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키 준코 지음 / 탐나는책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신을 지키며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임신과 출산으로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진짜 나로 살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
했고 결국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오늘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지 못해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저
자는 30여 년간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알려준
다.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오타키 준코 지음
▣ 저자 오타키 준코
1967년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다. 가쿠슈인대학 문학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오가닉 허브 제품을 개
발, 기획 프로듀싱하고 있다. 시스템 엔지니어로 금융회사 시스템 개발을 하다 전업주부로 출산과 육
아에 전념했다. 이후 상품 개발 및 바이어 관련 업무로 재택근무를 시작, 창업을 하고 현재 최고경영
책임자로 새로운 캐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일은 무슨 일이어도 괜찮으니 내 몸을 돌보면서 보람 있
는 일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조용한 이야기처럼,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일과 인생
이 조화로운 괜찮은 삶을 느껴보기 바란다.
▣ Short Summary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신을 지키며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임신과 출산으로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진짜 나로 살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
했고 결국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오늘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지 못해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저
자는 30여 년간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알려준
다.
▣ 차례
하나 |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
어디를 가든 나는 나니까 / 팀장이 된 그 남자보다 내가 더 우수한데
왜 하필 지금 임신한 거죠? / 여자의 몸과 마음은 남자와 다르다
여성의 특성을 이해받고 존중받는 것 / 타협의 기술을 연마하라
나만 소모되는 힘겨루기에 휘말리지 말라
둘 | 나를 버리고 엄마로 살다
아이가 태어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 일은 잘하는데 육아는 엉망인 엄마
남자는 조금도 희생하지 않잖아 / 다시 일할 수 있을까?
경력 단절 여성에게는 좁은 취업문 / 정말로 궁지에 몰렸을 때
부드럽게 선택해가는 힘
셋 | 나로 살기 위해 다시 일하다
자신을 걸어보는 결단이 필요하다 / 엄마로만 있는 건 재미없어
식탁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 단순한 우연은 없다
-2–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스스로 질문부터 다시 만들어보라 / 당신을 돈과 교환하지 말라
할 거면 진심으로 즐겨라
넷 | 스스로 일하는 즐거움
그럼, 퇴직해주세요 / 나에게 의미 있는 결과가 모두에게도 좋다
내가 일을 해야 회사가 있다 / 시킨 일보다 시키지 않은 일이 좋다
못난 상사를 상대하는 기술 / 그렇다면 아무것도 말하지 말자
부족한 것을 찾으면 기회가 된다
다섯 | 회사를 강하게 성장시키는 힘
의심과 불안을 믿는다 /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다
한발 앞서 걷는다는 것 / 분석력보다 느끼는 힘이 중요하다
구태여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 회사의 중심이 되는 것
여섯 | 유연하게 오래 일하는 방식
회의가 바뀌면 회사가 바뀐다 / 조화롭고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
마음을 다독이고 독려하는 방법 / 아름답게 일한다는 것
세부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라 / 고민하는 것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일이 한창 중에 있음을 의식하라
일곱 | 사장이라는 자리에 오르다
나에게는 그만큼의 애정이 없었더라고요 /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다
불안은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 / 대실패에서 탄생한 새로운 길
일하기 편한 자리를 만들고 있는가 / 시간을 기다리는 일
여덟 | 진짜 나답게 계속 일하다
불안도 있는 편이 좋다 /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잃어버린 나다움을 찾으러 가다 / 진짜와의 만남
내가 나로 있는 것
-3–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오타키 준코 지음
탐나는책 / 2020년 3월 / 256쪽 / 15,000원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
여성의 특성을 이해받고 존중받는 것
몇 해 전 소중한 친구 하나가 유방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주 생기발랄하고 멋진 여성이었다. 10년
전쯤에 완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재발하여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 한 달 정
도 지나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던 무렵, 나는 이전까지와는 말도 안 될 정
도로 많은 옷과 액세서리를 끊임없이 구매했다. 스스로 제어가 안 되는, 뭔가에 조종 당하듯이 난 쇼
핑중독자가 되었다.
