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론
고통이 최고악이요 쾌락이 최고선이라는 에
피쿠로스의 윤리 사상에 물들어 타락해 가고
있었던 로마의 현실을 안타까워한 키케로가
기원전 44년에 아테네에 유학하고 있는 아들
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으로 쓴 최후의 저
술로서, 후세에 도덕 철학의 결정체로서 평
가 받았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의무론 -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 저자 키케로 (B.C. 106~43)
이 책의 지은이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는 기원전 106년 아르피눔에서 태어났다. 로마의 유명한
철학자, 산문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실상 그는 로마 공화정 시대의 대표적인 정치가였다. 일찍이
그리스에 유학하여 고전 철학과 역사 및 정치학에 정통하였던 그는 법정에서의 웅변으로 정계에 그
이름을 날렸다. 특히 기원전 63년에 카틸리나의 국가 전복 음모 사건을 사전에 발각하여 분쇄함으로
써 국부라는 칭호를 받기도 하였다. 기원전 58년 클로디우스의 압력을 받아 잠시 자진 추방의 길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제1차 삼두 정치 시대와 카이사르 집권기에 저술 활동을 했다. 카이사르의 암살
이후 공화국 부활 운동을 하다가 결국 기원전 43년 12월에 제2차 삼두 정치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19세기 이래 그는 공화주의의 상징으로, 전제주의의 카이사르와 대비되는 유명한 정치가로
서 부각되고 있다. 그의 저작으로는 『의무론』, 『국가론』, 『법률론』, 그리고 각종 연설문과 서간
문 등 방대한 문집이 남아 있다.
▣ S ho rt S umma ry
『의무론』은 키케로가 장차 정치가가 될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것으로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 또는 인간이 참되게 사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당대의 최고 지성으로 희랍 철학의 보급과 로
마 철학 수립에 기여한 철학자, 산문가, 로마 공화정의 대표적 정치가였던 키케로가 45년 아테네로 유
학간 그의 아들인 마르쿠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전체 3권으로 되어 있는데, 1권
도덕적 선에 대하여'에서는 4가지 기본적인 덕인 지식·지혜·용기·인내에 대하여 논한다. 2권 '유익
함에 대하여'에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편리하고 유리한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3권 '도덕적 선과 유
익함의 상충'에서는 도덕적 선과 유익함의 비교에 관해 논하고 있다.
기원전 2세기 로마가 카르타고를 무찌르고 세계를 재패하던 그 당시부터 로마인들은 '로마 시민'이자
'선량한 인간'을 인간 이상으로 간주하였고, 이 책은 그러한 시대적 인간상을 키케로가 자신의 아들에
게 갈고 닦으라는 훈계서이다. 윤리적인 덕성들을 구비하는 선량함과 사회적 지위와 입신양명, 국가에
대한 공헌을 골고루 갖추는 고귀함이, 유려한 문장과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실례와 설득력 있는 언변
으로 소개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실리적인 처세, 그리고 선량함과 실리적 처세가 충돌할 때 취할
판단 기준 같은, 고대 세계에서 로마인이 아니면 착안하지 못했을 문제도 다루고 있다. 서양인에게 가
장 많이 읽힌 책 중의 하나이며 "도덕에 관한 최상의 책"(프레드릭 대왕)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헬레니즘 시대 스토아 학파의 윤리 사상을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다. 명예와 부,
사랑과 돈, 정직과 편의 등 양자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2천여 년 전 로마의 공화정
시대의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 사이의 쟁점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로 갈등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 차례
제1권 도덕적 선에 대하여
제2권 유익함에 대하여
제3권 도덕적 선과 유익함의 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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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론 -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제1권 도덕적 선에 대하여
◉ 완전한, 절대적 의무란 올바른 의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리스인들은 이를 카토르토
마, 즉 유익하고 가치 있는 행위로 말하고 있고, 이와 반대로 평범한, 보통의 의무를 카테콘, 즉 합당
한 것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선하고 명예로운 모든 것들은 네 가지 부분에서 나오는데, 첫
째가 지식 탐구, 둘째가 공동체의 사회적 유대 관계, 셋째가 꿋꿋한 불굴의 정신, 넷째가 자제하는 행
동이다. 즉, 그것은 진리에 대한 통찰과 이해에서 생각되거나, 인간 사회를 유지하며 각자의 것은 각
자에게 나누어 주며 계약된 것에 대한 신의에서 생각되거나, 고귀하며 굽히지 않는 정신의 위대함과
강직함에서 생각되거나, 행해지고 말해진 모든 것에 절도와 인내가 내재해 있는 질서와 온건함 속에
서 생각되는 것이다.
