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커피 얼룩의 비밀

by Casey,Riley 2020. 6. 16.
반응형

 

 
이 책은 우유에서부터 시작해 맥주와 와인, 커피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에서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곤 하는 음료를 골라, 충돌과 거품, 표면장력과 점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커피 얼룩의 비밀 
 


▣ Short Summary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둘러보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 된다. ‘커피 얼룩은 왜 항상 바깥쪽 테두리가 더 진할까?, 맥주 거품은 왜 생겼다가 사라지는 걸까?, 우유의 왕관 효과는 신선한 우유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까?’이렇게 세상에 다양한 질문을 던지다 보면, 세상의 비밀 한 꺼풀 정도는 벗겨낼 수 있고, 또한 우리가 알게 된 만큼 세상이 달리 보이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우유에서부터 시작해 맥주와 와인, 커피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있는 음료에서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곤 하는 음료를 골라, 충돌과 거품, 표면장력과 점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과학은 유체역학이라는 물리학의 한 분야인데, 유체(流體, fluid)란 한자어 뜻대로‘흐르는 것’을 말한다. 액체와 기체, 그리고 플라즈마의 움직임에 대한 학문을 뜻하는 유체역학은, 왜 어떤 유체는 어떤 표면에 부딪혔을 때 튀어 오르고, 어떤 경우에는 폭발하듯 터져 오르며, 또 어떨 때는 휘몰아치듯 소용돌이를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 차례 
 
들어가며 
 
1. 우유 왕관(Milk Crown) - 충돌에 대하여 신선한 우유의 상징 ‘우유 왕관’ / 왕관의 탄생 순간의 포착, 초고속 카메라 / 춤추는 물방울 ‘라이덴프로스트 효과’ 소변의 물리학 / 물방울 충돌과 예술 
 
2. 기네스 폭포(Guiness Cascade) - 거품에 대하여 1 
 
아일랜드의 영혼, 기네스 맥주 / 기네스의 매력, 질소 거품 완벽한 한 잔의 기네스 / 쏟아지는 거품 ‘기네스 폭포’ 기네스 캔맥주의 비밀 / 맥주 거품의 소멸 
 
- 2 - 커피 얼룩의 비밀 
 
엔젤링의 원리 ‘치리오스 효과’ / 맥주 거품 즐기기 
 
3. 악마의 와인(Devil's Wine) - 거품에 대하여 2 
 
샴페인의 탄생 / 샴페인 기포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플루트 vs. 쿠프 / 막걸리와 탄산수의 거품 콜라 - 멘토스 폭발 / 생명체의 거품 / 거품과 수학 거품의 공학적 응용 / 세계에서 가장 큰 비눗방울 
 
4. 커피 얼룩(Coffee Stain) - 표면장력에 대하여 커피 얼룩 효과 / 커피 얼룩의 예술 접촉각이란? / 위스키 얼룩 / 와인의 눈물술 속의 구슬, 비딩 / 물방울 증발의 응용 
 
5. 초콜릿 분수(Chocolate Fountain) - 정성에 대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행 중인 실험 / 점탄성 유체의 여러 효과들 물질의 변형과 흐름, 유변학 / 미끄러지는 표면 ‘리퀴글라이드’ 온도와 알코올 도수에 따른 술의 점성 / 소주 슬러시와 과냉각 라면 스프 먼저? 면 먼저? 
 
6. 무지개 칵테일(Rainbow Cocktail) - 밀도에 대하여 푸스카페 스타일 칵테일 / 믹싱 스타일 칵테일 칵테일의 심장, 얼음 / 온도, 고도, 염도에 따른 밀도 무거운 물 ‘중수’ / 브라질 땅콩 효과 
 
7. 커피와 비스킷(Coffee & Biscuit) - 모세관 현상에 대하여 힌두교 우유의 기적 / 우주의 에스프레소 비스킷 적셔 먹기 / 생태계의 모세관 현상 사이펀과 계영배 / 모세관 현상과 종이접기 
 
8. 찻잔 속 태풍(Typhoon in a Teacup) - 소용돌이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 태풍 / 코리올리 힘아인슈타인의 찻잔 / 샤워 커튼 효과 포석정과 돌개구멍 / 고흐 작품의 소용돌이 변화구의 원리 ‘마그누스 효과’ / 날개 없는 선풍기 
 
