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사상의학
1부 차례
차 례
제 1부 체질을 알면 건강이 온다
제 1장 체질을 알면 건강이 온다^cn1
1.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cn2
2. 네 탓이오^cn9
3. 돼지고기, 닭고기 타령^cn15
4. 인삼체질 녹용체질^cn19
5. 위가 문제인 사람, 아래가 문제인 사람^cn24
6. 허약체질은 건강체질?^cn28
제 2장 사상체질을 진단하는 방법^cn33
1. 체질을 구별하는 세 가지 지표^cn35
2. 외모로 체질을 구별하는 방법^cn38
3. 심성으로 체질을 구별하는 방법^cn41
4. 병증으로 체질을 구별하는 방법^cn55
5. 소음인과 태음인의 구별은 유의해야 한다^cn64
(체질 테스트)
(참고) 척도법
제 3장 사상체질을 이용한 생활섭생^cn87
1. 이로운 음식과 피해야 하는 음식^cn89
2. 차^cn100
3. 체질과 질병^cn103
4. 체질에 맞는 약재와 보약^cn115
5. 감정을 다스려 건강을 얻는다^cn121
6. 기질상의 단점을 극복하여 장수를 누린다^cn128
7. 적합한 운동^cn136
8. 재능, 적성, 직업선택^cn143
9. 배우자 고르기^cn152
@sp1
@fc 사상의학 1부
제 1부 체질을 알면 건강이 온다
제 1장 체질을 알면 건강이 온다
사상의학은 체질의 의학이다.
체질, 체질 하는데, 체질을 알면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일까?
이 제 1장 (체질을 알면 건강이 온다)에서는 우선 그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체질이 다르면 체형이 다르고 심성이 다르다. 체질을 구별할 때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체질이 다르면 적합한 음식물이 다르고 보약이
다르고 병과 치료법이 다르다. 체질의학을 실제로 활용하는 데는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의 다섯 가지 화제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
주간잡지를 보면서 여성들이 가장 유심히 보는 페이지는 정치가의
스캔들도 아니요, 미남 탤런트의 사생활 가쉽도 아니요, 예술 교양물은
더더욱 아니다. 최대의 관심사는 바로 예쁜 옷, 좋은 화장품,
아름다워지는 비결들 바로 그것이다.
여성들이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욕망은 끝이 없다. 미용과 관련된 산업이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특히 여자들 살빼는
일에는 최신 과학기술과 첨단 장비가 동원되고 있는 판국이니, 바야흐로
미용이 국민경제 발전과 조국 근대화에 기여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일까?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보릿고개가 있었건만 요즘은 먹을 것을
산더미처럼 두고도 먹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다 쓰고, 예전에는 옷감이
없어 옷을 입지 못했건만 요즘은 옷을 두고도 헐벗다시피 하고 다니고
멀쩡한 옷을 생채기내서 찢어 입고 다니니, 웃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예로부터 미인을 보는 눈은 동양과 서양이 서로 달라서, 서양에서는
팔등신 미인이라고 하고 동양에서는 달덩이 같은 미인이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몸매를 중시하여 미인을 계산하고, 동양에서는 얼굴만 보아도
한눈에 반하는 형국이다.
옛날이야 목덜미 아래로는 어떤 몰골인지 알 수 없게끔 옷차림이
대단하였으니 그랬겠지만, 요즘에는 동양이라고 해서 별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무릎 위로 한참을 올라간 스커트 밑에 보기 좋게 뻗은 각선미는
물론이고, 동그랗고 선이 고운 엉덩이와 토실토실한 가슴 등을 두루두루
감상한 끝에 미인이라고 결론을 짓는 것이다. 아마도 양귀비나 춘향이라도
요즘의 미인 기준에서 본다면 결코 일류는 되지 못할 것이다.
양귀비나 춘향이가 아무리 에어로빅을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를 오래
한다고 해도, 반드시 요즘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같은 데서 입상할 수
있는 미인이 된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사람의 용모와 체형은 체질마다
타고나는 것이어서, 후천적으로 노력해 보아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머리 하나, 몸통 하나, 팔 다리가 둘씩으로 똑같은데,
어째서 호리병 같은 몸매의 여자가 있는가 하면 절구통처럼 밋밋한 몸매의
여자가 있고, 딱벌어진 어깨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있는가 하면
수수깡처럼 엉성한 체격의 남자가 있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오장육부를 가지고 있지만, 어미의 뱃속을 나오면서부터
어느 하나의 체질을 타고나기 때문에, 그 오장육부의 기운의 성하고
쇠함이 같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사상의학에서는 인체를 이루는
기본을 사초라 하여 상초, 중상초, 중하초, 하초로 구분하며, 폐비간신이
각각 이에 해당된다. 폐의 기운이 성한 사람은 어깨가 크고 목덜미가 굵어
남성스럽게 보일 것이나, 대신 신의 기운이 약하므로 허리 아래로
빈약해서 서 있는 자세가 위태롭게 보인다. 또 반대로 신의 기운이 성한
사람은 엉덩이가 크고 다리가 단단하지만 어깨가 비좁고 여성스러운
용모를 지닌다.
대체로 양인(태양인, 소양인)은 상체가 성장하고 하체가 약하고,
음인(태음인, 소음인)은 하체가 성장하고 가슴 위로는 외로운 체형이다.
허리가 잘록하고 엉덩이는 크며 키는 아담하고 용모가 단정한 미모의
여자는 어떤 체질일까? 보통은 소음인이다. 다만 이런 여자는 체구가
가냘프고 살집이 적어서 관능적인 면면은 적을지도 모른다. 가장
여성스러운 체형을 가진 것이 이 소음인이다. 그러나 여성 가운데만
소음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남성 가운데도 같은 비율로 소음인이 있다.
예쁘장하고 용모가 단정한 남자들도 많이 있지 않는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오는 키크고 육감적인 미인들은 무슨 체질일까?
소음인도 있을 수 있고 소양인도 있을 수 있으나, 비율로 말하자면
아무래도 태음인쪽이 많을 것이다. 오똑한 코나 큰 눈은 체질하고는 상관
없으니 어느 체질에도 미인은 있을 수 있느나, 소음인의 여성은 키가 작은
경우가 10중 9이고, 소양인도 체형이 남성스러운 점이 있으니, 진선미는
태음인 미인쪽이 유리할 듯싶다. 특히 태양인의 여성은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인은 좀 선이 아름답고 엉덩이가 실해야지,
딱정벌레처럼 머리와 목덜미가 억세게 보이고 허리 윗부분이 튼튼하게
생겨가지고는 별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할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하이힐에 양장을 한 아름다운 여성들을 자주 본다.
그런가 하면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에 펑퍼짐한 옷차림이 어울리는 여성도
있따. 남이 입어 보기 좋은 옷차림이라고 해서 자신에게도 어울릴 것으로
생각하고, 비싼 돈 주고 예쁜 양장을 사보았댔자 자기 체형에 맞지 않으면
꼴불견이 되는 수가 있다. 하늘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고
장점과 단점을 안배하니, 양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만 가지고 자기의
체질에 박한 점수를 매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여성들은 미용에 집착하는 것이 도에 지나치는 것 같다.
여자가 투박하고 뚱뚱하게 보이면 좀 어떤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히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서 질병과
사고로 숨져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부질없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온갖 사치스러운 미용법에 골몰하는 것은 보기 민망할 일이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일시적으로 자기 만족을 줄지 모르나, 결국 자신의 수명을
수십 년 갉아먹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건강함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어야 개성이 있는
아름다움이요, 그래서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않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자신의 체형과 배치되는데도 무리해서 허리 잘록하고 늘씬한 미인으로
바꾸어보려고, 수술하고 졸라매고 무슨 전파를 쪼이고 벼라별 방법을 다
쓰다가, 뼈에 무리를 주고 내장을 모두 망가뜨려 버리는 결과를 만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처럼 될 수는 없다.
소음인 남자가 체격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하등 없다. 그런 단정한
용모를 좋아하는 아가씨들도 많으니 짝을 구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니다. 키가 훤칠하게 크다고 해서 높은 데 숨겨 놓은 음식 내려먹는 것
이외에 무슨 특별한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집이 통나무처럼 굵다
해서 목욕탕에 물 넘치게 하는 것 이외에 무슨 특별한 재미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건강법을 알고 이를 실천하면 아름다움은 저절로
따라온다. 비단 몸에서 건강미가 흘러나올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아름다워져서, 그로부터 풍기는 미가 자신을 더욱 매력있게 만들 것이다.
팔자대로 살자. 아니, 체질대로 살자. 그것이 미용의 비결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체형과 외모도 체질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이 첫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2. 네 탓이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혼자는 똑똑한데 둘이 있으면 반목하고 셋이 있으면
파벌을 만든다는 식으로, 우리 민족성을 스스로 비난하고 5천만 명의
인간성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물론 터무니없는
얘기이다. 그뿐인가? 경상도 사람은 어떻고 전라도 사람은 어떻고 하는
식으로, 한 지방의 수백만 명의 사람의 인간성을 싸잡아 매도하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 자신의 도덕성부터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사람이 문제이지, 왜 지방이 문제이겠는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당파의식이 강해서 협동이 되지 않는다는 부류의 얘기는, 일제 때
일본인들이 한민족은 그래서 남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열등한
민족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역감정이란 것은 주로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일반
지방민들이야 피해자일 뿐이고 지역감정을 고의로 조장한 정책자들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국민 전체가 협동심이 없다는 식의 얘기는 물론 잘못이지만,
개개인을 두고 보면 아닌게 아니라 혼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데
협동작업에는 별로인 사람이 있고,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일에 열의를
느끼고 진가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개개인의 심성적 차이에
따라서 처세술과 직장생활 등에서 여러가지 다른 패턴을 볼 수 있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체질에 따라 심성이 달라서, 혼자 정돈하고 있기를
좋아하나 남을 포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무리짓기를 좋아하나 자신의 정돈에는 무능한 사람도 있다.
태양인과 소양인 같은 양인은 진취적인 성격이어서 무리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형이다. 다만 너무 적극성만 앞서다 보니, 치밀하지 못해서 일을
그르치거나 밖으로만 분주해서 안을 돌보지 못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태음인이나 소음인은 남이야 잘하든 못하든 우선 자기 할 일을 우선한다.
남과의 관계나 관심은 그 뒤의 일이다. 무슨 곤란한 일에 부딪혀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여 책임감있는 태도를 갖는 장점은 있지만, 남의 간섭을
싫어해서 남과 상의하고 남의 도움을 얻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혼자 끙끙 앓기만 하다 그르치는 단점도 있다.
태양인과 소양인의 관점에서 보면, 집단이란 누구든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객인의 임무는 그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소음인과 태음인의 관점에서는, 개개인이 자기 일을 충실히 하면
집단의 목표는 저절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집단에서 요구되는 성격은
이들 모두의 조화일 것이다.
조직이라는 무기는 이런 여러 성향과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 요소요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위력적으로 되는 것이지만, 조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여러 다른 성향들이 충돌하면 갈등이 생긴다.
샐러리맨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하는 이유 가운데, 기능적인 문제로 그만두는 경우보다
대인관계의 장애로 그만두는 경우가 몇 십 배 많다고 한다. 동료 혹은
상사와의 대인관계의 장애가 심화되어 더 이상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대인관계의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고방식을 두 가지 든다면, `네
탓이오` 형과 `사촌이 땅 사니 배아픈` 형이 있다. 태양인과
소음인에게서 발견되는 유형이다.
태양인은 항상 진취적이고 의욕적으로 계획을 세우며 박력있게
추진하지만, 그만큼 세밀하지 못해서 실패도 많다. 그런데 그 잘못은
자신의 계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의도에 따라주지 못한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항상 남을 탓하는 성격이다. 이런 사람을 상사로 둔
부서의 풍경은 퇴근길에 우르르 술집을 찾는 것이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할 때는 의기투합하느라 우르르 술집을 찾고, 실패한 뒤에는 상사를
성토하느라 우르르 술집을 찾는다.
소음인은 성격이 유순하고 소극적인데, 또 시기심이 많고 한번 감정이
상하면 오래간다. 남이 추진하는 계획에 못마땅해 하면서도 스스로 나서서
추진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너무 세심하게 고려하다 보니 선수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그러다가 남이 잘되면
질투심이 나서 배가 아프고, 어디 흠잡을 데가 없나 살핀다. 이런 유형의
상사가 있는 부서에서는, 혹시 부하 직원이 똑똑한 계획이라도 내놓으면
별 타당하지 않는 이유를 들어 묵살해버리고, 너무 똑똑한 부하는
밉보이기 쉽기 때문에 부서 내에 화목한 분위기를 이루기 어렵다.
단점을 주로 얘기하다 보니 너무 비관적으로 얘기가 되었으나, 거꾸로
얘기하면 소음인의 상사를 둔 부서는 자주 새로운 기획을 추진하지 않으나
일단 추진하는 일에는 실패가 적을 것이다. 태양인을 상사로 둔
부서에서는, 치밀한 부하직원에 의해 적절한 뒷받침만 받으면 기동력있게
일을 추진하는 활력있는 부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상체질이 다르면 체형과 용모가 다를 뿐만 아니라 심성도 달라진다.
대강 얘기한다면, 태양인은 적극적이고 독선적인 성격이요, 소양인은
강하고 날렵한 성격이요, 태음인은 묵직하고 느릿한 성격이요, 소음인은
유순하고 치밀한 성격이다.
체질마다 성격의 차이와 재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스스로도 이것을 알고
경계해야 하지만, 또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주변사람과 적절히
관계를 맺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요령이 될 것이다.
사상의학은 신체의 병을 치료하는 의학임과 동시에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의학이다. 체질마다 다른 심성의 장단점을 알게 함으로써 그 장점을
기르고 단점을 보완하며, 체질마다 평소에 경계할 점을 일깨워주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한다.
체질이 다르면 심성도 다르다. 이것이 두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3. 돼지고기, 닭고기 타령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잘못 먹으면 동풍의 원인이 된다고들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동풍설이다. 아는 것이 죄라고, 이런 얘기를 듣고
나서 전에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최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돼지고기를 뭐보듯 피하게 된다.
한약을 먹을 때는 항상 돼지고기, 닭고기를 피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돼지고기, 닭고기를 이렇듯 싸잡아 매도하면 곤란한 일이다.
가뜩이나 돼지고기값 폭락에 시달려온 농민들 입장에서는 원망스러운
노릇이다.
물론 현대의 영양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터무니없는 얘기이다. 아마도
여러가지 필수 아미노산과 필수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좋은
식품일 것이다.
또 돼지고기나 닭고기에 대해서는 이처럼 말이 많으면서도, 쇠고기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도 재미있다. 쇠고기가 값이 비싸므로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에 환대의 표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쇠고기를 대접한 것이
돼지고기를 대접한 것에 비해서 그 손님에게 보다 건강식을 대접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값이 건강을 결정하는 경우라면, 아무도 수입
쇠고기와 한우고기의 예일 것이다. 외국의 소는 성장호르몬을 투입하여
사육한다고 하며, 또 사육하는 사료에도 농약이나 방사능 잔류물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멀고 먼 타국의 농민들의 마음까지 무조건 신뢰하기에는
요즘 세상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체질의학에서 보면 쇠고기가 돼지고기에 나을 바가 없고, 닭고기에 나을
바도 없다. 체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음인은 닭고기쪽이
돼지고기보다 낫다. 그렇다고 쇠고기가 어울리는 체질도 아니다. 고기라면
닭고기나 염소고기, 개고기 등이 맞는 체질이다.
돼지고기가 소음인의 체질에 맞지 않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하나, 그렇다고
돼지고기 조금 먹었다고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금 먹는 정도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약이다. 의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고 하나, 그 강약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음식은 의약과 달라서 적은 양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음식은 활동 에너지와 몸의 구성물질을 공급하는 것이므로, 고루고루 먹는
것이 첫째이다. 고루고루 먹기만 하면 그 극성도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체질에 따른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체질의학에서 피해야 할 음식을
가리는 것은 병이 있을 때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굳이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편식하고 즐겨 먹는 일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체질의학에서 보면 어는 고기가 낫다는 식의 얘기는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각기 체질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알고서 자신의 식생활을
점검해보고, 특히 체질에 맞지 않는 식단이 있다면 그 균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음식은 의약과는 달리 인체에 미치는 효과가 적지만, 또한
음식은 의약과는 달리 일시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먹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쌓이고 쌓여서 오히려 의약에 비해 더욱
커다란 작용을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태양인은 맵고 열이 많은 식품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물은 좋지 않고
담백한 음식물이 적합하고, 소양인은 열이 많고 자극성있는 음식물은 좋지
않고 차고 싱싱한 음식물이 적합하며, 태음인은 지방질이 많고 자극성있는
식품은 좋지 않고 단백질이 많고 맛이 중후한 음식물이 적합하고,
소음인은 찬 음식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좋지 않고 따뜻하고 다소
자극성이 있는 음식물이 적합하다.
체질이 다르면 즐겨 먹어야 할 음식도 다르고 피해야 할 음식도 다르다.
이것이 세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4. 인삼체질 녹용체질
인삼은 (신농본초경)에서 상약으로 꼽히는 뛰어난 보약재이다. 가공하지
않은 것을 수삼이라 하고, 그냥 햇빛에 말린 것을 백삼, 특별한 방법으로
쪄서 말린 것을 홍삼이라 한다. 인삼의 성질은 따뜻하고 무독하며, 맛은
약간 쓰다. 쓰이는 곳은 워낙 광범해서 일일히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인삼은 그 뛰어난 효능 덕분에, 그 작용이나 성분에 대해서 현대
첨단과학을 동원하여 연구분석이 가장 많이 행해진 약재이다. 그 결과
인삼의 우수성에 대해 상당한 과학적 입증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양의학적인 사고방식으로, 병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그
궁금증의 일부를 풀어주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나, 그로 인해
한방의학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녹용은 사슴의 갓 자란 뿔을 채취, 가공하여 말린 것이다. 뿔을 자르지
않고 그냥 두면 차츰 칼슘이 침착되고 골질화되어서 굳어지는데 이것을
녹각이라고 한다. 셋 다 사슴 뿔은 사슴뿔이고 쓰임새도 비슷하지만, 그
효과나 값은 서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슴뿔을 푹 고아 우러난 골을 다시 졸여서 엉기게 한 것을 녹각교라고
하고, 그 찌꺼기를 가루낸 것을 녹각상이라고 한다.
녹용은 따뜻하고 무독하며 단맛과 약간 짠맛 또는 신맛이 있다. 인삼과
더불어 보약재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널리 쓰이고 효능이 뛰어나다. 다만
값이 엄청나게 비싼 것이 흠이다. 그렇다고 그 비싼 것은 그 효능
때문이라기보다는 녹용이 귀하기 때문이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보약 좀 써보았다는 사람들은 인삼이나 녹용에 대해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인삼 애용론자, 예찬론자들도 많다. 인삼을 곱게 빻아서
토종꿀에 재워 두고두고 상복하는 사람도 있고, 인삼을 대추와 함께 달여
보리차 마시듯 마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편하게 홍삼정 같은 것으로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인삼 예찬론자들과는 반대로, 인삼이 좋다는 얘기만 나오면
핏대를 세우고 발끈하여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피부에 발진이 돋고 몸이
무거워지고 오히려 악화되기만 하더라는 얘기이다.
인삼에 대해서만 찬반 양론이 있는 것이 아니고, 녹용에 대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녹용을 불로장생의 약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값만 터무니없이 비싸지 별로 신통치 않고 아이들에게 잘못 먹이면
저능아나 만들기 딱 알맞은 약쯤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인삼과 녹용이 비할 데 없이 훌륭한 보약이지만, 그 훌륭하다는 것은 각기
특유의 작용 때문이므로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체질이나 증상에 따라서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앞에서 인삼을 복용하였더니 피부에 발진이 돋고 열이 나더라고 불평한
사람은 소양인일 가능성이 크다. 체질적으로 비위에 열이 있는 소양인은
인삼은 맞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처방을 할 때는 인삼을 빼거나, 인삼
대신 사삼 같은 것을 쓰는 수가 있다. 인삼은 소음인의 약재로 제격이다.
소음인의 체질약에는 인삼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녹용이나 웅담 같은 약재는 대음인에게 좋은 약으로 꼽힌다. 체질적으로
폐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해주는 약재가 좋다.
그러나 녹용이든 웅담이든 값이 비싸다고 해서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과신할 필요는 없다. 웅담이 필요할 때 구하지 못하면
돼지쓸개를 써도 그만이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건강은 돈주고
사는 것이 아니니, 40만원짜리 보약이니 50만원짜리 보약이니 하는 식으로
보약을 지어 선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 사람의 체질이나 병증을
알지 못하고 비싼 값을 치르고 보약을 선물해 보았자, 그 보약이 건강에
도움이 될 확률은 수학적으로 따지자면 30퍼센트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비단 보약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한방 약재는 그 성질이 따뜻한 것이
있고 찬 것이 있어, 체질마다 적합한 약재가 있고 해로운 약재가 있다. 그
약재의 성질이 맞지 않으면, 증상에 맞고 안 맞고를 따질 것도 없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체질에 맞지 않으면 보약도 독약이 된다. 이것이 네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5. 위가 문제인 사람, 아래가 문제인 사람
먹고 마시는 재미가 없다면 세상 사는 재미의 절반은 없는 것이리라.
음식을 보고도 먹고 싶지 않고, 억지로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온종일
속이 그득하며 답답하고, 명치끝이 아프거나 반쯤 구토할 것 같은 기분이
계속된다면, 세상은 우울하고 매사가 짜증스러울 뿐이다. 어쩌다 그런
것이 아니라 평생 그렇게 지내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먹는 것이 문제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보내는 게 문제인 사람도
있다. 잠자리에 들면서는 내일은 변이 좀 수월하게 나올려나 걱정이고,
일어나서는 오늘은 과연 변을 보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염려가 앞서는
사람의 심정도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서양의학에서는 위장병이나 변비의 근본 치료에는 대체로 무력해서,
소화제나 제산제 혹은 위산 분비 억제제 따위의 투여가 고작이고, 소위
변비약이라고 시판되는 것 중에서 그때그때의 통변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변비 자체를 낫게 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위장병과 변비는
아예 운명이거니 하고 받아들이고, 병과 더불어 한평생을 지낼 각오를
하는 형편이다.
이에 비해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위장병과 변비를 중시하고 원인치료
방법을 강구해왔다. 한방에서는 위염이냐 위궤양이냐 위하수냐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위장이 약해진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근본 치료법을 강구한다.
만약 위가 냉해서 흡수력이 떨어진 것에서 생긴 담음이 원인이 된
위장병의 경우에는 이진탕 류의 처방을 쓴다. 위 무력에서 오는 것이면
인삼양위탕이나 보중익기탕 등의 약을 쓴다. 식욕부진에 위염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예컨대 평위산 류의 약을 쓴 후에 삼출건비탕 등을 쓰는
처방이 유력하다.
한방에서는 대부분의 변비에서 강한 설사약이나 공하제를 사용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역시 원인을 살펴야 하는데, 족양명위경에 열이 있어서
내용물이 굳는 경우나 어혈로 장이 무력해지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방의 치료법도 때로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는 체질을 잘못 파악한 때문이다.
소음인은 위장병이 많다고 하나, 소음인에게 사용할 처방을 다른 체질에
사용한다면 치료될 리 없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위장병이 특히 문제되는 체질은 소음인이고 변비가
걸리기 쉬운 체질은 태음인이다. 소음인은 위가 문제인 체질이고,
태음인은 아래가 문제인 체질이다. 소음인은 싸고 누고 하는 것은 본래
문제가 없으나 먹는 것이 문제인 체질이어서, 설혹 설사나 변비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을 먹거나 잘못 먹은 탓이고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태음인은 평소에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며
그로 인해서 탈이 생기지 않으나, 대신 땀흘리고 싸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이것이 고장나면 건강이 무너지게 된다.
체질에 따라서 유의할 질병이 있고, 또한 같은 위장병 또는 변비라
하더라도 단지 겉으로 나타난 증상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체질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법을 강구해야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잇따.
병은 한 가지요 약은 만 가지라 했다. 단지 증상의 차이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니고, 보다 근본적으로 체질이 달라서 병의 원인과 경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상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일반 한의학에서 쓰는 방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병증을 보는 관점이나 그 치료방법이 중치의학의
허실보사라는 원칙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체질별로 쓰는 약재가
정해져 있어서, 맞지 않는 것은 처방에 포함할 수 없다.
체질마다 병이 다르고 치료법도 다르다. 이것이 다섯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6. 허약체질은 건강체질?
건강의 표준으로는 무엇이 가장 적당할까? 만약 수명을 건강의 기준으로
본다면 허약체질이야말로 건강체질이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콜록콜록 거리면서도 아흔이 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천식장이가 오래 산다고들 하지 않는가. 체격이라고는 영
볼품이 없고, 감기라면 빼놓지 않고 월례행사처럼 치르고, 먹는 것도
시원치 않은 사람이 칠순, 팔순 오래오래 사는 경우도 많다.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지만, 중국의 명의 편작에 관해 이와
비슷한 일화가 있다. 편작에게 나이 많은 아버지가 있었는데, 그 노인은
고질병인 천식으로 몹시 고생했다고 한다. 편작의 제자들이 보건대,
천하의 명의 편작이 자기 아버지의 그깟 천식을 고치지 못하고 버려두는
것이 좀 이상했지만, 자기들 실력을 자랑할 양으로 약 몇 첩으로 간단히
노인의 병을 완치시켰다. 이 사실을 안 편작은 아뿔싸! 이제 아버님의
명이 다했구나! 하며 탄식을 했다고 한다. 아니나다를까. 그 노인은 한
달도 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건강에는 항우장사가 따로 없다. 평소에 허약체질이라고 조롱받는 사람은,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매사에 경계하고 건강에 힘쓴다. 사상의학을 배운 적은 없지만
경험상 자신의 신체적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고 있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일에는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사람은 잔병치레가 많고
겉보기에는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본시 사람 목숨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장수하는 데는 하등 지장이 없다.
이와는 반대로 항상 건강하다는 얘기를 듣던 사람이 중년을 넘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수없이 본다. 체력이 왕성하고 무쇠라도 녹일
듯한 소화력을 가졌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건강에 과신하여 불의의
일격에 맥을 못추는 것이다. 강한 쇠는 그만큼 바스러지기도 쉽다. 아무리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무절제한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저승사자에게 뒷문을 열어두는 격이다.
허약했던 자신의 몸이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고 느끼는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건강을 얻기에는 평생이 걸리지만 건강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방심은 그간의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게 할는지도 모른다. 나이
드신 노인들은, 행여 누가 나는 건강해. 감기 같은 것은 안 걸려...
따위와 같은 말을 하면 금방 정색을 하며 말린다.
우리가 흔히 허약체질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상의학에서 볼 때
소음체질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몸만 허약한 것이 아니고 마음도
지나치게 세심하여 그것이 한편으로는 병이지만, 또한 항상 경계하고
마음쓰는 습관이 있어서 큰 재난을 피하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체질이 곧 건강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체질은 태어나면서
정해지지만, 체질을 다스리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기 때문이다.
무릇 사람마다 각기 체질의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체질이라도 저절로
무병장수할 수는 없고, 어느 체질이라도 무병장수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체질은 없다. 각기 자기의 체질을 알고서 그 단점을 막아주고
장점을 길러주면, 누구나 무병하고 누구나 장수할 수 있다.
좀 장황한 느낌이 있지만, 이상으로 서론을 마친다. 다음장에서는
사상체질을 판단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제 2장 사상체질을 진단하는 방법
체계적인 체질이론은 동서양을 통틀어 이제마의 사상체질 이론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전혀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사상체질 이론 이전에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체질이란 개념도 모호했고, 더욱이 질병의 치료에는
전혀 응용될 만한 것이 못되었다.
이제마는 사람의 체질은 사상체질, 즉 태양, 태음, 소양, 소음으로
구별됨을 밝히고, 체질별로 생리, 병리 및 치료약리의 특징을
설명함으로써, 비로소 체질의학이 성립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상체질을 판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2장 (사상체질을 진단하는 방법) 에서는 체질을 판별하는 방법을 알기
쉽게 제시한다. 한두 번 읽어보면 자기의 체질이 어느 체질에 속하는지 열
사람 중 아홉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제2장을 읽고도 자신의 체질에
의문이 있으면, 제4장을 읽은 뒤에 다시 한번 제2장을 읽어보기 바란다.
1. 체질을 구별하는 세 가지 지표
사상체질 감별에는 외모, 심성, 병증 등 세 가지가 주요한 지표로 된다.
우선 외모는 체형(골격)과 용모를 본다. 체질마다 일정한 체격 패턴이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체질이 구별되는 경우가 많다. 체격은 후천적으로
변화될 수 있어서, 운동이나 작업에 따라서도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체형은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체형은 일반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고 예외를 인정하기 때문에, 체격조건만
가지고 체질판별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심성에서는 성질과 재간, 항심(항상 가지고 있는 마음), 성격,
심욕(욕심)등을 관찰한다. 체질마다 특유의 성격적인 특징이 있어서
체질구별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게 취급한다. 다만 자기 스스로 체질을
판단할 때는 자기 스스로는 자신이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실제로 객관적으로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또 성격적인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경우는 급박한
상황에 부딪히게 해서 본심을 파악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병증을 가지고 체질을 판단하는 것은, 평소 건강할 때의 생리적 조건이
체질에 따라 각각 차이가 있고 질병에 걸렸을 때도 각기 독특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이용한다. 또 병증은 대병(보통의 병세)과 중병으로 나누어
파악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체질마다 대표적인
병증이 있지만, 체질에 따라서는 병이 아주 깊어져야만 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느 한 기준만으로는 판단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외모,
심성, 병증의 세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이중에서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우선 심성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참고로 말한다면, 최근에 혈액형(A형, B형, O형, AB형)을 사상체질과
관련지어 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침 혈액형도 네 가지이고 각
혈액형마다 대략 성격적인 차이도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래서
태양인은 AB형, 태음인은 O형, 소음인은 A형, 소양인은 B형이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연구에 의해 그러한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태양인은 극히 드문 체질인 데 비해서 혈액형은 그렇게 드문 형이
없고, 네 형의 분포가 대개 비슷하다는 점만 보아도 근거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 한편 혈액형 가운데 루이스 혈액형의 경우는 사상체질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주장하는 연구가 있었으나, 아직 충분한 후속적인
연구보고는 없다.
사상의학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생리학적인
검사법으로 사상체질을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2. 외모로 체질을 구별하는 방법
사상체질에 따라서 신체의 발달부위가 각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외모에서도 체질특성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경우 체형만 정확이 분별할 줄
알아도 체질은 구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인은 양인이기 때문에, 양 부위에 해당하는 상초가 최대로
발달하여 대흉근이 발달한 것이 가장 특징적이다. 한편 음 부위인 하초는
빈약하고 외로운 형세이다. 이와 반대로 소음인은 음인이기 때문에, 양
부위인 상초는 빈약하고 외로운 형색이지만, 음 부위에 해당하는 하초는
발달하여 엉덩이 부위가 크고 견실한 것이 특징적이다.
체질별로 외모의 특징을 정리한다면 아래와 같다.
(1) 태양인
태양인은 가슴 윗부분이 발달된 체형이다. 목덜미가 굵고 실하며 머리가
크다. 대신 허리 아랫부분이 약한 편이다. 엉덩이가 작고 다리가 위축되어
서 있는 자세가 안정되어 보이지 않는다. 하체가 약한 편이므로 오래
걷거나 서 있기에 힘이 든다. 용모가 뚜렷하고 살이 비후하지 않다.
태양인이 여자는 몸이 건강하고 실하지만, 옆구리나 허리가 빈약하여
자궁의 발육이 나빠서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체 사상인 중 가장 숫자가 적어서 흔히 알아볼 수 없는 체질이다.
(2) 소양인
가슴 부위가 성장하고 충실한 반면 엉덩이 아래로는 약하다. 상체가
실하고 하체가 가벼워서 걸음걸이가 날래다. 엉덩이 부위가 빈약하기
때문에 앉은 모습이 외롭게 보인다.
말하는 것이나 몸가짐이 민첩해서 경솔하게 보일 수도 있다. 소양인
중에서도 가끔 키가 작고 용모가 단정하여 마치 소음인같이 보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용모만 가지고 소양인이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경우 심성과 병증을 관찰하여 오진이 없도록 한다.
소양인은 많고 비교적 구별이 쉽다.
(3) 태음인
허리 부위의 형세가 성장하여 서 있는 자세가 굳건하나, 반면에 목덜미의
기세가 약하다. 키가 큰 것이 보통이고 작은 사람은 드물다. 대개는 살이
쪘고 체격이 건실하다. 간혹 수척한 사람도 있으나 골격만은 건실하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편이 대부분이고 여위고 키가 작은 경우는 드물다.
이렇게 체형이 뚜렷해서 확연히 태음인의 체질임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그다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외모만으로는 판별이
충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태음인의 외모는 소음인의 외모와
비슷한 점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4) 소음인
엉덩이가 크고 앉은 자세가 성장하나, 가슴둘레를 싸고 있는 자세가
외롭게 보이고 약하다. 보통은 키가 작은데, 드물게 장신이 있다.
상체보다 하체가 균형있게 발달하였고, 걸을 때는 앞으로 수그린 모습을
하는 사람이 많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견실한 편이나, 전체적으로는
체격이 작고 마르고 약한 체형이다.
소음인의 여자는 태양인의 여자와는 반대로 엉덩이가 크고 자궁의 발육이
좋은 체형이기 때문에 아이를 잘 낳는다.
3. 심성으로 체질을 구별하는 방법
사상의학의 가장 큰 특징은 심신을 일체로 보는 심신의학이라는 점이다.
마음 따로 몸 따로가 아니라 마음은 신체적 특징에 관련이 깊다. 체질에
따라 체형이 달라지는 만큼이나 그 심성도 차이가 난다. 체질마다 체형이
있다면, 또한 체질마다 마음의 형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는데, 사상의학에서는 성질재간(재능,
소질, 장점 따위), 항심(항상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 심욕(심성을
다스리지 못해 너무 과도한 때 드러나는 욕심)등으로 구분한다. 이 심성의
차이는 적성, 대인관계, 일을 처리하는 방식 등 여러가지 사회적 활동에서
차이를 가져온다. 이 차이를 살펴보면 체질을 구별할 수 있다.
(1) 태양인
(성질재간)
다른사람과 사교하는 데 소통을 잘하는 장점이 있고(이것을 가리켜 교통에
능하다고 한다), 과단성이 있다. 사회적 관계에 유능하다. 소음인과 같이
성질이 싹싹하고 상냥해서 사교성이 있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상대방을
어려워하거나 꺼려하지 않고 인간관계에 적극성이 있어서 남과 쉽게
교통을 한다는 의미이다.
(항심)
급박지심이 있다. 이것은 조급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태양인을 급박지심을
자제해야 간혈이 부드러워진다고 하였는데, 태양인이 생활과 일을 잘할
때는 이 조급성을 자제하고 여유가 있을 때이다. 반면 무언가 지나치고
무리를 할 때는 이 항심이 드러나서 일을 그르치고 건강을 그르치고 만다.
