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익형 블로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블로그로 수익 올리는 법을 다루는 책이
무수히 많이 나와 있다. 저자는 블로그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시작’은 열정적이지만, ‘유지’는
어려워하는 것을 발견했다. 블로그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거나 수익을 창출하려면 반드시 지속 가
능해야 한다. 블로그를 통한 성취는 ‘오랜 시간 일정 수준의 글쓰기를 유지하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나를 탐구하고 기록하며 콘텐츠의 내실을 다지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다룬
다. 블로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소처럼 꾸준히’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 향상은 기본이고, 사업
확장과 수익은 덤으로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블로그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커리어를 늘리거
나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 Short Summary
디지털 글쓰기 시대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 블로그에 쓰다 보면 브랜딩이 되고 커리어가 생긴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많은 도구가 있는데도 꼭 블로그 글쓰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로그는 디
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글쓰기 플랫폼이다. 맥락 있는 서사를 풀어낼 수 있는 데다 사진과 동영상도
실을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블로그에 쓴 글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다른 SNS 콘텐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잘되는 유튜버치고 글 못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라는
유명 유튜버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블로그에 잘 써놓은 글 하나가 다른 미디어로 확장되는 ‘종자 콘텐
츠’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대본 작성, 촬영 및 편집, 섬네일 제작과 업로드까지 제작 과정이 복잡한 유튜브와 달리, 블로
그는 한글을 알고 자판을 누를 수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심지어 음성 입력 기능이 있
어 이제는 자판을 누르지 않고도 쓸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컴퓨터나 스마트폰 한 대, ‘나’다운 블
로그를 만들겠다는 마음가짐뿐이다.
삶의 무기가 되는 블로그 글쓰기의 모든 것
블로그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 주제는 무엇으로 잡을지,
프로필은 어떻게 꾸밀지, 어떤 소재를 꾸준히 쓸지 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야 나다운 블로그가 탄생한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나다운 콘텐츠를 올리는
게 블로그를 지속하는 힘이다. 이 책에서 나에 대해 이해하고 장단점을 찾는 방법을 공들여 소개한 이
유다.
이 외에도 블로그 작명, 메인 화면 꾸미기 등 초보 블로거들이 궁금해하는 점부터 구체적인 글쓰기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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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까지 꼼꼼히 담았다. 10강에 걸쳐 소개한 글쓰기 비법은 글쓰기에 자신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내용이다. 더 나아가 인기 있는 글의 요소, 독자를 모으는 제목 패턴, 댓글 소통법 등 블로그에 최적화
된, 잘 읽히는 글의 비밀을 소개한다. 챕터마다 배치한 ‘글쓰기 상담소’에서는 수많은 블로거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일단 써보자.
당신의 블로그 글쓰기를 응원한다.
▣ 차례
프롤로그_ 쓰다 보니 인생이 바뀌었다
1장. 블로그를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블로그 글쓰기의 3가지 기본 권법
블로그와의 첫 만남
7년간 블로그에 글만 썼을 뿐인데 벌어진 일
블로그 글쓰기가 우리에게 좋은 이유
블로그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긴 사람들
[글쓰기 상담소] 악플을 받을까 봐 무서워서 글을 못 쓰겠어요
2장. 블로그는 나를 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4가지 속성
나를 알아야 나다운 블로그가 탄생한다
나를 공부하는 3가지 질문
나의 강점을 발견하는 법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법
[글쓰기 상담소] 왜 글만 썼다 하면 자꾸 길어질까요?
3장. 블로그는 콘텐츠 베이스캠프다
인류는 왜 글쓰기를 시작했을까?
미디어 플랫폼 = 새로운 언어 소통 방식
조앤 롤링이 블로그를 했다면?
이효리는 왜 블로그에 글을 썼을까?
[글쓰기 상담소] 필력이 부족해서인지 대본 쓰기가 너무 어려워요
4장. 블로그 글쓰기 시작하기
블로그 시작 설명서
돈 벌려고 시작한 블로그가 망하는 이유
블로그의 4가지 종류
블로그를 막막해하는 사람의 2가지 특징
꾸준히 할 수 있는 블로그 주제 정하는 법
좋아하는 걸 할까? 잘하는 걸 할까?
블로그의 첫인상, 메인 화면은 어떻게 꾸밀까?