그것도 여태 입던 무난한 검은색이나 회색의 무지와는 정반대의 대담한 꽃무늬 원피스며 핑크 미니스
커트, 목 언저리가 다 파인 블라우스와 큼지막하고 치렁치렁한 목걸이 등 화려한 여성이 아니면 걸칠
수 없을 것들뿐. 모아둔 비상금마저 탕진하고서야 겨우 수습되었다. ‘굶주려 있다’는 말이 적합할 정도
로, 아무리 사고 또 사도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았다. 내 안의 뭔가가 위기에 직면한, 절박한 상태에 놓
여 있었다. 여성으로서의 심신을 잃는 공포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강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
르겠다. 쇼핑해도 기쁜 게 아니라 어떻게든 불안한 마음을 해결하고 있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살아 있는 동안에 좀 더 여성으로서 빛나고 싶다, 여성임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었지만 나의 ‘여성성’과 새삼 마주한 셈이었다.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지금껏 ‘이 육체가
있다’는 것을 소중히 하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앞으로 얼마나 살지 알 수 없지만 ‘이 육체가
있음’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자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얻은 생각은 일에서도
예상외로 중요했다.
여성이 현대 사회에서 활약하는 데 있어 여성으로서의 신체와 감성이 상당히 구차하게 억압받는 부분
이 있다. ‘나는 여자라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라든가 ‘여자 입장에서는 다른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
다’와 같은, 이런 발언 방식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회사라는 장소에서는 좀처럼 이런 말은 인
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특성, 즉 사고방식, 기호, 강점, 약점인 부분 등을 회사에서 이해받고 존중받는다는
것은 일하기 편한 직장을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분명 여성이나 가족의 요구를 파악한 좋은 상품, 좋
은 서비스 등으로 동시에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여성들 자신도 현상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리 간단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
신이 여성임을 더욱더 즐기고 사랑하며 조금씩이라도 일에서 표현한다면 보다 유연하게 다양한 아이디
어나 새로운 시점도 생겨나고 일의 방식도 효율적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그런 것과 여성의 건강은 절
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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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나를 버리고 엄마로 살다
남자는 조금도 희생하지 않잖아
남편은 기본적으로 내게 ‘일해도 괜찮고 안 해도 괜찮다’는 태도였기에 그 점은 마음이 편했지만, 세간
에서는 여전히 아내는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 육아를 착실히 해주길 바라고 그것이 남자의 패기라 여
기며 일을 가지는 아내는 ‘허락받아 일한다’는 사고방식이 주류였다.
그런데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남편이 굉장히 부러웠다. ‘나도 열심히 해왔는데 왜
당신만 그렇게 활약하고 있냐?’고 말이다. 이과계 엔지니어로 회사에서 우수상을 받거나 해외로 출장
을 나가며 사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모습이 지나치게 눈부신 느낌이었다.
‘내 상태 좀 보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최선을 다하고 있건만 전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응가
와 소변과 침, 그런 것투성이로 뒤범벅이 된 옷을 입고 한밤중의 모유 수유 때문에 매일 수면 부족으
로 휘청거렸다. 그러니 남편이 이따금 밖에서 한잔하고서 늦게 귀가하기라도 하면 그게 너무나 얄미웠
다.
“잘도 그러고 다니네?”, “나는 머리가 이상해질 정도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
게 빈번하지도 않았는데, 아마 남편 입장에서는 엄청난 ‘날벼락’이었을지 모른다. 다만 그 시기에는 솔
직하게 말하지도 못한 채 마음에 쌓아두고 있었다.
본인은 딱히 육아를 돕지 않겠다는 마음도 아니었고 오히려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
일 밤 11~12시가 되어서야 퇴근하니 내가 오히려 내일 일에 지장 주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게다나
남편이 “내가 집에 가면 목욕시킬 테니까”라고 해도 그렇게 늦게까지 기다릴 수 없을뿐더러 빨리 재우
고 싶었기 때문에 남편은 제대로 육아에 참여할 수 없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시간이므로 늦어도 10시 전에는 재우세요, 가능하
면 8시경이 이상적입니다.’ 이것도 육아서에서 읽거나 보건소에서 지도를 받았기에 그것을 지나치게
착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한 살이 되기 전까지는 남편이 안아주면 아들은 싫은지 울음을 터뜨렸다. 그나마도 일주일에 한두 번
밖에 아이와 놀아줄 기회가 없으니 아이로서는 이웃집 할아버지와 다름없었을 것이다. 이는 남편에게
도 안쓰러운 일이었다. 정말로 조그맣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시기에 충분히 함께 보내주지 못했으니까.