(성격)
항상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고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항상 숫컷이
되려고 하지 암컷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으니, 용맹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서 남성적인 성격만 고스란히 있고 여성스러운 면모가
결핍된 것이다.
(심욕)
방종지심이 있다. 숫컷이려고만 하고 여성스러움을 갖지 않으려 하는
마음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자기 멋대로 하는 마음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항상 나아가려고만 하고 되돌아 생각해볼 줄도 모르고, 저돌적인
대신 후퇴할 줄도 모르게 되며, 강한 대신 부드러움이 없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심해지면 방종한 마음이 생겨나 제멋대로만 하려 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주위에서는 누구도 간섭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되고
만다.
이와 같이 태양인은 좋게 얘기하면 과단성있는 지도자형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독재자형이다. 남성적인 성격으로 적극성, 진취성, 과단성이
있는 장점이 있으나, 독선적이고 계획성이 적고 치밀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행동에 거침이 없으며 후회할 줄 모른다. 침하고 친하지 않고를
불문하고 남과 교류에 능하지만, 하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면
남에게 화를 잘 낸다.
(2) 소양인
(성질재간)
굳세고 날랜 데 장점이 있고, 재간은 일을 꾸리고 추진하는데
능하다(이것을 가리켜 사무에 능하다고 한다). 양인답게 강인함도 있고
적극성도 있어서, 어떤 일을 착수하는 데 어려워하지 않는다. 너무 앞뒤를
재다가 시기를 놓치거나 앞뒤를 다 재놓고도 못미더워서 주저주저하다
세월보내는 성격이 아니고, 시작이 반이라는 태도로 쉽게쉽게 일을
꾸민다. 행동거지가 활발하고 몸가짐이 날랜 것이 민첩하여 답답해 보이지
않고 시원시원하다.
(항심)
구심, 즉 두려워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원래 무슨 일이든 쉽게
시작하고 가볍게 추진하는 대신, 마무리에 서투른데다가 자꾸 일만 벌이는
습성이 있어서 뒤에 가서 문제가 자주 생기다 보니, 항상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럭저럭 잘 지나가면 별문제이니, 그런
경우가 자주 생기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해서 심리적인 타격을 입게
되면 구심이 점점 커지게 된다. 그리하여 이 구심을 억누르지 못하여
공포심의 상태로 되면 건망증이 나타나는데, 이에 이르면 위험한
상태이다.
(성격)
항상 일을 벌이려고만 하고 거두어 정리하지 않는다. 밖으로 돌려고 할 뿐
안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
벌여놓은 일을 거두어 정리하지 않고 잘 안되면 그냥 방치해 버리고 또
다른 일을 벌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동료들을 애먹일 경우가 많다.
늘어놓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가 되고 만다.
밖에서 칭찬받고 이름나는 것을 좋아하고, 안에서 충실히 일하는 것에는
큰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는 신바람이 나면서도,
같은 일을 해도 집안일에 대해서는 등한히 하는 편이다.
(심욕)
편사지심이 있다. 밖에서만 일을 성취하려 하고 안을 다스리지 않는 것이
지나치면, 사사로운 정에만 치우치는 마음이 생긴다. 필요한 일과
불필요한 일, 중요한 일과 사사로운 일,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 등을
구분해서 절도있게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일을
하게 된다. 여기에 이르면 사고방식이 너무 제멋대로이고 자기 기분에
좌지우지되어, 남이 보기에는 매사가 무원칙해서 함께 믿고 일하기 힘들게
보인다.
소양인은 적극성과 민첩함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사무에 능하다. 매사에
활동적이고 열성적이다. 솔직담백한 성격이고 의협심이나 봉사정신이
강하다. 행동이 경솔하나 다정다감하여 인정이 많고 이해타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성미가 급한 것이 단점이며, 또 외부일에 분주하여 자신이나
가정에 소홀하다. 매사에 시작은 잘하나 마무리가 부족하고, 싫증을 잘
느끼며 체념을 쉽게 한다. 지구력, 즉 끈기가 부족하다.
(3) 태음인
(성질재간)
꾸준하고 침착하다. 무슨 일이든 시작한 일, 맡은 일을 이루어 성취하는
데 장점이 있다. 어느 곳에서나 뿌리를 잘 내리고 쉽게 정착하는 재간이
있으며, 행정적인 일(총무일 따위)에 능하다 (이것을 가리켜 `거처`에
능하다고 한다). 지구력이 있어서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묵직하게 앉아 일을 틀어쥐고 마무리짓는 유형이다.
결말을 짓지 못하면 못 견딘다.
(항심)
항상 겁심(조심성)이 있다. 겁심이 가라앉는 때는 사회적으로든
가정적으로든 일과 거처가 안정되어 제 할 일을 잘 찾고, 일을 하되 보는
사람에게 믿음이 가게 한다. 그러나 겁심이 많아지면 무슨 일이고
해보지도 않고 겁을 내거나, 조심이 지나쳐서 아예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겁심이 마음을 항상 속박하여 어떤 다른 변화도 싫어하게 되고, 현재의
자신, 현재의 상태에만 더욱 몰입하게 된다. 겁심이 더욱 심하면 큰 병이
생겨서 정충증(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이 된다. 이는 중병이다.
(성격)
고요히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적이다. 그리고 안에서 이루려고 할 뿐 밖에서 승부를 내려 하지
않는다. 어떤 테두리, 예컨대 가정과 자기 고유 업무 따위로 선을
그어놓고 그 이외의 일은 관심이 적다. 소양인처럼 실속없이 허명을 얻는
일에 전력을 쏟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심욕)
물욕지심이 있다. 내부를 지키려는 마음이 많아지면 물욕에 얽매이기
쉽다. 자기 일을 잘 이루고 자기 것을 잘 지키는 것은 좋으나,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이 지나쳐서 집착이 되면 탐욕이 된다.
태음인은 얼굴 모양, 말솜씨, 몸가짐이 위풍이 있고, 무슨 일에도 잘
가다듬으며 공명정대하게 보인다. 정직하고 매사를 신중하게 행동하여
믿음직스럽다. 보수적이고 변동을 싫어하며 예의범절이 바르다.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은 사업을 잘 성취시킨다.
그러나 집안일을 중시하고 바깥일은 무관심하며 활동을 싫어한다. 겉으로
보기에 점잖은 태도이나, 내심은 의심이 많고 욕심이 많다. 활동이나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싫어하고, 운동보다는 도락을 좋아한다. 겁심이 많고
둔하고 게으른 단점이 있다.
예로부터 영웅과 열사가 태음인에 많으나, 반대로 마음과 뜻이 약하고
식견이 좁고 태만하고 우둔하여 말할 가치가 없는 자도 역시 태음인에
있다고 하는 말이 있는 것은 이와 같은 태음인의 단점을 경계하고자 하는
말이다.
(4) 소음인
(성질재간)
유순하고 침착한 데 장점이 있고 재간은 사람을 잘 조직하는 데 능하다
(이것을 가리켜 `당여`에 능하다고 한다). 마음 씀씀이가 세심하고
부드러우므로 사람들을 주위에 모으는 데 유리하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미리 작은 구석까지 살펴 계획을 하므로 그러한 재간이 나온다.
(항심)
불안정지심이다. 세심한 성격은 달리 보면 또한 소심한 성격이거니와,
별일이 아닌데도 조바심치고 불안해한다. 이 블안정한 마음은 비단 마음의
단점일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작은
일에도 걱정이 태산이니, 먹는 것이 소화되지 않고 항상 억눌린 듯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불안정한 마음만 가라앉히면 비기가 살아나
건강해질 것이다.
(성격)
집안으로 돌아와 있으려고만 하고 밖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곧
외향적이지 않고 내성적이다. 여성적이고자 하고 남성적이고자 하지
않는다. 곧 적극성이 적고 추진력이 약하다. 그러나 생각이 치밀하고
침착하다. 잠시 감정에 휩싸이는 일은 있지만, 원래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유형이어서 계속 감정적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심욕)
투일지심이 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 지나치게 되면 안일에
빠져버리기 쉽다. 밀고 나가면 크게 성취할 수 있는 경우에도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적게 거두고 만다. 주위환경이나 조건이 열악해져서
어려워지면, 이를 적극적으로 헤치고 나가는 것보다는 더욱 소극적이 되어
조그마한 모험도 꺼리게 되니, 한없이 물러나 앉기만 한다. 아무런 모험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 이 안일한
마음이 소음인의 심욕이다.
용모와 말솜씨, 몸가짐은 자연스럽고 맵시있고 잔재주가 있다. 성격이
유순하고 침착하며 사교적이다. 판단이 빠르고 생각이 치밀하며
조직적이다.
그러나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여성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추진력이 약하다. 개인주의나 이기주의가 강하여
남의 간섭을 싫어하고 이해타산에 얽매인다.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많아
한번 감정이 상하면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다.
사상인의 심성의 특징은 위와 같으나, 이 심성들이 평소에 모두 잘
드러나는 사람이면 체질을 판단하기 쉽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차이가
많다. 후천적인 교육이나 생활경험 등에 따라, 어떤 성격은 드러나고 어떤
성격은 드러나지 않는 양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각 체질의 심성이 그 체질에만 고유하고 다른 체질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급박지심이나 불안정지심이
각각 태양인과 소음인에게만 나타난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급박지심과 불안정지심은 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마음의 사단(마음의 네 가지 극단적인 측면)이지만,
체질에 따라서 각각 주가되는 성격에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4. 병증으로 체질을 구별하는 방법
일반 한의학에서는 체질마다 고유한 병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어떤 질병이 어떤 사람에게는 걸릴 수 있고 어떤 다른 사람에게는
걸릴 수 없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인체는 원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몸의 내외의 어떤
요인이 작용해서 이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병이 오는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균형이 파괴된 상태를
실(지나침)과 허(부족함)로 구별하고, 허실을 없애어 균형을 다시 찾는
것에 치료의 목적을 둔다.
이에 비해 사상의학은 인체는 원래 불균형을 취하고 있는 불완전한 것으로
본다. 균형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불완전하고 불균형한
것은, 비단 신체가 그러할 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타고난
인격자나 성인은 있을 수 없고, 치우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마음을
갈고 닦음으로써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상의학에서 마음을 보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인체도 처음부터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불균형을 이루고 있으므로, 이를 다스림으로써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적인 요인이 병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적인 요인도 내적인
신체요건을 통해서만 비로소 병으로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내부요인을
보다 근본적인 것으로 본다.
같은 증상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병의 징표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의 징표가 될 수 있으며, 체질마다 특유한 질병의 징후와 경과가
있다고 본다. 태음인이 허한 땀이 나면 건강의 징표이지만 소음인이 허한
땀이 나면 병의 징표가 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 질병에
따라서는 특별한 체질의 사람만이 걸릴 수 있는 병도 있다. 즉 체질병증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알면 무리없고 효과적인 질병 치료법이 나올 수 있고, 또
거꾸로 각 사람의 질병적인 특성을 파악하여 체질을 구별할 수도 있다.
체질별로 건강의 조건이 다른데, 이것을 완실무병 조건이라고 한다.
태양인은 소변이 잘 나오면 건강한 것이요, 소음인은 소화가 잘되면
건강한 것으로 보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질병이 생긴 징후가 체질별로
다른데, 이것을 대병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건강과 상대하는 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중병과 상대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체질병으로서 아직은
중병이 아닌 것을 말한다. 또 체질에 따라서 고유하게 치명적이거나
난치인 병이 있다. 이를 중병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체질마다 완실무병 조건이 다르고, 체질병이 다르고, 병의
경과가 다른 것이므로, 이를 알고 자신의 평소의 건강상태와 병의 경과를
점검해보면 체질을 판단할 수 있다.
(1) 태양인
(완실무병)
태양인은 소변량이 많고 잘 나오면 건강하다고 하였으니, 자신이 평소
건강할 때는 소변이 잘 나오다가 몸이 불편하면 항상 소변부터
불편해진다면 자신의 체질은 태양인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병)
입에서 침이나 거품이 자주 나오는 상태면 대병이다. 곧 치료를 받아야
한다.
(중병)
열격증이라는 병이 태양인의 체질병증인데, 이 병에 걸려 진행되면
음식물을 넘기기가 어렵고 넘어갔다 해도 위에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고 마는 증상을 보이는데, 이때에 식도 부위에서 서늘한 바람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런 증세가 있으면 태양인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위급한 증세이다.
열격증, 반위증, 해역증이 체질감별에서 중요한 증상이지만, 증세가
중하기 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보통은 무병건강한 사람처럼 보인다.
반위란 음식을 먹으면 명치 아래가 불러오고 그득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토해내는 증상이다. 해역이란 온몸에 권태감이 심하여 노곤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며 다리가 풀리고 몸이 여위며 말하기도 싫어하는 증상이다. 다만
소음인 노인에게도 열격증이 있을 수 있으니, 태양인으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위와 같은 체질병증과 병의 경과를 보이는 사람은 태양인임을 알 수 있다.
(2) 소양인
(완실무병)
소양인은 대변이 잘 통하면 건강한 상태이다. 평소 때 대변 보는 것이
순조롭다가도 몸이 불편하면 변비부터 나타난다면, 소양인으로 판단할 수
있다. 태음인은 변비가 생기기 쉽고 변비가 있어도 병이라고까지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소양인은 대변이 잘 통하면 건강이요, 안
통하면 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한 징표가 된다.
(대병)
대변이 불통하는 것이다. 소양인이 대변이 불통하면 다른 증상을 볼 것도
없이 대병으로 보고 즉시 치료책을 강구해야 한다. 소양인은 병의 진전이
빠르므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중병)
대변이 이삼 일만 불통되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고통스럽게 되면 중병이다.
소음인이 설사가 멎지 않으면 아랫배가 얼음장처럼 차지는 증세를 보이는
데 비해, 소양인이 대변이 오래 불통되면 반드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증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위와 같은 소양인의 건강조건 및 병의 경과를 알면 자신의 병증으로
소양체질을 판별할 수 있다.
(3) 태음인
(완실무병)
태음인은 땀구멍이 잘 통하여 땀이 잘 나면 건강하다. 평소 땀이 많아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땀을 흘리고, 심지어는 겨울철에 따뜻한 음식만
먹어도 땀투성이가 되는 사람은 태음인이다. 이렇게 땀을 흘리고 나면
기력이 탈진하여 맥을 못추거나 신열이 나고 앓아눕는 소음인과는 달리,
땀을 흘리는 것이 전혀 거북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땀을 쏟고 나면
상쾌한 사람이 태음인이다. 특별히 병이 없는데도 평소 땀이 많은
사람이라면 태음인일 가능성이 높다.
(대병)
피부가 야무지고 단단하며 땀이 안 나오면 병이다. 땀이 안나오면 곧 다른
증상을 동반하며 병이 진행될 것이니,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중병)
설사병이 생겨 소장의 중초가 꽉 막혀서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이 답답하게
느껴지면 중병이다.
흔히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이 허하고 병든 징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태음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땀이 많으면 건강한 징조이다. 태음인의 땀은
땀방울이 굵고 다소 오래 있다가 들어가야 좋다.
이와 같이 무병조건과 체질병의 경과를 참작하여 태음인의 체질을 판별할
수 있다.
(4) 소음인
(완실무병)
소음인은 음식 소화가 잘되면 건강함을 느낀다. 소음인은 비의 기운이
허약한데, 비의 기가 살아나 소화가 잘되면 건강하다. 음식을 보아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고 먹어도 가슴이 그득하면, 소음인은 스스로 몸이
불편함을 느낀다.
(대병)
땀이 많이 나오면 병이다. 태음인과는 달리 허한 땀이 나오면 병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니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중병)
설사가 멎지 않으면서 아랫배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증상은 소음인의
중병이다.
소음인은 비위가 허약한데, 이로부터 비롯되는 병이 많다. 평생 위장병을
지고 살아가다시피 하는 사람은 보통 소음인이다. 다른 병이 있더라도
비위가 별 탈이 없으면 크게 염려할 바가 없으니, 소음인의 병은 어떤
병을 불문하고 땀이 많지 않고 물을 잘 마실 수 있으면 큰 병이 아니다.
이와 같이 소음인의 무병조건과 체질병을 알면 소음체질을 판별할 수
있다.
5. 소음인과 태음인의 구별은 유의해야 한다.
소음인과 태음인의 구별은 비교적 까다롭다. 양인은 아니고 음인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은데 태음인인지 소음인인지 모르겠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이점을 유의해서 구별해 보도록 하자.
소음인은 피부가 조밀하면 건강한 것이요, 태음인은 피부가 조밀하면
병이다.
태음인의 살갗은 견실하고 소음인의 살갗은 부드럽다.
평상시에는 호흠이 고르다가도 가끔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있는 사람은
소음인이다. 이에 비해 태음인은 특히 기력이 쇠잔해 있지 않는 한 긴
한숨을 쉬는 일이 없다.
소음인의 맥은 완만하며 약한데 태음인의 맥은 강하고 힘이 있다.
가슴이 뛰고 울렁거리는 증세, 눈꺼플이 위로 끌어당겨지는 증세,
눈망울이 쏘고 아픈 증세가 있으면 태음인으로 판단한다. 손발이 떨리는
증세가 있으면 소음인이다.
태음인은 학질을 앓을 때 추워서 떨면서도 냉수를 찾는 사람이다.
소음인은 그런 경우가 없다.
태음인은 허한 땀이 나면 병이 나을 것이며, 소음인에 허한 땀이 나면
병이 더해진다.
태음인은 대체로 형태가 장대한데 여위고 작은 사람은 드문 편이고,
소음인은 대체로 형체가 여위고 작은데 장대한 사람은 드문 편이다.
태음인은 항상 겁심이 있고, 소음인은 항상 불안해하는 마음이 있다.
태음인의 용모와 말하는 태도 및 몸가짐은 위엄이 있고 정돈되며
공명정대하게 보이는데 비해 소음인의 용모와 말하는 태도 및 몸가짐은
자연스럽고 가볍고 재주가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네 가지 체질을 판단하는
방법을 체형, 심성, 병증으로 크게 나누어 설명해 보았다. 지금까지 읽은
것만으로 사상인의 특징이 대강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아주 잘 이해된
것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여전히 알쏭달쏭하게 느끼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그런 독자들은 사상인의 종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해 보라. 예를들면 태양인은 자기 뜻대로 안되면 발끈
노여워하는 건장한 남성상을, 소양인은 강직하고 날쌘 남성상을, 태음인은
체구가 풍만한 여성상을, 소음인은 몸집이 작은 여성상을 각각 기준으로
해서, 거기에 여러가지 이미지를 덧붙여 보는 방법과 같은 것이
효과적이다.
체질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사상의학에 대한 좀더 깊이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제 4장에서는 그 점을 고려해서 사상의학에 대해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하였다. 자신의 체질에 대해 의문이
있는 사람은 제 4장을 읽고 난 후에 다시 이 제 2장을 읽어보기 바란다.
아마 어렵지 않게 자신의 체질을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체질 테스트)
다음은 체질을 판단하는 데 주요한 지표에 해당하는 것들로 만든
설문이다. 각 문항은 보통 네 개의 보기가 있는데, 그중에서 자신의
특성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 표를 해보자. 해당되는 보기가
없으면 그냥 넘어간다.
1. 당신의 체격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됩니까?
(1) 허리와 배가 발달되고 상체가 약한 편이다.
(2) 상체보다 하체가 발달되어 있다.
(3) 가슴이 발달되고 허리 밑부분이 빈약한 편이다.
(4) 두부(머리)와 목덜미가 발달되고 허리 부분은 약하다.
2. 전체적인 외모와 골격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됩니까?
(1) 골격이 굵고 살이 찐 편이다.
(2) 골격이 적고 균형이 잡혀 있다.
(3) 보통이며 다부진 체격이다.
(4) 키가 크고 수척한 편이다.
3. 당신의 몸에서 외관상 가장 발달된 부분은?
(1) 허리와 옆구리
(2) 엉덩이
(3) 가슴
(4) 머리
4. 당신의 걸음걸이는 다음 중 어디에 해당됩니까?
(1) 걸음이 느리고 무게있게 걷는다.
(2) 걸음걸이가 자연스럽고 얌전하다.
(3) 걸음이 빠르고 몸을 흔든다.
(4) 걸음걸이가 꼿꼿하다.
5. 당신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됩니까?
(1) 평소에 땀이 많고 땀을 흘리면 오히려 상쾌하다.
(2) 평소에 땀이 많지 않고 조금만 땀을 내도 피곤하다.
(3) (4) 땀이 특별히 많은 편은 아니며, 땀을 흘려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다.
6. 당신의 얼굴은 다음 중 어디에 가깝습니까?
(1)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고 의젓하다.
(2) 얼굴의 윤곽이 갸름하고 둥글다.
(3) 얼굴이 다소 길고 머리가 앞뒤로 나와 있다.
(4) 머리가 크고 정수리가 솟아 있다.
7. 당신 얼굴의 색깔은?
(1) 갈색 혹은 검은 빛이다.
(2) 황백색이다.
(3) 흰색 혹은 붉은 빛이 돈다.
(4) 흰 편이다.
8. 당신의 얼굴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됩니까?
(1) 이목구비가 크고 입술이 두텁다.
(2) 눈, 코, 입이 대체로 작고 섬세한 편이다.
(3) 입이 크지 않고 턱이 뾰족한 편이다.
(4) 이마가 넓고 광대뼈가 나와 있다.
9. 당신의 눈빛은 다음 중 어디에 가장 가깝습니까?
(1) 눈빛이 밝지 않고 침침하다.
(2) 눈빛이 순하고 눈웃음을 잘 짓는다.
(3) 눈빛이 반사적이고 예리하다.
(4) 눈에서 빛이 난다.
10. 당신의 가슴은?
(1) 넓고 잘 발달되었다. (비만형)
(2) 빈약하고 구부정하다. (세장형)
(3) 넓고 튼튼한 편이다. (근육형)
(4) 가슴이 벌어지고 견실하다.
11. 당신의 손과 발은?
(1) 손발이 따뜻하나 겨울에 잘튼다.
(2) 손발이 차고 겨울에 잘 트지 않는다.
(3) (4) 손발이 따뜻한 편이다.
12. 당신의 피부는?
(1) 두텁고 땀구멍이 크다.
(2) 부드럽고 땀구멍이 작다.
(3) 희고 마른 편이다.
(4) 부드럽고 마른 편이다.
13. 당신의 음성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됩니까?
(1) 음성이 탁하다.
(2) 조용한 편이다.
(3) 카랑카랑하다.
(4) 굵고 성량이 풍부하다.
14. 말을 할 때 평소 습관은?
(1) 말수가 적고 간혹 더듬기도 한다.
(2) 말이 많지 않으나 가까운 사이와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3) 말이 많고 함부로 막하는 편이다.
(4) 수다스럽지는 않지만 누구한테건 거리낌없이 말을 한다.
15. 당신의 대변상태는 다음 중 어디에 해당됩니까?
(1) 변비가 자주 오는 편이다.
(2) 대개는 변이 무르고, 혹시 변비가 있어도 그다지 불쾌감은 없다.
(3) 약간의 변비만 있어도 고통스럽다.
(4) 변보기가 부드럽고 양이 많다.
16. 평소 건강에 별 이상이 없는 때에도 자주 느끼는 증상이 있다면, 다음
중 어느 것입니까?
(1) 가슴이 두근거린다. 눈이 쉽게 피로하거나 아프다.
(2) 한숨을 잘 쉰다. 손발이 떨린다.
(3) 건망증이 있다.
(4) 가슴이 답답하고 막힌 듯하다. 다리에 힘이 없어 오래 걷지 못한다.
17. 평소에 잘 나타나는 병증으로 어떠한 증세가 있는가?
(1) 가슴이 뛴다, 감기, 변비, 눈병, 설사, 갈증.
(2) 소화이상, 신경예민, 설사, 요통, 팔다리에 힘이 없다.
(3) 변비, 건망증, 구역감, 코피.
(4) 요통, 하지무력, 목에 이상감각, 심한 구토로 음식물을 넘기지
못한다.
18. 당신의 기질이나 성격으로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1) 정직하고 과묵한 편이다. 매사에 신중하여 주위 사람이 보기에
믿음직스럽게 행동한다. 예의바르고 점잖게 처신한다. 불필요하게 일을
벌이지 않으며, 과업을 수행할 때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으로 잘
성취시킨다.
(2) 성격이 온순하고 침착하며 사교적이다. 판단이 빠르고 생각이
치밀하고 조직적이어서 학구적인 분위기가 있다. 내 할 일은 내가 알아서
하는 성격으로서 남의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
(3) 매사에 활동적이고 열성적이다. 봉사정신이나 의협심이 강하고
솔직담백한 성격이다. 다정다감하여 인정이 많고 이해타산에 얽매여
행동하지 않는다.
(4) 명석하고 창의력이 뛰어나며 호탕한 성격이다. 강한 성격이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과단성이 있다. 행동에 거침이 없고 친하든 그렇지
않든 불문하고 남과 잘 사귀는 편이다.
19. 당신의 기질이나 성격으로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1)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한다. 밖의 일보다 집안일을 중시하고 활동을
싫어한다. 점잖은 듯하나 의심이 많아 음흉하고 욕심이 많다. 운동보다는
오락을 좋아한다. 겁을 잘내고 게으른 편이다.
(2)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소극적이고 여린 성격이어서 추진력이 약하다. 개인주의나 이기주의가
강하고 이해타산에 매여서 행동하는 편이다.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많고,
한번 감정이 상하면 쉽게 풀리지 않고 오래간다.
(3) 바깥일에만 분주하여 가정이나 자기 일은 소홀이 한다. 행동이 날래고
경솔하다. 매사에 시작은 잘하나 마무리가 부족하고 싫증을 잘 느끼며
쉽게 체념한다.
(4) 계획성없이 무조건 하고 일을 추진한다.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거나
인정할 줄 모른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되면 남에게 화를 낸다.
세심한 면이 부족하고 치밀하지 못하다.
20. 다음 음식물 중 좋아하는 음식물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항목은?
(1) 밀가루 음식, 콩, 고구마, 땅콩, 설탕, 쇠고기, 우유, 버터, 치즈,
명란젖, 장어, 도라지, 당근, 더덕, 고사리, 연근, 토란, 버섯, 미역,
다시마, 김.
(2) 찹쌀, 차조, 감자, 닭고기, 개고기, 참새고기, 꿩고기, 양젖,
염소고기, 양고기, 벌꿀, 명태, 도미, 조기, 멸치, 민어, 미꾸라지,
시금치, 양배추, 미나리, 파, 카레, 후추, 마늘.
(3) 보리, 팥, 녹두, 돼지고기, 계란, 오리고기, 생굴, 해삼, 멍게, 전복,
새우, 게, 가재, 복어, 잉어, 자라, 가물치, 가자미, 배추, 오이, 상치,
우엉, 호박, 가지, 당근, 생맥주, 빙과류.
(4) 모밀, 냉면, 새우, 조개류(굴, 소라, 전복), 게, 해삼, 붕어,
순채나물, 기타 소채류.
21. 다음 중 당신이 좋아하는 과일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항목은?
(1) 밤, 잣, 호도, 은행, 배, 매실, 살구, 자두.
(2) 사과, 귤, 도마도, 복숭아, 대추.
(3) 수박, 참외, 딸기, 바나나, 파인애플.
(4) 포도, 머루, 다래, 감, 앵두, 모과.
22. 당신이 좋아하지 않거나, 알레르기를 일으킨 적이 있거나, 당신에게
잘 맞지 않는 음식이라고 생각되는 식품이 있는 항목은?
(1) 닭고기, 달걀, 돼지고기, 개고기, 염소고기, 사과, 커피, 삼계탕,
인삼차, 꿀, 생강차.
(2) 냉면, 참외, 수박, 찬 우유, 빙과류, 생맥주, 보리밥, 돼지고기,
오징어 밀가루 음식.
(3) 맵고 짠 음식, 닭고기, 개고기, 노루고기, 염소고기, 꿀, 인삼, 엿,
땅콩.
(4) 맵고 짠 음식, 뜨거운 음식, 지방질이 많은 음식, 쇠고기 설탕,
무우, 조기.
23. 음식물에 대한 당신의 기호는?
(1) 따듯한 음식을 좋아한다.
(2) 뜨거운 음식을 좋아한다.
(3) 찬 음식을 좋아한다.
(4) 시원한 음식을 좋아한다.
(판정)
(1)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태음, (2)면 소음, (3)이면 소양, (4)면 태양에
해당된다. (5번, 11번 문항에서 (3) (4) 호 표시 된것은 소양, 태양 둘 다
해당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1)이 14개, (2)가 6개, (3)이 2개,
(4)가 1개였다면 태음체질이다.
어느 번호도 압도적으로 많지 않다면, 이 테스트로는 정확히 판정하기
어려우니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아주 간편하게 체질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 테스트를
사용하는 방법도 약간의 문제는 있다. 그중 하나는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문제마다 동일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어떤 문제는 체질판별에
중요하니 가중치를 크게 두고 어느 항목은 적게 두는 식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공정하게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은 자신의 성격을 이렇다고 생각하여도 사실이 그런지는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요령은 자신이 스스로 답을 내어보고 나서, 자신을
잘아는 가족에게 자신에 대해서 답을 내어보라고 해서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간편하게 체질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체질 테스트)를
해보았다. 많은 독자들은 이것으로 충분히 자신의 체질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독자는 제 2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참고) 척도법 (체형을 자로 재서 구별하는 방법)
지금까지 말한 구별법으로 10명 중 8, 9명은 자신의 체질을 구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그래도 판단을 못하겠거든 척도법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보도록 하자.
척도법이란 체질마다 인체의 발달한 부위나 허약한 부위가 차이가 있다는
특징을 이용하여, 간편하고 실증적으로 체질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보통 자신이 어느 체질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는 경우는 드물고, 네가지
체질 가운데 어느 두 가지 체질은 아닌 것이 확실한데 나머지 두 가지
체질 가운데 어느 것인지 자신이 안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이
방법은 특히 효과가 있다.
다만 소양인과 태양인 사이의 구별에는 이 방법으로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아직 이 척도법은 하나의 가설이고 연구가 진행되는 상태에 있다. 아직
임상도 통분하지 못하고 미완성이다. 여기서 사용하는 척도법은 허만회의
석사학위논문의 자료를 기초로 하였다. 이 논문의 저자는
(동의수세보원)의 (사단론)과 (확충론)의 이론을 중심으로 형태학적인
도식화를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에서 접한 311명을 표본으로 하여
측정을 하였던 것이다.
이 논문의 저자에 따르면, 사상인의 몸통의 체형은 각각 아래 그림과 같이
유형화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그림으로는 태양인과 소양인의 체형이
구별되지 않는다. 원래 태양인은 가장 알아보기 어려운 체질인데, 특히
체형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이 점은 뒤에 다시 설명한다.)
(그림 묵자본 참조) P67
(1) 제 1선 (어깨부위): 좌우 양쪽 액와부에 있는 대흉근 외측상단을
연결한 수평길이
액와부: 겨드랑이 오목한 곳
대흉근: 가슴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큰 근육. 팔을 움직이거나 호흡을 할
때 움직임
(2) 제 2선 (가슴부위): 양 젖꼭지(유두)를 지나 양 겨드랑이에 이르는
수평길이
(3) 제 3선 (위부위): 좌우 불용혈을 지나 양쪽 겨드랑이에 이르는
수평길이
불용혈: 명치 좌우 두 치 부근에 있는 혈
(4) 제 4선 (배꼽부위): 좌우 천추혈을 지나 양쪽 옆구리에 이르는
수평길이
천추혈: 배꼽 좌우 두 치 부근에 있는 혈
(5) 제 5선 (장골부위): 좌우 장골 양끝을 잇는 수평길이
장골: 바지를 입으면 혁대가 걸리는 뼈를 가리킴
이 논문의 저자는 이상과 같이 기준선을 5개로 하여 각각 어깨부위선(상초
기준선), 가슴부위선(중상초 기준선), 위부위선(음양 분지선),
배꼽부위선(중하초 기준선), 장골 부위선(하초 기준선)등으로 이름하여
측정하였다. 그리하여 311명에 대해 아래와 같은 통계를 내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위와 같이 체형을 도식화하여 본 것이다.
부위별 평균 길이 (단위 cm 소수점 2자리에서 반올림)
^ln
부위: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
어깨 부위: 35.6(34.9--36.3): 30.3(28.9--31.6): 27.7(27.0--28.3):
26.5(26.2--26.8)
가슴 부위: 31.9(31.0--32.8): 27.9(26.7--29.1): 30.1(29.4--30.8):
28.8(28.4--29.2)
위 부위: 30.5(29.6--31.4): 26.4(25.3--27.6): 29.7(29.1--30.3):
27.0(26.6--27.4)
배꼽 부위: 28.6(27.5--29.8): 25.0(23.8--26.1): 30.2(29.5--30.9):
28.1(27.6--28.6)
장골 부위: 25.3(24.6--25.9): 23.9(22.7--25.1): 27.5(26.8--28.2):
29.9(29.4--30.3)
^ln
* 수치의 앞은 평균, 괄호 안은 95^356 1234^ 신뢰구간
* 재는 방법: 비닐 줄자로 잰다. 수평으로 재되 처음과 끝은 몸 측면의
중앙이 되도록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척도법은 (동의수세보원)에서 말한 사상인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해서, 일정한 기간 동안 환자들을 진단한 자료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일종의 통계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아직 연구중이고 또 충분히
많은 사람의 임상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하나의 가설이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간편하고
실증화된 방법이라는 점에서 우수성이 있다. 객관적으로 지표를 전혀
제시할 수 없는 의학이면 그만큼 실용성과 신뢰성은 감소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내심이니 병증이니 하는 것은 다 생략하고 외모 하나만
가지고 체질감별을 하는 것이므로 불완전한 것이다.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운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나, 이것이 전부라고 알거나 이 방법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특히 태양인을 위와 같은 체형을 재서 구분한다는 것은 의문이 있다.
태양인은 상초가 발달한 사람인데, 상초가 발달했다는 것은 상체가
크다거나 흉곽부위가 크다는 얘기하고는 차이가 있다. 태양인의 용모를 볼
때는 목덜미, 머리, 이마, 턱 등을 보는 것이지 어깨를 보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상초가 발달했다는 것이 가슴둘레가 길다는 것과는 다르다. 머리나
목덜미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기상이 화가 나면 불끈
치받을 성격에 걸맞는 인상을 주는 형태라는 것이다. 맹수가 으르릉거릴
때 목덜미에 갈기를 세우는 듯한 인상이 태양인의 용모, 즉 목과
머리(얼굴은 제외)부위에서 감지된다는 것이다.
체형을 가지고 체질을 구분하는 것은 이처럼 단순히 어느 부위의 길이가
길고 짧다는 것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태양인의 경우 체형의 판단
요점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은데 이를 그림으로 도식화한다는 것은 좀
어려운 일이다. 태음인은 흉곽부위와 골반부위가 모두 작으면서 배부위가
크기 때문에 대체로 앞서의 체형그림에 유사한 형상이 된다. 소음인은
흉곽부위는 작지만 골반부위는 큰 것이 체형의 특징이다.
대체로 양인은 흉곽부위가 크고 음인은 골반부위가 크다고 할 수 있으나,
이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은 소양과 소음에서이다. 이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은 소양과 소음에서이다. 한편 갈비뼈가 척추에 붙은 각도를 가지고도
체질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데, 갈비뼈와 척추가 이루는 각이 둔각이면
태음인 혹은 소양인이고, 예각이면 소음인으로 본다.
