 보일 뿐이었다.
 그는 울었다. 물론 무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쓸쓸했던 것이다.
 갑자기 팔에 따뜻하고 축축한 숨결이 닿아왔다. 그가 깜짝 놀라 떨자, 다시금 부드러운 것이 팔을 쓰다듬었다. 새의 깃털의 느낌과 비슷했다. 이 어두운 장소에는 뭔가 커다란 새가 있고, 그것이 계속 그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무나 놀라 그가 몸을 경직시키자, 그것은 따뜻한 깃털을 대어왔다. 마치 감싸안듯이 날개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것이 너무나도 따뜻했기 때문에, 그는 깃털에 매달렸다.
 「엄마...........」
 그저 엄마만을 부르면서 울었다.
*
 --허해의 끝에는 행복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봉래도 상세도 결국, 황폐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간절한 소망의 구현에 지나지 않는다.
 허해의 동과 서, 두 나라에서 버려진 아이는 후일 만나게 된다.
 함께 황폐를 등에 업고, 환상의 나라를 지상에서 찾고 있었다.
 
 





 


 


동의 해신 서의 창해 1장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 1 장
 
- 1 -
 --절산(折山)이라고 한다.
 하늘을 꿰뚫는 능운산(凌雲山)의, 그 거대한 준봉마저 꺾여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황폐.
 로쿠타는 망연자실하게 산야를 돌아보았다. 언젠가 한 번 보았던 이 나라는, 이 이상 황폐해질 여지는 없을 정도로 보였었지만 이전보다도 더욱 심해진 이 꼴은 무엇인가.
 옅은 구름이 떠있는 하늘은 높고 창창하다. 잔혹하리 만치 맑은 하늘 아래, 여름이 오려고 하는데도 지상에는 녹색도 붉은 색도 없다. 사막처럼 심하게 황폐해진 농지. 보리가 녹색의 바다를 이루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데, 보리는커녕 잡초마저 보이지 않는다. 쩍쩍 갈라진 대지와, 거기에 드문드문 말라붙어 있는 풀은 대체 언제 말라버렸는지, 노란색의 기미조차 사라져 있다.
 논두렁은 무너지고, 로(盧)가 있었던 장소에는 그저 땅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이 있을 뿐. 그 돌담도 여기저기가 무너지고 까맣게 불타며, 비바람에 풍화되어 빛 바랜 색을 띄고 있었다.
 언덕의 기슭에 보이는 것은 리(里). 리의 격벽(隔璧)도 마찬가지로 붕괴되어 있으며, 안의 집들도 소량의 돌더미로 변해 있었다. 로를 지키고 리를 지키는 수목 한 그루마저 남지 않았다. 불에 그슬려 변색된 은빛으로 변한 리목(里木)만이 마을 안에 스산하게 서서, 그 뿌리 근처에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있는 몇 명의 인영이 있었다. 마치 거기에 놓인 돌처럼, 누구 하나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 리목의 위를 몇 마리의 새와, 그보다 훨씬 많은 새처럼 생긴 요마가 선회하고 있었다. 리목에는 잎도 꽃도 피지 않는다. 그저 새하얗고 성긴 가지 틈으로, 상공에서 요마가 노리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는데도, 누구 하나 그것을 쫓아내려 하지 않는다. 리목의 아래에 있는 생물은 짐승도 요마도 덮치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미 요마에게 공포를 품는 것마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 사람들은 피폐해져 있는 것이다.
 산기슭은 불타고 강은 넘쳐서, 로도 리도 하나 남김없이 모조리 재로 돌아갔다. 이미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토지는 없고, 그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토지를 일구려 하는 백성도 없다. 다음 해의 결실을 기대하고 일하기에는, 그들은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괭이를 쥐려고 해도 굶주린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고, 게다가 서로 도와 몸을 기대일 만한 사람도 없다.
 선회하는 요마 쪽도 그 날개가 여위어 있었다. 요마 역시 굶주려있는 것이다. 지켜보고 있는 로쿠타의 눈앞에서 한 마리가 떨어졌다. 마물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황폐만이 있다.
 절산의 황폐, 망국의 잔해.
 --마치 이 안주국(雁州國)의, 종언을 고하는 듯한.
 
 선제는 시호를 효왕(梟王)이라 한다. 즉위하고 오랫동안 선정을 베풀었지만, 어느 틈엔가 그 마음에 마가 끼었던 것일까, 결국 백성을 학대하고 그 비명을 들으며 기뻐하게 되었다. 마을의 골목마다 병사를 배치하고 이것을 이목(耳目)이라 하며, 왕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붙잡아 일족 전원에 이르기까지 거리에서 처형시켰다. 반란이 있으면 수문을 열어 리 하나를 통째로 침수시키고, 또는 기름을 퍼붓고 불화살을 쏘아 젖먹이에 이르기까지 죽이고는 했다.
 일국의 제후는 모두 아홉. 뜻 있는 제후는 왕에 의해 주살당해, 이미 말리는 자는 없었다.
 그에 고통스러워하던 재보가 죽음의 병에 걸리자, 천명이 다한 것이라고 스스로 오만하게 말하며 스스로를 위해 거대한 능묘를 건설시켰다. 역부를 모아 이중의 장대한 해자를 파고, 파올린 토사와 참살당한 역부들의 시체로, 한참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높은 광대한 능을 만들었던 것이다. 사후의 후궁으로 동반한다는 명목으로, 죽임을 당한 여자아이들은 그 수가 13만이라고 말해진다.
 효왕이 쓰러진 것은 능묘 완성을 축하하던 때, 이미 나라를 황폐해지고 도탄에 빠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만민은 붕어의 소식을 듣고 입을 모아 쾌재를 외쳐 그 소리가 다른 나라에까지 울렸다고 한다.
 백성의 기대는 다음 왕을 향했지만, 다음 왕은 바로 등극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왕은 기린이 선정하는 것. 신수 기린이 천계를 받아, 천의에 의해 왕을 고른다. 왕을 선택한 뒤에는 왕의 신하가 되어, 측근에서 봉사하며 재보를 맡게 되지만, 그 재보가 왕을 찾아내지 못한 채 30여 년의 천수를 다하고 죽어버렸던 것이다. 개벽 이래 8번째의 대흉사였다.
 왕은 나라를 통치하고, 국가의 음양을 조정한다. 왕이 옥좌에 었는 것만으로, 자연의 이치는 기울고 천재지변이 끊이지 않는다. 효왕에 의해 황폐해진 국토는, 이 흉사에 의해 더욱 황폐해졌다. 이미 사람들은 비탄할 여력도 없었다.
 --그리고 이 황폐가 있다.
 
 로쿠타는 언덕에 선 채, 시선을 돌려 곁에 서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가만히 이 황폐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쿠타는 호를 엔키(延騏)라 한다.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본성은 인간이 아니다. 이 안국의 기린, 곁의 남자를 왕으로 선택했다.
 --나라를 원해?
 로쿠타는 이 남자에게 그렇게 물었지만, 나라는 기울고 이미 다스려야 할 토지도 백성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좋다면, 너에게 일국(一國)을 주겠어.
 바란다고, 깨끗하게 말한 남자는, 지금 이 폐허화된 토지를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설마 이정도로 황폐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음에 틀림없다.
 한탄할 것인가, 화를 낼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본 남자는,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갑자기 로쿠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군.」
 로쿠타는 몸을 움츠렸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나라를 세우라는 건가. --이거, 큰 일이군.」
 조금도 비난을 느낄 수 없는 말투로 그렇게 말한다.
 「이렇게까지 아무 것도 없으면, 오히려 내 멋대로 할 수 있어서 차라리 하기 쉽겠지.」
 남자는 놀랍게도 소리내어 웃었다.
 로쿠타는 몸을 움츠렸다.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오는 목소리는 대범하고 따뜻했다. 로쿠타는 크게 숨을 토했다. 찌부러져 버릴 듯한 중량이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신히 깨달았다. 그것이 사라진 지금이 되어서야.
 자, 라고 말하며 남자는 로쿠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봉산이라는 곳에 가볼까. 대임(大任)을 맡으러.」
 이제 어깨에 느껴지는 것은 남자의 손바닥의 무게 뿐. 생을 받은 지 13년. 13년 짜리 생명이 등에 지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일국의 운명을, 맡겨야 할 상대에게 넘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로쿠타는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고서 멀어져 가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부탁해.」
 뭐를, 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그저 웃기만 했다.
 「맡겨둬.」
 
- 2 -
 「.......녹색이 되었구나.」
 로쿠타는 멍하니 궁성의 전망대에서 운해 사이로 보이는 관궁(關弓)의 녹색을 보고 있었다.
 신왕 등극으로부터 20년. 국토는 간신히 부흥을 향하고 있었다.
 안주국, 그 수도인 관궁산. 왕궁인 현영궁은 그 산의 정상에 있다. 한 면에 펼쳐진 운해 사이에 떠있는 작은 섬이다.
 하늘 높이에 운해가 있어서 그로써 천상과 천하가 나뉜다. 천하에서 올려다보아도 물이 있는 것은 알 수 없다. 능운산의 머리에 부딪쳐오는 파도가 하얀 구름처럼 보일 뿐이다. 천상에서 보면 희미하게 푸른 빛을 띈 투명한 바다, 그 깊이는 겨우 사람 키 정도로 보이지만 바닥을 향해 나아가 보아도 도저히 바닥에 닿을 수 없다. 그 운해의 물을 통해 지상이 보인다. 보리가 피어있는 푸르른 바다. 산마다 돌아온 녹색, 로와 리를 지키는 나무들.
 「20년 걸려서 겨우 이만큼, 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로쿠타는 난간에 양팔을 얹고, 팔 사이에 턱을 묻고 있다. 운해의 물이 전망대의 기둥에 부딪혀, 소리를 내며 부숴져 가는 파도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타이호.」
 「뭐, 이 정도만큼이라도 한 건가. 현영궁에 들어왔을 때에는 새까만 지면말고는 아--무 것도 안보였으니까.」
 한때는 초토화되었었다. 20년을 걸려서 어쨌거나 녹색이 눈에 띌 정도로, 나라는 다시 서기 시작하고 있다. 타국으로 도망간 사람들도 서서히 돌아와, 농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도 해마다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타이호.」
 「----으응?」
 로쿠타는 난간에 팔꿈치를 댄 채로 돌아보았다. 서면을 손에 든 조사(朝士)가 싱긋 웃는다.
 「덕분에 올해 보리는 수확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타이호께서 일부러 다망하신 가운데 하계에까지 신경을 써주시는 것에 백성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만, 신하들의 상소에도 조금 신경을 써주신다면 더욱 기쁘겠습니다.」
 「듣고 있어. 계속 하라니까.」
 「실례입니다만, 조금만 더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아, 진지해, 진지하다구.」
 조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굴지 마시고, 적어도 이쪽을 향해 주시겠습니까?」
 로쿠타가 앉아있는 것은 전망대에 놓여있는 사기로 된 사자상의 머리 위로, 이것은 의자보다 조금 높다. 주의 깊게 보면 아무렇게나 걸친 다리를 덜렁덜렁 흔들며 가볍게 난간을 차고 있다.
 로쿠타는 등뒤를 돌아보고, 씩 웃었다.
 「나, 아직 애인걸--」
 「연세가 어찌 되시던가요?」
 「서른 셋.」
 나이 서른을 넘긴 지위 높은 남자가 할 짓은 아니지만, 외견만은 열 셋 근처로 보이겠지. 그다지 기이한 일도 아니다. 운해를 내려다보며 사는 자들은 모두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로쿠타에 한해서만은 조금 나이를 먹는 편이 좋았겠지만--기린은 보통, 10내 중반에서 20대 중반에 걸쳐서 성수(成獸)가 된다--, 현영궁에 들어온 때부터 완전히 성장이 멈춰버렸다. 외견이 성장하지 않으면 속도 자라지 않는 것인지, 혹은 다른 사람들이 외견에 맞춰 어린아이 취급을 하기 때문인 것인지, 성격도 역시나 13세 그대로, 조금도 성숙해지는 느낌이 없다. 게다가 나이는 부역 때문에 만 나이로 세는 것이 관습이다.
 「책임 있는 분께서, 삼십대가 되셔서 지금껏 그 꼴이라니. 재보(宰輔)라 하는 것은 왕을 보좌하고 백성에게 인도를 베푸는 것이 임무, 신하 중에서 유일하게 공작(公爵)의 위를 받으시는 조정의 필두,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신분을 자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잘 듣고 있다니깐. 녹수(水+鹿水)의 제방이잖아? 하지만, 그런 건 주상한테 말하라구!」
 조사는 선이 고운 눈썹을 퍼뜩 움직였다. 흰 피부에 몸이 여윈 부드러워 보이는 남자였지만, 이 외견에 속아서는 안된다. 성은 요우(楊), 자는 슈코우(朱衝), 왕 자신이 내린 별자(別字)를 무보우(*무모, 無謀)라 한다. 무보우라는 자는 절대로 이유없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
 「......그럼, 외람되오나 여쭙겠습니다. 그 주상은 어디에 계시는지?」
 「나한테 묻지 마. 관궁에 내려가서 여자라도 꼬시고 있는 거 아냐?」
 슈코우는 온화한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타이호는 왜 조사인 제가 녹수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시는 모양입니다?」
 「아, 그런가.」
 로쿠타는 팡 하고 손을 쳤다.
 「치수의 일은 그것을 맡은 관리가 말해야지. 네 일이 아니잖아?」
 조사(朝士)는 경비와 법무를 담당하는 관리, 특히 제반 관리들의 행적을 감시하는 것이 임무이다. 치수공사라면 토지를 담당하는 지관(地官)의 관할, 적어도 땅을 정비하는 수인(遂人)이나, 더욱 형식을 맞추자면 지관장(地官長)이나 육관을 통합하는 재상이 상서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절차이겠지.
 「예에, 제 일이 아니고 말고요. 하지만, 안은 지금부터 우기, 치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타이호께오서 지금 기뻐하시는 녹색의 농지도, 모두가 물 아래 가라앉아 버립니다. 일각이라도 빨리 재가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바로 그 주상께서 어디에도 계시지 않다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하아--?」
 「이 건에 관해서, 오늘 바로 이 시각에 결정하겠다고 지시하신 것은 다름 아닌 주상이십니다. 책임 있는 분께서 약속을 휴짓장 처럼 여기시다니. 왕은 제관의 모범이 되셔야 할 분이거늘.」
 「그 녀석은 그런 녀석이라니까. 정말, 말도 안된다니깐--.」
 「주상은 나라의 기둥, 그 기둥이 흔들리면 나라도 흔들립니다. 조의에도 나오지 않으시고, 정무를 보실 시간에도 어디에 계시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고도 나라가 일어서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로쿠타는 눈치를 보며 슈코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일은 쇼류한테 말해주면 좋겠는데-.」
 슈코우는 다시금 눈썹을 떨면서, 갑자기 서류로 탁자를 내리쳤다.
 「--타이호가 이번 달, 조의에 나오신 것은 몇 번입니깟!!!」
 「에에---또......」
 로쿠타는 가만히 손을 보면서 손가락을 꼽는다.
 「오늘하고, 저번하고, ......그리고」
 「가르쳐 드리자면, 네 번입니다.」
 「너, 잘도 알고 있잖아.」
 조사는 조의에 참가하지 않는다. 그만큼 고위의 관리가 아닌 것이다. 로쿠타가 반쯤 질린 기분으로 올려다보자, 슈코우는 과장스러울 정도로 온화한 웃음을 띄웠다.
 「그거야, 왕궁 어디서나 제관이 한탄하고 있으니까요. --조의라고 하는 것은, 본래 매일 있는 것입니다. 알고 계십니까?」
 「그건--」
 「그것을 3일에 한 번으로 결정한 것은 주상이십니다. 3일마다라고 하면 한 달에 10번입니다. 이미 이번 달도 끝나가는 이 마당에, 타이호가 출석하신 조의가 겨우 네 번이라는 것은 어찌된 연유입니까?」
 「에에--또,」
 「주상께서 출석하신 것은 단 한 번!! 주상도 타이호도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들 계신 겁니까!!」
 와당탕, 격렬한 소리가 났다. 전망대의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이다. 로쿠타가 그 쪽을 바라보자, 어느 틈엔가 수인(遂人)인 이탄(巾+佳湍)이 와있었던 듯 했다. 그 이탄도 이마에 푸른 힘줄을 세우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왜, 왕궁에 얌전히 있지를 못하는 거야, 이 주종은!」
 「이탄, 언제 왔어-?」
 로쿠타의 애교스러운 웃음에 얼어붙는 듯한 시선이 돌아왔다.
 「정말, 이 시러베 놈들이. 안이 일어서 가는 것이 신기하다고!」
 「대부(大夫), 대부.」
 슈코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주의를 주었지만, 이탄은 이미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대부, 어디에?」
 「--붙잡아 온다!」
 발소리를 울리며 떠나가는 이탄을 전송하고, 로쿠타는 한숨을 쉬었다.
 「성질이 급하구나.....」
 이탄은 별자(別字)를 쵸토츠(*저돌, 猪突)이라 한다. 그 자 역시 이유없이 지어진 것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슈코우는 웃으며 로쿠타를 보았다.
 「저도 이탄 만큼은 아닙니다만, 상당히 성질이 급한 편이지요.」
 「아, 그래?」
 「조의에는 나오지 않는 데다, 재가까지 받을 수가 없으니 이탄 녀석이 강제로 상소를 올리면, 다음날 하자고 하십니다. 오늘 이 시간을 지정하셨으면서도 어디에고 계시지를 않습니다. 본래대로라면, 그런 때에 왕을 보좌하는 것이 임무인 타이호께 말씀을 들어주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그 타이호마저 남의 일처럼.」
 「에에, 또.」
 「다시금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가는, 제게도 각오가 있사옵니다. 몹시 황공하옵니다만, 주상이고 타이호고 용서치 않을 생각입니다.」
 「아하하하.....」
 힘없이 웃고서 로쿠타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슈코우는 씩 웃었다.
 「충언을 넓은 마음으로 들으시는 것, 그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정말로 알아주시는 것입니까?」
 「알았어. 정말.」
 그러면, 라고 말하며 슈코우는 소매에서 서류를 꺼내어 로쿠타를 향해 내밀었다.
 「이 태강(太綱)의 하늘의 권, 1권에는 천자와 타이호의 도리가 쓰여져 있습니다. 반성의 증거로써 조의를 쉬신 횟수만큼 써오십시오.」
 「슈코우--」
 「내일까지 1권을 여섯 부입니다. --설마 싫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시겠지요?」
 「그런 일을 하고 있다가는, 정무가 늦어지는 거 아냐--?」
 눈치를 살피며 올려다본 온화한 얼굴은, 약점 하나 잡을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제 와서 하루쯤 늦는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 3 -
 슈코우는 바람을 맞으면서, 왕궁의 길을 걷는다. 내궁에서 퇴출하려는 참이었다.
 안은 사주국(四州國) 중 북동의 나라, 한랭한 토지이다. 겨울은 북동에서 건조한 계절풍이 바로 불어와 춥고, 여름은 흑해(黑海)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노출된다.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어가고 있다. 흑해에서 부는 바람은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태양에 덥혀진 대기의 온도가 대기를 데운다. 여름은 시원하고, 비가 없어 식물이 자라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 대신에 가을이 길다. 한동안 계속해서 따뜻하다가, 북동쪽에서 계절풍이 불기 시작하면 갑자기 추워지는 것이다.
 왕궁은 운해의 위이므로, 하계의 기후와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 지금은 아직, 하계의 바람과 큰 차이가 없겠지. 이제부터 안은 가을이 되고, 가을이 끝나는 한 달 정도의 우기가 오며, 비가 그치는 것과 동시에 계절풍이 불기 시작한다. 그것은 태국에서 잔뜩 건조해진, 매우 차가운 공기를 날라오는 것이다.
 「녹수인가........때에 맞으면 좋겠지만.....」
 슈코우는 운해의 서쪽을 바라보았다. 우기가 오기까지 녹수의 치수가 가능할 것인가.
 녹수는 관궁이 있는 정주(靖州)에서 흑해 쪽을 면하는 원주(元州)로 흘러가는 큰 강이다. 원주에는 평야가 많다. 계절마다 범람을 반복하는 녹수가 만들어낸 비옥한 평야였다. 흑해에 면한 해안부 일대는 효왕이 제방을 끊은 이래 사람이 살 수 없는 토지가 되어버렸지만. 그토록 염원하다가 귀국을 한 사람들이 개척을 시작해, 꽤 많은 수의 촌락이 생겼다고 들었다. 원주 주후의 능력으로는 할 수가 없다. 유명무실해서 치수를 행할 실권이 없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아직 선제가 임명한 주후는 정리하지 못한 채, 그 대부분이 실권을 쥐고 있었다.
 가볍게 한숨을 쉬고 발을 떼려할 때, 마침 돌계단을 올라오던 이탄과 마주쳤다.
 「--어땠습니까?」
 슈코우가 웃으며 묻자, 이탄은 찌릿 고개를 들었다.
 「멱살을 쥐고 끌고 왔다. 내궁에서 의복을 갈아입고 있네.」
 그렇다면 함께 금문을 지나 내궁에 가서, 거기에서 얘기를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 남자는 일부러 정문을 통해 돌아온 듯 하다. 운해의 위에 떠있는 현영궁에는 직접 출입할 수 있는 문이 한 개밖에 없다. 이것을 금문이라고 부르며, 관궁 기슭에서 올라오는 길에 있는 오문(五門)을 정문이라 부른다. 본래 금문은 왕과 재보밖에 통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탄은 금문을 사용할 특권을 부여받았다. 그런데도, 그런 데에만은 완고한 남자이다.
 「그렇다면, 저도 돌아가겠습니다. 한 마디 하지 않으면.」
 「제대로 말 좀 해 놔,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해?」
 「글쎄요.」
 「관궁의 기루(妓樓)에서 도박을 하다가, 가진 돈을 모조리 털린 모양이야. 빚 대신으로 기승을 뺏기고도 다 갚지를 못해서, 그만큼 정원 청소를 해서 갚는 거라면서 빗자루를 들고 있는 것을 붙잡아왔다.」
 슈코우는 소리내어 웃었다.
 「쇼류사마답군요. --그래서 빚은 대신 갚고 오신 겁니까?」
 「떼어먹을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다 갚을 때까지 거기다 놔둘 수 있겠어? 그렇다고 솔직하게 왕이라고 말하고서 용서해달라고 할 수도 없지. 저게 자국의 왕이라고 알았다가는, 모두들 낙담해서 통곡할거다.」
 「--그렇겠지요.」
 안은 한 번 멸망했었다고마저 말해진다. 그만큼 황폐가 깊었다. 신왕의 즉위는 국민의 비원이었다. 그 비원이 저 꼴이라면, 정말로 낙담해버리는 자도 있으리라.
 「정말 저, 속편한 자식이.」
 왕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욕을 퍼부을 수 있는 자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슈코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탄은 애초에 전렵(田獵)이라 하는, 백성을 관리하고 납세를 위해 대장을 정비하는 관리였지만 혁명 때에 수인으로 발탁되었다. 그것도, 왕 스스로 쵸토츠라는 자(字)를 하사하며, 일체의 특권을 내린 것이다. 이탄은 왕의 침소에 들어갈 수 있고, 금문을 사용할 수 있으며 내궁의 안까지 기승을 탈 수 있고, 왕의 앞에서 평복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왕을 욕해도 좋다는 특권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대범한 분이시니까 당신도 목이 붙어있는 것이지 않소?」
 신왕이 옥좌에 오르자, 현영궁의 제관은 신왕에게 경하의 말을 올리며 배알했다. 그 경사스러운 제전의 자리에서, 이탄은 호적을 손에 쥐고서 왕의 발치에 던져버렸던 것이다.
 슈코우가 말하자, 이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옛날 얘기는 꺼내지 마.」
 
 --먼 옛날, 천제는 천지를 열고 열 두 나라를 세웠다. 사람을 골라 옥좌에 앉혔다. 이것이 왕, 천제의 뜻을 받아 선택하는 것이 기린이다.
 기린은 일국에 하나, 그 요력이 심대한 신수로써 천의를 받아 왕을 선택한다. 그 기린이 태어나는 것은 세계의 중앙에 있는 오산 동악의 봉산, 스스로 왕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는 봉산에 올라 기린을 면회한다. 기린과 만나 천의를 묻는 그것을 승산(昇山)이라 한다.
 --왜, 라고 말하며 이탄은 호적을 옥좌가 있는 단상에 내동댕이쳤다.
 「왜 등극에 14년이나 걸린 거냐. 기린은 6년만 지나면 왕을 고를 수 있어. 네놈이 꾸물거리고 승산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8년의 세월이 쓸모없이 흘러갔다. 이것은 그 8년분, 관궁의 호적이다. 8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죽어갔는지, 네 눈으로 확인해.」
 신왕 등극에 들떠있던 자리는, 일순간 조용해졌다.
 이탄은 옥좌의 왕을 보았다. 그는 단지 흥미깊다는 듯한 표정으로, 단 위에 내던져진 호적과 이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화풀이였는지도 모른다. 이탄은 그저, 안의 참상을 왕에게 알리고 싶었다. 믿기 어려울 만큼의 황폐였다. 옥좌가 위치한 왕궁에는 빛이 넘치고 있지만, 하계에는 죽음과 황폐가 만연하고 있다. 누구나 신왕만 즉위하면, 이라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탄은 그것만으로 나라가 다시 설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무례하다고 죽음이 내려질 것을 각오한 짓이었지만, 이탄이라고 해서 죽고 싶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효왕의 압정을, 왕에 등돌리지 않고 도에도 등돌리지 않으며 왕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것도 상관치 않고, 그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 없기만을, 그렇게 외줄을 타는 심정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던 것이다.
 신왕이 등극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관리들 모두가 말한다. 하지만,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을 되돌리는 것은 왕에게도 불가능하다. 죽은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을 잊어버리고 들떠있는 관리들이 원망스러웠고, 분명 등극한 기쁨에 들떠있을 왕이 원망스러웠다.
 이것으로 자신이 죽더라도, 공공연한 장소에서 일어난 이 불쾌한 사건을 왕은 잊을 수 없을 테지. 제관은 등극하자마자 신하를 죽이는 왕을 보고 효왕의 학정을 떠올리며, 조금은 들뜰 기분을 가라앉히리라. 근거도 없이 축하를 연발하는 무리의, 가슴에 떨어지는 한 개의 불쾌한 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이탄은 신왕을 보았다. 신왕은 이탄을 보았다. 한동안, 그 자리에는 공기의 흐름마저 끊겨있었다. 얼어붙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초로 움직인 것은 신왕이었다. 훗, 하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런 주저없이 호적을 주워 올렸다. 가볍게 먼지를 털어내고서 이탄에게 웃음지었다.
 「봐두도록 하지.」
 이탄은 망연하게, 한동안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위하는 신하들에 의해 그 자리에서 끌려나가, 그 때의 지관장 대사도에게 관직을 박탈당했다. 얌전히 집에 돌아가, 처분을 기다리며 근신하고 있었다. 도망갈 생각도 없었고, 병사가 문전을 지키고 있었기에 애초부터 그것도 불가능했다.
 스스로 근신한지 5일. 문을 두드린 칙사가 칙명을 가지고 왔다. 왕께서 말씀하시길, 복직을 허락하며 수인에 봉한다고. 망연한 채 사의를 표하기 위해 궁에 올라간 이탄에게, 저돌맹진(猪突猛進)한 녀석이다, 라고 왕은 웃으며 뒤에 쵸토츠라는 자를 하사하고, 오늘에 이른다.
 
 「--저는 당시, 관직을 막 얻은 하급 관리에 불과했지만 그 소문을 듣고서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내심 생각했습니다.」
 슈코우가 참으로 이상하다는 듯이 웃자 이탄은 크게 낙담했다. 타인에게는 재미있는 얘기였겠지만, 이탄에게 있어서는 웃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진심으로 죽을 각오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당초에는 이탄도 왕을 존경하고 불평 한 마디 없이 깍듯한 태도였지만, 조금 뒤 그것도 사라졌다. 참고만 있어서는 견딜 수가 없다. 도박으로 가진 돈을 날리고, 정무에 돌아오지 않는 왕에 대해서 언제까지고 고개를 숙이고만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얼마나 도량이 넓으신 분인가, 라며 감동해버렸던 자신이 밉다고 난. 도량이 넓은 게 아니라, 저건 그냥 태평한 거다.」
 「이탄도노, 입을 조심하는 편이 좋지 않겠소? 지금 자신의 신분을 기억하고, 예를 잊지 않도록 하는 편이 몸을 위한 것일지도.」
 「--너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아.」
 이탄은 슈코우를 보았다. 슈코우는 애초에 춘관의 한 명으로, 내사(內史)의 하급 관리였다. 왕이 내사부(內史府)를 순시하고 있을 때에 왕에 대해 슈코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미 시호(*왕의 사후 봉하는 이름)는 준비되어 있다. 흥왕(興王)과 멸왕(滅王)이다. 당신은 안을 흥하게 할 욍이 되겠는가, 안을 멸망시키는 왕이 될 것인가. 어느 쪽을 원하는가, 라고.
 이탄이 지적하자, 슈코우는 가볍게 웃었다.
 「뭐, 대부의 흉내를 낸 것뿐. 어쨌거나 그 쪽이 출세를 위한 것 같아서요.」
 「그런 말은 안 통해. 그건 등극 3일째의 일이잖아. 나는 아직 근신중이었고.」
 「그랬었나요? 아아, 나이를 먹다보니 기억력이 나빠져서.」
 너란 놈은, 이탄은 슈코우의 정색한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어쨌거나 젊었지만, 그것은 외견 뿐으로 실제로는 이미 연로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연령이었다.
 「그런 제가 조사(朝士)이니까요. 이야아, 뭐, 주상은 얼마나 마음이 넓으신지.」
 --어느 쪽도 싫은걸, 이라고 왕은 답했다.
 슈코우의 무모한 행동의 동기도, 이탄의 동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슈코우 역시, 죽을 각오였다. 애초부터 슈코우는 나라의 관리가 아니라, 관리가 자신을 위해 고용하고 있던 부관, 왕에 대해 직접 말을 하는 것마저 죄가 되는 것이다. 분노하며 그 자리에서 죽이도록 명령할 것인가, 아니면.
 지켜보던 쇼코우의 앞에서 신왕은 얼굴을 찌푸렸다.
 「양 쪽 모두 거절한다. 그런 평범한 단어로 이름 붙여지는 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
 에, 하고 반문하는 슈코우를 왕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사관이라는 것은, 그 정도의 문재(文才)로 뽑히는 건가? 부탁이니까, 조금 더 재치있는 이름을 생각해 주게.」
 「에에......아-----예.」
 「자네, 사관에는 안 맞는거 아닌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라고 부끄러워 했던 슈코우에게 칙사가 왔다. 잘해봤자 해임일 거라고 간을 졸이고 있던 슈코우를 내사의 중급관리인 어사(御史)로 불러들여, 곧 추관(秋官) 조사(朝士)에 임명한 것이다.
 
 「--너하고 네가 측근이니까. 어쩌면 왕은, 그저 눈치보지 않고 입을 놀리는 녀석이 좋은 것 뿐이 아닐까?」
 이탄의 말에 슈코우는 웃었다.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지.」
 웃다가, 슈코우는 표정을 바꿨다. 길을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가온 것은 재상과 그 부관, 슈코우도 이탄도 예를 표하며 길을 양보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재상들을 맞았다. 수그린 머리 위에서 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이 길은 내전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네만.」
 여기, 부관 중 한 명이 슈코우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오. 설마 길을 헤매셨다던가?」
 슈코우도 이탄도 대답하지 않았다. 내전에까지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은 신하는 한정되어 있다. 두 사람의 관위는 본래, 내전에 들어갈 수 없다. 두 사람은 왕에게서 직접 특권을 얻었지만, 이것은 파격적인 대우인 것이다. 특별대우를 질투하며 비꼬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슈코우도 이탄도 이미 익숙해져 있다.
 「이제부터 내전으로 가는 것인가?」
 예, 슈코우가 짧게 대답하자 재상들은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이런, 그럼, 주상은 정무 따위는 하실 수 없는 상황이겠군.」
 「이제부터는 마음에 드는 사람들하고 노실 시간이구먼.」
 「방해를 해서는 화를 내시겠지요. 정말로, 언제가 되어야 정무에 흥미를 가져주시려는지.」
 「왕을 어지럽히는 천것들이 있으니까요.」
 몸을 움츠린 두 사람의 앞을 조소하며 지나간다. 아마도 동쪽의 관서에 돌아가는 것이겠지,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기다리다가 이탄이 고개를 들었다. 건물의 사이에 위치한 돌바닥을 보고서 낮게 숨을 토했다.
 「.......어느 쪽이 천것이냐. 효왕에게서 관직을 산 간신들이.」
 슈코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간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부당하지는 않다. 효왕이 도를 잃고 정무에 흥미를 보이지 않게 된 것을 기회로, 관리의 전횡은 극에 달했다. 어떤 자는 돈으로 관직을 사서, 그를 위해 지불한 이상의 것을 국고에서 갈취했다. 효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학정을 말리기는커녕 부추겨, 점점 국토를 황폐하게 했다.
 「비꼬는 정도밖에 능력이 없는 녀석들이니, 그냥 놔두시지요.」
 「왕이 놀러다니고 있는 것을, 우리가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저 녀석이 저모양으로 방탕하니까 우리들까지 나쁜 놈 소리를 듣잖아.」
 이를 악무는 이탄에 대해, 슈코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제지했다.
 「나쁘게 말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이탄은 수인, 관직으로 말하자면 그저 중대부(中大夫)에 지나지 않는다. 재상은 후(候), 네 단계나 낮은 수인 주제에 여러 가지의 특권을 부여받고, 재상인 자신이 왕과 면회를 하는 데에도 하나하나 재가를 얻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니, 감정이 있는 것도 당연하겠지. 슈코우 따위는 이탄보다도 더욱 아래, 하대부(下大夫)에 지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면 다야? 저 얼빠진 놈을 어떻게건 해!」
 「저에게 말씀하셔도 곤란합니다.」
 「대체, 세이쇼가 나쁜 거라구. 제일 가까이에 있으니까, 멱살을 붙잡고 옥좌에 묶어놔 버리면 되잖아.」
 왕의 신변경호에게까지 악담을 해대는 이탄을, 슈코우는 질린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화를 내실만한 일입니까?」
 「넌 화가 안 나냐? 왕에게 놀이를 권하는 간신이라고 불리고 있잖아! 종국에는 은밀히 총애한다고까지!!!」
 「그거, 힘들겠군요.」
 「바보자식! 네가 그렇게 말해지고 있단 말이다!!!」
 슈코우는 웃으며,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헛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은 그렇게 내버려두십시오. 주상께서도 슬슬 제반 관리들의 정리를 생각하고 계십니다.」
 이탄은 돌계단을 내려가던 발을 멈추었다.
 「드디어인가.」
 「내정도 상당히 안정되었고, 가야할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길은 닦였지요. 남은 것은 그저 달려가는 것 뿐입니다. 이제까지는 관리의 정리까지는 손이 갈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제후제관을 갈아치워도 좋을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주후 및 제관을 임명한 것은 효왕이다. 신왕 즉위 때 그들을 전부 파면하고, 새 관리를 임용해도 좋았을 테지만 거기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마저 아까워하며 굳이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주후의 실권만은 제한하고, 각주에 목백(牧伯)을 두고 감시시켜 관리들은 측근만을 엄선해왔지만, 언제까지고 효왕 아래에서 아첨하고 추종하며 안일을 꾀하고 백성을 괴롭혔던 자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조정은 어지럽습니다. 파면당하지 않고 끝났다고 기뻐하던 자들은, 다시금 암약을 개시하겠지요. 어디에서 어떻게 발목을 붙잡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한동안은 불평을 감수하는 쪽이.」
 「........20년인가. 잘도 버텼지. 저런 녀석들이라도 다소는 마음을 바꾼 듯 해.」
 「뭐, 국고에서 잇속을 챙기려고 해도, 뜯어갈 돈이 없었던 것뿐입니다. 하지만, 최근 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관리가 늘고 있습니다.」
 「겨울동안 땅 속에 움츠리고 지내던 놈들이, 간신히 겨울이 지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가.」
 이탄은 부근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긴 겨울이었나........」
 
 안 국민의 비원이었던 신왕 등극의 때, 아직 현영궁은 금은이 화려하게 빛나는 장려한 궁성이었다. 지금 이 궁에는 화려함 따위는 없다. 정취있는 궁이라고 따위 말해지고 있지만, 왕은 모든 것의 장식, 금은과 보옥을--심지어 옥좌의 보석까지--모조리 팔아치워 버렸다. 그만큼 안은 곤궁했던 것이다. 건물의 수도 반에 가깝게 줄였다. 왕이 해체하고, 목재에서 석재에 이르기까지 팔아치워 버렸던 것이다. 관궁산의 봉우리에 이어져있는 지붕의 검은색만이 그 때와 변하지 않았다.
 왕궁은 초대 왕이 천제에게 받은 것이라도 한다. 그러므로, 감히 역대 왕들은 왕궁에 뭔가를 더하는 일은 있어도 부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왕조의 역사 그 자체인 건물의 장식을 일절 남김없이 해체해서 팔아버린 것이니, 관의 낭패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해, 라는 한마디로 명령한 왕은, 효왕의 아래에서 국고의 부를 빼돌려 사복을 채우던 이들을 방치했다. 제후제관을 해임하고, 그 사재를 압수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굳이 그것을 하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하고 있을 여유마저 없었던 것이다. 황폐한 국토에서 수확이 열릴 수 있도록, 땅을 다스리는 쪽이 먼저였다.
 전답은 초토화되었다. 거기에 괭이질을 해도, 경작을 하는 백성의 생활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결실이 열리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왕궁의 보물은 다른 나라에 팔고, 창고 안의 물건이라는 물건은 병졸의 단도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팔아치워, 간신히 끼니를 이었다.
 --맡겨두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녀석들은 모으는 데에 열심이니까, 그렇게 손실은 없겠지. 심하게 써대는 자들만을 붙잡아. 때가 오면 한번에 정리해줄 테니.
 왕은 그렇게 말했다. 그 때가 온 것이다.
 「느긋한 자식이지만, 바보는 아냐.」
 이탄이 낮게 말하자, 슈코우가 가볍게 웃었다.
 「유능하지만 제멋대로다, 정도로 해두시지요.」
 
- 4 -
 그 유능하지만 제멋대로인 안 국왕은, 내궁의 사실에서 네 명의 인간에게 계속해서 설교를 듣는 꼴이 되었다.
 「.........너희들이 말하는 것은 잘 알았다.」
 쇼류는 주위의 네 명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탄은 낙담하면서 자신의 왕을 노려보았다.
 「.......안 것뿐이냐?」
 「반성했어.」
 「난 그렇게 부끄러운 꼴을 당해본 것은 처음이었다구. 이 원한은, 어지간한 걸로는 잊지 않을테니까.」
 「정말로, 그렇고 말고요.」
 이탄의 등뒤에서 장단을 맞추었지만, 이탄은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정말로, 라며 슈코우가 한숨을 쉬었다.
 「주상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 것입니까. 나라의 돛이신 왕이 그래서는, 어떻게 관리를 다스리실 생각입니까. 모범이 되어야 할 분이, 이런 꼴이라니. 저까지 백성에 대해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응, 그렇겠지.」
 완전히 무표정하게, 흔히 열지 않는 입을 연 남자가 있다.
 「질리다 못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아. 이런 어리석은 왕에게 일하고 있는 나까지 우스워진다구.」
 「수이쿄우(*취광, 醉狂), 너까지 잔소리냐?」
 자(字)는 수이쿄우, 별자(別字)를 세이쇼(成笙)라 한다. 갈색의 피부를 가진 마르고 작은 체구의 젊은 남자지만, 군사를 총괄하는 사마(司馬)의 관직, 특히 왕의 신변을 경호하는 소신(小臣)의 장인 대복(大僕)이다. 효왕에 의해 금군장군에 등용되어, 지략에 뛰어나며 무술이 우수하기를 따를 자가 없다고 말해졌다. 효왕에게 간언을 올렸다가 체포되었지만, 그 어리석은 왕마저 죽이는 것을 아까와하며 유폐시켰다. 효왕이 죽고서 모든 관리가 감옥에서 나오게 하려 했지만, 본인은 왕에 의해 투옥된 것이니 왕의 사면이 없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대로 새 왕에 의해 사면될 때까지 열쇠도 걸려있지 않은 감옥에서 50년 가까이 옥살이를 계속해온 고집센 자이다.
 「......그런 쓸데없는 이름을 멋대로 붙이지 말아주십시오.」
 「마음에 안 들어?」
 「당연하지요.」
 낙담하는 세이쇼를, 이탄은 원망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넌 훨씬 낫지. 난, 쵸토츠라고.」
 왕에게서 직접 자(字)를 하사받는다고 하는 것은 그 이상의 영광이 없는 일이지만, 그 명예라는 것의 실질적인 알맹이가 쵸토츠에 수이쿄우여서는 감사할 리가 없다. 게다가, 쇼류가 기린인 재보 로쿠타에게 내린 자는 바카(*바보, 馬鹿)라고 한다. 말과 사슴의 중간쯤 되는 생물이니까 좋겠지, 라면서 쇼류는 혼자서 좋아했지만 동의하는 자가 있을 리 없는 것이다.
 정말로, 라고 말하며 이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경조부박(*방정맞고 천박함, 輕人+兆浮薄)이라는 말은, 이놈을 말하는 거다.」
 「그럼, 그럼.」
 이번에는 세 명이 일제히 등뒤를 돌아보았다.
 「타이호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차가운 시선을 뒤집어쓰고, 무책임하게 맞장구를 치던 로쿠타는 목을 움츠렸다.
 「난, 도박 따위는 안한다고.」
 「그럼, 조의를 쉬고 계시는 동안 어디에 계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쇼코우에게 추궁당하고, 로쿠타는 애교스러운 웃음을 띄웠다.
 「--시찰. 나라가 어느 정도 부흥하고 있는지, 싶어서.」
 「그럼, 그 성과를 들려주십시오.」
 「에---또,」
 「주인을 배신하니까 그렇지.」
 던져진 말에 로쿠타는 자신의 왕을 보았다.
 「애초에 니가 놀러 나가있으니까 그렇지! 나까지 잔소리를 듣는다고, 농담이 아냐.」
 「그러는 너도 농땡이치고 있었잖아?」
 「너만큼은 아냐!」
 「오십보백보라는 말 알아?」
 「비슷해 보이지만 오십보의 차이는 확실하다는 뜻이지?」
 쾅, 슈코우가 탁자를 내리쳤다.
 「조금만 더 진지하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만.」
 알았다, 라며 쇼류는 손을 들었다.
 「반성했어. 정무는 농땡이치지 않겠다. --그걸로 됐지?」
 「본심이십니까?」
 「서쪽에서 수상한 냄새도 나고 말야. 한동안 얌전히 옥좌를 데우고 있을테니까.」
 네 명은 일제히 쇼류를 보았다.
 「--서쪽.」
 쇼류는 웃었다.
 「원주(元州)다. 움직였어.」
 이탄은 등뒤를 돌아보았다. 이탄들이 모여있을 때에는 반드시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지만, 아무도 없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그것은.」
 「거리에서 물건을 사들이더군. 원주는 최근 경기가 좋은 모양이야. 한 달에도 몇 번이고 원주사(元州師)의 병사가 와서, 기루에 큰돈을 뿌리고 가더군. 올 때는 맨손이지만, 갈 때는 엄청난 짐이 있다는 듯 해.」
 「관궁에서 무언가를 사들인다고--?」
 「식료라면 문제 없지만, 무기라고 한다면?」
 하지만, 이라고 슈코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모반에 충분할 정도의 무기를 조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온 거리의 무기를 죄다 사들인다면, 그거야말로 소문이 나버릴텐데요.」
 쇼류는 웃으며 세이쇼를 바라보았다.
 「관궁에는 왕사의 무기고가 있지.」
 세이쇼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기고를 관리하는 관리가 무기를 빼돌리고 있지는 않은가. 효왕이 무기고에 긁어들였던 무기의 수는 심상치 않다. 그것을 팔아치워 국고를 보충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양의 무기가 시중에 풀렸기 때문에, 나중에는 가격이 떨어져 얼마 나가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무기고에는 무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하지만 원주후는,」
 슈코우의 말에 이탄이 동조했다.
 「효왕의 분노를 두려워하고, 효왕이 죽고나서는 백성의 보복을 두려워하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상의 파면이 두려워 내궁 깊숙히 숨어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신이 이상하다는 소문도.」
 「.......쥐도 막다른 곳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니까. 생각이 너무 많은 쪽이 무서워. 게다가 원주에는 실세인 영윤(令尹)이 있었지. 원주후의 아들놈이다. --아츠유(斡由)라고 했던가.」
 이탄은 눈을 깜박거렸다.
 「잘도 알고 있군.」
 「거리에서 들은 거야. 저자거리의 소문이라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거든.」
 「과연.......」
 감탄한 듯한 이탄을 찌릿 노려보고서, 슈코우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황공하옵니다만, 주상.」
 「왜?」
 「왕쯤 되시는 분이, 일부러 민초들 사이에 숨어 들어가서, 간첩 흉내 따위를 하셔도 되는 겁니까!!!」
 포기했다는 듯이 천장을 올려다본 쇼류를 보고 웃으며, 로쿠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그래, 로쿠타.」
 로쿠타는 방에서 물러나며 뒤돌아보았다.
 「나한테는 안 맞는 얘기가 되어 버렸으니까, 갈래.」
 







 



동의 해신 서의 창해 2장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 2 장
 
- 1 -
 왕과 이탄들을 남겨두고, 로쿠타는 전망대로 나왔다. 이미 해가 져서, 운해는 어둡다. 동쪽에서 가느다란 초승달이 뜨려 하고 있었다.
 「............피냄새........」
 아마도 전쟁이 되겠지. 제후도 제관도, 꽤나 속이 검은 녀석들로 가득했으니 지금까지 내전이 일어나지 않았던 쪽이 신기하다.
 피의 예감을 바람에 쓸려보내며, 로쿠타는 정원을 걸었다. 기분이 가라앉아버린 것은, 본능적으로 전쟁과 유혈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맡겨둬, 라고 쇼류는 말했다. 하지만, 싸움은 싫다. 많은 병사가 죽고, 죄없는 백성이 말려들게 된다.
 작은 궁의 근처까지 와서, 로쿠타는 이유없이 그 문을 열어 젖혔다. 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문지기가 지키는 장소는 있지만, 사람의 모습은 없다. 본래대로라면 불침번이 있었어야 했지만, 왕궁에는 사람이 적었다. 효왕이 그렇게까지 죽여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적은 데다가, 새로운 관리를 등용하지 않으니, 왕궁은 어디나 한산했다.
 정원을 지나 더욱 안쪽의 건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작은 내원이 있다. 흰 모래 가운데에 서있는 것은 한 그루의 은백색 나무였다. 낮게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 마치 은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가지의 색깔.
 --이 나무에서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다.
 아이를 원하는 부부는 이 나무에 아이를 기원한다. 하늘이 그것을 받아들이면, 가지에 난과(卵果)가 열린다. 아이는 그 안에 들어있다. 아이가 깨어날 때까지 10달, 하지만 깨어나기 전에 쓸려가 버리는 난과가 있다.
 로쿠타는 그렇게 쓸려갔다. 쇼류 역시 그랬다. 재난에 휩쓸려--이것을 식(蝕)이라고 한다--본래는 다른 세계여야 할, 저쪽과 이쪽이 교차되는 사이에 저쪽으로 쓸려가 버렸다. 쓸려간 난과는 이계에서 여자의 뱃속에 도달해, 부모를 닮은 육신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모친에게서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를 태과(胎果)라 부른다.
 로쿠타는 그렇게 쓸려가서, 바다 저편의 이계, 봉래의 수도에 도달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형제가 있었다. 자신이 본래, 있어서는 안되는 아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집이 불탄 것은 로쿠타가 굉장히 어렸을 때였다. 연기가 가득찬 집에서 뛰어 나오자, 수도는 온통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불에서 도망쳐서 하룻밤을 보냈다. 여동생 하나와 조부모를 그렇게 잃었다.
 전화를 파해 도시 서쪽 구석에 살았지만, 집에는 모아둔 돈도 없었고, 전란 한가운데에서는 아버지가 할만한 직업도 없었다. 형 하나가 죽고, 하나 아래의 누나가 죽고, 로쿠타는 산에 버려졌다. 일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이쪽의 세계에서 데리러 온 것은 그 산 속, 굶주리고 목말라 죽어가고 있던 때였다. 로쿠타는 그렇게 해서 간신히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로쿠타를 데리러 온 것은 로쿠타가 특별한 생물이기 때문이었다. --기린이라는.
 혹시 로쿠타가 기린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산 속에서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죽어간 아이는 한둘이 아니었겠지. 그 시대, 그 장소, 아이가 버려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절산(折山)의 황폐.
 전화는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겨우 녹색이 되살아난 이 나라에, 다시 전란이 일어나려 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숨이 막히도록 괴롭다.
 황폐해진 산야, 흐르는 피, 부모를 잃고, 또는 생활에 곤궁해져 죽어가는 아이들.
 쇼류가 등극하기 전, 국토를 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대지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로부터 겨우 20년 만에 지나지 않았다. 그 때의 어린이들은 부모가 되어 있을까. 왕도 기린도 왕에게 봉사하는 관리들도, 수명이 없는 생물이기에 시간을 잊어버리게 되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하계에서는 흐른 것이다.
 산야에 버려진 아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또 그들을 괴롭히는 불행이 그들에게 떨어질지도 모른다.
 로쿠타는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중천에 달한 달이 예리한 손톱으로 찢어진 상처같았다.
 「코우야(更夜)--」
 부모가 자식을 버리려 상담하고 있던 한밤중, 로쿠타는 눈을 뜨고 그것을 들었다. 마찬가지로 한밤중에 눈 뜬 아이가 있었다. 이 나라의 얘기이다.
 --16년 전, 다름아닌 원주에서였다.
 
