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미 도래한 미래인 ‘AI 소사이어티’를 소개하고, AI 소사이어티에 올바르게 적응하여 승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AI 소사이어티의 출현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AI
가 바꾸는 세상이 낯설더라도 망설임 없이 포용하라고 역설한다. 즉 AI라는 기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
고, AI기반 서비스와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체험하며, AI가 선사하는 삶의 풍요를 누리라고 말한다.
AI 소사이어티
▣ Short Summary
오늘날 AI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추천 알고리즘, 자율 주행 자동차, 가상
인간, 메타버스 등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리한 혜택과 새로운 경험들은 모두 AI에 기반하고 있다. 또
AI는 인간이 시키는 단순한 작업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돈이 되는 예술 작품과 콘텐츠를 창조하는 지
경까지 이르렀다. 즉 우리는 이미 AI가 탄생시킨 새로운 세상, ‘AI 소사이어티’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AI 소사이어티에 편입되는 순간 모든 사람은 나이, 언어, 거주지에 상관없이 이런 삶의 방식과
성향을 갖게 된다. 즉 상품 추천 시스템이나 자율 주행 자동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더 나은 AI 서
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사생활과 감정을 기계와 공유한다. 또 사람을 고용하기보다 챗봇
이나 가정용 AI 로봇을 애용하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하던 일을 가상공간으로 옮겨서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미 도래한 미래인 ‘AI 소사이어티’를 소개하고, AI 소사이어티에 올바르게 적응하여 승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AI 소사이어티의 출현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AI
가 바꾸는 세상이 낯설더라도 망설임 없이 포용하라고 역설한다. 즉 AI라는 기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
고, AI기반 서비스와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체험하며, AI가 선사하는 삶의 풍요를 누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AI 소사이어티를 단순히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로 규정하지 않고, 대신 인간에게 중요한 4가지
가치인 ‘자유, 생존, 진실, 평등’을 기준으로 AI 소사이어티를 평가하고 미래의 모습을 전망한다. 아울
러 AI 소사이어티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태도와 전략으로, 국가는 데이터 부국을 건설해야 하며,
기업은 초거대 AI를 개발해야 하고, 개인은 AI 리터러시(문해력)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차례
들어가며
Part 1 우리는 이미 AI 소사이어티에 살고 있다
-2-
AI 소사이어티
내가 알던 세상이 사라졌다
AI 기술은 그냥 커피가 아닌 티오피
AI가 바꿔놓은 새로운 세상의 발견
Part 2 AI 소사이어티의 3가지 특징
새로운 WWW 시대로
연결(Wire) 모든 대상과 연결되다
협업(With) 도구에서 동료가 되다
확장(Widen) 가상 세계까지 공간이 확장되다
Part 3 AI 소사이어티의 5가지 혜택
AI의 능력은 곧 인간이 누릴 혜택
첫 번째 혜택 - 당신의 미래를 예측한다
두 번째 혜택 - 당신의 취향을 저격한다
세 번째 혜택 - 당신의 신체 능력을 강화한다
네 번째 혜택 - 기계와의 소통이 쉬워진다
다섯 번째 혜택 - 당신을 대신해 창조한다
Part 4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AI 소사이어티를 평가하는 4가지 잣대
자유를 침해하는가
생존을 위협하는가
진실을 왜곡하는가
불평등을 심화하는가
공포의 대상에서 적응해야 할 대상으로
Part 5 AI 소사이어티에서 승자가 되는 법
균등하지 않은 미래
국가 데이터 부국을 건설하라
기업 거인의 등에 올라타라
개인 AI 리터러시를 갖춰라
나가며
주
-3-
AI 소사이어티
AI 소사이어티
김태헌, 이벌찬 지음
우리는 이미 AI 소사이어티에 살고 있다
내가 알던 세상이 사라졌다
국제부 기자인 나의 업무는 입사 후 7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른 아침에 기삿거리를 발굴해
보고하고, 오전 중에 채택된 뉴스 아이템을 인터넷 기사로 작성해 게재한다. 오후에는 다음 날 종이
신문에 실릴 기사를 작성하고 수정한다. 지금까지의 나는 ‘스스로 주제를 선택해 글을 창작하는 일’로
먹고산다는 사실에 늘 자부심을 가져왔다. 나는 기계적으로 기사 작성 단계를 밟아나갔다.