이와 같이 척도법으로 체질을 구분하는 것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므로, 이 점을 감안하여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제 3장 사상체질을 이용한 생활섭생
앞장에서 설명한 것으로 자기 체질을 대개 구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이제 그것을 응용하는 법을 생각해
보자.
체질마다 경계해야 할 감정상태가 있고 이를 다스리는 원칙이 있다.
피해야 할 음식이 있고 적합한 음식이 있다. 체질마다 이로운 약물이 있고
해로운 약물이 있다. 병을 치료하는 원칙이 있고 건강을 얻는 장수법이
있다.
체질을 아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건강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체질에 따라 특유한 성격적인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성격상의 장단점을 알 수 있게 되어 원만한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꾸려나갈 수도 있다. 또 이와 같이 하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행동이 가다듬어지기 때문에 마음의 건강과 몸의 건강을 더불어
지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유의할 사항을 알게 되어 매사에
자신있게 임할 수 있게 된다.
그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보다 깊이 알 수 있게 되어 이해심이
깊어지고 남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하는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이렇듯 체질을 구별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바는 대단히
폭넓은 것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섭생법을
알아보기로 하자.
1. 이로운 음식과 피해야 하는 음식
예로부터 의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고 한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식사가 의약에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은 약물보다 기의 편향이 적어서, 약물에 비해서는 인체에 민감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도 체질에 따라 유리한 음식과
불리한 음식이 분명히 있으며, 비록 그 영향이 적다 하더라도 식습관이란
장기간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약물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체질에 맞는 음식은 최상의 보약이 될 것이지만,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은 독이 되어 인체에 차차 쌓여 병을 유발하고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다.
체질별로 음식을 구별하면, 그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과대한 장기는 기능이
억제되고 과소한 장기는 기능을 보완받아 불균형이 조정된다. 또 양인은
음성경향으로 유도되고 음인은 양성경향으로 유도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한다.
아침마다 생즙을 먹는다면 어떤 야채를 고르는 것이 좋을까? 즐겨먹는
과일로는 무엇이 좋을까? 보약재를 고른다면 무엇이 좋을까? 특별히
해로운 음식은 없을까? 식품 선택에서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을 만한
지침은 없을까? 누구나 흔히 갖는 희망이다.
식품 중에는, 먹어서 칼로리를 취한다는 에너지원으로서의 음식이 있고,
또 음식이 몸에 들어가서 약이 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있다.
사상의학에서 얘기하는 것은 두가지 의미가 다 적용된다. 일상적으로
섭취할 식품의 선택에 요령을 일러주는 것이기도 하고, 또 그 사람의
체질속성의 약점을 보완하는 도움이 되는 보약을 일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어떤 체질은 어떠어떠한 식품이 좋다고 말할때, 반드시 그것만
먹고 다른 것은 먹으면 안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그것을
위주로 하되 다른 것을 보조적인것으로 하면서 보완하라는 뜻이다.
가령 내가 평소에 늘상 먹는 음식 외에 특별한 건강식을 하고 싶다고 할
때, 그렇다면 사상의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식품들 중에서 고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식생활을 살펴보아서 자기 체질과 너무 맞지
않는 음식을 습관적으로 많이 먹고 있다면 식생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40대 이후에 집에서 야채생즙을 해먹는다든지 아침에 계란에다가
사과를 넣고 오렌지를 넣고 갈아서 아침마다 먹는다든지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특별한 음식을 먹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하면, 자신이
평소 먹는 음식이 무언가 부적당하고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특이한 건강식을 하는 것이 자신의 평소의 식사법을 바꾸거나 보완해서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건강에 보탬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적절한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닭고기는 영양가가 풍부하다고 하여 누구나 즐기고 있고,
인삼을 넣은 삼계탕 같은 것은 여름철 보양으로 인기가 있다. 그러나
소양인이라면 닭고기나 인삼은 별로 환영할 만한 게 못된다. 심한 경우는
열독이 생겨 피부발진, 눈의 충혈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소양인이라면 닭고기나 인삼을 보약삼아 장복하는
것은 권할 만한 것이 못된다. 서양의학에서는 이런 것을 특이체질로
분류하는데, 사상의학에서는 체질별로 음식선택법을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도 식이요법을 사용한다. 그 식이요법이란, 예를 들어 지금
내가 간이 나쁜 경우 고단백 저지방을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조개를 삶아
먹거나 생선을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 그래서 서양의학에서는 식이요법
중에 간이 나쁜 사람에게 쓰는 식이요법,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 쓰는
식이요법 등으로 구별되는데, 사상의학에서 질병 단위로 정해지는
식이요법은 없다. 어느 특수한 질병만 다루는 식이요법이 아니라 체질의
정상적인 운영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음식론이다.
대체로 음인은 차가운 것이 좋지않고 양인은 그 반대이다.
참외나 수박과 같은 한여름의 과일이나 생맥주나 사이다 같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복통을 일으키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주로 소음인이다. 소음인은 소화기능이 약하고 냉한 체질이므로
소화되기 어려운 무거운 식품이나 냉성식품은 좋지않다. 거꾸로 소화되기
쉽고 따뜻한 성질의 식품은 체질에 맞는 좋은 식품이다. 육류를 예로 들면
개고기, 닭고기 같은 것이 몸을 덮여주는 좋은 식품이다.
조리할 때는 기름을 너무 많이 넣거나 밋밋하게 하지말고, 자극성있는
조미료를 사용하여 식욕을 북돋아주는 것이 소화에 이롭다. 그밖에
음료수나 음식은 따뜻한 것을 즐기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한여름에도 냉수보다 끓인 물을 마시는 편이 낫다.
소양인은 비위가 튼튼해서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 한겨울에도 냉면 같은
찬 음식을 즐기고 냉수를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소양인 아이가
아이스크림 같은 빙과류를 한겨울에 먹는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충치가
생길 염려는 있겠지만, 그 때문에 탈이 나는 일은 적다.
소양인은 평소 음식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소화시킨다. 그러나 소양인은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열을 내는
식품을 피하도록 유의 해야 한다. 소음인에게는 좋은 식품인 개고기,
닭고기, 벌꿀 따위가 소양인에게는 해로운 식품이다.
소양인은 소음인과는 달리 소화가 잘되는가 어떤가는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생랭한 음식인가 따뜻한 음식인가를 구별해서 식품을 선택한다.
음허하기 쉽기 때문에 보음하는 식품이 좋다. 곡류를 예로들면 보리, 팥,
녹두 같은 것이다.
태양인도 소양인처럼 더운 식품보다는 생랭한 식품이 맞다. 소양인은
소화기능이 원체 왕성해서 지방질이 많은 음식도 가리지 않으나, 태양인은
담백한 음식이 좋다. 지방질이 적고 자극성이 적은 밋밋한 식품이
적합하다.
태양인은 간 기능이 약하므로, 칼로리가 높고 고단백의 중후한 식품을
즐겨 먹으면 간에 부담을 주어 간염과 같은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
태음인은 상초가 허약해서 호흡기, 순한기 계통에 병이 올 수 있는
체질이다. 대체로 몸이 비대한 편이므로 고혈압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중풍과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는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허약한 폐의
기능을 보호해줄 수 있는 식품이 좋다.
지방질이 많은 식품은 좋지 않고 고단백의 중후한 식품이 어울린다.
그러나 과식하는 습관이 있어 비만이 되거나 고혈압과 변비가 되기 쉬운
체질로, 자극성있는 식품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하며, 태음인
식품이라 하더라도 과식을 피하고 항상 운동이나 목욕을 자주 하고 땀을
자주 내어 비만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특히 변비의 습관을 없애는
식생활이 필요하다.
체질별로 적합한 곡물, 육류, 해물, 야채, 과일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태양인
태양인은 기가 청평소담(담백함)한 음식이나 간을 보하고 음을 생하는
식품이 맞다. 특히 지방질이 적은 해물류나 소채류가 좋다.
곡류: 모밀, 냉면.
해물: 새우, 조개류(굴, 전복, 소라), 게, 해삼, 붕어.
채소: 순채나물, 솔잎.
과일: 포도, 머루, 감, 앵두, 모과, 송화 (가루).
(해로운음식)
맵고 성질이 뜨거운 음식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부담을 준다.
(2) 소양인
비위(소화기)에 열이 많은 체질이기 때문에 싱싱하고 찬 음식이나 소채류,
해물류가 좋고, 음허하기 쉽기 때문에 음을 보하는 음식이 좋다.
곡류: 보리, 팥, 녹두.
육류: 돼지고기, 계란, 오리고기.
해물: 생굴, 해삼, 멍게, 전복, 새우, 게, 가재, 복어, 잉어, 자라,
가물치, 가자미.
채소: 배추, 오이, 상추, 우엉(뿌리), 호박, 가지, 당근.
과일: 수박, 참외, 딸기, 바나나, 파인애플.
기타: 생맥주, 빙과.
(해로운 음식)
고추, 생강, 파, 마늘, 후추, 겨자, 카레등 맵거나 자극성 있는 조미료,
개고기, 닭고기, 노루고기, 염소고기, 꿀, 인삼.
(3) 태음인
일반적으로 체구가 크고 위장기능이 좋은 편이어서, 동식물성 단백질이나
칼로리가 많은, 맛이 중후한 식품이 태음인 음식으로 좋다.
곡류: 밀, 콩, 고구마, 율무, 수수, 땅콩, 들깨, 설탕, 현미.
육류: 쇠고기, 우유, 버터, 치즈.
해물: 간유, 명란, 우렁이, 뱀장어, 대구, 미역, 다시마, 김, 해조류.
과일: 밤, 잣, 호두, 은행, 배, 매실, 살구, 자두.
채소: 무우, 도라지, 당근, 더덕, 고사리, 연근, 토란, 마, 버섯.
(해로운 음식)
닭고기, 개고기, 돼지고기, 삼계탕, 인삼차, 꿀, 생강차.
(4) 소음인
소화기의 기능이 약하여 위장장애가 오기 쉬우므로, 자극성 있는 조미료나
따뜻한 음식이 좋다. 지방질 음식이나 찬 음식, 날음식(생랭한음식)은
설사를 유발하기 쉽다.
곡류: 찹쌀, 차조, 감자.
과일: 사과, 귤, 토마토, 복숭아, 대추.
육류: 닭고기, 개고기, 노루고기, 참새, 꿩, 양젖, 염소고기, 양고기,
벌꿀.
해물: 명태, 도미, 조기, 멸치, 민어, 미꾸라지.
채소: 시금치, 양배추, 미나리, 파, 마늘, 생강, 고추, 겨자, 후추, 카레.
(해로운 음식)
냉면, 참외, 수박, 냉우유, 빙과류, 생맥주, 보리밥, 돼지고기, 오징어,
밀가루 음식 (특히 라면)
2. 차
우리는 전래의 차보다는 커피나 코코아와 같은 외래의 차를 많이 마시고
있다. 아마 자동판매기 따위에서 쉽게 구해 마실 수 있는데다가,
서양문물이라면 무턱대고 좋아보이는 습관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카페인이 많은 외래차보다 전통차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전통차라고 무조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니 자기 체질에 맞는 차를 마셔야 하겠다.
차를 마시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서 매운 맛, 단 맛, 쓴 맛, 구수한 맛,
떫은 맛 등 즐기는 맛이 다양한데, 기왕이면 맛도 기호에 맞고 성질도
체질에 맞는 차를 집이나 직장에 장만해두고 마시면 좋겠다.
태양인에게는 모과차가 좋다. 모과차는 시큼하고 씁쓰름한 맛이 은근히
좋다. 기운이 없고 권태가 오거나 매사 의욕이 없고 피로할 때 모과차는
좋은 효과가 있다. 신경성에서 오는 소화 불량이나 두통에도 좋다. 그밖에
감잎차나 오가피차도 도움이 된다.
소양인은 구기자차가 좋다. 구기자는 맛이 달면서도 씁쓸한 맛을 내는데,
처음 마시는 사람은 별로 내키지 않는 맛일지 모른다.
그러나 소양인은 뜨거운 차 종류보다는 당근즙이나 녹즙 같은 것이 좋다.
특히 인삼차, 꿀차, 쌍화차 등은 좋지않다.
태음인은 들깨차, 율무차, 칡차가 좋다. 시중에서 파는 율무차는 보통
율무와 들깨가 섞여 있는데, 둘 다 태음인에게 적합한 곡물이므로 그것을
사서 마시면 충분하겠다.
칡은 갈근이라고 하는데, 맛이 다소 씁쓸하면서 단맛이 좋다. 해열과 발한
작용이 있어서 감기약 처방에 대표적으로 들어가는 약재이다. 달여서 차로
마셔도 되고 생즙을 내어 마셔야 된다. 생즙은 숙취에도 효과가 있다.
소음인에게는 좋은 차가 많이 있다. 계피차, 인삼차, 생강차, 꿀차,
쌍화차 등이 소음인에게 좋은 차들이다.
겨울철에 뜨거운 계피차를 마시면 발한과 구풍작용이 있어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계피 15그램에 묵은 대추 5-10개와 생강 3그램을
넣어 끓이면 5, 6명이 마실수 있는 계피차가 된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적당히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마신다.
인삼차는 시중에 파는 것을 써도 좋고, 백삼이나 수삼에 대추를 넣고
달여서 마셔도 좋고, 또 거기에 꿀을 타서 마셔도 좋다.
3. 체질과 질병
병은 한 가지라도 치료법은 무수히 많다. 어떤 치료법이 어떤 사람에게는
잘 듣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요는 건강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만병통치식의 방법은 있을 수 없고, 사람마다, 체질마다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흔히 체질은 변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체질개선`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체질개선이라고 할 때의 체질이란 알레르기 체질,
선병질의 체질, 다혈질과 같은 체질을 말하는 것이고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태소음양인의 사상체질과는 관계가 없다.
사상의학에서는 체질에 관해서 세 가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첫째,
체질은 평생변하지 않는다는 원칙 (체질 불가변의 원칙), 둘째, 네가지
체질 이외에 다른체질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 (예외 인정 불허의 원칙),
셋째, 각자의 체질에 해당하는 약물이 아니면 쓰지 않는다는 원칙 (약물
혼용 불가의 원칙), 이 세 가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체질에 따라 생리, 병리는 물론 심성까지도 일정한 유형을 나타낸다.
따라서 질병을 치료할 때나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려고 할 때도 자연물의
소산인 약물이나 식품에서 그 특징을 잘 이용하여 체질을 보완한다면 가장
훌륭한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상 체질을 이용해서 음식이나 심신의 통제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양생법에 대해서는, 일반 사람들도 서도 쉽게 이해할 만하고 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체질별로 병증을
구별하고 그 경과와 예후를 판단하고 또 정확한 처방을 구하는 것은 역시
전문적인 한의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1) 태양인
태양인은 소변량이 많고 잘 나오면 건강하다고 하였으니, 소변이 잘
나오다가 잘 안 나오면 일단 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태양인이 담백하고 생랭한 음식 대신 맵고 뜨거운 음식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면, 식도나 위장부위에 병이 올 수 있다. 하체가 원래
허약해서 서 있거나 걷는 것을 싫어하는데, 그렇게 하체를 운동시키지
않고 버려두면 하체에 병이 올 수 있다. 또 감정적으로 쉬이 분노를
터뜨리거나 지나치게 슬픈 감정을 간직하거나 하면 간장부위에 병이
생기기 쉽다.
태양인의 체질병증으로는 열격증, 반위증, 해역증 등이 있는데 증세가
중하기 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열격증이라는 병은 음식물을 넘기기가
어렵고 넘긴다고 해도 위까지 내려가지 못해서 넘긴 후에 다시 토해내는
병이다. 이때 식도 부위에서 서늘한 바람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런 증세가 있으면 중병이다. 위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에 심한 열이
있고 몸이나 배가 아프고 배가 끓고 소리가 나며 설사, 이질 등의 증상이
있는 것은 열격증이 아니다.
반위증은 음식을 삼켜 넘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먹은 후에
명치부근이 그득하여 거북하고 수시간 후에 다시 토해내는 증상이다.
아침에 먹은 것을 저녁에 토하고 저녁에 먹은 것을 아침에 토한다고
하였다. 현대 의학적으로 얘기하면 위암, 위무력, 유문협착 등의 병에서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해역증은 권태감이 심하고 하체에 힘이 없어 다리가 풀리고 행보를
싫어하는 병이다. 그렇다고 다리가 마비되었거나 붓고 아픈것이 아니며
오한이나 발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리힘 자체가 없어서 행보를 못하는
것이 아니고 요척에 병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태양인의 대변이 순조롭게 나오고 덩어리가 크고 양이 많으면 건강하다.
소변이 양이 많고 자주보면 건강하다. 얼굴 빛은 희면 좋고 검어서는 좋지
않다. 살갗은 말라야 좋고 살이 찌면 좋지 않다. 명치 밑에 딴딴한
덩어리가 있는 것도 좋지 않다. 그 덩어리가 작으면 가벼운 병이나,
클수록 중한 병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태양인의 병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약리도 알려진 바가 적어서 이제마는 단방약 명 가지와 처방 두 가지를
알려주고 있을 따름이다. 후세에 연구하는 사람들이 태양인은 간장질환,
소화불량, 식도협착, 식도암, 위암, 상기, 각약, 안질 등에 잘 걸린다고
하고 또 새로운 처방들을 연구하여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2) 소양인
소양인은 대변이 잘 통하면 건강한 상태이다. 대변이 잘 나오면 병이
없다고 생각해도 좋으며, 설령 약간의 병세가 있더라도 곧 치유될 것이다.
반대로 다른 증세가 없더라도 대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대변이 이삼일 나오지 않은 정도인데도 못 견디게
가슴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우면 중병이니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음인이 설사가 멎지 않으면 아랫배가 얼음장처럼 차지는 증세를 보이는
데 비해 소양인이 대변이 오래 불통되면 반드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증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나쁜 열이 내려가 배출되지 못하고 가슴에
뭉쳐버리기 때문이다.
소양인은 비뇨기, 생식기의 기능이 허약하다. 그래서 방광이나 신장등
배설기관에 질병이 되기 쉽다. 허리와 다리가 약해서 척추나 고관절 등에
이상이 생겨 요통으로 고생하는 수가 있다. 몸에 열이 많아서 여름을
타고,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피부에 발진이 돋는 경우가 있다.
소화기능은 좋은 편이므로 음식에 별 구애받지 않고 위장병에 걸리는 일도
드물지만, 성격이 급하므로 음식을 너무 급히 먹지 않도록 한다.
음인의 병은 진전이 느리다. 병이 진행되는 것도 느리고 낫는 것도
느려서, 병이 갑자기 악화되지 않는 대신, 이미 병세가 나타나면 그리
쉽게 낫지도 않는다. 반대로 양인은 병이 오는 것도 빠르고 가는 것도
빠르다. 급성화되기 쉬운 대신, 낫기 시작하면 빠르게 호전된다. 소양인의
병증은 화와 열로 인한 것이어서 진전이 빠르므로, 초기 병이라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두통이나 변비가 동반되면 유의해야 한다.
소양인의 병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대변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대변에 처음 나오는 부분은 건조하고 뒤는 다소 무르며 잘
빠져나오면 건강한 것이다. 묽은 쾌변을 한두 차례 많은 양 보고 그 뒤에
묽은 변을 누지 않으면, 병이 있다가 회복되는 것이다. 하루 한두 차례
묽은 변을 보는 정도는 병세가 악화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며, 하루 이상
변을 보지 못하거나 하루에 3--5차례 조금씩 설사를 하는 것은 장차
대변이 불통될 징조이니 좋지 않다.
소양인이 간간이 코피가 나고 침이나 가래에 피가 섞이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이를 토혈로 간주해야 한다. 또 입안에 차가운 침이 거슬러
올라오면 구토가 아니더라도 구토로 간주 한다. 이 두가지(구토와 토혈)는
중병에 속하는 것이니 반드시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또 부종(붓는 것)도
진전이 빠르므로 급하게 치료해야 한다.
소양인의 병 치료에서 손바닥, 발바닥에 땀이 나면 병이 풀릴 징조로
본다. 그러나 비록 전신에 땀이 나더라도 손바닥, 발바닥에 땀이 나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소양인의 병리나 약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므로,
체질약을 사용하기 용이하다.
(3) 태음인
태음인은 땀구멍이 잘 통하여 땀이 잘 나면 건강하다. 땀이 많이 나는
것은 보통 몸이 허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걱정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건강한 증거이니 안심해도 좋다. 몸이 찌뿌등할 때 운동하고 목욕해서
땀을 내면 몸이 상쾌해진다.
꺼꾸로 땀이 나지 않으면 병이 아닌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피부가
야무지고 단단하여 땀이 안 나오면 병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한다.
태음인은 호흡기와 순환기 기능이 약해서 심장병, 고혈압, 중풍,
기관지염, 천식 등에 걸리기 쉽다. 또 습진, 두두러기와 같은
피부질환이나 대장염, 치질, 노이로제 등도 유의해야 할 질병으로 꼽는다.
소양인은 먹은 만큼 곧 소화해 버리는 성격이나 태음인은 식사를 많이
하는 것에 비해 활동이 적어서 비만하거나 변비가 생기기 쉽다. 항상
움직이고 땀을 내어 비만해지지 않게 하고 변비를 막는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태음인은 간에 울혈이 생기기 쉽고 이 울혈이 소장에 영향을 주어
대변이 말라붙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변비는 태음인에게 흔히 오나 그다지 대수롭지는 않은 증상이다. 그러나
설사병이 생겨 소장의 중초가 꽉 막혀서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이 답답하게
느껴지면 중병이다.
얼굴빛으로도 병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데 태음인의 얼굴 빛이 푸르고
희면 조열이 많지 않은 것이고, 얼굴 빛이 누르거나 검붉으면 간에 조열이
있고 폐가 건조한 것이니 조를 치료해야 한다.
태음인의 병은 발산과 통변이 치료의 요령이다. 간의 조열이 병의
원인이기 때문에 땀을 흘리게 하고 변을 내보내서 조를 풀면 병이 낫는다.
땀을 흘리게 하는 것이 치료의 한 목표가 되는데, 이마, 눈섭, 뺨의
어디에서 나오든지 땀방울이 굵고 다소 오래 있다가 들어가야 정기가
강하고 사기가 약한 땀이어서 상쾌한 땀이지만, 만일 땀방울이 적고 금방
들어가면 정기가 약하고 사기가 강한 땀 이어서 좋지 않다.
태음인의 병리와 약리에 대해서는 태양인의 경우만큼은 아니라도 비교적
적게 알려져 있는 편이다. 태양인은 사상인 중 가장 숫자가 많은 만큼
앞으로 약리에 대해 많은 연구가 요청된다.
(4) 소음인
소음인은 음식 소화만 잘되면 건강하다. 소화가 안되고 명치끝이 아프고
더부룩해서 항상 얼굴표정이 어두운 사람은 소음인이 많다. 먹는 양도
적고 빙과류같이 찬 것이나 생맥주 같은 것을 먹으면 설사하기 쉽다.
장에서 잘못되어 설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위가 견디지 못해 설사를 하는
것이다. 위장계통의 질병이 소음인의 대표적인 질병이다.
소음인은 비대하지 않고 몸이 차므로 땀을 많이 흘려서는 안되는
체질인데, 만약 땀이 많이 나오면 병이 생긴 증거이다. 무리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내면 기력이 달리고 몸이 더욱 차가워져서 병이 생기기 쉽다.
소음인은 비위가 허약한데 이로부터 비롯되는 병이 많다. 다른병이
있더라도 비위가 별탈이 없으면 크게 염려할 바가 없으니, 소음인의 병은
어떤 병을 불문하고 땀이 많지 않고 물을 잘 마실 수 있으면 큰 병이
아니다. 소음인 병에 길한 증상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인중에 땀이
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물 마시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물을 잘 마실 수 있으면 비장에 양기가 충분히 있어서 병이 어렵지 않게
나을 수 있다고 본다.
소음인 병에 위급한 증상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열이 나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맑은 물같은 설사를 하는 것이다.
소음인이 설사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설사를 한 달에 두세 번
하더라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하루에 네댓 번 설사를 하거나 혹은
사흘 내리 설사를 하거나 하면 매우 중한 증세이다. 설사가 아니라 굳은
변이라도 하루에 서너 차례 변을 본다면 가벼운 증세가 아니다.
소음인에게 인후의 병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인후의 병은 비록 중하다
하여도 완만하고 치료할 수 있으니 그리 염려할 만한 것은 못된다. 그러나
계속 방치할 수는 없으니 적절한 치료는 요한다.
소음인의 생리, 병리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좋은 처방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치료하기 용이하다.
4. 체질에 맞는 약재와 보약
사상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일반 한의학에서 쓰는 방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원래 한의학은 신농 씨의 (본초), 황제의 (내경),
장중경의 (상한론), 주굉의 (활인서)등을 거쳐 발전해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허준의 (동의보감)으로 동의학의 집대성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마가 사상의학에서 제시한 병증이론과 치료법은 부분적으로는
이들 증치의학과 일치하는 점이 있어서, 체질병증이라는 관점에서 이것을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병증을 보는 관점이나 그
치료방법이 증치의학의 허실보사라는 원칙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특히 체질별로 쓰는 약재가 정해져 있어서, 맞지 않는것은 처방에 포함할
수 없다.
이제마는 약재의 성질에 따라 각 체질에 맞는 것과 해로운 것을 구분하고,
또 송, 원, 명 대에 의사들이 저술한 저서에서 각 체질에 맞는 처방을
골라서 분류한 뒤 적합한 것이 없는 것은 스스로 적지 않은 처방을
창안하여 남겨 두었다.
그러나 이제마가 말하기를 소음인에 대해서는 병증이나 약리가 거의
밝혀져 있으나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 순서로 그 밝혀진 바가 적고, 특히
태양인에 대해서는 병증과 약리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고 하고 있다.
체질에 따라 적합한 약물이 있고 해로운 약물이 있기 때문에 인삼, 녹용이
좋다는 말만 듣고 아무에게나 쓰다가는 아무런 소용도 없거나, 심한
경우에는 병을 크게 악화 시키기도 한다. 보약을 잘못 써서 심한 부작용을
일으킨 경우는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흔히 누구에게나
좋은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인삼이나 녹용과 같은 보약도 체질에 맞추어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만다.
태양인의 질병을 치료할때는 태양인은 양이 많고 음이 적으므로 음을
없애지 말고 양을 사하여 음을 보하는 것을 위주로 한다. 태양인은 서있는
자세가 외롭고 다리가 허약한데, 여기서 오는 병에는 오가피, 소나무 마디
등을 쓴다. 태양인의 대표적인 병은 열격, 해역, 반위 등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모과, 포도뿌리, 다래, 합조개, 붕어, 순채나물 등을 쓴다.
태양인은 폐대간소한데, 간의 약으로는 채소, 과일, 조개류를 써서
보한다.
태양인에게 좋은 보약재로는 오가피, 모과, 다래, 솔잎, 붕어 등이 있다.
소양인의 병은 양이 많고 음이 적으므로 음을 실하게 하고 양을 사하고
음을 보하는것을 위주로 치료한다. 소양인은 비가 크고 신이 작은데, 신의
기운을 왕성하게 하는것과 관련된 약재는 숙지황, 산수유, 복령, 지모,
택사, 목단피, 황백, 과루인, 강활, 방풍, 황련, 저령, 생지황, 석고 등이
있다. 맞지 않는 약물이나 음식, 즉 닭고기 (열독으로 발진이 생길 수
있음), 부자, 인삼 (열이 나고 독이 오를 수 있음), 조각 (구역이 날 수
있음), 침향 (구갈을 일으킬 수 있음)등은 처방에서 제외시킨다.
태음인은 본래 피가 탁하고 기가 삽하기 (깔깔하기)때문에 항상 소변과
대변을 잘통하게 하여 치료한다. 태음인은 간대 폐소인데, 폐의 기운을
보하는 것과 관련된 약재로는 맥문동, 오미자, 산약, 질경 (도라지),
우황, 황금, 상백피, 행인, 마황, 의이인, 황율, 웅담, 원지 등이 있다.
감수 (가슴이 조이고 답답하고 아플수 있음), 계지 (발진이 생길 수
있음), 영사 (구갈이 날 수 있음), 석고 (손발이 궐랭하게 될 수 있음),
시호 (땀이 나고 멎지 않을 수 있음), 황백(소변이 막혀 나가지 않을 수
있음)등은 태음인의 약재가 아니므로 쓰지 않는다.
태음인에게 좋은 보약재로는 녹용, 웅담, 오미자, 맥문동, 갈근 등이
있다.
소음인의 병은 혈이 빠지고 기가 패하기 쉬우므로 덥게 보하는 것을
위주로 치료하는 것이 요령이다. 소음인은 신대비소인데, 비의 기운을
돋우는 것과 관련된 약재로는 인삼, 백출, 감초, 당귀, 천궁, 관계, 진피
(귤껍질), 백작약, 도인, 행화, 포부자, 목향, 정향, 향부자 등이 있다.
갈근 (딸국질을 나게 할 수 있음), 감수 (구갈이 나고 설사가 날 수
있음), 모밀(부기가 날 수 있음), 대황 (설사가 날 수 있음), 영사 (기가
거슬러 올라 손발이 싸늘하게 될 수 있음), 마황 (구갈과 땀이 많고
오한이 날 수 있음), 석고(가래가 성하고 설사가 날 수 있음), 수은 (배가
아플 수 있음), 사군자 (딸국질이 날 수 있음), 쇠고기 (설사가 날 수
있음), 시호 (땀이 많이 날 수 있음), 돼지고기(위장적체나 졸도의 위험이
있음), 황백 (구역이 날 수 있음), 황련(머리가 아플 수 있음)등은
소음인에게는 쓰지 않는다.
소음인에게 좋은 보약재로는 인삼, 부자, 황기, 계피, 당귀 등이 있다.
우리에게는 보통 `병=약` 하는 식으로, 병은 약을 쓰지 않으면 치료가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게 뿌리박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치심치병하고 생활섭생에 유의 해서 병을 치료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귀에 잘들어오지 않는다. 몇 첩의 약으로 병이 낫는 것만을 기대하는
것이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이런 사고방식은 그릇된 것이다. 생활태도가 잘못되고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당장 하나의 병은 어찌어찌 나았을지라도
곧 다른 병이 걸릴수 있으며, 더구나 장수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니 결코 완전한 치료가 되지 못한다.
원래 사상의학에서는 증과 병을 구별하여 병이 아닌 증에는 약물을 쓰지
않고 또 약한 병에 중한 약을 쓰지 않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일상적인 양생법으로 건강을 얻는 것이라 생각하고 약물을 섣불리 쓰지
않는 것이 좋다.
5. 감정을 다스려 건강을 얻는다.
옛날 의사들은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사랑, 미움, 욕구,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치우쳐서 병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단지 마시는 것과 먹는
것으로 인해 비위가 상하거나 또는 외부의 나쁜 기운, 즉 풍, 한, 서,
습등에 접촉해 사기가 침범해서 병이 된다고만 생각했다.
사상의학에서는, 외적 요인이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똑같이
먹고 똑같은 기후에 살고 있어도 어떤 사람은 병이 있고 어떤 사람은 병이
없는 것을 보아도, 단지 외적인 요인만으로 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것을 예로 들면, 본래 위장이 냉하고 약한
체질의 사람이 찬 음식을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키지만, 비위가 튼튼한
사람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사상의학에서는 비위가 약하다. 순환기나 호흡기가 약하다 하는
것이 단순히 육체장부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폐비간신의
사초의 장부와 애노희락의 감정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부의
대소가 애노희락의 감정이 적당한가 과다한가에 의해 좌우되고, 거꾸로
애노희락의 감정의 과다가 장부를 상하게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부의 병을 다스리려면 단지 장부의 기운을 다스리면 족한 것이
아니고,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사상의학에서는 마음을 다스려 병을
다스리라고 하였으니, 우선은 자신의 성정을 다스리는 것이 병을 예방하는
길이요 치료하는 길이다.
태양인은 노여움과 슬픔을 경계해야 한다. 태양인은 성을 낼 때 노여운
감정이 서서히 증폭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고 또 곧
가라앉히고 한다. 성을 내는 것이 분노를 터뜨린다는 표현이 꼭 맞게
광포한데, 그러고선 또 금방 진정된다.
이렇게 분노를 급히 터뜨렸다가 또 급히 거두면 간이 상하게 되므로
노여움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여움이 치솟을 때는 잊지 말고
심호흡을 한번 해보도록 해라. 그런 습관을 길러두면 노여움의 열기가
순식간에 뒷머리까지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것 아닌
것 가지고 화내려 했다는 것을 금방 깨닫는 성격이기 때문에 곧 진정될 수
있다
태양인은 슬픈 일을 당해도 그 때문에 너무 마음을 써서는 안된다. 오히려
화나는 일을 당했을 때처럼 곧 슬퍼하고 곧 잊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인은 슬픔을 준 사람이나 사건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지
못하고 너무 깊이 간직해서 그 때문에 내장을 상하게 된다. 너무 깊이
슬픔을 간직하면 그 때문에 화나는 일을 당했을 때 분노의 감정이 더욱
거칠게 된다.
이처럼 태양인은 급격한 노여움과 깊은 슬픔을 억누르면 내장이 튼튼해져
건강해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급격한 슬픔과 깊은 슬픔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병이 생기게 된다.
소양인은 이와 반대로 감정적으로 터뜨리는 것은 슬픔이요 깊이 간직하는
것은 노여움이다. 소양인이 슬픈 일을 당하면 극히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슬픔이 북받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슬픔이 오는 것이
급한 만큼 슬픔을 그치고 진정하는 것도 빠르다. 이렇듯 급격히 슬픈
감정에 휩싸이고 또 금방 진정하게 되면 신을 상하게 된다.
소양인은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 때문에 너무 마음을 써서는 안된다.
오히려 자신이 슬퍼하는 방식처럼 얼른 슬퍼하고 얼른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소양인은 화를 내게 한 사람이나 사건을 잊어버리지 못하고
가슴깊이 노여워하는 유형이다. 오히려 슬픔은 밖으로 터뜨리고 노여움을
안으로 삼키는 편이 좋을 것이다. 너무 깊이 노여움을 간직하면 그로 인해
내장을 상할 뿐만 아니라, 슬픈 일을 당할 때 슬픔의 감정이 더욱 커지게
된다.
태음인은 너무 쉽게 즐거움에 빠지고 또 금방 즐거움이 사라진다. 이처럼
즐거움이 격동하기 쉬워서 자주 즐거워 깔깔거리다가 금방 새침해져서는
폐가 상하기 쉽다. 즐거운 일이 생겨도 좀 체격답게 무덤덤하게 자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태음인은 즐거움은 쉽게 표출하고 쉽게 거두는 반면 기쁜 감정은 가슴
깊숙히 간직하는데, 오히려 기쁜 감정은 얼른 희열을 느끼고 그만 냉정할
일이다. 기뻐 들뜬 마음을 너무 깊이 간직하면 내장을 상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더욱 쉽게 즐거워하게 되는 것이다.
소음인은 쉽게 쏟는 감정이 기쁨이고 깊이 간직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기쁨은 물밀듯이 밀려온다는 표현같이 쏟아졌다가 이내 그치고 만다.