맺으며 / 참고 자료 / 찾아보기 
 
- 3 - 커피 얼룩의 비밀 
 
커피 얼룩의 비밀 
 

 
우유 왕관(Milk Crown) - 충돌에 대하여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은 연간 강수량이 약 20㎜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한 지역인데, 이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여 놀랍게도 스스로 마실 물을 만들어 낸다. 뿌연 안개가 낀 이른 아침, 물구나무서듯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등을 수직으로 세운다. 바람에 흩날리는 미세한 물방울은 등껍데기와 충돌한 후 어느 정도 쌓이면 아래로 흘러내리는데 그 수분을 바로 섭취한다. 생존을 위한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몸소 경험하는 셈이다. 딱정벌레 등껍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된 물통 ‘Dew Bank(이슬 저장고)’는 사막의 아이들에게 오아시스가 되었다. 이제 다양한 액체 방울이 충돌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된 과학 원리와,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보자. 
 
신선한 우유의 상징 ‘우유 왕관’: 표면 위에 우유 한 방울이 떨어진다. 충격으로 인해 표면은 출렁거리고 우유 방울이 떨어진 지점 주변에 작은 방울들이 둥글게 튀어 오른다. 그 순간의 모양이 마치 왕관을 닮았다 하여 이를 우유 왕관(Milk Crown)이라 부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는 이 모습은 초고속 카메라로 특수 촬영해야만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데, 유제품 업계는 오래전부터 이 신기한 현상을 광고에 적극 활용하였다. 그렇다면 왕관 현상은 과연 신선한 우유에서만 생기는 것일까? 정답부터 바로 이야기하면 신선하지 않은 우유에서도 왕관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 
 
우유는 약 88%의 수분으로 이루어진 약산성(pH 6.7) 액체이며, 미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풍부 하여 세균이 번식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우유를 냉장 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오랜 기간 방치하면 당분 중 하나인 유당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젖산을 생성한다. 우유의 수소이온농도(pH)가 점차 낮아져 산성화되는 과정이다. 이때 등전점(isoelectric point)이라 부르는 특정 pH(약 4.6) 이하가 되면 응고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이유로 장기간 상온에 노출된 우유는 엉기고 뭉쳐서 신선한 우유에 비해 약간 걸쭉해지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 
 
다시 말해 꿀이나 샴푸같이 끈적끈적한 정도, 즉 점도가 매우 높은 액체는 분자 간 잡아당기는 힘이 강하여 왕관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우유를 며칠 보관하는 수준에서 응고에 의한 점도 변화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왕관 현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왕관 현상은 상온에 방치된 우유는 물론 물, 음료수, 커피 등 점도가 낮은 액체라면 무엇에서든 관찰할 수 있다. 
 
왕관의 탄생: 이제 왕관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물리학 관점에서 들여다보자. 빗방울처럼 낙하하는 우유 방울의 운동 에너지는 공기 저항 등에 의해 일부 사라지고 나머지는 충돌에 사용된다. 그리고 충돌하는 순간 미세한 소리와 열 등으로 일부 에너지가 추가로 사라지고, 남은 에너지가 충분히 클 경우 주변의 우유는 분자 사이의 응집력을 이겨 내고 위로 솟구쳐 오른다. 이때 위로 계속 떠오르려는 관성력과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 표면장력에 의해 작은 우유 방울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전문 용어로 위성 액적(satellite droplet)이라 한다. 이 방울들이 순간적으로 왕관 모양을 만들고 움푹 파인 중심 방향으로 에너지가 전달되면 웅덩이가 다시 메워진다. 마지막으로 왕관 중심에서 한방울이 위로 튀어 오른다. 이러한 과정을 코로나 스플래쉬(corona splash)라 하는데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 스플래쉬는 첨벙거림을 뜻한다. 그렇다면 모든 액체 방울이 충돌할 때마다 항상 왕관 모양을 만들어 낼까? 왕관의 형성 여부는 방울의 크기 및 낙하 높이와 끈끈한 성질을 뜻하는 점성 사이의 상관관계에 의해 정해진다. 다시 말해 방울이 크거나 낙하 높이가 높으면 운동 에너지가 표면 에너지를 
 
