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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로미오와 줄리엣

by Casey,Riley 2021.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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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행복한 칼이여, 여기 네 칼집이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지음


로미오와 줄리엣(Ro meo a nd Juliet)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저 자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 16)
가장 진부하면서 가장 참신한 작품들 속에 인간성의 모든 것, 영구불변의 진리를 담다,
친숙한 셰익스피어, 그의 남아 있는 기록들, 남아 있지 않은 기록들
누가 뭐라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세계 최고의 극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쓴 37편의 드라마는 오
늘날에도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어 TV, 영화, 연극 무대에 올려지고 있고, 챨스 램 남매가 각색한 『셰
익스피어의 이야기들』을 포함, 독자에 따라 그 내용과 수준을 달리하는 책들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오
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의 드라마 중 몇 편의 내용은 세계각국의 남녀노소에게 진부하리만치 친숙하
다.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틋한 사랑과 비극적인 죽음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정작 셰익스피어가 어떠한 삶을 살았고, 자신을 둘러싼 당대 문제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졌
는지를 말해주는 직접적인 자료는 거의 없다. 단지 그가 남긴 작품들을 통해, 근대의 탄생이라는 엄청
난 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그가, 자신을 휘감고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
보았는지를 알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삶에 대한 단서가 될 최초의 기록은 1564년 4월 26일의 세례 기록이다. 영국의 안정적
이고 평화로운 소읍 스트래트포트 온 에이븐에 있는 성삼위일체 교회는, 존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
사이의 3남으로 태어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64년 4월 26일 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가 마을의 읍장을 지낼 정도의 유지였으므로 셰익스피어는 상당히 풍족한 어린시절을 보
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 마을의 문법학교1)를 다녔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으로 남아 있는 기록은 결혼에 관한 것. 1582년 11월 27일 당시 18세였던 셰익스피어는 자신
보다 8년 연상이었던 앤 헤서웨이와의 결혼허가서를 발부받았는데, 세 번의 결혼예고 후에야 결혼이
이루어지던 일반적인 관례와는 달리 급하게 허가서를 발부받았다는 사실과 신부와 신랑의 나이차이가
많이 나며 이들 부부의 첫딸 수잔나가 결혼 후 6개월 만에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런던
에서 활동한 십수년 간 두 사람이 떨어져 살았다는 사실 등등, 그의 결혼 생활은 후대인들의 온갖 상
상의 근원이 되었다. 이들 부부는 2년 후 햄넷과 주디스라는 쌍둥이 남매를 얻게 된다. 이때부터 셰익
스피어가 런던의 배우 겸 극작가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1592년까지,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기
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극장의 시인, 셰익스피어
1592년 9월, 극작가였던 로버트 그린이 사망한 직후, 그가 임종 침상에서 탈고한 자서전격의 유작이
출판되었다. 그 팜플렛에서 그린은 셰익스피어를 '벼락출세한 까마귀'에 비유하면서2), 대학교육도 받지

1. 문법학교는 마을 읍민의 자녀들을 무료로 교육하던 7년 과정의 초등교육기관으로, 라틴어 학습을 주목표로 하여 논
리학, 수사학, 고전 문학 등을 가르쳤는데, 셰익스피어는 이곳에서 고전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 로버트 그린은 1558년에 태어나서 1592년에 사망한 영국의 극작가인데, 셰익스피어에 관해 언급한 그의 유작 팜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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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 풋내기 배우요 극작가인 셰익스피어가 영국의 연극계를 뒤흔드는 것에 심한 질시의 시선을 보내
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글은 1592년에 이미 셰익스피어가 배우로서, 극작가로서 확고부동한
자리에 올랐음을 증명해준다.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로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후에도 배우활동을 계속
했는데, 1608년 기록에도 여전히 출연배우 명단에 그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1594년 챔벌린 극단에 입단한 그는 일 년에도 여러 편씩, 놀라운 언어구사력과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
로 각양각색의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 등장하는 극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서의 명
성과 부와 인기를 한몸에 누리게 된다. 1589년 『헨리6세』를 시작으로 1611년 『태풍』에 이르기까
지 그는 총 37편의 극을 남겼다. 1613년 플렛처와 공동 집필한 『나의 두 귀족 친척』을 끝으로, 그는
극작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스트래트포드로 돌아가 편안한 말년을 보냈으며, 1616년 4월
23일 생을 마감하였다.
영원한 셰익스피어, 격변기의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살았고 작품 속에 그려낸 시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도입으로 근대가 태동하던 대변
혁기였다. 그 시대에 두 힘의 충돌과 그 갈등을 축으로 하는 드라마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성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몇백 년을 이어오던 질서가 스러지고 전혀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아
가던 시기에, 위로는 국왕으로부터 아래로는 하층계급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계층이 함께 극장에
드나들며 무대에서 벌어지는 역사를 보고 그 역사의 형성에 참여했던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근대로 이행하는 역사적 흐름의 필연성을 짚어내고 그 질곡과 모순의 단초들을 예리하
게 지적해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셰익스피어의 사후에 동료 배우들과 인쇄업자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을 근거로 출간한 것들이다. 박제된 진리로서가 아니라 열린 창작물로서의 셰익스피어
의 작품이 갖는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부분이다.