그처럼 쉽게 기뻐 흥분하는 일이 자주 있게 되면, 비를 상하게 될 것이다.
기쁜 일이 있다고 앞뒤 안 가리고 들뜨지 말고, 평소 침착한 성격대로
정말 기뻐할 만한 일인지 따져보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소음인은 즐거운 일을 당하면 그 즐거움을 금방 표출하는 것이 아니고
가슴 깊숙이 간직하는데, 오히려 기쁠 때처럼 감정을 숨기지 말고
반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무 깊이 즐거움을 간직하면 내장을 상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기쁜 일을 당할 때 기쁨이 더욱 쉽사리 격동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태양인과 소양인은 항상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억지로 꾸며서 즐겁고 기쁜 척 가장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거짓으로 즐겁고 기쁜 척하면, 그 마음이 진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분노와 슬픔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태음인과 소음인은 항상 즐거움과 기쁨을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슬퍼하거나 성내는 일이 잦으면 그 마음이 진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과 기쁨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사서의 하나인 중용에서는, `희로애락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중이라
하고, 드러나되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한다`고 했다. 나면서부터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아니라, 항상 희로애락의 마음을 경계하고
반성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다스려지면 신체의 부조화는
저절로 조절된다.
6. 기질상의 단점을 극복하여 장수를 누린다.
어떤 사람은 매사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너무
적극적이어서 문제인 사람도 있다. 무슨 일이든 서둘러 급히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릿느릿 굼뜨는 한없는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이 벗을 사귀고 일을 처리하고 살림을 살아가고 사람을 모으고
하는 여러가지 일을 하는 데에도, 사람마다 각기 일을 대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차이는 일종의 개성이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
적극적인 사람은 그 적극성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장점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그
소극성이 단점만 되는 것이 아니라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한 측면에만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것이다.
일을 망칠뿐만 아니라 더불어 건강을 망치게 된다.
적극성의 측면에서 극단적인 체질은 태양인과 소음인이다. 태양인은
적극성이 지나치고 소음인은 소극성이 지나치다.
태양인은 어떤 일이고 승리할 생각만 떠오르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적어서 어려움을 과소평가한다. 따라서 어려운 일을 착수하는 데
있어서 머뭇거리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시급히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 시기를 놓치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과단성이 일의 내용을 파악하고 난관에 대해 어떤 대비책이
있어서 생기는 적극성이 아니고, 자신이 실패할 리가 없다는 식의 일종의
만용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이어서, 만약 예기치 못했던 사태에
봉착하면 어떤 대응도 못하고 만다. 충분히 일을 파악하지도 못했거니와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양인이 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을 서둘러도 좋으나, 그 일이 자기 능력에 비교해서 아주 대수롭지 않은
정도의 것에 한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을 착수하기 전에 한걸음
물러서서 충분히 조사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태양인이 보기에는 아주 안전한 일로 보이는 것조차 소음인은 조바심을
친다. 소음인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일만 하려하고, 안전성이 확실한
방법만을 채택하려고 한다. 승산의 가능성을 몇 번이고 저울질해 보고서야
비로소 착수한다. 더 나아가 착수한 뒤에도 계속 잘못하는 일이 없는지
끊임없이 전후좌우 살피고 걱정을 해가며 일을 추진한다.
이처럼 미리 많은 것을 따져보고 충분히 대비한 뒤에 일을 할 뿐 모험을
피하기 때문에 소음인은 실패할 가능성이 적으나, 그 성공은 작은 성공에
그치고 `크게 한 건`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또 너무 이것저것 재보다가
시기를 놓치거나 손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슨 일에든 신중한 것은 좋으나 일에는 시기가 있는 것이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니 신중함도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실패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일을 망칠 뿐만 아니라,
머리에 바윗덩어리를 올려놓은 것 같아서 건강을 망치고 말 것이다.
소양인과 태음인은 적극성이나 소극성의 측면에는 그다지 극단적인 성격은
아니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끈기의 면에서는 서로 대조적인
성격이다. 소양인은 시작만 좋아하고 끈기가 없는 성격이 너무 지나치고,
태음인은 새로 무슨 일을 시작한다는 것을 아주 번거롭게 여기나 일단
하고 있는 일에는 지치지 않고 아주 끈기있게 달라붙어 마무리짓는다.
소양인은 마무리지을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일을 벌이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일단 시작한 일은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극복하고 중단하지 않는 끈기를 길러야 할 것이다. 일을 잘 벌이나
시작하자마자 싫증 반 어려움 반으로 그만두고 또 다른 일을 찾아 벌이고
하는 일이 자주 있게 되면, 어느 일이고 성공하는 일이 하나도 없게 될
뿐만 아니라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다.
태음인은 일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너무 두려움이나 번거로움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잘 알고 있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또 끈기있게 하지만, 모르는 일은 무조건 어렵게만 느끼고
두려워한다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남이
하고 있는 생소한 일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처음 배울 때만
어렵고 귀찮을 뿐 곧 익숙해지는 것이다.
태양인이나 소음인은 일의 끈기라는 면에서는 그렇게 두드러진 성격이
아니다. 일을 시작하는 자체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고, 또
일단 시작한 일에 어느 정도의 지구력은 있다.
거칠고 강한 남성적인 성격과 부드럽고 연약한 여성적인 성격에 대해서
보면, 역시 태양인과 소음인은 대조적이다. 태양인은 남성적인 성격이
지나쳐서 여성적인 성격이 없고, 소음인은 여성적인 성격이 지나쳐서
남성적인 성격이 없다. 매사에 음과 양을 겸해야 조화스러운 것인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일도 망치고 건강도 망친다.
태양인은 남자든 여자든 원래 남성스러운 것이 그답게 어울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성스러움도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음인은 여자든 남자든
여성스러운 것이 그답게 어울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남성스러움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양인과 태음인은 남성적인 성격과 여성적인 성격을 어느 정도 함께
갖추고 있어서 어느 한쪽으로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양인은
겉을 중시하고 태음인은 안을 중시하는 차이가 있다.
소양인은 자기 일보다 남의 일에 신바람을 내고, 실속있는 일보다 남이
알아주는 것을 기뻐하고, 집안일보다 동네 일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이에
비해 태음인은 너무 실속을 중시해서, 자기 일만 제일로 알고 명분이나
허명을 얻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 욕심이 많아 보인다.
태양인이나 소음인은 이 점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자기
실속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남의 일이라고 소닭보듯 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이 사상인은 원래 기질적으로 성격상 치우침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또 그로 인해 일이 잘못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그런 기질로 인해 마음에 취약점이 있어서 그 취약점을 잘
다스리면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더욱 편중되면
건강을 해치고 오래 살지 못한다.
태양인은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는 남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항상
조심성이 있는데, 한걸음 물러서는 자세로 이 조급성만 안정시키면 오래
살 수 있다.
소양인은 끈기가 없어 일을 그만두길 잘하고, 실속이라곤 없다 보니
두려움이 떠나질 않는데, 밖으로만 눈을 돌리지 말고 안을 살피는 자세로
두려운 마음을 안정시키면 오래 살 수 있다.
태음인은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고 바깥 일을 안하는 버릇을 하다 보니
겁이 많은데, 바깥을 살피는 자세로 겁심을 안정시키면 오래 살 수 있다.
소음인은 제자리에 있으려고만 하고 또 여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항상
무언가 잘못되지 않나 하여 마음이 항시 불안한데, 한걸음 나서는 자세로
이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면 오래 살 수 있다.
7. 적합한 운동
공해가 심해지고 현대병이 많아져서인지 요즘은 전례없이 건강에 관심이
높다. 건강식품 산업이 호황을 누리다 못해 사회 문제화되기까지 한다.
약수터마다 장사진을 치고 새벽이면 조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저마다 건강법에 대해 지론이 있어서 각기 실천하고 있은 것이다.
혹시 자기에게 맞는 운동방법을 고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조언이 참 여러가지다.
어떤 사람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한다. 운동이란 모름지기 바벨이라도
들고 땀을 뻘뻘 내며 해야 운동다운 운동이 되는 것이며, 그래야 온몸의
노폐물이 다 빠져 나간다는 그럴듯한 이유까지 대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수영이 최고라고 극찬한다. 전신운동이며 단시간 내에
운동량도 크고, 물의 부력을 받기 때문에 육상에서 하는 같은 양의 운동에
비해 몸에 무리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조깅이 제일이라고 한다. 인간은 원시 수렵시대 때부터
생존을 위해 뛰어왔고 본래 뛰어다니도록 신체구조가 되어 있는데, 자동차
문화가 생기면서부터 신체의 모든 불균형이 초래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는 비교적 들어볼 만한 얘긴데, 거꾸로 운동 무용론자도 있다.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고 경험상 아침운동을
해보아도 식욕이 오히려 떨어지고 하루종일 피곤하기만 할 뿐이더라는
것이다. 정 불안하면 국민보건체조나 하는 것이 어떠냐는 충고를
덧붙인다.
이렇게 여러가지 주장들을 듣고 있으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도무지
판단이 안 선다. 그러면 도대체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모두 옳은 얘기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건강법은
없으며 자신의 신체적 특성에 알맞은 운동법을 골라야 할 것이다.
태음인이라면 운동량이 많은 것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태음인은
왕성하게 먹어대는 만큼 왕성한 신체활동으로 먹은 것을 내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일만 실속있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제 몸도 실속있게
챙기는 성격이라, 음식 욕심도 많아서 몸이 너무 비만해질 위험이 있다.
충분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내면 비만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태음인은
평소에 땀이 많으면 건강하다는 증거인데, 운동을 충분히 해서 땀을 많이
흘려 내놓으면 건강에 유익하다.
바벨 같은 것을 사용하여 힘이 많이 드는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조깅 같은 것을 하더라도 시간을 길게 하고 속도를 주어
운동량을 충분하게 하여야 한다.
이와 반대로 소음인은 너무 격렬한 운동법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느 운동이든 기진맥진할 정도로 해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동이 오히려 식욕을 떨어뜨리고 피곤하게 할 뿐이더라는 앞에서 말한
운동무용론자는 아마 소음인으로서, 자신의 신체조건에 비해 운동량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소음인은 원래 기력이 부족해서 항상 과로하여 탈진하는 것은 금기시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체력소모가 많지 않는 운동법을
택하도록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것을 해서 강철 같은 몸을 만들고
근력을 강하게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신체 각 부위를 골고루 활동시켜
주고 적당한 근력을 유지하여 자세를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좋다.
체조나 조깅 같은 부담없는 운동을 하여도 좋고, 동작이 빠르고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 예컨대 테니스 같은 운동을 시간을 짧게 하여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이 아니라도 체력소모가 심한 운동법, 예컨대
한증 같은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태양인이나 소양인은 그 중간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소음인처럼 체력이
약하지는 않으나 태음인처럼 구태여 매번 땀을 줄줄 흘릴 때까지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는 스태미너의 측면에서 본 것이고, 그밖에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생각해볼 점들이 있다.
태음인은 승부욕이 강하지 않아서, 경기 자체는 재미있어 할지는 모르나
승부에는 큰 집착이 없다. 남을 이긴다는 것이 그다지 큰 기쁨을 주지
못하는 성격이다. 또 민첩함은 좀 떨어지지만 힘과 체력은 강한 편이다.
이에 비해 소양인은 지구력과 인내심은 좀 부족한 편이나 굳센 성품이고
행동이 재빠른 것이 장점이다. 승부욕도 있다.
그렇다면 태음인은 씨름이나 역도 같은 운동에 알맞은 체질이라고 생각될
것이고, 소양인은 권투나 탁구, 육상 같은 것이 적합한 운동이라
생각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상의학은 운동선수로서의 적성이라는
문제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 아마 운동선수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주
복합적인 능력이어서, 체질만을 가지고 적합, 부적합을 따지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사상의학은 어떻게 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가에 흥미가 있을 뿐이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장점이란 어느쪽으로의 치우침이기 때문에, 달리 보면
그것이 또 단점을 결과한다. 자신의 장점이 있다는 쪽으로만 운동을 하면,
오히려 단점을 더욱 강하게 하여 나쁜 결과가 될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길러주고 보완해줄 수 있는 운동을 겸하는 것이 바르다.
태음인은 씨름이나 역도를 하여 땀을 많이 내는 것을 중심으로 삼아야
하지만, 때로는 순발력과 민첩함을 요하는 운동을 하여 약점을 보완해야
하고, 소양인은 용맹스럽고 날랜 성품을 살리는 운동을 중심으로 삼아야
하지만, 때로는 지구력과 근력을 길러주는 운동을 하여야 한다.
구기종목 같은 단체경기를 할 때, 태양인은 물러설 줄 모르는 성격이어서
적극적인 운동에 맞고 또 공격수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고, 소음인은
격렬한 경기는 싫어하고 또 수비수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신체적 약점과 성격상의 단점을 보완하고 싶다면, 오히려 태양인은
수비수의 편에도 서보아야 할 것이며, 소음인은 오히려 공격에 적극
가담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밖에 태양인과 소양인은 상체는 발달해 있는 편이나 하체가 약하므로
하체를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하고, 태음인과 소음인은 하체는
발달해 있으나 상대적으로 상체가 허약하므로 상체를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8. 재능, 적성, 직업선택
남자라면 자고로 말술이라도 불사하고 쌀가마를 번쩍 들 줄 알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요즘은 별로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숫컷은 용맹을
상징하고 암컷은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것도 옛말이 된 것 같다.
농사짓고 고기잡고 망치 두들기는 것이 생업의 전부였던 시절에는 힘깨나
쓰는 것이 남자다움의 상징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지만, 요즘처럼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나 만지는 시대에는 힘이고 주먹이고 하는 것이 별로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되지 못한다. 남자라고 해서 옛날처럼 꼴베고
농사짓고 하는 일에 어릴 적부터 단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리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남자라고 누구나 근력이 세고 튼튼한 것도 아니다.
그런 결과 남녀의 차이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였다. 남녀간에 할 수 있는
직업의 구별도 거의 없어졌다. 예전엔 서로 금지구역이었던 상대편 성의
직업 분야에 서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가 사업가라고 해서
호기심어린 눈초리를 보낼 것도 없고, 남자가 살림꾼이라고 해서 동정의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성격은 남녀 차도 있지만 이보다는 체질 차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여성스런 남성이 있는가 하면 남성스런 여성도 있다. 부인의 내조를
충실히 해야 제격인 사람이 사업을 한다고 나서면 될 리가 없다. 종내에는
사업은 내 체질에 안맞아 운운하면서 포기하고 만다. 밖으로 뛰쳐나가
무언가를 추진하지 못해 안달인 여자를 집안에만 가두어놓으면,
여류사업가로 나서지 못한 한을 실내 도박장이라도 개설해서 풀려고 들기
때문에 결국 가정의 파탄을 가져올지 모른다.
옛날에는 직업이라고 해보아야 양민은 사농공상 네 유형에 불과하였으나,
현대의 직업은 너무도 많아서 벌어먹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이같이 직업이 다양하다 보니 적성이라는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된다.
아마도 현재의 자기 직업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직업은 단지 생계를 위한 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의 의미에
그쳐서는 안되며, 자아의 실현에서 오는 보람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의 재능을 전혀 살릴 수 없고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하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다. 먹고 살 다른 방법만 있다면 언제든지 그 직업을 내팽개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직업이 나에게 맞는 직업일까? 자신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직업을 가지면 일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 직업이라면 성취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어, 그럴 때마다
일에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직업과 관련해서 태양인의 성격 가운데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말이나
행동에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소한 일도 자신있게 임하므로
머뭇거림이 없고 행동도 시원시원하며, 상대가 누구이든 어려워하지 않고
쉽게 말을 붙인다. 이런 성격상의 장점이 있어 낯선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므로, 사업상의 거래선을 만들거나 영업을 하거나 할 때 유리하다.
한 직장내의 부서를 가지고 말한다면 영업부서에 적합하다. 해외파견을
하려면 선발대장으로 제격이다. 써클을 가지고 말한다면 섭외부서에
적합하다.
또 과단성이 있고 적극적인 성격이므로, 사업을 한다면 어려움이 있고
생소한 분야에서도 능히 성공할 자질이 있다. 사람을 쉽게 사귀는 점이나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등 성격상의 장점이 있으므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데 유리해서 타고난 사업가의 기질이 있다.
그러나 원래 치밀하지 못하고 독선적인 데가 있으며 특히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거친 성격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를 따르게 하고 자기 일에
동참시키는 데는 무능하다. 리더로서의 자질이 돋보이나 사실은 반쪽만
있는 셈이니, 성공하고 싶거든 스스로 남의 입장에 서서 남을 배려하는
자질을 기르거나 아니면 그런 자질이 있는 사람을 중용해서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분간하는 재주는 있으나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을 분간하는 재주가 없어서 특별한 기준도 없이 자기 취향에 맞는
사람은 유능한 사람으로 착각하여 끌어들이고 좋은 대우를 해주면서 자기
취향과 다른 사람은 무능하게 취급하니,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모으지 못한다. 사람을 사귀고 끌어들이는 재주가 겨우 놀고 벗하고
하는데나 도움이 될 뿐, 일을 소모하는 데는 별무소용이다. 더구나 일이
잘못되면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남부터 원망하니, 그나마 모은
사람들도 하나하나 떠나고 만다.
소양인은 옹졸하지 않고 굳센 기상이 있으며 포용력이 있어서 무슨 일을
맡겨도 신뢰가 가는 사람이다. 사욕을 탐하느라 공무를 그르치지 않고
명예를 소중히 한다. 이런 성격은 한 직장 내에서 말하자면 감사부서에
두면 감찰엄무를 엄하게 하고, 수금이나 지출을 맡기면 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거기다가 부지런하고 충직해서 상사의 총애를 받는다.
실속보다 명예를 중시하고 자기 일보다 남의 일을 중시하는 성격이므로,
사업가로서의 자질은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남들이 보기에
행동에 법도가 있어 보이고 신용이 있으므로, 교육사업이나 금전신용
사업과 같이 자질을 살필 수 있는 사업도 많이 있다.
그러나 끈기가 없어 어려움에 처하면 포기하기 쉬우므로 안정된 직장에서
틀에 박힌 업무나 충실히 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고, 사업에 성공하고
싶거든 끈기를 기르거나 자기에게 계속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할 것이다.
태음인은 어떤 일을 틀어쥐고 끈기있게 하는 데는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행동이 좀 굼뜨고 남보기 답답하다. 이런 성격은 한 직장 내에서
말하자면 총무부서에 적합하다.총무부서의 일은 일정한 패턴이 있어
그다지 생소한 것이 없으므로 태음인이 번거로워하지 않는다. 또 일이
단조롭고 하루 종일 변화없이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다른 체질의 사람은 곧 넌더리를 낼 일이지만 태음인이라면 오히려
속편하게 생각한다.
남보기에는 이제 별 가망이 없다고 보이는 일도 별 표정도 없이 포기하지
않는데다가, 일을 시작한 뒤에는 차근차근 익혀서 그일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는 스타일이므로 사업가로서는 큰 장점이 있다. 음인이므로
진취적이지 않아서 소위 벤처사업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남들이 다 하는
흔한 사업쪽에 오히려 재주가 있다. 음식점이고 양장점이고 식품가게고
한두 번 한두 해 실패해도 결국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그러나 원래 부지런하고 재빠른 성격이 아니므로, 최근에 발달하는
정보통신 분야의 사업이라든지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변화무쌍한
사업에는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거든 발빠른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은 뒷전에서 관리나 하면 제격이다.
자기 실속은 잘 차리나 남을 위하지 않는 성격이고 자기 일과 남의 일에
대한 구별이 너무 뚜렷하다. 그래서 욕심많게 보이지만, 대신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장점이 있다.
소음인은 신중하고 침착한 것이 장점이다. 아무리 대책이 안 서도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는 행동하지 않는다. 무슨일을 시작할 때는 그 결과를
예상해 보고야 비로소 손을 댄다. 소음인은 세심하게 남을 배려할 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재주가 있고, 그래서 자기 하는 일에 사람을
모으는 재주가 있다. 또 태양인과는 달리 사람의 유능하고 무능한 사람을
분간할 줄 알기 때문에, 사람을 모아도 필요한 사람을 모을 줄 안다.
이와 같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한 직장 내에서 말한다면, 기획부서나
인사부서에 적합한 사람이다.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고 적임자를 배치하고 예상되는 난관에 대비책을
세우고 수지의 균형을 계산해서 맞추고 하는 일들에 유능하다. 다만 원래
소극적인 성격이므로 프로젝트 자체를 결정하는 데는 적임이 아니고,
프로젝트를 기안하거나 그에 부수되는 여러 복잡한 일들을 따지고
계획하는 등의 일이 제격이다.
소음인은 좀처럼 현재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사업에 뛰어들 사람은
아니지만, 충분히 조사해서 사업을 시작하면 실패하는 일이 적다. 그러나
모험을 싫어하는 만큼 시기를 놓쳐 큰 이익을 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고,
큰 이익이 남는 일에 인연이 적다. 다만 유능한 사람을 잘 모으는 재주가
있으니, 그 점을 잘 활용하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9. 배우자 고르기
지금도 혼인을 할 때면 궁합을 보는 일이 많다. 궁합이란 신랑될 총각과
신부될 처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추어 오행관계를 따져보아 길한가
흉한가를 보는 것이다. 옛날에는 궁합이 좀 나쁘다 하여 결혼 전에
갈라서는 일이 많았어도 일단 혼인을 하면 가정이 무너지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궁합은 미신과 같은 것이라 하여 무시하면서도 결혼
후에 갈라서는 일이 다반사이니, 옛사람이 현명했던 것일까, 아니면 요즘
사람들이 너무 경솔한 것일까?
요즘 이혼을 하는 이유의 대부분이 부부간의 성격차 때문이라고 한다.
서로 좋아할 때는 성격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을터인데 금방 또 맞지
않는다니, 사랑에 눈이 멀어서 상대방을 보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성격 따위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학벌과 재산만 본 것인가?
오행이니 사주팔자니 하는 것은 사상의학과는 인연이 없지만, 중요한
이혼사유가 성격차 때문이라니 사상의학적인 관점에서 서로 어울리는
성격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먼저 부부가 같은 체질인 것이 좋은가 다른 체질인 것이 좋은가? 같은
체질이면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배우자를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이라고도 하는
것처럼, 부부란 자기와 다른 면이 있어야 매력을 느끼고 서로 보완해주는
점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 그런 측면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부부가 둘 다 앞으로 전진하려고만 하지 물러설 줄을 모른다거나, 한 달이
멀다 하고 자꾸 새로운 일을 만들고 저지르고 한다면 문제이다. 전자는
태양인 부부이고 후자는 소양인 부부이다. 우선 서로 나아가려는 방향이
항상 같지 않을 것이니 의견충돌로 조용한 날이 없을 것이고, 자꾸
준비없이 서두르니 부실해서 번번히 낭패를 볼 것이다.
태양인의 숫자가 적으니 태양인끼리 부부가 되는 것은 희귀하다.
태양인끼리 부부라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면 그쪽의 의견으로
항상 정리될 수 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항상
서로의 의견이 맞서 동서로 갈길이 다르면 집안이 평안할 날이 없을
것이다. 태양인 부부는 서로 상대방만 탓하지 말고 때로는 자신이
물러서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소양인 부부는 둘 다 신중하지 못하고 참을성이 없어서 매사 실수가 많고
부부싸움도 잦을 수 있다. 더구나 가정보다는 바깥일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부부가 모두 가사를 소홀히 하게 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다투어도 오래 가지 않고 둘 다 부지런하므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소양인 부부가 원만한 생활을 하려면
어느 한쪽이라도 묵직한 맛을 길러야 좋을 것이다.
부부가 둘 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거나 또는 나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겉보기에는 안정적이고 원만한 부부인 것처럼 보여서 성격이
잘 맞는 사람끼리 잘 만났다고 생각될런지 모르지만, 발전이 없어
종래에는 권태감에 사로잡히게 될지도 모른다. 전자는 태음인이고 후자는
소음인이다.
태음인끼리의 부부는 애인 같은 분위기보다는 친구나 동지 같은 분위기가
있다. 원래 묵직하고 참을성이 있으며 남을 간섭하지 않고 또 남이
간섭하는 것도 싫어하므로 별 충돌이 없다. 또 자기 일을 자기가 알아서
잘하므로 가계를 꾸려가고 가정을 안돈시키는 데는 좋다. 반면 서로
부딪치게 되면 고집이 있어서 크게 부딪칠 수 있고, 세심하지 못해서 좀
덤덤한 부부관계가 되기 쉽다. 태음인 부부가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 하는 것처럼 결혼기념일도 자축하고 상대방의 생일도
기억해서 연극구경이라도 일부러 다녀오는 수고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음인 부부는 비교적 큰 문제는 없다. 서로 상대방의 눈치를 알아채서
배려를 할 줄 알기 때문에, 애초에 애정이 있다면 그 뒤에 다시 크게
충돌하는 것은 흔치 않다. 다만 작은 일에도 감정이 상하여 오래 갈 수
있으므로, 소음인 부부는 어느쪽이든 사소한 일에는 덤덤하게 넘길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밖에 같은 체질의 부부는 식생활을 조절하기가 쉬워서 건강에 이롭다.
부부가 좋아하는 식품이 상대방의 금기식품인 다른 체질끼리의 부부에
비해, 쉽게 식단을 준비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른 체질끼리의 부부에 대해 생각해보자. 보통은 이와 같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태음인과 소음인의 부부는 묵직한 남편에게 여린 아내가 기대는
형상이거나 자상한 남편과 투박한 아내의 형상이어서 좋은 부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양편이 모두 음인이기 대문에 진취적이지 못하고, 소음인
쪽에서는 상대방이 무드없음을 탓하고 태음인 쪽에서는 상대방이 꼬치꼬치
구는 것이 귀찮다고 탓할 수 있다.
태음인과 소양인의 부부는 서로 상반되는 듯한 기질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좋다. 태음인 쪽이 무뚝뚝하고 재치없고 자기만 아는
행동을 해도 소양인 쪽이 그렇게 괘념하지 않고 애교있고 아기자기한
가정을 이끈다. 소양인 쪽이 경솔하여 실수가 있을라치면 태음인 쪽이
막아주고, 한쪽은 바깥일을 중시하나 한쪽은 집안일을 중시하므로 안팎에
두루 결실이 있다.
그러나 상반되는 성격으로 인해 불화가 심해지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여
아주 잘못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애정이 있을 때는 매력인 것이
미워지면 결점으로만 보이는 법인데, 이런 점만 유념하면 원만하게
부부생활을 할 수 있다.
소음인과 소양인의 부부도 성격상의 차이가 있어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되면 바람직하다. 소음인 쪽은 소양인 쪽이 다소 실속없이 바깥으로만
돌아도 태음인과는 달리 어느 정도 이해할 줄을 알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고, 소음인 쪽이 지나치게 소심하게 굴어도 소양인 쪽에서 괘념하지
않으므로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소양인 쪽이 매번 일만 벌이고 거두지 않으면, 태음인처럼 벌인
일을 마무리하는 데 별 흥미가 없는 소음인으로서는 짜증스럽기만 하다.
또 소음인이 돌다리도 불안하다고 자꾸 일 벌이기를 주저하고 물러서기만
하면, 일을 쉽게 시작하지 않는 태음인으로서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일을
쉽게 착수하는 것이 습관인 소양인으로서는 답답해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소음인은 때로는 소양인의 판단을 믿어도 볼 일이고, 소양인은 반려자를
고생시키지 않을려면 뒷감당 못할 일을 벌이지 않아야 한다.
태양인이 다른 체질의 사람과 부부가 되면, 너무 독선적인 태도를 버리고
가끔은 반려자의 얘기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것이 부부생활의 요령이다.
@sp0
알기쉬운 사상의학
제 2부
체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건강하게 삽시다
송 일 병 지음
(경희대 사상의학 교실
주임교수)
하 나 미 디 어
입력: 단국대학교
CIVITAN 동아리
교정: 청주맹학교 점역실
알기쉬운 사상의학
2부 차례
차 례
제 2부 사상의학의 이해
제 4장 사상의학의 이해^cn1
1. 체질의학이란?^cn2
2. 독창적인 의학, 사상의학의 탄생^cn9
3. 사상철학과 사상의학^cn16
4. 사상의학의 기본 원리^cn25
5. 체질은 평생 변하지 않는 것^cn32
6. 사상체질의 구별법^cn36
7. 사상인의 심성^cn48
8. 사상인의 건강조건과 체질병증^cn58
9.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생활의 지혜^cn74
제 5장 이제마의 양생훈^cn87
1. 광제설^cn89
2. 성명론^cn96
3. 사단론^cn106
4. 오복론^cn111
5. 지행론^cn116
(참고자료 1) 체질병증론^cn121
(참고자료 2) 이제마의 사상체계^cn139
@sp1
@fc 사상의학 2부
제 2부 사상의학의 이해
제 4장 사상의학의 이해
제 3장까지는 일반인들이 난해한 사상의학을 쉽게 이해하고 그리하여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전문적으로 의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제 3장까지의 지식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세간에 사상의학에 대해 오해가 있고 그리하여 일반인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들 중 그릇된 것이 적지 않다고 생각되므로, 제 4장에서
사상의학의 이론 가운데 핵심이라고 생각되거나 혹은 오해하기 쉬운
부분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한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깊게
들어가는 감이 있으나, 제 3장까지를 착실히 숙지한 독자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제 4장을 읽고 난 후에 다시 앞의 세
장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체질의학이란
과거의 의학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인간을 획일적으로 간주하고, 더욱이
질병도 획일적으로 생각하여 사람 개개인의 체질적인 특성은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해 왔다. 이것은 질병의 예방이나 효과적 치료에 큰 장애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진이나 약물의 부작용과 같은 여러가지 폐단을
낳았다. 체질에 따라서 허약한 장기가 다르고 병의 진전이 다르고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면, 마땅히 평소의 건강법도 사람마다 달라져야하며,
같은 병이라도 치료법도 달라져야 하고 사용하는 약물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체질의학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사상의학은 동무 이제마 선생이 19세기 말경 그의 저서 (동의수세보원)과
(격치고)를 써서, 인간의 체질적인 유형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구분하고, 각 체질의 생리와 병리, 치료, 그리고 양생을
연구함으로써 만들어낸 새롭고 독창적인 체질의학이다.
기존의 의학이 (황제내경)과 (주역)을 중심으로 한 황로학파의 계통을
잇고 있는 데 비해, 사상의학은 실학의 대두로 발전하기 시작한
개신유학에 토대를 둔 인간 중심의 철학이자 의학이다. 그는 체질을
분류할 때 사람의 어느 일부분만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정신과 육체, 언행과 성격, 체형 등에 이르기까지 심신 양면에 있어서
다각도로 연구하여, 단순한 의학을 뛰어넘어 하나의 인간학으로
완성하였다.
흔히 사상의학을 체질분류법 정도의 단순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질의 분류는 물론 체질의 차이가 생기는 필연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나아가 선천적으로 체질적 특성을 타고난 인간들의 건강과
질병, 심지어는 수양의 태도까지를 제시하고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언행과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또한 몸의 건강을 얻고 무병장수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사상의학을 의학이자
철학이자 인간학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을 획일적으로 보지 않고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갈레누스의 체질론과 (내경)의
오태인론이다.
서양의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인체는 혈액,
점액, 담즙, 흑담즙 등 네 가지를 기본 요소로 하여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편 것을 토대로 하여, 약 500년 이후에 태어난 갈레누스라는 학자는
인간이 네 가지 기질로 구분된다고 하여 사기질론을 폈다.
그는 다혈질, 점액질, 담즙질, 우울질의 네 가지 기질을 말하는데,
다혈질은 온정적, 사교적, 감정적이며 흥분적이며 인내심이 갈하고
완고하다고 보았다. 또 담즙질은 참을성이 없고 정서적이며 용감하고
객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고, 우울질은 인내심이 강하고
지속적이나 우울하고 주관적이며 보수적이라고 보았다. 비유한다면
실업가형, 학자형, 지사 호걸형, 종교 도덕가형 등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인 연구나 생리학적인 연구가 있기 이전에
이루어진 하나의 가설이다. 이 원시적인 연구는 그 계통으로 본다면 그
뒤에 내분비 호르몬과 신경계에 대한 연구로 맥을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양 의서 최고의 원전인 (내경)에는 음양론에 의거한 음양 오태인론과
오행설에 의거한 오행 이십오태인론이 수룩되어 있다. 오태인이란
음양화평지인을 중심에 놓고 치우침의 내용에 따라 태양지인, 태음지인,
소양지인, 소음지인으로 나눈 것이다. 음양 25인이란 목형, 화형, 토형,
금형, 수형 등 음양오행설의 오행에 따라 구분한 것을, 다시 이를 다시
5개씩 나누어 25개의 유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가능한 인간의
여러가지 성격을 다양하게 구별해본다는 의의는 있겠지만, 의학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태인론에서 말하는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규정은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 나오는 것과는 용어는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내경)의
오태인은 음과 양의 경중을 가지고 구분하는 것이고, 사상의학의 사상인은
몸(혹은 장기)과 마음의 사단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즉 심신
양면을 관찰하여, 심신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고 또 심과 신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연구하여 그 유형을 나눈 것이다.
한방의학에는 증치요법과 체질치료법이라는 두 가지 치료방법이 있다.
1894년 이제마가 사상체질 이론을 제시하기 이전에는 대부분 증치요법이
주종을 이루어왔고, 체질이란 개념은 어렴풋하고 모호한 상태로 거론되는
정도였다.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에서 사상인, 즉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을 규정하고 이들의 생리, 병리, 치료약리의 특징을 설명함으로써,
비로소 체질의학은 본격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증치의학은 인간을 수동적인 위치에 놓는다. 인간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살아간다는 점이 중시되는 데 비해, 그 인간이 갖는 특성은
경시된다. 병이 생기는 것은 풍, 한, 서, 습, 조, 화와 같은 외적인
요인이 인체에 작용해서 생긴다고 보는 것이고, 각 개인의 신체적인
약점과 특성을 주요한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 이에 비해 사상의학은,
인간이란 자기 스스로 자율적으로 자신의 몸을 조절 할 수 있는 존재인데
개개인의 심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병이 생길 수 있다고 보아,
일차적인 것을 인간 자신에게 둔다.
때문에 치료법에 대한 사고방식도 달라진다. 증치의학은 허실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중요하다. 병은 정기가 부족해서 생기거나 사기가 지나쳐서
생긴다고 보아서, 허증에는 보를 하고 실증에는 사를 하는 보법과 사법을
기본적인 치료방법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사상의학에서는 인체의 장부가 체질마다 대소가 다르고 이
불균형이 병의 주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 균형을 잡는 데 치료의
목표가 두어져야 한다고 보아서, 이 불균형을 조절해주면 허실은 저절로
조절되므로 허증약과 실증약의 구별에 의의를 부여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의 병의 원인은 심신 양면에 있으므로 너무 외적인 요인에만 경계하여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올바른 치료가 되지 못한다고 보고, 사람의
정신적인 요인을 잘 다스리는 것을 것을 중시한다. 즉 치심치병하는
의학이다.
