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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부동산,투자

문화경제학 2

by Casey,Riley 202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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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전제 한국적 기업메세나 운동의 필요성과 방향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기업과 예술간의 상호관계를 살피려 함에 있어서 필자는 일단 이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유럽의 경우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말하자면 일종의 사례연구가 되겠는데, 그와 같은 접근방식을 통해 얻어진 결과들이 한국의 실정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논의에 관해서는 기본적인 사항만을 제시한 채, 토론의 기회를 통해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좀더 유익하리라고 본다. 유럽의 메세나운동에 관한 자료로는 우선 1991년 9월 리스본에서 개최된 제5회 유럽평의회에 참가한 유럽 각국의 문화사업 담당 장관들에게 제출된 보고서가 가장 참고할 만하다. 이는 유럽평의회의 문화협력위원회와 프랑스의 문화 홍보부의 공동사업으로 진행된 것인데, 우리 나라에도 온 바 있는 오귀스트 지라르가 그 실질적인 책임자였다. 메세나의 실정을 제시하여 인식을 바꾸어 놓는 것을 목표로 한 이 조사는 몇몇 나라의 고유한 상황과 유럽을 지배하고 있는 크나큰 조류를 파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함축하고 있다. 이 때 문화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금후 대중을 대상으로 한 문화활동은 ‘전능의 정부’에 의존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 그 결론인 셈이 된다. 말하자면 문화활동은 국가뿐 아니라, 지역·지방 차원의 행정당국 그리고 시민사회 전체라고 하는, 전원 참가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 시민사회는 문화라는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스스로의 손에 의해 자기변혁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될 것이다. 유럽평의회의 중요한 공적 중 하나는, 문명을 생각함에 있어서 문화생활에의 민간지원이라는 수단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민간지원을 행하여 온 나라가 있기는 하지만 근년에서야 의회와 각료위원회, 정부간위원회 등 여러 자리에서 이러한 문화의 지원방법이 취해지게 된 것이다. 각국의 관심은 이미 유럽의회의 <민간 메세나 활동과 문화에 관한 권고 1018>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각료위원회 역시 “의회와 같은 의견이다”라고 동조하면서, “문화를 지원하는 수단은 공적 부문과 민간 부문이 협력할 경우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무엇이 이토록 국가와 민간, 그 중에서도 기업으로 하여금 문화에의 지원을 마치 하나의 의무처럼 여기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문화란 세계가 지닌 고귀함이다”라는 확신이라고 본다. 이는 바로 앙드레 마를로의 말인데, 거대기업을 일으켜 온 사람들이 모여 예술을 지원하겠다고 결의했을 때, 그들은 바로 이와 같은 표현을 제것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런 뜻에서 예술이란 인류가 소유한 보다 좋은 것, 영속적인 것, 순수한 형태라는 신념이 없는 한, 기업과 문화 예술의 결합은 자칫 상업주의적 진술로 타락하고 말 것이다. 기업메세나란 결국 ‘존경’과 ‘개방’이라는 두 가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예술가들을 존경하고 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탐구정신을 이해하고자 마음을 열어놓는 것이 그 일면이라면, 대중을 존경하고 인류의 위대한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의해서 그 욕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놓는 것이 또 다른 일면이다. 그런가 하면, 4천년을 헤아리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 문화재산을 존경하고, 세계의 모든 나라를 향해 문을 열고, 서로 소통하는 것 역시 그 못지 않게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국경 없는 메세나’의 실현이라는 표현도 가능할 것이다. 이쯤에서 기업메세나(문화예술 지원) 활동의 결과를 음미해 볼 수도 있겠으나, 자칫 졸속해질 염려가 있으므로, 다소간 여유를 가지면서 유럽에서 행해지는 메세나 활동의 동향을 활동의 지원자, 중개자, 그리고 국가와 메세나 활동으로 나누어 고찰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이 글의 취지에 비추어 메세나 활동은 극히 간략하게 언급하게 될 것이다. 2. 메세나 활동의 지원자 1) 메세나의 지원자와 지원 이유 과거에 메세나 활동의 유명한 지원자라고 한다면, 대부분 황실이었다. 따라서, 오늘날 공적 기관이 예술과 문화에 할당하는 예산을 지정함에 있어서 메세나라는 말을 써도 그렇게 부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적 기관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국가, 지역사회의 행정기관을 뜻한다. 그에 비해서 기업에 의한 지원의 경우, 메세나라고 하는 말이 적당한가는 그 기업의 자본·경영에 국가나 공공단체가 관여하고 있다면, 별로 관계가 없다. 어떤 기업이 상업활동을 행하면서 상법에 따라 다른 사기업과 같은 회계와 조세 규칙을 지키는 한, 그 기업에 의한 문화예술에 대한 지출은 다른 사기업들과 같은 조건, 같은 제한 아래 메세나라고 불려질 만하다. 기업에 따라서는 법률에 의해, 또는 그 사회적 위치에 의해 이익의 일부를 공익단체에 할당하도록 바라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러한 공익단체에는 옛날부터 문화기관이나 문화조직이 포함되어 있다. 그 예로, 독일과 이탈리아의 저축공영은행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기업 이익의 30%를 공익단체에 충당하도록 결정되어 있는데, 그와 같은 은행의 수는 93개에 이른다. 그 중의 하나인 최대 규모의 토리노 은행이 1986년에 예술과 문화에 들인 비용이 110억 리라로서, 공익단체 전체에 할당된 총액 140억 리라였던 것과 비교한다면 이런 종류의 메세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인스티토트 방카리오 산 파올로 디 토리노와 시에나의 몬테 파스키 은행 등 적어도 두 개의 대규모 은행은 그 특수한 사회적 위치 때문에 준비금을 보충한 후 나머지의 이익은 모두 사회적 사업단체, 또는 과학·문화활동에 할당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를 위해 토리노 은행은 5건의 문화재 복원에 지출하고, 최근에는 은행 내부에 문화, 과학, 예술을 위한 재단을 창설하고 있다. 이 재단의 세입은 150억 리라(1,000만 ECU)에 달한다. 다른 대부분의 기업은 상당한 금액을 자사의 종업원 및 회사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행해지는 문화활동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기업이 급여 총액의 1%를 기업위원회에 납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위원회는 그 일부(25∼30%)를 종업원의 문화활동에 할당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의무는 아니지만(기업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으로 이를 행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가 참가하는 것은 특별히 시민의식이나 사회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스웨덴의 기업으로서는 엄격한 노동환경 아래 숙련된 노동자를 잡아두는 것이 이러한 활동의 목적이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독일, 영국, 이탈리아에서도 볼 수 있다.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나라(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메세나라는 말이 그야말로 적당할 것이다. 기업 또한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예술과 문화에 재정지원을 행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메세나의 가장 순수한 유형이면서, 가장 드문 유형이기도 하다. 이름도 나지 않고, 보상도 바라지도 않는 이러한 메세나 활동은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형태로 장려되고 있으며, 국가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한다. 그렇다고 해도, 주주에게는 그것이 재산의 낭비라고 생각되고, 종업원 및 노동조합에게는 상대를 잘못 택한 행동으로 보여질 우려가 있다. 종업원들은 임금 인상의 형태로 이익을 나누어 갖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순수한 메세나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자들은 그 내용에 관해서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것은 전체적 액수에서 볼 때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폭적 공제액을 허락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그 틀이 전부 이용되는 일은 드문 것 같다. 기업이 예술과 문화에의 지원에 대해서 어떠한 보상을 바라는, 또는 받는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보상은 다음과 같이 매우 다양하다. ㄱ. 문화시설이 기업에게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여러 가지 혜택 ① 기업의 종업원이 고객에게 연주회나 연극의 좌석을 확보해 둔다. ② 궁전이나 큰 박물관 등의 시설에서 세미나나 연회가 개최되도록 조처한다. ③ 기업이 지원해서 출판한 예술에 관한 책들을 중요한 고객에게 기증 한다. ㄴ. 제품 또는 기업명칭의 선전 문화적·예술적 행사의 카탈로그, 프로그램, 포스터 등에 기업 이름을 인쇄한다. ㄷ. 보다 계획적인 방법으로 문화와 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스스로 문화 프로젝트의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전람회나 공연예술제의 판매, 유명한 프레스코화·성당·궁전의 복원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산업투자회사·은행·보험회사 등에게 있어 훌륭한 사업에 회사 이름을 싣는 일은 종래의 기업 선전보다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이미지업이 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 이미지가 간접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탈리아의 예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기업의 본사가 있는 도시, 지방, 나라에까지 미치므로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을 통해 수출이 촉진되어 고객, 관광객, 게다가 해외로부터의 투자가들을 불러들이는 일(나폴리 지방에서 특히 번성하고 있다) 또한 있다. 기업이 예술·문화의 지원과 맞바꾸어서 조금이라도 보상을 구하는 경우 메세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 어떤지 하는 문제가 항상 지적되어 왔다. 스포츠 이벤트처럼 스폰서라는 용어를 쓰는 쪽이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유럽에서 일어나는 기업의 문화지원은 스폰서보다도 메세나라는 용어를 보급하는 쪽을 권장한다. 첫째 이유로서는, 스포츠 이벤트의 스폰서 광고는 대체적으로 도발적이며, 때로는 과도하게 행해진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게다가 아무도 그러한 일을 입에 올리는 사람이 없다. 스폰서라는 표현을 쓴다면, 기업 또는 사업을 하고 있는 광고회사에 의해 문화·예술지원에서도 같은 식의 악취미가 몰려들 우려가 있다. 둘째로, 이것은 중요한 것이데, 주주나 종업원 앞에서는 어떤 기업이라도 최소한의 보상을 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쪽이든 보상이 돌아가는 이상, 메세나라고 명명되어지는 것과 스폰서에 해당되는 것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업과 지원을 받는 조직 사이에 어떤 계약관계가 성립된 시점에서도 그것이 스폰서라고 불려야 할까? 이전에 왕후들이 그 시대 최고의 예술가들과 계약을 맺고 있었던 것처럼, 메세나 활동은 계약이라고 하는 개념과 떨어져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보상의 크기를 재어 크고 눈에 띄면 스폰서라고 하고, 작고 눈에 띄지 않으면 메세나라고 부르면 될 것이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은행이나 투자회사가 문화프로젝트를 갖는 것으로 손에 넣는 명성이 어느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가를 어떤 식으로 측정할 수 있겠는가? 문화·예술의 기업지원에는 메세나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명백히 좋다고 하는 데는 이 말을 쓰는 것을 계기로 기업이 요구하는 반대급부가 지금 이상으로 작아지는 것을 기대한다는 뜻도 함축되어 있다. 개인의 자격으로 행해지는 개인 메세나 활동은 경우가 다르다. 예를 들어, 가계의 문화교양비를 메세나 활동비용으로 헤아리는 등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즉 개인에 의한 예술작품의 구입, 관극, 음악감상, 텔레비전의 문화프로그램 감상 등에 소비하는 비용은 메세나 활동이 아니다. 게다가 개인이 보상을 바라지 않고, 수입이나 재산에서 예술·문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의 총액은 실제로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세무당국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익활동을 위해 인정하는 공제액은 나라에 따라서는 상당히 고액이다. 이런 일이 개인의 메세나 활동을 상당히 촉진하는 것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제로 그 영향을 측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소득세는 누진과세이기 때문에 소득이 많은 개인일수록 공제가 커진다는 것은 명백하다. 소득세율이 60%인 경우, 공제 가능한 1,000프랑을 지불했다고 가정하면, 기부한 사람이 400프랑, 국가가 600프랑(국가지출)을 부담하는 것이 된다. 소득세율이 25%를 넘지 않는 납세자의 경우, 같은 액수에 본인이 750프랑을 부담하는 것이 된다. 이처럼 경우에 맞지 않는 사태를 시정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최근 새로운 법안이 제출되었다. 즉, 공제하는 대신 기부금에 대해서 일정한 비율로 세금을 환불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개인은, 문화예술보다는 오히려 자선단체(신체장애자라든지 제3세계로의 원조기관)나 의학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듯하다. 이 밖에 많은 나라에 박물관,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또는 기존의 재단 등의 동우회들이 있다. 개인회비는 소액이지만, 회원수가 많은 관계로 상당히 많은 금액을 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같은 자금이 문화·예술에 할당되면 집단 메세나 활동이 된다. 동우회는 운영비용을 뺀 잔액을 활용하는 것에 따라 보통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중개자의 역할을 한다. 재단을 통한 메세나 활동도 많이 행해지고 있다. 매우 유복한 개인이 생전에 또는 유언에 따라 재단을 설립하고 거액의 자금을 희사하는 일들이 예전부터 많이 행해져 왔다. 큰 회사나 제조회사의 창립자가 자본금의 90%에서 100%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러한 재단의 자금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포르투갈의 그루벤키안재단, 독일의 보쉬재단, 덴마크의 칼스버그재단과 쯔보로그재단 등이 이러한 예다). 이것은 제일 오래된 전통을 가진 메세나 활동의 전형적인 예이다. 창립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경우, 보통은 본인이 자금의 분할을 결정하기 때문에, 재단은 단지 중개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메세나의 실제 지원자는 이러한 재단의 창립자인 것이다. 그러나 창립자가 사망하면 계약에 따라 재단은 이사회 또는 평의원회에 의해서 운영된다. 그리고 재단 자체가 메세나의 지원자 역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기업이 재단을 설립하는 예가 상당히 늘고 있다. 설립자금을 별도 법인에게 운용하게 하고, 그 후 기업이 매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금을 보충하고 그 운용도 맡기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재단은 중개인에 불과하다. 설립자인 기업이 메세나의 실제 지원자이다. 특히, 개인이 설립한 재단은 처음에는 한정된 수입밖에 없기 때문에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따로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있다. 이러한 재단의 책임자들은 기금을 모으는 역할, 그리고 때로는 문화프로젝트의 안내인 역할도 담당한다. 가장 흥미있는 예는 당연 나폴리 99재단일 것이다. 바라코 부부가 설립한 이 재단의 기금은 보잘것 없던 것이 개인 참가방식을 채용해서 최초의 기금을 훨씬 웃도는 지원금을 모았다. 부부는 동우회를 만든 것이다. 회비만으로도 최초의 자금의 3배가 모여 재단의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부부 스스로가 고르는 프로젝트에 비해 실로 다양한 출자자가 상당한 자금을 내주고 있다. 부부는 프로젝트의 지휘도 맡는다. 이러한 재단들도 당연히 메세나의 지원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메세나 활동에 의해 모아진 자금이 재분배된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재단들은 중개자이다. 이 말은 나쁜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나폴리 99재단이 선택한 프로젝트를 위해 개인이나 기업들이 출자를 해 준 것은 바라코 부부의 활력과 솔직함이 신용을 받았기 때문이었으며, 이러한 것들이 없었으면 사람들은 분명히 출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2) 메세나 활동을 행하는 기업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계약관계 또는 같은 모양의 관계에 바탕을 두고 보상을 구하는 메세나 활동이 발전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나라에 따라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의 수가 아직 적다. 그러나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처럼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의 수가 늘어난 나라들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7, 8년 전까지만 해도 메세나 활동이라고 한다면 런던이나 그 주변의 몇 개의 대기업(은행, 보험회사, 다국적기업 등)에 한정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모든 지점이나 중소기업들도 참가하여 지방문화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메세나 활동을 행하고 있는 기업의 행동이 이해하기 쉬워졌다. 스웨덴의 문화장관은, 이 나라에서 “메세나 활동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스포츠 이벤트보다 문화적인 사업 쪽으로 향할 것이다. 왜냐하면, 극장은 꾸역꾸역 초만원이 되어가는데 경기장은 텅텅 비어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1) 기업의 의도 먼저 종업원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고객에게는 예술에 관한 책자, 석판화 등의 선물을 생각하기도 하고, 공연이나 전람회에 초대하는 것으로 연결을 확보한다. 또 일반 대중에게는 스포츠 이벤트의 스폰서처럼 선전효과를 노린다. 선전은 대체적으로 기업 자신의 부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문화지출과 동액의 보조 예산이 추가되는 일도 있다. 또 선전비는 추가하지 않고, 제대로 된 문화 행사, 예술작품이나 유명한 건축물의 개보수 등에 기업 이름을 올리면서 동시에 일반대중을 향한 선전을 시도한다. 또한, 대기업이 유명인과 함께 하는 예도 많이 있다. 기업은 유명인이야말로 유행을 만들고 평판을 정착시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외에 일국의, 또는 수개국의 국민을 타깃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큰 회사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예를 들어, 시스티나 성당의 보수공사나 밀라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손질 등과 같은 문화적 프로젝트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경우다. 또는 어떤 도시(로마), 어떤 지방(나폴리 지방), 어떤 국가(미국)의 청소년에게 문화 정신을 회복시켜 주자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2) 지원 기간 메세나 활동에 따른 문화예술의 지원에는 일시적으로 행해지는 것(1개의 계획에 대한 1회에 한정된 지원)과 어떤 문화단체에 대해서 미리 결정된 계획을 바탕으로 몇 년에 걸쳐 착수되는 계속적인 것이 있다. 장기에 걸친 예로, 스웨덴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입단된 단원의 보수가 보증되어 있고, 덴마크에서는 한 박물관의 발전을 위하여 10년에 걸쳐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로마교황청에서는 대규모의 예술작품에 대한 보수를 행하고 있다. 대중에게 영향을 준다고 해도 금방 끝나버리는 문화 행사(페스티벌, 전람회)에 대한 지원도 있다. 그런가 하면 결과가 장기에 걸쳐 나오는 문화재의 수복공사에 지원하는 것도 있다. (3) 지원 대상 프랑스에서는 메세나 지원단체인 아드미칼(상공업메세나 추진협의회, ADMICAL, Assiciation pour le Development du Mecenat Industriel et Commercial)이 1985년에 다음의 숫자들을 발표했다. 조형예술……………………………………………………………46% 음악…………………………………………………………………24% 문화유산……………………………………………………………8% 페스티벌……………………………………………………………7% 연극…………………………………………………………………4% 기타…………………………………………………………………11% 핀란드에서는 1984년에 중앙통계국이 실시한 앙케이트의 결과가 나와 있다. 미술(예술작품의 구입을 포함)…………………………………52% 연극, 무대공연……………………………………………………10% 음악…………………………………………………………………10% 장식미술……………………………………………………………6% 문학…………………………………………………………………6% 건축…………………………………………………………………3% 영화…………………………………………………………………3% 사진…………………………………………………………………2% 무용…………………………………………………………………1% 기타…………………………………………………………………6% 포르투갈의 경우 최근 포르투갈 산업협회(AIP)가 행한 앙케이트에 의하여 문화유산의 보호, 출판과 음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명백해졌다. 기타 독일 쿨투어크라이스(독일산업연맹문화국, Kulturkreis im Bundes Verband der Deutschen Industrie e.V.), 스웨덴산업연맹, 벨기에의 프랑스어권, 아일랜드(트리니티대학의 오헤이건 교수)에서도 앙케이트가 실시되었거나 실시중에 있다. (4) 지원의 형태 벨기에나 영국에서는 지원금이 여러 문화사업에 분산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반대로 하나의 지역, 하나의 테마에 연결된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되어 있다. 많은 계획에 지원을 분산시키는 기업은 좀더 많은 선전효과를 반대급부로서 기대하고 있지만, 각각의 사업에 나누어지는 금액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지원을 받는 쪽은 많은 메세나 기업을 대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 카탈로그, 포스터 등에 게재되는 기업의 선전 스페이스는 분할되고 만다(영국). 그 외의 기업, 특히 대기업은 단독으로 지원하든가(이탈리아), 한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협력회사 몇 개가 같이 지원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경우 적은 수의 프로젝트에 많은 액수를 지원할 수도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메세나 기업을 요구하는 문화조직의 의뢰를 받고 첫번째 요청에 응한다. 기업(대개는 대기업)에 따라서는 이니셔티브를 계속 지닐 것을 희망하여 전문적인 업무를 준비한다. 예를 들어, 사내에 이미지 부서나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설치한다거나, 프로젝트의 연구 및 지원을 임무로 하는 재단을 설립한다거나(이탈리아, 프랑스, 서독, 덴마크), 외부의 재단과 협력해 몇 개의 프로젝트를 같이 실현시키는 등(나폴리, 프랑스)의 활동도 한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기업은 자사의 전략을 결정해서 거기에 호응하는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표시하고, 그 실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특히, 문화유산의 보수인 경우)이 가능해진다. 기업이 메세나 활동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재정지원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문화단체에 무조건으로 지원금을 할애하거나 노동력,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기술지원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프레스코화의 보수를 위해 화학제품을 제공하는 것, 건축물의 보수를 위해 엔지니어 팀을 파견하는 것, 제전 개최를 위해 관리자를 파견하는 것, 조각가에게 산업의 불량품을 제공하는 것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기업이 현장의 디렉터 역을 담당하는 일도 있다. 물론 그것은 소유권을 지닌 공공이나 민간기관의 합의를 얻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문화적으로 중요한 복원의 현장(이탈리아), 도로 및 도시계획 등의 공사에 앞서 행해지는 유적조사의 현장(프랑스) 등이 있다. 이것은 본격적 공동행위가 되어 명확한 계약관계, 책임분담을 파생시키고 또 당연한 것이지만, 해당하는 문화유적의 관리나 감독을 담당하는 당국의 감시도 이루어진다. 그것은 시 당국(로마시, 리옹시), 지방 당국(피에몬테지방의 파리 라인 고속도로), 또는 국가에 의한 경우도 있다. 이상의 예로 보면,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소유자나 경영자 개인을 끌어들일 매력을 지니고 있고 거기에 끌려 들어간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문화사업을 솔선해서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 때까지 안에서 열정이 차 올라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주의의 나라 이탈리아가 오늘날 과거 유럽의 메세나 활동 우등생으로 되돌아온 것 같이 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3. 중 개 자 1) 재단법인·사회법인 문화 예술의 지원에 대해서 보상을 바라느냐, 아니냐는 별도로 하고, 기업·개인에 관계없이 메세나 지원자가 작품 및 프로젝트에 내재하는 특성을 스스로 알 수는 없다. 프로젝트를 알고 적당한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능한 동시에 중립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중개자를 필요로 한다. 한편, 예술가나 문화단체도 어떤 기업에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프로젝트를 어떤 식으로 제시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를 별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도 역시 중개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재단법인 및 사회법인은 오래 전부터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법인들은 자기 자금이나 모아들인 자금을 사용해서 메세나 활동을 하고 있다. 재단법인에 따라서는 앞에서 밝혔던 것처럼 메세나 지원자와 지원을 받는 쪽 중간에 서서 중개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그들 재단의 회계를 통해서 자금이 순환되는 경우도 있고, 재단이 완전히 독립된 입장에서 지원의 계기를 만들거나, 데이터 뱅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거나, 중개자를 내세워 쌍방에게 정보 및 조언을 주는 일도 있다. 나폴리 99와 같은 재단은 주로 후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나라에 따라서 다른 명칭을 가진 기관이 재단법인의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에도 역할·계약·사회적 지위 등은 비슷하다. 프랑스의 공익법인, 영국의 채리티기관 등이 그러하다. 어느 것으로 해도, 이들 기관은 문화예술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문화예술을 주로 하는 것들과 교육·과학연구·자선·보건위생·사회활동을 주로 하는 것들(당연히 이쪽이 많을 것이다)이 통계상 구별되어 있지 않다. 핀란드와 스웨덴에는 재단이 매우 적다. 반면에, 덴마크에는 1만 개 이상 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에도 몇 개가 있지만, 여기에는 공익법인이 많다. 스위스와 스페인에는 약 5천 개의 재단이 있으며, 공익을 바탕으로 하는 여러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 나라에 따라서는 어떠한 목적을 내세우든간에 모든 비영리 목적의 재단사회법인을 국영의 조직 안에 포함하고 있는 곳이 있다[영국의 채리티 에이즈 화운데이션(Charities Aids Foundation), 스페인의 재단센터(Centro de Fundaciones) 등]. 이러한 조직은 법률·재정·세금에 관한 정보제공, 회보의 발행, 연구회의 개최 등의 활동에 의해 회원을 지원하고 있다. 매우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민간재단 몇 개가 모여 하나의 단체를 만드는 예가 있다. 클럽 드 라 에 (Club de la Haye)는 매우 폐쇄적인 단체로서, 일년에 한 번 정해진 테마를 갖고 학회를 열고 있다. 2) 기업메세나 협의회 기업메세나 협의회가 중개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단체는 프로젝트 자체에는 출자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메세나 활동의 촉진에 노력하고 있다. ① 행정당국에 대한 행동(특히 영국, 프랑스) ② 자료의 배부나 연구회·세미나·회의의 개최 ③ 메세나 활동의 방법에 관한 연구 프로그램 작성 및 참가 ④ 회원에 대한 정보제공, 때로는 문화 프로젝트를 정보처리한 본격적인 데이터 뱅크가 되는 일도 있다. ⑤ 필요에 따라 프로젝트 선택에 조언한다. 1951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종류의 위원회, 즉 클투어크라이스가 설립되었다. 이 협회는 독일산업연맹(BDI)의 지원을 받아 현재는 그 회원수가 500사에 이른다. 영국에서는 1976년에 같은 목적을 지녔지만, 경영자 단체와는 연결이 없는 압사[예술조성기금협의회(ABSA, Association for Business Sponsorship of the Arts)]가 설립되었는데 회원은 180개사이다. 프랑스에서는 1979년 말에 아드미칼(ADMICAL)이 설립되었는데 회원은 90개사이다. 네덜란드에서는 1985년 말에 예술지원자협회(Stichting Voor Kunst Promotie)가, 이어서 1987년에는 같은 성격의 프랑스어권의 협회가 설립되었다. 스웨덴에서는 얼마 후에 성격을 같이 하는 기업협회가 이 나라의 산업연맹 안에서 설립될 예정에 있었다. 포르투갈에서도 포르투갈산업협회(AIP)의 지도하에 같은 움직임이 있었다. 초기에 설립된 협회들을 보면, 총회·이사회 등 심의기관은 회사의 대표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문화기관의 책임자들은 배제된 채 결정권이 없는 자문위원회에만 출석이 가능하다. 이 규칙은 서로 친해지는 것을 방지해서, 어떤 특정기관 하나만 자의적으로 우대받는 것을 막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더구나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기업메세나 협의회는 프로젝트의 지원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메세나 협의회는 이러한 예방책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단체 안에 기업측과 문화단체측 쌍방의 책임자를 모으는 한편, 직접 프로덕션기금을 운용한다. 이 기금은 메세나기업 각 사가 출자한 것으로 문화 예술에 관한 프로젝트의 지원에 쓰인다. 이러한 협의회는 국가 규모에서 운영되나, 프랑스, 이탈리아, 서독처럼 지역 차원에서 기업메세나 협의회를 설립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나라도 있다. 3) 개인 협의회 개인의 협회가 자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회비를 모아서 이것을 재분배하는 일로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 동우회에 대해서는 앞에서 밝힌 그대로다. 재단(나폴리99)이나 페스티벌의 운영자금을 지원한다든지, 미술관의 작품 구입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오스트리아의 박물관동우회 세계연맹(Federation Mondiale des Association d'Amis des Musees)의 활동, 영국의 내셔날 트러스트운동 등]. 이러한 메세나 대리업의 등장을 한탄하는 사람도 있지만, 메세나 활동에는 수급관계가 존재해, 일종의 시장이 생겨나는 것도 현실이다. 대개의 경우, 당사자는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끌어들이는 것을 바란다. 비영리목적의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의 역할이 양자를 연결시켜주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시장이 가능하게 되자 스포츠 이벤트의 스폰서에서 볼 수 있는 메세나 대리업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 숫자는 서독,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에서 몇 개사, 스위스에서는 적어도 한 개사, 그리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훨씬 다수(파리만 해도 20개사 정도)에 달했다. 4. 제안사항 우리가 참고로 하고 있는 구주평의회의 조사는 그 결과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제안하고 있다. (1) 적어도 라틴어권의 나라들에서는 메세나와 스폰서에 관한 의미 차이가 확실하지 않다. 어휘의 통일이 필요하다. 완전히 보상을 배제한 메세나 활동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요구한 보상과 수취한 보상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폰서와 구별해서 메세나라는 말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앵글로색슨어권의 나라들이 스폰서리제이션이라고 하는 말로 통일시킨다면, 메세나도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의미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 비교조사를 하는 것이 좋다. 메세나 활동의 이름으로 지원한 경험이나 메세나에 대한 기대를 알기 위해서는, 기업과 문화활동의 책임자를 대상으로 비교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포르투갈에서 실시된 조사의 예를 들면, 조사 자체가 메세나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 재단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 조사에서 각국의 재단의 수와 중요도의 차이, 법적 성격의 차이, 문화예술의 영역에 해당하는 활동의 차이가 확실해짐에 따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행의 여러 가지 규칙들을 필요하다면 통일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더불어 매스컴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같은 식으로 조사해야 할 것이다. 매스컴 자신이 문화 프로젝트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메세나 활동의 발전을 장려하는 외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함이다. (3) EC 가맹국의 정부는(특히 메세나 활동에 아직 무관심한 정부) 문화를 위한 메세나 활동에 갖는 관심을 좀더 명확히 하는 것과 다음의 일들을 마음에 두었으면 한다. 첫째, 공공예산을 계속 증가시킬 의지를 지닐 것. 그러한 정부로서는 메세나 활동이 충분한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분야, 또는 세계의 열광적인 관심이 없어지면 곧 메세나 활동의 대상으로부터 이탈하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그로부터 생겨날 메세나 활동의 새로운 형태를 받아들일 것. 그것은 활동이 목적으로부터 빗나간다거나,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4) 정부의 관심을 법률이나 규칙으로 명문화시켜야 한다. 첫째, 보다 대폭적인 세금공제를 실시해야 한다. 공제가 그다지 이용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공시할 경우에 기업, 지원을 받는 자, 그리고 여론에 심리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둘째, 공동출자제도를 채택할 것. 그러나, 정부는 메세나 활동을 감독하지 않고 메세나 활동의 지원자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자에 대해서 지도를 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민관 각자가 주도권을 발휘하여, 계약과 비슷한 관계를 같이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여지를 남겨두어야 할 듯 싶다. (5) 메세나 활동의 지원자들이 비영리 목적의 메세나 협의회를 설립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이미 몇 개 나라에는 이러한 협회가 있다. 각각의 경험을 보급하고, 문화예술의 자주성을 존중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6) 마지막으로 구주평의회의 사무국이 유럽의 이익이 될 문화적·예술적 대 프로젝트를 위해 유럽 내외에서 메세나 활동을 일으키는 이니셔티브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 이것은 수개국에 걸친 기업의 협력을 의미하며, 공동보조를 받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유럽에서의 메세나 활동의 결과를 음미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메세나는 기업에게 있어서 확실히 멋들어진 것이다. 메세나를 통해 기업은 기업의 실상, 이미지, 나아가 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품이나 상업활동을 통한 것보다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선전광고와는 전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둘째, 메세나는 자기업(自企業)의 관리직을 우대하는 한편, 종업원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것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잘 합치한다. 셋째, 메세나는 도시 및 지방을 활성화시켜 그것을 새로운 기업의 요람지가 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메세나가 내용이 공허해지는 사업으로 끝나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도 가능하다. 