우선 중국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이하 터우탸오)’를 열어 기사 제목들을 훑었는데, 이 앱은 사람이 아
닌 AI가 언론사 홈페이지, 블로그, 소셜미디어에서 화제성이 높은 기사나 게시물을 수집해 실시간으로
나열한다. 나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주제를 ‘오늘의 기사 아이템’으로 골랐다. 이어서 중
국어 기사 원문을 ‘복사’해서 구글 번역 사이트에 ‘붙여넣기’했다. 경험상 원문을 직접 번역하는 것보다
구글의 뇌에 의존하는 편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어 전문가 몇 명에게 전화를 걸
어 기사 내용과 관련된 의견을 들었고, 통화 녹음 파일은 내 스마트폰에 깔린 ‘비토(VITO)’ 앱에서 자
동으로 텍스트로 변환됐다. 내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터우탸오가 기사 아이템을 선정했고, 구글이 중
국어 원문을 번역했으며, 비토가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나는 그저 단락들을 적절히 배열한 다음 “~에 따르면” 등의 관례적 표현을 쑤셔 넣고 ‘인터넷 기사 게
시’ 버튼을 눌렀다. 내 손을 떠나 인터넷에 올라간 기사는 또다시 AI가 관장하는 공정을 거쳤다. 발행
시스템은 기사에 자동으로 ‘키워드’와 ‘태그’를 달았고, 기사가 게재된 포털 사이트는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나의 기사를 어느 위치에 얼마나 노출시킬 것인지 결정했다. 몇 시간 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인터넷에 올린 기사의 반응이 좋다며 다음 날 발행하는 종이 신문에 싣겠다고 했다.
다음 날 펼쳐본 종이 신문에는 내 기사가 실려 있었다. 기사 바이라인(By-line, 필자명을 적는 줄)에는
내 이름이 적혔지만, 왠지 나는 그것이 내 창작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라인은 이렇게 쓰여
있어야 합당했다. “AI 작성, OOO 기자 도움.” 기계가 사람처럼 일했고, 사람은 기계처럼 일했으니 말이
다. 공교롭게도 지면 귀퉁이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도 실려 있었다. “본지 AI 기자 잇단 속보 특종 화
제.” 내가 소속된 신문사에서 얼마 전 도입한 AI 기사 작성 시스템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주식
대량 매도 사실을 미국 매체 《블룸버그》보다 20분 빠르게 보도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AI는 자신의 이름을 신문에 새기는 ‘직장 동료’가 돼 있었다. 갑자기 강한 ‘이물감’
이 느껴졌다. 스스로의 선택과 고민으로 채워왔다고 생각했던 내 삶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AI와 함
께’였던 것이다. AI는 스마트폰 앱, 가정용 로봇, 웹 페이지, 직장 동료 등 다채로운 모습으로 내 삶 구
석구석에 나타나더니 어느새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었고,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시는 비(윤물세무성, 潤
物細無聲)처럼 AI가 내 삶을 바꿔놓았다. 그런데 나의 지나간 하루를 곱씹어보니 과거와는 분명 다른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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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① 혼자 있었는데도 끊임없이 무언가와 연결됐다. ② 다양한 자극을 받았지만 거슬리는 자극은 적었다.
③ 많은 결정을 했지만 스스로 결정한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런 사실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했다. ① AI가 끊임없이 나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② AI는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
으로 나에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③ 나는 어느새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AI를 믿고 의지하게 됐다.
최근 내 삶에서 낯설게 느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경험들도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가상 화폐
투자를 결심하고서 24시간 자동 투자 서비스 ‘헤이비트(Heybit)’ 신청을 알아봤던 일, 집을 파는 과정
에서 AI 세금 계산기인 ‘양도리’를 이용해 양도세를 계산했던 일, 매수 후보 아파트의 AI 예측 시세를
‘KB부동산(구 리브부동산)’ 앱에서 조회했던 일, 신용 대출 문의를 위해 NH농협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가 ‘AI 상담사’와 연결돼 전화 한 통만으로 대출을 연장했던 일, 바빠서 옷 고를 시간이 없다는 아내에
게 나이와 스타일에 맞춰 옷을 추천하는 ‘지그재그’ 앱을 깔아보라고 권했던 일……. 거기까지 생각했
을 때, 머릿속에 단어 하나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AI 소사이어티.’ AI가 바꿔놓은 세상. 내가 원래 알던
세상은 사라졌고, 이제 AI 소사이어티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AI 소사이어티의 3가지 특징
새로운 WWW 시대로
2014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는 AI가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며 즐기는 모든 분야에 어떻게 영향을 미
치는지 연구하는 ‘AI 100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년 뒤 프로젝트 팀이 내놓은 첫 보고서는 2030년에
AI가 사회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에는 교통, 가정용 로봇, 헬스케어,
교육, 취약 공동체, 공공 안전, 고용, 직장, 엔터테인먼트 등 8가지 분야에서 각각 일어날 변화들이 상
세하게 담겨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보고서에서 2030년에 일어날 거라고 예상했던 일들
이 불과 몇 년 만에 대부분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AI 100년’ 프로젝트 팀도 지난 몇 년간 AI의 발전
속도가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고 인정했다.