- 2 -
 로쿠타는 리카크의 등에 타고 있었다. 리카크는 로쿠타가 자신의 종으로 지배하에 거둔 요마이다. 오직 기린만이 요마를 지배할 수 있다. --하지만.
 질풍의 속도로 하늘을 달리는 리카크의 등에 걸터앉아 원주의 해안을 돌아다니다가, 로쿠타는 사람과 지나쳤다. 정확히는, 요마에 타고 있는 아이와 지나치게 된 것이다.
 놀랐다 따위로 표현할 수 없었다. 거대한 늑대의 모습에 날개가 있고 부리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천견(天犬)이라고 불리는 요마이겠지. 그 등에도 또 한 명의 아이가 있었다. 양쪽 다 질풍의 속도, 스쳐 지나간 것은 일순간 뿐, 확실히 뜻밖의 만남이었다.
 「돌아가, --쫓아!」
 로쿠타는 즉시 사령에게 명했다.
 「타이호, 저것은 요마입니다.」
 리카크의 경고에,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돌아가는 거야. 기린의 사령이라면 몰라도, 왜 요마가 사람을 태우는 거야. 말도 안되는 일이야, 저건.」
 바다 위를 찾아, 붉은 털의 요마에 타고 있는 상대와 만났다. 아이는 로쿠타가 쫓아오는 것을 눈치채고, 겁먹은 듯이 몸을 움츠렸지만 요마 쪽이 기성을 지르며 살의를 나타내자 큰 머리를 등뒤에서 안으며 그것을 말렸다.
 「--안돼. 안돼!」
 나이는 로쿠타보다도 조금 아래일까. 푸른 빛을 띈 흑발에, 푸른 빛을 띈 흰색 얼굴의 체구가 작은 남자아이였다. 기린이라면 머리카락은 금발이다. 로쿠타처럼. 그것은 기린의 본성, 갈기의 색이니까.
 어이, 하고 말을 걸자 몸을 떨었다. 상대가 겁먹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로쿠타는 한껏 사람좋아보이는 웃음을 띄웠다.
 「너, 누구야?」
 아이는 파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바다 위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이는 누더기같은 천을 몇 장이고 몸에 두르고 있었다.
 「난 로쿠타야.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나, 하늘 위에서 누구하고 만나본 거, 처음이야.」
 아이는 응, 하고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도 또한 하늘에서 사람과 만나본 것은 처음이라는 의미였을까.
 「너, 어디에 가는 거야? 급한 여행이야?」
 여기에도 그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했다. 로쿠타는 씨익 웃어보였다.
 「나, 어디서 점심 먹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괜찮으면 너도 같이 먹을래?」
 아이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같이?」
 로쿠타는 웃으며 끄덕였다. 아래 쪽의 해안을 가리켰다. 손을 뻗으려고 하다가 멈췄다. 서툴게 뭔가를 하면 도망쳐버릴지도 몰랐다.
 「싫어?」
 로쿠타가 묻자, 아이는 요마의 얼굴을 살폈다. 고개를 갸웃하고 그 얼굴을 들여다보고서, 작게 끄덕였다.
 「...........좋아.」
 「그녀석, 요마지?」
 해안에 내려서, 과일과 떡을 끄집어내면서 로쿠타는 아이에게 물었다. 요마를 길들이다니, 들어본 적도 없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들었었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거야?」
 그 대답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요마하고 요수말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게 있겠어? 어떻게 해서 길들인거야?」
 「몰라.」
 「모른다니, 넌.」
 어처구니가 없어, 로쿠타는 어깨의 힘을 뺐다.
 「......놀랐다.」
 「그런 거야?」
 「응.」
 해안에 앉아 얘기를 했다. 눈앞은 흑해, 세계 중앙을 크게 둘러싸는 금강산의 봉우리들이 벽처럼 서서 가로막고 있다.
 아이는 한밤중에 눈을 떴다. 그리고 다음날, 산에 버려졌다. 아이는 그런 얘기를 했다.
 「--그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로쿠타는 이 놀라운 만남에 감탄하고 있었다. 다른 세계의 아이가 두 사람, 서로 전란에 곤궁해진 부모에게 버려져, 여기에서 만난 것이다.
 「리(里)의 녀석들이 버리라고 말한 거겠지. ........큰일이었구나.」
 「그런걸까.」
 「너, 이름은?」
 「몰라.」
 애초에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하지 못한다고 아이는 말했다.
 「그래서 흘러간 게, 요마의 둥지였구나.」
 「흘러간 게 아니라, 커다란 것이 데려간 것 같아.」
 「커다란 것?」
 이녀석, 하고 아이는 등뒤의 요마를 돌아보았다. 요마는 얌전히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
 「커다란 것은 먹을 걸 둥지로 가지고 와. 아마도 그런 식으로 데리고 간 거라고 생각해.」
 「너, 먹이로 할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길러준 거구나.」
 응, 하고 아이는 끄덕였다.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전대미문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요마가 아이를 기르다니.
 「그런 일, 원래 있는 거야?」
 로쿠타는 자신의 등뒤에 대기하고서 경계의 눈길로 요마를 지켜보고 있는 리카크를 보았다. 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설령 사역당하고 있다고 해도, 요마는 자신들의 일을 얘기하지 않는다. 어떻게 명령해도 자신들의 종족에 대해서 아무 것도 누설하지 않는다. 본래 요마는 그정도로 폐쇄적인 생물인 것이다.
 로쿠타는 대답을 추궁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잘됐구나. 죽지 않아서. --그리고서 계속 둥지에 살고 있는거야?」
 「가끔 나오지만, 밥을 먹으러.」
 「커다란 것은 사람을 먹지 않아?」
 로쿠타는 물었지만, 그 대답은 알고 있었다. 요마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짙은 피냄새가 난다. 이것은 사람의 피냄새다.
 「.......먹어. 안 그러면 배가 고프잖아.」
 로쿠타는 가볍게 목을 울렸다.
 「.......너도, 먹는 거야?」
 아이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안 먹어. 사람도 짐승도. .......커다란 것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하지만, 들어주질 않아.」
 그러니까, 아이는 어딘가 의지하는 듯한 눈으로 로쿠타를 바라보았다.
 「사람이나 짐승을 덮치면,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해. 그러니까 커다란 것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쫓겨다니는걸. 모두들 쫓아와서 심한 짓을 해. 아니면 도망가버려.」
 그렇겠지, 라며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해서 웃으며 아이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대단하구나. 사람은 먹으면 안돼, 덮치지 않는다면 그게 제일 좋지.」
 「응. --로쿠타는 어디에서 왔어? 바다 이쪽?」
 응, 하고 로쿠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몸을 내밀었다.
 「--그럼, 봉래를 알아?」
 「에--?」
 로쿠타는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봉래, 라니.」
 「바다 동쪽에 봉래라는 나라가 있대. 거기에 가면 누구나 싸움을 하거나, 심한 짓을 하거나 하지 않는대. 아빠가 거기에 있어. 어쩌면 엄마도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계속 찾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며 아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로쿠타는 가슴아프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아버지는 죽은 것이다. 어머니는 그것을 말하지 않고, 아이에게는 봉래에 갔다고 말했겠지. --흔한 얘기다. 그 어머니마저도 아이를 버리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려진 아이는 지금도 어머니의 말을 믿고 환상의 나라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저........봉래가 있는 바다는 여기가 아냐......」
 로쿠타가 말하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틀려? 바다 동쪽인 거 아냐? 이쪽이 동쪽이잖아?」
 「이 바다는 흑해라고 해. 봉래가 있는 곳은 훨씬 동쪽의 바다--허해라는 곳이야. 하지만, 허해의 동쪽으로 아주 멀리 있어서, 커다란 것을 타고 가도 닿을 수 없어. 정말로 먼 곳이니까.」
 이쪽에서 봉래에는 갈 수 없다. 허해를 건널 수 있는 것은, 신선과 요마뿐이라고 말해진다. 사람은 갈 수 없다. 갈 수 있는 것은 난과 뿐이다.
 「그랬.........구나....」
 아이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아마도 부모의 소재를 찾아서, 아이는 봉래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바다의 동쪽이라고 들었으니까, 흑해의 해안을 찾고 있었던 것이겠지. 하지만--요마는 위험하다. 거리에 접근한 요마를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상상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요마가 사람을 덮치기 때문이지만, 이 아이는 그저 길러준 부모인 요마가 사람을 덮치지 않게만 하면 받아들여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안해.」
 그것은 로쿠타의 탓이 아니었지만, 어깨를 축 늘어뜨린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낙담의 빛이 짙어서, 용서를 빌지 않을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아이는 몇 번이고 한숨을 쉬고서 조그맣게, 와, 라고 짖었다. 근처의 바위터에 있던 요마는 바위 위에서 몸을 날려 아이의 곁에 다가왔다. 아이는 사람의 피로 더럽혀진 털에 얼굴을 대었다.
 아아, 하며 로쿠타는 이제 와서야 깨달았다. 아이는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유심히 생각해보면, 아이는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아까부터 반쯤 짖고 있었다. 기린이나 신선은 요마나 짐승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던 것뿐이었다.
 요마는 부리 끝으로 아이의 목을 쓰다듬었다. 조그맣게 울었다. 그것은 말로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돌아가자, 고 부르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는 얼굴을 들었다. 주저주저하며 일어섰다.
 「......가지 않으면.」
 「너, 또 올거야?」
 「.....몰라. 봉래가 아니면, 와봤자 소용없으니까.....」
 그 대답에, 로쿠타는 말이 막혔다.
 「마을에 가면, 어른들이 커다란 것한테 심한 짓을 하니까....」
 「....그렇구나.」
 그것은 반드시 요마에게 대한 것만은 아니겠지. 누더기인 바지에서 빠져나온 아이의 발에는 화살자국이라고 생각되는 흉터가 여럿 있었다.
 「너, 거리에서 살고 싶지 않아?」
 아이는 돌아보았다.
 「.......커다란 것도 같이?」
 「으--음. 커다란 것은 안되겠구나....」
 「그럼, 됐어.」
 그런가, 라고 로쿠타는 끄덕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어서 커다란 것과 헤어져서라도 마을에서 살고 싶어지면 관궁으로 와.」
 관궁, 이라고 아이는 입 속에서 되뇌었다.
 「나를 찾아와서--아아, 하지만 너 이름이 없구나.」
 「응.」
 「뭔가, 붙여.」
 「잘 모르는걸.」
 「그럼, 붙여줄게.」
 로쿠타가 말하자, 아이는 얼굴을 빛냈다.
 「--응.」
 로쿠타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갑자기 손바닥을 치고 모래 위에 글자를 썼다.
 --코우야(更夜).
 「코우야, 어때?」
 「무슨 뜻?」
 「한밤중.」
 아이는 그것에 납득했다.
 「--응.」
 코우야, 라고 몇 번이고 기쁜 듯이 되풀이했다.
 아마도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떠나가는 코우야에게 로쿠타는 손을 흔들었다.
 「코우야, 곤란한 일이 있으면 관궁에 와. 나는 현영궁에서 일하고 있어. 로쿠타라고 말하면 알 테니까.」
 응, 하고 요마에 탄 아이는 먼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꼭 와, 코우야!」
 
- 3 -
 로쿠타가 궁에 돌아오자, 이미 이탄들은 퇴출한 뒤였다. 쇼류 만이 탁자에 앉아있다.
 「피비린내 나는 얘기는 끝났어?」
 로쿠타가 말하자, 뭐, 라고 손끝에서 시선을 들지 않은 채 쇼류는 대답했다. 무엇에 그렇게 열심인지 들여다보자, 종이와 태강(太綱)의 하늘의 권이 펼쳐져 있었다.
 「슈코우가 시켰다. --어느 쪽이 주인인 거야, 정말로.」
 「글쎄말야.」
 그렇게 말하자 쇼류는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로쿠타가 들여다보자, 쇼류다운 큼직큼직한 글자가 쓰여있다.
 --처음에 말하기를, 천하는 이 금 감정(金勘定)로써 다스릴 것이니.
 「.......어이, 이봐, 아저씨.」
 태강의 처음은, 천하는 이 인도(仁道)로써 다스릴 것이니, 라는 유명한 문장이다.
 「여기서 더 슈코우를 화나게 해서 어쩔거야? 슈코우는 끈질기다고. 이탄이나 세이쇼처럼 단순하고 머리가 딱딱한 녀석들하고 틀려서, 깊--게 원한을 가지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백년이고 이백년이고 기분나쁜 소리를 할 테니까.」
 「난 신경쓰지 않을 테니까, 상관없어. 기분나쁜 소리라는 건, 듣는 상대가 신경을 안쓰면 아무 것도 안되는 거니까.」
「슈코우가 불쌍해.」
 「전부 적당히 바꿔 써놓으려고 생각한 건 좋았는데, 그게 잘 되지를 않아서 말야.」
 「......나, 때때로 너란 놈은 정말로 바보가 아닌가 생각해.」
 「호오. 때때로 인거야?」
 「응. 평상시에는 단순한 멍청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놈, 하고 날아온 주먹을 로쿠타는 피했다. 살짝 방의 큰 탁자위로 날아올라, 쇼류에게 등을 놀린 채 그 위에 책상다리로 주저앉았다.
 「--내란이 되는 거야?」
 「그렇겠지.」
 「........많은 사람이 죽어.」
 큭큭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나라라고 라는 것은 백성의 혈세를 짜내서 유지되는 거지. 사실을 말하자면 나라라는 것은 없는 쪽이 백성은 위한 거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능숙하게 숨기는 게 유능한 관리의 재능이라는 거야.」
 「어처구니없는 왕이군.」
 「정말이잖아? 백성은 왕 따위 없어도 살아가. 백성이 없으면 설 수 없는 것은 왕 쪽이지. 백성이 이마에 땀을 흘리며 수확한 것을 슬쩍 뺏어서 왕은 먹고 살지. 그 대신에 백성 한사람 한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해준다.」
 「......그럴지도.」
 「결국, 왕은 백성을 착취하고 죽이는 거야. 그러니까 가능하게 은밀히, 최소한만 착취하고 죽이는 거지. 그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현제(賢帝)라고 불려. 하지만, 절대로 죽이지 않을 수는 없지.」
 로쿠타는 대답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제후는 다섯, 효왕에게 멸해지고 주관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주가 셋. 쓸 수 있는 주는 정주(靖州) 뿐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로쿠타를 보았다.
 「정주후(靖州候)에게 주사(州師)를 빌려볼까.」
 「그건 네 거야. 어차피 나로서는 통솔할 수도 없고--.」
 재보는 수도가 위치한 주를 다스린다. 연에 있어서는 정주가 그것이다. 토지와 인민이 있고 군대가 있지만, 실제로 군을 통솔하는 것은 왕, 토지도 분할되어 제관에의 보수로 할애된다.
 「.....그렇게 전쟁이 무서워?」
 쇼류가 묻자, 로쿠타는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 뒤를 돌아보자 쇼류는 씨익 웃었다.
 「무서우면 숨어 있어. 여기까지 전화가 미치는 일은 없으니까.」
 「그런 게 아냐. 전쟁은 백성에게 있어서, 한없이 피해가 미친다구. 그게 싫은 것 뿐이야. 난 민의(民意)의 구현이라는 거니까.」
 큭큭, 쇼류는 웃었다.
 「기린은 겁이 많은 생물이라고 하니까.」
 「자비깊은 생물이라고 해줄래?」
 「죽이지 않으려고 무리하다가 결국 만 명을 죽이는 것보다, 지금 여기에서 백 명을 죽이고 끝내는 편이 낫겠지.」
 로쿠타는 돌아보고서, 쇼류에게 손가락을 뻗었다.
 「그런 소리는 나한테 하지 마.」
 「냉담하군. 모처럼 백으로 끝낸다고 뽐내보려는 차였는데.」
 「백만하고 착각한 거 아냐?」
 로쿠타가 노려보자, 쇼류는 웃었다.
 「안에 백만 명이나 백성이 있을까.」
 로쿠타는 탁자에서 뛰어내렸다.
 「너 따위는 멸제(滅帝)라는 시호로 충분해.」
 말을 내뱉고서 방을 나서려 하는 등에, 그 말이 던져졌다.
 「맡겨두라고, 말했잖아.」
 로쿠타는 뒤를 돌아보았다. 쇼류는 변함없이 책상을 향한 채로, 넓은 등만이 로쿠타 쪽을 향하고 있었다.
 「싫다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어. 이건 지나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니까.」
 로쿠타는 잠시동안 그 등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시 발길을 돌렸다.
 「난 몰라. 네가 알아서 해.」
 
- 4 -
 결국 죄를 뉘우친 로쿠타가 조의에 참가해서, 얌전히 쇼류의 뒤에 서서 하품을 억눌러 참으며 육관의 상소에 귀를 기울이고, 간신히 일이 끝나고서 해방되어 외전으로 나가려던 때에 불러 세우는 자가 있었다.
 로쿠타는 발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관리 한 명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타이호에게 접견을 신청하고 싶다는 자가.」
 「나한테? --관리야?」
 아닙니다, 라고 관리는 대답했다.
 「그것이, 국부(國府) 쪽에서 황공하옵게도 타이호의 이름을 말하며 면회를 요청한 자가. 궁중에서 일하고 있다, 라고 말했습니다만 궁중에는 타이호와 이름이 같은 자는 없습니다. 일단 말씀드리는 편이 나을 듯 하여.」
 로쿠타는 눈을 크게 뜨고, 발을 떼었다.
 「이름을 말하던가?」
 「예, 그것이, 코우야라고 말하면 알 거라고.」
 믿을 수 없어, 라고 로쿠타는 가슴속에서 중얼거렸다. 두 번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살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갈께. --국부야?」
 「치문(稚門)에서 기다리게 했습니다.」
 「바로 갈 테니까, 절대로 소홀하지 않게 해. 알았어?」
 옛, 하며 고개를 숙인 관리를 보고서 급히 서둘러서 발걸음을 돌린 로쿠타를, 발을 멈춘 쇼류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놀랐는걸. 하계에 아는 사람이 있었어?」
 「나, 쇼류하고는 달라서 친구가 많으니까--.」
 「친구?」
 「응. --그러니까, 나 조금만 나갈테니까.」
 「오후의 정무는?」
 크흠, 로쿠타는 헛기침을 하고 자세를 바로 했다.
 「어떠한 재해의 전조인지, 아니면 부덕함의 증거인지, 갑자기 급히 몸이 안 좋아진 듯 합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재가해 주시겠습니까.」
 쇼류는 씨익 웃었다.
 「그거 큰일이군. 황의(黃醫)를 들게 할까?」
 황의는 기린의 주치의이다.
 「그 깊으신 마음씀은 한없이 감사하오나, 그럴 만한 일은 아닙니다. 제 방으로 물러가 누워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해두고.」
 에키신(亦信), 하고 쇼류의 곁에 서있던 세이쇼가, 호위하고 있던 부하를 불렀다.
 「함께 가도록.」
 「됐어, 세이쇼.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친구.」
 이미 달려나가며 로쿠타는 말했지만, 세이쇼는 눈짓으로 에키신을 재촉한다. 에키신은 절을 하고 로쿠타의 뒤를 따랐다.
 
 치문은 관궁산의 기슭에 있다. 산정에 있는 왕의 주거와 조정이 위치한 것이 연조(燕朝)로, 신하들 중 고급 관리의 관저와 청사가 있는 것이 내조(內朝), 하급관리의 그것은 외조(外朝), 그것들은 산의 중턱에 있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관궁산의 기슭이 나오며, 거기에 있는 것이 국부(國府)로 궁성의 입구인 고문(皐門)에서 국부의 안에 있는 치문까지는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래서 치문을 중문(中門)이라고도 한다.
 로쿠타는 산을 달려 내려가 치문을 나섰다. 능운산은 말 그대로 구름(雲)을 능가하는(凌) 산이지만, 내부를 꿰뚫는 길은 주술이 걸려있어 실제로는 걸어도 그다지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광대한 궁성인데다가 예복을 벗지 않으면 안되는 것도 있어서, 꽤나 시간이 걸려 버렸다.
 가쁘게 숨쉬며 치문 안의 건물로 달려들어가자, 들은 대로 빈객을 일단 쉬게 하기 위한 건물 안쪽에 사람이 있었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 만난 것은 18년도 더 전의 일, 당시 로쿠타보다 작았던 장년의 남자가 되어있어야 할 터였지만, 그 사람은 아직 젊다. 15, 6세 정도일까. 그럼에도 푸른 기운을 띤 검은 머리카락은 그대로였다.
 「--코우야?」
 불안해져서 방의 입구에서 발을 멈춰버린 로쿠타가 말을 걸자, 그 사람이 뒤돌아보았다. 싱긋 웃으면서 일어섰다.
 「--로쿠타.」
 그렇게 말하며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만나고 싶어져서 와버렸어. --타이호, 오랜만입니다.」
 깊게 고두를 한 것을 보면, 로쿠타가 어떤 지위의 인간인지 알고 있는 것이리라.
 「벌써 18년이 되었습니까. 그 때에는 타이호인지도 알지 못하고,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몸가짐이 다듬어져 있다. 말도 이미 짖는 소리가 아니다.
 「너, 하지만.」
 원주에서 만난 그 아이와 눈앞에 있는 소년을 연결짓지 못하고, 로쿠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고개를 들고, 다시 한 번 웃어보였다.
 「타이호도 사람이 나쁘십니다. 타이호라고 제대로 말씀해 주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금발이면 타이호라고 듣고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아, 아아------그랬지.」
 이 나라의 사람들은 머리색이 다양하지만, 금발만은 없다. 이것은 기린만의 특유한 색인 것이다.
 「타이호에게 이름을 받다니. --하지만, 그 때에는 그렇게 말했어도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겠지요.」
 「너---지금, 뭘 하고 있지?」
 「친절한 분이 거두어 주어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관리의 말석에서 그 분을 모시고 있지요.」
 「선적(仙籍)에 들어간 건가. 그래서 나이를 먹지 않았구나.......」
 예, 라고 대답하며 코우야는 웃었다.
 「관궁에 계시다고 말씀하셔서,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서요. 타이호에게 면회를 요청해봤자 문전에서 쫓겨날 테니, 이름을 입에 올렸습니다. --역시 실례가 된 것입니까?」
 「말도 안 돼!」
 「잘됐다. --실은 타이호는 저 따위 잊어버리신게 아닐까 하고.」
 로쿠타는 고개를 저었다. 간신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그런 기분이 치밀어 올라왔다.
 「잊지 않아. --정말로 오랜만이구나........」
 예, 라며 코우야는 웃었다.
 「일어서. 코우야에게 그런 식으로 대해지니까 왠지 묘한 기분이 들어.」
 「황송하옵니다.」
 절을 하고 일어서서 고개를 기울였다.
 「--로쿠타로서 만난 거니까, 이제부터도 그것으로 충분하겠지?」
 「응. 그게 좋아.」
 코우야는 곁으로 다가왔다. 찬밀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면서, 조금 가슴아픈 표정을 지었다.
 「.........계속 만나고 싶었지만, 관궁은 나한테는 좀 멀어서.」
 「그렇구나. ..........미안.」
 「그 녀석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그다지 가까이 갈 수가 없었고. 마을에 들러서 길을 묻지 않으면 관궁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그 녀석? 커다란 것?」
 응, 하고 코우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것, 어떻게 됐어?」
 「있어.」
 코우야는 말하고서,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마치 공범자에게 대하는 것처럼.
 「커다란 것하고 같이 호위관을 하고 있어. 저기 저 사람처럼.」
 그렇게 말하며 코우야는 로쿠타의 등뒤에 기척을 죽이며 서있는 에키신을 보았다.
 「미안해. 이녀석들, 떨어져 주질 않아서.」
 「당연하지. 로쿠타는 높은 사람이니까.」
 「그만둬.」
 큭큭 웃으며, 코우야는 가볍게 몸을 구부렸다. 로쿠타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로쿠타는 성에서 나갈 수 있어?」
 「괜찮아. 오늘은 농땡이치겠다고 말해뒀으니까.」
 「그럼, 커다란 것하고도 만날 수 있겠네.」
 「근처에 있어?」
 「관궁 바깥에 있어. --괜찮아, 커다란 것은 내 말을 들으니까.」
 말하며 코우야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커다란 것도 말야, 명령을 지키니까.」
 명령, 이라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로쿠타는 생각을 해냈다. 사람을 먹지 마, 라고 말했던 것을.
 「커다란 것이? 그거, 굉장한데.」
 로쿠타는 꽤나 아연해져 있었다. 요마가 사람을 기른다. 그 인간이 하는 명령을 지킨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갈래? 로쿠타는, 관궁을 나가거나 해? 나는 왔던 길밖에 모르지만.」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둬. 나, 관궁에 대해서는 자세하니까. 안내해주지.」
 
- 5 -
 관궁은 안의 수도, 그럼에도 그 거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적어도, 로쿠타에게는 봉래의 도시 쪽이 더 컸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치문 안에서 로쿠타는 머리에 두건을 둘렀다. 이렇게 머리를 숨기지 않으면, 아무래도 백성의 눈이 신경쓰인다. 기린의 갈기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염료도 먹히지 않기 때문에, 물들이는 것이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다.
 입는 옷도 극히 보통의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아무 어려움 없이 코우야를 데리고 관궁의 거리로 나왔다. 당연히 에키신도 등뒤에 따라오기는 했지만.
 에키신은 원래 세이쇼가 다스리던 군의 사관, 세이쇼가 투옥당하자 세이쇼를 흠모하던 하사관들 대부분은 사직을 신청하고, 자택에서 근신하며 세이쇼가 옥에서 나올 때가지 집에서 한 발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사직을 허락받지 못하고 그 중 몇 할은 효왕에게 출두를 명령받아, 이를 거부하고 참살당했지만, 살아남은 자들도 상당히 있다. 그들이 대복(大僕) 세이쇼의 아래에서 호위관을 맡고 있다. 세이쇼에게 심취해서 열심히 무예를 닦고, 또한 세이쇼도 인정하고 있던 자들이니 만치 헛점이 없다. 그 눈을 속여 코우야와 둘이서 둘만 행방을 감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에키신 또한, 방심하지 않고 주위에 시선을 향하고 있다. 기린은 한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신수, 행여라도 해가 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린이라는 것을 알게되면 백성들은 직접 상소를 올릴 기회라고 달려들어 올테지만, 다행히 머리카락을 감춘 덕분인지 그것을 눈치채는 자는 없는 듯 했다.
 관궁은 능운산의 기슭에 부채꼴로 펼쳐져 있다. 거리의 주위는 격벽(隔璧)에 의해 지켜지고 있으며, 거기에 11개의 문이 있다. 그 중 하나에서 밖으로 나오자, 녹색의 사면이 펼쳐져 있었다. 가까운 곳에는 농지가 펼쳐져 있다. 적어도 관궁의 주변은 풍요로운 전원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코우야가 이쪽, 하고 웃으며 작은 언덕을 가리켰다. 최소한 거리만은 나가지 않도록, 에키신이 말렸지만 로쿠타는 무시하고 코우야를 따라갔다. 20년만큼 길이가 자란 숲 속으로 헤치고 들어가서, 코우야는 어이! 하고 짖었다.
 「아직, 그거 할 수 있구나.」
 로쿠타가 감탄하며 말하자, 코우야는 끄덕였다. 벌써 숲 속에서, 이쪽, 하고 짖는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것, 늙었어?」
 「응.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보다도 오래 사는 걸까나.」
 「그런 게 아닐까?」
 헤에, 하며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에게는 수명이 없고, 사람의 말을 하며 지능도 높다. 그것은 사령으로서 계약을 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요마는 처음부터 그런 생물인 것인지도 모른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걸어가자, 작은 들판이 있고 거기에 붉은 짐승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견!」
 소리지른 것은 에키신이었다. 에키신은 즉시 경계하며, 허리의 대검에 손을 뻗었다. 로쿠타는 당황해서 그것을 저지했다.
 「그만둬. 저 녀석은 괜찮으니까.」
 「하지만 타이호, 저것은.」
 「확실히 요마지만, 저 녀석은 얌전해. 코우야의 말을 잘 들으니까.」
 「설마.」
 「이상하지?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다구.」
 로쿠타의 말을 듣고서, 에키신은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경계는 늦추었다. 그럼에도 검의 손잡이에서손을 떼지는 않는다. 요마가 사람에게 길드는 일이 있다니, 들어본 적도 없다. 붉은 몸의 거대힌 늑대, 푸른 날개에 황색의 꼬리, 검은 부리. 그것은 천견이라고 하는 요마에 틀림이 없다. 요수라면 조교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요마는 절대로 키울 수 없다고, 에키신은 그렇게 들어오고 있었다.
 「괜찮다니까. 저봐, 사람이 있어.」
 로쿠타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기에, 다시금 바라보자 요마의 앞에는 몇 명의 사람이 있었다. 순간 요마에게 눈을 빼앗겨서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아아, ...........네.」
 간신히 검의 손잡이에서 손을 뗀 에키신을 향해 웃고서, 로쿠타는 코우야의 얼굴을 보았다.
 「커다란 것, 변하지 않았구나.」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코우야는 요마에게 다가갔다.
 「--봐, 로쿠타야. 기억하고 있지?」
 그렇게 말하며 요마의 곁에 서있던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찾았어?」
 예, 라고 대답하며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면, 코우야의 부하들이겠지. 관리라면 그것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로쿠타는 남자들을 보았다. 그 중 한 사람이 아직 작은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것을 코우야가 받아드는 것을 보고, 로쿠타는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설마--그거, 코우야의 아이?」
 코우야는 아이를 안고서 웃었다. 아이는 평온하게 잠자고 있다.
 「아니. 틀려. 이건, 찾아 온거야. 로쿠타와 만나기 위해서.」
 씨익 웃고 코우야는 아이를 요마에게 내밀었다. 요마는 예리한 이가 나있는 부리를 벌렸다. 깜짝 놀란 로쿠타가 말을 할 틈도 없이, 코우야는 그 부리 안에 아이를 살짝 놓았다.
 「--코우야!」
 「괜찮아.」
 코우야는 뒤돌아보며 웃었다.
 「이 녀석은 이렇게 해서 생물을 옮기니까.」
 로쿠타는 안심하며 숨을 쉬었다.
 「아아, 그런가.」
 하지만, 이라고 코우야는 웃는 얼굴 그대로 목을 기울였다.
 「로쿠타나 호위하는 사람이 뭔가를 하면, 삼켜버릴 거야.」
 「---------에?」
 「사령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명령해. 타이호가 뭔가를 하시면, 로쿠타가 아이의 머리를 물어 뜯을 거야.」
 에키신이 재빨리 움직여 로쿠타의 앞으로 나왔다. 그 등에 보호받으면서, 로쿠타는 아연해져 있었다.
 --로쿠타, 라고 중얼거렸다.
 「커다란 것에게도 말이야, 이름을 붙여주었어. 로쿠타, 라고. --그 때는 황공스러운 일인지도 몰랐으니까.」
 「코우야...........」
 「아이의 목숨이 아깝다면, 얌전히 따라와. 아깝겠지? 기린은 자비의 생물. 피의 냄새를 버티지 못하고 병들어버릴 정도로.」
 「--코우야, 너.」
 코우야는 에키신을 보았다.
 「너도 동행해 줘야겠어. 저항은 하지 않도록. 분명 로쿠타가 그렇게 명령할 테니까.」
 「네녀석!」
 에키신은 검의 손잡이를 잡고 검을 뽑았다. 기린은 확실히 싸우는 것이 가능한 생물은 아니지만, 이대로 얌전히 납치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설령 그 앞을 피로 더럽히는 한이 있더라도, 설령 죄없는 아기를 저버리는 결과가 되더라도, 둘도 없는 타이호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에키신, 안돼! --------기만둬!」
 로쿠타의 외침에도 상관하지 않고, 그 팔을 붙잡았다. 그대로 로쿠타를 데리고 도망가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깜짝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에키신의 등뒤에는 어느 틈엔가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등뒤에 다가와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발소리로 깨달을 수 있었겠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붉은 몸통, 푸른 날개, 검은 부리.
 코우야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요마는 말야, 동족을 부를 수 있어.」
 에키신이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그 요마가 부리를 벌리는 쪽이 빨랐다. 요마는 이미 처음부터 에키신의 숨통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에키신!!!」
 로쿠타의 외침은 비명이었다. 요마의 부리는 정확하게 에키신의 목을 꿰뚫고, 그 살을 찢어버렸다. 핏방울이 튄다. 그것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은, 로쿠타의 몸을 등뒤에서 안고 피한 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이호, 안됩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로쿠타를 안은 팔은 새하얀 비늘로 덮여있었다. 하얀 날개가 로쿠타를 안고, 얼굴을 덮었다. --로쿠타의 사령이다.
 「----코우야아----!!!」
 날개에 감싸여서도, 에키신의 말이 되지 못하는 비명과 피냄새, 끔찍한 소리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털썩, 하고 몸이 땅에 쓰러지는 소리, 가늘게 끊어져가는 에키신의 숨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무언가를 먹는 소리. 거기에 더해, 갑자기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코우야, 왜......」
 「타이호는 원주에 와주셔야겠어.」
 원주, 라고 로쿠타가 중얼거렸다.
 「사령에게는 얌전히 있도록 명령해 줘. 아이의 생명이 아깝다면 말이지. 타이호를 해치는 것 따위는 생각지 않으니까. 그저, 나와 함께 와서, 나의 주인을 만나주기를 바라는 것 뿐.」
 「........주인.」
 원주, 라고 쇼류는 말하지 않았었던가.
 「원주 영윤이시다.」
 「--아츠유인가.」
 로쿠타는 얼굴을 감싼 날개를 밀어 젖혔다. 요마의 옆에 서서, 지금도 웃음을 띄우고 있는 코우야를 보았다.
 「경백(卿伯)을 알리라고는.」
 「.........원주는 뭘 꾸미고 있지?」
 로쿠타의 질문에 코우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감정없는 목소리로 주위의 자들을 재촉했을 뿐이다.
 타이호, 라고 묻는 듯한 소리가 등뒤에서 울렸다. 로쿠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 요크히(沃飛). 절대로 아무 짓도 하지마.」
 「하지만.」
 「놓아줘.」
 로쿠타가 말하자, 몸을 감싸오던 하얀 팔이 얌전히 풀렸다. 로쿠타는 등뒤를 돌아본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여괴(女怪)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크히, 물러나 있어.」
 비늘에 덮인, 하얀 날개와 독수리의 하지를 가진 여괴는 망설이는 듯이 로쿠타를 보았다. 한번 숨을 쉬고, 뱀의 꼬리를 작게 떨면서 사라졌다. 로쿠타의 그림자 속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고 로쿠타는 자시 똑바로 코우야를 보았다. 코우야는 싱긋 웃었다.
 「과연 타이호. 자비가 깊으시군.」
 









 


동의 해신 서의 창해 3장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 3 장
 
- 1 -
 코우야, 라고 막 이름지어진 아이는 그 때, 금강산의 내측에 살고 있었다.
 금강산은 세계의 중앙, 황해를 둥글게 싸면서 운해를 뚫는 준봉들이 이어져 있다. 그 금강산의 단에에 생긴 작은 구멍이 요마의 둥지로, 이 구멍은 거대한 산을 따라 어디까지고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황해에까지 통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썩은 냄새가 떠도는 둥지 안에서, 코우야는 요마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난, 코우야야. 이제부터, 코우야라고 불러줘. 불러주지 않으면, 나, 또 내 이름을 잊어버릴 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자, 요마는 알았다고 목을 울렸다.
 「커다란 것도, 이름 있으면 좋겠어?」
 요마는 그저 고개만 갸웃한다.
 「--로쿠타, 로 하자. 그러면 나도, 로쿠타의 이름을 잊지 않을 테니까.」
 코우야가 만난, 적이 아닌 최초의 인간이었다. 코우야를 쫓지도, 요마를 쫓아내지도 않았다. 도망가지도 않고, 곁으로 와서 얘기를 해주고, 코우야에게 이름을 주었다.
 코우야는 요마의 목을 안았다.
 「로쿠타도, 그 로쿠타처럼 많이 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미 외롭다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바다를 건너고 육지에 가면 거리가 많이 있고, 어느 거리에나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코우야처럼 작은 사람이나, 코우야보다도 큰 사람이 있고 손을 잡거나 끌어안거나 한다. 그것을 보는 것이 좋으면서도, 동시에 괴롭다. 거리를 걷는 부자나 뛰어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슬퍼져서 견딜 수가 없는데, 거리에서 떠나면 또 그 풍경을 보고 싶어서 참을 수 없게 된다.
 양부모인 요마는, 동료를 데려오는 일이 없었다. 때로 다른 요마와 만나면 싸우는 것을 보면, 그런 생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코우야는 요마와 단 둘 뿐이었다.
 사람이 그리워서 마을에 가면, 요마가 사람을 덮친다. 그러면 반드시 큰 소동이 되어버려, 코우야도 검과 창으로 쫓겨진다. 요마에게는 사람을 덮치지 말도록 부탁했지만 요마는 배가 고프면 코우야의 애원 따위는 무시하고 사람을 덮치며, 사람 쪽도 설령 덮치지 않는다고 해도 요마와 코우야를 보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간다. 그렇지 않으면 무기를 휘두르며 쫓아오는 것이다.
 코우야는 요마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았다. 몇 번이고 로쿠타, 라고 불렀다.
 「너, 사람을 덮치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같이 관궁에 갈 수 있어.」
 작은 것, 이라고 요마는 울었다.
 「안돼. 나는 코우야야. 코우야.」
 작은 것, 이라고 요마는 되풀이한다. 밖에 나가자는 권유다.
 「제대로 불러주지 않으면, 나, 또 잊어버려. 진짜 이름을 잊어버린 것처럼.」
 코우야의 손을 주고 걸었던 어머니는, 분명히 뭔가의 이름으로 코우야를 불렀었다. 그 이름이 아무리 애써도 기억나지 않는다.
 「코우야라고 불러줘.」
 거리를 달리는 아이들.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 안아 올리는 손, 꿀밤을 먹이며 아이를 혼내는 손, 모든 것이 코우야는 부럽다. 코우야가 기억하고 있는 손은 코우야를 산에 버린 어머니의 손과, 바다에 코우야를 데리고 갔던 남자의 딱딱한 손바닥뿐이다.
 왜 코우야에게는 그 따뜻한 손이 없었던 것일까. 왜 사람들은 다른 아이에게는 자상하면서, 코우야를 쫓아내고 심한 짓을 하는 것일까. 바다 저편에 있다고 들은 봉래라는 나라. 거기에 가면 다시는 쫓기는 일도 없고, 분명히 그 따뜻한 손이 주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면 어딘가를 찾아보면, 코우야가 살 수 있는 거리가 있는 것일까.
 코우야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먹을 것을 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이름을 주었다. 함께 가자고 말해 주었다. 혹시 함께 따라갔더라면, 훨씬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고, 언제나 이름을 불러주었을까. 거리에서 노는 아이들처럼, 안기거나 할 수 있었을까.
 「............로쿠타랑 같이 갔으면 좋았을걸.」
 하지만, 이 요마는 코우야를 죽이지 않은 최초의 생물이니까.
 코우야는 요마의 목을 안고 붉은 몸통에 얼굴을 묻었다.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을 덮치면 안된다고, 코우야는 요마에게 들려주었다. 배가 고프면 눈에 띄는 생물을 죽이고 먹는 것이므로, 코우야는 생물을 사냥하는 것을 익혔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요마는 코우야의 소원을 들어주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사람을 덮치는 일이 없어져도, 역시 사람들은 요마도 코우야도 싫어하는 것이다. 거리 근처에 가면, 반드시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미 바닷가의 해안을 돌아다닐 필요는 없는데도, 코우야는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는 결의를 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강해졌지만, 사람과 접할 수 있는 장소가 코우야에게는 없었다. 요마는 변함없이 코우야를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때때로 코우야는 로쿠타와 만났던 것 자체가 꿈이었던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되곤 한다. 그런 식으로 요마에게도 코우야에게도 겁먹지 않고, 친절하게 말을 걸어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 따위가 믿을 수 없는 일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자신을 코우야라고 부르고, 요마를 로쿠타라고 부른다. 아무리 굶주려도 먹을 것을 요마에게 양보하고, 아무리 몸이 괴로워도 요마를 위해 먹을 것을 사냥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람을 먹지마, 라는 로쿠타의 말을 지키고 있으면, 로쿠타와 이어져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오딘가에서 코우야가 살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꿈은 날아오는 비명의 수, 쏘아지는 화살의 수만큼 줄어들어 갔다. 차라리 요마와 헤어져 관궁을 찾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작은 것, 하고 자애롭게 불려지면 그 기분도 움츠러들어 버린다.
 어차피 코우야는 요마의 자식이다. 인간과는 어울릴 수가 없다.
 포기했을 때 아츠유와 만났다. 로쿠타와 만난 것과 마찬가지로 흑해의 기슭, 원주에서였다.
 