◉ 사실 남의 일에 실제로 관심을 갖고 배려한다는 것은 어렵다. 비록 테렌티우스 희극의 주인공 크
레메스가 인간사 중 어느 것도 나와 무관한 것은 없도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는 먼 곳
에서 일어난 남의 일과 우리들 자신에게서 일어난 일을 다르게 판단한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공정한
것인가, 불공정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 일과 무관한 남들이 잘 가르쳐 준
다. 왜냐하면 공정(公正)은 스스로가 그 자체의 광채 때문에 빛나며, 의문을 품는다는 것은 우리가 혹
시 불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나 생각해야 할 것은 첫째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 공공 이익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네가 어
떤 사람들에 의해 불의의 손해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그런 자들에 대해서까지도 지켜서 해야
할 의무들이 있다. 그 까닭은 복수하는 것과 처벌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한계가 그어져 있기 때문
이고, 게다가 내 생각으로는 불의를 범한 자가 자기 죄를 뉘우쳐 다시는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
록 하고, 그 주위 사람들에게도 불의를 행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심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자선을 행하고 호의를 베푸는 것보다 인간 본성에 더 적합한 것은 없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많이
있다. 첫째 베풂의 대상자들 자신과 그 밖의 다른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 자체가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하며, 둘째 친절이 베푸는 자의 재산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안 되며, 셋째 친절이 각자
받을 만한 가치에 따라 베풀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분명히 순수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남을 돕
는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 어떤 자에게 은혜를 베풀었지만 오히려 그 자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생
각될 때, 은혜를 베푼 자들은 친절하거나 관대한 자가 아니라 위험한 아첨꾼들로 간주된다. 그리고 남
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또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은 마치 남의 재산을 가로채 자기 재산
으로 만드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불의한 일이다.
한편 누군가가 우리에게 행한 호의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첫째 의무는 우리를 가장 많이 생각해 준
사람에게 최대의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호의를 평가함에 있어 유치한 청소년
의 기질과 어떤 사랑의 열정 같은 것으로 판단하지 말고, 변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원칙으로 판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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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호의를 받았을 때는 그에 대한 선별이 행해져야 한다. 즉, 돌발적
인 상태에서 무모하게 선심을 쓰듯 행한 호의와 사려 깊고 일관된 판단에 입각해서 행해진 값진 호의
를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호의를 베풀고 은혜를 보답함에 있어 모든 조건이 같다
면, 최대의 의무란 도움이 필요한 자에게 가능한 한 최대의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
람들은 반대로 한다. 그들은 내심으로 자신에게 가장 큰 것을 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에게, 비록 그
당사자는 정작 아무런 호의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최대의 봉사를 하는 것
이다.
◉ 위기와 고난의 시대에 나타나는 고매한 정신이, 만약 정의가 결여되고 공공 복지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진실로 그것은 덕성이 아니라 오히려 비
인간적인 것으로, 인간적인 모든 것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용기라는 뜻은 스토아 학파에 의해
올바로 정의되었다고 본다. 그들은 용기를 형평을 위해 투쟁하는 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음
모와 사악으로 용기의 영예를 얻고자 하는 자는 그 누구도 찬양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정의가 결여
된 것은 그 무엇도 도덕적 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와 동떨어져 있는 지식은 지혜라기
보다는 오히려 간교함이라 불리어야 할 뿐만 아니라, 위험에 대비하는 정신 자세도 공익에 근거한 것
이 아니라 사욕에서 취해진 것이라면 용기라기보다는 오히려 뻔뻔스러움이란 이름이 붙여져야 한다
라는 플라톤의 말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용감하고 고매하며 동시에 선하며 정직하고 진
리를 사랑하는 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지, 추호도 남을 기만하는 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심성이야말로 정의의 핵심 부분을 이루고 있다.
◉ 자연으로부터 천부적으로 공무 수행의 능력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모두 주저없이 정무관직을 수락
하고 국정을 보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통치될 수도 없고, 정신의 위대함도 드
러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정을 맡아 공무를 수행하는 자들은 아마 철학자들 못지않게, 아니
때로는 그들보다 더, 내가 자주 말하는 바 정신의 위대함과 인간사에 대한 경멸을 지녀야 하며, 만약
모든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근엄하고 일관되게 살려고 한다면 마음의 평정과 편안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은퇴한 사람들에게서 보다는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서 보다 큰 정신 활동이 행해지므로, 공무
수행자들의 성공에 대한 야심은 더 크다. 그러므로 공무 수행자들은 더욱 더 꿋꿋한 정신을 지녀야
할 것이며 사소한 근심 걱정에서 해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공무에 입문할 사람으로 하여
금 저 일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선하고 명예로운가를 고려해 보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공할 능력
을 지니고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그로 하여금 소심한 성격 때문에 너무 쉽게 의기
소침해서도 안 되며 야심 때문에 너무 자신감을 가져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게 해야 한
다. 요컨대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세심한 준비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생각을 깊이 하고 미래를 예견하여, 언제 어디서나 길한 일이든 흉한 일이든 일이 터지면 그 결과
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아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막상 일이 터져서야 미처 생각
해 보지 못했는데와 같은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총명함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위대하고 특출한
정신 활동이며, 현명과 지혜에 내재하는 신의 깊은 정신 활동이기도 하다. 이와는 반대로 무모하게 최
전선에 뛰어들어 무기를 들고 적과 싸우는 것은 다소 비인간적이고 짐승과 흡사하다. 그러나 때와 처
지가 급박하면 그때는 마땅히 무기를 들어야 할 것이며, 노예가 되는 수치를 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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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택해야 할 것이다.
