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아이 아버지의 이름은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 깊이 찍힌 낙인이어서
도저히 이 글자를 뗄 수 없습니다.
제 고뇌 외에 그분의 고통까지도
함께 견디고 싶습니다.
나사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지음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 r)
나사니엘 호손
▣ 저 자 나사니엘 호손(Nathanie l Hawtho rne , 1804- 1864)
청교주의에 정통한 청교주의 비판자.
호손은 작품을 쓸 때마다 항상 아내 소피아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주홍글씨》를 발표한 후,
이런 기록을 남겼다. 소피아는 작품의 결말 부분에 마음 아파하다가 심각한 두통을 앓고 침대에 누워버렸
다. 그래서 그는 후속 작품 《일곱박공의 집》에서는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점차 음울한 파국을 향하는
이야기를 의식하고는 결말에 약간의 햇빛을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작가 수업의 시기 - 청교주의의 유산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7월 4일에 출생한 나사니엘 호손은 네 살 때에 선장이었던 아버지가 열병에 걸
려 객사하자, 어머니와 누이 엘리자베스와 루이자와 더불어 외가로 이사해 쭉 외가에서 성장하였다. 외가인
매닝가에는 외할머니를 비롯하여 많은 이모들이 있었고, 따라서 호손은 어린시절 자신의 누이들과 어머니를
포함하여 많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성장했다. 이런 사실은 호손이 당대의 어떤 남성작가보다도 여성인물을
많이 창조하였으며 여성의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보여준 것을 설명해준다.
그는 메인 주에 위치한 보우든 대학을 졸업한 후 고향인 세일럼으로 돌아가 약 12년간 어머니와 누이들과
살던 집의 다락방에서 독서에 몰두하며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 소문에 의하면 이 기간 동안에 호손은 사람
들과 거의 교제를 하지 않고, 낮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으며, 밤에만 거리를 배회하였다고 한다. 호손
의 이같은 내향적 특성은 흔히 청교주의의 유산을 물려받은 음울한 세계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되기
도 한다.
그러나 실은 호손은 자신과 청교주의 조상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려 한 것으로 오히려 유명하다. 호손은 1828
년경 원래는 Hathorne이었던 성에 w를 첨가하여 Hawthorne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는데, 이 사실은 호손이 자
신과 청교도 조상들을 분리하려고 한 행동으로 생각된다. 호손의 조상들 중에서 존 호손은 세일럼의 마녀재
판에서 주역 노릇을 한 재판관이었고, 그 전대의 윌리엄 호손은 퀘이커교도들을 이단으로 몰아 박해한 것으
로 유명했다. 호손은 몇몇 중요 단편들에서나 《주홍글씨》에서 교조적이며 독단적인 청교도주의에 대해 비
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세상과의 교제를 시작하다
어쨌든 세일럼에 칩거한 12년 동안은 호손에게는 문학수업의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에 호손은 단편소설을
익명으로 기고해 출판하곤 했는데,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던 엘리자베스 피바디는 그를 자신의 집에 초대
했다. 1837년 11월에 이루어진 피바디가의 방문은 호손에게 인생을 바꿔놓을 사건이 된다. 엘리자베스 피바
디에게는 소피아라는 병약한 여동생이 있었는데, 호손은 소피아를 만난 후 그녀에게 강렬한 관심을 갖게 된
다.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4년여에 걸쳐서 열렬한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다.
소피아의 존재는 호손을 마침내 골방에서 끌어내 세상과 접촉하고 그 속에서 삶을 꾸려갈 준비를 하게끔
했던 것 같다. 소피아를 만난 이후 결혼하기까지의 사이에, 호손은 잠시 동안 보스턴의 세관에서 계량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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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일하기도 하고, 소피아와의 신혼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유토피안 실험공동체였던 브룩팜에
참여하기도 했다. 마침내 1842년에 결혼한 두 사람은 콩코드의 올드맨스라는 곳에서 꿈 같은 3년간의 신혼
시절을 보낸다. 이 시절에 호손은 많은 단편소설들을 썼고, 이를 모아서 《올드맨스로부터 나온 이끼들》을
출판했다.
미국인들이 사랑한 작가
문필 생활로 가정을 꾸리기가 힘겨웠던 호손은 세일럼의 세관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후 3년 정도 이곳에서
공무를 보는 동안에 창작활동은 하지 못했다. 1849년 민주당의 정권 상실로 호손은 직장에서 파면되고, 이
후 인생의 전환점이 된 《주홍글씨》를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는다. 이어서 호손은 《일곱박공
의 집》, 《블라이드데일 로맨스》를 발표했다. 1853년에는 영국의 리버풀의 영사로 부임하여 4년여간 공무
를 수행했고, 영국생활을 마친 후에는 프랑스와 이태리에서 3년 정도를 보내면서 《마블 폰》을 발표했다.