- 4 - 커피 얼룩의 비밀 
 
극복하여 왕관이 형성되지만, 반대로 낙하 높이가 낮거나 액체의 점성이 충분히 강하면 운동 에너지가 표면 에너지를 이길 수 없어 왕관이 생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점성이 강한 꿀이나 케첩은 어지간히 높은 위치에서 떨어뜨려도 왕관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기과학과 피터 홉스 연구진은 1967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얕은 액체 위의 물방울 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하였다.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경 3㎜의 물방 울의 낙하 높이가 10㎝~2m 범위 안에 있을 때, 위성 액적의 숫자가 높이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한 다고 한다. 즉 낙하 높이가 1m일 때 왕관 모양을 만드는 위성 액적이 25개라면, 2m에서는 약 50개가 생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위성 액적의 개수가 많을수록 낙하 높이가 높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현상에서 나타나는 여러 변수의 상관관계를 간단히 표현하기 위해 차원이 없는 숫자, 무차원수를 도입하였다. 액체 방울의 충돌에는 무차원수로 표면장력에 대한 관성력의 비율을 의미 하는 웨버 수(We, Weber number)가 쓰이며,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We=ρV 2 L / σ (ρ는 액체의 밀도, V는 액체의 속도, L은 특성 길이, σ는 표면장력)’ 따라서 웨버 수가 작으면, 즉 관성력이 표면장력을 이기지 못하면 액체 방울이 표면에 그대로 묻히고, 웨버 수가 어느 정도 이상 되어야 왕관 모양을 형성한다. 이처럼 무차원수를 이용하면 밀도, 속도, 길이, 표면장력을 일일이 언급하지 않고도 웨버 수하나로 간단하게 왕관의 형성 조건을 설명할 수 있다. 
 
기네스 폭포(Guiness Cascade) - 거품에 대하여 1 과학에서 거품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비누와 샴푸 등 대부분의 세계는 거품을 만들어 오염물을 세척하며, 포말 소화기는 이산화탄소와 수산화알루미늄 거품으로 공기를 차단하여 불을 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알려진 에어로겔은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거품 으로 이루어진 다공성 구조인데, 이 물질은 단열과 방음 효과가 탁월하고 매우 가벼워 단열재, 방음재로 널리 쓰인다. 그리고 냉장고의 벽으로 이용되는 발포 플라스틱도 고체 거품의 일종이며, 비행기가 활주로에 불시착할 때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폼크리트(foamcrete)는 거품(foam)과 콘크리트 (concrete)의 합성어이다. 그런데 과학자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오래전부터 거품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물을 쏟을 때 거품이 생기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용돌이를 유심히 관찰한 후 스케치를 남겼다. 
 
한편 거품은 주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달걀흰자로 만드는 수플레와 머랭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어로 ‘부풀다’라는 뜻의 수플레는 흰자로 거품을 내어 버터와 설탕을 넣고 오븐에 굽는 디저트이다.
머랭 역시 달걀 거품으로 만드는 과자의 일종이다. 이런 거품 음식에는 미세한 공기층이 숨어 있어 식감이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거품은 맥주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맥주의 풍성한 거품 층은 탄산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고 산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기네스의 매력, 질소 거품: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기네스의 매력은 쌉싸름한 맛과 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이다. 먼저 쌉싸름한 맛에 대해 알아보자. 대부분의 맥주는 싹을 틔운 보리, 즉 맥아를 볶아서 효모와 함께 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구수함을 넘어선 기네스 특유의 강렬한 쓴맛은 맥아를 볶는 도중 우연히 깜빡 졸아서 살짝 태운 맥아로부터 탄생하였다는 믿기 힘든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또한 맥주의 향긋함을 담당하는 덩굴 식물 홉의 양이 일반 맥주의 두 배 수준이고 항상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250년 넘게 동일한 효모를 사용한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소량의 효모를 금고에 보관하고 단 두 명만이 그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 5 - 커피 얼룩의 비밀 
 
다음으로 부드러운 거품은 맥주 맛에 지대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거품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맛은 동일하더라도 거품이 빠진 맥주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네스는 거품 부터 다른 맥주들과 차별화된다. 이산화탄소 비율이 높은 일반 맥주들과 달리, 기네스는 질소와 이산 화탄소의 비율이 7대 3으로 질소가 매우 많은데, 질소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용해도가 낮기 때문에 맥주 밖으로 쉽게 빠져나와 미세한 거품을 형성한다. 이 거품은 입자가 매우 고와 입술에 닿는 촉감이 벨벳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공기 함유량이 많을수록, 즉 작은 기포가 많을수록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것과 유사하다. 
 