블로그 작명 레시피
스쳐 가는 글감을 낚아채는 메모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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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소처럼 꾸준히” 서툴더라도 매일 쓰자
뭔가를 하기로 했다면 그냥 해야 하는 이유
[글쓰기 상담소] 일관성 있는 글을 쓰기가 어려워요
5장. 시작하는 블로그를 위한 글쓰기 10강
당신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
1강. 이야기 나누듯이 써라
2강. 수다는 어떻게 글이 되는가?
3강. 글 한 편에 한 가지 메시지, 1글 1메시지
4강. 잘 읽히는 글에는 구조가 있다
5강. 자려고 누워도 생각나는 인상 깊은 글 쓰는 법
6강. 글은 자료 조사한 만큼 쓸 수 있다
7강. 정리 정돈을 하면 잘 쓴 글이 된다
8강. 잘 쓰는 사람치고 적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9강. 초고는 과감하게, 퇴고는 소심하게
10강. 뭉뚱그려진 표현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글쓰기 팁] 감정 단어장의 다양한 어휘를 써보자
6장. 잘 읽히고 잘 발견되는 글의 비밀
인기 있는 글의 6가지 필수 요소
간판이 끌려야 가게로 들어온다
“제목이 다 했다” 독자를 마중 나가는 제목 패턴
사진과 동영상도 글이다
비판받을 만한 곳에 미리 가 있어라
댓글 소통법과 좋은 댓글 쓰는 법
팔로워 수, 조회 수보다 중요한 것
[글쓰기 상담소]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고민입니다
에필로그 _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나답게 하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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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한혜진 지음
1장. 블로그를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블로그 글쓰기가 우리에게 좋은 이유
블로그는 나에게 목소리를 준다: “난 글을 안 쓰면 아무것도 아니다. 글을 안 쓰면 흘러가는 대로 시간
을 보내다 건달이 될 것 같다.” 작가이자 방송인인 허지웅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나는 이렇게 응
용하고 싶다. “나는 글을 안 쓰면 인어공주처럼 목소리가 사라질 것 같다.” 나에게 블로그는 ‘70억 지
구인 중에 저도 살고 있는데요?!’라고 손을 드는 것과 같다. 발표하려고 손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여
기서 살아 숨 쉰다고 생존을 알리는 손들기다.
몸도 마음도 고장 난 무직자. 아무도 나에게 “넌 쓸모없는 무직 아줌마야”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스스
로 그렇게 느끼며 우울해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만약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미래는 단언할 수 없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살고 있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내 입으로 말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렵다. 외형만 보고 내가 방송작
가 출신이며 꿈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블로그는 개인에게 목소리를 준다. 가만히 있으
면 아무도 모를 나에게 목소리 파워를 준다. 덕분에 내 이름이 사라지지 않는다. 남들이 나를 불명확
하게 인지하려고 할 때 명확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게 블로그다. 블로그를 하면서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를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더 섬세하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블로그에 나의 목소리가 쌓였다.
경험과 기억의 질이 높아진다: 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사진 몇 장과 소소한 기억에 의지해 지난 경험을
추억했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부터는 사고 과정이 달라졌다. 여행 준비부터 귀가까지, 내 경험 하
나하나가 의미 있는 순간으로 변했다. 이 경험을 어떻게 글로 담을지를 미리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만
들려는 두뇌 회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여름휴가 가방 싸는 법, 제주도 항공권 저렴하게 예매
하는 법, 제주도 비행기 맨 앞줄 지정 좌석 예매하기, 제주도 3대 고기국수 맛집 추천, 스노클링 하기
좋은 제주도 명소, 제주도 돌고래 투어 체험기 등 내 눈과 발이 닿는 모든 곳이 이야깃거리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와서 글을 쓴다고 치자. 그리고 1년, 또 2년이 지난다고 쳐보자. 예전에 적은 글을
내가 독자의 입장으로 볼 수 있다.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의 살아 있는 글과 함께.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의미를 부여해 썼기 때문에 촘촘한 이야기로 기억이 복기된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들려주는 다정한 속삭임이다. 동영상으로 여행기를 통째로 촬영해도 당시
의 감정, 느낌, 생각, 촉감까지는 담을 수 없다. 글쓰기는 이 모든 것을 담아 미래로 실어나를 수 있는
인생 타임캡슐이다.
나를 발견하고 만들어 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글을 쓰며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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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다. 내 삶을 스스로 빚을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이것은 나에게 엄청난 변화다. 예전에는 사는 대로
생각하던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에 가까워졌다. 여전히 진행형이므로 결론인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앞으로의 인생이 길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능동적이며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꿈이다.