 언제나처럼 요마를 타고 육지로 가서, 돌을 던져 짐승을 사냥했다. 토끼 한 두 마리로는 요마의 굶주림을 채울 수 없다. 그래서 식사를 하는 요마의 곁을 떠나, 다음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전에 맞았던 화살 때문에 팔을 다쳤다. 아프고 아파서 잠자는 것마저 괴로웠지만, 요마에게 먹이를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때 화살이 쏟아진 것이다.
 코우야는 울부짖으며 숲 속으로 도망쳤다. 화살이 날아온 일 따위는 셀 수 없이 많고 화살촉에 입은 상처 역시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지금 현재 아픔을 호소하는 상처가 생기면 익숙함 따위는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숲 속으로 굴러 들어가서, 풀숲 사이에 몸을 숨겼다. 갑자기 화살이 뚝 그쳤다.
 「--꼬마, 나와라.」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숨을 죽인 코우야에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너, 아까 요마의 등에 타고서 하늘을 날고 있지 않았었나?」
 코우야는 사람의 말을 거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남자가 뭔가를 말하고 있는지는 신기하게도 알 수 있었다. 그 목소리가 노성도 비명도 아닌 것에 끌려서, 풀숲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숲에서 이어지는 사면 위에, 몇 명의 남자가 서있었다. 대부분이 무릎을 꿇고 화살을 재고 있었지만, 그 중 한 명, 그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왜, 안나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주위를 바라보았다.
 「겁먹고 있는 듯 하군. --그만둬.」
 하지만, 하고 말하는 측근에게, 남자는 손을 저었다. 측근들은 일제히 활을 내렸다.
 코우야는 무기가 거둬지는 것을 보고, 또 조금 더 풀숲에서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남자와 시선이 맞았다. 웃고 있는 남자는 요마와 똑같은 붉은 머리로, 오른쪽 관자놀이부분만이 하얗다. 그것이 왠지 경계를 풀게 해서, 코우야는 무릎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나와라. 아무 짓도 안할 테니까.」
 부드러운 소리였다. 그래서 코우야는 주저주저하며 풀숲에서 나왔다. 쫓아내지 않는 인간의 곁이라면 다가가고 싶었다. 그만큼 사람이 그리웠다.
 남자는 몸을 굽혔다. 손을 내밀어 왔다.
 「--와라. 때리거나 하지 않으니까.」
 더욱 경계를 풀고 풀숲에서 나가려고 하는 코우야를 불러 세우는 것이 있었다. 그만둬, 라고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격렬한 날개소리가 나면서 바위가 떨어지는 듯이, 눈앞에 요마가 내려섰다. 요마는 기성을 지르며 남자들을 위협했다. 그러면서 뒷발을 뻗고 허리를 낮추었다. --코우야에게 등에 타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활을 내리고 있던 남자들이 일제히 활을 들었다. 그것을 무릎을 꿇고 있던 남자가 말렸다.
 「--그만둬. 쏘지 마.」
 명령하고서, 남자는 겁먹은 기색도 없이 코우야와 요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굉장히 흥미깊은 듯한 표정이었다.
 「재미있군. 이 요마, 너를 지켜주고 있는 건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와라. 너에게도 요마에게도 아무 짓도 하지 않아. --그렇군.」
 남자는 말을 꺼내고서, 등뒤를 돌아보았다. 활을 내려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고 있는 남자들에게 사슴을 꺼내, 라고 명령했다.
 「거기. 너도 사냥을 하고 있었던 거겠지. 돌로 사슴은 잡을 수 없어.」
 코우야는 깜짝 놀라서 남자와 사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주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엇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남자는 코우야의 시선을 받고 웃었다.
 「너도 사슴을 먹는 거냐? 아니면 이 쪽이 좋을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의 주머니에서 녹색의 잎사귀로 싼 덩어리를 꺼냈다. 눈앞에서 잎사귀를 벗겨 보이자, 안에서 익힌 곡물을 뭉쳐서 만든 떡이 나왔다.
 코우야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로쿠타가 주었던 그것이다.
 음, 하고 남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안 좋아하니? 역시 고기 쪽이 좋을까.」
 코우야는 풀숲을 나와서, 숲을 빠져나갔다. 요마가 그만둬, 라고 말렸지만, 코우야는 그에 따르지 않았다. 그 대신에 남자를 보면서 사슴을 가리켰다. 사슴과 요마를 번갈아 가리키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기에, 요마를 향해 웃어 보였다.
 「준대. 먹어도 좋으니까, 사람을 덮치면 안돼.」
 수상하다는 듯이 으르렁거리는 요마는, 그러면서도 몸을 뻗어서 사슴의 발을 붙잡고 발치로 잡아당긴다. 코우야는 그것을 보고 천천히 남자 쪽으로 향했다. 방심하지 않고 남자들을 지켜보았지만, 특별히 심한 짓을 할 것 같은 기척은 없다. 그래서 안심하고 무릎을 꿇은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 그 근처에 주저앉았다.
 남자는 살짝 손을 뻗었다. 조금 겁먹고 몸을 빼는 코우야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커다랗고 따뜻한 손이었다.
 「이상한 아이군. 저 요마를 길들인 것 같은데.」
 부드러운 목소리가 왠지 간지러워서, 코우야는 몸을 빼었다. 손바닥의 감촉이 사라지자, 그곳이 굉장히 써늘했다.
 「........만지는 것은 싫은가. 짐승 같군.」
 그런 게 아니라고, 코우야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으마. --어디의 아이냐. 근처에서 천견을 데리고 다니는 인요가 있다고 들었지만, 설마 진짜 인간 아이라고는.」
 코우야는 가만히 남자의 웃음띤 얼굴을 보았다.
 「이름은 없어? 어디에 살고 있지?」
 「--코우야.」
 코우야는 대답을 하고서, 이름을 대는 자신에게서 찡한 것을 느꼈다. 이름을 가진 자신, 그것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장면을 몇 번이고 꿈꾸었던 기분이 든다.
 「코우야인가. 코우야는 이 지방 사람이냐?」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이 기뻤다. 지극히 행복한 기분을 맛보고, 코우야는 등뒤를 돌아보았다. 숲 위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산들이 보였다. 그것을 가리켰다.
 「금강산에 살고 있는 건가. 황해--는 아니겠지. 거기에는 사람도 짐승도 출입할 수 없다고 하니까.」
 「절벽.」
 코우야가 말하자, 남자는 활짝 웃었다.
 「그런가, 절벽에 살고 있구나. 너는 내 말을 이해하는 구나. 똑똑한 아이다.」
 남자는 말하고서 다시금 코우야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코우야도 하는 대로 있었다.
 「몇 살이지? 열 둘인가, 그 근처일까.」
 「몰라.」
 「부모님은 없는 거냐?」
 코우야는 끄덕였다.
 「입을 줄이기 위해서 흑해에 던져진 애들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너도 그건가. 잘도 지금까지 살아남았구나.」
 「.......로쿠타가.」
 코우야가 요마를 돌아보자, 남자는 사슴을 먹고 있는 요마를 보았다.
 「이거 놀랍군. 요마가 키워준 건가. 저것은 로쿠타라고 부르는구나.」
 「......응.」
 남자는 미소짓고서, 갑자기 코우야의 왼팔에 눈을 주었다.
 「--어찌 된 거냐. 상처인가. 곪아있군.」
 코우야가 끄덕이자, 팔을 쥐고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안에 화살촉이 남아있구나. 이건 치료를 해두는 편이 좋겠어.」
 남자는 일어섰다. 코우야는 그것을 가슴아픈 기분으로 올려다보았다. 이대로 가버리는 걸까.
 --하지만,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와라. 넌 좀 더, 제대로 된 생활을 해야 겠구나.」
 「와?」
 「나는 아츠유라고 한다. 완박(頑朴)에 있지. --아니?」
 코우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사는 곳으로 와라. 너에게는 치료와 의복과 교육이 필요해.」
 「로쿠타도........같이?」
 주저주저하며 물어본 질문에 눈부시도록 밝은 웃음이 돌아왔다.
 「물론이지.」
 
- 2 -
 관궁에서 원주의 수도 완박까지는 도보로 한 달 정도의 거리이다. 코우야는 요마, 그 밖의 측근은 요수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하늘을 날아서 약 나흘 반 정도의 여행이었다.
 로쿠타는 얌전히 코우야가 인도하는 대로 요마의 등에 타고 있었다. 확실히 요마에게서 피냄새는 나지 않았다. 코우야가 말한, 명령을 지킨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중천에 떠있던 태양이 크게 기울 때까지 하늘을 날면서, 코우야는 로쿠타가 묻는 대로, 아츠유를 위해 일하게 될 때까지의 경위를 얘기했다.
 「경백은 정말로 완박에 데려가 주고, 거기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가르쳐 주었어. 로쿠타에게도--아아, 커다란 것에게도 먹이를 주었어. 그러니까 커다란 것은 생물을 덮치지 않아도 되었어.」
 「그럼, 최근에는 전혀 덮치지 않는 거야?」
 「그렇지도 않지만. --경백이 나를 호위로 임명하셔서. 주워주고서 3년 정도 지나고서였을까. 위험이 있으면 경백을 호위하며 사람이건 짐승이건 덮쳐. --덮치게 해. 임무이니까.」
 그런가, 라고 로쿠타는 중얼거렸다. 내려다보는 시선 앞에, 기울어가며 붉게 물든 태양을 받아 큰 거리가 보여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저 거리는 관궁보다 클지도 모른다.
 「저게, 완박?」
 「응. --관궁보다도 멋진 도시지?」
 그것은 사실이었다. 거리는 관궁보다도 정비되어 있고, 내려다보이는 주변의 산야도 관궁의 주변보다 훨씬 족색이 많았다.
 「원주는 풍요롭구나........」
 로쿠타가 중얼거리자, 코우야는 웃으며 돌아보았다.
 「그렇지? 경백이 계시니까. 경백은 좋은 분이야. 거리의 자들에게도 정말로 존경받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코우야는 로쿠타의 표정을 조금 살폈다.
 「연왕보다도, 믿을 수 있다고.」
 로쿠타는 그 말에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쇼류는 바보니까.」
 코우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쿠타는 연왕이 좋지 않아?」
 「그다지 싫은 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 녀석, 정말로 바보야.」
 「왜 그런 바보에게 봉사하는 거지?」
 「어쩔 수 없으니까. --코우야는 아츠유가 좋은가 보네.」
 로쿠타가 묻자, 코우야는 웃었다.
 「경백을 위해서 로쿠타를 위협해서 납치해올 만큼.」
 --하지만, 아츠유는 역적이다. 로쿠타는 말을 삼켰다. 로쿠타를 납치한 것만으로도 죄목은 명백, 게다가 원주의 인간들이 여러 번 와서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모반이다--그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왕은 기린이 선택한다. 그렇게 정해져 있다.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도 있다. 왕을 쓰러뜨리고 옥좌를 노린 자는 역사상 셀 수 없이 많다.
 로쿠타는 등뒤를 돌아보았다. 정주가 있는 산은 멀리 희미해져 이미 보이지 않는다.
 쇼류는 어떻게 할까. --조금은 당황할까.
 
 원주 주후의 성은 관궁과 마찬가지로, 완박산이라고 불리우는 능운산의 산정에 있다. 기승들은 완박산의 산중턱에 있는 바위터에 내려서서, 거기에서 운해 위로 끌려갔다. 원주성(元州城)이다.
 거실에는 몇 사람의 관리 외에, 한 사람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외견은 아직 젊다. 붉다고 해도 좋을만큼 진한 갈색의 머리카락이었다.
 로쿠타의 양팔은 좌우의 남자들에게 붙잡혀 있다. 그 뒤를 코우야와 요마가 따라온다. 요마는 여전히 그 부리 안에 아기를 물고 있다. 띄엄띄엄 울음소리가 가볍게 닫힌 부리 안에서 울리고 있다.
 아츠유는 원주후의 아들이었다. 관직은 주후를 보좌해서 주의 육관을 다스리는 영윤, 위(位)는 경백, 그 아츠유는 주후의 자리에 앉아서 로쿠타는 맞이했다.
 「코우야, 수고했다.」
 아츠유는 온화한 목소리로 위로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단상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로쿠타를 대신 그 위에 세우고, 계단 아래에 무릎을 꿇고서 깊게 고두를 올렸다.
 「타이호께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로쿠타는 포로다. 그렇게 각오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를 숙여오니 로쿠타는 당황해버렸다.
 「..........아츠유인가.」
 로쿠타의 물음에, 아츠유는 고개를 들었다.
 「주후는 병들어 누워있어, 영윤인 제가 감히 어전을 더럽히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비겁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모신데 대해서는 사죄할 길도 없사오나, 부디 용서를.」
 「..........뭘 꾸미고 있나, 목적은 뭐지?」
 「녹수, 라고 말씀 올리겠습니다.」
 로쿠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녹수.」
 「녹수는 원주를 꿰뚫는 큰 강, 효왕이 제방을 끊은 이래, 하류의 많은 현들은 우기가 올 때마다 닥치는 수해에 눈물흘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유역의 이로(里盧)가 괴멸되는 일은 없었사오나, 그런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되겠습니까. 지급히 큰 치수공사가 필요한데도, 왕은 그것을 재가해 주지 않습니다. 원주에서 그것을 행하려 해도, 왕은 주후에게서 치수의 권리를 거두신 상태입니다.」
 로쿠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업자득이다. 지금쯤 쇼류들은 당황해서 난리치고 있겠지만, 자기가 저지른 죄과라는 거다.
 「애초에 각주는 주후에게 내려진 영지일 터. 효왕에게서 관위를 받은 주후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사오나, 권한까지 거두어 버리시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나라의 치세만으로는 국토의 구석구석까지 눈이 닿지 않습니다. 실제, 우기가 가까이 오고 있는데도 녹수는 방치된 채.」
 아츠유는 무릎을 꿇은 채 로쿠타를 올려다 보았다.
 「재삼 상소를 올려도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생각다못해 이런 수단을 써버렸습니다. 물론 심히 거슬리시겠으나, 부디 타이호만은 제 상소를 들어주십시오.」
 --이건 위험해, 라고 일찍이 로쿠타는 쇼류에게 진언했다.
 왕의 통치만으로는 국토의 구석구석까지 다스림이 닿지 않는다. 그러므로 권한을 분할해서, 주후를 두고 주의 통치를 맡기는 것이다. 아무리 선제가 임명했다고는 해도, 그들에게서 권한을 모조리 거둬들여버리면 왕 혼자서 아홉 주를 모두 통치하겠다는 건가.
 말했지만, 도저히 들어주지를 않았다. 쇼류는 언제나,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쇼류는 왕, 뭔가를 강요할 수 있는 자도 없다. 측근을 모은다고는 해도 손발로써 불리 뿐, 슈코우나 이탄은 측근 중에서도 측근이지만, 그들이 뭔가를 말한다고 해서 쇼류가 할 생각이 없는 일을 시키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다.
 오늘까지 대체, 로쿠타가 얼마나 진언을 하고, 간언을 올리며 무시당해 왔던가. 왕은 국권(國權)을 갖는다. 나라의 최고권력자이다. 그 왕이 무언가를 하려고 결의하면, 말릴 방법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효왕의 학정을 아무도 멈출 수 없었던 것처럼.
 로쿠타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왕에게 그렇게 말씀드리고, 재가하시기를 부탁드리지. --그렇게 하면 돌려보내 주겠어?」
 아츠유는 엎드렸다.
 「황공하오나, 타이호께서는 한동안 부자유하게 되심에 대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왕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줄 때까지의 인질이라는 건가.」
 「황공하옵니다.」
 「.....알았다.」
 아츠유는 놀란 듯이 고개를 들었다.
 「들어주시는 것입니까?」
 「응. 아츠유가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수단은 비합법적이지만, 그 바보가 말을 듣게 만드려면 별 수 없지. 한동안 신세지겠다.」
 아츠유는 감사를 담은 눈길을 향하다가, 깊게깊게 고두를 올렸다.
 「감사하옵니다.」
 「응.」
 로쿠타는 중얼거리고서, 아츠유의 등뒤에 서있는 코우야를 보았다.
 「이것이, 코우야의 주인인가.」
 코우야는 그저 웃기만 했다.
 
- 3 -
 로쿠타는 성의 심부로 인도되었다. 아마도 능운산의 기저부이리라. 상당히 내려간 장소에 한 방이 있었다. 문을 열자 철격자의 저편에서 한 명의 여자가 일어섰다.
 「--타이호.」
 「......리비(驪媚).」
 리비는 원주에 파견된 목백(牧伯), 목백은 왕의 칙명에 의해 주후를 감독한다. 실권을 동결당한 주후, 영윤에 대신해서 내정을 총괄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로쿠타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정주를 제외한 여덟 주에 파견된 여덟 목백과 그 부하, 그리고 이탄, 슈코우, 세이쇼들이 데리고 있는 부하들이 쇼류를 지탱하는 측근이었다.
 격자가 올려지고, 코우야들이 로쿠타를 데리고 실내로 들어갔다. 로쿠타는 숨을 토했다.
 「이거, 리비도 잡혀있었나. 쇼류의 개라 이거지.」
 「타이호까지.」
 「응. 뭐, 조금만 참아줘.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쇼류의 자업자득이야.」
 「그런.」
 「그 녀석이 헐렁거리고 놀고 있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다. 서로, 한동안 여기에서 느긋하게 있자고.」
 리비는 코우야를 보았다.
 「타이호께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아라.」
 코우야는 그저 웃기만 했다.
 「물론,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않고 말고. --로쿠타, 하지만 일단 포로가 되는 거니까.」
 「알고 있어.」
 「이리로.」
 코우야가 지시하자, 로쿠타는 얌전히 코우야의 옆으로 갔다. 코우야는 주머니에서 붉은 실다발과 하얀 돌을 꺼냈다. 그 하얀 돌을 이마에 대어, 로쿠타는 흠칫 몸을 피했다.
 「--그만둬.」
 「안돼, 움직이지 마. .........어린 아이가 있어.」
 로쿠타는 입구에 앉아있는 요마에게 시선을 주었다. 요마는 보라는 듯이 부리를 벌렸고, 거기에서 작은 팔이 보였다.
 「.......저항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나, 싫어.」
 「이마에는 뿔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 뿔을 봉하고 싶어. 사령에게는 방심할 수 없으니까.」
 로쿠타는 본래, 사람이 아니다. 의지의 힘에 의해 본래의 모습--기린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 기린의 모습이 되었을 때에 이마에 잇는 한 개의 뿔, 이것이 아마도 요력의 근원인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니까 뿔--사람의 모습이 되었을 때에는 아미 위쪽의 한 점--을 남이 만지는 것은 기분나쁘다. 뿔을 봉인하면, 요력도 봉인되겠지. 아마도, 사령을 부르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정말로 싫다고. 단순히 싫다 정도가 아니라, 엄---청 싫으니까.」
 「요마에게도 말야, 그런 역린이 있다는 것 같아.........자.」
 시키는 대로, 주저주저하며 위를 보았다. 마치 신경이 노출되어있는 듯한, 너무나 예민해서 뭔가가 닿으면 고통까지 느껴지는 장소에 차가운 것이 와 닿았다.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몸을 의지를 총동원해서 달랜다.
 「..........아파. 기분나빠. 토할 것 같아.」
 「참아.」
 붉은 실이 돌을 누르듯이 둘러졌다. 코우야는 그것을 로쿠타의 머리에 묶고서 매듭에 주(呪)를 읊었다. 그러자 갑자기 고통은 사라졌다. 그대신, 몸 속에 빈 구멍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아직 힘들어?」
 「괜찮아. 하지만, 이상한 느낌.」
 「이제 사령은 부를 수 없어. 전변해서 기린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니까, 하늘도 날 수 없어. 부주의하게 높은 곳에 올라가지 말고.」
 코우야는 미소지으며, 요마를 향했다. 가볍게 부리를 두드려 입을 열게 하고, 안의 새빨간 혀 위에 누워있는 아기의 목에도 붉은 실을 감았다. 가볍게 묶고, 주를 읊자 매듭에서 나머지 실이 떨어졌다. 그것을 정성스럽게 감아 다시 주머니에 거두었다.
 「이것은 적색조(赤索條)라고 해. 로쿠타가 이 실을 끊으면, 아이의 목이 끊어져.」
 「..........그렇게까지 할거야? 나, 도망가거나 안해.」
 「말했잖아? 로쿠타는 일단, 포로니까.」
 코우야는 말하고서 리비를 보았다.
 「그녀의 실에도 이어져 있어.」
 로쿠타가 바라보자, 리비의 이마에도 마찬가지로 하얀 돌이 붉은 실에 묶여있다. 제관이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은, 선적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신선이 되면 이마에 제3의 눈이 열린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거기에는 뭔가의 기관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봉인당하면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주력(呪力)을 잃는다. 로쿠타의 뿔과 마찬가지로.
 「리비가 실을 끊어도, 역시 아이의 목이 끊어져. 아이의 실을 끊으면 그녀의 실이 조여들어서 리비의 머리가 잘려나가. 로쿠타의 실도 마찬가지야. 일개 신선하고는 다른 기린이니까 설마 잘려나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굉장히 괴로울 거라고 생각해. 어쩌면 뿔이 꺾일지도 몰라.」
 「............알았어.」
 「감옥 바깥에도 실을 펴둔다. 감옥에서 나가면 실이 끊어져.」
 「그러면, 아이도 리비도, 심한 꼴이 된다는 말이겠지.」
 「그렇지.」
 「전부 끝나고 나면, 아이는 돌려보낼거야?」
 코우야는 웃었다.
 「물론이지.」
 「너, 기린에 대해 상세한데.」
 보통 인간은 기린의 뿔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로쿠타가--아아, 커다란 것이 있으니까. 요마도 신수도 결국 비슷한 거라서.」
 「내 사령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
 「커다란 것도 가르쳐주지 않아. 하지만 이만큼 가까이 있으면, 여러 가지로 배우는 게 있으니까.」
 「..........흐음.」
 코우야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그것을 리비에게 넘겨주었다.
 「이 아이는 맡기겠어. 돌봐주도록. 필요한 것은 가져와주지.」
 「사악한 놈.」
 리비는 조그맣게 말을 뱉었으나, 코우야는 웃을 뿐이었다.
 「그밖에도 바라는 것이 있으면 말해도 돼.」
 리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스러운 눈빛으로 코우야를 노려보았다.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코우야를, 로쿠타는 보았다.
 「나도 리비도 얌전히 있을테니까. --너, 가끔 올거야?」
 「올께. 상태를 보러.」
 끄덕이면서, 로쿠타는 말을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또다시 만나다니, 정말 유감이야.」
 코우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 4 -
 「타이호, 상처는 없으십니까.」
 리비가 묻자, 로쿠타는 웃어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여기, 꽤 좋은 방이잖아. 생각했던 것보다 대우 좋은데.」
 로쿠타는 방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된 취지로 만들어진 방인 것일까, 절대로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감옥이라고 부르기에는 주저하게 된다. 마치 흰 암반을 파서 넓힌 듯한 방이었다. 안에는 간소하지만 침상이 준비되어 있고, 병풍으로 가로막힌 한 구석에는 따로 침대가 하나 더 있다. 한 편에는 샘이 있고 욕조가 설치되어 있으며, 가구도 모두 갖춰져 있고, 올려다보니 무서울 정도로 높은 천장에는 크게 천창이 나있었다. 밤이 밝으면 햇빛이 들어오는 거겠지.
 「그래서? 리비는 아이를 돌볼 수 없겠어?」
 씨익 웃으면서 쳐다보자, 리비는 얼굴을 붉혔다.
 「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불안합니다.」
 「아이는 없었던가?」
 「옛날에는 남편도 아이도 있었습니다만, 관청에 부름을 받았을 때에 헤어져 버렸습니다. 선제의 치세 때였으니 이미 상당히 나이를 먹었겠지요.」
 「함께 선적에 들어오지 않았구나.」
 「남편이 싫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국주(國州)의 관리는 승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동시에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 부모와 처자식까지는 함께 선적에 들어갈 수 있지만, 형제자매나 친척까지의 승선은 허락되지 않는다. 친척은 우선적으로 관리로 등용되기는 하나, 그럼에도 잃어버리는 것은 많을테지.
 「리비 말고는?」
 목백이라고 하면, 개인적인 부관이나 하인도 상당히 있을 터였다.
 「아마도 붙잡혔을 거라고. 처형당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으니, 어딘가에 무사히 있겠지요, 저 말고 다른 파견관리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런가. 잘됐다.」
 주후 영윤에게는 그 보좌 및 감시역으로서, 나라에서 여섯 명의 관료를 내려보낸다. 후에게 도를 설파하고, 세상의 이치를 가르치며, 잘못이 있으면 그를 고치도록 하는 것이 임무였지만, 이것은 말라붙은 노인들 뿐으로 독도 약도 되지 못한다. 안은 공교롭게도 거기에까지 손이 닿지 않는 것이다.
 「리비는 괜찮아? 심한 짓을 당한 건 아니고?」
 로쿠타가 묻자, 리비는 굉장히 복잡한 웃음을 띄웠다.
 「저는 그다지...... 다행이라고 할까, 아츠유는 그렇게까지 도리를 잃은 자는 아닙니다.」
 「아츠유는, 어떻게 된거야? 주후는 어떻게 된거지?」
 「주후는 상태가 나쁘다고 합니다. 성 안 깊이 쳐박힌 채, 밖에는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아츠유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었다는 듯 합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리비는 품안의 아이를 고쳐 안았다. 요마의 부리에서 해방된 아이는, 잘 자고 있다.
 「이것은 관리들 사이의 소문입니다만, 역시 정신이 이상해서 정무를 볼 수 없다는 듯 합니다. 지금도 효왕을 두려워해 주위의 자들이 설득해도 내궁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기분이 좋을 때에는 관리를 불러서 지시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만, 최근엔 꽤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시중을 드는 관리에 대해서도 효왕의 자객이라며 소동을 피우고, 그를 불쌍히 여긴 아츠유가 정무를 대신 맡았다고 합니다.」
 「..........흐음.」
 「--그렇군요, 아츠유가 이런 엄청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사물의 이치를 알고, 백성에 대해서도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런가........... 완박은 풍요롭더군. 훌륭한 도시라서 놀랐어.」
 「아츠유는 유능한 관리이니까요. 대부분의 실권은 없다고 해도, 제한된 권한 안에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왜 그런 짓을.」
 「쇼류가 나빠. 일을 내버려두니까.」
 그런, 하며 리비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상께는 주상의 생각이 있으신 것입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아츠유는 좁은 소견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확실히 신하들로부터 존경받고, 성 아래의 자들도 숭상하고 있는 듯 하지만, 거기에 교만해져버린 것입니다.」
 「...........어떨까.......」
 그보다도, 리비는 아이를 안은 채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응, 하고 고래를 끄덕이며, 로쿠타는 침대에 앉았다.
 「타이호, 피곤하시다면 침상을.」
 「응,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누웠다. 방 끝까지 걸어가는 것이 귀찮았다.
 「타이호?」
 「피에 취한 것 같아. 미안하지만, 여기 빌릴께.」
 「...........피.」
 「에키신.......죽어버렸어.」
 리비는 눈을 크게 떴다.
 「에키신이라고 하면, 세이쇼의 부하인.」
 「응. ...........미안하게 되어버렸어.......」
 리비는 잠든 아기를 망설이다가 탁자 위에 놓았다. 침대로 걸어와, 실례를, 라고 말하며 손을 뻗었다. 하얀 돌이 묶인 이마가 뜨겁다.
 「열이--」
 「응. 하지만 피에 취한 것뿐이니까.」
 「괴로우십니까?」
 「이쯤은, 괜찮아.」
 「--실례입니다만, 타이호는 사사(射士)와 아는 사이이십니까?」
 사사, 라고 중얼거리며, 로쿠타는 그것이 주후의 신변경호를 맡는 장관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왕의 경호장관을 사인(射人), 주후 이하를 사사라고 부른다. 사인사사의 아래에 있는 실제로 경호를 행하는 자가 대복(大僕)이다.
 「코우야..........사사인건가. 출세했구나.」
 「요마를 길들이는 기묘한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듯 합니다.」
 「길들인 게 아냐. 그 요마쪽이 코우야를 키운거야.」
 「---에?」
 「미안, 설명은 나중에. 굉--장히, 졸려.........」
 예, 하고 리비는 끄덕였다. 로쿠타는 눈을 감았다. 피냄새에 취해 매우 기분이 안 좋았다.
 
- 5 -
 「............안 돌아오는군.」
 현영궁의 한 방이었다. 쇼류는 바깥의 어둠을 보고, 중얼거렸다. 로쿠타는 심야가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말없이 왕궁을 빠져나가는 일은 빈번했지만, 한밤중까지 돌아오지 않는 일은 없었다. 설령 한밤중에 빠져나간다고 해도, 누구에게도 눈치채이지 않는 심야에서 이른 아침에 한정하므로, 주위의 관리를 사색이 되게 하는 일은 없다.
 「..........역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슈코우의 불안한 목소리에, 글쎄, 라고 대답한다. 그 때 발소리를 거칠게 울리며 달려들어온 자가 있었다.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세이쇼였다.
 「놀랍군. 세이쇼의 안색이 변하다니.」
 쇼류가 야유하자, 세이쇼는 낮게 말을 뱉었다.
 「헛소리하고 있을 때냐. --에키신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쇼류는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슈코우도 이탄도 세이쇼의 얼굴을 보았다.
 「타이호는 없어. 행방을 알 수 없다.」
 「.........가엽게도. 모처럼 효왕에게 죽지 않고 살아남았는데.」
 주상, 하며 슈코우가 노려보았다.
 「그런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요.」
 「정말, 로쿠타는 좀 더 친구를 골라서 사귀어야 겠군. 불려나갈 때마다 감시역이 살해당해서야 곤란해.」
 「주상!」
 「바보는 내버려 둬.」
 답답해서 말도 안나오는군, 이라고 내뱉은 것은 이탄이었다.
 「코우야, 라고 했던가. 그자는.」
 이탄은 세이쇼에게 물었다.
 「그렇게 들었다. 궁성의 문지기에게도 확인했지. 타이호와 두 사람, 함께 궁성을 나갔다는 듯해. 에키신이 그것을 따라갔었다.」
 「그리고, 살해당했다는 건가.........어디서?」
 「관궁의 밖. 게다가 시체는 뜯어 먹혔어. 아마도 요마나 요수던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관궁에서 오늘 저녁에 천견을 보았다는 자가 있다.」
 「타이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나?」
 「어디에도.」
 「끌려간 것인가. 하지만, 요마가 나타났다는 것이 걸리는군. 요즘 관궁 근처에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데.」
 「음. --그리고, 이것은 관계가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오늘, 아이가 없어졌다는 신고가 있었다.」
 「--아이?」
 「올해 봄, 막 태어난 여자아이라는데. 그게 잠시 눈을 뗀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고.」
 「묘한 얘기로군. ......타이호가 사라진 것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보다도, 라고 말하며 세이쇼가 목소리를 낮췄다.
 「타이호는 무사할까요.」
 「죽인다고 얌전히 죽을 자식이냐, 그게.」
 태평스러운 중얼거림이 들려와, 세 명은 일제히 창가에 앉아있는 왕을 보았다. 이탄은 왕을 노려보았다.
 「걱정도 안되냐, 네놈은! 행방을 모른다고!」
 「내가 걱정하면, 그래서 뭐가 어떻게 돼?」
 「너란 놈은..........」
 「세이쇼가 수색을 명령했겠지.」
 이 말에 세이쇼가 끄덕였다.
 「그럼, 내가 할 일은 없군. 얼마 뒤에 어디에선가 발견되거나, 아니면 멋대로 돌아오겠지.」
 「쇼류, 네놈은.」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가 요구를 해올거다.」
 에, 하고 이탄은 눈을 껌벅였다.
 「잡혀간 건지, 살해당한 건지. 이미 살해당한 거라면, 우리들이 여기서 걱정을 해도 소용없어. 하지만, 간단히 죽지는 않을 거야. 그놈한테는 사령이 붙어 있으니까. 잡혀간 거라면, 범인은 누구이며 목적은 무엇인가. --적어도, 로쿠타가 저항하면 사령이 지킨다. 간단히 잡아갈 수 있겠냐구. 그런 것을 시체 하나로 해냈다는 것은, 로쿠타도 그다지 저항하지 않았던 거겠지. 뭐, 코우야인가 하는 녀석이 잡아갔다고 생각해야겠지.」
 「친구이니까 저항하지 않았다......?」
 「그럴지도 모르고, 그 사라진 아기인가를 인질로 했는지도 몰라. 어느 쪽이건 간에 로쿠타가 스스로 잡혀간 거라면, 쉽게 단서가 잡히겠어? 잡아간 거라면, 목적이 있겠지. 단순히 데려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귀여운 놈도 아니고.」
 「정말로 그렇다고, 아무런 손도 쓰지 않을 셈이냐.」
 「손쓸 수가 없겠지. --슈코우.」
 「에, 예.」
 「원주의 리비에게 연락을 취해.」
 「원주........입니까.」
 쇼류는 비꼬는 듯이 웃었다.
 「상당히 냄새를 풍기는 참에, 한차례 소동까지 있었던 것이니 그에 맞는 모습은 보여두는 것이 좋겠지. 아무 것도 안 해두면, 나중에 로쿠타가 돌아왔을 때에, 내버린 거냐 어쩐 거냐 귀찮을 테니까. --그리고 선적을 조사해서 원주의 관리 중에 코우야라는 이름이나 자를 가진 자가 있는지 어떤지 조사해둬.」
 「--알겠습니다.」
 가볍게 입 끝으로 웃고서, 쇼류는 바깥을 보았다.
 「...........골치아픈 꼬마로군. 내란은 싫으네 어쩌네 지껄이더니, 스스로 불씨가 되는 건가.」
 「주상은 원주를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원주가 병사를 키우고 있는 것은 확실해. 실제로, 무기고에서 무기가 사라지고 있었겠지.」
 세이쇼는 이 말에 끄덕였다.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명확하게 무기고의 물건이 줄어들어 있었다.
 「어차피 뒤가 구리니까, 이쪽이 수색을 넣으면 눈치를 채고 움직여 오겠지. 로쿠타를 납치한 것이 원주이건 원주가 아니건, 이쪽이 움직이면 상대도 움직인다.」
 「--예.」
 「....그러면, 실제로는 어디가 움직일까. --모르겠군. 짐작가는 곳이 너무 많아.」
 쇼류가 바라본 운해는 혼돈과 어둠에 가라앉아 있었다.
 







 

 
「정말로 싫어. 단순히 싫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 싫단말야.」
 「거기도 약한거구나, 너. .............자.」
 시키는 대로, 주저하며 로쿠타는 몸의 힘을 풀었다. 마치 신경이 노출되어있는 듯한, 극히 예민한 장소에 축축한 것이 와 닿았다.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몸을 의지를 총동원해서 달랜다.
 「..........이상해. 기분 나빠. 토할 것 같아....」
 「참아.」
 그곳에 따뜻한 손가락이 감겨왔다. 코우야는 부드럽게 손가락을 놀리며, 예민한 선단을 머금었다. 갑자기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감각이 밀려왔다. 머릿속이 텅 비는 것만 같았다.
 「아직도 힘들어?」
 「.........아니. 하지만, 이상한 느낌.」
 「조금만 더, 긴장을 풀어. 절대 아프게 하지 않을 테니까, 날 믿어줄 거지....?」
 
 ........한동안 얌전히 있다가, 또 해버렸습니다. 야오이판 십이국기.(케엑) 게다가 이번엔 정면으로 씬.(그래도 C까지는 안 갔잖아.;) 괜찮을까나, 미성년자도 많이 올텐데.;;;; 아무튼 요즘은 폭주폭주, 밤잠을 잊고 번역에 낮잠도 잊고 번역, XAZSA의 드라마시디는 날이면 날마다 계속해서 되풀이 중입니다. 11월 코믹에 유키상이 오면, XAZSA에 사인 받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시그마와 쿄헤이가 서로 절규하며 싸우는 장면, 굉장히 멋집니다. 유키상에게는 별로 흥미가 없었는데, 오히려 이 XAZSA 때문에 빠지게 될지도, 라고 생각하고 있다지요. 저, 지금 유키상의 연기를 들으면서 오싹했거든요. 이런, 이 시바가 쇼타계 성우 목소리에 '오싹'을 느껴버리다니.(철푸덕) ...라고 말 돌려봤자, 야오이에 면역 없는 분들은 이거 읽다가 두드러기로 고생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꾸벅)
 말해두지만, 이번 것은 코우야가 나빠요.(웃음) 저 역시 하다가 갑자기 연상된 씬에 푹 엎퍼져서 기절했단 말입니다........;;;; 예, 솔직하게 말하죠. 저번 2장에서 로쿠타가 납치되는 장면에서도 사실, 깡패들에게 둘러싸여 돌림*의 위기에 달한 로쿠타, 따위의 장면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꾹 참고 안 했는데.....(차마 로쿠타를 돌릴 수가 없어서;;)(10달러에 먼저 하라고 넘겨주는 코우야라던가;;;) ....어쩔 수 없죠.; 암만해도 이 야오이판 십이국기는, 어떤 나라를 하건 간에 기린은 총수가 되어버릴지도.....라고 생각중입니다. 하다못해 경주종만해도 요코X케이키로.....(케엑)
 그래도, 오늘중에 못올릴 줄 알았는데, 해냈습니다. 장하다, 김소형!!! 역시 프리셀을 조금 줄인 효과가...(퍼억)
 



동의 해신 서의 창해 4장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 4 장
 
- 1 -
 「타이호께서 몸이 좋지 않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떠십니까?」
 아츠유가 그렇게 말하며, 코우야를 동반하고 감옥을 찾아온 것은 다음 날의 일이었다.
 자고있는 사이에 리비가 옮겨놓았던 듯, 로쿠타는 침상 안에 누워있었고, 아츠유는 그 곁으로 다가와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다.
 「............피에 취한 것 뿐이야.」
 「저는 기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만, 그것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괜찮으신 것인지요.」
 「괜찮아.」
 로쿠타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아직 열이 꽤 높다. 곁에 서있는 리비가 당황하며 그것을 말렸다.
 「부디, 쉬셔야 합니다. 둘도 없는 몸이시니.」
 「이런 것쯤으로 안죽어. --그런데, 아츠유?」
 예, 라며 아츠유는 무릎을 꿇은 채로 절한다.
 「아츠유는 녹수의 공사만이 바람인 건가? 그거라면 수인도 재삼 말하고 있어. 곧 공사가 시작되겠지.」
 타이호, 라 부르며 아츠유는 로쿠타는 바라보았다.
 「안(雁)에 강이 몇 개나 있는지 아십니까. 그 중 몇 개에, 우기에도 견딜 수 있는 제방이 있는지는?」
 「미안. 몰라.」
 「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녹수는 유명한 대하(大河), 그 녹수마저 이런 꼴이라면 다른 강은 생각해볼 것까지도 없겠지요. 그렇게 생각지 않으십니까.」
 「.........그럴지도 몰라.」
 로쿠타는 말하고서, 아츠유의 날카로운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 나라는 넓어. 치수말고도 해야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산더미같이 있다구. 관리의 수는 격감해있고. 농지를 가는 것에만도 필사적인 백성에게, 이 이상 부역을 지우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어. --이해해주지 않겠나. 나라는 하루밤낮에 일어서는 게 아니야.」
 「알고 있고 말고요.」
 아츠유는 숨을 토했다.
 「하오나, 왜 태강(太綱)에서 주에는 주후를 두고, 군에는 태수(太守)를 두라 했습니까. 왕은 후의 권리를 빼앗고, 국부의 재가 없이는 어떠한 통치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나라의 사정은 알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시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부는 후의 역할만큼 다스림을 베풀지 않으면 안됩니다. 틀립니까?」
 「............그것은.」
 「녹수가 위험합니다. 제방을 만들고 싶습니다. 왕에게 상소하고 재가가 있어, 국부가 지도하고 그에 따른다. 이것이 후에게 맡겨두는 것보다 빠르고 확실하다면, 저도 이렇게 난폭하게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로쿠타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듣자하니 왕은 정무에 여념이 없기는커녕, 조의까지 여러 번 참석하지 않으시고, 관리는 왕을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고. --그러면, 무엇을 위해서 주후의 권한을 박탈하신 것입니까?」
 「.........쇼류는.」
 「주의 자치를 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왕은 나라의 음양의 요체, 왕의 옳고 그름은 묻지 않겠으나, 왕이 정무를 가벼이 하고 있다면, 후에게 권한을 돌려주십시오. 정무의 모든 것을 육관제후에게 맡겨버리고 얼마든지 노시면 되시는 것은.」
 「그래서는 나라가 서지 않아. 제후가 각각의 생각으로 멋대로 하기 시작하면, 치수 하나를 보더라도 상류만이 풍족하고 하류는 말라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어.」
 「그러면, 왜 전권을 위임하는 관리를 두지 않습니까.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왕을 대행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제가 도에 어긋나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까?」
 「아츠유, 하지만.」
 「그래서는 왕의 면목이 없겠지요. 그것은 저로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성을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무엇을 위한 왕입니까. 저는 왕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관리를 둘 것을 상소드릴 생각입니다.」
 「상소가 아니라, 요구겠지. --아츠유,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아. 하지만, 인질을 잡고서는 주장의 선악은 이미 말할 수 없게 되어버려.」
 「--바보같은!」
 갑자기 등 뒤, 침대의 발치에서 내뱉는 소리가 있어, 로쿠타는 깜짝 놀라 그쪽을 보았다. 리비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경백도 타이호도,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리비, 저기 말야........」
 「아니요!」
 리비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간사한 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셔서는 아니되옵니다. 지금 이자가 말한 것이, 얼마나 죄깊은 말인지 알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로쿠타는 곤혹하여 리비를 올려다보고, 아츠유는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리비는 다가와, 아츠유와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전권을 다른 자에게 양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기린입니까. 무엇을 위해 기린이 왕을 뽑는 것입니까. 기린은 민의의 구현. 천명이 있어 왕을 옥좌에 나아가게 하는 것을, 기린의 선정없이, 게다가 천명도 없이, 실질적인 왕으로 만들자고 말하시는 것입니까!」
 「리비.」
 「지금 이자가 말한 것은 그런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만에 하나 아츠유를 그 자리에 앉히고, 아츠유가 도를 잃어 효왕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왕이라면 그 치세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명이 없는 신선에게 왕과 동등한 권리를 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효왕은 겨우 3년만에 나라를 그만큼 황폐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로쿠타는 침묵했다. 왕에게는 수명이 없지만, 치세는 영원히는 지속되지 않는다. 도를 잃고 민의에 등돌리면 왕을 옥좌에 앉힌 기린에게 그 보복이 찾아온다. --병드는 것이다. 왕이 길(道)을 잃었기(失) 때문에 드는 병이기에, 이것을 실도(失道)라고 부른다. 기린이 사망하면, 왕도 사망한다. 그렇기에 어리석은 왕의 치세는 절대로 계속되지 않는다.
 「천제는 이 세계를 만드시고, 만사를 결정하셨습니다. 패자를 왕으로 하지 않고 기린에게 왕을 선택하게 하신 것은 왜입니까. --아니요, 천명이 없는 자를 왕으로 해서는 안됩니다. 이 섭리에 거스르는 것은, 세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큭, 아츠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효왕을 선택한 것 또한 기린이다. 목백은 그것을 잊고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은.」
 「왕 중에는 때때로 혼제(昏帝)가 있다. 확실히 실도에 의해 옥좌를 잃고, 압정은 절대로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러면 묻겠지만, 왜 기린은 혼제를 왕으로 앉힌 것인가.」
 「경백은 천명을 모욕하시는 것입니까.」
 「저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린은 만민을 대신하여, 최선의 인간을 옥좌에 앉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효왕 따위를 등극시켰는가. 정말로 천제의 뜻에 의한 기적의 가지라면, 처음부터 절대로 길을 벗어나지 않을 인간을 옥좌에 앉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명이라 하고 기린의 선정이라 하나, 선택한 왕이 진정으로 최선이라는 보증은 어디에 있는지.」
 「--경백!!!」
 「당초에 천제라고는 하지만, 천제는 대체 어디에 계신 것이오. 모든 신은 악을 벼락으로 벌한다고 하오. 그렇다면 기린이 병드는 것을 기다릴 것 없이, 왕이 길을 벗어난 순간에 벼락을 내리면 좋을 것을.」
 리비는 안색을 바꾸었다.
 「무슨----무서운 말을!!!」
 「기린이 최선의 왕을 고른다고 한다면, 그 증거를 보여주시길 바라오. 천제가 계시는 것이라면, 데려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저는,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천제 따위는 없는 것이오.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은 필요치 않아. 불손하다고 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벼락을 맞겠소.」
 「-----------」
 리비는 너무나도 심한 폭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천제의 위신을 의심하는 것은 물론, 세상의 성립을 의심하는 것이다. 아츠유는 다시금 웃었다.
 「여기 짐승이 있다. 이 짐승은 스스로 주인을 고르고, 주인 이외에는 따르지 않는다. 짐승은 강대한 요력을 가진 요수, 게다가 성질은 온화하고 이치를 안다. --이 짐승의 불가사의한 습성을 높게 본 옛 사람이, 마침 잘됐다고 생각하며 세상의 이치를 끌어다가 설명을 붙였다고 하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겠소만.」
 「아츠유---그대!!!!」
 안색이 변해서 일어선 리비의 등을 로쿠타가 가볍게 두드렸다.
 「혹시라도 기린을 존중한다고 한다면, 내 앞에서 폭력은 휘두르지 마.」
 핫, 하고 리비는 눈을 크게 뜨고, 부끄러운 듯이 몸을 움츠린다.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응, 하고 끄덕이며 로쿠타는 아츠유를 보았다.
 「너는, 기린이 고른 자를 옥좌에 앉히는 것이 애초부터 그릇된 것이라고 말하는군.」
 「타이호에게는, 현왕이 틀림없는 최선의 왕이라고 말할 확신이 있으십니까?」
 로쿠타는 아츠유의 쏘아오는 듯한 눈초리를 마주보았다.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신의 입장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직한 말이 입으로 나와버렸다.
 「..........없군.」
 말하며, 로쿠타는 웃었다.
 「하지만, 너의 말에도 찬성할 수 없어. 나는 애초부터, 왕이라는 것 따위는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다.」
 「응, 하지만 이것이 진심이야.」
 타이호, 라고 비명을 지른 리비를 로쿠타는 돌아보았다.
 「리비, 나는 확실히, 쇼류를 보고 왕이라고 생각했어. 한 번 보고서, 바로 알았지.」
 「타이호, 그렇다면.」
 「--이것이 안을 멸망시킬 왕이라고.」
 리비는 말이 막혔다.
 「쇼류는 안의 숨통을 끊어버리겠지. 쇼류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고 있는 게 아냐. 왕은 어차피, 그것을 위해 있는거야.」
 로쿠타는 말하고서, 아츠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왕의 전권을 빼앗아버려, 라고 말한다면, 나는 협력할지도 몰라. 하지만 너는 왕의 전권을 관에게 넘기라고 말하지. 그것은 왕 위에 상제(上帝)의 위를 만들라는 요구인거야. 그렇다면, 나는 그만두라고 하겠어.」
 아츠유는 눈을 가늘게 떴다.
 「타이호는 정말로 이상한 말씀을 하시오.」
 「왕에게는 여러 가지 권리가 있어. 하지만, 권리라는 것은 휘두르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없는 거다.」
 등극하고서 20년, 국토는 간신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라가 얼어붙어있는 동안, 얌전히 잠자고 있던 것은 간신 뿐인 것일까. --어쩌면 왕도 마찬가지인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는 백성을 괴롭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백성의 주인은 백성 자신으로 충분한 게 아닐까. 위에 권리를 두면, 권리는 백성을 괴롭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아츠유는 가볍게 절했다.
 「이해해주시지 않아, 유감입니다.」
 「.........너도다, 아츠유.」
 