비록 다작을 남긴 작가는 아니지만 호손은 미국문학사상 비평 경향의 부침에 불구하고 중요 작가로서의 위
치를 유지하고 사랑받아온 작가에 속한다. 위의 장편들 외에도 호손은 주옥 같은 단편소설들을 100여 편 남
긴 작가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의 단편소설들은 《두 번 들은 이야기들》,《올드맨스로부터 나온 이끼들》,
《눈의 이미지와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단편집들로 엮여 출간되었다. 아울러 호손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집인 《신기한 이야기책》, 《탱글우드 이야기들》을 출판했고, 또한 영국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옛날 우
리 고향》이라는 수필집도 썼다. 또한 대학시절 친구인 프랭클린 피어스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그의
전기를 써서《프랭클린 피어스의 생애》로 출간하기도 했다.
호손은 생애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작품을 마무리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다가 끝내 실패하고 미완성인 원고
를 남겨놓았는데, 이를 정리해놓은 책들은 현재 《미국 권리주장자의 원고》와《불로장생약 원고》로 출간
되어 있다. 이들 미완성 원고들은 호손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후의 미국문학의 변화를 이해
하는 데도 중요하다.
▣ Sho rt Summa ry
남편보다 먼저 매사추세츠 베이 식민지의 보스턴에 와서 살던 헤스터 프린은 그 지역의 존경받는 목사 딤
스데일과 사랑에 빠진다. 그 결과 펄을 낳고 일생 동안 간통 Adultery이라는 의미의 주홍글씨 A를 가슴에
달고 다니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펄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밝히라는 주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비
난과 고통을 홀로 감내하며 끝내 비밀을 지킨다. 그런데 실종된 줄 알았던 남편 칠링워스가 나타나고, 그는
신분을 감춘 채 헤스터와 딤스데일 사이를 오가며, 비밀을 캐내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홀로 비난을 감수
하는 헤스터와 악의 화신처럼 변해가는 딤스데일 사이에서 날이 갈수록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워하는 목
사 딤스데일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든 사실을 밝히기로 마음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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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The Scarlet Lette r)
나사니엘 호손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헤스터 프린
아름답고 열정적이며 강한 인내력을 지닌 여인. 딤스데일 목사와 사랑에 빠져 펄을 낳
고 그 결과 간통을 의미하는 A자를 가슴에 달고 살아간다.
아서 딤스데일
교구민의 존경을 받는 목사.
헤스터를 사랑해 펄을 낳지만 자기 죄를 고백하지 못하고 심한 양심의 가책에 빠진다.
로저 칠링워스
헤스터의 남편. 학자이며 의사였지만 아내의 연인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펄
헤스터와 딤스데일 사이에서 태어난 딸.
그 남자의 이름을 대시오!
1642년 6월 아침 준엄한 용모의 청교도들이 보스턴 시장의 감옥문 앞에 서 있다. 그들이 여기에 모인 것은
간음죄를 저질러 아이를 낳은 헤스터를 보기 위해서였다. 순찰관에 이끌려 감옥에서 나온 헤스터는 키가 크
고 아름다운 단정한 기품의 귀부인이었다. 아기를 안은 그녀의 앞가슴에는 A라는 글자가 주홍빛깔의 천에
화려한 금색 실로 수놓여 있다. 헤스터가 치욕스럽게 처형대 위에 아기를 안고 세 시간 동안을 서 있어야
하는 벌을 받는 바로 그날, 2년 동안 행방불명이었던 그녀의 남편이 인디언을 안내삼아 보스턴에 도착하였
다. 현재의 곤경을 잊어보려고 과거를 회상하던 그녀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구경꾼들 끝에 서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전율한다.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스는 아내가 갓난아이를 안고 처형대 위에 서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헤스터를 심판한 재판관들 역시 벌의 집행을 보기 위해 나와 있었는데 마을 유지들의 청에 딤스데일 목사
는 헤스터에게 아이 아버지의 이름을 밝히라고 설득한다.
그대와 영혼을 나누었고 그리고 고통을 나누고 있는 그 남자의 이름을 대시오! 그에 대한 그릇된 동정이나
착한 마음씨로 침묵을 지켜서는 안되오! 그대가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자에게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이오? 그
대의 침묵은 그로 하여금 죄를 저지른 위에 다시 위선을 더하도록 유혹, 아니,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오.
헤스터는 젊은 목사의 깊은 눈을 들여다보았다.
너무 깊이 찍힌 낙인이어서 도저히 그 글자를 떼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고뇌 외에 그분의 고
통까지도 견디고 싶습니다.
