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왕이자 누구보다 거절을 많이 당해본 영업 베테랑인 저자가 거절당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거절당하는 데에는 거절당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거절하는 사람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상대방과 자신, 양측을 파악하고 있어야 당하더라도 잘 당할 수 있다. 이 책은 거절당하는 유형과 거절하는 유형을 짚어가며 당신에게 필요한 ‘거절당하는 기술’을 알려줄 것이다.
거절당하는 기술
누구보다 거절을 많이 당해본 영업 베테랑. 기아자동차에 연구직으로 입사해 영업 전직 5년 만에 기아자동차 판매왕에 올랐고 이후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년 연속 판매왕을 거머쥐며 1년에 400대를 넘게 팔기도 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희망경영’ 강연을 펼치며 30년 넘게 영업맨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반찬 전문 프랜차이즈 장독대에서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연구직으로 입사해 영업 전직 5년 만에 기아자동차 판매왕에 올랐고, 이후 4년 연속 전국 판매왕을 차지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한 해 400대 가까이 차를 팔면서도 누구보다 겸손하고 성실했던 영업인으로서 기억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거절을 안 당하는 것보다 잘 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가장 두렵고 가장 회피하고 싶은 것을 정면돌파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영업인으로서의 단단한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는 자세, 설령 거기서 아픈 경험을 하게 되더라도 그 일을 통해 나의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깨닫고 스스로를 보완함으로써 더 큰 자신감과 성취를 쌓아나갈 수 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강조합니다. 영업현장에서 매일매일 고객들과 만나야 하는 영업인들에게 저자의 앞선 경험을 토대로 진솔한 얘기를 아낌없이 들려주는 이 책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귀한 산지식을 줄 것입니다.
▣ 차례
Chapter 1. 거절당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Chapter 2. 거절하는 사람도 따로 있다
Chapter 3. 어떻게 거절을 잘 당할 것인가
거절당하는 기술
거절당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도대체 나는 왜 늘 거절당하는 걸까?
‘나는 왜 늘 거절만 당하는 걸까? 나는 정말 안 되는 걸까?’ 당신은 오늘도 실적 없이 사무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는지도 모른다. 명함을 돌리러 찾아간 곳에서는 잡상인 취급만 당했고, 몇 시간 내내 떠들었지만 고작 “조금만 더 생각해보겠다.”는 답변을 듣고 온몸에 힘이 다 빠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책할 이유도 없다. 거절이 곧 능력의 부족이나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생각해보자. 거절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만 보자면 ‘상대편의 요구, 제안, 선물, 부탁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뜻한다. 즉, 거절당한다는 것은 ‘나의 요구, 제안, 선물, 부탁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영업이란 무엇인가. 영업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영업이란 고객의 삶을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제안을 하고 이로써 이익을 거두는 행위라고 말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뒤에서 더 자세히 하도록 하고, 여기서 눈여겨볼 사실은 그것이 상품이든 서비스든, 상대방에게 그것을 구매하기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영업은 필연적으로 거절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주’ 거절당하고 ‘어쩌다’ 거절당하지 않는 사람들: 영업맨에게 거절이란 하나의 업무다. 우리는 ‘자주’ 거절당하고 ‘어쩌다’ 거절당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목표는 거절을 안 당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을 ‘잘’ 당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물론 거절을 절대 당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거절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거절을 실패로 여기면 업무 자체가 괴로워진다. 업무 중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야 상처를 덜 받고 계속 일을 해나갈 수 있다.
단 한 번의 거절 때문에 일 자체로부터 거절당하는 것 같다는,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좌절감을 맛본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거절당하는 것이 영업맨의 업무 중 하나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절이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 역시 자동차 영업을 할 때마다 밀려오는 거절의 두려움에 여간 힘들었던 것이 아니다. 영업맨의 하루 일과는 아침 내근을 마치고 영업 현장을 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나 또한 사무실과 상가 등을 돌면서 명함과 카탈로그를 나눠주곤 했다.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 후 명함을 끼운 카탈로그를 놓고 나오는데, 때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마치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이걸 계속 해야 해, 말아야 해?’라는 생각이 불쑥 들곤 했다.