◉ 전반적으로 보아 장차 공화국의 정무를 맡아 보려고 하는 자들은 필히 플라톤의 두 가지 교훈을
명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항상 시민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사리 사욕
을 떠나 시민의 복리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공화국 전 시민단을 일일이 보살펴야 하는
것인데, 이때 어느 일부 계층의 사람들만을 돌보다가 다른 계층의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 경영은 후견인의 일과 같아서 그것을 위탁한 사람들, 말하자면 전체 시
민의 이익을 위해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의 이익을 배려해 주다 보니 또 다른
일부 시민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공화국에 가장 위험한 소요와 불화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부와 권력을 추구하려 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보살피기 위해 자기 몸 전체를 국가에 아낌
없이 바쳐야 할 것이다. 또한 고발을 잘못하여 어떤 사람이라도 혐오나 인기 상실의 대상으로 추락시
키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정의와 명예를 고수하고, 정의와 명예를 지키기 위
해서라면 내가 말한 것들을 버리기보다는 오히려 죽음을 택해야 할 것이다.
◉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들은 어떤 중대한 문제들을 탐구하거나 조사하며, 그들 자신과 관련되는 일
의 한계 내에서 활동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철학자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공화국을 통치하는 자들의
중간 노선을 취하면서, 그들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는 데에서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은 온
갖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재산을 증식시키지도 않으며, 재산이 필요한 일가 친척을 모르는 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친구들과 공화국에 가산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의할 사
항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정말 그럴 필요가 있다면 우선 재산을 획득하되, 추하고 가증스런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착실한 방법을 통해서 하라. 둘째, 그 재산을 지혜와 근면, 절약으로 증식시켜라. 마
지막으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이용하도록 하며, 말초적인 관능의
욕구와 사치를 충족시키려 하지 말고 오히려 호의와 자선을 베푸는 데 쓰도록 하라. 이 세 가지 규칙
들을 지켜 살아가노라면, 도량이 넓고 중후하며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으며, 심지어 소박하
고 신의 있는 진실한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다.
◉ 우리는 모든 욕망을 억제하고 진정시키지 않으면 안 되고 어떤 일이나 단순한 충동에 의해 깊은
생각도 없이 무모하게 아무렇게나 행하지 않도록 자각하고 항상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은 본
래 우리에게 장난이나 농담을 하라고 이 세상에 내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엄격한 생활을 하고,
더 중요하고 큰 어떤 일에 열중하라고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이
나 농담은 실제로 즐길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대하고 보람 있는 일을 충분히 하고 난 다음,
수면이나 그 밖의 다른 휴식을 취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그리고 농담을 할 때에도 음담패설이나
부적절한 것은 피하고, 고상하고 재치 있는 것들을 택해서 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소년들에
게 모든 게임을 다 허락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도 도덕적으로 선한 행동과 직결되는 것만을
허락해 주듯이, 농담 자체에도 그 어떤 도덕적으로 선한 재치의 빛이 번뜩여야 한다.
◉ 모든 사람은 각기 각자의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고유한, 데코룸(decorum: 사물의
적합함의 올바른 인식, 내면적 감정이나 외면적 표상, 언어, 행동, 의상 등에 있어서의 적합함을 의미
한다. 영어 표기는 형용사로는 proper, 명사로는 propriety이다)을 보다 더 쉽게 유지하게 해주는 자신
의 특성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인간 본성의 보편적인 법칙들을 거역하는 것
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따르는 것이 되며, 심지어 다른 어떤 더 중대하고 좋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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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우리 자신의 본성이 명하는 규범에 따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왜
냐하면 자연, 즉 인간 본성에 대항하여 싸운다든가, 네가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가보려고 하는 것
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각자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무엇인가를 꿰뚫어보고 이를 잘
조절해야지, 공연히 다른 사람의 특성이 자신에게 얼마나 데코룸한지 시험해 보려고 해서는 안 될 것
이다. 왜냐하면 가장 고유한 것이 각자에게 가장 데코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자는 자신의 고유
한 재능과 특성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자신의 장점과 결점들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
다.