- 2 -
 「--로쿠타는 왕이 싫은거야?」
 침상에 식사를 옮겨온 코우야가 그렇게 묻자, 로쿠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리비는 기분을 돌리고 침상 밖, 병풍 뒤에서 아이에게 젖을 주고 있다. 물론, 코우야에게 받은 산양의 젖이다.
 「혹시 로쿠타가 정말로 왕을 싫어한다면, 내가 왕을 어떻게 해줄께. 나는 로쿠타가 정말 좋으니까. --왕 따위, 없는게 좋아?」
 코우야가 얼굴을 훔쳐보자, 로쿠타는 가볍게 숨을 삼켰다.
 「.......그다지 싸우는 것도, 사이가 나쁜 것도 아냐.」
 「하지만, 싫은 거잖아?」
 「곤란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 나쁜 녀석은 아니고, 싫어하지도 않아. 쇼류가 싫은게 아니라, 나는 왕이라던가 장군이라던가 다이묘(大名)라던가, 그런 것이 싫은 것 뿐이야.」
 「왜?」
 「그 녀석들, 제대로 된 짓을, 안해.」
 흐응, 하고 코우야는 중얼거리고, 단도로 차잎를 베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에?」
 「사람은 원래부터 그런 생물이라고 생각해. 무리짓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무리를 지어서 점점 커져. 같은 나라에 사는 거라면, 역시 세력을 두고 싸우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그건, 그렇지만.」
 「어차피 무리짓는 거라면, 강한 무리에 있는 쪽이 좋아. 강한 무리라는 건 어떤 거지? 강한 지도자가 있거나, 수가 많은데다가 잘 뭉친다던가, 그러자면 역시 지도하는 사람이 필요해. 그것도 강한 지도자가.」
 「그럴지도.......」
 「왕이 없어진다면, 백성은 멋대로 살아갈까. 나는, 백성이 결탁해서 새로운 옥좌를 만든다는 쪽에 걸겠어.」
 「코우야도 강한 지도자를 바라는 거야?」
 아니, 하고 코우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사람이 아니니까. 요마는 무리짓지 않아. 요마의 아이인 나도 무리에는 맞지 않아. .........하지만,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면 왜, 아츠유를 따르는 거지?」
 코우야는 단도를 움직이는 손을 멈췄다.
 「그렇구나..........틀려. 나는 사람이니까 무리에 들어가고 싶은 거야. 하지만, 반쪽은 요마이니까, 제대로 들어갈 수가 없어. 아츠유는 그걸 너그럽게 봐 줘. 내가 조금 이상해도, 기분 나빠하거나 싫어하지 않아.」
 「너, 별로 이상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자 코우야는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는 건, 아츠유하고 로쿠타 뿐이야. 아츠유는 마음이 넓고, 로쿠타는 사람이 아니니까. 보통 사람은 싫어해. 요마가 곁에 있으면 기분나빠 하지. 나 따위는, 요마의 동료라고 생각해. .....아츠유가 감싸주지 않았다면, 벌써 옛날에 로쿠타랑 같이 살해당했을 거야.」
 봐, 라며 코우야는 소매를 걷었다. 왼팔에 심한 흉터가 보였다.
 「화살에 맞았어. 아츠유가 치료해주지 않았으면, 팔이 썩어서 떨어져버릴 뻔 했다고 의사가 말했어.」
 로쿠타는 그저 담담하게 팔을 가리키는 코우야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가. --코우야에게 있어서 아츠유는 은인인 거구나.」
 「응.」
 「하지만, 나는 코우야가 쇼류와 싸우는 걸 바라지 않아. 코우야가 아츠유를 주인이라고 한다면, 아츠유와 쇼류가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아.」
 「로쿠타는 정말로 다정하구나.」
 「그런 게 아냐. 이건 훨씬 단순한 거야. 난 쇼류의 신하야. 왕이 어떻든 간에 거기에서 도망갈 수 없어. 아츠유는 역적이야. 아츠유가 어떻게 말하건 천명 없이 국권을 노린다면 대역(大逆)이라고 말해지겠지. 아츠유로서도 일단 왕에게 요구를 제시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길이야. 일이 일어나면 어느 쪽인가가 죽을 수밖에 없어. --코우야와 아츠유가 죽거나, 나와 쇼류가 죽거나.」
 「............도망가면?」
 로쿠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해.」
 「왜. 왕이 싫은 거잖아?」
 「싫지만. ........뭐, 코우야. 너, 봉래를 찾고 있었지. 기억해?」
 「기억해. 허해의 동쪽 끝에 있지.」
 「나, 봉래에서 태어났어.」
 헤에, 라며 코우야는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언젠가와 같은 절망의 빛은 없다. 코우야는 이미 봉래라고 하는 환상에는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래도 말을 맞춰주려는 듯이, 코우야는 물었다.
 「.......봉래는 어떤 곳?」
 「전쟁만 하고 있어. --나도 산에 버려졌었어, 코우야.」
 코우야는 눈을 크게 떴다.
 「.......로쿠타도?」
 「응. 아버지 손을 잡고 산으로 들어갔어. 그대로 거기에 두고 가버려서, 죽을 뻔한 것을 데리러 온거야, 봉산에서.」
 로쿠타는 산에서 의식을 잃기 전, 짐승이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지만, 그것은 요쿠히의 발소리였다.
 「기린은 원래는 봉산에서 태어나서, 봉산에서 자라는 거지?」
 「--그래. 돌아가고서 한참동안은 기억이 안 나. 나, 아직 사람이 될 수 없을 때였어. 멍하니 있는 사이에 시간이 지나서, 꿈에서 깨어난 느낌.」
 「기린이 되는 거구나, 정말로.」
 「응.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상한 곳이라서, 정말로 놀랐어. 바보스러울 정도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시켜줬어. 내 가족은 말야, 먹고살기 위해서 자식을 버려야 했다구? 그런데 봉산에서는 먹을 것은 나뭇가지에서 따고 싶은대로, 옷이 문제가 아니라 커튼까지 비단이야. 고맙다기보다도 화가 나던데.」
 「...........그래.」
 「그리고는 왕을 고르라고 하더라구.」
 왕을 고르지 않으면 안된다, 고 들은 순간의 한기같은 감각을 잊을 수 없다. 왕이라는 것은 야마나나 호소카와 녀석들(* 전국시대 다이묘들의 이름) 같은 거겠지, 라고 여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뱉어서 여선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 절대로 싫다고.」
 「기린인데도?」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린은 아무리 작아도 왕을 선택하고 왕을 보좌하는 생물이므로, 그 때문인지 대부분 연령보다 조숙하고 연령에 비해서 분별이 있는 것이다.
 「기린이니까 예외없이, 나도 꽤나 똑똑했었으니까, 그래서 더 싫었어. 그런데다가 여선이 또, 여러 가지 기분 나쁜 걸 가르치는 거야. 왕을 고르면 그를 따라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던가, 말야.」
 기린에게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왕을 고르고, 왕을 따르며, 관위건 영지건 주어진 것까지 실제로는 왕의 것. 기린은 하늘에서 왕을 고를 권한을 부여받고 있지만, 왕이 길을 잃으면 기린이 병드는 것으로 보복을 받는다. 죽으면 사령이 유해를 먹어치운다. 사령이 있는 것도 왕을 돕기 위해서. 필경, 기린은 말 그대로, 그 몸도 운명도, 전부가 왕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뭘 위한 생인가, 라고 로쿠타는 생각했다.
 군주는 백성을 괴롭힌다. 그런 것은 뻔히 알고 있다. 학대하는 자의 한 팔을 맡는 것은 싫다, 고 로쿠타는 절실하게 생각했다. 아집으로 전화(戰火)를 불러 일으키고, 백성에게서 짜낸혈세로 그 백성의 피를 흐르게 한다. 군주라는 것은 싸우는 생물이다. 백성은 그 전화에 던져지는 장작 같은 것이다. 그런 것에 억지로 가담되어져서, 그럼에도 자신의 것 따위는 하나도 없이. 나 자신까지도 바치라고 한다.
 「농담이 아냐, 라고 생각했거든. 봉산에 돌아와서 꽤 지나고서, 승산의 무리가 대면하기 위해서 찾아왔지만, 이놈도 저놈도 제대로 된 놈도 없었고, 처음부터 나는 왕을 고르는 것 자체가 싫었어. --그러니까 도망나와 버렸어. 왕을 고르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코우야는 눈을 크게 떴다. 로쿠타는 그것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로쿠타도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로쿠타는 전화로 모든 것을 잃었다. 패권을 다투며 싸우는 무리를 원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잖아, 라고 생각한다. 싫고 싫어서 견딜 수 없어서, 적어도 안(雁)인가 하는 곳을 보면 스스로도 조금은 기린의 자각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여선에게 부탁해서 찾아간 안은 참담한 꼴이었다. 고향인 쿄(京)보다도 더욱 황폐가 깊은 국토. 세계는 암담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황폐를 눈앞에 보니까, 봉래가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봉래 쪽이 낫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싫었던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말야.」
 그래서 로쿠타는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행동했다. --봉산을 빠져나와 봉래로 돌아간 것이다. 확실히 말해 전대미문, 덕분에 지금도 봉산에 갈 면목이 없다.
 「하지만 말야, 봉래에 돌아와도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거야. 당연하지만.」
 돌아간 수도는 초토화되어, 시가지 끝에서 끝까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부모를 찾았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어딘가 전화가 닿지 않는 토지로 옮겨간 것인지도 모르지만, 결국 살아남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서쪽으로 향해 방랑했다. 하릴없이 흘러간 3년의 세월. 이탄은 왕을 책했지만, 정말로 비난받아야 할 것은 로쿠타 쪽이었다.
 「정처없이 다닐 수밖에 없어서, 이유없이 그냥 마음이 가는 쪽으로 여행을 하다가 쇼류와 만났어.」
 세토우치의 바닷가에 있는 작은 나라였다. 지나쳐온 나라들은 어디에나 전화가 가득하고 심한 꼴이었다. 꼭 지금처럼 피냄새에 취해서, 열이 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웃기지. 그냥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그래서는 꼭 왕에게 끌려간 것 같잖아. ....하지만, 절대 도망갈 수 없는 거야, 그런 식으로. 지금이 되어서도, 난 왕을 고르는 게 싫어서 도망쳤던 건지, 아니면 왕이 있으니까 그렇게 봉래로 돌아가고 싶었던지조차 모르겠어.」
 그래, 라고 코우야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은 것처럼 들렸다.
 「그러니까 난 쇼류의 신하야. 그건 이미 포기했어. 이것만은 어쩔 수 없는 거야, 정말로. 아츠유가 병사를 일으키면, 나는 코우야의 적이 돼. 나는 너하고도, 너의 주인과도 싸우고 싶지 않아.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어. 아츠유를 말려줘.」
 코우야는 잠시동안, 침묵했다. 그 표정에서는, 그가 뭘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살필 수 없었다. 겨우 입을 연 코우야는 로쿠타를 낙담시켰다.
 「................못해.」
 「--코우야.」
 「아츠유는 알고 있어. 자신이 하려고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알고 있으면서도 하려고 하는거니까, 나로서는 말릴 수가 없어.」
 「내란이 일어나. 많은 병사가 죽고, 많은 백성들이 말려들어.」
 그렇구나, 라며 눈을 내리깔고 중얼거리는 코우야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 3 -
 --안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봉산의 여선이었다. 여선 또한 수명이 없는 존재, 승선하면 나이를 먹지 않는다. 쇼우슌(小春)이라는 여선은 12세 근처로 보였다.
 --저의 마을은 효왕의 손에 멸망했습니다. 몇 명의 어른과 몇 명의 아이만이 살아남았지요. 하지만 그 모두가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저는 왕모의 사당에 가서 빌었습니다. 신선으로 불러올려 주십시오, 라고. 남은 아이들 중에, 제가 제일 컸습니다.
 서왕모를 모시는 사당은 황폐하기 그지없었지요. 꺾인 기둥을 혼신의 힘으로 바치며 서원을 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기둥에서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음식을 끊고, 떨리는 수족으로 잠자지도 쉬지도 않고 기둥을 지탱하기를 이틀. 왕모에의 찬가를 천 번 읊었을 때 오산에서 맞으러 왔습니다.
 --조금이라도 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엔키의 시중을 들 수 있게 되어서, 저는 과분한 은혜를 입었습니다.
 --엔키가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마침내 왕을 고를 수 있어요. 연 타이호로 불리우며 안에 내려가게 되어, 재보로서 왕을 돕고, 정말로 안을 구해주시겠지요.
 그건 틀려, 라고 로쿠타는 멀리서 외치고 있었다.
 「왕이 나라를 구할 수 있어? 정말로 백성을 구할 수 있어?」
 전화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백성을 던져 넣으며 불을 지펴간다. 그것이 왕이다.
 「.......그런 건 거짓말이야, 쇼우슌! 왕만 없으면, 백성은 거침없이 살아갈 수 있어. 왕이 있으면 정말로 안은 멸망해버려. 누구 하나 살아갈 수 없는 나라가 된다구.」
 --안을 부탁드립니다.
 「나나 쇼우슌같은 아이들을, 이 이상 만들어서는 안돼! 왕을 등극시켜서는 안돼!!」
 외치는 소리에 쇼우슌의 웃는 얼굴이 산산조각이 되어 깨져간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얼굴을 적셨다.
 쇼우슌이 울고 있다. 기린이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다니. --아니면 울고 있는 것은 자신인 것일까.
 
 「--이봐, 꼬마.」
 흔들려 깨워져 간신히 로쿠타는 눈을 열었다. 푸른 하늘의 태양이 그대로 눈에 들어와, 뇌리를 하얗게 태우고 있었다.
 「정신이 들었어? 눈을 뜬 건가.」
 거칠고 생선 냄새가 나는 손에 흔들려, 로쿠타는 눈을 열었다. 가까운 곳에 오두막이 서있다. 몇 명의 인간이 로쿠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런이런, 이라며 로쿠타를 흔들고 있던 초로의 남자는 숨을 내쉬었다.
 「불러도 두들겨도 눈을 뜨지를 않아서, 죽어버린건가 생각했다.」
 안심한 듯이 말하고, 남자는 등뒤를 돌아보았다.
 「--젊은 성주님, 눈떴습니다. 간신히 숨쉬는 것 같네요.」
 온 땅에 가득한 피냄새에 취해, 열에 들뜬 채 걷다 지쳐 어딘가의 바위터에서 잠든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그 뒤의 기억은 없었다. 크게 숨을 들이키자, 바다의 냄새가 났다. 피냄새는 나지 않는다. 이곳에 흐르는 바람은 맑았다.
 어이, 라고 부르며 남자는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감사하라고. 젊은 성주님이 주워다 주셨으니까.」
 남자가 바라보는 쪽을 로쿠타도 보았다. 오두막의 앞에 있는 돌에 앉아있는 키가 큰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죽지 않았었구나, 라고 말하며 남자는 로쿠타를 보았다. 씩 웃는 얼굴을 보며, 로쿠타는 등줄기에 오한을 느꼈다. 추운 것도 무서운 것도 아니다. 닭살이 돋도록 기뻤던 것이다.
 --천계가 어떤 것인지는 그 때가 되면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어린 기린이라도, 반드시 왕을 고르니까요.
 쿄를 나서서, 그냥 마음 가는 쪽으로 걸어왔다. 처음엔 부모의 고향이 있는 동쪽으로 갔었지만, 바로 기분이 우울해지며 더 이상 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돌아보자 서쪽이 왠지 밝은 기분이 들었다. 햇빛을 찾아가는 것처럼 목적도 없이 황폐해진 산야를 걸어,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하다가 해변의 거리에 도착했다.
 「어디에서 왔나?」
 일어선 남자는 땅에 누워서 반신을 일으킨 로쿠타의 곁에 쭈그려 앉았다.
 --기뻐서, 울고 싶어.
 「혼자냐? 가족과는 떨어졌나.」
 「.........당신, 누구.」
 「난 코마츠의 아들놈이다.」
 --알아버렸다, 라고 로쿠타는 눈을 감았다.
 이것이, 왕이다.
 이 남자가 안주국(雁州國)을 멸망시킬 왕인 것이다.
 
 남자의 이름은 코마츠 나오타카(小松尙陸)라고 했다. 이 바다에 면한 토지의 주인, 코마츠씨의 3대째 수장이라고 어부들에게 들었다. 코마츠의 아들은 성 아래의 어부들과 친밀한 듯 했다.
 「저런 사람이 집을 가문을 이어서, 잘 될 수 있을까. 뭐,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뭐랄까 도가 지나치도록 헐렁해서 말야.」
 로쿠타를 간호해주고 집에 들여준 어부는 그렇게 말했다.
 「뭐, 그릇이 큰 건지도 모르겠지만.」
 「흐음.........」
 좋은 평판은 들리지 않았다. 누구나 비웃으면서 만만하게 말한다. 경애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과 쇼류의 거리는 가까웠다. 그것은 쇼류가 빈번히 성 아래에 나오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성에서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은 없는 건가. 매일같이 가벼운 차림으로 기어 나와서, 아이들 상대를 하거나, 아가씨들을 희롱하거나, 젊은 녀석들을 모아서 목도를 휘두르기에 여념이 없다. 어부 흉내를 내며 바다에 나가는 일도 잦았다.
 「정말은 높은 사람이지, 당신.」
 로쿠타가 그렇게 물은 것은, 쇼류가 어선을 따라 고기를 잡으러 다녀왔을 때였다. 그는 로쿠타가 자고있는 동안, 때때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로쿠타를 신경써서가 아니라, 어부의 집에는 꽤나 미인인 딸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목적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무시하려고 생각해도, 할 수 없었다. 깨달아보면 어느 틈엔가 자석처럼 쇼류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높은 건가.」
 그리 말하며 쇼류는 웃었다. 그가 바다에 늘어뜨린 낚싯줄은 아까부터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일국(一國) 일성(一城)의 주인이 될 거잖아.」
 성은 바다를 조망하는 언덕 위에 있다. 성주는 거기에 있고, 작은 만을 면하며 작은 거리가 세워져 있었다. 만의 끝에 있는 작은 섬에는 견고한 외성이 있다. 해안 기슭 일대와 그것을 바라보는 산지, 만에 가까운 섬들이 코마츠가 영유하는 국토였다.
 「이걸 나라라고 부르기에는 쪽팔리는데.」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코마츠는 애초에 세토우치에 근거를 두었던 해적이야. 다이라씨의 후예로 겐페이합전 때에 명을 받고 수군으로 나섰다지만, 이것도 꽤나 수상해서 말이야. 어차피 어부를 통솔하고 있던 지방 사무라이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인(國人)을 내세웠다는 과정이겠지.」
 「흐음.........」
 「고집센 할아범이 여기저기의 지방 사무라이를 협박해서 수하로 들이고, 국인이라고 불릴 정도까지는 간신히 되었지만, 다이묘에게 꼬리치면서 살아가고 있어. 일단 무슨 일이 있으면 수군으로서 활동한다는 계약으로, 간신히 오오우치에 인정받고 있는 정도일까나. 제일 위의 형은 오오우치에서 일하다가 오닌의 난 때에 수도로 올라가서 죽었어. 두 번째는 코우노에 가있었지만, 할아범이 섬 하나를 슬쩍 집어삼켰다가 그 때문에 살해당했지. 그래서, 멍청한 셋째 아들놈밖에 가문을 이을 녀석이 없어.」
 「그럼, 성 아래 사람들은 큰일이네.」
 쇼류는 소리높여 웃었다.
 「바로 그렇지.」
 「부인이라던가, 아이는 없는 거야?」
 「있어. 처는 오오우치의 방계 집안에서 받았지. --떠맡겨졌다고 말하는 쪽이 정확하지만.」
 「좋은 사람?」
 「글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몰라.」
 「헤?」
 「해적 집안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는지, 첫날밤에 침실을 찾아갔더니 할멈 두 명을 방패로 하며, 절대로 침실에 들여보내주질 않더군. 바보같아져서, 그 이후로 한 번도 안 갔어. 그런데도 애가 있으니까 신기한 얘기지.」
 「잠깐 기다려, 어이.」
 측실 몇 명인가, 지방 무사들이 보내왔었지만 부인의 일도 있고 해서, 처음부터 찾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로쿠타같은 떠돌이에게, 숨기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한다.
 「그럼, 쓸쓸하지 않아?」
 「별로, 불만은 없는데. 거리에 나오면 성 아래의 여자들이 놀아주니까. 가문이다 은의다 해가면서 비장한 얼굴을 하는 여자보다, 젊은 성주님이라며 시끄럽게 굴어주는 여자 쪽이 즐거우니까.」
 로쿠타는 한숨을 쉬었다.
 「너, 실은 엄---청난 바보구나.」
 「모두들 그렇게 말하긴 하는데, 역시 알아버렸나.」
 「나, 이 나라 사람들이 불쌍해.」
 바보인건가, 그릇이 큰 건가. 로쿠타로서는 그를 알 수 없다. 단, 난세에는 맞지 않는다. 이 남자는 나라 밖이 어떤 꼴인지 알지 못하는 것인가. 수도를 잿더미로 돌려놓은 전쟁, 그것은 국가의 틀을 약화시켜 각지의 국인(國人)들이 들고 일어나, 어디를 가나 피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확실히 이 나라는 아직 평화롭지만, 그런 것이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네가 여자들하고 놀고 있는 사이에, 나라가 망하거나 하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성자필쇠(盛者必衰)라는 거니까.」
 「영지의 사람들 전부한테 폐라고. 전쟁이 나면 모두가 곤란해져.」
 쇼류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싸우지 않으면 되는 거야. 고바야카와가 공격해오면 양손을 들고 고바야카와의 백성이 된다. 아마코가 오면 아마코의 백성이 되지. 코우노라면 코우노. 그러면 곤란할 것 없어.」
 로쿠타는 기가 막혀서 입을 벌렸다.
 「알았다. 넌 정말로 바보구나.」
 쇼류는 소리높여 웃었다.
 마음속 깊이 질려하면서도, 로쿠타는 이 땅을 떠날 결심이 서지 않았다.
 --이 남자를 왕으로 해서는 안된다. 그것만은 알고 있는데도.
 
- 4 -
 「--발견했습니다.」
 방에 뛰어들어온 하관은, 거기에서 상관인 슈코우만이 아닌, 이탄과 세이쇼, 거기다 왕까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왕에게 슈코우가 하사받은 후궁(後宮)의 방이었다. 왕이 있는 것은--후궁은 물론, 본래 왕후첩실을 위해 있는 것이다--아무 것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슈코우가 극비리에 집무를 행하기 위해 있는 방이었기 때문에, 설마 그 당사자인 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슈코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보았다.
 「--발견했나? 설마 원주인가.」
 「아아, ---예.」
 당황하며 왕을 향해서 평복한 관리에게, 슈코우는 손을 저었다. 일어서라는 뜻이다.
 「신경 안써도 돼. 그냥 가구라고 생각해. 그보다도 보고를 하게.」
 「예, 예. --원주 하관(夏官) 사사(射士)에 바쿠 코우야(駁更夜)라는 자가 있습니다. 코우야는 이름. 자는 없습니다.」
 「수고했다.」
 슈코우는 손을 흔들어 물러가도록 명했다. 치하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하관이 아직도 놀란듯한 모습으로 나가는 것을 전송하고, 슈코우는 탁자 위를 들여다보고 있는 이탄과 세이쇼를 보았다. 느긋한 자세로 긴 의자에 누워있는 쇼류는 일단 무시했다.
 「역시 원주인가. 리비와도 원삼공(元三公) 이하 국관(國官)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아. --완전히 코우야라는 녀석은 아츠유의 앞잡이였다는 얘기로군요.」
 이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표정으로 손안의 서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타이호와 어디에서 알게된 사이인가. --세이쇼, 원주사(元州師)의 수는.」
 「1군, 그것도 흑비좌군(黑備左軍)으로, 만 이천 오백.」
 로쿠타가 모습을 감춘지 사흘. 재보 유괴라는 수단으로 나놨다면, 상대는 이미 만전의 대비를 하고 있겠지.
 「귀찮게 되었군.」
 이탄은 지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왕이 장악하고 있는 왕사는 현재 금군 1군, 정주사 1군. 그것도 병졸의 수, 칠천 오백과 오천, 양쪽을 합쳐도 원주사와 같은 수이다. 본래대로라면 만 이천 오백의 군대가 여섯이지만, 어쨋거나 안에는 인구 자체가 적은 것이다.
 「허풍이겠지, 그건.」
 쇼류가 혼잣말을 했지만, 공교롭게도 상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간신히 황비(黃備) 칠천 오백, 백성을 긁어모아서 만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말야........」
 왕 직속의 금군으로 말하자면, 군대는 좌우중(左右中)의 3군, 이것은 흑비(黑備)라고 하며 각 군에 만 이천 오백명이 상비되어있는 것이 보통으로, 직업 병사가 해당된다.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백비(白備) 일만, 황비 칠천 오백으로 그 규모를 낮추는 것이 통례이다. 재보가 다스리는 수도의 주사(州師)도 보통은 흑비, 다른 여덟 주--이것을 여주(余州)라 한다--의 주사는 통상, 황비 칠천 오백을 상비하고, 급히 군대를 움직이게될 경우에는 남은 오천을 시민에서 모으고, 더욱 화급할 때에는 징역을 하게 된다. 주사는 2군에서 4군으로, 왕사도 주사도 그 이상의 군비는 태강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 타국을 침략하는 것은 적면(賣+見面)의 죄라 하여, 기린도 왕도 며칠 이내에 급사할 정도의 대죄이기 때문에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내란 뿐으로, 군비도 최소한으로 정해져 있다.
 주사 4군이라면 좌우중(左右中)군에 좌군(左軍)이지만, 이 좌군은 일반적으로 청비(靑備) 이천 오백을 상비. 원주에는 본래 4군이 있었지만, 현재 그 우중좌(右中佐)군이 결여되고 좌군(左軍) 1군밖에 없다.
 쇼류는 운해에 눈을 주었다. 상비의 군사는 본래대로라면 왕사 6군 칠만 오천, 각 주사에 최대 4군 삼만으로, 후의 반란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반대로 여덟 주가 연합하면 최저의 경우라도 십팔만, 혹시 왕이 도를 잃고 옥좌에 있는 것이 위험하게 된다면 팔주사(八州師)로써 왕을 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어느 쪽의 기능이 작용하건 간에 지금은 백성의 수가 적다. 본래 삼백만은 있어야할 성인이, 즉위 당시에 우습게도 겨우 삼십만밖에 없었다. 나라 밖으로 탈출한 백성이 돌아오고, 아이가 성인이 되며, 늘었다고는 하지만 겨우 두 배. 왕사에 만 이천 오백이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흑비좌군이라니 있을 리가 없어......」
 어쨌거나, 라고 이탄이 역설하는 것이 들려왔다.
 「틀림없이 원주라는 증거가 필요해. 코우야라고 하는 이름의 신하가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왕사를 움직일 수 있겠나.」
 「하지만, 일각을 다투는 것이 아닙니까? 혹시라도 타이호에게 만에 하나의 일이 생긴다면.」
 「왕사의 준비를 진언한다.」
 세이쇼가 말한 것을 듣고, 쇼류는 일어섰다. 그것을 보고서, 슈코우가 어디로, 라고 물었다.
 「--난 필요없을 것 같으니까, 잘래.」
 주상, 하고 한숨을 쉬는 슈코우를 향해 웃으면서, 쇼류는 재빨리 방을 나갔다. 방의 입구에서 생각난 듯이 발을 멈춘다.
 「아아, --그렇지. 칙명을 내려둬. 육관(六官) 삼공(三公)을 파면한다.」
 깜짝 놀란 것은 슈코우도 이탄도 마찬가지였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넌! 지금이 그런 짓을 하고 있을 때냐!」
 이탄은 안색을 바꾸었다. 어설프게 굴었다간 내란이 일어날지도 모를 이 시기에, 제관을 이동해서 어쩌자는 건가. 새로운 인선을 행하고, 관위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노력은 어설픈 것이 아니다. 그런데다 관위를 노리는 내부의 다툼까지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주의를 주어도, 쇼류는 조금도 듣는 기색이 없다.
 「녀석들 얼굴은 질렸어. --세이쇼, 재상에게 전해서 내일 조의를 소집해.」
 「제정신이냐?」
 말 밖에 비난을 담은 세이쇼의 말마저, 듣고 있지 않은 것인가.
 「내가 왕이잖아? 내 멋대로 하겠어.」
 
 이탄들의 욕을 한 귀로 흘리면서 후궁을 나와, 쇼류는 시종에게 귓속말을 했다.
 「--기승을 준비해.」
 「주상.」
 「조금 산보를 하고 오는 것뿐이다. 딱딱한 소리 하지마.」
 이 시종은 모우센(毛旋)이라고 한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언제나 언제나. --제가 도와드렸다는 것이 들통나면, 대복(大僕)께 목졸려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후(候) 위를 내려주지.」
 「죽은 뒤에 받아봤자,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그럼 특례로 공(公)을.」
 「농담이 아닙니다. --나가게 해 드리겠습니다만. 그 대신에 저도 함께 갈테니까요.」
 「그런 위험한 말을 하는 게 아냐.」
 모우센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 아시는 것입니까? 정말로.」
 「이런 때야말로, 뭐, 여러 가지 있어서.」
 「바로 돌아오십시오. 언제나 언제나 행방을 감춰버리셨다, 따위 변명만 하고 있어서는 대복께서 좌천시켜 버리실 겁니다.」
 쇼류는 웃었다.
 「그 때는 어떻게든 해주지.」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上) 5장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 5 장
 
- 1 -
 예의 원주에서 사자가 방문한 것은, 재보 로쿠타가 사라지고서 열흘 뒤의 일이었다.
 「호오. --원주인가.」
 쇼류는 조의가 한창일 때, 관리의 잔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흉내를 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육관을 파면했다. 육관 각각의 후임은 대부분이 그들 수하의 부하였기에, 대체 왜 파면을 한 거냐며 시끄럽게 짖어댄다.
 마침 잘됐다고 생각하며, 사자를 들어오도록 명령했다. 그리하여 안내되어 온 것은, 50세 근처의 예장을 차려입은 남자였다. 그는 옥좌의 앞에 천천히 나아가, 거기서 깊게 고두를 했다.
 「원주에서 왔다고 했나.」
 쇼류가 말을 걸자,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대답했다.
 「소신은 원주 주재(州宰), 인 하쿠타쿠(院白澤)라고 하옵니다.」
 「그 주재가 무슨 용건인가.」
 하쿠타쿠는 품에서 서류를 꺼내어, 엎드린 채로 머리 위로 올렸다.
 「저희 주, 영윤으로부터의 상소가 여기.」
 「얼굴을 들어도 좋다. --귀찮군. 네 입으로 듣도록 하지.」
 예, 하며 하쿠타쿠는 새하얘서 눈에 띄는 수염을 기른 얼굴을 들었다.
 「그럼, 황공하오나. --타이호 엔키는 원주에 체재하고 계십니다.」
 제관이 숨을 삼켰다.
 「--그래서.」
 「왕의 위에 상제(上帝) 위를 두어, 그를 저의 주군, 원백으로 하여금 맡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츠유는 원 성이 세츠(接), 그 씨는 겐(元). 이름을 유우(祐)라고 한다.
 「과연, 아츠유의 바람은 왕좌가 아니라 상제인가. --대단하군.」
 「원백은 절대로 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왕위의 위신은 그대로, 단지 그 실권을 원백에게 이양하기를 바라는 것뿐.」
 「그럼, 재상을 시켜주지.」
 「황공하오나, 왕의 신하에 지나지 않는----」
 「절대로 왕보다 위가 아니면 안된다는 건가.」
 「명예의 왕과 실무의 왕으로, 두 왕이 있으면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명실공히 실권을 이양하고, 왕께오서는 이궁으로 옮기시면 백화(百花)가 뽐내며 피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장원에서 느긋하게 풍취를 즐기시옵소서.」
 쇼류는 폭소했다.
 「과연, 아츠유에게 상제위를 주면, 나는 미희(美姬)들을 거느리고 시골에서 느긋하게 놀면서 지낼 수 있다는 건가.」
 하쿠타쿠는 깊게 고두했다.
 「--아츠유에게 전해라.」
 「--예.」
 「난 내걸 남에게 줄 정도로 마음이 넓지 못해.」
 주상, 하고 관리 중 누군가가 말을 했지만, 쇼류는 손을 흔들어 입을 닫게 했다.
 「엔키를 돌려줘. 그러면 특별히 온정을 베풀어, 자살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아츠유에게 전해. 끝까지 엔키를 방패로 일을 꾸미려고 한다면, 반드시 붙잡아서 천하의 역적으로서 처형해 효시하겠다.」
 하쿠타쿠는 잠시 뒤, 깊게 그 자리에 고두를 했다.
 「--확실히 알겠습니다.」
 쇼류는 일어섰다. 허리에 찬 태도(太刀)를 손에 쥐었다. 조의실에 무기를 소지하고 입실할 수 있는 것은 왕과 그 호위관 뿐이다.
 「.........하쿠타쿠라 했던가. 살아서 원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하쿠타쿠는 고두를 한 채로 얼굴을 들지 않는다. 아닙니다, 라는 대답만이 명료했다.
 「주재인 너를 사자로 명한 것은 아츠유인가.」
 「제가 스스로 청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전도가 유망한 젊은이에게 시킬 수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 사자의 목을 베어 원주성에 던져주는 게 도리겠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왔습니다.」
 쇼류는 하쿠타쿠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검집에서 뺀 태도의 칼등으로 턱을 들어올려, 그 얼굴을 들게 했다.
 「역적의 말로는 알고 있는가?」
 하쿠타쿠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다. 쇼류는 반쯤 감탄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간은 꽤 크군. 죽이기에는 아까운데. 너, 국부에서 일해볼 생각은 없는가.」
 「제 주인은 원백이십니다.」
 「모든 관리의 주인은 왕이라도 생각하네만.」
 「제가 관직을 맡은 것은 원주후에 의한 것입니다. 후를 임명하신 것은 효왕. 그러면, 주상에게 임명받은 관위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아니면 주상께오서는 후께 신임을 두어, 이후 영원히 후위를 보증하실 수 있겠습니까.」
 과연, 이라며 쇼류는 쓴웃음을 지으며 태도를 거두었다.
 「어쨌거나 네게는 이유가 있는 듯 하구나.」
 하쿠타쿠는 말없이 절을 했다.
 「주군의 명이라면 모반에도 손을 돕는 건가. 적어도 주재라면, 영윤의 성급함을 꾸짖는 것이 도리일 터.」
 「원백께도 이유는 있으십니다. 알면서도 역적의 오명을 뒤집어쓰는 원백의 고충을 살펴 주십시오.」
 「우선, 아츠유는 주후가 아니다. 너희들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게지. 주후의 아들이라서인가? 이쪽에는 핏줄을 잇는 풍습은 없다고 생각하네만.」
 「후께서는 이미 정무에서 물러나, 전권을 원백께 넘기셨습니다. 이것은 저희 주의 제관들도 납득한 일이며, 주군으로서 충분한 분이라 받아들였으므로, 저희들은 주인으로써 맞아들였습니다.」
 「사실상의 주후라는 건가? 그렇다면 이중의 찬탈이로군. 주후의 위는 왕이 임명하는 것, 설령 주의 제관들의 합의가 있었다고 한들, 너희들이 멋대로 결정해도 좋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옥좌까지 탐낸다는 것인가.」
 「--아무리 말씀하셔도, 이미 원주의 뜻을 정해져 있습니다.」
 「........과연.」
 쇼류는 일어섰다. 가볍게 손을 저었다.
 「돌아가도록 해라. 아츠유에게 대답을 전해.」
 「돌려보내 주시는 것입니까.」
 「대답을 전할 자가 필요하지 않나. 돌아가서 전해. 너는 역적이 되었다, 라고.」
 「........알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싸우고는 싶지 않아. 생각 있으면 아츠유에게 생각을 바꾸도록 진언해 주게.」
 「생각 있으면, 입니까.」
 처음으로 정면으로 얼굴을 바라보는 하쿠타쿠의 눈을, 쇼류는 웃으며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는 천의가 있다고 하지. 실제로 내가 천명이 있는 왕이라면, 모반 따위 성공할 수 없어. 굳이 천명을 시험해보겠다고 한다면 좋을대로 하도록.」
 「주상은 천명의 위광을 믿고 계시는 것이군요.」
 믿기는 뭘, 이라며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옥좌를 빌리고 있는 이상, 내가 천명을 의심할 수는 없겠지. 천의 따위는 없다고 해버리면, 그렇게 머리를 숙이고 있는 너희들 입장이 곤란할 게 아닌가.」
 「그런.......것입니까.」
 「내란 따위가 일어나 버리면 누구한테나 피해가 갈 뿐이지만, 나는 입장상, 천명을 의심하며 싸움을 걸어오면 받아주지 않을 수 없어.」
 쇼류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얼굴로 제관을 돌아보았다.
 「주재를 정주의 바깥까지 모셔다 드려라. 일부러 대답의 사자를 뽑아서, 아츠유에게 죽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주재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가 있으면, 그 녀석을 주후성에 사자로 보내겠다.」
 
- 2 -
 이탄은 크게 발소리를 내며 왕의 방으로 들어와, 느긋하게 긴 의자에 누워있는 주인의 모습을 보고서 그대로 노성을 질러버렸다.
 「---이------바보가!!!!」
 이탄의 입실은 간신히 눈치챈 쇼류는, 가볍게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탄의 혈색이 변해있는 것은 물론, 그 뒤에 따라온 쇼코우도, 두 사람과 함께 온 세이쇼도, 마찬가지로 씁쓸한 표정이었다.
 「.........왜 그래, 갑자기.」
 「원주에서 사자가 왔었다고 하더군.」
 「왔지. 정중하게 주재를 사자로 보내왔다.」
 「아츠유를 상제로 앉히라는 요구라던데. 그것을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하더군.」
 쇼류는 눈을 깜박였다.
 「그렇다고 상제를 시킬 수는 없잖아.」
 「바보냐, 넌!!!! 왜 여기서 시간을 벌지 않는 거냐. 제관과 의논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벌면, 상대의 약점을 잡아서 휘두르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내정을 조사하는 데도, 병사를 모으는 데도, 모두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다, 알고 있는 거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이탄을 보고 쇼류는 웃었다.
 「--뭐,  어떻게건 될 거야.」
 「에에잇, 이 바보 왕! 미안하지만 세상은 네 박자에 맞춰줄 만큼 한가하지가 않단 말이다!」
 이탄은 화내고 있었다. 격노해 있다고 말해도 좋다. 원주사는 그 수가 만 이천 오백, 그에 대해 왕사도 같은 수. 제대로 대비하자면 병졸을 모집해서 최소한 두 배, 바람직하게는 세 배가 필요하지만, 설령 병졸을 모집한다고 해도 그만큼의 수를 모으는 것은 하루 이틀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숫자가 모인다고 한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군대의 규율을 익히게 하여 어떻게건 체재를 정비할 때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게다가 원주까지는 도보로 한 달, 원정하는 사이의 병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병량을 나를 수레의 수부터 완전히 부족한 것이다.
 쇼류는 기가 막힌 듯이 이탄을 보았다.
 「....자국의 왕을 그렇게까지 욕하는 건, 너정도 뿐일거다.」
 「네놈의 어디가 왕이냐! 욕 듣고 싶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네 입장을 깨달아!」
 「그다지, 욕 듣는게 신경쓰이는 건 아닌데.」
 이탄을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너한테 무슨 소릴 해도 쓸데없다는 건 잘 알았다.」
 「이제 와서?」
 이탄은 쇼류의 말을 무시하고, 등뒤의 친우를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왕사를. 간신히 만 이천 오백, 이걸로 원주로 향할 수밖에 없겠지?」
 이탄의 말을 쇼류가 깨끗이 잘랐다.
 「그건 안 돼.」
 「---왜.」
 「로쿠타가 없어. 일단 정주를 움직이려면 로쿠타에게 시비를 묻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하지만, 공교롭게도 결정을 할 사람이 없어.」
 「비상시라는 단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원칙이겠지.」
 「당사자인 타이호를 돕지 않으면 안된다고!? 붙잡혀있는 타이호에게 어떻게 재가를 받나.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재가를 받을 수가 없겠군. 그럼, 주사는 포기하는 거다.」
 진심으로 현기증을 느끼는 이탄이었다.
 「.........알고 있나? 원주에는 흑비좌군이 갖춰져 있다고.」
 「알고 있고말고. --아아, 광주(光州) 주후를 경질한다.」
 이탄은 눈을 크게 떴다. 광주는 수도주(首都州)인 정주의 북서쪽에 위치한 큰 주이다. 그 남부는 원주와 정주 사이에 끼어있다.
 「지금이 어떤 때인지 알고 있는거냐, 네놈은.」
 「알고 있는데 말이지. --주후를 경질하고, 광주 영윤을 태사(太師)로 맞아, 재주 이하 주의 육관을 내조육관으로 봉한다. 칙사를 파견해서 관궁으로 소환해, --세이쇼.」
 옛, 세이쇼는 자세를 바로했다.
 「칙명으로써 너를 좌군(左軍) 장군으로 봉한다. 좌군을 통솔하고 원주 완박으로 향해, 완박성을 포위해.」
 세이쇼는 이해했다는 뜻으로 가볍게 절했다. 이탄은 목소리를 높였다.
 「어쩔 생각이야! 조금은 남의 말을 들어!」
 거의 물어뜯을 듯한 기세였지만, 그에 대하는 쇼류는 냉정했다.
 「이미 결정했어. --칙명이다.」
 「세이쇼를 장군으로 하는 건 좋아. 하지만, 겨우 칠천 오백의 군대를 끌고 가서 어쩔거냐. 주후성은 어지간해서는 떨어지지 않아. 그 사이의 병랑은 어쩔 거냐. 어떻게 해서 병사를 움직일 생각이야!?」
 「묻겠네만, 나는 왕이 아니었던가?」
 「네놈이 왕이다. 유감이지만.」
 「그런데, 칙명을 내리는 데에 하나하나 설명이 필요한 것인가.」
 이탄은 쇼류를 노려보았다.
 「혼군(昏君)의 변덕에 어울려 나라를 기울게 하는 것만은 안돼.」
 이런이런, 하고 중얼거리며 쇼류는 일어서,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우선, 이것만큼은 짚고 넘어가지. 안국(雁國) 팔주(八州), 이건 왕의 신하가 아냐.」
 핫, 하고 이탄은 숨을 삼켰다. 확실히 주후는 효왕이 임명한 것, 하지만 저렇게 단언하는 것은.
 「관궁을 비워둘 수는 없다. 왕사를 통채로 내었다가는, 반드시 발목을 물어뜯는 녀석이 나온다.
「 하지만.」
 「뭐, 들어. 원주는 로쿠타를 붙잡고 있어. 그것을 방패로 삼아 이쪽을 공갈할 생각이지. 그렇다면 원주는 일부러 공을 들여서 관궁까지 병사를 움직일 필요는 없어. 실제, 녀석들은 관궁에서 대량의 무기를 사입하고 있지만, 말이나 수레를 사입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아. 녀석들은 관궁에 쳐들어올 생각이 없는 거다. 적어도, 얼마동안은 없어. --우선, 이것이 하나.」
 어쨌거나, 이탄은 끄덕였다.
 「하지만, 이쪽도 움직이지 않고 원주를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어. 로쿠타가 있으니까. 저쪽이 쳐들어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공격하지 않을 수가 없지. 원주 좌군 만 이천 오백, 이에 대해 왕사가 마찬가지로 만 이천 오백. 지리의 잇점은 생각해볼 것도 없이, 이쪽이 불리하다. 어떻게 해도 전군을 낼 필요가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전군으로 완박을 포위하고, 주후성을 공격한다. 아마도 원주는 수성전(守城戰)으로 나오겠지. 사태는 고착된다. 하루 밤낮에 해결될 일이 아니겠지. --여기까지는 누구라도 읽을 수 있어. 그렇다면, 원주도 이정도의 일을 읽고 있겠지. 그럼, 원주는 어떤 수단을 쓸까?」
 「--다음.」
 그 쪽을 바라보는 쇼류의 시선에 응해, 슈코우가 입을 열었다.
 「관궁에 가까운 주후를 움직여서, 관궁을 공격하게 하겠군요. --이미 은밀하게 거래가 완료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그대로다. 그러면, 절대로 관궁을 비워둘 수는 없어. 주사는 남기고, 원주 모반의 소식을 흘려서 부근에서 병사를 모아라.」
 「하오나,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까?」
 「채우기만 해. --검도 창도 쓸 줄 몰라도 좋다. 어쨌거나 대량의 백성을 모아서 관궁에 놔둬. 주변 주후의 군대 중에 만을 넘는 것은 없다. 거기에 삼만의, 어쨌거나 무장한 백성이 있다면, 다른 이의 지위를 위해서 도박을 거는 자는 없을 거야.」
 이탄은 낙담하며 숨을 내쉬었다.
 「있으면 어쩔 건데.」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수밖에.」
 「너 말야..........」
 「착각하지 마. 우리들에게는 뒤가 없다. 로쿠타를 죽여버리면 나도 옥좌를 잃어. 나하고 친하게 지내던 너희들도, 틀림없이 관위를 잃게 되는 거니까.」
 갑자기 말이 막힌 이탄의 곁에서, 슈코우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얼마나 백성을 동원할 수 있을지........」
 「있는 대로 거짓말을 늘어놔서 긁어봐.」
 「거짓말--」
 「타이호는 열 세 살, 기왕이면 열 살 정도로 깎아둬. 어린 타이호가 얼마나 정이 깊은지, 일화를 날조하는 거다. 할 수 있는 만큼 사람을 써서, 소문을 퍼뜨려. 원주에 붙잡히시다니, 그 얼마나 가련하고 불쌍하신가, 라면서 울며 돌아다닐 정도는 해 두라구. 거기다 왕이 얼마나 현제(賢帝)이며, 얼마나 능력있는지, 여기저기 퍼뜨려.」
 이 말에는, 그 자리에 있던 세 명의 동시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쇼류는 그 얼굴을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보았다.
 「........신왕등극은 국민의 비원이었겠지. 그 신왕의 자리가 위험하다. 또 나라가 황폐해진다. 간신히 녹색이 돌아온 산야를 또다시 요마들이 돌아 다니는 황무지로 만들고 싶은가. 신왕이 현제이기를, 그 신왕의 아래에서 나라가 부흥하기를 누구나 바라고 있겠지. 누구 하나 신왕이 우제(愚帝)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터.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현제라고 믿고 싶을 거다. --그 점을 노려.」
 「너, 왕보다 사기꾼 쪽이 어울리는 거 아냐?」
 「민의(民意)를 조작할 수 밖에 없는거야. 관궁에 모이는 병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이 약속된다. 아무리 쪽팔리는 거짓말이라도 지껄여.」
 그렇다고는 해도, 라고 중얼거리는 이탄의 곁에서, 슈코우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원주 공략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세이쇼에게 맡긴다. 어떻게 해서든 금군 칠천 오백으로 포위해.」
 「하지만, 흑비좌군이.」
 쇼류는 희미하게 웃었다.
 「없어. 징역한 시민, 주에서 긁어모은 떠돌이를 합쳐서 만 정도가 간신히겠지.」
 「그런 멋대로인 계산을.」
 「거짓말이 아냐. 참고로 내가 양사마(兩司馬)거든. 짚더미를 베어 보였더니, 그대로 장을 시켜주더군. 겨우 그 정도의 군대야.」
 슈코우는 세이쇼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이탄이 탁자를 넘어, 몸을 들이대며 쇼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깐 기다려. 네가? 원주군의? 양사마라고 하면, 양장(兩長)이잖아.」
 1군은 5사(師) 5려(旅) 5졸(卒) 4량(兩) 5오(伍)로 편성된다.
 1사는 이천 오백, 1오는 다섯 명의 병사로 구성된다.
 「완박에서 놀고 있었더니 주사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권유하더군. 왕사의 병졸을 다섯 베면 졸장(卒長), 이백이면 여사(旅師)를 시켜준다더군. 게다가 토벌군 장군의 목을 베면, 이후 금군 좌장군(左將軍), 왕의 목을 베면 대사마(大司馬)를 주겠다고 하지만, 나한테 대사마는 무리겠지.」
 이탄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기가 막히다 못해 눈물이 나온다..........」
 슈코우 역시 깊게 한숨을 쉬었다.
 「간첩 흉내 따위 내지 말아달라고 그렇게나 말씀드렸건만.......」
 「도움이 됐잖아? 크게 보라구.」
 「--하지만, 공성전(攻城戰)이 되면, 짧은 기간에는 해결나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타이호에게 무슨 일이라도.」
 「없도록 기도하고 있지만.」
 「하지만, 타이호에게 만에 하나의 일이라도 생기면, 그 재해는 주상께도 미칩니다. 적어도--」
 「슈코우.」
 쇼류는 신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면, 로쿠타의 목숨이 아까워서, 아츠유의 요구를 들어주겠나?」
 슈코우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이 나라는 기린이 왕을 고른다. 그 도리로 나라가 서있는 것이니, 간신이 도리를 기울게 하면, 설령 단 한번이라 해도 나라가 기운다. 나쁜 전례는 만들지 않아야지. 안 그런가.」
 「하오나--」
 「나라를 고르겠나, 왕을 고르겠나.」
 슈코우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츠유가 로쿠타를 죽이면, 눈앞의 왕도 죽는다.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이니까. 전쟁이 만에 하나, 왕에게 유리하게 나아가면 조급해진 아츠유는 기린을 죽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주인을 위해서만 생각한다면 아츠유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아츠유에게 굴복하면, 나라는 설 장소를 잃게 된다. 그래도 좋겠나.」
 대답이 궁한 슈코우를 바라보며,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한테 운이 있으면,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겠지.」
 