예컨대 메세나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3년, 5년 정도 계속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포드재단의 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포드재단은 미국에서 장려책으로 대규모 오케스트라 단원의 대우를 1년간 대학교수와 같은 수준으로 올려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3년 후, 많은 수의 오케스트라를 소멸시킨 원인이 되고 말았다. 1년이 지난 후 많은 단원들은 포드재단의 기부 이전의 임금으로 되돌아갈 기분이 생겨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로 볼 때 제대로 된 페스티벌이라는 것은 적어도 3년 전에는 기획되지 않으면 안되므로, 수년에 걸친 지원이 보증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이 도출되게 마련이다. 기업재단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아주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예술계와 지원기업의 희망을 잘 이해하고, 그 위에 그 기업에 알맞은 독창적인 기획을 제안할 수 있는 힘이 요청된다. 따라서 예술에 대한 정열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겨 하고, 쉽사리 나쁜 습관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경영면에서는 유능한 실무가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기업에 의한 메세나 활동은 중앙행정 및 지방행정의 문화정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되지 못한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문화지원 지출 전체에서 점유하는 부분은 미국에서는 20%, 영국에서는 9%, 프랑스에서는 4%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공부문은 그 나름대로 문화발전을 위한 기여 측면에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아주 제한적인 사례보고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예술경영 내지 예술행정교육이라든지, 국가와 메세나 활동의 상호관계 등은 좀더 자세하게 고찰되어야 할 성질의 문제이다. 아울러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의 경우도 참조될 만하다. 국제화가 심화되는 21세기에 대비한 문화정책을 민간부문과 함께 설계하여 간다고 할 때, 더군다나 적어도 동북아에서라도 우리 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자 할 때, 일본을 알지 못하고는 여러 가지 곤란에 봉착하게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1. 기업메세나 활동을 선도적으로 성공시켜 온 유럽의 경우, 그 기본적인 출발지점은 곧 대중을 상대로 한 문화활동이 ‘전능의 정부’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결의였다. 즉, 문화활동은 국가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민사회 특히 기업의 전원참가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유럽의회가 1985년에 <민간 메세나 활동과 문화에 대한 권고 1018>을 통해 “문화를 지원하는 수단은 공적 부문과 민간 부문이 협력할 경우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각료위원회의 성명을 유도한 바 있지만, 그 출발은 실상 거대기업을 일으켜 온 사람들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예술로 상징되는 문화가 인류가 소유한 좀더 좋은 것, 좀더 영속적인 것, 좀더 순수한 형태라는 신념이 없었던들, 기업과 문화·예술의 결합은 자칫 상업주의적 전술로 타락하고 말 것이라는 단언은 그래서 소중하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메세나란 결국 ‘존경’과 ‘개방’이라는 두 가지 말로 요약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술가들을 존경하고, 그들에게서 끊임없이 샘솟는 탐구정신을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마음을 열어놓는 것이 그 일면이라면, 대중을 존경하고, 인류의 위대한 작품을 좀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에 의해서 욕구를 실현하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 또 다른 일면이다. 그런가 하면, 4천 년을 헤아리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 문화재를 존경하고, 세계의 모든 나라를 향해 문을 열고 서로 소통하는 것 역시 그 못지 않게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국경 없는 메세나’의 실현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가장 드문 유형이지만 기업이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예술·문화에 재정지원을 행하는 경우, 이를 메세나의 가장 순수한 유형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 기업으로서는 직접·간접의 보상을 기대하는 것이 거의 체질화되어 있다. 이에 기업메세나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이윤 추구가 기본성격인 기업과 예술지원의 상호관계에 관한 좀더 발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2. 오늘날, 기업은 변화하는 사회를 맞이하여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예컨대 기업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적합성은 어떠한가? 기업이 팽창, 거대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실제 모습과 이미지가 그 구성원인 사원과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이해되고 있는가? 기업이 그 기업이념과 통일체로서의 문화를 지역사회에 적합하게 전달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가? 사원은 서로 공유할 만한 ‘비전’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 PR이 순전히 물건팔기의 선전으로 떨어지지 않고, 본래의 목적인 기업의 사회적 의의를 알리고 사회와 좋은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활동이 되고 있는가 등, 기업이 존속하기 위한 기본조건이 문제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조직구조와 경영관리, 경영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타고 넘을 수 없는 과제가 존재한다. 바로 이 점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예술지원을 경영전략의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할 이유가 성립한다. 오늘날, 기업이 처한 환경은 이윤추구 최우선의 사회로부터 인간성 존중의 사회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바, 이에 상응하는 경영이 필요하게 된다. 여러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참고가 되는 일본의 기업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CI(corporate identity)에 관해 진지한 방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던 바, 기업으로서는 환경문제와 자원문제를 배경으로 경영이념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자사의 사회적 역할을 일층 명확히 할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즉, 자사의 사회적 인지를 분명히 하고, 차츰 저하되고 있는 사원의 귀속의식을 회복하며, 프라이드를 높일 필요가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는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와 연계된다. 우리는 지금, 한 사람의 성격과 행동범위, 가치관, 또는 소유하고 있는 지식과 정보가 그 사람의 정체성인 것처럼, 기업에도 그와 같은 정체성이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소비자 의식이 변화하고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변화하는 후기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종래의 마케팅, 즉 상품의 생산, 판매, 서비스에 이르는 일관된 기업활동이 언제나 먹혀들고 있지 못하다. 어떻게 소비자의 요구를 형성 또는 자극할 것인가, 소비자의 요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하는 식으로 소비자의식이 기업경영에서 상당히 중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소비자의 욕구와 가치관이 다양해지면, 기업은 당연히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서비스에서 다품종화를 추진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업이 스스로의 힘, 내부로부터의 제어력만으로 자사의 메세지와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없다. 기업문화랄까 기업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 사고방식이 경영에 도입된 것은 이처럼 기업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에게 바라는 것, 기대하는 것도 함께 변화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에게 바라는 것, 기대하는 것도 함께 변화하기 마련이다. 시대의 가치관이 변화하여 물자의 풍요만이 아니라, 삶의 질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고, 기업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응해 경영방침과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즉, 이제까지처럼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이익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된 것이며, 소비자 쪽에 서서 스스로의 상품과 서비스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에 기업이 소비자에게 어떤 메세지를 발신하고, 그것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수신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성이 생겨난다. 말하자면, 기업은 소비자가 자신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은 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도 단일·균질적인 것은 한계가 있다. 일방적인 메세지의 방출로는 양자간에 좋은 관계가 생겨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양자간에 좋은 관계를 성립시키는 이른바 기업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예술을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활용하는 방법이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요컨대 기업은 통상, 예술을 지원하는 것에 의해 기업 이미지를 높인다는 의미에서 PR에 관계된 투자로서 충분하다는 자각에서 기업메세나, 또는 영어식으로 해서 기업필란스로피 활동에 실천적으로 접근한다. 그와 같은 마케팅을 축으로 한 접근은, 관계기업 쪽에서도 지원을 받는 쪽에서도,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까닭에 모두 이익을 가져다 준다. 물론 기업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할 경우 당연히 왜, 누구에게, 어떻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각 기업은 자신의 역사와 창업자의 사시(社是), 그리고 동업종 기업과의 차별화, 자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환경 등을 감안하여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는 결국 기업이나 예술에 종사하는 개인 또는 단체가 서로를 좀더 분명하게 알리면서 각자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공공적 성격의 매개기관을 필요로 한다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주먹구구식의 임시방편은 쌍방에게 모두 불만만을 가져오기 십상이다. 특히 기업 쪽에서는 좀더 규모있는 지원을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지만, 그 경우에도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기업메세나 협의회의 존재 의의는 바로 여기에서 찾아진다. 3. 그러나 메세나 활동은 여러 기업이 자주적으로 개별적으로 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협의회는 어디까지나 개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더욱 추진될 수 있도록 환경정비, 즉 우대세제의 제정을 비롯한 정부에의 작용과 사회에의 계몽활동, 기업 내부에서의 문화에의 관심 고양, 나아가 기업과 문화단체·기관과의 좀더 밀접한 관계 형성들을 당면과제로 삼는 것으로 스스로의 역할을 자제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기업메세나 협의회가 전개하는 사업은 우리에게도 좋은 참고가 되리라고 본다. 구미의 방식을 나름대로 소화해서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이를 정착시켜 1990년 4월 사단법인체로 설립된 일본의 기업메세나 협의회(Association for Corporate Support of the Arts)는 그 설립취지를 스스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당 협의회는 기본적으로, 메세나(예술문화지원) 활동은 여러 가지 기업이 자주적으로 개별적으로 행한다는 사고방식에 서 있습니다. 그러한 입장에서, 당 협의회는 어디까지나 개개의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이후 더욱더 추진될 수 있도록 환경정비, 즉 우대세제의 제정을 비롯한 정부에의 작용과 사회에의 계몽활동, 기업 내부에서의 문화에의 관심 고양, 나아가 기업과 문화단체·기관과의 좀더 밀접한 관계형성 등을 당면한 주요 과제로 삼고, 다음과 같은 여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이 발행하는 《메세나》라는 계간지의 속표지에 실린 <안내>의 첫부분이다. 그들이 요약하는 사업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계몽·보급사업 기업에 의한 예술문화 지원의 적극적 의의를 계몽하고, 특히 우대세제(그들은 이를 優遇稅制라고 한다) 등의 법적 조치를 도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을 행하고 있다. ·심포지엄, 세미나의 개최(대 사회·대 회원) ·전시회, 계몽이벤트의 개최 ·정기적인 출판물의 간행(회원대상 뉴스레터, 백서, 기타) ·매스컴을 통한 기업메세나 활동 보급에 관한 홍보활동 ·기업 주최의 예술문화 지원활동을 좀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협력, 후원 등 ·예술문화 지원 계몽사업에의 공동투자, 후원, 협력 ·메세나 활동에 관한 기업의 강연회, 심포지엄 등에의 강사 파견·알 선 등 2) 정보집배·중개사업 예술가, 문화단체로부터의 대 기업 후원요청의 창구가 되어 그것들을 일괄 접수, 전국의 기업에 정보를 배급. 경우에 따라서는, 중개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을 행하고 있다. ·기업메세나의 정보센터로서, 국내(그리고 해외의 비슷한 기관의 협력을 얻어 국외)의 예술가 및 문화단체·시설로부터 지원요청 접수 ·그러한 지원요청 정보를 정기간행물, 그 밖의 수단에 의해 기업에 배급 ·회원기업의 개별메세나 활동을 정보 면에서 중개·상담 3) 조사·연구사업 일본 그리고 세계의 기업메세나 활동의 실태, 그 기업경영상의 의의, 장래 예측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사연구사업을 행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과 정보서비스 ·실태조사에 의한 관련 연구에의 지원 4) 표창사업 일본의 기업에 의한 메세나 활동에 대해 사회적·문화적으로 높은 공헌을 한 기업을 표창한다. ·메세나 대상(大賞) : 사회적·문화적 공헌도가 높은 기업메세나 활동을 표창하는 것에 의해 그 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기업메세나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동시에 여론을 환기시킨다. 5) 국제교류사업 해외의 같은 종류의 단체와 교류, 예술지원활동에 관한 국제회의 등에 참가, 해외에서의 메세나 활동관계자 초빙, 정보의 교환 등을 행하고 있다. ·파견사업 : 예술지원활동에 관한 국제회의에 대표, 옵서버 등을 파견하여 해외와의 연대를 강화한다. ·수입(受入)사업 : 해외에서의 메세나 활동 관계자를 일본에 초빙하여 일본의 메세나 활동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연락사업 : 해외에서의 같은 종류의 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확보하고, 정보의 교환, 인맥의 확대에 힘쓴다. 4. 필자가 일본의 국제교류기금 초청으로 1991년 9월부터 1년간 일본의 문화정책을 연구하던 중 이 기관을 방문했을 때(1992년 4월), 이 기관에는 회장 1명, 부회장 4명, 이사장 1명, 이사 18명, 감사 2명, 그리고 특별고문 1명의 임원이 있었다. 이들이 대개 기업대표들이었음에 반해 전무이사는 네모토 쵸오베(根本長兵衛)라는 교리츠(共立) 여자대학 교수였던 것이 이채로웠다. 《메세나》 1992년 봄호에는 그가 1991년도 메세나대상을 받은 하야시바라(林原)그룹의 총수(林原 建)를 탐방한 기사가 실려 있는데, 하나의 사례연구로서 참고할 만하기에 그 대강을 추려본다. 이 상에는 전국에서 모두 270개 사업, 156개 기업·기업재단이 응모하였는데, 자천의 경우에는 각 기업의 열의 표시, 타천의 경우에는 지원에 대한 답례의 성격이 없지 않았다. 하야시바라 총수는 네모토 전무이사와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대기업은 많은 종업원이 걸려 있고, 또 사장의 재임기간도 평균 4.5년이어서, 즉효성이 없는 일에는 언뜻 돈을 들일 수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처럼 한 번에 많은 돈을 낼 수는 없으나, 10년, 20년에 걸친 사이클에 의해 기부를 하는 형태로 메세나에 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하야시바라 그룹은 이마무라 감독의 명작인 <검은 비>에 3억 엔, 같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세신궁(伊勢神宮)의 ‘천궁’(遷宮)을 둘러싼 일본 장인들의 이야기에 3억5천만 엔, 바이올리니스트 고지마 미도리에게 “자유롭게 써주세요”라면서 선사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구입가격은 5억 엔, 하야시바라씨의 메세나 지출은 대기업에서도 좀처럼 내기 힘든 ‘큰 돈’이다. 대개의 경우 이세신궁이라고 하면 종교와 정치만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하야시바라씨는 독특한 관점에서 ‘천궁’을 바라보고 있다. 20년에 걸친 천궁 그 자체가 대단한 문화적 메세나 활동이었다. 궁 그 자체만이 아니라, 2천 점에 달하는 부장품이 만들어졌다. 그것들을 만드는 데는 몇만 명의 일손이 필요했다. 천궁은 그러한 사람들의 기술과 인재양성을 후세에 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하야시바라씨의 말에 의하면 부장품에 갑옷은 포함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장인의 맥이 끊긴 것이다. 옛날 갑옷을 고치려고 해도 이미 수선이 불가능하다. 전통이 단절되어 있어서, 새로이 장인을 키우고 싶어도 이미 늦었다. 끊길 위험에 있는 전통기술의 기록을 완전한 형태로 남겨 놓는다. 기술을 전수할 한 두 사람만 있어도 기업이 이를 전면적으로 지원해서 다음 세대에 살아있는 기술을 남겨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 8권의 《일본의 전통공예품》은 한 세트가 큰 상자를 가득 채울 정도의 용량이며, 가격도 35만 엔이나 하는 대작인데, 영상기록은 모두 비디오화되었다. 하야시바라씨는 이러한 출판계획에 쏙 빠져 있다. 전 세계의 학교와 도서관에 기부하기 위해 완전한 외국어판을 만들 비용을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하고 있다. 하야시바라그룹은 선대의 컬렉션을 기본으로 오까야마에 독특한 도검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도공(刀工)과의 만남으로부터 하야시바라씨는 많은 전통공예의 장인들에게 관심을 넓히게 되었다. 그러한 관심의 배경에는 “기술대국 일본의 근원을 알고, 또 금후의 일본과 서양의 기술협력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싶다”는 장대한 꿈이 서려 있다. 전통공예전집의 구미판 출판에 전면 협조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독자적인 철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사장의 경영이념이 이익추구가 아니라 자유로운 연구와 납득할 수 있는 메세나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이익제일의 국내 기업에서는 ‘상식 밖’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에 부동산부가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15년, 20년 걸린 연구라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반반. 안된 경우라고 해도 회사가 반영구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일일이 운좋게 제품화에 성공한 연구에서 거두어들인 이익의 3할 정도를 운영에 넘기고 있다. 나머지는 스톡으로서 장래에 필요한 토지를 구입하거나 주식으로 변환하여 둔다. 하야시바라의 부동산부는 사기만 하고 일체 팔지 않는다. 최근, 거품 경기로 인해 반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우리 회사에는 10년, 20년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으로 하루 아침에 크게 벌어들이므로 해서 회사의 분위기가 변한다. 그래서 일체 팔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메세나 활동에 대한 의견을 묻자 금새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금방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미국에 진출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어설픈 교제보다는 다도나 꽃꽂이, 또는 유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 안에 도장이라도 세워서 “자, 어서오십시오”라고 한다면, 선전광고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PR이 된다. 지방에서 가장 부족한 것도 여러 문화운동의 지도자이다. 그래서 하야시바라에서는 작년부터 사원의 사외활동을 정식으로 회사의 조직에 도입했다. 공수도, 체육소년단의 지도, 그리고 꽃꽂이나 배구…… 신청하기만 하면 근무의 형태로 사외활동을 위한 외출이 가능하다. 조퇴나 지각은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자원봉사활동에 경비를 지급하는 일도 한다. 기업의 가치관과 동시에 사원에게도 메세나 감각을 갖게 한다는 것을 기대한다. 메세나 활동의 공인은 “사장만 메세나 활동에 큰 돈을 내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사원들의 의문에 대한 답변이 될 듯하다. 그러나 하야시바라씨는 “최근에는 메세나가 저의 본업이 돼서…… 채산도 도외시한 일들을 잔뜩 짊어지고 들어와서 여기저기서 말이 많습니다”라며 웃어 넘긴다. 5. 독자적인 활동을 통해서든지, 기업메세나협의회의 매개를 통해서든지, 지원하는 쪽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전제로 한 이른바 관형(冠型)으로부터 여러 가지 참여형태가 가능하다. 이를 요약해 본다. (1) 공연과 전람회를 사들이는 이른바 관(冠)이벤트라고 불리는 형태로서, 홍보전략, 또는  투자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형식. (2) 물품과 공간을 제공하는 형식. (3) 몇몇 기획 중 특정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조인트 스폰서쉽 형식. (4) 일정한 예산들을 결정하고 작품을 수집하는 기업예술 형식. (5) 사원을 어떤 특정한 예술활동과 단체에 파견하는 형식. 즉, 사원으로 하여금 기능과  노동력을 그 활동과 단체에 제공케 하는 사외 자원활동 형식. 사원은 사외에서 다른 가치관과 시간을 체험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필요를 직접 아는 것이 가능해진다. (6) 예술단체(법인)의 회원으로서 회비를 납부하는 형식(멤버쉽 형). (7) 현재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른바 매칭 기프트 형식. 사원이 지지·지원하고 있는 예술단체에 회사측도 일정한 비율을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예술지원재계위원회(BCA)의 보고에 의하자면, 매칭 기프트방식의 예술지원에 착수한 기업(기업재단도 포함)은 1975년에는 4개사, 1978년에는 29개사, 1981년에는 60개사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매칭 기프트방식은 회사가 사원의 지역참가를 촉진하는 것뿐 아니라, 사원의 기부행동을 자극하기도 한다. 맴버쉽과 매칭 기프트방식으로 기부와 후원을 얻은 미술관과 단체도 단순히 공공적인 방식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업의 아트 컬렉션, 즉 코포레이트 아트에 관한 전문적인 조언을 무료로 행하는 등의 서비스를 한다. 이처럼 예술·문화의 지원과 협력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광고·선전이라는 관점에서 관객동원수가 많은 이벤트와 눈에 뜨이기 쉬운 공연, 전람회에 출자, 협찬하는 방법이 아마 가장 일반적인 것이다. 그러나 생태계와 삼림벌채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당장의 수요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시각이 여기에서도 절실히 요청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기업들이 대학문화조성을 위한 활동에 눈을 떠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봉직하는 대학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연구소 등의 건물을 기증하고 있으나, 정작 대학인들, 특히 대학생들의 마음밭을 일구는 문화프로그램에의 참여는 너무나도 희소하다. 예술문화프로그램의 공급과 육성은 물론 문화적 환경조성도 절실히 요청되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컨대 서울대학교에는 ‘자하연’이라는 멋진 이름의 연못이 있으나, 거기에는 좁은 시멘트다리가 하나 걸쳐져 있을 뿐이다. 환경대학원도 있고 조경학과도 있는 대학에서 오늘 이 시대가 만들 수 있는 한국정원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학생들에게 환경문제를 심도있게 인식시키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만일 어느 기업이 이와 같은 작업에 참가한다면, 투자효과 면에서 상당히 지속적일 것이다. 이처럼 기업메세나 운동은 예술·문화를 지원한다는 틀 속에서 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영역·분야에 공헌하는 방안을 통해서도 전개될 수 있다. 옛말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하지 않았는가? 기업메세나협의회는 대·중·소를 막론하고 기업으로부터 이와 같은 뜻이 우러날 수 있도록 앞에서 예시된 사업들을 행하는 데 그 본령이 있다고 하겠으며, 각 기업은 나름대로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 창출을 위한 방편으로라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직하다. 《메카트랜드 2000》에 따르자면, 기업은 협찬과 관형(사들이기형) 지원의 대상을 스포츠와 록 콘서트로부터 예술로 바꾸고 있는데, 그 이유가 ① 경제적 부담이 적다, ② 비교적 장기적 영향력을 갖는다, ③ 지역사회와 여성들에게 즐겁게 받아들여진다라고 되어 있다. 현명한 기업인이라면 이와 같은 추세를 기업갱신을 위해 충분히 활용코자 할 것이며, 기업메세나 운동은 이 때문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밖에도 메세나 운동의 확산을 위한 환경조성 중 예컨대 필란스로피세제 등에 대해 언급했어야 했는데, 여기에서는 다만 미국의 경우 이미 1982년에 연방정부가 기업수익세 대상분의 10%까지를 공제하는 법안을 내놓을 정도로 철저를 기하고 있다는 것만 적어두기로 한다. 선진국가의 의미는, 문화적으로 볼 때, 이렇게 해서 드러난다. 6. 일본 기업메세나의 성격을 좀더 일반화하려면 이에 관한 세미나 등의 기록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한데, 전력종합연구소를 비롯한 기업메세나협의회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메세나활동을 생각하는 세미나>(1991)의 경우를 살피기로 한다. 이 세미나에서는 메세나에 유리한 회사에 대한 토론이 포함되어 있는데, 우선 이익추구와 메세나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어떤 공통적인 분위기나 풍토가 있지나 않을지가 근본적인 문제의식이었다. 먼저, 기업의 이익랭킹, 아들을 입사시키고 싶은 회사, 기업이미지 조사, 문화적 기업, 또는 좋은 기업시민으로서 평가되고 있는 회사 등, 다양한 자료로 각 기업의 인지 실태를 본다. 물론 순위나 기업명이 문제가 아니라, 성질이 다른 지표를 사용해도 드러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음으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세미나 참가기업의 기업문화 및 실태를 본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철학은 훌륭하지만 실제의 풍토나 경영자세는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과 사내 각층에 따라 사회성의 인식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좋은 회사라고 불리는 기업의 이념과 구조를 소개한다. 그렇게 해서 모 잡지의 기사를 참고로 좋은 회사의 조건으로서 ① 철학의 확립과 체현, ② 창조적인 조직, ③ 개별성의 중시, ④ 반성과 가치관 공유화 시스템이라고 하는 가설을 제시해서 그룹토의에 들어간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이것이 메세나에 유리한 회사라는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떤 그룹의 메세나나 사회공헌이 세속되는 형태로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행착오를 인정하는 기업이 좋은 회사라고 하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좋은 메세나 활동의 네 가지 포인트를 알아보도록 한다. 메세나의 방법론인 셈인데, 간사이 경제동우회의 ‘풍요로운 문화국가에의 전략’ 제언에 따르자면, 그것은 ① 톱매니지먼트의 깊은 이해와 관여, ② 명확한 이념, 비전의 확립, ③ 문화활동에 관한 체제 정비, ④ 문화지원이 갖추어야 할 자세로 나뉜다. 첫째 포인트는 실로 어려운 문제인데, 문헌자료에 게재되어 있는 사례는 이미 톱의 깊은 이해가 달성된 것 뿐이어서 그다지 참고가 되지 못한다. 여기에서는 모 컴퓨터 회사의 복지활동의 예를 참고로, ‘실적을 쌓는’, ‘외부로부터 칭찬받는’이라고 하는 정공법이 제시되었다. 둘째 포인트에 대해서는 우선 각 기업에 따른 메세나 철학이 강조되었다. 예를 들어, 경직된 문화행정의 타파, 공적 기관을 대신한 리스크의 부담, 매니지먼트 도입에 따른 활력 있는 메세나 등이다. 다음으로 강조된 것은 가이드라인의 설정과 동시에, 단계적이고 발전적인 시나리오의 확립이다. 예를 들어, 사전활동 → 종자(seed) 발견 → 일점 돌파의 메세나 → 기반 확립(특히 사람) → 사내에서의 전면 전개/자율적 발전이라고 하는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전략을 갖고 있으면 각 단계에 일어날 일이 보일 것이고, 초조나 졸속도 없어질 것이다. 셋째에서는 전문색션의 설립, 스탭의 육성, 의사결정의 구조, 사원의 의식향상책 등의 조직적인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쩐 일인지 기업 측은 흥미를 갖지 않고, 수수인이나 중개인이 관심을 갖는다. 기업 측은 이미 조직적인 이야기에는 질린 것일까, 아니면 현재의 메세나 활동이 체제정립의 단계가 아닌 것일까? 참가자들은 여기에서 메세나 활동의 평가, 피드백의 체제 확립을 주장하고 있다. 설문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활동 후 평가를 행하고 있는 기업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가가 있고 난 후에 비로소 다음의 단계가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세나에 대해 관계자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메세나의 성과를 사원 및 관계자에게 환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해자와 응원단을 늘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넷째 포인트에서는 지속적인 활동, 비현금기부(non?ash?ontribution), 젊은이나 신인의 지원, 기업에 맞춘 활동,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 중시 등이 이야기된다. 기업에게 무리가 없는 효과적인 메세나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메세나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조건으로 생각되므로, 특히 ‘기업에 맞춘 메세나 활동’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참여하는 방식은 물론 상당히 다양할 수 있다. 예컨대 일본의 캐논 주식회사처럼 기업 자신의 특징과 연계되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캐논은 1991년에 사회·문화지원센터를 발족시켰는데, 본업의 연장선상에서 <아트라보>와 <사진신세기>라는 두 개의 공헌사업을 개시하였다. <아트라보>는 새로운 영역인 일렉트로닉스 기술과 예술의 만남, 즉 양자의 공동작업을 목표로 한다. 캐논이 소유하고 있는 디지탈 화상처리기술과 예술가의 창조성이 만나는 장을 확보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으로서, 예술가의 입장에서 보면, 실험실과 고액의 기재가 무상제공되고, 엔지니어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강력한 원조가 아닐 수 없다. 다른 한편 캐논 쪽으로도 장기적 메리트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예술가로부터 오는 무한정한 기술상의 요구로 인해 이 프로그램은 기기의 개발, 차세대 기기의 구상이라는 상품개발에서 결여할 수 없는 지혜와 활력을 산출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아트라보>의 성과는 기획전에서 소개된다. 나아가 이 활동과 디지탈 테크놀로지 아트에 관한 정보를 게재한 잡지를 발행하여 예술가와 관계자의 네트워크를 촉진하고 있다. <사진신세기>는 사진계의 신인을 발굴·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신설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3개월에 한번, 결국 연 4회 계간 사진잡지 《데쟈뷔》 지상에 작품을 공모한다. 출품조건은 카메라와 필름을 쓰면 어떤 작품도 좋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종래의 사진개념을 넘어서는, 일탈하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꺼려하는 작품, 실험작품을 응원하게 된다. 수상작은 《데쟈뷔》에 게재되는 것은 물론 화랑 등에서도 공개되고, 수상자에게는 장학금이 수여된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재 본업과 관련성이 희박한 메세나 활동이 많은 듯하다. 물론 판매네트워크, 저금리 투자, 자금활용 노하우, 기술, 상품, 시설 및 토지 등 가까운 자원으로 활용가능한 것이 적지 않을 것이고, 실제로 사례집에는 그러한 사례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게다가 비즈니스와 관계가 깊은 테마를 선택하는(역으로 약한 부분의 이미지를 확대하는) 일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참가자들은 세미나의 내용 자체보다는 메세나의 유지가 모여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마련한 것이 최대의 이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쓰고 있는데, 이와 같은 대화가 한국의 기업메세나 활동의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7. 한국에서 기업메세나활동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상당한 정도로 암시되어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요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하나의 기구로서 한국 기업메세나협의회가 지금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착수할 만한 일감을 고른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실감을 높이는 작업”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회원으로 가입한 기업들에게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시행해온 예술지원활동의 실적을 스스로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갖도록 촉구하는 한편,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이 없으나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어 회원으로 가입한 기업들에게는 일감을 주선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로서는 ‘메세나 견본시장’과 같은 행사를 빠른 시일내에 개최해 볼 것을 권장한다. 이 견본시장은 두 가지 부분으로 구성될 수 있다. 한편에는 회원사들의 업적을 전시하는 부스들을 설치하고, 다른 한편에는 지원을 요청하는 예술가 또는 예술단체들의 구상을 전시하는 부스들을 설치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협의회로서는 전시내용과 방법이 과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한 정보교환이 가능해지도록 노력하는 한편, 양자간에 거래가 활발해지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이 자리에는 아직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기업들의 관계자들도 초청하여 메세나 활동에 가입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화축제가 될 이 견본시장의 절정은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공개행사로서, 행사기간중의 거래실적 발표와 함께 국가·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들을 초대하여 공개적으로 모금에 응하도록 하는 방식이 고안됨직하다. 둘째로, 일정한 규준을 만들어 모범적인 회원기업들에게는 ‘모범 메세나기업’을 표시하는 휘장을 수여함과 아울러 일반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를 마련할 만하다. 다시 말해서, 문화예술진흥에 기여하는 기업은 좋은 기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때, 기업의 규모로 인해 차별의식이 생겨나게 하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문화재단들도 한국 기업메세나협의회의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줄 아나, 대규모의 문화재단들은 일본처럼 별도로 문화재단협의회를 구성케 하여 협의회와 공동보조를 취하는 편이 실질적일지 모른다. 셋째로, 기업메세나 활동이 이미 정착된 외국의 사례를 학습할 수 있도록 회원기업들의 견학을 주선하는 활동이 구상됨직하다. 이는 함께 견학에 참여하는 회원기업 대표들간의 인간적인 유대의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방문 상대국가의 회원기업 선정에서도 유사업종을 묶어 이 방문행사가 메세나 활동을 매개로 한 양국, 또는 다국간의 기업협력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업 또는 개인이 메세나 활동에 자유롭게, 큰 부담없이 참가토록 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은 조세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이를 위한 특별추진사업이 구상될 만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기업메세나 활동은 기업으로 하여금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여 자사의 사회적 인정도를 높이도록 하는 실익을 무시할 수 없으나, 문화예술활동의 진흥을 위한 참여 자체에서 보람을 찾도록 하는 데 그 목표가 있는 만큼, 작은 실적을 통해서라도 꾸준히 그와 같은 기쁨의 실감을 높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 밖의 보상기대는 결국 이 활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말 것이다.