2. 독창적인 의학, 사상의학의 탄생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 인류는 아주 다양한 용모, 성격, 취미, 특성,
생활습성, 체질 등등을 가지고 있다.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체질, 성격, 생활습성, 취미 등에 의해서 서로 다른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치료에서도 같은 치료법, 같은 약, 같은 용량을 써서는
소기의 치료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병의
발생원인과 증세를 기초로 하여 치료하는 것보다 그 각 사람의 신체의
체질특성에 맞는 치료를 하고, 그 체질과 특성에 상응하는 병의 경과와
예후를 알아내어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것들을 비슷한 유형으로 분류하여 형들을 제정함으로써
예방의학적인 견지에서 심화하려는 연구가 있었다. 이것이 이제마의
사상의학이다. 이제마의 사상인, 즉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은
각각 기질특성이 다르므로 병형도 다르고 치료법도 달라진다. 그리하여
체질의 분류에서부터 시작하여 병형과 처방에 이르기까지
체계화하려는것이 사상의학이다.
사상의학은 이제마 선생이 자신의 독자적인 의학적 견지에서
(영추통천편)오태인론을 분석 연구하여, 우수한 것을 계승하고 거기다가
자신의 새로운 견해를 보충하여 정비한 새로운 학설이다. 의학이 발생한
지 5, 6천 년이 지난 후에 내가 태어나 옛 사람들의 저서를 참고하다가,
우연히 사상인의 장부의 생리적 특성을 발견하였다. 장중경이 말한 소위
육경병은 병증의 견지에서 세위진 학설이지만, 나의 사상인론은 인간
자체를 놓고 본 새로운 학설이다. 라고 하여, 학설의 독창적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육경병이란 병을 삼양, 삼음으로 구별하는 것을
말한다. 즉 태양병, 소양병, 양명병, 태음병, 소음병, 궐음병이다. 이것은
병의 구분이지 사람의 구분은 아니다.)
이제마는 물론 의학자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유학자이다. 유학을 연구하다가
사상의학이 나온 것이지, 처음부터 의학을 만들려고 연구한 결과
사상의학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증치의학자들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수기치인을 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사람마다 심성의
장단점이 있어 수기치인의 방법이 달라져야 했고, 그래서 몸과 마음을
닦아 유학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것이 의학이 된 것이다.
사상이라고 하는 말의 유래는 앞서도 얘기한 바 있지만 (내경)의
오태인론에서 나온다. 태음지인, 소음지인, 태양지인, 소양지인,
음양화평지인 해서 원래는 오태인이다. 그중에 음양화평지인이란 있을 수
없다고 보는데, 심신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원래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이 닦고 조절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목표에 불과한 것이라고 본다.
또 나머지 사상인의 개념도 (내경)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유학의
심신사물론에서 나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의학이라고 부르는 증치의학은 도교사상의 한 갈래인
음양오해설에 기반하고 있다. 옛날에 주렴계라는 사람이 제창한
태극도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유학을 주역적인 전개방법에 따라
설명하는 것이다. 원래 주역은 황로학파의 이론으로서 일종의 도교사상인
것이다. 이 도교사상의 한 가지인 음양오행설이 현재의 증치의학의 근간이
되는 철학원리이다. 음양오행설을 따르는 사람들을 음양가라고 하는데,
점성술, 정치, 의학 등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처럼 증치의학은 오행간의 견제와 부추김의 원리, 즉 상극과 상생의
원리가 그 토대를 이루고 있는 데 비해, 사상의학은 오행의 개념을 완전히
배제하고 사단, 사초의 개념을 기본으로 한 새로운 이론이다. 이
사상이론은 음양오행설이 아니라 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의 사회적 상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제마는 1837년(정유년)에 태어나서 1900년(경자년)에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이 분이 살았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백 년 남짓 전밖에
안된다. 당시는 성리학의 폐단이 심각해서, 이제마는 어떻게든지 기존
성리학을 탈피해서 새로운 시각의 철학,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야 하겠다고
하는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결과 사상철학 및 사상의학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학은 공자, 맹자의 원시 유교가 있고, 그것이 한나라, 당나라를 거쳐서
송나라에 와서 성리학으로 넘어간다. 이때 정자, 주자가 유학을
철학화시키는 데 이용한 것이 태극도설이다. 그런데 이 태극도설은 원래
주역과 같은 도가학파에서 나오는 전개방법이다. 그러니까 태극이
양의(음양을 가리킴)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나눈다.
이렇듯 명백히 황로학파의 주역사상이다.
주자에 의하면, 모든 물체가 있으면 무체의 성질이 있다. 그런데 그 성질
속에 물이 있고 심이 있어서, 물은 겉이요 심은 속이다. 심 속에는 또
성이 있고 정이 있다. 성은 소위 도심이라고 하고 정은 인심이라고도
얘기한다. 태극을 이라고 하고 음양을 기라고 보아, 태극과 음양 사이에
이와 기의 체용 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 어떤 원리가 있으면 그 원리로
인해서 기라는 현상이 나온다. 이와 같이 주자가 유학을 철학화 시키는
과정에서, 모든 이치는 성에 서 있고 모든 현상의 기는 음양에 속해
있다는 원리로 태극도설을 이용해서 유학을 철학화시킨 것이 성리학이다.
이 성리학이 우리나라에 와서 고려 중엽부터 조선조 말엽까지 7백 년을
내려오는 동안에, 많이 발전도 하고 거기에 따른 폐단도 많이 있었다.
발전이라면 송나라 때 정자, 주자가 제시한 내용을 한 단계 넘어서서
이퇴계라든지 이율곡과 같은 사람을 중심으로 소위 본체론적인 이론으로
발달한 것이다. 그래서 이퇴계는 이기이원론을 주장하고 이율곡은
이기일원론을 주장하면서 한국 성리학의 발전과정이 이루어지다가, 조선조
중엽에 와서는 사색당쟁의 원인으로 되어버린다.
이처럼 율곡과 퇴계로 대표되는 성리학의 중흥안 조선조 중엽에
이르러서는 사색당쟁의 도구로 변해버리고, 정치를 비롯해서 모든
사회현상을 주자의 성리학이 지배하는 사태를 빚게 되었다. 철학이
철학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지배하고, 사회를 지배하고,
결국 인간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정경야합과 흡사하게 학파와
권력층이 연결되면서 피비린내나는 싸움의 소용돌이로 휘말려들자,
이론에만 극단적으로 치우치고 파쟁의 도구로만 이용된는 성리학에
반발하여 실사구시적인 학문이 일부 학자들에게서 싹트게 되는데, 이것이
실학이다.
사회 내부에서 움트기 시작한 실학정신은 청나라를 통해서 들어온
서양문물과 학문의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마가
태어나 활동하던 시대는 이러한 실학적 사고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실학정신은 기존 성리학을 타파하면서 새로운 유학의 새로운 학문체계를
전개시켜 보려는 것이어서, 그런 점에서 개신유학이라고 하는데, 이제마의
사상의학의 토대가 되는 사상철학도 바로 전형적인 개신유학이라고 할 수
있다.
3. 사상철학과 사상의학
이제마는 태극과 양의와 사상의 변천과정, 즉 주역의 원리를 자기 철학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주렴계의 태극도설은 바로 유학적인
사고를 주역적인 전개방법에 의해서 설명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마는 오행의 이론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원래 주역은 항로학파 계통의 이론으로 일종의 도교사상이다. 그
도교사상의 한 가지로서 음양오학을 이루고 있는 기본 골격이다.
증치의학으로서 한의학은 황로학파의 한 가지인 음양오향론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음양오행론은 점성가, 정치가, 의사 등 한쪽으로 전래되어
내려오는 전통으로 동양철학의 굵은 줄기이다. 이들을 음양술수가라고
부른다.
사상이라는 말은 본시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인데, 이것은 이제마가
생각하는 사상과는 차이가있다. 이 태소음양의 사상은 주역에 나와 있는
술어일 뿐이고, 이제마가 생각하는 사상은 일, 마음, 몸, 물, 그래서
사심신물, 이 네가지가 사람의 사상이다.
다시 말한다면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이라는 사상인은 (내경)에
제시되어 있는 체질론이 그 시발이 된 것이어서, 네 가지 체질론은
이제마가 창작은 했지만 그 용어는 어디까지나 주역에서 나오는, 혹은
황로학파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하나의 음양편차 현상의 설명방법이다.
용어는 같다 하더라도 이제마의 사상철학에서 얘기하는 사상이라는 것은
이와 같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사심신물론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의 (격치고)라고 하는 철학서 중에는 (유략)편이 있는데, 유략이라고
하는 것은 유학을 요약한다는 뜻이다. 그 (유략)편의 제일 먼저 출발이
사심신물론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마의 원래 의도는
사상의학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사상철학을 만들려고한 것이다.
그렇게하여 만들어진 철학체계를 가지고 새로운 개신유학을 전개하려고
보니, 인간이 살아가야 할 도리라든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유학적인 실천 윤리적인 사항에서의 인간의 도리가 문제로 되고, 나아가
이 문제는 단지 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신의 문제, 즉 심신의 갈등의
문제로 발전되었던 것이다. 심신의 갈등으로 인해서 인격도야의 장애
현상도 생길 뿐더러 더 심하면 질병으로도 된다. 즉 사상의학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과 몸의 유기적인 관련성을 파악하게 되면, 의학의 목적을
단순히 질병을 고치는 것에 둘 수는 없게 된다. 몸의 건강은 인격도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사상의학은 인격을 도야하기 위해
심신균형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승화시켜서 인격도야를 해나가야 하느냐
하는 방법론이다. 곧 철학에서 의학론이 나온 것이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려는 뜻의 의학이 아니라 궁극적인 인격도야론을 전개하는 과정
중에 나온 하나의 방법론이고, 그런 의미의 의학이다.
그런 고로 기존의 (내경)으로 대표되는 증치의학과는 원류나 내용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사상의학은 이제마의 독창적인
의학이라고 단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의학을 굳이 유학계통의 한의학과 황로학파계통의
도교정신에 입각한 한의학으로 구분한다면, 사상의학은 유학정신에 입각한
한의학이다. 그러나 유학정신에 입각한 한의학이라 해도 정자, 주자가
얘기하는 성리학 정신은 아니고, 새로운 시각의 개신유학 정신에서 나온
한의학이다. 즉 궁극적으로 치심치병을 목적으로 하는, 마음을 다스려서
병을 고친다고 하는 그런 개념의 의학이다.
수기치인(자기자신을 닦고 그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 유학의 기본
정신이다. 공자의 기본 정신이 수기치인이고, 이 수기치인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방법론으로 나온 것이 (중용)이나 (대학)에 나와 있는
방법론이며, 그것을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는 방법론으로 제시하는 학문이
성리학이다. 누구든 이 수기치인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달라 성리학으로도 되고 양명학으로도
되는 것처럼, 사상철학도 하나의 방법론이다. 사상의학은 수기치인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 이제마가 추구하는 방법론이다.
수기치인이 유학의 정신인데 왜 그와 같이 사색당쟁이 나오면서
사회혼란이 야기됐는가 하면, 수기(자신을 닦음)는 않고 치인(남을
다스림)만 했다는 것이다. 자기자신을 기르지는 않고 남에게 치인만
하려다 보니까 그런 현상이 나온 것이니,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수기를
철저히 할 수 있는가 하는 방법론을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수기를
철저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 얘기한 것이 지인정기이다. 사람을 알아야
다음에 내 자신을 바르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45살에 철학서 (격치고)를 쓰기 시작하는데, (유략)편을 55살에, 즉
무려 10년 만에 완성한다. 그 도중인 47살에 (독행편)을 쓰는데, 그
내용이 바로 어떻게 하면 지인을 하느냐 하는 방법론이다. 보통 성과
정으로 구별하여 정을 나쁜 마음이라고 하지만, 그의 (독행편)에 의하면
우리 마음속에는 착한 성이 있고, 욕심이라고 하는 욕이 있다고 본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인의예지의 착한 사성이 있고, 비박탐나(무례하고
천박하고 탐욕스럽고 나태함)라고 하는 나쁜 사욕이 있다. 이것은 누구나
예외일 수 없어서, 설사 성인군자라 할지라도 한쪽에는 좋은 사성이 있고
또 그 속에는 일부 악한 비박탐나지심의 사욕이 있다. 다만 성인은 그
비중에 있어서 성이 많을 뿐이다. 성이 많은 사람은 성인이고 욕이 많은
사람은 범인이 되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성과 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어느 것을 더 많이 계발하여 갈고 닦는가에
따라서 성인도 될 수 있고 범인도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이 정해준 이치대로 성인이면 날 때부터 성인이라고
생각하였다. 주자를 비롯한 유학자들이 생각할 때는, 공자 같은 성인은
하늘이 점찍어준 사람이지 인간의 노력으로써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고
운명론적으로 생각했고, 성인은 반드시 그 하등인간인 소인들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고 소인들은 군자의 가르침을 따를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이제마는 그것이 아니라 공자도 맹자도 똑같은 사람인데 오직
노력한 결과로 성인이 됐다고 하여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실학적인 사고가 아닌가?
이와 같이 사람의 마음은 성과 욕의 양면세계를 갖고 있으므로, 지인을
하자면, 즉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알자면 그 사람의 심욕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심욕을 파악하는 데 좋은 기준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체질적 심욕파악론이다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려고 보니 사람마다 유사한 것이 아니고 일정한
유형으로 분류가 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날 때부터 양체질과 음체질이
있고, 양체질 중에도 태양인 체질과 소양인 체질로 나뉘어져 있어, 모두
비박탐나지심이 있지만 그 발로 되기 쉬운 정도는 체질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태양인은 비심이 가장 발로되기 쉽고, 태음인에게는 욕심, 탐심이 가장
발로되기 쉽다. 이런 식으로 체질속성과 심욕과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이것을 이용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뿐더러 스스로의
심성을 가꿀 수 있게 된다. 지인을 하면 더불어 정기가 된다. 정기라면 내
자신을 스스로 인격도야 시키는 방법이다. 사람 마음의 여러가지 욕심이
어떻게 각각의 사람에게 나타나서 그 사람을 해치는가를 아는 것은, 곧
자신의 욕심을 누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며, 또 상대방을 앎으로써 그
사람과 나 자신과의 조화스런 관계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 결국
정기가 되는 것이다. 체질적 지인론이 성립한다면 체질적 정기론도 더불어
성립할 수 있고, 이 체질적 정기론이 곧 사상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상의학을 철학적인 의미에서 설명해 보았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질병이라는 좁은 범위에서만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방법이 먼저 중요하고, 병났을 때 병을 고치는
방법이 필요하고, 또 몸과 마음의 병을 고쳐서 인격도야의 경지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이 과정을 일련의 연속된 것으로 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입장에서 사상의학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4. 사상의학의 기본 원리, 오행과 사초의 차이
기존의 한의학(증치의학)에서는 인체의 장기를 오장육부로 나누는데
비해서, 사상의학에서는 그 오장 가운데 심을 제외시켜서 사장으로 만들고
심을 정신으로 넣어버렸다. 사초, 즉 폐비간신은 육체를 상징하고 심은
정신을 상징한다.
상초, 중상초, 하초의 사초 개념에다가 희로애락을 연관시켰는데, 상초는
애로, 중상초는 노로, 중하초, 하초는 희락으로 귀속시켰다. 성을
낸다든지 슬퍼하면 감정이 고조되어 생체적인 흥분이 위로 상승된다.
그러나 희락의 경우는 처음에는 감정상의 흥분상태가 일어나지만 곧
느긋한 마음으로 돌아가 이완된다. 좋아도 흥분되고 분노해도 흥분되지만,
좋아서 흥분하는 것은 성난 것과는 달라서 쉬 식어지면서 아래로 처져
버린다.
희와 낙은 기운이 아래로 처지고, 애와 노는 기운이 위로 올라간다. 폐와
비는 애노의 기운이 있고, 신과 간은 희락의 기운이 있다. 이와 같이
희로애락이 장기의 승강기운과 같이 어울린다.
(내경)에서 말하는 오행의 개념과 이 사초의 개념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오행의 간심비폐신과 사초의 폐비간신은 명칭은 엇비슷해도 내용은 아주
다르다.
예를 들어서 (내경)에서 얘기할 때의 비(비장)는 오행 중에 토에
해당한다. 목은 화를 낳고(목생화), 화는 토를 낳고(화생토), 목은 토를
견제한다(목극토). 간장과 심장은 서로 기운을 돕는 관계가 있다.
그렇지만 간장은 비장의 기운을 견제한다. 이와 같이 목화토금수의
오행간에 서로 교차하여 억제와 촉진의 관계가 이루어져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인체인데, 그 균형이 파괴되면 병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균형을 중심으로 하는 내경의학에서는 그런 고로 허실의 개념이 중요하다.
기운이 지나쳐도 병, 모자라도 병인데, 지나치면 실증, 모자라면 허증의
병이 된다.
그런데 사상의학에서는 몸(장기)과 마음의 대소편차의 문제가 기본이다.
사람이 타고난 장기의 크고 작음에 서로 차이가 있어서, 폐가 크고 간이
작은 사람을 태양인이라 하고, 간이 크고 폐가 작은 사람은 태음인이라
하며, 비가 크고 신이 작은 사람을 소양인이라 하고, 신이 크고 비가 작은
사람을 소음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원인으로 큰 장기에 기운이 지나치게 되면 병이 생기고, 작은 장기가
더욱 깎이게 되면 병이 된다. 특히 희노애락(마음의 사상)의 성정이
지나치거나 촉급해서 일어난다.
사상의학에서는 오행의 개념을 불식시키면서 사초의 개념을 세우는데, 즉
상초(폐), 중상초(간), 하초(신)이 그것이다. 오행은 상생상극의 개념인
데 비해, 사초는 이와 같이 상하의 관계가 기본이다. 사초의 이름도
그렇거니와 그 사초의 기운의 운동에서도 오르고 내림이 중요하다.
그래서 상승이냐 하강이냐, 상승이면 직승이냐 횡승이냐, 하강이면
방강이냐 함강이냐를 구분한다. 즉 올라가는 것은 어떻게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어떻게 내겨가느냐가 문제이다. 폐의 기운은 직승하는
것으로 곧 바로 올라가는 것이고, 비의 기운은 횡승하는 것으로
올라가기는 올라가는데 비켜 올라간다는 것이다. 또 간의 기운은
내려가기는 내려가는데 비틀거리듯 내려가고, 신의 기운은 내려가는데
툼벙 떨어지듯이 내려간다.
사상의학의 사초는 이와 같이 승강 개념인데 비해, 증치의학의 오행개념은
회전 개념, 즉 돈다고 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예를 들어 같은 비장의
이름을 사상의학과 증치의학이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그 비장이
가리키는 바가 서로 같은 것이 아니고, 따라서 비장의 병에 대한 치료법도
서로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사상의학에서 일부따오고 증치의학에서 일부
따와서 혼합하여 처방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더욱 곤란한 일이다.
증치의학에서 비장은 간의 기운에 억제되고(상극)심의 기운에 북돋움을
받는 토의 위치에 있는 장기인데, 사상의학에서 비는 중상초로서 위로
끌고 올라가는 기운이며, 그것도 비켜 올라가는 기운으로서 슬픔이나
노여움의 성정과 관계가 깊은 장기이다.
이제마는 원래 의학자가 아니라 유학자이다. 그가 사상의 원리를 세운
근원을 따라가 본다면 사단이 나온다. 이 사단은 다름아닌 맹자에 나와
있는 인의예지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단이란 네 귀퉁이라는 뜻이다.
마음에 성에 해당하는 것이 있고 욕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성의 네
극한이 인의예지라는 사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상의학은
유학에서 출발한 의학이요, 사상의학은 가히 사단의학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에서 이르기를, 호연지기(도의레 굳게 뿌리박고
지극히 공명정대하여 털끝만큼도 부끄러울 바가 없는 도덕적인 용기)는
몸(폐비간신)에서 나오고, 호연지리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인의예지란 몸(폐비간신의 사장)에서 나오는 것이며, 비박탐나의 마음의
욕심을 명확하게 구별하여 내면 곧 호연지리가 거기서 나온다고 하였다.
이제마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맹자이다. 그 이유는 맹자야말로 정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마음 다스리기를 가장 잘한 사람이
맹자이다. 맹자가 말하는 호연지기란 사물에서 해방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그러려면 존심양성을 해야 한다. 늘 마음을 긴장하고 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의 사단 인의예지라는 착한 마음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는 성이 있고 정이 있다. 정 중에도 욕이
있는데, 이 욕에 빠지지 않으면 우리 마음이 착한 것이고, 반대로 욕에
빠지기 때문에 자꾸 마음이 악해진다. 요는 사물을 보고 듣고 하는
과정에서 욕에 빠질 동기가 생기고 탈이 난다. 유혹이 오고 현란한 데
빠지고 욕심이 생겨서 결국 마음이 악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을 늘
긴장해서 항상 그 마음을 유지하면서 방심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해진다.
(수세보원)에서 나오는 사단론, 확충론, 인의예지, 희노애락 하는 말이
전부 맹자에서 나온 말이고 보면, 사상의학을 가히 사단의학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한 말뜻이 이해가 갈 것이다. 물론 이제마가 얘기한 사단은
희노애락, 인의예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태소음양, 심신사물 등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 이론 전개의 밑바탕에는 인의예지,
희노애락의 사단이 항상 깔려 있다고 할 것이다.
보통 사상의학이라고 하면 태소음양을 기계적으로 떠올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사단이 기본 정신이라는 것을 경시하게 되고 사상의학을
단순한 체질론 정도로 취급해 버리게 되기 알맞다.
5. 체질은 평생 변하지 않는 것
체질은 타고나는 것이지 변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의 대소는 벌써 타고날
때 결정이 되고 그 사란의 마음자세의 넓고 좁은 것은 후천적이며
가변적이다.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이미 결정된 것은 변할 수 없으니, 그 조건 아래서
가변적인 조건을 잘 운영해서 조정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상의학의
중요한 정신은 가변하는 마음을 조정해서 불변하는 육체를 고쳐가는
것이다. 육체의 대소는 결정이 났으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래서 치심치병, 마음을 다스려 병을 고쳐야
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어려서는 소음체질인 것 같았는데 나이를
먹으니 내성적인 성격이 없어져서 소양체질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잘못된 얘기이고 체질은 변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어서 변한 것은 육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씀씀이가 변한
것이다.
증치의학을 하는 사람 가운데도 위의 예와 비슷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어려서는 뚱뚱했는데 늙어서는 말랐다고 한다면,
증치의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체질이 바뀐 것이다. 또 이 사람은 전에는
간이 나빴는데 이제는 위장병이 심하니 체질이 태음인에서 소음인으로
바뀐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여자는 부끄러움도 많고 적극성도 없으니 음인이 많고, 남자는 반대로
우락부락하고 성질도 급하니 양인이 많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도 잘못이다. 사초의 대소비례가 남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자와 남자의 성격 차는 사회적 교육과 사회적 제도에 영향을 받은
후천적인 영향도 크다.
남녀간에 체질 차이는 인정할 수 없지만 지역적인 체질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경상도로 가니까 태음인이 많고 충청도로 가니까 소음인이 많다는
식이다. 지역마다 독특한 산세와 기질이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 그
바탕은 그를 낳아주는 부모와 그대, 그곳의 자연환경이다. 즉 체질은
기본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지만, 지역적, 시대적 영향을 부모를
통해서 또는 자연의 기운을 통해서 받아들여 태어난다.
산세가 억센 고장에서 태어나는 사람은 기질 자체가 억세야 한다. 높은
산줄기가 많은 함경도라든지 태백산 줄기가 있는 경상도에는 태음인
기질이 많다. 그런데 비해서 평안도 사람들에게는 소양인 기질이 많고
경기도, 호남 쪽에는 소음인 기질이 많다. 이것은 지방과의 관계이다.
또 시절에 따라서, 전시라든지 불안한 시절이 오래 지속됐다든지 거꾸로
평화스러운 시절이 계속된다든지 하는 것도 필시 체질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긴 세월을 두고 통계를 내어보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없다. 사상의학에서는 주역에서처럼 체질을 운명론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체질론을 사주팔자, 생년월일에다 접합시켜서 무슨 날 무슨
시에 태어났기 때문에 무슨 체질이라고 붙여서 사상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사상의학의 견지에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오운육기를 따져
생년월일로 체질을 보는 운기론과 사상은 서로 관계가 없다. 운기학을
하는 역학가들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사주팔자의 관계는 자연의 영적인
기운에 바탕을 두는 것이어서 숙명적인 운명이 누구에게나 부여된다고
하고, 또 수태일이나 출생일을 따져서 체질감별을 하면 그날의 기운에
따라 그 사람의 장부의 허실이 정해진다고 주장한다. 요는 같은 날 태어난
사람은 장부의 허실이 모두 같아지는 결과가 되고 마는데, 근거가 없는
얘기이다.
6. 사상체질의 구별법
앞에서 사상의학을 체질적 정기론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다시 요약한다면
수기치인(자신을 닦아 남을 다스림)을 하려면 지인정기(사람을 알아
자신을 다스림)가 좋은 방법이라고 했고, 체질속성과 심욕과의 관계를
알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지인)뿐더러 스스로의 심성도 아울러
가꿀 수 있게 된다(정기)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은, 사람마다
체질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체질적 지인이 필요하고, 그래서 체질적 정기가
가능해진다는 내용이었다.
지인정기를 하고자 하면 체질적 정기론이 유용하다고 하였는데, 그러면
우선 사상이라고 하는 체질의 특징이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구별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로 된다. 체질구별 방법에 대해서 이제마는 태극적인 방법,
양의(즉 음양)적인 방법, 사심신물의 사상적인 방법, 이 세가지
방법론으로써 설명을 한다.
태극적인 방법이란, 모든 물건이 어떤 모양이 있다면 그 모양을 형성하기
위한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그 물과 성질 사이에는 일정한 상관 관계가
있어서, 이것으로 그 물건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물과 성질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모든 현상은 그
모양을 봐서 그 모양의 형상을 가지고 그 속에 어떤 성질이 있다고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가장 차원이 높은 방법이다. 수신정기하여 지인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눈에 형과 심을 관찰하여 체질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인데, 일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사람을 보기만
하여도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구별이 이루어지는 것이
태극적인 방법이다.
그 정도의 구별능력이 없다면 구체적으로 신과 심 두 가지로 나누어서
보는 방법이 있다. 신을 본다는 것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폐가 안
좋은데 골격은 목덜미 부의가 발달하고 허리부위가 작다고 하자. 우리의
몸을 사초, 중상초, 중하초, 하초의 사초로 나눌 때, 가장 윗 부분이 상초
곧 폐요, 그 다음이 중상초 즉 비요, 그 아래가 종하초 곧 간이요, 맨
아래가 하초 곧 신이다. 폐개간소니까 태양인 체질이다 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육체로 보는 방법이고, 그 다음에 마음을 보는 방법이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비박탐나지심을 찾아내면, 가령 저 사람은 탐심이 많다
하면 태음인이다. 저 사람은 비심이 많으니 태양인이다. 이와 같은 것이
구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육체와 정신 두 가지를 가지고 보는
방법이 심신론적 체질감별 방법이다.
그 다음에 세번째 방법은 사, 심, 신, 물(사심신물)의 네 가지로 나누어서
보는 방법이다. 그중에 사는 인사를 말하는 것으로, (수세보원)에서는
하늘의 기틀을 천기라고 하고 그것이 사람의 주위에 나타나는 현상을
인사라고 했다. 그래서 인사를 설명할 때, 가령 태양인은 교우를 잘하고,
소양인은 사무를 잘하고, 태음인은 거처를 잘하고, 소음인은 당여를
잘한다고 쓰여 있는데, 사무, 교우, 거처, 당여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까다로운 동양철학적인 얘기여서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인사란 알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그 체질이 잘할 수 있는 천부적인 소질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것은 체질에 따라서 능이 있다는 얘기다.
(수세보원)에서 말하는 성질제간이라는 말도 결국은 인사의 능, 불능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물의 입장에서 보는 방법이다. 사람이 살아가자면 주색재권, 즉
술, 색, 재물, 권세 들이 필요한데, 이것들은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없어서는 곤란한 것들이다. 그것은 지나치면 사람이 거기에 빠져서
패가망신하거나 병이 들고, 또 너무 없으면 살아가는 데 곤궁해지고
삭막해지는 것이 되니, 적당히만 있으면 좋은 것이다. 그래서 구색재권이
적당히 있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울타리 노릇을 하는데, 그것이 너무
많으면 울타리가 아니라 감옥이 된다는 것이다. 요는 이 주색재권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물, 물질적인 환경이라는 얘기가 된다. 물의
입장에서 체질을 보는 것은, 이 주색재권이 사상체질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는 파악하는 것이다.
가령 태양인에게는 주가 문제로 된다. 태양인이 술만 많이 먹는다는 뜻이
아니라 안일에 빠지다 보니까 도피하는 방편으로 자꾸 술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태양인은 상대적으로 다른 체질에 비해 술이 강하다거나 좋아하는
체질이다는 식의 얘기는 아니고, 원래 나태하기 쉬운 체질이어서 술로
도피처를 찾기 쉽다는 것이다. 게을러서 일은 하기 싫고 맨날 생각나는
것이 술이 되니, 자꾸 술집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어 결국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인은 술을 조심하고, 소양인은 색을 조심하고, 태음인은 재물을
조심하고, 소음인은 권세를 조심하라. 주색재권이란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므로 없어서도 안되는 것이지만 각각 그 체질이 빠지기 쉬운 약점이
있다. 물론 이러한 약점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문견이니 근간이니 경계니 간약이니 하는 얘기를
하는 것도, 자기가 부단히 노력하면 주색재권에 안 빠지는 자기 생활의
요령이 나온다는 것이다. 문견, 근간, 경계, 간약 등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이와 같은 것이 물에 해당하는 것이다. 맨 먼저 얘기한 인사는 각 체질이
가지는 장점 내지 약점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물은 이와 같이
주색재권이라는 환경, 즉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구애받을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을 말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심신에 대해서는 상당한 분량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병증론이다. 심신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하면,
건강했을 때의 마음자세와 건강했을 때의 육체조건, 병이 났을 때의
마음자세와 병이 났을 때의 육체조건, 병이 심했을 때의 마음자세와 병이
심했을 때의 육체조건, 이렇게 나누어서 심신 양면으로 설명해 들어간다.
문제는 체질마다 고유하게 나타날 수 있는 체질병증이 따로 있어서,
태양인에게 나타나는 고유한 체질병증, 소음인에게 나타날 수 있는
체질병증 등 태소음양인이 각각 체질병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
중치의학에서라면 어떤 증상은 누구에게나 항상 병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던
것이, 사상의학에서는 그 증상이 어떤 체질에게는 병이지만 다른
체질에게는 오히려 건강의 징표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체질이 다르다면
병증도 달라지는 것이니, 이제 병증론도 체질병증론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거꾸로 이러한 병증을 가지고 체질감별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태음인에게 나올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오면 그 사람은
태음인으로 판단하고, 소음인에게만 있는 병증이 나타난다면 그 사람은
소음인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체질구별에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나누어
태극적인 방법으로 해서 한눈에 보는 방법이라든지, 외모와 내심을
본다든지, 체질병증론에 맞추어서 해석하는 방법 등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질구별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사상인의 외모에 대한 설명이나 심성에 대한 설명이나 혹은 병증에 대한
설명이나간에 어느 것도 가장 두드러진 대표적인 유형을 설명하는 것인데,
실제의 사람들은 이처럼 표본적인 외모와 심성과 병증을 가진것이
아니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외모적인 방법, 심성적인 방법, 병증적인 방법, 이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각각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어쨌든 이 세 가지 차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실수없이 체질을
구별할 수 있다고 보아도 좋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세 차원의 의미를 가볍게 생각하고, 저 사람은 성격이
불 같으니 태양인이다, 저 사람은 위장이 약하니 소음인이다, 하는 식으로
단정을 짓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 될 것이다. 또, (수세보원)에서 각
체질의 특징이 어떻다고 설명하는 것을, 그 의미는 이해하지 않고
현상적으로만 받아들여도 곤란하다. 또 그래서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도 잘
안될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체질의 외모의 지역적인 한 부분만을 가지고 외모가
어떠하니 어떤 체질이다 하는 식의 얘기가 갑자기 나오면, 처음 보는
사람은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원래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때 취상의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어떤 체질의 사람은 성격이
어떠니까 얼굴 모습이 대개 어떻다, 또 이 사람은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니까 모습이 어떻고, 이 사람은 소극적인 사람이니까 모습이 어떻다
하는 식으로, 심성과 외모를 연결하고 체격조건과 내부 장기의 조건을
보아 체질병증을 판단하고 하는 식으로 서로 연관지어 생각하고 적용해야
이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제쳐두고 저 사람은 체격이 어떻고 눈 모습이 어떻고
표정이 어떠하니 무슨 체질이다 하여, 완전히 관상보는 것처럼
운명론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위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체질감별을 하기 위해서 태극적인 방법,
양의적인 방법, 사심신물의 방법 등으로 몇 가지 형태에 맞추어서 보면
대개는 웬만한 사람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려 하지
않고 한두 가지만으로 체질을 성급하게 결정하려드는 것은 잘못이다.
예컨데 사람의 얼굴만 보고 저 사람의 인상은 성질 급하게 생겼으니
태양인이다, 저 사람은 곱상하게 생겼으니 소음인이다라는 식으로
판단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한의학을 하는 사람 가운데도 사상체질에 대해 잘못 알고
체질을 잘못 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제마의 글이 원체 난해하고
또 그 이후에 연구된 바가 적어서 그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술은 인술이어서 충분히 연구하고 성실하게 펴내어야
하는 것이니 경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같이 사상의학을 잘못
이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내경>의 한의학
체계에 대해서는 익숙한 대신,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의학의 체계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데 있는 것 같다.
(내경)의 한의학이 음양오행설에 철학적인 기초를 두고 있는데 비해,
사상의학은 개신유학의 일종인 사상철학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니만큼,
전혀 새로운 내용처럼 받아들이고 또 연구할 필요가 있다. 즉
사상의학에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증치의학의
지식을 가지고 미루어 해석하거나 원용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즉
사상의학은 사상의학 자체로만 연구하겠다는 생각이 좋다고 하겠다.
사상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철학적인 기초를 이해해야 하는 만큼,
사상철학이 쓰여 있는 (격치고)를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한다. 보통
(수세보원)은 외다시피 탐독을 하는데 (격치고)라는 저작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격치고)의 사상철학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사상의학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증치의학의 지식을 도구로 삼아
사상의학을 이해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소화 안되고 배 아프다고 하는 사람은 소음인 같고, 감기 잘
걸리고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태음인 같고, 허리 아프고 오줌이 자주
마려운 사람은 소양인 같고 하는 식으로, 병증만 가지고 체질에다
연결시켜 체질을 결정지어 버리고, 처방은 고방대신 사상방을 써서
치료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제까지 증치의학을 하는 사람이 사상의학을
운영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사상의학은 사상의학 대로의 체계가 요구된다
하겠다.
7. 사상인의 심성
태양인은 항상 앞으로 전진만 하려고 하지 후퇴가 없다. 주위는
쳐다보지도 않고 매사하에 마냥 전진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까 어떤
약점이 오는가 하면, 급박지심, 즉 쫓기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태양인의 항심(각 체질에 따라 특유하게 항상 가지고 있는 마음)은
급박지심이다.