제아무리 경험이 많은 노련한 영업자라도 한번 수치심을 느끼고 나면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하루의 첫 방문에서 위와 같은 일을 겪고 나면 다음 사무실의 문고리조차 잡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목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사무실 문틈에 카탈로그를 끼워놓는 정도는 하지만, 그런 곳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당신이 거절의 두려움 때문에 문고리를 잡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라면, 그 경험을 좀 더 소중히 다루기 바란다. 거절의 두려움을 자신감을 해치는 쪽으로 사용하지 말고, 자신감을 더욱 키우는 쪽으로 사용하라는 이야기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다.
미워도, 지겨워도 다시 한 번! 지피지기백전불태: 지피지기백전불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이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이 빤한 말을 다시금 듣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 구절을 꺼내든 이유가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순한 진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실천하지는 못한다. 이 책을 펼쳐든 당신은 아마도 평소 거절을 잘 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이때의 ‘잘’은 ‘good’이 아니라 ‘often’ 혹은 ‘much’를 뜻한다. 자주 당하든 많이 당하든, 어쨌든 거절을 잘 당하는 당신,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쉽게 답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신이 거절을 잘 당하는 이유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왜 거절을 당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거절을 당하는 것이다. 지피지기백전불태라는 말이 익숙함을 넘어서 지겨울 정도로 많이 회자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말이 설득력을 갖추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말의 설득력은 거절의 영역에서도 작용한다. 즉, 내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내가 왜 거절당하는지를 알면 문제의 반은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이야기다.
대개 거절을 당하면 상대가 왜 거절하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고민할 것은 내가 어째서 거절당했는지, 나에 대한 점검이다. 거절이란 나와 상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상대뿐 아니라 나에 대한 분석과 판단도 필요한 것이다.
‘거절당하면 어쩌지’ ‘싫어하면 어쩌지’ 아이고, 당신을 어쩌지!
A는 텔레마케팅 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동기는 무려 100여 명, 그 많은 인원이 한 사무실에서 동시에 고객에게 전화를 돌려야 했다. 그들은 회사에서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의 회원을 유치하는 일을 맡았는데, 가입비가 자그마치 100만 원에 달했다. 프로그램은 직원의 입장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체계적이고 훌륭했지만 ‘좋은 프로그램인 건 확실한데, 과연 이 큰돈을 내고 가입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이 판매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교육 OOO입니다.”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은 의문 때문이었을까. 분명 안내할 내용을 모두 암기했건만 인사를 하고 나자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렇게 첫 고객을 날려버렸다. 통화가 되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움츠러든 용기를 억지로 끄집어내어 다시 전화를 돌렸고 더듬대긴 했지만 이번엔 본론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저희 회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소개해드리려고…….”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수화기 너머로 “뭐야? 이거 스팸이잖아!” 하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뚜뚜뚜’ 전화는 끊겨버렸다.
