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by Casey,Riley 2021. 9. 28.
반응형


이 책은 온라인 컨슈머 시장 변화를 통해 한국의 유통 시장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는 유통ㆍ소비
재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산업의 흐름을 파악해 변화에 앞서가는 좋은 회사를 찾는 능력을 길러 준다.
즉, 지금 잘나가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급변하는 변화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 아직은 주목받지 않지만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갈 만한 기업은 어디인지를 살펴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 Short Summary
온라인 시대의 유통은 달라지고 있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흥 유통
강자들이 고성장을 하면서, 기존 대형 업체들은 수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
인 유통사(백화점, 슈퍼마켓, 할인점, 편의점 등)들의 시가총액은 과거 대비 크게 하락했고, 전자 상거
래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예로 쿠팡은 적자 기업임에도 한때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물론 많은 투자자가 쿠팡의 시가총액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온라인 유통의 사업 가치는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절대적 시장 점유율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데, 그것은 매출이고, 고객의 트래픽이다. 그리고 그 절대적 시장점유율에 오르기 전까지 영업 손실 자
체는 중요하지 않다. 점차 BEP로 다가가고 있다면 괜찮다. 지금 쿠팡이 그렇다. 절대적 시장점유율은
곧 막대한 고객 트래픽이고, 이는 줄기세포와 같아서 어떻게 사업 영역이 확대될지 모른다.
이 책은 온라인 컨슈머 시장 변화를 통해 한국의 유통 시장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는 유통ㆍ소비
재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산업의 흐름을 파악해 변화에 앞서가는 좋은 회사를 찾는 능력을 길러 준다.
즉, 지금 잘나가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급변하는 변화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 아직은 주목받지 않지만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갈 만한 기업은 어디인지를 살펴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애
널리스트로 지난 15년 동안 컨슈머 시장 분석을 하면서 2010년 이후 한국 컨슈머 시장 변동의 가장
큰 원천을 ‘온라인’, ‘저성장’, ‘중국인’으로 규정짓고, 이 3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산업 구조와 개별 업

-2-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체들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줬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기업 가치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다양한 예와 근
거를 갖고 설명하였는데, 이 책은 그 첫 번째로 ‘온라인화’에 대해 다룬 것이다.

▣ 차례
추천사
머리말 - 온라인은 한국 컨슈머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1장 쿠팡 기업가치 100조 원의 논리
쿠팡, 한국 온라인 유통 절대적 1위 사업자로 인정 / 대형마트 인수 가능성은 제한적
11번가나 티몬의 밸류에이션도 올라갈까? / 매출 14조 원에도 적자인 기업의 가치
쿠팡의 기업가치는 100조 원이 넘을 수도 있다 / 아마존 학습 효과: PER 100배의 기억
PER 100배 밸류에이션이 어떻게 가능한가?
2장 온라인 유통 시장 특징 제대로 읽기
온라인화는 ASP의 하락이다 / 다나와가 용팔이를 무너뜨리다
유통은 최소한 ‘안방은 지키는 비즈니스’였다 / 진입장벽 하락과 마진 구조의 변화
마진에 대한 가정이 깨지다 / 소비의 국경선이 소멸되다
3장 소비 밸류체인과 경제주체들은 누구인가?
가계-유통-브랜드-OEM/ODM / 가계의 소비 패턴 변화에 주목하라
유통 업체 P와 Q가 모두 하락하다 / 홈쇼핑: 최고의 마케팅 채널
편의점: 수요-공급 불균형의 반복
4장 온라인화가 소비 밸류체인에 끼친 영향 1 : 가전 양판-대형마트
카테고리 표준화가 많이 된 순서로 침투 / 가전 양판: 온ㆍ오프라인의 딜레마
케이스 스터디: 베스트바이 vs. 롯데하이마트 / 백화점: 온라인화로 이중고
중간 유통 업체: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위협 / 대형마트: 식품 시장, 마지막 오프라인의 보루
케이스 스터디: 월마트 vs. 이마트
5장 온라인화가 소비 밸류체인에 끼친 영향 2 : 온라인 유통
온라인 유통 시장의 재편 / 온라인 유통 삼국시대
이마트 물류센터는 안전할까?