- 3 -
 불어오는 바람이 물냄새를 품고 있다. 로쿠타는 완박산의 중턱에서 바위를 깎아 만든 전망대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원주 완박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비가 올거야. 결국 녹수는, 때에 맞지 않겠구나.」
 이제부터 긴 싸움이 있고, 그 결과가 나기 전에 우기가 온다. 원주 등지의 흑해 연안에서는 우기라고는 해도 큰 비는 오지 않지만, 상류에 내린 호우의 물이 밀려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어.」
 중얼거리며 코우야도 난간에 기대이듯이 하며 눈 아래를 바라보았다. 구불거리는 녹수의 강에 둔하게 빝이 반사되고 있다. 유역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녹수는 언제나 위협이었다. 언제 범람할지 알 수 없는, 이 대하(大河). 작년은 괜찮았다. 올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년은. 범람하지 않는 행운의 나날만큼, 사람들의 불안은 확장되어 간다. 범람하는 물보다도 먼저, 사람들의 공포가 원주에 밀어닥치고 있었다.
 「어차피 할거라면, 좀 더 빨리 일을 일으키면 좋았을 텐데.」
 로쿠타가 의미없이 중얼거리자, 코우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건 마찬가지야. 싸움은 홍수보다도 피해가 가니까.」
 「그건 그렇네.」
 실제로, 라며 코우애는 하계에서 눈을 돌려 로쿠타를 보았다.
 「경백은 훨씬 빨리 병사를 일으키고 싶어했던 것 같지만. 하지만, 그냥 관궁으로 쳐들어가려고 해도 승산이 없잖아? 기왕이면 왕사를 끌어내는게 낫지. 그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길래, 내가 로쿠타의 얘기를 했어. 타이호를 알고 있다고. 그랬더니 모셔와달라고. --화났어?」
 아마도, 로쿠타는 잊어버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매달려보면 만나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운이 좋으면 완박으로 데리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호위가 엄중할테니 운이 나쁘면 두 번 다시 완박에는 돌아올 수 없겠지만.
 --그렇게 말한 코우야에게 아츠유가 술책을 가르쳐 주었다. 설령 도에서 벗어나게 되더라도 사사(射士)를 잃는 것보다는 낫다, 고 하면서.
 아니, 로쿠타는 고개를 저었다.
 「쓸 수 있는 거라면 쓰는 게 세상 일이라는 거니까. --그런데, 정말로 감옥에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
 「감옥 안에만 있으면 숨이 막힐 거 아냐? 거기다, 로쿠타는 굉장히 얌전한 포로니까, 좋을대로 하시라고 경백께서.」
 「헤에, 친절한데.」
 응, 하고 코우야는 그 순간만은 기쁜 듯이 웃었다.
 「로쿠타가 진지하게 상대해줘서, 굉장히 감사하고 있었어, 경백은. 그 보답인게 아닐까나. ....하지만, 성에서 한 발이라도 나가면 줄이 끊어질테니까.」
 로쿠타는 눈을 들었다. 시선을 올려도 이마에 고정된 돌은 보이지 않는다.
 「알고 있어.」
 코우야는 큭 웃었다.
 「기린은 불편한 생물이구나. 겨우 두 명 인질이 있는 것만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두 명만이 아니잖아?」
 뭐어, 하며 코우야는 웃었다.
 「리비의 부하랑, 그밖에도 붙잡혀 있어. 로쿠타가 뭔가를 하면 모두 죽게 되니까.」
 「적어도 그 사람들만이라도 풀어줄 수 없을까?」
 「할 거라고 생각해?」
 「인질이라면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해. 리비만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다른 녀석들과 그 아기, 해방해 줄 수는 없을까? 그래도 난 도망가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경백에게 말씀드려봐도 좋지만. 하지만, 안 될거야. 내부 사정에 밝은 적을 풀어줄 만큼 경백은 사람이 좋지 못하니까.」
 「.......그렇겠구나........」
 깊은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아츠유가 전망대에 다가왔다. 그는 로쿠타를 보고 깊게 인사를 한 뒤, 코우야를 보고 웃었다.
 「--여기에 있었나. 어쨌거나 왕사가 움직이는 것 같아.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데.」
 로쿠타는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았다.
 「.......군대가 오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타이호. 금군 칠천 오백이. 근시일 내에 관궁을 나선다고 합니다.」
 「......이길 수 있을까?」
 「어느 쪽이 말씀입니까?」
 아츠유는 웃었다. 로쿠타는 왜 이 남자가 웃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왕사는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라면, 그리 간단히 이기게는 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희들이 이길 수 있을지를 묻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왜, 라고 로쿠타는 중얼거렸다.
 「왜, 너도 쇼류도 싸우고 싶어하는 거야. 쓸데없이 싸움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 네가 가볍게 말한 칠천 옵개의 의미를 알고 있어? 그건 물건의 숫자가 아냐. 목숨의 숫자다. 가족이 있고, 생각이 있는 하 명 한 명의 인간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
 아츠유는 온화하게 웃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타이호께서는 녹수가 넘치면 얼마나 많은 백성이 죽는지 알고 계십니까? 내일 만 명의 백성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오늘 천 명을 죽게 할 필요가 있다면, 저는 후자를 택할 것입니다.」
 「너희들은---아츠유도 쇼류도 같은 말을 해.....」
 로쿠타, 라고 말하며 코우야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쩔 수 없는 거야, 이미 움직여버렸으니까. 이것을 멈출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없어. 경맥이 투항하고 사죄할 수밖에. --로쿠타는 경백에게 죽으라고 하는 거야?」
 「코우야.....그걸 말하는 건 비겁해.」
 「하지만, 사실이야. 경백에게 병사를 물리라고 말하는 것은, 죽으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여기에서 천 명의 병졸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경백이 죽어도 상관치 않는다는 거야? 그렇다면 그건 경백이 말씀하신 것과 아무런 차이도 없어.」
 로쿠타는 뒤를 향했다. 난간에 팔을 얹고 고개를 묻었다.
 「........너희들은 알지 못해. 피냄새를 맡고서도 멀쩡하게 있을 수 있는 녀석들은.」
 코우야가 그 어깨에 손을 얹어왔다.
 「왕이 경백의 바램을 들어주면 되는 거야, 경백은 설령 상제위에 올라도, 권리를 멋대로 휘두르거나 왕을 처벌하거나 하지 않아.」
 「멋대로 말하는군.......」
 「하지만 말야, 로쿠타가 원주에 붙잡힌 순간에, 그것말고는 전란을 피할 방법이 없어져 버린 거야.」
 퍼뜩 로쿠타가 고개를 들었다. 돌아본 코우야의 얼굴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싸움이 싫었다면, 로쿠타는 관궁에서 사령에게 나를 죽이도록 시켰어야 했어. 아이를 버리고서라도 도망가야 했어. 로쿠타를 붙잡아버리면, 경백 역시 돌이킬 길 따위 없어지는 거니까.」
 로쿠타는 몸을 움츠렸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를 뻔히 알면서 죽게 하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기린은 불쌍한 존재구나. 그렇게 모든 것을 불쌍해 하고 있어서는 몸이 버티지 못하겠지? 그래서는 왕의 측근에서 재보를 맡고 있는 것도 괴롭겠지. 아츠유에게 맡겨버리면 편해질거야.」
 응? 하며 코우야는 로쿠타의 손을 잡았다.
 「나 역시 싸움 따위 없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왕이 경백에게 위를 이양하면 돼. 로쿠타, 그렇게 글을 써주지 않겠어?」
 「써줘도 좋겠지만, 쇼류는 따르지 않아.」
 「--그래?」
 「쇼류는 옥좌를 손에서 놓거나 하지 않아. 그 녀석은 정말로 나라를 원했으니까. 간신히 손에 넣은 것을 놓아버릴 정도로 욕심이 없는 녀석이 아냐.」
 로쿠타는 아츠유를 보았다.
 「쇼루라면, 자기 혼자만 남아도 싸우겠지. 너와 쇼류, 어느 쪽인가가 꺾이지 않으면 안 돼. 쇼류는 죽을 때까지 꺾이지 않아.」
 아츠유는 그늘진 웃음을 띄웠다.
 「--저도 그렇습니다, 타이호.」
 그런가, 라며 아츠유는 하계를 내려보았다.
 「왕은 나라를 바랬는가. 국주(國主)가 되는 것을 바랬었던가.」
 「너도 그렇잖아.」
 「저는 권리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효왕이 붕어한 이후에도 승산하지 않았습니다. 제관은 천거해주었습니다만, 저는 옥좌에 흥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왜.」
 「백성이 풍요로울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 백성을 비호해야할 왕은 백성의 일 따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의 국민이 얼마나 신왕을 바라고 있었는지, 타이호는 알고 계십니까.」
 「그건---」
 「신왕이 등극하시면, 분명 나라는 변할 거라고 생각했건만, 그 신왕은 권리를 혼자서 쥐고, 그럼에도 정무를 가볍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다리던 신왕마저 이렇다는 겁니까. 그렇다면--누군가가 백성을 위해서 일어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게 너인가?」
 비웃음을 담아 말했지만, 아츠유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진실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어울리는 분이 계신다면, 얼마든지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권리에는 흥미가 없다고 말씀드렸을텐데요.」
 그리 말하며 아츠유는 전망대의 끝으로 걸어갔다. 다시금 하계를 내려다본다.
 「과연 왕은, 그저 옥좌에 앉아보고 싶었던 것뿐인가.... 과연 정무를 무시할만도 하군.」
 「아츠유, 그런 의미가 아냐.」
 아츠유는 한 번 고개를 젓고 로쿠타를 다시 바라보았다.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타이호께서 괴로우실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사과드릴 말도 없사오나, 혹시라도 저에게 운이 있어 무사히 왕사를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 부덕을 인치(仁治)로 갚겠습니다.」
 
- 4 -
 로쿠타는 터벅터벅 감옥으로 돌아왔다. 안에는 리비가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아아---어서 오십시오.」
 「응.........」
 기운이 없는 로쿠타의 목소리를 듣고, 리비가 가볍게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리비, 라고 부르며 로쿠타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나라를 바란다는 것은, 역시 옥좌를 바란다는 것일까.」
 「---하?」
 로쿠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아---달라.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쇼류는 나라를 원한다고 말했어. 왕이 되고 싶다고도, 지위를 바란다고도 하지 않았지. 그저, 나라를 원한다고. --나는 그것이 단순히 왕이 되고 싶다던가, 높아지고 싶다던가, 그런 것하고는 다르다고 느꼈어. 그러니까 쇼류에게 옥좌를 준 거야.」
 「........타이호.」
 「어쩌면, 나는 실수했던 걸까.」
 타이호. -----대체.」
 로쿠타는 침상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쓸데없는 소리를 했어. --미안.」
 
 --그 작은 나라의 공기는 맑았다. 언제나 피로 피를 씻는 시대, 단지 그 곳에만 전장에 흐르는 피냄새도 사취(死臭)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씻어내려 갔다.
 그러니까, 성 아래의 인간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이변을 깨달은 것은 로쿠타였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에 피냄새가 섞여있다. 불온한 기척을 느끼고 바다를 지켜보기를 사흘, 해변에 시체가 떠밀려왔다. 성 아래의 어부의 시체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너라면 알고 있겠지?」
 항구에서 낚시줄을 내려뜨리고 있는 쇼류에게 로쿠타가 물었다.
 「무라카미씨라고 알고 있어?」
 「몰라.」
 「코마츠와 마찬가지로, 건너편 해안에 근거를 둔 해적의 후예다. 코우노에게 붙어있었지만, 코우노는 오닌 분메이의 난 이래 힘이 약해졌어. 그게 어쨌거나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야.」
 로쿠타는 눈을 크게 떴다.
 「......괜찮은거야?」
 「글쎄. --무라카미는 이 나라를 원하겠지. 건너편 해안에서 여기까지를 제압할 수 있으면 세토우치에 관문을 쌓는 거와 마찬가지야. 뭐, 조만간 쳐들어 오겠지.」
 「도망갈 거지? 그렇게 말했었으니까.」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에게 무라카미의 산하에 들어가자고 말했지만. 절대로 말을 듣지 않아. 긍지만은 높은 남자니까.」
 「......성 아래도 전쟁터가 되는 걸까.」
 쇼류는 소리높여 웃었다.
 「그거야 되겠지. 어쨌거나 이 땅 말고는 달리 영토가 없으니까. 후퇴할 만큼의 영지가 있다면 좋겠지만, 공교롭게도 코마츠의 영지는 고양이 이마만해서. 코마츠도 일단은 수군 찌꺼기지만, 상대가 이름높은 인노시마 수군이어서는 얼마나 저항할 수 있을까. 게다가 무라카미 세 가문은 결속이 강해. 불리해지면, 노시마, 쿠루시마 녀석들까지 나오겠지.」
 강의라도 하는 듯이 담담한 말투를 듣고, 로쿠타는 쇼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너, 남의 일처럼 말하는구나.」
 「허둥대봤자 어쩔 수 없으니까. 믿고 있는 오오우치도 스오우를 향해서 후퇴할 뿐, 간신히 무라카미의 공세를 막아냈다고 하더라도 약해진 틈에 고바야카와가 쳐들어올지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안전을 위해서 팔아 넘길 만큼, 딸도 여동생도 누나도 없어. 혈연을 기대할만한 나라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뭐, 각오하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너, 후계자잖아? 자기 목숨도 위험하다는 거 알고 있어?」
 그러니까, 라며 쇼류는 쓴웃음지었다.
 「각오는 했어. --너도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여기를 떠나라. 서쪽으로 가. 아직 서쪽은 큰 난은 없으니까.」
 
 전쟁이 있다, 는 소문은 재빨리 성 아래에 퍼졌다. 토지도 집도 배도 없는 부랑민들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쇼류가 일부러 소문을 흘린 것인지도 모른다. 역시나 성 아래를 휘적거리며 걸어 다니는 쇼류의 모습을 보는 일도 없어졌다. 출항하는 자들은 무기를 준비하고, 만 입구의 작은 섬으로 물자가 이동되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긴장되는 가운데, 로쿠타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렇게나 피하고 싶은 전화가 닥쳐온다. 그럼에도 이 나라를 떠날 결심이 서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로쿠타가 눌러앉아 있는 어부의 집에, 성주로부터 심부름꾼이 왔다. 로쿠타에게 돈을 넘겨주면서, 도망가라, 고 말한다.
 「젊은 성주님이, 이 땅과 관계도 없는 아이를 죽게할 수는 없다면서.」
 쇼류는, 라고 묻자 이미 아침 일찍 섬의 출성(出城)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젊은 성주님은 머리 회전이 빠르니까. 저래보여도 솜씨만은 확실하다고.」
 로쿠타는 넘겨받은 돈을 쥐고서 해변으로 나갔다. 바위터에서 강어귀의 섬을 보았다. 섬을 둘러싸는 잔교(棧橋), 거기에 정박해있는 무장한 배. 강어귀에는 무장선들이 함대를 이루고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자의 목소리는 로쿠타의 발치, 그림자에서 들려왔다. 로쿠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왕이지 않으십니까.」
 요크히에게 지적받고, 로쿠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왕이 여기에 계시기 때문에, 봉산을 도망쳐 바다를 건너오신 것이 아니십니까.」
 「그런 게 아냐.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
 「먼 섬에 군선이 집결해 있습니다. 여기에 계시면 엔키께도 해가.」
 「알고 있어.......」
 로쿠타는 손 안의 주머니를 꽉 쥐었다.
 「요크히, --리카크.」
 예, 라고 대답하는 형체없는 목소리.
 「만에 하나의 일이 있으면, 쇼류를 지켜. 적을 죽이거나 하지 마. 그냥 생명의 위기가 오면 납치해서 안전한 장소에 옮겨오면 되니까. ....그녀석은 은인이니까 죽게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가. 내게는 다른 사령이 있으니까.」
 예, 라고 종복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쇼류에게는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렇게 되풀이해도,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쇼류가 죽으면, 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걸로 된거야, 라는 목소리가 있고, 정말로 괜찮겠어? 라는 목소리가 있다.
 천명은 한 사람에게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쇼류를 잃으면, 안은 왕을 잃는다. 승산없는 싸움이라고, 성 아래의 누구나 말하고 있다.
 쇼류만이라면 도와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억지로 왕으로 만들어서, 안으로 끌고 가버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안에 또다시 전화를 부르는 일이 된다면. 로쿠타는 왕이라는 생물을 신용할 수 없다. 정말로 쇼류는 나라를 구할 것인가. 기울어진 안을 그대로 멸망시켜버리는 것도 쇼류에게는 가능한 것이다.
 「왜 난, 기린인걸까......」
 민의의 구현이라고 말하면서, 백성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국토에 남겨진 몇 만의 백성에게,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전쟁이 시작된 것은 겨우 사흘 뒤. 성을 포위한 무라카미 수군에 대항해, 코마츠 측은 선전했다. 로쿠타는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과 육지에 머물러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섬의 성이 함락되지 않는 한, 어쨌거나 육지까지 무라카미가 쳐들어오는 일은 없다.
 그리고 엿새째, 로쿠타들은 등뒤에서 병사들의 함성을 들었다.
 강 안쪽의 산을 넘어서 무라카미가 등뒤를 친 것이다.
 제일 먼저, 가장 안쪽의 구릉에 있던 망루가 불꽃에 휩싸였다. 산기슭에서 거리로 불이 퍼지면서, 로쿠타들은 해안으로 쫓겨갔다. 간신히 작은 배로 섬을 향해 도망친 로쿠타들의 눈앞에 성주가 포위되는 것이 보였다. 모퉁이의 망루에 불꽃이 오르며, 정면의 부대가 격파당했다.
 쇼류의 아버지인 코마츠 영주는 배에서 탈출하다가 사망하고, 적에게 둘러싸인 해적성 안에서, 쇼류는 나라를 이었다.
 --코마츠씨 멸망 나흘 전의 일이었다.
 
- 5 -
 재보 유괴의 소식은 관궁을 시끄럽게 했다. 국부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사정을 물으러 모여든 시민으로 고문(皐門)에서 치문(雉門)까지가 꽉 들어찼다.
 「전쟁이 난다는 건, 정말인건가.」
 「관궁에도 원주가 쳐들어온대.」
 망국의 위기를 면한 것은 겨우 20년 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그 당시의 비참한 안을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안은 훨씬 빈곤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풍요롭게 되어가는 국토를 보고 있었다. 간신히 폐허를 다 치우고, 쟁기를 땅에 박아도 돌과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 경작하던 땅에서 불에 타다 남은 뼈가 나오는 일도 끊겼다. --그런데 또다시 전화에 의해 불타게 된다.
 「왕은 어떻게 되는 거야.」
 「설마 이미 숨어버렸다던가.」
 「타이호는 무사하신건가.」
 심야까지 몰려드는 시민에의 대응에 쫓겨, 한계까지 지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국부의 관리는 입구의 문을 연다. 군대를 다스리는 하관(夏官), 그 중에서도 병사를 관리하는 사우부(司右府) 또한 지치다 못한 제관이 발을 질질 끌며 출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국부에 내려가, 그 대문을 연 것은 사우(司右)의 하급관리인 온케이(溫惠)였다.
 온케이는 어제의 소동을 답답한 심정으로 떠올리면서, 오늘도 되풀이될 대응에 이미 질려있었다. 시민이 밀려들어와서는, 이길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 그런 것을 묻고 싶은 것은 온케이 쪽이었다. 왕이 이 난에서 죽어버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간신히 효왕의 시대를 살아남아서, 간신히 관직을 얻어, 이제 막 평온한 생활이 시작되려는 참에.
 우울한 기분도 가세하여, 평소보다 몇 배나 무거운 느낌이 드는 빗장을 벗기고, 사우부의 대문을 열어 젖혔다. 생각대로, 이미 대문 앞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달려 들어오는 사람들을 온케이는 손을 휘둘러 제지했다. 저마다 불안을 말해오는 것을, 조용하도록 지시했다.
 「사우부는 지금, 중요한 시기이다. 너희들의 불안은 잘 알겠지만, 사정을 묻고 싶다면 다른 곳으로 가주게. 우리들은 당신들 상대를 하고 있을 여유가 없어.」
 하지만, 이라며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정말로 전쟁이 나는 건가, 그것만이라도 들려줘.」
 「그런 것은 원주에게 물어봐. 원주가 끝까지 반기를 들 생각이라면, 왕사는 그에 대항해 싸울 수밖에 없다.」
 「타이호는 무사하신 건가. --왕은.」
 내가 알겠나, 라고 온케이는 속으로 내뱉으면서, 그 대신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왕은 아무런 위해 없이 계신다. 너희들에게도 고난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굉장히 걱정하고 계신다. 타이호께서 어떻게 계시는지는, 우리들도 알지 못한다. 무사하시기만을 절실히 기원하고 있다.」
 「싸우지 않고 끝낼 방법은 없는 건가.」
 말한 것은 노인이었다.
 「있으면 가르쳐주었으면 좋겠군.」
 「또다시 국토를 전쟁터로 만드는 건가. 간신히 생활이 나아지고 있어. 그걸 또다시 병마에 밟히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나라가 멸망할 거야. 국부는 그것을 모르는 건가?」
 온케이는 냉랭하게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전쟁을 하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말해. 주상도, 전란을 바라고 계시는 것이 아냐. 잘못은 원주에 있다.」
 「하지만.」
 더욱 입을 이어 목소리가 오르는 것을, 온케이는 손을 저어 제지했다.
 「어쨌거나, 다른 곳으로 가주게. 하관은 지금, 너희들의 상대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야.」
 문앞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몇 명인가가 다른 관부를 찾아 발을 돌리려는 중에, 한 사람 앞에 나오는 여자가 있었다.
 「왕사는 이길 수 있습니까?」
 그녀는 팔에 젖먹이 아기를 안은 채, 온케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원주는 타이호를 잡아가지 않았나요. 혹시라도 원주가 타이호를 죽이면, 왕도 쓰러지게 되지 않나요.」
 「그렇게 되지.」
 「그렇다면 노력한다, 따위, 그런 말로 되나요? 일각이라도 빨리 원주에 군사를 돌려서 원주를 쓰러뜨리고, 타이호를 궁성으로 모셔오지 않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온케이는 냉랭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렇다. 그러기 위해서 국부 제관은 노력하고 있다.」
 「처음부터 싸우는 게 아냐!」
 소리를 지르는 노인을, 여자는 무섭게 노려보았다.
 「싸우지 않고서 어떻게 하는데? 왕에게 그대로 죽으라고 말하는 건가요? 왕이 없으면 국토는 황폐해져. 그 황폐를 누구나 보아왔을 텐데요.」
 「싸우면 더 황폐해질 뿐이야.」
 여자는 갑자기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야유의 웃음을 띄웠다.
 「난 알고 있어요.」
 뭐를, 이라고 말하는 듯이 허리를 빼는 노인을 여자는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모인 전원, 남녀노소를 바라보았다.
 「이 중에 몇 명이, ---아니, 이 거리의 몇 명이, 이전 왕이 없던 동안에 이 나라에서 아이를 죽여왔나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품안에서 잠든 아이를 가리켰다.
 「봐요. --이 아이는 내 아이에요. 리목에 빌어서 겨우 하늘이 내려주셨소. 모두들 그렇게 해서 아이를 빌어왔어요. 하지만, 그 아이를 죽인 사람들이 있었던 것을 난 알고 있어요. 내 여동생도 그렇게 우물에 던져졌으니까.」
 갑자기 그 자리가 차갑게 식었다.
 「밤중에 어른들이 와서, 내 옆에서 자고 있던 동생을 데려갔어. 그리고 우물에 던져버렸지. 그런 짓을 한 어른들이, 지금도 태평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걸 난 알고 있어. 그건 전부 나라가 황폐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씻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고 있는 걸 말야.」
 온케이가 여자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만하게, 라고 말했지만 여자는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일이 없었던 척 해도,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아. 적어도 나는 기억하고 있어. 죽을 때까지 절대로, 동생이 우물에 빠지던 때의 물소리를 잊지 못해.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거에요. 이대로 전란이 일어나서 왕이 쓰러지면, 나의 이 아이도 누군가가 우물에 던져버릴 거야. 그래도 어쩔 수 없도록,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황폐가 다시 찾아와. 그래도 좋아요!?」
 일동을 바라보며, 여자는 온케이를 두려움없이 바라보았다.
 「거기를 비키고 날 들어가게 해줘요. 나는 이 사람들처럼, 쓸데없는 우는 소리로 당신들을 괴롭히려고 온 게 아냐.」
 온케이는 낭패하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여자는 웃어보였다.
 「나는 싸우기 위해서 왔소. 우리들에게 풍요를 베풀어주는 왕을 지킵니다. 나는 이 아이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 아이를 죽이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포기해버리는, 그런 세상은 두 번 다시 오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기 위해서는 옥좌에 천명을 얻은 왕이 있지 않으면 안 돼. 왕이 장래, 이 아이를 풍요롭게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지금 나는 왕을 위해서 죽어도 좋아.」
 「하지만.」
 「병사가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 는 법은 없어. 한 사람이라도 많은 병사가 필요한 게 아닌가요? --나는 완박에 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왔소.」
 격렬하게 눈을 깜박이는 온케이의 앞에, 나도, 라고 나서는 젊은이가 있었다.
 「나도, 그러기 위해서 왔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겁쟁이라고 불려왔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왕이 쓰러져 버리면 정말로 안은 멸망해 버립니다.」
 여자는 생긋 웃으며 그 젊은이를 돌아보았다.
 「당신, 조금도 겁쟁이가 아니야.」
 「정말로 그렇습니다. 싸움에서도 이겨본 적 따위 없고. 하지만, 이런 나라도 수레 정도는 밀 수 있어. 그정도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양친은 계속 나와 함께 죽으려고 했었다고. 신왕이 등극했다고 듣고서, 이제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왕은 우리들의 희망입니다. 옥좌에 왕이 계시니까, 우리들은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하자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나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일하게 해달라고 생각하고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의 무리 안에서 크게 웃는 사람이 있었다. 머리가 뒤로 벗어진 남자가 빨간 얼굴을 더욱 빨갛게 붉히면서 하늘을 보며 웃고 있었다.
 「장래가 유망한 녀석이 있지 않은가. 내가 첫 번째가 아니었던 것은 아쉽지만, 이런 일이라면 지더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아.」
 웃고서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곤란한 듯이, 대문 앞에 서있는 여자와 젊은이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저었다.
 「자. 걱정거리 상담이라면 딴데로 가. 여기는 병역에 자원하려는 기특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아니면 너희들, 모두 완박에 가려는 건가?」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던 사람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사우부 앞을 떠나갔다. 그 중 한 명의 여자가, 도망나오듯이 인파에서 떨어져 나왔다.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 가게 안에서 가구에 대패질을 하고 있던 남편에게, 사우부에서 있었던 일의 전말을 얘기했다.
 「믿을 수 없어. 그만큼 전란으로 고생했으면서, 또 싸우려고 하다니.」
 남편은 찌릿 시선을 향했을 뿐, 다시 묵묵히 대패질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왕이라는 건, 두 번 다시 전쟁이라던가 그런 게 일어나지 않게 해주는 거잖아? 그런 것을 모반이라니. 왕이 쓸모가 없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몸을 떨었다.
 「아아, 싫어. 또 피냄새를 맡게 되는 걸까. 굶주리면서, 아이들도 굶주리게 하고. 관궁도 전쟁터가 되는 걸까. 이제 지겨워, 전쟁 따위.」
 남편은 갑자기 대패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휙 일어섰다.
 「왜 그래요, 갑자기.」
 여자는 물었지만,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과묵한 남자다. 대부분 최저한,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을 때밖에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날만은 드물게도 대답이 있었다.
 「--국부에 다녀올께.」
 「국부, 라니.」
 「완박에 간다.」
 당신, 이라고 부르며 여자는 눈을 크게 떴다.
 「농담이 아냐, 완박이라니, 그런.」
 남편은 거의 처음으로, 그녀에게 자애를 담은 시선을 향해왔다.
 「내 양친도 형제도 모두 굶어죽었어. --난 당신이나 아이들이, 그렇게 되게 하고싶지 않아.」
 「당신--」
 「왕을 잃으면 똑같은 일이 일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 가는 게 아냐, 나는. 그저,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서니까.」
 --날이 밝고 다음날. 사우부의 대문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스스로 병역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 6 -
 「정말, 눈물이 나올만한 얘기로군.」
 이탄은 지면들을 탁자에 늘어놓았다.
 「신왕에게 큰일이라면, 라며 관궁의 수비에 지원한 자가 천, 완박에 가겠다는 자가 삼백. --단 사흘만에야.」
 헤에, 라며 슈코우는 서면들을 집어들었다.
 「거기다 정주 밖의 군향(郡鄕)에서도 협력의 희망이 있어. 꽤나 먼 곳의 리(里)에서도 관궁에 가겠다는 백성들이 이부(里府)에 모여서, 관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소문의 효과일까요.」
 「사흘로 얼마나 퍼질 거라고 생각해? 설마 옹주(擁州)의 끝까지 퍼지지는 않았을 텐데?」
 「오는 겁니까, 그런 곳에서까지?」
 「오겠다는 자가 있다는 듯 해. 도저히 출정까지는 시간을 맞출 수 없겠지만.」
 슈코우는 그 서면들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 무슨 고마운. ......신왕에 대한 기대는 그렇게나 큰 것이었군요.」
 「본인에 대해서 모르는 게 다행이지. 이걸 들으면 주상도 태도를 고칠지도 몰라.」
 그건 어떨까요, 라며 슈코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두개 주에서 주사를 빌려주어도 좋다는 회답이 있었지만, 이건 도움이 되지 않겠지. 관궁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공격해와서는 견딜 수 없으니까.」
 「물자와 병졸만을 빌리도록 하지.」
 세이쇼가 말에 끼어들었다.
 「빌린 병졸을 관궁성 밖에 배치한다. --광주는 어떻게 되었나.」
 「주후 이하, 육관이 이미 주성을 나왔습니다만. 대사(大師)를 다음 주후로 앉힌 듯 하며, 이미 관궁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 자는 자신의 주머니에밖에 관심이 없는 남자, 살짝 취한 공금으로 자신을 살찌우는 일에 바빠, 모반 따위의 대죄와는 인연이 없다.
 「주상께 광주의 주사(州師)를 일단 전원 해임하고, 물자를 압수하도록 진언합시다. 그리고서 원정의 도중에 병사를 모아, 금군에 편입시킵니다.」
 하지만, 라고 이탄이 말했다.
 「완박에 향하는 병사는 실제로 싸우지 않으면 안 돼. 설령 직업을 잃은 광주의 병졸을 줍는다고 해도, 급조한 군대의 질서가 설 수 있는 건가. 혹시라도 그 중에서 왕사에 무기를 향하는 자가 있다면.」
 「신왕에의 기대에 걸지요.」
 슈코우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도박같은 정벌이로군.」
 정말 그렇지, 라며 모두가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방 바깥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저---실례해도 괜찮겠습니까.」
 주저주저하며 병풍 뒤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모우센이었다. 세이쇼는 끄덕이고, 입실하도록 명했다. 모우센은 왠지 망설이면서, 가볍게 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왜 그런가. 화급한 용무인가.」
 「예에. --화급이라고 말씀드리자면. 그.」
 「왜 그러나.」
 모우센은 굉장히 곤란한 듯이, 몇 번이고 바닥과 세이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억지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저도 회의에 참여시켜 주셨으면 해서...」
 뭐야, 라고 이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야, 별로 상관은 없지만. 그러고보니 모우센은 세이쇼의 부햐였지.」
 그렇게 말하며 이탄은 세이쇼를 보았다.
 「어떻게 하겠나. 소신(小臣)으로 내려보낸 부하를 군으로 다시 부르겠나? 모우센도 저 썩을 놈의 호위보다 세이쇼를 따르고 싶겠지.」
 그럴 생각이다, 라고 세이쇼가 끄덕였다.
 「모우센은 지금 일단 사사(師師)로--」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모우센은 조심스레 올려다보면서, 세이쇼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불가능하다니, 왜.」
 「저......나는......아니, 저는, 황공하옵게도..........그......」
 모우센은 품에서 한 장의 서면을 꺼내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여기에 칙명이. ---죄송합니다!!!! 저, 대사마(大司馬)로 임명받아버렸습니다!」
 이탄은 물론, 세이쇼도 슈코우도 아연했다. 대사마는 육관의 하나, 군을 관리하는 하관장(夏官長)이다. 위로 말하자면 경백, 경(卿)에 해당되는 장군을 맡고 있는 세이쇼의 상사라는 얘기가 되어버린다.
 「--뭐라고?」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이 난이 끝날 때까지, 라고 조건이 붙어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슈코우는 눈썹을 찌푸렸다.
 「모우센과 얘기를 해봤자 별 수 없지. 주상은 어디시오?」
 「저, 안 계십니다.」
 모우센은 몸을 움츠렸다.
 「없어?」
 「예, 대복(大僕)--아니, 장군께 전언이.」
 「--뭔가.」
 「머리를 잘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금군 장군도 나쁘지는 않지, 라고.」
 이탄은 일순 멍해졌다가, 얼굴을 싸안았다.
 「저 바보.......」
 「믿을 수 없어.」
 마음속 깊이 기가 막혀버린 슈코우였다. 이탄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세상 어디에 역적의 군대에 가담하는 왕이 있냐!!!」
 「죄, 죄송합니닷.」
 세이쇼는 냉랭하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내측에서 뭔가를 할 생각은 아닌지.」
 「......뭔가.」
 「나는 주상에게 완박을 포위하라고 명령받았다. 함락해, 라고는 명령하지 않았어. 보통 포위하는 것만으로는 전쟁은 끝나지 않지.」
 거기에 대해서는, 라고 모우센은 다른 서장을 꺼내었다.
 「이것을 장군에게, 라고.」
 세이쇼는 그것을 받아들어, 그 자리에서 펼쳐 훑어보았다. 들여다보는 이탄에게 그것을 넘겨주자, 다 읽은 이탄이 한 번 한숨을 쉬었다.
 「뭘 생각하는 거냐, 저 녀석은.」
 「왜 그러는가.」
 들여다보려는 슈코우에게, 이탄은 서장을 내밀었다.
 「행군 도중에 역부를 모집해서, 완박 근처의 녹수에 제방을 쌓아, 라고.」
 「조금이라도 민의를 끌어보려는 셈일까요.」
 이탄은 몸을 내던지듯이 의자에 걸터앉았다.
 「왜 저 녀석은, 지금까지 내팽개쳐 두고 있던 일을, 이 비상시에 해결하겠다는 거냐!」
 「뭔가 생각이 있는 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주상이라 하더라도, 완박으로 나가거나 하지는 않아.」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 .......만약의 일이 있었다가는 어쩔 생각인거냐. 만에 하나라도 전투의 혼란틈에 죽어버리거나 하는 일이 있으면. --그 녀석은 그걸 알고 있는 거냐.」
 「그건 충분히 알고 있겠지.」
 세이쇼는 쓴웃음을 지었다.
 「타이호를 인질로 붙잡혀서는, 처음부터 어쩔 수 없어. 현영궁에 틀어박혀서 아무리 목숨을 아까워해도, 타이호를 해쳐버리면 거기까지니까.」
 「그건 그렇지만.」
 「이것은 주상에게 있어서, 처음부터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인 거다.」
 







 



동의 해신 서의 창해 6장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 6 장
 
- 1 -
 그다지 할 일도 없었기에, 로쿠타는 광대한 성내를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주방에서 아츠유의 침소까지 들여다보며, 말도 안되게 속편한 재보라고 빈축을 사고 있었지만, 사실은 진정하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븥잡히고서 두 달이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로쿠타는 생각한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 코우야가 적이라는 것, 아츠유가 모반을 기도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태평스럽게 포로가 되어있는 것. 적어도 주성을 빠져나가 왕이건 왕사건 설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도저히 성을 나가게 해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완박 주변에는 군대가 포진되어, 이미 왕사를 맞을 태세이다. 완박 한 곳에서의 전투로 해결을 볼 생각이겠지, 여러 곳에 파견되어 있던 주사도 모두 불러들여, 대군이 완박성 아래에 집결해있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이라고 생각한다. 완박의 서쪽, 녹수를 전망하는 산 위에서 왕사가 취사를 하는 연기가 보였다. 이제는 싸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투가 시작될 때까지, 이제 며칠 남지 않았겠지.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른다. 시간이 없다. 일각이라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감옥 안에서 손톱을 깨물고 있자, 리비가 앉은 자세를 바로 하며 곁으로 다가왔다. 팔에는 아이를 안은 채, 로쿠타의 앞에 앉았다.
 「타이호, 대체 무엇을 그렇게 고민하고 계신지, 제게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저, 라고 로쿠타는 중얼거렸다.
 「그냥 우울한 것 뿐. 고민이라고까지 할만한 건 아냐.」
 「부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시길.」
 「깊이 생각할만한 일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만, 아츠유는 정말로 인기가 있구나. 성내의 인간이 아츠유를 나쁘게 말하는 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쇼류였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나게들 씹어댈텐데.」
 리비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재운 아이의 몸을 가볍게 두드렸다.
 「확실히 아츠유는 유능한 관리입니다만. 왕과는 비교할 것이 못 됩니다.」
 「너, 정말로 쇼류 편을 드는구나. --하지만, 아츠유 쪽이 단연 쓸모있는 인간이야. 여기에 오고서, 아츠유가 놀고 있는 걸 본 적이 없어.」
 「--타이호.」
 「용맹과감하고 이치를 잘 아는데다, 대범하고 정이 깊다. 쇼류도 아츠유를 본받았으면 좋겠어. 왠지, 아츠유한테 맡기는 쪽이 조금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리비는 굉장히 불쾌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세를 바꾸었다.
 「타이호, 그것은 물론 농담이시겠지요?」
 「진심인데.」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타이호는 자신이 고르신 왕을 믿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믿을 것도 뭣도.」
 로쿠타는 웃었다.
 「그 녀석, 정말로 바보인걸.」
 「왕은 절대로 어리석지 않으십니다. 적어도, 저는 주인으로써 부족함이 없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왕께 종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 어쩌면 리비는 쇼류한테 마음이 있는 거야?」
 「타이호!」
 진심으로 화내고 있는 목소리에, 로쿠타는 가볍게 목을 움츠렸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로쿠타는 조급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리비에게 투정을 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심하십니다. ....왜 타이호께서는 하나하나 주상을 가볍게 보시는 것입니까. 그렇게까지 어리석다고 말하면서, 왜 주상에게 옥좌를 권하신 것입니까.」
 「나한테 묻지 말아 줘. 그런 건 천제한테 말하라구.」
타이호, 라 부르며 리비는 다시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저는 목백으로 임명받았을 때, 주상께 미안하다며 사과를 받았습니다.」
 「쇼류가? .........그거, 드문 일인데.」
 「제후는 왕의 신하가 아니다, 권리를 제한하면 반드시 반발이 있겠지, 라고.」
 
 --하지만, 리비의 주인은 말했다.
 「제후들 멋대로만은 하게 놔둘 수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파면하지 않으면 안돼. 그에 반항하며 병사를 일으키는 자도 있겠지. 세금을 빼돌리는 정도는 귀여운 편이지만, 병사를 기르는 일은 없도록, 이것만은 감시하지 않으면 안돼.」
 일부러 리비의 자택에 방문해서 남긴 말이었다.
 「결국 후(候)를 정리할 때에는, 맹렬한 저항이 있겠지. 저항을 봉하기 위해서도, 태강(太綱)에 등돌리고 과도하게 병사를 키우지 못하도록, 제후들끼리 그릇된 맹약을 맺지 않도록, 어떻게 해서든 주후성의 안에 들어가서 감시를 할 사람이 필요해져.」
 「그런 대임을, 저에게 맡겨주시는 것입니까.」
 리비는 반쯤 감격하여 절을 했다. 리비는 재판을 담당하는 사형(司刑)의 관리, 위는 겨우 하대부(下大夫)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을 갑자기 경백으로 발탁하겠다는 것이니, 리비에게 있어서는 어쨌거나 황송할 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라며 쇼류는 고개를 저었다.
 「감사 따위 하지 않는 편이 좋아. 만약 주후가 반기를 들게 되면, 가장 먼저 틀림없이 목백의 몸이 위험해진다. 주후성에 가달라고 말하는 것은, 만에 하나, 일이 있을 경우에는 목숨을 버려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내게는 수하가 적어. 죽게 하기에는 너무나 아깝지만, 자네 말고는 갈만한 자가 없다.」
 리비는 초연하게, 언제나와는 달리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왕을 보았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신다면, 설령 만에 하나의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바라는 바이옵니다.」
 「주 목백 여덟명 째, 자네로 할지 슈코우로 할지, 솔직히 말해서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두 명의 장단을 비교해보면, 어떻게 해도 자네 쪽이 적임자로 생각돼. 슈코우는 저래 보여도 성질이 급해. 주후성에서 뭘 보더라도 참고 보고만 해라, 특별히 지시가 있을 때 이외에는 가만히 눈을 감고 얌전히 있어 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어. 그 자는 그런 종류의 일을 견디지 못하는 남자니까.」
 「.........예.」
 「--가주겠는가.」
 「기쁘게 명 받들겠습니다.」
 쇼류는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미안하네, 라고 낮고 침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리비는 일체의 각오를 굳혔던 것이다.
 
 「흐음........」
 로쿠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리비는 절실하게 옆쪽을 보고 있는 로쿠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는 주상의, 그렇게나 진지한 얼굴은 처음으로 뵈었습니다. --주상은 절대로 어리석지도 무책임하지도 않습니다. 생각해야할 것은 생각하고, 행해야할 것은 행하고 계십니다. 그것을 표면으로 나타내지 않으시는 것뿐입니다.」
 「그건 너무 높게 사는 거 아냐?」
 로쿠타는 웃었다.
 「슈코우들이 들으면 웃을걸, 분명. 측근에 있는 자들의 고생을 모르니까 라고 말하면서. --조의는 농땡이치고. 툭하면 행방을 감추고. 남이 말하는 것은 듣지도 않고, 하겠다고 결정하면 제멋대로 해버려.」
 「하오나 주상은 그릇된 일을 하신 적은 없습니다. 이탄 따위는 속편하다고 제멋대로 말하고 있지만, 왕이 대범하게 계셔주시기 때문에, 그 참상 속에서도 저희들은 절망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너, 정말로 쇼류한테 너그럽구나.」
 리비는 슬픈 듯이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농담이라도 타이호가 주군을 믿지 않는다고 따위. 저는 슬픕니다.」
 「리비, 나는..........」
 「주상은 절대로 무능하지 않으십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관 가운데 마음이 곧은 자를 주워올려, 요직에 앉히는 수완을 보더라도, 도저히 우제(愚帝)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요직? 그거야 목백은 요직일지도 몰라. 하지만 위험을 등지는 요직이야. 이탄이나 슈코우는 위험하지 않지만, 겨우 대부의 관직이잖아?」
 야유하는 듯이 로쿠타가 말하자, 리비는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그렇기에 풍파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승진을 시기하여, 나라가 기울더라도 끌어내리려고 하는 무리는 치워도 다 치울 수 없을 만큼 있습니다. 그런 무리가 적대시하지 않을 정도의 관직인 것입니다. 저는 경백을 임명받았으나, 어쨌거나 내신(內臣)들의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미워하거나 질투하면서 조정을 어지럽히는 자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인(遂人)은 겨우 중대부(中大夫)의 지위이오나, 산야를 다스리는 중요한 관리입니다. 치수를 위해서 내려지는 공금이 관리의 품으로 들어가 사라지면 어찌 하겠습니까. 허술한 제방으로 치수가 가능하겠습니까. 지관(地官) 중에서도, 가장 백성에게 복리를 주는 지위에 이탄을 앉힌 것입니다. 수인의 위에는 소사도(小司徒)와 대사도(大司徒)가 있을 뿐. 어느 쪽도 나쁜 짓에 손을 더럽힐 용기가 없는 겁쟁이들 뿐. 이탄을 방해할 자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라가 녹색이 된 것입니다.」
 로쿠타는 입을 다물었다.
 「슈코우는 조사(朝士), 겨우 하대부(下大夫)입니다만, 조사는 조외(朝外)의 관리, 주후에 이르기까지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를 왕에게 상소할 수 있는 유일한 관리인 것입니다. 세이쇼는 대복(大僕)이지만, 하관(夏官) 중에서 가장 왕에게 가깝습니다. 왕의 측근에 머무르며, 역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슈코우나 세이쇼가 방해를 받지 않도록, 상관으로는 겁쟁이들만을 배치했습니다.」
 「리비.........그만하자.」
 로쿠타는 한숨섞인 어조로 말했지만, 리비는 입을 닫지 않았다.
 「왕은 이탄에게 수인의 관직을 내렸습니다. 세금의 징수관으도, 직할지를 다스리는 관리도 아닙니다. 그 덕에 세금의 반 이상이 간신의 품으로 사라집니다. 천령(天領) 따위는, 혁명 이래로 흉작이 계속된다고 하여 단 한번도 상납이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우선 국토의 부흥이 가장 중요하기에, 그러니까 이탄을 그 요직에 앉히신 것입니다. 이 배치에 백성에의 배려는 보이지 않으십니까?」
 「쇼류는 폭군이 아냐. 그건 나 역시 알고 있어. ....하지만 안돼. 쇼류는 왕이니까.」
 리비는 깊이 숨을 쉬었다. 가만히 시선을 깔고 한동안 침묵했다. 조금 뒤 아이를 자신의 무릎 위에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일어섰다.
 「타이호, 잊지 말아 주십시오. 나라의 황폐는 만민의 고난, 신왕의 등극은 안국민의 비원이었습니다.」
 로쿠타의 등뒤로 돌아가, 어찌된 일인지 돌아보려는 로쿠타를, 리비가 어깨를 붙들어 막았다.
 「리비?」
 「타이호께서 고르신 것은 저의 주군, 쇼류사마. 절대로 아츠유가 아닙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며칠 내에 왕사가 완박에 도착하겠지요.」
 로쿠타는 등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리비의 팔이 꽉 붙잡고 있어서 얼굴을 돌리는 것마저 할 수 없었다. 리비의 하얀 손이 로쿠타의 뺨을 받쳤다.
 「리비?」
 「--궁성에 돌아가 주십시오.」
 리비는 그렇게 말하며 로쿠타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말릴 틈도 없이--뿔을 봉인한 돌을 벗겨버렸던 것이다. 툭 하며 실이 끊어지는 소리를 로쿠타는 들었다. 그, 너무나도 예리하고, 너무나도 무거운 소리를.
 