◉ 대화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문제는 자기만이 다 아는 양 혼자 떠벌여 다른 사람들의 입을 꽉 다
물게 해서는 안 되며,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단 대화를 나눌 때에는 각기 자기 차례가 오면 대화
를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의 주제가 무엇인지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한다.
중요한 대화라면 진지하게 말해야 될 것이고, 유머라면 위트가 있어야 한다. 특히 대화를 나눌 때 어
떤 성격상의 결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즉 대화할 때는 분노나 어떤 탐
욕이 표출되지 않도록 하고 무례나 나태한 태도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대화할 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아끼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책망할 필요도 생기는데, 책망할 때에는 목소리를 높여 따끔한 말을 해야 하며, 평
상시보다 더 화난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유의 책망은 가끔 그리고 불가피할 경우에
만 해야 하는 것이며, 다른 치유책이 발견되지 않거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가급적 격분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자. 그 이유는 분을 못 이기게 되면 어떤 것도 올바르
고 신중하게 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사람의 위엄은 그가 살고 있는 집에 의해 갖춰지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집의 덕을 보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집주인 때문에 집이 명예롭게 되어야지, 집 때문에 주인이 명성을 얻어서는 안 될 것이
다. 그리고 모든 경우 자신은 물론 남들도 생각해 주어야 하듯이, 훌륭한 사람의 집은 많은 손님을 영
접해야 하고,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맞이해야 하므로 공간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네 자신이 집을 갖고자 한다면, 웅장하게 보이려고 과도한 지출과 지나친 치장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
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런 데에서 많은 과오가 저질러지기 때문이다. 주택 건축에는 분명히
제한을 두어 중용으로 되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중용은 실제 생활과 문화 생활에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제2권 유익함에 대하여
◉ 모든 덕은 거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첫째는 지혜로서, 어떤 주어진 사물에서 진실하고
순수한 것이 무엇이고 공감이 가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에서 생기는 결과는 무엇이며 각 사물의 원인
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즉 인과 관계를 인식하는 능력이다. 둘째는 인내로서, 그리스인들이 파토스라
고 부르고 있는 혼란된 마음의 동요를 억제하고, 호르마이라고 부르는 본능적인 욕구를 이성에 복종
시키는 능력이다. 그리고 셋째는 정의로서, 우리와 함께 공생 공존하는 사람들을 적절하게 기술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본래 우리에게 부족하여 필요한 것들을 그들의 도움을 받아 풍족하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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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고, 만약 무엇인가 우리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없애고, 우리에게 해를 끼
치려고 기도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응징하여 형평의 원칙과 인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처벌하도록 하
는 것이다.
◉ 최고의 그리고 완벽한 영예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에 달려 있다. 첫째 만약 대중이 그를 경애한다
면, 둘째 만약 대중이 그를 신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셋째 만약 대중이 그를 어떤 찬사와 함께 관직
에 따른 영예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는 것이 바로 그 세 가지 조건이다. 그런데
영예를 얻기 위한 이 세 가지 조건들은 모두 정의에 의해 획득된다. 즉 첫째는 선의인데, 왜냐하면 그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신의로서, 선의와 마찬가지 이유이다. 셋째
는 존경으로서,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헛된 욕심에 빠져 추구하는 것들을 경멸하고 마음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된 영예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정의에 의해 부과되는 의무들을 열심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 호의와 관대함을 얻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필요한 자들에게 봉사하거나 돈을 줌으로써 얻
어진다. 후자, 즉 관대함은 더 쉽고 특히 부자에게 쉽지만, 전자, 즉 호의는 더 명예롭고 더 훌륭하며
강하고 뛰어난 사람에게 더 어울린다. 그 이유는 양자의 경우에 있어 비록 호의를 베푸는 데에 모두
관대한 의도가 있지만, 한편은 금고로부터 나오고, 다른 편은 덕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
산(家産)에서 나오는 베풂은 바로 자신의 관대함의 원천 자체를 고갈시키는 것이 되는데, 이와 같은
관대함의 베풂은 이로 인해 가산이 탕진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을 경우, 이미 가
산은 줄어들어 더 이상 많은 사람들 도와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사, 즉 능력과 근면으로 호의와 관대함을 베푸는 사람들은, 첫째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
면 줄수록 친절한 행동을 하는 데 많은 조력자를 갖게 될 것이고, 둘째 호의는 습관에 의해 더 잘 베
풀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게 여겨지도록 훈련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호의가 가산을 개방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되어서도 안 되고, 호의가 지나쳐 모든 사람들에게 가산을 완전 개방해서도 안 된다.
