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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E. B. 브라우닝

by Casey,Riley 202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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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사랑 

  펌
   
밝은 대낮에 산책하기를 좋아하는 고슴도치가 있었다. 
고슴도치들은 야행성이라서 주로 낮에는 나무뿌리 밑의 
구멍이나 바위틈에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슬슬 돌아다니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이 다 잠든 낮이면 혼자 일어나 숲속을 산책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기지개를 켜고 슬슬 활동을 시작하는 
밤이면 혼자 잠을 잤다. 
  
친구들은 그런 그를 비웃었다. 
  
"넌 네 자신을 좀 알아야 해!넌 고슴도치야. 
고슴도치는 고슴도치답게 살아야 하는거야." 
  
"아냐.난 밤은 싫어.맑은 바람이 불고 햇님이 있고, 
햇살이 눈무신 밝은 대낮이 좋아." 
  
"밤에도 달빛이 있어.별도 빛나고." 
  
"아냐.난 어두침침한 밤은 정말 싫어." 
  
그는 친구들의 말에는 조금도 귀기울이지 않고 해만 뜨면 
일어나 숲속을 산책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이었다. 
아마 유난히 햇살이 눈부시게 빛난 탓이었을 것이다. 
아침마다 산책길에서 늘 만나곤 하던 
다람쥐였으나 고슴도치는 그날따라 다람쥐를 보자 웬지 
가슴이 뛰었다.재빨리 나무 위로 기어오르다가 
잠깐 멈추어 선 다람쥐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에 온몸이 다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다람쥐야,어떻께 하면 나무위로 올라갈 수가 있니? 
좀 가르쳐 줄 수 없겠니?" 
  
"그건 가르쳐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자기 스스로 알아서해야 하는 일이야." 
  
다람쥐는 고슴도치를 쳐다보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고슴도치는 다람쥐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 나무위로 오르려고 
애를 썼으나 번번이 나가떨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날 밤.고슴도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말없이 쳐다보던 다람쥐의 맑고 까만 눈동자와 탐스러운 
다람쥐의 꼬리가 계속 떠올랐다. 

  
고슴도치는 아침마다 더 일찍 숲으로나가 다람쥐를 만났다. 
숲은 언제나 아침이슬에 젖어 있었고,다람쥐는 언제나 아침 
햇살에 빛나는 나뭇잎처럼 반짝거렸다. 
  
고슴도치는 그런 다람쥐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다가 물안개가 교요히 피어오르는 어느 날, 
고슴도치는 다람쥐에게 말했다. 
  
"난 이말을 결코 안하려고 했지만,다람쥐야....난 너를 사랑해" 
  
그러자 다람쥐가 재빨리 나무아래로 내려오면서 말했다. 
  
"나도 널 사랑해." 
  
"정말?" 
  
"그럼!" 
  


다람쥐는 기다렸다는듯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고슴도치의 
품으로 달려들었다.고슴도치는 힘껏 다람쥐를 껴안았다. 
아,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갑자기 다람쥐가 비명을 내질렀다. 
  
"아야!아야!이거 놔,이거 놓으란 말이야!!!!!" 
  
고슴도치는 깝짝 놀라 팔의 힘을 풀었다. 
다람쥐가 얼른 고슴도치의 품속을 빠져나가면서 소리쳤다. 
  
"넌 왠 가시가 그렇게 많니?따가워 죽을 뻔 했어." 
  
"우린 원래 그래.다들 가시털이 나 있어." 
  
"가시가 있으면 난 싫어.난 널 사랑하지 않을거야. 
네 몸에 가시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 
  
"그러지마.내가 누굴 사랑해 본건 네가 처음이야." 
  
"싫어!몸에 가시가 있는 한 난 널 사랑하지않을 거야. 
난 널 안을수도,안길수도 없어." 
  
고슴도치는 정신이 멍해졌다.사랑을 얻게 된 순간에 갑자기 
사랑을 잃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굴 사랑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란 
말이 입안에서 뱅뱅 돌았으나 그런말은 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다람쥐만 쳐다보았다. 
  
그러자 다람쥐는 다시 나무위로 올라가버리고 말았다. 
  
"가시를 없애지 않는 한 날 만날 생각도 하지마."라는 
말만 남긴채.. 

  
그뒤, 고슴도치는 다람쥐를 만날 수 없었다. 
다람쥐는 고슴도치가 나타나기만 하면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버리고 말았다.고슴도치는 다람쥐가 보고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사랑에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된 
고슴도치는 허구한날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곰곰 생각했다. 
  
'내가 다람쥐를 사랑하는 한 어쩔 수 없어. 
내 몸의 가시털을 없애는 수 밖에.... 
다람쥐는 나를 사랑하면서도 내 몸에 난 가시털때문에 
날 멀리하고 있는 것 뿐이야.내 몸에 가시가 없다면 
우린 지금쯤 뜨겁게 사랑하고 있을거야.난 다람쥐를 위해 
내 몸의 가시를 없애지 않으면 안돼.' 
  
고슴도치는 그날부터 가시털을 없애기위해 바위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한번씩 몸을 비빌때마다 온몸에 피가 
흐르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것 같았다. 
친구들이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말렸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바위 하나를 벌겋게 파로 다 물들이면서 
결국 온 몸의 가시털을 없애버렸다. 
  

"미안해,내가 너에게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했구나." 
  
다람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채 가시를 없애고 찾아온 
고슴도치를 안아주면서 말했다. 
  
"아니야,난 괜찮아.난 이대로 행복해." 
  
다람쥐의 품에 안긴 고슴도치는 정말 행복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싶었다. 
그러나 고슴도치의 행복은 잠깐이었다.다람쥐를 짝사랑하는 
들쥐가 나타나서 고슴도치를 공격해왔다. 
몸에 가시가 없어진 고슴도치로서는 들쥐의 공격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고슴도치는 사랑하는 다람쥐를 들쥐에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고슴도치는 슬피 울었다.몇날 며칠 숲속에는 고슴도치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고슴도치의 몸속에서 다시 가시털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작 고슴도치 그 자신까지도.............♥♥♥   



그와 그녀
펌 
내가 그녀를 알게된 건.. 

8년전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였다.. 
그녀는 나와 동갑이였고.. 사내자식들보다 더 의리있는 친구였다.. 난 그녀와 함께 있으면.. 편안함을 느낀다.. 그녀는 내 고민과 아픔을 늘 함께 했고 항상 자기 일처럼.. 내 아픔을 덜어주곤 했다.. 
난 3년전 어느 통신 bbs에서 만난.. 한 여인을 내 목숨만큼 사랑했었지만.. 그 여인은 이제 사랑해서는 안될.. 한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한 여인에 대한 미련으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난 항상 술을 마셨었고.. 술을 마시는 날엔.. 어김없이 그녀를 찾아갔다.. 그 여인과 함께있는 그는.. 어느 한 사람이.. 자기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그 여인과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어느 한 사람의 간절한 소망을.. 대신 이루고 산다는 걸 알기나 할까.. 
그녀를 찾았다..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그녀에게선 바다를 느낀다.. 한없이 깊고 넓은 바다..
난 이제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여인만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생의 전부라 믿었던 한 여인.. 그 여인이 내 맘에서 떠난 날..

난 이미 내가 아니였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내겐 쥐약이였다.. 그 여인은..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부질없는 미련인줄 알지만.. 난 아직 그 여인을 사랑한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맞선을 보았다.. 맞선나온 아가씨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취기가 오르자..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울먹거렸고..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발길이 옮겨졌다..
맞선본 여자쪽에서 연락이 왔다


.. 다시 보자고 했다.. 사랑없는 결혼이 가능할까? 갑자기.. 그 여인에게 묘한 분노를 느꼈다.. 나도 가능한 빨리 결혼을 할테다..
몇 달 만에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그녀를 찾았다.. 맨정신으로 그녀를 보니 왠지 어색했다 

그녀에게 결혼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해주었다.. 역시 친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더러 결혼을 않하냐고 물었더니.. 미소만 지을뿐이다.. 독신주의인가보다.. 

내 나이 32살.. 32년 동안 오로지 한 여인만을.. 가슴에 품어왔으면서도.. 그 여인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로.. 
내겐 희망도 바램도 기대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곧 지켜야할 여자가 생기고.. 지켜야할 가정이 생길 것이다 
결혼식을 치뤘다.. 사랑해야만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살아가면서.. 충분히 사랑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오지 않았다.. 연애라도 하나?? 
그녀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었다.. 결혼후 한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온 연락이였고.. 너무 늦은 시각이라..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제 한 여인에 대한 미련은.. 아련한 첫사랑의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떠오른다.. 내 지나온 세월이라는 한 모통이에.. 아름답게 장식된 추억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난 지금의 위치에.. 상당히 만족한다.. 

그녀가 죽었다.. 그녀처럼 속 깊고 넓은 여자가.. 자살을 하다니.. 빚독촉에 시달린 걸까?? 그러길래.. 여자는 결혼을 빨리 해야지..
독신주의라니.. 그래도.. 내가 힘들때 가장 진심으로 위로해준 친구인데.. 맘이 아팠다.. 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그녀의 맘을 헤아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나이 80.. 다음 생에서는 그녀와의 만남을 꿈꾼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그녀..



내가 그를 알게된 건..

8년전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였다..
그는 나와 동갑이였고.. 속이야기까지 털어놓는 절친한 사이다.. 난 그와 함께 있으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다..
그는 어려운 일이 있을때면.. 항상 나를 찾았다.. 그의 아픔까지 전부 가지고 싶었다..
그는 3년동안 짝사랑하던 여인이.. 약혼했다는 소릴 듣고..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내게 찾아와 목놓아 울었었다.. 고작 3년의 짝사랑으로 무너지다니.. 그런 그를 보니 내가 더 힘들어졌다..

그는 술을 마시는 날엔.. 항상 나를 찾아왔었고.. 그로인해 그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난 그의 아픔이 지속되기를.. 어쩌면 간절히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마음 전부를 채우고있는 그 여인은 어느 한 사람이.. 자기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그의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어느 한 사람의 간절한 소망을.. 대신 이루고 산다는 걸 알기나 할까..
그가 왔었다..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3년의 짝사랑으로 아파하는 그.. 그런 그를 8년간 기다려온 나..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8년동안 망설였던 한 마디를.. 그에게 전하려고 몇백번 연습했는데.. 그는 내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이젠 누구도 그 여인만큼 사랑할수없다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는 나름대로 이겨내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 같다..
그의 생활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생활이 안정을 찾아갔기 때문에.. 그는 술을 더이상 마시지 않았다..

몇달만에 그가 찾아왔었다.. 그의 마음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가 맞선을 봤다는 말에.. 가슴이 메어졌지만.. 누구보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봤기때문에 나는 안다.. 그는 누구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 사실은 내게 아픔이지만 다행이였다..
더이상 기다릴 순 없다.. 12년동안 그는 내게 많은 얘길했었고.. 12년동안 나는 많은 얘길 듣고만 있었다. 이젠 내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 그의 여자가 되고 싶다.. 그의 전부이고 싶다..
그에게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었다.. 오늘은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해야겠다 왠지 오늘아님 용기가 날것같지 않았다

그는 결혼한다고 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이런 거였다.. 그가 축하해달라는 말에.. 주체할 수 없는 아픔에 힘겨워..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이가 없을 뿐이다..
내 나이 32살.. 한 여인에게 그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그 상처를 고스란히 내게 안겨주었다.. 악몽도 이런 악몽은 없을 것이다..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거지..

그의 결혼식에 갈 수 없었다.. 그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했다.. 난 그 말에 의지해서.. 지금까지 견디고 또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는데.. 난 이 헤어날 수 없는 슬픔을.. 함께 나눠줄 친구도 없었다..
그는 이제 술을 마셔도.. 날 찾아오지 않는다.. 힘겹게 용기내어 만나자고 했는데.. 그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미친듯이 술을 마셔
보았다..
알콜중독이란 진단을 받았다.. 내 나이 이제 33.. 진정 한 남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아픔일지라도.. 너무 힘들다..
견딜 수 없을만큼.. 이젠 다 잊어버리고 싶다.. 내 기억너머로 멀리.. 멀리.. 


 
내 동생        

펌 
" 흐 으 영~~~ "
내가 태어난 후 얼마후에 나를 닮은 이상한 놈이 나와 같은 부모밑에서 태어 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놈과 여지껏 28년간을 형제라는 기다란 인연의 줄로 같은 세상에서 같은 공기를 느끼며 살아왔다. 

나를 낳아주었다는 어머니라는 여자에게서 태어난 우리 형제.. 우리는 형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부모따위는없었으니까.. 아니 최소한 나에게는.. 
내가 세살때 우리 외할머니에게 듣게 된 이야기로는 아버지는 일지 감치 다른 여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미고 ,우리어머니라는 존재 역시 갓 태어난 우리 불쌍한 간난애하나만 달랑 낳고, 어린 나와 갓태어난 내 동생을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그 사람의 삶을 가야만 했다고 한다. 

모순이다. 난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때늦은 지금이지만... 심지어는 짐승도 자기 자식을 버리지 않는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우리 형제를 버렸고,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늙으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내가 국민학교 들어갈 무렵에 내 동생은 아주 심한 병을 앓게 되었다. 아주 두메산골이였던 내가 살았던 곳은 그때 당시 전기조차도 들어오지 않았던 곳이기에 제대로된 병원치료를 받을수 없었다.. 
그래서 동생의 병은 급기어 심각하게 온몸으로 퍼져갔고,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지만 그놈은 두뇌성장이 멈추어 버린 저능아가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바보'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항상 학교를 끝날때마다 대문을 들으서는 순간 아무런 표정도 짓지 못하고 힘들게 있는 그 놈을 난 그냥 무관심하게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학교에서도 그 놈때문에는 난 항상 놀림의 대상이 되었고, `바보형제' 라는 말이 우리 형제에게 항상 따라다니게 되었다.. 
하루는 그놈을 가만히 앉아서 쳐다봤다. 나를 보면서 실실 웃고 있기만 한 그놈이 정말 미웠다. 그래서 난 나도 모르게 그놈을 방한구석으로 밀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놈은 울지도 못하고 계속 실실 웃기만 하였다. 난 어린 마음으로 이런 상황이 너무나 싫어 대문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부모라는 작자에 대해서 증오하기 시작했다. 어렸을때 정말 싫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것은 내 생일과 어버이날.. 그리고 크리스마스라는 빌어먹을 날들이였다. 그때부터 나의 인생은 남들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을수 없었던 나라는 존재.. 
그리고, 그만큼 외로움의 골 역시 깊어갔던 시절의 흐름 때문에.. 내 곁에서 존재하고 있던 동생이라는 존재 역시도 나를 비관적으로 만들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럴때마다 대문앞 동네 개울에 가서 힘껏 돌팔매질을 해대었다. 큰 두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참을수 없었다. 소매 끝으로 난 계속 눈물을 감추고만 있었다. 주변에서 우리를 불러대는 말들이 난 정말 싫었다. 
" 바보형제래요..바보 형제래요.. " 
" 제네들 넘마 아빠가 제내들 버리고 바람났대지 ..아마..? " 
" 말도마요.소문에 듣자하니까 제내 엄마는 미군부대 앞에서 양색시 되었다고 하던데...뭐...쯧쯧~ " 

" 하여간 종자들이 않좋은 아이들이야. 얘..앞으로 제네들이랑 놀지 말아라!! "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다 똑같았다. 우리를 헐뜯지 못해서 안달이 난 모양처럼. 우리 형제에 관한 모든것은 그 동네에 끊임없는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참으로 우스운건 나도 모르는 어머니 아버지라는 사람의 소식을 그사람들에게 들을수 있었으니 말이다.


`버려진 아이' 
난 내 주위를 감싸고 있던 이런 편견들을 이기고 싶었다. 나만은 이런 나의 굴레를 벗어던져 버리고 싶었다. 악착같이 공부했다.정말 악착같이.. 8살때..그리고 14살때도 ..그리고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도 난 `악' 이라는 나를 지탱해주는 오기만으로 훗날의 나의 성공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도 항상 내 주위에는 아직까지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생이 늘 붙어 다녔다. 그놈은 어렸을때 부터 잔병치래도 많았다. 아주 어렸을때 앓던 병 때문인지.. 면역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약했던거 같다.
가끔씩 자율학습을 끝내고 돌아올때마다 그놈이 늦게까지 안자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때마다 그놈에 대한 동정심과 형제간의 연민의 감정을 느겼지만. 그것은 한순간일뿐 항상 나에게는 감추고 싶었던 하나의 부끄러움이었다.. 

어느날이었다. 
"흐....엉.. 아~~~~!! " 
"왜...?" 
"난.....왜.....하..악...교 못..가..?" 
쉽게 나오지도 않은 말로 더듬겨리며 말하는 그놈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병신아!!너 바보니까 못가지.!!! 너가 왜 학교가냐..?" 
하지만 안쓰러움 보다는 그놈이 더듬거리며 침을 흘리며 이야기하는 것이 나에게 더욱 분노를 느끼게 했다. 
"......." 

내이야기에 섭섭했는지 어렵게 뒤돌아 앉더니 혼자서 조용히 가만히 쭈구려 앉았다. 난 갑자기 속으로 그놈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미안하다.나같은 놈이 형이라고 ...정말 미안하다.하지만 어쩔수 없어.. 지형아.나도 왜이러는지 모르겠어..너에게..하나밖에 없는 동생인데..' 
대문을 박차고 다시 개울로 나가 저주 받은 내 삶에 대해서 하염없이 울기만했다. 하루는 학교에서 파하는 길에 눈깔 사탕이 눈에 띄길래 그놈 생각이 나서 그래도 동생이라고 두개를 샀다. 

역시 오늘도 마찬가지고 내가 대문을 들어서면 가장 반기는 놈은 그놈뿐이다. 
"흐...엉..아...왔....어..?" 
"그래...임마..자 이거 먹어라..사탕이다." 
그놈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 졌다. 
그리고는 할머니를 막 부르기 시작했다. 
"하..알..머..니!!! 흐..엉 ...아.가 나..주..려..고 .사 ..탕. 사..왔...어..요...!!! 나....줄...려...고..."
그놈이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처음 본거 같다. 
그럴 것이였다. 아마도 그놈이 나보다 더 저주받은 삶일텐데... 나하나만 믿고 있는 놈인데...그놈이 이렇게 작은거에도 행복해하는걸. 그렇게 좋은 아이인데..내 하나 뿐인 동생인데.. 저렇게 작은사탕하나가 그놈을 기쁘게 하는줄 알았다면. 
난 그날밤...잠들어 있는 그놈의 옆에가서 19년만에 처음으로 옆에 가지런히 누워 그놈을 꼬옥 .안아 주었다. 
내 동생인 지형이를 .... 
내동생인....아이를.. 

`지형아 .하지만 형은 너에게 이렇게 대해줄수 없어.미안하구나.' 
"수험번호 080705번 님은 법학과에 합격하셨습니다." 
면장님댁에서 간신히 전화를 한통 얻어써서 합격 결과를 알아본 결과.. 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걸 알수 있었다. 
동네에서는 그날 잔치가 벌어졌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인 그곳을 간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예전에 내가 그들이 그렇게도 기피했던 어머니는 양공주. 아버지는 바람둥이 의 아들인 버려진 자식이라는 걸 잊은듯. 자신들의 일인양 마냥 기뻐했다. 
난 .가증스러움을 느꼈다. 가증 스럽다. 세상이... 


형이 역시 할머니에게서 들어서인지 그날도 역시 베실베실 웃으며.. 
"흐..엉..아.!!! 대...학....생...되...는 ..거지...헤헤..." 
그놈의 축하방법이였을것이다. 난 아무말 없이 그놈에게 씨..익 웃어주었다. 내가 처음 올라온 서울이라는 곳은 정말 내가 살던곳이랑 너무 다른 천지였다. 돌아가는 세상 .돌아가는 사람들. 조금도 서로에게 여유라는 공간이 없던 그곳.. 하지만 차가워 질대로 차가워진 나의 성격은 이런 거대한 도시속에서 더욱 적응을 쉽게 할수 있었다.. 
대학생활.. 그리고 연애..공부... 그런 것들이 존재되어진 나의 대학생활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스스로의 안정됨과 존재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나 삶을 지배해온 20년간의 긴장감들과 증오감들은 서서히 내 안에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학비는 어느 장학회에서 계속적으로 보내 주었고, 성적우수 장학금이 지급되어 내 대학생활은 아무런 불편없이 지낼수 있었다. 그리고 몇명 아이들을 그룹으로 해서 가르치는 과외를 통해 난 차 한잔을 즐기고 때론 레코드도 사고, 영화도 볼 수 있는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유를 누리게 되었다. 

어느날이였다. 
"지수학생!!!급한 편지 왔어!!" 
하숙집에 들어온 순간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화급히 다가서며 나에게 편지 한통을 전해주었다. 
`조모.타계.13일 새벽4시.정안병원.." 
난 다급히 시골로 내려가야 했고.아주머니에게 며칠간 못돌아 온다고 연락오면 메모를 부탁드리며 태백행 기차를 탔다. 여든 여덟 까지 너무나 긴생을 고생하시며 살아오신 할머니.내가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눈을 감으셨다.. 내게 부모님이였던 분.난 오랫동안 말라버린 눈물이 당신의 주검앞에서 솟구쳐 오르는걸 느꼈다.. 
할머니는 유언으로 나로 하여금 지형이를 잘 부탁한다라는 말씀과 꼭 화장시켜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난 할머니의 시신이 한줌의 재가 되어 버린 작은 상자를 목에 걸고.. 마을 앞 강가에 지형이와 조용히 나룻배에 올라탄다. 

2월의 바람은 사람의 욱신을 식힐만큼이나 차가웠다.하지만 정작 그 바람은 나의 병든 육신보다는 그안에 가슴을 더욱 시리게 만들었다.. 아직 물안개가 겆히지 않은 그 곳의 공기는 들어마실때마다 가슴이 터질것 같이 솽쾌함들이 조여왔다. 
" 지형아..할머니.이젠 편안히 잠드시겠다.. " 
" ..... " 
지형이 이놈 무척이나 슬프나 보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는걸 보니.. 
" 할머니..하늘에 올라가셔서 무엇을 되실까..? " 
" ...... " 
" 내 생각에 말이다..구름이 되실거 같아. 그래서 항상 우리형제를...흑...흑.. 보살펴...흑....헉헉...할 머 니 ~~~~~~~ " 
난 말을 잇지 못하고..그냥 한없이 울었다. 지형이 역시 나를 의지한채 울기만 했다. 끝없이 흐르는 강물에..떠내려가는 나룻배속에서 찾아오는 조용한 아침의 적막을 깬건 우리 형제의 끝없는 사무침의 소리와... 그리고..조용히 하늘로 퍼지는 아침까치의 울음소리 뿐이였다. 
할머니... 
편히 쉬세요....사랑합니다. 

" 이장님.지형이를 좀 부탁드립니다. 이틀후면 사회복지 단체에서 지형이를 데리러 올거에요..그때까지만..." 
" 지형아. 그곳에 가서라도 사람말 잘 듣고, 항상 밥 잘 먹고 생활해야 해. 형아 자주 잘께. " 
" 흐..엉..아.. 자...주...올..꺼..지..? " 


" 그래.임마! 사내 자식이 울긴 왜..울어.임마..우리 형제가 이거 가지고 울면 어떻게...? 내가 자주 갈께..알겠지..?" 
" 엉...알 ..았..어.....형... " 
훌쩍 거리는 그놈을 뒤로하고 난 ..그렇게 기차에 올라 탔다. 그리고 다시 난 거대하게 나를 조르고 있을 서울이라는 도시에 적응해야 한다. 
"지형아.축하한다!!!!너 자식 그럴줄 알았어...!!!" 
'꿈만 같은 이야기던가..내가 사시에 합격하다니...정말 꿈인줄 ....' 
학교와 주변에 축하의 소리와 만세소리가 들리었다. 
이젠 내가 법관이 되는 것이다. 내가 그토록 바랬던 25년간의..꿈이였는데...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지선의 축하가 더욱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그녀를 위한 일들이였기 때문에.. 

난 그날.4년만에 기억속에서 잊어져만 가는 내 동생 지형이를 만나러 가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의 주변에서 내 동생 지형이의 존재에 대해서 아는사람은 전혀 없다.. 사랑하는 지선이 까지도..지형이에대한 존재를 알지 못한다. 그래..아마도 어쩌면 그렇게 감추고 싶은 존재일것이다. 
`최지수'라는 존재에게서 `최지형'을 동일시 한다는건 나의 이기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생각에 몰두하면서 난 강원도 춘천에 있는 요양원에 다닿르게 되었다. 4년만에 본 지형이의 모습은 이젠 제법 어름이 되어 있었지만 많이 초췌해 보였다.
그리고 얼굴에 그늘이 너무 많이 보였다. 
이곳에 온후로 말한마디 없었다는 간병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항상 창밖으로. 보이는 너무나 유유히 흐르는 강만 바라보기만 했다는 이야기도... 너무나 죄책감이 들었다. 그놈이라는 존재가...그리고... 나를 

병들게만 하고 있었다. 

오랫만에 만난 우리형제는 무슨 이야기를 이어갈지 몰랐다. 
"지형아.