태음인은 어떤 마음인가 하면 욕정이불욕동이라. 가만히 고요하게
있으려고만 하지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다. 움직이지 않으니까 자기
안에 있는 내면세계는 잘 아는데 바깥 세계는 모르게 된다. 또 집안 일은
잘 아는데 바깥 세계는 모른다. 그 결과 자신의 외부 그리고 바깥 세계에
대해서 불안한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바깥 세계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겁심으로 표출된다. 태음인은 다른 사람보다 겁심이 많다. 이
겁심이 태음인의 항심이다.
소양인은 어떤가 하면, 이 사람은 욕거이불욕조이다. 욕거라는 것은 뭔가
일을 자꾸 서둘러 만드는 것을 말한다. 뭐든지 일을 벌여놓기만 하지
모으려고 하지를 않는다. 어디에나 관여하고 뭐든지 벌여만 놓지 마무리를
안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런 사람은 바깥 일은 자기가 돌아 다니니까
잘 아는데 집안 살림은 모르게 된다. 밖에 치중하다 보니까 내면은 등한히
된다. 그로부터 내면 쪽으로 불안한 마음이 나오는데, 그것을 구심이라고
한다. 소양인의 항심은 구심이다.
소음인은 무엇일까? 욕처이불욕출이라. 처란 어디에 안돈한다는 뜻이다.
앞서의 태음인은 욕정이불욕동이라고 했는데, 이 사람은 불욕정은
아닌데도 어디든 가만히 있으려고만 하지 밖으로 나가지를 않는 것이다.
그러면 욕정이불욕동과 욕처이불욕출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면,
사심신물로 나눌 때 태음인은 물에 해당하는 체질이고 소음인은 신에
해당하는 체질이다. 태음인은 물에 구애받아서 안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고
소음인은 신에 구애받아서 안 움직이려 한다는 뜻이다.
이 신과 물은 이른바 형이하학적인 데 비해서 사와 심은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그래서 태양인과 소양인은 생각을 해도 형이상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심하게는 비현실적인 이상만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소음인과 태음인은 현실안주형이다. 지금 우리 살림은
어떻고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지출했고 생산이 어떻게 잘되고 하는 식으로
비교적 현실주의라고 한다면, 소양인과 태양인은 이상형으로 꿈을 먹고
사는 것이다.
태양인과 소양인은 마음이 물에 구애받는 정도가 덜하다. 예를 들면 누가
불쌍하다고 해서 자기가 입고 있던 옷도 벗어주고 돈도 있는 대로 다 주는
사람은 이런 유형이다. 얼마 안 있어 자기가 아쉬울 망정, 그것은
생각하지 않고 얼른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 점에 대해서라면 소음인과
태음인은 다르게 행동한다. 소음인과 태음인은 아무리 불쌍해도 계산을
하고 도와준다. 내 처지를 따지는 것은 물론, 그 사람과 나하고는
혈연관계가 어떻고 지연관계가 어떻고, 내가 그를 도와주면 나를 어떻게
대접하겠지 하는 생각까지 하고서 도와준다.
대체로 소음인은 소극적이기 때문에 태양인과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태양인은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데 비해 소음인은 소극적이어서 뒤켠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하기는 해도 남이 하면 하고 아무도 안하는 짓은
못하는 식의 소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소음인에게는 불안정지심이
있다.
이와 같은 급박지심, 겁심, 구심, 불안정지심, 이것이 사상인의 항심이다.
사상인의 항심은 병이 아니고 그 체질 특유의 심성일 뿐이다. 병이 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심성으로 체질을 구별하는 데도 난점이 있다. 사회생활을 해가면 교육이나
자기순화로 인해서 본성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성이 안
나타나는데, 그럴 때는 그 사람을 크게 놀라게 하든지 화를 내게 해서
본성이 나오게끔 만드는 방법을 쓴다.
이제마가 살았던 조선조 말 같은 경우에는, 여자 손도 못 만지거나 겨우
맥이나 보고서 병을 알아야 하는데, 그 여자가 무슨 체질인지 안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혹 장난으로 생각될는지도
모르겠으나 당시라면 겁탈하는 것 이상으로 당황하게 될 것인데, 그때 이
여자가 취하는 행동거지를 보고 성질을 안다는 것이다. 또 예를 들면
갑자기 큰 개보고 물으라고 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그
자리에서 정신 못 차리고 나자빠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
순간에도 이것저것 따지면서 난관을 피할 계산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어떤 사람은 죽든살든 일단 피값은 해야 한다고 개하고 싸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은 누가 가르쳐줘서 되는 일도 아니고
그야말로 본성에 따르는 행동이다.
또 작업을 시켜보는 방법도 있다. 장작 한 수레를 갑다 놓고 저쪽으로
옮기라고 하면 제 성질대로 일을 한다. 소양인은 왔다갔다 할 생각도 않고
그 자리에서 들입다 던진다. 태음인은 자기 힘을 믿고서 한아름씩
안아가지고 끄끙대며 갖다 놓는다. 소음인은 세월아 좀먹느냐 하면서 겨우
몇 개 들고서 갖다 놓고 또 와서 몇 개 갖다 놓고 하니, 제 생각으로는
어찌 계산이 서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남 보기에는 맥빠진
사람처럼 보인다. 움직이는 것도 제 성격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심성은 체질을 구별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런데 이 심성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병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본시 태양인은 성질을 잘 낸다. 주위 사람에게 구애받지않고 조금만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울컥 화를 내고, 남의 인격이나 체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이 자기 기분대로 함부로 한다. 그래서 옆에서 볼 때는 아주
매정한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그보다는 마음먹은 바를
빨리 성취하고자 하는 소급함과 자기 감정을 삭여두지 못하고
털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심성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태양인의
급박지심이다.
태양인은 자신이 계획하는 것이 금방 성취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기
쉬워서 일을 시작하면 밀고나가는 힘이 있는 반면, 조급함으로 인해 그
계획의 현실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다분히 무리한 계획을
세워서 남을 골탕먹이기도 쉽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과대망상에 빠지기 쉽고 현실에 살기보다 이상을
꿈꾼다. 예를 들어 앞으로 내가 1억을 벌면 무엇을 어떻게 하고 남을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식의 공상은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공상인데,
태양인이 그런 공상을 한다면 공상을 해도 상당히 자세한 공상을 하고
대체로 그 공상에 빠져들어 즐기게 되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의 계획이 실패로 끝났을 경우에도 그 계획이
비현실적이거나 애초에 무리였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자기
계획대로 했으면 안될 일이 없고, 나는 잘했는데 누구 때문에 또는 무엇
때문에 안됐다는 식으로 핑계를 대고 자기는 끝까지 잘했다고 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태양인은 주위의 협조가 안되거나
이해를 못해주면 자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화를 벌컥 내는 것이다.
여건 때문에 태양인은 주위의 협조가 안되거나 이해를 못해주면 자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화를 벌컥 내는 것이다. 여건 때문에 심리상태가
급박해지면, 그렇지 않아도 성을 잘 내던 사람이 성을 더 내게 된다.
태양인은 마음의 상태가 악화될 때 이처럼 더욱 화를 잘 내게 되어
외향적으로 표출되는 데 비해, 소양인은 반대로 갑자기 우울해져 버린다.
소양인은 양인답게 비교적 성격이 명랑하고 남에게 협조도 잘하고
사근사근한 사람인데, 성정이 불리해지면 갑자기 우울해져 버린다.
슬퍼진다든지 세상이 살기 싫어진다든지 하여 비감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비애가 가슴속에서 동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자기 혼자 품고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본시 양인은 자기 생각을 밖으로 확 내보내야
하는 건데, 소양인이 비애를 자기 내부로 끌고 들어 갔다는 것은 양인이
음인의 성정을 갖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자기 본성을 변형시켰다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이다. 태양인은 갈수록 성을 더 내는 식으로 악화되고, 이에
비해서 소양인은 음울해져 버리는 방식으로 악화된다.
그러면 태음인은 어떠한가? 원래 태음인과 소음인은 음인이기 때문에
누구하고 얘기할 때도 비교적 다소곳이 얘기하는 편이고, 미리 자기과시를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태음인이 병적으로 됐던 심리적으로 됐던
불안증이 오면 자기과시욕이 생긴다. 그래서 치락이 무염이라. 사치하는
마음, 도락에 빠지는 마음이 한이 없어진다. 예를 들어 태음인이 갑자기
졸부가 되면, 재산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도 잘 해입고 해서 갑자기
된 졸부가 과시욕으로 자기를 치장한다. 치락이 무염해서 오는 태음인의
특성이다. 이 사람은 본시 음인이니까 음인다워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과시욕에 넘치게 되면 역시 비정상이고 불건강한 징표이다.
그러면 소음인은 어떻게 나오는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고 남이 물으면
두번에 한번 대답할둥말등 하면서, 여자가 쑥스러워서 남에게 잘 말을
하지 않듯이 할 말도 잘 안하고 있다가 남이 물으면 할 수 없이 한마디
해주는 것이 소음인의 본성이다. 그런데 소음인이 심성이 악화되면 묻지도
않았는데 말을 해대고 갑자기 혼자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
회호부정이라는 것은 감정이 저절로 좋았다 말았다 하여 실성하듯 한다는
얘기이다. 그런 조급증이 오면 소음인에게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이 정상적인 자기 본성을 떠나서 어떤 이상 형태로 나타날 때,
이것은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하여 병이 된다. 그래서 이와
같이 정상적일 때와 아팠을 때와 중증일 때 등으로 육체적인 조건과
정신적인 조건을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것이 사상인의 체질병증이다.
8. 사상인의 건강조건과 체질병증
체질병증을 말하기 전에 먼저 체질별 건강조건을 보자.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사상인의 체질별로 완실무병 조건이 있다. 태음인은 땀이 잘 나면
건강하고, 소음인은 소와가 잘되면 건강하다. 소양인은 변비만 없으면
건강한 것이고, 태양인은 오줌만 잘 나가면 건강한 것이다.
이것은 각 체질의 육제적인 조건이다. 앞의 (7. 사상인의 심성)에서
체질별로 항심조건을 얘기했는데, 정신적으로 항심조건이 있고 육체적으로
완실무병 조건이 있어서 그것이 그 사람의 건강표준이 된다.
그렇다면 무병이 아닌 것, 즉 건강조건이 깨져서 병으로 들어가면
체질별로 어떤 병이 생기며, 또 그 병은 어떻게 하여 생기고 또 어떤
원칙으로 치료에 임해야 하는가?
건강조건이 깨져서 병으로 들어간 것을 대병이라고 한다. 태음인이
대병으로 되면 땀이 나야 하는데 땀이 안 나온다. 그러니까 평소 태음인은
덥든 안 덥든 땀이 잘 나는 사람으로, 겨울철에도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는 사람이다. 태음인인 사람이 피곤하거나 몸이 무거우면 당장
목욕탕이라도 가서 땀을 내는 것이 좋다. 일부러 땀을 내고자 하는데도
땀이 안 나오면 병이라고 보아도 된다.
소음인은 설사를 하거나 땀이 많이 나면 병이다. 그리고 소양인은 변비가
오면 병이고, 태양인은 자꾸 구토가 나거나 침이 넘어오거나 뭔가 토출이
되어서 메슥메슥해지거나 하면 병이다. 이와 같이 건강했던 것이 깨지면서
질병으로 되는 조건을 대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병이 조금 더 심해지면 중병이 온다. 태음인에게는 이질병이
온다. 이 이질병은 소위 세균성이질이 아니라 신경성 대장증후군을
얘기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변비도 왔다가 또 설사도 했다가
하는데, 질색여무라 해서 아랫배가 답답한 것이다. 처음에 땀이 안 나던
것이 조금 심해져서 신경성 대장증후군이 나타나면 예사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태음인의 항심인 겁심이 지나쳐서 파심이 괴면 정충증이 온다고
했다. 정충증이 와서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밑으로 내려가서 대장에 묵직한
기운이 생기고 땀이 안 나면 그 사람에게는 병이 난 것이다.
소음인은 중병이 되면 설사를 하는데, 아랫배가 얼음처럼 차다. 원래
소음인은 냉한 사람인데 소화가 잘 안되고 설사를 두어 번 하고 났더니
아랫배가 썰렁하니 차가워지고 변소를 들락날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소음인에게는 아주 안 좋은 상태인 것이다.
소양인이 변비가 하루이틀 가더니 안 풀어지고 계속 있으면 가슴이 불처럼
덥고 속이 답답해진다. 변비를 못 견디는 형상이다. 변비가 온 지
이틀이나 삼일 뒤면 변비가 문제가 아니라 가슴 답답한 것을 못 견디게
된다. 그래서 변비로 인해서 속에 울증이 오고 답답하다. 소양인에게
변비가 오면서 속이 답답한 증이 오면 안 좋은 상태로 보아야 한다.
태양인이 입으로 자꾸 토하거나 거품이 나오거나 건구역이 나오거나
구역이 나와서 뭘 먹으면 넘어가지 않고 한참 있다가 토한다든지 토출증이
나오면, 그것을 열격이라고 한다. 열격이 오면 태양인은 안 좋은 상태로
중병이다.
다소 어려운 얘기가 되겠지만, 체질병증에 대해 태양인과 태음인의 경우를
예로 들어 조금만 설명해 보기로 하자.
태양인의 병에 대해서는 외감요척병, 내촉소장병을 들고있다. 외감병이란
몸의 바깥쪽, 즉 피부쪽으로 생기는 병이니 곧 표병이고, 내촉병이란 몸의
안쪽, 즉 내장 속으로 생기는 병이니 곧 이병이다.
외감요척병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태양인은 하체가 약하고 위로
올라가는 기운은 과하다. 그러니까 아랫다리에는 힘이 없다. 그래서 오는
것이 해역병이다. 윗몸은 별 이상이 없는데 하체가 풀려 다리에 힘이 없어
행보를 잘 못하는 병이다. 이것이 요척병이다.
외감요척병을 치료하자면 당연히 위로 몰리는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려야
한다. 기운을 끌어내리자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약은 그 다음의 일이다. 자꾸 화를 내면 그렇지 않아도
기운이 올라가는데 더욱 올라갈 것이어서백약이 별무소용일 것이다. 약
쓰기 이전에 슬프거나 성내는 것을 경계하고 진노, 화내는 것을 하지 말아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영양가 많은 스테미너식 같은 것을 많이 먹으면, 그렇지 않아도 자꾸 화가
올라가는 사람이 더 열이 나게 된다. 영양가 있는 음식, 더운 음식, 진한
맛의 음식은 주지 말고, 기운이 맑아서 아래로 내려가는 과일이라든지
채소, 해물등 담백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빨리 오줌으로 나간다든지
소화도 잘되고 몸에서 빨리 거쳐갈 수 있는 식품, 이것이 태양인의
식품이다.
내촉소장병은 열격증으로 대표되는 병증이다. 폐와 간은 기액을 호흡하는
문호로서 서로 번갈아가면서 진퇴하면서 이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간에 속하는 소장은 기액의 음량한 기를 흡입하는 힘이 부족하게
되고, 반면 폐에 속하는 위완에서 호산하는 기액의 양온한 기는 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위완이 호산지기가 지나친 반면 중하초에서 흡입하는
기운이 지탱하지 못하므로,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토하게 되는 것이
열격증이다. 음식믈이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갈 때 막힌 듯한 증세를
느끼거나, 들어가지 못하고 토하는 증세를 말한다.
태양인은 그 구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은 많고 밑에서 받아서 비축하는
것은 적으므로, 이로 인해서 병증이 발현된다고 볼 수 있다. 또 태양인은
웬만해서는 병이 나지않고 건강한 사람처럼 지내다가도 병이 나면
하루만에 갑자기 해역도 오고 열격도 오고 또 동시에 오기도 한다. 이
점에서 소음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소음인 같으면 기가 짧아서
노곤하다든지 잘 말을 안하게 된다든지 안 움직이려 한다든지 하는 등의
병의 예후가 미리 보이는 데 비해서, 태양인은 보통사람과 전혀 구별되지
않다가 갑자기 하루만에 병이 난다. 병도 그 사람의 성격처럼 오고 가는
것이다.
태양인은, 첫째, 비만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태양인은 정상적인 배설이 이루어져야 맑은 양기가 유지될 수 있는데,
비만한 상태가 되면 울체로 내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둘째, 얼굴색이
희어야 한다. 검은 색을 띄면 안된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앞의 것과
같다. 셋째, 오줌이 잘 나가야 한다. 넷째, 명치 밑에 딱딱하게 적이
쌓여서는 안된다. 그 적이 크면 클수록 좋지 않다.
태양인의 치료는 약물보다 그 이외의 것들이 더 중요한다. `깊은 슬픔을
경계하고 진노를 멀리하라`, `진노를 멀리하고 후미를 끊으라`는 표현이
있는데, 정신적인 면을 먼저 조절하고 후미(기름지고 신열성 있는
음식물)를 끊어 간음을 도와주어야 하며 그리고 나서 약물을 써야 한다.
음식물에 대해서 말하자면 고량진미나 콜레스테롤 등의 함유량이 많은
식품 또는 맵고 열나는 음식을 먹다 보면 만성적으로 누적되어 병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태양인은 어떤 병이 잘 오니까 미리 무슨 보약을 써서
예방해야겠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우에서 말한 순서대로 평소의
심성을 가다듬고 음식을 주의하며, 그래도 병이 났을 때는 약물로
치료하는 방식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태음인의 병증은 크게 위완수한 표한병과 간수열 이열병으로 나누어진다.
태음인은 간대폐소이다. 간대란 빨아들이는 기가 너무 많다는 의미이다.
빨아들이는 기가 너무 많다는 의미이고, 폐소란 뿜어내버리는 기가 너무
적다는 의미이다. 빨아들이는 기는 많은데 뿜어내버리는 기는 적으니,
태음인의 병은 결국 간대나 폐소에서 오는 병이다.
그러면 태음인의 표한병과 이열병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태음인은
태양인과는 반대로 폐는 작고 간은 크다. 그러니까 표출하는 기운은 적고
모으는 기운은 많아져서 안으로 열이 많아지기 쉽다. 밖으로 내보내지는
못하고 안으로만 받아들이다 보니까 열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표출하는
힘이 부족한 병이 표한병이고, 안으로 당기는 힘이 강해서 속에 열이 차는
것이 이열병이다. 이열병이 오면 변비가 오고, 표한병이 오면은 땀이 안
나온다. 마치 장티푸스나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지만 땀이 안나는 것과
같다.
이런 표한병은 땀을 푹 내는 것을 치료법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열병은
속의 열을풀어서 대소병으로 배출시켜 풀어가는 것이 치료법이다.
결국 태음인은 폐소 아니면 간대이니, 간대에서 오는 병증과 폐소에서
오는 병증 두 가지만 잡으면 그 체질에 올 수 있는 병은 일반적으로 다
망라되는 것이다. 이 점은 다른 체질도 마찬가지이다.
태음인과 소양인을 비교해 본다면, 소양인과 태음인은 똑같이
표한병증에서 이열병증으로 들어가는데, 소양인은 화와 열로써 병이 되고,
태음인은 조로써 병이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태음인의 병을 설명할 때는
항상 조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그런데 이 조 가운데 밖으로 뿜어내는 힘이
모자라서 생기는 조는 땀을 내주어야 풀어지고,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강해서 생기는 조는 대변이 나가면 풀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태음인은 그것이 표병이든 이병이든 이것을 소통시키고 땀을 내고
설사를 시키는 방향으로 치료를 해가야지, 보혈을 하는 쪽으로 약을
써봐야 소용이 없다고 이해한다. 태음인에게 녹용을 사용하는 이유도,
표병이나 이병으로 인해서 정기와 사기가 싸우다 보면 거기에서 허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조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녹용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그밖에 소음인은 신대비소로서, 그 병증은 신수열 표열병과 위수한
이한병으로 크게 나뉘어지며, 소양인은 비대신소로서, 그 병증은 크게
비수한 표한병과 위수열 이열병으로 구분된다.
체질마다 잘 올 수 있는 병이 따로 있다고 했는데, 물론 누구에게나
감기가 오고 배아픈 병도 오고 간장병도 올 수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중에서 주의한 병, 그 사람의 취약한 점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나아가서 앞서 말한 완실무병, 대병, 중병의 조건과 그 체질
특유의 취약점을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점들을 유념하면 각
사람의 건강조건, 질병조건이 나올 수 있다. 즉 어떤 사람은 어떤
취약점이 있어서 어떤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으로 사고를 전개하면 체질병증의 개념이 보다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단순히 무슨 체질은 무슨 병이 걸리기 쉽고 하는 식으로 무조건
암기하듯 해서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활용할 수도 없다.
예를 들면, 태음인은 보통 몸은 뚱뚱하고 식욕은 좋으니 막 먹어대고,
그러면서도 게을러서 운동은 안 하니까 살이 찔 것이다. 결국은
비만증에다 고혈압에다 순환기 장애가 오고 중풍까지 올 수 있다. 그
사람은 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소변 잘 보게 하고 운동하게 하고,
뭔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밖의 세계를 자꾸 내다보게 하는 진취적
기상을 심어줘야 병이 낫게 된다. 태음인은 녹용과 쇠고기가 맞는다고
하니까, 그 문구 그대로만 받아들여서 운동과 활동은 않고 들어앉아서
녹용과 쇠고기만 자꾸 먹는다면 치료가 될 턱이 없다. 이렇게 되면
사상의학에 대한 귀동냥한 지식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체질을 이야기할 때 이와 같은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태음인에게는 녹용과 쇠고기를 권하는 것이
체질의학을 이용하는 손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태음인이
녹용과 쇠고기를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말은 넌센스에 지나지 않는다.
왜 이와 같은 넌센스가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설득력이 있을까? 사람들은
간편한 것을 좋아해서 생활섭생을 다스리는 것은 귀찮아하고, 그저 한두
가지 약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상의학의
본래의 뜻은 이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사상의학에서 체질에 따라
제시하는 여러가지 권고 사항은 사실은 상당히 폭이 좁은 선택이다.
누구나 이것만 조심하면 된다는 식의 만능이 아니라,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라는 식인 것이다. 앞뒤를 모두 잘라버리고 어느 체질에는
무엇이 좋다는 식으로 외고 다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질병의 치료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사상의학은 기존의
증치의학적 사고가 아닌 유학적 사고에서 나오는 자생적인
체질의학론이다. 치료의 원칙과 관련해서 보면, 첫째로 차등적
반응의학이다. 이제까지 인체는 똑같다는 전제 밑에서 의학이 나왔는데,
그것이 아니라 양체질과 음체질은 벌써 약에 대한 반응부터가 다르다.
병증을보는 방법도 당연히 차등적인 시각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로는 자율적 조절의학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것인데, 적절한
처방으로 투약만 했다고 해서 병이 낫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보아가면서 약을 넣으라는 것이다. 약은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데, 예컨대 양인은 약을 조금만
써도 변화가 크지만 음인은 약을 오래 써줘야 한다. 말하자면 병 나는
것도 제 성질대로 나는 것이다. 양인은 병이 났다 하면 갑자기 병이
커지고 악화되는데, 음인은 병이 조금씩 나면서 천천히 악화된다.
그러니까 병을 다루는 입장에서도 이 점을 감안하여 각 사람의 약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투약해야 한다.
서양의학은 원인제거 의학이다. 예를 들어 폐렴에 걸리면 폐렴의 원인은
쌍구균이라는 박테리아니까 항생제를 투여해서 박테리아를 죽이면 치료가
된다는 식이다. 이에 비해 동양의학은 환경조성 의학이다. 세균은 거기에
그냥 놔둔다. 균과 사람을 더불어 살게 만들면서 그 균이 점차로
없어지게끔 하는 환경조성 의학이다. 요켠대 증을 응용하다 보면 균은
죽는다. 그런데 사상의학은 한걸음 나아가 증을 응용하되 체지적 증을
이용하는 의학이다. 즉 자율적 조절의학이며 체질적 증치의학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획일적이고 도식적으로 무슨 병에는 무슨 약이라는
식으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람도 각각이고 병도 각각이어서, 그렇게
해서 고칠 수 있는 병이 있고 그렇게 해서 안되는 병이 있는 것이다. 병을
항상 원인제거 의학으로 처리하는 데 익숙해져서, 그렇게 해서 치료가
안되는 병은 신경성이라고 싸잡아 처리해 버리곤 한다. 그러나
신경성이라는 개념은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많은 경우
자율적조절에 의해서 낫게 할 수 있는 병인데, 그것을 원인제거 의학으로
하려다 보니까 잘 안되는 경우이다. 특히 만성병, 성인병, 심신증, 정신병
같은 병들이 흔한 경우이다.
병마다 적절한 치료법이 있어서 서양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 한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 체질의학적으로
치료해야만 하는 경우 등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왜 한의학이
필요하고 사상의학이 필요한가, 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이 함께 걸어가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래 사상인의 병증을 다루고 있는 부분은 상당히 난해하고 독특해서
증치의학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읽더라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곳이
많다. 이 책에서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체질병 이론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함께 그 원리를 몇 가지 살펴본
것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그 정도로 소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이지만,
사상인의 병이론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해 참고로 사상인의
병증이론을 이 책의 맨 뒷부분에 (참고자료 1. 체질병증론)이라는
제목으로 덧붙여 놓았다. 이것은 전문적인 한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고자 수록한 것이다.
9.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생활의 지혜
사상인은 각기 특규의 성격과 건강 조건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평소의 생활섭생에 유의한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을 얻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성격의 장단점을 잘 알아서, 이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인격도야에도 더할 나위가 없다.
사상인의 성격을 다시 정리해본다면, 태양인은 머리가 명석하고 창의력이
뛰어나서 영웅호걸의 성격이 많다. 독선적인 성격이고 남성적인 성질이
있으며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이 있다. 반면에 계획성이 적고 행동에
거침이 없으며 후회할 줄을 모른다. 또한 친한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불구하고 남과 소통을 잘하지만,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잘 내는 단점이 있다.
태음인은 정직하고 과묵하며 믿음직스럽게 행동한다. 꾸준히 노력하는
유형이며 인내심도 많다. 대체로 보수적인 편이며 변동을 싫어한다.
점잖은 듯하나 의심이 많아 음흉하고 교만하며 욕심이 많다. 바깥 일보다
집안 일을 중시하고 활동을 싫어하며, 운동이나 말을 싫어하고 도락을
좋아한다. 겁이 많고 게으른 단점이 있다.
소양인은 매사에 활동적이며 열성적이고 성미가 급하다. 남을 돕는 일에
잘 나서고 정의감이 강하고 솔직한 성격이다. 행동이 경솔하지만 인정이
많고 이해타산에 얽매이지 않는다. 외부일에 관심이 많고 자신이나 가정에
소홀하다. 일을 쉽게 시작하나 끝맺음은 좋지 않다. 지구력이 적고 쉽게
싫증을 느껴서 일만 벌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소음인은 온순하고 침착하며 사교적이다. 판단이 빠르고 치밀하며 매사
계획성이 있다.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수줍음이 많고 쉽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다. 소극적이어서 추진력은 약하다. 이해타산에 구애됨이
크고 남의 간섭을 싫어한다. 질투심이 있고, 감정이 상하면 오래 끌어서
소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심욕을 보면 태양인은 방종지심, 태음인은 물욕지심, 소양인은 편사지심,
소음인은 투일지심이 있다. 이 심욕은 사에 해당하는 것이고, 물에
해당하는 것은 (광제설)이라고 하는 쪽에 쓰여 있다. 이 (광제설)에 쓰인
내용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평생의 지혜이다.
사람이 인격적으로 완성되기 위해서 지켜야 할 지침이 사상인에 따라 각기
다르다. 그저 도덕군자처럼 지내면 되는 것이 아니고, 심성적인 차이가
심한 만큼 각기 경계해야 할 내용이 다르다. 예를 들어 소양인은 사무에
능하고 거처에는 무능하기 때문에 더욱 호색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거처가 잘 안되는 것은 색 때문에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양인은 마땅히 간약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와 반대로
태음인은 호화스러운 것, 재물을 좋아해서는 안된다. 태음인은 마땅히
문견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사상인이 경계할 바에 대해 간약, 문견, 근간, 경계 등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간약은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살라, 복잡하지 말라는
뜻이다. 사람이 오래 사느냐 일찍 죽느냐 하는 데 관건이 네 가지가
있는데, 일찍 죽는 것은 교사, 탐욕, 나태, 편급이요 고수(오래 사는
것)하는 것은 간약, 문견, 근간, 경계이다. 그런데 이 전자와 후자는 서로
상대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즉 전자를 피하려면 후자를 하라는 것이다.
소양인의 경우 색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색을 한다는 것은
교사, 교만, 교태를 부리면서 사치한다는 뜻이다. 여자만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넓은 의미에서 사치한다는 뜻이다. 호사스럽게 생활하고
분수에 넘치는 과잉소비를 한다는 얘기이니, 과잉소비를 피하려면
간약하라는 것이다. 호색이라고 하였으니 여자 좋아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여기서는 그것이 아니라 사치한 생활, 방탕한 생활이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간약이 약하다.
태음인은 재물을 좋아한다고 하였는데, 돈벌이에 급급하거나 물건에
구애를 받다 보니까 현실에 안주한다는 얘기이다.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의 좁은 세계가 전부인 줄 알고, 눈앞에 보이는
재물만이 가치있는 유일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물 안 개구리를 모면하자면
밖의 세계를 들으라는 것이다. 문견이라는 것은 책을 읽는다든지 무엇을
듣는다든지 여행을 한다든지 하여 자신의 밖의 것을 듣고 보는 것을
가리킨다.
태양인은 술을 조심하라는 것인데, 왜 그런가? 태양인은 원래 게으르다.
착실히 일을 하는 유형이 아니어서 일을 할 때 자기도취에 빠지기
일쑤이고, 기분대로 풀려가면 그래서 술을 찾고, 또 안되면 이유를 찾고
노력하기보다는 분노하며 술을 찾는 유형이다.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
세상만사가 다 마음대로 되는 것 같은 기분에 젖을 수 있으니, 술에
의존할 밖에, 술에 빠지다 보니까 자기도취는 더 심해져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내키는 대로 일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한다는 식이
된다. 그러다 보니 더욱 나태해진다. 그래서 근간하라는 것, 즉
부지런해지라는 것이다.
소음인은 권세를 좋아한다. 권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파벌을 만들기
좋아하고 사람을 널리 사랑하지 않는다. 크든 작든 권력을 좋아하고
사람을 남을 부릴려는 마음이 있다. 권력은 본시 남용하기 쉬운 것이다.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다칠 생각도 해야 하는 법이니
좀 살피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경계를 하라는 것이다. 소음인은 평소
조그마한 일에도 경쟁심을 가지고 남에게 양보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
이러한 소음인이 한번 권력에 맛을 들이면 권한을 남용하기 쉽고 독재하기
쉽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또한 자기파멸로 이끄는 길이니,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현명한 사람을 항상 존중하고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지
않나 항상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은 (광제설)에서는 위와 같은 얘기를 태소음양인에다 적용시키기도
하지만, 특히 산골에 사는 사람(산곡지인), 시정지인(도시사람),
독서지인(정신노동자), 농부(농묘지인 육체노동자)등 네 가지 유형으로
적용시키고 있다. 산골에 사는 사람들은 문견이 있어야 장수를 누리고,
시정사람들은 간약이 있어야 장수를 누리고, 독서하는 사람들은 경계해야
장수를 누리고, 농경하는 사람들은 근간하여야 장수를 누린다고 한
것이다.
위인간약이면 필원치색이라 간약이 되려면 치색을 멀리해야 하고,
위인근간이면 필결주색이라 근간하기 위해서는 주색에 결백해야 하며,
위인경계이면 필피권세라 경계하고자 하면 권세를 피해야 하고,
위인문견이면 필청재화라 문견하려면 재화에 청렴해야 한다. 이것이
말하자면 건강한 삶의 지혜이다. 도덕을 논하는 말 같아서 의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러한 삶의 태도야말로 건강의
제일조건이 되는 것이 아닐까?
사상의학에서 보는 인간은 몸과 마음이 불완전한 상태이다. 인간이
완전하게 태어난다면 오히려 살아나가는 의미가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 뭔가 불완전하게 태어나야 문제가 생기고, 이 문제를
해결해가고 또 이를 위해 고심해가는 것이 인생일는지 모른다.
음양화평지인이 되는 그 사람에게는 발전도 필요없고 그것으로 더 이상
살아나가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인간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고 그것도
사회 속에서 자연 속에서 더불어 적응해야 할 숙명이 있다. 이것은 내
본성과 현실을 어떻게 적응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인간이 불완전하게 태어난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장기의 대소의
불완전이고 정신적으로는 항심과 심욕이다. 그것을 자기가 미리 알고,
자기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갈고 닦아서 지행을 쌓아서 올라가면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자기의 약점을 그대로 안고 사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소양인 성질을 그대로 갖고 살면 나쁜
것이다. 제 성질을 순화시켜서 다분히 적응하고 사는 생활, 그것이
사상의학적으로 볼 때는 이상적인 생활이다.
결혼문제를 두고 흔히 같은 성격끼리 만나면 좋지 않다고 하는 얘기를
듣는다. 그 논리인즉슨, 자신이 소양인인데 마누라가 소음인이면 서로
좋지 않느냐? 서로 다른 체질을 만나서 결혼하는 것은 물론 좋다. 그
의미는 소음인이 소양인의 장점을 본받아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고,
소양인이 소음인을 닮아가며 자기완성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서로의
완성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맨날 다투는 경우라면 물론 얘기할 가치가 없다. 소양인이 내내 소양인의
본성만 나타내다 보면 그 사람은 병이 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직업을 갖는 것도, 자기를 여러 유형의 사람 속에 집어 넣어서
순화하고, 사회 현실에 적응해서 살아감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는 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장단을 아는 것은 직업의
선택에서도 필요하다. 자기본성을 미리 알아서 순화시켜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라는 뜻이다.
소양인은 비교적 활달하니까 외교관직이 좋고, 소음인은 이지적이니까
과학자나 학자가 좋고, 태음인은 이리 놓고 저리 놓고 요령을 잘 부리니까
실업인이라든지 정치가, 큰 장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으로
얘기한다면, 그건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일 것이다. 그게 자기의 장기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중에도 잘 풀어지면 더 발휘되지만,
그것이 잘 순화가 안되었을 때는 역현상이 나타난다.
태음인이 항상 의젓하고 남이 볼 때 그럴 듯한 군자형인데, 그 사람이
잘못 풀어지면 아주 음흉한 지능범, 소위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그럴 듯한데 속으로는 왕창 사기해 먹을 수 있는 음험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느 체질이나 장점이 곧 뒤집히면 단점이 되는 양면성이 있다.
또 예컨대 체육을 할 때 어떤 종목을 택하는 게 좋으냐 하는 문제라면,
그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된다. 태음인이나 소음인은 지구력이 강하다.
마라톤을 한다든지 무엇을 오래 한다든지 하는 것은 음인이 더 적당하다.
그런데 순발력으로 하는 것, 센스가 필요하다든지 하는 것은 양인이 좋다.