▣ S ho rt S umma ry
베로나의 세도가인 몬테규 가문과 카풀렛 가문은 대대로 내려오는 원수지간이다. 뜨거운 7월의 거리
에서 두 집안 하인들이 사소한 시비 끝에 큰 싸움을 벌이자 베로나의 통치자인 에스칼러스 공은 앞으
로 다시 싸움을 벌이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한다. 한편 몬테규 가의 외아들인 로미오는 로잘린을
짝사랑하느라 집안의 원한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의 짝사랑을 치유하기 위해 친구 벤볼리오와 머큐
시오는 베로나의 미인들이 모두 모이는 카풀렛 가의 잔치에 로미오를 데려가고, 여기에서 로미오는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다. 두 사람은 곧 키스를 나누며 사랑에 빠져들지만 서로의 신분을
알게 되자 절망한다. 줄리엣을 잊지 못한 로미오는 다시 그녀의 집에 숨어들고 두 사람은 솔직한 사
랑고백과 함께 결혼을 약속한다. 다음날 로렌스 수사의 거처에서 두 사람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
고 행복에 젖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풀렛의 조카인 티볼트가 로미오에게 시비를 걸어 시작된 싸움에서 티볼트가
죽음으로써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데......

렛은 『
많은 후회로 매입한 서푼어치의 기지 Groatsworth of Wit , Bought with a Mi l l ion of Repentan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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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Rome o and Juliet)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로미오

몬테규 가문의 외아들.
줄리엣을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에 눈뜨고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한다.

줄리엣

카풀렛 가문의 외동딸. 어린 나이지만 솔직하고 진솔하게 사랑을 표현한다.
재치와 감수성 면에서 로미오의 좋은 짝이다.

벤볼리오

몬테규의 조카이자 로미오의 친구. 몬테규 가의 일원이지만 싸움을 말리는 쪽이
다.

머큐시오

로미오의 친구. 장난스러운 성격에 재치있는 말솜씨, 말장난에 능하다.
두 가문에 속하지 않았으면서도 싸움에 끼여들어 티볼트에게 살해당한다.

티볼트

카풀렛의 조카. 불 같은 성격에 칼싸움에 능해서 늘 싸움을 몰고 다닌다.

로렌스 수사

로미오의 대부로 두 집안 사이의 원한을 풀게 하기 위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돕는
다.

제1막 - 당신은 책에서 배운 대로 키스하는군요
베로나의 두 세도가인 카풀렛과 몬테규 가는 대대로 내려오는 원수 사이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너
무나 뿌리가 깊어 두 집안의 젊은 남자들은 서로 보기만 하면 시비를 걸어 싸움을 일으킨다. 7월의
어느 뜨거운 여름날, 두 집안의 하인들끼리 시작한 사소한 시비에 양쪽 집안의 벤볼리오, 티볼트가 가
세하고, 여기에 두 집안의 늙은 가장들까지 개입하면서 싸움은 크게 번진다. 그러자 베로나의 지배자
에스칼러스 공이 개입해 앞으로 싸움을 벌이는 자는 누구든지 사형에 처하겠노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정작 싸움의 중앙에 있어야 할 몬테규 가의 외아들 로미오는 로잘린을 짝사랑하느라 집안의 원한 따
위에는 관심도 없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만 푹 빠져 있어서 보답받지 못하는 짝사랑의 우울함과 외로
움만을 곱씹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사촌 벤볼리오는 짝사랑은 다른 사랑으로만 치유할 수 있다면서 다
른 여성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이때 마침 카풀렛 가의 하인이 카풀렛 가에서 해마다 열리는
무도회의 초대장을 가지고 나타나고 그 무도회에 로잘린도 초대받았음을 알게 되자 두 사람은 변장하
고 참석하기로 한다.
한편 이 지방의 유력자인 파리스 백작이 줄리엣에게 청혼한 건을 놓고 카풀렛은 줄리엣의 나이가 아
직 14세도 안되었으니 조금 더 기다리자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줄리엣만 동의한다면 결혼에 찬성
하겠다면서 중요한 것은 줄리엣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머니를 통해 이 청혼을 들은 줄리
엣은 일단 긍정적인 답을 하고 부모에게 복종하겠다고 한다.
카풀렛 가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로미오는 줄리엣을 본다. 그는 첫눈에 반해 로잘린에 대한 사랑 따위
는 까맣게 잊는다. 그는 줄리엣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마음이 통해 수줍게 키
스한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하필이면 원수의 집안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두
사람은 충격을 받는다. 한편 티볼트는 변장한 로미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이는 몬테규 집안이 자신
의 집안잔치를 모욕하기 위해 온 것이라면서 칼을 빼어 싸우려든다. 이에 카풀렛은 경사에 싸움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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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성질 급한 티볼트를 말리는데, 티볼트는 분을 참지 못하면서도 마지못해 칼을
거둔다.