그녀는 아이의 아버지를 밝히라는 칠링워스의 목소리에 이 아이에게는 지상의 아버지는 없다고 하며 끝까
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감옥에서 환자와 의사의 신분으로 만난 칠링워스는 헤스터 앞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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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꽃봉오리 같은 젊음을 유혹해 늙은 나와 부자연스럽고 거짓된 관계를 맺게 했으니 내가 잘못이오.
우리에게 못할 짓을 한 그 작자가 도대체 누구요? 대답을 못한다고? 그렇다면 난 책에서 진리를 찾듯, 연
금술에서 금을 찾듯이 그 사내를 찾아내겠소. 그놈은 결국 내 것이 될 거요.
그러면서 늙은 의사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 것을 다짐한다.
당신이 애인의 비밀을 지키듯 내 비밀도 지켜주시오! 이 땅에 나를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소. 여기에
나와 가장 긴밀한 유대로 연결된 남자와 여자와 그리고 아이가 있기 때문이오. 헤스터 프린! 내 고향은 당
신과 그 사람이 있는 곳이오. 나의 주문을 어기지 마오!
그이와의 약속을 지키듯 당신과의 약속도 지키겠어요!
형기를 마친 헤스터는 마을 외곽의 오두막에 자리잡고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갔다. 다른 곳으로도 떠날 수
있었지만 이 땅에는 그가 살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이 땅에서 죄를 지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형벌은
이곳에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치욕의 고통이 그녀의 영혼을 씻어주고 또 다른 순결을 가져
다주리라고 믿었다. 이는 자신이 뉴잉글랜드에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로서 오랜 숙고 끝에 스스로 도달한
결론이었다. 이곳에 살면서도 헤스터는 사회와의 관계에서 자기가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할 만한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형식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이 고장의 거리를 거닐며 그녀는 이 주홍글씨가 자기에
게 새로운 감각, 즉 남의 가슴속에 숨겨진 죄를 탐지해내는 힘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 일이 있어도 이 애를 빼앗기지 않겠습니다
엄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닌 헤스터의 딸 펄은 진주라는 단어를 연상케 하는, 헤스
터가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해서 얻은 유일한 보물이라는 뜻이었다. 엄마가 상상력과 재능을 최대한으로 발휘
해 치장해준 옷을 입은 이 아이는 진주가 아닌 루비를 연상시키는 아주 예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로 자
라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추방당한 아이였던 펄은 청교도 아이들의 따돌림을 받아 놀아줄 친구가 없었고 동
네아이들의 이런 감정을 알아차리고는 아이들의 조롱에 대해 격정적인 증오심으로 대항하였다.
항상 혼자 놀아야 했던 이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유심히 본 것은 엄마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씨였다. 들에
서 꺾은 꽃을 가슴에 달린 글자에 던지면서 노는 펄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들여다보고 헤스터는 슬퍼하
였다.
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당신이 아직도 나의 아버지라면 도대체 이 아이는 무엇입니까?
스스로 미궁 속에 빠진 헤스터는 그 의문을 해결하지 못했다.
펄의 아버지를 알아내려다 실패한 이웃들은 이 아이의 남다른 성질을 보고는, 필시 악마의 자식일 거라고
수군거렸다. 이 어린아이가 제멋대로 자란다고 생각한 이웃사람들은 헤스터에게서 떼어놓아, 신심이 깊은
교구민이 양육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벨링엄 지사댁에 윌슨 목사, 딤스데일 그리고 이 젊은 목사의 주치의인 칠링워스가 펄의 양육 문제를 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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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위해 모였다. 대외적으로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던 헤스터는 여기에서만큼은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하나님은 여러분이 내게서 빼앗아간 모든 것의 보상으로 이 애를 주셨습니다. 이 아이는 저의 행복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통입니다. 또 벌이기도 합니다. 이 아이는 저를 벌주는 힘이 백만 배나 큽니다. 죽는 일
이 있어도 이 애를 빼앗기지 않겠습니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과거의 제 목사님이었고 제 영혼을 책임지셨던
분입니다. 그러니 저를 위해 말씀 좀 해주세요. 어머니로서의 권리가 무엇인지, 어린애와 주홍글씨밖에 남지
않은 마음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목사님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난 이 애를 뺏기지 않을 거예요! 제 청을 꼭
들어주세요!
수척해보이는 목사는 검은 눈 깊숙이 괴로움을 담고, 그러나 헤스터를 위해 힘차고 또렷한 목소리로 변호해
주었다.
아비의 죄악과 어미의 수치 사이에서 태어난 저 애는 어머니에게 여러모로 감화를 주기 위해 하나님 손에
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저 애는 어머니의 축복을 위해 온 것입니다. 또 아이 어머니 자신이 설명한 바와 같
이 어머니의 죄를 벌하기 위해 온 것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가슴을 찌르는 고통이며 가시가 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저 여인은 아이를 있게 해주신 하나님의 기적을 엄숙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이 점에 있어 죄지은
어머니는 죄지은 아버지보다 행복합니다. 이 모녀를 신의 섭리가 처리하신 대로 놔두도록 합시다!