기업문화의 두 가지 구별 기업문화를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사람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이 장에서 필자는 일단 일본 교토대학의 이케가미쥰(池上淳) 교수의 견해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그를 택한 이유는, 일본 안에서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던 중에 1992년 3월 문화경제학회 ‘일본’이 결성되었는데, 이케가미 교수는 부회장이라는 형식적인 직위에서 뿐만 아니라, 이 학회의 실질적인 업무추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일본에 있는 동안 창립회원으로 가입한 이 학회는 세계문화경제학회의 일원으로서, 기업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이해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케가미 교수가 쓴 《문화경제학의 권장》(池上淳, 《文化經濟學のすすめ》, 東京, 1991)이라는 작은 책자가 1991년 4월에 출판되자마자 한 달만에 2쇄를 찍는 등 제법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일단 그를 안내역으로 삼은 이유 중의 하나다. 다시 말해서, 이케가미 교수의 견해는 일단 세계와 호흡하면서 형성되고 있는 일본에서의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를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경제가 발전하는 중에 사기업(私企業), 즉 영리를 첫째 목적으로 행동하는 비즈니스를 위한 주식회사 조직들은 예술문화와 그 관련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코포레이트 아이덴티티’가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시작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인 셈이다. 1987년에 도쿄도가 실시한 조사에 의한다면, 대상으로 한 555회사 중 약 절반에 이르는 47%의 기업이 무엇인가 문화활동을 하고 있고, 그 중 5%가 이른바 기업의 이름을 단 관(冠) 공연 등의 전문적인 예술공연을 주최하고 있다. 가장 많은 것이 문화이벤트의 실시와 지원인데, 지역교류 이벤트, 연구지원 육성사업 등 사회캠페인, 출판활동, 스포츠진흥사업 등이 이에 이어진다. 문화이벤트는 콘서트나 미술전시회 등이 주가 되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등도 약간 포함되어 있다. 민간조사에 의하면 기부 이외에도 광고비, 판매촉진비, 홍보비 등의 형태를 가진 사기업의 예술문화 관계 지출은 같은 해에 776억 엔에 이르렀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기업문화는 곧 사기업이 예술문화 관련사업에 참가하는 활동을 말하게 되는데, 그 활동의 내용에서는 다시금 뚜렷하게 구별될 수 있는 두 가지 전략적인 자리매김이 가능해진다. 비즈니스로서의 기업문화 첫째는 ‘비즈니스로서의 기업문화’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직접적으로 판매를 촉진하고, CI 등에 의해 소비자나 고객에게 기업이미지를 인상지어주고, 예술문화를 새로운 투자영역의 비즈니스로서 자리매김하는 경우이다. 이 모든 활동은 기업이 소비자의 욕구수준이나 문화수준의 상승에 대응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려고 할 때, 피할 수 없는 경영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도 대중소비 사회에서 ‘좀더 편리하고 질이 높은 상품’을 찾는 소비자 욕구의 고도화는 하나의 피할 수 없는 경향으로서, 각 기업에 대해 전략변경을 촉구한다. 말하자면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상품이나 고도의 서비스가 요구되고, 디자인 등의 복제와 대량보급이 가능해진 가운데 색채, 형상, 인상, 영상 등의 다양한 요소가 기업이미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환경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가’의 여부, 또는 ‘소비자의 문화적인 생활에 대한 이해를 나타내고 있는가’의 여부가 기업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사기업이 문화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것이다. 본래적인 기업문화 다른 하나는 ‘본래적인 기업문화’라고 할 만한 것으로서, 예술문화의 창조나 보급에 대한 순수한 후원자(patronage)나 직접적인 영리목적을 도외시하는 봉사 또는 사회적 공헌(philanthropy)이다. ‘필란스로피’란 라틴어의 Philanthropia로부터 온 말로서, 본래의 뜻은 “인류를 사랑한다”이다. 특히 “인간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은 단어이다.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필란스로피의 의미는 두 가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진다. 예컨대 1934년에 초판이 나온 엘리자베스 맥카담의 《새로운 필란스로피》라는 책에 의하면, 그것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닌다. (1) 선의에 근거한 기부금이 전체 지역사회에 편익을 가져오도록 사용되는 경우, 도서관과 미술관 등 예술문화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필란스로피가 이에 해당한다. (2) 건강, 교육, 주택, 구빈(救貧) 등의 분야에서 주로 유산계급의 기부가 저소득층을 향하는 경우이다. 이런 영역은 정부 및 자치체가 행하는 여러 가지 사회 서비스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왔다. 인간복지에 예술문화의 영역과 사회 서비스의 영역을 함께 포함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대단히 흥미깊은 것으로서, “사람답게 산다”는 말의 뜻을 잘 말해 준다고 할 것이다. 요컨대 후자, 즉 여기에서 ‘본래적인 기업문화’라고 해석된 활동은 사기업이 사회사업에 참가함으로써 국민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뜻을 갖게 된다. 물론 필란스로피라고 해도 긴 안목에서 보면 사기업에의 신뢰감이나 지위를 높여 이윤의 극대화나 시장점유율의 확대에 플러스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란스로피가 기업이윤에 제공하는 공헌이란 어디까지나 직접적인 효과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예술문화의 창조와 향수능력의 향상을 지원하고, 이에 의해 공익에 공헌한다는 평가기준에 충실해야 한다. 공공적인 입장에서 문화정책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본래적인 기업문화’라고 이케가미 교수는 못박고 있다. 본래적인 기업문화와 세제 필란스로피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전형적인 방식은 공익법인 등과 같이 공적으로 인가되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기부로서, 미국을 비롯한 고도 소비사회에서는 그것이 이윤으로부터 나가는 지출일지라도 일정한 한도 내에서 이를 기업의 경비로 인정하고, 결과적으로 감세 대상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정부나 자치단체가 조세를 출자금으로 지출하여 예술문화진흥기금을 설치하고 이에 공익법인의 자격을 인정했다고 하자. 나아가 이 기금에 대해 다수의 사기업이 면세에 따른 기부를 하고, 스스로를 정부와 함께 후원자의 위치에 놓았다고 하자. 그 경우 이 기금의 운영은 예술문화의 전문가와 각 영역의 단체로부터 추천되어 정부나 재단에 의해 임명되는 위원회에 맡겨진다. 이처럼 면세조치에 따른 사기업으로부터의 기부금은, 면세조치가 없었다면 조세로서 국고로 들어갔어야 할 돈을, 면세라는 인센티브에 의해 문화진흥을 위한 공익 법인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이렇게 끌려든 돈은 본래 조세가 되었어야 할 것이었기에 공익법인은 미리부터 지정된 목적(예컨대, 문화사업에의 지원) 이외에는 지출할 수 없다. 정부는 면세조치로써 재단에 문화사업을 위임한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된다. 돈이 공익재단에 의해 교향악단이나 극단의 보조금으로 배분되었다고 한다면, 이는 정부로부터 나온 보조금에 의한 지출과 기본적인 차이가 없다. 사기업은 법인세 등의 조세를 지불한다는 방법뿐 아니라 면세에 따른 공익법인에의 기부로써 지역사회나 예술문화계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이 된다. 바꾸어 말한다면, 사기업의 사회적 책임수행을 위해 국민이나 지역사회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 셈이 된다. 하나는, 기업과세에 의한 세금을 정부로 하여금 거두어들이게 하고, 그 사용을 정부에 맡기는 경우이다. 정치가나 관료가 믿을 만하고, 자금의 용도에 대해 방황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정된 규칙이 있다면, 이 방법이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치가는 이권을, 관료는 기득권을 고집하는 것이 상례임은 딱히 일본사회에서뿐만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예상될 경우, 기업이 ① 법인의 이윤에 대해 과세되는 법인세를 지불하여 그 처분을 정부에 맡겨 버리든가, ② 그렇지 않으면 “필란스로피로의 지출을 기업경비로서 간주하고, 과세대상이 되는 금액(법인의 이윤)에서 공제하는 것을 세무서가 인정하는 제도”를 정비하여 필란스로피로의 지출을 늘리든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배려가 요청된다. 이 경우, 문화나 복지의 영역으로서는 정부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적 자금을 문화나 복지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결과가 된다. 법인세냐, 필란스로피냐 말하자면 기업은 법인세 지불이냐, 필란스로피로의 지출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된다. 필란스로피에 의해 충실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은 반드시 예술문화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 비해 예술문화 부분이 현재로서는 상당히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고, 특히 공연예술의 경우,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으므로 음악가, 교향악단, 배우, 극단 등의 단체나 개인의 창조활동을 강화하려는 큐레이터 내지 프로모터들은 공익법인이나 기금의 유효적절한 운영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공익법인이나 기금 쪽에서는 큐레이터의 전문성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우수한 평가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적으로 말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경쟁적으로 문화예술의 큐레이터를 지원한다고 할 경우, 이는 국민들에게 몇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하나는 문화영역에의 공공서비스 시스템을 개선하여 관료적인 경직화를 방지하고, 행정의 문화관계 수요에 대한 유연하고 적절한 대응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필란스로피로서의 기업문화의 충실을 면세조치에 의해 뒷받침함으로써 문화정책의 구성요소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런 제도가 정비되면 문화정책에 대한 사기업의 공헌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부나 출자도 마찬가지 기능을 다할 것이 기대된다. 여기에는 문화를 애호하는 개인이 기업의 협력을 얻으면서 문화재단이나 문화관계자 협동조합을 설립했을 경우, 가계로부터 기부나 출자를 위한 지출이 사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세대상 금액에서 공제가 인정된다면, 개인 기부가 문화관계기금 등으로 비약적으로 증대되리라는 기대가 표현되어 있다. 국민의 영세한 기부를 정부가 세제로 지원하여 만들어내는 문화예술 진흥기금이야말로 장기적이고 안정된 예술문화 지원기금이 되리라고 보는 이케가미 교수의 견해는 기본적으로 문화향수자의 협동조직과 큐레이터의 협동조직의 공정한 계약관계를 주장한 러스킨의 문화경제론에 맞닿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상론은 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예술문화의 영역에서 볼 때 조세제도나 공익법인 등의 설립인가에서 일본의 현행세제에 개혁의 여지가 많다는 그의 주장 쪽으로 시도를 옮겨보도록 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는 문화예술 관계의 공익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출자해도 그것이 이익의 처분으로 취급되어 결과적으로 면세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발족시의 기금액도 1억 엔 이상인 경우가 많아 이해 내지 동조하는 사람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고, 기업의 지출액에도 과세당국으로부터 비용으로 인정되어 과세대상에서 공제될 수 있는 금액이 상당히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개인이 가계 중에서 문화나 예술관련 공익법인이나 기금, 또는 협동조합에 기부한다든지 출자한다든지 해도 이 지출금액을 연말조정이나 신고납세에 있어 연간 과세대상 소득에서 공제하고 면세조치를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에 우선순위를 두어 사회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려면 해마다 국가예산 편성에서 문화영역의 예산배분을 늘림과 동시에 기업이나 가계로부터의 필란스로피를 장려하여 국민 스스로가 문화를 지탱한다는 긍지와 자신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기에 선 문화정책 이케가미 교수는 일본이 지금 종래의 수출 제일주의 산업정책에 대한 국내외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높은 질의 예술문화를 창조하고 그것을 향수할 수 있는 국민을 만들어 내는 일에 국내자금을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높은 토지대금과 무계획한 빌딩이 빼곡 찬 도시와 지역을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두 가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보면서 이케가미 교수는 당연히 전자를 권장한다. 중심지에 쾌적한 문화 하부구조가 완성되고, 국제적으로 많은 예술가와 젊은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창조를 위한 약동에 의해 새롭고도 높은 ‘삶의 질’을 찾는 욕구가 높아졌다고 하면, 그것은 소비자의 문화 향수능력의 고양을 매개로 자연환경과 조화되는 생활양식 뿐만 아니라, 주택의 질을 바꾸고, 도시의 설계를 바꾸며, 모든 제품과 서비스와 사회체제를 개선하려는 열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꿈꾸는 이 재정학 교수는 그것들이 내수 확대를 위해 유력한 자극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여기에는 문화적인 공개공간과 개인생활의 교류가 급기야는 신기업이나 관청의 사무실이나 공장의 시스템 및 시설에도 새로운 문화를 끌어들여 인간이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자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그는 그때야말로 필란스로피로서의 기업문화가 ‘비즈니스로서의 기업문화’와 새롭게 교류하고 비즈니스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인다. 이쯤에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예술문화 진흥과 관계된 일본의 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우리의 세제와 비교하면서 문화정책의 한 단면을 세련시킬 수 있는 작업에 들어서야 할 것이나, 앞에서 이미 일본의 세제 소개는 이루어졌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세제개혁은 하나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는 결론만을 덧붙이기로 한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세제개혁이 참으로 문화예술 진흥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려면 문화예술이 추구하는 가치, 곧 인간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 국가 사회의 진정한 관심사가 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면서 대통령직을 사임한 바츨라프 하벨의 입장은 참으로 괄목할 만하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요소를 ‘문화’라는 총체적 개념 속에서 파악하면서, 사회 전반의 문화향상을 그의 정치이념으로 삼는다. 필자는 인간존엄성의 실현은 단순히 경제발전을 통해서가 아니라 총체적인 문화운동으로서만 가능하다는 그의 진단에 동의하면서, 다만 이와 같은 문화운동에 기여하자면 문화예술 역시 단순한 ‘쾌’만을 목적으로 삼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가 활용한 문화운동이라는 개념이 그의 의도와는 달리 공산주의를 폭력혁명에 의해 실현시키고자 했던 집단에 의해 오염되고 말았던 반면, 그러한 폭력혁명에 동조하는 선동·선전의 도전은 바로 ‘쾌’를 목표로 한 전통미학으로부터 그 구실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문화공헌 필자는 이제 앞에서 이루어진 설명을 바탕으로 주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볼 수 있는 기업의 문화적 공헌이 갖는 의의와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전반적인 상황을 최근의 자료를 활용하여 다시 한번 요약해 보기로 한다. 일본 총리부가 발표하는 계속적인 통계에 따르자면 ‘마음의 풍요를 중시하는 비율’은 1970년대 후반부터 상승했는데, 이와 같은 국민의 잠재적 문화적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바로 일본 기업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유통 및 식품기업에 의한 문화이벤트와 음악을 주제로 한 무대예술 원조가 성행했다. 이른바 기업명을 내건 관(冠) 콘서트였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기업 재단의 설립이 연이어지고, 지원형 재단의 횡적인 조직도 문화청의 지도로 마련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이를 조성형(助成型) 재단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기업의 선전으로부터 거리를 취한다. 이와 동시에 기업이 물주가 된 극장·홀 등의 건설도 이루어지면서 홀이 자주사업 뿐만 아니라 특정한 문화예술 단체와 수년간에 걸친 계약을 체결, 계속적인 활동을 행하는 경우도 출현했다. 이를 일본에서는 프랜차이즈(franchise) 제도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미국에서는 주로 개인 또는 회사에 주는 특허나 특권을 뜻한다. 나아가 사업 기반의 안전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기업을 연계하는 오피셜 서플라이어 조직 등의 새로운 고안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예술의 상호관계를 살피려 함에 있어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기업메세나협의회의 결성인데, 이는 정부의 예술문화 진흥기금이 설립된 것과 같은 해인 1990년의 일이다. 문화옹호 메세나 이념의 보급, 원조를 필요로 하는 예술문화단체의 정보 수집 및 기업제공, 조사·연구 등을 행하며, 정회원과 준회원을 합해 215 회사단체(1992년 현재)가 가맹하고 있다. 거기에서 발행한 《메세나백서 ’92》(1992. 8.)라는 책자를 살펴보면, 일본에서의 기업문화 활동의 실체가 좀더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그 개요를 적어보기로 한다. 1992년도 판을 위한 조사대상은 상장기업과 주요한 외자계기업 등 모두 2,623사로서, 협의회는 455통의 회답을 얻어냈다. 메세나 활동을 실시하고 있는가의 여부에 대해 전체 응답회사의 56.3%, 즉 256개사가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전년도 조사의 42.7%에 비해 2할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를 경리이익과 관련시켜 보면 경리이익이 높아질수록 메세나 활동을 실시하는 기업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와 같이 메세나 활동을 실시한다고 대답한 회사 중에 구체적인 지원기준이 있다는 회사는 불과 57개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없다”는 회사 143개에 비하면 아주 떨어진다. 다시 말해, 전체적으로 볼 때 지원이 아직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지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메세나 활동의 담당부서에 관한 질문과도 연결되는데, “전임부서는 없으나 담당부서는 정해져 있다”가 40.2%이고, “담당부서가 복수이다”가 32.4%, “전임부서가 있다”가 19.9%이다.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지려면 책임 있는 전임부서가 있는 쪽이 바람직할텐데, 그렇지 못한 실정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메세나 활동을 주도하는 사람도 사장(38.3%)이나 회장(13.7%), 또는 담당임원(16.8%)일 경우가 더 많다. 담당부서가 결정하는 경우는 41.0%로서 이에 못미친다. 그러나 이는 전년도에 사장이 수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다소간 전문성을 높여 가는 경향이 증가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가장 높은 공연예술 지원 지원활동의 내용은 음악·뮤지컬로부터 미술, 출판에 이르기까지, 또한 문화강연 심포지엄으로부터 조사·연구에 이르기까지 극히 다양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음악·뮤지컬이 450여 건으로 가장 많은데, 여기에다 연극·인형극, 발레·무용, 민족예능, 그리고 영화와 비디오까지 합하면 공연예술과 연관된 부분이 단연 압도적이다. 음악·뮤지컬의 경우 그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오케스트라(162건), 오페라(49건), 실내악(87건), 독주회·독창회(57건), 합창(40건), 뮤지컬(25건)의 순서다. 이것들을 장르별로 분석해 보면 클래식(264건), 현대음악(34건), 국악(8건), 민요(8건), 동요(19건), 민족음악(7건), 그리고 재즈·록·뉴뮤직·샹송·가요곡 등 대중음악으로 되어 있다. 지원대상 또는 목적에 따라 나누어 본다면, 기성예술가 지원(125건)이 청년예술가 지원(78건)보다 단연 많다. 단지 아마추어 지원(57건)이나 청소년육성(54건)까지 합친다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졌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 이 밖에도 감상자의 계발(104건)을 위한 지원도 적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이와 같은 지원활동을 위해 지출된 액수는 회답기업의 합계가 253억 엔 정도이다. 한 회사가 평균적으로 1.4억 엔을 지출한 셈인데, 실제로는 1천만 엔에서 5천만 엔 미만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1천만 엔 미만이다. 따라서 1억 엔에서 5억 엔 미만이라는 고액 지원은 순서상 제일 떨어진다. 일본 전체로는 약 600∼800억 엔이 기업의 문화지원 활동에 소요된 것으로 추정하는 통계도 있다. 이와 같은 액수의 지출마저 예산이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57%)에서 지출되는데, 이는 조직적인 차원에서의 체계미비와 맞물려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전회의 조사와 비교하면 “예산이 결정되어 있다”(40.3%)는 쪽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메세나 활동비의 재원으로는 선전광고비가 제일 많아 49.2%를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는 기부금 46.9%, 홍보비 18.4%, 일반관리비 16.0%, 문화사업비와 재단조성금이 각각 12.9%로 되어 있다. 이상은 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의 《백서 ’92》를 요약해 본 것이지만, 일본에서의 문화이벤트 정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 피아종합연구소가 펴낸 《문화이벤트 데이터 파일》도 비슷한 결과를 알려주고 있다. 이에 따르자면, 1992년의 수도권(1도 6현)에서 개최된 음악 이벤트는 약 7,500건, 연 수용인 수 1,500만 명 규모이고, 연극이벤트는 약 2,800건, 연 수용인 수 1,300만 명 규모로 행해지고 있다. 티켓대금에서 본 시장규모는 양자 합해서 약 1,800억 엔 규모이다. 그런데 91년과 92년의 음악 및 연극의 공연활동 변화를 보면, 공연건수 및 공연횟수는 늘어났지만 연 수용인 수 및 흥행규모는 그것에 비교해 낮다. 그것은 경기가 떨어진 것을 반영하면서 대규모적인 공연이 감소한 것과 연관이 깊다. 그중에서 관(冠) 행사건수는 전체 1할 정도 적어졌다. 특히 음악 이벤트에서 대폭적인 감소가 지적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문화활동의 관여가 전체적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메세나 정착을 위한 과제들 기업 자체의 개성적인 측면이 평가되는 한편, 전문적인 원조 창구가 조직적으로 자리잡은 기업은 드물고, 유명한 예술가에 치우쳐 있다는 등의 평가가 있는가 하면, 광고 냄새가 강하다든지, 내용에 손을 댄다든지 하는 비판도 들린다. 그러나 ‘광고’에 대해서는 일본의 세제가 민간 기부에 대한 손금산입의 틀을 낮게 설정한 결과, 경비로 떼어낼 수 있는 광고선전비를 재원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업의 이념을 어지럽게 하는 이유가 된다. 다른 한편, 기업이 무대예술 등 문화를 원조하는 일 자체에 대해서도 그것보다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는 편이 좀더 바람직하다느니, 그만큼의 이익이 생겼다면 주식에 돌려야 마땅하다느니 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국민의 문화적 필요에 재빠르게 대응하면서 특히 무대예술의 공연활동을 활발하게 해준 것은(특히 음악 부문에서의) 기업의 원조였다. 그러나 “기업이 선택하는 예술문화라는 것들이 결국은 현실 긍정적인 풍조를 만들고 말지 않는가”라는 의문의 소리도 들린다. 예술문화란 본질적으로 이와 같은 회의와 무관한 것이 아니지만 예술이 기업의 잠재적 요구와 완전히 절연하기 어려운 것도 숨김없는 현실이다. 앞에서도 부분적으로 언급되었지만 메세나를 정착시키기 위한 과제로는 ① 메세나에 관한 기업의 사고방식을 확립하는 것, ② 톱 주도형에서 전임·담당부서에 의한 예산을 가진 조직으로서의 활동으로 발전하는 것, ③ 금전 뿐만 아니라 사람·장소라고 하는 경영자원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는 것, ④ 금전의 다과를 막론하고 계속성을 갖는 것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원하는 쪽과 지원받는 쪽의 상호이해를 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같은 과제해결을 위한 방안은 여러 가지로 모색될 수 있지만, 필자에게는 문화 내지 예술경영학의 체계화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에 관계된 사항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예술경영의 여러 문제들 일본에서 예술경영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일게 된 배경에는 서두에서 말한 대로 일본이 무역수지를 가리키는 수치상 특출한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는 풍요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효과추구와 경제일변도의 시대조류에 대한 반성이 촉구되었던 것인데, 돈을 모으는 일과 반드시 연결되어 있지 않은 풍요의 실감을 위해 사회공동자산으로서 문화 하부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 중 대표적이다. 다시 말해, 예술이야말로 그러한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그런데 예술이 일상생활 속에서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영시스템에 알맞는 체계적인 경영론이 요청된다. 이런 각도에서 예술경영학의 체계화에 대한 관심이 제고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오늘날 일본의 경우 사람들이 기능과 감성, 문화와 경제 등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분리하기 힘들 정도로 결합되면서 새로운 발상과 가치관 그리고 상품을 만들어내는 복합(coupling)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질적인 것으로서 서로 넘나들기 어려웠던 예술과 경영도 그와 같이 생각될 수 있다. 개성적인 창조를 특징으로 하는 예술과 보편성을 동반하는 경영이 결합되는 것은 복합시대의 소산이라고 자리매김될 수 있다. 개발부분에 해당하는 예술의 발신원은 예술가 자신의 정신이자 감각이며 비전이다. 그러나 제조업계를 예로 들 때, 개발부분만 장대하고 영업부문은 허약하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개념을 기초로 한 좋은 상품이 생산된다 해도 그것이 시민생활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 같은 맥락에서 예술가가 아무리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발신을 시도한다 해도 시장과의 관계가 부드럽게 진행되지 못한다면, 일반사람들은 그 작품을 일상생활 속에서 제대로 향유하지 못할 것이다. 예술이 시장에 정착, 시민들로 항여금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경영학이 필요하게 된 배경을 일본의 경우를 들어 좀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대강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경영학의 수요증대 배경 첫째로, 행정 쪽에서 본다면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걸쳐 일본 전국 각지에 예술문화에 친숙해질 수 있는 장소로서 무대예술공연을 위한 홀 등이 차례로 만들어졌는데, 전국 공립문화시설 협의회의 가맹관이 1975년에는 450개였던 것이 1993년 3월 말 현재 약 1,600개가 되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시설은 일본의 새로운 예술문화를 기르고, 전통 있는 예술문화를 소개하고, 해외예술가의 공연을 실현시키는 등 지역주민에게 크게 공헌하고 있다. 이때 자주사업을 기획·실시할 인재가 많을 수록 홀 운영이 좀더 효과적으로 가능해질 것임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역에서의 예술문화의 진흥, 장기적인 시야에 기초한 문화회관 내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의 운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정에도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평가능력을 지닌 담당자의 육성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 예술단체 쪽에서 본다면,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 대책을 실시하는 것이 요망되고 있다. 거기에는 현재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현장에서 깨닫는 경험에 덧붙여, 예술단체가 조직적으로 경영실무를 쌓아 운영할 수 있는 체제의 확립이 필요하다. 즉 예술가가 안심하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영에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도입하여 단체 자체의 인적 기반을 좀더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소비자(일반시민) 쪽에서 보더라도, 상품가치란 소비자의 참여가 있어 비로소 생겨나고 길러진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에서는 예술도 소비자와 함께 생성할 수밖에 없다. 많은 예술가가 다양한 모습으로 길러지기 위해서도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관이 대단히 중요하고 예술문화의 향수능력을 몸에 익히는 일이 필요하다. 이에 예술경영학을 통해 예술이 왜 필요한가, 그것을 어떻게 친숙할 만한 것으로 만드는가 등 예술을 향수하는 쪽도 범주 삼아 소비자 쪽에 서서 건전한 시장을 구축할 필요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필요에 부응하여 일본에서는 지금 예술경영 내지 문화행정 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드디어 3년 전부터 게이오대학에는 미학과에 이를 전공하는 과정이 창설되어 많은 호응 중에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가 반드시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 현황에 대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조망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 사회도 아직 충분치는 않다고 하겠지만, 특히 지난 30년 간 이른바 경제건설에 매달리면서 정신적인 피폐가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바, 그 주역을 담당했던 정부와 기업으로서는 문화예술진흥에 기여한다는 것을 일종의 의무처럼 여겨야 한다. 이때 적은 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좀더 전문적인 접근방식이 요청되는데, 이 글이 그러한 관심 촉구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그보다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1. 이 글에서 우리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좀더 효율화하기 위해 외국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예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1966년부터 제정 실시되어 온 미국의 기업예술상(Business in the Arts Awards)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상은 미국에서 예술과 뛰어난 협조관계를 발전시킨 기업들의 공적을 널리 인식시키고자 제정된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적 포상제도로서, 이 방면에서 세계적으로 선구적인 조직인 BCA(Business Committee for the Arts)가 매년 시상한다. BCA는 1967년 데이비드 록펠러와 그 밖의 저명한 기업가들에 의해 창설되었던 바, 기업들로 하여금 예술을 지원하도록 격려하고 효과적인 연대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공급해주는 전국적인 비영리 조직이다. BCA 회원들은 사회에 이익이 되는 예술과의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오랫동안 관여해 온 회사들이다. 1994년도의 경우, 이 상은 세 가지 범주로 일곱 회사에 수여되었다. 그 세 가지 범주란 참여(commitment), 혁신(innovation), 그리고 새로운 주도(new initiative)이다. 이에 덧붙여, 한 명의 기업임원이 BCA 지도자상을 받고, 두 회사가 기업-예술제휴 증진을 위해 특별한 공헌을 인정받아 BCA 창설자상(Founder? Award)을 받은 바 있다. BCA가 1967년에 창설된 이래, 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은 꾸준하게 증가하여 미국의 문화적 풍요를 위해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 오늘날 미국 전역에 걸쳐서 각종 규모의 기업이 예술에 투자하는 금액은 매해 50억 달러를 넘어선다. 이는 28년 전의 2천2백만 달러에 비하면 과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지원 형식도 아주 다양하다. 창조성을 육성하고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좀더 가깝게 접할 수 있게 하고 국가의 문화 유산을 풍부하게 한 일종의 모델 프로그램으로서 1994년에 수상한 기업들의 면모를 간추려 보도록 한다. BCA 창설자상 수상 기업(I): 체이스 맨해탄 은행 체이스 맨해탄 은행은 35년 이상 예술에 투자해 왔다. 1993년 한 해만 해도 예술을 위해 2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우선 무용 부문에서 마사 그래햄 무용단의 백주년 기념공연과 아시아 순회공연, 파리 오페라하우스 공연, 캘리포니아 순회공연, 그리고 뉴욕공연 등을 지원했다. 그 밖에도 많은 무용가들과 무용단체들의 일본, 카라카스, 브뤼셀, 그리고 샌디애고 공연을 지원했다. 또한 링컨센터 실내악회, 아시아학회, 빅애플서커스를 포함한 많은 조직들을 후원하고 마케팅을 지원했다. 또한 뉴욕 본점 야외에서 점심시간에 무료로 공연하는 음악과 무용행사인 <예술을 경애하는 체이스>(Chase Salutes the Arts) 프로그램을 1980년 이래 지원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미술작품 수집은 1만3천 점을 넘어선다. 일본 요꼬하마 미술관의 개관을 위해 그랬던 것처럼, 이 은행은 종종 작품들을 빌려주기도 한다. 