제2막 - 찬사여, 안녕히. 그런데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무도회에서 나온 벤볼리오와 머큐시오는 먼저 나온 로미오를 찾다가 그냥 가고, 나무 밑에 숨어 있던
로미오는 줄리엣을 잊지 못해 카풀렛 가의 과수원 담을 넘는다. 창문 밑에 로미오가 숨어서 듣고 있
는 줄 모르는 줄리엣은 발코니에서 자신들 두 사람이 원수의 집안인 것을 한탄하며 로미오에 대한 사
랑을 혼잣말로 탄식한다. 이 말을 들은 로미오는 용기를 내어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줄리엣만 자신
의 사랑을 받아준다면 몬테규라는 이름쯤은 기꺼이 버리겠다고 한다. 이제 젊은 두 사람은 사랑의 모
든 형식과 절차를 다 뛰어넘어 서로 솔직하게 사랑을 주고받는데, 로미오가 여전히 상투적인 언어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데 비해 줄리엣은 보다 대담하고 솔직하다. 그녀는 모든 미사여구나 얌전빼는
태도를 다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사랑하시나요? 라고 물으면서 자신도 다른 여자들처럼 로미
오의 애를 태울 수 있지만 그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방에 있는 무서운 적들을 의식하면서 두 사람이 안타깝게 사랑을 고백하는 중에 안에서는 유모가
줄리엣을 계속 불러대고, 다급한 줄리엣은 몇 번씩이나 들어갔다 나오면서 작별을 아쉬워한다. 줄리엣
은 만약 로미오가 명예롭게 자신을 사랑하고 결혼을 생각한다면 자신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에게 가
겠다면서, 내일 사람을 보낼 테니 구체적인 것을 알려달라고 한다. 멀리서 동이 터오고 서로의 사랑에
충만한 두 사람은 달콤한 슬픔을 맛보면서 안타깝게 작별하고 로미오는 자신의 대부인 로렌스 수사
에게로 간다.
로렌스 수사는 로잘린에 대한 사랑으로 로미오가 밤을 새운 줄 알았다가 상대방이 줄리엣으로 바뀐
것을 알고 놀라 책망한다.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은 변덕일 뿐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미
오는 로잘린의 경우에는 자신의 철없는 짝사랑이었을 뿐이고 줄리엣과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면서 자
신들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로렌스 수사는 두 사람의 사랑이 두 집안간의 원한 관계를 종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이를 수락한다.
줄리엣의 부탁을 받은 유모는 아침에 로미오를 찾아가고 도중에 만난 머큐시오는 평소처럼 말장난으
로 유모의 약을 올린다. 머큐시오 특유의 거침없는 말장난에는 수다스러운 유모조차 속수무책이다. 로
미오를 만난 유모는 그의 전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초조해하며 기다리던 줄리엣은 로미오의
계획에 기뻐한다. 두 사람은 로렌스 수사의 거처에서 수사의 주례하에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줄리엣은 급히 로렌스 수사의 거처로 찾아가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했지만 서로의 사랑에 도취해 누구보다도 행복한 부부로 맺어진다.

제3막 - 적어도 내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힘은 있으니까요
또다시 뜨거운 베로나의 거리. 벤볼리오는 카풀렛 가 사람들과 시비가 붙을까 봐 걱정하지만 성질 급
한 머큐시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때 티볼트가 나타나 지난번 카풀렛 가의 무도회에 로미오가 변
장하고 나타났던 것에 대해 복수하겠다며 로미오를 찾고, 이 과정에서 머큐시오와 시비가 붙어 칼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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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이 시작된다. 이때 줄리엣과의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막 나타난 로미오는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면
서 티볼트와 화해하려 시도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관계를 알 리 없는 티볼트는 더욱 화를 내며
싸움을 계속한다. 로미오가 머큐시오를 잡고 있는 사이 로미오의 팔 밑으로 티볼트가 머큐시오를 찌
르고 결국 머큐시오는 카풀렛과 몬테규 두 집안을 다 저주하며 죽는다. 늘 밝고 장난스럽던 머큐시오
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그것도 자신의 개입으로 초래된 죽음에 격분한 로미오는 티볼트와 결투 끝
에 그를 찔러 죽인다.
그토록 두 집안 사이의 원한을 벗어나려 했건만 결국 그 한가운데로 끌려들어가고 만 것이다. 다급해
진 로미오는 우선 몸을 피하고, 몰려든 시민들은 벤볼리오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다. 벤볼리오는 있는
그대로를 증언하지만 조카인 티볼트의 죽음에 분노한 카풀렛 부인은 법대로 로미오를 사형시킬 것을
주장한다. 죽은 머큐시오는 에스칼러스 공의 조카였고, 아무 관계도 없는 두 집안 사이의 원한에 소중
한 조카를 잃은 에스칼러스 공은 결국 로미오를 사형시키는 대신 베로나에서 추방시키기로 결정한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줄리엣은 빨리 밤이 되어 로미오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녀는 자기 앞에
어떤 엄청난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날밤을 기다리는 행복한 신부
인 것이다. 바로 이때 유모가 뛰어들어와 그가 살해당했다며 소란을 피우고, 그가 로미오인 줄로 착
각한 줄리엣은 절망한다. 두서없는 유모의 탄식 속에 죽은 사람이 로미오가 아니고 티볼트인 것을 알
게 된 줄리엣은 처음에는 로미오가 사촌오빠를 죽인 것에 분노하며 로미오를 원망하지만, 곧 로미오
가 자신의 남편이고 죽은 사람이 로미오일 수도 있었음을 상기하고는 유모에게 로미오를 변호한다.
그러나 줄리엣은 유모의 말을 통해 로미오가 추방명령을 받았음을 알고 다시 상심하면서 로미오 없는
베로나는 죽음과 같다며 절망한다. 이를 보다못한 유모는 로미오를 데려오겠다며 로렌스 수사의 거처
로 로미오를 찾으러 간다.
한편 티볼트를 살해한 후 로렌스 수사의 거처에 숨어 있던 로미오는 자신이 추방령을 받았음을 알고
절망한다. 로렌스 수사는 사형을 면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위로하지만, 로미오에게 추방령은 사랑하는
줄리엣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의미이므로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로렌스 수사는 그의 극단적 태도를
나무라며 그 동안 배운 철학을 다 잊었냐고 꾸짖지만 줄리엣을 잃는다는 생각에 절망한 로미오에게는
그 모든 것이 한가한 소리일 뿐이다.
이때 노크 소리가 나고, 그 소리에 놀란 수사는 로미오에게 숨으라고 하지만 자포자기한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결국 억지로 로미오를 숨긴 로렌스 수사는 문을 열어주고 유모가 들어와 줄리엣의 슬픔
을 알려준다. 로미오는 절망하여 차라리 자결하겠다고 하고 수사는 로미오의 성급함을 나무라며 남자
답게 슬픔을 이겨내고 가서 줄리엣을 만나 위로해주라고 한다. 로미오가 줄리엣과 첫날밤을 보내고
동이 트기 전에 베로나를 떠나면 자신이 차차 좋은 방도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로미오는 이 말에
따르기로 하고 자신의 대부이자 스승인 로렌스 수사와 작별한다.
한편 카풀렛 가에서는 티볼트의 죽음을 하루 빨리 잊기 위해 줄리엣과 파리스 백작의 결혼을 서두르
기로 하고 줄리엣에게 통보한다. 놀란 줄리엣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고 자신은 티볼트의 죽음의 충
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그 결혼을 피해보려 하지만 오히려 카풀렛의 격분만 살 뿐이다. 원래 성
질이 급해 누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참지 못하는 카풀렛은 딸의 예상밖의 거절에 화가 나, 줄