A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그와 동시에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이 밀려왔다. 평소에도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자신을 멸시하는 듯한 고객의 태도가 퍽 충격이었고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판매하려는 제품에 대한 의구심 역시 더욱 커졌다. 역시 사람들이 이렇게 큰돈을 투자할 만큼의 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그는 100통에 가까운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하…… 내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왜 늘 이 모양 이 꼴일까. 으이구, 못난 놈.’ 하루에도 열두 번씩 사표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방의 전문대를 졸업하고 내세울 스펙 하나 없던 A에게 지금의 직장은 어렵게 잡은 동아줄과도 같았다. 고객의 냉대를 감당할 자신도 없었지만 또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 자신은 더욱 없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저 맡겨진 일을 매일매일 해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A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고, 모욕을 받았고, 서러움을 삼켰으며,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더니, 어느덧 한 달, 두 달이 흘렀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였지만 아주 작게나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자연스러워지더니, 나중에는 보다 길게 제품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A는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면박을 당해도 받는 타격이 작아졌으며, 꽤 능청스럽게 상대와 대화를 이어가는 여유도 생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쌓였다는 것이다. 숱한 실패와 거절 속에서도 성공한 영업이 있었고, 프로그램을 구입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이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고객의 거절에도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이 좋은 제품을 몰라보다니 안타깝네’라는 마음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을 즈음 A는 슬슬 눈에 띄게 실적이 좋아졌고, 몇 년이 흐른 후에는 어느새 팀장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영업자는 ‘자신’이 아니라 ‘제품’을 믿어야 한다: A가 뾰족한 해법을 찾아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해야 만 하니까 하다 보니 조금씩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실적과 성과로 이어졌을 뿐이다. 내성적이고 소심하던 성격에도 여유와 능청스러움이 추가되기도 했다. 소심한 성격이 영업에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학습과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그가 제품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고 확신을 품은 순간, 그의 영업이 날개를 달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업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업자에게 필요한 자신감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보다는 제품에 대한 믿음이어야 한다. 영업자는 ‘자신’이 아니라 ‘제품’을 믿어야 한다. 제아무리 자신감이 넘치고 적극적인 사람이라도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설명이 장황해지면서 방향을 잃기 마련이다. 반면 아무리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이라도 상품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고객을 설득할 힘과 명분을 얻기 마련이다. 즉,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성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 직장인이라면 이게 필수품이죠.” 저 취준생인데요?
가능+불가능=100: ‘희망 전도사’로 유명한 송진구 교수는 저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에서 ‘희망+절망=100’이라는 공식을 내세운다. 사람들은 희망이 0, 절망이 100인 상태가 되었을 때 더 이상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마저 하게 되는데, 이때 단 1퍼센트의 희망만 있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변주해 ‘가능+불가능=100’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 가능성이 단 1퍼센트라도 있다면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처음에는 가능성을 보고 영업에 뛰어들지만, 한 번 거절당할 때마다 가능성이 1퍼센트씩 줄어드는 기분일 것이다. 수많은 거절을 당하다 보면 어느덧 가능성이 0이 되어 영업을 포기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영업 현장을 떠난 무수한 사람들을 기억한다. 정말 영업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빨리 다른 길을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아직 1퍼센트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 지레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은 아닌지, 그저 거절당하는 게 힘들고 괴로워 도망가려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내가 처음 영업의 세계에 문을 두드렸을 때의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나는 영업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첫발은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직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대기업에 입사한 것은 감지덕지한 일이었으나, 일을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나를 옥죄었다. 지긋지긋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나도 한번 잘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는데, 다달이 정해진 월급만 받아서는 그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절망감이 답답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성공의 가능성도 높은 영업직으로 방향을 틀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며 말렸지만, 가진 것 없는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굳은 결심과 당찬 포부를 안고 뛰어든 영업의 길, 첫 영업 상대는 지인의 부친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도전한 용기를 응원했던 건지, 아니면 무모함이 안쓰러웠던 건지, 지인이 그의 부친에게 친히 부탁해 만남의 자리를 주선한 것이다.
며칠간 잠도 자지 않고 연습, 또 연습했다. 카탈로그에 실린 자동차의 사양과 특징, 장단점을 줄줄 외는 것은 물론, 상대와 나눌 대화도 1인 2역을 맡아 시뮬레이션했다. 그리고 마침내 미팅 당일, 그가 경영하는 회사로 찾아간 나는 미리 준비한 설명을 줄줄 풀어냈다.