또한 <포토플레이>란 이름으로 은행의 수집작품 중 100명의 사진작가 순회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나아가, 국제사진센터가 조직한 <만 레이>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조직한 <헬렌 레비트>전,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최된 <수집 50년>전 등을 포함한 주요 순회전시를 지원했다. 아울러서, 체이스는 뉴욕의 175군데를 비롯해서 근 300개에 이르는 예술조직들을 지원하는데, 이를 위해 두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small grants program for the arts, neighborhood grants program). 또한 미국 전역의 예술조직들에서 임원으로서 봉사하는 은행간부들이 적지 않다. BCA 창설자상 수상 기업(II): 모빌 코퍼레이션 모빌은 1960년대 초부터 예술을 지원해 왔다. 회사는 예술에 대한 지원이 사회를 풍부하게 하고 모두를 위해 좀더 유익한 환경을 창조해낸다고 믿고 있다. 1993년 모빌은 예술에 대한 박애적 지원, 광고 및 마케팅 지원으로 1천3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모빌은 미국 내에서 공공 텔레비전을 위해 주요한 지원사업을 실행한 최초의 기업이다. 1971년 이래 PBS의 <명작극장>(Masterpiece Theatre)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에 더하여, 모빌은 <기적!>, <인간의 조상>,  <지구 상의 생명> 등의 공공텔레비전 시리즈를 지원했는데, 모빌이 지원했던 공공텔레비전 프로그램들 중 30개 이상이 에미상을 받았다. 시청자는 전세계적으로 수백만에 이른다. 모빌은 수년간에 걸쳐 워싱턴 DC의 코드코란 미술관이 조직한 <히로지 쿠보타 사진전 : 미국의 초상>, 그리고 국립미술관이 조직한 <인도네시아 조각전>을 비롯한 많은 주요한 전시들을 지원했다. 또한 모빌은 매주 하루 저녁 일반에게 무료공개할 수 있도록 미술관들에게 특별보상을 제공한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이는 미술관에 참여하는 방문객들의 숫자를 세 배로 늘려 놓았다. 14년 동안 모빌은 흔히 영어로 번역 출판되지 않는 나라들의 문학작품들을 대상으로 페가서스상을 시상해 왔다. 모빌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격려하기 위해 디자인된 특별 메시지 등을 위해 광고공간을 제공한다. 매회 천만 명 이상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이 광고를 본다. 나아가, 회사는 매해 250이 넘는 예술 및 문화조직들에 대해 일반적인 운영지원을 제공한다. 모빌 간부들은 또한 회사가 운영되는 지역들에서 문화기구들의 임원으로서 봉사한다. 참여·혁신의 유형들 ─ 새로운 주도 이와 같은 수상 기업들은 일단 거대기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메세나는 거대기업의 몫으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BCA의 ‘참여상’은 바로 이와 같은 편견을 벗어나게 하려는 듯이 시상 기업을 규모에 따라, 소, 중, 대기업(회사)으로 구분하고 있다. 최소 10년간 다양한 박애 활동과 기업 주도를 통해 예술들에 대해 뛰어난 지원을 계속해 온 회사들이 그 대상이 된다. 소기업으로 분류된 프레드릭 J. 어바스카 투자회사(Fredrick J. Urbaska Investments)는 1971년 이래 예술을 지원해 왔다. 특히 1979년 이래 몬태너주 빌링스에 있는 옐로우스톤 예술센터를 지원해 왔다. 1993년에는 이 센터 교육프로그램의 동반자가 되었던 바, <예술교육 발전을 위한 어바스카 기금>을 창설했다. 이 동반관계를 통해 회사는 교육담당 큐레이터의 봉급을 보장하고 센터의 <슈트케이스예술> 프로그램을 확장했는데, 여기에는 1993년 한 해에 7천2백 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했다. 또한 1980년 이래 빌링스 스타디오 극장과도 동반관계를 맺고 있다. 1992년에는 극장의 뛰어난 자원봉사자를 포상하는 <빌링스 스타디오 극장의 정신>이라는 상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다. 수상자는 특별히 제작된 조각작품과 함께 2주간의 뉴욕여행을 무료로 제공받게 되었는데, 이 비용들은 물론 모두 이 투자회사가 부담했다. 1986년에는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들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무료입장권을 제공하기 위한 어바스카기금을 창설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또한 빌링스 교향악단을 폭넓게 지원한다. 1987년 회사는 지휘자 봉급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매년 1명의 타악기 주자, 2명의 바이올린 주자를 책임진다. 또한 1994년 11월에 발매된 두번째 컴팩트 디스크의 녹음을 위한 기금에도 협력했다. 음악과 관계된 활동으로는 지난 10년간 시카고 교향악단의 공공 라디오방송(KEMC빌링스 / KEMC보우즈맨) 주간 정기출연 지원도 있다. 이 방송은 3만2천 명 이상이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혁신상’도 소, 중, 대규모 회사들에 고루 돌아갔다. 모델 동반관계를 개척해온 회사들을 포상하는 이 상을 받은 소규모 회사 킹 언리미티드 애드버타이징은 1990년 콜로라도주 러브랜드의 새 공항 개장기간에 18명의 지방조각가들 작품을 공항에 전시하도록 도운 이래 전미지역 40명의 예술가의 작품을 포함할 정도로 확대되었다. 다른 공항들과 호텔, 그리고 유람선에까지 전시범위를 확대한 결과, 4개의 공항, 2개의 호화 호텔, 66개의 알래스카 및 동양행 여객선 등을 이용한 6백5십만의 관람객들이 이 작품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는 또한 프로젝트 계획과 발전의 모든 국면에 관여해 오기도 했다. 브로쉬어, 포스터, 선전지, 광고와 세일즈 카탈로그 등 프로젝트를 위한 부수적인 자료들을 발전시켰는가 하면, 예술문화단체를 위한 매체전략, VIP리셉션 등에도 협력했다. ‘새로운 주도상’에는 소규모회사 하나만이 선정되었는데, 실버트리 호텔이 그것이다. 실버트리 호텔은 1991년 여름 시즌을 위해 일찍 도착한 25명의 학생들을 투숙시킴으로써 아스펜의 음악동맹과 인연을 맺었는데, 이것이 예술지원의 단초가 된다. 콜로라도 심포니 합창단을 포함한 방문언론인 및 음악가들의 숙박을 돕기도 하고, 1993년에는 아스펜의 뮤직 머니 프로그램에 스노우매쓰 지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름 자선 만찬과 리셉션, 그리고 2회에 걸친 점심식사 초대를 실행하기도 했다. 1990년의 실버트리 호텔 크리스마스 축제도 흥미롭다. 아스펜 발레와 연대하여 스토리텔링과 <호두까기인형> 특별공연을 포함한 축하행사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이 호텔은 아스펜 어린이합창단, 아스펜 고등학교 음악 및 무용단, 그리고 아스펜 메시아합창단의 축제 공연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지방신문에 광고를 내줌으로써 아스펜에 근거를 둔 댄스 커넥션을 지원하기도 했다. 실버트리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스펜/스노우매쓰 지역의 문화조직들에 시간과 정성을 바치도록 격려한다. 예술활동을 지원한 이래 회사는 수입 면에서 23%의 증가를 보였는데, 이러한 수입증대의 많은 부분을 예술참여에 기부하고 미래의 자발적인 예술지원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2. 일본의 경우도 우리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는 1990년에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후, 주요사업의 하나로 그 이듬해부터 ‘메세나 대상’ 제도를 실시해왔다. 예술문화진흥에 뛰어난 공헌을 한 활동에 주어지는 이 상은 대상과 특별상으로 구분되는데, 기업메세나를 한층 더 충실하게 만들고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중 1993년도를 살펴보도록 한다. 1993년도 메세나 대상은 4월 초순부터 7월 7일의 응모기간중 전국 각지의 110기업 기업재단으로부터 기탁된 145건의 예술문화지원의 안건을 대상으로 하여 9명의 심사위원들이 신중하게 선발작업에 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심각한 불황이 진행되는 상황에 직면하여 응모단체 수, 안건 수는 전년도(139,201)에 비해 줄었지만, 내용은 그 다양성, 충실성에서 볼 때, 전년도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 주최측의 견해이다. 9건의 메세나상 입상을 결정한 후 대상 하나, 특별상 셋을 확정했는데, 메세나의 창조성과 계속성을 중시하는 심사의 기본자세가 유지되는 중에 국제적인 메세나 활동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일 외국기업의 일본 미술보존 작업 협력과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문화교류 등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 그 증거로서, 메세나 국제시대의 도래를 예고한다는 의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예년과 같이 계속성의 평가에서도 논의가 뜨거웠는데, 최종선발에서는 비영리를 철저히 지켜가면서 내외의 전위미술을 다년간 소개해온 미술관 활동과 클래식음악의 보급과 전위작곡가의 옹호에 공헌한 홀 활동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발전하는 일본 메세나 활동의 상징으로 내세워지는 1993년의 수상단체들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오사카 가스 그룹 이 기업은 <오기마찌 뮤지엄 스퀘어>(OMS)의 운영으로 상을 받았는데, 이는 1985년 오사카 가스(주) 북(北)지사 이전 후 유휴건물을 개축함으로써 탄생되었다. 가스기구 창고를 개조한 소극장 <포럼>을 위시해서, 서양영화와 국산영화를 가리지 않고 뽑아서 명화를 상영하는 미니영화관, 라이브도 연주하는 까페 레스토랑 등을 갖춘 OMS는 간사이의 청년문화 발신기지로서 크나큰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포럼>은 오사카 소극장의 창시자적 존재로서 1992년도의 공연수가 60을 넘을 정도로 간사이 소극장계의 메카라고 불린다. OMS는 단순히 공간을 빌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기획에도 손을 대고 있다. 간사이의 젊은이를 대표하는 <극단신감선>, <남하내방세일좌> 두 극단에게는 설립 당초부터 건물 내의 방 하나를 연습장으로 싸게 제공하고 있는데, 두 극단은 이제 메이저로 인정받고 있다. 1992년도부터는 극단지원을 위한 새로운 기획 <오기마찌 액트 트라이얼>을 개시하였다. 극단 제작담당자의 경영능력의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제작강좌를 개최하는 외에 제작실무의 직접지도 등을 행하고 있다. 이 건물이 위치한 오기마찌 지구는 오사카역과 우메다역이 있는 한 번화가로부터 떨어져 있는데, 간사이권의 연극 영화계의 취약한 상황을 고려한 이 시설은 강력한 청년층 흡인력을 통해 이 지구의 활성화에도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존(saison) 그룹 세존 그룹은 세존 미술관의 운영으로 상을 받았다. 세존 미술관은 1975년, 세이브 백화점 이께부쿠로점의 12층에 <세이부 미술관>으로서 개설되었다. 소장품은 갖지 않은 채, 종래의 신문사 주도형의 전람회와도 선을 긋고 독자적인 기획전을 개최해왔다. 현대미술계에서 동 미술관이 거두어온 공적은 대단하다. 즉, 현대미술의 전람회가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기회가 적었던 70~80년대에 동 미술관에서는 J. 존즈와 J. 시갈 등의 현대미술작품을 다른 미술관에 앞서 소개하는 등, 국제적으로 열려진 현대미술관으로서 걸출한 존재라고 평가되고 있다. 1989년에는 1, 2층으로 옮겨 <세존 미술관>이라고 개칭한 채 활동을 계속했는데, 그 기본 컨셉트는 ① 인류의 유산, ② 현대의 미술, ③ 생활 중의 디자인이다. 1992년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폭>, <인간교류의 모습>을 주제로 삼아 풍요롭고 질이 높은 생활 시·공간의 창조를 추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장차 보편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예술작품이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유연한 정신과 창조력을 가진 예술가에 의해 창작되고 있으므로,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의무라는 인식을 가지고, 세존 그룹은 특히 현대예술의 지원에 주력해온 바, 그 지원영역은 미술에 국한하지 않는다. 연극 및 무용에서는 긴자 세존극장과 파르크극장, 음악에서는 고원음악당 등 폭넓게 현대예술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창조 활동의 일단을 담당한다. 토시바 국제교류재단 이 재단은 국내 및 해외의 미술관, 박물관을 지원한 공로로 선발되었다. 일본의 국제적 지위 향상에 부응하여 세계에 대한 공헌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토시바(주)의 창립 50주년이었던 1989년에 창설된 이래, 국제교류, 대일 이해의 촉진, 국제사회에서의 공헌을 목표로 각종 지원사업을 행하고 있다. 예술문화 관련의 지원이 활동 전체의 반수를 헤아린다. 그중에서도 국제문화 이해를 위해 귀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으로는 도쿄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외국어 팜플렛 등의 기증이 있다. 루블 미술관의 일본어판 전시품 해설판넬의 기증,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보스턴 미술관의 활동안내자료 발행 등이 그중 눈에 띈다. 토요타 재단 <이웃을 잘 압시다>라는 프로그램의 실시로 상을 받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문학작품 등의 번역소개를 통해 일본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상호이해를 촉진할 것을 목적으로 1978년부터 시작되었다. 종래 드물게 소개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현지어로 쓰인 문학작품 등을 번역자 및 출판사에 지원금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에 소개하는 활동으로 이제까지 134책이 번역 출판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번역자, 출판사가 일본의 문학작품 등을 현지에서 번역 출판한 사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시아 나라들의 상호이해를 위한 번역도 이에 포함되는데, 1993년 현재 219책의 일본 문학작품 등이 소개되고 있다. 항상 현지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번역과 출판을 돕는 이 프로그램은 차츰 대상국가와 작품을 확대해가고 있다. 번역서에 관한 해설목록과 뉴스레터를 일본 전국의 도서관 등에 보내는 홍보활동도 행하는 한편, 그 영문판도 준비하여 이 활동을 현지를 비롯해 해외에 널리 알리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일본 생명보험 상호회사 닛세이(日生) 명작극장의 협찬 및 닛세이 극장의 운영을 이유로 상을 받은 이 회사는 무대예술의 보급을 30년 이상 계속 해오고 있다. 일본생명이 히비야 빌딩 가운데 닛세이 극장을 개장한 것은 1963년이다. 그 이듬해부터 시작된 어린이 뮤지컬 플레이 <닛세이 명작극장>(주최 : 닛세이 문화진흥재단, 협찬 : 일본생명, 제작 출연 : 극단 사계)은 1993년에 30년을 맞이했다. 이 공연은 초등학교 6학년생을 과외수업의 일환으로 학교단위로 무료초대하는 것으로서, 도쿄(닛세이 극장)를 비롯하여 전국 10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1993년 현재 2,620회의 공연을 거듭하여 약 408만 명의 어린이를 초대한 닛세이 명작극장은 무대예술의 보급에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극단 사계(시끼)는 이제 성인이 된 그 관객들로부터 운영에 크게 도움을 받고 있다. 1981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에 전국 약 60개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닛세이 명작극장>(훼밀리공연)도 1,052회 공연에 163만 명의 부모와 자녀를 초대하고 있다. 닛세이 극장에서는 그 외에도 중고생을 상대로 한 <닛세이 극장 오페라교실>, <닛세이 오페라시리즈> 등 오페라 진흥에도 힘을 기울이는 한편, 개장 30주년을 기해 <닛세이 극장 국제 아동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무대예술 문화의 발전에 계속 공헌하고 있다. 필립 모리스(주) 이 회사는 일본미술 보존계획에의 지원으로 상을 받았다. 메이지 이래 구미에 유출된 일본미술품(풍속화, 병풍, 조각 등) 중에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더렵혀지거나 퇴색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복원 보존(일본에서는 ‘修復’이라는 단어를 쓴다)을 위해서는 일본의 전통에 기본을 둔 독자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현지에서의 작업은 쉽지 않다. 예술연구 진흥재단이 중심이 되어 진행중에 있는 ‘일본미술 복원계획’은 그것들을 일본에 일단 ‘귀향’시켜 복원한 후 되돌려 보내는 작업이다.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시된 이 계획으로 1993년까지 이미 미국의 스미소니언 프리어 미술관 소장의 일본회화 13점의 복원작업이 완료된 바 있다. 필립 모리스(주)는 이 계획의 취지에 찬동하여 대규모의 자금원조를 행한 외에 이 계획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제문화교류 심포지엄>을 두 번에 걸쳐 개최하였다. 나아가 1992년에는 <칼렌더 기금활동>을 실시하였다. 1구좌에 2,000엔씩의 기부금을 모으면서 기부자에게는 복원을 끝낸 일본회화의 기념칼렌더를 증정한 결과, 1천5백60십억 엔 이상에 달하는 기부금을 예술연구진흥재단에 더 기증할 수 있게 되었다. 필립 모리스 본사는 이미 1990년 미국 BCA로부터 특별성취상(distinguished achievement award)을 받은 바 있다. 마쯔시다 전기산업(주) 이 회사는 1990년 11월부터 셰익스피어 전문극장 그로브좌의 “좋은 연극을 현지와 같은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정책에 공명하여 지원을 개시했다. 책임자를 두고 안정적이고도 계속적으로 자금을 원조하는 것에 더하여 동시통역시스템 기기의 무상제공, 음악공연에서의 음장(音場) 제어시스템의 기술협력, 종업원과 그 가족의 관극촉진, 사원 자원봉사에 의한 오사카공연의 운영 등, 단순히 자금적인 지원에 머물지 않는, 세심하고도 폭넓은 지원을 실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원으로 좀더 많은 사람들이 해외의 질높은 극단의 공연을 저렴한 금액으로, 전작품·전공연을 동시통역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연극팬으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그로브좌에서는 일본의 전통예능에 의한 셰익스피어라는 주제로 가부끼·교겡·분라꾸(인형극)에 의한 오리지날 공연을 행하고 있는데, 이들 작품은 이 회사의 지원에 의해 영국의 재팬 페스티벌에도 참가하였다. 이처럼 연극문화의 향상과 보급에 공헌하는 것 이외에도 연극을 통한 국제문화교류에서 담당하는 역할도 크다. 미나미니혼(남일본) 방송(주) 미나미니혼 유스오케스트라(MBC)의 운영으로 상을 받은 이 회사는 1964년에 개국 10주년 기념으로 근거지인 가고시마의 문화에 공헌할 것을 목적으로 민간기업의 지원 아래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조직했다. 청소년오케스트라로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 연주수준도 높다. 항상 80명 정도의 단원(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이 재적중인데, 약 10명의 지도자와 함께 주 1회 연습을 계속하여 연 1회 정기연주회, 겡(縣) 내의 지방공연, 크리스마스콘서트 등을 기둥으로 한 발표회를 갖는다. 1976년에는 미국 건국 2백년 기념으로 1개월에 걸쳐 미국 각지에 연주여행을 갖는가 하면, 1991년에는 한국 전주시에서도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이제까지 1천2백 명을 넘는 청소년이 이 곳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전문음악가도 배출되었다. 나아가 지역의 아마츄어오케스트라 <가고시마 교향악단>의 멤버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오케스트라 출신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운영·경비·연습장의 제공 등 전체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이 교향악단이 가고시마 지역에서 30년간 활발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의 열성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외국의 피아니스트와 중앙으로부터 지휘자를 초청한 연주회, 그리고 지역 합창단과의 합동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이 회사는 지역주민들에게 실연 연주회를 계속 제공함으로써 지역의 음악문화 향상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롬뮤직 파운데이션(재) 이 재단은 1991년 교토에 본사를 둔 전자부품회사인 롬(Rohm) 주식회사가 중심이 되어 설립되었는데, 음악활동에 대한 지원을 도모하는 동시에,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에 대한 장학원조 등을 통해 일본의 문화향상·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1992년에 개시된 약 2주간의 여름 스위스 음악세미나는 선발된 음대생들에게 레슨에 최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음악가가 직접 연주기술의 지도 등을 행하는 등 인재육성에 기여한 바 크다. 3. 이상을 바탕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의 기업시민의 기능과 효용을 일반화한다면, 그것이 지닌 자원(인재, 조직력, 기획력, 경영능력등)이 합리적으로 조직되고 기능하는 종합력과 자유로운 발상, 창조성에 의해 기업시민은 개인 및 정부기관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효용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카다란 특색과 기대를 지니게 된다. 좀더 세분해서 말한다면, 5대 기능과 효용을 지적할 수 있다. ㄱ. 기부행위 : 가장 전형적인 활동기능으로서, 다음과 같이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① 현금 ② 현물(자사제품의 증정, 시설·설비의 기증 등) ③ 서비스(노하우의 제공, 운용·관리업무 제공, 교육지도) 미국에서의 기부는 ‘또 하나의 재정’이라고 할만큼, 매년 총액 1천억 달러를 웃돈다. 전화번호부 만한 두께의 기부자 명부가 매년 재무부 등의 정부기관 및 기부의 창구 역할을 하는 공익단체에 의해 발행되는데, 소득세의 기부공제자 공개명부도 그중 하나이다. 1990년도판에 따르자면 1989년도의 예술지원을 포함한 기부 총액은 1,147억 달러로서, 동년도의 GNP의 2.2%, 연방정부 세입액의 12%에 상당하는 거액이다. 기부자의 84.1%는 개인이고, 기업은 4.4%로서, 금액으로는 50억 달러에 달한다. ㄴ. 자원봉사 : 기부와 나란히 중요한 활동으로서,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볼 수 있다. ① 간접지원(종업원의 사외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자원봉사 휴가제도를 설정한다. 나아가 자원봉사 활동에 필요한 기재와 시설을 대여해준다. 종업원의 가족, 정년퇴직한 종업원의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한다.) ② 직접지원(기업이 스스로 기획하고, 인재 및 제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③ 물적 지원(일반시민 등의 자원봉사활동에 필요한 인재, 실천운영의 노하우, 기재, 시설 등의 대여) 미국에서의 기부는 돈만이 아니라, 땀과 시간을 곁들인다. 자원봉사 통계(1990년도판)에 의하면, 기부를 행한 개인과 기업의 92%까지가 무엇인가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는데, 14세 이상의 미국 인구의 약 반수, 즉 8천6백만 명이 참가하고 있다. 한 사람당 주 평균 3,5시간씩 총 184만 년분의 봉사로서, 이를 최저임금으로 환산한다면 1천1백억 달러에 상당한다. 일본의 경우, 기부 총액은 4,223억 엔으로서 산업의 총규모 비율에서 본다면 미국에 뒤지지 않지만, 그런데 그 중 60%가 정치헌금으로서, 이른바 사회공헌 목적의 기부는 겨우 1,500억 엔에 지나지 못한다. ㄷ. 리더쉽: 기업이 지닌 지명도, 신용도를 활용하여 자타가 시도한 공헌활동의 추진을 쉽게 한다. ㄹ. 인적 자원의 개발: 사회의 질적 향상과 함께, 기업 내의 복리후생, 인재육성에도 기여한다. ㅁ. 지역경제에의 공헌: 본래의 투자행동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고용의 창출·물품조달, 투자, 자원개발, 국제교류의 촉진, 지역의 관련사업의 진흥은 많은 파급효과가 있다. 요컨대 기업이 지닌 힘을 지역사회의 필요에 적절하게 투입하고, 일상업무의 수행에서도 지역사회의 필요사항을 반영시킨다는 기본적인 자세만 확립되어 있다면, 구체적인 행동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라도, 그것이 계획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또한 기부와 자원봉사를 합한 이른바 필란스로피 활동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에 참여한 미국시민의 52%가 타인을 돕는 기쁨 때문이라고 답한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동북아시아에서 문화사업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적어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 세 나라의 상황을 각각으로, 또는 서로 비교하여 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담지 못할 수도 있겠기에, 여기에서는 일단 비교적 외부에 그 사정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국의 경우에 한정키로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중국은 물론 신중국이다. 말하자면, 사회주의 건설의 역사적 과정과 함께 진행된 문화사업 지원의 실태가 관심 대상이 된다. 물론 여기에도 두 단계가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으로부터 문화대혁명 종결까지의 약 30년간이다. 이 단계에서 중국은 줄곧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실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화사업도 정부의 고도집중적인 통일계획과 행정관리 아래 놓여져 있었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대중예술관, 노동자문화궁, 소년아동문화궁; 극단, 악단, 가무단, 예술단, 잡기단; 예술대학, 예술학교, 예술연구기관, 문화예술적 사회단체; 출판사, 통신사, 신문사, 방송국, 텔레비전국, 영화촬영소 등의 전 문화기구와 문화단체는 국가가 통일관리하는 사업단체로서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는 그것들에다 계획적으로 경비를 나누어주었다. 작가, 예술가, 배우, 기자, 편집자 등 여러 문화인은 모두 국가공무원으로서 국가가 일정한 조건과 표준에 입각하여 저들에게 급료를 지불하고, 나아가 주택의 무료배분과 공비의료 등의 복지도 누리게 했다. 공연, 경연, 축제일의 이벤트, 영화감상 또는 일상적인 문화오락 활동도 주로 정부 주최로 행해져 왔다. 이처럼 고도로 집중된 계획경제체제는 일정한 역사적 조건 아래서는 분명히 문화사업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에 의해 나라 쪽은 무거운 재정부담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고, 문예단체로서는 국가경비에 기대는 의존의식이 양성되고, 일부에서는 균등주의와 ‘악평등’의 사상도 조장되었다. 이로 인해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의 적극성과 창의성의 동원이 저해될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현재의 중국은 계획을 강조하고 시장의 요소를 무시하는 것이 문화예술사업의 발전에 불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해온 이 십수년간은 앞서와는 다른 단계로 구분된다. 제2단계에서 계획경제체제가 시장경제체제로 바뀌면서 중국의 정치, 경제와 사회구조는 일련의 중대한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사업의 관리체제도 국가의 고도집중 경영관리로부터 국가, 집단, 개인의 공동 경영관리로 전환되었다. 문화시장의 수급관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연구하지 않는 등 낡은 관념과 현상은 상품경제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과 연결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보였다. 중국이 이처럼 신구사회체제의 교체시기에 이르러 시장경제체제도 차츰 확립되어 가면서, 상품경제의 마이너스 면이 문화산업에도 거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제 대규모적인 기본건설을 추진해가면서 나라의 재정이 주로 경제 발전에 투입되고 문화사업에 대한 투자가 날로 줄어드는 것이 오늘의 현상이다. 많은 문화예술단체, 특히 민족예술, 고급(중국인들은 이를 ‘高雅’라고 한다) 예술에 종사하는 단체는 차츰 경비가 여의치 못해 뒤를 잇지 못하고, 드디어 정체와 부진의 위기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예컨대, 고급예술의 창작과 공연은 자금이 꽤 소요되지만 수익은 몹시 낮다. 한때 예술단체 사이에서는 “많이 공연할수록 손해도 크고, 적게 공연할수록 손해도 작다. 공연이 없으면 손해도 없다”(多演多損, 少演少損, 不演不損)는 말이 떠돌 지경이었다. 그런 중에 사회 각계 특히 실력과 전략적 식견을 두루 갖춘 기업이 문화사업에 대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최근 수년래 중국의 사회 각계, 주로 기업계, 또는 홍콩, 마카오, 대만의 화교와 외국의 친구 및 우호단체 등에 의한 문화사업 지원은 그야말로 우후죽순격으로 발흥하여 중국 문화사업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기업의 동기에서 본다면, 사회적 책임감일까, 스스로의 문화이미지를 높인달까, 아니면 기업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달까 의식적으로 문화단체와 문화활동에 자금과 물질의 원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5년부터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은 주로 다음의 방식을 취해 왔다. (1) 장기 무상찬조 이는 기업이 특정한 문화단체에 장기적으로 정액의 경비를 찬조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해 증권교역소는 중앙악단에 매년 250만 유엔(元) 이상의 자금을 제공하여, 그 사업발전에 사용케 한다. 또 북경 동력제빙설비회사는 중앙 희극학원에 매년 100만 유엔의 자금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교육자금 부족에 보조한다. 또한 당산 부호실업총회사는 5년간에 300만 유엔의 자금을 중앙가극원에 제공하여 가극사업에 사용한다. (2) 특정원조 이는 기업이 어떤 대형 문화이벤트 또는 문화단체에서 행한 특정한 문화활동에 찬조하는 것이다. 예컨대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예술제, 기념활동, 축전, 스포츠대회 등을 개최할 때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원조한다. 중국에 있는 캐나다 다국적회사 북방전심회사는 1995년부터 1996년까지 1년간 25만 달러의 자금을 내어 중앙악단의 훈련과 연주회를 위해 외국의 유명한 지휘자 초빙에 사용할 것을 계획했다. 최근 이 자금으로 독일 지휘자 한스 프림 풀그라드씨를 두 차례 초청하여 고전명곡연주회를 개최, 호평을 받았다. 또 중국 가덕 국제옥션주식회사는 북경성 건축 3,040주년 기념 활동과 문물복구를 위해 북경시 문물국에 50만 유엔의 자금을 무상으로 원조했다. (3) 문화단체와 기업의 평등호혜관계 이는 기업이 문화단체를 찬조하고, 그 대신 문화단체가 기업에 공연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예컨대 호북성공상 은행은 1992년 이래, 매년 예술창작자금으로 호북성가무단에 10만 유엔의 자금을 원조해왔다. 이에 대해 가무단은 당 은행에 소속된 지국 직원에 대한 위문으로서 매해 8회에서 12회까지 무료공연을 한다. 이에 의해 가무단의 자금부족을 해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기업직원의 문화생활도 풍부해진다. 상해 용휘실업유한회사는 북경 경극원과 협력하여 매란방경극단을 성립시켰다. 회사는 매년 극단에 40만 유엔의 자금을 원조하여 극단의 일상운영자금을 보증하고 있다. 그 조건으로서 극단은 매년 매란방 유파의 경극을 적어도 100회 이상 공연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해 신아약업회사는 상해 아동예술극원과 함께 <중국 복리회 아동예술극원 신아약업 아동극단>을 창립했다. 이를 위해 신아약업콘스는 매년 극원에 30만 유엔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 대신에 새로 창단된 신아약업 아동극단이 매해 이 이름으로 최소한 100회 이상의 공연과 한 개의 새로운 레파토리를 상연키로 규정되어 있다. (4) 기업의 문화단체 경영 내지 관리에의 참여 기업에 의해 문화기구와 예술단체가 경영되면서도, 정부에 속하는 전문예술단체적 성질은 변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해남성 삼아시 가무단, 잡기단, 예의작법표연단 등 7개 전문 예술단체가 각각 대남, 홍콩, 마카오 투자집단, 대동해 여류센터, 해남시 연초총회사, 기린대주점, 야금삼아 리조트촌 등 6개의 경영실력을 갖춘 기업에 의해 경영되고, 삼아시 문화국에 의해 협조관리되고 있다. 이로써 예술단체는 ‘기업경영, 정부관리’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심천중달회사는 광주시 문화예술가연맹과 계약해서 1993년부터 연맹에 속하는 《광주문예》라는 월간잡지의 경영을 인수, 모든 비용을 담당, 잡지의 총체적 정책결정부터 구체적 경영까지 장기적이고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강한 경제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광주문예》는 일류 순수문학잡지를 만들자는 목표를 달성, 원고료를 폭넓게 인상시키면서 질도 크게 향상됐다. (5) 예술기금의 설립 이는 고급예술의 발전을 장려, 지지할 목적으로 기업이 자금을 지출해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해 보산철강회사는 뛰어난 예술품을 만든 예술가들을 포상하기 위해, 1,000만 유엔의 자금을 지출해서 고급예술 장려기금을 설립했다. 1994년 2월, 제1회 수상식때 180만 유엔의 금액으로, 연극, 영화, 음악, 춤 등 예술분야에서 걸출한 인물과 우수한 예술작품을 장려했다. 사천성 자공시에 있는 33개의 기업은 48만 유엔의 자금을 공동지출, <자공시 문화예술 창작발전 기금회>를 설립했다. 이는 중국의 기업에 의해 창설된 최초의 문화사업 지원단체이다. 이 기금은 주로 중점적 레파토리의 창작과 공연을 지원하고, 뛰어난 공헌을 한 예술단체, 개인, 그리고 작품을 장려한다. 기금회 성립 이래, “기업은 예술의 번영에 협력하고, 문화는 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현지 문화사업의 발전에 일련의 탁월한 성과를 얻어, 각 방면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기금의 최대 투자는 천극(川劇) <중국의 황녀 두란염>의 창작과 공연이었다. 이 극은 전문가에 의해 높게 평가되었으며, 1994년에 중국 소백화월극 예술제에 출연, 2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 그리고 한 개의 동메달을 수상했다. 이처럼 엉성하게 정리된 사정만으로 보더라도, 기업의 문화사업에 대한 지지는 적극적이며 성과도 얻고 있다. 그것은 문화사정의 번영과 발전을 크게 촉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항상 적극적으로 지지, 격려하는 자세를 취했다. 강택민 주석은 몇 번씩, “사회는 고급예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사회 각계가 이에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1994년 말 강택민 주석은 매란방, 주신방 양인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예술가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여기에서 강주석은 “사회 각 방면의 민족예술 창작과 공연의 지지를 제창해야 한다. 지금은 문화체제개혁의 발전과 사회의 지지에 의해 민족예술의 발전을 위한 편하고 좋은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일을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장 유충덕도 1994년 상해 증권교역소와 중앙악단의 지원 계약조인식에 출석, 정부의 지지와 승인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좀더 향상된 협력관계를 위해서는 첫째, 관계법규를 제정하고, 기업의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활동을 법률화하는 관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로는 <중화인민공화국 기업소득세 잠정조례> 중에 “세납인의 공익, 구제적 기부는 연도내 납세해야 할 금액의 3% 이내의 부분을 과세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둘째로, 기업문화사업 지원협회, 기금회의 창립이다. 중국에는 사단법인 기업메세나협의회와 같은 조직이 아직 없다. 요컨대 중국은 사회주의 건설 단계에서 이룩된 토대 위에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성장하는 기업이 문화사업에 제대로만 투자한다면, 상품경제와 시장체제가 조화되어 새로운 기상으로 문화사업의 발전에 활력을 주리라고 본다.