형 .법관됐어.." 
"흐..엉..아...잘..됐...어....억..." 
오랫만에 그놈의 앳띤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렸을때 그렇게 흔하던 사탕하나 가지고 좋아했던 그모습.. 
12월의 바람은 정상인인 나에게도 추위를 느끼게 했다.게다가 이곳은 주변에 호수가 많아서 강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지형아 춥지.자.아..들어가자." 
"흐..엉...아...조..금..만 있..다..가...." 
"그래..그러면..." 
난 지형이의 작은 어깨를 감싸아 주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그리고 서울 이야기도... 
"참 지영아..이젠 너 생일이잖아..뭐 갖고 싶니..?" 
"......" 
"뭐..책..컴퓨터.? 뭐 사줄까..?" 
"흐...엉...아..." 
그놈이 나에게 어렵게 무엇인가를 ..이야기를 하려는것을 알수 있었다. 
"왜..?" 
"우.. 리...옛..날..처..럼 같..이 살..자...헝...." 
난 갑자기 눈물이 왈 칵 쏟아졌다. 그리고 그놈을 계속 앉아 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렇게 지형이가 기다리는 대답을... 난 할수 없었다.. 
미안해.지형아..난 그럴수가 없어.형이 겁쟁이야..미안해... 
미안해................... 
" 부르셨습니까..? 부장검사님.. " 
" 그래 최검사. 이번에 자네 승진 때문에 신원조회를 부탁했더니 동생이 하나 있더군" 
" ...... " 


 

" 왜 그런데 신상기록서에다가는 왜 자네 이름 하나만 썼지...? " 
" ....... " 
" 자네 무슨 문제 있나...? " 
" 아...아닙니다.. " 
난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부장님 방문을 힘없이 나섰다. 그래. 아직 내곁에 있는 아내까지도 모르는 존재. 내 동생...

지형이... 난 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걸까.? 이렇게 될려고 한건 아닌데.... 
" 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 " 
호출이 왔다.집이다. 급한 연락인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나야 왜...? " 
" 여보..이상한 전화가 왔는데.. 당신을 찾더니 동생이 위급하대요. 참 ..웃겨 가지고. 당신 있지도 않은 동생이 위급하다니..그래서
아니라고 하니까... 맞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상한 전화인거 같아서..당신에게 호출했어요. " 
" 뚝 " 
하늘이 정지되었다. 

" 경비실이죠? 예 최지수 검사입니다!! 차좀 부탁드립니다!!! 예..좀 빨리요!! " 난 정신없이 춘천으로 향했다. 이놈을 망할놈의 차
왜 이렇게 느린거지..? 눈물이 막쏟아진다. 난 내가 그렇게 소중했떤 두사람을 내가 죽이고 있어.. 할머니도 그렇게 ..그리고
지형이도.. 
" 끼~~~~~~~~익~~~~~~~~~~~ " 
" 야 새꺄!!!!!!!미쳤어!!!!눈 어디다 팔고 다니는 거야!!!!! " 
" 죄송합니다. " 
그곳에 도착할 무렵은 한 한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였다. 그리고 지형이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잠들고 있는 지형이와..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가 있었고. 예전에 할머니때 처럼 심한 약품냄새가 방안을 진동하고 있었다. 


" 최지형씨는 면역성이 아주 약하군요.그래서 결핵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밝히지 않았으니. 너무나 늦게 발견한거죠. 그 고통을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겟습니다. 아마 오늘을 넘기기 힘들거 같습니다. " 
난 그말을 듣는 순간 의사라는 작자의 멱살을 잡았다. 
"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나라 최고로 촉망받는 검사 최지수이야!!! 당신 죽고 싶어!!! 죽기 싫으면 내 동생 살려내!!! 살려내!!!

새꺄!!!!!! " 그리고는 힘없이 주저 앉고 말았다. 그리고 잠이 들었나 보다.. 
지형이가 누워있는 몸에 기대어 엎드려서 잠깐 잠든사이 지형이는 내가 온줄 알고 그냥 웃고만 있었다. 
" 흐..엉...아..." 
" 그래..지형아..괜찮어...? " 

" 응...헝헝.... " 

" 헝...아....보..고 싶 ..어 쪄.... " 

" ....... " 

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이놈의 자식은 나같은 놈을 아직까지 형이라고 불러 주다니.. 우리 지형이를 우리지형이를.. 내일이면 다시 해가 뜨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되다니...하나님 ...부탁드립니다.. 제발 우리 지형이를 살려주세요.제발... 

" 헝...아...나...강..보..고 싶..어... " 
" 그래도 되겠니..? " 
난 너무나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면 ..지형이의 두손을 꼭 잡으며 이야기했다. 
" 응...헝...아... " 
" 지형아...바람이 차구나.." 
난 너무나 평온한 모습을 강을 바라보고 있는 지형이를 바라만 보았다. 
" 헝..아...나 ..어..제 꿈..에서...할..머니...봐쪄.. " 
" 응..그렇구나..? 좋았겠구나.뭐라고 하시던..? " 
" 음...엉.아..말 ..잘들...으래...헝헝.. " 
야 이 바보 같은 자식아..내가 무슨 형이라고 나같은 놈이 무슨 형이라고. 
" 그래...그렇구나. " 
" 엉아...할..머..니..도 춥겠다....그지..? " 
" 그래. 지형이는 안춥니..? " 
" 엉... 엉..아..한..개도 ...하 ..춥따..헤헤.. " 
지형이는 자신도 버틸힘도 없는 지..내 어깨에 기대에서 힘이 다빠진 눈으로 강하늘에 석양을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리고..아주
힘겹게.. 자신의 끝을 느끼는듯이 힘겹게 이야기하고만 있었다. 

" 흐..엉...아....나...구름 ..되 고 싶어..." 
" 왜...? " 
" 할...머..니..랑..같이 ...

살려...구..헤헤... " 

" 그래..형도 구름될꺼야...우리지형이랑 나랑 할머니랑 .옛날처럼 같이 살자. 우리 시골에서 처럼..." 
" 응....엉...아... " 
지형이의 목소리가 가면 갈수록 작아지고 있었다. 
" 헝...아...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같.............. " 헝아...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같이.. 
같이... 
같이.. 
같이. 
동생 지형이를 난 할머니가 계신 곳에 같이 뿌려 주었다.. 그때는 우리 같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혼자 남았다.. 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둘을 버렸다.. 
하나는 나에게 부모님이였고 하나는 그가 나의 목숨이라는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지형아...아가...내 사랑하는 동생아.. 


지금은 .작은 구름이 되어있겠지.. 

넌 착한 구름이 되어 있을꺼야... 

우리 아가야..사랑하는 내 동생아..


 
도시락의 비밀..   

가끔식 머리카락이 섞인 도시락밥을 먹는 중학생이 있었다.
게다가 심심찮게 모래까지 깨물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학생은 한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있으면 다소곳이 그것을 가려내고 
모래가 씹히면 조용히 그것을 뱉어낼 뿐이었다. 
어떤 때는 머리카락과 돌을 그냥 넘겨 삼키는 바람에 
한동안 목이 메이기도 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실의 다른 아이들은 그 학생을 안쓰럽게 여기면서 
위생이 철저하지 못한 학생의 어머니를 비난했다. 
어쩌면 계모일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교실에는 그 학생과 매우 다정하게 지내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하지만 친구도 그 학생의 집을 몰랐다. 
그 학생은 친구에게 한 번도 자기집을 구경시켜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해심이 많은 친구는 '아마도 가난해서 그런 걸거야'하고 
구태여 조르지 않았다.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두 친구가 헤어져야 할 상황이 되자 
그 학생은 친구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는 이제야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면서 
학생의 뒤를 따라갔다. 
언덕길을 한참 오르자 벽이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금이 간 허술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은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 친구와 함께 왔어요!"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어두운 방안에서 그의 어머니가 더듬거면서 밖으로 나왔다.
 "네 얘기 참 많이 들었다. 정말 고맙구나!" 
  

학생의 어머니는 앞을 못보는 맹인이었던 것이다. 



 생떽쥐베리의 미소

 
"서로에게 미소를 보내세요. 당신의 아내에게, 당신의 남편에게, 당신의 아이들에게,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세요. 그가 누구이든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소는 당신으로 하여금 서로에 대한 더 차원 높은 사랑을 갖도록 해줄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


 

<<어린 왕자>>라는 아름다운 책을 쓴 안톤 드 생떽쥐베리에 대해선 누구나 친숙할 것이다. 특별하고 멋진 그 책은 아이들을 위한 작품일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기회를 주는 동화이다. 생떽쥐베리의 다른 작품들, 산문과 중단편 소설들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생떽쥐베리는 나치 독일에 대항해서 싸운 전투기 조종사였으며, 전투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그는 스페인 내란에 참여해 파시스트들과 싸웠다. 그는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미소(Le Sourire)>>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다. 오늘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자서전적인 이야기인지 허구의 이야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나는 그것이 작가 자신이 진실한 체험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전투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감방에 갇혔다. 간수들의 경멸적인 시선과 거친 태도로보아 그가 다음 날 처형되리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여기에 옮겨보겠다.


"나는 죽게 되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으며 고통을 참을 길 없었다. 나는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몸수색 때 발각되지 않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다행히 한 개피를 발견했다. 손이 떨려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이 모두
빼앗아버린 것이다.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눈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자와 누가 눈을 마주치려고 할 것인가. 나는 그를 불러서 물었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주겠소?"

간수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사이에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미소를 안 지을 수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속에, 우리들 두 인간 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나는 그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피어나게 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나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내 눈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나 또한 그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그가 단순히 한 사람의 간수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새로운 차원이 깃들어 있었다. 문득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말구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허둥지둥 나의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같은 것을 얘기했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해졌다. 나는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두렵다고 고백했다. 내 자식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지 못하는 것이 두렵다고. 이윽고 그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거렸다.


갑자기 그가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서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나를 조용히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소리 없이 감옥을 빠져나가 뒷길로 해서 마을 밖까지 나를 안내했다. 마을 끝에 이르러 그는 나를 풀어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뒤돌아서서 마을로 걸어갔다. 그렇게 해서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렇다. 미소는 사람들 사이의 꾸밈없고,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나는 강연을 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우리의 권위, 우리의 직함, 우리의 지위, 우리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해놓은 온갖 두꺼운 층들 밑바닥에는 진실되고 진정한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기를 나는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그것을 '영혼'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당신의 그 부분과 나의 그 부분이 서로를 알아본다면 우리는 결코 적이 될 수 없다고 정말로 믿는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거나 시기하거나 두려워할 수 없다. 슬픈 일이지만 우리가 여러 생을 걸쳐 신중하게 쌓아올린 다른 모든 두께들이 우리를 진정한 만남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고립시킨다고 나는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생떽쥐베리의 이야기는 두 영혼이 서로를 알아보는 기적의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순간들을 몇 번밖에 보지 못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한 예이다. 갓난아이를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를 볼 때면 우리는 왜 미소를 짓는가? 아마도 그것은 아무런 방어적인 두께를 갖고 있지 않은 한 인간을 우리가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아무런 속임수 없이 순진무구함 그 자체로 우리에게 미소를 짓는 한 인간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우리 안에 있는 아기의 영혼이 그것을 알아보고 환하게 미소짓는 것이다.
---하녹 맥카티,[마음을 열어주는 101 가지 이야기 ]중에서



 비단고동의 슬픔
 펌
열살하고 한 살이었을 때, 나는 밤이고 낮이고 물결이 잠자지 않는 바닷가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고만고만한 초가들이 바지락조개처럼 다소곳이 엎드려 있는 마을. 숯불 같은 빨간꽃이 피는 동백숲 속에는 충무공을 모신 사당이 있었고, 늙은 오동나무 부부가 살고 있는 언덕배기에는 종마루가 높은 예배당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는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솔밭 모퉁이에 있었습니다. 원래는 충무공 사당의 별채였었는데 학교 건물이 마련되지 않아서 임시로 빌어 쓴 교사였습니다. 만조 때면 학교 뒤 벼랑을 치던 그 파도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입!" 하고 선생님이 주의를 준 뒤 조용할 때면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헤야 뒈야"로 시작되는, 고기 잡는 마을 어부들의 노래소리가 바다로부터 아련히 들려오기도 하였습니다.  


방학이 시작될 때나 끝났을 때는 으례 대청소를 하게 마련이지요. 그럴 때면 우리는 창문을 떼어 들고 바닷가로 나가 바닷물로 유리를 반짝 반짝 잘 씻어 오던 일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참, 내가 다니던 그 학교의 운동장 동편에는 묵은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습니다. 가을이 오면 우리들은 노오랗게 익은 탱자를 따기 위해 탱자나무 울타리에다 우리들 주먹만한 돌멩이를 무수히 집어던지곤 하였지요. 그런 뒤부터 나는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볼 때면 어린 시절 우리가 던진 돌처럼 많은 별들이라는생각을 한답니다. 

오월이 되면 피어나는 탱자 꽃을 보았는지요? 꽃잎이 하얗고, 아기의 손톱만큼 작고 엷은 꽃인데 향기가 그만큼 짙은 꽃도 드물것입니다. 탱자나무 가시에다 그 작은 꽃을 꿰달고 달리는 시골 아이들을 상상하여 보셔요. 종이 대신 탱자꽃을 쓰는 팔랑개비 놀이.

우리는 시작종이 울리면 그것들을 창틀 사이에 꽂아 놓고 공부하곤 하였습니다. 아아,. 그러면 다도해로부터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쉬엄쉬엄 돌아가던 탱자꽃 송이. 교실 안에 은은히 번지던 그 탱자꽃 향기.... 탱자꽃, 탱자꽃을 생각할 때면 으례 그 해맑은 꽃처럼 아련히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이름은 서문이라고 했는데, 나하고는 4학년 올라와서 짝이 된 사이로 마른 몸에 눈이 큰 사내아이였습니다. 
부모 형제도 없이 그의 할머니가 남의 집에 품을 팔아서 살아가는 형편에 그 애는 몹쓸 병까지 지니고 있었습니다. 잘 놀다가도 게거품을 물고 땅바닥에 넘어지는 병, 그 병이 간질이라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였습니다. 그런 그의 병을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문이와 놀려고 하는 아이들이 드물었습니다. 서문이 또한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고, 혼자 응달쪽에 우두커니 서서 남들 노는 것이나 구경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따금씩 나한테는 무엇인가를 건네주곤 하던 서문이였습니다. 버찌나 오디를 따다가 나 몰래 내가방 속에 넣어 놓는가하면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지는 날, 우산이 없어서 쩔쩔매고 있을라치면 어디서인지 넓적한 토란 잎사귀를 따와 주고 가던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또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게 덥혀온 돌을 내 손 위에 놓아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동화책같은걸 빌려주면 기뻐 어쩔 줄을 몰라하던 서문이. 어느 날이었습니다. 서문이가 우리집으로 날 찾아와서 빌어갔던 동화책을 돌려주고 간 뒤...... 

나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왜요, 아빠?" "거기 좀 앉아라." 아버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엄숙하였습니다. "너 아까 왔다 간 서문이라는 아이하고 친한 모양이지?" "네, 그래요. 아빠. 서문이는 나쁜 병을 앓고 있어요. 그러나 마음은 참 착한애예요." "나도 안다. 그러나 다음부턴 그 아이하고는 놀지 말아라. 이건 아빠의 부탁이다." "왜요, 아빠? 서문이한테서 병 옮을까 봐 그런가요? 서문이 병은  전염되지 않는 병이랬는데요?" "그것보다는...."
"그것이 아니면 뭐예요, 아빠?"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셨습니다. 안개 같은 연기가 금방 방안에 찼습니다. 


"그 애 아빠 엄마가 6.25사변 때 공산군 편을 들다가 죽었거든."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이유는 그거야. 이 녀석이 언제부터 이렇게 따지는 버릇이 들었지!"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그렇게 화를 낼 일이 아닌 것 같은데도 소리를 질렀고, 마침내는 매를 들고 나의 종아리를 때리셨습니다. 


서문이하고 놀지 않겠다고 말할 때까지 나는 아버지의 무정한 매를 맞았습니다.그런 일이 있은 다음날부터 나는 서문이를 피해 다녔습니다. 무슨 말을 걸어 와도 대답조차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늘 비바람 속에서 우는 작은 새의 울음을 듣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먼 산을 자주 보게 되는 슬픔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더니 그해 늦가을에 아버지의 일자리가 도회지로 옮겨지게 되어서 그 아픔은 뜻하지 않게 덧이 나고 말았습니다. 토요일, 넷째시간이 끝나고 나는 반 친구들에게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작별인사를하였습니다. 


그 때 나는 맨 뒷자리에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서문이의 눈과 마주쳤습니다. 그 눈 속에는 산그리메가 멍석처럼 돌돌 말려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담임 선생님 댁에 들렀다가 반장 친구 집에서 놀다가 해질녘이 되어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길가에 있는 팽나무 뒤에서 불쑥 나타나는 얼굴이 있었습니다. 키가 크고 마른 서문이였습니다. 


그는 호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습니다. 그것은 비단고둥 껍질을 꿰어서 만든 목걸이였습니다. "몇 개만 더 끼우면 다 되는데...덜 되었지만 그 냥 가지고 가." "왜?" "선물이야." 서문이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고맙다." 우리는 저녁놀 속으로 어둠이 내리는 길을 나란히 걸었습니다. 하늘 높이서 기러기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도 도시로 가고 싶다...." "무엇하러?" "공장에 들어가 돈 벌어서 할머니한테 보내드리게." "그럼 학교 졸업하고 오지." "그러나 나는 안된대. 병도 있고..." 서문이는 돌을 찼습니다. 어둠 속으로 돌이 사라졌습니다. 그 때 나는 서쪽 하늘에 별이 하나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집이 보이는 돌담 모퉁이에 이르자 서문이는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물기젖은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왔습니다. 


"자전거 가게 같은 데 가서 일했으면 좋겠어.... 자전거 수리도 하고.....그렇게 해서 돈 벌어 자전거를 산다면.... 자전거 뒤에 너를 태워주고 싶어." 우리가 이사하던 날이었습니다. 신작로에서 이삿짐을 차에 싣고 있는데 선창 쪽이 떠들썩하였습니다. 


어른들도 달려가고 아이들도 달려갔습니다. 무슨일일까, 나도 쫓아가 보았습니다. 어른들 틈으로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시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 나는 내 눈을 부비고 보고, 또 보았습니다. 서문이, 그는 틀림없는 서문이였습니다. 어른들의 말로는 바다에 조개를 주우러 갔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서 쓰러진 모양인데 그가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밀물이 덮쳐들었나 보다고..... "아가, 저 세상에 가서는 괄시받지 말고 살아라...." 서문이의 할머니가 통곡하면서 꼭 쥔 그의 주먹을 펴 주었습니다. 


아아, 그 때 나는 비밀의 문처럼 열리는, 서문이의 손바닥 안에서 보았습니다. 그것은 슬픔의 빛깔이라 할까요. 서문이가 그렇게 힘주어 쥐고 있었던 것은 작은 비단고둥이었습니다. '저 비단고둥은.... 저 비단고둥은....' 내 목걸이를 채워주기 위하여 잡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저의 눈에서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습니다. 그날 밤 도시에는 천둥과 함께 큰 비가 내렸습니다.


 선생님과 주고받은 비밀 이야기      

유치원생들의 등하교 관리는 대체로 어머니의 몫인 경우가 많다. 옛날 내가 다니던 유치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 한결같이 어머니 손을 잡아끌며 등교했다. 그러나 나는 오빠의 손을 잡고 다녔다. 


우리 부모님은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오빠는 8시 15분에 학교에 가야 했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유치원은 9시에 시작되었다.오빠의 등교시간에 맞춰 같이 집을 나서면 8시쯤에 유치원에 도착하게 된다. 그래서 매일 아침 나는 다리가 저리도록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 시간씩이나 선생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느 날, 선생님은 늘 일찍 와서 기다리는 내 사정을 물었다. 

"몇 시에 왔니?"

"8시요."

"8시? 어머니는?"

"일 나가세요."

"흠, 그렇구나. 일이라....."


다음날, 보통 때처럼 8시에 유치원에 갔는데 나를 부르는 큰 소리가 들렸다.

"안녕, 유미코!"

선생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그날부터 나는 정말 유치원을 좋아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수업이 시작되는 9시까지 남는 한 시간은 선생님과 나의 비밀스러운 시간으로 바뀌었다. 선생님과 나는 그림책을 읽기도 하고 과자를 먹으며 비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내가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은 매일 아침 8시에 나오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시간이나 빨리, 한 아이만을 위해서 그렇게 하셨던 것이다. 가정에서는 주부였던 그 선생님, 8시까지 나오느라 얼마나 바쁘셨을까. 그런데도 싫은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고 내가 졸업할 때까지 그렇게 하시다니...


바쁜 부모님을 둔 나 같은 아이가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다 그 선생님 덕분이었다. 다시 한 번 그 선생님과 비밀이야기를 주고받고 싶다. 단, 이제는 내가 선생님보다 빨리 가서 기다려야겠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펌 
내가 아주 어렸을때 우리집은 동네에서 제일 먼저 전화를 놓은집이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 벽에 붙어있던 반질 반질하게 닦은 참나무 전화통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반짝 반짝 빛나는 수화기가 그 통옆에 걸려 있었다. 전화번호까지 생각나는데,우리집은 109번이었다.나는 워낙 꼬마라서 전화기에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거기대고 말을 할때면 홀린 듯이 귀를 기울이곤 하였다. 한 번은 어머니가 나를 들어 올려 지방에 출장 중인 아버지와 통화하도록 해준 적도 있었다. 이거 참, 요술 같은 일이 아닌가!


이윽고 나는 이 멋진 기계 속 어딘가에 놀라운 인물이 살고 있음을 알았다. 그 사람은 여자였는데, 이름은 '안내를 부탁합니다'였다. 그 사람은 무엇이든 알고 있었다. 누구네 전화번호라도 어머니가 묻기만 하면 척척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어쩌다 밥을 안 줘 우리집 시계가 멎기라도 하면,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즉시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곤 했다.


내가 이 전화기 속의 요정과 처음으로 직접대화를 나눈것은, 어느 날 어머니가 이웃집을 방문하러 갔을 때였다. 지하실에 꾸며놓은 작업대 앞에서 놀다가, 나는 그만 망치로 손가락을 때렸던것이다. 너무나도 아팠지만 집 안에는 나를 달래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울어봤자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쿡쿡 쑤시는 손가락을 입으로 빨면서 집 안을 헤매다가 어느덧 층계 옆에 이르렀다. 전화기다! 나는 얼른 응접실로 달려가발받침 의자를 끌어왔다. 그 위에 올라서서 수화기를 들고는 귀에 갖다댔다. 그리고 전화통에 붙은 송화기를 대고 말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한두 번 짤깍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작지만 또렸한 음성이 귀에 들려왔다.

나는 전화기를 대고 울부 짖었다. 이제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생기자, 눈물이 기다렸다는 듯이 펑펑 쏟아졌다.


"안냅니다"

"손가락을 다쳤어, 잉....."

"엄마 안 계시나요?"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물었다.

"나밖에 아무도 없는 걸, 잉..."

"피가 나요?"


"아냐, 망치로 때렸는데 막 아파요."

"냉장고를 열 수 있어요?"


나는 열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얼음을 조금 꺼내서 손가락에 대고 있어요. 금방 아픔이가실 거예요. 얼음을 꺼낼 때 조심해야 해요."

이렇게 가르쳐 준뒤, 그 사람은 상냥하게 덧붙였다.


"자 이제 그만 울어요. 금방 나을 테니까."

그런 일이 있은 뒤로 나는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게 있으면 '안내를 부탁합니다'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지리공부를 하다가 전화를걸면, 그녀는 필라델피아가 어디에 있으며 오리노코강은 또 어디로 흐르는 지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설명만 들어도 멋이 있어서,나는 이담에 커서는 꼭 이 강에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을 정도였다.


그녀는 또 내 산수 숙제를 도와 주었고, 내가 공원에서 잡은 다람쥐에게 과일이니 땅콩을 먹이면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우리들이 애지중지하던 카나리아가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나는 즉시 '안내를 부탁합니다'를 불러 이 슬픈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 뒤 어른들이 흔히 어린애들을 달랠 때 하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토록 아름답게 노래하며 온 가족에게 기쁨을 선사하던 새가 어떻게 한낱 깃털 뭉치로 변해 새장 바닥에 숨질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내 마음을 읽었는 지 조용히 말했다.


"폴, 죽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웬지 나는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어느날 , 나는 또 전화기에 매달렸다.


"안냅니다"

이제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휙스(수리하다)라는 말을 어떻게 쓰죠?"


"무언가를 고친다는 뜻 말이죠? 에프 아이 엑스(fix)예요."

바로 그때, 언제나 나를 골려주기 좋아하던 누나가 층계에서 나를 향해 뛰어내리며, '왁'하고 소리쳤다. 나는 깜짝 놀라 수화기를쥔 채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 바람에 수화기는 뿌리채 전화통에서 뽑히고 말았다.


우리는 둘다 겁에 질렸다.'안내를 부탁합니다'의 음성이 더 이상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수화기 코드를 뽑아내어혹시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었다.


얼마 후 한 남자가 현관에 나타났다.


"난 전화 수리공이야. 저 아래서 일하고 있는데, 교환수가 부르더니 이 집 전화가 어떻게 되었는지 가보라고 하더러. 무슨 일이있었니?"


나는 그에게 조금 전의 일을 이야기했다.
"아, 뭐 그런 건 잠깐이면 고칠 수 있어."
그는 내게서 수화기를 받아들고는 전화통을 열었다. 얽히고 설킨 전선과 코일이 드러났다. 그는 끊어진 전화 코드를 잡고 조그만 기계를 드라이버로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이윽고 수화기를 한두 번 두드린 뒤 전화에 대고 말했다.