- 2 -
 「--빠르군. 벌써 도착했는가.」
 아츠유는 운해 위에서 하계를 내려다보았다. 등뒤에 서있던 코우야 역시, 그를 따르듯 하계를 보았다. 완박을 둘러싸듯이 구불거리며 흐르는 녹수, 그 건너편 기슭, 늪지를 사이에 두고 저편의 산에 왕사의 깃발이 보였다.
 「드디어 시작하는군.」
 타이호 억류로부터 두 달. 왕사는 놀라운 속도로 군대를 정비하고, 완박에 도착했다. --저 강을 건너면 전투가 시작된다.
 「--황공하오나, 경백.」
 말을 걸어온 것은 주재인 하쿠타쿠였다. 등뒤에 평복한 하쿠타쿠는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러나?」
 「성 아래의 인간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경백은 찬탈을 기도하는 역적이라고.」
 아츠유는 웃었다.
 「왕을 폐하고 상제가 되려는 것이다. 이것이 역적이 아니면 무엇인가.」
 「병졸까지 동요하며, 군을 탈주하는 자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래서 사기가 오르겠습니까.」
 아츠유는 하쿠타쿠에게 다가갔다. 근처로 다가가 하쿠타쿠를 내려본다.
 「대역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터. 두려운가, 하쿠타쿠.」
 「병졸에게는 그렇게는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으므로. 왕사가 왔다고 듣고서, 징역된 자들은 완전히 겁을 먹고 있습니다.」
 「그것 역시 각오하던 일이지 않나?」
 「경백--정말로 이걸로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아츠유는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쿠타쿠,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하쿠타쿠는 그저 엎드린 채 있었다. 코우야는 그것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망설이는 것도 무리는 아냐.
 누구나 하관들의 앞, 병사들의 앞에서는 절대로 나타내지 않고 있지만, 사태는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왕사의 수가 예상 이상으로 많았던 것이다.
 관궁을 나왔을 때, 금군의 수는 겨우 칠천 오백, 이긴 거나 마찬가지라고 제관 모두가 말했다. 애초에 주후성은 난공불락의 성, 이것을 공격하는 것 만해도 만만한 일이 아닌데다, 지형의 잇점이 있다. 지는 일 따위 없다, 라고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던 것이지만.
 아츠유는 하쿠타쿠를 차가운 눈으로 보았다.
 「왕사는 얼마나 되었는가.」
 「현재, 약 이만이라고.」
 「--무엇이?」
 아츠유는 눈을 크게 떴다.
 「저번의 보고보다도 삼천이 많지 않은가.」
 예, 라며 하쿠타쿠는 평복했다.
 삼천, 이라고 코우야는 입 속에서 중얼거렸다. 왕사는 진군해 옴에 따라 그 수를 늘려오고 있다. 대부분이 근교에서 괭이를 손에 들고 모여든 농민의 무리, 최초에는 웃고 있던 제관들도 그 수가 만 명에 가까워지자 웃을 수 없게 되었다.
 원주 영윤은 옥좌의 찬탈을 꾀하며, 나라를 다시금 절산의 황폐로 몰고갈 생각이라고, 날이 갈수록 백성의 불안은 커져갔다. 처음에는 아츠유를 지지하고 있던 자들이, 이제는 오히려 원망의 말을 뱉고 있는 실정. 원주의 관리중에까지 아츠유의 행위를 비난하는 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완박 근교에서도 왕사에 몸을 던지는 자들이 있다. 바로 지금도, 함께 싸우겠다며 왕사를 쫓아 달려오는 사람들이 가도에 행렬을 이루며 완박으로 향해오고 있다고 한다.
 「관궁에서 아까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관궁에 잔류한 정주사도 삼만을 넘었다고.」
 「--말도 안되는.」
 과연 강경하게 말하고 있던 아츠유도 얼굴을 굳혔다.
 「--광주는 어떻게 되었나! 왜 왕사를 추격하지 않는 건가!」
 하쿠타쿠는 깊게 머리를 숙였다. 원주사 만 이천 오백, 그렇게는 보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팔천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삼천을 광주사(光州師)에서 빌려오고, 간신히 삼천을 시민에서 징역해서 채운 것이다.
 주사의 수에 따라 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증가한다. 원래대로라면 적게 보고하는 자는 있어도 많게 보고하는 자는 없다. 그런 것을 장부에 실제보다 많은 수를 조작해서, 왕사가 전군을 이끌고 완박으로 향하는 것을 기다려, 광주사의 반이 등뒤에서 추격, 나머지 반이 관궁으로 쳐들어가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광주후는 관궁에. --바로 얼마 전에 재상이 되었습니다.」
 아츠유는 난폭하게 하쿠타쿠의 곁으로 걸어왔다. 평복한 하쿠타쿠의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본다.
 「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다. --관궁에 보냈던 자는 뭘 하고 있었나.」
 「죄송합니다. 보고를 게을리 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하쿠타쿠 쪽이었다. 관궁에서 너무나도 소식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사자를 보내보았더니, 그 자는 고의로 소식을 알리는 것을 늦추고 있었다.
 --천명을 받아 옥좌에 오른 왕을 끌어내리겠다니 어쩔 생각이냐. 원주의 백성을 위해서 일어나 자치를 얻으려 한다는 것은 들었지만, 타이호를 포로로 해서 옥좌를 위협한다는 얘기 따위 듣지 못했어.
 그렇게 말하고서 이 이상 역적에 가담할 수 없다며, 부하들을 데리고, 사자의 눈앞에서 왕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는 옥좌의 무거움, 천명의 위신을 너무나도 가볍게 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효왕의 자리의 무거움, 효왕을 즉위시킨 자의 위신을 말인가.」
 「백성은 그것을 믿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신왕의 시대에, 풍요로운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배반하는 것이 됩니다. 백성이 떠나간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하쿠타쿠---!」
 아츠유가 일어섰을 때, 코우야는 그 소리를 들었다.
 품안에서 활줄이 끊기는 듯한 소리가 났다. 코우야는 몸을 굳혔다. 그 소리가 귀에 들린 것인지, 아츠유와 하쿠타쿠 역시 코우야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나.」
 코우야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적색조가..........끊어졌.......」
 「--뭐라고!」
 「상태를 살피고 오겠습니다.」
 코우야는 말하자마자, 몸을 돌려 곁에 대기하고 있던 요마의 등에 올라탔다.
 
- 3 -
 「----로쿠타!」
 코우야는 소리지르며 감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무심결에 발을 멈췄다.
 감옥 안의 참상. 요마의 곁에서 참혹한 광경에 익숙해진 코우야마저도, 무심결에 뒤로 물러났다. 그만큼 감옥 안은 참담한 꼴이었던 것이다.
 로쿠타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머리부터 뒤집어쓴 핏방울로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다가가려 하자, 요마가 등뒤에서 그만둬, 라고 울었다. 그에 상관않고 달려가려 했지만 목덜미를 붙잡혔다. 뒤쪽으로 끌려간 그 일순, 마루에서 뛰어나온 짐승의 턱이 코우야의 그림자를 물었다.」
 「--로쿠타!」
 코우야와 로쿠타의 사이를 막고 있는 검은 꼬리 셋의 늑대와, 바닥의 피바다에서 솟아오르듯 뻗어 나온 하얀 날개의 두 팔. 코우야의 앞에 나선 요마가 위협하듯이 울었다. 코우야는 다시금 로쿠타를 불렀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자, 로쿠타가 간신히 코우야 쪽을 돌아보았다.
 「로쿠타!! 사령을 거둬!!!」
 그만, 하고 중얼거리는 로쿠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작았다.
 「.....그만해, 리카크.」
 하지만, 하고 말하는 사령의 말에, 로쿠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만. 이 이상 피를 보지 않게 해줘.」
 중얼거리듯이 말하며, 로쿠타는 코우야를 보았다.
 「코우야....도와줘.」
 코우야는 발을 내딛었다. 망설임없이 로쿠타의 곁으로 다가가자, 사령이 길을 열면서, 사라졌다.
 「로쿠타, 괜찮아?」
 피에 젖은 어깨에 손을 얹자,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로쿠타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얼어붙은 것처럼 경직되어버린 것이다.
 코우야는 주위의 바닥을 돌아보고, 곁에 쓰러져 있는 시체의 손에서 붉게 물든 돌을 주워들었다. 그것을 로쿠타의 이마에 댄다.
 「......코우야, 싫어.......」
 「안돼. 참아.」
 「코우야아..........」
 다시 적색조를 로쿠타의 이마에 묶으려는 순간, 로쿠타의 그림자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부탁이니, 그것만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일순 코우야는 리비의 목소리인가 생각하며, 깜짝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이 상태에서 뿔을 봉인당하면, 타이호의 몸을 상하게 됩니다.」
 「.......사령인가.」
 「부탁이니, 피를 씻어주십시오. .....타이호께는 정말로 독입니다.」
 「하지만.」
 「타이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 절대로 다른 사람을 해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싫다는 듯이 들어올리고 있던 로쿠타의 손이 떨어졌다. --의식을 잃은 것이다.
 
 「--리비가?」
 아츠유의 질문에, 코우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를 위해 아츠유의 앞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마도 스스로 타이호의 실을 끊은 듯 합니다.」
 아츠유는 잠시동안 아연하여 눈을 깜박이다가, 의자에 몸을 던졌다.
 「..........엄청난 짓을 하다니. --그래서 타이호는.」
 「혼절하셨습니다. 피는 씻어내었습니다만.」
 「괜찮겠는가.」
 「아마도.」
 운해의 바닷물에 철저하게 피를 씻어내라, 고 로쿠타의 사령이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그렇게 고한 것이다.
 「봉인은.」
 코우야는 발치의 바닥을 바라보았다.
 「..........다시금 주(呪)를 펼쳐두었습니다.」
 「그리 하여도 몸에 해는 없겠는가.」
 「다소는. --하오나 어쩔 수 없습니다.」
 아츠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기린은 사람으로 만들어진 감옥에서 도망갈 수 없다고, 너는 말하지 않았던가?」
 코우야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죄송합니다.」
 「.........뭐, 감옥 쪽이 스스로 부서져버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러나, 타이호의 처우는 너에게 맡겨두었을 터. 왜, 감옥 안에 감시를 두지 않았나.」
 「차마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츠유는 다시금 크게 한숨을 쉬었다.
 「큰 일이 없었으니 다행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
 「--예.」
 경백, 이라고 하쿠타쿠가 아츠유의 면전에 비틀거리며 나섰다.
 「--이것이--옥좌의 무거움일까요.」
 「하쿠타쿠.」
 「과연 저희 주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관리가 있겠습니까. 리비는 과연 연왕을 위해 목숨을 버린 것인지, 혹은 옥좌 그 자체를 위해 목숨을 버린 것인지. 어느 쪽이건, 우리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왕은 리비에게 목숨을 버리게 할 수 있을만한 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옥좌에는 그만한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하쿠타쿠!」
 「경백에게 도리가 있어, 함께 싸우겠노라고 완박으로 향한 백성은 얼마나 있었습니까. 원주를 함께 공격하겠노라고 모인 백성이 만, 게다가 아직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묻겠다.」
 아츠유의 말에는 노기가 나타나 있었다.
 「너는 나에게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제와서 물러설 길 따위 어디에도 없다는 것쯤,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저를 관궁에 보내주십시오. 반드시 제가 이 목숨으로 경백의 목숨을.」
 「애걸하겠다는 말이냐? --닥쳐라!」
 하쿠타쿠는 몸을 움츠리며, 평복했다.
 「..........아직 졌다고 정해진 것이 아냐. 벌써부터 그렇게 겁을 먹어서 어떻게 하겠는가. 성 아래의 백성을 설득하라. 이치를 말하며 설명하는 것이다. 과연 도에 어긋난 것은 누구인가. 옥좌를 바랬으면서 정무를 포기하다니 어찌된 일인지. --틀린가?」
 「경백...........」
 「명분은 이쪽에 있다. 설명하면 백성도 납득할 게야. --확실히 타이호를 억류한 것은 도에 거스르는 행동이나, 타이호는 놓아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도 아니야. 오히려 나의 심중을 헤아려, 우리 주에 머물러 주신 것이다.」
 「...........예, 예.」
 「나로서도 이런 수단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관궁으로 쳐들어가면 많은 백성들에게 피해가 간다. 지금 정도의 병력으로는 원정도 할 수 없을 수준, 설명하면 누구라도 납득할 것이야. 이 이상의 징역은 하고 싶지 않았다. 백성을 농지에서 빼앗아 무기를 쥐게 하는 것을, 나는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4 -
 심하게 피냄새가 난다고 로쿠타는 생각했다. 마치 핏속에 집어던져진 것처럼, 피냄새와 사취(死臭)가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파도소리. 단애를 면한 해적성의 물가에는, 시체가 떠올라 밀려오고 있었다. 성에 있는 누구나가 그것을 장사지내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바다로 내려가면 무라카미에게 공격당할 뿐, 그 무라카미 역시 가능하다면 적병의 머리를 베고 싶겠지만, 해안에 다가가면 성에서 날아오는 돌과 화살로 쓸데없이 부상자를 늘리게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취와 대기에 가득찬 피냄새가, 해안에서 떨어진 성의 안쪽 구석에까지 흘러오고 있었다. 로쿠타는 눈을 감고서, 피의 냄새를 떨쳐내려 고개를 흔들었다. 그 순간 발치가 흔들린 것은, 이미 며칠 내내, 결코 낮지 않은 발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등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결국 도망가지 않았던가.」
 이 상황에서 이렇게나 밝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쇼류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돌아보자, 역시나 쇼류가 어깨에 도를 메고 서있었다.
 「우선 필요한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노자까지 챙겨줬더니. 유별난 녀석이구나.」
 성 안에는 도망쳐들어온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며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중 몇 명인가가 쇼류의 곁으로 다가와, 마치 묻는듯한 표정으로 쇼류를 올려보았다. 쇼류는 가볍게 눈썹을 올렸다.
 「--뭐야. 그렇게 비장한 표정을 지어서 어쩔 거냐. 어차피 모든 건 결정되어 있다. 가볍게 생각해.」
 로쿠타는 그것을 가볍게 말렸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쓸데없지만 사실이야. 어차피 결과가 마찬가지라면, 걱정하는 만큼 손해다.」
 쇼류는 의지하듯이 올려다보는 세 명 정도의 노인에게 웃었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서는, 정작 도망갈 때가 되어서도 발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아. 마음 편하게 있게. 어떻게든 해줄테니.」
 쇼류가 그리 말하며 웃자, 노인들은 안도한 듯이 숨을 쉬었다.
 「별 건 없지만, 제대로 먹어. 후퇴를 위해서 배를 준비해 줄 테지만, 그렇게 허리가 빠져서는 뱃전에 매달려 있지도 못할 게 아닌가.」
 힘이 없어 도망가지 못했던 노인들을 향해서, 그런 소리를 한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쇼류의 너무나도 느긋한 말에 안도했는지, 씩 웃고서, 아직 노를 젓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농담을 나누었다.
 그럼, 이라며 쇼류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말해라. 그렇다고는 해도, 없는 건 없는 거지만.」
 쓸개빠진 놈, 이라고 노파 한 명이 야유하는 소리에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쇼류는 망루 쪽으로 걸어갔다. 로쿠타는 서둘러서 그 뒤를 따라갔다.
 「이봐----.」
 「뭐야. 이 쪽에 와도 좋은 일은 없어. 때때로 무라카미가 화살을 주긴 하지만.」
 「승산은 있어? 정말로 모두 도망갈 수 있는 거야?」
 「승산 따위 있겠어. 성 아래는 완전히 제압당했다. 이미 퇴로도 보급도 없어.」
 셔류는 육지에 시선을 주었다. 화공에 당한 성 아래의 거리에 남은 것은 돌무더기 뿐, 지금도 뿌옇게 연기가 오르고 있다.
 「공격도 드물어졌어. 그거야 그렇겠지. 쓸데없이 병사의 목숨을 쓰지 않아도, 그냥 포위하고 있으면 곧 성 안의 물자가 떨어진다. --느긋하게 그걸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거겠지.」
 「병량은 있는 거야?」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없어. 육지에서 옮겨오기로 했었지만, 절약해봐도 반 달 정도겠지. 그러니까 배후에 주의하라고 했었는데도, 아버지는 전투에 서툴러서 말야.」
 쇼류의 아버지는 쇼류와는 달리, 굉장히 우아한 인물이라고 들었다. 집안 내력을 경멸하며 스스로 쿄에서 교사를 모셔오고, 관현과 춤에 관심이 깊었다. 젊어서 죽은 쇼류의 어머니도, 측실들도 도시풍의 여인들뿐, 다름아닌 쇼류의 처마저 그랬으므로, 오히려 쇼류만이 이단이라고 말해도 좋다.
 「--하지만, 사람이 늘었으니, 실제로 반 달은 버티지 못해. 어떻게든 쌀이 떨어지기 전까지 도망치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쇼류는 얼굴을 찌푸렸다.
 「항복하겠다고 말하는데도, 무라카미놈, 들은 척도 하지 않아. 꽤나 자신이 있는 거겠지. --뭐, 그 녀석들도 해적이니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해적?」
 「남은 것은 여자와 아이들 뿐, 그리고 늙은이들이야. 하지만, 해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서 말야. 여자와 아이들로 보여도 배를 몰 수 있고, 할아범이라고 해도 옛날에는 칼을 쥐었던 놈들이야.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게 가능하지. 설령 항복을 받아들여서 신하로 들어간다고 해도 방심할 수 없어. 육지하고는 달리 무라카미의 영토는 바다로 나뉘어 있고 말야. --가능하다면 뿌리를 뽑아버리고 싶다, 그런 거겠지.」
 그러면 모두가 죽어버리는, 그렇게 되는 건 아닌가. 로쿠타가 올려다보자, 쇼류는 웃었다.
 「어쨌거나 가능한 한 여자와 아이들만이라도 도망시켜보자. 이번엔 제대로 도망쳐. 여기에 있으면 미래가 없어.」
 「그럼, ..........너도 죽는 거야?」
 로쿠타가 묻자, 쇼류는 소리높여 웃었다.
 「설령 무라카미가 부처 가운데토막이라고 해도, 나만은 봐주지 않을걸. --뭐, 실컷 내멋대로 살아왔으니 아쉽지는 않지만.」
 「---정말로?」
 로쿠타가 낮게 묻자, 쇼류는 아주 잠시동안 웃음을 그쳤다.
 「..................글쎄.」
 쇼류는 성의 뒤를 본다. 불타버린 거리. 거기에 포진하고 있는 무라카미의 군대. 등뒤의 언덕에는 저택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돌담이 불에 그슬려 새까맣다.
 「--모두 죽었어. 당신 부인도, 아이도.......」
 「빨리 도망시키라고 말했었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겠지. 전쟁에 나가는 것마저,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도 몰라. 저택을 나설 때에, 시 낭독회때까지는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갔으니까.」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이까지 죽은 것은 슬프지만.......뭐, 부친도 함께였으니 조금은 위로가 되겠지.」
 로쿠타는 쇼류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네 아이의 부친이라니---친아버지?」
 쇼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아마도.」
 
 「병량이 떨어져 간다. 병력이 무너지기 전에 마을 사람들을 도망시켜.」
 쇼류가 그렇게 말했을 때, 로쿠타는 마침 식사를 나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까지 농성에 들어간지 사흘째였다.
 「하지만, 젊은 성주님--아니, 성주님.」
 「물자가 다 떨어지고 나서는 늦어. 어떻게 해서건 마을의 녀석들만은 도망치게 해주고 싶다. 녀석들을 어디로 도망시키건 간에, 도망가는 사람들한테도 물자는 필요해. 빨리 결행하지 않으면, 그것마저 함께 보내줄 수 없게 된다.」
 신하는 침통하게 몸을 숙였다.
 「어차피 여기에 쳐박혀 있어도 굶어죽을 뿐이다. 남은 배들을 꺼내서,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군선으로 그것을 둘러싸. 어쨌거나 육지에 내려서 우리들은 그 곳에 포진하고, 그 배후로 백성들을 도망시킨다.」
 그렇게 말하고서 쇼류는 웃었다.
 「살아있는 게 지겨운 녀석은, 그대로 나와 함께 그 자리에 남아라. 그렇지 않은 놈들은 백성들을 지키며 후퇴하고. 국경을 넘으면 무거운 무기들을 버리고 몸을 숨겨.」
 한쪽 팔에 상처를 입은 노인이 양손을 짚었다.
 「후퇴하는 이들에게는 장수가 필요합니다. 모쪼록, 성주님은 그 장수가 되어 도망가 주십시오.」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내가 도망가면 무라카미가 쫓아온다. --아아, 일부러 다른 방향으로 도망가서 백성들로부터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군. 나중에 진세가 위험해지면 그걸로 가지.」
 아니요, 라며 노인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무라카미는 저희들이 어떻게든 발을 묶어보겠습니다. 부디 성주님만은, 살아남아 주십시오. 오오우치도노께 의지하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때를 기다리면 코마츠 부흥도 꿈은 아닙니다. 그때까지 몸을 숨기시어.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부흥해서 어쩔건데.」
 쇼류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정작 중요한 백성이 흩어져 버리면, 어떻게 다시 나라를 세운다는 건가? --뭐, 이것도 난세에는 흔한 거야. 우리는 약했으니 어쩔 수 없다. 한스럽지만, 인간은 뒤가 깨끗해야지.」
 아니요, 라며 노인은 힘껏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터 백성은 흩어져 괴롭게 살아가겠지요. 성주님이 무사하시고, 언젠가 코마츠의 나라가 다시 선다고 믿을 수 있으면, 백성도 고난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성주님까지 쓰러져버리시면, 정말로 코마츠는 멸망하는 것입니다. 카게무샤를 세우고 도망치는 백성들 사이에 섞여 도망치게 하겠습니다. 무라카미가 그것을 쫓는 사이에, 젊은 성주님은 오우우치에 몸을 숨기십시오.」
 「--헛소리하지마!!!」
 쇼류가 노성을 질러, 노인은 일순 몸을 움츠리며, 놀란 듯이 쇼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이 나라의 주인이다. 이 나라의 운명을 등지고 있는 거다! 그런 나에게 백성을 버리고 도망치라고 하는 건가!!」
 노인은 몸을 던지듯이 평복했다.
 「명운을 등지고 있기에 더더욱. --부디!」
 「나는 젊은 성주님이라고 불리며, 성 아래의 녀석들에게 모셔지며 자라왔다. 지금 여기서 그들을 버리면, 녀석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겠나!」
 「--젊은 성주님.」
 「난 젊은 성주님이라 불리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할 만큼 바보가 아냐.」
 쇼류는 말을 뱉었다.
 「내 인품을 높게 사서도 아니고, 내 그릇을 인정해서도 아냐. 녀석들은 그저 언젠가 내가 주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단지 그것만으로 하나하나 나를 모셔왔던 것이다.」
 「............성주님.」
 「그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겠지. 너희들도 그렇지 않은가. 후세의 평온을 바라기 때문에, 나를 세운 것이 아닌가!!」
 신하들은 일제히 평복했다.
 「나 혼자서 살아남아 코마츠를 재건하라고? --웃기지 마! 코마츠의 백성을 뻔히 보면서 죽게 내버려두고, 그러고서 코마츠를 되살리라고 지껄이는 건가. 그건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나라냐. 성 안에 나 혼자서, 그래서 뭘 하라고 말하는 건가!」
 신하 일동, 평복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내 목이라면 줄 수 있어. 목 쯤 떨어지는 것이 어떻단 말인가. 백성은 나의 몸이다. 백성이 죽는 것은 내 몸이 베어나가는 것이다, 머리를 잃는 것보다 그 쪽이 훨씬 고통스러워.」
 그렇게 말하고 쇼류는 일어섰다. 이미 언제나의 초연한 표정이 돌아와 있다.
 「--뭐, 어차피 내 목 따위, 흔들면 쩔렁쩔렁 소리가 나는 장식같은 거니까.」
 쇼류는 웃었다.
 「이 목 하나로, 얼마만큼의 백성을 살릴 수 있을지, 해보자구.」
 
 다음날, 새벽녘에 배는 섬을 떠났다. 밀려들어오는 무라카미의 군세에 필사적으로 항전하면서, 간신히 육지에 닿았을 때에는 여섯 척의 군선 중, 반이 바닷속에 가라앉았다.육지에 도착해서 포진하고,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코마츠군은 선전했지만, 격감한 병력으로는 퇴로마저 뚫을 수 없었다.
 도망나온 백성들이 포위당하고, 퇴로를 뚫던 병사들은 거의 죽었다.
 --코마츠씨의 멸망이었다.
 








 



동의 해신 서의 창해 7장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 7 장
 
- 1 -
 --이런 게 아니었다, 라고 그 성의 누구나 생각했다.
 완박성에서 내려다보이는 녹수. 그 건너편 강가의 늪지, 거기에 들어서 있는 왕사의 깃발.
 아츠유는 오랫동안 원주의 기둥이었다. 안의 국토가 절산의 황폐에 휩쓸리는 동안, 원주만은 다른 주들에 비해 땅을 잘 다스리고, 인간을 다스렸다. 원주 또한 기울어진 국토의 흐름에서 그 황폐의 파도를 멈출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주에 비하면 그 황폐도 덜한 편이었던 것이다. 아츠유는 훌륭하게 황폐와 싸웠다. 다른 주의 백성이 무서울 정도로 격감하고, 부와 결실을 잃고 질서도 통제도 잃어버린 가운데, 원주만이 간신히 버티고 서있었다.
 재해가 연잇고, 요마가 발호하며 살 곳을 잃은 백성이 원주를 통해 다른 나라로 도망쳐갔다. 흘러들어온 난민들은 반드시 말한다. --원주는 풍요롭다. 완박은 꿈과 같다, 라고.
 신왕이 등극하고, 국토가 부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원주는 그 움직임으로부터 떨어졌다. 다른 주에 조금씩 녹색이 증가하고, 사람이 늘고 결실이 늘면서, 원주와 다른 주의 격차는 메워지고 있었다. 여행자들의 찬미는 이미 없다.
 다른 주가 백만큼 윤택하다면, 원주는 천만큼 윤택해질 것이다, 마치 꿈속처럼 풍요로와질 것이 틀림없다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차이를 메우고 국토를 고르게 한다, 고 국부는 말한다. 원주의 누구나 그것을 원망했다. 왕이 주의 자치를 돌려주기만 하면, 원(元)은 아츠유 아래에서 더더욱 풍요로와질 텐데, 라고 누구나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된 건가.」
 완박산의 세 번째 초소에서 녹수를 내려다보고 있던 병사 한 명이 중얼거렸다. 함께 녹수와 그 건너편 강변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의 대답은 없었다.
 「경백이 일어나 자치를 얻고, 원은 풍요로와지는 게 아니었나.」
 왕의 오류를 바로잡고, 주의 자치를 되찾아, 솔선하여 국토의 부흥을 이끈다. 다른 주도 백성도 원에게 감사하리라, 모든 주의 모든 백성들의 경애는 원으로 향하며, 어쩌면 원 자체가 국토를 묶는 핵심이 될지도 모른다고, 몽상을 말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자.
 「우리들은 역적이야. .......옥좌를 찬탈하려는 원을 용서하지 말라고, 비난하는 소리만 들려오고.」
 녹수 건너편 강가에 집결한 왕사의 수, 이미 삼만 근처. 게다가 가도에는 지금도 왕사와 함께 싸우려는 백성들이 줄을 지어 완박으로 달려오고 있다. 전투가 시작될 때에는 그 수가 얼마나 늘어있을지, 이미 생각해볼 의미조차 없을 정도로 왕사와 주사의 병력차는 확연했다.
 조용히, 은밀하게, 그럼에도 확실하게 주사의 병졸은 줄어들고 있었다. 도망하는 자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징역된 자들에서 격심했다. 빠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민을 징발하면, 사흘 뒤에는 또다시 사라진다. 도망친 당사자가 왕사의 깃발 아래로 달려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소문 들었나?」
 다른 병사가 말을 꺼냈다.
 「칠일 전, 목백이 돌아가셨대.」
 「--아아. 타이호를 도망치게 하려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셨다던가.」
 「승산이 없다는 것에 조급해진 경백이 타이호를 습격한 것을 감싸고 목백이 죽었다던데.」
 「설마. 경백은 그런 분이 아냐.」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실제로, 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 이전이라면 누구나 그런 소문에 귀도 기울이지 않았겠지. 그게 무섭지 않아?」
 모두가 침통하게 입을 다물었다. 차례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시선을 왕사 쪽으로 돌렸다.
 「왜 왕사는 쳐들어오지 않지. .....저렇게 건너편 강가에 머물러 있을 뿐.」
 
 「--왜 녹수를 한발도 건너지 않는 거냐, 놈들은.」
 아츠유는 방 바깥의 전망대에서 녹수를 보았다.
 「설마 저렇게, 모여드는 백성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그런 짓을 해도 훈련도 뭣도 받지 못한 잡병들 따위, 아무리 늘어봤자 발을 잡아당길 뿐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그것이, 라고 말하는 하쿠타쿠는 석연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행군 중에 모은 병졸 이만을 녹수로 보내서, 강가에 흙을 쌓고 있습니다.」
 「--뭣이.」
 「제방을 쌓을 셈인 듯 합니다. 긁어모은 병사는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듯 하며, 그것이, 처음부터 제방을 쌓기 위해 모은 역부처럼.」
 「이제와서 제방을 쌓아? 그걸로 마음을 돌려볼 생각인 건가.」
 「그렇다면 좋겠습니다만. 왕사가 역부를 향하게 한 곳이, 녹수 건너편의 신역(新易)에서 완박 하류의 주오(州吾)에 걸쳐서.」
 하쿠타쿠의 씁쓸한 표정에 아츠유는 핫 하며 시선을 들었다.
 「설마--수공인가.」
 「그럴 위험이 다분합니다.」
 아츠유는 눈썹을 찌푸렸다. 완박은 크게 구불거리는 녹수에 싸여있다. 오랫동안 쌓아올린 제방이 간신히 물리 흘러넘치는 것을 막고 있고, 아츠유 또한 비밀리에 제벙의 공사를 시키고는 있었지만 하류를 막아버리면 얼마 버틸 수 없다.
 「말도 안되는..........」
 저지대의 도시이므로 수공의 가능성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너편 쪽이 완박보다도 낮다. 수위가 올라가면 그쪽으로 흘러넘칠 터. 물론 건너편에 제방을 쌓아 그 쪽이 완박의 높이를 넘어버리면 물은 완박으로 흘러들어 오겠지만, 한마디로 건너편이라고는 해도 그 강변의 총연장은 어중간한 수치가 아니다. 겨우 만 근처의 군대로 어쩔 수 있겠는가고 코웃음치고 있었지만, 이만에 가까운 역부가 있다면.
 「농성을 한다면, 성안에 얼마만큼의 병사를 들일 수 있겠는가.」
 우기의 수량은 심상치 않다. 그것이 흘러들어 오면 야전 준비를 하고 있던 완박 주변의 들판은 물론, 완박 외부의 농지, 어쩌면 완박산의 기저부까지 수몰되어 버린다.
 「그보다도 문제는 병량입니다.」
 성내에는 병량이 적다. 수확기 뒤라고는 해도, 비축해둘 만큼의 여유가 원주에는 없었다.
 「광주가 나서면 조기 결전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난을 일으킨 것입니다. 광주가 움직이지 않고, 우리들만으로 일을 진행하려고 하면 장기전이 될 것은 필연, 하지만 장기전을 행할 만큼의 물자가 성 아래에는 없습니다.」
 하쿠타쿠의 말은 어딘가 비난하는 어조를 담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지급히 근린에서 몰수하라. 다행히 수확기 직후다.」
 하쿠타쿠는 얼굴을 찌푸렸다.
 「백성에게서 조세 이상의 것을 착취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백성이 소유하고 있는 작물, 리의 창고에 쌓인 곡물은, 이제부터 백성이 일년간 먹고 살아가기 위한 것입니다.」
 아츠유는 하쿠타쿠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러면, 너는 주사에게 굶으라는 거냐.」
 하쿠타쿠 또한 꿋꿋하게 아츠유를 바라보았다.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죽은 리비의 피를 뒤집어쓰고 쓰러진 로쿠타는 그 이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원주의 기대를 배반해 간다.
 「우선, 이제부터 징수시켜도 시간이 맞지 않습니다. 때에 맞을 만큼의 근린에서 있는 만큼 모두 바친다 해도,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아츠유는 저주스러운 듯이 하쿠타쿠를 노려보았다.
 「어쨌거나 모아. --그리고.」
 아츠유는 시립한 신하들을 돌아보았다.
 「절대로 제방을 쌓게 해서는 안된다. 주사의 일부를 녹수로 보내.」
 기다려 주십시오, 라며 눈썹을 찌푸린 것은 주사마(州司馬)였다.
 「이미 주사 쪽이 왕사보다 수가 적습니다. 그것을, 더욱 쪼개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럼, 전군을 내보낼까?」
 말도 안되는, 이라고 주사마가 중얼거렸다.
 「병졸의 수를 생각해 주십시오. 이미 왕사는 우리 군의 세 배입니다. 수성전으로 버티지 않으면 승산이 없습니다.」
 알았다, 라고 아츠유는 내탰었다.
 「비가 내리면 동시에 은밀하게 주사의 정예부대를 보내. 완박 상류에서 건너편의 제방을 끊는다.」
 이 말에 하쿠타쿠가 혈색을 바꾸며 일어섰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밖에 방책이 있는가!」
 아츠유는 말을 내뱉었다.
 「완박 상류에서 제방을 끊고, 물을 신역(新易)으로 흘려보낸다. 그밖에 수가 있다면 말해보아라.」
 마음이 급해진 것은 아츠유 역시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증가해버린 왕사, 광주의 배신,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재보. 모든 것이 하나하나 예측을 배반하고, 아츠유의 발목을 잡아당기며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우기가 옵니다. 그만둬 주십시오.」
 「그러니까 끊는 거다! 비가 내리고 나서는 늦어. 건너편에 제방을 쌓고 하류를 막아버리면, 물은 완박으로 흘러들어 오게 된다!」
 「완박을 위해서 신역을 가라앉히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주성은 산 위, 만에 하나 물에 잠기더라도 큰 일은 없습니다. 그만둬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시키는 대로 해!」
 
- 2 -
 로쿠타는 눈을 열었다. 눈꺼풀은 무겁고, 한동안 시야가 들어오지 않는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누군가 달려오는 기척이 들었다. 그것은 여자의 목소리였지만, 물론 리비일 리가 없다. 리비를 떠올리고 로쿠타는 신음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겨우 왕 따위를 위해서.
 얼굴을 감싼 로쿠타의 곁에서, 여자가 얼굴을 살핀다. 아주 가까이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어떠십니까. 괴로우십니까?」
 로쿠타는 고개를 저었다.
 「한동안 눈을 뜨지 않으시어, 정말로 걱정했사옵니다.」
 로쿠타는 손을 내리고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지면이 흔들렸다.
 「--얼마나 지났지?」
 삼십여세 정도의 여자였다. 관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하급 관리겠지.
 「타이호께서는 칠일간 잠들어 계셨습니다.」
 「칠일-------. 왕사는.」
 설마 전투가 시작된 것일까. 걱정하며 바라보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왕사는 녹수 건너편에 진을 치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곤란한 듯이 웃었다.
 「게다가 제방을 쌓고 있습니다.」
 「뭐라고?」
 이제와서 점수따기인가. 아직 전투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은 고맙지만.
 「움직이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는 심한 현기증이 계속되었지만, 잠자고 있을 때가 아니다. 침대를 뚸어내리려다, 로쿠타는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럴 방책이 로쿠타에게는 없다.
 자, 하고 여관이 겉옷을 펼쳐 어깨에 덮었다, 로쿠타는 간신히 그 옷에 팔을 꿰었다. 얌전히 옷을 입혀주는 대로 있다가, 갑자기 이마에 있는 차가운 감촉을 깨달았다.
 --돌.
 가볍게 로쿠타는 손끝으로 이마에 있는 그것을 만져보았다. 여관은 미안한 듯 했다.
 「죄송합니다. 불쾌하시겠지만, 저로서는 벗길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아니..........」
 로쿠타는 아연한 채 중얼거렸다.
 --뿔에 닿아있지 않다. 그것은 이마에 있지만, 뿔보다 아주 살짝 위, 그저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이 들 뿐, 아무런 주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코우야, 라고 로쿠타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시 돌을 이마에 대었을 때 싫어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로쿠타의 몸을 걱정해서였을까. 봉인하지 않아준 것이다.
 「--걸어보시겠습니까?」
 여관의 말을 듣고, 로쿠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여자는 온화하게 웃으며 보퉁이를 내밀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들어있습니다. --도망쳐 주십시오.」
 「이봐.......」
 「저희들이 왕에게 거역한 것은 백성들에게 이롭기를 바랬던 것이었지, 결코 나라를 기울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왕이 진실로 무엇을 하려 하시는지, 스스로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고 황폐를 개탄하며 짧은 생각으로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어떻게든 왕사로 가시어, 궁성에 돌아가 왕께 그렇게 용서를 전해 주십시오.」
 「이런 짓을 하면--」
 부디, 라고 여관은 말하며, 로쿠타의 머리에 두건을 씌웠다.
 「타이호께서 얼마나 정이 깊으신지는 소문을 들을 것까지도 없이, 단 한 명의 어린 아기를 위해 성에 머무르신 것으로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타이호가 곁에 계시니, 왕께서도 무정한 일은 하시지 않으시겠지요. 녹수의 건너편 강가는 왕을 흠모하며 모여든 백성으로, 그것도 엄청난 군세입니다. --정말로 원은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자, 라며 여관은 로쿠타의 등을 떠밀었다. 로쿠타는 곤혹해하고 있었다. 대체 원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그렇게나 아츠유를 흠모하고, 큰 바위처럼 단단해보이던 결속이 이렇게 성 내부에서 무너지고 있다.
 「아츠유는 괜찮겠나? 나를 도망치게 하면, 아츠유에의 보장이 없어져.」
 여자는 애절하게 눈을 깜빡였다.
 「원백은 변해버렸습니다. 그렇게나 백성을 생각하시던 분이었는데........」
 「--에?」
 반문하는 것도 상관않고, 여관은 로쿠타를 재촉했다.
 「방을 나가서 오른쪽으로. 첫 번째 모퉁이를 돌면 계단이 있습니다. 지하도를 지나면 내궁, 장명전(長明殿)의 제일 안에서 성 아래로 아래로 똑바로 향하십시오. 최하층에 성 아래로 나가는 샛길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직 몸이 괴로우시겠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은 정말 우연히 저 혼자인 것입니다. 부탁이니, 관궁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목백의 유지를 저버리지 마십시오.」
 여관은 로쿠타를 방 밖으로 밀어내었다.
 이런 짓을 하면 그녀가 처벌을 받게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눈앞에서 문을 닫아버려 말이 끊겼다.
 --어쩌지.
 한동안 망설이다가, 로쿠타는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무릎이 꺾일 것만 같은 것을, 벽에 손을 짚으며 간신히 견뎠다. 일순 사령을 부르려고 생각했지만, 아직 피냄새에 취해 의식이 몽롱한 때문인지, 제대로 부를 수가 없었다. 사태를 파악하고 스스로 나타나주면 좋았겠지만, 나타날 수 없는 것은 사령 또한 의식이 몽롱하기 때문이겠지.
 로쿠타는 벽에 손톱을 세웠다. 간신히 복도를 지나 우측으로 돌아갔다.
 
 코우야는 20여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입실했다.
 「경백, 소신(小臣)을 데려왔습니다.」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던 아츠유가 돌아보았다.
 「수고하네.」
 아츠유는 눈에 보이도록 초췌해져 있었다. 녹수 건너편에 진을 친 왕사. 그 수는 삼만 천. 게다가 성 아래에서, 성안에서 들려오는 비난의 소리, 불안의 비명. 생각이 지나친 자가 언제 아츠유에게 칼을 들이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급히 군대에 호위를 추가했다.
 「솜씨는 확실한 자로 골랐습니다. 누구나 왕에게는 불만이 있는 자들 뿐로, 경백에의 충성을 서약했습니다.」
 코우야는 그렇게 말하고 등뒤를 보았지만, 정말로 그들을 신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자신이 아츠유의 곁을 떨어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자신과 요마가 있으면, 대개의 흉사는 회피할 수 있겠지.
 아츠유가 신음하며, 코우야의 등뒤에 평복한 소신을 돌아보고 있을 때, 다른 소신이 방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경백!!」
 「왜 그러나.」
 아츠유의 물음에, 소신은 평복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소리를 높였다.
 「타이호가---안 계십니다!」
 뭣이, 하며 아츠유가 일어섰다.
 「아마도 시중을 들고 있던 여관이, 타이호를 도망가게 한 듯--」
 그 소신의 뒤로 다른 소신이 여관을 붙잡아 끌고 왔다.
 찾아라, 고 명령하며 아츠유는 낮게 신음했다. 코우야는 즉시 뒤를 돌아보았다.
 「타이호를 찾아라. 절대로 난폭한 짓은 하지 말고, 정중하게 모셔오도록.」
 등뒤의 신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식을 전한 소신들과 함께 방을 달려나갔다.
 여관은 방의 중앙에 떠밀려졌다. 아츠유는 그 여자를 보았다.
 「왜, 그런 짓을 했나.」
 여자는 원한이 담긴 눈을 아츠유에게 향했다.
 「그렇게 묻고 싶은 것은 제 쪽입니다. --왜, 녹수를 끊으려 하시오!」
 아츠유는 크게 한숨을 토했다.
 「그건가........」
 아츠유는 가볍게 이마에 손을 짚었다.
 「........너희들은 내게 어떻게 하라고 말하는 건가.」
 한번 고개를 젓고, 아츠유는 눈앞의 여자를 보았다.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방책이 없다. 아니면 너희들은 뻔히 알면서 내게 지라고 하는 거냐.」
 여자는 아츠유를 노려본 채, 조금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녹수의 제방을 바라며 깃발을 드신 분이, 스스로 그 기를 더럽히려 하는 겁니까.」
 「알겠나, 이미---」
 「만민을 위해 일어나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신역을 물에 잠기게 하면 그것으로 명분이 서겠습니까.」
 「--그럼 다른 방법이 있는가!」
 「항복하십시오. 경백은 너무나도 왕을 가볍게 보셨습니다.」
 아츠유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코우야를 바라본다.
 「코우야--데리고 가.」
 
- 3 -
 「.......리카크---리카크.」
 벽에 손톱을 세우며, 로쿠타는 꺾이려는 무릎을 간신히 버텼다. 그저 계속해서 사령을 불렀다.
 「........리카크. 요크히.」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다. 미약한 목소리는 느껴지지만, 사령의 목소리 역시 괴로운 듯 했다. 기린과 사령은 그렇게나 가깝다. 기린이 병들면, 사령 또한 병드는 것이다.
 「.........리카크.」
 사령에는 격(格)이 있다. 요괴로서의 격이었지만, 여괴인 요크히와 리카크는 그 중에서도 필두에 해당한다. 그 둘마저 이렇게나 괴로워하고 있다. 다른 사령들은, 그 기척마저 느낄 수 없었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쉬고 싶다. 하지만, 로쿠타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이미 로쿠타가 모습을 감춘들 살해당할 인질도 없다. 어쩌면 리비와 아이 대신에 다른 포로들에게 실이 감겨있는지도 모르지만, 애초부터 로쿠타에게 묶여있는 실 자체에 주력이 없는 것이다.
 --왕사로 향해, 움직이지 말도록 명하고, 궁성으로 돌아가 쇼류를 설득한다.
 아츠유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주의 권한을 거둬버리고, 구주(九州)는 너무나 넓어 눈이 닿지 않으니, 구석까지 다스릴 수 없다. 불만은 이해한다. 녹수유역에 사는 자들의 불안도. 하지만, 전란만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다. 에키신과 리비와, 아기를. 이미 충분히 잃었다. 이 이상 죽게해서는 안된다.
 힘이 없는 다리를 끌며, 간신히 지하도를 통해 내궁의 심부로 나왔다. 어느 나라건, 궁전에는 일종의 독특한 상이성이 있다. 막연하나마 내궁의 최심부를 향하면서, 장명전으로 걸어간다. 장명전은 어느 궁전에나 반드시 있는, 왕이나 주후의 존속이 사는 건물이다.
 벽의 장식을 붙잡고 몸을 버티며, 회랑을 나아가자 미약한 소리가 들려왔다.
 --타이호.
 「리카크인가. .....왜 그러지?」
 --사람이.
 로쿠타는 발을 멈췄다. 내궁의 안은 한산하고 인기척이 없었지만, 본래 사람이 없을 턱이 없었다.
 「호위인가.」
 아니요, 라고 말하는 리카크의 목소리는 어딘가 곤혹한 듯 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귀에 신경을 집중하자,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비명같은, 짐승의 포효같은--.
 앞인가, 아니면 뒤인가. 망설이면서도 어쨌거나 발을 내딛어, 모서리를 하나 돌았을 때 갑자기 명료한 외침이 울려왔다.
 깜짝 놀라 몸을 떨면서, 로쿠타는 소리가 난 쪽을 보다가, 그쪽으로 발을 향했다. 뭐라고 외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소리만 지르고 있는, 그런 식으로 들렸다. 그리고--거기에 섞여있는 쇠사슬 소리.
 끊어져라 당겨대면서, 쇠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그것은 누군가가 속박을 끊으려고 발버둥치는 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내궁 안에 대체 어떤 포로가 있다는 것인가.
 좁은 통로 안쪽, 희미한 조명아래 돌계단이 아래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여기야말로 장명전의 가장 안쪽이니까, 이것이 로쿠타를 도망시킨 여관이 말한 계단인 거겠지. 소리는 그 아래에서, 뭔가 썩어가는 듯한 냄새가 나는 미지근한 바람에 실려 들려오고 있었다.
 손잡이에 기대어 계단을 한 단 내려갔다. 통로는 더욱 좁아지며, 성의 심부로 이어지고 있었다. 거의 쓰지 않는 통로인 것인지, 낡은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이 길이 맞는걸까....... 하지만, 이 소리는?」
 한발 나아갈 대마다 소리가 명료해진다. 아주 작은 샛길의 안에 문이 하나 보이고, 소리는 그 너머에서 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말이 아닌, 단지 그것뿐인 외침. 기린의 특이한 능력이, 그 뜻을 간신히 읽어내었다. 그것은--내보내줘, 라고 외치고 있었다.
 로쿠타는 잠시 망설이다가, 샛길로 들어갔다.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는, 굉장히 절박한 것이 그 소리 안에 담겨져 있었다.
 로쿠타는 문에 손을 대었다. 조금 움직여보자, 문은 어려움 없이 열렸다.
 문에 열쇠가 걸려있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감옥은 로쿠타가 갇혀있던 감옥처럼 철격자가 쳐져 있었다. 안은 꽤나 넓은 방, 그러나 빛이 들어오는 창도, 조명도 없다. 열린 문에서 들어오는 빛만이 조명의 전부로, 처음에 그것은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문 한 장 두께의 철격자, 그 아래에 매달려 있는 그림자.
 지치고 쇠약해진 노인이었다. 그것이 철격자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더러운 손이 격자를 붙들고 있었다. 로쿠타를 발견하자 눈물에 젖은 얼굴을 들고, 격자를 흔들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노인이 움직일 때마다, 귀에 거슬리는 사슬소리가 났다. 오물로 더럽혀진 돌바닥, 그 위를 기고 있는 쇠사슬은 흔들리면서 벽 안쪽에서 노인의 발에 이어져 있었다.
 로쿠타는 아연해져 그 무참하게 묶인 노인을 보았다.
 「너--누구.......?」
 물어보아도 대답은 없다. 소리지르는 것처럼 크게 열린 입이, 그저 신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만을 낼 뿐.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내보내줘, 라는 외침.
 --내보내줘. 이제 그만뒀어. 틀려, 틀려! 내보내줘.
 「누가--이런 짓을.......」
 말이 없는 것도 당연했다. 그 노인의 입 안에는 혀가 보이지 않았다. --잘린 것이다.
 「.........리카크.」
 이 격자를 열 수 있겠어? 라고 물어보았지만, 아니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격자에도 쇠사슬에도 주술이.」
 듣고 보니, 굵은 격자의 표면에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왜, 내궁 안쪽에, 이렇게 불쌍한 죄수가.
 --왜?
 로쿠타는 중얼거렸다.
 「........설마........겐카이....?」
 아츠유의 아버지. --원주후, 겐카이.
 병들어 있다, 고 아츠유는 말했다. 정신이 이상하다는 소문도 있었다. 내궁 깊은 곳에 숨어, 나오지 않는다고. 어쩌면 그 겐카이가 스스로 틀어박힌 것이 아니라, 쇠사슬에 묶여, 붙잡혀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러나, 노인은 아니라고 답했다.
 --틀려. 틀려. 이미, 그만뒀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서두르지 마. 진정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 겐카이가 아닌 건가?」
 노인은 끄덕였다. 로쿠타는 가볍게 숨을 토했다.
 이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왜 이런 곳에 붙잡혀 있는지도. 그러나, 적어도 겐카이는 아니다. 조금 안도하는 반면, 괴로운 생각이 가슴속에 가득 찼다. --왜 이런 불쌍한 죄수가.
 「.......알았으니까 울지마. 지금은 무리지만, 반드시 어떻게건 해줄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응?」
 노인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이자가 어떤 종류의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가둬두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왜 아츠유는 이런 심한 짓을 놔두고 있는 것인가. 모른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내궁의 이렇게나 안쪽에 있는 것을, 아츠유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두고 가지 말아줘, 라고 외치는 노인을 달래고, 로쿠타는 통로를 내려갔다.
 「........아츠유, 너, 왜 저런 짓을 묵인하고 있는 거지.......?」
 --백성을 위해서, 라고 너는 말하지 않았던가.
 