당신은 살면서 내 마음대로 원 없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없었다. 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블로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마음껏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 글
쓰기를 통해 자기이해지능이 생겼고, 비로소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책에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내가 가장 존중해야 할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며, 약간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과 어느 정도의 ‘개썅마이웨이(누가 뭐라고 해도 내 갈길 간다는 마인드)’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 자아존중감, 자신감, 자기신념을 바탕으로 하루하루 기록한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나만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인생의 25%는 나를 발견하는 데 쓰고 나머지 75%는 나를 만들어가는 데 쓰라는 말이 있
다. 블로그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만들어가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평생 써먹을 생업관이 생긴다: 블로그를 통해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직업관이 바뀌었다. 나는 40년 가
까이 ‘꿈은 직업’이라 여기며 살았다. 그래서 꿈을 이룬 상태에서 실직했더니 2가지 상실이 동시에 찾
아왔다. 직업과 꿈을 동시에 잃은 것이다. 꿈을 이루면 뭐하겠는가.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일을 할 수
가 없는데, 내 직업은 회사를 통해서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실직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지
만 블로그를 통해 직업관이 달라졌다. 사람은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직장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직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꿈은 직업이 아니다. 꿈은 내가 품은 인생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
하는가에 달려 있다. 인간에게 직업관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일은 시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 내 시간의
3분의 1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직업이라 불
리는 일’에 팔고 있다. 결국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어떻게 직업 활동을 하는가가 내 삶을 크게 좌우한
다.
앞으로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수명은 100세를 넘어 200세까지 다다르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직업
을 넘어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력, 즉 생업(生業)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
래드웰(Malcolm Gladwell)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이 낮에 들은 것, 경험한 것, 생
각한 것, 계획한 것, 뭔가 실행에 옮긴 것들 가운데 새벽 1시가 됐는데도 여전히 이야기하고 싶어 입
이 근질거리는 것이 있는가? 그것이 곧 당신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줄 것이다.” 만약 이런 것이 있다
면 블로그에서 시작해보길 바란다. 나도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블로그에 담으면서 커
리어가 생기고 인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클라우드 라이브러리다: 클라우드(구름)에 자료를 저장해놓고 사용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도 클라우드를 애용한다. 클라우드가 내 자료를 폴더에 담아 정리한 자료 보관소라면, 블로그는 자료
에 스토리텔링을 곁들인 나만의 정보 보관소다. 이런 의미로 내가 블로그에 지어준 별명이 있다. 바로
나만의 이동식 도서관, ‘클라우드 라이브러리(cloud library)’다. 나는 일기만 적은 것이 아니라 도서관으
로도 사용했다. 내 고민에 힌트가 될 만한 정보나 두고두고 보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블로그에 스크랩
했다. 블로그는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확인하는 데 요긴했
다. 내가 어딜 가든 해와 달이 따라다니는 것처럼, 블로그는 나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도와주는 지식
매니저다. 특히 책을 쓰거나 방송 대본을 쓸 때 고맙다. 나는 수십 권의 책과 자료를 책상 위에 펼쳐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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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고 글을 쓸 때가 많다. 집에서 집중이 안 되면 카페나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많은 자료
를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도서 트렁크라는 커다란 가방에 책 수십 권과 타자기까지 담
아 들고 다니며 글을 썼다고 한다. 루이비통이 맞춤 제작했다는 이 가방은 멋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어
떻게 들고 다녔을지 상상이 안 갈 만큼 크고 육중하다. 고맙게도 나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명
품 가방에 돈을 쓰지 않아도, 무거운 가방을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블로그가 있으니까. 헤밍웨이가
이 광경을 본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노인과 바다』 같은 작품을 100권
도 더 썼을 텐데!”
블로그는 책이 된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던 시점부터 낯선 쪽지와 이메일이 오기 시작했
다. 한 달 만에 대여섯 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들은 내 콘텐츠가 흥미롭다고 했다. 나는 그들
의 연락이 흥미로웠다. 출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 출판사 편집자와 만났다.
놀랍게도 1명을 제외한 3명은 내 글의 독자였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내 글에 도움을 받았다
고 했다. 책으로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며 적극적으로 출간 제안을 했다. 사
실 내 이름을 건 책을 내는 것은 평생의 꿈이었다. 하지만 ‘내 꿈은 달나라 여행’처럼 실제로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꿈이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빨리 이루
어질 줄이야.