"여어, 나 피터야. 109번 전화는 이제 괜찮아. 누나가 겁주는 바람에 애가 놀라서 수화기 코드를 뽑았더군."
그는 수화기를 걸고는 빙그레 웃으며 내 머리를 한 번 쓸어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 모든 일들은 북서 지방 태평양 연안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것이다. 그러다 내가 아홉살이 되자, 우리는 대륙을 가로질러 보스턴으로 이사했다. 그때 나는 수화기 속의 내 가정 교사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물론 새로 이사 온 집에도 전화기는 있었다.그러나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어디까지나 두고온 고향의 낡은 나무상자 속에 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응접실의 작은 테이블에 놓인 번쩍 번쩍 빛나는 새 전화기에는 웬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10대로 접어들면서도, 어린시절 그 사람과나눈 대화의 추억은 결코 내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간혹 어려운 문제나 난처한 일이 생기면, 그 옛날 '안내를 부탁합니다'에물어 올바른 해답을 얻었을 때의 안도감이 생각나 나는 그녀와 헤어졌음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제는 나도 알 것 같았다.-얼굴도 모르는 꼬마 소년에게 자기의귀중한 시간을 내어준 그녀는 얼마나 참을성이 있고 친절하며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었던가!


몇 년 뒤, 방학을 집에서 보내고 서부의 대학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공중 전화로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나는 이제 결혼하여 그곳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누나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다시 수화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무얼 하는지도 분명히 모르면서 어느덧 나는 고향 마을의 전화국을 불러 말하고 있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흡사 기적과도 같이, 너무도 귀에 익은 저 가깝고도 또렷한 음성이 들려왔다.


"안냅니다."

애당초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지껄이고 있었다.

"저, '휙스'라는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오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속삭이듯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 왔다.


"아마 지금쯤은....."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말했다.

"...손가락은 다 나았겠지요?"

"정말 아직도 계시는군요. 하지만 아마 모르실 걸요. 그 오랜 세월 동안 당신이 제게 얼마나 귀중한 분이었는지....."


"당신이야말로."

그녀는 대답했다.


"내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알고 있나요? 나는 평생 아이를 가진 적이 없기 때문에 늘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곤 했답니다.
우습죠? 이런얘기?"


결코 우습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대신 내가 그 동안 얼마나 그리워 했는가를 말하고, 1학기가 끝나 다시 누나를 만나러 올 때 전화해도 좋으냐고 물었다.


"부디 그렇게 해줘요. 그냥 샐리를 찾으면 돼요."

"안녕히 계세요, 샐리."

'안내를 부탁합니다'에게 다른 이름이 있다니 기분이 웬지 묘했다.


"혹시 다람쥐를 만나게 되면, 과일과 땅콩을 먹으라고 말해주겠어요."

"그렇게 해요."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오리노코 강에 가봐야겠지요? 그럼, 잘 가요."

석달 뒤 나는 다시 시애틀 공항에 내려 전화를 걸었다.

"안냅니다."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나는 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

"친구분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러시다면 유감이지만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샐리씨는 병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잠깐씩만 일하셨습니다. 그 분은 한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내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녀는 물었다.


"잠깐 혹시 폴 빌라드씨가 아니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러시다면 샐리씨가 남긴 말이 있습니다. 편지지에 적어 놓으셨지요."

"무슨 말씀인데요?"

나는 물었지만 이미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여기 있군요. 읽어드리겠습니다.-그에게 말해줘요.죽어서도 노래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것을... 그는 내 말 뜻을 이해할 거예요."



나는 그녀에게 감사하고 전화를 끊었다. 샐리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얘는 내 친구니까요  
1970년 월남전이 한창이던 어느날 미국인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한 고아원에 박격폭탄이 떨어졌다. 이웃 마을 사림들이 달려가
보니 이미 목숨을 잃은 선교사들 틈에 부상당한 아이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미국인으로 구성된 의료진들이 아이들을 열심히 치료했으나 구급약과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한 소녀에게 곧 수혈을 해야 했지만 보관된 혈액이 없었기 때문에 의사들과 간호사는 급한 나머지 각자의 피를 수혈하려고
했다. 그러나 소녀와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궁리 끝에 한 의사가 건강한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후 어설픈 월남어로 헌혈할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그러나 손을
드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의사가 강당에서 내려오려 할 때였다. 한 소년이 슬며시 손을 들었다. 다행히 소년은
소녀와 같은 혈액형이었다.


잠시 후 소년은 수혈을 받아야 할 소녀와 나란히 누웠다. 간호원이 소년의 팔에 주사 바늘을 꽂았을 때 소년의 눈가에선 눈물이
흘렀다. 소년은 피를 뽑는 동안 간간이 흐느끼기도 하였다. 이상하게 여긴 간호사와 의사들이 '왜 그러느냐'고 이유를 물었지만
소년은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이내 소년은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놀란 간호사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월남인을 마을에서 데려왔다. 월남인은 소년과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의료진을 향해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소년은 아마도 소녀에게 전부 피를 뽑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헌혈을 하면 곧 죽는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울음을
터뜨렸구요."


그러자 한 의사가 서툰 월남어로 소년에게 '줄을 줄 알면서 왜 손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소년이 소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얘는
내 친구니까요."  (좋은생각 1994. 11월호)


 요술을 부리는 라면상자   

나의 고향은 강원도 산골 이었다. 초등학교는 십리길을 걸어서라도 다닐 수 
있었지만 중학교를 다니기에는 우리집이 너무나 외진곳에 있었다. 나는 
중학교 뿐 아니라 고등학교,대학교 까지 다니고 싶었지만 부모님은내가 
농사꾼으로 남기를 바라셨다.


"아버지 저 서울로 나가겠습니다. 학비는 안 주셔도 좋아요.제가 나가서
일하면서 공부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당신의 뜻을 따르지 않은 아들을 떠나는 날 까지 쳐다보시지도
않으셨다.무일푼으로 타지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열넷이라는 나이만이 내게 용기를 준 것도 같다.


"저...아저씨 일자리를 구하는 데요."
"..뭐라고 ?너같은 조그만 꼬마가 무슨일을 하려고?너,집나왔구나!"
일주일이 가도 같은 결과의 반복이었다. 서울에는 일자리가 많을거라 생각한
것이 착오였다. 떠나올때 어머니가 싸주신 누룽지 말린 것과 약간의돈도
거의 다 써갔다. 마음이 답답했다.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여기저기 골목을 헤메고 다니다 작고 허름한 인쇄소 앞을
지나게 되었다.


"저 일자리 없을까요? 무슨일 이라도 좋아요.아저씨,일하게 해주세요."
핑 쏟아지는 눈물.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나 . 울지말고 들어와 보렴."
기름 때가 시커멓게 묻어있는 벽, 여기저기 잘린 종이조각들이 널려있는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작은 곤로에 라면을끓여 내게 내밀었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어 치우자 아저씨는 나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너, 어디 잘 데는 있니?"
"...아니요, 놀이터에서도 자고..."
"음 그러면 우리 인쇄소에서 일을 하거라. 나중에 학자금이 모아지면 낮에는
일을 하고 야간에는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지."


김씨라고 불러달라는 그 아저씨 덕분에 그 날부터 나는 인쇄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이 퇴근하고 나면 나는 캄캄한게 무섭기도 했지만 노래를
부르며 무서움을 이겼다.
쌀은 비싸기 때문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찬 바닥에 스티로폴을 깔고
자야 했지만 조금만 참으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에 충분히 참아 낼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월급을 받았다. 나는 라면 한 상자를 사다놓고 나머지는
몽땅 저금을 했다.
나는 신이 나서 일을 했다. 한 달이 또 지나갔다.
두 번째 월급을 받기 며칠 전 저녁을 먹기위해 라면 상자에 손을 넣어보니
라면이 두 개밖에 없었다. 나는 그 중에서 한 개를 꺼냈다.
다음날이 되었다. 라면 상자에 손을 넣었다. 신기하게도 라면 두개가 그대로
있었다.


"분명히 어젯밤에 하나를 끓여 먹었는데...손에 닿지 않게 숨어 있었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나를 꺼내 끓여 먹었다. 하루가 또 지났다.
저녁이 되어 나는 마지막 남은 라면을 먹기위해서 상자에 손을 넣었다.
하나만 있어야 할 라면이 또 두 개였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상자를 아예
다 열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라면은 두개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상자에
스무개 밖에 안되는 라면을 나는 삼십일이 넘도록 먹은 것이었다.
다음 날 나는 하루종일 라면 상자가 있는 쪽에서 일을 했다. 대강은 짐작이
갔지만 어째서 라면이 줄어들지 않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저녁 퇴근 시간 무렵, 김씨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동식아, 요 앞 가게에 좀 갔다올래?"
나는 인쇄소 밖으로 나갔지만 가게에 가지않고 유리창 너머로 라면상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시던 아저씨가 라면 상자 쪽으로 걸어가셨다. 그리고는
라면를 한 개 꺼내 상자 속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시며 걸어나오셨다.
어린 사남매와 병든 아내 때문에 월세 단칸방에 살고 계신다는 김씨
아저씨.....
나는 그날 아저씨의 심부름을 잊은 채 인쇄소 옆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다.


 우리가 연인일 수 없는 이유   
 주연에게..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너무나 슬픈..그런 추억때문에

다가 설 수 없었습니다..

주연씨 언제나 행복하세요..

주연씨가 이 하늘아래서 숨 쉰다는 것만으로도

전 행복하니깐요..

도영이가...



"오빠....하지만.."

"주연아 부탁야..한번만 들어줘라.."

"그래도 그렇지..."

"너가 그렇게라도 안하면 난 복귀해서 맞아 죽을지도 몰라.."

"걍 죽어..-_-;;"

"너 사촌동생 맞냐..?? -_-;;"

"난 이제 고 삼이란 말야.."

"고 삼이 무슨 벼슬자리는 아니자나.."

"누가 벼슬이래..?? -_-++"

"그러지 말고 한번만 들어죠.."

"좋아..대신 피자 사죠..-_-;"

"걍 하지마라..-_-;;"

"그럼 햄버거라도..-_-;;"

"꼭 비굴하게 그래야 되냐..? -_-;;"

"알써..그럼 감자튀김이라도..-_-;;"

"그래..그럼 결정본거다..-_-;;"

그렇게 시작됐다..

휴가나온 친척오빠의 부탁으로 오빠 부대의 병장이란 사람하고의 펜팔은..

 


안녕하세요..^^

희선이라고 해요..

친구에게 얘기 마니 들었어요..^^   착한 분이시라고요..

참..전 올해 대학교 이학년이고 아주 평범한 소녀에요..^^;

이렇게 펜팔하기는 첨이라서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키는 대충 160정도되고 흠..눈이 좀 큰편이에요..^^

특별히 자랑할거라곤 눈밖에 없네요..^^;;    아주 평범하거든요..

할 말이 별루 없네요..  

군대 생활 열씨미 하시고요..

항상 건강하세요..

이만 줄일께요..


 

친척오빠의 부탁으로

어쩔수 없이 편지를 쓰기는 했지만 한번으로 끝나리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 병장이란 사람에게 답장이 왔다..

처음에는 한번만 보내고 말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끈질기게 일주일에 한통..심지어는 일주일에 세통씩이나 편지가 왔다..

할수 없이 답장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네달이나 우리 관계는 계속됐다..

그는 주로 물어보는 쪽이고 난 그에 대답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그렇게 계속되던 그의 편지에서는 단순한 관심에서

조금씩 애정으로 바뀌어가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사랑'이란 늪으로 조금씩 빠져가는 내 자신을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희선이에게..

저에요..도영이..

그 동안 편지가 뜸했네요..

바쁘신가보죠..??

저 이번에 휴가가요..

꼭 한번 보고 싶은데..

희선씨가 궁금하기도하고..

할 말이 있어요...

이번에는 꼭 답장주셨으면 해요..

그럼 휴가 나와서 연락하겠습니다..

 


이제 수능이 얼마남지 않아

그 동안 편지를 못 보냈는데 그에게

만나자는 편지가 왔다..

휴....

이제 정리할때가 된 것 같다..

그 동안 나이와 이름을 속이며 만났지만 행복했었는데..

동생 은이에게 시켜 마지막 편지를 그에게 보냈다..

 


도영씨에게..

안녕하세요..희선이 동생 은이라고 해요..

본의 아니게 도영씨가 언니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두 읽었습니다..

이번에 휴가 나오신다고요..

그러나 아마 언니를 만날실수 없을 거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언니는 도영씨하고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입원해 있었습니다..

도영씨가 받은 편지들은 모두 저희 집 주소로 되어 있지만

전부 언니가 병원에서 써서 제가 부친 것들이지요..

그리고 언니는 얼마전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아픔이 없는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그 세상이란..제가 굳이 말안해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 동안 도영씨가 보낸 편지들로 언니는 떠나기전까지 행복했습니다..

언니는 끝까지 비밀로 하라고 했지만 이렇게 도영씨가 만나자고 하실줄은..

도영씨 군대 제대하시고도 행복하세요..그리고 저희 언니보다도

더 나은 여자를 만나서서 아름다운 사랑을 하십시요..

아마 언니도 그걸 바라고 있을거에요..

그럼 이만...


 

그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마 이제는 나란 존재를 잊겠지..

어차피 그걸바라고 보낸편지지만 마음 한구석이 휑하니 뚫린듯 공허했다..

그리고...


난 그 해 무난히 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들어갔다..

칭구들은 대학생이라고 미팅도 나가고 소개팅도 나가고

그랬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도영이란 존재가 나에게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그런데..

"주연아 부탁이다..이번 한번만.."

"후훗..미안해..난 아직 그런데 나가고 싶지 않는걸.."

"휴..우리도 알아..하지만 미화 그 계집애가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어쩔수 없게 됐어.."

"........................"

"이번 한번만이다..응..??"

"어디 학교라고..??"

"XX대야..근데 이번엔 고학번들이라 우리가 등쳐먹기 쉬울거야..^^;;

우리는 걍 몸만가면 된다니깐.."

".......그래..알았어.."

이제는 서서히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나도 남들처럼 미팅도 나가고 많은 사람들을 겪어 봐야지..

언제까지나 이렇게 침울하게 있을 수는 없으니깐..

"하..하핫 김도영이라고 합니다..원래 제가 아니었는데 우리쪽에서

한명이 빠지는 바람에..제가 대신 빵구를 때웠네요.."


'아..혹시 이 사람..'

그였다..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그였다..

이런자리가 첨인듯 어색하게 웃는 그 얼굴..

전에 군대에서 보내준 사진하고는 마니 바뀌었지만 분명 그였다..

너무 기뻤다..


이제 희선이란 가공의 인물이 아닌 내 본연의 모습으로

그의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젠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라..

그와 많은 얘기를 했다..

물론 나는 거의 알고 있는 얘기였지만 첨듣는 것처럼 관심을 갖고 들어주었다..

처음 만났지만 처음이 아닌 그는 나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눌지도 못하건만 그의 첫인상은 착한 사람 같았다..


"주연씨..."

"네..??"

"저기 벤치에 좀 쉬었다 가요.."

"네.."

"제가 좀 취한것 같네요.."

"..........."

"취김에 재밌는 얘기 좀 해드릴까요.."

"후훗..어떤 얘기요..??"

"제가 군대에서 들은 칭구얘기에요.."


"..........."

"한녀석이 펜팔로 어떤 여자를 알게 되었어요..

그녀는 평범하다고 하지만 칭구녀석에게는 절대 평범하지 않는 소중한 존재였지요..

그 칭구넘이 그 여자를 얼마나 사랑했냐하면 평생 쓰지도 않던 일기도 쓰고..

물론 그 일기장은 그 여자에 대한 얘기로 가득찼지요..

보초 설때도 항상 그녀만을 생각하고 일욜이면 그녀가 준 편지들을 다시 읽으며

혼자 행복해했지요..무엇을 하든 항상 그녀만을 생각하던 넘이었어요..

그러다 드뎌 휴가를 나오게 되었는데..글쎄..글쎄..그 여자가 없는거에요..

이 세상에 없는거에요..휴가 나오면 사랑한다고 고백하려했는데..

수백번도 더 연습했는데..

그 칭구넘이 얼마나 슬퍼했는지 상상이 가나요..??

그 칭구넘은 아직도 그녀를 생각한데요..눈이 유난히 아름답던 그녀를..

그래서 미팅도 안나가고 날마다 슬픔으로 아직까지 맘을 닫아두고 있죠..

참 바보같은 넘이죠..??"


"............"

내 얘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사람얘기였다..

눈물이 났다..

슬픔이 밀려왔다..

"왜..왜..그렇게 맘을 닫아두고 있는거죠..??"

"네..?? 아..제 칭구넘요..?? 후훗..글쎄요..그만큼 그녀가 소중했기 때문이겠죠.."

당장이라도 그녀가 바로 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를 이렇게까지 슬프게 한 내가 무슨 자격이 있지..

우리는 현실속에서 영원히 연인이 될 수 없는가보다..

그와 그 후로

두번인가 더 만났다..


가끔씩 나를 보고 웃는 그의 모습에서

조금씩 행복을 찾아간다고 느꼈다..

그도 나로 인해 그 아픔을 잊어가는 것 같아 더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학교 과사무실로 나에게 한통의 편지가 왔다..

너무나 눈에 익은 필체인 편지가..


 

주연에게..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너무나 슬픈..그런 추억때문에

다가 설 수 없었습니다..

주연씨 언제나 행복하세요..

주연씨가 이 하늘아래서 숨 쉰다는 것만으로도

전 행복하니깐요..

도영이가...

펀글


<작가의 말>

물론 실화이고 어떤분이 들려준 이야기를 어떤이가 완전한 글로 완성시킨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아픈 사랑이 아닌 행복한 사랑을 하시길 바랍니다..^^  


 
인형의 꿈      

나에게..나에게..그러한 사랑이 있었으니... 
지금도 잊지 못하는.... 
나에게 불멸의 기나긴 아픔을 가져다 주는 그녀... 
이젠 그녀와의 추억조차 희미해져 가는데 .. 
왜 또..이렇게 가슴깊은곳에서 돋아나는 가시처럼 .. 
아파오는지... 
  

하나....... 첫만남... 

  
그녀를 처음으로 알게된 것은 여름이 지날무렵이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자리에서 유난히 수줍어 하고 말이 없던, 
얼굴이 우유빛 만큼 뽀얗던 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하늘의 별을 따다가 눈에 박아 놓은 듯한 해맑은 눈빛의 소녀... 
항상 말 많은 나에게 미소만을 보낼뿐, 사람들과의 적응이 힘들었던지 
일찍 자리를 떠났던 미소가 아름다운 소녀..... 
그런 소녀가 유난히도 빛이 나는건, 가슴속 깊이 젖어드는건.. 
왜였을까.... 
  

  
두울.......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한걸음 다가었엇다... 
  
모임 다음날... 
이른 아침 문득 잠에서 깨었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날 깨우는 그러한 느낌에 일어났다. 
그리고 난 유난히 말 없이 미소만을 남겨준 그 소녀가 생각났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일을 회상하면서, 


그녀의 티없이 해맑은 미소만이 머리에 떠 오를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 서고 싶었다. 
나의 그러한 욕망은 저 깊은 가슴속 밑바닥에서 타오르게 되었다. 
"야~ 동관이냐? 너 미연이 호출번호 알아?" 
"넌 전화하자 마자, 왜 대뜸 미연이 연락처는 물어보냐?" 
"짜샤~ 언능 갈차주기나해~" 
"그래~ 근데. 그애 아픔이 많은 애니까~ 조신있게 행동하거라~" 
"머? 아픔? 무슨 아픔이냐?" 
"그건 지금 전화로 말하기는 그렇고 하여튼 
연락처는 012-xxx-xxxx니까~ 잘해봐"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난 그녀에게 바로 호출을 하였다. 
근데... 
그녀는 전화가 오지 아니하였다. 
온종일 그녀 생각뿐이었다. 
'콧대 높은 여자인가보군...훗..' 
그날 저녁...바쁜 하루일로 저녁 늦게 들어와 피곤한 몸을 가눌수 
없어 
일찍 잠이 들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 
"여보세요?" 
"저...늦게 전화해서..죄송해요...이제야 집에 들어왔거든요.." 
"미연이니?" 
"네..." 
훗..반드시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고 했던가? 
그녀는 그날 공연으로 인해 늦게 집에 왔다고 한다. 
그녀는 그 당시 어느 모델소속의 학원생으로 있었고 
그날은 자기들만의 공연이 있었다 했었다. 
우린 그날 밤을 새워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웃고... 
물론 그녀의 웃음소리뿐 말은 내가 다했지만... 
항상 그녀의 웃음이 왜 그렇게 따사로운지... 
  

  
세엣....... 내 가솜속으로 들어온 비맞은 병아리 한마리... 
  
우리는 주말에 만나게 되었다. 
첫 데이트인만큼 나는 그녀에게 특별한 남자라는걸 인식시켜주고 
싶었다. 
그녀와 야외로 나가서 사진도 찍고, 밥도 먹고, 보트도 타고, 
항상 그녀에게 웃음을 줄려고 노력했고,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그런 나의 작은 노력을 아는지 그녀는 항상 즐거워 했다. 
"오빠...고마와요..정말 오랫만에 웃어보네요.." 
"오랫만? 훗..내가 보기엔 미연이는 항상 웃고 잘 지내는거 
같은데?" 
"그런게 아닌데..."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회색빛으로 변하였고, 
그 해맑던 미소는 어느새 찾아볼수 없엇다. 
"오빠..혹시 동관이 오빠한테 저 얘기 못들었어요?" 
"무슨얘기?" 
  

그녀는... 기나긴 한숨과 함께 지난일을 토로했다.. 
그녀의 지난 과거를... 
그녀는 한 남자를 알게 되었고, 
그 남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었다. 
남자는 항상 끼가 많은 남자였고, 또 괜찮은 집안의 사람, 
호감가는 외형적인 조건의 남자라 한다..근데... 
그런 남자에게도 흠은 있었나 보다.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 
미연이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걸 못봐왔었던 것이다. 
나중에 동관이를 통해 알게된 사실이지만 늘 멍이 들어있엇다고 한다. 
그녀에게 해서는 안될 상처를 입힌 것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많은 육체적 아픔을 겪었었던 것이었다. 
  

저녁놀이 질 무렵... 
그녀는 그녀의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그녀의 볼에는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저녁놀에 빨갛게 비친 그녀의 얼굴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녀의 아픔을 읽을수가 있었던 것이다. 
난....내 스스로가 그녀에게 다짐했다. 
'널 지켜주리라...다시는 너의 눈에서 눈물이 나지 않게 하리라..' 
내 가슴속으로 날아든 비맞은 작은 병아리 하나를 내가 
품어주리라..'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 서고 있었다... 
  

  
  
네엣....... ING...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섰었다. 
천천히..소리없이..그렇게....따사로이... 
나는 그녀를 위해 무단한 노력을 했었다. 
그녀가 하고 싶어하는일은 적극적으로 밀어줬었고, 
그녀가 학원일로 늦게 귀가하게 되면 꼬~옥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항상 손이 차가운 그녀를 위해 내 손을 따뜻히 데워서 따사로이 
감싸왔었고, 
여름날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그녀는 항상 차가운 손수건을 
준비했었고, 
여름날 달밤에 비취는 바닷가 방파제에서 
그녀를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었었지.... 
또 우린 매일 아침을 전화로 시작해서 
밤늦도록 공허한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었고, 
그녀가 심심해 할까봐 
신문이나 잡지의 유머란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외워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항상 그런 나의 장난끼 어린 이벤트에 그녀는 미소를 보내왔었다... 
어느 연인들 처럼..우리는 행복했고..사랑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그때의 크리쓰마쓰가 생각난다. 
우린 특별한 크리쓰마쓰를 보내기를 원했고 
이븟날 아침 기차를 타고 서울을 향했다. 
서울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우리의 존재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우린 하나였고, 
우리만의 세상이었다. 
저녁에 대학로를 갔었다. 
갑자기 하늘에선 눈이 오기 시작했었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송들.... 
우린 행복했다. 

하늘에선 눈이 내렸고, 노천극장에서 이름 모를 가수가 부르는 
'LAST Christmas'를 들으면서 우린 손을 꼬~옥 잡았다. 
그때를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나는 그때 다짐했었다. 

  
'지금 너의 손을 잡은 이 순간처럼 널 보내지 않으리리..... 
널 꼬옥 이렇게 잡고 있으리라..널 지켜주리라..' 
  
  


  
네엣....... 구름속에 가리워진 나의 나날들... 
  
행복하기만 한사람들에게 신은 질투를 하시는걸까.... 
늘 행복하리라 여겨왔던 우리의 나날들...근데... 
나에겐 인생의 어려운 일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의 20대에 가장 어려웠던 시기... 
가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어느 누구와도 교신을 끊고 숨어버렸었다. 
미연이에게 조차도...... 
그러나 그녀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엇다. 
항상 어렵고 힘들어 하며 방황하는 나를 매일 찾아왔었고, 
집에 혼자 있을때에는 제대로 먹지 아니한다고 
음식까지 싸들고 오는..그녀.. 