6장 온라인화가 소비 밸류체인에 끼친 영향 3 : 브랜드~OEM/ODM
브랜드: 양극화 가속 / OEM/ODM 기술 진입장벽에 따른 차별화
7장 컨슈머 업종 투자자를 위한 조언
온라인화 10년의 결과 / 컨슈머 투자의 3가지 원칙

-3-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쿠팡 기업가치 100조 원의 논리
쿠팡, 한국 온라인 유통 절대적 1위 사업자로 인정
쿠팡의 2020년 매출은 YoY 95% 증가한 13.9조 원, 영업 손실 규모는 약 5,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00억 원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손실 폭은 훨씬 작
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하여 6천억 원을 넘겼으며,
향후 영업흑자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2020년 쿠팡 거래의 규모는 약 22조 원으로 추정하는데,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점유율은 2020년 14%, 2024년 23%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2020년 12월 기준 최
근 3개월간 쿠팡에서 1가지 이상의 제품을 산 사람들은 1,485만 명으로, 이 가운데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약 470만 명으로 32%에 이르며,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편 쿠팡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100조 원까지 도달한 바 있다. 2021년 예상 매출
19조 원을 기준으로 하면, PSR(Price Sales Ratio) 5배가 넘는다. 알리바바가 PSR 5배, 아마존이 3.5배
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40%를 훨씬 넘는 데 반해, 쿠팡은 20%
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밸류에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쿠팡의 상장 효과는 크다. 첫째, 자본 확충과 신규 투자 확대다. 쿠팡은 계속된 영업 손실로 누적 적자
가 4조 원이 넘어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쿠팡은 이번 상장을 통해 50억 달러를 조달하여
물류 및 쿠팡잇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둘째, 소프트뱅크의 수익률/평판 제고
다. 쿠팡 상장의 최대 수혜자는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등을 통해 2015년(10억 달러),
2018년(20억 달러) 등 두 차례에 걸쳐 30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자했으며, 쿠팡 지분 38%를 보유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쿠팡이 900억 달러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면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보유한
쿠팡 지분 가치는 340억 달러, 즉 1,000% 이상 투자수익을 얻게 된다.
매출 14조 원에도 적자인 기업의 가치
많은 투자자가 쿠팡의 시가총액에 대해 큰 의문을 갖는다. 대체 매출이 14조 원이나 되는데도 아직 영
업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에 무슨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쿠팡
의 기업가치는 어디서 창출되는 것일까? 쿠팡이 매출 14조 원에도 불구하고 영업적자가 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싸게 팔고 있다. 쿠팡의 GPM(매출총이익률)은 15%밖에 되지 않는다. 쿠팡 매출
은 직매입 상품과 오픈마켓 방식 3자 거래로 구분되는데, 3자 거래는 수수료만 매출과 GPM으로 반영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직매입 상품의 GPM은 더 낮을 수 있다. 일반적인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GPM이 25~30%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둘째, 판관비 부담이 높다. 오픈마켓 업체들은 물류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거의 없다. 그런데 쿠
팡은 판관비율이 21%에 이른다. 이는 배송 인프라와 인력을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배송 서비스
는 고정비 부담이 큰데, 쿠팡은 회원들에게 월 2,900원을 받고 거의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유

-4-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통의 사업 가치는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절대적 시장 점유율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매출이
고, 고객의 트래픽이다. 그 절대적 시장점유율에 오르기 전까지 영업 손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점차
BEP(Break-Even Point)로 다가가고 있다면 괜찮다. 지금 쿠팡이 이렇다. 절대적 시장점유율은 곧 막대
한 고객 트래픽이고, 이는 줄기세포와 같아서 어떻게 사업 영역이 확대될지 모른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산술적인 계산이 어려울 만큼 높은 이유가 여기
에 있다. 온라인 유통 시장도 이와 같아서 PSR 기반 밸류에이션은 이러한 높은 잠재 성장 여력에 기
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광고 마케팅 수익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네이버쇼핑이 판매수수료
를 5%만 받아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이유는 광고 마케팅 수익 때문이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
들이 판매수수료를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세웠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고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되면 바잉 파워(Buying Power)가 강해지기 때문에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나타나는 ‘아마존 효과’ 가운데 하나다. 다시 말하면, 아마존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커져서 브랜드/벤더들이 마진 압박에 시달리는 것인데, 이미 이때는 시장점유율이 월등히 높