- 4 -
 로쿠타는 기어가듯이, 성의 하부로 내려갔다. 몇 번째인가의 소환에 응해, 간신이 리카크만은 모습을 나타내었지만, 그 리카크 역시 로쿠타를 업고 갈 힘이 없었다. 짙은 잿빛의 털에 매달려, 간신히 그를 지팡이삼아 어두운 지하도를 걸었다.
 바위산 안의 샛길은, 구부러지며 갈라지고, 어느 틈엔가 방향감각을 잃게 만들어 버린다. 몇 층이나 내려왔는지도 잊어버릴 즈음,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길을 잃었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해서 돌아가는 길을 찾으려 했지만.
 「.......여긴 어디지?」
 자신의 발자국을 찾아가면, 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중에 물의 흐름이 진흙을 씻어 버리는 장소가 있고, 또는 솟아오른 바위를 그대로 놔둔 곳도 있으며, 거의 조명이 없는 곳도 있어 자신의 발자국조차 잃어버렸다.
 「........요크히. 모르겠어? 아래로 가는 길.」
 스르륵 엷은 어둠 속에서 움츠린 그림자가 나타났다. 상당히 괴로운 듯한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이 근처는..........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완전히 다른 지하궁으로 잘못 들어온 듯 합니다.」
 「성 안의 어디쯤인지 알 수 있겠어?」
 「.......용서해 주십시오. 아직 벽이나 바닥을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사령은 둔갑술(遁甲術)을 사용한다. 지맥을 타고, 수맥과 풍맥을 타며, 모든 것의 기맥에 타고 모습을 숨긴 채 어디까지고 달려갈 수 있다. 설령 만리를 떨어져 있어도, 기린의 기척을 목표로 삼아 다녀올 수 있다. 허나 그것도,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어렵다. 봉산 출생의 기린 중에는 이것이 가능한 자도 있었지만, 공료롭게도 로쿠타에게는 이 능력이 없었다.
 바위를 깎아 만든 복도에는, 지하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명은 있다고 해도 그 수가 적어, 희미하게 밝은 것은 빛을 내는 이끼인 것일까.
 「조금 쉬시는 것이.」
 그렇게 말하는 리카크의 목소리 역시 미약하다.
 「응. 여기라면 조금 쉬어도 괜찮을까나.....」
 로쿠타는 벽에 등을 대고 주르륵 미끄러지며 주저앉았다. 현기증이 심하다. 벽을 따라 걷고 있는 것 만으로도 배멀미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몇 번이고 의식이 혼탁해지려는 것을, 간신히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로쿠타는 머리에서 푸른 천으로 땀을 닦았다. 반쯤은 식은땀이다. 짐은 이미 버려버렸다. 도저히 들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자,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역인 것은 확실한 듯 했다. 잔뜩 쌓인 먼지 위로 지하수가 흘러, 길은 진흙창처럼 되어 있으나 발자국이 없다.
 리카크의 등에 기대어 크게 숨을 토하다가, 로쿠타는 근처에서 소리를 들었다. 깜짝 놀라 주위를 돌아보며 귀를 기울이자, 희미하게 자신의 숨소리만이 들려온다.
 「누가 있는 걸까?」
 말꼬리가 허무하게 울리고, 그것이 끊길 때쯤 근처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거기 있는 게 누구냐?」
 로쿠타는 벽을 조사했다. 자세히 보자 벽의 한 쪽에 가는 균열이 있고, 목소리는 거기에서 들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에에, 저기, ........미아인데.」
 균열을 들여다보았으나, 안은 어둡다. 하지만 그렇게 깊은 균열은 아닌 듯 했다.
 「미아? 이런 곳에서 왜 헤매고 있지?」
 「잠시 산책... --여기, 어디?」
 큭큭, 어딘가 음정이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원옥(怨獄)이다.」
 「......아저씨, 누구?」
 「무례한 것. 주인 목소리를 잊어버린 건가.」
 로쿠타는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이 성에서 스스로를 주인이라고 칭한다. 그럴 수 있는 자의 수는 몇 없다. 갑자기 쇠사슬에 묶여있던 노인의 모습이 눈에 떠올랐다.
 「설마...겐카이?」
 「이름을 마구 부르다니. 그렇게까지 이 몸을 가벼이 여기는 건가.」
 자조하는 듯한 웃음소리가 균열을 타고 흐른다.
 「겐카이--아니, 원주후는 상태가 안좋다고 들었어.」
 역시 저것은 겐카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나빠? 나쁘고 말고. 이미 몇 년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으니까.」
 마실 것은 바닥을 흐르는 지하수 뿐, 먹을 것은 기껏해야 이끼 뿐이다, 라며 겐카이는 웃었다.
 「식사를 주지 않아? 그럼 마치 유폐아냐.」
 「유폐? 이걸 유폐라고 부르나? 버렸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지. 나는 이 나락 속에 억지로 갇혀졌다. 그 이후로 완전히 잊혀져 있어. 누구 하나 상태를 보러 오지도 않아.」
 로쿠타는 숨을 삼켰다. 주후는 신선이기 때문에, 수명이라는 것이 없다. 선적에서 삭제될 때까지는, 죽을 방법이라고 해도 목을 베거나 몸을 양단하는 것뿐이며 다소의 상처는 치유되어 버린다. 어지간한 일로는 죽지 않는 것이다. --기린이나 왕과 마찬가지로.
 「사람 목소리를 들은 건 그 이후로 처음이군.」
 「.............말도 안돼.」
 로쿠타가 중얼거리자 겐카이는 간신히 웃음을 멈췄다.
 「대체, 몇 년이 지난 거지? 나한테 어쩌라는 건가. 녀석은 주후위가 탐나는 거다. 하지만 난 왕이 아니니 어찌 해줄 수가 없어. 후는 왕이 임명하는 것. 내가 사정으로 누군가에게 물려주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다. 알겠지.」
 바위에 대고 있는 손가락이 떨려왔다.
 「.....설마, 그건 아츠유를 말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다. 인정이 두터운 경백이라고, 백성일 아끼는 영윤이라고, 그렇게나 칭송하는 목소리를 들어왔건만. 코우야도 그렇게 말했다. 아츠유는 코우야의 은인이라고. 로쿠타가 구할 수 없었던 로쿠타의 친구를 도와주었다. 백성을 위해서라고 말하며, 도를 위해서 라고 말하던 아츠유가 주후를 유폐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아츠유는, 그런 죄수를 그렇게나 비참한 상태로 내버려두는가?
 「물론, 그 간부(奸夫)놈을 말하는 거지.」
 겐카이의 목소리는 주저없이, 정말로 그를 증오하는 듯 했다.
 「내 멋대로 주후를 시켜줄 수는 없다. 그렇게 말했더니, 그렇다면 왕이 되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더군. 나로서도 옥좌를 바라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천명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어. 그런 것을 녀석은 겁쟁이라고 말했다. 옥좌를 노리고 일어서는 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자라고 하는 거다. 왕의 안색을 살피며, 환심을 사고 아첨을 하며 살아가는 쓰레기라고 지껄이더군.」
 왕이라는 것은 효왕을 말하는 거겠지. 겐카이가 표면에 나오지 않은 것은 그 시대부터라고 들었다.
 「--확실히, 나는 왕에게 아첨했다. 역신을 붙잡고, 모반을 뿌리뽑으라고 시키는 대로 했다. 백성을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처형이 적으면 손이 무르다고 말을 들었지. 그뿐 아니라, 내게까지 역심이 있어서 죄인을 감싸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지. 의심을 덜기 위해서는 역심 따위 없는 백성까지 죽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왕은 죽었나?」
 「당연하지. .........효왕은 색출해낸 역적의 시체 수만큼 포상을 했었군.」
 「절대로, ---절대로 그건만이 아니야. 믿어주게.」
 겐카이의 목소리는 원한을 담아, 거침없이 흘러 나왔다.
 「아츠유는 내게는 후의 자격이 없다고 지껄였다. 그리고 나를 이곳에 쳐넣었다. --하지만, 놈이 영윤으로 있을 수 있던 것은 누구 덕분이냐. 내가 재상으로 세워준 덕분이었다. 후는 나다. 내가 원주를 왕에게 받은 것이다.」
 「....효왕의 압제 아래에서, 너는 백성을 팔아 지위를 지키고 있었다고 말하는 거로군.」
 「어쩔 수 없었던 거야.」
 「그것을 아츠유는 경멸했겠지? 간언해도, 너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것은 본의가 아니지만, 왕의 명령이니까, 라고.」
 「물론, ---그렇다.」
 「그러면 일어서서 왕을 바로잡자고 말해도 그 역시 하지 않아. 적어도 주후라도 이양하라고 하면, 왕이 임명한 것이라며 저항하지. 그래서 너는 이런 곳에 떨어져 버려지는 꼴이 되었다는 건가..........」
 --그런 것이었던가. 아츠유는 겐카이에게 집정자의 자격이 없다고, 백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겐카이를 이곳에 가뒀다. 도를 잃은 효왕, 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왕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알 수 있다. 효왕에게 아첨하는 겐카이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백성을 괴롭힌다면,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겐카이를 쓰러뜨리고 유폐하는 수밖에 없었겠지. 때는 효왕의 치세, 아츠유는 겐카이에게 병이 있다고 해두고, 정무를 이양받았다고 거짓으로 말한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그 죄수는---?
 겐카이의 대답이 끊어졌다.
 「조금 있다가, 운이 있으면 도와주겠어.」
 로쿠타는 말해주었다. 운이 있어 내란이 가라앉고, 왕 쪽이 이기게 된다면.
 가볍게 숨을 쉬고, 흔들리는 다리를 질타하며 일어서, 떠나가려는 로쿠타를 저주하는 목소리가 기어나왔다.
 「나는 알고 있어. ..........아츠유는 그저 후의 지위가 탐났던 거다.」
 로쿠타는 조용히 발을 멈췄다.
 「이유 따위는 뭐라도 좋았겠지. 나를 유폐할 구실이 있으면 좋았던 거다.」
 빠드득, 이를 악무는 소리마저 들려오는 듯 했다.
 「알고 있나? 아츠유는 활이 특기지.」
 「........그게 무슨.」
 「제례의 활쏘기에도 빠져본 적이 없어. 적중하지 못했던 것은 딱 한번 뿐이다.」
 겐카이는 큭큭 웃음소리를 낸다.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읽을 수 없어 로쿠타는 그저 귀만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한번 때, 아츠유는 과녁을 준비한 하인이 잘못했다고 욕했다. 천신의 강림을 기원하고, 마를 쫓으며 쏘는 과녁을 일부러 기울게 놓은 것은 흉사가 있기를 기원하는 주술이라고 욕하며 하인을 처형했던 거야.」
 로쿠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츠유는 인간이 된 녀석이지. 못하는 것도 없어. 이치를 알고 정을 알며, 똑똑하고 말고. 하지만, 그 놈에게 단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큭큭 겐카이는 웃었다.
 「왕이 붕어하고서, 녀석이 승산했나? 엔키에게 천의를 물었는가? 아마 안 했을걸. 그 놈은 그런 일은 못해. 혹시라도 승산했다가 왕이 아니면 수치를 입게 되지. 아츠유는 그런 치욕을 견딜 수 없으니까.」
 「하지만---」
 「당당하다고? 능력있는 걸물로 보이나? 그리 보이겠지 물론. 잘못은 다른 인간에게 밀어붙이고, 과오는 없었던 것으로 해버린다. 그 놈은 단 한번도 자신은 잘못한 적이 없다고 믿고 있어. 얼마든지 당당해질 수 있겠지.」
로쿠타는 가만히 흐려오는 시선을 발치로 떨어뜨렸다. 겐카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불안이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그 죄수.
 「그 놈은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믿고 있지. 완벽하다고 믿고 싶은 거다. 상처입히는 것은 무시해 버리지. 상처를 숨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건 한다. --그런 녀석이니까.」
 로쿠타는 그 자리를 떠났다. 발이 떨려왔다.
 아츠유는 백성을 위해서 일어선다고 말했다. 아츠유의 말에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니까 유유낙낙하게 붙잡혀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정의를 말하는 자가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로쿠타는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사람은 정의를 표방하는 것이다. 왕이나 군주마저 정의의 깃발이 없으면 병사를 움직이는 것마저 불가능하다. 실체가 없는 정의인 것이다. 그러니까 정의가 행해지면, 백성은 그렇게나 고통을 겪게 된다.
 내란이 일어나면 백성이 고통스러울 뿐이다, 라고 로쿠타는 아츠유에게 여러번 말했다. 백성을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아츠유가 어떻게든 병사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은 어찌된 이유인가. 정말로 백성을 생각하는 자가, 그렇게까지 거병에 얽매이는 것일까. 아츠유를 설득하려고 할 때마다, 묘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무력감이, 아츠유의 정의에 실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아츠유.......」
 --그 죄수.
 「그 자는 겐카이의 몸대신인건가, 아츠유......!」
 겐카이를 유폐하고, 그 카게무샤를 세워, 그자를 내궁에 숨긴다.
 --이제 그만뒀어, 라고 노인은 몇 번이고 소리지르지 않았던가.
 빛이 없는 감옥, 노인은 아츠유에게 속아넘어가 겐카이의 몸대신을 맡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감옥에 갇혀있는 생활에 질리게 된다.
 --틀려, 이미 그만뒀어. 나가게 해줘.
 쇠사슬에 묶여,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혀를 잘리고.
 「.....아츠유.........네놈........」
 겐카이의 목소리가 어디까지고 따라오는 것 같았다.
 
- 5 -
 코우야는 여자를 데리고 성의 하부로 데려갔다. 능운산의 암반 깊숙히, 햇볕이 들지 않는 구석에는 감옥이 여럿 있었다. 로쿠타를 가두었던 것 같은 고급스러운 감옥이 아니다. 과연 이 구역이 언제,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서를 뒤져보지 않으면 안되리라. 혹시 그것이 공적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주후 즉위의 축제 때에 공손하게 바쳐지는 주사(州史)를 열어본들 기술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쨌든 코우야는 여자를 데리고 그 구역의, 익숙한 길로 들어섰다. 이곳에는 처분을 기다리는 죄인이 끌려온다. 그 대부분은 모반의 의혹이 있어 가둬지는 자들이었다.
 --물론, 아츠유로서도 신하가 역심을 품는 것을 막을 길은 있을 리가 없다. 머리 위에 서있는 자가 현명하건 어리석건, 반드시 그에 반역하는 자는 있는 것이다.
 「들어가.」
 코우야는 감옥의 문을 열었다. 그곳의 가장 안쪽에 있는, 가장 넓은 감옥이었다. 여자를 밀어넣고, 암흑 속에서 등뒤로 자물쇠를 건다. 이어서 횃불을 방의 한쪽 구석에 있는 횃불에 옮겨 붙였다. 코우야가 가지고 있던 것과, 새로 불을 붙인 주 개의 횃불로 밝혀져, 거친 암반을 깎았을 뿐인 감옥 안의 상태가 드러났다. 최저한의 가구를 놓아둔 실내, 밧줄에 묶여, 우뚝 멈춰선 여자.
 「앉아.」
 코우야는 침대를 가리켰다. 여자는 불안을 나타내며 침대와 실내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주저하며 침대에 앉았다.
 「--왜, 이제와서 경백을 거역하나. 원주가 지금 어떠한 상황인지 모르는 건가?」
 코우야는 담담하게 물었다.
 「알고 있어. 도리에 벗어나, 천의를 짓밟으려 하고 있지.」
 「그런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들은 적 없어.」
 여자는 말을 내뱉었다.
 「경백이 일어서, 도를 바로잡으려 한다고 들었다. 모반이라고 따위 들어본 적도 없어. --그 무슨 무서운 짓을. 왕을 죽인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고 있어?」
 「경백은 언제나 백성을 생각하고 계신다. 그것은 원주의 제관, 어느 누구나 알고 있을텐데?」
 여자는 실소했다.
 「백성을 위해? 그렇다면 왜 제방을 끊지? 왕사의 숫자는 당신도 알고 있겠지. 원주는 진거야. 경백은 계산을 잘못했어. 이미 승패는 확정되어 있지. 그렇다면 왜 굳이 제방을 끊어서, 백성을 괴롭히면서까지 싸울 필요가 있는 거지? 그것이 백성을 생각하는 인간이 하는 짓인가?」
 코우야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병사를 일으킨 이상, 패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 친구는 수인부(遂人府)의 부리(府吏)였어.」
 여자는 말하며, 횃불을 바라보았다.
 「소꼽친구였지. 그녀는 계속 말했었어. 정말로 경백이 원주를 움직여도 좋은 걸까, 라고.」
 「하지만, 후는.」
 「그래. 후는 몸이 좋지 않아서 정무를 볼 수 없어. 그거야 그렇겠지, 내궁의 관리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여대는 후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최근 15년 정도는, 거의 인간의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던가. 그러니까 경백이 대신해서 원주를 다스리고 있는 거고.」
 코우야는 조용히 그녀를 보았다.
 「그걸 알고 있다면, 왜?」
 「난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그녀는 그 때마다 화를 냈지. 경백은 명분을 말하고, 도를 말해. 성인군자의 얼굴을 하고서. 하지만 정말로 경백이 사욕이 없는 인물이라면, 왜 후의 상태를 국부에 알리고 원주를 국부에 반환하지 않는 거지? 라고. 원주는 후에게 내려진 것. 후를 결정하는 권한은 왕에게만 있어. 설령 왕이 옥좌에 없더라도, 육관에게 그것을 알리고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 아닌가? 경백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 자기 손안에 권리를 틀어쥐고, 왕이 등극해서도 그것을 돌려주려 하지 않아.」
 코우야는 조용히, 말을 뱉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것을 사심이 없다고 해? 정도라고 하나? 나는 알지 못했어.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지. 아츠유는 위선자야. 성인군자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폭군이야. 그가 바라는 것이 단지 권리만도, 재산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오늘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 아츠유는 그저, 자신에 대한 찬미가 탐났던 거야.」
 「심한 말이군. 그렇게까지 극단으로 달려선 안돼.」
 「아니. 나 역시 이제는, 그녀가 옳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아츠유는 그저 찬미를 듣고 싶었던 것 뿐이야. 그 찬미로써의 권리를 바랬어. 백성을 위해서도 도를 위해서도 아냐. 훌륭한 영윤이라고 칭송을 받고 싶었던 것뿐이잖아.」
 여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분해. 그렇게 주장하는 그녀를 타이르고 있던 나 자신은 얼마나 어리석었던지. --누구나 알고 있다고? 경백이 백성을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렇고말고. 아츠유에게 훌떡훌떡 속아넘어간 바보들만이 남아있으니까. 그건 성의 구석구석까지, 신앙이 퍼져있다는 거야. 아츠유의 본성을 간파한 총명한 사람들은 어디로 갔지? 내 친구는 어디에?」
 코우야는 시선을 깔았다.
 「그녀는 어느 날, 아츠유에게 대들었어. 당신에게 붙잡혀서, 관직을 파면당하고 그 이후로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어. 대복(大僕)이 말해줬어. 아츠유를 숭상하는 자들이 많으니까, 성 안에 놔두면 반드시 그녀에게 제재를 가하려는 자가 있을 거라고, 그래서 원주에서 나가도록 설득해서 도망치게 했다고. --그건 정말일까?」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군. 경백은 그런 죄인을 처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비판에는 관용을 베푸시는 분이니까.」
 「그렇다면 왜, 그녀에게서는 한번도 소식이 없는 거지? 그녀가 소중하게 생각하던 모든 것이 남겨져 있었어. --왜?」
 「글쎄.」
 「괴물.........」
 코우야는 퍼뜩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들어, 여자를 보았다.
 「그 요마에게 잡아먹게 한거지? 나도 요마에게 먹이려는 거겠지. --이 인요(人妖)!」
 코우야는 조용히 여자를 보고, 곧 부드럽게 웃음을 띄웠다.
 「넌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여자가 일어섰다.
 「......역시 그랬군.」
 「내 일이니까. 나는 공교롭게도 네가 말하는 어리석은 자라서, 경백의 명분을 믿고 있어. 네가 끝까지 경백을 비방할 생각이라면, 너의 존재는 경백께 필요없어.」
 「아츠유가 명령한 거겠지.」
 아니, 라며 코우야는 고개를 저었다.
 「경백은 내가 이런 짓을 한 것을 알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어찌 생각해도 이것이 경백을 위한 것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코우야는 요마의 털을 쓰다듬었다.
 「경백은 너무 자상하셔. 적을 배제할 때는 말야, 반드시 숨통을 끊어두는 거야.」
 자, 라고 코우야는 아무렇지도 않게, 요마를 재촉했다.
 「--로쿠타, 먹이다.」
 여자는 넘어지며 뒤로 굴렀다.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요마는 기뻐하며 도약했다. 그 본성에 따라, 살육은 요마의 기쁨인 것이다.
 --아츠유가 명령한 게 아냐.
 코우야는 여자의 비명을 들으며 생각했다. 절대로 단 한번도, 아츠유가 코우야에게 살육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저 아츠유는 되풀이하는 것이다, 고충을. 이해해주지 않는 괴로움, 신하에게서 반역을 당한 원망, 그 모반자가 붙잡혀 있는 데에 대한 불안을.
 --설마 뭔가의 수단으로 도망쳐서, 내 목숨을 노리는 일은 없을까.
 --만약에 그렇게 될 때, 우연히 코우야가 있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츠유는 그저 계속 되풀이해서 말할 뿐이다. 그다지 겁먹은 기색도 없이, 그저 뭔가 말 이외의 것을 담은 눈으로 코우야에게 그 얘기를 한없이 되풀이하는 것이다. 사형을 내릴까요, 라고 코우야가 물으면 질책한다. 그런데도 감옥에 모반자를 놓아두는 위험성을, 아츠유는 계속해서 코우야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견딜 수 없어 코우야는 혼자서 감옥으로 향했다. --이미 몇 년도 더 전의 일이다.
 죄수의 처분을 맡겨달라고 아츠유에게 청했다. 아츠유는 그 청원에 고개를 끄덕였고, 코우야는 요마를 데리고 죄수가 갇혀있는 곳을 방문했다. 로쿠타에게 먹여버리면, 시체는 남지 않는다. 피 한 방울까지 핥아버린 것을 확인하고, 이빨이 부딪히도록 떨면서 아츠유에게 돌아왔다. 돌아와서, 죄수는 그 죄를 물어 성밖으로 추방했다, 고 보고했다.
 어느 누가, 코우야의 그 뻔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믿을 수 있었을까. 완전히 혈색을 잃고, 말투도 어색한데다, 지금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떨고 있는 인간의 보고를?
 그런가, 라며 아츠유는 웃었다. 그 손바닥을 코우야의 머리에 얹었다.
 --너는 정말로 훌륭한 신하다.
 그리고, 코우야는 요마가 사냥감을 씹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아츠유는 말했다. 어딘가 불온한 눈빛으로, 그럼에도 웃음을 띄우며.
 --너는 나의 뜻을 말하지 않아도 헤아려준다. 내가 그것을 바라고 있던 것을, 잘 깨달아 주었다. 이렇게나 정이 깊은 사사(射士)를 가져서 기쁘다.
 어깨를 두드리는 그 손바닥의 무게에, 코우야는 간신히 정말로 아츠유의 뜻을 깨달았다. 아츠유는 처음부터 그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라고. 그것을 코우야에게 충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고.
 아츠유는 이 건을 제관의 앞에서 보고하며 코우야를 칭찬했다. 이후, 죄인의 처우는 모두 코우야에게 맡기겠다고, 그렇게 선언했다.
 결국, 코우야는 암살자가 된 것이었다. 아츠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자만이 아니라, 아츠유의 입장을 해하는 자를 배제하기 위해 그때부터 계속 요마를 사용했다.
 물론 이 여자의 운명은, 아츠유에게 반발한 시점에서 정해진 것이었다. 그녀는 요마의 먹이로 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코우야는 언제나처럼, 바닥에 떨어진 피 한방울 까지도 놓치지 않고, 그것을 전부 요마에게 처분시키고서 아츠유에게 보고하러 돌아간다. --여자는 놓아주었다, 고향에라도 돌아갔을 것이라고.
 이것이 아츠유와 코우야 사이에 교환된 밀약이었다, 아츠유는 절대로 죽이라고 따위는 명령하지 않는다. 코우야는 아츠유를 위해 생각하고, 충의에 쫓겨 죽이는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러니까 아츠유에게는 그렇게 보고한다. 여자는 놓아줬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코우야는 온정있는 사사다, 훌륭한 신하로다, 라며 칭찬을 들을 수 있다.
 --이미, 익숙해졌어.
 코우야는 담담하게 요마가 여자를 처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렇게 아츠유에 대한 탄핵을 듣는 것, 비명을 듣는 것, 자신의 손이 피에 젖어가는 것.
 ........이제와서 이런 일로,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지 않아.
 
- 6 -
 지하의 샛길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온 것은, 겐카이를 떠나고서 한참 지났을 때였다. 어쨌거나 길을 찾아 돌아와, 상당히 위쪽으로 올라와 있었다.
 로쿠타는 무심결에 바위 틈새에 몸을 숨겼다. 있었나,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 계십니다.」
 「여기보다 아래라면 골치아픈데. 여기부터는 길을 잃기 쉬워.」
 「너희들, 다시 한 번 이 위쪽을 찾아.」
 옛, 하고 대답하며 멀어지는 발소리가 난다.
 「--너희들은 따라와. 아래로 가보자.」
 긴박한 남자의 목소리에, 묘하게 한가한 어조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길을 잃은 걸까요?」
 로쿠타는 눈을 크게 떴다. --저 목소리.
 「기린은 방향에 어두운 건가요. 꽤나 멍청하군요.」
 「바보자식. 닥치고 따라와.」
 「예, 예.」
 로쿠타는 바위 틈에서 기어 나왔다. 소리가 난 쪽을 찾았다.
 --설마.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어.
 「그런데 대복, 우리들까지 길을 잃으면 어쩌죠?」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통로 앞쪽에 불빛이 보인다. 로쿠타는 어어이, 라고 소리를 질렀다.
 「누가 있다면, 와줘---!」
 잠시 뒤, 어지럽게 발소리가 났다. 통로 저편에서 불빛이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하며, 이윽고 누군가가, 저기다,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횃불의 조명 말고 다른 것은 없었는데도, 로쿠타는 묘하게 밝은 빛이 다가오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제일 먼저 다가온 사람을 보고서, 무심결에 로쿠타는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올려다 봐야하는 큰 키, 어딘지 모르게 성격 나빠 보이는 웃음. 꾹 참으면서, 앉은 채 손을 들어 답했다.
 「대복, 이 꼬마--아니, 이 도련님이 맞는 거죠?」
 그렇다, 라고 뒤따라온 남자가 대답했다.
 「어찌 되신 것입니까. 경백은 물론 모든 제관들이, 타이호를 굉장히 염려하고 계십니다.」
 「코우야를 찾다가, 길을 잃어서......」
 「모셔라.」
 대복에게 명령받은 남자는, 예, 라고 답한다. 로쿠타는 손을 뻗었다. 남자의 발을 붙잡았다.
 「걸을 수 없어. 업어줘.」
 로쿠타는 그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아주 잠시동안, 쓴웃음을 지었다. 말없이 몸을 구부리며 등을 향해와, 거기에 매달렸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어차피 또, 슈코우들을 한탄하게 할만한 짓을 생각해낸 거겠지. 말도 안되는 녀석이야, 라고 생각하며 로쿠타는 매달린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목소리는 아주 잠시동안, 옷이 스치는 소리에 섞이듯이 들려왔다.
 「......너무 걱정시키지 마.」
 
 코우야는 감옥에서 돌아오는 도중에, 부하인 대복의 말소리를 들었다.
 「사사, 발견했습니다.」
 돌아보자, 대복이 아래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참이었다.
 「......길을 헤맨 듯 합니다.」
 대복은 그렇게 말하고, 소신의 한 명을 가리킨다. 후우칸(風漢)이라는 묘한 자(字)의 남자로, 완박에서 징용된 부랑민이라고 한다. 그 후우칸에게 업혀있는 로쿠타를 보고, 코우야는 복잡한 심경으로 한숨을 쉬었다.
 도망가주길 바라며 뿔을 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로쿠타는 처음으로 만난 코우야에게 여러 가지 것을 주었던 사람이니까. 아츠유를 위해서는 그래선 안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만약 뿔을 봉한 것 때문에 로쿠타가 죽는 일이 생기면, 라는 생각에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로쿠타.」
 코우야는 다가갔다.
 「괜찮을까요. 이거, 죽어가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한 것은 그 로쿠타를 등에 업고 있는 후우칸이었다. 등에 업힌 로쿠타 쪽은 눈을 감아버렸다. 아마도 의식이 없는 듯 했다.
 「......아무튼 방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그거, 큰일이네요.」
 코우야는 후우칸에게 이쪽이다, 라고 길을 가리키며 앞으로 걸어가려다 발을 멈췄다. 등뒤에서 대복의 의미있는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래서? --그 여자는 어떻게 하신 겁니까?」
 코우야는 대복을 돌아보았다. 후우칸 또한 고개를 갸웃하면서 발을 멈췄다.
 「설득해서 성밖으로 내보냈다. 도저히 성 안에는 놔둘 수 없으니까. 어디에건, 좋을 대로 도망가겠지.」
 「설마, 그 요마에게?」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코우야는 냉담하게 발을 돌렸다. --성의 인간들은 늘 코우야를 의심하고 있다. 그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 죄수도 저 죄수도 전부 고향에 돌려보냈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전부 믿을 정도로 성내의 인간들은 어리숙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의심이 반드시 코우야에게 있을 것, 절대로 아츠유에게 향하게 하지 않는 것, 그것뿐이었다.
 코우야는 후우칸을 재촉했다. 후우칸은 흥미깊은 듯이 코우야의 요마를 돌아보았다.
 「역시 요마인거군요, 이 녀석은.」
 「요마다. 천견이라고 하지.」
 「얌전하네요. 날뛰거나 하지 않습니까?」
 「그러지 않아.」
 헤에, 라고 중얼거리며 남자는 계속 걸어갔다. 코우야는 무심결에 남자의 옆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등뒤에 요마가 걸어오고 있는데도, 조금도 신경쓰는 기색이 없다. 성안의 자들은 대개 익숙해져 있지만, 그래도 여마가 곁에 가까이 오면 몸을 피하거나 하는 것을.
 「너, 무섭지 않은가?」
 헤, 라며 후우칸은 돌아보았다.
 「어차피, 날뛰지 않는다면서요.」
 「그거야.」
 묘한 남자다, 라고 코우야는 생각했다.
 
- 7 -
 코우야는 발을 재촉하며, 새로 준비된 감옥까지 오서 후우칸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여기서 쉬게 해드려.」
 예에, 라며 남자는 등뒤의 아이를 내려놓는다. 침대 위에 눕혔다.
 「어떻게 안하면 안되겠는뎁쇼.」
 「정말로 상태가 나쁘구나.」
 코우야는 로쿠타의 뺨을 만져보았다. 굉장히 뜨겁다. 정말로 이렇게나 피에 약했던가 라고, 복잡한 심경으로 로쿠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여자, 정말로 요마한테 먹인 겁니까?」
 「설마. 그런 짓은 안 해. 경백은 자비로운 분이시니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날 용서치 않으실 거다.」
 「정말입니까? 꽤나 무서운 데네요, 여기는.」
 코우야는 후우칸을 돌아보고서, 웃어보였다.
 「안한다고 하잖아. --하지만 말야, 묘한 생각은 안하는 쪽이 좋아. 만약 경백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있으면, 그 때에는 용서하지 않아.」
 조금도 신경쓰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투로, 남자는 무섭네, 무서워, 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잠시, 너에게 맡기겠다. 확실하게 감시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발을 돌리려는 순간, 로쿠타의 목소리가 났다.
 「--코우야.」
 코우야는 뒤를 돌아, 침대로 다가갔다.
 「괜찮아? 많이 괴로워?」
 「...........괜찮아.」
 로쿠타는 깜짝 놀라며 자신을 바라보는 코우야를 올려다보았다. 잠시동안, 뚫어져라 코우야를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쉬고 슬픈 듯이 눈을 감았다.
 「로쿠타?」
 「코우야, 너...........피냄새가 나.........」
 깜짝 놀라 코우야가 몸을 빼었다.
 「............너.......사람을 죽였구나.....」
 로쿠타는 얼굴을 덮었다.
 「저번까지는, 확실하게 피냄새가 없었는데.......」
 「지금은 비상시니까. 물론, 죽여. 그런 임무인걸. 로쿠타가 경백을 해치려 한다면, 로쿠타라도 죽여.」
 그런가, 라고 로쿠타는 중얼거렸다.
 「코우야, 부탁이 있어.........」
 「뭔데?」
 「날 왕사에 데려다주지 않을래?」
 코우야는 눈을 크게 떴다.
 「--안돼.」
 「그럼, 아츠유에게 부탁해 줘.」
 
「안돼, 로쿠타.」
 로쿠타는 아츠유에게 거역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목숨이 지금까지 붙어있는 것이다. 아츠유는 상당히 궁지에 몰려 있지만, 아직 로쿠타까지 죽이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아츠유에게 거스른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로쿠타는 눈을 열고 코우야를 보았다.
 「나, 이제야 알았어. 난 아츠유에게 협력하지 않을거야.」
 「로쿠타--」
 「코우야에게 살인을 명령하는 녀석, 싫어. 코우야는 그렇게나 살육을 싫어했었는데.」
 「--에?」
 코우야는 눈을 크게 떴다.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말했었잖아. 커다란 것에게도 사람을 덮치지 말라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슬픈 듯이.」
 코우야는 허를 찔려 로쿠타를 바라봤다.
 「그런데 살인을 명령하는 건가...........그런 녀석, 코우야의 주인으로는 인정하지 않아.」
 로쿠타, 라고 코우야는 중얼거렸다. 죽이지 않는다고 주장해도, 아무도 코우야를 믿지 않는다. 덮치지 않는다고 말해도, 요마를 믿고 다가오는 자는 없다. 아츠유마저--로쿠타를 쓰다듬었던 일은 없는 것이다.
 「......난 이미, 그런 일은 신경쓰지 않아. 나는 아츠유의 신하니까, 아츠유가 죽이길 바란다면 누구라도 죽일 거야.」
 코우야는 말했다. 로쿠타의 슬픈 얼굴을 보자, 코우야마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기린도 그렇잖아? 왕에게 명령받으면,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생물이라고 들었어.」
 「쇼류는 살인을 명령하거나 하지 않아.」
 「절대로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어? 사람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어. 로쿠타의 주인이라도 마찬가지야.」
 청렴결백한 영윤이라고 한다. 코우야 역시 아츠유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는 깨끗한 것만으로는 할 수 없다. 왕이라면 깨끗한 채로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일, 있을 리 없다.
 「그런 일은 안 시켜.」
 갑자기 끼어드는 말소리에, 코우야는 당황하며 후우칸을 돌아보았다. 남자는 완전히 경계없는 태도로 침대에 걸터앉아, 코우야를 보며 씨익 웃었다.
 「나는 로쿠타에게 살인 따위 시키지 않아. 이 녀석한테 시키는 것보다, 내가 하는 쪽이 빠르니까.」
 코우야는 눈을 크게 떴다.
 「...........너.」
 「쇼류, 이 바보!」
 벌떡 몸을 일으킨 로쿠타의 이마를 쇼류는 손가락으로 딱 튕겼다.
 「자고 있어. --대체 누가 바보냐?」
 「----연왕............」
 중얼거린 코우야를 쇼류는 보았다.
 「--코우야라 했던가. 너는 정말로 로쿠타의 친구인 듯 하니 부탁한다. 이 녀석을 돌려주지 않겠는가. 어떻게 손써볼 길도 없는 악동이지만, 이 놈이 없으면 좀 곤란한 일도 있어서 말야.」
 코우야는 요마의 목에 손을 대었다.
 「기린이 없으면 인도를 잃는 건가?」
 「아니, 시끄럽게 잔소리해대는 관리들의 창끝이 나한테 집중돼.」
 웃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코우야는 요마에 걸친 손에 힘을 주었다.
 「.........무슨 목적으로 원에 침입했나.」
 「어쨌거나 나밖에 잔머리가 좋은 녀석이 없어서 말야.」
 「경백인가.」
 스르륵, 코우야는 요마에게서 손을 떼었다. 갑자기 로쿠타가 외쳤다.
 「코우야---멈춰! 쇼류에게 무슨 짓을 하면 용서하지 않아!」
 코우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와서, 왕을 감싸는 거야?」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마디로 쇼류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다가오는 그에게 지하의 미로에는 비칠 리 없는 햇빛이 보였다.--쇼류가 왕이다. 그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말했잖아? ............나는 쇼류의 신하야.」
 「나 역시 경백의--아츠유의 신하야.」
 코우야는 하얀 얼굴로 담담하게 로쿠타를 보았다.
 「아츠유가 명령하면 뭐든지 해. 아츠유는 지키기 위해서 있는 거니까, 아츠유에게 해를 가한다면 누구이건 죽여.」
 「아츠유가 명령하면 모반에도 가담할 거야? 아츠유가 역적이 되어도 좋아? 알고 있어? 아츠유가 토벌당할지도 몰라.」
 「역적으로 불리더라도 상게의 위를 원한다면 그러면 돼. 역적으로서 토벌당하는 것 따위 이미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잖아? 나라가 멸망하고 기울더라도 상제가 되고 싶다면, 그러면 돼. 난 그저 아츠유를 돕고 싶은 것 뿐이야.」
 「그럼, 나는?」
 로쿠타는 코우야를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한밤중에 눈뜨고, 버려진 아이.
 「..........난 코우야가 좋아. 하지만, 그렇게 피냄새가 나면 난 코우야에게 다가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어. 로쿠타가 쇼류를 지키고 싶은 것처럼, 나는 아츠유를 지키고 싶은 것 뿐이야.」
 「그러기 위해서 누굴 죽여도 괜찮은 거야? 정말로 신경쓰이지 않아?」
 그럴 리가 없어, 라고 로쿠타는 생각한다. 적어도 로쿠타가 아는 코우야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아츠유가 괜찮다고 한다면 사람을 죽여도 좋은 거야? 도에 어긋나면서 병사를 일으켜도 좋은 거야? 그래서 나라가 기울어도 좋은 거냐고! 코우야는 우리처럼 버려지는 아이들을 만들고 싶은 거야!?」
 로쿠타의 외침에, 코우야는 조용히 말했다.
 「다른 사람 따위, 몰라.」
 코우야의 얼굴은 새하얗고, 표정이 없었다.
 「나라가 기울면, 그게 왜 안되는데?」
 로쿠타가 경악했다.
 「---코우야.」
 「왜 사람이 죽으면 안되는 건데? 사람이라는 건 언젠가 죽는 거야. 나라라는 건 언젠가 기우는 거야, 아무리 아쉬워해도 멸망하는 걸 멈출 수는 없어.」
 코우야는 요마의 아이였다. 요마가 배회하는 것이 국토의 황폐를 나타내는 거라면, 의심할 바 없는 황폐의 아이였다.
 「아츠유만 좋다면, 괜찮아.」
 로쿠타는 아연하며 코우야를 보았다. --왜 알지 못했던 걸까. 코우야의 가슴속이 얼마나 황폐해져 있더라도, 아무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을.
 「난 로쿠타만은 조금 특별하지만, 아츠유는 너에게 흥미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어. 난 너를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어. 누가 얼마나 괴로워하건, 나라간 멸망하건 말건! 그런 건 모두 어쩔 수 없어. 아츠유가 그래도 좋다고 하니까, 그걸로 괜찮은 거야!」
 「코우야!」
 「나라가 기우는 게 두려워? 황폐가 두려워? 죽음이 두려워? 편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줄까?」
 코우야는 밝게 웃었다.
 「----전부 망해버리면 돼.」
 「.......아츠유가 죽어도 좋은 거야?」
 로쿠타가 묻자, 담담히 끄덕인다.
 「아츠유가 죽고 싶다면, 그래도 돼.」
 「여기는 너의 나라야!」
 돌연, 쇼류가 소리를 질렀다. 로쿠타도 코우야도, 일어선 남자를 놀라며 올려다보았다.
 「--아츠유만이 너의 것인 게 아냐. 이 나라는 너의 것인 거다.」
 로쿠타는 시산을 피했다.
 「쇼류, ............무리야.」
 「----헛소리하지마!!」
 로쿠타에게 소리를 지르고, 쇼류는 코우야를 돌아보았다.
 「나라가 망해도 좋다고? 죽어도 좋다고 지껄이다니, 내 국민이! 백성이 그렇게 말하면, 나는 무엇을 위해 있어야 하는 건가!?」
 코우야는 눈을 깜박이며 쇼류를 올려봤다.
 「백성이 없는 왕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나라를 부탁한다고 백성들에게서 맡았기 때문에, 나는 왕으로 있을 수 있는 거다! 그 백성이 나라 따위 멸망해버리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 건가!」
 패주하는 사람들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성도 영지도 거기에 살던 사람들도 한꺼번에 불꽃 속에서 사라졌다.
 「살아서 수치를 입으면서까지 살아남은 것은 왜야! 나는 한 번 나에게 맡겨진 나라를 잃었다. 백성들과 함께 죽어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지 않았던 것은, 아직 맡겨질 나라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라를 원하냐고, 로쿠타는 쇼류에게 물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풍요로운 나라를 넘겨주기 위해서 있는 거다, .........코우야.」
 코우야는 한동안 망연한 채 그 남자를 보고 있었다.
 「난.........그런 겉에 발린 말을 믿을 만큼 어리숙하지 않아.」
 코우야는 일어섰다. 얼마나 평온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바랬었던가.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깨달았다. 봉래에 절대로 갈 수 없는 것처럼, 그런 장소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나라도 사람도--절대로.
 「난 아무 것도 듣지 않았어. --아무 것도 몰라.」
 얼굴을 찌푸리며 등을 돌린다.
 「..........여기는 너에게 맡기겠다, 후우칸. 곧 타이호의 시중을 들 관리를 보낼테니, 그때까지 타이호가 이곳에 머무시도록.」
 「코우야.」
 코우야는 돌아보았다.
 「말해두지만. --경백에게 해를 입히면, 요마에게 덮치게 하겠어. 그걸 절대로 잊지마.」
 







 





동의 해신 서의 창해 8장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 8 장
 
- 1 -
 툭, 한 줄기의 은색 섬광이 땅을 찔렀다.
 비구름이 드리워진 관궁, 눈 닿는 곳 모두 낮은 구름이 운해의 바닥을 채우고 있다.
 --우기의 도래인 것이다.
 이탄은 관궁산의 중턱에서 운해 바닥을 뒤덮은 구름을 올려다본다. 가을이 오고, 차가와진 운해의 물이 북쪽에서 밀려오면서, 그에 따라 운해 바닥도 마치 서리가 끼듯이 하얗게 흐려져 간다. 엷게 떠돌기 시작한 구름이 날이 갈수록 내륙부에서 두터워지며, 비를 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슈코우 역시 운해를 올려다 보았다.
 「내리기 시작했군요.」
 「어차피 도박이라면, 적어도 옆에서 보고 있는 쪽이 나아. 멀리서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건 꽤나 견디기 힘들어.....」
 「글쎄요--모쪼록 주상의 생각대로 일이 되어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글쎄말야. 그 속없는 자식이.」
 
 그보다도 며칠 정도의 시간차로, 세이쇼는 완박 건너편 강가에서 녹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의 물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상류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동쪽, 관궁 쪽을 올려다보면 구름이 보인다. 우기가 원주에도 가까워지고 있다.
 신역 주변에는 흙더미가 높이 싸여있었다. 이미 완박의 제방의 높이를 넘었다.
 「슬슬 오겠군-----.」
 세이쇼가 중얼거리자, 하사관이 무엇이? 라고 묻듯이 돌아보았다.
 「--아무 것도 아냐. 방심하지 마라. 곧 시작된다.」
 
 신역 상류, 북위(北圍). 그 녹수 근처의 로(盧)를 향해서, 유우젠(勇前)은 석양 속을 걷고 있었다. 강가의 길, 그 내측에 높게 흙더미가 쌓여있었다.
 「--다행이다. 왕사 덕분이야.」
 유우젠이 중얼거리자, 동행하고 있던 같은 로의 남녀가 웃었다. 농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정말로 말야. 계속 살아있는 기분이 아니었지만, 올해의 우기는 안심하고 지낼 수 있겠어.」
 여자 한 명이 말하자, 그들은 모두 제방을 올려다 보았다. 유우젠은 문득 그 제방으로 발을 향했다. 내측에서 돌과 흙으로 이루어진 사면의 흙을 밟으며, 제방 위에서 강을 보았다.
 「--아아, 꽤나 늘었어. 상류에서 비가 내린다니까.」
 유우젠이 말하자, 호기심 많은 2, 3명이 마찬가지로 제방을 올라왔다.
 「이 정도인가. 정말 올해는 걱정할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군.」
 「안심하고 코골며 자고 있다가는, 아픈 꼴을 당한다구.」
 그들은 웃으며, 아래의 길로 돌아가려 했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제방에서 강을 내려다본 유우젠은, 건너편 강가로 전진해오는 기마(騎馬)의 무리를 발견했다. 급하게 제방에 몸을 숨긴다. --왜인지는 알 수 없다. 최근에 들은 소문이 있다. 왕사는 녹수의 하류를 막아, 완박을 가라앉힐 생각이라고. 그와 동시에 더 낮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소문. 완박을 지키기 위해 주사가 제방을 끊을지도 모른다는. 어느 쪽이건, 제방에 다가오는 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경계했다.
 「--왜 그래, 유우젠.」
 길에서 말을 걸어와, 쉿, 하고 조용하게 했다. 아래에 있던 이들이 다시 몸을 숨기며 제방 위로 올라왔다.
 「--저건.」
 해질녘, 이미 햇볕은 사라지고 군데군데에 어둠이 떠돌기 시작하고 있다. 그 때문에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건너편 강가에 내려오는 기마, 그 수는 약 200 정도.
 「뭐야, 저녀석들.」
 「건너올 생각인 거 아닐까. 얕은 곳을 찾고 있어.」
 「여기서 건널 거 없이, 상류에 다리가 있잖아.」
 「그걸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거겠지.」
 선두의 한 명이, 강가를 돌아다니다가 강에 들어섰다.
 「............온다.」
 「기습인가-------?」
 유우젠은 주먹을 쥐었다. 더욱 하류에 포진하고 있는 왕사에의 기습인가. 아니면.
 「기습이라면 완전히 해가 지기 전에 하겠지. 지금부터라면 왕사의 진지에 닿을 때에는, 완전히 해가 져버려.」
 아래 길에서 여자들까지 올라왔다.
 「........괭이를 들고 있어.」
 침을 삼키며 지켜보던 중, 말들은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녹수의 흐름을 빨라져 있다. 거기에 휩쓸리며, 광대한 강폭만큼 하류를 향해, 유우젠들과 상당히 가까운 장소에 기마가 상륙하기 시작했다. 이 거리라면 인식할 수 있다. 총 수 이백기, 그리고 전원 창이 아니라 괭이를 들고 있는 것은 왜일까.
 병사들은 말에서 내렸다. 유우젠은 일어섰다.
 「--네놈들, 제방을 끊을 셈이냐!?」
 병사들이 돌아보았다. 유우젠은 곁의 여자들에게 외쳤다.
 「리(里)에 가서 알려! 주사는 제방을 끊으려고 한다!」
 달려오는 병사들. 유우젠의 곁에 있던 남자들이 돌을 쥐고 병사들에게 던졌다.
 「--무슨 짓거리야!!」
 「바보짓 하지마! 돌아가!!!」
 
 세이쇼에게 소식이 들어온 것은, 유우젠들이 기마를 발견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하늘에는 아직 황혼이 남아있다.
 「원주사가 북위에! 백성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무엇, 하고 세이쇼는 중얼거리고 달려나갔다.
 「1려(旅)로 충분하다, 날 따라와!」
 세이쇼는 기승에 올라탔다. 효왕에게 하사받은 길량(吉量)이라는 요수, 내려준 왕은 밉지만 기승까지 미운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요수, 천마에 기승한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먼저 가라! 어쨌거나 백성들을 물러나게 해!」
 부하를 먼저 날아가게 하고, 세이쇼는 1려 500명의 병사를 이끌고 동으로 향했다. 그 현장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라고 하는 것도, 애초부터 세이쇼는 1사 2500명만을 이끌고, 은밀히 북위에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츠유놈, 역시.」
 세이쇼는 중얼거리며, 뒤이어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제방을 지켜!」
 
 유우젠은 태도(太刀)로 베어질 뻔한 것을, 몸을 구르며 간신히 피했다. 몸을 굴리며, 돌을 쥔다. --설령 무엇을 잃는 한이 있어도, 녹수를 범람하게 할 수는 없다.
 강에서 올라온 주사 200기, 근처 리에서 달려온 수십명의 백성이 그대로 난투를 벌였다. 물론 시민은 병사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세 명이 쓰러지면 또다시 새로운 세 명이 달려온다.
 어디에선가 물러나, 라는 고함이 들려왔다. 물러날 수 있겠어, 라고 유우젠은 생각했다. 꽉 쥔 돌을 던지고, 다시금 쥔 돌을 던지며 눈앞의 병사에게 달려든다. 태도의 일격이 덮쳐왔지만, 여기에는 팔 끝을 조금 베었을 뿐이었다. 몸을 굴려 피하며, 다시 돌을 쥔다. 그것을 던지려고 하던 순간, 근처에서 전투의 신호가 들려왔다.
 왕사, 라고 누군가가 외쳤다.
 「왕사가 와줬다-----!!!」
 
 세이쇼는 엷은 비웃음을 띄우면서, 차고 있던 창의 껍질을 벗겼다.
 --녹수에 제방을 쌓아, 이것으로 아츠유를 시험해.
 쇼류가 모우센에게 맡긴 서장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만약 아츠유가 제방을 끊으면, 우리들에게 이길 기회가 있다, 라고.
 「바보같은 자식이지만, 어리석지는 않아.」
 중얼거리며, 세이쇼는 길량을 달리게 하기 전에 일순 건너편의 완박산을 보았다.
 