  
막노동판에 뛰어든 나에게 저녁이면 찾아와 먹을것을 챙겨주고, 
아침에 늦지 않게 일을 나갈수 있도록 모닝콜을 해줬었고, 
주말에 쉴때면 나를 찾아와 
'힘들지~ 오빠~?' 라고 말하며 어깨를 주물러 주곤했었다.. 
그러나... 
앞날이 너무나 두렵고 힘든 나에게는 
그녀의 사랑조차도 나에겐 부담일뿐... 
나 자신 하나 추스리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는 짐이라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고 방식을.... 
난..정말 그녀를 사랑했었다. 
그러나..단 한번도 '사랑해~~'라는 말을 해본적이 없었다. 
우리는 그랬었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고마와요..'라는 단어를 더 많이 
구사했었었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가지고 싶은 욕심조차도 
나에겐 하나의 사치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난 거짓말을 할수 밖에 없었다. 
그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그 후의 아픔또한 
감수하리라..... 
  

  
다섯.......거짓으로..널 떠나보내고.... 
  
모든 어려운 상황이 이제 혼돈을 지나 결론으로 치닿고 있을때 
우리는 미소보다는 의무감에 의해 만나게 되엇고 
난...거짓말을 할수 밖에 없엇다. 
사실...그녀는... 
나에게 어쩜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 생각했었다. 
좋은 학벌, 재능이 있는 대학생, 
어느 남자나 한번쯤 뒤돌아 보게 되는 외형적 조건... 
또...상류층의 집안... 
그러한 것들이 나에겐 부담이었다. 
어느날..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 생겼단다~" 
(놀란 표정의 그녀...) 
"누구예요?" 
"음..말해도되? 후후.." 
"네..." 
"사실은..마랴..너 데려다 주면서 학원에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저번에 같이 술자리에 만난 너 친구 은주.." 
"네?" 
"정말요?" 
"응~" 
"오빠 정말이예요?" 


"응.." 
"오빠 정말이냐니까요!?" 
"그래!! 정말 은주 좋아해!!" 
  
그녀는 정확히 세번을 물어봤었다. 
그리고..혼자 걷고 싶다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엇고, 
난 그렇게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 볼수 밖에 없었다. 
  

  
여섯....... 인형의 꿈........ 
  
그후로..몇개월이 흘렀다. 
그후론 나도..그녀도 서로에게 연락을 끊고 지냈었다. 
나의 어려운 문제들은 차츰차츰 구름이 지나가고 
빛이 보이기 시작했엇고 
난 ...몇개월만에 미소를 찾을수 있었다. 
그때..그녀가 생각났었다.. 
내가 떠나보냈던 여인...내가 사랑했던 여인... 
어렵게 어렵게...그녀에게 연락을 했었다. 
  

'미연이니?' 
'.........' 
'미연이..아니니?' 
'맞아...' 
'잘..지..냈어..' 
'왜 이제 연락하는거야? 나 오빠랑 말하고 싶지 않아~!!!' 
  

그런말을 남겨두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너무나 차가왔었다. 
예전의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란 느낌이 들었다. 
난...자신이 없었다. 
두려웠다.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린 그녀의 모든것이.. 


그리고 그후론 그녀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술에 취한 밤이면 그녀가 생각났었고, 
같이 듣던 노래가 들려오면 그녀 생각에 눈물이 젖어 들었다. 
너무나 보고 팠다. 
그랬다... 
  

그녀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었다. 
내가 처음으로 들려줬던 노래가 일기예보의 '좋아좋아'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그녀를 위해 기타를 배우고 그녀를 위해 노래를 녹음했다 
마지막으로 '인형의 꿈'이란 노래를 불렀고 
그리고 그녀의 음성에 마지막 말을 남겼다. 
  

'미연아, 오빠가 널 위해 녹음한거야.... 
항상 한걸음 뒤에는 너가 있었는데.. 
정말 한걸음 뒤에는 너가 있었는데..이젠 너를 볼수가 없구나... 
미연아..행복해..그리고....이제야 말해..널 사랑했어..' 
그랬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그녀에게 했었다. 
그녀를 떠나 보내야 하는 기나긴 아픔에 젖어 들었다. 
그후로 몇달이 지났고, 
점점 그녀의 기억이 희미해 져가고 있었다. 
물론 기나긴 고통이 동반되었다. 
그후론 다른 사람에게 줄 사랑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을때 쯤이었다.. 
늦은밤...아마..새벽 두시쯤이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여보세요?' 


'오빠?' 
'으..응????' 
'나야 미연이~!' 
'미연이????' 
'잘지내 오빠?' 
'응..' 
  

문득 새벽에 걸려온 그녀의 전화에 반가왔다 
그녀는 아주 아주 밝은 목소리였고, 나 또한 너무나 반가움이 
넘쳐났었다. 
그녀와 다음날 만나게 되었다. 
늘 우리가 같이 가던 그 까페... 
난 그녀와의 약속 시간 30분 전에 나갔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달라고 부탁했엇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향을 시켜놓고 
그녀가 좋아하는 표정으로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왔다... 
내 사랑이... 

'안냥 오빠~' 
이렇게 말하며 들어오는 그녀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너무나 성숙해져버린. 
조용하고 차분한 그녀의 모습은 변하였고, 
길었던 머리마져 짧은 쇼커트로 변했었다.키도 더 커버린거 같은 느낌.... 
'오랜만에 봐서 그런걸꺼야..아무것도 변한게 없어..'라고 하며 
내자신을 위로 했지만, 말투조차 변해버린 그녀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기나긴 지난일에 대한 이야기...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 
누구 누구 시집 장가 갔더라..이런 얘기.. 
우리의 추억 이야기.... 
그 끝에 나오는 그녀의 한마디... 
  


'그땐 왜 그렇게 오빠가 좋았는지..후후..오빠 연락 안해서 나 미웠지? 
나 좋은 사람 생겼다.후후..' 
  

그랬다...그녀에게 나 없는 시간은 또 다른 반쪽이 채워지고 있었다. 
굳어버린 내 마음과 표정은 이제 더 이상 밝아질수 없어서 
나는 그녀와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까페를 나왔다. 
혼자 길을 걸었다. 
하늘은 맑았다. 
앞이 흐려보였다....그랬다...눈에서 그것이 흘러나왔다... 
그 눈물은...그때의 사랑을 지키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미움의 눈물이요, 
그녀를 잃어버린 안타까움의 눈물이요, 
이제 되돌릴수 없는 현실의 아픔에 대한 눈물이요, 
너무나 사랑한 여인이 다른이의 여인이 되 버린 안타까움의 눈물이었다.... 
  

  
일곱.. 잠들지 않는 그리움..... 
  
그후로 그녀를 다시는 볼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많은 사랑을 줘 버려서 인지 
어느 누구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주지 아니하였다. 
누군가 그러더군. 한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주지 말라고.... 
다음 사람을 위해 사랑을 아끼라고... 
나는 그녀에게 너무나 많을 사랑을 줘 버려서인지 
어느 누구도 받아 들이지 못하는가보다... 
내나이 스물하고도 여섯을 맞이하는 이때.... 
난..많은 것을 잃어가지만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미연이란 한 여인을 잃어버린게 가장 


아픔일뿐이다. 
그녀와 같이 걷던 거리, 
그녀와 함께 봤던 영화, 
그녀와 같이 부르던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 
그녀와 같이 먹던 길거리의 매운 떡볶기, 
그녀와 늘 같이 가던 째즈빠의 마음씨 좋은 아저씨, 
그녀와 함께 즐겼던 베스킨 라빈스의 체리 쥬벨레, 
그녀와 같이 바라보던 그 밤바다의 달빛, 
그녀와 같이 거닐던 아침의 깨끗했던 바닷가, 
그녀와 함께 마시던 헤즐럿의 향기 
이 모든게 그대로인데 지금 내곁에는 그녀가 
없다는게...아픔이리니... 
이젠 그녀에게 그녀에게 세번째인 그 사람이 
그녀의 사랑을 지켜주고 보다 많은 사랑과 보다 따뜻함으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기를....진실로..그녀를 위해....그녀를 위해.... 


 
장미 100송이

서로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있었어.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했지. 

그런데말야 남자가 5년동안 해외출장을 가게됐지. 

그 연인은 너무나도 슬펐어. 

남자가 떠나기 몇 일 전 남자가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어.

"내가 당신에게 장미 100송이가 안되게 보내면 기다리지 말라고 만약 100송이가 되면 꼭 날 기다려 달라고..."


여잔 남잘 믿었고 그리고 남자는 떠났어. 

여자는 하루하루 손꼽아 남자를 기다렸어. 

그러던 어느날 정말로 

여자에게 장미꽃이 배달 된거야. 카드와 함께. 

여자는 설레는 맘으로 장이꽃을 셌어. 그런데 말야. 

장미가 99송이 밖에 되지 않았던거야. 

여잔 너무 실망한 나머지 카드는 읽지도 않았어.

그리곤 여잔 다른 남자를 만났고 시귀고 얼머후엔 결혼까지 하게되었지.

남자가 돌아왔어. 

남자는 여자의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지. 

남잔 여잘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만났지 뭐. 그리곤 이렇게 물었어. 이렇게‘너 카드 봤니?’여잔 아니’라고 대답했지. 

남잔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버렸어. 

너 혹시 그 카드에 뭐라고 썼는 지 아니? 이렇게 쓰여있었데.

‘마지막 한 송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입니다’라고...... 


 
첫키스

 "정말? 걔는 생긴 거랑 다르게 왜 그렇게 쑥맥이라니?" 
역시... 모두들 이런 반응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웃긴다 얘~ 걔 혹시... 무슨 문제있는 거 아니니?" 
며칠 전 호원이가 비디오방에 가자고 했을때, 나는 무척 많이 놀랐다.. 만난지 1년이 다되가도록
키스는 커녕 손도 못잡는 쑥맥... 숙녀 체면에 눈감고 입술을 들이밀 수도 없는 일이고... 사실
녀석이 키스를 시도한다고 해도 허락할지 안 할지 나도 모를 일이거늘...
허락이고 나발이고 사내 자식이라면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할 것아냐?
답답한 마음에 녀석 얼굴을 쳐다보자.. 녀석은 병신같이 헤~ 웃는다.. 어휴~
병신! 길 다닐때 어깨나 허리에 팔을 두르기는 커녕 손도 못잡고, 두리번두리번 걷는 병신! 사내
자식이 저래서 뭣에다 쓴담! 오늘도 하루종일 짜증을 내볼까? 그럼 저 멍청이는 또 날 달래려고
어쩔줄 몰라서 쩔쩔 매겠지.. 그런데, 녀석이 불쑥


"미연아! 우리 비디오방에 갈래?"

라고 묻질 않는가! 
비디오방에서 비디오만 보고 나오는 연인은 없다는 요즘... 그래. 너도 어디서 뭘
주워듣긴 한 모양이구나. 못이기는 척 따라가 주마. 
그렇게 찾아간 비디오방.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영화를 골랐다.
'짱구는 못말려~!'란 만화영화를 보겠다고 우기는 녀석의 팔뚝을 멍이 들 정도로
꼬집어주고 '프렌치 키스'를 빌렸다. 녀석.. 아무리 곰탱이라도 이정도면 눈치채겠지... 본 거라며
투덜대는 녀석을 흘겨주고, 종업원이 안내해주는 방으로 들어섰다. 
프렌치 키스의 감미로운 주제가가 흘러나오고, 방안엔 우리 둘뿐.. 녀석을 힐끔 쳐다 보았다.
녀석은 자켓을 벗어 덮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벅지를 있는 힘껏 꼬집어 주었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 녀석은 불신과 원망의 빛을 한껏 담은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성질 같아선 삐죽 내민 입을 확 깨물어 주고 싶었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 로 하고 화면에 시선을
던졌다.. 후훗.. 녀석도 남자라고 단둘이 있으니 가슴이 좀 두근거리는 걸? 약간 부끄러워지는 내
자신을 추스리게 해준 건 호원이의 코고는 소리였다. 똑바로 앉아서 영화를 보는 척하면서 자고
있었던 것 이다. 비디오방에서 먹으라고 공짜로 준 팝콘봉지는 이럴 때 쓰는거겠지... 있는 힘껏 얼굴을 내려쳤다.


'우웁!'

녀석의 비명과 흩어진 팝콘 알갱이를 뒤로 하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나와 버렸다..

"사내자식이 왜 그런지 정말 모르겠어.. 왜 그렇게 병신같 니??" 
"호호! 그래 니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병신같다 얘.." 
"얘 미연아. 너 그럼 소개팅 한번 해볼래?" 
"응? 소개팅?" 
"그래. 선혁이 오빠 친구인데 되게 잘 생겼더라. 세련되고, 귀공자 스타일이야. 
호호.. 지지배. 병신이라고 놀리더니 호원이가 맘에 걸리니?" 
"내가 그 자식 마누라냐? 맘에 걸릴 것 하나도 없어. 좋아! 언제? 난 이번주 다 널널하니까 약속 잡아봐!"


괜히 발끈해서 반응을 보인것이 그만 정말 소개팅 약속이 되고 말았다. 약속 날짜도 하필이면
호원이랑 야구보러 가기로 한 그 날일까... 
할 수 없지 뭐. 천하의 쑥맥과 또 충청도 야구팀을 뙤약볕 밑에서 응원하느니.
그래 눈딱감고 소개팅이나 나가보자!! 

"어...웬일이냐?" 

으그..이 병신...전화받는 다정한 말 한 마디 정도 생각못하냐? 하지만 나도 좀 켕기는데가 있어
쏘아붙이지는 못하고 말을 이 었다. 


"저 말야.. 내일 야구장 가기로 한 약속.. 못 지킬것 같애. 우리 대학원 선배 언니가 결혼한대 그날.
친구들이랑 가서 도와주기로 했거든." 
"어...그래? 음...할 수 없지 뭐... 잘 다녀와." 

음..녀석 많이 서운해 하는 눈치네? 할 수 없어. 다 네 녀석이 바보같은 탓이니까.. 

"미안해. 대신 다음 번에 짱구는 못 말려 보러 가자." 
"집에서 빌려다 봤어. 낄낄...되게 재밌더라. 저번에 그거보자니까.. 너도 혹시
짱구아니냐 전미연? 낄낄..너랑 하는 짓이 비슷하 더라." 

이 자식이 미쳤나? 다정하고 감미로운 말은 다 이민이라도 간 거냐? 


"이게 정말!! 담번에 만날 때는 옷 두껍게 입고와! 멍들기 싫으면!" 
"쩝.. 승질하고는.. 알았어. 잠이나 자라. 자면서 침 흘릴거지?" 
"이도 갈꺼야!!! 전화 끊어!!!"

멋대가리 없는 녀석! 영화도 안보고 소설도 안 읽나? 한숨을 쉬며 침대에 털썩 누웠다.
녀석이 서운해 하던게 맘에 걸리긴 했지만.. 소개팅..웬지 설레어 오는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형민입니다." 

우와~ 한석규 아냐?? 저 하얀 얼굴.. 이지적인 입매. 귀공자풍이란 말이 거짓말이 아니구나!! 

"미연씨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듣던대로 정말 미인이세요." 

호원이 녀석이 이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넌 애가 무슨 새같이 생겼냐? 길가다 과자 떨어진 거 있으면 막 쪼아먹지? 잠도 나뭇가지 같은데 앉아서 자고... 낄낄....' 

내가 이목구비가 좀 작다고 매일 새라고 놀려대는 호원이 녀석이 떠올랐다. 저런 사람도 이쁘다고 하는데, 녀석...

" 자..미연씨..주문하세요.. " 


매너 좋다! 하긴 매너가 아니라 당연한 건데도.. 

'어..뭐야..안 시키면 안되요? 음...그럼 그냥 제일 싼거 주세요.. 자판기에서 200원이면 빼먹는걸 왜
몇천원씩 주고 먹어야 하는 건지.. 너도 그냥 그거 먹어. 그냥 커피..' 

호원이 녀석...저번에 파르페 시켰다가 녀석한테 잔소리를 들은 걸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려... 

"파르페를 드시겠다구요? 나는 에스프레소로 부탁해요." 

주문을 하는 말투에도 정말 위엄이 서려있네... 정말 부잣집 도련님 같아..그리고 저 세련된
옷차림, 호원이의 면티와 낡은 청바지가 떠올랐다.. 전철역에서 16500원 주고 사입었다던가?
그리고 500원 깎았다고 되게 좋아 했었지. 녀석.. 

"저.. 저녁 식사하러 가시죠. 가서 가볍게 술한잔도 하고..." 

저녁식사도 좋고 술도 좋지! 얼마나 멋진 일이냔 말이야... 두 청춘 남녀가 가볍게 기울이는 술
한잔.. 병신같은 호원이 녀석은 술이라면 입에도 대지 못하고, 소주 한잔만 먹어도 온통 벌개져
가지고는 무척이나 괴로워하지.. 덕분에 '드링킹 머신'이라 불리우는 이 내가 매일 밀크 쉐이크를
먹어야 했던 아픔이 있지 않았던가? 


"얼마죠?" 

계산서를 들고 당연하다는 듯 지갑을 꺼내드는 그 사람.. 

'자..여기 1400원.. 이따가 전철비 줘' 

세상에 데이트하러 나온다는 녀석이 1400원을 들고 나왔었다.. 호원이 녀석같은 짠돌이는 이
세상에 없을거다. 빳빳한 만원짜리 신권이 가득한 장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는 그의 모습과,
16500원짜리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1000원짜리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을 꺼내는 녀석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호원이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호원이가 오히려 괴씸하게까지 느껴진다. 나를 얼마나 푸대접한거야?
녀석..혼자 집에 있겠지.. 알게 뭐람! 


"자.. 타세요." 

우와~ 이 차가 이 사람 차였어?? 이게 영화배우 누구누구가 탄다던 그차 아냐? 자알 빠졌다 진짜~
이런 차는 도대체 얼마쯤 할까? 

"제가 잘 아는 일식집이 있으니까 거기가서 저녁식사 하구요.. 술도 한잔 하기로 하지요." 

사람들이 다 힐끔대며 지나가는구나.. 당당하게 타야겠는 걸.. 하긴 저번에 호원이 녀석과 버스가
빠르다, 전철이 편하다 하면서 싸울 때도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기는 했었지.. 

"다 왔어요 미연씨. 여깁니다." 

우와~ 여기가 어디야? 으리으리하구나. 종업원들이 인사하는 것 좀 봐. 정말
단골인가 봐.. 옷 좀 잘 입고 올걸.. 


'이야!! 전미연!! 정말 이쁘구나!! 우와~ 흐뭇! 뭐? 얼마?? 십육만원?? 너 미친거 아니냐?? 무슨
학생이 십육만원짜리 옷을 입어!! 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호원이 녀석한테 이쁘다고 칭찬 받았지만... 너무 비싸다고 호원이 녀석의 잔소리를 폭발시킨 그
옷이지만, 거봐.. 이런 데선 이런 옷도 싸구려같아 보이기만 하는 걸.. 

"이것도 좀 들어보세요. 미연씨. 이거 무척 귀한 거랍니다." 

주눅이 들었다.. 너무 깎듯한 종업원들도 부담스럽고, 무슨 식당이 이렇게 깨끗하고 넓은거야?
생전 첨보는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이것저것 권하지만 가슴이 답답해서 먹을 수가 있나? 

'안녕하세요 아줌마!! 우리 또 왔어요.' 

호원이 덕분에 아줌마랑 이런저런 얘기 나눌 정도의 단골이 되어 버린 '까치분식'.
호원이 녀석이랑 데이트를 하면 꼭 거기서 밥을 먹는다. 아줌마랑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죽이 척척 맞는 호원이녀석. 녀석과 먹어본 양식은 길에서 파는 핫도그 정도일꺼다.. 하지만
까치분식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좋긴 정말 좋지.. 


"자 미연씨 한잔 받으세요." 

이 사람 참 깡쏘주도 아니고 겨우 청하를 권하다니.. 드링킹 머신 전미연.. 성질 많이 죽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얌전하게..얌전하게.. 소주 두 잔만 먹어도 필름을 끊는 서호원과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 아니더냐? 그래 천천히 한번 마셔볼까? 

"주방장이 특별 안주를 만들어서 올렸대요. 저희 아버님도 자주 찾으시고 그러거든요." 

야~ 이런 데 단골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부자여야 하는 걸까? 얼마나 단골이면 말
안해도 안주를 그냥 해다 주나?
어..그런데 좀...취한다.. 하나..둘...셋....응..? 벌써 네 병째네....너무 먹는건가...? 

"그러죠 미연씨. 그만 일어나죠. 미연씨 술 잘하시네요. 후훗.. " 

야..이거 큰일 났다.. 오랫만에 좋은 안주에 좋은 술 먹었더니 술이 확 올라와 버리네? 비틀거리면
개망신인데 조심조심 걸어야지.. 


"제가 부축해 드릴께요. 자..저한테 기대세요." 

부축? 후후.. 이 사람 저번에 내가 소주먹고 기절했던 걸 알면 뭐라 그럴까?
호원이 녀석에게 삐삐를 치고 쿨쿨 잤었는데.. 얼마 지나 깨어나보니 호원이 녀석 등에 업혀
있었는데.. 짠돌이 녀석..택시비가 아까웠겠지. 이 사람은 향수도 좋은 걸 쓰나보다... 이 향수
이름이 뭐더라..아는 거였는데.. 어..그런데 이사람 왜 자꾸 허리를 만지지? 
응? 잘 부축하려고 그러는 거겠지.. 설마 이런 사람이.. 그래.그럴 거야.. 

"집까지 모시겠습니다. 그 때까지 술 깨세요." 


어머! 이 사람 음주 운전하려나 보다.. 에라..모르겠다. 이렇게 비싼 차는
들이받아도 흠집 정도만 나겠지 뭘. 그래 타고 가자..
차창을 내리자 시원한 밤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잠시 눈을 감고 머리를 시트에 기대었다. 흠. 이 사람이 애프터 신청을 하면 어떡하지?
너무 멋지니까 오히려 부담이 되네.. 뭐야 전미연..
이런 사람이 네게 애프터 신청을 할리가 없잖아.. 
넌 그 짠돌이 서호원이 있잖아... 넌 서호원같은 애의 여자 친구밖에 할수 없는거야.. 

"잠깐만요....미연씨.. 할 얘기가 있어요."


응? 우리 동네네 벌써? 근데 왜 이런 데서 차를 세운 걸까..
할 말이 있다구? 애프터 신청을 하려는 걸까? 아님 맘에 안든다는 말일지도 몰라.

"미연씨가 맘에 들어요. 저..오늘밤...같이 있을 수 있겠죠?" 

너무 놀라서 암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내 어깨를 팔로 감싸면서 다가왔다..
너무 당연한 순서라는 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려 하고
있었다.. 난 있는 힘껏 그를 밀쳐냈다. 그리고 차문을 열고 집까지 정신없이 달렸다.
그의 멋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년 아냐? 촌닭같은 게 얼굴은 반반해서 하루 데리고 자주려고 했더니..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꼴을 다 당하는군.. 젠장!!" 


집 대문이 보이는 곳까지 있는 힘껏 달렸다. 심장이 터질듯 뛰어댄다. 집대문이
보이자...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뒤를 한번 돌아다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으로 걸음을 터벅터벅 옮기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쭈욱 빠져 버렸네? 집앞에 사람 그림자가 있는 걸 보고 가슴이 덜컹했다.
설마 그 사람이? 

"야~ 너. 전미연.. 지금이 몇시냐??" 

우와~ 호원이 녀석 목소리가 저렇게 반가울 수도 있구나? 그리고, 쟤가 저렇게 커
보일줄 몰랐네.
난 눈물이 글썽해졌지만 새침한 표정으로 녀석에게 다가갔다. 


"얼래리? 술까지 한잔 하셨구만...아주 장하셔!" 
"그러는 너도 술 좀 먹은것 같은데? 얼굴이 벌겋네 뭘..." 
"아냐. 좀 탔어.." 
"야구장 혼자 간거야?" 
"아니... 그냥 좀..탔어." 

흠.. 녀석? 설마 딴 여자랑 데이트를 하다가 햇볕에 그을린 건 아니겠지?
그랬으면 죽어.. 너.... 

"아참. 미연아..이거..." 


응? 뭐야.. 이건 장미꽃? 아니 얘가 미쳤나? 꽃은 먹을수도 없는 게 비싸다고
꽃집앞을 지날 때마다
얘기하던 녀석이 하나, 둘, 셋, 넷.. 우와..스무 송이 가까이 되겠는 걸? 그리고, 이건 향수아냐??
장미꽃 스무 송이와 향수?? 어? 그러고보니.. 오늘이 5월19일...내일이 성년의 날이구나.. 

"축하한다. 전미연. 이젠 너도 아가씨가 된거네. 낄낄..징그럽구나." 
"뭐야...성년의 날은 내일이란 말야!" 
"어, 알아.. 장미꽃 스무송이랑 향수랑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뽀뽀도 하는 거라며? 뽀뽀가
제일 좋은데..낄낄...돈이 안들잖아.. 장미꽃 무지하게 비싸더라 야... 향수도
되게 비싸고.." 


그래. 이 짠돌이가 되게 비쌌을 텐데.. 부모님께 용돈 타 쓰는 건 죽는 것보다 싫어하고,
아르바이트도 며칠 전에 그만 두었고, 돈이 어디서 났을까? 어머.. 쟤 손이 왜 저래? 

"야! 너 손 왜 그랬어? 응? 많이 다친 거야? 좀 봐봐!"
"어..그냥... 좀 다쳤어." 

세상에 이 녀석 손바닥이 물집 투성이네? 손등은 상처 투성이고.. 그러고보니
옷도 먼지 투성이에 신발도 먼지 투성이.. 음.. 이녀석? 

"너...공사판 갔다 왔니?" 
"응." 