기 때문에 벤더들은 다른 유통 업체로 이동하기 어렵다. 그리고 매출 규모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매입
단가를 조금만 낮춰도 이익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쿠팡의 경우 2020년 기준 0.1%p만
GPM이 좋아져도 영업이익은 1,400억 원이나 증가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 시장 특징 제대로 읽기
온라인화는 ASP(Average Selling Price)의 하락이다
우리가 온라인 쇼핑을 사용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편리한 쇼핑, 간편한 결제, 빠른 배송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온라인 유통, 온라인화라고 하면 상
당히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개념처럼 보이는데, 한마디로 구체화시키면 ASP 하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3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거의 1% 내외에 머물렀다. 2013년 이전과 비교하
면,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이렇게 물가가 긴 시간 동안 하향 안정화돼 있던 시기는 한 번도 없었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국제유가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 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
은 2013년 중순 이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사이의 괴리 확대다. 이 두 지표 사이의 괴리는 결국
제조/브랜드 업체 또는 유통 채널에서 추가적인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스 브랜드 시장 확대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2011년 이후 경기 둔화로 인한 합리적 구매 성향이 강
하게 나타나면서 중저가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었다. 의류 시장에서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화장품 시장에서는 원브랜드숍이 전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온라인 유통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이다. 2012년 이후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해외직구 등 온
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통 채널의 고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온라인 채널이 전체 소매 판매시장에
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2년 13%에서 2020년 43%까지 큰 폭 상승했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같은 현상은 소비심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소매 판매 증가율이 제자리에 있는 모순
적인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소매 판매는 말 그대로 판매액 개념이다. 가격요인(P)과 수량요인(Q)을

-5-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모두 살펴봐야 한다. 2012~15년 소비심리는 100을 넘어서는 양호한 상황이었지만, 소매 판매는 역신
장을 지속했다. 당시 소매 판매(S-Sales) 부진은 가계 구매력이나 소비심리 위축에 의한 소비량(Q)의
저하 때문이 아니라 유례없는 물가(P)의 하향 안정화에 의한 가격체계 왜곡, 즉 수요 증가에도 인플레
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현상 때문일 수 있다. 아울러 디플레이션 현상은 개별 브랜드/유통 업체들의 이
익 규모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통 업체들은 객단가(P) 하락에 따라 객수(Q) 증가에도 불구하
고 전체적인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의류/화장품 업체들은 마크업
(Markup) 배율이 하락하고, 할인판매 비중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다나와가 용팔이를 무너뜨리다
과거 용산전자상가는 ‘호갱’들의 무덤이었다. 일명 ‘용팔이’라고 하는 판매상들에 비해 협상의 기술과
가격 정보에서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일반 소비자들은 노트북이나 PC 부품을 싸게 사러 갔다가 호
갱이 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2000년 다나와가 나오면서 전세가 역전되었다. 다나와가 용산전자상가 가
격을 모두 정리해서 올리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고 용산전자상가에 가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하는 가
격지표가 되었다. 소비자들이 ‘다나와 최저가’에 몰리고, 점포 매출이 다나와 가격표에 따라 달라지자
판매자들이 자신의 판매 가격을 다나와에 올리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발품 팔아 하루 종일 돌아볼 필
요 없이, 호갱이 될 것이라는 공포 없이, 합리적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2013년 이런 현상이 전 소비재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기폭제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였다. 스마트폰 보
급률은 2010년 14%에서 2013년 73%까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2012년 1.8조 원에 불과했
던 모바일 쇼핑 시장은 2020년 108조 원으로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의 68%까지 비중이 상승했다.