- 6 -

리엣이 당장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의절하여 집에서 쫓아내겠다며 펄펄 뛴다. 사면초가에 처한 줄
리엣은 유모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유모마저 로미오는 잊고 백작과 결혼하라고 하고 줄리엣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다. 줄리엣은 마지막으로 로렌스 수사에게 가서 도움을 청하겠다면서 "모든 것이 다
잘못되어도 적어도 내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오히려 담담하게 말한다.

제4막 - 여기 약이 있어요. 당신에게 건배를!
파리스 백작은 로렌스 수사에게 와서 결혼식을 주재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때서야 카풀렛 가에서 줄
리엣을 백작과 결혼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수사는 놀란다. 줄리엣은 수사를 찾아와 이 결혼을
피할 방도를 알려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수사는 좋은 방책
이 떠올랐다면서 줄리엣의 결심이 그 정도로 확고하다면 모험을 해보자고 한다. 일단 파리스 백작과
결혼하겠다고 해서 집안 식구들을 안심시킨 다음, 자신이 주는 약을 먹으라는 것이다. 그 약을 먹으면
42시간 동안 죽은 듯이 있다가 그후에 깨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자신은 그 사이에 로미오에게
연락해서 줄리엣이 깨어날 때쯤 그가 도착하도록 하겠다고, 그후에 두 사람은 은밀히 만투아로 도망
가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줄리엣은 자신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당장 그 약을
달라고 한다.
한편 카풀렛 가에서는 결혼준비가 한창이다. 말로는 티볼트의 상중이라 소박하게 결혼식을 열겠다고
하면서도 카풀렛은 요리사를 20명씩이나 동원해 떠들썩하게 잔치를 준비한다. 이때 줄리엣이 들어와
아버지의 말씀대로 순종하겠노라고 하자 카풀렛은 기뻐 어쩔 줄 모른다. 결혼식은 바로 다음날이고,
흥분한 카풀렛은 잠도 안 자고 결혼식 준비를 직접 지휘하겠다며 신나 한다.
줄리엣은 결혼 준비를 도와주겠다는 유모도 일찍 물리치고 혼자 방에서 약 먹을 준비를 한다. 내일
강제로 백작과 결혼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결심으로 단도까지 꺼내놓지만 막상 42시간 동안 죽은 상
태를 유지한다는 약을 먹기란 쉽지 않다. 만약 다시 깨어나지 않고 영영 죽어버린다면, 혹은 너무 빨
리 깨어나서 무덤 속에 혼자 있게 된다면, 그래서 죽어 썩어가는 선조들과 티볼트의 시체와 함께 있
어야 한다면, 줄리엣의 상상과 두려움은 끝이 없지만, 마침내 로미오, 로미오, 로미오, 여기 약이 있어
요. 당신에게 건배를! 이라는 말과 함께 과감하게 약을 들이키고 쓰러진다.
다음날 아무것도 모르는 유모는 줄리엣을 깨우러 들어가고 그녀의 시체를 발견한 유모의 비명에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든다. 외동딸인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카풀렛과 부인은 넋을 잃었고, 신부를
맞으러 왔다가 졸지에 비보를 들은 파리스 백작도 어쩔 줄 몰라 한다. 모두가 놀라움과 비통함에 빠
져 있을 때 로렌스 수사가 사태를 수습하면서 줄리엣의 시체를 카풀렛 가의 납골당에 안치하자고 한
다.