그해 가을, 첫 책 『극한육아 상담소』가 출간되었다. 서점에 진열된 내 책을 보고 모공 하나하나까지
소름 돋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보면 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꼬집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실제로 영
화에서처럼 그 행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볼을 꼬집고 책을 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블로그
가 아니었다면 혼자 기획하고 혼자 집필한 내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선보일 기회가 있었을까? 그 글을
편집자가 보고 출간 제안을 하는 일이 있었을까? 블로그는 꿈으로 가는 시간을 단축해주었다. 인생은
기회와 확률 게임이다. 블로그는 2가지를 모두 높여준다.
2장. 블로그는 나를 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나를 알아야 나다운 블로그가 탄생한다
블로그를 하는데, 왜 나를 알아야 돼요?: 앞서 글쓰기의 4가지 속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글쓰기는 표
현하고, 감동하고, 생각을 쓰고, 마음씨를 담는 것이다. 누구의 표현과 감동과 생각과 마음씨를 담는
것인가? 바로 나다. 결국 글쓰기는 나라는 사람을 알고 이해해야 쓸 수 있다. 글을 쓰려면 지금의 나
를 만든 세계부터 탐색하는 것이 좋다. 블로그 글쓰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수많은 사람을 탐구해보면
본질에는 ‘내가 나를 모른다’는 한 가지 명제가 자리하고 있다. 내가 내 생각과 마음을 모르면 사실상
글쓰기는 산으로 가게 된다. 글을 쓰긴 썼는데 어딘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고, 묘하게 이상하지만
딱히 어디가 이상한지 몰라서 선뜻 고치지도 못한다.
블로그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를 개설하기는 했지만 주제는 무
엇으로 잡을지, 프로필은 어떻게 꾸밀지, 어떤 소재를 꾸준히 쓸지 정하기 어려운 핵심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기본적인 기호조차도 모른다. 실제로 실험 결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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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있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지, 카페라테를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좋아한다고 생각했
는데 실제로는 다른 걸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자기 탐구를 통해 깨닫는 사람도 있다. 나를 알아야 글
쓰기가 쉬워지고 나다운 블로그가 될 수 있다.
생각보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영어 선생
님으로, 유아 영어 학습을 다룬 블로그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다. 영어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우
리나라에서 영어에 관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이분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경력도 있고, 놀이식
영어라는 교육 방법도 구체적이었다. 내가 볼 때는 굳이 따로 배우지 않아도 이미 교육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도무지 글쓰기가 어렵다고 했다. 기나긴 인
터뷰 끝에 나는 단서를 찾아냈다. 이분은 살아오면서 영어 학습을 어려워한 적이 없었다. 별다른 고비
나 특별한 노력 없이 영어 성적이 대체로 상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어려워하는 부분을 어떻게 이끌어줄지에 대해서 자기 확신이 부족한 상태였다.
다른 한 사람은 체육 선생님으로, 유아 체육 학원을 운영 중이었다. 학원은 잘되었다. 이분은 요즘 아
이들에게는 체력이 중요하다면서 이 메시지를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먼저 언급한 영어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이분도 블로그를 바로 운영하면 될 것 같았는데 왜 나에게 코칭을 의뢰한 것일
까? 긴 토론과 상담을 해보니 이분도 비슷한 이유였다. 지식과 기술은 전문적이지만 자기 확신이 부족
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교육 전문가로 현업에서 활동 중이지만 자신의 교육관과 경험담을 공개적인 공간
에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 뭔가 대단한 교육관을 천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동네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할 뿐인데 블로그에 글을 썼다가 안 좋은 댓글이 달릴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이 메시지는 꼭 전해야 돼’와 ‘내가 뭐라고 그런 걸 전해’ 하는 상반된 마음이 공존
하는 것이다.