소비행위의 기본적인 목표는 ‘원하는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사는 것이고, 소비의 합리성이란 이 목표
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흔히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시간
과 돈’, ‘정보의 제약’을 꼽는데, 소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수많은 생산자와 상품은 다
양한 소비자의 기호와 만나 수많은 교환의 조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하나로 모아 주고 ‘거래 수수
료’를 가져가는 것이 유통 사업의 핵심이다. 그런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커질수록 ‘정보의 비대칭성’
도 커지기 때문에 유통 업체의 가치는 높아진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 몰려드는 수많은 고객(집객력)은
입점 브랜드 업체들에게 높은 협상력으로 작용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소싱 능력)는 추
가적인 집객으로 선순환되어 백화점의 높은 매출과 마진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에 온라인 채널이 끼어들면서 ‘브랜드 → 유통 업체 → 소비자’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균
형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마치 용팔이와 소비자 사이에 다나와가 끼어들면서 용산전자상가 거래 풍경
이 크게 달라진 것과 같이 말이다. 바로 온라인화로 소비의 합리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유통 시장 ASP 하락 요인을 소비자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제 유통 업체와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 나
타나는 구조적 변화를 깊이 들어가 살펴보자.
마진에 대한 가정이 깨지다
온라인 유통의 낮은 투자비용과 고정비는 유통 시장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었다. 더 큰 문제는 다음
부터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다른 산업에서 1등 하는 메이저 업체들이 유통업을 기웃거리기 시작했
다. 대표적인 예가 SKT의 11번가와 네이버의 네이버쇼핑이다. 최근에는 카카오커머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통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집객’을 이미 끝내 놓았다는 것이다. 유

-6-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통업의 핵심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입지를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SKT는 국내 2,500만 명 이상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카오톡은 국내 최대 SNS다. 세 회사
의 쇼핑 거래액을 합하면 2020년 기준 40조 원이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시장 규모가 30조 원 내
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프라인 유통 채널 하나가 통째로 세 회사로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들의 사업 목적이 ‘마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SKT의 경우 이미 2,500만 명
의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으니, 이들의 쇼핑 정보까지 갖게 될 경우 나중에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데
훌륭한 리소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었다. 네이버쇼핑의 주 수익원은 유통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검색 카테고리 확대를 통한 광고/마케팅 수입이다. 심지어 네이버쇼핑은 숍인숍
으로 입점 업체들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 일부를 고객들에게 페이백해주고 있다. 그래서 국내 온라인
으로 상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네이버쇼핑의 가격 비교를 타고 들어가 해당 사이트에서 구
매하는 것이다. 유통 사업이 다른 뭔가를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모든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해 한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유통 사업에서 이익을 반드시 내야
하지만, 11번가와 네이버쇼핑에게 마진은 옵션이 되었다. 마진에 대한 가정이 깨진 것이다. 기존 유통
업체들의 높은 바잉 파워에 의한 GPM 우위는 의미가 없어졌다. ‘이익 나지 않는 큰 회사’들이 등장함
으로써 경쟁은 심화되고, 상품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유통은 제로마진으로 귀결되고 있
다. 돈을 벌기 위해 유통 사업을 전개하는 기존 유통 업체들은 당황스럽다.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
점 등 오프라인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기존 대형 유통 업체들은 온라인 채널 침식으로 시장점유율이 떨
어질 뿐 아니라,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구조적인 수익성 하락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온라인화가 소비 밸류체인에 끼친 영향 1 : 가전 양판-대형마트
카테고리 표준화가 많이 된 순서로 침투
온라인화로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P(가격)와 Q(판매량)가 모두 하락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저하
되었다. 가격 하락은 온라인화의 기본적인 성격이고, 판매량 감소는 온라인 채널로 소비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적으로 유통 거래량은 증가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쟁은 심화되었고, 유
통 마진이 줄어들면서 수익 구조가 악화되었다. 롯데쇼핑/신세계/이마트/현대백화점/롯데하이마트 등
2010년 이전 한국 유통 시장을 주도하던 대형 유통 업체들은 2013년 이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구조적으로 떨어지는 구간에 접어들게 되었다.