이 바보가! 난 이런 거 꼭 안 받아도 되는데, 난 이런 거 받을 자격도 없는데,
하루 종일 공사판 가서
고생해서 니 말대로 먹지도 못하는 꽃이랑 향수를 사온 거니? 너 햇볕에 타가면서
일할 때.. 난..난...


"성년의 날은 내일이란 말얏!! 이 병신아!!! 왜 밤부터 설쳐대고 난리야! 어휴!
땀냄새!!! 어휴!! 지저분해 정말!!!!"

난 다정한 말을 하면 펑펑 울게될 것 같아서 어이없게도 그만 뗑깡을 부리고 말았다. 

"어..그게 말야.. 나 내일 논산을 가봐야 해." 
"응? 논산? 왜? 누구 또 군대 가니??" 
"응." 
"누구?" 
"나." 
".....뭐??" 
"나 내일 군대가." 
"........." 


가슴에서 무엇인가가 울컥!하고 올라와서 내 목을 메이게 했다.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무릎 뒤쪽에 힘이 쭈욱 빠져 버렸다... 

"근데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했어??" 
"군대 가는게 벼슬이냐? 언제 가든지 가는 거고, 또 내가 내일 군대 간다고 미리
말했으면 니가 뭐 달라졌을 거 있어?" 
"간다고 말했으면 오늘 만났잖아.." 
"뭐. 지금도 이렇게 만났는데 뭘.. 내일 아침 9시까지 논산을 가야 하거든.
그래서 내일 보기는 힘들것 같아서.. 그나저나 온몸에 알배겨서 
이거 큰일 났네? 낼부터 구르려면..근데 너 표정이 왜
그러냐.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쩝..나 갈께. 얼른 들어가서 씻고 자라.
쩝.. 하여튼 난 갈께. 잘 있어.." 


저 병신!! 사내 새끼가 눈물이 글썰글썽해서 가네.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가는
거야? 기다리란 말 안해? 보고싶을 거란 말도 안해? 야! 이 천하의 멋대가리 없는 자식아!!
사랑한단 말도 안해주고 가는거야? 응? 야아..서 호 원.. 

"야! 서호원!!! 성년의 날 선물 세 개란 말야! 마지막 하나 그거 마저 주고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줄 수 없는 거란 말야!!!!! 내 성년의 날 망쳐 놓기 싫으면
그거..주고가...엉엉엉..." 

내 목소리에 멍청히 뒤로 돌아선 호원이에게 있는 힘껏 달려가서 안겼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이 녀석 품이 이렇게 넓고 따뜻하고 아늑한 건줄 진작 알았다면..
펑펑 우는 날 꼬옥 안고 있던
호원이가 입술을 포개왔다.. 땀에 쩔은 녀석의 입술.. 흘러 내린 눈물이 가득
머금어진 나의 입술...
시원하고 상큼한 봄바람이 우릴 감쌌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아카시아향이
달콤했다.. 


그런데, 누가 키스를 달콤하다고 그런거야?? 


 
지금당장
 펌 
어른들을 가르치는 한 워크샵에서 나는 최근에 매우 '무례한' 일을 저질렀다. 어른들에게 숙제를 낸 것이다! 숙제 내용은 "다음
일주일 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가서 사랑한다고 말하되, 반드시 전에 한 번도 그 말을 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오랫동안 그런 적이 없는 사람에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뭐어려운 일이냐고 하겠지만 그 그룹의 수강생들 모두가 35세가 넘었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사내'가 할 짓이
못 된다고 배운 세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속마음을 드러내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 따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그들은 배웠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내가 낸 숙제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 다음 워크샵 시간이 되자 나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말해 보게
했다. 나는 평소처럼 여성이 먼저 손을 들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에 손을 든 사람은 남자였다. 그는 무척 감동받은 것처럼
보였고 약간 떨기까지 했다. 의자에서 일어난 그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였다.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데니스 선생, 지난 주에 당신이 이 숙제를 냈을 때 난 무척 화가 났었습니다. 난 그런 말을 해야 할 상대도 갖고 있지 않았을
뿐더러, 당신이 그런 개인적인 일을 숙제로 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
양심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더군요. 내가 누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만 하는가 내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양심이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섯 해 전에 나는 아버지와 어떤 문제로 심하게 다퉜고 그 이후로 그 감정을 그대로 안은 채 살아왔었습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때나 다른 불가피한 가족 모임을 제외하고는 서로 마주치기를 꺼려 했지요. 지난 주 화요일 당신의 워크샵에
참석하고 나서 차를 몰고 집에 도착할 무렵 나는 아버지에게로 가서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만 한다고 내 자신을 설득시켰습니다.


우스운 행동이긴 하겠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자 마음의 무거운 짐이 덜어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집에 도착한 즉시 나는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아내에게 내 계획을 말했습니다. 아내는 이미 잠자리에 든 후였지만 난 아내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자 침대에 누워 있던 아내는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껴안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결혼 후 처음으로 내가 눈물을 흘리는 걸 봤습니다. 우리는 밤 늦도록 커피를 마시며 얘길 나눴지요. 정말 멋진
밤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여느 때보다 일찍 밝은 기분으로 일어났습니다. 사실 너무 흥분해서 제대로 잠을 이룰수가
없었지요. 난 일찍 사무실로 가서 전에는 하루 종일 걸렸던 일들을 두 시간 만에 해치웠습니다. 


오전 9시에 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을 때 난 간단히 이렇게만 말했습니다. '아버지, 오늘 저녁
퇴근길에 잠깐 들러도 될까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러자 아버지는 기분이 언짢은듯 '뭣 땜에 그러냐?'하고 되물으시더군요.
오랜 시간을 빼앗진 않을 거라고 안심시켜 드렸더니 아버지는 마지 못해 승낙을 하셨습니다. 

오후 5시 반에 난 아버지의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아버지가 문을 열러 나오시기를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만일
어머니가 나오시면 나 자신 금방 겁장이가 되어 어머니에게 대신 그 말을 하게 될까봐 겁이 났던 겁니다. 다행히 아버지가 문을
여셨습니다. 


난 시간을 끌 필요도 없이 곧장 문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어요.
전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사랑해요.' 그 순간 아버지의 내면에 큰 변화가 일어난 듯 했어요. 내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는 얼굴이
부드러워지더니 주름살이 사라지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어요. 


아버지는 두팔을 뻗어 나를 껴안으면서 말씀하셨어요. '나도 널 사랑한다, 얘야. 하지만 여태까진 그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난
너무도 감동되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다가오시더군요. 난 손을 들어 보이며
어머니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버지와 난 잠시 동안 그렇게 껴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난 그곳을 떠났지요. 지금까지 오랫동안 난 그런 감동적인 순간들을 느끼지 못한 채로 살아왔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고 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내가 방문한 이틀 뒤, 아버지께서 그만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그동안 심장병을 심하게 앓으면서도 네게는 아무 말씀도 안하셨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의식불명인 상태이고, 과연 깨어나실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이 워크샵에 참석한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일은 미루지 말라는 겁니다. 만일 내가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지금까지 미루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난 두번 다시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시간을 내서 지금 당장 하십시오. 여러분이 해야만 하는 일을!"


-데니스 E. 매너링 -


만일 우리 인생이 단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 모두는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며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말 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몰리- 

모정 
펌       깊은 산속, 땅을 개척하며 사는 젊은 부부와 그의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남편이 시내에 볼일이 있어 사흘 동안 집을 비우게 되어 그 아내는 아이들과 지낼
  
     수밖에 없었다.아내는 뒷뜰의 장작더미를 가져다가 불을 지펴 밥을 할 생각으로뒷뜰에 갔다가 그럴 

     만 장작더미 속에 숨어 있던 뱀에게 물리고 말았다. 그 순간 아내에게는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뱀에게 물렸으니 독이 온몸에 퍼질테고 남편은 사흘 뒤에나 돌아 올텐데 꼼작없이 죽게 생겼구나. 

     내가 죽으면 아이들은 사흘 동안 어떻게 지낼까?" 

     그녀는 순간적으로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빨리 아이들을 위해 사흘동안 지낼 수 있도록 일을 해야 겠 

     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작더미를 가져다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큰딸에게 불을 지피는 방법을 가 

     르쳐 주어 사흘동안 계속 불을 지필 수 있도록 하고, 먹을 것을 준비해서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놓 

     아 두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불러모아 이야기를 했다. 


      "얘들아! 엄마가 깨어나지 않아도 놀라지도 말고 무서워 하지도 말아라. 잘 지내고 있으면 곧 아빠가 

     돌아오신단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애를 쓰자 그녀의 몸에는 땀이 물 흐르듯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흘러 내리는 땀이 그녀 몸속의 독기를 제거해 주고 있었다. 하룻밤을 지내고 

     서는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에 그녀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죽음조차도 이겨낼 수 있었는가 보다. 


물방울과 거미의 사랑이야기 
펌   
거미가 살았답니다. 
그 거미에게는 친구가 없었답니다. 
누가 보더라도 징그럽게 생긴 거미는 언제나 외로웠답니다. 
  

어느 날 아침, 거미에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 손님의 눈에는 거미가 너무도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손님은 거미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손님은 거미집 한가운데 조심스럽게 앉았습니다. 
그 손님은 다름아닌 투명하고 깨끗하면서도 여러 가지 색깔을 
반사하는 신비의 실로 짠 옷을 걸친 물방울이었습니다. 
  

물방울을 발견한 거미가 
살금살금 다가와서 말을 붙였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난 물방울이란다." 
물방울이 맑고 영롱한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거미가 다시 물었습니다. 
"넌 어디서 왔니?" 
"난 네가 볼 순 없지만 볼 수 있고, 느낄 순 있지만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왔단다." 
거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쉽게 설명해 줄 수 없니?"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야. 나도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 
겠어. 말로 자칫 잘못 표현하면 거짓이 되거든." 
거미는 도무지 물방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너무나 외로웠던 거미는 물방울의 방문이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물방울아, 저기.... 부탁이 하나 있어." 
"말해봐, 거미야! 뭔데?" 
"나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없겠니?" 
"친구? 그래! 너의 친구가 되어 줄께. 대신 한 가지 약속을 해야 해." 
"뭔데? 네가 내 친구가 되어 준다면 무슨 약속이든 들어 줄수 있어." 
거미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뭐냐 하면 절대로 날 안거나 만져서는 안돼. 알았지?" 
"좋아! 네가 나의 친구가 되어 준다니 난 너무 행복해!" 
거미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아주 좋아했습니다. 

  
거미와 물방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거미는 물방울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행 
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랑 
스러운 물방울이 만지고 싶어졌습니다. 
물방울과 한 약속이 있어 참고 참았지만 날이 갈수록 만지고 
싶은 욕망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거미가 용기를 내서 말했습니다. 
"있잖아.... 너 한 번만 만져 보면 안 되겠니?" 
물방울이 당황해서 손을 저으며 말했습니다. 
"그건 안돼, 절대로! 내가 너의 부탁을 들어 주었듯이 너도 약속을 지켜 줘." 
거미는 물방울이 단호하게 말하자 그냥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거미는 물방울을 만져 보고 
싶었습니다. 
거미는 물방울에게 다시 애원했습니다. 
"나 딱 한 번만 만져 볼게, 응?" 
물방울은 거미의 애처로운 얼굴을 말없이 바라봤습니다. 한참 
뒤에 물방울이 말했습니다. 
"거미야, 넌 날 사랑하니?"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니?" 
거미가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했습니다. 그러자 물방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나와 한 약속을 지켜 줘." 
"........" 
거미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푹 떨군 채 돌아섰습니다. 
물방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몰라 주는 물방울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거미가 실의에 빠져 있자 하루는 물방울이 불렀습니다. 
"거미야, 넌 날 사랑하지?" 
"그럼, 사랑하고 말고...." 
"만약에 말야.... 내가 너의 곁을 떠나간다 해도 날 잊지 않 
을 거지?"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해? 만약 네가 떠나간다면 난 웃는 법 
을 잃어버릴지도 몰라. 난 아마 너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지낼 
거야." 
"거미야, 난 널 떠나가도 늘 너의 곁에 있을 거야. 난 정말로 
널 사랑한단다. 그러니 너도 날 잊지 말아줘." 
"물론이지. 내가 어떻게 널 잊을 수 있겠니?" 
"좋아, 그럼 날 만져도 좋아!" 
물방울은 두 눈을 살며시 감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거미는 너무도 기뻤습니다. 얼굴에 함박 웃음을 머금고 물방 
울을 힘껏 안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한순간에, 그녀를 느낄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른 시간에 물방울 
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거미는 물방울을 만지는 건 고사하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거 
미는 뒤늦게 약속을 못 지킨 사실을 후회했지만 돌아와 달라고 
목청이 터져라 불러봤지만 물방을은 끝내 돌아와 주지 않았습니 
다. 

^.^ : 사랑은 무소유이어야 한다. -릴케-

믿 음      
펌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갈 때까지두 
옆에 든든한 친구하나 사귀지 못했죠.. 
저의 성격 때문이 었습니다. 
가족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고 조그만것도 의심하며 살아왔으니까요. 
  

저는 지금두 가끔씩 어린아이 처럼 말을 더듬습니다. 
남에게 말거는거 조차 저에겐 두려움이었죠. 
  
이런 성격 탓에 졸업을 3달 앞둔 지금도 친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자친구..애인은 물론 이었지요. 
  

그런데 말이죠..저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란게 생겼어요. 
지금부터 일주일 전까지의 이야기 입니다. 
  
저는 밥을 먹을때도 학교 식당을 믿지못해 집에가서 밥을 먹고 옵니다. 
그런데 하루는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학교 식당을 이용 하게 됐죠. 
  

배식판을 받아들고 아무도 없는 자리에 가서 혼자 앉았습니다. 
먹기전에도 한숟갈씩 꼭 떠서 뭐가 들었나..확인도 해가면서 천천히 먹었죠. 
그런데..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저에게 누군가가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아니.. 이제껏 여자를 그리 가까이 본적두 없지만 말이에요.. 
  
" 저..여기 앉아서 먹어두 돼죠? " 
  
그녀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고 혼자만 의지하며 살아온 저인데도 웬지 그녀는 친숙해 보 
였습니다. 

  
" 네.앉으세요.. " 
  
말을 더듬지도 않고 자연 스럽게 예기 했죠. 
  
그러나 그녀가 앞에 있다고 해서 밥을 함부로 먹을수는 없었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나를 죽이려고 이상한 걸 넣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죠. 
계속 밥을 잘 살펴보며....그렇게 먹엇습니다. 
  
" 밥을 굉장히 아껴 드시네요 ?^^ " 
  
" 아끼는게 아니라 식당아주머니가 무서워서죠.-_-; " 
  
" 무섭다니요? " 
  
" 저..식당아주머니의 모습 좀 보세요....툭 튀어나온 뱃살과...이마에 
큰점....얼굴은 또 얼마나 무섭게 생겼읍니까?...거기다가... 
머리는 감싸지도 않고 손에는 장갑도 안끼고...음식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 갔을 까봐요.. " 

  
" 저분..저희 엄마 세요... " 
  
" 그 옆에 파마머리 말입니다..-_-;" 
  
" 이 식당 저희 가족이 운영 해요..저분은 작은 어머니세요.." 
  
" 배식판 이 말이죠..;;;;;;..정말 불결하게 만들어져서 제가 그런 
생각을 했나 봅니다..-_-; 원..요새는 칼라 배식판도 나온다던데.." 
  
" 저희 삼촌은 배식판 공장에서 일하시고 개세요.." 
  
" (-_-;;) 사장이 아마 더러운 놈일 꺼에요..그러니 작은 아버지께서 어쩔수 
없이 이렇게 만드시겠죠.." 
  
" 저희 아빠가 경영하시고 삼촌이 아버지 밑에서 일하세요.." 
  
" -_-;; " 
  
" 농담이에요..호호~~웃겨라...얼굴이 빨개 지셨네..호호.." 
  
저는 그때처럼 즐겁게 밥을 먹어본적이 없었습니다. 
웬지 그녀는 믿을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랬을까요?.... 
그녀는 밥을 다먹고 나서 저에게 한번 웃어주고는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저는 어쩌면 반해 버린지도 모르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던 그녀와 저 사이에 기막힌 우연이 일어났죠. 
  
" 야..임마 지훈아. 너 미팅 한번해라.." 
" 어..경석아..미..미팅? 
..나 그런거 않하잖아... " 
" 자리가 벼서 그래...니가 폭탄제거반좀 돼주라..응? 내가 저녘 살게.. " 
" 폭탄 제거반? " 
" 으..응...제일 이쁜애인 폭탄을 데리고 나가주면 우리가 부담없이 놀수있잖아? 
한번만 하자...응? " 
  
저는 정말로 폭탄이 가장 이쁜 아인줄 알았습니다. 
시간도 남고 친구도 간절히 부탁 하고 해서 한번 미팅을 해보기로 했죠. 
  
친구 3명과 저는 약속된 장소로 나갔습니다... 
여자들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더군요...역시 남을 믿은게 저의 잘못 
이었죠. 
저는 다시 한번 남을 믿지 않으리라 굳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한 여자가 뛰어오고 있었습니다..어디서 본듯한 여자.. 
식당에서의 그녀 였습니다...무척 반가웠죠.. 

  
그녀는 얼굴이 상기된채 뛰어와서는 우리들에게 말했 어요.. 
  
" 애들은 조금 늦을 거에요...정말 죄송해요... 
저는 솔직히 말해 폭탄 제거반입니다..그쪽은 누구세요? 
시간낭비 하지 마시고 빨리 사라져주죠? " 
  
그녀는 매우 발랄해 보였습니다.. 
폭탄제거 라고 말하는걸 봐서 어지간히 미남을 차지 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녀는 너무아름다웠으니까요.. 
저 따위는 안중에도 없겠죠... 
그런데...나도 폭탄 제거였잖아?... 
  
" 접니다..제가 폭탄 제거반 입니다.." 
  
" 어머..또 뵙네요?...반가워요.... 
그럼 우리 빨리 사라져주죠..재미있게 노시라고 호호~~~ " 


  
저는 너무나도 기뻤죠.....그녀를 만나고 있으면 세상이 달라보였습니다. 
세상 모든게 다 친해 보이고 믿을수 있게 되었죠..... 
우리는 그날 즐겁게 놀다가 헤어 졌어요..그러나 그일로 인해.. 
우리는 서로 말도 트고 가끔씩 만나서 함께 즐거운 시간도 많이 가졌죠. 
그녀는 저에게 잇어 구세주 같았습니다. 
  
그녀를 알게되고 한달후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졸업하기전 마지막 여행이었죠. 
거기서도 저는 줄곧 그녀와 함께 있었고 너무 행복했었죠... 
  
어쩌면 우린 남들 눈에 애인사이 라고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저만의 생각 이었을까요? 

  
여행지에서의 마지막날밤...저는 그녀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최대한 용기를 내서 말이죠.. 
  
" 저..저기...수연아....나....나...있잖아...나...나는..." 
  
그러나..말은 다시 더듬더듬..거리며 시원하게 나올줄 몰랐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더듬게 됐죠.. 
  
" 뭔데 그래? 말해봐.." 
  
" 어..어..그러니깐...어...나..나는.....널 좋아해..." 
  
숨이 막힐것 같았습니다...그녀가 무슨 대답을 할까....저는 무서웠습니다... 
도망쳐버리고 싶었죠... 
그런데 예상외 엿습니다.... 


  
" 후훗...나두 너..좋아해.."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저에게 고백 했습니다...저는 너무 기뻤죠... 
우리둘은 정말 좋아하고 잇었나 봅니다. 
  
순진한 저는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흥분돼서 
마구 고함치며 달려나갔죠. 
생애 그렇게 기쁜 적은 없었습니다. 
  
모두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 나는 그녀를 사랑해..!....그녀도 나를 좋아한데..." 
  
이렇게 말이죠....눈물이 날정도로 기뻤습니다. 
그날밤은 잠이 오지 않을 정도 엿죠.. 
  
다시..서울로 돌아와서 학교 생활로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졸업준비에 바쁜지 그녀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하루에 한번 전화하고 이틀에 한번은 만났는데...일주일에 한번 만나기도 
힘들었죠. 

  
그녀와 만난지 100일 째...저는 삐삐에 메세지를 남겻죠..만나자고.... 
이젠 저는 예전의 순진한 남자가 아니었습니다..그녀의 성격처럼 
활발해지고 잘웃고 남도 조금씩 믿게 되었죠. 
  
그러나..그녀의 대답은 노 였습니다.. 
아무리 100일이라도 너무 바쁘다는군요....저는 할수 없이 그녕의 집앞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장미 꽃 100송이를 사가지고는 밤 늦게 까지 
기다렸습니다. 


  
3시간쯤 지나서 발 아래 담배 꽁초가 쌓여 갔습니다... 
저는 그녀의 집앞에서 쓰러져 버릴것 같앗습니다... 
그녀를 본것이죠.. 
  
남자의 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저는 장미꽃 100송이를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저는 더이상 바보가 
아니였으니까요 
  
저는 그녀 몰래 다가갔습니다...그녀는 남자에게 입맞춤을 하고는 차에서 
물러나더군요... 
  
잠시후..차가 떠나고 그녀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그녀의 얼굴은 전혀 
당황 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말을 꺼냈죠... 
  

" 너...너...나..나를...좋아한다고...그..그랬었잖아..." 
  
다시 말을 더듬게 되었습니다.. 
다시 예전의 초라한 나로 돌아간거죠.... 
  

" 그래..그랬어..근데 그게 어때서? " 
  
그녀는 차가웠습니다... 
  
" 저 남자...누..누구야? " 
  
" 친구야..친구..너 왜그래? " 
  
" 너오늘 바...쁘다며....우리 만난지 100일...이야.." 
  
" 응..약속 있었어..저 남자랑..100일이 무슨상관이야 그리고? " 
  
저는 더 이상 말할수 없었습니다.. 
TV에서처럼 꽃을 그녀얼굴에 던지지도 못했죠.. 
저는 돌아갔습니다...눈물이 흘러 입에 닿더군요.... 
그치지 않고 계속 흘렀습니다. 

  
그녀는 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그녀는 저처럼 괴롭지 않았을 거에요.. 
  

그후로 다시 한달이 흘렀습니다...그녀를 만나지 못한채..한달이 흘렀죠.. 
그녀는 학교를 그만 두엇다고 합니다.. 
  
저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배식판을 받아들고 
학교식당에 홀로 앉아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또 다시 그녀처럼 누군가가 다가왔습니다.. 
  
" 저 여기 앉아도 될까요? " 
  
그녀역시 아름다웠 습니다...너무나도....그러나 저는...저는.... 
더 이상 그 누구도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안돼요. " 


 
   사랑의 뫼비우스 띠 (퍼온 글)

                                    < 0 > 
                                    어느 남자가 있었다. 
                                    작은 커피숍에 단골 손님은 그는 매일같이 커피숍에 들어가 그의 일을 
                                    조금이라도 빨리 마치려고 노력한다. 그의 손에는 항상 노트북이 
                                    들려있었다. 

                                    어느 여자가 있었다. 
                                    작은 커피숍에 단골 손님인 그녀는 매일같이 커피숍에 들어가 
                                    분위기에 따라 소설을 읽던지 리포트를 정리하였다. 그녀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었다.

                                    어느 남자가 있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그는 매일같이 손님들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성실하게 포장마차를 이끌고 있다. 
                                    그에게는 항상 삶의 에너지가 있었다. 

                                    어느 여자가 있었다.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그녀는 매일같이 같은 손님들을 바라 본다. 
                                    언제나 이탈이 없이 평범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그녀에게는 항상 미소가 있었다. 


                                    < 1 > 여주인 

                                    작은 커피숍의 젊고 아름다운 여주인. 
                                    문을 열면 파도같이 밀려오는 향긋한 바닐라 헤이즐넛 향에 심취하여 
                                    들어서던 걸음이 멈춰질 때가 종종 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 여주인의 관능적인 미소에 반한지도 
                                    모르겠다. 
                                    저녁 10 시 30 분이 되면 나는 이 작은 커피숍의 문을 연다. 
                                    되도록이면 카운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손안에 들린 
                                    작은 노트북을 풀어준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바닐라 헤이즐넛을주문한다. 
                                    조용한 음악 소리에 맞춰 원고를 타이핑하면서 나는 자주 그녀에게 
                                    눈길을 돌린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시선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어차피 혼자만의 
                                    사랑이니까. 

                                    "저어, 저희 가게에 매일 오시는 것 같아요. 이 시간쯤에..." 

                                    그녀는 내가 주문한 헤이즐넛을 들고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타이핑을 하던 손가락이 갑자기 멈췄다. 아니, 손가락이 떨려서 
                                    더이상 타이핑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 예. 이곳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작업하기 편하니까요."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기를 바랬다. 아니, 꿈이여도 좋으니 제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 보잘 것 없는 소원이였다. 제발...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아, 예. 글쓰는 일을 해요. 글쓰는 프리랜서랄까? 드라마 대본도 
                                    쓰고, 시나 소설도 써요. 가끔씩 외국 소설을 번역할 때도 있고,

                                    신문이나 잡지에도 글을 올려요. 한마디로 글로 먹고사는 글쟁이죠." 

                                    너무나 길게 내 소개를 하고나자 목이 탔다. 헤이즐넛을 한 모금 넘기며 

                                    내 앞에 앉아있는 그녀의 붉은 입술이 다시 열리기를 바랬다. 

                                    "그럼, 책도 쓰셨나요?" 