기네스 캔맥주의 비밀 ‘위젯’: 가스통과 연결된 케그(keg)에서 직접 따르는 생맥주와 달리 캔맥주에서는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 수 없어 고민하던 기네스는, 1980년대 초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여 위젯 (widget)이라는 장치를 개발하였다. 위젯은 탁구공보다 작은 플라스틱 공으로 미세한 구멍이 하나 있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대기압에 노출된 맥주의 압력이 순간적으로 낮아지면 위젯 안에 들어 있던 높은 압력의 질소가 밖으로 강하게 분출되며 거품을 일으키는 원리이다. 기네스는 1988년 위젯이 적용된 캔맥주를 출시하였으며 1991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술 진보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위젯은 2003년 영국에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지난 40년간 개발된 가장 뛰어난 발명품으로 선정되었다.
기네스는 매우 단순해 보이는 위젯에 무려 100억 원의 연구비를 쏟아 부었는데, 현재 다른 맥주 회사가 위젯을 사용하기 위해 기네스에 내는 특허 사용료로 이미 연구비를 모두 회수하였다고 한다. 
 
기네스 캔맥주의 거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거품 발생 장치 ‘서저(surger)’를 이용하는 것이다. 서저는 기네스 특유의 미세한 기포를 발생시키는 서지(surge) 효과를 내기 위해 고안된 장비로 초음파를 이용한다. 이제 가정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생맥주 같은 캔맥주를 즐길 수 있다. 
 
맥주 거품의 소멸: 위젯, 서저 등을 이용하여 맥주의 생명과도 같은 거품을 만들더라도, 거품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독일 뮌헨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학교 물리학과 아른트 라이케 교수는 그 ‘언젠가’를 예측하기 위해서 맥주 거품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였다. 그는 또한 세종류의 맥주, 에딩거, 버드와이저, 아우구스티너를 잔에 따른 후 초기 거품의 높이(h 0) 와 시간(t)에 따른 높이(h) 변화를 측정하였는데, 그 결과 맥주의 종류에 따라 거품이 줄어드는 속도는 제각각이지만, 세 맥주 모두 거품이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은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시 말해 맥주마다 거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τ)가 정해져 있으며, 그 값은 맥주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이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h(t)=h 0 ㆍexp(-t/τ) 
 
한편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수학과 연구진은 거품의 소멸 과정을 수식으로 설명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는데, 그에 따르면 거품은 하나의 방울이 터진 후 재배열과 액체 막이 점점 얇아지는 배수, 마침내 막이 터지는 파열의 3단계를 반복한다. 연구진은 표면장력, 중력, 비압 축성 조건에서 거품의 거동에 대한 운동 방정식을 세운 후,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험 결과가 거의 일치 함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를 이용하면 맥주 거품의 소멸 과정과 소멸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커피 얼룩(Coffee Stain) - 표면장력에 대하여 중남미의 강과 하천에 서식하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발이 물에 가라앉기 전에 다음 발을 내딛는 방식 으로 1초에 무려 20걸음을 뛰어다닌다. 이 같은 수면 보행이 가능한 이유에는 무시무시한 속도 외에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 바로 표면장력이다. 물 분자끼리 서로 뭉치려는 힘으로 인해 발생하는 표면 장력은 수면 위 물체에 반발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몸통에 비해 긴 발가락과 수면 사이의 커다란 표면 장력은 바실리스크 도마뱀이 물 위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만일 물보다 표면장력이 작 
 
- 6 - 커피 얼룩의 비밀 
 
은 기름이나 알코올 위라면 반발력 역시 작기 때문에 달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면 평상시 물 위에 떠서 유유히 살아가는 소금쟁이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처럼 열심히 뛰지 않아도 된다. 몸무게가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발끝의 기름에 젖은 털이 물을 흡수하지 않고 밀어내어 표면장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표면장력의 크기는 액체의 종류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따뜻한 물보다 차가운 물의 표면장력이 더 크다. 표면장력은 온도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액체는 기화하면서 열을 흡수하므로 온도가 낮아진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표면장력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유동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마시는 커피나 와인이 증발할 때 표면장력의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커피 얼룩 효과: 책상 위에 떨어뜨린 커피 한 방울. 다음 날 커피 얼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얼룩이 균일하지 않고 중심은 상대적으로 연한 색이며 바깥 테두리는 진하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물방울은 습도가 낮은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활발히 일어난다. 증발로 인해 물이 사라지면 겉보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물방울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흐름이 발생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커피 알갱이들 역시 그 유동을 따라 이동한다. 가장자리에서 물은 계속 증발하고 커피 알갱이들만 쌓이는데, 이것이 커피 얼룩에서 바깥 테두리 색이 더 진한 이유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커피 얼룩 효과 또는 커피 고리 효과라 한다. 
 