한계는 있어야 되는데 그것은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매우 빈번하게 사용되어 격
언이 된 베풂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 너무 자명하기 때문에 거의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네가 어떤 집단의 사람들을 도와주고자 할 때
에는 다른 집단의 사람들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흔히 저질러지는 실수이긴 하지만, 남을 해치
는 것은 도덕적으로 나쁘거나 사람을 상하게 하는 행위로, 그런 실수는 하지 말아라. 우연히 그런 일
을 하게 되면 그것은 부주의의 소치이고, 고의로 한다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런데 만일 본의 아니게
누군가를 해쳤다면, 왜 그런 짓을 했으며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달리 할 수는 없었는지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서 변명해야 하며, 잘못해서 손상을 끼친 것은 다른 봉사와 의무로써 충분히
보상해 주어야 한다.
◉ 국가 행정을 담당해야 할 사람이 제일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각자 자기의 것을 소유하게 하며,
사유 재산에 대해서는 국가의 간섭에 의한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록 인간은 자연이
부여한 인간 본성에 따라 본능적으로 한데 모여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각자 자기의 재
산을 지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그들은 도시의 보호를 받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우리 조상들
가운데에서 국고 고갈과 전쟁의 지속 때문에 종종 거둬들였던 전쟁세, 즉 트리부툼(tributum: 기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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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 - 의무론
406년부터 로마 시민에게 부과한 직접 재산세)을 징수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러한 사태
가 발생하지 않도록 훨씬 전에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공화국을 영도
할 모든 사람은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풍부하도록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생필품들이 공급
되며 공급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단지 사실을 지
적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모든 행정 업무와 공공 의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리 추구의
탐욕이 있다는 혐의를 눈꼽만큼이라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공화국을 수호하는 것이 의무인 정무관들은 어떤 사람에게서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 증
여는 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히 그들은 법과 법정의 형평의 원칙에 입각한 운영으로
각자 자신의 소유 재산을 보호받아 지니게 해야 하며, 보다 약한 사회의 빈곤층은 그들이 미천하다는
이유 때문에 억압받게 해서는 안 되며, 부자들이 자기들의 재산을 보전하거나 다시 찾아 회복하는 데
빈자들의 시기심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들은 그 외에도 가
능한 한 전쟁과 평화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지배력을 확보하고, 농지 획득과 조세 수입으로 공
화국을 부강하게 하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것들은 위대한 인물들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우리 조상들은 자주 이런 일들을 해냈다. 이런 유의 의무들을 수행하여 공화국에 최대의 이익을 가져
오는 그 사람들 자신은 큰 인기와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제3권 도덕적 선과 유익함의 상충
◉ 유익함이 도덕적 선과 결코 상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참된 도덕적 선이 유익함
과 상충되는 것으로 비교되는 것은 잘못이다. 또 일반적으로 우리가 도덕적으로 선하다고 말하는 것,
즉 자신이 훌륭하다고 생각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관심두는 것을 결코 유익함과 비교해서는 안 된
다. 또한 현자들이 원래 참된 의미에서 도덕적으로 선하다고 말해지는 것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처
럼, 우리들 역시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도덕적으로 선한 것을 보호하고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덕을 향해 그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그것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 도덕적 선은 유익함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실수 없이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유익하다고 부르
는 것이 우리가 도덕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어떤 규칙이 마련
되어야 한다. 만약 사물들을 비교할 때 이 규칙을 따른다면, 우리는 결코 의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이다. 결국 우리는 한 개인의 이익과 시민 전체의 이익은 동일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을
모든 인간의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개인이 공동의 선에 귀속되어야 할 것
을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가로챈다면, 모든 인간의 결속은 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사람은 누
구이든지간에 그가 인간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서 존중받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규
정한다면, 전체에게 공통적인 이익이 되는 것은 반드시 자연에 부합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하나의 동일한 자연법에 구속되어 있는 셈인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자연법은 타인을
해치는 것을 금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 네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 쓸모없는 자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는다면, 너의 행위는 비인간적
이요, 자연법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가 살아남음으로써 국가와 인간 사회에 많은 이익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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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 - 의무론
져올 수 있고, 또 그 목적을 위해 타인의 것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반대로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각자 자신의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 타인의 편익을 빼앗는 것보다 더 낫다. 그
러므로 병이나 빈곤 등 그와 유사한 것들이 타인의 것을 빼앗고 탐하는 것보다 더 자연에 반하는 것