2021년 9월 프로젝트 팀이 5년 만에 다시 발표한 보고서는 “오늘날 AI 발전은 전환점에 도달했고, AI
는 일상 영역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연구에 참여한 브라운대학교 컴퓨터과
학 교수인 마이클 리트만은 “연구실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AI가 불과 5년 만에 사회에
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도약했다”라면서 “5~10년 전만 해도 꿈에 불과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어 흥미진진하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AI의 발전에 대해 논하는 것을 넘어 AI가 바꿔놓
은 사회, 즉 ‘AI 소사이어티’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다가온 AI 소사이어티는 인류가 수렵 사회, 농경 사회, 산업 사회, 정보 사회에 이어
겪게 된 다섯 번째 사회다. 수렵 사회는 인간의 신체 능력과 서로에 대한 배려에 크게 의존하는 사회
였고, 농경 사회는 토지가 곧 생명이었다. 산업 사회는 대량 생산과 규격화가 가능해지며 자본과 노동
력 쟁탈전이 벌어졌던 시대였고, 정보 사회는 ‘WWW(World Wide Web, 인터넷)’로 상징되는 정보 혁명
이 일어난 사회다. 그리고 다섯 번째 사회인 AI 소사이어티는 AI가 전기만큼이나 흔한 기술로 자리 잡
은 사회다. AI 소사이어티에서는 연령이나 성별, 지역, 언어의 차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AI가 적
용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누리며, 지능이 높은 기계와 긴밀하게 협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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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참고로 WWW가 상징하는 정보 사회는 기계와 인간이 일정한 거리를 뒀던 사회라면, AI 소사이어티는
AI 덕분에 기계와 인간이 한 몸처럼 가까워진 사회라 할 수 있으며, AI 소사이어티의 특징을 다음과 같
이 다시 새로운 의미의 ‘WWW’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연결(Wire) - 인간이 물건, 동물과도 긴밀하게 연
결된 사회: AI는 물건과 동물에게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입출력 단자‘를 달아줬다. 덕분에 AI 소사이어
티에서 인간은 손쉽게 강아지의 말을 알아듣고, 벽난로와 대화할 수 있다. ② 협업(With) - 기계가 인
간의 일을 분담하는 사회: AI를 장착해 똑똑해진 기계는 인간과 동등하게 일터에서 일하고, ‘인간 동료’
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고 있다. 바둑 등 일부 영역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③ 확
장(Widen) - 우리가 알던 세상의 범위를 확장한 사회: 가상 세계 구축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AI는 우
리 사회를 무한하게 확장했다. 이제 우리는 AI가 만든 가상 인간과 메타버스에서 만나 우정을 쌓고, AI
가 구현한 ‘디지털 트윈 도시’에서 도시 개발 실험을 한다.’
AI 소사이어티의 5가지 혜택
AI의 능력은 곧 인간이 누릴 혜택
AI 소사이어티에서 인간이 얻게 되는 혜택들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AI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면 우리가 누릴 혜택의 종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의 능력은
크게 5가지로 나뉘는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예지력, 정보를 필터링하는 여과력, 인간처럼 알아볼
수 있는 인지력(시력),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이해력, 그리고 인간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
는 창조력인데, AI 소사이어티에서 인간이 누리는 혜택은 이러한 능력에 각각 대응된다.