커피 얼룩 효과가 일어나는 과정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입자영상유속계(PIV)가 사용된다. 입자영상 유속계는 미세한 형광 입자가 섞인 유체 흐름을 연속적으로 촬영하여 시각화할 수 있는 장치로 물방울 내부에서 일어나는 유동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한 사진의 영상 처리를 통해 유동의 전체적인 속도 분포를 나타낸 속도장도 계산할 수 있다. 이 단순한 현상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1865년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톰슨이 처음 이 현상을 발견하였고,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마랑고니가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그리하여 물방울이 증발처럼 표면장력 차이로 인해 발생한 흐름을 마랑고니 유동이라 한다. 이후 미국 물리학자 조사이어 깁스가 이론을 완성하였다. 
 
그렇다면 커피 얼룩 효과는 어떤 환경에서 뚜렷이 나타날까? 물방울의 증발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가장자리가 고정된 상태에서 물방울 모양이 점점 납작해지는 일정 접촉 반경 단계이다. 두 번째는 모양은 동일하게 유지하며 가장자리만 안쪽으로 이동하는 일정 접촉각 단계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앞선 두 단계가 합쳐진, 모양도 납작해지고 가장자리도 안쪽으로 줄어드는 수축 단계이다. 
 
그런데 커피 알갱이는 첫 번째 일정 접촉면적 단계에서 바깥 테두리에 많이 쌓인다. 따라서 일정 접촉각 단계가 주로 일어나는 소수성 표면보다는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활발히 일어나는, 즉 일정 접촉면적 단계가 지배적인 친수성 표면에서 커피 얼룩 효과가 확연하다. 반대로 커피 얼룩의 테두리가 연할수록 표면이 소수성에 가깝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로 인해 물방울에 서도 얼룩이 생긴다. 예로 유리잔을 물로 깨끗이 씻더라도 천천히 자연 건조하면 물방울 바깥쪽에 희미한 얼룩이 남는다. 따라서 완벽히 투명한 유리잔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물로 세척한 후 곧바로 리넨 같은 헝겊으로 물기를 완전히 닦아 증발로 인한 얼룩 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와인의 눈물: 와인이 증발할 때도 표면장력에 의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와인은 맛뿐만이 아니라 여러 감각을 이용하여 즐기는 술이다. 먼저 와인의 색을 바라보고 향을 맡은 후 천천히 맛을 음미 한다. 향을 맡기 전에는 증발이 잘 일어나 향이 풍부해지도록 잔을 가볍게 2~3바퀴 돌려 와인을 잔벽면에 넓고 얇게 펼치는데, 이를 스월링(swirling)이라 한다. 스월링 후 잔을 유심히 살펴보면 와인이 
 
- 7 - 커피 얼룩의 비밀 
 
꿈틀대며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와인의 성분 중 알코올이 물보다 빨리 증발하고 나면, 잔 벽에 얇게 펼쳐진 물이 표면장력으로 인해 뭉쳐지고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하여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과 비슷하여 이를 와인의 눈물(tears of wine), 또는 와인의 다리(legs of wine)라 부른다. ‘커피 얼룩 효과’와 마찬가지로 마랑고니 유동에 의한 현상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일수록 알코올과 물의 증발 속도 차이가 크므로 와인의 눈물을 관찰하기 수월 하다. 또한 액체의 끈적끈적한 성질을 나타내는 점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와인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글리세린이 점성을 결정하는데, 특히 달콤한 와인은 글리세린을 많이 포함하기에 이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와인의 눈물이 선명할수록 품질이 좋은 와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프랑스의 전설적인 양조학자 에밀 빼노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표면장력에 의해 발생하는 마랑고니 유동은 남미에서 흔히 마시는 마테차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쿠바 아바나대학교의 학부생 세바스찬 비안치니는 깨끗한 물을 마테잎이 담긴 컵에 부을 때 마테잎이 거꾸로 물을 타고 올라오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마랑고니 유동에 의해 국소적으로 역류가 발생하는데, 이 흐름을 따라 잎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 환경에서 오염 물질의 일부가 상류로 흘러 들어가 수원지 전체를 오염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커피와 비스킷(Coffee & Biscuit) - 모세관 현상에 대하여 지식이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모습을 두고 흔히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라 표현한다. 스펀지는 구멍이 많아 매우 가볍고 탄성을 가지고 있으며 미세한 틈 사이로 물이 쉽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점성이 강하지 않은 액체가 가느라단 관 안으로 저절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모세관 작용이라 한다. 액체는 중력에 의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지만, 모세관 현상을 이용하면 펌프 같은 기계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낮은 곳의 액체를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때 수직으로 선 모세관 안으로 액체가 올라가는 높이는 표면장력, 접촉각, 밀도, 관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밀도가 낮을수록, 관이 가늘수록 액체는 높이 올라간다. 
 