                                    "아, 예. 시집을 몇 권 썼어요. 최근에는 '커피향이 달콤한 여인에게' 
                                    라는 시집도 출판했는데..." 

                                    "어머, 그 시집 쓰셨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데..." 

                                    그녀는 카운터로 달려가 갈색 표지의 자그마한 시집을 꺼내들고는 
                                    다시 나에게로 왔다. 

                                    그녀는 사춘기의 소녀마냥 나에게 부탁하며 내 글에 대한 칭찬을 해주었다. 

                                    나는 책 안쪽에 싸인을 해주면서 그녀가 나를 알아주길 은근히 바랬다. 

                                    사실 그 시집은 대부분 그녀를 위해 쓴 시였으니... 

                                    "저어, 문 닫을 시간 아닌가요?" 

                                    카운터 넘어로 보이는 커다란 시계를 보며 일어섰다. 
                                    이미 시간은 11 시 30 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노트북의 머리를 접어 넣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였다. 

                                    "안녕히 가세요." 

                                    아쉬운 마음으로 문을 나서는 나에게 들린 그녀의 목소리가 오늘은 
                                    더욱 아름답게 들렸다.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다니...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오랜 짝사랑이 끝을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이 어둠을 빠져 나갔다. 


                                    < 2 > 노트북.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향기로운 남자. 
                                    그는 언제나 저녁 10 시 30 분이면 이 커피숍에 들어선다. 
                                    언제나 카운터 옆에 있는 안락한 의자에 몸을 기대었으며, 그는 항상 
                                    주문전에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언제나 바닐라 헤이즐넛을                                     주문하였다. 
                                    그는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듯 하였다. 
                                    매일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찾아왔고, 같은 시간에 돌아갔다. 
                                    그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도중에도 가끔씩 여주인의 뒤에 걸린 
                                    커다란 시계를 종종 바라보았다. 

                                    "아, 예. 글쓰는 일을 해요. 글쓰는 프리랜서랄까? 드라마 대본도 
                                    쓰고, 시나 소설도 써요. 가끔씩 외국 소설을 번역할 때도 있고,신문이나                                     잡지에도 글을 올려요. 한마디로 글로 먹고사는 글쟁이죠." 

                                    내가 그에 대하여 알고 있는 모든 것이다. 오래전부터 친해보 이는 
                                    여주인과의 대화중에 내게 들린 이 말이, 내가 그에 대하여 아는 모든                                     것이다. 
                                    그 외에 아는 것이라곤 없었다. 
                                    저녁 10 시 25 분이 되면 나는 이 작은 커피숍의 문을 연다. 
                                    나 역시 그가 좋아하는 바닐라 헤이즐넛을 주문하고, 그가 올때까지 
                                    리포트숙제의 마지막을 정리하거나, 요즘 잘나가는 소설을 읽는다. 
                                    잠시후, 그가 이 작은 커피숍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를 바라본다. 그가 자리에 앉은 후에도 나는 여주인의 뒤에걸린                                     커다란 시계를보는 척 하면서 그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를 향한 시선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어차피 혼자만의                                     사랑이니까. 
                                    말을 걸어볼 용기도 없는 짝사랑이니까... 
                                    어떻게 하면 말을 걸 기회가 생길까, 하며 고민하다가 어느새 시간이 
                                    다 지나버렸다. 
                                    그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천천히 문을 나섰다. 그리고 나도... 


                                    쿵!!! 

                                    "어머, 죄송해요." 

                                    "아뇨, 문앞에 서있었던 제 잘못인데요. " 

                                    정말 행운이였다. 
                                    그를 쫓아가기 위해 급하게 문을 열었는데, 마침 그가 문앞에 있다가 
                                    열리는 문에 부딧쳤다. 아주 잠깐이였지만 그와 대화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저기, 괜찮아요?"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그에게 더 말을 걸고 싶어서 소리쳐 물어 보았다. 

                                    그가 어둠속에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곧 사라져 버렸다. 
                                    그가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오랜 짝사랑이 끝을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사라진 어둠의 반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3 > 긴머리 

                                    언제나 책을 읽는 긴머리 여대생. 
                                    그녀는 언제나 내가 운영하는 포장마차 앞에 있는 커피숍에 있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커피숍을 들어섰으며, 같은 시간에 커피숍을 
                                    나왔다. 
                                    언제나 같은 자리, 창가 오른쪽 구석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언제나... 
                                    어느새 그녀는 내 사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이런 - 소주와 우동 국물을 들이키는 포장마차에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독서를 하고 있었고, 우아한                                     자태로 커피를 즐기는 그런 지적인 여대생이였다. 내가 손님들 사이에서                                     분주하게 일을 할 때, 그녀는 작고 분위기있는 커피숍에 앉아 있는... 
                                    전형적인 짝사랑의 운명이였다. 
                                    오늘도 그녀는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나타났다. 그녀가 커피숍과 
                                    포장마차 사이를 지나가는 잠시 잠깐이 사이, 난 내심 그녀가 포장마차                                     안에서 손님들의 주문이나  받고 있는 한심한 나에게로 오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정해진 운명을 따르듯이 커피숍으로 무심한 발길을 
                                    옮겼다. 
                                    한숨을 쉴 틈도 없이 손님들의 주문이 밀려 들어왔다. 소주 한병과 
                                    우동 국물... 
                                    그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내 마음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씩 카운터 넘어로 걸린 커다란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가끔씩 창가 오른쪽에 앉아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슬픈 
                                    운명같았다. 

                                    쿵!!! 

                                    "어머, 죄송해요." 

                                    "아뇨, 문앞에 서있었던 제 잘못인데요."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차, 하는 마음에 시계를 들여다 
                                    보니, 그녀가 커피숍을 나올 시간이였다. 오늘도 역시 그녀는 정확한                                     시간에 커피숍을 나왔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항상 급하게 어둠 저편으로 사라지던 그녀가 내 앞에 있었다. 
                                    물론 나를 위해 서있었던건 아니였다. 커피숍을 급히 나오다가 
                                    문앞에 서있던 어떤 남자와 부딧쳤던 것이다. 그녀의 뺨이 핑크빛으로                                     변했다. 
                                    그녀는 몹시 미안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무정한 그 남자는 천사같은 그녀에게 무덤덤한 대답만 남기고 
                                    그녀가 사라지는 어둠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나쁜 놈. 

                                    "저기, 괜찮아요?" 

                                    그녀가 다시 물어보았으나, 그 나쁜 녀석은 천사같은 그녀의 성의를 
                                    무시하고는 그냥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안타까운 표정으로 떨어진 책도                                     무시하고 항상 사라지던 그 어둠속으로 발을 옮겼다. 
                                    책? 

                                    "저기요!"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손님들을 뒤로 하고, 책을 
                                    주워서 그녀에게로 뛰어갔다. 갑자기 풍겨오는 그녀의 향수 냄새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저기요, 책이 떨어졌거든요." 


                                    책을 건내주면서 그녀의 차갑고 하얀 손이 스쳤다. 
                                    그녀가 웃었다. 그녀가 한 마디만 더 말을 걸어온다면 난 쓰러질 것만 
                                    같았다. 
                                    황홀했다. 
                                    책을 건내주고 돌아오는 동안 내내 너무나 황홀했다. 이젠 그녀도 내 
                                    존재와 내 사랑을 알아줄 것만 같았다. 오랜 내 짝사랑이 끝을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내가 일하는 포장마차로 돌아왔다. 


                                    < 4 > 포장마차. 

                                    언제나 성실한 포장마차의 청년 주인. 
                                    그는 언제나 내가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 앞에 포장마차를 세웠다. 
                                    거리 배경이 조금 가리긴 했으나 쫓아낼 생각은 없었다. 그가 
                                    성실하게.. 술에 취한 손님들 사이에서 아주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의 부지런한 모습은 정말 보기가 좋았다. 
                                    가끔씩 음악에 취해 있다가 뜨거운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커피숍 유리를 통하여 나를 바라본다. 
                                    물론 그가 던지는 시선의 방향은 내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김없이 반복되는 시간들.. 
                                    내 작은 커피숍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열리는 
                                    커피숍.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들..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장사를 시작하는 포장마차..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나가는 손님들.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문닫는 
                                    커피숍... 
                                    그는 그 어김없이 같은 시간속에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는 항상 
                                    달랐다. 
                                    겉모습은 같을 지라도 그는 매일 신선했고, 매일 두근거리게 했다. 
                                    커피숍 문을 닫을 때마다 등뒤로 그의 일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그 무리들 사이에 쉬고 싶었다. 

                                    "저기요!" 

                                    커피숍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포장마차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보았으나 역시나 였다. 
                                    그는 방금전에 커피숍을 나선 여자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저기요, 책이 떨어졌거든요." 

                                    그는 여자에게 책을 돌려주고 바로 포장마차로 돌아와야만 했다. 
                                    손님들의 주문 독촉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늦은 밤까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죄없는 주인이나 들들 볶는 한심한 남자들... 
                                    아앗!!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누군가와 부딧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부딧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포장마차의 청년 주인이였다. 


                                    "아, 미안해요. 괜찮은거예요?" 

                                    "아아 -" 

                                    "다리를 삐신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여기 잠시 쉬었다 가세요." 

                                    그의 손이 나를 포장마차 구석으로 인도했다. 언제나 창문 너머로만 
                                    보아오던 그 자리에 내가 앉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성실한 청년 주인의 손놀림이 더욱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저어, 밤에 출출하신데 우동이라도 한 그릇 드릴까요? 사과하는 
                                    의미에서 그냥 드릴께요. 드시겠어요?" 

                                    그가 우동을 권했지만 난 밤에 뭘 먹는 체질이 아니라서 그만 두라는 
                                    표정을 보냈다. 그는 썩 좋아하는 표정은 아니였지만 웃으며 권하던                                     그릇을 뒤로 물렸다. 
                                    그가 낙지를 썰고 있었다. 
                                    어쩌면 난 그의 이런 모습을 사랑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성실하면서도 밝은 분위기... 그에게서 풍기는 삶의 의지력같은 
                                    에너지를 더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일어서야 할 시간이다. 

                                    "벌써 가시게요? 뭐 좀 드시고 가시지." 

                                    "예, 더 늦으면 지하철을 놓치거든요. 막차가 곧 올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포장마차를 나섰다. 그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 
                                    사실로도 난 너무 행복함을 느낀다. 비록 내가 만든 짝사랑 속에 슬픈 
                                    현실일지라도 난 오늘의 일을 너무 행복하게 느낀다. 
                                    나는 서둘러 그의 시선을 벗어나야 했다. 


                                    < 5 > 뫼비우스의 띠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일정한 원을 그리며 서로를... 
                                    하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는 그런 사랑을 그들은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이탈없이는 영원히 지속될 혼자만의 슬픈 사랑을                                     .......... 

                                    - The end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고백   

편지쓰는 것. 우체국 가는 것. 정말정말 귀찮아하고 좋아하지 않았던 그녀였는데, 요즘들어 가장 자주가는곳이 바로 우체국이요, 저녁이면 이닦는 것만큼 빼먹지 않고 꼭꼭 챙기는 일이 바로 편지쓰는 일이 되어 버렸다.... 
후훗~ 이런 모습을 돌아 볼때마다 그녀 스스로도 참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 없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스물다섯의 다 늙은(?) 나이에 군인아저씨가 되버린애인. 처음엔 26개월이 어떻게 지나갈지도 막막하고 힘들었던 부분도 참 많았지만... 이제 4개월후면 그는 당당하고 더 의젓해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지... 4개월이 지나면 이런 모습도 하나의 재미난 추억으로 남으리라..
하긴.. 그와 함께 보낸 4년의 시간 중.. 사실 둘이는 함께 한 시간보다 헤어져 있던 시간이 훨씬 더 많았지만.. 

스물 한 살...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갔던 제주도 여행에서 그녀는 애인이자, 지금은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그를 알게 되었다. 
흔히들 여행지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은 타오르는 불처럼 일순간 금방 타올랐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꺼져 버리게 마련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둘이는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도 곧 서로를 다시 찾게 되었고 그렇게 서로에게 남자친구, 여자친구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거리낌게된 그녀의 삐삐는 그때부터 하루에도 몇번씩 그의 음성을 전하는 그녀에게 너무도 소중한 존재가 되었고.. 그녀는 매일 저녁 그의전화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둘은 그렇게 매일 삐삐로 했으므로.. 
그녀의 친구들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차츰 멀어지게 마련인게 당연한 것이고 


그와의 사랑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그와 그녀의 관계를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그럴수록 두사람의 사랑은 남보란 듯이 깊어만 갔다. 
그때까지 특별히 칭찬받을 일을 하지못했던 그녀의 삐삐는 그때부터 하루에도 몇번씩 그의 음성을 전하는 그녀에게 너무도 소중한 존재가 되었고.. 그녀는 매일 저녁 그의전화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둘은 그렇게 매일 매일을 삐삐와 전화 수화기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했고 주말이면 그가 기차를 타고 다섯시간을 달려와 서로의 사랑을 키워 나가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늘 행복하지만은 않은게 사랑이리라.. 특히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 두사람은 때때로 사소한 감정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여 오해를 만들게 되었고... 그런 일로 서로 다투는 일도 점점 늘어갔다. 
그날도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소한일로 밤새 전화기를 붙들고 두사람 아무말없이 서로를 원망하며 밤을 지새웠다. 

서로 고집스런 성격탓에 서로를 쉽게 이해해주지 못하게 되자 그는 아무말도 없이 들고만 있던 전화기에 지금당장 올라갈테니 서울역으로 나와 달라는 말을했고 지칠대로지친 그녀는 그런 그의 행동에도 별다른 반응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 삐삑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삐삐에는 지금 서울역이고 네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그의 음성이 들어와 있었다.. 
시계를 보니 그의 음성이 온지는 이미 세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그는 나를 기다리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갔을테고, 우리는 이제 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이 들자 눈물부터 흘러 내렸다. 
다른 무엇보다 그녀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렇게 울다가, 울다가지친 그녀는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 그는 당연히 서울역에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울역을 찾은것은 그녀 마음속에 손톱만큼 자리잡고있는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에서 였다. 


그런데.. 그런데.. 
서울역 시계탑 앞에는 익숙한 뒷모습을 가진 한사람이 서 있었고.. 그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밤새 아무말없이 전화기를 들고만 있어야 했을 만큼 컸던 오해도 일순간에 그냥 녹아버렸다.. 
"...어.. 어떻게 된거야? (울먹)" 
그는 아무말도없이 넓은 가슴으로 으스러질듯 꼬옥 그녀를 안고 있기만 했다. 
"전화라도 하지.. 추운데 그냥 기다리면.. 어떡해.. 흑흑." 
"바보야.. 기껏 열시간이야.. 기차안에서 다섯시간. 내려서 다섯시간.. 내가 널 만나기 위해 이십년을 넘게 기다려 왔는데 기껏 열시간쯤 못기다릴 것 같아?" 
그의말에 그녀는 그만 펑펑 울어버렸고.. 그는 그런나를 더욱 따뜻히 꼭 안아주었다. 
"미.. 미안해.. 흑흑.." 
자꾸 울먹이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입술을 그는 손가락으로 막으며 말했다.. 
"미안해는 두 번째야.. 첫번째는 사랑해야.."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사랑이란 말처럼 흔하고 자주 쓰이는말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고백을 들었고.. 그녀에게 그순간은 가장 행복했고... 앞으로도 가장 행복할 순간이리라. 


어느 소년의 사랑이야기    

소년의 사랑하는 그녀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 둘은 함께 붙어 다녔습니다. 밥을 먹을때도 공부를 할때도, 언제나 그들은 함께였습니다. 같이 여행도 가고, 놀이 공원에도 갔으며, 밤길을걷고 즐거움을 나눴습니다. 소년은 그녀를 보살펴주고 그녀는소년을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소년의 모든것이고 전부였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의 부러움과 시기심을 샀으며 그 웃는 두 쌍의표정은 일년 삼백육십오일동안 변치 않았습니다. 밤이되면 전화를 통해 잘자라는 인사를 했으며, 아침에는 서로를 깨워주고 약속을 했습니다.
언제나 처럼.... 


그렇게 순수한 둘의 관계는 영원할것 처럼 보였습니다. 단 한방울의 앙금도 없이 둘은 서로를 위했고 사랑했으며 아꼈습니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왔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두사람의 관계는 더욱 깊어져만 갔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 느낄 정도로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런 소년와 그녀의 사이에는 누구도 들어갈수 없었습니다. 세상 어떤 무언 것도 둘사이를 방해 하지 못했고, 이 세계 어떤 사람도 둘사이를 갈라 놓지는 못했습니다. 서로의 고민을 터 놓고 이야기 하며, 서로를 충고하고 위로했습니다. 둘 사이에 비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존재하지 못했습니다.

소년은 행복했습니다. 자신의 곁에 그녀가 있다는 것이, 윤기흐르는 긴 생머리에 검은 눈동자, 고운 살색 피부와 작은 얼굴의 그녀를 소년은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소년의 전부이자 모든 것 이었고 소년의 생존의 이유이자 삶의 즐거움 이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고통도 참아내고 매서운 시련도 이겨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를 위해선 어떤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온 세상이 평화롭고 활기차게 보였으며, 모두 자신 소년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순수한 사랑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쓸쓸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소년은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고 감싸 주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소년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곤 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이 소년은 너무나 사랑스럽게느껴졌습니다. 

이젠 어떤 그 무엇도 소년의 그녀를 대신할수는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갈때도 혼자 집에 있을 때도 둘은 서로를 생각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소년은 처음으로 사랑을 가르쳐준 그녀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 그녀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싸늘한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왔습니다. 여느 때 처럼 소년은 벤치에 앉아 그녀와 얘기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그녀는 웃지않았습니다. 재미있는 농담해도, 우수운 개그를 해 보여도 그녀는무표정 했습니다. 소년은 그녀가 계절을 타나 보다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그녀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싱글벙글이던 그녀가 이제는 무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버린 얼굴이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이유를 묻지않았습니다. 그런 그녀를 믿었고 사랑했기 때문이지요.
어느날 밤이었습니다. 그녀가 여느때 처럼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들뜬 목소리도 행복한 음성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냉정하게 변해버린 굳은 그녀의 말소리였습니다.

"그만 만나....."


아아, 소년의 눈방울에 물이 고였습니다. 이내 그 눈물은 소년의 왼쪽뺨을 타고 조용히 흘려내렸습니다. 그리곤 한참동안 둘은 아무말이없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이제는 내가 싫어 졌냐고 소년은 그녀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더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이미 수화기에 들려나온 그녀의 싸늘한 목소리 때문이였지요.


"다른 사람이 생겼어. 이젠 당신은 필요없어요. 나에게 당신은 놀이감에 불과 했으니....."


잠시후 수화기에서는 뚜우뚜우- 소리가 났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른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왜 어떤 사람 이길래 나를 버렸냐고, 뭐든지 해줄수 있으니 다시 만나자고 하지만 말하기도 전에 전화는 이미 끊어졌습니다. 소년의 눈망울에 고여있던 눈물들이 울컥 쏟아져 나와 그녀의 양볼을 적시고 바닥에 흘러 내렸습니다. 소년은 심한 배신감과 증오감을 느꼈습니다. 

그녀를 이토록 원망 해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였습니다. 몇일동안 소년은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밥도 먹지 않았습니다. 학교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잊지는 못할 것같았습니다. 소년은 결심했습니다. 수화기를 들고 그녀의 집에 전화를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의 양칼진 목소리만이 들려나올 뿐이었습니다.
소년은 죽고만 싶었습니다. 소나기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밤, 소년은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우산도 쓰지않고 비를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비에 묻혀 거리를 뛰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않고 소년은 그대로 달렸습니다. 세상이 나를 버린것 같았습니다.


<<그만 만나.>>

<<그만 만나.>>

<<그만 만나.>>

<<놀이감에 불과해..>>

<<놀이감...>>


그 낱말들이 소년의 가슴속에서 요동치고 메아리쳐저 들려왔습니다.자신은 저주받은 인간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신이시여 나에게 왜 그런그녀를 보내셨습니까, 이런 시련을 줄꺼면서 뭐하러 그녀를 보냈습니까?
소녀는 신을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용서했습니다. 그러나 묻고 싶었습니다. 왜, 왜 나를 버렸냐고? 새로 생긴 사람이 얼마나 좋았길래날 버렸냐고, 소년은 울었습니다. 한강물에 빠져 보고도 싶었습니다. 

높은 빌딩에서 뛰어 보고도 싶고, 고속도로 한복판에 서 보고도 싶었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소년의 눈물이 비에 섞여 흘러 내리고 그렇게 소년의 추운 겨울은 지나갔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이제 소년은 사랑하는 그녀를 잠시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그녀를 더이상 볼수 없었고, 이제는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기로 했습니다. 써클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과일에 관해서도 적극적 이었습니다. 아무도 그의 숨겨진 고통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찾아왔습니다. 소녀의 가슴속에 이미 그녀라는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더이상 소년은 그녀를 그리워 하지않았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년은 혼자였습니다. 어느 날 소년이 작은 사고로 발목을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며칠동안 병원에 누워 치료를 받았습니다. 친구들도 찾아왔고 선배, 후배들과 친척들도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생각하니 소년은 흐뭇했습니다. 아직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는 외롭지 않겠구나...

그렇게 15일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소년은 퇴원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 들이 자신의 퇴원을 축하하며 파티를 준비하고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구두를 신고 소년은 방실 문을 열었습니다. 긴 복도를 걸었습니다. 주위의 여러사람들과 함께였습니다.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복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복도 맞은편에서 흰 환자복을 입은 휠체어를 타고 머리에 모자를 쓴 사람이 이리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계속 복도를 걸었습니다. 환자복의 그 사람이 가까워 왔습니다. 

5미터, 4미터, 3미터, 2미터.... 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이고 있는 그 여성과1미터를 사이에 두고 소년은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수초후에 그들은지나쳐 서로의 갈 길을 갔습니다. 소년은 어디선가 본듯한 그 얼굴에 잠시 우뚝서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야, 너 왜그래?" 친구들의 음성이 귓전에 흐르고 소년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습니다.친구들의 조촐한 퇴원기념 쫑 파티가 끝나고 소년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습니다.

소년은 병원일을 문득 떠올렸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여성의 이미지, 소년은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에 빠졌습니다. 한참 후 소년은 한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그녀다.

환자복을 입고 머리에 모자를 쓴 그 여성은 소년의 그녀가 틀림 없었습니다. 비록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는 있었지만 그 큰 눈망울과 가냘픈 얼굴, 확실했습니다. 소년은 지폐를 몇장 꺼내들고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미 밤12시가 지나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무 택시나 붙잡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새벽 1시, 재빨리 간호사를 찾아 말했습니다.
그녀가 몇호실이냐고, 어디에 있냐고 소년은 말했습니다. 간호사의 차가운 한마디가 소년에게 들려왔습니다. 

"오늘 낮 다른 병원으로 이송 되었습니다. 손님"
어디냐고 도데체 어느 병원이냐고 소년은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것이라고 간호사는 딱 잘라 말했습니다.
보호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소년은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 서랍을 뒤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꾸깃꾸깃 해진 수첩을 하나 꺼내들었습니다. 그녀의 전화번호가 쓰여진 그 수첩을 말입니다. 수화기를 들고 전화했습니다. 이제는 당당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과 통화했습니다. 처음에는 강력히 부인했으나 소년이 끝까지 밀고 나가자 그녀의 부모님도 한숨을 쉬며 모든것을 실토 하는 듯 했습니다. 일 년전에 병에걸려 아직까지 투병중이라고... 

무슨 병이죠? 소년은 물었습니다. 백혈병....그녀의 부모님의 흐느끼는 한마디가 들려 왔습니다. 그 한마디가 소년에게 모든것을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자신의 추한 모습을 사랑하는 소년에게 말해주기 싫었던 것입니다. 소년은 잠시 얼얼 했습니다. 어느 병원이냐고 지금 어디에 있냐고 그녀의 부모님께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며 결사코 가르쳐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착잡했습니다. 나의 그녀가. 사랑하는 그녀가... 백혈병에 결렸다니.... 아아, 나는..아무것도 해줄수 없는.....나는.... 

소년은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소년은 일찍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내내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가 있는곳을 말해주기만을 기다리며 문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그런 소년의 행동에 감동 했는지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있는곳을 말해주었습니다. 
소년은 그말을 듣자 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가 있는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녀는 부산의 한 시립 병원에 있었습니다. 병실의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습니다. 허리춤에 커다란 주사기를 꽂고 붉은 피를 뽑아내며 신음을 내지르는 그녀를 소년은 보았습니다.

눈물이 흘려나오려는 것을 참았습니다. 그녀의 앞에서 눈물이라니, 소년은 눈물을 보이기 싫었습니다. 피를 모두 뽑고 그녀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소년이 서있는 곳을 무심코 바라보았습니다. 윤기흐르는 긴 생머리는 이미 모두 없어지고 벌겋게 홍조를 띈 두 뺨과 촉촉한 그녀의 입술은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기뻤습니다. 미칠것만 같이 좋았습니다. 그녀의 겉모습만을 사랑한것이 아니었기에, 소년은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를 가슴에 않았습니다.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울면 안되는데 소년은 생각하면서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억제 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힘들었지?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그녀를 품에 않은 소년의 첫 마디 였습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 둘은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소년은 다시 행복에 빠졌습니다. 모든것이 즐거웠고,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것을 위로할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식사를 먹여주고 휠체어를 밀어주며 산책을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그녀는 빠르게 완쾌되었고, 그렇게 소년과 그녀의 두번째 사랑이 시작 되는것 같았습니다.