첫 번째 혜택 - 당신의 미래를 예측한다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가 맞붙은 2020년 11월 미 대선은 개표 직전까지 결과를 예상하기 힘
들었는데, 대선 결과에 따라 세금, 복지, 이민자 수용 등 개인의 삶을 뒤흔들 이슈들의 향방이 정해지
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알고 싶어 했고, 언론들은 시청
률을 위해 각 진영의 정치 전문가를 총동원하고 설문 조사를 실시해 대선 결과 예측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대 잡화 시장’인 중국 저장성의 이우 시장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곳에서 현수막
이나 깃발, 모자 등 선거용품 주문량이 많은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
다. 이우 상인들은 2016년 대선 때도 미국 내 여론 조사와 달리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고, 이후 미국 선거 판세를 가늠하는 ‘이우지수’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2020년 미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거 용품을 더 많이 주문한 쪽은 트럼프 진영이었으나 개표 결과는
바이든의 승리였다. 수많은 정치 전문가들의 예상도, 큰 관심을 모았던 이우지수도 결과 예측에 실패
했다. 그러나 모두가 예측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대선 몇 달 전부터 이미 판세를 정확하게 읽고 있
던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AI 시스템을 이용해 선거 결과를 예측한 이들이었다.
바이든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한 AI 시스템은 꽤 많았지만,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캐나다 오타와대학
교가 개발한 ‘폴리(Polly)’였다. 폴리는 미국인 28만 7,000여 명의 소셜미디어 활동과 팔로우 관계를
분석해 일찌감치 결과를 예측해냈다. 참고로 폴리는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2019년 캐나다 연방 선거 결과 또한 모두 맞혔다. 이처럼 AI 소사이어티에서 우리는 더 이상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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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확실성에 떨지 않아도 된다. AI가 꽤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혜택 - 당신의 취향을 저격한다
매년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창작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새로운 노래 800만 곡, 새 책 200만 권,
새 영화 1만 6,000편, 블로그 포스트 300억 개, 트윗 1,820억 개, 신제품 40만 종……. 이런 숫자들
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가진 인간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
러나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아진 환경에서 인간은 역설적으로 무기력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
워츠는 『선택의 심리학』에서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선택을 없애야 의사 결정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
들고 행복감이 향상된다”라고 말한다. 다행히 AI 소사이어티에서 인간은 풍요로움에 질식되지 않는다.
AI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고르는 일, 즉 필터링을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당신을 가장 잘 아는
AI는 선택지의 홍수 속에서 당신에게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들만 골라 추천해준다.
여기 AI가 어떻게 필터링을 통해 사람들의 선택을 쉽게 만들어주는지 보여주는 단순한 사례가 있다.
국내 향수 업체 파펨(PAFFEM)이 2015년 선보인 ‘퍼퓸텔러(Perfume Teller)’는 고객의 답변을 바탕으로
가장 어울리는 향수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매년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향수가 1,000여 종인데, 퍼퓸
텔러를 이용하면 단 몇 분 만에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향을 찾을 수 있다. 퍼퓸텔러의 설문은 여러 단
계로 이어진다. 우선 성별을 체크하는 항목이 나온다. 여성, 남성, 넌바이너리(Non-binary, 남성도 여
성도 아닌 사람)로 나뉜다. 이어 향수를 사용할 계절과 시간대(낮ㆍ밤), 좋아하는 과일 또는 식물 냄새,
싫어하는 냄새 등을 차례로 체크하면 곧바로 3가지 추천 향수를 제시한다. 고객에 대한 정보를 코드화
해 각 향수의 성분, 계절감, 이미지 등에 대입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세 번째 혜택 - 당신의 신체 능력을 강화한다
미국 조지아대학교 AI 연구소는 2021년 3월 “AI를 사용해 시각 장애인을 보조할 수 있는 배낭을 만들
었다”라고 발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배낭에는 AI 카메라가 탑재됐고, GPS 장치가 달린 노트북이 포
함됐다. 투박하게 생긴 배낭이지만, 배낭에 장착된 AI 카메라의 뛰어난 ‘시력’은 주목할 만하다. 이 카
메라는 자율 주행 자동차처럼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도로 표지판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벤치
나 계단 등 다양한 장애물을 알아볼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정원에서 뻗어 나온 넝쿨장미를 인식하
고, 울퉁불퉁한 노면과 약간의 경사마저 모조리 감지해냈다”라며 이 배낭을 극찬했다.
배낭을 사용하는 방법도 간단했다. 시각 장애인은 배낭과 연결된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듣기만 하면 됐다. 이어폰에 달린 마이크에 대고 “시작”이라고 말하면, 사용자는 걷는 내
내 왼쪽, 오른쪽, 위 같은 음성 안내를 통해 장애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건널목 신호등의 색깔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GPS를 이용해 현재 위치를 문자로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도 있다. 이처럼 AI 소사이
어티에서 인간은 기계의 능력을 빌려 신체 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각종 신체장애를 극복하는 것
은 물론이고, 별다른 노력 없이 운전을 하고, 기계와 협업해 고된 업무를 손쉽게 수행하게 된다.