이러한 모세관 현상 덕분에 키가 큰 나무도 뿌리 근처의 물을 상단의 줄기까지 보낼 수 있다. 지구상 에서 키가 가장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세쿼이아로 무려 115.9m에 달하 는데, 이는 아파트 40층 높이에 해당한다. 생물학자 토드 도슨은 나무가 최고로 자랄 수 있는 높이를 
 
137m로 추정하였는데, 이는 중력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모세관 현상의 한계를 의미한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도구들도 있다. 혼합물의 구성 성분을 분리하는 크로마토그 래피와 잉크를 쓰는 만년필이 그 예이다. 종이에 사인펜으로 점을 찍고 아래 부분을 물에 담그면 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물이 종이를 따라 올라가면서 사인펜의 색소가 분리되는데, 이것이 크로마토그래피의 원리이다. 1883년 뉴욕의 보험 판매원 루이스 워터맨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만년필 역시 모세관 현상을 이용하였다. 워터맨은 당시 성능이 좋지 않은 잉크펜 때문에 계약을 망친 후 직접 연구한 끝에 안정적으로 펜촉에 잉크를 공급하는 만년필을 발명하였다. 
 
비스킷 적셔 먹기: 비스킷은 커피나 차에 적실 때 힘없이 부서져 버리기 일쑤이다. 비스킷을 이루고 있는 녹말가루, 설탕, 지방 사이의 틈으로 커피가 침투하기 때문인데, 이는 모세관 현상의 일종이다.
호주 과학자 랜 피셔는 비스킷을 커피에 적실 때 나타나는 모세관 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여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였다. 피셔에 의하면 비스킷이 완전히 젖는 데 걸리는 시간은 워시번 방정식으로 설명되며, 이 식은 1921년 미국 화학자 에드워드 워시번이 제안하였다. 
 
- 8 - 커피 얼룩의 비밀 
 
피셔가 연구를 핑계 삼아 수백 개의 비스킷을 먹어 치우며 내린 결론은 비스킷이 부서지지 않도록 한쪽 면을 초콜릿으로 코팅할 것, 적실 때 초콜릿 코팅된 면이 위를 향하게 할 것, 초콜릿 코팅된 면이 마른 상태로 남아 있을 때까지만 적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적용된 위시번 방정식은 비단 비스킷 문제뿐 아니라 건축물의 습기 예방, 시멘트 같은 분말의 기공률 측정, 다공질 암석에서의 석유 추출 등에도 쓰인다. 피셔는 이 연구 결과로 1999년 물리학 부문 이그노벨상을 수상하였다. 
 
한편 비스킷에 커피가 스며들 듯 피부의 땀을 흡수시킨 후 밖으로 배출하여 쾌적함을 제공하는 기능성 의류도 있다. 등산복이나 야외 활동복에 주로 사용되는 ‘쿨맥스(coolmax)’는 1986년 미국 듀폰이 개발한 섬유로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소재이다. 원사로 사용되는 실에 미세한 홈이 있어 땀과 수분을 바로 흡수한 후 증발시키는 원리로 격렬한 운동을 할 때에도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모세관 현상과 종이접기: 어린이들이 즐겨하는 놀이 중 종이꽃 피우기가 있는데, 꽃봉오리 모양으로 접은 종이를 물 위에 띄우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젖은 종이가 꽃이 피는 것처럼 넓게 펼쳐진다. 반대로 펼쳐진 종이가 거꾸로 접히는 현상도 있다. 2007년 프랑스 샤를로트 피 연구진은 물 한 방울로 고분자 PDMS 평면을 3차원 구조물로 접는 모세관 종이접기에 성공하였다. 이처럼 모세관 현상은 종이 접기와 결합되어 미세유체역학 분야에서 초소형 물체의 자기 조립에도 이용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물체를 가공하거나 조립하는 작업은 어려운데, 스스로 접히는 방식을 활용하면 대량 생산에 적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종이접기는 자동차 에어백, 우주 망원경, 동맥경화 스텐트 시술, 인공 근육, 단백질 구조 등을 파악하는 데에도 이용되며 심지어 식탁 위 냅킨을 접는 데에도 응용된다. 
 