일본의 기업메세나 협의회는 1995년에 창립5주년을 기념하여 <국제 메세나회의 ’95>를 개최하였다. 세계 27개국으로부터 참가자가 모인 이 회의의 주제는 <예술·문화와 기업메세나>였으나 부제인 <21세기의 전망>이 보여주듯이 세기말을 맞이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메세나 운동의 타개책을 광범위하게 논의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즉, 경제불황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메세나를 위협하고 있는 데다가 신질서를 모색하는 국제관계도 불안정하여 각국의 문화정책과 메세나의 하부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면서도 혁명과 전쟁의 20세기를 넘어서서 평화와 문화의 21세기를 구축하려면 메세나와 문화위기의 문제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식 또한 뚜렷하였다. 아울러 아시아의 시대로 예측되기도 하는 21세기의 서양과 비서양의 문화교류·교차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됨직한가 하는 문제도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런 관점에서 국제적인 메세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이 회의가 겨냥하는 주요 목표들 속에 들어 있었다. 첫날, 5월 22일(월), 이 모임을 공동주최한 아사히 신문의 아사히 홀에서 개최된 국제문화회의는 일본 메세나협의회의 회장인 니시오 신이치 제일생명보험 회장의 개회인사와 토야마 아츠꼬 문화청장관의 축사, 그리고 평론가 가토 수이치 집행위원의 인사로 구성된 개회행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 5주년 기념 강연들이 계속되었는데, 연사로는 시인이자 문예평론가인 오오카 마코토(일본), 사회학자이자 국립학제연구센터의 소장을 지낸 에드가 모랭(프랑스), 에드워드 사이드(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영화감독 시 진(중국), 그리고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교수(한국)가 초청되었다. 사회주의의 붕괴에 의한 <역사의 종언>, 그리고 미디어의 발달에 의해 정보가 즉시로 국제사회에서 공유되고 서양문명과 다른 문화가 융합하는 <지리의 종언> ─ 이와 같은 종언과 더불어 새로이 시작하는 21세기에, 여러 나라와 지역에 고유한 문화는 어떻게 대립 또는 공존할 것인지가 이 기념강연들의 기조를 이룬 셈이다. 오오카 시인은 일본어의 <구루마>라는 말을 예로 들어 자기중심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는가 하면, 이어령 교수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한국의 <장구> 소리를 상징삼아 이질적인 요소들의 공존가능성을 설명하여 청중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시진 감독은 일본의 남경사건을 거론하여 객석을 침묵케 하기도 했다. 모랭 교수는 우리 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대단한 인물로 칭송받고 있는데, 그의 강연 “다음 세계의 문화적 일치와 대립”은 명성에 비해 내용이 별로 없어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에 반해 “문화들의 충돌인가, 정의(定義)들의 충돌인가”를 논한 사이드 교수는 헌팅턴 등의 문명충돌을 냉전주의를 옹호하는 사고로 해석하는 입장을 선명하게 밝혀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서남 석좌강좌에 초청되어 강연키로 되어 있는 일정을 아는 필자로서는 그가 똑같은 제목의 강연을 일본에서 미리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착잡한 심정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첫날 오후 5시 이후의 일정은 문화지원을 둘러싼 세계 각지의 상황보고로 채워졌다.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동아시아·일본 : 네모토 초베이(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 전무이사) 서구 : 콜린 트위디(유럽 CEREC 부회장·영국 ABSA 사무국장) 동구 : 이온 카라미트루(루마니아, 연출가·배우) 동남아시아 : 니카노르 G. 티옹손(필리핀, 전 국립문화센터 부관장, 예술감독) 오늘날 메세나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으나, 거기에 어떤 국제적인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말은 아무런 반대급부도 바라지 않는 ‘기부’에서부터 마케팅적 요소가 강한 ‘협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를 포함한 예술문화지원 전반을 의미하는 상태인데, 영어로는 스폰서쉽이나 필란스로피라는 말이 더 자주 사용되는 편이다. 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는 이 모임을 위해 세계 각국 각지역의 예술문화지원의 최신상황을 망라한 자료집을 출간한 바 있는데, 각국 대표의 <문화지원을 둘러싼 세계 각지의 상황보고>는 이 자료집을 근거로 한 일종의 대표적인 사례보고인 셈이다. 물론 보고서의 집필자가 반드시 보고자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상 대동소이하고, 많은 집필자들이 참가자로서 이 모임에 참여하여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실감케 해주었다. 이번 모임의 의의가 가장 두드러진 대목이라면, 이와 같은 네트워크 확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노력과 실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가능하다면 이 보고서는 한국어로도 번역·소개됨직하다. 참고로 이 보고서에 수록된 국가들을 나열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유럽 :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네델란드, 스페인, 스웨덴, 영국, 러시아. 북미 및 대양주 :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말레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일랜드, 베트남. 한국과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체로 일본의 해외공관요원 내지 국제교류기금요원을 비롯한 해외관계 전문가들이 상황보고를 집필했다는 것이 흥미로운데, 동남아가 일본의 앞마당이라는 일반적인 지적이 실감되기도 한다. 중국은 별도로 자체보고서를 배분하였는데, 사회주의 경제체제 이후의 상황이 비교적 소상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일본의 상황> 역시 별도의 팜플렛으로 보고되어 있다. 네모토 교수의  <일본형 메세나의 특징과 과제 ─ 예술문화의 복권을 중심으로>라는 글과 <1993년 일본에서의 기업메세나의 현상 : ‘메세나백서 1994’로부터>라는 글, 그리고 <메세나대상 ’94>라는 수상기업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네모토교수는 1994년 5월, 한국 기업메세나협의회 창립 기념 국제회의에도 참여한 바 있는데, 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의 기관지 《메세나》 19호에는 김치곤씨(한국 기업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와의 대담이 아시아의 예술과 문화지원의 현황을 중심으로 한 특집의 일환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특집에는 또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케이스 스터디도 수록되어 있다. 네모토 교수가 발표에서 한국 기업메세나협의회의 활동을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소개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때, 새삼스럽지만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이틀째인 5월 23일은 하루종일 게이오플라자 호텔의 세 회의실에서 메세나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둘러싼 세 개의 분과회와 종합토론이 이루어졌다. 제1분과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메세나란?> 이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기업은 본래 경제합리성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근대적 합리주의 자체가 막다른 곳에 다다른 오늘날, 예술가와의 교류는 기업에 새로운 관점과 가치관을 가져다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핵심을 이룬다. 여기에서는, <기업의 또 하나의 사명 : 기업메세나가 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기업문화의 가능성 : 메세나가 기업에 가져오는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예술에서 본 기업상> 등의 제목으로 각각 3명의 발표와 패널토의가 있었다. 필자가 참관한 제1분과에서는 정희자 대우개발 회장이 초대되어 한국에서의 메세나에 관한 역사적 회고와 대우의 메세나 활동에 대한 발표와 함께 세제를 둘러싼 문제를 제기했다. 대우는 아직 한국 기업메세나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실무자로서는 이를 계기로 공동작업을 기대하는 듯하다. 제2분과는 <사회와 예술 : 다문화 사회의 메세나는?>이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기술진보를 배경으로 한 문명과, 개개 나라의 역사와 전통과 깊은 연관을 가진 문화는, 정보의 즉시화·세계의 무경계화가 급속히 진행하는 중에 여러 가지 문화들이 서로 유익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즐길 수 있을지를 예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문제의식이 중심을 이룬다. 즉, 날로 증가하는 다문화사회들의 출현을 앞에 두고 예술지원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개척해 보자는 취지이다. 여기에서는 <예술은 퍼블릭 인터레스트인가?>, <다문화 사회화에의 대응>, 그리고 <금후의 문화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의 제목으로 각각 3명의 발표와 패널토의가 이루어졌다. 필자는 스코트 샌더스(미국 NEA 전미예술기금 부이사장), 오타 쇼코(극작가, 후지사화쇼난다이 문화센터 시민극장 예술감독), 그리고 미카노르 티옹손(필리핀)이 발표하고 토론한 제2분과를 참관했는데, 티옹손의 발언이 특히 흥미로웠다. 그는 필리핀의 민주화운동에 가담했던 경력을 배경으로 ‘사회적 유익’(social benefit)을 판가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를 날카롭게 따져 묻기도 했다. 또한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였던 역사와 여러 언어와 종족으로 흩어져 있는 필리핀의 현실 속에서 ‘국민문화’ 내지 ‘국민적 정체성’의 확립 문제를 의미있게 제기하였다. 오타는 <물의 정거장>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가지기도 했고, 바로 1주일 전에는 김아라가 주도하는 한국의 극단(무천)을 자신의 극장에 초청하기도 했던 인연으로 필자에게는 구면이었다. 그의 발언에서는 그러나 대체로 예술을 사회와 연관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좀더 강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제3분과는 <멀티미디어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내세웠다. 여기에서는 <예술과 기술: 멀티미디어시대의 예술작품>, <멀티미디어가 예술문화에 가져오는 변용>, 그리고 <멀티미디어 사회에서의 기업과 예술>로 각각 2, 3명의 발표와 패널토의가 있었다. 특히 주제에 어울리게 각종 시청각 매체가 활용되어 이해를 도왔다. 점심이 다소 길어져 마지막 분과의 홍정국씨(일본 IBM 도쿄 기초연구소 네트워크 멀티미디어 및 매니지먼트 담당 차장)의 발표를 듣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IBM은 일본 국내에서도 여러가지 프로젝트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1986년부터 국립 민족박물관과 공동으로 수행해 오고 있는 세계의 민족문화의 종합적 데이터 베이스화가 있다. 이는 과거의 조사 수집으로 축적된 막대한 표본, 사진, 영상, 음성, 노트, 문헌 등의 여러 자료를 통합하는 멀티미디어 데이터 베이스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동화상의 취급이 최대의 포인트인데, 디지탈화하면 정보량이 정지화상의 수십 배, 수백 배라는 동화상을 어떻게 입력하고, 어떤 방법으로 데이터로서의 검색성을 높일까 ─ 여기에서 개발된 것이, 동화상의 자동인텍싱이다. 즉, 장면(커트)의 차이를 컴퓨터가 자동검출하여 각 씬의 대표적 프레임(콤머)을 등록한다고 하는 이 방법에 의해 장면의 검색이 순식간에 가능케 된 것이다. 이 기술에 의해 동화도 정지화도 같은 모양으로 상호작용적인 데이터 베이스가 된 것이다. 메세나라는 개념이 아직 세상에 정착되지도 않았던 시대로부터 인류의 유산이라고 할 만한 문화재를 차세대에 전하는 국가차원의 계획에 기여해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은 이 기관을 대표하는 홍정국씨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아직 이공계의 발상으로 컴퓨터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부터는 컴퓨터가 일반사람과 예술가들에 의해서도 조작 가능하고, 간단하고도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탐구해볼 만하다.” 가까운 장래에 인터넷과 같은 국제적인 통신망이 일반 가정에까지 보급될 시대가 올 것인데,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쉬운 컴퓨터가 추구될 만하다는 것이다. 3분과의 각 발표자 발언요지가 인쇄물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참관하지 못한 부분에서의 내용이 자못 궁금하다. 종합토의 내지 보고의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대체로 상식적인 선에서 발언들이 이루어진 듯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임의 의의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특히 협의회를 출범시킨 지 1년여밖에 안되는 한국으로서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메세나 운동단체들의 대표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은 후일의 활동을 위해서도 대단한 소득이다.

기업의 예술·문화활동의 지원 현황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자면 무엇보다도 우리 나라 기업문화활동의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조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추세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나라의 경우,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부설 문화발전연구소가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에 의뢰한 <기업의 문화활동 실태 및 참여 적극화 방안>(1989.10)이 이 방면의 관심을 위한 자료로서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이 연구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평가하고 특히 문화예술 부문에 관한 활동 내역을 중심으로 연구하여 문화예술 분야에서 그동안 기업이 행한 활동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사회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상호 협조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해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실시되었던 만큼 우리의 취지를 위해 아직도 유효한 자료로서 구상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우선 이 자료의 대강을 요약해 보고 그 이후의 변화를 추가적으로 논구한 다음,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 참여함에 있어 바람직한 방향을 하나의 결론으로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1988년 매출액 순위 150개 기업을 선정하는 한편, 재벌기업의 경우, 1987년 매출 대비 20대 그룹을 선정하여 ① 기업의 문화활동 투자 실태, ② 재벌그룹의 문화활동 실태, ③ 각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기업문화활동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이 연구에서 기업의 문화활동 범위는 기업의 비영리 사회활동 중 문화재, 전통예술, 문화예술, 스포츠, 학술, 국제친선분야를 아우른다. 그러나 실제로 문화투자 내역을 성실하게 기록해주고 기술한 내용이 의미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 기업은 42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20개 그룹을 더해 실질적인 분석을 실시했던 바, 기업의 지출을 알리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기업도 다수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나라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에 대한 기본자세에 어떤 문제가 존재함을 이미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 조사의 조사기간에 해당하는 1986년으로부터 1988년까지의 3년간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이 겹쳐 있는 기간이었으며, 따라서 비자발적인 지원참여도 없지 않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의 결과는 현황파악을 위해 그런대로 유효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기업의 문화투자 유형을 살펴보면, ① 노사관계의 개선효과로서의 문화사업, ② 기업 이미지 개선과 광고효과를 위한 문화사업, ③ 기업의 사회봉사 행위로서의 문화사업, ④ 반강제적인 준조세로서의 문화사업, ⑤ 영리사업으로서의 문화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이 조사에 따르자면, 이제까지는 언론이나 정부의 압력에 의한 문화행사지원(예컨대 서울올림픽 문화행사 지원)이나 기업가의 자선이나 사회봉사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사업이 주종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과 연관된 문화예술행사에 소요된 경비총액의 26%가 기업들에 의해 조성되었다는 조사도 있다. 이 연구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는 기업이 소극적이고 단기적으로밖에는 문화활동을 수행해 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노사관계 개선이나, 기업의 이미지 개선, 광고효과, 영리투자사업으로서의 문화투자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그와 같은 제안이 어느 정도 현실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기업이 문화지원에 참여하고자 할 때 지녀야 할 기본이념이나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결코 바람직한 제안은 되지 못한다고 본다. 앞에서 제시한 투자목적이 아니라 투자대상에 따라 실태를 파악해본다면, 기업의 사회후원활동은 전반적으로 볼 때 스포츠(31.0%), 학술 장학활동(28.3%), 문예활동(19.0%)의 순으로 나타났다. 순수 문예활동에 대한 투자비율은 1986년으로부터 3년간에 걸쳐 17.3%, 13.2%, 23.4% 등의 부침을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20% 미만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 20대 재벌그룹의 경우,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문화사업을 전담케 하거나, 기업본부에서 문화담당팀을 두어 담당케 하는 유형으로 문화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문화투자 담당부서가 각기 다양하고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며, 전문인력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투자가 언론사나 문화단체의 요청, 정부의 압력 등에 의해 그때그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된다. 사업내용은 대체로 학술·장학사업에 중점을 두는 반면, 문화예술분야의 투자는 미미하고 그나마 반강제적인 자선적 후원사업을 통해서나 간헐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차츰 예술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조짐도 발견된다고 관찰된다. 이 조사는 이와 같은 기업의 문화활동 투자 실태에 관한 조사와 아울러 각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기업문화활동에 관한 의식구조연구도 실시한 바 있다. 그와 같은 조사도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 기업의 대부분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기업가의 의도가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실태 파악을 위해 크게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무진의 이해를 요약해 본다는 점에서 무익하다고 생각되지는 않기에, 조사결과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에서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42.7%), 사회봉사 차원(35.4%), 근로자들의 후생복지 증진(12.5%), 그리고 판촉 및 광고효과(6.3%)로 나타났다. 판촉 및 광고효과는 이미지 개선과 통합 가능하다고 보면 절반 정도가 기업의 문화투자가 홍보효과 내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까닭에 성립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의 문화투자를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으로는 기업내 여유자금이 부족하다(50%), 어느 분야를 지원해야 할지 선택이 어렵다(10.4%), 필요성을 못 느낀다(4.2%), 세금혜택이 미비하다(2.1%)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만일 기업주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항목을 추가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자못 궁금하다. 왜냐하면 실무진들로서는 기업의 문화투자가 판촉 및 광고효과 면에서 효과가 높다고 보는 쪽(37.5%)이 낮다고 보는 쪽(31.3%)에 비해 많고 이미지 개선효과가 매우 높거나(10.4%) 높은 편(70.8%)이라고 보는 쪽이 더 많은 것으로 보아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는 없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높다고 보는 쪽이 많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실무진으로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문화투자 내지 지원이 회사 경영전략상 필요하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실적이 미비하다면, 여유자금 부족과 함께 기업주 내지 임직원의 이해 부족이 그 배경을 이룬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2. 기업이 넓은 의미의 문화산업에 참여하는 이와 같은 실태는 앞선 연구로부터 5, 6년이 경과한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양태들을 유형별로 구분해보는 것이 비교를 위해서도 무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아 약술키로 한다. 첫째로, 기업의 문화재단 운영을 들 수 있다. 1994년 말 현재 기업이 사회적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은 총 88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다수는 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와 학술 및 장학재단이 점유하고 있고,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는 순수 문화재단은 14개(16%)에 불과했다. 둘째로, 기업의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를 들 수 있다. 현재 23개의 미술관이 기업의 지원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들 미술관은 연간 5∼6회의 전시회를 개최하여 미술상을 시상하거나 소장품 수집 등으로 미술가들의 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기업의 박물관 설립과 운영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156개의 박물관 가운데 8%에 해당하는 13개가 기업이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정부에서는 기업이 그들의 업종과 관련 있는 전문분야의 박물관과 기념관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새로 건축하는 대규모의 사옥에 복합 공연장을 신설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공연장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대부분이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관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지방의 소도시에 공공 도서관을 건립하여 공공단체에 기증하고 있다. 현재까지 46개 기업이 51개소에 공공도서관을 건립하여 기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서관 건립 지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로, 음악, 무용, 연극 등 공연이나 미술전시회 및 예술행사와 문화 이벤트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해 주는 것이다. 기업의 예술행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대체로 음악분야가 가장 많다. 음악분야에 대한 지원이 많은 것은 연간 3,000여 회 이상의 크고 작은 많은 연주회와 공연이 개최되고 있거니와, 특히 26개의 민간 오페라 단체의 대형 오페라 공연에는 많은 경비가 소요되고 이 경비의 대부분이 기업들의 지원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예술행사에 지원하는 방법은 직접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경우와 지원해 주고자 하는 단체를 지정하여 문예진흥기금에 조건부로 기부를 해서 지원받게 하고 세금을 절감받기도 한다. 끝으로 기업이 직접 예술단을 운영하거나 순수 문예지의 발간 사업 등을 통해서 예술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대규모의 예술단 운영이 성공적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한 지난날의 경험을 살려서 실내 악단이나 브라스밴드 또는 소규모 무용단과 합창단 등을 설립하여 이들 예술단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데 대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세제상의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기업이 문화재단에 출연하거나 기부하는 재산에 대해서는 세율이 높은 상속세나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며, 문화재단이 수익사업으로 얻는 소득을 문화산업에 지출하는 경우에는 사업 소득의 60%까지 손금으로 인정받아서 세금이 감면된다. 기업이 지원받을 단체를 지정하여 문화예술 진흥기금에 조건부로 기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면 기부금 전액을 손비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감세 혜택이 주어진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같은 문화예술 분야의 특별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문화시설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지방 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세금도 면제를 받을 수 있다. 3. 이상의 실태파악을 바탕으로 여기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하나의 결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위해서도 좀더 근본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기업문화>와 <문화기업>이라는 개념들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것은 다시 이른바 <CI로서의 기업문화>와 <사회공헌으로서의 기업문화>라는 문제와도 연결되면서 결국 <문화적 존재로서의 기업>에 대한 논의로 귀결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들어 <CI전략>에 대한 관심이 차츰 일고 있지만, 그와 같은 추세를 좀더 분명하게 보인 것은 1980년대의 일본이다. 당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경박단소’(輕薄短小)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는 그 즈음 급속한 사회진출을 보인 여성을 목표로 한 디자인 지향의 상품개발과 연관된다. 아울러 화려한 소비의 무대로서 주로 중후장대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연안의 토지가 이른바 워터프론트라는 이름으로 정보가치를 한층 높인 것과도 연결된다. 그뿐 아니라 정보속도의 고속화에 따른 고속유통의 전자화폐의 시스템에 의해 주식과 토지를 중심으로 한 재(財)테크가 붐을 이루고, 증권회사와 부동산업을 좀더 건강하고 스마트한 지적 서비스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 아래 기호(嗜好)소비가 외쳐지고, 디자인과 아트 등 이미지의 중요성이 전 산업에 널리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상품디자인, CI, 건축디자인 등 수많은 기업활동의 무대 위에, 표면적으로 볼 때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문화경쟁이 벌어지면서, 디자인 붐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 시기에 일본기업은 경제성장이 낮고 새로운 이미지의 건축물을 만드는 일에 신중했던 유럽 여러 나라들로부터 일류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대규모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일본에서는 제2차 CI붐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1970년대의 붐과 차이를 드러낸다. 즉, CI 도입의 주된 목적이 기업의 위용을 자랑하고 산업화에 동반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가벼움>을 표상하면서 고객에게 친숙해질 수 있고 국제화에 기여할 수 있는 특징을 추구한다. 