다만 상품 카테고리의 성격에 따라 온라인 채널 침투의 영향을 받는 시기가 달랐다. 표준화가 많이 된
카테고리 비중이 클수록 타격을 먼저 받았다. 가전의 경우 스펙이나 모델명만 알면 AS는 어차피 삼성
전자나 LG전자에서 책임지기 때문에 구매의사결정에서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
문에, 롯데하이마트 같은 가전 양판 업체들이 가장 먼저 손해를 보았다. 2012년부터 매출이 급격히 꺾
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생활용품/의류/화장품 같은 상품으로 온라인 채널 침투가 확대되었다.
이들 카테고리들은 만져 보고 입어보고 발라 봐야 하기 때문에 가전보다 고관여 상품들이지만 의류는
반품 서비스의 보편화로, 화장품은 소모품으로 반복 구매가 잦은 공산품 카테고리라는 측면을 파고들
었다. 이런 카테고리를 많이 판매하는 대표적인 채널인 백화점은 2013년부터 매출 성장률이 빠르게

-7-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둔화되었다. 한편 식품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는 이러한 온라인화로 인한 경쟁 심화 위험에서 다소 벗
어나 있었다. 사과/무/배추 같은 신선식품은 막대한 양의 재고를 확보하고,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다음
날 집 앞까지 배송하기가 다른 공산품에 비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선선식품도 기술
의 발전과 투자 확대 등으로 2018년 이후 온라인 채널이 침투하기 시작했고, 식품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유통 업태별 판매 증가율을 살펴보면, 백화점이 2013년까지 비중이 상승하다가 하
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온라인(PC온라인+모바일)과 편의점 채널이 계속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13년 이후 온라인 채널 비중 상승폭이 커졌다. 모바일 쇼핑이 급증하면서 전체 온라인 판매
증가율이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소매 판매는 2012~20년에 연평균 2.8% 성장했다. 온라인 채
널은 같은 기간 연평균 19% 성장했으며, 금액으로는 약 159조 원 수준으로 전체 소매시장(자동차/연
료 제외)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소매 판매 증가율이 제한적인 만큼 온라인 채널의 매출 증가
는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라 다른 채널에서 이전한 것이다.

온라인화가 소비 밸류체인에 끼친 영향 2 : 온라인 유통
온라인 유통 시장의 재편
온라인 유통 사업에 대한 고민: 가전 양판부터 백화점, 대형마트에 이르기까지 메이저 유통 업체들이
온라인 채널 침식으로 심각한 펀더멘털 훼손을 경험하고 있는데, 막상 그 주범들이라고 할 수 있는 온
라인 유통 업체들은 어떨까?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의 특징을 한마디로 하면 ‘파편화’다. 다른 주요 국
가들은 1위 업체가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적으로 2017년까지 쿠팡부터
시작해서 11번가,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CJ온스타일, GS숍(GS홈쇼핑), H몰(현대홈쇼핑), 인터파
크, 롯데닷컴, 네이버쇼핑까지 10여 개 업체가 5% 내외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경쟁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 업체는 크게 종합몰과 오픈마켓(판매중개몰)으로 나누는데, 11번가/G마켓/옥션/위메프/티
켓몬스터/네이버쇼핑과 같은 오픈마켓은 벤더들과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 역할만 담당한다.
어떠한 재고 부담이나 판매책임을 지지 않는다. 상품 관련 컴플레인을 할 때 종합몰에서 구매한 상품
은 유통회사에 하면 되지만,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상품은 제조사/벤더에게 직접 해야 한다. 따라서 오
픈마켓은 벤더들의 자발적인 경쟁에 의해 가격을 낮추면서 거래액을 늘린다.
반면에 홈쇼핑 3사와 유통 대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이마트몰/롯데닷컴 등은 종합몰로 구분하는데,
판매책임을 유통 업체가 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품이나 교환이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벤더
들에 대한 기준도 오픈마켓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제품의 신뢰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대신 카테고리 수
가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도 좀 더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은 종합몰도 오픈마켓을 열고, 오픈
마켓 업체도 G마켓처럼 물류센터를 구비하는 등 종합몰 성격을 띠기 때문에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졌
다. 참고로 쿠팡은 직매입 상품과 3자 거래 상품 거래액 비중이 5:5에 가깝다.