딤스데일의 도움으로 헤스터는 펄을 빼앗기지 않게 되었다.
한편 로저 칠링워스는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지식과 의술을 이용하여 건강이 점점 악화되어가는 딤스데일
곁에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뚜렷한 이유 없이 나빠져가는 목사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배려로
목사의 주치의가 된다. 이 두 사람은 한집에 기거하게 되었고 이에 칠링워스는 마치 실험대상이라도 삼은
듯 목사의 마음을 거침없이 파고들어갔다. 목사의 마음속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동안 칠링워스는 점점
더 악마적인 추악한 늙은이로 변해갔고 딤스데일은 양심의 가책으로 격심한 고통과 환상에 시달리게 되었
다.
자정 처형대 위에 서다
헤스터가 처형대 위에 섰던 사건 이후 7년이 지난 어느날 밤, 바느질감을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몽유병
자처럼 처형대 위에 서 있는 딤스데일 목사와 뜻밖에 해후한 그녀는 너무 쇠약해진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란
다.
헤스터! 헤스터 프린! 당신이오? 당신과 펄은 여기 서봤지만 나는 함께 서지 못했소. 다시 한 번 올라오시
오. 그래서 우리 셋이 함께 서봅시다!
딤스데일 목사와 헤스터 그리고 펄은 아무도 없는 한밤중의 처형대 위에 나란히 손을 잡고 섰다.
목사님, 내일 낮에 여기에서 우리 엄마와 내 손을 잡아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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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안돼, 펄. 다른 날, 최후의 심판을 받는 날 잡아주마.
목사는 속삭였다. 그 처형대 위에서 목사는 가슴에 손을 얹고, 그리고 헤스터 프린은 수놓은 글자를 가슴에
빛내면서, 둘을 이어주는 펄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칠링워스를 보고 딤스데일은
헤스터에게 묻는다.
저이가 누구요? 누구야! 저 사람을 보면 내 영혼은 소름이 끼치오!
그러면서도 목사는 그에게 다가와 집으로 가자는 칠링워스의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간다.
7년 동안 수녀처럼 봉사의 삶을 살아온 그녀를 마을 사람들은 우리의 헤스터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이제 그
녀 가슴에 달린 간음을 뜻하던 A는 능력 있는 Able'이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마을의 재판관들은 그녀가 A
자를 달지 않아도 된다는 논의를 하였으나 헤스터는 그것은 관리들이 마음대로 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고 거부하였다.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7년을 살아온 동안 마을사람들이 보는 헤스터의 모습이 그녀
의 전부는 아니었다. 사회의 규범은 그녀의 법이 아니었다. 이제 그녀는 칠링워스의 손에서 딤스데일 목사
를 구해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바닷가에서 만나게 된 헤스터는 칠링워스에게 딤스데일을 용서해달라고, 그 이상의 보복은 하느님께 맡겨달
라고 간청하지만 그는 자기에게는 용서할 힘이 없다고 냉정하게 거절한다.
헤스터, 9년 전의 나를 기억하오? 나는 평생을 학구적이고 사색적으로 살아왔지. 나만큼 행복한 인생도 없
었지. 그런 나를 기억하시오? 당신은 나를 냉정한 사람으로 생각했겠지만 나는 욕심 없고, 친절하며, 공정한
사람이었어.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지금의 내가 무엇이냐 하는 것은 이미 얘기한 바 있소. 악마란
말이오! 누가 이렇게 만들었소?
저도 그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당신은 충분히 복수했어요. 그분도 이제는 당신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 당신과의 비밀을 지켜왔기 때문에 그분께 해독과 파멸을 안겨주는 빚을 졌습니다.
이제 그 빚을 갚아야겠습니다. 당신에게 비루하게 바라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증오심을 청산하고 다시 한 번 인간답게 되어주세요. 당신 자신을 위해서.
입 닥쳐, 헤스터! 내겐 용서할 힘이 없소! 당신이 말한 그런 힘이 내게는 없단 말이오. 당신이 첫발을 그릇
되게 내디뎠기 때문에 악의 씨를 뿌려놓은 것이오! 이것이 우리의 타고난 운명이오. 시커먼 악의 꽃이 피려
면 피게 놔두시오!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고 그 사람은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헤스터는 냉정하나 현명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던 칠링워스의 추악한 변모에 가슴 아프면서도 그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감정을 품는 자신을 꾸짖어보았지만 그 감정을 억제하기도, 지우기도 불가능했다.