그런데 그것은 좋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내내 그것만 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일시적으로는 특기가 발휘됐을지 모르지만, 평생을
그렇게 한다면 좋은 것이 아니다. 어떤 기록을 일시적으로 올리는 데
도움은 됐을 망정, 그 체육이 과연 그 사람에게 좋았느냐 하는 입장에서
볼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레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음인이니까 우물 안 개구리를 모면하자면
한 장소에서 즐기는 것보다는 조깅을 한다든지 수영이나 등산을 한다든지
하여 내 체질과 상반되면서 나를 도와주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혹은 내가
하체가 발달하고 상체가 부족하다고 할 때 상체를 도와주는 운동을 하는
것이 나를 위해 좋겠다고 할 경우, 그것은 체질을 이용한 자기완성을 하기
위한 방법이 된다.
대체로 소양인과 태양인은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하체를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좋고, 태음인은 땀을 낼 수 있는 운동이 좋고,
소음인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장시간 체력을 소모하는 운동보다는 요가와
같이 가볍고 하중이 적은 운동이 좋을 것이다.
제 5장 이제마의 양생훈
이제마 선생이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을 (격치고)와
(제중신편)및 (동의수세보원)의 여러부분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제
5장에서는 그와 같은 내용 가운데 일부를 발췌하여 인용하면서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동의수세보원)은 (성명론), (사단론), (확충론), (장부론), (의원론),
(변증론)등 여러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원래는 별개의 저작인 (광제설)도
그 일부로 편입되어 있다. 그리고 (격치고)는 (유략)에서부터 (독행편),
(반성잠)에 이르는 여러 주제를 다룬 철학서이다. (제중신편)은 (오복론),
(권수론), (지행론)으로 되어 있다.
제 5장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 가운데 (동의수세보원)과 (제중신편)의 내용
중에서 원래의 편제에 구애받지 않고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한다. 편의상
대로는 순서를 바꾸거나 문장 중 일부를 뽑아 다른 문장에 덧붙인 것도
있다.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장부론), (의원론)과 사상인의 질병이론 및
그 처방 등은 일반인에게는 특히 소개할 필요성이 적다고 생각되므로
생략하고, 주로 (광제설), (성명론), (사단론)의 내용 중에서 일부를 뽑아
소개하는 데 그치기로 한다. (제중신편)에서 (권수론)은 (광제설)과
내용이 겹치므로 제외하고, (오복론)과 (지행론) 가운에 일부를 소개한다.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원래 난해한 문구가 많은데다가 발췌하여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역을 하여서는 이해하기 곤란할 것이므로,
독자들이 그 뜻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데 역점을 둔다.
1. 광제설
먼저 (광제설)에 수록된 내용을 소개한다. 출세주의와 배금주의에
매몰되어 참다운 생의 즐거움과 건강함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현대인으로서는, 한 귀절 한 귀절 읽을 때마다 우리의 생활을 돌이켜
성찰해 볼 기회를 얻을 것이다.
(1) 유년기는 봄에 돋는 새싹과 같고
무릇 인생의 유년기는 견문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공경할 줄 아니 마치
봄에 돋는 새싹과 같고, 소년기는 용맹을 좋아하면서 활달하고 민첩할 줄
아니 마치 여름에 자라는 묘목과 같고, 장년기는 님과 교제를 즐기고
노력의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을 닦고 삼갈 줄 아니
마치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것과 같고, 노년기는 계책을 좋아하면서
비밀을 간직할 줄 아니 마치 겨울에 언 땅에 감춘 뿌리와 같은 것이다.
유년기에 학문을 좋아하는 자는 유년 중에 호걸이고, 소년기에 어른을
공경하는 자는 소년 중에 호걸이며, 장년기에 널리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자는 장년 중에 호걸이고, 노년기에 올바른 사람을 보호할 줄 아는
자는 노년 중에 호걸이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좋은 마음씨를
간직한 자는 진정한 호걸이고,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좋은
마음씨를 간직하지 못한 자는 재능만이 있을 따름이다.
유년기에는 견문이 미흡하여 희노애락의 감정이 잘못 엉키어 병이 나는
것이니 자애로운 어머니가 보호해주어야 한다. 소년기에는 용맹이
미흡하여 희노애락의 감정이 엉키어 병이 나는 것이니 지혜로운 아버지나
유능한 형이 그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장년기에는 현명한 아우나 선량한
친우가 그를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노년기에는 효자나 효손이 그를
북돋아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2) 선인의 집에는 반드시 선인이 모이고
선인의 집에는 반드시 선인이 모이고, 악인의 집에는 반드시 악인이
모인다. 선인이 많이 모이면 선인의 장기가 활동하고, 악인이 많이 모이면
악인의 심기가 강성하게 된다. 주색재권을 좋아하는 집에는 악인이 많이
모이는 까닭에, 그 집에 효성스러운 자손들조차도 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권세와 술수를 좋아하는 집에는 붕당, 파벌이 항상 모일 것이니, 이것이
그 집을 패망하게 할 것이다. 재화를 좋아하는 집에는 자손이 교만하고
우둔할 것이니, 이들이 그 집을 패망하게 할 것이다.
어느 집안에서 일마다 성공하는 일이 없고 가족들의 병이 잇따르고 선과
악이 대결하여 그 집안이 곧 패망할 처지에 놓이게 되면, 오직 명철하고
자애로운 부모와 효성스러운 자식이 있어야 이에 대처할 수 있다.
(3) 장수를 누리려면
사치스러우면 장수하지 못하고, 나태하면 장수하지 못하고, 편협하면
장수하지 못하고, 탐욕스러우면 장수하지 못한다. 사치스러우면 색에
빠지고, 나태하면 술을 즐기며, 편협하면 권세를 위해 싸우고,
탐욕스러우면 재화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된다.
반대로 간약(검소하고 절도가 있는것)하면 장수를 얻고, 근간(근면하고
곧은 것)하면 장수를 얻고, 경계하면 장수를 얻고, 문견(견문을 넓힘)이
있으면 장수를 얻는다. 간약하면 색을 멀리할 것이요 근간하면 주색에
결백할 것이요, 경계하면 권세를 피할 것이요, 문견이 있으면 청렴할
것이다. 거처가 황량한 것은 사치와 색욕 때문이요, 행동거지가 용렬한
것은 술 때문이다. 마음씀씀이가 번잡한 것은 권세 때문이요, 사무가
난잡한 것은 재화 때문이다.
만일 숙녀를 공경하면 비록 여색을 즐긴다 하여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을
것이요, 선량한 벗을 사랑한다면 술을 즐긴다 하여도 그로써 밝은 덕을
얻을 것이요, 현인을 숭상한다면 권세도 바르게 쓸 수 있을 것이요,
궁핍한 사람을 보호해 준다면 재화를 가지고도 공적을 이룰 것이다.
주색재권을 예로부터 경계하여 감옥의 네 담벼락에 비교했으니, 비단
일신의 수명이나 일가의 화복이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천하의 치란이
또한 여기에 있으니, 천하의 주색재권으로 하여금 어긋난 기풍에 쓸리지
않게 한다면 거의 요순의 세상에 근사하게 될 것이다.
대체로 인간이란 간약하면서 근간하고 경계하면서 문견해야 하는데, 이 네
가지를 다 온전하게 갖춘 자는 가장 오래 살고, 세 가지를 갖춘 자는 그
다음으로 오래 살며, 두가지를 갖춘 자는 공경하면 오래 살고 태만하면
요절할 것이다.
(4) 공경하면 반드시 오래 살고 태만하면 반드시 요절하며
무릇 인간은 공경하면 반드시 오래 살고 태만하면 반드시 요절하며,
근면하면 오래 살고 헛되이 탐하면 요절할 것이다. 주린 자의 창자가
갑자가 음식을 얻게 되면 창자의 기운이 흐트러질 것이다. 가난한 자의
골수에 갑자기 재물이 생기면 뼈가 오히려 말라붙을 것이다. 주린 자도
편안히 주린다면 창자의 기운도 제대로 간직되고, 가난한 자도 마음 편히
가난하다면 뼈도 제구실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은 굶주림을 참을 정도로 하여 배부른 것을 탐내지 않도록
하고, 의복은 추위를 견딜 정도로 하여 따뜻한 것을 탐내지 않도록
하고,재물은 근면하게 얻어 구차하게 탐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하는 것이 공경하는 것이다.
(5) 산골짜기 사람은 문견이 없으면 요절하고
산골짜기 사람은 문견이 없으면 요절하고, 시정사람은 간약하지 않으면
요절하고, 농경하는 사람은 근간하지 않으면 요절하고, 독서하는 사람은
경계하지 않으면 요절한다.
산골짜기 사람이 만약 문견이 있으면 비단 장수를 누릴 뿐만 아니라 그는
산골의 호걸이다. 시정사람이 만약 간약하면 장수를 누릴 뿐만 아니라
그는 시정에서 호걸이다. 농경하는 사람이 근간하면 장수를 누릴 뿐만
아니라 그는 시골에서 호걸이다. 독서하는 사람이 경계한다면 장수를 누릴
뿐만 아니라 그는 사림에서 호걸이다.
(6) 사치스러운 자의 마음은 여염집 생활을 깔보며
사치스러운 자의 마음은 여염집 생활을 깔보며 천하의 가정을 우습게
여기고, 보는 것이라고는 교활하고 호사스럽기만 해서 일하는 어려움을
전혀 모르고, 재력을 마련하는 방략도 매우 서투르고 미열하니 항상
여색과 사치에 빠져 죽는 날까지 뉘우칠 줄 모른다.
나태한 자의 마음은 거칠고 사나워서, 한치한치 쌓아올릴 생각은 않고
항상 헛된 꿈만 꾸려 하며, 근간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술로
도피하려고만 하니, 그것은 근간하기를 피하려는 일시적 계책이다.
...술주정뱅이는 일신의 수고를 싫어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고, 색에
미혹된 자들은 계집만 깊이 사랑해서 걱정이 칼날 같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고 술독과 색이 합심하여 공격하므로 죽게 되는 것이다.
2. 성명론
여기서는 (동의수세보원)의 (성명론)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기로
한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일치시켜 생각하여, 자연을 대우주,
인간을 소우주라고 불러왔다. 어머니인 대지에서 태어난 인간은 자연이
물려준 신체와 정신으로 사회를 구성하여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연과 교류하며 살아간다.
(성명론)에는 이제마의 우주관, 인간관이 잘 드러나 있다.
(1) 인간의 생활은 지리적, 혈연적, 사회적, 시간적 요소를 조건으로 하며
천기에 네 가지가 있으니 지방, 인륜, 세회, 천시이다. 인사에도 네
가지가 있으니, 거처(가정을 안돈시키는 일), 당여(사람을 모으고
조직하며 무리를 이루는 일), 교우(사람을 사귀고 교류하는 일), 그리고
사무(일을 추진하고 처리하는 일)이다. 시대는 영원하고 사회는 거대하고,
혈연은 광범하고 지리는 광활하다. 사무는 흐뜨러짐이 없이 잘 가다듬어야
하고, 교우는 잘 이루어야 하며, 당여는 잘 정돈하여야 하고, 거처는 잘
다스려야 한다.
(2) 귀로는 시대를 듣고, 눈은 사회를 보며
귀로는 시대를 듣고, 눈은 사회를 보며, 코는 혈족을 냄새 맡고, 입은
지방을 맛본다. 귀로 시대를 듣고 눈으로 사회를 본다는 것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나, 코로 어떻게 혈족을 냄새 맡고 입으로 어떻게 지방을
맛볼 수 있을까? 혈족관계에 속해 있으면서 그들 속에서 표정과 분위기를
느끼고 알아채며, 또 그들 각 사람의 재주와 행실이 현명한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를 잠자코 더듬어보는 것은 곧 냄새 맡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또 어느 지방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각처의 사람들의
생활이 편리한가 어떤가 골고루 겪어보는 것이 곧 맛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3) 머리는 식견을 상징하고, 어깨는 위엄을 상징하며
이목구비는 촌을 관찰한다. (외계의 현상을 받아들이고 관찰하는
기관이다.) 폐비간신은 인을 이룬다. (사람이 사람의 구실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본장부이다.) 함억제복(턱, 가슴, 배꼽, 아랫배)은 사람의
지행에서 지하며, 두견요둔(머리, 어깨, 허리, 엉덩이)은 행한다.
먼저 폐비간신에 대해 말하자면, 폐는 사무에, 비는 교우에, 간은 당여에,
신은 거처에 대응한다.
다음으로 함억제복에 대해 말하자면, 사람은 지혜와 경륜과 품행과 도량이
있어야 하는데, 턱은 지혜를 상징하고, 가슴은 경륜을, 배꼽은 품행을,
아랫배는 도량을 상징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교만하지 말아야 하고,
경륜이 있는 사람은 이를 뽐내어서는 안되며, 품행이 바른 사람은 남에게
가혹하지 않아야 하고, 도량이 있는 사람은 이를 가지고 허세를 부려서는
안된다.
그리고 두견요둔에 대해 말하자면, 머리는 식견을, 어깨는 위엄을, 허리는
재간을, 엉덩이는 방략(일에 대한 방침과 채략)을 상징한다. 식견이 있는
사람이 이를 이용하여 남을 약탈하여서는 안되며, 위엄이 있는 사람이
사치를 즐겨서는 안되고, 재간이 있는 사람이 나태해서는 안되며, 방략이
있는 사람이 좀도둑질을 해서는 안된다. 식견이 있는 머리에는
천심(제멋대로 하는것, 독단적인것)이, 위엄이 있는 어깨에는 사치스러운
마음이, 재간이 들어 있는 허리에는 나태함이, 방략이 들어 있는
엉덩이에는 욕심이 들어 있다. 천심이란 자기에게 이롭도록 취하는
것이요, 나태심이란 스스로 못나 하는 것이요, 욕심이란 재물을
좀도둑질하는 것이다.
(4) 사람들의 이목구비는 선을 좋아함이 더할 나위 없으나
(사람들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나, 또한 그
이면에 사심과 그릇된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귀는 좋은 소리를 즐기고, 눈은 좋은 색깔을 즐기고, 코는 좋은 냄새를
즐기고, 입은 좋은 맛을 즐긴다. 좋은 소리는 귀를 이롭게 하고, 좋은
색은 눈을 이롭게 하고, 좋은 냄새는 코를 이롭게 하고, 놓은 맛은 입을
이롭게 한다.
폐는 나쁜 소리를 싫어하고, 비는 나쁜 색을 싫어하며, 간은 나쁜 냄새를
싫어하고, 신은 나쁜 맛을 싫어한다. 나쁜 소리는 폐를 거슬리고, 나쁜
색깔은 비를 거슬리며, 악취는 간을 거슬리고, 나쁜 맛은 신을 거슬린다.
(사람의 천성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더할 나위 없으나,
실제의 지행에서는 사심과 그릇된 행동이 더할 나위 없다. 이와 같이
상반되는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이니, 이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사람들의 이목구비는 선을 좋아함이 더할 나위 없고, 사람들의 폐비간신은
악을 미워함이 더할 나위 없지만, 사람들의 함억제복(턱, 가슴, 배꼽,
배--지를 상징함)은 사심이 더할 나위 없고, 사람들의 두견요둔(머리,
어깨, 허리, 엉덩이--행을 상징함)은 게으른 행실이 더할 나위 없다.
(5) 요순이 인정을 펴신 지 오천 년이 되었건만, 지금도 선행을 모두
요순에 비유하니
요순이 인정을 펴신 지 오천 년이 되었건만 지금도 선을 행하는 사람을
모두 요순에 비유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선을 좋아함은 과연 더할
나위가 없다. 걸주가 폭정을 편 지도 사천 년이나 되었지만 천하의 악을
행하는 사람을 모두 걸주에 비유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악을 미워함이
과연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공자같은 성인에게 삼천 제자가 가르침을
받았건만 오직 안자만이 석달 동안 사람구실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고,
다른 제자들은 하루나 한 달을 넘지 못했으며, 기꺼이 선생을 따르던 자가
겨우 72인임을 보면, 사람들의 사심은 더할 나위가 없다. 문왕은
덕망으로써 백 년을 산 후에 죽었지만 이 덕이 천하에 펴지지 못한 것을
무왕과 주공이 계승하여 크게 행하였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숙,
채숙은 지친의 몸으로 반란까지 꾀한 것을 보면, 사람들의 그릇된 행동은
과연 더할 나위가 없다.
(6) 세상을 속여보려는 마음이 늘 숨겨져 있으니
사람의 천성만을 가지고 따진다면 사람마다 다 요순처럼 될 수 있지만,
사람의 지행을 가지고 따진다면 사람마다 다 요순이 되지 못한다.
사람들의 이목구비가 선을 좋아하는 마음은 요순의 이목구비가 일반
사람의 이목구비보다 털끝만큼도 나은 점이 없고, 사람들의 폐비간신이
악을 미워하는 마음은 요순의 폐비간신에 비해 일반 사람들의 폐비간신이
털끝만큼도 못한 점이 없다. 사람마다 요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함억제복 중에는 세상을 속여보려는 마음이 늘
숨겨져 있으니, 제 본심을 간직하고 제 본성을 기른 연후에야 요순같이
지혜롭게 될 수 있다. 사람들의 두견 요둔 밑에는 남을 속이려는 마음이
때때로 숨어 있으니, 자신을 가다듬고 인생의 좌표를 바르게 세운
연후에야 사람마다 다 요순의 행실처럼 될 수 있다. 사람마다 다 요순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7) 교만하고 뽐내고 가혹하고 허세부리고 싶은 사심이 솟아나 돌연
지혜를 버리니
사람들의 이목구비가 선을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 무관한 사람이라도
의로움에 뜻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선을 좋아하는 실상은 지극히
공평해서 또한 전혀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의 폐비간신이 악을
미워한다는 것은, 한 방에 있는 사람일지라도(서로 관계가 깊은
사람일지라도) 자기 방식대로 이로움을 각각 찾기 때문이다. 악을미워하는
실상은 전혀 사사로움이 없어서 또한 지극히 공평한 것이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정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함억제복
중에는 쉴새없이 지혜가 넘나들다가도, 교만하고 뽐내고 가혹하고
허세부리고 싶은 사심이 솟아나 돌연 그 지혜를 버리게 되어 그릇되게
된다. 또한 사람의 두견요둔 속에는 바른 행실이 항상 의연하게 들어
있음에도, 약탈심, 사치심, 나태심, 절심(몰래 좀도둑질하려는 마음)이
솟아나 올바른 행실을 버리게 되어 그릇되게 된다. 이와같은 사심과
욕심에서 벗어나는 일은 모두 나 자신이 노력하기에 달린 것이다.
(8) 도덕은 깨우침과 생업에서 온다
도덕은 깨우침과 생업에서 온다. 하늘은 이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하도록
마련해 주었다. 도의 원천은 업(생활과 직업)에 있는 것이고, 사, 농, 공,
상, 전, 택, 방, 국의 모든 쓸모있는 것들이 여기에서 나온다. 덕의
원천은 깨우침이고, 인, 의, 예, 지, 충, 효, 우, 제 등 온갖 선행이 다
여기서 나온다.
깨우침이란 남의 몫까지 겸하고자 해야만 남을 가르칠 수 있고, 업은
자신이 청렴하고자 해야만 공을 세울 수 있다. 깨우침이 적은 사람이
아무리 걸출하다 한들 조조처럼 간교하면 남을 가르칠 수 없고, 제 아무리
업을 웅대하게 하였다고 하여도 진시황처럼 사나우면 공적을 세울 수
없다.
남의 선행을 좋아하면서 나도 선행할 줄 아는 것은 높은 덕이요, 남의
악행을 미워하면서 자신은 결코 악행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도이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항시 그 마음을 닦는 사람이다.
(9) 존심이란 책심이다
자기의 본심을 잃지 않게 보존한다는 것은 자기의 마음을 꾸짖어 나무라는
것이다. 마음의 밝고 어두움이 비록 자연히 되는 것 같아도, 책심하면
맑고 책심하지 않으면 흐리다. 말이 소에 비해 영민한 것은 말이 소보다
더 책심하기 땡문이다. 또 매가 올빼미에 비해 몸의 기운이 강맹한 것은
매가 올빼미보다 더 책기 하기 땡문이다. 마음의 청탁이나 몸의 가운의
강약이 짐승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이치이거늘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랴!
3. 사단론
여기서는 (동의수세보원)의 (사단론)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기로
한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훌륭한 양생법이 많지만, 어느것도 체질별로 구별하여
사람에 따라서 특히 힘써야 할 바를 가르치고 있지는 않다.
원래 사상이론은 맹자의 사단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맹자의 사단이란,
사람의 본성 속에는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고통을 가엾어하는 측은지심인
인, 옳지않은 것은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인 의, 웃사람을
공경하고 겸손한 마음인 사양지심인 예, 선악을 분별할 줄 아는
시비지심인 지 등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람에게 모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인성이라고 하였다. 사람은 본래 이처럼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어서
인의예지의 사단을 확충시킴으로써 사람은 군자도 될 수 있고, 대인도 될
수 있고, 성인도 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제마 선생은 더 나아가서 사람의 본성을 닦고 길러 부족하고 치우침이
없도록 하려면, 누구나 힘써야 할 바가 동일한 것이 아니라 체질마다
달라진다고 하였다. 사람마다 스스로의 체질적 특성을 알아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그릇되기 쉬운점을 경계하며 자질과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하였다.
(1) 사람의 사단을 말한다면
사람의 사단을 말한다면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이다. 태양인은
폐가 크고 간이 작으며, 소양인은 비가 크고 신이 작으며, 태음인은 간이
크고 폐가 작으며, 소음인은 신이 크고 비가 작다.
사람의 심욕의 사단을 보면 비박탐나가 있다. 예를 버리고 제멋대로 구는
사람을 비인(비천한 사람)이라고 하고, 슬기로움을 버리고 남을 교묘히
속이려고 드는 사람을 박인(천박한 사람)이라고 하고, 어질지 못하고
자기욕심만 채우려는 사람을 탐인(탐욕스런 사람)이라고 하고, 의로움을
저버리고 자신의 안일만 꾀하는 사람을 나인(나약하고 용렬한 사람)이라고
한다.
인의예지를 넓고 충만하게 한다면 호연지기가 거기서 나올 것이요,
비박탐나를 몰아낸다면 호연지리가 거기서 나올 것이다.
성인의 마음이 욕심이 없다는 의미는 노자나 부처처럼 심욕 자체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성인의 마음은 세상을 걱정하는 마음이 깊어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거들떠 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배우기를 꺼리지 않고 남을 가르치기를 꺼리지 않는다. 이것이 성인의
마음은 욕심이 없다는 본 뜻이다. 털끝만큼이라도 자기자신의 욕심이
있다면 그것은 요순의 마음이 아니요, 잠시라도 세상을 걱정하지 않으면
공맹의 마음이 아니다.
(2) 비록 선을 좋아하는 마음일지라도
비록 선을 좋아하는 마음일지라도, 치우침이 있고 조급하면 선을 좋아하는
마음이 공명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악을 미워하는 마음일지라도,
치우침이 있고 급하면 악을 미워함이 두루 미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일을
할 때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즐거움과
기쁨이 반드시 번거로울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과 함께
한다면, 슬픔과 노여움이 한층 더 번거롭게 될 것이다.
(3) 슴픔과 노여움은 서로 이루고
슬픔과 노여움은 서로 유발하고 즐거움과 기쁨은 서로 더하여 준다.
태양인이 슬픔이 심하여 그치지 못하면 노여움이 격동하고, 소양인이
분노가 심하여 이겨내지 못하면 비애가 가슴깊이 서리며, 소음인이
즐거움이 지나쳐 누르지 못하면 그릇된 즐거움이 끝이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격동은 칼로 창자를 베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10년을 지나도
회복하기 어렵다. 이것이 삶과 죽음, 장수와 요절을 가름할 것이니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4) 희노애락이 드러나되 예절에 알맞으면 조화스러운 것이며
희노애락이 미처 드러나지 않으면 치우침이 없는 것이고, 드러나되 예절에
알맞으면 조화스러운 것이며, 희노애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항상
경계하는 사람은 치우침이 없는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이요, 희노애락이
드러나고서도 반성을 하는 사람은 절도가 있는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4. 오복론
(오복론)에서는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가치를 두어야 할 다섯 가지를
설명하되, 그 각각의 의의와 경중을 가르치며, 또 어느 것이 의미있는
것이 되려면 먼저 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바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오복론)은 분량이 적으므로 발췌하지 않고 전문을 소개한다.
(1)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다섯 가지인데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다섯 가지인데, 첫째가 장수요, 둘째가 착한
마음이요, 셋째가 독서를 좋아함이요, 넷째가 가산을 일으킴이요,
다섯째가 행세(세상에서 뜻을펴 행동함)를 함이다.
장수를 얻지 못하면 착한 마음이 헛되고, 마음을 잘 쓰지 못하면 독서해도
쓸모가 없으며, 독서를 하지 않으면 가산을 일으킬 수 없고, 가산을
일으키지 못하면 세상에서 올바로 행동해도 결실을 얻지 못한다.
그런 고로 (장수를 얻지 못하면 어느것도 쓸모가 없으므로) 악인이라도
장수(목숨) 는 얻어야 할 것이며, 독서(및 가산 및 행세)는 하지 않더라도
착한 마음이 있어야 하며, 행세는 하지 못해도 가산은 일으켜야 한다.
그러므로 가산이 없으면서 행세하려는 자는 낭인(떠돌이)이고, 독서하지
않으면서 가산이 있는 자는 우인(바보)이고, 착한 마음이 없으면서
독서하는 자는 위인(사기꾼) 이고, 장수(목숨)를 얻지 못하면서 착한
마음이 있는 사람을 열인(못난이)이다.
(2) 만병은 심화에서 생겨난다
만병은 심화(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나쁜 감정)에서 생겨난다. 선비는
하루에 식사를 두 끼만 먹고, 농부라도 하루에 세 끼는 가끔 먹도록 한다.
무슨 일을 당하고 어떤 사태에 대응할 땡도, 지나치게 심화를 내지 않으면
장수를 얻지 못할 리가 없다. 화와 복을 스스로 구하는 자는 구하지
못할리가 없으며, 장수와 요절도 스스로 구하는 자가 구하지 못할 것이
아니다.
(3) 가산은 얻기 쉬우나 독서는 어렵다
가산(부를 뜻함)은 쉬우나 독서(학식을 뜻함)는 어렵다. 쉬운 것은 얻기
쉽고 어려운 것은 얻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가산보다 우선해서
힘써야 하는 것이다.
가산은 근면해야 얻는데, 근면은 누구나 가진 능력이다. 이에 비해 독서는
총명해야 얻는데, 총명함은 재주있는 사람들만 가진 능력이다.
(4) 재능이 있어도 착하지 못하면 소인이다
재능이 있는 자라도 마음씀씀이가 착하지 못하면 소인이다. 소인이란
마땅히 농부하고 견줄만하다.
근면한 농부는 독서가 없다고 해도 그 역시 좋은 사람인데, 어찌 소인에게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른다. 그 대답을 말한다면,
독서를 한 군자를 첫째라 하면, 근면한 농부는 둘째요, 착하지 못한
선비가 셋째요, 근면하지 못한 농부는 넷째라 할 것이다.
(악인이라도 수는 얻어야 한다고 했는데) 악인이 수를 누리면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 대답을 말한다면, 악인이면서도
장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마치 힘을 쓰면 땅을 경작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우마도 쓸모가 있거늘 하물며 사람이 쓸모가 없을 리 있겠으며,
우마도 오래 살고자 하거늘 하물며 사람이 오래 살려 하지 않을리
있겠는가?
(5) 어린아이는 중병이라도 의약을 함부로 쓰면 요절하니
중병이 걸린 어린아이에게 세간에서 흔히 하는 대로 의약과 침뜸을 함부로
쓰면 요절하게 만드는 일이 많다. 거의 대부분의 중병에 비록 의약을 쓰지
않더라도 풍한생랭을 잘 조섭하여 주면 십중팔구는 쉽게 살아난다. 만일
어지러이 의약과 침뜸을 쓰면 십중오륙은 쉽게 죽는다. 그러나 급한
병에는 불가불 널리 물어 의약을 쓰되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
5. 지행론
이제마의 철학은 단순한 사유와 관념의 철학이 아니라 실천의 도, 지행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동의수세보원)을 비롯한 이제마 선생의 모든
저작의 곳곳에 지행의 도를 논하고 있다. 이 (지행론)에서 특히 지와 행의
대소경중을 말하고 그 방법론을 논하고 있으나, 오히려 사상의학과
사상철학 전체가 이제마의 지행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 마음으로 알고 몸으로 행하니
무엇으로써 아는가? 마음으로써 안다. 무엇으로써 행하는가? 몸으로써
행한다. 마음가짐이 방탕해서는 안되니, 방탕하면 지가 손상된다.
몸가짐이 투일(눈앞의 편안함만을 구차히 좇는 것)해서는 안되니,
투일하면 행이 손상된다.
마음을 방탕한 데 쓰는 자는, 비록 마음이 있으되 마음이 없는 것과 같다.
마음이 없으니 지가 어디서 나오겠는가? 몸을 투일한 데 쓰는 자는, 몸이
있으되 몸이 없는 것과 같다. 몸이 없으니 행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그런
고로 마음이 방탕한 자는 우인(어리것은 사람)이다.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는 자는 지인(깨달은 사람)이다. 몸이 투일한 자는 불초인(못난
사람)이다. 몸이 민첩하고 강한 자는 현인(슬기로운 사람)이다.
학문의 길은 다름이 아니라 방심을 조용하게 다스리는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성이라고 한다. 사변(생각하고 분별함)의 길은 다름이 아니라
투일한 몸을 민첩강맹하게 다스리는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경이라
한다.
(2) 지행에도 크고 작음이 있으니
지에 크고 작음이 있으니, 치국평천하는 대지요, 농업, 공업, 상업, 작은
벼슬 등의 생업은 소지이다. 행에도 크고 작음이 있으니, 의관을 바로하고
기거를 단정히 하는 것은 대행이요, 땔감을 등에 지거나 힘써 논밭을
일구는 일은 소행이다.
지는 대소를 겸해야 하고, 행도 대소를 겸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좇는
바와 만날 수 있고 편안할 수 있다. 큰 것만 좋아하고 작은 것을 싫어하면
큰 것을 결코 이룰 수 없고, 작은 것만 좋아하고 큰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작은 것조차도 지키지 못한다.
(3) 중도를 얻으면 크고 작게 행하는 것이 모두 선행이니
중도(중용과 같은 의미임)를 얻으면 크고 작게 행하는 것이 모두 선행이
되고, 중도를 얻지 못하면 크고 작게 행하는 것이 모두 악행이 된다.
어째서 그러한가? 집이 가난한 자가 땔감을 지고 논밭을 일구면, 곧
이것이 중도이고 선행이다. 그러나 만약 가난한 자가 의관을 바로하고
기거를 단정히 하며 몸가짐을 꾸민다면, 중도를 얻지 못한 것이고 반대로
악행이 된다.
신분이 귀한 자가 의관을 바로하고 기거를 단정히 함은, 과연 이것이
중도를 행함이고 선행이다. 그러나 만약 신분이 귀한 자가 땔감을 지고
논밭을 일구며 길바닥에서 분주하면, 중도를 얻지 못한 것이고 반대로
악행이 된다.
이러하므로 비록 농업, 공업, 상업, 혹은 작은 벼슬을 하고 있을지라도
마음은 치국평천하의 지를 잊지 않으면, 반드시 많은 지가 그 사람의
심중에 숨어 있다.
만일 의관을 바로하고 기거를 단정히 하고 있을지라도 몸은 땔감을 지고
논밭을 일구는 행을 잊지 않으면 반드시 많은 행이 그 사람의 신상에 숨어
있다.
(참고자료 1)
체질병증론
동무는 우리 인간은 선천적으로 개체가 지니는 유형적 특징의 차이가 있어
장부의 대소 역시 체질에 따라 구분되며 장부의 대소관계로 인해서 생리
및 병리 현상이 다르고 그 치법 또한 상이하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는 (의원론)에서 소음인의 병증약리는 장중경이 거의 소상하게
발명한 것을 송, 원, 명의 여러 의사들이 완전할 정도로 자세하게
발명하였고 소양인의 병증약리는 장중경이 절반정도 자세히 발명한 것을
송, 원, 명의 여러 의사들이 거의 소상하게 발명하였고 태음인의
병증약리는 장중경이 대략 그림자만 비친 것을 송, 원, 명의 여러
의사들이 절반쯤 소상하게 발명하였고 태양인의 병증약리는 주진형이 약간
그림자만 비쳤으며 본초서에 약간의 약리가 나와 있다. 라고 하였고
장중경의 욱경병증 중의 삼음 병증은 모두 소음인 병증이고 소양병증은
모두 소양인 병증이고 태양병증과 양명병증은 소양인, 소음인, 그리고
태음인 병증이 같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음인 병증이 제일 많다. 라고
하였다. 이를 요약하면 아래의 도표와 같다.
육경병과 사상인의 비교
^ln
태양병증: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
양명병증: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
소양병증: 소양인
태음병증: 소음인
소음병증: 소음인
궐음병증: 소음인
^ln
이 병증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기존 증치의학적 장부개념과 구별하여 심과 폐비간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오행적 순환이론이 아니라 인체라는 대상을 관찰하고
설명하는 도구로서 음양상하승강의 사상적 사고를 요한다는 것이며 셋째
표리한열을 팔강변증의 일부가 아니라 개체의 유형적 차이를 전제로 하여
유형부형의 음양편재 현상을 설명한 체질적 변증체계로 병증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고 넷째 사상인 병증론에서 이야기되는 표음, 이양, 청양등의
개념은 사기 개념이 아니라 정기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인의 각 체질병증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체질병증의
내용을 간략하게 분류해 본다면 아래와 같은 도표가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체질병증간의 특징과 그에 따른 치료방향을 개괄적으로 요약해
보고자 한다.
사상병증 도표
^ln
표병
순(경)증
소음인: 울광증
소양인: 소양상풍증
태음인: 태양한궐증
태양인: 해역증
역(중)증
소음인: 망양증
소양인: 망음증
태음인: 폐조한
태양인: 해역증
^ln
이병
순(경)증
소음인: 태음증
소양인: 흉격열증
태음인: 간조열증
태양인: 일격증
역(중)증
소음인: 소음증
소양인: 음허오열증
태음인: 조습편폐증
태양인: 일격증
^ln
(1) 소음인 병증론
신대비소한 소음인의 병증은 크게 신수열표열병과 위수한이한명으로
대별된다.
이중에서 신수열표열병은 신대로 인하여 신음이 왕성하면 그의 부인
대장이 승양작용을 하지 못하고 울체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데 이는 크게
울광증과 망양증으로 구별되며 각각 초증, 중증, 말증으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울광증의 초증은 태양병 표징이 아직 있으면서 안절부절하는
증세이고 중증은 양명병위가실로 대변이 불통되는 것이며 말증은 양명병에
조열이 오르고 헛소리를 하며 숨을 헐떡이고 눈을 똑바로 뜨는 증세를
말한다. 그리고 망양증의 초증은 태양병에 발열, 오한이 있고 땀이 저절로
나는 것이며 중증은 양명병에 오한은 없고 도리어 오열이 있으면서 땀이
저절로 나는 것이고 말증은 양명병에 발열이 있고 땀이 많이 나는 것을
말한다. 즉 울광증은 신열이 있되 땀이 나지 않는 것이요 망양증은 신열이
있으면서 땀이 저절로 흐르는 것이니 울광증에 비해 망양증이 중증이요
역증이다. 특히 소음인의 땀을 경계한 이유는 본래 승양지기가 부족하고
비위가 허약하므로 양허하기 쉬워 소음인이 땀을 내는 것은 양허가 더욱
심해진 것이고 특히 땀이 계속하여 많이 나오면 이것은 양이 허탈 상태로
빠진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울광증, 망양증 모두 상승하지 못한 양기를
어떻게 상승시키느냐에 기본 치료방향이 정해지는데 울광증의 무한은
양기상존한데 영위음양만이 불화한 소치이니 단조화영위하면 되고
망양증의 유한은 양기부족으로 인한 진액외탈이므로 치본하기 위하여
양기상승을 목표로 승양익기법을 구사한다.