참고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사용률이 높은 나라로 온라인 쇼핑은 2000년 초부터 시작되
었다. 하지만 그때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기업화가 시작 단계였기 때문에 대기업은 온라인 유통 진
입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TV 홈쇼핑 채널에서 성장 여력이 많이 있었다. 그

-8-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러다 보니 기존 유통 대기업보다는 쿠팡/위메프/티켓몬스터 같은 신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큰 화제를
일으키며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고, 11번가도 2008년에서야 설립됐다. 그런데 2010년 초반에 이르러
서는 PC 온라인 쇼핑이 시간과 공간 면에서 여러 제약이 있어 성장에서 한계를 보였다.
2010년 초반까지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산업 구조 재편 시도가 없었던 이유 역시 워낙 시장이
파편화돼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2~3개 업체가 합쳐진다고 하더라도 절대적 시장점유율과는 거리가
있었고, 온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기대와 역할 또한 업체별로 천차만별이었다. 11번가는 빅데이터, 네
이버쇼핑은 검색 카테고리 확대, 홈쇼핑 업체들은 TV 홈쇼핑 상품의 판매 경로 확장이 목표였다. 무엇
보다 대기업 입장에서 볼 때 시장 재편을 위해서는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돈을 써야 하는데, 확신이 서
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각 업체별로 본 사업에서 현금흐름이 양호했고, 온라인 유통을
확대하면 오히려 오프라인과 TV 홈쇼핑 등 기존 인프라에 훼손이 불가피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암묵적 카르텔의 장벽에 금을 내기 시작한 것이 쿠팡이다. 2013년 이후 모바일을 중심으로 온라
인 유통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는데, 쿠팡이 유통 대기업들 입장에서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역마진 MS확대 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러자 자본 조달에는 자
신 있었던 대기업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고, 11번가, G마켓, 홈쇼핑 업체들까지 돌아가면서 막대한
현금을 마케팅비로 쏟아부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재무 구조만 나빠졌다. 2014년 쿠팡
의 영업적자는 1,220억 원에서 2017년 6,390억 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들어 회의적인 시각이 일기 시작했다. 2017년 쿠팡의 2조 원에 가까운 누적 결손금을 보며,
공산품 중심 온라인 유통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유통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사
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쿠팡의 사업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많았다. 이러한 역마진 MS 확대 전략을 지속하려면 기본적으로 자본이 충분해야 하는
데, 추가적인 자본 확충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통 대기업들은 온라인 채널을 집객
및 외연 확대를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한정해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결국 2017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유통 시장 성장률은 YoY 10% 중반대로 둔화되었고, 경쟁이 완화되면서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온라
인 유통 채널 간에 새로운 균형점이 형성되는 듯했다.
2018년 이후 온라인 시장에 일어난 변화: 성장률이 둔화되던 온라인 유통 시장에 2018년 들어 2가지
큰 변화가 나타났다. 첫째, 식품 온라인 시장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2017년 이마트몰이 차별적인 고
신장세를 기록하고, 각종 글로벌 리서치 기관에서 식품 온라인 시장을 향후 온라인 유통 시장을 주도
할 업종으로 지목하면서 국내 유통/식품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식품 온라인 시장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새벽배송이나 신선식품 등 여러 차별화를 통해 자체적인 기
업가치 제고가 가능해졌고, 다소 위축되었던 온라인 유통 시장이 활력을 되찾았다. 이어 식품 온라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거나, 전체 사업 규모를 키워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움직임이 투자로 이어졌다.