물론 이와 같은 CI작업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경영전략을 위한 디자인 통합>이라는 협의의 CI작업을 통해 잠재하고 있는 정체성을 탐색하고 이를 디자인이라는 형태로 나타내고자 하는 노력이 증대되고 결국 건물, 상품,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업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의 전체 대상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디자인 표현의 향상에 의해 높아진 기업이미지는 거기에 동반하는 기업실체를 구하게끔 되는데, 이와 같은 기업실체를 높이는 회사 전체의 노력에는 기업의 인격이라고 할 만한 사회적, 문화적 영역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CI 붐이 끝난 1980년대 후반에 새로운 기업문화론으로서 기업메세나, 필란스로피 등 기업에 의한 기업 <외부>문화에의 지원활동에 급속하게 주목하게끔 되었다. 회사이름을 씌운 관(冠) 이벤트 등의 PR활동과 기업메세나 활동은 비록 미소한 차이로 인해 구별이 쉽지 않으나, 한마디로 해서 PR활동은 자사이름과 상품이름을 크게 표출하고자 이벤트에 기용된 예술가와 탤런트의 지명도를 그대로 판촉활동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음에 반해, <사회공헌으로서의 기업문화>는 CI와 같은 기업 내부 문화가 아니라 기업 외부의 문화지원이다. 그 중에서도 <전형적 문화>로서 이에 대한 평가가 정해진 과거문화의 소개가 아니라, 아직 평가가 확정되지 않은 현대문화의 지원이 중심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사원의 문화활동 지원>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사내 집단활동 등 아마추어문화가 주체가 되었던 수준에서 <기업에 의한 외부 본격문화의 지원>이라는 수준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1990년을 맞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 변화와 함께 가치관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것은 종래의 생산시스템, 기업의 존재방식, 생활의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면서, 정보화, 다양화, 권력의 상대화, 무계급화 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개성화의 요구는 경제 전 영역에 침투, 서비스와 상품 전체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개성적’ 개발상품들은 근린지역에서만 소비될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시장의 크기는 지구 규모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되고 만다. 이는 곧 ‘얼굴 있는 기업’에 대한 요구를 의미한다. 기업의 인간성이라는 것이 최고경영자로부터 현장스탭에 이르기까지 기업을 구성하는 개인 전체의 인간성의 총화라고 한다면, 기업과 문화의 관계성에서 사회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직접 접하게 되는 본업 자체의 문화성, 다시 말해서 ‘문화적 존재로서의 기업’이라는 점이 좀더 의미있게 성찰되어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이해를 위해서는 적어도 문화를 경제의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수준을 하루 빨리 벗어나는 것이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쫤 보유 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조사 결과 요약 전체 모집단을 대상으로 본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효표본은 전체 모집단인 2,479개 기업 중 209개 기업체로부터 메세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 조사설문지에 응답하였다(응답률 8.4%). 전체 모집단(2,479개의 기업) 유효표본인 209개 기업 중 메세나협의회의 회원사인 경우에 응답률은 65.4%(161개 기업 중 106개 기업 응답)로 매우 높았으나 메세나협의회 회원사를 제외한 기업의 응답률은 4.4%로 극히 저조하였다(전체 2,318개 기업 중 103개 기업 응답). 유효표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총 2,479개 업체 중 메세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기업이 1,069개 기업(42.8%), 응답 자체를 거부한 기업이 188개 기업(7.5%), 담당자 접촉이 불가능한 경우가(메세나 활동을 수행한다고 인정은 하였으나, 담당자가 없거나 조사 자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응답을 거부한 경우라고 생각됨) 654개 기업(26.4%)이나 되었으며, 그리고 본 조사에 응답한 기업수가 209개 기업(8.4%)이었다. 209개 기업의 총 지원건수는 1,676건이고, 총 지원금액은 714억이다. 이 금액은 동년도 문체부 일반회계 예산 4,591억 원의 15.6%에 상당하며, 동년도 문예진흥기금 세출액 722억 원과 동일한 금액으로서 민간부문의 지원이 막강했음을 잘 알 수 있다. 참고로 한국 메세나협의회의 1996년 조사와 비교하면, 1996년의 우리 나라 기업의 기업메세나 활동 지원액은 1,178억 원으로 집계되어 약 451억 원의 차액이 발생되는데, 이는 기업 및 재단들의 인프라 구축에 소요된 비용으로 추계된 약 423억 원이 제외되었기 때문에 생긴 차액이라고 여겨진다(<한국 기업메세나협의회>, 1997.2. 참조).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은 1995년도에도 이와 유사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어, 양 자료를 비교해 보는 것이 추세의 이해에 도움이 될 듯 싶다. 1995년도의 문화예술활동 지원과 비교하면, 지원건수와 금액을 늘린 기업은 약 46% 정도(지원건수를 늘린 기업은 44.5%, 지원금액을 증가시킨 기업은 46.9%)에 이른다. 반면에 지원건수와 금액을 줄인 기업은 15% 내외(건수를 줄인 기업은 15.3%, 금액을 감소시킨 기업은 17.7%)에 불과하며 경영여건이 악화되어도 문화예술에의 지원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금액의 규모는 그리 많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1995년과 거의 비슷한 규모). 한편, 예술부문에서 기업에 대한 지원요청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어서 전년도에 비해 지원요청을 더 많이 받은 기업은 57.9%이며, 적게 받은 기업은 4.8%로서 향후 기업에 대한 지원요청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원금액의 규모는 일부 대기업의 지원금액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원참가율에서 보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즉, 종업원이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26.8%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지원참가율은 전체 기업의 56.2%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출액이 1,000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30.1%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전체 기업에서 55%라는 과반수 이상의 지원비율을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들에서 대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원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 지원건수(1,676건) 중 주로 지원한 장르로는 음악(19.6%), 문화축제(11.3%), 연극(10.7%), 미술(9.0%) 등의 순서로서 대중성이 있는 부문에 많이 지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음악, 문화축제, 연극, 그리고 화랑을 중심으로 미술분야 등에는 대부분이 예술기획자(art management)들이 관계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기업메세나 활동이 활발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지원방식은 대부분 기업이 협찬하는 방식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화시설의 건립과 확충, 그리고 문학부문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협찬의 방식으로 지원(모두 45% 이상이 이러한 지원방식을 선택하고 있었음)하고 있었다. 문화시설 건립과 확충은 지원과 후원을 겸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경우(53.8%)가 많았고, 문학부문은 주최(50.0%)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화예술지원 대상 선정시 자사의 기업이미지와 연결되는 행사에는 우선지원하고 있으며, 지원순위 결정시 판단기준은 기업이미지와의 부합에 두고 있어서 아직도 기업의 잠재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에서 메세나 활동을 하는 주요한 목적은 회사의 이미지 측면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따르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인 것으로 이해된다. 지원을 하는 이유는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53.1%), “기업의 사회공헌을 위해”(29.7%), “광고선전의 한 방편으로”(8.6%)라는 순으로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원은 앞으로 여건이 호전되면 더 많이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전체 기업 중 53.1%로 대부분이 지원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무관심한 기업은 12.0%에 불과하였다. 향후 지원하고 싶은 분야는 문화축제(20.1%), 음악(20.1%) 등 앞서 지적한 바와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장르였으며, 여기에 문화시설(7.2%), 연극(5.7%), 영상(9.1%) 등의 메세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기업메세나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서, 기업내의 자금 부족(61.2%), 메세나 활동의 중요성 인식 부족(12.0%) 등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여건이 호전될 경우에는 메세나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준조세성 요청 과다’로 인한 문제(19.9%)를 지적하고 있었다. 참고로 ‘준조세성 요청의 과다’라는 항목은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지원하고 싶은 욕구는 있으나 메세나 활동에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 예로 모 재벌기업의 경우 ‘준조세성의 요청항목’이 70여 항목에 달하며, 그 지원액이 약 7억 원에 이르고 있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준조세성의 요청항목’이 얼마나 우리의 기업메세나 지원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지를 알 수 있겠다. 결국 기업경영 여건이 좀더 개선되고, 메세나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정부의 지원 혜택이 주어지면 기업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원방식은 아직도 개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지원 의사결정은 사장, 회장 등 최고경영층에서 결정하고 있으나, 대기업의 경우는 별도의 담당자를 두고 추진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서 점차 전문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는 메세나 관련 부서를 그룹 기업문화실에서 총괄하며, 미국의 경우는 부사장(vice president)이 총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기업의 경우는, 조직 및 예산상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 경우로는 전담부서 없이 담당직원만을 두는 경우가 30.0%, 전담 부서나 담당직원이 전혀 없는 경우도 29.2%에 이른다. 그리고 담당부서는 홍보부(39.2%) 및 총무/관리부(24.3%)가 대부분이며, 메세나를 전담하는 문화팀은 7.4%밖에 없어 아직 전담부서가 없는 실정이다. 전담직원 수는 1명인 경우가 52.7%이고, 2명인 경우는 25.7%로 평균 담당직원 수는 2.1명이다. 그리고 메세나 예산에 대하여, 일정한 예산을 미리 책정하지 않고 있다(목표액을 책정하지 않는 경우 40.2%)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사업에 맞추어 매년 예산목표를 정한다가 33.5%였고, 목표액을 정하지 않고 집행 후 사후정산하는 방식이 17.7%의 순이었다.

외국의 성공적인 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우리 나라에서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는 지방자치가 특히 문화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취지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우선 일본 지방자치체의 예술문화 진흥사업의 실태와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1980년대에 이른바 문화붐을 경험한 일본에서는 일단 기업의 예술문화 진흥사업(메세나)이 민첩한 대응을 보였으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지방자치체들이 좀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이에 착수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글은 일본의 각 자치체가 어떤 예술문화 진흥사업을 행하고 있는지, 나아가 기업과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할 경우, 어떤 의식을 가지고 짝을 이루고 있는지, 그 실태와 동향을 조사하는 것에 의해 이후의 자치체와 기업의 예술문화 진흥에서의 파트너쉽 방식과 개선방향을 탐색하는 자료를 참고한다. 때마침 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가 《메세나백서 1994》를 통해 1994년 1월에 전국 47도도부현, 도쿄 23구, 그리고 전국 663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어, 크게 도움이 된다. 회답수는 32도도부현, 247시구, 합계 279통으로서 회수율은 38.1%가 된다. 1. 일본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전반에 걸친 호황에 의해 ‘물자의 풍요로부터 마음의 풍요로’라는 가치관의 변화가 이루어졌고, 예술과 여가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지방자치체가 예술문화 진흥에 손을 대는 것도 1990년대에 들어서서부터 다각화되고 본격화되는 양상을 드러내왔다. 각 지방에서 클래식음악 전용의 콘서트 홀, 연극전용 극장, 오페라하우스 등이 연달아 건설되는 한편, 종래의 다목적홀로부터 예술전용시설로 이행되고 있다. 다른 한편, 독자적인 문화진흥 조례를 제정한다든지, 예술문화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의 기금을 창설하는 자치체가 서서히 늘고 있다. 자치체의 예술진흥은 일본에서 위에 적은 것처럼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착실하게 걸음을 옮겨 놓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메세나는 탄력적으로 다종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 등, 자치체와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양자의 장점 및 단점이 상호보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양자 사이에 결실 있는 파트너쉽이 가능할 것인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에 지방자치체와 기업메세나 실태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기업과 자치체가 서로 협력하는 현상을 검증해볼 필요가 생겨났던 것이다. 우선 “이제부터 예술문화 진흥을 떠맡을 역할이 늘어난다고 생각되는 주체”를 묻는 질문에 대해 도도부현, 시구 등 지방자치체라는 회답이 1위를 차지한다. 도도부현의 회답에서는 이에 뒤이어 재단, 주민, 기업이라는 회답이 대체로 동열이지만, 시구는 도도부현보다도 지역에 밀착해 있는 까닭인지, 주민이라는 회답이 2위를 차지하여 주민의 자주적인 문화진흥에의 참가를 기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선택지의 하나로 재단을 집어 넣은 것이 눈에 띄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재단은 반드시 민간설립의 재단만이 아니라 근년 설립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자치체에 의한 예술문화 진흥재단을 상정하여 회답한 자치체가 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한편, 국가에의 의존도가 가장 낮다는 점에서 양자는 공통점을 보인다. 1992년에 실시한 <기업메세나와 시민>이라는 조사에서도 “국가에 대한 기대”가 26%로서, “지방자치체에 대한 기대”가 48%, “민간기업에 대한 기대”의 36%에 이어 3위에 머물러, 이번의 순위와 중첩된다. 이는 지방자치체 및 기업의 예술문화 진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체가 기업메세나 활동을 장려하는 방책은 아직 괄목할 만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중점을 둘 만하다고 생각하는 예술문화 진흥사업”을 묻는 질문에 대해 주민과 아마츄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라고 한 대답이 70% 가까이 이른 데 반해, “민간의 메세나 활동의 장려”는 도도부현 9.4%, 시구 13.0%라는 낮은 회답률을 보인다. 지방자치체는 기업의 자금협력은 환영하지만, 기업 독자의 메세나 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장려책의 정비에는 힘을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방자치체와 기업을 맺어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의 설치, 주요산업을 테마로 한 예술문화 진흥사업의 실시, 메세나 활동 장려의 팜플렛 작성 등이 약간의 자치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장려책의 전부였다. 이와 같은 결과 이와 별도로 시행된 기업메세나 활동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하면서 좀더 자세히 분석해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나, 지면관계로 생략한다. 다만 두 가지 회답결과를 개관할 때, 자치체도 기업도 상호협력에 대한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이후에도 이와 같은 자치체와 기업이 협력하는 형태로서의 예술문화 진흥사업의 증가가 눈에 띄게 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지방문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기업시민으로서의 의식이 높아감과 동시에 지방 문화행정의 활성화라는 움직임이 그 동인이 되고 있는 듯 싶다. 그러나 상호간에 협력에 대한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이후에도 이와 같은 자치체와 기업이 협력하는 형태로서의 예술문화 진흥사업의 증가가 눈에 띄게 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기업의 지방문화에 때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기업시민으로서의 의식이 높아감과 동시에 지방 문화행정의 활성화라는 움직임이 그 동인이 되고 있는 듯 싶다. 그러나 상호간에 협력관계를 심화하기 위해서는 자치체가 지닌 공익성·평등성과 기업이 지닌 영리성을 어떻게 결합시키는가가 문제가 된다. 요컨대 기업 측에서는 단순히 상품 내지 기업광고라는 단기적인 안목에서 벗어나 지역문화를 지원한다는 자세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기적이고 주체성 있는 활동의 전개가 요청되는 반면, 지방자치체는 이를 정착시킬 좀더 근본적인 대응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자금, 인력, 물자, 장소 등 기업의 통상적인 메세나 활동에서 <자금>에 편중하는 경향도 재고해볼 만하다. 현재로서는 사업계획을 위한 협찬금이 도도현부 84.2%, 시구 70.0%로서 단연 수위를 차지함에 반해, 인재 파견은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기업메세나 활동을 장려하는 방책으로서 구체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사항들을 적어보기로 한다 {참고} 도도부현 5자치체, 시구 20자치체로부터의 회답. ○ 행정의 역할은 심포지엄의 개최 등을 통해 기운의 양성을 도모하는 것 정도에서 멈출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기업메세나(기부, 광고 등에 의한 재정지출)와 자치체의 문화사업을 중개하는 것 같은 일 꾸미기를 모색중. ○ 지방자치체와 메세나 활동을 하는 기업과의 다리놓기로서, 예술문화 네트워크 회의 개최를 예정. ○ 메세나 활동에 대한 면세조치의 조기실현이 과제. ○ 메세나 활동에 대한 세금 공제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세의 우대조치 ○ 메세나사업의 계발활동 ○ 사업협찬 의뢰 ○ 기획·운영에 알맞는 정보제공을 적극적으로 행한다(2시) ○ 주요산업과 제휴한 예술문화 진흥사업(예컨대 <진주>를 테마로 한 사업) ○ 메세나 장려를 위한 팜플렛의 작성 ○ 적극적으로 기업에 호소한다. ○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 사업(이벤트)에 인재 및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 ○ 예술문화 진흥사업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 기업명을 크게 내세운다. ○ 초·중·고등학교의 음악교사를 대상으로 한 PMF(패시픽뮤직 페스티벌) 아카데미 부분의 청강 및 교육현장에서의 공개지도의 참관 등에 의해 음악교육의 충실,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교육세미나를 실시한다. 이 교육세미나에 협찬함으로써 기업이미지의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주민 주도의 문화활동에 기업도 참여하여 주민·기업·행정이 일체가 되는 공동체활동의 전개를 도모하는 것. ○ 기업단위로 직장에 광고게시판 등을 설치. 나아가, 음식업자 등 일반상점에도 문화진흥협력 상점의 지정을 실시하여 포스터의 게시와 입장권 등의 판매를 실시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 시 제정 기념일에 표창 ○ 문예진흥기금의 설치에 의한 기부, 접수창구의 개설 ○ 기업과 행정(공익법인을 포함)의 유착을 넘어선 순수한 메세나적 사고방식을 침투시킨다. 일본에서의 기업메세나 활동은 제법 활발하지만, 지방 및 중소기업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점이 있다. 이 경우, <관>(冠), 즉 기업명칭을 내세우는 행사(이는 메세나 활동이 아닌지도 모르겠으나)의 장려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2. 이처럼, 좀더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예컨대 세제 등)이 강구됨직한 상태에서 지역적인 수준의 협력 방안만이 거론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지만, 일단 자치체와 기업메세나가 협력하여 예술문화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일본열도 각지에서 취재한 보고를 참고해 보는 것은 양자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이 활동사례 보고는 ① 지역과 세계를 묶는 음악제, ② 열린 거리미술관, ③ 영화 거리 만들기, ④ 기업공간의 유효이용, ⑤ 기업이 모여 거리를 만든다, ⑥ 자치체의 기업메세나 장려책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맨 마지막 사례 중 호카이도의 경우에 집중키로 한다. 호카이도는 기업시민문화상을 창설하여 기업을 표창하는 한편, <호카이도 문화진흥조례> 가운데 메세나 활동을 장려하는 것을 명기하고 있다. 이는 기업과 손을 잡아 하나의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독자적으로 행한 메세나 활동에 대한 자치체의 장려정책으로서, 표창사업, 조례에의 기재, 메세나 추진조직의 창설 등으로 나타난다. 지방자치체로서는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는데, 1994년 2월 12일에 행해진 <호카이도지역 문화선장(選漿)> 특별상 기업시민문화상은 자치체로서는 처음으로 창설한 기업메세나 활동을 표창하는 상이다. <호카이도지역 문화선장>은 지역에 뿌리내린 문화활동 및 문화지원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활동에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를 표창하는 사업이다. 호카이도에서는 2년 전 도내에 본사를 둔 중견기업에 대해 메세나 활동에 관한 앙케이트조사를 실시하여 약 500사의 회답 중, 약 120사로부터 “메세나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는 회답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개개의 활동사례를 조사하는 중에 메세나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 활동도 포함되어 있어, 후속조사를 통해 선별한 결과, 해당기업은 불과 49사로 감소했다. 도내의 기업에 메세나 활동이 거의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 호카이도는 그것을 조금이나마 조장하는 방식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의 문화실(문화진흥과)을 통해 이와 같은 제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선발기준은 계속성, 파급성, 지역성, 독창성, 발전성의 다섯 가지이다. 그중 계속성이 중시되는데, 최소한 5년 이상의 활동경력이 필요하다. 상을 받은 와카나이(稚內) 신용금고는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로서, 사뽀로에서 열차로 6시간이 걸린다. 이 지역에서 와카나이(稚內) 음악문화협의회가 사뽀로시 이외에서의 개최로는 처음으로 사뽀로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1985년부터 계속해 왔다. 이 메세나 활동의 특징은 신용금고의 이사장이 동 협의회를 조직하여 스스로 대표를 맡고, 활동 전체의 경비를 부담하여 실시하면서도, 회사명을 표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증정식 당일 수상자가 패널리스트의 자격으로서 출석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는데, 동 이사장은 사뽀로 교향악단 콘서트를 처음으로 개최한 지 8년을 맞아 이제쯤 종지부를 찍을까 생각중이었는데, 상을 받게 되니 그만둘 수가 없게 되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의 주최자측으로 보면 예상 외로 효과가 빨리 나타난 셈인데, 그것은 계속성을 중시하는 상의 성격도 있지만, 상의 증정이 활동의 계속성을 촉진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호카이도는 이 외에도 1944년 3월에 <호카이도 문화진흥조례>를 제정·발표하였다. 그 조례의 제8조 <민간단체 등의 지원활동의 추진>에는  “도는 도민의 문화활동에 대한 민간단체 등의 지원활동이 지닌 중요성을 감안, 그 지원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라고 씌어 있다. 1994년도 말에 설립 예정였던 호카이도 문화재단의 사업내용으로서 기업메세나의 정보수집 및 컨설팅 등을 행하는 사업의 실시도 검토중이라고 했으므로, <기업시민문화상>에 이은 기업메세나 장려지도의 전개 가능성이 엿보인다. 도는 이미 1994년도에 30억 엔의 기금을 모아 <호카이도 문화기금>을 창설한 바 있다. 장차 100억 엔까지 증액할 계획인 이 기금은 주로 민간의 문화단체 지원사업을 행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호카이도가 예술시설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는 중에 하드웨어적인 면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뽀로시가 21세기 초까지 콘서트 홀, 연극전용극장, 노가꾸도(能樂堂)의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호카이도와 사뽀로시는 한편으로는 사뽀로 교향악단 지원협력과 같이 같은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시는 기반 만들기, 도는 문화제도의 기반 정비와 같이 역할을 분담하는 등, 절묘한 조정을 통해 모색해 가면서 서로 다른 입장에서 문화진흥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호카이도는 관이 세다”는 말이 도민들 사이에 통설처럼 되어 있다고 하지만, 행정의 한계를 인식하고 시와의 협력관계와 역할분담을 시도하는 한편, 행정과 기업을 적극적으로 묶고자 하는 접근방식은 새로운 문화행정의 존재방식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3. 자치체가 기업메세나를 장려하는 방책의 또 하나는 사가겡(佐賀懸)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4년 5월 23일, 메세나 활동에 관심을 가진 사가겡 내의 기업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사가겡 기업메세나협의회>의 설립총회를 개최했다. 참가기업은 현내에 본사를 둔 기업 16개사와 지점 또는 공장이 4개사 해서 모두 20개사이다. 자치체가 중심이 되어 민간의 예술문화지원의 조직을 설립한 것은 이것이 최초이다. 큐슈는 지리적인 특성도 있어 옛부터 여러 외국문화와 기술이 건너와 일본의 문화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협의회 설립의 구상은 사가겡 기획국이 현내 기업 18개사를 부른 <기업메세나에 관한 연구회>에서 검토되었다. 이를 주도한 기획국 생활문화과는 이와 같은 조직이 여러 가지 문화정보와 지원사업에 관한 노하우와 실적, 또는 금후의 계획 등에 관해 정보교환, 의견교환을 해나가면서 서로의 현상과 과제 등을 검토하는 작업 등을 통해 공통의 목적인 지역문화의 진흥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약 1년에 걸쳐 기업메세나 활동의 의의, 필요성, 기업회계, 선진사례 등에 관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개개의 기업에 의한 메세나도 필요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기업이 규칙적인 조직을 만들어 공익성이 좀더 높은 메세나 활동을 해나가는 데 합의하여 협의회로서 재출범하게 된 것이다. 운영이 궤도에 오르면 사무국도 민간으로 옮긴다는 전재 아래 현재는 사무국이 현청 안에 있다. 관과 민이 손을 잡고 함께 지역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이 모델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적지 않다. 이제까지 우리는 지방시대의 개막과 함께 그 핵심 중 하나인 지방문화 건설을 위해 지방자치, 단체와 기업의 협력 가능성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검토해 보았다. 지방정부의 문화행정이나 기업메세나 운동이 모두 아직 미미한 정도에 불과한 우리의 경우, 이와 같은 사례연구가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필자 자신에게도 미지수에 속한다. 그러나 예술문화 진흥이 지방자치로 인한 재정수요 증대 때문에 오히려 위축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기업과의 연대를 모색해 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아 이를 소개해 본 것이다.