“이 차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해외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의 컨설팅을 받은 세련된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으로, 연비 역시…….” 하지만 설명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이미 거절을 준비하고 있는 상대의 눈빛을 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나의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내가 첫 영업에 실패한 이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영업을 잘할 수 있을까.’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들지 못한 채 고민하길 몇 개월, 불현듯 첫 영업 상대였던 지인의 부친이 떠올랐다. 사실 그는 “미안하지만 차를 구매하기 어렵다.”는 이야기 뒤에 “그런데 자네는 당분간은 차를 팔기 어려울 것 같군.”이라는 일종의 예언을 덧붙였다. 그때는 거절당했다는 충격에만 빠져 흘려들었거니와 한편으로는 ‘안 사면 그만이지, 무슨 악담을 하나’ 하는 심기마저 들어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잊어버렸는데, 몇 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그 말이 갑자기 머리를 스친 것이다.
다음 날 무작정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서는 다짜고짜 물었다. “제가 찾아뵈었을 때 차를 구매하실 계획을 갖고 계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랑 계약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소개해드린 차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건가요? 그리고 저한테 당분간 차를 팔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혹시 저한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제가 실수를 했습니까?” 당장 내 코가 석자다 보니 오랜만에 만나 안부인사도 건네지 않고 질문을 쏟아냈다. 내 사정을 아들을 통해 들었던 것인지, 그는 불쾌한 기색 없이 차분히 듣더니 곧 입을 열었다. 그때 그가 들려준 대답은 무척 뜻밖이었다.
“자네가 소개해준 차들은 모두 훌륭했네, 자네 설명도 흠잡을 데 없었고.”
“그런데 왜…… 사지 않으셨습니까?”
“자네가 실수를 했냐고 물었나?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 수 있겠군. 자네가 권한 차들은 모두 훌륭했지만, 내가 원하는 차는 아니었거든. 자네는 자네가 파는 차의 성능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지만, 정작 고객인 나의 상황이나 마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더군.”
그랬다. 며칠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공부한 것은 오직 내가 파는 상품이었을 뿐, 이 차를 살 고객에 대해서는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았다. 나의 문제는 상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갖추었으나 상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데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후의 영업에서도 늘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만 자랑하기 바빴지, 이 차가 상대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고려한 적이 없었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차가 아니라 ‘필요한 차’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헛발질만 계속했던 셈이다.
이후 나의 영업방식은 180도 바뀌었다. 상품이 아닌 고객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공구상가를 돌던 나는 너무 오래되어 바꿀 때가 된 화물차가 세워져 있는 상가를 공략했다. 화물차 기사들과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잡담을 나누면서 그가 현재 몰고 있는 차의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했다. 그리고 마치 고민 상담을 해주듯, 어떤 차가 그에게 맞을지 어떤 차를 몰면 좀 더 편할지를 틈틈이 조언해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 사장 중 한 명이 “여기 와보게!” 하고 나를 불렀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니 “화물차가 너무 낡아버려서 이제 시동도 안 걸리네. 바꿀 때가 됐나 봐, 전에 자네가 이야기했던 차가 괜찮은 것 같았는데, 뭐였지?”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날 나는 영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이게, 진짜 좋아요. 정말 좋거든요.” 그러니까 뭐가 좋은데요?
아시아 최대 갑부의 성공 비결: 아시아 최대 갑부로 유명한 청쿵그룹의 리자청 회장은 응용공부의 힘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인해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독학으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일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더욱 유명한 것은 공부에 관한 그의 지독하고 집요한 열정이다. 그는 아흔이 넘은 지금도 잠자기 전 30분간은 반드시 문학, 철학 과학, 경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다고 한다. 모든 사물과 사건에 대해서 “왜?”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끝없이 공부해야만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의 응용공부가 빛을 발한 것은 1957년의 일이다. 언제나처럼 다양한 책과 전문서적을 즐겨 읽던 리자청은 플라스틱 전문잡지를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한 이탈리아 플라스틱 회사가 조화를 만들어 유럽과 미국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기사를 본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유럽과 미국에서 조화가 히트를 쳤군’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리자청은 그러지 않았다. ‘왜 조화가 인기를 끄는가?’, ‘이것이 지금 홍콩에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를 집요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성공을 예상한 그는 이탈리아로 날아가 플라스틱 조화를 만드는 기술을 배워서 홍콩으로 왔고, 예상대로 조화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때 번 돈을 자본으로 삼아서 그는 지금의 청쿵그룹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말한다. “나는 여태껏 새로운 과학기술, 새로운 지식의 책을 끊어본 적이 없다.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지 못해 시대의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다.” 이것이 옹용공부다. 단순히 책만 읽고 지식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우리는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응용공부를 통하여 상대를 읽는 눈을 가지게 된다. 상대를 읽는 눈과 상대를 이해하는 힘은 비로소 당신으로 하여금 소통 능력을 갖게 해 주는 최고의 비법이 된다. 그렇기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는 응용공부는 진정한 지식과 실력을 겸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수많은 경험을 통하여 상대를 바로 알고 이해하는 힘까지 길러준다. 이것이 응용공부가 가져다주는 경험의 지식이요, 경험의 힘이다.