- 2 -
 「--이제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츠유가 묻자, 로쿠타는 고개를 저었다.
 「별로 좋지 않아--.」
 「그럼, 나가지 않으시는 쪽이 좋겠지요. 그런데도 일부러 방문하신 것은, 용무가 있기 때문이십니까?」
 「.....나, 관궁에 돌아가고 싶어.」
 「아츠유는 눈을 크게 떴다.」
 「죄송하오나, 그것만은.」
 「이 성 안, 어느 곳에나 피냄새가 나. 심하지는 않지만, 쉴 수 없어. 내 몸을 걱정해주는 거라면, 적어도 주성에서 내보내줘.」
 「불가합니다.」
 아츠유는 말하고, 코우야에게 눈짓을 했다. 감옥으로 데려가, 라는 뜻이다.
 「저기 말야, 아츠유.」
 「--그 밖에 무슨.」
 「너, 왜 아버지를 유폐 따위 시켰지?」
 아츠유는 눈을 크게 뜨며, 제관 역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혀 상태가 나쁘지도, 머리가 이상해진 것도 아니었어. 겐카이는 병으로 은퇴하고 너에게 전권을 맡겼다고 했었지. 유폐당한 것을 은퇴했다고는 말하지 않는 거 아냐?」
 아츠유는 일어섰다. 일순, 눈썹을 찌푸리며, 그리고서 웃었다.
 「아버지는 정말로 상태가 안 좋으십니다.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사람을 잘못 보신 것이겠지요. 그건 어디였습니까? 왜 아버지의 이름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사정을 여쭙겠습니다.」
 「그럼, 내궁에 붙잡혀 있는, 그건 누구?」
 아츠유는 딱딱한 표정을 지었다.
 「내궁--. 그것야말로 제 아버지입니다.」
 「너는 아버지를 쇠사슬로 묶어놓는 거냐?」
 로쿠타는 아츠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쇠사슬로 묶고, 제대로 돌보는 것도 없이 방치하는 건가? 혀를 자르고 입을 막나?! --대답해, 아츠유!」
 「그것은--.」
 로쿠타는 제관을 돌아보았다.
 「....너희들, 알고 있었나? 알면서도 아츠유를 섬기고 있던 거냐! 그렇다면 원주는 관위를 찬탈한 도둑들의 집합이다.」
 제관의 태반은 눈을 크게 뜨고서 아츠유를 보고 있다. 아주 일부는 시선을 피했다.
 「네가 말하는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해, 아츠유. 하지만, 도를 행한다고 말하면서 네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뭐지? 유괴하고, 유폐하며. --그것이 도를 행한다고 하는 것인가?」
 「타이호를 비열한 수단으로 모신 것은 깊이 사죄드립니다. --사사가 타이호를 모셔올 수 있다고 하기에, 설마 그런 도에 거슬리는 행위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츠유가 말하자, 코우야는 핫 하고 시선을 들었다. 아츠유의 씁쓸함이 가득찬 옆얼굴을 뚤어져라 바라보았다.
 --훌륭한 사사다, 너는.
 그 말의 뒤에 숨어있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모처럼 얻은 훌륭한 사사를, 죽게 하고싶지 않아.
 그것이 설령, 자기 입맛에 맞는 신하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고 하더라도.
 코우야의 목숨을 아까워해준 것은, 아츠유 한 사람 뿐이었다.
 고개를 숙인 코우야를 보고, 아츠유는 로쿠타를 향했다.
 「--하오나, 확실히 신하의 소행은 저의 책임. 사과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아비의 일은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누가 그런 심한 짓을. 지급히, 사람을 시켜 조사시키겠습니다.」
 로쿠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마침 그때, 실내에 달려 들어오는 자가 있었다. 주재(州宰)인 하쿠타쿠였다.
 「--경백--무슨 짓을 하셨습니까----!」
 하쿠타쿠는 넘어지듯 몸을 숙이며, 아츠유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설마 정말로 제방을 끊이시리라고는---! 그만큼 제가 그만두어 주시라고 부탁드렸는데도!」
 관리의 대부분이 경악한듯한 소리를 내었다.
 아츠유는 불쾌한 듯이 손을 휘둘렀다.
 「물러나라, 하쿠타쿠.」
 「--아니요! 백성을 위해 도를 행하겠노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왕사가 세운 제방을 경백이 끊다니. 그런 짓을 하면, 백성이 어느 쪽을 도라고 생각하며 어느 쪽을 비도(非道)라 생각할 지, 그런 것도 알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하쿠타쿠.」
 「제방을 지키려는 백성과 전투가 벌어져, 주사의 병사가 백성에게 검을 들고, 왕사가 그것을 멈췄다고 합니다.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소문을 들은 성 아래의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징용한 자들은 물론, 주사의 병사들까지 성문을 열고 완박에서 도망가고 있습니다!」
 「---뭣이.」
 아츠유는 창가로 달려갔다. 운해 아래, 구름이 있어 하계의 상태는 보이지 않는다.
 「이걸로 원주는 끝입니다. 진실로 바라시던 대로입니다. 경백은 완벽하게 천하의 역적이 되셨습니다.」
 하쿠타쿠는 비틀거리며 동요의 기색이 역력한 제관을 향했다.
 「너희들도 도망가. 왕사로 가서 죄를 고하고, 온정을 빌어라. 혈기왕성한 주사의 일부가 북위로 향했다. 이것이 전쟁의 시작이 되겠지. 그러고 나서는 늦어. 너희들까지 모두 처벌을 받게 되어버린다.」
 아츠유는 크게 어깨를 떨고서, 창가에서 몸을 휙 돌렸다. 돌아보는 그 얼굴의 형상이 변해 있었다.
 「하쿠타쿠!」
 아츠유는 하쿠타쿠에게 다가가, 그 가슴팍을 움켜쥐고서 내던졌다.
 「천하의 역적, 불충의 무리라는 것은 네 얘기다, 하쿠타쿠!」
 아츠유는 하쿠타쿠를 증오를 담은 눈길로 노려보았다.
 「훌륭한 영윤이라고 치켜올리고서, 발에 불이 붙으니 저버리는 건가. 처음부터 너는 주재였지. 주가 도에서 어긋나면 멈추는 것이 임무인 것이 아니었나. 내가 모반을 말하더라도, 멈추기는커녕 그것을 지지하고, 이제와서 역적으로 불리게 되니 손바닥을 뒤집고 주인이라 부르던 자를 저버리는가!」
 너희들도다, 라고 아츠유는 다시금 몸을 움츠린 제관들을 둘러보았다.
 「--제방을 원한다고 말한 것은 너희들이 아니었던가! 원주를 위해 권리를 바란다, 치수를 행하고 땅을 고르고 싶다고 말했었지. 백성을 위해서 그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던가. --처음부터 너희들은 왕에게가 아니라, 내게 충성을 맹세한 것이 아니었던가!」
 아츠유는 소리지르고 하쿠타쿠에게 다가갔다.
 「제대로 얘기하자면 네가 꼬드긴 것이었다.」
 「--저는.」
 「이대로 연왕에게 맡겨두어서는 천하의 도가 서지 않는다. 마음이 있는 자가 일어서, 도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렇게 말한 것은 네가 아니었던가.」
 「경백, 저는.......」
 「그것이 가능한 것은 나뿐이다, 라고 부추기며 선동한 것은 너였지.」
 「저는--그런.」
 「역신(逆臣)이라는 것은 너를 말하는 것이다, 이 어리석은 것!!」
 「아츠유사마---!」
 「내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파고들어 역적이 되라고 선동했으면서, 불리해지자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며 도망치려 하는 건가. --이런 간신에게 조종당하고 있던 내가 어리석었다.」
 한탄하는 듯이 말하며, 아츠유는 구석에 시립하고 있던 코우야를 돌아보았다.
 「--데려가.」
 「경백......」
 어딘가 비탄의 색을 띄운 코우야를 무시하며, 아츠유는 주사마를 향했다.
 「어떻게건 백성의 이반을 막고, 주성을 사수하라. --나는 관궁에 타이호를 모시고, 일의 전말을 왕에게 보고하고 진실로 죄있는 것이 누구인지, 판결을 청하겠다.」
 로쿠타는 기가 막혀 아츠유를 보았다.
 (--상처를 입히는 것은 무시해버리지. 상처를 숨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한다.)
 로쿠타를 돌아본 아츠유의 얼굴에는 씁쓸한 것이 가득차 있었다. 신하에게 배반당하고, 간부(奸夫)에 의해 휘둘린 비운의 영윤, 관객이 있다면 믿겠지.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
 「타이호, 심려를 끼쳐드렸으나, 반드시 제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관궁으로 모시겠습니다. 확실히 간부에게 휘둘리고 있었던 것은 저의 실책, 어떠한 처벌이라도 받겠습니다만 부디 원주의 제관들에게는 처벌이 없도록, 타이호께서도 왕께 부탁드려 주실 수 없겠습니까.」
 로쿠타는 그 비탄에 잠긴 남자를 보았다.
 「아츠유.........그것이 너의 본성인가......」
 아츠유는 이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백성을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굳이 제방을 끊으면서까지 승리에 얽매이고. 스스로가 주인이라고 말하면서 코우야에게, 하쿠타쿠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그것이 너인가.」
 그렇게 말하고 로쿠타는 망연자실한 표정의 제관을 돌아보았다.
 「이것이 겐카이를 유폐시키면서까지 수좌에 앉힌 너희들의 주인인가.」
 누구나 말을 잊은 것을 보고, 로쿠타는 발을 돌렸다.
 「타이호, 어디에.」
 「....관궁에 돌아간다. 같이 갈 필요 없어. 왕에게는 내가 전말을 설명하겠다.」
 돌아보지도 않는 로쿠타를 구석에서 지켜보며, 코우야는 한숨을 쉬었다.
 --와해된다.
 대부분의 제관은 아츠유의 청렴함을 믿고 있다. 믿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코우야의 손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아온 것이다. 이상이 높고 어리숙한 관리들. 하지만, 그 오점을 눈치채면, 그들 대부분은 아츠유 아래에서의 영화보다도 충의보다도, 도의를 선택함에 주저가 없을 것이다.
 과연, 이라고 로쿠타를 바라보며 아츠유는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코우야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요마의 목을 안고 몸을 움츠렸다.
 「타이호까지 나를 죄인으로 몰고가려 했다는 거로군......」
 로쿠타는 이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쓸데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쿠타쿠, 라고 부르며 아츠유는 주재를 돌아보았다.
 「--설마 너, 왕과 타이호와 모의해서.」
 「--경백!」
 「그런 거지? 처음부터 이것은 타이호들과 짠 일이렷다? 왕은 내가 인망이 있음을 질시하여, 일부러 역적으로 몰기 위해서 너로 하여금 충동질시켰다. ........그런 거로군?」
 아츠유, 라 부르며 로쿠타는 한숨을 쉬었다.
 「왕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내가, 육관이 왕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소리를 몰랐다고라도 생각하는가. ..........아아, 정말로 나는 왜 좀 더 자신을 믿지 못했었던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부끄러워 하지 말고, 봉산에 승산해서 천의를 물었더라면.」
 「쓸데없어.」
 로쿠타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너는 옥좌에 군림할 그릇이 아냐.」
 「--내가 왕보다 못하다고 하는 건가!!」
 「쇼류에 비하자면, 넌 쓰레기야.」
 로쿠타는 말을 뱉고 발을 돌리며, 방을 나가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문득 뒤를 돌아보고, 아츠유와 그 등뒤에 서있는 소신(小臣)들을 보았다.
 「말해두지만, 이건 쇼류를 칭찬하는 게 아니니까!」
 하쿠타쿠는 그렇게 소리지르고 나가는 기린과, 자신이 바로 아까까지 주인이라고 믿어왔던 남자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슬픈 듯이 숨을 내쉬며, 아츠유의 등 뒤에 서있는 소신들에게 명했다.
 「너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를 바로잡을 생각이 있다면, 경백을 체포하라......」
 그렇게 말하고, 하쿠타쿠는 눈을 크게 떴다. 아츠유의 등뒤에 서있는 소신들, 그 중 한 명이 낯이 익지 않은가.
 「설마--.」
 그 남자는 씩, 웃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라고 고개를 흔드는 하쿠타쿠의 눈앞에, 바로 그 남자가 곤혹한 표정의 소신들 틈을 가르며 똑바로 아츠유를 향해 걸어나왔다.
 아츠유는 다가오는 소신을 보았다.
 「그대는, 선악이 어느 쪽인지 모르겠는가.」
 아니요, 라고 소신은 웃으며 무릎을 꿇었다.
 「조금 알려드리는 편이 좋을까 싶어서.」
 알려? 라고 아츠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에게 무엇을? --그대, 주사에서 등용된 자였지.」
 「예, 덕분에.」
 「그런가--그래서, 무엇을 알리겠다고? 그대, 이름이 무엇인가?」
 남자는 웃으며 아츠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코마츠 나오타카.」
 익숙하지 않은 발음에 아츠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남자는 일어선다.
 「연왕 쇼류라고 부르는 자도 있지.」
 자세를 잡자마자 발을 내딛으며 검을 뺀 남자는, 망설임 없이 그 검끝을 아츠유의 목으로 향했다.
 「----너.........!」
 「코우야, 움직이지 마. 아츠유의 목에 검이 찔린다.」
 곧바로 태세를 갖추던 코우야는 그 시선을 받고 얼어붙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 무기를 땅에 놔두고, 벽까지 물러서.」
 쇼류는 문에서 발을 멈춘 로쿠타를 조금 돌아보았다.
 「꽤 듣기 좋은 말을 하잖아.」
 「널 칭찬한 게 아니라고 했잖아--!」
 쇼류는 검끝을 아츠유에게 댄 채로 소리높여 웃었다.
 「네놈.........왜.」
 중얼거린 아츠유를 쇼류는 보았다.
 「넌 천의를 시험해보고 싶었겠지. --그 기회를 주마.」
 「............뭣.」
 「천의가 있는지 알고 싶으면, 어차피 백성들을 휘말려들게 할 것 없이 나와 네가 승부를 하면 될 일이다. --틀린가, 아츠유.」
 아츠유는 찌릿 쇼류를 노려보았다. 쇼류는 가볍게 웃고, 못박힌 듯이 서있는 제관을 돌아보았다.
 「들어. --움직이지 마.」
 도망가려는 것인지, 아츠유를 도우려는 것인지, 몸을 움직이려 하던 몇 명이 움직임을 멈췄다.
 「나는 천의를 받아 옥좌에 올랐다, 그것이 불만이라고 말한다면 비난하지 않아. 하지만, 왕을 치는 것은 하늘을 치는 것이다. 천의를 확인하고 싶다면, 병사를 움직일 필요 따위 없어. 병량은 또 모으면 되지만 백성은 그렇게 안돼. 소비된 목숨은 다음 해 결실로 채워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겠지. 여기서 아츠유가 나를 베면, 그 뒤는 너희들의 천하다. 안을 부흥하건 멸망시키건 좋을대로 하면 돼. 그것이 천의일 테니까.」
 쇼류틑 코우야에게 시선을 주었다.
 「코우야--가능한 너의 요마는 움직이지 마. 주인 앞에서 베고 싶지 않다. 너도야. 널 베면 로쿠타에게 원망을 살테니.」
 쇼류는 웃으며, 이번에는 어느 누구를 향해서도 아닌 말을 했다.
 「아츠유를 위해 목숨을 버리고 싶다는 충의로운 자가 있거든, 아츠유의 옆에 서라. 누구건 아츠유를 위해 무기를 가지고 와. 아츠유가 자신있는 것으로 하라고.」
 쇼류는 말했지만, 어느 누구도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러지? 아츠유를 지키려는 자는 없는 건가.」
 다시금 재촉했지만, 역시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쇼류는 희미하게 쓴웃음지었다.
 「과연. --아츠유, 잘도 이렇게까지 버려졌구나.」
 「네놈.............」
 「적어도 자신있는 무기 정도는 가지게 해줘.」
 쇼류가 소신 중 한 명에게 눈을 향하자, 망설이던 소신은 아츠유 쪽으로 나아와, 허리에 찬 태도를 내밀 듯이 아츠유에게 건넸다. 그것을 쥐는 아츠유의 손을 떨리고 있었다.
 「--황공하오나, 주상.」
 하쿠타쿠는 평복했다. 그에 따라, 그 자리의 모두가 고두를 한다.
 「주상--이것이 부끄러우나 저희 주의 모반의 전말입니다.」
 「확실히 그다지 멋진 전말은 아니더군.」
 「예. --경백은 이미 주상의 앞에서 칼을 받아 당연하오나, 무익한 싸움을 저어하신다면 모쪼록 여기서 멈춰 주시기를. 부디 경백께는 온정있는 처단을 내려주십시오.」
 과연, 이라고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츠유를 보자, 아츠유는 검을 내리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주성을 열어라, 아츠유. 주사를 일단 해산시켜.」
 「확실히.........알겠습니다.」
 아츠유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누가, 라고 쇼류는 등뒤를 보았다. 검을 거두고 아츠유의 곁에서 떨어졌다. 로쿠타는 그것을 묘하게 신경쓰며 바라보았다.
 「일단, 붙잡아 둬. 온정이라는 것을 잔뜩 베풀어 줄테니, 자해하지 않도록 감시를 세워.」
 그 등 뒤, 삭, 하고 아츠유가 태도를 휘둘러 왔다.
 「---쇼류!」
 갑자기 뒤돌아보고, 검의 손잡이에 손을 댄 쇼류와, 태도를 들고 크게 발을 내딛은 아츠유. 그 사이는 겨우 세 걸음. 베어오는 아츠유 쪽이 빠를까, 받아내는 쇼류 쪽이 빠를까.
 그 자리의 모두가 숨을 삼켰다.
 「---리카크!」
 「---로쿠타!」
 소리지른 것은 코우야와 로쿠타가 거의 동시, 세 걸음의 거리가 모든 것을 결정지었다.
 --두 사람이 달려가는 것보다도, 리카크 쪽이 빨랐던 것이다.
 아츠유는 리카크의 턱에 물어 뜯겨 피거품을 뿜고 있었다.
 로쿠타는 그로부터 눈을 피하고 코우야를 보았다. 외친 것은 순간, --하지만, 코우야는 요마를 멈추기 위해서 외쳤다. 목숨을 구하려는 외침과 살육을 막으려는 외침이, 아츠유와 쇼류의 명운을 갈랐던 것이다.
 딱딱한 소리를 내며 아츠유의 태도가 땅에 떨어졌다. 리카크는 정확하게 아츠유의 목젖을 물어뜯고 재빨리 떨어졌다. 리카크가 끼어드는 것을 보고, 재빨리 몸을 피한 쇼류는 다시금 바닥에 쓰러진 아츠유의 곁으로 다가갔다.
 불행하게도 아츠유는 신선, 목의 반쯤을 물어 뜯기고도 아직 숨이 있었다. 스스로의 피속에 옆얼굴을 묻고, 허무하게 눈을 든 아츠유는 대체 무엇을 보았을까.
 「...........지금, 편하게 해주마.」
 쇼류는 그렇게 말하고, 그 목을 일도양단했다. 머리는 떨어지고, 바닥을 파고드는 강철의 소리가 모두의 귀에 울렸다.
 
- 4 -
 망연해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제관들을 둘러보며, 쇼류는 태도를 거두었다. 코우야, 라고 부르고, 똑바로 그에게 걸어갔다. 어딘가 허탈한 표정의 얼굴을, 가볍게 들여다 보았다.
 「코우야--미안하다.」
 하지만, 이라고 대답하는 코우야의 목소리는, 지금이라고 끊길 듯이 가늘었다.
 「............난.......」
 「감사하네.」
 로쿠타 역시 그 곁으로 다가왔다.
 「..........코우야.」
 응, 하고 미약하게 끄덕이며, 코우야는 쇼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숙이고 목을 내밀었다.
 「어떠한 처분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코우야!」
 쇼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보았다.
 「............난 베지 않아, 코우야.」
 「대역(大逆)에 대해서는 참수로, 그것이 관례일 터입니다.」
 「거절한다.」
 코우야는 얼굴을 들었다.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절규했다.
 「난 당신을 도우려고 한 게 아냐!」
 큐루, 라고 우는 요마가 그 등에 부리 끝을 대었다.
 「--당신을 돕고 싶었던 게 아냐. 아츠유를 돕고 싶었어. 아지만, 그만 로쿠타를 멈춰버렸어. 내가 멈춘 게 아냐. 당신이 그렇게 시킨 거야. 아츠유를 뻔히 보면서 죽게 만든 건, 내 뜻이 아니야!!」
 「--코우야.」
 「난 아츠유를 위해서라면 뭘 해도 괜찮았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아! 그러니까 쇼류 역시 죽일 수 있어! 나라가 멸망하건, 아무리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건, 아이들이 얼마나 버려지건, 그런 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아!!」
 「코우야, 말했을텐데. 난 너에게 풍요로운 나라를 넘겨주기 위해서 있는 거다. 받아줄 상대가 없으면,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
 「나 말고 다른 놈들한테 주면 되잖아. 원하는 녀석들은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난 욕심장이라서 말이야. 백만의 백성과 백만 일명의 백성이라면, 후자를 고른다.」
 코우야는 얼굴을 감쌌다. 부리 끝으로 어깨를 쓰다듬던 요마의 목에 팔을 두른다. 뚝,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나에게도 커다란 것에게도, 가고 싶은 곳 따위는 없어.」
 「--코우야.」
 「아무리 나라가 풍요로와도, 그 나라에 내가 있을 장소는 없어. .......요마의 아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코우야는 쇼류를 올려보았다.
 「나라가 풍요로와지면 질수록, 꿈처럼 편안해지면 질수록, 난 분명 슬프고 원망스러워 질거야. 눈 앞에 꿈꾸던 봉래가 있어도, 난 절대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어. 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해줘.」
 「자비를 베풀어 죽여달라는 말인가. --그건 절대 할 수 없어.」
 쇼류는 코우야의 앞에 무릎을 짚었다.
 「요마는 사람을 덮친다. 네가 공격을 받으면 괴로운 것처럼, 백성 누구나 덮쳐지면 괴로워하지. 그 요마는 너만을 선택한 거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과 그 요마가 같이 살아갈 수는 없어.」
 「--커다란 것은 사람을 덮치거나 하지 않아!」
 코우야는 요마를 꽉 끌어안았다.
 「정말로 내 말을 들어. 내 말을 안 듣고 사람을 덮치거나 하지 않아. 요마는 사람을 덮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지만, 커다란 것은 날 위해 계속 참아주었어!!」
 그러면, 라고 말하며 쇼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 그 요마에게 살 장소를 주마.」
 코우야는 웃었다. 고통스럽도록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얼마나 사치스러운 감옥? 은으로 된 격자라도 끼울 건가?」
 「요마에게 습격받는 일이 없는 나라다.」
 쇼류는 손을 뻗었다. 코우야의 어깨에 부리를 묻은 요마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눈을 크게 뜨는 코우야의 곁에서 로쿠타의 몸이 긴장하며, 그럼에도 쓰다듬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사람이 요마를 두려워하는 것은, 황폐해진 나라에 요마가 배회하고 사람을 덮치기 때문이다. 나라가 부흥되고, 자연의 이치가 바로잡혀 요마가 돌아다니지 않게 되면 요마에게 덮쳐지는 일도 없어져.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너를 길러준 요마도 너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겠지. 신기한 요수다, 그걸로 끝나.」
 쇼류, 라고 중얼거리며 눈을 크게 뜬 코우야에게, 쇼류는 웃어보였다.
 「너의 선적은 박탈하지 않겠다. 10년, 20년으로는 안되겠지. ...........시간을 줘. 반드시 너도 그 요마도, 쫓기는 일 따위 없는 토지를 주마. 그 때까지 왕궁의 정원에서 견뎌 주게.」
 코우야는 그렇게 말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런 세상이 정말로 올까.......?」
 「그러기 위해서 나는 있는 거다, 코우야.」
 코우야는 눈을 깜박였다. 오랫동안 가슴속으로 가라앉은 말을 음미하는 듯 있었다.
 「.........그럼 난, 그걸 금강산에서 기다리고 있겠어.」
 「코우야, 관궁에 와라.」
 「로쿠타가 있으니까, 난 황해에서 살아갈 수 있어. 황해에서 안이 그런 나라가 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코우야는 더욱 힘을 담아 요마를 안았다.
 「......언제까지고, 기다릴 테니까.....」
 
- 4 -
 요마의 날개가 서쪽으로 향해 떠나간다. 로쿠타는 그것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전망대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로쿠타, 라고 코우야는 요마를 말렸다. 로쿠타는 요마를 불렀다.
 리카크, 쇼류를 도와줘, 라고.
 결국 언제나, 로쿠타는 쇼류의 목숨을 아까워 하게 된다. 언젠가 옛날에도 그랬다.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역시나 로쿠타는 리카크, 라고 외쳤던 것이다.
 
 쇼류는 갑자기 눈을 떴다. 머리 위에 파랗게 물든 창공이 펼쳐져 있었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자신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멍하니 몇 번인가 눈을 깜박이다, 물소리를 들었다. 바람은 바닷바람이다. 저물기 시작한 하늘에는 하얗고 조그만 별이 보이고, 그것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다. 이것은 배의 흔들림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누운 채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자, 뱃머리에 아이가 앉아있다. 쇼류가 주운 아이다. 바위터에 쓰러져 있어서 죽었다고 생각했다. 묻어줄 생각으로 주워들자,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왜 난 이런 곳에....?」
 쇼류는 중얼거렸지만, 그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있었다.
 패주하는 백성을 위해 퇴로를 지켰다. 하지만, 그 사이를 끊기고, 도망가던 백성들은 무라카미의 군세에 포위되었다. 어떻게건 도우러 가고 싶었지만, 그쪽으로 들어서는 것마저 어려웠다. 적어도 활이라도 있으면, 상륙해오는 무라카미의 발을 묶을 수 있을 것을, 이미 활은 떨어진지 오래였다.
 세 명을 베고, 빼앗은 창으로 두 명을 꿰뚫은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세 명 째를 공격하기 전에 운이 다했다. 아마도 등뒤에서 창에 찔려, --그리고 어떻게 되었던가.
 쇼류는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마 어딘가에 상처가 있겠지만, 그것이 어디인지 확연하지 않다. 통증이라고 하자면 온몸이 괴롭고, 숨을 쉬는 것 마저 힘들었다.
 「설마..........네가 도와준 건가.」
 로쿠타는 쇼류의 질문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도저히 죽는 것을 두고볼 수 는 없었다. 피냄새에 휩싸여 고민하는 리카크를 쇼류를 구하도록 보냈다. --그 곳에서 데리고 도망쳤다.
 「다른 사람들은.」
 로쿠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그만큼의 피가 흐르지만 않았더라면. 로쿠타는 여러 나라를 방랑하는 사이에 피에 취해, 코마츠의 전란으로 완전히 병들어 있었다. 남은 사람들 모두를 도울만한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왜 도왔나.」
 「나도 쇼류에게 도움을 받았으니까.」
 「넌 죽고 싶어서 해변에 쓰러져 있었던 게 아니잖아. 아니면, 죽을 생각이었던 거냐.」
 아니, 라고 로쿠타는 고개를 저었다. 뱃전에 등을 기대고 있는 쇼류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너, 죽을 생각이었어?」
 쇼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저물어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젊은 성주님, 이라고 불릴 때마다,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나라를 부탁합니다, 우리들을 부탁합니다, 라고. --하지만, 지켜주지 못했다.」
 「너 때문이 아니잖아?」
 국력이 부족했다. 병사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어찌해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이, 게다가 무라카미는 화의(和議)를 맺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나 때문은 아니지. .......어쩔 수 없었어.」
 「그럼, 자책할 필요 없어. 넌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했잖아?」
 「--난 후계자로서 성 아래의 녀석들에게 떠받들어지면서 자랐어.」
 「그건---」
 「젊은 성주, 라고 불릴 때마다, 함께 맡겨지는 것들이 있어. 한 마디마다 부탁받으면서 쌓여온 것을, 난 녀석들에게 돌려주지 못했어. .......이젠 돌려줄 수가 없어.」
 쇼류는 하늘을 올려다본 채, 로쿠타를 보지 않는다. 뒤로 젖혀진 가슴이 크게 숨을 쉬는 것은, 상처가 괴롭기 때문일까.
 「......녀석들의 소원이다. 나는 그것을 이 몸에 지고 있으면서, 다시는 내려놓을 길이 없어. 살아있는 한 의미도 없이 계속 지고갈 수밖에 없어. ........아무리 속빠진 나라도 그건 싫어.......」
 배는 그저 해류에 실려, 세토우치를 떠돌고 있다. 쇼류를 리카크의 등에 태우고서, 조용히 비상하며 표류하는 작은 배를 바라보았다.
 로쿠타는 쇼류를 보았다. 다시금 망설이고 있다.
 쇼류의 상처는 깊다. 저러고는 있어도 상당히 괴롭겠지. 아니면---더욱 괴로운 것에 눌려,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건 확실하게 쇼류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로쿠타가 망설이면 망설이는 만큼, 쇼류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다가간다. 그리고 분명 로쿠타는 그것을 내버려두지 못하리라. 분명 그를 돕기 위해서, 쇼류에게 죽지 않는 생명을 주어 버리게 된다. --그것이 로쿠타의 운명이니까. 아니면 이것이 안의 백성들의 민의인 것일까.
 「.........너, 나라를 원해?」
 로쿠타가 낮게 묻자, 쇼류는 하늘을 향한 채 대답했다.
 「원해.」
 「풍요롭지도 않고, 초라한 나라여도?」
 간신히 쇼류는 몸을 일으켰다. 어딘지 지친 얼굴로, 그럼에도 언제나의 웃음을 짓는다.
 「나라의 크기는 관계없어. 나는 나라를 잇기 위해 길러졌고, 실제로 아버지에게서 나라를 이었다. 나라가 없는 도노사마 따위, 웃음거리지. --그것뿐이다.」
 「국토가 황폐해지면, 사람의 마음도 황폐해져. 네가 말하는 것 따위 조금도 들어주지 않을지도 몰라.」
 「그런 건 내 하기 나름이겠지.」
 로쿠타는 조용히 쇼류를 바라봤다.
 「............성(城)을 줄까?」
 「네가?」
 「나라와 백성을 줄 수도 있어. --네가 할 생각이 있다면.」
 「어디의 나라지?」
 「말해도 넌 몰라. 혹시 네가 그걸 바란다면, 넌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지 않으면 안돼.」
 쇼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작별을 고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것이, 나한테 남아있으면 가르쳐주면 좋겠군.」
 「두 번 다시 세토우치의 바다로도, 섬으로도 돌아올 수 없어.」
 「..........호오?」
 「그래도 좋다면, 너에게 나라를 주겠어. --옥좌를 바래?」
 로쿠타가 향해오는 시선에, 쇼류는 조용히 대답했다.
 「........원해.」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이고, 뱃전에서 떨어져 쇼류의 발치로 향했다. 거기에 무릎을 꿇고, 깊게 머리를 숙였다.
 「--천명으로써 주상을 맞습니다. 이후, 소명을 거스르지 않고 곁을 떠나지 않으며 충성을 다할 것을 서약드립니다.」
 「--로쿠타?」
 로쿠타는 얼굴을 들었다. 쇼류를 바라본다.
 「나라를 원한다고 말해. 나를 신하로 맞는다고. 네가 기대를 등에 업겠다면, 내가 나라를 등에 지게 해주지.」
 쇼류는 조용히 로쿠타를 보았다. 대체 로쿠타가 말하는 것의 무엇을 믿었는지, 갑자기 웃으며 끄덕였다.
 「--신하로 맞지. 단, 반드시 나라야. 성만도 토지만도 용서 안해.」
 로쿠타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하며 그가 바라는 것을 부여했다.
 왕궁과, 절산의 황폐에 뒤덮인 국토와, --겨우 삼십만의 안국의 백성을.
 
 --그는 지금, 만족하고 있을까. 아츠유의 예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부터도 계속, 안은 황폐의 위기에 시달리리라. 과연 안정되는 날 따위--코우야에게 약속한, 그런 평화로운 날이 오는 일이 있을 것인가.
 작고 희미한 그림자가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져 가고, 로쿠타는 곁에서 자신과 같이 그것을 전송하고 있던 쇼류를 올려다보았다.
 「고마워.......」
 「뭐가?」
 심드렁하게 말하는 쇼류는 아직도 서쪽을 보고 있다.
 「코우야를 용서해 줘서.」
 「그다지, 널 위해서 한 짓이 아냐.」
 끝끝내 딱딱하게, 딱 잘라 말하는 어조에, 로쿠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화났어?」
 쇼류는 간신히 시선을 서쪽 하늘에서 돌려 로쿠타를 보았다.
 「화가 안 났을 거라고 생각하냐? 니가 멍청하게 붙잡혀 있던 덕택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어?」
 「..........미안.」
 「용서 안할테니까.」
 쇼류가 낮게 말하자, 로쿠타는 곤혹한 듯이 쇼류의 옆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에키신과 리비와 아이. 적어도 세 명이다. 넌 내 몸을 세 사람 분 만큼, 뜯어낸 거나 마찬가지야.」
 로쿠타는 핫 하고 얼굴을 들었다.
 「난 백성을 살리기 위해 있는데, 기린인 네가 뻔히 알면서 죽게 했다.」
 「미안........」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나? 기린은 자비의 생물이라고 하지만, 자비를 내릴 상대를 착각했던 거 아냐?」
 「쇼류, 미안.」
 쳐다볼 면목이 없어서, 몸을 움츠린 채 쇼류에게 매달렸다. 그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는 손바닥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 손은 컸다. 로쿠타가 열 셋의 나이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맡겨두라고 말했잖아.」
 응, 하고 끄덕인다. 맡겨둬, 라는 말을 듣고, 맡기기로 결심했었는데. 기린은 민의의 구현이라니까, 분명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해도 되는 거겠지, 그렇게 믿기로 마음을 굳혀놓고서.
 바보같이 울어버리면서, 정말로 자신은 열 세 살이니까, 조금도 어른이 되지 않은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슈코우나 이탄들도 그렇고, 로쿠타도 그렇고. 정말로 내 신하들은 보는 눈이 너무 없어.」
 농담을 지껄이기에, 로쿠타는 큭큭 웃었다.
 「--쇼류......」
 「왜.」
 「쇼류는 코우야에게 약속한 것처럼, 나한테도 내가 있을 장소를 줄 수 있을까?」
 그렇게 묻자 머리 위에서 실소하는 기척이 들렸다.
 「.......너도 안국민 찌꺼기니까.」
 그래서, 라고 물어와 로쿠타는 고개를 들었다.
 「어떤 장소를 바라지?」
 「........녹색의 산야.」
 로쿠타는 한 발 떨어져서 쇼류를 돌아보았다.
 「누구나 굶지 않아도 되는 풍요로운 나라. 추위에 떠는 일도, 밤이슬에 젖는 일도 없는 집, 백성 누구나 평온하게, 굶주릴 걱정도 전화(戰火)에 휩쓸릴 걱정도 없는, 평안한 토지를 바래. --난 계속 그걸 바랬어. 부모가 자식을 버리지 않고서도 살아갈 수 있는 풍요로운 나라........」
 갑자기 쇼류는 웃었다.
 「넌 약속을 어기지 않고 나에게 나라를 주었지. 그러니 난 너에게 반드시 그런 나라를 돌려주겠어.」
 「...............응.」
 로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쇼류가 됐다고 말할 때까지 눈을 감고 있을께.........」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下) 에필로그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종장
 
 「--슈코우, 쇼류 어딨는지 몰라?」
 로쿠타는 내조의 관청을 들여다보았다.
 아츠유의 난으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바로 얼마 전 육관제후의 정리가 끝나고, 관리의 등용도 시작되어 간신히 조정이 바로서기 시작했다. 그 신조정에서 슈코우는 대사구(大司寇)로 발탁되었다. 육관 중, 추관장(秋官長)이다.
 「모르겠습니다만.」
 슈코우는 변함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추관청의 관리 몇 명과 이탄이 그곳에 있었다.
 「어차피 관궁에라도 내려가셨겠지요.」
 슈코우가 말하자, 이탄도 손에 든 서면을 휘둘렀다. 이탄은, 지관장(地官長)인 대사도(大司徒)로 명해졌다.
 「마굿간을 들여다보지 그래. 타마가 있나 없나.」
 타마, 란 쇼류가 기승으로 쓰고 있는 추우(騶虞)라는 요수이다.
 「헤에-, 화 안나?」
 「포기했다. 그 놈은 거리에 내려가서 시민들이 속없이 지내는 걸 보면서 만족하는게 유일한 즐거움이니까. 이젠 방해할 생각도 없어졌어.」
 「아,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왕을 의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법도 없으니까. 우리들은 멋대로 하겠어. 불만 있으면 뭐라고 하겠지.」
 「정말로 깨달았구나--.」
 로쿠타가 뚫어져라 이탄을 보고 있자, 슈코우까지 매몰찬 말을 뱉었다.
 「조의에 끌어다 놔도, 어차피 농담을 내뱉으며 방해만 할 뿐. 그렇다면 억지로 오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왕이라는 것은, 중요할 때에만 쓸모가 있으면 되는 거니까요.」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모두 깨달아 버렸군. ........그 경지에 이를 때까지의 경과를 생각하면 불쌍한걸.」
 「불쌍하다고 생각해 주신다면, 때로는 진지하게 하는 척이라도 해달라고 주상께 전해 주십시오.」
 「네---에.」
 대답을 남기고 로쿠타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등뒤에서 소관(小官)들이 큭큭 웃고 있었다.
 
 로쿠타는 똑바로 왕궁을 달려나가, 금문으로 향했다. 연침(燕寢)이라고 불리우는 일곽의, 깊숙히 안쪽에 있는 건물의 계단을 내려가면 능운산의 중턱, 거기에 세워진 큰 문이 그것이다. 이미 문은 열려 있었다. 문지기는 가볍게 손을 들어, 금문의 바깥을 가리켰다.
 바깥은 거대한 바위를 평탄하게 깎아, 하늘을 달리는 짐승이 내려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안에 있는 마굿간으로 달려가자, 안에서는 쇼류가 타마에게 안장을 채우고 있는 참이었다.
 「--어땠어?」
 돌아보는 쇼류에게 로쿠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녀석들, 전--혀 신경 안쓰는 것 같아.」
 씨익, 쇼류는 웃었다.
 「그럼, 어떻게든 되겠군. 눈치채고 소동이 벌어질 때에는 이미 늦었을 테니.」
 로쿠타는 천으로 머리를 둘렀다.
 「--그래서? 어디로 갈거야?」
 「주(奏)에 가볼까. 종왕(宗王)은 꽤나 똑똑하다는 것 같으니까.」
 「스스로에게 자신을 잃고서 쳐져버린다거나--」
 쇼류는 심술궂은 웃음을 띄우며, 로쿠타의 짐을 던져왔다.
 「소우린(宗麟)은 영리한 미녀라던데. 천녀(天女)처럼 칭송받는다던가. --자신을 잃는 건 어느 쪽일까나.」
 「흥--이다.」
 「도시의 통제에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같아서 말야.」
 「흉내낼 거야? 싫다--. 비굴한 짓 하는 건.」
 「뭐, 나라가 부유해지면 그걸로 좋은 거지. 지적 당하면, 얼간이라서 원숭이 흉내밖에 할 줄 아는게 없다고 해주면 되지.」
 「얼간이. 말 그대로잖아?」
 「호오. 감추고 있었는데, 역시 알아버렸나.」
 「..........너, 정말로 바보구나.」
 「손가락에 꼽힐만 하지.」
 「잘도 말하네.」
 「--로쿠타, 이번에, 봉래에 가보지 않을래?」
 그렇게 말해와, 로쿠타는 고삐를 손에 쥔 쇼류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가볍게 돌아선다.
 「저쪽이 어떤 상태인지알고 싶어.」
 「나, 싫어. 왕을 데리고 갔다간 재해가 생겨버리는걸.」
 두 개의 세계는 본래 섞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무리하게 마주치게 해서 길을 열려면 재해가 일어난다. 기린만이라면 큰 재해는 되지 않지만.
 「그러니까 혼자서 다녀와.」
 로쿠타는 눈을 크게 떴다.
 「........괜찮아?」
 「사령이 있으니까, 상관없겠지.」
 「원숭이 흉내에 이어서 봉래 흉내까지 낼 거야?」
 짖궂게 내뱉은 야유에는 쾌활한 웃음이 대답 대신 돌아왔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요는 나라가 부유해지면 되는 거라고.」
 「정말, 너 절조가 없구나. --가는 건 상관없지만, 피냄새하고 마주칠 것 같은데.」
 「아직 안정되지 않은 건가, 그 나라는.」
 「아직 시간이 걸릴 거야......」
 무심결에 로쿠타가 중얼거리자, 쇼류는 걸렸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역시 봉래에 다니고 있었구나.」
 「어?」
 「관궁에서 마주치질 않아서, 어디에 다니고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그건, 우연히.......」
 「거리에 내려가는 거라면 그 눈에 띄는 머리를 숨기겠지. 그다지 숨기는 기색도 없어서, 그런 거려니 하고 있었다.」
 「에헤헤헤헤.」
 들켜버리고서는 웃을 수밖에 없다.
 「..........에--또, 하지만, 뭐.」
 「안은 관리가 유능하니까.」
 「그래그래. 다소 왕하고 재보가 멍청이여도.」
 소리높이 쇼류는 웃었다.
 「--가볼까.」
 응, 하고 로쿠타는 추우에 올라탔다. 마굿간을 달려나와 당황하며 달려오던 문지기가 말릴 틈도 없이, 추우는 도약하며 절벽에서 날았다. 부드럽게 일단 급강하하다가, 한 나라를 하루에 달리는 짐승은 비상을 시작했다.
 내려다보이는 하계에는 녹색의 들판이 펼쳐져 있다.
 
 대화(大化) 21년, 원주 영윤 세츠유(接祐), 상제의 위를 탐하여 병사를 일으키다. 세츠유의 자(字)는 아츠유, 원주후 겐카이의 외아들이다. 주상, 원주 완박에서 이를 치고 천하의 소란을 제거하며, 세츠유를 완박에 효수하다. 주상, 원호를 바꾸어 백치(白雉)라 하다.
 백치 87년, 원호를 바꾸어 대원(大元)이라 하다. 원년, 주상, 기승가금(騎乘家禽)의 영을 내리다. 기(騎)는 본래 말, 소, 요수(妖獸)임에, 이에 요마를 더하여 사기(四騎)로 하며, 가금은 육축(六畜)이던 것을, 이에 요마를 더하여 칠축(七畜)으로 하다. 각사(各社), 성문, 이려(里閭)에 이를 게시하여 청해흑해의 해안,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국토의 모든 곳에 이를 알리다. 십이국을 둘러보매, 삼기육축(三騎六畜)에 요마를 더하는 것은, 안국에 유일한 것이더라.
 
『안사방서(雁史邦書)』
 
5권 동의 해신 서의 창해 끝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下) 후기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후기
 
 판타지라는 것을 써나가면서, 발 아래의 심연을 깨달아 버렸습니다.
 이것은 다른 세계를 무대로 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그곳에서 쓰이는 말은 일본어가 아닙니다. 여기에 테이블이 있고, 이것을 독자에게 테이블이라고 전하고 싶을 때,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테이블」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가지가지로 머리를 쥐어짜서 「상」이라던가 「탁자」라고 바꾸어 봤지만, 그런 짓을 하고 있는 사이에, 그럼 「방」은 「방」이라고 불러도 좋은 건지, 「건물」은 「건물」이라고 불러도 좋은 건지, 깊은 의문이 들어버렸습니다.
 작중에 「폼이 안 나(伊達ではない)」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이것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이 세계, 이 시대, 사용될 리가 없습니다. --그럼,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는 괜찮은 것일까요? 그런 부분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 세계의 언어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쓰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에 쫓겨버립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가 되어버릴 테니. 그런 쪽의 조정이 고난의 근원입니다. 이런 점에서 발이 묶여버리는 저는, 역시 판타지에는 전혀 맞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세계(異世界) 판타지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위대해요.
 
 어쨌거나, 세 번째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신히 일본어로 써놨으니, 안심하세요.(웃음)
 이 시리즈, 실은 시리즈 명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모두들「십이국기」로 부르게 된 듯 하고, 저로서도 가장 부르기 쉬워서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만, 이건 왠지 모르게 광고에 거짓말이 섞인,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어쨌거나, 아직 세 나라밖에 안나왔으니까.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서쪽으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만, 결국 친근한 나라 얘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왜지?
 게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번외편이라는 기분으로 쓰기 시작했던 것이 뚜껑을 열고 보니 스스로도, 이게 어디가 번외편이야? 라고 할만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곤란하군요.
 그런 건 어쨌거나. 조금이라도 즐겨주신다면 행복하겠습니다.
 
오노 후유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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