숲속의 연인들
옛 남편의 정체를 딤스데일 목사에게 알리겠다고 결심한 헤스터는 인디언들 사이에서 설교하던 엘리어트
사도를 만나고 돌아오는 목사와 숲속에서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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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터, 헤스터 프린! 정말 당신이오? 살아 있는 당신이오?
그럼요, 살아 있고 말고요! 지난 7년 동안 살아 있던 것처럼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아서 딤스데일,
당신이야말로 정말 살아 있나요?
숲속에서 만난 그들은 상대방을 유령처럼 두려워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헤스터는 괴로워하는 딤스데일에게 당신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뼈저리게 뉘우쳤다 고 위로하지만 그녀
의 말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가 진정으로 회개했다면 벌써 오래 전에 이 위선적인 목사직을 떠났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최후의 심
판을 받듯 나 자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냈든가. 가슴에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오. 나
의 주홍글씨는 남모르게 불타고 있소! 지금은 모두가 거짓이고 모두가 공허요! 모두가 죽음뿐이오! 친구 한
사람이라도 있어 내가 가장 비열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면 차라리 내 영혼이 살아날 수 있을 텐데!
당신이 원하시는 친구, 그 죄의 공범자로 저를 택해주세요! 그런데 딤스데일 당신은 지금 원수와 한집에
살고 있어요.
오, 헤스터, 그게 무슨 소리요? 당신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오! 그 수치! 그
창피! 병들고 죄 많은 가슴을 바로 그 사람 앞에 드러내놓다니! 당신을 용서할 수 없소!
벌은 하느님께 받겠어요! 당신은 용서해주셔야 해요! 용서해주세요, 제발!
용서하겠소. 하지만 어떻게 그 무서운 원수와 함께 같이 살아가란 말이오? 헤스터, 당신은 강한 여자이니
나를 위해서 어떤 결단을 내려주오!
모든 것을 버리고 문명사회이든 인디언들이 사는 곳이든 그곳으로 떠나세요. 딤스데일이란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성함으로 나와 함께 떠나요!
일단 이렇게 결심하고 나니, 고통에 짓눌린 딤스데일의 가슴에도 이상한 기쁨이 빛나는 듯했다. 정신적인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가 신선하고 자유로운 공기를 마실 때의 그런 기쁨이었다.
헤스터 당신은 나의 천사요! 숲속에서 전혀 새로운 인간이 되어 새로운 힘을 갖고 하느님을 찬미하게 된
거나 다름없소!
헤스터는 가슴 위의 주홍글씨를 떼고 머리의 모자를 벗었다. 숱 많은 머리가 어깨 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당신은 펄을 아실 거예요. 우리 둘의 귀여운 펄 말이에요!
그 애가 나를 좋아할까?
주저하는 딤스데일에게 헤스터는 그 아이가 자기를 사랑하니 그도 역시 사랑할 거라며 개울 건너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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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불렀다. 그러나 펄은 너무나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을 보더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라면서 가까이
오려 하지 않았다.
펄은 이렇게 묻는다.
저분이 우리를 사랑해요? 우리들과 손을 잡고 시내로 가주신대요?
당황한 딤스데일은 키스를 해주면 아이의 환심을 살 수 있을까 해서 허리를 굽혀 펄의 이마에 키스한다. 하
지만 펄은 엄마를 뿌리치고 시냇가로 달려가 이마를 씻어버렸다. 펄은 엄마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
지 개울 건너에서 고집을 부리다 헤스터가 다시 모자를 쓰고 주홍글씨를 단 뒤 딤스데일이 떠나자 그제서
야 엄마 곁으로 돌아왔다.
헤스터와 만나고 돌아온 목사는 전에 없이 원기가 솟았고 사상과 감정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숲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불경스런 말들을 지껄이는 환영에 사로잡혔다. 그는 길에 서서 마
음속으로 내가 미친 것일까? 아니면 악마의 수중에 넘어가버린 것일까? 숲속에서 악마와 계약하고 피로
서명했는가? 라고 외쳤다. 타락한 목사! 그는 바로 이런 계약을 맺은 것이다. 행복한 꿈의 유혹을 받아 죄
악에 굴복하자 이 죄악의 독소는 체내로 퍼져갔다.
집에 돌아온 목사는 예전과는 달리 왕성한 식욕으로 식사를 하고 이곳에서의 마지막 설교가 될지도 모르는
선거축하 설교 원고를 다시 쓰기 시작해 밤을 꼬박 새워 원고를 완성하였다.