나 역시 응용공부를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았기에, 나의 경험도 곁들여보려 한다. 나는 마흔아홉이란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쉰셋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하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짧은 가방끈이 아쉬웠던 것도 아니고, 뭔가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시작은 아내의 충고였다. 기아자동차 재직 시절 차도 잘 팔고 돈도 잘 벌면서 나름 안정된 생활을 유지했지만 왠지 모를 공허함에 시달리는 나에게 아내는 공부라는 새로운 자극을 줘보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했던 것이다. 그렇게 외식경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영업맨이 외식경영이라니, 다소 뜬금없었지만 자동차를 더 잘 팔기 위해서는 고객의 일상에 좀 더 깊숙이 침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간의 경험과 공부를 통해 자동차라면 이미 충분히 알 만큼 안다는 약간의 자만심도 있었고 말이다. 자동차가 사치품이나 기호품이 아닌 필수품이 된 시대에 발맞춰 영업을 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외식경영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공부하면 할수록 자동차와 외식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이 공부를 내게 도움이 될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외식경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최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깊이 알게 되면서 자동차 영업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과거에는 그저 연비 좋고 고장 없이 잘 달리는 효율적인 차가 최고였지만, 지금은 워라밸(Work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여가생활도 다양해지면서 자신의 일상과 취향에 적합한 차를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외식경영은 최근 사람들의 트렌드를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응용공부의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내가 반찬 프랜차이즈 ‘장독대’의 상무로 일하게 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어떻게 거절을 잘 당할 것인가
자존심은 집에 두고 출근하라
어느 날 동네를 걸어가는데 장독대라는 반찬 전문점이 보였다. 새로 오픈한 듯했는데, 사실 그 가게가 들어선 위치는 기가 센 터였다. 그 동네에서 25년을 살면서 지켜본 결과, 어떤 업종이 들어서도 다 망해서 나가는 자리였다. 그런데 반찬 전문점이라는 글자를 본 순간 직감했다. ‘드디어 이 자리의 진짜 주인이 나타났구나.’ 이전부터 그 자리에 반찬가게가 들어서면 잘될 것이 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대낮에도 손님이 바글바글했다. 집사람과 지나가다가 잠깐 들러서 봤는데 반찬도 가짓수가 엄청나고 질도 좋았다. “양이 엄청난데 다 팔려요?” 물어보니까 없어서 못 판단다. 기막히게 입지를 선정한 감도 놀라웠고, 실제로 장사가 잘되는 현장을 보니까 본능적인 호기심이 샘솟았다.
본사 전화번호가 간판에 있기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며칠 뒤 영업을 담당하는 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와 만나기 전, 그가 내게 주소 하나를 문자로 보내는 것이 아닌가. 전화 통화를 통해 내가 사는 동네를 묻기에 산본 신도시에 산다고 했더니 그렇다면 여기를 한번 가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가 찍어준 주소를 찾아가니 우리 집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옳거니’였다. 반찬 가게를 하기에 입지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것이다.