소년은 한 학기를 휴학하고 부산으로 내려와 그녀와 함께 모든 것을했습니다. 그녀를 보살펴주며, 아끼며, 위로해 주며...그렇게 소년은 그녀의 곁에 있었습니다. 소년이 있는 한 그녀는 행복했으며,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몇달후 그녀가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며 소년과 그녀의 부모님을 안심시켰고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점이 없는듯 했습니다.


"빨리하고 나오면 오빠가 뽀뽀해줄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소년의 한마디였습니다.


수술은 저녁 밤 늦게 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소년은 점점 불안했습니다. 그녀가 어떻게 되는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스러웠습니다.
새벽 3시. 
수술실의문이 열리고 침대에 누운 그녀가 나왔습니다. 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곱게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우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야. 소년은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마친 의사의 몇마디가 소년의 귀에
흘러들어왔습니다


"이미 손을 쓸수 없는 상태까지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밤을 넘기기가힘들것 같습니다..." 

소년은 다시 그녀와의 이별을 직감했습니다. 의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습니다. 당신, 아까전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했잖아,
무슨말이야!!!!!


소년은 제정신이 아니였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소년을 말렸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의사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 병실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아직 표정없이 누워있는 그녀와 그녀의 작은 손을 붙잡고있는 소년이보였습니다. 


"나오시죠, 진찰을 해야하니까..."

의사의 한마디에도 소년은 아무말이 없었습니다. 못말리겠다는 듯이 소년의 어깨를 붙잡고 나오라는 시늉을 하는 의사의 손이 갑자기 떨리고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간호사를 불러와!!!!!!!" 의사의 한마디가 흘러나왔습니다. 아아, 의사는 직감할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그녀와 소년은 두손을 꼭잡은 체 아주 긴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소년의 오른쪽 탁자위에는 자그마한 약봉지와 쪽지가 놓여있었습니다.


<<우리..... 다음 세상에서도 만날수 있겠지?....>>

자그마한 흰색 쪽지에는 그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어느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부부는 가난해도 그냥 행복하게 사는 부부였습니다.
남편은 작은 직장을 다녔고, 아내는 그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평범한 주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부부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많은 시련이 있지요.
어느날 남편은 회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위가 헐었다면서 수술을 하여야한다고 했습니다. 

당장 자녀들보다 남편이 걱정이 된 아내는 그렇게 동의를 하고 또한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남편은 회사를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이 작은 기업은 그 사람의 기술과 덕망을 알고 있으나, 워낙 회사가 어려워 자연히 오랫동안 근무를 할수없는 사람에게 월급이나 줄 형편이 못되었어고, 또한 부도의 위기에 쳐해 있던 것 이었습니다. 다만 마지막 정성으로 퇴직금만을 주었을뿐입니다.
아마 그것이 바로 사장의 마지막 정성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단 벌이가 없는 부부는 수술후에 당장 살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구멍가게를 하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그것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장사라고 해본적이 없던 사람이고 또한 첨으로 하는 장사였으니, 처음에는 돈이 벌리는것 같았으나, 곧 이웃에 대형수퍼가 생겼으니, 자연적으로 구멍가게는 적자가 날로 늘어만 갔습니다. 


또한 시련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남편은 자주 몸이 아펐던 것입니다.
수술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내가 남편대신 생의 전선에 뛰어든 것입니다.
작은 식당에서 일을 하며, 푼푼이 모으고, 아끼고 저축을 했지만, 자녀들이 날로 커감에 따라 그 씀씀이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세월이 몇년이 다시 흘렀습니다. 자녀들이 독립을 할때 쯤, 마침내 아내도 병을 얻어버린 것입니다. 그병은 상상을 초월하는 병이였습니다.
오랜 투병생활로 날로 수척해가는 아내를 병상에서 남편은 지켜볼 따름이였습니다.
어느 날 오후 점심시간이였습니다.
아내가 조개젖이 갑자기 먹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을 하는 것이였습니다. 이제 병원비도 감당하기 힘든 때 남편은 그냥 참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수저들 힘도 없으면서 그 젖갈이 먹고 싶다고 다시 말을 되뇌이곤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남편은 슬며시 병상에서 일어났습니다.
복도에 나와서 담배한대를 피우는 것입니다. 
지금은 5월이 지나 6월을 바라보는 날 겨울이면 많이 나오는 젖갈이였고, 또한 그때는 귀한 젖갈이였습니다.
병상에서 누워있던 아내는 그져 작은 눈물만 맺혀다가 사라지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럿고,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이번에도 여전히 아내의 옆에 앉자서 시중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병을 하나 꺼내 왔습니다.
조개젖이였던 거죠.
그런 남편을 보는 아내는 한입만을 먹었을뿐 더이상 먹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마 눈물과 남편의 고마움과 사랑때문이였겠지요.
병상에 누운 아내와 그 옆에서 조용히 밥을 먹히는 남편사이에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게 들어왔습니다.

작은 꽃병에는 튜우립만 가득한 오후였습니다.
두사람의 얼굴에는 그냥 평범한 얼굴의 웃음이 보였고, 오랫동안 웃지를 못하다 이제야 웃는 얼굴이였습니다.

그 부부는 이제 행복하겠지요.....

이렇게 평범한 한 가정은 그져...서로가 지켜주는 행복이 더 바랄게 없겠지요..

 
엇갈린 인연 
펀글  
1********************************
  ♂ 
25년만에 아버질 만났다... 
지방에 출장오신 아버지와의 하룻밤으로 나는 태어났고 
나의 존재를 숨긴 채 어머니는 서울로 올라오셨다.. 
그리고 대학까지 어머니 혼자 날 키우셨다.. 
어머니는 돌아가시며 아버지의 존재를 내게 알리셨고 
졸지에 난 부모님과 형, 두 명의 누나를 가족으로 갖게 되었다.. 
  

♀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숨겨둔 아들..티비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라니... 
26년간 가족의 막내로 살아왔는데 
하루 아침에 남동생이 생겨버렸다... 
  
  
♂ 
짐을 쌌다.. 
이제부턴 새 가족과 살게 된다.. 
어머니는 만나보았지만..형과 누나들.. 
날 어떻게 생각할까.. 
  

♀ 
새롭게 가족이 될 남동생이 집으로 온다... 
25년동안 서울 하늘아래 같이 살아온 동생.. 
어머니는 체념하고 받아들이셨다.. 
이제와서 무얼 어쩌겠느냐고.. 
그 애에겐 잘못이 없다셨다.. 
하지만...... 
  

2********************************* 
♂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내 누나였다.. 
하얀 얼굴에 커다란 두 눈... 
부드러운 갈색의 눈동자였지만 눈빛은 얼음같았다... 
  

♀ 
홀어머니의 자식이 그렇지 뭐...라는 내 편견을 깬 그 애는 
차분하고 의젓하게 잘 생긴 청년이다... 
저 애도 피해자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익숙하진 않지만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가족이 있다는게 
이렇게 따뜻한 일인줄 몰랐다.. 
큰어머니는(그냥 어머니라는 말이 아직은 서툴다..) 
속이 얼마나 타셨을까...그래도 내겐 너무나 잘 해주신다... 
형도..누나들도...내 얼굴을 보는게 괴로울텐데... 
그렇지만...... 
  

♀ 
인정하고 나니 갑자기 모든 일이 쉬워진다.. 
때때로 내게도 남동생이 있구나..하는게 실감이 난다.. 
친구의 남동생을 부러워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3********************************* 
  
♂ 
벌써 밤이 늦었는데 막내누나가 집에 들어오질 않는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렇게 늦게... 
걱정이 되어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이게 가족의 사랑이란건가... 
  

♀ 
오랫만에 동창을 만나 기분내다 늦어버렸다.. 
아무래도 혼날것 같은데....서둘렀지만 늦어버렸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어귀에 그림자 하나가 보인다.. 
조금 무서웠지만 태연히 지나치려 했는데 
나를 잡으며 말한다... 
늦었네 누나...... 
  

♂ 
그 날부터 내겐 골목에 나가 누날 기다리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매일매일...누날 기다리기 위해 서둘러 돌아오는 날도 있었고 
누나가 먼저 들어와 있으면 안심도 됐지만 
웬지 섭섭하기도 했다... 
제일 먼저 일어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깜박 졸다 누군가에게 순서를 빼앗겨버린 것처럼... 
  

♀ 
그 애는 그렇게 매일을 골목에서 기다렸다.. 
어쩌다 내가 먼저 들어오는 날이면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골목어귀를 뒤돌아보곤 했다.. 
이렇게 기다려주는 사람을 26년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너무나 무관심했었다.. 
비록 동생이었지만...너무 기뻤다... 
  

4************************************** 
  ♂ 
안된다는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배다른 동생이지만 그래도 나는 동생인데... 
이러면 안되는건데...마음을 잡으려고 했지만 
너무 힘이 든다... 
  

♀ 
나는 누난데...이게 무슨 일인지... 
내가 지금 삼류 연애 소설을 쓰자는건가... 
난 스물 여섯이야...정신차려!!!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건가... 
  

♂ 
좀 늦은 어느 날 문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누날 보았다.. 
집안에선 큰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고 계셨다.. 
누난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나를 잡아 끌었지만 
난 들어버렸다... 
데리고 온 자식이니 도로 데리고 가...라는 
어머니의 절규... 
  

♀ 
이미 들어버린건 어쩔수 없었지만 
그 애가 너무 불쌍했다... 
말없이 터벅터벅 놀이터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울어야할 사람은 내가 아닌데... 
훌쩍이는 나를 위로한건 그 애였다.. 
아무말 없이 그 앤 그냥 나를 안은 채 
속으로만 울고 있었다... 
아무 위로도 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 
전부터 바라던 유학의 기회가 왔다.. 
같이 가자고 어디든 아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면 될거라고.. 

긴긴 유학생활을 혼자는 못견딘다고 매달려도 보았지만 
넌 내 동생이잖아... 
냉정하기만한 한마디였다.. 
  

♀ 
같이 떠나자고 했다... 
어디든 먼 곳으로 가면..사람들 눈을 피하면 될거라고... 
그렇지만..평생 그렇게 가족도 등지고 친구도 버리고 
살 수는 없다...게다가.. 
난 그 애의 장래를 망칠 순 없다... 
넌 내 동생이잖아... 
겨우 한마디를 하고 돌아설때 눈물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5********************************** 
  
♂ 
유학생활이 외로울거라며 결혼을 권하시는 부모님의 뜻대로 
결혼을 했다..결혼한 친구는 내가 힘들때마다 
옆에서 용기를 주던 오랜 친구였는데 
우리 사일 모두 알면서도 참고 나를 받아주었다... 
우린 결혼을 서둘렀고 멀리 바다를 건너 떠나와버렸다.. 
잊기 위해선 바빠져야 했다... 
난 미친듯이 공부했고 원하지 않던 좋은 결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 
그 앤 떠나버렸다... 
매일매일을 보고싶어 잠못들고 
밤마다 베게를 적시며 울었지만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쁜 일상으로 젖어야 했다... 
잊어야 했으니까... 


밥을 먹는거조차 힘이들었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수면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 
  
이젠 학위도 땄고 부모님도 
손주의 재롱을 보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그녀를 다시 보게 되면 참을 수 없을것 같아서 
계속 망설였다...연락도 끊고 살았는데... 
아내는 좋은 여자이다..안정..따뜻한 가정...아이.. 
아내가 너무나 고마왔다... 
하지만...늘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내가 수화기를 받았다.. 
아내는 울며 돌아서서 내게 말했다.. 
막내형님이 돌아가셨대요...... 
  

학생때부터 보기와는 달리 건강하지 못했던 그녀는 
여러가지 잔병이 많았다... 
내가 떠난 후로 바쁘게 지내며 끼니를 거르고 
수면제를 자주 복용했던 그녀는 
위암으로 죽었다.. 
아무도 그녀의 병을 몰랐다... 
화장한 후 그녀의 방을 내가 정리했다... 
책장 가득 쌓인 책 아래쪽에 깊이 넣어둔 
공책 한 권을 펼쳐본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이름이 깨알같은 글씨로 가득 쓰여진 공책이 
열권이었다... 
  

십년간 그렇게 매년 한권씩을 
내가 생각날때마다 써온 것이 열권이었다... 
말로도 한 적 없었고 그녀의 일기장에도 
사랑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쓰여있지 않았다.. 
난 그녀를 사랑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며 
열 권의 공책을 내 손으로 태웠다...... 

 
우연한 만남     
펀글 
'감사합니다. 언제나 고객과 함께하겠습니다. HS Telecom 고객 서비스 센터 K.E.J 입니다.'


저는 어느 통신 회사에서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말은 아예 입에 붙어있죠.... 어떤 때에는 집에서 전화 받을때 조차 저런 말을 해서, 전화를 건 친구에게 웃음 꺼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이 불편하기 때문에 전화를 하는 곳이고, 또... 한참을 기다려야 통화가 되는 이유로 상당히 적대적인 목소리로 전화를 하거나...아예 짜증부터 내곤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화를 낼 수는 없답니다...
왜냐면 그러면 저희 회사는 이미지에 손상을 입고... 그렇게 되면 저의 사적인 감정으로 저희 회사의 고객들은 저희 회사로부터 멀어지게 되죠... 솔직히 그런것에 커다란 사명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_- 무엇보다도... 요즘 같은 때에 회사에서 짤리게 되니깐요... 어떠한 나쁜 감정이 생긴다하더라도 절대로 표시할 수가 없죠...


그때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것봐요... 어떻게 제품을 이렇게 만듭니까? 어떻게 전화가 자꾸 끊어 지냔 말여요... 어떻게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단 말입니까? 어...어떻게...'


그의 목소리는 엄청난 노여움을 머금고 시작해서... 저에게 아주 공격적인 가시를 섞어서 말을 했습니다... 사실 전화만 들면 당연히 들려오는 무슨 자동응답기의 음성과도 같이 느껴져서, 이젠 익숙해질때두 됐건만... 왜이리두 자존심이 상하구 화가 나는지... 자연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저 손님 버젼이 어떻게 되십니까? 메뉴를 누르시구요... 0을 누르시구요... 어쩌구 저쩌구 해서 버젼을 보셔서요... 버전이 낮으시면 일단 가까운 서비스 센터에 가셔서 버젼을 업그래이드를 받으신 후에... 그래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시 한 번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은요... 수백번도 더 말을 해서 이제는 자동으로 나오는 멘트여요... 그런데 대부분 이런 말을 하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구요... 사실 대부분 하라는 데로 따라하구는 버젼이 얼마구... 모가 어떻구... 모가 안돼구... 서비스 센터의 위치가 어디냐는둥... 아니면 심할땐 욕설이라두 퍼붇는데... 이 사람은 아무런 얘기가 없더군요... 아까 웈~ 하구 올라왔던 성깔은 어디로 잊어버리구 갑자기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저 손님?'

혹시나 전화를 끊었나 해서 불러봤더니... 글쎄... -_-

'흑흑~~~'


나즈막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어여? -_-;;; 세상에... 보통 일상에서도 남자의 흐느끼는 것을 들어보질못했는데...더군다나 서비스 센터 일을 하면서는 전화를 걸은 고객이 흐느끼는 경우는... -_-


'여...여보세요? 소...손님?'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세상에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서 울고 있으니 말입니다... 순간 장난 전화인가 싶었습니다만...
거짓으로 울거나 장난삼아 울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상당히 기가 막혔지만... 전 기계의 버젼하고... 문제가 발생한 장소하고를 알아야 했습니다... 기계의 문제인지 소프트웨어의 문제인지 기지국의 문제인지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죠...그런데 이남잔 묻는 말에는 대답을 안하구 자꾸만 죽어버리겠다는 겁니다... 참내... 기가 막혀서...지가 죽어버리던지 말던지... -_-;;;


'소...손님 우시지만 마시고 버젼이 몇인지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옆좌석에 앉아있던 동료가 저의 소리를 들었는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라게 떳습니다... 묻는 말에는 대답할 생각도 않고는... 이 남자가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들어본 즉슨 전화 때문에 여자친구랑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애인이 이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두 피씨에스가 터지질 않으니 안받는 것 같구... 전화로 한참 싸우다보면 뚝! 끊어지구...애인에게 전화를 걸면 받자마쟈 전화가 끊어지구... 암튼 그런 저런 이유로 싸우기 시작해서 마침내 끝을 본 모양입니다... 나랑 상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구 사무적으로만 대할수도 없구해서... 잘 다독거려줬습니다...그랬더니 자꾸 저보고 서비스 센터에 같이 가서 고쳐달라는 것 아니겠어요? -_-;;; 세상에 별 희안한 사람도 다있다 싶었죠... 직업이 이렇다구 얕잡아 본다는 생각두 들고... 이 남자가 개념이 없다는 생각두 들구... 지금 딱히 사귀는 남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절대루 고객과 사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귈 수 있다 하더라두... 이렇게 아무데서나 질질 짜는 남자에겐 매력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날 뭘루 보구? -_-+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세상에는 별에별 사람이 다있구나 싶었죠...


그리구는 전화를 몇통 더 받고는 퇴근을 했습니다... 탈의실에서의 뉴스는 당연히 저의 그 울먹이던 남자 손님이었죠...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아주 재미있었겠다는 표정으로 신기해 하더라구요... 한번 만나보지 그랬냐는 둥... 돈많은지부터 확인하지 그랬냐는둥... 별별 짖꿎은 말을 하며... 마치 내가 우연히 돈을 주운 것처럼 한턱내라구 난리들였습니다... 참내... 친구들 맞을까?
-_-;;;;
하긴 직접 당한 나두 신기했었으니깐요...


집에가는 길이 엄청 막히더군요... 저희 집은 상도터널 입구에 있는데... 이놈의 차가 용산에서 부터 막히더니... 움직일 줄을 모르더라구요... 원래 막히는 구간이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버스 안은 상당히 더웠어요... 하필 그날따라 에어콘이 안달린 옛날 구식 버스를 탄데다... 퇴근 시간이 되어놓니 거의 콩나물시루가 아니라 사우나 수준이었죠... 그래서 차라리 그냥 한강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죠... 차라리 강줄기를 타고 불어오는 그 더운 여름 바람이 오히려 더 시원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한강 철교를 건너고 있을때... 전 교통 체증의 원인을 알았습니다...왠남자가 철교 위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고 있었던 거여요...
PCS를 손에 쥔채 말입니다... 그때 머리를 때리고 지나가는 생각... 아까 그 남자 손님!!! -_-;;;


혹시나 아까 그 남자 손님이라면... 저대로 그남자의 얘기가 알려지면 안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회사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요? HS 텔레콤 피씨에스를 이용하다가 성능 문제로 자살을 하려던 남자가 있다... 아니... 자살했다... 그...그런데 마지막 대화한 사람이? 사람이? 나? 나!!! 자살 방조!!!


강바람을 즐기며 산보하듯 걷던 저의 발걸음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부디 그 남자가 아니길 바랬고... 또 탈의실에서 그남자와의 통화를 소재로 수다를 떨었던 것도 후회했습니다... 이미 모른척하기에는 여러 사람이 알아버렸잖아여... 땀으로 온몸이 축축해졌고 이미 숨이 턱까지 찼지만... 전 뛰는것을 멈출 수는 없었죠...


한참을 뛰어가니... 어느 한남자가 한강 철교 자살 방지용 윤활류를 온몸에 바른채 미끄러운 난간에 올라가지도 내려오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매달려 있더군요... 그리고 그 남자의 목소리는 나의 바램을 저버린채... 전화 속의 그 남자의 목소리와 같았습니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손님... 손님... 헉헉~~~'

전 아주 다급하게 불렀습니다... 그 남자가 저의 목소리를 듣더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의 목소리를 알아들은듯... 다시 울음을 터뜨리더라구요... 그러더니 난간을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니... 그 남자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재차 삼차 들었습니다... 제길~ 재수도 없지... -_- 왼손엔 피씨에스를 꼬옥 들고... 한강 철교 자살 방지용 윤활류로 온몸을 범벅을 한채 엉엉~~ 눈물반... 콧물반... 기름반... -_-마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여주인공을 왼손에 꼬옥 쥐고 내려오는 킹콩과도
같았죠... -_-


'보호자 되십니까?'

경찰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 남자가 그 기름 범벅의 옷으로 저에게 안겼고... 저는 더럽혀진 옷을 걱정하기도 전에... 경찰의 질문에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리구 지금 그 첨보는 외간남자와 제가 포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오마갓~~~ -_-) 그 남자와 같이 경찰서로 갔습니다...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서울시 재산에 손상을 입혔으며... 등등... 뭐라구 궁시렁궁시렁 한참을 말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경찰서로 갔습니다...


경찰서에서는 몇마디 훈방을 들은 다음에 그냥 풀려났지만... 자동차 매연으로 검해진 윤활유를 뒤집어 쓴 몰골이나... 그 와중에 콧물, 눈물 자국을 확연이 들어내며 바보마냥 웃고 있는 그사람... 경찰차 속에서는 나에게 기대서 피곤한듯 잠들어버렸던 그사람... 그리고 지금의 그 해맑은 미소...


그렇게 그를 만났습니다... 막내라더군요... 부모님께서 아주 나이가 많으실때 낳으신 막내둥이... 저랑 동갑인데... 하는 짓은 아이에 가까왔어요... 피씨에스 땜인지 아님 그의 그런 성격때문인지... 그는 고등학교때부터 사겨오던 여자 친구에게서 결별선언을 들었고... 그리고 절 만난거죠...


인젠 피씨에스 같은 걸루 안울어요... 제가 같이가서 업그레이드두 시켜줬구 태권도 도장도 보내구... 운동두 시키구... ... ... 지금 전 그이와 결혼해서 아들 둘을 둔 아이 엄마랍니다...

우습죠? 그깟 피씨에스 소프트웨어가 구형인것 때문에... 사람을 만난다는것... 그리고 마치 나의 퇴근 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난간위에 매달려있던 그이... 호홋~
뭐... 제가 어렸을 적부텀 꿈꿔오던 그런 소설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그래두 뭐 나름대루...


혹시 지금 사랑을 찾고 계셔요? 하지만 조급해 하지 마셔요... 사랑은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것에서 온답니다... 온몸에 기름을 잔뜩 묻히고 얼굴에는 눈물반 콧물반 섞어서... 마치 아름다운 동화처럼... 혹은 유치한 삼류영화처럼 말이죠... 어차피 그것들은 우리 삶의 거울이자나여...

이궁 우리 첫째 아들 간식 사러 가야겠어요... 홋호... 아직 돌도 안됀 아들보다두 우리 그이가 어리광이 더 심해서 말이죠... 우리 첫째 아들 그이말여요... 


   미술시간의 에피소드  
     고교시절 나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 못했다. 
     
     그 많지 않던 친구들 중 참 개성이 강하게(?) 생긴 친구가 
     
     하나 있었다. 
     
     어느 미술시간, 중간고사에 반영하는 실기시험을 치렀는데, 
     
     초상화 그리기였다. 
     
     옆사람을 그려야 했는데, 마침 그 친구가 내 짝이었다.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잘 그려도 툭 튀어나온 눈과 구강구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기는 틀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걱정 속에 스케치가 시작되었고, 마무리를 할 즈음에는 
     
     나도 모르게 자신에 찬 충만함이 감돌았다.  
     
     누가 보더라고 알아볼 수 있게 똑같이 그렸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한 사람씩  교탁으로 나가서 검사를 받기 시작했고, 
     
     잠시 뒤 내 차례가 되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미술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 임마, 장난 치냐?"
     
     
     그러시곤 최하점인 D를 주시는 것이다. 
     
     억울했지만 너무나 살벌한 분위기에 한 마디도 못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초상화의 주인인 그 친구가 내 얼굴을 그린 그림을 
     
     가지고 바로 내 뒤를 이었다. 
     
     잠시 후 그 친구를 한참 바라보던 선생님께서 대뜸 
     
     이러시는 것이다.
     
     
     "야! 방금 검사 받은 놈 다시 가져와 봐."
     
     
     내 그림을 다시 보신 미술 선생님은 날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으시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참말로 똑같다, 잉."
     
     
     그러면서 최고점을 주셨다. 
     
     교실 안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울렸다.  
     
     난 그 친구에게 한참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웃음거리가 된 그 시간이 그다지 
     
     반가울 리 없으리란 걸 나 자신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성격이 맑았던 그 친구는 나를 향해 밝은 미소를 
     
     보여 주었다. 
     
     그후로 우린 더욱 친해졌고 졸업하는 날까지 서로를 
     
     아껴주며 변치 않는 우정을 쌓아갔다. 
     
     지금도 그 친구는 내가 힘들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친구로 남아있다.
                                             <임유신. 유니텔에서 퍼옴>

누가 포도잼 병을 깨뜨렸나?