서비스 제공 업체와 카테고리, 배송 서비스가 한층 다양화됐고, 쿠팡을 중심으로 역마진 MS 확대 전
략이 강화되었다. 다소 둔화되었던 온라인 쇼핑 성장률이 2018년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둘째, 쿠팡의 시장점유율이 10%에 도달했다. 2018년 거래액 7.8조 원을 달성하면서 시장점유율 7%를
기록했는데, 2019년 들어 월 거래액을 1조 원 이상 달성하면서 연간 거래액 17조 원, 시장점유율

-9-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13%에 이르게 되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를 합칠 경우 20%를 훌쩍 넘으며, 11번가까지
더한다면 35%였다. 경우에 따라 한국에서도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온라인 유통 사업자가 등장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더욱 매출 중심, 외형 성장에 목표를 두게 되었다. 반
면 홈쇼핑 업체들은 1조 원 이상의 쿠팡 영업적자를 보고 숨을 죽였다. 현금 6천억 원 이상을 갖고 있
지만 쿠팡 식으로 비용을 쓴다면 6개월이면 동날 판이었다. 맞선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 하에 캐
시카우인 TV 홈쇼핑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게 되었다. 특별한 캐시카우 없이 같은 무대에서 사업을 해
야 하는 11번가와 G마켓, 위메프, 티켓몬스터 등 순수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혼란스러워졌다. 영업적
자가 뻔 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할지, 그 효과성에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유통 삼국시대
중소형 온라인 유통 업체의 위축은 불가피: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는 2020년 YoY 17% 성장한 159조
원, 2021년 YoY 14% 성장한 182조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최근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은 여전히 경
쟁이 심하지만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는 모습이다. 네이버와 쿠팡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두
회사의 거래액은 2020년 각각 28조 원과 22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한다.
식품 온라인 카테고리에서는 쓱닷컴의 성장률이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오픈마켓 업체인 11
번가/위메프/티몬의 성장률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결국 네이버, 쿠팡, 쓱닷컴의 규모가 커지면서 상호
경쟁 심화가 예상되지만, 3회사가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 선두에 설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3회사가 차별적인 인프라와 카테고리를 갖고 삼국시대를 열어 가면 빠르게 시장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한곳으로 시장점유율이 몰리기 시작하면 집중도는 가속도가 붙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홈쇼핑이나
백화점, 하이마트와 같이 기존 TV 홈쇼핑과 오프라인 채널에서 확고한 시장 지위와 캐시카우를 갖고
있는 업체들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온라인 유통 채널은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도구적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서/애견/반찬/스포츠 등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온라
인 유통 업체들은 틈새시장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반면에 위메프/티몬 등 다른 사업 기반이 없는
순수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점점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열악한 재무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역마진 전략은 의미가 없어졌고, 쿠팡의 막강한 배송 인프라와 5조 원
의 신규 투자 확대는 이 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컨슈머 업종 투자자를 위한 조언
컨슈머 투자의 3가지 원칙
첫째, 오프라인 대형 유통 업체들에 대해서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에
한정된 비즈니스에 의한 성장성 둔화, 브랜드 소비 확대에 따른 협상력 약화, 온라인화에 의한 성장성
과 수익성 저하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는 점진적인 밸류에이션 하락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10년 동안 사업 환경 변화로 이제 백화점과 홈쇼핑 업체들은 12MF(Month Forward) PER 10배 적
용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 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적정 밸류에
이션 상승이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고 접근해야 한다. 아무튼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 투자할 때는 밸류
에이션 저점에서 매수해야 하고,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저점에서 매수하고 20% 내
외 수익을 낸 후에는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10 -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둘째,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컨슈머 기업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높은 잠재 수요나 성장
여력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사업 확장이 어려웠다면, 온라인화는 족쇄를 풀어 준 꼴이
되는데,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이 수월해졌고, 가격 경쟁력은 높아졌으며, 비
용 부담도 줄어들었다. 브랜드력만 있다면 언제 어디든지 진출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고, 중국 소비시장 확대와 브랜드화는 이들 브랜드들의 사업 확대에 엘도라도가 되었다.
한편 럭셔리 브랜드는 그 반열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한 번 트랙에 올라타면 소비자들의 브랜드 로열
티가 높아지기 때문에 실적 가시성과 연속성이 높다. 예로 설화수 자음생 에센스가 중국 론칭 이후 매
출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면, 2022년은 물론 2023년 실적 추정치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참고로 브
랜드 로열티를 엿볼 수 있는 잣대는 소비의 가격 탄력성인데,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 명품 가방들처럼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변하지 않는다.