죄를 고백하는 목사
신임 지사가 식민지 백성으로부터 직권을 받게 되는 날 아침, 헤스터는 펄과 함께 시장으로 들어왔다. 가면
처럼 무표정했던 그녀의 얼굴에 오늘만큼은 전에 볼 수 없던 희미한 표정이 감돌았고 펄은 이 세상 아이가
아닌 것처럼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헤스터 프린이 서 있는 자리는 언제나처럼 둥그런 공간이 생겨나 사람들
이 접근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경축일 바로 다음날 영국 브리스톨로 가는 배에 세 자리를 부탁해놓았었는
데 그 배의 선장이 와서 의사 한 명을 더 태우게 됐다는 말을 하고 갔다.
이 놀라운 소식에 정신을 추스릴 시간도 없이 헤스터는 군악대를 앞세운 행렬 속의 목사를 바라보았다. 목
사를 주시하던 그녀는 어쩐지 그는 자기와 동떨어진, 자기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먼곳에 있는 것처럼 느
껴졌다. 이 목사와 자기 사이에는 어떤 현실적인 인연도 맺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운명의 발자국 소리는 다가오는데 그가 이렇게 자기와 펄 두 사람으로부터 빠져나간
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딤스데일의 설교가 시작되자 헤스터는 공회당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공회당 밖에 서 있는 그녀에게 분명
한 의미는 전달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비애와 죄악에 가득 찬 인간이 그 죄악의 비밀을 전 인류의 심정에다
하소연하는 신음소리였다. 청중의 마음은 완전히 이 목사의 손에 잡혀 있었다. 교회 안에는 성자와 같은 목
사가, 그리고 교회 밖의 장터에는 주홍글씨의 여인이 있었다. 살을 태우는 듯한 치욕의 표적이 이 두 사람
의 가슴 위에 똑같이 나타나 있음을 누군들 상상할 수 있었을까?
- 9 -
이곳 주민들의 영광스런 운명을 예언한 목사는 그의 기력을 유지하게 했던 영감이 사라지자 마치 시체와
같은 얼굴이 되었다. 비틀거리며 그가 당도한 곳은 7년 전에 헤스터 프린이 사람들의 치욕적인 응시를 받았
던 처형대였다. 바로 여기에 헤스터가 어린 펄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처형대 쪽을 향해 두 팔을 벌
렸다.
헤스터! 그리고 귀여운 펄, 이리와요.
펄과 헤스터가 다가가자 칠링워스는 목사의 팔을 붙잡았다.
이 미친 사람아!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저 여자를 물리치시오! 그리고 이 애도 버리시오! 난 아직도 당신
을 구제할 수 있소! 성직을 더럽히고 죽을 작정이오?
이 악마 같은 유혹자! 난 하나님의 도움으로 이제 당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이오! 헤스터 프린, 그대가
하나님이 내게 허락해주신 의지력에 힘이 되어주시오! 저기 있는 형대 위로 나를 부축해주겠소?
목사는 헤스터의 어깨에 의지해 펄의 손을 잡고 형대 위로 올라갔다. 이 세 사람이 주연한 죄악과 비애의
연극에 자기도 충분히 관련되어 등장할 권리가 있다는 듯 그 뒤를 칠링워스도 따라 올라갔다.
나를 사랑해주셨던 여러분! 7년 전 이 여인과 함께 섰어야 할 자리에 마침내 나는 섰습니다. 헤스터가 달
고 있는 주홍글씨를 보십시오. 이 글자는 이 여인 주변에 몸서리나는 빛과 무서운 혐오의 감정을 자아냈습
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저의 죄악과 불명예의 낙인에 대해서는 몸서리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임종의 마당에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헤스터의 주홍글씨는 저의 가슴에 있는 표적에 비하면 한낮 그림자
에 불과합니다. 보십시오! 이 무서운 증거를!
죽을 힘을 다하여 목사가 앞가슴을 열자 표적이 나타났고 공포에 질린 군중의 시선이 이 무서운 표적 위에
집중되었다. 헤스터는 쓰러진 목사를 일으켜 자기 가슴에 안았다.
기어이 나에게서 도망쳤구나! 도망쳤구나!
칠링워스는 허탈하게 주저앉았다.
칠링워스, 하나님이 당신을 용서하기 바라오! 나의 귀여운 펄, 이제 내게 키스해주겠니?
펄은 아버지의 입술에 키스했다. 이 비극적인 장면이 어린애에게 인정을 움트게 한 것이다. 펄이 아버지의
볼에 흘린 눈물은 인간다운 기쁨과 슬픔 사이에 성장한 자신은, 세상을 상대로 싸우려들지 않는 정숙한 여
인이 되겠다는 맹세의 눈물이었다.
헤스터, 잘 있어요!
목사는 작별의 말을 했다.
- 10 -
이제 영영 못 뵙는 것입니까? 함께 영생을 누릴 수 없을까요? 이 모든 고통으로서 우리는 죄값을 치렀습
니다! 영원의 나라에 무엇이 보이는지 말씀해주세요!