사실 본사에 전화를 걸 때만 해도 가맹점을 운영할 생각은 아니었다. 영업을 잘하는 회사라는 촉이 왔기에 한번 만나 보자는 마음 정도였다. 그런데 본부장이 알려준 장소를 가보니 여기를 놓치면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그곳은 원래 금은방이 있던 자리였는데, 워낙 장사가 안되었던지라 권리금을 조정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반찬이라는 제품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외식 경영을 전공하며 익힌 지식과 정보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전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이론만으로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서는 누구 앞에 가더라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또한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지식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두 달 만에 가게를 오픈했다. 첫날 매출은 505만 원이었다. 이후로도 가게 매출은 나날이 치솟았다. 하지만 나는 4개월 운영한 후 본사로 영업을 넘겨 본사에서 위탁 관리를 하게 할 계획이었다. 보다 큰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위탁 계약을 맺는 자리에서 대뜸 본부장에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을 그냥 가맹점 점주로 놔두면 회사 차원에서 손해 아닙니까? 저를 데려가서 한번 써보시죠.”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에 본부장은 당혹스러워했다. “서 선생님 실력은 제가 잘 알지요. 하지만 제가 인사결정권자는 아니라서 대표님과 한번 상의해보겠습니다.”
내심 며칠이면 결론이 나겠다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아마도 본사 측에서는 이런저런 고민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으나,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던졌다. “3개월 동안은 봉급을 받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일단 써보시고 판단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바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사실 회사로서는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는 장사였으니 당연했다. 무급으로 일을 시켜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찰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3개월 후, 나는 장독대의 상무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거절당한 영업의 신: 장독대에 들어가게 된 것은 ‘나’라는 상품에 대한 영업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30년 넘는 영업 경험과 외식경영을 전공하면서 익힌 지식과 이론이라면, 분명 일을 잘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이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자존심을 접고 ‘3개월 무급’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이다. 사실 영업을 하다 보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내가 이런 수모를 겪어가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솟구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치열한 영업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맥도날드의 창업자인 레이 크록은 미국 전 대통령 캘빈 쿨리지가 쓴 다음의 글을 임원 사무실에 걸어놨다고 한다. “좋은 리더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당신의 자존심을 집에 두고 나오는 것이다. 간도 쓸개도 다 빼놓고 집을 나서라.” 영업자라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다. 자존심이란 무엇인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밥 벌어먹고 사는 삶의 현장에서 품위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자존심을 집에 두고 나오라고 해서 고객에게 굽신대며 모든 모욕과 굴욕을 무조건 감내하라는 말이 아니다. 영업자가 지켜야 할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라는 이야기다. 내가 자존심을 굽혀 3개월 무급이라는 카드를 던질 수 있었던 것도 자존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존감이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나는 내가 잘 해낼 것이라 믿었고, 스스로에 대한 존중과 자신이 있었기에, 잠깐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나를 가장 극적으로 세일즈했던 것이다.
일본에서 영업의 신으로 불리는 하라 잇페이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들은 나에게 영업의 신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내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줄 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거절당하는 사람이다.” 그의 은퇴식에서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그렇게 많은 거절을 당하다 보면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는 과연 뭐라고 답했을까? “아니요, 거절을 하는 사람보다 제 연봉이 훨씬 많습니다. 자존심 상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또 자신을 높이 평가했기에 그 어떤 거절을 당해도 상처받지 않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지니는 힘이다. 그렇다고 그가 오만한 영업자였던 것도 아니다. 그가 69세 때 강연을 할 때였다. 청중 한 사람이 그에게 세일즈를 잘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하라 잇페이는 주저 없이 양말을 벗고 자신의 발을 만져 보라고 권했다. 발바닥을 만져본 질문자는 두꺼운 굳은살에 깜짝 놀랐다.
“저는 그저 남보다 많이 걷고 뛰었을 뿐입니다.” 하라 잇페이의 답이었다. 이렇게 치열하게 노력한 자 신의 열정을 존중하고 결국 세일즈의 신이 된 능력을 사랑했기에, 그는 결코 자존심을 다치는 법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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