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 자연에 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의이기 때
문이다. 이처럼 인간의 이익과 인간 사회를 위해 언제나 의무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 도덕적으로 선한 것, 그것이야말로 유일한 선, 아니면 최고의 선이다. 그런데 선한 것은 확실히 유
익하다. 그러므로 도덕적으로 선한 것은 무엇이든지간에 유익하다. 따라서 도덕적인 선으로 보이는 것
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나쁜 줄 알면서도 물질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죄에 손을 댈 것인가를 고민하
면서 망설이는 자들, 즉 우유부단한 이런 유의 사람들은 만인의 시야에서 사라져야 한다(실로 이런 유
의 사람들은 전부가 사악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 까닭은 비록 그들이 자기 자신의 생각
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그 생각 자체에 죄가 도사
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생각 자체가 도덕적으로 악한 것일 경우에는 추호라도 그것을 구체
적인 행동으로 옮길 생각을 말아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심지어는 우리의 행동이 비밀 속에 은폐
되었으면 하는 헛된 희망과 막연한 기대감을 우리의 모든 사고에서 추방해야 한다. 우리가 비록 모든
신과 인간의 눈을 피해 자신을 숨길 수 있다 할지라도, 탐욕과 부정, 일시적인 충동과 무절제한 사고
와 행동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의무감에서 가장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우정의 경우이다. 우정의 경우, 친구를 위해 옳은 일을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은 친구의 도리가 아니며, 그렇다고 옳지 않은 일을 친구 사이의 정에
이끌려 하는 것도 친구의 의무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에 우리를 안내하는 간략하고
쉬운 교훈적인 지침이 있다. 정무관직에 따른 명예, 부, 감각적 쾌락과 이와 동일한 모든 것, 즉 유익
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결코 우정에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이
라면 절대로 국가 이익에 반해 맹세를 어기고 신의를 저버리면서까지 친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하려고
는 하지 않을 것이며, 설사 그가 친히 친구에 대한 소송 사건에서 재판을 맡는다 하여도 그런 옳지
못한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우정에서 유익한 것처럼 보이는 것과 도덕적으로
선한 것을 비교할 때에는, 외견상 유익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버리고 도덕적으로 선한 것을 취하도록
해야만 한다. 반면, 우정에 있어서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것들이 요구될 때에는, 양심과 신의가 우정
보다 중시되어야 한다.
◉ 침묵을 지키는 것은 무엇이든 숨기는 것은 아니나, 알고 있는 것이 남에게 알려지는 경우, 그들에
게 이득이 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그것을 알리지 않을 때, 그것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숨기는 것이다. 확실히 이런 행위를 한 자는 결코 정직하지도, 순박하지도, 명예롭지도,
정의롭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람이며, 오히려 교활하고 간교하고 남을 잘 속이며, 사악하고 난폭하며,
사기와 음흉의 세계에서 자란 사람이라 할 것이다. 이 모든, 그리고 다른 많은 나쁜 비난의 수식어가
붙는 행위를 하는 것은 절대로 유익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그럴 듯하게 위장하면서 실제 행동을 달
리하는 모든 사람은 신의가 없는 철면피이며, 부정하고 사악한 못된 자들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행
위가 그처럼 많은 악으로 물들어 있을 때는 결코 유익하게 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계약 관계의
사항에서 거짓말은 추호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판매자는 값을 더 받기 위해 가짜 입찰자를 고용해
서는 안 되며, 구입자는 값을 깎기 위해 자신의 양심에 반하여 구매가를 낮게 부르는 입찰자를 이용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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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임수는 참말로 자신을 교묘하게 꾸며 지혜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하지만 지혜와는 가장 거리
가 멀고 또 지혜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지혜는 사실 선과 악을 구별하는 데에서 제자리
를 잡고 있는 데 반하여,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모든 것이 악이라면 속임수는 그 악을 선에 우선한다
할 것이다. 이로부터 이해되는 것은, 법의 원천은 자연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타인의 무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자연에 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혜와 지성을 가장하여 속임수를 쓰는 것보다 더 큰 생활의 위험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
서 유익함이 도덕적 선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지기수의 경우들이 생겨나게 된다. 불의를 저질
렀는데도 처벌을 받지 않고, 모든 것이 은폐되어 비밀 속에 가려진 채로 있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는, 자신을 억제하고 불의를 행하지 않을 사람을 찾기 어려운 법이다. 저렇게 보면 확실히 도덕적으
로 선한 것인데, 이렇게 생각하면 진정 유익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으로 자연에 의해 하
나로 결합된 것을 감히 두 가지 개념으로 분리하는 데에서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인데, 이러한 행위야
말로 모든 속임수와 악행과 죄악의 원천이다.
◉ 네가 한 약속의 내용이 도덕적으로 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약속을 깨뜨리고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 오히려 추하고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보다는 더 도덕적으로 선한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국
가나 시민 전체의 절박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조국을 위해 행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도덕적으로 추하지 않다. 그리고 네가 약속을 한 당사자들에게 유익하지 않은 그러한 약속은 확실히
지킬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약속은 때로는 지켜서도 안 되며, 반드시 맡겨진 것을 되돌려 주어서도
안 된다. 어떤 사람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너의 집에 칼을 맡겼는데, 만일 그가 정신이 나간 상태
에서 칼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한다면, 돌려주는 것은 잘못을 범하는 것이요, 돌려주지 않는 것이 너의
의무인 것이다. 이와 같이 본시 도덕적으로 선한 것처럼 보이는 많은 경우가 때에 따라 도덕적으로
선하지 않게 된다. 약속한 것을 지키고, 합의한 것을 고수하며, 맡은 물건을 되돌려 주는 행동은 유익
함이 변하여 해가 될 때 도덕적으로 선하지 않게 된다.