네 번째 혜택 - 기계와의 소통이 쉬워진다
2021년 9월 문을 연 강남구의 무인 편의점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에서는 사람이 아닌 AI 챗봇이
손님을 응대한다. 손님이 허공에 대고 “얼음은 어디 있어?”라고 물어보면 “얼음은 화면에 표시되는 선
반에서 찾으실 수 있어요”라는 대답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매장 천장에는 물건 이동 여부와 고
객 동선을 분석하는 AI 카메라 총 21대가 설치돼 있고, 총 700여 종의 상품을 갖춘 진열대는 무게 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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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서를 탑재해 손님이 물건을 집어 들었는지 감지한다. 매장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신용 카드를 등록하면 물건을 골라 매장을 나갈 때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46.3㎡(약 14평)
규모의 작은 매장은 기계와 인간이 언어로 소통하는 장소인 셈이다. 이처럼 AI 소사이어티에서는 인간
이 기계와 손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다. AI가 탑재된 기계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 별도의 조
작법을 배울 필요 없이 ‘대화’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혜택 - 당신을 대신해 창조한다
2016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의 델프트공과대학교, 그리고 렘브란트 미술관은 AI 화가 ‘넥스
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를 공동 개발했다. 넥스트 렘브란트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 화
가인 렘브란트의 화풍을 빼닮은 그림을 그려내도록 만들어진 AI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넥스트 렘브란
트가 18개월 동안 렘브란트의 작품 346점을 학습하게 했다. 참고로 넥스트 렘브란트의 예술 감각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하얀 깃털 장식이 달린 검은 옷을 입은 30~40대 백인 남자를 그려달라”라고 했
더니 렘브란트가 환생해 그린 것 같은 초상화를 그려냈다. 렘브란트 특유의 조명 효과와 섬세한 표정
묘사는 물론이고, 두툼하게 물감을 덧칠한 유화의 질감까지 구현해냈다. 이처럼 AI 소사이어티에서는
창조하는 기계를 만나게 된다. AI가 온라인 게임에서 새로운 퀘스트를 만들어주고, 감동을 주는 음악을
작곡하고, 시대적 가치와 사상을 나타내는 명화를 남긴다.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AI 소사이어티를 평가하는 4가지 잣대
역사 속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기록들을 들여다보면, 인류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은
결국 ‘생존, 평등, 자유, 진실’ 4가지로 귀결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오늘날 AI 소사이어티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들도 이 4가지 키워드를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아래와 같이 인간에게 중요
한 4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① AI 소사이어티는 자유를 침해하는가? ② AI 소사이어티는 생존을 위
협하는가? ③ AI 소사이어티는 진실을 왜곡하는가? ④ AI 소사이어티는 불평등을 심화하는가?’
자유를 침해하는가
2020년 6월 14일 《월 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치인들에게 시위 사태는 유권자 정보를 모을 수 있
는 독특한 기회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알고 보니 미국 정치 브로커들이 시위 참가자들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 정당 홍보에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방법은 간단했다.