그런,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는 오로지 ‘내가 희생자’라고만 생각했다. ‘남자는 조금
도 희생하지 않잖아. 그저 아이가 늘어난 것뿐이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희생하며 일까
지 그만뒀는데.’ 원망스러운 마음이 솟아났다.
그러다 결국 아이가 4개월 정도 됐을 때 정말로 폭발하고 말았다. 그전까지는 그런 마음을 소극적으로
말하면서도 ‘조금만 더 힘내보자’는 느낌이 아직 있었건만, 어느 순간 인내의 실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나, 이대로 있다간 미쳐버릴 거야. 더는 못 견디겠어”라며 한 시간 가까이 울부짖었던 것 같다.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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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은 내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내가 진정된 모습을 보이자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회사 그만둘게.” “현
재 엔지니어로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내가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무엇보다 가족이 중요하니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나는 그래도 괜찮아”라며 이 악물듯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아직 4~5개
월 무렵으로, 첫 육아는 그 시기 정도까지가 가장 힘들다. 익숙하지 않은 육아의 긴장감과 수면 부족,
외출도 마음대로 못 해 엄마가 고독하기 쉬운 시기이다. 만약 남편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더욱 궁지에 몰렸을 거다.
생각지 못한 남편의 말을 듣고서야 차츰 제정신이 든 것처럼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할 정
도로 피해자 의식이 옅어져 갔다. 동시에 나도 남편의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
때 남편에게 “그럼 당신은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회사로 옮기고 매일 육아를 도와”라고 말했다면 틀
림없이 후회했으리라.
나로 살기 위해 다시 일하다
스스로 질문부터 다시 만들어보라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른바 ‘착한 아이’라 불리는 고분고분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어른이
하는 말을 들으면 틀림없다는 마음으로, 특히나 부모의 말은 거스르지 않은 편이었다. 그것이 자신 안
에서 무너진 것은 중학교 2학년, 바로 사춘기 때다.
당시는 인기 있던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교내 폭력 등이 문제시되던 시대였다. ‘개구쟁이(불량아라 불
리는) 학생들 대 교사들’이라는 거친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들의 이면과 어른들의 교활함을 보고 말았
다. 성가신 학생들을 교실에 들이지 않거나 보호자들에게는 사실과 다른 것을 전달하는 모습들.
사춘기에는 자주 있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 믿어온 반동으로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다. 그래
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단정적인 말투를 들으면 ‘그게 정말일까?’, ‘그런
게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어른의 사정이잖아?’와 같이 사물을 소위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게 되었
고 그 사고방식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TV를 봐도 교과서를 읽어도 다양한 정보가 불확실하게 느껴져 거짓말투성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거기
서 처음으로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물음이 싹트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흘러 혼
자서 건강보조식품을 개발해나갈 때, 뜻밖에도 이 사고방식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먼저 일에 몰두
할 때는 ‘우선 전부를 스스로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일단 일을
맡으면 ‘그 일은, 그 상품은 정말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부분부터 시작해본다.
예를 들어 허브를 사용한 신상품 개발이라는 업무를 맡게 된다면 어떤 상품으로 만들지 생각하기 이전
에 ‘애초에 신상품은 필요한가?’, ‘필요한 것은 신상품이 아니라 어떤 새로운 서비스는 아닐까?’ 등을
생각한다. 이렇듯 도리어 들은 대로, 들은 것만을 고분고분 수행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 자연스레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돼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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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입시 공부를 거쳐 오면 아무래도 눈앞에 제시된 선택지에서만 선택하는 것에 습성이 생긴다. ‘A, B, C,
D 중에서 고르세요’라고 하면 ‘A, B, C, D밖에 없다’고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E도 있을 수 있으며 ①,
②, ③ 또한 있어도 괜찮다. 이 중에 답은 없는 것은 아닐까, 혹은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등 실제로는 다양한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 질문이 잘못되었다면 백날 생각을 거듭해봤자 올바른 답
은 찾을 수 없다.
오로지 남에게 받은 선택지만 가지고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한번 이끌어보며 스스로 새로운 선택지를
생각해 질문부터 다시 만들어보자. 그러면 일하는 방식이 확 바뀌거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
기도 한다. 비단 일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자체도 이미 선택지가 주어져 있는 환경에서만
사물을 결정하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재미있는 일은 별로 안 일어나지 않을까.