쉬, 헤스터, 쉬! 하느님은 내게 고통을 주심으로써 그 자비심을 증명하셨소. 불타는 고통의 상처를 내게 보
내줌으로써, 저기 있는 저 늙은이를 보내 나를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불명예를 짊어지고 죽게 함으로써,
자비심을 증명했습니다. 이런 고통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나는 영원히 길을 잃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숨을 거두었다.
며칠 뒤 목사의 고백과 죽음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사람들에게서
는 구구한 설이 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사의 가슴에 주홍글씨를 보았다고 했지만 존경받을 만한 목격
자들의 얘기는 달랐다. 하나님의 무한한 순결에 비하면 모든 인간은 죄인이라는 강력하고도 슬픈 교훈을 남
겨주기 위해 목사가 자신의 죽음을 우화로 만들었다고 주장하였다.
목사가 죽은 후, 칠링워스는 삶의 원천이던 복수 대상이 사라졌으므로 뿌리뽑힌 잡초처럼 시들어버렸다. 그
는 영국과 미국에 있는 상당한 재산을 펄에게 남겨주어 어린 펄은 신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속자가 되었
다. 의사가 죽은 지 얼마 후 헤스터와 펄은 신세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후 몇 년의 지난 뒤 헤스터 프린은 매사추세츠 베이 식민지의 오두막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버려두었던
치욕의 표적을 다시 달았다. 펄이 가정을 이룬 미지의 땅보다는 여기 뉴잉글랜드에 진정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그녀의 죄악이 있었고 슬픔이 있었으며 회개의 고행을 바쳐야 할 땅이 있었다. 헤
스터는 자유의사에 의해 그 표적을 다시 달았고 이제 주홍글씨는 사람들의 멸시와 괴로움을 자아내는 표적
이 아니라 오히려 슬퍼하고 두려우면서도 존경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상징이 되었다. 고난을 이겨낸 헤스
터는 상처입은 여자들을 위로하고 힘닿는 데까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언젠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진리가 밝혀질 것이며 그러면 남녀가 서로의 행복을 위해 확실한 기초를 닦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여러 해가 지난 뒤, 움푹 팬 무덤 곁에 새로운 무덤 하나가 생겼다. 두 무덤 사이에 약간의 간격은 있었지
만 두 무덤 공동으로 비석 하나가 서 있었는데, 비명은 이러했다.
검은 바탕 위에 주홍색 A자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이 소설은 미국 소설 가운데 가장 강렬한 감동을 주며 가장 아름답게 씌어진 작품이라고 한 로이 알. 메일
의 평가대로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교구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장래가 촉망되는 수
려한 용모의 젊은 목사와 아름답고 젊은 유부녀 사이의 사랑,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그리고 복수에 불
타는 늙은 남편. 표면적으로는 너무나 통속적인 이야기를 통해 호손은 미국 건국에 존재하는 도덕적인 문제
에서부터 인간 존재의 보다 근본적인 딜레마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논하고 있다.
1608년 네덜란드로 이주한 청교도들은 다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뉴잉글랜드 매사추세츠만에 상륙했다.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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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들이 자신들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안 자연 청교주의는 사회의 규범과 조직원리가 되었고, 따라서 종
교의 율법과 사회의 규범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청교주의는 미국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진리로
군림하게 되었으며 공동체 사람들의 정신을 억압하게 되었다.
호손은 엄격한 청교주의의 율법에 희생되는 인간을 그림으로써 17세기의 청교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동시
에 비극과 경건함을 상실한 19세기의 자아도취적 태도에 대해 더욱 비판적이었다. 그는 과거를 빌어 동시대
미국인들의 낙관성과 오만함을 질타하고 있다. 《주홍글씨》는 청교도 사회의 엄격한 도덕에 충돌하는 인간
의 본능을 그림으로써 화석화된 신앙을 폭로하며, 나아가 19세기 중반에 팽배했던 자기 중심적인 열망과 낙
관주의를 질타한다.
호손은 《주홍글씨》를 통해, 금욕과 절제를 표방하는 사회에서 사생아를 낳아 공개적으로 제재 조치를 받
은 여자가 그 사회에 남아 현실을 수용하고 자기 내부에서 생존의 힘을 찾음으로써 소외와 압력을 이겨나
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신세계는 애초에 기대했던 것처럼 이상향이 아니며, 오히려 구세계보다 사
회의 구속력이 더 독단적이며 개인에게 더 많은 강제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헤스터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돌아와 A라는 글자에 함축된 의미를 수용하고 사회의 질서가 갖는 구속력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인다. 헤스터가 진정 새로운 인물로 부각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뉴잉글랜드로 돌아온 그녀
는, 딤스데일에게 열렬히 주장했던 생에 대한 열정보다 더 완전하고 보편적인 삶에 대한 비전을 얻었다. 그
녀의 사랑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정의와 진실,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으로 폭과 깊이를 더하게 된다.
