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영화,리뷰,3440 훈장 勳 章 이 외수 [1] 묵은 日記帳 내 아버지의 별명은 미친개였다. 덕분에 내게 붙여진 별명은 미친 강아지 였다. 억울했지만 나는 학교에서 곧잘 놀림을 받았고, 자주 내 얼굴은 머큐 롬 칠로 장식되어졌다. 그러나 밖에서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나는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누설하지 않았다.아버지의 극성이 싫어서였다. 만약 누설하면 결과는 뻔한 노릇이었다. 그날로 누구 한 사람 아버지의 그 유명한 박치기에 앞니 몇 대는 족히 부러지고 마는 거였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대개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간혹 아버지 가 말이라도 걸게되면 어물어물 대꾸해 주고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었다. 당연했다. 조금이라도 비위에 거슬리면 아버지는 무조건 박치기로 해결하려 들었으니까. 나는 세상에서 제일 지겨.. 2023. 6. 30. 황금비늘 황금비늘 이외수 1. 수리법 영아원 시절이었다. 나는 어른들과 판이하게 다른 수리법을 쓰고 있었다. 123 어른들은 백이십삼이라고 읽었고, 나는 일이삼이라고 읽었다. 4+5=9 4+5=45 어른들은 사 더하기 오는 구라고 계산했고, 나는 사 더하기 오는 사오라고 계 산했다. 45- 4= 41 45- 4= 5 어른들은 사십오 빼기 사는 사십일이라고 계산했고, 나는 사오 빼기 사는 오 라고 계산했다. 7- 3= 4 어른들의 계산이었다. 내 수리법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뺄셈이었다. 칠 하나만 있는데 삼을 어디서 빼느냐고 물으면 칠 속에 삼이 들어 있다는 것 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칠 속에 들어 있다는 삼이 보 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는 어디에 숨어 있다가 돌연히 나타나서 뻔뻔스러 .. 2023. 6. 30. 벽오금학도 벽오금학도 이외수 1 탑골공원. 가을이 당도해 있었다.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이따금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그때마다 은행나무들이 순금빛 해의 비늘들을 눈부시게 털어내고 있었다. 플라타나스 이파리들은 이미 녹물이 들어 오그라든 채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노인들이 기울어지는 시간 속을 걸어와 가을 유배자처럼 쓸쓸히 공원을 배회하고 있었다. 며칠간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늘이 높아져 있었다. 높아진 하늘 변두리로 새털구름 몇 자락도 가벼이 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대학생 하나가 날마다 팔각정 계단 중턱쯤에 자리를 잡고 하루종일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언젠가 관리인 하나가 날마다 공원으로 출퇴근을 하는 그에게 직업을 물었을 때 그는 분명히 대학생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 2023. 6. 30. 내잠 속에 비내리는데 내잠 속에 비내리는데 이외수 차례 인생의 빚. 내고향 내친구들. 도를 닦듯 굶으며. 영혼의 변주곡. 점보빵과 화이트크리스마스. 한다발의 시린 사랑얘기. 신혼 여행을 세계 도처에. 그 겨울 우리 마누라가 먹은 세 개의 참외. 소묘 한 묶음. 여행일지. 해바라기의 향수. 만나고 싶은 그 여자. 연못가에서. 꽃가꾸기. 맞기만 하는 권투선수. 공상에의 권유. 눈오는 날에. 방생. 구조오작위. 달라지는 소시장. 하찮은 것들을 위하여. 거미. 미꾸라지. 지렁이. 먼지. 콩나물. 도라지. 호박꽃. 똥개들의 말.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노니. 대학생과 국화빵.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광대가. 소녀들이여. 겨울 편지. 꿈꾸는 식물. 꿈꾸는 식물의 자유. 천재에 대한 죄책감. 춘천거지에서 괴짜로승급. 삶의 형이상학.. 2023. 6. 30. 이전 1 2 3 4 5 6 7 ··· 860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