시위 참가자들의 스마트폰에는 지도나 날씨 앱처럼 사용자 위치 정보 수집 권한을 가진 앱들이 깔려
있는데, 이들 앱은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앱 개발자 또는 위치 정보 서비스 업체에 보낸다. 정
치 브로커는 이들 앱으로부터 ‘특정 지역과 시간대에 있는 사용자’ 위치 정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
위 참가자들의 스마트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고, 시위 참가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정치적 의도
가 깔린 설문 조사 링크를 받거나,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당 홍보 광고를 전송받게 된다. 시위에
참여했을 뿐인데 사적인 데이터가 유출되고, 특정 정치 집단의 세뇌를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식의 데이터 수집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데이터 수집 동의
관련 규정이 불명확해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밀한 정보를 정부나 기업에 내주는 사례가 많
기 때문이다. 단지 편리하고 유용해서 사용하는 AI 앱이나 가전들이 당신과 연결돼 데이터를 추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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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어디론가 빼돌린다는 사실은 애써 모른 척하기에는 두려운 일이다. 아무리 AI가 제공하는 혜택이 크다
지만, 어떤 대가를 지불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이를 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AI 소사이어티에서 개인의 자유는 침해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적극
적인 견제와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각종 정책의 정착, 감시를 막는 기술의 개발과 보편화로 개인의 자
유가 지켜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런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정보든 기업이든 인간이 안전하
게 느껴질 때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이 사회적으로 합의한 테두리 안에서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사람들은 더 많은 혜택을 얻
기 위해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기꺼이 내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뢰의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사회적 토론과 검증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데
이터의 가치와 AI의 유용성을 생각하면 인류는 결국 그 단계에 도달하리라 예상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AI 소사이어티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기록하는 인간’으
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생존을 위협하는가
언젠가부터 AI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예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예언들은 오늘날 AI
소사이어티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며 사람들 마음속에 공포의 불씨가 된다. AI가 제공하는 수많은 혜택에
기뻐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AI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지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AI는 정말 인간의 생존
을 위협하는 존재인 걸까? AI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는 없을까?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언론은 AI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오늘날 AI 소사이어티에서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일자리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AI
로 인해 파생되는 일자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지금의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직
업들이 나타날 것이다. 사람들이 여행을 다닐 때 모든 동선을 최적화해주는 ‘여행 알고리즘 전문가’가
탄생할 수도 있고, 개인 로봇을 돌보고 작동시키는 일을 전담할 가정부가 출현할 수도 있다.
AI 소사이어티의 시민들은 어떻게 탄생하지도 않은 직업들을 겨냥해 구직 준비를 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의 트렌드를 꾸준히 따라가며 ‘AI 리터러시(AI Literacy, AI에 대한
이해 능력)’를 갖추는 것이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 위에 AI 리터러시를 얹을 때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래에는 당신이 AI가 탑재된 기계들과 얼마나 잘 협업하느냐에 따라
연봉이 정해질지도 모른다. 당신의 협력자 중 90%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기계이며, 당신이 하
는 일의 대부분은 기계 없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더 나은 기계와의 협력을 위해서 ‘일’에 대한 새
로운 분류 기준을 갖고 판단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진실을 왜곡하는가
요즘에는 ‘딥페이크(Deepfake)’가 커다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딥페이크는 진짜 같은 가짜 이
미지를 만드는 AI 기술로서 각종 음란물 제작이나 정보 조작에 사용된다. 네덜란드의 한 딥페이크 탐
지 기술 업체에 따르면, 2019년 온라인에 유포된 딥페이크 영상은 8만 5,047건으로 2018년 이후 6개
월마다 2배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AI 소사이어티에서 사람들이 AI에게 속
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세뇌시키거나 가짜 정보 제작에 남용되며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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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진실을 알 권리’를 해치고 있다는 주장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AI 소사이어티에서 우리
는 과연 제대로 진실을 볼 수 있을까? 거짓에 속지 않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설명 가능한 AI: 많은 사람들이 AI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밀스러운 알고리즘을 갖고
몰래 인간을 세뇌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는 것이다. AI의 속을 알 수 없다며 ‘블랙박스’라고 부르기
도 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날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가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
합은 2018년부터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에 따라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
해서는 회사에서 설명을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신용 카드 발급, 주택 담보 대출 심사
등 회사가 AI 기반으로 진행한 주요 금융 결정에 대해 이유를 제시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덕
분에 우리는 AI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책임감 있는 AI: ‘책임감 있는 AI(Responsible AI)’라는 AI 분야도 생겼다. 책임감 있는 AI란 AI 개발을
현실 세계의 곤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일로 정의하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책임감 있는 AI에서는 AI 기술 개발
이나 적용 단계마다 개발자 스스로 질문을 하고 원칙을 준수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IT 기업과 정부의 노력: AI는 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에 대응할 방법을 찾
으며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개인은 AI 서비스에 중독
돼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기업은 손에 쥐어진 막대한 AI 권력을 스스로 제어할 기
술과 방법을 찾고 있다. 또 각국 정부는 정책과 규제라는 무기를 갖고 AI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불평등을 심화하는가
AI 소사이어티에서 부의 분배는 평등하게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소수가 독식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
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몇 십 년간 우리가 만든 세상은 분배에 실패
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라는 기술이 우리에게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 AI가 가
져오는 획기적인 사회 발전이 우리가 조금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계기를 마련하고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AI를 이용해 빈곤층을 돌보고, 소외된 영역을 되살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AI 소사이어티를 더욱더 평등한 사회로 만들고자 분주하게 노력하는 것이다.