전문가여도 나를 모르면 이상하게 자신이 없다: 영어 선생님에게는 과제를 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
금까지 영어를 어떻게 습득했는지 학습 일기를 써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 없다며 머뭇거렸지만,
그는 두어 달 가량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집중했다. 일기를 쓰며 자신도 놀란 부분이 있다고 한다. 왜
곡된 기억이 바로잡히고, 몰랐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영어 공부에 있어서 특별히 애쓴 기억이 없었
던 까닭이 있었다. 바로 가정 환경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매일 아침 영어신문을 보셨다고 한다. ‘어른은
당연히 영어로 된 신문을 보나 보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영어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영어 공부가 힘든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응원을 받고 다시 일
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글로 쓰기 전에는 흐릿했던 기억이 글을 쓰면서 비교적 선명하게 복기된 것이
다. 내가 놀란 점은 이분 글의 완성도였다. 글쓰기가 어렵다더니 웬걸,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블로그 글은 잘 읽히는 가독성이 가장 중요하다.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다정하고 재미난 글이었다. 학습 일기를 쓴 후, 그는 스스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에게는 2명의
유아 자녀가 있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다른 집 자녀들을 가르치면서 정작 자기 아이들은 가르치고 있
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도 영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이를 기록하는 블로그를 운영해보겠다고 했다. 근사한 아이디어였다.
체육 선생님과는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번 통화하면 기본 1시간일 정도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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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나는 주로 질문을 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왜 체력이 중요할까요?” “체력을 키우는 법 중에 쉽고 효과 좋은 것이 있을까요?”
“이렇게 잘 아시는데 왜 글을 쓰려고 들면 망설여질까요?” 수많은 질문 중에 그녀는 유독 한 가지 질
문을 아파했다. 자신도 모르는 자기 마음을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알고 보니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
었다. 그녀는 살면서 한 번도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직업인으로서는 전문가이
고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도 높았지만, 정작 내면에는 자신도 모르는 걸림돌이 있었다. 이 무의식이
글쓰기를 주저하게 했다. 글을 쓰려면 자기주장을 하고, 근거를 대고, 설득을 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본 전문가들은 다들 너무 글을 잘 쓴다며 위축되어 있었다.
이럴 때는 ‘탄탄한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전문가’라는 프레임부터 깨는 것이 순서다. 전문가라고 해서
모두 날카로운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설득하는 사람, 진솔한 자기 이야기
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 등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경우 위대함에 가까운
저명한 전문가보다는, 내가 따라 할 수 있는 친근한 전문가의 상을 모아보면 도움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나 스피치의 스타일을 모으는 것이다.
체육에 관심이 없던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왜 체육에 매력을 느꼈지?’ ‘체력
을 키우고 나서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지?’ ‘운동을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언제지?’ 그녀가 태어나
면서부터 뼛속까지 체육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히 계기가 있고, 이유가 있고, 희로애락이 있다. 그
것을 끄집어내면 어떤 글보다 나다우면서도 친근한 글이 된다. 글이 안 풀릴수록 나를 들여다보자. 사
회가 준 이름, 세상이 준 이름, 직업이 준 이름을 모두 떼고 본연의 나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해답이
있다.
쓰다 보면 나를 알아차리게 되는 글쓰기: 머뭇거리게 될 때는 거창한 목표를 접어두고 당장 소박하게
라도 시작해보자. 나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일면 일단 쓰는 편이다. 끝을 장담하지 않는다. 이게 쓰
다가 버려질지, 나중에 수정해서 발행이 될지, 인기 폭발의 글이 될지 아무것도 예측하지 않고 ‘일단
쓴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었다. 큰아이가 7살, 작은아이가 2살일 때, 정신적 육체적으로 번아웃이 온 적
이 있다. 청개구리처럼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 첫째의 행동이 너무 버거웠다. ‘미운 7살’이 너무 버거운
엄마라는 주제로 글을 써 내려갔다. 나는 보통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데 이틀 정도 걸린다. 사진 자료
가 많이 들어가거나 평소보다 글밥이 많다고 해도 일주일을 넘기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 이번 글은 2
주 가량 써 내려가는데도 도통 완성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매끄럽게 써 내려가지지도 않고
쓰다가 툭툭 막혔다. 어쩌고저쩌고 써놓고는 잠시 멈춰서 그 문장을 바라보고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이게 맞나?’ 고민하기 일쑤였다.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수정한 글이 너무 이상해서 다시 고쳐
쓰고 원상태로 복구하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너무도 더디게 써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완성되지
않는 글을 매일 붙들고 늘어지다 나는 뜻하지 않게 깨달음을 얻었다. ‘아! 내가 아이의 행동에 이 정도
로 화가 난 건 아니었구나.’ 고작 한 바닥을 쓸 만한 이야기도, 생각도 없으면서 나는 왜 그렇게 짜증
나고 화가 났던가. 절반도 완성하지 못한 글을 보며 아이에게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했다. 마음이 복잡
하고 힘들었는데 참 신기하게도 차분하게 정리가 되었다. 쓰던 글은 삭제하고, 나는 이 반성문을 새로
운 소재 삼아 포스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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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마음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글쓰기는 나를 알아차리는 데 특효가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
은 80% 이상이 무의식이라고 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데리고 우리는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며 살
아간다. 마음이라는 아이는 꽤 수줍음이 있는 편이어서 평소에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똑똑 노크
를 하고 다정하게 다가가면 빼꼼히 얼굴을 내밀어준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글자로 마음을 적
으면 비로소 마음이 눈에 보이게 된다. 보이지 않는 건 쓰다듬고 보듬어줄 수 없지만, 보이는 건 쓰다
듬고 보듬어줄 수 있다. 머리가 엉켜 있으면 가지런히 빗겨줄 수도 있고, 옷에 구멍이 났으면 바느질
을 해줄 수도 있다. 애정 어린 객관성으로 나를 보살펴 주는 것이 글쓰기다.