1. 문화산업을 주제로 떠올린 배경에는 어떤 특정문화의 보편화 경향과 함께 세계 여타 지역문화 및 문화가치의 위축 내지 소멸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데 대한 깊은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유리한 경제적 정치적 조건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문화산업이 예술분야의 직업과 일반인의 창조성의 발휘 양상을 크게 변모시킬 수 있고 창조적 예술가들과 일반 대중 간의 접촉기회를 높이는가 하면, 학교 안팎에서의 교육활동에 신선한 자극을 제공하기도 하고, 국민 일반에 의한 문화적 표현에의 효과적 참여를 상당히 강화하기도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말하자면, 문화산업의 역효과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국한한다는 것은 잘못이며 현실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문화산업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은 흔히 비판이론이라고도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계몽의 변증법》(1947)이라는 책의 한 장을 이와 같이 이름 붙인 데서 유례한다. 그들은 다분히 비판적인 입장에서 이에 접근했는데, 그들이 행한 분석의 진정한 주제는 문화산업이 아니라, 그것의 당연한 산물, 즉 대중문화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말하자면, 문화산업 개념은 대중문화 개념을 올리기 위한 무대일 뿐 그 자체가 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의 산업형태라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재즈와 만화, 라디오와 영화 등을 뭉뚱그려 같은 현상으로 취급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재즈가 텔레비전 연속극과 같은 차원의 것이 아니란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서 보듯이 문화산업에 대한 총론적 이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영역이 어느 정도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말로 된 자료들 중 가장 표준적이라고 할 만한 유네스코의 《문화산업론》은 문화산업의 범위와 활동분야를 10개의 범주로 나누고 있다. 도서, 신문·잡지, 음반,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새로운 시청각 제품과 서비스, 사진, 미술품 복제, 광고가 그것이다. 우리 나라에 온 적도 있는 프랑스의 문화정책 전문가 오귀스트 지라르에 따른 이같은 범주들은 다시금 제조방식에 따른 기준에 따라 다시 몇 개의 집단으로 구분된다. 원초적으로 소규모적이고 개인적인 창조품목이 산업기술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제 1 집단으로는 도서, 미술복제, 음반이 손꼽힌다. 이어서 창조적 활동이 처음부터 상당한 기술적 물량투입을 상정할 뿐 아니라, 공급양식도 집단적 성격을 지니는 제 2 집단으로는 영화, 텔레비전이 손꼽힌다. 나아가 사진과 홈무비(자가영화)는 제조과정의 흥미로운 결합을 보여주는데, 사용자는 우선 산업제품을 시장에서 구입하여 이를 원자재로 활용, 자신의 개성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찍힌 필름은 다른 또 하나의 산업에 넘겨지게 되고 그 산업은 ‘현상·인화’된 사진을 되돌려 주는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진은 독특하면서도 복제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문화산업은 또한 사용방식에 따라 분류될 수도 있다. 책, 음반, 영상제품은 사용자가 서로 다른 제품들을 놓고 능동적인 선택을 행사할 수 있는 상품들로서, 사용자가 오래 간직하는 내구적 상품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애착이 강하고 지속적이다. 달리 말하면, 공급이 수요에 앞서 가면서, 즉각적 수익성이 없는 품목들(시, 철학, 옛날 또는 현대 음악 등)이 여전히 생산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의 경우는 출판산업이라고도 할 만한 앞의 경우에 비해 그 사용자가 엄청나게 더 크지만, 그들에게 허용되는 선택의 가능성은 제한되어 있고, 따라서 그들은 훨씬 수동적이다. 이 분야에서의 생산은 광고를 통해 여타의 비문화적 상품 소비와 연결되는 일반적이고 금방 낡아 버리는 대량소비상품의 생산과 홉사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라르는 라디오, 텔레비전이 좀더 고상한 출판산업이나 생음악 연주 등의 제품을 일종의 ‘문화저장고’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충분한 설명이 주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이로써 문화생산에는, 그 대량생산의 국면에서조차, 문화의 본질과 관계되는 그 어떤 것이 존재하며, 따라서 대량생산된 부품들을 일정 장소나 공장에서 조립함으로써 행해지는 상품생산을 지시하는 ‘산업화’라는 말이 문화에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의 예언대로 새로운 시청각 제품, 그 서비스 및 네트워크(영상제품, 위성 등 전산기술과의 연관에서 파생되는 일체의 기술, 전화와 텔레비전 스크린 등)가 모든 문화제품을 좌우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우리는 “문화산업은 문화의 산업화가 아니다”라는 그의 주장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질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은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느 경우에라도, 그것이 ‘문화적 저장고’를 그 존립여건으로 삼고 있다는 인식이 망각되어서는 안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이윤의 관점에서 이에 접근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더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만 정신을 팔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사리 제작기술과 보급기술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것이 마치 유행이 강요되고 있는 이른바 ‘세계화’를 문화적으로 손쉽게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라도 되는 듯이 야단법석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가장 기초가 되는 인문교육의 핵심에 속하는 예술교양교육,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예술전문교육은 여전히 방치해 두는 넌센스가 태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문화산업이 일반대중의 예술수용력을 키우고 예술에의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을 조건반사 속에 몰아넣거나 무감각 상태에 빠뜨리는가 하는 질문은 자칫 질문을 위한 질문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그 사용자들에게 진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심어줄 수 있고, 메시지 생산자들과 일반대중이 극히 제한되고 암시적인 교류의 범위를 넘어 참다운 대화관계를 수립할 수 있게 하려면, 그리고 시장세력이나 정치적 편의주의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좀더 능동적이고 근원적으로 문화상품의 선택에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아무래도 시민적 차원의 운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아무래도 살되 좀더 사람답게 살려는 노력의 총화로서 문화가 지닌 힘을 믿으면서 비문화적 사태를 개선할 수 있는 지식과 실천을 위한 결의를 새롭게 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2. 앞에서 유네스코가 이해하는 문화산업의 범위와 활동분야를 소개한 바 있거니와, 필자가 이 글에서 의미하는 문화산업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포함한다. (1)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문화산업(예, 예술과 디자인, 과학, 문학, 교육, 반성을 위한 노하우를 생산하는 영리·비영리 기관 등). (2) 펌웨어를 생산하는 문화산업(예, 문화적 소프트웨어에 의해 뒷받침되는 하드웨어산업 ─ 섬유예술 또는 디자인이 가미된 섬유제조, 수공과 도자공예, 디자인 건축 등). (3)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문화산업(예, 문화 소프트웨어를 위해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 ─ 비디오 기계, TV 수상기, CD 플레이어, 녹음기, 카메라, 인쇄기 등). (4) 문화상품·용역의 분배나 배달을 담당하는 문화산업(예, 영화·비디오·인쇄물의 유통체계, 음악의 분배체계, 미술의 네트워크, 관광이나 운동경기 관람 코오디네이팅 등). 문화산업을 엄밀히 정의하기란 매우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화산업을 삶의 질을 지탱하고 향상시키는 재화와 용역을 산출해내는 산업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재화·용역의 수요에 대한 충족은 많은 경우에 생활방식의 변화에 의해서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소비자 생활에서 과학적 지식과 예술적 감각을 접목시키기도 하지만, 예술이나 문화와 구별되는 도박과 놀이를 가져오기도 했다. 후자와 전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에 우리는 문화산업을 정의함에 있어서 이들을 함께 다루고자 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문화산업은 서비스업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 그런데, 세계 경제 서비스업에 대한 조사에 따르자면, 전체 고용인구에 대한 비율에서 미국의 서비스업 고용인구가 가장 앞서고 있다(1985년에 미국 72.3%, 네덜란드 67.5%, 스웨덴 66.9%, 영국 65.3%, 프랑스 61.7%, 독일 54.2%). 반면에 일본에서의 이와 같은 비율은 57.1%에 그쳤다.1) 다니엘스에 따르자면, 일본과 독일에서 서비스업의 비율이 낮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행해진 재건의 과정에서 강조된 건설업의 역할과 연관될 수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문화산업이 급성장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1,600만 명에 달한다. 이것은 일본 국내산업 고용인구의 30%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문화산업 선풍의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는 견해에 동의한다. 1) 일인당 국민소득의 증가 1950년, 일본의 경우 일인당 국민소득은 4만1천 엔(명목지수)이었으며, 그것은 당시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의 1/14에 해당된다. 그러나 1965년에 일본은 일인당 26만6천 엔(명목)을 달성시켰으며, 1990년에는 2,732엔을 획득했다. 이는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을 넘어서는 것이었다(미국 일인당 국민소득의 1.1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일인당 국민소득의 증가율은, 같은 기간의 소비자 물가지수의 변화를 감안한다고 해도, 놀라운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인들은 생활방식의 근원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이나 식기세척기, 냉장고와 같은 내구재의 보급률이 1991년에는 97~98%에 달했다. 또한 엥겔지수는 1965년의 36.2%에서 1990년에는 24.1%로 감소한 반면, 가계지출에 대한 서비스의 소비율은 같은 기간에 42.4%에서 52.6%로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교육, 문화, 오락, 교통, 그리고 통신에 대한 지출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2) 근로시간의 단축 일본인의 평균 근로시간이 1965년에는 연간 총 2,311시간이었던 반면, 1990년에는 2,052시간으로 단축되었다. 그 결과로 다수의 일본인은 여가를 활용하고 즐길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일본 레저개발재단의 《백서》(1994)에 의하면, 일본인의 대부분이 향후 다음의 활동들을 즐기고자 하고 있다. (1) 여행이나 관광(국내 및 해외). (2) 야외활동(등산, 운동으로서의 산책, 스포츠, 그리고 일일여행 포함). (3) 공연예술이나 미술, 문화재의 감상. (4) 전통문화 또는 현대문화의 학습, 교양과목의 교육이나 훈련, 독서, 그리고 평생교육의 수혜. (5) 사회서비스에 대한 봉사활동. 이와 같은 경향은 근로시간의 단축이 문화산업 시장 형성을 초래했음을 암시한다. 현 시점(1993)에서, 일본의 레저시장(769조370억 엔)은 민간부분의 최종소비자 지출의 28.4%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총소득(GNP)의 16.3%를 점유하고 있다. 시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스포츠=시장의 8%(경기단체나 교육기관이 그 절반을 차지한다). (2) 취미, 오락, 그리고 창작=14%(신문, 잡지, 도서가 5.7%, 감상용 제품 ─ 음향기기, 텔레비전, VTR, 음반, 비디오나 CD 등의 소프트웨어 ─ 이 5%를 차지한다). (3) 놀이, 도박, 가라오케, 그리고 외식=62.9%(놀이=25.5%, 도박=12.2%, 외식=25.6%). (4) 관광이나 여행=15.1%(국내관광=10.2%).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의 레저 시장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놀이, 도박, 그리고 외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여가활동은 문화와 예술의 수용이나 창조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에 가깝다. 일본 놀이의 상징은 ‘빠찡꼬 홀’이다. 이들 홀은 수십 개의 구슬치기 기계들로 가득 차 있으며, 때로는 도회지의 문화 홀보다도 규모가 크다. 그러나 1990년 이래, 빠찡꼬 홀보다 훨씬 관심을 끄는 문화 홀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홀들은 지역사회에 공연예술과 미술을 홍보하고 있다. 일본에서 빠찡꼬 홀은 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할 수 없는 도박업에 속한다. 이제 일본인들의 선호가 변해 빠찡꼬보다는 공연예술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면, 공연예술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우수한 예술 지원정책이 전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은 귀기울여 볼 만하다. 3) 수명 연장 일본은 세계에서 평균수명이 가장 긴 나라의 하나이다. 1990년에 65세가 넘는 노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2.0%를 차지했다(1950년에는 4.9%, 1965년에는 6.3%). 당국에 의한 공식적 추정에 의하면, 2,000년에는 전체 인구의 17.5%(약 2,170만 명)가 이 연령층에 속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아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가족들에 의한 노후보장체계에서 사회에 의한 노후보장체계로 삶의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수명 연장의 과정은 한 명 또는 두 명의 자녀를 둔 부부로 이루어지는 핵가족의 증가로 성취되었는데, 이는 1960년대에 농촌사회의 공업화에 기인한 이촌향도 현상 때문이다. 새로운 체제는 문화산업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가족들에 의한 상호적 생계보장의 체계에서 노령 가구의 분리를 통해, 노인들은 그들 스스로 저축한 노후보장연금과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취미 및 창조적 활동, 그리고 개인주의적 생활방식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경향에 의해 새로이 개척된 문화산업의 기회들은 다음과 같다. (1) 중년 및 노년층을 위한 새로운 패션의 의류시장. (2) 노인들의 새로운 생활방식에 좀더 적합하고, 인생경험에 대한 대화를 더욱 쉽게 만들고, 편리하고, 예술적 감각이 가미된 새로운 식음료품 시장. (3) 사회로부터의 의료서비스와는 다른 복지 혜택을 받는 새로운 양질의 노인주택 시장. (4) 근로시간의 단축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취미, 오락, 창작, 놀이, 도박, 가라오케, 외식, 그리고 관광 및 여행을 포괄하는, 노인 대상의 레저산업의 새로운 시장. 4) 교육, 고용,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여성의 참여 전통적인 가족제도(가부장제)에서 해방시키고, 평등한 교육기회를 주려는 민주적 개혁의 뒷받침을 받아 일본여성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참정권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1990년 현재, 전체 노동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평생고용제도는 진부한 남성 중심의 관습에 기초를 두고 있어서 많은 경우에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적은 임금(ILO의 보고에 따르자면 남성 평균임금의 52%, 1986~1988)을 받거나, 시간제 고용 상태(1990년, 전체 여성 고용인구의 27.9%)에 있다. 외형적으로 보아서 이들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남성들보다 오히려 높다. 그러나 사업세계 안에서 이들은 남성들과 비교해서 자신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사업세계 밖에서 가치 있는 삶의 양식을 찾는 데 열성적이었다. 지역사회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거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할 기회가 있을 때, 남성들에 비해 진보적인 여성들이 많다. 또한 여성들은 문화 면에서 유행을 주도하는 유행 창조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일본적 생활방식의 근간을 이루는 특징은 기업 중심의 사회였다. 즉 기업의 발전이 가정의 행복보다 앞선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사회체제는 남성 중심의 질서에 바탕을 둔 평생고용제도에 적합한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의 방식은 평생고용제도에서 소외된 여성들에 의해 주도되는, 가족 중심적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1980년 이래, 가족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협동·네트워크 기관들이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오염되지 않은 식품의 확보를 위해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도시소비자와 농촌을 연계하는 유통구조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협동조합을 통해 안전한 농산물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될 수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경향은 여성들에 의해 의식주생활이나 관광과 같은 소비자행태로 확산되었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여성들이 자신의 가정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나 문화와 예술에도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은 일본식 생활방식을 바꿀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며, 이들은 스스로의 인간적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경향의 주도자로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재화와 용역에 대한 이전의 선호를 변화시켰다. 이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전기제품을 인정하게 되었으며, 관광지에서 가족과 본인을 위한 서비스를 수용하게 되었다. 이제 그와 같은 포용력은 일본의 문화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게 되었다. 여성들은 최근에 가격만 합리적이라면, 대량생산에 의한 단순한 상품보다는 과학자, 디자이너, 그리고 예술가들을 거느리고 있는 고급제조업에 의해 공급되는 ‘고유가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 고조의 반영으로서, 1975년 이래, 직업예술가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디자이너와 음악가들이, 다른 공연예술가들이나 사진작가, 문학작가나 미술가 등의 예술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1985년에는 12만에 불과했던 디자이너들의 숫적 증가는 일본 소비자들이 실용적인 기능뿐 아니라, 예술적 감각을 가진 좋은 디자인의 상품 및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5) 사회보장 최저 수준의 달성 일본의 의료보험제도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제도는 1959년에 성립되었다. 지역사회의 사회보장제도는 그 이후로 탁아, 의료혜택, 노인복지, 장애자복지 등에 대한 수요의 증가에 따라 점차적으로 개발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지방자치단체들 안에서 주민 선택의 여건들을 바꾸어 놓았다. 1969년까지 주민선택의 가장 중요한 안건은 새로운 공장을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1970년 이래, 대부분의 주민들은 사회복지에 대한 시의 계획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서, 우리는 일본이 사회보장의 최저 수준을 성취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복지정책이 아직은 미흡해서 노인들이나 아이들, 장애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 이래,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책목표의 서열 선두는 문화정책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문화정책의 상징으로서 수많은 문화 홀들이 지방(현)과 지역사회(1993년에 1,000개 이상=1980년의 두 배)에 증설되었다. 이들 홀의 대부분(86.5%)은 시립으로 세워졌다.2) 사회보장의 사회적 최저수준을 달성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업, 병고, 빈곤, 무주택 등의 공포에서 해방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 아래,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희망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를 가중시킬 것이며, 생활방식의 변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충족을 논함에 있어서 우리는 (1) 물질적 조건 또는 사회보장의 최저수준은 언제 달성될 것인가, (2) 언제쯤 반쯤 빈 속에 익숙해져야 하는 삶에서 탈피하는가, 그리고 (3) 언제쯤 인간적 향상의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인간적 향상의 가능성에 대한 고찰은, 1980년대에 사회보장의 최저 수준이 달성됨으로써,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갖게 되는 기대와 연결된다. 이들은 개인으로서의 인간적 삶의 정체와 어떠한 삶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자기평가에 관심을 가져 왔다. 그러한 것이 일본인의 생활 방식의 놀라운 변화이다. 가까운 과거 사람들은 “일본인의 생활 방식의 기본적 특징은 엄격성과 획일성이다. 어쩌면 이들은 개인주의에 무관심하고 집단주의에 익숙한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늘날, 수많은 일본의 유행 선도자들, 특히 학생, 여성, 그리고 중·노년층은 그들 스스로의 개성이나 정체성을 앞에 언급한 《레저백서》에 수록된 여가활동들에 의해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 레저시장의 가장 큰 부분은 놀이나 도박, 외식 등, 수공의 예술이나 문화와는 구별되는, 대량생산과 연결되어 있는 서비스들에 의해 점유되고 있다. 삶의 질을 지탱하고 향상시키며, 복지나 정신적 행복에 기여하는 산업이 존재하는 한편, 삶의 질 향상이나 지탱과 합일하지 않으며, 단지 일시적인 정신 분산에만 기여하는 산업 또한 존재한다. 3. 앞에서 우리는 일본의 문화산업이 오늘날과 같이 성장한 배경적 요인들을 짚어 보았거니와, 이와 같은 복합적 원인들을 염두에 둘 때, 예컨대 한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일본에 필적할 만큼 국력이 신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응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좀더 실제적인 방안을 찾아보자면 일본의 문화상품 중 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형들을 선별적으로 유입하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현재의 문화산업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이른바 ‘고유가치의 경제’를 제창하는 양심적인 지식인이 없지 않으므로 이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만하다. 예컨대 일본 문화경제학회장 이케가미 쥰 교수(쿄토대)는 존 러스킨의 사상을 중시하면서 ‘삶의 질’의 지탱과 향상에 대한 기여와 소비자 선호의 변화를 고려하는 가치이론을 탐색한다. 고유가치는 삶을 뒷받침하는 모든 절대적 힘이다. 일정한 품질과 질량을 가진 밀 한 단은 그 내부에 신체의 생존을 유지시키는, 측정 가능한 힘을 갖고 있으며, 1 평방 피트의 공기는 온도를 유지하려는 일정한 힘을, 아름다운 한 묶음의 꽃은 감각과 정서를 활발하게 하고 자극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인간들이 그것을 멸시하고 거부한다고 해도 밀이나 공기, 꽃의 고유가치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사용되든 않든, 이들의 힘은 그것들 자체의 내부에 있으며, 다른 어떤 것에도 존재하지 않는다.3)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러스킨은 고유가치의 기본적 특성을, 신체의 생존을 유지시키는 밀의 기능에서와 같은 상품의 역량과 기능; 온도를 유지하려는 공기의 기능에서와 같이 천연자원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역량; 그리고, 정서와 감각을 자극하고 활성화시키는 아름다운 꽃의 기능과 같이 즐거움을 주는 환경의 역량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량들은 삶의 질을 지탱하고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고유가치를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끔 하는 조건들에 대한 사고가 요청되는데, 그와 같은 조건들을 러스킨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그것들의 (고유)가치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용자가 특정한 상황에 놓여져 있어야 한다. 음식이나 공기, 꽃이 그 가치를 다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소화, 호흡, 그리고 감지 기능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가치의 생산에는 언제나 두 가지 과제가 관여된다. 그것은 먼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의 생산이며, 다음으로,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수용력의 생산이다. 고유가치와 수용능력이 합치하는 곳에는 효과적인 가치나 부가 생성되며, 고유가치가 부재하거나 수용능력이 부재하면, 효과적인 가치, 다시 말해서, 부가 생성되지 않는다. 승마를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은 사용될 수 있는 부가 아니며,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그림도 마찬가지이고, 고상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어떠한 고귀한 것도 부가될 수 없다.4) 이처럼 삶의 질을 향상시키 위해서는 ① 고유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인적 자본 및 능력의 개발, 그리고 ② 수용능력, 다시 말해서, 음식을 소화하고, 공기를 호흡하며, 예술적 감각으로 꽃의 기능을 감지할 수 있는 인적 자본 및 능력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생산과 수용능력의 개발을 위한 인적 자본 및 능력의 형성은 다음 두 영역의 확장을 의미한다. 첫째, 기술자와 문화 홀이나 문화기관에 의해 뒷받침되는 전문적 과학자 및 예술가 층의 조성. 둘째, 다양한 종류와 단계의 학교를 포괄하는 평생교육 체계의 조성. 이러한 두 영역이 사회의 다른 산업들처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자유경쟁체제를 통해 이들에게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보우몰과 보웬이 지적했듯이,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술적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연예술과 같이 인적 자본의 형성의 대부분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5) 대개의 인적 자본산업은, 아담 스미스의 시대로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인적 자원의 기술이나 솜씨, 판단력에 의존해 왔다. 결과적으로 공연예술산업은 출연 및 입장료의 증가와 수입격차의 증가를 경험해 왔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는 생산성의 격차로 인해 자유경쟁체제에 입각하여 사회적 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많은 문화경제학자들이 가격의 상관관계의 고찰을 위해, 비영리기관과 공적 지원을 포괄하는 지원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것이다. 일본에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탱하는 문화산업은 효과적인 지원체계의 부재와 비영리기관들의 이탈로 인해 장해를 받아 왔다. 그러므로 인적 자본 관계의 영역과 놀이나 도박 등의 영역의 가격관계는, 이들 인적 자본 영역에 불리하게 되어 있었다. 이것이 놀이나 도박, 외식업 등이 다른 레저산업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그렇다고 삶의 질 지탱과 향상에 기여하는 문화산업의 변화양태의 경향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케가미 교수는 그와 같은 노력에서 매우 중요한 두 개의 기본적 요소들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인간의 복지를 위한 상품 및 서비스의 역량이다. 인적 자본 형성을 내재화한 뛰어난 예술가, 디자이너, 과학자, 기술자, 도시 및 지역 계획자 등에 의해 역량의 실현을 위한 합리적 조정이 이루어지면, 고유가치를 가진 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정자들이 인적 자본의 형성을 통해 역량을 올바르게 실현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자원을 올바르게 배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생산물의 기능은, 예술적 감각과 효용을 통해, 삶의 질 지탱 및 향상을 위한 인간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인간의 향상을 증진하는 동기에 의해 뒷받침되는 이러한 역량이 바로 ‘고유가치’라고 명명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고유가치’는 ‘효용’과 구별되는 것으로서, 선호의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효용이론에서는, 빵은 경제적 인간의 선택 대상의 하나이며, 누군가가 화폐와 교환함으로써 빵을 갖게 되면, 그 빵을 원하는 ‘누구’의 욕구가 충족된다. 그러나 고유가치 이론에 의하면, 누군가 화폐와 빵을 교환한다고 해도, 우리는 빵의 역랑과 기능이 실현되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누구’의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없다. 빵의 역량이 ‘누구’의 수용능력에 부합하고, 빵이 인간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의 욕구가 빵에 의해 충족되었다고 인정하게 된다. 이처럼 삶의 질 변화나 발전을 논함에 있어서 ‘고유가치’는 가장 적합한 개념이 되지만, 여기에서는 고유가치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수용능력도 문제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교육체계는 근본적 개혁을 경험했으며,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편으로, 지방과 지역사회에 전통문화(예, 꽃꽂이, 주조술, 칠보기술, 도예, 전통의복 등)와 그에 대한 교육기관들이 유지되어 왔던 반면, 최근 국경을 초월한 경제활동으로 인해 유럽이나 아시아 등 해외문화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졌다. 이 모든 실천에 의한 학습과 교육에 대한 투자는 일본에서의 문화적 부흥과 일본 문화산업의 발달의 배경이 되었다. 문화산업은 삶의 질을 변화시키고 인간적 향상을 촉진시키는 기능의 효과적인 작용으로 인해, 앞으로 일본 경제를 촉진시키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부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960년대 미국의 공연예술 지원체계와 같은 문화예술 지원체계의 부재로 인해 문화예술 공급의 소득격차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아직도 구미 여러 나라보다 수년 뒤쳐져 왔다. 가격의 불이익을 인정하고 열악한 예술지원체계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일본 문화산업이 더욱 촉진되기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일본의 양식 있는 식자들이 앞서가고 있는 나라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예술지원체계를 재구축할 것을 절실히 요구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서, 1980년대 일본에서 문예부흥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예술이 경제를 촉진시키는 기능의 중요성이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적인 예술지원체계가 구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기한 기능들의 중심개념은 ‘고유가치’이며, 그것은 J. 러스킨에 의해 제창된, 예술적 인상과 인간적 생활을 위해 유용성을 지닌 상품이나 환경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을 의미한다. 고유가치의 공급을 위해서는 실천을 통한 학습과 고유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을 증가시킬 교육체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고유가치 이론을 지역 발전에 도용함으로써 ① 소비자의 선호를 변화·발전시키고 지역발전을 유발하는 지역주민의 수용력을 촉진하는 하부구조를 공급할 수 있으며, ② 이를 배경으로 지역사회의 자원을 올바르게 분배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계획은 소프트웨어, 펌웨어, 하드웨어, 그리고 유통체계를 담당하는 문화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킬 것인데, 이는 문화적 효과라고도 불릴 수 있으며, 지역의 발전의 원동력을 규명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한국사회도 아직 일본에는 못미치지만 196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고, 이에 따라 문화상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문화상품을 가장한 채 단순한 정신분산만을 조준하는 상품들에 대한 수요도 급증한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이는 것도 이와 같은 사태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앞에서 본 일본에서의 문화산업에 대한 전망이 도달한 비슷한 결론을 우리 사회의 미래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고 보면서 삶의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때 일본의 현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서 독자적인 이론을 발전시키려는 양심세력과 연대하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1. 필자는 문화상품이라는 개념을 단도직입적으로 문화산업들에 의해 생산된 산물들로서 규정하고자 한다. 이 문화산업이라는 개념은 앞장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1940년대에 특히 비판이론을 대표하는 호르크하이머나 아도르노에 의해 인간의 반성능력을 둔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자못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던 것에 반해, 오늘에 와서는 중성적이거나 심지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경향마저 생겨났다. 이와 같은 가치평가와 연관된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그 범위와 관련된 논의부터 시작하자면, 앞장에서 언급한 대로 유네스코가 대체로 동의하는 10개의 범주가 아무래도 중점적인 관심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한다면, 그것은 곧 도서, 신문 잡지, 음반,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새로운 시청각제품과 서비스, 사진, 미술작품 복제, 광고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에 공예와 관광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산업들의 산물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첫째 유형은 책, 레코드, 사진, 미술작품 복제, 신문과 잡지, 공예 등으로서, 여기에서는 창조적인 예술가 또는 발행인에 더 많이 의존하면서, 개인 기업이 아직 압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나아가, 이런 유형의 산물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자유롭게 획득 또는 사용되고 상대적으로 내구력이 있는 상품의 범주에 든다. 그러나 그러한 산물들은 인구의 어느 한 부분에 의해서만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같은 첫째 유형은, 경우에 따라 개별적인 예술가들 또는 출판인들이 멀티미디어 전략들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다음에 설명하는 둘째 유형들과 완전히 구별되지는 않는다. 둘째 유형의 산물들인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뉴미디어, 광고와 관광은 첫째 집단의 산물들과 비교해 볼 때, 대체로 생산비용은 더 들지만 획득비용은 덜 드는 유형의 상품 또는 서비스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의 창조 내지 발간에 포함된 과정은 집합적(collective)이다. 이것들의 활용은 앞의 유형에 비해 덜 선택적이고 따라서 좀더 수동적이다. 그 산물들의 수명도 상대적으로 좀더 짧은 반면, 일반 대중은 비교적 고르게 이에 접근한다. 광고는, 그것이 비록 다른 대중문화산업들과 비슷한 인력과 자원을 활용하고 이에 접하는 공중(公衆)도 마찬가지라 할지라도, 다소간 독자적인 입장에 있다. 마지막으로 관광산업은 그것이 비록 많은 측면에서 엄격한 의미에서의 문화산업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할지라도, 기계적인 또는 전기적인 대중소비수단에 의해 특별한 메시지를 생산한다고 간주될 수는 없다. 여기에서 우리가 문화산업으로서의 관광에 좀더 유의해야 할 필요가 생겨난다. 이 자리에서 관광, 그중에서도 문화관광의 의미를 자세히 논구할 겨를이 없다. 단지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한 나라, 또는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문물들을 특히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터득케 하고 이를 통해 독특한 즐거움을 향유케 하자는 데 그 초점이 놓여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한다. 그럴 경우, 관광객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들은 그들이 방문하는 나라, 또는 지역들이 지녀온 전통문화들을 제대로 인식하는 동시에, 그것이 현재에도 계속 생명력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한 시설들이 문화유산들에 대해 손상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마련되어야 하며, 여행사들이나 안내자들, 호텔 종업윈들은 자신들이 문화외교를 책임지는 요원이라는 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아울러 관광이 공예생산의 질에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도 유념해야 한다. 전체시장이 상업화되고 말 때, 전통적인 디자인이나 전통적인 소재들이 관광객들의 요구에 맞춰 변경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 우리는 흔히 문화산업 내지 문화상품의 진흥을 위해 공공기관이 개입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듯이 전제하는 논의를 듣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상 그리 단순치가 않다. 사실에 좀더 밀착해서 살펴본다면, 거기에서 우리는 오히려 문화산업을 떠받치는 현대적 매체들과 문화정책 사이에 필경 모순이 항존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순은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으려는 모든 시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한편으로, 대중매체들에는 본래 수단의 집중과 메시지의 국제화를 향한 경향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산업화 자체에는 상품들의 표준화와 코스모폴리탄적 성격을 강조하는 자연적인 성향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 모든 형태의 문화정책은 자생적인 문화적 표현을 위한 영역을 확보하려 했고, 사회 및 국가적 집단들의 문화적 다원주의를 유지하려 했다. 만일 정부가 아주 민감한 이 문제에서 효과적인 활동수단을 가질 수 있다면, 이러한 모순은 극복 내지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문화산업들은 비문화화의 위험과 함께 특정한 상황들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문화적 발전을 위한 기회를 동반한다. 단순히 산업적 생산의 내재적 천박성에 대조되는 예술적 창조의 순수성을 찬양한다거나 이윤추구를 저주한다고 해서 위험이 방지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정부가 계몽된 행동을 위한 효과적인 기초를 확보하고 있다면, 대안들을 제시하는 동시에 관계되는 경제 및 사회적 자료들을 양적으로 집적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실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문화산업들이 근대적인 문화정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항상 다음의 목표들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1) 일반 공중의 문화에의 접근을 확대할 것 (2) 대중매체들의 질을 개선할 것 (3) 다원적인 창조적 작업을 발전시킬 것 (4) 기존 제도들을 근대화할 것 (5) 문화적 생산을 위한 잠재능력을 강화할 것 (6) 해당 국가가 문화적 독립성을 향유하는 동시에 국경을 넘어서서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보장할 것 중앙 정부관서가 중심이 되든지, 아니면 그 밖의 공공기관, 자원, 협회, 전문조직 또는 기업이나 지자체 중 어느 것이 되든지간에, 문화산업에의 공적 개입은, 그것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근거 위에 확고히 설 때, 정당화될 수 있다. (1) 경제적으로 취약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중요한 가치들을 지원해야 할 필요 (2) 외국과의 경쟁에서 국내 산업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 (3) 국가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행동을 통제해야 할 필요 (4) ‘공정한’ 국제경쟁을 유지해야 할 필요 (5) 국가적 연구 및 혁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 (6) 지적 소유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 (7) 문화산업 상품들의 특정한 내용유형들을 통제해야 할 필요 (8)과잉한 기업집중을 중화시켜야 할 필요 (9) 외국 산물들에 의한 시장 과잉점유를 저지해야 할 필요 (10) 창조성을 보호하고 젊은 창조적 작가들을 위해 기회를 마련해야 할 필요 (11) 모든 종류의 산물들에 모든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필요 혼합경제정책을 갖춘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겠으나, 문화산업에의 공적 개입들이 어떤 근거에서 이루어져야 할지를 생각할 때, 이와 같은 항목들이 적어도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문화산업들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의 경우에 비추어 좀더 일반화하고자 하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1) 문화산업들은, 적어도 시장경제사회들에서는, 대중에게 문화를 전달하는 주요한 통로가 된다. 제도적 경제적 변화들과 나란히, 기술공학적 발달은 ‘문화’를 차츰 산업적 패턴들에 따라, 산업적 틀 안에서, 산업적 규모로 창조, 생산, 그리고 보급되는 무엇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개인적인 창의성, 극단적으로 말해 ‘예술을 위한 예술’적 사고, 그리고 예술적 장인정신을 위한 여지가 점점 좁아진다. 문화정책 입안자들이 이와 같은 현상을 없앨 수는 없다. 그들은 기껏해야 이것이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들을 수정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문화산업들의 발전을 감시함으로써 정책결정자들을 보조하는 문화관계 업무를 책임지는 국가 또는 국제적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2) ‘문화산업들’ 역시 산업이다. 