AI 오픈소스 생태계는 약자들에게 AI 기술의 접근성을 크게 높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거대 기업들이 AI 개발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를 개발하는 데는 거대한 규모
의 서버(클라우드)와 딥러닝이 가능한 최신식 컴퓨팅 장비, 그리고 학습에 사용되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는 결국 자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
반 기업은 엄두도 못 낼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수집’해 앞서가고 있다.
기술을 독점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오픈AI가 만든 GPT-3 알고리즘은 처음에는 무료 베타 버전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지만,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GPT-3 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마이크로소
프트가 GTP-3에 대한 라이선스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GPT-3를 4가지 버전의
유료 서비스로 나눠서 판매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중소규모 AI 업체에 대한 기업사냥도 활발하다.
미래에는 AI 기술도 승자가 독식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내릴 수 없다. 거대 IT 기업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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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AI에 대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이들이 향후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 그러
나 AI 기술 생태계에서 오픈소스가 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고, AI 분야는 서로 공유하며 얻는 시너
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한동안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개발 생태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AI 소사이어티에서 승자가 되는 법
국가 데이터 부국을 건설하라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는 말은 이제 식상해질 정도로 익숙하다. 가장 먼저 이 주장을 한 인물은 클
리브 험비다. 그는 데이터가 석유와 같이 처음에는 정제돼 있지 않은 상태로 있지만, 가공을 거쳐 가
스, 플라스틱, 각종 화학 물질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점이 닮았다고 주장했다.
AI 시대에 데이터의 중요성은 데이터와 AI 성능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데이터 강국 탄생의 비밀: 2019년 미국 데이터 혁신센터는 각국의 데이터 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인터넷 사용 구독자, 모바일 결제 사용자, 사물인터넷 데이터, 생산성 데이터, 전자 의료
기록, 매핑 데이터, 유전자 데이터, 그리고 데이터 접근 장벽 등 7가지 요소를 입체적으로 고려해 경
쟁력 지수를 측정했는데, 결론적으로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미국 데이터
혁신 센터는 중국은 데이터 영역에서 다른 나라들을 앞서고 있고, 향후에도 이러한 경쟁력은 더 강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이 이렇게 데이터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중국은 디지털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데이터 생산에 유리하
다. 그리고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모바일 경제를 구축한 것도 중국이 데이터 강국이 된
비결로 꼽힌다. 또 저가 스마트폰의 출현과 더불어 통신 인프라도 ‘퀀텀 점프’를 하며 모바일 경제 발
전에 힘을 실었다. 이렇게 모바일 경제가 고도로 발달한 덕분에 중국에서는 14억 인구의 거의 모든 활
동이 데이터로 기록되는 여건이 조성됐다. 아울러 ‘올인원(All-in-one) 앱’, ‘인구가 밀집한 도시’,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이라는 3가지 측면도 중국이 데이터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중국이 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한 비결을 살펴보면, 결국 중국 고유의 특성이 AI 시대에 유리하게 작용
한 측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마냥 운이 좋아 데이터 강국이 된 것은 아니다. 중
국이 일찌감치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정책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들이 마음껏 데이터 생산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데이터 경쟁에서 동맹 찾기: 데이터가 한 나라의 AI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각
국은 자국민이 생성한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막는 ‘데이터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데이터 보
호주의는 특히 한국처럼 인구가 적고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국가 입장에서 악재인데,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 놓고 데이터를 교류할 수 있는 ‘데이터 동맹국’들을 적극 확보하는 것이다.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으면 위험은 적고 이득은 크기 때문이다.
기업 거인의 등에 올라타라
AI 소사이어티에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 참고로 오늘날 가장
부유한 기업들은 대부분 AI에 사활을 건 기업이다. 특히 AI 개발과 응용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 마이크
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알파벳), 메타 등이 최고 순위에 올랐다. 과거에 IT 공룡으로 불렸던 이들은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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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공룡으로 또 한 번 변신하며 더 화려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AI가 막대한 부가 가치를 창출하
며 세계 경제를 이끄는 핵심 자원이 되면서 이제 AI는 단순한 경쟁력 강화 수단을 넘어섰다. 모두가
앞 다퉈 AI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뒤처지게 된다.