스스로 일하는 즐거움
못난 상사를 상대하는 기술
인제 와서 지금의 업무 파트너이자 내게 해고 선언을 한 사람이기도 한 와카마쓰 씨를 규탄하고 싶은
것은 결단코 아니지만, 못난 상사로 고민하는 모두를 위해 당시 에피소드를 한 가지만 소개하겠다.
앞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당시의 와카마쓰 씨는 여전히 자본력 있는 대기업의 산하 자회사 사장의 이미
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돈을 사용하면 반드시 돌아오는 게 있다고 믿고 있어서 광고에 몇백만 엔
의 돈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긁어모아도 매상이 아직 한 달에
100만 엔, 200만 엔도 채 안 되는 시기에 말이다.
인터넷 쇼핑몰 컨설턴트가 방문했을 때도 “얼마를 지급하면 3개월 후에 월 100만 엔 이상의 매상을
올릴 수 있게 됩니까? 빨리 그걸 알려줘요!”라며 뜬금없이 말을 꺼내는 바람에 옆에 있던 나는 정말이
지 창피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런 거로 팔리면 누구나 다 팔 수 있지 않겠어?’ 라며 속
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컨설턴트는 굉장히 곤란해 했지만, 돈을 지급하겠다는 말에 좋은 고객이 될 것
같았는지 광고를 여러 가지로 추천해주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상품은 약간의 돈을 내고 광고를 해봤자 전혀 팔리지 않는다. 설사 몇백
만 엔이나 비용을 들여 일시적으로 팔렸다 하더라도 그뿐이다. 이런 일은 정말로 착실하게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당시에는 아직 유효했던 웹진을 부지런히 내거나 평판이나 리뷰(상품을 사용한 감상)를
늘려나가거나 지인과 지인의 지인에게 상품을 보내어 사용하게 하는 등.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만약 내가 해고된 후가 아니었다면 ‘그런 건 잘될 리가 없잖아요, 돈을 시궁창에 버릴 생각이세요?’라
고 가차 없이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확실히 남아있어 정면으로는 말하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직접 말하진 않지만 스스로 잘 생각한 다음 나중에 몰래 컨설턴트에게 상담하거나
책이나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했다. 거기서 의논을 시작하면 의논의 승부로 일이 정해져 버리므로, 정
말로 올바른지 어떤지는 그 다음 문제가 되고 만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사장이라 해도 잘못
된 건 잘못되었다고, 갓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이라 해도 옳은 건 옳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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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렇게 되어 있지 않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존심 탓에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
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서 나는 문서 종류를 몰래 수정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건 아니다’라고 생각되는 의견을 들어도
그 자리에서는 “과연, 그런 생각도 있군요” 하며 가만히 듣고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다른 것을 준비
해놓거나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이런 방법도 있어요”라며 조심스레 제안하는 등, 기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내 생각을 전하는 방식을 궁리했다. 언제, 무엇을, 어떤 식으로 전하느냐에 따라 일의 진행 방
식이나 실현 가능성까지 크게 달라진다. 그런 것들도 서서히 배워나갔다.
‘그런 일이 업무 스킬이라고? 상사의 성격까지 파악해서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
을지도 모르지만 아니다. 일을 진행해나가는 데 있어 이것은 꽤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이 부분을 연
마해나가지 않으면 아무리 자신 개인의 능력을 갈고 닦아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좌절하게 될지도 모
른다. 경험자가 하는 말이니 신빙성은 꽤 높을 거로 생각한다.
회사를 강하게 성장시키는 힘
분석력보다 느끼는 힘이 중요하다
‘느낀다’는 것은 실은 굉장한 일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있어 요즘에는 그다지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
받으며 숫자 데이터나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자료가 지나치게 중점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경험적으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그 부분이 신경 쓰여 조사해보니 실은 중요한 문제점에
부딪혔다’, ‘왠지 이 사람 수상쩍단 말이지’, ‘이대로 가면 잘못될 것 같은데’와 같은, 애매하고 불확실하
게 생각되는 직관 같은 것이 회사를 구하는 일이 종종 있다.