제5장 - 베로나의 이름이 남아 있을 때까지
베로나에서 추방돼 만투아에 머물고 있는 로미오는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면서 등장한다. 자신이
죽어 있는데 줄리엣이 들어와 자신의 입술에 키스로 숨을 불어넣었고 그래서 자기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이때 로미오의 하인인 발타자가 베로나의 소식을 갖고 숨가쁘게 들어온다. 줄리엣이 죽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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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렛 가의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소식을 들은 로미오는 의외로 담담하게 그
렇게 되었느냐? 면서 즉시 오늘밤 베로나를 향해 출발하겠노라고 한다.
로미오의 창백한 얼굴과 예사롭지 않은 기색에 놀란 하인은 로미오를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로미오는
그를 물리치면서 로렌스 수사로부터 편지가 없었느냐고 묻는다. 하인이 없었다고 하자 로미오는 말을
준비하라며 하인을 내보낸다. 혼자 남게 된 로미오는 줄리엣, 오늘밤 당신과 함께 눕겠소 라면서 줄
리엣을 따라 죽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독약을 살 수 있는 곳을 생각해낸다. 만투아의 한 약제사가 가
난에 찌들린 나머지 거래가 금지된 독약을 조제해 판다는 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로미오는 즉시 약제
사에게 가서 거금을 주고 독약을 산다. 아무리 튼튼한 사람이라도 즉시 죽일 수 있다면서 마지못해
약을 파는 약제사에게, 로미오는 자신이 준 금화야말로 이 독약보다 더한 해를 끼치는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약제사에게 독을 준 것이라며 그를 배려한다. 이제 로미오는 로잘린을 짝사랑하던 때
의 그 철없던 로미오가 아니다. 줄리엣과의 사랑과 시련을 통해 성숙해진 것이다.
한편 로렌스 수사는 존 수사를 통해 로미오에게 보낸 편지가 갑작스러운 역병의 창궐로 길이 막혀 되
돌아오자 몹시 당황해한다. 역병이 전염될까 봐 걱정하는 시 당국이 길을 막았고 편지를 가져갈 사자
조차 구할 수가 없었다는 설명에 로렌스 수사는 계획이 잘못될까 걱정하면서, 납골당의 문을 뜯어낼
도구를 가지고 황급히 납골당을 향한다. 줄리엣이 깨어날 시간이 다 된 것이다.
한밤중 납골당 밖에서는 파리스 백작이 하인 하나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자신의 신부가 될 뻔했던 줄
리엣의 무덤에 꽃을 바치러 온 것이다. 파리스 백작이 꽃을 뿌리며 줄리엣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을
때, 하인이 신호를 보낸다. 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백작은 몸을 숨기고, 로미오와 그의 하인 발타자
가 횃불과 쇠지레를 가지고 등장하는 것을 본다. 로미오는 하인에게 편지를 주면서 다음날 자신의 부
모님께 전달하라고 하고, 무슨 소리를 듣건 뒤돌아보지 말고 멀리 가라고 한다. 다시 되돌아오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과 함께 넉넉한 돈을 주면서 로미오는 자신의 하인을 보낸다. 발타자
는 협박에 못 이겨 자리를 뜨지만 로미오가 걱정되어 근처에 숨는다.
로미오는 납골당 문을 지렛대로 억지로 뜯어 열면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을 삼켰으니 자기까지
마저 삼키라며 무덤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때 숨어 있던 파리스가 뛰쳐나오면서 로미오가 무덤을 여
는 것은 카풀렛 가의 시체들을 훼손해 욕보이려는 속셈이라면서 그를 체포해 끌고가겠노라며 공격한
다. 뜻하지 않게 파리스의 방해를 받은 로미오는 처음에는 예의바르게 파리스를 대하면서 자신은 지
금 절망적인 상태이니 건드리지 말고 그냥 떠나라고 충고하지만 파리스가 계속 공격하자 맞받아 싸워
결국 파리스를 죽인다. 파리스의 하인은 사람들을 부르러 뛰어나가고 로미오는 그때서야 파리스가 줄
리엣과 결혼하려 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무덤에 들어간 로미오는 줄리엣이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보고, 죽음이 아직 그녀를 정복하지 못했다
며 죽음마저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곁에 두려 했으리라고 상상한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
도 자신은 그녀 곁에 영원히 머물겠다면서 마지막으로 줄리엣의 입술에 키스한다. 그리고는 여기 내
사랑을 위하여! 라면서 마치 축배를 마시듯 준비한 독약을 들이키고는 쓰러져 죽는다. 한박자 늦게 도
착한 로렌스 수사는 무덤 입구에 나 있는 핏자국과 칼을 보고 놀란다. 그는 무덤 속에서 로미오와 파
리스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놀라며 비통해하는데, 바로 이때 죽은 듯 잠들어 있던 줄리엣이 깨어난다.
줄리엣은 눈을 뜨자마자 로미오부터 찾는데 밖에서 나는 야경꾼의 인기척을 들은 로렌스 수사는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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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하기만 하다. 그러나 줄리엣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겠다고 하고, 겁
에 질린 수사는 혼자 빠져나간다.
혼자 남은 줄리엣은 죽어 쓰러져 있는 로미오의 손에 쥐어져 있는 컵을 발견하고는 독이 남았나 살펴
본다. 줄리엣은 로미오가 독약을 다 마셔버린 것을 원망하면서 혹시나 입술에 남아 있는 독이 없을까
그의 입술에 키스한다. 밖에서 야경꾼이 내는 소리를 들은 줄리엣은 시간이 없다면서 로미오의 칼을
빼어 행복한 칼이여. 여기 네 칼집이 있다 며 로미오를 따라 자결한다. 무덤에 들어온 야경꾼은 세
명의 시체가 널려 있는 끔찍한 광경을 보고 사람들을 부르러 가고, 이제 에스칼러스 공과 카풀렛 부
부, 몬테규를 비롯하여 근처에 숨어 있다가 야경꾼에게 끌려온 로렌스 수사까지 모든 관련된 사람들
이 이 비극의 현장에 모여든다.
카풀렛은 죽은 줄 알았던 딸이 다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몬테규
는 아내가 바로 오늘밤 죽었는데 만투아에 무사히 있는 줄 알았던 외아들까지 죽어서 쓰러져 있는 것
을 보고 넋을 잃는다. 에스칼러스 공은 로렌스 수사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수사는 지금까지의 모든 일
들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이 원수 사이인데도 사랑에 빠진 것,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것, 결혼식 날
티볼트를 죽인 것, 강제 결혼을 피하기 위해 약을 먹은 것, 계획이 어그러져 두 사람이 죽게 된 것 등
을 소상히 털어놓은 것이다. 로미오의 하인이 가지고 있던 로미오의 편지에서 그 사실들을 다시 확인
한 에스칼러스 공은 카풀렛과 몬테규를 불러 두 집안의 원한이 불러일으킨 결과를 보라면서 두 사람