찻잔 속 태풍(Typhoon in a Teacup) - 소용돌이에 대하여 고온 다습한 공기가 강력한 상승 기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토네이도는 미국 같은 대평원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관측된 기록이 있다. 1980년 7월 경상남도 사천시에서 발생한 회오리 바람으로 황소가 약 20m를 날아갔다고 전해지며, 동해안 울릉도 인근에는 해상 토네이도인 용오름이 종종 나타난다. 소용돌이는 바다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특히 일본 남쪽 쿠로시오 해류에서 소용돌이가 종종 목격된다. 이 소용돌이의 직경은 수 킬로미터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다양하며, 그 위를 지나가는 배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마을로 해수가 들이치면서 침수 피해를 주기도 한다. 한편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 그리고 새를 모방한 비행기의 날개 끝에서도 작은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여러 마리의 새들이 V자 형태로 나는 이유 역시 소용돌이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바로 앞에 나는 새의 날개 짓으로 발생한 소용돌이의 상승 기류를 활용하면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인 비행이 가능하다. 반면 비행 기는 안타깝게도 새처럼 군집 형태로 운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날개 끝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1970년대 리차드 위트컴 박사는 비행기 날개 끝에 작은 날개를 수직으로 달아 소용돌이를 감소시켰는데, 이 날개를 익단소익(翼端小翼) 또는 윙렛(winglet)이라 한다. 항공 업체는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3%의 연료를 줄여 천문학적인 비용을 절감하였다. 이처럼 소용돌 이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때로는 없애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 태풍: 태풍은 열대성 저기압으로 충분한 열에너지와 수분, 그리고 공기를 소용돌이치는 힘 등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할 때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뜨거운 여름, 해수면 온도가 27 이상인 열대 기후의 바다에서 지구 자전에 의한 회전력으로 태풍이 생긴다. 이러한 이유 
 
- 9 - 커피 얼룩의 비밀 
 
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8월 전후에 태풍이 집중적으로 북상한다. 태풍은 중심의 눈과 그 주변에 눈의벽(eyewall)이라 부르는 적란운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풍의 주변부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심부인 ‘태풍의 눈’은 의외로 고요한데 이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으로 설명된다. 
 
즉 회전하는 물체는 외부로부터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각속도와 관성 모멘트의 곱인 각운동량이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태풍 중심으로 접근할수록 바람이 세지고 그만큼 강한 원심력이 발생한다. 이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회전할 때 양팔을 오므리면 더 빠르게 도는 원리와 동일하다. 따라서 기압 차이가 있어도 바람이 원심력을 뚫고 중심부로 들어갈 수 없어 지름 20~60㎞의 고요한 태풍의 눈이 형성된다.
흔히 태풍은 막심한 피해만 주는 자연 재해로 인식되는데 여러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물의 주요 공급 원으로 가뭄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저위도 지방의 열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시켜 위도에 다른 온도 분포를 고르게 만든다. 또한 공기를 순환시켜 대기 오염 물질을 흩어지게 하고 강력한 힘으로 해수를 뒤섞음으로써 적조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찻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규모의 소용돌이는 찻잔 안에서 일어난다. 양자 역학에 큰 업적을 남긴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차를 마시다가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숟가락으로 물을 빠르게 휘저으면 찻잎 역시 회전하다가 천천히 멈추는데, 마지막에는 반드시 찻잎이 중앙에 모인다는 점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원심력으로 인해 찻잎이 바깥쪽으로 이동할 것 같은데 실제 현상은 정반대로 일어나 이를 찻잎 역설이라 부른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당대 최고의 석학 슈뢰딩거도 설명하지 못한 이 현상의 원리에 대해 독일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찻잔 안의 물을 휘저으면 바깥쪽으로 나선을 그리며 회전하는데, 이때 위쪽의 물은 빠르게 도는 반면에 아래쪽의 물은 바닥과 마찰로 인해 천천히 돈다.
이 속도 차이에 의해 물과 찻잎은 상단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잔 벽을 따라 아래로, 그리고 다시 바닥 면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이후 물은 다시 위로 상승하지만 찻잎은 중력에 의해 그 자리를 지킨다. 이렇게 수직으로 순환하는 유동을 수평으로 휘저어 발생하는 주요 흐름(primary flow)과 구별하여 2차 흐름(secondary flow)이라 한다. 2차 흐름은 찻잔 밖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호주 모나쉬 대학교 기계공 학과의 다이안 아리핀 박사는 혈장과 적혈구를 분리하는 의학용 진단 장치에 2차 흐름을 응용하였다.
또한 기상학에서 기압에 따라 날씨가 다른 이유를 설명하거나 맥주 양조 과정에서 단백질과 폴리페놀이 응집한 트루브(trub)를 제거하는 데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변화구의 원리 ‘마그누스 효과’: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은 태풍처럼 회전하는 유체에 관한 것이다. 반면 고체가 회전하면서 주변 유체의 흐름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공이 날아가 면서 회전할 때 주변 유체의 속도와 압력이 변화하고 그로 인해 회전 방향으로 휘어지는데, 이를 마그 누스 효과라 한다. 1852년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마그누스는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포탄이나 총알이 휘는 원인을 공기의 압력 차이로 설명하였다. 
 