앞의 사례에서도 브랜드 이미지의 전환이 있었기에 지금의 회사가 있고 지금도 상품을 계속해서 판매
할 수 있다는 결론은, 지금에 와서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느끼는 힘을 단련하는 데 최적
이었던 것이 내 경우에는 육아였다. 아기와의 생활은 말이 안 통하니 우는 소리나 표정 등으로 관찰하
는 수밖에 없다. 기저귀를 갈고 모유를 주고 안아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랏다. 조금 더 커서도 아이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무엇을 도와줘야 좋을지, 지나치지 않도록, 그러나
필요할 때는 손을 내밀 수 있게끔 찰나의 표정이며 말투나 태도 및 식욕 등으로 미루어 짐작하기도 했
다.
비단 육아뿐만 아니라 고객의 소리나 직원의 모습 청소방식이 조잡하게 되어 있다든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 바뀌었다든가 하는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도록 촉을 세워둔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상상하는 사고 습관을 익혀두면 어느 부분의 감각이 열리는 듯하다.
또한, 언뜻 보기에 일과는 관계없는 것처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그림이나 음악 등의 예술을 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식이나 논리나 수치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느끼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의 판단은 일단 제쳐놓고 그저 들어보고 맛보는 것이다. 그런 시간을 의
식적으로 가질 것. 현대의 비즈니스에서는 항상 불확실한 미래를 예견하는 힘이 필요하며 시대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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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이나 사람들의 기분 등의 변화를 섬세하게, 바람을 느끼듯이 민감하게 느껴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나는 ‘느낀다’를 완전히 단련한 상태라고는 아직 말하기 어렵지만, 분명 필요로 하는 것은 숫자를 통한
분석력보다도 느끼는 힘을 더욱 단련해나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유연하게 오래 일하는 방식
조화롭고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
최근 ‘워크 라이프 밸런스(워라밸)’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본래는 ‘일과 생활의 조화’라는 의미로 생활
환경이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일의 방식과 생활방식을 선택하자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단순히
잔업 시간을 줄여 그만크을 취미나 가족과의 시간에 할애하자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에는 ‘일은 9시부터 5시까지. 그 이후에는 개인적인 시간’이라는 식으로 확실히 구별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활이나 인생이 위태로워져 재미없는 워커가 돼버리고 자신다운 풍요로운 인생을 보낼 수 없
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반드시 회사에 자리하고 반대로 퇴근하면 일은 일절 하지 않는다. 육아
기간에는 퇴근 시간을 앞당겨 오후 4시까지’와 같은 조치가 대부분 회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
하지만,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는 여성에게는 이것이 반드시 성과를 내기 쉬운 바람직한 일 방식은 아
닌 것 같다.
상사의 속마음에는 시간에 제약이 있는 직원에게는 일을 맡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있다. 가령 밤늦게까
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완성했으면 하고, 말썽이 생겼을 때는 언제든 바로 대응해주기를 바란다.
그런 대처가 가능한 사람을 책임자로 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현재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일의
방식에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예를 들어 일을 하다 보면 한 통의 메일을 써놓고 하루 정도 놔두어도 괜찮은 경우가 있지만 그 연락
을 뒤로 미룬 탓에 문제가 커져 버리는 일도 많다. ‘집에 일은 가지고 오지 않는다’고 하면 단시간 근무
로는 아무리 해도 어려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밤에도 필요하면 기탄없이 연락해주세요, 메일 정도
라면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낮에도 필요하다면 아이의 용무로 외출하게 해주세요’나 혹은 ‘아이의
보호자 모임이 있어서 오늘은 2시에 퇴근하겠습니다. 대신 집에서 내일 쓸 자료를 완성해 오겠습니다’
라는 편이 일하기 편한 사람도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학교 및 주민자치 행사에 참석하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등 집에 되돌
아가 불과 2, 3시간만 볼일을 끝내면 그 이후에는 밤까지 일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분명 적지 않을 터.
육아와 관계없는 사람도 때로는 아이디어를 찾으러 훌쩍 거리로 나가거나 반대로 온종일 집에 틀어박
혀 집중하는 등 임기응변으로 일할 수 있다면 훨씬 스트레스가 적어 동시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어려운 직종도 있다. 다만 회사와 개인, 쌍방이 조금씩 융통성 있
게 지혜를 마주하며 유연성을 가지고서 생각해나가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일의 방식이나 시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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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방식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샐러리맨 사회 이전에는 그렇게 일하는 방식이 주류이지 않았을까. 농업
도 그렇고 집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칼같이 여기서부터는 사생활’이라는 구분이 없다. 시간
과 장소로 구별되는 것이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하는 시간은 하루 중에서도 길고 인생에서도 길다. 오랜 기간 생각하고 지속가능성이 큰 일의 방식
으로 변형해나가는, 혹은 막상 그때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태로 해놓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다. 이는 육아뿐만 아니라 부모를 돌보고 있는 사람이나 자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등, 모든 사
람에게 이점이 있는 방식이다.