을 책망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 과정에서 친척인 머큐시오를 잃은 것을 언급하며 "모두가 벌받은
것"이라고 비통해한다.
외동딸을 잃은 카풀렛은 몬테규를 형제라고 부르면서 악수를 청하고 신랑집에서 준비할 것은 그 악
수뿐이라고 한다. 외아들을 잃은 몬테규 역시 그 손을 마주잡으며 그래도 자신은 더 많이 주고 싶다
면서 줄리엣의 동상을 순금으로 만들어 세워 줄리엣의 진실된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한
다. 그러자 카풀렛 역시 로미오의 동상을 그 바로 옆에 세워 두 집안의 원한에 희생된 가엾은 두 사
람을 기리겠다고 한다. 두 젊은 연인의 사랑과 죽음을 통해 불구대천의 두 집안은 뒤늦게나마 사돈을
맺고 마침내 화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에스칼러스 공은, 슬픔 때문에 태양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지
만 아침이 오고 있다면서 줄리엣과 로미오의 이야기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일
행을 이끌고 퇴장한다.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로미오와 줄리엣』은 1594년에서 1596년 사이에 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는 셰익스피어가
초기의 습작들을 끝내고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스타일과 테크닉을 선보이던 시기로서 『한 여름밤의
꿈』이나 『사랑의 헛수고』 등의 서정적인 희극들을 쓰던 시기기도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그 서정적인 문체와 분위기가 돋보이는 극으로 특히 극중에서 작은 소네트로 이루어져 있는 연인들의
대화가 아름답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면서, 또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여기에는 젊은 연인들의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사랑과 그 사랑에 장애가 되는 두 집
안간의 피비린내 나는 해묵은 원한, 젊은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 또 그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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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있으며 가슴 찡한 죽음과 화해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갖는 호소력을 보여주는 것이 현
대판으로 다시 번안된 각종 버전들인데, 그 한 예가 유명한 뮤지컬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다. 두
가문 사이의 원한을 두 인종들간의 반목으로 바꾼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두 연인의 사랑과 죽
음이 갖는 호소력이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한, 이 사회를 지배하는 원칙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이와 같은 보편적인 미덕뿐 아니라 당대 영국의 특수한 역사적 과정
으로 이해해야 할 측면도 많이 있다. 예컨대 두 집안간의 원한이 갖는 성격이라든가 줄리엣의 결혼을
둘러싼 당시 결혼의 계약적, 정치적인 특성, 로미오의 로잘린에 대한 사랑에서 읽어낼 수 있는 페트라
르칸 러브의 특징들과 줄리엣, 로미오의 상호적 사랑에 들어 있는 동반자적 결혼관의 이데올로기 등
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틀이 된다.
먼저 이 드라마에서 비극의 원인은 두 연인이 속한 두 집안의 해묵은 원한이다. 이 원한은 두 집안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지배해서, 이들의 모든 행동과 생각은 그것에 맞도록 키워졌다. 티볼트는 그 대
표적인 예로, 그는 몬테규 집안 남자들의 모든 행동을 자기 집안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고 아주 사
소한 시비에도 즉시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인다. 그는 3막에서 줄리엣과 비밀 결혼식을 마치고 온 로미
오가 애써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데도 그것을 오히려 모욕으로 생각한다. 그에게 원한 이외의 언어
는 아예 소통이 불가능한 것이다. 머큐시오와 파리스 백작 역시 원한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원칙이라
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두 사람은 카풀렛이나 몬테규 집안에 속하지 않는데도 원한에 끼여들어 싸움
을 벌이다 죽는다. 베로나의 젊은 남자들에게 원한이 얼마나 보편적인 행동 원칙인지를 보여준다. 로
미오의 경우, 줄리엣과의 사랑을 통해 그러한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애씀으로써 다른 젊은 남자들과
차별화된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원한에서 벗어나려 애썼는데도 결국 카풀렛이 티볼트를 죽이고 아무
관계도 없는 파리스까지 죽이게 된 것은, 개인의 노력 여부에 관계없이 원한이 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원한이 대를 이어 지속되는 것에 가부장적인 위계질서와 정통성이 개입돼 있고 이 남자다움이란
것이 가부장제에서의 남자다움과 불가분의 관계라면, 줄리엣의 결혼 문제에서도 가부장적인 권위가
드러난다. 카풀렛은 처음 파리스 백작이 청혼할 때만 해도 줄리엣의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라며 관
대한 태도를 취하지만, 줄리엣이 거절하자 가부장의 권위를 내세우며 그녀를 집에서 내쫓겠다고까지
위협한다. 당시의 지배적인 결혼 관습에 따르면 결혼은 양가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계약적, 정치적인
것이고 당사자끼리의 감정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었는데도, 줄리엣이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결혼을
거절하는 것은 가부장에 대한 도전이고 그래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삶과 사고방식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다. 로미오가 다른 남성들과
달리 원한으로 점철된 삶에서 벗어나려고 생각한 것은 줄리엣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다. 줄리엣 역시
1막에서는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이려 했던 파리스와의 결혼에 자기목소리를 내게 된 것도 로미오와의
사랑 때문이다. 그런데 로미오가 처음에 사랑한 사람은 줄리엣이 아니었다. 1막에서 로미오가 가슴앓
이했던 로잘린이라는 여성은 드라마 끝까지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이같이 전혀 형상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에 대한 로미오의 사랑이 구체적인 여성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감