시장경제사회에서 그것들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에 의해 운영된다. 순전히 상업적인 기초 위에서 작동한다 할지라도 기업이 ‘문화’에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공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적으로 부정될 수는 없다. 그러나 순전한 시장세력들의 기능이 ‘문화’의 발전을 보장함에 있어서 불충분하다는 것 또한 부정될 수 없다. (3) 문화산업들이 대다수의 인구를 위해 상징 및 가치의 주요한 원천이 되고 있고,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사회화의 주요한 동인이 된다는 점에서, 문화적, 경제적 또는 사회적 정책목표들이 무엇이든지간에, 국가 및 국제적 정책 결정권자들이 ‘문화산업들’의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믿음직한 정보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한다. (4) 전체적인 산업적 산출에서 차지하는 몫이 아직 미미하다 할지라도, ‘문화산업들’은 막중한 경제적 효과를 지닌다. 예컨대 광고와 판촉기술들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경제적인 관점과 문화적인 관점 양자로부터 볼 때, 이는 우리가 왜 합리적인 정책결정의 기초로서 정보와 전문지식을 확보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추가적인 이유가 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볼 때, 정책결정권자들이 기술공학자들을 지나치게 무시하거나 또는 반대로 지나치게 과신할 경우, 그로부터 파생되는 결과는 치명적일 염려가 있다. 특히 기술공학자들, R&D 전문가들, 경영자들은 대체로 그들의 기술이 가져올 좀더 폭넓은 결과들과 문화적 영향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와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 인문학자와 예술가들의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 이는, 문화산업들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대량생산체제의 확장과 상업주의적 이윤추구의 심화와 연계되면서, 사람들의 취향을 하향조정한다는 비난이 아직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도 연계된다. 좀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이에 관한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우리를 영적으로 충만하게 해주는 예술가들이 오늘날 많은 나라들에서 적어도 생존중에는 너무나도 적은 보상밖에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연계된다. 이는 곧 예술가들의 재능이 오늘날에는 고작해야 문화산업들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먹고자 하는 광고주들에 의해 소진될 뿐이라는 비난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분노를 터뜨리기 전에 문제상황을 좀더 차분히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우선, 문화산업들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문화발전과 경제성장, 그리고 기술공학적 발전 사이에 밀접한 연관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인데, 특히 기술공학적 발전이 대중매체에 적용될 경우 그러하다. 나아가, 주어진 사회의 문화적 가치들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합리적 생산과정의 특수한 결과라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생산과정이 작품들의 내용과 그것들이 매개하는 가치들에 미치는 영향이 측정될 수 있으려면, 그와 같은 과정이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들을 유지해 가면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문화산업들의 최근 발전이 문화적 메시지의 생산에서 예술가들의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 역할의 감소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특히 시청각 매체들이 예컨대 공연예술가들에게 고용과 경제적 안정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를 따져 묻게 되는 것이다. 말을 바꾸면, 오늘날의 문화산업들이 지구적인 차원에서나, 권역적인 차원에서나, 국가 사회적 차원에서나 그들에게 좀더 확장된 노동시장과 창조적 활동수단을 제공하고 있는지가 문제된다. 더군다나 문화산업들의 국제화는 문화적 정체성의 위기라는 문제까지 발생시키면서, 결과적으로는 창조적인 예술활동 일반을 위협하고 만다. 나아가 지적 소유권의 보호문제와도 연관되면서, 경제 제일주의는 예술가들 일반의 창조 및 작업조건들에 대해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러 예술분야들 중 특히 영화의 위상이 특이하다. 왜냐하면 특히 이른바 제3세계에서 영화가 단지 오락으로만 취급되면서 이윤확대를 노리는  ‘검은 돈’에 의해 제작되기가 일수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전통적인 예술가들이 이에 대해 본래적인 관심을 갖게 하자면, 우선 영화가 건전한 대중예술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 조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와 인도가 하나의 모범으로 간주될 수 있겠는데, 거기에서는 정부가 새로운 예술영화의 출현, 그리고 매체 및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지위향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산업을 위한 정부의 자금지원 등이 통제를 위한 구실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요컨대 원초적으로 소규모적이고 개인적인 창조품목을 산업기술에 의해 대량생산하는 방식이든, 처음부터 창조적 활동이 상당한 물량투입을 상정할 뿐 아니라 공급양식도 집단적 성격을 지니는 방식이든, 흔히 문화산업의 유형에 속한다고 손꼽히는 작업들은, 일종의 ‘문화저장고’로서 일차적인 예술활동과 그 소산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화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정책이 예술진흥정책을 외면할 경우, 결국 원천이 고갈된 상태에서,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이 괴멸된 상태에서, 외국 제품, 그것도 필경 질적으로 뒤떨어진 제품들만이 국민들의 문화적 수요를 그릇되게 충족시키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중요성을 갖는 일차적 예술들이 결코 짧은 시기에 갑자기 일정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예술창조 뿐만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측면에도 해당한다. 그러기에 예술적 성숙을 위한 정부적 차원의 노력은 교육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이 때 교육이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사회교육까지도 포함하는 이른바 평생교육이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끝으로 문화산업을 통해 예술활동이 좀더 진작되고 예술가들의 지위와 보수가 좀더 향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종 예술단체들의 공동체적 역할이 좀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산업기관들이 저작권 보호의 문제에서도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텔레비전이 전시나 공연을 취재할 경우가 있는데, 예술가 쪽에서는 프로그램으로 방송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처럼 행세할 때가 없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의 변화를 위해서는 예술가들의 상황이 한 국가의 노동력(labour force) 평가에서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간주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자면 또한 예술가들에 관한 사회적 지표들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까지 그래 왔듯이, 예술가를 지나치게 신비화하는 것은 문제상황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때에 따라서는 창조적인 예술가들에게 훌륭한 작업 내지 생활조건들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 형태의 조직을 권장하는 일도 고려함직하다. 이와 같은 경우 예술가들의 전문 범주들과 필요한 자격요건, 선발방법들과 기준들, 등록 절차들과 예술가로서의 경력에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 등이 현실적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자료에 입각해서 예술가들의 생활 내지 작업조건들의 실상을 좀더 확실하게 파악하는 한편, 앞에서 언급한 문화산업들에서 전통적인 형식의 예술이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지를 밝히는 작업이 또한 필요하다. 아울러 가장 효과적인 적용방법에 대한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한편, 그와 같은 적용이 문화산업의 진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제고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때, 현재로서는 아직 어느 분야 못지 않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이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실험적인 작업은 국가적 차원에서는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도 수행되어야 할 것인즉, 예컨대 국제적인 페스티벌을 규모있게 개최함으로써 이를 통해 전통적인 예술들과 과학·기술적 발전의 성과를 연결해 보는 작업들을 격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예술사회사적으로 볼 때, 결국 근대 내지 현대사회 속에서 이루어진 과학·기술과 예술의 분리와 재통합이라는 문제의식을 통해서만 제대로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찰은 주어진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작업이 되겠기에, 생략할 수밖에 없다(졸저, 《레오나르도를 되살린다》, 신구문화사, 1997 참조). 다만, 필자로서는 문화산업들이 인류와 그 개별적인 구성단위에게 진정한 공헌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어떤 진흥정책도 전통적인 예술들의 진흥정책과 분리된 상태에서는 결코 좋은 성과를 맺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1.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무역과 문화를 연결해서 생각하고자 할 때, 우리는 전략적 차원에서 무엇보다도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노리는 문화가 담긴 제품을 연상한다. 말하자면, 상품의 개발, 디자인, 생산 및 판매 등에 문화를 육화시켜 세계시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무역을 첨단기술과 엮어서 생각하자는 발상과 상통하면서, 결국 무역을 좀더 질적으로 성장시키자는 기본정책을 반영한다. 세계에서 12번째로 수출 1천억 달러를 돌파한 우리 나라로서는 당연한 방향설정이다. 한마디로 무역을 단순히 한 지역 또는 국가의 상품이나 용역을 다른 지역 또는 국가로 옮김으로써 발생하는 이윤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본다고 해도, 이를 위해서는 이쪽의 장점 내지 특색이 저쪽의 필요 또는 기호에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의·식·주를 비롯하여 인간적 사회적 기본수요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지역 또는 국가가 아니라면, 무역으로 표현되는 욕구는 ‘문물’이라는 말이 그렇듯이 정신적인 요소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 길을 찾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상대가 스스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스스로의 행동을 관찰에 의해 확인하는 문화인류학적 접근과 진정한 감정을 확인하는 미학적 발상을 요청한다. 이러한 접근은 물론 상호작용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미의식 내지 가치의식을 탐색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 민족은 오랜 역사를 통해 시대마다 각각 ‘신명’, ‘힘’, ‘꿈’, 그리고 심지어는 ‘슬픔’이라는 정서를 특색있게 살려내는 한편, 실용에 부응하되, ‘무기교의 기교’로 대표되는 자연과의 교감과도 무관하지 않은 ‘멋’을 하나의 기조로서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상대에 가장 잘 어울리면서 우리 자신의 특색을 살려낼 수 있는 원천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원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그 원천을 현대생활에 알맞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된다. 이와 같은 능력을 함양하는 노력의 총체적 표현을 ‘기업문화’라고 한다면, 국경 없는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국적 기업문화’를 주요한 관심대상으로 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처럼 무역과 문화가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문화적 접근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은 그러한 암중모색의 한 단편에 불과하다. 2. 어느 나라의 기업이든 지도적 위치를 오랫동안 지켜가려면 고객이 원하는 신제품을 끊임없이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혁신능력은 기업뿐이 아니라 국가에도 이익을 가져다 주는데, 효율적인 신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해 온 세계적인 최고기업들을 연구해 온 윌라드 I. 장윌(Willard I. Zangwill)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지침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르자면, 혁신을 전략으로 삼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고 그 다음 단계는 기초를 쌓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전문지식과 기술적인 기초뿐 아니라, 문화적 기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곧 기업문화가 된다. 즉, 기업문화가 혁신을 위해 불가결한 기초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불행하게도 많은 기업에는 혁신을 뒷받침하지 않는 기업문화도 있다. 관리자와 종업원간의 교류를 저해하는 기업문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이런 경우 프로젝트에 문제가 일어나고 지연이 예상되는데도 질책이 두려워 아무도 관리자에게 보고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처럼 최고 경영책임자가 혁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든지, 사원간에 신뢰감과 경의가 결여되어 있다든지, 관리자가 사내 정치 내지 개입에 말려들어 간다든지,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과 의론이 공개적으로 행해지지 않는다든지, 임원과 관리자가 다른 사원을 희생시켜 승진한다든지, 비난과 개인공격이 당당하게 통한다든지 하는 등등도 배제되어야 할 사항이다. 혁신을 지원하는 기업문화를 창조하려면 무엇보다도 사원의 아이디어가 공정하게 청취될 수 있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불안을 해소하고 좀더 자유롭게 발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때 올바른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래에는 강력한 문화를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 하나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즉 강력한 문화를 가진 기업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주위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업원들이 생활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기업의 발전을 위해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즉 문화를 회사 내에서 창출해내는 것이 기업가들의 주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기업 내외에서 일을 처리해 나가는 방식이라고도 정의되는 기업문화는 내용상 가치관의 형성, 영웅의 창조, 의례와 의식의 정립, 그리고 문화적 네트워크 등의 요소를 포함하면서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강력한 지렛대 구실을 한다. 강력한 문화는 사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또한 모든 사원들에게 동질적인 가치기준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물론 그와 같은 가치기준이 자칫 환경에의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역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사실상 문화는 원래 다소간 변신에 저항하는 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이따금 변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변신이 필요하게 되는 시기를 테렌스 E. 딜과 앨런 A. 케네디는 그들이 공저한 《기업문화》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1)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중이고, 회사가 언제나 고도로 가치지향적으로 이끌려질 때 (2) 산업이 매우 경쟁적이고, 환경이 급변할 때 (3) 회사가 만성부진 또는 악화일로 상태에 있을 때 (4) 회사가 대기업으로 전환하는 문턱에 있을 때 (5) 회사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을 때 요컨대 기업들은 자신을 냉혹하게 돌아보는 진실과 용기를 갖고 그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믿음을 통찰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이 발생할 때에도 이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와 같은 기업문화의 창출이 단순히 기업가들의 몫만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것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싹을 이룰 때 더욱 강해진다. 서로 격려하고 돕는 기업문화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질적 전략의 기초단계에서 확립할 만한 기반이라는 주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의 잠재적 욕구에 유의하는 것이 혁신을 지연하는 기업문화의 창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고객 최우선은 ‘전격전략’의 7단계 중 가장 중요한 단계로 내세워지고 있는 바, 이는 최악의 사태란 바로 고객이 사지 않을 제품을 자꾸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사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팔리지 않는 것에서는 수익도 나오지 않고 사업도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상명령이다. 그런데 고객이 실제로 어떤 제품을 바라는지를 알아낸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때 문화적 성격을 띤 접근방식이 상당히 유효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우선 이른바 문화인류학이 곧 그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인류학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고객을 마치 연구대상이 되는 어떤 종족, 또는 집단으로 간주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그 목적은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고객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제품을 설계하는 데에 있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것만으로는 그것에 관한 전체적인 해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객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고객의 구매행위를 관찰하고, 소비행동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은 고객도 눈치채지 못한 전략정보를 얻기 위한 유효한 방법으로 간주된다. 이와 같은 방법은 고객연구의 정밀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획기적인 제품의 개발에는 보통고객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고 최첨단을 가는 고객의 의견을 들어보는 일이 필요한데, 이때 문화인류학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고객을 관찰하고 고객도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전격전략’ 중 고객연구를 위해 문화인류학적 정보 못지않게 중요한 의의를 지닌 또 하나의 접근방식으로서 감성분석이 거론된다. 감성분석은 어떤 제품에 관한 고객의 발언을 넘어서서 고객의 진정한 심층감각을 탐색하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제품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좀더 추상적인 감각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솜씨가 뛰어난 도기제작회사가 어떻게 하면 커피잔을 좀더 우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알고 싶어한다고 가정하자. 제작회사는 여러 가지 모양, 크기, 색 그리고 장식의 커피잔을 보이고, 나아가 그의 반응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우아함의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드디어 이를 표현해내는 커피잔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아함은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지만 앞에서 행한 이른바 실험미학적 방법에 의한 감성분석을 통해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감성분석 역시 심리학적 연구에 의해 시작된 것인데,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얼굴의 근육이 정확하게 감정을 반영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얼굴에 센서를 붙이는 것에 의해 50개의 다른 감정을 분류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굴의 근육에 의한 자료가 말에 의한 표현보다도 정확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의 혼다와 마즈다는 고객의 얼굴에 센서를 붙이게 한 채 시작(試作) 자동차를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이에 의해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던 동시에, 개인의 감정적 반응에 접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시(視)·청(聽)·취(臭)·미(味)·촉(觸)의 오감을 고르게 배려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무엇인가를 산다든지, 서비스를 이용한다든지 하는 이른바 소비행동에 있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결정요인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날이 갈수록 단순히 좋다 나쁘다, 또는 좋다 싫다의 정도를 넘어 오감(五感) 전체가 동시에 반응을 일으키는 차원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든지 새로운 판매방식을 생각해낸다든지 할 경우 사람들의 이와 같은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면 기업은 결국 뒤떨어지고 만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여기에서는 이성에 의한 합리적 추구보다도 감각적인 부분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감을 통해 입력된 외부 정보가 의식화를 넘어서 무의식적 영역에까지 침전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기업에게도 요청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게 오감이 중요시된 이유는 창조성과 관계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문서주의적 관행 또는 기업풍토가 차츰 시청각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을 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된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OHP의 레이아웃, 설명비디오의 색채와 음악센스라고 하는 요소가 사내 외에서의 설득을 결정짓게끔 되어 간다. 무엇보다도 기업 자체가 취급하는 제품이 변화하고 있다. 이제 오감에 좋은지 나쁜지가 기업의 존속을 좌지우지하는 사태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전체의 오감화(五感化)와 엔터테인멘트에 특화된 오감산업의 진전이라는 두 가지 조류뿐만이 아니라, 심하게 말해서, 국가 자체가 오감을 축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이미지를 투영할 권리를 주장하면서 미국의 영상산업에 대해 저항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이라든지, 오감을 노린 <쥬라기공원>의 성공으로 디지탈 헐리우드현상이 차츰 세력을 얻고 있다든지 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즉, 미국에서 진행중인 ‘전자오감의 확장’이라는 움직임이 프랑스의 국가전략에 영향을 미치자 미테랑 대통령이 사실상 각국의 독자적인 ‘오감의 권리’를 말한 것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방식에 대해 상품미학 비판이라는 미학적 방법은 아마도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지만, 이에 관한 논의는 미루어둔 채, 우리로서는 일단 문화인류학적 접근방법과 감성분석이 신제품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하나의 사실로서 확인하는 한편, 그와 같은 접근이 사실상 국내소비자보다는 국외소비자를 염두에 둔 무역과 좀더 깊게 연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자 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른바 다국적기업문화의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3. 여기에는 말하는 다국적기업문화란 예컨대 한 국가가 지녀 온 사회적·문화적으로 특수한 관행을 역사적 관점으로부터 또는 문화론의 관점으로부터 탐구하면서 이로써 여러 외국의 기업경영과의 유사점을 경시하고 특수적·특이적인 요소만을 과장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던 연구방식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채용된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문화론에 얽매인 논의를 개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것으로서, 이는 각국의 경영차이를 강조할 뿐인 비교경영으로는 21세기를 개척하는 새로운 경영을 창출해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그것은 각각의 기업이 개성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존재방식으로 다양한 문화를 통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즉 이 개념은 로칼한 경영문화의 독자성과 주체성을 존중해 가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체적인 통합이 가능한 기업문화를 상정하고 있다. 흔히 ‘다국적기업’이라고 하면 다분히 부정적인 어감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여기에서는 다국적기업의 경영자는 오히려 세계공통의 윤리기준에 비추어 자신의 의사결정, 기업행동을 다스려 나간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스스로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Sein)이라기 보다는 당위(Sollen)를 추구하는 규범론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고 주장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문화제국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것이 결국 서구형 소비시장의 형성을 노리면서 제3세계에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후진국의 사람들에게 근대화의 장점을 찬양하고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는 열등의식을 심어주어 서구문화의 규범을 공유하는 것을 열망하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국적기업문화론’으로 인해 문화를 둘러싸고 새로운 대립이 야기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문화를 단순히 국가와 동일시하는 입장을 일종의 인종중심주의(ethnocentrism)로 간주하면서, 다국적기업의 존재이유를 이질적인 문화가 만나는 것에 의해 발생하는 교차문화 시너지(cross?ultural synergy)의 실현과 이에 기초한 창조성의 발휘에서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이질적인 문화가 만날 경우 창조보다도 파괴가 선행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비판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공간이 반발과 증오의 수라장이 되지 않도록 숙달된 글로벌 매니저의 역할이 불가결하다는 쪽으로 논의를 몰아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업문화를 논할 때 기업의 사회 공헌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영윤리의 확립이 잠정적인 결론이 되게 마련이다. 다국적 기업은 받아들이는 나라 특유의 정책, 비지니스 관행, 경영에 관계되는 문화의 여러 양상과 만나게 되고, 때로는 서로의 오해가 원인이 되어 삼각한 마찰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마찰을 해소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의 이른바 필란스로피(philanthropy)가 거론된다. 미국의 필란스로피 정신은 자원봉사 활동에 입각해 있으면서 기업은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널리 공헌해야 한다는 미국의 경제문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미국의 기업들이 기부행위와 사원의 자원봉사 활동 지원을 통해 사회활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같은 매락에서 다국적기업에게 있어서 필란스로피가 사람, 돈, 물건의 현지화에 이은 고차의 현지경영정책이고, 세방화(世方化, globalized) 기업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이야기된다. 결국 기업문화가 조직상의 행동양식과 상징으로 구체화된 조직구성원 공유의 가치 및 규범의 총체로서 이해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실천상의 행동양식을 결정하고, 묵표와 수단을 선택하게 하는 가치규범을 내포하는 윤리적 체계를 포함하지 않으면 안된다면, 그와 같은 글로벌한 기업윤리의 형성을 기초로 하여 글로벌한 기업문화를 형성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단지 시대적응적인 기업문화의 형성을 의미할 뿐 아니라, 말하자면 문화화된 기업(cultured corporation)을 실현하기 위한 길이어야 한다는 결론은 어느 정도 이해됨직하다. 그리하여 다국적 기업의 완성된 모습으로서 글로벌한 경영이념에 기초를 둔 ‘세련된 문화적 기업’이 이상화되고 있다. 우리 시대에서는 규모있는 기업들이 거의 다 사실상 다국적기업을 의미하는 경향이 짙고, 이에 따라서 적합한 새로운 담론구조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에서, 아직 낯설 수밖에 없는 ‘다국적기업문화’라는 개념을 잠시 언급해 보았다. 국제화가 제2의 천성일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기업이 단순히 이윤동기와 가격정보만을 믿고 세계시장에서 행동한다면, 다시 말해서, 세계시장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이내 자멸하고 말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이를 통해 읽혀졌다면 지극히 다행이라 하겠다. 물론 수출을 좀더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힘을 써야 하고, 이를 위해 이른바 ‘문화적 접근’이 일정한 몫을 담당해낼 수 있다. 그러나 문화의 궁극적인 뜻은 결국 사람이 좀더 사람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대할 때에도, 단순히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들이려고 궁리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화적 접근은 오히려 불가능해진다. 물론 우리의 전통문화는 그 품이 넉넉하면서도 개성적이어서 신제품 개발에 상당한 정도로 자극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예술문화의 영역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생활문화의 영역에 들어 있는 자산들 중에는 조금만 손질하면 그대로 세계적인 상품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우리가 세계를 필요로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세계가 우리를 필요케 하는 수준으로 옮아가는 상승작업에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기업이 경제적 성과만을 추구하지 않고 자연과 사회와 관계를 맺는 중에 균형을 갖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적인 조류에 비추어 볼 때, 한국기업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존속·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각국으로 넓혀진 이해관계자들과 단순히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미적·문화적·윤리적 가치 등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기업도 사회의 구성인자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사회와 조화로운 사회발전의 추진자로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요청된다. 필자로서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본 자세가 확립될 때에야 비로소 해외 거점에 필요한 권한을 위양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종업원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다양한 능력을 계속해서 발휘할 수 있게 하고, 기업으로서 통합되어 가는 성격의 경영체제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겠는지, 또는 한국의 전통 내지 현대의 문화적 성과를 어떻게 신제품 개발과 연결시킬 수 있겠는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 서    론 특정지역을 지목하면서 문화상품을 논의하는 것은 일단 그 지역 발전을 위해 문화 및 매체산업들이 지닌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것을 하나의 전제로 삼고 있음을 뜻한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러한 논의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담겨져야 한다. ○ 문화 및 매체산업들에 대한 지역 차원의 실태 파악. ○ 문화지향적 지역 발전을 위한 문화 및 매체산업들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 ○ 광역뿐 아니라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기초 자치단체 및 그보다 하위구조가 지닌 잠재력의 파악. ○ 지역의 ‘문화 환경’ 조성을 둘러싼 좀더 광범한 논의와 함께 문화 및 매체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요구사항. ○ 문화 및 매체산업들과 직업의 질화(qualification)에 관한 토의 및 문화와 매체산업을 위해 타당성을 지닌 지역 내 공교육 체제의 교과에 대한 기초 조사. ○ 지역과 이를 포괄하는 좀더 넓은 단위의 권역들 안에서의 발전경향들에 대한 기초적 분석과 이를 위해 활용가능한 자금에 대한 조사. ○ 지역 내 발전을 위한 문화 및 매체산업의 내발적 잠재가능성의 활용을 추진할 방안. 그러나 이와 같은 논의들을 전개해 나가자면 무엇보다도 문화산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2. 문화 및 매체산업의 정의 여기에서 기술, 분석, 그리고 평가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문화산업은 종종 서로 긴밀하게 연관된 경제단위들의 다면적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경우, 그것들은 하나의 단순하고 분명한 양적 또는 통계적 관찰방식으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경제 통계들은 좀더 산업적으로 정향된 과거의 생산사회적 구조들에 짜맞춰져 있다. 따라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광범한 서비스산업들과 새로운 생산부문들의 급격한 성장에는 아주 제한된 정도로 밖에는 적용 가능하지 않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문화 및 매체산업은 오늘날 생산과 서비스 산업의 다양한 문화 내지 문화적으로 합당한 영역들을 포괄한다. 오늘날 ‘문화 및 매체산업’을 정의함에 있어서 중심되는 기준으로서 “즐거움을 주려는 목적”이 은연중에 작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문화 및 매체산업은 그러한 활동들중 ‘사경제적 부문’에 속하는 것만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당화되는 경향이 있다(이에 따라 예컨대 독일과 같은 경우 문화 및 매체산업에는 공공적인 지원을 받는 문화기관들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자영적인 예술가들과 문화생산자들이 중·소 그리고 대규모의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문화 및 매체산업의 한 부분을 이룬다. 같은 이유로 자영적인 프리랜서 예술가들은 민간부문 안에 고용된 예술가들과 꼭 마찬가지로 문화경제의 한 부분을 이룬다. 문화 및 매체산업은 모터산업과 같은 다른 경제분야들에서 발견되는, 긴밀하게 짜여진 집단 및 단체들과 비교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의에 따른다면, 문학과 책 시장은 문화산업의 한 분야로서, 독립적인 작가들을 하나의 하위집단으로 포괄한다. 그러나 동시에 출판사, 인쇄소, 제책소 그리고 서점을 포함한다. 그러나 종이 생산과 기계설비에 포함된 좀더 원초적인 산업들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일반적인 정의를 요약하자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문화 및 매체 산업’이라는 말은 종종 밀접하게 연관된 경제부문들의 고도로 차별화된 집단을 기술한다. 그것이 지니고 있는 협의의, 광의의, 그리고 보완적인 의미들은 예술적 생산을 준비하고, 창조하고, 보존 또는 보호하거나 매체를 통한 문화의 보급 내지 출판, 그리고 제품생산과 시장생산을 목적으로 수행 또는 작동하는 모든 상업적 기업활동과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포괄한다. 예술 및 문화 연관적 산업들의 다소간 복합적인 분야를 위한 약어인 ‘문화산업’이라는 말은 무엇보다도 ‘음악산업’, ‘문학 및 책 시장’, ‘미술 시장’, ‘영화와 텔레비전산업’, 그리고 ‘공연예술들과 오락’을 포함한다. 오늘날 새로운 매체들의 도입과 함께 흔히 영상매체 내지 산업만을 주목하는 경향이 농후한데, 이와 같은 관점은 지극히 편협하고, 불완전하며, 심지어 유해하기조차 하다. 더군다나 그와 같은 산업의 하드웨어적인 측면만을 마치 문화산업의 전부로 착각할 때, 이른바 문화침탈 현상은 거의 불가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와 같은 정의가 공공적 목적에 의해 지탱되는 문화생활의 요소들과 공공적인 지원을 받는 문화적 설비들을 제외하고 있긴 하지만, 민간부문과 공공부문간의 공통적인 관심과 상호작용의 존재 자체가 어쨌든 순수히 경제적인 전망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문화생활 및 그것의 하부구조적 전제와 문화 및 매체산업은 많은 방면에서 보충적이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나 그것은 종종 주장되듯이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들어서서는 안된다. 흔히들 ‘문화의 경제적 효과’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역시 상당히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용적으로 문화에 대한 공공적 지출을 경제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바, 그와 같은 지출이 반드시 경제적인 의의만을 지녀야 한다는 생각은 문화에 대한 정당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오늘날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잠시 “문화는 돈이 든다”는 통설을 다소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3. “문화는 돈이 든다?” 문화는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그것이 자극하는 창조적, 개혁적, 그리고 생산적 효과들이 제대로 관찰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예술·문화와 급속하게 성장하는 문화 및 매체산업과의 상호작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비슷하게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문화 및 매체산업이 지역 경제구조 안에서 중핵적인 요소가 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나 여타의 미래정향적 경제부문들에 대해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사실이 망각된다. 문화 및 매체산업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 것으로 확인된다. ○ 지식집중적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특히 고도의 질적 수준을 요청한다. ○ 노동집약적이고 제한적인 정도에서만 합리화(기계화)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보통 수준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낸다(그리고 그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임금으로 가능하다). ○ 보통 중·소규모의 기업에 의해 특징지워진다(물론 대규모의 매체재벌은 예외적이다). 다시 말해서, 상당한 정도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지역경제의 사이클 속에 자리잡고 있다. ○ 밀접하게 짜여진, 그러면서도 유연한 생산 및 서비스 체제들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위기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4. 결    론 문화상품을 단순히 관광기념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 글에서 짐짓 문화 및 매체산업이라는 좀더 넓은 범위의 문제를 거론하였다. 물론 여기에서 다루지 못한 관광산업 역시 중요한 문화산업들 중 하나로 간주될 수 있고, 필자는 그것이 지닌 문화적 의의를 강조하기 위해 ‘문화관광’을 강조해 왔다. 최근 관광진흥 10개년계획이 발표된 바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논의되었다는 점에서 언론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광이란 궁극적으로 우리와는 다른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질적으로 보이는 문화경험을 통해 오히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증폭된 이해를 가능케 하자는 데 그 궁극적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 그리고 살거리를 어떻게 마련하며, 그들이 우리들과의 접촉에서 인정을 느낌으로써 이를 두고두고 즐거운 추억거리로 삼거나 다시 찾아오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때 우리것만을 강조하는 일방통행식 강요는 될 수 있는 한 기피되어야 한다. 우리 자신이 객지에 가서 지치면 우리 입맛을 살린 먹을거리를 찾듯이, 그들이 이국적인 문물들 속에서도 자신의 고유한 문물을 찾아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폭넓은 전망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서울을 오래도록 추억하게 할 문화상품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서울이라는 세계도시가 문화 및 매체산업의 의의를 일상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진흥코자 하는 용의를 제대로 갖춘 때에라야 서울은 비로소 세계적인 문화도시의 반열에 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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