◉ 인간들은 유익함을 도덕적 선에서 분리시킬 때, 자연에 의해 수립된 근본 원리들을 전도시키고 있
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유익한 것을 얻으려고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유익한 것에 빠져들 때 저항할 수 없고, 결국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그 누가 자기에게 유
익한 것에 등을 돌리려고 하겠느냐? 아니, 오히려 그 누가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확보하려고 전력을
다하지 않겠느냐? 그러나 우리는 칭송, 명예, 도덕적 선 이외의 그 어느 것에서도 자신에게 유익한 것
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유 한 가지 만으로서도 이 세 가지를 노력해서 얻어야 할 최초, 최고
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유익함이란 단어를 구사할 때, 그것을 우리의 권위를
더해 주는 장식품으로서보다는 생활하는 데 필요한 필수품으로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 우리가 도덕적 선에 반하는 것은 결코 유익함이 아니라고 가르쳤던 것처럼, 우리는 모든 쾌락은
도덕적 선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내 판단으로는, 더욱 더 배척되고 비난받아야 할 자들은 칼
리폰과 디노마쿠스라고 생각한다(칼리폰과 디노마쿠스는 기원전 3세기에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쾌락주의)의 중간 노선을 추구했다).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도덕적 선에 쾌락을 연결시키면 논쟁
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인간과 가축을 연결시키려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
랴! 도덕적 선은 이러한 연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오히려 경멸하고 추방한다. 진실로 단순해야만 하
는 선의 한계, 즉 최고선(반대로 최고악)은 나머지 유사하지 않은 것들과 복합되거나 혼합될 수가 없
다. 한편 쾌락조차도 유익함의 모습을 지닌다고 주장될지는 모르지만, 쾌락과 도덕적 선 사이에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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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히 어떤 연결 고리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장 너그럽게 쾌락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쾌락은 아마 인생에 양념 같은 맛을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점은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기 때문
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쾌락은, 실제로 유익함이란 하나도 없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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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깊이 있게 알기 위하여
◉ 『의무론』의 구성과 의의, 영향
키케로가 카이사르 암살 이후에 쓴 『의무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유일하게 헬레니즘 시대, 특히
스토아 학파의 윤리 사상을 상세히 전해주는 책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서양인에게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로서 서양인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특히 페트라르카를 비롯한 르네상
스 휴머니스트들은 키케로의 연구자 내지 찬양자들이었고, 근대 정치 사상가인 존 로크와 몽테스키외
도 키케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볼테르가 1771년 아무도 이보다 더 현명하고 더 진실되며 더 유
용한 어떤 것도 쓰지 못할 것이다. 이후로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거나 훈시하려는 야심을 가진 어떤
작가가 만약 키케로의 『의무론』보다 더 잘 쓰기를 원한다면 그 작가는 허풍선이이거나 아니면 그러
한 책들은 모두 이 책의 모작이 될 것이다 라고 한 말이나, 프레데릭 대왕이 지금까지 씌어졌거나 씌
어질 수 있는 도덕에 관한 최상의 책 이라고 극찬한 말은 모두가 진실이다. 루소는 선인이 되기 위해
서는 키케로의 『의무론』을 알 필요가 없다 고 말했지만, 그 말도 자신은 그 책을 읽었다는 것을 반
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그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 등에서 이 책을 인용하고 있다. 토마
스 제퍼슨은 1776년의 미국 독립 선언문에 키케로의 자연법 사상과 인간의 불가양도의 권리들을 삽입
할 만큼 키케로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였고, 칸트는 그의 윤리학을 어떤 그리스 철학, 특히 플라톤에
게서는 전혀 배우지 않았고 오직 키케로의 저작들, 특히 이 책에서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비
스마르크가 정치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꼭 이 책을 읽으라고 강조했듯이, 이것은 키케로가 장차
정치가가 될 그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친히 써준 정치가론적 성격의 책이므로 충분히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키케로는 카이사르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와 제휴하면
서 카이사르파인 안토니우스를 공격, 로마 공화국을 최후로 기사 회생시키려는 정치 투쟁을 벌인다.