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로미오가 로잘린에 대한 짝사랑을 토로할 때, 그의 언어는 당시의 페
트라르칸 사랑시에서 볼 수 있는 상투적인 표현과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원래 페트라르칸 사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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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상대방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그녀의 냉담함을 슬퍼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여성이 아
니라 그로 인해 촉발된 시인 자신의 감정이고 느낌이다. 로잘린을 사랑한다는 로미오 역시, 사실 자신
의 감정과 감상만 중요한 것이다.
그런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사랑에서 벗어나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은 줄리엣과의 사랑을
통해서이다. 카풀렛 가의 무도회에서 줄리엣을 본 순간, 로미오는 첫눈에 반해버린다. 사랑의 대상이
로잘린에서 줄리엣으로 바뀌는 것이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우리는 그 성급한 변심을 걱정하는 로렌스
수사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로미오의 사랑에 제대로 된 의미를 주는 것은 줄리엣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에도 줄리엣에 대한 로미오의 태도는 로잘린에 대한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
고, 그런 그의 상투적인 사랑 표현에 대해 줄리엣은 당신은 책에서 배운 대로 키스하는군요 라며 완
곡하게 비판한다.
로잘린에 대한 사랑이 로미오의 일방적인 것이었다면, 줄리엣과의 사랑은 처음부터 상호적이다. 두 사
람은 1막 5장에서 서로 각운을 맞추어 시 한 줄씩을 교환하며 손을 잡고, 키스를 나누는데 이 과정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솔직하게 호감을 교환하는 과정이다. 이후 2막 2장의 유명한 발코니 장
면에서도 로미오의 언어가 여전히 관습적이고 상투적이라면, 줄리엣의 언어는 솔직하고 대담하다. 로
미오가 긴 찬사와 비유를 사용해 줄리엣에 대한 사랑을 장황하게 표현할 때, 줄리엣은 찬사여, 안녕
히. 그런데 당신은 나를 사랑하시나요? 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줄리엣도 자신의 태도가 당시의
관습적인 사랑의 문법과 절차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지만, 그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기에 더 이상 형식
에 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로미오가 이 물음에 달을 끌어대며 맹세를 하려 하자 줄리엣은 그런 맹세는 하지 말라면서 당신의
사랑이 명예로운 것이고, 당신의 의도가 결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내일 아침까지 알려달라고
한다. 두 사람의 솔직하고 상호적인 사랑은 아직까지는 줄리엣의 공이다. 아직 14살도 되지 않았지만
줄리엣은 이처럼 솔직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자신의 삶과 사랑을 결정하고 로미오를 이끌어간다. 이
런 태도는 이후에도 계속되어 줄리엣은 강제결혼에 몰려 로렌스 수사의 약을 마실 때에도, 또 무덤에
서 칼로 자결할 때에도 놀라운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준다.
엇갈린 운명의 연인들
반면에 로미오의 성장은 훨씬 어려운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는 베로나 사회가 젊은 남자들에게 요구
하는 삶의 원칙, 즉 원한의 원칙이 줄리엣과의 사랑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를 극적으로 보
여주는 장면이 3막 1장이다. 2막까지 두 사람의 사랑과 비밀결혼으로 마치 낭만희극처럼 전개되던 드
라마가 갑자기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전환점이 3막 1장이다. 줄리엣과의 비밀 결혼식을 마치고 행복
한 신랑으로 길을 나선 로미오가 베로나 거리에 나서자마자 처음 마주친 상황이 머큐시오와 티볼트
간의 싸움이다. 줄리엣과의 사랑으로 두 집안간의 원한을 초월하고자 하는 로미오는 애써서 두 사람
의 싸움을 막으면서 티볼트와 화해를 시도하지만, 티볼트는 로미오의 노력을 오히려 모욕으로 여기고
로미오의 팔 밑으로 머큐시오를 찔러 비겁하게 살해한다. 머큐시오의 죽음에 분노하고 그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로미오는 줄리엣의 아름다움이 자신을 여자처럼 약하게 만들었다 며 후회하는데 이 순
간이야말로 원한이 지배하는 삶의 원리와 줄리엣과의 사랑이 정면으로 갈등하는 순간이다. 이 순간
로미오는 남자들간의 의리와 복수라는 원한의 원칙을 택하고 결국 그는 몬테규 가의 아들답게 원수를
죽인다. 그러나 바로 그 직후에 그는 자신이 운명의 여신의 어릿광대 가 되었다면서 자신의 의도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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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꼬일 대로 꼬여버린 현실에 절망한다.
그후 추방령을 받고 줄리엣과 애틋한 첫날밤을 보낼 때 이미 로미오는 이전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
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추방지 만투아에서 줄리엣의 죽음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는
의아하리만큼 담담한 어조로 그렇게 되었나? 라고 대답하는데, 그러면서 단호하고 준비된 태도로 자
살을 준비한다. 독약을 사러 갔을 때의 로미오의 달관한 듯한 태도나 약제사를 대하는 방식들은 이전
과는 다른 성숙한 로미오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집안간의 원한 때문에 두 연인이 자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두 집
안 사이의 원한으로 죽은 선조들이 묻혀 있는 카풀렛 가의 무덤에서 두 연인이 자살하는 것은, 그토
록 벗어나려고 했던 원한이 두 사람의 사랑을 오히려 집어삼킨 것에 대한 적절한 상징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랑을 통해 양가의 원한을 초월하여 성숙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했기에, 그리고 그를
통해 두 집안의 원한과 그 원한으로 점철된 베로나의 삶의 방식까지 종식시킬 수 있었기에, 두 사람
의 죽음은 의미를 가진다. 그리하여 두 엇갈린 운명의 연인들은, 카풀렛이 말했듯이 베로나의 이름
이 남아 있을 때까지 , 즉 지금까지도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작품
1564