그렇지만 헤스터에 대한 호손의 지지가 전폭적인 것은 아니다. 작가는 남녀가 새로운 근거 위에서 서로의
행복을 축하해야 한다는, 그리고 미래에 올 신의 사도는 남성이 아닌 현명하고 부드러운 여성일 거라고 믿
는 그녀의 사고에 공감하면서도 그것이 실현될 기회는 주지 않는다. 그는 사회의 질서와 권위에 존경심을
갖지 않는 헤스터의 질서관이 스스로에게 가져다줄 정신적 혼란과 사회적 안정을 저해할 위험성을 간과하
지 않는다. 딤스데일의 죽음에 관한 여러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듯, 그는 헤스터의 이러한 행로 역시 인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딤스데일의 자책과 고백, 최선의 길로 믿고 선택
한 죽음, 칠링워스의 복수 등, 각각의 성향과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헤스
터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호손은 하나의 사건에 여러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부분적인 가치를 인정한다. 이는 작가의 권위
를 포기하는 것이라기보다 진리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제시하려는, 어느 것에도 최종의 진실을 부여하지 않
으려 했던 작가의 노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호손은 자아에 대한 신념과 현실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
이라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무리없이 수용하는 균형감각, 압축된 구조, 간결한 언어가 만들어내는 완성미를
보여주고 있다.
▣ 호손의 생애와 작품
1804
7월 4일 매사추세츠 세일럼에서 선장 나사니엘 헤이손 Nathaniel Hathorne과 엘리자베스 매닝 헤
이손 Elizabeth Manning Hathorne 사이의 두 번째 아이로 출생하다.
1808
네델란드령 기아나(수리남)에서 아버지가 사망한다.
어머니는 아들 나사니엘과 두 누이를 데리고 친정 메닝가로 돌아간다.
1813
발을 다쳐 절름발이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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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
메인 주의 레이몬드에서 지내다. 주로 사냥, 낚시, 산보로 시간을 보냈다.
1821
메인 주 부런스웍의 보우든 대학에 진학한다. 시인 롱펠로우와 14대
대통령이 된 피어스를 만
난다. 자신의 성에 W자를 첨가하여 Hawthorne가 된다.
1825
이로부터 12년간, 그의 생애는 외로운 시절이라고 불린다. 작가가 되기 위한 수련기였다.
뉴잉글랜드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1828
《팬쇼 Fanshawe, A Tale》를 익명으로 발간한다.
1831
〈친척 몰리네 대령 My Kinsman Major Molineux〉,〈로저 맬빈의 매장 Roger Malvin's Burial〉
〈유순한 아이 The Gentle Boy〉와 같은 중요 단편을 발표한다.
1837
단편집 《두 번 듣는 이야기Twice- Told Tales》발간.
부인 소피아 피바디를 만난다.
1839
소피아와 약혼한다.
1839
1년간 보스턴 세관에 소금과 석탄 계량관으로 근무했다.
1840
아이들을 위한 뉴잉글랜드 역사 《할아버지의 의자 Grandfather's Chair 》를 발간한다.
1841
매사추세츠 웨스트 락스베리의 부룩팜 공동체에 1천 달러를 투자하고 4월부터 11월까지 그곳에
거주한다. 이 시기의 체험은 《블라이스데일 로만스 The Blithedale
Romance》라는 소설의 바
탕이 되었다.
1842
소피아와 결혼하다.
1844
맏딸 유나 출생
1846
단편집 《구목사관의 이끼 Mosses from an Old Manse》를 출간한다. 장남 줄리안 출생
1846
3년간 세일럼 항구 세관의 검사관으로 근무한다. 휘그당의 자카라 테일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실직한다.
1849
어머니 사망
1850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 출간
매사추세츠 레녹스로 이사하고 멜빌Herman Melville과의 교제가 시작된다.
1851
《일곱 박공의 집 The House of Seven Gables》출간. 둘째딸 로즈 출생.
1852
《블라이스데일 로만스 The Blithedale Romance》 출간
대학 친구 프랭클린 피어스를 위한 선거용 전기를 집필한다.
1853
4년간 영국의 리버풀 영사를 역임한다.
1857
2년간 이태리의 로마와 플로렌스에 체류한다.
1860
《대리석 목양신 The Marble Faun》 출간
1863
영국에 대한 인상과 체류 경험을 담은 《우리들의 옛 고향 Our Old Home》을 출간한다.
1864
프랭클린 피어스와 여행 도중 뉴햄프셔의 플리머스 호텔에서 사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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