그 와중에서 그가 아테네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들에게 서간문 형식으로 쓴 글이 바로 『의무론』인
데, 여기서 의무는 현대적인 권리와 의무의 그런 의무도 포함하여 인간이 인간으로서 해야 될 도리
또는 인간이 참되게 사는 길을 뜻하므로 대체로 윤리 실천 강령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의무론』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의 주제는 도덕적 선(honestim)으로 여기에 속하는 4가지
기본적인 덕인 지식(知識) 또는 지혜(智慧), 정의(正義), 용기(勇氣), 인내(忍耐)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제2권은 유익함(utilitas)이라는 주제 아래 인간이 살아가는 데 편리하고 유리한 것들을 논하고, 제3권은
도덕적 선과 유익함의 비교에 관해 쓰고 있다. 사실 명예와 부, 사랑과 돈, 정직과 편의 등 양자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2천여 년 전의 로마 공화정 시대의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
파 사이의 쟁점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 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 스토아학파 (Sto ic is m)
스토아학파
키프로스의 제논이 스토아 포이킬레에 창설한 철학의 한 유파를 말한다. BC 3세기부터 로마 제정(帝
政) 말에 이르는 후기 고대를 대표한다. 제논이 아테네의 광장에 있던 공회당 채색주랑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 제자들을 스토아파 (주랑의 사람들이라는 뜻)라고 불렀다. 스토아파 철학은 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고전기 그리스를 대표하는 여러 나라의 좋은 가문 출신 사람들의 철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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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변경 사람이나 이국인의 철학이었으며, 그리스 문물이 좁은 도시국가의 틀을 넘어서 널리 지
중해 연안의 여러 지방에 영향을 미친 헬레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이었다. 자연관에 있어서는 헤
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와 변화에 관한 형이상학을 바탕으로 하면서 윤리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
스, 특히 퀴닉 학파의 영향을 받았다.
스토아 철학의 전개과정은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초기는 BC 3세기경으로 대표자는 스토아 철학의 창
시자인 제논(336 264 BC), 그의 제자인 클레안테스, 크리시포스이고 중기는 BC 2세기경에 해당하는
시기로 이 때 활동한 사람은 키케로가 있다. 후기는 AD 1세기 로마시대에 해당하며, 대표적인 인물로
는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 있다.
유물론과 범신론적인 세계관
스토아 철학자들의 자연세계에 관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낙관주의적이며 형이상학의 내용은 유신론
과 유물론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사상들이 교묘히 결합된 범신론이다. 그들이 생각한 우주
의 참모습은 자연의 이법(理法)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잘 조화되어 변화하는 코스모스로 파악하였다.
우주는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시간 속에서 발생했고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끝없는 세계이다.
자연 속의 사물들은 공기, 물, 흙, 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불이다. 불
은 물질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영원히 생동하는 신적 원리, 즉 로고스(logos)로서 세계의 모든 존재 속
에 스며 있는 세계 영혼이다. 자체로 완전하고 영원하며 질서정연한 물질적인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보편적 이성은 곧 신이라고도 불리운다. 프네우마, 예견, 운명도 신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러한 사상
에서 스토아철학은 신, 즉 자연이라는 범신론적인 주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관과 윤리학 - 이성주의와 금욕주의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성의 법칙에 의해 운행하는 자연에 대한 사고와 다르게 인간과 삶에 대하여는
비관주의적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은 신적 이성이 지배하는 자연속에서 이성을 공유하고 있는 점에서
신의 일부이다. 소우주에 해당하는 인간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이성법칙에 따라야만 인간의 타고난 자
연적인 본성에 부합된다. 이성적 영혼이 인간을 지배할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롭고 행복하다. 이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비이성적인 부분, 즉 감정, 욕구, 정념을 지배케 함으로써 자연법에 일치시키고 인간
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알맞은 의무를 드러내고 실천하게 만듦으로써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삶의 최고 목표는 실천적 덕이다. 덕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며, 일체의 존재에 대한 지혜로운 통
찰과 동일한 것이다. 행복이 목표가 아니라 덕을 목표로 삼을 때 행복은 달성된다.
이러한 이성에 투철하고자 하는 철학은 헬레니즘이란 무대배경을 통하여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성적인 자연세계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이성법칙에 따라 조화를 이루는 결정론적인 세계이다. 이
와 반대로 인간세계는 전쟁과 패배, 불행과 고통으로 점철되는 무질서의 세계이다. 더 이상 인간은 일
상적인 행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세속적인 성공과 행복의 성취는 우리의 능력 밖에 머문다. 따라서
스토아학파에서 말하는 행복은 능력의 발휘보다는 인간의 욕구를 억제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혼돈
의 세계 속에서도 인간은 이성에 따라 통찰하고 운명을 감수하며, 의지의 힘으로 현실의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자유롭게 유지할 수 있다. 삶의 목적은 오로지 이성에 의한 냉담한 부동심
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는 육체적인 욕구, 충동, 정서로부터 해방된 자유이며 인간영혼의 덕인 것이다.
스토아 철학 초기의 비관적이고 숙명론적인 성격은 로마시대에 접어들면서 건실한 로마의 정신으로
변모하여 사회에 대한 엄격한 의무감, 동포애, 윤리적인 사명감을 대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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