4월 26일, 영국 스트래트포드 온 에이븐에 있는 성삼위일체 교회에서 존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의 아들로 세례를 받다.

1571

스트래트포드 문법학교 입학(?)

1578

스트래트포드 문법학교 졸업(?)

1582

11월 27일, 앤 헤서웨이와의 결혼허가서를 발부받는다.

1583

5월 26일, 첫딸 수잔나 세례

1585

2월 2일, 쌍둥이 남매 햄넷과 주디스 세례

1590

『헨리 6세』 삼부작 집필(?)

1592

『리차드 3세』, 『착오 희극』, 장시 〈비너스와 아도니스〉집필

1593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말괄량이 길들이기』집필

1594

챔벌린의 극단의 단원이 된다.

1594

『베로나의 두 신사』, 『사랑의 헛수고』, 『로미오와 줄리엣』집필

1595

『리차드 2세』, 『한여름 밤의 꿈』집필

1596

장남 헴네트 사망하다.

1596

『베니스의 상인』집필

1597

스트래트포드에서 가장 아름답고 둘째로 큰 저택 뉴 플레이스를 구입한다.

1597

『헨리 4세』1, 2부 집필

1598

『헛소동』, 『헨리 5세』집필

1599

챔벌린 극단의 주무대가 된 글로브 극장이 개장한다.

1599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집필

1600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집필

1601

『햄릿』,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더』집필

1602

『끝이 좋으면 다 좋다』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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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

『오셀로』, 『자에는 자로』집필

1605

『리어왕』집필

1606

『맥베드』집필

1606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집필

1607

장녀 수잔나가 의사 존 홀과 결혼한다. 『코리올레이너스』, 『아테네의 타이먼』집필

1608

『페리클리즈』집필

1609

『심벨린』집필

1610

『겨울 이야기』집필

1611

『태풍』집필

1612

『헨리 8세』집필

1613

『헨리 8세』공연 도중 글로브 극장이 화재로 소실된다.

1614

제2의 글로브 극장 준공

1616

1월에 유언장을 작성한다. 2월 10일, 차녀 주디스가 토머스 퀴니와 결혼한다.
3월 25일, 유언장을 수정하고 서명한다. 4월 25일에 사망

1623

셰익스피어의 동료배우였던 존 헤밍그와 헨리 콘델이 최초의 셰익스피어 전집인 『제일 2절
판 전집 The First Folio』 출판한다.

▣ 참고 문헌
Northrop Frye, A Natural Perspective: The De velopment of Shakespearean Comedy and Romance, New
York: Columbia UP,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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