 

작년 여름, 어머니는 집안에 넘쳐나는 포도를 처리한다며 잼을 만드셨다. 무더위속에서 포도를 씻고 끓이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몇시간동안 힘들인끝에 빛깔 고운 포도잼이 완성되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셨다. 그런데 한참뒤 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갑자기 큰소리로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와 다짜고짜 물으셨다.
"아니, 누가 포도잼 병을 깨뜨렸어? 지혜, 네가 그랬니?"
내가 안 그랬다고 하자 이번에는 동생에게 다가가 막무가내로 혼을 내셨다.
"그럼, 네가 그랬지? 엄마가 이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해서 만들었더니 그걸 깨뜨리곤 몰래 휴지통에 버려? 내가 정말 너때문에..."
어머니는 몹시 화가 나셨다. 그러나 동생은 억울하다는 듯 아니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다가,끝끝내 어머니가 믿어주지 않자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우리 집에 오신 이모의 손에 웬 포도잼이 들려 있었다.
"언니, 미안해! 어제 집에 왔었는데 냉장고를 열다가 잘못해서 그만 포도잼병을 깨뜨렸지 뭐유? 말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없고, 또 바빠서 그냥 집에 갔지. 대신 오늘 포도잼 사 왔어"
이모의 말에 어머니와 나는 무척 당황했다. 잠시 뒤 포도잼에 얽힌 사연을 들은 이모가 동생에게 미안해 하고 있는데 그때 동생이 막 들어왔다. 동생은 손에 들린 포도잼을 어머니께 내밀면서 말했다.
"엄마, 어젠 죄송했어요. 정말 힘들게 만드신 건데 ... 그래서 새로 포도잼 사왔는데 저 용서해 주실거죠?"
순간 어머니는 동생을 부둥켜 안고 정말정말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좋은 생각 99.4.(임지혜님/전남 곡성군 곡성읍) 

<만남의 소망>

많은 사람을 태우고 바다를 건너던 배가 갑자기 불어오는 거센 폭풍우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비바람에 흔들리던 배는 그만 뒤집히려는 듯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배안의 사람들은 모두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런데 그중 노인 한사람은 아주 평화로운 얼굴로 기도를 드리는게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배가 뒤집혀 다 죽게 되었는데 당신은 두렵지 않느냐고,
그 노인이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나에게는 딸이 둘 있습니다. 
 큰 딸은 몇년전에 잃고 지금은 작은 딸을 찾아가고 있는 길입니다. 만약 이 배가 뒤집혀 죽게 되면 천국에 있는 큰 딸을 먼저 만나게 될 것이고 다행히 배가 무사히 항구에 닿게 되면 작은 딸을 먼저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만남의 소망을 가지고 있으니 두려울 게 없군요"


                            99.6. 낮은 울타리 

아름다운 약속
    김 옥 기
     초등학교 하교길은 잡다한 먹을거리로 항상 분주하기만 했다.     
     그 날도 나는 친구들과 함께 떡볶기에 오뎅을 곁들여 먹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갔을 때였다. 
     
     목소리 하나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얘들아!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키가 엄청나게 큰 남자였다. 
     
     참새들의 조잘거림이 일순간에 사라졌고 그는 황야의       
     무법자처럼 해를 등지고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눈빛은 나를 향한 채.       
     
     "저기 200원만 빌려줄래?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동전이 없어서 말이야."      
     
     당시 시내 통화료는 20원. 
     
     약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설사 거짓말이라 해도 그것은 부탁이었으므로 그는       
     계속해서 자신은 학생인데 멀리 떨어진 집에 급하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참 고민에 빠져 있는데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친구들이 서서히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냥 줘 버릴까?       
     하지만 어떻게 생면부지의 그를 믿고 돈을 빌려준다는       
     말인가! 
     
     그러나 아이다운 순수함에 두 손을 들고 난 나는       
     그에게 동전을 내밀었다.       
     그때의 시원함과 뿌듯함이라니...       
     
     "내가 이 다음에 여기다가 돈을 넣어 둘게. 알았지?"      

     작은 머리 속에서 벌어진 치열한 고민을 알았던 것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서 있던 대로변에 건장하게 버티고 선 가로수 밑을       
     가리키며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며칠이 지나서 다시 그 길을 지날 때 나는 가로수 아래       
     있는 흙을 조심스럽게 파헤쳐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너는 정말 착한 아이구나' 하는 글이       
     적힌 작은 종이쪽지와 함께 반짝이는 동전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할머니의 초콜릿
그날 현충사 정원의 벤치에는 초가을의 따스한 햇살이 한가롭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때 고요함을 깨뜨리며 어디선가 확자지껄한 소리가 밀려들더니 '효도관광'이란 플래카드를 허리띠처럼 두른 관광버스에서 노인들이 하나둘 내려서고 있었다. 대부분 칠십이 훨씬 넘어보이는 그 노인들 중에서 한 노부부가 걸음을 옮겨 벤치로 걸어가 앉았다. 
쭈글쭈글한 피부, 검은 머리칼을 셀 수 있을 만큼 세어버린 은빛 백발. 할아버지의 콧잔등에 맺힌 땀을 닦아주는 할머니의 손이 갈퀴발처럼 거칠어 보였다.
"영감, 힘들지 않소?"
"나야 괜찮지만 몸도 편치않은 당신이 따라나선 게 걱정이지"
그러고 보니 할머니의 얼굴엔 병색이 완연했다.
"내 걱정일랑 붙잡아 매시고 당신이나 오래 사슈"
할머니는 허리춤을 뒤적여 뭔가를 꺼내들며 말했다.

"자, 눈을 꼭 감고 입이나 크게 벌려 보슈"
"왜?"
"쪼꼬렛 주려고 그러우"
할아버지는 엄마 말 잘듣는 아이처럼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얇은 은박지가 잘 벗겨지지 않는지 할머니는 몇 번 헛손질을 한 뒤에야 겨우 알맹이를 꺼낼 수 있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할아버지의 입속에 넣어주었다. 
갑자기 할아버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이건 쪼꼬렛이 아니잖아?"
"그렇수. 영감. 부디 나보다 오래 사시유"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입속에 넣어준 것은 우황청심환이었다. 할머니의 눈속에 정감이 빛나고 있었다.


                 <빈터를 보면 꽃씨를 심고 싶다> 권채경 엮음.  

 
이불은 누가 빨라구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곁을 떠난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스스로 밥 한끼 끓여먹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난 심정이야 오죽했겠습니까마는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해주지 못한게 늘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
언젠가 출장으로 인해 아이에게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출근준비만 부랴부랴 하다가 새벽부터 집을 나섰던 적이 있었지요, 전날 지어먹은 밥이 밥솥에 조금은 남아있기에 계란찜을 얼른 데워놓고 아직 잠이 덜 깬 아이에게 대강 설명하고 출장지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있나요? 그저 걱정이 되어 몇번이나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 본 것 같습니다.

출장을 다녀온 바로 그날 저녁 8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한 뒤 너무나 피곤한 몸에 아이의 저녁 걱정은 뒤로 한 채 방으로 들어와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침대에 대자로 누웠습니다. 그순간,"푹! 슈-"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지느게 아니겠습니까? 펄펄 끓는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 옷걸이를 집어들고 아이의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때렸답니다.

"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다른 때 같으면 그런 말은 안 했을 텐데 긴장해 있었던 탓으로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아들 녀석의 울음섞인 몇 마디가 나의 매든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들의 얘기로는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다 먹고, 점심은 유치원에서 먹고, 다시 저녁때가 되어도 아빠가 일찍 오시질 않아 마침 싱크대 서랍에 있던 컵라면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선 안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후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한개는 출장 다녀온 아빠에게 드리려고 라면이 식을까봐 제 침대 이불속에 넣어두었다고 합니다. 그럼 왜 그런 얘길 안 했냐고 물었더니 제 딴엔 출장다녀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박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들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저는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한참이나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서는 우는 아이를 달래 약을 발라주고 잠을 재웠습니다.
라면에 더러워진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방을 열어보니 얼마나 아팠으면 잠자리속에서도 흐느끼지 뭡니까?

정말이지 아내가 떠나고 난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는 그저 오랫동안 문에 머리를 박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낮은울타리.99.5(이재종/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차고 난 후.....후애(後愛)
 글쓴이 : 하늘이별 (날짜 99-06-05) 
  난...적어도 조금은 메달릴줄 알았다....
  그만큼 사랑했었다면....
  한번쯤은 메달려...도대체 왜그러는지...정신차려라...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라...그렇게 말해줄 수   있을꺼라...기대했었는데...
  많이 나빴구나...내가...그만큼 널 힘들게 했었는지 몰랐는데...
  많이 잘해주지는 못했지만...그래도 이렇게 모질게..쉽게.. 돌아설 정도로 널 힘들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변명같고...이기주의 같지만...그만큼 힘들게 하지 않았던것 같은데...니가 너무 야속하다...
  많이 사랑했었다면...많이 위해주고 싶었다면...그렇게 나 없이 못살정도로...날 끔찍히 여겼다면...이렇게   쉽게..돌아서지는 못할건데...
  마치...예정이라도 하고 있었듯이...당연하다는 듯이...기다렸다는 듯이...내 말 한마디에...그냥 끝이나   버리다니...
  넌 얘기하겠지...난 자존심도 없냐고...적어도 나 앞에서는 자존심 같은거   안챙겼잖아...근데..지금은....한번만더 자존심 잊으면 안되니? 난...니 자존심 때문에...너무 아프고   힘든데...
  

  솔직히 메달리고 싶다...전화해서 한번만 되돌아가자고...내가 잘못했다고...다시는 안그럴테니까...없었던   일로 하자고...
  니가 전화 한번만 먼저 주면... 나 그럴껀데...전화가 없네...
  내가 먼저 말꺼내놓고...내가 쓸어담기에는..내가 너무나 비참해진다..
  너 역시도 장난감이 된 기분일꺼고....
  그러니까...니가 먼저 전화 한번만 주면...우린 예전보다 더 좋은 상태로 돌아갈수 있을껀데....
  헤어지자고 한 순간...이미 말했듯이...힘들어서..짜증이 나서..너한테 위로받고   싶어서..그래서전화했던건데...말이 헛나온것 같은데...
  주어담을 기회가 없더라...아니...니가 주어줬으면...했는데...
  어제 보자고 한거...왜였을꺼 같니...얼굴보고...나 잡아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서..그러면 너..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약해질꺼니까...좀더 쉽게 얘기할수 있을것 같아서...
  이제 더 힘들어졌다...기회가 없어...니가 먼저 전화 안해주면...
  나..용기가 없단말야...

  
  늘...네가 쓰다듬어 줬잖아..힘든건 네가 다하고...난 그냥 옆에서 웃고 있기만 하면 되었잖아..
  한번만 더..그렇게 해줄수는 없는거니?
  헤어지면..쉬운줄 알았지..몇일 섭섭해 하다가 말줄 알았지...
  이렇게...숨이 막혀올줄은 몰랐다..가슴이 답답해지고..져려올줄은..이렇게 눈물만 흘리고   있을줄은..몰랐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가만히 있어도..눈물이 흐를줄은 정말 몰랐다...
  니자리가 이렇게 클줄은 정말 몰랐다...
  

  약속지킬께....
  술 안마시고...담배안피고...집에 일찍 들어가고...싫어도 좋은척..좋으면..더좋은척..감정 숨기지   않고..사랑한다는말..좋아한다는말..보고싶다는말..아끼지 않을께...
  그러니까...한번만..먼저 전화주면...안되는 거니?
  

  여행도 가고싶고...영화도 보고싶고...똑같은 옷입고..동성로 축제도 가고싶고...전화선 연결하면 체팅도   해야되는데..



  한번도 같이 바다보러 간적 없잖아...산 정상까지 올라간적도 없고..니가 모는 차타면서..옆에서김밥도   먹여주고 싶은데...
  너무 없다...너랑 같이 했던 추억이...그리고 한번쯤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 적도 없고..
  많이 미워하고 있겠지...지금...아니...시원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나라도 그럴꺼니까...
  마지막으로 전화...먼저 주면 안되는거니?
  

  
  *****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넘 싫어서..근데...제가 넘 아파요...왜 그럴까요? 
  자존심이란거...힘이드네요... *******  


가슴의 상처를 치료하는 법

"엄마, 지금 뭐해요?"
이제 여섯 살 밖에 안 된 수지가 엄마에게 물었다.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갖다주려고 볶음밥을 만드는 중이란다"
"왜요?"
"왜냐하면 그 분이 매우 슬프기 때문이란다.
얼마전에 딸을 잃어서 가슴에 상처를 입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한동안 돌봐드려야해"
"왜 우리가 돌봐드려야 하죠?"
"수지야, 사람들은 아주 슬플때는 음식을 만든다거나
집안 청소같은 작은 일들을 하기가 어려워진단다.
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또 불쌍하게도
다시는 딸과 함께 할 수있는 신나는 일들을 할 수가 없단다.
그러니 너도 그분에게 도움이 되어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지않겠니?"
수지는 어떻게 하면 아주머니를 돕는 일에 
자신도 참여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생각했다. 
몇분 뒤 수지는 이웃집으로 가서 문을두드렸다.

한참 지나서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안녕, 수지야."
수지는 아주머니가 다른 때와 같이 귀에 익은 
음악 같은 목소리로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또 울고 있었던 듯했다. 
눈이 부어 있고 물기에 젖어 축축했다.
"무슨 일이니, 수지야?"
"엄마가 그러시는데 아줌마가 딸을 잃어서 가슴에 상처가 났고 ,
그래서 아주아주 슬프시데요."
수지는 부끄러워면서 손을 내밀었다.

손에는 일회용 반창고가 들려져있었다.
"가슴에 난 상처에 이걸 붙이세요. 그러면 금방 나을거예요."
아주머니는 갑자기 목이 메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수지를 껴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고맙다. 수지야. 이 반창고가 내 상처를 금방 낫게 해줄거야."

아주머니는 상점에 가서 둥근 유리 안에 
작은 사진을 넣을수 있도록 된 열쇠고를 하나 사왔다. 
그리고 그 유리 안에 수지가 준 일회용 밴드를 넣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가 조금씩 치료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펌
Prologue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By 양희은,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첫번째 이야기 
손이 떨려왔다. 
조금 소심하기도 한 그였지만 이렇게 떨릴 줄은 몰랐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인장을 찍듯이, 그는 조심스럽게 공중전화의 번호판를 눌렀다. 
" 따르르릉~ 따르르릉~ "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그냥 수화기를 내려 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이 번호를 알기위해 그가 선택한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었다.
" 딸깍. "
수화기 드는 소리가 들렸고, 
" 여보세요? "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로 그녀가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잠시 전화기에 머리를 기대고 있더니, 결심한 듯 이를 꽉 물고 전화박스를 나서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타고 싶지 않은 듯 그는 계단을 밟아 8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몇호인지 확인하는 듯 복도를 따라 죽 걷더니, 807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그 앞에서 10분 가량을 서 있었다. 
갑자기 대문 열리는 소리가 원래 그 자리에 박혀있던 것 처럼 서 있던 그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6살 정도 되어보이는 꼬마 아이가 장난감 포크레인을 들고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놀이터로 가는 듯 했다. 
그는 지레 겁을 먹은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는, 드디어 손을 들어 벨을 눌렀다. 
" 찌르르르릉~ "
그에겐 몇 분처럼 느껴졌을 몇 초간의 침묵이 지나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
그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 누구세요? "
하지만 대답을 해야만 했다. 
" 나야.. "
도대체 나가 누구냐고 되묻는 듯 문이 신경질적으로 열렸다. 
그리고 그녀는 어색한 얼굴의 그를 보았다.
사람은 너무 놀라면 할 말을 잊어버린다고 했다. 

바로 그녀가 그랬다.
" 너... 너... "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그녀의 얼굴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그는 입을 열고 3년전 헤어질 때 들었던 말을 만남의 인사로 사용했다.
" 안녕. "
" 세상에.. 너 여기 어떻게 왔어? "
" 잠깐 시간 좀 내 줄 수 있어? "
" 얘~ 누구니? "
" 아니에요, 엄마. 저 잠깐만 나갔다 올께요. "
덜컹~
그리고 아파트 앞 벤치에서 아까 질문들의 대답이 진행되었다.
" 너 여기 어떻게 알았어? 누구한테 물어본거야? "
" 그냥 어떻게 알게 됐어. 근데 너.. 나 의무경찰 지원한 건 알았었니? "
" 아니. 너 의경 갔어? 군대 안간다면서? "
" 그렇게 됐어. "
의경을 지원한 단 한가지 이유는, 경찰이 되면 그녀가 이사한 주소를 컴퓨터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 그래.. 아무튼 반갑다. 얼마만이지? "
" 3년만이야. "
"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
그가 기억하기로는 1098일 3시간째였다. 
" 그런데.. 왜 여기까지? "
" 아, 저기.. 이거 돌려줄려구. "
" 어! 이거 내 가방이잖아! "
" 응. 순찰 돌다가 우연히 쓰레기통 옆에 버려져 있어서.... "
" 누가 가져갔다가 돈 될게 없으니까 그냥 버렸나 보구나. 실은 얼마 전에 지하철 타다가 그냥 놓고 내렸거든.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
" 한번 열어봐. 속에 책 몇 권 있는 것 같던데. "
" 응.. 다이어리까지 다 있네. 고마워.. 근데 이게 내 가방인 어떻게 알았어? "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신고 있던 신발 색까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그가 그녀의 가방에 달린 그가 사준 열쇠고리를 잊을리 없었다.
" 그냥 네 가방 같아서.. 너 가방 뒤에 실로 이름 새겨놨잖아. 보니까 네꺼 맞더라구. "
" 그랬구나.. 고마워 정말. "
그리고 몇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그녀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할 말은 너무도 많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 그럼 이제 가 볼께. "
" 벌써 가? 아직 말도 별로 못했는데. "
그녀의 말이 인사치레가 아니길 바랬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인사치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 이제 가 봐야돼. 너무 오랫동안 나와 있었거든. "
" 그래.. 이거 돌려줘서 정말 고마워. 잘 가. 몸 건강하구. "
그녀는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 그래. 잘 있어. "
그리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그녀가 깜빡 잊었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 아 참, 그런데 조금 전에 전화했다 그냥 끊은 거 너니? "
" 아니. "
" 어.. 그럼 누구지.. "
" 다른 사람일꺼야. 난 아니야. "
" 그래... 그럼 잘 가. 나도 들어갈께. 안녕~"
" 안녕. "
후회스러웠다. 
차라리 찾아오지 않는 편이 나을 뻔 했다. 
하지만 후회라는 것은 이미 저지르고 난 후에 할 수 있는 일. 
그녀의 다이어리에서 다른 남자의 사진이 떨어졌을 때 그는 이미 찾아오면 후회할 것을 알고 있었다. 
노을 너머로 길어진 그림자가 그를 따라 걸어갔다. 


 

두번째 이야기 

" 오빠,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요? "
" 이번 주말에는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
" 그럼 다음주에는요? "
" 다음 주에는 시험이 2개 있어서 좀 힘들 것 같다. "
" 그래요.. 알았어요. "
" 미안하다. 나 이제 졸리거든? 끊을께. "
" 네, 오빠. 안녕히 주무세요. "
뚝.
그는 잘 자라는 조그마한 말도 남기기 아까운 듯 바로 전화기를 끊었다. 
그녀는 잠시동안 수화기를 들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책상위에 놓여진 색종이 더미에서 한장을 꺼내들었다. 
반을 접고, 모서리를 접고, 다시 반을 접고 편 다음 보이는 선을 따라 다시
접고....그녀의 손놀림에 따라 네모난 색종이는 점차 학의 모양이 되어갔다.
그리고 빨간색 학이 완성되자, 그녀는 책상에 놓여진 유리상자에 학을 넣었
다. 꽤 커보이는 유리상자는 벌써 2/3정도 종이학으로 차 있었다.
한참을 그 상자만 바라보다가,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급히 서랍을 열고 
뒤적 뒤적 거려 서랍 깊숙한 곳에 있던 테잎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카세트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요새 한참 인기가 있는 Morton
Harket의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가 이 노래가 들어있는 테잎을 그에게 받은 건 1년도 훨씬 전이
었다. 그녀는 가만히 노래를 듣다가, 그에게도 노래를 들려 주고 싶은 생각에
수화기를 들고 그의 삐삐 번호를 눌렀다. 



" 삐 소리가 나면 녹음하시고, 끝나면 별표를 누르세요. 삐~ "
찰칵.
그녀는 급히 카세트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제 때 별표를 누르지 못해서 녹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테잎을 뒤로 돌리고, 다시 녹음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녹음은 제대로 되었지만 녹음된 부분이 좋아하는 부분이 아니
었다.
다시 테잎을 돌리고, I need you baby가 녹음된 부분부터 새로 녹음을 했다. 
하지만 가사가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 같아 다시 녹음을 했고, 혹시라도 자기가
아닌 남이 녹음한 걸로 착각할까봐 앞에 조금이나마 멘트를 넣기로 했고, 그
러다가 마지막에 공부 열심히 하라는 멘트를 넣지 않은 것이 생각나 새로 
녹음을 했다.
그렇게 30여분 동안을 테잎이 닳도록 돌려가며 녹음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힘들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그저 그가 이 노래를 듣고 자신의 20살 생일에 선물한 
노래라는 걸 알아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녹음이 끝나자마자 반갑게도 삐삐가 울렸다. 
혹시라도 그의 삐삐가 아니면 실망할까봐 그녀는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걸어 사서함을 확인했다.
음성이 하나 와 있었다.
그녀는 긴장이 되는 듯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1번을 눌렀다. 
" 첫 번째 메세지입니다. 삐~ "
" 여보세요? 나 오빤데, "
삐삐에 대고 여보세요 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는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오자 그녀는 실망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결코 다정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 야. 지금 삐삐 들어보니까 무슨 노래 녹음하다 계속 실패하는 것 같은데,
너 녹음하다 그냥 끊어도 삐삐 오는 거 모르니? 지금 삐삐가 몇 번째 왔는
줄 알아? 노래 녹음해 주는 건 고마운데, 좀 그만해. 혹시라도 계속 녹음할
까봐 삐삐치는 거니까. 그렇게 알구, 그럼 끊는다. "
아직도 노래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카세트를 끄고, 수화기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서 색종이 한장을 꺼냈다.
색종이 위로 눈물이 떨어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까와 같은 동작으로 학을 접어서 유리상자에 넣었다. 


이 유리상자가 가득 차는 날

그녀는 그와 헤어지게 될 것이다. 

 


세번째 이야기 

낯설었다. 
대학은 그에게 있어 낯선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낯선 공간에 포함되기 위하여 1년을 더 공부하고 있었다. 
그는 회색 건물 사이를 걸어서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음악회에는 빈 손으로 오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방금 왔던 길을 다시 걸어 학교 앞의 꽃집에 도착했다. 

" 저, 꽃 좀 주세요. "
" 무슨 꽃을 드릴까요? "
" 음... 저... 지금 음악회 가려고 하는데요, 어떤 꽃을 사가는게 좋을까요?"
" 글쎄요.. 요새 프리지아가 참 이쁘긴 한데. 백합도 괜찮구. 그냥 학생 마
음대로 해요. "

학생이라는 단어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왔다.
재수생은 학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인도 아니었다. 

" 정 못 고르겠으면, 그냥 백합으로 해요. 안개꽃이랑 서너송이 싸면 이쁘니
까. "
" 아... 아뇨, 백합 말구요, 안개꽃만 주세요. "
" 안개꽃? 저건 다른 꽃이랑 같이 하는 거에요. "
" 그래도 그냥 안개꽃만 주세요. "
" 그럼 안이쁠텐데.. "
" 괜찮아요. 그냥 주세요. "
" 그렇게 해요, 그럼. "
그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꽃집 아줌마의 시선을 피해 시계를 보았다. 
8시 20분.. 음악회가 시작한지 20분이나 지나있었다. 
그가 안개꽃 꽃다발을 들고 다시 음악회장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40분이 
지난 후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가로등을 등지고 음악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무대 오른쪽 끝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 가려 잘 안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를 한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연주하는 악기가 바이올린인지, 비올라인지, 첼로인지, 그런건 상관
없었다.

그녀가 그녀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그녀가 연주하는 소리가 다른 사람과 어울려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들 안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앞으로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그는 그들의 밖이었다.
그는 그녀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난 안개꽃이 제일 좋아. 안개꽃은 다른 꽃들을 돋보이게 하잖아. 자기도 
자기 나름대로 이쁘지만, 자기만 잘난 꽃이 아니라 다른 꽃들도 돋보이게 
하는 꽃은 안개꽃밖에 없으니까. "
하얀 옷을 입은 그녀는... 안개꽃 같았다. 
안개꽃처럼 다른 사람들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회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나가려는 그에게 음악회장 입구에 앉아있던 학생이 소리쳤다.
" 저, 방명록 안쓰고 가세요? "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방명록 쓰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학생이 건네는 펜을 들고 방명록에 방금 자신이 느낀 감정을 썼다. 
" 사랑해. "
그리고 펜을 놓고 돌아서 가려다, 다시 돌아와 아까 쓴 글에 덧붙여 썼다.
" 사랑해. 너의 친구로부터. "
그는 음악회장을 빠져나왔다. 
아까의 가로등이 변함없이 푸르스름한 빛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걸으며, 그는 손에 든 안개꽃 꽃다발에서 안개꽃을 한 송이씩 
꺾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렇게 그는 

그녀 곁에 더 오래 남아있기 위해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Epilogue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부디 

'미소 때문에, 미모 때문에, 부드러운 말씨 때문에

그리고 또 내 생각과 잘 어울리는 재치 있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그런 날엔 나에게 느긋한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에

저 여인을 사랑한다' 고는 

정말이지 말하지 마세요

이러한 것들은, 임이여!

그 자체가 변하거나 당신을 위해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그처럼 짜여진 사랑은 그처럼 풀려버리기도 한답니다 

내 뺨의 눈물을 닦아주는 당신의 사랑어린 연민으로도

날 사랑하진 마세요

당신의 위안을 오래 받았던 사랑은 울음을 잃게 되고

그래서 당신의 사랑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날 사랑해 주세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당신이 사랑을 누리실 수 있도록

사랑의 영원을 통해 

-E. B. 브라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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