마그누스 효과는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의 원리이기도 하다. 투수가 던진 공이 날아가면서 회전하면 한 쪽은 회전 속도에 공기 속도가 더해져 더욱 빨라지고, 방향이 서로 다른 반대편은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이런 속도 차이는 베르누이 정리에 의해 압력 차이를 발생시켜 속도가 빠른, 즉압력이 낮은 방향으로 공을 휘게 만든다. 이때 공이 진행 방향의 앞쪽으로 회전하는 것을 탑스핀(top spin), 뒤쪽으로 회전하는 것을 백스핀(back spin)이라 한다. 따라서 커브볼은 탑스핀이 걸려서 타자 앞까지 오면 아래 방향으로 휘어지고, 직구라 불리는 패스트볼은 백스핀이 걸려서 아래로 덜 떨어진다.
한편 타자가 볼 때 공이 위로 떠오른다고 느껴지는 라이징 패스트볼은 포심(four-seam) 패스트볼의 
 
- 10 - 커피 얼룩의 비밀 
 
일종으로, 강한 백스핀에 의해 회전력이 중력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 거의 가라앉지 않는 구종이다. 공이 한 바퀴 돌 때 실밥 두 줄이 회전하는 투심(two-seam)과 달리 포심은 네 줄이 회전하기 때문에 구속이 빠르고, 그만큼 낙폭이 작아 공이 마치 솟구치는 듯한 착시가 발생한다. 
 
미국 물리학자 피터 브랭카지오에 의하면 이론적으로 시속 150㎞ 이상의 공에 초당 60회전 이상의 매우 빠르고 강력한 백스핀을 걸면 공이 살짝 떠오를 수는 있으나, 실제로 그런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의 회전수는 초당 40회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7년 회전수 1위 투수인 칼 에드워즈 주니어는 44.6회, 전체 투수 평균은 37.6회이다. 한편 공에 회전을 잘 먹이기 위해 침을 발라 던지는 것을 스핏볼(spitball)이라 하는데, 이는 야구 규칙에서 부정 투구로 간주한다. 
 
한편 당구에서도 공의 회전을 이용한다. 공의 위쪽을 치는 오시(밀어치기)는 탑스핀, 아래쪽을 치는 히끼(끌어치기)는 백스핀에 해당한다. 탁구에서 역시 드라이브(drive)는 탑스핀, 흔히 커트(cut)라 불리는 푸쉬(push)는 백스핀을 이용한 기술이다. 마그누스 효과는 축구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주특기인 회전킥(spin kick)이 그 예이다. 반대로 포르투갈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구사하는 무회전킥(nonspin kick)은 회전하지 않기 때문에 마그누스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 뒤쪽에 생기는 카르만 소용돌이에 의해 바람, 습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심하게 흔들려 골키퍼가 궤적을 예상하기 어렵다. 손가락을 구부린 채로 공을 쥐고 던져 날아오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야구의 너클볼 역시 무회전킥과 같은 원리이다. 
 
 
- 11 - 커피 얼룩의 비밀 

반응형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가벗은 힘  (0) 2020.06.30
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  (0) 2020.06.30
상상하고 만들고 해결하고  (0) 2020.06.16
헬시 홈  (0) 2020.06.16
퇴근길 클래식 수업  (0) 202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