소음인 표병 중에서 태양병이 불해하거나 오치로 인하여 나타나는
열결방광의 증상에서 기인여광한 하초축혈증은 신양곤열이라 하여
천궁계지탕, 황기계지탕, 팔물군자탕으로 울체된 양기를 끌어올려주면
된다고 하였고 소복경만증은 대장파한증이라 하여 이는 표병이 오래되어
이병을 겸한 것이니 곽향정기산 향사양위탕으로 화해시킨 후 승양시킬
것이며 만일 외열이 이냉을 에워싸고 있으면 파두로 설사시킨 후
화해시킨다.
반면에 소음인 위수한이한병은 소음인이 비소한 특징을 지니므로 항상
비양이 부족하여 음화되기 쉽고 승양하는 기운이 부족하여 생긴
음실지기의 경중에 의해 병증이 구분된다. 이는 복통과 설사를 기본
증상으로 하여 태음증과 소음증으로 구분한다. 그중 태음증은 구중유화,
무구탕, 이유복병, 자리자. 이며 소음증은 구중불화, 유구갈, 이유복병,
자리자. 라 정의하였다. 즉 심번, 식욕, 구갈의 유무가 변증상의 지표가
된다. 태음증의 설사는 대장의 한기를 위속의 온기가 축출하는 설사이고
소음증 설사는 대장의 한기가 위 속의 온기를 핍박하는 설사로 태음증은
순증 개념이고 소음증은 태음증에 비해 역증 개념이고 표리구병이다. 이
때의 치료는 울체된 음실지기를 내려주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태음병에
있어서는 온기가 한기를 밀어내는 것인즉 그 온기를 도와주면서 이음을
내려주는 방법, 다시 말해서 온위이강음법을 사용하였고 소음병에
있어서는 이미대세가 기울어져 심부에까지 영향을 미친 상태이므로 비기를
도와주면서 강음시키는 건비이강음법을 사용하였다. 이 밖에 장궐증이나
음성격양증은 소음증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치료방법도 비슷하나 이들은
모두 미병을 치료하라고 했다. 이상에서 소음인은 전체적으로 중심세력이
아래에 있어 음화되기 쉬우므로 양난지기가 보명지주라는 것을 바탕으로
승강 개념을 운용한다. 그 중 표병은 신대함으로 인해 생긴 음화된 기운을
어떻게 양화시키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승양익기를 치법으로 하고 있으며
이병은 비소로 인해 생긴 음실지기를 풀어주는 방법으로 이음강기를
치법으로 하였다.
(2) 소양인 병증론
비대신소한 소양인의 병증은 비수한표한병과 위수열이열병으로 구분된다.
이 중 비수한표한병은 소양인이 비대하기 때문에 비 속의 양기가 커서
이것으로 인해 비 속에 있는 음기가 핍박을 받아 하강하지 못하여
발생하는데 이 비음을 편의상 표음이라 한다. 중요 병증은 울체된 표음의
정도에 따라 소양상풍증과 망음증으로 구별하는데 소양상풍증은 소양인의
신국의 음기가 열사로 하함되고 비국의 음기가 열사로 응테되어 신국으로
하강하지 봇하고 어깨와 등석마루 사이에 응체된 것으로 묘사된 병증으로
열과 오한이 있으면서 맥이 부긴하며 신통하고 땀이 나지 않으며 번조증이
있는 것인데 여기에 구고, 인건, 목현, 이명, 한열왕래, 구역등의 증세도
이 범위에 속한다. 소양상풍증이 수일 동안 낫지 않고 시일을 끌면 표음이
하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양도 상승하지 못해 결흉증이 생기는데 이는
심하가 답답하거나 경만증이 있으며 구역질을 하고 숨이 차며 심하면
헛소리를 하거나 변비, 발광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소양상풍증은
청이열이강표음 하여 결흉증을 예방해야 하고 결흉증은 표리겸증이니 급한
것부터 치료한다.
망음증은 소양인이 설사하는 증상을 대표 증후로 하였는데 이는 음기가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지 못하고 반대로 상승함으로 인해
발생되는 증세로 신열, 두통, 설사의 망음에는 저령차전자탕,
형방사백산을 사용하고 형방지황탕을 응용한다. 이 때 소양상풍증은 순증
개념이고 망음증은 역증 개념이며 결흉증은 표리가 같이 불화한 병증이다.
소양인의 위수열이열병은 청양이 상승하지 못하여 발병하는데 이 상승하지
못한 이양은 모양이요 화기이다. 이는 신소함으로 인해 음허되기 쉽고
청양 곧 원기가 두면사지까지 순조롭게 올라가지 못하고 열화되어
나타나는 병증이다. 이는 흉격열증과 음허오열증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흉격역증은 이양이 상승하지 못하고 울체되어 열화된 것으로 대변 불통이
주요 증상이며 소갈병 중 상소와 중소, 도한, 배옹, 뇌저, 순종, 전후풍,
인후병, 양독발반, 유주단독, 황달, 이목구비치아지병 등이 모두 화와
열로 인한 병증이며 대변 불통의 정도에 따라 경중을 나눈다. 특히
소양인이 며칠 동안 대변을 보지 못하면 열독이 심해진 것으로 이열변폐라
하고 지황백호탕으로 급히 소통시킨다. 소양인에서 중간에 뭉쳐 있는
화기를 풀어주는 것을 청열사화라 하는데 이는 곧 청양을 상승시키는
방법이 되며 양격산화탕이 가장 많이 쓰인다.
음허오열증은 소양인이 신소한 특징으로 이양이 상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표음도 하강하지 못하여 음허화동이 나타나는 병증으로 음기가
허하여 오후에 열이 오르고 물을 찾고 등이 시리며 구역이 나는 증세가
있고 또한 소갈병 중 하소, 중풍, 토혈 등의 증후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
때는 보음하며 화기를 풀어주는 자음강화법을 사용하여 청양을
상승시킨다.
전반적으로 소양인은 중심세력이 상부에 있어 양화되기 쉬우므로
음청지기가 보명지주라는 바탕 위에 승강개념을 운용한다. 대체로
소음인의 병증이 한병증이라면 소양인의 병증은 화와 열의 병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표병증은 비대로 말미암아 울체된 표음을
내려주는 목적으로 표음강기를 치법으로 하였고 이병증은 신소에서 기인한
화와 열을 해결하기 위해 이양 상승을 치료방향으로 삼았다.
(3) 태음인 병증론
간대폐소한 태음인의 병증은 크게 위완수한표한병과 간수열이열병으로
대별된다.
위완수한표한병은 태음인이 폐소한 특징을 지니므로 그의 부인 위완의
상승하는 힘이 부족하고 폐의 호산지기가 부족하여 표출하는 기운이
적으므로 생기는 병증이다. 이는 크게 태양한궐증과 폐조한증으로
구분되며 그 중 태양병상한에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면서 허리와 골절이
쑤시고 오한이 있으나 땀은 나지 않고 기침하는 증세를 배추표병이라하고
이는 영혈불리한 까닭이니 마황발표탕으로 발한시켜 호산지기를 도와주면
영혈불리한 것이 해결된다고 보았다. 태양한궐증은 원래 노심 초사하여
위완이 쇠약해서 표국이 허약한 틈을 타 한사가 침범하여 정사 상쟁하는
형세이니 한열과 한출이 교대로 나타나며 수일 동안 반복되는 증세로
이병증의 관리에 있어서는 반드시 발한의 우무와 진퇴로 병의 경중을
판단하여 그 경중의 정도에 따라 웅담산이나 한다열소탕 등으로 발한을
우도하였다.
그리고 폐조한증이란 태음인 특유의 호산지기 부족에서 오는 조병증으로
식체비만, 퇴각무력, 황달, 허로몽설, 해수 등의 증후로 이때는
태음조위탕, 조위승청탕 등으로 발한시키는 방법에 아울러 윤조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여 조를 해소하였다.
따라서 위완수한표한병의 치료는 발한시켜 표한지사를 풀어주거나
윤조시켜 호산지기를 도와주는 약물을 사용했다.
반면에 간수열이열병은 태음인이 간대한 즉징으로 흡취지기가 왕성하여
안으로 모으는 기운이 많아 제대로 나가지는 못하고 내부에 울체됨으로
인해 생기는 열증으로 이 병증은 간조열증과 조삽편폐증으로 대별된다.
간조열증은 태음인이 치락무염하고 욕화오치하고 간열태성하고
폐조태고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라 하고 발열을 위주로 한 양명겅병과
양명부병의 증후와 상한양독이나 열성온병을 포괄하며 음일수이한 소갈병,
수지초흑반창병, 허로몽설증, 그리고 음혈모갈로 인한 이롱, 목암, 각약,
요통 등의 병증이 모두 이 범주에 속하는 병증으로 이조열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열다한소탕을 기본 항으로 하여 상황에 따라 갈근해기탕,
청폐사간탕, 청심연자탕 등을 사용한다.
또한 조삽편폐증이란 간조열이 심하여 그의 부인 소장에 열이 울결되면
대변비결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이열온병에 열이 심한 경우나
발열이 심하면서 몹시 추워하고 대소변이 막힌 경우나 머리, 얼굴, 목에
열이 나면서 빨갛게 붓는 경우 등을 포괄한다. 이는 역증 개념으로 급히
갈근승기탕이나 조각대황탕으로 통변을 유도하여 간조열을 풀어준다.
이상에서 태음인 병증은 표병증과 이병증 모두 조병증이라 할 수 있는데
이때의 조는 흔히 기존 증치의학의 조인혈소 라 하여 혈허, 음허로
유발된 조의 개념이 아니다. 표병증의 조는 태음인이 폐소함으로 인해
호산지기가 부족해서 오는 것으로 이를 간조열에 비교하여 폐조한이라
하며 이때의 조는 땀을 내어 풀어준다. 이병증의 조는 흡취지기가
과다하여 안의로 너무 많이 쌓여 생긴 울열로 인한 것으로 간조열이라
하고 이때의 조는 주로 대변을 나가게 함으로써 조가 풀어진다고 보고
있으며 조가 심하면 표리병 모두에 윤혈윤조약을 더불어 사용하기도 한다.
(4) 태양인 병증론
폐대간소한 태양인의 병증은 크게 외감요척병과 내촉소장병으로 구분되어
있다.
외감요척병은 해역이라 통칭되는 것으로 이는 태양인에 있어서 폐의
호산지기가 성하고 간의 흡취지기가 부족하여 상성하허한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간의 부위인 요척이 양성인 외사를 받아들이기 쉬움으로 인해
요척부에서 병증이 발현하는 증후로 상체는 완건하고 하체는 풀린 것
같아서 걸을 수가 없다. 즉 다리에 종통, 마비증세가 없으면서 하체의
발달이 그다지 약하지도 않으니 이를 약불약, 장불장, 한불한, 열불열
한 상태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치료는 깊이 슬퍼함을 경계하고 분노를
멀리하여 맑은 마음을 간직하고 안정을 되찾도록 노력하면서
오가피장척탕을 써야한다고 하였다.
내촉소장병은 열격증으로 대표되는 병증이다. 폐와 간은 기액을 호흡하는
문호로 서로 번갈아가며 진퇴하면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태양인에
있어서 간의 부인 소장은 기액의 음량한 기를 흡입하는 힘이 부족하게
되고 반면, 폐의 부인 위완에서 호산하는 기액의 양온한 기는 상대적으로
성하게 된다. 따라서 위완이 건고한 상태에서 호산지기가 태과한 반면
중하초에서 흡입하는 기운이 지탱하지 못하므로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외고 도리어 토출하게 되어 열격증이 생기는 것으로 보았다. 즉 음식물이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갈 때 막힌 듯한 증세를 느끼거나 들어가지 못하고
토하는 증세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열격이나 반위증은 태양인 병의 중한
증세이고 이에 대한 치료는 성내지 말고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면서
미후등식장탕을 쓰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태양인은 그 구조가 위로 올라가서 표출하는 기운은 많고
밑에서 받아서 비축하는 것은 적으므로 이로 인해서 병증이 발생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위로 몰리는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려 거두어들여야 하므로
소변이 잘 나가는 것이 건강상태의 지표가 되고 기운이 조금이라도 위로
치우치게 되면 구중토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므로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고 하였다. 기운을 끌어내리자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꾸 화를 내면 그렇지 않아도 기운이 올라가는데
더욱 올라갈 것이므로, 약을 쓰기 이전에 깊이 슬퍼하거나 성내는 것을
경계하고 화내는 것을 삼가하며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즉 태양인의
치료는 어떠한 약물에 의존하기보다는 평소의 심성을 잘 가다듬고 음식을
주의하며, 그래도 병이 났을 때는 약물로 치료하는 방식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이제마의 사상병증론은 장기의 선천적인 대소에 따른 기의 편재와 성정의
승강실조에 의해 발생한 병증을 논함에 있어서, 심은 중앙의 태극으로 둔
채 장부와 표리한열을 결합하여 사상인의 표리한열병증을 도입함으로써,
음양승강의 완속을 대대이론으로 설명하였다.
또한 동무는 대개 옛날 의사는 사람 마음에서 생기는 애, 오, 소욕, 희,
노, 애, 락과 같은 것이 편착되어 병이 되는 줄을 모르고, 단지 음식물로
인해 비위가 상하거나 풍한서습의 침입으로 인해 병이 생기는 줄로만
알았다. 고 하여, 질병의 원인으로 성정의 편급을 중요시하였다.
사상인의 병증론 중에서도 각 체질별로 성정의 불균형을 질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말하였고, 중증이나 험증, 역증개념에서는 반드시 성정의 조절을
복약보다 중시하였다.
그리고 평소의 심리상태와 질병과의 관계를 말하였는데, 사상인의 항심이
더욱 심해지면 대병, 중병과 같은 심신병증이 된다고 하였다.
결국 사상체질증의 운용정신은 사상인의 병증이 항상 양면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표병에서 이병을, 이병에서 표병을 바라보는 다소
입체적인 시각을 염두에 두고 방제를 운용해야 하며, 사기실, 정기허에
따른 보사개념이 아니라 인체를 정기중심으로 순기, 조기라는 차원에서
성정의 균형을 잡아주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참고자료 2)
이제마의 사상체계
본문에서는 여러가지 주제를 가지고 사상체질과 사상의학에 대해 설명해
보았다. 그런 결과 각 주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대신 이제마 사상의 전체적으로 요약하고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사원구조적 본체론
이제마는 사상철학의 기본 정신을 (중용)의 둘째 구절인 중야자,
천하지대본야. 화야자, 천하지달도야. 지중화, 천지위언, 만물육언. 의
해석에서 천지위언 (우주의 구성요소)와 만물육언 (사물의 생성변화
요소)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사심신물 로 요약하여 이를 사상철학의
기본 단위로 삼고 있다.
(반성잠)에서 동무는 태극을 심이라 하고 양의를 심신이라 하며 사상을
사심신물이라 하여 그의 본체론적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바, 기존의
역리에서는 태극생양의 하고 양의생사형 하고 사형생팔복 하여
길흉과 모든 물상이 팔괘에서 이루어진다는 우주만물의 생성론적 이치와
분화과정을 설명하여 사상이 팔괘롤 나누어지게 되는 중간자에 지나지
않지만, 동무에게 있어서 사상은 더 이상 분화하지 않는 실체적 개념으로
우주 구성의 4대 원소이며 팔괘는 이러한 사상의 양면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현상과 사물은 사상, 즉 사심신물로 귀납 설명되고 있고,
이러한 설명관계는 우주현상, 사회현상, 인체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복합적인 사원구조를 형성한다.
우주의 사원구조를 전인성명 으로 설명하고, 사회적 현상의 구성요소를
인의예지 (사), 충의우제 (심), 사농공상 (물), 전택방국 (물)
으로 설명하였고 또한 일천지동포 (사), 만물지군거 (물),
사방지회통 (심), 백공지화리 (신)로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였다.
인체의 사원구조는 이목비구 (사), 폐비간신 (심), 두견요둔 (신),
함억제복 (물)으로 구분하여 생리적 현상을 설명하였고, 인간의 체질도
폐대간소한 태양인, 비대신소한 소양인, 신대비소한 소음인, 간대폐소한
태음인으로 대응시켜 모두 사심신물의 요약정신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심신물의 물상이 단독으로 독립해서 존재할 수는 없고 반드시
태극의 심과 양의인 심신의 내면적 발전과정을 거쳐 사상인 사삼신물로
나타나게 되며, 여기에는 성과 욕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2) 이제마의 인간관
이제마는 인간을 시원구조적으로 관찰하여 이목비구, 폐비간신, 함억제복,
두견요둔으로 나누어 각각 천인지행 에 대응시켜 설명하고 있다. 즉
이목비구는 천 을 관찰하고, 폐비간신은 인 을 세우며, 함억제복은 그의
지 를 행하고, 두견요둔은 그의 행 을 종합함으로써 형이상적인 면과
형이하적인 면을 포괄하는 사원구조적 동일체로 인간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상적인 인간상으로서 요순을 들고, 그와 같은 성인이 되는
것이 인간의 최고 목표임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이상적 인간상으로 성인을
두고, 성인이 아닌 그래서 성인이 되고자 희구하는 범인들을 중인이라하여
성인과 중인의 동등론적 입장과 차등론적 입장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즉 성인이나 중인이나 이목비구의 호선함이나 폐비간신의 오악함은
성인이나 중인이 다를 바 없으며, 태소음양의 장국단장이 천리의 변화에
있어서 일동하기 때문에, 성인의 장국도 사단이 있어 성인과 중인의
천품적 특성은 차이가 없다는 성범일여적인 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함억제복의 사심이나 두견요둔의 태행은 성인과 중인의 차이가
있으니, 이는 중인에 있어서는 그 본성이 사욕에 가리우기 때문에
성인처럼 극공무사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인욕의 활협에 따라
비박탐나의 심지청탁이 결정되는 것이 성인과 중인의 다른 점이다. 따라서
성인과 중인의 다른 점이 장리나 재능의 다름이 아니라 심의 죄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인의예지의 사장의 기운을 넓혀 충만하게 하면
호연지기가 나오고, 비박탐나의 일심의 욕을 분별하면 호연지리가 심에서
나온다 하였고, 심제의 청탁과 기우의 강약이 모두 책심책기에 있다고
하여 성인이 되는 근본적인 요건이 모두 지행으로 귀일된다.
이러한 이제마의 사고는 중인도 노력하여 사욕을 제거하고 인간의 본성을
찾으면 성인이 될 수 있다 한 것으로, 이목비구의 호선과 폐비간신의
오악은 사람마다 다 요순이 될 수 있고, 함억제복의 사심과 두견요둔의
태행은 사람마다 다 스스로 요순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호선과
오악은 도심으로서 가능성의 근거가 되고 사심과 태행은 인욕으로서
자율적 극기의 대상이 되므로, 존심양성하고 수신입명한 연후에야 비로소
성인의 지행이 된다고 하였으며, 이러한 지행이 쌓이면 그것이 바로
도덕이요 도덕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바고 인성이라 하여 하학이상달
하는 적극적인 인간관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제마의 인간관은 이상적인 인간상을 요순과 같은 성인에
두고 도한 인간의 등급을 지인, 형인, 우인, 불초인의 네 등급으로 나누어
누구나 노력여하에 따라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자아의
책심책기가 중시된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이며, 혜각의 지와 자업의
행을 지닌 지행인으로 파악되는 윤리적 실천인이라 하겠다.
(3) 이제마의 지인론
이제마는 군자의 덕목을 독행이라 하고 독행은 곧 부동심을 말하는
것이며, 그 구체적 내용은 중립하여 치우치지 않고 화하여 휩쓸리지 않는
데 있다고 하여 중용의 중화를 이루는 것이라 하였다. 이를 위하여 그는
사람의 진실과 허위를 아는 것, 즉 지인하는 것이 부동심 및 독행의
출발점이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인의 전제조건으로 자기 자신의 입성이 이루어져야 지인을 잘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입성의 정도에 따라 지인에도 겉만 아는 것,
반중심만 아는 것, 중심을 아는 것 등의 여러 층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입성하기 위한 구체적 덕목으로 인의예지의 성을 들고, 지인의 구체적인
대상이 되는 인지위 (처위)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비박탐나의 심역을
들었다.
기존의 성리학에서는 사단은 도심이고 칠정은 인심이라 하여 성과 정을
구분하고 있지만 동무는 희노애락의 정도 사단과 함께 인성아라부르고,
심욕을 따로 설정하여 인의예지를 성으로 맹자의 사부지심에서 나온
비박탐나를 심욕으로 구분한다. 이들 심욕을 설명하기 위하여 공자의
군자소인론, 맹자의 피사, 음사, 사사, 둔사, (대학)의 분치지심,
공구지심, 호락지심, 우환지심을 끌어다 여러 항목으로 나누어 심욕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람은 악인이라도 누구에게나 인의예지의 항충이
있고 비록 호인이지만 비박탐나의 누욕이 있다고 하였고 이를 살펴 지인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한 사람의 마음곡에서도 군자지심과 소인지심이
있는데 어느쪽이 많으냐에 따라서 군자도 되고 소인도 된다고 하였다.
한편 이제마는 희노애락의 폭동랑동이 모두 행신불성, 지인불명 에서
나온다고 하여 지인의 중요성을 삼으면서도, 사람을 안다는 것은 요
임금도 어렵게 여긴 것이고 우왕도 탄식한 것이라 하여, 지인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누구나 지인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면서, 온
지혜를 다하여 사람을 살피면 지인하지 못할 것이 없다라고 하여 지인의
중요성과 함께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이제마의 금욕론적 지인은 공자의 지인이인의 주체가 되는 윤리적
(부자, 군신, 형제, 붕우) 인간을 말한다면, 희노애락의 주체가 되는
성정인을 가리킨 것으로, 이것은 곧 체질적 심욕론으로 발전되고 이에
따라 사상체질적 의학이론이 나오게 되었다.
(4) 이제마의 정기론
이제마의 철학정신은 원시유학의 재해석에서 나온 수기치인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수기를 중시라고 있다. 그리고 수기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인정기를 제시하였고, 이는 곧 행신불성, 지인불명 에서 나온
지행정신에서 구하고 있는데 그중 정기정신은 행신불성에서 기본 정신을
찾고 있다.
특히 그는 (반성잠)에서 반성이란 반어성이 자신야 라 말하고, 사심이
문득 유혹되어도 행사하지 않고 반성하면 이것이 곧 학문하는 것이니,
학문지도는 다른 것이 아니고 구기방심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반어성이자신 과 항계자반 의 정신은 이제마 철학에서
학문하는 정신이며 자기 스스로 정기하는 방법이 되고 있다.
이는 맹자의 반구정신, 정기정신, 구방심 등 치심정기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반성잠)에서는 건곤우치함 을 존심지계라 하여 성심을,
양태진선함 을 수신지계라 하여 경신을 각각 설명하고 있어, 그의 철학적
배경이 맹자의 치심정기의 정신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정기여맹자연후, 악악이무태 라 하여 맹자가 누구보다 정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밖에 공자의 정기정신을 설명하기 위해서 극기복례, 온악이양선,
찰호위작 의 정기방법을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이제마 스스로 완성한
심욕의 윤집궐중과 희노애락의 항계자반의 정기방법을 말하고 있다.
이상에서 이제마의 정기정신은 공자보다는 맹자의 치심정기정신을 더 높이
평가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자신의 정기방법을 터득했다고 보며,
또한 이 정기방법은 (중용)의 조화조절 정신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제마의 정기정신은 치심치병정신과 치심양생정신으로
발전되었는데, 이것이 의학적 정기와 생활적 정기로 실용화되었다고 본다.
즉 이제마 철학의 지인정기정신은 실용적 응용으로 발전되어 체질적
지인정기론이 나오게 되며, 체질에 따른 생활적 정기론은 곧 사상적
양생론을 말한다.
이제마는 체질의 편차에 따른 치병 중심의 의학적 정기보다는, 평소의
생활 속에서 인격의 도야와 예방적 양생을 중시하여 생활적 정기를 우위에
두었다. 생활적 정기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주색재권의
교착지욕으로 말미암아 사를 행하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간약,
근간, 경계, 분견의 덕목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호현락선과 투현질능의 호선오악을 가장 잘 수행하는 것이 이제마
철학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한다면, 지인정기는 이를 실천하는 방법이
되고, 그중에서 정기하는 방법으로는 의학적 정기와 생활적 정기가 있는데
이것은 곧 심신과 사물의 조화조절을 말하는 것이다.
(5) 이제마의 철학적 건강관
이제마는 실천적 유학정신을 기본으로 하여 인간을 자아의 책심책기가
중시된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에, 그의 건강관도
심욕을 극복하여 얻어지는 무욕의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욕심이 없는 마음이란 노자나 부처처럼 청정적멸한 무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세상이 어질게 다스려지는지를 걱정하여 조금도 사사로운
욕심을 가질 겨를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요순과 공맹의 행인을
목표로 남을 도와주고 사랑하는 학불염이교불권 하는 인의 정신으로
사욕을 극복함으로써 얻어지는 극공무사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를
이제마의 철학적 건강 상태라 할 수 있다.
요순이나 일반 사람들이 이목비구나 폐비간신은 다를 바 없지만, 요순은
사욕에 가리워지지 않았으므로 이목비구의 청시언모하는 기능과
폐비간신의 학문사면하는 기능이 온전히 발휘되는 데 반하여, 일반
사람들은 사사로운 욕심에 가리워져서 이목비구나 폐비간신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다고 보아 사욕을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이제마의 심욕 상태는 육체의 생리적 기능에도 직접접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나타내어 심심론적 관계를 보여준다. 사람의 사와 욕은
굴신동정과 지의 혼백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대인과 소인의 차이도 사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대인의 뜻하는 바는 치국평천하에 두고
있지만 소인은 자신의 부귀에 마음을 썼기 때문에, 대인의 정신기혈은
심원광대하고 소인의 정신기혈은 천근협소하다 하였고, 또한 멀리 듣고
크게 보고 널리 냄새 맡고 깊이 맛보아 이목비구의 작용이 심원광대하면
정신기혈이 생성되지만 천근협소하면 정신기혈이 소모될 것이라 하고,
학문사변을 잘하여 폐비간신의 작용이 심원광대하면 정신기혈이
생성되지만 천근협소하면 정신기혈이 소모될 것이라 하고, 학문사변을
잘하여 폐비간신의 적용이 정직중화하면 진고유액이 충만하게 되지만
편의과불급하면 진고유액은 녹아버린다고 하였다.
이처럼 이제마는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따로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심과 신을 하나로 묶어 심신일여적 차원에서의
건강관이면서도 심 우위의 측면을 견지하고 있다
나아가 장수하기 위해서는 간약하고 근간하고 경계하고 문견해야 한다고
하고, 이를 위해서는 치색, 주식, 권세, 재화를 삼가해야 한다고 하면서,
현명한 사람을 투기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질시하는 것이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하여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건강도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결국 이제마의 건강관은 유락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사욕을 극복함으써
얻어지는 심성론적 건강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심의 건강상태가 곧 육체적
생리적 건강으로 직결되는 심신론적 건강관을 나타내고 있으며, 더불어
사회적 건강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6) 이제마의 체질관
이제마는 자신의 의학경험이 있은 지 오륙천 년 후에 태어나서 옛
사람들의 저술을 통하여 우연히 사상인의 장부성리를 발견하였다고
하면서, 인간의 천품적인 특성을 네 가지 체질로 명확히 밝혀 놓았다.
여기서 천품적인 특성은 우선 장리의 특성에 따라 폐대간소한 사람을
태양인, 간대페소한 사람을 태음인 비대신소한 사람을 소양인, 신대비소한
사람을 소음인이라 하고, 사상인의 성정에 의하여 장국의 대소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인간의 심성을 인의예지의 성과 비박탐나의
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성인과 범인의 차이를 말하였으며, 사상인에 대한
심욕의 차이를 구별하여 예를 버리고 방종하게 구는 사람을 비인, 의를
버리고 안일을 꾀하는 사람을 박인, 인을 버리고 남을 속이려 드는 사람을
박인, 인을 버리고 지극히 욕심을 부리는 사람을 탐인이라 하였다.
폐비간신장부의 대소는 단순히 형태의 대소나 장부기능의 허실개념이
아니라 호산지기, 흡취지기, 잡적지기, 출방지기의 대소편차로 이채되며,
이것은 특히 희노애락의 승강기운에 의해서 직승, 횡승, 방강, 함강의
작용으로 폐비간신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상인의 장리적 측성은 편소지장의 기능을 더 중요시하는데, 예를 들어
소음인이 신대비소하다는 것은 출방지기는 과다한 반면에 잡적지기는
부족하여 나타나는 장리적 측성을 대표하며, 편소지장이 비의 부리에
속하는 혀와 위가 본이 되며 편대지장인 신의 무리에 속하는 방광, 대장은
표가 된다고 하였으며, 소음인은 양난한 기운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생명
유지의 주된 요건이 된다 하였다. 이와같이 다른 체질도 설명되는데,
소양인은 음청지기가, 태음인은 호산지기가, 태양인은 흡취지기가 보명의
주가 된다고 했다.
한편 그는 사상인의 성기와 정기를 설명하고 있는데, 태양인은 항상
나아가려고만 하고 후퇴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양인은 항상 거동하려고
하고 그만두려고 하지 않으며, 태음인은 항상 고요히 있으려 하고
움직이려고 하지 않으며, 소음인은 항상 들어앉아 있으려 하고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고 하여 각 체질별 성기의 특징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태양인은 항상 숫컷이 되려 하고 암컷이 되려 하지 않으며,
소음인은 항상 암컷이 되려 하고 숫컷이 되려 하지 않으며, 소양인은
밖에서 뛰어나고자 하지만 안에서 지키고자 하지 않으며, 태음인은 항상
안에서 지키려 하고 밖에서 뛰어나고자 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상인의
정기의 특징을 말하였다.
즉 사상인의 성기는 항심 및 성질재간 (태양인의 성질은 소통 과단성,
태음인의 성질은 성취력, 소양인의 성질은 강무, 소음인의 성질은 단중을
말하고, 태양인의 재간은 교우, 소양인의 재간은 사무, 태음인의 재간은
거처, 소음인의 재간은 당흥을 말한다) 의 바탕을 이루고, 사상인의
정기는 방종지심, 편사지심, 투일지심, 물욕지심과 같은 정욕을 유발하여
심욕적인 면으로는 비박탐나로 빠지게 하고 생리적인 면으로는 분노격외,
비애동중, 이락무압, 희호부정 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기, 정기가 천품적인 특성이므로 항계자반하여 반드시 스스로
극복하여 중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과하거나
불급하게 되면 심욕의 특징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희노애락의 치우침을 각
체질별로 나누어 경계하였다. 즉 태양인은 폭노심애 를, 소양인은
폭애심노 를, 태음인은 양락심희 를, 소음인은 양희심락 을
경계하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사상인의 장리와 심욕 및 성정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어느 체질이
어느 체질보다 절대적으로 좋다든지 나쁘다는 식의 체질간의 우열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성인과 중인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
즉 태소음양의 장국단장은 천리의 변화로 성인이나 중인이나 다 같은
것이며, 이것은 천품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 고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청탁이나 심욕의 활협은 성인과 중인의 다른 점이며, 이것은 곧
천품에 따라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인사의 수불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제마의 체질관은 성인도 사상인 중의 한 체질에 속하며, 중인은
누구나 성인이 되고자 하며 또 될 수 있다고 하는 자율적 극기정신과
유학적 실천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각 체질간의 장리와 성정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7) 이제마의 병리관
예로부터 질병이 발생되는 원인에 대한 깊은 연구가 있어 이로부터 의약이
발전되어 왔으나, 이제마는 옛날 의사들이 단지 음식물로 인해 비위가
상하거나 또는 풍한서습의 침범으로 병이 되는 줄로만 알았지 애, 악,
소욕, 희, 노, 애, 락 과 같은 것이 편착되어 병이 되는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체질에 따른 희노애락의 특징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병이 발생되는 것을 밝혀 놓았다.
즉 기존의 증치의학이 자연과 인간은 서로 상응한다는 전제 아래
병사위주냐 원기위주냐에 따라 주로 아기실, 정기처 의 양면적 개념으로
병리관이 운용되고 있다면, 이제마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정기,
사기의 시각이 아니라 희노애락의 불균형에 따른 성정의 편차가
폐비간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애노지기는 상승하는 기운으로 역동하게 되면 하초의 간신을 상하고
희락지기는 하강하는 기운인데 역동하게 되면 상초의 폐비를 상한다고
하였고, 더불어 태양인은 애가 극하면 분노격외 하고, 소양인은 노가
극하면 비애동중 하고, 소음인은 락이 극하면 희호지정 하고,
태음인은 희가 극하면 이락무압 하게 된다고 하여, 희노애락의 실증이
병이 됨을 각 체질별로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 이제마는 유년기에 병이 되면 자애로운 아머니가 보호해야 하고,
소년기에 병이 되면 지혜로운 아버지나 유능한 형이 보호해야 하며,
장년기에 병이 나면 현명한 아우나 선량한 친우가 도와주어야 하고,
노년기에 병이 나면 효자나 효손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하였고, 만약 산골
사람이 문견이 없거나, 도시 사람이 간약함이 없거나, 농촌 사람이 근간이
없거나, 독서하는 사람이 경계함이 없으면 요절의 화를 당한다고 하였다.
곧 연령과 시기에 따른 대인관계의 불화나 처소나 환경에 따른 부조화에서
병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교사, 나태, 편급, 탐욕 등의 사심과 태행이 목숨을 위협하고,
여기에는 반드시 주색재권이 따라오게 되어 사람을 마치 감옥에 가두어
두는 것과 같으며, 주색재권이 따라오게 되어 사람을 마치 감옥에 가두어
두는 것 같으며, 주색재권이 지나치면 집안에 악인이 많이 모이게 되므로
그집안의 효남효부가 병을 앓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세상에서 병에
걸린다는 것은 모두 현명함을 사랑하고 선한 행동을 즐거이 하는 것이다
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이제마의 병리관은 태소음양인의 체질적 특증에 따른 희노애락의
과불급으로 인해 생기는 성정의 불륜형으로 말미암아 병이 된다는
성징론적 병리관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나이와 직업 및 일상생활,
그리고 주색재권의 불균형으로 인해 병이 된다는 도덕적 및 윤리적
병리관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전자가 성정 중심의 체질적 병리관으로 치명 중심이라면, 후자는
일반 모든 사람들의 생활 속의 규범으로 양생적 병리관이며 유학적
실천윤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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