‘일은 자신다운 삶을 방해하는 요소’라는 사고방식도 분명 한편으로는 존재하기에, 그렇다고 한다면 일
을 삶에 간섭시키고 싶지 않다는 사고방식이 들게 된다. 하지만 ‘일은 인생 일부다. 일은 인생 그 자체
다’라는 관점을 가지면 일과 삶을 구분하기보다 ‘포갠다’. 그러므로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포갤 수 있
을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사장이라는 자리에 오르다
시간을 기다리는 일
경영이라 하면 끊임없이 여러 판단에 직면하게 되고 심판해나가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에
게 있어서는 오히려 ‘바로 흑백을 판별하지 않는 것’, ‘물음 속에 계속 있을 힘’이 일하는 데 있어 특히
경영자에게는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판단하는 것보다도 몇 배나 부담이 크다. 생각
해보면 인생도 ‘삶과 죽음’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를 계
속 생각하며 살아나가는 것,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아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등교를 거부했던 적이 있다. 담임 선생님과 잘 안 맞았는지 본인 관점에서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일을 겪고 집에 돌아와서는 “더는 학교 가고 싶지 않아!”라며 울부짖었다.
부모로서는 굉장히 충격인 일이라 꽤 마음이 동요되었다. 너무 유난을 부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대로 계속해서 학교에 가지 않는 일 또한 있을 수 있어, 아들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하고 암울한 기
분이 들었다.
그렇게 여름방학에 들어갔기에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들은 이러한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면 안
될까요?’라고. 하지만 다 쓰고 나니 ‘역시 이 편지는 보내지 않는 게 좋으려나. 선생님도 상처받을 수
있을 텐데.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고’라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기를 여름방학 내내, 한 달 이상 했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이 편지는 안 보내는 게 좋다. 하지만 고민한 것에 의미는 있었을지도 모른
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편지는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후로 아들과 선생님의 관
계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어떤 경위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지금까지도 모르지만, 편지를 보냈더라
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 10 –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그 시기에 그렇게 고민한 덕분에 나는 인생 최초로 원형 탈모증에 걸렸지만 어쩌면 아들도 내가 그렇
게 고민하며 쓰고 지우던 모습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했던 행동은 진지하게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지 않았나 싶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 속에서 ‘기다리는 일’이 때로는 최적의 답
을 얻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결정하지 못하는 일을 계속 기다려나가는 것, ‘결정하는 것’이 아닌
‘결정되는 것’.
‘결정되는’ 때라는 것은 주위의 상황이 정리되고 가장 무리 없이 그곳에 초점이 맞춰진다. 역시 이것밖
에 없는 건가, 이걸로 나가보자는 마음이 든다. 앞서 와카마쓰 씨의 ‘읽고 쓰기’ 교실이 정말로 그러했
다. 계기는 ‘대실패’에서였지만, 역시나 그 또한 지금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동시
에 ‘지금이야말로’라는 상황에 등이 떠밀려 왔기에 가능했던 형태다.
속도감 있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는 그 ‘기다리는 일’이라는 게 꽤 어렵고 또 현실적으로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오랜 안목으로 생각하면 좋은 일도 많이 있으니 잊고 생
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계속 기다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 회사는 식물성 제품을 취급
하는데 식물 성장에는 기온이나 강수량, 햇빛 등 다양한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므로 아무리 ‘빨리 해’라
고 말해도 빨리 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일이 해결되거나 무언가를 결정하는 시기라는 것도 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많다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움직여 아직 씨앗에 불과한데 수확을 해버
리면 못 쓰게 된다. 그러니 그때는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의 회사, 지금의 비즈니스 본연의 자세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어찌어찌 잘 되어서
매상도 그럭저럭 올랐기에 이 정도면 됐다고 이해하는 반면, 이것이 최선의 형태인지, 본연의 상태인
지라는 물음은 반복해서 떠오른다. 더 좋은 방법,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더욱 많은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리고 지속 가능한 최적의 방식은 혹여 다른 데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최근 어쩐지
그 힌트를 잡은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조
금 더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을 듯하다.
- 11 –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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