3장. 블로그는 콘텐츠 베이스캠프다
이효리는 왜 블로그에 글을 썼을까?
유명인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 나는 2003년부터 방송국에서 일했다. 그때만 해도 개인이 방송을 한다
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무료라는 것은 더더욱 상상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TV 같
은 플랫폼이 있긴 했지만 대중적이지 않았다. 불과 10~20년 만에 세상이 뒤집힐 만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을 소유한 사람에게만 보장된다.” 응용하자면 인간은 표
현의 자유를 위해 블로그를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원시 인류에게 언어가 생존 수단이었다면,
현대 인류에게 언어는 자기표현 수단이다.
나는 연예인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현상을 보고 이 의미를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언젠가 이효리가 블로
그를 운영하는 것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때는 2014년 5월이었다. 이효리는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다. 그녀가 가만히 있어도 카메라가 그녀를 쫓아다니며 사소한 소식까지 전해준다. 그
런 사람이 웬 블로그? 이효리는 자신의 소탈한 일상사를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농사짓는 이야기,
작물을 수확한 이야기, 반려견과 시간을 보낸 이야기 등은 슈퍼스타가 아니라 옆집 이웃 같은 친근함
을 불러일으켰다.
이효리는 왜 블로그를 한 것일까? 나는 그녀의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나는 지금에서야 진짜 아이콘
이 되고 싶다. 겉모습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는 모습, 내 마음에 기반한 꽤 괜찮은 지표가 되고 싶어졌
다. 지금의 삶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출간 2년 후, 그녀는 마치 이 말을 실현하려는 듯 블로그에 글을
썼다. 블로그에 담긴 이효리는 ‘스타 이효리’가 아니라 ‘인간 이효리’였다. 그녀의 다짐대로 블로그 운
영 후 그녀는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다. ‘섹시 아이콘’이 아니라 ‘삶의 아이콘’이 되었다.
나는 이효리뿐 아니라 SNS를 통해 자기표현을 하는 유명인을 자주 본다. 이제는 대기업 총수까지도
SNS에 자기표현을 한다. 언론에서 자기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먼저 자신의 손과 입으로 직접 자기 이
야기를 하는 것이다. 누가 내 이야기를 잘못 다룰까 봐 걱정하는 대신, 내가 내 이야기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블로그가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다: 이제 이야기가 좁혀졌을 것이다. 블로그는 언어 수단이며 존재감을
확인하고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 쓰는 공간이다. 누가 내 이야기를 잘못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내 입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면 되니까. 내 가치관, 세계관, 철학, 메시지를 모두 표현할
수 있다. 21세기형 언어는 자기표현의 언어다. 영상이 편하면 영상 언어로, 소리가 편하면 소리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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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편하면 사진 언어로 자기표현을 하면 된다. 하지만 앞서 1장에서 글쓰기 연장 선택이 중요하다
고 말했듯이 자기표현의 연장 선택도 중요하다. 자기표현을 하기에 편리하고, 왜곡될 가능성이 적으면
서, 수정이 자유로운 플랫폼은 무엇일까? 아마 각자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블로그가 최적 이다. 이
유는 다음과 같다.