2019년까지는 아모레 퍼시픽 설화수의 중국 내 브랜드력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2020
년 말부터 기존 윤조 라인 대비 가격이 100달러나 높은 자음생 라인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설화
수의 판매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설화수의 낮은 가격 탄력성이 입증됐고, 설화수의 대중국 브랜
드력에 신뢰가 높아지면서 중장기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과 같은 온라인 유통 업체들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사업 영역을 넓히
고 있는 업체들이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이고, 카카오는 국내 최대 SNS 카카오톡을 통해
막대한 고객 베이스를 확보한 플랫폼 업체다. 이들은 다양한 신규 사업을 통해 사업 규모가 어느 정도
까지 커질지 감히 예측하기 힘든 업체들이다. 쿠팡도 결국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업체가 되면서 유통 사업을 시작했지만, 쿠팡은 유통 사업을 통해 플랫폼 업체가 되
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밸류에이션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사업만
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플랫폼 성격을 무시한 과소평가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규모가 작
은 신규 사업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의 가치를 함부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다. 그래서 애널리스
트들 입장에서는 적정 주가를 산출하기 상당히 곤혹스런 회사들이다.
쿠팡도 이 범주에 들어가 있다. 쿠팡의 2021년 1분기 거래액은 YoY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
는데, 같은 기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YoY 21%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점유율은 18.7%(YoY
6.1%p)까지 상승한 것이다. 영업적자 폭이 커졌지만 주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예상
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 패권을 잡아 가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제고에는 오
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당분간 쿠팡은 수익성보다 외형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영업손실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은 유동성과 이슈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유동성이 좋을 때는 “미래
를 모른다.”라는 말이 수많은 가능성으로 포장되지만, 유동성이 좋지 않을 때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둔
갑할 수 있다. PBR가 낮은 기업들은 정산가치가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지만, 네이버와
쿠팡 같은 고밸류에이션 업체들은 그런 ‘장치’가 없기 때문에 주가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훨씬 클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익이라도 내고 있지만, 쿠팡은 대규모 영업손실 상태다. 전체 주식시장 변
동성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 투자할 때는 산업의 방향과 기업에 대한 더 면밀한 분
석과 확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영진의 비전을 충분히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어야 한다.

- 11 -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셋째,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기업은 유기체와 같다. 사업 환경이 변화할 때 모든 기업은 거기에 대응
하고 사업 구조에 맞게 변화하면서 생존한다. 구조적으로 악화되는 환경에서도 성장하는 회사들이 있
고, 그 반대도 있다. 따라서 구조적인 접근은 특유의 도식화 때문에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
라서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그 변화에 각 개별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면서 생존과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는지 분석해 봐야 한다. 지난 10년이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와 기존 사업 구조 한계 때문에 펀더멘
털 훼손이 속수무책으로 불가피한 시기였다면, 이제 충분히 변화를 인정하고 적응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을 때다.
코로나19 사태는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 오프라인 점포 스크랩과 조직 쇄신
등 각 기업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대형마트의 비효율화로 지속적인 실적과
주가 부진을 경험했던 이마트는 식품 온라인 사업으로 주목받더니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순식간에 한국
유통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되었다. 중ㆍ저가 매스 비중이 높아 2016년 이후 어닝쇼크를 거듭하던
아모레퍼시픽이 구조조정 끝에 언제부턴가 어닝서프라이즈를 내기 시작했다.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경쟁사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 이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변한 것은 사실이고 변화는 투자 기회를 준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롱/쇼트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제 마이크로적인 경영진의 역량과
전략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지는 때가 되었다.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투자 역시 디테일에서 수익률 차
이가 크게 벌어진다. 중국 화장품 소비가 회복된다고 할 때 각각 아모레퍼시픽과 애경산업에 투자한
사람의 투자 수익률은 큰 차이가 났을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중국 사업 매출 비중이 높지만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와 실적 추이에서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개별 업체들의 디테
일을 함께 살필 수 있어야 더 훌륭한 투자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12 -

로켓 배송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반응형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틴의 힘. 2  (0) 2021.09.29
루쉰 소설 전집  (0) 2021.09.29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0) 2021.09.28
로미오와 줄리엣  (0) 2021.09.28
라이브 커머스 셀링의 기술  (0)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