가장 뛰어난 ‘초거대 AI’를 개발하라: 향후 주목받을 AI 키워드는 ‘초거대 AI(Hyperscale AI)’다. 초거대
AI는 뛰어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지는 AI다. 특정 용도에 한정하
지 않고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 학습, 판단, 행동하는 인간의 뇌를 닮았고, 한번 개발하면 수많
은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초거대 AI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개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2020년 오픈AI가 GPT-3를 공개하며 초거대 AI 개발 경쟁의 서막을 알렸는데, 이에 질세라 2021년 구
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람다’와 ‘딥스피드’라는 초거대 AI를 공개했다. 국내 기업도 초거대 AI 경
쟁에 합류했다. 아무튼 초거대 AI 개발 경쟁은 미래 글로벌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과 맞물려 있고, 결
국 가장 선도적인 모델을 개발한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작은 기업이 살아남는 법: AI 소사이어티에서 작은 기업의 생존 전략은 다음과 같다. ① AI 트랜스포메
이션 - 조직부터 AI로 혁신하라: 조직이 AI화되지 않고서는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AI 혁신도 기
대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 바로 ‘AI 트랜스포메이션’이다. AI 트랜스포메이
션은 AI를 기반으로 회사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AI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기업은 더욱 효율적
인 업무 시스템과 새로운 방식의 문제 해결 방법을 얻게 된다.
② AI 민주화 -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 다행히 AI 기술은 상당히 민주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하는 대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런 환경이 조성된 덕분에 AI 소사이어티에서 중소 규모의 회사들도 첨단 AI 기술을 자사 제품과 서비
스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셈이다. 당연히 대기업의 AI 기술 공유는
순수한 사회 환원은 아닐 것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더 나은 알고리즘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롭게 주어진 혜택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AI 소사이
어티에서 기업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을 개발하는 공룡이 되거나, 이들이 만든 기술을 활용해 다양
한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강소 기업이 되면 된다.
개인 AI 리터러시를 갖춰라
AI 소사이어티에서 누구나 AI를 자신의 업무나 일상 속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AI 소사이
어티에서 개인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AI 리터러시(AI literacy, AI 문해력)’를 갖춰야 한
다. AI 리터러시는 AI를 이해하고, AI 기반으로 결정을 하거나 업무를 할 수 있는 역량이다. AI 리터러시
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새로운 사회에서 사실상 문맹처럼 살 수밖에 없다.
AI 리터러시 = 데이터 활용 능력 + 컴퓨팅 사고 능력: AI 리터러시를 갖추기 위해 개인은 여러 AI에 관
해 배우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해야 한다. 우리가 문해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수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다양한 방식의 훈련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AI 리터러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헤매
지 않도록, 여기서는 다음과 같은 2가지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울 것을 제안한다.
첫째, AI의 원료인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서 성능이 향상되는데,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느냐에 따라서 그 특성이 달라진다. 또 데이터에 대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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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사이어티
인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AI의 결과물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AI가 사전 학습하는 데이터를 적
절하게 다듬어 최상의 결과물이 도출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AI가 우리에게서 어떤 데이터를 수
집하고 가공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 중요한 개인 정보 등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기도 하다.
둘째, 컴퓨터의 사고방식을 배워야 한다. 오늘날 AI가 탑재된 기계들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따라 하며
인간의 언어로 우리와 소통하고 있지만, 우리 또한 기계와의 협업이 원활할 수 있도록 기계의 사고방
식을 배울 필요가 있는데, 기계의 사고방식을 배우는 방법은 곧,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다. 참
고로 구글은 컴퓨팅 사고력을 ‘문제를 어떻게 풀지 생각하는 컴퓨터의 방식’이라 간단히 정의하고, 이
는 분해, 패턴 인식, 패턴 만들기(추상화), 알고리즘 작성 등 4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즉, 문
제를 나눠 생각하고, 데이터 안에 있는 패턴과 규칙을 찾아, 일반적인 규칙을 정의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을 알고리즘화하는 것이 바로 컴퓨팅 사고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다운 모습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AI 소사이어티는 개인에게 수많은 혜택과 기회를 제공하
지만, 이와 동시에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해 큰 도전 과제를 던져주는 사회다. 왜냐하면 AI가 제공하는
수많은 맞춤형 서비스에 둘러싸여 살면 개인의 인격과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자극과 도전을 놓칠
수 있고, 지나치게 유능한 AI와 함께 일하고 거주하면서 개인이 가진 고유의 장점과 특성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소사이어티에서는 인간의 공감력, 포용력, 창의력이 도전받게 되는데,
이를 지키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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