유튜브를 예로 설명하겠다.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 한 편을 제작하려면 평균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이디어 구상, 기획 → 섭외 → 촬영 콘티 → 촬영 → 편집 콘티→ 편집 → 대본 → 예고, 미리보기,
홍보
제작 방식에 따라 일부 달라질 수 있으나 이 과정이 기본이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영상을 찍어
올리는 사람은 드물거니와 그렇게 하면 인기를 얻기 힘들다. 유튜브를 비롯한 모든 콘텐츠는 통일성을
지녀야 하고, 통일성은 계획적인 구성으로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 제작의 모든 프로세스에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기획을 할 때는 기획안을 쓰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촬영 콘티를 쓴다. 편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촬영한 영상 소스를 하나하나 텍스트로 정리해 프리뷰 노트를 만든 다음, 이것을 기
반으로 편집 콘티를 쓴다. 편집을 마치면 자막을 입혀야 하는데, 이 또한 글쓰기를 통해 자막을 미리
정리한 후에 편집기로 입히는 것이다. 편집 영상에 더빙이 들어가야 한다면 더빙 대본을 쓴다. 그 대
본을 적재적소에 읽으면서 더빙을 입힌다. 출연자가 이야기를 하는 방식의 방송이라면 토크 대본을 써
야 한다.
모든 작업이 끝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유튜브를 보면 방송 미리보기와 홍보를 위한 글쓰기 공간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갈 글을 구상해야 한다. 유튜브는 영상이다. 하지만 영상을 만
들기 위한 모든 작업에 글쓰기가 필수다. ‘나는 머릿속에 모든 기획과 대본이 다 들어 있다’ 하는 사람
이 아니라면, 글로 구상하고 기록하는 능력을 반드시 겸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콘텐츠가 산으로
간다. 글쓰기를 연습하고 내가 생각하는 기획의 반응을 미리 살펴보는 의미에서 블로그를 먼저 시작하
면 비교적 쉽게 콘텐츠 창작자의 길에 발을 들일 수 있다. 블로그에 원천소스가 있다면 영상제작의 몇
가지 단계를 이미 처리하는 것과 같다.
블로그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글자(블로그) → 말(팟캐스트) / 영상(유튜브)
확장하기 좋은 블로그: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앞 글자만
따서 ‘OSMU’로 불리기도 한다. 사전적으로는,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
리는 마케팅 전략이다. 고추장 하나로 떡볶이, 고추장찌개, 비빔밥을 만들듯이 한 가지 소스를 다양하
게 활용하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원소스 멀티유즈 사례는 캐릭터다. 아기상어 캐릭터가 전 세계 1위
유튜브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기상어는 장난감, 문구, 의류 등의 제품, 또 다른 만화 시리즈
이모티콘 등으로 파생된다. 아기상어라는 한 가지 소스로 다양한 활용을 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캐릭터로 블로그 연재를 하는 형식을 추천한다.
실제로 아동심리학자 정유진 님의 경우 ‘찹쌀떡가루’라는 닉네임으로 아동심리를 다룬 만화를 블로그에
연재 중이다.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생길 정도로 만화가 인기를 끌자, 찹쌀떡가루 님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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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콘텐츠를 확장했다. 블로그에 연재하던 형식은 그림과 글이 혼용되는 방식이었다. 인스타그램에
는 사진을 넘겨보면서 퀴즈를 풀거나 궁금증을 가지도록 가공했다. 현재 블로그 이웃은 약 18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6만 명이다. 찰떡이, 송편이라는 ‘떡 캐릭터’로 워크북 등을 만들어 3차 확장
을 진행하는 중이다. 본인이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 N차 확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블로그 글은 예쁜 글자로 이미지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글을 그대로 읽어 영상이나 팟캐스
트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요즘 동기 부여나 뉴스, 화제, 명상을 다루는 유튜브 중에 얼굴은 드러내지
않은 채 음성으로 글을 읽어 녹음한 후, 거기에 맞는 영상을 붙여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얼굴을
드러낼 수 있다면 온라인 강의를 하듯 직접 이야기를 해도 된다. 직접 이야기를 한 영상을 1분 이하로
편집하거나 스틸 컷을 활용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블로그에서 출발해 인스타
그램과 유튜브에 동시 업로드가 가능하다. 글자 그대로를 가공하지 않아도 글의 핵심 메시지나 핵심
소재를 담은 2차 콘텐츠로 가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블로그 글의 주제가 ‘우리 집 반려견은 사랑
스럽다’라면, 유튜브 영상은 내가 쓴 글을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반려견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은
영상이면 충분하다. 블로그를 통해 원소스 멀티유즈를 실현한다면 각 플랫폼에 맞게 어느 정도 가공은
해야겠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수고는 덜 수 있다.
성공한 유튜버는 왜 책을 쓸까?: “박막례 여사의 인생 역전 이야기에 벌렁벌렁 내 심장도 나댄다. 할머
니 오래오래 사세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께서 구독자 80만 무렵에 출간한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읽다가 내가 SNS에 남긴 글이다. 당시 나는 박막례 할머니를 알지만 구독자는 아니었다. 100
만 조회 수가 터져 이틀 만에 18만 구독자를 모은 ‘치과 갈 때 메이크업’ 영상을 잠시 재미나게 봤을
뿐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여사님의 유튜브를 구독했다. 책에는 내 어머니, 내 할머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에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친구의 소개로 결혼을 했는데 남
편은 총각 행세를 하고 다니며 급기야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혼자 세 아이를 기르며 안 해본 일이 없
다. 낮에는 파출부 일을 두 집, 세 집씩 하고, 밤에는 식당 일을 해가며, 떡 장사, 엿 장사, 그 좋아하
는 단감 하나도 못 먹고 억척스럽게 사셨다. 가까운 사람에게 큰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다. 신이 있다
면 이럴 수 있을까. 원망할 틈도 없이 팍팍한 삶은 내달렸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까마득한데 벌써 나
이 70세. 하늘도 무심하시지.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평생 고생만 한 할머니가 가엾어 손녀는 퇴사
를 하고 할머니와 단둘이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이 박막례 여사의 70년 인생을 부침개 뒤집듯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손녀는 그저 여행을 다녀왔으니 가족들 즐겁게 보라고 만든 영상이었는데 이것
이 발전을 거듭하더니 대박이 터졌다. 할머니 자체가 순수하고 개성적이며 흡인력 있는 인물이기 때문
이었으리라. 그리고 손녀의 사랑과 열정이 영상에 한 땀 한 땀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호주 영상부터 역주행해서 보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인생사를 이해하고 나니 허투루 지나칠 말씀이 한
마디도 없었다. 그렇게 팬이 되어버렸다.
소위 대박이 터졌다는 유튜버들은 책을 쓴다. 왜일까? SNS의 언어는 파편화되어 있다. 과자를 먹듯
5~15분의 짧은 시간에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해서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고도 한다. SNS의
언어는 짧은 호흡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구조로 생성하게 마련이다. 그래야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
이다.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콘텐츠 제목과 영상 길이를 보자.
- 박막례 할머니의 욕 나오는 호주 케언즈 여행기(3분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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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 71년 만에 생애 첫 요가 도전(4분 41초)
- 파스타를 처음 먹어봤어요(3분 59초)
- 치과 들렸다 시장갈 때 메이크업(7분 41초)
- 손주 귀 파주기, 웃겨서 못 잘 수도 있음(4분 31초)
- 박막례의 꿈(3분 39초)
- 진짜로!!!! 받고 싶은 추석 선물은?(6분 31초)
박막례 할머니의 팬으로서 매회 영상을 집중해 시청하면서 그녀의 생애에 애써 관심을 두고 귀 기울이
지 않는 이상,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맥락과 서사를 알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영상은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미리 훑어보기가 어려워서 초반에 흡인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시청자를 잡아두기가 쉽지
않다. 유튜브는 알고리즘 추천에 기반한 플랫폼이기에 AI가 추천해주는 대로 또 다른 매력적인 영상을
찾아 바쁘게 떠나는 생태계다. SNS에 올려진 콘텐츠는 조각 케이크처럼 가장 매력적인 부분만 예쁘게
진열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조각 케이크는 원래 케이크였다. 조각조각을 모아 통합된 본연의 내 모습
을 이야기하고 싶어 책을 쓰는 건 아닐까?
나는 『럭키』를 읽고 ‘김작가TV’의 김도윤 작가에게 존경심이 생겼고, 『킵고잉』을 읽고 신사임당을 응
원하게 되었다. 이들은 책을 쓰고 더 잘되고 있다. 책을 쓴다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해보자. 책을 N분
의 1로 나눠 서술하면 블로그가 된다. 블로그는 책처럼 맥락과 서사를 담을 수 있다. 대단한 인생을
살지 않았더라도 자기 맥락으로 자기 서사를 쓰는 경험은 소중하다. 내 삶을 이야기하는 블로그 글쓰
기를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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